소식지4호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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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나팔 2016 · 09 · 제4호 천주교의정부교구 “뿔나팔” 소리는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하느님께서 나타나실 때, 또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실 때 울려퍼지던 소리입니다. 정의 평화 위 원 회 하느님의 현존이 가득한 세상, 뿔나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희망합니다. •발행인 상지종 •편집 천주교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신흥로261 천주교 의정부교구청 4층 •전화 031 850 1501 •이메일 upeace@ujb.ucaholic.or.kr

언니야 집에 가자... (8/10 세계 위안부 기림일 미사 강론)

많이 더우시죠? 수녀님들 많이 오셨네요. 저녁도 못 드시고 배고프시겠어요. 여기 아무것도 없는 길바닥에 사람들이 이렇게 모였습니다. (물론 소녀상이 세월호 리 본을 달고 슬픈 눈으로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고 있다)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을 잘 정리해서 기 억하고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게 남 겨놓은 민족도 있고 그렇지 못한 민족도 있는데 아쉽게 도 우리는 그렇지 못한 편에 속하네요. 저기 작은 소녀상이 거기에 앉아있는 것이 저 사람들 에게는 많이 부담스러운 일인가봅니다.(소녀상이 바라 보고 있는 건너편 일본대사관 방향은 공사중인지 펜스 로 둘러쳐져 있었다) 소녀상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 많이 부끄러운가 봐요. 부끄러워 할 줄은 아는가봅니다. 저 소 녀상을 없애고 싶어서 그렇게 안달이네요. 몇 일 전에 할머님들께 연락이 왔었다네요. 밥 사 드릴 테니 나오셔라. 돈 드릴 테니 와서 받아가셔라. 할머님들 이 이상해서 안가시고 활동가들에게 얘기하신 것이 언 론에 나와서 그 사람들 망신만 당했죠. (작년 12월 28일 에 한일 양국은 위안부문제에 관해 합의 했다는 어이없 는 발표를 했고 일본은 이를 재차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그 말 자체가 치욕스러운 ‘화해, 치유 센터’ 라고 부르는 단체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피해 할머니들을 은근슬쩍 끼워 넣으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밥버러지 같은 짓입니다. 전화를 걸어 할머님들을 이용 하려던 사람들도 자신의 삶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할 겁니다. 내 인생은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겠죠. 불쌍 한 사람들입니다. 저기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학생들 참 훌륭한 사람들 입니다. 추울 때부터 손을 후후 불면서 이 더위까지 지키 고 있습니다. 춥고 덥지만 할머니들 생각하면 속상한 것 이 더 힘들어서 저렇게 소녀상을 지키고 있을 겁니다.

얼마 전에 ‘한베평화재단’ 이라는 단체가 출범했지요. 지난 4월말 베트남 종전일 몇 일전 이었었습니다.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 가면 소녀상 옆에 나란히 베트남 피 에타 조각상이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베트남전쟁에 한국군이 참여해서 많은 아픔이 있었습니다. 자기 목숨 이 위태로운 전쟁 중에 했던 행동들에 윤리적인 책임을 지울 수 있느냐는 물음은 옆에 두더라도 베트남 전쟁 중 에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임을 당한 것은 사실입니 다. 민주화 시대에 대통령들이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 죽음에 한국정부가 배상과 진실 규명을 포함해서 구체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습니다. 진 실을 밝히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일 양국처 럼 한국과 베트남 정부는 양국의 경제적 이익을 앞세워 지난 역사의 아픔을 모른 척 지나가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베트남 양민학살 진실규명과 그 아픔 을 위로하기 위한 한베평화재단 출범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께서 함께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이고 한 국이고 피해자들과 가족들에게 왜 미안하다고 하지 않 느냐는 말씀이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고통을 겪어 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 는 것 같습니다. 할머님들께서 자신들의 아픔만 알아달 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아픔을 달래주시 려고 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베트남뿐만이 아니 라 전쟁 중에 피해를 입은 많은 여성들을 위해서도 활동 하신다고 합니다. 한국 교회가 이런 아픔들을 가장 먼저 달려가 안아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가족들이 계신 곳이나 할머님들께서 계신 이 런 곳에 오면 마음이 답답합니다. 울림이 없는 광야에서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우리사회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비추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 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합니다. 집으로 돌아가

최재영 신부 / 구리EXODUS센터장 는 길이 뭔가 안타까움을 남겨두고 가는 걸음이라 가볍 지 않습니다. 할머님들 연세가 많으셔서 오래 사시지는 않을 것 같 습니다. 많은 분들이 하늘나라도 떠나셨습니다. 하늘나 라에 가면 잘못한 그 사람들 다 만나겠지요. 그 사람들 하늘나라에서는 할머님들께 분명히 엎드려 사죄할 겁니 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할머님들께서 살 아계시는 동안 일본이 잘못했다고 할까요? 우리가 평화 통일을 기다리는 것처럼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 다. 25년을 이 자리에서 매주 모임을 해 오셨는데 하느 님 품으로 떠나시기 전에 꼭 미안하다는 진심어린 사과 를 듣고 가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할머님들의 아픔을 느 끼면서 일상의 폭력에 대해 생각합니다. 다른 생명들을 함부로 다루는 것은 정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입니다.

(일본군이 한국과 다른 동아시아 여성들을 성폭력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폭력을 행한 이들은 당시 자신들이 큰 잘못을 했다는 생각이 없다. 그들은 일등국민이 아니 었기 때문일까. 한국전쟁 당시 한국장교들 중 많은 이들 이 일본군 출신이었고 그들은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을 그대로 한국군에 들여왔다. 여성 정신대를 운영한 것이 다. 그 여성들은 소위 ‘빨갱이’였으므로 자신들은 크게 잘못했다는 생각이 없다. 베트남 전쟁 당시 수많은 양민 들이 강간과 학살을 당했지만 참전했던 이들은 적을 죽 였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폭력을 저지른 이들은 잘 몰 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피해자들에게 그 폭력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가 해자들에게 그 폭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역사를 통해 우리는, 군비경쟁이 인류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고, 가난한 사람에게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안겨 준다는 것 을 잘 알고 있다. 동시에 지성과 감성의 교류와 공감이 분단의 장벽을 허무는 현장도 경험하였다. 한반도의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과 위기는 군사력의 우위를 과시하는 압박으로 해결될 수 는 없다.

『 사드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한 한국천주교회 입장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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