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 09-10, no.68 김재경의 Photossay 08 [18] 박성용의 Discovery
Contents & Flow Map 구분
[34]
한국의 건축 지식 사냥꾼 08 이상헌 Research [36] 한국근대건축의 현장과 이슈
인물
03 용산철도병원 이연경
Focus [42][48] 〈리얼-리얼 시티〉 전시리뷰 백승한 〈그린벨트, 가상의 공간 그리고 리얼리티〉 리서치 원흥재
이중용의 Keyword of Archi-World [54] Reading Lists [56]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리우지아쿤
비야 알로이시오
걷다 느끼다 그리다
코르뷔지에 넌 오늘도 행복하니 GAIA Topic War-Free / Nuclear-Free 편집실 [32][74]
비평대상
장소
콘텐트 권형표• 김순주• 배기두• 오호근• 이상헌• 피터최• 〈리얼, 리얼시티〉 전• Alley House• Be.Yond• Daeul• Tiny Patio• We are Kimshin• 그린벨트• 용산철도병원• 전통건축•
BAT•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 사무소 JYA-RCHITECTS• 2019 리얼시티 프로젝트 워크숍• 2019 상반기 키워드: 시스템 노이로제•
사건
2019 인천건축문화제• 〈최소의 집〉 전시• 땅집사향 153-154차• 제12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제10회 와이드AR건축비평상 공모•
The manner of the design 02 [58]
제이와이아키텍츠의 우리가 디자인하는 법 Emerging Architect 08 [66]
WIDE건축영화공부방 46차•
기타
비에이티 BAT
책. 리우지아쿤• 책. 비야 알로이시오• 책. 코르뷔지에 넌 오늘도 행복하니•
Feature [75] Corporate Architect 01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의 3인
design principal 오호근, 피터최, 배기두 Special Feature [90] 바우건축│집 이상의 집
비평│소수적 건축 김인성
에세이│bau architects 권형표, 김순주 5 프로젝트 바우건축 Notice
제12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표2]
제10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13] 표지 이미지 설명: Alley House 실내, bau architects ⓒ노경 2
책. 걷다 느끼다 그리다• 책.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파트너십
동양PC• 마실와이드• 메타건축• 목천김정식문화재단• 삼현도시건축• 삼협종합건설• 수류산방• 시공문화사• 엠에스오토텍• 운생동• 원오원 아키텍스• 유오스• 이건창호• 인천건축사회• JURL• 토문건축• 헌터더글라스•
생산자 •강병국 •고민재 •김기현 •김명규 •김미현 •김연흥 •김용남 •김인성 •김재경 •김종철 •김정후 •김태형 •김형종 •네임리스건축 •노경 •류재경 •리우지아쿤 •바우건축 •박달영 •박상일 •박성용 •박영채 •박지일 •박형우 •배기두 •백승한 •신동한 •안형욱 •에이리가족 •오호근 •우대성 •우의정 •원유민 •원흥재 •이수열 •이연경 •이은석 •이중용 •이태규 •임근배 •임진우 •장윤규 •전진삼 •정영한 •조성기 •조장희 •최문규 •최복규 •최욱 •최원영 •편집실 •피터최 •한대수 •한제임스정민
페이지 123 66 122 12 3 표4 8 96 18, 42 56 9 3 57 57 57, 102 11 56 88 14 17 34 110 125 66 75, 84 42 66 66 57 75, 76 57 6 58 48 1 36 125 54 표2, 표3 125 57 16 75, 125 55 57 58 125 11 5 15 13 75, 80 1 7
김종성��주�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서울올림픽�역도경기장�현�우리금융아트홀���서울��1985�1986 김종성��주�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서울올림픽�역도경기장�현�우리금융아트홀���서울��1985�1986 국립현대미술관�전시모형��2014���김종성�기증���MC20�2000�0002 국립현대미술관�전시모형��2014���김종성�기증���MC20�2000�0002
목천김정식문화재단 목천김정식문화재단 mokchon�kimjungsik�org mokchon�kimjungsik�org T�02�732�1602 T�02�732�1602
19 : 09-10, no.68
Profile of the Writers and Protagonists
pp.18-31 김재경은 인문학적 감각과 절제된 심미성을 바탕으로 공간과 건축, 인간의 풍경을 기록하는 사진가다. 1998년 월간 《건축인POAR》의 ‘11인의 주목받은 건축인’에 선정됐다.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사진집 『자연과 건축』, 『MUTE』, 『MUTE 2: 봉인된 시간』, 『수원화성』(공저) 및 『셧 클락 건축을 품다』, 『김중업의 서산부인과 의원』(공저) 등이 있다.
동아시아의 시각문화와 매체경관 등을 포함한다. 최근 연구는 《Positions: Asia Critique》과 《Korea Journal》을 포함한 다수의 국내외 논문집에 게재되었다. 또한 정림건축의 《SPACE(공간)》 특별호 『일상감각: 정림건축 50년』(2017)을 총괄 기획하였으며, 서인건축 4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 『다른, 상징적 제스처들: 서인건축 40년의 비평적 탐문』(2018)의 주요 저자로 참여하였다.
pp.34-35 박성용은 서울시립대학교를 졸업하고 Virginia Tech에서 M.Arch를 마쳤다. 한국과 미국에서 10여 년의 실무를 거쳤다. AIA(미국건축가협회 회원)이며, 현재 금오공과대학교 건축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설계 작업보다 건축비평 글쓰기에 집중하며 항상 두 영역의 통합을 꿈꾸고 있다. 계간《건축평단》
pp.48-53 원흥재는 건축사사무소 도시공작소 대표이다. 일상생활의 모습을 미시적으로 분석하여 시대가 요구하는 ‘리얼리티’를 담은 건축 작업을 하고 있다. 도시리서치는 작업의 모티브를 찾는 중요한 과정이며, 최근에는 다수의 공공프로젝트를 통해 ‘공공영역의 생성논리’, 그리고 그 이면의 ‘정치성’과 ‘집단 사유화 과정’을 경험, 기록하고 있다. 주요작업으로는 파주출판도시 푸른사상 사옥, 양산 하담집, 부평4동 행정복지센터 등이 있다. 서울시 및 강동구, 충청남도 공공건축가이며 목원대 건축학부 겸임교수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전문사 과정에서 공부하였다.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pp.36-41 이연경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역사이론 전공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심원건축학술상 제6회 수상자이며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학사지도교수를 역임하고 현재는 인천대학교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한성부의 ‘작은 일본’ 진고개 혹은 本町』(2015) 및 『사진으로 만나는 개항장 인천의 경관』이 있다. pp.42-47 백승한은 가톨릭관동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도시설계 및 건축역사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한다. 주요 연구 관심분야는 학제 간 도시연구, 하부구조론, 일상생활의 철학적 담론, 공동체와 공공성, 분위기와 정동이론, 신유물론, 4
pp.54-55 이중용은 정보와 건축에 관심이 많다. 생각을 생각하고 정리를 정리하는 게 취미다. 오래 전에 건축디자인지 《C3》에서 짧은 기간이나마 잡지의 세계를 맛봤다. 그 후 자유인이 되어서 『차운기를 잊지 말자』(2006)를 썼고, 이후 설계사무소를 거치며 여러 결의 전시 및 연구 프로젝트에 관여했다. 하루 한 권 책읽기를 즐기며 간간히 글쓰기도 한다. 그렇게 쓴 책이 『생활면허증』(2013, 공저) 등이다. 본지 2대 편집장을 역임했다.
pp.58-65 원유민, 조장희는 본문에 포함
pp.80-83 피터최는 본문에 포함
pp.66-73 BAT(고민재, 안형욱, 박형우, 신동한)는 본문에 포함
pp.84-87 배기두는 본문에 포함
pp.75-87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에는 건축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사람들이 가득하다. 건축을 진지하게 논의하면서 창의적인 조형, 아름다운 디자인,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함께 만들고, 함께 키우고, 함께 주인인 회사를 천명한다. 젊고 재능있는 디자이너에게 언제나 문이 열려 있는 공간이며, 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과 창의력은 결코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움직인다. 이들은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서로를 존경하며, 다양한 동료로부터 많은 자극과 교훈을 구한다. 이들은 모두가 캠프에 놀러온 것 같이 즐겁게 일하는 디자인 환경에서 디자이너들 서로가 소통하며, 디자인 과정에서 나오는 그림들을 시간차 없이 확인하고 리뷰하며 함께 고민하여 이상적인 디자인을 위해 노력한다. 수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든다는 목표로 프로젝트를 완수함에 있어 최고의 수준과 정확한 스케줄과 예산준수를 약속한다. 조직은 PARTNER+PRINCIPAL, PROJECT LEADER+TEAM LEADER, DIRECTOR+SENIOR PROJECT LEADER, CAMP PLAYER로 구분되며 이들은 수직적인 선형조직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에 따라 유기적인 협력관계와 능동적인 변형가능성을 가진 하나의 몸체로 작동한다. pp.76-79 오호근은 본문에 포함
pp.88-121 권형표, 김순주는 본문에 포함 pp.96-101 김인성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원도시건축에서 실무를 익혔다. 영국 셰필드 대학의 Ph.D by Design 과정에서 박사학위를, 한국에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계간《건축평단》이 선정한 2018 ACA평론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영남대학교 가족주거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www.101-architects.com
METAA
studio METAA는 1989년 ‘건축과 예술을 통한 점진적 발전 / Metabolic Evolution Through Art & Architecture’ 라는 이념 아래 hardware를 담당하는 메타건축과 software를 다루는 메타기획으로 함께 설립된 건축.문화집단입니다.
studio METAA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22 성북프라자 6층 메타건축
www.metaa.com
메타기획
www.metaa.net
Metabolic Evolution Through Art & Architecture since 1989
건축가 권경은
건축가 정의엽
건축가 박창현
건축가 조성욱
건축가
이기철 건축가 이세웅, 최연웅
건축가 이도은, 임현진
2016
최소의 집 Minimal House 건축가 정효원
건축가 김희준
건축가 이영조
건축가
김진휴, 남호진 건축가 우지현, 차상훈, 최영준
건축가 고기웅
건축가 존 홍
건축가
김사라, 강소진 건축가 나은중, 유소래
건축가 윤태권
1931
아홉 번째 전시 the Ninth Exhibition 건축가 정수진
건축가 권현효
건축가 박종민
건축가 장지훈
2019
건축가 권형표, 김순주
건축가 이소정, 곽상준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 최장원
장소
온수공간 마포구 서교동 376-7 건축가 신현보, 류인근, 김도란
2019.09.23 2019.10.10 2017
관람시간. 13:00 ~ 20:00
건축가 정영한
전시설명. 15:00. 17:00. 19:00
1949
장소 및 전시관련 문의. T. 02.762.9621
E. minimalhouse30@gmail.com
MasilWIDE | 1F, 45-8, World Cup-ro 8-gil, Mapo-gu, Seoul, Republic of Korea
|
0082 2 6010 1022
|
masil@masilw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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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masilwide.com
한국 현대 건축의 대중화와 세계화, 그 중심에서 마실이 함께합니다. 이제는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건축물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 속에서 한국의 건축정보를 얼마나 찾을 수 있을까요? 한국 현대 건축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PR, 출판 기업인 마실와이드가 함께합니다. 하나의 집이 모여 마을을 형성하듯, 마실와이드는 세계 곳곳으로 마실을 갑니다.
마실와이드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8길 45-8, 1층
|
0082 2 601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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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il@masilw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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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masilwide.com
제10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본지는 2010년 이래 ‘꾸밈 건축평론상’과 ‘공간 건축평론신인상’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제정하여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3회(박정현), 5회(이경창), 6회(송종열)에 걸쳐 현 단계 한국 건축평단의 파워 비평가를 배출한 통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우리는 한국 건축평단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젊은 시각의 출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주최: 간향클럽, 미디어랩&커뮤니티 주관: 《와이드AR》 후원: 건축평론동우회
| 공모요강 |
[시상내역] - 당선작: 1인 - 기타(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선작 외에도 가작을 선정할 수 있음) [수상작 예우] - 당선작: 상장과 고료(200만원) 및 부상 - 가작: 상장과 부상 - 공통사항 1) 《와이드AR》 필자로 대우하여, 집필 기회 제공 2)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응모편수] - 다음의 ‘주 평론’과 ‘부 평론’각 1편씩을 제출하여야 함. 주 평론과 부 평론의 내용은 아래 ‘응모요령’을 반드시 확인하고 제출바람 1) 주 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100매 사이 분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참고도판 등 이미지 제외한 6매~12매 사이 분량. 단, ‘주 평론’의 경우 응모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분량의 제한을 두지 않음) 2) 부 평론 1편(200자 원고지 20~30매 내외 분량으로, A4용지 출력 시 3~4매 분량) [응모자격] 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 없음 [사용언어] 1) 한글 사용 원칙 2) 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괄호( ) 안에 한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응모마감일] 2019년 10월 31일(목) 자정(기한 내 수시 접수)
[당선작 발표] 2019년 12월 중 개별통지,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 SNS 등에 발표 및 《와이드AR》 2020년 1-2월호 지면 발표 [심사위원] 수상작 발표와 함께 공지 예정 [시상식] 2019년 12월 하순(예정) [응모작 접수처] widear@naver.com [기타 문의] 대표전화: 02-2235-1960 [응모요령] 1. 모든 응모작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함. 기존 인쇄매체(잡지, 단행본 기타)에 발표된 원고도 응모 가능함.(단, 본 건축비평상의 취지에 맞게 조정하여 응모 바람) 2. ‘주 평론’의 내용은 작품론, 작가론을 위주로 다루어야 함 3. ‘부 평론’의 내용은 건축과 도시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시의성 있는 문화현상을 다루어야 함 4. 응모 시 이메일 제목 란에 “제10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응모작”임을 표기할 것 5. 원고는 파일로 첨부하길 바라며 원고 말미에 성명, 주소, 전화번호를 적을 것 6. 원고 본문의 폰트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7. 이메일 접수만 받음 8. 응모작의 접수여부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음
14
A Thousand City Plateaus A Thousand City Plateaus
Winner of International Idea Competition for urban regeneration of Jamsil Sports Complex
Winner of International Idea Competition for urban regeneration of Jamsil Sports Complex
UnSangDong Architects
UnSangDong Architects
@-와ᄋ
이새 : 자연과 삶과 전통을 잇는 사람들 ISAE : the People Who Are Connecting Nature, Life and Tradition [이새 브랜드북 네 권] 이새가 지향하는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네 권의 책. 거친 재생지에 이새의 천을 하나하나 손으로 붙였습니다. 1권(왼쪽에서 2번째, 2017년)은 아마로 짠 리넨, 2권(왼쪽에서 3번째, 2018년)은 감물 염색한 옥스퍼드 면, 3권(왼쪽에서 4번째, 2019년 초봄)은 열매 모티프의 패턴을 블록 프린트
p ho t o gra p hy [L EE J he ey eun g ]
한 면, 4권(왼쪽에서 1번째, 2019년 가을)은 진흙 염색한 실크를 골랐습니다.
[이새의 숨은 뜻은 ‘잇는 일’입니다] [ISAE Connects Our Lives] 이새의 이야기를 담은 네 권의 브랜드북이 세상에 모습을 보입니다. 이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삶 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자연답게, 생생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품었습니다. 이새는 ‘여성의 집안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랍니다. 예전에는 집안에서, 집앞의 밭에서, 마을 어귀에서, 장터 마당에서 대소사가 대부분 이루어졌을 겁니다. 집이 우리가 사는 곳, 한 생명이 태어나서 자라는 곳이라면, 집안일은 생명을 살리고 키우는 일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곳이 집이고, 생명을 살리고 키우는 모든 생생한 일이 이새의 일도 되리라 믿습니다. 이새 안을 가만 들여다보다가, ‘잇’는다 는 발음을 찾습니다. 자연과 삶을 잇는 일, 전통과 오늘을 잇는 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 이곳과 세계를 잇는 일이 이새가 관심을 두는 일입니다. 이어져 집을 이루고, 이 어져 삶을 이룹니다. “이새의 숨은 뜻은 ‘잇는 일’입니다.” 이것은 첫 번째 브랜드북을 내면서 쓴 문장입니다. 이새의 이야기를 품은 이 네 권의 책이 또한, 그렇게 잇는 자 리가, 잇는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새 02-763-6818] [수류산방 02-735-1085]
@-와이드(220.287)-광고-이새.indd 1
2019. 9. 6. 오후 6:03
소쇄원,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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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경지,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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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고택,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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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의 포토세이
영조營造, 보이지 않는 것들 글, 사진. 김재경 본지 사진총괄 부편집인
집에 의미가 담긴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양과 서구 또는 토속(풍토)적 방식으로 나뉠 수 있는 어느 지역의 집도 자세히 보면 그렇다. 한옥을 짓는 일에 돌과 나무와 흙이 필요하고 주재료인 목재는 형태를 규정하는 요소이다. 주춧돌 위에 나무기둥을 세우고 서로 맞물려 지붕을 떠받치는 방식에 변주의 폭이 좁다. 전체적인 계획은 짓고자 하는 이의 몫이다. 건축가는 주인의 희망사항을 듣고 설계에 반영해 좋은 공간을 짓는 것이라면, 한옥에도 그 역할(건축가)을 대신한 배치(계획)대로 집을 짓는 경우가 있었다. 대개 옛 시대의 사대부들이 그랬는데 자연 재료의 단순성, 정식화된 건조법식 아래 실제로 집짓는 일은 대목이 하는 일이었다. 세워 쌓은(는) 것(일)이 건축建築이며 또한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바닥을 정해 벽을 세우고 별을 본다. 잎에 스치는 바람 소리로 살아 있음을 또는 죽음을 느끼게 한다.
대웅전으로 갈 수 있다. 거울 같은 못에 비치는 제 모습에서 속세의 번민을 털어내야 하는 것이다. 못은 주요한 장치이며 깊은 뜻을 담았다. 대웅전 가는 길에 놓인 외나무다리는 길고 폭이 좁아 홀로 건너야 한다. 윤증고택의 안채는 내밀하여 발길이 뒤꼍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문간을 지나 안채에서 시선을 붙잡는 요소가 오른편으로 이어지고, 종국에 잘 가꾼 화단을 배치한 것은 조상을 기리는 사당을 암시한다. 심검당尋劍堂(지혜의 칼을 찾는 집)은 스님 공부방이라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한다. 평소 간소한 물품을 쟁이던 다락마루, 여름철에는 스님들의 서늘한 쉼터로 바뀐다. 안마당의 화초는 고졸하고 세상의 번민과 담쌓은 집은 무심하다. 아름다운 선방이다. 의성김씨 종택 문간채를 들어서자 안채와 왼편 깊숙이 2층 사랑채가 보이는데 그 아래에 놓인
Photossay 08
개심사 해탈문 아래에 직사각형의 못이 있다. 물 밖으로 내민 바위에 ‘경지鏡池’라 쓰였고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가마솥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많은 일을 감당한 듯 매우 듬직해 보인다. 내·외를 구분했던 조선시대 유교문화 속에서, 더욱이 체통과 예를 갖추는 것이 일상이던 종갓집에 숨긴 해학과 울림이 있다. 동백나무가 방향을 잡고, 그 사이로 난 계단의 두께는 리듬을 타며 평지에서 차츰 높아지는 품위와 절도가 읽힌다. 작은 중문 바깥이 궁금한데 이제라도 사랑채 격자문이 열리고 주인장 얼굴이 보일 듯하다. 우화루(영선암)의 낮고 비좁은 누하문은 경외심의 표현으로 고개를 숙인 채 들어와야 하는 곳이다. 유가적 생활과 수행은 자신을 다스려야 하듯이 내다보는 일도 인색하다. 입구 위 기둥 사이를 막았더라면 아래위로 허와 실이 교차 반복되며 운율이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을 생략함으로써 엄정함 속에서 일말의 여유를 찾은 듯하다. 저녁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산중 마을 같은 선암사는 그래서 여성성이 짙은 절집이다. 남도 사람들의 푸근한 서정을 깨우는 각황전은 돌덩이처럼 유별나게 굳건하다. 칸과 기둥의 비례, 짓누르듯이 엄청난 무게감의 지붕이 주는 인상은 그만큼 이 전각이 지닌 의도가 명확해 보인다. 허술한 그 쪽 지세를 보완하는 방책은 해법이 탁월하다.
고건축 사진작업에 박물(관)을 기웃하며 눈과 귀를 열었다. 사물에 깃든 사연이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예술은 인간 공통의 관심사인 것이다. 조선시대 막사발이 손으로 뽑아 올린 노동의 산물이라 해도 인간의 심미안과 실행이 정신과 몸의 불일치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찍으려 했던 사진이다.
23
선암사 심검당, 1994
24
25
의성김씨 종택, 1997
26
부석사, 1996
27
봉정사 영선암 우화루, 1996
28
29
선암사 각황전, 1994
30
31
반포자이아파트, 2013 가이아 토픽
War -
전쟁戰爭 : 둘 이상의 서로 대립하는 국가 또는 이에 준하는 집단 간에 군사력을 비롯한 각종 수단을 사용해서 상대의 의지를 강제하려고 하는 행위 또는 그 상태 1
2
3
32
1. 출처 〈두산백과〉 2. 국가기록원_6.25전쟁의 참상 3. 미국 아프칸 전쟁
-Free #전쟁 없는 지구
#모두가 평화로운 지구인으로 살 권리 #국가 너머 만인의 지구공동체 지키기
p.74
33
박성용의 디스커버리
한국의 건축 지식 사냥꾼 08 이상헌 : 한국건축의 정체성 연구에 올인하다 글. 박성용 본지 비평위원, 금오공대 교수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그러한 분위기에서 국내 건축은 항상 정체성의
대학원(1984)을 졸업하고 1996년 미국 MIT
일본건축과의 정체성 논쟁에 시달렸다면,
이상헌 교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1982)와 건축과에서 유럽 근대건축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0~90년대 열악했던 국내
교육환경을 생각해 보자면, 그의 교육 경력은 매우 화려한 편이다. 엉성한 번역체에 그나마
제한된 전공서적의 복사본이 건축교육의 주요
자료였던 당시, 국내·외 최고대학들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이상헌 교수는, 정체성의 문제에 시름하던 당시 국내 건축계에서, 외국의 선진 건축교육을 ‘제대로’ 학습하고 온 그야말로 ‘새로운 세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중반 국내에서는 경제부흥과 함께 4.3그룹이 주도하는 건축 부흥기를 맞이했다. 1
이 시기에 맞춰 이상헌 교수를 비롯한 몇몇
엘리트 유학파들이 대거 귀국했는데 그들에 대한 세간의 기대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1990년대 이후로는 봇물 터지듯 밀려들어온
서양건축과의 관계에서 한국건축의 정체성이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이상헌 교수는 그러한 시대적 변화의 한 가운데 있었는데, 그는 당시의 ‘새로운 세대’ 중에서도 국내‧외
최고 대학 최고 프로그램을 경험한 엘리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가 건축의
이론 역사 중에서도 현대 건축의 정체성과 가장 첨예하게 관련된 유럽 근대건축사를
전공했다는 측면에서 그 스스로 서양건축과 대한민국 건축 사이의 정체성 문제를
규정해야할 과제를 안고 있던 셈이다. 이후 이상헌 교수의 저작은, 수적으로 많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국내 건축의 정체성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외국의 저명 대학들에서 유학과 실무를
사실, 이상헌 교수의 저작은 지금까지 ‘한국의
임용되어 교육의 질은 나날이 향상되는 듯
다른 학자들에 비해 그 수가 적은 편이다.
경험한 우수한 인재들이 한 해 한 해 교수로 했고, 그들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외국의 새로운 건축철학과 설계방식을 전해 주었다. 건축계는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들이
건축 지식 사냥꾼’ 시리즈에서 다루었던
교보문고와 네이버 등을 통해 검색한 결과
그의 주요 저술은 3~4권 정도로 판단되는데, 이중 『문화도시 (서울)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전해주는 지식들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와의 공동저술이며,
포스트모더니즘과 1980~90년대의 해체주의가
도서의 출판 시기는 2000년대 초반과 최근인 2010년대 중후반으로 뚜렷이 나뉜다. 『문화도시
그 당시 세계 건축계는 1970~80년대의
서서히 막을 내리고, 1990~2000년대의
네덜란드 슈퍼모더니즘과 피터 줌토르와
스티븐 홀로 대표되는 현상학적 건축 등 새로운 건축 경향들이 다채롭게 창발하던 변화의
시기였으며, 유학파들이 전달해준 서양의 선진 건축들 또한 그러한 다양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었다.
34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전 세대 국내건축이
1. 이상헌 교수의 책
그 외의 책들은 모두 단독저술이다. 각
(서울) 어떻게 만들 것인가』와 『철 건축과 근대건축이론의 발전』은 이상헌 교수가
1998년 건국대에 부임한 4년 후인 2002년에 출판되었으며, 이후 10년 정도 저술활동이 뜸하다 2013년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를
출판하며 다시금 국내 건축계에 뜨거운 화두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4년 후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출판하였으며 현재로서는 이 책이
패러다임(인식체계, 경험방식, 구축원리 등
있다는 점에서, 건축의 정체성을 예술과 기술의
출판의 수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헌
한국건축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시도한다.
논지는 곱씹어 볼 만하다.
마지막 저술이다.
교수의 저술은 그 주제가 대체로 일관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것은 바로 가장 최근
저술의 제목이 말해주듯 ‘한국 건축의 정체성’이다. 2002년에 출판된 『철 건축과
근대건축이론의 발전』을 제외한 나머지 3권의
저서 모두가 일관적으로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다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저술 주제는 서두에서 언급한대로 그의 세대가 직면했던 시대적 과제와 맥을 같이 한다.
건축의 정체성에 대한 지적갈등으로 건축의 지적 토양이 단단한 미국의 최고 대학으로 유학을 다녀왔지만, 선진건축과 한국건축
사이의 괴리감만 깊어졌을 뿐, 여전히 우리 건축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요원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문화도시 (서울) 어떻게 만들 것인가』,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 『한국 건축의
정체성』은 각각 다른 주제를 통해 한국건축의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문화도시 (서울)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는 문화를 통해 건축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 책에서 문화라는 주제는
또한 공공성의 문제로 연결된다. 다음으로,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는 책의 전반부에서
근본적인 수준에서)의 차이를 규명하여
이전의 책들이 문화와 제도 등 사회학적 측면을 다룬 경향이 있다면, 이 책은 한국 건축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윤리적 측면으로까지 확장하여 대한민국 건축을 학문화 하려고 시도한다. 개인의 역량이나 독창성보다는
관계를 제도화 하려고 노력하며, 이를 통해
서양건축의 인식 틀에서 벗어나 자의적(주체적)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노력은 하나의 ‘가치체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피상적인 물리적 수준을 넘어 진정으로 건축적이다. 하지만
책 이름
정체성』에서는 서양건축과 한국건축 사이의
보완하려는 기획이라고 느껴진다. 그 기획의
가운데는 공공성이라는 사회적 윤리적 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 물질(기술)과 정신(윤리) 둘 중 어느 쪽이 한국건축의 정체성을 규정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할지 아직은 알 수 없을지라도,
이상헌 교수의 건축적 기획이 어느 정도라도
성공한다면, 한국건축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의미 있는 기초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1
2002
문화도시 서울 어떻게 만들 것인가
2
2002
철 건축과 근대건축이론의 발전
3
2013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
효형출판
4
2017
한국 건축의 정체성
미메시스
출판사
공저
시지락
O
발언
그의 최근 저작이, 건축의 윤리적인 문제를
강조했다고 해서 그가 건축의 물질적인 측면을 소홀히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철 건축과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로써 건축은 결국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공공성을 갖는 건축을 제시한다. 『한국 건축의
저작들은 그러한 분석에 윤리적인 측면까지
출판연도
전문분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기 어려운 그러한 병리적 상황 안에서 한국건축의
냉철한 분석과 설명을 기반으로 한다면, 최근
순번
국내의 제도, 경제, 산업, 법률체계, 학문체계
열악한 상황들을 일목요연하게 살핀다. 그리고
그의 초기 저작이 건축의 물질적 속성에 대한
저술
근대건축이론의 발전』에서와 『대한민국에 건축은 없다』의 전반부에서 서양건축을
등을 두루두루 살펴 한국건축이 하나의
관계를 통해 물리적 측면으로 설명하는 그의
분석하며 건축이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물리적 환경의 구축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논술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건축과
기술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으며, 건축-건설-공학의 복잡한 관계망이
사회적 경제적 저변을 빠른 속도로 넓혀가고
*한국의 건축 지식 사냥꾼 연재 목록 01 임석재 2018년 5-6월호(통권 61호) 02 김원갑 2018년 7-8월호(통권 62호) 03 이종건 2018년 9-10월호(통권 63호) 04 박철수 2018년 11-12월호(통권 64호) 05 서 현 2019년 1-2월호(통권 65호) 06 김광현 2019년 5-6월호(통권 66호) 07 김정동 2019년 7-8월호(통권 67호)
35
리서치
한국근대건축의 현장과 이슈 03 용산철도병원 : 철도의료의 중심
글, 자료.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1
유독 용산은 아픔이 많은 땅이었다.
토지를 수용하였고, 러일전쟁 이후 지금의
그곳에는 재개발을 둘러싼 철거민들의 투쟁이
도성으로 가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상업
개발되었다. 해방 이후 일본군이 주둔하였던
또 하나의 비극이 벌어졌다.
한강 유역의 포구인 용산은 조선시대부터 유통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청일 전쟁 이후 용산에는 일본군이 주둔하기 시작하였고,
러일전쟁을 계기로 일본군은 무려 115만 평의 36
용산역 동편, 즉 신용산 일대는 철도용지로
지역은 미군이 차지하였다. 이처럼 20세기 내내 계속하여 누군가의 땅이었던 용산이 조금씩
우리에게 돌아오기 시작하던 시기였던 2009년. 1. 1927년 경 신용산 철도촌의 모습 (1927 용산시가도(龍山市街圖)위에 표시)
있었고 결국 이곳에서는 용산참사라 이름 붙은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남일당 건물의 대각선
맞은편에는 담쟁이덩굴에 덮여버린 붉은 벽돌
2층 건물이 하나 있다. 얼핏 보아도 오래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 건물은 1929년 용산철도병원 본관으로 지어져 서울운수병원, 서울교통병원, 국립서울병원을 거쳐 2011년까지 중앙대학교 병원으로 사용된 병원건물이다.(등록문화재 제428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치사를 당한 박종철 열사를 최초로 검안한 의사
오연상이 일한 곳도, 박종철 열사가 숨진 후
실려 온 곳도 바로 이 중앙대학교 병원이었다. 2011년 중앙대학교 병원의 이전 이후 이
건물은 오랜 시간동안 새 주인을 맞이하지
못한 채 비어 있었는데, 2019년 1월 비로소
용산구청에서 이곳을 용산역사박물관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근대의 상징, 철도와 병원
2
시작되기 직전인 1899년 미국인 모스J.R.Morse에
1907년 통감부 철도관리국은 동인회와 의무
등이 차례로 건립되었으며, 1910년에는
운행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이후 경의선1),
시호지佐々木四方志를 철도의장鐵道醫長으로
전차선로가 신용산까지 개설되었다. 이
한국에서 철도가 등장한 것은 20세기가 의해 부설된 경인선의 인천-노량진 구간 경부선이 차례로 일본에 의해 부설되어 개통됨으로써 한반도 전역에 철도라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등장하게 되었다. 철도는 미셸 푸코가 이야기하듯, 새로운 소통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동시에 온갖 사회적
현상들을 가지고 왔다. 즉, 철도는 빠른 속도로 물자와 사람을 수송하며 도시 간의 연결을
공고히 했을 뿐 아니라 철도의 부설과 함께 새로운 사회 현상들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철도의료라는 개념 역시 철도의 부설이 가지고 온 부산물들이자 새로운 현상이었다. 철도로
인한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또한 철도에 의해 전례 없는 규모로 도시 간 네트워크가 형성됨에 따라 철도는 질병 이동의 수단이
되기 때문에 철도 종사원들의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서 철도의료체계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한국에서 철도 부설 초기에는 인근 병원에
위생에 관한 계약을 맺고 의학사 사사키
임명하였으며, 주요 철도역인 용산, 초량,
대구, 평양 등에 상시 촉탁의를 배치하였다.
용산철도병원은 당시 만들어진 용산동인의원을 모태로 하는 것으로, 1910년부터 동인회 조선대표이자 철도의장이었던 사사키
시호지가 1926년까지 원장을 맡았으며, 이후 설비를 확장하고 내실화를 꾀하여
조선철도 중앙병원으로서 성장하였다. 용산 철도관사의 5등 관사 2동 4호를 개조하여
의무실로 사용하면서 시작한 용산철도병원은 이후 1913년 목조 2층 본관 건물을 신축하여
있듯이 용산역 북서측으로는 철도공장, 와사공장 등 산업시설이 들어섰으며,
남동측으로는 일본군부대와의 사이 지역에 철도관사를 비롯한 철도구락부, 철도병원,
철도운동장, 철도공원, 철도원양성소 등이 들어서 철도 종사원들의 생활 중심지가 형성되었다.
시작하였으며, 기본적으로는 철도 종사원과
병실 2칸이 연소되는 화재가 있었고, 1929년 현재의 (구)용산철도병원 본관 건물을 신축하였다.
신용산이라 불린다. 이는 원래 용산포구가
2) 동인회(同仁會)는 1902년 일본의 선진의료로 조선과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의 문명발전을 지원하겠다는 목적으로 조직된 일본인 의사단체였다.
교통로였다. 1927년 용산시가도에서 볼 수
만든 2층 건물을 다시 신축하였으나 1922년
전소하고 말았다. 이후 같은 자리에 벽돌로
및 철도 종사원의 건강관리를 맡겼다. 그러다 1) 경의선의 경우 프랑스인 그릴(Grille)이 처음 철도부설권을 획득하였으나 자금 조달의 어려움으로 1899년 대한제국 정부에 다시 철도부설권을 돌려줌으로써 1902년 대한제국 정부의 서북철도국(西北鐵道局)에 의해 경의선철도 부설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러일전쟁이 발발하였고 이때 일본이 경의선을 임시군용철도화하고자 함에 따라 경의선 부설 역시 일본에 의해 진행되었다.
것으로 4대문 안과 용산을 잇는 주요
용산철도병원은 철도 부설에서 생겨난
신용산의 중심, 용산 철도촌의 철도병원
의사들을 촉탁의로 위촉하여 부상자 치료
전차선로는 현재의 한강대로를 따라 가는
사용하였으나, 이 건물은 1918년 화재로
부상자 치료를 의뢰하거나 동인회
同仁會2)
3)
1900년 구용산과 남대문 사이에 개설되었던
용산철도병원이 위치한 한강로 일대는
위치하였던 구용산과 대비하여 지칭하는 말로 1904년 일본이 경의선 부설과 함께 이 일대를 철도용지로 수용함으로 생겨난 철도촌이다. 용산역을 중심으로 계획된 철도용지에는 철도차량 수리를 위한 철도공장(1905),
철도병원의 전신인 용산 동인의원(1907), 120개 동의 철도관사(1908), 경성철도학교(1912) 3) 朝鮮總督府 鐵道局, 1940: 221
2. (구)용산철도병원 본관 (朝鮮と建築 192905)
외상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소에서 그 가족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시설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용산철도병원의 경우 철도 종사원 뿐 아니라 일반 환자들 역시 그 대상으로 하였으며,
일본인들이 주로 거주하였던 신용산 지역의 지리적 성격상 일본인 대상 의료시설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용산철도병원은 당시 서울의 5대 병원 중 하나였는데4) 다른 병원들이
가난한 조선인들을 시료환자5)로 분류하여 4) 1930년 발행된 『朝鮮の都市』의 경성편에서는 관공립병원을 소개하면서 ‘용산철도병원’을 ‘경성제국대학 의학부부속병원’, ‘일본적십자사 조선본부병원’ 다음으로 소개하고 ‘경성부립 순화원‘과 ’의전부속의원‘을 그 다음으로 소개하고 있다. 5)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가난한 조선인들에게는 무료로 혹은 저가로 치료하는 시료(施療)를 제공하기도 하였으나, 시료환자와 일반 수납환자 사이에는 차별이 존재하였다.
37
5월 기사에는 철도국 공무과 건축계라고만 쓰여 있어, 당시 철도국 공무과에서
건축을 담당하던 소속 기사인 오쿠라
타츠조우小倉辰造가 설계를 담당하였을 것이라
추정할 뿐이다.6) 하지만 본 기사를 통해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의 설계 의도는 분명하게 전해지고 있다. 그 기사를 직접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而して本醫院の設計に對しては,可及的簡素 と實用を旨に專ら治療上竝患者の便利とに
留意し,外觀室內共苟くもあ無用の裝飾を省 き奇矯の手法を避け,鐵道病院としての本質
に應しき威容を保つ事としたるものなるが,...
(중략)”(그리하여 본의원의 설계에 대하여서는,
가급적 간소와 실용을 취지로 오로지 치료상과 환자의 편리에 유의하고, 외관 실내 공통으로 필요 없는 장식을 적게 하여 기교의 수법을
피하고자 하였으며, 철도의원으로서의 본질에 대응하는 위용을 지키려고도 하여... (중략))” 즉, 용산철도병원 설계에 있어 ‘간소함’과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장식 없음’을
3
추구하되 위용은 잃지 않고자 하였다는 점이다. 이 같은 성격은 용산철도병원의
디자인에 그대로 반영되어, 당시 일반적인
관립의료시설들에서 사용하던 대칭적인 입면, 평면 구성을 벗어나 북측에 중앙 출입구를
두고, 부출입구이자 응급출입구를 남측에 두는 파격적인 비대칭 구성을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실별 기능상 필요에 의해 공간의 크기가 정해짐으로 전체적으로는 들고 남이
있는 볼륨감 있는 매스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가로로 긴 창의 반복과 장식 없는 입면을 통해 단순하고 실용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앙 출입구 부분에는 아치창을
사용하고 길게 캐노피를 뽑아내었으며, 내부 로비 공간을 넓고 밝게 처리하는 등 조선
철도의료의 중심기관으로서의 위용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모든 모서리를 곡선으로 처리하는 방식인데,
4
치료하였는 데에 반해, 용산철도병원에는
풍경을 홀로 보여주고 있다.
철도종사원과 인근 일본인 거주지의
이름 모를 건축가의 실험적 표현: 동그란
이제는 이 일대 옛 건물들은 거의 다 사라지고
(구)용산철도병원 본관을 설계한 건축가의
이 같은 제도가 없었다. 즉, 용산철도병원은 재조일본인들만을 위한 의료시설이었다.
도로 체계와 조직만 겨우 남은 상황이지만,
용산철도병원은 여전히 남아 1920년대 말의 38
모서리와 파격적인 비대칭 구성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다. (구)용산철도병원
본관을 다룬 조선과건축(朝鮮と建築) 1929년
6) 1927년 철도국 공무과 소속 기사는 오쿠라 타츠조우를 비롯하여 총 12명 이었는데 이 중 건축직임이 확실한 사람은 오쿠라 타츠조우 뿐이다. 오쿠라 타츠조우는 《朝鮮と建築》1927년 5월호에 「鐵道官舍の過去と現在」라는 기사를 통해 철도 관사의 현황 및 문제점 등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하기도 하였고, 《朝鮮と建築》1928년 7월호에도 「本年度鐵道關係建築工事」 기사를 통해 당해 철도관련 건축공사들에 대해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오쿠라 타츠조우가 당시 조선총독부 철도국 건설과의 주요 건축담당자였을 것이라 예상되며, 용산철도병원의 설계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였을 것이라 예상되는 바이다.
3. (구)용산철도병원 본관 평면 (朝鮮と建築 192905 위에 표시) 4. (구)용산철도병원 본관 대기소 및 현관홀 (朝鮮と建築 192905)
이는 내부 벽체와 천정이 만나는 부분에도 모두 반영되어 있다. 이는 모더니즘 양식이 도입되고 있던 1920년대 중후반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 건물은 권위적인 역사주의 양식의 식민지 관립시설에서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모더니즘 양식으로
옮겨가고 있는 전환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붉은 벽돌로 된 조적벽체를 사용하였지만 슬래브는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하여 평지붕을 만들었고, 이 평평한 옥상공간은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산책장으로 사용됐다. 건물이 옴폭하게 들어간 부분의 정원과 2층의
테라스 역시 자연을 건물과 좀 더 가깝게
하고자 한 시도들을 통해 외상환자가 많았던
철도병원으로서의 성격 역시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신축 당시의 모습과는
많이 변형된 모습이다. 특히 매력적이었던
5
주출입구의 캐노피와 경사로 등은 1979년 서빙고로의 도로확장으로 인해 상당히
잘려 나가 버렸다. 내부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병원으로 사용하면서 수리를 거듭하여 상당 부분 변형되었으며, 지난 8년간 비워져 있던
시간동안 더 많이 훼손되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2011년 중앙대학교 병원이 문 닫기 전까지 이 건물은 1929년 완성된 이후 오롯이 한 기능,
병원으로서의 기능만을 83년간 담당해 왔다. 아마도 병원 건물로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
그 기능을 하였던 곳이 아닐까. 그래서 이곳이 ‘용산역사박물관’이 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다. 비슷한
시기 지어져 지금도 다롄의 중심 의료시설로
역할하고 있는 다롄철도병원(현 다롄의과대학 중산의원)처럼 같은 기능으로 계속 사용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그래도 이 공간이 이제라도 오랜 시간의 방황을 마치고 (더
망가지기 전에) 새롭게 재탄생하게 되었으니, 용산의 역사 뿐 아니라 이 건물의 역사, 이
6
병원의 시간들도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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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용산철도병원 본관 대기소 및 현관홀 (朝鮮と建築 192905) 6. 서울교통병원으로 사용될 당시의 舊 용산철도병원 본관(출처: 경향신문 19590222) 7~8. 도로확장으로 캐노피와 포치가 잘려나간 원래의 주출입구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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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용산철도병원 전경 11. 중앙계단실의 높은 층고와 원형창 12. 둥글게 처리한 북측 매스 13~14. 후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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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1
참고문헌
1. 馬渡一得(1940), 『鐵道衛生』, 鐵道時報局, 1940. 2. 朝鮮建築學會(192905), 《朝鮮と建築 》
3. 朝鮮總督府 鐵道局(1929), 『朝鮮鐵道史』1, 朝鮮總督府 鐵道局, 1929.
4. 朝鮮總督府 鐵道局(1940), 『朝鮮鐵道四十年略史』, 京城: 朝鮮總督府 鐵道局, 1940. 5. 문화재청(2013), 『구 용산철도병원 본관 기록화 조사보고서』
6. 송석기(1999), 한국근대건축에서 나타난 모더니즘 건축으로의 양식변화, 연세대학교
7. 이연경 외(2017), 용산철도병원 본관의 건축적 특징과 철도의료시설로서의 특징, 대한건축학회논문집
15. 외과(응급부)로 바로 연결되는 부출입구 16. 2층 테라스 17. 이형벽돌을 사용하여 둥글게 처리한 코너 18~19. 내부 계단실 20. 전면 2층 부분 21. 전면 벽체의 나무가 자라나 벽과 하나가 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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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리얼-리얼 시티〉
전시리뷰
: 도시 리얼리티의 복합성과 모호성에 관한 리포트 글. 백승한 본지 편집위원, 가톨릭관동대 교수
지난 7월 12일부터 8월 25일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미술관에서 〈리얼-리얼
시티 (REAL-Real City)〉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렸다. 심소미(독립큐레이터)와
이종우(건축연구자) 두 사람의 기획으로
만들어진 본 전시는 2014년 작고한 故이종호 건축가의 건축과 도시에 관련한 작업을
바탕으로 하되, 그의 건축 세계에 한정하지는 않는다. 회고전의 성격을 가지지 않는 본
전시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건축가
및 예술가 개인 및 그룹이 참여하였으며, 이는 감자꽃스튜디오, 김광수, 김무영, 김성우, 김재경, 김태헌, 리슨투더시티, 리얼시티
프로젝트, METAA, 오민욱, 우의정, 정이삭, 정재호, 조진만, 최고은, 황지은, 그룹
일상의실천 제씨의 작업을 포함한다. 전시
제목은 리얼리티에 대한 이종호의 발언에서
착안되었으며,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업은 이를 기반으로 동시대 한국의 도시·건축적
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 본 전시에
참여한 모든 작가들의 작업을 분석하고 지면에 소개하는 것은 나의 역량을 벗어나는 일이며
추구하는 바 또한 아니다. 그보다, 본 글에서는 이번 전시의 주제인 ‘리얼리티reality’가 어떤
식으로 전시라는 형식을 통해 전개되는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먼저 전시 제목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지점은
‘리얼’이란 단어가 두 번 등장한다는 사실인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기획자가 인용하는 이종호의 발언에서부터 출발해 볼 수 있다: “놓치고 지나가는 리얼리티를 붙잡기 위해
‘리얼-리얼리티(Real-Reality)’라는 강조어를 사용하려 했더니 이미 누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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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상의실천, 남겨진 언어, 2019
리얼리티를 만들어내고 있다. 확실히 우리
모두는 우리의 기대와 의지로 덧칠해진, 서로
다른 리얼리티를 바라보고 있었다(피터 러셀).’ 만일 우리가 그와 같이 리얼리티를 말하되
‘진짜’ 리얼리티를 말하지 않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에 기반을 두지 않고 있다면, 사태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 (이종호, 2005)
이종호가 피터 러셀이라는 다소 생소한
과학자를 인용하게 된 경위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러셀은 리얼리티를 미리 주어지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의식 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으로 간주하며, 그에 따라
리얼리티를 마치 주어진 대상이나 사물로서
여기는 태도를 지양한다. 그가 말하는 “서로 다른 리얼리티”가 생겨나는 배경과 과정은 셀 수 없이 다양하고, 따라서 ‘리얼리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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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하는 세계는 근본적으로 혼종적이다.
러셀의 발언을 건축적 맥락으로 끌어들이는 이종호는 “진짜” 리얼리티라는 것의 실체에 대해 혹은 그것을 발화하고 공유하는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만약 공통의
리얼리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태는 다른 차원으로 넘어 간다”라고 말한다.
관련하여 2004년 서울건축학교 워크숍에서 진행된 “리얼-리얼리티” 대담에서, 이종호를
비롯하여 김헌, 정기용 그리고 조성룡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리얼리티의 밑바닥,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과연 어떤 현실과 선택이 흐르고 있을까? 우리는 도시의 심층부를 흐르고
있을 그것을 리얼-리얼리티라고 불러 본다.”
나는 이들이 말하는 “리얼-리얼리티” 개념이 타인의 고통을 절대 온전한 방식으로 알 수
없다고 말한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일상생활 논의와 비슷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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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무릎을 망치로
기획자는 전시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들의 논리에 따르면 리얼리티 이면의 더
온전한 표현인지 아닌지를 표면적 반응 이외의
“어쩌면 리얼리티의 배후에 있는 현실에
도시 환경에서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도시 현실을 무던하게 지내는 누군가가 그
모른다. 그 뒤편에는 환상을 생산해내기 위해
칠 때 보이는 반응이 정말 그의 고통에 대한
방식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것처럼, 마주하는
일상생활의 방식에 만족하는지,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그러한지 등에 대해서 파악하기란
당연한 말이지만 무척이나 어렵다. 다르게 말해 제스처나 행동, 그리고 도시·건축적
자취를 통해 사람들 마음 속의 “현실과 선택”을 가늠해볼 수는 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시도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이어받아, 심소미와 이종우 두
접근하고자 하는 생각 자체가 환상일지도
작동하는 사회적 욕망과 모순들이 뒤얽혀 있을
수도 있다. ‘리얼(REAL)’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리얼’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게 만듦으로써,
현실을 그 실체로부터 더 멀리 떼어내 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집요함은 적어도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리얼 시티(Real City)’,
이를 지속해서 구축해내려는 이 세계의 비껴간 욕망과 간극을 역설적으로 끄집어낼 것이다.” 2. 1층 전시장 전경 3. 이종호 아카이브
리얼한 것은 없다. 왜냐하면 각자가 주어진 리얼리티이고 이러한 파편들을 유기적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는 포기되어질 수 없는데, 그 이유는 그러한
추구가 리얼리티의 이면을 온전히 밝혀낼
수 있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기획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세계의 비껴간 욕망과 간극을 역설적으로 끄집어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리얼리티에 대한 이들의 접근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또한 흥미로운 지점이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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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비록 공통의 리얼리티를 도출하고자 하는 바람은 일종의 환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여기’의 삶의 조건들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리얼리티에 대한 이들의 접근은 “사물들로 구성된 리얼리티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알 수 없는 종류이다(the
reality of things is ultimately unknowable to us)”라고 말한 그레이엄 하만Graham Harman의
실재론적 관점과 교차한다. 각 개인의 인지와
정서, 그리고 그것이 행동으로 그리고 물리적인 자취로 발전하는 과정에 있어서 어떠한 것도 예측 가능하지 않고 또한 공유될 수 없는 세계가 리얼리티라고 한다면, 이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상호소통하며, 공동체의 감각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도시 리얼리티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조사하는 일련의 행위는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건설적인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대신, 적어도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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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 차이점들에 주목하는데 그 의미가
그보다, 본 전시가 매개하는 다양한 한국의
다른 리얼리티를 동일한 지평에 위치시키고
피상적 접근에 그친다는 점을 반증할 뿐이다.
소개함에 있어서 김광수는 “리얼이 두 번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논리에 의하면 파편적
도시·건축의 상황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제기하면서 리얼리티의 복합적 차원을 경험할
집합으로서의 우리는 〈리얼-리얼 시티〉전에서 어떠한 즉각적인 공통분모나 즉각적인 실천을 위한 이론적 기반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사실 그럴 이유도 없다. 오히려 성급한 공통분모의 도출이나 즉각적으로 현실에
적용 가능한 이론적 모델 등이 제시되는 순간, 그 전시는 리얼리티의 복합적 차원을 간과한 44
태도와 이를 통한 느슨한 소통과 연대의식의 만들어짐 자체 역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이러한 만들어짐이 무위로
반복되면 더욱 리얼한 것일까?”라는 질문을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한다. 건축가의 설명에 따르면,
귀결될지라도 말이다.
“‘여기에서 여기를’은 1979년부터 미술관을
김광수의 작품은 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남아있던 천장의 리얼리티를 탐색한 작업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장 2층에 위치하는
‘여기에서 여기를’ (2019)이란 제목의 작업을
지탱하는 충실한 지지체로서 어둠의 영역에
(1)은폐된 천장의 철골 트러스를 비추는 조명,
4. 리얼시티프로젝트 : 그린벨트, 가상의 공간 그리고 리얼리티, 2019 5. 김무영, Surveying Landscap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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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이를 통해 일상공간의 일부이지만 또한
트러스 구조의 디테일을 보다 자세히 관찰하고 그에 따라 구조기술의 경외감을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영상
바로 밑, 관객의 시선에서는 반사경이 위치하여 천장의 굴절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한편,
이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면 반사경 위에 설치된 CCTV가 관객의 모습을 머리 위 시점에서
포착하여 또 다른 스크린으로 송출시킨다. 간단하지만 창의적인 방식으로 건축가는
3차원적 일상생활 공간과 2차원적 이미지 세계 사이의 역학과 긴장 관계를 풀어내며, 이는 규율, 감시, 소비, 이미지, 매체, 제도, 권력,
주권, 공동체 등의 이슈들을 통한 관계망의 세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나는 김광수의 작업이 매체 발전 시대의 건축 및 도시와 관계 맺는 특정한
방식을 제시하며, 리얼리티란 때로는 일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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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트러스의 위상에서 왕복하는 시선을 담은
영상이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데, 그가
(4)이를 바라보는 관객을 향한 CCTV, 이렇게
시선을” 담고 있다. 좌우 대칭적으로 설치된 두
영상, (3)천장을 이미지로 포획하는 반사경,
네 파트가 서로 연동된 시선의 연쇄 고리는
실재-재현, 리얼-픽션, 소외-물신이 폐쇄회로와
같이 작동하는 현실과 건축, 여기에서의 우리의 위상을 되묻는다.”
그의 설명대로 관객은 몇 가지 다른 장치들과 마주하게 된다. 우선 전시장 벽면 상단부의
설명하는 것처럼 “트러스의 위상에서 왕복하는 개의 스크린에서는 동일한 영상이 시간차를
두지 않고 데칼코마니의 방식에 따라 전개되며, 이에 따라 관객은 끊임없이 수축하거나
확장하는 트러스 구조물 영역을 2차원 평면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스크린 속 영상은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있었던 천장이라는, 덜 주목받던 영역을 연상시키는 기억술이며,
6. 김광수, 여기에서 여기를 7. 김태헌, 성남을 쓰다, 2019
경험의 범주에서 소외되고 감시체계의 일부로
포섭되지만, 그와 동시에 생각지 않은 방식으로 굴절되어 나타나는 방식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의 작업과 마주한 즉시 내 머릿속에는 특정
건축 작품이 떠올랐는데, 이는 바로 뉴욕 기반 건축그룹 DS+R Diller Scofidio, and Renfro의 1991년
작품 〈슬로우 하우스 Slow House〉이다. 계획안에 그친 본 프로젝트의 대지는 뉴욕 동북쪽
롱아일랜드 해변에 위치하며, 주말주택Weekend
House
의 용도로 설계되었다. 소규모 전원주택을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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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한 이들 작업에서 흥미로운 점은 대지의
바로 앞에 위치한 바다라는 좋은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이를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파사드가 없는” 입구를 통해 비정형 건물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두 가지
동선의 선택권이 주어지는데 첫째는 아래층의 벽으로 둘러싸인 침실로 향하는 것이고,
둘째는 경사로를 통해 바다가 보이는 위층
거실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편 이들은 거실에서 바다 풍경을 다차원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였는데, 이는 비디오카메라의 설치를 통해 가능해진다. 바다를 향한 거실 유리창과 인접한 외벽 한 쪽에 설치되는
카메라는 4계절 내내 바다 풍경을 녹화할
수 있으며, 이는 거실에서 실시간으로 혹은
시간차를 두고 인공적이거나 자연적인 바다를 선택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말하자면 어느 여름휴가 동안 거실에서 휴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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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2차원 스크린을 통해 감상하면서
재현, 리얼-픽션, 소외-물신” 사이의 이분법적
즐기는 가족 구성원은 겨울에 촬영된 바다
사례들로서, 김광수가 말하는 것처럼 “실재-
동시에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 ‘진짜’ 여름
구분에 의존하지 않고 그 뒤섞임과 공존의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DS+R은 진정한 것과 매개된 것 사이의 대립을 붕괴(collapsing the opposition between the authentic and mediated)”시키고자
하였는데, 이는 매체를 통해 편집된 풍경과 실제의 그것 사이를 구분하지 않으려고 한 건축가들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여기에서 여기를’ 그리고 〈슬로우 하우스〉는 모두 건축가가 자신들의 작업을 통해 리얼리티의 다양한 층위를 구현하는 46
차원을 생각할 수 있는 접점으로 작용한다.
전시에서 설정하는 리얼리티 개념을 가장 멀리
끌고 가는 듯한 김광수에게 도시 현실이란 손에 잡을 수 있는 난간이나 건물의 벽 등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아마도 텔레비전이나 SNS, 그리고 공공장소에 설치된 무수히 많은 CCTV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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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함하며, 그 둘 사이의 경계는 당연하게도
건축과 도시를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느슨한
이종호의 리얼리티 개념은 위 김광수 사례처럼
대한 익숙한 생각과 실천의 방식에서 크게는
통해 마주하게 되는 매개된 현실의 이미지 또한 고정되어 있지 않다.
기반을 마련해준 한편, 여전히 도시와 건축에
8. 감자꽃스튜디오(남소영, 이선철), 분교의 진화, 2019 9. 오민욱, 철길-건축물-부지-화분, 2017 10. 황지은, 세운캠퍼스, 2019 11. 조진만, 입체보행도시로 다시 연결되다, 2019
벗어나지 않은 듯하다. 이제 그의 작업과
관련 결과물들을 살피기 시작한 필자 성급한
일반화를 내리기에는 조심스러운 점이 많지만, 특히 전시에서 나타나는 이종호의 파편적 발언들을 바탕으로 이를 감지할 수 있다.
가령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서 이종호는 여전히 “공동체의 공간”을 추구하고 “과정
자체를 근사한 축제로” 만들기를 열망하며,
“서로 소통하고 관계 맺는 도시 공공영역”의
수립을 추구한다. 급변하던 한국의 도시 현실과 마주함에 있어서 그는 “절망을 대신하는
희망의 선택”이라는 낙관론적 관점을 지녔음을 또한 확인할 수 있는데, 비록 인위적으로
“만들려 하는 것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작업이 유의미한 소통과
교류의 무대가 되기를 열망하였음을 파악할 수 있다. 건축가가 그러한 무대를 만들고자
하는 태도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나는 그가
말한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소환하는 “리얼-
리얼리티”라는 개념이 얼마나 “서로 소통하고 관계 맺는 도시 공공영역”의 수립과 같은
희망적 태도와 조화로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이다 (거칠게 말해서 이종호에게는 들뢰즈적인 창발적/정동적 세계관과
하버마스적 규범적 공공성의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 〈리얼리얼 시티〉전은 적어도 전시를 소개하는 방식에 있어서 이종호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리얼리티의 근본적인 접근 어려움에
조금은 더 주목하였다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선정된 작가군과 이들이 펼쳐내는 작업이
어느 정도로 리얼리티라는 이슈를 이종호 건축 세계와 맞물려서 펼쳐내는지는 숙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참여한 작가들의
작업의 집합이 손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어떠한 가시적인 총체를 수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재개발 등의 익숙한 주제
그리고 성남과 을지로 등의 장소의 구체성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방향의 리얼리티로 의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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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마도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연구자인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번 전시가 적어도 (본인을
포함하여) 건축계에서 알리바이가 아닌 도시 리얼리티의 복합성과 모호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3
14
사진 크레딧 본문 전체 사진 : 김재경
12. METAA(우의정,이상진), 마로니에 파빌리온, 2019 13. 김재경, 잠실시영아파트, 2004-2005 외 14. 리슨투더시티 청계천 아틀라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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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그린벨트, 가상의 공간 그리고 리얼리티〉
리서치
: 2019 리얼시티 프로젝트 워크숍 글. 원흥재 RCP 워크숍 기획, 도시공작소 대표
리얼시티 프로젝트(이하, RCP)는 ‘지금 여기의 도시’를 화두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일대의 도시건축을 연구하는 자기 조직적 리서치 팀이다. 건축과 도시를 탐구하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각의 시각과 해석을 통해 이 시대 우리의 도시가 보여주는 사회적 현상, 그리고 건축에 내재된 일상적 삶의 모습을 기록하고 그것이 가진 이면의 잠재력에 대해 논의한다. 2019년 RCP는 ‘그린벨트’를 주제로 3기 신도시 개발계획으로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개발제한구역’, 그리고 이를 둘러싼 서울 경계부의 정체성과 비전을 논의하는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특히 이번 워크숍은 2019년 7월 아르코미술관에서 일반에 공개된 기획전 「리얼-리얼 시티」 안에서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다. 1
5명의 건축가, 그리고 20여 명의 학생들은 전시오픈과 동시에 수도권 그린벨트를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리서치를 진행, 그 결과물을 수시로 전시장과 온라인으로 전시하였다.
들어가며 : 그린벨트. 그리고 지금 여기
제한적 개발여건과 활용성의 한계를 이유로
행정구역상 서울 19개 구와 경기도 12개 시의
환경의 밀집지역이며, 미래에는 개선되어야
접경지대는 우리의 일생생활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설과 행위들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접근 목적 및 거주성의 부재로
도시적 관심도가 떨어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린벨트(이하, GB)라 불리는 개발제한구역이 대부분인 경계선의 이면에는 그간 수많은 해석과 활용성의 논의 가운데에서 비법
非法
적이고 은밀한 삶의 영역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GB를 둘러싼 다양한 도시 사회적 논쟁은 지정 5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2018년 국토부는 서울접경의 일부 GB와
주변부를 해제, 3기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녹지보존을 위시한 도심 내 유휴부지
고밀개발정책으로 ‘개발제한구역 해제불가’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어 양자 간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사건과 충돌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체험적이라기보다는 매우 추상적이다. 48
1. 워크숍 가변설치물 진입구
수십 년간 방치되었던 이곳은 단순히 불량 할 ‘개발의 대상’으로만 인식된다. 사회적
논의 또한 오로지 ‘개발’ ‘보상’ 등 금전적
가치만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정책적 접근 또한 관리방법에 관한 거시적 논의만이 GB를 가득 메우고 있을 뿐, 이곳에서 일어났던 사건들과 삶의 모습, 도시생태계에 대한 그간의 관찰, 고민의 흔적은 지나칠 정도로 미미하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늘
적정한 거리를 두며 오랜 시간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있는 GB의 물리적 구조와 실제적
영역성을 관찰함으로써 영역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가능성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또한 이를 통해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극단의 관점을 넘어서 이 영역에 대한 성격Gender과
생활영역으로서의 미래상 Vision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출발점이 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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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다Agenda
경계지대로서의 GB
절대자연으로서의 GB
생활영역으로서의 GB
2. 그린벨트와 서울의 경계
개발대상으로서의 GB
산업영역으로서의 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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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1팀] 도시_그린벨트에 난 700개의 구멍들 : 최혜진, 이성민, 김용성 서울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지정한 GB는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훼손, 해지 압력을 받아왔고 이러한 변화들은 단편적이고 점Spot적으로 진행되었다. 정치, 경제적 이슈에 따라 지속적으로 GB를
해지하여 만들어진 구멍들은 대도시에서 밀려난 기능들을 수용하며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도시 조직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만들어 온 수많은 구멍의 성격과 현상들을 분류하고
시각화 하여, 개별의 사건의 합으로 인지할 수 없었던 GB 내의 변화들을 전시적 시점에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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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3팀] 개발_신도시, 그리고 인구감소 : 김정환, 이동윤, 고가온, 공태진, 박미선, 조해송
개발제한구역 주변도시의 빈집 현황을 보면,
태생적으로 도시를 구성하는 인구 대부분이
1971년도에 지정된 이후 1999년까지 단
수치이며 항상 부족하게만 여겨왔던 서울도
빈집이 9.5만호다. 30만호 공급을 목표로 하는
있다. 국내 및 수도권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한 차례도 개발을 용납하지 않았던 GB는
2000년도부터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부지로
경기도의 빈집은 19.5만호로 전국 최대
3기 신도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신도시는
타 지역의 전출인구로 채워지는 속성을 지니고 한, 신도시는 넘쳐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가 아니라 타 도시 인구를 빼앗는
활용되는 변화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에서부터 가장 최근에 건설된 위례신도시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신도시
건설은 서울 개발제한구역 변화의 가장 큰
압력(변화면적의 약 88.5%)으로 작용해왔다. 최근 서울 주택수요를 분산시켜 집값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하에 발표한 수도권 3기 신도시 계획(2018, 2019) 대상지도 개발제한구역을 포함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개발제한구역이 대규모 주택공급 유형의 개발 가용지로 활용되는 가치의 타당성은 인구변화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곧 인구감소시대에 직면하게 된다. 즉,
주택실거주가구가 감소하게 되며, 이에 따라 빈집이 증가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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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천 개의 도시 4. 원거주지- 시흥시 매화동 5. 산업용지-경기도 시흥시 안현동 6. 단독주택지-서울 염곡동 7. 개발 중-서울 개포동 13. 수도권 신도시 분양 광고의 키워드
[리서치 2팀] 풍경_재료가 보여주는 도시의 관계와 위계 : 구중정, 오희진, 김주혁, 고효재 도시가 지니는 풍경의 차이는 용도program와
더불어 그것을 이루는 재료material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리서치는 시작되었다. GB 안에 개발된 많은 외곽도시는 원도심으로의
접근성, 저렴한 땅값 등의 입지여건으로 인해 늘 새로운 개발의 가능성(신도시, 공동주택 등의
개발)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며, 이로 인해 기존의 풍경을 일거에 상실해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의 장소 상실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GB가 보여줬던 경관의 변화과정, 그리고 앞으로도 변화될지 모를 건축적 풍경을 ‘물성’의 관점에서 조사,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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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탈도시가 된다.
대해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입지 서열: 그린벨트 안의 신도시, 그린벨트
그동안 주택공급의 공공가치로 개발을
주변 도시의 빈집 실태’, ‘미분양 신도시에서
객관적 통계를 통해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서울 개발제한구역이 포용해왔던 수도권 신도시 건설의 타당성에
‘수도권 신도시 인구 순이동’, ‘개발제한구역
밖의 신도시’, ‘소멸위기의 신도시 순위’ 등을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탐구하고, ‘신도시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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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 건축적 풍경과 요소들 14. 3기 신도시 개발 가용지 GB 15. 수도권 GB와 빈집 현황 16. 인구감소와 신도시 건설 17. 신도시와 원도시의 인구 전출입(위례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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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4팀] 건축_인식과 프로그램의 괴리 : 원흥재, 이주영, 신현욱, 류희성, 김성은 GB 안에는 보존이라는 본래 지정 취지와는
무관한 생활영역-집단취락지구가 다수 분포해 있었다. 1998년 개발제한구역제의 헌법
불합치 이후 많은 취락지구가 해제되었고,
지구단위계획구역이 수립을 의무화하여 정비를 유도하였으나, 현실은 사업비 부족 및 획일적 정비방식으로 창고와 제조시설 등 도심 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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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시설 밀집지’를 양산하는 현상을 광역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법적 제어불능의 상태에 빠진 작금의 이 영역 안에서는 본래의 성격인
‘주거 프로그램’, 그리고 도시가 요구하는 새로운 산업의 은밀한 결합은 규정하기 어려운 독특한 건축형태를 발생시키며 GB영역의 도시 사회적
역학관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곳이 단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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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대기구역’이라는 우리 사회의 획일적 관점은 이 영역을 특색 없는 주거단지화로 귀결시켰음을 과거의 사례에서 상기할 수 있다. 기존의
집단취락지구 관리방법에 대한 연구와 고찰을
진행함과 동시에, 그 지역의 건축의 모습, 그리고
그것을 활용하는 실제적 생활상을 현장 탐사적으로 관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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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담회] 그린벨트, 새로운 상상의 논의 : 김광수, 김재경, 김태헌, 이장환, 장용순, 전진삼, 이종우, 심소미+R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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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은 건축과 도시를 끊임없이 고민해오던 건축가, 예술가들과 함께 GB에 대한 다양한 논의로 마무리되었다.
서울 면적의 2배가 넘는 광대한 영역, 그리고 역사적으로 다양한 역학관계가 충돌해왔던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제한’이라는
네거티브Negative의 언어에 묶여 유독 건축계의 공론에서 소외되어왔던 GB는 이미 빠른
속도로 ‘도시적 이용’이 가시화 된, 사실상의
‘도시’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관점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한국도시의 본격적 개량화 시기에서
군사정부가 보여주었던 이데올로기적 도시
관리 방향은 개발을 가속화시켰지만 반대로 제한에 있어서도 무자비한 힘을 보여주는
양면적 성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위적 제어력과 욕망의 충돌은 기존의
도시에서 보기 힘든 ‘혼성적’ 특징을 다수 내포한 개별 영역으로 읽혀질 수 있다는
28
점에서, GB의 존재가 단순히 도시와 도시 사이를 매우는 ‘관계성’의 관점이 아닌,
‘독자성’으로서의 가능성을 바라봐야한다는 52
18~22. 주거와 새로운 산업의 은밀한 결합을 보여주는 사례 28. 집담회 장면
[리서치 5팀] 경계_상상의 선線 과 실존의 면面 : 한재성, 김수빈, 송호운, 이서구, 이재승 지도에서 보이는 지역, 그리고 도시경계는 사실 실존성 보다는 상상력을 동원함으로서 보다 뚜렷하게 인식된다.
GB의 경계적 성격 또한 이러한 인식의 매커니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線적인 경계는 용도지역과 재산권의 구분을 드러내지만, 면面적인
경계는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다양한 풍경들을 만들어 낸다. GB는
사실 면적 경계의 성격을 띄는 영역으로, 50여 년의 시간적 축적을 통해
도시의 부족한 자연요소를 충족시키는 환경적 역할, 비법적 변형을 통한 독특한 산업과 생활영역, 광역도시의 중심적 역할을 보조하는 물류와 교통의 거점이 되었다.
23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께를 더해가는 GB의 경계성은 이제 변방적 성격을 넘어, 독자적 중심의 역할을 점점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모습이 중첩되어 보여지는 GB의 ‘면적’ 경계성을 역사적 사건의 수집, 그리고
일상의 흔적을 기록하여 GB가 지닌 의미를 새롭게 환기시키킨다. 이와 더불어, 개발로 인해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는 2019년 현재의 GB의 풍경, 그리고 시대적 흔적을 기념비적 기록으로 표현하였다.
의견이 있었다.
이와 별도로 GB가 지닌 도시적 비전
Vision
그리고 실현가능한 활용성을 바라보는
,
관점은 도시 역학 속에서 다양한 위상과
입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수도권 GB의 대다수 영역은 경기도에 속해
있고 도차원에서는 이를 개발가용지로서의
24
25
26
27
잠재적 여가영역인 GB의 향유방향에 대한
방법과 해석력을 동원, GB가 지닌 가능성과
GB의 원초적 역할을 회복함과 동시에 그
시도였던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논의들이 서울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확장될 수 있는 범 행정적 범위의 리서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가능성을 더 높게 타진하는 양상을 보이는
나가며
서울은 고밀의 도시환경을 보완하는 경관과
준비기간을 포함 1개월이라는 제약된 시간
지닌 가능성을 바라보는 공통의 합의 없이 각
자체가 무모한 일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반면, 상대적으로 GB의 분포비율이 적은
여가의 기능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었다. GB가 지자체의 행정편의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 급속하게 집행되는 지금의 도시상황에서 행정구역을 넘어선, 영역 전체를 조망하는 주체의 필요성 또한 대두되었다.
또한 GB를 생태계로 바라볼 때, 도시의
리얼리티 그리고 충돌상황이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인적영역에 집중한 나머지
유토피아적 미래의 씨앗이 될 수 있는
자연영역의 생태적 관점의 리서치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DMZ와 더불어
상상 가능한 모습을 가시화 시키려고 했던 작은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https://
www.realcityproject.com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에 GB가 지닌 방대한 이슈를 알아보는 것
없다. 너무도 많은 ‘리얼리티’의 중첩은 가상과 실제를 혼돈시켜 어디까지가 객관적 사실인지 분간조차 어려웠으며, 초기의 의도인 GB의 ‘성격규정’과 ‘미래상’의 제시목표는 파면
팔수록 드러나는 디스토피아적 이해관계 속에서 뒷걸음 쳐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적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으며, 머지않아 우리 삶속에
자료 협조 및 사진 크레딧
개발제한구역에 대해 건축가가 지닌 직능적
자료 : 원흥재, RCP
더욱 가까이 다가올지도 모를 미지의 영역-
23~27. 2019년 현재 GB의 풍경, 그리고 시대적 흔적에 대한 기념비적 기록
본문 전체 사진(별도 표기 외) : R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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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용의 키워드로 읽는 건축세상
시스템 노이로제system neurosis
글, 자료. 이중용 본지 기획자문, 〈건축편집자[AE]> 블로그 운영자
가을이다. 한 해의 열매를 살피고 마무리를 준비할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에워싸 버리듯 혼란스러운 무법 상태가 된다. 자연의 자연스러운 길을
것에 열중했다. 건축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있는 1,800개 정도의 이벤트를
양심에 불을 밝히는 최소한의 법들 중 하나인 저널리즘의 촛불이
올 한 해 동안 흩어져 있는 건축이벤트 시행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는 체크한 덕분에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도는 대략 파악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래서 개별 이벤트들의 성과는 뭐야?’라는 질문에
또렷하게 답할 만한 정보들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간혹 보이는 주요
매체들의 리뷰는 형식적이었고, 블로그와 SNS의 물결에 흘려보내는 개인 참여자들의 소회는 말 그대로 개인적이었다. 자기 집 안방에서 혼자 하는 일이 아닌
이상 공공의 장에 노출되는 건축이벤트는 극히 지엽적인 성격의 것이라 할지라도 사회적 영향을 따져 볼 수 있는 사건이 된다. 가령, 이벤트가
포함된 그럴듯한 계획안으로 예산을 받은 이들이 결산 보고서를 채우기 위해 형식적인 이벤트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혹은 사람들이
도道라고 하듯 인간의 인간다운 길은 법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인간의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오늘의 우리 건축계는 충분히 성숙한 것일까?
깨끗하게 준비한 음식을 깨끗한 도구를 써서 먹는 번거로운 프로세스를 평생 몸에 익히며 살아가는 것이 개인의 건강을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째서
건강한 건축공동체를 위한 감시와 논의 구조를 만드는 건축저널리즘이 사라진 건축계는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 것일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었는데 정화조 시스템과 화장실 기능은 갖추지 않아서 아무 곳에나 볼 일 보면서도 집이 그림 같다며 자랑하는 이상한 사람들이 오늘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공모전이나 설계경기의 상금과 참여 여부에만 몰두하는 동안 해당
스스로를 ‘건축편집자’, ‘에디터’로 자신을 규정하는 나는 정보
공모 진행자의 인증 하나로 생략해버리는 현재의 관행에서 무언가
관한 고민만으로도 벅차다. 그런데 사회 안에서 정보의 가치 평가와
프로젝트 자체의 당위를 재검토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지침 작성자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건축이벤트 정보를 누락 없이 제공하는 일 못지않게 개별 건축이벤트들의 실상과 의미를 파악하고 공론화하는 일은 사회의 에너지 누수를 막고 건강하지 않은 생각과 행위를 제어하는 기초 시스템 정착을 위해 유의미한 일이다.
여기서 질문. 그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저널리스트? 단순 정보 전달이나 클릭질 유도, 이미 터진 사건에 숟가락 얹고 훈계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은폐된 진실과 불편한 질문을 공론의 장으로 기어코 끌어내어 사람들을 정신 차리게 하는 사람에게 저널리스트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부여할 수 있다면, 나는 2019년의 대한민국에서 건축저널리스트와 건축저널리즘으로 회자될 만한 인물도 기사도 본 기억이 없다. 그런 저널리스트라면 상시적인
자체의 정확성과 정보 수용자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지식체계에 정의에 관한 판단이 작동하지도, 학습되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면 나는 마치 필터 없는 담뱃대를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쌩生으로
독한 담뱃잎을 재워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마저 들곤 하는 것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했다.
정보 자체의 객관성과 효율에 몰두하더라도 그 내용의 사회적 효용
검증이 연결되지 않는다면 정보 뒤에 감춰진 악의와 불성실함과 불편한 진실들에 대한 제어 시스템은 결국 정보-생산자 개개인의 양심 문제로
축소되고 말 것이며 정보-수용자 개개인의 심리·시간·물질 등의 낭비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보는 언제나 손잡이 없는 칼날처럼 위태로운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꼭 그만큼은, 건축공동체는 건축저널리즘에 필터링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감시자이자 기록자로서의 삶을 살아야 할 테지만, 바로 그 ‘상시常時’라는
국가 예산에 대해 시행 90일 전까지 국회로 넘겨 검토하게 되어 있으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생명체인 인간은 상시적으로 끼니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5월 말까지 각 부처들이 기획예산처에 다음
게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사람이 며칠은 굶을 수 있어도 상시적으로 굶을 일을 하는 게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고, 그렇게 생물학적 본성에만 충실하다보면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사회에서
소중하게 다뤄지지 않는 역할과 해당 직업군의 사람들이 지키려 애쓰는 가치들까지 아사
하게 되는 것이다. 가치가 없는 곳에는 기준이 없고,
餓死
기준이 없으면 관리되지 않는 담쟁이 넝쿨이 자연스럽게 제멋대로 집을 54
이 글이 발행되는 9월에는 내년도 예산 확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해 예산요구서를 제출하게 되므로 사실상 한 해의 상반기 이슈가 다음 해 이슈에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을 거라는 가정이 가능하다. 도시재생,
생활SOC, 스마트시티, 주거복지, 미세먼지, 기후변화, 공공건축가 제도, 통일/북한, 갑질/(성)평등 등 2019년 상반기의 건축 관련 주요 키워드들은 어떤 형태로든 2020년
건축가 권경은
건축가 정의엽
건축가 박창현
건축가 조성욱
건축가
이기철 건축가 이세웅, 최연웅
건축가 이도은, 임현진
2016
최소의 집 Minimal House 건축가 정효원
건축가 김희준
건축가 이영조
건축가
김진휴, 남호진 건축가 우지현, 차상훈, 최영준
건축가 고기웅
건축가 존 홍
건축가
김사라, 강소진
건축이벤트 이슈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해당 키워드들을 앞세워
예산을 조성하고 이벤트를 실행한 사람들이 만든 성과의 내용과 평가는 어디에 있는가? 문제는 없었는가? 이슈들은 오늘의 우리 시대에 적합한 것이었나? 그것은 오늘의 생존을 위해 유리한가, 아니면 내일의 준비를
위해 필요한가? 필터링 과정이 없는 행위는 생각 없이 떠드는 말과 다르지
건축가 나은중, 유소래
살아갈 수 있다는 식의 신박한 논리도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결국,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진실은 언제나 아픈 소리를 낸다.” 〈아르곤〉이라는 저널리즘 관련 드라마 속 대사다. 오늘도 정보 자체가 궁금한 나는 정보들 속의 문장을 자르고 단어
적합도를 따지고 정보들 간의 위상을 고민하고 궁극적으로 조화로운
1931
아홉 번째 전시 the Ninth Exhibition 건축가 정수진
건축가 권현효
건축가 박종민
건축가 장지훈
않다. 일단 내뱉고 또 내뱉고 계속 내뱉다 보면 문제를 생각할 틈도 없을 테니까 특별히 눈에 띄는 사고만 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는 것처럼
건축가 윤태권
2019
건축가 권형표, 김순주
건축가 이소정, 곽상준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 최장원
장소
온수공간 마포구 서교동 376-7 건축가 신현보, 류인근, 김도란
2019.09.23 2019.10.10 2017
관람시간. 13:00 ~ 20:00
건축가 정영한
전시설명. 15:00. 17:00. 19:00
1949
장소 및 전시관련 문의. T. 02.762.9621
E. minimalhouse30@gmail.com
정보의 체계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다 지치고 작업하다 지치기를
‘최소의 집’은 작은 집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작은 집도 아니다.
존재에 마음이 시리다. 사실 이것이 건축정보만의 문제이겠는가? 주변
그 ‘최소의 집’에 대한 정의는 사실상 기획자의 몫이 처음부터
반복하고 있지만, 문득문득 옆 자리의 텅 비어버린 건축저널리즘의
분야가 안정되지 않아서 자신이 맡은 영역의 작업과 가치까지 무의미하게 되지는 않을지, 비어 있는 주변을 자기 힘으로 채우려 애쓰지만 얼마나 커버할 수 있을지 등등을 노심초사하는 건 좀 더 잘 해보려는 열망을 가진 대한민국 건축계의 모든 이들이 겪는 공통된 신경증neurosis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서로가 서로의 시스템 노이로제 유발 인자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숫자마저도 미래의 기운이 감도는 2020년이 바로 코앞이다. 건축을 꿈꾸는 미래의 아이들에게 같은 운명을 물려줄 것인가? 살피는
건축정보들 사이에서 시스템 노이로제로 인한 신경 쇠약자들을 치유하고 새로운 환자들의 발생을 차단할 건축계 대통합과 대전환의 밑그림들을, 이제는 정말 만나고 싶다.
그렇다면 아주 싼 집일까? 아니었다. 집이 가지는 수많은 가치들 중 그 크기와 비용에 한정 지어 생각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최소의 집’의 출발점이다. 오래 전 경제학자 엥겔스는 돈을 만들어 내지 않는 주택을 소유하는 것은 노동자에서 농노 이하의 지위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낮은 금리의 대출을 통해 평생 은행 빚을 갚아야 하는 ‘소유방식’은 엥겔스의 언급처럼 빚을 갚기 위해 평생 일을 해야만 하는 현대판 농노의 지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여전히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다. 우리의 주거환경에서 나는 ‘최소’라는 가치를 통해 최소한 각자의 경제규모에 따른 삶의 방식에 맞는 적정 공간이란 것이 어느 정도인지 자율적 선택이 요구되며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가변화될 집의 유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건축가와 대중 모두가 함께 찾아가야 할 때라 생각한다. 그 고민의 출발은 다름 아닌 일상 속 작은 가치를 들여다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우리에게 적합한 ‘생활공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며 기존 ‘소유방식’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대지와 주택을 소유하는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공간의 점유에서 시간의 점유로 바뀌어야 할 이 시대에 우리에게 맞는 다양한 집의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것이 바로 ‘최소의 집’ 전시를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궁극의 가치이다.(기획. 정영한) 55
추천도서 브리프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 에콜로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에세이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녹색평론사 발행 김종철 지음, 2만 원
이 책은 ‘세계화’, ‘경제성장’, ‘진보’ 등등의
권력엘리트들 중심의 논리를 거부하고 근대문명의
‘어둠’을 포괄적, 심층적으로 들여다봄으로써 진정으로 인간다운, 지속 가능한 공생의 사회를 독자가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저작이다.
이 책은 많은 사회평론, 사회사상이 그렇듯이 ‘당위’를 이야기하고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정과
환대에 기초한 삶, 농적農的 순환사회라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것은 자유협동주의, 소국주의 사상, 상호부조론, 협동주의, 지역화폐, 사회신용론,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문화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기본소득, 시민의회 등등과 같은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세간의 오해나 피상적인 세평과는 달리) 저자 김종철이 역사 속에서 그리고 동시대의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대안적 사상, 실험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례를 가지고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그 결과 그의 논리는 힘이 있고, 설득력을 가진다.
저자는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어리석고, 자기파멸적인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문명세계가 산업문명을 통해서 이룩했다고 하는 높은 생활수준은 실은 인간사회가
자신의 보금자리를 끊임없이 찢고 할퀴는 난폭한 짓을
『리우지아쿤』 공간서가 발행 리우지아쿤 외 지음, 2만 원
되풀이함으로써 얻어진 부산물”에 지나지 않으며,
지역 건축계와 세계 건축계의 소통을 목표로 매해
의존해온 근대적 문명”은,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와
그 건축가의 작품집을 출간하는 ‘서울대-목천 강연’
특히 “서구 자본주의의 산물인 산업경제와 그것에 지하자원을 대량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국제적으로 알려진 건축가를 초청해 강연을 열고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리우지아쿤』이 출간되었다.
않는 것”인 만큼 “필연적으로 종말의 파국에 도달할
리우지아쿤(刘家琨, 1956~)은 중국 3대 건축가 중 한
내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가가 되기 전에 소설가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한계를 그 출발점에서부터
세계는 화석연료의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기반을 둔 산업경제에 너무나 깊게 중독된 나머지,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촉구하는 숱한 경고와 징후들을 거듭 무시하면서 “계속해서 같은 방식을 되풀이하면서
점점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으로 빠져버렸다. 그 결과 인간생존의 불가결한 기반인 자연 및 사회 생태계가
대규모로 파괴되었고, 마침내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면 조만간 여하한 형태의 문명이 존속하는 것도
불가능할지도 모를 심히 불길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현세대의 인류에게 있어서 “지금 가장 긴급한 것은, 순환적 삶의 패턴을 회복하는 일”이다. (자료제공: 녹색평론사)
명으로 쓰촨성 청두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다.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소개되었고 2018년
영국의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첫 번째 베이징 프로젝트 건축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책에는 리우지아쿤이 직접 쓴 에세이와 그의 건축 세계를 조명하는 주타오와
김승회의 비평을 수록했고 웨스트 빌리지를 비롯해 루예웬 석조조각 박물관, 수정방 박물관 등 일곱
개의 대표 프로젝트들을 스케치, 도면,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서울대-목천 강연’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인 김정식(목천김정식문화재단 이사장)이
서울대학교에 발전기금을 기부하면서 발족되었다.
2017년 라파엘 모네오를 초청해 1회 강연을 열었으며 2회부터는 방향을 재정비하여 문화와 역사, 도시적
상황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아시아 건축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자료제공 : 공간서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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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지아쿤』
2
1.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2. 리우지아쿤
『비야 알로이시오』
『걷다 느끼다 그리다』
『코르뷔지에 넌 오늘도 행복하니』
『비야 알로이시오』 픽셀하우스 발행
『걷다 느끼다 그리다』 맥스미디어 발행
『코르뷔지에 넌 오늘도 행복하니』 안그라픽스 발행
이 책에 담긴 〈비야 알로이시오〉는 신앙적인 이유로
책은 건축가의 시선으로 건축물들을 탐구하고, 화가의
이 책은 아파트를 떠나 집을 짓기로 결심한
피정센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영적인 것을 기념하고
시선으로 관찰하고 정리한다. 저자는 정림건축에서
촉망받는 젊은 건축가이지만 의외로 주택 설계
우대성, 조성기, 김형종 지음, 2만5천 원 지어진 종교적인 건축물이자 삶의 영적 충전을 위한 경험할 수 있는 구별된 장소이면서 동시에 돌봄이
필요한 지역의 아이들을 품는 따뜻한 집이다. 이 집은
건축가를 중심으로 수녀들,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직접 참여하여 완성한 집이며 동시에 전 세계 후원자들의 마음으로 지어진 풍성한 집이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7년 부산에 와서 스스로 청빈하게 살며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하여 전 세계 6개 나라 13개 도시에 의료·교육시설을 짓고 어린이와 청소년, 부랑인을 돌보는 일에 평생을 바쳤다. 이
책에는 루게릭병으로 고통 받았던 마지막 선교지, 멕시코에 남아 있는 그의 공간을 확장하고 고쳐
짓는 과정이 담겨있다. 단지 완성된 건축물을 기록한
책이기보다는 알로이시오 신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완성해 나갈 공동의 정신을 담은 안내서로 쓰일
것이다. 알로이시오 신부가 창설한 마리아수녀회는
지난 60년간 한국, 필리핀, 멕시코, 과테말라, 브라질,
온두라스, 탄자니아의 미션지에서 가난한 아이들 20만 명을 키워서 자립시켰다.(자료제공 : 픽셀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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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우 지음, 1만6천 원
시선으로 풍경을 감성적으로 담아내며, 칼럼니스트의 30년 넘게 일한 건축가이다. 오직 건축에 대한
열정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즐거움으로 받아내고, 건강한 건축을 만드는 사명감으로 건축디자인에
몰두해 왔다. 그는 건축가에게 특별히 요구되는 덕목이 ‘섬세함’이라고 꼽는다. 아주 작은 것을 알아차리는
감각적 섬세함과 내면과 세상의 결을 느끼는 더 깊은
예민함. 사물을 깊게 보고 꼼꼼하게 작업하는 습관이 섬세한 디자인을 창출하고, 그것이 곧 세련된 건축과
도시를 만든다고 믿는다. 그에게 있어 그림은 건축에서 이루지 못한 꿈과 이상의 영역이다. 평범한 일상에
대한 표현 의지와 그림 그릴 때의 몰입감이 주는 행복 때문에 그는 더욱 그림 그리기에 빠져든다. 감동을
주는 풍경을 스케치로 담아 수채화 물감으로 채색하는 작업은 이제 습관이 되어 버렸다. 여유가 많아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림으로써 여유를 만들어 간다. 글과 그림으로 만든 정신적 여백을
감성이라는 이름으로 전하는 메시지 집이다.(자료제공 : 맥스미디어)
4
에이리가족, 네임리스건축 지음, 1만6천 원
에이리가족이 네임리스건축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경험이 전무했던 네임리스건축! 그들은 집이라 하기엔 왠지 어색하고 생경한 〈아홉칸집〉을 덜 만든 ‘미완의 집’이라 설명한다. 정사각형의 아홉 개의 방으로
구성된 이 독특한 주택에서 에이리가족은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 복도도 위계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똑같은 크기의 방들이 영 불편하고 어색한
모습이지만, 반대로 이 이상한 공간 구조에서 건축가의 생각과 의도를 뛰어넘는 에이리가족만의 창의 생활이 시작된다. 이 책은 에이리가족과 네임리스건축이
지난 1년 동안 이 집을 통해 느낀 삶과 건축 이야기를 각자의 소재와 글로 정리해 상대에게 보냈고, 서로는 그 글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쓰기 한 릴레이식
구성을 취한다. 그들의 대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주택의 모습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질문하고, 현재 우리 삶을 만들어내는 집의 모습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며 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진정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자료제공 : 안그라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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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야 알로이시오 4. 걷다 느끼다 그리다 5. 코르뷔지에 넌 오늘도 행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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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디자인하는 법
사무소를 처음 시작하면서, 혹은 그 이전부터 늘 우리가 어떤 건축을
제이와이아키텍츠
좋아하는지, 건축을 어떤 범주로 이해할 것인지, 건축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 것인지, 그래서 결국 우리가 하고 싶어하는 건축이 무엇인지 라는
JYA-RCHITECTS
질문은 스스로에게 늘 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어려운 말로, 장황하게 설명해야 이해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간으로서, 그리고 형태로서 사용자에게 쉽게 이해되고,
글, 자료. 원유민, 조장희 JYA-RCHITECTS 공동대표 건축가
느껴지고, 체험될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명쾌하게 표현되어진 결과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건축을 시작하는 지점과 그 시작점에서 결과물까지 가는 그 과정이 단순하고 이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의 설계는 우선 단순화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그 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물리적, 사회적, 기능적 요구들을 꼼꼼히 살펴본다. 대지조건, 예산, 법규,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의미, 건축주의 요구 등등 프로젝트를 둘러싼 다양한 조건들을 나열하고 정리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론 그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무엇이 가장 흥미로운 조건인지, 어떤 것이 가장 불리한 조건이고, 어떤 것이 극복해야 하는 요소인지를 사무소 내부의 고민을 통해 분류를 한다. 이렇게 해서 프로젝트가 갖고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들을 단순화하기 시작하는 것이고, 우리 스스로 프로젝트에 대한 정의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론 이렇게 분류한 조건들로부터 아이디어를 고민하기 시작하고, 그 안에 이 프로젝트에 담고 싶은 우리의 욕망을 투영하기 시작한다.
광명 볍씨학교Gwangmyeong YMCA Byeopssi School 광명에 있는 대안학교인 볍씨학교를 시작하면서 선생님, 학생, 학부모
삶의 자세에 대한 철학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한 장 없이 주기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들이 새로 건축을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가장 염려하는 것은 새로
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설계를 시작하고 처음 약 두 달여는 그림
우리는 볍씨학교가 대안학교로서 갖고 있는 사람, 자연과 배움 그리고
정의 내린 학교의 철학은 “불편한 학교” 였다.
만들어진 학교가 너무 편해질까 봐, 그래서 아이들이 너무 편한 것에 익숙해질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볍씨학교의 가치는 편하고, 안전하고, 익숙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가까이 있어 자연의 변화를 일상에서 늘 접할 수 있고, 그 불편함 안에서 서로 나누고 도와야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에도 관심 가질 줄 알고, 효율이라는 가치에서 벗어났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척 많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존의 학교는 바로 이러한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대지와 산의 경계가 없는 자리에 15년 동안 하나하나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손으로 만들어온 이 학교는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웠고,
사랑받는 학교였다. 학교 건물들은 자연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있었으며, 계획되지 않은 배치를 통해 얻어진 사이 공간들은 아이들에게
창의적 놀이공간이 되어 있었다. 실내와 실외의 구분이 의미가 없었으며, 전체가 학교라기보다 아이들의 놀이공간이었다. 편함이나 효율과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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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멀었지만, 아이들에겐 온전한 나의 공간이었다. 1. 기존 학교 모습
우리는 이 과정에서 하나의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고민을 한다. 우리
생각을 덜어내고 덜어내서 본질적인 것을 남기는 것, 그리고 그
표현으로는 고민을 극한까지 해서 우리가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본질적인 것을 다시 가장 극대화해서 표현하는 것. 이 과정을 우리는
하나의 안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고민 안에는 형태뿐만 아니라 재료,
설계과정에서 늘 훈련하고 있다.
구축방식, 공사비 등 가능한 것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우리는 다이어그램을 활용한 스토리로 표현을 한다. 이는 하나의 결론에
우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가 프로젝트를 어떤 과정들을 거쳐 생각을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겪었던 생각과 고민의 과정들을 보는 이에게
전개시켜 나갔는지 보여준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싶다면,
가장 쉽게 전달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우리의
완공된 사진을 볼 수도 있고, CONCEPT 탭을 눌러 설계과정을 볼
생각을 끊임없이 간결하게 다듬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수도 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 건물이 어떤 생각과 과정을 거쳐
기본적으로 대안(Alt)들을 만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이 안이
만들어져 왔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고, 그
정말 최선인지 과정 내내 되물어 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은 때로는
과정에서 고정된 관점이나 방식이 아닌 프로젝트마다 늘 다른 시작점을
괴로운 시간이기도 하다.
찾아보고자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러한 방식은 매우 위험하기도 하다. 우리가 제안한 안을 건축주가
원유민, 조장희 두 명의 파트너가 이끄는 젊은 건축사무소 JYA-RCHITECTS. 하나의 ‘건축적 지향점’ 보다는 하나의 ‘건축집단으로서의 지향점’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관점과 차이가 늘 시도되기를 바라며, 그로부터 건축의 흥미로운 가능성들을 모색하고자 한다. 2013년에 젊은 건축가상을 가장 젊은 나이에 수상하였으며, 이후 단독주택부터 쉐어하우스Share House, 코하우징Co-Housing,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다양한 조건들 중에서 우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요소와 건축주가 더 중요하다고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다시 들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우리의 생각과 판단을 마지막까지 결정해 보는 것, 우리 생각을 마지막까지 발전시켜 하나의 결과물에 도달하는 그 과정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안학교, 놀이시설 및 복지시설, 방송국 스튜디오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규모의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원유민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졸업(2007),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Technology University of Delft) 졸업(2010)했다. VMX Architects in Amsterdam office에서 실무(2010)를 익혔다. 네덜란드 건축사(BA). 조장희는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졸업(2007), POSCO A&C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2007)를 익혔다. 한국 건축사(KIRA). 두 사람은 2012년 JYA-RCHITECTS를 공동설립 했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볍씨학교의 철학을 건축에
반영하는 것, 건축이 주인공이 아닌 온전한 배경이 되기를 목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판단했다. 계획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한 것은 건물을 포함해, 나무, 바닥 패턴, 길, 높이 차 등 기존의 요소들을 확인하고 그 안에서 건물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건물을 배치하고 나서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배치하였다.
The manner of the design 02
생각한 요소가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우리는 처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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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등고차에 의해 건물은 수직적으로 매우 다양한 레벨들을 갖게 되었고, 각 건물은 모두 분리되어서 그 사이사이에 있는 빈
공간엔 학교구성원들이 시간을 두고 스스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하였다.
아이들은 여전히 화장실, 식당에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고, 다른 교실 앞을 지나며 친구들을 만나야 하고, 땅과 흙을 밟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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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가야하고, 바람이 불면 바람도 맞아야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여전히 불편하지만 재미와 자극이 가득한 학교에서 여전히 많은 것을 채우며 지내고 있다.
4
2~3. 외부공간 4. 데크공간 5.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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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아이는 태어나면 가정에서 보호를 받고, 몸이 아프면
광양아동쉼터Gwangyang Child shelter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놀이, 자연, 음악과 미술 등을 통해 정서적 신체적 발달을 이룬다. 또한 학교에서는 교육을 받으며 어른으로서 필요한
지식을 배워 나간다. 이렇게 아이들은 어른이 된다. 바로 이 보호, 치료, 교육이 아이들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이며, 또 기본적인 환경이다. 하지만 학대피해아동들은 바로 이 근본적인
환경들이 다양한 이유로 결핍되어 있다. 따라서 이 아이들에게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이 세 가지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에 있다.
학교 (교육) 자연, 원예 (치료)
가정 (보호)
스포츠, 놀이 (치료)
병원, 미술, 음악 (신체+심리 치료)
이러한 환경들이 모이면 하나의 공동체, 즉, 하나의 마을의 성격을 갖는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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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그네들길Anmyeondo House 건축주는 10대 시절에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해졌다.
그리고 그 이후 적지 않은 시간동안 침대에 누워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건축주가 하루 종일
뒷마당
보는 대부분의 풍경은 오래된
집의 낡은 천장과 그곳에 달린 형광등이었다.
건축주의 집은 서해안 섬지역의 바람과 눈 탓인지 지붕이 낮고
대신 처마는 길게 뻗어 있었다.
그래서 건축주 방은 창을 통해 빛이 들지 않아 늘 어두워서 형광등을
거실
켜고 지낼 수밖에 없었고, 단열이
부족해서인지 겨울엔 춥고 여름에는 습하고 눅눅했다. 또한 욕실도
주방
춥고 어둡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건축주를 도와 씻는 등의 생활이 불편한 구조였다. 60
이 방에서는 뒷마당 혹은 거실에서 가족들, 조카들이 모이고, 노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다 17 6. 전경 7~9. diagram_작업 전개 과정 17. diagram_시선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 이런 학대피해아동들을 위한 종합적인
광양의 학대피해아동쉼터는 바로 이러한 시설에 대한 공부, 아동에
아이들을 격리하고 있지만, 그 후에 필요한 전문적인 치유와 교육이
보완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배움에서부터 설계가 시작되었다.
공간도, 제도도, 프로그램도 없다. 그러다 보니 그런 일이 발생하면 우선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 세 가지 역할이 하나의 시스템과 연계된 시설 안에서 종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아이가 무사히 어른으로서, 또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리를 찾아 갈 수 있도록 마지막 교육 과정까지
지원하고 있는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우리가 아직 얼마나 이런 일에 대한 인식이 늦은지 알 수 있다.
대한 우리 사회의 보호 시스템에 대한 파악,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따라서 이 프로그램이 가져야 할 가치와 의미를 형태와 공간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했다. 우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설계를 시작했다.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 그건 쉽게 얘기하면 하나의 공동체이고, 곧 하나의 마을과 같은 성격의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본질적으로 쉼터는 하나의 공동체, 즉 마을과 같은 공간구조를 가져야
공동체, 마을은 다양한 집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이 다양한 마을의 구성요소들은 서로가 긴밀한 관계를 갖고 공동체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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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높은 창은 늘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있는 건축주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들어올려진 지붕의 틈을 이용해 빛이 내부공간 깊숙이 들어온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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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물리적 불편함 뿐 아니라 건축주에게 또한 아쉬웠던
이에 건축주는 본인을 위한 선물을 주기로 하였고, 그 선물로 하루
공간구조로 건축주 방에서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특히나
주위의 풍경을 볼 수 있고, 본인의 침대에 누어서 오고 가는 가족들을 볼
것은 가족들과 소통하기가 어려운 집 구조였다. 건축주 집은 복도형식의 동생들과 조카들이 놀러 왔을 때도 귀로만 들을 수 있을 뿐이지, 거실 혹은 마당에서 노는 조카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홀로 그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종일 해가 잘 들어 밝고, 따뜻하고, 눈을 떴을 때 형광등이 아닌 하늘과 수 있는 그런 집을 짓기로 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건축주의 이야기, 건축주의 삶을 듣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다른 무엇보다 건축주의 요구들을 물리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18. diagram_빛 19. diagram_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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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고 생각했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외부로부터 보호받고, 내부에서는 따뜻하고 안전하게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가치를 형태로 직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치환된 건축을 대지에 배치시킨다 11
그리고 이 공동체의 물리적 거리가 좁혀지면서 건축으로 치환된다 10
건축은 외부로부터 보호되는 중정을 갖고, 12
설계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남동향의 땅에 지어지는 집에 어떻게 하면 하루 종일
빛이 잘 들게 해서 형광등을 켜지 않아도 되는 밝은 집을 만들 것이냐 하는 것과 건축주가
집안에서 주변의 마당과 정원의 풍경을 쉽게 볼 수 있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즉, 집이 개방적이어서 빛과 시선이 외부로 잘 연결될 수 있게끔 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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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0~16. diagram_작업 전개 과정 20. 내부복도 21. 실내공간
햇빛
바람
바람
바람
내부는 바람이 통하고 햇빛이 잘 드는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이 된다 13
주방/식당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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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욕실 방 방 방
방 계단실 계단실
여기에 남, 여 두 세대의 시선이 서로 엇갈리도록 하기 위해 형태를 변형한다
주방/식당 욕실 방
2층에는 두 세대의 쉼터가 각각 들어가고, 각 쉼터의 공간구성에 맞춰 지붕모양을 변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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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중앙을 관통하는 거실 겸 복도를 통해 내부의 모든
실들이 연결이 되고, 이 공간을 통해 또한 네 방향의 마당
모두를 향해서도 통하게 된다. 따라서 집은 시각적으로 닫힘이 없이 주변을 향해 연결이 되고, 역박공 모양의 지붕 형태로 인해 빛은 집안 깊숙이 들어올 수 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언제나 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다.
늘 그러려 노력하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집을 처음
시작하면서 건축주가 했던 말이 있다. 자신이 눈을 감을 때
마지막으로 보는 장면이 될 집이니 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 어떤 경우보다 집이라는 것의 의미를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 말이었고 그런 프로젝트였다.
22
22.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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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동 하우스Shinsoo-dong House
기능은 수직동선인
신수동 하우스는 안면도 그네들길과는 다른 가치에서 시작해 설계를
현관, 거실/주방, 방,
진행했다.
신수동은 아주 현실적이고 명쾌한 제약사항이 있었고, 설계는 이
제약사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로부터 출발하였다. 대지는 면적이
30평으로 작고, 폭은 3m가 채 안 되는 좁은 골목으로 이어져있는
밀집된 주택가에 있었다. 여기에 건축주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바로 주차공간이었다. 한 대는 온전하게 주차가 되고, 필요할 경우 두 대가 주차될 수 있기를 원하였고, 골목이 좁아 회전반경이 안 나오니 차가 원활하게 들어가고 나올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따라서 집의 한
층 바닥면적이 18평 밖에 안 되는 조건과 주차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계단을 중심으로
작은방이 수직으로
쌓여있는 구성이고,
이는 마치 아파트평면의
구성요소들을 수직으로
구성해 하나의 집으로서
기능하게 하는 원리이다. 작은 땅이기에 필요했던 고민들이었다.
동선의 확보. 이것이 이 집 설계의 시작이었다.
결과적으로 건축의 형태는 아래가 좁고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커지는 형태를 갖게 되었다. 대지 안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부피를
만들고, 주차를 위해 1층을 깎아내고, 형태와 구조적 이유로 2, 3 층을 점차적으로 깎아내어 최종 형태가 완성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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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나눔센터Pohang Soup Kitchen
우리가 밥 먹는 공간에 채우고 싶었던 것은 자연의 빛과 바람, 그리고
포항 나눔센터의 기능은 무료급식소이다.
원초적 형태와 자극으로 채워진 공간 안에서 사람은 의식하지 않아도
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것과 같은 비일상적 스케일과 형태였다. 이러한
기존의 무료급식소를 살펴보면 급식소 안은 뒷사람과 서로 등이 닿을 만큼 좁고, 낮은 천정에 답답하고, 내 앞에 놓인 식판 외에는 시선 둘
온몸의 감각을 통해 특별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곳 조차 마땅치 않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빨리 밥을 먹고 나가야 할
것 같은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무료급식소의 공간은 여전히 끼니를 때우는 공간 이라는 일차적 목적을
위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밥 먹는 행위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노인들의 사회적 관계, 그 중요성을 반영해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던진 질문과 목적은 단순했다.
왜 이 분들은 한 끼를 드시더라도, 더 좋은 환경과 공간에서 근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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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할 수 없는 가?
라는 질문과 함께, 우리가 목표했던 것은 매일 벌어지는 밥 먹는 행위가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매일 벌어지는 특별한 경험이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은 감성적이었고 즉흥적이었다. 무료급식소로
운영되는 공간을 찾아보고, 직접 눈으로 보면서, 무료급식소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라고 떠오르는 이미지도 있었다. 따라서 그 이미지를 물리적으로 구축해내는 과정을 시작하면서 설계는 시작되었다.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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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step 01~05 24. 상부로 올라갈수록 커지는 건축형태 29. 컨셉 드로잉 30. 아이콘
구산중 도서관Gusan Library 우리 사회에서 학교의 도서관은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도서관 뿐만 아니라 학교라는 시설의 공간 자체가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도서관이 과거로부터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사회변화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학교와 관련 담당자들께 이해시키고 설득할 필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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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그렇게 해야지만 조금이나마 기존의 학교 도서관에서 벗어난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역사적으로 도서관은 왕실과 권력자, 혹은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책을 소유하는 것은 곧, 지식을 소유하고, 통제하고, 권력을 획득, 유지하는 수단이었다. 따라서 책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특정
계층들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가 도서관을 침묵, 품위, 위계, 질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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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미지로 인식하는 역사적 배경일 것이다. 하지만 근대 유럽으로 넘어오며 왕실과 귀족 등의 개인서고가 개방되며 도서관이 공공적인
성격을 갖기 시작하였고, 프랑스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공공도서관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정보의 개방, 정보의 대중화, 정보의 평등화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재의 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자유롭게 발전하고
있다. 지식의 일방향적 습득 공간에서 사람이 모이고, 지혜를 나누고, 다시 재생산 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도서관을 공유, 자유, 소통, 개방, 무질서와 같은 이미지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고, 도서관을 책과 생각으로 둘러싸인 하나의 또 다른 작은 우주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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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은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와 하늘과 나무, 햇빛, 비, 바람과 눈과 그림자가 만드는 예측 불가능한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그대로 공간 안으로 들여오고 담아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공간에 들어오고, 이 안에서 밥을 먹고 얘기를 하는 동안 노인들은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늘 새로운 경험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그저 매일 단순하게 반복되던 밥 먹는 행위를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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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5. 아이콘 26~28. 내부공간 31. 외관 32. 내부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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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건축가 열전
비에이티 BAT
Robotics & Fabr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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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Be.Arch.Tek)는 건축/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건축가이자,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을 통해 정형/비정형 디자인의 제작 솔루션을 제공하는 제작자 그룹이다. 특히, 산업용 6축 로봇을 건축 스케일에서의 디지털 제작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 개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실제 구축과정에서의 적용을 목표한다. BAT는 맞춤형 건축 부재의 디자인/제작/설치를 수행할 수 있는 생산자(패브리케이터)로서, 디자인의 구축 과정에 능동적으로 관여하면서 건축가의 다양한 디자인적 변주와 시도에 일조하고자 한다. www.b-at.kr 산업용 로봇을 활용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비에이티는 산업용 로봇암, 3D 프린터와 같은 디지털 제작 미디어를 활용하여 건축/ 디자인에서의 맞춤형 제작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룹이다. 우리가 건축 부재 제작에서 산업용 로봇팔을 이용하는 이유는 기존 제조업의 생산라인에서 활발히 활용되면서 그 운용 기술 개발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고, 다양한 가공 도구와 결합이 가능한 확장적 플랫폼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6개의 축을 가진 만큼 동작의 자유도가 높고, 그에 따라 프레임에 갖힌 일반 3축 가공 장비에 비해 비교적 스케일이 큰 작업을 가능케 한다. 산업용 로봇은 수십 년 동안 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제조 공정의 일부를 위해서 프로그래밍 되어 왔기 때문에, 로봇의 제어는 사람의 팬던트 컨트롤이나, 복잡한 스크립팅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최근들어, Grasshopper와 같은 서드파티 개발에 개방적인 CAD 소프트웨어의 등장으로, 이러한 산업용 로봇의 제어를 할 수 있는 CAM 플러그인의 개발이 가능하였고, 3차원 모델링 데이터에 기반한 제조기 언어(G-code)를 작성할 수 있다. 비에이티는 자체 개발한 GERTY라는 플러그인을 활용함으로써, 표준화 되어 있지 않은 건축이나 디자인 분야에서도, 복잡한 맞춤형 제작이나 구축 과정에 산업용 로봇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에 사용되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다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지자, 그에 따라 추구하는 영상의 미학이 변화하게 됐고, 영화 산업에 필요한 인력 및 기술 생태계가 변화하게 됐다. 건축은 영화보다는 움직임이 느리지만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리라 생각한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의 발전은 보다 다양한 건축적 표현과 그 구축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추구되는 미학과 건축 산업에 필요한 인력 및 기술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건축/디자인 분야에서 분투하며 적용했던 일련의 로보틱 패브리케이션 작업과정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건축에서의 새로운 변화와 가능성들을 확인하고자 한다. 66
1. BAT 멤버들(좌 ➔ 우, 고민재, 안형욱, 박형우, 신동한)
La Cave du cochon - 한정된 자원 안에서의 구현 약 40평 정도의 프렌치 레스토랑 홀의 인테리어 공사에서 비정형의 곡면을 가진 천정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었다. 인테리어 설계는 건축 설계 사무소 ‘초힐로’가 담당했고, 비에이티는 천정 구조물의 소재
가공과 설치 및 마감까지를 담당했다. 천정 구조물의 수평투영면적은
약 100㎡ 정도로, 주어진 공사 기간과 예산 범위, 그리고 최종 협의된 곡면의 형상과 허용 오차 등을 고려하여, 토목 공사 시에 주로
사용되는 1800×900×600mm사이즈의 EPS블록을 열선 가공하여 접착하는 방식으로 시공하였다.
EPS블록의 소모량과 작업성을 고려하여 모듈의 사이즈를 산정한
후 전체 모델링에 설정한 크기의 3차원 그리드를 투영하여 전체의
조각을 약 200여 개로 나누고, 개개의 열선 가공 작업이 진행되었다. EPS블록의 열선 가공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넓은 면적의 곡면을
2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직선 형태의 열선으로 곡면을
가공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곡면의 형상, 로봇의 속도, 열선의 늘어남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일부분의 오차가 다소 커지는 단점이 있다.
상황이라면, 열선 작업에 추가하여 밀링 작업이 이루어져야 했으나, 다소의 오차는 표면 마감 단계에서의 후작업을 전제하고 열선 가공만으로 형상을 만들어 공기를 줄이고자 했다 .
EPS블록의 가공이 진행되는 동안, 현장에서는 천정의 골조 부분에
그리드를 그리고 지점마다 달대 볼트를 삽입하는 작업이 진행되었고,
가공이 마무리된 개개의 EPS블록은 작업자들이 들어올리기 편한 약 1500×1500mm 사이즈로 결합시키고 EPS블록을 관통하는 구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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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어 설치된 달대 볼트에 걸어놓는 방식을 취했다. 전체 EPS블록이 설치된 후에는 충진재를 사용해 타공된 곳을 메우고, 표면을 마감했다.
La Cave du cochon 프로젝트에서는 열선 가공 기술의 적용으로
한정된 자원 안에서 건축적 표현력이 강해진 경우이다.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탐구하는 대부분의 건축 프로젝트가 그러하듯이, 건축가는 독자적으로 모든 것에 대한 결정을 끝내고 그 결과물을 시공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을 취하기보다는 시공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예산이나 공기 혹은 적용 가능한 기술 등의 한계 안에서 계획을
Emerging Architect 08
만약 곡면 가공시 전체적으로 상당한 정밀성이 확보되어야 하는
유기적으로 변화시켜 나간다.
EPS블록의 열선 가공 방식으로 인해, 보다 쉽게 자유롭고 격렬한 곡면 형상의 조형이 가능해짐에 따라, La Cave du cochon
프로젝트는 설계 자체가 크게 변경되었다. 최초의 계획안은 천정에 한정된 곡률을 가진 구조물을 설치하는, 레스토랑의 홀 전체가
비교적 균질한 성격의 공간 구성을 가진 것이었다. 로봇 열선 작업을
도입하기로 한 후에 만들어진 최종 계획안에서 천정 구조물의 곡면은 곳곳에서 바닥 혹은 그 중간까지 부드럽게 연장되었다. 결과적으로
레스토랑 홀은 느슨한 경계를 가진 여러 개의 작은 공간이 존재하는 다채로운 공간감을 주는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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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완성된 실내 모습 3. 천정 구조물 형상과 분할계획 4. 열선 컷팅 / 시공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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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1번지 주택 벽돌담장 – 건축 소재 활용 변화 비에이티의 한남동 1번지 주택의 외장 리모델링
범위를 넘으면 형상을 유지하는데 불리한
작업이 더 보편화 된다면, 기존 조적 몰탈에
노후된 기존 담장 사이에 있는 출입 공간의
않았다. 때문에 접착제 자체의 부피를 최소화
특수한 상황에서만 사용됐던 폴리머 콘크리트
작업의 일환으로, 클라이언트 측에서는 주택과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기를 요청했다. 높이 1.5m, 길이 약 10m 정도의
단조로웠던 담장을 산업용 로봇을 활용하여
요철이 있는 벽돌담장을 쌓도록 계획하였다.
연로한 클라이언트는 바닥 레벨이 높아 화단을
관리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계획된 볼륨이 있는 담장을 통해 관리되지 않는 화단의 면적을 줄이면서도, 출입 공간의 장식적인 요소로
활용하고자 했다. 계획된 담장의 상층부는
최대한 기존 담장에 가깝게 붙여 출입 공간의 개방감을 유지하고, 요철이 있는 하부에는 몇 그루의 작은 관상용 나무를 식재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산업용 로봇을 이용한 조적 작업에서는 구조적 한계 내에서 개개의 벽돌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위상을 가지도록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벽면의 요철에 따라 벽돌
개개의 각도를 자연스럽게 변화하도록 하여
입면에서의 시각적 효과를 의도하였다. 다만, 조적 과정에서 현장과 로봇 주변 장치들의
오차로 인해, 개개의 벽돌이 어느 정도 간격을 가지고 쌓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일정한
몰탈은 이러한 벽돌쌓기 방식에 적합하지
하면서도 기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몰탈
접착제 대신 석재 에폭시를 이용했다. 계획 단계에서의 의도와 제작 단계에서의 필요
종류가 더 많이 개발되고 사용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조건들에 의해, 개개 벽돌 사이가 비교적 넓게 비워진 다공성의 벽이 되었다.
작업 당시에는 눈앞에 놓인 과제 해결에 신경
쓰느라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작업이 마무리된 후에는 에폭시를 통해 벽돌을 접착하는 방식이 무조건 최상의 해결책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에폭시는 자외선에 노출시 비교적
내구성이 떨어지는 재료이기도 하고, 조적벽의 마감 방식에서 줄눈으로 사용되는 몰탈 또한 때에 따라서는 기능적으로나 미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인데 그것의 존재감을
없애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콘크리트 제조사의 연구원에게 문의한 결과 이러한 방식의 벽돌쌓기에는 벽돌과 작은 접촉 면적을 가지더라도 강한 부착
성능을 낼 수 있는 폴리머 콘크리트가 유리할 것이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에 의존한 벽돌 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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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지금까지는 상당히
5. 완성된 벽돌 담장 모습 6. 사용된 그립퍼(Gripper) 엔드이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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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ufabrick - 표현 가능성의 확장 Manufabrick은 건축 설계 사무소
본격적인 벽돌 컷팅 과정에서는, 그라인더
주택의 코너부 벽돌을 위한 패브리케이션
특별한 소형 지그를 고안/제작했고, 12인치의
‘삶것(lifethings)’에서 설계한 위례
프로젝트이다. 위례주택은 스카이라인이
전통건축의 처마 곡선처럼 모서리 부분이 치켜 올려진 형태의 입면으로 디자인되었다. 삶것의
양수인 건축가는 건물의 외벽 마감에서, 벽돌의 첫 레이어는 지표면을 따라 수평하게 쌓이지만,
상부로 올라갈수록 모서리 부분의 상하부 매지 간격이 넓어져 건물의 가장 윗단의 벽돌 라인이 건물의 스카이라인과 일치되도록 시공하고자 하였다. 이로 인해 각 면의 코너부 벽돌들은 다른 면의 벽돌과 모두 약간씩 다른 각도로
만나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기존의 벽돌 시공 방식으로는 건물의 전체 디자인에 어울리는
적당한 모서리 해결 방법이 없어 로봇 가공을 통한 솔루션을 제안하게 되었다.
비에이티는 로봇의 그라인딩 시뮬레이션을 통해 하나의 벽돌을 주변과의 간섭 없이 1분동안 2회 이내의 컷팅으로 가공
가능하면서도, 건축가의 의도대로 “퍼즐처럼 끼워 맞춰지는” 코너부 벽돌 디자인을
제안했다. 결정된 코너부의 형태로 인해
맞닿는 벽간의 줄눈은 벽돌 높이의 절반만큼 엇갈려서 조적 시공되었다. 코너부 벽돌의
날과의 간섭 없이 벽돌의 고정이 가능한
대형 디스크 그라인더를 로봇에 장착하여
컷팅 작업을 진행했다. 작업 과정에서 운반체 자체의 식별 넘버와 벽돌 개개의 식별 넘버를
모두 수기하여, 납품 이후 운반이나 시공 중에 벽돌이 파손되는 상황에 빠르게 작업자가
벽돌을 식별하고 재가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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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현장에서 작업자들의 혼란을 줄이고, 작업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조적 시공 중 파손되어 재가공한 벽돌은 단 1개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위례주택에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은 상당히 작은 부분에서만 한정적으로
적용되었다. 경우에 따라서 건축에서의 부분적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은 건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작은 부분이 단순히 완성도를 높이는 차원이 아닌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어떠한 건축 표현을 가능하게
결정적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위례주택의 벽돌 사용은 그에 가까운 한 가지 사례일지도 모른다.
컷팅 작업을 진행하기 전에, 컷팅 작업
도중이나 차후 납품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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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고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한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특히, 로봇 컷팅 가공 이후 조적시공은 현장의 기술자들이 담당하였는데, 작업자들이 서로
다른 모양인 벽돌을 쉽게 순서대로 구분할 수
있도록 납품하는 방법이 중요했다. 벽돌 각각에 식별 번호가 적혀있다 하더라도, 작업자가 576개의 벽돌에서 순번대로 벽돌을 찾아 작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위례주택의 코너부 벽돌은 수평으로
쌓이지 않기 때문에 작업자가 전반적인 코너부 벽돌들의 각도를 조감하면서 작업할 수
있다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EPS폼을 조각하여 코너부 벽돌의 모양새과 줄눈의 높이대로 15개의 조합된 벽돌들을 한번에 패키징할 수 있는 운반체를 미리
제작하였다. 이와 같은 가이드는 로봇 컷팅
과정에서도 벽돌이 제대로 가공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되어, 좀 더 신뢰도 높은 제작 작업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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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코너부 벽돌 조적 디테일 8. 위례주택 입면도 삶것 9. 위례주택 삶것 10. 벽돌 컷팅 작업과 운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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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ed Ceramics - 건축 재료 이용 방식의 변화 2017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 “생산도시” 출품작으로, 비에이티는 세라믹
제작 및 점토 3D 프린팅을 진행하였으며, 설치물의 크기를 고려하여
소재가 규격화된 모듈이 아닌, 점토라는 원재료 수준에서 활용될 수
50mm정도의 깊이를 갖도록 했다.
3D 프린팅 기술과 다관절 산업용 로봇을 통하여, 건축에서 세라믹
있다는 가정하에, 건축 스케일에서 도예가와 같은 입체적인 Forming의 재료로써 세라믹을 활용하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패브리케이션 실험을 진행하였다.
세라믹은 건축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재료 중 하나이다. 오염에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유려한 마감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우수한 특성에도, 현재 건축물에서 세라믹이 이용되는 방식은 타일이나 도기 정도로 한정적이다. 고온의 화로에서 소성시키는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도 있지만 큰 이유는 그 자체가 마감재로 기능을 하기 때문에 높은 표면 품질이 요구되고, 건조와 소성 과정에서 갈라짐
적층된 레이어의 너비는 8mm, 적층되는 레이어는 25개 층을 적층시켜 건축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에 있어 대부분의 경우 기존의 건축에서
사용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재료를 이용하기보다는 기존의 재료를
다른 형식으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아마도 오랜 시간과 많은 사례를 통해 검증된 기존 재료의 가짓수가 적지 않음에 기인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재료라고 해서 검증된 시공법과 기존의 사용목적을 따르는 것이 아니어서 새로운 시공법에 대한 개발과 그에 따른 부가
재료의 개발 또한 요구된다. 또, 새로운 사용 방식은 재료가 활용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또 다른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등의 하자발생으로 인해 가공시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어, 대량
생산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생산될 경우 생산 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건축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와 안정적인 표면 품질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세라믹 생산 방식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세라믹 프린팅 기술에 접근하게 되었다.
로봇에 장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점토 익스트루더 개발이 우선적으로
진행되었다. 점토는 함수율이 너무 높으면 성형성이 떨어지는데, 성형에
적절한 함수율을 가진 점토소재는 자체가 상당히 단단하다. 따라서 공급
장치는 높은 수준의 기계적 강성을 필요로 했는데, 압출 과정에서 장치에 들어가는 부속품들이 힘의 균형을 찾지 못해 고안한 익스트루더가 파손되는 경우가 많아서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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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토 익스트루더의 개발 이후, 로봇의 6축을 활용한 입체적인 점토 3D 프린팅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로써 간단한 프로토타입 제작실험을 진행하였다.
가공물(EPS폼)의 위치를 고정시킨 채, 로봇의 3가지 툴(열선, 스핀들,
점토 익스트루더)을 연속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점토가 건조되는 과정에서 형상을 받쳐줄 수 있는 유선형 몰드를 가공하고, 곡면 몰드
위에 다이아그리드 패턴으로 점토를 적층하여 입체적인 다공성 패널을 만들 수 있었다.
간단한 프로토타입 패널 제작을 통해 우리는 EPS소재 몰드 위에
점토를 적층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형식의 세라믹 패널의 제작 가능성을 확인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약 1000×1500×1800mm 크기의 대형
조형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만들고자 하는 조형은 물리엔진을 이용해
아치를 이루는 폐곡선의 경계로부터 내부로 수렴하는 힘에 의한 다이아 그리드 패턴을 이용하였다. 실험 초기부터 사용된 다이아그리드 패턴은, 한붓 그리기처럼 멈춤 없이 연속적으로 적층할 수밖에 없는 익스트루더 장치의 한계 내에서 적절했고, 자중을 버텨야 하는 조형의 최소한의 구조 성능을 위한 것이었다. 계획 초기에는 대형로봇(IRB6700)의
리치를 활용하여 2~3개의 패널로 나누고자 했지만, 점토 소재 출력물의 크기가 클수록 건조 과정에서 갈라짐이나 파손이 일어날 확률이 높고, 현실적으로 대형 가마 시설을 수급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19개의 패널
모듈로 나누어 제작하고 소성하였다. 각각의 모듈은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모듈과 모듈은 곡면의 흐름을 깨트리지 않으면서,
다이아그리드의 형태에 맞게 서로 맞물리도록 interlocking 계획되었다. 대형로봇(IRB6700)을 사용하여 한번에 6~7개의 모듈을 위한 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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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세라믹 익스트루더 장치 12. EPS 몰드 가공 및 점토 적층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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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세라믹 패널 14. In-Formed Ceramics 조형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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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아크 용접 금속 3D 프린팅
아크 용접 금속 3D 프린팅(WAAM) - 타 산업과의 연계 선재-아크 금속 3D 프린팅(Wire-Arc Additive Manufacturing, WAAM)
작업은 다소 무모하게 시작되었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 설치되는 조형물의 제작
작업으로, 약 3.5m 높이의 메인 조형물은 전통놀이인 고싸움에 사용되는 끝에 고리를 가진 고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것이었다. 이 고리 사이로 다른 마감을
가진 스텐인리스 구조물 2개가 아슬 아슬하게 통과하는 형태였는데, 이 때문에 메인 조형물은 일정 수준 이상의 정밀도를 가지고 있어야 해서, 조형물 작가는
적절한 금속 가공업체를 찾기 어려워 했다. 비에에티는 막연히 네덜란드의 작가
요리스 라만Joris Laarman의 작업을 떠올리고, 로봇을 활용한 아크용접으로 금속을
3D 프린팅 하는 방법을 적용해 메인 조형물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만으로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크 용접을 이용한 금속 3D 프린팅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금속 파우더를
레이저 소결하는 금속 3D 방식과는 달리, 용접용 금속 와이어와 아크 용접기를 이용하여 비드를 연속적으로 용착시키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선례가 없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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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에 있어서의 가장 큰 과제는 작업 방식에 대한 고민보다는 기존의
산업계에서 이용되는 용접 기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었다. 실제 용접
방식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그 방식에 따라 금속의 물성, 전기적, 화학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정량화가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자료수집
과정에서 만난 관련 전문가들도 추측이나 경험에 기반한 의견만을 전달해주는 수준이었다.
비용적인 요인이 컸지만, 초기 단계에서 새로운 재원의 도입 없이 주변에서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CO2용접 장비를 개량하여 적층 실험을 시작했다.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으며, 용접에서 쓰는 다양한 부속 장치들을 바꿔가면서
시험하는 과정이 2주동안 지속됐지만, 일반적인 장비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결국, 자동 용접 솔루션을 제공하는 유수의 용접장비 회사들을 직접 방문하면서 기계적인 문제들을 풀어낼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 중 적극적인 한 업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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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를 도입하여, 업계의 최고 전문가들과 지속적인 기술 자문을 주고 받으면서
다시 2주간의 스테인리스 소재의 적층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조형물 제작에 맞는 적층 조건과 형상에 따른 몇 가지 로봇 동작 제어 전략을 기반으로
약 3주간의 본격적인 제작 과정을 다시 거쳐 납품이 가능했다. 조형물 제작 이후, 비에이티는 자체적으로 아크 용접 3D 프린팅을 이용한 실험을 계속하였고,
스테인리스 뿐만 아니라 일반 연강이나 알루미늄, 인코넬과 같은 새로운 금속
소재와 다양한 형상을 적층할 수 있었다. 현재는 비정형의 콘크리트 구조체의 거푸집 형상에 따라 매입 가능한 직조형 철근망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을 하는 건축가나 제작자들이 기존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기술들을 전부 상세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많이 알수록 작업은
편해지며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많은 경우, 디자인의 구축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이 유용한 기존 기술을 찾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결정되는 수준이다. 아크 용접 3D 프린팅 작업을 진행하면서,
건축을 하는 우리에게 여타 산업 기술들에 대한 체계적인 아카이브가 있었다면 작업이 실패할까 두려워했던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건축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런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한 산업계/건축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 안형욱 본문 전체 자료 : BAT 18
16. 송도 조형물 “만남과 인연” AnF 17. 아크 용접 3D 프린팅 18. Rhino-Grasshopper- Gerty(by BAT) 오프라인 프로그래밍과 실제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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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 토픽
Nuclear-Free #비핵화 #핵무기로부터 자유로운 지구 #핵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운 지구 #미래 세대의 안녕을 준비하는 지구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비핵화denuclearization라고 말한다. 핵시설 폐기 절 차는 크게 4단계로 나뉜다. 1단계_폐쇄(shutdown; 핵시설의 가동 중단 및 이를 확인하기 위한 봉인과 사 찰·검증 조치 단계) 2단계_불능화(disablement; 핵무기를 분해해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 로 만드는 단계) 3단계_폐기(dismantlement; 핵 관련 시설을 모두 파괴, 제거해 핵프로그램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단계) 4단계_해체(decommissioning; 핵 관련 시설 폐기 후 작업자와 일반인의 안전 을 확보하고, 방사성 오염물질을 해당 지역에서 완전히 제거한 뒤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단계)이다.
정치적, 이념적, 인종적 차이를 넘어서서 순차적으로 핵시설 폐기 절차를 밟 는다하더라도 핵의 공포에서 우리 인류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므로 핵무 기로부터 지구를 자유롭게 하는 목표야말로 인류 공통의 가치가 돼야 한다.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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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코퍼레이트 아키텍트Corporate Architect 01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의
디자인 총괄design principal 건축가 3인
배기두
오호근
피터 최 본지는 기업형 건축사무소의 디자인 향방을 총괄하는 디자인 프린시펄design principal을 집중 대형 건축설계조직은 5백~1천 명을 웃도는 구성원들의 집합체로서 개인의 성향은 기업의 철학, 목표, 비전 등으로 불리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유연하지 못하다는 인식하에 시장 에서의 중대한 역할 에도 불 구하고
Feature
조명하는 특집 지면을 연재한다. 국내 굴지의
종종 화제의 바깥으로 내몰리기 일쑤였다. 따라서 그 중심에서 맹활약하는 디자인 기반 건축가들의 존재감을 떠올리는 데에는 더더욱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형 조직은 국내외 건축설계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기간산업으로서 건축의 선진화 된 위상을 선도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저들 코퍼레이트 아키텍트 C o r p o ra te Architect
에 시선을 맞추고, 그 세계의 중심에서
각사의 디자 인 을 리드하 는 건축가 들 을 소 개한 다. 더하 여 이 특집으 로 말미암 아 한국건축의 계층과 세대, 업역에 걸쳐 있는 오래된 갈등 구조를 풀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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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근
Oh ho-keun
KIA, KIRA
건축가의 길
잘라내어 다시 쌓아보기
내딛던 시절에는 다양한 사조의 이름으로 나뉜
비가역적 행위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도구로
건축을 공부하고 처음으로 실무의 세계에 발을 건축가들이 그들의 이론과 표현을 활발하게 출간하던 시절이었다. 양식을 재해석하거나,
건물을 해체하고, 새로운 재료에 천착하면서
동시에 거대해지는 도시와, 새로워지는 기술이 만들어낸 신세계를 토대로 새로운 가치를
실험하기도 했다. ‘less’는 ‘more’이기도 했다가 ‘bore’로 바뀌기도 했다. 한편으로 건축가의
도구는 펜에서 마우스로, 스티로폼 모형에서 디지털 시각도구로 바뀌고 있었다. 쏟아지는
정보와 새로운 개념, 변하는 도구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 보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혼란스럽게 고민해야만 했다.
그러한 가운데 버블의 정점이던 대한민국의
설계사무소에는 일거리가 넘쳐 났고, 사원에
불과했던 나에게도 다양한 프로젝트의 기회가 주어졌다. 다행히 많은 기회는 많은 시도를
가능하게 했고, 혼란스럽던 정보는 프로젝트를 통해 개인의 건축적 가치로 정리되어 갔다. 그 가운데에 주목을 받을 만한 대형의
공공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빈번하게 일어났는데, 건축가로서의 생각을 거대
스케일의 도시적 맥락과 장소적 의미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도시적 스케일로 공공의 맥락에 드러나야 하는 장소나 건물을 설계하는 경우에는, 감각적으로 공간을 현상하기에 앞서 맥락적으로 장소를
정의하여 개념을 전개한다. 그러한 경우가 많이 쌓이다 보니 유형화 된 접근개념이 구분되어
드러나게 되는데, 그 기록이 건축으로 하고자 하는 개인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각각의 프로젝트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는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정림건축을 거쳐 현재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 design principal/사장이다. 2017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2016년 경기도 건축문화상을 수상했으며, 주요 작품으로 한강예술섬 서울 공연예술 센터, 부산 국제아트센터, 코오롱인더스트리 동탄 고객지원센터, 헤이그라운드, 수송 스퀘어 등이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이며, 서울시 디자인 거버넌스 정책위원,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건축가협회 국제건축문화교류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대한건축사협회 정회원KIRA과 한국건축가협회 정회원KIA이다.
쓰인다. 물론 영상기술이 발달해서 원형
훼손 없는 단층촬영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잘라보기는 원칙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대상이 있어야 가능한 행위이다. 하지만
건축가로서 작업을 할 때 원형 없이, 아니
오히려 없던 원형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도구가 잘라보기이다.
그것이 평면이던 입면이던 말 그대로 단면이던,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도면으로 인수분해 하는 것인데, 이해하기 쉬운 2차원의 도면을 먼저 잘라보고 그것을 쌓아 3차원을 만드는 행위가 건축에서는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덩어리가 먼저 생각 되고 그것을 단면으로
표현한 건지, 단면으로 풀어낸 생각을 쌓아서
덩어리를 만든 것인지 과정의 선·후가 분명하지 않을 때가 있다. 사실 잘라보는 것은 건축을
공부하는 가장 처음부터 접하는 방법이지만, 개념이라기보다 도구에 가까웠다. 그래서 잘라내는 행위를 먼저 선행하고, 나중에
쌓아 공간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를 의도적인 개념으로 전개하는 시도를 계획에 따라 변형해가며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작업이 계획안에 그쳤던
역사박물관이다. 역사라는 것이 시대의 사건이 쌓여 하나의 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 공간 자체도 각각의 시대로 중심을 구분해 나누어
두고 그것을 하나의 굵은 여정으로 관통하는 개념을 생각했다. 시간의 단면을 공간으로 축적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네
개의 공간을 먼저 수평적으로 잘려진 상태로 구상하고,(그림1) 여정의 순서대로 이것을 쌓아
달리 점처럼 흩어진 여러 프로젝트를 연결시켜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된 3차원의 입체를
몇 가지는 이야기로 연결되는 프로젝트가 많이
공간의 단면을 쌓아 만들어진 덩어리를
놓아야 선명해지는 개념들이기도 하다. 그 중 쌓여 그 의미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다음 프로젝트를 통해 더 다듬는 기회를 찾아보고 있다. 공간의 구성으로
전체적인 맥락의 윤곽을 만드는 경우에는
개별 공간에서 벌어지는 행위의 단면을 쌓아
전체 공간을 연결해보고 있고, 넓은 장소에서
새롭게 맥락을 주도해야 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땅을 연속적인 표피로 변형하여 장소의 속성을 정의하기도 하며, 건물의 외피로 속성을
드러내야 하는 경우에는 창과 재료를 나누는 스케일을 조정해서 무게의 감각을 환기해
보려는 시도가 개념을 끌어내는 프로세스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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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보는 것은 일반적으로 원형을 훼손하는
모델링했다.(그림2) 흥미로웠던 것은 단순한 직교된 축인 수직의 축으로 잘라 나누어 보니 구상하지 않았던 복합적인 단면의 공간이 연속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작업에서 이 개념을 훨씬 단순하게 변형해 볼 기회가 있었다. 해인사 경내에
조그만 기와불사를 짓는 작업이었는데, 오래된 절이 가지고 있는 질서와 맥락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부담이 컸다. 그래서 먼저 불사의
프로토 타입을 가장 단순한 원형인 오각형의 단면으로 잘라 놓고, 그 사이에 그만큼의
빈 공간을 끼워 넣어 덩어리를 쌓았다.(그림3) 이렇게 함으로서 하나의 덩어리가 공간을
비관용적으로 점유하지 않고 풍경과 중첩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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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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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기를 기대한 것이다.(그림4) 나누어진 켜는 다시
테두리와 내부의 공간을 갖는 횡적 단면으로 이해되었다. 기와불사라는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연속적인 행위에 따라, 기능을 최소로 수용하는 형태로 이 오각형의 단면 외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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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하였고,(그림5) 이것을 다시 쌓아 종적으로 관통되는 공간의 흐름을 완성했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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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이 있는 대개의 건물은 종적 단면과
횡적 단면이 구분된다. 이 기와불사 작업을 통해 종단에서는 주로 연속된sequential 변화,
즉 여정을 따라가는 시간적 차원의 변화가
들어있고, 횡단에서는 그 공간에서의 행위가 들어있다는 생각이 정리되었다.
이 생각은 다시 큰 스케일의 건물에서 개념으로 발전시켰는데, 남사아곡에 있는 한숲시티의
4
아파트 단지를 위한 주민 편의 시설인
도서관(그림6)과 스포츠센터가 그것이다. 주민 도서관은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공부만
하는 정적인 장소라기보다 책을 핑계로 일상의 시간을 만드는 곳이다. 따라서 공간은 가능한 다양한 행위를 수용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남사도서관은 호수를 따라 연속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행위를 담는 단면의 장면을
여러 개로 나누어 시작했다.(그림7) 기와불사에서
시도한 횡단면의 행위를 큰 스케일로 확장한 것이고, 마찬가지로 이 단면을 적층하여
공간으로 연결했다. 물론 스케일이 커지면서 행위에 따른 형태가 다양해져, 여정에 따른
공간의 선형적 변화 역시 풍부해졌다. 그러다 보니 바깥의 어느 시점에서는 다양한 단면의 여러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그림8)
스포츠센터에서의 개념도 동일한 원리이지만, 행위의 특성상 종적인 변화가 적어 외부에서 보이는 형태가 그대로 큰 공간의 단면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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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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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단면으로 행위를 정의하고 다시
적층하여 공간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이 후에도 맥락적으로 적용 가능한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10
개념을 확장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 일련의
행위는 다른 계획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다른
맥락의 개념으로 공간을 계획할 때도 장소에서 벌어지는 복합적인 행위를 이해하고 표현할 때, 공간을 잘라내는 것을 도구로 유용하게 쓰고 있다.(그림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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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지 않는 땅의 주름
도시적 조형개념을 한강을 따라 자유롭게
속에서 장소에 들어설 공간의 개념을
만들어졌는데, 조경 파트너사인 N.E.E.D가
배경이 자연이던 도시이던 그 맥락의 얼개 이끌어내는 접근 방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간혹 특징적인 맥락을 얘기하기 힘든 광활한
장소의 일부이거나, 아예 섬으로 떨어진 장소를 대상으로 계획할 경우에는 이러한 접근이 11
유용하지 않다. 공연장의 경우에 그러한 경우가 많은데, 지자체에서 아껴두었다가 시민의
장소로 돌려주게 된 공공성이 강한 장소나,
도시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도시계획상에만 존재하는 구역이 그 사이트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땅을 구획하고 나누는 모든 조형의 실마리를
주변의 맥락에서 끌어 오지 못하고 임의적으로 구상하여야 하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에게 타당한 확신을 주기 어렵다.
그래서 나의 경우, 특히 넓은 장소를 대상으로 12
조형이었다. 이 때 적용한 3차원 곡면을
해석하는 그래픽 함수인 NURBS(Non-
uniform rational B-spline)를 자연어로
번안하면 말 그대로 끊기지 않는 주름이 된다. 그 후에 국제공모전에서 2등을 했던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계획안 역시 땅의 개념을
정리할 때, 북항의 해저 지형을 사이트까지
끌고 올라오는 연속면으로 이해하고 유동적인 표피로 계획했다.(그림11) 이때 까지만 해도 끊기지 않는 땅의 주름은 계획의 주요
개념이라기보다 형상을 정의하는 도구로
사용한 것인데, 이후 세종아트센터(그림12)와
부산아트센터(그림13)에서는 처음부터 장소를
만들어주는 사막의 모래둔덕, 썰물이 쓸고
세종시가 도시 중심에 대한 방향성이 강해서
그대로 유지하는 개념을 끌고 온다. 바람이
만들어 골의 간격으로 공간의 스케일을 만들고, 주름을 만드는 힘의 방향성으로 동선의 흐름을 만든다.
처음으로 이러한 개념에 접근한 것은
한강예술섬 계획에서 대지가 되는 노들섬 전체의 조경어휘를 만들 때이다.
(그림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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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새로운 디지털 툴로서만 가능한 새로운
정의하는 주요 개념으로 사용되었다.
연속체로 이해하고 주름과 같은 입체적인 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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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념에 맞추어 제안한 디자인은 당시만
계획을 할 때에는 하나의 표피로서 땅의 속성을 나간 갯벌의 결과 같은 것인데, 땅을 유동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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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실루엣으로 설명하면서 지붕의 형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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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의
세종아트센터의 경우, 방사형의 계획도시인 중심을 향해 길게 뻗은 대지의 정면에 대한 해석이 쉽지 않았다. 결국 땅의 길이 방향
양쪽 면에서 힘을 가해 만들어지는 주름을
가정해 두 방향을 이어주는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에서 유도된 선형으로 양 방향의
단부를 잘라 표피 그대로 접어 들어 올리는 프로세스를 통해 하나의 땅으로 이어진 두 개의 정면을 만들어냈다.(그림14)
부산아트센터에서는 부산시민공원 전체의
장소와 연속된 공연장의 홀을 만들기 위해 공연장으로 모아 움켜쥐는 형상으로 땅의 주름을 만들었다.(그림15) 대지로 펼쳐지는 홀이라는 개념은 팀으로서 계획단계에 참여했던 롯데 콘서트홀에서 시작한
것인데(그림16) 공연장이 공중에 떠 있던 당시의
상황과 달리 넓게 펼쳐진 땅에 바로 들어서는
사이트의 조건이, 끊기지 않는 주름의 개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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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적극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다. 무게로 전달되는 감각
17
경우 재료의 속성을 하나의 덩어리로 드러내어
그대로 외부에 드러냄으로서 덩어리로
도시에 들어서는 오피스 빌딩을 계획하는
창까지 정직하게 공간의 프로그램 속성을
조형으로부터 기인하는 힘 그 자체로 맥락을
만들어지는 조형적 의도를 최소화 하려고
다루려고 한다. 보통 이렇게 모노리식monolithic한
했다. 코오롱물류센터(그림22)처럼 창이 거의
매스단위의 조형적 접근은 표피와 창의
없는 프로그램의 큰 매스를 다루어야 하는
유지하지 못하고 결국 개념이 모호해지기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면 건축적 맥락을
단위를 다루는 단계에서 덩어리의 힘을
쉽다. 그래서 표피를 구성하는 패턴을 잘게
나누고 밀도를 높여 재료의 질감을 중성적으로 만들거나, 재료가 직조되는 그리드를 통해 스케일의 감각을 조정하면서 모노리식한 개념을 유지하려고 한다. 계획안에 그친 평화빌딩
에서는 빌딩 전체를 이루는
(그림17)
덩어리에 창이 나야할 부분은 중성적인
밀도로 패턴을 음각하였고, 빌딩의 각 면에
따라 환경적인 차이에 따라 그리드를 이루는
수평적 각도의 디테일을 조절하여, 음각된 개별 조직이 만드는 그림자가 풍부한 질감의 특질을 갖도록 계획했다. 수송스퀘어
(그림18)
에서는
돌이란 재료의 물성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평화빌딩에서 시도했던 각도의 디테일을 더
경우에는 스케일을 정의하는 중간 단위가
무너뜨리는 생경한 풍경으로 공간을 점유하게
20
된다. 그래서 큰 스케일의 조형에서는 각각의 표피에 수평적으로 수렴하는 소실점을 두고, 작은 스케일의 조형은 중성적인 패턴으로
질감을 표현해서 고속도로의 속도에 가볍게 반응하도록 했다.
이렇게 일련의 작업을 통해 재료가 갖는 무게, 즉 중력에 대한 반응을 꾸준히 의식해 왔다.
그래서 Engraved gravity(그림23)라는 가상의 작업에서는 직조되는 패턴 자체로 중력의
힘을 드러내 봤는데, 객체가 땅을 딛고 서 있는 접점에서, 사람과 만나는 스케일을 극단적인 감각으로 경험해 보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과장하여 그리드의 단부가 서로 얇게 만나도록
21
했다. 이 그리드에서는 반복적인 스케일을
지우고 변화를 만들어 유리 덩어리를 싸고
있는 돌의 물성에 대한 감각을 더 분명하게
구분하려고 했다. 반면 청휘빌딩(그림19)에서는
비슷한 조형개념으로 출발해서 층 단위의
스케일 분명하게 구분해서 호텔이라는 개별
22
단위의 특성이 건물의 표피에서 더 드러나도록 했다. 베디베로빌딩(그림20)에서는 프레임을
크고 단순하게 나눈 투명한 유리의 켜 안에,
고전적인 창의 패턴으로 구성된 무거운 물성을 집어넣었다. 창 안의 유리를 꺼내어 돌덩어리를 감싼 것이다. 이것으로 재료의 속성을 비틀어
무게에 대한 감각을 환기해 보고자 한 것이다. 공유오피스인 헤이그라운드(그림21)에서는
조직 단위의 창에서 부터 커뮤니티 단위의
1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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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최
Peter Choi
AIA
철학Philosophy
관점을 바탕으로 건축을 비평했다. 피터
로마의 교훈
실제로 그들의 정신을 분석하기도 한다. 건축은
아이젠만은 학생의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
학생 시절, 이미 30년 동안 함께 할 중요한
고유한 개개인의 표현이며, 이 관점은 나에게
교훈을 배웠다. 그 교훈을 깨닫는데 긴
시간이 걸렸다. 코넬 대학에서 학부생으로 보낸 5년 동안, 새로운 건축 세계의 걷고
말하는 법을 배웠다. 코넬 대학에서 배운
건축 교육은 “옳음”과 “그름”이 있고, 건축을 정확하고 엄격하게 가르쳤다. 내 건축의
대부분은 유럽에서 배운 교훈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중앙 유럽과 로마에서 보낸 두 학기 동안, 노이만
보로미니
, 베르니니
, 구아리니
Borromini
미켈란젤로
Neumann
,
Bernini
, 그리고
Guarini
는 나의 스승이었다. 이
Michelangelo
경험들은 건축 기초를 확립하는데 굉장히
중요했다. 건축이 공간 만들기라는 것을 배웠고, 공간은 건축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방, 건물, 도시 공간일 수 있다. 또한 “맥락contextuality”는 도시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역사에 대해 이해를 하는 것이 모든 프로젝트에서 중요하다. 대지
용도
program
site
의 역사는 무엇이고, 주어진
의 역사적 선례는 무엇일까?
학부 때와는 다르게,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는
새로운 관점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코넬 대학과는 달리 하버드 대학원에서는 기본적인 원칙이 없었다. 고대의 규칙과
모더니즘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내 방식을 통해 건축을 표현하는 것이 과제였다. 라파엘 모네오
Rafael Moneo
와 피터 아이젠만
은 건축은 지극히 개인적인 노력과
Eisenman
Peter
시도라고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각자의 개성과
미국 코넬 대학과 하버드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뉴욕에서 에밀리오 암바즈Emilio Ambasz, Skidmore,
Owings & MerrillSOM, 그리고 리차드 마이어Richard
Meier
설계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하였고,
2006년 한국으로 돌아온 후, 굿 디자인상Good Design Award
, 경기도 건축문화상 대상, 서울특별시
건축상, 그리고 한국건축문화대상 등 여러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 design principal/부사장이다. 2007년부터 서울대학교와 한양대학교 건축 스튜디오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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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asilika Vierzehnheiligen, Germany, 1986, Peter Choi sketch
매우 중요했다. 우리의 신념과 개성이 건축에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깨달음이었다.
즉, 건축은 더 이상 학문이 아닌 매우 개인적인 것이 되었고, 비로소 건축이 도전적이게 된다. 일단 건축이 자신의 원칙과 덕목을 찾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유행과 양식을 따르는
것에 관심이 없고, 내 확고한 신념은 모든
프로젝트가 건축주의 요구, 대지 및 용도에 대해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발전하게 된다.
건축가가 이 요소들을 완벽히 소화하게 되면, 진정으로 영감을 얻기 시작한다. 항상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를 알아야 한다.
팔라디오Palladio, 미켈란젤로, 그로피우스Gropius,
르 코르뷔지에Corbusier, 루이스 칸 Kahn, 그리고
이오 밍 페이Pei는 우리에겐 역사 자체로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교감해야 한다. 서울의 교훈
2006년 겨울, 서울로 온 나는 이방인이었고 모든 환경은 혼란스러움 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떠나게 되었고
이젠 미국 국적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의 첫
프로젝트인 미래에셋 센터원은 내가 미국에서 배운 모든 지식을 녹여냈다. 인사동에서
명동으로 이어지는 보행자 축을 강조하고, 도시의 매개체 역할을 하도록 의도했다. 청계천에 시민들을 위한 넉넉한
2
“도시의 방urban room”을 만들었다. 이 오피스
머금은 습기를 제거할 때 유용하다. 그의
여기서부터 내 건축이 시작되었다. 중구에
SOM에서 배운 사무 공간 계획 및 커튼월
이 무렵, 나는 1958년에 지어진 건물이 포함된
추적한 최초의 건물이다. 기본적인 서쪽, 북쪽
타워에는 내가 리차드 마이어Richard Meier와
디자인에 대한 모든 지식이 반영되었다.
이 건물은 건축상도 받았고, 건축주의 필요를 충족시키는데도 성공하였다. 이 건물이 제일
조언은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는데, 이 건물의 역사성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었다.
위치한 스테이트 타워 남산은 빛과의 관계를
방향과 더불어 나는 서쪽의 석양에 집중했다. 북쪽과 서쪽 입면에 이중 파사드 시스템을 적용하여, 건물의 코너 부분을 밀어 넣고
좋은 사무소 건축 중 하나라고 회자되지만,
건축 어휘 찾기
가져온 건물 같기도 하다. 건축가로서 나는
빛
과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있었고, 자연의 기본적 요소들의 이해가
롯데 L7 홍대 호텔에는 격자무늬 입면에 3가지
선택은 태양이었고, 태양은 방향을 제공한다.
시간대별로 패널을 비추며 건물의 모습을
설계 기간이 충분하지 못해, 마치 맨해튼에서 한국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그 당시 친구가 해준 조언이 뇌리에 남아
있다. 한국에서 사는 것은 한 해의 사계절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한 해는
리듬과 변화가 있다. 한국 문화를 이해는 각
계절마다 먹는 음식이 달라지고, “모시”같은
한국 원단은 여름철 습기에 맞게 디자인됐다. 장마철이 끝나면, 온돌 바닥 난방은 집이
Finding an Architectural Vocabulary
서울에서의 경험은 한국의 감성을 배울 수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의 대지와 태양과의 관계는 우리를 지구상에
위치하게 한다. 그보다 건물과 태양의 움직임의 관계를 표현하고 싶었다.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 주위에서 변화하는 빛의 경로를 표현하고, 빛과 건축물이 나누는 대화를 기록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2. Mirae Asset Center 1
정면을 안쪽으로 접었다. 일부 수직 부재들을
서쪽 방향을 향해 비스듬하게 만들어 석양빛이 북쪽 입면을 강조하도록 했다.
방향의 패널을 삽입했다. 햇빛이 하루 동안 변화시킨다. 건물 입면의 변화는 호텔의 각
객실에 불이 켜지는 저녁 장면을 은유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것이다. 역사
최근에 건축 외관 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보다 8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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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tate Tower Namsan
넓은 관점으로 접근한다. 중구에 위치한 써밋
전략Strategy
깨달았다. 쇼핑객들이 몰려들면서 모든 것을
골목길들이 유기적으로 구성된 옛 서울 도시
규모와 상관없이 각 프로젝트에서
아이디어에 대한 다양한 변화를 살펴보았다.
기하학에서 벗어나 임의의 기하학을 반영하고
있어서 “전략
타워의 외관 전체를 관통하는 컨셉은 교차하는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오피스 건물의 직교
“과정process”은 주요 도구이다. 나에게
”이라는 단어가 너무
strategy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설계과정 동안, 이 최종적으로는 입면에 반복적으로 접힌
유리판들을 구성하여 다각도에서 경험할 수
싶었다. 스테이트 타워 남산이 단순한 유리
한정적이고, 건축 담론의 여지가 거의 없어서
건축적 변형을 시도했다면, 써밋 타워는 볼륨을
건축가로서 각 프로젝트마다의 영감을 통해
만들었다. 거대한 박스 모양인 두 타워의
계획이 모두 해결되어야 하지만 영감이 바탕이
디자인 도구로서 “과정”이라는 것이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반복해서 시험할 수 있는 하나의
박스를 덮는 이중 파사드 스크린을 만들어
밀고, 당기고, 접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기준을 스케일을 깨고 싶었다. 그리하여 커튼월 위의 수직 부재들을 두 가지 각도로 시공하였다.
직각과 둔각을 사용하여 건물의 볼륨과 조화를
이루었다. 그 결과 이 건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각적으로 변화한다.
“전략적
”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strategic
동기부여가 된다. 프로그램, 기능, 순환, 대지 된 체계와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발전시키는 최근에 작업한 명동 프로젝트에서, 좁은
골목길들과 한국에서 가장 비싼 상점가의
쇼핑객 밀도에서 영감을 받았다. 뒷골목에서는 진정한 정면을 가진 건물이 없다는 것을
있도록 의도했다. 최소한의 디자인 처리를
통해 건물의 전반적인 디자인이 좁은 뒷골목과 다각도로 관계를 맺는다.
스튜디오에서는 충분히 사용되지 않는다고 개념적 아이디어는 창조적인 과정에서
중요하다. 이것이 “전략”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창조적인 과정을 이해해주고 고마워하는 건축주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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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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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Lotte L7 Hongdae 5. Summit Tower 6. 마이티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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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두BAE gee-doo KIA
건축 활동
나는 학창시절에 비정규 건축그룹인 스튜디오눈
(since1997)을 동료들과
studionoon
결성해, 학생과 실무자 간의 연계, 건축과 타장르와의 소통 및 건축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축의 매력에
심취하게 되었다. 지적호기심과 학문적인
배고픔에 시달리다 우연히 알게 된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GSAK
(1996~1998)에 입학해 젊은
교수들과 건축이라는 학문의 신세계를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시선은 국외로 향하게 되었다. 유럽의 다문화적 특성을 동경했던 바, 스위스 로잔공과대학
에서 유럽
EPFL
환경건축(European architecture and
감각을 키우는 초석이 되었다.
현재는 다양한 스케일의 실무를 병행하면서, 현 시대의 사회문화적 이슈와 건축과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내는
건축 큐레이팅에 관심을 가지고, 디자인관련 기획프로젝트와 건축커뮤니티, 건축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더불어 건축의
완결성보다 사용자와 지속적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적 산물로서의 건축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회 인문학적인
팩터factor에서의 환경건축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프로젝트를 통해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sustainability)을 공부하면서 건축의
디자인철학
되었으며 프랑스, 스위스, 영국 등 유럽의
성향을 볼 때, 크게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틀
외형보다 사용자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여러 나라와 도시에서의 삶을 통해, 그들의
생활환경과 문화를 몸소 체험했다. UIA 낙동강 에코센터 국제공모(2004년/2등)는 이러한
환경적인 테마에 대한 첫 번째 시도였으며,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백남준 아트센터,
BMW가 주최한 LE MANS une station
de tramway 등 다양한 국제공모를 연이어
참여하면서 건축적 안목과 견문을 넓혀 나갔다. 대학원 졸업 후 입사한 아틀리에 도도디자인
(대표 최원미)은
DODO Design associates
소규모 인테리어 작업과 리모델링 작업이 주된 업무였지만, 도시개발의사결정시스템(Urban design decision making system/
분당신도시)연구를 통해, 도시계획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며, 이후 경기대학교 BK21디자인
일반적으로 건축가의 사고 과정과 디자인
안에서 하나의 이상적이고 특별한 해법을
제시하는 유형과 개인의 독창성과 디자인
어휘를 외형적으로 뚜렷이 드러내는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이는 기업형 사무소와 아틀리에로 구분되는
회사의 환경과 조직 규모와도 비례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작업환경과 규모에 상관없이
디자인 프로세스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발전 속도와 정보들로 인해 일반인의 건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거기에 발 빠른 속도로 전략적 기획과 포장으로 반응하는 건축이
등장하면서, 건축의 내면적 깊이와 내용보다는
사업단에서 디자인기획과 입면디자인연구 및 대규모 설계사무소와의 공모전 협업을 ㈜정림건축을 거쳐 현재 디자인캠프 문박 디엠피 design principal/부사장이다. 주요 준공작으로 신세계그룹 데이터센터, 한화종합연구소,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 연구센터, 나이스그룹 데이터센터, 이화여대 산학협력관이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한강예술섬 서울 공연예술 센터, UIA 국제공모 낙동강 에코센터, 서울시청사 등 다수의 국제 현상공모에 참여 및 수상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KIA
한국건축가협회 정회원 이다.
수행하면서,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당시, 공모전 협업을 통해 만나게 된
장윤규 소장님(현, 국민대 교수)과의 작업은 깊은 인상과 함께 내 개인적인 작업에도
많은 영항을 미치게 되었다. 그 인연은 유학 후에도 이어져, 정림건축과 협업 및 입사의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정림건축에서도 주로
1
턴키프로젝트 및 현상설계의 프로젝트
등 경쟁설계의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지금의 디엠피건축까지 인연을 갖게 되었다.
이처럼, 소규모 아틀리에부터 대형 설계조직, 현재의 디엠피건축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환경 속에서의 프로젝트 실무는, 여러 건축의 스펙트럼을 이해하고 풀어나가는 훌륭한
바탕이 되었고, 조직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84
1. 낙동강 에코센터 다이어그램 2. une station de tramway concept
2
있어서 얻을 것과 잃을 것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판단기준이기도 하다.
건축적인 원칙은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되거나 정의가 되는데,
기본적으로 새로운 개념과 발명가적 공간의
창조보다는, 하나의 전략적 주제와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목표로 설정해, 반복적으로
구축하며 진화해 나가는 방법을 추구한다. 3
이러한 과정을 위한 도구로써 즐겨 사용하는
외형과 시각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경향이
드로잉, 그리고 밀도 있는 모형작업 등
것은, 원칙을 정립하는 명료한 다이어그램 스케치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시퀀스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언급하고
대부분 아날로그적 방식이 주를 이루며,
싶은 것은 그동안 내가 독립적인 아틀리에
이는 물리적인 상황과 범주 안에서 반복적인 재해석Representation과 검증 testing을 통해
환경에서부터 조직형 설계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실무를 경험하면서 느낀
프로젝트 내용을 숙성시켜 나간다.
상황과 환경이든 과정상에서 디자인의 ‘가치’를
것으로, 결과적으로 볼 때 중요한 것은, 어떠한 지키기 위한 건축가의 태도와 덕목과 관련이 있다.
나의 건축 작업은 프로젝트 초기에 어떤 건축적 원칙
을 정립함으로써
Architectural principle
시작된다. 이 원칙은 디자인에 있어서 프로젝트의 주제와 개념을 초기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하는 기준틀이며,
프로세스상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조건과
상황을 빠르게 읽어내고, 디자인 매니징에
특히, 드로잉과 재해석, 검증의 과정은 박승홍
대표님과의 작업을 통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4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림건축에서부터
지금까지 박 대표님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던
시간으로 남아있다.
송도 콘서트홀, 서울시청, 김대중 컨벤션센터
한편, 이러한 바탕아래, 기본적인 건축
작업의 근간은 추상적인 이론이나 기하학적인
현상설계, 이대 마곡병원 현상설계, 인천공항
국제현상설계 등 대부분 중량감 있고, 복잡한 프로그램을 다루는 프로젝트를 통해, 전략적
주제와 시나리오 아래 건축의 가치와 중요도를 어디에 둘 것인지 치밀하게 고민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의미 있고 훌륭한 배움과 수련의
조작보다는 개인적인 경험과 상상에서
비롯된다. 기본적으로 땅에서 일어날 새로운 장소의 경험과 주변과의 관계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하며, 프로젝트 초반에는 건물자체보다 땅과 프로그램의 해석에 많이 집중한다. 프로그램은 사는 사람의 환경,
5
3. 서울시청사 현상설계 모형 4. 이대마곡병원 현상설계 5. 인천국제공항 T2 현상설계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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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8
7
9
공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며, 건축의
사용자가 기계인 서버와 함께, 소수 직원들의
공통적으로 ‘캠퍼스’라는 주제아래 공공성을
부분이기도 하다. 땅과 부합하고 사용자를
상업적인 프로그램과 결합된 독특한 유형의
학교라는 개방된 장소적 특성이 강하고
틀과 형식을 규정하는 전체 과정상 가장 중요한 위한 최적의 프로그램이 규정되면 의도적인 형태작업보다 가급적 프로그램 조건이
건축형태로 자연스럽게 충족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러한 건축의 태도는 자극적이고 화려함보다는 차분하고 정적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료하고 정제된 힘을 갖게 한다.
수행한 일련의 프로젝트 중에 특별히 보안성이 강한 프로젝트들이 많았는데, 이는 통제된
환경 내에서 사용자를 위한 프로그램과 새로운
공공성을 고민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주요 86
환경까지 고려한 나이스그룹 데이터센터, 신세계그룹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이다. 두 건물은 공통적으로 보안과 안전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폐쇄적 이미지를 가지지만,
도시적인 입지와 경관, 주변과의 관계, 그리고
사용자의 업무환경을 고려해, 적정한 개방감을 유지하면서 절제된 입면과 기업이미지를 함께 드러내고 있다.
반면,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 연구센터와 판교 제2 테크노밸리 G3블록 사업제안 프로젝트는,
각기 다른 장소적 특성과 프로그램 조건 내에서
표현한 프로젝트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후자는 통제되는 사옥 오피스 성격이 강한 데,
학교라는 열린 공간과 다수의 벤처기업이 모여 일하는 공간적 특성이 가미되면서, 저층부에
공공에게 개방된 환경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조건과 주변 환경의
특성 역시 건축의 형태로 연결되며, 그 자체로 새로운 정체성을 이끌어내고 있다.
좀 다른 결이지만, 보다 확장된 개념의
작업으로서 도시 마스터 플랜이 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건축적 원칙들이 보다 직설적으로
6. 이화여대 산학협력관 7. 한화종합연구소 8. 나이스그룹 데이터센터 9. 신세계그룹 데이터센터
11
10
표현된 프로젝트들이며, 사업적 측면, 도시
중요하다. 이는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필요한 프로젝트들이다. 규모나 프로젝트
시스템이다. 결국, 디자인 프린시펄이 각자의
콘텐츠와 운영 등 복합적 요소들의 이해가 성격상 다소 불확실한 실현성이 있지만,
창의적인 상상과 새로운 이슈를 하나의 도시
테마를 통해 풀어나가는 일련의 과정은 건축을 이해하기에 앞서, 도시에 대해 탐구하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위에서 다루는 건축과 도시 프로젝트들은 공통적으로 건축물이 주인공이
아닌, 이곳에 사는 사람과 함께 주변의 풍경에 흡수되는 ‘배경으로서의 건축’ 그리고 건축의
‘지속성’과 관계가 있다. 이러한 작업의 과정은,
배려가 전제되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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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에서 역할을 담당하지만, 서로 간 의식의
한계를 교차하고 넘으며 색다른 발상과 토론이 주효한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디엠피건축이 사람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 사람 중심의
조직이기 때문이다. 보다 더 열린 생각과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고,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적 기반은 디자인의 가치를 위해서라도 디엠피건축이 지속적으로 지켜 나가야할 정신spirit이자 철학과도 같다.
13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장소의 가치를
표현하고 새로운 관계성을 만드는 존재감과 함께 건축 내면의 본질을 드러나게 해준다. 비전
앞서 개인의 디자인철학과 생각에 대해
피력했지만, 결국 디자인의 비전과 전략은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과 관계가 깊다. 디엠피건축의 조직은 수평성과 유기적인 조직을 표방하며 디자인에 있어서 타인과의 소통과 생각을 존중하는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기업형
사무소가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운영되는 것에 반해 디엠피건축은
디자인 프린시펄design principal 개인의 주관과
생각이 중심축이 되어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대화와 교감을 해나가는 시스템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주관적 생각과 의도를 가급적 명료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면서 팀원과 공감해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14
10. 천주교 원주교구 배론성지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11. 판교 제2 테크노밸리 G3블록 사업제안 12. 마산 해양신도시 13. 영종도 미단시티 복합리조트 14.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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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표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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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이상의 집 MORE THAN HOUSE
Alley House 계단실
Special Feature
바우건축
bau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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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건축가Architect 권형표, 김순주
두 사람은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대학원(공학석사)을 졸업했다. 권형표는 김이건축(2001~2004),
현대종합설계(2004~2008)에서 김순주는 원도시건축(1996~2004)에서 실무를 쌓은 후 2009년 함께 바우건축을 설립했다. 이들은 도시, 건축, 조경을 중w심으로 인테리어, 가구, 제품 디자인을 포함하는 폭넓은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도시의 소규모 주거복합건물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해마다 어린이들과 함께 학교의 놀이공간을 짓고 있으며, 2012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90
‘바우’는 짓는다는 뜻이다. 건축은 건축가의 생각을 짓는 과정이고, 구축을 통해 그 생각을 통해 그 생각을
완성한다.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과의 깊은 소통이 좋은 집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개념의 과잉 보다는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와 공간, 재료의 쓰임을 먼저 생각하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간과 빛, 일상의 경험에 주목한다.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과 실천을 고민한다. (bauer_권형표, 김순주, 김재하, 김은수, 백승은)
Alley House 1층 바우건축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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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1층 평면도
지상1층 평면도
지하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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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1층 평면도
주거 / 카페 평면도 지상1층 평면도
주거 / 카페 평면도
주거 / 카페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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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평면도
6 객실 평면도
주거 / 카페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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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상수동 상가주택_Alley House 5~6. 거마리 민박주택_Be.yond
객실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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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3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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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1층 평면도 지하1층 평면도
지상1층 평면도
객실 평면도
지하1층 평면도
지상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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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2층 평면도
지하1층 평면도
3~4. 상수동 상가주택_Alley House 7~8. 고기동 스튜디오주택_Kimshin
지상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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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1층 평면도
지상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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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1층 평면도
지상2층 평면도
지상2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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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 신수동 상가주택_Patio 13. 남산리 갤러리주택_Dauel
지상2층 평면도
지상3층 평
지상3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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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3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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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1층 평면도 지상1층 평면도
지상1층 평면도
11~12. 신수동 상가주택_Patio 14. 남산리 갤러리주택_Dau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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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소수적 건축 글. 김인성 영남대 교수
위험한 착륙
소수적 건축
우아와 정신적 공간의 초월은 이제 신선계만을 위한 유리알 유희였음이
동시에 즉각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간파했다. 처음에 그것은 그들의
그들은 고매한 신선계를 떠나 황량한 벌판에 내던져졌다. 절제된 형태의 분명해보였다. 그들이 숭상했던 선배들에게 배운 것이라고는 벌판의 치열한 생존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정신적 잉여의 세공술 뿐이었다.
그들에게 선택이 강요된다. 영원한 착륙의 유예 속에 우아한 저공비행을
여기 바우건축의 소장들(이하, 바우)도 그들 중 하나다. 그들은 착륙과 건축을 불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막다른 골목과도 같이 느껴졌다. 그들은 단지 건축을 세우고자 했지만, 그들의 모국어와도 같은 근대건축,
좁게는 ‘한국형 미니멀리즘’1)을 지속하는 것도, 그렇다고 해독 불가능한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추락의 위험을 무릅쓰고 벌판에의 착륙을 감행할
혼돈처럼 보이는 벌판의 문법으로 건축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기
이 시대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서서히 착륙을
뿐이라는 점, 또한 벌판의 모국어는 그들과 지울 수 없는 거리를
것인가?
감행하고 있는 상황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중요한 것은 건축가의
작품이기에 앞서 건축가의 행위, 활동, 태도들이다. 그들의 미덕은 재능이나 열정이기보다는 오히려 긍정과 용기에 가깝다. 칸트적
때문이다. 즉 그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가 저들에게는 외국어일 갖는다는 점을 즉각 알아챈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중간을 따르는 현명함이나 고전주의적 중용의 미학을 주장해야 했을까? 하지만 수많은 정치사가 증언하듯 중간에 서서
초라한 무기에 의지하여 세상이라는 벌판에 나섰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주류가 되고자하는 세 번째 깃발은 양극에 시달리며 명멸하기 십상이다. 대신 바우가 택한 특수한 길은 스스로 소수자임을 자처하는
순수한 유희를 위해 스스로 퇴각했던, 그리하여 모두에게 잊혀진 채
욕망의 배치를 교란하는 세속적 소수자. 하지만 다수자를 욕망하지
천재보다는 니체적 초인에 가까운 의지와 자신감으로 그들은 건축이라는 단지 작은 사무실을 하나 차리는 운영의 문제인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만을 세공해온 건축을 다시 욕망의 전쟁터로 끌어들이는
것, 거기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전략을, 작동법을 고안해내는 문제를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벌판에 착륙한 건축가들은 다시 이중의 비난에 직면한다. 건축의 순수함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신선계의 준엄한 비판, 그리고 욕망을
길이다. 주류건축의 순수성을 오염시키는 건축적 소수자이자, 구조화된 않는 자발적 소수자는 양편의 적들과 충돌하는 대신 의외의 새로운
길을 만난다. 아이러니하게도, 텅 빈 정신의 건축과 사회의 구조화된
욕망은 주류적 용법에서 각기 자신들의 형식적 자율성을 주장했지만,
이제 표현으로서의 소수적 용법에서는 어떤 낙후성 혹은 빈곤함이라는 공통분모를 드러냈던 것이다. 정신으로의 비상을 위해 추구되었던
무엇을 위한 전장터인지를 알 수 없고, 어느 한 편에 의지함으로 다른
건축적 불모성, 그리고 구조화된 질서를 위해 강요되었던 사회적 억압성은 표현의 층위에서 미묘한 반향 위에 포개진다. 바우는 우리
의리 있는 어떤 이들은 뼈만 앙상하게 초라한 건축을 지켜내기 위해 벌판
만남으로부터 소수적 건축을 세우려하였다.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세상의 푸념과 힐난. 이제 그들은 이것이 과연 한편으로부터 도피하는 어쩔 수 없는 방편을 찾기에 급급해진다. 그 중
위에 방벽을 쌓고 들끓는 욕망의 소용돌이를 막아내려 한다. 정에 약한 또 다른 이들은 그 소용돌이에 온전히 뛰어들어 한 때 자신의 유일한
무기였던 건축 대신 이웃의 만족, 함께함의 안도감을 택한다. 의리 있는
자는 영원히 고통 받는 원한의 건축가가 되고, 정에 약한 자는 죄책감에
시대 건축과 사회 각자의 빈곤함이 폭로되는 순간을 포착하여 그 둘의 하지만 만남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제는 그 만남이 서로를
침공하는 뒤엉킴이 되고, 그 안에서 어떤 잠재성이 그것을 따라 떠오를 새로운 경로를 발명하는 일이다. 둘 모두를 안쪽에서 해체하여 서로가 서로를 탈주하게 만드는 것. 이를 위해 바우는 보다 더 건축적인 동시에
사로잡힌 가책의 집장사가 된다.
더욱 더 세속적이어야 했다. 만일 소수적 건축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성공한다. 그들은 양쪽의 적이 자신을 밀어 떨어뜨리기 전에 재빨리
그들 자체의 소수적 이용을 그들의 내부로부터 수립할 가능성뿐이기
단지 약간의 건축가들만이 팽팽한 줄 위에서의 위태로운 춤추기에
그 적들을 줄 위로 불러올려 함께 춤추기에 성공한 이들이다. 그들은
저마다의 특별한 기술, 혹은 우연한 발견을 통해 멀게만 느껴졌던 건축과 세상을 서로 뒤엉키게 만들 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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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주류로서의 정신의 건축과 물량적 주류로서의 욕망의 건축 때문이다.2)
1) ‘한국형 미니멀리즘’의 명명과 해명에 대하여는 다음을 참고. 이종건, 『텅 빈 충만』, 시공문화사, 2005, 33~49쪽. 2)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이진경 옮김, 『카프카: 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 동문선, 2001, 48쪽에서 편집 인용. 이하 본고의 몇몇 부분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문장들을 편집, 재구성 하여
소수적인 건축의 특징은, 거기서는 모든 것이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방법을 택한다. 아니 발명한다. 벌판에 내던져진 신선계의 언어를 있는
기술적 권력들의 투쟁 장소가 된다. 반대로 다수적인 건축에서는
더욱더 멀리 탈주하는 것... 어휘가 건조해지는 만큼 그것을 다만 벌판의
그곳은 모든 경제적, 사회적, 법률적, 문화적, 인간적, 가족적, 건축적, 개인적이거나 작은 문제들이, 배경으로 복무할 뿐인 사회적, 물리적 환경과 선택적으로 결합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어떤 사안도 특별히 필수적이거나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것은 넉넉한 공간
내에서 필요한 권력구도에 따라 관계를 맺는다. 문화적 주류건축에서는 이런저런 욕망들이, 물량적 주류건축에서는 여기저기의 건축요소들이
여유로움 속에 취사선택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수적 건축은 전혀 다르다. 그것의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각각의 사소한 문제는 직접 정치적인
것으로 연결된다. 다른 모든 이야기가 각각의 작은 문제 안에서 작동하며 현미경적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다수적 건축에서 밑에 가려진 채
이루어지고 있는, 구조물에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닌 지하실 같은 것이, 여기 소수적 건축에서는 충만한 빛을 받으며 조명된다. 거기서는 몇
사람의 스쳐가는 듯한 관심을 끄는 그런 문제가, 여기서는 생사가 걸린 핵심적인 문제가 된다.”
3)
사라짐과 떠오름
그대로, 심지어 빈곤한 그대로 선택하는 것이 그것이다. 간결함을 통해서 욕망 속에서 진동하게 만드는 것.
주류 건축이 늘 부르짖어왔던 ‘사라짐의 미학’. 하지만 바우에게
그것은 미학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사라짐의 문제가 된다. 자기 자신의 형식 속으로 사라지는 척 하는 대신, 부둥켜안은 상대방을 향해
진정 사라져가는 것. 건조함과 간결함을 통해, 의도적 빈곤함을 통해 나아가면서 욕망의 강렬도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지점에까지
도달하는 것. 그리하여 의미는 포기되고 생략되며, 거기에는 건축의
뼈대나 그림자만이 남겨지는 것처럼 보인다. 의미에 집착하는 리얼리즘, 의미를 무시하는 형식주의는 그들의 길이 아니다. 의미를 능동적으로 중화시킴으로써 의미를 상실한, 혹은 의미를 정복한 건축은 이로써 스스로 말하며 형식화 될 필요가 없는 욕망의 생생한 표현 질료로 해방된다.
건축의 살갗 바우 의 다층 건물인 〈Tiny Patio〉(이하 Tiny), 〈Alley House〉(이하
그렇다면 표현으로서의 소수적 용법이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먼저
Alley), 〈 We are Kimshin〉(이하 Kimshin)에서 우선적으로 발견되는
만들어지는 모든 건축의 혁명적 조건들이 전혀 다른 토양 위로 비로소
면들의 유희, 투시도적 깊이감의 시도도 없으며, 그렇다고 중첩의
그것은 기성의 다수적 건축, 작품-건축으로 인식되는 것들 안에서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여기, 떠오름이란 모든 피어나는 새로운 존재
자체가 하나의 표현이었음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자기 자신의 방언을, 자기 자신의 제3세계를, 자신의 사막을 찾아내는 것. 바우 의 건축이 자라난 1990년대, 2000년대는 소위 한국형
미니멀리즘이라 부를만한 건축이 창궐하던 시절이었다. 스스로 한국 건축계의 일반해라 자처하는 바우가 이들의 문법에 익숙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고상한 다수적 언어의 내부에서 어떠한 표현, 어떠한 소수적 용법으로 세속적 벌판을 향한 탈주를 만들어 낼 것인가. 오직 두 가지 방법만이 가능해 보인다. 하나는 이 언어를 인위적으로 풍부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공간이든 형태든, 가능한 상징주의, 몽환주의,
신비주의 등을 동원해 모든 자원을 부풀리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대중과의 절연을 더욱 강화하고, 오직 신선계의 꿈을 위한 정치적 출구만을 발견하고 말 위험에 처한다. 바우는 신속하게 다른 만들어졌음을 밝힌다. 3) 앞의 책, 45쪽에서 편집 인용.
것은 건축적 외피의 사라짐이다. 3차원의 입체성을 가시화하는 형태나
투명성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한 효과들을 추적하는 건축 사진은 마땅한 프레임과 앵글을 찾지 못해 방황하게 될 뿐이다. 일견 전형적 미니멀리즘적 표현처럼 보이는 바우 의 외피는, 하지만 훨씬 세속적이다. 다수적 건축의 내부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기교를 따르기보다 솔직한
욕망의 흐름을 경유하는 소수적 경로를 따라 떠오른 건축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은 먼저 대지와 주변세계가 이미 품고 있는 욕망과 건축주의 피어오르는 수많은 욕망이 뒤엉킨 깊숙한 내부로 뛰어들었을 것이다. 때론 첨예하고 때론 너무나도 낙후한 그 혼돈의 한복판에서 긍정을
유지하고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은 자신의 유일한 도구인 가냘프고도 빈곤한 건축의 경로를 따라 그 혼돈으로부터
떠올랐을 것이다. 그리하여 드러난 현실의 건물 외피는 전장터에서
돌아온 검투사의 살갗과도 같다. 수많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그 살갗은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하지만 그것이 살인만큼 이 표면은 폭신하고 때론 따뜻하기까지 하다.
실상 이 표면은 아주 건축적이면서도 매우 비건축적이다. 정작 이 97
표면을 만들어내고 지탱하는 것은 어떤 건축적 내부나 구조가 아닌
욕망들이기 때문이다. 이 건축은 건축주의 경제적 욕구를 따라 한없이 부풀어 오른다. 대부분 바우 의 건축이 이러저러한 볼륨으로 정리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근대건축의 추상적 공간의 교리는 이제 벌판의 문법을 따르는 형상적 볼륨의 변형으로 교체된다. 이것은 여전히 기하학이지만,
강조할 때, 바우는 그들의 함께함에 방점을 둔다는 점이다. 〈시애틀 공공도서관〉을 비롯한 대부분 그의 주택에서 콜하스의 ‘상자들’은
독자적인 힘쓰기와 움직임에 사로잡혀있다. 이의 표현을 위해 콜하스는 단면적 변화에 집중하지만, 바우 의 건축은 다양한 변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표면을 분할하는 몬드리안의 기하학보다는 구와 원통으로
다분히 평면도적이다. 콜하스의 껍질은 어쩔 수 없는 움직임들을 여과 없이 표출하며 애써 형상을 다잡고 있지만, 바우 의 살갗은 차별
어떤 뼈대 혹은 골격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건물의 바깥에서 온다.
평형상태인가, 꿈틀대는 변형대신 부동의 변신을 꿈꾸려는 시도인가. 혹
자연을 종합하는 세잔의 기하학에 가깝다. 이 볼륨의 기하학에 여전히 수많은 외부적 욕망들, 이웃의, 사회의, 법규라는 이름의 욕망들은
건축주의 내부적 욕망을 밀어붙이고 재단한다. 이 욕망의 정치학의
틈바구니에, 건축의 외피는 하나의 표현으로서 위태롭게 서있다. 이제 이 빈곤한 표면에 중요한 것은 오로지 ‘윤곽’이며 처마나 차양 같은 건축적
없이 전체를 품어낸다. 그것은 정신적 건축의 잔재인가, 팽팽한 힘의
그것은 욕망의 지형도의 차이인가, 아니면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금 더 평범해 보이는 바우 의 살갗이 조금 더 따뜻하고 포근하다는 점이다.
장치들은 감추어지거나 생략된다.
상자와 반복
로스Adolf Loos의 입면을 생각나게 하는가? 일부 겉보기의 유사성에도
드러난다. 도심 한복판의 사회적 힘과 압력들이 약화된 대지에서 바우 의 상자들은 자유를 얻는다. 콜하스가 단면도에서 조율했던
사실 표피의 문제는 현대건축의 논의에 빈번히 등장한다. 바우 의 외피는 불구하고 그 둘은 오히려 상반된다. ‘실용적 미’에 입각한 로스의 외피가 허식을 배제하고 무시간적 근대성을 표현한다면, 바우 의 그것은
너무나도 현재적인 욕망의 역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로스의 외피가 부동의 침묵이라면 바우 의 외피는 제자리에서 진동하는 외침이다.
그렇다면 일본류의 미니멀은 어떠한가? 둘 모두에 어떤 사라짐의
징후가 공통적이더라도,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그 사라짐의 두께이다. 세지마 Kazuyo Sejima의 외피가 비현실로 도피할 때 바우 의 외피는 현실의
안쪽으로 사라진다. 전자가 두께의 소실이라면, 후자는 자신의 배후에
묵직한 살갗의 무게를 느끼는 어떤 투박하고도 두툼한 사라짐이다. 바우 와 가장 유사한 외피를 찾으라면 오히려 콜하스Rem Koolhaas를 꼽는
콜하스의 상자들에 가까운 것들은 바우 의 단층 프로젝트에서 더 잘
자율적 상자들의 물리학은 바우에게서 배치도 위의 춤추는 사회학이
된다. 콜하스가 단면을 좋아하는 것은 그것들이 상자들을 떠있게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분리된 상자들이라도 땅바닥에 놓이는 순간 어떤 구성을 만들어 내면서 서로에게 설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유기체적 질서에 복속되지 않은 개체들의 자유와 독자성이다. 하지만 바우도 기능적 구조화에 따른 서술의 원칙이
모든 것을 붙잡아매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하나의 상자들은 나름의 욕망을 품고 펄떡거리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이들을 혼돈에서 구제하는
편이 가깝다. 콜하스는 누구보다도 ‘형상’의 건축가다. 그에게서 건축
한편 서술적이고 평면적인 질서로부터 또한 해방시킬 것인가? 바우 의 전략은 일단 빈한하기 그지없는 상자들을 고집하는 것이다.
발작과 뒤틀림으로 드러난다. 그의 윤곽은 내부적 형상과 외부적 구조
1차적인 것은 유사한 비례의 상자들에 가두는 것, 다른 모든 건축적
내외부의 수많은 욕망들은 건축에 직접 작용하는 힘들의 각축과 현시, 사이의 삼투막으로서 힘의 작용과 흐름을 표현하는 동시에, 외부적
구조가 형상을 휘감고 내부적 신체가 스스로 감금되어 그러한 대로의
형상이 되는 고립의 장치로 작동한다. 건축적 외피 대신 욕망의 각축을 따라 형상의 살갗을 만드는 방식은 아마도 바우가 콜하스에 빚지고 있는 4)
부분일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콜하스가 개체들의 자유와 독자성을
4)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을 참고. 졸고, 「‘고립’의 전략을 통한 ‘힘의 표현’으로서의 렘 콜하스의 ‘형상’에 대한 연구 –시애틀 공공도서관 드로잉의 들뢰즈적 해석」, 대한건축학회 논문집(계획계) 제27권 제9호, 2011.09, 213~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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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주거이건, 작업실이건, 상점이건, 숙소이건, 심지어 온실이건 간에 고려들의 외적 한계이자 들끓는 욕망의 내적 한계로서 기능하는 가장 작은 회로를 만드는 것이다.5) 질서는 프로그램이나 기능, 동선, 시선
따위의 외부적, 서술적, 관계적 고려에서 오는 대신 그들 상자들의 서로 닮음으로부터, 스스로의 내부로부터 나온다. 질서는 서사의 공간적 구조에서 반복의 시간적 구조로 서서히 이동한다. 따라서 그것은
지도이기보다 회로에 가까운 어떤 것이다. 이제 각 상자는 자신의 욕망에 5) 질 들뢰즈, 유진상 옮김, 『시네마II: 시간-이미지』, 시각과 언어, 2002. 143~145쪽.
따라, 그리고 주변의 욕망들과의 힘겨루기 속에서 스스로의 자리와
노닐 바탕도 아니다.6) 이 판이 어느 정도의 구조화와 공간화 기능을
그 상자가 하나의 방이라면, 그것은 다시 로스의 라움플란Raumplan을
있지 않다. 그들은 마치 하나의 평면에 자리한 인접한 두 구역과도 같다.
자세를 찾아낼 것이다.
떠오르게 하는가? 하지만 로스의 방은 완결된 독립적 단위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전체 공간이 단편적으로 분할된 것이다. 따라서 빈틈없이 3차원적으로 꽉 짜였으면서도 다중적 시각 중첩을 허용하는 그 방들은 상자들의 있음이 아닌 공간들의 없음으로, 충돌하는 욕망의 정치학이 아닌 흐르고 고이는 공간의 미학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바우 의 방들은
그것이 다층 건물에서 작동할 경우에도 쉽사리 자신의 독립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칸
Louis I. Kahn
의룸
은? 여기서 방은 좀 더
Room
주체철학적 관점의 독립성을 유지하지만, 그것이 위계적이고 유기체적인 질서에 온전히 종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역시 바우 의 방과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칸의 방이 빛과 침묵의 교회 성소와 같다면 바우의 방은 차라리
삶으로 가득 찬 포장마차에 가깝다. 그것은 방-삶 덩어리이자 옷 벗은 삶 그 자체이다. 아니면, 바우 의 그것은 오히려 블로그의 페이지나 페이스북 상자를
떠오르게 한다. 단순한 틀에 의지해 하나하나 완결적인 그 상자들은, 하지만 무한한 반복에 열려있으면서 자신의 반복 위로 모든 것들을
끌어 모은다. 거기에는 짜여진 시나리오도 유기적 구조도 없지만, 그
떠맡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판은 상자의 밑이나 뒤 혹은 그 너머에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절대적으로 근접해 있다는 것과 그들이 서로 상대를 명확히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서로간의 위치, 높이, 크기는 세심하게 조율되고, 동일한 재료를 통해 그러한 근접성이 강화된다.
이제 떠 있는 판은 상자들을 포박하기 위해 윤곽 주위를 휘감고, 상자는 온 힘을 다해 이 움직임을 따라간다. 움직임은 판으로부터 상자로, 또 거꾸로 상자로부터 판을 향해 나아간다. 중요한 것은 이 판이 상자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판은 상자가 자기 자신과 주변에 대해 하고 있는 일종의 모색과 탐험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7) 이로써 발생하는 것은 어떤 의미나 구성이 아닌 형상의
드러남이다. 그리고 그것은 매 순간 상자들이 스스로에게 돌아옴에 의해 생생한 현재의 시간을 지속적으로 생산한다. 그렇다면 보다 정리되어 보이는 〈Be.Yond〉는 어떠한가? 이곳의
상자들은 주변적이든 경제적이든 먼저 온 강한 힘에 의해 나란히 줄
세워졌다. 하지만 독립성을 갈망하는 이 상자들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기를 반복한다. 단면과 입면에서 드러나는 변화는 이러한 상자들의 안간힘이다. 여기서 〈Daeul〉의 판과 같은 역할은 객실 측 입면의
복잡다단한 내용들을 품고도 어딘가로 흘러가는 대신 계속 스스로에게
벽체가 감당하고 있다. 이 벽은 단순히 상자들의 한쪽 측면이 아니라
흐르는 것 같지만, 달력에 고정되기보다 서로가 서로를 품으면서
상자들의 움직임을 허용하면서도 완결적인 하나의 면을 이루기를
돌아옴에 의해 한 자리에 머문다. 그곳의 시간은 여전히 한 방향으로
몽타주적인 완결성으로 자신만의 시간 속에 자립한다. 바우 의 방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형식이기보다 표현-형식이라 불릴만한 것이다. 다시,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보다 먼저 와야 할 것은 그 욕망이 스스로 떠올라 드러나게 하는 일이다. 내용은 이미 구조이고, 표현은
어떤 드러남이다. 이제 욕망은 상투적 배치 속에 손쉽게 해소되기보다, 스스로를 탐색하며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상자들은 저마다의 일로
분주하다. 그것은 소수적 건축을 따라 떠오른 욕망의 드러남이자 탈주의 시작점이다.
형상과 구조
강화의 작업실-주택인 〈Daeul〉에서 상자가 아닌 유일한 요소는 떠있는 수평 판이다. 근대건축의 대표적 표현요소처럼 보이는 이것은 하지만
여기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것은 형상과 관계되는 풍경도
아니고, 그로부터 형태가 솟아날 배경도 아니며, 그곳에서 그림자들이
전체 상자들에 절대적으로 인접한 하나의 판과 같이 작동한다. 그것은 양보하지 않는다. 〈Be.Yond〉를 90도 회전하여 세우면 우리는 다층 건물의 형상을 발견할 수 있다. 상자들을 묶는 입면의 판은 다층 건물에서 앞서 거론한 건물의 살갗, 하나의 윤곽, 사라지는 외피가 된다. 〈Be.Yond〉의 판이 그렇듯, 여기서도 건물의 외피는 배후에서 꿈틀대는 각 주호의 한 면이지만,
동시에 독립적 표현으로 등장하는 하나의 자율적 껍데기다. 현실과 잠재의 동시성. 이러한 작용으로 바우 의 살갗은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사라지면서 작동하는 본연의 이중성을 획득한다. 이러한 이중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각 주호-상자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Tiny〉의 중정과 반외부계단, 〈Alley〉의 골목-계단, 〈Kimshin〉에는 1층의
구멍이 필요했다. 그것이 집이든, 상점이든, 스튜디오든 중요한 것은 작은 6) 질 들뢰즈, 하태환 옮김, 『감각의 논리』, 민음사, 2011, 14쪽에서 편집 인용. 7) 앞의 책, 12쪽에서 편집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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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에 가두어 자율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상자들은 단면적
단순성을 유지하면서도 지하의 여유 구역이나 지상의 내부적 빈틈으로
흔히 말하듯 하늘과 땅, 물과 불, 음과 양의 원리이기도 하지 않은가?
삐죽삐죽 몸을 내민다. 외피는 그러한 개체들을 감싸 안으면서도 그들의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류의 이분법이 바깥에서도 반복된다는 점이다. 〈Alley〉의 외피는 두 가지 재료, 두 가지 색으로 입혀졌다. 건축적 구분
작용한다. 빈곤한 외피를 따라, 아니 그 덕택에 수많은 욕망들은
않도록 마감 높이를 신중하게 일치시켜 연속성을 유지한다. 양적
움직임에 반응하고 또한 외부의 욕망들과의 교류를 보장하는 삼투막으로 저마다의 소리를 낸다. 그것은 하나로 통합하는 존재론적 폭력이 아니라
대신 내부 상자의 개별성을 반영하면서도, 외피의 단일성을 해치지
하나의 목소리가 이루는 존재의 아우성이다.8)
강도에서도 균형을 이루는 두 개의 마감은 역시나 쌍을 이룬 반복으로 서로 간 순환의 운동성과 자율적 완결성을 동시에 만들어낸다. 〈Tiny〉나
둘의 탄생
색조와 재료적 대비 강도에 이르기까지 차이와 반복의 동시적 작동을
9)
하나이자 다수인 상자의 원리는 단위 주호 내부에서도 계속된다. 각 단위 평면은 종래의 기능적 배분이나 가족 관계의 구조화된 욕망의 형식을 따르기보다는, 개개인을 담은 침실-상자와 나머지 공간의
〈Kimshin〉의 외피에서도 마찬가지로 작동하는 이러한 이분할은 그
위한 세심한 조율의 결과물이다. 이는 심지어 평면적 구성에서도 적용되는데, 〈Tiny〉와 〈Alley〉의 실내공간 대 진입공간, 〈Kimshin〉의
이분법으로부터 시작된다. 역시 단위주호의 외피에 달라붙어 정돈된
볼륨 대 마당의 구분에서, 그리고 단층 프로젝트들의 거주공간 대 비거주공간 사이의 일종의 배치도적 쌍대관계 속에서 바우 의 수많은
입구에서 침실에 이르는 힘의 장이 펼쳐진 이후라야 나머지 열린 공간
이것은 디자인이나 미학의 문제이거나 조화나 어울림의 문제가 아니다.
침실들이 내부에 확보된 여유 공간 영역으로 힘을 펼치는 형국이다.
속에서 피어나는 욕망들을 따라 기능적 자리 잡기가 여기저기 생겨난다. 이 때 추가되는 형상적 요소들이 있는데, 그것은 실내의 열린 공간에 자리 잡은 화장실이나 내부계단, 테라스 등의 덩어리들이다. 이들은
건축논의에 빈번히 등장하는 형상-배경Figure & Ground의 원리를 떠오르게
하는데, 하지만 이는 보다 큰 범주에서 특수한 반복, 둘 사이의
꼬리를 무는 반복, 혹은 이중적 되돌아옴이나 되던져짐이라는 설명에 포괄되어야한다. 사실 바우 의 여러 건축에서 유독 쌍을 이룬 반복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셋’의 안정성을 선호하는 서양에 비해 조금은 동양적 정서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바우 의 대부분의 실내마감은 짙은 목재 마감의 바닥과 벽이나 천장을
채운 백색 도장의 철저한 이분법으로 구성된다. 심지어 실내 계단에서도 챌판의 목재와 여타의 백색 부분으로 분명한 구분을 유지한다. 이는
구석구석 풍부한 디자인을 뽐내는 업자들의 실내마감과 확연히 다르고, 단일한 추상공간을 지키려는 순백의 근대건축과도 구분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분법의 목표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감각적, 기능적 고려
이전에, 그것은 우선 서로 간의 되던짐에 의한 역동성을 유지하면서도 단단한 결속을 통해 완결성을 만들어내는 것, 서로 상대를 명확히
구분시키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속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는 8) 질 들뢰즈, 김상환 옮김, 『차이와 반복』, 민음사, 2008, 101쪽에서 편집 인용. 9) 알랭 바디우, 조재룡 옮김, 『사랑 예찬』, 도서출판 길, 2010, 39~41쪽 참조.
100
하나인 ‘둘’ 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건축가가 욕망의 아우성 속에서 자신의 온몸으로 건축을 향해
떠오를 때 그 존재의 일의적 다수성을 긍정하는 존재론의 문제다. 하나가 둘로 분화하거나 분열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둘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수가 일자의 존재론적 타락이라는 순수주의에 맞서는 소수적 건축, 소수적 용법의 문제이다. 제3의 길
건축가가 현실 속에 집을 지으려 할 때, 그는 수많은 욕망의 함성들을
비껴갈 수 없다. 욕망에 마주한 건축가의 두 가지 일반적 반응은 그것을
애써 외면하며 밀어내려 하거나, 그것을 추상하여 건축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전자는 바닥, 벽, 지붕, 창문, 혹은 공간이나 재료로 권력을
행사하며 건축의 욕망으로 다른 욕망들을 복속하려한다. 이런 건축가는 항상 자신의 욕망을 시대와 사회의 욕망에 맞추어 세심하게 조율해야 한다. 스스로가 시대와 사회적 요구의 담지자라면 자신의 욕망을
진지하게 경유하는 건축의 길이 오히려 새로움과 탈주의 모색으로
유효할지도 모를 일이다. 집장사는 자신의 욕망을 건축주의 욕망과
완전히 일치시키는데 능한 자들이고, 소위 스타 건축가는 자신의 욕망을 조금 더 큰 사회적 욕망과 조율하는데 성공한 자들이다.
오히려 문제는 욕망을 추상화하려는 후자의 경우이다. 그들이 마치
치과의 신경치료처럼 불편한 신경을 슬쩍 죽이고 산뜻한 새 이빨을
덮어씌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황량한 벌판을 멀리서 내려다보는
신선들이다. 그들은 욕망을 대상화하여 이런저런 이름으로 포장한 뒤
결여된 것을 채우려는 프로이트나 라캉의 욕망이기보다, 무언가를
추상화된 욕망이란 이미 구조화된 죽은 욕망, 탈주의 능력을 소진한
속으로 온전히 뛰어든다. 거기에는 스스로의 욕망을 버리려는 욕망이
슬며시 산뜻한 새 건축에 끼워 넣는다. 하지만 대상화되고 분석되고 불임의 욕망이다. 사실 그들이 능한 것은 비판이지 생산이 아니다.
빈자를 대상화하기보다 스스로 빈곤한 건축이 오히려 절실한 이유이다. 이제 소수적 경로를 따르는 제3의 길이 있다. 그들은 다수적 건축의
복판에서 욕망을 이야기하고, 다수적 욕망의 복판에서 건축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들은 어느 쪽에서도 이방인으로 남겠지만, 그럼으로써 건축적 불모성과 사회적 억압성에 탈주의 작은 틈을 열어 줄 것이다. 느리게
점진적으로, 구조화된 건축과 욕망을 황무지로 끌고 가는 것, 비명을
산출하려는 니체나 들뢰즈의 욕망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타인들의 욕망 있고, 삶 자체의 창조적 에너지를 믿는 긍정이 있다. 하지만 타인의
심연에서 떠오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용기를 낼 것이고, 투쟁할 것이고, 우연성과 의존성으로 점철된 소수적인 길을 따라 떠오를 것이다.
그들은 좋고 나쁨, 고급과 저급의 획일적 위계에 속하기를 거부할 것이고,
비로소 ‘현실에 다가가기 위한 건축의 팽창’에 동참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11)
위해서, 그 비명에 통사법을 부여하기 위해서.10) 그들이 믿는 욕망은
10)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2001, 66쪽에서 편집 인용. 11) 제레미 틸, 이황 옮김, 『불완전한 건축』, 시공문화사, 2012, 189~190쪽에서 편집 인용.
Alley House 마당에서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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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 상가주택 Alley House
1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 104-10(상수동 339-21) 대지면적: 175.50㎡ 건축면적: 103.77㎡ 연면적: 339.97㎡ 건폐율: 59.13% 용적율: 138.36% 용도: 단독주택, 2종 근린생활시설(사무소) 규모: 지하1층, 지상3층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높이: 12.78m 주차대수: 3대 외부마감: 시멘트 벽돌, 칼라강판 내부마감: 페인트 건축설계: 강은엽, 이영복, 이명주 기계, 전기설계: 진원엔지니어링 구조설계: 서울구조 시공: 이각건설
2
102
1. 전경 2. 1층 주진입구 ⓒ노경
코너부의 공적/사적 공간의 디테일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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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 배치도
단면도
1. 침실 2 2. 3층 테라스 3. 부엌 / 식당 4. 2층 테라스 5. 사무소 2 6. 사무소 1 7. 창고
서측 입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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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 상가주택_Aiiey House
남측 입면도
에세이
소규모 주거복합 다섯 작업에 대한 소고小考 글. 권형표, 김순주 바우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의도하지 않았지만 독립 후 십여 년의 작업을 돌아보니 집을 가장 많이
집의 구체적인 풍경을 상상하려 애쓴다. 평소에 살림이 여기 저기 놓인
않았다. 2년 전 인천의 작은 갤러리에서 강화 남산리의 갤러리주택 〈Daeul〉의 계획안을 전시하며 주거복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식사를 하고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자리를 옮기지 않고 식탁에
지었다. 단독주택이 많았지만 다른 용도를 집과 함께 지은 경우도 적지
있었다. 집과 다른 용도가 함께 있는 경우 건물이 훨씬 유연하게 주변과
반응하고, 특히 도심에서 소규모 주상복합 건물이 중요하고 의미 있다는 정도의 내용으로 기억한다.
최근 몇 년간 진행한 작업 중에서 집과 다른 용도가 함께 있는 다섯 개의 작업을 한 지면에 펼쳐 놓았다. 그동안 각각의 사연을 풀어 놓을 기회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여러 집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다섯
채로 지내는지, 깨끗하게 정리 정돈을 하는지. 친구들이 놀러 와 함께
끝까지 앉아 있는지, 식사 후에 거실이나 마당으로 자리를 옮기는지. 입주 후 마당에는 상추와 깻잎을 심어놓은 텃밭과 삼겹살을 즐길 수 있는
평상이 있을지, 정성껏 관리한 나무 옆으로 주말의 모닝커피를 위한 철제 테이블이 놓일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러 이야기를 중첩하여 지어가는 집은 정해진 면적과 모양에서 시작하여 방과 거실,
주방을 나눠가는 방법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상상한 거주 풍경의 조각을 하나씩 이어가는 방법으로 집이 지어진다. 결국, 이야기가 집을 짓는다.
개의 작업은 주거 공간 이외에 거주자가 직접 사용하거나 임대하는 다른
각각의 사연으로 지어지는 집에 더하여 다른 용도를 복합하는 경우가
용도를 거주자가 요구하기도 했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제안한 경우도
임대 공간을 더하는 경우다. 복합하는 용도는 대체로 근린생활시설이라
용도의 공간이 같은 건물에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주거 이외의 있었다.
건축가들은 흔히 집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작고 단순해 보이는 집을 두고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이유가 뭘까. 집을
짓기로 마음먹은 누군가를 만나본 일이 있는가. 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왜 집을 짓는지, 어떤 집을 짓고 싶은지, 결국 이야기는 자신의 지난 삶을 모두 꺼내 놓고서야 끝이 나기 마련이다. “저희가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을 했어요. 결혼하면서는 아파트에서 살았었는데 외국에
나가 살게 되면서 주택에 살아보니 참 좋더라구요.” 결국, 첫 아이가 마당 어디쯤에서 처음 걸었고, 둘째는 언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웃에 가까이 살던 친한 주재원 동료가 과로로 쓰러졌어요. 대기업
일이 다 그렇지만 너무 힘들었거든요.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있다. 거주자가 일을 하기 위한 공간이 같이 필요하거나 수익을 위한
일컬어지는 소매점, 사무소, 휴게음식점 따위 들이다. 이 경우 집이라는
각각의 사연이 가득한 사적인 공간과 다른 용도 간의 관계가 고민이 된다. 거주자가 직접 사용하는 경우는 쓰임에 대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고, 임대공간은 거주자와 복합용도 사용자나 방문자 간의 적절한 경계가 중요하다. 일반주거지역의 200~250%의 용적률을 다루는 소규모
주거복합 건물은 주변 맥락이나 도로와의 관계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법이다. 이 작은 건물들의 질과 양이 도시의 주거 밀도 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믿는다. 상수동 상가주택 〈Alley House〉
우리는 5년 전 상수동에 작은 상가주택 〈Alley House〉(동네 이웃들은 ‘골목집’으로 부른다. 이하, 〈골목집〉으로 표기)를 지었다. 우리 부부가
생각이 들었죠. 아이 교육이나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았지만 회사 그만두고,
건축 일을 따로 하다가 사무실을 함께 운영한 지 5년째 되던 해였다.
않았죠? 한국 들어오기 전에 살던 집은요...”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실험해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소비자(건축주)의 역할을 경험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직주근접의 바람이 컸다. 〈골목집〉은 도로에 면한 맨
이렇게 들어오게 된 거죠. 참, 제가 마지막에 살던 집은 이야기하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지금까지 ’거실, 주방하고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면
집을 짓는 일은 부담이 컸지만 그동안 고민해왔던 작은 주거복합 건물을
좋겠어요. 알아서 잘 지어주세요‘라는 식으로 말하는 의뢰인을 만나지
아래층이 바우건축의 사무실이다. 이곳에서 다섯 명이 근무한다. 그
비교하면 많이 다른 과정이다.
만들고 촬영하는 스튜디오로 쓰이고 있다. 집은 그 위의 두 개 층이다.
못했다. 아파트를 구매할 때 집의 평수와 방의 개수 정도를 따지는 것과 집은 사연으로 지어진다. 그 긴 사연을 들을 때마다 언제부턴가 집의 형태를 묻고 확인하기 보다는 과거에 살았거나 살고 싶다고 말하는
위층은 처음 2년간 젊은 음악가의 작업실로 쓰이다가 지금은 음식을
아래 3개 층은 계단을 제외하면 스무 평 남짓이고 맨 위층은 일곱 평 정도의 규모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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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마리 민박주택 Be.Yond
1
위치: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거마천로 350-57(거마리 356) 대지면적: 960.00㎡ 건축면적: 229.86㎡ 연면적: 229.86㎡ 건폐율: 23.94% 용적율: 23.94% 용도: 단독주택, 1종 근린생활시설(휴게음식점) 규모: 지상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높이: 5.01m 주차대수: 3대 외부마감: 외단열미장마감, 시멘트 벽돌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페인트 설계팀: 이명주, 김재하 기계, 전기설계: 진원엔지니어링 구조설계: 서울구조 시공: 소호주택건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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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경 2. 마당과 관계를 맺는 실내공간
3
4
3. 고저차를 이용한 외부공간 4. 외벽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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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 배치도
1. 식당 / 거실 2. 부엌 3. 부부침실 4. 자녀침실 5. 커뮤니티 주방 6. 카페 7-11. 갤실 1-5
지하1층 지하1층 평면도 평면도
지하1층 단면도1 평면도
지하1층단면도2 평면도
지하1층 평면도 입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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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마리 민박주택_Be.Yond
〈골목집〉은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이라는 주제로
응접실로 사용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가게와 주거공간 같은 쓰임의
한국관 전시에 초청된 바 있다. 당시 전시를 통해 언급된 용적률 게임의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을 겹쳐 놓을 때 나타나는 심리적인 경계에
김성홍 교수가 총괄 감독한 2016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의
배경이나 규칙, 맥락으로 볼 때 소규모 상가주택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성격이 크게 다른 공간을 붙여 놓을 때는 예민한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우리에게는 처음으로 공급자(건축가)와 소비자(건축주)의 역할을 동시에
대한 문제다. 대개의 경우 단순한 층의 구분이 경계를 대신하지만 〈수향민가〉에서는 이 경계를 상당한 크기의 물리적인 공간으로 분명히
허가권자와의 논쟁이 만만하지 않았다. 대지의 4면 모두에서 사선
했다. 작은 상가주택을 계획하는 경우 배려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경험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여러 규정과 제약을 통제했던
제한을 적용해야하는 (당시에는 도로사선 제한 규정이 있었다.) 규정을
두고 대법원 판례까지 검토하여 협의를 진행할 정도로 과정은 치열했다. 3개월여의 긴 논쟁 끝에 공급자와 소비자는 승복했고, 〈골목집〉의
전체적인 형태는 통제자의 의도대로 지붕의 4면이 모두 경사진 모임지붕이 되었다.
골목과 만나는 1층의 사무실과 외부공간에 대한 고민이 길었다.
결론적으로 개인 업무공간은 골목보다 1m정도 낮추고, 회의공간은
골목과 같은 레벨을 유지했다. 예각으로 만나는 건물 모서리는 기둥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개방하여 골목 통행을 적극적으로 배려했다.
구획하고 크고 높은 창 등의 건축 장치를 통해서 공간의 성격을 분명히 300년 전에 지어진 상가주택의 복합용도 간의 경계에 대한 깊이와 배려가 흥미로웠다.
우리가 〈골목집〉에 거주를 시작할 즈음 건축가 황두진이 쓴 『무지개떡 건축』이라는 책을 접했다. 주거복합 건물에 대한 시대적인 고찰과 함께
직접 설계한 건물을 포함한 다양한 사례를 연구한 책이다. 저자는 주거와 다른 용도가 복합된 적정 밀도의 건물이 회색도시의 미래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소규모 주거복합건물의 도시적인 의미를 새롭게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황두진의 시선은 무척이나
막다른 골목은 아니지만 양측 골목이 예각으로 만나는 모퉁이였기
새삼스럽고 신선했다. 무엇보다 당시 고민을 시작한 주거복합 작업의 큰 자극이 되었다. 저자는 〈목련원〉에 살고 일하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놀거나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골목 일상이 가능했다. 이런 풍경이
겪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장점이
때문에 인적이 드물었다. 오가는 차량도 거의 없으니 아이들이 모여
어색하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길에 면한 근린생활시설 때문이다. 카페나 서점 같은 상업적인 시설은 아니지만 소규모 사무실로 1, 2층이 쓰이고
있는 옆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3층은 주거공간이지만 2층 테라스가 길에 면하여 마당의 용도로 쓰인다.
최근 EBS에서 방영한 ‘건축탐구 집’의 중국 민가 편에 흥미로운
상가주택이 소개되었다. 300년 전 춘추전국시대에 지어진 상가주택 〈수향민가〉였다. 수로를 따라 회랑을 두었고 1층 가게, 2층 주거의
전형적인 주거복합 건물이다. 수로에 면한 회랑으로 사람들이 오가면서 가게를 이용하고 가게 주인이 2층에 거주하는 형식이다. 어느 도시에나
이렇게 적어 두었다. “직주근접에 대해서는 그것이 갖는 온갖 단점을 다 있음을 지금도 깨닫는다. 그것은 출퇴근을 하지 않는 데서 오는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출퇴근시간이 극단적으로 짧은 데서 오는) 몸과 마음의 여유다.” 덧붙여 건물과 정원의 관리를 위해 주말 시간을 온전히 쓰는 것까지도 직주근접의 장점으로 들었다. 2018년 서울시의 평균 출퇴근 시간은 1시간 35분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동에만 걸리는 시간이니
앞뒤의 이런 저런 시간을 따지자면 매일 두 시간 남짓의 시간을 쓰는
셈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집과 직장이 멀다는 것이 크게 문제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나 4년이 넘도록 의왕에서 종로로 족히 두 시간이 걸리는 출근을 한 것도 서울에서는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있을 법한 평범해 보이는 이 건물에는 1층 가게 옆으로 집을 오르는
〈골목집〉에서 거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래층에서 일하고 위층에
공간에는 병풍, 테이블, 의자 등이 놓여 있었고, 채광을 위한 고측
외에도 매우 흥미로운 일상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계단 공간이 별도로 있는데 이곳이 무척 흥미롭다. 작지 않은 크기의 창이 있는 평범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방송에서 이곳을 방문한 건축가
문훈은 ‘주택의 마당 같다’는 표현을 썼다. 실제로 동네 이웃이나 지인의 방문이 있을 때 잠깐 앉아서 이야기하거나 차를 대접하는 회랑에 면한
사는 ‘직주근접’의 특별한 상황이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 주는 것
우리는 퇴근시간 이후나 주말에 집을 방문하는 누군가를 만나야 할 때
자연스럽게 아래층 사무실을 이용하게 되었다. 친한 지인이라 하더라도 주말에 누군가를 집에서 만나는 것은 다른 가족에게 부담스럽다.
109
고기동 스튜디오주택 We are Kimshin
1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판교로 126번길 13-4(판교동 530-5) 대지면적: 388.00㎡ 건축면적: 77.51㎡ 연면적: 320.61㎡ 건폐율: 19.98% 용적율: 38.00% 용도: 단독주택, 1종 근린생활시설(소매점) 규모: 지하1층, 지상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 및 경골목구조 높이: 8.23m 주차대수: 2대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치핑, 아연도금 골강판 내부마감: 규조토 페인트, 시멘트 블록 설계팀: 이영복 시공: 우리마을 ENC 기계, 전기설계: 진원엔지니어링 구조설계: 서울구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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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하 스튜디오와 주거공간 2. 이질적 재료가 조화로운 면성 디테일 ⓒ박영채
3
5)
4
3. 실내 공간 4. 필로티 하부 공간 ⓒ박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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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 배치도
1. 침실 2 2. 침실 3 3. 현관 4. 보조주방 5. 스튜디오 6. 마당 7. 선큰 가든 단면도 단면도
남측 남측 입면도 입면도
동측 동측 입면도 입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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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동 스튜디오주택_Kimshin
사무실을 자주 사용하게 되면서 동네 이웃이 들르거나 아이의 친구들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부로 나와 사이 공간을 걸어야 하는
여러 가지로 불편해진 요즘 아이는 이곳을 어른의 간섭 없이 친구들과
기대했다. 용도를 복합하여 만든 수평적인 경계 전체가 외부 공간으로 채워진 드문 경우다. 고기동 스튜디오주택 〈 We are Kimshin〉은
종종 모여서 놀이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것이
불편함이 있었지만 이 불편함이 다채로운 경계의 풍경을 만들 것으로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했다. 집에서 조용히 쉬는 가족을 피해 다소 소란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을 때도 있다. 〈수향민가〉의
지하의 근린생활시설 위에 단독주택이 놓인 재택근무 형식의 주거복합의
주거의 일부로 연장되어 유연하게 쓰이거나 골목 자체가 그 역할을
해당한다. 적층의 경계가 사라진 지하 사무실은 조금 넓은 여느 주택의
계단실 같은 적절한 경계공간이 없는 경우 저층의 근린생활시설이
대신하기도 했다. 다가구 주택을 신축하는 경우, 1층을 필로티 형태의 주차장으로 이용할 것인지 작더라도 임대 공간을 둘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대수익이 크지 않을 것인데 불편이 많을 것이라는
유형으로 주거와 복합용도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경우에
서재와 비슷한 모습으로 쓰일 것으로 짐작한다. 근린생활시설이지만 외부와의 관계보다 주택의 부분으로 기능하길 요구받은 탓이다.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주차가 다소 불편하더라도 다가구주택의
신수동 상가주택 〈Tiny Patio〉
임대하게 된 상가주택 거주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새로 지은 상가주택이다. 1층은 작은 카페를 두었고, 2층의 원룸 둘 중
저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의 복합을 권한다. 입주 이후에 1층에 카페를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살아보니 1층 카페에서 친구나 이웃을 만나는 일이 적지 않아졌고, 책을 읽거나 간단한 업무를 하는 공간으로도 이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골목집〉에서 고민을 시작한 소규모 주거복합 작업이 이어졌다.
의뢰인의 요구와 작업의 조건을 우선하여 신중하게 검토했다. 이후, 복합용도의 양적인 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기계적인 적층이
아닌 복합의 경계를 고려한 다양한 실험을 고민했다. 신수동 상가주택 〈Tiny Patio〉는 50평 남짓의 대지였지만 1층 카페와 주거의 경계를 4개 층 깊이의 중정으로 실험한 작업이다. 이 중정은 4가구 거주자
사이의 심리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이 모든 작업이
최대 용적률과 여러 제약들 안에서 진행되었다. 반면 교외에 위치한 작업은 법적인 부담이 적었고 용적률의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수직적인 적층이 아닌 수평적인 배치를 통해서 프로그램 간의 관계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했다. 강화 갤러리주택 〈Daeul〉과 거마리 민박주택
〈Be.Yond〉는 공통적으로 주거가 대지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다. 〈Be.Yond〉의 카페를 주거공간에 연속하여 배치한 것은 거주자의
공간보다 방문객을 위한 다섯 개의 객실을 좀 더 사적인 공간으로 이해한 탓이었다. 〈Daeul〉은 주거 외의 용도로 온실과 공방, 카페 세
혼자 사는 어머니와 남매가 따로 또 같이 살기 위해 살던 집을 철거하고 하나는 아들이 쓰고, 나머지 하나는 임대를 주었다. 3층은 어머니 집이고
4층은 장성한 두 아들을 둔 딸의 집이다. 작은 원룸 한 채와 1층의 카페를 제외하면 세 채의 집을 가족이 나누어 사는 셈이다. 50평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땅이었지만 중정을 고집했다. 무엇보다 집의 정면인 남측으로 향해 길게 뻗은 도로가 불편했다. 집이 지어지면 온 동네가 한참동안 이 집을
바라보며 도로를 오가게 될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긴 의논을 통해서 작은 땅이었지만 중정을 두기로 했다. 남쪽으로 커다란 창을 내지 않을
좋은 명분이었다. 또한 좁은 계단과 층의 구분만으로 카페와 집을 경계 짓는 방법이 아쉬웠다. 집과 집 사이에도 적당한 여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층 카페와 상부 주거공간 사이에 중정이라는 장치를 두어
적극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었다. 4층 깊이의 작은 중정이지만 모든 집에서 중정을 면한 외부 테라스를 두었고, 각 세대의 환기와 채광을 해결했다.
거주 후 방문을 하면 대체로 1층 카페에서 만나 안부를 나눈다. 거주하는 가족이 가게 안의 동네 손님들과 매번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된다. 가끔은 내려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하니, 주변을 담으로
두르고 있던 철거 전 단독주택이나 1층 전체를 주차장으로 계획한 옆 건물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거마리 민박주택 〈Be.Yond〉
가지 시설이 요구되었다. 온실과 공방은 거주자만 사용하는 공간이었고,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외지에서 지내다가 가정을 이루고
크기였지만 온실과 공방을 모두 독립된 공간으로 계획했다. 결국,
대하고 만나는 일을 좋아해서 긴 시간 숙박시설을 운영했다. 직접
카페는 갤러리를 겸한 방문객을 위한 공간이었다. 한두 평의 작은
주거를 포함한 모든 용도가 개별적인 공간으로 나뉘었다. 각각의 공간을
난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집을 지었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사람을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다섯 개의 객실과 작은 카페, 거주하는 집을 113
신수동 상가주택 Tiny Patio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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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정의 각 세대의 환기와 채광을 해결하는 중정
2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 16길 14(신수동 392-2) 대지면적: 165.00㎡ 건축면적: 93.43㎡ 연면적: 316.99㎡ 건폐율: 58.91% 용적율: 199.88% 용도: 단독주택, 1종 근린생활시설(휴게음식점) 규모: 지하1층, 지상4층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높이: 14.08m 주차대수: 3대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모노쿠쉬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페인트 설계팀: 이명주 기계, 전기설계: 진원엔지니어링 구조설계: 서울구조 시공: 스타시스 3
2. 외부 공용 공간 3. 계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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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
단면도 1. 다가구 4 2. 다가구 4 테라스 3. 다가구 3 4. 다가구 3 테라스 5. 다가구 1 테라스 6. 다가구 2 테라스 7. 카페 (근린생활시설) 8. 중정
서측 서측 입면도 입면도
116
신수동 상가주택_Patio
남측 남측 입면도 입면도
함께 짓기로 했다. 대지는 뒷산 소나무 숲과 마을의 경계에 위치한다.
면적의 지붕과 2층은 목구조를 선택했고, 지하1층과 지상1층은 철근
길이로 대나무 숲이 있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대나무 잎이 흔들리는
대한 단열을 추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지하층
예로부터 바람이 많은 땅이었다. 뒷산과 대지의 경계부분에 상당한 폭과 소리가 대단했다. 처음 현장을 찾았을 때 우리의 모든 감각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 대바람 소리였다. 크지 않은 마을의 가장 위쪽에 위치하여 마을 모든 곳에서 크게 보이는 집이 될 것이 분명했다. 십여 가구
남짓의 작은 마을의 전원적인 풍경을 생각할 때 가장 큰 부담이었다.
궁여지책이었지만 마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에 대나무 숲을 길게 면하여 집을 지었다. 객실에서 강원도 첩첩 산중의 원경을 과감하게
포기한 것은 각각의 객실이 작은 정원을 갖고 대나무 숲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주공간은 방문객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객실과 진입도로의 반대편에 위치한다. 카페를 편하게 드나들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었다. 농어촌 민박업은 단독주택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다섯 개의 객실과 거주하는 집은 실제로 한 채의 집으로 건축물대장에 등재된다. 집과 다섯 개의 방이 따로 떨어져
콘크리트구조를 적용했다. 비용과 공기를 절약하면서 주 생활공간에 외장재는 유로폼 노출콘크리트, 1층은 콘크리트 치핑, 2층과 지붕은 아연도금강판이다. 나무와 콘크리트의 복합구조와 외피의 관계를
고민한 결과였다. 목구조는 가벼운 건식 재료를 이용하고 콘크리트
구조체는 표면 자체를 노출하거나 적당한 질감을 가지며 약간의 골재가
드러나도록 표면을 깨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2층의 아연도금강판과 콘크리트 치핑면의 적절한 균형을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주변
집들과 다소 이질적인 재료를 선택한 것도 용도복합의 문제와 관련이
깊은데 스튜디오가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지어졌지만 건축물대장상의 구분이었을 뿐 실제로 주거의 연장으로 쓰이면서 용도 복합의 경계가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있는 건물이다. 객실과 주거 사이에 놓인 카페는 아침에 간단한 조식을
강화도 갤러리주택 〈Daeul〉
있다. 카페에서는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넓은 마당과 중첩하여
오래 전 마련해 두었던 땅이라며 이곳에서 도자기를 빚고 다육식물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나머지는 카페나 공용주방으로 쓰이고 멀리 양양의 첩첩 산중을 바라볼 수 있다. 작은 마을과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가벼운 리듬을 가진 단순한 건축을 구축했다. 고저차가 많은
지형이었음에도 주차장 설치를 위한 최소한의 벽체를 제외하고 마을을 향해서는 일체의 옹벽을 두지 않았다. 바깥의 도로나 마을에서 바라본 집의 풍경이 불편하지 않기를 바란 탓이다. 시간이 지나 이 집이 오랜 풍경의 자연과 마을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고기동 스튜디오주택 〈We are Kimshin〉
두 명의 어린 자녀를 둔 디자이너 부부는 지하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위층 집에 거주하는 직주근접의 일상을 계획하고 있었다. 작업공간은 별도의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짓기로 결정했다. 고민이 길었던 것은 대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스튜디오가 작업을 하는 때에도 아이들이 쉽게
내려와서 함께 지낼 수 있는 작업실이나 서재 성격의 공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1층에는 거실을 겸하는 부엌과 식당을 두었고, 2층에 가족실과 세 개의 침실을 계획했다. 집에서 지하 스튜디오로 내려가는 계단을
두어 아이들은 언제라도 자유롭게 집과 스튜디오를 오갈 수 있는 구조다. 외부에서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상황을 고려할 필요도 있었기 때문에 도로에서 지하로 직접 진입하는 외부계단과 선큰가든을 두었다. 넓은
땅은 강화도 남산의 중턱에 위치한다. 거주자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미 키우면서 갤러리에서 이웃과 함께 사소한 일상을 나누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큰 집을 줄이는 대신 작고 소박한 자신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작업이었다. 집과 도자기공방, 온실, 갤러리가 함께 붙어 있는 것이 사용하기 편하겠다는 구체적인 요구가 있었다.
이후 우리에게는 도자기를 빚는 작업이나 식물을 키우는 일, 갤러리에서
누군가를 맞이하고, 종종 가족과도 함께 하게 될 이곳의 일상을 상상하기 위한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더구나 집과 나머지 공간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할지,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배치해야 할지
등 여러 과정이 단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남향집을 포기하는 대신 두 개의 마당을 선택했다. 대지의 서측을 지나는 도로를 직접
마주하는 마당을 두고 공방과 갤러리, 온실을 각각 별동으로 계획하고 뒤에 또 다른 마당과 집을 두었다. ㄱ자 형태의 건물을 생각해온
거주자가 생활할 때 많은 불편이 따르는 계획이었다. 바깥 풍경이
좋은 땅이었고, 방문객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크게 작용했다.
외부로부터 집을 온전히 독립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도시나
건축은 역설적으로 불편함이 이로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아침 집을 나서 마당을 지나 공방을 가고, 누군가 오는 기척을 들으면 공방을
나가 갤러리로 들어가야 한다. 하루에 몇 번은 온실의 창을 여닫기 위해 117
강화도 갤러리주택 Daeul
1
위치: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화성길50번길 20(남산리 439-38) 대지면적: 830.00㎡ 건축면적: 143.99㎡ 연면적: 143.99㎡ 건폐율: 17.35% 용적율: 17.35% 용도: 단독주택, 1종 근린생활시설(휴게음식점) 규모: 지상1층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높이: 4.45m 주차대수: 2대 외부마감: 모노쿠쉬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페인트 설계팀: 이영복 기계, 전기설계: 진원엔지니어링 구조설계: 서울구조 시공: 우리마을 A&C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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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평 판의 지붕과 작은 공간의 집합 2. 갤러리
3
4
3. 주거와 공방, 갤러리를 매개하는 중간영역 4. 안쪽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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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 배치도
1. 주방 / 식당 2. 갤러리 / 카페 3. 마당 단면도
남서측 입면도 입면도 남서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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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리 갤러리주택_Dauel
바깥을 걷게 될 것이다. 앞의 세 채의 건물을 하나의 지붕 아래 두었다.
건축의 ‘순수’ 그 자체를 다시 마주하게 했다. 요컨대 관성적으로
여백을 지나는 모습이 이곳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기를 기대했다.
전형적인 우리의 사유 과정 전반이 대단한 누군가의 방과 외피, 형상,
얇고 긴 지붕은 오가는 동선에 그늘을 만들고 비를 막는다. 건물의 사이 진행 과정을 돌아보면 다섯 작업 모두 대부분의 시간동안 집 짓는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기억한다. 결국, 주거가 중심이었다. 살아온
이야기를 포함하는 즐겁고 설레는 수많은 이야기들로 집은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문제는 작은 사무실 또는 1층의 카페 정도의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와 복합하는 과정이었다. 어쩌면 적정 밀도를 가진
양질의 주거복합 건물을 고민하는 일은 마치 작은 도시를 계획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주거에 더해진 용도들로
주변과 적극적인 관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동안 주택 설계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의뢰인-거주자를 만나서 안부를 나누거나 특히 SNS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접하는 경험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기대하고 상상하지 못한 주거복합 건물의 거주 후 경계의 풍경을 직접 마주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반복해온 치열한 평면의 구성, 물성의 탐닉과 단순함의 구축이라는 구조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이
모든 수사의 결론에 해당하는 ‘둘의 탄생’이 평면이나 배치, 외피에서
드러난 의도적인 대비에 기인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던 둘을 수면으로 드러내 평형 상태에 두고자 했던 우리의 빈곤한 고집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환기할 수 있었다. 결국, 우리의 욕망을 누구와 조율하고
일치시킬 것인지, 혹은 서로 다른 욕망을 어떻게 섞어서 증폭할 것인지를 고민하기보다는 불모의 황무지에 내버려 두는 것이 온전한 자립을 위한 유일한 선택임을 깨닫는다. 빈곤한 표피의 윤곽으로 이루어진 다섯
작업을 ‘소수적 건축’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복합용도의 경계가 스스로 떠올라 온전히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일부러 먼발치에 밀어두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애썼던 우아하고
새삼스런 신선계의 언어들로 인하여 우리의 작업이 처음으로 낯설어지는 순간이다.
평문, ‘소수적 건축’에 부치는 바우의 변辯 원고 마감을 하루 앞두고 〈와이드AR〉 편집실에서 김인성 교수의 ‘소수적
건축’이라는 제하의 평문을 전해왔다. 항상 자신의 작업을 설명할 것을 종용받는 건축가에게 누군가의 언어로 다시 지어진 자신의 작업을
마주하는 것은 무척이나 설레는 일임에 분명하다. 길고 현학적인 평자의 글을 읽는 중에 ‘소수적’이라는 수식어가 향하는 대상이 ‘우리’인지
우리의 ‘작업’인지 헷갈렸다. 어쩌면 고집스런 원한의 건축가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집장사 사이의 팽팽한 줄에 매달린 우리의 처지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신선계와 세속 양쪽 모두에 속하고 싶지 않았던
우리의 욕망이 실재했고, 이 욕망은 자신의 꿈을 종용하는 누군가를 만나는 자리 구석구석과 모든 구축의 현장에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유하고 구축하려 발버둥친 우리의 모든 시간과
공간에 존재했던 팽팽한 긴장이 우리 욕망의 실체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세속의 언어를 무기삼아 누군가의 꿈이 아닌 온전한 우리의 꿈을 형상화하여 신선계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시간이었다. 하루
동안 세 개의 작업을 방문하고 나누었던 잠깐의 대화와 나머지 작업의
자료 협조 및 사진 크레딧
‘상자’ 따위의 언어들은 그동안 우리 스스로 포기하거나 거세했던
도판 자료 : 바우건축
사진이나 도면으로부터 숨 가쁘게 길어 올렸을 ‘사라짐’, ‘떠오름’, ‘살갗’,
본문 전체 사진(별도 표기 외) : 바우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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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문의 : 시공문화사 http://www.spacetime.co.kr, spacetime@korea.com, T. 02) 3147-1212, 2323, F. 02) 3147-2626
제46차 S-S 프로그램 발표
WIDE 건축영화 공부방 2019년 WIDE건축영화공부방은 도시(City/ Urban)에 시선을 맞추고자 합니다. 이미
우리는 2012년 8월 도시영화의 바이블격인 프리츠 랑 감독의 ‘메트로폴리스’를 살펴본 바 있으며, ‘증오’, ‘크로노스’, ‘삼사라’,
‘어버나이즈드’, ‘프루이트 아이고’, ‘도시의 여신: 제인 제이콥스’ 등 수많은 도시 관련
영화를 접한 바 있습니다. 가장 광대한 소재와 예측할 수 없는 가능성을 가진 주제입니다. 그래서 더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기도 합니다. 우리의 환경, 즉 삶의 질과 직접 연관되니까요.
더불어 2019년은 건축영화공부방을
‘simultaneous screening’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마치 어릴 적 동네에 자주 들렀던
동시상영극장이 먼저 떠오를 터입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다큐형식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대개 20여 분 안팎의 건축유명작품 위주로 다룰 예정입니다.
일시
2019년 10월 14일(월) 7:00pm 장소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방장
강병국(간향클럽 기획자문, WIDE건축 대표) 신청 예약 방법
네이버카페 <와이드AR>
WIDE건축영화공부방 게시판에 각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50명 내외 접수 주최
간향클럽, 미디어랩&커뮤니티 주관
WIDE건축, 와이드AR 후원
이건창호
프로그램 1
아이 앰 벨파스트I Am Belfast│영국│2015│84분│다큐멘터리│감독 마크 코진스Mark Cousins (2016년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
영국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 그러나 이 벨파스트라는 도시명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낯설다. 아니 어쩌면 북아일랜드라는 나라조차 낯설다. 영국 즉 대영제국의 영어명 유나이티드 킹덤United Kingdom은
연합된 왕국이라는 뜻으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와 북 아일랜드의 4나라로 이루어진 나라가 영국이다.(북아일랜드와 헷갈리는 아일랜드는 완전히 다른 나라다.)
벨파스트는 조선과 직물이 유명한데, 그 유명한 타이타닉호를 만든 조선소가 1958년도 고전 명화 ‘타이타닉호의 비극’이란 영화에 그대로 등장한다.
요즘 우리나라도 일본의 과거사 문제로 떠들썩한데, 이 나라 역시 과거 역사의 아픈 상처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신교와 구교 간의 마찰은 지금도 지역을 명확히 구분해 거주할 만큼 격렬하며, 영국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통합주의자와 IRA와 같은 분리주의자와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IRA는 예전 뉴스거리 1면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꽤 많았다.
이 영화는 자신을 스스로 벨파스트라고 주장하는 한 여인이 등장하여 영화 내내 내레이터와 대화를 주고받는
독특한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매우 추상적이고 시적인 전개가 아름다운 화면과 감성을 자극하는 대사와 더불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만약 사람이 이 도시의 주인공이라면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특히 IT 강국을 자랑하는 우리에게 이제 ‘관계’는 없다. 누구에게 길을 물어볼 필요도 없고, 시간을 물어볼 필요도 없고 지하철이든 도로든 핸드폰을 바라보는 고개 숙인 사람들만 있을 뿐...! 프로그램 2
모두의 집House for All│2011│27분
도요 이토는 쿠미코 이누이, 아키히사 히라타, 소우 후지모토 등과 더불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로 큰
어려움을 겪는 리쿠젠타카타 지역 주민들을 위해 ‘모두의 집’을 건축한다. 쉘터라는 건축의 본질과 사회적 의무가 요구되는 재난 건축은 사실 건축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의료진이나 119소방대원들과 달리 참여도가 낮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세월호 침몰과 2017년 포항지진 등 큰 재해 후 학교나 체육관과 같은 공공시설에서 임시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 다큐를 통해 우리 실정에 맞는 건축가의 역할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도요 이토는 센다이 시에서의 첫 작품 후 미야코지마 시.. 히가시마쓰시마 시, 카마이시 시로 ‘모두의 집‘ 프로젝트를 지속했고, 이 작업들을 중심으로 2012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글. 강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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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향클럽, 미디어랩 & 커뮤니티
간향클럽 사람들
우리는
mc 1
프로듀서 전진삼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건축한다는 것만으로 반갑고
디자이너 심현일, 디자인현
우리는
mc 2
편집위원 백승한, 이태현
공론화하고, 나아가 건축동네의 계층, 세대, 업역 간의
비평위원 김현섭, 박성용, 박정현, 송종열, 이경창, 이종우, 현명석
GANYANG CLUB, Media Lab. & Community 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행복한 세상을 짓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건축계 안팎의 현안을 주시하며 이슈를 발굴-
골 깊은 갈등 구조를 중재하는 매개자 역할을 통해
프로그래머 박지일
사진총괄 부편집인 김재경 사진위원 남궁선, 진효숙
mc 3
제작자문 김기현, 시공문화사spacetime
인쇄관리부장 손운일
이 땅에 필요한 건강한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인쇄처 대표 강영숙, 서울문화인쇄
되겠습니다.
mc 4
독자지원 및 마케팅 박미담
우리는
서점관리 심상호, 정광도서
우리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견인하는 통합의 지렛대가 되겠습니다. 우리는
물론 건축과 대중 사회를 연결하는 미디어 커뮤니티가
종이공급 박희진, 신안지류유통
인쇄제작국장 김은태
과월호 공급 심상하, 선인장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BCD Party》
mc 5
기획자문 강병국, 고영직, 고충환, 김영철, 박병상, 손장원, 안철흥, 우종훈,
Party》
운영자문 류영모, 신창훈, 안용대, 이수열, 이승용, 이윤정, 조남호, 최원영, 하광수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땅집사향)》 지역 건축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응원하는 《ICON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직판관리 박상영, 삼우문화사 이정범, 이중용, 전진성
《심원건축학술상》
mc 6
고문 박민철, 박유진, 이충기, 정귀원, 조택연, 황순우
건축비평상》
이종건, 임창복, 최동규
신예 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내일의 건축에디터&저널리스트 양성소 《간향저널리즘스쿨》
건축 잡지&저널리즘을 아카이빙하고 연구하는 《한국건축저널리즘 연구회》
건축 비평도서 출판 《간향 critica》
건축가(집단)의 모노그래프 출판 《wide document》
mc 7 mc 8
명예고문 곽재환, 구영민, 김정동, 박길룡, 박승홍, 우경국, 이백화, 이상해, 이일훈, 대표고문 임근배
패트롱 김연흥, 김정후, 나명석, 목천, 박달영, 이태규, 장윤규, 최욱 발행위원 김기중, 김용남, 김태만, 손도문, 오섬훈, 우의정, 임재용, 정승이
부발행인 이주연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대표,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인간·시간·공간의 이슈를 영상으로 따라잡는
mc 9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자 박성형, 서정일, 이강민, 이연경, 이길훈, 강난형, 도연정
건축·디자인·미래학 강의실 《포럼 AQ korea》
심원문화사업회 사무장 신정환
《WIDE아키버스》
《WIDE건축영화공부방》
등 일련의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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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10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마실와이드 대표 김명규 팀원 고현경, 김용수, 박영선, 박정은, 최지희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건축가 초청강의’(시즌5) : Architects in Korea ·Ⅳ
우리 건축 장場의 새 얼굴로부터 기성,
2019년 9월_제153차 : Architects in Korea 41
중견, 노장 건축가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 하에 이 땅에서 활동하는 벽안의 건축가까지 주목하고자 합니다. 2016년 5월~2017년 2월(1라운드), 2017년
3월~2018년 2월(2라운드), 2018년 3월 ~
2018년 12월(3라운드), 2018년 3월~2018년
12월(3라운드), 2019년 1월~12월(4라운드)로 이어지는 건축가 초청강의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주관
와이드AR 주최
그림건축, 간향클럽
이야기손님 : 최문규(연세대 교수)
협찬
일시 : 9월 18일(수) 7:30pm
수류산방
주제 : 건축의 질문학
시공문화사Spacetime, 유오스Knollkorea,
장소 :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후원
㈜이건창호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2019년 10월_제154차 : Architects in Korea 42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s://cafe.naver.com/aqlab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손님 : 이은석(경희대 교수) 일시 : 10월 16일(수) 7:30pm
장소 :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주제 : 뿌리 깊은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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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AR》 2019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3
間鄕
X세대 Generation-X
19 : 03-04
03994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75 (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www.ganyangclub.com ISSN 1976-7412 9771976-741204-03
SE 03
본지는 2017년판부터 매년 3-4월호를 『Special Edition』으로 제작하여 “한국의 건축가 특집” 시리즈를 엮고 있습니다. 본지가 주관하는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땅집사향)》에 한 해 동안 초대된 건축가를 한 권의 책에 담아 동시대의 건축 상황과 그들의 작업세계를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정기간행물의 시간적, 매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Special Edition』 발간 1년 후 시점부터는 본지가 운영하는 간향클럽 홈페이지 www.ganyangclub.com을 통해 pdf 파일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건축저널과 한국현대건축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이용을 기대합니다.
한국의 건축가들
ARCHITECTS IN KOREA・Ⅲ
: ARCHITECTS IN KOREA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2019년 03-04월호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Special Edition
Ⅲ
19 : 03-04
PARTNERS ARCHITECTS IN KOREA . Ⅲ EDITORIAL
X세대 건축가들의 자서전Architect’s Autobiography ESSAYS
김주경 OUJAE Architects : 나의 건축 인생 연대기 혹은 기억조작
김범준 TOPOS Architectural Firm : 오리지낼러티 탐문의 건축여정 김태만 HAEAHN ARCHITECTURE : 실패의 역사 (to be) unbuilt 이상대 spaceyeon architects : 어느 건축 마라토너의 방백傍白 임영환 D·LIM architects : ‘지속가능한’ 아마추어 건축 김선현 D·LIM architects : 꿈꾸는 자의 행복한 건축 조성익 TRU Architects : 냅킨 드로잉
박창현 a round architects : 몇 가지 단서들 김세경 MMKM : 건축이라는 올가미
민서홍 MMKM : 건축 짓는 농사꾼의 길
조진만 JO JINMAN ARCHITECTS : 어느 젊은 건축가의 회상
홍재승, 최수연, 이강희 PLAT/FORM : 풍경風景, 반 풍경 그러나 알레고리 NOTICE
제12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제28회 김태수 해외건축여행장학제 공모 126
《와이드AR》 2018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2
PUBLISHER’S COLUMN – ABCD파티–올해의 발견 ARCHITECTS IN KOREA . Ⅱ EDITORIAL
한국 건축의 새 판을 여는 젊은 리더들의 12가지 화법 ESSAYS
건축의 엄밀성과 농담, 혹은 사랑과 체념 : aoa architects 건축이 남긴 이야기들 : CHAE–PEREIRA architects 새로운 프로세스와 시스템 : EMER–SYS 경계에서의 점진성 : EUS+ architects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리드하는 건축, 건축가 : johsungwook architects
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 그리고 일상 속 이야기 생성 : L’EAU Design 스타일의 전략–작업의 방법에 대한 근본적 이해 : Min Workshop 근대 건축, 수용과 변용의 미 : OFFICE ARCHITEKTON 들띄우기와 흰색 그리고 부산 : RAUM architects 새로운 눈을 갖기 위한 발견의 방식, 질문 : Samhyun Urban & Architecture
길, 에움길, 샛길 : SUPA schweitzer song 따뜻한 건축 그리고 10+ : UTAA NOTICE
제10회 심원건축학술상 심사결과 발표 당선작 : 해당작 없음
심사위원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와이드AR》 2017년 3-4월호, Special Edition Vol.01
PUBLISHER’S COLUMN – 친구 ARCHITECTS IN KOREA . Ⅰ
EDITORIAL 젊은, 내일의 건축 리더들이 말하는 우리 건축 장場의 단면 #1. 건축의 뿌리 혹은 공부의 배경에 대하여 #2. 한국 건축 비평(계)에 대한 바람 #3. 귀 사무소(팀)의 작업 화두는? #4. 현대건축을 수행함에 있어서 ‘전통’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5. 귀하(또는 사무소, 팀)가 이해하고 있는 ‘개념’이란 무엇인가? #6. 현 단계 한국 건축계, 무엇이 문제인가? PROJECTS : OFFICE INFORMATION a.co.lab : 휴먼 네트워크의 수행자 BOUNDLESS : 관계의 진화를 엮는 전술가들 designband YOAP : 3인 3색의 피보나치 수열로 건축하는 집단 FHHH Friends : 좌충우돌 화려한 팀플레이 집단 HG–Architecture : 디지로그의 세계를 실천하는 스튜디오 JYA–rchitects : 함께 흘리는 땀의 가치로 무장한 팀워크 mmk+ : 한 방의 장외홈런 다음을 준비하는 히어로 OBBA : 건축, 내러티브의 소중함으로 승부하는 사무소 stpmj : 아트와 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파이어니어 Z–Lab : A to Z, 콜라보&커뮤니케이션스 컴퍼니 NOTICE 제9회 심원건축학술상 당선작 발표 경복궁 궁역의 모던 프로젝트 — 발전국가시기 광화문과 국립종합박물관을 중심으로(1962~1973) 수상자 : 강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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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통권 68호, 2019년 9-10월호, 격월간
정기구독(국내 전용) 신청방법 안내
《와이드AR》 주요 배본처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배송지 주소〉,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11번가, 인터넷 교보문고
2019년 9월 15일 발행, ISSN 1976-7412 2008년 1월 15일 창간호(통권 1호) 발행
2009년 4월 17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발행인 겸 편집인|전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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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무통장입금방법
전화|02-2235-1960
예금주|전진삼(간향 미디어랩)
팩스|02-2235-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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