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회 심원건축학술상 Simwon Architectural Awards for Academic Researcher
ⓢ 제1차 추천작 발표|해당작 없음
공모 요강 ⓢ 당선작 | 1편
부상 | 상패 및 상금 500만원과 단행본 출간 및 인세 지급
ⓢ 응모 자격 | 내외국인 제한 없음
ⓢ 응모 분야 | 건축 역사, 건축 이론, 건축 미학, 건축
ⓢ 응모작 접수 일정 |
~
ⓢ <심원문화사업회>(이하 사업회)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건축가 김광재를 통 하여 건축의 세계를 이해하고 애정을 갖게 된 기업가가 그와의 인연을 회억 하며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하여 만든 후원회입니다. ⓢ <심원건축학술상>은 사업회가 벌이는 첫 번째 후원 사업으로 건축 역사와 이론, 건축미학과 비평 분야의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한 신진학자를 지원하 는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습니다. ⓢ <심원건축학술상>은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 물로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원고(심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논문은 미 발표작으로 간주함)를 응모받아 그 중 매년 1편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당선 작에 대하여는 단행본 출간과 저술 지원비를 후원합니다.
1차 모집 | 2009년 8월 1일-9월 10일 | 2차 모집 | 2009년 10월 1일-11월 10일
ⓢ 추천작 발표 일정 |
1차 추천작 발표 : 2009년 11월 15일(격월간 건
비평 등 건축 인문학 분야에 한함
축리포트<와이드> 09년 11-12월호 지면)
(단, 외국 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2차 추천작 발표 : 2010년 1월 15일(격월간 건축
한 연구’에 한함)
리포트<와이드> 10년 1-2월호 지면)
ⓢ 사용 언어 |한국어
ⓢ 추천제 운용 방식 | 1/2차 추천작을 중심으로 운
ⓢ 응모작 제출 서류 |
영위원회는 소정의 내부 심사절차를 통하여 원고
1)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분
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지
량으로 응모자 자유로 설정)의 사본(A4 크기 프
원함, 그 가운데 매년 1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린트 물로 흑백/칼라 모두 가능)을 제본된 상태
시상함. 최종 당선작 심사에서 탈락한 추천작은
로 4부 제출
추천일로부터 3년간 추천작의 자격이 유지됨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
1-학위논문의 경우, 단행본으로의 전환을 위한 출 판기획서(양식 및 분량 자유) 1부
2-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 일주소 반드시 명기할 것) 1부
ⓢ 최종 당선작 결정 |
1/2차 추천작 중 1편을 선정함
ⓢ 당선작 발표 |
2010년 5월 15일(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10년 5-6월호 지면)
(운영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를 준
ⓢ 시상식 | 별도 공지 예정
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에 대하
ⓢ 출판 일정 | 당선작 발표일로부터 6개월 이내
여 표절, 인용 및 아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
ⓢ 운영위원회 |
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는 반환하지 않음) ⓢ 제출처 | 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럼빌 딩 1층 간향미디어랩 (100-834) (겉봉에 ‘제2회
W
배형민(서울시립대 교수), 안창모(경기대 건축대 학원 교수), 전봉희(서울대 교수), 전진삼(건축리 포트<와이드> 발행인)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 주최 | 심원문화사업회 (이사장 이태규, 사 무국장 신정환) ⓢ 주관 |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회
ⓢ 기획^출판 |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간향미디어랩 ⓢ 후원 | (주)엠에스 오토텍 ⓢ 문의 | 02-2235-1960
by WIDE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1
by Seegan Architects 2
widE Edge
70가지의 색깔 있는 건축물 아름다운 건축물의 완성, 삼협건설
신뢰와 성실을 주축으로 21세기를 도약하는 삼협종합건설(주)는 뛰어난 기술력과 신용도, 투명한 도덕성, 특유의 잠재력으로 더욱 성숙된 건설업의 발전을 주도합니다.
삼협종합건설(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770-7 홍성빌딩 4층 Tel : (02)575-9767 | Fax : (02)562-0712 www.samhyub.co.kr
by Samhyub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3
by EaWes Architects 4
widE Edge
by DongWoo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5
by UnSangDong 6
widE Edge
by MAKMAX Korea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7
URBAN CELL 미아동 연이빌딩 지명현상설계 우리는 3가지 키워드를 설정하고 설계를 진행하였다. 첫 번째는 컨텍스트와 상업 건물과의 관계를 풀어내는 것이었다. 동선이 집중된 곳에 선큰과 지하 및 지상 1층의 상업 공간을 집중 배치하였다. 주요 동선과 연계하여 대지 내 공공성을 띤 공간을 할애 하여 공공 활동과 상업 활동이 일어나도록 계획하였다. 두 번째는 랜드마크로서의 이미지 창출 작업이다. 커튼월과 커튼월의 프레임과 스팬드럴 부분의 디자인 가능성을 탐구하였다. 세 번째는 지속 가능한 설계 접근이다. 본 건축물은 2~4층 마다 외부 데크를 설치하고 계단을 이용하여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엘리베이터의 이용이 줄 것이고 사람들의 에너지와 근무 효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기중 (본지 운영위원, ㈜건축사사무소 이일공오 대표) 참여 인원 : 이유정, 김승희, 배기택, 이동균, 박문성, 노경록, 김혜경, 최승일, 김원삼, 김희원, 신수현
by 2105 studio 8
widE Edge
by Dan Architects & Consultant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9
by Vita Group 10
widE Edge
by Dongyang PC, inc.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11
by KA design group 12
widE Edge
구조설계 | 안전진단 | 구조물 보수^보강
(주)건우구조엔지니어링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197-5 삼성 IT밸리 802호 T. 02-2028-1803/4 F. 2028-1802
by Kunwoo Structural Engineers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13
by HANMEI Architects & Associates 14
widE Edge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37 / 38 | 세 번째 주제 | 건축가 초청 강의—나의 건축, 나의 세계 | 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문의: 02-2231-3370 / 02-2235-1960) | <건축가 초청 강의 | 나의 건축, 나의 세계>는 매월 한 분의 신진 건축가를 초청하여 그 분의 건축 수학의 배경과 최근의 작업 이야기를 듣 고 묻는 시간입니다. 젊은 건축가들을 만나가면서 우리 건축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 었으면 합니다. | 주관 : AQ KOREA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 주최 : 그림건축, 간향미디어랩 GML | 협찬 : 우리북, 디자인그룹 L2S, 시공문화사 spacetime | *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 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 AQkorea, 카페주소 : http://cafe.naver.com/aqlab)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① 11월의 초청 건축가 | 김정임(아이아크 아키텍츠 파트너) | 주제 | 진화 혹은 타협 : 28개월 간의 대우센터빌딩 리모델링 설계 보고서 | 일시 | 2009년 11월 18일(수) 저녁 7시 ② 12월의 초청 건축가 | 김종진(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실내건축설계학과 조교수) | 주제 | 내 면의 풍경 | 일시 | 2009년 12월 16일(수) 저녁 7시
by WIDE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15
L2S는, 한국 고유 문화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는 디자인 브랜드로 작가 임성민이 운영하는 디자인 집단입니다.
작가 임성민(본명 임상순)은, 홍익대 산미대학원(무대디자인전공)을 졸업하고, 서일대에서 겸임교수, 상명대, 한성대, 계원조형대, 협성대, 숭의여대 등에 강사로 출강했으며, 한국디자인학회 및 한국무대예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 문양 : 우리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 문양 A/B ⓛ 소재 : 고급소가죽, 새턴(satain) ⓛ 사이즈 : 가로 10.5cm, 세로 8cm ⓛ 수납 공간 : 카드 수납 3개, 명함 약 30~40장 수납 가능 tel. 031-977-8338 | 이메일 l2sgb@naver.com 홈페이지 : http://club.cyworld.com/designpd
by L2S 16
by OORIBOOK widE Edge
by Spacetime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17
by UrbanEx 18
widE Edge
수류산방 樹流山房의 책 book of Suryusanbang
한국의 자연 유산 | 이선 지음 천연기념물의 역사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
저 나무는 언제부터 저 곳에 서 있었을까? 지리산에 방사한 곰들은 왜 죽어 나가는 것일까? <우리와 함께 살아온 나무와 꽃>의 이선 선생님이 들려 주는 한국의 자연 유산 이야기, 그리고 천연기념물. 말없는 자연은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 자연 유산은 이땅에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역사와 종교, 철학의 반영이자 그것을 있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지정되는 자연 유산인 ‘천연기념물’의 유래와 역사 그리고 지정 기준에 대해 알아본다. 또한 다른 나라의 자연보호법의 특징과 자연에 대한 사상을 살핌으로써 우리의 자연 유산의 가치와 그 법적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Natural Heritage of Korea : The Story Behind Natural Monuments The culture of a society is deeply bound up with the natural environment in which it is formed. Cultural heritage is built on the foundation of the natural heritage, yet the significance of natural heritage has been underestimated both culturally and institutionally. Natural heritage provides the foundation for the birth of cultural heritage, that is, culture has blossomed in the larger framework of nature. If nature is the ingredients, culture is the dish created from those ingredients. 韓國の自然遺産 : 天然記念物にまつわる話とその歴史について 一つの社?の文化が形成されるまでの過程は、 その地域の自然環境 と密接に?わっている。 自然遺産は文化が?生する以前から存在していた固有の遺産であり、 その重要性は文化遺産に比べても決して劣 らない。 しかし、 これまで文化的にも、 また制度的にも自然遺産の?値が過小評?されてきたこともまた事?である。 自然遺産は文化遺産 が誕生する背景となってきたものであり、すべての民族は自然という大きな?組みの中で、 それぞれの文化を花?かせてきた。 自然を食材 にたとえるなら、文化とはその食材で作った料理だといえよう。
by Suryusanbang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19
by Arumjigi Culture Keepers Foundation 20
widE Edge
~ ~ ~ ~ W
!
통권 12호, 2009년 11-12월호
~ ~ ~ ~ ~ ~ ~ ~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D E
Wide Work
23
장윤규+ 신창훈+김우일 <서울시립대 캠퍼스 콤플렉스 | 랜드스케이프 복합체>
30
서울시립대 캠퍼스 콤플렉스 현상설계안
표4 Mooyoung Architects & Engineers
33
집담회 | 개념을 위한 제스처 혹은 퍼즐 맞추기와 같은 솔루션 | 김우일, 신창훈, 최상기
표3
widE Edge 인천시건축사회
표2 Wondoshi
wIde Issue 1
1
제2회 심원건축학술상 공모 요강
59
송년 특집 이슈 | 2009년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
2
Seegan Architects
60
프로그램
3
Samhyub
61
건축 공모전 입상작 저작권의 설계자 귀속 판결 사건 | 박철수
4
EaWes Architects
62
광장의 패러다임 쉬프트 | 안명준
5
Dongwoo
64
추크즈반, 독일 청년 닐스 클라우스의 사진 전시 | 강병국
6
UnSangDong
65
조성룡의 지엔아트센터 | 김찬중
7
MakMax Korea
67
조민석의 부티크 모나코 | 김태일
8
Studio 2105
68
창조적 이성주의자 | 김기중
9
Dan Architects & Consultant
70
젊은 건축가 집단 SAAI | 신창훈
10
Vita Group Jeagal, Youp
11
Dongyang PC, inc.
wIde Issue 2
12
KA Design Group
72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 | 한강 둔치로 시민들을 불러내는 39개의 토끼굴
13
Kunwoo Structural Engineers
73
인터뷰 | 건축가, 공공 프로젝트에 일상의 풍경을 담다 | 신혜원, 윤웅원, 김정주, 이소진, 홍택
14
HANMEI Architects & Associates
89
한강 나들목 현황도
15
건축가 초청 강의 — 나의건축, 나의 세계
— WIDE
16
L2S + O0ribook
wiDe Depth Report
17
Spacetime
92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12> | 영화 속의 건축물(04)
18
Suryusanbang
95
<와이드 書欌 12> | 건축의 마사지 | 안철흥
19
Arumjigi
96
이용재의 <종횡무진 12> | 동면공소
20
UrbanEx
98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12> | 미션스쿨 이야기
102
이종건의 <COMPASS 09>| 죽음이라는 교환 불가능한 것에 대하여
104 최충욱의 <공간 전달자 07> | 하라주쿠(Harajuku, 原宿) 오모테산도(Omotesando, 表参道) 아 오야마(Aoyama, 青山) — 1 109 <주택 계획안 100선 11> | 판교 주택 4제 | EAST4 115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15 | Architect & Architectural Process | 김기중
118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16 | SYSTEM LAB works | 김찬중
122
함성호의 <소소재잡영기(素昭齋雜詠記) 06> | 先조경後건축
125
<와이드 리포트> | 리얼다큐 ‘건축과 미술의 소통’| 강권정예
widE Edge
23
와이드 레터 | 정귀원
22
정기 구독 신청 방법
128 와이드 칼럼 | 남을 위하는 길, 나를 지키는 길 | 임근배
ⓦ 로고 글씨 | 김기충 ⓦ 표지 이미지 | 서울시립대 캠퍼스 콤플렉스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21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오늘, 건축 지식인의 책상에는 Wide가 놓여 있습니다.
정기 구독 신청 방법 안내 ▶ 신청서 작성 시 기입하실 내용 > 책 받을 분 이름 > 책 받을 주소 > 휴대폰 번호 및 직장(또는 자택) 전화 번호 > 구독 희망 호수 및 기간 > 기증하실 경우, 기증자 이름 > 입금 예정일 ▶ 정기구독을 하시면, > 전국 어디서나 편안하게 책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독자 대상 사은품 증정 등 행사에 우선 초대 해 드리며, 당사 발행의 도서 구입 요청 시 할 인 및 다양한 혜택을 드리고자 합니다. ⓦ 정기 구독 관련 문의 : 02-2235-1960
▶ 구독신청 > 이메일 : widear@naver.com > 팩스 : 02-2231-3373 > 전화 : 02-2235-1960
▶ 연간 구독료 및 입금방법 > 1년 구독료 : 45,000원 > 2년 구독료 : 90,000원 > 입금계좌 : 국민은행 491001-01-156370 [예금주 : 전진삼(간향미 디어랩)] > 구독자와 입금자의 이름이 다를 경우, 꼭 상기 전화나 이메일로 확인 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W I D E
~ ~ ~ ~
~ ~ ~ ~ ~ ~ ~ ~ W
D E
22.23 |311:
XJEF!Bsdijufduvsf!Sfqpsu op/23-!opwfncfs.efdfncfs-!311:!!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통권 23호
렉스 psl Xje f!X 대 캠퍼스 콤플 서울시립 이프 복합체 일 랜드스케 신창훈 + 김우 + 장윤규 찾다 tvf !2 의 길을 xJe f!Jt 한국 건축 김원식 FYJU, 이종건, 이경훈, tvf !3 xJe f!Jt 가 집단 젊은 건축 가 TB BJ 동네 건축
CAMPUS COMPLEX AT UNIVERSITY OF SEOUL XJEF!Bsdijufduvsf!Sfqpsu |22.23| 311:!! op/!23-!opwfncfs.efdfncfs-!311:!!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통권 23호 311:년 22.23월호
cz!Nppzpvoh!Bsdijufdut!'!Fohjoffst! xjeF!Fehf
22
widE Edge
editor’s letter
와이드 레터 |
건축 3단체 통합 무산의 위기에서 최근 대한건축사협회 임시총회에서 건축 3단체 통합이 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의원의 2/3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는데 좀 모자랐다고 한다. 그간 협회 회원, 특히 지방 건축사회 회원의 설득과 동의를 얻는 일이 가장 큰 난관임
격월간 건축 리포트 <와이드>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발행편집인단 발행인 | 전진삼 ·편집장 | 정귀원 고문 | 곽재환 김정동 임근배 임창복 최동규 자문위원 | 구영민 김병윤 박철수 송인호 윤인석 이일훈 이종건 운영위원 | 김기중 박유진 박종기 손도문 신창훈 오섬훈 윤창기 제갈엽 운영기획위원 | 박민철 이영욱 조택연 편집위원 | 김기수 김종헌 김태일 박혜선 송복섭 이충기 장윤규 편집기획위원 | 김진모 김찬중 안명준 유석연 전유창 정수진 조정구 함성호 고정집필위원 | 강병국 김정후 손장원 안철흥
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한국건축가협회가 임시총회를 통해 ‘건축단체 통합정관(안) 과 통합이행 및 운영규정(안)’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즉 통합정관(안)의 제1조(명칭) 중 새롭게 설립될 대한민국건축사협회의 설립 근거인 “건축사법에 의하여 설립한 법 인으로서”를 삭제하고, 부칙의 국토해양부장관을 주무부처장관으로 수정토록 하면 서, 이에 대한 대한건축사협회의 수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일었었다. 일부 시도건축사회는 이 안건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 자체에 반대의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대한건축사협회와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의 대통합의 숙원이 3단체장의 합의서와 협정서 날인으로 마침내 이루어지는가, 싶더니 역시 불안한 기미들은 수그 러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총회에서 큰 소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설계 감리 분리와 관련하여 회장 불신임 문제까지 나오면서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고 한다. 몇 해 전 일반 건물의 감리를 각 시도(건축사회)에서 하도록 법규를 고치자는 설계 감리 분 리 입법화 시도가 있었는데, 설계의 질적 향상이나 불량 시공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도 하고, 지방 건축사들의 생계를 위함이라는 얘기도 있다. 설계자의 디자인 감리는 꼭 필요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차치하고 본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한
ⓦ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그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박상일 포토그래퍼|남궁선 진효숙 제작 코디네이터|김기현 로고 글씨|김기충 ⓦ 서점 유통 관리 대행 | (주)호평BSA 대표 | 심상호, 담당차장 | 정민우 전화 | 02-725-9470~2, 팩스 | 02-725-9473 ⓦ 직판 유통 관리대행|우리북 대표|김영덕, 담당과장|김남우 전화 | 02-3463-2130, 팩스 | 02-3463-2150 ⓦ 디자인 | 수류산방(樹流山房, Suryusanbang) 담당 디자인 | 이숙기 노희영, 편집 협력 | 전유니 전화 | 02-735-1085, 팩스 | 02-735-1083 ⓦ 제작협력사 인쇄|예림인쇄 종이|대립지업사 출력|반도커뮤니케이션스 제본|문종문화사
민국의 건축인들은 지향하는 바도 요구하는 바도 그만큼 다르다. 어떤 때는 극에서 극 으로 치달리기까지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승적 차원으로 이해와 양보를 이끌거나 산하 회원들에게 무조건 믿고 따르라고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어쨌거나 작 은 사안까지 세심하게 챙기지 않고서는 건축인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거나, 심지어 3단체 통합의 과제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마저 힘들 듯하다. 아무튼 일이 어려워졌다. 당장 어떻게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 다. 하지만 너무 좌절하지는 말자. 루쉰이 말하지 않든가. 희망은 본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고.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고. 사실은,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자 길이 된 것이라고. ⓦ 글 | 정귀원(본지 편집장)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통권 12호 2009년 11-12월호 2009년 11월 15일 발행 2008년 1월 2일 등록 서울 마-03187호 2008년 1월 15일 창간 낱권 가격 8,000원, 1년 구독료 45,000원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ML 발행처|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 200 극동상가 502호(120-796) 편집실|서울시 중구 신당동 377-58 환경포럼빌딩 1층(100-834) 대표전화|02-2235-1960, 02-2235-1968 팩스|02-2231-3373 공식이메일|widear@naver.com 공식URL|http://cafe.naver.com/aqlab 네이버 카페명 | AQ korea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 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 사, 유포를 금합니다.
23
와이드 12호 | 와이드 워크 Wide Architecture : Wide Work no.12 : november-december 2009 {{{{{{{{{ 서울시립대 캠퍼스 콤플렉스 {{{{{{{{{ 장윤규(국민대 건축학과) 신창훈(운생동) 김우일(협동원)
campu s co mple x at u ni versity of s eoul jang yo ongyo o sh in ch ang hoon kim w o oi l ~
~ ~
24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25
~
~ ~
26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 동측에서 본 서울시립대 캠퍼 스 콤플렉스. 거대한 데크 광장 이 대지를 가른다.
서울시립대 캠퍼스 콤플렉스 랜드스케이프 복합체 +장윤규(국민대 건축학과) +신창훈(운생동) +김우일(협동원) c a mpu s c o mpl e x at un i v e r s i t y of s e oul b y ja ng y o o ng y oo+ s hi n c han ghoon + k im wooi l
‘구분되지 않는 경계를 통합하는 형식’으로 복합체를 언급해 온 운생동이 서 울시립대학교 교정에 랜드스케이프 복합체를 구현했다. 협동원과 함께 협업 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대지의 연속으로서의 광장을 중심으로 종합강의동 과 법학관, 종합체육관의 기능을 담았다. 초기 설계안이 부분적으로 변경되어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쾌적하고 합리적인 교육 공간의 실현을 전제로 중심 개 념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올해 서울시 건축 상 공공 건축 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을 운생동, 협동원의 두 건축 가와 서울시립대 최상기 교수가 리뷰해 보았다.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사진 : 남궁선(건축 사진가)
서울시립대 캠퍼스 콤플렉스 건축 개요 | 대지 위치 : 서울특별시 전농동 90번지 시립대학교내 | 지역 지구 : 제1종 일반주거지역, 자연경관지구 | 대지 면적 : 270,600m2 (7,603m2) | 도로 현황 : 8m 캠퍼스 자동차 순환도로 | 연면적 : 18,763.97m2 | 건축 면적 : 6,071.49m2 | 구조 : 철골 콘크리트조 | 층수 : 지하 2층, 지 상 6층 | 외부 마감 : T24 투명 및 불투명 복층 유리, 지정 목재 패널, 노출 콘크리트 | 설계 담당 : 정원진, 박 미진, 김우영, 김윤수, 김성민, 김동찬, 이호선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27
공공성의 광장은 다양한 이벤트를 수용하는 열 린 무대와 같은 공간으로 제안되었다.
~
~ ~
28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29
서울시립대 캠퍼스 콤플렉스 현상 설계안 cam p us c om p le x at u n i v er s i ty o f s e o u l 1. 서울시립대 캠퍼스 콤플렉스 초기 모형. 2. 공간 구성 계획. 3. 프레임 복합체. 4. 이벤트 광장 배치 개념. 5. 이벤 트 광장 입면 개념. 6. 부분 모형. 7. 동선 체계도. 8. 인터랙티브 매스.
1
2
3
4
~
~ ~
30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5
6
7
8
• 랜드스케이프 플라자 •본 계획안의 중요한 배치 개념은 주어진 대지 전체를 공공성의 광장(Plaza as Public Space) 으로 해석하고 계획하는 데 있다. 진입 동선과 경농관 쪽으로 열린 다목적 기능의 광장을 배려하여 시립대 학생들의 활동과 지역 주민들의 이벤트를 수용하는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개념을 적용하였다. 공공성의 광 장은 이벤트 광장(Event Plaza), 랜드스케이프 포디움(Landscape Podium), 에코 복도(Eco Corridor), 에코 밸리 (Eco Valley) 등의 개념에 의해서 구체화시킨다. • 캠퍼스 네트워크(Campus Network) •캠퍼스를 구성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및 연구, 교육, 생활 등의 거대한 네트워 크를 구성하는 필요가 요구된다. 캠퍼스 네트워크는 학교 시설과 주변 사회적 요청과 대응하는 공공성의 공간을 제 공하는 하나의 틀이다. 주어진 대지는 학교 경계선에 위치한다. 따라서 이곳은 캠퍼스 내의 기존 건물과의 관계, 캠 퍼스 밖 바로 앞에 위치한 주변 건물과의 관계, 그리고 건물 내의 서로 다른 프로그램 간의 관계가 중요시되는 장소적 특성을 갖는다. 관계들을 적극적으로 맺어주기 위한 하나의 설정으로 캠퍼스 네트워크로서의 광장을 제안한다. • 캠퍼스 모폴로지(Campus Morphology) •캠퍼스 내에 신축되는 건축물은 기존의 콘텍스트와 미래적인 마스터플랜 과 연관을 가지며 계획되어야 한다. 서울시립대 전체의 캠퍼스 모폴로지 분석을 통하여 축의 개념, 외부 공간 모폴로 지, 공공 공간의 연계 등의 배치 개념을 도출한다. 종합강의동, 법학관 및 종합체육관의 캠퍼스 내에서의 공적인 역 할과 학교 발전의 중심 모델로서의 새로운 모폴로지를 제안한다.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31
~
~ ~
32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 아트리움과 건물 사이의 공 간인 에코 밸리 또한 체육관 레 벨의 상향 조정으로 인해 깊이 가 깊어지고 개방감이 다소 떨
집담회 : 김우일, 신창훈, 최상기
어졌다.
개념을 위한 제스처 혹은 퍼즐 맞추기와 같은 솔루션
{현상 설계안의 특징들} • 최상기 : 원래의 안과 실현된 안을 비교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경우 원래 안에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너무 많았고, 또 비록 실현되지 못 한 부분이라도 그것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원래 안의 좋은 점들을 발견하는 시간이 나름 의미 있을 듯해요. 먼저 현상 설계안의 계획상 특징들을 간략하게 말씀해 주 셨으면 합니다. • 김우일 : 법학관, 종합강의동, 체육관의 영역이 각각 개별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었고, 우리 입장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 통합해서 상승 효과를 만들고자 했어요. • 신창훈 : 대지를 관통하는 광장, 즉 데크를 중심으로 선형의 매스에는 법학관과 종합강의동 을, 광장 하부에는 체육관을 배치하여 기능을 분리했습니다. 캠퍼스 모폴로지(morphology) 를 통해 설정된 공공 광장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일어날 것을 기대했고요. 단순한 평면 광장 이 아니라 건물의 입면과 바닥을 통합한 입체적인 광장으로서의 무대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 다. 데크 광장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수평적인 무대 공간이며, 넓 은 유리면은 서로의 행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직적인 무대 공간이 되지요. 또한 이 데 크 광장은 대지의 연속이자 모든 방향으로 연결되는 랜드스케이프 포디움(podium)으로 제안 되었습니다. 최대 1,500명 이상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공공 광장과 휴게 공간으로 사용되어 동선의 흐름을 분산시키고 캠퍼스 내의 새로운 중심 광장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했죠. 종합강의 동의 전면 창측에 에코 복도(Eco Corridor)를 두어 전체 동선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면서 환경 적인 휴식 공간을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데크와 적극적으로 결합된 수직 동선의 시스템으로 굉 장히 활발한 액티비티(activity)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고요. 종합강의동과 데크 사이의 밸리 (valley) 역시 휴식과 이벤트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33
배치도
1층 평면도
~
~ ~
34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신창훈 • 건 축가 그룹 운생동의 공동대표 • 최상기 : 현상 설계를 진행하면서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이었나요? 이다. 영남대학교 건축공학과 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아르 텍 건축, 범건축, 힘마건축에
• 신창훈 : 원래 대지는 야외 테니스장으로 사용되고 있었지요. 무엇보다 외부 공간 이라는 데 주목을 했고, 건물을 짓더라도 외부 공간은 갖고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 습니다. 또 작은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캠퍼스 내의 건물이니만큼 공적 공간의 배분
서 실무 경험을 쌓은 후 국민
이라든가, 외부 공간의 네트워크 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고요. 그것을 기본으로
대 장윤규 교수와 함께 실험
외부 공간이 활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스터디를 하기 시작
건축, 개념적 건축을 실현하
했어요. 몇 개의 대안들이 나왔는데 대부분이 랜드스케이프 포
기 위해 건축가 그룹 운생동
디움을 유지하면서 건물을 어떻게 놓을 것인가를 화두로 삼았
을 결성하여 오늘에 이른다.
습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개념만 남는 모델을 설정하고
주요 작품으로 백남준 기념
공간을 분리시키기 시작했어요. 안쪽의 내부 계단에 대해서도
관, 광주비엔날레 광장 현
스터디를 했고요. 재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 레벨을 어떻게 설
상, kt&g 복합 센터, 서울 시립대 종합강의동 등이
정할 것인지, 디테일을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
있다.
랐지요. 테니스 코트장의 레벨을 낮추고 지붕만 살짝 얹는 형 태가 고려되었고, 그래서 관람석을 통해 테니스 코트 레벨까지 내려가는 안을 만들었습니다. 내부 공간은 지금보다 훨씬 액티비티(activity)가 활발히 일 어날 수 있는 안으로 구상되었고요.
{체육관 볼륨을 최대한 낮춰 얻은 배치} • 최상기 : 현상 설계 당선하고 준공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은데요? • 신창훈 : 2005년 5월에 현상 설계에서 당선이 되었고 그해 12월 즈음 납품을 했습니다. 예 산 등의 문제로 2년 반 정도 공사를 하여 작년 8월에 준공을 했고요. 10여 개 팀이 참가를 했기 때문에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 최상기 : 왜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지요? • 김우일 : 소소한 문제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학교 건물로서는 디자인이 다소 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깔려 있었어요. • 최상기 : 다른 안들은 어떠했습니까? 그것들과 비교했을 때 당선안이 특별했던 점은 무엇이 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김우일 : 한 볼륨으로 처리했다는 것이 가장 드러난 차이였을 겁니다. 체육관 볼륨을 최대한 낮췄기 때문에 생긴 효과지요. 다른 안들은 대개 체육관을 다른 매스들과 구분하여 어떻게 배 열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거든요. 그것도 땅의 길이가 긴 쪽의 앞뒤로 놓는 것이 정석 이었고요.(우리는 옆으로 나란히 놓았지만…….) 그러면 건물들은 선형이 아니라 조금 뚱뚱한 모습으로, 혹은 중정형의 형태로 나오게 되지요. 그런 부분에서 느낌이 많이 달랐을 거라고 생 각됩니다. 물론 저희도 초기 계획안에서는 배열을 11자로 하느냐, 앞뒤로 하느냐에 대한 스터디 가 있었어요. • 최상기 : 당시 운생동의 프로젝트 중에서 꽤 큰 프로젝트였을 거라 짐작이 되는데요?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35
2층 평면도
3층 평면도
~
~ ~
36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김우일 •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및 동 대 • 신창훈 : 네. 큰 사무실과 협업하지 않았던 것으로는 그렇지요. 이 프로젝트는 협 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후 예일
동원과 운생동이 동숭동에 함께 둥지를 틀고 진행한 첫 번째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경기대
프로젝트입니다. 저희는 이것을 통해 굉장한 자신감을 얻게
학교 건축전문대학원, 영남대
되었어요. 또 다른 의미를 찾자면, 디자인 오리엔티드(ori-
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국민대 학교 건축대학 등에서 학생
ented)된 태도와는 다른 걸 요구하는 프로젝트였다는 데 있
들을 가르쳤으며 현재는 한
습니다. 학교 건축의 공공성을 띤, 매우 복합적인 건물이었기
양대학교 건축대학 조교수
때문에 디자인에 치중된 상황으로 계획을 풀어 갈 수는 없었
로 재직 중이다. 협동원 건
죠. 그런 부분들은 김우일 소장님이 무척 잘 조절해 주셨어
축사사무소 대표로도 활동
요. 꼼꼼히 분석을 하고 디자인을 적절히 절제하면서 일을 진
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행시키셨지요.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 복 합단지 현상설계 1등 당선 (+운생동), 광주 디자인
{다양한 행위가 기대되는 광장}
센터 현상설계 1등 당선 • 최상기 : 무엇보다도 이 건물에서는 광장으로서의 데크가 인상적입니다. 조금 구체적으 (+장윤규+토문), 현진
로 데크 광장이 구상된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에버빌 본사사옥 현상설 • 김우일 : 앞서 모폴로지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 캠퍼스의 건물들을 보면, 메인(main) 계 1등 당선(+운생동) 건물에 대체로 광장이 붙어 있는 식의 구성이 어느 정도 유사성을 갖고 있어요.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될 새로운 건물 역시 ‘광장적’ 공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생각했 지요. 그리고 기왕의 광장이라면 행위가 좀 일어나는 광장이어야 할 것 같았고요. • 최상기 : 학생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의도했던 대로 사용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은지요? • 신창훈 : 완성되고 난 다음에 행태를 분석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실제 1,500명의 학 생이 수업을 들은 후 데크나 아트리움 같은 퍼블릭 스페이스(public space)를 이용하는지 눈 으로는 확인 못했어요. 가정 하에 설계를 해서 현실적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실제로 그 가 정이 들어맞는지는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요. 일반 시민들의 이용에 대해서는, 기본적 으로 시민들의 이용이 많은 학교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김우일 : 그라운드와 연결되어 있는 오픈된 영역인 데다가 차량 방향으로 캠퍼스를 한 바퀴 돌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전망 데크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효용 가 치는 상당히 클 거라고 봤어요. • 신창훈 : 초기안에서는 데크의 텍스처와 재료들이 지금의 것보다 훨씬 더 자유로웠지요. 지금 처럼 조경과 더불어 경직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느슨하고 자유로운 랜드스케이프를 제 안을 했어요. 유지 관리 등의 이유로 바뀌긴 했지만……. • 김우일 : 대지가 조금 더 컸더라면 훨씬 재밌을 수도 있었겠죠. 아무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 직 이 광장의 효용 가치를 논하기에는 이르지 않나, 해요. 행위들을 예측하고 어떻게 점유되는가 를 분석하여 이성적으로 계획을 진행하지만 실제로 예상했던 세팅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 할 겁니다. 또 사용자들이 익숙해져서 그 공간을 장소로 이해하기까지의 시간도 필요할 거고요. 활용 가치를 깨닫고 그것이 축적되어 또 다른 활용 가치가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이의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
등이 있다.
W
37
4층 평면도
5층 평면도
~
~ ~
38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최상기 • 뉴욕주 등록 건축사이자 서울
시간적인 갭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만프레도 타푸리(Manfredo Tafuri)는 그의
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연
저서를 통해 근대에 많이 등장한 새로운 도시들,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좋을 것이라
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 하고 이로재와 아이아크에서 건축 실무를 시작하며 그 당
고 예상했던 도시들이 사실상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몰이해와 부적응 때문에 거 의가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유일하게 성공적인 근대 도시로 최초의 보행자
시 젊은 건축인의 자치 모임
중심(pedestrian) 도시라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로테르담의 라인반(Lijnbaan) 프로
인 선경건축스튜디오의 초
젝트를 들고 있지요. 그 외에는 다 실패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창기 멤버로 건축의 실험적
런데 재밌는 것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를 테면 브라질리아
차원을 탐색했다. 이후 하버
(Brasilia)나 샹디가르(Chandigarh) 등의 도시들이 시간이 흐
드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
르면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게 되거든요. 라이프스타일에 변
학위를 받고 뉴욕의 SOM
화가 일어나고, 도시의 여러 부분이 수십 년간 변화를 수용하
과 Tsao & McKown, 캠
고, 또 사람들이 그 도시에 적응을 하면서 성공적인 평가가 나
브리지의 KyuSungWoo
온 것은 아닌가 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광장의 성공 혹은
Architects에서 Project
실패를 지금 당장 판단할 수는 없을 거라 보는 거지요.
Architect로서 경험을 쌓 았으며, 건축사 자격 취 득 후 뉴욕에 본인의 사
{높아진 데크 광장의 레벨}
무실을 열어 디테일과 • 최상기 : 그런데 지금의 데크 광장은 현상 설계안과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습 재료 중심의 프로젝트
니다. 무엇보다 레벨이 많이 높아진 것 같은데요.
들을 진행해 왔다. 미국 Northeastern 대학과 보스턴 건축대학의 겸 임교수로 재직했으며
• 신창훈 : 레벨이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되었지요. 8m 정도 올라온 겁니다. • 김우일 : 체육관 건물이 지하에 자리 잡는 것을 건축주가 부담스럽게 생각한 게 가장 큰 이 유였어요.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 최상기 : 레벨이 올라옴으로써 생긴 체육관의 벽이 먼저 눈에 띱니다. 차량 방향의 길에서 에서 건축 설계와 빌
제일 먼저 보이는 게 이 벽인데, 도로에서 볼 땐 상당히 위압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게
딩 테크놀로지 과목
다가 환기 그릴(grill)이 붙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을 가르치며 설계자 • 신창훈 : 초기안에서는 펀칭 메탈(punching metal) 같은 것으로 더블 스킨(double skin)을 의 입장에서 받아들 이는 테크놀로지에 관점을 둔 수업과 리서치를 진행하
• 김우일 : 유리와 겹쳐져서 약간 비물질화된 느낌이 들게 말이지요. 그런데, 늘 그렇지만, 유 지 관리 문제도 있고 예산 문제도 있고 해서 결국에는 깔끔한 커튼월 분위기가 되어 버렸습 니다.
• 신창훈 : 레벨이 8m 올라온 것 때문에 아트리움과 건물 사이 공간 또한 깊이가 깊어지면서 개 방감이 떨어지게 된 것 같아요. • 김우일 : 에코 밸리(eco valley)라 명명된 곳인데, 빛이 잘 들지 않는 바람의 코리더(corridor) 가 되어버린 듯합니다. • 최상기 : 친환경적인 요소로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부분이긴 한데요. • 김우일 : 수업과 수업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휴식의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요. 아무튼 개념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공간이었는데 좀 지루해진 것 같아 아쉬워요.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
고 있다.
구성해서 느낌을 좀 완화시켜 보려고도 했어요.
W
39
입면도
~
~ ~
40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장윤규 • 현재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신창훈 : 그밖에도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데크와 강의동을 연결하는 브릿지가 4층 로 재직 중이며, 건축가 그룹 운 생동, 건축을 넘어선 문화적 확 장을 위한 갤러리 정미소를 운 영하고 있다. 이집트대사관,
에서 5층으로 따라 올라왔어요. 아이러니한 결과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건물 내에
서의 시각적 개방감은 오히려 더욱 좋아진 것 같아요. 저는 시립대학교 캠퍼스가 이 렇게 근사한지 몰랐습니다.
광주디자인센터, 광주비엔날 • 최상기 : 데크 광장에서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인접해 있는 서측의 아파트와 정면으 레 전시관, 금호주택문화관
로 마주치게 됩니다. 민원이 있었을 듯한데요?
크링(Kring)으로 대표되는 • 신창훈 : 그렇죠. 그 아파트에서 민원이 가장 많았어요. 데크를 따라 올라오다 보면 정 장윤규의 건축물들은 물리
면에서 아파트 전면이 바로 보이게 되지요. 왜 지붕을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하느냐가
적 실체보다는 건축물과 관
민원의 대부분이었어요. 프라이버시 침해가 문제된다는 거예요.
련된 보이지 않는 현상들의 탐구에 주력한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실험적인 이 론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
• 김우일 : 약 2m 정도 접혀서 올라온 옥상 디자인 덕분에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 같습니다. 안전 때문에 변형된 디자인인데 그 덕을 좀 본 거죠. 아마 접 힌 부분이 낮았다면 집 안이 들여다보이는 경우도 꽤 있었을 거예요.
을 해온 그는 1994년 신 건축 타키론 국제공모전
{퍼즐 맞추기와 같은 솔루션}
을 시작으로 베니스비엔 • 최상기 : 법학과 필로티의 2층 레벨에서 경농관 쪽으로 다리가 놓여져 있는데요. 원래 계 날레 아이디어 공모전, 획에 있었던 겁니까? 무형문화재 예술의 전 당 공모전 등 국내외의 굵직한 공모전을 당선 된 경력을 비롯 <Ar-
• 신창훈 : 원래는 없었는데 설계를 진행하면서 학교 전체와의 연결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 책으로 요청이 들어온 거지요.
• 최상기 : 그런데 법학관 매스의 방향과 다리의 방향이 다르더라고요. 다리는 도로에 직각
chitectural Record>
으로 놓여 있지요. 만약 같은 방향이었더라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매스의
의 Vanguard Award,
각의 결정이 어느 시점에서 일어났는지도 궁금했고요.
2008 대한민국 우수 • 김우일 : 직각 체계가 아닌, 미묘한 각도로 꺾여져 있는 것은 현상안과 큰 차이가 없어요. 제 디자인 국무총리상,
일 먼저 그런 조작을 해놓은 상태에서 다른 아이디어를 포함시키는, 다소 조형적인 결정이
한국공간디자인 대
먼저 이루어졌다는 측면이 없지 않아 있지요. 직각으로 하느냐, 약간 변형된 사선으로 조합
상 등을 수상했다.
을 하느냐(물론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가 조형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 다. 그런데 이러한 미묘함을 쉽게 읽을 수 없다는 게 좀 아쉬워요. 디자인하면서 생기는 오류 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늘 조감도 뷰(view)로 설계를 하기 때문이겠죠. • 신창훈 : 서울시 건축상 투어를 하면서 여러 명의 일반인들에게 이 건물의 형상이 어떻게 비춰 지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저로서는 매우 궁금하게 여기던 부분이었어요. 몇몇 분들이 건물의 형체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셨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보는 위치와 공간에 따라 시각적 영역을 넘어서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라운드 레벨에서 움직임을 따라 건물을 보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물이지요. 덕분에 건물을 다양하게 볼 수 있고요. 처음에는 테니스 장이 큰 매스로 읽히다가 갑자기 매스가 사라지고 계단이 보이다가 또 브릿지가 날아가고…….
• 최상기 : 스케일과 조형에 관해서 여쭤 보겠습니다. 항공 사진상으로는 서울시립대 건물 중에서 제일 큰 것으로 나타나는데(특히 랜드스케이프의 제스처까지 더해지면), 캠퍼스의 변방에 위치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41
1 1.데크에서 바라 본 법학관. 2. 학생과 시민의 다양한 이용을 기대하는 데크 광장.
2
~
~ ~
42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단면도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43
1
2
~
~ ~
44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1. 법학관, 종합강의동, 체육관
해 있기 때문에 전체 캠퍼스를 잡아 주는 프레임으로서는 그 스케일이 적합한 것 같
의 영역이 각각 개별적으로 유
아요. 또 이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보면, 프레임으로 건물을 하나의 ㄴ자 매스로 엮
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 건이었다. 2. 차량 방향의 길에서 제일 먼 저 눈에 띄는 체육관의 벽
어 내고자 한 의도가 엿보입니다. 다른 안들과 비교했을 때 한 매스로 통합한 점이 다르다고 그러셨는데 그러한 큰 제스처, 즉 전체적으로 프레임을 잡아서 하는 작업 은 운생동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인 것 같습니다.
• 신창훈 : 스케일에 대해 말씀드리면, 현재는 6층이지만 5층이었던 원래의 안은 낮은 데크에 ㄴ자형 건물만 보이는, 그래서 다른 팀들의 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볼륨감이 적 어 보였어요. 심지어 어떤 안에는 타워형의 강의동도 있었으니까요. 물론 레벨이 상 향 조정되면서 입구에서 봤을 때, 체육관이 큰 덩어리로 읽히는 것은 질타받아 마땅하 지만, 대신 내부에서 봤을 때 건물을 최대한 감추고 데크 위로 자연이 펼쳐지게 한 것 은 여전히 건물을 작게 보이게 하려는 제스처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운생동의 다른 작 품과 비교해 보았을 때,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건물은 디자인보다 중요한 조건들의 해결이 우선적인 과제였습니다. 우리는 강의동이 쾌적하고 합리적인 공간이 되기를 우 선으로 원했습니다. 교육 공간에 대한 쾌적성과 합리성을 일단 충족시키고 난 후 랜드스 케이프로 연계되는 아이디어를 적용했지요. 다시 말해 처음부터 형태적인 아이디어로만 접근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현상안을 제출하면서 그러한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드러날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심사평을 통해 심사위원들이 그 점에 대해 높이 평가해 주셨다 는 걸 알았어요. 우리가 그동안의 작품들에서 형태적으로 큰 제스처를 많이 취하다 보니 까 그렇게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요.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에 힘을 뺀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 김우일 : 중강의실과 대강의실은 편복도로, 5층과 6층은 중복도로 이루어진 복도의 구성을 예로 들면 작은 모듈의 실들, 이를 테면 교수 연구실들과 대형 강의동을 어떻게 하나의 체계 안에서 융통하느냐의 조건 속에 그것을 일괄적으로 섞어 놓는 것이 아니라 층별로 조절해 내 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아래층에는 편복도를, 위층에는 중복도를 두고 중복 도가 되는 결절점, 즉 길목에 투명한 조직을 구성해 냈어요. 지금은 인테리어로 막아 버려서 느낌이 잘 와닿지 않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조절해 내는 과정 속에서 내용들이 축적이 되면 외통수, 즉 이렇게밖에 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지요. 어느 층에는 어떤 프로그램이 들어 오고 어느 층에는 무엇이 있어야 되고 또 그러면서 동선은 어떻게 되어야 하고……. 그러다 보 면 불리한 점도 있고 반면 해결되는 부분도 생기게 됩니다. 개념으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일종 의 퍼즐 맞추기와 같은 솔루션(solution)에 가까운 것이겠죠. 개념을 살리기 위한 솔루션과 개 념을 만들어 내기 위한 큰 제스처 사이의 조절도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겠고요. 아무튼 이 프로 젝트는 요구 조건이 상당히 복잡하면서도 대지는 무척 좁은 상황을 가지고 있었어요. 오피스가 아닌 한은 대개 건폐율이 60~70% 안에서 움직이는데 여기서는 거의 100%에 가까우니까요. 굉 장히 타이트하게 패킹(paking)을 해 가면서도 관계를 찾아야 했어요.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45
1
2
~
~ ~
46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1. 체육관의 진입부. 체육관의 레벨에 대한 많은 스터디가 있
{체육관이 만들어지기까지} • 신창훈 : 우리의 개념을 실현시키고 조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행된 학교측과의 조
었다.
율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법학과, 교양 교육부, 체육과, 행정팀, 건축과 등 여러 채널
2. 경사진 천장의 가장 높은 곳
을 관리해야 하는 거라서 더더욱 그랬어요.
이면서 빛도 가장 많이 들어오
는 서측 입구 쪽의 코트는 완전 • 김우일 : 다행히 이 학교 건축과 교수님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잘 하라는 의미에서 지
원을 많이 해 주셨죠. 조경 분야 교수님들도 적극적으로 도와 주셨고요.
히 외부 같은 느낌이다.
• 신창훈 : 그 중에서 체육관은 교수님들의 요구 조건이 굉장히 많은 부분이었죠. 원래 는 코트가 지하 레벨에 계획되어 있었어요. 관람석을 거쳐서 내려가는 형식이었는데, 앞서 말했듯이 교수님들이 이해하지 못하셨어요. 레벨만 가지고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로 레벨, 마이너스 레벨 등등의 매스 스터디를 하면서 체육과 교수님들이 직관적으로 원하는 것을 계속 팔로우 업(follow up)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또 대부분의 테니스장은 아치형이 일반적이라 비대칭의 공간을 이해하지 않으려고도 했고 요. 계속 모델도 만들고 환기 시뮬레이션도 하고 공간 높이를 체크해 가면서 설득을 시켰 습니다. 내부 공간을 만들어서 사진을 찍어 보여 주기까지 했지요, 아마. • 김우일 : 그래도 수차례 협의를 거쳐 만들어낸 안은 우리가 생각한 안과 크게 틀리지 않 았어요. 그게 뭐냐면, 채광과 환기를 고려한다면 외부 공간에 지붕 하나만 얹혀 있는 셈 인데, 측면이 반투명하게 디자인되어 지붕이 덮여 있는 지금의 형태가 초기에 생각한 것 과 다르지 않았지요. • 신창훈 : 체육관은 지금 국제 경기 규격의 테니스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설계하면서 테 니스 경기에 불합리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괜찮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다른 테니스장들에 비해 밝기가 굉장히 좋고요. 경사진 천장의 가장 높은 곳이면서 빛도 가장 많이 들어오는 서 측 입구 쪽의 코트는 완전히 외부 같은 느낌이에요.
{다소 길어진 동선} • 최상기 : 동선 이야기를 해 보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체 동선이 좀 긴 듯하게 느껴 집니다. • 김우일 : 동선이 길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도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현재 내외부 의 연결은 1층, 2층, 3층, 5층에서 이루어지는데, 한 층 정도는 브릿지를 빼도 되겠지 한 것이 동선상의 문제를 만들어 낸 게 아닌가 해요. 에코 복도의 계단도 오르내리는 ㄷ자형의 계단으로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디자인상으로는 지금의 형태가 명료하니까……. • 최상기 : 베르나르 추미(Bernard Tschumi)의 콜롬비아 대학 학생회관 건물은 파사드 전체에 램 프가 지그재그로 서로 교차되면서 올라가니까 랜딩(landing)이 양쪽에 생기지요. 공용 면적을 소모하므로 불필요한 것처럼 여길 수 있겠지만, 이 콤플렉스도 그런 개념이었다면 훨씬 더 활발 한 동선을 유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이 건물에서 제일 먼저 비판 받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의 형태가 입면에서는 개념을 명료하게 보여주지만 말이죠.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47
~
~ ~
48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 에코 밸리 내부.
• 김우일 : 기능적인 효율성과 디자인의 명료성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는 부분은 좀더 고민을 했어야 했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독자적인 프로그램과 독자적인 동선 체계} • 최상기 : 또 2층으로 들어와서 공용 공간인 3층 라운지(파리 바게트)로 가는 것이 가 장 애매한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가 2층에서는 서지 않지요. • 김우일 : 처음 진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곤란한 동선 체계가 된 점은 인정합니다. 그 런데 그것은 애초의 요구 사항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에요. 고급스러운 공 간이 요구된 법학관의 경우는 엘리베이터로 움직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엘리베이 터와 계단, 즉 수직적인 것과 수평적인 것이 섞여 있는 메인 로비 구성으로 독자적인 동 선 체계를 갖고 있지요. 반면 종합강의동의 경우는 대부분 외부에서 건물 전면의 복도 를 거쳐 강의실로 들어갑니다. 1층에 있든 5층에 있든 외부에서 내부 실까지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학생들의 이용 행태상 실 간의 동선은 사용 빈도가 크지 않다, 라 고 봤기 때문이에요. 체육관은 거기에 비해 커뮤니티(community) 공간의 성격을 가지 지요. 그래서 큰 길로부터 시민들이 들어오는 서측에 문을 냈고, 그것과 별도로 전면 도 로 부분에도 통로를 냈어요. 물론 그것을 통해 데크까지 올라갈 수는 있지만, 체육관을 거 쳐서 종합강의동을 가거나 체육관을 거쳐서 법학관을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거예요. 세 가지의 독자적인 프로그램이 그대로 동선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거지요. • 최상기 : 전체적인 동선 구성 체계에서 봤을 때 메인 로비에 있는 계단실을 찾기 힘든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건가요? • 신창훈 : 직통 계단의 이용 빈도수를 낮추겠다는 의도가 처음부터 아주 없었다고는 할 수 없어요. 애초에 우리에겐 에코 밸리와 접해 있는 에코 복도의 스트리트(street)형 계단을 학 생들이 최대한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 공간이 외부의 데크와 더 불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내부 공간이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최대한 밝게 만들고자 했 습니다. 에코 복도를 중심으로 연계된 실 안에서의 움직임들도 좀더 쾌활해질 수 있을 것 같 았고요. • 김우일 : 대개 수직적인 동선 체계라는 것은 소위 공간 인지 영역에서 빠져 버리곤 합니다. 공 간 경험 없이 빨리 도달하는 것이 목적이니까요. 그런데 이 건물은 그 과정을 좀 풀어서 목적하 는 공간까지 가는 과정의 경험을 살리려고 했지요. 특히 교실에서 교실까지의 경험보다는 외부 에서 내부 실까지의 과정에 포인트를 맞추어서 풀어 넣은, 뭔가 그런 것에 가깝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종합강의동 전면의 디자인은 가장 경험 빈도가 높은 곳에 공간적인 경험을 제공하 는, 풍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시면 되겠고요. 한 가지 실수는, 교수님이 지적했듯이, 3층에 있 는 라운지와 그 주변을 연결하는 동선 하나가 빠졌다는 겁니다. 공공 영역이고 가장 노출 빈도가 큰 장소여서 부재가 더 크게 느껴지는데요. 그것이 빠짐으로써 동선이 얽히기 시작하는 거죠. 저 는 프로그램이란 것은 정해진 볼륨 안에서의 퍼즐 메이킹(puzzle making)과 같은 거라고 생각합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49
1
2
3
4
5
~
~ ~
50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1. 법 학관의 메인 로비.
니다. 동선 체계도 그러한 퍼즐 중의 하나이고요. 또 프로그램의 적정한 크기를 결
2. 계단 강의실의 내부.
정하거나 프로그램을 단절시키고 연결시키는 것도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3. 내부의 투명한 조직들. 4-5. 5층의 외부 정원.
예를 들어 데크를 4층이 아닌 5층에서 엮어 놓은 것도 하나의 선택이었죠. 만약 4층 에서 엮게 되면 5,6층이 데크와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는 것, 그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습니다. 4층에서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계단실을 이용해야 한 다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5,6층의 교수 연구실에서 데크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 록 하는 것을 선택한 거예요. 마찬가지로 5층과 6층의 코너에 보이드(void)가 하나 끼 워져 있을 때, 그 자리에 계단을 넣을 것인가 아니면 법학관과 종합강의동 사이의 길목 을 만들 것인가 사이에도 선택이 존재합니다. 저희는 외부 정원을 통해 두 가지 기능을 볼륨상으로도 분절하고, 로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어디가 법학관이고 어디가 종합 강의 동인가를 읽어낼 수 있는 것을 선택한 거지요. 다만 계단이 좀더 전면에 있었다면 동선 인지의 문제가 없었을 텐데, 인지가 좀 안 되는 곳에 위치해 있긴 합니다. 그 계단이 적 극적으로 이용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봤는데 말이죠.
{내부 공간의 성장을 위한 제안} • 최상기 : 새로운 공간에 대한 경험들이 이 건물에서는 주로 외부 공간, 특히 데크에서 가 능한 것 같습니다. 반면 건물 내부에서도 그러한 공간에 대한 경험과 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려면 공공 영역이 필요할 듯한데요. 눈에 띠는 것은 3층의 카페와 5층의 외부 정원 정도인 것 같습니다. 가능성을 가진 곳이 더 있다고 보시는지요? • 김우일 : 여러 가지 조건들에서 여유가 있었다면 훨씬 퀄리티가 좋아질 수 있었겠지요. 공 간 하나하나에 대한 생각을 좀더 할 수 있었을 거예요. 시간 부족이나 예산 등의 이유로 우 리가 알아서 축소시킨 것도 있고 학교 측의 반응 때문에 포기한 부분도 있습니다. • 최상기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제가 느낀 점을 말씀드리자면, 건물의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 은 중간의 밸리(valley)에 의해 구분이 됩니다. 어찌 보면 분리가 되는 부분에서 공간에 대한 경험이 새롭게 자라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측면에서 야외 공간은 충분히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외부 공간에서 일어나는 진화 과정이 내부 공간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용된다면 과연 어디에서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원래 의도에는 내부 공간에 분명히 그러 한 부분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를 테면 짧은 매스(법학동)에서 여러 개 층이 서로 교류한다 든가, 하는 유동성이 분명히 존재했더란 말이지요. 하지만 법학과 건물이라는 특성상 혹은 학 교 건물에 내재된 폐쇄성 때문에 그러한 요소들이 다소 배제되면서 공공 공간이 내부에서 자라 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그래서 외부는 외부대로 따로 성장을 하고 내 부는 내부대로 머무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바닥의 재료가 같아서 그런 지는 몰라도 5층에 있는 외부 정원이 에코 코리더의 계단과 하나로 묶여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 다. 그 부분을 좀더 적극적으로 연결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법학관 3층의 카페 같은 리테 일(retail) 기능이 그런 쪽으로 올라가면 내부 공간의 액티비티(activity)가 좀 활발해질 수도 있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51
1
2
3
4
~
~ ~
52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1. 법학관 매스
지 않을까요?
2. 2층 피로티에서 본 브릿지. 경 농관으로 이어진다.
• 김우일 : 야외 카페테리아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최상기 : 네. 캠퍼스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리테일 기능들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
3. 브릿지 위에서 본 법학관.
이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프로그램의 변형에 의해 이뤄낼 수 있는 부분으
4. 법 학관 매스와 브릿지의 각
로 볼 수 있겠지요. 이미 만들어진 공간을 사용자가 어떻게 바꾸는가에 따라 건물이
이 미묘하게 틀어져 있다.
잘 이용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 신창훈 : 이 건물은 프로그램상으로도 복잡한 부분이 있어요. 법학과, 강의실, 교수 연구실 등이 내부 공간의 큰 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의 결절점에 성격이 약간 다 른 프로그램들을 넣어 보려고 했지요. 이를 테면 법학과와 강의실 존의 결절점에 휴게 라운지를 둔 것처럼 말이죠. 결절점에다가 둔 것은 프로그램이 어떻게 바뀌든 건축적 인 형태와 연계해서 진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협의 과정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이 나올 때마다 지속적으로 대응하기가 무척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크게 공간 만을 제공하고 프로그램이 무엇이 되던 변화해 가면서 사용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학교 건물 최초의 친환경 건축물} • 최상기 : 건물 옥상에서 태양열 집열판을 본 것 같습니다. • 김우일 : 태양열 집열판은 법적 기준이었어요. 이 건물이 에너지 효율성 건물로 인증을 받 았기 때문이에요. • 신창훈 : 설계 당시에 친환경 건축물이라고 해서 승인을 받았는데 학교 건물로는 최초였 어요. • 최상기 : 어떤 부분에서 친환경 요소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나요? • 신창훈 : 제출 목록에 친환경 건축의 예비 인증을 내라는 조항이 있었어요.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고, 외부 단열 조건이나, 복층유리의 두께, 루버의 설치, 태양열과 중수의 사용 등 에 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거였어요. • 최상기 : 많은 부분이 시방서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인가요? • 김우일 : 저희 계획안 자체가 가지는 유리한 점도 있었습니다. 이를 테면 체육관에서 자연 환 기가 되게 처리한 부분, 불을 밝히지 않고 테니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 환기를 통해 여름철 에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되게 해 준 것 등등, 이러한 것들이 조금씩 더해져서 점수를 얻었어요. 또 데크에 옥상 정원을 만들면서 덮은 흙이 단열 성능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도 포함되지요. {건축주의 요구 사항과 건축의 개념 사이에서} • 최상기 : 캠퍼스 건축은 단독 건물로 이해할 수 없고, 캠퍼스 안에서의 연관 관계 등을 고려해야 하다 보니 연결성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건물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어떻 습니까? 퍼블릭 스페이스(public space)를 통해 연결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 김우일 : 인터체인지의 역할을 하는 공간 요소는 의도했던 바대로 거의 유지되고 있다고 봅니다.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53
~
~ ~
54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 에코 복도의 스트리트(street)
다만 공간 자체의 퀄리티(quality)에 대한 부분은,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여러 가지 조건과 레벨 문제, 조형의 문제 등을 고려하여 만들어 낸 최적의 안이 다른 변수들 과 만나게 되면 더 좋은 안이 되기도 하지만 처음에 들어맞았던 부분이 틀어지기도 한다는 정도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바람은, 이 프로젝트가 복잡하 고 다양한 개념보다는 아주 심플(simple)한 아이디어 하나를 실현시키기 위해 들였 던 노력들로 평가되었으면 합니다. 지나치게 과대 포장되는 것보다 솔직한 편이 났 겠지요.
• 최상기 : 건축주의 요구에 의해 중요한 컨셉트들이 망가질 위기에 놓였을 때, 그것을 지켜내는 것은 건축가의 의무이자 역량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과 예산을 가지고, 건축가에 대한 위상마저 잘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밀고 나간다는 것은 역부 족일 수 있을 거예요. • 김우일 : 데크나 동선 체계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초기안이 실현되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좀 달리 생각해 보면 그 때문에 오히려 정제된 공간이 된 것 같기도 합 니다. 물론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계획안이 실현되는 과정 중에서 클라 이언트를 설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포기한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원 래 안과 유사하게 마무리되었다고 자평할 수 있는 것은, 협상 과정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 했으면 완전히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 꽤 많았기 때문이에요. 이를 테면 옥 상 데크만 하더라도 학교 건물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라는 아주 강한 거부가 있었고, 그 래서 계속 디자인을 바꿔가며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했습니다. 중요한 컨셉트는 유지하되 요구 사항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그것이 결과적으로 조금 덜 풍부한 공간을 만들 어 내기도 했지만, 실현을 위해 필수적으로 겪어야 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어찌 보면 재 미있는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고요. • 신창훈 : 처음에는 옥상 위를 걷는다는 것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습니 다. 2층 브릿지 있는 데까지만 사용하고 그 이상 되는 부분은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 놓겠다고 까지 했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설득이 된 건데, 안전하다고 인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 여 클라이언트로 하여금 스스로 판단하게 만든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 김우일 : 올라가다가 데크의 길목이 좁아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통제하기 쉽게, 라 는 학교 측의 의도에 반응한 걸로 봐도 되죠. 폭을 줄임으로써 게이트웨이(gateway) 조건을 만 들어 내고, 어색하지 않게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도 존중한 거예요.
{감리 혹은 가이드라인의 필요성} • 신창훈 : 학교 측과의 협의보다 더 힘든 것은 서울시의 심의였어요. 분야별 심의를 받는 과정에 서 디자인에 대한 제약들이 굉장히 많이 생겨났죠. • 김우일 : 이 건물의 계획안이 그간 보여 왔던 익숙하지 않는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그만큼 지적 도 많았던 것 같아요.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
형 계단.
W
55
단면 상세도
~
~ ~
56
W
Wide Work : Jang YoonGyoo + Shin ChangHoon + Kim WooIl
• 최상기 : 저는 많이 이용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비판적인 부분들이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또 건축가의 입장도 알기 때문에 마음 놓고 비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웃음) • 김우일 : 규모가 작은 건물의 경우, 건축가가 직접 감리와 현장 작업에 관여하기 때 문에 시공의 퀄리티나 완성도가 높은 경우가 많지요. 이 건물의 경우는 우리가 감리 를 할 수 없었고, 중간에 디자인 감리를 하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수 용이 안 되었어요. 중간 중간의 과정에서 우리가 감리를 했으면 달랐을 텐데, 하는 부 분이 굉장히 많았지요. • 신창훈 : 더구나 건물이 복잡해서 공사하시는 분들은 이해하는 것도 버거워 했습니다. 모델을 만들어 현장에 제공하면서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야 했어요. • 최상기 : 감리도 중요하겠지만 사용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 런 것까지 설계자에게 주어지지 않지요.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중요한 공간들, 창문들을 막아 버리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요? 또 개별적으로 인테리어를 할 때도 건축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반영한다면 건물의 중요한 요소들이 망가지지는 않았을 텐데요. • 김우일 : 학교 건물은 사용자층이 워낙 다양하고 요소들이 순간순간 많이 바뀌기 때문에 일일이 쫓아가기도 힘든 것 같아요.
{모험을 한 만큼 남는 아쉬움} • 최상기 : 아쉬운 점이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모험을 한 건물이기 때 문에 그만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아닌가, 해요. 익숙하다면야 특별히 아쉬울 것도 없겠지 요. 학교 건물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고, 또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거겠죠.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특히 학생들이 이 건 물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자부심도 가지는 것 같고요. 여러 가지 효과로 긍정적인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평범하게 갔더라면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을 아쉬운 공간들은 어쩔 수 없는 짐으로 떠안고 가야겠지요.(웃음) • 김우일 : 예산이 더 책정되었으면 훨씬 좋아졌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여지가 남아 있는 공간 이 꽤 보입니다. 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산이 부족할 때는 그것을 아이디어로 극복해 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요. 그런데 보통 현상 설계들 이 일단 당선되고 나면 대략 5개월 안에 납품을 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납품을 제 시간에 하 지 못하면 페널티(penalty)를 물어요. 한 열흘쯤 늦어서 저희도 물었죠.(웃음) 다른 나라에서 저 정도 규모라면 적어도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설계를 합니다. 충분히 검증한 상태에서 예산을 책정하고 움직이게 되는 거죠. 우리의 현실에서는 결국 재료 빼고 디자인 빼 는 방법밖에 없는 거예요. 다 마찬가지겠지만 공공 현상 설계에서만큼은 좀 고려를 해주면 어떨 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W
57
수류산방 樹流山房의 책 book of Suryusanbang
도시마 : 스스로 제자된 자들이 만든 책 T O SH I M A: From the Pers pec tives of Se lf - procla imed St ude nt s
한∙일 순회 전시, <권진규> 전 일본 도쿄국립근대미술관(2009년 10월 10일~12월 6일)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2009년 10월 19일~12월 5일) 한국 덕수궁미술관(2009년 12월 22일~2010년 2월 28일) 한국 근대 조각의 선각자이자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권진규. 2009년 늦가을 일본에서 시작한 그의 대규모 회고전이 2009년 겨울 한국으로 이어진다. 아시아 작가로서는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최초의 개인전이자 무사시노미술대학 개교 80주년 기념전인 이번 전시는, 권진규의 무사시노미술대학 졸업 작품과 미공개 작품 등 반세기 만에 처음 공개하는 작품을 포함해 그의 유학 시절부터 말년에 이르는 작품 세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다.
고향을 떠나 20여 년을 에스파냐(스페인) 그라나다에 머물며 온전히 창작에만 집중했던 화가 도시마 야스마사. 생전에 그를 만난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사후에 이야기로만 그를 접한 사람들조차 모두 자신이 이 깡마른 백발의 사내에게 깊이 매료되었음을 자랑스럽게 고백한다. 이 화가의 무엇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그토록 깊이 흔들어 놓은 것일까. 한국어, 일본어, 영어, 에스파냐어 4개 국어로 편집한 이 책은, 그라나다 알바이신에서 그와 함께 생활한 포토그래퍼 정세영의 체험을 모티프로 하여 도시마 선생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기억과 작품, 사진 등을 엮은 것이다. 아들, 대학 시절을 함께 보낸 벗, 2008년 말 도쿄에 <도시마 야스마사 미술관>을 오픈한 후원자 등 그를 기리는 여러 사람들의 글을 통해 독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예술 세계와 정면으로 승부하다 간 한 화가의 삶과 정신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마 선생의 그림과 그가 남긴, 그가 가장 존경했던 조각가 권진규에 대한 추모글 또한 흥미로운 볼거리다. The painter, Toshima Yasumasa, spent 20 years in Granada, Spain dedicating himself to art. Along with the people who had known him before his death, those who came to know him only after his death through stories proudly confess their profound attraction to him. What is it about him that has such force? This book, containing Korean, Japanese, English, and Spanish versions, is a concoction of people’s memories of TOSHIMA Yasumasa, art works and photographs, centered around the experience of the photographer CHUNG Seyoung who practically lived with him in Albaicín, Granada. Through the writings of people close to him, like his son, a college friend, and a sponsor who opened Toshima Yasumasa Memorial Gallery in Tokyo at the end of 2008, the readers will be able to see the life and the spirit of a painter who stood up to his own art face-to-face until the very end. His paintings and writings commemorating his most respected friend the sculptor KWON Jinkyu are particularly interesting.
by Suryusanbang 58
widE Edge
와이드 12호 | 송년 특집 이슈 1 2009년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 Wide Architecture : wIde Issue 1 no.12 : november-december, 2009
이 땅에 필요한 건축의 주제와 그것의 실체를 찾아서 지난 해 본지 11/12월호(통권 6호)에서, 이후 매년 한 차례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 선정 작업을 정례화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또한 같은 지면을 통해 우리는 건축의 상품화라는 세계화의 성장주의에 만연된 대한민국 각급 도시에 건축의 진정성을 알리고, 이 땅에 필요한 건축의 주제와 그것의 실체를 의문하고 답하는 연례 보고서의 형식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라고 기획 의의를 밝혔 다. 올해 그 두 번째 선정 작업이 이루어졌다. 건축물, 건축의 사건, 건축 인물 세 부문에 걸친 저항의 사례는 지금 여기의 우리가 바라보는 건축의 올곧은 시선이 어떠하여야 하는가를 증거 하는 것이다. 기획|전진삼(본지 발행인, 건축비평가)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59
프로그램 1. 기획 의도 매년 <와이드> 11/12월호(송년호)는 대학 강단과 건축 설계 및 비평의 현장에서 활약하는 42인의 <와이드> 발행 편집인단이 자유 롭게 참여하여 만드는 송년 특집으로 준비됩니다. 금번 WIDE ISSUE는 2008년 송년호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되어졌음을 밝힙니다. 첫 시행년도인 2008년과 달리 올해부터는 선정 부문을 기존의 건축물뿐 아니라 건축의 사건, 건축 인물로 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 2. 선정 분야 및 해설 건축물의 경우, 한 해 동안 국내에 지어진 건축물 중에서 지역성의 발현을 통해 우리 건축의 잠재적 가치를 드높인 대상을 선정하 게 됩니다. 선정 기준은 위원 개개인의 이 시대 저항 정신에 대한 해제에 근거합니다. 건축의 사건 경우, 건축 제도, 정책, 사회 봉사, 전시, 세미나, 도서 출간 등 넓은 범주에서 한 해 동안의 성과를 가늠하게 됩니다. 건축 인물은 통상의 건축가뿐 아니라 건축계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체 건축인들을 대상으로, 건축계와 일반 사회 어느 곳에 서든 건축의 곧은 의지를 바탕으로 뚝심 있게 존재감을 일궈가는 이를 선정하게 됩니다. 3. 선정 및 추천 방법 (1) 2009년 우리 건축 분야에서 채집되고, 관심 두어야 할 저항 의 의미를 토대로 (2) 국내 [건축물(외국인 건축가의 작품 포함)] / [건축의 사건] / [건축 인물] 세 부문 중 한 부문을 정해 해당하는 [1건]을 추천함. (3) 원고량은 200자 원고지 기준 [10〜12매]이며, 자료사진 [1〜3컷]으로 제한함. 4. 추천 대상의 시점 2008년 10월 〜 2009년 9월(1년 간의 성과를 중심으로 선정. 단, 이전 것이라도 본란의 의의를 담고 있는 대상이되 평가 이전의 것 이라면 가능함).
60
wIde Issue 1 : 2009 저항의 건축
1. 선정 분야—건축의 사건 I 건축 공모전 입상작 저작권의 설계자 귀속 판결 사건 : 건축 설계 경기 지침상 입상작들의 저작권은 발주 기관에 귀속된다는 약관 조항 무효 판결 추천: 박철수(본지 자문위원,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2009년 5월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정책국 약관 심사과의 이름으로 다음 날 석간 신문부터 보도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달 아 건축 설계 입상작의 저작권은 설계자에게 있다 는 취지의 보도 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당시 위원장 백용호)가 2008년 12월의 대한건축사협회의 심사 청구에 따라 결정한 이 자료는 건축설계경기(建築設計競技) 지침상 입상작들의 저작권은 발주 기관에 귀속된다 는 약관 조항은 무효 라는 것으로서, 보도 자료 배포 당시 조달청₩용인시₩안양시₩대한주택공사 및 한국토 지공사(현재는 한국토지주택공사로 합병) 등 5개 발주 기관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그들이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설계경 기 지침서상의 저작권 귀속 조항을 자진 시정하였다고 알린 바 있다. 이 같은 판단은 건축설계경기가 발주 기관 등이 2인 이상의 설계자로부터 각기 설계안을 제출받아 그 우열을 심사₩결정하는 방법 및 절차 등을 말하는 것이다. 건축설계경기의 입상작은 통상 최우수작(당선작)₩우수작₩가작으로 구성되는데, 최우수작(당선작)은 당해 건축의 설계권을 부여받고, 우수작과 가작은 설계권의 일부 혹은 소정의 상금을 수여받는 것을 설계경기지침의 주요 내용으 로 하고 있다. 이 약관 조항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발주 기관이 설계자의 저작권을 일방적으로 전부 양도받는 조항으로, 그 양도 범 위가 지나치게 넓어 설계자에게 부당하고도 불리한 조항이므로 무효라는 것이 그 취지이다. 이에 덧붙여 이 조치를 시작으로 저작 권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건축 저작권 분야 저작권의 일방적 양도 관행을 시정함으로써, 설계자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 고 건축 설계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 나름의 기대를 담고 있다. 이 일은 두 가지 차원에서 한국 건축계의 자성을 불러일으킨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건축계 내부의 동력에 대한 자괴감의 유발이며, 다른 하나는 건축 설계 산업에 대한 각성의 필요성 제기라는 측면에서 살펴야 할 일인 것이다. 공정위의 판단대로라면 이 미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일반화되어 있던 설계경기 발주 기관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해 건축계 내부의 몸사림이 그간 어느 정도 였는가를 스스로 인지하게 된 사건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건축 설계 산업에 대한 주변부의 지적이 건축계 스스로 창피스러움에 대 해 자성하는 데 기폭제가 될 일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여전히 건축계 일부에서만 평가될 뿐, 건축계를 일신 하는 새로운 추동력으로 업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지 못함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일의 전말은 이렇다. 2007년 말 건축사 최동규와 박인수 등은 우리 건축계의 발전을 위해 실천 가능한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 자 그마한 움직임을 태동시켰다. 이들은 대략 열 개의 아젠다를 만들고, 이 가운데 우선적으로 설계자가 감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 후 숭실대학교를 정년 퇴임하신 이선구 교수가 이 모임에 참석하면서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로 발 주 제도 와 요율 에 대한 정책적 의견 개진을 합의하였다. 한편 이 와중에 서울대학교의 김광현 교수가 건축가 하태석, 박인수 등 과 특허청의 설계안 특허에 대한 교육을 준비를 하던 중 설계경기 지침서상 설계 저작권이 발주 기관에 귀속 되는 상황에서 저작 권과 설계안 특허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또한 서울시청 신청사 설계 당선 후 저작권이 아이아크에 없다는 문제 로 골머리를 앓던 박인수는, 대형 마트에 입점한 업체들이 매장 인테리어와 수리를 위해 경비를 스스로 지불해야 한다는 상황이 불 공정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공정위에 제소해 승소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변호사인 친구 등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 연후에 대한건축사협회의 한명수 당시 회장을 만나 일의 추진 과정에 대한 전폭적인 협조를 약속받고 이어서 소송을 위한 태스크 포스팀(최동규, 박인수, 김소라, 민규암, 이동우)을 구성하였다.
(왼쪽부터) 건축사협회 좌담회 , 박인수₩최동규. →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61
태스크 포스팀의 구성으로 본격적인 움직임이 전개되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소장(訴狀)을 만들고, 선임한 변호사 입회하 에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를 피고인으로 하는 논란이 계속되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내부의 격론이 이어졌고, 저작권위 원회의 자문 등이 수용되면서 태스크 포스팀의 주장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같은 판결에 따라 당시 설계경 기가 있었던 석유공사의 설계 지침서 내용이 입상작의 저작권이 갑에게 귀속된다 는 것으로부터 저작권법에 따른다 로 변경되 었다. 그 후 대부분의 설계경기에서 저작권은 저작권법에 따른다는 것으로 내용이 변경되었다. 따라서 설계 저작권이 갑에게 귀속 된다고 하는 지침서들은 모두 개별 소송을 통해 무효 판결이 날 것으로 정리된 것이다. 이 사건은 건축 설계 업무를 정하는 것이 건축주의 일방적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하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그 가능 성을 만들어 주었다는 점이 중요한 의미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건축을 둘러싼 모든 내용들이 국토해양부나 서울특별시 등 주무 관청이 임의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을 생산하는 주체가 참여한 업역에서 사회적 합의와 정의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 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드러낸 사건이다. 물론 이 사건은 여전히 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시공사 등이 발주하거나 공공에서 발주 하는 경우도 교묘한 방법으로 자신들에게 설계 저작권이 귀속될 수 있도록 꾀를 내고 있으며, 그런 까닭에 건축계의 지속적인 모니 터링과 정보의 공유가 필요하다 하겠다.
2. 선정 분야—건축의 사건 II 광장의 패러다임 시프트 : 나 로는 열리고 너 로는 닫힌 광화문광장, 지금 여기의 불행한 저항의 현장 추천: 안명준(본지 편집기획위원, 조경비평가)
사전적으로 저항(抵抗)은 버팀 이나 멈춤 이나 작용 이나 거부 의 속성을 가짐(다음 국어사전).그러나 지구에서 그런 속성 없 는 것 은 아무리 봐도 없는 듯. 내 보기에 저항이란 모름지기 나와 너 를 상정하면서 가능한 것. 그러니 저항의 건축 은 나 를 어 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 그것은 아마 각자 다를 텐데, 최고는 그럼 무슨 의미? 아마도 그 각자란 건축계(界)의 입장이어야 한 다는 전제를 가진 듯. 어쩌면 그 저항 에 대해 저항해야 할지도…. 그렇더라도 <2009년 한국 최고, 저항의 건축>이란 저항의 강도 가 아니라 저항의 가치를 선별해 달라는 요청일 것. 그렇다면 이 글을 쓰는 내가 어떤 나 가 되느냐가 관건. 2009년은 그런 면에서 판단의 단서가 될 듯. 2009년을 생각하는 것은 참 불편한 일. 불편한 이유는 그것이 사건들과 연관되고 그 사건들은 또 불행과 맞닿아 있기 때문. 그러다 보니 저항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행복한 저항 , 불행한 저항 . 2009년의 저항은 도심 스케이트 보더를 반달리스트로 보는가, 창 조적 소수로 보는가에 달라지듯, 그렇게 보아야 할 듯. 나는 이성의 논리가 아니라 감성의 정리(情理)로 관점의 강약을 조절하는 중.
← 과연 진짜도 가짜처럼 보이는 광장.
62
wIde Issue 1 : 2009 저항의 건축
← 열린 하늘, 모두에게 새로운 경관.
그렇게 감성과 논리가 뒤섞인 시기,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옴. 꽃이 꽃으로서가 아니라는 원초적 불행을 지적하는 기사 제목, 진짜도 가짜처럼 보이는 촌스러움 . 이름 붙여준 기자의 통찰이 2009년과 건축 앞에 먼저 떠오름. 그러나, 굳이 랜드스케이프 라 이르는 고집스러움과 공간 환경 이라는 모호함이 뒤섞여 생각 을 어지럽게 하기도 함. 그 와중에 논란이 된 광화문광장. 열고도 닫을 수 있음을 보여준 지적되지 않은 저항 속 장소 다시 만들기. 안쓰러운 꽃들이 바닥 가득, 그 넓이가 그저 산성(山城)을 바닥에 채워둔 듯, 쌓을 것을 눕히는 버팀이나 작용으로 보임. 그러니까 나는 저항을 너 쪽에서 보아도 의미 있다는 것. 광화문광장은 여러 작용으로, 다양한 연구와 시나리오를 검토하여, 순차적으로 급하게 등장하였음. 검토된 생각들을 모두가 따져 볼 시간적 여유도 없이 광장은 그렇게 등장. 가장 큰 디자인 테마는 하늘을 열어 모두에게 돌려주는 것. 그것이 물리적이지 않고 프 로그램적이지도 않아서 과연 건축인가 따질 수도 있으나, 그렇더라도 새로이 등장한 장소, 공공을 위한 건축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듯. 어쩌면 이 광장의 모순은 거기에서 출발. 무서운 개별주의, 삭막한 이기주의, 지독한 상업주의 그런 것들의 풍경 속에서 광장은 이제 사치인지도 모를 일. 그럼에도 등장한 광장은 이름만으로는 주목할 만한 역사적 사건. 그러나 다시 열린 장소에서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일상을 수용하는지. 뿜어져 나오 는 물기둥 좌우에서 장소에 스민 역사를 눈감은 채 그저 신기하고 즐거운 표정은 아닌지. 그렇게 너 들의, 불행한 저항 에 적응, 웃음을 가득 채워, 광장을 지우개로, 만드는 것 아닌지. 열어 놓고도 닫을 수 있는 하이테크의 시대, 불편과 불행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디지털의 시대, 왜곡과 송신 장애가 일상인 미디어 의 시대, 장소가, 공공이 무슨 의미인지 되묻는 전환기의 사건, 광화문광장 개장. 차량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공간으로 전환 하겠 다던 500여 미터 광장. 내게 이 광장은 버팀이나 멈춤, 작용 또는 거부로, 나 쪽보다는 너 쪽에서 불행한 저항 지금여기 의 건축 으로 주목해야 할 듯. 2009년 저항은 열고도 닫힌 채, 웃음소리 풀어둔 채, 물러선 구조물 뒤로 도사리며 그렇게 있음. 거기 이 시대의 나와 너에게 저항 같은 불편한 질문으로 바닥 가득 建築되어 흐름. 이것은 어쩌면 특정하기 어려운, 오늘날 건축과 조경의 공통된 풍경일 듯. 부디 나와 그것 이 되지 않기를…. ← 나 의 시선과 너 의 시선.
↓ 우리가 처음 느끼는 광장의 스펙터클.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63
3. 선정 분야—건축의 사건 III 추크즈방(Zugzwang) , 독일 청년 닐스 클라우스의 사진 전시 : 재개발 현장의 파란 눈 추천: 강병국(본지 고정집필위원, (주)동우건축 소장)
독일어 추크즈방(Zugzwang) . 체스에서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는 수의 움직임 이라고 한다.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신도시. 이런 식으로 가다간 조선 시대의 것과 2000년대의 것만 남을지 모르겠다는 홍익대 정재 용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꽤나 지체된 지하철 공사장을 두고,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한다.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지, 저게 뭐야? 깔짝 깔짝. 소위 말하는 냄비 근성이라고 하나? 쉬 뜨거워지고 쉬 식는. 빨리 빨리 . 히딩크 감독 때문에 더 유명해진 이 말. 이러한 국 민성이 있기에 그런 식의 행정도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우린 조금만 이상하면 다 쓸어버리고 새로 만드는 데 익숙 해 있다. 그것도 아주 빨리 빨리. 건축가들이 입만 열면 화두로 삼는 말, 장소성 . 이번엔 그 장소성 이야기를 한 번 해보자고 했던 조근현 미술 감독이 생각난다. 툭하면 꺼내는 골목길의 향수. 그 향수가 통째로 사라져 감은 과연 행정가들만의 잘못인가? 원주민의 입주율이 10%를 넘지 못하는 재개발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전시한 독일 청년 닐스 클라우스(Nils Clauss) . 그 전시회 제목이 추크즈방(Zugzwang) 이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때문에 한국에서 영화를 공부하기로 결정한 그는, 현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영상 학과에 입학해 한 학기를 마친 상태다. 그가 건넨 자신의 단편 영화 (Un)changed_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을 본 순간, 참 제목 잘 지었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외국인임에도. 그의 일상의 모든 주제는 건축과 도시 이다. 형님과 아버지, 할아버지 모두 건축가라고 한다.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 에 나오는 공간과 건축의 연구가 그의 석사 논문이다. 역시 그에게 선물로 받은 독일 건축 잡지 <Stadtbauwelt> 특집판은 온통 그의 사진으로 채워 있었다. 그를 영화로 한정짓기 엔 사진과 건축이 너무 뛰어나다. 그렇게 안타까운 재개발 현장을 표현한 사진이 이렇게 아름다우니 말이다. 나도 못하고 있는 말을 하고 있는 파란 눈의 독일인. 천국보다 아름다운 로빈 윌리엄스를 닮았다.
64
wIde Issue 1 : 2009 저항의 건축
4. 선정 분야—건축물 I 조성룡의 지엔아트센터(ZIEN ART CENTER) : 건축의 공공성을 깨운 조용하지만 강렬한 반향의 건축 추천: 김찬중(본지 편집기획위원, 경희대 건축학과 초빙교수, SYSTEM LAB 공동 대표)
백남준아트센터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본 건물은 사실 그다지 눈에 뜨이지 않는다. 규모도 소박하거니와 그나마 대부분이 지면 아래에 위치해 있 기 때문이다. 지난 달 경희대학교 건축과 졸업 전시회 준비 차 사전 지식 없이 본 건물을 처음 방문했을 때, 단번에 조성룡 선생의 작품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 건물은 작가의 공간 어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내부와 외부를 둘러보면서 이 건물이(작은 마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 릴 듯 하지만) 가지고 있는 엄청난 흡입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의 이러한 건축물이 있기까지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건축가는 2004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 현상 설계 당선안을 보고 현재의 미 술관 설계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건축주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렇게 뛰어난 건축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오히려 건축주에게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설계하는 데만 자 그마치 3년이라는 시간을 흘려 버리게 한다. 3년 동안에 이 프로젝트는 끊임없이 작은 변화를 거치면서 진화하기 시작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초 기 당선안을 버리고 한 번의 거대한 탈바꿈을 한다. 건축가는 그 탈바꿈을 보고서야 이제는 시작해도 좋겠다고 자신을 얻었다고 했다. 언뜻 들으 면 용기 없고 소극적인 한 건축가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여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직능인으로서의 자존심과 또한 그에 상응하는 경외심의 표현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젊은 해외 건축가의 당선안에 대한 전폭적 인정과 함께 바로 그 앞에서 동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본인의 작업이 저 평가되는 것은 결코 참을 수 없다는 자존심의 대결은 그로 하여금 다른 방법을 선택하게끔 한다. 공간이 아니라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65
평일 한가로운 오후. 그다지 넓지 않은 아트센터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한가로이 거닐고 있는 어머니, 뭔지 모를 얘기를 나누며 키득거리고 지나가는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 야외 카페에서 담소하는 연인들이 서로 다른 공간적 위계 안에서 간섭받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개방적이면서도 어느 정도의 프라이버시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은 대지를 적절하게 절토하면서 앉혀진 4동의 건물들과 그것들의 연결 장 치들이 만들어 내는 외부에서의 관계성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관계성을 바탕으로 이를 이용하는 관람객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영역과 경 로를 재설정함으로써 지엔 아트센터를 단순 전시 공간이 아닌 자신들의 맞춤화된 장소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이는 내부 지향적 프로그램들을 중 심으로 사용자들에게 자발성 보다는 수동성을 요구하는 관리 중심의 시설과는 너무나 다른 태도이다. 지척에 많은 자본이 투입된 기념비적인 건 축물이 있으나, 소박한 장소로서의 이 아트센터에 사람들의 일상이 담긴다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금 건축의 공공성을 일깨우는 조용하지만 큰 반향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백남준아트센터 현상 설계 당선안이 그 모습 그대로 재현됐다고 하더라도 그 건너편의 작은 부지에다 장소 를 만들고 싶었던 건축가의 역량은, 결코 대면하는 이웃 건물과 우열과 대립의 문제가 아닌, 기가막히게(?) 드라마틱한 최신 공간 의 산물과 결코 잊을 수 없 는 추억의 장소 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 참고로 경희대 건축과 졸업반 학생들은 아트센터를 야간에 클럽으로 변형시켜 그들만의 장소로 만들고, 잊지 못할 추억을 담아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 무리 하였다.
66
wIde Issue 1 : 2009 저항의 건축
5. 선정 분야—건축물 II 조민석의 부티크모나코(Boutique Monaco) : 상업성과 공공성의 절묘한 만남 추천: 김태일(본지 편집위원,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테헤란로는 대형 사무실들이 밀집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경제 거리 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 최근에 문을 연 삼성타운과 부티크모나코는 디자인 측 면에서 좋은 비교가 되고 있다. 삼성타운은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 사용하고 있는 업무 공간인 반면에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27층 건물 부티크 모나코는 오피스텔이다. 비록 작은 규모지만 독특한 디자인 개념과 공간은 뒤 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그런 평가를 대변하듯 독일건축박물관이 수여하는 세 계 최우수 초고층 건축상(일명 Highrise상) 톱5 작품에 최종 선정된 것으로 전 해지고 있는 최고의 건축이다. 그러나 부티크모나코를 최고로 평가하는 또 다 른 점은 공공성과 예술성의 공간을 어필한다는 점이다. 공공성은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 같다. 부티크모나코 의 외부 공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건물 군데군데 17m 높이의 직사각형 으로 파인 허공의 공원 이다. 단순한 관조(觀照)의 공원이 아니라 입주자들은 실제로 걸을 수 있는 공용 공간으로서의 공원이 특징이다. 키 큰 나무가 심어 진 공용 공간이기는 하지만 입주자는 문을 열고 나가면 나무가 심겨진 발코니 같은 허공의 공원 이기도 하고 또한 행인들과도 공유(公有)될 수 있도록 배려 된 허공의 공원 이기도 하며, 단조로운 외관의 변화를 주는 의장적인 요소이 기도 하다. 특히 지면에 닿는 건물 아래 부분은 노출 콘크리트로 나뭇가지를 형 상화하여 자연스러운 느낌과 세련미를 갖게 하도록 하였다. 두 번째, 예술성의 문제이다. 작업실 같은 세대 평면 구성과 각 세대를 샤갈₩피 카소₩마그리트₩마티스 등 예술가 이름을 붙여 오피스텔의 고정관념을 깨는 차 별성을 시도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이름 붙여진 예술가의 다양한 작품 성격만 큼이나 49개 타입의 다양한 평면 설계로 구성된 점 역시 예술적 콘셉트라고 해 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실내 평면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지는데,거실과 주방, 침실, 욕실 부분을 크게 구획하고 각각의 공간에 변화를 줌으로써 예술가의 작업실을 연상하게 만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의 디자인에서 볼 수 있는 과감 성 내지는 실험성(때로는 파격적이라고도 표현하지만)은 경제적 논리로 만들어져 왔던, 주 거와 업무를 짬봉한 한국적 오피스텔의 고정관념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시도이다. 건축은 사회₩문화적인 존재로서 생각되어야 하는 필연성 때문에 창조적 결과물로서의 건 축물은 건축주의 소유가 아니며, 건축가 자신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나라 혹은 그 지역의 역사와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반영하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건축은 그것이 가진 개별적인 문화 예술성뿐만 아니라, 도시 사회적 측면에서 볼 때 주변의 환경적 요소들 과 조화될 수밖에 없기(혹은 조화되어야 하기) 때문에 감상적이고 감성적이어야 한다. 부티크모나코의 장점은 건축가가 사회 변화의 흐름을 잘 꿰뚫고 있으며 건축이 추구하는 문화적 가치와 상업성을 절묘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접목시켰다는 점, 그러면서도 공공성의 성격을 가지려는 건축가의 깊은 배려를 엿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67
6. 선정 분야—건축 인물 I 창조적 이성주의자(Creative Logic), 박승홍 : 한국형 건축 디자인 리더십을 보여준 건축가 추천: 김기중(본지 운영위원, (주)이일공오건축 대표)
국립중앙박물관 국제 현상 공모 당선으로 국내 무대에 데뷔한
모의 설계 사무소들은 해외 유명 건축가와 협업을 통하여 프로
건축가 박승홍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식의 작업은 국내에 유명 건축가의
국제 현상 설계 작업에 참여했던 친구는 현상 설계 작업의 경험
디자인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제공하지만, 한국적
에 대해 자랑스러워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친구는 열 명이 넘
정서가 반영되지 않은 글로벌한 디자인 트렌드를 무조건적으로
는 팀원들이 디자인에 참여하며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했고, 그
추종하게 되는 부작용도 야기시키고 있다. 이 같은 국내의 건축
래서 팀원들은 이 프로젝트
디자인 상황에서 해외 건축
가 자신의 프로젝트라는 확
가와 겨룰 수 있는 국내 건
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했었
축가의 한 사람이 박승홍이
다. 이런 팀웍은 팀원 각자
다. 실제로 <한강 예술섬 공
의 능력이 잘 조합되어 시
연예술센터>는 프랑스 건
너지를 발휘하게 되었고 당
축가 장 누벨이 맡았다가
당히 당선으로 이어졌던 것
진행상에 문제가 있어서 다
같다. 당시 국립박물관 현
시 국제 공모전을 통해 박
상 당선 후 나돌던 여러 가
승홍에게 맡겨진 프로젝트
지 뒷담화 중에는 국내작가
이다. 두 번째로는 건축가
의 작품이 아닌 줄 알았다,
박승홍이 추구하는 통합된
라는 것이 기억에 남아 있
디자인 논리를 통한 작업에
다. 강력한 단순함 을 표
서 찾을 수 있다. 통합된 디
방하는 절제미는 당시의 한
자인 논리라는 말은 필자가
국 건축계의 분위기는 아니
여러 해 건축가 박승홍과
었기 때문이었다.
작업하면서 느꼈던 점이다.
박승홍은 디자인 총괄로
디자인 개념을 설정하고 디
활약하던 정림건축을 나와
↑ <한강 예술섬 공연예술센터>.
2008년에 문진호 사장과
68
자인을 진행하는 일은 건축 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
함께 dmp를 설립한다. dmp 설립 후 <송도 아트센터> 현상 공
으로 객관화된 정보를 버무려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
모에 당선되었고, 2009년에는 <한강 예술섬 공연예술센터> 국
에서 감성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데 있어 건축가 박승홍은 탁
제 현상 공모에 당선되었다.
월함을 보여준다. 감성의 논리화는 초기 디자인 개념의 설정에
오늘 말하려는 이 두 작품은 건축가 박승홍이 지속적으로 추구하
서부터 실시도면을 완성해가는 단계에서의 디테일 디자인 작업
고 있는 한국적 정서의 형태미가 잘 나타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에서도 구석구석 작용하게 된다. 그래서 완공된 건축물은 전체
특히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는 방식에 주목할 수 있는데 일상적
형태와 디테일이 디자인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3차원
인 한국의 정서를 특별한 디자인과 이를 뒷받침 해주는 디테일과
의 디자인 논리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 같은데, 입체적인 기하학
재료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말로 설명하는 건
의 논리를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하여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고
축이 아니라 형태와 공간으로 그대로 보여지고 느낄 수 있는 건축
복잡하지만 뚜렷한 메시지가 있는 형태를 만들어 낸다. 세 번째
이다 . 최근 건축 디자인 경향은 해외 유명 건축가를 초청해 국
는 박승홍 만의 독특한 디자인 도구(tool)이다. 특히 그의 스케
내의 주요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맡기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규
치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창조의 도구로 확실하게 역할을 담
wIde Issue 1 : 2009 저항의 건축
당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단계별로 딱 필요한 내용을 스케치로
끝으로 건축가 박승홍은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마음 놓고 즐기
표현하고 발전시킨다. 특히 선을 최소화하여 불필요한 내용을
면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 그의 추종
삭제하고 절제된 선과 색의 사용으로 아이디어의 내용을 보다
자라고 자처하는 집단도 있는 걸 알고 있다. 우선 초기의 다양한
더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스케치는 절제된 선
데이터에 대한 공유를 통해서 모든 팀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
과 색의 사용을 아름답게 표현하여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고 그 제시된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정중하게 대화하고 토론하
듯한 감동을 준다. 네 번째는 단순함과 복잡함의 조화를 통한 메
여 방향을 잡아나간다. 그런 과정에서 팀원의 의견은 다양한 방
시지가 담긴 형태의 창조이다. 특히 <송도 아트센터>에서는 마
식과 단계에서 반영되고 취합된다. 팀원들은 점점 프로젝트에
치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감동적인 음악을 연주하
대해서 주인 의식을 갖게 되고, 자기 일이 되는 순간 좀 더 열심
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형태를 만들어냈고, <한강 예술섬 공
히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특별히 그와의 대화를 통
연예술센터>에서는 신명나게 즐기는 우리의 춤사위를 상상하
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는데, 대화가 즐거운 팀이라면 그 팀
게 하는 형태를 만들어냈다. 이런 형태적인 재해석이 가능하게
은 능력 이상의 어떤 것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상으로 건축가
되면서 박승홍의 건축 디자인은 한 단계 높은 새로운 국면을 맞
박승홍에 대한 추천의 변이었다.
이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싶다. 이전에 절제되고 논리적인 부분 에 대한 강조에서 이제는 이를 뛰어넘어 형태와 공간을 자유롭 게 다룰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과연 어 떤 방향으로 발전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하겠다.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69
7. 선정 분야—건축 인물 II 젊은 건축가 집단, SAAI : 우리 동네에 세계의 시선을 유인하는 3인의 청년 건축가 추천: 신창훈(본지 운영위원, 운생동 대표)
이 글을 적기 시작한 몇 시간 전, 평소 친하게 지내는 건축가와 통 화를 했다. 오랜만에 안부를 전할 겸 전화를 걸었다. 이런저런 주 변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레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것으로 화제를 옮겨 갔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을 접고 대형 사무실로 들 어간다는 말을 하였다. 어렵게 시작한 사무실을 버티기가 힘들었 던 것이다.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었다. 건축가는 자신의 언어와 방 식을 가지고 건축을 만들어가는 것이 본연의 의무이며, 즐거움이 라 생각된다. SAAI는 2005년에 설립되었으며 3인의 대표건축가 박창현, 이진 오, 임태병과 함께 공동으로 이끌어가는 건축 집단이다. 서로의 다 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발생되는 건축적 해결들을 열린 태도로 공 유하길 제안하는 집단이다. 최근 그들은 홍대 더 갤러리에서 개최된 <홍대전 6번째 이야기>를 통해서 전시₩집담회₩비평 등의 릴레이 프로그램으로 그들의 건축 작업을 대중에게 선보였다.(<와이드> 09년 9/10월호 참조) SAAI 는 건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 영역을 넘나드는 소통하기를 즐 기고 있다. 그들은 일이 없는 날에는 건축을 보러 다니며, 건축가 를 초청해서 관심 있는 건축가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직 원들과 같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관심 있는 지역과 건축물을 보 기위해 다같이 답사를 간다. 보통은 일이 없으면 일을 만들기 위해 안달이 나서 허둥될 텐데 , 어떻게 이들에게는 저와 같은 여유와 열 정이 있는 것일까? 결코 이들이 경제적인 여유 속에서 건축 수업을 실천하는 것이 아닐진대.
70
wIde Issue 1 : 2009 저항의 건축
1. 제3의 건축 조직을 실천하는 건축 집단, SAAI
SKMS연구소에서 나는 젊은 작가들의 능력을 보았다. 자신의 욕망
우리 건축 조직을 보면 대형 시스템 건축 사무실, 작가주의 스타
과 젊음을 절제하고 자연을 존중하려는 감성과 조절된 이성을 느꼈
건축 사무실, 분야별 특화 사무실 등의 조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 그들이 보여주는 사진 속에는 물질의 건축은 사라지고 그들이
SAAI 건축은 내부 구성원에 유명 건축가도 없으며, 그렇다고 조
이야기하는 공간과 자연이 존재 한다. 밤나무숲, 구릉지, 바람, 잔디,
직이 큰 시스템 건축 집단도 아니다. 이들이 주목받아야 할 이유는
그리고 나지막한 건축이 공존한다.
건축이면에 존재하는 눈먼 위상에 거품을 뺀 곳에서 출발하고 있
[World Architecture Community 20+10+X 건축상 수상. 국제
다는 점이다. 그들의 건축은 설명적이다. 건축에 대한 실천과 실존
적 건축 포털사이트 월드 아키텍쳐 커뮤니티(World Architecture
을 중시하는 행동하는 집단이다. SAAI는 이 시대에 자칫 놓치기
Community)는 WA Awards 4th cycle의 수상작으로 SKMS연
쉬운 건축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몇 안 되는 건축 집단이다.
구소 를 선정했다. 이 작품은 Arata Isozaki, Mario Botta, Jeff Kipnis, Kenneth Frampton을 포함한 명예 회원들이 뽑은, Se-
2. 손맛 나는 건축을 만들어 가는 동네 건축가
lected by the votes of Honorary Member 의 20개 작품 중 하나
SAAI는 홍대를 기반으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 건축가로서 스스
로 선정되었다.]
로 동네 건축가라 칭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지역에 대한 밀착된 관심을 통해 건축뿐만 아니라 동시에 인테리어, 세미나 활
4. 치열한 낭만주의자가 되길 바라며
동을 펼치고 있다. 그들의 작업 과정을 보면 현란한 그래픽을 통한
SAAI는 현실의 척박한 건축 구조에서는 어쩌면 아웃사이더일 수
눈속임을 거부한다. 실제 그래픽에 능숙치 않음을 변명으로 하지
도 있으며, 과장된 건축 현실 세계에 대한 의문을 한껏 품고 있는
만 그들의 작업에는 손끝에서 만들어진 맛깔스런 뭔가가 존재한
꿈꾸는 몽상가들처럼 보이기도 한다. 피터팬과 같은 순수한 열망
다. 시대의 트랜드를 이끄는 건축이 아닌 동네 건축가의 소박한 눈
과 진지함이 오히려 독이 될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2009년
과 가슴을 통해 그들은 즐겁고 신나는 건축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들이 보여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는 과장되고 억척스러운 우리 건축계에 진정한 저항의 한 표증으로 추천한다.
3. SKMS연구소 프로젝트 오래된 밤나무를 간벌해 형성된 완만한 구릉의 대지는 주변에 펼쳐 진 밤나무 숲의 풍성한 가지와 인삼밭을 이루는 구조물이 또 다른 지 형을 만든다. 생산량보다는 생산의 질을 위해 느슨하게 심은 밤나무 숲의 신비로운 첫인상, 아침 이슬을 머금은 대기의 촉촉함, 어린 풀과 밤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결이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공간> 08 년 11월호, 글 SAAI)
~
~ ~
(왼쪽부터) 임태병₩이진오₩박창현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71
와이드 12호 | 이슈 2
Wide Architecture : wIde Issue 2 no.12: november-december 2009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 한강 둔치로 시민들을 불러내는 39개의 토끼굴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밑에서 도시와 강의 둔치를 잇는 한강 나들목은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공원을 찾는 거개 의 시민들이 통과해야만 하는 길이다.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접근 통로의 개선을 공공적 방식으 로 착수했다. 그리하여 총 48개의 나들목 중 34개를 리모델링하고 5개를 신설하는 일이 건축가들에 의해 진행되었다. 기 존의 터널 콘크리트 구조물을 훼손할 수 없는 점과 한강 범람으로 인한 주기적인 침수, 2년마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구조 검토할 수 있도록 마감을 구성해야 한다는 제한된 여건 속에서 꼭 필요한 부분을 덧대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이 다. 대중의 눈높이로 일상 행위의 견지에서 4팀의 건축가들이 공간 혹은 장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한강변으로 눈길 을 돌려 보자. 사진 | 진효숙(건축 사진가)
개요 사업명 사업 범위
한강 기존 제방 지하 통로 환경 정비 사업 | Han River Bank Access Tunnel Project 2007 : 한강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횡단 지하통로 (총 48개소 중 25개소) 2008 : 한강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횡단 지하통로 (총 48개소 중 9개소) 2009 : 한강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횡단 지하통로 (신설 나들목 5개소)
참여 건축가
신혜원(로컬디자인) | 윤웅원+김정주(제공건축) | 이소진(아뜰리에 리옹 서울) | 홍택+김찬중(시스템 랩) Yuyanf Liu+Mavis Fan(Atelier Liu Yuyang)
~
디자인 코디네이터 신혜원
wIde Issue 2 :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
!
72
~ ~
72
interview 건축가, 공공 프로젝트에 일상의 풍경을 담다
Q. 처음 시작은. 신혜원 : 서울시에서 추친 중인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서 한강 기존 제방 지하통로 환경정비사업 이란 이름으 로 도시와 한강을 연결하는 나들목, 일명 토끼굴을 새롭게 개선하는 사업이다. 발주처는 한강사업본부이고, 토목 회사 인 ㈜동호엔지니어링이 이 사업을 책임지고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가 디자인을 맡게 되었다. 처음 25개로 시작할 당시 과업 지시서에는 5개 정도의 디자인 유형을 만들어 전체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이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각 각의 상황이 다르고 주변 콘텍스트를 고려해야만 하는 작업이라 생각했다. 또한 다른 건축가들과 함께 의미를 공유하고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팀을 모으게 되었다. 우선 주어진 25개의 나들목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 하고 지금의 4팀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다.
Q. 어떤 팀들에게 제안을 했나. 신혜원 : 이번 일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소규모 사무실, 적은 예산과 어려운 조건 속에서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팀 을 찾았다. 처음 우리 사무실에서 만난 게 2007년 봄이었다. 그러고 보니 3년이 되어 간다. 소규모 사무실들이 함께 일 하는 방식은, 설계 용역의 규모가 커지고 설계 사무소도 점점 대형화 되어 가는 현실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사업만 하더라도 처음 제안된 25개를 한 사무실에서 수행한다는 것 자체는 무리다. 큰 규모의 일은 서로 협업하지 않으면 경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Q. 일은 어떻게 나누었나. 신혜원 : 첫 단계인 25개소의 나들목을 4개의 유형(typology)으로 분리하였다. 첫째는 지하보도 전용으로 쌈지공원 조 성이 필요하고 고수부지가 아닌 자전거 도로와 연결된 유형(제공건축), 둘째는 지하보도 전용이고 육갑문이 설치되어 있어 통로 내부가 침수되지 않는 유형(아뜰리에 리옹 서울), 셋째는 보도와 차도가 공존하는 유형(시스템 랩), 그리고 마 지막으로 지하보도 전용이며 차수벽 형태로 홍수 때 침수가 되는 유형(로컬디자인+ 아뜰리에 리우유양) 등이다.
Q. 현재 완성된 것은 모두 34개로 알고 있다. 신혜원 : 9개가 추가되어 34개로 늘어났고, 여기에 신설되는 5개를 더하면 총 39개다. 새로 신설되는 것은 마포, 신압구
~
~ ~
신혜원 | 연세대학교 건축과와 영국 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AA Dipl.)에서 수학했다. 선 전-홍콩 비엔날레 및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에 작품을 출품한 바 있으며 2005년에는 Asia Pacific Interior Design Award를 수상했다. 현재 건축사무소 로컬디자인(lokaldesign)의 대표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주요 작품으로 한강 르네상스 지하통로 디자인(서울), 유엔 빌리지 빌라(서울), Seaview 주택(홍콩) 등이 있다.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73
정, 양평, 신자양, 신반포 등이다.
Q. 새로 신설되는 거라면 터널의 형태부터 만드는 건가. 이소진 : 터널의 형태뿐 아니라 진입하는 방법에서부터 계획할 수 있었다. 진입하는 방법의 계획이라 함은 램프나 계단 을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 맞추어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어서 터널 자체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보다 도 더 중요했다고 본다. 형태 또한 기존의 박스 구조물 형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었던 만큼 신선한 결과 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Q. 터널의 안쪽보다 바깥쪽의 디자인에 더욱 눈길이 간다. 이소진 : 사람들은 터널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실내 공간만을 연상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입구이기도 하고 출구이기도 한 터널의 양쪽 끝에 신경을 더 썼다. 기존 터널의 입출구를 본 적이 있는지. 크기만 다를 뿐 하수구 구조물과 크게 다르 지 않다. 그걸 보면 터널의 형태나 인지에 사람들이 얼마나 무신경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으로 요 즘 새로이 변화되고 있는 한강변에 이처럼 나들목 입출구를 개선하는 일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인 것 같다. 윤웅원 : 도시와 한강변을 잇는 통로(단지 통과의 의미가 강한)가 이 사업의 실제 대상 영역이지만, 공공의 이용이 훨씬 다양하게 나타나는 곳은 사실 터널 끝 한강변 쪽이다. 우리 프로젝트가 쌈지공원을 프로그램에 포함해서 그랬는지는 몰 라도 우리는 강변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휴식 공간의 계획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됐다.
Q. 입출구 부분의 어디까지를 말하는 건가. 김정주 : 우리의 경우, 디자인을 수행해야 하는 영역의 범위가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터널 외부에 쌈지공원을 만들 경 우 공원의 한계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풀어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힘든 점은 있었다. 건축가의 개입이 맨 마지막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루어지면 좋지 않을까 한다. 터널을 포함한 주변의 마스터플랜 계획과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터널 디자인을 잘 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느 범위를 어떻 게 볼 것이냐에 대한 부분까지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이고 관여된 주체가 많아 서 실제로 일이 한참 진행된 후에 설계 범위가 변경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공사 중에 그런 변화가 생기면 난감하다. 맞 추기도 쉽지 않고. 윤웅원 : 청담 나들목의 경우는 처음에는 터널만 계획했는데 한강 쪽으로 쌈지공원을 만드는 것이 공사 중에 추가되었 다. 막상 만들긴 했지만 일관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조금 언밸런스하다.
Q. 특히 시스템 랩의 작업들은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있다. 홍택 : 처음 만나서 배분할 때 보차도가 공존하는 타입은 한 팀에서 했으면 좋겠다, 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시스템 랩이 10개를 통으로 안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차량이 통과하므로 제약 조건이 많았기 때문에 다른 팀들보다 재미는 없다. 만약 시간과 비용이 넉넉했으면 하나하나 디자인을 진행해 가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데다 개수가 많고 단시간 내에 진행해야 하다 보니까 효과적이면서도 10개를 동시에 핸들링할 수 있는 방식을 생 각해야 했다. 결국 4가지 타입의 폴리카보네이트 모듈을 조합하는 방식이 채택되었고, 차량은 물론 사람도 지나다니기 좁은 터널 속에서 최소화, 입체화되는 방향으로 패턴을 만들게 되었다. 폴리카보네이트 모듈은 여분의 몰드가 있기 때문 에 언제든지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스크래치 같은 것에 약하기 때문에 엠보싱 처리가 되어 있는 것을 썼 다. 플랫한 폴리카보네이트는 강성을 가지지 못하지만 입체적인 형상을 가지면 구조적으로 강성을 갖는 형태가 된다. 실제로 벽면을 깨끗이 하는 작업만 현장에서 습식 방식으로 하고, 나머지는 공장 생산하여 현장에서 플레이트에 조립,
74
wIde Issue 2 :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당연히 공기가 단축되었고 비용도 많이 절감되었다. 소량이었다면 비용 절감 효과가 별 로 없었겠지만 10개소를 한꺼번에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Q. 새로운 제작 방식에 대한 실험이라고 볼 수 있는지. 홍택 : 대부분의 건축주들은 새로움을 시도하기 전에 사전 검증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실제 선행된 사례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경우는 제작 업체의 협조를 통해 목업(mock-up) 제작을 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제작하는 분과 호흡이 잘 맞아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검증되지 않은 재료나 방식을, 그것도 실현 불가 능해 보이는 관의 공공 프로젝트에서 적용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선 한편으로 감사한 마음도 든다. 윤웅원 : 그러한 선행 작업을 통해 새로 신설되는 나들목에서는 한층 발전된 것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나 아가 이번 터널들에서의 경험이, 직접적인 적용은 아니겠지만, 다른 건축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토목 구조물의 아름다움처럼 거칠고 직접적인 태도에 끌린다.
Q. 신설되는 신압구정 나들목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되는지 궁금하다. 홍택 : 신압구정 나들목은, 방식은 전과 비슷하지만 주요 컨셉트가 감성적인 부분에 많이 치우쳐져 있다. 어떻게 보면 이 러한 '토끼굴'들은 단순한 통로, 즉 액티비티(activity)가 일어나기 보다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경로이다. 그래서 신 압구정 나들목은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인터액티브(interactive)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용자와 나들목과의 감성적 상호작용을 유도해 보고자 한 것이다.
Q. 새로 단장한 나들목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소진 : 남녀노소에 따라 반응도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선입견이 없는 젊은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 우리도 즐겁다.
~
~ ~
윤웅원+김정주 | 윤웅원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프랑스 Paris La-Villette 건축학교를 졸업했다. 프랑스 국가 공인 건 축사(D.P.L.G.)로 제공건축사사무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기도 하다. 김정주는 연 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및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프랑스 Paris La-Villette 건축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프랑스 국가 공인 건축사(D.P.L.G.)를 취득했다. 현재 제공건축사사무소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2001년 두 사람에 의해 설립된 제공건축은 액세서리 디자인, 인테리어, 영화 세트, 공공 프로젝트, 조경 계획, 건축, 도시 계획에 대한 구분 없이 작업한다. 모나미 볼펜 스프링을 사용한 액세서리, 인분 톱밥 변기 디자인, 영화 <조용한 가족> 세트 디자인, 한강 나들목 디자인, 근생 건물의 평범함을 찾아본 정릉근생, 빛에 대한 해석인 명필름사옥, 도시 농업을 공원 디자인에 도입한 행 복도시 중앙 녹지 공원 계획, 공원에 있어서의 인프라스트럭처 구조 해석인 용산중앙공원 현상설계 계획, 설계 방법론 앙상블 건축 의 탐구인 명동성당 100주년 현상설계 계획 등이 제공건축의 작업이다.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75
신혜원 : 성산 나들목의 경우, 터널 안에 긴 벤치가 계획되어 있다. 관리 차원에서 노숙자들이 자리 잡고 자거나 상주할 우려가 있어 걱정들 했지만 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유지하기를 고집했다. 완공 후 할머니들이 걸 터앉아 쉬거나 사람들이 자전거를 세워 놓고 낮잠 자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윤웅원 : 나들목 전면 쌈지공원의 이용도 매우 활발하다. 구암 나들목의 경우에는 색소폰 동호회의 공연이 열리기도 했 고 예비군 훈련 요청도 많다고 하더라. 신혜원 : 사람들은 너무나 빨리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공사하는 과정에는 민원도 많았고 그랬는데 완성되고 난 후 에는 아무 일 없었던 듯 익숙하게 적응을 하고, 또 다른 것을 요구한다. 홍택 : 유저(user)들이 평상시에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에 금방 익숙해지고 그 이상의 기대치를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 운 일인 것 같다. 그러면서 발전이 있는 것이겠고. 사실 공공성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유저(user)의 계층이 다양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건축가는 디자인에 욕심을 가지기보다 공공의 입장에서 생각해야만 한다. 나들목만 하더라도 비록 터널이고 짧은 거리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어떠한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좋을까, 지나가면서 어떤 느낌을 갖 게 하면 좋을까, 이런 생각들을 염두에 두고 진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Q. 퍼블릭(public)이라는 용어와 관련하여 공간 혹은 장소를 만드는 공공 프로젝 트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홍택 : 모든 액티비티를 예상하고 디자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감성적으로 사람들의 느낌과 행위를 예측하고, 여러 행위가 일어날 수 있도록 큰 틀을 제공할 뿐이다. 신혜원 : 이 사업을 예로 들더라도, 우리의 취지는 테마 파크(theme park)를 만드는 것에 있지 않았다. 통로로서의 기능 과 안전 확보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행위가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문제는 늘 너무 과도하게 장소
이소진 건축가이며 도시계획가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파리의 UPA 7 에서 건축사 과정을 거쳐 1997년에 프 랑스 건축사로 인정 받았다. 이후 첫 근무지였던 Renzo Piano Building Workshop을 거쳐 당시 스승이었던 Yves Lion 과 지난 12년간 파트너로 다양한 규모의 건축 및 도시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왔다. 2007년에 아뜰리에 리옹 서울(Ateliers Lion Seoul)을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파리 리브 고슈의 마쎄나 부르네소 도시개발 프로젝트(Paris rive gauche, secteur Massena Bruneseau), 회교도의 성지인 메카의 자발 칸다마 프로젝트(Jabal Khandama development project), Damas 불란서 학교, 파리 지구과학 연구소, 파리 동양 언어 및 문화 연구소 등이 있다. 금호 나들목으로 서울특별시장 표창 장을 받기도 했다.
76
wIde Issue 2 :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
에 뭔가를 부여하려는 태도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덧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소진 : 중요한 것은 이 장소에서 영화를 찍든 낮잠을 자든 간에 우리가 만든 것을 통해 행위에 대한 욕구가 생기고 영 감이 떠오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Q. 이번 나들목 프로젝트는 건축가에도 새로운 경험이 되었을 것 같은데? 신혜원 : 한강을 가기 위해 토끼굴을 통과해야 하는 것은 비극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공간 을 통해 강으로 나가는 과정상의 경험도 나름 좋아 보인다. 도시와 한강을 잇는 전이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지하 통로에서 한강으로 확장되어 나가는 경험과, 다시 긴 지하 통로를 지나 도시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경험 은 대단히 특이하고 재미있다. 또 각각의 토끼굴이 만들어진 배경 자체도 재밌었는데 그렇게 해서 형성된 폭이나 깊이, 채광 등, 그런 조건을 가진 공간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윤웅원 :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그것이 순수하게 공간을 다룬다는 데 있다. 터널은 외부 형태는 사 라지고 내부 공간만 경험되는 독특한 공간이다. 사실 건축가가 형태에서 벗어나 공간과 빛만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기회 는 매우 드물다. 건물은 아니지만 그런 기회를 갖게 되어 좋았다.
Q. 유지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유지 관리 측면에서 디자이너가 해결해 주어 야 하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신혜원 : 재단장된 나들목은 예전보다 유지 관리를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간혹 공공 프로젝트의 유지 관 리의 적정선은 어디인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홍택 : 나들목은 여건상 오염을 피할 수 없이 현실인 것 같다. 특히 우리가 맡은 나들목의 경우는 차량이 다니기 때문에 매연으로 인한 오염이 큰 편이다. 완성되고 한 달만 지나도 매연이 끼는 상황이다. 하지만 살수차로 물을 뿌리면 어느 정 도 해결은 된다. 유지관리에 대한 모호한 기준은 설계자의 자의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윤웅원 : 어떤 분은 홍수로 인한 유지 보수 문제를 우려하기도 했다. 우리 나름대로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고. 쉽게 관리되는 기존의 타일 대신 새로운 재료 사용을 제안한 경우가 많아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했다. 아직 완벽하게 물에 잠겨 보지는 않았지만……. 신 소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유지 관리 측면을 어디까지 고려해 주어 야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말 그대로 '유지 관리'는 관리를 필요로 한다. 한강이 공공에게 더 적극적으로 이용되기 위해 서는 넘어야 할 산임에 틀림없다.
Q. 결과적으로 34개를 완성했다. 이번 사업의 의의를 찾자면. 신혜원 : 건축가로서 이런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의의를 가진다. 지금까지의 공공 프로젝트들은 지나 치게 디자인 오리엔티드된 경향이 있다고 본다. 더구나 발주 방식 또한 건축 회사가 공공 디자인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 황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한강 르네상스의 첫 번째 과제에 참여했다는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Q. 공공 프로젝트에 건축가로 참여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신혜원 : 앞서 언급했지만, 우리는 몇 가지 유형을 정해 놓고 전체적으로 적용시키는 조건에 동조하지 않았다. 만약 건축 주가 바라는 방식대로 진행을 했다면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그 중간에서 코디 역할을 담당했었는데, 짐작하겠지만 매우 힘들었다. 관 주도의 공공 프로젝트에서 공무원과 토목 엔지니어가 건축가와 함께 일 하는 것은 이번이 아마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아주 초기에는 서로 조율하며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는데, 나중에 가서 는 그들이 오히려 건축가의 역할에 대해 높이 평가해 주고 존중해 주었다. 토목 구조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뀐 것 같 다. 사실 교량 같은 토목 구조물에서 형태나 디자인을 생각해 볼 때가 된 것도 같다. 이소진 : 처음에 반응이 좋은 작품들이 몇 개 나오면서 태도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전적으로 믿고 맡기는 식이었는 데, 그런 부분에서 보람을 느낀다. 윤웅원 : 한강은 홍수로 인한 주기적인 침수 등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는 장소이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77
에도 이런 공공 디자인에 대한 경험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렇기 때문에 재료의 선택이나 디테일의 해결 등이 부 분적으로 미숙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한강에서 벌어질 다양한 사업들을 위해 이런 경험들이 좀 축적되고 체계 화되었으면 한다.
Q. 공공 프로젝트에 건축가의 참여가 가지는 장점은 뭔가. 윤웅원 : 건축가들은 아무래도 도시를 읽고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에 도시문제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장소나 공간의 장점을 드러내는 방식에 익숙하다. 조형적 판단 혹은 미학적 관점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공공 프로젝트가 부담스 러운 요즘, 건축가의 역할이 분명 필요하다고 본다. 신혜원 : 좀 다른 이야기지만, 공공 프로젝트를 위해서 건축가들은 다방면의 사람들과 일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이번 일 의 코디네이션 역할을 하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일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시적 인 맥락을 짚어내고 디테일을 만드는 부분까지,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매우 넓다. 홍택 : 마스터 건축가(master architect)가 존재하는 시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마스터 의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코웍(co-work)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고 그것에 많이 익숙해져 있다. 외국의 경우 이미 한 사 무소 안에서 타분야와 협업하는 형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설계사무실의 대형화 추세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경우가 분명 히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외국에서 설계사무실의 대형화란 단순히 건축 설계를 하는 조직의 대형화가 아니라 매우 다양 한 분야의 사람들이 협업하는 방식의 대형화다. 앞으로 우리도 그런 방식을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윤웅원 : 제임스 코너(James Corner)의 필드 오퍼레이션(F.O)사는 조경 회사인데도 40% 정도가 건축 프로젝트라고 하더라. 요즘은 건축, 조경, 도시 등 각 영역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공공 프로젝트들도 지금까지는 대부분 토목, 건축, 조경, 경관 디자인 등의 영역에서 나뉘어져 진행되어 왔지만 이제는 경계가 느슨해지고 있다.
Q. 아직 건축가의 참여는 지극히 일부다.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문 제점이 있는지. 홍택 :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공 프로젝트 사업들을 보면 저예산이라는 데 문제점이 있다. 별도의 디자인 예산 없이 공사 비 위주의 책정이다 보니 이것저것 빼고 나면 남는 게 없고, 그로 인하여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참여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언제까지 이러한 현실이 받아들여 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신혜원 : 공공 프로젝트에 건축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의 발주 방식은 대부분 디자인 예 산이 따로 잡혀 있지 않는데, 디자인 감리도 마찬가지다(이번 나들목 사업에서는 그나마 감리까지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줬다). 많은 분들이 이러한 필요성을 느끼고 공공 프로젝트의 발주부터 시작되는 구조를 개선시키려고 노력하 고 있는 것으로 안다. 윤웅원 : 경쟁력 있는 적합한 사람들이 공공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 프로젝트 에서 디자인 용역이 체계적으로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홍택 : 강변도로나 88도로를 오가면서 나들목 사업보다 큰 공공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많이 본다. 어떻게 하 면 저 일을 할 수 있는 거지? 싶다.(웃음)
Q. 이번 사업이 주변 환경에 미친 영향이 있는지? 새로운 변화가 생길 여지도 있 을 듯한데. 이소진 :무엇보다도 밤의 모습이 많이 변했다. 기존의 터널 조명과는 달리 조명 기구의 선택에 신중을 기했고, 조도를 높 이고 간접 조명을 적용해 보는 등 조명에 신경을 많이 쓴 편이다. 시민들이 으슥한 통과 터널로 느끼던 이곳을 한강으로 나가기 위한 길로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윤웅원 : 지금은 주민들의 요구가 공공 디자인에 반영되는 시대이다. 우리가 한 작업이 긍정정인 효과를 갖는다면 앞으 로 주민들이 또 다른 것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가 그 요구를 받아들이면 또 다른 변화가 생길 수도 있겠고. 김정주 : 꼭 이 사업의 결과는 아니겠지만, 가양과 구암의 경우 4m 정도였던 자전거 도로의 폭을 공사가 끝난 지금 2m 정
78
wIde Issue 2 :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
도 늘려서 인도로 만드는 중이다. 우리가 너무 소극적인 태도로 접근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쉽게 4m가 6m로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어쨌든 시민의 쉼터를 만들고 인도를 확장하는 작업은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구암 나들목에 간이 화장실도 생겼다. 주민들의 요구가 반영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그 일이 오지는 않더라. 그래서 제발 멀리 떨어졌으면 했는데, 바로 옆에 생기고 말았다.(웃음) 신혜원 : 반포 안내센터 나들목의 경우도, 어느 부분까지는 따뜻한 느낌의 벽돌로 세워쌓기가 되어 있는데 그 이상의 부 분은 다른 벽돌로 마감되어 있다. 다른 데서 발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Q. 가양에서 반포까지 한강변을 걸어 봤다. 가양, 구암, 당산, 노들길, 여의도, 서래 섬, 반포 안내센터……. 새 단장된 나들목을 만나 보는 재미도 솔솔 했다. 그런데, 이 렇게 굳이 찾아가지 않고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이 아쉽다. 이소진 :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쉽게 노출되지 않는 프로젝트다. 한강변에 숨겨진 보물이 라고 해도 좋겠다.(웃음) 윤웅원 : 이번 작업이 공공 프로젝트의 사례로 읽혀지고 미래의 공공 디자인 작업들을 위한 좋은 경험으로 축척됐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책이나 백서 같은 것으로 엮어 내는 방법을 통해 결과물뿐만 아니라 진행 과정과 문제점도 드러내고 알리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신혜원 : 추운 겨울날 4팀이 모여 한강변을 훑으면서 전체 48개 나들목을 분류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건축가 그룹이 짜여지고 공공 기관, 엔지니어링 사무실, 시공사와 협업을 하고 각종 심의를 받고 하는 3년의 시간들이 34개의 한강변 토끼굴에 고스란히 축적되어 있는 셈이다.
↗ 홍택
~
~ ~
홍택+김찬중 | 홍택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수학했다. 한국의 아뜰리에 우노와 공간그룹, 삼우설계, KDA, 그리고 일본 나고야의 TAMAOKA Architectural group에서 수석 건축가로 실무를 익혔다. 현재 김찬중과 함께 시 스템 랩(SYSTEM LAB)을 운영하고 있다. 김찬중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하버드 건축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하고 스위 스 연방 공과대학에서 수학하였다. 한울 건축과 미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Chan Krieger Associates와 KSWA에서 수석 건 축가로 실무를 익히고 현재 경희대 건축대학원의 설계 전공 초빙 교수로 재직하고 있기도 하다. 시스템 랩은 2005년에 조직되 어 16명의 스텝들과 함께 건축, 도시, 그리고 기업의 브랜드 전략 기획을 중심으로 하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공간적 프로그램 안에는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대지 자체의 특성과 반응하는 최적화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 그러한 시스 템을 재현(Representation)하는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디자인 분야가 객관적이고 정량적이지 않은 데서 비롯되 는 손실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스템 랩은 디자인 테크놀로지(Design Technology)를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79
로컬디자인 Lokaldesign 신혜원 Shin HaeWon 반포 안내센터 나들목∙풍납 나들목 반포 안내센터 나들목과 풍납 나들목은 지하보도 전용이다. 차수벽이 있는 형태로 홍수 때 부분 침수가 되는 나 들목이다. 한강에 올림픽대로가 생기면서 통로들이 만들어졌는데, 풍납 나들목의 경우 통로 길이가 100m도 넘 는다. 도심과 한강시민공원 사이의 게이트로서 각 나들목은 한강변과 만나는 부분에 기존 옹벽(날개벽)을 유연한 곡선으로 감싸며 벽과 바닥과 캐노피가 일체된 입구를 가진다. 또 기존 차수벽에 노출되었던 전선과 하수관들을 벽돌 공간쌓기로 매입시켜 간결하고 수직적 이동 공간이 되도록 조성하였다. 신자양 나들목 _신설 부지의 현황에 따라 제외지와 제내지에 상하 이동 방식의 육갑문을 설치해야 했다. 따라서 기존 육갑문의 최소 구조 부분을 제외한 벽면을 모두 개방하고 반투명의 메탈 패브릭으로 마감하여 구조물의 육중함을 경감시켰다. 또 내부 조명을 결합시켜 도시의 보호시설로서의 상징적 의미를 사인화 하였으며 육갑문의 하부는 연속적인 옹 벽의 변화를 통해 휴식 공간을 충분히 제공하였다. 통로 내부는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기둥에 구조의 변화를 주어 개방성을 높였고, 모듈화된 곡면 콘크리트 벽과 간접 조명 방식의 결합을 통해 유연하면서도 변화 있는 공 간을 형성하였다. 신반포 나들목 _신설 신자양 나들목의 연장선에서 디자인 작업을 했다. 제내지와 제외지에 육갑문이 설치되었고, 이는 콘크리트 구조 부분과 육갑문이 걸려 있는 상부 부분의 반투명 메탈 패브릭으로 디자인되었다. 통로 내부는 차도와 보도가 구조 적인 필요에 의해 기둥으로 분리되어 있다. 내부 공간은 이러한 기둥들의 단면 형태에 변화를 주어 개방적이고 분위기 있는 통로로 디자인하였다.
80
wIde Issue 2 :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
↖ 반포 안내센터 나들목 ↑ 풍납 나들목 ↙ 신자양 나들목_신설 ↓ 신반포 나들목_신설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81
제공건축 Jegong Architects 윤웅원+김정주 Yoon WoongWon + Kimm JeongJoo 청담 나들목 지금까지 한강의 보행자용 터널은 통과의 공간이었다. 도시와 강이라는 두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지나가는 공간 터널도 도시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받아들임으로써 그 공간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청담 나들목은 한강 나 들목 중에서도 길이가 130m에 이르고 곡선으로 휜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는 터널이다. 그리고 한강의 수면 레벨 보다 20m 정도 높이 위치하고 있어서 강변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언덕 아래로 램프와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이 계획에서 중요한 점은 터널을 지나서 한강까지 도달하는 바로 그 과정 자체다. 우리는 서울의 길거리가, 정확 히는 청담동의 길이 이 보행 통로로 연장되기를 원한다. 이 개념을 위해서 터널의 양 끝단에는 터널의 연장으로 서 새로운 입구를 만들고, 터널 내부의 한쪽 벽에는 스테인리스 패널들을 붙이고 천장에는 컬러 형광등을 설치했 다. 2개의 천창을 통해서 들어온 태양빛과 차가운 컬러 형광등 빛, 그리고 스테인리스 패널로 만들어진 반사 이 미지들로 터널이 거리로 변화된다. 스테인리스 패널은 공간을 확장하고 움직임의 거울상을 만들어 터널 내부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터널 끝에 도달하면 청담대교와 철교가 보이고, 20m 아래 넓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데 크 전망대가 있다. 구암 나들목•가양 나들목 가양, 구암 나들목에서는 거대한 한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만조 때 서해의 밀물이 한강의 물결과 만나는 장소이 다. 넓게 펼쳐진 한강은 강이라기보다는 흐르지 않는 호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염창동부터 방화대교까지 5km 의 구간은 고수부지의 폭이 좁고, 자전거 이용자와 산책하는 사람이 분리되지 않는 4m 도로만이 존재한다. 자전 거를 타는 사람들과 조깅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강바람을 느끼며 산책하는 사람들 모두에게는 쉴 공간이 필요하 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블록을 레고처럼 쌓아 기존 제방 위에 스탠드를 만들고 한강변 쪽으로 데크를 내밀어 서 쉴 공간을 계획했다. 가양 나들목은 아파트 단지의 끝단에 위치해서 구암 나들목에 비해서 이용자가 적다. 올 림픽 도로로부터 스탠드 공간을 분리하는 금속 파이프 벽을 설치했다. 이 파이프 벽은 고속도로의 소음을 줄여 주는 동시에 스탠드에 그늘을 만들어 준다. 각각의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블록은 화분처럼 꽃을 심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자생적으로 자라는 야생초들로 식재된 이 콘크리트 블록들은 주변 풀들의 연장으로서의 정원을 만 들어 낸다. 구암 나들목에는 제방을 따라서 폭 65m 길이의 쉼터가 조성되었다. 콘크리트 블록 스탠드와 데크에 는 반사하는 스테인리스로 천장을 마감한 캐노피가 설치되어 있다. 캐노피는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그림자 를 드리우고, 햇볕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그림자를 따라서 자리를 바꾼다. 흐르는 물결의 미묘한 변화를 반사 하는 사각형 스텐리스 판은 캐노피 아래 공간에 가상의 하늘을 만들고, 휴식하는 사람들은 반사하는 이미지로 주 위를 바라 본다. 양평 나들목_신설
82
wIde Issue 2 :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
↖ ↑ 청담 나들목 ↗ 구암 나들목 → 양평 나들목_신설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83
아뜰리에 리옹 서울 Ateliers Lion Seoul 이소진 Lee SoJin 금호 나들목 보행자들에겐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의 터널에 호의적으로 인식되는 다리의 이미지를 부합시켜 실내에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계획하였다. 기본적으로 목재 데크와 천정으로 향한 간접 조명을 이용해 은은한 자연광을 연출함 으로써 기존의 차갑고 침침한 터널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벽과 천장은 기존 콘크리트 구조물 을 깨끗하게 면 처리만 해주고, 간단한 평철 난간을 겸비한 목재 데크를 기존의 콘크리트 바닥과 양쪽 벽에서 약 20cm 이격하여 보행자들이 또 하나의 공간을 통해 한강으로 향할 수 있도록 했다. 제외지의 터널 앞에는 한강을 향해 팔을 벌리는 듯한 형태로 배치된 느티나무와 백색 화강암 포석 바닥의 쉼터가 문지방 역할을 해주고, 입구 에 있는 육갑문(수문)의 특수한 볼륨을 강조하여 한강을 향해 살며시 넓혀줌으로써 수문과 터널의 진입로가 멀 리에서도 쉽게 인식되도록 했다 노들길 나들목•당산 나들목 선유도로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당산 나들목•노들길 나들목은 차로 전용과 보행 전용의 2개 통로가 약 3m 간 격을 두고 나란히 강을 향한다. 이 프로젝트에서의 가장 큰 성과물 중 하나는 통로의 중간부 지점에서 외부로 나 왔다가 다시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두 터널 사이에 있던 콘크리트 벽을 허물고 공간을 통합하여 중간 정원을 계 획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제외지의 디자인 모티브는 금호 나들목의 제2탄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육갑문 2개 와 양쪽의 콘크리트 날개벽을 취급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나들목의 사용빈도나 규모에 비해 한강변 입구 공간 이 너무 협소했는데, 보행로측 날개벽을 허물고 약 12m 길이의 벤치와 일체인, 뒤로 기울어진 날개벽을 신설하 여 작은 광장을 만들어 주었다. 마포 나들목_신설 강변 북로에서 마포대로로 들어가는 길목에 접해 있는 마포 나들목은 기존의 작은 공원에 위치한다. 지장물들을 피하기 위해 지상에서 약 9m 아래에 터널을 뚫어야 하는데, 그 지점에 접근하기 위해서 약 110m 길이의 램프를 기존의 공원과 연계하여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쾌적하게 계획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대지의 모양에 맞추어 사다리꼴 형태의 보이드(void) 공간을 중심으로 램프가 돌아가며 그 중심부에 정원이 계획되고, 사다리꼴 형태 의 터널로 이어져 한강으로 향하게 된다.
84
wIde Issue 2 :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
↖ ↑ 금호 나들목 → 노들길 나들목•당산 나들목 ↘ 마포 나들목_신설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85
← 신압구정 나들목_신설 → 신천 나들목 ↘ 여의도 나들목
시스템 랩 _System Lab 홍택+김찬중 Hong Taek + Kim ChanJoong 신천 나들목 신천 나들목은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과 한강을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 나들목이다. 보차도 겸용 나들목에서 차로 는 보행 통로 공간보다 모든 조건들이 극히 제한적이다. 다양한 차량의 종류와 화물의 적재 상태, 대형화되고 있 는 차량의 크기 등 무수히 많은 상황들을 고려하다 보면 터널 내부의 면을 정리하는 차원 이상의 그 어떤 작업도 허락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에 차량의 통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천장 면보다는 벽면과 천장 면 일부에 3차원 블록을 붙여 자연스럽게 터널의 패턴이 운전자의 시야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외부의 차수 시설을 위 한 넓은 콘크리트 면에 3차원의 볼록한 형태의 블록을 붙여 외부의 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한 패턴의 변화를 느 낄 수 있도록 고려하였다. 여의도 나들목 여의도 나들목은 당초 보차도 겸용 나들목이었으나 여의도 공원 개발계획의 수립과 더불어 보행자 전용으로 그 용도가 바뀌어 우리가 담당한 10개의 나들목 중 유일한 보행자 전용 나들목이다. 하지만 지극히 낮은 천장고로 다 른 나들목과 마찬가지로 여러 조건들이 제한적이었다. 바닥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면에 폴리곤 형태의 성형 블 록을 붙여 터널 내부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으며 벽면과 바닥의 일체감을 유도하기 위해 바닥의 데크는 통행에 지장이 없는 양측면 끝단에서 벽면과 유사한 사선 형태의 입체적 볼륨을 구성하도록 하였다. 3차원 블록 의 형태는 다른 나들목과 달리 볼륨감 보다는 선형적 패턴을 강조하기 위하여 오목한 형태로 디자인되었으며 고 정 방식 또한 전면 고정이 아닌 후면 고정 방식으로 계획되어 보행자들의 안전이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되었다. 신압구정 나들목_신설 신압구정 나들목은 새롭게 조성되는 신설 나들목이다. 전체적인 구성 방식은 기존의 나들목과 같은 방식으로 이 루어졌다. 우리는 여기서 기능과 더불어 감성적 가능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였다. 도시의 성격을 반영한 건축물이 나 장소의 신화적 이야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고 도시의 정체성을 감성적 언어로 전달하게 된다. 서 울의 감성적 코드를 밀도라는 이야깃거리를 통하여 이용자로 하여금 나들목과의 감성적 상호작용을 유도하고자 하였다. 밀도는 각각 크기가 다른 6개의 고드름 형태의 폴리카보네이트 블록을 이용하여 구성한다. 여기에 이용 자와의 인터액티브(interactive)라는 감성적 역할을 프로그래밍된 조명 방식을 통하여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 는 도시와 한강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서울만의 감성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도시와 강 사이의 감성적 필터 역할 을 하는 미다어 튜브(media tube)가 될 것이다.
86
wIde Issue 2 :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87
88
wIde Issue 2 :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
↑ 한강 나들목 전체 현황도. → (뒷 페이지) 한강 전체 나들목 유형 분류 현황 리스트.
~
~ ~
!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89
구분
지구
시설명
유형
17
반포지구
반포안내센터나들목
1-A
지하도
보도
6
광나루지구
풍납나들목
1-A
지하도
보도
45
망원지구
성산나들목
3-A
지하도
보도
18
2007년 사업대상 (25개소)
2008년 사업대상 (9개소)
반포지구
서래섬나들목
구조물구분
1-A
지하도
TYPE
특성
T1-A
보도
비고
경사로
Lokaldesign
+
+
계단
Atelier Liu Yuyang Architects
9
잠실지구
석촌나들목
1-A
지하도
보도
4
광나루지구
나루터길나들목
1-A
지하도
보도
T1-B
8
잠실지구
잠실나들목
1-A
지하도
보도
43
망원지구
현석나들목
2-B
지하도
보도
25
강서지구
구암나들목
2-A
지하도
보도
24
강서지구
가양나들목
2-C
지하도
보도
쌈지공원
12
잠실지구
청담나들목
2-D
지하도
보도
21
양화지구
노들길나들목
3-B
육갑문
보도
16
반포지구
반포나들목
1-B
육갑문
보도
38
이촌지구
금호나들목
3-A
육갑문
보도
+ T2
T3
제공건축
직접연결
Ateliers Lion Seoul
2
광나루지구
암사나들목
3-B
육갑문
보도
46
망원지구
망원나들목
5-A
육갑문
보차도
30
뚝섬지구
자양나들목
5-A
육갑문
보차도
41
이촌지구
한강이촌나들목
5-A
지하도
보차도
15
잠원지구
잠원나들목
5-A
육갑문
보차도
14
잠원지구
강남나들목
5-A
육갑문
보차도
40
이촌지구
서빙고나들목
5-A
지하도
보차도
32
뚝섬지구
노유나들목
5-A
육갑문
보차도
10
잠실지구
신천나들목
5-A
육갑문
보차도
27
강서지구
개화나들목
5-B
육갑문
보차도
19
여의도지구
여의도나들목
5-A
육갑문
보차도
5
광나루지구
몽촌나들목
5-C
지하도
보도
13
점원지구
압구정나들목
3-A
지하도
보도
26
강서지구
정곡나들목
2-A
육갑문
보도
39
이촌지구
보광나들목
5-A
지하도
보도
44
망원지구
상수나들목
4-B
육갑문
보도
47
망원지구
합정나들목
5-A
지하도
보도
1
광나루지구
고덕나들목
4-A
육갑문
보차도
20
양화지구
당산나들목
3-A
육갑문
차도
29
뚝섬지구
낙천정나들목
3-C
지하도
보차도
49
뚝섬지구
신자양나들목
지하도
보차도
신설
50
반포지구
신반포나들목
지하도
보차도
신설
51
양화지구
양평나들목
지하도
보차도
신설
제공건축
신설
Ateliers Lion Seoul
신설
System Lab
T4
T-A
System Lab
지하보도
Lokaldesign
Ateliers Lion Seoul
T-B
Lokaldesign 2009년 사업대상 (신설4개소)
52
망원지구
마포나들목
53
잠원지구
신압구정나들목
지하도
보도
지하도
보차도
나들목 유형 분류 기준표 보도/차도
제내지
제외지
진입방법
분류
시설물 번호
계단+경사로
1-A
6,7,8,9,17,18
직접 연결
1-B
16
계단+경사로
2-A
23,24,25
경사로만 있음
2-B
13
고수부지
아파트단지 자전거도로 계단만 있음
2-C
24
올림픽대로 연결
2-D
12
계단+경사로
3-A
5,45,39,33
직접 연결
3-B
21,32,2
계단만 있음
3-C
47
계단+경사로
4-A
35,42,44
지하보도 일반주거 (도시 조직)
고수부지
자전거도로
직접 연결
공사중
고수부지
지하
직접 연결
4-B
20,26,34,36
4-C
6,38,43
5-A
3,10,14,15,19,20,29,30,32,40,41,46
도시
90
보차도
자전거도로
직접 연결
5-B
27
논, 밭
직접 연결
5-C
1,28
wIde Issue 2 : 한강 나들목 프로젝트
와이드 12호 | 뎁스 리포트 WIDE ARCHITECTURE : Depth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
~ ~
D
~
~ ~
WIDE DEPTH REPORT
D 91
영화 속의 건축물(04)B4* 강병국의 <건축과 영화 12>
1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UFO가 맨해튼의 초고층 빌딩 공중에 멈춘 다. 그리고 UFO 중심부에서 아래로 광선을 발사하는 순간, 건물 의 극적이고 대칭적인 이미지가 화면을 압도한다. 인디펜던스 데이 (Independence Day, 1996)(사진1)의 한 장면이다. 이처럼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맨해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L.A.의 유에스 뱅크 타워(U.S. Bank Tower : 심형래 감독의 '디 워'에도 출현한다). 하지만 영화에 자주 등장해서 미국 다운타운을 상징하는 건물이 된
* 자료의 분류를 위해 서두에 아래와 같은 약어를 추가한다. 알파벳 다음의 숫자는 해당 꼭지의 일련 번호이다. |Architect_ 건축가와 관련된 주제나 영화 |Building_ 건축물과 관련된 주제나 영화 |Producer_ 감독의 건축적 연관성을 언급한 영화 |Documentary_ 건축적 다큐멘터리 |City_ 미래 도시를 포함한 도시적 관점의 영화 |Miscellaneous_ 그밖에 건축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 는 영화
건지, 본래가 유명해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건지는 모를 일이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eny Concert Hall)>, 프랭크 게리, 캘리포니아주 L.A., 2003. 티타늄이 주는 메탈 이미지와 그 자유분방한 형태 때문에 감독들에게 상당히 인기 있는 건물이다. 건축이나 도시적인 관점에선 이 건물의 안티 팬 들도 상당히 많지만, 영화계에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2
3
6
4
7
8
5
9
애프터 썬셋 (After The Sunset, 2004) : 이 영화엔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특히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 하나가 프랭크 게리의 '월트 디즈니 콘서 트홀'이다. (사진2-4) 솔로이스트(The Soloist) : 11월 19일 개봉을 앞둔 이 영화에도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이 등장한다.(사진5) 실화를 배경으로 한 감동적인 작품이 건축 작품과 어우러지니 기대가 크다. 아이언 맨(Iron Man, 2008)과 겟 스마트(Get Smart, 2008) : 그 밖에 이 영화들(사진6-9)에도 디즈니 콘서트홀이 나온다. 특히 겟 스마트에서는 콘서트홀의 내₩외부뿐만 아니라 공중 씬(scene)에도 오랜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 건물을 이해하는 데 그만이다.
<애니스 브라운 주택(Ennis-Brown House)>,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캘리포니아주 L.A., 1924.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 (사진10) : 영화계에선 거의 광적인
10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블레이드 러너는, 건축계에서도 미래 도시를 언급하는 자리엔 영원히 빠질 수 없 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나중에 특별히 언급할 자리가 있겠지만 우선 등장하는 건물부터 살펴보자. 라이트가 동양적인 느낌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PC의 애니스 브라운 주택을 설계한 지도 어느덧 80년이 훌쩍 지났다. 그럼에도 SF 영화의 대명사인 블레이드 러너와 전혀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일본 여성의 대형 광고판, 젓가락으로 국수를 먹는 해리슨 포드 등에서 짐작컨데, 대개 디스토피아로 그려지는 미래상을 동양적인 신비스러움으로 해결하려는 묵시적인 제안이 아닐는지. 특히 애니스 브라운 주택은 블레이드 러너 외에도 리들리 스콧 감독의 흑우(Black Rain, 1989) 등 여러 영화에 20여 차 례 이상 출연한 바 있어, 가장 많은 영화를 소화해 낸 건축물로 손꼽을 수 있겠다.
92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하이 뮤지엄(High Museum of Art)>, 리차드 마이어, 조지아주 아틀란타, 1980-1983.
11
맨헌터(Manhunter, 1986), 마이클 만(Michael Mann) 감독. (사진11) : 백색 미학으로 유명한 리 차드 마이어의 하이 뮤지엄은 이 영화에서 렉터라는 천재적인 정신과 의사를 수용한 감옥의 이미 지로, 또 FBI 요원 그레이엄의 심적 갈등을 표현한 롱숏에도 너무 잘 어울린다. 건축적인 시각이 남다른 마이클 만 감독을 통해 건축가의 작품이 빛난 경우라 하겠다.
<다이아몬드 랜치 고등학교(Diamond Ranch High School)>, 모포시스, 캘리포니아주, L.A., 1999. 오렌지 카운티(Orange County, 2002), 제이크 케스딘(Jake Kasdan) 감독. (사진12-13)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CLA(Classroom, Laboratory, Administration)>, 안토니 프레독,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1992. 가타카(Gattaca, 1997), 앤드류 니콜 감독. (사진14-15) : 첨단 공과 대학의 이미지가 우주를 향한 공상 과학 영화와 어울린다.
13
12
14
15
<카슨 피리에 스콧 백화점(Carson Pirie Scott & Company)>, 루이스 설리반, 일리노이주 시카고, 1899. 한나와 그 자매들(Hannah And Her Sisters, 1986), 우디 알렌(Woody Allen) 감독. (사진16) : 뉴욕, 특히
16
맨해튼을 상징하는 감독이자 배우 우디 알렌이 시카고의 건물, 그것도 1800년대의 전설적인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의 작품을 다루어서인지 고맙기까지 하다. 더구나 건축가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가 이 설리번 작품을 나름 촌평까지 한다. 100년을 지속해 온 도심의 명물 백화점이 그 기나긴 역사적 여정을 뒤로하고 작년에 문 을 닫는다고 해서 기사화된 적이 있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인류학 박물관>, 아서 에릭슨,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밴쿠버, 1976. 마지막 연인 (Intersection, 1994), 마크 라이델 (Mark Rydell) 감독. (사진17-18)
<국제연합본부(UN Headquater)>, 윌러스 해리슨, 뉴욕주 맨해튼, 1953. 20 17
18
19
인터프리터 (The Interpreter, 2005), 시드니 폴락 감독. (사진19-20) : 우리에겐 프랭크 게리의 스케치 로 더욱 친근한 시드니 폴락의 작품이다. 맨해튼의 UN본부가 이렇게 영화에 등장한 건 처음인 듯하다. 건물의 크레딧은 해리슨으로 되어 있으나 코르뷔지에의 아이디어다.
~
~ ~
WIDE DEPTH REPORT
D 93
24 21
22
23
<가스 컴퍼니(Gas Company Tower)>, SOM, 캘리포니아 L.A., 1991. 아일랜드(The Island, 1995), 마이클 베이(Michael Bay) 감독. 이 건물은 키아노 리브스와 샌드라 블럭이 주연한 1994 년 스피드(Speed)에서도 나온다.
<구겐하임 미술관(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뉴욕 맨하튼, 1959. 맨 인 블랙(Man in Black,1997), 베리 소넨필드(Barry Sonnenfeld) 감독. (사진21-22) : 구겐하임의 긴 동선을 쫓는 윌 스미스의 롱숏과 SF의 이미지로 선택한 건물의 나선 형태가 당시엔 꽤 적절했던 것 같다.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2009), 톰 튀크베어(Tom Tykwer) 감독. (사진23-24) : 이 영화에선 구겐하임 씬이 오랜 시간 할애되어 있는데, 세트 제작비가 아까워 그런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건물 구석구석을 자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에선 구겐하임 뿐 아니라 이스탄불 을 배경으로 한 여러 건축물들도 아름답고 긴장감 있는 앵글로 잡아내고 있다.
<웩스너 시각 예술 센터(Wexner Center for the Visual Arts)>, 피터 아이젠만, 콜럼버스 오하이오 주립대, 1989. 천재소년 테이트(Little Man Tate, 1991), 조디 포스터 감독. (사진 25) : 이 건물은 1993년 AIA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일본을 잠깐 살펴보면서 영화 속의 건축물 편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흑우(Black Rain, 1989)에는 다카마츠 신의 기린 플라자(Kirin Plaza, 1987, 오사카)도 등장한다. (사진26) 최근 헐렸 다는 이야기가 있다. 피터 그리너웨이의 8과 1/2 우먼(1999)엔 라파엘 비뇰리의 동경포럼이 나온다. (사진27) ⓦ
25
26
27
글쓴이 강병국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춘명 선생의 예건축에서 실무를 쌓았고 한울건축과 신예거 축을 거쳐 현재 ㈜동우건축 소장으로 있다. ‹포이동 성당›, ‹쌘뽈요양원/유치원›, ‹장도박물관› 등을 설계했다.
94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건축의 마사지』 전진삼 지음, Spacetime 펴냄, 287쪽, 만 오천 원 <와이드 書欌 12 | 안철흥>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건축의 마사지』(두 권
다오가 한국의 광고 회사에게 당한 사연을 공
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진삼에게 밀림이나 정
으로 발간되었는데 1권에는 학생들의 비평문
개하는 것으로 건축의 저작권 문제를 환기시키
글은 지구의 허파를 상징하는 단어다. 그의 관
을 실었고, 2권이 저자의 글이다)는 건축 비평
는 것이 고작일 뿐이다. 전진삼은 또한 김수근
점에서 슬럼은 작은 건축들이 무리 지어 만들
가 전진삼의 네 번째 비평집이다. 그는 1994년
이나 김중업, (심지어는 현역인) 민현식의 건축
어 내는 정글 이자 도시의 허파이다. 자연 생태
『건축의 발견』을 써낸 이래 4~5년 터울로 비평
물들이 손 쓸 새도 없이 헐려 나가는 대한민국
계가 밀림에 빚지고 있듯이 슬럼의 생명력과 독
집을 내고 있다. 이 땅에서 꼬박 20년째 전업
의 살풍경을 묵묵히 기록하는 것으로 비평가로
특한 삶의 방식이 있기에 도시 생태계가 유지될
건축 비평가로 산다는 것, 그 자체가 경이로운
서의 직업 의무를 수행한다.
수 있다는 게 전진삼의 관점이다. 그런 차원에
일이다. 그가 건축 저널리스트나 편집자, 혹은
건축이라는 장르는 작가(건축가)뿐 아니라 그
서 현대화 나 디자인 개선 등의 이름으로 자
건축 잡지 발행인이라는 또 다른 호칭을 스스로
작품을 비평해야 하는 비평가까지 소외시킨다.
행되는 거개의 도시개발 사업 들이 진지하게
에게 부여하는 일 또한 평생 건축 비평가의 숙
『건축의 마사지』에는 수년 동안 담장 밖에서만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하는 듯하다.
명을 벗지 않겠다는 다짐의 일종이라고 나는 생
건너다보던 아주 잘 생긴 집의 내부를 개조 공
어느 세미나에서 한 지방 도시의 간판 개선 사
각한다. 이런 문제 틀을 가지고 전진삼의 이번
사가 한창인 어수선한 틈에 겨우 들어가 살펴봤
업 결과 보고를 듣던 그는 간판 시범 사업이 촌
책을,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순전히 내 식
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전진삼은 이
티 나는 간판을 도회풍으로 바꾼 것 이상의 아
으로, 이를테면 이 땅에서 건축 비평가로 사는
작은 에피소드를 <아름다운 담장>이라는 소제
무런 임팩트가 없다는 점을 느끼며 새삼 실망한
법 으로 읽어 봤다. 징후적 독해(symptomatic
목으로 애틋하게 갈무리했는데, 나는 이 이야기
다. <디자인 문화의 시대, 어느 시골 도시의 표
reading)야말로 『건축의 마사지』를 대하는 가
를 읽으며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20년을 내리
류>에 그때 심경이 잘 드러나 있는데 한 대목을
장 필요한 독법이 아닐까.
한길로 매진할 수 있는 힘의 근거가 이런 태도
인용하면 이렇다. 시골 도시가 포장된 문화의
문학 비평가나 음악 비평가, 미술 비평가로 평
에서 비롯되었구나 싶어 숙연했다.
경계 틀로 전락되면서……오로지 상권 회복을
생 산다는 것과 건축 비평가로 사는 것은 전혀
그는 왜 이렇게 난코스 인생을 살고 있을까. 책
위한 저간의 미술 행위를 통하여 장소의 흔적과
다르다. 장르의 속성상 작품 과 대면하는 것부
뒤쪽에 붙은 세 편의 에세이 에서 그는 살짝 속
단층을 지워내고…….
터 만만치 않을뿐더러, 악어새(비평가)의 필요
내를 드러낸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디자인이나 미화 사업, 혹은 건축의 이름으로
성을 인정하는 악어(작가, 작품, 혹은 클라이언
뒤 첫 직장으로 공간에 입사했다. 아직 김수근
장소의 기억을 지우는 일이 만연하고 있다. 무
트!)가 많지 않은 풍토에서 악어새의 삶은 그야
이 생존해 있을 때다. 그는 거기서 건축을 보는
국적성, 무장소성이 현대 도시의 특징이라지
말로 생존의 문제 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건축
눈을 배웠다. 김수근 사후 급격하게 세가 기운
만, 그걸 클라이언트나 정치인, 정책가들의 탓
을 예술의 한 장르로 봤을 때 가장 가까운 장르
공간을 떠나 강남 의 물 좋은 직장으로 이직했
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걸 부추기고 몫을 챙
가 미술일 텐데, 미술과 건축 사이에는 클라이
다가 불과 일주일 만에 유턴했을 때, 공간 대표
긴 건축가들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건축가 조
언트의 존재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미
장세양이 그를 유혹한 낚싯밥은 <공간> 편집장
정구의 말마따나 나쁜 것이 아니라 철학적 기
술 작품은 대개 작가의 손을 떠난 다음 시장
자리였다. 건축가와 글쟁이를 맞바꾼 셈인데,
반이 너무 취약하다 . 그래서 책에 인용한, 와
에 편입된다. 하지만 건축은 설계나 시공 때부
그게 그의 평생 직업이 되었다. 운명이다.
로키시 교수가 국내 초청 강연회에서 말했다는
터 클라이언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뿐더
건축 비평이 그의 운명이라면, 그가 이 책의 부
나는 교토의 건축가입니다 라는 언급은 대단
러 완공 뒤에는 작가와 상의 없이, 순전히 소유
제로 올린 밀림, 정글 그리고 슬럼과의 전쟁 은
히 인상적이면서 전진삼의 비평 모토를 상징하
주의 의지에 따라 개축되거나 심지어 헐리기까
비평가로서의 출사표로 읽어도 될 듯싶다. 월간
는 말처럼 읽힌다. 서울의 건축가 , 인천의 건
지 한다.
지에 기고했던 짧은 칼럼이지만 비슷한 주장이
축가 , 혹은 영월의 건축가 가 많아지는 세상
이러한 현실에서 비평가 전진삼이 할 수 있는
나 논조가 책 곳곳에서 반복되는 것으로 봐서
을 꿈꾸는! ⓦ
일이란 건축가 민규암과 국민은행 간의 UV하
그의 건축관을 담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우스 저작권 소송을 자세히 소개하거나 안도 다
밀림과 정글이라는 단어에서 다른 뉘앙스를 느
글쓴이 안철흥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월간 ‹말›지와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시사IN›에서 20여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했다. 그 동안 정치부와 문화부 에서 거의 절반씩 밥을 먹었는데, 건축계 쪽을 여전히 기웃거리는 것은 그때 어설픈 곁눈질로 사귀어둔 ‘인맥’ 덕분이라고 한다. 이미 ‘절판’ 상태라 이름을 밝히 기 좀 그렇다는 책 한 권을 쓰고 한 권을 번역했다.
~
~ ~
WIDE DEPTH REPORT
D 95
동면공소 이용재의 <종횡무진 12>
여사울 성지를 찾았다. 어라, 신부님이 서 계시네. 안녕하셨지라우. 예. 바지가 일반 바지네유. 자유임. 천주교는 예수님을 믿는 건 감유? 성부, 성자, 성령을 다 믿음. 3위 일체. 성령은 먼 감유? 정신. 그럼 개신교는? 하나님. 하느님은 머고, 하나님은 먼 감유? 하느님은 하늘님. 하나님은 님이 하나다. 개신교와 성경이 다른 감유? 해방 후 공동 번역을 했으나 개신교가 거부. 천주교는 당시 공동 번역본을 사용함. 밥은 해 드시남유? 당근. 청소는? 직접 함. 빨래는? 직접 함. 지갑 있남유? 없음. 문진호. 서울대 건축과 80학번. 동대학원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석사. 중매가 들어왔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재원. 만나 물었다. 혹 부친은 머 하시는지. 정림건축 부회장 김정식. 머라, 그냥 도장 찍었다. 딸만 셋이라니. 1990년 귀국. 당연히 정림건축 입사. 뒷말이 많다. 그럼 맨투맨이다. 1995년 우리 시대의 스타 건축가 박 승홍을 미국에서 삼고초려 끝에 스카우트. 날개를 단다. 이제 임원들에게 실력을 보여 줘야 된다. 1995년 대한민국 최대의 프로젝트 <국립중앙 박물관> 현상설계 공고. 46개국 341팀 참가. 정림건축의 임원들은 전부 난색을 표명한다. 경쟁률이 너무 세다. 게다가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다 참석하는 이벤트고. 임원 회의에 나가 설득했 다.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그거 되겠어. 떨어져도 배울 게 있습니다. 두 명만 빌려 주십시오. 임원들 앞에서 브리핑을 했다. 배산임수에 외벽은 남한산성의 성벽이 되어 박물관을 왜적으로부터 보호하고. 이걸로 당선될 수 있겠어. 자신 있 습니다. 떨어지면 2억 날아간다. 이른바 미지근한 동의 다. 당선작 정림건축. 이제 뒷말이 없다. 4천억 프로젝트에 당선됐으니. 문진호 2000년 드디어 사장 등극. 직원 500명과 술 먹는 데만 10년 걸린 거다. 용병술도 있고. 2007년 쿠데타. 문진호, 박승홍 강원도를 찾아 막걸리 먹었다. 18년간 다닌 정림건축에서 잘린 거다. 좋다. 다시 시작한다. 이미 문진호는 46세. 박승홍과 3억씩, 6억 투자 회사 설립. 문앤박. Dmp. 죽을 때까지 같이 간다. 정림건축에서 50명이 따라 나왔다. 16,000평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현상설계가 나왔다. 예산은 4,500억. 당선작 박승홍의 춤 . 설립 2년 된 작은 회사가 설계비 200억짜리 대박을 낸 거다. 이제 어느덧 직원은 1백 명으로 불어나고.
정선 <동면공소>가 인터넷에 뜬다. 디자인 바이 문진호. 반짝이는 디자인. 강원도 정선에 명작 탄생. 정선 향해 출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아빠, 정선(旌善)이 먼 뜻이야? 정려(효자 열녀 충신)와 선한 사람들이 사는 고장. 문진호를 찾았다. 우째, 정선에 공소를. 할아버지가 금광을 캐는 정선맨이었음. 머라. 1백 년 만에 일어나는 집안사 보자. 조실부모한 문진호의 할아버지는 17살에 머슴을 살 정도로 가난. 강원도에서 골드 러시가 터진다. 서울
96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역에 나갔다. 어라, 차비가 없네. 걸어서 정선으로 출발. 먹고 살아야 하니. 막장 도착. 저 일할게유. 몇 살이냐. 17살인디유. 젖 더 먹고 와라. 4개 월 동안 곤드레 밥으로 버티며 다이너마이트 심는 구멍 뚫는 연습을 했다. 이제 합격. 할머니는 당시 재산 목록 1호인 재봉틀을 몰래 팔아 10남매의 장남을 춘천고로 유학 보냈다. 집안을 일으켜야 할 거 아니냐. 2년 만에 한국 동란. 되는 일이 없군. 부산으로 피난. 영남대 입학. 등록금도 없고. 학도병 1기로 군 입대. 카투사로 들어가 통역 장교. 전쟁 끝나고 유명 영어 강사로 이름을 날린다. 5.16 혁명 세력이 찾아 왔다. 당신 정선중학교 1기지. 예. 정선에서 국회의원 해라. 싫다. 나 다치기 싫걸랑. 시사영어학원 설립. 우리 학원은 강의 전담. 경쟁 업체인 시사영어사는 교재 담당. 한동안 잘 나간다. 정선의 동생들 9명 다 불러올려 뒷바라지. 집안을 일으킨다. 이 시사영어학원 회장의 둘째 아들이 문진호다. 이제 정리가 되네. 2007년 문진호의 부친 문창순은 원주 교구의 김지석 주교를 찾았다. 부탁이 있습니다. 먼데유. 저희 부친이 정선군 동면에서 태어나신 지 100주년 되걸랑요. 광부로 평생 고생만 하시다 가시고. 제가 4억 던지겠습 니다. 그래 신부님은 지갑이 없어도 된다. 이렇게들 던지니. 정선군 동면 화암리 418번지 5백 평 구입. 설계자는 당연히 문진호. 산 넘고 물 넘어 4시간 만에 현장 도착. 간판은 죄다 그림바위. 아빠, 그림바위가 머야? 이 계곡의 바위들이 마치 그림 그려 놓은 거 같다. 이 동네 사람들은 머 해 먹고 살아? 곤드레 나물 밥 팔아서. 왜 나물 이름이 곤드렌데. 바람에 흔들리는 곤드레 잎의 모습이 마치 술 취한 사람과 비슷해서. 75도로 틀어서 두 날개를 보내고 중앙을 뻥 뚫었다. 좌측 날개는 방 4개로 구성된 피정의 집. 우측 날개는 공소. 벽에는 유지 관리가 편한 스플릿 타일 붙이고 철골 지붕을 세워 칼라 강판을 붙여 두 날개 연결. 나지막한 앉음새가 정겹고. 국도변에서 보면 우주선 같기도 하고. 연면적은? 96평. 평당 공사비는? 350만 원. 그럼 시공사 까졌겠네유. "당근. 역시 문진호는 디자이너야. 특히 소품을 잘 만지는. 2009년 가톨릭 미술상 수상. 수상 이유. 기존의 고리타분한 공소 틀을 깼음. 앞으로는 첨탑 세우고 십자가 세우지 말 것. 그래도 사랑은 넘쳐남. 다시 물었다. 운전기사 있지유? 없음. 머라. 연봉은? 1억 2천. 부인은 일하는지? 전업주부. 자녀는? 1남 1녀. 취미는? 자전거 타기. ⓦ
글쓴이 이용재는 명지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건축 평론을 전공했다.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월간 ‹건축과 환경›의 기자를 지냈으며, 월간 ‹플러스› 편집장을 거친 바 있다. 2002년 이후 택시를 운전하며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 『왜 살기가 이렇게 힘든 거예요?』, 『딸과 함께 떠나는 건 축여행』 등의 책을 썼다.
~
~ ~
WIDE DEPTH REPORT
D 97
미션스쿨 이야기 손장원의 <근대 건축 탐사 12>
미션스쿨과 일제 ⓦ
98
19세기 말, 개신교는 기독교의 전파와 우월한 서양 문화의 이식이라
식의 한 뿌리가 미션스쿨에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막고자 갖가지 방법
는 사고를 바탕으로 군함과 함께 아시아 지역으로 들어왔다. 우리나라
을 동원했다. 조선이 강제로 병탄된 1910년 이후 조선총독부과 미션스
에는 미국 남장로교, 미국 북장로교, 미국 남감리교, 미국 북감리교, 호
쿨은 심각한 대립 관계를 형성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성경 교육과 종교
주 장로교, 캐나다 장로교가 선교사를 파견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
행사를 금지하는 조항이 담긴 개정 사립학교 규칙 공포였다. 개정 규칙
개신교의 선교는 1884년 9월 20일 북장로교 선교사 알렌(Horace. N.
공포 이후 1916년 2월 10일부로 배재학당이 미션스쿨로는 최초로 정
Allen)의 입국으로 시작되어, 다음 해에는 언더우드(H. G. Under-
부 인가 고등보통학교가 되었다. 종교 교육을 포기한 것은 아니고 다른
wood)와 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H. G. Appenzeller)가 입국함으로
건물에서 종교 교육을 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는 개정 규칙 수용을 거
써 조선에서의 개신교 선교 활동이 본격화되었다.
부하던 장로교 계통의 미션스쿨에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갈등 관계는
선교지에 부임한 선교사들은 선교 본부의 시책에 따라 교회와 병원 그
3^1만세운동을 계기로 급전된다. 즉, 조선총독부가 문화정치를 표방하
리고 학교를 세워 조선인들에게 기독교를 알렸다. 특히 이들이 세운
면서 미션스쿨의 종교 교육과 학교 활동의 일환으로 종교 의식을 허용
학교는 우리나라 근대 교육을 주도하면서 발전해 나갔다. 아펜젤러가
했기 때문이다. 또한 졸업생의 상급 학교 진학 문제를 놓고 고민하던 장
1885년에 설립한 배재학당은 근대 학교의 최초 모델이며, 이후 30여
로교 계통의 미션스쿨은 1923년 4월 조선총독부와 협의를 거쳐 지정
년이 지난 1910년대에 이르러서는 관립 학교에 필적할 만한 수의 미션
학교 로 전환했다. 이런 조치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것이지만, 미
스쿨이 운영되었다. 이렇게 세워진 미션스쿨은 근대기 우리나라 사람
션스쿨마저도 식민지 교육 체제에 편입되었음을 의미하는 일이었다.
들에게 서양 문물을 전해 주는 창구가 되었으며, 나라를 잃은 채 일본의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1936년 10월 미션
식민 교육을 받아야 했던 시절, 미션스쿨은 또 다른 시야와 생각을 배울
스쿨에 신사참배를 강요하면서 미션스쿨과 조선총독부는 다시 대립 관
수 있는 무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선교 본부의 견해는 일반적으
계를 형성한다. 이는 앞에 있었던 대립 관계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미
로 일본의 조선 지배를 당연시하고 있었으며, 조선의 독립은 불필요하
국은 당시 일본과의 교전국이었기 때문에 선교사들의 입지는 더욱 약
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제강점과 조선총독부에 대한
화되어 있었다. 미국 장로교 계통의 미션스쿨은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인식에 있어 미국 선교 본부와 조선 선교 본부의 의견이 항상 일치하는
폐교 절차에 들어갔으나, 다른 계통의 미션스쿨은 학교 운영을 위해 신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조선 선교 본부는 일제가 강점한 정치적 상황
사참배를 인정하기에 이른다. 이후 미션스쿨은 식민지 교육 체제에 완
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로 놓고 조선총독부와 타협을 모색하
전히 흡수되며, 학교 명칭이 바뀌기도 한다. 그렇지만 고난과 우여곡절
기도 했으며, 미국 선교 본부의 시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었다.
을 거치면서도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근대 교육의 명맥은 단절되지 않
일제의 정책과 미일 관계에 따라 우리나라에 세워진 미션스쿨은 회유
고 이어졌으며, 이 곳에서 교육을 받은 많은 이들은 우리나라의 독립과
(통감정치)-탄압(무단정치)-회유(문화정치)-탄압(신사참배 강요)에서
근대화에 기여했다. 또한 종교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미션
볼 수 있는 것처럼 탄압과 회유가 반복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스쿨을 통해 유입된 서구 유럽의 문명은 이 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를 강제로 병합한 일제는 선교사들이 운영하던 미션스쿨도 그
근대기에 세워진 많은 수의 미션스쿨은 지금도 면면히 그 설립 이념을
들의 식민 교육의 영향 아래 두고자 간섭과 통제를 가했다. 또한 항일 의
실천하고 있다.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미션스쿨의 건축적 특성 ⓦ 미션스쿨이 시작될 당시에는 학생 수가 10명 이내에 불과하여 별도의 교사가 필요하지 않았던 바, 교회의 일부를 사용하거나 한옥 교사를 사용 했다. 그러나 점차 학생 수가 늘어남에 따라 붉은 벽돌이나 돌을 쌓아 올린 조적식 건물로 교사를 세워 나갔다. 이렇게 세워진 건물은 건축 기금 기 증자 개인의 이름이나 단체의 이름을 붙여 <○○홀>으로 명명되었다.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혀 미국이나 유럽식 건축 양식이 그대로 유입되기는 어려웠지만, 미국 학교를 모델로 한 미션스쿨의 교사는 우리나라 주요 도시에 세워져 서양 문물의 상징이 되었다. 조선총독부를 위시한 식민지 관청이 세운 국₩공립학교가 일본식 목조 교사를 근간으로 했던 것과 달리 미션스쿨의 교사는 대부분 돌이나 벽돌을 쌓아 올린 조적조로 세워졌다. 또한 1901년 평양에 완공된 숭실학당의 교사나 1913년에 세워진 대구 계성고등학교 맥퍼슨관과 같이 벽체는 조 적식으로 축조하고 지붕은 한옥으로 만드는 한양 절충식 교사도 곳곳에 세워져 독특한 경관을 형성했다.
인천 영화초등학교 ⓦ 이화학당에서 음악을 가르쳤던 마거릿 벤젤이 인천에 내려와 제물포 교회 존스 목사와 결혼한 뒤, 1892년 8월 여자 아이 한 명을 데려다 키 우면서 시작된 학교이다. 1909년 여름 미국인 카루렌의 기부금과 경동 교사를 매도한 자금으로 1910년 3월 30일에 착공하여 1911년 9월 14 일에 준공된 건물로 벽돌조 반지하 1층, 지상 3층이다. 벽돌쌓기 방식 은 네덜란드식이며, 건축 전체를 십자형 평면으로 계획하여 종교적 의 미를 가미시켰다. 현재는 정면 좌우측 부분을 증축하여 외관상으로는 십자형이 아니지만, 3층 내부 공간에서는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교실마 다 스팀 난방이 설치된 교사로 당시에는 초현대식 건물이었다.
수원 삼일중학교 ⓦ 1923년에 감리교 선교사 노블(W.A.Noble)이 미국 아담스 교회 신도 ↑ 인천 영화초등학교.
들의 성금으로 세운 건물로 원래의 이름은 <NORTH ADAMS MEMORIAL>이다. 중국인 건축가 왕영덕이 시공한 이 건물은 벽돌조 2 층 건물로 지하층과 기단은 돌을 쌓아 벽체를 축조하고, 1, 2층은 붉은 벽돌로 벽체를 만들었다. 이 건물의 외형이 갖는 또 다른 특징은 다른 교사나 건물에 비해 창문이 비교적 적은 것이다. 지붕의 전체적인 형태는 우진각이며, 도머창을 설치했다. 근대기 건물 의 대부분이 좌우 대칭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이 건물은 정면에서 볼 때 우측으로 치우친 곳에 주출입구를 설치하였다. 이는 건물 정면을 4개의 베이로 나눈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입구를 강조하고 현관 공 간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을 약간 앞으로 돌출시켜 형태상의 분절도 함 께 도모했다.
↑ 수원 삼일중학교.
~
~ ~
WIDE DEPTH REPORT
D
99
대구 계성고등학교 아담스관 ⓦ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 아담스(Adams)가 미국 선교부의 지원금으로 1908년에 세운 건물이다. 설계는 아담스 선교사가, 건축 공사는 그의 감독 하에 중국인 벽돌공과 일본인 목수들이 담당하였다 한다. 건물 정 면은 중앙에 돌출된 종탑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으로 구성하고, 창문 위 에는 결원 아치를 틀었다. 우측벽도 1층의 결원 아치와 2층의 반원 아 치창을 대칭으로 배치하였다. 건물 본체는 한식 기와를 올린 박공지붕 으로 처리했고, 종탑 지붕은 모임지붕을 올렸다.
↑ 대구 계성고등학교 아담스관(앞)과 핸더슨관(뒤).
대구 계성고등학교 핸더슨관 ⓦ 핸더슨이 1931년 건립한 건물로 학생들이 기초 공사를 하고, 상부 공 사는 중국인 조적공과 일본인 목수들이 담당하였다 한다. 붉은 벽돌조 2층으로 세워진 건물을 1964년 3층으로 증축했다. 중세 시대 독일의 성을 연상하게 하는 핸더슨관은 담쟁이 넝쿨과 어울려 고풍스런 분위 기를 연출하고 있다.
↑ 대구 계성고등학교 핸더슨관 내부.
대구 계성고등학교 맥퍼슨관 ⓦ 미국인 맥퍼슨(McPherson)의 자금 지원으로 1913년 9월에 건립한 붉은 벽돌조 2층 건물로, 모임지붕에 한식 기와를 올렸다. 창문 상부에 는 결원 아치를 틀었으며, 1층과 2층을 구분하기 위해 층 사이 벽체에 는 코니스를 둘렀다.
↑ 대구 계성고등학교 맥퍼슨관.
100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전주 신흥고등학교 ⓦ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인 레이놀즈(Reynolds, W. D.)가 1900년 9월 9 일 전주에 세운 미션스쿨로 1906년 니스베트(Nisbet, J.S.)가 교명을 예수학교로 했다가 얼마 뒤 신흥학교로 바꾸었다. 학교 내에는 1936 년 리차드슨이 기증한 성금으로 세워진 연면적 2,448㎡ 규모의 강당 겸 체육관이 남아 있으며, 본관은 1982년 화재로 소실되어 현관 포치 만 현존하고 있다.
↑ 전주 신흥고등학교 포치.
↑ 순천매산중학교 매산관.
순천 매산중학교 ⓦ 미국 남장로교에서 설립한 학교로 이 건물은 1930년 11월에 세워졌다. 순천 지역 옥천에서 생산된 화강석을 쌓아 올린 지하 1층, 지상 2층의 석 조 건축물로 지붕은 함석으로 덮었다. 이 건물을 소개하는 안내판 문안에 일본에 의한 변형된 양관 건축물이 아닌 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무엇 을 의도한 것이지 궁금하다. 좀 더 당당하게 그리고 냉정하게 일제를 보는 시각이 늘어나길 바란다. ⓦ
글쓴이 손장원은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인천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재능대학 실내건축과 교수로 있으며, 본지 편집위원, 인 천광역시 문화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다시쓰는 인천근대건축』, 『건축계획(공저)』 등이 있다.
~
~ ~
WIDE DEPTH REPORT
D
101
죽음이라는 교환 불가능한 것에 대하여 이종건의 <COMPASS 09>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는다. 아름다운 생명도 죽고 추한 생명도 죽는다. 강한 존재도 죽고 약한 존재도 죽는다. 부자도 죽고 빈자도 죽는다. 사랑 하는 사람도 죽고 미워하는 사람도 죽는다. 내 곁에 있는 이도 죽고 나와 별 상관없는 자도 죽는다. 나보다 늙은 사람도 죽고 나보다 어린 사람도 죽는다. 병으로 죽고, 사고로 죽고, 자살로 죽고, 타살로 죽는다. 가을빛이 드리우는 황금 돼지 해. 유독 많은 이의 부고가 날아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배우 장진영을 위시해서 우리 모두가 아는 공인들의 죽음 이외에 나와 개인적 친분을 유지했던 이들도 여럿 죽었다. 유학 시절, 맥도날드 빅맥 하나, 사과 몇 알 사먹기 힘들만큼 어려울 때 아무 조건, 아무 말 없이 수천 달러의 현금을 기어코 쥐어 주며 해맑게 웃던 후배도 죽었다. 여윳돈이 아니었다. 가끔 총을 들이대던 위험하고 열악한 벼룩시장에서 멕시컨을 대상으로 고단하게 번, 성경에 나오는 과부의 엽전 같은 것이었다. 그도 나만큼 힘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한사코 고집하는 통에 머쓱해하 며 받았다. 그리곤 그때부터 늘, 언젠가 여유가 좀 되면 기별 없이 애틀랜타로 날아가 깜짝 놀래키며 슬그머니 흰 봉투를 내밀리라 맘먹고 있었다. 그런데 불같은 열기가 풍경을 일그러지게 하는 여름 오후 느닷없이 그의 부고를 받았다. 이 허황함이란! 좌절과 때늦은 후회와 깊이 모를 막막함 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며칠을 정신을 놓은 채 실어증 환자처럼 보냈다. 건축 저널리스트 최연숙 씨의 부고도 그즈음 문자로 미국 땅에 날아왔다. 그러고도 여럿 지인들이 죽고 또 죽었다. 올해는 겨울이라는 속을 덮은, 가을이라는 겉의 기운이 진정 예사롭지 않다. 빠져나가는 열기의 구멍들을 재빠르게 채워나가는 냉기가 세상을 온통 영안실로 만들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올해는 무엇보다 결단코 죽음의 해다. 역시 갑작스러웠던 김대중의 죽음을 입 밖에 내자, 광주 출신의 한 제자가 참 안 됐다 며 침묵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응대했다. 그분은 우리 누 구도 살아볼 수 없는 삶의 큰 영역을 사셨으니, 죽음으로써 삶이 완성되고 그로써 삶과 죽음이 모두 영광스럽다. 우리 국민들 중 가히 누가 그분만 큼 강도 높은 삶을, 그러니까 최고점과 최저점의 양극단에 이르는 삶을 살았으며, 살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오랜 기간을 최고 권력부의 항상적인 압 살 기도와 대다수 국민의 뿌리 깊은 편견/오해가 생산하는 살벌하고 팽팽한 긴장을 견뎌내며, 견딜 뿐 아니라 마침내는 그것을 분노로 맞서기보 다 용서의 품으로 끌어안은 채 노년의 삶을 여전히 행동하는 양심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우리들 중 얼마나 있었으며, 있을까? 종교나 이념이나 도덕 등으로 강제로 구조 짓지 않는 한, 인간의 삶은 필연적으로 무목적적이고, 무방향적이고, 무개념적이고, 따라서 그 완성은 결국 그것 의 온전한 소진에 있을 터, 그분의 삶만큼 엔트로피가 높은 삶을 과연 우리들 중 누가 살아낼 수 있을까? 어떤 것의 완성은 그 한계에 이르는 것이지 않은가? 온전한 사랑이 그러하고 온전한 믿음이 그러하듯(사랑처럼, 믿음 또한 이미 온전한 것이 아 닌가? 정도가 어떠하든 불신이 개입되는 순간, 믿음은 이미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지 않은가?) 그것은 이미 한계에 가 닿은 욕망의 그림자를 기어 코 밟는 데 있지 않은가(pro-ject 된 것의 달성이지 않은가)? 이 불가능성을 기어코 가능케 하는 방도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나는 모른다. 다만 사 유와 실천의 거인들이 남긴 족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한계에 이르면 무한의 문이 열린다는 것, 그리고 비로소 이전과 다른 차원에 진입함으로 써 이전의 존재가 마감(완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명증한 사실은 내 앞에 던짐 이라는 사유를 먼저 행치 않고서는(곧 프로젝트를 성립시키지 않는 한), 말하자면 욕망의 벡터화가 자리 잡 지 않는 한, 한계는 늘 도달 불가능한 자리에 머물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벡터를 따라갈 수 있는 에너지의 양 또한 필수적 조건일 것이다. 한 마디로 에너지의 양을 최대한 증대시키되 그것을 스칼라가 아니라 벡터로 조직해야 하는 것, 이것이 전제 조건이다. 그리고선 아마도 벡터의 선을 따라 무한 반복을 내속화시켜 수행해야 할지 모르겠다.
102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2009년에 죽은 자들(김대중은 앞서 쓴 이유로 유일한 예외다)의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죽음으로써 그들의 삶이 강제로 절단났기 때문이 며, 그들이 남긴 사람들의 삶의 구조가 그들을 잃음으로써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돌이킬 수 없는, 그래서 교환이 불가능한 존재만 큼 가공할 것이 있을까?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이 절대적 테러! 그런데 이 테러는 우리의 일상 뒤에서만 웅크리고 있을 뿐, 결코 현존할 수 없다. 무엇으로도 교환이 불가능한 탓에, 등가물 혹은 대체물이 없는 까닭에, 교환가치 기제로 작동되는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추방/은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환 가능한 것은 교환 불가능한 것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절대 악이 절대 선에 의해 생겨나고 유지되듯 말이다. 사용 가치로부터 유리된 교환가치(혹은 교환가치로부터 분리된 기호가치)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은 교환 불가능성에 대한 확신, 곧 종국적인 사용가치의 획득이라는 환상 때문이 아닌가?(한 징조로, 금의 가치는 돈의 가치가 불안정할수록 상승하지 않은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지금 여기에 현존할 수 없는 이 부재, 결핍, 테러, 외상, 무. 그러므로 아직은 살아있는 우리가 이 죽음의 해에 해야 할 일은 교환 불가능한 것의 사유다. 등가물들 의 세계에서의 그 가치, 교환 가능한 것들의 세계에서의 그 자리의 상고(詳考)다. 이 세계가 죽음 이외에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교환 불가능한 것들은 무엇인가? 아니, 죽음 이외에 교환 불가능한 것으로 우리에게 남겨져 있는 것 이 있기는 한가? 경매에 올려 한 이탈리아인이 매수한 18세 루마니아 여대생의 처녀성 값은 1800만 원. 영화 <은밀한 유혹(Indecent Proposal, 1993)>에서 사랑하는 건축가의 아내와 하룻밤 잠자리하는 비용은 백만 달러. 온 세계가 포르노와 공모되어 있으니 별스럽지도 않다. 그렇다고 사 랑은 예외인가? 본격적인 한류 시대를 연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원빈이 묻는다. 사랑? 웃기지마~, 이제 돈으로 사겠어. 너 얼마에 살 수 있니? 송혜교가 답한다.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저 돈 필요해요. 저 얼마에 사 주실 건데요? 타자나 국가나 이념을 위한 동정이나 희생도, 어쩌면 자신 이 행복하기 위한(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편하고 불행해지는) 이기적 욕망의 실행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행복과 교환하는 행위 말이다. 무덤과 기념비만 건축에 속한다 는 아돌프 로스의 말, 건축의 역사는 건축과 죽음 간의 심오한 연관성을 웅변한다 는 해리스(K. Harries)의 말, 그리고 서구 유럽의 건축은 무덤으로써 시작한다 는 콜빈(H. Colvin)의 말 등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건축은 근본적으로 외력에 저항하고 세월에 견뎌 살아남으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곧 비인간적인 환경을 인간적인 것으로 바꾸어 삶에 복무시키는 기술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건축의 욕망은 불멸의 욕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죽은 자와 지나간 사실마저 소멸되지 않도록 영구히 붙들어 매고자 지은 모든 구축물들 은, 결국 낡고 닳고 괴멸됨으로써 죽음을 현존시킨다. 불멸하고자 하는 욕망이 크고 강할수록 죽음의 그림자 또한 크고 짙다. 뒤집어 말해, 불멸의 욕망이 작고 약할수록 죽음의 그림자 또한 작고 옅다. 결국 불멸의 욕망이 사라지면 그와 함께 필멸의 흔적마저 사라진다. 그로써 삶과 죽음의 욕 망이 함께 사라지거나 혹은 뒤섞여 교환 가능한 것들의 시스템의 일부를 이루는 끝없는 교환의 욕망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것이 정확히 현대 건축 의 흐름의 논리적 결론의 지점에서 발생하는 한 현상이다. 가볍고 싸고, 그래서 손쉬운 파괴와 건설의 흐름에 적응되어 대체 가능한 존재로 전락한 건축은, 모든 것이 교환 가능한 세계의 부품이다. 이 상황에서 건축가에게 남겨진 대안은 두 가지다. 교환 시스템에 매끄럽게 편입되어 그 안에서 속 도의 차이를 통해 여타 교환 가능한 대체물들 간의 사소한 차이를 확대 재생산하든지(죽음의 공간을 삶의 약동으로 치환하는 가벼운 건축), 그렇지 않으면 내부밖에 없는 이 교환 시스템의 잡음/불순물/거추장스러운 존재로 힘겹게 버텨나가든지(삶의 공간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무거운 건 축) 함으로써 건축의 고유성을 애써 고집하는 길이다. 건축의 죽음을 건축한다는 것(자살의 건축)이 혹 가능하다면, 제3의 대안(삶과 죽음의 공간 을 잇는, 가장 고전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현대적인 건축)이 될 법도 하다만, 이 이외에는 그저 건축의 소멸/사라짐밖에 없다. ⓦ
글쓴이 이종건은 오클라호마 대학교 건축대학을 거쳐 조지아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에서 역사/이론/비평 전공으로 철학박사를 받았다. 귀국 후 이종건 건축연구소 를 개소하여 ‹국립 중앙 박물관›, ‹경상대학교 제2 도서관› 등의 설계 경기에 참여하였다. 1996년부터 동명정보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기대 건 축대학원 교수로 있다. 우리 시대 가장 소중한 자리를 지키는 비평가로 『해방의 건축』, 『중심이탈의 나르시시즘』, 『텅빈 충만』등을 썼고, 역서 『건축 텍토닉과 기술 니힐리즘(Gevork Hartoonian 저, 시공문화사)』을 냈다.
~
~ ~
WIDE DEPTH REPORT
D
103
글쓴이 최충욱은 건축을 전공한 뒤 월간 ‹이상건축›과 ‹건축문화›, ‹플러스›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이후 몇 개의 출판 매체 기획사에서 건축과 인테리어, 건설 관련 출판을 코디네이션 했다. 최근까지 도시 건축 전문 여행사에서 해외 벤치마킹 답사를 수년간 진행하면서 해외의 다양한 도시 건축 공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시작했다. 세계의 도시, 건축, 조경, 인테리어 등 공간 디자인과 관련된 커뮤니티 네이버 카페 ‹스페이스투어› 운영자를 맡고 있으며, 공간전달연구소 초이스페이 스‹choi s pace›를 운영하면서 해외 도시 건축 가이드북 제작과 매거진 발행에 집중하고 있다.
하라주쿠 (Harajuku, 原宿) ×
오모테산도 (Omotesando, 表參道) ×
아오야마 (Aoyama, 靑山)
최충욱의 <공간 전달자 07>
지난 호에 이어 하라주쿠 일대를 소개한다. 워낙 넓은 지역으로 오모테산도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하라주쿠 역, 동쪽으로는 롯본기 역, 특히 남쪽 으로 시부야 역과 롯본기도리까지의 영역은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 진구메, 아오야마로 대표되는 일본의 대표적인 디자인 트렌드를 읽을 수 있 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특히 미니멀한 상가와 부티크, 소형 주택, 아틀리에, 갤러리 등 소규모 건축을 상세히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브랜 드들의 인테리어, 파사드 디자인, 프래그십 스토어 등의 경향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유소년층에서부터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패션 아이템 과 팬시 제품, 잘 디자인된 인테리어 소품과 조명 기구, 스트리트 퍼니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을 접할 수 있다. 아울러 알도 로시,
104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단게 겐조, 자하 하디드, 안도 다다오, 필립 스탁 등과 같은 걸출한 건축가들의 작품에서부터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신생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의 작품들이 공존하고 있다. 더욱이 그들의 알려지지 않은 초기 작품과 소규모 작업들이 골목마다 숨어 있어 꼼꼼히 둘러보며 시간을 투자할 만한 곳 이다. 지도에 순서대로 표기된 번호들은 이 지역들의 워킹 투어(Walking Tour)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추천하는 코스이며, 지난 호의 하 라주쿠 1편 지도를 동시에 참조해 하라주쿠 워킹 투어의 동선을 나름대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겠다. 이번 호에서는 전체 73개의 건물 중 37번까지 소개하며, 나머지는 다음 편에 소개할 예정이다. ⓦ
~
~ ~
WIDE DEPTH REPORT
D
105
➊
➋
➌
➍
➊ b6 ⓦ 준공 : 2006 ⓦ 설계 : Rikuo Nishimori(Nishimori Architect) ⓦ 용도 : 상업 시설 ⓦ 규모 : 지하 1층, 지상 6층 ⓦ 주소 : 6-28-6 Jingumae, Shibuya-ku
➋ 아이스버그 Iceberg(AUDI FORUM) ⓦ 준공 : 2006 ⓦ 설계 : CDI Aoyama Studio(Benjamin Warner) ⓦ 용도 : 오피스, 전시 시설, 상업 시설 ⓦ 연면적 : 5,173㎡ ⓦ 주소 : 6-12-18 Jingumae, Shibuya-ku
➌ 히코 미즈노 보석대학 제1캠퍼스 HIKO-MIZUNO JEWELRY COLLEGE ⓦ 준공 : 1992. 04 ⓦ 설계 : KIRYU Mitsuru ⓦ 용도 : 교 육 시설 ⓦ 연면적 : 1,312㎡ ⓦ 주소 : 5-29-2 Jingumae, Shibuya-ku
➍ 바렌하우스 Barenhaus ⓦ 준공 : 2004. 04 ⓦ 설계 : Sugi Chiharu+Takahashi Nanami(PL ANNET WORKS) ⓦ 용도 : 주거 시설, 상업 시 설 ⓦ 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 주소 : 5-23-6 Jingumae, Shibuya-ku
➎
➏
➐
➑
➎ 미스터 허트 프레이크 스토어 시부야 Mr Hearts Freak's Store Shibuya ⓦ 준공 : 2006. 03 ⓦ 설계 : A.A.E.(Taketo Shimohigoshi) ⓦ 용도 : 상업 시설 ⓦ 규모 : 지상 4층 ⓦ 주소 : 5-27-7 Jingumae, Shibuya-ku
➏ 크레인스 팩토리 CRANES FACTORY ⓦ 준공 : 1998. 03 ⓦ 설계 : Koh Kitayama(KOH KITAYANA + architecture WORKSHOP)/ TEAM HAMANO ⓦ 용도 : 상업 시설, 오피스 ⓦ 규모 : 지상 3층 ⓦ 연면적 : 534.05㎡ ⓦ 주소 : 6-16-8 Jingumae, Shibuya-ku
➐ hh스타일 닷컴 까사 hhstyle.com/casa ⓦ 준공 : 2005 ⓦ 설계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용도 : 상업 시설, 전시 시설 ⓦ 규모 : 지하 1층, 지상 1층 ⓦ 연면적 : 469.77㎡ ⓦ 주소 : 6-14-5 Jingumae, Shibuya-ku
➑ 우라하라주쿠 빌딩 URAHARAJyUKU BUILDINGS ⓦ 준공 : 1999. 02 ⓦ 설계 : TAKAHARU + YUI TEZUKA ARCHITECTS/ Masahiro Ikeda ⓦ 용도 : 상업 시설 ⓦ 연면적 : 296㎡ ⓦ 주소 : 6-14-2 Jingumae, Shibuya-ku
➒
➓
➒ hh스타일 닷컴 하라주쿠 hhstyle.com/Harahuku ⓦ 준공 : 2000. 09 ⓦ 설계 : Kazuyo Sejima ⓦ 용도 : 상업 시설 ⓦ 규모 : 지하 1층, 지상 1층 ⓦ 연면적 : 830㎡ ⓦ 주소 : 6-14-2 Jingumae, Shibuya-ku
➓ 쿠이코 진구메 Quico Jingumae ⓦ 준공 : 2005. 08 ⓦ 설계 : Kazunari Sakamoto Architectural Laboratory + Atelier and I ⓦ 용도 : 상업 시설, 오피스, 주거 시설 ⓦ 규모 : 지하 2층, 지상 4층 ⓦ 연면적 : 390.14㎡ ⓦ 주소 : 5-16-15 Jingumae, Shibuya-ku
마할 오모테산도 MAHAL OMOTESANDO ⓦ 준공 : 1989 ⓦ 설계 : Jiro Murofushi(studio ARTEC) ⓦ 용도 : 주거 시설, 상업 시설 ⓦ 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 연면적 : 488㎡ ⓦ 주소 : 5-12-1 Jingumae, Shibuya-ku
아르스 갤러리 ARS Gallery ⓦ 준공 : 2002. 05 ⓦ 설계 : Atsuhi Kitagawara Architects ⓦ 용도 : 전시 시설, 주거 시설, 아틀리에 ⓦ 규모 : 지상 2층 ⓦ 연면적 : 401.96㎡ ⓦ 주소 : 5-13-1 Jingumae, Shibuya-ku
106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몬토악 montoak ⓦ 준공 : 2002. 12 ⓦ 설계 : Ken Hashimoto(Environmental Planing Studio Co., Ltd.)/Ichiro Katami(Kate Inc.) ⓦ 용 도 : 상업 시설, 공연 시설 ⓦ 규모 : 지상 3층 ⓦ 연면적 : 232㎡ ⓦ 주소 : 6-1-9 Jingumae, Shibuya-ku
자이레 Gyre ⓦ 준공 : 2007 ⓦ 설계 : MVRDV/Takenaka Corporation ⓦ 용도 : 상업 시설, 전시 시설 ⓦ 규모 : 지하 2층, 지상 5층 ⓦ 연면적 : 9,000㎡ ⓦ 주소 : 5-10-1 Jinguemae, Shibuya-ku
디올 오모테산도 Christian Dior Omotesando Building ⓦ 준공 : 2003. 12 ⓦ 설계 : Kazuyo Sejima + Ryue Nishizawa(SANNA) ⓦ 용도 : 오피스, 상업 시설 ⓦ 규모 : 지하 1층, 지상 4층 ⓦ 연면적 : 1,492㎡ ⓦ 주소 : 5-9-11 Jingumae, Shibuya-ku
일본간호협회 Japanese Nursing Association Building ⓦ 준공 : 2004. 04 ⓦ 설계 : Sugi Chiharu+Takahashi Nanami(PL ANNET WORKS) ⓦ 용도 : 주거 시설, 상업 시설 ⓦ 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 주소 : 5-23-6 Jingumae, Shibuya-ku
진구메 오타빌딩 Jingumae Ota Building ⓦ 준공 : 1998. 03 ⓦ 설계 : Takehiro Takeuchi ⓦ 용도 : 상업 시설, 오피스, 주거 시설 ⓦ 규모 : 지상 7층 ⓦ 연면적 : 2,651㎡ ⓦ 주소 : 5-7-20 Jingumae, Shibuya-ku
루이비통 오모테산도 CRANES FACTORY ⓦ 준공 : 2002 ⓦ 설계 : Jun Aoki ⓦ 인테리어 : Louis Vuitton Mallerier Architecture Depatment ⓦ 용도 : 상업 시설 ⓦ 규모 : 지하 2층, 지상 8층 ⓦ 연면적 : 3,327㎡ ⓦ 주소 : 5-7 Jingumae, Shibuya-ku
오모테산도 힐스 Omotesando Hills ⓦ 준공 : 2006. 01 ⓦ 설계 : Tadao Ando and Associates/Mori Building joint design entity ⓦ 용도 : 오피스, 상업 시설, 주거 시설, 공중 화장실 ⓦ 규모 : 지하 6층, 지상 6층, 높이 23.3m v 연면적 : 34,061.72㎡ ⓦ 주소 : 4-12-10 Jingumae, Shibuya-ku
포레스트 프라자 오모테산도 Forest Plaza Omotesando ⓦ 준공 : 2001. 10 ⓦ 설계 : Tadao Ando and Associates ⓦ 용도 : 주거 시설 ⓦ 규 모 : 지하 2층, 지상 4층 ⓦ 연면적 : 2,211㎡ ⓦ 주소 : 4-13-13 Jingumae, Shibuya-ku
21
22
23
24
21 도쿄 소이어 오모테산도 Tokyo Soir Omotesando ⓦ 준공 : 1991. 12 ⓦ 설계 : Mayumi Miyawaki ⓦ 용도 : 상업 시설 ⓦ 규모 : 지상 3층 ⓦ 연면적 : 711㎡ ⓦ 주소 : 4-3-4 Jingumae, Shibuya-ku
22 토즈 오모테산도 TOD'S Omotesando Building ⓦ 준공 : 2004 ⓦ 설계 : Toyo Ito and Associates ⓦ 용도 : 상업 시설 ⓦ 규모 : 지하 1층, 지상 7층 ⓦ 연면적 : 2,546㎡ ⓦ 주소 : 5-1-5 Jingumae, Shibuya-ku
23 라 치아라 오모테산도 La Chiara Omotesando ⓦ 준공 : 2002. 08 ⓦ 설계 : Koh Kitayama/architecture WORKSHOP ⓦ 용도 : 상업 시 설, 오피스 ⓦ 규모 : 지상 3층 ⓦ 연면적 : 808.15㎡ ⓦ 주소 : 3-8-18 Kita-Aoyama, Minato-ku
24 하나에 모리 빌딩 Hanae Mori Building ⓦ 준공 : 1979 ⓦ 설계 : Kenzo Tange ⓦ 용도 : 오피스, 상업 시설 ⓦ 규모 : 지하 1층, 지상 5층, 높 이 28m ⓦ 연면적 : 9,600㎡ ⓦ 주소 : 3-6-1 Kita-Aoyama, Minato-ku
~
~ ~
WIDE DEPTH REPORT
D
107
25
26
27
28
25 메이지 세이메이 아오야마 파라치오 Meiji Seimei Aoyama Pracio ⓦ 준공 : 1999. 02 ⓦ 설계 : Mitsubishi Estate/Takenaka Corporation & Toda Corporation/Ricardo Bofill(Taller de Architecture) ⓦ 용도 : 오피스, 상업 시설, 주거 시설 ⓦ 연면적 : 41,674㎡ ⓦ 주소 : 3-6-7, 8 Kita-Aoyama, Minato-ku
26 원 오모테산도 One Omotesando ⓦ 준공 : 2003 ⓦ 설계 : Kengo Kuma & Associates ⓦ 용도 : 상업 시설, 오피스, 주거 시설 ⓦ 규모 : 지하 2 층, 지상 8층 ⓦ 연면적 : 7,690.10㎡ ⓦ 주소 : Kita-Aoyama, Minato-ku
27 스트라다 STRADA ⓦ 준공 : 1991. 04 ⓦ 설계 : Norihiko Dan ⓦ 용도 : 교육 시설, 상업 시설, 주거 시설 ⓦ 연면적 : 1,817㎡ ⓦ 주소 : 3-5-17 Kita-Aoyama, Minato-ku
28 루나 디 밀레 Luna di Miele Omotesando Building ⓦ 준공 : 2004. 11 ⓦ 설계 : Waro Kishi+K.ASSOCIATES/Architects ⓦ 용도 : 오 피스, 상업 시설 ⓦ 규모 : 지상 5층 ⓦ 주소 : 3-5-19 Kita-Aoyama, Minato-ku
29
30
31
32
33
29 월드 키타아오야마 빌딩 World Kita-Aoyama Building ⓦ 준공 : 2007. 09 ⓦ 설계 : Nikken Sekkei Ltd. ⓦ 용도 : 오피스 ⓦ 규모 : 지하 2층, 지상 15층, 옥탑 2층, 최고 높이 78.85m ⓦ 연면적 : 994.56㎡ ⓦ 주소 : 3-5-10 Kita-Aoyama, Minato-ku
30 어반 프렘 미나미 아오야마 Urban Prem Minami Aoyama ⓦ 준공 : 2008. 12 ⓦ 설계 : Yuko Nagayama & Asssociates ⓦ 용도 : 오피스, 상업 시설 ⓦ 규모 : 지상 5층 ⓦ 주소 : 3-8-5 Minami-aoyama, Minato-ku
31 암비엔테 쇼룸 AMBIENTE SHOWROOM ⓦ 준공 : 1991. 11 ⓦ 설계 : Aldo Rossi+Morris Adjmi ⓦ 용도 : 상업 시설, 주거 시설 ⓦ 규모 : 지상 3층 ⓦ 연면적 : 743㎡ ⓦ 주소 : 4-11-1 Minami-aoyama, Minato-ku
32 R -미나미아오야마 R-Minamiaoyama ⓦ 준공 : 2006. 10 ⓦ 설계 : Akihisa Hirata architecture office/Yoshihiko Yoshihara ⓦ 용도 : 상 업 시설, 오피스 ⓦ 규모 : 지하층, 지상 3층 ⓦ 연면적 : 774.66㎡ ⓦ 주소 : Minami-Aoyama, Minato-ku
33 F빌딩 미나미 아오야마 F-Building in Minamiaoyama ⓦ 준공 : 1991. 07 ⓦ 설계 : Toyo Ito ⓦ 용도 : 오피스 ⓦ 연면적 : 388㎡ ⓦ 주 소 : 4-17-2 Minami-aoyama, Minato-ku
34
35
36
37
34 395 ⓦ 준공 : 1986. 06 ⓦ 설계 : Atsuhi Kitagawa Architects ⓦ 용도 : 주거 시설, 오피스 ⓦ 연면적 : 416㎡ ⓦ 주소 : 3-9-5 Minami-Aoyama, Minato-ku
35 아사바 디자인 스튜디오 ASABA Design Studio ⓦ 준공 : 1991. 07 ⓦ 설계 : Aldo Rossi ⓦ 용도 : 오피스 ⓦ 규모 : 지상 3층 ⓦ 연면적 : 238 ㎡ ⓦ 주소 : 3-9-2 Minami-Aoyama, Minato-kuu
36 센덴카이기 본사 Sendenkaigi Headquaters ⓦ 준공 : 1997. 03 ⓦ 설계 : Atsuhi Kitagawa Architects ⓦ 용도 : 오피스 ⓦ 연면적 : 623.49 ㎡ ⓦ 주소 : 3-13-16 Minami-Aoyama, Minato-ku
37 네일 바렛 아오야마 NEIL BARRETT Aoyama ⓦ 준공 : 2008. 09 ⓦ 설계 : Zaha Hadid ⓦ 용도 : 상업 시설 ⓦ 주소 : 3-17-6 MinamiAoyama, Minato-kuu
108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판교 주택 4제 | EAST4 <주택 계획안 100선 11>
▽ 박준호는 1962년 생으로 1988년 뉴욕공대를 거쳐 프랫대학교에서 학, 석사를 마쳤다. 미국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하고 2000년 한국으로 건너와 정림건축, 반디불, 공간건축을 거쳐 2009년 9월부터 EAST4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현재 건국대 건축전문대학원 겸임 교수이며 페이퍼 아키텍트(Paper Architect)로서 작업을 꾸 준히 진행하면서 EAST4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험하는 중이다. 이승연은 1978년 생으로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정림건축과 공간건축을 거쳐 EAST4에 올인 중이다. 공모전에 응모해 본 경험이라곤 EAST4에서 한 WhiteHouseRedux 프로젝트가 전무후무한 경험이다. 2년 전부터는 EAST4에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조인을 통한 작업과 전시를 프로모션 중이며 현재 주택 이 외 건축의 다양한 작업에 도전 중이다. EAST4(www.east4.org)는 2007년 결성된 건축베이스 조직으로서 가구, 인터넷 마케팅, 크레이티브 디렉터, 핸드 크래프트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 께 공유 작업하는 컬처그라운드(Cultureground)이다. 건축 이외의 작업을 통해 도시, 문화에 전반적 관심을 집중하는 팀이다.
판교 주택 입주 예정자 인터넷 모임, 그리고 그들이 만든 시작 2008년 여름, 판교에 개인 주택 단지 설계를 해 보자는 제의가 있었다. 그 제의는 이례적으로 건축주 그룹이 건축가 그룹을 찾고 있다는 소식이었 다. 물론 현실감 없는 소식이라 여기고 곧 잊고 있었다. 그리고 9월, 그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그 제안은 현실이 되어 가며 설계를 시작하였다. 우리 를 선택한 건축주는 4명, 4채의 개인 주택이었다. 2008년 9월에 시작된 설계를 2009년 9월에 마무리하고 있으니 족히 1년은 걸린 셈이다. 처음 의 예상과는 달리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였고,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시간은 이어졌다. 처음의 계획은 우선 마을 만들기 라는 단체적인 발상 이 기초가 되어 개인적인 협의보다는 그룹별 만남이 여러 번 이루어졌다. 건축주도 건축가 그룹도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조금 더 나은 마을을 만 든다는 기대감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였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마을 만들기는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상상이었다고 정리를 하고, 각 개인의 주 택 설계를 시작하였다. 우리에게 이번 설계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다. EAST4 의 이름으로 설계되는 최초의 프로젝트이고, 오랜만에 경험하는 작은 규모의 설계이며, 4개의 개인 주택을 동시에 진행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주택 설계의 시작은 건축주와의 끊임없는 만남과 대화에서 발전되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건축주와 건축가의 관계였다. 지난 오랜 시간 대형 프로젝트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건축의 근본적(essential)인 생각과 과정은 뒷전에 두고, 화려하고 장식적인 결과물에 집중하였다. 그러기 에 이번 판교 주택 4제는 우리 아키텍트가 해야 하는 일의 근본(essence)을 다시 찾는 기분이 들게 했다. 그리고 건축주와의 수많은 만남에서 변 화된 우리의 생각은, 집은 상징적인 건축적 아이콘이거나 실험의 대상이 아니어야 하며, 집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며 인생의 희로애
판교는 아직 공사 중이다. 물론 이미 아파트 단지는 많이 완성되었지만, S씨 댁의 공사가 진행 중인 E5 블록에서는 2번째 출발 주자이다. 언젠가 주변의 대지들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이웃해서 마을을 만들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그 건물들 속에서 딸들의 성장과 함께 성장하는 주택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주택에서 성 장하는 딸들의 꿈이 자라듯 주택이 주는 즐거움이 가득 차는 주택이 되길 희망한다.(2009.9 판교 사이트 전경)
~
~ ~
WIDE DEPTH REPORT
D
109
110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락, 기억, 추억이 만들어지는 장소라는 것이다. 건축주는 협의 중에 제가 집을 짓고 싶은 것은, 집에 살며 만들어지는 즐거운 추억을 아이들이 평생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서입니다 라 는 말을 하였고, 그것은 기억 속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을 회상하게 했다. 그 기억들로 평생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생각과 성격을 만들어준 장소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개인 주택은 그런 곳이다. 가족의 기억을 만들어 주고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어쩌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시 간을 담고 있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4명의 클라이언트, 18명의 가족 구성원 4채의 주택은 4명의 클라이언트가 아니었다. 대표자 이름이 4명일 뿐 그 안에는 각각의 공간을 이야기하는 18명의 클라이언트가 숨어 있었다. 건 축가보다 많은 지식과 정보로 도움을 주신 두 딸과 조모를 모시고 사는 S씨 부부. 설계 과정에서 둘째 딸이 태어나고 건축 설계가 진행되면서 건 축주들의 이해 관계와 배려가 가장 마음 따듯하게 했던, 꿈 많은 아들을 둔 시원시원한 성격의 P씨 부부. 그리고 건축주의 엉뚱한 상상력으로, 진 행하는 내내 마치 수수께끼 놀이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제공한 미술가 부부와 그의 두 딸. 마지막으로 미국 생활을 그대로 한국으로 옮기기를 원 했던 젊은 부부와 슬하의 자녀 3명. 가족 구성원 이외에 부모, 운전 기사, 보모까지 고려하면 작은 프로젝트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공간을 원했다. 각각의 목소리는 전부 달랐고 어느 집 하나 동일한 생각을 하진 않았다. 젊고 진취적인 클라이언트들은 도면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 혹은 수집한 책들,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수집까지, 우리보다 발 빠르게 다방면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였다. 그들과의 소통은 한 달에 한 번 혹은 2주 간격의 미팅과, 수시로 진행되는 이메일 그리고 전화를 통한 미팅 형태로 진행되었다. 건축주들과의 사이가 좁아질수록 연락하는 범위 도 잦아졌고, 연락이 잦아질수록 집은 더욱 더 집다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작업은 처음부터 철처히 그들이 원하는 반영 사항을 우선 순위의 1등으로 꼽았다. 그 요구 사항을 우리가 표현하는 건축적 디자인과 공간 으로 필터링하는 작업의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사는 사람과 그 공간을 꿈꾸는 가족 구성원의 요구 사항이야 말로 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나 다름 없다. 그 과제를 풀지 못한다면 건축주도 건축가도 만족하지 못하는 설계가 될 것이다. 110p.의 다이어그램은 우리가 1년 동안 진행한 4집의 주택 진행 기록이다. 우리는 그 중 이미 착공에 들어가 내년 2월에 완공이 되는 S씨 가족의 주택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S씨 주택 S씨 주택은 건축주 가족 전체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된 경우다. 건축주는 판교 건축주 모임의 공동 대표이기도 했고, 건축 전반의 지식이 설계 를 하는 우리보다 깊은 부분도 간혹 있었다. S씨의 가족 구성은 어머님과 부인, 그리고 두 따님으로 S씨가 가족 전체의 청일점인 셈이다. 설계 초 기부터 보안에 대한 부분이 극대화되고 집 밖에서의 시간보다는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내부에서 밖을 즐길 수 있는 구성에 집중하여 설 계를 진행했다. 남측 외부에는 정원과 내부에서 그 정원을 즐길 수 있는 커다란 창을 계획하였다. 그 외의 외벽에는 창을 절제하여 보안과 단열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내부 공간은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보이드(Void)를 계획하여 입체적인 연결과 내부 구석구석에 자연채광이 가능하게 하 였다. 주택의 외부는 밝은 색의 고밀도 압축목재와 고벽돌을 사용하여 친근하면서도 유지 관리가 쉬운 재료로 정하였다. S씨의 집은 밝고 절제된 건축주의 성격을 그대로 닮은 집이 될 것이다. ⓦ S씨 주택 건축 개요 | 대지 위치 : 성남시 판교택지개발지구 E5블록 내 | 대지 면적 : 265m2 | 건축 면적 : 130.06㎡ | 연면적 : 264.03㎡ | 완공 예정 : 2010년 02월 | 설계 참여자 : 박준호, 이승연, 유인근, 황진일(이상 EAST4) + 김형준(시선건축)
~
~ ~
WIDE DEPTH REPORT
D 111
112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Process 건축주가 처음 미팅 때 제안한 스케치 업의 프로그램 볼륨을 유지한 채 프로세스 전개. 프로그램의 물리적 크기와 연계성을 존중한 채 공간의 개폐, 높낮이의 변화를 이용한 프로젝트 전개.
~
~ ~
WIDE DEPTH REPORT
D
113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평면을 본 건설 회사와 협력 업체들은 쉬운 집이라 단정지었다. 하지만 처음 계획부터 완벽한 치수가 제공된 상태에서 진행이 된 주택에서의 변경이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물론 집은 절대 평면과 같이 단순한 구조가 아니고 단면과 입면은 4방향으로 돌면서 다른 레벨을 갖는다. 처음부터 완벽한 프로그램과 볼 륨으로 시작한 주택은 이제 클라이언트의 상상 속 공간이 현실이 되어 그들의 바람대로 쓰여지길 희망한다. 2010년 2월 완공 예정. 서판교.
114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Architect & Architectural Process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15 | 김기중>
건축은 장소의 특성을 시각화한다. 수잔 K. 랭거 ⓦ 각각 고유의 특성을 가지는 장소에 뿌리를 내리고 세워지는 데 건축의 본질이 있다. 그것이 건축을 다른 예술 작품, 다른 공업 제품과 구별 짓는 것이다. 건축은 항상 장소에 뿌리를 내리고 그 의 미를 형태로 만들고, 그 건축에 의해 더욱 그 장소의 의미는 확대되고 다음의 건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되고 쌓여서 마을이 만들어지고 도시가 생겨 난다. 즉 도시란 역사적, 공동적으로 형성된 장소의 해석이라고 할 수 있 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장소가 인간의 공동성, 공통 감각을 발전시켜 확인해 간다.
도시는 기억의 적층이다. 그 근저에는 언제나 대지가 있다. 건축에서 지속성, 연속성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시대가 격렬하게 진행되고 사회가 변화하여도, 사람들이 건축의 본질에서 그것을 넘어선 지속성을 찾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대를 넘어 사회와 문화의 연속성을 지탱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 지속성의 근저에는 항상 변하지 않 는 대지가 있고 넓은 하늘이 있다.
구조 디자인 아이디어 ⓦ 예전에는 구조물의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이해하지만 그것을 설계 작업을 통 해 실현해 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 시절 복잡한 공식을 통한 응력 계산 등은 배웠어도 구조 지식을 건축 디자인에 활용하 는 방법에 대해서는 배워본 적이 없는 터라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다. 최근에 칼라트라바와 자하 하디드 등 구조 아이디어를 통해
~
~ ~
WIDE DEPTH REPORT
D
115
자유롭게 형태와 공간을 디자인해 내는 작품들을 보면서 구조적 아이디어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구조 아이디어의 실현을 시도해 보면 첫 번째는 공사비에 부딪치게 된다. 공사비가 많이 든다기보다는 대부분 처음 하는 작업일 경 우가 많기 때문에 공사비의 정확한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실제 진행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구조 기술사들 도 경험이 많지 않아 그 일은 과감한 시도가 되고 만다.
건축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 ⓦ 2005년에 나는 청계천의 계단 이용 실태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조사는 인근 지역 상 가 번영회에서 의뢰한 것으로 불합리한 측면을 객관적으로 밝 혀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인근 지역의 프로그램과 청계천을 연결하는 계단을 조사해 본 결과 어느 지점에 계단이 설치되지 않아 불합리한 동선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는 간단한 보고서를 만들어 이를 시와 관련 기관에 제출하였는 데, 우리의 보고서는 설득력이 있었고 바로 계단 설치 작업이 시 작되었다. 완공이 되자 청계천을 즐기는 시민은 편리하게 이용 할 수 있었고 인근 상인들은 공평하게 분배된 이용자 동선량을 통해 상업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상가 거리를 지 나갈 때마다 고마움의 인사를 한동안 받았었다. 비록 큰 일은 아 니지만 지역 사회 주민들의 몸과 맘이 편안해진다면 건축 디자 인의 역할이 어느 의사 못지 않고 어느 경찰관 못지 않다는 생 각이 든다. 3년 전부터는 기존의 아파트를 대체할 수 있는 서울의 새로운 공 동 주거 타입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위 해 국내외 관련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새로운 주거 유형 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필연적인 한계, 즉 아파트 단지가 크면 그 단지는 단지 주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지만, 단지 외곽은 그만큼 황폐하고 불안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트가 많아질수록 도시환경이 열 악해진다. 그렇다면 그의 대안은 무엇인가? 우리는 도시 가로의 활성화가 도시를 살리는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도시 활성화와 연 계된 중규모 공동 주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세스를 단순화하자 ⓦ 우선 명확한 목표를 세워야 한 다. 일을 하다 보면 목표가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것은 생각이 없다거나 똑똑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욕심이 많아서 그 런 것 같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섭렵하고 싶고 또 이런 기 능도 수용하고 싶고 또 이런 이미지를 담아야 하고, 경제적이어 야 하고, 시공성도 좋아야 하고, 사업도 잘 되어야 하고, 건축상 도 받아야 하고,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하고……. 도대체 목 표가 무엇인가.
116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일과 생각의 구조 간 상관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 어려운 얘기겠지만, 해안을 가진 건축가들의 초기 아이디어는 이 런 구조들에 대한 이해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디어와 배치와 내부 공간과 재료들을 아우르는 건축적 아이디 어가-끈끈한 어떤 것이-존재한다.
1.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지 / 프로그램 / 이미지 사상 / 아이디어 / DATA / CONCEPT 그래서 네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걸 간단하게 한 단어 내지는 한 문장으로 말해 보라. 여기에서 네가 보여 주고자 하는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그 아이디어는 역사적으로, 사회적 으로,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건축적으로, 일반 대중 입장에 서 이 프로젝트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2.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 스케일 / COLOR / 펜 / 모델 / 보드……. 3. 시간 계획과 그에 따른 예상 결과물. 4. 듣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되어 있는가. 5. 물 흐르는 듯한 스토리 라인의 작성. ⓦ
글쓴이 김기중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 이탈리아와 1996년 뉴욕에서 열린 USA seminar에 참가한 바 있고, 이후 1996년부터 2005년까지 정림건축에서 활동하였다. 2005년 건축사사무소 이일공오를 설립하였으며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로 출강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정읍 성결교회, 이화여 대 사범관 증축 설계, 상림원 고급 주거 설계, 말레이시아 암팡 뉴타운 프로젝트, 남양주 진접 공동주택 프로젝트, 도시 가구 단위 블록형 주거 개발 프로젝트 등이 있다.
~
~ ~
WIDE DEPTH REPORT
D
117
SYSTEM LAB works <WIDE PRO 젊은 건축가 FILE 16 | 김찬중>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작업은 시스템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된다. 여기서의 시스템이라 함은 프로젝트를 형성하는 근원적 조직 원리를 의미한다. 이것은 건축주의 투자 의도(그것이 공공적이든 개 인적이든 간에)에서부터 시작하여 투자 상황은 물론 물리적, 법적,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포함하며, 가장 중요하게는 실제로 사용 할 대상들의 잠재적이며 실제적인 욕구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프로젝트 내에서 상호 연동 관계에 있어 사실상 개별적 접근과 해석으로는 종합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프로젝트의 다양한 형성 요인들을 하나의 체계로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 결과로 얻어지는 논리 체계를 시스템 이라고 호칭한다.
한강 신천 나들목.
118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물리적 문맥의 해결
들, 그리고 나아가 현장과 공장의 작업자
동기화의 방법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방법
이 가장 중요한 선결 요인으로 다가올 수
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오차 범
은 디지털 모델링을 통한 공장 제작 콤포
도 있고 사용자의 욕구가 선행 지침으로
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변화
넌트와 그와 결합할 현장 제작 부재들의
다가오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비용
나 변경에 유기적으로 쉽게 대응하는 것
프로파일링을 사전 디자인 단계에서 검증
과 수익성 의 상관관계가 가장 강력한
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면에서 디자이너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의 결합 방식은
권한을 행사한다.
의 책상을 현장 또는 공장의 작업 현장과
해당 프로젝트를 일괄적으로 규정하는 원
동기화(synchronize)시키는 것은 매우
리, 즉 특정 시스템에 의해 구성되게 된다.
시스템이 명확히 설정되면 기능적으로 가
중요하다. 허용 오차(tolerance)를 줄임
장 유리한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이다.
으로 해서 작업의 완성도는 물론 무엇보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라는 열
이것은 마치 수학 공식과도 같아서(아직
다 비용(cost)과 공기(time)를 줄일 수 있
경화성 수지를 이용한 일련의 한강 토끼
은 그러한 정밀도를 확보할 수는 없지만)
기 때문이다.
굴 작업들은 전술한 바와 같이 프로젝트
클라이언트는 물론 디자이너들, 컨설턴트
를 형성하는 다양한 근본 요인들 가운데 공공성이라는 측면도 크게 부각되기는 하 였지만 무엇보다도 비용과 시간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 예이다. 적은 비용으 로 단기간에 10개 이상의 현장을 동시 관 리해야 하는 상황과 일 년에 두 번씩 겪게 되는 침수, 그리고 새로운 감흥은 물론 시 민들로 인해 파손되지 않는 안정성의 담 보 등등……. 우리가 귀결한 곳은 3차원 폴리카보네이트 타일 시스템 이었다. 패 ←
턴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10개소를 동
2009 SEOUL DESIGN OLYMPIC I-SKY.
시에 관리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3차원 곡
Banpo cloud cafe.
~
~ ~
WIDE DEPTH REPORT
D
119
even dale golf club house.
면 형상으로 일반 평면형보다 강한 내구 성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폴리카보네이 트 성형은 공장 제작을 통해 현장에서는
←
설치만 하면 되는 간결성을 제공하였고 표면 엠보 처리를 통해 스크래치에도 강 하면서 물만 뿌려주면 세척이 되는 유지 관리의 강점을 제공하였으며 빛의 표면 난반사 효과로 시민들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물성을 경험하게 되었다.
안양 래미안 모델하우스 같은 경우에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비용, 시간(10개월 정
거제도 연수 시설. ←
도 되는 시설물의 존치 기간), 브랜드 이미 지의 지속성, 환경적 이슈, 그리고 도시 내 에서의 강한 인지성 등이 프로젝트를 형
이와 같이 각각의 프로젝트는 개별적 상황
성하는 주요 구성 인자였다. 이 모든 것을
이 다른 물리적 사회적 맥락에서 출발하는
만족시키는 해법으로 우리가 결정한 시스
것이므로 그것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찾
템은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입면 시스
는 것이 무엇보다 우리의 작업에서 중요
템 이었다. 7개의 서로 다른 폴리카보네
한 것이며, 고로 모든 프로젝트별 시스템
이트 블록을 결합하여 3m×3m의 모듈을
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럼으로 우리의 작
형성하고(이 사이즈는 4.5톤 트럭에 6개
업에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매너리즘을
가 운반 가능하도록 고려된 것이다) 현장
어느 정도 수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설
에서 기초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장에
계 과정에서의 효율성(유사한 형태 어휘
서 필요한 모듈들을 생산하여 운반, 장착
나 디테일의 반복적 사용)을 포기해야 한
시키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며, 존치 기
다는 것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스
간이 끝나면 해체되어 바로 다음 현장으
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로 운송되도록 기획한 것이다. 건설 폐기
적인 설계 실무가 가지고 있는 루틴(rou-
물을 최소화하고 재활용한다는 측면에서
tine)한 방식과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환경적 접근을 한 것이며, 각각의 모델하
방식이 결국엔 내재된 더 큰 위험을 가져
우스에 서로 다른 디자인이 아닌 일관된
올 수 있다, 라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의
시스템을 적용하여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말은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맥락의 문제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를 풀려고 하는 우리에게 많은 힘을 준다.
← 라스트하우스.
120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연희동 갤러리. ←
용인 하이브리드 하우스.
청담동 쌍용 홍보관.
간간이 듣게 되는, 유기적 형태의 현대 디
라 유기적 관계성에 관심이 있다. 어떠한
지털 디자인의 시각적 흐름과의 연관성을
프로젝트에서 유기적 관계성이 보여 주는
묻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해법이 정직한 상자라면, 우린 세상 그 어
우리의 작업은 스타일이 아니라 방식이
떤 상자보다도 시스템적인 상자를 만들
며, 유기적 형태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
것이다 . ⓦ
글쓴이 김찬중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스위스 연방공과대학(ETH, Zurich)을 거쳤으며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건축학 석사를 취득하였다. 서울의 한 울건축과 케임브리지의 Chan Krieger Associates, 그리고 보스톤의 KSWA에서 수석 건축가로 실무를 쌓았으며 귀국 후 현재까지 경희대 건축대학원의 설계 전 공 초빙 교수로 재직하면서 SYSTEM LAB 의 대표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2008년에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 마스터 아키텍트로서 디자인 및 설계 자문을 수행하기도 했으며 2006년에는 제10회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 건축가로 초청, 같은 해 중국 베이징 국제 건축 비엔날레에서는 주목 받는 아시아의 젊은 건축가 6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 서울 디자인 올림피아드의 총괄 기획 위원과 안양시 도시개발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Domus(Italy), Arbitare(Italy), Casa Mica(Spain), Uitvaart(Netherlands) 등의 국제적인 저널에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 그의 작업들은 일반적인 건물 구축 방식이 아닌 산 업 디자인 프로덕트의 제조 방법들을 다양하게 공간 속에서 전용시켜 구사함으로써, 관성화된 일반적 경험을 넘어서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의 기회를 창출하는 데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
~ ~
WIDE DEPTH REPORT
D
121
先조경後건축 함성호의 <소소재잡영기(素昭齋雜詠記) 06>
바위를 여는 비스듬한 진입이 이루어지는 집을 위해 고민하던 나에게 신
힘을 다해서, 온 마음을 다해서 그대들의 아이들을 위해 이 땅을 지키고
도시의 땅은 너무 가혹했다. 결국 반듯반듯하게 구획된 땅은 도시 개발
사랑해 달라. 하느님이 우리 모두를 사랑하듯이. 한 가지 우리는 알고 있
자들의 이익을 위해 구획된 것이라는 뻔한 사실이 이렇게 괴롭게 다가올
다. 우리 모두의 하느님은 하나라는 것을. 이 땅은 그에게 소중한 것이
줄은 몰랐다. 재개발 지역의 땅들은 두부처럼 팔기 좋게 나뉘어져 시장
다. 백인들도 이 공통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한 형제
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는 우리가 오래도록 품어왔던 땅
임을 알게 되리라.”
에 대한 경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땅에 대한 경외는 얼핏 유목민보
122
다는 정착민들이 더 강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몽골인들은 땅에 기둥
너무나도 유명한 이 연설을 이렇게 장황하게 옮기는 것은 그것이 아직
을 박지 않으며 땅을 파지도 않는다. 부득이 하게 땅을 팔 때는 반드시 나
도 우리에게 절실한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막에 대한 베
중에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는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도 그것은 마찬가
두인들의 존경도 주목할 만하다. 성경에서도 야훼는 유목민인 아벨의 제
지다. 시애틀 추장은 땅을 사러 온 백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물만 받고 농경민인 카인의 제물은 거부한다. 결국 이 일이 빌미가 되어
“워싱턴 대추장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대추장은
카인이 아벨을 죽이는 인류 최초의 살인이 일어나게 된다. 야훼는 자신
우정과 선의의 말도 함께 보내왔다. 그가 답례로 우리의 우의를 필요로
이 창조한 땅을 훼손하는 카인을 미워한 것일까? 우리의 정서에 끈질기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는 그로서는 친절한 일이다. 하
게 남아 있는 땅에 대한 경외심은 근대화 이후에 사라졌다. 이제 누가 땅
지만 우리는 그대들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것이다. 우리가 땅을
에 대해 경외하겠는가? 나부터도 이 땅을 평당 500만 원에 주고 샀다. 아
팔지 않으면 백인이 총을 들고 와서 우리 땅을 빼앗을 것임을 우리는 알
니, 내가 샀지만 은행이 권리를 관리하고 있다. 남한의 모든 땅의 실질
고 있다. 그대들은 어떻게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가?
적인 소유권은 은행에 있다. 단지 사람들은 토지등기부등본 상에 이름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
만 갈리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사고 팔 수 있는
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 수 있다는 말인가?…(중략)…
가?”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나는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
우리는 우리 땅을 사겠다는 그대들의 제의를 고려해 보겠다. 그러나 제
을까. 갑자기 울고 싶다.
의를 받아들일 경우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즉 이 땅의 짐승들을 형제처럼
그러나 이 불행도 나의 시대다. 내가 시애틀 추장의 연설에 감동하는 것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미개인이니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나는 초
도 이 시대가 그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도시 개발자들이 팔기 좋게
원에서 썩어 가고 있는 수많은 물소를 본 일이 있는데 모두 달리는 기차
구획한 직사각형의 땅을 두고 생각했다. 말레이시아의 <와와산2020>
에서 백인들이 총으로 쏘고는 그대로 내버려둔 것들이었다. 연기를 뿜어
프로젝트는 어디쯤 진행되었을까? 말레이시아의 신도시 개발은, 불도저
내는 철마가 우리가 오직 생존을 위해서 죽이는 물소보다 어째서 더 중
로 땅을 밀어 버리고 건축을 하는 종래의 방식에서 벗어나 먼저 나무를
요한지를 모르는 것도 우리가 미개인이기 때문인지 모른다. 짐승들이 없
심고 그 빈 곳에 건물을 세우고 소음이 적은 모노레일로 도시를 잇는 친
는 세상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짐승이 사라져 버린다면 인간은
환경적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데는 물론 말레이시아의
영혼의 외로움으로 죽게 될 것이다. 짐승들에게 일어난 일은 인간들에게
자연환경이 크게 작용한다. 말레이시아는 열대우림 기후로 묘목을 심으
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만물은 서로 맺어져 있다.…(중략)…땅이 인간에
면 20년 후 밀림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방법을 나의 건축에 적용하기
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땅에 속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만
로 했다. 흔한 경우라면 건폐율에 맞춰 건물이 들어설 자리를 구획하고
물은 마치 한 가족을 맺어주는 피와도 같이 맺어져 있음을 우리는 알고
그 나머지 땅에 식재를 하겠지만 나는 거꾸로 하기로 했다. 먼저 직사각
있다. 인간은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그물의 한 가닥에
형의 땅에서 햇빛이 가장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에 식재를 할 면적을 구획
불과하다. 그가 그 그물에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은 곧 자신에게 하는 짓이
했다. 도로 쪽에는 주차장을 피해 커다란 자작나무 3그루를 심고, 남쪽
다.…(중략)…그러므로 우리가 땅을 팔더라도 우리가 사랑했듯이 이 땅
의 땅에는 상록수와 키 낮은 나무들을 심었다. 비록 남쪽이긴 하지만 옆
을 사랑해 달라. 우리가 돌본 것처럼 이 땅을 돌보아 달라. 당신들이 이
집에 가려 항상 그늘이 지는 곳이었다. 그리고 서쪽에 면한 옆집은 일층
땅을 차지하게 될 때 이 땅의 기억을 지금처럼 마음속에 간직해 달라. 온
으로 낮았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계속 빛이 잘 들 것 같아 거기에는 목련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을 심기로 했다. 그리고 북쪽은 비워 두었다. 이렇게 조경을 하고 난 빈자 리에 집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개념도 ↘
그렇게 하고 보니까 직사각형의 대지가 완전히 부정형의 대지로 변해
S
있었다. 비로소 길이 열리기 시작하는 듯했다. 나는 조급함을 참지 못하 고 허둥지둥 비스듬한 진입로를 찾아 나섰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는
조경부분
비스듬한 길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길은 드디어 바위를 열어 놓고 있었
N
다. 그것으로 이 집의 계획은 시작되었다. 직사각형의 땅에서는 전혀 찾 을 수 없었던 비스듬한 진입의 논리가 먼저 조경을 하면서 생긴 빈자리 S
에서 찾아진 것이었다. 나무를 심고 남은 땅은 마치 고래처럼 커다란 머 리와 몸통 부분, 그리고 작은 꼬리 부분으로 나뉘게 되었다. 문득, 물고
주차장
기에게 삼켜진 요나가 생각났다. 하나님에게 불순종한 죄로 물고기 뱃
N
속에 삼켜진 채 거기서 회개를 한 요나. 나는 <웃는책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놀 아이들이 요나처럼 그 어느 것에도 순종하지 말고 자기 뜻대로 S
놀고 생각하기를 바라며, 커다란 고래가 꼬리를 치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 안에 층고가 높은 도서관을 계획했다. 꼬리 부분에는 화장실을, 머리
인접대지이격거리
와 몸통 부분에는 열람실을 배치하고, 몸통과 꼬리 부분 사이에는 아이
N
들이 숨어서 노는 본부 같은 공간을 만들었다. (이 숨기 좋은 본부 는 건축주의 강력한 요구 사항이었다) 1층 바닥보다 조금 낮게 만들어 그 위에 도서관 카운터와 현관을 준비했다. 그렇게 해서 1층 도서관은 높은 층고의 열람실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흔한 층고의 카운터에 사서가 앉 으면 아이들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공간은 툭 터져 시원스럽게
S 계단의 형성
N
보이도록 계획했다. 열람실의 아이들은 책보기가 싫어지면 화장실에 갈 것이다. 화장실에 가려면 도로 쪽으로 넓게 뚫린 창을 지나 서쪽 창에 심 어진 목련을 보며 본부에서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계단 몇 단을 밟고, 사서 아줌마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넌 왜 이렇게 자주
천만 원을 더 확보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주저없이 공중 정원을 지워
화장실에 가니?)를 받으며 화장실에 갈 것이다. 그리고 2층의 세입자들
버리고 방 하나짜리 세대를 그려 나갔다. 공용 계단은 그냥 검은색 유광
은 자작나무 세 그루가 심어진 마당을 지나 비스듬한 진입을 통해 계단
에폭시로 마감하자. 거기에 타일이나 무슨 다른 재료를 입힐 돈이 없었
을 올라 넓고 좁은 복도를 통해 자기 집으로 들어설 것이다. 2층에 두 세
다. 그리고 3층으로 올라갔다. 1층 층고를 땅 크기에 비해 높게 만드는
대를 둘 것인가, 3세대를 둘 것인가 고민했다. 3세대를 두기엔 너무 작
바람에 3층은 일조권 사선 제한으로 부모님과 우리가 살기에는 면적이
았고, 두 세대를 두기엔 좀 넓었다. 나는 고민 끝에 두 세대를 두고 다시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남는 공간에는 2층 발코니 조경을 했다. 세입자들이 이 공용 발코니 정 원에 나와 쉴 수 있다면 훨씬 쾌적한 집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도로가
계단을 가운데 두고 실들을 빙 둘러 계획하고 안쪽으로 복도를 두려 했
보이는 2층 조그만 부분에 녹색이 우거져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지만 방들이 너무 좁아지는 단점이 있었다. 포기했다. 방 두 개에 서재
러나 나의 이러한 꿈은 전체적인 수지 타산을 계획하면서 와장창 무너
와 주방, 그리고 화장실 두 개는 꼭 필요했다. 방 두 개와 서재, 그리고
졌다. 작은 원룸을 꾸미면 보증금 천만 원이 더 생긴다. 그러면 공사비로
화장실 두 개를 먼저 확보했다. 그러고 나니 주방은 손바닥만 하고, 거
~
~ ~
WIDE DEPTH REPORT
D
123
개발 전
개발 과정
개발 후
↗ 일산 신도시의 개발 과정
실은 소파 하나 놓으면 끝이었다. 하, 큰일이다. 내가 보기엔 별 문제 없
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옳지. 이제 뭐가 되려나 보다. 그리고 계단과 현
지만 어쨌든 이 상황은 건축주의 끄덕임이 필요했다. 건축주를 불러 이
관을 경계로 길 쪽으로 건축주의 공간인 방과 서재와 화장실-2를 배치했
문제를 상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건축주는 전혀 엉뚱한 얘기를
다. 그리고 그 반대쪽에 부모님의 공간을 배치했다. 그러나 여전히 침실
들고 나왔다.
이 발코니에 면해 있어 부모님이 발코니를 이용할 때 창을 두고 마주치 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나는 다시 건축주를 만나 토론을 벌였다. 이번에
우리(건축주와 건축주 남편) 방과 서재는 부모님의 동선과 철저히 분
는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 부모님과 단절하고자 하는 심리 상태
리해 주세요.
를 부적절한 것으로 몰아붙였다. 건축주는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더니 이윽고 폭탄선언을 했다.
아니 27평 남짓한 이 공간에서 어떻게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는가. 나는 그러기에는 면적이 너무 작으니 부모님과의 적절한 마주침이 있어
그럼 부모님과 따로 나가 사실 전세비 마련할 수 있어?”
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축주는 단호했다. 출입도 분리하라는 요구 가 엎친 데 덮쳤다. 건축주의 요구를 정리하면 이랬다. 부모님이 사용하
나는 허리를 폈다. 그런 돈은 먹고 죽으래도 없었다. 나는 이 위기를 어
는 발코니, 방, 그리고 주방, 거실, 공용 화장실이 필요했고, 이 실들은 서
떻게 벗어날까 허리를 펴며 궁리했다. 그 때 옥탑방 생각이 났다. 옥상에
재, 침실, 화장실-2와 완전히 격리될 것이며 출입도 그렇게 할 것. 이건
불법 옥탑방을 만들어 거길 작업실로 하면 건축주도 좋아할 것 같았다.
너무 막무가내인 요구였다. 더군다나 부모님과 동선을 분리하는 것은
허가 때는 물탱크실로 하면 문제없을 것 같았다. 드디어 건축주의 재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것들이 겹치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나는 열심
가 떨어졌다. 나는 드디어 끝이 보이는 것 같아 얼른 건축주와 헤어져 안
히 설득했다. 때로는 짜증도 냈고, 필요하지 않는 화도 냈다. 그러나 건
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방 크기를 상의하려고 한 일이 엉뚱하게 집의 전
축주는 너무 완고했다. 설득은 불가능했다. 해결해야 했다. 나는 건축주
체적인 구조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고, 그 바람에 주방의 크기나 거실의
와 헤어져 다시 수십 장의 스케치를 해 나갔다. 방을 바꾸고, 화장실을 틀
크기 같은 것은 의견을 나누지도 못한 채 그냥 지나가 버렸다. 그때 나
고, 복도를 좁히고, 별짓을 다했다. 장고 끝에 악수 나온다고 했던가. 나
는 모든 것을 건축주가 동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내 오산이
는 연필을 던져 버렸다. 스케치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이 충분치 못한 협의는 나중에 거실이 없어지는 커다란 문제로 불
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지? 부모님과 같이 사는 집은 항상 세대 간의 분리
거져 나오게 된다. ⓦ
는 기본적인 사항이다. 그러나 이렇게 단절을 원하는 건축주는 처음이 었다. 땅도 작았고, 게다가 1층 층고를 그렇게 높이 원하지 않았으면 일 조권에서 어느 정도 허용치가 있어 얼마든지 3층 면적을 확보할 수 있 고, 그러면 건축주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풀어 나갈 수가 있었을 것이 다. 그러나 건축주도 그렇고 나도 1층 층고를 낮추는 것은 싫었다. 그리 고 단절을 없었던 일로 하는 설득은 삶은 호박에 이도 안 들어갈 소리였 다. 죽으나 사나 내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일단 현관부터 해결했다. 이 럴 땐 가장 손쉬운 것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다. 현관에서부터 동선을 해 결했다. 현관은 어느 쪽에서도 직접 나와 보지 않으면 출입상황을 모르
시인이며 건축가인 함성호는 강원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했다. 시집 『성 타즈마할』, 『56억 7천만년의 고독』, 『너무 아름다운 병』과 산문집 『허무의 기록』, 만화평 론집 『만화당 인생』 등의 책을 냈다. 시 쓰는 선후배들과 <21세기전망> 동인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요즘은 개인 건축설계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방송에도 출연하고 있다.
124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리얼다큐 건축과 미술 의 소통 <공적공간 사적공간>전, (사)스페이스 코디네이터─갤러리 정미소 공동기획 프로젝트 <와이드 리포트> 강권정예
건축가와 미술가가 만났다. 공간 을 화두 삼아 현대인의 삶과 사고를 이야기한다. (사)스페이스 코디네이터-갤러리 정미소 공동기획 프로젝트 <공적공간 사적공간> 전시는 이러한 건축가와 미술가의 팀 작업을 보여 준다. 13인의 건축가와 미술가의 팀별 매칭(maching)을 위한 전시 및 여러 차례 워크숍을 거쳐 진행되었는데 스케치와 모델, 갤러리 바닥을 덮은 드로잉은 건축도면보다 더 축약돼 결론이라기 보단 진행임을 말하 는 듯하다. 건축가와 미술가는 작업 방식도 다르고 구사하는 작품의 스케일도 다르기에 한 팀이 되어 한 주제를 발전시켜 전시물까지 완성하는 데는 감수해 야 할 것이 따르겠지만, 그럼에도 공공 미술이라는 접점에서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건축가와 미술가의 입장 차이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대중이라는 존재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적 공간 과 사적 공간 이라는 너무나도 대중적인 전시 주제에서 관객들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 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물론 작가들은 공간에 대한 여러 개념과 의미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공사 공간이 구분되는 인간 심리나 소유, 시간에 따르 는 변화를 얘기한다.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 그리고 사이 공간 등에 대한 관심은 작가의 언어로 표현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작업에 참여 한 작가들과 전시 기획자들은 7개월 가까이 진행된 프로젝트를 작업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전시의 한 부분인 조준호+이문호(Private Space or Public Space/Reality or Virtuality)의 전시는 심리적 공간을 사적 공간으로 해석하여 실 제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거울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 준다. 그리고 봉일범+권기범+김정주(Highway wonderland) 팀은 갓길, 인터체인지, 고속도로와 같이 도시의 공적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이 공간 의 기묘한 위치에 착안하여 공적 공간의 경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반면 정수진 +김동진+김영섭(전시방 Made in Korea Bang-소통형 밀실 문화)은 우리의 일상에서 방 이라는 공간에 공적 공간과 사적인 물리적 경계가 사 라진 것에 주목하여, 갤러리 바닥에 전시방 도면을 펼쳐 제 3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관람객은 도면으로 표현된 현실의 공간 위에 채집된 소리 에 따라 공간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이 실제로는 소유 라는 관념에서 비롯됨을 이현호+이수열+이배경(동시성, 소
~
~ ~
WIDE DEPTH REPORT
D
125
유, 지연, 설치, 순환, 재생(재-순환))팀이 주목한다. 자신의 관람 행위(사적 소유)가 갤러리(공적 공간) 안에서 시간 차이(타임 딜레이)에 따라 어 떻게 비쳐지는지, 곧 분할된 영상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관람객들의 움직임은 작품의 내용이 된다. 또 하나의 전시는 두 작가(김동원+박대성) 의 합의된 방법론을 모색하는 대신 첫 만남부터 최종 전시에 이르기까지 담론 진행을 기록(침묵, 소통, 중첩)하였다.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두 사 람이 어떻게 융화하는지의 과정을 보여 준다. 전시 5개 팀의 건축가와 미술가는 팀의 주제와 매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서로 다른 협업의 자세를 취하는데, 아쉬움은 그 결과가 전 시 매체를 만드는 사람 중심으로 가게 하는 경우이다. 그런 점에서 개별 작가들의 작품보다는 전시의 메시지에 관심을 둬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 인다. 전시 기획자도 완성된 결과보다는 전시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오히려 해석에 비중을 크게 두어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과정을 낱낱 이 그대로 기록하고자 한다. 즉 전시 공간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되는 작가들의 이야기 보다는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해 내기까지의 작가의 문제의식이나 방법론이 어떠할지, 자신의 작업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관이 서로 다른 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 무엇일지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몇 차례의 워크숍과 토론에서 오고 간 작가들의 담론을 비주얼(visual)이라는 형식의 전시로 제한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후 출판물 을 통해 다시 한 번 기록된다고 하니 대중과 소통을 시도할 진정한 리얼다큐의 시청을 기다려 볼만하다. 아울러 전시에서처럼 작품을 텍스트로 해석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후기 구조주의자들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열린 텍스 트의 가능성에 관심을 두듯,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작품보다는 텍스트로서의 건축을 바라 봐야 하듯 말이다. ⓦ
126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
각주 (사)스페이스 코디네이터는 분야별 공공문화 영역을 아우르며 새로운 문화 영역으로 구축하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삶에 기반한 예술, 문화와 자생적으로 지속적인 문화—예술을 실현하며, 전시, 출판, 프로젝트, 심포지엄, 세미나 등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단법인단체로 2008년 설립되었으며, 건축가 장 윤규 씨가 대표로 있다.
글쓴이 강권정예는 도서출판 발언, 월간 건축문화를 거쳐 한국건축가협회 보조 연구원으로 『한국건축가협회 50년사』 작업에 참여하였다.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 상으로 한 건축문화투어(서울문화재단, 문화관광부)를 진행하였고, 어린이 건축 도서 『깊은 바다에 어떻게 다리를 놓을까』를 쓴 바 있다. 현재 건축 프리랜서 기자 로 활동 중이다.
~
~ ~
WIDE DEPTH REPORT
D
127
와이드 12호 | 와이드 칼럼 남을 위하는 길, 나를 지키는 길 Wide Architecture : widE Edge column no.12 : november-december 2009
128
지 난 추석 연휴에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습니
이해가 안 되는 이유들인데 그게 먹혀들어 가
나요? 거장들의 그림을 미술가들만 보나요? 시
다.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 이
고 있습니다.
를 시인들만 읽나요? 그것들에 비하면 사실 건
열렸는데 전시품 중 유독 관람객이 몰린 곳은
건축계에서는 반대를 하고 나섰습니다. 당연하
축은 늘 사람들 안에 함께하며 더 가까이 있습
안견의 몽유도원도 였습니다. 일본으로 약탈
지요. 설계를 건설사에게 맡기면 건축 문화가
니다. 사람들이 음악과 미술과 시를 가까이 하
되어 간 후 이리저리 돌다 지금은 천리대학의
말살된다, 건축사들의 생존권을 위해서 보호를
고 즐길 줄 알게 될 때 사이비 음악가나 화가, 엉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이 그림은 일본의 국
요구한다고요. 그러나 그 주장은 잘 먹혀들지
터리 시인이 발붙일 수 없듯이, 건축을 가까이
보가 되었답니다. 대여의 형식으로 우리 국민
않는 것 같습니다.
하여 친근하고 더 잘 알게 되면 건축 설계는 건
들에게 단 9일 동안만 공개되는 이 걸작에 대
젊은이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직업 을 물었더
축가가 해야 하는지, 아무나 해도 되는지 국민
한 시민들의 관심은 대단하였습니다. 박물관을
니 교사나 교수, 사회복지사, 소방관, 기술자,
이 더 잘 알게 될 것입니다. 건축인 모두의 마음
들어가기 위해 늘어선 장사진, 그 넓은 국립중
과학자 등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이유는 사회
을 모아 부단히 노력하여 몽유도원도에 쏟아지
앙박물관의 입구 광장을 몇 번 돌고 돌아 늘어
에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 자신을 희생
는 국민의 사랑이 언젠가는 우리 건축에도 나
선 줄이 있기에 일단 그 끄트머리를 찾아 섰습
하는 일이기 때문 이라고 했습니다. 대한민국
누어지길 희망합니다.
니다. 안내인에게 물으니 이 줄은 몽유도원도
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덕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
만을 보기 위한 특별 코스의 줄인데 전시장 입
목으로 손에 꼽은 것은 단연 공익이었습니다.
니라 따뜻한 햇볕입니다. 멀리 돌아가는 길일
구까지 대략 세 시간은 걸린답니다. 입구를 지
공익을 위한 기여, 헌신, 희생을 최대 가치로 여
테지만 지금이 그 일을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
나서도 약 두 시간은 앞사람 뒤통수를 따라가
기고 있었습니다.
고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야 유리 박스 안에 든 그림에 다다르는데 한 사
건축계에서는 건축이란 기술을 넘어서 문화
람당 주어진 관람 시간은 30초라 합니다. 시민
다 라고 말들을 합니다. 공감되는 말입니다. 그
글|임근배(본지 발행편집인 고문, 그림건축 대
들은 이번 전시가 끝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
러나 이 말을 건축계 밖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표)
가면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기에 인내심을
가가 문제입니다. 그 말은 사실 시민의 동의 없
갖고 끈질기게 기다린다 합니다. 우리 유산에
이는 한낱 우물 안 개구리의 공염불에 지나지
대한 국민들의 따스한 애정이 느껴지는 광경이
않습니다.
었습니다.
내가 나를 지키는 것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남
금년 들어 건축계에 닥친 사건이라면 건설사
이 나를 지켜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 설계 겸업 허용 건축사사무소 명칭 사용 의
남에게 존경받고 호감을 얻어야 합니다. 나의
무 규제 폐지 등 건축에 관한 한 전문화로 질
생각을 끊임없이 주장하여 알리는 것도 필요하
을 높이는 방향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눈에 띱
지만 아울러 국민이 보기에 건축가들이란 이
니다. 첫 번째 사건의 이유는 국제적 경쟁력을
사회에 도움이 되고 꼭 필요한 존재라고 느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하며, 두 번째 사건의 이유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건축의 목적 자체
는 집짓는 국민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
가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건축이란 딱딱하
해서라고 합니다. 건축사들의 실력과 능력이
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활 안에 살아 있어 숨
모자라 국제적 경쟁에서 일을 다 빼앗기니 건
쉬고 느끼고 만져지는 것임을 보통 사람들이
설사가 뛰어들어 방어하겠다는 말인지, 건축사
깨닫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국민의 사
는 국민들의 집을 짓기 위해 안 해도 되는 설계,
랑과 관심을 받는 대상이 되도록 함이 필요하
감리를 하며 돈만 받아가는 것이란 말인지 통
지 않을는지요. 클래식 음악을 음악가들만 듣
WIDE ARCHITECTURE REPORT no.12 : november-december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