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형의 도시: BARCODE BLOCK CITY 성뒤마을 복합개발 마스터플랜
www.oca.kr
WideAR Special Edition Vol.2
CONTENTS
ARCHITECTS IN CONTENTS KOREA · Ⅱ
PUBLISHER’S COLUMN
ARCHITECTS IN KOREA· Ⅱ EDITORIAL
ABCD파티—올해의 발견
[4]
[20]
한국 건축의 새 판을 여는 젊은 리더들의 12가지 화법
[22]
ESSAYS aoa architects
[24]
CHAE-PEREIRA architects
[32]
EMER-SYS
[40]
EUS+ architects
[48]
johsungwook architects
[56]
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 그리고 일상 속 이야기 생성
L’EAU Design
[64]
스타일의 전략 — 작업의 방법에 대한 근본적 이해
Min Workshop
[72]
OFFICE ARCHITEKTON
[80]
RAUM architects
[88]
Samhyun Urban & Architecture
[96]
SUPA schweitzer song
[104]
UTAA
[112]
건축의 엄밀성과 농담, 혹은 사랑과 체념
WideAR SE 02
건축이 남긴 이야기들 새로운 프로세스와 시스템 경계에서의 점진성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리드하는 건축, 건축가
근대 건축, 수용과 변용의 미학 들띄우기와 흰색 그리고 부산 새로운 눈을 갖기 위한 발견의 방식, 질문 길, 에움길, 샛길 따뜻한 건축 그리고 10+ CREDITS
제10회 심원건축학술상 심사결과 발표 심사위원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2
[120]
[121]
PUBLISHER’S COLUMN
PUBLISHER’ S COLUMN
ABCD 파티— 올해의 발견
WideAR SE 02
© 김혜성
지난 해 12월 27일 저녁,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이건하우스
‘올해의 발견’은 민간차원에서의 활약상을 평가 대상으로
1층 갤러리&홀에서 ‘2017 올해의 발견’ 시상식을 개최했다.
하여 각 부문별로 온오프라인 건축잡지 저널리스트, 책임 에디터들에게 추천을 받았고, 그 가운데서 최종 수상자를
“건축동네 모두의 송년회”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선정하였다.
내세우고 계간 {건축평단}과 본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ABCD파티2017겨울> 행사의 일환이었다.
수상자에게는 김승환(인천가톨릭대 환경조각과 교수)님이 3D프린팅으로 제작하여 기증한 트로피를 수여했다.
건축평단은 ‘ACA Award'를 제정하여 첫 수상자로 평론부문(수상자 박길룡, 국민대 명예교수)과
<ABCD파티>는 ‘Architecture Bridge & Creative Dinner
작품부문(수상작 운문유치원, 수상자 이손건축)에 시상했다.
파티’를 축약한 명칭으로 2010년 10월 삼협종합건설(대표 김연흥)의 후원으로 시작한 이래 8년 째 건축가들의 이슈가
본지는 ‘올해의 발견’을 제정하여 저술, 출판, 전시기획,
있는 파티로 이어져오고 있다. 작년부터는 건축동네 모두의
매체기고 등 네 부문에 걸쳐 사전에 수상후보자를 공지하고,
송년파티로 확대하여 건축을 사랑하는 팬들까지 함께 할 수
당일 대망의 첫 수상자를 발표하는 수순을 밟았다.
있는 행사로 성격을 키우게 되었다.
저술부문은 ‘이종건의 생활+세계 짓기 시리즈’ «시적 공간»,
이에 발맞춰 본지는 ‘2018 올해의 발견’의 전 과정에 독자,
«살아있는 시간», «깊은 이미지»(도서출판 궁리)를 저술한
후원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도를 마련코자 한다.
이종건(경기대대학원 교수)님, 출판부문은 건축재료 처방전 «GARM» 1, 2, 3권을 출간한 (주)에잇애플, 전시기획부문은
마음과 마음이 닿아 만드는 소박한 자리여서 더욱 소중하게
<최소의 집> 기획자 정영한(정영한아키텍츠 대표)님,
다가오는 <ABCD파티>이기에 건축동네 곳곳에서
매체기고부문은 월간 {LAK(환경과조경)}에 사람 중심의
분투하고 있는 여러분 모두를 일찌감치 올해 연말 개최되는
도시재생을 키워드로 ‘다른 생각, 새로운 공간’을 연재하고
<ABCD파티2018겨울> 행사의 주인공으로 초대한다.
있는 최이규(계명대 교수)님이 수상했다. 글. 발행인 전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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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101-architects.com
건축가 김종성 구술 인터뷰 녹화본 (9회차, 2016.12.15, 목천김정식문화재단 사무실)
디지털 파일, 205분 / MC20.3000.0009
1. 김정식(2013) 2. 안영배(2013) 3. 4.3그룹(2014) 4. 윤승중(2014) 5. 원정수•지순(2015) 6. 김태수(2016) 7. 김종성(2018)
김종성 구술집
목천건축아카이브 한국현대건축의 기록 7
구술집 시리즈
목천건축아카이브는 20세기 이후 한국 현대건축의 기록을 통해 그 문화와 역사를 찾아가는 건축아카이브를 만들어갑니다.
목천건축아카이브 한국현대건축의 기록 7
채록연구 최원준, 전봉희, 우동선, 남성택
김종성 구술집
김종성 金鍾星 건축가 (주)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명예사장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54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에 입학하여, 재학 중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1956년 일리노이공과대학(IIT)에 다시 입학하여 1961년에 건축학사, 1964년에 건축학 석사를 취득했다. 학부 졸업 후 미스 반 데어 로에 사무실에 입사하여 <토론토 도미니언 뱅크>(1968) 등 프로젝트에 참여하였고 베를린 예술아카데미의 《미스 반 데어 로에 회고전》(1968)을 기획했다. 1966년 IIT 건축대학 교수로 임용되어 1972년 부학장, 1978년 학장서리를 역임했다. 1978년 <서울 힐튼호텔> 설계를 계기로 귀국하여 (주)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한 후 <육군사관학교 도서관>(1982), <서울올림픽 역도경기장>(1986), <경주 선재미술관>(1991), <아트선재센터>(1998), <SK사옥>(1999) 등 주요 작품을 발표했다. 2014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건축가 김종성: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조화》 전이 개최되었으며, 같은 해 문화훈장을 수훈하고 한국건축가협회 골드메달 초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현재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설계책임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건축가의 구술채록, 건축자료의 수집, 보존과 공유, 다양한 학술활동 등으로 우리 건축의 다양한 면면을 알리고자 합니다.
김종성 구술집
(목천건축아카이브
값 35,000원 ISBN 979-11-86000-59-5 (04600) 978-89-92053-81-5(Set) (04600)
목천김정식문화재단 mokchon-kimjungsik.org T.02 732 1602
목천김정식문화재단
한국현대건축의 기록7) 2018.2. 발간
채록연구 최원준 숭실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전봉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우동선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 남성택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METAA.pdf 1 2018. 3. 7. 오후 3:40
METAA
Metabolic Evolution Through Art & Architecture since 1989
고 이종호 5주기에 맞추어 그의 작업이 갖는 공공적 성격과 그 가치를 전달하고자 건축가, 도시계획가, 교육자 이종호가 중심이 되어 행해진 다양한 활동을 정리하여 대중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전시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지난 1년의 시간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자료를 취합하고 해석하고 있으며 현재는 몇몇 전시장과 장소에 관한 협의 및 전시의 내용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C
M
의미 있는 전시회를 위하여 함께 애써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Y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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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위원 CY
CMY
K
기획위원
김성홍
서울시립대학교
우의정
메타건축
유영진
메타건축 / 위원장
전진삼
간향 미디어랩
원흥재
도시공작소
유영진
메타건축
이종우
명지대학교 / 위원장
studio METAA는 1989년 ‘건축과 예술을 통한 점진적 발전 / Metabolic Evolution Through Art & Architecture’ 라는 이념 아래 hardware를 담당하는 메타건축과 software를 다루는 메타기획으로 함께 설립된 건축.문화집단입니다.
studio METAA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22 성북프라자 6층 메타건축
www.metaa.com
메타기획
www.metaa.net
김중업,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다
: 파리 세브르가 35번지의 기억 KIM CHUNG-UP MEETS LE CORBUSIER : MEMORIES OF 35 RUE DE SÈVRES, PARIS
김중업 작고 30주기 기념 특별전
김중업건축박물관
2018. 3. 31. ‐ 6. 17 KIMCHUNGUP ARCHITECTURE MUSEUM 31 MARCH - 17 JUNE 2018
A Thousand City Plateaus Winner of International Idea Competition for urban regeneration of Jamsil Sports Complex
UnSangDong Architects
와이드(2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 자서전 1차분 발행 국립무형유산원 | 구성ㆍ편집ㆍ디자인 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 1차분 20권 | 148×224mm | 비매품 | ISBN 978-89 -299 -1204-8 [세트]
[001] 제4호
김 인 갓일
[002] 제42호
이영수 악기장
[003] 제53호
서한규 채상장
[004] 제60호
박용기 장도장
[005] 제65호
황영보 백동연죽장
[006] 제66호
이수여 망건장
[007] 제77호
이봉주 유기장
[008] 제102호
김표영 배첩장
[009] 제118호
임석정 불화장
[010] 제2호
노재영 양주별산대놀이
[011] 제11 -4호 박기하 강릉농악 [012] 제29호
이은관 서도소리
[013] 제34호
김실자 강령탈춤
[014] 제34호
김정순 강령탈춤
[015] 제41호
이양교 가사
[016] 제43호
조홍복 수영야류
[017] 제57호
이윤란 경기민요
[018] 제9호
박창규 은산별신제
[019] 제70호
김병옥 양주소놀이굿
[020] 제82 -2호 김금화 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 ■전통 기술 ■전통 공연ㆍ예술 ■의례ㆍ의식
우리 나라 전통 예술인 20분의 삶. 때론 백수(白壽)를 넘긴 이들의 삶을 모으니 1,600년이 훌쩍 넘습니다. 국가무형유산원이 2011년부터 5년간 진행한 구술 채록을 바탕으로 수류산방은 지난해 봄부터 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꼭 1년을 매달렸습니다. 평생을 한 길에 바친 장인의 삶에 행여 누가 되지 는 않을까, 조심스런 마음으로 20분의 인생을 더듬다 보니, 기예도 중요하지만 아들, 어머니, 스승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그 분들의 모습에 더욱 눈이 갑 죽세공을 알게 되고, 서해안의 마을 풍경 속에서 어부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배연신굿이 떠오릅니다. 우리 땅과 삶을 따라 자연히 기예를 이해하고, 거 기에 깃든 전통과 지혜를 생각해 보게 되었지요. 또한 그 속에서 일제 강점기와 6.25, 정치 혼란과 경제 성장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만납니 다. 수류산방이 늘 그래 왔듯, 공부하는 마음으로 2,000개가 훌쩍 넘는 주석을 작성했습니다. 책은 4월부터 전국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와이드(210.287)-무형문화재구술자서전.indd 7
Photography © LEE Jheeyeung
니다. 이들이 살던 동네 풍경과 소학교 생활, 군인 시절과 같은 언저리의 이야기에 귀가 기울었습니다. 대나무가 많은 담양의 시장 이야기를 듣다 보니
2018. 3. 8. 오후 6:53
ARCHITECTS IN KOREA · Ⅱ
CHAE- PEREIRA architects 최성희 , 로랑 페레이라
aoa architects 서재원 , 이의행
ARCHITECTS IN KOREA EUS+ architects 지정우
WideAR SE 02
Ⅱ
EMER- SYS 천장환
aoa architects CHAE- PEREIRA architects EMER- SYS
johsungwook architects 조성욱
EUS+ architects johsungwook architects L’ EAU Design
20
L'EAU Design 김동진
AOA ARCHITECTS
Min Workshop 민우식
OFFICE ARCHITEKTON 우지현 , 차상훈 , 최영준
한국의 건축가들
Ⅱ
Samhyun Urban & Architecture 김용남
Min Workshop
RAUM architects 오신욱
OFFICE ARCHITEKTON RAUM architects Samhyun Urban & Architecture SUPA schweitzer song SUPA schweitzer song 송률 , 크리스티안 슈바이처
UTAA
UTAA 김창균
EDITORIAL WideAR SE 02
한국 건축의 새 판을 여는 젊은 리더들의 12 가지 화법
건축가들은 각자의 작업만큼이나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앞서 땅집사향의 <건축가 초청강의>(시즌 5) 2라운드에서 여러 시각자료들과 건축가의 육성을 통해 그들의 건축을 접한 바 있으며, 초대된 건축가들은 목소리뿐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나 손짓 등의 제스처, 시선의 방향 , 말의 빠르기와 높낮이 등 비언어적 표현들에 있어서도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크린에 떠 있는 근사한 이미지보다 건축가들이 말하는 방식에 더 눈길을 더 주었던 것은 그것이 아마도 건축에 관하여 적지 않은 시간동안 그들이 가다듬어온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직관적 ,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형식이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번 특집호를 준비하며 각 건축가들의 에세이를 요청했다. 열두 개의 에세이는 그들의 강연이 그러했듯이 내용과 형식면에서 모두 다르게 구성되었으며, 그 차이 또한 건축에 대해 이들이 지닌 입장 혹은 태도의 다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건축가는 건물에 투사되는 다이어그램이나 스케치를 그리듯이 글을 써내려간 반면 꼼꼼하게 주석을 달아 스스로 설정한 역사적 토대 위에서 자신의 건축이 갖는 당위와 가치를 논증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건축가도 있었고, 건물에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이면에서 지속되었던 추상적인 논의들을 짧은 에세이에 담아낸 건축가도 있었다 . 한편 어떤 건축가는 시장과 사용자로부터 유리된 건축의 공허함과 그럼에도 낙관적인 미래에 대해서, 반대로 어떤 건축가는 시장 속에 매몰된 건축의 공허함과 그에 대한 저항에 대해서 쓰고 있다 . 또한, 건축 작업에 적용된 일관된 방법론을 거듭하여 설명하거나 지금까지 해왔던 다양한 형태의 작업들을 나열하기도 하였으며, 각각의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충실하게 서술한 건축가도 있었고 작업 이후에 지속된 고민과 실험들 혹은 공적인 장소에서는 입 밖으로 잘 꺼내놓을 것 같지 않은 , 일기처럼 내밀한 후일담을 풀어놓은 건축가도 있었다. 여기 등장하는 건축가들의 작업은 각자 선명한 색을 지니고 있으며 이미 대부분 잘 정돈된 사진과 여러 매체들을 통해 알려진 것이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단번에 어느 건축가의 어떤 작업인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찰나의 순간들 사이에서 전개되는 생각과 이야기가 지닌 개성들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때때로 누락되어지기 쉽다 . 지면에 적힌 그들 고유의 목소리가 건축계의 소중한 자산으로 누락되지 않고 더 넓게 공유됨으로써 부디 앞으로도 우리의 건축과 도시 속에 끊임없이 흘러 계속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나아가 앞선 이야기들과의 연속성과 차이를 경험하는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번 특집호가 그러한 긴 여정 가운데 잠시 머물러 각자의 화법으로 그간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정류소의 대합실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 조금 소란스럽기는 해도 , 대합실에서 길을 잃는 승객은 없다. 글. 편집간사 정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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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CHAE-PEREIRA architects [32] 건축이 남긴 이야기들 EMER-SYS [40] 새로운 프로세스와 시스템 EUS+ architects [48] 경계에서의 점진성 johsungwook architects [56]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리드하는 건축, 건축가 L’EAU Design [64] 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 그리고 일상 속 이야기 생성 Min Workshop [72] 스타일의 전략 — 작업의 방법에 대한 근본적 이해 OFFICE ARCHITEKTON [80] 근대 건축, 수용과 변용의 미학 RAUM architects [88] 들띄우기와 흰색 그리고 부산 Samhyun Urban & Architecture [96] 새로운 눈을 갖기 위한 발견의 방식, 질문 SUPA schweitzer song [104] 길, 에움길, 샛길 본문에서 사용된 모든 도판은 각 건축사무소로부터 제공받았으며 해당 페이지 내에 출처와 크레딧을 표기하였습니다.
UTAA [112] 따뜻한 건축 그리고 10+
AOA ARCHITECTS
aoa architects [24] 건축의 엄밀성과 농담, 혹은 사랑과 체념
WideAR SE 02
ARCHITECTS IN KOREA · Ⅱ
aoa architects
제127차 땅집사향
창문이 없는 긴 복도공간의 삼각형 모양은 고전건축 요소가 의외의
이야기손님: 서재원, 이의행
상황에서 재현되는 느낌을 자아내며, 이는 사용자가 원하든
일시: 2017년 7월 12일
그렇지 않든 생활과 마찰하면서 진동을 일으키는 건축적 장치로서
주제 : rational irrational
작동한다.
‘ 건축의 건축 ’ 을 의미한다 . 다소 추상적인 이들의 그룹명은 건축
<성산동 고양이집>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기능적 덩어리감을 완전히 감추고 내용과 표피 간의 전형적 유착을
중에서의 건축, 건축다운 건축, 피상적 담론보다는 몸을 수반한
분리 ”시키고자 한 이 작업은 내부는 안정감 있는 쾌적한 실내공간을
건축행위, 혹은 감각으로 출발하지만 구축과 맞물리면서 돌아가는
제공하는 한편, 외부는 한국 다세대 주거지역에서는 보편적이지는
건축의 4차원의 세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넓게
않은 기하학적 고양이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형태실험과
볼 때, 시스템 혹은 건축주의 요구에 종속되지 않는 건축의 자율성을
내 ·외부 공간의 분리를 “일종의 포스트모던 풍자”라고 부르는 이들
확보하고자 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 건축이란 늘 삶의 터전을
건축가는, 일상 도시환경에서의 새로운 건축적 표정을 구현한다.
제공하는 무엇이지만 예측 불가능한 종류이다. 그리고 제안되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루이 설리반Louis Sullivan의 근대주의적
건축 디자인은 때로는 실용성과 밀접히 연관되지 않은 채 느슨한
주장에서부터 나아가 표피는 그 자체로 자율성을 지닌다는
방식으로 일상생활 가운데에서 인지되고 경험된다 . 건축가가 의미를
포스트모던 논의의 맥락을 한국 다세대 환경에서 구현하는 이들은,
생산하는 주체임에도 그 의미가 공중 속에서 표류하게 된다면 ,
한편으로는 다양성의 실험이면서 또한 건축가와 자본 사이의 경계가
그가 생산한 건축은 과연 무엇일까? aoa의 건축은 이러한 견지에서
희미한 ‘용적률 게임’에 대한 일종의 우회적 접근이다.
‘ architecture of architecture’ 의 약자인 aoa는 번역하자면
접근할 수 있으며, 이들의 프로젝트는 건축의 실용적 가치를 수반하면서 또한 건축가로서의 발언이 표출되는 복합체인 셈이다.
여전히 구축적 실천을 도외시하지 않은 채 건축을 둘러싼 느낌과 정서, 그리고 감각의 차원을 특히 형태와 이미지를 통해 구현하고자
aoa의 <망원동 쌓은집>은 “ 불규칙적인 창을 가진 석고덩어리에
하는 aoa의 작업은 , 넓게는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건축이 할 수
반 反하 ” 는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전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태도에서 생성된 작업이다. 다세대 주택들로 밀집한
대지의 문맥을 거스르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표정을
이미 60여 년 전 건축역사가 만프레도 타푸리Manfredo Tafuri는
만들어내는 aoa의 작업은, 박공지붕이라는 보편적인 모티브를
건축의 자율성autonomy이 더 이상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바탕으로 보다 열린 사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5층 규모의 건물은
없다고 하였지만, 어쩌면 자본-건축은 대립항도 아니고 둘 사이에는
좌우대칭이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창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명확하게 인지되기 어려운 무한의 시공간이 존재하는 것일지도
주변의 경관을 건물 내부로 포섭한다. 박공의 모티브는 자칫
모른다. 자본과 건축주, 건축가와 건축 작업 , 나아가 완성된
상투적인 듯하지만, 이는 내부공간에서 다른 분위기를 통해
작업의 이미지와 텍스트의 변칙적 조합이 만들어내는 세계란 소통
반복한다. 1층 진입부분에서 이러한 모티브는 기능적이지 않은
가능하면서 또한 그렇지 않다. 고전이 되어버린 포스트모더니즘의
기둥으로서, 평평한 천장에 삼각형의 위 꼭짓점만이 맞닿아서
소통 논의는 이미 완결된 것이라기보다는 여전히 담론의 차원에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유하는 공간의 느낌을 자아낸다.
남아 있다고 할 때 , aoa의 건축은 그러한 주제를 한국적 건축
단위 실에서의 긴 복도의 천장 역시 삼각형으로 구성된다.
환경에서 환기시켜주는 매개체이다. 리뷰.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미술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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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A ARCHITECTS
서재원 · 이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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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동 고양이집> ©진효숙
ARCHITECTS IN KOREA · Ⅱ
건축의 엄밀성과 농담, 혹은 사랑과 체념 manierismo
WideAR SE 02
글 . aoa architects 서재원은 단국대 건축공학과와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을 졸업한 후 진아건축도시에서 11년간 실무를 쌓았으며 <SK 플래닛 판교 사옥>,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백년관> 등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2013년에 aoa architects를 설립하였고 2015년에 건축사자격증을 취득하였다. 2009년부터 단국대 , 서울시립대에 출강하였으며 , 현재는 한양대 건축학부의 겸임교수이다. 2014년에 «건축의 메타게임 서재원 스튜디오 12명 학생의 프로젝트들»을 출간 한 바 있으며 2017년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올해의 주목할 만한 젊은 건축가 '로 선정되며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 이의행은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사사무소 스페이스 연, 인터커드 건축사사무소, 진아건축도시 등에서 실무를 하였다. 그 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건축학과(ETH ZURICH)의 MSC과정을 졸업하고 E2A architekten에서 실무를 하였으며 스위스 건축가협회 (SIA) 정회원이다. 2013년에 aoa architects를 설립하였고 현재 단국대 건축학과에 외래교수로 출강 중이다. 2014- 15년에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한 바 있으며 2017년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 올해의 주목할 만한 젊은 건축가 ’ 로 선정되며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 .
통상적으로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매너리즘은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사회에서 통용되는 부정적 의미의 매너리즘이 아닌 예술사조로서의 마니에리스모manierismo는 기존의 역사와 이론을 전복하며 하나의 양식을 잉태하는 매우 무르익은 단계의 변태적 창작이라 할 수 있다. 서양 미술사에서 16세기 르네상스에 나타난 기존의 방법과 형식에 대한 전복, 그에 따른 문법의 변형, 모순적이고 반어적인 표현은 사회적 이데아보다 예술가 개개인의 주관적 표현이 극대화된 일종의 농담이며 패러디이다. 마찬가지로 동시대 매너리스트 건축가들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규범을 벗어난 기둥 배열과 창의 위치, 입면에서 보이는 어긋난 코니스 등은 고전적 어휘를 사용하면서도 기존의 문법을 교묘히 전복하는데, 이러한 표현들은 건축적으로 ‘생소한 기이함’을 탄생시켰다. 당시에는 단순히 ‘잔 기교에 기댄 르네상스 고전주의의 변질양식’으로 평가되었던 매너리즘은 20세기에 들어와서 미국의 비평가 콜린 로우에 의해 건축적으로 재해석된다. 그의 저서 «the mathematics of the ideal villa and other essays»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초기작 중 <빌라 슈보브>의 도로측 입면을 두고 매너리즘의
성향을 읽어낸 부분은 근대건축에서의 매너리즘의 긍정적 가능성을 드러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1 그에 더해 로버트 벤츄리와 데니스 스콧 브라운에 의해 매너리즘 건축의 위상은 현대 건축의 중심축으로 이동하였으나,2 지금 다시 논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들의 주된 논점인 기호로써의 건축보다는 매너리즘이 발생하기 위한 기본적 토대와 그것이 결과적으로 만들어내는 익숙하지만 낯선 모호함에 주목하기 위함이다. 패러디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대상을 잘 알고 있어야 하듯이, 매너리즘 건축은 이전 세대가 쌓아 올린 토대 위에서 유희한다. 많은 경우에 설계는 기능의 합리적 해결에 목표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해결 위주의 설계는 작업의 허무함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합리적, 기능적이라고 믿었던 것조차 주관적인 견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작가는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허무함을 넘어 건축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면적에 맞춰 합리적으로 푸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삼지 않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건축 작업은 과거를 이해함으로써 현재를 정의하고, 그러한 시간 속에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며 작가 내면의 주관적인 농담과 패러디가 비판적 시각으로 표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합리성을 목적으로 한 태도가 판단 근거를 작가 외부에 두는 데 반해 매너리즘적인 냉소와 유머의 태도는 판단 근거를 작가 내부에 둔다는 사실은 건축의 사회적 공헌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는 우리 건축가들이 매우 주목해서 되새겨 봐야 할 지점이다. 건물은 이타적일 수 있지만 건축은 이타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매너리즘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한 가지 부분은 모호함의 감성이다. 매너리즘 건축은 과거의 역사와 형식을 완전히 부정하고 타불라 라사tabula rasa의 백지상태에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어딘가 낯선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모순이 만들어내는 애매한 감각은 현실과 비현실의 사이에서 초현실적이고 다의적인 해석을 가능케 한다.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의 벽기둥이 그러하고 <일 지라솔레 주택>의 파사드가 그러하며, <망원동 쌓은집>의 주차장 기둥조명A 및 그와 동일한 형식의 거실 복도B, <음성 디귿집>의 나무 서까래C와 영역을 규정하는 Y자 기둥D이 그러하다. 이는 기능의 충족을 넘어선 작가 자신의 농밀한 탐닉에 의한 비이성적 표현이며, 지극히 내부 지향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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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주관의 의미적 유희에 해당하는 것이다. 진정한 창조는 무無에서 유有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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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종이 한 장 정도의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창의성 과잉 강요의 사회 속에서, 애써 현실을 외면한 채 새로운 유토피아라는 판타지에 눈멀어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AOA ARCHITECTS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rational irrational ‘재봉틀과 양산이 해부대에서 만난다’는 초현실주의 데페이즈망dépaysement
기법이 각기 동등한 위계의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낯설게 하여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일종의 정면충돌이라 한다면, 건축에서 나타나는 익숙하지만 낯선 모호함은 공간을 구성하는 상호 종속적인 요소들이 관습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배열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추돌에 가깝다. 기둥, 벽, 창 등의 건축 요소들은 기능이라는 태생적 소여로 인해 작위적으로 배치되기보다는 보편적이고 이성적인 규범을 따르는데, 모종의 필연적인 외부조건 등에 의해 전통적 규범을 벗어나 과장, 생략 혹은 도치된 경우 클리셰cliché를 넘어선 비이성적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망원동 쌓은집>의 가분수적 매스를 지지하는 듯 보이는 얇은 중앙 기둥E과 <음성 디귿집>의 한옥 마당의 감성을 담은 종심형 중정마당F, G, H, 동네에 나타난 거대한 고양이 얼굴I 등은 건축의 태생적 질서가 만들어
내는 평범한 일상성이 자연스럽게 비일상적으로 넘어가는 몽환적 혼수상태를 건축의 엄밀성과 농담 , 혹은 사랑과 체념
허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초현실적 상태가 비현실적 꿈으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일상과 비일상, 부분과 전체, 기능과 미 사이에서 서로를 통합하고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엄밀한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E
korean satire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조차도 사치로 여겨질 만큼 급속도로 근대화가 이루어진 이 땅에서 한국적 모더니즘을 서양의 관점 아래 논하는 것은 결국 건축가들만의 신세 한탄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한데, 이제는 그러한 F
잣대를 떠나 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매일 마주하는 주변부터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과거의 한국성 논의가 전통에 너무 치우쳐 진지하고 무겁게 논의되었다면 이제는 좀 더 가볍고 현실적인 논의부터 출발하는 것이 그 담론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생산적으로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의 서울은 서양에서 그토록 열광하던 «도쿄의 미학, 혼돈과 질서»3의 동경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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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A ,B. © 진효숙 C. © 서재원 D– I. © 진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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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편적이고 예측불가능하며, 어느 하나로 규정되기 보다는 혼성교배적이고 온갖 아이러니가 넘쳐나면서, 가히 미셸 푸코가 언급했던 ‘들뢰즈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자본주의의 성공사례와 폐해를 동시에 드러내며 증명하고 있다. 서울은 그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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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보다도 히스테릭하고 힙hip하지만 우리는 이를 애써 외면하며 통합된 이미지를 가진 선진국 도시들의 뒤꽁무니만 쫓아가기에 급급해 보인다. 그에 반해 일본은 포스트모던 이미지들로 콘텐츠를 창조하며 슈퍼마리오를 필두로 한층 더 확고히 일본성을 다져가는 모습이다.4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편인데, 특히 서양에서 체계화된 학문인 건축은 더욱 그러하다. 오히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K
서울은 놀라울 정도로 다른 패러다임을 가진 도시이며 기존의 도시 패러다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서울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그렇다고 이 글을 통해 한국성을 치켜세우거나 서울을 찬양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한국인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적 토대와 그 물리적 결정체로서의 도시 서울, 그리고 우리 주변 건물들의 인과관계를 추적하고 앞으로의 건축 작업에 있어서 현대의 한국성이 어떻게 건축적 어휘로 포함될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서울은 온갖 키치와 초현실성으로 가득찬 도시다. 거대한 산을 지우고 들어선 무거운 콘크리트 덩어리인 아파트 단지는 가짜 초록 물질들로 다시 둘러 쌓여있고, ‘ㅇㅇ캐슬’, ‘ㅇㅇ지움’ 등의 꿈과 이상이 압축된 얇디얇고 가벼운 단어들로 포장되었다. 차창 밖으로 불현듯 나타나는 유럽 중세의 성은 ‘프로방스 풍’ 등의 예식을 치르는 결혼식장이며, 동네에서도 심심치 않게 마주치는 고딕 양식의 교회들은 이미 장소성을 떠난 대중적 키치의 산물이다.5 모텔의 창문에, 다세대 주택의 현관에, 공항의 한옥 고깃집에, 심지어 대학의 건물들에도 고전 양식을 차용하고 도저히 혼재될 수 없어 보이는 꼴라주적 건축들은 콘텍스트의 윤리성과는 거리가 멀뿐 아니라 이기적이기까지 하다.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이는 굉장히 복합적인 정신구조의 산물로서 그 어떤 것보다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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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시하는 사회 안에서 극한의 경쟁을 해야 하는 모순된 삶이 만들어낸 조울증적 표피이며, 어쩌면 한국인들에게는 당연한, 오히려 솔직한 인간의 허영심을 잘 드러내는 자본주의 사회의 적나라한 실체이다. 현대 한국인은 ‘적당히’와 ‘절충’이라는 단어로 잘 설명된다.6 미학적으로 보면 ‘적당한 절충’은 완성도가 결여된 혼성모방의 패스티시pastiche인데, 이러한 현상은 암울한 미래에 대한 현실 체념의 한 단면으로 현실을 보다 생산적으로 이끌지 못한다. 그에 반해 혼성모방의 일종인 패러디는 낙천적 풍자를 통하여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부둥켜안으면서도 보다 나은 현실을 지향한다는 L
점에서 긍정적 탈주이다. <성산동 고양이 집>의 고양이 얼굴은 부동산 수익에 대한 과도한 욕망의 덩어리를 감춰주는 가면이지만 그조차도 귀여운 동물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이중 풍자이며, 왕관을 연상시키는 <음성 디귿집>의 입면J과 장식으로서의 굴뚝K은 전원주택이라는 한국인의 평생 로망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애증적 풍자이고, <제주 쌓은집>의 돌하르방과 감귤 장식 기둥L의 직설적 표현은 한국건축의 지역성에 대한 냉소 섞인 풍자이며, <망원동 쌓은집> 정면에서 사람 얼굴의 코털처럼 삐져나온 보일러 연도는 도시의 파사드가 가진 이중성에 대한 가벼운 농담이다. 지금 한국은 현실에 대한 긍정적 인식 하에서의 비판적 사랑의 기술인 풍자가 필요한 시점이다.7
symmetry game 오랫동안 인간은 자연을 모델로 아름다움을 정당화하였다. 자연에 내재된 수학적 비례와 질서는 끊임없이 최적의 상태로 나아가는데, 대개 그것은 대칭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연에서 대칭은 가장 안정된 이상적 상태이며 더 이상 외부로부터 힘의 개입이 없는 내적 평형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수학적 질서와 대칭의 형태는 건축에
J, K. © 진효숙 N. « THE FAR GAME constraints Sparking Creativity» , Space Books, 2016, p.193 O. © 진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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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16세기 르네상스 건축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탈리아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빌라들은 독립적이고 완결된 대칭의 기하학적 형태를 집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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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정신의 산물로서 지금까지도 현대 건축가들의 이론적 담론에 놓여 있다. 그중 독일의 예술사가 루돌프 비트코워의 팔라디오 평면분석과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스테인>과 팔라디오의 <빌라 말콘텐타> 간의 A-B-A-B-A 유사적 질서를 유추한 비평가 콜린 로우의 분석은 500년 간극의 팔라디오를 근대까지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그 연장선상에서 <망원동 쌓은집>과 <음성 디귿집>, 건축의 엄밀성과 농담 , 혹은 사랑과 체념
<홍은동 남녀하우스>에서 보이는 A-B-A, <제주 쌓은집>의 A’-AB-A-A’의 평면 형식M은 건축 역사의 대칭적 평면에 대한 일종의 오마주이다. 자연에서 외부의 힘이 개입하지 않을 때 대칭적 형태가 나타나듯이 건축에서는 외부 요인, 즉 주변 환경과 관계가 깊은데 한적한 시골 들판에 놓인 창고들이 대부분 대칭의 모습을 보이는 것에 반해 법적 규제가 복잡하고 상대적으로 대지가 작은 도심에서는 비대칭의 형태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 가능하다. 최근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의 전시 주제인 ‘용적률 게임THE FAR GAME’에 소개된 36개의 건물들N은 모두 비대칭의 오브제들이며 이는 전시의
소제목인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constraints sparking creativity’이 말하듯 한국의 건축가들이 얼마나 창작을 외적 요인에 의존하는지 역설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지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예술감독 김성홍(서울시립대 교수)은 복잡하고 불규칙적인 서울의 도시조직에서 대칭과 같이 엄격한 정형성을 갖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망원동 쌓은집>의 엄격한 공간구조와 대칭 형태O는 ‘건축 내적endogenous’ 논리가 ‘건축 외적exogenous’ 제약을 압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 최고 한도인 200%의 용적률에 근접한 199.53%의 용적률을 확보했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망원동 쌓은집>은
서울의 소규모 주택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용적률 찾기’를 예외 없이 구사하면서도 절대성과 상황성, 선험apriori과 경험posteriori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건물이라고 평가하였다.8 자본주의가 건축을 압도하고 있는 서울에서 건축의 자율성을 논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적 자아가 외적 제약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건축은 점점 병들어 갈 것이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때이다.9
formal clarity 구조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구조를 ‘엔지니어가 풀어주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엔지니어는 구조계산을 하고 최종적으로 계산서를 제출할 뿐 초기에 구조에 대한 개념을 세우고 디자인을 하는 것은 건축가의 몫이며 이는 건축설계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구조를 고민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간을 계획하고 구조는 엔지니어가 풀어 줄 것이란 착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다. 구조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구축을 고려하고 있지 않는다는 뜻이고, 구축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건물을 조각에서의 오브제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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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은 사회가 건축을 바라보는 성향과도 긴밀한 관계가 있는데, 많은 건축주, 심지어 건축가들조차도 본인의 건물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길 바라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형태를 틀고 기둥이라도 꺾어 놓지 않으면 ‘디자인’한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일말의 불편함을 느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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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서울 도심에 기괴한 형상을 하고 들어선 건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형태에 맥을 못 추리고 있는 보와 기둥이 슬퍼 보이기까지 하다. 건물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학교에서부터 허황된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설정하고, 그것을 건축에 투상하는 것이 사회상의 반영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사회가 복잡하니 건물이 복잡해야 한다는 논리로 비약된다.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건축이 말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는 오히려 건축이 말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10 현재 우리의 사회적 시스템은 ‘오리duck’도 ‘장식된 헛간decorated shed’도 아닌 ‘오리 Q
반, 헛간 반half duck, half shed’이라는 기형을 중용의 논리로 합리화하여 고착시켰다. 구조는 가장 귀찮은 방해요소가 되었고, 구조 엔지니어는 건축가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보의 깊이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보는 항상 그래왔다. 기둥의 사이즈는 항상 줄이고 싶어 한다. 심지어는 기둥을 없애는 것을 선호하고 캔틸레버 구조가 가능하다면 더욱 좋다. 이러한 선택은 건축에 주어진 태생적 소여를 부정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표현이기에 건축학과 수업에서도 ‘플로팅floating’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부유하는 듯한 덩어리 감, 미끄러지듯 표류하는 형태에는 다리가 없어야 마땅하다. 기둥은, 따라서 현대 건축의 장애물이 되었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현실인가? 어머니가 주신 태초의 근본적 속성을 부정하는 이 상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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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다른 예술과 구분되는 큰 특성 중 하나는 중력에 대응하는 구축에 있다. 오히려 중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물리적 무게에 농담을 가할 수는 없는 것인가?P, Q, R 고전건축에서 기둥은 구조적, 양식적 의미가 집약된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지금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공사 현장에서 골조가 세워지고 아직 클래딩이 붙지 않은 모습에서 우리는 공간을 본다. 구조는 그러한 공간의 볼륨을 결정하는 기본 질서이며, 그것은 건물 전체를 명확한 인식에 놓이게 한다. 구조가 불합리하다면 안정된 공간이 생성될 리 만무하다. 건축물이 서 있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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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불가결한 요소이자 형태를 구축하기 위한 뼈대의 역할을 넘어 구조가 공간의 특질에 깊이 관여하고 형태와 합일될 때, 비로소 건축은 진솔해질 것이다. 중력은 건축에 내려진 신의 선물이다.
architecture from the inside 11 덴마크의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는 건축을 진화론의 자연선택의 과정에 빗대어 설명한다. 최종의 건물은 외부 혹은 주어진 환경을 수용하면서 만들어지는 가장 적응력이 뛰어난 종種이 남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가 지은 만화책 «yes is more»는 건축이 다양한 외부 환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적응해가는 과정을 명쾌하게 정리된 다이어그램으로 설명하고 있다.12 모더니즘에서 보이던 작가의 편집증적 주관을 배제하고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수용하며 형태를 배양하는 과정이 때로는 겸허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의 다이어그램에는 유독 화살표가 많다. 화살표는 외부의 힘이 작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러한 화살표는 매우 논리적으로 보이지만 이미 화살표의 방향은 작가의 의도가 들어간 불순한 심볼이다. 따라서 BIG의 ‘화살표 건축arrow architecture’은 대중의 시대적 요구를 관통한 고도의 정치적 책략이다. BIG의 작업은 건축적 사고에 긍정주의를 도입함으로써 다양체의 생산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한 다양체가 과연 지역과 주변상황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양육될지는 의문이다. 만약 한 건축가에게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든 건축어휘 모두를 대지, 프로그램 등과 상관없이, 즉 평소 하고 싶었던 것들을 그려보라’고 했을 때, A4 10장을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한 사람의 작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의성의 한계가 P. <망원동 쌓은집> Q. <제주 쌓은집> R. <제주 쌓은집> 감귤 장식 기둥 S. T. U. V.
시공 현장 <당진 바닷가 긴집> 충감도 <남녀 하우스> 모형 <당진 바닷가 긴집> 모형 <제주 쌓은집>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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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본다면 디자인의 촉발계수로서 외부조건의 도입은 창의성의 증폭과 관련하여 매우 의미 있을 수 있으나, 그러한 프로세스는 결국 정신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건축은 분명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지만 그렇다고 그 궁극적 태생을 전적으로 외부에 둘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의 소설가 아인 랜드의 «파운틴헤드»에 나오는 건축가 하워드 로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나는 건축주로 인해서 건축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의 건축을 하기 위해서 건축주가 필요할 뿐이다.”13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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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건축 불경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건축가는 고객들에게, 그리고 건축가 사회에서 자기중심주의라는 가차 없는 비난을 들으며 매장될 것이 분명하다. 언젠가부터 건축가들은 건축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AOA ARCHITECTS
것보다 사회적이고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도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에 반해 개인적인 미학과 관련하여 건축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몰상식하고 거만한 건축가로 취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오히려 우리 건축가들을 더 힘들고 지치게 만들며 그들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더 벌어지게 할 것이 자명하다. 과연 우리 건축가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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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엔 대체 어떤 꿈이 들어있단 말인가? 도덕ethic인가? 미학aesthetic인가? 우리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앞서 말한 이런저런 이유로 디자인의 태동을 외부에 두고 건축을 설명하는 ‘거짓-진화론적 건축pseudoevolutionary architecture’에 반대한다. 전략적 논리로 치장된 형태에 반대하며,
그렇다고 대지에 앉아 터무늬가 파악되기를 기다리는 터무니없는 건축에도 반대한다. 건축은 이쪽에 이런 요소를 붙이고 저쪽에 저런 요소를 붙여보는 감상적인 과정과는 무관하며,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거리며 고뇌하는 자세로 스케치를 할 때 나타나는 자아도취적 태도와는 더더욱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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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는 마음에 드는 것이 나올 때까지 찰흙을 주무르는 조각가도 아니며 헐렁한 옷에 머리를 기르고 어눌하게 말하는 풍경 화가도 아니다. 건축가는 엑소노메트릭 등의 드로잉S을 통하여 내용과 형식의 관계를 규정하고 모형을 통해서T, U, V 이성과 감성을 통합하며 최종적으로는 정밀한 도면을 통해 건물을 구축함으로써 증명하는 사람이다. 건물은 공공적이라 할지라도 건축은 건축가 자신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면서 나아가는 아주 가장 엄밀해야 할 대상은 치수도 디테일도 아닌, 건축가 자기 자신인 것이다.
서재원 · 이의행
내밀하고 사적인 주관의 표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좋다.14 그리하여, V
필자 주 * 1. Colin Rowe, « The Mathematics of the Ideal Villa and Other Essays» , MIT Press, 1982, pp.29- 58, 콜린 로우 ,
윤재희/김연순 공역, «근대건축론집», 세진사, 1986 2. Robert Venturi, «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 , MOMA Press, 1966, 로버트 벤추리 , 임창복 역 ,
«건축의 복합성과 대립성», 동녘, 2004 3. 아시하라 요시노부 , 민주식 역 , «도쿄의 미학, 혼돈과 질서», 도서출판 소화 , 2000 4. 지난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일본의 아베 총리는 슈퍼마리오로 둔갑하여 도쿄에서 순간 이동해 나타나 전 세계에 2020년 도쿄올림픽의 홍보뿐 아니라 자국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였다. 5. 피터 W. 페레토 , 정은주 / 조순익 역 , «플레이스/서울», 프로파간다 , 2015, pp.298- 337 6. 현대 한국인의 ‘ 적당한 절충 ’ 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식문화에서 이다 . 짬짜면과 반반치킨은 한국인의 오랜 염원이 이룩한 절충의 산물이다 . 7. 서재원 , «건축의 메타게임» , 우리북 , 2014, pp.187- 188, 김인성 , ‘ 건축의 엄밀성과 깊이 , 혹은 사랑과 죽음’
8. 서재원 , 이의행 외 3명 , «제 10회 젊은
건축가상 2017», 시공문화사, 2017, pp.16- 29, 김성홍 , ‘ 지루함의 역설 , 에이오에이의 건축’ 9. 이성복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 문학과 지성사, 1992, p63, ‘ 그 날’ 10. http: //www.ted.com/talks/daniel_libes kind_s_17_words_of_architectural_insp iration 11. Elizabeth Grosz, « Architecture from
W
the Outside» , MIT Press, 2001 에 대한
대비적 제목 12. Bjarke Ingels, « Yes Is More: An Archicomic on Architectural Evolution» , Taschen, 2009 13. Ayn Rand, « the Fountainhead» , Bobbs Merrill, 1943, 에인 랜드 , 민승남 역 ,
«파운틴헤드» , 휴머니스트, 2011 14. 2017 젊은 건축가상 수상작 전시에서 보인 핑크 콘크리트 모형 W, X은 건축가의 내면적 에고ego를 갓 태어난 고깃덩어리의 개념으로 표현한 것이다 . 피가 묻은 듯한 붉은 얼룩의 핑크 콘크리트 덩어리는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비재현적 붓질과 같이 이성과 감성, 구상과 추상의 중간에 머문다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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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IN KOREA · Ⅱ WideAR SE 02
CHAE-PEREIRA architects
제130차 땅집사향
어떻게 지엽적인 경제적 조건과 맞물리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이야기손님: 최성희, 로랑 페레이라
있는 지점이다. 이들의 작업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미감의 부재처럼
일시: 2017년 10월 18일
보이는, 어떻게 보면 퉁명스럽고 차가우며, 무심하고, 도회적인
주제 : 건축 , 사회적 조각Architecture, Social Sculpture
제스처가 표면의 실험을 통해 드러난다는 점이다. 소위 ‘안 예쁜' 건축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는 이들의 디자인은, 어떤 면에서는
한국 기반에서부터 유럽으로 확장한 최성희, 그리고 역으로
익숙한 풍경 혹은 기념비로서의 건축에 대해 숙고하기를 권유하는
벨기에와 프랑스 기반으로부터 한국으로 확장한 로랑
듯하다.
페레이라Laurent Pereira의
연합은 기술적으로 또한 감성적으로 뒤섞여
독특한 감각의 건축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설치미술과 건축의 관계성을 반영하고 나아가 추상적 기호 /매개로서 작동하는 건축을 한다. <칠흑정자>(2013) ,
이들은 맥락을 중시하는 건축을 한다 . 다세대나 다가구 주택의 물리적 맥락을 고려한 형태와 공간 구성이 한 가지라면(동명 학교
<Bokjari>(2013), < Zzum>(2014) , <한강 노들섬 공모>(2016), <한국은행 플라자 공모>(2016), <Asemic Field>(2017),
연극 공모, 2016), 시선의 교차와 차단(혹은 감춤)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장욱진미술관>(2014)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건축과
재료와 디자인을 통해 풀어내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이다(<제주 토끼
사회 , 또는 건축물과 개인의 관계성이라는 측면을 생각해볼 수
펜션>, 2015). 또한 삼청동의 한옥 개조는 이들의 맥락 중심적
있는 작업들이다. 넓게는 건축과 설치미술의 중간지대에서, 마치
건축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삼청동 55번지 한옥>). 한편 이들의
미술가와 같은 태도로 건축과 도시환경에 대해 사유하고 경험의
한옥 프로젝트와는 대조적으로, 이태원에 위치한 주택 프로젝트는
방식을 제시하는 이들의 작업은 참여와 소통, 그리고 그것의 공적
맥락적이면서도 주변과는 도드라지는 특성을 보여준다(<고질라>,
영역에서의 부재와 사라짐과 같은 변화하는 측면을 통해 건축을
2006) . 이 프로젝트는 , 규모가 크다고 스펙터클하지마는 않는
실천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일상공간 속의 특이한 이미지를 창출한다. 제도권 미술실천에서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한 개념미술가 요셉 이들은 강의 내내 예산과 건축주의 요구 등에 대한 강조를 하였는데 ,
보이스Joseph Beuys는 그의 설치/퍼포먼스 작업 <Bureau for Direct
역설적으로 이러한 실무적 요구사항들에 대한 충실한 해석은 단지
Democracy>( 1972)에서 사회적 조각을 이미 주창하였는데 , 그는
실용적 건축만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더욱 독창적인 건축표면을
미술관 내 테이블에 앉아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창출하고 나아가 이질적이면서도 친숙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결과로
시나리오를 설정하였다. 그리고 미술관 방문자들에게 ‘민주주의란
나타난다. 홍대에 위치한 <실버 셰크>(2009) , 남산의 <Steel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와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이를 통해 제도
Lady>( 2008) , 그리고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2015)는 철과
공간 그리고 넓게는 국가와 개인과의 관계를 재고하는 기회를
유리, 그리고 최소한의 외형 디자인을 통해 때로는 장식과잉의
마련하였다. 서울과 김해, 그리고 인천에서의 다양한 공공 공간이
아르누보로부터 새로운 건축을 지향한 신건축의 이미지를 , 혹은
보이스가 주목한 종류의 제도 공간이라고 한다면, 최-페레이라의
한국 시골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닐하우스의 느낌을
작업 역시 구축된 조형물 혹은 건축 작품의 의미를 닫혀 있기보다는
자아낸다. 한정된 예산에 따라서 재료를 구입하고 사용할 수밖에
열린 시스템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교차의
없다는 이들의 현실적 고려사항은, 앞서 맥락적 건축에서와 크게
가능성을 제시함에 따라, 건축의 사회적 차원을 기존의 정치-경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들은 한정된 조건과 이를 통해
시스템 내에서 활성화하고 확장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표면의 구축이라는 지점에서 현대건축에서의 표면의 실험이
리뷰 .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미술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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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캐쳐>, 노들꿈섬 공간 ·시설조성 국제현상설계공모, 2016 collaborate with Loci Anima Architects
서울공연예술센터 국제아이디어 공모전 , 2005
WideAR SE 02
ARCHITECTS IN KOREA · Ⅱ
서울공연예술센터 국제지명설계공모 , 2006
ARCHITECTS IN KOREA · Ⅱ
건축이 남긴 이야기들
글 . CHAE- PEREIRA architects
앞선 130차 땅집사향 강연에서 최–페레이라건축(이하, 우리)은 지금까지
2005년 최성희와 로랑 페레이라는
수행한 프로젝트들을 연대별로 프레젠테이션하고 청중의 질문에 대해
WideAR SE 02
서울공연예술센터를 위한 국제아이디어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최- 페레이라 건축을 시작하였다. 이후 < Godzilla>, <Steel
답하였다. 우리는 여기에 세 개의 프로젝트에서 기억에 남는 일들과 소회를 적어 모자람이 있었던 강연에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텍스트를 완성하려 한다.
Lady> ,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등으로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며, 한국의 유력 건축전문지와 포털사이트 네이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또한 { Bau- welt},
서울공연예술센터
{ Stadtbauwelt}, { Wallpaper}, HarvardGSD, Birkhauser, { BBC} 등을
통해 국제 무대에도 소개되고 있다 . 최성희는 서울생으로 연세대 주생활학과와 파리 라 빌레뜨 건축대학을 졸업했으며, 프랑스건축사이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로랑 페레이라는 브뤼셀에서 태어나 생 뤽 건축대학을 졸업했으며 파리 쟝 누벨 사무소에서 실무를 하였고 , 한양/숭실/고려대에서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
서울시는 2005년 UIA(세계건축가연맹) 인증하에 서울공연예술센터 국제 아이디어 공모전을 주최하였고, 45개국에서 538팀 응모 후 314개 작품이 제출되었다. 별도의 제목 없이 ‘Seoul Performing Arts Center’ 라는 이름으로 응모한 작품이 우리의 첫 프로젝트였다. 제출안은 5개의 최우수상 작품 중 하나로 당선되었다. 서울시는 이후 선정된 5개 팀에 세계적으로 저명한 건축가들을 더해 이듬해 다시 국제지명현상공모를 시행했다. 이 지명현상공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본 엔지니어들의 협력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유럽의 회사들과 협업을 하는 경우 시차로 인한 상호 피로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던 차에, 다행히 일본의 건축엔지니어들은 협업에 적극적이었다. 공연예술공간 컨설턴트인 쇼조 모토수기는 우리의 2005년 당선안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고 SANAA, 토요 이토, 아라타 이소자키와 협업한 엔지니어들을 직접 섭외해
주었다. 마사토 아라야와 칸쿄 엔지니어링, 모토수기와의 도쿄 미팅에서 우리는 마치 선생님들 앞에 불려간 초등학생 같았다. 나이 차이도 상당했지만, 글자 그대로 말씀을 받아 적고 고개를 끄덕이는 배움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번에 걸쳐 도쿄와 서울에서 미팅이 이루어졌고, 모토수기는 일일이 손으로 노트한 도면을 스캔하여 이메일로 보내주는 빨간펜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 아라야 선생님과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낼 기회가 있었다. 도쿄에서였는지 서울에서였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당시 우리는 직업은 건축가였지만 실제로는 일이 별로 없던 때였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중에 아라야 선생님은 일이 없을 때는 공부를 하면서 건축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D. ©Nils Clau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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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그때의 그 말은 공허하게 들리지 않았고, 마음에 담아졌다. 일본 대학과
A
B
CHAE- PEREIRA ARCHITECTS
C
와세다 대학의 교수라는 지위가 그들의 헌신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한 사회의 가장 높은 직업정신과의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무리된 공모의 결과는, 당선자 쟝 누벨이었고, 우리는 등위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쟝 누벨도 서울시와의 최종 계약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건축이 남긴 이야기들
그 뒤로 서울시는 다시 국내외건축가들을 지명하여 제3의 현상공모를 추진하였고 국내건축사무소가 당선되었으나 이 당선작 또한 건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같은 과정에 대한 불합리성이 논의되지 않았던 것은 지명된 해외의
D
건축가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국내 건축계에서도 2차 현상공모 당선자인 쟝 누벨의 설계비가 비싸다는 말들 외에는 별다른 논의가 없었으며 그저 대형 프로젝트를 가져가려는 각자도생의 장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2016년 또 하나의 현상공모가 있었다. 우리는 2005년 서울공연예술센터 국제아이디어공모전, 2005년 청소년야외음악당 현상공모,A 2006년 서울공연예술센터 국제지명설계공모,B 2016년 노들꿈섬 공간·시설조성 국제현상설계공모C에 참여하여 같은 땅 위에 4번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제출했다. 그 과정들이 현실적 이익을 주지는
않았으나, 우리의 선택이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GODZILLA D 이 프로젝트는 서울에서 우리 이름으로 지어진 첫 번째 건물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집주인이 소심하게 ‘내 이름으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말할 것 같기도 하다.
E
건물의 주인보다 더 많은 애정을 가진 사람이 설계자일 수도 있다는 것은 그런 애정을 쏟았던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방궁(방이 그렇게 많았다고 한다)’을 사서 허물고 TV에 나오는 유명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겼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만나게 되었다. 그 건축가에게 설계비는 다 지불했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 제시한 안의 이미지E는 엉성하면서도 특이한 편이었는데, 그는 전체적인 방향이 마음에 든다고 하였다. 내심 이런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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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있구나 생각했었다.
F
이태원에 위치한 고가의 대지가 비어있는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설계는 꽤 빠르게 진행되어야 했다. 다행히 다른 일도 없던 때라 그 ARCHITECTS IN KOREA · Ⅱ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건축가와 대지, 집주인이 삼각형의 꼭지점에 앉아 힘의 균형을 이루며 각자의 역할을 해나갔다. 건축가가 뭔가를 화려하게 풀어놓기에는 규모가 작았고, 검소하고 단단하게 만들기에는 컸다. 그런데 매우 부정형한 대지의 형태와 위치F, 프라이버시에 대한 요구가 손깍지를 끼듯 서로 들어맞으며 모양과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문제를 중심으로 설계를 풀어가는 것도 하나의 설계방법일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오히려 대지와 집주인의 까다로움이 설계를 쉽게 끌고 나갔다. 흔히 설계의 컨셉이라는 말과 함께 이런 저런 설명들을 듣게 되는데,
G
우리는 아직도 이 <고질라>의 컨셉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가 없다. 단지, 매우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고 매우 효율적인 방식으로 대지를 이용했으며, 공간의 연속성이라는 현대건축의 개념을 구체적인 방식을 통해 수직수평으로 풀어놓았고 남향으로 볕이 잘 드는 집을 만들었다.G 사람들은 욕망과 상상들을 가지고 있다. 그 근원을 아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디에서부터 생겼는지 알지 못할 때도 많고, 현실에서 실현하기도 하고 또 못하기도 하는데, 집에 대한 환상의 조각들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런 환상이 아파트라는 복제공간이 아닐수록, 그리고 이상할수록 환호하는 종류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고질라>에서 만난 클라이언트는 그런 우리와 잘 맞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는 주방에서 멋진 자동차를 바라보며 요리하는 환상을 가진 사람이었고, 흔히 볼 수 없는 이상한 디자인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 WideAR SE 02
사람이었지만 일면 소심한 데가 있어 염려되는 점들을 조용히 일러주기도 하였다. 그가 한 번은 ‘내가 베스트클라이언트라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었는데, 그때는 뭔가 맞장구치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 다시 그 얘기를 한다면 긍정하며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수소문하여 추천받은 시공자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는데, 소규모 시공업체 중에서 그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이후로도 만나보지 못했다. 천창을 두 개나 잘 만들어주고 곡선 레일을 따라가는 차고문을 달아주고, 멀쩡한 돌을 동그랗게 깎아 바닥에 깔아주는 것은 돈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H 지금도 주택설계를 할 때면 그분이 했던 말이 한 번씩 스쳐 지나간다. “방 따숩고 비 안 새면 최고죠.” Beginner’s luck을 믿어도 나쁠 건 없을 것 같다.
H
장욱진미술관 I 공식명칭인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 많은 것을 설명해주는 프로젝트이다. 화가 장욱진의 가족과 미술계 인사들로 이루어진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은 오래전부터 <장욱진미술관>을 만들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고, 2010년에 이르러 구체적인 실현을 향한 에너지가 강해졌던 것 같다. 마침 경기도 양주시는 시립미술관 사업을 진행하다가 잠시 중단한 때였다. 이미 토목공사가 완료된 상태였지만, 장욱진의 장녀 장경수 선생님이 부지를 마음에 들어 하셨고, 부인 이순경 여사님의 허락을 얻으면서 <장욱진미술관>은 시작되었다. 재단은 조성중 건축가를 위원장으로 장욱진미술관건축위원회를 꾸려 7명의 국내저명건축가들을 대상으로 많지 않은 분량의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지명현상공모를 진행할 계획이었는데, 젊은 건축가도 포함시켜보자는 의견이 제시되어 최-페레이라와 두 팀을 더해 공모전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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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서 준비를 하면서 용인에 있는 장욱진이 마지막에 살았던 집을 찾아간 날, 마침 장경수 선생님께서 계셨고 이 공모전을 아주 공정하게 치루겠노라 자신 있게 말씀하는 걸 들었다. 그 때는 건축사무실을 시작한지 5년이 되어가는 시점이다 보니 그런 말씀이 완전히 믿어지지는
F.
<고질라> 위치도
G. <고질라> 1- 3층 평면도 H. ©Nils Clauss I.
© 박완순
않았지만 희망적으로 들리기도 하였다. 설계는 어렵지 않게 만들어졌다. 장욱진의 그림을 CHAE- PEREIRA ARCHITECTS
몇 날을 보았지만, 개략적인 평면 스케치에는 10분이 채 안 걸렸던 것 같다. 그동안 우리가 미술관에서 보낸 모든 시간과 미술에 대해 읽은 모든 내용 중 가장 필요한 것들과 한국적 공간에 대한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얽혀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었다. 설계를 진행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여서 문제점들이 일관성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그와 반대로 문제점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고 공간의 구성에만 집중하였다. 물론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6미터 이상의 깊이로 토목공사가 된 대지 상태는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특별한 이유 없이 늘 용감했고 한국 미술사에 기여할 미술관을 건축하는데 그런 부분을 시작점으로 삼아서는 안 될뿐더러 좋은 안이 만들어지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완성된 우리의 계획안은 제출 후 2차 심사 대상에 오르는 세 작품 중 하나로 뽑히게 되었다. 이후 모형을 만들어 2차 심사에서 작품설명을 하였고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재단의 건축위원회와 협의하며 설계를 진행하였다. 그러한 과정 중 언젠가 장경수 선생님은 “우리는 정말 공정하게 뽑았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우리는 “우리가 뽑힌 걸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고 답을 했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때와 달리 조금 더 살갑게 답하는 것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새파란 건축가들에게 일을 맡기기로 결정한 건축위원회의 이례적 판단은 공정성 여부를 떠나, 그분들이 실현되지 않았으나 제출안을 통해 보여진 것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전문가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설계를 하는 시간은 건축의 전 과정에서 가장 순수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공사가
건축이 남긴 이야기들
시작되면서 우리는 감리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지 못 했으나 매주 한 번 이상 현장을 방문하였고, 대두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도움을 주려 했지만 유용하게 취급받을 때도, 권위에 반하는 괘씸한 자들로 취급받을 때도 있었다. 전문가는 사라지고 윗사람과 아랫사람만이 존재하는 한국사회의 속성을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단면을 보며, 무지에서 비롯되는 폭력성을 이기는 게임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모욕의 순간들을 지나올 수 있었고, 건축이라는 최종의 목표를 향해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했다. 미술관 개관일에는 주한벨기에대사께서도 참석하여 축사를 해주셨으니,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고 자평한다.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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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AR SE 02
ARCHITECTS IN KOREA · Ⅱ
EMER-SYS
제129차 땅집사향
많은 애정을 쏟는 프로젝트이다. 비좁은 공간과 천편일률적인
이야기손님: 천장환
외관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종이접기’에서 착안한 건축가는
일시: 2017년 9월 13일
일련의 종이들이 접혀진 형태의 지붕 외관을 도출하였고, 그에
주제 : PROCESS/SYSTEM
따른 내부공간은 작은 집들의 조합으로 큰 공간을 만들어낸다. 개구부를 통한 빛의 유입과 내부공간의 쾌적함은 주요한 디자인
경희대학교 건축학과에 근무하면서 동시에 EMER- SYS의
사항이었으며, 특히 “아이들의 눈높이와 활동을 함께 고려하여
대표로 활동 중인 천정환은 최근 몇 년간 공공 프로젝트를 활발히
다양한 깊이와 높이의 창호”를 만드는데 집중하였다. 형태
수행하였으며, 2015년 김수근 건축 프리뷰상과 2016년 서울시
자체보다는 일상적 사용에 깊은 관심을 두는 그는 근무하는
건축상 우수상 수상 등을 통해 국내의 주목을 받아오고 있는 공공
학교와 현장과의 거리, 그리고 거주하는 집과 현장과의 거리를
건축가이다. 또한 그는 출판으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2013년에
최대한 단축시키는 등 현장 기반의 디자인을 추구하는 건축가로
출판된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 에서, 미국과 유럽의 현장 조사
비춰졌다. <개봉1동 주민센터>(2015)는 기존의 산만한 공간
및 문헌 조사를 바탕으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와
분위기를 조정하기 위해 상담창구의 너비와 창구들 사이를 구분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 두 거장의 작업을 방대한 자료와
짓는 영역 표시 , 그리고 상단부에 화분 등을 얹을 수 있는 프레임을
함께 국내에 소개하고 분석하였다. 이번 땅집사향 강의에서는
마련한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이다.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무언가를
미국에서 완료한 현상설계부터 최근의 주민센터와 소방서, 그리고
만들기보다는 면밀한 관찰을 통해 필요한 정도로의 개선을 제안하는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공공 및 개인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였다.
것은 그의 일관된 특징이다.
<구립 항동 어린이집>(2014)은 그가 국내에서 처음 완공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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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A ARCHITECTS
서재원 · 이의행
<항동 어린이집> 지붕 골조 시공 현장
한편 천장환의 또 다른 대표적인 작업 <고덕 119 안전센터>(2015)는
과정과 체계라는 강연 제목이 함축하듯, 천장환은 ‘공공’이라는
“ 소방관들의 쾌적한 생활환경 및 출동의 용이성 도모 , 시야 및
키워드를 담론보다는 자신의 신체를 통해 표현하는 듯하다.
조망의 다양성 확보 및 이를 점유하는 내부 공간에 대한 합리적
누군가는 한국의 공공 건축에는 공공 담론이 없다는 말을 한다.
분배”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이다. 소위 비상시 사고현장으로
이를 다르게 생각해볼 때, 담론의 지평이 허약한 국내의 실정에서
가는데 필요한 짧은 시간인 ‘골든타임’의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
어쩌면 건강한 공공 건축을 실천하는 당장의 소박한 방식은 역으로
그는 높은 층고와 안전한 계단장치, 그리고 원활한 이동 동선을
입을 무겁게 하고 몸을 빠르게 하는 것임을 함축하는 것일지도
마련하였다. 내 ·외부를 관통하는 개구부와 테라스, 그리고 복도와
모른다. 담론이나 언어적 소통이 부족한 점은 분명 공공성의 소통과
1층 출발공간과의 시각적 연계 등은 어느 하나 과장되거나 불필요한
활성화에 있어서는 좋지 않은 요인일 수 있지만 공공성이란 것이
요소가 배제된, 철저히 필요에 의한 간결한 디자인이다. “ 소방관들이
사실은 개인성과 명확한 이분법적 구분이 이루어질 수 없는 복합적인
별처럼 반짝이는 존재라는 것을 표현 ”하기 위해 마련한 상단부위
종류라고 한다면, 순전히 개인적 고민에 따른 공공 공간의 창출 또한
‘ 119 사인 ’ 은 숫자가 흐트러져서 명확히 보이지 않지만 , 다소
여전히 공적 의미를 지닐 것이다. 리뷰.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미술사학 박사)
은은한 방식으로 화재현장의 영웅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 외에도 <구로5동 주민센터>(2016)나 <강동소방서 심신안정실>(2016) 등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해오고 있는데, 그가 가슴에 품고 있는 근대건축의 두 거장에 대한 각별한 애착만큼이나 건축의 기본과 기능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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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AR SE 02
ARCHITECTS IN KOREA · Ⅱ
새로운 프로세스와 시스템
2012년 한국에 들어와서 학교와 사무실 그리고 현장에서의 시간을 통해 개념과
글 . 천장환 천장환(경희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 , 서울시 공공 건축가 / RA, LEED AP)은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M.Arch)를 받았다 . 졸업 후 5년간 뉴욕과 보스톤에서 다양한 실무를 익힌 후 2009년 가을부터 네브라스카 주립대에서 3년간 조교수로 근무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2012년 9월부터 경희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고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 아울러 이머시스 통해 다양한 리서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 구로구 <항동 어린이집>으로 2015년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고덕119 안전센터>로 2016년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하였고, 저서로는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2013)이 있다.
콘텍스트 이상의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내 이름을 걸고 완공한 작품이 3개에 불과하고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내가 추구하는
건축에 대한 확실한 방향은 아직 알지 못한다. 무언가 어렴풋이 떠오르기는 하지만 글로 표현하기엔 충분치 않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이제까지는 조각배로 바다에 나가 그때그때 몰려오는 파도와 싸우며 노를 젓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보냈으며, 그러다보면 어느덧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있었고 현재는 네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지어지는 건물을 경험하면서 건축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조금씩 다시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추상적인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건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좀 더 새롭고 신기한 형태나 공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면 아이디어가 실제의 건물로 구축되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설계와 시공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시공과정에서 생기는 많은 문제점들을 어떻게 하면 설계과정에 녹여낼 수 있을지를 좀 더 고민하게 되었다. 비행기 안의 매뉴얼이나 넥타이를 매고 가구를 조립하는 과정에도 정확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있다. 건축은 더구나 설계부터 시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실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프로그램과 대지를 들여다보면서 떠오른 찰나의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어 붙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확신을 갖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정확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면 실재로부터 동떨어진 추상적인 컨셉보다는 평범한 일상에서 틈을 찾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은 일단 정해놓으면 마치 소설 속의 캐릭터들처럼 서로 반응하고 그 반응에 따라 디자인의 많은 부분이 자연스레 정해지며 최종적으로는 프로젝트의 일관성으로 나타난다. 이는 물론 디자인 단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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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프로세스와 시스템
아니라 시공이 이루어지는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프로젝트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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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경우도 있고 외부적인 요인이나 주어진 상황의 변화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의 생각을 끝까지 가져가기 위해서 나름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지키려고 노력해왔기에 주어진 상황에 비하여 어느 정도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2014년 <항동 어린이집>부터 2015년 <고덕 119 안전센터> 및 2016년 <제주도 주택>, 그리고 최근의 <구 원각사 주민공동이용시설>까지 약 4년여에 걸쳐 네 개의 프로젝트를 설계에서 감리까지 직접 챙길 수 있었던 기회를 통해 느낀 건축가로서의 생각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항동 어린이집 A <항동 어린이집>은 오랜 시간 동안 꿈꿔왔던, 내 아이디어가 그대로 완공되는 것을 처음 경험해본 작품으로 2014년 2월 중순에 구로구에서 실시한 어린이집 현상설계 당선과 함께 시작되었다. 초기 디자인 과정에서 떠오른 것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봤을 때 가장 재미있는 놀이를 떠올리면 어떨까라는 것이었고, 고민 끝에 ‘종이접기’B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외피를 구성하였다. 삐죽삐죽 튀어나온 지붕을 따라 각 방마다 천창을 하나씩 갖게 하고,C–E 그렇게 만들어진 여러 개의 작은 집들이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합쳐져서 하나의 커다란 집이 되는 것이 주요한 개념이었다.F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던 4월에 세월호 사고가 터졌고 그 이후 건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특히 특이한 지붕형태와 캔틸레버로 되어있는 부분 때문에 구조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커서 2층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의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나 구조 자문을 받았고 각 콘크리트 타설 공정마다 구조 설계자에게 확인을 받는 등 건물의 안전에 각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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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을 썼다. 계획안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도 구청 측과 원장선생님으로부터 수차례의 수정 요구가 있었다. 구청의 감독관은 일반적이지 않은 역구배의 박공지붕과 천창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하자 가능성을 우려하였고, 원장선생님은 2층의 옥상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붕을 평슬래브로 만들 것과 아트리움을 없애고 강당을 만들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다. 특히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게 뛰어놀 옥상 공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구청 측에 상당한 설득력을 발휘하여 거의 원안이 뒤집어질 위기까지 이르렀지만, 구청장의 결단으로 간신히 원래의 안에 따라 진행할 수 있었다. 조달청 입찰을 통해 시공자가 정해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건설회사가 공사를 맡을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한국에 돌아온 지 2년 만에 처음 지어지는 건물이었기에 정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시공 감리를 위해 2014년 12월에 현장 근처에 임시로 얻은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거의 매일 현장에 나가 감리를 하였다. 처음엔 서먹하고 경계하던 현장 소장과도 조금씩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게 되었고 점차 설계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사실 초반엔 별로 할 일이 없어 괜히 사무실까지 옮겼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많은 디테일에 대해 수정과 보완이 필요했고 5분 거리에 사무실이 있었기에 필요하면 하루에 두 번 현장에 들러 그때그때 상의할 수 있어서 결과적으론 옳은 선택이었다.(7개월 남짓 걸린 공사 기간 동안 총 120회 이상 현장 감리를 하였다.) 물론 현장 경험이 일천한 나의 부족한 점을
메꾸기 위해 많은 것을 주변에 묻고 공부해야 했지만 ‘현장에 답이 있다‘는 선배 건축가들의 말을 직접 몸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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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 119 안전센터 G <고덕 119 안전센터>는 주민센터, 치안센터와 더불어 가장 지역밀착적인 공공기관이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최일선 조직으로서 소방관들은 항상 긴장된 대기상태에 있다. 신고 후 5분 내 화재현장 도착이라는 ‘골든타임’ 때문에 언제든 재빠르게 출동할 수 있어야 하고 3교대 근무제로 운영되므로 새로운 프로세스와 시스템
안전센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원활한 임무수행을 위해 강도 높은 훈련 및 편안한 휴식 또한 필수적이고 더불어 지역사회와의 신뢰 구축 역시 중요하다. 설계를 시작하기 전 기존의 안전센터를 답사하면서 소방관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내부의 공간 배치로 인해 소방관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출동을 최우선으로 하되 충분한 휴식이 필수적인 안전센터의 특성을 감안하여 소방관들의 생활환경과 차고와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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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을 통한 출동의 용이성 확보 및 내부 공간에 대한 합리적 분배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을 진행하였다. 차고를 중심으로 사무실과 대기실을 직접적으로 연결하고 그 사이로 각 공간을 시각적,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틈을 만들었다. 차량 출동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모든 차량이 개별적으로 출차할 수 있고 보행자 주출입구는 차량 및 소방출동 차량과 간섭이 없도록 분리하였다. 차고는 후면으로도 개폐할 수 있도록 하여 하루에 세 번 있는 점검과 출동 시 발생하는 매연으로 인한 실내공기 오염을 최소화하고 정비 및 세척 시 유리하도록 계획하였다. 기능적으로 요구되는 면적을 확보하면서도 단조롭지 않은 공간감을 구현하기 위해 수평수직으로 연계되는 널찍한 차고를 통해 공간을 통합하고 천창을 통해 채광을 확보하였다.H 차고 공간의 수직 오픈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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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에서의 시각적 연계성을 높이고 낮은 층고의 공간감을 해소하였으며, 테라스와 중정을 통한 외부와의 연계를 활성화함으로써 채광 및 환기에 유리하도록 하였다.I 단순히 다양한 공간의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수직, 수평동선 및 차고의 높은 층고를 통한 시각적 연계성을 확보하여 크지 않은 공간임에도 안전센터를 다각도로 체험하게 함과 동시에 심리적으로도 더 넓은 공간처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외관에서 느껴지는 틀에 박힌 소방서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기존의 소방서 건물에 쓰지 않았던 다양한 재료들을 내외부에 새로운 방식으로 적용하여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특히 칼라강판을 타공하여 만든 119 사인은 지역사회를 별처럼 지켜주는 소방관들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으로 처음엔 반신반의 하던 소방관들도 완성된 모습을 본 후에는 상당히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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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근동 주택 이제까지 현상설계를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ARCHITECTS IN KOREA · Ⅱ
처음으로 개인 건축주를 만나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재료를 사용하는 데 있어 절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서귀포 남단의 대지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많은 건축가들이 고민했던 것처럼 ‘제주에 어울리는 건축’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맸다. 주변 환경이 너무나도 훌륭하였기에 단순히 풍경과 하나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집의 전체 디자인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 속에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집 속에 제주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많이 담기 위해 노력하였다. 서귀포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문섬과 밤섬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구조에 지장이 가지 않는 한계까지 코너의 창문을 최대한 크게 만들었다.J 그러나 내부에서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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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은 거주자의 위치에 따라 선택적으로 풍경을 받아들이도록 구성해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오직 바다가 되기도 하고 밤섬 또는 문섬이 되기도 하며 어떤 때에는 한라산이 되기도 한다. 재료의 사용은 최소화하되 이들이 만나는 방식에 나름의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집 전체가 유난스럽지 않고 자연스레 풍경과 어울리기를 바랐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덩어리에서 깎아내고 덜어내서 이루어진 하얀색의 외피는 절제되어 있지만 빛에 따라 풍부하게 반응하고 하부의 뒤로 물린 부분은 거친 제주석이 둘러싸도록 입면을 구성하였다. 1층의 방과 거실을 뒷물림하여 건물이 떠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은 입면에 리듬과 깊이를 더하고 긴장감을 주는 한편 기능적으로 사생활을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무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서늘한 그늘을 만들거나 따뜻한 빛을 집안 깊숙이 WideAR SE 02
끌어들이는 처마의 역할도 할 것이라 생각했다. 건물에 쓰인 현무암과 돌담에 쓰인 현무암은 크기와 쌓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큼직큼직하게 시공된 외부 돌담에 비해 건물 외벽에 붙인 작은 현무암은 숟가락으로 시공을 해야할만큼 노동집약적이었으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K 겉에 두른 검은 현무암 돌담은 또 다른 켜를 만들어 제주의 풍경과 건물 사이에 장소와 공간을 가르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L 개념적인 측면에서는 ‘하얀색 면을 잘라내어 제주의 속살을 드러내듯’ 현대적인 건물의 외피가 현무암 돌담으로 치환됨으로써 이 집이 원래 제주의 것처럼 인식되는 효과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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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원각사 주민공동이용시설 M 이 프로젝트는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6년 9월 현상설계에 새로운 프로세스와 시스템
당선된 이후 원각사 스님들과의 갈등 및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공원심의를 거치는 과정으로 인해 착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상 부지는 주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고, 낙산으로부터 이어져온 능선과 연결되어 주변에 비해 높은 지점에 위치하며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대지를 처음 방문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사찰의 특성상 주변과 단절되어 있던 풍요로운 녹지와 아파트 단지에 의해 망가진 산세, 그리고 커다란 옹벽으로 가로막힌 무신경한 근린공원 등이었다.N 대지 주변에는 «지봉유설»을 쓴 이수광 선생의 생가인 비우당 및 단종과 정순왕후가 얽힌 설화를 가진 자주동샘과 거북바위가 있었지만 폐쇄적인 공간구조로 인해 주변과의 연계성이 매우 부족 상황이었다. 원각사를 포함한 주변대지가 가진 역사적 장소성과 주민들의 생활공간으로서의 장소성이 갖는 접점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했다. 이를 위해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닌 현재의 자산들을 재구성함으로써 기억을 보다 명료하게 부각시키고자 했다. 전체적으로 근린공원과 비우당을 비롯한 대상지 전체가 옛 지형과 같이 단절되지 않은 하나의 지형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람들의 진입에 유리하도록 낙산로와 같은 높이로 데크를 만들어 카페 및 로비를 만들고, 그곳에서 이어지는 계단은 자연스럽게 건물 내외부로 사람을 이끌어 아래에 위치한 마을 도서관으로의 접근성이 개선되었다. 작은 도시와 같이 대지의 고저차에 따라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가는 동선이 발생하고 나무와 콘크리트, 유리가 한옥의 기와와 어우러져 도시의 단편을 만든다. 작은 매스로 분절하여 기존 환경에 대해 위압적이지 않고 경사지와 어울리도록 하되 그 사이의 틈을 통해 경사를 극복하는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고 주변의 풍부한 녹지 환경이 대지 안으로 확장되길 기대했다. 단단하게 짜인 직교체계가 아니라 조금씩 어긋나게 배치되어 마치 자연 발생된 도시 조직의 일부인 듯 느껴지도록 계획했다. 전각 한옥의 기둥과 지붕만 남기고 그 안에 유리박스를 끼워 넣어 옛것과 새것의 대비와 조화를 꾀하였다. 산신각을 헐어낸 후 남겨진 기와는 예상했던 것과 달리 상태가 좋아서 현재 활용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J- L. © 김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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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S+ architects
제132차 땅집사향
기본과 협력”에 바탕을 둔 구조물의 사례이다. 완전하게 열린 삼각형
이야기손님: 지정우
지붕의 구조물은 그 위에 바구니들로 빼곡하게 둘러싸여 있으며,
일시: 2017년 12월 20일
이는 가까이서는 친근함 혹은 익숙함으로 그리고 멀리서는 일종의
주제: Gradation and Boundaries
경외로운extraordinary 스펙터클이다. 맑은 하늘의 태양빛이 관통하는 파빌리온의 모습은 다채롭고 , 바람에 불어서 미세하게 흔들거리는
건축 작업 뿐 만 아니라 잡지나 온라인 공간 등 매체에서의
바구니들은 시각적이면서 청각적인 변화들을 지속적으로
글쓰기에도 활발히 참여해온 지정우는 사람들과 늘 관계하면서
만들어낸다. 홈디포Home Depot와 DIY(Do it yourself)의 정신에 따라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 또한 어린이 놀이터나
건설이 일상의 부분인 미국적인 삶의 맥락에서 바구니 파빌리온
어린이 박물관 등과 같이 어린아이들의 ‘놀이’에 기반하는
만들기는 일종의 집짓기이기도 하며, 지정우는 이를 효과적으로
건축을 지향해왔다. 그는 최근 일련의 파빌리온 시리즈를 통해
실험한다.
일상생활에서 착안하는 구조물의 설치와 이에 관련하는 행사나 놀이의 가능성을 제안한 바 있다.
국내에서의 그의 바구니 작업에 관해서는 소다미술관과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의 사례를 들 수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지정우의 작업 중 ‘바구니 ’ 파빌리온 시리즈는 크게 아이오와
미술관의 내·외부 공간에 아이오와 사례와 비슷한 종류의
주립대에서 열린 패션쇼와 연계하는 <팝업 파빌리온>, 경기도
바구니들을 설치하여 어린이들이 만지고 지나다니는 등, 놀이할 수
어린이박물관에 설치된 것 , 그리고 이후 소다미술관에서 제작된
있는 장소로서 기능한다. 타원형의 윗부분과 미국의 그것과 비교할
파빌리온의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먼저 미국의 사례부터
때 비교적 촘촘한 개구부, 그리고 하얀색이 아닌 회색의 한국형
보자면, 그는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의 패션디자인 학과의 행사를
바구니들은 다양한 형태들로 조합되어 기존 건물의 노출 콘크리트와
위해 저예산의 파빌리온 건설을 요청받았다. 저가이면서 빠른
더불어 이질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학교가 아닌 미술관이라는 상황
건설이 용이하고 또한 시각적이고 공간적인 독특함을 만들 수 있는
속에서, 그리고 바구니가 가지는 친숙함이라는 측면을 활용하여,
재료에 대한 답은 바구니였다.
지정우는 아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상호 소통 및 경계 넘기의 건축을 실천한다.
한국식의 빨갛고 파란 플라스틱 바구니는 견고하여 구부리기 등의 변형이 쉽지 않다면, 미국 빨래바구니는 훨씬 유연하며, 어떤
강연 후 객석에서의 한 질문은 아이들과의 협업을 통한 지정우의
면에서는 좀 더 볼품없으나, 미국식의 효율성이 반영된 쓰기 편한
공동체적 바구니 프로젝트가, 그가 20여 년 전에 출품한,
일상 생활용품이다. 미국의 마트 내부공간에 끝없이 진열되어 있는
다분히 사회 비평적 시각이 반영된 공모전의 색깔과는 판이하게
이러한 빨래 바구니들을 보고 어느 순간 건축 재료로서의 활용
다름에 주목하였다. 이에 대해 그는 비판적 시각에 기인하는
가능성을 착안한 지정우는 , 목재 구조물과 철제 연결고리, 그리고
거대담론보다는, 만드는 일이 직업인 건축가로서 좀 더 일상생활의
플라스틱 빨래 바구니로 만든 파빌리온을 만들게 되었다. 당시
활력과 효율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인 기운에 이끌린다는 종류의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던 그는 건축 및
답변을 하였으며, 이는 앞으로의 그의 작업을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패션디자인 학부생들과의 협업을 통해 단 시간 내에 캣워크를 수행할
관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리뷰.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미술사학 박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일상성과 효율성,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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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 산책> ©지정우
ARCHITECTS IN KOREA · Ⅱ
경계에서의 점진성
생활에서 비롯한 건축개념 지금은 중학생이 된 나의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직업을 가진 아빠와 엄마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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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지정우 지정우(EUS+ Architects 공동대표 / University of Cincinnati 실무교수 / 미국건축학회회원)는 고려대학교와 Cornell University에서 건축과 도시를 공부하고 뉴욕 Perkins Eastman과 EE&K Architects에서 일했으며 2006년 뉴욕에서 EU concept을 , 2011년 서울에 유경( EUK) 건축을 설립했고, 현재는 EUS+ Architects 공동대표이자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미국의 아이오와 주립대학교에서 6년에 이어 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건축을 가르치고 있다 . 어린이를 위한 공간에 특히 관심을 갖고 놀이공간 연구와 어린이 건축교육을 계속해왔고 점진성을 화두로 실무와 교육 ,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 «놀이가 아이를 바꾼다»(공저), «나는야 꼬마건축가», « Alternative Territory *10» 등 단행본을 집필했고 베니스비엔날레 참여작가 선정,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AIA Kansas City 상 , 미국건축학회 교수디자인상 , 김태수장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
태어나서 3개월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다. 정확하게는 데려다 놓은 턱이다. 아이는 만 4살이 될 때까지 아침마다 어린이집 문 앞에서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울었다. 물론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지는 게 싫어서 그럴 것이다, 라고 이해는 하고 있었지만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고민이 깊어졌다. 반면에 아이를 데리러 갈 때는 한참 재미있었던 것이 바로 떨어지기 싫어서 이 방 저 방 참견을 하고 장난감을 정리하고 돌아다니며 친구들과 선생님과 인사하고 비로소 문을 나서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건축가의 시선으로 분석한 문제점은 바로 어린이집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문에 있었다.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세계에서 좁은 방풍실을 지나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공포스러울 법했다. 만약 그 문이 깊이가 깊으면서도 공간이 밝고 그 안에 점진적으로 즐거운 것들이 가득 했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놀면서 부모와 헤어져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나올 때 아이는 스스로 그 경계를 넓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이전까지 작업해 왔던 내 건축적 개념이 하나로 엮이는 경험을 했다.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나의 작업들은 경계를 두툼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왔다. 그리고 그 두툼한 경계를 통해 공간의 전환을 점진적이게 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이다. 내 오래전 PC통신 아이디는 ‘도심산책’이었는데, 도심을 걸으며 종로 3가, 1가, 을지로, 명동, 남산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바뀌는 도심의 분위기를 좋아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내게 건축적인 개념은 어느 유명 철학자가 제시한 이론이 아니다. 건축가들이 흔히 쓰는 현학적인 표현에서도 거리가 멀다. 일상에서 몸과 가슴과 머리로 체득한 그 이유가 개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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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설계에서의 그라데이션Gradation 2011년 서울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으로 맡게 된 작업이 인테리어인 <YK 안과>(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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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배나무 밭 한가운데 놓인 안성 <모아집Moazip>(2012)이다. 두 프로젝트 모두 아주 작은 규모의 일이었다. <YK안과>는 작지만 대기실과 진료실로 구분되어야 했던 조건을 좀 더 확장시켜서 대기실에서 문 하나를 통하는 게 아니라 자작나무 그릴과 점진적으로 어두워지는 통로를 통해 진료실로 진입하게 된다.A 이로써 진료를 받을 마음의 준비와 눈의 준비가 이뤄지는 것이다. <모아집>에서는 작은 규모여서 일렬로 옆으로 펼친 평면과, 가운데에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배꽃 나무 밭에서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멈춰 설 수 있는 중간 데크B를 이용한 평면을 짰다. 이를 통해 집 내부와 외부 그리고 반 장소가 되었다.
서재원 · 이의행
실내외의 공간이 생겼고 그만큼 풍부하게 외부와 교류하고 가족 내의 소통이 일어나는 F
이후 이어진 주택 설계들에서도 그런 경계 간 이동에서의 ‘점진성’을 추구하였다. 광주의 <책읽는 집>(2014)은 대지가 넓지 않아서 수평보다는 수직적인 영역을 점진적으로 변하게 하여 1층에서 2층으로 옮겨가는 중에 가족 도서실이라는 프로그램을 끼워 넣었다.C 그곳을 오르내리며 창가에 걸터앉아 집 안과 밖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집의 핵심이 되는 공간을 상상했다. <01하우스>(2015)D에서는 집의 한쪽이 떨어져 나온 듯한 담장이 마당을 만들어서 그곳을 바라보며 집 내부로 들어서고 거실에서 다시 마당을 바라보는 긴 동선을 만들었다. 그곳은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서만 가질 수 있는 풍부한 3차원적인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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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근린시설 필지에 꽉 채워 들어간 <청석교회>(2015)E는 그런 용적률 면에서 독특한 유형을 선보인 까닭에 ‘용적률 게임’을 주제로 한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에도 초대되었지만, 가장 큰 개념은 경계를 확장시킨 나선형의 외부 오름 동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을 오르면서 동네를 바라보고 소통하여 폐쇄적인 교회가 아닌 열린 교회가 되도록 의도했다. 동네 도서관 프로젝트로 제안한 <구산서가>(2014)F는 여러 채가 모여 하나의 마을 도서관이 되는 군집형 건축이었지만 핵심적인 개념은 그 사이를 관통하여 지나가는 ‘책 읽는 골목’이었다. 도서관 내부에서 책을 읽는 행위가 밖으로 드러나고 그 사이를 지나다님으로써 내부와 외부가 모두 도서관 마을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작은 인테리어 작업이었던 <산위의 마을교회>(2016)G는 기존 상가 건물에 들어가는 교회이지만 교회의 성격을 확보하기 위해 안쪽으로 벽돌 벽의 커튼월을 한 번 더 둘렀다. 그 벽들은 신도들이 직접 쌓아 만들었으며 다공적으로 구멍이 뚫려있어서 폐쇄적이지 않으면서도 노출된 천정 및 바닥과 더불어 창고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A. © 박영태
만들어냈다. 이 모두 경계를 여러 겹 만든다든지, 두툼하게 하여 풍성하게 하고 그
B, C. © 진효숙
사이를 점진적으로 변화하게 하려는 건축적인 노력의 산물이었다.
G. © 권경은
D, E. © 남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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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들 사이로 사실 나는 순수 건축사무소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건축과 ARCHITECTS IN KOREA · Ⅱ
건축계획을 전공했지만 첫 직장은 인테리어 사무실에서 건축적 작업을 하는 것으로 시작했고 이후 도시설계를 주로 하는 사무실, 건축 설계 사무실을 거쳐 조경건축 사무실과도 잠시 협업을 했었다. 실내건축가인 아내와의 대화와 작업은 내 지혜를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건축계에 처음 나를 드러낸 1997년에는 국제아이디어 공모에 수상을 하면서 {아크포럼}과 {건축인 POAR}(이하, {포아}) 같은 웹진, 건축잡지에 기고를 시작하기도 했다. 나는 영역을 나누고 서로 배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즉, 경계가 경계성만으로 그치는 것, 그것은 소통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국내와 국외를 구분하는 것,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나누기만 하는 것, 실무와 교육이 따로 가는 것, 그런 것에서 점진적으로 함께 할 방법을 모색해온 것이 내 실무의 방식이었다. 그래서 ‘세계 속의 한국건축가’ 라는 주제로 국외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을 소개하면서 조경가, 실내건축가, 아티스트들도 소개를 하고 단행본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포아} 편집장과 함께 시니어급 건축가들의 인터뷰를 하러 다니기도 했다. 점진적인 섞임에 대한 그러한 태도는 건축의뢰인과의 대화에서도 드러난다. 미팅 때는 그 집에서 살게 될 가족 모두를 만나길 좋아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아기까지.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건축가와 건축의뢰인의 경계를 넘어 진정한 소통을 하게 되는 것이 건축설계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아이디어 건축 WideAR SE 02
끊임없는 외부와 소통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 실무 프로젝트라고 한다면 아이디어 공모의 작업은 철저하게 내부와 건축가끼리의 소통의 결과물이다. 중요한 시기마다 국제적인 아이디어 공모에 참여해왔는데 그것들은 이미 정해진 실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집이라는 게 꼭 벽과 바닥과 지붕으로 구성된 물질이어야 해? (1997)’ ‘동물원이 꼭 동물을 잡아다 가둬놓고 보는 곳이어야 해? (2007)’ ‘뮤지움 그 자체가 사람들과 원격으로 소통하면 안 돼? (2017)’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것은 ‘그라데이션’의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한다는 개념과도 닿아있는데, 예를 들면 집의 지붕이 끊임없이 지구 환경변화에 반응하고 다시 인간이 그것에 반응하여 바닥을 재정의 한다는 일련의 시스템 자체를 집이라고 본다고 제안한다든지, 생태계 내의 동물이 자연스럽게 살면서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을 마치 도시에서 주식 시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을 동물원이라고 하자고 한다든지, 세계 각 지역의 인권과 자유 상황에 대해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면 뉴욕의 자유 뮤지움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하게 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그런 아이디어 작업들은 당장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지만 건축의뢰인에 의한 실제 프로젝트에서의 근본 자세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집의 벽과 지붕과 바닥은 그대로 물리적으로 있지만 그 안에 담기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정서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일상성에서 건축으로 일상에서의 고민과 관심이 건축적 개념이 된 또 다른 사건이 있다. 이웃이 소파 하나 정도 살 비용만으로 집 지하실을 고쳐 모임이 가능한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적이 있었다. 그것을 보고 학생들과 의기투합하여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PVC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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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EUS+ ARCHITECTS
I
경계에서의 점진성
Box>(2013)라 이름붙인 이 작업은 지하실에서 흔하게 발견된 PVC 파이프를 주재료로
J
하여 가장 기본적인 도구만을 사용하여 조립하고 세울 수 있도록 만든 디자인–빌드 프로젝트이다.H–J 흔히 학생들과 하는 이런 만들기 작업은 한 번 만들고 버리게 되는데 우리는 PVC 파이프와 목재판을 이용하여 실제 생활공간을 만들었다. 이 역시 내부 경계를 한 번 더 만들어 줌으로써 여러 변화를 담을 수 있었던 작업이다. 몇 해 전에 가르치고 있던 대학의 패션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부탁을 해왔다. 매년 패션쇼를 여는데 그해는 팝업 샵을 캠퍼스 내에 세워서 이벤트를 극대화 하고 싶다고. 그러나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갖고 온 것이어서 원하는 면적을 그 금액으로
© 지정우
도저히 채울 방법이 없어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중 집안에 여러 모습으로 놓여있는 빨래바구니를 보게 되었는데 그 순간 무릎을 탁 친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전 세계에서 제일 바쁜 엄마 아빠로 인해 집 안에 5~6개의 빨래 바구니를 놓고 미처 개어 놓을 시간도 없이 거기서 옷을 찾아 입는 일상생활이 작업 재료에 대한 아이디어를 준 것이다. 그래서 개당 1000원 꼴 하는 바구니 500개를 구입하여 역시 세상에서 제일 간단한 도구만을 이용하여 빠르게 조립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들었고,K–M 결국 하루 밤 만에 캠퍼스 내에 팝업 샵을 세워놓아 보는 이들의 놀라움을 샀다. 빨래바구니는 단순한 표피재료가 아니라 빛과 바람을 투과하고 그 자체가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어서 <팝업 파빌리온>(2015) 자체가 두툼한 경계를 갖게 되며, 또 아름다운 입면 패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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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IN KOREA · Ⅱ
K
M
두 대륙에서의 실무와 가르침 에드워드 사이드는 “지식인이란 끊임없이 내부를 비판하는 자발적
WideAR SE 02
추방인voluntary exiles이다.”라고 했다. 한국 밖에서 활동하는 한국 건축가들은 지적 감수성으로 보편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그들의 작업을 주목하는 이유다. — 승효상 그들은 자유롭다. 한국 건축계로부터 자유로우며, 한국이라는 나라로부터도 자유롭다. 그러나 건축가는 자유 못지않게 창조적 구속을 필요로 한다. 이 새로운 종들이 직면하게 될 창조적 구속은 무엇이며, 그들은 어떻게 이를 헤쳐 나갈 것인가? — 황두진 세계 속 젊은 한국 건축가에 대하여 몇 년 전 필자가 기획하고 글을 썼던 책, «Alternative Territories *10 Ten Emerging Korean Architects»(A&C Publishing Co. Ltd, 2010)N를 출간하면서 몇몇 선배 건축가들로부터 추천의 글을 받았던 것 중
일부이다. 앞선 경험에서 오는 당부의 성격이 강한 이 글들로 비춰볼 때, 해외에서 작업하는 한국 건축가들, 특히 젊은 세대의 건축가들의 지향해야 하는 점은, 자발적 추방인의 시선으로 내부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하며, 자유롭지만 또 다른 창조적 구속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한국 내에서의 건축가들과는 다른 어떤 점을 기대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국내 건축계에서 내가 갖고 있는 특별한 위치는 바로 대학에서 건축을 가르치는 곳과 사무실을 통해 프로젝트를 하는 곳이 서로 다른 대륙이라는 점이다. 다른 문화권과 언어권의 나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N
선생보다 분명히 더 말을 잘하고 선생이 겪어보지 못한 문화를 어릴 때부터 익숙한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내가 택한 방법은 ‘나는 외국인 건축가다. 하지만 너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나는 너희들이 많이 궁금하다’라는 마인드로 가르치고 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경계를 넘어서 진심으로 다가가면 학생들은 그것을 느끼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런 진심을 통해서 자신들을 정말로 케어care하는구나, 라고 알게 되면 스스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가르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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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배운다가 아니라 나도 가르치고 배우고 너희도 가르치고 배운다’,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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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면 같이 발전해갈 수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무엇보다도 가장 가까이 있는 롤 모델로 인식될 수 있도록 내가 현재 하는 작업을 공유하고 그들도 나를 궁금해 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AOA ARCHITECTS
이런 국외에서의 교육은 국내 건축계와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고받아왔다. 내가 만들어낸 교육과정에 자극을 받아 국내 대학에서 커리큘럼을 조정하기도 하고, 국내 여러 대학들에 매 시즌마다 평균 5~6군데의 크리틱을 다니며 이야기를 해주면서 나도 그들의 작업에서 다시 자극을 받는 식이다. 또한 내 강의를 통해서 미국 내의 학생들 작업이 국내에 소개가 된다는 점에서 학생들도 새로운 세계에 그들의 작업이 보여
P
진다는 것에 큰 자극을 받는 분위기다.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사실은 함께 사무실을 운영하는 또 다른 훌륭한 ‘아빠건축가’ 서민우 소장의 파트너십이다. 그가 없다면 국내에서의 나의 실무는
불가능할 것이다. 서로 존중하며 발전하는 파트너십은 어느 프로젝트보다도 중요한 우리의 자산이다.
어린이에 대한 관심
Q
앞서 이야기했듯 나는 프로젝트 미팅 때 가족들을 다 같이 만나는데, 특히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디자인하고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이 역시 단순히 직업적 전략이라기보다는 일상에서 나오는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그 자체에서 건축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어린이 건축교육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얼마 전 꿈이었던 것을 한 번 실현한 적이 있는데, 바로 내 집에서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어린이 건축공방’을 여는 것이었다. 일상에서의 그런 태도를 잘 아는 분의 소개로 몇 해 전 «나는야 꼬마건축가»라는 5~7세를 위한 책을 썼었는데, 그때 내 아이의 나이가 바로 그 연령대였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어린이 건축공방을 함께 열어서 아이는 조교를 시키고 동네 어린이들과 집도 그리고, 동네를 탐방하며 실제 크기의 파빌리온을 같이 만들기도 했다. 그것이 한국에 알려져서 경기도 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어린이 건축교육이나 강연에 초대되었다. 자연스럽게 어린이들이 노는 놀이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는데 소다미술관 초청으로 만들었던 <구름속 산책>(2017)O 프로젝트는 다시 세탁바구니를 재활용해서 만든 것으로 몇 달간 존치했던 야외 전시의 일부였지만 아이들에게 새로운 개념의 놀이풍경을 제시했던 작업이었다. 역시 같은 해에 한 동답초등학교 <놀이의 여정>(2017)P 프로젝트는 흔한 놀이기구 없이도 다양하고 풍부한 놀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듦으로써 기존 구령대를 놀이의 상징 공간으로 변모시킨 프로젝트이다. 실외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어린이 박물관 내부에 들어가는 대기 공간 겸 도서관 공간을 실내 놀이공간 개념으로 디자인하여 <놀이캠프>(2017)Q를 만들었는데, 고정된 구조물이 아닌 합체와 분리가 가능한 캠프형 구조물을 만들어서 아이들의 다양한 행위를 담을 수 있게 하였다. 이런 작업들은 ‘어린이 놀이공간도 건축가의 건축설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왔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의 놀이터 건축가, 어린이 건축교육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의 사례를 연구하고 동시에 한국의 사례를 알리는 리서치를 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봄 학기에는 신시내티 대학 건축과 대학원생들과 놀이구조물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두 군데의 놀이학회에서 앞선 놀이구조물 작업들을 발표하기로 했다. 오랜 벗 이삼화 소장은 나를 이렇게 표현했다. “40대이나, 30대의 얼굴을 하고 20대의 영혼을 가졌으며 10대의 호기심을 장착한 건축가.” 가슴 벅찬 수사임에
M. © 지정우
분명하지만 어린이의 마음까지 담는 건축가이길 나 역시 바라고 나이 간의 경계도
O. © 강명호
점진적으로 넘나들며 활동하는 것이 그라데이션의 또 다른 버전임을 나는 믿는다.
Q. © 진효숙
P. © 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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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AR SE 02
ARCHITECTS IN KOREA · Ⅱ
johsungwook architects
제125차 땅집사향
공적 영역에서의 창의성과 소통성을 제한하는 기제일 수 있다고
이야기손님: 조성욱
볼 때, 주택설계는 물리적 공간의 구현을 넘어서는 가치에 대한
일시: 2017년 5월 17일
추구이다. 따라서 내부공간의 쾌적함이 두드러지는 조성욱의
주제 : 새로운 트렌드, 새로운 주거
작업은 대량생산 시스템으로서의 아파트에 대한 대안적 추구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획일화와 대량화로부터의 대안적 삶의 공간을
조성욱은 그가 꾸준히 수행해오고 있는 단독주택 프로젝트와 더불어
모색하는 행위가 아파트를 규정짓는 시장논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최근 매체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집합주택 <라피아노>에 대해
작동하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쉽게 말해 내 집 마련의 꿈의 어려움은
소개하였다. 좁은 대지에 수직적인 확장을 시도하는 단독주택과
아파트나 개인주택이나 크게 다를 바 없으며, 개인주택의 건축과
듀플렉스, 그리고 블럭형 단독주택들이 모인 집합주거를 집중적으로
유지 및 관리는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인 능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작업하는 조성욱의 건축은 ‘내 집 마련 ’이라는 국민적 염원을
종류이다. 그가 말하는 ‘새로움’이란 시장 논리의 깊숙이 새겨져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있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부터 출발하며, 이는 주거를 필요로 하는 모든 이에게 비판논리 이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중요한 삶의
‘ 실용성 ’ 은 그의 건축을 관통하는 핵심어이다 . 가장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공간유형인 주거를 다룸에 있어서, 그는
(생존)수단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은 대안적 주거 디자인의 양가성을 살펴볼 수 있는 지점이다.
주어진 대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쾌적한 공간연출에 집중한다. 두 가구가 붙어있는 <무이동> 듀플렉스 하우스는 유연한 수직적
또한 단독주택을 지향하는 조성욱의 작업은 담론으로서의 건축이
확장이 특징적이다. 두 매스의 수평적 연결과 수직적 확장이
아닌 삶을 위한 공간으로 기능한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가
두드러지는 이 건물은, 그 공간적 규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20세기 초반 설계한 <빌라 사보아 Villa Savoye>( 1929)와 같은
뛰어놀거나 영화를 볼 수 있는 등의 집단 활동을 도모한다. 매스와
작업은, 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형식미학의 선언이면서 또한 “삶을
개구부가 만들어내는 리듬은 각 실에서의 생활의 편리와 쾌적함이
위한 기계”라는 명제 아래 기계문명 시대의 새로운 주거형식의
함께 고려된 결과이다. <무이동>의 사례가 동일한 대지크기
제안이었다. 코르뷔지에 이전에 등장한 아르누보Art Nouveau의
위에 지어진 건축이라고 한다면 , <사이집>이나 <반석헌> 그리고
장식성과 그에 대한 아돌프 로스 Adolf Loos의 ‘장식은 죄악’이라는
<고래등>'과 같은 작업은 건물주와 세입자의 관계에 따라 공간의 크기가 2배까지 차이가 난다. 따라서 각 세대 간의 연결보다는
선언 , 그리고 그 이후 전개되는 20세기 초반 건축 근대주의
프라이버시의 확보가 중요한 이슈로 남게 되며, 이는 어떤 면에서
하였다. 하지만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 ,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
요즘의 셰어하우스 열풍에서 감지되는 새로운 공동체의 문화보다는,
혹은 오스트리아가 아닌 극동의 한국이라는 지리적 상황에서,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꾸준히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되어오고 있는
담론으로서의 새로움의 추구는 건축의 지적 토양 위에서가 아닌
개인주택의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압축된 근대화에서 펼쳐지는 실용가치로부터 재탄생한다. 다시 말해
운동은 삶과 맞닿아있는 상황 속에서 출발하는 담론적 지평이기도
조성욱의 작업은 담론의 지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허약한 근현대 조성욱은 한 인터뷰에서 주택이 경제적인 부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한국건축의 끝자락에서, 그리고 렘 콜하스 Rem Koolhaas가 근대건축을
국내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였다. 이는 소위 ‘아파트
일종의 쇠락한 쓰레기 junk로 간주한 발언보다도 더욱 급진적인
공화국’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주거문화에 대한 그만의 접근법을
새로움이 실용적 건축이라는 현상으로서 발현하는 한국적 현상에
암시하는 대목이다. 획일적인 공간설계에 맞추어 살 수밖에
대한 국지적 전술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이다.
없는 아파트의 삶이 단조로운 일상생활로 이어지고 이는 넓게는
리뷰 .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미술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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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A ARCHITECTS
<라피아노> 단면 모형
<반석헌> ©진효숙
WideAR SE 02
ARCHITECTS IN KOREA · Ⅱ
서재원 · 이의행
ARCHITECTS IN KOREA · Ⅱ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리드하는 건축, 건축가
반세기가 넘는 동안 서울은 한정된 땅 위에 인구가 늘어나면서 집들이 늘었고, 차들도
WideAR SE 02
글 . 조성욱
늘어 사람들이 설 땅은 점차 줄어들었다. 아이들이 뛰어 놀 마당도 줄어들었고, 꽃과
조성욱은 노르웨이, 싱가폴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후 도시 삶의 질 , 특히 서울의 주거환경에 대한 화두를 가지고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였다. 2009년에 조성욱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한 후 판교주택 <무이동無異同>을 설계하였는데, 독특한 주거형식 때문에 다양한 언론에 소개가 되면서 경기도건축문화상, 신진건축사대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였다. 이후로 다양한 주택과 신개념의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잔디를 심을 텃밭은 점차 사라졌다. 급격히 높아진 도심지의 밀도를 감당하기 위해 발명된 아파트에는 우리 가족이 들어가서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었고, 단칸방의 신혼생활을 벗어나서 작은 아파트라도 마련하면 이곳저곳 이사 다니면서 평수 늘리는 것이 인생의 큰 목표가 되었다. 작은집에 사는 것은 창피한 일이었고, 춥고 덥고 비오면 물이 새는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은 지겨운 일이었다. 생활이 점차 나아지면서 아파트 거주환경은 평수도 늘고 구조와 형태도 다양해졌으며 내외장재도 고급스러워졌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외부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발코니들은 그나마 거실을 확장해서 실내 면적을 늘리는 대신 사람들을 실내에 가둬 버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나만의 땅 한 평이라도 밟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파트를 떠나 단독주택으로 옮겨가고 있다. 공간이라는 것은 삼차원적인 것이기에 이차원적인 면적만으로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주택에서 실내 공간만큼 실외 공간도 중요한데, 우리는 아직도 실내 평수로만 집을 이야기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작은 대지 위에 작고 예쁜 집들을 많이 짓고 산다. 작지만 가족들의 행복한 가치가 크게 살아있는 집, 그것은 바로 ‘최소의 집’이다. 최소의 면적이지만, 최대의 가치를 느낄 수 A
있는 그런 공간.
최소의 집 후암동에 18평이 채 안 되는 경사대지 위에 바닥면적 10평을 다섯 개 층 쌓아올린 <Little Tower>A는 1층 주차, 2층 임대, 3,4,5층 단독주택으로, 총 40평의 면적 중 10평은 임대하고 30평은 주인이 거주한다. 꼭대기에는 남산이 바라다 보이는 작은 텃밭과 옥상정원이 있다. 비록 각 층의 바닥 면적이 계단실을 제외하면 8평 정도밖에는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작은 땅에 집을 높이 올려 그 중 한 개 층은 원룸 임대수익원이 되고, 그 위로 3개 층에는 세 식구가 오순도순 살 수 있는 ‘최소의 집‘, 그러나 ’최대의 집‘이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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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하나같은 두 개의 집 ‘반석 위에 지은 집‘이란 뜻의 <반석헌>C은 지상 2층의 목조주택이다.
C
원래 지하층을 만들려다가 암반이 있어 포기한 대신 그 단단한 암반 위에 집을 튼튼하게 올렸다는 뜻으로 건축주가 직접 지었다. 북쪽의 코너 대지에 위치한 주인집과 세입자 집으로 이루어진 두 가구의 주택은 각진 모서리 대신 청고벽돌의 부드러운 곡면으로 두 개의 집을 감싸 마치 한 개의 집인 것 같은 이미지를 의도하였고 외부 보다는 내부적으로 창을 많이 만들어 외부의 시선은 차단하면서 내부로의 채광을 극대화 하였다. 주인집 60평, 임대세대 30평으로 두 집 간의 소음 차단을 위해서 1층은 서로 떨어뜨려 주차장과 외부공간으로 사용하고, 2층은
계단실(임대세대) 부분만 접하도록 계획하였다. 덮여있는 식당 앞 외부공간은 눈, 비, 햇빛을 피해 앉아 있을 수 있는 마당으로, 집의 앞뒤를 이어주는 바람골이다.
D
두 세대를 이어주는 가벽은 중정형식의 주차장을 만들어 주는데 이곳은 나만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2층 발코니에서도 내다볼 수 있는 집의 중심적인 반외부 공간이다.D 외부로 창문을 덜 낸 반면 바깥에서 잘 들여다보이지 않는 중정으로는 창을 크게 내어 집의 내부로 빛을 충분히 끌어들인다. 주인 세대 남쪽 마당 너머로는 이웃집이 있는데 남향이지만 창을 작게 내고 외부의 시선을 최대한으로 차단했다. 대신 북쪽에 있는 2개 층 오픈된 거실 상부에는 천창을 크게 내어 집안 전체에 자연채광을 깊숙이 끌어들임으로써 집의 광정光井이 되게 하였다. 집의 외장은 짙은 회색의 청고벽돌로 마감했고, 집의 안쪽은 밝은 적색의 적삼목으로 대비를 주었다. 청고벽돌은 자체의 무게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절반으로 쪼개 사용했고, 벽돌 단면이 55×110mm이었던 것을 55×55mm로 만들어 비용절감을 하면서도 정사각형의 예쁜 단면을 얻었다.
B. <리틀 타워> 단면 투시도 C, D. © 진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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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IN KOREA · Ⅱ
E © 김용관
다르지도 같지도 않은 WideAR SE 02
<무이동無異同>E은 다르지도 같지도 않다는 뜻의 이름이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라는 뜻과 통하는 불교의 의미로 하나의 대지에 두 개의 집을 지어 친구 간에 따로 또 같이 사는 공간이다. 두 세대 간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두 집을 분리하고 그 사이에는 덜 사적인 공간인 각 집의 계단실을 두었다.F 한 쪽 집을 남쪽으로 밀어서 북쪽으로 주차장을 만들고 반대편 남쪽에는 마당을 배치했다. 차량 동선의 편의상 주차장에 기둥을 없애는 대신 상부의 아이들 방을 4m 떠있는 구조로 만들었다. 그 위의 다락방은 경사지붕으로 건물을 사선형태로 만들었으며 옥상정원의 경사바닥은 스탠드와 눈썰매장 등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으로 쓸 수 있게 하였다. 작은 집이기에 내부는 최대한 융통성 있게 계획하였다. 10평이 조금 넘는 1층은 거실, 식당, 주방(LDK)이 구획 없이 하나의 공간을 이루고 있다. 거실 겸 식당 공간은 45cm만큼 마루를 들어 올려 좌식공간으로 사용케 하였고 그 하부는 커다란 수납 용도로 만들었다. 여닫을 수 있는 창호지문이 있어서 필요에 따라서는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2층에는 두 아이의 방이 나란히 있는데 그 위로 함께 쓸 수 있는 다락방이 있다. 아이들이 자라면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하듯, 아이들이 성장하여 공간이 작아지면 그 때에 수월하게 변경할 것을 고려하여 1층의 마루와 2층의 아이들 방 및 다락방은 경량구조로 만들었다. 옥상에 오르는 계단실은 두 집 간에 공용공간으로 사용하여 계단실만이 아닌 빨래 널고 수납하는 공간, 영화 보는 스탠드 등 다용도로 이용되는 두 집의 만남의 장소이다. 1층의 마당과 옥상 마당도 주차장처럼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때로는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가, 때로는 함께 사용하는, 말 그대로 다르지도 같지도 않은 ‘무이동無異同’이다. F
W-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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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E- HOUSE
G
JOHSUNGWOOK ARCHITECTS
주택 시장 변화의 징후들 근대화의 과정 동안 우리는 누가 설계한지도 모르는, 그러나 누가 시공한지는 아는 공동주택, 즉 아파트에서 잘 살아왔다. 조금 추워도, 조금 더워도, 멋은 고사하고 수시로 위, 아래층 세대에서 들려오는 소음까지 참아가면서 지내왔다. 언젠간 좋은 가격에 남에게 팔 것을 기약하며 집값 떨어질세라 불편해도 그렇지 않은 듯 지내왔다. 운 좋으면 조금 더 큰 평수의 아파트로 넓혀 이사를 갔다. 하지만 아무리 넓혀 가더라도 목이 말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작은 집에 살면서도 예쁘게, 아기자기하게, 부럽게도 잘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곧 사람을 생각하는 디자인이 있기 때문이다. 작건 크건 주어진 제약 조건 내에서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사람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만드는 집이기에 예쁘다. 어떻게 하면 많은 수의 집을 만들어서 새로운 주거 트렌드를 리드하는 건축 , 건축가
팔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만든 집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의 소비자들도 이제 비로소 눈을 뜨고 있다. 건설사 브랜드만 가지고는
H
선뜻 집을 사지 않는다. 김포한강신도시 <라피아노>는 그런 격변기에 나온 집이다. 기존의 식상한 아파트식 홍보와 연지곤지 바르기식 디자인 변화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순서이지만, 기획을 하고나서 실행을 했다. 건축가와 함께 집에 대한 연구와 계획을 했고, 그 다음에 시공사와 협의를 했다. 건설사 브랜드 보다는 설계자의 이름을 먼저 내세웠다. 분양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제 곧 <라피아노>의 집들이 완성되어 입주를 할 것이다. 174세대의 가족들이 입주를 하고 나면 그 평가가 나올 것이다. 과연 건축가에 의해서 디자인된 집과 건설사 주도로 지어진 집의 차이가 무엇일지.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 주거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김포 <라피아노>는 8천 평 대지에 174세대의 연립주택을 설계한 타운하우스 프로젝트이다. 크게 5가지의 주거 유형 속에 각기 다른 특성화된 공간들을 가지고 있다. 전체 단지의 밀도가 낮아지도록 각 집들을 피아노 건반의
I
모습처럼 지그재그로 디자인해 집과 집 사이에 외부공간을 끼워 넣었다.G 기존의 고층 아파트를 잘라서 저층으로 만든 것이 아니다. 단독주택의 요소를 그대로 살려 만든 연립주택이다. 지하에 썬큰 룸과 남자들의 로망인 바bar가 있는 세대, 2층 거실에서 연계된 중정 마당이 있어 프라이빗private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세대, 인근의 산을 바라보며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옥상정원이 있는 세대 등 각기 다른 특성이 있는 공간들을 가지고 있다.H, I 그러면서도 관리실과 커뮤니티 센터가 있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장점들을 모아서 만든 단지이다. 지금껏 우리의 주택시장을 주도해온 건설사 위주의 아파트들보다 이제는 점차 내가 살 집을 설계한 건축가가 누구인지를 알리고 내세우는 저층 또는 고층 주택을 찾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에 맞게 건축가들도 각자 자신의 능력을 무장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와 건축가의 눈높이 밸런스가 맞는 순간 우리의 도시는 더욱 아름다워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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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AR SE 02
ARCHITECTS IN KOREA · Ⅱ
L’EAU Design
제126차 땅집사향
소설가 헨리 밀러Henry Miller는 «검은 봄 Black Spring»(1936)이란
이야기손님: 김동진
소설에서 브루클린 교량Brooklyn Bridge이 촉발하는 다양한 정서적
일시: 2017년 6월 14일
반응과 그 주변의 풍경의 관찰을 통해 , 자신의 유년시절의 파편적인
주제 : Alice’ s Bubble Blowing — 일상속의 이야기 생성을 통한 건축적 전개와 상상
기억과 현재의 경험들 사이를 매개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생성한다. 또한 소설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는 책상에 앉아서 속이 안
수학자이자 작가였던 루이스 캐럴 Lewis Carroll의 «이상한 나라의
좋아서 울렁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글을 쓰며 , 자신의 신체적 변화를
앨리스Alice in Wonderland»(1865)에서
기반으로 ‘테레사Tereza’라는 극중 인물을 생성한다.
영감을 받은 김동진은, 자신의
건축이 “다양한 캐릭터들이 비논리적 관계에서 충돌”함에 따라 발생하는 새로운 사건들을 촉발하는 “생성적 다이어그램”으로
그가 강연에서 소개한 청담 <바티리을>(2007)은 이러한
파악하고 주거 및 상업시설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가상개념이 건축화 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한 사례이다. 그는
수행해오고 있다.
이 작업에서 “다양한 사건”이 생성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의도하였다. 청담동 지역의 한 코너에 위치한 건물은 리을(ㄹ)자의
김동진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있어 가상성 the virtual 개념은 한 가지
형상을 띄며 감각적인 근린생활시설 공간을 제공한다. 한국
중요한 지점이며, 이를 넓게는 가상과 현실의 융합 및 뒤섞임이란
거리에서 흔히 마주하게 되는 산만하고 무질서한 ‘근생’ 건물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 그가 말하는 가상이란 가상현실이나
입면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그는 건물의 경험에 있어서 기능
증강현실과 같은 매체의 발전에 한정하지 않는다. 그보다, 여기서의
이상의 무엇을 창출하기를 원하였다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상이란 일종의 현실 속의 가능태로서, 현실 공간 속에 내재하고
노출콘크리트 재료의 사용은 ‘근생’의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있는 무한한 사건과 행위의 가능성을 포괄한다. 누군가가 길을
상업공간 내 거주의 감각을 고무시키며, ㄹ자의 형태공간은
걸을 때에 접하는 다양한 풍경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계속적으로 열리고 닫히는 다양한 공간경험을 도모한다.
어슬렁거리는 고양이와 벌레 등은 모두 일종의 사건을 촉발할 수 있는 매체이다. 주어진 공간 내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의 강도나 방향 ,
사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예측할 수 없는 일련의
그리고 머무름의 시간 등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는 항시
사건들이 펼쳐질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기획하는 김동진은,
다양한 일상생활의 층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신의 사건—건축 프레임—이 작품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있기 보다는 주변지역과 소통하고 공동체의 감각을 촉발할 수 있는
다르게 표현하여, 가상이란 다름 아닌 이러한 일상의 무한성이다.
가능성을 제공한다. <바티리을>은 어떤 면에서 근생 건물의 새로운
거장 클래식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Glenn Gould, 혹은 재즈
형식미학의 대안 이상이 아닌 듯하면서도, 건축공간 경험에 있어서
색소포니스트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이
연주를 시작함에 따라
소박한 개인적 이야기들이 공적 영역에서 생성하고 다른 이야기들과
끊임없이 생성하는 라임들과 조합되는 멜로디들, 그리고 그것들이
뒤섞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따라서 그의 가상 건축은 현재
그려내는 세계의 굴절된 이미지는—비록 클래식의 경우 어느 정도
지향적이며, 소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스펙터클이기보다는
스크립트의 엄격한 재현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예측할 수
소박한—그렇지만 결코 미리 구성되어지지 않는—일상적 서사들의
없는 종류이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 평온하고 변화가 없는 것처럼
조합과 확장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이다.
보이는 도시일상은 누군가에게는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
리뷰.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 미술사학 박사)
가고 새로운 이야기와 사건의 층위를 촉발할 수 있는 문지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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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 카모플라주> ©신경섭
ARCHITECTS IN KOREA · Ⅱ
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 그리고 일상 속 이야기 생성 A
… 하늘 높이 둥둥 떠오르는 형형색색의 무수한 비눗방울 표면엔, 세상을
WideAR SE 02
글 . 김동진 김동진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프랑스 파리-벨빌 국립건축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프랑스국가공인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로디자인 도시환경건축연구소 대표로 활동하면서 홍익대학교 건축학부 건축학전공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 주요작으로는 <논현 마트료시카> , <청담 마치래빗> , <제주 베이힐 풀앤빌라> , <송추 벤딩밴드>, <청담 바티-리을> 등이 있으며, 31, 38회 한국건축가협회상 , 25, 33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 제 1회 젊은 건축가상, 독일 Iconic Award 2015 등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했다.
부유하며 투영된 가상 속 다채로운 꿈들이 얼비친다. 허공에 떠오르는 버블은 팽팽한 자신의 맵시를 뽐내며 이리저리 떠다니다 우연히 다른 형질과 마주하고 서로 얽혀 새로운 삶을 겪게 된다. 그리고 더 큰 버블 안에 합류되어 또 다른 디아그램Diagramme을 그려낸다. 이렇게 계속적으로 생성되는 유전인자들은 공중에서 해체되거나 땅위에 소멸되기도 하지만, 몇몇 버블들은 점차 고형화 되는 과정을 거쳐, 현실 속 또 다른 일상 이야기를 품게 된다. … — Alice’s bubble blowing
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A는 건축을 통해 우리가 사는 물리적인 세상에 사람들의 생기 넘치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불어넣을 방안의 모색이라는 지극히 실질적인 고민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 안에서 부유하는 이 버블들은 도시 안의 다양한 스토리들의 함축 과정을 겪으면서 하나의 유전형질genetic character로 자라나고, 여러 유전자들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또 다른 형질로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사유하는 버블’을 통한 생성적 다이어그래밍diagramming 과정이 곧 실제actual하는 세상을 일상이 담긴 색깔 있는 장소로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건축화Architecturer 과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유 과정은 고정된 틀로부터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건축적 형식Becoming form을 새롭게 모색하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세세히 관찰함으로써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살아있는 일상의 장소로 채워나갈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 세계를 그린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19세기 영국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인 루이 캐럴Louis Carrel의 작품이다. 19세기 중반 빅토리아 여왕 시대는 가부장적인 가족 질서가 강조되었고, 나아가 그것이 국가의 통치 이념으로 확장됨에 따라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과 교육은 점차 무시되었으며, 사회의 분위기는 하층민 아동들의 노동력을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삼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냉혹해져갔다. 이 시기에 캐럴은 어른들의 세계를 한 여자 아이의 눈으로 묘사하면서 극단적으로 기이하고 이상한 존재들로 가득 찬, 수수께끼 같이 이성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꿈의 세계를 이야기를 통해 드러낸다. 엘리스의 모험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세상을 환상과 게임의 가상공간 속에서 그려내면서 현실과 대면하는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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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보다 더 현실적이며 원본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와 사물들을 비논리적Nonsense 관계
독자적인 하나의 현실 즉, 이미지가 그 자체로서 현실을
속에서 다양하게 충돌하게 함으로써 끊임없이 새로운
대체하는 초과현실은 시각적인 가상세계 속 현실이 아니라
사건들을 발생시킨다. 이야기 전개뿐 아니라 텍스트의
표상성이 제거되고 현실이 새로운 가상성을 갖게 되면서,
배열에서도 Anagram(문자배열의 암호화), Acrostic,
비록 여전히 물리적 공간이라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을
Doublet 같은 언어게임과 역설적인 유희를 통해 언어 속에서
정도의 무한한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
문자들의 새로운 의미를 인식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즉,
우리가 앞으로 구현해야 할 건축은 여전히 꿈같은
엘리스가 경험하는 가상의 게임 세계 속에서는 언어의 전복이
가상현실의 모호성 자체보다 실제적인 장소에 펼쳐지는
일어나면서 현실세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문자들이
무한한 현실적 가상성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건들과
난센스 세계에서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고 해체될 수
이야기의 생성에 주목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있는가를 실험하는 것이다.
가상적 공간virtual space의 관념적 재현이 아닌, 인간의 몸으로
이 동화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보다 실제와 가상
교감하는 가상성의 건축적 함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L’ EAU DESIGN
인문학적인 해석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특히,
사이의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 속에서 혼재되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유하는 비눗방울을 통한 ‘유연한 그림 그리기 ’ 일상 속에 실재하는 가상성Actual Virtuality
건축은 심연에 내재된 꿈과 사회 공공의 응축된 욕망을 드러내고 정제하여 실재화 하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잠재되어있는 내밀한
파고든다.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숨은그림찾기’처럼 현재 하지 않은
현실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생물체들이 진화하면서
가상성을 실제적으로 구축하는 과정인 것이다.
가상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포켓몬스터는 더 이상 아이들만의
씨앗 속에는 분명 나무가 잠재하고 있지만, 자라나는
놀이가 아니다. 닌텐도 게임 속에서 튀어나와 실재하는
과정Process을 거쳐야만 비로소 튼실한 나무가 될 수 있다.
세상에서 뛰어 놀기 시작한 ‘포켓몬GO’를 통해 어른들 또한
가상으로만 존재하고 아직 형상화되지 않은 잠재Potential된
현실과 가상이 혼재하는 포켓몬 세계를 즐기게 되었다.
현실세계를 과정적 작업diagramming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로
이제 꿈처럼 잠재되어있던 가상성Virtuality이
품어내는 생성becoming의 건축처럼 말이다.
현실Reality세계의 모호한 경계 속에 얽히면서, 실재하는 일상으로 펼쳐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 다양한 물질들을 땅으로부터 곧추 세운 후
견고하게 고정하여, 사람들이 들락날락 하도록 “ …내 방에 몬스터들이 가득하다, 은밀한
만드는 일 …’
쉼터가 이젠 몬스터를 잡기 위한 전장이 되어버렸다…”
건축가들에게 위의 구절은 건축의 정의나 건물을 만드는
우리는 자신이 게임을 다스린다고
목적을 뜻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게 있어
생각하지만, 사실 ‘포켓몬GO’가 게이머를
건물은 늘 그렇게 만들어져 왔으며, 그 물건이 예쁘고
지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기능적으로 잘 사용되면 그만이다.
시뮬라크르Simulacre가 현실을 쫒는 것이 아니라,
그러나 세상이 건축을 통해 요구하는 가치가 정말 이처럼
현실이 시뮬라크르를 모방하고 있다.
단출할까? 어쩌면 건축가는 세상으로부터 커다란 책무—모호하고
백남준의 ‘TV부처’(1974, 2002)는 폐쇄회로를 통해 부처를
복잡하지만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이상을 좀 더 유연하게
녹화하는 카메라와 미디어에 투영된 스스로를 바라보는
꿈꾸는 것—를 부여받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사회 공공이
부처상 사이에서 발생한 관계의 긴장을 드러내는 배치를 통해
깊이 욕구하는 건축은, 아직 비현실적이지만 머릿속에 둥둥
단순하지만 강한 이미지로 ‘실물의 부처가 실재인가? TV 속
떠다니는 가상적인 꿈의 세계를 실재하는 장소로 번역하는
부처가 실재인가?’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플라톤의
일일 것이다.
‘동굴의 비유’로부터 시작된 재현적이고 표상적 이미지의
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는 ‘사유하는 버블’을 통해
철학적 사유에 대항하여, 현대 사회의 미디어라는 매개체에
부유하듯 형체 없는 삶의 이야기들을 실재하는 세상에
대한 관조와 성찰의 필요성을 암시한다. 아우라를 가진
안착시키는 생성적 다이어그래밍 과정이다.
원본과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복제되는 시뮬라크르의
처음에는 상상 속 형상Ideogram으로만 존재하는 이
대립관계와 소통을 그려냄으로써 초과현실Hyper-Reality 속
버블들은 전혀 새로운 세계와 만나 때로는 돌연변이로
현실적 가상성Real Virtuality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나타나고, 때로는 변질되기도 하면서 복합화 되는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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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 , 그리고 일상 속 이야기 생성
디지털 정보화시대에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실생활에
ARCHITECTS IN KOREA · Ⅱ WideAR SE 02
C
B
거친다. 서서히 또 다른 다이어그램을 그리며, 세상 속에서
정착한다. 하지만 7~80년대 이후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값이
가소적 상태를 유지하며 부유하는 것이다. 반면에 어떤
매년 치솟음에 따라 아파트 구매와 이주가 붐을 이루게
버블들은 고형화 됨에 따라 피라미드화 되어버리는 과정을
되었다. 조금씩 자기 색깔을 찾아가던 주거지는 임대를
밟는다. 엘리스가 꿈꾸듯 불어내는 다양한 버블들은 터지고
위한 붉은 벽돌의 다세대 건물들로 빽빽이 채워졌고 점차
포개지고 다시 만들어지면서 순수한 질료material로부터 자연
주인 없는 공허한 동네가 되어갔다. 많은 수의 노후화된
내 무질서 상태의 생성–소멸, 즉 엔트로피–네겐트로피Entropy-
주거지들은 아직도 아파트 사업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Negentropy 상태를 반복한다. 또한 무한히 혼란스러운 상태의
있다.
천체가 여러 힘들의 질서 속에서 만들어내는 블랙홀처럼
오랫동안 주거지 역할을 수행해온 가로수길이나
다양한 힘들이 진동하는 텅 빈 여지들을 생성하기도 한다.
삼청동길 같은 동네들은 소소한 일상의 문화적 요소를
이 같은 버블 생성 과정은 다양한 힘들이 혼재된 지형
기반 삼아 자생적으로 문화적인 정착을 시작하였다.
위에 건축적 적응과 반응을 꾀하기 위해 좀 더 ‘유연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던 초기에는 모두가 예전과는
그림그리기’를 가능하게 한다. 이렇듯 상상을 담고서 아직은
다른 희망적인 움직임을 기대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가상에서 부유하는 사유들은 다양하게 생성될 스토리들의
가로가 활성화되는 것과 상업적으로 번화한 거리를
함축이자, 장차 무엇이 될지 모르는 채로 진화 중인 돌연변이
만드는 것’을 끝내 구별해내지 못했고 결국 평화롭게
유전형질들의 실제적인 놀이터이다.
지내던 기존 거주민들은 자기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우리의 작업은 각각의 핵심적인 이야깃거리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맞닥뜨리게
정리되고, 그렇게 정리된 이야기들은 여러 프로젝트 안에서
되었다.
일련의 시리즈처럼 세상에 뿌려진다. 프로젝트마다 생성되는
이처럼 우리의 주거지에 뻔히 되풀이되는 사회의
이야기들은 하나의 에피소드와 같이 공중에서 흩어지고
악현상을 끊을 방법은 없을까? 마치 시한이 정해진 듯
합쳐지는 유연한 버블로 존재하지만, 언젠가 새로운 건축의
황폐해지는 주거환경의 고질적인 수순을 밟지 않을 방도
형식으로 다시 태어나길 욕망한다.
말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그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을 잃지
지난 몇 해 동안 지극히 사적인 주택에서부터 주거지의
않으면서 소소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색깔 있는 문화가
근린생활시설과 대로변에 위치한 고층빌딩, 그리고 도심 속
정착되는 동네를 만들 수 없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호텔에 이르기까지 여러 프로젝트들을 통해 우리는 그 땅이
그에 따라 우리는 각각의 입지 환경에 따른 특수한 조건과
자리한 지역의 사회적 상황을 건축의 내적 프로그램과 어떻게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여 ‘장소마다의 특수성이 반영된
반응시켜 안착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건축형식’으로서의 근린생활공간을 제안하였으며 지속적인
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불어넣기 위한 스토리텔링 작업이다.
일상의 사건들로 이야기의 생성이 가능한 주거지와의 새로운 공생을 실험하고자 했다. 청담동 안쪽 한적한 경사 주거지에 지어진 <바티리을Bati
Episode 1. 주거지와 일상 속의 근린성
ㄹ>B에서는 주거지의 열린 소통을 주제로 삼았다. 도시 안에서
— 이웃의
가로와 건축물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규정하는
재구성A Poetics for neighborhood living
관계라는 관점을 바탕으로 가로와 건축의 모호한 경계를 도심의 주거지가 지나온 과정을 살펴보면 하나의 고루한
통해 사람의 행위를 조율하는 소통의 공간구조를 제안했다.
변천양상이 나타난다.
주거지의 접근성과 수직적 동선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먼저 서울 도심과 외곽 곳곳에 교통입지와 자연환경이
근생 건축과 도시의 화해를 시도했다.C
두루 고려된 택지들이 조성되고, 초기에는 아늑한 단독주택
<논현 마트료시카Matryoshca>D는 주변 빌라의 사생활
주거지가 형성된다. 이후 자연스럽게 주거 생활에 필요한
보호를 위해 차면시설의 설치를 강요받는 제1종 일반주거지
편의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동네는 생동감 있는 거주지로
근생의 공공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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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 박완순 D, F. © 김용관
L’ EAU DESIGN
D
공간 안에 공간이 반복되는 러시아 인형의 이름을 딴 <마트료시카>는 각각의 면이 지니고 있는 서로 다른 성격에 대응하기 위해서 ‘이중경계Dual-surface’라는 이름의 두 개의 면을 가진 막을 겹겹으로 배치한 ‘도시 피라미드Urban
E
Pyramid’의 구조로 계획되었다.E 이는 이웃집의 프라이버시를
뛰어난 후각과 청각을 갖게 되었고, 오랫동안 수분을
en abyme을 형성하여 내–외부에서 프랙털적인 상호작용을
머금어야 하는 달팽이의 등에는 껍질이 생겨났다. 이처럼
활성화 하는 새로운 구조의 근생 건물이다. 상자 안의 상자가
야생에서의 생물체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 안의 이야기를 생성하는 공간적 중첩을 건폐율에 대한
방식으로 생장, 진화해 왔다. 여러 규제사항으로 가득해
또 다른 해석에서부터 찾고자 했다.
현대판 정글이라 할 수 있는 도시에서의 건축은 어떻게 하면
<청담 마치래빗March Rabbit>F의 대지는 제3종 주거지로,
수억 년간 자연이 해온 것처럼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을까?
업무시설들이 밀집해 있는 강남의 번화한 거리 바로 안쪽에 위치한 골목의 오르막길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번잡한
‘내부는 선택된 외부이고, 외부는 투사된
상업지역과 아파트단지 그리고 조용한 주거지의 애매한
내부이다.’ — Gilles Deleuze
경계에 위치한 이 근생 건물은 접근의 용이함과 거주 공간의 사생활 보호, 내부공간의 탄력성을 가진 구조 등 다중적인
오피스, 소매점, 카페, 주거 등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의 변화가
문제들을 내부의 갈등으로 안고 시작되었다. 도시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대 도시의 건축물은, 자본주의 시장원리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재료와 색의 물성을 소거한 순백의 낯선
살아남기 위한 표피를 구성하며 사회적으로 적응한다.
풍경은 이상한 나라로 엘리스를 유혹하는 ‘3월의 토끼March
마치 척박한 사막의 환경에서 먹이를 노려보는 카멜레온의
Rabbit’처럼,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골목 안으로
보호색이 스스로 변화하는 것처럼, 주변 환경의 다양한
끌어들인다.G 장소가 주는 매력을 통해 물리적인 접근의
변화에 따라 적합한 피부를 생성하면서 변화무쌍한 도시의
용이함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심리적인 접근성을 확보했다.
일상에서 생장해나가는 것이다. 이는 단지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한 화려한 이미지의 치장이 아니라 그 안에 내포된 이야기들이 투과되어 나타나는 필연적 외피 구성skin
Episode 2. 현대 도시변화의 가소적 반응
composition이다. 하지만 많은 건축물들이 프로그램의 변화를
— 표피의 자기조직화 Self-Organizing Skin를 통한 사회적 적응과 생장
담아야할 건축의 형식은 그대로 두고 외관의 아름다움 자체를 위해 경쟁적으로 가공된 표피를 가지고 태어난다.
어둡고 깊은 동굴에서 서식하는 박쥐는 퇴화된 시각 대신
우리는 표피의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 Skin를 통해서 프로그램의 내면화가 만드는 기능적 피부Programatic Skin가
F
G
도시의 생태계와 더불어 사회적 생장을 해나가길 바란다. 이를 통해 진화하는 새로운 현대 도시의 실루엣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야볕쪼야생화 볕 쪼이기>H에서는 제도적 규제인 사선제한에 따라 형태가 주어지는 골목의 소규모 건축물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했다. 이러한 골목의 근생 건물들은 들판에 운집되어 자라나는 야생화처럼 광합성을 위해 스스로 빛을 좇는 굴성tropism이 작용된 형태로 태어난다.I 그리고 고정된 기능 없이 시시각각 주변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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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 , 그리고 일상 속 이야기 생성
보호하면서도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주며 미장아빔mise
WideAR SE 02
ARCHITECTS IN KOREA · Ⅱ
H
I
J
K
따라 프로그램이 대응해야 할 만큼 사회 환경에 의존적으로
앞으로도 기술을 활용한 환경이 계속해서 구축된다면
도심 속에서 생장한다. 이러한 건물들은 작고 미천한 상업적
새로운 문화 플랫폼이 어떠한 형태로 형성될지 지금으로서는
건축물이라고 무시받기에는 주거지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하기 힘들다. 이처럼 문화의 미래를 미리 내다보고
매우 크다. 우리는 층별 업종의 변화에 따라 자기조직이
대응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미 오랜 기간 과거로부터 인간의
가능한 표피를 통해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삶이 축적된 대지site의 사회 문화적 문맥을 이해하는 것 역시
가동하는 소통체Machine Communicable로서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쉬운 일은 아니다. 새로운 장소를 구축한다는 것은 기존의
제안하였다.
문화적 텍스트를 이해하고, 가상의 시나리오를 통해 그
<논현 그라데이션 타워Gradation Tower>는 도산대로에
장소가 지닌 새로운 가능성을 끌어냄으로써 현재의 환경에
들어서면 줄지어 화려한 옷을 입고 뽐내듯 서 있는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조율하는, 일종의 편집 작업Editing이다.
고층빌딩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J 우리는 <그라데이션
충돌, 변성, 융해, 결합 등 열린 다이어그래밍 과정은
타워>가 내부 프로그램과 무관하게 한 벌의 정장을 잘 차려
자기생산Autopoesis적 지도제작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입은 듯한 고형적 건물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층별로 볼륨
자리를 잡아 인간의 도시와 대자연의 경계를 조율하며 점차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는 건축의 내적 기능을
순응해 나갈 것이다.
스킨의 변화로 최적화시키고 스스로 외적 환경과 함께
<송추 벤딩밴드Bending Band>L가 자리한 북한산 자락
반응하는 건축이다. 수직적 적층 배열의 유연성을 통해
송추 계곡 등산로 초입의 한적하던 마을은 이주 단지 조성
진화하는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편집 가능한 <그라데이션
계획에 의해 상업가로가 형성되면서 난잡한 개발의 위기에
타워>를 제안한 것이다.K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처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그리드가 아닌 자연과
프로그램의 변화와 삽입에 따르는 가소적 편집을 건축적으로
경계를 조율하는 벤딩밴드라는 새로운 형식구조를 활용하여
시도했다.
프로그램의 미래적 변화에 대응하는 자기 지도 그리기Self Mapping를 시도했다. 이는 일상의 다양한 이벤트를 담는 건축적
서랍Archi-Drawer M으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다양하고 파편화된
Episode 3. 경계를 조율하는 순응적 자리잡기
문화적 요소들을 묶고Bending 연속시키는 네트워크를 통해
— 위상학적 자기 지도 그리기 Topological Self Mapping & Editing
접속의 장Connecting Field으로써 마을의 지역성을 구축하는 자율적 프로그램 조절 장치로 작동할 것이다.
인간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문화’라는
<상도 카모플라주Camouflage>N, 핸드픽트 호텔은 오래된
단어가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로 등장한다. 현재 디지털
도심의 서민주거지역인 상도동 한복판에 관광호텔이
기술의 발달로 화상통화와 웹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의
자리를 잡는다는 사실에 대한 의아스러움에서 시작되었다.O
장으로서 기능하는 네트워크 미디어 형식이 출현하였으나
<카모플라주>는 지역 생활문화 공간의 복합 라이프 스타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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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M
L’ EAU DESIGN
N
생성해 낼 수 없다. 이제 과거의 기능형태론과 유형론을
되고자 했다. 우리는 생물이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벗어나 도시의 이질적인 상황들의 다중적 충돌과 건축의
모습을 위장한다는 의미를 가진 카모플라주 개념을 통해
내부적 자기지시성을 담고 있는 자기생산적이고 자율적인
원도심 주민들의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삶의 문화적인
형식체계Flexible Autopoiesis Forming로써의 유연한 건축적 시도가
질을 향상시키고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는 한국적인 일상을
필요하다.
향유하는 지역문화 여행을 제안하였다. 주민들과 공유할
‘다중적 장소만들기‘는 프로그램의 변화를 수용하는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배치와 지역
중첩적 적층Multi-superposition이 가능케 하는 유연한 장소를 얻기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생동감 있는 이벤트가 생성 될
위함이다. 이는 하나의 완결체로서의 건축이라기보다 영원한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여 동네와 골목의 문화를 선도하는
미완의 공간이다. 또한 이용자 스스로가 무한한 콘텐트의
호텔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한다.P
생산과 유통을 통해 서로 충돌하며 새로운 사건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대지를 새롭게 조직하는 ‘이야기 생성의 장소Story Becoming Place’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생성적 구조화Becoming forming작업을
다중적 장소만들기Multiversal Placing
통해 도시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물리적 공간에 의해 시스템이 아닌, 형식화되는 구조의 코드화는 유연한
속박되지 않고 저마다의 환경에서 다양한 개체가 되어
자율성을 획득하지 못한다.
능동적으로 욕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속적인 접속을
건물들은 그저 박물관에 전시된 공룡의 뼈대처럼
이끌어내는 장Connecting Field을 꿈꾼다.
하나의 고착화된 유형으로 제시될 뿐 새로운 건축의 가치를
O
P
H. © 박완순 J. © 신경섭 L. © 남궁선 N, O. © 신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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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의 비눗방울 놀이 , 그리고 일상 속 이야기 생성
선도하며, 지역의 탈바꿈을 도모하는 사회적Social 호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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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IN KOREA · Ⅱ
Min Workshop
제133차 땅집사향
직관과 수공예 정신을 중요시하는 그는 타 매체에서 소개되듯,
이야기손님: 민우식
건축가이면서 또한 작가이다 . 실용성이 새로운 한국성이자
일시: 2018년 1월 17일
미학적이고 윤리적인 코드로 다가오는 요즘, 작가라는 말은 분명
주제: Min Workshop: 2011~현재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작품의 미학적 차원에 대한 고민이 한 가지라면, 그간 변화해온 사회변동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발언은
강의가 열리는 이건하우스 2층은 방문자들로 거의 꽉 차 있었으며 ,
또 다른 고려사항이다. 작가로서의 민우식은 조금 더 작품의 내적
이는 최근의 국내 건축계에서 민우식의 작업이 가지는 위상을
차원을 고민하는 종류의 인물이며, 그에 따라 실용성에 가려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의 작업은 많지 않은 수의 작품이었지만,
작품의 현상학적 차원을 고민할 수 있는 통로를 제시한다.
슬라이드에 담긴 이미지들은 조형적이면서 인상적인 순간들로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수공예 정신 craftmanship과 실무적인 완성도를
건축에 대한 무수히 많은 수사보다는 한 번의 방문이 중요하고,
중요시 하는 그의 스타일은, 건축 종사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그의 작품을 알고 싶은 열망은 아이러니하게도 각 건축주의
불러일으켰다. 건축가 아버지의 영향 , 순수미술을 전공한 그의 이력,
소유로서 개인화된 주택이라는 성질 때문에 (그리고 공론화 이전에
스티븐 홀에 대한 동경으로 뒤늦은 유학의 결심과 홀의 사무실에서의
‘ 건축작품 ’ 의 위상이 서양의 그것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근무, 그리고 현상설계보다는 개별 의뢰를 통해 주로 작업하는 그의
되는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 까닭에) 때로는 좌절될 수 있는 종류이다.
고집스러운 방식은 그에 대한 직업적/개인적 궁금증을 유발하는 또
민우식이 강연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한 “잡상세”는 이러한 열망이
다른 요인들이다.
어느 정도는 성취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우식은 공공 프로젝트에의 참여나 건물 사용자와의 소통과 공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과 조형성 그리고 구축성에 대한 개괄적
같은 요즘의 화두들에 직접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기보다는, 각
이해만으로는 충분히 파악되기 어려운, 그의 <오목한 집>(2015)에
작품의 조형성과 빛의 처리, 그리고 물리적 구축물로서의 건축이
대한 박찬일이 말하는 “다양한 감각적 경험과 의미 생성의
가지는 고유한 성질에 보다 주목한다. 다르게 말해, 그는 건물을
장치 ”로서의 특이성은 또 한편으로 늘 반쯤 열려 있는 상태로
둘러싼 사용자나 경험적 순간 혹은 그것의 사회적 차원보다는 건축
남아있다. 건축가와 건축 작품, 작품과 사용자, 그리고 작품과 그것을
작품의 개념과 내적 조형/구축논리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지니고
둘러싼 물리적/비물리적 환경과의 관계에 대한 사유는 너무나도
있다. 타 건축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결한 강의 방식은, 건축을
익숙한 종류임에도 그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늘 미완성의 상태로
둘러싼 담화와 발언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또한
남겨져 있다는 사실은, 이처럼 흥미로우면서 또한 일상적인 강의의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소위 건축의 조형성과 텍토닉 tectonics에
경험을 통해 불현듯 나타나고 또한 사라진다. 개별 건축 작품의
기반한 수공예 정신의 강조는 건축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미에 대한 사유는 어쩌면 그 당위성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SNS를 포함한 전자 매체의
수 있고 , 건축가 본인이 아닌 타인의 사유가 충분한 담론을 통해
폭발과 확장이 일상화된 포스트-미디움 시대에서의 건축과 환경의
공론화되지는 않는 국내의 풍토에서 이러한 질문은 시의적절하지
열린 의미를 사유하고 실천하는 2010년대 한국의 맥락에서는 다소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 질문에 대한 해답이 적절하지 않거나
특이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즉각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 종류가 아닐지라도, 마치 수수께끼와도 같은 작품을 둘러싼 수많은 고민과 대화들은 결국 누군가에게 어떠한
이러한 물성과 조형성에 방점을 찍는 민우식의 작업이 충분히
방식의 의미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설령 공유되지 않는,
이해 가능한 종류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업을 변화하는 사회
지극히 개인적인 종류의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속에 위치시켜 그 열린 의미의 차원을 또한 탐구해볼 수 있을까?
리뷰 .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미술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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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한 집> 스케치
<오목한 집>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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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IN KOREA · Ⅱ
서재원 · 이의행
스타일의 전략
ARCHITECTS IN KOREA · Ⅱ
— 작업의 방법에 대한 근본적 이해
시장의 흐름은 단종 다 생산의 매스 마켓mass market에서 다종 다 생산의
WideAR SE 02
글 . 민우식 민우식은 1973년 서울 출생으로 미국 테네시 주립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미국 크랜브룩 예술 아카데미에서 건축석사를 취득하였다. (주)민설계에서 7년간 실무를 하였다. 뉴욕의 스티븐 홀 건축사무소에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현상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2009년 바우건축 파트너로 한국에서의 프랙티스를 시작하였다. 2011년 서촌에 ‘ 민 워크샵 ’ 을 시작하였다 . 시대의 흐름과 관계없이 작은 것들에 집중하며 , 개인적 관심과 보편적 해결방법 사이에서의 균형을 갖는 것이 작업의 중요한 방향이다.
라지 마켓large market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이제 시장은 획일적인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 것 대신, 여러 종류의 대중 상품mass production이 나온다. 우리가 선택한 제품은 우리의 개성이 아닌, 제품이 속한 시장의 개성이 되어버렸다. 건축은 여기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개인의 취향마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좋든 싫든 미학적 선택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일상생활을 비롯한 모든 것의 ‘스타일’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 특정 사조나 경향이 시장을 리드하던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스타일이 경쟁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고유의 스타일의 전략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나는 건축가인 아버지와 수년 간 일하면서 그의 스타일에서 벗어나려 무척 노력했으나, 잘 되지 않았던 경험을 갖고 있다. 나는 아버지와 취향도 비슷하고, 타고난 성격도 비슷했으며, 무엇보다도 비슷한 방법으로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취향과 기질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느낀 나는 ‘작업의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으며, 이것은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구분되는 스타일을 구축하는 첫 걸음이 되었다.
이미지 구축법tectonic of images 눈은 많은 것을 본다. 하지만, 모든 장면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식이 지각하지 않고 그냥 스쳐 보낸 이미지들은 과연 우리가 본 것일까, 보지 않은 것일까? 우리의 머리 속에는 수많은 장면과 기억들이 이미지의 구름처럼 떠다닌다. 나는 이 구름 속에서 파편들을 조합하여 다른 것을 만들어낸다. 7살짜리 내 딸아이가 어떤 장난감—각기 다른 인형의 옷 조각을 조합하여 상황에 맞는 옷차림을 완성하는—을 갖고 노는 행위와 같이 자연 발생적이고, 임의적인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입는 행위는 이미 만들어진 수많은 옷들 중에서 조합하고 맞추는 것이며, 요리 책을 보며 새로운 요리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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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B
AOA ARCHITECTS
스타일의 전략 — 작업의 방법에 대한 근본적 이해
만드는 것도 비슷한 행위라고 보면, 먹고, 입고, 생활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이며, 그 방법도 직관적인 것에 조금 더 가깝다. 회화를 전공해서인지 나는 오래전부터 이미지의 조각들을 모으는 훈련을 직관적으로 해 왔다. 이 연습은 현상학과는 조금 다르다. ‘지각과 체험’ 이라기보다는 스쳐가는 무의식에서 몇 개의 장면들을 직관적으로 의식의 바구니에 담는 행위와도 같다. 결국 작가들은 고유의 이미지 구름을 갖고 있으며 이것을 무작위로 늘어놓으면 그 사람의 '작업의 본질'이 보인다. 사람들은 건축이 공감각적인 체험이라는 관점에서, 장면이나 이미지로는 그 본질을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론이며, 작업의 방법론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이미 수많은 이미지를 선별하여 구축하는 작업을 통해 건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장면에서 공간으로from scene to space 피라네시piranesi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겹쳐진 공간이나 한 장의 풍경 사진에서 느껴지는 모호함, 분위기 등에 한껏 고무된 나는 그런 것들을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작업한다. 결국, 투시도에서 평면으로 역순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방식 (평면→단면→입면)에서 얻기 힘든 의외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A, B 조각을 할 때, 덩어리를 깎아내서 형태를 얻느냐, 살을 붙여가며 결과를 만드는가의 차이일 수도 있다. 나는 전자의 경우에 가까우며, 때로는 작은 스케일의 채광 방식에서 영감을 얻어서, 건물을 완성한 경험이 있다. 결국 공간을 기억하는 것은 시각적인 이미지가 가장 효과적이며, 몇 개의 장면들의 잔상으로 머리 속에 남기 마련이다. 모든 작업을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훨씬 빠른 속도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에 적합한 방식일 수 있다. 이렇게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은 진행 중 다시 역행하는 경우가 드물다.
A. <볼트 하우스> 실내 투시도 스케치 B. <볼트 하우스> 거실 및 주방 전경 © 황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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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IN KOREA · Ⅱ
C
보편적인 특수성 common particularity/deduction 나는 평범한 것에 관심이 있다. 특히 건축에서 더욱 그렇다. 무심한 듯
E
처리된 핸드레일.C 과시하려 들거나, 화려함은 없지만 꼼꼼하게 처리된 디테일. 흔하디흔한 재료의 사용. 주택 평면을 예로 들면, 영웅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동선이나 기능을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차에서 가까운 평면의 중심에 놓이는 현관과 거기서 가까운 계단, 복도를 최소화 하여 주공간을 극대화 하는 것. 한국의 일반 고객들이 지겹다고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아파트 평면을 좋아한다. 보편적인 것을 유지하면서 구별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면적이 아닌
F
체적의 변화는 다른 공간감과 스케일 감을 느끼게 한다.D 천장 높이의 변화로 보편적인 스케일 감을 무너뜨리거나,E 고정된 높이의 천장 아래에서 바닥의 높이 변화를 주기도 한다.F 여기에 첨가되는 조미료인 빛이 분위기를 바꾼다. 빛은 공간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똑같은 재료나 형태일지라도 빛의 종류에 따라 천변만화 할 수 있다. 나는 빛을 공간에 유입시킬 때, 그 빛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모호하게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자연광을 다루는 방식은 너무 다양하지만 의외로 인공조명을 잘 다루는 건축가는 드물다. 몇 가지 다른 방식의 조명을 회로를 분리하여 분위기에 따라 연출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방법처럼 들리지만 정교하고 세련된 작업이다. 창문의 형태나 크기도 중요하지만 방 내부에서의 뚫린 위치가 훨씬 더 중요하다. 특별한 조망이 없다면 벽과 천장이 만나는 모서리에 만들면 평범한 보통 창이지만 공간이 확장되거나 미묘하게 끊겨버리는 느낌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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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스타일의 전략 — 작업의 방법에 대한 근본적 이해
기묘하고 단순한 형태 deceptive simplicity 나는 과감하고 극적인 형태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단정한 교복을 입은 소년이 윗단추를 몇 개 풀고, 팔소매를 걷어붙인 듯한 모습을 상상한다. 기묘한 형태 어휘로 단순하고 무심한 장면을 만드는 것은 항상 즐겁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집인데 내부가 묘하게 얽혀있는 집을 보면 가슴이 뛴다. 건물의 내 외부가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G, H 아주 미묘한 형태의 제스처로 엄숙함이 무너지며, 긴장감이 발생하는 것을 사랑한다. 건물의 모양을 복잡하게 디자인 했다면, 재료나 색상을 가능한 단순하게 정한다. 특히 창문을 단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건물의 형태가 단순하다면 재료와 디테일은 반드시 특출한 것이 좋다. ‘디자인은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익숙해져 버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아키데일리archidaily}에 익숙한 고객들에게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스타일이 없는 듯함styleless이 각광받거나 선택받는 시대, 또는 각기 다른 스타일을 원하는 다원화 시대에 건축도 패션 편집 샵과 같은 상황을 맞게 되었다. 편집, 오마주, 또는 인용에 대한 경계가 희미해져 버린 상황 아래에서 창작자로서 내가 취하는 전략은 내가 좋아하는 이미지를 나의 방법들로 조합하는 것이다. 고객들은 스타일을 선택하고 그 속의 만들어진 고유의 이미지를 읽는다.
C. <볼트 하우스>의 난간 © 황효철 D. <오목한 집>의 2층 주방 공간 © 황효철 G. 곡면 벽의 내부 구조 © 황효철 H. <오목한 집> 외부 전경 © 황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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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IN KOREA · Ⅱ WideAR SE 02
OFFICE ARCHITEKTON
제128차 땅집사향
이들이 말하는 ‘수사적이지 않는 건축’은 옳고 그름을 벗어나서,
이야기손님: 우지현, 차상훈 , 최영준
건축 전공자 및 비전공자 모두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이들은
일시 : 2017년 8월 16일
합일을 통한 공동성을 말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 진실을 위한
주제 : 수사적이지 않은 건축
도시 ’를 말한 건축역사학자 레온 크리에Leon Krier, 그리고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가 말하는 ‘형태적 구조’ 분석을 통해 개인의 영역을
오피스 아키텍톤은 대구지역에서 수행한 최근의 리노베이션
넘어서는 건축의 공동적 가치에 대한 논의를 일관되게 탐구한다.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재생과 복원 , 그리고 도시의 의미에 대해
이들은 수사rhetoric 대신 “직접적이고 정확한 공간설계”를 한다고
이야기하였으며, 특히 대구 북성로 지역에 위치한 일제 강점기의
명시한다. 한 인터뷰에서는 “도시가 부흥했음에도 도시의 질이
한옥을 개조한 <북성로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설명하였다.
떨어지는 것에 질문을 던지며 과거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재생
이들은 비록 일식건물들이 이식된 역사의 층위를 담고 있지만 , 이를
프로젝트를 수행함을 밝힌다. 또한 루이스 칸Louis Kahn의 구축적
재생이라는 화두를 통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은 장소의 가치를
태도를 언급하며, “ 건축이란 대지에 내리는 축복”임을 강조한다.
발견하고 나아가 이미지 스펙터클 시대에서의 건조 환경의 건강함을
재생은 노스탤지어나 복원과는 엄연히 다른 현재적 실천임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임을 제시한다.
명시하면서, 이들은 건축의 현재적 가치와 더불어 그 시간성이 포괄하는 공동성에 주목한다.
강의 제목이자 이들의 디자인 철학이기도 한 ‘수사적이지 않은' 건축적 태도를 반영하듯, 아키텍톤의 세 공동대표는 개인적인
지역성과 장소성, 그리고 공동성과 구축의 논리를 논의하는
건축개념과 수법에 한정하지 않는 공적 의미를 찾기 위해, 현재에
맥락은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기인한다. 또한 대형화와
머무르기보다는 현재와 과거를 매개할 수 있는 개념적 토대와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이미지 시대에 대한 비판적 태도는
방법론을 고안하는데 주목한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형이
현대도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대안적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이루어진 일본식 한옥의 표면을 걷어내고, 구조적인 부분을
이들의 태도를 반영한다. 장황하거나 설득을 위한 수사를 지양하고
유지하면서 앗상블라쥬assemblage와 필지의 분할 및 재조합 등의
좀 더 삶의 형태에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건축을 지향하는 이들은,
수법을 통해, 이들은 지역성과 장소성, 그리고 도시재생의 주제를
이미지가 창출하는 평평한 사회에 대한 염려 및 불안을 극복하는데
나름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세 공동대표 모두 대구에서 오랫동안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건축가로서 발언을 하되 겉포장에
시간을 보냈기에,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이들의 건축 작업은 애정이
치우치지 않고자 하는 이들의 태도는 건축과 도시의 실천에 있어서
담긴 일상의 실천이다. 특히 우지현과 최영준 두 사람은 함께 한
‘ 올바름 ’ 에 대한 가치선언이기도 하다 . 무엇이 과연 올바른 것이고 ,
7년여의 네덜란드 생활을 바탕으로 , 친숙한 일상 환경을 비판적
평평함 아래의 깊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풀리지 않는 질문은
거리두기를 통해 접근한다. 또한 대구는 대도시이지만 서울에
차치하고서라도, 수사와 발언 사이의 느슨한 경계를 넘나들면서
비하면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경제적으로 또한 감당할 만한 조건을
이미지 시대의 건축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이들의 건축적 질문은 분명
가지고 있어, 자신들의 생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고 개념에
쉽지 않은 프로젝트이면서 또한 모두에게 남겨진 과제이다.
한정하지 않는 축조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인다.
리뷰 .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미술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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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로의 <오피스 아키텍톤 1> 엑소노메트릭
ARCHITECTS IN KOREA · Ⅱ
근대 건축, 수용과 변용의 미학
근대 목구조 건축물의 존재
WideAR SE 02
글 . 오피스아키텍톤 건축이라는 매개로 미래를 향해 비전을 던지기 위하여, 공간에 관련된 일련의 계획을 기록하고 실행하는 일을 오피스아키텍톤(2012.03.14)에서 함께 수행하고 있는 우지현(계명대학교, 한양대학교 건축대학원, Berlage Institute / 정림건축 , OMA) , 차상훈(경일대학교 / 건축사사무소 ADF, 미르건축) , 최영준(계명대학교 , TU Delft / 김영준도시건축)은 오늘날 범람하는 디자인의 수사(rhetoric) 속에서 직접적이고 정확한 공간설계로 차별화하여, 건축 및 도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자 한다 . 실천된 건축물로는 유행에 따른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을 넘어 오래된 건물의 원형과 장식을 재해석하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들이 다수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양식화되어 한옥이라 불리는 목구조건축은 근대 이전까지 한국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건축 유형이었다. 한옥韓屋의 사전적 의미는 ‘우리나라 고유의 형식으로 지은 집을 양식 건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융희 2년(1908)에 작성된 «가사家舍에 관한 조복문서照覆文書»에 처음 등장한 한옥1이라는 용어가 우리 사회에 양식 건물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면2 한옥은 한국 전통건축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한옥은 오랜 시간동안 한국 전통건축 전체를 포괄하는 집합체적인 역할을 하면서 구축된 원형을 토대로 약간의 변형과 집합을 통해 궁궐과 성곽, 사찰, 관아, 유교건축, 원림과 누정과 같은 공공적 성격의 기능과 살림집이나 상점 등의 사적 성격의 기능을 모두 수용해왔다. 한국의 근대화는 ‘조선 근대화’를 내건 일제(1910~1945)와 ‘조국 근대화’의 실현을 국가 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은
군사정부(1961~1987)에 의해 진행되었다. 도시와 건축적인 면에서, 두 정치세력의 공통점은 전근대를 상징하는 목구조 건축물을 대신하여 서양식 근대건축물을 정치적 선전의 도구로 이용하였다는 점이다. 즉, 목구조 건축물은 도시에서 지워낼 대상이었고 근대건축물은 채워야 할 대상이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사회에서의 근대화는
필자 주 * 1.
송인호·배형민·전봉희 , «한옥의 정의와 개념 정립», 문화관광부 , 2006, p.15
2. 국사편찬위원회 , «삶과 생명의
공간, 집의 문화» , 국사편찬위원회 , 2010, p.106 3. «대구시사»에 따르면 , 대구의
인구는 1914년의 31,949명에서 1927년의 82,549명 , 1930년에 100,000명을 넘어섰고 , 1938년의 168,463명 , 광복 직전 1944년에 206,638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이는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이 절대적인 이유였다.(대구시사편찬위원회, «대구시사», 대구시 , 1973, 제 2권 pp.50~52, 제 3권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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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서양화를 의미하였고, 일본의 식민지 중 하나였던 한국에서는 ‘일본이 들여온 서양’이라는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1910년
경술국치 이후 행정시설을 비롯한 일제의 공공건물들은 주로 벽돌, 철근 콘크리트, 유리와 같이 근대적인 재료로 서양 고전건축의 요소들을 사용한 절충주의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한편 공적 자본이 투입되는 공공건물과 달리 상대적으로 열악한 민간 자본에 의한 주택, 상점과 같은 사적 부문의 건물들은 서양식 근대건축물로 대체되기보다는 전통 목구조건축을 바탕으로 진화하는 양상이 뚜렷해진다.A 위생, 난방, 통풍, 배수, 방음, 공간의 협소함 등의 전통 목구조건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콘크리트, 붉은 벽돌, 유리나 시멘트 기와와 같은 근대적 재료가 부분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1층 구조를 기본으로 하던
A
AOA ARCHITECTS
나가야長屋와 한옥도 근대적 기술의 구축법이 적용되고 진화하여 2층 상가 또는 2층 상가주택으로 건축되었다. 이러한 진화를 통해 생산된 일제강점기의 도시형 한옥과 근대 일식 목구조 건축물은 근대라는
«경성시구개정사업—회고20년», 1930, p.16 B. 대구시가전도( 1910) ,
대구근대역사관 소장 근대 건축 , 수용과 변용의 미학
시공간時空間에서 우리 고유의 형식으로 지어 온 목구조 건축물이
A. 서울 태평로( 1930) ,
근대화에 휩쓸려 사라지지 않고 변화에 적응한 진화의 단편으로 볼 수 있다. 불행하게도 대구의 근대적 도시의 모습 또한 일제에 의한 식민지화된 철도역을 중심으로 탄생하였으며, 이후 직선도로와 격자형 필지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B 도시가 사람과 자동차 그리고 자본의 이동을 위한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확장되는 과정에서 근대 목구조 건축물 또한 근대적 도시의 형태를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 농촌 인구가 도시로 급격하게 몰림3에 따라 부족해진 주택과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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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IN KOREA · Ⅱ WideAR SE 02
C
상점은 주로 서양식 근대건축물이 아닌 목구조 건축물로 건축되었고, 부동산 개발업자에 의해 대량으로 목구조 건축물이 건축되어 상품으로 팔리거나 임대되기도 하였다. 전통도시가 근대도시로 변하는 과정에서 사적 부문으로부터 요구되는 주택과 상점 등 근린생활시설의 대표적인 건축유형으로 나타난 목구조 건축물은 한국의 근대 건축과 도시의 원풍경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였다.C 그러나 오늘날 급격한 산업화와 더불어 대량생산–대량소비를 바탕으로 발전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획일화된 소비 형태를 갖던 대중들이 노스탤지어로서 지난 과거를 향수하는 일종의 사회 병리적 소비현상의 일환으로 근대 목구조 건축물을 주목하거나, 남과의 다름을 소비하여 자신의 사회 자본을 창출함으로써 차별성distinction을 얻고자 사적 부문의 근대 목구조 건축물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와 프로그램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면서 건축물의 역할이 지속된다면, 도시형 한옥과 근대 일식 목구조 건축물은 역사적 연속성 안에 놓여 있는 도시(대구)의 구조를 이해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매개체가 될 것이다. 따라서 역사성과 지역성을 갖고 있는 현대 도시 대구가 과거와의 연속성과 부분들 간의 연계성 부재로 인해 특성 없는 장소들로 채워지고 있는 지금, 도시형 한옥과 근대 일식 목구조 건축물은 도시 구조 안에서 연속성과 연계성을 가질 수 있는 중요한 건축 유형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북성로(1909년 12월 준공)는 1906년에 대구읍성이 헐리고 그 자리에 들어선 신작로 중 하나이다. 대구 상업의 중심지였으며 경상도 최초의 가로등이 설치되고 1920년부터는 한국 최초의 시내버스노선이 들어서는 등 대구의 근대화가 시작된 곳이다. 그로 인해 북성로는 경상감영을 중심으로 한 전근대적 도시조직을 가진 읍성영역과 대구역을 중심으로 한 근대적 도시조직을 가진 태평로의 영역이 서로 만나는 경계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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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기록 –수집 –재생
D
근대화의 분위기 속에서 구시대를 상징하는 과거의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시대의 건물을 신축할 정도의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OFFICE ARCHITEKTON
도시에서는 구시대의 건물을 가면으로 가려 현대(최신)건축물처럼 보이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1.1㎞에 이르는 북성로에는 구시대의 건물인 박공 기와지붕의 목구조 건축물 48채가 존재한다. 북성로 전체의 건물이 120채이므로 48채의 박공 기와지붕의 건물이 40%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비가 새면 기와지붕 위를 슬레이트나
샌드위치 패널로 덮거나 천막을 씌우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그
E
위에 폐타이어를 올려놓는다. 북성로에 면한 파사드는 목구조기둥과 흙벽 위에 벽돌이나 타일 혹은 시멘트를 덧씌웠고, 지붕의 용마루 높이만큼 벽체를 올려서 박공지붕을 가림으로써 마치 평지붕의 근대건축물처럼 보이게끔 위장하였다. 게다가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대부분의 건물들은 대형 간판으로 또 한 겹 덧씌워져 3중구조의 정면 파사드가 형성된다.D, E 이와 같은 기존의 것을 철거하지 않고 새로운 재료로 덧대는 방식은 경제성이 요구되는 오늘날의 인테리어 또는 외관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범람하고 있다. ‘시간=돈’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철거에 드는 비용을 절감케 할 수 있는 덧대는 방식은 기존의 건물을 재해석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이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근대의 건물들은 소멸되지 않고 파사드 뒤에 숨어 근대 건축 , 수용과 변용의 미학
보존된다. 북성로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지난 5년간 북성로를 포함한 대구 도심을 물리적, 비물리적 관점 아래 전반적인 조사를 수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사진과 도면으로 근대 건축물들을 기록하였다. 특히 소위 원룸으로 불리는 다가구 주택을 신축하기 위하여, 또는 유료주차장을 만들기 위하여 철거되어 소멸될 예정인 근대건축물이 주된 조사 대상이었다.F 우리의 이러한 기록이 거듭되면서 건물주, 철거 및 신축 시공자
F
그리고 지자체 공무원들의 관심과 협조를 얻을 수 있게 되었으며, 북성로를 비롯한 대구 원도심 내에서 철거되는 근대 건축물들로부터 수집 및 보관해온 폐건축자재들을 리노베이션 건축물에 재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우리의 행동은 소위 원룸으로 불리는 다가구 주택과 심지어 유료주차장과의 수익성과 비교되는 근대건축물의 가치에 대한 저평가에 대한 저항이다. 그리고 재활용 건축자재 사용이 사적 영역 건물들의 사용 시간을 연장하고, 건축물이 위치한 그 장소의 특징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역할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과 기록의 결과물은 이 장소, 이 도시의 정체성을 지키고 도시민들과 기억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여기에 소개된 세 개의 프로젝트는 기존 목구조 건축물에 약간의 변형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능을 위한 추가 공간의 집합을 통해서 변경된 내부 프로그램의 수용에 대해 높은 적응성을 가진 근대 일식 목구조 건축물의 유형을 활용하여 각각 상가주택에서 사무소로, 주택에서 전시장으로, 단독주택으로 프로그램의 변형을 꾀한 프로젝트이다.
C. 대구도심( 1952) ©Carl Mydans D, E. 북성로 2가 2- 8번지 F.
북성로2가 54- 1 충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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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ARCHITECTS IN KOREA · Ⅱ
G
오피스 아키텍톤 1 G 상가주택에서 사무소로 프로그램의 변환을 꾀한
G. <오피스 아키텍톤 1> 충감도 H. <오피스 아키텍톤 1> 단면도 I.
프로젝트이다. 기존 목구조 건축물은 전통건축에서의 보를
© 김상돈
J. ©Marc Goodwin
서양의 왕대공King Truss으로 대신함으로써 기둥 사이의 간격을
K. < 264, 작은 문학관> 충감도
7.2m까지 확보하였는데,H 근대에 진화된 나가야長屋의 특징을
L. < 264, 작은 문학관> 단면도 M. <북성로 살림집 1> 충감도
드러내기 위해 천장을 걷어내고 지붕틀을 노출하였다.I 또한
N. <북성로 살림집 1> 단면도 WideAR SE 02
왕대공의 결구에는 동양의 전통방식을 적용한 반면 구조적인 보완을 위해 볼트와 너트 같은 기계요소가 가미되는 등 근대화와 산업화에 따른 진화의 흔적을 갖고 있다. 이 집은 1932년 북성로에 면하여 지어진 2층 근대 일식 목구조 건축물로 중심상업지역 상가주택 형식의 원형을 I
유지한 채 태영철망이라는 이름의 상점으로 사용되다 6년째 비워져 방치된 건물을 건축사무소의 용도로 재생하였다.J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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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L
OFFICE ARCHITEKTON
북성로 살림집 1 M
주택에서 전시장으로 프로그램의 변환을 꾀한 프로젝트이다.
현대 주거생활에 맞게 단독주택의 내부공간을 재구성한
사람의 왕래가 빈번했던 도시 가로에 면한 주거의
프로젝트이다.N 기존 집을 매입하여 건축 설계를 의뢰하고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건물 내–외부의 공간구성을 정렬하여
시공사로 하여금 리노베이션 공사를 진행하게 하는데
개인과 사회 및 도시와의 사이에서 내밀한 주거공간을
드는 총 비용이, 건설사가 기획하고 시공하여 분양하는
구성했던 기존 건물의 내, 외벽을 골목길에서도 내부 전시가
전용면적 18평의 복층형 오피스텔을 분양받는 비용과 같다는
드러나도록 흙벽에서 유리로 교체하여 공간의 깊이감을
사실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는 도시 외곽 지역이 아닌
연출하였다.L
대구라는 역사도시의 도심에서 거주하는 방식으로서 원룸과
이 집은 1935년 북성로 이면도로에 지어진 2층 근대
오피스텔이 아닌 단독주택이 리노베이션을 통하여 여전히
일식 목구조 건축물로 도시 주거 형식의 원형을 유지한 채
유효하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주택으로 사용되다 10년째 비워져 방치된 건물을 대구에서
이 집은 1935년 북성로 이면도로에 지어진 대지 14.2평,
활동한 저항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 선생님의 작품과
연면적 18평의 2층 근대 일식 목구조 건축물로 도시 주거
활동을 기리기 위한 작은 규모의 문학관으로 재생하였다.
형식의 원형을 유지한 채 주택으로 사용되다 6년째 비워져 방치된 건물을 대구의 신혼부부가 그들의 첫 보금자리를 선택하는 데 있어 기성품으로 제작되는 집에 대한 대안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주거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결과이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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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건축 , 수용과 변용의 미학
264, 작은 문학관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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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IN KOREA · Ⅱ
RAUM architects
제123차 땅집사향
오신욱의 건축에서 나타나는 들띄우기의 사례들은 한편으로
이야기손님: 오신욱
화이트 큐브와 같은 경직되고 규율적인 미술관 공간을 연상시킨다.
일시: 2017년 3월 15일
하지만 프로이드가 말하는 초자연 개념이 일상과 비일상, 그리고
주제: 들띄우기와 흰색기운
익숙함과 낯설음과 같은 개념항의 명확한 구분보다는 그것들의 뒤섞임을 지칭하는 맥락에서 , 그의 들띄우기 전략은 마주하는 공간
오신욱은 “기운”이라는 단어가 지니는 함의점에 주목하며
환경과의 충만한 관계 맺기의 맥락에서 또한 생각해볼 수 있다.
건물과 대지, 그리고 사람과 그 주변 환경과의 관계성을 건축적인
그가 ‘기운 ’이라는 용어를 통해 공간의 감각적인 차원에 주목하듯,
언어로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강연의 시작에서 그는 철학자 마틴
들띄우기라는 건축 장치는 형식미학을 넘어서 공간의 현상학적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영향을 받았음을 설명하며, 건축의
차원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다. 따라서 오신욱의 들띄우기 개념은
현상학적 차원에 대한 실무적 해결에 많은 관심을 기울임을 밝혔다.
공간을 띄운다는 물리적 이동의 의미와 함께 기분을 고양시킨다는
그는 서울과 부산, 그리고 제주도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고
비물리적 차원을 포괄한다. 다만 , 강의 이후의 한 질문자가
있다.
지적하였듯, 백색표면의 반복적 사용은 주변으로부터 두드러진 오브제이자 배경background으로부터 명확히 구분되는 게슈탈트적
시각적으로 백색 혹은 백색의 가까운 건축표면이 한 가지라면,
형상 figure으로 보이고 싶은 열망을 반영하는 듯하다.
미묘한 방식으로 펼쳐지는 공간성은 라움건축의 또 다른 특징적인 부분이다. 건물의 외부공간은 안정감을 주는 스케일의 범위 내에서
그럼에도 오신욱의 들띄우기 전략은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건축적
띄워지거나, 건물의 매스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빈 공간은
사건의 가능성 또한 제시한다. 인공 환경으로서의 건축공간이
비스듬한 매스의 경계선과 비틀어진 대지경계선이 나선형으로
이벤트나 잔잔한 일상생활의 파장을 다양화시키고 새로운 리듬을
펼쳐짐에 따라 기이한 건축공간을 만들어낸다. 또한 인접하는
만들어내는 기회일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새로운 방식으로서의
창문의 형태를 모방하지만 개구부가 없이 움푹 들어간 ‘가짜 창’의
대지와의 관계 맺기일 것이다. 거주에 대한 하이데거의 에세이
패턴은, 내부에서 경험하는 공간의 볼륨감을 유도한다. 또한 오신욱은 흰색이 불러일으키는 비일상적이고 숭고한 감각에 대해
‹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Building, Dwelling, Thinking›(1951)의 도입 부분에서, 트럭 운전수와 여성 노동자, 그리고 공장의
반복적으로 언급하는데, 이는 한편으로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엔지니어들이 관계하는 건물에서의 일상생활 역시 (다소 난해한
프로이드Sigmund Freud가
말한 ‘초자연적인uncanny’ 공간경험과도
논지 전개가 혼란을 불러일으킴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거주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프로이드의 초자연 논의는 익숙한 일상적
분리될 수 없다는 그의 발언은 축조된 건조 환경의 거주성을
환경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종류로 변모하는 미묘한 순간을
함축한다. 오신욱의 디자인이 거주에 대한 하이데거적인 사유의
뜻한다. 이는 아파트의 복도나 계단과 같은 일상공간을 불현듯 낮선
한국 건축의 실천이라면, 이는 단순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장소로 인식함에 따라 손잡이나 페인트 마감, 혹은 창문이나 그림자
넘어서 축조된 공간 환경의 특이성 혹은 끊임없이 접혀지고 펼쳐지는
등의 디테일에 주목하며 일상생활 층위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사유할
분위기와 정동하는 순간을 탐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이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리뷰 .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미술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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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 · 이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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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인 사옥 ©윤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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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띄우기와 흰색 그리고 부산 바다는 여러 가지 색을 가지고 있지만, 대체로 파란색으로 표현된다. 바다는 보는
글 . 오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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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욱은 동아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건축설계과정에서 스키마(schema)의 의미와 작용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건축가 노정민과 라움건축(Raum)을 설립하여 부산 외국어대학교 마스터 플랜 현상 설계에 당선되었고, <반쪽집>, <아이누리 아트센터> , <마로인사옥>, <옥상라움>, < O+A>, < Inter White> , <남산파티오>, <비꼴로>, <초량도시민박>, <양산 어린집> 등 다수의 작업을 하였다 . 타 분야의 젊은 예술가들과 두차례 [공상전]을 통해 공간실험을 병행하였고, 2014 사고와 발현[(땡)싼집]에 참여하였다 . 최근 10by200 건축가 강연에 참여하였고 , 건축가의 의자전을 기획하여 «짓는의자»를 출판하였다. 현재 한국 건축사이며 동아대학교 겸임교수이고, 부산시 공공건축가이다. 2013년 부산 신인건축가상, 2015년 신진건축사대상 우수상 , 2017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였다.
이의 상황과 감정이 더해짐에 따라 다양한 색과 출렁임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건축과 도시에도 다양한 시점과 감정이 가해지면, 동일한 것이라도 색다른 이미지로 표현될 수 있다. 그만큼 실재에 더해지는 관찰자의 입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는 건축 작업을 함에 있어서 몇 가지 방법을 활용해 기존의 콘텍스트에 순응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집중해왔다. 주변의 상황과 콘텍스트에 새로움을 더하며 도드라짐이 아닌 익숙함으로 방향이 잡히길 원했다. 기존 콘텍스트에 낯섦을 새롭게 던지면서, 머지않아 오래된 익숙함으로 변해가기를 바랐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들띄우기와 흰색을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찾고자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의미는 건축이 장소가 되게 한다. 또한 이 방식을 통해서 기능이나 공간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의미가 살아 움직이도록 한다. 본래의 기능에 새로운 기능이 들띄워지고 하나의 공간에 새로운 분위기의 공간이 들띄워질 때, 기능과 공간의 의미에 조금씩 움직임과 변화가 나타난다. 예컨대 계단의 경우 수직 이동뿐 아니라 조망과 휴식 그리고 기억을 매개하는 장치로서 기능을 할 때 그 의미가 주변을 아우르는 것으로 확장된다. 그렇게 건축의 모든 것은, 다시 오래된 새로움으로 자리 잡는다. 내부의 공간 역시 하나의 기능뿐 아니라 다기능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기능으로부터 의미를 조절하는 힘이 생긴다. 이처럼 건축과 공간의 의미를 조절하기 위해 들띄우기와 흰색에 집중한다.
들띄우기 실험 2011년 [공간실험전: mutation]에서 선보인 작업A의 의도는 보는 시각에 따라
프레임이 겹쳐지거나 분리되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관람객이 움직이며 이미지를 겹치거나 분리하는 경험을 통해 프레임과 실제 이미지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을 느끼게 하였다. 들띄우기는 표면과 구조체, 구축된 물질과 A
공간, 2차원과 3차원 볼륨 사이를 분리하거나 겹치면서 그들 사이의 관계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2차원의 표면과 3차원의 볼륨뿐 아니라 물질과 이미지의 경계에 존재하는 의미Meaning로도 확대해 적용될 수 있다. 이것은 하늘과 건축, 땅과 건축, 공간과 공간, 공간과 물질, 이미지와 실제 사이를 여러 방식으로 조작하면서 조절하는 방법으로서, 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의미들 사이에 개입해 그것을 포개어 덧대거나 분리함으로써 심화시킬 수 있다.
흰색에의 집중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집들은 지중해의 기후적 특성에 의해 흰색이 되었고,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는 순수함의 입방체가 되기 위해 흰색이 되었다. 흰색은 값이 싸지만 시각적으로 명료하고, 순결한 의미를 강조하기에 용이하다. 삼원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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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합쳐지면 흰색이 되고, 책에서의 흰색은 활자를 위해 비워진 영역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흰옷을 숭상해온 전통을 가진 백의민족이므로 흰색을 익숙하게 여긴다. 하지만 현대도시에서 막상 흰색에 맞닥뜨리면 의외로 시선을 떼기 어렵다. 주변에 비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뚜렷한 색은 처음에는 집중적인 응시의 대상이 되지만, 점차 눈에 익고 나면 마치 오래전부터 함께했던 RAUM ARCHITECTS
것처럼 익숙해진다. 흰색 건축은 기존의 콘텍스트에 힘 있는 한 마디를 던지고, 점차 주변을 존중하면서 변화시키는 잠재력을 가진다. 완벽한 여백이면서도 순수하고 명료한 채움인 것이다. 더불어 하늘을 받아들이고 땅을 바라보며 풍광을 끌어당길 때 그 힘은 더 강해진다. 빛과 함께, 새로운 색이 아닌 여백으로 작용하여 콘텍스트에 변화를 주는 장치가 된다. 사람들은 산에 오르듯 건축을 오를 것이다. 바다 위의 하늘을 쳐다보듯 공간 사이의 하늘을 응시하고, 땅에 드리운 그림자를 통해 시간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풍부한 경험을 유도하기 위해 하늘과 땅 사이에 건축공간을 만든다. 이때 흰색의 들띄우기 공간은 아련해지고, 빛과 시간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흰색과 들띄우기는 창, 구멍, 옥상, 계단, 사이 공간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개념으로 우연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우연의 시계는 부산의 이미지를 파편처럼 조각낼 것이다. 그렇게 조각난 부산의 콘텍스트와 이미지는 경험자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유보되었다가 시차를 두고 새롭게 결합한다. 순간적으로 유보된 이미지에 부산의 하늘과 땅, 마을, 길, 도시가 덧대어지면서 공간과 장소의 새로운 이야기와 경험이 만들어지고, 이처럼 들띄우기와 흰색에 의해 우연적이고 갑작스럽게 나타난 새로움은 부산의 이미지와 결합하고 공간의 경험이 더해짐에 따라 점점 익숙함으로 변하면서 기존의 콘텍스트와 대화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반쪽집B 바다가 보이는 부산 외곽에 터를 잡고 있던 작은 집이 도로 확장으로
B
서재원 · 이의행
인해 반쪽으로 잘려 나갔다. 집주인은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까닭에 기존 집을 떠나 새로운 터전을 찾을 수는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러한 조건이 <반쪽집>의 시작점이다. 다시 말해, 이 프로젝트는 ‘잘려나간 집터에 보상받은 금액만으로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의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나아가, 반쪽이 되어버린 집에서 홀로 거주하는 집주인의 생활패턴을 담아내는 온전한 집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랐다. 먼저 형태를 잡기 위해 새로운 도로의 선과 대지의 선을 3차원적인 표면으로 확장하고 이 둘을 들띄웠다. 그렇게 들띄워진 표면들은 2차원적인 건축물의 표면을 넘어 빛과 결합하고 공간, 볼륨, 땅, 도시,
도로를 추상화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반쪽집>은 외부의 다양한 시선에 의해서 들띄우기라는 조작의 흔적을 이미지로 생성하고, 생성된 이미지는
© 윤준환
마치 대화의 상대처럼 다양하게 화답한다. 다이어그램C에서 볼 수 있듯이 땅의 표면을 외곽에 둠으로써 경계를 강조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볼륨과 공간의 단면을 가볍게 드러내고자 하였다. 즉, 깊이에 따라 다양한 의미의 표면들을 줄 세우고 비틀어서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의미의 시각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분명하지 않은 의미의 이미지들을 빛과 결합시켜 최종의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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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형태가 완성되도록 하였다. 또한 건물을 칼로 썩둑 자른 것처럼 보이게 하여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 하마터면 삶의 터전을 박탈당할 뻔했던 누군가의 사연을 건축으로 비판하고자 하였다. 도로에 의해 잘린 표면을 통해 기존의 땅이 어디까지 어떻게
ARCHITECTS IN KOREA · Ⅱ
잘려나갔는지를 숨기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완전한 반쪽집임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반쪽집>에서의 들띄우기는 때로는 영역을 한정하고, 때로는 주변의 콘텍스트와 관계를 맺으며, 때로는 조형적인 이미지를 제공한다.
모순된 벽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 그리고 센텀시티는 세계적 명성과 자본이 집중되어 급성장하고 있지만 그 주변부에는 아직 관습적으로 소외되어 한동안 개발이 멈춰진 장소가 많이 있다. <마로인 사옥>D은 아파트형 공장 틈바구니에 있던 벤처기업의 사옥을 옮기는 프로젝트로서 모두가 입성하고 싶어 하는 센텀시티를 벗어난다는 모순된 생각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침체된 지역에 위치한 가로변에 기업 이미지에 적합한 볼륨과 매끈한 E
표면을 통해 주변과는 차별화된 장소를 만들고, 그 장소가 이 가로의 변화를 견인하게 할 조그만 동인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작업을 시작하였다. 다양한 건축적 제한선을 이용하여 여러 개의 면을 만들고, 그 면들을 들띄워 볼륨을 만들었다. 그리고 각각의 볼륨에서 서로 다른 볼륨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건물의 이용자들이 시선을 통해 장면뿐 아니라 표면의 촉감과 빛 등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간을 느끼게끔 시각적인 외피와 지각적인 표면,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만들어지는 공간과 빛의 효과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생성된 경험은 이미지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며, 주변부의 표면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반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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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투영의 이미지는 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적으로 확장한다. 이 건물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중요한 요소는 2, 3층에 띄워져 매달려 있는 벽체와 순백색의 표면이다. 이는 기업의 이미지를 위한 것으로 건물 전체를 가볍고도 육중한 볼륨으로 만들어 낸다. 이 벽체와 표면은 의도적으로 만질 수 없게 하여 모순된 벽임을 표상하지만 1층에서 진입부임을 암시하고 하늘로 열려있어 방문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2층에서는 오직 지켜보는 것만 가능한 은은한 빛의 우물을 감싸는 표면으로 존재하면서 다양한 영상의 바탕이 되고,E 3층에서는 2층과는 달리 하늘과 벽의 표면이 오버랩 되어 내외부공간과 함께 모순된 벽이라는 사실이 인식되도록 계획하였다.F
G
옥상라움G 도시의 건물들은 대부분 옥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도심 상업지역 건물의 옥상은 대개 출입이 차단되고 에어컨의 실외기, 무늬뿐인 조경, 통신사의 안테나, 광고탑 등에 의해 점용 당한 상태이다. 도심 건물들이 가지고 있는 옥상은 건물들이 서 있는 땅의 50% 이상이며, 그 공간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은 우리가 잊고 있던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 이유로 이 오피스텔의 옥상 활용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고, 그 용도는 아틀리에의 작업공간으로 귀결되었다. 라움의 공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H
옥탑방, 짜투리 공간, 거들떠보지 않는 공간의 변신이라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큰 건물이 가지고 있는 옥상에 조그만 작업공간을 꾸리고, 외부 공간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아트 스페이스로 계획했다. 라움의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진입로는 의외로 옥상의 외부공간을 지나치도록 되어있다. 이는 옥상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된 장치이다. 또한 작업공간의 볼륨은 기존 건물의 엘리베이터 및 주차타워의 볼륨과 의도적으로 분리하여 이 공간이 옥상이었다는 원초적 조건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옥탑 볼륨과 새로이 만든 작업공간의 볼륨 사이에는 중정을 두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다.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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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AUM ARCHITECTS
I
K
외부의 마감재와 색상을 분리해 공간의 인식을 시도하였고, 이 공간은 하늘로 열려있고, 적당한 투명성과 에워쌈을 통해 무한한 잠재력의 공간으로 존재한다. 내부 공간의 확장과 볼륨간의 분리, 보이드와 솔리드의 대화 등으로 설명될 수 있고,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되었다. 다시 말해 <옥상라움>은 버려져 있던 옥상 공간의 재발견과 활용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전시(아트 스페이스)기능을 통해 미력하나마 공공성을 부여하여 세상을 향해 열린 공간이고자 했다.
내러티브 Narrative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먼저 술자리를 갖자는 들띄우기와 흰색 그리고 부산
건축주의 이색적인 제안으로 시작된 <O+A빌딩>I은 임대시설과 사무공간을
L
계획하는 것이었다. 비정형의 독특한 대지에서 관계라는 문제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건물에 투영시킬 것인가가 건축 작업의 관건이었다. 우선 땅의 형상으로부터 만들어진 선들을 3차원으로 확장시켰다.J, K 즉, 들띄우기를 하면서 수직적으로 재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형상을 완성한 것이다. 정면에서도 내부공간의 들띄우기에 의해 만들어진 표면의 차이를 드러냈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매 층마다 다른 시야를 제공한다. 내부의 계단에는 부산 산복도로의 골목길과 계단을 오르는 것과 같은 경험을 담고자 했다.L 그 경험을 통해 공간의 이미지를 체득하고, 이 공간의 경험이 도시와 건축물의 관계를 이미지로 받아들임으로써 시간적, 장소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 작업을 통해서 새롭게 제공된 건축공간이 부산의 도심과 산복도로 사이의 단절된 지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와 기억을 만들어주는 장소로 남기를 원했다.
인터화이트Inter-WhiteM
M
오랫동안 답습해온 상가주택의 전형을 탈피하기 위한 시도로서, 층마다 세대를 올리는 수직적 구성이 아니라 임대공간과 주거공간을 수평적으로 나눈 뒤에 계단을 통해 서로를 연결했다. 이러한 구성은 단독주택의 독립성과 임대주택의 연속성을 동시에 구현한다. 지금껏 도심의 상가주택은 언제나 경제성의 논리에 의해 상가가 중심이 되었고, 주거 공간은 그 위로 내몰린 탓에 각자의 마당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주거와 임대공간을 수평적으로 분리하고 주거를 수직적으로 구성하면, 하늘과 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모두가 누리게 된다. 이것은 도심에서 주거와 상업이 공존할 방법 중 하나이다. 부산의 신흥주거지인 화명신도시 언저리에 위치한 대지의 형태는 삼각형이었다. 땅의 형상대로 입방체를 배치하고 그사이를 들띄우면서 두 개의
D– I, L, M. ©윤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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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을 분리하였다. 분리된 입방체 중 하나는 임대공간이 되고, 나머지는 단독주택이 된다. 임대공간의 입방체는 층별로 비틀어지면서 조형적인 자극을 불러일으키고 N
개체성을 드러낸다. 입방체는 처음부터 백색이었다. 이 백색의 입방체는 두 개로
ARCHITECTS IN KOREA · Ⅱ
갈라져서 그 사이로 사람을 이끈다. 이 공간은 외부이면서도 영역이 한정되고, 이용자에게 입구라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암시한다. 이 사이 공간을 따라 오르면 임대세대 각각의 입구에 이르고, 이 공간은 빛을 통해 백색의 분위기가 극대화된다.N 백색의 덩어리들이 들띄워지면서 갈라짐에 따라 그 사이 공간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공간이 된다. 그것은 임차인과 임대인, 단독주택과 원룸, 수직과 수평, 큰 것과 작은 것을 연결하는 에너지로서 이는 자연스레 새로운 커뮤니티로 귀결된다.
남산 파티오Patio O 테라스와 발코니는 서구에서 가장 선호되는 공간이지만 우리 도시에서는 실내 공간에 대한 욕구에 가로막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유리로 막거나 확장해 실내가 되면서 그 고유의 색깔은 사라진다. <남산 파티오>에서는 이렇게 사라져 가는 테라스와 발코니를 대체할 수 있는 공간, 즉 장소를 만들고자 했다. 사라져버릴 테라스나 발코니가 아닌 우리 삶과 함께 지속될 자유 공간을 만들어 본 것이다. 이 장소는 삶의 여유가 되고, 때로는 목표나 숙제가 되기도 한다. 파티오는 다중적 의미를 가지는데, 예를 들면 외부의 거실, 진입 마당, 텃밭, 때로는 가사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파티오는 사용자에게 관리를 비롯한 어루만져 주기를 요청한다. 이를 통해 건축공간과 거주자는 하나가 되고 공간은 단순하게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능으로 채워지며 살아 움직이는 장소로 완성된다. WideAR SE 02
건물은 대지를 에워싸면서 내부에 파티오를 품는다. 부산의 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중정P과 도시를 향해 수평으로 열려있는 자유 공간이 만나 관계를 맺고 이 관계가 파티오의 의미를 완성한다. 파티오를 중심으로 동선이 흐르고 벽돌로 이루어진 내부 벽면은 깊이 있는 촉각적 이미지를 전달한다. 벽돌벽 전체가 하나의 실루엣을 제공함으로써 각 층에 수직적으로 적층되어 있는 자유 공간을 하나로 연결하고 중정의 공간과 곳곳에 떠있는 파티오는 주거 공간에 잠재적인 요소로 제공됨으로써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도시의 관계를 맺어주는 자유 공간으로 작동할 것이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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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대연동 JK하우스Q 금속공예를 전공하는 집주인의 특성을 건축에 담아내기 위해 조소적인 기법을
Q
사용한 작업이다. 깎아내고 절단하면서 전체를 통일된 하나의 볼륨으로 다듬는 AOA ARCHITECTS
과정을 진행하였고, 주변과의 분리, 결합을 시도하는 시선을 만들어내었다. 특히 금속루버의 선을 이용하여 외부의 시선과 내부의 시선을 다르게 처리하였고, 이렇게 처리된 공간이 이 주택의 중요한 이미지가 되었다. 삼각형 형상의 땅 위에 정방형 볼륨을 만들고, 그 사이를 연결하면서 공간을 채워나가는 것은 지속적으로 시도해왔던 들띄우기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 작업에서는 육중한 콘크리트 외벽을 진입부에서 단절시키고, 단절된 구간에 가벼운 성격을 지닌 가늘고 긴 금속루버를 설치하여 재연결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었다. 콘크리트의 무거움과 금속루버의 가벼움의 충돌에 의해 형성된 깊이감은 묘한 공간감과 시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루버에 의해 만들어진 선들의 집합은 착시효과와 함께 외부에서 다양한 이미지로 변화하면서 입구라는 지시성을 강조한다. 가늘게 다듬어진 흰색루버는 외부에서 시선을 조정하고 햇빛을 조절하며 그림자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또한,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면으로도 보이고 선으로도 보이며 그 안에 공간이 있음을 암시한다. 조명을 더하면 마치 전통적인 창살에 바른 한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에서 밖을 향해 계단을 내려올 때 이 선들은 외부의 풍광을 가늘게 분리시키면서 내부를 향해 들어오는 시선에 대항하며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하는 가능성의 장치가 된다.
모닝 듀R 도시민박은 관광활성화 및 원도심 재생을 위해 새롭게 제정된 용도로, 230㎡
R
이하의 단독주택에 집주인이 거주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에 한해 숙박업을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 프로젝트는 클라이언트도 외국인이고, 이용자도 외지인이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우리의 삶과 타문화가 묘한 규칙과 질서로 직조된 장소인 초량의 대지를 선택하였고, 이곳에 초량의 오래된 결을 존중하면서 새로움을 담을 수 있는 도시민박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이 건물은 만들어진 이후에도 외지인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운영될 운명이기에 초량이 가지고 있는 장소적인 특성을 전달하는 힘이 담긴 건축이 되기를 바랐다. 초량은 부산의 역사와 삶의 기록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지역이다. 생존을 위한 처절함 속에서 최소한의 필요를 충족하는 집들이 하나둘 씩 생겨나며 점차 과밀한 환경이 되었으며, 개항지로서 다양한 문물에 적응하면서 타문화와의 결합이 일어났던 장소이기도 하다. 초량은 질서 없이 오직 일상의 요구만을 충족시키려 했던 시대의 흔적이며 동시에 오랜 시간 동안 스쳐 지나간 타문화의 물결이 부분부분 엮이면서 완성된 장소이다. 이곳에 자리 잡은 다양한 구축물들은 산에서 바다를 보고 하늘을 느끼면서 새로움과 오래됨을 서로 관계지어 고유의 풍광을 만들어 내고, 이는 곧 초량이 품고 있는 개항지로서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초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들은 경사지 위에 일반인들의 손으로 조급하게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들은 거칠게 자리 잡고 있지만 오랜 시간을 거치며, 지금의 우리에게는 친근하게 다가온다. 오묘하게 정리된 규칙이 질서를 만들어 친근한 도시의 풍광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국 이곳에서의 삶으로부터 비롯된 규칙과 질서에 다름 아니다. N– R. © 윤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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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IN KOREA · Ⅱ WideAR SE 02
Samhyun Urban & Architecture
제134차 땅집사향
통해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감정’이란 개념을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손님: 김용남
풀어내는 방식에 있다고 본다.
일시: 2018년 2월 21일 주제 : 질문의 건축
김용남은 다른 무엇보다 자신이 좋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그의 작업을 위한 시작점으로 삼는다 . 자칫 휴머니즘적
강의에서 김용남은 오피스텔을 포함한 집합주택 설계에 있어서
감상처럼 들리기도 하는 이러한 발언은, 건축이라는 추상적
‘ 감정 ’ 이라는 주제에 대해 일관되게 사유하고 이를 건축적으로
세계와 자신을 어떤 식으로 관계 맺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풀어내는 과정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하였다. 그는 최근
비롯하는 것이다. 건축의 세계는 광범위하고, 쉽게 답을
공동주거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로 주목받고
내릴 수 없는 분야이다. 그럼에도 한 개인으로서 건축이라는
있다. 활동의 기반은 부산지역에 두고 있지만 어느덧 그는 전국구로
현상을 접근하는 방식이나 관점이 미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2016년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당연하면서도 명백한 한계로 작용한다 . 건축역사 교과서에서 볼 수
한국관(용적률 게임)에 초대되었으며, 그의 주요 프로젝트인
있는 거장의 건축 또한 (그것이 로코코 이후의 신고전주의이든
<디온플레이스>, <레지던스 엘가>, <베르나움>과 같은 오피스텔 및 집합주거 작업은 여러 매체에서 또한 상세히 다루어진 바 있다.
혹은 2차 대전 이후의 모더니즘이든 간에) 당면한 현실에 대한 고민과 대응의 결과일 것이다. 나아가 비슷한 시기를 공유한 건축가라 할지라도 (가령 1960년대의 케빈 린치나 로버트 벤츄리와
그의 건축은 단위공간들을 조합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 그리고
같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매우 다른 접근을 하는 것을 볼 수
편안한 — 공간환경을 대규모 스케일에서 창출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
있다 . 이는 건축을 생각하고 실천함에 있어서 답이 없다는
<레지던스 엘가> 같은 경우는 그 특이한 형태 때문에 공사비의 문제 그리고 초기에는 약간의 형태적 거부감 탓에 분양 등의 현실적
자명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고 , 반대로 자칫 나이브하고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입주를 원하는 대기자가 줄을 서 있을
무엇이라면, 중요한 건축적 탐구의 대상이기도 할 것이다.
정도로 인기가 있다. <엘가>는 박스형태의 단위공간이 수직과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을 보고 무엇이 어떻게 아름답다고
수평으로 돌출 및 후퇴하면서 다양한 오픈 스페이스를 만들어내며,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없고, 나아가 그러한
공간적 실험을 넘어서 다양한 이웃들 간의 소통 및 교류를
기준 -없음의 상황은 오히려 마음 속 혹은 신체의 표면에서
만들어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그는 오피스텔을 설계함에 있어서,
우러나오는 생각과 감정/감각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준이
‘ 왜 테라스는 마당이 될 수 없는가 ’ 라는 질문을 통해 공간설계에
될 수 있다는 칸트식의 미학적 탐구는, 건축을 사유함에 있어서
있어서 기능적 요구를 만족시키는 한편 정서적 편안함과 교감을 위한
또한 유의미한 고민이다. 물론 모두가 싫어하는 무언가를 궁극적
부분에 많은 투자를 한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아파트 설계에서,
해법으로 제안하는 경우에는 그 타당성에 대한 재고의 필요가
그는 급격한 경사지형 위에 반원의 펼쳐진 배치를 구성하여 다양한
있겠지만, 그 제안이 건축물을 둘러싼 일상생활에 있어서 공감대를
유닛과 경관을 유도하기도 한다 . 집합주거에 대한 다양한 건축
형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종류라고 한다면 , 한 개인으로서의
실험은 분명 국내외에서 매우 광범위한 현상이고 또한 오랜 역사를
건축적 제안은 공론화 혹은 공적 담론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일
지니고 있지만, 이를 대하는 김용남의 태도에는 무언가 다른 지점이
것이다. 리뷰.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미술사학 박사)
있는 듯하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 필자는 그가 여러 경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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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엽적인 생각 또한 ,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고 추구되어져야 하는
AOA ARCHITECTS
<베르나움> ©윤준환
ARCHITECTS IN KOREA · Ⅱ WideAR SE 02
좌. <레지던스 엘가> ©윤준환 / 우 . <금융센터 디온플레이스> ©윤준환
AOA ARCHITECTS
서재원 · 이의행
ARCHITECTS IN KOREA · Ⅱ
새로운 눈을 갖기 위한 발견의 방식, 질문
인간의 알고리즘Algorithm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알고리즘이라는 용어는 수학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주로 쓰이는 용어이지만, 이
글 . 김용남
WideAR SE 02
김용남은 건축물을 인간이 사는 유기체로 보고 환경과 인간이 건축물과 유기적인 관계 설정에 관심을 두고 질문을 던지는 건축 집단 , (주)삼현도시종합건축사사무소의 대표 건축가로 동아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을 수료했다 . 공간 종합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동의대학교 겸임 교수 , 인제대학교 외래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동아대학교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다 . 수상경력으로는 부산시 부산다운 건축상 동상 (2008년, 2014년) , 부산시 부산다운 건축상 금상 (2015년), 한국 건축가협회 부산시 건축가회 신인건축가상 (2012년) ,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건축가 초청 전시 (2016년) 등이 있다 .
글에서는 개인적 인식의 도구로써 사물과 인간을 횡단하여 작동하는 과정, 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이라는 넓은 의미의 단어로 사용하고자 한다. 건축도 결국 인간으로 시작해서 인간으로 귀결될 것이므로, 건축가는 인간의 본성이 가지고 있는 작동원리 또는 알고리즘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인간의 본성 또는 알고리즘이 결국 건축물의 형태를 생성하리라 보고, 인간 존재에 대한 간단한 생각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스피노자는 자연 안에 존재하는 만물들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려 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 때문에 사람은 사물을 판단할 때 그것이 자신에게 유용한가의 여부를 따지려 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보기 위한 눈, 씹기 위한 이, 음식을 위한 식물과 동물, 빛을 위한 태양 등을 자신의 안과 밖에서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은 모든 자연물을 자신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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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B
C
AOA ARCHITECTS
하지만 태양은 인간에게 빛을 비추기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동식물들은 인간의 먹이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좋은 날씨와 나쁜 날씨를 구분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에게 얼마나 유리한 가의 여부에 따른 자의적 새로운 눈을 갖기 위한 발견의 방식 , 질문
구분에 불과하다. 사람은 곤충에 대해서도 해충과 익충으로 구분하지만, 애초부터 해충이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 만물은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은 인간이 자연에게 부여한 '목적'과 무관하게 존재한다. 오히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찌꺼기인 ‘산소’를 생명유지의 근간으로 삼고, 식물이 번식을 위해 제공하는 ‘열매와 씨앗’을 먹고 산다. 그리고 고등동물인 인간은 그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까지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삼으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근대 이전의 인간은 집과 옷을 비롯한 각종 도구 심지어는 정신적인 안정까지도 전적으로 식물에게 의존해 왔다. 인간과 식물의 관계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을 제외한 만물과의 관계 설정, 곧 알고리즘의 재편집이 이제는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그 인식의 기초는 모든 만물은 이미 공통적으로 동일한 본성을 나누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인간이 가진 감정 Emotion의 역할은 끝난 것인가? 감정은 흔히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표현된다. 물론 희로애락으로 표현되지 않는 무수한 감정들도 존재한다. 우리의 삶과 제도 안에서 감정은 이성과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감정이야말로 모든 것을 제거했을 때 마지막으로 남는 진실이 아닐까? 감정을 이해하면, 인간이라는 개체가 이미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 한 사람이 큰 슬픔에 빠져 울면 모두 슬퍼지고, 누군가 기쁨이 북받쳐 즐거워하면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이 즐거운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누군가 억울한 감정을 호소하면 모두가 일어나 분개한다. 인간의 감정은 마치 일렁이는 파도와 같아서 수많은 방식으로 외적인 원인에 의해 휘둘리며, 감정에 휘둘린 인간은 운명과 결과를 알지 못한 채 동요하지만, 감정이야말로 ‘공동체’를 인식할 수 있는 중요한 알고리즘이 아닐까?
A. <베르나움> 전경 © 윤준환 B. 조경이 적용된 <베르나움>의 입면 © 윤준환 C. 건물의 중심부를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베르나움>의 외부 공용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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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나 도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측정되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감정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다. ‘인간이라는 공동체’ 또한 마찬가지로 인식될 수 있다. WideAR SE 02
또한 감정은 행幸, 불행不幸의 직접적 표현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인간은 혼자 고립되거나 분리되어 있다고 느낄 때 직접적인 불행의 감정을 느끼며, 커다란 하나의 집단에 속해 있거나 연결되어 있다고 인식할 때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커다란 하나로서 ‘인간 공동체에 대한 인식’을 가질 때, 감정은 인식을 연결하는 튼튼한 고리로서 작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감정을 건축으로 표현해보면, 우리가 짓는 고층 건물의 각 방들은 모두 다른 ‘나’가 들어가서 살 것이며, 우리가 세우는 튼튼한 기초는 모두 내 자식들이 살 집이고, 우리가 디자인하는 아름다운 집들은 모두 내가 사랑하는 애인이 살 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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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는 단어에는 불안정한, 불확실한, 변덕스러운 등의 판단이 내포되어 있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감정과 같은 내적 자극은 이성과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라, 이성이 할 수 없는 직관적 영역까지 우리의 인식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다. 지성을 갖춘 인간은 설명하는 동물이 되었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 역사와, 구조와, 이유들을 설명했다. 그중 대부분은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 귀로 나갔다. 영혼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원했다. 그것은 제 나름의 타고난 지식을 가지고 새로운 눈을 갖기 위한 발견의 방식 , 질문
있었다. 어느 쪽으로 날아가야 할지 모르는 불쌍한 새처럼, 그것은 불행하게도 설명의 상층 구조 ‘위에’ 내려앉았다. — 솔 벨로, «샘러 씨의 행성Mr. Sammler’s Planet»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어디까지 인가? 우리는 매일 매일을 살아가면서도 보통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사고 진행 과정에 대해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 채 깨어 있는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정신이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무엇을 조심하고 어떻게 스스로 대화하며 무엇을 간과하는지 알지 못한다. 또한 우리는 자신이 가진 육감의 본질은 무엇이며 우리 기쁨의 고조기와 저조기가 언제인지, 우리가 무엇을 잘못 감지하는지 알지 못한다.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거의 아무 생각도 없이 먹고, 일하고, 대화하고, 걱정하고, 희망하고, 계획하고, 사랑을 나누고, TV를 시청한다. 개인의 인식은 때로 순간적으로 찾아온다. 보는 자신을 보는 것, 느끼는 자신을 느끼는 것. 주의력을 기울이면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이 들리는 새로운 인식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찾는 목표는 멀리 있지 않고 무척 가까이 있는 듯하다. 많은 예술가들이, 삶 자체가 완전한 인식을 갖추게 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혹자는 우리가 그토록 공부하고, 연구하고, 찾아 헤매는 창의적 아이디어는 완전한 인식에 비하면 임시 변통적인 구멍 메우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완전한 인식이 없는
D. <디온플레이스> 전경 © 윤준환
소위 창의적 예술은 거의 모든 사람이 몽유병자처럼 자면서 걷고 있는 세상으로부터
E. 계단식으로 연속되는 <디온플레이스>의
억지로 그 의미를 찾아내려는 불완전한 헛수고에 불과한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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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목표는 수많은 시각적 대상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보다 완벽한 눈을 갖는 것에 있다. 즉 발견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데 있다.
외부 공용 공간 ©윤준환 외부 공용 공간의 구성을 나타내는 <디온플레이스> 단면도 G. 전면 도로에서 바라본 <레지던스 엘가> 전경 ©윤준환 H. 주변의 일반적인 오피스텔 건물들 사이에 위치한 <레지던스 엘가>의 입면 ©윤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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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A schweitzer song
제124차 땅집사향
어두운 색상”을 지나치게 강조하였음을 지적한다. 루버의 띠가
이야기손님: 송률, 크리스티안 슈바이처
만들어내는 선적인 구성과 기와를 연상시키는 검은 색채는 이들의
일시: 2017년 4월 12일
작업에서 완전하게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하며, 이는 현대적
주제 : 길 _에움길 _ 샛길 , 건축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감각에 기반한 전통성을 건축적으로 구현한다는, 과거의 맥락과 권위를 존중하지만 그 속에 함몰되기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독일과 한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고 활동한 송률과 크리스티안
있는 것들에 주목하여 대안을 제시한다는 윤리성을 반영한다.
슈바이처Christian Schweitzer는,
송률과 슈바이처는 한옥 위에 비슷한 느낌의 육중한 매스를 문자
건축 뿐 아니라 철학과 예술학 ,
문화연구와 인류학 등의 다양한 학제경험과 더불어 전시기획과
그대로 ‘올려놓은’ 프로젝트 또한 시도한다. 전통적인 돌담의 벽체와
교육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였다 . 강의 주제의 핵심어인
기와지붕, 그리고 그 위에 현대건축의 어휘가 물질화되어 공존하는
‘ 길 ’ 은 도시개발이나 기술발전에 따른 근대화와는 어느 정도
스펙터클을 연출하는 이들의 작업은, 한편으로 장소의 기억과
대치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들은 전통-근대라는 상투적 도식에
전통성의 보전이란 측면에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의존하기보다는 그 융합과 뒤섞임을 나름의 방식으로 선보이며,
하지만 이는 위 서인사마당 사례와 비슷하게, 무엇이 장소이고
변화하는 사회의 속도성이나 감각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무엇이 기억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건축적 제안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장소는 현재진행형이고 기억은 불특정 다수의 파편들이
2012년에 진행된 ' 헤리티지 투모로우 서인사마당 ' 공모전에
뭉쳐지고 흩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따른 , 특수한 시공간의 차원에
당선된 전통 복합 문화센터 제안은 송률과 슈바이처가 추구하는
한정하지 않는 열린 장이라는 맥락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융합과 뒤섞임의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사례이다. 이들은 “기억의 장소, 윤리의 건축”이라는 공모 주제에 따라 인사동이라는 장소의
물론 전통 -근대 이분법의 극복을 통한 공존과 열린 공적 장의
기억과 가치를 반영하는 디자인을 제안하였다. 주변의 한옥건물의
도출이라는 지점이 송률과 슈바이처의 작업 전부를 대표하지는
낮은 지붕이나 나무 및 석재에 의해 시공된 벽체가 가져다주는
않는다. 이들은 독일과 한국에서의 다학제적 연구 및 실무경험을
밝은 느낌과는 대조적으로, 이들의 제안은 다소 어둡고, 수직으로
바탕으로 건축 작업을 지속해 나가며, 변화하는 사회에 대해 건축이
상승하며, 다소 무거운 느낌의 매스를 건축 대지에 구현하는 것이다.
제시할 수 있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보다는 끊임없이 유동하는
해당 문화공간의 지상층 창문이 밝은 느낌이고, 나머지 공간은 두
사회의 지층과 맞물리면서 다소 약한 방식으로 건축을 실천한다.
개의 매스로 구분되었음에도 그 둘 사이의 시각적 분리는 두드러지지
SUPA의 작업은 소규모이고 , 때로는 급진적이며 , 상상력에
않는다. 벽체 및 파사드는 일련의 루버들로 구성되어 단일하고
기반을 하는 매체적 실험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이는 기술발전
육중한 매스가 아닌 분산된 느낌을 자아내며, 나아가 주변 한옥의
시대의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제시한 20세기 초중반의 근대건축
기와 띠들이 만들어내는 선적 느낌과도 어느 정도 맥락을 유지시켜
국제회의CIAM, 20세기 후반 근대건축 및 도시계획이 간과한 인간적
준다.
스케일의 회복을 실천한 뉴 어버니즘New Urbanism, 그리고 급격한 도시화와 도시 브랜딩branding이 간과하는 공동체 정신이나 재생의
송률과 슈바이처의 서인사마당 공모전에 대해 , 한 심사자는 “지붕
가능성 등과 같은 담론 및 역사적 순간들과의 관계 속에서 21세기
경사와 한옥의 시각적 모호함을 연상시키는 입면의 루버 처리 등
신자유주의 시대의 건축실천의 가능성과 그 한계를 생각해볼 수 있는
조형이 일관된 어휘를 지니고 있음”에 주목한다 . 하지만 또 다른
계기이다. 리뷰.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미술사학 박사)
심사자는, 그들의 디자인이 “주변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건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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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S하우스> ©송률
ARCHITECTS IN KOREA · Ⅱ
길, 에움길, 샛길
I 우리가 어떤 작업을 시작하게 될 때는 항상 그 상황에서의 ‘속함belonging’이라는
글 . 송률
의미를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건축에서 ‘속함’을 말할 때는 주변
수파 슈바이처송(SUPA Schweitzer Song)은 2000년 송률과 크리스티안 슈바이처가 공동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설립한 건축사무소이며, 2005년부터는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다 .
콘텍스트context에 대하여 얘기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유럽적 콘텍스트’ 의미와 ‘서울/ 한국적 콘텍스트’ 간의 의미 차이가 존재한다. 유럽에서 ‘콘텍스트’ 의미는 클래식한 의미로써, 기존의 가치와 환경에 더해지는 미학적 도구로 이해되어진다. 그러나 서울은 이질적heterogeneous이며, 대체가능성, 짧은 수명, 다기능성 등의 특징들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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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A의 작업은 건축의 영역을 넓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찾기 위한 개념적 어프로치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 건축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역사 , 유머를 아우르는 예술가들과의 공동작업을 통해서 그들의 건축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의 ‘콘텍스트’라는 개념은 사이트와 그 주변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으로써가 아니라 사회문화적sociocultural 콘텍스트에 대하여 반응하는 ‘전략적 도구’로 사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우리의 설계 작업과 사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철학의 본질을 다른 매체에까지 확장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예술과 건축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의미에 관한 탐구는 그들에게 중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
II <서인사마당 전통문화복합시설> 프로젝트도 이러한 생각의 연계선상에서 첫 화두 또한 ‘속함’ 이었다. 인사동의 주어진 대지에 문화시설을 계획하여야 했는데, 우리가 장시간 그 대지에서 관찰한 결과, 그 대지는 한 건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그 땅이 이용되어진 공공의 고유한 습관이 유지되어야 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지는 오랫동안 공터 주차장으로 이용되면서 주변의 거쳐지나가는 길로써, 그리고 주변 오피스 사무원들의 휴게장소로 몸에 배어있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행위와 A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공공의 ‘길’과 ‘머무는 곳’을 만들며 건물의 형태와 배치를 만들어 냈다.A 이 건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요인 중 하나는, 2006년에 신축된 한옥이다. 대지의 초입부에 중요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 당시 6년밖에 되지 않은 ‘가짜’ 한옥을 ‘한옥’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를 두고 많이 고민하였다. 그저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짜 한옥이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어진 방식이나 이용되는 행태가 진짜의 가치를 갖고 있지 않았음에서 비롯한 고민이었다. 결론은 이 또한 짧지만 그 동안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제는 주변의 풍경을 만드는 하나의 요소가 되어있다는 것을 존중하여, 기억에 대한 존중으로써, 우리는 이 한옥을 변용 완공하여 이용키로 하였고, 한옥 앞의 마당을 계획하여 건물이 만들어 놓은 길과 주변을 연계하도록 하였다. 다른 프로젝트 <상계5동 주민센터 리모델링> 역시 그 장소의 주민들 행동방식을 그대로 반영한 작업이다. 무엇을 새롭게 바꾸기보다는 현재의 주민센터 내부 길과 동네 길, 광장을 더욱 뚜렷이 연결하며 정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럼으로써 건물에 의해 끊겨진 주민들의 동선을 연결시키며, 그 사이사이 만남의 장소들이 주민들의 이벤트를 강화시켜 열린 공공공간으로써 역할하도록 하였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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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문화시설의 공간 프로그램은 전통문화에 관한 전시와 공공공간으로써 사용되는 일반적 기능들이 망라되어 있으며, 이러한 프로그램의 불명료성은 어쩐지 이 문화시설이 그리 오랜 생명을 유지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한국에서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많은 공공문화시설물들이 무계획으로 거창하게 시작하여 곧 폐업으로 이어지며, 건물은 골칫덩어리로 남게 되는 상황 말이다—, 내부 구성은 프로그램 변화에 항상 대처할 수 있도록 가변적 구성이 가능하게 계획하였고, 외부 기와루버 파사드도 이러한 내부 공간 프로그램 변화에 따른 건물구조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채택하였다.C 이 건물의 형태를 구성하는 가장 두드러진 요소는 지붕이다. 대지 초입부의 한옥이 왜소해 보여 힘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신축 건물의 지붕선을 한옥 지붕선이 아래에서 잡아당기며 부피가 줄어들고 있는 형상으로 되었다.D 그러나 이 프로세스는 한옥과의 관계만을 생각해서 나온 결과는 아니다. 서울에서 건축의 형태에 대한 우리의 실험 과정 중의 하나이다. 건축법과 대지의 법적 최대면적 이용에 대한 디자인 전략의 결과이기도 하다.
협소한 대지에 비해 복합적인 기능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서, 건축법규 내에서 최대한의 건물 볼륨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가능한 최고층으로 압출한 덩어리에 일조사선제한과 도로사선제한(지금은 폐기되었음)을 적용하였으며, 이 과정은 성형되지 않고 그대로 건물의 수직적 형태를 결정지었다. 문화보다는 경제성이 더 상위개념인 이 시대의 이곳에서 어떻게 효율과 가치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대하여 이렇듯 최대한의 대지점유와 최대한의 건축법규를 이용한 자연스러운 매스가 그대로 정직하게 건물로 나타나는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그것이 사회문화적, 지리적 콘텍스트 안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게 되었다.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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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울/한국에서 관찰할 수 있는 상황 중 다른 하나는, 대지의 ‘합필’에 관한 것이다. 공공의 이익이라는 이름 아래 무차별하게 대지 합필이 이루어지고 있다. 건물은 언제든 부수고 다시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필지경계선은 긴 시간을 거쳐 역사적 전개로부터 생겨나고,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그 선이 바뀌게 되는 것이 더욱 오래 걸린다. 아마 수백 년을 거쳐도 도시에서 가장 오래 남을 수 있는 것은 필지경계선이며, 그것들이 만들어 낸 빈 공간이 바로 ‘길’이다. 서울은 재개발과 지역개발지침에 의한 합필이 이루어지면서 점차 정체성을 잃어가는 제네릭 시티generic city가 되어가고 있다. 필지경계선은 건물형태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이며, 공공의 ‘길’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도시에서 사람들의 행동방식과 도시를 인식하는 무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서든 ‘필지경계선’과 ‘길’이 남아 있는 동안은 한 도시의 이웃성이 존속할 수 있으며, 역사와
함께해온 필지경계선 안의 건물은 사회문화적 콘텍스트 안에서 건물의 고유성을 갖게 된다. 요즘은 예전에 한옥 지구였던 곳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세대/다가구와 같은 다른 밀도를 갖는 건물군으로 대체된 곳에서 신축보다는 증축 리모델링을 통하여 남아있는 A– E. © 송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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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에움길 , 샛길
이에 관한 실험의 예로써 두드러진 건축 형태를 보이는 <갤러리 7, 청운동>과 <갤러리 7, 낙원동> 프로젝트를 설명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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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과 함께 그 지역의 고유성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우리의 관심은 계속 한옥을 유지하면서, 필지경계선 안에서 수직 증축을 통하여 오늘날이 요구하는 밀도와 복합적인 기능들을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동소문동 한옥지구 프로젝트>는 우리의 이러한 생각을 실험한 작업이다. 이 지역 현재의 길 상황을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이 삭제되거나 개인 소유화 되어 있다. 마을을 이루던 공공의 길이 법적 제재가 미비한 틈에 개인의 편의에 따라 자신의 대지로 편입시키고 막아버렸다. 그러나 이 지역의 도시패턴을 들여다보면 아주 쉽게 원래의 길 시스템, 큰길, 에움길, 샛길들을 복원할 수 있다. 이 길들의 복원은 이 지역의 아이덴티티의 복원으로 연결된다. 한옥 마당과 원래의 길들의 연결은 다시 이곳의 풍성한 도시 이야기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F, G 또한 필지경계선 안의 한옥 대신 좀 더 밀도를 갖기 위해 지어진 다세대/다가구 H
주택도 재개발에서 많이 살아남고 있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정책적으로 설계된 주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부실공사 뿐만 아니라 주택공간으로써의 질도 매우 낮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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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어떠한 거주형태가 되어야 하겠다는 고민도 없이 경제적 이윤만을 추구하는, 최소한의 기능만 갖추고 있으며, 대지 면적을 기준으로 하는 건폐율과 용적률에 대한 법규를 최대한으로 이용한 소위 ‘집장사 집’으로 그저 거쳐지나가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윤가치로만 따져 지어진 이 건물들이 시간이 지나며 필요에 따른 옥상 증축, 구조보강, 각 주거 프라이버시를 위한 외부계단과 현관 설치 등으로 인해 진화되면서 이제는 주거형태의 어엿한 한 형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않았던 도시의 이미지도 만들어졌다. 삶의 자연스러운 행위들이 표출되면서, 처음부터 계획해서는 나올 수 없는 미美를 갖게 되었다. 이 주택 형식은 거주자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의 유기체이다. 이러한 도시 삶의 유기체가 개발의 무자비함을 피해, 계속 도심 속의 단독주택으로 살아남기를 바란다.H, I I
IV 지금 서울의 사회문화적 콘텍스트라면 단독주택의 선호 증가, 베이비붐 세대의 아파트 생활 청산, 건축법규, 저예산에 따른 협소한 대지 선택과 낮은 설계공사비, 공공장소에 대한 인식 변화, 젊은 세대들의 개성적인 라이프 스타일 추구 등을 들 수 있다. 평창동 <House P> 주택J은 이러한 추상적 콘텍스트와 지리환경적 콘텍스트가 상당히 영향을 미친 작업으로 몇 년 후에 퇴직을 하게 될 50대 부부가 긴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살아 갈 단독주택이다. 대지는 삼각형 꼴로 이 마을의 시작점과도 같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으며 주변은 5~6층 신축 연립주택, 교회, 절, 출판사, 70년대 양옥, 다세대 주택 등 이질적인 용도와 형태, 재료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매스 형태와 매스를 앉히는 원리는 위에 언급된 다른 프로젝트에서와 같이 최대한의 대지 점유, 그것의 수직 압출, 압출된 덩어리를 다듬는 건축법규 그리고 건축경계선이 만들어내는 형태를 건물에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을 이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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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디자인이 없는 디자인, 재료에 대한 충실성, 구조해법에 대한 정직성으로 건축 공간의 질을 갖도록 하였다. 외부마감도 없고, 사용되는 모든 재료와 악서세리는 따로 디자인 되지 않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사용하였다. 집의 공간감을 위하여 감성적 재료인 목재를 사용하였으며, 그 목재가 마감재가 아닌 구조체로서 직접 삶에 ‘간섭’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럼으로써 이 집은 공학과 디자인의 경계선에 놓이게 되었으며, 건축가는 과연 그 경계를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작업이 되었다.K 우리는 건축 사진가가 아닌 예술가에게 이 주택의 완공 사진을 의뢰하며 다른 시각으로 우리의 작업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하였다. 일반적으로 건축 사진은 완결된 듯한 오브제 또는 정지되어있는 듯한 공간을 표현하려는 반면 예술가의 관점은 많이 달랐다. 그가 본 것은 공간의 건축적 개념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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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이 소모되기 시작하는 접점, 즉 건축이 또는 건물이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며, 건축적 개념의 시작과 동시에 현실을 재현하며 소모되는 것이라 생각된다.L, M, N 즉, 건축은 삶과 결부되고 소모되면서 가치를 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건축은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형태의 가독성을
길, 에움길 , 샛길
넘어 그 자체의 궁극성은 현실 재현이며, 그래서 사실은 어떠한 가구가 들어와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진은 건축행위의 기록으로써 마지막 프로세스이지만, 건물로서는 그의 프로세스를 이제 시작한다. 그런데 도면도 마찬가지이다. 도면이 그려지면 그 자체로 행위가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건물이 지어지고 나서도 도면은 계속 살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면이 어떤 식으로 표현되느냐에 따라서 도면의 일차적 목적을 넘어 더 많은 것을 보게 된다. 도면의 표현 방식은 공간의 연결성을 암시할 수도 있으며, 건물의 복합성을 인식하도록 돕기도 한다.O 이러한 도면의 생명력을 가시화하기 위하여 우리는 여러 실험을 시도하였다. 도면 또한 시간의 경과와 변화, 경험을 내포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도면 표현방법에 대하여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Liquid Plan Series’P 이다. 우리는 도면을 유동화liquid시키면서 컴퓨터 안에서는 동일한 정보이지만, 인간인 우리는 이 같은 수치적 정보의 유동화 된 선 안에서 단순한 도면이 아닌 현실에서 재현될 수 있는 복합적인 경험을 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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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G. © 송률 H. < House RS> 엑소노메트릭 © 송률 I.
<House RS> 전경 ©신경섭
J, K. © 김재경 L, M, N. © 김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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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동탄 신도시 유치원> 현상설계 작업과정에서 우리는 또 다른 건축적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대지는 기능도시functional city 형태로 지세에 상관없이 대규모 개발되는 동탄 신도시에 위치하며, 주변에 좋은 자연 환경을 갖고 있지만 하천 쪽을 제외하고는 주변이 초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에게 요구된 것은 일반적인 아기자기한 유치원이 아니라, 주위의 아파트 단지를 고려한 대규모 시설이다. 우리의 다른 작업들이 법규와 환경이 만들어내는 형태를 따랐다면, 이 유치원 프로젝트는 본 교육시설이 갖춰야 할 적정 교실 면적의 모듈을 공간 구성 원리로 하였으며,Q 그 유니트들이 그대로 외부로 표출되도록 한 결과 전형적인 기능적 모더니즘 외형이 WideAR SE 02
도출되었다.R 외부마감을 단열재가 사이로 들어간 재활용강화PVC(RPP)를 사용하기 때문에 주위를 투영하며, 실재의 느낌은 단단한 근대주의와는 다르겠지만, 형태적 원리는 20세기 초 근대주의의 형태와 매우 흡사하다. 여기서 놀라웠던 것은 주어진 공모전의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철저히 설계개념으로 치환한 결과가 기능을 외치던 모더니즘으로 표현되었다는 것이며, Q
이것은 공모전을 주최하는 측도 설계하는 우리 건축가들도 아직 근본적으로는 기능의 모더니즘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다른 패러다임의 모더니즘은 어떤 것인지, 즉 20세기 초 모더니즘이 ‘형태/공간/디자인/구조/질서/기능’이라는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리했다면, 위에서 언급 했듯이, 앞으로의 새로운 건축 패러다임은, 어쩌면 형태의 가독성을 넘어서, 디자인과 기능을 넘어서는 그 자체의 궁극성이 그 패러다임을 낳을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건축에서 ‘디자인’이라는 것이 아직도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VI R
우리는 구조가 공간을 구현해내고, 재료가 구조체가 되며, 방수재가 마감재가 되는 방식을 생각한다. 건축의 요소들이 서로 서로 얽히면서 건축적이며 경제적인 방법으로 사회제약들을 극복하려 시도한다. 사무소 근처 한 건축 폐자재 수거 트럭 운전자의 주거지는 우리에게 영감을 준 대상 중 하나이다. 이 운전자는 자신이 몰고 다니는,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갑바천으로 덮은 트럭과 똑같은 형태와 방식의 주택에 살고 있다. 짓다가 말은 것 같기도 하고, 어쩌다 한 부분이 파손된 것 같은 곳에 마당까지 온 집을 갑바천으로 덮고 30년째 살고 있다. 갑바천이 곧 지붕이고, 구조체이며 외장재인 것이다. 이러한 임시 건물들이 갖는 속성들은 저예산의 건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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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개량아스팔트시트를 외부마감재로 사용하여 방수문제와 같은 실용성과 비용 절감효과를 동시에 얻고자 시도하였으며, 1m 두께의 EPS블록을 사용하여 단열과 구조 보강을 동시에 하며, 갑바천으로 외장 마감하여 동시에 방수를 강화하려 시도하였다. 이것은 단지 저예산의 프로젝트에서 질적인 면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아니다. 미 를 위한 디자인을 넘어, 공학 또는 기능 SUPA SCHWEITZER SONG
자체가 디자인 개념이 되면서 지금의 건축이 추구하여야 할 패러다임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구조, 재료, 디자인의 밀접한 상호 관계를 생각하면서, 실시도면과 세부를 발전시키는 우리의 방식이 달라졌다. 디테일은 건축 개념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디테일이 자연스럽게 발전되지 않고 너무 복잡하다면 디자인 개념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실시도면으로 작업된 디자인을 다시 검토하게 되었으며, 그 중요성을 가시화 하고 싶었다. ‘Naked Plan Series’가 그것이다. S
T
길, 에움길 , 샛길
‘Naked Plans – House P’S, T는 ‘Naked Plan Series’의 하나로 평창동 <House P>를 위한 107장의 A3 용지에 그려진 실시도면들을 오버랩 한 작업으로서, CAD도면의 선을 제외한 모든 정보, 즉
텍스트, 선 두께, 채도조정, 밝기조정 등을 모두 제거하고 순수한 선 드로잉만으로 축약한 것이다. 이 작업은 실시도면 드로잉들을 독립적인 디자인 작업의 한 주체로 변환시키는 과정이다. 그럼으로써 건축가로서 우리의 사고방식에 대하여 자문하며, 작업 의도의 본질에 대하여 숙고해보려는 시도이다. 실시도면은 우리의 아이디어, 건축에 대한 믿음, 윤리의식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가능성 등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완공된 건물 사진이 현실을 시뮬레이션 하듯이 실시도면 또한 현실을 시뮬레이션 한다. 다만 사진은 관찰자의 해석에 의한 현실의 시뮬레이션이며, 실시도면은 도면을 그리는 건축가의 현실 시뮬레이션이다. 실시도면 작업은 그것으로부터 이어지는 다른 작업들에 역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포괄적인 진실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시도면 과정은 그것이 건축 과정 중 하나의 고유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현화를 위한 하나의 도구로써만 인식되고 있다. ‘Naked Plan Series’는 이러한 실시도면 과정이 과소평가되는 것에 대한 반항이며, 실현된 건축물뿐만
아니라 사진 또는 글의 건축과 더불어 고유한 중요성을 갖고 있음을 표현하려는 시도이다.
VII 언제부터인가 ‘다시’ 시작된 과도한 디자인으로 건축의 가치를 말하는 시간은 끝나가고 있다. 건축은 프로그램, 구조, 기술, 재료 등의 상호작용이다. 이 상호작용에 의하여 공간이 구현되지만, 공간은 궁극적인 목표도 결과물도 아니다. 공간은 부산물이다. 건축의 본질은 현상에 대한 반응이다. 해결하여야 할 문제들에 대한 대답이다. 보이는 하나의 결과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하나의 결과물이 다른 대상들과 함께 어떠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며, 어떻게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영향이 다시 역으로 하나의 결과물에 영향을 끼치는가 하는 복합적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건축이며 도시이다. 사회문화적 연계성을 생각하는 건축 그리고 그것에 의한 도시가 전개되어야 할 때이다.
O– T © 송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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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IN KOREA · Ⅱ
UTAA
제131차 땅집사향
거주에 대하여 충분히 사유를 하지 못하는 속도와 스펙터클의 사회에
이야기손님: 김창균
닿아 있다 . 스타 건축가의 일상화와 스펙터클 건축의 확산, 그리고
일시: 2017년 11월 15일
건축의 양적 증대에 따른 2차적 경험을 도모하는 다양한 건축전시와
주제: UTAA건축 이야기
이벤트는 충분히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어루만져주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 , 그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동네 건축가로서’ , ‘재활용
김창균은 최근 10여 년 동안 수행한 ‘정말’ 많은 프로젝트들을
건축가’ 로서, 그리고 ‘등잔 밑을 밝히는 건축가로서’ 사람들의
소개하였다. 대체로 국내의 40대 중반의 건축가가 평균 30여
일상에 다가서고 소박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오고 있다.
개의 작업을 가지는 데 비해 , 유타건축은 현재까지 ‘ 105개 ’의
몰개성보다는 개성을 추구하며, 자산의 가치보다는 소박하면서도
프로젝트들을 수행하였다. 개수의 많고 적음이 논의의 핵심은
따뜻한 삶의 온정, 혹은 ‘사람 냄새’가 짙게 풍기는 종류의 공간
아니지만 그의 많은 작업이 주택인 점을 감안할 때 , 개수가 함의하는
환경을 추구하는 디자인 소신은 분명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바는 작지 않다. 즉 그가 추구하는 주거유형이 현실화되어 다양한
있는 종류이다.
가족 구성원들의 삶과 융합하고 이에 따라 2010년대 이후 한국의 새로운 주거형태의 한 원형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개인에
그가 해온 많은 주택 작업들은 어느 하나 특별히 두드러지기보다는
한정하지 않는 공적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근감을 가질 수 있는 무난한 타입이다. 외부는 필요에 따른 개방성을 띄며, 내외부의 연계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젝트 소개에 앞서 전반부 강의에서는, 그가 생각하는 건축적
내부공간은 외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넓고 다양한 단위공간들과
태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최근 활발한 한국건축의
연계되어 있으며, 또한 쾌적한 느낌을 자아내며 각 건축주의 삶의
동향에 대해 언급하였는데, 화려하고 다양한 현상 이면에는
패턴에 맞추어져 있다. 다양한 층고와 재료의 선택 , 그리고 필요에
일상적이고 소박한 삶에 대한 고려가 다소 약하다는 측면을
따른 빛의 유입 혹은 차단 , 그리고 이를 통한 영역성의 설정과
지적하였다. 그리고 한국전쟁 후 아파트의 발전사와 몰개성한
동선의 컨트롤 등은 매우 유연한 방식으로 구현된다. 나아가
공간유형의 확산, 그리고 투기의 대상으로서의 아파트가 지니는
이러한 디자인은 각 거주자의 특수성뿐만 아니라 , 이후의 새로운
맹점에 대해 강한 비판적 입장을 피력하였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거주자 혹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새로운 거주의 패턴을 고려하는
“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 ” 한국의 아파트란 “ 무언가가
유동적인 설계에 기인한다. 건축가의 고집스런 철학보다는 다양한
잘못 되어가고 있”는 현상의 발현이다. 또한 그는 아파트를 향한
건축주들의 요구사항과 이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고 실용적 대안을
“ 알 수 없는 ” 열망 혹은 욕망이 몰개성한 공간 유형의 점유와 확산 ,
제시하며, 나아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획일적인 미적
그리고 나아가서는 몰개성한 사회의 단면을 그려냄을 비판적으로
경험을 제한적으로 구현하지 않는 유타건축의 작업 스타일은 어느
인식한다.
지점에서는 개인에 한정하지 않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포괄적인,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유형 ’으로 다가온다. 리뷰. 백승한(본지 편집위원,
그가 진단하는 한국에서의 삶의 모습이란 “공허”한 종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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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 박사)
서재원 · 이의행
<포천 피노키오>
ARCHITECTS IN KOREA · Ⅱ
따뜻한 건축 그리고 10+
UTAA건축이라는 이름의 사무실을 시작하기 전에 다른 이들과 함께 작은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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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창균 김창균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다양한 실무 작업 기간을 거쳐 2009년 UTAA건축을 개소하여 활동 중이다 . 일상의 크고 작은 건축물을 바탕으로 손에 닿는 건축과 공간에 관심을 갖고 도시 안에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2011년 젊은건축가상과 2013년 목조건축대상을 수상하였고 , 서울시 공공 건축가이다. 주요 작업으로 <이천 각설탕집>, <수원 The Square> , <서울시립대학교 교문과 휴게 홀>, <보정동 규우주> 등이 있다 .
사무실을 운영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저 거창한 개념으로 멋지게 보이고 싶고, 공모전에 당선이 잘 되는 설계와 방법을 주로 고민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뭔지 모를 나의 건축에 대한 갈증이 항상 한쪽에 존재했다. 중간중간 설계를 그만둘까 고민되는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고 다시 UTAA건축이라는 이름으로 독립하여 설계를 한지 10년이 되어간다. 그동안은 살아남겠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느낌이다. 다행히 ‘땅집사향’ 강연을 통해 지난 10년을 조금이나마 돌아보고 앞으로 내가 이 땅에 건축가로서 나아갈 다짐과 희망을 짧게나마 정리해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화장실 건축가 UTAA 건축 초기엔 주로 다른 사무실에서 안 한다고 하는 프로젝트를 대신 받거나,
설계를 진행하다가 디자인 심의나 허가 등에 걸려 선수 교체를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들을 받아 수행하였다. 공교롭게 대부분 공공 화장실 혹은 소형 공공 건축물의 리모델링이었다. 최근에야 서울시 공공건축가 프로그램도 있고 작은 규모의 공공 프로젝트를 맡을 건축가가 많아졌지만, 당시에 주상복합 같은 민간 프로젝트와 턴키, PF형식의 대형 프로젝트가 많은데 굳이 설계비가 한 동에 200~700만 원 정도인 작은
프로젝트를 웬만한 사무실에서 진행할 리가 없었다. 두 번째 개업하고 공모전 외에 딱히 일도 없었지만 대학 졸업 작품 때부터 가져온 소형 공공 건축물에 대한 생각이 있어 무척 관심을 갖고 재미있게 진행하였다. 이렇게 완성된 것들이 <남산 화장실 시리즈>, <상상 어린이공원 화장실>A, B, <비석골 화장실>, <삼청 가압장>C, D 등의 건축물이다. 따지고 보면 공중 화장실처럼 우리 일상에서 마주치는 소형 공공 건축물 혹은 공공공간이 무척 많다. 모두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고 우리에게 유용한 건축물이지만, 아무런 생명력 없이 그저 그것에 주어진 순수 기능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를 본 따서 홍보에 사용하거나 아니면 더럽고 흉해 그저 숨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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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C
D
E
AOA ARCHITECTS
A
급급했다. <남산 야외식물원 화장실>E의 경우 아치형의 모양 때문인지 아름다운 따뜻한 건축 그리고 10+
건축물 최고등급인 무궁화 5개를 달고 있었으나, 실제 이용 면에서는 중앙 전망대에는 걸레가 널려있고 남녀 화장실 모두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과연 심사위원들은 무엇을 보고 그리 높은 점수를 주었을까? 건축가로서 나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건물이 위치한 장소와 무엇보다 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생각했고 다음으로 완성된 건축물을 보고 작지만 건축이 가지는 무언가의 재미와 매력을 주고자 노력했다. 그것이 공원 산책로와의 접속과 그로 인한 조망일 수도 있고, 재료가 가지는 물성과 구축 방법을 활용한 재미일 수도 있다. 리모델링 후 튀는 형태와 무궁화 등급 별점은 사라졌지만 봄철 벚꽃축제 때 화장실 앞에서 자연스럽게 김밥을 먹는 아이들로 인해 일간지에 기사도 나고 남녀 모두 주변 풍경 속에서 편하게 사용하고 있다. 당시 인기가 많았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한 김영희 프로듀서에게 그 성공 요인을 묻자, “노래를 넘어 인간의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계산을 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계산이 안 되는 인간과 노래라는 진심을 담으려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노래실력으로만 보면 대한민국 최고 가수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여기저기 많다. 그저 그들이 잘하는 노래만 광대처럼 했다면 우리는 기존 가요 프로그램처럼 식상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 이상의 감동은 바로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스타라고 하는 가수들도 경쟁 속에서 일반인들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쓴다. 그 결과 수많은 연습을 하고 진심어린 공연을 통해 관객 즉 사람과의 소통과 교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음악을 비롯해서 잘 만들어진 영화와 연극을 통해 이러한 감동과 울림을 느끼게 된다. 하물며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그대로 담고 있고 우리가 언제든지 보고 만질 수 있고 사용가능한 건축물, 그중에서도 공공 건축물은 어떠한가? 랜드마크처럼 외관이 멋지지만 접근하기 힘든 장소보다 작아도 사람들과의 교감을 위한 바탕이 되고 놓여 진 장소에 충실하며 프로그램이 가진 진심을 담는다면 이를 통해 얼마든지 우리의 일상은 풍성해질 수 있다. 비평가 혹은 유명 건축가들만이 알 수 있는 아름다움이 강조된 건축물이 유독
A. <상상어린이공원 화장실> 변경전
대중들에게 외면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축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진심어린 교감이
B. <상상어린이공원 화장실> 변경후
우선임을 느낀 시간이었다.
D. <삼청가압장> 변경후 © 황효철
C. <삼청가압장> 변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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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건축가상
F
2011년 가을, 너무나 큰 상을 받았다. 그동안 없던 인터뷰, 매거진, 신문에 작업이 ARCHITECTS IN KOREA · Ⅱ
소개되고 많은 분들에게 노출되며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사무실에 의뢰인이 찾아왔다. 그동안 설계를 하면서 겪은 대부분의 관공서 업무는 직접 찾아가서 미팅하고 보고하였는데 사무실에 의뢰인이 직접 내방한 것이다. 이렇게 진행한 두 개의 프로젝트가 <포천 피노키오>F와 <보성 단독주택>H이다. 포천은 기존에 버려져 있던 건축물을 어린이를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이고, 보성은 보통 주택보다 작은 30평 규모로 70이 넘은 노부모를 위한 집이다. 그동안 해보지 않은 두 건축물이었지만
무엇보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공간과 장소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갔다. 아이들을 위한 <포천 피노키오>는 어른들의 관리나 강요, 훈육 보다는 아이들 스스로의 자유로움과 공간을 통한 재미, 그리고 자율적인 공간 연출에 중점을 두었다.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이 그저 뛰어놀 수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도록 하였다. 그리고 주변 환경의 변화를 인공의 건축물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아이들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 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레 느끼게 할 것인지가 중요했다.G 적은 예산이었지만 원래 건물이 가지는 공간의 장점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동시에 정해진 공간이 아닌 가변적 공간의 모습을 가지면서 사용자인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도 행복해지는 장소가 되게 하였다. 이후 이 공간의 기사를 보고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연락이 와 <감각 놀이터>I–K 설계로 연결되고 나아가 아이를 위한 도서관, 주택 설계까지 하게 되었으니 나에게는 인생작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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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주택>은 원래 다른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하려고 했지만 너무 멀고 작다는 이유로 거부를 당하고 다시 나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다. 사무실을 시작하고 첫 주택 설계 수주였다. 작심하고 주택에 대해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참고 자료들을 검토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시에 주택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품은 많았지만 그중 어떤 것도 딱히 참고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규모도 전혀 다르고 무엇보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갤러리인지 근린생활시설인지 혹은 주택인지 구분이 안 되고 어딘가 모르게 차가운 느낌이었다. 서울에 지어진 집이나 시골에 지어진 집이 모두 비슷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르 코르뷔지에의 엄청난 대작으로 평가되는 <사보아 주택>(1929)을 보는 듯 했다. 건축가들에겐 개념적이고 한 번 방문하는 장소로서는 멋진 집일 수 있지만, 정작 건축주는 거주하지 않거나 아니면 어딘가 모르게 맞지 않는 공간에 어쩔 수 없이 사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서 결국 다른 대안을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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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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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AA
K
부모님께서 살아생전 단 하루라도 외풍 없는 집에 거주하시는 것이 꿈인 40대 중반의 건축주는 본인이 태어난 고향 집이 있던 자리에 노부모를 위한 집을 짓고 나중에 귀향하여 생활하기를 원하였다. 원래 살던 집이 외풍이 심해 무엇보다 단열이 잘 되는 따뜻한 집이면서 동시에 정감 있는 작은 동네에 방금 지어진 새 집처럼 보이지 않도록 요구하였다. 나는 동네를 둘러싼 산세와 주변 집들의 관찰을 통해 부모님이 수확한 고추 등의 농작물을 건조할 수 있고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앉아 마당생활과 연결되는 툇마루를 가진 전벽돌 1층 경사지붕 집으로 계획하였다. 최초에 건축주가 요청한 RC조 평지붕을 경사지붕으로 변경하면서 단열성능이 좋은 경량 목구조 방식을 선택하였다. 더불어 기존 담장을 낮게 하여 이웃과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고 밝은 집이 되도록 유도하였다.L 설계를 하는 나의 욕심보다는 아들의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과 따뜻한 건축 그리고 10+
동네에 대한 애착이 더 중요했다. 집은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개념이 만들어지고 결국 소박하지만 가슴 따뜻한 공간이 되었다. 설계 과정 내내 건축주는 즐거운 작업에 적극 동참하였고, 나 또한 공사 과정에서 멀리 떨어진 현장임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게 자주 다녀올 수 있었다.
주택 건축가 어느덧 <보성 주택>이라는 단어는 어지간한 예비 건축주들이 알고 있을 정도로 고유명사가 되었고, 그렇게 시작한 주택 설계가 사무실의 주된 프로젝트가 될 정도로 전환점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마음을 담는 일이 최선의 설계와 개념을 만들고 나아가 가장 우수한 마케팅 수단이 된 것이다. 강의에 앞서 진행자가 UTAA건축에서 설계한 주택이 80개에 이른다고 일러주어 나 자신도 그 잠재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집이라는 건축물의 특성상 무엇보다 가족의 포근한
F, G, I- K. © 진효숙 H, L. © 황효철
보금자리면서 즐거움과 꿈이 있고, 동시에 그 쓰임새가 편리해야 한다고 본다. 여기에 건축가의 장소 및 공간과 재료를 다루는
L
예술적 감각이 더해져 따뜻한 울림이 만들어져야 진정한 작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주택이 건축가만의 어려운 개념을 가진 건축가를 위한 모습—그들만의 리그—로 지어지고 있다. 심지어 주택을 대상으로 상을 주는 경우에도 내면적인 모습보다 외부에서 보이는 디자인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건축주 가족의 이야기와 꿈, 그리고 집이 들어설 동네의 일상 모습은 철저히 배제된다. 심지어 설계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결과만 보여주고 지어지는 경우도 많다. 건축주도 건축가의 유명세에 불만을 말하기가 어렵고 전문가이니 알아서 잘 했겠지 생각하지만, 살면서 무엇 하나 고치기가 난처해 평생 후회로 남는다. 분명 건축주 자신의 집임에도 누구누구 건축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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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만 남게 되는 모순적인 상황인 것이다. 어찌되었든 현재 우리나라에는 과거에 비해 주택 등 작은 건축물도 건축가와 제대로 설계하고 집을 짓고자 하는 열풍이 거센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열풍은 과거 ARCHITECTS IN KOREA · Ⅱ
지속적인 부동산 시장의 강세 속에서 획일적인 고층화에 사로잡힌 아파트 주거문화 속 집짓기와 분명 다르다. 집을 짓고자 희망하는 건축주들은 밀도 높은 단지를 벗어나 동네와 어우러지며, 무엇보다 우리 가족의 이야기로 가득한 맞춤집을 짓고 오래도록 살기를 원하고 있다. 이들은 또 여러 가지 매체와 자료를 통해 미리 집짓기를 공부하고, 자신과 함께 할 파트너로서 건축가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4~5년 전보다 건축가들의 정보와 작업이 많아 이들을 찾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건축가들 또한 건축주 고유의 개성이 동네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원하는 그들의 바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기꺼이 즐겁고 인간적인 집짓기에 동참하고 있다. 건축 비평가들이 보기엔 최근 발표되는 주택들이 형편없다고 생각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건축가들의 다양한 활동과 지역적인 작업 분포를 볼 때 과거 4·3시대 혹은 어느 시기 못지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중들은 돈을 위한 부동산이 아닌 인간적이면서 보다 즐겁고 좋은 공간을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향후 우리의 건축문화와 기술발전을 위한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따뜻한 건축 M
내가 지향하는 따뜻한 건축을 위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인간이다. 건축물과 사람을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기에 인간 혹은 사람을 위한다는 것은 어제 오늘만의 주제도 아니며 비단 건축만의 주제도 아니다. 최근 정치, 경제, 과학, 문화, 예술, TV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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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역시 인간이며 소통의 문제이다. 당연히 건축가들의 작품 설명이나 건축에 관한 글을 보면 하나같이 이를 위한 건축을 외친다. 얼마 전 모 설계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의 설계 설명서와 프레젠테이션에는 빠짐없이 사용자 혹은 보행자를 위한 건축, 커뮤니티 공간, 세대 간의 소통 등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작품들을 유심히 보면 과연 그들이 겉모양만 폼 잡는 차가운 건축이 아닌 따뜻하고 인간을 위한 진정성을 가진 건축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각각의 안들이 제시하는 것은 진정 인간을 위함이 아니라, 화려한 개념도와 투시도를 통해 도시 안에서 튀려고 하는 과도한 몸짓과 태도로 가득 차 있었다. 사실 인간을 위한 건축이란 말 자체는 어떻게 접근해도 될 만큼 해석의 범위가 크고, 과연 무엇을 염두하고 하는 말인지 알기가 매우 애매하다. 그리고 건축가마다 자신의 건축 어휘와 접근방식이 다르고 당연히 완성된 결과물로서 건축물도 모두 N
다르다. 모든 건축물에 사람들이 거주하고 또 그것을 사용하거나, 매일 마주치기에 모든 건물은 인간을 위한 결과물이다. 아파트는 수백 명이 거주하고, 학교는 수업하기에 편하고, 관공서는 업무를 보거나 민원인을 만나기에 편하고, 병원은 환자가 치료를 받거나 입원하기에 편하게 설계되었기에 인간의 편리함을 고려했고 당연하게 인간을 위한 건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건축물들에서 진심어린 따뜻함과 사람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인간을 위한 건축물은 시각적 아름다움도 필요하고 편리함도 있어야 하며,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다양한 일상 속에서 진심어리고 손때 묻은 마음의 표현이 보이는 따뜻한 건축이어야 한다. 좋은 건축물은 시대를 불문하고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정신적 표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제적 욕망도, 유행을 쫒는 디자인도, 신의 관점도 아닌, 우리가 서 있는 위치 바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애정 가득하게 바라보는 따뜻한 건축가의 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일본 건축가 구마겐코가 강연에서 했던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건축가들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신의 관점으로 설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건축을 그것을 체험하는 인간이 서 있는 자리에서 보려고 노력한다. 인간적인 것이야말로 건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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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AA
O
P
Q
가장 중요한 것이다.(중략) 땅에 발을 붙이고 그곳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10+ UTAA건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설계사무실을 운영한 지 10년이 따뜻한 건축 그리고 10+
되어간다. 95년 신입사원 시절부터 시작하면 사람냄새 풍기는 따뜻한 건축과 인간적인 것의 가치와 중요성을 깨닫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 사이 작업을 통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건축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고 아직은 이를 위해 많은 부분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사람, 배려, 거주, 공공성, 이야기, 땅, 경계와 영역, 공간, 재료, 구축, 빛, 조형, 재미 등의 단어가 매일 머릿속을 맴돈다. 그리고 설계사무실 내 바람직한 문화와 복지 등 건강한 건축가로서 아직 해야 할 일도 많다. 다행히 최근 들어 작업하는 프로젝트는 주택 이외의 것으로 종류와 규모에서 다양성을 띄면서 향후 조금 더 발전되고 다양한 모습을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초창기 다른 건축가의 일을 받아 사무실을 시작한 것에 비하면 실로 엄청난 변화이다. 과거보다 프로젝트 개수와 종류가 늘어났다고 자만하거나 초심을 잃으면 안 될 것이다. 앞으로 다양하게 시도해볼 흥미로운 디자인이나 독창성도 중요하겠지만, 그 전에 우리 주변 건축과 사람을 중심으로 생기는 일상의 다양하고 복잡한 모습을 더욱 냉철하게 살펴보는 것이 먼저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새롭고 뛰어난 건축의 결과물과 가능성은 학교에서 건축을 배우고 사무실을 처음 시작할 때의 생각과는 달리 모두 우리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 작업한 <이천 Sugar-lump>M나 수원 <TheSquare>N 등의 상가주택은 이와 같이 주변을 둘러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았을 때 건축가도 세입자도, 마지막으로 건축주까지 모두 만족하는 결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O–Q 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건축은 미술처럼 벽에 걸어두고 밖에서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며, 음악처럼 스피커를 통해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이야기는 없는 가운데, 단순히 편리함이나 건축가만의 형태 유희, 그리고 발주처 혹은 건축주의 과장된 욕심만 존재하는 건축은 지극히 편향적인 차가운 건축물일 뿐이다. 우리 자신이 가지는 진실과 일상의 풍성함을 담는 건축, 우리의 이야기가 가득 담긴 공간이 따뜻한 건축을 위한 답일 것이다. 여전히 나에게 건축의 핵심은 그 장소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어렵고 대단한 담론을 가진 존재가 아닌,
M. © 박세원
사람이 주인공인 건축에 마음을 담고 그것이 제대로 사용될 때 건강한 문화와 시대가
O. < The Square>의 현관 앞 공용 공간 © 이한울
만들어질 것이다.
Q. < The Square>의 계단 옆 공용 공간 © 이한울
N. © 이한울 P. 장독대를 내놓은 < Sugar lump>의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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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IN KOREA · Ⅱ
CREDIT
강명호
송률
55O
104, 107B, 107C, 107E, 108G
권경은
신경섭
51G
43A, 44- 45, 65, 70J, 71N, 71O, 108I
김상돈
지정우
86I
48, 53J, 54M, 55P
김용관
진효숙
62E, 69D, 69F
25, 27A, 27B, 27D- I, 28J, 28K, 29O, 50B, 51C, 55Q, 58- 59, 61C, 61D, 116F, 116G, 116I- K
김용순 46
윤준환 89, 91B, 92- 95, 97- 103,
김재경 109J, 109K
이한울 118N, 119O, 119Q
김희천 109L- N
황효철 77B, 78C, 78D, 79, 115D, 116H, 117L
WideAR SE 02
남궁선 51D, 51E, 71L
Nils Clauss 37D, 38H
박세원 Carl Mydans
118M, 119P
84
박영태 Marc Goodwin
50A
86J
박완순 39I, 68B, 70H
서재원 2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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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심원건축학술상 AOA ARCHITECTS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당선작┃해당작 없음
심원문화사업회(이사장 이태규)는 제10차년도(2017~2018) 사업으로 공모한 제10회 심원건축학술상의 심사 결과를 상기와 같이 발표합니다. 심원건축학술상은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미발표 원고(심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 논문 포함)와 당선작을 선정하여 시상 및 출판지원을 해오고 있습니다. [경과보고]
1월 추천작 발표 후 2월 19일(월) 저녁, 당선작 선정을 위한 최종 심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심사가 이뤄진 장소는
해마다 그러했듯 서울 인사동 골목에 위치한 누리레스토랑이었고, 올해 또한 그랬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기 추천된 두 편의 응모작에 대하여 1차 심사에서 교환한 다른 시선을 염두에 두고 각자의 위치에서 다시 읽기를 수행하였습니다. 심사 당일에는 김종헌 교수(배재대, 건축학), 박진호 교수(인하대, 건축학), 함성호 대표(스튜디오 EON, 건축비평) 3인의 심사위원이 참석했으며, 우동선 교수(한예종, 건축학)는 개인 사정으로 인해 심사평을
서면 제출하는 것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최종 심사 자리에는 사업회에서 이태규 이사장과 신정환 사무장이, 주관사로 전진삼 발행인이 동석했습니다. 심사는 각 심사위원들이 사전에 작성하여 보내온 심사평을 돌려 읽는 것을 필두로 건축학술상 본령의 의미를 재확인하며, 두 편의 추천작이 그에 해당하는 가를 검토하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금회에는 아쉽게도 ‘당선작 없음’으로 심사위원 전원의 일치된 의견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최종 심사에서 경합한 김정은, 김정화 님
두 분께 마음으로부터 박수를 보냅니다. 두 응모자의 논문으로 말미암아 <심원건축학술상>의 지평이 넓어지고 학제 간 관심주제가 공유되는 기회와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3월
심원문화사업회/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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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행 제 10서재원 회 심원건축학술상
사업년도 기준 2년 이내 발행된 연구저작물 중에서 학술적이며 논쟁적 가치가 높은 응모작을 대상으로 매년 1편의
ARCHITECTS IN KOREA · Ⅱ
심사평
김종헌 (배재대 건축학부 교수)
«유원지의 수용과 공간문화적 변화 과정»은 창경원, 월미도, 뚝섬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유원지가 일제 강점기를 거쳐 광복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살펴보려는 좋은 주제이다. 그러나 창경원, 월미도, 뚝섬에 대한 표피적인 자료의 언급에 그치고 있고, 유원지가 사람들의 삶과 생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또한 창경원과 월미도 그리고 뚝섬에 대한 비교가 없어서 왜 이 3가지 예를 선택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지 못하다. 하나의 이론적 정립을 요구하는 <심원건축학술상>에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식물원의 탄생»은 식물학 또는 조경 분야에서 <심원건축학술상>에 응모한 것이라 무척 반가웠다. 건축의 영역에 관한 논의가 우리의 삶과 관련된 전체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심사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연구자는 우리나라 식물원이 창경원 식물원에서 시작되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각종 문헌과 자료의 분석을 통해 식물원에 대한 생각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또 연구자는 한국에서의 식물학을 통일되고 일관된 기원을 통해 진화과정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파편적으로 서로 연관성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내용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쉽지 않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접근은 우리나라 근대 시기에 있어서 서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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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을 스스로 도입하지 못했던 상황과도 연관성이 있다. 아직 학술적으로 정립되지 못한 식물원 또는 식물학에 대한 이론을 풀어가기 위해서 이처럼 여러 파편화된 사실들을 일차적으로 묶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식물원의 기능이 식물 수집, 식물 연구, 식물 전시와 교육이라는 큰 범주에서 각 자료들의 분석을 통해 각각의 역할과 기능들을 살펴보고 있다. 이처럼 식물학을 넓은 범위 내에서 포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는 점은 이 연구의 한계와 가치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한편 근대기 유길준의 서유견문에서 언급된 식물원에 대한 생각을 통해 창경원 식물원이 근대기 식물원에 대한 최초의 언급이 아니라, 이미 근대시기의 지식인들이 식물원의 존재 등을 인식하고 그 역할 등을 파악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창경원 식물원이 식물 수집과 연구 전시 등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던 한계와 우리나라에서 조경학이나 식물 연구의 발전에 대한 맥락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었던 상황에 대한 설명도 나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에서 진행된 각각의 사례에 대한 언급이 1차적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가 식물원에 대한 건축적 가치 혹은 우리의 삶에 대한 사회적 가치 등으로 확장되지 않았고, 심층적인 분석이나 이를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했다고 보기는 어려움이 있어서 <심원건축학술상>으로 선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박진호(인하대 건축과 교수)
«식물원의 탄생». 이 논문은 일제 강점기 이전 한방의 약초 연구에서 정원의 식물 수집, 개화기에 형성된 식물원에 대한 견문, 그리고 그 이후, 창경원 식물원 설립에 이르는 과정을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식물원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진화와 같은 건축 외적 가치를 주로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목적과 한계를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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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건축물인가에 대한 질문은 차치하고—건축물로 인정한다면—식물원의 공간적, 구조적, 기능적 문제나 재료, 디테일 등의 건축적인 연구도 도외시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식물원에 대한 건축적 가치나 미학적 의미, AOA ARCHITECTS
양식적 논의, 나아가 식물원 관련 공간적, 문화사적, 사회적 문맥 및 의의까지 논의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건축학술상>의 평가에 있어서 간과되어서는 안 될 여러 중요한 부분들을 외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논문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내용이 통상적 연구의 ‘서론이나 배경’에 해당되는 역사적 문헌자료의 나열과 서술 등에 그친다는 점이다. 기초 자료 조사를 통한 고찰 및 검증 이후에 전개되어야 할 논문의 철학적 틀, 연구 방법론, 식물원 건축의 심도 깊은 비판적 논의, 혹은 학문적 공헌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창의적인 연구 등 연구 논문이 갖추어야 할 형식적 구성이나 논리적 완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유원지의 수용과 공간문화적 변화 과정». 이 논문은 식민지 시기 도입된 유원지의 조성과정과 공간변화 및 경관 문화적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현재의 공간과 문화에 끼친 영향을 해석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되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연구에 초석이 될 원본자료의 수집은 매우 중요하나, 기초 자료조사가 연구논문이 될 수는 없다. 문서나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 후 검정하며, 철학적 이론적 틀에 맞추어 분석하고 해석하여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또 다른 차원의 연구 과정이다. 이 논문에서는 원본도면이나 사진 등에 대한 기초자료 조사 및 수집에 한계가 있음을 보인다. 예를 들어, 월미도 계획안을 작성한 타무라의 공원 설계안 도면은 발견되지 않았다, 라고 간단히 서술되어 있다. 일본 현지에서 직접 자료조사를 하였는지 의문이며, 하였다면 현지 답사과정이나 조사방법 등의 전 과정이 상세히 논문에 기록되어야 한다. 이 논문은 유원지의 역사적 사실의 열거 및 정리 후, 세 유원지의 사례조사로 요약된다. 그러나 유원지 조성과정,
제 10회 심원건축학술상 서재원 · 이의행 심사평
식민지 시기 유원지 문화와 광복 이후의 변용까지의 문헌자료를 통시적으로 나열하고 있고, 세 사례 조사 또한 유원지의 조성과정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사용 현황과 이용 사례 등 개괄적 서술에 그친다. 문제는 이 연구를 진행하게 된 도시환경적, 건축적, 공간적 ‘문제의식’이나 연구의 철학적, 이론적 배경, 자료해석이나 분석의 틀, 연구 방법론 등이 명확히 서술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보고자 한다면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이론적, 방법론적 고찰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 논리 전개과정도 분명해야 하건만, 세 유원지에 대한 문헌자료의 취합과 요약 이외에 세심한 비판적 고찰이나 분석적 내용을 찾을 수 없다. 결론. 두 논문 모두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다. 하지만 식물원이나 유원지의 건축공간적 가치 및 문제의식에 근거한 비판적인 논의, 분석적이고 해석적인 연구 방법론, 창의적 결과물 도출 등 연구 논문이 지녀야 할 본질적인 속성이 대체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연구의 독창성과 탁월성, 건축 관련분야의 학문적 공헌도 및 기여도 또한 미비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두 편의 논문은 <심원건축학술상>의 수상을 가름할 정도의 연구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였다고 판단했다.
우동선(한예종 건축학과 교수)
이번 <심원건축학술상>의 최종심사에 오른 두 편의 논문은 연구방법이 대체로 유사하였으며, 연구대상 중에서 창경원이 공통이었다. 먼저 «유원지의 수용과 공간문화적 변화 과정»(이하, «유원지론»)은 창경원, 월미도, 뚝섬을 대상으로 유원지의 성립과정을 다룬 것이었다. 이어서 «우리나라 식물원의 기원과 진화»(이하, «식물원론»)는 식물원을 중심에 놓고서 그 성립과정을 한국의 13~15세기, 서양의 18~19세기, 개화기(1876~1910), 창경원 식물원(1910~1945)을 통해서 고찰한 것이었다. «유원지론»과 «식물원론»은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자료를 망라하여 통시적으로 살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었다. «유원지론»은 창경원, 월미도, 뚝섬이라는 상이한 공간의 파편들을 종합하고 있으며, «식물원론»은 한국의 13~15세기, 서양의 18~19세기, 개화기(1876~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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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원 식물원(1910~1945)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는 4가지 파편들을 종합하고 있다. «유원지론»은 “일제 ARCHITECTS IN KOREA · Ⅱ
식민지기에 도입된 새로운 공간 유형인 유원지를 통시적으로 살펴보아 현대 사회에 미친 물리적 문화적 영향을 해석하고자 했다”고 하였고, «식물원론»은 “지난 시기의 식물원을 찾아 서술함으로써 한국 식물원의 태동 과정에 대한 총체적 양상을 제시하고 그 함의를 제시하고자 하였다”고 하였다. 나는 «유원지론»과 «식물원론»에서 서로 다른 파편들을 관통하는 빨간 실이 과연 무엇일까를 시종 궁금해 하며 정독하였으나, 결국 두 논문의 우열을 끝까지 가리지 못하였다.
함성호(스튜디오 EON 대표)
리영희 교수는 자신의 글쓰기를 퍼즐 맞추기로 표현한 적이 있다. 어떤 사건을 조사할 때 반드시 그 사건을 둘러싼 전모를 그리고, 거기에서 빠져나가는 구멍들을 마치 퍼즐 맞추듯이 조직해 가야 진실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논문은 말 할 것도 없다. 일반 학술 논문은 그것으로도 충분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심원건축학술상>은 다 맞추어진 퍼즐이 과연 지금 우리에게 어떤 얘기를 해 줄 수 있을지 모색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그 의미를 붙잡고 우리는 두 편의 논문에 주목했다. «유원지의 수용과 공간문화적 변화과정»과 «식물원의 탄생»이 그것이다. 연관성이 있는 두 논문은 접근 방법과 목적이 조금씩 갈라진다. 창경원, 월미도, 뚝섬을 중심으로 유원지의 변화과정을 살펴보는 «유원지의 수용과 공간문화적 변화과정»은 몇 가지 문제점을 처음부터 안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기에 만들어진 유원지가 지금의 유원지(놀이공원, 테마파크, 공원, 공공오픈스페이스를 포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 논문의 요지다. 그러나 그 전에 지금 WideAR SE 02
우리 주변의 유원지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밝히는 작업이 빠져있다. 지금 우리 주변의 유원지가 어떤 의미고, 그것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과거와 연결되는지를 살펴야 옳았다. 그리고 유원지의 소유관계를 열거하는데 그치고 만 것도 아쉽다. 단순히 소유관계를 밝히는데 그쳐서는 안 되고 그들의 이익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야 했다. 이를테면 만철의 의지와 식민지 지배자의 의도 같은 것들이 좀 더 철저히 규명되어야 했다. «식물원의 탄생»은 식물원을 근대과학의 탄생으로 설정하고 조선시대에 이미 그 맹아가 있었음을 여러 자료로 증명하고 있다. 이 논문은 풍부한 자료와 근거로 설득력을 지닌다. 특히 18세기 사대부들의 다양한 벽을 거론하며 식물에 대한 취미가 관찰과 연구로까지 나아가 근대적 의미의 식물학이나 박물학에 닿아 있음을 밝힌다. 게다가 근대 서양에 대한 견문록에서 식물학에 대한 관심을 일일이 거론한 것은 18세기의 벽 취미와 함께 연결되어 논문의 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하고 있다. 결국 한국에서도 식물원의 본질은 과학탐구에 있었다는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그러나 창경원과 같은 대중적인 식물원은 근대과학의 연구를 위한 것이기 보다는 제국주의적인 전시에 지나지 않았고, 이를 근대적 풍경으로 일제가 수용해 조선에 이식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간과한 느낌이 없지 않다. 두 논문 다 퍼즐에 구멍이 나 있었다. 논문 뿐 아니라 논리적 설득을 요구하는 글쓰기는 적어도 퍼즐에 구멍이 나 있어서는 안 된다. 퍼즐이 여섯 면의 색을 맞추는 게임이라면 학술논문은 수많은 차원을 가진 퍼즐을 일일이 연결해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하나의 건축적 주제가 사회, 경제, 역사, 정치, 예술, 문학, 철학에 까지 연결되고, 그 변화까지 추적해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그렇다고 수고가 아주 줄지는 않겠지만) 주제를 아주 미시적으로 잡아야 한다. 깜냥에 넘치는 주제를 잡고 이리저리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리바이만 갖다 대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여러 고민 끝에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진리는 항상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거기에 다가가는 시간은 아무리 오래 걸려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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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영화 공부방
제37차 상영작
WIDE
2018년 WIDE건축영화공부방은 ‘ 다시 ’
건축물(Building)에 시선을 맞춥니다. 우리는 2012년 4월 이 코너를 시작하며 ‘ 성가신 이웃 ’ (제 1차
상영작)을 통해 르코르뷔지에의 크루체트 하우스를, ‘ 콜하스 하우스라이프 ’ (제 2차 상영작 , 2012년 6월)를
통해 렘 콜하스의 보르도 주택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건축가가 설계한 집의 사용자 관점이 투사되는 각각의 경험은 건축전공자는 물론 건축에 관심 많은 일반 대중에까지 영화로 소통하는 건축 이야기의 진수를 보여줄 터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일시 2018년 4월 11일(수) 7: 00pm
장소 이건하우스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방장 강병국 (간향클럽 자문위원, WIDE건축 대표)
상영작
문화의 전당 Cathedrals Of Culture(1부)│2014│81분│감독 Wim Wenders 외 신청 예약 방법 네이버카페 <와이드 AR> WIDE건축영화공부방 게시판에
개관
각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 만일 건물이 말을 한다면 ? (일본은 DVD발매가 이 이름으로 되어있다) 우리에게 무슨 말을
선착순 50명 내외 접수
할까? ” 영화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한 6개의 대답이다. 독일의 감독 빔 벤더스를 포함한 5명의 감독은 6개 다른 시각과 느낌을 그려낸다. 다른 나라, 다른 건물, 다른 감독. 영화에서는
주최 간향클럽 , 미디어랩&커뮤니티 주관 WIDE건축 , 와이드 AR
건물이 말을 건네고 관객 우리는 듣기만 할 뿐 ...! 이 영화는 3D로 제작되었다. 어쩌면 건축영화로서의 공간감이 전달될 수도 있다. (4월 상영분 , 1부) 1. 베를린 필하모닉 The Berlin Philharmonic: 빔 벤더스 Wim Wenders, 27분 2. 러시아 국립 도서관 The National Library of Russia: 미카엘 글라보거 Michael Glawogger, 27분
후원 이건창호
3. 할덴 교도소 Halden Prison: 마이클 매드슨 Michael Madsen, 27분
( 6월 상영분, 2부) 4. 솔크 연구소 The Salk Institute: 로버트 레드포드 Robert Redford, 27분 5.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 The Oslo Opera House: 마가레트 올린 Margreth Olin, 27분 6. 퐁피두센터 Centre Pompidou: 카림 아이누즈 Karim Ainouz, 27분
1부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자랑하는 한스 샤로운의 대표작 <베를린 필하모닉>은 독일이 통일되기 전까지 동서의 분기점에 서 있었다. 카라얀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거쳐 간 이 건물은 연주자와 지휘자가 건물의 중앙에 배치되어 있다. 격동의 역사를 간직한 1814년 <러시아 국립도서관> .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문학의 산실인 이 도서관은, 건물의 대사가 장편소설 «죄와 벌»과 같은 문학작품 내용이다.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감옥으로 알려진 <할덴 교도소>. 웬만한 호텔보다 낫다. 담장 안 쪽 수감자들의 생활은 어떨까? 건물은 그들의 삶과 자신의 역할을 담담히 토해 놓는다. 이 영화가 아니라면 평생 그 시설을 구경 못할 영화가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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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향클럽, 미디어랩& 커뮤니티
간향클럽 사람들
GANYANG CLUB, Media Lab. & Community mc 1
우리는
편집간사 정평진
건축가와 비평가 및 다방면 건축의 파트너들과 함께
편집위원 강권정예, 백승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건축한다는 것만으로 반갑고
디자이너 신건모, 낮인사
행복한 세상을 짓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사진총괄 겸 부편집인 김재경
우리는 건축계 안팎의 현안을 주시하며 이슈를 발굴-
mc 2
비평전문위원 박정현, 송종열, 이경창
골 깊은 갈등 구조를 중재하는 매개자 역할을 통해
칼럼전문위원 김정후, 박성용, 박인수
우리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견인하는 통합의 지렛대가
논설고문 이종건
되겠습니다.
mc 3
우리는
제작자문 김기현, 시공문화사spacetime
이 땅에 필요한 건강한 건축 저널리즘을 구현함은
종이공급 박희진, 신안지류유통
물론 건축과 대중 사회를 연결하는 미디어 커뮤니티가
인쇄관리부장 손운일
되겠습니다.
인쇄제작국장 김은태 인쇄처 대표 강영숙, 서울문화인쇄
우리는 WideAR SE 02
사진전문위원 남궁선, 진효숙
공론화하고, 나아가 건축동네의 계층, 세대, 업역 간의
격월간 문화잡지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월례 저녁 강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땅집사향)}
mc 4
독자지원서비스 및 마케팅 박미담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 ABCD파티}
과월호 공급 심상하, 선인장
지역 건축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응원하는
서점관리 심상호, 정광도서
{ICON파티}
직판관리 박상영, 삼우문화사
건축역사이론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신예 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mc 5
기획자문 강병국, 고영직, 고충환, 김영철, 김원식, 박병상, 박철수, 손장원,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안철흥, 우종훈, 이정범, 이중용, 전진성
내일의 건축에디터&저널리스트 양성소
운영자문 김동원, 김태만, 류영모, 신창훈, 안용대, 이성우, 이수열, 이윤정,
{간향저널리즘스쿨}
조남호, 최원영, 하광수
건축 잡지 &저널리즘을 아카이빙하고 연구하는 {한국건축저널리즘 연구회} 건축 비평도서 출판 {간향 Critica}
mc 6
고문 박민철, 박유진, 이충기, 정귀원, 조택연, 황순우
건축가(집단)의 모노그래프 출판
명예고문 곽재환, 구영민, 김정동, 박길룡, 박승홍, 우경국, 이상해, 이일훈,
{와이드AR Insight}
임창복, 최동규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대표고문 임근배
{WIDE아키버스} 인간·시간·공간의 이슈를 영상으로 따라잡는 {WIDE건축영화공부방}
mc 7
패트롱 김연흥, 목천, 박달영, 승효상, 이백화, 이태규, 장윤규, 최욱
mc 8
운영간사 박지일
건축·디자인·미래학 강의실 {포럼 AQ korea}등 일련의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발행위원 김기중, 손도문, 오섬훈, 우의정, 임재용, 정승이 부발행인 이주연 대표, 발행인 겸 편집인 전진삼 mc 9
심원건축학술상 심사위원회 김종헌, 박진호, 우동선, 함성호 심원건축학술상 수상자 박성형, 서정일, 이강민, 이연경, 이길훈 , 강난형 심원문화사업회 사무장 신정환
mc 10
126
마실와이드 대표 김명규 팀원 박소정, 최지희, 구아람, 박은진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우리 건축 장場의 새 얼굴로부터 기성, 중견, 노장
‘ 건축가 초청강의 ’ : Architects in Korea
2018년 3월 _ 제 135차 : Architects in Korea 23
건축가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 하에 이 땅에서 활동하는 벽안의 건축가까지 주목하고자 합니다. 2016년 5월 ~2017년 2월( 1라운드) , 2017년 3월 ~2018년 2월( 2라운드) , 2018년 3월 ~2019년 2월( 3라운드)로 이어지는 건축가 초청강의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주관 와이드AR 주최 그림건축, 간향클럽 협찬 시공문화사 Spacetime, 유오스Knollkorea 후원 ㈜이건창호 문의 02- 2231- 3370, 02- 2235- 1960
이야기손님: 김주경(오우재건축 대표) 일시: 3월 14일(수) 7: 30pm 장소: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주제: 집짓기의 괴로움 | 망작과 졸작 사이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와이드 AR, 카페주소: http: //cafe.naver.com/aqlab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8년 4월 _ 제 136차 : Architects in Korea 24
이야기손님 : 김태만(해안건축 디자인 담당 대표) 일시 : 4월 18일(수) 7: 30pm 장소: 이건하우스(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61) 주제: 통합, 일상, 탐색: 2007- 2018
127
건축리포트 와이드(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Special Edition Vol.02, 2018년 3- 4월호 , 격월간
정기구독(국내 전용) 신청방법 안내
{와이드AR} 주요 배본처
<구독자명(기증하실 경우 기증자명 포함)>, <배송지 주소> , <구독희망 시작월호 및 구독기간>,
온라인 서점 예스 24, 인터파크, 알라딘 , 11번가 , 인터넷 교보문고
<핸드폰번호>, <입금예정일> 을 적으시어 본지 공식이메일: widear@naver.com 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 책은 입금 확인 후 보내드리게 됩니다 .
오프라인 서점 대형 서점
2018년 3월 15일 발행 , ISSN 1976- 7412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 2008년 1월 15일 창간호(통권 1호) 발행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 마포 마 - 00047호
발행인 겸 편집인 : 전진삼 발행소 : 간향 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주소 : 03994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75 (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전화 : 02- 2235- 1960 홈페이지: www.ganyangclub.com 네이버 카페명: 와이드AR • 본지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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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02- 399- 5600) 미아점( 02- 2117- 2880) 명동점( 02- 3783- 4300) 청량리점( 02- 3707- 1860) 김포공항점( 02- 6116- 5544) 여의도점( 02- 6137- 5254) 홍대점( 02- 2250- 7733) • 서울문고
건대점( 02- 2218- 3050) • 종로서적
종로점( 02- 739- 2331) • 북스리브로
홍대점(02- 326- 5100) 동네 서점 효자책방 소란(서울 통인동, 02- 725- 9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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