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나팔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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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나팔 2018· 2 · 제12호 천주교의정부교구 “뿔나팔” 소리는 이스라엘 민족들에게 하느님께서 나타나실 때, 또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실 때 울려퍼지던 소리입니다. 정의 평화 위 원 회 하느님의 현존이 가득한 세상, 뿔나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질 수 있는 세상이 되길 희망합니다. •발행인 상지종 •편집 천주교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제12호 •주소 경기도 의정부시 신흥로261 천주교 의정부교구청 4층 •전화 031 850 1501 •이메일 upeace@ujb.ucaholic.or.kr

‘야훼와 바알’이냐, ‘오직 야훼’냐 (2) - 복음의 요구를 희석시키지 마라

주원준 토마스아퀴나스 / 의정부교구정의평화위원회 위원

하느님은 당신 백성에게 특권이 있다 엘리야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하느님은 이집트 탈출 사건과 시나이 계약을 통 하여 이스라엘 안에서 유일하시고 독특하며 배타적 관 계를 맺으셨다. 하느님 백성에게 주님과 비슷한 신도 없고, 주님과 비교가 가능한 신도 없다. 주님은 유일 하신 하느님이시기에, 당신 백성에게 오직 당신만 따르 라고 요구하실 특권(Privilegrecht)이 있다는 것이다.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은 이런 독특한 인연 속에서 살 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신을 따르는 것도, 다른 신을 허용하는 것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이런 하느님의 ‘특권주장’(Privileganspruch)을 우리 말로 ‘전권주장’이라고도 옮기는데, 필자는 둘 다 괜 찮은 번역어라고 느낀다. 이집트 탈출과 시나이 계약 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은 당신 백성에게 당당히 특권을 요구하실 수 있는 분이요, 그분은 백성 안에서 전권을 지니신 분이시다.

유일신론은 오직 한 신만 존재하신다는 주장인데,

주장을 편 엘리야는 큰 고난을 받았다. 하느님 백성

자칫 하느님 존재의 유일무이성에 대한 철학적 논쟁으

안에서 하느님의 예언자가 소외되고 탄압받는 현상이

로 발전하기 쉽다. ‘너는 유일신론을 받아들이냐’, ‘과

처음으로 등장했다. 임금과 지배층의 믿음과는 다른

연 신이 한 분 뿐이라고 생각하냐’ 이런 ‘지적 동의’가

‘예언자의 고독한 내면’이 탄생했다(1열왕 19,10).

화제가 되곤 한다. 그러나 유일신론의 핵심은 실천적

나약한 인간은 지금도 현실과 이상의 갈등 속에서

으로 한 분을 따른다는 것이지,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살며 약점을 드러낸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4년

대화가 아니다.

한국을 방문하시어 124위 시복식을 직접 거행하시면

엘리야가 말한 유일섬김은, ‘오직 한 분만(mono-)

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합의 두번째 주장은 하느님 백성은 오직 주님만

섬긴다(-latry)’는 뜻으로서, 유일신론의 핵심을 함축

방식으로, 우리의 신앙을 양보해 타협하고, 복음의 근

섬기라는 ‘유일섬김’(monolatry)이다. 이 주장은 하느

적으로 드러낸다. 유일섬김은 그 자체로 섬기는 실천

원적 요구를 희석시키며, 시대정신에 순응하라는 요구

님의 특권주장과 긴밀히 연관된 것이다. 하느님은 백성

과 헌신에 초점을 맞춘 말이며, 훗날 유일신론으로 발

를 받게 됩니다”(2014년 8월 14일 광화문). 교황님의

에 전권을 지니신 분이기에 우리가 섬길 분은 오직 그

전하는 훌륭한 초석이 된다. 일부에서 이 말을 ‘일신경

가르침과 엘리야 예언자의 주장과 순교자의 삶과 죽

분밖에 없다.

배’ 등으로 옮기는데, 그렇게 하면 이 낱말이 지닌 신

음은 일맥상통한다. 하느님은 당신의 백성에게 특권과

학적 느낌과 중요성을 올바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전권이 있는 분이요, 우리는 오직 그분만 섬겨야 한다

유일섬김

여기서 잠시 유일신론과 유일섬김에 대해 알아보자.

는 엘리야의 외침은 오늘날에도 뚜렷하다.

사실 유일신론(monotheism)이라는 말은 17세기에 처 음 고안된 말이다. 이 말은 상당히 발전된 신학과 철학

예언자와 우리

을 전제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고, 구약성경에서도

유일섬김 주장의 댓가는 고난이었다. ‘주님과 함께

유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개념이다.

바알을 섬기자’는 임금에 맞서 ‘오직 주님만 섬겨라’는

** 이 글은 『경향잡지』 2017년 10월호에 기고한 ‘구약성경 의 물신’을 일부 다듬은 것입니다.

"의로움의 열매는 평화를 이루는 이들을 위하여 평화 속에서 심어집니다."

(야고버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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