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넥센 유니버시티
The Nexen Univer-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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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05-06, no.66 김재경의 Photossay 06 [18] 박성용의 Discovery [32] 한국의 건축 지식 사냥꾼 06 김광현 Perspective [34]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제언김성홍 Report [36] 서울-베를린 도시 간 대화서정일 Research [38] 한국근대건축의 현장과 이슈 01 충정아파트이연경 Focus [44] 한국건축역사학회 제1회 작품상 선정 수상작 : 부천아트벙커 B39김광수 이중용의 Keyword of Archi-World [52] Reading Lists [54]~[59]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 의심이 힘이다 완전히 불완전한 사전 꽃과 칼-건축 아르고스김영철 김중업의 서산부인과 의원 Drawing [56] 서산부인과 의원, 건축찬가곽재환 Feature [60] 제11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발표 한국 ‘근대부엌’의 수용과 전개도연정 Exhibition Review [74] 김산의 perspective전현명석 건축신인 비평 초대석 Critique [82] 백상훈의 林, Plate-au이주연 Interview [90] 전성은과의 대화 전진삼 Emerging Architect 06 SML [98] Special Feature [106] 건축가 구영민 작가 연구박준호 전시 비평백승한 Notice 제12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표2] 표지 이미지 설명: 구영민, 淚印Ruin 전시 작품 ⓒ김재경 2
Contents & Flow Map 구분
인물
비평대상 장소 사무소
콘텐트 김광수• 김광현• 구영민• 도연정• 임승모• 전성은• 플랜잇프로덕션 사옥• 충정아파트• 부평 삼능줄사택• S.E.E.D haus• SML•
구영민의 <Ruin>전• 김산의 <Perspective>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서울-베를린 도시전략연구세미나• 사건 심원건축학술상 제11회 당선작 발표• 전성은의 <내면의 시선> 전• 한국건축역사학회 제1회 작품상 선정• 땅집사향 149-150차•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WIDE건축영화공부방 44차• 책. 꽃과 칼-건축 아르고스• 기타 책. 의심이 힘이다• 책. 완전히 불완전한 사전• 책.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 책. 김중업의 서산부인과 의원•
파트너십
가로건축• 동양PC• 목천김정식문화재단• 삼현도시건축• 삼협종합건설• 수류산방• 시공문화사• OCA• 운생동• 원오원 아키텍스• 유오스• 인문집• 인천건축사회• JURL• 컬처코드• 해안건축• 헌터더글라스•
생산자 •강병국 •곽재환 •구영민 •김광수 •김기중 •김기현 •김미현 •김성홍 •김산 •김연흥 •김영철 •김용남 •김재경 •김정식 •김정후 •김종헌 •김태만 •네임리스 •노경 •도연정 •류재경 •박달영 •박상일 •박성용 •박준호 •박진호 •배형민 •백상훈 •백승한 •서정일 •손진 •송종열 •윤세한 •이승용 •이연경 •이종우 •이주연 •이중용 •이태규 •임근배 •임승모 •임재용 •장윤규 •전성은 •전진삼 •정재헌 •조성용 •조택연 •최문규 •최욱 •최원영 •최원준 •한제임스정민 •함성호 •허동훈 •현명석
페이지 123 56 106 44 6 122 3 34 74 표4 58 11 18,44,108 3 10 63 1 59 82 60 12 14 17,55 32 108 64 59 82 120 36 125 58 1 8 38 48 82 52 표2, 표3, 60 127 98 9 16 90 61, 90 125 50 13 59 5 15 46 7 65 54 74
최문규(가아건축사사무소), 헤이리 박스갤러리, 경기도 파주시, 2003
계획설계모형, 2003 / 건축가 기증 / MC05.2000.0002
0
목천김정식문화재단 mokchon-kimjungsik.org T.02 732 1602
19 : 05-06, no.66 p.18 김재경은 인문학적 감각과 절제된 심미성을 바탕으로 공간과 건축, 인간의 풍경을 기록하는 사진가다. 1998년 월간 《건축인POAR》의 ‘11인의 주목받은 건축인’에 선정됐다.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사진집 『자연과 건축』, 『MUTE』, 『MUTE 2: 봉인된 시간』, 『수원화성』(공저) 및 『셧 클락 건축을 품다』, 『김중업 서산부인과 의원』(공저) 등이 있다. p.32 박성용은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하고 Virginia Tech에서 M.Arch를 마쳤다. 한국과 미국에서 10여 년의 실무를 거쳤다. AIA(미국건축가협회 회원)이며, 현재 금오공과대학교 건축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설계 작업보다 건축비평 글쓰기에 집중하며 항상 두 영역의 통합을 꿈꾸고 있다. 계간《건축평단》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p.34 김성홍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2007~2010년 ‘메가시티 네트워크: 한국현대건축전’을 기획했고,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용적률 게임”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Megacity Network: Contemporary Korean Architecture』(2007), 『도시 건축의 새로운 상상력』(2009), 『On Asian Streets and Public Space』(2010, 공저), 『길모퉁이 건축: 건설한국을 넘어서는 희망의 중간건축』(2011), 『Future Asian Space: Projecting the Urban Space of New East Asia』(2012, 공저), 『The Far Game: Constraints Sparking Creativity』(2016, 공저)을 출간했다. p.36 서정일은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4
Profile of the Writers and Protagonists HK연구교수. 건축학과 인문학의 학제 연구를 진행하며 동서양 문명연구에 시간을 쏟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뉴욕대학교 객원연구자로 활동하며 미국현대도시건축분야의 연구를 수행했다. 심원건축학술상 제2회 수상자이며 저서로 『소통의 도시-루이스 칸과 미국현대도시건축』(2011)이 있다. p.40 이연경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역사이론 전공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심원건축학술상 제6회 수상자이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인천대학교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本町』(2015) 및 『사진으로 만나는 개항장 인천의 경관』이 있다. p.45 김광수는 본문에 포함 p.52 이중용은 정보와 건축에 관심이 많다. 생각을 생각하고 정리를 정리하는 게 취미다. 오래 전에 건축디자인지 《C3》에서 짧은 기간이나마 잡지의 세계를 맛봤다. 그 후 자유인이 되어서 『차운기를 잊지 말자』(2006)를 썼고, 이후 설계사무소를 거치며 여러 결의 전시 및 연구 프로젝트에 관여했다. 하루 한 권 책읽기를 즐기며 간간히 글쓰기도 한다. 그렇게 쓴 책이 『생활면허증』(2013, 공저) 등이다. 본지 2대 편집장을 역임했다. p.56 곽재환은 본문에 포함 p.58 김영철은 배재대학교 교양교육부
교수. 고려대와 동대학원 건축학과에서 수학 후, 독일 베를린공과대학교에서 서양건축이론을 전공하였다. 건축이론 분야의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계간 《건축평단》 편집위원, 건축평론동우회 동인으로 활동하며 현재 회장이다. 동서양 건축 고전(원서)읽기 모임인 〈토요건축강독〉의 진행자이기도 하다. p.62 도연정은 본문에 포함 p.74 현명석은 서울시립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전후 미국의 건축사진에 대한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케네소우 주립대 등에서 건축 디자인을 가르쳤다. 현재는 서울에서 현대 건축의 재현과 매체, 시각성, 디지털 기술 이후의 건축 등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는 한편, 여러 대학에서 디자인과 현대건축의 역사,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p.81 김산은 본문에 포함 p.82 이주연은 서울시립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공간》 건축기자를 필두로 《꾸밈》, 《플러스》, 《공간》지의 편집장과 주간을 역임했다. 《건축인POAR》
편집인으로도 활약했으며, 초대 한국건축기자협회장 및 건축저널리스트포럼을 주도했다. 도코모모코리아 부회장을 역임하며 건축비평과 근대건축보존 운동에 앞장서 왔다. p.82 백상훈은 본문에 포함
p.90 전성은은 본문에 포함 p.98 임승모은 본문에 포함 p.106 구영민은 본문에 포함 p.108 박준호는 1980년 초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공대, 프랫인스티튜트에서 건축을 수학했다. PERKINS EASTMAN ARCHITECTS P.C., NY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귀국하여 정림건축, 공간건축에서 재직했다. 현재, EAST4 PARTNERS 대표,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겸임교수이며, 순수건축의 구현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p.120 백승한은 가톨릭관동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도시설계 및 건축역사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한다. 주요 연구 관심분야는 학제 간 도시연구, 하부구조론, 일상생활의 철학적 담론, 공동체와 공공성, 분위기와 정동이론, 신유물론, 동아시아의 시각문화와 매체경관 등을 포함한다. 최근 연구는 《Positions: Asia Critique》과 《Korea Journal》을 포함한 다수의 국내외 논문집에 게재되었다. 또한 정림건축의 《SPACE(공간)》 특별호 『일상감각: 정림건축 50년』(2017)을 총괄 기획하였으며, 서인건축 4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 『다른, 상징적 제스처들: 서인건축 40년의 비평적 탐문』(2018)의 주요 저자로 참여하였다. 외, 김종헌(p.63), 박진호(p.64), 함성호(p.65), 최원준(p.46), 이종우(p.48), 조성용(p.50)은 본문에 약술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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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모집 1차 서류심사 : 이력서,포트폴리오,자기소개서 제출 2차 면접 : 1차 합격자에 한해 추후 공지 원서접수 및 문의처 E-mail : karo7755@naver.com 문의처 : 070-7771-7754 ㈜건축사사무소 가로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555 선릉빌딩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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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on Joonhwan ⓒ Yoon Joonhwan
4차 산업혁명은 농경・산업의 생산사회와 종교・철학・과학이라는 사유의 방식에 의해 봉인되었던 홍적세의 본성을 어떻게 일깨울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다. 오랜 시간 급격하고 혁신적인 변화들을 겪어왔지만, 아직도 인류는 사바나 초원에서 진화된 감성지능과 판단으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감성 지능은 현대의 복잡한 사회, 특히 4차 산업 환경에서의 생존에는 부적합한 대응 방식이다. 전두엽 팽창에 의한 1450cc 두뇌혁명, 언어 매개 무리 지능의 인지혁명, 자연적인 식량 채집을 거쳐 스스로 식량을 경작하고 수확하는 농경혁명, 종교와 철학, 과학의 의식혁명, 대항해가 확장한 시장 경제혁명, 세 차례의 산업혁명에서 인류는 매번, 전에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겪어 왔다.
그러나 앞선 세 번의 산업혁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변화의 과정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그 모습을 예측할 수 없다. 4차 산업으로 가는 출발점은 인류가 소유한 기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지구의 의미를 잘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지구상 어떤 생명도 갖지 못한 뜬금없는 지능을 갖춘 인류, 디자인 인류가 4차 산업을 준비한다.
출판사 컬쳐코드ㅣ저자 조택연ㅣ정가 25,000원 ISBN 978-89-94814-27-8 도서문의 070.7520.9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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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housand City Plateaus A Thousand City Plateaus
Winner of International Idea Competition for urban regeneration of Jamsil Sports Complex
Winner of International Idea Competition for urban regeneration of Jamsil Sports Complex
UnSangDong Architects
UnSangDong Architects
와이드(22
2019년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매일유업의 역사를 정리한 아카이빙 북. 『매일 50』은 1권부터 5권까지 세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권마다 10년치의 매일유업 역사를 집대성했다. 한국 낙농·유가공사와 미국·유럽 낙농사, 일본·중국 낙농사 연보를 수록해 하나의 기업사가 가지는 시대적 맥락을 짚어 냈다. 이 1,576쪽에 달하는 거대한 사사를 한 권으로 축약한 것이 『매일 연대기』다. 이를 공시적으로 분석해 주 제별로 정리한 책이 『매일 생태학』이다.
Maeil A Maeil Archive Book Series 000 『매일 50』+[한국 낙농·유가공사] 1969~2018 001 『매일 연대기』
000 『매
M
001 『매
002 『매
002 『매일 생태학』
Maeil Archive Book Series 000 Maeil Archive Book+History of Korean Dairy Industry 001 Maeil Chronography
© [Suryusanbang] Lee Jheeyeung
002 Maeil Scenography
와이드(220.287)-광고-매일50.indd 1
『매일 50』 판형 260×420 | 1권 978-89-91555-70-9 94990 | 2권 978-89-91555-71-6 94990 | 3권 978-89-91555-72-3 94990 | 4권 978-89-91555-73-0 94990 | 5권 97889-91555-74-7 94990 | 『매일 연대기』 판형 140×224 | 978-89-91555-75-4 93990 | 『매일 생태학』 판형 140×224 | 978-89-91555-76-1 93990 발행 매일유업(주)+수류산방
2019. 5. 9. 오후 7:36
산곡3동,부평1동(부평공원,신촌,캠프마켓), 201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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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1동(산곡동 근로자 주택지), 201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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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2동(삼능줄사택), 2019
22
김재경의 포토세이
부평, 새 시대로 진입하는 문턱에서 글, 사진. 김재경 본지 사진총괄 부편집인
“산곡동 한양아파트 자리에 미군 활주로가 있었어요. 제가 복학을
명칭이다. 미 제24군수지원사령부ASCOM 24가 들어와(1945)
해서 학교를 다닐 땐데 5공수 여단이 그쪽으로 왔어요. …….
해체(1973)되기까지 숱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이후 빵공장인
안에 들어가 볼 수 있었어요. ……. 공수부대 들어갔는데 야외에
한국 최초의 기지촌이었던 신촌 클럽거리의 화려한 풍경은 이제
다 후배들이라 공수부대가 거기로 이사하고 두 달 만에 부대 풀장이 있었어요. 꽤 커요. 막사를 들어갔더니 미군이 쓰던
막사예요. 반원형 퀸셋이에요. ……. 근데 안 더워요. 단열이 잘 됐나 봐요”(침묵의 섬/이원규)
기억 속에만 남았을 뿐, 이주와 정착은 부평구가 근대 이후 도시화 과정에서 겪었던 특수한 현상이었다.
굴포(김포)천의 근원은 만월산이다. 물 근원이 인천부 정항井項에서
수 있었다. 이 부대의 침상 각목으로 진압봉을 대신하라는 지시를
나오는데, 부평동과 간석동, 만수동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속에 나는 산곡동에 있었다.
있다. 당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천일염전인 주안염전이 계속해서
받고서. 부마사태(민주항쟁), 10·26, 12·12, 5·18로 이어진 시간
십정2동에 면해 있다. 1917년 지형도를 보면 십정리라 표기되어 규모를 확장해 나가는 시기였다. 주안염전(1907)을 시작으로 인천 짠물의 시대가 펼쳐졌고 이후 남동염전, 소래염전이
인천광역시 부평구는 조선시대 부평도호부에 속했던
들어서며 인천은 전국 최대의 소금 산지가 되었다. 한국전쟁
지역이다. 경부선(서울~부산 초량, 1905) 보다 일렀던 철도
시기 인천상륙작전(맥아더 장군)의 완벽한 성공에 십정동이
경인선(노량진~제물포, 1899)에 부평역이 생겨 도시화의 길에 접어들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경인일체화는
토목조사로부터’라는 구호를 내세웠고, 경기도는 1938년부터 ‘경인일체화’를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부평이 이미
빠지지 않는 것은, 온통 소금밭이었던 주안일대를 돌아서
원통이고개(경인로)를 넘어야만 김포공항을 접수한 후 서울로 진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계양산, 천마산, 원적산, 철마산,
Photossay 06
이웃한 철조망 사이로 보던 5공수가 안하지*로 떠난 후 들어가 볼
캠프마켓CampMarket으로 축소된 뒤로 신촌의 클럽들도 쇠퇴했다.
만월산으로 둘러싸인 부평은 천혜의 조건을 갖춘 군사요충지였다.
1934년에 시가지계획령에 따라 공업용지로 설정되었던 것은 교통여건상 유리한 위치(경성과 인천의 중간)가 작용했다. 그
배경에 만주침략전쟁(1931)의 병참기지로써 공업화의 주력과
유리턱이라서 그토록 다운이 잦은지 의문했던 권투선수, 어딘지
때문이다. 부평에 일본육군조병창(1939)을 만들고 식민제국
챔피언 먹었어.”라고 외쳤다. 감수성이 넘치던 고2에 들어서
지정학적으로 전쟁물자 공급을 위한 병참기지가 필요했기
헝그리하지 않은 듯이 기름진 인상을 지닌 그가 “엄마! 나
운동과 더불어 미군부대의 음악과 문화를 먹고 성장했던 것이다.
건설에 필요한 각종 물자를 생산했다. 광복 후 미군이 시설을
1968~74년 동안 이곳 신촌이 길러낸 권투선수 홍수환이다.
접수해 부평미군기지를 건설했다.
철도와 공장, 조병창과 애스컴 시티는 근대 이후 부평구의 공간적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산곡동, 부평동 일대에
그대로 흔적을 남겼다. 당시의 원형이 보존된 산곡동 근로자
부평공원 자리의 미쓰비시(삼능)공장이 흔적 없이 사라진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아직 가동되는 빵공장의 불이 꺼지고 캠프마켓의 문이 닫히면 부평이 새 시대로 진입하는 문턱을 넘는다.
주택지는 ‘대동아전쟁’ 물자 생산의 배후주거지로 건설되었다. 1940년대 조병창 근로자들이 거주했던 이곳에 부평미군기지 관련 종사자들이 머물렀고 부평수출공단이나 한국베어링, 대우자동차 등 공장근로자들이 자리를 채워갔다. 이렇듯
전통시대와 다르게 신도시 부평이 탄생했다. 그 중 부평3동에
속한 ‘신촌新村’은 법정동이 아니어도 지역주민에게 익숙한 공간적
*안하지는 부평 소재 지명으로 계양산 쪽으로 고개길을 내려다가 중단했다는 데서 '(공사를) 안하(고 말)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
* 참조 및 인용 ; 부평역사박물관 발간자료, 위키피디아
23
부평2동(삼능줄사택), 2019
24
25
산곡1동(백마극장), 2019
26
부평3동(신촌), 2019
27
부평시장 로터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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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부평역,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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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박성용의 디스커버리
한국의 건축 지식 사냥꾼 06 김광현
: 제도 교육의 틀 바깥에서 국민의 건축생각을 키우는 목자 글. 박성용 본지 비평위원, 금오공대 교수
2018년 2월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퇴임한 김광현 교수는,
번역서로는 『건축의장강의』(2008)가 있다. 『건축의장강의』는 김광현 교수에게 개인적인
서울대학교(1993~2018년)에서 총 41년
김광현 교수의 지도교수였던 코야마 히사오
서울시립대학교(1979~1993년)와
8개월(김광현 교수 개인 블로그 참조) 동안
인연이 있는 책인데, 원저자가 도쿄대학 시절
공간, 건축』은 현대철학의 한 흐름을 차지했던
현상학을 기반으로 건축을 분석하여 실존적 공간을 설명한 책으로, 이후 그의 저술에서
등장하는 ‘장소’개념 등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루이스 칸 : 학생들과의
학자로서 연구와 교육활동에 기여했다.
교수다. 코야마 히사오 교수는 루이스 칸의 제자이기도 한데, 『건축의장강의』에 닮긴
4.3그룹과 함께 외국의 선진 건축이론을 국내에
교수의 건축철학과 연구 및 저술활동에
히사오의 영향을 짐작케 하는 책인데, 2016년 『루이스 칸의 잊혀 질 수 없는 건축 강의』라는
건축의장과목의 교과서로 활용되기도 했던
새겨진 주거』가 있지만, 일본에서 출판된
한국건축의 문화적 전성기였던 1990년대에는 소개하고 현대한국건축의 이론을 정리하는데
교훈과 루이스 칸의 건축은 이후 김광현
중추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건축계에 큰 영향을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건축의장강의』는 많은 대학들에서
명의 대학원 제자를 배출했는데, 건축계의
책으로, 내용의 구성과 완성도가 뛰어나다.
미쳤다. 또한 41년의 교육경력 동안 200여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건축계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김광현 교수의 왕성한 활동은 2019년 현재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데, 퇴임 이후에도 ‘공동건축학교’를
설립하여 건축교육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저술활동에서도 최근 『건축 이전의 건축,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내용은 아래 표와 같다. 각 장의 내용들은 이후 김광현 교수의 저작들에서 그 흔적이 다양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제1장
공간에 대하여 – 사는 것과 세우는 것
제2장
방에 대하여 – 중심과 에워쌈
제3장
방의 집합에 대하여 – 에워쌈과 공동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제4장
창에 대하여 – 공간과 빛
제5장
속, 창에 대하여 – 빛과 어둠
김광현 교수의 저작은 번역과 저술로 나뉘는데,
제6장
입구에 대하여 – 여는 것과 닫는 것
제7장
장소에 대하여 – 지형과 기억
활동의 시기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뉘며, 그
제8장
표상에 대하여 – 사는 것과 나타내는 것
번역서가 후반기에는 본인집필 저서가
제9장
모티브에 대하여 – 받치는 것과 에워싸는 것
제10장 의장에 대하여 – 투쟁과 일치
공동성』(2014), 『건축강의 세트(전10권)』(2018),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2018)
등을 출판하며, 완숙한 학자로서 괄목할 만한
건축의장 및 이론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저작 양상은 매우 뚜렷이 구별된다. 전반기에는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반기 최초의 저술은 파울 프랑클의 책을 번역한 『건축형태의
원리』로 국내에서는 1989년에 출판되었다. 이 책은 건축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건축물의 공간과 형태를 분석한 책으로,
대학과 실무 현장에서 건축 공간과 형태를 분석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어왔다. 또 주목할 만한 32
제11장 분해에 대하여 – 환원과 광끼 제12장 질서에 대하여 – 창작과 시대성
그의 저술활동 전반기에 주목할 만한 다른
번역서들로는, 노르베르그 슐츠의 책을 번역한 『실존, 공간, 건축』(1997)과 『루이스 칸
: 학생들과의 대화』(2001)가 있다. 이중 『실존,
대화』는 루이스 칸의 제자인 지도교수 코야마
제목으로 재발매 된다. 전반기에 직접 저술한 책은 1991년도에 출판된 『한국의 주택 : 토지에 책으로 국내에서 그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김광현 교수의 저술활동 후반기는 2014년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의 저술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김광현 교수는 건축의 “공동성”을 주장하는데, 그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속성이며,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또한 “공동체”란 내부와 외부를 구분 짓는 것인 반면, “공동성”은 공동체들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 책의
논리를 온전히 좇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필자가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면, 김광현
교수의 “공동성”개념은 인간의 보편적 속성을 말한다는 점에서 보수적 가치를 대변하는
동시에 사회적 관계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진보적이기도 하다. 이후 2018년도에 주요 저술 2개가 발표되는데, 첫 번째는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과 전10권으로 구성된 『건축강의 세트』다.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에
대해 김광현 교수는, 머리말 끝 부분에
“국민건축교과서 중 첫 번째 책”이라고 이야기
인생의 집대성이자 국민교육 인생의 새로운
읽기에 무리가 없다. 첫 눈에 보는 책의
건축이라는 개별성에서 출발해 삶이라는
한다. 그만큼 책 속의 문체는 일반인들이
내용도 크게 어렵지 않은 듯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40년 교직생활을 은퇴한
대학교수가 오랜 기간 성찰 후 세상에 던지는 건축 철학의 무게감이 드러난다. ‘공동성’,
‘보편적인 것’, ‘오래된 시작’, ‘반복되는 것’ 등
그 책에서 말하는 개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차분한 사색과 성찰이 필요하다.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이 국민들을 위한 건축교과서라면, 『건축강의 세트』는 김광현
교수의 교육인생 40년의 집대성 같은 책이다. 총 10권으로 한 세트를 이루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그 구성이 2008년 본인이 번역한 스승 코야마 히사오 교수의 책 『건축의장강의』의
목차와 상당부분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는
시작이다. 김광현 교수의 새로운 시작이, 보편성에 도달하기를 기대해 본다. 저술 순번
출판연도
1
1989
건축형태의 원리
2
1991
한국의 주택 : 토지에 새겨진 주거
3
1997
실존, 공간, 건축(건축도시환경총서4)
4
2001
루이스 칸: 학생들과의 대화
5
2008
건축의장강의
6
2012
건축을 뒤바꾼 아이디어 100
O
태림문화사
O
엠지에이치엔드 맥그로우한
O
국제
O
시드포스트
O
2014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루이스 칸의 잊혀 질 수 없는 건축 강의
엠지에이치북스
O
9
2016
공간서가
땅 위로 더 높이
창성동 실험실
O
건축강의 세트 (전10권)
10
2018
관계는 건축 교육 안에서 ‘반복되는 보편적인 것의 발견’을 더할 나위 없이 잘 보여준다.
김광현 교수는 2018년 40년 동안의 대학교수
기문당 마루젠(일본)
2016
건축은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대한 발견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의장강의』와 『건축강의 세트』의
번역
7
맥락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증거다. 그는
안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며 반복되는 것에
출판사
8
김광현 교수의 건축교육이 ‘개인의 역사’라는 것이라고 이야기 해왔는데, 아마도 이는 역사
책 이름
11
2018
1권
건축이라는 가능성
2권
세우는 자, 생각하는 자
3권
거주하는 장소
4권
에워싸는 공간
5권
말하는 형태와 빛
6권
지각하는 신체
7권
질서의 가능성
8권
부분과 전체
9권
시간의 기술
10권
도시와 풍경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안그라픽스
뜨인돌출판사
생활을 마무리하며 은퇴했다. 현직을 은퇴한
많은 교수들이 개인적 삶에 매진하는 것과 달리 그는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더 넓은 세상
*한국의 건축 지식 사냥꾼 연재 목록
이어오고 있다. 그가 저술한 책들의 묵직한
02 김원갑 2018년 7-8월호(통권 62호)
밖으로 나와 일반인들을 상대로 교육활동을
두께는 그가 세상과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아직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가 은퇴시점에 맞춰 저술한 몇 권의 책들은, 40년 대학교육
01 임석재 2018년 5-6월호(통권 61호)
03 이종건 2018년 9-10월호(통권 63호)
04 박철수 2018년 11-12월호(통권 64호) 05 서 현 2019년 1-2월호(통권 65호)
33
퍼스펙티브
것을 큐레이팅 한다’라는 말이 남용되면서
‘큐레이터’는 오염된 단어가 되었다. 그럼에도
보편적 문제, 특별한 시각
: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대한 제언 글. 김성홍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
불구하고 비엔날레는 미술, 음악, 연극, 영화, 건축에서 의제를 주도하고 집단 지성을
생산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이 공고화되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는 전 세계 비엔날레의
대표격으로 자리 잡았다. 1895년 처음 시작된
후 120여 년 동안 각 장르의 의제를 주도하고, 영향력을 확장해왔기 때문이다.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 응모 발표에서 나는 파올로 코엘료의 『승자는 혼자다 The winner stands alone』의 표지 이미지를
맨 마지막에 넣었다. 칸 영화제에 온 배우,
모델, 프로듀서, 디자이너들을 풍자한 이 책의 메시지는 명료했다. 인기, 명성, 권력을 거머쥔
슈퍼클래스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현대판 ‘허영의 시장 Vanity Fair’이라는 것이다. 명성을 가진 모든 비엔날레와
페스티벌은 공공성, 사회성, 윤리성을
내세우지만 좁은 서클 안의 작가, 건축가,
비평가, 사업가, 그리고 정치인들을 위한 현대판 ‘허영의 시장’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의 전체 주제는
‘전선에서 알리다 Reporting From The Front’였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을 공유하자는 주문이었다.
그는 ‘따뜻한 인도주의 건축’을 염두에 두고 1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총감독 알레한드로 고사 끝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든 원고의 마감
과 60~80여 개 국가관 National Pavilions,
병행 행사Collateral Events가 이 주제를 중심으로
귀국전에 즈음하여 현 단계 한국 건축의 문제적
충실히 따르는 국가관, 겉도는 국가관, 심지어
시점에 대한 제언’이라는 어마어마한 숙제를 무슨 생각으로 받았을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일반해’가 없는 숙제를 《와이드AR》
편집실이 냈다는 것이다. ‘한국 건축’에 대한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 대신 ‘비엔날레’에 대한 단상을 쓰기로 했다.
현재 전 세계에는 290여 개의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동아시아의 중국, 한국,
일본에서만 가장 많은 50개의 공인된
통합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제를
이를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국가관도 있었다.
스위스관을 기획한 크리스티안 케레즈Christian
Kerez
는 내부는 동굴 같고, 외부는 구름모양의
콘크리트 덩어리 하나를 뎅그러니 설치했다. 알레한드로의 주제 ‘건축의 전선’에 대한 우회적 딴지걸기로 나는 읽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건축전의 주제는 대부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이 건축에서 만나다 People Meet in Architecture’
비엔날레가 있다. 그 중 한국이 13개의
(2010, Kazuyo Sejima), ‘공통기반Common
형식, 내용은 하나의 틀로 일반화 할 수 없을
‘기본
비엔날레를 운영하고 있다. 비엔날레의 목적, 정도로 다양하다. ‘비엔날레 피로증Biennale
’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또한 ‘모든
Fatigue
34
Exhibition
날짜가 다가오면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써야
할지 더욱 막막해졌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2
아라베나가 직접 기획한 국제전International
1~2.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김재경
Ground
’ (2012, David Chipperfield),
’ (2014, Rem Koolhaas),
Fundamentals
‘전선에서 알리다 Reporting From The Front’ (2016, Alejandro Aravena), ‘자유공간 Freespace’
(2018, Yvonne Farrell and Shelley
설명을 요구한다.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보편적 담론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던진 주제의 그물망에 다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질문은 기자간담회에서 늘 나온다.
전환하는 것이다. 예술감독, 큐레이터, 작가
McNamara). 무엇을 전시하더라도 총감독이 주제는 다양한 것을 아우르는 큰 텐트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예리하고 깊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한국관 전시를 준비하면서 박사학위
지도교수였던 존 페포니스 교수와 만났다. 전시의 부제
副題
, 방향, 전략에 대한 조언을 여과
없이 듣고 싶었다. 28년 전 페포니스 교수가 수업시간에 소논문 작성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글 첫 문단에 제기하는 문제와 목적을 당신의 할머니가 읽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하나요?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죠? ‘이미지’를 돕는 ‘언어’의 비중이 건축전에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예술철학자 수잔 랑거
Susan Langer
상징체계를 ‘담론적 상징
는 인간의
discursive symbol
’과
‘비담론적 상징non-discursive symbol ’으로 구분했다.
담론적 상징은 ‘언어’를 매개로 작동하는 ‘생각’ 혹은 ‘사고
thought
상징은 ‘느낌
’의 세계다. 반면 비담론적 ’의 세계에 있다. 느낌을
feeling
표현하는 것이 비담론적 상징인 예술이다.
둘째, 그룹보다 개인이 드러나는 성격으로 등의 참여 주체는 다양하더라도 전시의
메시지는 여럿에서 하나로 집약하는 것이다.
결과는 집합적 산물이되, 전 과정을 주도하는
하나의 강한 큐레이팅 이다. 100여 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리는 도시에서, 한 국가관의 전시는 과감하고 명료할수록 힘이 있다. 어렵지도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내용이다. 3분간
머무르는 관람객이 30분을 더 머물게 하는 콘텐츠의 힘이다.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사과정 소논문의
머리말을 이해할 수 있는 할머니가 과연 얼마나 될까. 평균적인 학력과 보편적인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이라면 전공분야가 다르더라도
무슨 말인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 후 글이 어렵고 꼬였다고 느낄 때 그 말을 상기하곤 했다.
조언을 구했던 또 한사람은 페포니스 교수의
오랜 친구이자, 2006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총감독을 맡았었고,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도시시대Urban Age’를 기획하고 있었던 리키 버뎃Ricky Burdett이었다. 영국인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를 섞어가며 버뎃이 한국관에
준 진담반 농담반의 조언은 이랬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이 3분 이내에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포착하지 못하면 실패다. 금발 미녀가 많다는 다른 국가관으로 발을 돌린다.”
비엔날레 기간 중 100여 개 이상의 전시와
3
행사가 베니스 곳곳에서 열린다.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도 전체를 둘러보는 것은
있는 아주 작은 섬일 뿐이라고 했다. 건축의 특이성은 생각과 느낌의 세계 사이에서
불가능하다. 시사회 기간에 이미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가 입소문을 타고 돌아다닌다. 전시장을 직접 가지 않고 각종 홍보 매체들이 쏟아 내는 정보로 만족하고 관광지로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비엔날레보다 더 생생한 것들이 펼쳐지는 도시가 베니스다. 그리고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비엔날레를 간접 경험하는 사람이 더 많다. 전시 제목, 짧은 설명서, 대표 이미지
몇 장으로 이들의 주목을 끌어야 한다. 전시는 독백이 아니라 소통을 넘어 교감하는 것이다. 건축전은 미술전과 본질적 차이가 있다.
미술전에서 관객은 1:1 축척의 진품과 만난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은 작가의 세계에 몰입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반면 건축전은 진품을 축소하거나 확대한 재생산물을
전시한다. 관람객은 몰입과 침잠 대신, 친절한
랑거는 지적 사고는 느낌의 바다 한가운데
교묘하게 줄타기하는데 있다. 랑거의 이론을 빌린다면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담론과 비담론의 동시적 플랫폼이다.
한국은 자르디니에 상설 국가관을 세우고 난 이듬해인 1996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11번 참가를 했다. 한국관이 전체 주제의 틀에서
건축전시를 본격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이다. 다음 건축전은 그로부터
16년이 되는 2020년이다. 향후 한국관에 두
*이 글은 다음의 일부를 발췌, 수정했음을 밝힌다.
첫째, 이제 한국관은 ‘국가’의 짐을 내려놓을
한국사회, 그리고 한국관에 대한 시선들,” 특집:
가지를 기대해 본다.
때가 되었다. 세계화 흐름 속에 국가의 개념과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국가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국가와 영토의 부분집합일 수도 교집합일 수도
있는 하부 주체, 문화, 장소를 깊게 들여다보고, 3.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김재경
김성홍, “용적률 게임을 통해본 한국건축과
2016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건축》,
대한건축학회지, 2016년 12월, 제60권, 제12호 (통권451호), pp.10-11; 김성홍, “한국건축의
최전선은?”,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展, 기획자노트, 《아트인컬쳐》, 2017년 4월, pp.76-79
35
리포트
연구자들이 묻는 핵심 문제란 무엇인가? 민간에 의한 도시개발이 공공수단인
서울-베를린 도시 간 대화
: 통합과 혁신의 도시전략 탐문 세미나 글. 서정일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
도시계획을 압도하는 듯한 오늘날, 과연
도시계획은 이 도시들의 일상 환경과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실제로 끼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3년간 연구진은
두 도시의 도시계획이 개별 건축물의 성능과
의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니터링 할 것이다. 20세기 분단이후 지금까지 건축의 역사에 주목하고 그 문화적 의미를 살필 것이다.
오늘날 건축이 도시와 맺을 수 있는 관계를 재발견하기 위해서다.
물론 그 발전의 역학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베를린의 경우에서 보듯이 2차 대전 이후
20세기 후반 베를린의 재개발 규모 또한 무척 광범위했을 뿐 아니라, 분단 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에서 각각 전개된 건축·도시계획상의 발전은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분단 뒤에도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은 일정기간 동안은
통일을 예상하며 베를린 도시전체의 계획을 구상했으나 양쪽의 공식접촉이 단절되고
1965년부터는 각각 영역에서만 도시계획을 수립했고, 이러한 분리가 1991년까지
계속된다. 이상적인 현대적 계획들이 실현된 곳은 역설적으로 동베를린 지역에서였다. 1
4월말 베를린으로부터 세 명의
건축가·도시계획가가 서울을 방문하여 열흘 간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보였다.
서울 곳곳을 탐사했고 대학교와 싱크탱크에서
그럼에도 또한 우리는 두 도시의 발전을
베를린 도시 간 대화: 도시전략하의 건축적,
무엇보다, 오늘날 인구밀도와 인구변화 추세의
세미나를 가졌다. 두 나라 연구자들은 “서울도시적 성능 비교평가”라는 공동연구를
수행중이다. 서울과 베를린, 두 도시는 서로 1)
얼마나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분명 두 도시는 각별하게 서로를 비출 수 있다. 둘
다 분단국가의 수도로서의 역사를 지닌다.
20세기 중반 도시전반에 걸친 전후복구도 서로 비교할 만하다. 지금은 둘 다 역동적인 글로벌
대도시가 되어 있다. 2030년을 목표연도로 삼아 도시전략(도시발전개념 내지 도시기본계획)인 베를린전략과 서울플랜을 각각 시민참여를
중시하여 발전적 모색을 하고 있다. 혁신경제, 환경적 지속가능성 외에 사회적 통합도 이 두 도시에는 각별히 중요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상호참조와 비교가 가능해 보인다.
1) 연구진: 게르노트 베컬린, 밀러 스티븐스, 에파 프로샤우어, 권영상, 서정일, 심한별
36
통독 직후의 베를린 도시계획문화도 상당한
1. 서울-베를린 도시전략연구세미나, 서울대 ⓒ김재경
객관적 관점에서 분석, 전망할 수 있다.
차이가 서울과 베를린, 각 도시의 성격과
과제의 차이를 낳는다. 20세기에 걸쳐 서울의
지리영역은 확장되었으나, 베를린은 1920년에
892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도시영역의 물리적 경계가 정해진 뒤로 지금까지 그대로다. 베를린의 인구밀도는 1제곱킬로미터당
4,120명, 서울은 무려 그 네 배다. 무엇보다 최근의 인구변화가 대조적인데, 서울의
인구는 2010년부터 줄곧 감소했지만 베를린은 2003년부터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2014년
350만에서 2016년 367만으로). 이렇게 독일과 유럽에서는 농촌인구 감소를 동반하면서 주요 대도시들이 성장하고 있다.
베를린의 진정한 성공적 성장의 지표는
일자리 증가에 있는데, 2005년 이후 일자리가 41퍼센트로 늘었다. 이런 성장은 기회와
더불어 도전과제를 낳는다. 우선 주택, 일자리,
도시개발계획Stadtentwicklungpläne(StEP)은
부차적인 소매중심들이 도시 전역에 퍼져 있고,
산업과 상업, 기후변화, 주택, 교통의 5대
탈중심화 방침이 유지되고 있다.
인프라스트럭처의 공급문제다. 베를린
부문별, 기술별 계획이다. 즉, 소매중심지,
1인 가구가 늘며 주택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부문에 대해 2011년에 계획이 작성되어
가구구성에서 1인 가구가 50퍼센트를 넘는데, 2005~2017년 사이, 아파트 가격은 147퍼센트, 임대비는 42퍼센트 상승했다. 주택공실률이
5.7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감소했고, 1인당
주거 면적이 1.6퍼센트 포인트 감소하여 1인당
41제곱미터가 된 것도 주택공급문제를 낳는다. 서울과 확연히 다른 점으로서, 베를린의
주택은 85퍼센트가 임대주택이고, 15퍼센트만 실소유주택이다. 임대주택의 비중이 베를린 도시발전에 끼치는 영향은 무척 크다. 이런
갱신되고 있다.
그 가운데 소매중심지 계획을 예로 들면,
이는 베를린의 도시적 정체성과도 긴밀히 결부되어 있다. 베를린은 1920년에 여러
개의 소도시가 대도시로 포섭되어 조합된
것과 같은 다핵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베를린 중심부의 시티 이스트, 시티 웨스트의
도시전략과 도시발전계획에서 이러한 일종의
베를린과 서울, 두 글로벌 도시의 도시전략들이 실제 도시발전과정에서 얼마나 유효할지 관찰하고 평가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하지만 그것들이 유효하면
유효할수록, 미래의 건축적 접근 또한 더 면밀히 도시전략과 결부해서 이해하고 모색해야 할 것이다.
양극이 일차적인 소매중심지들이다. 또한
상황으로부터 두 도시의 주거문화의 차이 또한 극명하다.
베를린은 도시이자 주Land로서 도시계획상
이중체계가 있다. 연방정부차원에서 공간정책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 아래 주 단위에서
베를린 전략 BerlinStrategie이 놓인다. 그 전략의
일부가 ‘도시개발개념(Stadtentwicklungsk onzept Berlin 2030)’이다. 전략과 개념,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서, 전략이
과정적이고 목적을 제시한다면 개념은 공간적
요소를 지닌다. 시민참여의 가치를 중시하는 현 베를린 정부, 특히 도시개발부는 3년간 시민과 대화하면서 베를린 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은 베를린을 특징짓는 긍정적인 특질을 다음과 같이 표명했다. 즉, 베를린은 1)세계와 연결된 역동적 수도 2)혁신경제와 과학허브
3)모두가 창조성을 펼치는 도시 4)돌봄, 포용,
2
사회적 책임을 지닌 글로벌 도시 5)녹색 콤팩트 도시 6)큰 개발 잠재력을 가진 도시라는
것이다. 전략의 핵심내용은 이러한 특질을
미래에 강화하는 8가지 정책이다. 즉, 1)스마트 지식 경제 2)창의성 강화 3)교육을 통한 고용
4)동네의 다양성 강화 5)녹색도시 6)기후변화 적응 7)접근성 8)협력. 여기에 도시개발개념 2030을 통해 공간적 초점으로서 12군데의
변형구역을 설정했는데, 이 구역들은 경제발전,
도시내부구조발전, 도시공공이미지의 측면에서 중요하다.
특별하게도, 베를린의 도시계획은 인구분석과 사회상황 발전 분석에 철저히 기반해 있다.
실직률, 장기실직률, 사회보조, 어린이 빈곤의 지표를 토지이용계획Flächennutzungsplanung과
사회계획의 기초로 삼는다. 전략의 하위계획인
3
2. 1960년대의 동·서베를린 도시계획의 분리 3. 베를린의 다중심 구조. 『베를린 전략 2030』
37
리서치
한국근대건축의 현장과 이슈 01 충정아파트 : 80여 년의 시간을 지나온 ‘모던’한 도시 주거 글, 자료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충정아파트: 철거 결정에서 보존 결정까지 충정로역을 지나 서대문역을 향하는
대로변에는 누구나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초록색의 5층 건물이 있다. 주변 지역의 재개발로 고층빌딩들이 즐비하게 된
충정2로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 건물은 1937년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충정아파트이다.
충정아파트는 최근 몇 년새 도시와 건축에 (다양한 측면에서)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모으는 장소가 되었다. 그 시작이 된
것은 2008년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위원회의
설립 이후로, 2013년 서울시에서 미래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하였으나 무산되었고, 이후 철거하기로 결정이 되었으나, 최근
다시 보존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충정아파트를 보존하여 문화시설 등으로
사용하되 기부채납을 통한 높이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이 검토 중이라는
신문기사가 나기도 하였는데, 이 기사 내용에
1
대해서 반기는 이들도 많았지만 ‘흉물’스러운 ‘혐오’건축물, ‘일제 잔재’를 왜 보존하느냐는
댓글들도 많았다. 그래서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연재를 시작하며
질문하고자 한다. 충정아파트는 왜 보존되어야
본 연재는 20세기 한국에서 역사적,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건축물 혹은 도시 공간 가운데 21세기 현재적 시점에서 이슈가 될 수 있는, 혹은 이미 이슈가 되어 온 장소들을 선정하여
자료에 근거한 사실들을 추적하고 그를 바탕으로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제고하는 기획물로 준비되었다.
할까? 단순히 오래 되어서? 아니면 ‘최초’의
아파트라고 알려졌기 때문에? 이 질문들에 답을 하기 위해 충정아파트의 시작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도요타豐田, 풍전, 트레머, 코리아, 유림 그리고 충정
충정아파트는 80여 년의 시간을 지나며 많은
*1차 연재 순서(예정)
이름으로 불리었다. 처음 이 아파트를 지은
1. 충정아파트: 80여 년의 시간을 지나온 ‘모던’한 도시 주거
도요타豐田種松의 이름을 따 도요타아파트로
2. 효창공원: 선열묘소와 체육공원 사이에서
3. 미쓰비시사택: 부평의 공업화와 1940년대 노동자주거
불리던 충정아파트는 한국인들에게는
5. 연세대학교 핀슨홀: 윤동주의 거처에서 윤동주 기념관으로
하였다. 해방 후 미군정기에는 트레머호텔로,
도요타의 한국식 음인 풍전아파트로 불리기도
4. 용산철도병원: 한국철도의료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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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충정로에서 바라본 충정아파트
1962년 이후에는 코리아호텔로 불리다가
1970년대 유림아파트라는 이름이 붙었고, 현재에는 충정아파트로 불리고 있다. 그
이름의 변화만큼이나 이 건물이 겪어온 시간은 역동적인 변화의 과정이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과 함께 해 온 건물이라 할까. 충정아파트의 생성과 변화,
그리고 현재까지의 시간을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에 근거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충정아파트의 건축연대에 대해서는 세 개의 의견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1979년 2월
3일 중앙일보의 ‘최초의 아파트 유림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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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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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건물의 신축에 관련된 내용만이 아니라 충정아파트가 위치한 충정로3가 지역의
1935년 도로 확장 이전까지는 도로의 이면에
내자동 미쿠니아파트(1935) 등이 관사의
도시변화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치한 필지였다. 1923~24년경 밭이었던 250번지는 약 20개로 분할되며 대지가
즈음해서는 임대용 아파트인 황금정5정목의
철거’기사에서 언급한 건축연대인 1930년 설, 두 번째로는 도요타가 충정로3가 250-6번지 토지를 매입한 해인 1932년 설, 도요타가
충정로3가 250-6번지로 주소를 이전하고
충정아파트의 신축을 건축물대장에 기록한 해로 기록된 1937년 설이 바로 그 세 개의
의견이다. 이 세 의견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 맞느냐에 따라 충정아파트의 수식어로 자주 등장하는 ‘최초’의 아파트라는 타이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초’가 얼마나 중요하냐에 대한 가치평가 혹은 의미부여에 대한 논의는 일단 뒤로 미뤄놓더라도, 충정아파트의 신축
충정아파트가 위치한 충정로3가는
조선시대부터 서대문과 마포를 잇는
교통의 요지였다. 충정로는 일제강점기에는 1884년 당시 일본 공사였던 다케조에 신이치로
竹添進一郞
의 성을 따서
죽첨정(다케조에쵸
)라 불리다가 해방
竹添町
이후에는 충정공 민영환의 시호를 따 충정로로 개칭하였다. 1910년 초 충정로3가 일대는
일본인 인구 비중이 높던 충정로1,2가와는
달리 조선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밭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907년 서대문-마포를 잇는 전차(마포선)이 부설되고, 1920년대
후반부터 서대문 일대의 개발이 가속화되며
이 일대 역시 주거지로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1935년~1937년의
되었는데, 이 때 분할된 가장 큰 필지가 이후에 충정아파트가 들어서게 된 250-6번지이며,
성격을 강하게 가졌던 반면, 1937년
황금아파트(1937 이전), 서소문정의
도쿠주德壽아파트(1937) 등이 등장하였다.
충정아파트 남측으로는 도시형 한옥들이
충정아파트의 경우 신축 당시의 상황에
1937년까지 충정로가 24m로 확장되며
건축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건축하였다는
들어서 주거지를 이루었다. 1935년에서
250-6번지의 서측 일부는 분필되어 도로가
되었으며, 이에 따라 250-6번지는 도로에 면한
필지가 되었다. 한편, 250-6번지의 남측 일부에 5개 동의 건축물들은 도요타가 필지를 매입한 이후인 1932년경 신축되었다. 충정아파트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회사나 기관에서 점에서 관사나 기숙사의 성격보다는
임대용 아파트였을 것이라 추정된다.
적어도 1940년 이후에는 부동산 임대업 회사인 동아기업주식회사를 경영하던
우메자와 梅澤友七의 소유로 넘어갔기 때문에
신축 당시의 형태는 1935~6년 이후 필지
임대용 아파트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1937년이라는 주장이 좀 더 타당한 것으로
해방 이후 충정아파트는 미군정에 접수되어
형태와 유사하므로, 충정아파트의 신축시점은 보인다.
반도아파트, 치산아파트, 내자아파트 등과 함께 엠버시호텔Embassy Hotel로 이용되며,
도로확장과 전차선로의 복선화는
충정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건설된 것은
‘트레머호텔Traymore Hotel ’이라 불리었다.
변화시켰다.
도로개수사업과 주택지개발로 변화하고
합동고문단(JACK Joint Advisory Commission
충정아파트가 위치한 주변의 도시 풍경을 크게 충정아파트가 위치한 충정로3가 250-6번지는
1930년대 중반의 일로 죽첨정3정목 일대가 있는 시기였다. 1930년대 초중반에 지어진 회현동 미쿠니
三國
아파트(1930),
이후 한국전쟁 동안에는 미중앙정보국CIA의
Korea
) 본부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국 전쟁
이후에는 한국정부의 소유가 되었고, 1962년
2. 1912년~1929년 사이 필지 변화,<일필매지형명세도>, 1929 3. 1935년~1936년 250-6번지 필지분할, <일필매지형명세도>, 1929 4. 충정아파트 신축 당시의 필지 현황 (추정), <일필매지형명세도>, 1929 5. 충정아파트와 주변 건축물 (1977년 항공사진 위에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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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반공의 아버지라 불리던 김병조가
불하받아 1개 층을 증축하고 리모델링하여 코리아관광호텔로 개업하였다. 그러나
몇 달 되지 않아 사기가 발각됨에 따라
코리아관광호텔은 폐업하였고, 국세청이
건물을 몰수하였다. 이후 1973년 12월 14일
유인옥柳仁沃의 소유로 넘어가며 유림아파트로 불리었다. 개인소유였던 건물은 1976년
서울신탁은행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었다가 현재는 거주자들의 공동소유가 되었으며, 1980년대 이후 충정아파트로 명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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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되었다. 1978~79년에는 서대문-공덕동
로타리 사이의 도로를 25m에서 40~50m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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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함에 따라 건물의 전면부를 약 7~8m
잘라내게 되며 철거되어 현재와 같은 파사드가 형성되었다.
비록 ‘최초’는 아닐지라도 ‘최신식’이었던 충정아파트
1937년 신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충정아파트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30년대 중반 충정로3가의 도시변화와 맞물려 신축된
건물이었다. 그래서 이 아파트의 전체적인
형태는 대지의 모양에 맞춰 형성된 비정형적인 형태로, 중앙에는 중정을 두고 있다. 중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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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싼 안쪽에는 중정으로 열린 내부 복도가
형성되어 있으며, 각 주호는 복도를 따라 5개의 변마다 2개씩 분포하고 있다. 외부를 살펴보면, 돌출형 창호들이 연속적으로 띠를 만들며,
수평띠창이 강조된 입면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전면은 1978~79년 잘려나가 원래의 형태를
알 수 없지만, 전면부와 1962년 증축된 5층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수평띠창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지금은 초록색 페인트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1. 1945년~1962년
4층의 평지붕 필지의 형태에 맞춰 꺾인 형상 2개의 계단실과 2개의 비상계단 수평적 띠창과 굴뚝 전면 1층만 창호의 형태가 다름 (원래의 형태는 추정 불가) 1950년 이전의 형태는 추정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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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62년 이후
증축으로 5층 규모 평지붕 > 경사지붕 5층 창호는 1~4층과는 다르게 계획됨
3. 1978년 이후
전면이 약 7~8m 잘려져 나감 엘리베이터, 계단실 철거 비상계단 철거 전면 19세대 철거 전면만 평지붕으로 변화 이후 1층 대부분이 상업용도로 변형
4. 1980년 경 이후
중정계단 및 추가 복도 설치 중정 축소 2008년 이후 후면 비상계단 철거
12 6. 동아일보, 1962.8.21. 기사 7.1978년 도로확장 및 충정아파트 전면 철거 8~9. 1962년 기사(동아일보, 1962.8.21.)와 1973년 항공사진에서 확인되는 충정아파트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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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1979년 기사(조선일보, 1979.02.03.)와 1979년 항공사진에서 확인되는 충정아파트의 형태 12. 충정아파트의 형태 변화
자세히 살펴보면 원래의 재료였을 것이라
추정되는 크림색 스크래치 타일이 보인다. 주출입구가 있는 부분은 돌출되어 있긴
하나, 이는 역시 도로경계선을 따라 형성된 형태였으며, 이곳에도 수평띠창이 설치된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전면부의 계단이 있던 곳에는 동그란 창이 있어, 수평띠창과 조화를 이루며 다른 입면에 비해 도로면 입면을
강조하여 디자인한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주호는 오랜 시간 동안 상당히 변해왔으나,
기본적으로는 거실 겸 부엌, 화장실, 방 2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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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춘 약 15평 규모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건물의 형태가 비정형적이기 때문에, 방이 3개가 되거나 이형의 공간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 건물은 철근콘크리트구조 평지붕 건물이었기 때문에 옥상공간의 사용이
가능했다. 지하에는 2개의 주호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옆으로는 방공호로 추정되는
지하공간이 있다. 중정의 굴뚝은 신축 당시부터 있었던 것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1950년 초반
사진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19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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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충정아파트의 건축적 특징은
가까운 도로변에 도시생활자를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양식을 떠오르게 한다. 수평띠창, 장식 없는
충정아파트의 건축 형태는 도로 확장 및 주변
4. 마지막으로 충정아파트는 돌출된 띠창과
받은 것이다.
건축물이자, 관이나 공공시설이 아닌 민간
초 이전에 설치된 것이다.
1930년대 한국에서도 크게 유행한 모더니즘 입면, 건축형태 및 공간의 비정형성, 평평한 옥상, 계단실의 둥근 창, 스크래치 타일 등
당시로서는 최신식의 주거 공간인 ‘아파트’에
공동주택, 즉 아파트가 건축된 것이다. 또한
주거지 개발에 의해 필지가 분할되며 영향을
걸맞은 ‘최신식’의 ‘모더니즘 양식’을 적극적으로
2. 충정아파트는 철근콘크리트구조 평지붕의
최초의 아파트는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가장
시점에서 우리가 ‘아파트’라 인식하는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상 충정아파트는
도시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가장 최신 유행에 걸맞은 건축물이 아니었을까. 게다가 높은
건물이 별로 없었던 당시로서는 충정로3가를 지배하는 경관이었을 것이니, 당시의
도시경관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충정아파트의 현재적 의미
그렇다면 충정아파트의 현재적 의미는
무엇일까? 왜 이 건물을 기억하고 남길 필요가 있는 것일까? 앞에서 살펴본 내용에 근거하여 이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보자.
1. 충정아파트는 충정로3가 일대가 20세기 초중반 근대적인 도심 주거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도시건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충정로에 전차가 부설되고
도로가 확장되었으며, 주변에 금화장을 비롯한 주거지가 개발되는 상황에서 전차정거장과
4층 건물로 이름만 ‘아파트’가 아니라 현재적 유형의 특징을 보인다는 점이다. 현존하는 서울의 아파트 중 회현동 미쿠니아파트는
연와조로 지어진 미쿠니상사의 관사였으며,
황금아파트와 국수아파트는 목조로 지어진 2층 아파트로 독신자나 노동자 등의 숙소와 가까운 성격이었다. 따라서 충정아파트는 ‘최초’의
아파트는 아닐지라도, ‘철근콘크리트구조’로
지어진 고층 임대용 아파트의 유형으로서 현재 남아있는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3. 충정아파트는 단지형 아파트가 아닌 독립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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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 없는 입면으로 구성된 모더니즘 양식의 건축물에서 유행하던 모더니즘 양식을 잘 보여준다는 점이다. 물론 파사드는
변형되었지만, 여전히 파사드를 제외한 4면은 원래의 형태와 재료를 잘 간직하고 있다. 충정아파트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는, 아마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 건물의 원형이 가지는 특징들을 잘 살리면서도, 주변에 개발되는 아파트 단지와 어울리고, 또한
충정로3가의 대로변에 대응하는 디자인으로
재탄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건물이 가지고 있는 오랜 시간의
흔적과 의미를 기억하며 다시 태어날 때, 분명
충정아파트는 충정로3가의 현재와 과거를 잇는 소중한 장소가 될 것이다.
아파트로서 중정을 두고 복도가 돌아가며
*충정아파트의 역사적 변천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는 1950~60년대 한국의 초기 아파트에서
“근대도시주거로서 충정아파트의 특징 및 가치,
주호가 구성되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성격이다. 따라서
충정아파트를 통해 해방 후 지어진 한국의
내용은 2018년 10월 《도시연구》에 실린 논문인
충정로3가 일대의 도시 변화와 연계하여”를 참고할 것.
아파트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볼 수 있다는
13. 1950년 9월 서울탈환 당시 충정로3가 일대의 모습 (출처: Naval Historical Center photo h96378) 14. 1950년 사진에서 확인되는 충정아파트의 형태 (그림 13의 상세) 15. 1950년 9월 서울시가전을 벌이고 있는 미해병대 사진 뒤편의 충정아파트 (출처: 한국언론자료협회, 1987) 16. 크림색의 스크래치 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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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978~79년 도로확장 시 잘려나간 충정아파트의 파사드 18. 철거된 외부계단과 돌출된 띠창이 보이는 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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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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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장림종, 박진희,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 효형출판, 2009
13. 정순영, 윤인석, “韓國 共同住宅 變遷에 關한 考察 - 近代期 아파트의 定着過程을 중심으로”, 《건축역사연구》, 11권 2호, 2002, pp.37-56 14. 한국언론자료간행회, 『韓國戰爭 從軍記者, 1』, 한국언론자료간행회, 1987
15. 황두진, 『가장 도시적인 삶』, 반비, 2017
16. 《朝鮮と建築 》, 9권 12호, 1930.12.: 13권 12호, 1934.12.: 16권 2호, 1937.2.: 20권 2호, 1941.2.
19~20. 충정아파트의 중정 21. 아파트 후면 돌출띠창 및 원형 창틀 22.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는 후면부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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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 제1회 수상작 선정
수상작: 부천아트벙커 B39 수상자: 김광수(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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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건축역사학회(회장 전봉희, 서울대 교수)는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 제1회 수상작으로 김광수(스튜디오 케이웍스 대표)가 설계한 〈부천아트벙커 B39(준공 2018.3.)〉를 선정하였다.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은 건축의 역사 및 이론과 건축설계 실무 사이의 관계를 깊게
하기 위하여 올해 새롭게 제정된 것이다. 이를 위해 학회는 지난 1년간 건축설계 분야에서
건축 및 도시의 역사적 맥락을 뛰어나게 해석하여 적층된 시간의 힘을 창의적으로 드러낸 최근 준공작을 대상으로 서류검토와 현장심사를 거쳐 〈구산동 도서관마을〉(최재원),
〈부천아트벙커 B39〉(김광수), 〈서울도시건축전시관〉(조경찬) 3개의 후보작을 선정하고, 3월 월례학술발표대회에서 후보작 초청 토론회를 통해 각각의 건축된 가치를 공유하고, 이후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게 된다.
작품상 시상식과 수상자 초청 특별강연회는 2019년 5월 17일(금) 한국건축역사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경북대학교 개최)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며, 2019년 11월 추계학술발표대회 때 작품집을 발간하게 된다.
본지는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이 건축계는 물론 일반 사회에까지 신뢰에 기반한 상의 권위를 쌓아가는 데 일조하고자 한국건축역사학회의 자료 협조를 받아 특집 지면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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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부천아트벙커 B39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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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선정 이유 - 작품상선정소위원회:
남호현, 김현섭, 최원준(내부 위원), 전진삼, 김정은(외부 위원) - 선정회의 일시 및 장소:
2019.3.16.20:00~21:30, 서울대학교 인근 카페 후보작으로 오른 세 작품은 모두 주어진
컨텍스트 속에서 각자의 독특한 방식으로
적층된 시간의 숨결을 드러냈기에, 모두에게 작품상을 줄 수 없는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그러나 제1회 작품상의 취지와
상징성을 고려할 때 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중지를 모았으며, 대신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두 작품에도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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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여하기로 하였다. 〈부천아트벙커 B39〉를 수상작으로 선정한
제1회 건축역사학회 작품상의 수상을 무척
이 소각장은 역사적 의미가 부여된
저는 항상 역사에 대한 논의가 저물어가
방치된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후보작으로서의 영예를 상장에 담아
까닭은, 건축가 김광수가 한국의 도시문화 현상에 대해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보여 온
문제의식과 그것이 본 작품으로도 표출되고
있음이 읽혀진다는 점에 있다. 난지도와 여의도 풍경을 꼴라주하며 상징적으로 보여준 한국
압축성장기의 유토피안 드림과 폐허의 현실이 문화공간으로 변모된 쓰레기 소각장에서도 오버랩 되며 나타나는 것이다. 비록 다단계
사업의 프로젝트 성격상 첫 단계의 모습만을 보게 됐다는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기
준공됐으나 소소하지만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부분도 일부 있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기존의 대규모 시설물을 제어하고 활용한, 그리고 앞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긴 방식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휴먼스케일을 벗어난 39m 깊이의 거대한
쓰레기벙커 내에서 느끼는 숭고미the sublime와 야수성
brutality
은 카페 등의 실내에서 훨씬
친근하고 섬세하게 다뤄진 아치
arch
공간
등과 대비됨으로써 산업사회의 현실과
문화공간의 공존을 대비시켜 보여준다. 더불어 〈부천아트벙커 B39〉의 운영주체인 ‘노리단’과
수상 소감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버린듯한 오래된 상황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사라져가는 비평적 시선과 광범위한 감각의 수동성이, 역사를 단지 복고나 특수를 가장한 고착된 보편미학 혹은 정체성
정치의 데이터베이스나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역사가 역사성을 상실한 채 확산되며 과거를
공간이라기보다는 현재의 기능이 중지된 채 불구하고 이곳은 현대의 교착된 시간과 폐허를 여실히 반증하며 과거와 미래의
시간성을 마치 한 장의 그림처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기에, 저는 명명할 수 없는 그 역사성을 어느 때보다 더 실감하며 작업에 몰입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동시대의 건축물에 수상을 하는
건축역사학회의 작품상 수상은 제게 무척
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지금의 시간과
뜻깊고 감사한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부천아트벙커 B39〉는 진행형입니다. 현재
번창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남아있고, 그곳의 개축과 활용의 상황이
공간이 사라지는 방식으로 역사는 있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불과 1995년에 준공하여
2010년에 가동을 중단한 부천시 삼정동의 쓰레기 소각장이 과연 하나의 역사라도 점한 적이 있었던가 하는 반문을
스스로에게 하며,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으나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쓰고 있는 공간 보다 더욱 많은 공간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이곳도 곧 데이터베이스화되어 버리며 소모될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진행형의 상황이 완결되기 보다는 계속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고 미지의 영역과
미지의 감각이 계속 존치되기를 바랍니다.
초기부터 긴밀히 협업하며 프로젝트를
김광수는 협업을 지향하며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 대중, 공간 사용자들의 관계성을 유도하는 디자인과
산업화시대의 유산이라는 시간의 켜에 시민을
주목하는 건축가다. 현재 studio_K_works 대표이며 공유공간 커튼홀을 공동운영하고 있다. 2004
진행해온 점 역시 높게 평가됐다. 이 작품은 위한 문화공간이라는 현재적 시간의 켜를
적층시키는 한편으로, 앞으로 이 공간이 담을 미래라는 시간의 켜의 잠재적 확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 제1회 수상작으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건축 작업에 관심이 많다. 뉴미디어로 인한 사회성과 인지성의 변화 그리고 도시/건축 환경의 변화를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에 ‘방들의 가출’이라는 주제로 한국사회의 아파트와 방 문화 현상을 조사하여 전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주요작업으로 〈순천_빈집프로젝트〉(2006), 〈달로문학관은 달로문학관입니다〉(2009), 〈광주시민회관
재조성사업〉(2010), 〈DMZ 철새타운〉(2011), 〈합천 영상테마파크〉(2014), 〈연대 앞 창작놀이센터〉(2016),
〈판교주택〉(2017) 등이 있다.
3. 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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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
광화문에서 시청에 이르는 세종대로 일대는
서울의 전 역사에 걸쳐 가장 기념적인 의미를
제1회 후보작 리뷰
〈서울 도시건축전시관〉, 조경찬(TERMINAL 7 ARCHITECTS 대표) 글. 최원준 숭실대 건축학부 교수
가진 영역으로, 최근 광화문광장 설계공모에 대한 다양한 논의에서 보듯 이곳에 대한 새로운 건축적 개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역사적 환경에서 2014년 8월 서울국세청 남대문별관의 전격적인 철거는
꽤나 인상적이었던 사건으로 기억된다. 이어 2015년 하반기 “(구)국세청 별관 대지를 역사문화특화 거점시설로 조성”한다는
취지하에 ‘세종대로 역사문화공간’이라는 제목으로 설계경기가 개최되었고, 80여
개의 응모작 가운데 건축가 조경찬(터미널7 아키텍츠)의 계획안이 당선되었다.
국세청 별관이 철거된 그 빈자리의 힘은, 그곳에 한시적으로 럭스틸마운틴Luxteel
이라는 이름의 파빌리온(운생동 설계,
Mountain
서울건축문화제 행사장으로 사용)이 들어섰을 때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조선시대의 덕수궁,
일제시대의 서울도서관(구 경성부청사, 1926)과 서울시의회(구 경성부민관, 1935), 1970년대의 더 플라자호텔, 2000년대 중반 잔디밭으로 새로 조성된 서울광장, 그리고 7년 전 널리 인구에 회자되며 완공된 서울시 신청사가 모여 있는 공간에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좌성당(1926/1996)까지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다양한 시대와 양식에 걸쳐 형성된 서울의 역사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게 되었다. 다만 럭스틸마운틴은
가설물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었고, 서로
어긋나면서 물결치는 지붕구조의 집합체로
이루어져, 운생동의 작품이 대부분 그러하듯, 자체로서 꽤 강렬한 조형적 존재감을 지녀 또 하나의 경관적 요소를 더한 것이었다. 반면 조경찬은 이 비움의 상황을
영속화시키면서, 동시에 비움을 바라보고 활용하는 다양한 전략을 제시했다. 건축 작품을 전략이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주변에 대한 형태적 개입이나 자체의 물리적 존재감이 거의 무 無에 가깝기 때문이다.
‘서울연대기(Seoul Chronicles)’라는 응모작
제목이 보여주듯,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건축물 자체가 아니라 서울의 시간적 적층이다. 전면의 도로레벨에서 볼 때 하나의 낮은 수평면만이
존재할 뿐인데, 그 높이가 옆의 덕수궁 돌담에 맞춰져 있어 긴 역사를 통해 조성된 지역적 환경에 완전하게 녹아들고자 하는 건축적 의지를 보여준다. 이 새로운 공공 지반은
후면으로 갈수록 점점 낮아져, 역으로 높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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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김재경
지형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올라탈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세종대로의
강한 흐름만이 느껴지던 상황에서 벗어나 주변 역사공간을 관조할 수 있는 또 다른 높이의
시점을 확보할 수 있다. 외부에서 바라보이는 시점 뿐 아니라 내부에서 내다보는 시점이 전략의 주요한 부분인 것이다.
‘서울 도시건축전시관’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개관을 앞두고 있는 이 시설은, 기존
도시조직 속에서, 특히 역사적 맥락이 다양하게 얽혀있는 지역에서, 새로운 건물을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건물의 존재를 지우는 일이 진정 의미 있는 건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 이다.
(자료제공: 한국건축역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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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서울 도시건축전시관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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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
건축가 최재원의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제1회 후보작 리뷰
은평구 구립도서관 중 하나로서 기존의
최재원(FLO Architects 대표)
건물은 주변에 다수의 학교가 위치하며
노후된 주거 건물들과 오픈 스페이스를 하나의 공공 도서관 건물로 변모시킨 리노베이션
〈구산동 도서관마을〉,
프로젝트의 특수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사이에 지어진
글. 이종우 명지대 건축대학 조교수
다세대, 개인 주택들로 빽빽하게 구성된 동네에 자리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공공건축물이
들어서게 되는 공적이고 공간적으로 여유로운 환경과 대비된다.
도서관이 주민들의 일상과 맺는 밀접한
관계는 기획의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건립 과정에서부터 현재의 운영에 이르기까지
지역주민 공동체의 개입이 두드러진다. 도서관 건립은 2006년 지역 주민들의 요청으로 시작되었으며, 2012년 은평구청과 함께
서울시참여예산에 도전해 서울시 주민참여
사업으로 선정되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설계는 2013~14년에 이루어져 2016년 완공되었다.
실제로 도서관은 어린 학생들로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민들의 매우 활발한 이용이 두드러진다. 도서관은 주택가 골목 내에
마치 또 다른 종류의 주택인 듯 자리 잡고
있으며, 도서관 내부는 주택의 작은 방과 같은 열람실에서부터 수직적 웅장함을 자아내는
북카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공간들이 공존하며 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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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구산동 도서관마을 ⓒ김재경
본래 시행기관인 은평구는 건립비용 절감을 위해 부지에 있던 기존 주거 건물 5개 동을 리모델링하고 공연장 1개소를 증축하는
설계과제를 제시하였으나, 건축가는 “각각의 건물들을 묶어서 하나의 도서관을 만들고
오히려 내부에서 마을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새로운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지침을 재해석하고 설득하여 현재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기존의 다세대 주택 건물을 재활용한 50여 개의 방들과 이를 수직적,
수평적으로 분할하고 연계하는 신축 공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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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에게 골목길의 경험을 건축적으로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지역 주민들의 삶과 시간을 다층적으로
개입시키고 있다. 도서관은 주민들이 살아온 다세대 주택의 방들을 기본 요소로 삼고
있으며, 주민들은 도서관 건립 요청에서부터 생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또한, 주민들은 도서관 건립이후 운영
주체(은평도서관마을협동조합)이자 이용자로서 도서관을 동네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만들고 있다. 이처럼,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건축물
자체를 뛰어넘는 시간성과 가치를 갖으며,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건축역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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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구산동 도서관마을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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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
자원회수시설, 자원정화센터 등 각색된
이름으로 부르는 이 시설의 정확한 명칭은
제1회 후보작 리뷰
생활폐기물 소각장이다. 고온의 소각로를 운영하다보니 열에너지를 활용하여
〈부천아트벙커 B39〉,
지역에 전기나 온수를 공급하기도 해서
김광수(Studio_K_works 대표)
열병합발전소로 부르기도 한다. 2016년
환경부 자료로는 전국에 184개소가 운영되고
글. 조성용 광운대 건축학과 교수
있다. 서울 5개소, 부산 2개소, 대구 1개소 등 대도시에는 비교적 소수가 운영되고 있지만
경기도에만 27개소가 운영 중이다. 환경문제에 둔감한 시절에는 큰 저항이 없었을 테고, 특히 1980년대 후반 1기 신도시 건설이 시작되면서 경기지역에 소각시설이 다수 건설된 듯하다. 그러나 중동신도시 계획에 포한된 삼정동
소각장은 애초부터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신도시 계획도상에는 외진 곳이라고 낙점했을 테지만 당시 삼정동은 이미 많은 주민이 살고
있는 거주 지역이었다. 1995년 가동을 시작한
이래, 소각장은 지역의 골칫덩어리였다. 1997년 다이옥신 파동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삼정동 소각장은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다이옥신을 뿜어내고 있었다.
더구나 도시가 쑥쑥 자라면서 외곽에 있던
소각장은 어느새 시가지 안에 자리 잡게 됐다. 부천시는 새로운 소각장을 지었고, 삼정동 소각장은 2010년 가동이 중단됐다.
부천은 서울과 인천의 경계에 위치한다.
1980년대까지 영등포 일대의 공단지역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던 곳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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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부천아트벙커 B39 ⓒ김재경
그 시절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였다. 이러한 부천시의
독특한 인적구성은 중동신도시 건설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사회운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과거 서울 진출을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이 1990년대 이후에는
지역시민운동의 본거지로서 역할을 하게 된
배경이다. 인구 85만의 부천시에 NGO 단체가 2백 개가 넘는다. 장르영화제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부천판타스틱영화제를 개최하고,
로보파크로 대표되는 미래 산업을 향한 열망은 부천시민들의 문화산업에 대한 안목과 열망을 대변한다.
건축가 입장에서 〈부천아트벙커 B39〉는 여러모로 어려운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요즈음 특히 민감한 환경이슈가 있고, 15년간 투쟁해온 지역사회의 기대를 감당해야
하며, 그동안 시민사회의 압박에 시달리던
관료들과 예산문제를 논의해야 했다. 무엇보다 폐 산업시설을 지역문화의 인큐베이터로
용도전환 하는 문제는 애초 어울리지 않게
설계된 물리적 조건을 극복해야 하는 난제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현대 한국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건축 이슈에 상징적인 화두를 던지고 있는 프로젝트임에 틀림없다. 김광수의
노력이 향후 공공건축과 문화시설을 설계하는 건축가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료제공: 한국건축역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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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부천아트벙커 B39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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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용의 키워드로 읽는 건축세상
건축이벤트 분야
2019년 1분기 결산 : 도시재생
글, 도판. 이중용 본지 기획자문, 〈건축편집자[AE]> 블로그 운영자 전제 :
> 2018.10.15. 건축이벤트 정보 수집 시작
> 국내외 건축이벤트 정보 수집 가능한 사이트 80여 개 확보 (현재까지 160여 개로 증가)
> 매일 새로 업데이트 되는 정보 체크, 정리 > 1일 정보 정리량을 1개에서 8개까지
점진적으로 늘려옴.
> 2019.4.29. 현재 1,122개 건축이벤트
정보 확보
워드클라우드 작업방법 :
> 수집일 기준 2019.1.1.~3.31. 건축이벤트 정보 정리
> 총 454건
> 건축이벤트 별 건축 관련 키워드를
건축편집자 관점에서 수작업으로 정리
> R 프로그램 사용
> 키워드 빈도에 따른 워드클라우드 생성
1
※참고 자료
2019년 1분기 네이버 뉴스 내
‘건축가’ 검색 뉴스
워드클라우드 결과
수집범위 :
> 네이버 뉴스
> ‘건축가’
> 2019년 1월 1일 ~ 3월 31일자 > 전체
> 3,790건
작업방법 :
> R 프로그램
> 뉴스 정보 크롤링
> 타이틀 어휘 빈도 상위 300개 추출 > 워드클라우드 생성
2
52
1. 건축편집자[AE]_건축이벤트 2019년 1분기 워드클라우드 2. 네이버 뉴스_건축관련 뉴스 2019년 1분기 워그클라우드
2019년 1분기, 건축이벤트를 준비한 사람들
〈F1963〉 프로젝트 등에서 이미 ‘재생’이라는
하거나 하지 않는 판단을 하는 것이 단지
일을 하고 있었다. 이미지 속 글자가 너무 커서
확장형 키워드인 ‘재생건축’으로 자연스럽게
곤란하다. 사회가 건축가에게 요구하는
100명 중 7명은 ‘도시재생’ 키워드와 관련된
건축계 주요 활동이라곤 도시재생 뿐인가보다 라고 생각해버린 사람이라면 조금 실망스런
숫자일 수도 있겠다.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수집일 기준으로 3개월간 수집한 총 454개
건축이벤트 정보 중 건축 분야 키워드를 추출/ 작성할 수 있었던 269개 정보에서 각 한 개씩 추출한 대표 키워드를 취합하여 두 자릿수
빈도(20개)에 이른 건 ‘도시재생’이 유일했다.
키워드를 앞세운 바 있는 건축가 조병수는
흐름에 동참했다. 건축계의 이슈를 통합하고
제시해야 할 건축매체에서는 뚜렷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2000년 전후로
정착한 키워드인 ‘리노베이션’, ‘리모델링’이 매체 안에서 개별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사한 강조점들을 제시하며
익숙해져버린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2018년에도 〈코스모40〉(삶것), 〈부천아트벙커
신입회원 모집과 새로운 계획을 시작하는 등의
B39〉(스튜디오 케이웍스) 등 기본적으로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한 지자체 공모전들 속
여럿 소개된 바 있고, 이들은 건축사진가
‘대학생 활동’키워드가 6개로 2위였고, 3월부터 ‘공공디자인’키워드 그리고 지원 사업, 세미나 등으로 표출된 ‘여성’키워드가 각 4개로 그
뒤를 이었다. 대부분의 이슈 빈도가 1~2회를
넘지 못한 것을 보면 그만큼 건축이벤트들이 사용하는 키워드가 제각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건축명리학’같은 생소한 용어가 매우 드문 것 또한 사실이다. 자기 전공 외에는
적당히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정보들은 누군가의 전공 혹은 관심사가 되어 오늘도 이벤트의 형태로 세상과 접속하고 있다.
이 시기 대표 키워드인 ‘도시재생’에 대해
‘재생’의 관점을 공유하는 개별 프로젝트들이 전시나 학회 작품상 수상 등의 이벤트와
연동하며 2019년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개별적인 많은 정보들에도 불구하고 건축계는 ‘도시재생’을 특별하지 않은 당연한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제도권에서 왜
‘재생건축’이 아니라 ‘도시재생’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왜 ‘소규모 공공건축물’이 아니라 굳이 ‘생활SOC’라는 표현을 만들어 쓰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의 것은 건축계
내부의 이슈나 개념 정리를 위해 필요하고 뒤의 것은 복잡하게 얽힌 사회의 이해 대중의 이해
理解
利害
와
를 포괄하기 위해 필요하다.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벤트 개수보다 현실이 좀
전문성을 쌓지 않으면 대중적으로 뻗어나갈
있는 것 같다. 30년 이상의 노후건축물이
하면 전문 분야도 함께 약화된다. 전체와
더 이미지 속 글자 크기에 어울리게 돌아가고
40%에 이르는 2020년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전국 200여 곳에 5년(2018~2022)간 50조원 예산이 들어가는 국가 차원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절찬 진행 중이니까 말이다. 이것은 부수고 새로 짓는 방식에서 잘
가꾸고 오래 사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위한
선택이다. ‘도시재생’ 키워드는 (시세)차익보다 (일상)편익에 집중하자는,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2019.4.25. 조간 주요 키워드)
같은 사회적 역동성 둔화의 심리적 충격에
대비하면서 안정된 생활문화를 구축하자는 공공의 시그널이기도 하다. 실제로 해당
20개 건축이벤트의 주최자 정보를 살펴보면 매월 도시재생 세미나를 실시하고 있는
힘이 부족하고, 대중적인 확장성을 갖지 못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이 당연해서
당연한대로 살아가면 당연히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공공디자인’, ‘마을 만들기’, ‘공동체’, ‘리빙랩/로컬랩’등 건축에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보이는 다양한 키워드들이 있다.
관련된 일들이 꽤 있지만 건축 전공자가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한 체계적인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비슷한 경험만
있으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다르게 시대는 나날이 세분화되고 전문성을
따져 묻는다.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이제 타임캡슐에 묻어야
할 때가 됐다. 건축이벤트 정보들 속에서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가 거대한 파도나
폭풍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양한 이슈들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저수지를 떠올리는
게 적당할 것 같다. 우리는 한동안 그것에서
물도 얻고 고기도 얻으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인공물이자 인공경관이면서 인간을 위한 또
하나의 자연으로 정착 중인 도시재생을 지금 다시, 준비하자.
있기를 기대한다. 한편으로는 건축을 공부한 사람이 ‘도시재생’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도 자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예를 들면, 서울시에서 올해부터 시행하는 마을건축가 제도가 있다. 마을건축가는
공동체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하는데
이는 건축가가 프로젝트 안에서 전문가들을
코디네이팅 하는 과정과 같은 듯 다르다. 전문가 주도가 아닌 시민 주도의 상황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하고, 앞에서 코디네이터 역할도 하지만 필요하면 옆에서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촉진자,
워드클라우드는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출력할
도시재생 과정에 설계를 통해 참여할 수도
도와준다. 정보를 분석하는 입장에서 워드클라우드는
있지만 사람을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핫플레이스이기도 한 부산 망미동의
실행하면서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인식의 틀을 제공할 수
정보 중 민간의 관련 건축이벤트는 BCHO Architects에서 주최한 〈숨 쉬는 건축: 2019.2.28.~3.16.)가 유일하다. 인스타그램
끊임없이 되묻고 재규정하고 재구축하고
건축매체가 정보를 주기적으로 새롭게 종합할
조력자)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 건축가는
재생건축과 도시재생〉 전시(온그라운드 갤러리,
것과 그 의미에 대해 건축교육 스스로도
부분을 함께 인식하는 일은 언제나 중요하다.
한국건축가협회 등 학교 이상의 공공 성격
기관이 19곳으로 거의 전부에 달했다. 수집된
개인의 성격이나 취향에 근거한 것이 되면
참여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최소한 이 부분에서는 건축에 대한 고전적인 신념이나
내향적인 성격을 고수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가 주어진 일에 대해
수 있으며 키워드의 빈도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체크 과정 정도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다채로운 입구(키워드)를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편견과 직관을
작동시키고 의미가 모색되기 시작하는 순간을 만들기도 한다는 점에서 유용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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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토크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 : 허동훈 지음, 다인아트 발행1만2천 원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동시에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뒤집는 데 많은 부분이 할애돼 있다. 출판사 vs. 저자 10분 인터뷰
다인아트 : 이 책에는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20만 평)와 서울 마곡R&D산업단지(24만 평)의 놀라운 성과가
소개돼 있다. 저자는 송도를 판교나 마곡처럼 연구개발
중심으로 추진하지 못한 아쉬움을 피력하고 있다. 판교나 마곡은 송도보다 분양가가 비싸지만 서울과 거리가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접근성이 떨어진 송도에 연구개발 단지가 가능할까?
허동훈 : 판교와 마곡처럼 대기업과 중견기업
위주의 R&D전용단지를 만들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량제조업도 허용되고 중소벤처기업이 주류를
이루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업그레이드 버전은
만들 수 있다. 먼 거리는 우수한 정주여건과 저렴한
토지비용으로 상쇄할 수 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땅값은 평당 1,600~3,500만 원 수준이지만, 송도 11공구 조성원가는 평당 389만 원이다. 인천
기성시가지 공업지역 땅값이 평당 600만 원을 넘는데 평당 500만 원 전후에 지식산업센터가 분양되고
있다. 샘플이 적지만 송도 지식산업센터 분양가는
이보다 높다. 토지비용이 더 높고 분양가는 더 낮은 구도심 공업지역 지식산업센터가 되는데 이보다
환경이 좋은 송도에서 안 될 리가 없다. 다만 대기업
연구소나 앵커시설에 대해서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판교테크노밸리도 투자유치대상 성격에 따라 토지공급가격을 3단계로 구분했다.
다인아트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1공구 땅을 원하고
있다. 인천시는 삼성이 남동공단 등 인천의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할 경우 땅을 주겠다는 방침이
언론에 소개됐다. 저자는 삼성이 무상임대 받은 5공구 부지가 양산형 공장인데다, 일자리 수가 턱없이
1
2003년 8월 인천 송도와 청라, 영종이
혁신클러스터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산‧진해와 광양만권이 지정됐고, 2008년과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헐값매각’도 도마 위에
‘경제자유구역’으로 처음 지정됐다. 그해 10월 2013년에 각각 3개 지역(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2개 지역(동해안권, 충북)도 추가 지정됐다. 서울과 세종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시·도에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추진된 것이다. 허동훈 박사가 쓴 이 책은 경제자유구역의 ‘맏형’인 인천의 개발 과정을 짚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자유구역을 분석한 것이다. 그동안 진행된 개발 ‘방향’과 ‘방식’이 적실했는지 살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연동개발’과
‘헐값매각’의 문제점에 대해 천착했다. 송도의 경우 돈이 되는 주거시설을 우선 짓고, 그 이익금으로
업무시설을 추진하는 이른바 ‘연동개발’ 방식으로 사업들이 진행됐다. 좋은 성적표를 받았을까?
업무기능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가운데 개발이익을
제대로 산정하지도 못했고, 갈등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일부 사업은 개발이익이 유출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때문에 저자는 이제 “연동개발은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연동개발로 날린 개발이익을
기업유치에 사용했으면 송도를 한국의 대표적인 54
다소 늦었지만 정책을 변경하면 지금도 가능성이 남아 올랐다. 땅을 매우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투자유치
성과를 강조했지만, 저자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당초, 경제자유구역은
일자리를 비롯해 지역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세계적인 기업(양산형 공장)과
국내‧외 명문대학이 들어섰다. 그러나 파급효과는 여전히 미미하다.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 서울 마곡R&D산업단지와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제 송도에 남은 땅은 11공구인데, 저자는 판교와 마곡처럼 연구개발단지 중심으로 개발하고,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중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타 지역의 고급인력이 일자리가 있는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으로 유입돼야 인천 원도심의
재개발과 도시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투자유치 성과와 브랜드에만 집착해 땅을 헐값에 매각하면서
얻은 게 뭔지에 대해 저자는 반문한다. 땅을 싸게 팔면 ‘전통적인 공단’에 어울리는 기업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송도에 더 이상 공장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기존에 추진됐던 개발방식에 대한 1. 인천, 경제자유구역을 말하다_표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지난 해 신규투자계획을 발표할 때(180조 원) 25조 원을 바이오 등 신성장
분야에 편성하겠다고 했다. 11공구에 땅을 주지 않을 경우, 인천시가 투자유치를 막았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을 것 같다. 대안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허동훈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직 5공구 기존 부지에 4공장을 지을 땅을 갖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 6공장 건립 여부는 시장 여건을 봐가며 결정하되
짓는다면 미국이 후보지로 유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1공구 투자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만일 추가로 토지가 필요하다면 도시적 용도로 개발이 어려운
9공구와 10공구가 더 적합한 곳이다. 항만과 직접
관련이 없고 서울을 위한 물류창고가 들어오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다.
인천시는 지역 중소기업과 같이 들어오면 11공구에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인데, 문제는 동반 입주할 만한 바이오기업이 인천에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10만 평 부지를 제공한다면 그중 3만 평 정도에 지식산업센터를 짓고 50%
이상은 BT기업에 분양하도록 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외부에서 끌어오는 것을 일부나마 책임지라는 것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사업성이 있다.
문제는 BT기업으로 다 채우기 어렵다는 것인데 50%
정도라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부할 명분이 없다. 다인아트 : 기업이 송도에 투자하기 위해선
법적‧제도적‧환경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책을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처음에는 미국계
바이오기업 퀸타일즈가 출자총액 10%를 가지고 있어, 외투기업 자격을 갖췄다. 그러나 이제 퀸타일즈 지분이 0.07%로 줄었다는 대목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추천도서 브리프
『김중업 서산부인과 의원』 : 근대를 뚫고 피어난 꽃
상장해서 주가가 뛰었는데, 퀸타일즈가 지분을 유지하지 못한 것은 삼성이 외투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퀸타일즈
이름만 빌려온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대기업이 송도에 투자하는 것은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닌 것으로
김중업 아카이브 북 출간
『김중업 서산부인과 의원 : 근대를 뚫고 피어난 꽃』은
방법이 있을까?
외 지음, 수류산방 발행, 3만8천 원
문화 평론가 윤혜정은 여성 출산의 근대적 의미와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대기업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허동훈 : 인천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자유구역
윤혜정, 김원식, 김태형, 정귀원, 조인숙, 조병준, 고은미
외국인투자유지는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수류산방은 김중업건축박물관과 협업해 건축가
형식적으로 참여시켜 무늬만 외국인투자기업으로
준공 1966] 건물에 대한 아카이브 북을 출간했다.
연상시킨다. 국내 건설사와 대기업은 외국인기업을 변신해서 인천경제자유구역 사업에 참여한다. 실질적으로 국내기업이지만 형식적으로
외국인투자기업이니 좋다는 것이다. 그런 형식이
그렇게 중요한가? 그리고 우선 국내기업과 외자기업을
차별하는 것은 국제적 규범에 맞지 않는다. 국내기업을 차별할 이유가 없다.
송도에서 제조업 투자유치는 줄을 서 있는 기업 중에 고르는 것으로 투자유치보다는 선별에 가까웠다.
11공구는 조성원가가 상승해 제조업 유치 전망이 약간
불확실하다. R&D 비중이 높은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은 지식산업센터나 중고층빌딩 부지 분양을 통해 유치할 수 있다. 대기업 R&D시설 유치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연세대에 줄 개발이익을 대신 대기업에 제공할 생각을 하면 된다.
다인아트 : 삼성뿐 아니라 연세대 역시 11공구 땅을 원하고 있다. 약대와 연계한 바이오·메디컬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이 소개됐다. 저자는 연세대 역시 유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연세대 문제는 어떻게
김중업이 설계한 〈서산부인과 의원〉[설계 1965 :
건축가의 건물 한 작품만을 대상으로 다양한 자료를 모으고, 여러 시각의 담론을 엮어 만든 책이다. 르
코르뷔지에에게 배운 건축가 김중업의 〈서산부인과
건축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단면을 드러낸다. 먼저 연관지어 〈서산부인과 의원〉 건물과 '한국식 근대화'의
실상에 대해 천착하며, 건축 역사가 김원식은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의 관련성에 대한 남다른 시선으로
〈서산부인과 의원〉의 세계 건축 문화사적 맥락과 한국
건축에서의 의미를 새롭게 고찰한다. 목천재단의 건축
아키비스트 김태형은 설계 도면을 꼼꼼히 분석했으며, 건축 저널리스트 정귀원이 〈서산부인과 의원〉과
의원〉은 특유의 조형적인 형태로 주목을 받아 왔고,
관련된 인물들을 인터뷰하면서 발굴한 설계 과정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 책은 건물의 도면과 사진
담당자 김석재, 설계 및 감리 담당자 권희영, 건축주
최근 문화재 등록을 시도하면서 다시금 건축계의 자료 등은 물론 지어지던 당시 관여한 스태프와
건축주 가족의 인터뷰 그리고 건축적 비평과 함께
문화재적・사회적・도시적 측면에서 바라본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글들을 수록하여, 한 건축물의 자료를 어떻게 수집하고 정리해야 하는지 또 그 자료에서
여러 이야기들은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설계 서병준 원장의 자녀이자 거주자였던 서경묵・서희정, 현재 〈서산부인과 의원〉 건물주인 아리움 정인훈
대표 등이 인터뷰에 응했다. 문화재 보존 전문가
조인숙은 독일 및 르 코르뷔지에 건축물의 사례를
참조해 〈서산부인과 의원〉의 문화 유산적 가치와 근대
어떠한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건축이
건축 유산의 보존 및 재활용에 대해 논의를 보탰으며,
도시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다시 검토할
〈서산부인과 의원〉 건물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에
건축가의 생애와 한국 근대 건축사 또는 서울이라는 단초를 제공한다. 건축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근대 사회와 서울에 대한 흥미로운 자료가 될 것이다. 굴절의 근현대사처럼 다양한 시각을 담다
시인이자 문화 평론가인 조병준은 현재 우리 삶에서
대해 질문하며 서울 개발의 역사와 시대정신에 대하여 비평했다. 또한 건축사진가 김재경, 수류산방(박상일), 김중업건축박물관이 제공한 사진자료는 책의 시각 정보를 탄탄하게 했다.(자료제공: 수류산방)
접근해야 하나?
허동훈 : 최초 약속한 학생 수 1만 명과
R&D클러스터는 물론이고 추가로 약속한 종합병원
건립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약대를 제외하면 인문계
교양과정 중심이기 때문에 송도 입주한 기업과 시너지 효과도 없다. 스탠포드와 실리콘밸리, 포스텍과
포스코 모델이 아니다. “우리 동네에 연세대 들어와 있다”라고 실속 없이 자랑하는 것 말고 큰 효과가
없다. 일자리가 많은 것도 재산세를 내는 것도 소비를 진작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전임 시집행부에서
11공구 땅을 추가로 헐값에 주기로 했다. 경제청이
추정하는 개발이익 5천억 원으로는 병원부지 제외하고 기존 부지를 포함해 10만 평을 제대로 개발하기
힘들다. 듬성듬성 저층 건물 몇 개 짓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 5천억 원의 개발이익은 대기업 사옥이나 연구소
3
유치에 지원하고 연세대 7공구 부지를 도시적 용도로
변경해서 그 개발이익으로 종합병원을 지어주는 것이
연세대에 부담도 주지 않고 송도 주민을 위해서도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료제공: 다인아트)
2 2. 김중업 서산부인과 의원_표지
55
드로잉
1
곽재환은 칸건축사사무소 대표로 김중업 선생의 제자다. 동북아평화연대
상임대표를 역임했다. 건축의 시인이라고 불림을 당하는 그는 2014년 가을부터 박남준 시인, 포크 뮤지션 인디언 수니와 함께 유랑유랑콘서트를 운영해오고 있다. 드로잉전 〈시베리안 랩소디〉(2012) 등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56
1. 곽재환, 서산부인과 의원 드로잉 1, 건축찬가
2
2. 곽재환, 서산부인과 의원 드로잉 2, 건축찬가
57
추천도서 리뷰
이 기억을 되새겨 이를 지금의 시점에서 그의
비평서와 비교해 보면, 그의 사유 구조는 먼저 주어진
『꽃과 칼 : 건축 아르고스』
주제에 스스로를 내맡기고 나서, 과감히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구성의 논리, 곧 의미의
: 송종열 지음, 서울하우스 발행
층위에서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선행한 사유(특히 벤야민과 아도르노, 그리고 현대
사상가들)와의 대화가 언제나 함께 하고 있었다. 이
글. 김영철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교수
비평서도 그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있어서 더 다양해진 주제들과 대화, 그리고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저자
스스로도 ‘지금 여기’라는 시의성을 잃지 않고 건축 생산이 이루어지는 맥락을 끊임없이 검토하며,
건축이 어떤 식으로 ‘삶에 관여하고 사회에 비판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한다고 했다.
필자로 하여금 이를 수긍하게 하고, 이 상황에서 그가
개진하는 건축 논의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하는 이유는 그가 생산한 활자들이 단지 사실들의 나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의미들의 여러 층위와 그 구조의 분절들 때문이었다. ‘무한히 겹쳐진 사유의 층위’(벤야민)에, 또한 스스로를 그 넓은 ‘사유의 바다’에 기꺼이 내던졌던 만큼, 그의 긴 여정의 성과는 어느덧
우리에게 큰 불만이었던 비평가의 부재를 다시 한 번
부인하게 하였다. 『건축 없는 국가』(이종건) 이후 다시 한 번 새로운 비평의 위상과 이를 실천하는 용기에
대해 높은 평가는 당연하다. 우리가 이 비평가에게 앞으로 기대할 것이 남아 있다면, 시의성의 척도를
위해 고전과 또 역사와의 대결도 함께 벌였으면 하는 점이다.
비평문 : 우리 현실의 진단과 건축의 의의
그의 글들은 2015년 이후 건축계에서 일었던 파장의 연속에 서있다. 이제는 이들과 함께 그의 비평이
1
비평서 : 『꽃과 칼 : 건축 아르고스』
뒤져보아도 해결해 주지 못했다. 또 활자들과 씨름해
이들의 지향과 전체를 아우르는 방식의 이름. 우리로
오류들... 여기의 글들은 《건축평단》, 《와이드AR》,
그의 비평서 제목은 탁월하다. 가치와 도구, 그리고
하여금 지성의 긴 역사와 그를 구축해낸 저변의 지형을 한눈에 보도록 한다. 건축 개념을 단단히 조여가려는 어떤 노력에도 그의 제목은 충분히 도전적이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제시된 주제어들은 어쩌면 관성에 젖어가던 생각을 흩트리기도 하고, 또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던 건축관들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만큼
강력한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리스인들의 사유와도 씨름해온 것 같다. 우리에게 건축 사태의 의미와 그
층위의 다양함 속으로 안내할 ‘아르고스’라는 신화의 주인공도 새롭게 알려주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나는, 아니 우리는 지금까지 키클롭스의 외눈박이에만 익숙해 있던 것은 아닐까? 그러니 새로운 정신의
자극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작정을 하고 날카롭게 심을 간 연필과 함께 깊은 호흡의 독서 시간을 이어갔다.
안타깝지만 불편하게 했던 점들을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그래야 이 책의 활자들이 우리를 안내할
가는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적잖은 편집상의
《황해문화》 등의 전문지에 실린 것들이었으니, 그
출처를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를 듣고 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답은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의 ‘기회’에 응모하기 위해서 주어진 여건은 ‘다급함’이 전부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 새로운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날 이 책을 위해 눈에 들어오는 오자의 수정 제안을 해두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하게 강조하고 싶다. 내게 이
오자들이 생각의 오류와 연계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있었지만, 놀랍게도 이 둘은 전혀 별개였다. 그의 말들은 부서진 곳이라고는 없었다. 치밀한
사유, 엄밀하게 선택된 소재들, 그리고 이들의 단단한
구조에 대해서 이 책의 독자로서 나는 충분히, 그리고 거침없이 자유를 누렸다. 다른 독자들도 이렇게 이 저자와의 대화에 만족해했을 것이다.
목표점에 더 홀가분하게 도달할 것 같기 때문이다.
비평가 : 송종열
이를 묶을 주제어가 있을 법한데 라틴 숫자만 표기된
독특한 점이 있었다. “…이 있다. 이것이 무엇인가
우선 차례에 나열된 제목들을 구분한 데에는 이유와 점, 또 각 글의 출처가 궁금해서 마지막을 성급하게 58
필자가 그를 처음 알게 된 시점, 그의 언어에는
하면…” 이렇게 시작하며 전체를 구성하곤 하였다. 1. 꽃과 칼_표지
목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더욱 현실을 숙고하고, 깊이 있게 사색할 수 있는 파고에 올라섰다. ‘시선의
부재’, ‘이성과 비판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암울한 상황’의 이 사회가 정말로 다급하게 요청하고 있는
‘사물을 밝혀줄 다양한 이성의 빛’, 곧 비판적 시선들이 그의 글들과 함께 우리에게 적어도 가능성으로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결연한 의지와 함께 ‘모든 것을 보는 자(파놉테스)’이면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는
자’로서 비평의 태도와 역할은 비록 흔히 듣는 이상적
표현의 수사라고 할지라도, 그가 그 동안 일군 성과와 함께 우리 건축계의 ‘현실태’에 대한 건축적 사유를 다시 활성화할 것은 분명하다. 그가 기록한 17개의 텍스트들이 이들의 증거이다.
그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의 건축은 그 가치로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내면을 일깨우는 것’, 곧 사물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시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어야
했다. 이를 사유하면 그가 인용한 베르나르 츄미의 생각처럼, 건축은 형태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인식의 형식’이어야 한다. 이를 강조해야 할 이유는 구체적으로 우리 주거와 도시 문제의 사태가
역설적으로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역설적’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지어낸 문장들을 통해서 우리는 그의 탁월한
의식의 건축을 보게 된다. 다양하게 축적된 지식의
재료, 번뜩이는 재료의 구조적 가공, 구축된 사유는 비평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도 그가 사용하는 개념어들은 충분히 사유된 채 우리말로 옮겨졌다. 어느덧 그와의 대화는 풍요로운 소재,
상황과 사태마다 적절한 문제 제기, 사유 과정에서
보게 되는 해결의 실마리 등 그와의 대화는 밀도 높고
풍부한 정신적 자양분을 제공하여 독자인 나는 새로운
추천도서 브리프
『의심이 힘이다』 『완전히 불완전한 사전』
활자의 건축을 보고 있었다. 나의 사유를 풍요롭게
하며 문학적 기질이 번뜩이는 작품이었다. 그의 넓어진 시야는 정치적 관점에서 건축을 보도록 하고 있다. 건축은 국가체제/이데올로기에 복무하는 장치가
배형민, 최문규 지음, 도서출판 집 발행, 2만 원
『의심이 힘이다: 배형민과 최문규의 건축 대화』
『완전히 불완전한 사전』
한다고 했다. 건축계 내부에서도 ‘전문분야로서
이 책은 건축가 최문규의 그림을 바탕으로
‘건축가 프레임(Architect’s FRAME)’ 시리즈 네 번째
그 사고를 ‘인간의 삶’으로 확장하고, 사회현실에
배형민 교수와 최문규 교수가 나눈 대화로 구성된다.
으로, 그들의 언어와 글을 통해 건축 철학과 작품 세계
아니라, ‘부당한 현실에 대한 변화의 토대’로 작용해야 건축 자체에만 골몰하는 태도’를 과감히 벗어 던져 ‘개입’하며 스스로 변화를 위한 새로운 길도 모색해야 했다. 그가 주장하는 현실 개입의 방식도 새로운
자세를 요구한다. “건축에 대한 반성은 … 구체적으로
정치적인 영역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바로
여기서 건축행위가, 조직가, 기술자 또는 계획가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타푸리)
건축역사가이자 비평가이며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건축 비평가의 질문과 질문에 답하는 건축가의 대화가 아닌 오랜 시간 친분을 쌓은 이들의 솔직하고 묵직한
이야기이다. 대화의 중심에 그림이 있지만 책에 사용한 그림은 대화의 참고 도판이 아니다. 대화와 그림은
때론 상호 보완하는 역할을 하지만, 대부분 그림은
그림대로, 대화는 대화 자체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심이 힘이다: 배형민과 최문규의 건축 대화』는
그런데 그가 이룬 성과들에 관련하여 염려스러운 것은
뻔한 대화를 거부한다. “신뢰와 의심을 공유하는
건축 비평도 그 말의, 즉 담론의 추상일 뿐이라는
대화이다. 그래서 오랜 친구들이 술자리에서 나눌 법한
그가 처음부터 문제 삼았던 것처럼, 건축 이론처럼 비난이다. 언어의 가치는 대부분 어디를 막론하고
도외시되기 일쑤이다. 또한 언어는 현실과 다른 층위의 별개라는 인식이다. 이 무지에 대해 그가 날카롭게 지적하듯이, 지식인들조차 쉽게 동조하는 듯하다. 저자는 이 둘의 고리를 현실의 차원에서 연계하고
있다. 지식인으로서 아무 탈 없이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필시 어느 정도 비겁함을 안고
살아가는 자세와 태도에 기인할 터인데 이에 대적할
파트너가 있을 때 대화가 가능하다는 본질에” 기댄 이야기가 많다. 솔직하고 유쾌한 두 사람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최문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건물을 완성해 가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건축역사가이자 비평가이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건축 큐레이터’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배형민의 공부 과정과 생각을 읽을 수 있다.(자료제공: 도서출판 집)
네임리스 건축 지음, 공간서가 발행, 1만5천 원 책이다. 시리즈는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건축가들 대상 를 풀어낸다. 가볍게 휴대할 수 있는 작은 단행본 형태 의 모노그래프로 건축가들의 생각과 표현의 스펙트럼
을 확장하고 동시대 한국 건축의 특징과 건축가의 특
징과 흐름을 좇고자 기획되었다. 젊은 건축가 나은중
과 유소래가 이끄는 네임리스 건축은 RW 콘크리트 교 회를 시작으로 동화고 삼각학교, 아홉 칸 집 등을 선보
이며, 네임리스만의 독특한 특징을 표출했다. 이 책은
단어를 나열하는 ‘사전’ 형식의 에세이를 통해 그들이 고민하고 생각했던 내용, 추구하는 방향과 어떻게 사
회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완전히 불완전 한 사전』은 총 77개의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
은 완전한 사전의 형태는 아니지만, 인덱스와 인포메이 션을 두어 독자들이 필요한 단어와 정보를 손쉽게 찾
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앞에서부터 한 단어씩 의미를 되새기며 봐도 좋고, 원하는 단어부터 찾아서 살펴봐도 좋다.(자료제공: 공간서가)
대안은 곧, ‘스스로를 과감히 드러내는 일, 스스로 박탈당할 처지에 놓일 위험을 감수’하며, ‘자신이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을 처벌이나 후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솔직히 이야기하는 행위, … 이 행위에서 화자는 설득하기가 아니라 솔직하게 말하기를 선택하며,
거짓이나 침묵이 아니라 진실을 선택하고, 생명과 안전이 아니라 죽음의 위험을 선택하며, 아첨이
아니라 비판을,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도덕적 의무를 선택’하는 것이다. ‘위험에 맞선 진실에의 용기는
생각만으로 하는 성찰이 아니라 삶으로 꾸려지는 자기 성찰이어야 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우리에게 새롭게 각인시켜주었다.
나는 그의 글을 읽는 동안 촘스키가 한 말을 떠올렸다. 이제는 사회가 아니라 건축이다.
“나는 이 비평이 일으킨 강력한 도전이야말로 이러한
힘겨운 시대를 극복하려고 전개된 몇 안 되는 희망적인 ‘건축’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때의 과격함이나
때때로 발견되는 부조리한 점만을 파고들면서, 이 운동이 제기한 ‘건축’의 문제들, 사회의 문제들의
지대한 중요성과 이 활자의 이면에 놓인 의미를 보지 못한다면, 이는 피상적이고 진부한 이해일 뿐이다.”
2
3
(촘스키, 1969)
2. 의심이 힘이다_표지 3. 완전히 불완전한 사전_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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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제11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발표 The 11th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주최: 심원문화사업회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주관: 격월간 와이드AR 후원: (주)엠에스오토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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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부엌’의 수용과 전개
: 가사노동의 합리화 과정을 중심으로
[경과보고]
Feature
도연정 作
1월 중순 추천작 발표 후 4월 2일(월) 저녁, 당선작 선정을 위한 최종 심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심사가 이뤄진 장소는 해마다 그러했듯 서울 인사동 골목에 위치한 누리레스토랑 문간방이었고,
올해 또한 그랬습니다. 기 추천된 두 편의 응모작에 대하여 3개월에 걸친 심사위원들의 깊이 있는 독회가 이루어졌고 심사 당일 김종헌 교수(배재대, 건축학), 박진호 교수(인하대, 건축학), 우동선
교수(한예종, 건축학), 함성호 대표(스튜디오EON, 건축비평, 시인) 4인의 심사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 열띤 분위기 속에서 심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최종 심사 자리에는 사업회에서 이태규 이사장과 신정환 사무장이, 주관사로 전진삼 본지 발행인이 동석했습니다.
심사는 각 심사위원들이 사전에 작성하여 보내온 심사평을 돌려 읽는 것을 필두로 각자가 심중에 두고 있는 응모자의 연구물을 피력하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최종 심사에서 아쉽게 낙선한 김민아 님의 응모작(북한의 주택 소구역 계획에 관한 연구)에
대해서 그것의 시의성과 참신성 등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진중한 격론이 이어졌지만 원고의 완성도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어 (본문 ‘제11회 심원건축학술상 심사평’ 참조 바람) 다음을 기약하자는 수준에서 마무리 지었습니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1천만 원의 상금(고료) 그리고 1년 내 단행본 제작이 부상으로
주어집니다. 시상식은 6월 중 수상자 초청강연회와 함께 열릴 예정입니다.(일정 추후 재공지 예정)
심원 로고 설명: 불꽃 형상의 대문자 'S'와 기단부의 대문자 'W'는 심원 영문명칭 이니셜의 조합임(디자인 수류산방)
61
수상 소감
평면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는 곧
한국주거가 가지는 한국적 특성, 나아가
한국건축의 정체성 연구에 대한 또 다른
접근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국내연구에서는 다소 생소한 ‘근대부엌(The Modern Kitchen)’이라는 용어의 정립도 연구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학위논문으로서 근대부엌을 연구하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부엌의 학술적 연구 가치에
수상자 도연정
의문을 품는 외부의 시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43, 건축연구소 후암연재 대표)
그러나 인간의 정주공간이 움집 아래 모닥불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던 점을 떠올린다면,
부엌이야말로 한국건축과 주거연구에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주제라 생각합니다. 그 신념을 누구보다 공감해주시고 부엌의 연구
가치와 가능성을 지지해주신 전봉희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학위논문 심사과정 동안 더욱 치열하고 냉철하게 연구 주제와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최재필, 신혜경, 박철수,
전남일 교수님께도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은 연구의 완성도보다 단행본 출간 이후의 발전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주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소중한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김종헌 교수님, 박진호 교수님, 우동선 교수님, 함성호 대표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좋은 책으로 잘 마무리하여 심원건축학술상의 큰 뜻에 보답하도록
1
먼저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의 영광을 주신
이후 한국 주거를 고찰하는 방법으로 ‘부엌’을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학위논문의
하였습니다.
심원문화사업회와 격월간 와이드AR 및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다시 하나의 책으로
설정하였으며, 부엌을 통해 근대를 보고자
엮을 기회를 얻게 되니 설레는 마음을 감출
먼저 전통시대에는 건축으로조차 간주하지도
감사드립니다.
대상으로 부상하며, 비슷한 시기 동서양 사회에
길이 없습니다. 지금껏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본 연구의 큰 줄기는 근대와 부엌입니다.
부엌의 근대화 과정이 아닌, 부엌의 근대성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동안 부엌에
당연시되었던 효율, 위생, 과학, 경제, 여성 등의 가치가 근대 산업사회의 산물이라는 점, 근대 주거공간을 형성하는 비물리적
요인들을 분석하고자 하였습니다. 근대주거의 발전은 전통과 정반대의 방향을 추구해 온
것 같지만 내면적으로는 전통적 구성 원리에 기인한다는 점도 밝히고 싶었습니다. 근대 62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길을
묵묵히 응원해주는 남편 최우성과 아들 지원, 사랑하는 가족에게 지금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않았던 부엌이 20세기를 전후로 사회적 관심의 공통적 현상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더욱이 한국부엌은 전통적으로 취사와 난방을 겸하는 오랜 온돌문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 그에 대조적으로 아주 짧은 기간에 전통의
도연정은 1976년생. 경북대학교 졸업 후 한양대학교
부엌을 부각시켜야 할 이유가 되었습니다.
마치고,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모습을 탈피하였다는 점도 한국 주거연구에서 오늘날 부엌이 서구식에 닮아있지만, 여전히 좌식과 입식의 공간사용방식이 혼재한다는 점도 근대부엌의 수용과 전개과정에 담긴
한국적 특징을 짐작하게 하였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오늘날 LDK로 대표되는 한국아파트의 1. 도연정
및 미국 콜럼비아대학교 건축대학원 건축석사를 취득하였다. 2003년 동경공업대학 연구생을
수료하였으며,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했다. 광운대, 홍익대, 한국전통문화대, 한예종, 세종대에 출강하였으며, 현재 〈건축연구소 후암연재〉에서
한국건축의 전통성과 근대성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심사평
심사위원 김종헌 (배재대 교수, 건축학)
『한국 ‘근대부엌’의 수용과 전개』를 중심으로
시사하는 바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늘어나게 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변화뿐만 아니라 서구의 페미니즘의 주장을
최근 주거의 양상은 1인 가구가 급격하게
있습니다. 한편 소위 4차 산업의 등장과 함께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른 자율주행의 자동차가 보편화가 될 때 주거 유형은 또 한 번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부동산이라고 생각했던 주거가 자율주행의 자동차와 결합하면서 자동차와 주거가
결합하여 움직이는 주거 즉 동산으로 변화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부엌에 대한 문제는 가장 큰 숙제이자 과제로 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주거 공간의 변화에서 가장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지만 부엌은 그렇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부엌에 대한 변화는
남녀의 사회적 역할의 변화 등과 더불어 주거
변화의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의미뿐만 아니라
불의 원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도 가장 큰 변화를 지닌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젬퍼가 이야기 했듯이 불의 저장소로서 주택을
또한 이 논문의 가치는 아파트의 주거 평면의 비롯해서 ‘부엌’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과 함께 서양 주거의 부엌에 대한 변화과정을 함께
비교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가 있습니다.
이는 한 국가나 한 지역의 주거 양상의 변화를 한 지역의 고립된 사회 현상으로 보기보다는
인류사의 보편적인 사회적 흐름으로 살펴보는 데에 있어서도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의 주거 양상의 변화 즉 부엌의 변화 과정을 정확한 하나의 담론으로 성숙시키지 못하고 변화
과정에 대한 현상만을 파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서구의 담론은 많은
자료들을 섭렵하여 매우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으나 우리의 주거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분석
정도에 그치고 있어서 하나의 담론으로 풀어낼 만한 이론적 정리가 부족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의한다고 보면 불을 다루고 있는 부엌은
한편 당선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김민아 선생의 『북한의 주택 소구역 계획에 관한
그런 점에서 한국 ‘근대부엌’의 수용과
사회주의적 도시 이론이 북한에 들어와서
주거의 핵심이자 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개는 한국 사회에서 주거에 대한 의식과
생활 변화를 살펴봄에 있어서 시의 적절한 논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단순히 사회적 변화의 현상을 살펴보기보다는 우리나라
‘근대기 부엌’의 양상이 수많은 변화과정을 거쳐 현대의 LDK형으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심층적으로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최근의
연구』는 소련의 마이크로디스트릭트라고 하는 어떻게 변용되었고 북한의 특수한 사회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가를 살펴보고 있는 매우
가능성 있는 연구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자료 자체의 취득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탓인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실증적인 자료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해 아쉬움을 갖게 되었습니다.
몇몇 단지에서는 아침식사를 같이 공유하는
금회 심원건축학술상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의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논문이
시간이었습니다.
개념이 아이디어 차원이 아닌 실질적인
학문적 열정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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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심사위원 박진호 (인하대 교수, 건축학)
추천작 1. 『한국 ‘근대부엌’의 수용과 전개』
마이크로디스트릭트 주거계획을 북한의 실정에
바탕으로 시대 및 사회적 배경에 따른
이해 및 사례 분석을 통한 “북한 주택 소구역
이 논문은 기초자료의 수집과 선행연구를 생활방식,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위상
그리고 여성성 등이 반영된 담론에 근간한
비판적 해석을 통해 근대부엌으로의 수용과
전개과정을 고찰하고 있다. 이 점에서 저자는 기능적 혹은 유형학적 관점에서 부엌의 변천 과정을 논의하는 다른 논문들과 차별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논문은 먼저 가사노동과 가족 개념의 변화에 따른 여성의 역할, 그에
따른 서양 부엌의 진화 과정과 구성적 변화를 고찰하면서, 근대부엌이라는 개념의 수용
과정에 나타나는 동선의 합리화, 효율성 그리고 위생의 중요성을 논의하고 있다. 그리고는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의 산업화에 따른 부엌의
근대화와 합리화에 기반한 부엌의 형성과정 및 부속 공간의 변화, 한국적 생활문화를 반영한 공간개념으로의 발전 및 이후 아파트로의
수용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근대부엌의
진화 과정과 우리 주거로의 수용 과정에 대한 논의는 흥미롭게 읽었으나, 이 논문이 기존 연구의 담론적 헤게모니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학위논문이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한 이론이나 방법론 구축, 분석이나 해석, 합리적 비판을 통한 연구자의 지식 성장의 발판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
연구에서는 기존 지식을 연구하고 답습하여
관점의 차이를 읽어내는 수준을 넘어서는 어떤 새로운 연구 내용이나 독창적인 연구성과가 조금 미흡하다는 판단이다. 나아가 후속
연구로의 확장 가능성이 어떨지에 대해 기대와 회의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추천작 2. 『북한의 주택 소구역 계획에 관한 연구』 이 논문의 주제는 구 소련의 64
맞추어 현지화한 주택 소구역 계획의 기원과 계획을 파악”하는데 있다. 논제나 연구의
가치 및 중요성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지 답사나 고증
작업을 통한 사례분석 등의 실질적 연구조사가 불가능한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논문을 읽다 보면 그 흐름이나 내용이 북한의 기관지나
출판물에 근거한 자료의 서술에 가깝다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기초자료의 분석이나
해석, 적용의 문제점 및 변용 사례 분석 등 좀더 비판적이거나 이론적 관점에서의 분석이나
논의가 부족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렇다 보니, 연구물을 읽어가는 중 연구내용을 추론하고 추적하고 분석해 나가거나, 새로운
사실이나 해석을 강구해내는 데서 오는 연구의 긴장감이 부족해 보인다. 논문에 삽입된
도면과 도해에 대한 설명과 해석도 부족하여 논고와 함께 잘 읽혀지지 않는다는 점도 큰 문제였다. 현장조사가 불가능한 여건상, 구
소련의 마이크로디스트릭트 주거계획 개념이 적용된 유사 사례의 현지 답사 및 조사, 당시 북한의 상황과 비슷한 정치 경제 하에 있던
해외 사례의 실증조사를 통한 실천적 변용이나 추론 및 해석이 부가한다거나,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의 심층적 분석 및 글과 그림이 상호
보완적 역할이 잘 이루어진다면, 보다 나은 연구결과물로의 발전 가능성, 나아가 향후 연구분야의 심화 및 확장 가능성도 많아 보인다.
심사평
심사위원 함성호
(스튜디오 EON 대표, 건축비평) 추천작 1. 『한국 ‘근대부엌’의 수용과 전개』
공간으로 규정했다는 것은 앞으로 여성성의
자족적인 단위를 만들었다. 북한은 이 모델을
소홀히 취급되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일단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나갔다. 이 논문은 그러한 흐루쇼프식의
서구든 한국이든 주거에서 부엌의 중요성이 서구에서 ‘근대부엌’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그 논의는 무엇이었는지를 밝히며,
관점에서 우리의 부엌을 다시 보게 하는 문제를
그것이 우리에게 수용되는 과정을 서술한
추천작 2. 『북한의 주택 소구역 계획에 관한 연구』
인식을 환기시킨다. 부엌은 인류가 불을
알아야 되느냐? 란, 의문이 든다면 다른 질문을
이 논문은, 부엌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사용하면서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했고, 주거에서 가장 중심적인 공간을 차지했다.
선사시대 움집이나 동굴 주거에서도 불은 항상 그 중심에 있었고, 거기서 음식이 만들어졌다. 오히려 이러한 취사행위가 주거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은 주거의 형태가 보다 문화적으로
변형된 다음이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것은 분명히 가부장 제도가 확립된 이후의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 논문에서는 이러한 부엌의 인류문화사적 접근보다는
서구의 근대부엌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한다.
당연히 논문 저자의 의도는 오늘날의 부엌을
근대적 산물로 보고 접근하자는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서 저자는 직장과 주거가 분리된 상황, 여성과 남성의 공동 작업장으로서의 부엌이
여성이 혼자 일하는 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근대적 산물이라는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근대는 혼잡을 두고 보지 못한다. 전문화를
바탕으로 분화와 분리를 꾀하는 데서 여성이 가사를 전담하는 현상이 근대에 생겼다는
것이다. 저자는 서구 근대의 다양한 이념들이
부엌에 미친 영향을 자세히 거론한 다음 그것이 어떻게 한국에 수용되었는가를 면밀히 밝히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부엌에 대한 다양한 당대의
목소리까지 담고 있는 것은 이 논문의 장점이다. 서구의 합리화와 능률이 뜻밖에 가사노동의 젠더분리를 강조하고, 그것이 한국에
수용되면서 전통적인 관념과 결합해 편리와
합리라는 명목으로 부엌을 여성이 전담하는
우리가 왜 북한의 주택 소구역 계획에 대해서 떠올릴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왜,
베를린의 도시계획이나 파리의 도시계획을 알아야 하느냐? 는, 질문을 당연시 한다면,
앞의 물음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다. 근대의 생활양식은 해방 전부터 우리의 전통적인
근간을 뒤흔들었고, 전쟁 이후 이념의 대립을 겪으며 남과 북은 확연히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 도시가 어떻게 우리의 전통적인 근간을
혁신하며 두 지역에서 나누게 되었는가는 지금 우리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될뿐더러 통일
이후의 한반도의 삶을 조망할 때도 필요하다. 이 논문은 1955년부터 1967년까지 계획된
북한의 주택 소구역들을 분석하면서 사회주의 양식의 합리성과 주민 복지, 사회주의의
가지고 평양, 함흥 등의 지역을 계획해
마이크로디스트릭트가 북한에 수용되면서 어떻게 변화하고,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 나갔는지를 한정된 자료지만 그 추이를
성실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당시 북한의 경제상황과 소규모 주택계획을 연결하는 지점이 누락된 것은 크게 아쉽다.
북한은 1953년부터 1956년까지 진행된 3개년 계획으로 연평균 41.7퍼센트라는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했다. 1953년 스탈린이 죽자
소련 경제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공업을 육성하며 남은 자원들을 소련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했다. 여기서 마이크로디스트릭트란 행복 인프라로서의 도시계획이 수립된다. 그러나 북한은 모든
자원을 중공업에 투자했다. 한 마디로 민중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여유가 없었다. 이
논문에서 이러한 북한의 경제상황과 주택
소구역 계획이 어떤 연결망 위에 있는지 살피는 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을 자료의 한계에도
결론
주택 소구역 계획을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당선작으로 꼽았다. 앞선 연구들을 꼼꼼히
불구하고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북한이 모델로 삼았던 것이 흐루쇼프가 주장했던
마이크로디스트릭트였다. 흐루쇼프 시대에는 과거의 사회주의의 금욕적 실천에서 보다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모든 인민이
번영과 행복을 누리는 복지야말로 사회주의 도시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었다. 한 마디로
도시는 인민의 행복을 위한 인프라가 되어야 했다. 소위 ‘흐루쇼프식 근대’라고 불렸던 이 시기의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하는
방법이 마이크로디스트릭트였고, 여기에는
논의 끝에 『한국 ‘근대부엌’의 수용과 전개』를 소화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부엌에 국한될 이유는 없지만) 페미니즘 건축의
논의를 열어두고 있다는 점은 이 논문의 한계를 저자 스스로도 깊이 인식하고, 그 한계를
연구범위로 정확히 선을 긋고 있어 믿음직했다. 공부는 한순간에 터득하는 돈오頓悟와 같은
것이 아니라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이상한 물리법칙과 같다. 수상자의 끊임없는 정진을 기대한다.
거주자의 모든 수요를 충족시키는 하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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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심원건축학술상│당선작 요약문
한국 ‘근대부엌’의 수용과 전개
: 가사노동의 합리화 과정을 중심으로 글, 자료. 도연정 건축연구소 후암연재 대표
전통사회에서 부엌은 건축적으로 소외된
영역이었으나 근대 이후의 위상은 놀랍도록
달라졌다. 서양의 경우 19세기 후반 무렵부터 부엌이 사회적 논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며, 1920~30년대가 되면 유럽의 근대건축
전시회에서 중요한 주제로 부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서양에 국한되지 않았으며, 일제강점기의 부엌개량론 또한
1920~30년대에 집중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근대부엌’이란 시기적으로 근대기에 등장한 부엌유형이자 부엌의 근대성을 일컫는다.
서구의 부엌연구에서는 이미 ‘모던키친(the Modern Kitchen)’이란 용어로 연구된 바 있으나 국내 연구에서는 다소 생소하였다.
1
본 연구는 부엌의 근대적 성격을 탐구하는
과정과 근대기에 출현한 부엌의 건축적 특성을 고찰하는 것을 포함한다. 서구 근대부엌에
내포된 근대성을 고찰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한국 근대부엌 수용과 전개의 내·외부적
영향관계와 한국적 특수성을 살피고자 하였다. 근대적 가사노동 개념과 서구 근대부엌의 탄생 서구 근대부엌 탄생의 주요한 배경은
가사노동과 여성의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그림 1] 근대적 가사노동이란, 전통사회 집안에서 남녀 또는 대가족
하의 협업, 혹은 하인의 업무로 여겨지던
‘집안일housewiferie’이 가족 중 한 명의 여성,
즉 주부의 몫으로 규정되는 개념을 말한다.
‘가사노동’을 뜻하는 단어가 옥스퍼드 사전에 등장한 것도 19세기 이후의 일이었다.
2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서구 근대사회에서는 부엌에 대한 전혀 새로운 주장이 등장하기
주장이 있었고, 정반대의 경우로서 가사노동을
시작했다. 크게 여성과 가사노동의 관계를
여성의 책임으로 인정하자는 극과 극의 제안이
제안했던 ‘공동부엌’이나 페미니스트들이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그림 2]
고립된 형태의 가사노동, 즉 여성이 홀로
거부하고 제3의 방편을 모색하자는 하나의
전자의 경우는 유토피안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했던 ‘부엌 없는 집’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집안의 가사노동을 모두 책임지는 형태를
1. 서구 근대부엌의 갈래 ⓒ도연정 2. 캐서린 비처의 부엌 ⓒCatharine E. Beecher&Harriot Beecher Sto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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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악시 한다는 주장에 따른다. 그러나 한때의
실험적 시도에 그쳤거나 심지어 소설 속 가상의 부엌처럼 실현 불가능한 계획안에 머물고 말았다.[그림 3]
오히려 근대부엌은 가사노동과 여성의 관계를 부정하지 않았던 후자의 논리를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가사노동은 과거 하인들이 어두운 지하부엌에서 하는 힘든 노동이 아니라
전문적 지식을 갖춘 근대적 활동이며, 주부는 하녀 대신 기계를 다스리고, 가사노동에
있어 노동자가 아닌 경영자가 된다는 주장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이러한 주장은 20세기 초 미국사회에 크게 유행했던 ‘과학적 관리’의 방법론에 따라 더욱 구체화 되었으며,
3
일련의 부엌모델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를
테일러리즘을 수용한 합리적 가사운동이라 불렀으며, 공장 노동자의 효율성 관리와 동일한 방법으로 주부의 동작과 동선을
분석하고 수치화 해갔다. 가사노동의 합리화는 곧 가사노동의 효율성 향상을 의미했다.
산업현장에 적용되던 테일러리즘적 효율성이 근대의 주거공간에 투영되는 순간이었다. 이에 따라 서구 근대부엌은 여성 1인의
작업장으로서 ‘최소면적의 최대효율’이라는 계획원리를 정립하였으며, 이후 자본주의
산업사회와의 돈독한 관계 속에서 발전을 이어갔다.[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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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30년대 위생과 능률의 부엌
일제강점기 부엌개량론은 1920~30년대
미국·유럽의 합리적 가사운동과 근대부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던 때와 비슷한
시기였다. 주부나 여학생을 대상으로 새로운 부엌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부엌을 하인의
작업장이 아닌 주부가 관리하고 경영해야 할 전문영역으로 강조하는 양상도 유사하다. 그런데 한국의 근대부엌 전개는 서구와
비슷하였으나 한편 달랐다. 20세기 초 한국의 가정담론도 근대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강조했던 가정성과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한국의 경우 식민지배 전략의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세기 초의
한국사회가 서구와 같은 본격적인 산업사회로 진입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웠으므로, 일제하 가정담론은 식민지 근대국가의 여성동원을 위한 프로파간다에 가까웠다.[그림 5]
이에 1930년대 한국사회에 강조되었던
‘능률’이라는 키워드는 한국 근대부엌의 시작단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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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크리스틴 프레데릭의 부엌: 부엌동선의 효율성 재고 다이어그램ⓒChristine Frede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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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프랑크푸르트 키친ⓒMagarette Schüte-Lihotzky 5. 동아일보 부엌 관련기사의 연도별 추이(1920년~1939년)ⓒ도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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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부엌논의에서 ‘위생’이 주요
키워드였던 반면, 1930년대에는 ‘능률’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을 의미연결망
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그림 6] 서구 근대부엌의 핵심가치였던 ‘효율성efficiency’이 한국부엌에서는 어찌하여 ‘능률’이라는 역어로 선택되었는지가 먼저 주목된다.
첫째, 가장 직접적으로는 서구 근대부엌의
개념이 일본을 통해 한국사회에 소개되었을 가능성을 들 수 있다. 1880년대 메이지
말기에 이미 일본사회에서는 서구식 부엌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1910년대 일본도 미국의 가정과학운동처럼 테일러리즘을 도입하기
시작했으며, 이때 ‘능률’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1910년대 후반이 되면
능률개념을 바탕으로 한 동선의 단축, 입식화의 추구 등을 지향하기도 하였으므로, 당시
한국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일본을 통해 서구 근대부엌을 직·간접적으로 접했을 가능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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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다. 1920년대 서구사회에서는 프랑크푸르트
키친이 파급력을 넓혀가고 있었고, 1930년대가 되면 미국에서 가정학을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온 여성학자들의 기고문을 통해 그와 비슷한 제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둘째, 과학화의 유행에서 비롯된 능률담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시의 과학은 흔히 생각하는 자연과학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근대사회의 모든 합리적 가치를 통칭하는
단어로 존재했으며, 전통적 미개함을 깨우쳐줄
신문명과 같은 의미로 통용되었다. 이때 과학의
실천에 능률이라는 단어가 동반되었고, ‘과학적 방법’을 통해 능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지만, 사실상 정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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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함을 과학으로서 깨치고 합리적인 생활을
셋째, 생활개선운동의 전개에 따른 능률의
이름으로 통용되는 것은 1920년대 이후의
투영되기 시작했다.
있었지만, 이것이 본격적으로 ‘생활개선’의
산하의 생활개선연맹회의 결성에서 비롯된다.
무엇이 과학인지를 명시한 바는 없다. 문명적 추구하자는 무조건적 능률담론이 부엌에
강조였다. 생활을 고치자는 논의는 이전부터
일이었다. 구체적으로는 1924년 총독부
6. 동아일보 부엌 관련기사의 의미연결망 분석(좌–1920~30년대, 가운데-1920년대, 우-1930년대) ⓒ도연정 7. 일본 중등가사교과서에 실린 개량부엌(좌, 1931), 스즈키 취사대 그림과 광고(우, 1930)ⓒ内田青蔵 8. 『생활개선의 규칙』 ⓒ일본생활개선연맹회(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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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개선운동에서 강조한 모든 일을
국민생활 근대화사업이었다. 주거환경의
탈피하고 서구적 생활방식을 장려하는
생활전반의 능률을 촉구했다. 사실상 1920년대
하였으며, 주택의 가장 기능적 부분으로서
근대화와 연결 짓거나 가정의 중요성과 여성의
능률적으로 하자는 구호였으며, 부엌을 포함한 이후의 생활개선운동은 전시에 대비하여 자원과 물자를 아끼기 위해 허례허식을
개선과 생활방식 개조의 이중적 목적에 기반 부엌개량사업이 재개되었다.[그림 10]
피하고 생활을 간소화하자는 목적에 따른
의미함과 동시에 ‘능률적, 합리적’일 것을
높아졌다.[그림 7] [그림 8] [그림 9]
지시했다. 서구사회에서 말했던 ‘가사노동의
따라서 당시 부엌에 강조되었던 능률이라는
합리화’라는 문구가 신문과 잡지에 자주
가치는, 서구의 근대부엌이 말하는 가사노동의
등장하였으며, 서구식 입식부엌은 곧 능률적
합리화, 즉 동작의 수치화와 분석, 쓸모없는
부엌이라는 인식이 한국 주거문화에 퍼져갔다.
동작의 제거와 동선의 압축과 같은 효율성
부엌에서의 ‘능률’은 한국 부엌이 가야 할
개념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다.
궁극적 지향점이 되었으며, 부엌의 모든
그보다는 오히려 주부의 성실, 근면, 절약,
동작과 동선을 분석하고 수치화하자는 학계의
연구, 노력을 강조하는 규범으로서의 능률에
연구도 이어졌다. ‘능률적 부엌’은 경제개발기
가까웠다. 부엌개량론에서 식모의 존재를
한국사회가 추구했던 근면, 성실, 경제, 절약
맹렬히 비난했던 것에 반해, 박길룡 등이
등의 문구에도 부합하였다.
제시한 개량부엌에서도 실제적 작업자는
한편, 농촌부엌의 개량과정에는 서구 근대
식모로 상정되는 등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사회주의자들이 주장했던 공동부엌의
개량부엌에 제시된 취사·난방의 분리나
10
제안이 아닐 수 없었으나, 일부 계층 부엌의
국민계몽과 여성동원의 의도가 엿보인다.
부분적 개량에 지나지 않았다. 부엌개량론은 실제적으로 부엌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와
이전 시기 부엌개량론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서구식의 부엌을 만드는 것은 ‘근대적’임을
발발하면서 생활의 간소화 목소리는 더욱
입식화덕의 설치 등 방법은 당시로서 파급적
의무로까지 확대해석하는 현상이 그러하다. 못했다.
것이었다. 1931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이
좁히지 못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의도를 관찰할 수 있다. 부엌개량사업을 조국
1960~70년대 정부 주도의 부엌개량 사업에는 부엌개량을 통해 전근대적인 생활방식을
형태가 일시적으로 도입되기도 했다. 농촌의 부엌사용방식은 도시의 경우와 다르며 농가 주부의 가사노동 이중부담도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공동취사장’을 운영했다. 농촌가정의 가사노동 합리화의 취지였으나, 어디까지나
식민계몽이라는 이중적 의도가 양립하였으며, 구체적 성과물이나 파급력을 갖지 못한 채 담론상의 전개에 머물렀다.
경제발전기 능률적 부엌과 아파트 부엌의 시작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한국 사회의
주거담론은 국가재건과 맞물려 전개되었다.
국가재건사업은 국민생활환경의 복구와 동시에 의식주 개량과 같은 계몽운동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1950년대 ‘신생활운동’, 1960년대 ‘재건국민운동’, 1970년대 ‘새마을운동’은 70
11
9. 박길룡 <K씨 주택의 부엌> 재작도 ⓒ서울대건축사연구실 10. 정인국의 ‘부엌 개조 전·후의 평면도’ ⓒ정인국 11. 새마을운동의 공동취사장 설치 ⓒ국가기록원
일시적 사업에 불과하였으며 보편적인
한국사회에 소개된 용어이며, 기본 원리는
몇 년 후DK와 L의 구획형태가 점차 달라져,
아니었다. 근대부엌이란 곧 개별적 부엌, 즉
식침분리론이란, 의미 그대로 ‘먹는 장소와
5단지의 20~30평형대 평면을 보면 L과 DK
한국 근대부엌의 한 유형으로 수용된 것은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핵가족 생활을 전제로 한 부엌유형을 지향했다.[그림 11]
1970~80년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싱크대 보급이 증가하면서, 한국 가정의 부엌은
외형적으로 서구식 입식부엌과 더욱 닮아갔다.
서구식 부엌에 대한 비판적 고찰 없이 단기간의 개량을 목표로 추진하였다. 결과적으로 ‘서서
니시야마 우조의 ‘식침분리론’(1942)에 따른다. 자는 장소를 분리하여 계획하자’는 주장으로,
전후 일본 공영주택 계획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준 개념이다. 2개의 방과 DK가 있는 평면을 일컫는 ‘2DK’는 일본 공영주택의 원형이며 전후 일본 주거문화의 획기적 발명품으로 평가받는다.[그림 12]
1973~74년 반포주공 1단지, 1976년 잠실주공 사이의 경계가 유리문, 아코디언식 접이문, 커튼 등으로 다양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1976년
사례에서는 부엌과 거실 사이를 단순히 천정의 아치 정도로 구분하거나, 아예 문을 달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부엌이 거실에서 보이지
않도록 평면상의 꺾인 위치에 계획한 경우도 있었다. 1970년대 말 1980년대 초가 되면
일하는 동작’으로 재편하여 작업의 효율성은
거실과 DK 사이의 경계가 완전히 없어지고
높일 수 있었지만, 한국적인 부엌사용방식을
오늘날과 같은 LDK평면이 만들어진다. 즉
전부 수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DK와 L(거실)간 경계의 변화는 1970년대의
장독대와 같은 전통적 부엌부속공간의 수용
초중반을 거치면서 ‘단절-유연-소멸’의 짧은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에는 전통적 생활습관을
과도기를 거쳤다. 1980년대 이후의 단계를
버릴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당하기도 했다.
LDK형 부엌이라 명명한다.
1960년대 말 ‘장독대 없애기 운동’이
식당의 측면에서 보자면, LDK형 부엌은 DK가
대표적이다. 관주도의 급진적 주택정책은
거실과 단절된 형태보다 거실에 개방된 형태로
한국인의 뿌리 깊은 생활문화를 되돌아볼
이행한 결과와 같다. 1970년대 초에 등장한
여유를 주지 못했다.
거실과 단절된 DK 유형에 대한 선호도가
서구 근대부엌의 계획적 속성은 경제발전에
채 10년을 넘지 못했다는 선행연구가 이를
따른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가정성 가치에
뒷받침한다.
더욱 힘입었다. 외형적으로 모방하는 것에
그런데 한국보다 DK를 먼저 도입한
그치지 않고 근대부엌에 내포된 이념적·계획적
일본의 경우, 우리와 크게 다르다는 점이
속성까지 유입되어 들어왔다. 다시 말해
흥미롭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일본의 DK는
외형적으로 아무리 부엌이 편리해진다 하여도
1955년 공영주택에 최초로 도입되었다.
부엌이 여성 1인의 작업공간이라는 최초의
일본주택공단은 별도의 거실을 두지 않고
설정은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이를 아파트
DK와 방(R)만으로 구성된 nDK형을
부엌을 중심으로 한 한국 근대부엌의 초기적
1975년까지 지속적으로 건설하였다. 기간으로
모델 형성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보자면 약 20년간이다. 여기에 거실(L)을
이는 또한 ‘좌식과 입식’, ‘전통과 근대’, ‘합리와
비합리’라는 이분법적 특징을 보여준다. 초기의
12
추가한 nLDK형의 보급은 1970년대 초반까지
아파트 부엌 형성에서 ‘합리화’는 가사노동의
동선이 아닌 설비의 합리화가 우선시 되었다.
한국의 경우도 식침분리와 비슷한 논의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인식에서 부엌은
일제강점기 주택개량론에서 찾아볼 수
적극적으로 건설되었다. 비로소 일본 공영주택
있다. 그러나정확히 ‘침식분리
여전히 반외부공간인 전통적 주거개념에
묶여있었던 것을 볼 때, 비록 형태는 서구식을 갖추었으나 부엌을 사용하는 한국적
생활방식이나 공간인식마저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근대부엌이 한국적으로 정착되는 과정에는
‘식당’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크게 작용하였다. 여기에는 DK LD
, LDK
Living Dining
, LK
Living Kitchen
,
라는 여러
Living Dining Kitchen
변수를 염두에 두고 1960~80년대 부엌을 아파트 평면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 혹은
‘식침분리’라는 논제가 등장하는 것은 1960년대 초의 일이었다. 대한주택공사는 1959년 한때
평면에 거실(L)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 nLDK형의 보급률은 197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nDK를
국민주택 표준설계에서 부엌 옆 찬마루 공간을 식당으로 쓸 수 있도록 넓게 계획한 적이 있고, 1963년에는 LK를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의
기록에도 ‘대담한 시도’로 평가하였던 이러한
현대부엌과 DK, LK, LD, LDK Dining Kitchen
寢食分離
저조한 수준이었다가 1970년대 후반부터
DK는 1955년 일본 공영주택 51C형을 통해
유형은 입주민의 반발에 부딪혔고, 이내 좌절되었다.
1962년 마포아파트에서는 부엌과 거실을
완벽히 분리시켜 계획하는 L+K형을 취했다.
그러나 1970년 한강맨션에서 식탁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L+DK를 형성했다. 식당을 겸하는
부엌은 문으로 구획되어 있고 필요시 거실과
완전히 단절될 수 있는 형태였다. 그런데 불과
13
12. 니시야마 우조의 식침분리론 다이어그램 ⓒ西山夘三 13. 公営51C型 ⓒ内田青蔵
71
넘어설 수 있었고, 1980년대부터 nLDK가
보편적 유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정리하자면, 일본 공영주택에서 DK라는 부엌 유형, 즉
별도의 거실을 두지 않고도 부엌 겸 식당만으로 공실公室을 사용하는 방식은 1955년 최초
등장한 후 1970년대 중반까지 큰 거부감 없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그림 13] [그림 15] 이러한 차이는 부엌과 식당을 합치는
사용방식에 대한 거부감의 차이를 짐작하게 한다. 식침분리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니시야마 우조가 적용하고자 한 것은
전통주거공간에 없던 식당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서민생활에 존재하였던
식사문화를 응용한 것이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온돌, 마루, 부엌이라는
주거공간 구분이 뚜렷했으며, 식사는 항상
고급의 공간에서 행했다. 근대부엌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배선동선 단축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부엌을
14
부엌에 대한 보수적인 공간인식을 보여준다.
정착한 근대부엌이라 할 수 있다.
거실과 분리시키려는 경향이 강했다는 것은
부엌은 이러한 절충과정 끝에 한국 아파트에
물리적 경계가 사라진 공간구성에 대해
따라서 아파트를 모델로 서구식 주거 근대화를
선행연구에서 말한 바와 같이 거실이 ‘마루’의
이러한 경향이 관찰되기 시작하는 시기가
지향하였다 하더라도 DK가 완전히 수용되는
데에는 부엌에 대한 전통적 공간인식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반면 거실의 경우, 등장단계에서부터 부엌과는 차별된 공간적 위계를 내포했다. 마포아파트 거주민을 대상으로 거실을 부르는 명칭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971년 1차 조사는
‘마루, 거실, 응접실, 마루방, 큰방, 가운데 방, 현관방, 바깥방’ 등으로 다양했다. 그중에서
마루와 거실의 순으로 부르는 비율이 높았고, 이는 1978년 2차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한국 주택에서 마루는
생활상의 기능과 공간적 측면에서 신성 공간의
위계를 이어받고 전통적 인식의 연장선에서 발달해 온 것이라면, 부엌은 능률이라는
근대적 가치에 의해 ‘주방’의 새로운 위상을 얻게 되었다. 식당은 고급공간에서의 식사
전통과 근대적 능률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위치로서, 짧은 기간 안에 거실과 부엌의
균형점을 찾아주었다. LDK형 부엌에서는 더 이상 가족의 식사가 필요에 따라 부엌, 방,
거실을 오가지 않아도 되었으므로, 비로소 온전한 식침분리의 생활방식도 정착할 수
있었다. 식당은 한국 근대부엌의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성격이 강했다. 지속적으로 거실을 마루로
부엌에 대한 분리와 통합의 이중적 요구
위계를 이어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되면서 부엌의 장식성도 점차 증가했다.
인식했던 경향을 볼 때, 거실은 마루의 공간적 따라서 만약 전통적으로 방에서 행하던
식사를, 집안 어딘가에 따로 장소로 옮겨야 했다면, 상대적으로 공간적 위계가 높았던
거실이 부엌보다 선호되었을 것은 당연하다. 거실과 단절된 DK는 근대부엌의 능률이란
가치에는 적합하였지만, 부엌에 대한 보수적 공간인식까지 쉽게 넘어설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근대부엌의 능률을
유지하면서도 식사장소로서의 공간적 위계를 보완해주는 방법으로 ‘거실에 개방된 형태의 DK’를 선택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LDK형 72
부엌이 거실에 개방되는 형태를 취하게
특히 주택시장이 아파트 위주로 활성화되고,
모델하우스 등에서는 아파트의 상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엌을 최신식 부엌가구와 가전으로 포장했다. 1970·80년대의
부엌이 ‘주방’이라는 명칭으로 전통부엌과 다른 점을 강조했다면, 1990년대 이후는 ‘시스템키친’이라는 차별화된 용어도
대중화되었다. 최신식의 부엌설계를 통해 현대
한국 부엌에서 가사노동의 합리화는 이제 더할 나위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그림 14]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거실·식당·부엌의
14. 일본 공단주택 평면형의 변화(DK -> LDK) ⓒ도연정
사람들이 다시 불편함을 느낀다는 점이다. 1980년대 중후반이라는 점도 큰 의미를 가진다. 1980년대이라고 하면 식침분리가 보편화되고 거실 중심형 LDK 평면이 보편화되었다고 평가하는 시기이다. 즉, 거실(L)-식당(D)-
부엌(K)간의 물리적 경계가 없어진 이후 등장한 새로운 고민으로 볼 수 있다.
주민선호도 분석을 통해 부엌과 식당이 거실 등과 적절한 시선차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에 대한주택공사(1987)의 조사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설문조사를 통한 차단의
요구정도로는, 식당에서 부엌은 비교적 완전
개방(87%), 거실에서 부엌은 시선차단(61.9%), 냄새·소리 차단(21.3%)의 순서로 조사되었다.
주된 이유로는 주부들이 시선, 냄새 등의 문제 때문에 부엌을 분리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분석, 부엌이 늘 정돈된 상태로 있어야 하는
점에 부담을 느끼거나 부엌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다는 이유가 관찰된다.
부엌은 자칫 지저분해지기 쉬운 장소임으로,
거실 측에서 시선을 차단하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하다. 동시에 모순적으로 부엌에 서서
일하는 가족(주부)의 입장에서 거실과 개방될 필요성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다고 L과 DK
사이를 다시 문으로 구획하는 1970년대 초의 L+DK 형태로 회귀한 것도 아니다. 식당은
부엌과의 동선 단축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거실과의 개방감을 전제로 한국 주거에
15
정착하였으므로, 부엌을 다시 분리하거나
산입되지 않는 후면공간을 발달시켜가고 있을
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근대부엌은
수 없었다. 즉, 한국 근대부엌에는 ‘분리와
보조주방이 대표적 사례가 된다.
오히려 비합리적이라 부정했던 부엌에 대한
차단하는 식의 평면으로 간단히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일부 아파트에서 운용되는
통합’이라는 모순된 요구가 혼재하게 되었다. 이것을 전통적 주거공간 인식과 근대적
공간재편 사이의 작용·반작용으로 해석하였다.
다시 말해, LDK아파트의 부엌은 전통시대에서 완전히 위상이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부엌을 타주거공간과 분리하려는 고정관념은 향후 한국 주거공간이 전개되는 여전한 동인 수 있다.
이될
動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사노동 중에서도
특히 식생활과 관련된 분야의 사회화 속도가 유난히 늦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식생활과 관련한 주거공간에 대한 인식변화도
그러하리라 쉽게 예상된다. 부엌이 거실에 개방되고 화려해지는 속도와 전통적
공간인식의 변화속도가 반드시 일치하는
부엌부속공간의 필요성은 지속적이며, LDK형
부엌이 거실에 더욱 개방되는 형태를 취할수록 더욱 상승한다. 이미 2010년대 이후 아파트
설계에서는 면적이 허락하는 한 DK내부에서도 취사와 식사공간의 간이벽이 등장했다. 이것은 LDK형 부엌이 보편화 될수록 일정부분을 가리고자 하는 반대의 욕구를 보여주며,
한국 근대부엌에 혼재하는 거실과의 통합과
분리에 대한 모순된 요구를 보여준다. 이것을 근대부엌 계획의 기본 원리에 대입해보면,
‘가사노동의 합리화’라는 명제에 맞지 않는다. 이를 ‘가사노동의 비합리화’라고 바꾸어 부를 수 있다면, 이는 곧 근대의 반대, 전통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것은 아니다. 오히려 거실에 맞추어 부엌과
오늘날 한국부엌의 전통성과 근대성
진짜 작업공간을 가리거나 어딘가에 감추고자
시도되지 않았던 ‘근대부엌’이라는 개념을
식당공간을 꾸미고자 할수록, 더러워지기 쉬운 하는 요구가 발생할 것이다.
가장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냄새나 오염 등 식당의 영역성에 방해가 되는 행위와 물건들을 수용하는 또 다른 부속공간의 발달이다.
예전처럼 부엌과 다른 주거공간을 완전히
구분하는 평면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눈에
띄지 않는 다른 공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면적이 제한된 도시주택의 경우라면, 새로운 방을 만드는 것보다는 전용면적에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부엌연구에서 지금까지 기준으로, ‘가사노동의 합리화’ 관점에서 한국 근대부엌의 형성과정 및 특징을 분석하였다.
한국의 근대부엌은 서구 근대부엌을 탄생시킨
외형적으로 서구 근대부엌을 향해 달려왔지만, 전통적 개념과 사용방식에 따라 조율되기도 하였다.
‘가사노동의 합리화’가 목표했던 것과는 달리, 근대부엌에는 여전히 비합리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서구의 연구에서 지적하듯이
근대부엌의 등장만으로 여성이 가사노동에서 해방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은 아직도 논란 중이며, 대중적으로 유명한 프랑크푸르트
키친과 한국 부엌 근대화의 관련성에 대한 신화적 평가도 수정되어야 함이 옳다.
향후 한국 부엌의 계획에 있어서는 좌식과 입식, 전통과 근대, 비합리와 합리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벗어난 방법론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면형 부엌’이나 ‘가족참여형 부엌’과 같은 미래지향적 부엌연구에 있어서는
공간적 평등과 성적 평등을 동일시하는 관점도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는 서구 근대부엌 계획이념에 내재하는 여성성에 대한 더욱 심도 있는 젠더 관점의 연구가 부가되어야 할 것이다.
‘가사노동의 합리화’라는 개념이 ‘능률’이라는 변용적 인식을 거쳐 한국 주거공간에 구현된 결과물이었다. 본 연구를 통해 선행연구에서 충분하게 다루지 못했던 근대부엌의 형성
배경과 부엌의 근대성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한국 현대주거에 공존하는 전통과 근대의
15. 한국 공공아파트 평면형의 변화(L+K -> L+DK -> LDK) ⓒ도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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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비평
투시도의 깊이에 매몰된 정면성과 파편
: 김산의 〈퍼스펙티브(Perspective)〉 연작 비평, 갤러리 소소 글. 현명석 본지 비평위원, 서울시립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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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산, Structure L 19-6, 100cmx100cm, digital print, 2019
정면성과 깊이
그것 참 이상하지 않은가? 거울을 보라. 반사가 없이 전적으로 불투명하다.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저 팔은 … 저 사람의 것이라 할 수 없다. 손은 얼굴 크기와 맞먹는다.
모든 것이 탈구돼 있다. 모든 부분이 분리돼 있다. 이것은 큐비즘보다 60년 앞선
큐비즘이다. 깊이가 없지 않은가? 투시도가 없다. 1)
인용한 글은 건축가 존 헤이덕John Hejduk이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Jean-AugusteDominique Ingres 가 그린 〈오송빌 백작부인 초상화〉(1845)를 두고 한 말이다.[그림2]
헤이덕이 이 그림을 보며 느꼈을 법한 감각, 그리고 그가 다이아몬드 주택이나
벽 주택 연작, 또는 그것을 모호한 방식으로 재현하는 직각-오블리크 드로잉 등
이론적, 실천적 건축작업을 통해 일관되게 탐구했던 어떤 긴장과 불안의 감각은,
일견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립항 사이 불편한 공존에서 비롯된다.[그림3] 이 때
대립항이란 불투명성과 투명성, 이차원과 삼차원, 단면과 평면, 유한함과 무한함 등, 궁극적으로는 정면성과 깊이로 요약될 수 있다.2)
정면성과 깊이의 문제는 건축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다. 정면성은 건축물이 보는 이의 직면confrontation 또는 침잠absorption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것이 갖는 (시각적)
속성이며, 깊이는 이러한 정면의 뒤편에서 펼쳐지는 공간의 (촉각적) 속성이다. 이
주제는, 건물에서 우리가 대개 파사드라고 부르는 (이차원) 정면과 그 뒤로 펼쳐지는 재구축의 여전히 중요한 동기로 작동하는 한, 건축에서 필히 다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정면성과 깊이의 문제가 현대건축 이론과 실천에서 본격적 논의 대상이 된 것은 콜린 로우Colin Rowe가 로버트 슬럿츠키Robert Slutzky와 함께 1963년에 발표한,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글인 ‘투명성: 실제와 지각(Transparency: Literal and
Phenomenal)’ 이후다. 주지하다시피, 로우는 이 글에서 화면 배경ground을 조직하는
격자 속에 형상figure을 결부시키는
동시에 그 형상을 은근히 드러내는 분석적 큐비즘 회화의 전략을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슈타인Stein
주택에서 일련의 중첩면들이 조직하는 공간 구축의 전략과 동일한 범주의
것으로 묶어냈으며, 이것을 물리적인
실제 재료의 투명성과 구별하여 다층적
모호함을 지향하는 ‘지각적’ 투명성이라
Exhibition Review
(삼차원) 공간이 함께 있는 한, 그리고 드로잉이나 사진 등 시각매체가 건축재현과
이름 붙였다. 로우가 포착한 이러한
두 가지 다른 투명성은 또한 건축을
이루는 요소의 구성하거나 구축하는
전략의 차이를 뚜렷이 드러내기도 한다. 로우는 매스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 나감으로써 움직임의 감각을
노골적으로, 즉 ‘말그대로’ 투명하게
드러내는 바우하우스Bauhaus 교사를,
2
마치 원심력으로 인해 방금 막 회전이 시작된 내부를 팽팽하게 당겨진
불투명한 막으로 에워싸 가까스로
가라앉힌 듯한 양상의 슈타인 주택과 효과적으로 대비시킴으로써, 후자에
은근하게 제시된 긴장과 불안의 감각을 하나의 건축적 특질과 전략으로서 통찰력 있게 제시했다.
3
2. Jean-Auguste-Dominique Ingres, Portrait of Comtesse d'Haussonville, 1845 3. John Hejduk, Wall House 2, isometric drawing, 1973
75
76
이러한 정면성과 깊이의 문제는 쉬보브 Schwob 주택에서 라 투레트
La Tourette
수도원에
이르기까지 로우가 르 코르뷔지에의 작업을 독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열쇠가 되었으며, 이후 헤이덕이나 피터 아이젠만
Peter Eisenman
등의 개념적이고 자율적인 건축작업의 근거가 되었다.
것이다. 왜곡이 있을지언정 모호함은 없다. 따라서 나는 〈퍼스펙티브〉 전시 도록에 실린,
김재도가 김산의 작업을 평가하는 다음과 같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기서 복합성은 일단 화면에 구현된
다시점을 통해 이루어진다. 작가가 구현해 낸
가상의 공간은 전통적인 원근법이나 카메라
옵스큐라가 작동하는 것처럼 하나의 점(구멍)을
투시도 틀과 기법의 한계
중심으로 3차원의 공간이 무한히 펼쳐짐으로
로우가 지각적 투명성의 개념을 통해
제시한 불투명한 정면과 투명한 깊이의
전체로서 파악될 수 있는 시각적 가상 공간이
문제,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은밀한 공조에서
아니다. 3)
감각에 익숙하고 그 가능성을 알고 있는
김산의 작업에서 만약 어떤 복합성이 읽힌다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모호함이나 낯섦의
관객에게, 최근 갤러리 소소에서 전시된 김산의 〈퍼스펙티브(Perspective)〉 연작은 다소 당혹스럽다. 강한 투명성과 깊이에 파묻힌
나머지, 상대적으로 모호함이나 낯섦이 읽히지 않는 까닭이다. 〈퍼스펙티브〉 연작의
모든 사진작업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그것의
구성 틀이다. 개별 사진작업은 하나의 장소를
조금씩 다른 시점에서 촬영한 다섯 장의 사진을 조합한 결과인데, 다섯 장 가운데 한 장을
마치 정면처럼 화면 중앙 부근에 배치하고
그것은 그가 구현한 ‘다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산이 그의 작업을
통해 ‘구현해 낸’ 것을 어떤 ‘가상의 공간’으로 본다면, 즉 그것을 이차원 화면 위에 펼쳐진 시각 요소들의 작용을 통해 보는 이의
머리mind 속에서 재구축되는 공간으로 본다면, 그 공간은 오히려 하나의 시점과 소점으로
모아지는, ‘전체로서 파악될 수 있는 시각적 가상 공간’에 정확히 부합한다.
나머지 네 장을 사다리꼴로 변형시켜 그것의
건축 질료의 변수
배치한다는 점에서, 그것의 구성 틀은 상자
발생하기 마련인데, 김산이 이러한 경계를
상하좌우에 마치 천장, 바닥, 또는 벽처럼
안을 들여다보는 일소점-투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러한 일소점-투시도의 틀, 특히
화면의 네 변에 붙는 네 장의 사진이 취하는 사다리꼴이나 그로부터 비롯되는 사진 속 시각 요소들의 왜곡은, 전체 사진을 더욱 투시도에 가깝게 만들어 지각적 구축
construct
phenomenal
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간의 원근감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김산이 취하는 구성의
틀과 테크닉은 통상 이차원 화면으로 재현되는 삼차원 공간을 공간으로 읽게 해주는 다양한
시각 신호cue, 예컨대 둘 이상의 비슷한 요소들 사이 상대적 크기나 밀도의 증감을 더욱
과장할 뿐, 의외성을 촉발시키는 데는 한계를 드러낸다. 사진이 지시 또는 참조
하는
reference
내용, 즉 사진이 투명하게 보여주는 피사체가 무엇인지 와는 별개로 사진 자체를 공간
이질적인 것들을 접합할 때는 반드시 경계가 다루는 방식은 그 경계를 감추거나 없애고자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20세기 초 아방가르드의 꼴라주나 몽타주를 닮았다. 사진과 사진 사이 이음새seam가 적극적으로 드러난다는 말이며, 이러한 전략은 디지털 기술 이후 등장한
중요한 하나의 경향으로 볼 수 있는 이음새
없는seamless 접합의 전략과는 분명 달라 보인다. 굳이 건축적 개념으로 유추해본다면, 김산의 전략은 미분기하학을 근거로 하는 매끄러운
연속적 변이variation보다는, 이음새의 분절성을
강조하는 탈구축deconstruction에 가깝다.
그러나 김산이 고집스럽게 유지하는 일소점투시도의 구성 틀은 탈구축의 지향점인
파편화를 오히려 제어하는 장치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꼴라주나 몽타주의 바탕이
되는 백지상태tabula rasa, 또는 구조나 다양한
구축을 위한 시각 신호들의 집합으로 볼 경우,
방식으로 변이가 가능한 (로우가 해석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네모꼴을
안에서 주변부와 중심부는 애초에 어느 정도
김산의 작업은 일소점-투시도의 전형에서 사다리꼴로 변형시켜 발생하는 왜곡에서
오는 일시적 낯섦이 있긴 하지만, 이는 우리가
이미 알 법한 피사체의 낯선 모습에 기인하는 4. 김산, Structure L 19-3, 100cmx100cm, digital print, 2019
큐비즘의 격자와는 달리, 일소점-투시도의 구조 위계를 갖고 설정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배경과 구상의 자리는 이미 정해져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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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산의 작업이 어떤 파편의
갖는다.
다루는 매체이자 질료인 서로 다른 사진을 서로
등 이른바 건축가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감각을 촉발한다면, 그것은 작가가 직접
접합하는 방식, 즉 테크닉에서 비롯되기보다,
화이트블록 갤러리나 부천아트벙커 B39
사진과 건축가 없는 토속적vernacular 건축이나
질료가 되는 건축적 피사체 자체의 특질에서
풍경을 대상으로 한 사진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 역시 짚을 필요가 있다. 〈Structure
특질이란, 사진이 투명한 기록의 매체로서
투시도의 틀을 명백한 의도와 함께 교란시킨
그가 선택하고 촬영하는 대상, 즉 사진의 비롯된다. 여기서 건축적 피사체 자체의 기술
하는 건물의 특질을 말하는 것이
記述
아니다. 오히려 그 건축적 피사체가 하나의 시각 형식으로서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L 19-7〉는 김산의 여러 작업 가운데 일소점
경우로, 화면 왼쪽에 배치된 사진에서 작가는 의도적으로 근경과 원경의 전후 관계를
드러내는 그것의 불투명한 속성, 다시 말해
역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도된 다중소점에도 불구하고 〈Structure L 19-7〉에서
에 가깝다. 남기는 어떤 흔적 또는 결 〈 〉 예컨대 Structure L 19-6 에서는 피사체인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Structure L 19-7〉에서 시각 신호로
건축이 사진의 화면 위에 납작하게 압축되어 grain
파편화의 강도가 앞서 언급한 작업들에 비해
상대적 크기나 밀도의 시각 신호로 작동하는
작동해야 할 요소들이 추상적 형태form보다는 형상figure에 가까운 탓일 것이다. 〈Structure
특히 화면 위쪽과 왼쪽에 배치된 것은
요소가 또렷하게 분절된 형상으로서 배경과는
화이트블록 갤러리의 계단이 깊이를 암시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계단 가운데 일부,
통상적인 일소점-투시도의 위계적 구성을
교란시킨다.[그림1]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지점에서 계단은 대개 중앙으로 집중되는
일소점-투시도의 방향성과는 다르게 중앙부를
L 19-7〉에서 다중-소점을 파생시키는 시각 두드러지게 달라 보인다는 말이며, 이것은,
로우의 어법을 빌자면, ‘실제적’ 투명성에 더 가깝다.[그림 6]
비켜가거나 화면을 가로지르는 방향성을
또 다른 가능성
건축의 단면적 특질, 즉 바닥면과 계단이
유지하는 것에서 그의 지향성, 즉 투시도
더해주는데, 이는 실제로 피사체가 되는
위아래로 오픈된 공간 안에 자유롭게 배치된
것에 기인한다. 부천아트벙커 B39를 피사체로 하는 〈Structure L 19-3〉이나 〈Structure L 19-4〉에서 역시 건축적 특질은 사진의
특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그림 4와 5] 〈Structure L 19-3〉에서는 화면 속 일소점투시도에서 ‘바닥'과’ ‘천장’을 이루는 일부
선적 요소들이 중앙을 향하기보다 그로부터 비켜 가 또 다른 잠재적 소점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Structure L 19-4〉에서
특히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화면 왼쪽에 붙는 사진 속 격자 철골과 X자 브레이싱에서 비롯되는 패턴이 화면 중앙에 배치된
정면과는 다른 또 하나의 정면을 제시하는 것, 또는 화면 중앙 아래쪽에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마치 함정과 같은 구멍이 배치된 것 등이 인상적이다. 따라서 〈Structure L 194〉는 피라네시Piranesi가 그려낸 〈감옥〉을
닮았으며, 그것이 사진이라는 재현매체를 통해 제시하는 이러한 긴장과 불안의 감각은 실제 부천아트벙커 B39의 건축성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단지 기록이나 미학의 층위를 넘어
작가가 일소점-투시도의 틀을 고집스럽게 가운데서도 가장 정형적인 일소점-투시도의 한계를 가능성으로 바꾸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바로 이러한 지향성이 김산의 작업을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듯 고정된
일소점-투시도의 틀 안에서 결국 차이를 만들어내는 변수는, 적어도 〈퍼스펙티브〉 연작
안에서는, 접합의 테크닉보다는 피사체로서 건축 자체가 갖는 형식적 특질이 될 수밖에 없다. 작가가 취사선택하는 건축의 특질에
따라 사진작업의 특질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이후 김산의 작업이 어떤 방향을 취할지, 과연
피사체인 건축의 특질에 대한 의존을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작가는 필자와 대화하면서 또 다른 돌파구로서 매체의 변화를 실험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차원 화면에 머무르지 않고 삼차원 매체를 탐구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매체의 차이가 건축의 차이에 더해 어떤 기제로 작용해 어떤 의미 있는 가치와 가능성을
생성해낼지. 김산의 이후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 까닭이다.
하나의 예시exemplification로서 중요한 가치를 5. 김산, Structure L 19-4, 100cmx100cm, digital prin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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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김산, Structure L 19-7, 75x120cm, digital print, 2019
자료 협조
그림 2, 3: 필자 제공
그림 1, 4~6: 김산+갤러리 소소 제공
1) John Hejduk, Mask of Medusa: Works 19471983 (Rizzoli, 1985). p.76. 2) 특히 존 헤이덕의 벽 주택은 바로 이러한 정면성과 깊이의 대결과 공존의 양상을 건축 형식 안에 함축적으로 담아낸 작업이다. 헤이덕은 벽 주택이 촉발하고 지향하는 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점-선-면-볼륨의 문제, 사각형원-삼각형의 사실, 중앙-주변-정면-오블리크-요철, 그리고 직각, 직교와 투시도의 수수께끼, 구-원통-피라미드의 이해, 슬라브와 수직-수평의 문제, 이차원-삼차원 공간에 대한 논쟁, 유한한 영역과 무한한 영역의 범위, 평면과 단면, 그리고 공간적 확장-수축-압축-긴장의 의미, 규준선과 격자의 방향, 함축적 대칭에서 다이아몬드의 비대칭과 대각으로 향하는 것의 의미, 숨겨진 힘, 배열의 개념,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의 공존, 이 모든 것이 어휘의 형식을 갖추기 시작한다.” John Hejduk, “Wall House” in Architecture Theory since 1968 (edited by K. M. Hays; MIT Press, 1998 [1972]). p.87. 3) 김재도, ‘김산 작업에 드러난 공간의 확장성’, 김산의 <퍼스펙티브> 전시 도록 (갤러리 소소, 2019).
김산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동명의 전시 〈Perspective〉로 류가헌갤러리(2014, 서울)에서 전시했다.
〈비평가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가전〉(2016, 서울, 최정아갤러리), 〈BUY ART 〉(2017, 서울, 갤러리 Art&Space312) 등에 참가했고, 2018년 일본 아키타공항이용촉진협의회 주최 ‘한일 크리에이터 교류 프로젝트’(일본 외무성기금프로젝트)에 2기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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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신인 비평 초대석
플랜잇프로덕션 사옥林. Plate-au, 백상훈Architect
PLANiT Production, Baek Sang Hoon(S.E.E.D.haus)+MIRUGONG Architects Cooperation
비평 : 오마주, 꼴라주 그리고 이데아 글. 이주연 본지 부발행인, 호서대 겸임교수
백상훈은 인하대학교 건축학부 학사, 동대학원에서 구영민 교수의 지도하에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디엠피건축(2008~2010)에 입사하여 큰 조직이 지닌 시스템적 실무수련과 김영준의 Yo2도시건축연구소(2010~2016)에서
아틀리에 사무소의 디자인 경험을 쌓고 독립하여 현재의 S.E.E.D haus를
설립했다. 〈Element Company 리모델링〉(2016, design laundry 협업), 〈성동구 안심상가〉(2017), 〈Maiim 비전 빌리지 프로젝트〉(2017), 〈동탄 제일병원〉(2018,
CDL협력), 〈카페 camptong 신사 프로젝트〉(2019, CDL협력), 〈Maiim 레스토랑 & 오디토리엄〉(2019) 등의 작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82
조감 사진
Critique
파동하는 결의 돌로 마감된 주출입구의 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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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의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키워드를 헤아려보면, 여러 갈래의 진영
논리에 따라, 주변 국가의 이해 충돌에 따라 청산과 버티기를 놓고 패가 갈리고 혼돈하고 갈등하는 변화무쌍한 ‘격동의 때’가 우선 떠오른다. 이런 흐름이 비단 현금의 현상만은 아닐 만큼 자주 있어왔던 터지만 진화하는 이 시대 문명사회의 지표를 생각할 때 여전히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앞날을 더욱 암울하게 한다.
이 같은 갈등과 반목은 사회 경제 문화 전반의 동력을 저하시켜 침체로
몰아가고 있으며, 건축 세상도 그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심각함을 읽는다. 이런 풍토에서 활로를 찾는 건축 신진들에게 설 자리는 더욱
비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련 기관 단체들이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 가능성을 도모하기도 하며, 건축가를 응원하는 상을 주기도 하고 공공 프로젝트에 초대하고 북돋우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해주니 일면 이런 퍼포먼스들이 건축인들에게 중요한 이벤트이긴 하지만 고르게 함께
누릴 수 있는 저변의 환경을 확보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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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다. 그렇다고 이를 선언, 주장, 운동 등으로 극복한다는 것 또한 지난한 일이다.
이 같은 우리네 세상을 두루 아우르는 시선을 넓고 바르게 갖고
사회의 진화를 함께 공유하는 게 저널의 일상일 터이니, 특히 이 시대
형편으로 발 딛을 틈을 찾기가 쉽지 않은 건축 신진에 주목하는 일 역시 건축저널의 몫인 셈이다. 반갑게도 이런 와중에 최근 한 신진건축가가
자신의 신작을 들고 먼저 저널의 문을 두드려 그의 작업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신진건축가 백상훈이 내놓은 ‘작업’은 흥미롭고 생소하게도 “林.Plateau”란 ‘당호’가 붙은 서울 강남의 소박하고 아담한 업무시설. 그런데 ‘숲’은 뭐고, ‘고원’은 또 무언가? 건축가가 설명하기를, “‘숲’은 자연을 상징하고, ‘고원’은 들뢰즈로부터 차용한 스스로 진동하며 변화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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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의미한다”고 했으니, 그의 설명을 받아 굳이 살을 붙여
해석하자면 “자연을 건축 공간 안에 담아내어 친화성을 높이고, 그
‘공간’들이 고정된 장소성에 머물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다양한 경우들이 발생하는 생동감 있는 ‘장소’가 되기를 희망하는 건축”으로 풀이할 만하다. (사족 아닌 사족: 당호에 붙은 ‘林’은 집주인의 성
씨이기도 하며, 건축과 건축가에 대한 집주인의 전폭적인 이해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담겨 있다는...) 아무튼 그의 설명에 대한 필자 나름의 해석을 되새겨보자니 그가 차용한 들뢰즈-가타리의 ‘고원’은 보다 더
적극적인 유동성을 갖는 ‘리좀’으로 생각의 영역이 이동하게 하고, 그가 말한 ‘진동하고 변화하는 장소’에 대해서는 아우구스트 슈마르조의
‘공간’(1893)과 알도 판 에이크의 ‘장소’(1962)의 관계를 통한 근대건축의 본질에 대한 해석을 상기하게 만든다.
건축가의 디자인 의도가 별명을 통해 어떻게 건축공간에 반영됐든 간에
이 집은 건축의 순수한 본질에 충실하려는 ‘신진’의 세심한 의지가 분명히 돋보인다. 우선 이 집을 둘러 싼 도시 가로 환경을 보자. 강남 논현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언주로의 한 켜 안 골목에 위치한 이 집터는
대지의 남북이 길과 닿아있고 주변에 크고 작은 근린시설과 오피스들이 모여 있는 다소 번잡한 가로 풍경을 안고 있는가 하면, 동쪽 대지 경계선으로는 이전부터 이정훈의 〈플랫폼-엘〉이 자리하며 북쪽 길을
나란히 공유하고 있는 터라 건축의 외형적 표정을 고민할 법한 환경을
안고 있었다. 이에 대한 건축가의 전략은 앞서 용어 검증에서 드러났듯 84
3
예의 순수하고 기본적인 논리로 접근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아차리게 한다. 건물에 진입하는 주출입 동선은 길 폭이 넓은 북쪽
가로에 두고 상대적으로 남쪽에는 여유 공간을 확보해 조망과 주차를
해결했다. 광고기획 전문회사 사옥인 이 건축물은 회사 업무의 성격에 걸맞은 공간의 개방성과 구성원들의 다양한 행동 변수 등을 감안한 융통성이 공간 프로그램에 적절히 작용하고 있다.
그가 구사한 조형성에 깃든 참조는 익히 짐작했던 대로 그의 건축 수업을 통한 선험적 사례에 기반하고 있다. 굳이 밝히자면 리처드 마이어의 빛을 존중하는 컬러와 병적이리만치 치밀한 간결성 그리고 안도 타다오의
1. 오피스 2. 스튜디오 홀 3. 스튜디오
콘크리트 물성에 대한 오마주가 스며있는 듯하다. 그것은 우선 주변의 복잡한 컨텍스트에 대응하는 육면체의 단순한 기본 도형을 바탕으로
한 매스의 설정과 건물 외부 전체를 수려한 질감을 드러내는 스토 Sto로
감싸 아우르고 있는 백색 스킨Skin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는가 하면,
내부의 주요 공간의 벽체들이 미려한 마감이 돋보이는 노출 콘크리트로 드러나 있는 것에서 쉬이 확인하게 된다. 이런 정제된 조형적 접근은 부드럽고 다양한 선으로 구성된 검은 매스로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이웃과 다투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유도하는 건축가의 ‘순수한 단순미의
감수성’으로 이해된다. 화이트 매스Mass 역시 일상 안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빛의 감성을 건축 내/외부 공간에서 공유할 수 있게 한다.
건축물의 표정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입면에서는 다양한 변주곡을 본다. 말끔하게 정돈된 평활한 면을 크고 작게 덜어낸 개구부의 패턴은 선율이나 화성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음악적 감응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남쪽 입면에는 큰 개구부와 함께 구멍 뚫린 벽돌쌓기로 빛을 조절하는 스크린을 평면과 모서리에도 두어 그 스크린을 통해
자연 빛이 안으로 스며들어와 내부 공간을 감싸며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자연친화적인 빛의 선율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건물의 얼굴이 되는 주출입부 입면은 정작 낯설어 보인다. 이 또한
‘안도의 차용’인지 파동하는 결이 있는 돌을 부분적으로 붙여 정면의
표정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그것이 일본 효고현립미술관 화강석 입면의
천 같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파사드의 변화와 조화를 고려하더라도 다소 생경한 풍경으로 다가와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으로 건축 공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열려있는 이른바 내부의 ‘오픈 스페이스’로, 동쪽과 남쪽에 테라스와 같은 열린 공간을 두어 흙과 돌과 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으로 꾸며서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연의 바람과 빛과 소리를 만날 수 있게 한 것은 자연에게도 사람에게도 친화적인
접근으로 읽힌다. 건축가는 빛이 잘 드는 남쪽엔 돌과 물과 나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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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데크를 질서정연하게 깔고 정형화된 금속 플랜트 박스를 배치하는
통로의 양쪽 벽에 창고처럼 솔리드한 문 하나만 나 있어 폐쇄적으로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 창출이 성패를 좌우하는 광고 기획의 속성을
놓으면 이 공간은 회의실이 되기도 하며 파티 등 이벤트도 가능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한 반면 건물과 인접한 동쪽 정원은 잘 다듬은
등 이웃하는 환경에 대한 건축의 공간적 대응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염두에 두고 기능적으로 효율성을 살린 공간 프로그램 설정도 주목된다. 업무에 따른 공간 배치, 수직 동선의 분리 등 층별 공간별 연계와 독립도 명쾌하다. 광고 촬영 스튜디오와 분장실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지하에 두어 외부인과 직원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한 반면, 곳곳에
보인다. 그러나 솔리드한 벽면은 갤러리가 되기도 하고, 통로에 탁자만 미확정적 공간이면서 이용자가 프레임을 변화시켜나가는 융통성을
부여한 곳으로, 건축가가 별명에서 차용한 ‘고원’의 스스로 진동하고 변화하는 장소적 성질을 읽을 수 있게 한다.
이 집은 이렇게 겉으로 질서정연한 정직함과 단순함을 강조하고 있으면서
외부와 직접 만나는 열린 공간을 두거나 통로(계단실을 포함한)와
속으로는 ‘음흉한’ 다중성을 복합적으로 드러내면서 건축 공간의 경계를
방의 중성적 설정을 통한 공간 사용의 다양한 융통성을 주어 창의적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일상인 직원들의 ‘자유분방한’ 발상을 돕는 공간의 설정도 눈에 띈다.
느슨하고 모호하게 만든다. 결국 내심 의심의 눈초리로 드려다 보고 있던 ‘고원’이 ‘리좀’으로 대치되고 있음을 어렴풋이 확인한다.
층고 6m 높이의 2층 주 업무공간이 이루는 풍경은 값비싼 땅에 짓는
현장을 둘러본 후 건축가로부터 건네받은 그의 이력에서 흥미로운 점을
논리로 보자면 실패작인 셈이다. 그러나 내부 공간 질서에 중심을
사무소를 열기 바로 전 6년여 동안 몸 담았던 Yo2도시건축연구소(대표 김영준)의 프로젝트인 〈ZWKM Block〉과 대체로 여러 면에서 닮아
오피스 치고 파격적이다. 이른바 우리네 도시 건축의 ‘용적률 게임’의
발견한다. 이 집의 장소 해석과 매스 구성과 공간 질서가, 그가 자신의
잡아주고 이 사옥의 기능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업무 공간의 질적인
환경을 염두에 둔 건축가의 선택과 이를 받아들인 집 주인의 안목은 높이
보였던 것. 그도 그럴 것이 〈ZWKM〉은 그가 Yo2 재직시절 설계실무를
둘러 앉아 대화를 나누며 아이디어를 얻게 장치한 것도 스스로 공간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그는 Yo2에서 지낸 시간을 소중하고 값진
살 만하다. 2층에서 3층으로 오르는 계단실을 넓게 구성해 동료들끼리
변화시키는 융통성을 담고 있다. 회사 운영진이나 간부의 개인 작업실이 모여 있는 3층은 전체 공간의 볼륨으로 보아 필요 이상으로 넓게 비운
총괄했던 프로젝트였으니 그것이 그의 건축적 언어로 이어지고 있을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기억이 이번 작업에 집요하게 작동된 셈이다.
4. 테라스 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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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자신의 건축언어를 만들어가기에 분주한 신진이지만 다양한
건축적 감각을 익히면서 그동안 앞서 접한 의미 있는 경험들이 오마주로 다가와 체계적인 꼴라주 형식으로 자기화하고 있는 백상훈의 행보를 가늠하는 즐거움을 그렇게 플랜잇프로덕션 사옥을 돌아보며 만끽할
수 있었다. 그는 사람과 자연에 친화적인 공간을 그리는 것을 소박하게
꿈꾸면서도 지나친 욕심으로까지 느껴질 만큼 건축의 완결성에 집착하는 집요함을 이른바 ‘직업병’으로 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직업병적인 욕심이라 할지라도 그 욕심은 계속 부려나가도 좋을 신진의
미래적 가능성을 키우는 이데아가 될 것임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신진건축가 백상훈이 그토록 집요하게 꿈꾸는 이데아가 어디를 향하든 앞으로 더욱 성숙해져서 우리네 건축세상 안에서 왕성하고 풍성하게
펼쳐지기를 바라며 ‘건축신인 비평 초대석(Critique)’ 꼭지의 첫 점을 찍는다.
자료 협조 및 사진 크레딧 본문 전체 사진 : 노경 자료 : S.E.E.D haus
5
6
86
7
5. 로비 6~7. 계단실
8
9
8. 옥상 정원 9. 회의실
87
1-4 1-4
1-3 1-3
5M
11
1-2 1-2
5M
22
16,500
4,500
1-1 1-1
4.Rooftop Garden
0
1-5 1-5
0
1-6 1-6
3.PD Office
2. 오피스
3,300 2,700
1-7 1-7
4,200
1-8 1-8
2.Offce
8,400
1.Studio
8,100
4. 옥상 정원
5,850
3. PD 오피스
3,450
1. 스튜디오
6,750
5,850
8,100
8,400 0
5M
44
N
3F Plan
1.PD Office
22
3,450
33
6,750
5,850
3F 1. PD오피스 2. 회의실
3,300
2.Meeting Room
2,700
3,450
22
33
6,750
4,500
4,200
11
8,100
8,400
0
5M
N
2F Plan
8,100
5,850
8,400
8,100
8,400
0
5M
3,300
N
B1F Plan
44
5,850
6 6
3,450
77
3,450
6,750
3,300
5,850
1.Make up Room 1
2,700
2.Make up Room 2 3.Make up Room 3
3,450
2,700
4. Administration 1
22
4,500
4,500
55
6,750
33
4,200
4,200
11
11
10
0
5M
0
N
B2F Plan
B2F Plan
5M
0
5M
N
B2F 1. 스튜디오
1.Studio 4,500
6,000
2,700
3,300
3,000
10. 평면도 11. 단면도
3,900
88
5,100
1.Studio
5M
5M
7.Rooftop Garden
6.PD Office
0
1 1
16,500
4,500
6,750
B1F 1~3. 메이크업 룸 4. 관리
5.Administration
0
11
44
4.Office
3.Retail
7. 옥상 정원
1.Studio
6. PD 오피스
5. 관리
33
4. 오피스
3.Administration
3. 리테일
2. 메이크업 룸
1. 스튜디오
2.Meeting Room
2.Makeup Room
3,000
3,300
3,300
2,700
2,700
1.Offce
22
4,200
6,000
5,850
4,500
3,450
3,900
6,750
5,100
2F 1. 오피스 2. 회의실 3. 관리
5,850
8,100
8,400
12
건축개요 6,750 6,750
3,450 3,450
5,850 5,850
8,100 8,100
8,400 8,400
건축가: 백상훈
기계설계: ㈜세아엔지니어링
설계담당: 백은정, 안성현, 원태용, 이지선
인테리어: 디자인론드리
설계: S.E.E.D. haus, 미루공 건축사사무소
3,300 3,300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85-10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614.90㎡
1
2,700 2,700
1
건축면적: 364.77㎡
4,200 4,200
연면적: 1,506.78㎡
규모: 지하2층, 지상3층 주차: 14대
4,500 4,500
높이: 16.80m
전기설계: 기술사사무소 우림전기 조경: Openness Studio, 뜰과숲 설계기간: 2016.8.~2017.5.
시공기간: 2017.5.~2018.10. 시공사: 공정건설 건축주:
Planit Production(임지영, 장시영)
건폐율: 59.32% 0
5M
0
N
Ground Plan
N
Ground Plan
0
5M
1. 리테일 1.Retail
13
용적률: 132.47%
5M 구조: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스토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구조설계: ㈜미래구조엔지니어링
1.Retail 12. 남측면 야경 13. 배치도
89
인터뷰
드로잉은 그녀를 쉬게 한다
: 전성은의 〈내면의 시선〉전, 2019.3.8.~4.7. 이건하우스 인터뷰어. 전진삼 본지 발행인
전시 오픈 후 오늘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어요. 제 그림은 혼자 봐야 좋은 그림이에요.
드로잉 작업은 하루 중 언제 어디서 하죠?
뭔가를 하나 봤는데 아, 이건 그리고 싶다, 그런
계기를 통해 목탄을 쓰게 된 건가요?
정도. 그 자체는 대게 짧지요.
공부하러 가기 전에 우연하게 초대받아 간 모
것들-실제로 작은 그림들-은 그리는데 2~3분
저녁 시간에 제 방에서.
이미지가 누적된다는 것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한 번 잡으면 끝장을 보나요?
눈처럼 자연스럽게 쌓이는 것은 아닐 텐데요.
제 드로잉은 그리기 전 시간이 길어요.
생각하는 시간. 이미지를 올리는 시간, 이미지가 계속 누적돼서 아, 이제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이 들면 그림은 대체로 한 번에 완성하는 편이죠.
글쓰기 하는 것과 거의 같은 방식이네요.
부연 설명을 하면, 제가 그림 그리는 시간은 굉장히 짧아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일부러 속도를 내서 그려요. 건축가가 하는 일이 세세한 부분까지 고치기를 반복하는
일이잖아요. 그림을 그릴 땐 누구한테 보여주고 확인받고 하는 것이 아니므로 드로잉을
하면서조차 너무 섬세하게 그리는 행위로 나를 괴롭히고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림은 두 가지 경우에서 진행이 돼요. 하나는 이미지가 많이 누적돼서 그려지는 그림이
있는데 그것은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요. (그리는데 2~3시간 정도.) 다른 하나는 어느 날
90
누적된다는 말인가요? 어떤 사건이에요? 마치 그런 건 아니죠. 그 면에선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글쓰기 작업과 비슷한 것 같아요.
평소 저의 그림 작업을 글 작업과 연계해서
생각했던 것은 아닌데 어떤 순간에 이미지가 떠오르죠. 예를 들어 빨간색면의 그림 같은
경우는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내 몸이 느꼈던,
깊은 물에 빠진 듯한 느낌이 있을 때, 그게 어떤
저는 미술을 배워본 적이 없어요. 제가 미국에 건물에서 화가 정경미 선생님을 만나게 됐고, 출국하기까지 약간의 기간이 있어서 떠나기
전에 그림을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 선생님이 목탄이라는 소재를
가르쳐주셨죠. 선생님이 원래 애들을 가르치는 분은 아니셨던 터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선생님의 지도하에 처음 목탄을 잡게 됐죠.
목탄으로 그린 후에 손으로 터치를 하게 되는데 그런 작업 과정이 저랑 정서적으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순간에 표출된 것이죠. 이미지가 누적된다는
그럼 목탄이란 소재를 만나기 전에도 드로잉을
불필요한 것이 조금씩 없어지고 남은 것, 좀
아니요. 그렇지는 않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더 선명해진다거나 구체화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몇 그림에서는 풍경처럼 보이는데 사실 풍경을 보고 그린 것은 별로
많지 않아요. 대부분은 내 안에서 내가 보는 심상이 그림으로 드러난 것이죠. 내안에서
재해석된 풍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
면에서 목탄이라는 재료가 좋았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목탄과 친했던 건가요? 아님 어떤
즐겨 하였나요?
2006년에 처음 건축드로잉을 했을 때, 그
때도 목탄화였어요. 그 때는 제가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추상화시켜서 하는
내용이었고 목탄으로 그렸죠. 이후 제게 그림을 가르쳐준 선생님도 목탄이 저와 잘 맞는 것
같다고, 잘 찾은 것 같다고 말씀하셨죠. 다른
재료보다는 제가 그리고 싶은 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인 건 틀림없는 것 같아요.
Interview
내면의 시선 전시장 ⓒ김재윤
91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드로잉은 거의 안 보이는데 일부러 그런 건가요?
네. 목탄으로 건축을 표현하지 않았어요. 다른
그림들도 그게 건축으로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 몇 작품 중에 건물의 매스가 보이는 것이
있는데 그것도 건축으로 구현된 작업들과는 무관하단 말씀인가요? 맞아요. 무관해요.
그게 이미지로 누적된 심상의 표현일 뿐
건축대상을 의도한 것은 아니란 말이죠? 네.
그럼 이후에도 드로잉 속의 이미지들이 건축으로 변환될 소지가 있을까요?
그럴 순 있겠죠. 지금까진 없었지만요. 이번
전시의 부대 프로그램인 포럼을 준비하면서 제 작업을 다시 들여다보니까 저의 건축
작업이 그림과 많이 비슷하더라고요. 발표할 PT내용은 주로 현상설계에 제출했던
것들이에요. 건축이 생성되는 시점에 어떤
것을 갖고 작업을 하는지, 어떤 것들이 나의 건축 작업을 발현시키려 하는지 등에 관한 인식지도라고 할까? 오늘 포럼을 진행할
김능현 선생님도 자료를 들여다보고는 제
그림과 건축 작업이 많이 비슷하다는 촌평을
하셨어요. 사실 지난 10여 년간의 건축 작업을 정리하면서 내심 드로잉과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편집하다보니까 제가 지닌 아우라 같은 것이 보이더라고요. 김인철 선생님은
오셔서 그림을 보시고는 ‘전성은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느껴진다’ 라고 하시더군요. 혹자는
제가 그림에 건축을 담은 것은 아닌데 대체로
공간적인 어프로치가 느껴진다고 말씀하세요. 제가 미술을 한 사람이 아니고 건축을 해온 사람이니...
1
드로잉 전의 제목이 〈내면의 시선〉이라고
말에 한 번 해볼까 싶었어요. 근데 앞에
되어있는데 특별히 이 같은 제목을 붙인 이유가 전시를 위해 이번에 그린 것들이 아니라, 사실은 전시가 많이 늦어진 거예요. 2015~16년에
드로잉을 많이 해두었는데 2017년에 어머님이
무엇으로 할까 생각해보다가 모아놓은
얘기처럼 사정이 여의치 않았어요. 그러다가
보니까 아름다워 그래서 그려진 게 아니라
모여진 작품이 꽤 되어서 개인전을 하면
있나요?
그림들은 다 내면의 심상을 그린 거예요.
제의를 여러 번 받게 되었죠. 원래는 2016년
좋겠다고 생각하던 터에 이번에 이건하우스 갤러리 초대를 받은 것이 시기적으로 딱 맞아떨어진 셈이죠.
많이 아프시다 돌아가셨고, 저 또한 큰
첫 개인전이군요?
관계자들에게서도 전시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처음이에요. 전시 준비를 하면서 제목은
수술을 하게 되면서 그림이 많이 쌓였고, 화랑
92
네. 그룹전은 몇 차례 참가했지만 개인전은
그림들이 모두 제 내면의 얘기더라고요. 저게 대부분의 그림을 그릴 때, 제가 침잠해 있을
때였거든요. 기분이 좋거나 들떠 있거나 하는
때가 아니라 바깥의 일로 너무 시달려서 가라
앉아있을 때, 제가 그것들로부터 보호받고 싶을 때, 어디로든지 들어가고 싶을 때, 그럴 때 그린 그림이거든요. 그래서 정말 내면의 이야기를 담은 제목이면 좋겠다 싶어서 지은 것이죠.
저는 그림 그릴 때 풍경화 같은 걸 그리는 건
1. 심연深淵의 빛 The light of an Abyss_78x109 cm. charcoal on paper, 2015
그림 자체가 건축의 내용을 담아내기 보다는 그림의 본령을 각자의 상황에서 이해하게끔
내용들이 전개되고 있는 까닭이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앞서 본인이 침잠할 때에 그림
작업에 빠져든다고 했는데, 그것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본인이 건축 작업에서 일탈하여 만들어진 그림이 다시 자신의 건축 작업에
하나의 형식성으로 옮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건축도 다른 내용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본격적으로 드로잉을 자신의 건축
작업의 일환으로 활용해본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은 없나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건축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한 번도 그림이 먼저인 적이 없어요. 지금 전시하고 있는 그림들은 제가 그림
그리고자 하는 심상이 충만해 있을 때 작업된 것들이에요. 몸과 정신의 상태는 비록 침잠의
단계에 빠져들어 있지만 그리고자 하는 욕망은 반대로 더욱 커질 때 그림이 만들어지죠. 어떤
그림도 사전에 그려야겠다는 생각하에 연습을
하고 그린 적은 없어요. 간혹 연습을 해본 적도 있는데 해놓고 보니 봐 줄 수가 없더라고요.
그 때 느꼈죠. 아, 이건 아니구나. 그래서 제가
그리고자하는 열망이 끓어올랐을 때 그리는 게
맞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그림으로 건축화 되는 것은 아직까지 시도해본 적 없어요.
건축과 인테리어 분야에 걸쳐 있는 전성은 작업의 범주에서 이번 전시의 대표적인
그림이 마치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테이트 모던미술관 터빈 홀에서의 설치작업인 ‘인공 태양’과 같은 느낌으로 와 닿는데 이는
공간을 다루는 작가 전성은의 캐릭터와 곧장 연결돼요. 전시에서 보여준 각각의 그림의
장면들이 건축된 공간에 하나하나의 스틸처럼 등장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 무리가 아닌 듯했어요. 이미지의 누적이라는 어찌 보면
2
좋아하지 않아요. 원래 전시계획은 그림마다
좋은 반응을 받은 바 있었어요. 그 과정이
심상을 적어놓은 것이죠. 근데 막상 전시를
게 어려웠을 거예요. 이유를 모르겠지만 주변
글이 하나씩 다 있었어요. 그림을 그렸을 때 앞두고 전시장 내의 주된 소개글 정도로도
충분하겠다 싶어서 뺐지요. 김능현 선생님은 그림과 글을 연계하여 존 버거John Berger의
스케치북 같은 책으로 엮어보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주시기도 했죠. 저 또한 제가 만일
책을 낸다면 그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프라인상의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몇 그림들은 페북에 게시하여 사람들로부터
없었으면 제가 개인전을 하겠다고 용기를 내는 분들로부터 제 드로잉을 소장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 게 아마도 제가 아주 힘들 때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그린 것들이어서 쉽사리 공감됐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각각의 그림이 약간의 모호함이
있어서 그것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억과 합쳐서 그림을 보시더라고요.
2. 무한의 소리 The sound of Infinity_78x109 cm. charcoal on paper, 2015
우연성에 기대어 신의 계시처럼 그려진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된 그림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구체적으로는 빨간 색면이 지닌 강렬한 바탕색의 선택 이외의 칼라에 대한 다른
가능성까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업의 외연을 넓힐 수 있겠다 싶던데요.
두 개의 빨간 색면 위의 드로잉은 2015년
‘건축의 허(虛)’라는 전시 주제 아래 그려진 것이었어요. 삶과 죽음을 다루는 내용으로 어두운 심연, 어느 깊은 공간 안, 물처럼
소프트한 곳에 제가 들어가 있는데 거기서
한참을 허우적거리는 상태로 있다가 보면 그 93
안에서 빠져나와야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데에 생각이 가 닿더라고요. 작가가 공간을
뭐든 정확치는 않지만 그것을 그림에 담은
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즈음에 물 밖의 세상을 보면 그게 태양이든 것이지요, 레드를 쓴 것은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그래요? 빨간색 종이를 선택했을 때는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던데요. 3
저도 같은 질문을 많이 받긴 했는데 생각해보면 달리 이유가 없었어요. 왜 그랬지? 기억이 안 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레드보다는 블루를
많이 좋아하죠. 일상이 파란색에 꽂혀있다고 할 정도로 블루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굳이 생각해보면 제가 침잠의 시간에 들어서기
전까지 저는 엄청난 욕망과의 싸움판에 있었던 거 같아요. 욕망이라 함은 타인으로부터의 4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물론 이 작품들은 작가 개인의 아픔, 슬픔들이 깊게 배어 있는 그 자체로 완성형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의 바깥을 사유하다보니 떠오르는 생각이에요.
건축가들의 드로잉전에 이 그림을 출품한 적이
있었는데 갤러리 관장님이 처음 보고 나서 참여 작가 중에 화인아트를 하는 분이 끼어있는 것 같다시며, 아트페어에 가지고 나가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모아 갤러리.
한데 그런 상황 이후에 침잠을 해요. 그것이
그림이 대체로 작은 사이즈였거든요. 근데
그로부터 많이 다치기도 하고, 힘들기도
이 그림(‘무한의 소리’를 가리킴)은... 엄마가 심장병을 앓으신 지 오래되셨어요. 이는
심장박동기가 그려내는 것이에요. 병상에 계신 분들이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살아있을 때는
맥박이 이렇게 움직이는데 그러다가 죽게 되면 나는 소리가 “삐~~~”하는 기계음이잖아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 기계음이 죽음을 담은 채 무한의 세계로 퍼져가면서 심연에 빠져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그래서 무한(공간)의 소리라는 제목을 붙이게 된 거죠.
이미지로만 봤을 때는 추상성이 무척 강하게 와 닿았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굉장히
현실적인 시그널이 그림 안에 살아 있네요.
전시된 드로잉들 중 다수가 작은 프레임 안의 이미지들인데 이것들을 보다 큰 사이즈로
투사해서 보면 굉장히 다른 상황의 연출이 가능할 것 같은데, 바꿔서 말하면 상황을
연출하다는 것은 내(관람자)가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가능케 할 수 있지 않은가 싶어요. 대표적 작가로 제임스 터렐
James
의 작업을 연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Turrell
두 개의 그림(‘심연의 빛’과 ‘무한의 소리’)은 스케일의 확대를 통해서 또 다른 감동을
7
같은 선험적 작가들과의 정신적 교감을 통해서
우경국 선생님 사모님?
근데 심연이 빨간색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6
싶었던 거죠. 앞서 예를 든 터렐, 엘리아슨과
영향관계보다는 내 안의 욕망이 무척 커요. 빨간색을 선호한 이유가 되었을 수는 있어요.
5
다루는 분이므로 더 적극적으로 그림 속의
네. 그 때 드로잉 전에 출품한 다른 건축가들의 제가 이만한 사이즈(78×109㎝)로 두 개의 작품을 낼 거란 생각은 못하셨던 같아요.
전시되어 있는 소품들은 어쩌면 지어지지 않은 건물들에 대한 이미지라고 할 수도 있어요.
‘부유하는 나의 집’ 연작 같은 경우가 그렇죠. 말씀하신대로 저도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것을 공간에 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
설치작업과 같은-이 들 때가 많았어요. 소위
제가 지금 하는 건축이든, 인테리어든 장르와 무관한 내용들인데 실제로 구현해본 적은 없어요.
사용하는 도구에서 자유로워져야 영상매체가
됐든, 빛을 이용한 설치작업이 됐든 활용하면서 다른 범주가 생기는 거잖아요? 아직 그
정도로까지 자신을 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시도를 안 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어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저 스스로에게 질문했던 것은 ‘그래, 개인전을 해. 그럼 그
다음은 뭐지?’ 개인전을 연다는 것이 ‘나, 그림 좀 그렸어요.’ 하는 것 하고는 다른 거잖아요.
지금 당장은 이 그림 이후에는 그림의 완숙된
기법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것처럼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을 하고는 있어요.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되면
그 고민 중 하나가 손으로 하지 않는 것까지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시작해서 손으로 끝내는 작업인데...
빨간 색면 이외의 다른 선택을 통해서 작가는 도요. 그 같은 전환적 사유, 반전을 기대하는
품고 있다고 봐도 될까요? 현재는 손으로 현재는 손으로 하는 작업인데요, 그것이
3. 가보지 못한 나의 강가_20x14 cm. charcoal on paper, 2015 4. 두 고래_20x14 cm. charcoal on paper, 2015
94
5. 검은 새벽 바다_20x14 cm. charcoal on paper, 2015 6. 귀향 1_20x14 cm. charcoal on paper, 2016 7. 귀향 2_20x14 cm. charcoal on paper, 2016
좀 더 효과를 내게 하려면 저의 선택도
달라져야겠죠. 필드에서 실제 작업이상으로
콤피티션을 꽤 많이 해오고 있어요. 그걸 했던
그 대열에 끼어보겠다는 생각은 가져보지 않았어요.
이유 중 하나는 나를 넘어서는 작업을 할 수
지금 사용하고 있는 재료-목탄, 종이-는 대단히
못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어찌 보면 그림이
재료가 바뀐다면 지금과 같은 느낌의 작업이
있다는 데에 있었죠. 그게 당선까지 이르지
좋은 것은 내가 전달하고픈 하나만을 남 눈치 안 보고 그려낼 수 있다는 거요. 이 그림들을
기반으로 더 나아간다면 설치미술의 영역에서 얘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테리어가 아닌.
인테리어는 해결해야 될 생활의 전제들이 많기 때문에 그래요. 저의 디자인 스타일이 좀 퀭한 편이에요.
원초적인 미술재료라고 할 수 있잖아요. 가능할까요?
그건 안 될 거예요. 제가 색을 사용한다고 하면 그것은 지금처럼 종이 자체의 색을 배경색으로 사용하는 정도일거라고 생각해요. 이 작업들도
8
실제로 붉은 색 종이를 쓴 거거든요. 목탄이
어려운 것은 어느 순간에 딱 여기까지 해야지
하면 거기서 멈춰야 한다는 거예요. 고칠 수가 없어요. 이후에 덧칠을 하게 되면 더 나빠지면
퀭하다는 게 무슨 의미죠?
많이 비어 있다는 거예요. 일부러 비움을 위해
비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워낙에 생활공간이라 함은 해결해줘야 할 게 많은 만큼 많을 걸 담아줘야 하잖아요. 그 사이에서 비워낼
부분을 찾아서 비우는 거예요. (어느 한 구석) 퀭하게.
드로잉을 하다보면 화인아트를 하는 작가적
나빠졌지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어려워요. 그 어떤 한 순간에 ‘그래 여기야, 이제 그만’ 멈춰 서야 할 때가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손으로
문지르는 것도 매순간 내 안의 나와의 만남을 통해 정해져야 해요. 제가 뭔가 많은 연습을
통해서 예상했던 작품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란 거죠. 제 작업 속을 관통하는 아우라가 있다면 그 같은 과정의 소산이라고 해야겠지요.
욕망이 꿈틀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걸 죽이는
일본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중에
둘 다 아니에요.
끄트머리에 그녀가 세상을 뜨기 직전에 단팥
편이에요, 아님 즐기는 편이에요.
그럼 우연히 발견하게 된 드로잉에 대한 자질 정도와 그에 대한 관심이라고 해도 될까요? 네. 이걸 통해서 뭘 해야겠다 등 생각은 일부로라도 한 적이 없어요.
철저히 아마츄어리즘에 입각한?
그 같은 표현도 과하죠. 그냥 제가 일상을
통해 받은 느낌의 표현? 제가 지금 하고 싶은
것에 충실한 것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어떤 목적이나 욕망이 아닌. 김인철 선생님이 제
그림을 보시고는 ‘이 정도면 그림 하지, 왜 건축 해?’ 하시더라고요. ‘이 정도로 어떻게 그림을 해요’하고 웃어 넘겼는데, 제가 전문적으로
화인아트를 안 하는 사람인 까닭에 주변인들이 제 그림을 보고 좋은 평가를 한다고 생각해요. 다행히도 이번 전시에 화인아트 작가 분들이 여러 분 다녀가셨는데 그 분들 말씀이 제
그림을 보고 있자면 계속 뭔가가 읽힌다고
해요. 그런 의미에서 계속 그림을 그려보라는 격려를 해주시더라고요.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의 그림에도 찾기 힘든 뭔가가 있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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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키린이 할머니 역으로 나오는데 영화
만드는 인생의 룰(비법)을 편지에 담으면서
‘세상을 잘 보고, 세상을 잘 들으라’는 당부를 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세상을 이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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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동식물, 사물 등)과 대화하려는 태도 말이지요. 누구나 접하고, 만지고, 작업할 수 있는 동일한 재료이지만 그가 재료와 어떻게
만나고, 관리하고, 대화하느냐의 결과에 따라 전혀 다른 차원의 결과(가치)들이 만들어
진다는 거지요. 지금 말씀하고 있는 목탄도
같은 이치로 누구나가 손쉽게 손에 쥘 수 있는 재료지만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작가가
목탄의 소리를 듣고 했느냐 아니냐가 구분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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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수 있겠다 싶네요.
지금 전시된 작품을 통해서는 전성은이 이제껏 가까운 곳에서 가슴 아프게 보아왔고 들어온 어머니, 그리고 작가 본인에 대한 시그널이 담겼다면 그럼 앞으로 전성은은 무엇을
보고자하고, 듣고자 하는가, 어떤 대상과
만나고 대화하고 그것을 이미지화 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네요.
제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실제로 제 내면의 이야기이긴 한데, 정작 그림을 그릴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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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서 우리로’ 감정의 시선이 바뀌는 것
8. 설원에 깃든 붉은 노을 1_20x14 cm. charcoal on paper, 2016 9. 설원에 깃든 붉은 노을 2_20x14 cm. charcoal on paper, 2016 10. 설원너머 숲_20x14 cm. charcoal on paper, 2016 11. 습지꽃_20x14 cm. charcoal on paper, 2016 12. 습지너머 저편_20x14 cm. charcoal on pap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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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아요. 제 개인적 사건을 객관화 시켜서
네, 그러지는 않아요. 건축 작업할 때는 집요할
그림이 그려져요. 제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기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보려고 하는 거지요. 바로 그 지점에서 제
보다 어느 순간 제 감정의 선이 포착이 되면 내 안에 숨어있던,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되고
현재까진 그렇다할지라도 앞으로는 의도할 수
바깥의 우리를 통해 객관화 하고 그로써 얻게
세상을 들여다보고, 세상의 소리를 들으려 하는
그 의식이 멈춰 있는 게 아니라 그걸 통해 나 되는 깨달음이 그림으로 표현되는 거예요. 13
지금 전시된 그림들도 촉발된 것은 저 개인이
겪은 사건이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한데 그림으로 탄생한 것은 우리라는 시선이 주효한 거지요.
그 얘기는 자신의 그림이 작가 자신의 치유 뿐
아니라 세상 누군가의 치유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다고 봐도 될까요?
저(그림)를 통해서 특정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순 있겠지만 세상 모두는 아니에요.
제가 그린 그림의 숫자가 얼마 되지는 않은 것에 비해 주변 분들로부터 그림에 울림이 있다는
말씀도 많이 들어왔고, 제 그림을 갖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참 많이 만났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제 그림은 한 번도 가짜인 적이 없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자 할 때
감정이 누군가에게도 공감되어졌다는 것이죠.
그러나 그것이 같은 방식의 느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열어놓은 가능성을 통해 누군가는 14
제 그림을 통해 위안을 얻는 건지 모르겠어요. 궁극적으로는 여전히 ‘나’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생산된 것이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기억을 끄집어내서 제 그림에 동화시키고자 했을 때 그것이 가능한 그림? 그런 그림을
앞으로도 계속 그리고 싶긴 해요. 그래서라도 그림 그리는 것을 습관적으로 그리려 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제 그림 중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양재대로를 차를 몰고 가는데 갑자기 큰 산이 눈앞에 놓여 있는 거예요.
이전까지 한번도 보았던 적이 없는 산이 그
자리에 말이죠. 실제로는 그 산은 그 자리에
늘 있었음에도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시선의 각도에 따라, 아니면 제 무관심 등의 이유로
거대한 산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거지요. 그 때 그 충격, 이미지가 생겨나서 그 날 밤에 그린 그림이에요. 그런 경우는 메시지가 크게 15
정도로 의도적일 순 있지만 그림 그릴 때는
담겨 있죠.
얘기인즉슨 작가 본인이 겪은, 본인에게 다가온, 우연한 사건이 무척 중요한 그림 소재가 된다고
해야겠네요. 일부러 사건을 찾거나,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작가가 일부러 것 말이지요.
저는 그래요. 관찰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질문을 듣고 보니 저란 사람이 뭐가 됐든
마구 찾아다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지금의 내가 좋은 거, 지금 내 눈에 띄는 거, 다만 제가 감각이 무척 섬세한 편이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잘 포착하고, 그것을 내화시키는데 능해요. 그렇게 내화된 것을
그림으로 옮긴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모습은
저한테 늘 있던 모습이에요. 앞으로도 일부러 그림을 위해 의도해서 보고, 듣지는 않을 것 같아요. 건축 작업의 프로세스는 늘 그렇게
뭔가를 의도적으로 찾는 것에 몰두해야잖아요. 그거로 충분한 거 같아요. 한 번은 모 매체에
연재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횟수를 거듭하면서 글감을 찾아내야하는 강박에 쌓이다보니
미쳐버리겠는 거예요. 주변엔 글 수다를 잘 떠는 분들도 많이 보아왔는데 저는 사실
평소에도 제 작업 이야기 말고는 다른 얘기는 잘 안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고역이었는데 반대로 억지로나마 글감을 찾다가보니 그런 것에도 익숙해지면서 좋아지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그런 것처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문적으로 미술 작가 활동을 한다고 하면
아마도 저 또한 뭔가를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싶긴 해요. 현재로선 그 단계까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제 건축도 그러한데 저는 조형성이 강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디자인 어프로치 단계에서부터
조형성을 염두에 둔 작업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 안에서 사회 현상을 읽고, 제 의식 포인트가 어떻고,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게 뭐고, 등등
그것들을 순차적으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그 결과는 대체로 고정된 스타일로 귀결되지 않는단 말이죠. 그런데 대부분의 유명
건축가들은 그만의 고유한 스타일이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 결국 저 또한 고정적 이미지의 뭔가를 뽑아내야 그림으로 치면 계속 팔릴
거란 거고, 건축에서도 나름 이름값을 받을 수 있겠죠.(웃음)
현재 많은 분들이 전성은의 목탄 드로잉
13. 한강풍경 Urban forest_109x78 cm. charcoal on pap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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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부유하는 나의 집 1 Floating my house I_39x54 cm. charcoal on paper, 2016 15. 부유하는 나의 집 2 Floating my house II_39x54 cm. charcoal on paper, 2016
작품을 보고 호의적인 것은 이것들이 따로
디자인 작업과는 별개의 또 다른 장르의 작업
작품이라는 희소가치에서 비롯한다고도
사실 쳐낸다기보다 저는 이걸 ‘위로화’라고도
에디션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오직 유일한 볼 수 있는데 판화작업으로 변환하여
준비해놓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으네요. 한정된 에디션으로나마.
참, 자기 드로잉을 누군가가 사가길 원해요? 아님 자기가 지니고 있는 걸 바래요?
사실 이번 전시에서 많이 팔렸는데 대부분
제가 너무 아끼는 그림들이에요. 제 그림을
보고 똑같게 그려도 똑같이 나올 수 없는 것이
목탄화이거든요. 제가 각각의 그림을 그릴 때의 조건을 모두 기억하는 게 아니기도 하고요. 그렇겠죠. 그리는 시간, 감정의 선 등등의
차이가 온전하게 재현한다는 게 불가능한 거겠죠.
또한 목탄 작업의 스킬은 유사하더라도 손
지문의 차이 같은 것은 있고 없음에서 오는
차이가 엄청 크거든요. 게다가 목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세하게나마 조금씩 변하지요.
마감처리를 잘 한다 해도 목탄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죠. 그러다보니 제 그림을 사겠다고 할 때 솔직히 고민이 됐어요. 파는 게 옳은 건가? 그
공간이구나 하는 생각에 다다르네요.
칭하는데 실제로 그림을 잘 그리는 문훈,
임형남 선생님과 같은 경우를 보면 그 분들은 건축도 상당히 ‘해피하게’ 하시잖아요. 제가 오랫동안 그 분들을 지켜본 바로는 그들은
그림에서는 아주 철저한데, 특히 문훈 선생님이 그렇죠, 그림이 대단히 세밀하시잖아요.
그 분들은 그림 속에서 이미 많은 욕망이
해소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건축은
엄숙할 이유 없이 대충 해피하게 가도 된다고 할까요. 그 분들에 비해 저는 건축이나
인테리어 작업을 할 때에 거의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뭔가가 돼야 해요. 개념, 디테일 등등.
근데 세상이 그렇게 안 되잖아요. 거기서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 큰데 그 바람에 스스로
위로화를 그려왔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이 그림 작업을 통해서 잘 되지 않은
건축 작업들에 대한 너그러움을 갖추게 되거나 앞의 두 분들처럼 건축 작업에 대한 유연한
자세를 갖게 되고, 제 아우라를 찾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때 제게 목탄작업을 지도해주셨던 선생님은
이제 다시 갤러리로 돌아가야겠네요. 오늘
그렇기 때문에 내가 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하시지요.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짧지
‘그렇지 않다. 그림은 많은 사람들에게 가고, 이유가 생기는 거야. 그렇게 되는 게 더 좋은 거더라’ 하시더라고요.
자기 복제를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거군요.
네. 그래서 지금은 제 그림을 사주신 분들이
너무 감사해요. 어쨌든 다음 단계에 대한 욕심,
건축세미나(제목: 그것은 건축이 아니다?)를
않은 시간 함께 대화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건하우스 갤러리 인근 커피전문점에서 진행했다.
자료 협조 및 사진 크레딧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전체 자료: ㈜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거친 후에 내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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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2019년 3월 22일 4:30~6:00pm
그림에 대한 욕심은 아니고요, 이걸 통해서
제 그림이 지금 보다 더 승화된 상태로 도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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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크레딧: 별도 표기
건축 작업에 좋은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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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공간에서 사는 사람 혹은 일시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이 더 좋아지면 좋겠다 싶은 거죠. 그런 욕심은 있어요.
예전에 건축 작업과 시 작업을 동시에 하는
함성호 씨가 첫 건축비평집을 냈는데 책 제목이 『건축의 스트레스』였어요. 오늘 그림 그리는
배경을 설명 듣고 보니 전성은 소장은 세상에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를 드로잉을 통해서 쳐내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구나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전성은에게 드로잉은 건축과 인테리어
전성은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다. 현재 ㈜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이며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건축사이며 서울시 및 세종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콜럼비아대 GSAPP 건축대학원 건축학석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과 도코모모코리아가 공동 주최한 한국근대건축특별전 〈장소의 재탄생〉
전시기획자로 주목받았다. 대표작으로 Sanvitale, Wing’s valley, Masion 등 다수의 주택 설계와
대구가톨릭대학교 김종복미술관 등이 있다. 건축 작업 외에 예술문화채널 sky A&C방송, ‘건축을 만나다’
건축큐레이터 및 객원 진행자(2015), 조선일보 조선비즈 건축칼럼 〈전성은의 행복한 건축〉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16.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_39x54 cm. charcoal on paper, 2016 17. 너른 평원에 낮고 기다란 집_54x39 cm. charcoal on paper, 2016 18. 봄비 기다리는 밤_54x39 cm. charcoal on pap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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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건축가 열전
에스엠엘 SML
Form Follows Possibility.
형태는 가능성을 따른다. 구축은 가능성을 담는 작업이다.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형태와 공간구성으로 시각화하여 드러나지만, 재료의 질감과 색상, 때로는 미세한 빛과 소리의 떨림에서 느껴지기도 한다. 에스엠엘의 작업은 주어진 조건에서 고정된 생각 없이 가능성을 발견하고 구축된 이후에 담길 가능성을 세심하게 접목시켜 화합물을 만드는 것이다. 관성화된 요소에 대해 질문하고, 대안을 제시하거나, 때로는 극적 반전을 꾀한다. 환경적 조건, 과학적 이론, 공간과 기능, 사회·인문적 요소 등의 관계를 설정하고, 상호작용에 대해 고민하여 가능성을 내재한 무언가를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이 도시에서부터 개인까지 관계를 맺으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하여 고민하며 건축, 인테리어, 환경조형물, 가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임승모 SML(에스엠엘 건축사사무소) 대표/소장
SML개소 이전부터 개인적인 관심을 실험하고 표현하기 위해 진행한 국내외 디자인 공모전에서 환경시설물, 가구, 조형물, 인테리어, 건축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지속적으로 참여하여 약 20여
회의 수상경력이 있으며, Libertango 로는 2016 A’Design Award & competition(Italy)에서
Gold Prize와 2017 American Architecture Prize(USA)에서 Winner in Interior design을 수상했다. 2017년 SML을 개소하여 ‘형태는 가능성을 따른다.(Form Follows Possibility.)’를
모토로 하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Interior Design Magazine(USA)의 14 Emerging Designers에 선정됐고, 최근 여의도 윤중초 단설유치원 및 체육관 현상설계(더코너즈와
공동작업) 제출작이 1등에 당선되기도 했다. 현재 부산시공공건축가, 서울시마을건축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 운영위원이다.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고, 창조건축(2008~2014)과 매스스터디스(2014~2016)에서 실무를 쌓았다. 창조건축에서는
캄보디아 대사관, 한국전력공사 신사옥, 마포구민체육센터와 같은 관공서, 업무시설, 체육시설 등 다양한 스케일, 환경, 기능, 성격의 프로젝트를 현상설계, 계획 및 실시설계로 수행했고, 매스스터디스에서는 송도 트리플스트리트에 참여했다. 98
Emerging Architect 06
1
99
1. 임승모
D HotelRoom RoomProject Project D Boutique Boutique Hotel
PureCrystal Crystal Pure
Lounge_17 Lounge_17
패션디자이너, 그래피티아티스트 D호텔은 인테리어디자이너, 사진가,등 다양한
Seoul 면적:LOCATION_Jongno-Gu, 31.31㎡ AREA_31.31㎡ 현설계상: 2013. 5 COMPETITION_13. 5 공사기간: 2013.6.~2013.11. CONSTRUCTION_13. 6 ~ 13. 11
Incheon 면적: LOCATION_Namdong-gu, 67.61㎡
D호텔은 인테리어디자이너, 사진가,
패션디자이너, 그래피티 아티스트 등 디자인하는 분야의 디자이너가 스위트 객실을 다양한 스위트 객실을 컨셉의분야의 부티크디자이너가 호텔이다. 2013년 호텔 더
디자인하는 컨셉의 디자이너스는 신축부티크 호텔의호텔이다. 객실에 당선자의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위치: 인천광역시 남동구
AREA_67.61㎡ 설계기간: 2014.1.~2014.2.
공사기간: 2014.4.~2014.8.
DESIGN_14. 1 ~ 14. 2 CONSTRUCTION_14. 4 ~ 14. 8
2013년 호텔 더 전제로 디자이너스는 신축 호텔의 디자인 적용을 하여 디자이너
선정을 위한 공모전을 개최하였고 Pure
객실에 당선자의 디자인 적용을 전제로
Crystal로 응모하여 디자이너로 선정되어
하여 디자이너 선정을 위한 공모전을
객실을 현실화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이후
개최하였고 Pure Crystal로 응모하여
클라이언트의 의뢰로 매년 1개 객실씩
디자이너로 선정되어 객실을 현실화하는
디자인하여 각각 다른 컨셉으로 총 5개의
기회를 갖게 됐다. 이후 클라이언트의
객실을 계획했다. 건축가로서 조형과 공간,
의뢰로 매년 1개 객실씩 디자인하여 각각
다른 컨셉으로 총 5개의 객실을 계획했다.
재료를 다룬조형과 장점과 새로운 경험을 건축가로서 공간, 재료를 다룬 제공할 수 있는새로운 부티크경험을 호텔이라는 장점과 제공할 이점을 수 있는 살려, 티크
기존의 일반적인 기능, 호텔이라는 이점을호텔 살려,객실의 기존의평면, 일반적인
재료와는 공간적 호텔 객실의다른 평면, 기능, 경험을 재료와는제공할 다른 수 있도록 공간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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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tango
Libertango
‘리베르 탱고'는 강남에 강남에 위치한 하나이다. 이곳은 개성은 탱고를 추는 결투를 앞둔 투우사와 검은 황소를 모티브로 하였다. 검정 ‘리베르 탱고’는 위치한 부티크 부티크호텔의 호텔의객실 중빛에 의해 공간의 더욱연인, 부각되고
턱시도를 감싸는 붉은 드레스의 고혹적인 휘날림, 금빛 천장을 자수가 따라 놓인 화려한 De Luces(빛의 객실 중 하나이다. 이곳은 탱고를 추는 연인, 흐르는Traje 금빛 커튼은 공간을 옷)을 입은 투우사와 Muleta(투우사가 사용하는 막대에 매단 붉은 천)를 응시하며 검붉은 땅을모티브로 차는 검은 황소의 이미지는 강렬한 에너지가 응축된 찰나의 열정과 긴장을 투영한다. 결투를 앞둔 투우사와 검은 황소를 분절하거나, 새로운색채, 영역을 만들어내거나
복도에서검정 문을턱시도를 열고 들어가면 휘어진 스테인리스 벽과 백색의 광천장은 맥락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공간적 장치로써 하나의 중립지대이며, 하였다. 감싸는마주하는 붉은 드레스의 사선이 지배하는 공간을 유연하게 통합하기도
고혹적인 휘날림, 금빛 자수가 놓인 화려한
한다. 스테인리스스틸 진입터널은 붉은 유리
Muleta(투우사가 사용하는 막대에 매단
바닥, 천장, 벽이 마감된)를 가로 지른다. L형
시공(時空)을 차단할 듯한 공간이다. 출입터널을 지나 객실 내부로 들어오면 공간을 지배하는 사선의 강한 방향성과 이에 대응하며 각 영역에 질서를
Traje De Luces(빛의 옷)을 입은 투우사와
매스(온통 붉은 유리와 붉은 유리타일로
부여하는 공간, 조형적 언어 그리고 여기에 색상과 재료의 물성에 의한 공간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영역과 조형성을 강조하는 빛에 의해 공간의 개성은 더욱 부각되고 천장을 따라 흐르는 금빛 커튼은 공간을 분절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거나 사선이 지배하는 공간을 유연하게 통합하기도 한다.
붉은 천)를 응시하며 검붉은 땅을 차는 검은
샤워실의 깊이감은 이용자에게 안락함을
스테인리스스틸 진입터널은 붉은 유리 매스(온통 붉은 유리와 붉은 유리타일로 바닥, 천장, 벽이 마감된)를 가로 지른다. L형 샤워실의 깊이감은 이용자에게
황소의 이미지는 강렬한 색채, 에너지가 응축된
제공하고, 공간의 형상으로 인한 공명으로
안락함을 제공하고, 공간의 형상으로 인한 공명으로 웅장하게 더한 음악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스틸로 제작된 이동형 테이블은 검정 벽체에 수납될 수
찰나의 열정과 긴장을 투영한다. 복도에서 문을
웅장하게 더한 음악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있도록 계획되었다. 하얀 바닥에서 솟아난 백색의 테이블은 벽과 일체화된다.
열고 들어가면 마주하는 휘어진 스테인리스
벽과 백색의 광천장은 맥락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공간적 장치로써 하나의 중립지대이며, 시공時空을 차단할 듯한 공간이다. 출입터널을
스틸로 제작된 이동형 테이블은 검정 벽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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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하얀 바닥에서 솟아난 백색의 테이블은 벽과 일체화된다.
지나 객실 내부로 들어오면 공간을 지배하는
사선의 강한 방향성과 이에 대응하며 각 영역에 질서를 부여하는 공간, 조형적 언어 그리고 여기에 색상과 재료의 물성에 의한 공간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영역과 조형성을 강조하는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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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ss Mesh, Marker, Collage on paper, 47.5 X 33cm Physical Model (1:25 Scale) 1. 디자이너스 종로 2. 디자이너스 인천 3. 디자이너스 강남 4. 디자이너스 DDP 5. 디자이너스 화양
L
Libertango Libertango
LA LA LA LAND LAND LA
LimeFlavor Flavor Lime
LOCATION_Gangnam-gu, Seoul 면적: 41.36㎡ AREA_41.36㎡ 설계기간: 2014.10.~2015.1. DESIGN_14. 10 ~ 15. 1 공사기간: 2014.10.~2015.7. CONSTRUCTION_14. 10 ~ 15. 7
LOCATION_Jung-gu, Seoul 면적: 27.2㎡ AREA_27.2㎡ 설계기간: 2016.11.~2017.2. DESIGN_16. 11 ~ 17. 2 공사기간: 2017.3.~2017.12. CONSTRUCTION_17. 3 ~ 17. 12
Seoul 면적:LOCATION_Gwangjin-gu, 29.6㎡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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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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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서울특별시 광진구
AREA_29.6㎡ 설계기간: 2017.4.~2017.5.
공사기간: 2017.7.~2018.2.
DESIGN_17. 4 ~ 17. 5 CONSTRUCTION_17. 7 ~ 1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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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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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터널 6. Brass Mesh, Marker, Collage on paper, 47.5 X 33cm 7. Physical Model (1:25 Scale) 8. 출입터널 9. 객실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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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설유치원 및 체육관
여의도 윤중초 단설유치원 및 체육관 신축되는 단설유치원과 체육관은
윤중초등학교의 서측에 위치한다. 유치원은 원과 체육관은 윤중초등학교의
어린이들의 쾌적한 공간 조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였다. 중정형 놀이터를 중심으로
의 쾌적한 공간 조성을 최우선으로
남북방향에 위치한 교실동은 남향을 가지고
있으며, 동쪽에 위치한 서비스존은 체육관과
놀이터를 중심으로 남북방향에
향을 가지고 있으며, 면한다. 동쪽에 1층 교무, 행정실은 외부의 출입과 내부 체육관과 면한다. 1층및교무, 놀이터 교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위치에 입과 내부 놀이터 및 계획된다. 교실을 체육관은 위압적이지 않은
형성을 위하여 매스를 친밀한 스케일로 수 있는 위치에경관 계획된다.
분절하여 계획하였다. 다양한 레벨을 활용한
운동장과의 연계활동과 학생들의 놀이공간을
지 않은 경관 형성을 위하여
고려하여 필로티 하부의 열린놀이터와 2층에
일로 분절하여 계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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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감도
한 운동장과의 열린관람대를 연계활동과 계획했다. 교사동과 연결되는 을 고려하여 필로티 하부의 브릿지는 체육관의 2층 실내 홀과 3층 실외
데크로 접근 가능한 입체적 동선으로 열린관람대를커뮤니티 계획했다.
계획된다. 차량동선과 보행동선은 초등학교의 브릿지는 체육관의 2층 실내 홀과
정문에서 분리된다. 유치원의 입구는 통학로의 최단 거리에 배치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데크로 접근 가능한 입체적
유치원으로의 외부인 출입을 원천 차단하여
선은 초등학교의 정문에서 안전성을 높인다.
입구는 통학로의 최단 거리에
건축가 : 외부인 높이고, 유치원으로의
SML(임승모), THE CORNERZ(홍종화)
여 안전성을 높인다. 위치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2길 14 면적 : 유치원 1,810㎡, 체육관 1,206㎡ 설계년도 : 2018(현상설계 당선) ~
승모), THE CORNERZ(홍종화)
설계팀 : 이지홍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2길 14
, 체육관 1,206㎡
현상설계 당선) ~ 배치도
11
12
13
102
10. 조감도 11. 배치도 12. 관 조감도 13. 단설유치원 투시도
도
14
도
15
16
14. 체육관 투시도 15. 단설유치원 투시도 16. 입면도
103
House of Ginseng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 세계적으로
가장 질 좋은 인삼을 생산하는 인삼종주국으로 평가 받고 있는 한반도, 그 중 가장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는 풍기 고려인삼Korean Ginseng 은
다년생 식물로 3~6년간 삼포어장이라 불리는 해가림에서 재배된다. 다른 작물에 비해
생장속도가 느리고 재배 조건이 잘 맞춰야 하는 인삼은 삼포어장 아래에서 다년간 성장하게 된다.이렇듯 긴 시간 동안 인삼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삼포어장은 ‘경작의
터’이며, 인삼이 나고 자란 ‘인삼의 집’이라 할 수 있다. 기다란 삼포어장이 경작지의 형상을 따라 켜켜이 덮인 인삼밭은 검은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풍경으로 이색적이고 특색
있는 경관을 형성한다. 삼포어장은 수직과
수평의 얇은 목재부재 위에 천을 씌운 가벼운
17
가구식 구조이며, 작업자의 통행과 작업에
필요한 최소의 규모로 만들어진다. 삼포어장의
1. 로비
태양고도에 맞게 기울어진 지붕은 직사광선을
3. 안내데스크
핵심적인 기능은 천으로 된 지붕에 있는데,
2. 프로모션 홀 4. 프로모션 월
적절히 차단하고 통풍과 배수를 원활하게 한다.
5. 숍
이렇듯 삼포어장은 인삼재배에 있어 핵심이
6. 오피스
되는 기능적인 최소의 집(모듈)이다. 우리는
7. 회의실
‘인삼의 공간’을 상징하는 ‘삼포어장’을 새로운
8. 창고
시선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전시•홍보• 판매장을 계획했다. 소극적인 브랜딩 전략으로
현재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브랜드에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여하여 풍기고려인삼의 우수성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공간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에 집중했다. 홍보관 로비에 들어서면 풍기인삼을 상징하는 로고가 정밀하게
세공되어 발광하고, 배경이 되는 순백의 벽은
실내공간으로 흘러든다. 곡선형의 실내 공간은 중앙 통로를 중심으로 양쪽 면이 서로 다른
언어로 대응하며 입구부터 맞은편 끝단까지
연속된다. 로비의 흰 벽면이 연장되는 통로의 우측영역은 효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순백의 정제된 공간으로
계획했다. 연속된 곡선 벽을 따라 브랜드의
0
1
2
5M
건축가 :
18
SML(임승모), THE CORNERZ(홍종화)
고유한 역사와 가치를 소개하고 이어서
위치 :
대표상품이 오브제화된 벽면까지 흐름이
경상북도 영주시 봉현면 오현리 47-2
이어진다. 이는 브랜드를 주제로 완결된 전시가
면적 : 295㎡
구성되는 효과를 갖는다.
설계년도 : 2017
설계팀 : 정구민, 이지홍
104
17. 홍보월과 판매장 18. 풍기인삼농협 Plan
통로의 좌측 판매영역은 자연의 품에서 생산된 인삼을 시각적, 의미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인삼의 집’인 삼포어장을 기본
모듈로 판매수납장, 바닥 그리고 땅에서 자라난 듯한 전시수납장을 동일한 재료로 일체화했다. 연속으로 배치된 모듈은 풍기고려인삼과
대지 그리고 정성스런 경작의 과정이 투영된 공간이미지가 되어 대중에게 환기되어 진다.
순백 전시공간과 목재를 주마감으로 디자인된 두 영역은 재질이 그라데이션으로 자연스럽게 전이되어 하나의 완결된 홍보관이 되고,
방문하는 고객들로 하여금 브랜드의 내재된
가치를 체화하고 더 나아가 자연스럽게 소비의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21
1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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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9. 로비 정면 20. 홍보관 광천장 디테일 21~23. 풍기인삼농협 Di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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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표지작가
건축가 구영민
Architect Koo Young Min
: Paper Architecture : Solo Exhibition : 漏印Ruin
구영민은 프랫인스티튜트에서 건축학사, 코넬대학교에서 건축석사를 취득했다. 미국 Fox & Fowle Architects P.C., SOM 등에서 10여 년간 실무 건축가로
활동하다 1990년대 초반에 귀국하여 인하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 파리 등 대학에서 초빙교수 및 교환교수로 활동 하고 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사)인천건축재단 대표이다.
건축비평집 『틈의 다이얼로그』, 전시도록 『IMAGEABLE PLATE-AU』 (공저) 등의 책을 냈고, ‘상상의 대지 탐사’전(박준호와 공동전시), 헤이리 예술제 추천작가 개인전, 대한민국 건축대전 초대작가, 블라디보스토크
비엔날레 초대작가, 2006 베니스비엔날레 UIA국제공모전 제4지역 프로페셔널 부문 대상 수상 기념 초대전 등 다수의 국내외 전시회에 참가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페이퍼 아키텍트다.
*전시 협력
김나연, 민식, 이예슬, 임지원, 유현석, 정경준, 서형석(이상, 인하대 건축의장
연구실 Factory), 신규식, 김예슬, 진채린, 장원영, 인징, 조영진, 최선형(이상, 인하대 건축학부생), 소용수(W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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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淚印Ruin 전시장 전경 ⓒ마당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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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연구
건축으로 건축을 정의Define하기 : 구영민 교수의 건축세계 따라잡기 글. 박준호 EAST4 대표, 건축가
2019년 4월 4일부터 서울에서 구영민 교수의 개인 전시회 ‘漏印Ruin’이
Architecture
에 두고 있었다. 여기에서 시적인 건축은 시적인 건축물 또는
일반적인 건물 모형과 도면을 보여주는 전시회는 아니다.
의미로 두고 있다. 그의 글 ‘표현(expression)’에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열리고 있다.(전시기간: 2019년 4월 4일~5월 5일)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결과물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시적 경험과 상상의 세계 속의 완성을
2004년 ‘Poetics of Cracks’, 2007년 ‘Imageable Plate-au’, 2011년 ‘Atlas
of Crack’등 여러 번의 전시회가 있었지만, 이번 전시는 구 교수 개인에게도
“What is the expression of a face?
학습하거나 실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건축의 범위와 한계를 다시 한 번
Is it the underside of the skin?
그의 건축세계를 수렴하고 도약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고, 건축을
Is it the surface?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Is it the skin itself? The bones?
구영민 교수는 현재 인하대학교 건축학부에 재임 중이다. 1994년에
Or is it all that, which the fulcrum of all the space is in between.
부임하였으니 25년여 동안 건축교육의 현장에서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였을
Space/Time/Body are enigmatic and Inexplicable,
것이다. 그의 연구실 ‘FACTORY’는 이미 하나의 학파로 수용되었고,
like the Architecture that is based upon them.
‘FACTORY MEN’들의 활약은 한국 건축교육과 실무 현장에서 작은 변화를
If I could sharpen my pencil with my words, I would remain silent.”
만들어가고 있다.
구영민 교수는 프랫인스티튜트 University
Pratt Institute School of Architecture
와 코넬대학교
에서 수학하였다. 여기에서, 굳이 출신학교를 거론하는 것은
Cornell
1980년대의 뉴욕과 프랫인스티튜트 그리고 페이퍼 아키텍처의 설명 없이는 구 교수의 건축세계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선, 1980년대의 뉴욕은 1960, 70년대 젊은이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비트 제너레이션 히피
Hippie
Beat Generation
시대의 종착점에서 새로운 시대의 지평을 열 수 있는 무언가를
있는 그 무엇인가? 피부 그 자체일까? 아니면 그 아래 있는 뼈 일까? 아니면, 그 모든 것
일까? 설명할 수 없는 공간, 시간, 형태의 사이에서 그 모든 것을 유지하는 그 무엇일까? 마치 건축이 그렇듯이…… 만일 나의 단어만으로 나의 모든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면,
,
찾아 방황하고 있던 시기이다. 도시 곳곳에서 음악, 미술, 영상 등 모든 예술의 실험적 행위를 목격할 수 있었고, 도시 전체가 새로운 예술을 지향하는
[인간의 얼굴에 보여지는 표현은 무엇인가? 우리가 보고 있는 그 표면인가? 피부의 아래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표현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레이몬드 에브라함의 글에서 볼 수 있듯이,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그 관계들 사이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
실험적 집단의 용광로와 같았다. 키스 해링Keith Haring의 낙서를 지하철에서
페이퍼 아키텍처가 구영민 교수의 구성적 기반이었다면, 현상적
전시를 뉴욕 현대 미술관MOMA에서 진행하였으며, 브롱스The Bronx에서는 힙합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의 많은 부분이 블라디미르 타틀린Vladimir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요셉 보이스
Joseph Beuys
의 행위 예술과
음악의 태동을 알리는 파티와 공연이 매일 저녁 일상처럼 이루어졌다. 건축 ’는 존
작가가 그러했듯이 구 교수 또한 공간, 형태보다는 관계에 집중하여 그의
Paper Architecture
헤이덕John Hejduck, 레이몬드 에브라함Raimund Abraham, 레비우스 우드Lebbeus , 가말 엘조비
Gamal-El Zoghby
등을 통해 건축으로 건축을 표현하는
순수건축의 세계를 보여 주었다. 그 중 레이몬드 에브라함, 레비우스 우드, 가말 엘조비는 프렛대학교의 교수였고, 건축학도 구영민의 건축적 상상에 기본적인 방향과 범위를 형성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레이몬드 에브라함은 궁극의 건축적 목표를 시적
인 건축
詩的
108
의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No men’s Land’는 엘 리시스키El Lissitzky의
프로운Proun 연작에서 그리고 몇 개의 부조Relief 작품은 나움 가보Naum Gabo의
중심으로 포스트 모던 이후 새로운 건축적 사고와 상상의 세계를 표출해야 Woods
Tatlin
를
또한 1988년 MOMA 전시회 ‘디컨스럭티비스트’
deconstructivist Architecture
하는 시기였다.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페이퍼 아키텍처
영감inspiration은 20세기 초 러시아의 ‘구축주의[구성주의]Constructivism’에 기반을
Poetic
조각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의 러시아 구축주의 건축세계를 완성해 간다. 구 교수의 기본적인 건축언어의 범위가 러시아 구축주의와 페이퍼 아키텍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시적이고 장식적이며 환각적인 요소들이
만연한 요즈음의 건물들과 대치하여 건축으로 건축을 정의define하려는
그의 의도는 마땅하고 필요한 부분이지만, 아직도 한계가 뚜렷한 우리의
척박한 건축적 현실과 이상의 간극에서 인정받고 지속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학습했던 고전적 건축의 정의는 ‘건축은 링컨 교회Lincoln
이고, 건물은 자전거 주차장bicycle
Cathedral
shed
’이라고 정의한 니콜라스 페브스너Nicolas
의 건축과 건물의 구분일 것이다. 물론
Pevsner
중요한 것은 미학적 매력aesthetic appeal의
존재 여부에 있지만, 건축과 건물은 현실
세상에 구축되어야만 하는 기본적 입장에서 페이퍼 아키텍처와는 분명한 차이를 두고 있다. 페이퍼 아키텍처는 끝없는 상상 속 시공간時空間 안에서 시작되고 구축되는
생각을 건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며, 건축의 이론적 부분을 가시화하여 보여지는 또
다른 방식의 건축표현이다. 표현의 방법은
제한되지 않는다. 종이 위에 연필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건축 드로잉과 같은 방법에서 모형, 유화, 판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상상 속 세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상상의 시작은 본질에 대한 질문에서
1
출발한다.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직관Intuition에서 반응하는 신체적 반응과
우리의 대부분의 시간을 목전目前의 성취만을 위하여 소비한다면 미래의
발전시킨다.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해는, 지어지지 않은
비판적 시각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한 이유로 구영민 교수의 이번
정신적 반응에서 발견되는 빛
Enlighten
과 같은 시공간을 가상 체험하며 작업을 unbuilt
건물을 페이퍼 아키텍처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퍼 아키텍처를
건축의 분류에서 하나의 종種,kind으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건축의
범주 안에서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답습되어야 한다. 구축
Built
을
목적으로 하는 건축이 있다면, 건축의 정신적인 부분 또한 2,000여 년전
어떠한 성과도 보장되기 어렵다. 새로운 건축적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전시는 물론이고, 건축으로 건축을 정의 하려는 그의 건축적 행보와 태도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건축환경에 소환하여 답습해야 하는 주요한 부분일 것이다.
건축의 태동 이후 언제나 함께 발전되어 왔다. 건물과 건축의 구분이 그렇고, 피신처shelter와 주거dwelling의 차이가 그렇다. 건축은 단순히 기후에 대응하는
구조물로 만족될 수 없고, 우리human being에게 그 이상의 의미 있고 신성한
공간으로 재탄생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구영민 교수의 지속적인 건축적 탐구는 ‘틈’의 고찰에서 비롯되고 정리된다. 2009년 출판된 그의 첫 번째 비평집 『틈의 다이얼로그』에서 밝히듯이
간극interstices의 공간에서 새로운 건축적 가능성을 찾으려 한다. 이 지점에서
건축적 크기와 비례는 사소한 것이 되어 사라지고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작은 틈crack에서 건축의 의미와 정의에 대하여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
만약, 건축이라는 거대한 범주 안에서 공간, 시간, 장소, 빛 등 우리가 건축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을 소거한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건축의 가장 본질적인quintessential 시작에서, 건축은
무엇으로 성취되고, 어떠한 방법으로 발현되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우리의 진부cliché한 시각적 착각 또는 오류에서 벗어나 지각적 시야 또는
감각을 이용하여 상상하고 구축되어가는 구 교수 개인의 건축적 세상世象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보이고 느껴질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적
건축환경에서 경험할 수 없는 건축적 유토피아utopia 또는 디스토피아dystopia의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영역 또한 우리의 일상과 별개의
세상으로 볼 수는 없다.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지만 우리의 과거, 미래 그리고 현재를 연결하는 기억장치의 한 부분이며 현실태가 되기 위한 잠재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
1. 뒤 창문의 풍경 In the Rear Window, 구영민 ⓒ김재경 2. 반역사적 재생 매장 Ahistoricl RE;stoRE_up, 구영민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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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계 속 정원 Garden in the Machine, 구영민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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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시 헛간 City Shed, 구영민 ⓒ김재경
5. 수직의 환상(곡) 속에 묻혀 진 몽환적 삶 Oneric living in the Vertical Fantasia, 구영민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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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e)park upon GRAFfiTi, 구영민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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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무경계 지대 No Man's Land, 구영민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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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오피스 Office, 구영민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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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압착된 지평선 Compressed Horizen, 구영민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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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어반 10. 파고다 Urban Pagoda, 구영민 ⓒ김재경
11. 유토피아의 유적 Utopian Relics, 구영민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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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비평
동시대 한국 도시에 대한 메타-비평 : 구영민 교수 건축전 ‘漏印Ruin’ 글. 백승한 본지 편집위원, 가톨릭관동대 교수
본 전시는 보통 ‘폐허’를 지칭하는 영단어 ‘ruin’의 한글 발음 ‘루인’에
공간을 구축하는 리시츠키의 작업은 “불안정하게 균형 잡힌 시각적 영역
뜻을 가지는 한자어 ‘누(漏)’는 ‘도장’ 혹은 ‘눌러서 자리를 내다’를 의미하는
field)”라는 함의점을 지닌다. 리시츠키는 프로운 시리즈가 발표되었던
대응하는 한자어 ‘漏印’을 비롯한 건축적 탐험의 결과이다. ‘새어나가다’의 ‘인(印)’과 결합하여, 물리적으로 자리 혹은 흔적이 새겨짐과 동시에
새어나가고 빈틈이 생긴다는, 겉으로 보기에 모순적인 상황의 공존과 그
충돌 사이에서 생성하는 건축적 상상력을 촉발한다. 루인은 ‘사이(間隙[간극]; interstices)를 탐하는 건축행위’로도 풀이된다. 전시 설명에 따르면, 루인 개념에 기반 하는 구영민의 건축행위는 “‘~의 사이’에 존재하는 개체가 아니라 그 역할을 하는 대상을 찾는 일”이며, 구체적으로 “대지와 건축
사이에서 ‘사이’는 서로의 경계를 탄력삼아 각 영역을 감염시키고 끊임없이
의미를 생성하게 해주는 중간자agency로서, 이질성, 복합성들이 상호 개입하고
침투하는 장이며, 억압적이고 단성적인 부호들을 끊임없이 해체하는
속에서의 보류(suspension within a precariously balanced visual
1920년대 당시 러시아에서 새로운 건축적 구축의 방법을 제시하고 새로운 사회의 구축을 열망하였다. 필자가 구영민의 건축에서 관심을 가지게 된 부분은 바로 이러한 “보류”의 전략이다. 기존의 사회 질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다른 표현 혹은 구축의 방법론을 모색한 리시츠키의 건축 실천은 이제는 역사가 되어버렸지만, 기존의 체제와 새로운 표현을 같은 지평에
놓고 긴장감을 생성하며, 이에 따라 그 어떠한 성급한 판단도 일시적으로
보류한다는 것은 시대를 초월하여 새로운 것을 자기화하는 보편적인 태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지대가 된다.” 넓게는 세계를 구성하는 여러 층위들 ‘사이’를 탐구한다는
의제를 가지는 그의 건축행위는 그 형식상 페이퍼 아키텍처paper architecture이며, 따라서 건축주의 요구 및 기타 현실적인 요구조건 등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은 주로 나무 재료로 마감된 모형들로서, ‘사이’를 추구하는 그의 건축적 태도를 반영하듯 구체적인 지시 대상이 부재하는
상태로 관객과 마주한다. 전시장 안의 작품들은 바닥에 눕혀 있거나 벽에
걸려 있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어진 공간 속에 배치되어 있으며, 각 작품에 대한 정보는 한글과 영어 제목 그리고/혹은 마치 시와 같은
함축적 문구들이 거의 전부이다. 각 작품이 지시하는 시공간의 경계나
스케일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으며, 많은 경우 건물(과 같은) 모형이 놓이는 바닥(판)은 기울어진 상태로 남겨져 있다. 때로는 큰 상자와 같은 매스는
점점 넓어지거나 좁아지는 대각선의 틈을 통해 균열이 가해지고, 그 사이로 마치 고고학적 발굴을 기다리는 유적과도 같은 오래된 미래도시의 흔적이
부분적으로 발견된다. 기능을 알 수 없는 구조물은 이미 그 수명이 다했거나 아직 건물로 규정되지 않은 상태인 듯 보이며, 무한히 뻗어나가는 벽 또는 보는 주어진 건축적 조건으로부터의 탈피 혹은 새로운 건축을 열망하는
건축가의 제스처인 듯하다. 시공간적 경계를 가늠하기 어려운 그의 건축 모형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벽돌집Brick Country House(1923)〉, 혹은 러시아 구성주의자 엘 리시츠키
El Lissitzky
성장하던 소비에트 유니온
의 〈프로운
Proun〉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당시
을 위한 새로운 구축논리를 탐구한
Soviet Union
리시츠키의 프로운은 다양한 스케일과 크기의 원과 직사각형 기하학
단위들이 3차원 공간에서 불규칙하게 접합되고 흐트러져 있어 마치 무중력에 떠 있는 느낌을 자아낸다. 매튜 드럿
Mattew Drutt
120
에 따르면 불규칙한 기하학적
1
2
한 번에 쉽게 파악되지 않는 그의 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경로가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그의 작품 제목부터 살펴보고자 하며 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수직의 환상(곡) 속에 묻혀 진 몽환적 삶 Oneiric Living in the
Vertical Fantasia〉; 〈뒤 창문의 풍경 In the Rear Window〉; 〈(De)park Upon GRAFfiTi〉; 〈반역사적 재생_매장 Ahistorical RE;stoRE-up〉; 〈기계 속 정원 Garden in the Machine〉; 〈주전자 A Jug 〉; 〈오피스 Office〉; 〈유토피아의 유적 Utopian Relics_City Shed attributed to Fortuitous Imbroglio〉;
〈무경계 지대 No Man’s Land〉; 〈에셔 프레임하다 Escher Framed〉; 〈도시 헛간 City Shed_attributed to Fortuitous Imbroglio〉; 〈압착된 지평선:
1. 에셔 프레임하다 Escher Framed, 구영민 ⓒ김재경 2. 주전자 A Jug, 구영민 ⓒ김재경
도시로부터 수평적 기질을 박탈함 Compressed Horizon – Abridging a City of her horizontal penchant〉.
〈에셔 프레임하다〉와 같은 경우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계단의 무한
그의 작품은 비평가 전진삼이 기획하고 프랫 대학Pratt Institute 출신의 두 건축가, 구영민과 박준호가 참여한 2007년 전시 〈상상의 대지탐사(Imageable Plate-
au)〉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다(본 전시의 결과물은 같은 해, 같은 제목으로
반복에 대한 에셔의 드로잉을 보다 직접적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이다. 하지만 작품 〈주전자〉에 대응하는 건축 모형은 쉽게
시공문화사에서 출판되었다). 본 전시에 대한 소개는 2019년 구영민의
고원 같은 지형의 내부로(지하로) 파고드는 일련의 크고 작은 구조물들로
일환으로 관주도의 개발주의가 횡행하는 인천의 도시공간을 비판적으로
그 상관관계가 그려지지 않는다. 〈기계 속 정원〉은 완만한 경사가 있는 넓은
구성되며, 땅 속으로 관입된 공간들은 일종의 기계로서 그리고 그 주변의 고원은 자연적인 것과 같은 느슨한 이분법이 성립 가능하다. 〈수직의 환상(곡)
속에 묻혀진 몽환적 삶〉은 일련의 계단과 단위공간들을 연속해서 수직적으로
쌓아 올리는 작업이다. 여기서 영단어 ‘oneiric’은 ‘몽환적’으로 표현이
되었는데, 이는 ‘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또는 ‘감각적’이란 의미로 또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천루나 아파트 등 무엇이 되었든 끊임없이 수직적으로 쌓아 올라가는 고층 구조물의 밀집 속에서 옅어져가는 감각
건축 전시를 이해하기 위한 좋은 단서가 되며, 다음은 소개문 중 일부이다: “두 건축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영종·청라지구)과 구도심재생사업의
해부하고, 그 위에 건축적 상상력을 덧입힌다. [이에 따라] 개발현장의 틈을
응시하며 찾아낸 도시현상의 특이점들을 드로잉과 모형 그리고 영상도구를
이용하여 전시장에 옮겨놓는다.” 말하자면 이들의 작업은 확장하는 국제도시 인천에 대한 비평적 태도를 취하며, 특히 구영민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추상성과 모호함은 특정 도시개발 프로젝트 비평에 한정하지 않는 포괄성을 위한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한편 도시개발에 대한 그의 비판은 때로는 직설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반역사적 재생_매장〉에 대한 설명글에서
경험의 층위가 묻혀져 가는 근대 도시적 상황에 대한 성찰로도 파악해볼 수
발견된다. “백년의 역사가 600년 된 알 수 없는 기억의 창고에 갇히는 순간
하지만 이렇게 제목과 그 내용을 연결시키는 작업은 어떤 면에서 무의미할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100년의, 20세기의 역사의 중요성을
있다.
수 있다. 왜냐하면 그의 전시에서 이러한 일대 일 대응은 그렇게 적극적으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그의 작업에서 참조하기
referencing
과정은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큰 의미 부여가 되지 않은 상태로 무심하게
의
전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넓게는 기호와 의미 사이의 일대 일
대응 관계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제스처로 또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주전자〉의 경우, 관람자는 쉽게 그 대응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직육면체에 가까운 나무 박스는 기울어진 상태로 세워져 있으며, 한 쪽
모서리와 인접하는 면은 매끈한 곡선으로 처리되어 있다. 세 면이 만나는
상단부의 한 모서리는 이른바 건축적 이벤트가 발생하는 곳이다. 직육면체의 한 꼭짓점이었을 모서리는, 마치 칼로 난도질당한 나무통을 연상시키듯, 여러
방향의 결로 쪼개어져 있고 그 사이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들이 생겨난다. 묘사하기조차 쉽지 않은 이러한 공간의 구축은 그 어떠한 의미 체계로부터 이탈한 듯 보이고,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형용할 수 없는 낯설고도 친숙한
무엇이다. 주어진 공간을 중력의 법칙에 따라 구축하는 건축 설계의 어법이
친숙하다고 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결과물은 기능을 파악하기 어렵고 또한 그 참조 대상 또한 명확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낯설다. 하지만
이러한 형용할 수 없음이 반드시 무의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작품 〈주전자〉에서 펼쳐지는 것은, 비록 그 시작도 끝도 정확하게 인지 가능하지
않지만, ‘어떤 상황’일 것이다. ‘어떤 상황’에 맞닥뜨린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동굴을 만들거나, 지속적인 주거의 형태를 위해 통로와 기능적인
단위공간들을 구획하고 배치할 수 있다. 필요에 의해 공간을 구축하는 그
누군가는 전체를 상정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으며, 따라서 자기의 인지 영역
내에서 감지되는 환경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구축되는 세계는 당연하게도 완성된 것이 아닐뿐더러 항구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지엽적 전술만을 통해 구축된 세계가 불완전하다고 해서 반드시 그 대립항이 완전하다고 상정할 수 없다. 주변 세계를 포괄하는 더 넓은 세계 역시 물리적으로 유한하며, 그 구축의 전략 체계는 미리 주어지지 않는다.
다르게 말해, 전술로서의 미시적 세계와 전략으로서의 거시적 세계는 마치
씨실과 날실이 촘촘하게 교차하면서 직조됨에 따라 뒤얽혀서 만들어지며, 그
동대문 성곽 복원은 유치한 테마 파크로 종결되었다”라는 건축가의 설명은, 강조하는 대목이다. 구영민의 작업 다수에 인천의 국제화에 따른 도시개발에 대한 비평적 태도가 함축되어 있다고 할 때, 〈반역사적 재생_매장〉의 경우는
지난 100년의 한국 근대의 기억을 지우고 이를 재생이라는 이름하에 더 먼 조선의 역사를 끌어들이는 정부의 국가주의적 태도를 비판한다.
시민단체 등에서의 활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아직 물질화되지 않은 또 다른 도시와 건축의 가능성을 페이퍼 아키텍처를 통해 구현하는 구영민의 스타일은, 국내의 실용주의적 분위기와 비교해 볼
때 여전히 신선하다. 그럼에도 마주하는 현상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도모하는 그의 태도는, 보다 장기적인 도시개발과
이에 대한 비평의 차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전술한 것처럼 리시츠키의 작업에 대한 현재적 가치란 마주하는 비루한 현실에 대한 “보류”를 통한 비판적 재구성에 있다면, 이는 넓게는 철학자 에드워드 후설이 그의
“에포키epoche” 개념을 통해 말한 “판단 중지suspended judgment”의 가능성과도
관련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작업을 면밀히 살펴보고 또한 그가 여러 종류의
글에서 사용하는 어휘들의 학술적 연계 지점을 고려할 때, 필자가 보기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저작, 특히 『천 개의 고원』(1980년 초판)은 중요한 참조 지점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차이”, “유목민”, “틈”, “영토” 등 구영민이 사용하는 어휘들은 말하자면 차이와 반복으로 구성되는 세계를 사유하고
실천하는 들뢰즈적 세계관과의 관계 속에서 전개된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온전히 기호화될 수 없는 세계의 유동성과 이종성에의 주목을 의미한다. 하지만, 특히 이미지에 대한 그의 해석은 어느 순간 들뢰즈/가타리가
비판하는 기호학의 영역으로 회귀하는 인상을 주는데, 그가 종종 사용하는 용어들 중 일부인 “가면”, “허구”, “은폐”, “욕망” 등은 이미지와 실재, 혹은
표면적인 것과 진정한 것을 비교적 명확한 방식으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건축 작업이 참조하는 인천과 같은 “정신착란적” 도시는 가면
또는 이미지 그 자체이자 의미가 생성하는 차이의 공간이 될 수는 없을까?
이러한 질문을 통해 그의 건축적 상상력이 동시대 한국 도시에 대한 메타비평적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본 글을 마치고자 한다.
결과는 힘의 체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종류로 남겨진다.
한편 건축적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구영민의 전시는 사실 그가 경험한
인천이라는 구체적인 도시에 대한 성찰의 결과라는 사실 역시 중요하다. 사실 3. 淚印Ruin 전시 풍경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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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문의 : 시공문화사 http://www.spacetime.co.kr, spacetime@korea.com, T. 02) 3147-1212, 2323, F. 02) 3147-2626
제44차 S-S 프로그램 발표
WIDE 건축영화 공부방 2019년 WIDE건축영화공부방은 도시(City/
Urban)에 시선을 맞추고자 합니다. 이미 우리는 2012년 8월 도시영화의 바이블격인 프리츠 랑 감독의 ‘메트로폴리스’를 살펴본 바 있으며, ‘증오’, ‘크로노스’, ‘삼사라’, ‘어버나이즈드’, ‘프루이트 아이고’, ‘도시의 여신: 제인
제이콥스’등 수많은 도시 관련 영화를 접한
바 있습니다. 가장 광대한 소재와 예측할 수
없는 가능성을 가진 주제입니다. 그래서 더욱
프로그램 1
환경, 즉 삶의 질과 직접 연관되니까요.
│92분│다큐멘터리│감독 맷 타노어 Matt Tyrnauer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기도 합니다. 우리의 더불어 2019년은 건축영화공부방을
‘simultaneous screening’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마치 어릴 적 동네에 자주 들렀던
동시상영극장이 먼저 떠오를 터입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다큐형식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대개 20여 분 안팎의 건축유명작품 위주로 다룰 예정입니다.
시민 제인 : 도시를 위해 싸우다Citizen Jane : Battle For The City│2016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1916~2006), 그녀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1961년에 출간된 그녀의
책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은 가장 독창적이며 강력한 설득력을 가진 책으로 소개되었지만 나는 지금도 그 책 을 다 읽지 못했다. 설득력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가능할까...?
“도시는 사람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영화 중간의 이 내레이션은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뉴타운, 신도시, 재개발, 재건축.... 유달리 새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성향 때문에 제인 제이콥스가 주장 하는 ‘옛 것의 소중함’과 ‘사람들과의 관계’가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용산참사’사건처럼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 그 장소에서 사는 삶의 주인조차 원하지 않는 개발 을 제도적인 장치까지 동원하며 새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와 의미를 되짚어 볼 때가 아닐까?
일시
이 영화는 노트와 필기구를 준비해서 봐야할 지도 모른다. 너무도 소중한 이야기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니까!
장소
프로그램 2
2019년 6월 5일(수) 7:00pm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방장
강병국(간향클럽 자문위원, WIDE건축 대표)
(글. 강병국)
바르셀로나 파빌리온The German Pavilion in Barcelona│1929
192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에서 독일관으로 개관되었던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작품이다. 아마 건축을 하는 사람치고 이 이름을 처음 들어본 사람은 없을 터. 명불허전, 두 말하면 잔소리인 걸작이다.
90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더 놀라운 이 미니멀리즘의 극치는 1945년 판스워스 주택까지 연결된다. 필립 존슨의 글래스 하우스(1949)도 미스에게 빚진
신청 예약 방법
작품임을 부정하긴 어려울 듯하다. 모르긴
게시판에 각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50명
겉핥기식으로 알아선 늘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한
네이버카페 <와이드AR> WIDE건축영화공부방 내외 접수
몰라도 지금처럼 앞으로도 이 작품을 수박
채로 살아가야 하니 이번 기회에 가치 있는 숙제 하나를 털어 버리자.
주최
간향클럽, 미디어랩&커뮤니티 주관
WIDE건축, 와이드AR 후원
이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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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향클럽, 미디어랩 & 커뮤니티
간향클럽 사람들
우리는
mc 1
GANYANG CLUB, Media Lab. & Community 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건축한다는 것만으로 반갑고
프로듀서 전진삼
편집 및 운영간사 박지일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이태현
디자이너 심현일, 디자인현
건축계 안팎의 현안을 주시하며 이슈를 발굴-
mc 2
편집위원 백승한, 장정제
골 깊은 갈등 구조를 중재하는 매개자 역할을 통해
비평위원 김현섭, 박성용, 박정현, 송종열, 이경창, 이종우, 현명석
행복한 세상을 짓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우리는
공론화하고, 나아가 건축동네의 계층, 세대, 업역 간의 우리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견인하는 통합의 지렛대가
사진총괄 부편집인 김재경 사진위원 남궁선, 진효숙
되겠습니다.
mc 3
제작자문 김기현, 시공문화사spacetime
우리는
인쇄관리부장 손운일
물론 건축과 대중 사회를 연결하는 미디어 커뮤니티가
인쇄처 대표 강영숙, 서울문화인쇄
mc 4
독자지원 및 마케팅 박미담
서점관리 심상호, 정광도서
이 땅에 필요한 건강한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되겠습니다. 우리는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종이공급 박희진, 신안지류유통
인쇄제작국장 김은태
과월호 공급 심상하, 선인장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땅집사향)》
지역 건축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응원하는 《ICON
mc 5
기획자문 강병국, 고영직, 고충환, 김영철, 박병상, 손장원, 안철흥, 우종훈,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운영자문 류영모, 신창훈, 안용대, 이수열, 이승용, 이윤정, 조남호, 최원영, 하광수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BCD Party》
Party》
《심원건축학술상》
직판관리 박상영, 삼우문화사 이정범, 이중용, 전진성
신예 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mc 6
고문 박민철, 박유진, 이충기, 정귀원, 조택연, 황순우
내일의 건축에디터&저널리스트 양성소
이종건, 임창복, 최동규
건축비평상》
《간향저널리즘스쿨》
건축 잡지&저널리즘을 아카이빙하고 연구하는 《한국건축저널리즘 연구회》
건축 비평도서 출판 《간향 critica》
건축가(집단)의 모노그래프 출판 《wide document》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mc 7 mc 8
명예고문 곽재환, 구영민, 김정동, 박길룡, 박승홍, 우경국, 이백화, 이상해, 이일훈, 대표고문 임근배
패트롱 김연흥, 김정후, 나명석, 목천, 박달영, 이태규, 장윤규, 최욱 발행위원 김기중, 김용남, 김태만, 손도문, 오섬훈, 우의정, 임재용, 정승이
부발행인 이주연
《WIDE아키버스》
대표,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WIDE건축영화공부방》
mc 9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자 박성형, 서정일, 이강민, 이연경, 이길훈, 강난형
등 일련의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심원문화사업회 사무장 신정환
인간·시간·공간의 이슈를 영상으로 따라잡는
건축·디자인·미래학 강의실 《포럼 AQ korea》 함께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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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10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마실와이드 대표 김명규 팀원 박소정, 최지희, 박은진, 김용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건축가 초청강의’(시즌5) : Architects in Korea ·Ⅳ
우리 건축 장場의 새 얼굴로부터 기성, 중견, 노장
2019년 5월_제149차 : Architects in Korea 37
건축가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 하에 이
땅에서 활동하는 벽안의 건축가까지 주목하고자 합니다. 2016년 5월~2017년 2월(1라운드),
2017년 3월~2018년 2월(2라운드), 2018년 3월 ~ 2018년 12월(3라운드), 2018년 3월~2018년 12월(3라운드), 2019년 1월~12월(4라운드)로
이어지는 건축가 초청강의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주관
와이드AR 주최
그림건축, 간향클럽 협찬
이야기손님: 손진(이손건축 대표)
수류산방
장소: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시공문화사Spacetime, 유오스Knollkorea,
일시: 5월 15일(수) 7:30pm
주제: 이손건축 20년의 종단면
후원
㈜이건창호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2019년 6월_제150차 : Architects in Korea 38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s://cafe.naver.com/aqlab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손님: 정재헌(경희대 건축학과 교수) 일시: 6월 12일(수) 7:30pm
장소: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주제: 집을 생각하다(10rules for housing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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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2019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3
間鄕
X세대 Generation-X
19 : 03-04
03994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75 (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www.ganyangclub.com ISSN 1976-7412 9771976-741204-03
SE 03
본지는 2017년판부터 매년 3-4월호를 『Special Edition』으로 제작하여 “한국의 건축가 특집” 시리즈를 엮고 있습니다. 본지가 주관하는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땅집사향)》에 한 해 동안 초대된 건축가를 한 권의 책에 담아 동시대의 건축 상황과 그들의 작업세계를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정기간행물의 시간적, 매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Special Edition』 발간 1년 후 시점부터는 본지가 운영하는 간향클럽 홈페이지 www.ganyangclub.com을 통해 pdf 파일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건축저널과 한국현대건축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이용을 기대합니다. 126
한국의 건축가들
ARCHITECTS IN KOREA・Ⅲ
: ARCHITECTS IN KOREA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2019년 03-04월호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Special Edition
Ⅲ
19 : 03-04
PARTNERS ARCHITECTS IN KOREA . Ⅲ EDITORIAL
X세대 건축가들의 자서전Architect’s Autobiography ESSAYS
김주경 OUJAE Architects : 나의 건축 인생 연대기 혹은 기억조작
김범준 TOPOS Architectural Firm : 오리지낼러티 탐문의 건축여정 김태만 HAEAHN ARCHITECTURE : 실패의 역사 (to be) unbuilt 이상대 spaceyeon architects : 어느 건축 마라토너의 방백傍白 임영환 D·LIM architects : ‘지속가능한’ 아마추어 건축 김선현 D·LIM architects : 꿈꾸는 자의 행복한 건축 조성익 TRU Architects : 냅킨 드로잉
박창현 a round architects : 몇 가지 단서들 김세경 MMKM : 건축이라는 올가미
민서홍 MMKM : 건축 짓는 농사꾼의 길
조진만 JO JINMAN ARCHITECTS : 어느 젊은 건축가의 회상
홍재승, 최수연, 이강희 PLAT/FORM : 풍경風景, 반 풍경 그러나 알레고리 NOTICE
제12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제28회 김태수 해외건축여행 장학제 공모
《와이드AR》 2018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2
PUBLISHER’S COLUMN – ABCD파티–올해의 발견 ARCHITECTS IN KOREA . Ⅱ EDITORIAL
한국 건축의 새 판을 여는 젊은 리더들의 12가지 화법 ESSAYS
건축의 엄밀성과 농담, 혹은 사랑과 체념 : aoa architects 건축이 남긴 이야기들 : CHAE–PEREIRA architects 새로운 프로세스와 시스템 : EMER–SYS 경계에서의 점진성 : EUS+ architects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리드하는 건축, 건축가 : johsungwook architects
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 그리고 일상 속 이야기 생성 : L’EAU Design 스타일의 전략–작업의 방법에 대한 근본적 이해 : Min Workshop 근대 건축, 수용과 변용의 미 : OFFICE ARCHITEKTON 들띄우기와 흰색 그리고 부산 : RAUM architects 새로운 눈을 갖기 위한 발견의 방식, 질문 : Samhyun Urban & Architecture
길, 에움길, 샛길 : SUPA schweitzer song 따뜻한 건축 그리고 10+ : UTAA NOTICE
제10회 심원건축학술상 심사결과 발표 당선작 : 해당작 없음
심사위원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와이드AR》 2017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1
PUBLISHER’S COLUMN – 친구 ARCHITECTS IN KOREA . Ⅰ
EDITORIAL 젊은, 내일의 건축 리더들이 말하는 우리 건축 장場의 단면 #1. 건축의 뿌리 혹은 공부의 배경에 대하여 #2. 한국 건축 비평(계)에 대한 바람 #3. 귀 사무소(팀)의 작업 화두는? #4. 현대건축을 수행함에 있어서 ‘전통’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5. 귀하(또는 사무소, 팀)가 이해하고 있는 ‘개념’이란 무엇인가? #6. 현 단계 한국 건축계, 무엇이 문제인가? PROJECTS : OFFICE INFORMATION a.co.lab : 휴먼 네트워크의 수행자 BOUNDLESS : 관계의 진화를 엮는 전술가들 designband YOAP : 3인 3색의 피보나치 수열로 건축하는 집단 FHHH Friends : 좌충우돌 화려한 팀플레이 집단 HG–Architecture : 디지로그의 세계를 실천하는 스튜디오 JYA–rchitects : 함께 흘리는 땀의 가치로 무장한 팀워크 mmk+ : 한 방의 장외홈런 다음을 준비하는 히어로 OBBA : 건축, 내러티브의 소중함으로 승부하는 사무소 stpmj : 아트와 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이어니어 Z–Lab : A to Z, 콜라보&커뮤니케이션스 컴퍼니 NOTICE 제9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발표 경복궁 궁역의 모던 프로젝트 — 발전국가시기 광화문과 국립종합박물관을 중심으로(1962~1973) 수상자: 강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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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통권 66호, 2019년 5-6월호, 격월간 2019년 5월 15일 발행, ISSN 1976-7412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호(통권 1호) 발행 2009년 4월 17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발행인 겸 편집인|전진삼 발행소|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주소|03994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75 (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전화|02-2235-1960 팩스|02-2235-1968 홈페이지|www.ganyangclub.com 네이버 카페명|와이드AR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 유포를 금합니다. 1권 가격: 12,000원 연간구독료 1년 구독: 65,000원 2년 구독: 1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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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주요 배본처
온라인 서점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11번가, 인터넷 교보문고 오프라인 서점 대형 서점 ・교보문고 광화문점(02-393-3444) 강남점(02-5300-3301) 잠실점(02-2140-8844) 목동점(02-2062-8801) 이화여대점(02-393-1641) 영등포점(02-2678-3501) 분당점(031-776-8004) 부천점(032-663-3501) 안양점(031-466-3501) 인천점(032-455-1000) 인천 송도점(032-727-2807) 대구점(053-425-3501) 부산점(051-806-3501) 부산 센텀시티점(051-731-3601) 창원점(055-284-3501) 천안점(041-558-3501) ・영풍문고 종로점(02-399-5600) 미아점(02-2117-2880) 명동점(02-3783-4300) 청량리점(02-3707-1860) 김포공항점(02-6116-5544) 여의도점(02-6137-5254) 홍대점(02-2250-7733) ・서울문고 건대점(02-2218-3050) ・종로서적 종로점(02-739-2331) ・북스리브로 홍대점(02-326-5100) 동네 서점 효자책방 소란(서울 통인동, 02-725-9470) 《와이드AR》 과월호 구입처 본지 총판 정광도서 내 선인장(담당 심상하 방장, 02-725-9470) *2008년 판: 절판 *2009년~2015년 판: 파격 할인가 적용(한정수량) *2016년~2018년 판: 일반 할인가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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