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5호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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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나팔 2016 · 12 · 제5호 천주교의정부교구 “뿔나팔” 소리는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하느님께서 나타나실 때, 또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실 때 울려퍼지던 소리입니다. 정의 평화 위 원 회 하느님의 현존이 가득한 세상, 뿔나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희망합니다. •발행인 상지종 •편집 천주교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신흥로261 천주교 의정부교구청 4층 •전화 031 850 1501 •이메일 upeace@ujb.ucaholic.or.kr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2016년 대한민국에서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직 아직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해 사용하라고 부여된 절대적인 권력을 개인과 특정 집단을 위해 사용했을 뿐만 아 니라, 심지어 그들이 대통령의 권한을 침범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방조하고 돕기까지 해온 사실이 결국에는 드 러난 것입니다. 게다가 대통령의 비윤리적인 오랜 사생활까 지 드러나면서, 거의 모든 국민이 지지를 거두기까지 했습니 다. 그런데 그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책임지지 도 않고 버티고 있는 덕분에(?), 그분과 연루자들의 잘못이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해서 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실체가 낱낱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실 망하고 분노하여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지만, 당사자인 대 통령은 아직 본인의 잘못도, 민심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듯 보입니다. 거듭되는 거짓해명과 책임회피의 모습으로 국민들 을 더욱 분노케 만들었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사퇴를 외 치고, 국회는 탄핵이라는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거의 온 국민이 대통령이 자리에서 내려와 책임지기를 바라 고 있습니다.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처벌되어, 우리 사 회가 정화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혜를 무시한 그들은 선을 깨닫지 못하게 방해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살이 있는 이들에게 어리석음의 기념물까지 남겨 그들의 잘못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지혜 10,8) 그 바람은 국민들이 광장에 촛불을 들고 모여 외치도록 만 들었고, 오히려 비폭력과 문화적인 집회를 보여주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찾아 볼 수 없는 성숙한 평화시위의 모습에 외신 들은 놀라고, 국민들은 어린 자녀들까지 함께 나와 외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비폭력의 프레임에 갇혔다고, 비폭력적인 방법 으로는 대통령을 퇴진시킬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대한민국 경찰의 너무도 엄격한 폭력의 기준은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민간인을 상대로 갑옷과 방패, 물대포 등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나, 아직 행사되지 않 은 폭력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집행하는 무리한 통제는 분 명 고쳐져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비

(루카 21,19)

폭력의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궁극적인 목적이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외치는 이유 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자들에 대한 심판을 통해서, 사람이 사람답게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 니다. 그런데 대통령 한 사람 바꾸는 것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 할 수 없습니다.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까지 바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촛불의 민심에 동참해야 하고, 그 것이 실제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 니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서는 비폭력의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빨리 문제가 정리되 길 바라는 것이 당연한 마음이지만, 희망을 품고 인내와 끈 기로 이 시간을 지켜내야 합니다. 권력자들에게 쓴소리를 아 끼지 않았던 예수님 역시도, 그들의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하 지 않으신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칼을 칼집에 꽂아라.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신 이 잔을 내가 마셔야 하지 않겠느냐?" (요한 18,11) 세월호의 비극이 일어났을 때, 온 국민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우리가 만든 물질만능사회, 출세 만이 성공으로 여겨지는 사회, 그래서 비리와 부정부패가 가득한 사회가 세 월호를 침몰시켰다며 자기반성의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쳤 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민적인 참회의 목소리 는 둘로 나뉘어지고, 자성의 목소리도 잦아들었습니다. 물론 변화의 움직임들도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을 다르게 대하는 이들이 생겨났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포함한 고통받 는 약자들과 연대하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거리에서 외치 는 이가 늘어났고, 정의를 지키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자기 삶을 바치는 이들 역시 늘어났습니다. 사제들과 수도자들은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길거리에서 하는 미사를 여 전히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세상의 구체적인 변화는 이렇게 서서히, 구체적이고 실재적으로, 한 명씩 한 명씩 마음을 바 꾸고 생각을 바꾸고, 그렇게해서 삶을 바꾸는 것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진원 신부 / 교하 협력사목 예수님께서 다시오시는 날이 아니고서는, 세상은 하루아 침에 갑자기 뒤집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도자들의 처지 는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어도 국민들의 삶은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구조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꾼 프랑스 혁명은 시작에 서 결말에 이르기까지 백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폭력 적이고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했는데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사회의 틀을 만들어지고, 국민 들에게 받아들여지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멀리 내다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꿈꾸는 그리스도인입니다. 대림시기는 우리 의 목표지점이 우리가 희망하며 꿈꾸는 하느님의 나라가 예 수님의 재림으로 완성되는 날임을 상기하고 재정비하는 시기 입니다. 미사 때마다 "복된 희망을 품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 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하소서"라고 고백하는 그 고백이, "구 세주 빨리 오사 어두움을 없이하며"라고 노래하는 그 노래 가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고 궁극적인 목표임을 기억하는 시 기입니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는 교회는,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는 그 날까지 복음을 선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사명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 사명은 예수님의 재림으로 하느 님의 나라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급해지지 않아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를 꿈꾸고, 이 땅에서 그 나라를 이루고 살아가기 위해서 힘써야 합니 다. 그렇게 일상을 하루하루 살아가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 기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 하느님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 정의 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가난한 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애 쓰는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인 살 아가야 할 모습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삶을 먼저 살아 내신 우리의 많은 순교자들과 신앙의 선조들의 삶을 묵상해 봅니다.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마태 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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