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21,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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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 ONE architects www.101architec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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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심원건축학술상(2011-2012년도)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 | 심원건축학술상이 4차 (2011-2012)년도를 맞이하여 10인의 건축 안팎 예술 분야 전문가를 추천인단으로 위촉 하고건축 인문학 중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합니다. <심원문화사업회>는 건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해 만든 후원회로서 지난 2008년 건축 역사와 이론, 건 축 미학과 비평 분야의 전도유망한 신진 학자 및 예비 저술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심 원건축학술상>을 제정하여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심원건축학술상>은 1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물로서 아직 발표되지 않은 원고(심 사 중이거나 심사를 마친 학위논문은 미 발표작으로 간주함)를 응모 받아 그중 매년 1편 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당선작에 대하여는 단행본 출간과 저술 지원비를 후원합니다. <심원건축학술상>은 지난 1, 2회에 걸쳐 당선작을 선정하였으며 현재 제1회 당선작 <벽전>(박성형 지음)이 출 판되었으며, 금년 6월 제2회 당선작(서정일 지음)의 발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4인(배형민, 안창모, 전봉희, 전진삼)의 운영위원회 체제로 제1기(1차년도~3차년도) 활 동을 마치고, 이어 제2기(4차년도~6차년도) 종료 시점까지 역할을 이어 갑니다. 건축인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 주관 |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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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최 | 심원문화사업회

Ⓢ 기획 및 출판 |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간향미디어랩 Ⓢ 후원 | (주)엠에스 오토텍 Ⓢ문의 | 02-2235-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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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 BRIDGE [ON AIR_No.2]

CREATIVE DINNER

일시 2011년 5월 27일(금) 7:00 pm 장소 서울 인사동 누리 레스토랑(02-736-7848) TOPIC 도시형 생활주택과 미래건축 시장의 향방 | OFFICIAL GUEST 서용식(수목건축 대표) | INVITED ARCHITECTS <와이드AR>의 건축 가 및 대학교수 네트워크

주최: 삼협종합건설(주) · 주관: <와이드 AR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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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을 위한 건축공간을 창조합니다.” Design group vine은 1995년 설립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꿈과 쉼이있는 노인,장애인주거시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종교건축,노인복지시설,장애인 및 의료시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기위해 UD(Universal Design)연구소를 설립운영하고 있으며 인간과 자연의 회복을 위해 생명력있는 공간 창조를 꿈꾸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Care 전문회사입니다.

인천 아트플랫폼

효성중앙교회

2010년 제33회 한국건축가협회상(특별상) 2010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최우수상(국무총리상)

DESIGN GROUP V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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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송도동 15-12번지 코오롱 송도 더 프라우 102동 213호 www.vinenet.co.kr Tel: 032) 432-8111~5 fax: 032)432-8116


대학 캠퍼스내의 물리적 환경 중 보행환경의 질은 캠퍼스 생활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보행자 통행의 양 분포가일정하지 않고 시간적으로 집중되어있는 특성 때문에 보행로를 위한 환경조성은 보다 섬세하고 계획적이어야 한다. 본 계획안은 대학기숙사 신설로 인해 증가된 보행자 통행과 통행로의 환경과 크기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운동장 스텐드 상부를 이용해서 보행로를 설치하는 공사이다. 신설 보행로는 신축기숙사 옆 경사진 화단 측면에서 시작되어 운동장 기존 무대 뒤 후문 방향까지 연결된다. 보행로의 구성은 기존 후면도로와 화단 옆 운동장 상부에 단면적 검토를 통해서 배치 된다. 길이 215m, 폭 2.6m의 바닥재료는 목재와 블럭을, 입면재료로는 목재를 사용하여 설계하였으며, 현재 30% 정도의 공정률로 6월 중 완공 예정이다.

(주) 건축사사무소 이 일 공 오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 250-5 정미빌딩 3층/ TEL 574 2105/ FAX 574 2156 3rd floor, Jung Mi bldg. 250-5, Yangjae-Dong, Seocho-Gu, Seoul,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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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parts

D.NOMADE

www.dnomade.com www.dnomade.net blog.naver.com/designnomade facebook.com/dnomade twitter @d_nom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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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SINCE 2006|다섯 번째 주제|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3’ : New POwer ARchitect|<건축가 초청 강의 ‘시즌 3’>는 우리나라의 차세대 건축을 리드할 젊은 건축가들을 초대 하여 그 분들이 현재 관심하고 있는 건축의 주제와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듣고 묻는 시간입니다. 올해로 5차년도를 맞이하는 땅집사향은 당분간 국내외에서 맹활약하는 ‘젊은 건축가’에 시선을 맞추고자 합 니다. <와이드 AR> 독자님들의 뜨거운 성원과 관심을 기대합니다.|주관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 드>|주최 : 그림건축, 간향미디어랩|장소 : 그림건축 내 안방마루|도서 협찬 : 시공문화사 spacetime, 수류산방|문의 : 02-2231-3370, 02-2235-1960|*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 참여 관련 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카페명 : 와이드AR, 카페 주소 : http://cafe.naver.com/aqlab)에서 확

55 ⓦ 5월의 초청 건축가|나은중+유소래 (NAMELESS 공동대표) |주제 : FRAGILE|2011년 5월 18일(수) 저녁 7시 56 ⓦ 6월의 초청 건축가|고기웅

인할 수 있습니다.

(고기웅사무소 대표)|주제 : 60일간의 고기웅사무소 작업|2011년 6월 15일(수) 저녁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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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ive re-use of camp hialeah 2 4 3 1 5 5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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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2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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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chidata .

www.docomomo-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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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YANG WORKSHOP of Architectural Journalism 2011 ■ 제2기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개강 ■ 현재, 기본 코스(4월~6월) 진행 중

□ 기본 코스 프로그램

4월 16일(토) 저널리즘 세미나 및 건축 잡지 기자 되기 5월 21일(토) 인문사회 교양 세미나 및 주간지 기자 되기 6월 18일(토) 기초 취재 연구 및 실습

* 네이버카페 <와이드AR>에서 2기생들의 학습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문의: 070-7715-1960

간향미디어랩 부설 | 간향건축저널리즘공작소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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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 구술 총서 <예술인・生>

박용구 朴容九 1914년~ | 한반도 르네상스의 기획자 002 전혁림 全爀林 1915~2010년 | 다도해의 물빛 화가 003 장민호 張民虎 1924년~ |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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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ed & designed by 수류산방 樹流山房 Suryusanbang 02 735 1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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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 (약칭,

와이드 AR

)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통권 21호 2011년 5-6월호 ⓦ 2011년 5월 15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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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1 제 3회 심원건축학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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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2 가평 달전지구 공동주거 단지(합벽형 단독주택 유형) ⓦ 가평 달전지구 공동주거 단지 기본구상과 건축 개념 ⓦ 중정형 주거(YD), 중정형 주거(KD), 테라스형(UD), 로프트형(MD), 테라스형(ND), 커뮤니티 센터 ⓦ 한국 사회 주거 유형의 다양성을 위한 제언 | 김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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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3 서울을 읽는 도시 건축의 세 가지 켜 | 강권정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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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4 한옥 공모전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2, 에필로그 ⓦ <수상자들을 만나다> & 내 작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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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Eye 김수근, 모더니티의 숲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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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Depth Report ⓦ <COMPASS 18 | 이종건> 정기용 건축의 패러독스에 대한 비판적 소고 ⓦ <종횡무진 21 | 이용재> 당진 독일인 마을의 게르마니아 ⓦ <근대 건축 탐사 21 | 손장원> 근대기 한국 화교의 주거 양식 ⓦ <사진 더하기 건축 01 | 나은중 + 유소래> 베른트 앤 힐라 베셔(Bernd and Hilla Becher) ⓦ <주택 계획안 100선 20 | 양건> 제주 한동 8-2 ⓦ <Wide focus 13 | 전발> 4대강 사업 현장 수업, 당신이 본 것을 말하라 ⓦ <Wide focus 14 | 서명수> 전통 건축 설계 교육의 필요성과 방향 ⓦ <와이드 書欌 19 | 안철흥> 건축과 철학04 건축가를 위한 바바 – 건축과 탈식민주의 비판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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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

Wide Work 최동규 ⓦ 한소망교회_투명함, 그리고 나무 계단 | 최동규 ⓦ 작품 | 파주 한소망교회 ⓦ 인터뷰 | 못 다한 이야기

New POwer ARchitect 144

ⓦ 뉴 파워 아키텍트 파일 03 | 장영철 + 전숙희 | Small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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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 파워 아키텍트 파일 04 | 임지택 | Tektonik ⓦ 와이드 레터 | 정귀원 ⓦ 정기구독 신청 방법 ⓦ 와이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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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드 칼럼 | ‘잇기’와 ‘있기’ 육교가 있던 자리에서 | 이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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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삼 발행인의 Architecture Network 리포트 06

ⓦ 표2 | FENTRESS ⓦ 표3 | UOS ⓦ 표4 | Mooyong Architecture & Engineers ⓦ 1 | Wondoshi Academy Seminar ⓦ 2 | ONE O ONE ⓦ 3 | SIMWON ⓦ 4 | SOOMOK ⓦ 5 | Samhyub ⓦ 6 | Seegan ⓦ 7 | Dongyang PC ⓦ 8 | EaWes ⓦ 9 | Architecture Bridge2 ⓦ 10 | VINE ⓦ 11 | 2105 ⓦ 12 | VITA Group ⓦ 13 | UrbanEx ⓦ 14 | D.nomade ⓦ 15 | Unsandong ⓦ 16 | Spacetime ⓦ 17 |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55·56 ⓦ 18 | DOCOMOMO-Korea Design Competition ⓦ 19 | 제2기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 20 | Suryusanbang ⓦ 21 | 목차 ⓦ 22 | 구독신청서 ⓦ 23 | 판권 및 와이드레터 ⓦ 24 | 영문 초록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엣지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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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약칭, <와이드 AR>은 단순 히 종이로 만드는 건축 잡지가 아닙니다. 건축하는 선후배들과 건축을 좋아하는 익명의 팬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함 께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 내는 저널입니다. ⓦ 월례 세미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RCHITECTURE BRIDGE>, ⓦ 예비 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간향건축저널리즘워크숍> ⓦ 예비 비평가의 출현 을 응원하는 <와이드 AR 건축비평상> ⓦ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워크숍 <ARCHI-BUS>, ⓦ 건축 신인 발 굴 프로젝트 <W-A-R>,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기와 같은 <와 이드 AR>이 지향하는 건축저널리즘은 구독자님 개인과 기업 및 단체의 광고 후원자님들에 의해 완성됩니다.

정기 구독(국내 전용) 신청 방법 안내 ⓦ <구독자명(기증하 실 경우 기증자명 포함)>, <배송지 주소>, <구독 희망 시작 월호 및 구독 기간>, <핸드폰 번호>, <이메일 주소>, <입금 예정일>을 적으시어 ⓦ <와이드 AR> 공식 이메일 : widear@naver.com ⓦ 팩스 : 02-2235-1968 로 보내 주시면 됩니 다. 책은 입금 후 보내드리게 됩니다. 정기 구독을 하시면 전국 어디서나 편안하게 책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당사가 독자 대상으로 벌이는 상기 각종 행사에 우선 초대됩니다. ⓦ 정기 구독 관련 문의 : 070-7715-1960 ⓦ 연간 구독료 ☞ 1년 구독료 55,000원 ☞ 2년 구 독료 105,000원 ☞ 3년 구독료 150,000원 ☞ 4년 구독료 190,000원 ☞ 5년 구독료 225,000원 ⓦ 무통장 입금 방법 ☞ 입 금계좌 : 국민은행, 491001-01-156370 [예금주 : 전진삼(간향미디어랩)] ☞ 구독자와 입금자의 이름이 다를 경우, 꼭 상 기 전화, 팩스, 이메일로 확인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카드 결제 방법 ☞ 네이버카페 : <와이드 AR> 좌측 메뉴판 에서 <정기구독 신용카드 결제>란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 광고 문의 : 02-2235-1960 ⓦ <와이드 AR>의 광고는 본 잡지를 함께 만드는 건축(가)네트워크를 지원합니다. 지면 위에서의 1차적 홍보 효과를 넘어 실질적 수익 효과의 창출을 위해 데스크가 함께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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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약칭, <와이드 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 발행편집인단 ⓦ 발 행인 겸 대표 | 전진삼 ⓦ 편집장 겸 대표 | 정귀원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박상일 ⓦ 발행위원 | 김기중, 박유진, 박종기, 손도문, 신창훈, 오섬훈, 황순우 ⓦ 대외협력위원 | 김종수, 박민철, 박순천, 윤창기, 이영욱, 이충기, 장윤규, 조용귀 ⓦ 고 문 | 곽재환, 김정동, 이일훈, 임근배, 임창복, 최동규 ⓦ 자문위원 | 구영민, 박승홍, 박철수, 이종건 ⓦ 편집위원 | 김기수, 김영철, 김종헌, 김정후, 김태일, 박준호, 박혜선, 안명준, 유석연, 임지택, 전유창, 정수진, 조정구, 조택연, 함성호 ⓦ 고정 칼럼위원 | 나은중, 손장원, 안철흥 ⓦ 영문번역위원 | 조경연 ⓦ 객원기자 | 강권정예 ⓦ 전속사진작가 | 남궁선, 진효 숙 ⓦ 인쇄 제작 코디네이터 | 김기현 ⓦ 로고 칼리그래퍼 | 김기충 ⓦ 디자인 | 수류산방(樹流山房 Suryusanbang, 디자이 너 이숙기, 최종열, 김윤하 (전화 02-735-1085, 팩스 02-735-1083) ⓦ 서점유통관리대행 | (주)호평BSA(대표 심상호, 담당 차장 정민우, 전화 02-725-9470~2, 팩스 02-725-9473) ⓦ 제작협력사(인쇄 | 예림인쇄, 종이 | 대림지업사, 출력 |

호 2011년 5-6월호 ⓦ 2011 21 년 5월 15일 발행 ⓦ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 ⓦ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

반도커뮤니케이션스, 제본 | 문종문화사)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 통권

호 ⓦ 낱권 가격 10,000원, 1년 구독료 55,000원 ⓦ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ML ⓦ 발행처 | (121-816) 서 울시 마포구 동교동 156-2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대표 전화 02-2235-1960, 팩스 02-2235-1968 ⓦ 독자지원서비스 | 070-7715-1960 ⓦ 공식 이메일 | widear@naver.com ⓦ 공식 URL | http://cafe.naver.com/aqlab ⓦ 네이버 카페명 | 와이드AR ⓦ 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이일훈ㅍ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 유포를 금합니다.

요즘 땅콩집이 인기다

이번 호 <와이드AR>은 ⓦ ⓦ 한 필지에 두 집을 나란히 짓는 방식으로 작은 대지에 적은 비용을 들여 마당과 다락이 있는 집을 가 질 수 있다는 데 일반인들은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덩달아 단독주택 붐이 일면서 단독 주택 용지 구매에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한다지만, 그보다 ‘작은 집 선호 추 세’라는 소식이 더 반갑다. ⓦ 실제로 땅콩집의 건축가는 가능한 능력 내에서 작은 집을 지을 것을 권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독주택에 대한 의지지 집의 크고 작음은 문제가 될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긴 집이라면 무조건 커야 한다는 주장은 핵가족 시대에, 에 너지와 환경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다. ⓦ ‘소형 주택’이나 ‘ 작은 집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은 결국 일상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그 자체로 우리 삶의 환경을 이루고 있으며, 매우 익숙하고 언제나 함께하는 현실의 건축 이다. ⓦ 이번 호 <와이드 AR >은 가평 달전지구 공동 주거 단지를 통해 잊고 있 던 중요한 건축적 가치와 가치 실현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아름 지기 헤리티지 투모로우 공모전 에필로그에서는 서촌의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담아낸 6개의 수상작을 들여다 본다. 땅집사향의 초대 손님이었던 장영철과 전숙희 소장, 임지 택 교수의 건축 주제도 함께 실었다. 와이즈 건축이 말하는 Smallness는 프로젝트의 스 케일 문제가 아닌 일상적인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서 건축가들이 잊고 있었던 일상적인 삶의 가치와 다르지 않다. ⓦ 글 | (본지 편집장)

정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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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WIDE Architecture Report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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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y - June, 2011

WIDE WORK ⓦ Hansomang Presbyterian Church ⓦHansomang Presbyterian Church at Paju is a current church architecture designed by Dong-Kyu Choi, Seoinn Design Group. Starting with Somang Church at Shinsa-dong, he has designed a lot of church, and it is noticeable that he aimed at transparency on this work. In the process of changing the original plan, from two masses to single big mass, the feeling of movement of the building considerably disappeared, but transparent church is still emphasized by means of simple mass and a seethrough exterior wall with plate glass. The most impressive scene that someone can see through the glass-wall from the outside is a staircase of easy flights where people go up and down. The staircase that is made of wood has electric lights installed on its handrail, therefore the line of light along that of staircase can be seen from the outside. It looks like a mass game when someone looks at about 4,000 people going up and down the staircase. There is a 30-meter void space in the lobby, and it makes the ambience bright and cheerful. Quite a few of social spaces and a cafeteria confirm that this place is an open church for the local community. page 097 ISSUE 1 ⓦ Prize-winning Announcement of The 3rd Simwon Architecture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 ⓦ The result of final examination for The 3rd Simwon Architecture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 hosted by Simwon Culture Foundation and planned by WIDE-AR, was announced. Unfortunately, the prize-winning piece was not chosen this year. In the article, the commentary on the final entries and the direction for implementation of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 in the fourth year(2011-2012) are introduced. page 025 ISSUE 2 ⓦ A Model Garden Suburb at Daljeon District, Gapyung ⓦ Apartment has obtained the position as a representative residential type in a short period of time. On the one hand it has brought us residential convenience, but on the other, it has produced a lot of various architectural problems such as standardized uniformity, excessive privacy, apartment-complex-centered community and market distortion due to gigantism. Young-Joon Kim belonging to yo2 architecture urbanism took the lead in designing the apartment complex having 140 housing units of low-rise type at Daljeon district, Gapyung, Gyunggi-do, and this can be an architectural alternative to multihousing. page 030 ISSUE 3 ⓦ Hansung in the 1600’s, Gyungsung in the 1930’s and Seoul in 2011 ⓦ In recent times, an urban architectural incident and a photo exhibition came up in conversation; the one is the excavation site of ruins of pre-Imjin War (Japanese Invasion of Korea in 1592, 壬辰倭亂) period at Dangju-dong, Jongro-gu, and the other is the exhibition named Old Seoul Through Foreign Eyes - Gyungsung in the 1930’s at Chungkecheon Culture Center. Both Hansung and Gyungsung show the objective basis to understand urban structure of Seoul, but what the frame and angle of the exhibition says has different penetralium. This article is to find the methodology to correctly read urban structure of Seoul. page 045 ISSUE 4 ⓦ Review on Arumjigi Heritage Tomorrow Project 2 ⓦ The prizewinning work of Heritage Tomorrow Project 2 Contest that was sponsored by Arumjigi Culture Keepers Foundation(Yun-Gyun S. Hong, Chairwoman) was revealed to the public on March 4. There were 425 participating teams/648 persons, and 111 teams turned in their final work. Two teams shared the Heritage Tomorrow Prize meaning the first prize. The theme of this contest was “Between Hanok and Hanok, Houses and Streets for Settlement” aiming at life recovery through settlement. WIDE-AR arranged a meeting with the prize-winners. The participants reviewed each winner’s work and had a constructive discussion on how to improve this contest in the future. page 054

New POwer ARchitect’s FILE. WISE ARCHITECTURE(N-POAR 03). page 114 Jitak Lim(N-POAR 04). page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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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

제 3 회 심 원 건 축 학 술 상


제3회 심원건축학술상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

경과 보고 당선작 발표│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한 젊은 건축가

과정에서마저도 당선작을 선정하는 데 실

해당작 없음

를 통하여 건축의 세계를 이해하고 건축에

패하고 말았다.

대한 애정을 갖게 된 기업가가 졸지에 유명

금번 제3회 심원건축학술상의 최종 심사도

제2회 당선작 출판기념회 일정│

을 달리한 건축가와의 인연을 회억하며 건

전년과 마찬가지로 운영위원 중 ‘3인 위원

2011년 6월 24일(금)

축의 인문적 토양을 배양하기 위하여 만든,

회’(배형민, 안창모, 전봉희)로 심사위원회

장소 별도 공지

속 깊은 후원회가 심원문화사업회(이사장

를 구성하여 추진하였다. 전술하였는 바,

이태규, 이하 사업회)이다.

그 결과에 대하여 본인을 포함, 본 학술상

사업회가 벌이는 첫 번째 후원 사업인 <심

의 초기화 단계부터 함께 한 운영위원회 전

원건축학술상>은 건축 역사와 이론, 건축

원은 실로 난감한 현실에 봉착하였던 것이

미학과 비평 분야의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

사실이다. 이에 사업회와의 물밑 조율의 과

한 신진 학자 및 연구자의 저작 지원 프로

정을 통해 심기일전의 계기를 마련한 후,

그램으로 마련되었다. 1년 이내 단행본으

두 차례의 예비 심사와 최종 심사 단계를

로 출판이 가능한 완성된 연구 성과물로서

지나며 새로운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세상에 발표되지 않은 원고를 응모 받아 그

에 골몰하였다. 그 결과 본 운영위원회의

중 매년 1편의 당선작을 선정하며, 당선작

소관으로 매 시행 연도마다 건축과 인접 예

에 대하여는 단행본 출간과 저술 지원비를

술 분야 전문가 10인 안팎으로 구성된 추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천인단을 위촉키로 하고 건축의 인문적 토

2009년 제1회 당선작으로 박성형의 <벽전>

양을 배양하기 위한 제2단계 작업에 돌입

을 선정한 바 있고, 2010년 제2회 당선작의

하게 되었다.

시상일에 맞춰 출판기념회를 동시에 개최

감사한 것은 이처럼 우리 건축계에 좋은 제

하였다. 한편 2010년 제2회 당선작으로 서

도를 마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간해서

정일의 <소통의 도시— 루이스 칸의 도시

불붙지 않는 건축의 현실을 묵묵히 바라보

제4차년도 추천인단

건축 1960~1974>를 선정하였으며, 금회 6

며 변함없이 후원자의 자리를 지켜 주는 심

구영민(인하대 건축학부)

월 대망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원문화사업회의 존재감이다. 끝으로 새로

김백영(광운대 교양학부)

이 같은 사업 시행 초반부의 의미 있는

구성된 추천인단의 역할과 본 운영위원회

김원식(단우도시건축연구소)

결실에도 불구하고 사업 시행 3차년도

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해 사업시행 4차

김진수(사문난적, 문학평론)

(2010~2011)를 맞아 두 차례의 공모

년도(2011~2012)를 맞는 본 후원 사업도

김희영(국민대 예술학부, 미술사)

(2009년 8월, 11월)를 통하여서 단 1편의

보다 견실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성형(정림건축, 1회 수상자)

추천작도 선정하지 못하는 악재를 겪더니

글 | 전진삼(본지 발행인・심원건축학술상

서정일(서울대 인문학연구원, 2회 수상자)

급기야 지난 1, 2회 최종 심사에 올랐던 응

운영위원)

신용덕(Yfo 갤러리, 미술평론)

모작 가운데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이영수(홍익대 건축대학)

했던 응모자의 재 응모작을 다시 심사하는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1


심사평 1. 심사위원│배형민(서울시립대 건축과 교수)

<The World After Eden>│박성용 작 많은 공부와 생각이 담긴 원고이며 글 솜

이론적인 에세이들 자체도 산만합니다. 에

자가 글을 쓰고 있는 현장, 이야기의 상대

씨와 통찰력이 부분 부분 힘 있게 드러나

세이들의 주제가 기표와 기의의 관계, 말과

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일방적이고 일반

는 원고입니다. 편제는 크게 두 파트로 나

사물, 표상의 문제에 있다는 것은 전달이

적인 테제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서울과 뉴

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원고량의 대부

되지만, 에세이들이 근거로 하고 있는 원

욕 간의 재미있는 (하지만 좀 더 치밀해야

분을 차지하는 전반부는 기표(signifier)와

전 이상의 내용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예

만 하는) 분석 후 “도시는 물질성으로 인해

기의(signified)를 중심으로 몇 개의 이론

를 들어 미셸 푸코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

그것만의 독특함으로 존재한다”고 저자가

적인 에세이들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습

니다’에 대한 논의는 푸코의 글을 해제하는

주장할 때, 이 테제를 뒷받침해야 할 구체

니다. 후반부는 미국 Blacksburg의 도시 분

수준입니다. 푸코의 원전에 더해 주는 내용

적인 내용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런 가설

석과 이를 근거로 진행한 저자의 프로젝트

이 있는 것도 아니고 푸코의 글을 쉽게 풀

후에 원고의 후반에 뉴욕과 서울을 다루는

를 담았습니다. 전반부는 일종의 에세이집

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렘 콜

저자의 프로젝트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이며, 후반부는 일종의 작품집입니다. 이러

하스에 대한 비평 또한 저자의 안목과 통찰

이 남습니다. 전혀 상황이 다른 Blacksburg

한 원고 전체의 구성으로 보았을 때, 다양

력이 돋보이지만 최근 콜하스에 대해 쏟아

가 나오는데, 여기 또한 그 ‘물질성’이 독특

한 콘텐츠로 구성된 부분들의 관계가 산만

져 나오는 많은 글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함을 만든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하다는 것은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문

정리해야 합니다.

지금 현재의 원고 상태로는 출간이 어렵다

제입니다. 철학적 사유에 대한 글, 건축론

그러나 원고의 가장 큰 취약점은 저자의 ‘입

고 생각합니다. 어떤 형태이든 ‘책’의 모양

에 대한 글, 작품에 대한 설명, 현장에 대

장’과 ‘위치’가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즉,

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 경험들이 각각 별도의 원고로 배분되어

저자가 어느 자리에서 누구에게 글을 쓰고

두 가지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

있고, 이들이 같은 언어를 공유하고 있지

있는지 모호합니다. 그래서 많은 부분 원고

다. 첫 번째는 인용과 주석을 충실히 하는

않습니다. Blacksburg 프로젝트에 대해서

가 일종의 독백처럼 읽혀집니다. 마치 허공

것입니다. 지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가장 기

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에 내뱉는 과장된 언어들이 구체적인 문제

본적인 태도입니다. 주석을 단다는 것은 단

책의 일부라는 점에서 전반부의 장황한 이

의식의 기반이 매우 평이한 일반론이 되어

지 저자의 생각과 글의 출처를 밝혀주는 것

론과의 연결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 큰 약

버립니다. 그 결과 이론과 사례, 사유와 테

일 뿐만 아니라 출처의 저자들과 대화를 하

점입니다.

제, 저자와 독자의 균형을 잃어버렸습니다.

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콜라주 시티’를 논

저자가 렘 콜하스의 ‘Surfing’ ‘Junk Space’

하는 것은 콜린 로우와의 대화이며, 마그

와 ‘Generic City’를 비판하는 관점, 유목

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논하는

민적 일반론을 펴는 콜하스에 대한 질문을

것은 마그리트와 푸코와의 대화입니다. 이

저자 자신에게 되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

과정에서 저자의 독백으로 설정한 담론 범 주가 아니라 선학들이 만들어 놓은 방대한 담론의 영역에서 자신의 자리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그러할 때 비로소 저자의 독창성 이 명확하게 발현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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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2. 심사위원│안창모(경기대 건 축대학원 교수)

<The World After Eden>│박성용 작 두 번째는 원고가 다루는 주제와 대상을 제

심사본 <The World after Eden>은 읽는

를 느꼈습니다. 매끄럽게 넘어간 문장이 손

한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초고를 썼던 시점

데 있어 진도 나가기가 무척 힘든 글이었습

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심사자의 무지 탓일

에서부터 점차 자신의 사유와 원고를 확장

니다. 글의 주제가 본인의 관심사와 일정한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생각인지 저자가 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

거리가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생

야기하고자 하는 대상의 이야기인지를 가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남과의 커뮤니

각에 대한 비논리적 구조를 합리화하는 전

늠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

케이션이 모두 그렇듯 절제가 있을 때 커뮤

제, 특정 사안에 대한 근거 없는 재단과 단

필요한 것이 정확한 인용이지만, 이 글에서

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지금은 너무 많은

정, 난무하는 철학 용어로 가득 채워진 글,

는 인용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내용들이 파편화되어 모여 있습니다. 230

본인이 심혈을 기울인 전반부와의 관계를

자신의 생각을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이를

여 페이지가 넘는 원고를 반으로 줄인다면

찾기 어려운 후반부의 프로젝트…….

자신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하고만

훨씬 좋은 원고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이

이 글을 읽고 누가 이해할까요? 적어도 나

이야기하기 위함이라면, 자기만족의 측면

절제의 과정에서 후반부 건축 작품과 전반

는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글을 읽

에서 그리고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

부 이론적인 에세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

는다는 것은 저자와 일정한 동의를 전제로

고 발전시키기 위한 방편이라면 이와 같은

하느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라 생

합니다. 물론 심사자의 글 읽기는 일반적인

글쓰기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각합니다. 저자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독자 차원의 글 읽기와 다릅니다. 심사자로

그러나 출판을 전체로 독자와 소통할 생각

물질성의 사유를 실천하는 과정이 되리라

서의 판단을 요하는 글 읽기였으니, 저자의

이 있는 글쓰기라면 지금과 같은 글쓰기로

믿습니다.

글에 대한 최소한의 동의가 없더라도 글을

는 곤란합니다. 심원건축학술상은 반드시

읽어야 했습니다.

학술적 논증의 과정을 거친 글만을 대상으

그런데, 좀처럼 글 읽기에 진도가 나가지

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글의 성격

않았습니다. 인내심을 발휘하는 데도 한계

에 따라서 학술서는 논증을 통해, 비학술서 는 일차적으로 심사자의 공감을 이끌어 낼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1


심사평 3. 심사위원│전봉희(서울대 건 축과 교수)

<The World After Eden>│박성용 작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저는 이것을 당선

석도 인용도 없이 자유로운 글쓰기로 자족

<The World after Eden>은 심사자의 공감

작으로 부적격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니 이 글은

을 얻지 못했습니다.

군데군데 저자의 독창적인 발상과 해석이

우선 저자가 스스로의 건축적 사유를 정리

필자가 심혈을 기울인 글이라는 데는 이의

엿보이고, 무엇보다 다양한 건축적 양상과

해 나간 연구노트로서 훌륭하다고 생각합

가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다른

정치 경제 사회의 현상을 하나의 줄거리로

니다만, 출간을 대상으로 하는 원고로서는

이와 공유하기 위함이라면, 공유를 위한 최

엮어 내는 종합 능력이 두드러진다고 생각

부적당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소한의 기본 틀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됩니다만, 그 신예 발랄함에 비하여 그것

그 외에 또 하나 글의 전체 구성에서 불만

나아가 본인 생각의 시작점이 미국이기 때

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할만한 학문적 토대

스러운 부분은, 이 글의 후반부에 있는 미

문에 미국의 도시에 대한 분석과 자신의 프

혹은 학술적 글쓰기의 태도를 갖추고 있지

국의 한 소도시에 대한 현지 조사와 저자

로젝트를 후반부에 다룬 것으로 판단되지

못한 점이 심원건축학술상에 부적당하다고

자신의 설계 내용에서 앞의 긴 사고에도 불

만, 가능하다면 본인의 생각을 우리의 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하고 특별한 성과나 연결이 보이지 않는

시 또는 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

사실 이러한 판단에 대하여 망설임이 없는

다는 점입니다. 저자 자신의 건축에 대한

을 대상으로 적용시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것은 아닌데, 그 이유는 이 글이 가지고 있

생각과 실천의 각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있을 겁니다. <The World after Eden>을

는 가능성에 대한 미련 때문입니다. 사뭇

같이 묶였을 수 있으나, 전반부의 지난한

읽으며 떠오른 책이 <Learning from Las

관련 없어 보이는 다양한 현상들을 하나로

글쓰기가 뒤의 작업을 위한 과정의 성격을

Vegas>였는데, 저자가 로버트 벤츄리를 의

엮어 내는 능력은 좋은 이야기꾼이 될 자질

갖고 있다고 한다면 문제가 됩니다. 나아가

식했다면 후반부의 내용이 미국 도시보다

을 충분히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비판

그 후반부의 내용이 한국의 건축 현실과 닿

는 우리의 도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

적 독서의 양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아있지 않다는 점도 제게는 부정적인 영향

습니다.

하지만 저자도 스스로 밝혔듯이, “이러한

을 주었습니다. 미국의 소도시에 대한 사례

개인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정리한 본 글은

시도들이 결코 고전 시대에 꿈꾸던 ‘진리’

가 세계화의 시대에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심원건축학술상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고

나 가치의 완벽한 피난처를 만들어 낼 수는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저자도 동의하

판단됩니다.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겠지만 세계화는 보편성에 대한 문제이지,

없습니다. 저자는 굳이 ‘고전 시대’의 ‘진

버네큘러(vernacular)에 대한 이해의 차원

리’나 ‘완벽하다’는 표현으로 앞선 글쓰기

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많이 참조

들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습니다만, 개

한 것으로 보이는 렘 콜하스의 뉴욕에 대

인적 서술이 아닌 공감된 출판물이라면 최

한 연구와 차이는 이 부분에 있다고 생각

대한 완벽해지려는 노력, 자신이 아는 진리

합니다.

를 담으려는 분투의 소산이지 처음부터 이 것은 진리도 아니고 완벽하지도 않으니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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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

가평 달전지구 공동 주거 단지 합벽형 단독주택 유형

최근 주택 시장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는

이와 같은 주택 수요 변화는 저출산·고령

지금껏 1가구 1주택의 모토를 내세우며 앞

통계치가 등장해 이목을 끈다. 국내 주택

화 현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최근의 부동산

만 보고 달려온 주거 시장이었다. 그리고 그

건설업체의 절반 이상이 주택 수요 변화를

경기 침체 등의 분위기와 동반해 건설업체

를 뒷받침했던 주거 정책과 생산 시스템을

감지하고 있으며, 주택 등으로 선호 주택

들의 위기 의식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제는 주거 시장의 모토가

의 변화(57.1%), 재산 증식 수단으로서 주

드러났다. 반면 위기의식이나 사회 변화에

더 이상 유효한 것이 아니란 것과 시장을 뒷

택 매매 풍조가 퇴조(24.3%)할 것이라 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이 경기

받침하던 정책과 시스템이 이제는 발목을 잡

다. 반면 대다수 업체들이 주택 수요 변화

순환과 흐름에 있다, 인식하기 보다는 시장

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하고(94.1%) 있

의 구조적 모순과 시스템에 두고 있다는 점

르 코르뷔지에가 ‘인구 삼백만 명을 위한

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건설업체 600개

이 흥미롭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투자 여

도시’와 ‘빛나는 도시’에서 제시하였던 공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

력 부족 32.0%, ① 소형주택 건설 및 경쟁

동주택의 모델은 당시 사회상의 반영이며,

른 건설업계 대응 실태’ 조사, 대한상공회

심화에 따른 수익률 하락 26.5%, ② 분양

그가 그렸던 사회 구조에서 파생된 것이었

의소, 2011, 4, 26)

위주의 공공주택 공급 20.6%, ③ 주택건설

다. 그리고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피폐해

관련 정부규제 12.9%, 기타 수요자들의 집

져 가는 주거 환경과 처절하게 몰락해가는

값 하락 걱정 8%)

도시의 환경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었다. 그 내용이 고층 주거에 대한 제안이라기 보 다는, 도시민들한테 쾌적한 녹지, 풍부한 햇빛을 제공하겠다는 건축가로서의 사회 적 발언이 아니었을까 한다.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2


↑ 조감도

국내에서 짧은 시간 내 대표적인 주거 유형

우리는 종종 황색 신호를 보고도 정지선 앞

경기도 가평 달전지구 공동 주거 단지는 소

으로 자리 잡아 온 아파트는 주거의 편리성

에 멈출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신호가 바뀌

규모 고급 주거와 대규모 아파트로 양분화

을 가져다 주면서 다양한 건축적 문제들 또

기 전에 빠져 나가지 못하면 교차로에 갇

돼 있는 주택 시장의 그 중간 어디쯤에 있

한 양산해 온 것이 사실이다. 주거 유형은

혀 난처해지기 십상이다. 그리고 정지선에

다. 그리고 주거 현실에서 도출된 상대적

표준화와 획일화, 과도한 프라이버시와 단

서 얼마나 멀리 와 있는가를 비로소 깨닫

개념들에서 공동 주거의 건축이 시작된다.

지 중심의 폐쇄적 커뮤니티, 그리고 대형화

게 된다. 그런데 지금 그 황색 신호가 국

140세대의 공동주거 단지에서 한동안 잊고

로 인한 시장의 모순까지 잠재돼 있다. 오

내 주거 시장에 켜져 있다. 우리는 교차로

있던 중요한 건축적 가치와 가치 실현의 가

늘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주거의 모습에 대

를 어떻게 통과하게 될 것인가 하는 물음

능성을 타진해 보고, 주거를 생산하는 방식

해 건축가의 발언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이 여기 있다.

과 시스템, 그리고 건축적인 방법이라는 세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대규모

가지 측면에서 주거 건축의 이야기를 이어

주거 단지로 변모해가는 아파트에서, 청계

가기로 한다.

천 상가들이 가든 파이브로 변신하는 것과

진행 | 강권정예(본지 객원기자),

같은 것을 보게 된다. 2천여 개 상가를 건

자료제공 | 김영준도시건축

축할 기회를, 단 4개 동으로 몇몇 건축가들 에게 몰아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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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달전지구 공동 주거 단지

기본 구 상과 건축 개념

4가지 체계

1. 대지구성

2. 조경패턴

3. 외부공간

4. 배치형태

4가지 체계,

는 개념, ③ 외부 공간의 특성을 조정하

유형이기도 했다. 2개 층의 공동주택(40

6가지 주택 유형,

기 위한 제안, ④ 대지 내부의 원활한 연

평) 120채와 단독주택 20채로 구성된다.

합벽형 단독주택

결망 등, 네 가지의 서로 다른 체계를 상 호 연계시키는 수법으로 정리하였다. 이

설계 개요

가평 달전지구는 강변에 면한 구릉으로

네 가지 체계가 복합되는 과정에서 주도

서 경사도나 지형에 따라 세부적인 조건

로에 부속되는 막힌 도로의 위계, 공동체

대지 위치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이 상이하다. 건축 유형은 대지 자체의 가

를 의식한 분산된 중심들, 조경 설계로 보

192-1 일원

능성을 세밀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

완될 외부 공간의 패턴 등이 부가되었다.

지역 지구 도시개발구역

건축 유형의 기본 변수로 강변을 향한 조

6가지 주거 유형은 기본적으로 내부 공간

사업 면적 59,845,000m2

망을 두고, 조망에서 소외된 곳에 들어

과 외부 공간이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중

대지 면적 46,470,000m2

가는 주거에 조망을 보완하는 변수를 더

정, 테라스의 성격으로 특성화시켰다. 대

건축 면적 14,263,043m2(30.690%)

해 주거 단지의 구상을 시작했다. 그리

지 레벨에 따라 외부 공간과 시선의 거리

연면적 21,814,131m2(46.942%)

고 6가지 연립 주택의 유형(단독 주택 유

를 감안하여 재차 구분되었다. 그리고 단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형도 동일)이 제안되었다. 이들은 대지

위세대 전후면 외부 공간을 배타적으로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의 조건에 따라 세분화된 건축 유형이다.

사용이 가능하여, 공동주택이되 단독주

주차 대수 287대(세대당 2대, 경비 2대, 부

주거 단지의 배치안은 ① 주거 유형의

택의 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모델로 가

대복리 5대)

교대적인 배치, ② 대지 경사를 활용하

장 적합한 합벽형은 느슨한 공동주택의

시공 코오롱건설, 태영건설, 신세계건설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2


6가지 주택 유형

6가지 주택 유형—단독 주택—20세대

loft

wedge

weparated

court

6가지 주택 유형—공동 주택—80세대

attached

flat

mat

outdoor

terrace

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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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달전지구 공동 주거 단지

기본 구 상과 건축 개념

설계 지침

배치 대안 alt1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전면, 후면 구성 체계, 배치도 ) alt2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2


alt3

alt4

alt5

alt6

alt7

al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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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달전지구 공동 주거 단지

건축가별 주거 유형

건축가별 건축 유형도

대지단면도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2


중정형(YD), 김영준 첫째, 배치도로 드러나는 20세대의 반복적 기본

인 설계보다는 4세대씩 묶이는 주택 유형의 변화 가능성을 주목하였다. 우선 기능별로 구분 가능하고 대지의 조건에 따른 불확실 평면의 대응

연립

한 상황에 쉽게 대응할 수 있는 열린 구조의 기본 평면 유형을 마련하였다. 최종의 설계 안은 부분적으로 변화된 다양한 평면 대안 이 함께 묶인, 열린 제안으로 정립하였다. 결과의 형태보다는 변수의 상호 연계 속에

복제

다양한 조합

제안의 핵심이 있다. 둘째, 주택 유형의 통례적인 성격 보다는 도 시적 주택 유형을 목표로 하였다. 기존의 주 택 유형은 단위 공간의 완성을 확장하여 주 동의 형식으로 정리하고, 그것을 복제 배열

변형

하는 방식으로 고정되어 획일화된 이미지 의 반복적인 풍경을 벗어나기 어렵다. 평면 유형의 변화와 그것의 다양한 조합의 방식 을 수단으로 주택 유형에서 답습했던 상투 적인 프로세스를 탈피하고 도시성을 포용 하는 주택 유형의 모델을 제안하였다. 셋째, 주택 유형의 외부 공간과 연계를 강 YA-1

조하였다. 기존 아파트 주택 유형의 연장선 은 주거에서 단위 공간의 완성에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공간에서 출발하여 기타 외부 공간으로 계획이 진전

YA-2

되는 바, 본 제안은 순서를 역전시켜 개인 의 공간을 외부 공간에서 파생시킨 결과로 1층 평면도

서 정의하였다. 결과적으로 4개의 단위 평 면은 2개 연립을 병렬시키는 조합 형식으

YA-3

로 진전되었다. 넷째, 결과적으로 단위 평면은 주거 유형의 범위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 변형되 면서 발전된 셈이다. 주택의 개념은 큰 흐름

YA-4

으로는 세부적인 분할의 기능적인 방들이 집합되는 해석에서, 차츰 불확정적인 삶의 2층 평면도

패턴을 수용하는 반공공적(unprivate) 기 능의 영역으로 진화해가는 추세에 있다. 전

YA-5

단위평면의 기본개념

원형 주택이 기존의 아파트 평면에서 유래 된 주택 유형과 차별되는 요인을 주목하여

주택유형 Y 평면도

새로운 주택 개념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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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형(KD), 코지마 카즈히로 (Kazuhiro Kojima) 외부와 내부를 같은 가치로 보며 외부 공간 도 방으로 한정하게 되었다. 방은 다양한 레 벨을 가지며, 집 전체가 계단이 된다. 내외부 공간은 개구부와 자유롭게 연결된다. 전망 이 펼쳐지고 풍부한 빛이 들어오는 창은 중 첩되어 있다. 특히 외부와 내부 공간의 연결, 여름과 겨울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하여 한 국의 전통 공간이 가지고 있는 지혜, 마당 또 는 대청마루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하였다.

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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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2

2층 평면도


테라스형(UD), 장윤규 대지의 ‘풍경 찾기’와 ‘풍경 만들기’의 관계 속에서 주거의 프로그램을 설정한다. 현대 에 자연적인 생활에 필요한 근본적인 정신 의 끝점은 구조, 공간, 재로, 스킨, 랜드스케 이프 등이 통합된 하나의 틀 속에서 생활하 는 자연적인 주거를 구성하는 데 있다. 풍경 을 즐기는 집을 제안한다. 주거를 통하여 제안되는 풍경의 틀은 자연 을 즐기고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친환경이 틀이 된다. 전원 주거는 도시 생활과 다른 자연적 풍경과 환경 사이에 만들어 낼 수 있는 ‘풍경의 코드’를 제공하는 데 있다. 전 원의 생활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인 외부 적 자연 즐기기를 획득할 수 있는 외부적 인 테라스를 가지는 기본형의 프로토 타입 으로서의 주거로 시작한다. 주거의 프로그 램과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자연의 풍경을 서 로 교차하는 인터랙티브 테라스 주거를 구 현한다. ‘풍경 데크와 풍경 프레임의 결합을 통한 주거 Passage Frame + Passage Deck 로 제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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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트형(MD), 마리나 스탄코비치 (Marina Stankovic) 로프트 홈은 단일 개방형 방과 덩어리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내부공간은 미닫이문과 가림막으로 다중적으로 해석된 다. 축이 되는 주방은 소통의 공간이며 심장 부이다. 공간들은 순차적으로 흘러가며 어 떤 공간들은 상대적으로 더 비밀스럽고, 또 어떤 공간들은 상대적으로 더 개방적이다. 3m 너비의 앞 마당은 입주자 나름대로 식 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미닫이 문이 다이닝 룸과 앞마당을 연결해 준다. 현 관문 안쪽으로는 정돈된 방을 마련하기 위 해 레벨을 한 단 낮추었다. 거실은 ‘로프트 홈’에 있어서 가장 크고 넉넉한 공간이다. 집안 어디서든 보이드를 통해 거실을 들여 다 볼 수 있다. 두 가지 요소가 거실을 더욱 더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하나는 거

M 유형 공동주택 배치도

실을 웅대하고 숨통이 트이는 공간으로 층 고가 높고, 다른 하나는 좀더 여유로운 공간 으로 느끼게 하는 대형 미닫이 문이다. 서재는 거실의 정점이고 거실과 차별화되 는 것은 높이 때문이다. 에워 쌓인 공간으 로 집중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고 천창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다. 침 실은 로프트 홈의 상층부에 자리잡고 있으 며 단일 개방형 공간에서 유일하게 차별된 공간이다. 두 개의 침실은 천창과 화장실을 사이에 두고 연결되며, 한쪽은 스튜디오 겸

M 유형 단독주택 배치도

서재인 갤러리와 연결되고, 다른 쪽은 산을 바라볼 수 있는 발코니와 연결된다. 침실로 사용하지 않을 때 새로운 공간으로 변형될

1. 유리 난간 2. 출입구를 계절적 요소로 부터 보호하 3. 외벽 : 석고보드 : 5cm / 콘크리트 벽 파사드 마감재 : 스토 열량단위 석고 4. 출입문 : 검은 색 페인팅이 된 금속, 5. 출입부 바닥처리 : 목재와 부분 한국 6. 미닫이 문, 양극 처리한 검은 색 창틀 7. 하얀 색 우드 스테인을 바른 목재 바 거실로 이어지는 곳에서 15cm 올림 8. 이동 가능한 옷장, 의자 등 포함 9. 층고 3.1m 10. 바닥 시공 : 목재바닥 하얀 우드 스테 바닥 난방 플로팅 스크리드 12cm / 단열재 10cm(스토 열량단위 시스템 그레인 스토 열량단위 석고 / RAL 9 11. 목재 미닫이 문 / 흰색 RAL 9003 12. 목재 미닫이 문 / 흰색 RAL 9003

수 있다.

M 유형 단독주택 배치도

주요 상세도 1. 유리 난간 2. 출입구를 계절적 요소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캔틸리버로 처리된 상층부 3. 외벽 : 석고보드 : 5cm / 콘크리트 벽 : 20cm / 단열재 : 10cm 파사드 마감재 : 스토 열량단위 석고, 검은 색 페인팅된 파인 그레인 / RAL 9005 4. 출입문 : 검은 색 페인팅이 된 금속, 흰색 유닛 호수 5. 출입부 바닥처리 : 목재와 부분 한국산 자갈 처리 6. 미닫이 문, 양극 처리한 검은 색 창틀 7. 하얀 색 우드 스테인을 바른 목재 바닥, 높이는 외부 목재 데크와 맞춤, 거실로 이어지는 곳에서 15cm 올림 8. 이동 가능한 옷장, 의자 등 포함 9. 층고 3.1m 10. 바닥 시공 : 목재바닥 하얀 우드 스테인을 바른 가마 건조 보드나 엔지니어 보드, 바닥 난방 플로팅 스크리드 12cm / 콘크리트 슬랩 18cm / 외부 바닥 오버행 : 단열재 10cm(스토 열량단위 시스템 기준) 외부에 검은 페인팅 처리한 파인 그레인 스토 열량단위 석고 / RAL 9005 11. 목재 미닫이 문 / 흰색 RAL 9003 12. 목재 미닫이 문 / 흰색 RAL 9003

주요 상세도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2 1. 고정 유리 검은 색 양극 처리한 알루미늄 틀 2. 유리 난간 3. 발코니, 안방에서 출입 가능 / 실외 콘크리트 타일 공사 4. 파사드 마감 : 스토 열량 단위 석고, 검은 색 페인팅, 파인 그레인 / RAL 9005 5. 뒤 뜰 : 자갈과 목재 혼용 / 미처리 6. 미닫이 문, 양극 처리한 검은색 창틀 7. 하얀 은색으로 양극 처리한 메탈패널, 단열재 포함 8. 금속 공예 층계 및 난간 / 검은 색 페인팅 9. 목재 미닫이 문 / 흰색 RAL 9003 10. 바닥시공 : 목재 바닥 : 가마 건조 혹은 엔지니어드 보드, 흰색 우드 스테인 처리 바닥 난방 플로팅 스크리드 12cm 콘크리트 슬랩 18cm 11. 주방 카운터 (별도 상세도)

단독주택 평면도

marina stankov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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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평면도

1. 고정 유리 검은 색 양극 처리한 알루미늄 틀 2. 유리 난간 3. 발코니, 안방에서 출입 가능 / 실외 콘크리트 타일 공사 4. 파사드 마감 : 스토 열량 단위 석고, 검은 색 페인팅, 파인 5. 뒤 뜰 : 자갈과 목재 혼용 / 미처리 6. 미닫이 문, 양극 처리한 검은색 창틀 7. 하얀 은색으로 양극 처리한 메탈패널, 단열재 포함 8. 금속 공예 층계 및 난간 / 검은 색 페인팅 9. 목재 미닫이 문 / 흰색 RAL 9003 10. 바닥시공 : 목재 바닥 : 가마 건조 혹은 엔지니어드 보드, 흰색 우드 스테 바닥 난방 플로팅 스크리드 12cm 콘크리트 슬랩 18cm 11. 주방 카운터 (별도 상세도)


테라스형(ND), 엔엘 아키텍츠 (nl architects) 가파른 산의 경사와 나무로 둘러싸인 대지 의 지형에 맞게 두 가지 형태의 ‘빙하(Glacier)와 파노라마(Panorama) 유형’을 마련 했다. 이 두 종류의 유형은 서로 다른 경사 도에 반응한다. 연립주택인 빙하와 파노라마 두 유형은 가평의 강과 산 그리고 주변 풍경 들이 가장 잘 보이도록 고안되었다. 단층 단 독 주택은 모든 공간이 외부 공간과의 직접 적인 관계를 맺는다. 대지 높은 쪽에 위치하 는 ‘빙하 유형’은 두 블럭이 서로 하나의 곡 선 볼륨으로 결합되면서 총 18개의 주택으 로 형성된다. 각각의 주택은 길고 넓은 선형 entrance and light æ» „( ƒPatio:ºø¿)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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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며 하나의 블럭에서 반대쪽 블럭으로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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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ce: view

만나며 연결되는 형태이다. 내부 공간과 테 라스의 조합이 세대별로 번갈아 가며 활기찬 Ø «¸¿« ˙ ¡§ Bayonet

형태를 만들며, 주변 대지와 관계를 맺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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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uation

연속적인 공간적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테라스는 거실과 식당을 결합하여 공간을 확 장시킨다. 세대별 출입구는 레벨이 높은 쪽 은 도로 쪽에서 연결된다면 레벨이 낮은 쪽 은 개인 테라스를 통하게 된다. ‘파노라마 유 형’은 8개의 계단 형태로 이루어져 있고 주변 자연경관과 이상적 혼합 프레임을 찾으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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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였다. 큰 거실 공간은 테라스를 통해 아 름다운 전망을 만들어 냈고, 반대쪽에 위치 한 작은 정원은 내부 공간을 더욱 효과적으 로 활용하기 위해 빛과 식물에게 적합한 공 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주거영역 언덕의 경 사도 흐름을 따라 천장과 바닥의 레벨에 변화 를 주었고, 그 공간적 흐름은 결국 내부 공간 Ú È + ¡ˆÿ È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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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다른 기능들로 구분하도록 계획하였다.


커뮤니티 센터,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 (Alejandro Zaera-Polo) 커뮤니티 센터는 대지의 형태와 북향의 채 광 조건에서 시작하였다. 대지의 형태는 공 공의 수요가 가장 높은 북쪽과 남쪽을 가로 지르는 선을 중심 축으로 하는 부등변 사각 형이다. 대지의 가장 자리를 오프셋하여 다 이아몬드 형태를 잡은 후 서로 대칭이 되 도록 하였다. 공공의 수요가 가장 많은, 다 이아몬드의 북쪽 모서리를 잘라, 출입구를 두었다. 건물의 볼륨은 4.5m 간격의 타원형 구조물 들과 북쪽 빛을 받기 위해 2:3 비율로 비틀 린 창들을 두었다. 타원형 구조물은 수직 벽 으로 시작하여 서서히 구부러져, 가로로 뻗 어나가 공간을 가로지르는 형식이다. 연장 길이가 길수록 더 높은 공간을 만들어 최고 8m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건물 중앙의 단 면을 높게 만들고 북쪽과 남쪽 끝부분이 점 차 줄어들어 북쪽 출입구와 남쪽 끝자리에 앱스 형태를 만들게 된다.

남측면도

동측면도

북측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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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달전지구 공동 주거 단지

인터뷰│김영준

주거 생산 방식과 주거 인식

주거에 대한 문제 제기 혹은 프로젝트의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출생률이 1980년

을, 더 이상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 현실이

배경이 되었던 상황이 있는가.

이후 절반 수준이 됐다. 주택 보급률도 이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도시는 산업을 위한 터전의 속성이 있고, 도

미 세대수를 웃돌고 있다. 그러면서 드디어

기존의 공급 방식에서 비롯되는 주거의

시의 발전 과정에서 조직이나 구성 측면에

우리 모두를 가두었던 다단계 판매와 비슷

모습들에서 주거의 가치나 대안으로서

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주거 문제가 물론

한 주거 공급의 체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의미를 찾을 수가 있는가.

그 핵심에 있다. 서울의 경우, 1960년대 이

않는 시기가 되고 있다. 팽창의 시기에 준

기존 아파트 문화의 긍정적인 면은 주거의

후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기반해서 산업

비되었던 시스템이 바뀔 시기가 되었다. 대

표준을 올려 놓았다는 점이다. 시장에 맡겨

화와 자본화에 맞추어 대량 공급 시스템에

단위 개발에 익숙해 왔던 주거의 공급 방식

놓은 주거의 형식이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기반한 공동주택의 형식이 도입되었다. 결

이 변해야 하고, 우리가 여태까지 익숙했던

져 있다 보니, 대부분의 성과가 단위 주거,

과적으로 보면, 민간에게 주거 공급을 맡기

여러 관습에서 탈피 할 수 있는 다양한 대

인테리어 중심이다. 이는 내부의 편리성이

면서 주거 인프라의 책임과 그에 따르는 이

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평 프로젝

나 마감만의 얘기가 아니라, 모든 성과가

윤을 보장하는 구조였고, 이를 기반으로 제

트의 배경이었다.

내가 안에서 밖을 보는 관점에 맞추어 있다

도가 정비되면서 40년이 흘러왔다. 그것이

성장 일변도로 달려왔던 사회에서의 딜

는 얘기이다. 주거라는 문화는 공동성 혹은

법규와 시스템으로 고정되면서 다른 방식

레마일 수 있을 텐데, 그 동안 주거 건

도시성 등 밖에서 나를 보여줘야 하는 관점

의 접근이 어려운 폐쇄적인 상황이 되었다.

축이 건축의 제반 문제들을 야기하기도

도 같이 있는 것인데, 후자는 없다는 것이

그간 주거는 잘 팔렸다. 대량 공급의 요구

한 것 같다.

다. 그러다 보니 무엇보다 외부를 대하는

에서 표준화가 득세했다. 모델하우스로 대

지금 소위 시장에서 우리가 주거를 선택하

자세가 원경의 전망에서 그친다는 점이다.

표되는 표준화된 주거의 모습은 대부분 인

는 기준은 내가 살기 좋은 집이 아니라 나

외부 공간의 문제는 개념적으로 자연이나

테리어의 관점이 강조되었다. 같은 면적에

중에 잘 팔리는 집이다. 특성이 있는 집보

공동체에 대한 대응 방식인데, 한발 떨어진

는 같은 가격이 매겨지고 공급의 편의를 위

다는 누구나 다 좋아할 수 있는 표준화된

관망의 자세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해 편차를 줄이게 된다. 인테리어 평면이

집이 기준이 되었다. 대량 공급의 편의와

이다. 수많은 주거 건축 유형의 변화는 결

진화될수록 공동주택 본연의 의미는 퇴색

매매 가치의 편의가 어우러져 특성이 제거

국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의 결합 방식에

되었다. 도시의 섬이 확대되면서, 개인의

된 표준적인 가치가 주거 건축을 제어하게

있다. 수요자 중심, 인테리어 중심의 사고

삶, 내부 공간의 윤택함만 강조되었다. 기

된 것이다. 특화된 주거는 상품으로서 부적

가 가지는 한계가 여기에 있다.

술과 자본과 경험이 축적되면서 주거 단지

합하다. 그리고 시장에서 교환 가치로서 힘

과도한 프라이버시의 문제도 있다. 모여 산

의 크기는 계속 확대되었고 그에 걸맞도록

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다는 조건에서 공동체보다는 개인의 삶이

공동 주거는 대기업이 장악하는 상품이 되

시도들이 배제되면서 장식의 경쟁으로 안

과도하게 강조되어있다는 점이다. 결국 그

어버렸다.

주해 온 셈이다.

간 우리의 아파트는 원경 + 프라이버시 +

물론, 그간 편리성이나 마감수준 등 우리

인테리어의 집합체이다. 이를 벗어나는 좀

의 주거 건축이 이룬 성과는 부인할 수 없

더 다른 주거 형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커

다. 어쩌면 외국의 상황과 비교해도 경쟁력

뮤니티와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양립시키느

있다고 생각한다. 요약하면, 계속 성장하는

냐 에서 수 많은 주거 유형이 제안될 수 있

사회에서 활용하던 제도가 이제 안정되는

을 것이다.

사회에서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의 문제이 다.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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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를 생산하는 제도(법규)와 시스템

주거를 생산하는 건축의 방법론

앞서 얘기처럼, 대규모 개발을 장려하기

제도나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궁

이 없다.

위한 여러 가지 당근의 수단으로서 제도

극적으로는 건축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

도시라는 구조는 자기 집이 35번지에 있

들이 있었다면, 변화가 필요한 것은 무

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각도의 접근

다면 24번지부터 30번지를 거치면서 다양

엇인가.

방식도 필요해 보인다.

한 과정이 있는 직렬의 집합이다. 그런 과

공동 주거의 법 체계는 19세대를 넘어가면

요즘 화두로 얘기되는 것이 ‘단지에서 도시

정의 변수에 여러 실마리가 있다. 지금까지

건축법이 아니라 주택법의 적용을 받는다.

로’ 이다. 단지 계획이라는 고정적으로 바라

잊혀져 왔고 무시되었던 것을 강조하면 새

19세대부터는 공동주택의 공급 규칙을 따

보는 제도적 성격에서 벗어나, 시장에 맡겼

로운 주거 형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

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19세대

던 주거 형식을 도시적 공공적 차원에서 다

성이 많아진다. 결국 ‘커뮤니티와 프라이버

미만의 고급 주택이 아니면, 대단위 공동주

시 바라보기쯤 될까?

시’,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 이런 식의 상

택으로 양분되어, 이 사이가 현실적으로 성

예전의 아파트를 평가해 보자면, (예로 압

대적인 개념에서, 아파트의 형식이 밟아 왔

립되기 어렵다. 마을 단위의 커뮤니티를 대

구정에 있는 현대아파트와 한양아파트를

던 개념들의 반대 개념에서 가능성을 찾을

략 100세대 정도로 보면 이 정도 규모의 마

비교해 보면) 가로에 대응하는 많은 시도들

수 있다.

을 단위를 감안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

도 있었다. 그나마 70, 80년대까지는 길거

그렇다면 가평 프로젝트에서는 어떠한

다. 시장에 맡기다 보면 세대 규모가 작아

리에 상가를 놓아 가로 활성화를 꾀한 사례

해법을 찾았는가.

지면 법규의 제약, 수요에 대한 제약 등 여

도 많다. 그 이후 단지의 완성이 강조되면서

가평 프로젝트는 경사가 있는 지형이라, 위

러 가지 이유 때문에 고급 주거로 간다. 제

도시의 길을 다 죽여버렸다. 단지 계획을 도

로 올라가면 밖이 보이고 경치가 좋아지지

도들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쪽으로 변화

시적 관점으로 풀어야 하는 숙제가 거기에

만, 아래쪽으로는 전혀 다른 조건을 가지고

가 돼야 한다.

있다. 또 하나 다양한 주거 형식들이 어우러

있다. 대지 끝으로 가면 산과 붙어 있게 되

100세대 정도를 건축법으로 다룰 수 있게

지는 방식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공동주

고, 가운데는 집들이 붙어 있는 식이 된다.

하면, 공동주택의 여러 규정에서 벗어날 수

택=표준화’ 라는 등식을 조금 다양하게 열

세세한 대응의 조건이 다 다르다. 물론 세부

있는 다양한 유형이 제안될 수 있을 것으로

어야 한다. 다양함 속에서 표준화를 하는 길

적으로 보니 그런 것이다.

본다. 대규모 주택에서 기본적으로 제어해

도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대지의 조건을 대응하는 방식에 착안

야 하는 강한 규제들이 있었는데, 소규모 세

아파트 형식이란 것을 단순화해서 보면, 평

하여, 각 주거 유형을 내부 공간과 외부 공

대에서는 좀더 자유롭게 풀어줄 수 있는 부

면을 개발하고 집적하여 동을 만들고, 동과

간을 변수로 중정, 테라스의 성격으로 특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가평 프로젝

동 사이는 프라이버시로 커버하는 단지이

시켰다. 강에 대해 교대로 가는 배치를 접근

트는 현행의 제도 안에서 그 중 몇 개 주요

다. 다라서 대부분의 아파트는 자기 집과

한 다음, 대지의 아래쪽과 위쪽의 주거 유형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외부 환경의 연결고리가 단순하다. 즉 건

을 달리 하였다. 아래쪽은 집에서 뷰가 없

축적으로 얘기하면 오피스 타입이라고 하

는 대신에 내부 중심적인 중정을 하나 더 두

는 병렬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외

고, 높이 위치한 집은 뷰를 중심으로, 중간

부 환경에서 로비로 들어가 503호 자기 집

의 집은 뒷집의 뷰를 가리니 사이사이 뚫어

으로 간다. 그 과정에서 305호와는 만날 일

놓은 형식을 제안하였다. 또 어떤 집은 내부 의 층고를 높게 해서 중간적 자세를 취하도 록 하였고, 밖을 볼 수 있는 테라스를 중심 으로 한 형식, 그리고 계곡으로 파고 들어가 는 위치에서는 양쪽으로 뷰를 열어주는 형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2


식을 제안하였다. 여러 가지 형식이 대지 조

영되다 보니, 무늬만 단독 주택인 아파트가

평 프로젝트는 기존의 아파트 형식에 비해

건에서 유추된 셈이다.

다시 등장한다.

땅의 지분이 훨씬 넓고, 외벽도 넓고, 실현

모든 주택의 형식은 2개 층 합벽형 단독주

이 순환을 조금 더 바꿀 수 있는 가능성들

하는데 시간이나 비용이 아파트 보다 많이

택의 유형으로, 공동주택의 범주로 분류되

이 연구되어야 할 것 같다. 기존과는 다른

드는 구조이다. 그 외벽이 넓어지는 것에서

지만, 앞뒤의 마당을 배타적으로 쓸 수 있는

주거의 가치들은 살아보면서 느끼는 것이

삶의 패턴이 달라지는 것이다.

권한을 부여하였다.

라 본다. 다른 형식의 주거에 대해 경험이

결국 앞서 얘기처럼 인테리어와 뷰 중심의

단지계획 방식과는 다른 아이디가 필요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수요들을 창출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로 해서 현상설계 통해 아이디어를 받지

해내고 거기에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어

고 생각한다. 외부 공간을 바라보는 대상에

만, 실행 과정에서 큰 차별성이 없어지는

느 날 주거 형식의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는

서 탈피하여 내가 쓸 수 있고 살아가는 곳으

것 같다. 결국 변화를 위한 사회적 비용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겠고, 조금씩 다양한

로서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투여되었던 비

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 것인가.

주거 형식들이 등장하면서 다른 삶의 패턴

용을 재 검토하여, 간접 비용을 줄이고, 마

실행을 하다 보면 기존 법규의 제약을 받는

들이 가능하게 되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무

감 비용을 줄이고, 공공의 영역을 보완한다

것들이 있다. 현행 공동주택의 법규가 단지

엇인가 변화되지 않을까. 그리 비관적으로

면, 좀 더 건강한 주거 형식을 만드는 일은

계획을 중심으로 하는 효율적인 공급체계

보진 않는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전세계

에 맞추어 있어서, 기존의 시스템으로 들어

결국 시장을 떠나서 다른 유형의 주거 상

에서 다 하는 일인데 우리만 못할 수 없지

가는 순간에 아파트 체계로 바뀔 수밖에 없

품을 만들어야 할 텐데, 하나의 사례가

않은가?

다. 최근에 신도시에서 단독 주택을 염두에

필요할 것인가.

둔, 저층형 주거의 가능성들을 펼칠 수 있

결국 가서는 적정한 가격으로(현재로선 아

는 땅을 많이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사

파트를 살 수 있는 가격쯤?) 새로운 주거 형

나 건설회사에서 이것을 시도를 하는 순간,

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가

100채쯤 되는 주택들이 아파트의 축소판으 로 바뀌게 된다. 모델하우스의 필요성에 뷰 나 프라이버시의 정형화된 요구 사항이 반

김영준│ 경기도 가평 달전지구 공동주거 단지의 총괄기획자로서 마스터 플랜과 설계 지침을 마련하였으며, 현재 김영준도시건축(yo2)의 대표이다. 한 국예술종합학교 튜터, 마드리드 대학 초빙 교수 역임하였며, 파주출판도시 1, 2단계 건축 코디네이터로 출판도시의 건축지침과 공동주거를 진행하였다. 대표작으로 허유재 병원, 자하재, 학현사, 그리고 행정중심복합도시 도시개념 국제공모(1등)가 있다. 그리고 김수근 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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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읽는 도시 건축의 세 가지 켜

최근의 두 가지 도시 건축의 사건이자 이벤트는 역사 도시 서울의 모습을 그려 낸다. 하나는 임진왜란 이전 시기의 유구가 발굴된 종로구 당주동 현장에서이고, 또 하나는 청계천 문화관에서 열리는 <이방인의 순간 포착, 1930경성> 전에서이다. 둘 다 한양과 경성, 그리고 서울이라는 같은 도시의 구조와 도시 조직을 이해하는 객관적인 근거를 보 여 주고는 있지만, 팩트를 구성하는 구조가 말하는 속내는 달라 보인다. 역사 도시 서울의 도시 구조를 제대로 읽기 위한 방법론을 찾아본다. 글 | 강권정예(본지 객원기자) , 자료제공 | 서울역사박물관, 한양대하교 건축학부 도미이 마사노리 연구실

1929년 요시다 하츠사부로(吉田初三郞)의 조선박람회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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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서울,

종로구 당주동 일대에서 발굴된 유

사하다.

16세기 한양

구는 현재 도로 레벨에서 3m 아래

현장에서 채집된 토양 샘플은 늪 지

에 있어 임진왜란 이전인 15세기

대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지층 또한

말, 16세기의 것으로 밝혀졌다. 유

하천이 퇴적된 모습을 하고 있다.

구를 통해 볼 수 있는 공간 배치는

이러한 모습은 앞서 발굴된 종로2

주거의 유형이지만, 일반적인 민가

가의 르미에르 빌딩 자리와 현 종로

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다. 같은 현

구청 앞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당주

장에서 최근 총통이 발견돼 그곳이

동 발굴 현장의 터에 면해 있는 길(

육조 거리의 일부로 관사가 있던 자

현대화재해상 본사의 뒷길)은 조선

리라는 것을 추측하게 한다. 놀라운

시대 도성대지도에서 청계천으로

것은 현장에서 유구를 통해 땅 속에

흘러 들어가는 물길로 표시돼 있던

숨어 있던 조선 시대의 골목길이 현

곳으로, 이 일대가 늪이었다는 것을

재에 드러나 있는 길과 그대로 일치

증명해 주고 있다.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땅의 모습

현재 사대문안 서울 도심에서 발굴

이나 필지의 형상이 당주동 일대 건

되는 유구는 조선 시대의 것들이 거

물들을 허물기 전의 모습과 많이 유

의 많으며, 고려 시대 유적은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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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전경(위)과 조선 명소로 소개된 경성의 중심가(웅장한 서양식 건물은 우체국, 조선은행, 철도호텔, 경성일보사). ‘크다’가 아니라 일본과 천황 앞에나 붙이는 ‘다이나루(웅장하다, 위대하다)’라는 표현을 써, 조선식 건물과 차이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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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 북악산, 인왕산 근처, 서촌 일대,

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1, 2, 3, 4가까지, 청계천을 중심으

북촌 일대가 오히려 가능성이 높은

있다. 1914년 서울 도성 안에서는

로 좌우로 1km 이상은 다 유구가 깊

것으로 건축고고 전문가들은 보고

최초로 지적 측량이 이루어지는데,

게 묻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있다. 그리고 지금 발굴되는 것들을

당시의 도시 구조는 일제가 손을 댄

에 따라 도시 건축 연구에서 객관적

통해 도시 구조나 처음 도성을 건설

모습이 아니라, 한양, 구한말 시대

인 자료와 서울의 변화 과정을 읽

했을 때 형태나 건물의 배치들이 그

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도로

는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될 것으로

대로 남아 있다. 발굴 현장 자료를

폭에서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거의

전망된다.

통해 상상해 보는 것이 가능하다.

유사하고, 중요한 도시 축들 역시

그리고 도시재개발이나 정비 사업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들이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아

현재 서울시와 종로구에서는 <서울

직까지 많은 발굴이 있지는 않지만,

사대문안 보존 계획안>이 마련 중이

도시를 이루는 구조나 큰 틀의 축은

다. 이후 법적 근거를 갖게 됨에 따

바뀌지 않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라, 서울 사대문 안 도심 지역은 이

그리고 이 구조가 일제강점기 초반

와 같은 발굴 현장이 늘어날 것으

까지 그대로 이어지는데, 흥미로운

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

것은 일제강점기 때 제작된 지적도

이 진행되지 않은 종로3가와 청계

16세기 유구 발굴 현장. 종로구 당주동.

일제강점기의 서울,

한편으로 당주동 현장에서 5km 떨

경제월보, 상공인 명부를 바탕으로

1930년대 경성

어진 청계9가에서는 일제강점기의

하였으며, 특히 혼마치는 당시 그

서울인 1930년대 경성을 동시에 보

지역에 거주했던 일본인들(혼마치

여준다. 청계천 문화관에서 열리고

지역의 초등학교 졸업생)을 직접 인

있는 <이방인의 순간 포착 1930경

터뷰하고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일

성>은 1930년대 가로를 복원하였다

제시기 도시 건축을 이해하는 기초

는 것과 경성을 보여 주는 첫 전시

자료로서 가치가 한층 더해졌음을

라는 점에서 이미 많은 신문, 방송

알 수 있다.

에서는 그 의미를 전하였다.

전시 내용의 따르면 종로는 양측 직

복원된 가로 도면은 종로와 혼마치

선형으로 2,943m로 인도와 차도가

(本町, 지금의 명동과 충무로)로 당

분리되어 도로의 양측에 모두 보도

시 실측된 거리의 폭, 길이를 비롯

설치, 보도 안쪽은 차도, 그 중앙에

해 노면의 구배 특성, 그리고 3천

는 복선 전차가 다녔다. 보도의 폭은

여 개에 이르는 상가의 이름과 주

4~5.5m으로 아스팔트 마감 포장되

인, 상가의 품목, 운영 시간 등이 상

었으며, 차도의 폭은 18.1~18.3m

세하게 기록돼 있다. 그리고 가로

아스팔트 콘크리트 포장, 또는 아스

를 복원하기 위해 근거 자료로, 당

팔트 마감 포장이 있었다. 혼마치는

시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지도 자

다소 굴곡 및 언덕이 있지만 대체적

료와 경성상공회의소에서 발간하는

으로 평탄한 1,744m의 거리다.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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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폭은 3.8~6m 인도 차도의 구별

이 모습이 언제부터 비롯된 것인지,

이 도시적으로 중요하다. 철도가 놓

이 없었다. 허가 받은 자 이외에 자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 때문에

이기도 했다. 그 당시 일본인들도 여

동차 및 자전거(단 인력거를 제외)

이런 전시가 필요하다. 그리고 경성

기가 우리나라다, 라고 생각했을 것

등이 통과할 수는 없었다.

의 1930년대는 가장 화려했던 시절

이고, 그 이후 도시 생활이 어떻게

종로와 혼마치의 가로 도면을 기획

이라고 생각한다. 관광이나 여행이

발전했는가 하는가를 보여 준다. 문

제작한 도미이 마사노리(富井正憲,

많았고 백화점 문화가 발전한 시대

학이나 영화에서도 1930년대 도시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전시 배경

이고 박람회가 개최되던 시대이다.

생활의 모습이 묘사되고 있는데, 도

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한다. “서울

그 시대의 문화들을 보여 주고 싶

시 건축적으로 근거 자료가 되었으

의 역사를 600년이라고 하면, 5백

었다. 경성은 1910년부터 도시 구

면 한다. ”

년은 조선의 한양 시대, 36년은 일

조를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1920년

제 경성 시대, 그리고 해방 이후 현

대 대표적인 건축물인 조선총독부,

대까지 특성이 있다. 그리고 서울의

경성부청, 또 하나가 남산 조선신궁

컨텍스트를 볼 때는 이 세 장의 레 이어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지금의

1924년 12월 경성시가지도.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3


같은 곳을 보는 다른 시선

그런데 전시를 통해 드러나는 몇 가

교 대상이 되는 것은, 그곳을 활보

지 의문 점은 경성의 모습을 보여 주

하던 깡패의 상징인 하야시와 김두

기 위해 선택된 두 거리, 즉 종로와

환에서 비롯된다. 희화화된 이미지

혼마치가 경성의 대표적인 거리인

에 의해 두 거리가 비교되는 것은

가, 라는 것과 이 두 거리가 비교 대

근대 도시 건축에 대한 왜곡의 여지

상이 될 만큼의 도시적 특성이 있는

가 있다. 또한 전시의 이해를 돕는

가 하는 점이다. 일제강점기 때 종

다는 측면에서 구성된 여러 사진과

로는 조선인 상권의 전통적인 거리

영상물은 종로와 혼마치의 가로 복

이자 비즈니스 중심 거리이고, 혼마

원이 단순히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

치는 소비 상업 거리로 이 둘은 전

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

혀 다르다 할 수 있다. 오히려 1930

것들이 전시의 메시지를 만드는 프

년대의 도시 구조를 제대로 읽기 위

레임과 앵글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해 종로와 혼마치보다는, 지금의 소

대표적인 것이 요시다 하츠사부로(

공로와 태평로가 중심이라고 할 수

吉田初三)의 그림과 영화감독 시미

있다. 세종로에서 이어져 나뉘는 두

즈 히로시(淸水宏)의 영상물이다.

거리는 당시 비즈니스 중심이고, 식

요시다의 그림은 1929년 조선박람

민 자본주의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

회에 맞춰 제작된 것으로, 조선 관

는 곳이기 때문이다.

광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할 목

그리고 일반적으로 이 두 거리가 비

적으로 조선총독부에서 제작한 것

1920년 후반 경성유람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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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다. 시미즈 히로시의 <1930경

성의 이미지로 드러낸다. 실측과 조

의 의미를 넘어선다. 사진은 과거

성> 역시 식민 자본주의가 최고조에

사를 바탕으로 한 가로 도면들은 사

에 실재했던 어떠한 사건이나 현

이른 시대에 조선총독부 철도국에

진과 영상물을 진실로 믿게 하는 문

상을 그대로 재현한 것일 뿐 사실

서 제작한 것으로 총독부의 치적과

자와 같은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자체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식민 통치의 정당성을 보여 주는 것

종로를 혼마치에 비교하는 방식은

사진의 지시적 기능을 주목하기 보

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성이라는 도시를 지극히 타자화,

다는 그것이 무엇을 재현하고 있으

요시다의 그림을 좀더 자세히 들여

대상화시키는 것으로 일제강점기

며, 그러한 이미지가 만들어진 사회

다 보면 경성의 모습을 조감법으로

도시 서울을 읽기에는 거리를 두고

문화적 배경은 어떠했고, 이미지를

묘사하고 있으며, 한반도를 중심에

봐야 할 지점이 분명 있다.

생산하고 소비한 주체는 누구인지

두고 일본과 상하이를 연결하고 있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이방인의 순

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 (권혁희,

다. ‘경성백경’ 역시 일제강점기 관

간 포착 1930경성>전을 주의 깊게

재현의 정치학으로 보는 사진엽서

광지 엽서로, 식민지로 여행을 여행

봐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영상을

pp.103~105 요약발췌)

을 오게 할 만큼의 매력이 있는 일

비롯한 사진은 문화의 일부로 현실

본인들의 치적이 담겨 있다.

을 그대로 반영하는 도큐멘트로서

도시 건축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정 치적 시선으로 재현된 사진들과 식 민지 통치자의 프로파간다를 충실 히 이행하는 영상물은 식민 도시 경

1930년대 종로 지 도.


서울 읽기 1930년대 본 정 지도.

그리고 안창모(경기대학교 건축대

축이, 도시화에 따르는 유통 시스템

학원 교수)의 언급으로 근대 시기

이 구축되면서 대규모 상가와 백화

서울의 도시 건축을 읽는 관점에 대

점, 그리고 자본화로 보험회사가 생

해 이야기를 대신한다. “흔히 말하

기는 것이다.

는 근대라는 것은 도시를 무대로 펼

하지만 서양의 도시를 보는 관점으

쳐지는, 이전과는 구분되는 전혀 새

로 한국의 도시를 보는 것이 적합하

로운 세상이다. 보통 도시를 무대로

지 않은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는 산

펼쳐지는 근대 세계는 서양으로 치

업혁명 없이 근대 사회로 접어들었

면 산업혁명을 통해 바뀐 새로운 생

고, 그것이 식민지화와 함께였다는

산 시스템에 의해 도시가 바뀌기 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기에 변

문이다. 산업혁명의 공업화를 통해

화하는 서양의 도시와는 다른 것이

대량 생산을 이루고, 그를 소비하는

다. 서양 도시를 배운 것으로 한국

도시가 태어난다. 도시는 유통망을

도시를 보면 잘못 읽는 것이고, 그

통해 새로운 자본을 형성하고, 이전

러면 잘못된 해법을 내놓게 되는 것

에는 없던 새로운 건축 유형이 등장

이다.”

한다. 공업화 과정을 통해 공장 건

52


u Iss

e4

한옥 공모전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 2, 에필로그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한옥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 보는 헤리티지 투 모로우 프로젝트 2 공모전(주제 : 한옥과 한옥 사이, 정주(定住)를 위한 집과 길)의 수상작이 지난 3월 4일 공개됐 다. 모두 425개의 팀, 648명이 참여하여 111개 팀이 최종 작품을 제출했고, 이중 1등상인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라 이즈에 2팀이, 2등상인 헤리티지 스피릿 프라이즈에 4팀이, 3등상인 헤리티지 챌린지 프라이즈에 14개 팀이 선정 되었다. 3월 30일 시상식을 가진 후 4월 9일까지 진행된 전시를 끝으로 두 번째 프로젝트가 마무리됐고, 전시 기 간 중엔 투모로우상과 스피릿상의 수상자들이 중국으로 해외건축탐방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4월 22일 아름 지기 한옥에서 이들의 뒤풀이가 마련됐다. 스피릿상의 노근우, 황민성, 주연홍 제씨들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고, 아름지기 사무국의 장영석 국장과 신지혜 간사, 남지원 간사가 함께했다. <와이드 AR>은 공모전의 미디 어파트너로서 이 자리에 동참하여 수상작들 각자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이제 2회를 마친 이 프로젝트의 의의와 진행 과정의 뒷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 등을 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자료 | 아름지기 제공

왼쪽에서부터 윤민환, 신지혜, 박성호, 정재원, 이지연, 이재익, 김효성, 장영석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4


수상자들을 만나다

일정한 곳에 자리 잡기도 하지만, (전세든

아 그것을 현대에 의미 있게 만들고자 하는

월세든)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또 서촌은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전문성이다. 그것의

도시의 중심에 있기도 해서, 가능한 많은

결과는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지만, 그렇다

사람들에게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장

고 형태에 집중하지는 않는다.

소로서 정주를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좌

신지혜 : 한옥의 계승이 형태적인 계승은

담회의 김광현 교수님 말씀이 우리에게 많

아닐 거란 생각은 늘 하고 있다. 사실 우리

신지혜(아름지기 사무국 간사) : 해외건축

이 와 닿았다.

스스로 한옥은 무엇이다, 라고 규정하기도

탐방 이후 첫 만남이다. 투모로우상, 스피

이지연(스피릿상 수상자) : 정주라는 건 어

어렵다. 작년에 공모전 첫 회를 시작하면

릿상 수상자들이 상해, 소주, 항주 등의 지

느 한 곳에 정착하여 뿌리내린다는 의미가

서 당신의 한옥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

역을 돌며 중국의 전통건축에서 근대건축,

담겨 있다. 그런데 그게 현대 사회에선 불

을 던졌던 이유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

현대건축까지를 두루 훑었다.

가능하지 않나. 상황에 따라 충분히 사는

어보자는 것이었다. 한옥의 대중화를 추진

윤민환(투모로우상 수상자) : 일본에서 공

곳이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

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 이전에 무엇을 가

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무척

든지 등을 누이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면

져가야 할지를 함께 고민해 보자는 게 아름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한국, 일본, 중국의

그곳이 정주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또 주

지기의 목적이다. 여전히 그러한 질문은 이

전통건축들이 비교되면서 퍼즐이 어느 정

거, 집이라는 것은 보편적이면서도 개별적

어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우

도 맞아 들어가기 시작한 느낌이다. 한국

인 개념을 갖고 있다. 우리가 건물을 디자

리 주거의 장점을 스스로 느끼고 깨닫는 것

의 건축가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볼

인하거나 특정한 사용자를 설정하지 않은

이 중요하다.

수 있는 기회였다. 이상해 교수님의 가르

이유이다.

장영석 : 아름지기의 방향과 활동들은 한

침도 좋았고, 수상자들과 함께 나눈 이야

장영석 : 건축 교육에서 정주는 낯선 용어

마디로 규정하기 힘들고, 구체적으로 하는

기들도 좋았다.

인가? 그렇다면, 극단적인 해석이 아니라

일에도 질문이 계속 잇따른다. 모든 활동들

박성호(스피릿상 수상자) : 특히 중국의 전

진지하게 질문을 던져 보는 데서 주제의 재

이 그 질문에 대답하려는 노력인 셈이다.

통건축을 찾아보는 것은 쉽지 않은 경험이

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신지혜 : 공모전의 공식 이름에 ‘프로젝트’

다들 중국 여행이 즐거우셨나요

었다. 마치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라는 말이 들어간다. 공모전과 매해 일곱 차례의 아카데미를 포함하는, 그야말로 ‘프 한옥 공모전에 한옥은 없다?

어려웠던 주제, 정주

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투모로우상, 스피릿 상 수상자들과 함께 가는 답사도 해외 사례

박성호 : 이 공모전을 한다니까 “한옥 공모

들을 보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헤리

장영석(아름지기 사무국 국장) : 중국 여

전이잖아, 그걸 하려고?” 라고 말하는 친구

티지 투모로우 프로젝트를 통해 예비 건축

행 중에도 주제-한옥과 한옥 사이, 정주(定

들도 있었다. 워크숍에서도 기와 지붕으로

가들이 조금 일찍 우리 주거의 장점을 알게

住)를 위한 집과 길-가 어려웠다는 이야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고.

되고, 중견 건축가가 되더라도 자연스럽게

계속 나왔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

그것을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윤민환 : 정주라는 주제, 어려웠다. 기존

신지혜 : 사실 한옥을 짓자는 건 아니다. 제

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또 커뮤니티

목이 한옥과 한옥 ‘사이’이지 않나.(웃음)

가 다소 폐쇄적인 곳이라서 새로움에 대한

한옥으로 한 작품도 있지만 그런 작품들은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아

대부분 처음에 떨어졌다.

예 공공 공간으로 열어 두는 것이, 극과 극

장영석 : 부연 설명하면, 한옥이라고 무조

장영석 : 오늘날의 정주는 관계 맺기와 관

은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더 낫지 않을까

건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심사위원

련 있다고 본다. 장소를 중심으로 개인의

생각했다.

들 눈에는 더 나아간 것과 그냥 거기에 머

삶이 얽혀 있어야 한다는 건데, 그런 측면

정재원(투모로우상 수상자) : 개인적으로

문 것이 보일 거다. 참고로, 10년 간의 아름

에서 한 채가 아닌 여러 채를 고민해야 하

는 밀도를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 밀도를

지기 사업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크고 작은

는 이번 공모전의 주제가 그 자체로 관계를

올리다 보니 다른 부분이 포기되는 상황이

변화가 있다. 그래도 일관적인 것은 ‘창조

강제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발생했다.

적 계승’에 관한 것이다. 전통 가옥을 그대

이재익(스피릿상 수상자) : 커뮤니티를 강

김효성(스피릿상 수상자) : 우리가 생각한

로 재현하거나 문화재를 보호하는 기술이

요하기보다 대상지 내부로 집중하여 열어

건 도시에서의 정주이다. 도시에서의 삶은

또 다른 전문 분야라면, 옛 것의 정수를 뽑

놓기로 하고, 그것을 마을이라고 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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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업의 목표


도심에 예전의 공동체 생활이 들어오면 어

은 미래와 과거 사이의 어느 한 지점에서

이재익 : 대상지가 큰 공모전을 할 때는 마

떨까를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가상의

진행이 됐다.

치 개발자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고 보니

시나리오는 이해를 돕고 아이디어가 힘을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지어진 집을

겨울 공모전이 그리 많지 않다.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했다.

선택해서 산다. 내 삶에 맞게 집을 가꾸면

윤민환 : 일본에서 논문 검색 사이트를 보

박성호 : 현대 사회에서 정착하여 산다는

서 사는 것도 정주의 의미 중 하나라고 생

다가 우연히 공모전을 알게 되어 응모하게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도시 조

각했다. 그래서 계획을 어느 정도 배제하고

되었다. 일본 가기 전에는 삼청동의 최욱

직부터 생각하게 되었다. 집과 사는 사람이

가변성을 고려하였다.

사무실에 있었기 때문에 근처 한옥들을 많

바뀌더라도 도시 조직은 잘 바뀌지 않을 거

윤민환 : 내 경우는 열어둠의 수위 조절이

이 봐 왔고, 또 관심이 있었다. 요즘은 2, 3

라고 보고, 지금 골목길보다 좀더 좁은 골

필요했다. 퍼블릭과 프라이빗 공간을 분리

층 규모의 작은 건물에 관심이 많다. 일본

목길을 안쪽에다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

한 이유다. 실제 대상지를 보니까 예상보다

의 마을 보존이나 풍경 보존 등을 보게 되

다. 집이 바뀌고 사는 사람이 바뀌어도 커

작더라. 그래서 이게 들어서면 폭력적이지

면서 그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게다

뮤니티를 이루는 길은 유지되지 않을까. 그

않을까, 싶기도 하다.(웃음) 결국 단계별로

가 석사 과정 졸업 설계가 목조 밀집 주택

과정에서 생각했던 정주는 혼자 만드는 삶

바뀌면서 주변으로 필요한 시설들이 들어

의 틈에 관한 것이었다. 마침 주제가 ‘한옥

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삶이었다. 언제 어

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 한옥 사이’여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

디서든 영위되는 삶은 건물 자체보다 어떤

신지혜 : 필지 바깥과의 관계, 혹은 그것까

다. 물론 집과 집 사이의 틈에 관한 이야기

환경에서 지속됐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지 고려한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같

가 도움이 됐다.

정재원 : 관계를 가지고 삶을 연속하는 것,

은데 그래도 정재원 씨 작품이 기존 골목

박성호 : 컨셉트만 표현하면 되는 게 아니

그것은 인간의 존재감과 관련된 문제다. 이

길의 질감을 고민한 흔적이 있다고 평가됐

라 도면에 대한 요구도 많았는데, 이 공모

존재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집이 내 작

던 건 같다.

전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입면이나, 특히

업의 목표였다. 이웃과의 관계 맺기로부터

정재원 : 이웃들도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단면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높지 않은 담장을 제안했고, 연속성이란 차

새로운 계획은 거꾸로 그들에겐 주변 환경

이재익 : 스케일이 정해져 있어서 단면을

원에서 골목길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했다.

이 된다. 그들의 정주도 배려해야 되지 않

그릴 때도 대충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 크

우리는 정착하여 살면서 장소에 대한 특별

을까.

기면 다 들통나니까.(웃음) 자연스럽게 책

함, 기억 등을 가지게 된다. 그것을 중요하

이든 뭐든 스스로 찾아봐야 했다. 특히 한

게 생각했고, 그래서 주변의 환경을 훼손시

옥의 단면!

키지 않고 재료들도 그대로 유지했다.

이 공모전, 이래서 덤볐고 이래서 좋았

신지혜 : 심사평에 김승회 교수님이 “건축

신지혜 : 특별히 건물과 건물 사이에 한옥

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제안하는 것은 수영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의 일부가 보이는 뷰(view)가 인상적이었 다. 완전히 보이지 않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김효성 : 첫 회 공모전의 기억이 무척 좋았

사람이 바다 한가운데 몸을 던지는 것과 다

것이 좋았다는 심사평이 있다.

다. 공모전 주제와 관련해서 파트너와 정

름없는 위험한 일이다”라고 쓰셨다. 심사

정재원 : 도심형 한옥에 대한 고찰이 더 요

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겨울이 되니까

위원들이 그만큼 완성도 있는 표현을 요구

구됐다. 커뮤니티를 위한 공공 공간도 필요

또 생각이 났다. 그래서 고생스럽지만 한번

한다.

한데 빠졌다. 그래서 사이 공간에 대한 계획

더 해 보자, 한 거다. 이번에도 역시 끊임

이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나 보다.

없이 고민하고 얘기하지 않으면 다음 작업

이지연 : 첫 회 아름지기 공모전에 참가해

(CAD)으로 넘어갈 수 없는 주제였다.

서 수상한 경험이 있다. 한옥에서 살거나

이지연 : 대상지의 지역도 같고, 첫 회의 개

혹은 고쳐 사는 방법을 제시하는 게 첫 번

념을 좀더 확장시킬 수 있었다. 생각도 그

윤민환 : 끝나고 나서 아쉬운 점은, 일본에

째 과제였다면, 두 번째는 여기서 더불어

만큼 더 확장됐고. ‘놀이터 2’라는(웃음) 우

있어서 대상지를 직접 보지 못하고 작업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게 목표였

리만의 프로젝트 시리즈를 해 보자는 마음

했다는 것이다. 사진으로는 스케일감이 아

다. 타이틀이 ‘설명서’가 된 이유이다. 우

이 있었다.

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가서 보

리의 안은 어느 한 시점에 딱 완성된 그림

정재원 : 주거 용도인 데다가 비교적 대상

니까 역시 조금 다르더라. 한번 봤으면 안

이 아니다. 도시는 오랜 기간을 두고 변화

지와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라서 나도 할 수

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며, 그렇기 때문에 5필지가 한꺼번에 바

있을 것 같았고,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을

장영석 : 현장 설명회는 없었고, 별도의 세

뀌는 순간은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안

것 같았다.

미나에 대상지에 대한 탐구가 포함되어 있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4

몇 가지 아쉬운 점


었다. 400팀이 넘는 신청자들과 현장 설명

이 먼저 와서 다른 친구가 작품 들고 올 때

었는데 올해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내년에

회를 함께 할 수 있을까, 의문은 들지만 한

까지 시간 끌기 하는 경우도 있고, 노트북

는 대중과 소통하는 패널을 수상자들에게

번 고려해 봐야 할 문제겠다. 사실 서촌이라

들고 와서 현장에서 굽는 사람도 있고……

요구해 볼까 한다.

는 데는 재개발 이슈가 지루하게 진행되는

제출된 CD가운데 공CD가 끼어 있는 경우

김효성 : 집 한 채였다가 필지 다섯 개가

지역이라서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도 있었다.

됐다. 다음은 뭔가.(웃음) 겨울철마다 작업

윤민환 : 한 가지 더! 참가 신청 기간이 조

신지혜 : 정각에 문을 닫는 건 우리로서도

했는데 손을 놓고 있으면 왠지 허전할 것

금 길면 좋겠다. 일본의 경우는 작품 접수

매우 괴로운 일이다. 저마다 늦어진 사정이

같다.

마감과 신청 기간의 갭이 크지 않을 정도이

다 이해되고, 또 아이디어를 하나라도 더

다. 일본에서 이틀 전에 보고 부랴부랴 신

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청을 했다.

하나 둘씩 받아들였다간 당장 게시판에 걷

이재익 : 아마 학생들의 마지막 설계 크리

잡을 수 없는 항의글이 올라온다.

틱이나 기말고사 기간과 겹치는 것 같다.

장영석 : 한두 번 겪어보니까 앞으로는 좀

신청을 놓친 친구들도 있었고. 시기 조정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

을 했으면 한다.

게 하겠다.

신지혜 : 공모전 요강은 사례 조사를 통해 정해진 부분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우드 락에 붙여서 제출하는 것은 별로인 것 같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다. 참가들에게 재활용 가능한 종이 통을

이런 건 어떨까

보내 주고 거기에 담아서 제출하게 하는 방 법도 고려해 봤지만 우편 비용이 만만치 않

이재익 : 한옥 디테일을 찾아보고 그려 보

아서……. 또 직접 통을 받아 가라는 것도

면서 생각한 건데, 한옥의 디테일을 현대 건

지방 응모자들에겐 너무 가혹하고. 아무튼

축에 적용해 보는 주제도 재밌을 것 같다

우드락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

신지혜 : 수상 작품들의 한 부분을 실제로

고 있다. 비용을 많이 들여서 패널을 만드

목수들과 1:1로 작업하여 만들어 보고, 또

는 행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전시하는 것이 작년에 논의되기도 했었다.

하고 있다.

사전에 공지되지 않아 디테일이 부족하고 예산이나 시간도 없어서 실현되지 못했지 만……. 아름지기가 여전히 꿈꾸고 있는 프

공모전 지침, 지켜도 그만

로그램이다.

안 지켜도 그만?

김효성 : 모형을 만들면서 작업하면 결과 물도 훨씬 좋다. 모형 사진이 포함되면 가

신지혜 : 작년에는 지침에 맞추지 않은 표

산점을 준다고 해서 3D 작업 대신 모형을

지들이 많았다. 돌려 보내려고 하다가 프

만들어 사진을 찍어 제출했는데, 도움이 많

린트를 해 주고 그 자리에서 다시 작성하

이 됐다. 모형 작업을 하게끔 스케일이나

게 했다. 돌려 보낸 작품들 중에 좀더 재미

지침이 있으면 좋겠다.

있는 작품들이 있지 않을까, 미련이 남아서

윤민환 : 세대가 달라서인지 볼륨 스터디

다. 그런데, 올해는 비교적 엄격하게 지침

하면서 만든 모형이 10개쯤 되더라. 전시할

을 적용했고, 심사할 때도 제출 형식에 문

때 결과 모형뿐만 아니라 사고 과정을 보여

제가 있는 작품들은 어느 단계 이상 오르지

주는 스터디 모델이나 스케치 등을 전시하

못하게 했다. 그래서 내용은 좋지만 탈락한

면 좋지 않을까.

작품도 있다. 그걸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지

신지혜 : 전시 방법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

못한 게 아쉽긴 하지만.

민이 많다. 일반인들은 건축 전시물이 암호

장영석 : 작품 접수 마감 시간에 늦는 친구

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작년에는 패널

들이 많다. 두 사람이 한 팀인 경우, 한 사람

을 다시 일괄 편집하고 또 영상 전시를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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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라이즈 heritage tomorrow prize <틈을 재인식하고 한옥을 들어올리다> Re-recognizing Spaces between and Raising Hanok _윤민환(와세다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 재 학)

기존의 틈을 재인식하고, 한옥을 들어올려 사람과 한옥과 서촌이 대화하는 새로운 정 주 공간을 제안한다. 정주의 회복을 위해 한옥과 한옥 사이, 주변 주택의 사이 공간틈을 주변의 골목, 길 또는 인접 건물들과 공유시키거나 건물에 연결해 이곳에 새로 운 소통, 순환, 정주가 생겨나도록 제안한 다. 이러한 틈의 재설정은 수직적으로 생각 해 볼 수도 있으며, 설계 대상지에서는 별 채 부분의 한옥을 2층 정도의 높이로 들어 올려 1층은 공공의 기능(주변 이상범 화백 화실과 연계한 강의, 차실, 사랑방 등)으로 개방하고, 2층으로 올려진 한옥은 거주하 는 주민에게 개방한다. 각각의 블록은 4m의 공중 골목길과 수평 적뿐만 아니라 수직적으로 연결되어 있으 며, 각 블록이 필요로 하는 높이와 층수에 맞추어 어느 높이에서도 갈 수 있도록 되 어 있다.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4


헤리티지 투모로우 프라이즈 heritage tomorrow prize <골목길> Alley House _정재원(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재학)

집은 북촌의 개발로 이루어진 변화를 분석 하고 그것을 표본으로 앞으로의 서촌 변화 에 대응한다. 서촌에서 좁은 골목길은 주민 들의 기억과 추억의 축적일 뿐만 아니라 인 간관계에서도 커다란 역할이 되고 있다. 집 은 이런 골목길과 연관을 가지는 것을 주된 개념으로 존재를 위한 맥락 위에 있다. 존 재는 주변의 지속성과 연속성으로 인해 자 존감을 가지게 되며, 집은 근본적으로 이러 한 삶을 담기 위해 제안이 되었다. 골목길 과 맞닿는 입면은 기존의 골목길의 분위기 느낌을 유지하기 위한 재료를 이용한다. 기 존 건물의 재료는 대부분 벽돌과 콘크리트 같은 것이었다. 낮은 담장과 대청 : 대청은 마당과 연관되 어져 가족 전체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이 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촌에서의 마당과 대청은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과의 공간이 기도 하다. 낮은 담장을 통해 이웃의 삶이 보여지며 인간관계는 회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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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스피릿 프라이즈 heritage spirits prize <2011 서촌 정주 길잡이 설명서> Guide on Settlement in Seochon _김효성(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전문사

휴식하기

재학)+이지연(이손건축 재직)

도시에서의 정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주

한옥과 양옥의 관계 - 지금으로부터 정주하기의 시작점

필지의 재생성 - 현재의 모습에서 출발

서로 만나는 곳 - 외부와 내부공간 만들기

집안에 머물기 - 정주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 추가

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도시에서 사는 우리는 내 몸을 집에 정착시키기 보다는 내 몸을 정착시켜 줄 어떤 집이 필요하다. 그 것은 개인의 삶과도 관련 있으며 살아온 인 생과도 비추어 볼 수 있다. 서촌에서 정주

지상 1층

지하 1층

지상 2층

지상 3층

하기는 영원한 안락함을 주는 지속성이 아 닌 현재의 모습에서 스스로 정주하는 법을 터득하는 데 의의가 있다. 지금 당장 정주 를 시작하라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의 정 주의 개념을 느끼고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서촌에서의 시작은 지 금부터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정주하기 위해 제안하는 방법들 : 필지의 일부분을 공공(외부) 영역으로 사용하기, 주거 내부를 개방적인 공간으로 사용하기, 한옥과 양옥을 주거로 보존하기

미닫이문

커텐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4

창 1600 창 2400 창 2400

정원

데크

기존 건물

새로운 필지


헤리티지 스피릿 프라이즈 heritage spirits prize <조금 거리를 두고 보다> Looking at a short distance _박성호(명지대학교 건축학과 재학) 골목길 골목길

현대사회는 집 혹은 방 안에서 모든 것이

골목길

2층마당 2층마당

가능한 사회가 되었지만 이것은 어디에서

2층마당

나 가능하다. 하지만 마당과 길과 함께 만 들어진 기억과 추억은 오직 그곳에서만 가 능한 특별한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더 욱 복잡화, 다양화된다. 따라서 골목길 보

1층 주거의 opening 2층마당

다 더 적극적인 도시체계를 생각해 보았다. 골목길

이것은 좁은 필지 사이의 길이다. 이 길은 1 층, 2층 세대에게 현관이자 마당이자 길이 고, 동시에 커뮤니티의 기능을 하게 된다. 서촌의 주거타입과 거주민, 프로그램은 바 뀌어도 길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5개 의 필지 9개의 집 : 1층, 2층의 집은 각각의 독립된 진입로를 갖는다. 또 2층 세대의 마 당은 시각적으로 이웃집과 연결된다.

1,2,4,5,6 - 독립된 세대 / 3 -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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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스피릿 프라이즈 heritage spirits prize <弼雲院-필운동 자락에서> From the Outskirts of Pirun-dong _이재익(한양대학교 건축학과 재학)+노 근우(한양대학교 건축학과 재학) 한국 전통건축에서 주택 소유개념은 현대 의 주택 소유 개념과 차이가 있다. 그 주택 소유의 차이를 우리는 ‘오성과 한음’ 일화 의 전통 담장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들여다 보았다. 또 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주택의 경계를 허물고, 현대의 생활 방식에 전통

공간의 구분

한옥의 생활 방식을 입혔다. 전통 한옥의 담은 서양의 wall과 달리 외부 인의 침입을 막는 존재가 아닌 자신의 소유

아이들이 뛰어 노는 통로

공유와 사유의 공간

걷다

생활하다

개념을 강화시키기 위한 보조적 장치에 불 과하다. 때문에 담 앞의 공간은 점진적 소 유 개념에 의해 소유되며 사유된다. 예를

모여 놀다 초대하다

기존의 매스

들어 오성과 한음의 일화를 생각해 보자. 나의 집 앞에 심어진 나무가 담 밖으로 가 지를 뻗치고 있다면 이 부분은 누구의 소유 인가? 또 필운원에서는 아이 양육의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해 이웃 간 공동 양육의 시 스템을 제안한다.

아이들의 공동 보육에 따른 공간의 소유 사유 관계 뛰어놀다

Wide AR no.21 : 05-06 2011 Issue 4


헤리티지 스피릿 프라이즈 heritage spirits prize <과정적 진화-삶의 과정에 의한 진화> Evolution as Process _ 황민성(전남대학교 건축학과 재학)+주 연홍(전남대학교 건축학과 재학) 이 시대에 도시의 정주 공간은 건축 계획가 에 의해 제공되는 공업생산품 같은 것이다. 어느 것으로든 대체될 수 있고 새로운 제품 이 더 인기가 좋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정주 공간은 장소의 기억이 축적되 고 변화하는 시대의 삶을 지속적으로 담을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가 제안하는 새로운 정주 공간은 장소성을 바탕으로 생성되며, 그 순간의 삶에 반응하여 진화한다. 정주의 삶은 그 과정 사이에 존재하며, 건축은 기 억을 생성하고 보전하는 과정적 틀로써 역 할을 한다. 방_과정적 공간/마루_자연과 만 나는 공간/마당_수직적 확장과 변용/다양 한 창호 패턴_루버와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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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EYE

김수근, 모더니티의 숲을 걷다 DENSE MODERNITIES : KIM SWOO GEUN 베를린 에데스 갤러리, 5월 20일~7월 7일

사후 25년이 지난 지금, 국제 무대에서 김

은 이번 전시의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으로 건축가 김수근에 대한 평가와 정리가

수근은 어떻게 자리매김하는가. 이 질문에

설명한다. “현재 국제적으로 메타볼리스트

역사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배형민(서울시립대 교수)은 “한국의 독특

에 대한 재평가나 국내에선 1960, 1970년

것이다.

한 상황은 ‘역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대 김수근의 작품에 대한 사회적 관심들이

김수근 전은 두 개의 전시 공간으로 나뉘어

개념에 새롭고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있다. 이전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던 세운

작품과 개인 활동을 전시한다. 메인 홀에는

글로벌 세상 속에서 한국의 건축과 예술의

상가를 비롯해, 1980년대 경동교회, 이후

김수근 작품 20점의 패널과 모형이 전시되

역사는 다시 쓰여야 한다”라고 전한다.

공릉 공간사옥, 올림픽 체조 경기장 등 20

고, 스튜디오 홀에는 김수근의 김수근 문화

김수근 25주기 건축전인 ‘김수근, 모더니티

개 작품이 선정되었다. 한국에서의 김수근

상을 비롯한 문화 활동, 그리고 그의 노트,

의 숲을 거다’는 베를린의 건축전문 갤러리

에 대한 영향력만큼 세계 무대에서 역사적

영상 자료, 출판물 등이 전시된다.

인 에데스 갤러리(aedes gallery)에서 주최

인 시각으로는 저평가돼 있는 면이 없지 않

전시는 5월 20일부터 7월 7일까지 계속된

하며, 김영준(김영준도시건축)이 전시 코

아 있다. 이번 베를린 전시가 역사적 시각

다.

디네이터로 참여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건 축의 보편적인 관점에서 김수근에 대한 접 근을 시도한다. 한 개인 건축가에 대한 개 인적 호기심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건 축의 역사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과 새로 운 문화적 구성체로서 김수근을 풀어내게 된다. 전시 코디네이터 김영준(김영준도시건축)

Wide AR no.21 : 05-06 2011 WIDE EYE


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와이드 21호 뎁스 리포트

066

ⓦ <COMPASS 18 | 이종건> 정기용 건축의 패러독스에 대한 비판적 소고

067

ⓦ <종횡무진 21 | 이용재> 당진 독일인 마을의 게르마니아

069

ⓦ <근대 건축 탐사 21 | 손장원> 근대기 한국 화교의 주거 양식

072

ⓦ <사진 더하기 건축 01 | 나은중+유소래> 베른트 앤 힐라 베셔(Bernd and Hilla Becher)

075

ⓦ <미래(未來)의 지래(知來) 짐작 01 | 조택연> 고해상도 미래 탐색을 시작하며

080

ⓦ <주택 계획안 100선 20 | 양건> 제주 한동 8-2

086

ⓦ <이슈가 있는 근작 04 | 손기찬> 마산 가톨릭 교육관

091

ⓦ <Wide focus 13 | 전발> 4대강 사업 현장 수업, 당신이 본 것을 말하라

093

ⓦ <Wide focus 14 | 서명수> 전통 건축 설계 교육의 필요성과 방향

094

ⓦ <와이드 書欌 19 | 안철흥> 건축과 철학04 건축가를 위한 바바 - 건축과 탈식민주의 비판이론,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


COMPASS 18 | 이종건

닉은 조형에 대한 의지가 분명히 작동하

정기용 건축의 패러독스에 대한 비판적 소고

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초 기하학 에 기초한 가감식 (additive/subtractive) 디자인이라는 다소 유행이 지난 기법이 긴 하지만, 조형 의지를 포기한 채 행위 들/사건들 소위 프로그램이라 부르는 것 에 전념할 때 귀결되는 형태와는 판이하 게 다르다. 그의 분명한 조형 의지와 그것 이 현상하지 않는 그의 결과물 간의 불일 치/모순은, 패러독스의 숲의 시각에서 풀

3월 11일이다. 건축가 정기용의 다큐를

을 위해서만 글을 쓰고자 하는데, 먹을 것

어낼 수 있지 않을까? 나의 풀이는 이렇

만들고 있는 정재은 감독과 가질 인터뷰

이 충분한 자들만이 자신의 존재를 깨달

다. 그는 이 땅과 이 땅의 민초들에 특별

가 커피 한 잔 마실 시간쯤 남았을 때, 세

을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한 애정을 품고 있다. 그런데 그의 몸에

상사 특히 이런 일이 다 그렇듯, 뜬금없이

는 패러독스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이

는 건축가의 피가 흐르고 건축 심장이 뛴

그의 부음이 문자 메시지로 날아들었다.

영구 외 옮김. 이하의 인용도 같은 출처)”

다. 좋든 싫든 건축을 배우는 것(부르디

이내 전화도 따랐다. 그가 거주하고 있던

르 클레지오는, 무릇 작가란 그 패러독스

외 용어로 아비투스의 수용)은, 그리고 그

곳을 지나며 근간의 상태에 관해 이야기

를 피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머물러야 한

것을 실천하는 것은, 권력(자본과 문화)

를 나눈 일이 엊그제 아니던가? 불쑥 치

다고 주장하는데, 정확히 그것이 작업의

과 결탁하거나 그것에 동승하는 일이다.

고 든 한 존재자의 명멸의 사건! 그의 절

영역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작가

건축가는 근본적으로 지배계급에 봉사하

대적 부재는 나의 일상을 급작스레 결빙

는 필연적으로 불편한 존재자가 되는데,

지만, 그 스스로 또 하나의 지배계급으로

시켰다. 연구실은 졸지에 먹먹함으로 찼

그것은 문학이 근본적으로, “지배계급의

서 그 자신을 성립시키는 큰 타자(대문자

고, 그로써 그에게 묻고 싶었던 (그의 병

사치”이며, “대다수 사람과는 무관한 사

로서의 건축)에 복무하는 일이기도 하다.

세로 인해 그저 매달아만 두었던) 질문들

고와 이미지로 살찌고 있”기 때문이다. 건

그가 물(物)로서의 건축의 조형성을 의도

이 곧바로 폐기 처분되었다. 그리고선 그,

축 세상에 발 담근 나에게는 작가라는 낱

적으로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그

그리고 그의 건축과 만난 짧은 시간의 기

말에 건축가가, 그리고 문학이라는 낱말

로써 지배계급의 사치로부터 벗어남으로

억들에 한계선이 그어졌다.

에 건축이 겹친다. 그리고 그 건축가라는

써, 이 땅과 이 땅의 민초들에 좀 더 녹아

나에게는 따뜻한 인간애만 기억시킨 그

낱말에 정기용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그

들어 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가 마지막

의 소멸에도 불구하고, ‘Life goes on’이

를 알기 전이었다면 이일훈의 모습이 어

삶의 중요한 시간을 결코 만만치 않은 큰

라는 잔인한 진실에 따라 어김없이 일상

른거렸겠지만 그를 본 지는 제법 오래되

규모의 개인전에 바친 것은, 자신의 건축

의 시간이 들어서고, 나는 그 한계 잡힌 기

고, 정기용은 몇 년 전부터 가끔이나마 만

의 탁월성이 아니라 건축가란 문화 변혁

억들에서, 2008년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난 탓이리라.

에 참여하는 지식인이라는 사실을 대중에

르 클레지오(J. M. G. Le Clézio)가 거론

내가 패러독스의 숲을 떠올린 것은, 정기

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한, 스티그 다게르만(Stig H. Dagerman)

용을 만난 이후 그의 건축을 적절히 풀이

리하여 그의 판단에, 자신의 전시는 대중

이 명명했다는 ‘패러독스의 숲’을 떠올렸

해 낼 낱말들을 더듬고 있던 와중이었다.

소통이라는 시각에서 스스로의 의도를 어

다. 르 클레지오가 자신을 유독 붙잡았다

말하자면, 나의 시각에서 그것은 그의 건

느 정도 성취시킨 것이었다.

고 고백한, 서른을 한 해쯤 더 넘기곤 자

축을 해명할 키워드로 출현한 셈이다. 그

그렇다고 해서 정기용의 건축 영혼에 도

살로 생을 마감한 스웨덴 작가 다게르만

로써 우선, 그의 건축의 (특히 시각적인)

사리고 있는 패러독스가 해결된 것은 결

의 문장은 이러하다. “예를 들어 한편으

매력/세련성의 결핍의 한 이유를 설명하

코 아니다. 그는 여기저기서 딜레마를 드

로는 이제 세상에서 문학보다 중요한 것

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의 건축은

러낸다. 그가 믿기로, 건축을 완성하는 것

은 없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주변에 보이

한눈에 봐도 투박하다. 심지어 촌스럽기

은 건축가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다. 자

는 사람들이라곤 오로지 허기와 싸우며

까지 하다. 그런데, 그의 스케치나 도면을

연은 그러한 존재로 그렇게 가만히 있으

어쩔 수 없이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보면 그가 조형성을 부정하거나 무시하지

니, 정작 문제는 인간인 셈인데, 그래서

은 월말에 가서 벌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

않는다는 것을, 아니 심지어 천착하고 있

건축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은, 혹은 그의

하는 사람들뿐일 때, 과연 어떻게 처신할

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표현을 옮기면, 건축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 있을까? 왜냐하면 그(작가)는 새로운

있다. 이차원에 나타난 그의 매스 구성의

건물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다. 따라서, “

패러독스, 즉 자신은 오로지 배고픈 자들

몸짓, 확연한 기하학의 분리/결합의 테크

삶이 빠진 건축은 (아무리 사진발이 좋아

Wide AR no.21 : 05-06 2011 Depth


도)……폐허……죽은 건축, 냉동된 건축”

가 내뱉은 말이 떠오른다. 사람들이 모이

를, 그리고 건물이 민초들의 삶에 녹아들

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작, 자신

는 상황이 극화되는 이런 프로젝트가 가

어 그들의 삶의 무게를 한 줌이라도 덜어

이 소름이 끼칠 만큼 감동을 받은 건축으

장 하고 싶다고. 아마도 다음을 심중에 두

줄 공간이 되길 바랐다) 자신이 꿈꾸던 건

로는 판테온을 거론했는데, 그의 말을 빌

었으리라. 아주 가끔, 보통 사람들이 멋진

축적 욕망을 소망의 언어로만 허공에 뱉

리면, “그건 뭐 삶도 뭐도 다 필요 없는”,

옷을 입고 근사한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

은 채, 건축 패러독스 숲의 탁월한 한 증인

“건축의 순수함”이라 할 수 있을 “공간이

모여 서로의 모습을, 서로가 움직이는 자

으로 우리에게 남았다. 그 또한 증인이 되

주는 감동” 때문이다. 건축의 존재 이유는

태를 풍경으로 삼는, 사회적이면서도 미

길 결코 바라지 않았으며, 불만스러운 세

바로 삶이라고 그렇게나 갈파하던 그가,

학적인 그러한 공간 말이다. 콤파스 두 번

상에 건축가의 몸으로 맹렬히 저항했다.

순수한 공간의 감동에 일순 무너지다니!

째 글(<장이머우, 샤로운, 그리고 정기용

삼가 명복을 다시 빈다. ⓦ

이 모순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르 클레

>, 와이드 제5호)에서 나는 그가 꼭 그러

지오에서 문제를 도출했으니 그에게서 길

할 수 있길 빌었다. 그의 건축적 한계는 정

이종건 | 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 교수이며

을 찾는 것이 자연스럽겠다. 그의 중요한

확히, 차마 건축 패러독스의 씁쓸한 진리

본지 자문위원이다. 해박한 인문학적 사유를

말을 발췌해서 (작가라는 낱말에 건축가

를 삼킬 수 없는 그의 따뜻한 감성에 있지

바탕으로 우리 건축계 안팎의 다양한 이슈들

를, 글과 언어라는 낱말에 공간을, 문학

않을까? 너무나 인간적인 건축가 정기용

을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책으

이라는 낱말에 건축을 덧붙여) 인용하면

그는, 이 땅과 이 땅의 민초들에 대한 연민

로 역서 <건축과 철학-건축과 탈식민주의 비

이러하다. “그렇다면 왜 글(공간)을 쓰는

에 붙잡혀(그는 건물이 늘 땅에 복속되기

판이론(SPACETIME 刊)>이 있다.

(만드는) 것일까요?……작가(건축가)는 더 이상 자신이 세상을 바꿀 것이며…… (더) 나은 삶의 모델을 낳겠다는 자만심 을 버렸습니다. 그저 단순하게 증인이 되 기를 원할 뿐입니다.……작가(건축가)는 몸으로 저항하며 스스로 원하지 않았음에 도 증인이 될 때 그때야말로 가장 뛰어난 증인이 됩니다. 그것이 패러독스인 이유 는 자신의 증언이 직접 본 것도, 심지어

종횡무진 21 | 이용재

당진 독일인 마을의 게르마니아

스스로 창조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씁쓸함……작가(건축가)는 언어(공간)의 파수꾼입니다.……우리 각자가 찾는 몫은 씁쓸함 속에……작가(건축가)는 세상을 변모시킬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있음 에도 불구하고, 문학(건축)은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남아있습니다. 작가(건축 가)를 뛰어넘고 이따금 작가(건축가)에게 활기를 주며, 작가(건축가)를 변화시키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주는 그 무엇. 새롭고도 동시에 무척 오래되었으며, 바 람처럼 만질 수도 없고 구름처럼 비물질 적이며, 바다처럼 무한한 그 무엇. 이를테 면 잘랄 아드딘 루미의 시나 에마누엘 스 베덴보리(Emmanuel Swedenborg)의 환 상적 건축에서 울려 나오는 그 무엇……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글(공간)에서 느끼 게 되는 전율. 단순하면서도 진실한, 오직 언어(공간)에만 존재하는 그 무엇.” 한스 샤로운이 자신의 나이에 지은 베를 린 필하모니를 감동스럽게 둘러보며 그

게르마니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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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파독 광부 500명 모집. 4만 6천 명

1993년 내가 아르키움 빌붙어 있을 때

부친께서 소규모 건설업을 하셔서 여기저

이 몰려들고. 상당수가 대학 졸업자와 중

신입 사원이 들어왔다. “어느 학교 나왔

기 공사 현장들을 많이 돌아다님. 어려서

퇴자들. 당시 남한 인구 2,400만 명에 실

나?” “홍익대 85학번.” 그럼 내 마누라 1

부터 공사 현장이나 집을 짓기 위한 공터

업자는 250만 명. 이런 시절이니 매월 160

년 후배. 이 친구가 정승권이죠. 18년 만

가 놀이터였던 셈. 이때의 추억이 진로에

달러의 직장에 지원자가 밀려든 거죠.

에 김인철 선생이 내어준 프로젝트. 데뷔

큰 영향을 끼침.”

1966년 3년의 고용 기간을 채우고 142명

작. 이제 정승권도 46살. “혹 김인철 선생

“스승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고 김

의 파독 광부 제1진이 귀국했을 때 거의

이 현장 왔다 갔는지?” “잔소리할까 봐

성국 교수. 학생다운 창의성을 중시하셨

전원이 환자. 사망자도 있고. 1966년 128

안 오셨음.”

지만 건축의 기본에서 비롯되어야만 인정

명이 독일로 떠날 때의 간호사 고용 조건

다른 건물은 요새 유행 중인 그저 그런 미

해 주셨던 큰 스승.” “아르키움 입사 이유

은 월 110달러. 이들의 송금액은 연간 5

국풍 목조 주택들. 게르마니아는 검박하

는?” “강건희 교수의 추천도 있었지만, 당

천만 달러로 한때 GNP의 2%대에 달했

게 자연 속에 들어가 홀로 자연을 완성해

시 왕성한 활동을 하던 4.3 그룹의 건축가

다.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였던

가고 있고. 거장 밑에서 십여 년 도 닦다

들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었음.”

시절.

보면 도사가 되는 거죠. 자꾸 옮겨 다니

아르키움의 입사조건 보시죠.

그렇게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은 잊혀져

지들 마세요. 나처럼 되니. 각 필지는 2

1. 월급은 주는 대로 받을 것.

갔고. 1997년 김두관 남해군수는 독일로

백여 평. 평당 25만 원에 전부 분양됐고

2. 3년 이상 일할 것. (일을 제대로 배우기

떠났던 한국 간호원 1만 3천여 명과 광부

지금 계속 짓고 있는 상황. 물론 독일 교

위한 최소 기간임)

1만 5천여 명이 조국에 돌아오고 싶으나

포야죠.

3. 모든 일은 스스로 찾아서 할 것. (선배

마땅히 정착할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정

아르키움. Architecture+Um. 움은 라틴

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도움)

착촌 만들기 시작. 2001년 50억 원을 들

어로 집이란 뜻이죠. 김인철 선생이 김옥

“정승권에게 김인철이란?” “아침에는 그

여 40여 동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택지

길 기념관으로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한

냥 뒤를 따라 다녔고, 점심에는 앞서려고

를 당시 산업 역군으로 활동했던 독일 교

것도 40대 중반. 내가 <딸과 함께 떠나는

뛰어다녔지만 저녁에는 같이 뛰고 싶은

포들에게 제공.

건축 여행>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사람.” “18년 동안 아르키움을 지킨 이유

2010년 당진군이 두 번째 <독일인 마을

오른 것도 47살이고. 천천히들 가세요. 어

는?” “좋은 건축을 할 수 있다면 어디에

>을 만들었다. 충남 당진군 고대면 당진

차피 40대 중반은 되야. 아등바등 해봐야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음.”

포리 120번지 일대 1만여 평에 21필지 조

안되죠.

“결혼은 언제, 자녀는?” “1998년. 2녀.”

성. 먼저 게르마니아를 찾았다. 게르마니

정승권에게 물었다. “형제 관계는?” “3남

부인은 약사. 대한민국에서 건축가의 길

아는 독일풍 주택이란 뜻이죠.

1녀 중 장남.” “건축과를 지망한 이유?” “

을 가려면 든든한 후원자는 필수죠. 후학

Wide AR no.21 : 05-06 2011 Depth


들은 참고하시길.

축을 전공하겠다면?” “아내가 말릴 것으

“당진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는?” “춘

로 예상됨.” “2010년 기준 정승권의 연봉

18년 만에 명작을 빚어낸 정승권의 뚝심

천 <호수로 가는 집> 건축주의 소개를 받

은?” “육천만 원.” 얼마 전 대형 설계 사무

에 박수를 보냅니다. ⓦ

자, 어쩌시렵니까. 선택은 각자의 몫.

음.” “주인의 디자인 요구 사항은?” “디

실 사장에게 물었다. “사원 채용 기준은?”

자인과 관련한 요구 사항은 전혀 없었음.”

“2류만 채용.” “왜 2류만?” “시키는 대로

이용재 | 건축 비평하는 택시 드라이버로 유

“평당 공사비는?” “약 500만 원.” “설계

그리니까.” 대한민국에서 건축가로 살아

명하다. 이전에도 몇몇 책을 썼으나 특히 <딸

비는?” “3,500만 원.” 공사 완공 후 건축

가는 방법은 달랑 3가지.

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으로 많은 이들의

주는 고맙다고 5백만 원을 보너스로 보

1. 광야로 나가 맨땅에 헤딩한다. 그럼 나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전업 작가로 나서 왕

내왔다.

처럼 택시 운전은 기본이죠.

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이용재

“설계, 공사 중 에피소드는?” “건축 허가

2. 대형 사무실에 들어가 잘 먹고 잘 산다.

의 궁극의 문화기행_이색박물관 편(도미노북

과정에서 군청의 담당 공무원에게 독일풍

단 이름을 남기고 가긴 불가능하죠.

스 간)>와 <이용재의 궁극의 문화기행2_건

의 디자인이 아니라고 두 차례 퇴짜 맞음.

3. 정승권처럼 거장 밑에 들어가 박봉으

축가 김원 편(도미노북스 간)>을 연이어 출

담당자가 가지고 있던 독일풍 주택 카탈

로 버틴다.

간했다.

로그에 비슷한 디자인의 주택이 없어서 설득에 애를 먹었고, 이해를 돕기 위해 조 감도를 제출하였으나 남해에 있는 독일인 마을 사진에 합성한 결과 잘 어울리지 않 을 것 같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기도 함.” 그래 난 공무원 싫어한다.

근대 건축 탐사 21 | 손장원

“디자인을 풀어 나가는 방법은?” “프로젝 트를 시작할 때 대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 내는 편. 대지가 보여주는 상황을 읽고,

근대기 한국 화교의 주거 양식

대지가 요구하는 것을 찾는 데서 시작. 현 장에서 주어진 상황들과 제반 조건들을 건축주의 희망과 프로그램 등에 연결하여 복합적으로 궁리하기 시작하는데, 아이디 어의 상당 부분이 이러한 과정에서 떠오 르기도 함.” “영감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아님 요구

우리나라의 중국인 마을

조건을 풀어나가다 디자인이 나오는지?”

청나라는 1884년 인천에 전관거류지를

“어느 것이 먼저인 것 없이 상호 보완적이

조성한 이래 부산과 원산에도 중국인 전

며 복합적임.” “2010년 기준 매출액은?”

관거류지를 두고자 했으나 쉽게 뜻을 이

“6억?” “직원은 몇 명?” “8명.”

루지 못하다가 위안스카이(袁世凱)가 우

“후학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문화재,

리나라 정부를 압박하여 부산(1887년),

현대 건축물은?” “요즘 다시 읽은 <안나

원산(1889년)에 거류지를 설치했다. 이

카레니나>. 좋은 건축이든 아니든, 건축

들 거류지는 1913년 3월에 폐지되었으나

은 그 시대의 ‘현실’이니 반드시 직접 가

중국인의 집단 거주지로 남아 있었으며,

서 보고 느껴 볼 것.” “존경하는 건축가

화교의 상업 활동 또한 계속되었다. 이에

는?” “르 코르뷔지에의 천재성, 미스의

따라 조선총독부는 화교들의 세력 확장을

절제, 알바 알토의 자연스러움에서부터

막기 위한 정책을 취했다. 그 대표적인 조

피터 줌터의 진지함, 정기용의 현실에 대

치가 거주지 제한으로 조선총독부는 1916

가해 1906년 3,661명의 18배에 달했다.

한 치열함까지……. 열정적인 모든 건축

년 10월 화교들의 거주지를 전관거류지

화교 수의 증가와 함께 거주지도 늘어나

가들.”

와 각국 거류지가 설치되었던 곳과 서울

울릉도에도 화교가 살았다.

“정승권에게 건축이란?” “설렘. 아직도

및 평양의 일정 구역으로 제한했다. 이러

부산의 중국인 거류지는 현재의 부산역

신문이나 잡지에서 ‘건축’이라는 단어만

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1936년 우리나라

앞 초량동에 있었다. 가로세로 300m 규

봐도 가슴이 설렘. 병인가!” “자녀가 건

에 거주하던 화교 수는 65,273명으로 증

모의 장방형 토지에 공동묘지와 전답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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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린동17번지 엑소노메트릭.


달린 창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층에는 베란다가 설치되었다. 베란다에는 목조 난간이 설치되고 세대 사이에는 벽이 있 었다. 기둥과 지붕부가 만나는 곳은 화살 모양의 청풍(淸風) 낙양으로 장식되었다. <인천 선린동 25-2번지 점포 주택> 근대 개항기에 세워진 벽돌조 2층 건물로 중국인 여성연 소유의 주택을 1995년에 천주교 재단에서 매입하여 현재는 천주교 인천교구 해안성당 교육관으로 쓰이고 있 다. 중국인 주상복합건물로 중국의 사합 원(四合院, ㅁ자 구조)주택이다. 전면은 인조석으로 마감하면서 여기에 줄 1985년의 선린동 17번지.

선린동 25-2번지 점포주택의 초창기 모습.

눈을 두어 얼핏 보면 석조 건축물로 보이 기도 한다. 출입구는 석조 문선(門線) 위 에 타원 아치를 두었고 문선 좌우에는 주

포함한 주거지가 마련되었고, 14명의 중

었다. 이들은 개항기에서 일제강점기에

초, 원형 기둥 및 주두 형상의 돌을 부착

국인이 살기 시작하여 40년 뒤인 1925년

이르는 동안 여러 채의 중국 주택을 세웠

하고 출입구 하단에는 2단의 반원 계단을

에는 542명으로 늘어났다.

지만, 대부분 사라지고 인천에만 몇 채가

두어 장식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외

한편,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중국인 거

남아 있다. 그간 인천의 화교 건물을 연구

관은 나중에 만들어진 것으로, 원래는 3개

류지가 설정된 인천에서는 초창기 선린

한 몇 건의 연구가 있었다. 그 중에서 채

의 베이(bay)로 된 벽돌 벽면이 그대로 노

동 일대의 5,000평 규모로 시작됐고, 이

호경의 석사 논문인 <개항 이후 인천 청

출된 건물로 (중국인 마을의 다른 건물의

후 점차 확대되어 현재의 경동 일대까지

국 조계지의 주택 및 상업건축에 관한 연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발코니와 청풍낙양

진출했다. 1893년 711명에 불과하던 화

구>가 가장 상세하다.

등이 없는 순수 벽돌조 건물이었다. 베이

교 수는 1900년에 2,274명으로 늘어났고,

중국 주택의 평면 형식은 외부 입면(Fa-

사이는 벽돌을 내쌓아 붙임 기둥을 만들

청일전쟁 이전까지는 화상의 세력이 일본

cade)-전면 건물-중정-후면 건물로 구성

었고, 1, 2층 개구부는 각각 반원 아치와

인보다 앞서 있었다. 우리나라 화교 무역

된다. 이는 중국 주택의 특징인 사합원에

평아치를 설치했다.

의 중심지였던 인천의 중국인들은 역사적

바탕을 둔 것으로 사합원은 가로세로의

사건에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지만, 뛰

비가 비슷한 장방형 평면이다. 인천에 세

<선린동 29-2 점포주택>

어난 상술과 근면함으로 이겨냈다. 해방

워진 화교 주택은 이와 달리 가로에 면한

5세대 연립 2층 건물로 1세대당 건물 규

후 한국전쟁 전까지의 기간 동안 가장 번

부분이 좁은 세장형 건물로 이러한 유형

모는 폭 5m, 깊이 10m이다. 1층은 점포,

성했던 인천의 화교들은 크고 작은 무역

의 주택은 중국에 설치된 영국 조계지의

2층은 생활공간으로 세워졌으나, 지금은

상이 27개를 운영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필지 모양에 맞춰 새롭게 만들어진 중국

모두 점포로 쓰이고 있다. 중정은 당초부

을 거치면서 많은 타격을 입었으며, 우리

의 근대적 도시 주택인 이농 주택이 한반

터 만들어지지 않았고, 건물 뒤편에 후정

나라 정부가 취한 일련의 정책으로 청요

도로 건너온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전

이 있었다고 전한다. 회색 벽돌을 쌓아 외

리로 이름을 떨치던 인천의 차이나타운은

통 주택이 영국의 영향으로 변형되어 인

벽을 만들었으며, 모서리에는 벽돌을 내

1970년대 이후 급격히 쇠락하다가 1992

천에 세워졌다는 뜻이다.

쌓아 단면을 보강해 기둥 역할을 하도록

년 한중수교 이후 점차 회복되기 시작해

중국 주택의 외벽은 회색 벽돌과 적벽돌

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을 쌓아 내력벽을 세우고 벽 사이에 목재

되었다.

를 걸어 2층 바닥과 내부 칸막이를 만들었

<선린동 32-1 점포주택>

다. 가로에 면한 외부 입면은 중국인 마을

6세대 연립 2층 건물로 1세대당 건물 규

인천의 중국인 주택

의 경관을 형성하여 이색적 풍경을 연출

모는 폭 5m, 깊이 10.5m이다. 1층은 점

우리나라에 들어온 중국인이 세운 건물은

한다. 이국적인 외관 때문에 많은 이들의

포, 2층은 생활공간으로 사용되었다. 중

상업 기능과 주거 기능이 섞인 주상 겸용

관심을 끌지만 거주자의 강력한 반대로

정을 설치할 만한 경제적, 공간적 여유는

이 주류를 이루었고, 주거전용 건물은 적

출입은 곤란하다. 1층은 출입구와 덧문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사가 급한 대지

Wide AR no.21 : 05-06 2011 Depth


선린동 29-2(좌측)와 32-1,32-4(우측)의 모습. 1985년의 모습으로, 외관은 변했으나 지금도 곳곳에서 과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선린동 29-2(좌측)와 32-1,32-4(우측)의 배치도.

1959년의 선린동 1-5번지.

지금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선린동 1-5번지.

의 특성을 활용, 지하층을 설치하여 창고

박공지붕을 올렸다. 천장 높이는 3.6m로

등으로 사용했다.

비교적 높은 편이다. 1층에는 단위 주호

길 건너편에 위치한 선린동 29-2번지 점

별로 출입문과 창문이 각 1개씩 설치되었

포주택과 더불어 인천 중국인 거리를 상

다. 목조로 만든 2층 발코니 부분의 상부

징적으로 나타내는 가로 공간을 형성하

에는 화살 모양의 아치로 된 청풍 낙양이

고 있다.

있다. ⓦ

<선린동 1-5번지 점포주택>

* 엑소노메트릭과 배치도, 평면도 등의 도

청국 조계지와 일본 조계지를 가르는 계

면은 채호경의 논문에서 발췌한 것임.

단에 인접한 주상복합 3세대 연립 2층 건 물로 1세대당 건물 폭은 4m로 다른 건물 에 비해 좁은 편이다. 인천의 중국인 마을

손장원 | 본지 고정칼럼위원으로 재능대학

에는 이와 유사한 주택이 상당히 많았지

실내건축과 교수이다. 근대 건축 답사를 통

만, 현재는 이 집만 과거의 모습을 간직

해 우리나라의 근대 건축, 특히 개항장 중심

하고 있다.

의 근대 도시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데 힘을

회색 벽돌을 1.5B로 쌓아 벽체를 만들고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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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린동1-5번지 평면도.


<사진 더하기 건축 01 | 나은중+유소래>

베른트 앤 힐라 베셔 (Bernd and Hilla Becher) 유형학의 구축(Constructing

Typologies)

은 건축가들은 다큐멘터리적 사고의 틀 안에서 건축 사진을 이해하며 광학적 현 실 재현이라는 사진의 태생적 가치 안으 로 가둬왔다. 현대 건축과 현대 사진의 새로운 관계는 유효한가? 건축의 진정성을 설파하는 한 건축가는 사진이라는 미디어가 건축의 진 정성을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조작 가능 한 미디어를 통해 건축의 진실을 왜곡하 지 말라는 일련의 진중한 건축가다운 사 고이다. 과연 진짜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 이전에 우리는 당사자인 사진의 현 대성(contemporariness)에 주목해야 한 다. 현대 사진은 더 이상 순간 포착이나 사실 재현의 도구로 한정되지 않는다. 현 조셉 니세포르 니에프스( Joseph Nicéphore Niépce), <창밖으로부터의 풍경(View from the Window at Le Gras)>, 1826.

대 사진가들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시선 은 유동적이고 모호하며 동시에 구축적이 다. 또한 프레임과 장소의 관계를 절대적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

재현 방식, 다게레오 타입은 최초의 사진

인 조건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구축 가능

얼마간의 여행 후 일상에 몸이 적응될 즈

술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최초의 사진

한 강렬하고 잠재적인 형태로 여긴다. 우

음, 찍었던 사진을 들춰내며 한번쯤 해 봤

을 만든 이는 다게르가 아닌 그의 파트너

리는 이러한 범주의 사진가들을 확장된

을 말이다. 그 사진들에 담겨 있을 이야기

였던 조세프 니세포르 니에프스였다. 태

의미의 구축하는 자, 다시 말해 또 다른

는 개인적인 경험이며 장소의 기억이다.

양광으로 찍은 그림이라는 의미의 헬리

건축가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진이

그래서 소중하다. 건축하는 이들이 건축

오그래피의 발견을 통해 그는 1826년 자

라는 미디어를 사용하여 건축적 혹은 도

사진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

신의 작업실 창가에서 건물들을 피사체

시적 공간 구조를 탐구하는 현대 사진가

다. 건축가의 철저한 노동과 사고를 보상

로 <창가로부터의 풍경 (View from the

들의 이야기는 그것의 가변성, 가벼움, 가

하는 결과물은, (금전적인 부분을 제외하

Window at Le Gras)>이라는 사진을 만

상성을 통해 건축 특유의 무거움에 새로

고는) 완성된 그리고 타인의 손에 의해 변

들었다. 그렇다. 최초의 사진은 다름 아닌

움을 던져 주리라 믿는다. 건축과 사진,

형되지 않은 순수한 건물의 사진이다. 이

건축 사진이었다. 태양광 아래에서 8시간

두 분야의 융합을 통해 이루어 내는 다양

이미지들은 단순한 기술 복제의 결과물이

이상의 노출 시간이 필요했던 당시의 사

한 스펙트럼을 살펴보며, 이들의 새로운

지만, 건축가들에게는 자신을 드러내기

진 기술로서 움직임 없는 건축물이 왜 최

관계를 탐험하려는 시도로 이 연재를 시 작한다.

위한 수단이며 동시에 물리적인 건축 활

초의 주인공이 되었는지 짐작해 볼 수 있

동을 지속할 수 있는 담보가 된다.

다. 이러한 의미 있는 역사성으로부터 연

사진과 건축의 필연적 동거는 18세기 초

유된 것인지, 건축 사진은 150년 전 현실

베른트 앤 힐라 베셔

사진이 발견되었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

재현이라는 사진의 전통적 가치를 고집스

먼지 쌓인 책장에서 어릴 적 졸업 사진첩

간다. 1839년 프랑스의 루이 자크 망데

레 지켜나가고 있다. 현대 건축과 현대 사

을 들쳐본 기억이 있다. 어렴풋한 기억들

다게르에 의해 발명된 은판 위의 광학적

진의 진보한 시대성은 온데간데없고, 많

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고만고만한 생김

Wide AR no.21 : 05-06 2011 Depth


선 장소 혹은 구조물의 역사에 관한 기초 자료를 통해 무엇을 찍을 것인가 하는 선 별의 작업이다(사례 조사). 그리고 대상 물이 정해지면 사이트를 답사하며(대지 조사) 스케치를 통해 구조물의 기능과 형 태에 대한 분석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어느 지점에서 대상을 담을 것인가를 선 택한다(사이트 분석). 더 나아가 사진을 찍는 과정에 있어서 일관된 비교 유형을

1960년대 초등학교 흑백 졸업 사진.

만들기 위해 그들만의 철저한 규칙을 만 든다(개념 설정에 따른 계획). 예를 들어

새의 아이들이 고만고만한 표정으로 고만

로부터 격리된 산업사회의 구조물을 40년

시간에 따른 다양한 음영과 구조물의 입

고만한 촌스러움을 발하고 있는 흑백 사

넘게 기록하였다. 작품집 <익명의 조각

체감을 지우기 위해 직사광선이 들지 않

진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닮아 있다.

(Anonymous Sculpture, 1970)>에서부

는 흐린 날에 사진을 찍는다. 또한 장소

같은 시대에 태어나 같은 곳에서 살아가

터 <산업시대의 풍경(Industrial Land-

와 지리적 특성을 알 수 있는 근거를 최

며 같은 놀이 문화를 공유하는 동네 친구

scape, 2001)>에 이르기까지 베셔 부부의

소화시키기 위해 배경을 최소화하고 구조

들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학교가 고용한

사진은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등 동시대

물을 프레임 안에 가득 채우는 촬영 방식

사진관 아저씨의 한결 같은 사진 찍기 방

예술의 영향 아래 현대 사진의 새로운 척

을 사용한다.

식 때문일까. 어쨌든 닮아 있다. 빛 바랜

도를 제시하였다. 그들 사진 작업의 핵심

사진 찍는 행위 이후의 작업은 그들의 개

집단적 초상 사진은 그들 사이의 유사함

요소는 앞서 언급한 졸업 사진첩의 초상

념적인 관점을 극명히 드러낸다. 구조물

을 통해 동네 아이들의 유형을 드러내며

사진과 유사한 유형학적 표현 방식이다.

의 종류, 재료, 기능과 형태, 위치, 시기

동시에 그 시대의 기억들을 새겨 놓는다.

유형학이란 쉽게 말해 유사한 성질, 유사

그리고 바라본 시점 등에 따른 재분류 작

이와 유사한 형태의 사진들이 있다. 그것

한 모양, 유사한 구조 등을 가진 것들을 어

업은 단순한 아카이브의 조합에서 벗어나

들은 창고, 물탱크, 사일로, 발전소, 냉각

떠한 기준으로 한데 모아 놓은 것을 말한

탑 등 각각의 기능적, 구조적 유사성을 드

다. 하나의 유형학은 그들의 관찰, 수집,

러내며 그들 사이의 건조한 상관관계를

명명 그리고 배치 등의 행위에 의해 분류

만든다. 흡사 백과사전의 한 면을 차지하

되고 다시 수렴된다. 이러한 방법론은 그

고 있을 법한 이 산업 건축물-외견상의 형

대상이 자연에 기인한 경우 진화론적 상

태가 기능을 반영하고 있는-사진들은 현

수를 드러내기도 하고, 인공의 사물을 대

대 사진의 큰 뿌리를 형성한 독일 출신의

상으로 할 경우 문화적, 사회적 진실을 드

부부사진가 베른트 앤 힐라 베셔의 작업

러내기도 한다.

이다. 이들은 1958년 독일 뒤셀도르프 예

베셔 부부의 유형학적 작업 방식은 건축

술 아카데미에서 교류를 시작하여 예술과

물을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그 시작은

삶의 파트너로서 대다수 사람들의 일상으

대상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우

베른트 앤 힐라 베셔의 작업 스케치, 1970년대.

72 / 73

Karl Blossfeldt, Work collage, 1930, Karl Blossfeldt Archive.


Bernd and Hilla Becher, Blast furnaces, Germany, France, Luxembourg, United States, 1970-1984.

고도의 개념적인 구축 작업으로 읽힌다.

과 형태 사이의 유기적이고 복합적인 상

의 평면이 3차원의 물성으로 읽혀질 수 있

같은 기능을 하는 구조물들, 예를 들어 물

호작용을 드러내며 익명의 디자이너(아

고, 사진이 평면적 구성을 넘어 건축적인

탱크의 경우 일차적으로 구, 실린더, 원

마도 그 분야의 엔지니어일 것이다)가 만

행위로 수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

추 등 형태에 의해, 이차적으로 스틸, 콘

들어낸 한 치의 오차 없는 치밀한 아름다

을 만들기 위한 작가의 능동적 개입 즉, 대

크리트, 목재, 벽돌 등 재료에 의해 분류

움을 보여준다.

상을 조사하고 사이트를 분석하며 그들만

되며, 다시 그것들이 찍힌 각도와 시점에

이러한 구축적인 접근 방식은 기존의 다

의 선별적인 언어와 조건으로 사진을 찍

따른 비교 분류를 통해 유형학적으로 수

큐멘터리 사진이나 기록 사진과의 차별성

고 다시 그 사진들을 재배열하는 행위는

렴되어 하나의 완결성을 갖는다. 베셔 부

을 나타내고, 개념적인 사진 행위의 새로

사진가와 피사체의 전통적인 관계를 넘어

부는 집합적으로 조합된 사진들뿐 아니라

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1990년 베니스비

무엇을 어떻게 보고 해석하느냐의 단순한

한 장의 사진으로도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엔날레에서 베셔 부부는 매우 이례적으

질문으로 귀결된다. 그들의 사진이 무엇

유형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특정 구조체

로 조각 부문의 대상(the Grand Prix of

보다도 건축적으로 보여지는 이유가 여기

의 단면을 기록한 이러한 사진들은 기능

Sculpture)을 수상하였다. 이것은 2차원

에 있다. ⓦ

Wide AR no.21 : 05-06 2011 Depth


Bernd and Hilla Becher, Gasometers, Belgium, Germany, England, United States, 1965-1992.

*사진 관련 크레딧 및 정보는 발음하기 애매 Bernd and Hilla Becher, Lime Kilns, Honnetal, Germany, 1996.

Bernd and Hilla Becher, Gasometer, Jersey City, United States, 1996.

한 부분이 있어 원어의 경우 영어로 일관되 게 적었다.

나은중, 유소래 | NAMELESS의 공동대표이다. 뉴욕과 서울을 기반으로 건축, 예술 그리고 문화적 사회현상을 탐구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대의 패러다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Fragile Architecture’로 그들의 작업을 정의하며 2011년 뉴욕건축연맹이 수여하는 뉴욕 ‘젊은 건축가상’ (The 2011 Architectural League Prize for Young Architects)과 미국건축가협회의 ‘뉴욕건축가협회상’ (2011 AIA New York Design Award)등 을 수상하였다. www.namelessarchitecture.com

미래(未來)의 지래(知來) 짐작 01 | 조택연

고해상도 미래 탐색을 시작하며

지난 1만 년 동안의 문명은, 인류가 선택한 두뇌(頭腦) 의존(依存)

연료로 구동시켜 겨울을 따듯하게 보내고 여름을 시원하게 지낸

종(種)으로의 진화가 가장 성공적인 생존 전략이었음을 보여준다.

다. 날개 달린 새들에게도 커다란 모험이 되는 아주 먼 거리를 간

떠돌이 채집자와 사냥꾼이 계절의 순환을 이해하게 되면서 정착

단하게 이동한다. 자연에서 35세이던 수명은 도시에서 85세로 연

하여 농경을 시작하고, 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생존에

장된다. 그들의 두뇌를 흉내 낸 기계는 마침내 그 두뇌의 연산 능

도움이 되는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이를 지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

력을 능가한다.

었다. 자신의 경험을 지식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저장해 다음 세대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자연의 지혜(知慧)보다 더

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 이 종은 생물학적 진화에 의

커다랗게 성장한 자신의 지식(知識)이 세상을 파멸시킬 수 있는

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생명이 된다.

미성숙 상태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직은 자신을 포함시키는 것

유전자에 기록된 생존 정보(Gene)에 의존하는 생명이 아닌, 두

을 주저하고 있지만, 인류 역시 이 파멸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뇌에 기억된 지식(Meme)을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이 이룩한 문명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가장 지적인 생명체로 성장한 인류가

은 놀라운 것이었다. 지식 의존적 종 인류는 마침내 자신의 안락

불안한 21세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첫 번째는 근대 자연 과학의

함을 위해서는 자연의 흐름도 거스를 수 있게 되었다. 생존을 위

출현으로 갑작스럽게 획득한 놀라운 지식이 세상의 모습을 모두

해 다른 생명 종들과 경쟁하던 공간을 논밭으로 만들었고, 마침내

설명하고 있다고 착각한 결과이고, 두 번째는 지구를 무한 자원을

그곳에 거대한 도시를 세운다. 복잡한 전기, 전자적 장치를 화석

공급해 주는 공유지로 본 것이다. 인류가 알고 있는 지식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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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극히 일부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갖게 된 파괴력 앞에 지

로 사용하고 원소들의 관계 구조로 디지털 환경의 ‘지능(Smart)’

구는 한낱 작은 행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지만, 아직 무

을 적용해 미래를 탐색하는 ‘미래의 지래(지레)짐작’이 그 방법

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다.

이 될 것이다. 미래의 지래 짐작은, 미래의 모습에 많은 영향을

21세기, 다행히 인간은 그 수많은 파괴적 실험에 대한 보상으로 디

주지만 가장 변화가 적은 것을 기준계로 삼아 이곳에 미래를 펼

지털 환경을 갖게 되었다. 20세기의 기술 지배적 문명이 조각조각

쳐보는 것으로, 보다 높은 해상도로 내일을 바라볼 수 있을 것으

나눠진 지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21세기 디지털 환경은

로 기대한다.

이들이 하나로 융합돼 지혜의 문명으로 태어날 가능을 열어 놓고

<와이드AR>에 ‘미래의 지래 짐작’ 연재를 기획할 즈음 영화제작

있다. 이는 상호 소통을 통해 서로의 생존 방법을 아주 천천히 모

사 SkyWalker로부터 영화의 배경이 될 미래 세상을 상상해 달하

색하는 자연의 지혜와 유사하다. 조각난 지식의 원시적 사용이 아

는 청탁을 받았다. 2050년 ‘Seoul City’를 배경으로 하는 박광현

닌 융합된 지식의 세련된 활용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감독의 SF 판타지 영화 <권법>은 40년 후 서울의 모습을 보여 주

미래학이 과거의 변화에 대한 미래의 시계열 회기적(時系列 回期

려는 기획이다. <미래의 지래 짐작>이 글로 끝나지 않고, 그 짐작

的) 연속성을 통한 미래 추론이라면 이를 도구로 21세기의 미래를

의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시각화되고 이를 대중의 집

예측하는 것에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미래학이 사용하는 기준

단 지성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연 과학자의 반복된 실험 못지않은

계는 그 자체가 심한 변화량을 포함한다. 초기 조건에 민감한 나

검증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효과와 같이 상호간섭에 의해 기준계 자체가 요동칠 가능성이

2050년의 Seoul City를 그리기 위해 미래의 시간을 6개의 영역(

21세기에는 특히 높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트렌드 예측 방법 같

미래의 디지털 환경, 에너지 환경, 공간 환경, 교통 환경, 자연 환

이 변화량이 적은, 하지만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계를 찾아

경, 교육 환경)에서 짐작해 보려고 한다. 디지털 환경의 변화에 많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은 영향을 받으면서 공간 환경적 성향이 강한 영역들이다. 이들의

오랜 진화의 결과물로, 문명과 비교해 거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상보적 관계성을 통해 2050년의 공간과 건축, 도시 그리고 디자인

인류의 ‘마음’과 자연의 ‘생태 구조’가 그것이다. 이들을 기준계

환경의 모습을 상상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1. 미래를 예측하고 지레짐작하는 것 미래의 예측 오랫동안 미래학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바퀴(Future Wheel)와 같이 현재 사건이

을 보여 준다. 21세기의 오늘은 미래학이

내일을 내다보는 창이 되었다. 창 너머 세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찾고, 시

오늘을 예측했던 어제의 시점과 매우 다

상으로 갈 수는 없지만 이를 통해 오늘 밖

나리오 기법과 같이 탐색 혹은 규범적 조

른 문명이 존재하는 시간이다. 미래를 예

의 세상을 내다보고, 더 좋은 내일을 준

건을 설정하고 그 결과로서 미래와 과정

측해 온, 추이(推移)의 선형적 시계열 회

비할 수 있게 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

을 예측하거나, 교차영향분석과 같이 미

기나 미래 바퀴 같이 한두 개 사건의 2차

다. 경험하지 못한 내일의 모습을 예측하

래에 발생할 사건들의 상호 영향과 그 결

원적 간섭 패턴을 해석해 얻는 해상도로

기 위해 미래학이 사용하는 도구는 다양

과로서의 미래를 예측한다.

는 그것의 섬세한 모습을 그려낼 수 없게

하다. 추세 외삽법같이 추이 변화를 시간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디지털 지

되었다. 앨빈 토플러처럼 수많은 자료와

축으로 나열해 시계열 예측하거나, 다수

식과 결합한 문명의 출현과 환경 문제의

천재적 직관을 함께 가진 미래 학자가 예

의 의견을 반복적으로 묻는 델파이 조사

대두는, 후기 산업사회 모형으로 만든 창

측할 수 있는 미래조차 이미 10년 전에 끝

법의 집단 지성 구조를 사용하거나, 미래

의 너머로 아주 흐릿한 자신의 실루엣만

이 난 것 같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오래전 미래를 정확

구로 역법(曆法)과 천문학을 탄생시켰다.

한다. 즉 지구의 공전 주기에 따른 계절(

하게 예측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앞으

미래를 지래 짐작함으로써 인류는 다른

季節) 변화를 기준계로 삼고 그것에 지난

로 다가올 시간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미

생명체들 보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팽창

계절의 경험을 투영함으로써 내일을 지래

래(未來)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경험

할 수 있었다.

짐작했듯, 21세기 인류가 생존하는 세상

한 지래(知來)로 이해하고 그 모습을 짐

지래로써 내일을 짐작하기 위해서는 그

의 공전주기를 찾아내고 그것에 문명의

작(斟酌)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래 짐작

내일이 어제와 비슷하게 반복되는 주기성

모습을 투영시키는 지래 짐작을 통해 좀

이 농경을 가능하게 했고, 보다 정확하게

안에 있어야 하고, 내일의 모습이 과거의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

미래를 예측하려는 열망이 지래 짐작 도

경험을 통해 얻은 이해 구조와 일치해야

다. 변화가 없지만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지레(知來)짐작 하는 것

Wide AR no.21 : 05-06 2011 Depth


인간의 마음과 자연의 구조는 이러한 기

지식이 인터랙티브(Interactive, 실시간

70억 인류 앞에 지구의 자연은 취약한 존

준계로 사용될 수 있다. 이를 기준계로 디

상호 교감)하게 인간과 교감하면서 자기

재이다. 단지 자원을 숨기고 있는 장소라

지털 환경에서 나타나는 집단 지성으로서

조직화가 가능해졌고, 그 결과 생물학적

는 자연에 대한 이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원소 사이의 관계를 읽어봄으로써 내일을

지능처럼 다가오고 있다.

자연은 지극히 섬세한 시스템이어서 쉽

지래 짐작할 수 있다.

이들 두 개의 단어는 지금까지 미래학의

게 파괴될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인류

21세기를 대표하는 두 개의 단어는 인간

변두리에 놓여 있었다. 무한의 자원과 공

도 멸망한다는 것을 이해하여 인류가 함

종을 포함한 ‘자연환경’과 인간의 마음을

간을 제공할 것으로 믿은 ‘자연환경’과 앞

부로 변화시키지 않아야 할 대상으로 인

포함한 ‘디지털 환경’이다. 후자는 인류가

서 경험하지 못한 ‘디지털 환경’의 가능성

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에 비해 디지털 환

1만 년 동안 일으켜 세운 화려한 문명(文

이 미래에 끼칠 영향을 고민하지 못한 것

경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다가 온다. 이를

明)의 모습이고, 전자는 지난 한 세기 동

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류는 자연과

안 인류의 무지(無智)가 파괴한 세상의 모

자연을 단지 무한 자원의 공유 영역으로

같은 깊은 통찰에서 스며 나오는 지혜를

습이다. 디지털 환경은 인류가 20세기 말

취급하여, 미래 예측에 자연의 구조가 고

얻을 수도 있고, 원시적 지식 상태에 머

처음 경험하게 된 지능 환경이다. 문자나

려될 필요는 없다고 여기는 것은 매우 위

물 수도 있다.

기억 혹은 관습의 범주에 머물던 경험과

험한 생각이다. 첨단 소비 장치로 무장한

2. 지구의 자연 가이아 지구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과학 사상은 눈

한 이해는 린네가 바라본 생물학의 수준

사람은 제임스 러브록이다. 그 는 지구를

에 보이는 구체적 대상을 기술하는 것에

에 오랫동안 머물러 왔다. 지구는 단지 생

단순 지질학(地質學)적 환경으로 바라보

서 시작하고 이의 발전을 거쳐 추상적 사

물들이 서식할 지표 공간을 제공하는 바

는 오랜 관점에서 벗어나 생물 환경과 지

유로 옮겨간다고 하였다. 린네의 분류 생

위와 물로 된 행성이고, 그 암질의 지구와

질 환경을 연속선상에 놓음으로써 초유기

물학에서 시작한 생물학은 현미경의 발명

무관하게 생명 종들이 그곳에 번식하면서

체로서 지구, 즉 가이아의 모습을 읽어 냈

에 의해 미시 생물계를 다루는 미생물학

경쟁하는 모습으로 읽혀졌다.

다. 지질(地質) 환경으로서 지구 역시 생

이 탄생하였고 종의 형질 변화를 다루는

지구가 단순히 생명 활동을 담은 저장고

물 환경과 같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생물

진화생물학으로 확장되었으며 이어서 생

가 아니라 공간으로서 지구와 생명이 서

환경에 영향을 주고, 생물 환경의 변화에

물 종과 환경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생태

로에게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다이나믹

의해 영향을 받는 하나의 거대 생명으로서

학으로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지구에 대

필드(Dynamic Field)로 존재함을 통찰한

초유기체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았다.

디지털 기록 방식을 사용하는 유전 정보

한 형질이, 이를 가진 개체가 살고 있는

많은 세대를 통해 생명체가 지닌 형질을

는 부모로부터 자손에게 복제될 때 발생

생존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으면 살아

변화시킨다.

하는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남아 자손의 개체 수를 늘려 가면서 새로

진화를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는 종의 특

생명의 진화

불고하고 약 1억 개 중 1개꼴로 잘못 복

운 종으로 분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질과 그들이 생존하는 환경이다. 종의 특

제된 유전자가 전달되는데 이러한 오류가

반대로 그 종의 형질에 불리하게 생존 환

질이란 부모 세대에서 물려받는 유전자형

돌연변이를 발생시킨다. 돌연변이 형질은

경이 변화할 경우 도태된다.

(Genotype)과 그것에 의해 발현되는 표

부모의 그것과 다르게 표현되는데, 대부

가이아 지구는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이곳

현형(Phenotype)이고, 생존 환경은 지질

분의 돌연변이 형질은 생존에 불리해 생

에 서식하는 생명체에게 새로운 생존 환

학적 특성과 주변 생존경쟁 종의 모습 등

존경쟁에서 도태되어 버린다. 하지만 가

경을 제공한다. 맨틀의 바다를 부유하는

으로 구성된다. 보편적으로 진화에 더 많

끔은 이러한 돌연변이 형질이 생존에 유

커다란 뗏목인 대륙은 그것이 머무는 위

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생명체가 살아

리한 구조를 갖게 되는데, 이러한 형질은

치에 따라 다른 기후대를 만나고, 때로는

가는 환경이다. 생존 환경은 물리적 조건

살아남아 적응에 성공하고 그 유전 정보

지형을 변화시켜 새로운 기후를 만들기도

뿐 아니라 종에 따라 생물학적, 사회적,

는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

한다. 그곳에 서식하는 생명들은 새로운

도구 그리고 언어 사용 환경으로도 확장

진화는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생존 환경과 만나고 적응해야 한다. 이러

된다.

우연히 발생한 변이 유전자에 의해 발생

한 지질 연대적 환경 변화에의 적응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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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류의 마음 마음의 출현 다양한 생존 환경에의 적응을 통해 두뇌

고, 이러한 유전형질은 후세로 더 잘 전달

바뀌게 되었다.

의존 종으로 진화한 인간의 뇌는 학습을

되었다. 그 결과 현대 인류는 모두 기술자

언어가 인간의 적응으로 생존에 유리해

통해 획득한 기억의 공간과 유전자로부

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자손인 현

지는 생존 환경의 구조를 갖기 위해서는

터 발생되는 마음의 공간을 동시에 가지

대의 수컷들은 스마트 폰과 자동차만 보

경험자의 이해를 언어로 전달하는 과정에

고 있다. 경험을 통해 획득된 기억은 마

면 도파민이 솟아나고 보상회로가 활성화

잘못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음에 영향을 줘 행동을 유발하는 성격을

되어 행복해진다.

두뇌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인간의 생물

만들어 낸다. 이들 마음과 기억은 긴밀하

불 사용 환경에의 적응 역시 마찬가지다.

학적 두뇌는 자신이 경험을 통해 이해한

게 상보적으로 작동하지만 마음이 기억

홍적세에 겪은 5번의 빙하기와 수백 번의

생존 공간의 구조가 옳은 참인지 그른 거

을 바꾸지 못하듯 기억이 마음을 바꾸지

소빙하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불에

짓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 이는 오직 다

는 못한다.

대한 강한 호감을 유전자에 기록해야 했

른 이해와의 비교를 통해 가장 보편적 옳

변연계에 발현되는 마음은 오랜 진화 과

다. 그들 자손의 뇌에는 불 앞에만 앉으

음을 근사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뿐인데,

정에서 얻어진 생존 전략으로, 개체의 학

면 이성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과 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알고리즘이 더 많은

습을 통해 변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영

사한 신경전달물질이 다량 분비된다. 불

사람이 옳다고 믿고 있는, 더 연장자가 이

장류 이상의 종에게만 나타나는 신피질

이 사랑스러워 잘 자라나도록 먹이를 주

해하고 있는, 더 존경 받는 사람의 이해에

은 가소성이 높아 새로운 기억을 기록하

고 보살피며, 모닥불을 피워 놓으면 피부

더 쉽게 동의하는 것이다.

고 지울 수 있다. 두뇌의 이러한 구조는 다

가 느끼는 따듯함보다 더 강한 포근함을

더 많은 사람이 옳다고 믿는 이해는 나의

른 생명들과 다른 특이한 진화 과정을 경

감성적으로 느낀다.

이해보다 생존에 유리하게 적용될 가능성

험하게 하는데, 자기 자신이라는 생존 환

이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종에게만 주어진

이 높다. 이러한 언어 생존 환경에서 적응

경에 적응해 가야 하는 부담이 매우 높아

생존 환경 중 하나가 언어 환경이다. 인간

한 인류의 자손들은 더 많은 사람의 주장

진 것이다. 즉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스스

은 구강 언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이

에 자신의 이해가 흔들리고, 더 존경 받는

로 만들고 자신이 만든 환경에 잘 적응한

를 기억함으로써 다른 모든 동물과 구별

연장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

형질을 갖게 됨으로써 생존 가능성이 높

되는 생태적 지위를 획득하였다. 구강 언

른이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어른이 아이

아지는 것이다.

어로 전달되는 간접 경험은 위험에 노출

보다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구와 불 그리고 언어 사용 환경은 인간

될 가능성을 감소시킴으로써 생존의 가능

어른이 아이의 이해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스스로가 만들고 적응한 환경의 예들이

성을 극적으로 증가시켰다. 학습은 개인

아이가 어른의 이해를 구강 언어를 통해

다. 도구를 더 잘 사용할 수 있게 발현되

의 직접 경험과 놀이를 통해 하는 것에서

훨씬 더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생존에 유리했

경험자의 이해가 집단에 공유되는 구조로

문명, 새로운 생존 환경 (지식 환경에의 적응) 인간의 두뇌는 대략 25세 전후로 전전두

완성되면 이러한 능력이 비약적으로 증가

간의 정보 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피질의 미엘린화(Myelination)가 완성

한다. 축색의 수초화에 의해 정보 전달 속

있는데, 문명이 발생하기 전 인류가 생존

된다. 미엘린(수초)화는 신경세포인 뉴런

도, 즉 연산 능력이 증가하는 것에 비해

한 공간은 일 년을 주기로 유사하게 반복

의 축색을 지질로 감싸 절연시키는 과정

수상돌기의 변형이 감소해 새로운 정보

되는 환경 정보가 주어졌으므로 몇 번의

이다. 이렇게 절연이 완성된 유수 신경은

를 저장하는 기억 능력이 떨어진다. 인간

경험을 통해 그 공간의 구조를 쉽게 파악

무수 신경에 비해 100배 이상 빠르게 정

의 뇌는 그런 이유로 25세 이전까지는 경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공간 환경에서 두

보를 전달하게 된다. 두뇌가 386에서 쿼

험을 통해 외부에서 입력되는 정보에 예

뇌는 새로운 정보를 지속적으로 기억하는

드 코어 CPU로 업그레이드되는 과정이

민하게 반응하고 이를 잘 기억하는 반면,

것보다 기 입력된 정보를 통찰해 다가올

다. 뉴런의 수초화는 두뇌의 각 부분이 각

수초화가 완성된 이후에는 이들 기억들을

생존 환경을 예측하는 것이 생존에 더 유

기 다른 시기에 진행되는데 운동 중추의

바탕으로 통찰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뀐

리하다.

수초화가 일찍 완성되는 반면 전전두 피

다. 즉 25세 이후의 두뇌는 그 전에 입력

하지만 인류가 문명을 일으킨 이후, 특히

질은 수초화가 가장 늦게 완성된다.

된 정보를 바탕으로 외부인 세상을 통찰

디지털화가 이루어진 21세기의 생존 환경

전전두 피질은 인식과 주의, 기억 같은 고

하는 직관적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은 그 구조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이

등한 의식을 수행하는 영역으로 수초화가

이는 인간이 오랜 시간 진화해 온 생존 공

다. 이러한 21세기의 생존 환경은, 청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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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학습한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

중년이 되면 수컷들은 집단의 우두머리가

은 페이스북(Facebook)과 위치 기반 소

존 공간의 의미를 이해하고 예측하여 중

될 것을 꿈꾸기 시작한다. 하지만 컴퓨터

셜 네트워크를 통해 전해지는 사회적 관

년 이후를 살아가도록 진화한 홍적세 인

환경을 늦게 경험하여 적응에 실패한 중

계에서 다시 한 번 격리된다. 이러한 21세

류의 후손에게 수수께끼 같은 세상으로

년에게 신분을 상승시킬 기회는 영원히

기 생존 환경에서 25세를 지난 두뇌는 고

느껴진다. 대부분의 장년들이 당면한 21

오지 않는다. 자신의 노회한 경험으로 집

통을 느끼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세기의 생존 환경은 그들이 어렸을 때 학

단을 이끌 준비를 하던 중년은 자신의 생

습하지 못한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

물학적 욕망을 단숨에 거세 당한다. 이들

4. 디지털 환경 지식 환경에의 적응(뉴턴과 다윈이 바라본 세상) 인류의 인식 변화에 가장 커다란 영향

인슈타인이 상대성 공간이라는, 시간이

임인 다윈의 진화는 기본 줄기에 더 확

을 끼친 과학 사상가로 뉴턴과 다윈을

단지 변화량을 측정하는 매트릭이 아니

장된 이해의 잎을 붙여 나간다. 앞에서

꼽는 것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

라 시공간이라는 또 하나의 공간 차원

이야기한 인간의 두뇌는 대부분 감성을

이다.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

임을 밝히면서 거대 공간과 극미(極微)

담고 있는 영역이다. 이에 비해 이성의

용 반작용의 법칙으로 이루어진 뉴턴의

환경을 설명할 입지를 잃어버렸다. 이

영역은 극히 작은 양이고 그나마 미엘

운동법칙은 시간에 따른 변화량으로 세

에 반해 다윈은 스스로 진화론의 자연

린화가 완성되면 더 이상 새로운 경험

상을 바라봄으로써 현대의 공학이 성립

선택을 성 선택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을 이해해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인간

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다윈의

확장함으로써 계속 보완될 수 있는 여

의 마지막 진화가 자신이 만든 환경에

진화론은 형질의 유전, 변이의 발생, 선

지를 남겼고, 오늘날 가장 안정된 과학

적응한 것이라면, 진화를 통해 이루어

택이라는 정리를 생명에 부여함으로써

사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 두뇌의 구조를 따라 환경이 만들어

동적 구조로 종을 바라보는, 즉 변화 가

우리가 제도적 교육을 통해 공급 받는

져야 한다. 인간의 뇌가 적응하기에 인

능성으로서 종의 형질을 끌어내었다.

지식은 대부분 뉴턴 구조를 따르고 있

류가 만들어 가는 21세기의 생존 환경

하지만 이들 두 과학철학자의 패러다

다. 하나의 패러다임에 익숙해지고 나

은 그 변화가 너무 빠르다.

임에 다가서는 후손들의 접근 방식에는

면 그것과 다른 패러다임을 수용하기

커다란 차이가 있다. 뉴턴의 역학은 아

힘든 구조이다. 이에 비해 열린 패러다

디지털 인류 CPU의 연산 속도 증가율을 보여주고

견되지 않는, 20세기 기술의 조합일 뿐

극복하고 그것이 쓰이고자 하는 목적을

IT 환경의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 기

인 iPhone과 iPad의 애플이 새로운 디

달성할 수 있다. 미래 디지털 환경의 모

준계의 하나였던 무어 곡선(Moore's

지털 환경의 중심에 있는 것은, 첨단의

습은 점점 더 하드웨어적 변수보다 소

Curve)은 이미 지수적(指數的) 변화

기술이 아니라 바로 감성으로써 인간의

프트웨어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CPU의 속도

욕망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소프트웨어

러한 디지털 환경을 담고 있을 미래는,

에 지배될 것 같았던 IT 산업의 규모

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모습을 예측하는 것보다 그

는 이와 상관없이 가파른 지수 증가를

물리적 현상에 의해 특성이 결정되는

것을 그려 보고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적

보인다. 이는 하드 중심적 디지털 환경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절하지 않을까?ⓦ

에서 소프트웨어로의 환경으로 전이를

의지로 그 성격이 결정된다. 섬세한 소

의미한다. 어떠한 기계적 혁신성도 발

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물리적 한계를

조택연 | 본지 편집위원으로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이다. 3억 개의 폴리곤을 연산하는 디지털 공간, 64비트로 확장된 두뇌, 9시간 동안 산 악자전거를 탈 수 있는 근육, 5.10c 5피치 인수봉을 오르는 호기심, 2개의 세상을 함께 보는 통찰, 10년 후를 바라보는 3개의 꿈……. 그 꿈을 이 루려는 욕심을 내려놓으니 꿈을 따라 가는 것이 더 즐겁다는 그. 부끄러움이 사라지고 조금 뻔뻔해지는 나이, 행복한 50대에 지래(知來)로서 내일 을 짐작하기 시작했다. 마침 2011 영화 <권법>의 세상, 2050년 서울로의 여행도 예정되어 있어 더욱 기대된다.

78 / 79


주택100선 20 | 양건

제주 한동 8-2

지역성을 의도하지 않더라도 제주 땅에서 행해지는 건축이라면 동시대의 지역성을 자연스럽게 담고 있는 것이라는 개방적 자세이고, 또 하나는 조금 더 인문학적 사 유에 깊이를 더하여 본질적 차원에서 지 역성 논의의 이론적 체계를 갖추고자 하 는 태도이다. 아마도 제주 건축가들의 작 업 성향을 정의하자면 이 양자를 오가며 ‘ 보편성을 근거로 한 지역성의 추구’ 혹은 ‘지역적 건축에서의 보편성 탐색’을 위한 건축이 아닌가 한다. 또한 내 자신의 작업 도 이런 부류의 건축과 다르지 않다고 생 각한다. 이러한 제주 건축가로서의 삶에 서 본지에 소개하는 주택 <한동8-2>는 한 동안 놓아두었던 제주 건축의 얘기를 다 시 한 번 끄집어내야 하는 일이었다. 건축주는 육지 사람(제주 출신이 아닌 사 람을 일컫는 말)으로 자동차 디자이너이 며 스쿠버 다이빙이 취미라서 바다 가까 운 곳의 부지를 찾아 고생 끝에 이 땅을 결 정했고 인터넷을 통해서 가우건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이트는 제주시에서 동 쪽 해안 도로를 따라 한 시간쯤 떨어진 ‘한 고향인 제주에 내려와 설계 사무실이라

하다.

동’이란 해안 마을에 있었고, 마을에서도

고 시작한 지 벌써 14년의 시간이 흘렀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피상적이고 타

바다와 가장 가까이에 위치한 땅이었다.

다. 당시 제주의 건축 분야는 문화 예술계

의적인 움직임으로는 그 지역 건축의 규

물론 제주 바다를 향한 조망은 훌륭하였

의 아웃사이더였고 강행생, 김석윤 등 선

범이나 본질의 수준에 오르기 어렵다는

으며, 동네는 아직까지도 전통적인 해안

배님 몇 분이 개인적 역량으로 문화적 움

회의적 결론에 이르는 듯하다. 지역성의

마을 풍경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었다.

직임을 유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럼

추구라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건축에 내포

또한 제주의 전통 주거 양식인 안팎거리

에도 불구하고 이미 제주 건축계에서는 ‘

되어 있던 지역성의 개념을 유리시켜 대

배치의 기존 주택이 현무암의 돌담과 어

지역적 정체성’의 정립을 위해 다수의 연

상화함으로써 건축의 본질 즉 삶의 실체

우러져 시간에 풍화되어 가는 풍경은 지

구와 행정적 노력이 추진되고 있었으며,

와 별개의 층위에서 지역성 논의가 이루

우고 싶지 않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주

심지어 지역 건축가들의 시대적 사명으로

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성으로

어진 프로그램은 일종의 세컨드하우스로,

간주되는 상황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지

현재 제주 건축계에서 지역성에 대한 태

건축주 내외의 취미 생활과 동호인의 교

금까지도 제주에서 건축을 하는 이는 ‘제

도는, 상반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두 부류

류가 주목적이면서 한정적으로 노부모님

주의 지역성’으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못

로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의 휴양을 위해 사용될 수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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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현장 사진.

최종 계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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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성의 개입을 배제하고 보편성에 기대 어 이루어진 제안이었다. 건축주는 제시 된 안을 존중하면서도 몇 가지 상세한 요 구 사항을 보내왔다. 부지가 협소하지만 마당이 확보되기를 기대하고 있고 다이빙 에 사용될 보트를 보관할 수 있는 차고가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 번 째 제안은 초기의 두 가지 안의 장점을 유 지하고 내부의 각 공간에 대응되는 다양 한 외부 공간과 돌담을 조직화하여 전체 성을 획득하는 방식이 되었는데, 이에 대 해 건축주도 동의하였다. 또 다른 과제 중의 하나는 해안 마을의 조그만 주택이지만 재미있는 일이겠다 싶

도가 본 작업을 흥미롭게 하는 또 다른 요

바다 쪽 에지(Edge)에 있는 이 집의 자

어 약간의 기대와 순수함으로 작업을 시

인이었다.

세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 였다.

작했다. 우선 디자이너란 직업을 가진 건

초기안은 두 가지로 제안되었다. 하나는

축주의 삶이 흥미로웠고, 세컨드하우스의

안팎거리 배치로 되어 있는 기존 주택의

프로그램으로 말미암은 여유가 공간을 풍

흔적을 단서로 하여 점유했던 영역을 중

부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또한

정으로 비워 두고, 돌담을 경계로 한정된

요즘 대두되는 ‘경관’의 관점에서도, 해

외부 영역에 프로그램을 적용하자는 아

안 경관이 매우 첨예한 위치에 걸맞는 건

이디어였다. 돌담의 경계 안에 이미 유기

축적 모습을 찾아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

적으로 존재하던 공간 조직을 새로운 프

와, 장소의 기억이나 주변 마을의 컨텍스

로그램으로 대체함으로써 장소에 내재되

트에 어떻게 대응시킬 것인가 하는 난이

어 있는 의미와 기억을 유지하려는 의도 를 담고 있다. 다른 하나는 바다로의 조 망을 최우선 과제로 하여 그것에 의해 공 간과 형태가 생성될 수 있다는 대안으로,

초기대안1.

제주도의 창고들.

초기대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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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으로는 ‘디자

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면 집을 잘 찾을

에서 보수를 하고 나면 제주의 초가는 사

인’을 잘 다듬어서 해안 경관에 대응시키

수 없으니 의도대로 된 것 아니냐며 ‘만족’

라지고 타 지방의 초가가 우뚝 서 있는 느

는 모습으로 서로의 존재감에 의해 약간

이란 평가를 내린다.

낌이 든다는 황당한 경우도 이것에서 연

의 긴장을 이루는 방식과, ‘스케일’을 조

과연 제주의 멋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유한 것이 아닌가 한다.

절하여 경관에 중화되도록 하는 방식이었

돌하르방 공원을 운영하는 모 조각가의

<한동8-2>는 태생적으로 건축 작품이라

는데, 입지적 특성상 아무래도 후자의 방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서투름!’ 지난

칭할 작업은 아니다. 건축주의 요구나 예

식이 옳다고 판단되었다. 그렇다면 형태

시간 동안 척박한 제주 땅에는 목수도 드

산이 충분치 못했던 이유도 있지만, 작업

는 없어져야 하거나 형태적 요소를 소거

물었고 물건을 만드는 장인도 많지 않았

에 참여한 건축가나 시공자 역시 작품을

하여 집의 원형적 모습을 찾아야 하고, 스

으리라. 삶에 필요한 것은 직접 만들어야

위한 극한의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자로

케일은 마을의 기존 주거와 맥락을 이루

했고 서투른 결과물은 당연한 것이었다.

면 될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것이 오히려 제주의 멋이

서 이 집에 정감이 가는 이유는 여기저기

문제는 집의 원형적 모습이다. 서양건축

되고 지역적 특성의 디테일한 요인으로

배어나는 서투름에서 오히려 여유를 찾을

사를 보면 로지에의 ‘원시 오두막’을 상기

작용하고 있다. 제주의 민가를 문화재청

수 있기 때문이다. ⓦ

할 수 있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주 건축 의 아름다움으로 내 안에 잠재해 있는 일 련의 창고들이 다가왔다. 건축가 없이 오 로지 제주 농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박공지붕의 돌창고는 시간의 퇴적과 미니 멀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미적 요인으로 작동한다. 더구나 제주의 자연에 놓여지 면 건축의 한계를 넘어선 풍경으로 보이 기까지 한다. 다음은 재료와 색이다. 재료는 이러한 건 축의 자세에 부합되어 소박한 이미지를 자아내면서도 바다에 인접한 이유로 해수 와 바람에 대한 내구성과 예산이 결정 요 인으로 작용했다. 지붕은 징크류의 금속 재가 적용되었고 벽체는 제주 판석과 화 이트의 수성페인트로 결정되었다. 설계 완료 후 시공은 동네 목수가 맡았다. 시공 중에 정말 수성페인트가 최종 마감 인지, 기와지붕이 더 좋은 것 아닌지 등등 의 목수의 제안을 웃음으로 돌리며 얼마 전 집이 완공되었다. 건축주도 동네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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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양건 | 제주에서 태어나 육지에서 공부하고(연세대 건축공학과 및 동 대학원), 실무를 쌓은 후 (아키플랜, 아키피아), 1998년 다시 제주로 돌아가 제주 건축가로 살고 있다. 보편성의 건축을 기조로 지역적 건축의 가능성 및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에 관심이 많다. 현재 가우건축 대표로서 한국 건축가협회 제주지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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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도.

주단면도-1.

주단면도-2, 주단면도-3.

대지 위치 :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8-6번지 | 대지 면적 : 298.00㎡ | 건축 면적 : 141.78㎡ | 연면적 : 220.56 ㎡ | 건폐율 : 47.58% | 용적률 : 74.01% | 규모 : 지상 2층 | 용도 : 단독 주택 |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 건 축 설계 : 양건, 김정희 | 감리 :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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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 있는 근작 04 | 손기찬>

천주교 마산교구 마산 가톨릭 교육관 Masan Catholic Center, The Diocese of Masan

201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은 이 작품은 “장소로부터 단절된 건물의 개입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확신”으로 시작됐다. 건물이 자리 잡은 땅은 조선시대엔 봉화대 자리, 일제시대엔 포대 자리였다가 6.25 이후 미군기지로 사용되던 곳이다. 처음 설계 제안을 받았을 때 건축가는 마스터플랜부터 세울 것을 권했다고 한다. 도로와 군데군데 막사만이 남아 있는 넓은 땅이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교구청사 이전이 시도되기도 했지만 진해 해군 기지가 내려다 보인다는 이유로 반려되 었다. 이처럼 가톨릭 관련 시설이라고 해도 허가 과정상 어려움이 많았는데, 실제로 능선 너머 진해가 보이는 쪽은 창을 낼 수 없다는 전제가 있었다고 한다. 건축가는 국내의 가톨릭 관련 시설들을 답사하면서 종교 건축에 대해 고민하였고, 그와 동시에 자연에 가까운 건축, 한국적인 건축을 염두에 두었다. 그것은 벽돌과 자연석이란 재료, 시선은 가리되 안쪽 창을 통해 환기를 극대화시키는 콘크리트 가벽, 선홈통 대신 선택된 처마, 과하지 않는 곡선의 형태 등에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또, 두 개의 매스는 병렬 배치된 단순한 형태이지만, 언뜻 보면 개별적인 집들이 모여 집 합을 이룬 것 같은 모습이다. 경사지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건물 형태에 레벨 차이를 드 러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건축가는 숙소동 전면 발코니에 덧댄 노출 콘크리트 송판이 좋은 풍경을 가린다는 이유로 실현되지 못한 점을 못내 아쉬워했다. 만약 의도대로 되었 더라면 경사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편집자 주)

기념성당 스케치.

단지계획 초기 구상안.

이 집은 집단생활을 위한 장이자, 조용히

을 분리 배치함으로써 개인과 공동체 교

간의 영역 구분은 개실 영역(개인적인 기

기도하고 관상하기 위한 종교적 장이다.

육 공간의 영역 구분을 꾀하였다.

도/묵상), 교육 영역(공동 기도/교육/독

제한된 부지와 지형, 물리적인 규제와 주

정문에서 성당은 동쪽을 향한다. 전면 광

서/친교), 전례 영역(성당/강당), 그리고

변 자연환경으로부터 단절된 건축이 아닌

장 너머 트인 바다로 시야를 확보하기 위

야외 공간 등으로 나뉜다.

장소와 조응하는 배치 및 공간으로 계획

해서다. 교육동, 특히 강당은 별도의 일시

재료는 내구성과 검박함이 고려된 간결

되었다. 이미 훼손된 기존 도로를 최대한

적인 행사가 있을 때 숙소동과 동선 장애

하고 자연적인 소재와 친환경적인 마감

활용하여 교육동과 숙소동의 기능과 동선

없이 출입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기능 공

재료를 사용했으며, 페인트 등의 치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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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 기존길을 따라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여 배치시켰다.

인 마감은 지양하였다. 구체적으로 외벽 은 보편적 이미지의 점토 벽돌이고, 지붕 은 동판(징크판)이다. 또한, 실용성/효율 성을 위해 사용하기 편리하고 유지관리에 용이한 재료와 공간을 구성하였다. 에너 지 절약 관리 측면에서 열원을EDS시스템 (전기히트펌프원리)으로 처리하고, 특히 교육동에는 사용 시간별로 자유롭게 조절 할 수 있는 개별식 냉난방 패키지 시스템 을 도입하였다. 자연환경으로부터 격리 혹은 접근을 위해 교육관은 벽돌 벽면과 담장으로 구획되었 는데, 이로써 독립적인 내부 마당이 형성 되었다. 동시에 대문(후문)을 나서면 외 부 자연환경과 접할 수 있도록 하였고, 기

교육관 입구.

념성당은 상징적인 신앙 조형물로서 신자 들에게는 순례지로, 일반인에게는 종교적 체험의 장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이 곳에는 특히 전기 및 설비 시설이 일절 배 제되었다. 진입 도로는 현 도로를 보수하는 것에 그 쳐 자연환경을 보존하였다. 또 연결 도로 와 중정, 광장은 빗물이 스며 땅이 호흡할

교육동과 숙소동 중앙통로, 숙소동 후면의 콘크리트 가벽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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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관 광장 진입부, 우측이 교육동이고 좌측이 숙소동이다.

수 있는 투수성 포장재로 마당의 역할을 하게 하였고, 기념성당과 비워둔 산 정상까지의 도로는 측면 성벽(돌벽)과 일부 돌계단을 설 치, 경사 순로를 조성함으로써 고난의 길과 고결한 신앙의 길에 이 르는 기억의 장소성을 갖도록 하였다. 중세 수도원의 엄격성과 품격을 전형으로 삼고, 한국 가톨릭 전래 의 가치를 지역적인 풍토와 현대적인 건축으로 해석하여 (진단 생 활을 위한 주거라는) 생활의 장이라는 의미와 (조용히 기도하고 사 색하기 위한) 종교적 장이라는 의미를 가진 공간 환경으로 설계하 였다. ⓦ

기념성당 전경.

기념성당 내부(위)와 종탑내부(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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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 3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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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4 10

7

7

1층 평면도.

4

14 7 7

9

14 7

7

14

2층 평면도.

2

6

7

11

6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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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4 7

7

1. 강당

7. 2인실

13. 성체조배실

2. 성당

8. 4인실

14. 휴게실

3. 로비

9. 6인실

15. 전기실

4. 식당

10. 수녀 숙소

16. 기계실

5. 다목적실

11. 원장실

17. 저수조

6. 세미나실

12. 장애인실

18. 창고

13

3층 평면도.

대지 위치 : 경상남도 마산시 구산면 난포리 156-1 | 지역 지구 : 농림 지역, 보전 임지, 해군기지 지역 | 주요 용도 : 종교 시설(종교 집회장-수 도원) | 대지 면적 : 9889.00㎡ | 건축 면적 : 1906.42㎡ | 연면적 : 5914.95㎡(교육동 : 2992.46㎡, 숙소동 : 2854.38㎡, 기념 성당 : 68.11 ㎡) | 건폐율 : 19.28% | 용적률 : 48.44% | 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 내부 마감 : 석고보드 위 핸디코트 마감 | 외부 마감 : 점토 벽돌 치장 쌓기, 크레딩 목재 창호(로이 복층유리), 동판 지붕 잇기 | 설계 담당 : 손관호, 하혜란, 김수진, 진범성, 김종주, 이 승연, 손다익, 정경준 | 구조 설계 : 한일구조기술사사무소 | 설비 설계 : (주)선화설계사무소 | 전기 설계 : (주)선화기술단사무소 | 시공사 : 지엔지건설주식회사 | 건축주 : (재)마산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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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6

6

2

6

4

14 5

1

3

15

16

18

17

A - A' 1. 강당

8. 4인실

15. 전기실

2. 성당

9. 6인실

16. 기계실

3. 로비

10. 수녀 숙소

17. 저수조

4. 식당

11. 원장실

18. 창고

5. 다목적실

12. 장애인실

6. 세미나실

13. 성체조배실

7. 2인실

14. 휴게실

8 9 9 8

6 14 5 15 B - B'

단면도.

야외교육장

배치도. 손기찬 | 인하대하교 건축공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우원건축연구소 등을 거쳐 1988년 건축사사무소 동이를 개설하여 현재에 이 른다. 가능한 자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태도와, 소비적/탐미적 대상으로서 욕망을 부추기는 주택 양산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다양한 작업 들을 해 오고 있다. 2010년 천주교 마산교구 마산 가톨릭 교육관으로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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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focus 13 | 전발

4대강 사업 현장 수업, 당신이 본 것을 말하라 제1차 <W-아키버스> 잠행 보고서

의 일방향적 언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

가 들이대는 개발 사업의 아이템 나누기

함임을 글의 서두에 밝힌다.

에 연연하는 건설 마인드에 휩싸여 있는

지난 3월 26일(토) 낮, 전국의 4대강 사업

작금의 건축계 분위기를 싸잡아 비난하려

을 반대하는 시민·종교·대학을 아우르

는 것은 아니다. 저들이 당장의 생존을 위

는 단체와 기관 및 개인들 1천 5백여 명

해 무슨 일이든 맡고 보자는 식으로 덤벼

이 낙동강 내성천 회룡포에 집결하여 범

드는 데에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기 때

국민 저항 퍼포먼스 <333프로젝트>를 가

문이다. 그러나 건축계 인사 모두가 같은

진 바 있었다. 4대강을 그 모습 그대로 놔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닐 터, 중앙정부가 하

둬야 한다는 SOS(Save Our 4 riverS) 이

는 일에 비정치적 입장만을 고수한 채 견

벤트였다.

해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일반 시민과 종

W-아키버스 일행이 낙동강 상류 경천대

교 단체가 동참을 권유하는 이유 있는 연

일대를 지나면서 목격한 들판은 푸르른

합된 행동마저도 나몰라라 방기하는 식의

봄단장으로 생기가 돋아야 할 평야 지대

태도는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말이다.

가 온통 준설토 흙무덤으로 곳곳이 산을

이 대통령은 2008년 6월, 국민의 반대에

이루며 시름하고 있었다. 하천의 수심을

부딪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철회하겠

깊게 하고, 굽이져 흐르는 하천의 물길을

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2009년 4월

직선으로 펴고, 하천의 폭을 넓히는 과정

당시의 운하 취소 발언이 포기가 아니라

에서 파헤친 강바닥의 모래와 흙을 쌓아

연기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며 작금의

이 정부가 벌써부터 레임덕 현상에 빠진

방치한 들녘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말만 바꾼 채 기어

것처럼 보인다. 국민 여론의 질타를 무색

케 하는 것이었다.

코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밑그림을 실행

하게 벌여온 4대강 개발 사업에 이어 지

창조 질서를 거스르는 4대강 사업의 현장

에 옮긴다.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2009

천 개발 사업을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서야 비로소 이 정

년 9월부터 2012년까지 총 22.2조 원(본

일찍이 학계와 시민·종교 단체가 하천

부의 비뚤어진 개발 논조의 부당함을 확

사업비 16.9조 원, 연계사업비 5.3조 원)

대개발의 난맥상을 지적하며 한반도 대

인하게 되는 일행의 게으름을 탓하는 것

을 들여 물 부족 사태와 대규모 홍수를 대

운하 계획을 반대했을 때도, 4대강 살리

은 잠시 묻어두기로 하자. 그보다는 이참

비하고, 4대강 수질을 2급수로 개선하며,

기 개발 사업보다 지천의 정비가 우선이

에 우리 건축인들의 의식 속에 잔존하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사업의 목표로 한다고

라고 주장했을 때도 꿈쩍 않던 이 정부가

대사회적 주요 사안에 대하여 무관심으로

하였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이제 와서 4대강

일관하는 태도(나는 그것을 ‘양파’적이라

이에 하천 관련학계의 양식 있는 학자들

지류, 지천 개발의 타당성을 앞세우며 저

고 정의하는데)에 대하여 일갈하지 않을

은 정부의 사업 목표가 잘못된 것임을 반

간의 주장을 슬그머니 덮어버리는 수작을

수 없다. 의식의 좌편향과 우편향을 두둔

박하였다. 첫째,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

펴고 있다.

한다기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어정쩡

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2006년 수자원 공

오늘 새삼스럽게 이 정부가 벌여온 4대강

한 위치를 지키고 있는 건축인 다수의 몰

사가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더라도 최

사업을 반대하는 식자층의 입장을 환기시

경향성이 작금의 건축인(사)에 대한 사회

대 가뭄 때를 제외하면 물 부족은 거의 없

키는 것은 국민 일반이 개발 사업의 현장

적 지위 보장 선언의 달콤한 유혹이 얼마

고, 만일의 경우 물이 부족한 지역은 지

에 발을 딛고 서서 분명하게 자기 판단을

나 자기기만적인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역간 이동을 통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세우기보다 체제 지향적 미디어의 속성에

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는 내부 보고도 있었다. 정부는 우리나라

가려져 알 권리를 봉쇄당하고 있는 작금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외면하고, 이 정부

가 UN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라고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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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공사현장<좌> 와 낙단보 마애불<우>.

을 호도한 바 있는데, 이 또한 거짓말임이

고 있는 현장의 천년 마애불 훼손 상태를

강바닥이 스스로 제 모습을 찾아가기까지

드러났다. UN이 공식적으로 그런 자료를

보면 두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지난한 시간을 기다려 주어야 하는 과제

내놓은 적이 없었음이다.

애당초 4대강 사업을 통해 35만 개의 일

도 남아 있다.

둘째,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에 주효하

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주장도 실제

우리는 최근 일본 동북부지역 후쿠시마

다는 주장의 무모함이다. 우리나라에서

로는 1만 개의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는 것

에서의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 피

홍수 피해가 높은 지역은 4대강 본류와

이 중론이다. 당장 사업 현장에는 특수 장

해를 통해 대자연의 재앙이 얼마나 무서

상관없는 남동해안, 낙동강 하류, 강원 산

비인 포크레인과 대형 트럭의 행렬만 이

운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간접적으로 경험

간지역이다. 홍수는 산간 계곡, 중소하천,

어지고 있었다.

했다. 오늘날 다반사로 발생하는 천재지

배수가 불량한 도시지역에서 발생률이 높

우리보다 일찍이 하천의 댐을 건설했던 선

변도 알고 보면 인재에서 기인하는 것이

다. 특히나 현재의 4대강 본류의 정비율

진 각국의 경우, 최근의 경향은 기왕의 건

다. 화석연료에 기대어, 화석문화에 편승

은 97%에 달해 거의 모든 구간이 정비가

설된 댐을 없애고 자연 하천으로 복원하는

해 살아온 인류의 현재가 위험한 수위에

완료된 상태라는 2006년 국토해양부 내

사례가 늘고 있다. 수질을 회복하고 생태

도달하고 있음이다. 바로 이러한 때에 우

부 자료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계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책인 것

리는 그나마 잘 지켜온 자연 하천과 자연

셋째, 수질 개선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

이다.

공간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 삽질

킨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럼, 현재 4대강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

의 철학이 정치적 판단에서 기인한 것이

4대강의 현장, 즉 낙동강하구, 금강하구,

고 주장하는 범시민 종교 단체 및 대학 내

아니라고 주장한다고 한들 자연의 질서에

한강하구는 철새들의 주요 서식처로서,

학자들의 주장은 무엇인가? 그것은 당장

맞서서 당장의 이익에만 연연하는 리더십

다양한 습지를 지니고 있다. 이는 이들 강

에라도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기 공사 진

은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가! 더욱이 이

이 자연 정화를 통해 양호한 수질을 유지

행된 수중보를 철거하자는 논리다. 대다

같은 대자연의 붕괴를 획책하는 4대강 사

하고 있다는 증좌이기도 하다. 오히려 정

수 국민은 현재 건설되고 있는 20여 개 수

업의 정면을 바로 보지 못하고, 뒷짐 진 채

부가 4대강 사업을 통해 강바닥을 준설하

중보가 완공되었을 경우, 유지 관리비로

남의 일로 전전하는 우리 건축인 다수는

고 20개 이상의 수중보를 설치하여 물의

쓰여질 비용이 매년 6천억 원을 상회한다

또 어떠한가! ⓦ

흐름을 막는 것이 수질을 오염시키는 주

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국민의 혈세를 밑

전발 | 건축 저널리스트

요 원인자이며 궁극적으로 강의 생명줄을

빠진 독에 들이붓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끊는 무자비한 행위임을 밝히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후세들에게 너무나 큰

넷째,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장하는 배경에

짐을 안기는 꼴이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는 4대강 주변에 들어설 인공 시설물과 위

비용을 들여 물부족을 막고, 강의 수질이

락 시설의 건설로 인해 수익 모형을 창출

개선되고, 홍수를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

한다는 논리인데, 그 이전에 4대강 주변의

화시킨다는 것도 아니라면 이는 크게 잘

자연 공간과 문화 유적이 훼손, 수몰되는

못된 접근이다. 그에 비해 기 건설된 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무시

중보를 철거하는 비용은 1년 유지 관리비

하고 있다. 문화재 지표 조사가 허술하게

의 극히 일부만 가지고도 가능하다는 산

진행됐다고 하는 증표는 낙단보가 건설되

술적 제안이 나와 있다. 또한 이미 파헤친

Wide AR no.21 : 05-06 2011 Depth


WIDE focus 14 | 서명수

전통 건축 설계 교육의 필요성과 방향 한국건축역사학회 3월 월례회에 부쳐

건축에 있어서 설계는 ‘꽃’이라고 한다.

앞으로 5년제 건축학 인증 교육을 정식으

특히 2000년 초반 이후 ‘건축학 인증’이라

로 이수한 사람만이 건축사를 취득할 수

는 홍역을 치르면서 설계 과목이 건축학

있는 현 상황에서, 건축학 인증의 제도를

과의 커리큘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설

따르기 위해 개설해야 하는 필수 이수 과

계 교수의 증가와 학생들이 이수해야 하

목들과 전통 건축 설계 교육을 위한 이수

는 학점 수의 증가가 말해 주듯이 과거보

과목들 사이의 괴리를 극복해야 하는 과

다 현격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건

제도적 장치를 통한 설계 교육 자체의 외

축대학 전통 건축 전공 관계자들의 노력

형적 증가와 더불어 최근 ‘신한옥’이라는

과 더불어 건축역사학회의 적극적인 노력

한옥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건축 교육에

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있어서, 특히 전통 건축 설계 교육의 필요

한국전통문화학교의 김상태 교수는 우리

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기회를 제공

나라 최초의 전통 건축 관련 인력을 양성

학교에서 많이 행해지고 있지 않다는 데

해 주었다.

하는 전통문화 학교의 전반적인 커리큘럼

서 오늘날 건축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

지난 3월 19일 한국건축역사학회는 동국

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특히 전통문화학

을 찾았다. 특히 전통 건축과 같이 현장에

대학교 원흥관 지하 1층에서 <건축 교육

교의 전통건축학과 교과과정은 1, 2학년

서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우는 학

에 있어서 전통 건축 설계 교육의 필요성

때부터 한국 전통 건축의 전문 인력을 배

교에서 보다 많은 체험 교육이 행해져야

과 방향>이란 주제로 월례회를 가졌다.

출하기 위한 다양한 기초 과목들로 구성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대길 소장은 현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통 건축과 관련하

되어 있으며, 3, 4학년 때는 학생의 선택

장 실무자의 입장에서 현 전통 건축 설계

여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하는 학교 성격

을 통해 전통 건축 설계와 전통 건축 시공

교육의 부족한 부분들을 조목조목 지적해

의 기관은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건축학

으로 나뉘어져 각 분야별로 좀 더 심화된

주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2001년 개설, 학사 과정)’, ‘명지대학

전통 건축 교육을 경험할 수 있다. 김상

일반 대학에서도 전통 건축 설계에 대한

교 건축대학 전통건축 전공(2009년 개설,

태 교수는 각 세부 과목 내에서 행해졌던

최소한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건축학 학사 과정)’ 그리고 ‘전남도립대학

학생들의 결과물을 통해 이 프로그램들을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건축 교육에 있어

한옥문화산업과(2010년 개설, 전문학사

설명해 주었으며, 이 외에도 그간 전통 건

서 전통 건축 설계 교육에 대한 논의의 장

과정)’가 있다. 이번 월례회는 명지대학

축 설계 교육을 하면서 쌓은 다양한 노하

이 마련된 것은 아주 고무적이라고 생각한

교의 김왕직 교수와 한국전통문화학교의

우들을 들려주었다.

다. 하지만 참관 후에는 몇몇 아쉬운 점이

김상태 교수가 각각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2부에서 진행된 토론에서는 김봉렬(한국

남기도 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있는 전통 건축 설계 교육에 대해 발표하

예술종합학교), 김종헌(배재대학교), 윤

첫째, 전통과 현대를 이분법으로 나눠서

는 것으로 진행됐다.

대길(조선 건축사사무소 소장) 등이 참여

논의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아쉬움이

김왕직 교수는 먼저 ‘전통 건축 설계 교육

하였다. 김봉렬 교수는 근본적으로 전통

있다. 만약 건축가나 건축역사가 혹은 학

의 필요성’을 주제로 전통 건축의 개념과

설계와 일반(현대) 설계를 분리할 수 없다

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실

범주 및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

고 강조하면서, 지금처럼 전통 건축 분야

무나 교육 현장에서 전통과 현대를 나누

졌다. 또, 전통 건축이 가지고 있는 특수

의 인력이 이미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상

지 않고 둘 사이의 접점을 찾으려고 더욱

성과 보편성에 대한 이해를 명확하게 하

황에서는 전통 건축 설계 교육을 좀 더 심

노력한다면, 보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

고, 이런 특징들을 잘 활용하고 발현시키

화된 단계, 이를 테면 대학원 등에서 소화

도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자 설립된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전통건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김

가령, 요즘 젊은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한

축 전공의 사례를 소개해 주었다. 그러나

종헌 교수는 체험적이고 실제적인 교육이

옥의 현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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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어지고 있는데, 그것의 근본에는 전통 과 현대를 따로 생각하지 않고 접점을 찾 으려는 노력들이 있다고 판단되며, 그로 써 좋은 결과물들이 생산되고 있다고 생 각한다. 둘째, 전통 건축 설계 교육에 대한 논의 의 확대가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즉, 이러한 논의들은 일부 건축 역사학자 나 전통 건축을 가르치는 교수들 위주의 논의로 좁혀질 것이 아니라, 현대건축설 계를 가르치는 많은 교수들이나 현장에서 실제로 전통 건축 설계 및 시공을 하는 실 무자들과 함께 이루어진다면 보다 다양한 생각들이 오고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 해외의 전통 건축 설계 교육에 대한

교들이 학생들에게 현대건축설계와 더불

서명수 | 서울대학교 대학원 건축사 연구실

탐구의 부족을 들 수 있다. 물론 전통 건축

어 전통 건축 설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

에서 전봉희 교수의 지도로 조선 후기와 중국

설계 교육이라는 것이 한국이라는 상황에

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기를 희

청나라를 비교하는 논문을 썼다. 삼우설계에

서 주로 벌이지는, 조금은 특수한 상황이

망해 본다. ⓦ

서 실무를 쌓은 바 있고, 올해 8월에는 미국에

라고 판단되지만 적어도 중국이나 일본에

서 건축도시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주제

서 행해지거나 행해졌던 비슷한 사례들에

로 보다 심화된 공부를 할 예정이다.

대한 조사나 연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 다. 결과적으로 두 학교의 교육 현황 소개 에 그친 것 같아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전통 교육을 통해 앞으로 배 출될 인력에 대한 대비가 충분한 고민과

와이드 書欌 19 | 안철흥

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건축과 철학04

옛말이 있듯이, 제아무리 우수한 교육 과

건축가를 위한 바바 - 건축과 탈식민주의 비판이론

논의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

정을 거쳐 양성된 인력이라도 훌륭한 재능 을 발휘할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제대 로 빛을 발할 수 없다. 또한, 김봉렬 교수가 지적했듯이 이미 전통 건축에서의 인력은 수요보다 공급을 초과했다고 판단된다. 앞 으로 꾸준히 배출되는 전문 인력들이 향후

이 책은 인문서를 전문으로 펴내는 영국

어떠한 분야에서 그들의 재능을 지속적으

루트리지 출판사에서 ‘건축가를 위한 사

로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전통

상가(Thinkers for Architects)’ 시리즈

설계 교육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라 판

중 한 권으로 출간했다. 시리즈는 <건축

단이 된다.

가를 위한 들뢰즈와 가타리>를 시작으로

이러한 몇몇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마르틴 하이데거, 뤼스 이리가라이, 호미

논의를 통해 모두가 전통 건축 설계 교육

바바, 메를로 퐁티, 피에르 부르디외, 발

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공감하게 되었고,

터 벤야민, 그리고 최근의 자크 데리다 편

미약하나마 그 적절한 방향과 방법론에

까지 모두 8권이 나왔다. 철학자들의 이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공유했다는 점, 또

론 작업이 건축가의 디자인에 어떤 영감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머리를 맞

Felipe Hernandez 지음, 이종건 옮김,

을 주었는지 살피고, 건축비평가들의 글

대고 논의했다는 점 등은 의미가 있다고

Spacetime 펴냄, 9,800원.

쓰기에 인문학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 시 리즈를 기획했다고 출판사 측은 밝혔다.

생각한다. 향후 이런 논의를 통해 많은 학

Wide AR no.21 : 05-06 2011 Depth


건축가의 ‘사부’로 초빙된 사상가들은 프

민, 민족, 국가 등 여러 가지로 옮기지만,

공간이라 부른다. 바바에 따르면 이 ‘제3

랑스 후기 구조주의자들로부터 실존주의

이 단어는 19세기 유럽 국민국가 시대부

의 공간’에서는 지배/피지배 주체들이 자

자, 페미니스트, 비판적인 사회학자, 문예

터 일반화된 용어로 국민=국가=민족을

신의 문화적 흔적을 간직한 채 서로 조우

비평가 등 다양하다. <건축가를 위한 바바

뜻한다. 국민국가는 신화(영웅담)를 재창

하며, 문화의 의미나 상징들이 어떤 근원

>는 탈식민주의 이론가인 호미 바바의 작

조하고 전통을 신성화하는 방식으로 구성

적인 통일성이나 고정성을 지니지 않고

업을 건축에 적용해서 풀어낸 책으로, 시

원의 정체성 확립과 단결을 꾀한다. 이는

만난다. 바바의 혼성성 개념은 최근의 건

리즈의 네 번째 편이다.

곧 타자에 대한 배타성으로 이어진다.

축 담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개

얇지만 농도가 진해 독해 진도가 느렸던

<와이드AR> 20호(2011년 3~4월호)에 실

발도상국이나 구식민지 지역 건축에 대한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리 속을 내내 떠

린 이종건 교수의 ‘허약하고 허망한 우리

논의에 유용했다. 바바를 연구한 크리스

나지 않던 형상이 있었다. 현대식 최첨단

시대 건축 지식인의 초상’을 흥미롭게 읽

아벨은 영국 식민지 시대 말레이시아 페

빌딩의 벽을 뚫고 박힌 듯 공중에 달려 있

었다. 언제부터인가 건축가들 사이에서

낭 섬의 조지타운에 건설된 ‘말레이주택’

던 한옥 한 채. 지난 겨울 <와이드AR>의

한옥 건축 붐이 일고 있다. 정부 차원에

에서 혼성성이 구현된 건축의 모범 사례

관계자들과 함께 답사를 갔던 롯데부여리

서 한옥 지구를 지정하고 한옥 건축을 장

를 찾았다. 말레이주택은 16세기 중반 이

조트에서 그 기묘한 건축물을 접했다. 설

려하는 것도 붐 조성에 일조했다. 그러나

탈리아 베네치아에 지어진 빌라들의 형태

계자인 서울대 김승회 교수는 애초 설계

식민지 시대 집장사들이 지은 옛 한옥을

를 가져와서 말레이시아의 풍토에 맞게

안에는 없었는데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허물어 최대한 전통에 맞게 복원하고 현

변형시킨 것이다. 아벨은 이 건물들이 “

나중에 삽입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 요구

대식 내부를 들여 생활의 편리성을 가미

더 이상 이탈리아도 영국도, 심지어 그 둘

를 했던 클라이언트가 롯데그룹인지 충남

한 현대 한옥이 ‘우리 시대의 정주 형식’

의 결합도 아니지만, 분명히 열대 말레이

도나 부여시인지 지금 기억으로는 확실치

에 맞는지 이종건은 진지하게 따져 묻는

시아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않다. 다만 한옥이 가지는 상징성을 통해

다. “오늘의 건축은 현대성이라는 오늘의

우리 건축 현장은 말 그대로 격동적이다.

서 백제의 옛 도읍이라는 지역성을 살리

삶의 조건에서 고민해야 마땅하다. 현실

첨단 경향의 수입에 재빠르고, 그에 못지

고자 한 것은 이해하는데, 아무리 그렇더

과 대질하지 않는 향수와 환상의 공간은

않게 전통에 대한 탐구 또한 치열한 이들

라도 발상이 참 ‘관변스럽다’는 느낌은 아

극히 한정된 시간이나 인간에게 생겨나고

이 한국의 건축가들이다. 그 결과 한국은

직까지 확실히 남아 있다.

서식하는 감정의 잉여에 불과하다.” 현대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다양한 건축 장르의

동시대 탈식민주의 이론가 에드워드 사이

한옥이 ‘엔틱카 동호인 주거지’에 불과하

재연장이 되어 있다. 그만큼 무국적성이

드가 타자에 의한 시선을 주목하는 데 반

다고 말하는 이종건의 문제의식은 바바의

강한 곳이다. 좋게 말하면 열려 있다는 뜻

해 호미 바바는 시선의 주체를 내부로 옮

그것과 닿아 있다.

이기도 하다. 호미 바바가 말한 혼성성이

겨 온다. 바바의 탈식민주의 비판이론을

바바는 훈육적으로 강요된 국가 내러티브

구현될 최적의 조건은 갖추어진 셈이랄

대표하는 개념이 양가성이다. 바바에 따

의 대안으로 그 속에서 배제되고 억압되

까. 한국적인 건축을 찾아나가려면 이제

르면 식민 지배자와 피식민자는 단순히

고 묻혀버린 소수자들의 개별적이고 지역

부터가 중요할 것이다. 이에 대한 호미 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며, 피식민자는 끌

적인 목소리를 불러낸다. 식민주의로부터

바의 답은, 현대성에 대해 철저하게 탐구

림과 혐오가 복잡하게 뒤섞인 양가적인

의 탈출은 그들의 목소리가 전하는 내러

하고 지금, 여기에 충실한 내러티브를 발

감정으로 식민 지배자의 이데올로기를 닮

티브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

견하라는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을 요약하

아간다. 우리 현대사의 민족주의 전개 양

기서 바바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면 그렇다.

상을 보면 양가성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

개념인 혼성성이 등장한다. 혼성성은 단

다. 민족주의(nationalism)는 한때 외세

순히 섞는 것이 아니라 상이한 집단들 간

침탈에 맞서는 무기였지만 절박한 만큼

의 사회문화적 상호작용을 통해서 나오는

지배적인 담론이 되었고, 해방 이후 억압

일종의 특수성이다. 바바는 그의 대표작 <

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반(비)민족에 대

문화의 위치>에서 혼성성의 사례로 인도

한 끝없는 적대감, 단일민족 신화와 이주

델리 바깥에 모인 농부들이 기독교 복음

민을 보는 배타적 시선, 그리고 문화 정체

서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든다. 카스트 제

성에 관한 단순하고 도식적인 정의나 전

도에 시달리던 농부들은 모든 인간이 하

통 한옥에 대한 절대적 경외 등에서 이런

느님 앞에서 평등하다는 복음서의 메시지

징후를 엿볼 수 있다. 바바는 이를 “훈육

를 받아들이지만 ‘고기를 먹는 유럽인의

적으로 강요되는 내러티브인 국민(국가)

종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신화”라고 비판한다. 우리는 nation을 국

바바는 혼성성이 펼쳐지는 공간을 제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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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書欌 19 | 안철흥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

이 건축가였다. 이유가 있을 테다. 언제부

축가가 되면 첫 번째는 자연스럽게 이루

턴가 드라마 주인공으로 건축가가 심심찮

어진다. 그게 건축가 본연의 기술적 업무

게 등장하기 시작했으니까. 디지털 카메라

니까. 두 번째와 세 번째 경지에 도달하려

와 인터넷의 발달로 너나없이 카메라를 들

면 공부가 필요하다. 다양한 지식이 요구

고 다니며 멋진 건축물을 찍어 올리는 유

되고,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행도 한몫했을 것이다. 건축가가 되고 싶

작고한 정기용 선생은 “우리나라에 세계

다던 아이들이 머리가 굵어지면서 진로를

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나 위대한 건축가는

바꾸는 이유도 있을 테다. 건축가에 대한

두세 명으로 족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로망이 피상적이었으니까. 의학 드라마는

은 시민을 위한, 그리고 사회를 위한 건축

의사가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비아냥거림

에 제대로 답해 주는 건축가이다”라고 말

을 건축가가 주인공인 드라마라고 비켜가

하면서 세상과, 그리고 사람들과 감응하

지는 못했을 테니. 한참 꿈을 키우는 미래

라고 조언한다.

세대에게 건축가를 멋진 직업 너머의 현실

어쩌면 이상림 대표와 정기용 선생의 조

적인 세계로 안내해 줄만한 책과 선배들이

언은 건축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받아 적

별로 없었으니.

기에는 아직 실감나지 않는 고담준론(高

이상림 외 16인 지음, 부키 펴냄,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 건축가 편으로 기

談峻論)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밥 먹

9,500원.

획된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가>는 건축

듯 밤샘하고 절망과 고민을 반복하다가

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나침반 구실을

도 자신의 디자인이 실제 건축물로 시공

어린이날에 배달된 석간에서 재미있는 기

자임한다. 이미 작고한 유명 건축가부터

된 모습을 보며 감격해 하는 새내기 건축

한창 낙양의 주가를 올리는 중견 건축가,

가들의 글을 읽으면 된다. 책 속에는 유

사를 봤다. 아이들의 장래 희망을 다룬 글

이제 막 건축가 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

학 체험기와 ‘건축가에 대한 궁금증 16문

이었는데, 미국 아이들은 스파이더맨 같은

건축가까지 모두 17명이 자기 직업 세계

16답’, ‘전국 건축대학 일람표’처럼 학생

슈퍼히어로를 꿈꾸고 일본 아이들은 식당

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필자 중에

들을 위한 정말 실용적인 장까지 구비되 어 있다. ⓦ

주인이 목표라는 거다. 조사에 따르면 요

는 아틀리에 건축가도 있고 기업형 건축

즘 우리 아이들의 꿈은 아이돌 스타였다.

사무소 대표도 있다. 건축가뿐 아니라 도

아이들의 꿈은 세태를 반영한다. 미국 아

시계획기술사, 조경 전문가, 구조설계 전

이들의 꿈에는 미국식 애국주의와 텔레비

문가, 건설사업 관리 전문가 등 건축의 내

전을 점령한 슈퍼히어로물의 영향이, 일본

연과 외피를 망라한 모든 전문가 그룹을

아이들의 꿈에는 일본 부모들 특유의 현실

모아 놓았다. 책을 읽다 보면 막연하게 “

주의적 직업관이 반영되어 있다. 아이돌이

멋져 보이는” 건축가의 이미지에 구체적

안철흥 |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월간

되고 싶은 이유로 우리 아이들이 가장 많

인 살집이 붙는 것을 느낀다.

<말>지와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시사IN>

이 택한 응답은 “멋져 보여서”라는 것이

건축가에게 건축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에서 20여 년 가까이 기자 생활을 했다. 그 동

었다.

공간그룹 이상림 대표는 세 가지로 간명

안 정치부와 문화부에서 거의 절반씩 밥을 먹

초등학생인 내 아이의 장래 희망이 건축

하게 요약한다. “건축주가 원하는 바를 실

었는데, 건축계 쪽을 여전히 기웃거리는 것은

가다. 자기한테는 건축가가 멋져 보인단

현시켜 주는 것, 사회가 원하는 요구를 실

그때 어설픈 곁눈질로 사귀어둔 ‘인맥’ 덕분

다. 가까운 이의 아이도 고등학교에 진학

현하는 것, 마지막으로 땅이 원하는 요구

이라고 한다. 본지 고정칼럼위원으로 서장을

한 지금은 바뀌었지만 중학교 때까지의 꿈

를 실현하는 것.” 건축대학을 졸업하고 건

지켜주고 있다.

Wide AR no.21 : 05-06 2011 Depth


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워크 Work 한소망교회 | Hansomang Presbyterian Church | 최동규 Dong-Kyu CHOI

최동규 파주 한소망교회는 최근 완성된 최동규의 교회 건축이다. 소망교회(신사동 소재)를 시작으로 수많은 교회 건축을 진행해 온 그 가 이번 작품에서는 단순한 매스와 건축의 내장(內臟)이 드러나 보이는 유리의 사용으로 투명한 교회를 강조하고 있는 점이 눈 에 띈다. 외부에서 유리 표면을 통해 볼 수 있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최대 4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완만한 나무 계단을 오르내 리며 만들어 내는 역동적인 액티비티(activity)이다. 또한 보이드(void)된 로비 공간과 구석구석 마련된 친교 공간들은 한층 밝 고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이곳이 지역 사회를 위한 열린 교회임을 다시 한 번 드러내 준다. 진행 | 정귀원(본지 편집장), 사 진 | 남궁선(건축 사진가)

최동규 |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진아건축사 연구소, 공간 연구소, 한국건축기술연구소 등을 거쳐 1978년 (주)서인종 합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여 건축 작업을 해 오고 있으며, 특히 소 망교회를 비롯한 수많은 교회 건축을 완성하였다. 한편으로는 건 축하는 후배들에게 보다 나은 설계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힘쓰 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건축사>지의 ‘이 시대 건축사로 살아가 기’ 란에 설계 사무소 대표들을 인터뷰한 글을 연재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서울 장로회 신학대학 강당, 도서관 및 학생회 관, 구리시 주택 : SEQUENCE, 모새골 성서 연구소, 나사렛 교 회, 복지교회, 평창동 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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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워크 Work | 한소망교회 | Hansomang Presbyterian Church | 최동규 Dong-Kyu CHOI 투명함, 그리고 나무 계단 1 | 글 | 최동규

한소망교회_ 투명함, 그리고 나무 계단 이 글을 작성하며 새삼 설계 경기 시 선정된 투시도(2005년 3

초기안

월)를 보면서 최종 확정된 투시도(2007년 6월)와 비교하게 되 었다. 2년 3개월 동안 두 개의 매스로 설계된 최초의 계획안은 한 개의 큰 매스로 변경이 되었는데, 그것은 대지 문제에서 불거 진 것이라 건축가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쉽지만 최초 의 계획안이 지니고 있던 생동감은 많이 감소되었다. 정확하게 5년 전의 설계 개념을 다시 한 번 더듬어 본다.

최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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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워크 Work | 한소망교회 | Hansomang Presbyterian Church | 최동규 Dong-Kyu CHOI 투명함, 그리고 나무 계단 2 | 글 | 최동규

주요 개념 대지에서 솟아오른 두 개의 수정괴(水晶壞)……. 대지를 뚫고 나온 수정괴는 하늘을 향해 분출하는 힘 때문에 대지 에 수직이 아니다. 정면과 측면이 유리로 처리된 것도 수정괴의 이미지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 단순해 보이는 유리면 안쪽으로 는 건축의 내장(內臟)이 훤히 드러난다. 여기서 제일 강하게 부각되는 것은 길고 완만한 계단이다. 계단의 끝에 이르면 3개 층 높이를 자유롭게 뚫고 서 있는 대나무군을 볼 수 있다. 먼저, 사람들의 이동 경로에 주목해 보자. 한번에 최대 4천 명 이상의 움직임이 마치 매스게임(mass game)과도 같다. 물론 에스 컬레이터와 승강기는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길고 완만한 계단이 사람들을 대단히 즐겁게 이동시킬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이다. 사람들이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보다 선호하는 계단, 아이들이 뛰면서 오르내리고 싶은 계단이라면 이것은 대성공이다. 이동 경로인 계단이 건축 공간에서 주인공이 된 것은 건축 내 인간의 이동 경로가 내게는 아주 중요한 행위로 인식되기 때문이 다. 그런데,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일반 계단을 살펴보면 대체로 너무나 가파르고 자칫 위험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계단에서 사고 가 자주 나는 것만 봐도 이해가 될 것이다. 나의 경우도 두 명의 친구가 계단에서 실족하여 크게 다쳤고, 심지어 한 사람은 이가 부러지기도 했다. 층간 이동 행위를 위한 최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계획한 계단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완만한 기울기이다. 아이 들은 계단을 보면 뛰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설령 뛰다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계단 판의 재료는 부드러운 나무로 선택했다. 또 계단 손잡이에는 조명 처리를 하여 외부에서 계단의 선형을 따라 빛의 선형을 볼 수 있도록 처리했다.

유리면을 통해 제일 강하게 부각되는 것은 길고 완만한, 가위 모양의 양방향 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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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워크 Work | 한소망교회 | Hansomang Presbyterian Church | 최동규 Dong-Kyu CHOI 투명함, 그리고 나무 계단 3 | 글 | 최동규 숲 속의 벤치(Bench in the forest) 최초의 안이 변경됨으로써 몇몇 의도가 사라진 것은 개인적으로도 아쉽다. 그래도 숲 속 의 벤치는 실현 가능한 것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교회 진입로 좌측에 아주 잘생긴 숲이 있다. 숲의 중심에는 외부 활동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원형극장이 존재하고, 나머지 부 분에는 조명기구를 겸한 벤치가 놓인다. 아주 낮은 밝기로, 혹은 적절히 숲을 밝혀줄 수 있는 밝기로 조절이 가능한 조명기구이 다. 겨울에는 조화롭게 놓인 벤치들이 조명의 온기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의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숲 속에서 밤하 늘의 별처럼 흩뿌려져 있는 불 밝힌 벤치를 상상해 보라. 눈이 쌓여 있다면 분위기는 더더욱 환상적일 것이다.

숲에서 바라본 전면. 유리라는 재료가 교회의 투명성, 개방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100 와이드 AR 21 | 워크 Work | 최동규 Dong-Kyu CHOI


단순해 보이는 유리면 안쪽으로 훤히 드러나는 계단은 건축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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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망교회 한소망교회 건축 개요 대지 위치 :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야당리 486-7 번지 외 7필지 지역 지구 : 계획 관리 지역/군사시설 보호구역 용도 : 종교 시설 대지 면적 : 18,586m2 건축 면적 : 4,898.87m2 연면적 : 36,663.97m2 건폐율 : 26.36% 용적률 : 78.73% 도로 현황 : 45m 조경 면적 : 5,035.64m2 규모 : 지 하 2층, 지상 4층 구조 : 철골 철근 콘크리트 외부 마감 : 로이 복층 유리, FC PANEL, VM ZINC, ZIPRIB PANEL 주차 : 661대 시공 : (주)신도종합건설 구조 : (주)환구조기술사사무소 전기 : 대경전기설계기술사사무소 기계 : (주)보우기술공사 설계 기간 : 2005.01 -2010.12 공사 기간 : 2008.04 -2010.06 건축주 : 대한예수교장로회 한소망교회

102 와이드 AR 21 | 워크 Work | 최동규 Dong-Kyu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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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전면을 차지하는 4개층의 보이드가 공공성을 확보한다.

104 와이드 AR 21 | 워크 Work | 최동규 Dong-Kyu CHOI


입구에는 오병이어를 표현한 설치물이 달려 있다.

뛰다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계단판의 재료는 부드러운 나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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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상에서 바라본 대예배당.

4500석 규모의 대예배당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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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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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2층 평면도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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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4층 평면도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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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회장 집무 공간은 캔틸레버로 돌출시켜 존재감을 드러냈다.

110 와이드 AR 21 | 워크 Work | 최동규 Dong-Kyu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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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워크 Work | 한소망교회 | Hansomang Presbyterian Church | 최동규 Dong-Kyu CHOI 인터뷰 | 못 다한 이야기 | 정리 | 정귀원(본지 편집장) 소망교회와 그 이후 서인건축의 작품 목록에는 교회 건축이 유난히 많다. 그 시작은 30년 넘게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는 소망교회(신사동 소재)인 가. | 소망교회 이전에 밀양에 설계한 교회가 하나 있었다. 기록에는 없지만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실질적으로는 소망교 회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78,9년에 설계를 해서 1980년 준공한 건데, 당시 우리 사무실로서는 굉장히 큰 일이었다. 알고 있 겠지만, 소망교회는 알바 알토의 볼프스부르크(Wolfsburg) 교회가 원전이다. 그것을 모디파이(modify)한 거다. | 볼프스부르 크 교회는 설교단 뒤의 벽에서 천장까지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곡면에 의해 역동적인 공간감을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소망교회 역시 내부 강대상 부분 등이 눈에 띄는데, 특별히 알바 알토의 교회를 원전으로 삼은 이유는 뭔가. | 개인적으로 알바 알토를 좋 아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건축주가 음향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손을 이렇게 둥글게 모으면서 음향을 좋게 해 달 라고 요청해 왔는데, 순간 (설교단 측의 음을 후면 공간까지 전달하여 음향상의 기능을 충족시키는) 알토의 교회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담이지만, 당시 젊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의 취향도 변할 것이 고, 그러면 건물이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컸다. 차라리 대가의 것을 변형하는 것이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웃음) | 대가들의 작품을 잘 읽어 내어 변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 물론 땅의 모양도 다르고, 규모로 보면 거의 4배 가까이 큰 프로젝트라서 결과적으로 원전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알토의 건축이 내게 많은 영감을 준 것만은 사실이다. 또, 선 생님이 도와주시니까, 뭐 이러면서 대단히 자신만만했던 것도 같고.(웃음) 지어진 지 30년이 지났지만 별탈 없이 잘 사용되 고 있다. 내겐 이것이 하나의 긍지이다. | 소망교회 이후 수많은 교회 건축을 완성해 왔다. 그 사이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궁 금하다. | 1990년대 중반까지 거의 15년 정도는 알토의 영향권에 있었고, 2005년도쯤에는 설계에 분석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 했다. 또, 나는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말이 많은 편인데, 예전에는 말과 건축이 따로 놀았다. 하지만 이 제는 가급적 그것들이 서로 일치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추모관 설계를 예로 들면, 어둡고 무서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곳에는 유리면을 설치하여 바깥을 바라볼 수 있게 하거나 햇빛을 떨어뜨리는 등의 안심 장치를 마련해 주는데, 그것은 상황 분석과 인간 심리 파악을 통해 가능한 일이다. 사실 건축가들은 대부분 눈치가 빠르고 예민한 편이지만, 나는 좀더 그런 것들에 주의 를 기울이고 있다. 한편으론 정서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할 때도 있다. 영아원이나 임시보호소 등을 설계할 때가 그렇다. 사용자의 자존감을 높여 주고 따뜻하게 감싸 안는 건축……. 나는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건물도 인간적으로 조응하는 것이 라 생각한다. 건물도 인격이 있는 것이다. 밖으로 활짝 열린 교회 그간 작업한 교회 건축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한소망교회는 이전 것보다는 좀더 열린 교회를 지향하고 있는 듯하다. 다용도실, 친교실 등의 다양한 공용 공간과, 비교적 넓은 외부 공간 등에서 지역 주민과의 커뮤니티를 위한 복합 교회 건축의 성격이 드러 난다. | 요즘 교회들은 대부분 지역사회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뭐냐고 했을 때 꼭 집어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별로 없다. 친교실을 잘해 놓는다고 해서 실제로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닐 까. | 프로그램의 문제는 차치하고, 교회가 물리적으로 활짝 열려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 아, 그런 측면이라면 맞게 본 것 이다. 처음 방문하더라고 눈치 보지 않고 들어갈 만하다.(웃음) 아마도 입구 전면을 차지하는 4개층의 보이드가 공공성을 더 욱 확보하기 때문이겠다. 공용 공간을 각층이 공유하는 셈인데, 특별한 계획 수법은 아니지만 방문자의 기분을 업(up)시키 고, 특히 첫 방문의 어색함을 완화시키는 데 일조하는 것 같다. 이 오픈 공간의 규모는 높이 30m, 길이 60m이며, 시선의 확 장뿐 아니라 지하층에 심겨진 대나무군으로 인해 풍성한 공간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더구나 유리라는 재료가 투명성, 개방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 4500명의 대규모 예배당은 통상 닫혀진 공간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게 큰 규모의 닫혀진 공간은 외부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주게 된다. 마치 물류창고 같기도 할 것이고. 한소망교회는 전면에 거대 한 유리 벽면을 만들고 보이드 공간을 확보하여 층별로 중소 예배당을 배치하였다. 투명한 상자 안에 교회를 집어 넣은 셈인 112 와이드 AR 21 | 워크 Work | 최동규 Dong-Kyu CHOI


데, 이로써 이용자들은 한눈에 교회의 전반적인 기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최근에 완성된 또 하나의 교회 ‘신촌성결교 회’를 보면서 주변 환경이 재료 선정에 영향을 주었을 거란 생각을 했다. | 한소망교회는 넓은 대지 위에 4500명, 1000명, 1500 명 등을 수용하는 공간들로 시원시원하게 배치되었다. 주변에 많은 건물이 들어설 만한 위치가 아니어서 될 수 있는 대로 자 연을 받아들이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반면 신촌성결교회는 도심의 좁은 땅 위에 주변 건물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 공간들 도 인색한 편이다. 주변에 대해서도 방어적일 수밖에 없고……. 시끄러운 소리, 열악한 경관 등등을 피해 내부로 집중력을 높이려면 어느 정도 폐쇄적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유리면 안팎의 역동성 바깥에서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액티비티가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그것은 의도된 것인가. | 근사한 계단은 이 건축의 핵심이다. 최상층에 4500명이나 되는 대예배당을 수용할 때는 건축적인 디자인의 해결 외에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동선 의 해결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우리는 승강기나 다른 기계의 도움 없이 대규모의 인원이 쾌적하게 움직이는 멋진 계단을 두 기로 하였다. 그것도 가위 모양의 계단, 즉 한 방향에서 계속 진행되는 계단이 아닌 가위 모양의 양방향 계단을 ……. 집회 후 에 완만한 계단을 통해 최상층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면, 이 계단이 얼마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용되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 나무 계단은 유리 때문에 자칫 차가울 수 있는 이미지를 상쇄시킨다. 거대한 나무 계단을 제안했을 때 어려움은 없었 는가. | 건축주 측에서 왜 돌로 하지 않냐고 물어 올 때는 “자동차 타이어 평생 안 갈고 사냐”고 되묻곤 했다.(웃음) | 캔틸레 버로 돌출된 부분의 용도는 무엇인가. | 연면적 일만 평이 넘는 교회에 당회장 집무실이 차지하는 면적은 상대적으로 왜소하 다. 하지만 나는 그곳이 관제탑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큰 공간 안에 존재감 없이 두는 것보다 구조가 허락하는 한 최대한 돌출시켜 외부로부터 독립된 존재감을 부여하고 싶었다. 이미지의 단서는 활짝 열린 서랍에서 찾았다. | 건물 앞 마당도 그렇 고, 산책로나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작은 숲도 그렇고, 다양한 외부 공간들이 교회로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 유리 벽면을 사 이에 두고 외부 마당과 내부의 활동이 잘 소통되는 것 같다. 또 숲 속에는 빛을 발하는 투명한 벤치를 얼음처럼 놓으려고 했 다. 조각처럼 보이기도 하고 가서 앉을 수도 있는 의자는 자체 조명으로 심리적인 따뜻함을 선사할 수 있을 거라 봤다. 물론 밤에는 숲을 밝혀 줄 테고. | 그것을 포함하여 실현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 무엇보다 최종적으로는 두 개의 매스가 하나로 됐 는데, 아쉬움이 크지 않나. | 두 개의 유리 박스 건물은 교회의 재정 형편에 따라 1단계, 2단계로 나누어 건축하는 것으로 계획 되었다. 하지만 건축허가를 받으면서 군부대 동의를 비롯한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는 동안, 또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두 개 의 건물보다 하나의 건물로 짓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되었다. 물론 아쉬움이 없진 않다. 서인의 교회 건축이 매력 있는 이유 대화 도중 순간순간의 비유들이 상황에 적절하고 재미있다. | 건축주들도 대화를 하면서 매우 즐거워한다. 매력 있는 화술은 설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건축 작업은 건축주와의 인게이지(engage)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건축 작업에서 말의 위 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새롭거나 특별한 대화를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책도 많이 읽어야 하 고……. 개인적으로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어록을 만들어 놓은 게 있다. 그걸 좀 달라는 사람도 있고.(웃음) 아무튼 백 마디 의 말보다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한마디의 말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 그 동안 교회 건축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입소문 날 정도로 서인건축의 작업이 건축주들에게 매력 있었기 때문일 게다. 개인적으로 어떤 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 | 수지 사랑의 교회 건축주가 말하길, “서인건축의 교회는 하나하나가 다 달라서 좋아 보인다”고 했다. 이것은 사무실에서 작 업할 때 직원들의 디자인을 억지로 내 취향에 맞추지 않고 어느 정도 가능성 있으면 그걸 내세우는 것과 연관이 있을 듯싶다. 그렇게 하여 드러나는 조금씩 다른 모습들이, 이러한 변화가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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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New POwer ARchitect 파일 03 장영철 Young JANG + 전숙희 Sook-Hee CHUN | Smallness 1

장영철+전숙희 장영철 |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U.C. Berkeley에서 수학하였다. (AIA) 이로재, Steven Holl Architects, Rafael Vinoly Architects 에서 실무를 하고, 현재는 전숙희와 함께 WISE 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파주 출판단지(Paju Book City) 마스터 플랜 디 자인 가이드 라인 매뉴얼 작성, Linked Hybrid in Beijing, Brooklyn Children’s Museum in New York 등의 프로젝트에 참 여하였다. 전숙희 |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Princeton University에서 수학하였다. (AIA) 이로재, Gwathmey Siegel & Associates Architects 에서 실무를 하고, 현재는 장영철과 함께 WISE 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웰콤사옥(Welcomm City), 3 Tress House, Evans Residence, Museum of Contemporary Art in Maimi등에 참여하였다. WISE Architecture는 2008년 뉴욕 사무실을, 2010년 서울 사무소을 열어 두 도시를 오가며 건축 작업을 하고 있다. 근작으로 서울에 Y House와 뉴욕에 Chesterfield Penthouse를 완성하였다. 현재 여러 집단과 연결되어 건축 놀이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 며, 통인동 이상의 집 건축 작업 및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Mobile Gallery등을 기획, 전시하고 있다.

연세대 강의실

114 와이드 AR 21 | New POwer ARchitect 파일 03 | 장영철 Young JANG + 전숙희 Sook-Hee CHUN


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New POwer ARchitect 파일 03 장영철 Young JANG + 전숙희 Sook-Hee CHUN | Smallness 2

Smallness 2008년 10월 전세계가 뉴욕발 금융 위기로 휘청거릴 때 우리는 뉴욕에서 사무실을 개소하고 일을 시작했다. 우리 세대는 1997 년 한국의 IMF와 2001년의 9.11테러로 인한 미국의 경제 위기를 거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 위기까지 근 10년 동 안 무려 세 번에 걸친 경제 위기를 경험 하였다. 그 10년 동안 글로벌 금융자본의 크기는 1997년에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망칠 정도에서 전 세계를 망칠 정도의 크기로 커져 있었다. 렘 콜하스가<Delirious New York>(1978)에서 ‘Bigness’를 이야기했을 때, 그는 이러한 자본의 거대함이 건축의 본질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일찍 알아차렸던 것 같다. 1990년대 이후 건축적 담론은 땅, 공간, 재료, 컨텍스트의 시점에서 그가 Hotspot의 집합물이라고 불렀던 도시의 관점으로 옮아갔다. 이 시기에 자본은 사람들의 무한한 욕망을 부추겼는데, 사람들의 무한 한 욕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건축이 아니라 도시였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글로벌한 금융자본 세계에서 ‘시장’은 이성이나 도덕의 통제를 받지 않고 사람들의 욕망을 무한히 추 구할 수 있도록 복잡한 원리로 포장되어 왔다. 그렇게 이십 년 가까이 달려왔던 사람들의 무한한 욕망에 대한 질주가 2008년 10 월 고무풍선에 바람 빠지듯, 그렇게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던 것이다. 바벨탑처럼 무한히 하늘로 치솟을 것 같았던 중동의 도시 들도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전에 우리 건축 시장을 장악하던 건축 설계 사무소들이 그려냈던 것 가운데 그러한 도시들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허영심을 만족시켜 주기 위하여 비비 꼬이고 희한하게 생긴 건물들이 있었다. 그들이 그려 내던 건물들은 희한하게 생 겼을 뿐만 아니라, 무지하게 규모가 큰 건물들이었는데, 렌더링이 멋있고 사람들을 압도하는 만큼 공간은 공허하게 느껴졌으며, 형태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 툴에 의존하면서도 그 건물이 어떻게 지어질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해 보지 않았다. ‘Bigness’가 바라보는 비전이란 이렇게 도시적 욕망을 가공하여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재창조 하는 것이다. 그것이 새로운 부와 시장을 개척하는 도깨비 방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Smallness’가 바라보는 관점은 삶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 일상의 비범함을 사람들에게 일깨우는 것이다. 그 각성된 일상에는 일상의 편안함, 여유로움, 통찰력이 있는, 구매가 가능한 (insightful & affordable) 등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거대 도시와 대규모 프로젝트들에 허덕이는 성과 위주의 위정자들과 거기에 기생하는 건축 자본들, 그리고 그러한 욕망에 야합 하는 야심만만한 건축가들이 잊고 있었던 것은 그 도시 안에서 항상,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일상적인 삶의 가치이다. 그런 맥 락에서 ‘Smallness’는 프로젝트의 스케일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일컫는 것이다. 알바 알토의 ‘스툴 60’는 소박하고 단순한 일상적인 물건이지만 핀란드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자 중의 하나이고, 여느 집이든 그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상성이란, 일상 속에 파묻혀 우리가 때때로 그것의 존재 가치조차 잊어버리고 있는 작은 평범함이 세월이 지나서 재발견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시의 트렌디한 흐름이 고착되어 양식화된 것이 스타일이라면, 일상성이란 평범함의 재발견이고, ‘Smallness’란 그 작은 평범함에 통찰력으로 비범함을 입혀 세상에 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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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New POwer ARchitect 파일 03 장영철 Young JANG + 전숙희 Sook-Hee CHUN | Smallness 3 Small Office: Small Project & Practice 거대한 욕망들이 무너져 내리고, 많은 건축가들의 일감이 확 줄어들고 있다. 건축 생태계가 시장의 버블 축소와 함께 연쇄반응을 일으켜 중소규모 사무실들의 일감이 많이 줄고, 문을 닫는 사무실들도 많다고 한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2008년에 비해 건축 시 장이 40퍼센트 가까이 줄었고, 미래의 상황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이것이 현재 우리가 처한 건축 생태계의 상황이다. 초식 건축가 우리의 건축 시장은 초식지가 드문드문 있는 툰드라의 척박 한 생태계와 닮아있다. 툰드라의 초식동물들은 살아남기 위 해 끊임없이 새로운 초식지를 찾아다닌다. 일단 초식지를 찾 은 초식동물 무리들은 제각각 흩어져 양껏 풀을 뜯어 먹는다. 뻣뻣한 풀에서 실제 흡수할 수 있는 양분은 상대적으로 소량 이지만, 여러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는 초식동물의 다중위 (chambers of stomach)는 다음 초식지를 찾기까지 초식동물 을 생존시켜 준다. 그런데, 건축가들도 이러한 초식동물처럼 생존할 수는 없는 것일까? 중소규모 사무실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기는 하지만, 건축 작 업을 넓게 보자면 초식 건축가가 할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 지도 모른다. 뉴욕의 젊은 건축가들은 독립해서 바로 할 수 있 는 일이 매우 적어서 작은 아파트나 상점을 리노베이션하거 나, 일이 없는 상태에서 공모전에 참여하며 기회를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독립해서 바로 주택이 나 중규모의 건물을 짓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처음 하 는 일이라 아무래도 많이 미숙하고 결과물이 생각했던 것만 큼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뉴욕의 젊은 건축가들은 건축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인테리어나 프로덕트 디자인으로 많이 단련되어 있고, 또 건축 프로젝트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일단

테이블 20.6

건축 프로젝트를 만나면 자신이 가진 모든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 이것이 좀더 완성도 있는 건축물과 건축 문화를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발상이 기발한, 희한하게 생긴 물건이나 한껏 과장된 몸짓을 가진 건축이나 도시를 계획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작업의 본질이라 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희한한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 혹은 건축가들도 필요하다. 그런데 평범한 일상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그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더더욱 필요하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나 건축가들은 찾아 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사무실을 시작하면서 사무실에서 쓸만한 널찍하고 ‘일상적인 테이블’을 구하러 다닌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가구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테이블은 쓸데없이 군더더기가 달려 있어서 일상적으로 쓰기에 불편하였고,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했다는 스타일리쉬하고 미니멀한 책상들은 턱없이 가격이 비쌌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테이블을 만들기로 했다. 함께 모여서 부 담 없이 작업할 수 있는 일상적인 테이블로, 또 사람들의 친교가 고려된 기능적이고 군더더기 없고 경제적으로도 구매가 가능 한(affordable) 물건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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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New POwer ARchitect 파일 03 장영철 Young JANG + 전숙희 Sook-Hee CHUN | Smallness 4 물질성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Smallness는 물질성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 건축 디자인 과정에서 재료의 결정은 때때로 관습적이거나, 아니 면 시공 방법이나 사후 관리가 검증된 재료들을 샘플을 통해 결정하여 시방서로 지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나중에 하자가 생 기면 건축가도 책임을 져야 하고, 큰 프로젝트의 경우 그것은 설계 사무실에 치명적인 손해를 안겨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 젝트의 스케일이 작으면 아무래도 그러한 법적인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클라이언트의 동의 하에 재료에 대한 새로운 실 험을 진행할 수 있다. 우리는 재료를 찾으러 시장에 나간다. 우리 사무실이 있는 금호동은 을지로, 청계천 등지의 금속, 철물, 섬유, 전기 시장들과 가 까이 있다. 그리고 그 재료들을 들고 성수동의 조그만 공장을 찾아다니며, 제작 방법을 문의하곤 한다. 물건이라는 것은 손이 만 드는 것이다. 우리는 디테일을 고안할 때 제품 카탈로그나 샘플을 뒤지기보다 직접 시장이나 공장에 가서 손으로 만져 보고 이 것저것 끼워 보면서 디테일을 고안한다. 그래서 공장 대표들에게 물건 만드는 법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간혹 그들에게 “이런 디테일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되나요?” 라고 물으면 “에이, 그렇게 만들면 ‘물건’이 되지 않아요”라고 핀잔을 줄 때도 있다. ‘물건’은 만들수록 보는 안목이 자라나고, 손은 단련되어 더욱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도 사무실에서 건축 작업을 할 때 ‘손’을 쓴다. ‘손’을 쓰면서 모형을 만들고 사진을 찍고 다시 모형을 만들고 하면서, 건축 도 결국 손으로 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물건이 나온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툴’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상의 집 중간 진행안

Tree Branch Wall Assemb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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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New POwer ARchitect 파일 03 장영철 Young JANG + 전숙희 Sook-Hee CHUN | Smallness 5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우리가 말하는 Smallness는 프로젝트에 건축가가 개입함으로써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건축가가 프로그램의 기획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축가가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가 하는 계획의 수립이다. 어떻게 예산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프로젝트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어떤 공동 작업자와 작업할 것인가? 어떻게 이벤트를 스케줄링하고 홍보할 것인가? 등등, 건축가는 이처럼 그의 건축적 아이디어를 콤팩트하게 세 상에 직접 펼쳐 보일 수 있다.

Box 모바일 갤러리 Diagram

<Box In a Crate 모바일 갤러리>도 이러한 접근 방식 을 통해 생성된 프로젝트이다. 이것은 소규모의 기획 전시물들을 다양한 외부 환경에서 전시할 수 있는 ‘모 바일 갤러리’이다. 전시물들은 전시 기간 동안 패널들 과 일체화되어 각각의 방들로 구획될 수도 있고, 또 공 동의 전시를 위해 하나의 커다란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다. <Box 모바일 갤러리>는 또 다른 장소에서 전시 되기 위해, 그리고 이동이나 보관을 위해, 전시물과 함 께 접히고 새로운 장소에서 함께 펴져서 즉시 전시를 재개한다. 이런 프로그램과 밀접히 연관되어 그 형태가 바뀌는 풍 경과 내부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들은 <Box 모바일 갤러 리>의 이동성으로 인해 도시의 곳곳으로 확산이 되고,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도시의 풍경들을 만들어 낸다. 재미있는 것은, 프로젝트의 직접적인 개입으로 건축가 가 공공적인 영역의 도시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작은 면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Box 모바일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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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New POwer ARchitect 파일 03 장영철 Young JANG + 전숙희 Sook-Hee CHUN | Smallness 6 도시성/공공성 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건축가가 프로젝트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이벤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의 무대는 도시 속의 어딘가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연극배우처럼 건축가도 그것을 바라보고 참여해 줄 수 있는 관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축 프로그램이란 그 안에 들어가서 사는 사람들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건축가가 직접 개입한 프로젝트가 도시상에 놓일 때, 비로소 공공성이 생긴다. 이러한 공공성은 건축가가 작은 규모로 사회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우리는 지난 반년 동안, 일련의 젊은 건축가들과 함께 <이상의 집>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경복궁 서편에 위치한 통인동 옛 물 길을 따라 자리 잡은 75m2 남짓한 조그만 땅이 도시에서 가진 물리적인 환경은 매우 제한적인 것이었는데, 우리는 그 잠재력을 서촌 일대로 확장하기 위해 이상의 ‘막다른 골목 13도’를 서촌 일대에 재현할 것을 제안했다. 서촌 일대에는 북촌과는 달리 매 력 있는 막다른 골목들이 많다. 이 골목 중에 13개의 골목을 선정하여 아티스트들이 설치 작업을 하고 이것을 ‘막다른 골목 13 도 답사’라는 프로그램으로 제안한 것이다. 이제 <Box 모바일 갤러리>가 그 골목들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 는 건축가들이 건축 작업을 ‘건물’로 제한하지 않고, 다른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도시와 공공성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서촌 막다른 골목 13도 산책 다이어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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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New POwer ARchitect 파일 03 장영철 Young JANG + 전숙희 Sook-Hee CHUN | Smallness 7 다중의 위, 되새김질 초식동물들의 다중위 (chambers of stomach)는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였다. 건축 생태계는 건축가들에게 ‘다중의 위’(Multipositioning)를 요구한다. 그것은 어떤 전문 분야가 개입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새로운 일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 이다. 예를 들면, 마케팅에서 기업의 이미지를 건축이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가, 건축 프로그램의 개발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 건축 트렌드를 어떻게 예측하고 시장에 적용시킬 것인가, 도시 공공 프로젝트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 등등이다. 이런 일 들에 건축가들의 개입이 필요하고, 건축가는 이러한 일들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초식 건축가에게 다중의 위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앞서 얘기 했듯이, 일감이 줄 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무실을 하는 동안 다른 위기 상황이 몇 번은 더 찾아 올 것이다. 그때 우리들은 어떻게 그 빙 하기를 견뎌야 할까? 아마 그때는 다른 위에 축척해 놓았던 실현되지 않은 작은 프로젝트를 끄집어 내어 그걸 되새김질하고 있 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 상상 속의 작은 프로젝트는 아마 우리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그런 프로젝트 가 즐거운 도시적 놀이가 될 수 있다면, 적어도 몇몇의 마음은 따뜻하지 않을까? 그리고 운이 좋다면, 해빙기가 도래할 즈음 그 것이 우리를 다른 건축적 영역으로 이끌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Branching Out 우리의 사무실은 아틀리에보다도 규모가 작고, 파트너 2명이 모든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일은 바쁘지만 즐겁게 지내고 있다. 우 리가 초식 건축가라고 생각하는 일본의 ‘아틀리에 바우와우’의 작업실을 보면, 일과 놀이와 휴식이 작업실 공간 안에 잘 어우러 져 있고, 그래서 그들의 작업에서 어떤 여유와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우리의 태도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의 이야기가 젊은 건축가들, 특히 우리와 같은 환경 에 있는 젊은 건축가들에게 충분히 공감 가는 내용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 이러한 내용으로 특강을 한적이 있었는데, 큰 사무실에 다니는 청중이 지금 우리나라 설계 사무실들의 어려운 점을 토로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온 적이 있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회사에서 당신의 꿈과 재능을 알아줄 가능성보다 더 큰 사회에서 당신을 알아 볼 사람들이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라고 답해 주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젊었을 때 자신의 꿈을 시험해 보 는 것은 회사라는 우산 아래에서 날이 개일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같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독립’이라는 비장함이 담긴 말보다, 가지치기(Branching Out)한다고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다. 가지치기는 씨앗에서 처음부터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그대로 유지한 채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 신의 생명력을 키워 나가는 나무들의 번식 방법이다. 나의 건축을 하고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게 어려운 일만도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다만, 꿈을 꾸지 않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십 년 전만 하더라도 건축가를 꿈꾸는 사람이라 면 자신의 건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근래의 건축 생태의 변화를 관망하는 탓인지 자신의 일을 자신 있게 시 작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 같다. 당연한 건축가로서의 성장 과정을 굳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렇게 가지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가지에서 싹이 나오는 나 무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같은 초식 건축가들의 생존 가능성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초식 건축가들의 개체수 증가가 건축 생태계 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WISE 건축이 하는 일이 좀더 재미있고, 오래 도록 지속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120 와이드 AR 21 | New POwer ARchitect 파일 03 | 장영철 Young JANG + 전숙희 Sook-Hee CHUN


다중의 위

사무실 풍경

건축=놀이

121 2011.05-06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New POwer ARchitect 파일 04 임지택 Ji-Taek LIM | Tektonik 1

임지택 임지택 | 독일 국가공인건축사로 현재 한양대학교 조교수이다.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독일 베를린 국립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을 졸업하고 ㈜종합건축사사무소 무영, ㈜건축사사무소 경건축을 거쳐 ㈜이애오건축사사무소(IAEO Architekten)에서 설계 작 업을 하고 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제 2회 ‘젊은 건축가 상’에 선정된 바 있다.

Tektonik 그리스의 건축 개념에서 시작된 텍토닉(Die tektonik)은 구조, 뼈대를 이용한 축조 개념에서 공간을 둘러싸는 벽들의 구축 개념 으로 발전되었다. 그리스 네레이스(Nereide) 조각상의 예로부터 우리는 현대건축의 구조와 외피 분리에 의한 건축적 표현의 문 제들에 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현대건축의 표피가 구조로부터 분리되면서 생긴 입면의 문제는 추상적 형태 표현의 자유를 주기도 하였지만, 내부의 구조적 질서를 드러내는 데 어려움을 주었다. 특히 이 문제는 목조 건축이 석조 건축으로 진화하면서 발생한 구조적 장식들의 문제와 유사한데, 그것이 이전 구조의 단순한 형상의 복사 이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것을 유용성, 효율성, 합리적 구조의 관점을 넘어서는, 포괄적인 관점에서 보는 내부 구조의 표현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그리스 네레이스 조각상에서 예술가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대리석의 아름다운 질감뿐이 아닌, 신체 구조와 움직임에 기초한 아 름다운 천의 텍스처이고 이를 통해 신을 표현한 것이다. 독일 건축가인 고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 1803-1879)는 취 리히 공대 본관(ETH Zuerich Hauptgebaeude 1865) 설계에서 이런 내부 구조의 외적 표현을 위해 내력벽의 표면에 필라스터 (Pilaster)를 표현함으로써 힘의 흐름을 보여 주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냈다.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 1886-1969) 또한 이러한 외피와 구조에 관한 깊은 고민의 결과 시그램빌딩(Seagram Building 1954-1958)에서 H-형강 멀리온(Mullion)이라는 현대건축 외피의 훌륭한 전형을 창조했다. 이를 통해 철과 유리로 만들어진 건물의 표피를 합리적이고 유용한 듯 보이도록 훌륭하게 표현했다. 사람들은 창문의 멀리온(Mullion)을 보며 내부의 숨겨진 철골 구조물을 인지하는데, 이는 부드러운 석재 주름과 신체 구조를 통해 신성을 잘 보여 주는 그리스 조각과 같이 표피와 내용의 표현 문제인 것이다. 이렇 듯 유용성과 정합성의 결과처럼 보이는 근대건축의 어휘들도 건축가의 다양한 건축적 표현의 결과들이며 여기서 우리는 현대건 축의 표현과 그 내용에 관한 문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22 와이드 AR 21 | New POwer ARchitect 파일 04 | 임지택 Ji-Taek LIM


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New POwer ARchitect 파일 04 임지택 Ji-Taek LIM | Tektonik 2 흥미롭게도 우리는 한국의 전통 건축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한옥의 지붕 기와 형태에서 관찰할 수 있다. 사진에서처럼 한옥의 기와지붕은 암키와와 수키와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양한 지붕의 재료와 구법(Construction) 중, 가장 기술적으로 발전 된 기와에서 이러한 형태가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암키와와 수키와의 조합은 방수라는 기능적 측면 외에 더 중요한 건축적 표현을 담당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지붕의 피복을 통해 사라지는 목조 구조의 아름다움과 힘을, 미스의 시그램빌딩에서와 유사 하게, 기와의 구조 형태를 통해 외부로 드러내는 것이다. 용마루는 집의 권위를 상징하는 구조적 중심인 대들보를, 기와의 둥근 마루와 골은 서까래의 구조를 그대로 외부로 표현하며 지붕의 단부에서 이 둘이 만나 내외부가 통합된 하나의 지붕으로 완성된 다. 이러한 구조의 외적 표현은 하나의 통합된 이론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건설의 경험과 미적 형태의 축적 을 통해 조금씩 형성되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옥의 기와지붕은 더 이상 첨삭이 불필요한 최종적 형태에 다다른 완성 단계 에 와 있다고 보여지며, 이는 벽돌의 조적 표현이 유럽에서 한계에 도달한 것과 유사하다. 이런 의미에서 텍토닉(Die Tektonik)은 문장 속의 문법과 같은 의미로서 구법이 아닌, 기술의 시적(Poetic) 표현으로서의 건축 구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 네레이스(Nereide) 조각상

취리히 공대 본관(ETH Zuerich Hauptgebaeude 1865

시그램빌딩(Seagram Building 1954-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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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Wide Architecture Report 21 | 2011.05-06 New POwer ARchitect 파일 04 임지택 Ji-Taek LIM | Tektonik 3 양평 대심리 주택 산자락을 타고 흐르는 지형의 기운이 굽은 골을 거쳐 저 너머의 한강까지 연결되는 산속의 대지에 이 주택은 자리한다. 산에서 굴러 떨어진 듯 자연스럽게 두 개의 메스는 서로 마주하며 놓이고, 그 사이를 숲의 풍경이 다양한 흐름을 만들며 지나간다. 두 개의 메스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바위처럼 산의 흐름을 따라 하나는 들어올려지고 다른 하나는 땅에 박힌다. 콘크리트의 표면 은 아주 매끈하지도 거칠지도 않으며, 전체적 형태는 자연스럽게 부정형의 다각형을 이룬다. 콘크리트 다각형은 아주 다양한 보 이드를 건물의 여러 곳에 만들어 내며 그곳을 통해 조각적 빛과 풍경이 파고든다. 작업실의 목구조는 콘크리트와 숲의 강한 대 비(Contrast)를 완화시켜 주며 숲과 주택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작업실 내부의 기둥과 보 사이로 떨어지는 빛은 숲의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빛을 연상시킨다. 남해 편백 숲속수련원 대지는 여러 산의 능선으로 둘러싸인 골 주변에 위치한다. 지형적 질서를 이해하기 위해 골에 약 50m 높이의 댐을 상상하며, 가 상의 수면 경계를 통해 대지의 형상을 파악하였다. 이 형상은 정확하게 대지와 주변의 크고 작은 움직임을 드러내며 숨겨졌던 다이나믹한 지형적 이미지(topographical image)를 형성한다. 이 지형의 이미지는 건축의 전체적 형태에 그대로 투영되었고, 땅의 크고 작은 흐름은 데크의 미세한 형상을 통해 인공의 대지로 조성되었다. 지형의 커다란 흐름은 자연스레 건물을 둘로 나 누고 미세한 대지의 움직임은 관통된 공간을 각각의 내부와 외부 공간으로 형상화한다. 사람들은 외벽과 지붕의 움직임에 따라 선적으로 공간을 느끼고 시선은 다양한 방향으로 자연을 향해 열린다. 도시적 공간과는 대비되는 이러한 공간 경험을 통해 사용 자들의 움직임은 더욱 강하게 자연과의 만남으로 승화될 수 있다. 이 공간적 컨셉트를 위해 인공 대지, 기둥과 외벽, 지붕 등 3개의 건축적 요소들이 서로 상호 보완하며 흐름과 연결을 만들게 된 다. 자연스런 경사에 따라 미세하게 들어올려진 데크는 땅의 형상과 흐름에 따라 정교하게 놓이고, 그 위를 산의 흐름에 따라 두 개의 커다란 외벽이 강당과 식당 공간을 만들며 계곡을 향해 흐른다. 강당과 식당 공간은 약 8m정도의 장 스팬으로 이루어진 단일 공간들이며 Post & Beam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대한 기둥 들은 랜덤한 배열의 숲과 대비를 이루는 질서 체계 하에 건축 공간을 형성하며 내부의 기능들을 표현하고, 동시에 대지의 흐름 에 미세하게 반응하여 외벽의 방향성을 만들어 낸다. 지붕의 다양한 방향들도 매스의 역동적인 힘을 더욱 강화시켜 건축의 내부 공간이 숲 너머의 먼 산까지 발산하도록 한다. 건축 매스는 다양한 면들의 움직임으로 치환되고 그 면들은 재료와 구조(material & Construction)의 시적 결합을 통해 자연 의 일부로 치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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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의 조각적 빛과 풍경

편백나무 숲의 나무들과 지형(topo)의 표현으로서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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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와이드 칼럼

‘잇기’와 ‘있기’ | 이일훈 육교가 있던 자리에서

은 존재다. 사람을 위해 세웠던 육교를 사람을 위한다고 다

어느 날, 큰길에서 멀쩡한 육교를 철거하고 있는 것을 보았

시 없앤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은 여전한데 사람을 위

다. 그 육교는 삼십여 년 전에 달리는 자동차에 사람이 치

하는 방식이 반대다.

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바람에 놓았던 것이다. 길 건

육교가 있던 자리에는 횡단보도가 생겼다. 횡단보도는 사람

너는 사람을 위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달리는 차가 더 빨리

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삼십여 년 전에 육교를 놓지 않고

달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공사 안내판을 보니 ‘철거 공

처음부터 횡단보도를 만들었으면 될 일이 아니었던가.

사’라고 써 있다. 육교를 놓을 때는 ‘설치 공사’였다. 놓을

육교를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만드는 일이 사람을 위한 것이

때나 없앨 때나 다 같은 ‘공사’다. 육교를 놓는 이유는 보행

니 무엇보다 일의 과정과 마무리도 사람의 통행에 안전해야

자의 안전이다. 사람을 위한다고 하지만 육교는 사실 자동

할 터인데 공사 현장은 너저분한 상태로 몇 달을 간다. 공

차를 위한 것이다. 빨리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에 방해가 되

사 현장의 안전용품이 오히려 안전을 해치고 있다. 사소하

는 사람을 계단으로 건너가게 하려는 목적의 구조물이 육교

게 보이는 이 역설의 일상이 우리의 수준이다. 일상의 풍경

다. 사람을 안전하게 한다는 이유로 건설한 지하도도 마찬

을 사소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느낀다면 그 수준은 필시 더

가지다. 사람은 오르락내리락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자동

낮은 것이리라.

차는 방해 없이 더 빨리 달린다. 자동차는 사람을 위한 기계

어디에선 육교를 뜯는데, 새로 놓는 곳도 있다. 있던 육교

고, 육교도 사람을 위한 시설물이다. 하지만 큰 찻길에서는

를 별나게 치장하는 곳도 있다. 그러면서 디자인을 앞세운

사람에 대한 존중은 없고 자동차의 질주만 있다. 자동차를

다. 그 디자인은 보기 민망한-있는 대로 말하면 없어도 좋을

모는 사람만이 사람이고 걷는 사람은 질주에 방해되는 귀찮

듯한-장식인 경우가 많다. 자동차를 위해 육교가 꼭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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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도 있다. 그런 곳은 무엇보다 육교를 이용하는 사람에 대

다시 육교를 생각한다. 육교란 어느 자리에 ‘있’기만 하는 것

한 배려가 우선일 것인데 걷는 이는 뒷전이고 구경거리 육교

이 아니라 ‘잇’는 것이고, 어느 지점을 ‘잇기’만 하는 것이 아

를 만드느라고 법석을 떤다. 유치한 색을 칠하는 것이야 미

니라 제대로 ‘있어’야 것이다. 그 자각이야말로 꼴 만들고 꾸

감의 차이라고 넘기며 참는다지만, 매다는 구조가 유행처럼

미는 것 이전에 물어야 할, 철학보다 중요한 상식이다.

멋있다고 생각하여 밋밋한 평보 구조에 활 모양의 구조물을

‘있는’ 것은 존재의 방식이며, ‘잇는’ 것은 소통의 방식이다.

덧붙여 세우는 짓은 대체 뭐란 말인가. 한마디로 꼴값이다.

존재와 소통은 불가분의 관계다. 세상에 존재 없는 소통이

꼴 만드는 일이 디자인이니 꼴값을 떨며 꼴의 값을 치르는

어디 있으랴. 소통이야말로 존재의 확인이다. 하지만 소통

것이리라. 뭔가 이상하게-‘낯설게 하기’라는 표현을 써서 멋

없는 존재의 방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른바 존재하기 위

지게 수식하는 경우도 있다-보여야 디자인이라고 말해지는

해 존재하는 것이다. 만들기 위해 만드는 일과 진배없으니

이상한 시절은 어딘가 많이 수상한 시절이건만 아무도 수상

불행한 일이건만 소통의 부재 또한 존재의 방식 중에 하나

타 여기지 않는다. 육교의 겉 꼴을 만지며 다른 육교보다 조

라는 점이 안쓰러울 뿐이다. ‘잇기’와 ‘있기’의 공생의 동거

금 다르게, 다른 육교보다 특색 있게 보이도록 색을 바꾸며

가 그리 힘든 일이란 말인가. 어디 육교의 주변만 그럴까. ‘

대단한 일인 양 법석을 떤다. 왜 그럴까. 그런 일을 대단한

육교’가 있던 자리의 사회적 풍경, ‘육교’를 만드는 주변의

디자인이라 여기기 때문이리라. 사람을 위해 헌 육교를 새로

정황, ‘육교’를 보는 세상의 시선, ‘육교’ 스스로의 존재 방식

손보는 일이 필요하다면 색을 새로 칠하고 지저분한 장식을

과 의미 등등, 언젠가 ‘건축’은 저 ‘육교’처럼 되리라. 필자의

달게 아니라, 청소 잘하고 계단 챌판의 높이 낮추고 노약자

눈에는 자꾸 ‘육교’가 ‘건축’으로 읽힌다.

를 위한 경사로를 만드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글 | 이일훈(본지 고문, 건축가(건축스튜디오ㆍ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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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21 | 전진삼 발행인의 <WIDE 건축가네트워크 리포트 06>

제2기 대통령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출범 백명진 서울대 교수, 백운수 미래E&D 대

과적으로 국민이, 건축인이 동화되는 이

표, 오경은 피아건축 대표, 이정면 범건

렇다 할 과제 개발이 부재했다고 못 박을

축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이정형 중앙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 이제선 연세대 교수, 이진숙 충남대 교수, 제해성 아주대 교수, 최막중 서울대

위원회는 지방도시에서의 건축 정책을 독

교수 등이 2기 민간위원의 면면들입니다.

려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태도를 견

정작 2기 위원회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

지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은 기업과 개인

을까요? 막연한 기대로 허상만 키우게 되

등 민간 차원에서의 건축 프로그램을 목

진 않을까요? 기본적으로는 대통령직속

록화 하여 정책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

기구이니만큼 친정부적 건축의 과업을 수

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단지 위원회

행해야 하는 부담을 지울 수 없을 겁니다.

내에서의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성에 기

돌이켜보면 건전한 국토의 발전상을 위하

반한 위상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위원

여 건축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 지

간 세대의 차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건축

난 정부에서의 성과(대통령자문 건설기

계 안팎의 네트워크를 잘 가동하여 국민

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였고, 그 수

적 호응이 있는 건축의 생활 정책을 펴야

혜 중 일부가 건축기본법의 제정으로 이

할 것입니다.

어져 이 정부에 들어서서 가시화된 위원 회이고 보니 준비 기간부터 현재에 이르

개인적으로는 지역에서 순수 민간차원의

기까지 수많은 건축 의제들이 난무했던

발의로 설립, 운용되고 있는 인천건축재

것을 상기할 수 있을 터입니다.

단의 대표로 활동해 오고 있는 구 교수의 존재감을 발견할 수 있는 2기 위원회이

기대가 크면 상심도 크다는 말이 맞는 듯

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위원회가 마네

싶습니다. 지난 1기 위원회가 무엇을 위

킹을 세워 놓은 쇼 윈도우가 되어서는 아

<와이드AR> 자문위원이자, 인천건축재

해 존재했던 것인지, 누구를 위해 존재했

니 될 것이기에 위원회 내에서조차 저항

단 대표로 활약 중인 구영민(사진, 인하

던 것인지 건축인 다수의 공감을 끌어내

하고, 조정하는 대화의 중추 일원으로서

대 건축과) 교수)가 대통령 직속 제2기 국

지 못한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

그의 위치를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위원회) 민간 위

분입니다. 그런데 그런 시각에 입각하여

원으로 선임되었습니다. 제1기 국가건축

볼 때 거꾸로 건축계 내에서 위원회의 위

정책위원회가 유명무실했던 만큼 건축인

상이 공고하지 못한 까닭을 찾아봄이 쉬

들의 뇌리에 각인되지 않았음을 상기하면

울 듯합니다. 책임을 전가하기보다 우리

서 금번 구 교수가 활동하게 될 향후 2년

내부에서 찾아보자는 것이지요.

의 여정에는 비교적 젊은 건축인들이 대 거 민간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바 1기와

건축을 통상의 예술과 기술과 문화적 관

는 많이 다를 거라는 기대와 주문을 동시

점으로 이전투구해 온 전력에 비추어 이

에 갖습니다.

제는 각각의 시선을 정책적으로 전환시켜 바라봐야 한다는 실학적 사고관이 개입되

위원장에 이상정 경상대 명예교수를 비롯

어 건축기본법이 제정된 것이란 점을 기

하여 김창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회장,

억해 둡시다. 법제정의 취지는 그렇다 치

강준모 홍익대 교수, 구영민 인하대 교수,

고 다음은 그에 상응하는 건축 내 발의가

김민수 경성대 교수, 김선미 LH공사 처

봇물을 이뤘어야 맞는데 사실 뚜껑을 열

장, 김현선 김현선디자인연구소 대표, 김

고 보니 건축 정책은 건축도시공간연구소

현숙 전북대 교수, 배시화 경원대 교수,

고유의 소관 업무 정도로 축소되었고 결

128 와이드 AR 21 | 전진삼 발행인의 <WIDE 건축가네트워크 리포트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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