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심원건축학술상 (2013~2014년도)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당선작 고료 1천만 원 신진 학자 및 예비 저술가들의 많은 도전을 기대합니다. ◇ 공모 요강
Ⓢ 추천인단 운용 및 추천작의 자격기한
Ⓢ 당선작: 1편
위원회는 추천인단이 추천한 응모작과 일반 공모를 통해 응모된
부상: 상패 및 고료 1천만 원과 단행본 출간
연구물에 대하여 소정의 내부 심사 절차를 진행하며, 그 가운데
Ⓢ 응모 자격
매년 1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시상함. 최종 당선작 심사에서
내외국인 제한 없음
탈락한 추천작은 당해년도 포함 2년간 추천작의 자격이 유지되
Ⓢ 응모 분야
어 총 2회에 걸쳐 최종심사의 대상이 되며, 이 경우 심사평을 반
건축 역사, 건축 이론, 건축 미학, 건축 비평 등 건축 인문학 분
영한 수정된 원고(수정의 범위와 규모는 응모자 임의 판단에 맡
야에 한함 (단, 외국 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김)를 위원회가 요구하는 기한 내에 상기 응모작 제출서류(완성
연구’에 한함)
된 연구물 사본 4부)와 동일한 형식으로 재 제출해야 함.
Ⓢ 사용 언어
Ⓢ 제6차년(2013~2014)도 제2기 추천인단 12인
한국어
김백영(광운대 교양학부 교수), 김원식(한양대 연구교수), 김태
Ⓢ 응모작 제출 서류
일(제주대 교수), 김희영(국민대 예술대 교수), 박성형(정림건
1)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 분량으로 응모
축 소장), 박진호(인하대 교수), 박철수(서울시립대 교수), 배정
자 자유로 설정)의 사본(A4 크기 프린트 물로 흑백/칼라 모두
한(서울대 조경학과 교수), 서정일(서울대 HK연구교수), 우신
가능)을 제본된 상태로 4부 제출. 단, 제출본은 겉표지를 새롭
구(동아대 교수), 전진성(부산교대 교수), 정진국(한양대 교수)
게 구성, 제본할 것.
Ⓢ 당선작 발표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
2014년 5월 15일(<와이드AR> 2014년 5/6월호 지면 및
1-응모작의 요약 내용이 포함된 출판 기획서(양식 및 분량 자
대한건축학회 등 인터넷 게시판)
유) 1부
Ⓢ 시상식
2-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주소 반드시
별도 공지 예정
명기할 것) 1부
Ⓢ 출판 일정
(운영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를 준
당선작 발표일로부터 1년 이내
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표절, 인용 및 아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
주최: 심원문화사업회
는 반환하지 않음)
주관: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회
Ⓢ 제출처
기획: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간향미디어랩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6-2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후원: (주)엠에스오토텍
간향미디어랩 (121-816)
문의: 02-2235-1960
(겉봉에 ‘제6회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 응모작 접수 접수 마감: 2013년 11월 15일 (우편 소인 분까지, 기간 내 수시 모집) Ⓢ 추천작 발표 추천작 발표: 2014년 1월 15일 (<와이드AR> 2014년 1/2월호 지면)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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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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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국제 갤러리 제3관 SO-IL Florian Idenburg 사진 문정식
(주)제효에서 지은 집 건축가 상상 속의 건물을 구현하다 | www.jeh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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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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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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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사용 언어] 1) 한글 사용 원칙 2) 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괄호( ) 안에 한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본지는 2010 년 이래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응모 마감일]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
2013년 11월 30일(토) 자정까지
비평상>을 제정하여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오고 있습니 다. 우리는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은 물론 건축과 사회와 여
[당선작 발표]
타 장르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건축비평의 가치를 공유하는 젊
2013년 12월 중 개별통보 및 <와이드AR> 2014년 1/2월호
은 시각의 출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지난 해 우리는
지면 및 2014년 1월 초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그토록 갈망해오던 첫 당선자를 배출하는 기쁨을 맞이하였습
발표
니다. 올해도 그 기운을 이어갈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 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심사위원] 수상작 발표와 함께 공지 예정
주최: 간향미디어랩 | 주관: 와이드AR 후원: 건축평론동우회
[시상식] 2014년 2월(예정)
공모 요강 [시상 내역]
[작품 접수처]
- 당선작: 1인
widear@naver.com
- 기타(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선작 외에도 가작을 선정 할 수 있음)
[기타 문의] 대표전화: 070-7715-1960
[수상작 예우] - 당선작: 상장과 고료(100만원) 및 부상
[응모 요령]
- 가작: 상장과 부상
1. 모든 응모작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함. 기존 인
- 공통 사항
쇄매체(단행본, 잡지, 신문 등)에 미발표된 원고여야 함.(단, 개
1)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하여, 집필 기회 제공
인 블로그 게시글로서 본 건축비평상의 취지에 맞게 조정하여
2)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응모된 원고는 가능) 수상작 발표 이후 동 내용으로 문제 발생 시 수상 취소 사유가 됨
[응모 편수]
2. ‘주평론’의 내용은 작품론, 작가론을 위주로 다루어야 함
- 다음의 ‘주평론’과 ‘단평론’을 동시에 제출하여야 함.
3. ‘단평론’의 내용은 건축과 도시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시의
- 주평론과 단평론의 내용은 아래 ‘응모 요령’을 반드시 확인 하고 제출바람 1)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량으 로, A4용지 출력 시 참고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7매~10 매 사이 분량) 2) 단평론 2편(상기 기준 적용한 20매 내외 분량으로, A4용 지 출력 시 3매 분량)
성 있는 문화 현상을 다루어야 함 4. 응모 시 이메일 제목 란에 “제4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응모 작”임을 표기할 것 5. 원고는 파일로 첨부하길 바라며 원고 말미에 성명, 주소, 전화 번호를 적을 것 6. 원고 본문의 폰트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7. 이메일 접수만 받음 8. 응모작의 접수여부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서
[응모 자격] 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 없음
확인할 수 있음
와이드BRIDGE 공고 NESⓌ 건축영화스터디클럽
주최: 와이드AR 주관: 와이드BRIDGE 후원: NES코리아(주), 간향미디어랩
NESⓌ 건축영화스터디클럽 <시즌2 >, 8 월 프로그램에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일정을 꼭 확인 바랍니다. ◇ 장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399-13 NES사옥 3층
NES舍廊
◇ 강사: 강병국(본지 자문위원, 동우건축 소장) ◇ 참석대상: 고정 게스트 20인 및 본지 독자와 후원회원 중 사전 예약자 포함 총 30인 이내로 제한함 ◆ 사전 예약 방법: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각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예약접수 *참가비 없음 ◆ 참석자는 반드시 10분 전까지 입실 완료해야 함 ◇ 주요 프로그램 (*본 프로그램은 주최 측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음) ◆ 1st - 2월 4일(월) 7:00pm 상영작: 삼사라 Samsara, 2012 감독_론 프릭(Ron Fricke) ◆ 2nd - 4월 1일(월) 7:00pm 상영작: 어버나이즈드 Urbanized, 2011 감독_게리 허스트윗(Gary Hustwit), 85분 ◆ 3rd - 6월 3일(월) 7:00pm 상영작: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 단편 모음 -일주일 one week, 1920, 25분 -일렉트릭 하우스 The Electric House, 1922, 19분 -허수아비 The Scarecrow, 1920, 19분 ◆ 4 th - 8월 12일(월) 7:00pm - 로베르토: 개미 건축가 Rober to_Insect Architect _11'36" - 작은 벽돌로 만든 집 La Maison en Petits Cubes 2008 _12'05" -픽셀 Pixels 2010 _2'34" -Portal - No Escape 2011 _6'57" -Plan Of The City _13'35" -5 Cities, 5 Places, One Day _13'53" -The Third & The Seventh _12'28“ 외, 2편
-The Third & The Seventh _12'28“ 외, 2편 ◆ 5th - 10월 7일(월) 7:00pm 상영작: 빌딩 173 Building 173, 2009 감독_페터 엘딘, 샬롯 미켈보그, 52분 ◆ 6th – 12월 2일(월) 7:00pm 상영작: 밤의 이야기 Talea of the Night, 2011 감독_미셀 오슬로(Michel Ocelot), 84분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약칭, 땅집사향) 2013 년 전반기 프로그램 수정안 발표 7 월(제79 차)과 8 월(제80 차)의 이야기손님과 주제의 방향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주제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아래 출발하였던 전반기 1라운드(3월~7월, 건축기획) 프로그램이 7월을 끝으로 다섯 차례의 릴레이 강의를 일단락 짓습니다. 기 예고하였던 2라운드(8월~12월, 문화예술기획) 프로그램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합니다. 독자님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대신하여 오는 8월에는 특별 프로그램으로 문예진흥기금의 정체와 건축분야에서의 활용 방안에 대하여 이해를 돕는 시간을 마련합니다. 2014년도 문예진흥기금의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이 방면 건축기획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 제79차 땅집사향
» 제80차 땅집사향
이야기손님 김주원(하우스 스타일 대표)
이야기손님 김찬동
일시 7월 17일(수) 8:00pm~10:30pm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전문위원.
장소 그림건축 안방마루
아르코미술관 관장, 한국예술경영학회 부회장 역임) 일시 8월 14일(수) 8:00pm~10:30pm
발표 제목 우리 모두가 유쾌해지는 집짓기
장소 그림건축 안방마루
주제의 방향 ‘유쾌한 집짓기’구상과 구현 그리고 건축가와 건축주 네트워킹의 방법론에 관하여
발표 제목 건축을 위한 문예진흥기금 주제의 방향 문예진흥기금 사업과 지원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통해 개인 건축가나 건축단체가 지원을 받아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소개하며, 실제 건축분야에서 지원을 받아 수행한 사업의 실례를 통해 건축분야의 사업 참여기회 확대를 기함
|주관: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주최: 그림건축, 간향미디어랩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 (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ONTENTS <Issue>
<Work>
19 와이드 COLUMN | 조한
37 분당 메모리얼파크 사옥 & 부티크 호텔M
진정한 개혁은 머리가 아니라
Bundang Memorial Park Office & Boutique
우리 몸에서 시작되는 것
Hotel M
김동원 Kim Dongwon
23 이종건의 COMPASS 31
39 DIALOGUE
건축의 힘,
건축의 위안
61 CRITIQUE
눈에서 몸으로, 그 시작
말하지 않는 건축/김인성
27 전진삼의 PARA-DOXA 03
식물위원회가 된
국가건축정책위원회,
65 ABC 사옥
1~2기 행보를 뒤지다.
ABC Building
그리고 찾은 다섯 가지 쟁점
장영철·전숙희 Jang Young ⋅ Chun Sookhee
67 ARCHITECT’S NOTE
풍경 바라보기, 풍경 되어보기/WISE건축
72 CRITIQUE
보이는 것이 전부다/박정현
76 문정동 공공 원룸 임대주택
Munjeong One-room Public Rental Housing
신승수 Shin Seungsoo
77 DIALOGUE
Extruded Community
<Report> 84 와이드 REPORT 1
뉴욕의 젊은 건축가상
The Architectural League Prize for Young Architects+Designers
INTERVIEW
임동우, 이승택, 나은중·유소래, 박진희
미련함은 우리의 힘 또 한 호가 마무리됐다. 이제 다음 주면 또 다시 머리를 맞대고 통권 35호의 밑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다. 판매 전략을 짠다고 더 많이 팔릴 책도 아니고, 아니 그보다 이 작은 책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은 애초부터 없어서, 담겨질 내용과 함께 고민하는 것은
96 와이드 EYE
도대체 이 책이 한국의 건축판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바틀렛 서울쇼 2013
대한 원초적 질문이다.
The Bartlett Seoul Show 2013
‘그래. 그래도 동시대 건축을 기록하고 의미있는 정보의
바틀렛 동문들에게 묻다
공유 정도는 하지 않았나’라는 심한 ‘자뻑’에 도취해 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건축을 평가하고 그것으로 소통
INTERVIEW
하는 일’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고진혁, 김진숙, 박현준, 박현진, 이정희
건축지에 비평과 담론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말이 있다. 독자들의 수준이 낮아서도, 그렇다고 꼭 건축 역사/ 이론/비평이 외면 당해서도 아닐 텐데, 건축지 데스크들
104 사진 더하기 건축 14 | 나은중+유소래
서울 그리고 한강 해부학
Seoul and Han River Anatomy
이득영 Lee Duegyoung
(다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고)은 으레 세태가 그런 거겠 지, 하고 어쩔 수 없는 일로 위안을 삼곤 한다. 아니, 오히려 지금 비평과 담론을 운운한다면 그 자체로 미련한 짓이라고 질타 받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련함은 우리의 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할수록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건 정말 미련하기 때문일까. 때마침 이번 호 <와이드AR>에는 실로
110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3
‘백만 년’만에 젊은 비평가 두 사람의 단비와도 같은
도시·건축과 기획, 그 실현을 위한 MA제도
글 두 편이 실렸다. 정귀원(본지 편집장)
황순우/인천아트플랫폼 MA
115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4
ideogram: 공공을 그리다
신승수/서울시 공공 건축가
[No.34 판권]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약칭, <와이드AR>) WIDE
ArchitectuReport, bimonthly
ⓦ 발행편집인실 발행인|전진삼 발행위원|박유진, 오섬훈, 황순우 편집장|정귀원 편집위원|김영철, 박인수, 장정제, 최상기, 최춘웅 ⓦ 와이드AR 협력단 단장|김연흥 고문|곽재환, 구영민, 김원식, 김정동, 박승홍, 박철수, 이일훈, 이종건, 임근배, 임창복, 최동규 전문위원|김기현, 조경연 ⓦ 와이드BRIDGE 자문위원|강병국, 공철, 김기중, 김종수, 김종헌, 김태만, 김태성, 김태일, 나은중, 박민철, 박준호, 손도문, 손장원, 신창훈, 안용대, 이충기, 임지택, 임형남, 전유창, 정수진, 조남호, 조용귀, 조택연, 차영민, 최원영, 최창섭 ⓦ 와이드ACADEMY 전문위원|김재경, 김정후, 손승희, 안철흥, 함성호 ⓦ 와이드BEAM 실장|김정은 전속 포토그래퍼|남궁선, 진효숙 ⓦ 디자인 banhana project 실장|노희영 ⓦ 서점유통관리대행|(주)호평BSA 대표|심상호 차장|정민우 전화|02-725-9470~2, 팩스|02-725-9473 ⓦ 제작협력사 인쇄, 출력 및 제본|서울문화인쇄(주) 종이|대림지업사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통권 34호 2013년 7-8월호 2013년 7월 15일 발행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낱권 가격 10,000원, 1년 구독료 55,000원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발행처|(121-816)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6-2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대표전화|02-2235-1960 팩스|02-2235-1968 독자지원서비스|070-7715-1960 공식이메일|widear@naver.com 공식URL|http://cafe.naver.com/aqlab 네이버 카페명|와이드AR ⓦ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 유포를 금합니다.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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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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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COLUMN
진정한 개혁은 머리가 아니라 우리 몸에서 시작되는 것 조한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오늘, 우리 대학의 크리틱 현장 요새 졸업 전시회의 최종 평가와 크리틱이 한창이다. 지난 5년 간의 고뇌와 노력이 담긴 그림과 모형 앞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려 애쓰고, 외부 크리
와이드 COLUMN
I
틱은 학생의 작은 흔들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예리한 시선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학생과 크리틱의 질의응답의 공방 속에서 지도 교수의 얼굴에는 온 갖 감정이 교차되고, 심지어 안타까운 마음에 제자 대신 답변해 보기도 한다. 건축 가인 양 말쑥하게 차려입은 학생은 자신의 작품을 열심히 팔아 보려 하지만, 선배 건축가들 앞에서 위축되고 목석처럼 굳어버려 무엇을 말해야 할지조차 잊고 만다. 외부 크리틱으로 초청된 건축가들 역시 건축주의 역할을 해야 할지, 선생의 역할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며 질문과 충고가 난무한다. 졸업 전시회와 최종 평가 및 크리 틱의 자리는, 학생들에게는 예비 건축가로서 자신의 ‘건축가적 가능성’을 평가받는 자리라면, 지도 교수에게는 자신의 ‘교육적 역량’을 학생들의 작품을 통해 평가받는 자리이고, 외부 크리틱에게는 자신의 ‘건축가적 역량’을 학생과 지도 교수 앞에서 평가받는 자리로 여겨진다. 오전에 시작된 크리틱은 점심을 건너뛰고 한낮을 지나 어느새 한밤 중이다. 쏟아지 는 졸음을 카페인 음료로 버텨내며 어렵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풀고 있는 학생과, 진 한 커피를 연신 들이키며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는 외부 크리틱 간에는 치열한 건축 적 담론이 오고간다. 한편으론 지도 교수와 외부 크리틱이 만든 ‘건축가의 벽’ 뒤에 서 몇 주 밤샘 작업에 지친 학생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고, 몇몇은 아예 빛이 닿지 않 는 그림자 속에 숨어 잠을 청하고 있기도 하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때로는 자정 을 넘긴 시간에, 마지막 학생이 발표를 마치게 되면, 지도 교수의 신호에 따라 사라 졌던 학생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멀쑥하게 차려입은 오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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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고, 피로에 지친 학생들은 잠에 취해 좀비처럼 다시 모여든다. 외부 크리틱이 차례 로 돌아가면서 평가와 응원의 말을 이어가고, 지도 교수의 감사의 말에 학생들의 박 수로 긴 하루가 마무리된다. 외부 크리틱은 마음에 드는 학생에게 다가가 리크루팅 을 염두에 둔 채 졸업 후 계획을 물어보고, 지도 교수는 그림과 모형에 담긴 아이디 어를 제대로 발표하지 못한 학생에게 아쉬움을 토로한다. 학생들은 지친 몸과 마음 을 추스르며 주섬주섬 자신의 작품들을 모아 어둠 속으로 하나둘 사라진다. 모두가 떠난 빈 공간에는 아쉬움만이 진하게 남는다. 20년 전, 예일대학교의 크리틱 현장 20년 전 나는 예일대학교에서 첫 번째 크리틱을 맞이하고 있다. 온갖 도면과 스케 치로 가득 채워진 벽과 다양한 모형들이 늘어선 공간 사이로 흰색 셔츠 소매를 반쯤 감아올린 학생이 발표 리허설을 하고 있고, 외부 크리틱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편 안한 의자에 자리잡는다. 스튜디오 학생들은 높은 제도 의자를 끌어와 주변에 진을 친다. 지도 교수의 신호와 함께 발표가 시작되고, 그림과 모형을 번갈아 보면서 학 생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풀어 내고, 중간중간 크리틱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대답한 다. 학생과 크리틱 간의 질문과 답변이 오가던 찰나, 뒤쪽에서 질문이 날아온다. 같 은 스튜디오 학우의 질문이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발표하던 학생은 크리틱의 질문인 양 성심성의껏 답변하고, 그 답변을 받아 또 다른 크리틱이 질문을
와이드 COLUMN
던진다. 질문과 답변이 꼬리를 물자 다른 학우들도 참여하기 시작하고, 어느새 발표 는 토론처럼 느껴진다. 지도 교수와 외부 크리틱, 발표하는 학생과 듣는 학생, 모두 매너를 지킨다. 선생과 제자, 선배와 후배의 상하 관계가 아닌, 동료 건축가를 대하 듯 행동한다. 크리틱이 진행되는 동안엔 조는 사람도, 크리틱 공간을 떠나는 사람도 없다. 스튜디오 학생들은 동료 학생들의 발표를 유명 건축가의 강연인 것처럼 집중 해서 듣는다. 저녁 즈음이 되어 크리틱이 마무리된다. 창 너머 보이는 밖은 아직도 밝다. 마지막 발표가 끝났지만, 크리틱의 열기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학생들은 각 자 마음에 드는 외부 크리틱에 붙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외부 크리틱 역시 최 선을 다해 답해 준다. 지도 교수가 준비된 장소에서 이 분위기를 이어가자고 한다. 크리틱은 어느새 파티로 변한다. 대한민국 설계 사무직 사원의 씁쓸한 자화상 대한민국의 어느 설계사무소. 벌써 공모전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가끔 공모전에 당선되어 짧은 휴식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주말을 잊고 일한 지 한참이다. 거듭된 밤샘으로 몸이 얼마나 버텨낼지 걱정이다. 몸이 축나는 만큼 금전적인 보상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보너스는커녕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학부 시절 기대했던 멋진 프로젝트를 위해서라면 비전을 보고 좀더 참아보겠지만, 철학 도 깊이도 없이 돈 되는 프로젝트에 영혼을 판 지 벌써 몇 년째다. 어느 유명 교수는 설계비 정상화만이 살길이라며 강연마다 주장을 하고, 어느 유명 건축가는 디자인 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 문화 수준을 개탄하는 글을 매체마다 올린다. 게다가 관련 협회는 정부의 건축 경기 부양책을 보도하며 경기가 좋아지기만을 기 다리고 있다. 하지만, 내겐 모든 게 공염불처럼 들린다. 내가 원하는 것은 돈도 아니 고 명예도 아니다. 그저 나의 주말을 다시 찾고 싶을 뿐이다. 밤샘이 일상화되지 않 은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다. 영혼뿐 아니라 몸과 마음까지 모두 사라지고 정말 좀 비로 살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갑자기 건축을 그만둔 동기가 생각난다. 디자인을 향한 열의에도 불구하고 설계 성적이 좋지 않았던 그 친구는, 일반 대기업에 입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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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보너스며 휴가며 나는 상상도 못할 혜택을 꼬박꼬박 누리고 있다고 한다. 부럽다. 지도 교수와 외부 크리틱의 칭찬과, A+로 번쩍이는 설계 성적이 다 무슨 소용인가! 밤샘과 설계비 덤핑은 몸으로 학습된 것이 아닐까? 건축계의 상황이 나빠도 너무 나쁘다.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의식 수준을 탓하기도 하고, 제 살 깎아 먹는 설계비 덤핑 탓을 하기도 하고, 세계 적 불황을 탓하기도 하면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건축계의 다양한 노력이 있지만, 상 황은 점점 악화일로이다. 혹시 이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 아닐까? 군대가 남자를 사회화시키는 중요한 학습 장소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우리의 건축 교육 시스템이 설계비를 제대로 못 받으며 밤샘을 일상화하는 잘못된 건축 현장을 미리 학습시키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머리로 밤샘 작업과 설계비 문 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우리의 몸은 이미 밤샘과 설계비 덤핑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이도록 학습된 것은 아닐까? 건축 교과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대부분의 경우 건축 설계 과목은 5~6학점으 로, 기타 전공과목은 2~3학점으로 배정되어 있다. 설계 과목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학점 분배인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기타 전공과목이 2시간에 2학점, 3시간에 3학점으로 학점과 시수/시간이 동일한 반면, 건축 설계 과목은 5학점에 10 시간, 6학점에 12시간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학점 대비 등록금을 내는 학생의 입 서비스를 더 받는 것으로, 선생의 입장에서는 학점 대비 더 많이 교육시키는 것으 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10시간 또는 12시간의 학습을 하고 도 반밖에 학점 인정을 못 받는 것이다. 학교에서 무려 5년 동안 시간 대비 자신이 한 일을, 자신이 한 디자인을, 반의 가치로 인정받도록 학습 당하고 있는 것이다. 심 지어 어떤 선생들은 지정된 수업 시간을 훨씬 넘겨 밤 10시, 11까지 수업을 이어가 는 것을 ‘열의’로 포장하여 당당하게 자랑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감안하면 학점으로
와이드 COLUMN
장에서나, 강사료를 시간이 아닌 학점에 의거하여 주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공짜로
인정받는 학생 작품의 가치는 삼분의 일, 아니 사분의 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또한 더 많이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지도 교수의 강박적 욕심은, 정상적으로 시간을 들여 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의 과제를 부여하게 되고, 학생들의 밤샘 작업은 매 과제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떤 선생들은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 밤샘 작업은 당연한 것처럼 무용담을 늘어놓곤 한다. 1학년 첫 학기부터 과제에 치여 밤 을 새지 않고는 도저히 제대로 마무리할 수 없는 일과가 반복되고, 과제마다 학기마 다 선배로부터 선생으로부터 밤샘 작업이 당연한 것처럼 세뇌 당하게 되면, 자연스 럽게 건축=밤샘이란 등식이 우리 몸에 각인된다. 머리로는 밤샘 작업의 불합리함을 이해하지만, 5년이 지나면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밤샘을 저항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밤샘이 일상화되며 내 일의 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5학점에 10시간을 투자하는 설계가 50%의 가치를 인정받는 거라면, 열성적인 선생 덕분에 15시간을 투자하게 되면 30%, 밤새는 시간까지 포함하여 일주일에 50시간을 투자 하면 10%를 인정받는 셈이다. 욕심을 덜어 내고 여유와 휴식을 가져야 할 때 우리는 건축 교육을 통해 디자인의 가치를 증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가치를 형편없 이 낮추고 있다. 정해진 시간 없이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과도한 크리틱과 최종 평가 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열정적인 외부 크리틱으로 엿가락처럼 늘어진 시간 때문에, 때로는 “내가 모든 것을 평가해야 한다”는 지도 교수의 욕심으로 과도하게 편성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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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때문에, 시간의 가치와 더불어 디자인의 가치도 끝없이 희석된다. 특히 학 생 평가를 자신의 평가로 착각하는 선생으로 말미암아 해당 스튜디오 학생들은 추 가로 작업을 더 하도록 독려 받게 되는데, 이는 공평한 평가와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모형 제작과 칼라 이미지를 금지하는 공모전 요강에도 불구하고 굳이 모형과 칼라 이미지를 준비하여 심사위원의 환심을 사려는 설계사무소의 비행과 크게 다르 지 않다. 이제는 선생들이 욕심을 좀 덜어 내야 할 때이다. 정성적 교육의 질을 논하기 전에 정량적 교육의 가치를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밤늦게까지 수업하고 자정까지 크리틱하는 것이 더이상 자랑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어진 시간을 최적화하여 사용하는 것이 자랑거리여야 한다. 모든 학생에게 밤샘을 강요하는 교과 과정도 개 선되어야 한다. 휴식이 필요한 것은 몸만이 아니다. 마음 역시 휴식이 필요하다. 창 의적인 생각도 휴식 없이는 불가능하다. 건축계의 모든 문제가 ‘여유와 휴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일까? 일단 2학기 설계 과정부터 덜어 낼 생각이다. 나부터 ‘여유와 휴식’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 진정한 개혁은 머리가 아니
와이드 COLUMN
라 우리 몸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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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의 COMPASS 31
건축의 힘, 건축의 위안
고통의 삶에는 세계의 지평도 사라진다 순식간에 발생한 사고로 119 구급차로 응급실에 실려간 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그 로부터 거의 매일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아서 그런지 족히 한 달은 지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런 경험은 내 기억 속에 없다. 흔히 하는 말로 전생에 나라를 구한
이종건의 COMPASS 31
이종건 본지 고문, 경기대학교 교수
것인지 정말 천운으로 큰 상해를 면했다. 내 생각으로는 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 는 가장 낮은 수준의 상해라, 듣기에 이상한 표현이겠지만 응급실에 누워 있으면서 도 기분이 좋고 마음이 가벼웠다. 수년 전 누군가의 낭만이 부른 느닷없는 동해 여 행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한밤중에 허기진 채로 도착해서 곧바로 풍성한 회를 놓고 술을 마신 후 숙소에서 푹 자고 일어났는데 뭔가 이상했다. 이내 도둑맞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우리 모두 술을 마신 것을 안 도둑이 잠자리까지 쫓아와 일을 저질렀다고 추론하는 데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가방을 챙겼다. 지 갑이 없었다. 낭패였다. 한국과 미국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플라스틱들을 그 것에 지니고 다녔기 때문이다. 돌연한 패닉 상태로 여기저기 둘러보다 입구 근처에 팽개쳐져 있는 지갑을 급히 집어 서둘러 확인해 보니 희한하게도 돈만 빼 가고 다 른 것은 모두 그대로였다. 결코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돈을 잃고 기분 상큼하기는 생전 처음이었다. 그런데 목하 통증에 갇혀 살고 있는 나의 일상은 일주일이 아니라 두 달을 훌쩍 넘기고 있다. 어느 날 아침 문득 찾아든 동결견 때문인데, 고통이 얼마 나 더 갈지 모르겠다. 문학의 힘과 철학의 위안, 그렇다면 건축은 어떤 위안을? 하루하루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고통 중의 몸’으로 살며 나는, 의사의 전문적 식견 과 자질이 그리 믿을 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고통의 삶에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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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의 지평이 사라진다는 것도 알았다. 촛불시위로 번진 국정원 정치 개입 사건이며, 여대생 청부 살인을 둘러싼 부조리한 사회 등이 밍밍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건축 은 사람들에게 도대체 어떤 위안을 줄 수 있는지 자문했다. 그러면서 고 장영희 교 수의 『문학의 힘』이라는 글을 읽고 건축의 힘에 대해 글을 쓰다만 기억이 문득 떠올 랐다. 그녀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신은 인간의 계획을 싫어하시는 모양이다. 올 가을 나는 계획이 참 많았다.…이 계획들이 다 성사된다면 나는 참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계획이 또 다시 찾아든 병마로 좌절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살 아낸, 그리고 살아내고 있던 아픈 몸의 삶을 간략히 전한다.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 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넘어질 때마다 번번이 죽을 힘을 다해 일어났고, 넘어지는 순간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이 넘어져 봤기에 내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확신한다.…‘생명’을 생각 하면 끝없이 마음이 선해지는 것을 느낀다. 행복, 성공, 사랑-삶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이 단어들도 모두 생명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한낱 군더더기에 불과하 다. ‘살아 있음’의 축복을 생각하면 한없이 마음이 착해지면서 이 세상 모든 사람, 모 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가슴 벅차다.…언젠가 이 칼럼에서…포크 너의 말을 인용했다.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그렇 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 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
이종건의 COMPASS 31
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 녀는 결국 일어나지 못했지만, 그녀의 글은 ‘여여히’ 우리 세상에 머물고 있다. 우리 가 살아 나가는 데 문학이 힘이 되는 만큼 철학 또한 적지 않은 위안이 된다는 것은, 알랭드 보통이 펼쳐 보인다. 인기 없는 존재들, 가난한 존재들, 좌절한 존재들, 부적 절한 존재들, 상심한 존재들, 어려움에 처한 존재들을 위해 쓴 그의 『철학의 위안』은 소위 잘나가지 못하는 이 땅의 99퍼센트 건축가들을 생각하게끔 한다. 인기 없는 건 축가들, 가난한 건축가들, 좌절한 건축가들, 부적절한 건축가들, 상심한 건축가들, 어 려움에 처한 건축가들,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건축적 매개는 혹 없을까? 일상성을 넘어서는 숭고함 혹은 시적 메시지로 전달되는 공간의 위안 건축 세상에 발을 디밀고 산지 몇 성상이 흘렀건만, 건축에서 혹은 공간에서 위안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물으면, 대답하기가 적잖이 궁색하다. 나의 영혼을 안식케 한, 그 리하여 깊은 내면으로부터 잔잔한 희열을 느끼게 한 공간이 몇 있는데, 그것들은 모 두 건축가가 만든 것이 아니다. 허드슨 강을 끼고 마치 무한한 듯 길게 뻗은 뉴욕 맨 해튼의 배터리파크(Battery Park)가 그랬고, 3천 미터가 넘는 팜스프링스의 샌 하 신토(San Jacinto) 산정의 형언하기 힘든 적막한 공간이 그랬다. 돌이켜보건대, 인 간의 마음을 혹은 영혼을 움직이는 것은 역시, 아름다움이라기보다 공간의 일상성 을 넘어서는 숭고함이 아닌가 싶다. 우리를 초월하는 모종의 존재에 대한 느낌이 나 인식이 아닌가 싶다. 건축은 정신에 직접적으로 닿는 ‘글’도 아니고, 감성을 무매 개적으로 건드리는 ‘소리’도 아닌 까닭에, 일차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몸 전 부와 관계하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데, 습관화된 지각을 흔들 수 있는 정도 가 아닌 한 그것이 주는 경험은, 아무리 근사한들 사소하다. 그러다 보니, 어떤 건축 가(들)는 감각이나 지각 바깥에 놓여 있는 것들에 주목하기도 한다. 예컨대 ‘이야기 가 있는’ 건축이 그러하다. 그런데, 세상의 어느 누구든 한 권의 소설이 아닌, 한 편 의 영화가 아닌 삶을 살아낸 혹은 살고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누구 한 사람의 삶인 들, 그리 밍밍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이야기의 형식과 내용 간의 절묘한 접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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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 모두가 놓치고 있는 상상력을 얼마나 잘 불러일으키느냐, 그리고 그로써 그것이 주는 메시지가 얼마나 시적이냐에 달려 있지 않나 싶다. 전해 들은 이야기가 정확한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래전에 승효상이 설계한 한 예배 공간의, 천사가 앉는 혹은 서는 공간에 감동했던 적이 있다. 물론 그 공간에 깃든 숨은 이야기를 몰랐다 면, 뜬금없는 캔틸레버 구조물로 간주하고 지나치고 말았을 것이다. 일상성의 건축 혹은 건축의 일상성 혹은 일상적인 건축에 반문한다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건축 세상에 속한 우리가 잊기 쉬운 것은, 건축이란 그 안에서 보면 대단하지만 밖에서 보면 하찮다는 불편한 사실이다. 노화하고 상처 받기 쉬운 몸이 아니라 아름다운 몸, 욕망의 몸에 목을 매는, 그래서 인간 실존을 망 각하거나 외면한 채 행복과 성공과 사랑 곧 “삶에서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 들을 쫓아가는 삶이 “모두 생명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한낱 군더더기에 불과”하듯, 인간의 삶과 죽음 곧 실존에 관계하는 건축이 아니라 인기와 부와 성공을 위해 질주 하는 건축가의 삶 또한 덧없지 않겠는가? 삶의 가치와 의미는 오직 죽음에 직면할 때 오롯이 드러나듯, 우리의 일상의 삶은 오직 그것을 넘어선 것에 의해서만 경계를 드리우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일상성의 건축 혹은 건축의 일상성 혹은 일상적인 건축에 주목하는, 승효상을 비롯한 뭇 건축가들에게 반문하고 있는 것이 다(승효상은, 우연히 나눈 사담에서 그러한 건축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게 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일상이 다르고, 기독교 신자와 불자의 일상이 다르고, 배 운 자와 배우지 못한 자의 일상이 다르다. 말하자면, 일상은 생각보다 그리 보편적 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특수하다고 말하는 게 더 옳다. 그래서, 도시 읽기 작업 이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고, 수년 전 벤야민에 대한 발표에서 내가 주장했듯, 그것 을 ‘의미 있게’ 발화하기 위해서는 계급 의식에 대한 언급 또한 필수적이다. 이 또한 오래전 도요 이토에게 물었듯, 그리고 그와 상관없이 한결같이 묻고 또 묻지만, 당
이종건의 COMPASS 31
다가 일상이거든, 도대체 누구의 일상인지 먼저 그것의 자리부터 가려내어야 할 것
신이 하는 건축은 당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이들에게 도대체 어떤 가치가 혹은 의미 가 있는가? 직설적으로 묻자면, 당신의 건축은 우리에게 하찮지 않은가? 하찮은 건축, 선한 건축 나는 지금, 건축이 대단한 것처럼 떠들던 뭇 선배들을 떠올린다. 물론 나도, 나의 동 료들 또한 거기서 자유롭지 않다. 건축은 정말 우리에게 대단한 것이라고 해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는지 궁금하다. 혹 있거든, 대단한 건축이 성 립될 수 있는 여건이나 조건은 무엇인지도 묻고 싶다. 내가 보기에 건축은 별 것 아니다. 기껏해야 자아도취이거나 자아만족이거나 자아 실현, 곧 자아의 한계에 갇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좀더 우리 자신의 삶에 진솔하 고, 좀더 우리 일상의 삶을 위로할 수 있고, 주변과 타자를 좀더 배려하고, 자태나 꼴 이 좀더 소박하고 좀더 간결하고, 좀더 조용할 수 있는 건축이 그나마 덜 소비적이 고, 더 윤리적이고, 그래서 더 아름답다고, 그러니까 자아의 경계를 넘어서는 건축 이 선하다고 해야겠다. 모든 사람들이 보내는 찬사와 비난과 의견에 관심을 줄 것이 아니라 “그럴 만한 자 격을 갖춘 사람”의 의견에만 관심을 가지기를, 대중의 여론이 아니라 이성의 명령에 귀를 기울이기를 권고한 소크라테스, “자신들이 좋아하지 않는 자들을 위한 일을 하 지 않기 위해…독립을 누리는 대가로 검소한 생활 방식을 택한” 에피쿠로스, “인간 존재의 피할 수 없는 불완전성과 화해”하기, 곧 아모르파티의 삶을 제안한 세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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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다른 존재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는 고집과 우둔을 버려야 한다고, 그리고 평 이한 글을 쓰기 위한 용기를 역설한 몽테뉴, 존재의 고통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운명보다는 전체로서 인류의 운명을 더 돌아보기를 요청한 쇼펜하우어, “처절한 고 독과 무명, 가난, 그리고 나쁜 건강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우정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명성과 부와 행복을 공격하지도 않았던 생 철학자 니체 등은 인기 없 는 건축가들, 가난한 건축가들, 좌절한 건축가들, 부적절한 건축가들, 상심한 건축 가들, 어려움에 처한 건축가들을 위로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기를 우리에게 요구 한다. 이 지면을 통해 “건축은 하찮은 것”이라고 말해줌으로써, 그들이 자유와 평강
이종건의 COMPASS 31
을 통해 우선 한 줌의 위로나마 받을 수 있길. 그러하길, 진실로 진실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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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삼의 PARA-DOXA 03
식물위원회가 된 국가건축정책위원회, 1~2기 행보를 뒤지다. 그리고 찾은 다섯 가지 쟁점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목적과 기능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다. 2007년 12월 제정된 건축기본법에 의 하여 2008년 6월 시행령이 마련되고 같은 해 12월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건축정책위 원회(이하 위원회)가 설치, 발족된다. 위원회의 설치 목적은 건축 분야의 주요 정책
전진삼의 PARA-DOXA 03
전진삼 본지 발행인
을 심의하고, 관계 부처의 건축 정책 조정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위원회의 기능은 ▲건축 정책 기본 계획을 포함한 건축 정책의 수립 및 조정 ▲건축 분야 발전에 관한 주요 사업의 지원 ▲건축 행정 개선에 관한 사항 ▲건축 문화 행사 추진에 관한 사항 ▲국민의 건축 문화 향유 기회의 확대에 관한 사항 ▲건축 디자인 기준의 설정에 관 한 사항 ▲건 축에 관한 조사/연구 및 개발에 관한 사항 등으로 정리된다.(‘국가건축 정책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발췌) 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법정 위원회로 16개 부처 장관·처장 및 13인의 건축·도시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범부처 위원회(1기 기준)로서 국토 환경 디자인 개선 및 건축 문화 진흥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제고 및 국가의 품격 향상을 도모하는 성격을 가진 다. 이를 위해 ▲정책 제안 ▲법·제도 개선 ▲교육 및 홍보 ▲건축 문화 진흥 ▲관 련 산업 선진화의 큰 틀 위에 주요 건축·도시 정책에 대한 심의·조정(건축 정책 기 본 계획, 건축 디자인 기준의 설정, 건축 디자인 시범 사업 선정 등), 새로운 국가 건 축 전략 과제의 기획·지원(국가 상징거리 조성 계획 등), 건축 문화 진흥을 위한 선 도적 역할 수행(건축 문화 자산의 보전 및 활용 방안 제시 등)을 맡는다.(김진욱, ‘국 가건축정책위원회의 효과적 운영전략과 추진과제 연구’, 건축도시공간연구소, 2009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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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2기 위원회의 구성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1기~2기(2011년 4월 출범) 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하였다. 2 기 위원회에서 달라진 점은 민간 위원이 확충되고, 당연직 정부 위원이 축소된 것을 꼽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장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문화체육관광 부장관,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지식경제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 환경부장관, 국토해 양부장관이 정부 위원으로 참여하고, 1기 정부 위원으로 활동했던 16개 부처 중 7개 부처의 장이 제외되었다. 이는 ‘건축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위원회와 업무 관 련성이 적은 외교통상부 장관과 통일부 장관 등 당연직 정부 위원 7명을 국가건축정 책위원회 위원에서 삭제한 까닭이다. 1, 2기에 걸쳐 활동한 민간 위원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제1기 민간 위원> △정명원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장(위원장) △류춘수 종합건축 사사무소 이공 대표 △안건혁 서울대 교수 △김광현 서울대 교수 △최두남 서울대 교수 △김인철 중앙대 교수 △손세관 중앙대 교수 △양윤재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김영섭 성균관대 교수 △김혜정 명지대 교수 △최명철 건축사사무소 단우 대표 △ 채선엽 동부엔지니어링 상무이사 △이진숙 충남대 교수
전진삼의 PARA-DOXA 03
<제2기 민간 위원> △이상정 경상대 명예교수(위원장) △구영민 인하대 교수 △김 선미 대한주택토지공사(LH) 처장 △김현선 김현선디자인연구소 대표 △배시화 경 원대 교수 △백운수 미래E&D 대표 △이정면 범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이제 선 연세대 교수 △제해성 아주대 교수 △강준모 홍익대 교수 △김민수 경성대 교수 △김창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회장 △김현숙 전북대 교수 △백명진 서울대 교수 △오경은 피아건축 대표 △이정형 중앙대 교수 △이진숙 충남대 교수 △최막중 서울 대 교수 2013년 1월 18일, 퇴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은 1, 2기 위원들을 초청하여 오찬을 나눈다. 이 자리에서 이상정 2기 위원장은 “위원회도 대통령의 ‘더 큰 대한민국’이라 는 국정 철학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했다”면서 “건설 산업을 고부가 가치 지식 산업 으로 부각하고 건축 역량을 키우고, 젊은이들에게 일자리 창출과 건축사들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해 왔다”(전용기 기자, 파이낸셜 뉴스 2013년 1 월 18일자)고 저간의 활약상을 자평했다. 아마도 위원회의 활동을 주시해 온 거개의 건축인들은 이상정 2기 위원장의 발언에 대하여 쉽게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유명무실했다는 세간의 평가 가 지배적인 까닭이다. 위원회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이 글은 위원회의 활동과 그 성과에 대한 평가가 자칫 감정적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해 저들의 활동 상황이 기록된 위원회 홈페이지 내 ‘위원회 동향’ 게시글의 분 류를 통해 위원회의 관심 주제와 기여도를 판단하는 자료로 집성하고, 그것을 바탕 으로 현재의 식물위원회로 전락한 이유를 살펴보는 데에 목적이 있다. 위원회의 관심 주제 손세관(1기 위원)은 <건축>(0907)에서 우리의 주거 환경이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다양하고 수준 높은 주거 문화가 요구되고 있고, ‘저탄소·녹색 성장’의 국가 비전과 맞물려 도시 내 주거 공간과 의식주 전반에 걸쳐 문화적 패러다임의 전 환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그 배경에는 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뉴 하우징 운동’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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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민적 환기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밖에 해피하우스 콜센터, 임대 주택의 디자인 향상, 점진적 순환 개발, 소단위 공동 개발, 블록형 재건축, 결합 개발, 농어촌 뉴타운, 4대강 수변타운 조성 등의 키워드가 시선을 모은다. 김인철(1기 위원)은 <건축>(0911)에서 ‘건축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행정쇄신위 원회’ ‘건설기술·건축문화 선진화위원회’의 활동 이력을 기반으로 위원회의 발족과 활동이 이전 시기와 연결선상에 있음을 강조한다. 김 위원은 문화의 보편적 가치는 형이상학의 고상함이 아니라 형이하학의 일상성으로 형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축에 대한 일반의 가치 인식이 제고되려면 일반 교육 과정에 건축의 항목이 포함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정(1기 위원)은 <건축>(0912)에서 건축기본법의 취지를 알리고 동시에 제1기 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김 위원은 가시적인 성과에 매달리기보다 1 기 위원회의 위상 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러 행정부처에 건축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국민을 위한 많은 공공시설과 국민 생활 환경 조성을 주도하는 여러 부처를 대상으로 개선을 위한 자문과 건축기본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위원회가 최상위 건축 전문 기구로서 권위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다시 손세관(1기 위원)은 <건축>(1005)에서 위원회의 조직도 및 주요 업무를 중심 으로 상세히 설명하며, 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는 국가건축정책기획단의 역할을 소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중앙부처와 광역지자체, 국책연구기 관의 전문 인력이 배정되어 업무를 수행한다고(*필자 주: 중앙부처명은 기고 당시 시 점으로 기술함) 소개하고 위원회 출범 후 1년 간 활동을 정리하는 형식의 기고문에 서 건축정책기본계획 수립, 국가 상징거리 조성, 뉴 하우징 운동 전개, 4대강 사업과 연계한 여가·관광 거점으로서의 수변 공간 활용 방안 마련 등 중점 과제를 집중 소 개했다. 수변 도시 공모 당선작 수상 취소 사건이 말해 주는 위원회의 어용성
전진삼의 PARA-DOXA 03
개한다. 기획단은 대통령 국토해양비서관이 기획단장이 되며, 국토해양부를 포함한
대한건축학회 저널 <건축>을 중심으로 위원회 출범 초기 단계의 포지셔닝을 위한 위 원회 구성원들의 발언이 모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자구적 노력 과 건축계의 기대 심리가 작동하여 1기 위원회의 활약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1~2기 위원회의 활동은 건축 전문가 집단의 최상위기구로서 갖춰야 할 독립 적 지위를 지켜내지 못한 채 어용 위원회로 전락하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0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다음의 한 가지 사건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이하 국건위)가 4대강 홍보를 위한 도시 설 계 공모 1등 당선작에 보와 제방이 불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수상을 취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9일 “국건위가 지난해 8월 4대강 본류 지역에 들어서는 수변 도시 설계를 공모한 뒤 1등(으로 뽑힌) 설계안이 보·제방 신설이 불필요 하다는 내용을 담아 4대강사업과 정면으로 배치되자 이를 이유로 심사 결과를 무효화시켰다”고 말했다. 1등으로 당선된 ‘구미-황색 공단에서 녹색 수변 도시로’(건축가 조성룡)는 “보 와 제방을 신설하지 않고 홍수 조절과 저수 용량 확보가 가능하다”, “무리하게 물을 확보하고 가두려는 시도들은 결국 실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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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건위는 지난 1월 심사위원단과 함께 합동연석회의를 열어 기존 심사 결과를 무효화하고 1~3등, 입선 10개 작품의 수상 순위를 없애고 모두 ‘공동 당 선작’으로 바꿔 발표했다. 국건위는 국토부에 보낸 공문에서 “보 설치가 불필요 하다는 것은 정부 정책과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심 사 결과를 뒤집은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은 “4대강 사업을 계기로 수변 도시 개발에 활용하고자 실시한 공모에 서 4대강 비판 설계안이 1등으로 선정된 것은 전문가들도 4대강 사업을 지지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4대강이 ‘비판의 성역’이 돼야 하느냐”고 말했 다.(이유주현 기자, 한겨레신문, 2010년 9월 9일자) ‘위원회 동향’ 게시글 목록과 주요 내용 다음은 ‘위원회 동향’ 코너에 게시된 목록을 재정리한 것이다. 1기 위원회의 활동 기 록은 이진숙(1기 위원)의 기고문(2009. 2. 17 게시, no.1)을 포함 4건의 게시글이 2009년에 등록된 전부이고, 2010년에 상기 3인의 1기 위원이 <건축>지에 기고한 글 과 정명원 위원장의 인터뷰 글이 전재된 6건의 게시글로 마감된다. 결과만 보면 1기 위원회 동향을 기록한 것으로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기왕의 게시글 또한 구색을 맞추기 위해 뒤늦게 퍼다 담은 것으로 초기 위원회의 준비성 부족을 여과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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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여 주고 있다. 아래 집성된 ‘위원회 동향’의 게시글 목록은 가급적 등록 시점을 기반으로 정리하였 으며 게시글의 순번을 각 항목의 말미에 함께 괄호로 묶었다. 목록에서 배제한 것 중 에는 위원장의 외부 행사 관련한 축사와 건축계 행사 소개 등이 있다. 초창기 위원회 동향에 대한 기록이 정부 내 소통과 대국민 홍보 수단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다가 2011년 8월 25일과 26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관리되고 있 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은(이 게시판의 동향 보고만 보아서는 1기 위원회가 한 일이 전무하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그나마 2기 위원회 출범 후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 한 것으로 보인다) 저들이 말하는 최상위 건축 전문가 기구의 발원이 무색해짐을 드 러내고 있다. 아래 이어지는 동향 보고 목록은 다소 많은 분량이지만, 독자들의 ‘천천히 읽기’를 권 한다. 그 안에는 위원회 소속 각 부처, 지자체, 관련 기관에서 파견된 하부 구성원들 이 애쓴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 뿐더러 위원회가 지향하고자 했던 목표들을 가시적 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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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2011
‘도심 저층주거지 마을환경개선’ 안건 추진
◇ 제28차 한·일 도시개발협력회의(2011. 2.
서 정비 및 재생방안, 3) 지역 커뮤니티 활성
15~18, 일본 도쿄 일원)에 참가_위원회 소개
화 방안, 4) 재정(보조금 및 기금 등) 확보 방
및 국토 품격 향상을 위한 국가건축정책 방향
안, 5) 지역 대학 등 전문가 연계 방안 및 지
발표. 이 회의는 한·일 양국 간의 도시 분야
자체 추진사업 연계 방안(2011. 8. 25 게시, no.29)
에 대한 정책을 공유하는 자리로 양국 국장급
◇ 제1회 녹색건축 한마당 개최(2011. 6. 24,
회의. 1983년 이후 매년 서울과 도쿄에서 번
EL타워 6층 그레이스홀, 녹색성장위원회와
갈아 개최해 옴.(2011. 8. 25 게시, no.11)
국토해양부 공동주최)_주제: Creative Green
◇ 보육시설 개선을 위한 관계자 협의회 개최
Life Style/지속가능한 녹색생활 창출(2011.
(2011. 5. 18, 국건위 회의실)(2011. 8. 26 게 시, no.13) ◇ 제1차 국건위 현안협의회 개최(2011. 4. 26, 국건위 회의실)(2011. 8. 25 게시, no.14)
8. 25 게시, no.30) ◇ 건축서비스산업 및 건축교육제도 선진화 방 안 연구용역 제2차 중간보고회 개최(2011. 6. 28, 국건위 회의실)(2011. 8. 25 게시, no.31)
◇ 건축5단체장 초청 간담회 1 개최(2011. 5.
◇ 제3차 정책조정분과위원회 개최(2011. 6.
18, 중구 정동 달개비)(2011. 8. 26 게시,
28, 국건위 회의실)_건축문화진흥 및 건축서
no.15)
비스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초안) 검토(2011.
◇ ‘공사 중단 및 방치건축물의 정비 및 활용 방 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2011. 5. 20, 국건 위 회의실)(2011. 8. 16 게시, no.16)
8. 25 게시, no.32) ◇ 제1차 전국순회 건축도시정책 포럼(충청권) 개최(2011. 6. 29, 대전광역시청 3층 대강
◇ 건축5단체장 초청 간담회 2 개최(2011. 6.
당)_지역 주민 및 전문가들의 다양하고 생생
15, 중구 정동 달개비)_국건위 업무계획 설명
한 의견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국민이 생활
(2011. 8. 26 게시, no.17)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건축·도시정책과 미래
◇ 국건위 춘계체육행사(2011. 5. 3, 인천국 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2011. 8. 25 게시, no.18)
사회를 대비하는 건축정책 마련을 위한 포럼 (2011. 8. 26 게시, no.33) ◇ 제4차 정책조정분과위원회 개최(2011. 7. 5,
◇ 국건위 워크숍 개최(2011. 5. 2~3, 인천국제
국건위 회의실)_1) 건축문화진흥 및 건축서
공항공사 인재개발원)_대통령 보고자료 발표
비스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초안) 검토, 2)
및 토의, 안건 발굴 분임 토의 및 춘계체육행
법령 제정 추진 방안 협의(2011. 8. 25 게시,
사 참가(2011. 8 25 게시, no.20)
no.36)
◇ 해피하우스 시범사업 관계기관 협의회 개최
◇ 제2차 합동연석회의 개최(2011. 7. 25, 국건
(2011. 7. 7, 국건위 회의실)(2011. 8. 26 게
위 회의실)_하반기 보고 안건 검토 및 전국순
시, no.19)
회 건축정책 포럼진행상항 논의(2011. 8. 26
◇ 제2차 국건위 현안협의회 개최(2011. 5. 11, 국건위 회의실)(2011. 8. 25 게시, no.22) ◇ 제1차 정책조정분과위원회 개최(2011. 5. 23, 국건위 회의실)_1) 건축서비스산업 연구
게시, no.34) ◇ 도시수출 관련 베트남 공무국외여행(2011. 7. 4∼9, 베트남 하노이/호치민/칸토)(2011. 8. 25 게시, no.35)
용역 추진사항 설명, 2) 건축서비스산업 진흥
◇ ‘건축서비스산업 및 건축교육제도 선진화 방
을 위한 법령 제정 필요성 의견 교환(2011. 8.
안’ 연구 용역 최종보고회(2011. 8. 9, 국건위
25 게시, no.24)
회의실)(2011. 8. 25 게시, no.37)
◇ 국건위 제1차 합동연석회의 개최(2011. 5.
◇ 국건위 제4차 현안협의회 개최(2011. 7. 13,
31, 국건위 회의실)(2011. 8. 25 게시, no.25)
국건위 회의실)_지방자치단체 낙찰자 결정기
◇ 대통령 주재 국건위 제2기 민간위원 간담회
준 개선 계획, 8월 VIP 보고대회 보고 안건 검
(2011. 6. 8, BH 인왕실)_제2기 활동방향 보 고 등(2011. 8. 25 게시, no.26) ◇ 국건위, 녹색위 합동보고대회 개최(2011. 6. 8, BH 영빈관)(2011. 8. 25 게시, no.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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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시재생 사업 현황 등) 및 보전 방안 등
방향, 2) 주거지 전면 재개발 방식 대안으로
토 등(2011. 8. 25 게시, no.38) ◇ 제 2 차 국토환경디자인분과위원회 개최 (2011. 8. 9, 국건위 회의실)_1) ‘서민 저층 주거지 통합적 근린재생 정책방안 연구’ 용
◇ 제2차 정책조정분과위원회 개최(2011. 6.
역 착수 보고, 2) ‘농어촌 경관 향상을 위한 제
15, 국건위 회의실)_건축문화 및 건축서비스
도 개선 및 디자인 제고 방안’ 과업지시서 검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초안) 검토(2011. 8.
토, 3) ‘해외도시개발 활성화를 위한 협력방안
25 게시, no.28)
마련 및 제도개선연구’ 과업지시서 검토, 4) 8
◇ 제1차 국토환경디자인분과위원회 및 전문가
월 VIP 보고대회 안건 ‘서민 저층 주거지 주
회의 개최(2011. 6. 23, 국건위 회의실)_1)
거환경개선’ 진행상황 보고(2011. 8. 16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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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9) ◇ 국건위 제5차 현안협의회 개최(2011. 7. 18, 국건위 회의실)_8월 VIP 보고대회 보고 안건 검토(2011. 8. 25 게시, no.40) ◇ 국건위 사회봉사활동 실시(2011. 7. 28, 인제 신남 집짓기 현장)(2011. 8. 26 게시, no.41) ◇ 국건위 제6차 현안협의회 개최(2011. 8. 8, 국건위 회의실)(2011. 8. 25 게시, no.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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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문화행사 내실화 및 활성화’ 추진단 1차 회의 개최(2012. 1. 26, 국건위 회의실)_건축 문화행사 집중 개최기간 협의 및 건축문화행 사와 UIA 연계 방안 논의(2012. 1. 30 게시, no.55) ◇ 신진 건축사 발굴,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관
◇ ‘도시 내 공공공간의 활용 실태 조사 및 효율
계 기관 회의(2011. 11. 9, 국건위 회의실)_1)
적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 연구’ 착수 보고회
젊고 창의적인 신진 건축사에게 제한된 범위
(2011. 8. 16, 국건위 회의실)(2011. 8. 25 게
내에서 기회를 제공하는 취지 및 필요성 공감,
시, no.43)
2) 신진 건축사 범위 규정 필요성 논의, 3) 연
◇ 제5차 정책협의회 개최(2011. 8. 18, 국건
령제한보다 사업의 규모 및 발주기관에 따라
위 회의실)_1) 주상복합건물(300세대 미만)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 설정 검토,
및 다중이용시설물 감리제도 개선방안, 2) 건
4) 공공기관의 선도적 사업 추진, 5)법·제도
축서비스산업진흥법(안)(2011. 8. 25 게시,
개선, 보완을 통한 명시적 근거 마련으로 신진
no.44)
건축사 발굴, 지원 사업의 지속성 부여(2012.
◇ 건축 진흥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 협의(2011.
1. 30 게시, no.56)
8. 25, 노보텔 엠배서더 호텔, 5단체 공동개
◇ 해외도시개발 활성화를 위한 협력방안 마
최)_1)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안), 2) 녹색
련 및 제도 개선 방안 중간보고회 개최(2011.
건축물 조성 지원법(안), 3) 건축물 유지관리
12. 26, 국건위 회의실)_1) 해외도시건설사
제도 건축법 개정(안) 등 설명 및 건축계 의견
업 지원방안, 2) 도시네트워크 국가체계 구축
청취(2011. 8. 26 게시, no.45)
방안, 3) 지원조직과 개선방안(조직, 금융, 법
◇ 제3차 국건위 현안협의회 개최(2011. 6. 15,
률)(2012. 2. 1 게시, no.57)
국건위 회의실)_1) 분과별 안건 분장, 2) 위원
◇ 건축교육제도 선진화 방안 관련 자문회의 개
회 홍보 브로셔 제작 방안 등(2011. 8. 25 게
최(2012. 2. 1, 국건위 회의실)_1) 건축교육
시, no.46)
제도 개선과 관련한 지속적인 추진방안 검토,
◇ 제2차 전국순회 건축도시정책 포럼(호남권) 개최(2011. 8. 30, 광주광역시 5.18기념 문화 센터 2층 대동홀)(2011. 8. 26 게시, no.47) ◇ 산관학 합동 포럼, 위원장 특별강연(2011. 8. 25, 건축회관 대회의실)_산업계와 학계의 포
2) 건축사법 시행령 입법 예고(안)에 대한 의 견 수렴(2012. 2. 2 게시, no.58) ◇ 공공공간 연구 용역 중간보고회 개최(2011. 12. 20, 국건위 회의실)(2012. 2. 2 게시, no.59)
괄적 협력관계 증진 및 유기적인 산관학 협동
◇ 국건위 워크숍 개최(2011. 12. 16∼17, 평창
체제 구축 등 정책 개발을 위한 포럼(2011. 8.
알펜시아)_2012 국건위 업무계획에 대한 민
26 게시, no.48)
간위원과 국토부 관계자들의 논의(2012. 2. 3
◇ 제7차 국건위 현안협의회 개최(2011. 9. 1, 국건위 회의실)(2011. 9. 7 게시, no.49) ◇ 제1기 민간위원과의 간담회(2011. 9. 22, 메 리어트 호텔 LL층 미팅룸5)(2011. 9. 26 게 시, no.50) ◇ 세계건축가연맹(UIA) 2017년 총회 서울 유 치를 위한 위원장 활동(2011. 9. 29∼10. 1)_ 유치 신청 후보 도시: 서울, 싱가포르, 멕시코 시티(2011. 10. 6 게시, no.51) ◇ ‘해외도시개발 활성화를 위한 협력방안 수 립 및 제도 개선’ 연구 착수보고회 개최(2011. 9. 27, 국건위 회의실)(2011. 10. 10 게시, no.52) ◇ ‘서민 저충주거지 통합적 근린재생 정책방안 연구’ 중간보고회 개최(2011. 10. 11, 국건위 회의실)(2011. 10. 25 게시, no.53) ◇ 설계·감리 전문가 손해배상책임보험 관련 단체 회의 개최(2011. 10. 28, 국건위 회의 실)(2011. 11. 2 게시, no.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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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게시, no.60) ◇ 2 0 1 2 국건위 제1 차 합동연석회의 개최 (2012. 1. 13, 국건위 회의실)(2012. 2. 3 게 시, no.61) ◇ 제1차 정책조정분과위원회 회의 개최(2012. 2. 8, 중구 정동 달개비)(2012. 2. 8 게시, no.62) ◇ 국건위 제2차 합동연석회의 개최(2012. 2. 9, 국건위 회의실)_1)시도 공무원 워크숍 개최 계획, 2) 전국순회 건축도시정책 포럼 추진계 획 논의(2012. 2. 10 게시, no.63) ◇ 제 1 차 국토환경디자인분과위원회 개최 (2012. 2. 8, 국건위 회의실)(2012. 2. 10 게 시, no.64) ◇ 건축행정시스템(세움터) 구축 현황 및 현안 사항 발표회 개최(2012. 2. 13, 국건위 회의 실)(2012. 2. 10 게시, no.65) ◇ 제1차 건축문화진흥분과위원회 개최(2012. 2 . 9 , 국건위 회의실)(2 0 1 2 . 2 . 1 0 게시,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협의(2012. 3. 16 게시, no.81) ◇ 농어촌 경관 개선 방안 연구용역 점검회의
의 개최(2012. 2. 14, 국건위 회의실)(2012.
(2012. 3. 23, 국건위 회의실)(2012. 3. 23 게
2. 16 게시, no.67) ◇ 제 2 차 국토환경디자인분과위원회 개최 (2012. 2. 15, 국건위 회의실)_운영방향 등 논 의(2012. 2. 17 게시, no.68)
시, no.82) ◇ 제3차 정책조정분과위원회 개최(2012. 4. 6, 국건위 회의실)(2012. 3. 26 게시, no.83) ◇ 제도 개선-지방자치단체 입찰시 낙찰자 결
◇ 건축 관련 전문단체(건축구조·소방·정보
정 기준 개선으로 소규모 건축사사무소 어려
통신·조경·전력기술인협회)장 초청 간담회
움 해소에 기여(행정안전부 회계 예규 개정,
개최(2012. 2. 17, 중구 정동 달개비)(2012. 2. 17 게시, no.69) ◇ 제2차 건축문화행사 내실화 및 활성화 추진 단 회의 개최(2012. 2. 17, 국건위 회의실) (2012. 2. 20 게시, no.70)
2012. 4. 2 시행)(2012. 4. 2 게시, no.84) ◇ 국토공간 이용현황 조사 및 정보구축 방안 연 구‘ 용역 착수 보고회 개최(2012. 4. 12, 국건 위 회의실)(2012. 4. 6 게시, no.85) ◇ 신진 건축사 대상 설계 공모 시범사업 추진
◇ 2 012 시도 건축 및 도시행정공무원 워크숍
사항 자문회의 개최(2012. 4. 9, 국건위 회의
개최(2012. 3. 8∼9, 천안 휴러클 리조트)_1)
실)_1) 제출서류 간소화, 2) 심사과정 일반에
국가건축정책방향 및 지방자치단체의 다양
게 공개 방안 검토, 3) 2단계 응모작 작성기간
한 정책 아이디어 공유, 2) 중앙과 지방 간 건 축정책 소통 강화 및 협력체계 구축(2012. 2. 21 게시, no.71) ◇ 신진 건축가 발굴 및 지원 방안 마련을 위 한 회의 개최(2012. 2. 28, 국건위 회의실) (2012. 2. 24 게시, no.72) ◇ 제1차 정책조정분과위원회 회의 개최(2012. 3 . 5 , 국건위 회의실)(2 0 1 2 . 2 . 2 9 개시, no.73)
연장 검토 등(2012. 4. 10 게시, no.86) ◇ 건축사 손해배상책임보험제도 활성화를 위 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 개최(2012. 4. 9, 국 건위 회의실)(2012. 4. 12 게시, no.87) ◇ 전 국순회 건축도시포럼(충청권 2 ) 개최 (2012. 4. 19, 청주시 고인쇄박물관)(2012. 4. 20 게시, no.89) ◇ 2 012 제1차 AURI 정책토론회 공동개최 (2012. 4. 20, 서울 건설회관 2층 중회의
◇ 신진 건축가 발굴,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관
실)_1) 건축설계 산업의 위기와 전망, 2) 건축
계 기관 실무회의 개최(2012. 2. 28, 국건위
서비스산업의 현주소와 진흥법(안) 추진 현황
회의실)_1) 설계공모운영지침 개정은 정책연
등 주제발표와 토론(2012. 4. 27 게시, no.91)
구용역 결과에 따라 추진, 2) 신진 건축가 설
◇ 한국전통정원 기준 및 보급 활성화 방안 연구
계 공모 사업은 대상지 파악하여 추가, 3) 신
용역 시행계획 자문회의 개최(2012. 5. 1, 국
진 건축가 육성방안 건축정책위원회 보고 추 진(2012. 3. 2 게시, no.74)
건위 회의실)(2012. 5. 1 게시, no.92) ◇ 제4차 정책조정분과위원회 개최(2012. 5.
◇ 해외도시개발 활성화를 위한 협력방안 및 제
11, 국건위 회의실)_FTA 세부사항 추진 대비
도개선방안 세미나 개최(2012. 2. 29, 분당
전문직 서비스 작업반 조속 설치 필요, 관계
LH오리사옥 3층 국제회의실)_1) 서울대 정
기관 회의 개최하여 논의(2012. 5. 15 게시,
창무 교수팀 연구용역 결과 보고(2012. 3. 2 게시, no.75)
no.95) ◇ 건축설계 효율성 제고를 위한 관계부서 회의
◇ 제2차 정책조정분과위원회 개최(2012. 3. 5,
개최(2012. 5. 24, 국건위 회의실)_1) 건축설
국건위 회의실)_1) 공공건축 총괄관리를 위
계시 지적 전산파일 제공에 관한 관계부서 검
한 로드맵 필요, 2) 건축 관련행사 내실화와
토의견 발표, 2) 건축행정시스템, 부동산 행
국민 참여형 축제의 장으로 확대, 3) 각종 기
정정보 일원화 사업 추지현황 및 추진계획 등
준 마련시 관계 기관과 정보 공유하여 체계적 접근 필요(2012. 3. 5 게시, no.76) ◇ 신진 건축가 대상 설계공모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회의 개최(2012. 3. 15, 국건위 회의실) (2012. 3. 8 게시, no.77) ◇ ‘도시 내 공공공간의 활용 실태조사 및 효율 적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 연구용역 최종보고 회 개최(2012. 3. 6, 국건위 회의실)(2012. 3. 8 게시, no.78)
전진삼의 PARA-DOXA 03
no.66) ◇ ‘건축교육제도 선진화방안’ 관련 2차 자문회
(2012. 5. 25 게시, no.97) ◇ 해외도시개발 활성화 연구 관련 법률개정 (안) 자문회의 개최(2012. 6. 1, 국건위 회의 실)(2012. 6. 1 게시, no.98) ◇ 전국순회 건축도시정책포럼(호남권) 개최 (2012. 6. 30,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장)(타 자료에서 보완) ◇ 제3차 국토환경디자인분과회의 개최(2012. 6. 7, 국건위 회의실)_1) ‘지방 중소도시 노후 주
◇ 건축5단체장 초청 간담회 개최(2012. 3. 14,
거지 정비방안’연구용역 시행 보고, 2) ‘공공공
중구 정동 달개비)_1) UIA 준비위 구성 관련
간 가치 창출 및 이용활성화 방안’ 법제도 개
협의, 2) 건축물 유지관리 점검 시행 등 사안
선사항 검토(2012. 6. 8 게시, no.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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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 제6차 합동연석회의 개최(2012. 6. 14, 국건
◇ 건축사 실무교육 실시(2012. 10. 24∼25, 코
위 회의실)_1) 부산시 건축기본계획, 2)해외
엑스 세미나실 307호)_국가건축정책 및 건축
도시개발 활성화 방안 관련 진행사항 등 검토
설계 시 지적전산파일 활용에 대한 시범 서비
(2012. 6. 15 게시, no.100) ◇ ‘건축교육제도 선진화 방안’ 관련 자문회의
스 등(2012. 10. 29 게시, no.115) ◇ 전국순회 건축도시정책 포럼(대구경북권) 개
개최(2012. 6. 15, 국건위 회의실)_건축학 교
최(2012. 10. 31, 김천)(타 자료에서 보완)
육제도 개선 관련 설문 조사 계획 등(2012. 6.
◇ ‘건축설계 효율화를 위한 지적 전산파일 제
19 게시, no.101) ◇ 제2차 건축도시정책토론회 개최(2012. 6.
공’ 관련 성과보고 회의 개최(2013. 2. 4, 국 건위 회의실)(2013. 2. 13 게시, no.116)
21, 논현동 건설회관 2층 중회의실)_1) 정
◇ 전국순회 건축도시정책 포럼(수도권) 개최
부 주도 건축, 도시 공모 사업의 현황과 과제,
(2012. 11. 22, 인천광역시 컨벤시아)(타 자
2) 지역 역량 강화를 위한 지역 기반 건축, 도
료에서 보완)
시 사업의 개선 방향 모색(2012. 6. 22 게시,
전진삼의 PARA-DOXA 03
no.103)
pcap.go.kr>, ‘위원회 동향’(2009. 2.17∼2013.
연구 용역 중간 보고회 개최(2012. 6. 26, 국
2. 13) 기록을 중심으로 정리하였으며 누락 자
건위 회의실)(2012. 6. 29 게시, no.104)
료는 동 홈페이지 내 ‘정책참고자료’ ‘보도자료’
◇ 건축사 손해배상책임보험 활성화를 위한 연
‘행사사진’ 등에서 보완 정리함. 게시글 중 ‘기획
구 용역 중간보고회 개최(2012. 7. 3, 국건위
단 회의실’ 및 ‘국건위 9층 회의실’은 ‘국건위 회
회의실)_한미 FTA 등 건설 환경의 변화에 맞
의실’로 통일함. 본문 중 동일 주제 관련하여 표
춰 기존 제도를 보완하여 건축사 업무환경을
기된 ‘신진 건축사’와 ‘신진 건축가’ 표기는 원문
개선하고 설계, 감리의 품질 향상 및 국제경쟁
대로 옮김.)
력 제고 방안 모색(2012. 7. 6 게시, no.105) ◇ 제3차 전국순회 건축도시포럼(동남권) 개최 (2012. 7. 11, 울산광역시청 대강당)(2012. 7. 13 게시, no.106) ◇ ‘지방 중소도시 노후주거지정비방안 연구’ 용 역 착수보고회 개최(2012. 7. 18, 국건위 회 의실)(2012. 7. 19 게시, no.108) ◇ ‘농어촌 경관의 실증적 연구를 통한 제도개 선방안에 관한 연구’ 최종보고회 개최(2012. 7. 17, 국건위 회의실)(2012. 7. 19 게시, no.109) ◇ 건축물 패시브디자인 가이드라인 공개 세미나 개최(2012 7. 24, 대한건축사협회 1층 국제 회의장, 사협회 공동개최)(2012. 7. 25 게시, no.110) ◇ 한국전통정원 연구용역 착수보고회 개최 (2012. 7. 24, 국건위 회의실)(2012. 7. 25 게 시, no.111) ◇ 제8차 합동연석회의 개최(2012. 8. 16, 국건 위 회의실)_1) UIA 추진 현황, 제13회 도코 모모 국제총회 유치결과 보고, 2) 정책자료 집 발간 및 녹색건축대전 추진현황 등 보고 (2012. 8. 17 게시, no.112) ◇ ‘국토공간 이용현황조사 및 정보구축방안 연 구’ 용역 최종보고회 개최(2012. 9. 12, 국건 위 회의실)(2012. 9. 13 게시, no.113) ◇ 제4차 전국순회 건축도시정책 포럼(강원· 제주권) 개최(2012. 9. 14, 춘천시)(타 자료 에서 보완) ◇ 한국전통정원 연구용역 중간보고회 개최 (2012. 10. 19, 국건위 회의실)(2012. 10 16 게시, no.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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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홈페이지 <www.
◇ ‘국토공간 이용현황 조사 및 정보 구축 방안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기사회생했으나 존재감 없는 위원회와 그 원인자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반년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국가건축정책위원회 3기의 출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더하여 위원회의 업무를 지원하는 국가건축정책지원단 의 실체도 사라졌다. 현재의 위원회 홈페이지는 2기 위원회가 사용하던 그대로 유령 기구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 흔한 ‘홈페이지 리모델링 공사 중’이란 문구로 감춰져 있지도 않다. 올해 초 이 정부의 조각을 도운 인수위에서 대통령 소속 위원회를 20개에서 3개로 축소하고 나머지는 폐지한다는 조직개편안과 함께 국가건 축정책위원회도 폐지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기정사실화되었다가 기사회생한 기 억이 있기에 현 정부가 본 위원회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끼어드는 것이다. 위원회의 명칭만 살아 있을 뿐 구성원의 선임은 물론 기획단이 받쳐 주지 못하는 위 원회는 말 그대로 식물위원회에 다름 아니다. 전직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은 각기 다른 입장에서 나름 명분을 가지고 건축이 열쇠어가 되는 대통령 자문 또는 소속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한 바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를 통해서는 그것의 마인드가 문화에서 출발한 것이든, 건설에서 발기한 것이든 건축에 대한 개인적 견 해를 공공연하게 발설한 예를 들어본 적이 없다. 기왕에 존치시킨 위원회이고, 그것이 건축기본법의 배경을 입고 있는 것이기에 이 후 어떤 형식으로든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정리하자. 식물위원회도 존재감을 유지하 고 있을 때의 일이다. 존재감이 없는 위원회는 ‘식물’이란 수식어조차 사치다. 그렇다 면 이 정부에서는 ‘건축’ 또는 ‘건축 정책’에 대한 이해 결여 내지는 오해가 있는 것인 지도 모른다. 그것의 원인자를 지난 1, 2기 위원회의 동향에서 찾아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첫 번째 원인자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위원회의 수장, 즉 위원장의 사회적 지명도와 분명한 철학의 성향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1기, 2기 위원장 공히 건축계 내에서 리 더십을 갖춘 인물들은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학연으로 연결되거나 지휘하기에 편한 인물 선에서 정리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일국의 건축 전문가 최 상위 기구의 수장이 될 인물이라면 그만한 존경을 한몸에 받는 인물이라야 맞다. 대 통령의 정치적 입김으로 판단되는 자리이긴 하지만, 위원장은 명실상부 ‘국가 건축 가’라는 별칭을 더하여 임명장을 주어야 할 만큼 건축에 관한 철학과 소신과 재량이 있어야 한다. 그 같은 관점에서 1, 2기 위원장은 적임자로 보기엔 한계가 많았다. 두 번째 원인자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위원회라는 기구의 출발 지점에서 찾을 수 있 다. 어떤 성격의 위원회도 그것을 설치하는 편에서는 어느 하나 대의명분에서 그릇 된 것이 하나도 없다. 그것이 문제다. 건축기본법이 건축 전반의 시스템을 선진적으 로 개선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며, 개별 건축과 도시 환경의 공공적 가치 를 제고하고, 건조 환경을 통한 국가의 품격을 상승시킨다는 큰 뜻을 현재화시키기 위하여 위원회의 설치(건축기본법 제4장)와 5년 주기로 국토부 장관이 건축정책기 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의무화한 조항(건축기본법 제3장)을 만들어낸 것이 수확임은 확실하다. 이를 근거로 잠자고 있던 건축의 문화적, 지식서비스 산업적 둘 레길이 생기하고 힘을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존치는 적어도 정부 위원으 로 참여하는 7개 부처 수장과 그의 수하들과의 항상성 있는 소통의 전제가 된다는 점 에서는 이의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조직도(組織圖) 이상의 의미를 거두고 있지 않다 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그러하기에 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이라는 이름값을 못하고 국토부 산하 기구로 위상 전이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의 구조적 한계 상 황을 안고 있다. 이는 위원회의 동향 보고에 비춘 사업의 성격과 회의의 화두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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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쉽게 읽을 수 있다. 정황이 이러하니 굳이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꾸려가고픈 생각이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세 번째 원인자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위원회에 관한 건축사회의 무관심이다. 전술 했듯 위원장의 존재감도 없고, 어쩌다 언론에 드러난 위원회의 활동 사진은 대통령 과 어울려 폼 잡고 선 모습 정도였고, 그나마도 왜 저들이 대통령과 함께 있는가를 궁 금해 하는 이들이 없었으며, 당연히 위원회 위원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건축인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도 이를 반증하고도 남음이 있다. 당장은 현금의 ‘식물위원회’ 의 오명조차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위원회의 위상으로 전 락한 것은 이 위원회가 선각자를 자임하는 건축 선배, 동료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산 물임에는 틀림없지만, 동시에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면 건축계 수많은 종사자들은 물론 국민적 응원을 받지 못하는 무용한 위원회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네 번째 원인자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위원회의 명칭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건축 정책’이 배제된 채 토건 국가로 치달아온 과거지사가 건축기본법에서 이 위원회의 이름을 규정하는 뒷심이 되었지만, 액면 그대로 위원회의 이름치고는 건축 내부자적 인 욕구가 분출된 시선만이 모아져 있을 뿐, 건축의 바깥에서 이를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과 배치되고 있음은 간과하고 있다. 건축인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조차 좀더 말랑말랑하고 호심을 자극할 수 있는 명칭이 있었을 법한데, 법률 본위의 경직된
와이드 FOCUS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있지 못한 까닭에, 무겁고 범접하기에 싫은 위원회 이름으로 탄생한 것에 혐의를 물을 수 있다. 일개 (비)영리단체의 명칭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 위원회의 이름은 이후 법 개정의 절차를 통해서라도 개명이 필요 한 이유다. 다섯 번째 원인자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대놓고 어용 위원회’였다는 점이다. 대표적 인 사례는 앞에서 소개한 4대강 사업 관련 수변 도시 공모 당선작 수상 취소 사건에 서 확인할 수 있다. 반환경적 4대강 사업의 실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도마에 오르고 있는 오늘날, 출범 후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선전 기구로 전락한 이 위원회 에 대한 평가에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이 후한 점수를 줄 리 만무하다. 이는 건축계 내 부의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분위기는 건축계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잠재 적 폴리텍트(politect, *필자 주: 정치권과 밀교하는 건축가를 의미)들의 존재를 환기 시킨다. 현재도 이들은 한국건축의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전령마냥 으스대고 떠받 쳐지는 상황에서 그 실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축과 정치의 공속을 거부하는 것 은 아니지만 정치적 술수와 정치인들과의 교분을 앞세운 인간형들이 득세하는 분위 기에선 어용 위원회의 딱지를 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1, 2기 위원회 민간 위원 중 에는 재임 기간 중 사적인 비즈니스를 접고 위원회 업무에 헌신적으로 종사한 이들 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극히 소수의 그들에겐 미안한 발언임을 알지만, 정리하건대 대통령의 ‘방위대’ 위원회로 낙인찍힌 저간의 행적은 앞으로 이어질(향 후 ‘식물위원회’의 오명을 벗고 되살아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며, 그렇게 된다 고 가정했을 때) 이 위원회의 행보에 적이 부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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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W O R K 분당 메모리얼파크 사옥 & 부티크 호텔 M Bundang Memorial Park Office & Boutique Hotel M
1 진행_정귀원 본지 편집장
사진_남궁선 (본지 전속 사진가, 별도 표기 외)
분당 메모리얼파크 사옥 대지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산 75번지 외 지역 지구: 자연 녹지 지역 용도: 묘지 관련 시설 규모: 지상 1층 건축 면적: 416.08㎡ 연면적: 395.05㎡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주요 재료: 미송 노출콘크리트, 삼목 사이딩, 화강석 정다듬 설계 담당: 오민아, 김재훈, 이대우 구조: HS 구조 시공: (재)분당메모리얼파크 직영 공사
김동원
건축주: (재) 분당메모리얼파크
Kim Dongwon 부티크 호텔 M 대지 위치: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김동원 숭실대학교 건축공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성동리 666-3 대지 면적: 1,789.1㎡
종합건축사사무소 두우, 유걸 건축연구소, 최두남
지역 지구: 개발 진흥 지구, 관리 지역,
건축사무소에서 실무를 쌓고 Studio ZT를 개소해
지구단위계획 구역(제2종)
활동해 오고 있다. 숭실대학교, 전주대학교, 경희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고, <건축과 나>전, <북경공업대학건축성시학원> 초청전, <청도이공대학> 초청전, 갤러리 정미소 공동기획전 등의 전시회를 가진 바 있다. 주요 작품으로 효성원 장례식장, 남서울 공원 묘원 납골 시설 계획, 중동 치과병원, 노들섬 카페테리아 등을 비롯하여 다수의 주택 설계가 있다.
용도: 숙박 시설(여관) 규모: 지하 1층, 지상 4층 건축 면적: 869.81㎡ 연면적: 3,584.05㎡ 건폐율: 48.62% 용적률: 117.83%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주요 재료: 노출콘크리트, T24 복층 유리 (Back Paint, Frosted) 설계 담당: 오민아, 최태수 구조: HS 구조 설비 설계: Forest Mec 전기 설계: 화용이엔씨 무인 시스템: 금하산업전자 시공: (주) 제효 건축주: (주)제이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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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메모리얼파크의 납골벽과 납골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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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DIALOGUE 눈에서 몸으로, 그 시작
효성원에서 시작된 분당 메모리얼파크 프로젝트 ‘메모리얼파크 사옥’ 훨씬 이전에 장묘 시설과 관련하여 ‘효성원’을 설계했던 것으로 안다. 효성원은 당시(1999년)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건축 유형, 즉 독립 건축물로서의 장례식장이었다. 현 분당메모리얼파크의 전신이었던 남서울공원묘지 내에 위치했는데, 장례식장, 화장장, 납골당, 조각 공원 등을 갖춰 장례로부터 매장까지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종합 장묘 단지를 조성하려는 건축주 의 의지와 요청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묘지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건축을 해석하여 부지 배면의 완만 한 경사지는 종합 시설로의 확장을 위한 마당으로, 건물의 형태와 배치는 종합 시설의 첫 번째 건물 이자 시설 단지를 위한 출입구로서의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몇 년 전 분당 테크노 파크
그렇다면 꽤 오래전부터 분당 메모리얼파크와 인연을 맺어 왔겠다. 관련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맡 는 데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효성원 설계하면서부터 15년째다. 장기 프로젝트들을 마스터플랜과 함께 수행해 오고 있는데, 작업 의 결과물들이 자리잡아 가거나 변화해 가는 모습을 쭉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축에 대한 생각의 변화도 건축주와 지속적으로 공유하다 보니 복잡한 설명 없이 진행되는 장점도 있지만, 프로 젝트 기간이 길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여러 프로젝트가 엇물려서 돌아가니 완성까지 보통 4~5년은
WORK 1 dialogue
의 일부로 수용되어 운영을 중단하고, 지금은 빈집으로 남겨져 있다.
족히 걸리니까. 아무튼 자연 속에 위치한 넓은 대지를 오랜 시간에 걸쳐 다룬 만큼, 우리 사무실은 지 형을 다루는 덴 이골이 났다.(웃음) 현재도 납골벽과 납골묘를 공사하고 있고, 또 앞으로 진행할 계획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 봉안담이라고 불리는 벽체형 야외 납골당 시설들을 계속 진행 중이고, 이것들이 집합체로서 계획된 단지를 설계, 시공하고 있다. 벽체형 야외 납골당을 클러스터 형태로 배치하여 작은 마을의 느낌이 나도록 계획한 것인데, 내년 완공 예정이다. 이 단지가 조성되면 주차장 마련이 시급할 것이다. 결국 현재의 사옥이 서 있는 위치밖에는 없다. 효성원과 같은 운명이라 무척 아쉽긴 하지만, 헐리는 건 어 쩔 수 없을 것 같다. 새 사옥에 대한 스케치는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외에도 소규모의 납골 당, 특별한 묘소들, 마스터플랜 등이 지속적으로 계획되고 있다. 시각보다는 다른 감각을 고민하기 시작하다 그동안 해 왔던 작업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여 주는 작품이라 의미가 있을 텐데, 아쉬움이 크겠다. 이 작풉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뭔가. 건물이 주변과 만나는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안에서 어떻게 질서를 만들고 움직임을 유도할 것 인가에 집중했다. 효성원과 메모리얼파크 사옥은 같은 땅에 있지만 분명한 시간차를 드러낸다. 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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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 전경. 도로와의 사무적인 관계를 드러내는 긴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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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시각에 집중한 건물이다. 공간을 만들면서 투시도를 무척 많이 그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공 간을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주된 관심사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사옥은 그렇지 않다.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애초부터 어느 한 지점을 카메라의 앵글로 들여다 본 것 같은 뷰로 스케치하지 않았다. 자연 속에 건 물을 배치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맥락이 조직되어 있는 도시와는 달라서 땅의 흐름을 읽어 내고 스스 로 관계를 만들어 내는 고민이 필요하다. 효성원에서는 외부를 향한 벽과 외부 코어를 이용하여 그 관계를 만들고자 했었다면, 이 사옥에서는 내부의 일부를 비움으로써 자연을 끌어들여 섞일 수 있도 록 했다. 좀더 무뚝뚝하지만 간결하고 명확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투시도적인 접근보다는 평면 스 케치를 통해 중정을 싸고 도는 연속적인 동선, 땅의 흐름, 틈새로 언뜻 보이는 자연을 고민했고, 건물 이 시각적 대상이 되는 것을 지양했다. 이때부터 시각보다는 다른 감각을 담는 건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 같다. 사각형 건물의 내부 공간 구성이 단순해 보인다. 평면 계획에서 주안점은 무엇이었나. 우선 프로그램에 따라 건물을 둘로 나누고, 리셉션/상담실/이사장실을 한쪽에, 디자인실/현장사무 실/임원실을 또 다른 한쪽에 배치했다. 이 둘은 입구 부분의 전실과 이사장실-디자인실 사이의 브릿 지로 연결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건물 가운데에 작고 길쭉한 중정을 형성한다. 막힘 없이 순환되는
WORK 1 dialogue
공간을 구성해 보고 싶었다. 단순한 박스 형태의 매스는, 굳이 별난 기하학을 쓰지 않더라도 합리적으로 건축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교된 벽과 슬래브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속도감이 있고,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구현해 내는 건축가들을 볼 때면 힘이 빠지기도 한다.(웃음) 빠른 것보다는 느린 것, 진지하게 경험하 는 것들에 관심이 많다. 여전히 네모 안에서 만들어 보고 싶은 것들이 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속도의 증가에 보조를 맞출 수 있는 감각은 시각이 아닐까. 하루가 다른 세상이고, 세상은 언제나 새로움을 요구한다. 그러한 새로움에 대한 강박관념이 현재 우리 사회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현상 아닐까. 모두가 새로움 을 찾는다면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현재의 가치를 찾는 일이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많 은 문제들은 새로움과 효율에 대한 숭배에 기인한다. 물론 흥미로운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내는 좋은 작업들을 폄하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그런 건물의 접근 과정을 흥미롭게 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좀더 근본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느린 작업을 하고 있다. 시각은 반응 속도가 빠른 만큼 피로도 가장 빨리 찾아오는 감각이다. 시각 이외의 감각에 관련된 일, 이를테면 공간을 지각하는 것, 바람을 느끼 는 것, 도시를 발로 읽어 내는 것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기억에도 오랫동안 남는다. 시간을 드러내는 요소들 입구가 있는 곳이 건물의 정면일 텐데, 데크를 가진 연못 쪽 입면 혹은 가늘고 긴 창이 나무들과 어 우러지는 쪽의 입면도 입구 쪽만큼 인상이 깊다. 이 건물에서 정면성은 별 의미가 없다. 각 방향은 대면하고 있는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갖기 때문이다. 연못과 억새가 있는 입면, 큰 나무 그림자의 캔버스 역할을 하는 창 없 는 벽면, 도로와의 사무적인 관계를 드러내는 긴 창, 인공 진입로와 경사진 땅에서 바라본 물성의 대 비, 브릿지 아래로 연속된 경사면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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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목재 사이딩과 노출 콘크리트, 그리고 담쟁이넝쿨이 이 건물의 시간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멋을 더해 갈 것이다. 열처리된 스크류에서 흐르는 녹물이 적층되면서 입면 에 묘한 패턴을 만들고 있는데, 이미 목재 사이딩(siding)의 얼룩덜룩한 기본 톤 자체도 다양한 느낌 을 자아내는 데 한몫하고 있다. 현실적인 이유에서 자체 색감이 좋은 원목을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일스테인 배합비 실험을 거쳐 네 가지의 미묘한 농도차를 갖게 된 적삼목을 썼다. 이들을 서로 엇 갈리게 배치하였고, 이 진하고 흐린 사이딩이 얼룩덜룩한 느낌을 애초부터 만들어 냈던 것이다. 느낌 이 나쁘지 않다. 지금 보니 노출 콘크리트 위의 담쟁이도 제법 많이 자랐다. 그린 파사드를 의도한 건 아니었고, 어느 정도 적당한 선까지만 올라간다면 더 근사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장묘 시설 내의 오피스 건축이다. 이러한 배경이 설계에 미친 영향은 없었는지. 삶과 죽음, 죽음과 건축 등은 장묘 시설 프로젝트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곤 하는 화두이다. 또, 노출 콘크리트나 내후성 강판 같은 재료들이 영속성을 표현하는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재 료들은 삶과 죽음에 특별히 적합해서라기보다 건축가들이 선호하는 재료이기 때문에 더 사랑 받는 것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용도보다 건축이 놓인 장소, 환경, 그리고 프로젝트의 사회적 성격에 따라 재료들을 선정하고 있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 사옥을 설계하면서 묘지 관련 시설이라는
발표된 작품이 적기도 하지만, 작업과 관련된 말을 아끼는 듯하다. 말을 앞세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건축을 말로 포장하는 행위, 특히 동의하기 어려운, 정확하 지 않은 개념들로 포장하는 일을 경계하며, 말보다는 건축으로 보여 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물 론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컨셉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건축에 대한 생각들이 농익어서 자연스 럽게 표현되려면 좀더 많은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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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않았다.
사옥의 리셉션. 틈새로 언뜻 보이는 자연. 사진 김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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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전경. 지금은 담쟁이넝쿨이 꽤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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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측 전경. 큰 나무 그림자의 캔버스 역할을 하는 벽면
경사진 땅과 물성의 대비
연못과 억새가 있는 북측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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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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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가운데 형성된 작고 길쭉한 중정. 내부의 일부를 비움으로써 자연을 끌어들이다.
사무실에서 중정 너머 바라본 리셉션
브릿지로 연결된 막힘 없이 순환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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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데크를 통해 바라보는 풍경. 사진 김종오
WORK 1 dialogue
북측 데크
각 방향은 대면하고 있는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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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
1.주출입구
5
2.리셉션 3.사무실
6
4. 화장실 5. 스탭 사무실
서측 입면도
6.유틸리티
5
7.브릿지
2 6 1
3
5 5
북측 입면도 1층 평면도
WORK 1 dialogue
동측 입면도
남측 입면도
지붕층 평면도
단면도A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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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효과가 더 중요했던 무인호텔 호텔 M을 얘기해 보자. 다시 ‘눈의 즐거움’을 위한 건축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이 경우는 메모리얼파크 사옥과 시기는 비슷하지만 같은 고민을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무인호 텔’이라는 기능을 최대한 만족시켜야 했다. 몇 가지 재미를 부여하면서 파사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이유이다. 1실 1주차형 객실을 포함하는 무인호텔(manless hotel)로서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건물을 소개해 달라. 차량 이동 동선과 서비스 동선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절대적인 과제였다. 건물 2,3층의 복층 객실 (18객실)은 1층에 있는 독립된 객실 주차장에 주차한 후 주차장 내부의 계단을 통해 직접 접근할 수 있다. 각 주차장 전면에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자동 스크린을 설치하였고, 객실 앞에는 무인 정산 시스템을 두었다. 1실 1주차형의 객실은 지하층에도 일부 마련되었다.(5객실) 주차 후 곧바로 입실하 는 형태인데, 지하의 느낌을 상쇄하기 위해 건물 전면 1층에 유글라스(U-glass)로 처리된 고창을 설 치하였다. 복층이 아닌 일반실(대부분 4층에 위치) 투숙객들은 지하 주차장과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자 신이 선택한 객실로 들어간다. 특히 4층의 VIP실(6객실)들은 개별적으로 옥상정원 형태의 외부 공간
WORK 1 dialogue
을 갖고 있다. 짐작하겠지만 건축만큼이나 운영 시스템이 중요한 건물이다. 시스템 업체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설계를 진행하였다. 평면과 단면을 퍼즐처럼 맞춰야 하는 작업이었겠다. 복층 형태의 1실 1주차 시스템은 일반 코어식 평면에 비해 객실 수를 50%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 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건축주와의 초기 만남에서 신뢰를 얻은 것이 디자인보다는 객실 수를 최대한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이후로 건축주가 다른 무인호텔 일을 소개해 줄 때마다 이 점을 가장 강조하더라. (웃음) 1실 1주차 시스템을 차량 이동이 가능한 1층에 배치한 후 지하에 고창을 이용한 객실을 추가로 계획 하고 나머지 공간은 코어를 이용하여 해결하였다. 최대 용적을 확보한 이후의 공간은 4층 객실 외부 공간으로 분산 배치하여 객실마다 개성을 갖도록 계획하였다. 건물 외곽 쪽에 위치한 서비스 동선은, 투숙객이 나가면 바로 객실로 접근하여 신속하게 관리를 할 수 있는 린넨실 직원의 동선이다. 투숙객 동선과 서비스 동선이 입체적으로 엮여 있는 셈이다. 1실 1주차형 객실 중에은 외부 공간이 있는 방도 있고, 또 4층의 VIP실도 조금씩 다른 형태를 보여 준다. 복층이 아닌 일반 객실은 또 다른 유형일 테고. 35개 객실인데 평면 유형은 16개쯤 된다. 욕심을 내다 보니 일이 무척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일과 재미를 분리하지 못하면 대단히 곤란해지는데, 나는 그런 상황이 꽤 많았던 것 같다.(웃음) 주변의 모텔들과 비교했을 때 모던한 형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통 이런 숙박 업소들의 내부는 어 두침침한 게 일반적이지 않나? 네 면 모두 거의 유리로 마감했다. 평면의 효율이 가장 중요하고 객실마다 독립적으로 접근되는 건물이기 때문에 공간적인 이야기나 연 속적인 흐름 같은 건축적 관심을 넣을 여지가 거의 없었다. 객실 단위의 작은 공간 디자인만 가능한 건물이기 때문에 시각적 효과가 더 중요한 건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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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폴리카보네이트와 조명을 이용한 디자인이 제안되었지만 에너지 절약 심의를 만족하지 못해 복 층 유리를 적용하면서 프로스트 글라스(Frost glass)와 백페인트 글라스(Back paint glass), 그리고 LED 패널을 혼용해 표정을 만들어 내었다. 투명 재료의 사용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밝은 호텔이라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러브호텔이라고 해서 꼭 어두울 필요가 있나. 사실 러브호텔이라는 용어 자체도 재고되어야 할 것이, 어두운(?) 공간을 필 요로 하는 사람들과 건강한 숙박업소를 찾는 사람의 장소가 더이상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업 후 이용객들의 반응을 살핀 건축주가 스크린을 쳐야겠다고 하더라.(웃음) 모든 객실에 스크린 이 달리긴 했지만, 모든 사람이 스크린을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기본적으로는 밝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콘크리트와 유리로 만들어진 현대적인 조형의 건물에도 무인호텔의 프로그램이 담길 수 있으 며, 건축의 형태가 프로그램을 무조건 반영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현재 까지 원형이 잘 유지운영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어두운(?) 측면의 소비자들보다 젊고 건강한 관계 의 사람들이 많이 찾는 부티크호텔로 자리잡게 되었다. 연속적인 공간, 바람, 장소의 느낌, 소리를 담는 건축을 향해 효성원도 그렇고 메모리얼파크 사옥이나 호텔 M에서도 여전히 (시각적) 완결성을 추구하는 태도가 좋은 건축은 빛의 효과나 공간의 느낌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으로도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실 제로 원칙에서 하나라도 어긋나면 납득이 안 되는 성격이다. 어떻게 보면 그건 학습된 것이 아니라 태생적인 성격에 가깝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시각적인 완결성에서 조금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하 게 됐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너무 완결적이어서 흐트러뜨리면 안 될 것 같은 공간, 편안하지 못한 건축에 대한 재고와 다르지 않다.
WORK 1 dialogue
엿보인다.
완결성은 설계 도면에서부터 나타난다. 도면은 건축적 사고의 첫 번째 아웃풋인 만큼 단순히 소통의 도구로만 이용하고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도면은 그 자체로 완결된 언어로서 집 짓는 과정에서는 소통의 기능을 완벽하게 하고, 이 후에는 기록으로 남겨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많은 도면들이 무성의하게 그려지거나 책임 능력이 없는 연차들에 의해 대충 그려져서 시공자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현장에서 으레 알아 서 해주겠지, 라는 안일함과 함께. 또, 도면의 완결성은 분쟁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건축가들은 종종 도면에서 누락 된 부분을 현장에 요구하는데, 마치 그것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긴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시공자나 건축주의 경제적 손실이란 결과를 가져온다. 나는 이처럼 자신의 미학을 위해 무책임한 행위를 하는 것에 염증을 느낀 적이 있다. 완벽한 건축을 위한 건축가의 집념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입장에서 본다면 설계 단계에 서 집중했어야 할 일을 공사 시점으로 미루고 타인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부도덕한 행위가 될 수도 있 다. 그러한 이유로 분쟁의 여지가 없도록 도면 위에 최대한 모든 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시각에서 다른 감각으로의 이행이 결과물에 그대로 투영되지는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 계획하고 있는 작업들이 궁금하기도 하다. 사무실에서 잠깐 본 주택 계획안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다른 감각들 을 체험하는 방식이 드러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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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게 딜레마다. 조형성에 특별히 의미를 둔 작업이 아닌 데도 결과적으로는 외형에 치중한 건물 로 읽히나 보더라. 물론 보기에 좋은 건물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시각 이외의 감각들, 이를테면 초 점이 맞지 않은 연속적인 공간, 바람, 장소의 느낌, 소리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고민했음에도 불구 하고 그런 피드백을 받게 되면 적잖이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의 시각 중심적 사고는 배워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 본능에 가까운 것이어서 그로 부터 힘을 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우선은 외부 자극에 의한 변화가 아니라는 사실에 믿음이 가고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내 작업이 건축의 다양성을 보여 주는 하나의 증빙 자료가 됐으면 좋겠다. 어떤 흐름에도 영향 받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담담하게 실현해 나가는 건축가들이 건축계 안에 점점이 존재할 때, 건축 의 다양성은 그야말로 확보되는 것 아니겠는가.
WORK 1 dialogue
정면도
배면도
우측면도
좌측면도
단면도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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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도
4층 평면도
Guest Room Service Area
2층 평면도
옥상층 평면도
WORK 1 dialogue
Guest Room Service Area Court
3
Guest Room Service Area
3 2
2 1 6
1.주차장 2.사무실
3층 평면도
5
4 4
지하층 평면도
1
1.주차장
1층 평면도
2.사무실
3.전기 4.기계 5.입구 6.게스트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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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1 dia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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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단면 상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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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실 1주차형 객실을 포함하는 무인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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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있는 독립된 객실 주차장에 주차한 후
복층 유리를 적용하면서
주차장 내부의 계단을 통해 객실로 접근
프로스트 글라스와 백페인트 글라스, 그리고 LED 패널을 혼용해
WORK 1 dialogue
표정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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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정원을 갖는 4층의 VIP실
건물 2,3층에 계획된 복측형 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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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말하지 않는 건축
김인성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원도시건 축에서 실무를 익힌 뒤 영국 쉐필드 대학(The University of Sheffield)의 PhD by Design 과정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건축적 재현과
김인성 영남대학교 가족주거학과 교수
건축의 시간성 문제를 연구하였으며, 박사 연구를 정리한 책 『Drawing Time with Temporal Drawing』을 출간한 바 있다. 현재 영남대학교 가 족주거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감각이란 어린아이의 따뜻한 몸이 더 잘 아는 그런 것 아직 대구를 잘 모르던 몇 년 전, 대구시청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가 내민 명함에서 먼저 눈에 띈 것은 원색적인 색상의 장식과 함께 큼지막하게 씌어 있는 ‘Colorful DAEGU’라는 지자체 로고였다. 나는 조금 무례하지만 농담 섞인 어조로 말했다. “대구가 참 칙칙하 긴 하나 봅니다.” 상대방은 흠칫 놀라며 답했다.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무릇 대부분의 신념이나 모토는 역설적이게도 그 자신의 결핍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 채워지지 않 는 은밀한 욕망을 자신의 이름으로 내세우는 상황에 이르면,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어떤 안쓰러움까 의 표현’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 건축에서 ‘감각’을 내세우는 많은 ‘작품’들을 보면 이와 비슷한 감 정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우아한 수사로 에둘러 포장을 한다 해도, 대부분 그것은 결핍된 감각에 대 한 변명 혹은 최소한의 예의 정도로 비쳐질 뿐이다. 하지만 정작 감각이란 ‘이론’이랄 만큼 고상하거나 정신적인 것이기 이전에 사실 창피할 정도로 세속 적이고 원초적이며 신체적인 문제다. 그것은 어른의 차가운 논리보다는 어린아이의 따뜻한 몸이 더 잘 아는 그런 것이다. 그것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멀어지는 이러한 감각은 건축가의
WORK 1 critique
지 느낀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고통스럽게 감내해 온 어떤 결핍에 대항해 나타나는 무르익은 항거
눈, 특히나 논리를 세공하는 건축 이론가의 눈보다는 사심 없는 범인(凡人)의 경험 속에 더욱 진솔하 게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살과 살이 부대끼는 건축이냐, 고매한 정신이 즐기는 건축이냐 주1. 신체는 형상이다. 아니 형상의 물적 재료이다. 형상
어린아이의 순진함을 아직 잃지 않은 건축가 김동원은, 하지만 그가 어른의 건축만을 그릴 수 있기에
의 물적 재료를 다른 편에 있
어떤 결핍을 느낀다. 그가 평생 배워 온 건축이란 살과 살이 부대끼는 ‘신체’와 ‘현존’의 세계가 아닌,
는 공간화하는 물질적 구조
고매한 정신이 즐기는 ‘구조’와 ‘본질’의 세계에 속한 것이었기에 그의 뒤늦은 자각은 차라리 비극적
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신체 는 형상이지 구조가 아니다.
이다. 신체의 일부인 ‘머리’(주1) 없이 구조화된 ‘얼굴’만 있는 그런 건축의 표정이란 삐에로나 연예인의
거꾸로 형상은 신체이기에
박제된 표정과 닮았고, 그래서 왠지 서글프다. 우리는 그런 표정들을 볼 수는 있으되 감각할 수 없고,
얼굴이 아니며, 얼굴도 없다.
마주할 수 있으되 대화할 수 없다. 어린아이의 작은 목소리로 유하니 팔라스마(Juhani Pallasmaa)의
형상은 머리를 가진다. 머리 는 신체에 귀속된 신체의 일
책과 피터 줌터(Peter Zumthor)의 건축을 말하는 김동원은, 그러나 스스로 근원적 차이를 느끼고 있
부이기 때문이다.……얼굴은
기에 섣불리 그러한 희망을 어른의 논리로 포장하여 말하려 들지 않는다.
머리를 덮고 있는 구조화된 공간적 구성이지만 머리는
사실 그의 메모리얼파크 사옥은 매우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무척이나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기
신체의 뾰족한 끝으로서 신
에 주어진 바 소임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요구된 실들은 적절한 크기와 위치에 교묘하게 배치되어
체에 종속되어 있다.- Gilles Deleuze, 하태환 역, 『감각의 논리』, 민음사, 2009, 31쪽.
낭비되는 부분이나 불합리한 억지가 없고, 심지어 구획된 복도 없이도 건축주, 직원, 방문객의 공간과 동선을 중정 둘레에 적절히 배분한다. 좀더 들여다보면 대체로 개방적인 내부 공간에서 잠재적 통로 와 경계들을 암시하기 위해 관통하는 시선과 빛을 허용하는 몇몇 개구부들이 적절히 구사되었고 이 들은 소위 ‘서사적 시퀀스’를 이루며 내외부의 관계성을 규정한다. 사각외형의 각 변은 각각 마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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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대지 상황에 적합하게 개방의 정도와 디자인이 정리되어 있다. 게다가 묵묵히 땅에 박혀 있는 듯 무심한 콘크리트 외벽이, 건물 주위로 펼쳐진 묘지의 기단석 혹은 비석들과 닮아 경건한 추모의 정서 를 자아낸다는 생각은 나만의 선의의 오독일까?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했던가. 그래서인지 말하려 들지 않는 건축가의 이 건축은 역시 아무 말 도 하지 않는다. 혹자는 이를 가리켜 ‘침묵’이라 할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느껴지는 솔직한 감정은 ‘공 허’에 가깝다. 건축가가 입 대신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미덕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입을 다문 건 축이란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적 사태다. 아니, 그것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머 리 없는 얼굴이 하는 말은 소리를 만들지 못하고, 나의 감각은 일어서지 않는다. 그것은 차라리 잘 정 리된 하나의 시체,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내게로 와 꽃이 될 ‘너’는 보 이지 않는다. 물론 ‘너’가 부재하는 이 공허함을 김동원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좀 억울하다. 이 땅의 소위 주류 건축가들이 추구해 마지않는 정신과 추상의 건축이란 대부분 이러한 스스로의 사라짐을 미덕으로 삼지 않았던가? ‘배경’이라는 미명하에 일체의 대화와 소통으로부터 초연한 건축적 시체들 을 자랑스레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메모리얼파크 사옥을 ‘감각’할 기회는 단 한번 존재한다. 아직 시각만이 작동하는 먼 거리에서 이 건 물을 바라보라. 건축 도면의 정연함을 단순한 매스로 웅변하며 여타 주변의 거친 자연, 혼돈의 세상 으로부터 구별되는 스스로의 세계를 품은 채, 이 건물은 분명한 ‘너’로서 ‘나’를 마주한다. 그 순간만 큼 이 건물은 하나의 ‘형상’으로서 ‘현존’한다. 시각도 여전히 하나의 감각이지 않았던가? 하지만 몇
WORK 1 critique
걸음 다가서서 내 몸이 말을 걸기 시작하면, 그 건축은 따뜻한 대화 대신 선택을 강요한다. 정리된 시 체들의 세계로 들어와 또 하나의 시체를 연기하는 배우가 되던가, 아니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세계 를 공허하게 관람하는 방관자가 되는 길. 내가 코드의 일부가 되지 않는 한, 나는 이 건축의 세계 안 에서 영원한 이방인이 될 운명에 처한다. 이러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은 추상적 코드 자체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가 멀리서 발견했던 ‘너’란 바로 세상과 구별되는 코드 자체, 혹은 하나의 도면이었다. 이제, 도면 속의 한 점, 움직이는 눈이 될 것인가, 아니면 살아있는 신체로 남을 것인가. 도면 속에 봉인된 현존의 세계 건축가들이 새로이 등장한 자율적 추상을 추구했던 근대 시기,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르네상스 이래 건축가라는 직업을 만들고 지탱했던 ‘건축 도면’이었다. 여기서 도면이란 직각투영의 평입단면 뿐 아니라 투시도와 각종 입체 도면 등 모든 종류의 재현 도구들이다. 하지만 근대 서구 회화가 그러 했듯이 건축가들은 종래의 설명적 재현을 넘어 도면 자체의 추상성과 자율성에 바탕한 새로운 공간 과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칸트 이래 분리된 예술의 자율성과 근대의 신념인 유토피아적 이 상이 도면이라는 테크놀로지 위에서 결합하였다. 하이데거적 해석에 따르면, 대상에 대한 조작 가능 성으로 향하는 테크놀로지는 ‘본질’과 ‘현존’ 사이의 구분을 망각하는 가운데 탄생한다. 그러한 망각 이란 사물의 현존성 혹은 그 존재론적 중량이 규정된 본질 안으로 환원되거나 그 안에서 증발해 버린 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표상의 규칙과 코드 안에서 사물의 사물성이 사라져 버리고, 그래서 정 의된 규칙과 코드가 사물의 사물성을 대신하는 것이다. 그러한 세계 안에서 모든 존재자는 투명한 것 으로, 본질 규정의 투명성 안에서 현상한다. 사물은 무한한 계산과 재구성 가능성 안에, 무한하고 완 벽한 복제 가능성 안에 놓인다. 이미 어떤 결핍을 감지했던 건축가들은 이런 지적을 받아들고는 손쉽게, 그리고 즉각적으로 건축 재 료의 문제를 끌고 온다. 그것은 코드의 지배에 끝끝내 저항하던 재료적 실체성 마저 복속시키려는 최 후의 전투다. 다시 메모리얼파크 사옥을 보라. 이미 모든 것은 복속되었다. 대지의 맥락은 배치도에 들어오기 위해서 이미 위치, 크기, 거리의 문제로 환원되었다. 프로그램은 위계와 면적으로, 움직임은 동선과 시선으로 환원되었다. 수많은 의미와 느낌들은 도면 위의 다양한 이름과 형태 속에 봉인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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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현존이 소거된 본질들만이 추상의 세계에서 ‘평등하게’ 조직된다. 그것이 힘이건 살이건, 자연이 건, 사람이건, 공간이건, 사물이건 간에 모든 것은 이 세계에서 평등하다. 오로지 여기와 저기, 있음과 없음만이 존재하는 이 세계는 이미 영과 일로 만들어진 디지털 세계를 향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속의 ‘맵핑’처럼 건축 재료는 코드에 ‘기입’된 형태 위로 사뿐히 ‘입혀진다’. 코드에 잘 길들여지는 재 료들은 이미 충분하고, 남은 것은 선택이다. 머리 없는 얼굴 위에 한 번의 화장이 덧칠된다. 이 사옥에 서 오롯이 현실적인 것은 시간이 만들어 놓은 담쟁이넝쿨과 삼목을 타고 흘러내린 못의 녹물이다. 건 축은 차라리 이것들을 위해 존재한다. 도면의 세계로 넘어와 다른 코드를 포착해야 하지만, 평생을 도면과 함께 해 온 이에게 이제 그것을 버리라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너무 가혹하 다. 도면이라는 무기 없이 건축가가 이 혹독한 세상에 맞서 무엇으로 싸우라는 것인가? 도대체 건축 가란 결국 ‘그리는’ 자 아니던가? 그러나 전제가 있다. 먼저 그는 도면이 무기임을, 결코 투명하고 객 관적인 재현의 도구가 아님을 알고 인정해야 한다. 건축가가 도면을 ‘통해’ 세상을 보듯이 다른 모든 이들이 그렇게 세상을 경험하리라고 믿는 것은 잘못이다. 강력한 무기이기 위해서, 도면은 이미 스스 로의 코드로 스스로의 세계를 지었고 그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와 매우 닮았지만 전혀 다른 것이다. 그는 그러한 세상 속에서 전지전능한 조작을 즐겼지만, 그는 진정 이 세상을 다룬 적이 없다. 그 사실을 인정할 때 건축가가 천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 세계에서 그 세계로 넘어감, 그 세계에서 메모리얼파크 사옥에서 그러한 넘나듦의 고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김동원의 이 프로젝트는 도면 위에서 시작되어 도면 위에서 끝났다. 미니멀리스트 존 포슨(John Pawson)이 소비주의를 비판하며 형태의 최소화를 주장하면서도 그 단순한 형태미로 전 세계 캘빈클라인 매장의 미니멀 디자인을 주 도했던 아이러니처럼, 도면의 세계에 머무는 비현실적 추상성이 오히려 현실 세계의 최신 취향과 상 업적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시크한’ 해결책이어서였을까? 정녕 그것이 전략이었다면 그것은 또 다른 논의를 필요로 하는 문제이지만, 차라리 솔직하다. 만일 단지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드는 것보다 좀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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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로 넘어옴의 문제이다.
의미있는 무언가를, 그래서 세상에 발언할 무언가를 찾는다면 그는 도면의 경계를 살펴야 한다. 도면 위에서 벌어지는 온갖 조작과 유희는 이미 경지에 이르지 않았던가? 이미 죽은 시체들을 질서 지우고 구성해 내는 일이란 진작에 공허하고 따분한 ‘일’이 되지 않았던가? 그렇다고 그가 이 판에 박힌 것을 변형하고 왜곡하거나 심지어 그것을 갈아 부순다 하여도, 이것은 여전히 너무 지적인 반응이고 너무 추상적인 반응이다. 여전히 판에 박힌 것은 자기 재로부터 다시 태어날 것이고, 건축가는 여전히 판 에 박힌 것의 요소 안에 남아 있을 것이며, 판에 박힌 것은 그에게 우스꽝스러운 개작을 했다는 것 외 에 어떠한 위안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탈출구는 무엇인가? 이제 그는 살아 있는 세계가 아직 죽지 않은 채로 경계를 넘어 도면으로 들어오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칸의 기하학이 그러했고, 콜 하스의 다이어그램이 그러했다. 그리고 도면 위에서 그 우글거리는 야만성, 세속성과 일대 전투를 벌 여야 한다. 이미 판에 박힌 것들 위에 이미 죽은 시체와 전리품을 배치하는 대신, 치열한 전투 속에서 힘겹게 떠오르는 다른 질서, 다른 코드를 포착해야 한다. 감각은 손쉽게 전시되는 대신, 그러한 싸움 의 뒤엉킴과 힘겨루기 속에서, 그리고 그 수많은 상흔 속에서 스스로 떠오를 것이다. 내가 직접 부둥켜안아 보지 않은 세계를 그 누가 내 건축에서 감각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았다. 그것은 그러한 싸움을 치러낼 건축가 바로 자신이다. 그는 합리성 과 객관성의 뒤에 비겁하게 숨는 대신, 자신의 모든 역사와 의지와 몸을 가지고 그 전장터에 뛰어들 어야 한다. 그 자신이 태생적으로 아폴론과 코스모스를 사랑하는 인종일지라도 상관없다. 그의 온몸 을 경유해 탄생한 질서는 코드가 이미 마련해 준 질서와는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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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이것은 질서를 변형하는 문제가 아니라 혼돈과 재난으로부터 피어나는 한 떨기 새로운 질서를 생 산하는 문제다. 이를 위해 그는 손쉬운 명쾌함과 지배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코드가 가져다 준 창 조와 지배의 유혹은 달콤하지만 공허하고, 혼돈의 심연에서 온몸으로 건져 올려 내 앞에 마주 세운 ‘너’는 아직 작지만 밝게 빛난다. 내가 직접 부둥켜안고 발버둥쳐 보지 않은 세계를 그 누가 내 건축에 서 감각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비로소 그로부터 수만의 표정들이 솟아오르는 하나의 머리가 탄생한다. 그것은 도면 위에 피어 났지만 대지 위에서 또 한 번 피어나고,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쉼 없이 피어난다. 도면은 더 이상 재현 이 아니기에 번역되지 않고, 스스로를 시간 속에 반복한다. 어른의 논리가 아닌 어린아이의 몸이 감 각하는 그것은, 따라서 회춘한 건축이다. 그것은 세계 안에 현존하는 진정한 ‘너’이자 다시 태어난 건 축가 자신이다. 그것은 하나의 세계이자 감각이자 의미이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WORK 1 critique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분당 메모리얼파크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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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ABC 사옥 ABC Building
2 진행_정귀원 본지 편집장 사진_진효숙 본지 전속 사진가
장영철ㆍ전숙희 Jang Young·Chun Sookhee 장영철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U.C. Berkeley에서 수학하였다. (AIA) 이로재, Steven Holl Architects, Rafael Vinoly Architects에서 실무를 하고, 현재는 전숙희와 함께 WISE 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파주 출판단지(Paju Book City) 마스터 플랜 디자인 가이드 라인 매뉴얼 작성, Linked Hybrid in Beijing, Brooklyn Children’s Museum in New York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전숙희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Princeton University에서 수학하였다. (AIA) 이로재, Gwathmey Siegel & Associates Architects에서 실무를 하고, 현재는 장영철
건축 개요 대지 위치: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95-39 지역: 제2종 일반 주거 지역, 문화재 보호 구역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 면적: 285m 2 건축 면적: 163m 2 연면적: 779m 2 건폐율: 57% 용적률: 196.48% 규모: 지하 1층, 지상 5층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외장재: 전벽돌 습식/건식 쌓기, Filobe 커튼월 시스템
과 함께 WISE 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웰콤사옥(Welcomm City), 3 Tress House, Evans Residence, Museum of Contemporary Art in Maimi 등에 참여하였다.
건축주: 이규성 설계: 와이즈 건축 설계 참여: 이정훈
WISE 건축의 작업으로 서울 Y House와 뉴욕 Chesterfield Penthouse,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등이 있고, 통인동 이상의 집 건축 작업 및 아티스트들과 함께하 는 Mobile Gallery등을 기획, 전시한 바 있다.
협력 설계: 현앤전 파트너스 시공: (주)이인시각 조경: (주) 뜰과 숲 완공일: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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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면의 모습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나즈막하게 겹쳐진 산의 풍경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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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S NOTE 풍경 바라보기, 풍경 되어보기 WISE건축
건축의 기본은 땅을 신뢰하는 것 처음 건축주로부터 명함을 건네받았을 때 우리는 ABC라는 회사 이름이 흥미로웠고 그 아래 새겨진 “We Know ABC of Business.”라는 문구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우리는 비즈니스의 기 본을 알고 있습니다” 라는 말이다. 요새 같은 시대에 기본이 무엇인지 알고 지킨다는 것은 얼마나 어 려운 일인가? 비즈니스의 기본은? 신뢰일 것이다. 그렇다면 건축의 기본은 무엇일까? 건축의 기본은 먼저 그 건축 이 딛고 있는 땅을 신뢰해 주는 것이 아닐까. 릉을 알아봐 주는 건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는 대지가 16m 높이 위로 들어올려진 것을 상상해 보았다. 강남의 주거 지역 뒷골목의 작은 땅이지만, 들린 대지 위에서 바라본 선정릉은 강남을 압도 하였다. 골목길과 산책로 이 들어올려진 대지, 즉 옥상 공간를 먼저 염두에 두고, 건물을 아래로 만들어 나갔다. 옥상 공간은 지 상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외부 계단을 통해 건물로 올라간다. 외부 계단에서는 다양한 골목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계단참의 두툼한 목재 벤치와 장독대 항아리들을 만나고, 비밀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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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는 선정릉 근처이다. 도처(특히 테헤란로)에 번쩍거림을 으시대는 건물들은 즐비한데, 막상 선정
조그만 중정을 거치면서 폭이 좁은 목재 계단을 오르면, 마침내 옥상 위에 펼쳐진 선정릉을 만나게 된다. 이 외부 계단길은 한국적인 풍경을 담아내는 골목길이고, 선정릉을 바라보는 산책로이다. 우리 는 이 외부 계단의 벽면 높이를 적절히 조절하여 선정릉의 풍경을 긴장감 있게 담아내고자 했다. 순 차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외부 계단의 다공질 전돌 벽면은 시선을 차단하되 빛은 들여온다. 전돌은 선 릉을 마주하는 집의 재료로서 적합하다. 외부에서 바라볼 때 이 건축물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았던, 마을을 감싸고 있는 나즈막하게 겹쳐진 산의 풍경 같기도 하다. ABC 사옥에 입주하는 회사는 업무 특성상 해외로부터 외국인들의 방문이 잦은 편이었다. 이 회사의 대표인 건축주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적인 것을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를 늘 고민해 왔다고 한다. 그러 한 그의 관심은 한국 전통 가구에 대한 애정으로 발전했고, 한국의 멋을 찾아 전국을 여행하는 것이 취미 활동이 되었다. 물론 건축주가 우리에게 자신의 취향을 강요한 적은 없었다. 강요는커녕 의뢰한 건축 설계에 대해 어떠한 간섭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강남의 한 모퉁이에서 일상적인 한국성의 풍경을 다시 찾았으니, 우리와 그의 비전이 잘 맞아 떨어졌던 셈이다. 우리는 이 건물을 설계하면서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것들만 넣고자 노력했다. 언뜻 보면 장식처럼 보이는 외부 계단도, 사실은 아래위층을 연결하는 평상/피난 시 긴히 필요한 직통 계단이다. 따라서 건물의 내부에는 별도의 계단이 없다. 이것은 건축물의 사선 제한 규정을 순차적으로 뒤로 물러나 앉 는 외부 계단으로 풀었기 때문이다. 대신 각층에는 직원들이 잠시 쉴 수 있는 외부 공간이 풍성해졌 다. 건물의 외관은 짙은 회색의 전벽돌이지만, 지나치게 무겁거나 과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건물이 마 치 쪼개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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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자 벽에 끼워진 전면 커튼월. 마치 쪼개져 있는 듯한 느낌의 건물 형태는 짙은 회색의 전벽돌 건물을 한결 가볍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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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계단길은 한국적인 풍경을 담아내는 골목길이고 선정릉을 바라보는 산책로이다.
얇음과 다공성이 강조된 벽돌벽은 철구조물로 지탱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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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낌없이 드러낸다.
길의 일부로서 외부 계단은 평상 시 혹은 피난 시 아래위층을 연결하는 긴히 필요한 직통 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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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증축 가능성의 혐의를 벗으려면 ABC 사옥을 증인으로 그런데, 인허가 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이 있었다. 순차적으로 뒤로 물러앉은 건물이 ‘불법 증축’을 유 도한다고 하여 처음에는 해당 관청의 건축과에서, 이후에는 문화재 심의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과’에 서 승인을 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외부 계단으로 피난을 풀어낸 선배 건축가들의 훌륭한 사례들을 보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의 요지부동에 설계자로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문화재 청에 심의를 신청하고 나서야 ‘심의 대상이 아님’이란 통보를 해 왔고, 어이없게도 원안 통과를 해 주 었다. (담당 공무원의 멋쩍어 하는 모습이란!) 그리고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는 건물을 유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즉 ABC 사 옥은 해당 구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유형이었다. 다른 건축가가 ABC 사옥과 유사한 유형으로 인허가 를 신청할 때 혹시 담당 공무원이 ‘불법’의 가능성을 운운한다면, ABC 사옥을 사례로 보여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유형이 ‘불법’의 사례가 아니라 좋은 도시 공간의 요소가 될 수 있다 는 것을 공무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성급하게도 우리는 ABC 사옥이 하나의 유형으로 여러 변종들의 생산을 유도해 냄으로써 인습적인 사회 시스템의 장벽을 뚫고 새로운 도시 공간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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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벌써 그 미래가 궁금해진다.
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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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4층 평면도
5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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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면도 1
단면도 2
좌측면도
배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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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보이는 것이 전부다
박정현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AURI 인문학포럼 논문 공모 대상, 제3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을 수상했다. “정체성과 시대의 우울” 등의 글을 발표했
박정현 마티 편집장
으며, 서울시립대, 홍익대, 단국대 등에 출강 했다. 도서출판 마티의 편집장으로 일하며 “1980-90년대 한국 현대건축의 담론 구성”을 주제로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십수 년 전, 케네스 프램턴의 『텍토닉 문화 연구: 19-20세기 구축의 시학』(번역이 안 되었으니 원 제를 밝히면, Studies in Tectonic Culture: The Poetics of Construction in Nineteenth and Twentieth Century Architecture)이라는 책이 꽤나 회자되었다. 번역판도 없이 원서가 수백 권이 팔 려 나간 이 책은 프램턴의 이전 글 “비판적 지역주의를 향하여: 저항의 건축을 위한 여섯 가지 포인 트”와 함께 묶여 국내 건축가와 학생들에게 분명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인용을 꺼리는 국내 건축계의 관행에도 불구하고 그 흔적은 도처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비판적 지역주의가 총론이었다면, 여러
WORK 2 critique
사례를 도면으로 분석한 텍토닉론은 각론인 셈이었다. 프램턴이 비판적 지역주의에 대해 이후 유보 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지역주의와 텍토닉의 진리가 아니라 효과다. 건축(architecture)이란 단어 속에 들어 있듯이, 텍토닉은 새로운 개념이나 단어가 아니다. 축조술 일 반을 뜻하던 텍토닉의 의미가 확대된 것은 19세기 독일에서이다. 단순히 축조와 건설의 문제에서 벗 어나 기능과 구조에 상징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텍토닉론(tectonics)을 정리한 것이다. 한편 텍토닉 론은 미학(aesthetics)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다. 칸트에서 헤겔로 이어지는 독일 관념론 전통에서 파 생된 미학은 감성의 세계를 아우르긴 했지만, 여전히 상상력, 이성, 정신이 주인공이었다. 이에 반해 텍토닉론은 물질의 세계에서 출발해 상징과 정신을 포섭하고자 했다. 텍토닉론 대 미학, 물질 대 관 념, 구축 대 이미지, 실체와 가상 등의 구도가 고구마 줄기처럼 엮어진다. 한국에서 텍토닉은 1990년대 이후 물밀듯 들어온 포스트모던, 해체주의 등에 대한 대응 논리였다. 외 부에서 촉발된 자극에 대한 방어적 태도로 텍토닉에 대한 관심이 대두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 다. 독일에서 텍토닉론이 등장한 배경에 당시 근대화의 발걸음이 뒤처진 독일의 정체성 찾기가 있었 으니, 텍토닉 대 미학의 쌍은 지역 대 보편의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을 처음부터 품고 있었다. 한국 현대건축에서도 구축의 논리와 이미지가 충돌한 흥미로운 예가 있다. 김수근이 설계해 1981년 개관한 아르코 예술극장(옛 문예회관)을 둘러싼 논쟁이 그것이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인상을 좌우하는 아르코 예술극장의 거대한 벽돌벽이 “가짜”라고 김중업이 이의를 제기했다. 구조체인 듯 육 중해 보이는 벽돌벽은 눈속임일 뿐이고 실제로는 안이 텅 비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 이의 제기가 이후 생산적인 논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재료-구법-축조로 올곧게 이어지는 축과 겉모습으로 서의 이미지가 서로 상반되는 가치라는 인식이 분명히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법과 구축의 진정 성 대 외관에 치우친 스펙터클의 구분은 한국 현대건축 담론에서 여전히 유효한 리트머스 시험지다. 전자에 윤리적 가치를 부여하는 태도가 여전한 것은 물론이다. ABC 사옥은 이 구도를 문제 삼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개의치 않는다. 선정릉이 내려다보이는 역 삼동 언덕 중간쯤 길모퉁이에 위치한 ABC 사옥은 공간 구성면에서 보면 용적률이 규모를 결정하고 사선 제한이 건축물의 실루엣을 그려 버리는 숱한 근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계단을 외부에 두어 길 을 연장하려는 듯한 태도 역시 1990년대 이후 자리잡은 한국 근생의 유형에서 멀지 않다. 선정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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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한 개방은 언덕에 위치한 입지 조건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결과다. 주변 익명의 건축 모두 이 점에 서는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이 건물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단연코 벽돌벽이다. 건축가는 정확히 벽돌 한 장 두께로 벽을 쌓았다. 그리고 벽돌벽이 스스로 설 수 없음을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벽돌벽의 얇 음과 다공성을 강조하고 이 벽돌벽이 철구조물로 지탱되고 있음도 거리낌없이 드러낸다. 이 건물을 찾는 이들 대부분이 처음 마주하는 것은 벽의 얇은 두께이다. 이 얇은 벽은 벽돌의 축조성을 기대하 는 이들을 여지없이 배신한다. 벽돌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WISE건축의 전작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과 닮았지만, 두 건물은 꽤나 다르다.(공교롭게도 두 건물의 주 설계자가 다르다)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의 벽돌벽 역시 철구조물 의 도움으로 서 있지만, 방향을 엇갈려 쌓은 벽돌벽은 얇은 판으로 읽히지 않는다. 할머니들의 이름 을 새겨 넣고 벽돌 사이에 꽃을 꽂아 놓는 것 같은 기능도 벽에 부피감을 더한다. 또 내벽과 외벽을 연 결하는 데크, 건물 전체를 에워싸는 벽은 이 건물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게 만든다. 벽돌을 한 장 쌓는 순간 건축이 탄생한다고 말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에 굳이 빗대서 말하자면, 전쟁과 여 성인권박물관은 벽돌을 쌓아 육중함을 뽐내는 기념비인 로자 룩셈부르크 기념비(1926)와 가깝고 ABC 사옥은 한 켜의 벽돌이 공간을 구획하는 벽돌주택 계획안(1924)에 가깝다. 계단이 있음을 드러내면서 계단을 감싸는 벽의 논리는 ABC 사옥에 여러 차례 되풀이된다. 건축가는 ‘들어올려진 대지’로 건물을 만들어 나갔다고 하지만, 각 층의 공간을 규정하는 것은 바닥이 아니라 ㄷ자 벽이다. 전면 커튼월은 ㄷ자 벽에 끼워진 셈이다. 바닥이 우선하고 벽은 공간을 열고 막는 역할 면 나머지는 부수적일 따름이다. 건축주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내부 일부에는 전통적인 모티브가 동 원되었지만, 이는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내부와 외부가 전혀 다른 논리를 따르므로, 내부는 얼마든 지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의 전벽돌과 내부의 전통 요소를 연결하면서 설명하려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부차적이다. 전벽돌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적이라거나 지역적 이라고 부르지 말자. 그런 이야기는 건축가가 문화재위원 앞에서 하는 것이지 비평의 언어는 아니다. 내외부의 단절은 남동쪽 입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검은 전벽돌이 건물 전체를 감싸면서 빚어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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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하는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과는 공간 논리가 다르다. ABC 사옥에서는 벽이 공간을 규정하고 나
나치게 무겁고 어두운 인상을 완화하기 위해 남동쪽으로 난 창에는 밝은 색 목재틀이 끼워져 있다. 이 나무틀은 실내에서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오로지 외관용인 것이다. “디테일은 눈속임이다”라는 건축가의 말대로 ABC 사옥은 짝퉁과 거짓이 아닌 ‘진짜’를 최고의 덕목 으로 여기는 텍토닉론의 잣대로 읽으면 도처에 눈속임이다. 그러나 이 눈속임이 곧 사기는 아니다. 사기는 자신의 눈속임을 감추기에 급급하지만, ABC 사옥은 눈속임을 그대로 드러낸다. 우리는 건 축가가 가진 패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고, 수도 복잡하지 않다. 건축가는 텍토닉적이지 않은 방식으 로 텍토닉인 것처럼 만든다. 벽돌답지 않은 방법으로 벽돌벽을 만들고 그 방법을 감추지 않는다. 다 시 미스의 말을 빌리면 이 건물에서는 외양/가상(appearance)이 전부다. 물론 미스와는 방향이 다르 다. 미스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서 크롬 도금한 십자 기둥이 구조가 아닌 것처럼 보이도록 갖은 디 테일을 고안해 냈다. 바닥과 지붕 두 개의 수평면이 공간을 장악했기에 기둥은 안 보일수록 유리했던 것이다. ABC 사옥의 벽돌벽은 결코 무엇이 아닌 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외양/가상에 도달한다. 우리는 텍토닉과 미학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대에 살고 있다. 아무렇게나 지어도 좋다는 말이 아니다. 이 구도가 허구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구축의 시학은 자본주의의 파고를 막아 줄 방패가 되지 못한 다. 미학이 윤리의 대척점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근대 지성사에서 인식론과 윤리학의 구원 투수가 미 학 아니었던가? 미학은 여전히 정치적 기획일 수 있다. ABC 사옥이 이 둘의 간극을 뛰어넘은 지평을 보여 주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 건축물이 이를 실현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우 리는 다만 건축물을 빌어 다른 가능성을 탐침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건축가의 의도와는 다른 지평에 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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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2 cri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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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과 5층을 잇는 계단.
옥상으로 향하는
왼편에 비밀스러운 중정이 보인다.
중정의 목재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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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m 높이로 들어올려진 대지 위에서 바라본 선정릉은 강남을 압도한다. 5층의 사무실. 멀리 선정릉의 풍경을 한눈에 담는다.
ㄷ자 벽에 끼 마치 쪼개져 짙은 회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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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문정동 공공 원룸 임대주택 Munjeong Oneroom Public Rental Housing 신승수 Shin Seungsoo
3 진행_정귀원 본지 편집장 사진 ㈜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건축 개요 사업 명칭: 문정동 보금자리주택 신축 공사 대지 위치: 서울특별시 송파구 문정동 83-23 지역 지구: 도시 지역, 제2종 일반 주거 지역 용도: 연립 주택, 공동 주택(도시형 생활 주택)
신승수 네덜란드 건축사. 현재 (주)디자인그룹 오즈 건축사사무소 소장, 서울시 공공 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학사, 석사, 베를라헤 건축대학원 석사를 졸업하 고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부건설, ㈜김이종합건축사무소, (주)아름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하였고 ‘국제적 수준의 건축사 양성을 위한 예비건축사 실무수련 프로그램 개발 연구’, ‘건축사등록원 설립 방안
대지 면적: 436.9 m 2 건축 면적: 257.37 m 2 연면적: 860.98 m 2 건폐율: 58.91% 용적률: 192.8% 주차 대수: 8대 구조: 철근 콘크리트 RC 라멘조
연구’를 수행한 바 있으며, 주거용 모듈러 건축물 평면 및
규모: 지상 5층(17.78m)
디자인 개발’ 과 판교 타운하우스, 평창동 타운하우스 등
설계: 신승수, 임상진, 최재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젊은 건축가 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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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수: 전용 면적 14m 2 원룸주택 31세대
㈜디자인그룹오즈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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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UE
Extruded Community
설계 진행상의 쟁점들 2011년 말 서울시는 문정동, 연남동, 신정동에 위치한 소규모 시유지를 소형 임대 주택 시범 사업지 로 선정하고 서울시 공공 건축가를 대상으로 지명 현상 설계를 실시했다. 고작 열흘을 쓸 수 있는 공 모전이었다. 새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인 임대 주택 8만호 공급을 배경으로 하는 시범 사업이니만큼 건축가 선정에서부터 준공까지 모든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계약일은 2012년 1월 16일이었는데 1차 준공 예정일이 3월 19일, 그러니까 계약과 동시에 2개월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계획 설계, 중간 설계, 실시 설계 그리고 사업승인을 얻기 위한 시간으로는 을 신청한 날짜는 2월 13일, 득한 날짜는 3월 23일이었고, 1차 준공 연기일은 4월 19일이었다. 무리 한 사업승인의 진행은 불필요한 설계 변경을 어김없이 동반했다.” 파일럿 프로젝트(pilot project)로서 사례가 없는 게 문제였다. 대형 공사를 주로 수행해 온 SH공사 로서는 이 작은 주택이 꽤 난감한 프로젝트였을 터였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 황이었는데, 현황 측량 비용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것도 그중 하나였다. “대규모 공동 주택 프로젝트에서 현황 측량은 별로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주로 큰 사업을 맡아 온 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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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 부족했다. 그 사이 사업승인 기간의 연장으로 한차례 설계 기간이 변경되기도 했다. 사업승인
공사는, 그래서인지 현황 측량에 대한 예산을 고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쪽에서 이것을 요구하였 는데, 그 이유는 거의 활용되지 않던 나대지여서 경계나 현황들이 굉장히 복잡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 문이다. 다행히 경계 측량했을 때 경계에는 별문제 없었지만, 현황 측량은 결국 하지 못했다.” 규모가 작은 건물일수록 여러 가지 변수에 민감하기 때문에 사전 기획이나 설계 기간이 충분해야 함 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공동 주택 프로젝트 관리 방식 및 지표’를 그대로 따른 결과였다.(이번 호 ‘기 획의 시대04’ 참조) 이와 함께 대규모 공사의 지표를 적용해서 단순 면적으로 나누어 산정한 상식적이지 못한 설계비는 기계, 토목, 구조, 내역 등 협력 업체와 일하는 데 (특히 잦은 설계 변경을 동반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했다. 게다가 전체 설계비 안에 친환경 인증, 에너지 인증 등의 특별 업무 비용이 포함되면서 상황은 더더욱 나빠졌다. 서울시가 이 소형 임대주택 사업에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생산과 친환경 건축물의 설계를 요구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소규모 공동 주택에 너무 과한 친환경, 에너지 인증 기준을 요구했었다. 한마디로 적용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 친환경 건축물 인증에는 교통의 편의성, 접근성 까지 점수로 환산되는데, 이런 열악한 대지 조건의 작은 임대주택에는 매우 불합리한 항목이다. 에너 지 관련 인증 기준도 마찬가지였다. 매뉴얼식 접근에 의한, 소규모 건축물에서는 불필요한 공간들, 이 를 테면 펌프실, 자동 제어실 등은 이 프로젝트에서 현실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항목이다.” 친환경 관련 기준들은 초기 계획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혼선만 가중될 뿐이다. 문정동 임대주택의 건축가는 거꾸로 인증 기준의 문제점과 대안을 서울시에 제시했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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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실 북측전경
계단실 1층 커뮤니티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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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측 전경
3층 복도
5층 복도 3층 계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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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평면도
0
5
10
1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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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5층 평면도
지상4층 평면도
테라스
복도
복도
복도
지상3층 평면도
홀
테라스
지상2층 평면도
복도
복도
복도
빨래망/서재
복도
지상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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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고 서울시는 이것을 수용하여 “보다 현실적인 소규모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지표 산정 방식”을 도입 하게 되었다. “우리 사무실은 자체적으로 친환경 연구소가 있어서 사전 검토가 가능했지만, 소규모 건축물에 대해 서는 특별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단열은 볼륨 대비 외피 면적이 적을 때 성능이 좋게 나올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런 점에서 볼륨 대비 외피 면적이 많은 소규모 건축물, 특히 원룸의 경우는 굉장히 불리한 기준이다. 공사비 또한 문제다. 에너지, 친환경 관련 인증 제도가 생기면서 대략 계산해 봐도 20~30% 정도의 공사비가 더 필요하게 됐다. 그것을 간과하고 예전 방식 그대로 발주하는 것은 문제 가 있다. 최악의 건물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발주에 대한 합리적 기준의 가이드 라인과 보다 현실적인 친환경 관련 기준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공공성 문정동 공공 원룸 임대주택은 기존 주택지 내 유휴 시유지에 자리잡은 지상 5층 1개동, 원룸 31세대 의 연립 주택이다. 대지는 폭이 좁고 남북으로 길쭉한 자투리 땅으로, 북측 단변에 가로를 접하고 동 서측으로는 각각 공업사를, 남측으로는 밀집된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이웃하고 있다. 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의 좁은 땅 위에 집은 동쪽을 바라보고 앉았다. “처음에는 이런 데다가 임대주택을 하는 게 말이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웃음) 어쨌거나 향을 고 려하면서 세대수(30세대 이상)를 충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각 세대는 복도를 뒤에 두
WORK 3 dialogue
고 동쪽을 전면으로 바라보게 됐다.” 이 주택은 “길을 품고 도시로 열린 공동 주택 프로젝트”를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섬처럼 이웃과 단 절되어 있는 전형적인 연립주택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였던 셈. 이를 위해 우선 1층을 들어올려 주차 장과 보행로를 확보하고, 깊숙한 곳에 입구 및 홀을 겸한 커뮤니티 센터를 배치했다. “공사비 문제도 있고 해서 지하층은 파지 않았다. 대신 건물을 들어올려 가로 쪽으로 열린 뷰를 만들 고, 그 아래에 주차나 홀, 커뮤니티 시설의 일부, 그리고 공중 보행로를 배치하였다. 공중 보행로는 이 전부터 남측 다세대 주택 주민들이 나대지에 텃밭을 가꾸면서 사용해 오던 관습적인 통행로를 그대 로 살린 것이다. 물론 작은 텃밭도 커뮤니티 시설과 함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세탁방, 커뮤니티 시설과 같은 공유 공간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측 전면 가로변에서 쉽게 인지되는 2층의 세탁방인데, 1층 남측 쌈지 공간(커뮤니티센터)의 커뮤니티 시설과 함께 대지 안팎으로 (보행로로) 깊숙히 이어지는 ‘공유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공유 공간에 대한 더 큰 기대가 있었지만, 우리는 전용 공간은 전용 공간대로 넓게 쓰면서 공유 공간 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예를 들어 세대별로 작은 빨래를 할 수 있게 하면서 큰 빨래를 할 수 있는 세탁방은 밖으로 빼내는 식의 조정이었다.” 2층 세탁방 앞에는 일반 복도 폭보다 좀 넓은 ‘외부 커뮤니티 휴게 데크’를 둬서 세탁물을 말리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여지를 부여했다. 그 위로는 3층, 4층, 5층의 복도가 또 다른 형태로 적층되어 있다. “다양한 폭과 깊이를 갖는 길과 복도, 그리고 옥상정원을 보행로와 면한 서측면에 수직적으로 중첩시 켰다. 3층의 복도는 매달린 형태이다. 또 4층과 5층은 평면을 서쪽으로 살짝 밀어 2,3층과 엇갈리게 배치하였는데, 이때 복도는 다시 최소 수치로 돌아온다. 전이를 시키면서 관로나 덕트 스페이스 설치 가 까다로웠지만, 결과적으로 4층은 전면에 테라스 공간을 가지게 됐다. 전용면적에서 빠지는 발코니 에 면적 산입이 되지 않는 테라스 공간이 생기니까 작은 공간이 훨씬 넓어졌다. 사선제한에 걸리는 5 층은 발코니 확장이 불가능했다. 대신 5층에는 수납이 가능한 다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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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효율성 매 층이 전부 다른 형태의 외부 공간, 공유 공간을 갖게 된 셈이다. 그런데, 이 공유 공간은 공간 효율 성을 극대화하는 컴팩트한 공간 구성으로부터 얻어낸 여유 공간이다. 14m2규모의 좁은 공간을 효율 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축가가 고안한 방법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효율적이고 유연한 공간 활용을 위하여 일반 벽식 구조 대신 확장과 변화가 용이한 라멘 구조를 채 택했다. 또한 채광창 이격 거리나 일조, 도로 사선의 문제로 층고의 압박이 컸기 때문에 라멘조이긴 하지만 플랫보(flat beam)를 써서 층고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미닫이, 미서기 를 선택한 것도 유효 치 수 때문이었다. 애초에 공간 효율성을 고려하여 가구도 모두 계획을 했지만, 공사비 등의 문제로 절 반 이상이 실현되지 못했다.” 문정동 임대주택의 타겟은 사회 초년생이다. 아무래도 수납에 대한 문제가 클 수 밖에 없다. 데드 스 페이스를 없애고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수납 공간, 입체적인 수납 공간을 위해 다양한 공간 장치가 적용된 이유이다. “2,3층의 라커룸은 부족한 수납 공간을 복도 쪽에서 해결한 경우이다. 통로 공간을 빼고 남는 데드 스 페이스를 활용한 것이다. 라커룸의 문은 반투명 재료를 썼는데, 우리끼린 이것을 ‘라이프 스타일 갤러 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라커룸 안의 물품들은 거주자의 삶, 이를 테면 구성원의 연령, 취미 등을 추측 케 한다. 이로써 자칫 수용소처럼 보일 수 있는 복도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었고, 입주자 개인의 삶을 좀 드러내고 싶었다. 공용 공간, 공유 공간, 공공 공간이란 건 개인의 삶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단면이 곧 입면 효율성으로 확보된 “단위 세대 외부 경계의 여지 공간”은 “빡빡한 불륨에 여유있고 매력적인 표정”으 로 인근 주민들에게도 쉽게 인지되고 접근될 수 있도록 그대로 입면에 드러나 있다. “전체 건축물은 마치 음각된 도장과 같이, 하나의 솔리드한 볼륨에서 파 내어진 다양한 형태의 공유 공간이 드러나 삶의 단면이 곧 입면이 되는 공간이 되었다. 요컨대, 문정동 공공 원룸 주택은 집합적
WORK 3 dialogue
그것이 표현되는 공간이 아닐까.”
삶이 음각되고 개별적 삶이 양각되어 빚어진 도시의 커다란 도장으로서 중층적 삶의 단면이 드러나 는 압출 성형된 커뮤니티(extruded community)인 셈이다.” 축적된 데이터와 다이어그램에 의한 해석으로 설계를 풀어나가는 실용적이고 분석적인 태도와, 다 이어그램적 해석과 재배치를 건물의 형태에 적용하는 방식은 건축가의 다른 작업에서도 볼 수 있는 설계 방법론이다. 이로써 건축가는 작업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고, 건축주와의 소통, 특히 공공과 소통하는 데 유효함을 획득한다. “프로세스(process)를 형태로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은, 형태적 유희 때문이라기보다 소통의 용이함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프로세스든 리서치(research)든 그것이 자연스럽게 다이어그램이 되고, 또 형 태가 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다만, 잘 안 돼서 그렇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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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와이드 REPORT
뉴욕의 젊은 건축가상,
THE ARCHITECTURAL LEAGUE PRIZE FOR YOUNG ARCHITECTS +DESIGNERS 와이드 REPORT
진행_김정은 와이드 beam 실장 인터뷰_임동우, 이승택, 나은중ㆍ유소래, 박진희
지난 5월 뉴욕 건축연맹(The Architectural League NY)에서 주최하는 젊은 건축가상(The Architectural League Prize for Young Architects+Designers, 예전에는 The Young Architects Forum으로 불렸다: 이하 ALP)의 여섯 팀 수상자 중 한 팀으로 보스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동우 (PRAUD: Rafael Luna & Dongwoo Yim) 씨가 선정되었다. ALP는 북미지역에서 권위 있는 상이자, 작금의 세계 건축계에 영향력 있는 여러 건축가들이 거쳐간 상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 이승택・임미정 (2012), 나은중ㆍ유소래(2011), 양성구(2009), 박진희(2007), 양수인(2006), 조민석(2000) 등 여러 한국인 건축가들이 이 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서도 눈여겨보는 상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에서도 지난 몇 년간 젊은 건축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젊은 건축가상>(문화체육관광부 주최)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운영 방식이나 지원 방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본지에서는 지난 2010년 7-8월 호(통권 16호)에서 <‘젊은 건축가상’을 말하다>란 지면을 통해 <젊은 건축가상>의 진화와 수상자들의 ‘건축가’로서의 진화에 대해 다룬 바 있다. 이번 지면 역시 젊은 건축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풍토 조성 을 위한 상으로서 ALP를 바라보고,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나 지원 방식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다. 이에 올해 수상자인 임동우 씨를 비롯하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역대 수상자이자 디자인 위원으로 심사 에 참여한 바 있는 이승택 씨, 박진희 씨, 그리고 국내와 뉴욕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나은중ㆍ유소래 씨를 인터뷰했다. 인터뷰이들은 뉴욕의 특수한 건축 환경을 고려하면서 이 상의 장단점과 젊은 건축가 육성 풍토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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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임동우 | 1977년생이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로 입학하고, 이후 건축공학과로 전과하여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도시 설계 건축학을 전공하였다. 한국의 정림건축과 미국 마차도 & 실베티 어소시에이트(MachadoSilvetti Associate)을 비롯하여 일본(Maki & Assoc.)과 네 덜란드(West8)에서 실무 경험이 있다.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프라우드(PRAUD; Progressive Research on Architecture, Urbanism and Design)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며, 건축 프로젝 트와 여러 리서치들을 진행 중에 있다. 연구는 도시 컨텍스트 와 연계한 건축적 타이폴로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이를 통한 도시의 점진적인 변화(Integral Transformation)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가 있으며, 최근 <뉴욕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 근작으로는 El Salvador의 <Casa Periscopio>가 있고 현재 한국에 <Leaning Hous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승택 | 1977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 다. 하버드에서 Architectural Department Faculty Design Award (M.Arch II Prize) 수상자로, 그리고 같은 해 SOM architecture and urban traveling fellowship에 Finalist로 선정되었다. SYSTEM LAB(Seoul/Korea)과 Herzog and de Meuron (Basel/Switzerland), nARCHITECTS(New York/ US), 그리고 LEVENBETTS(New York/US)에서 프로젝 트 건축가로 실무를 쌓았으며, 2009년부터 stpmj(Brooklyn/ US)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Storefront for Art and Architecture와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2009 (Korean GSD Group)에 초청되어 전시에 참여하였다. 2012년 <뉴욕 젊은건 축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3년 뉴욕건축연맹의 디자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외 Little Free Library Competition/New York Idea City Festival, New York Hotel Tower Design Competition, Sukkahville Design Competition, Van Allen Design Competition 등 국내외 많은 공모전의 수상을 통해 그의 건축언어인 "Provocative Realism"을 실험하고 있다. 나은중ㆍ유소래 | 나은중(1978)과 유소래(1982)는 각각 홍익대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U.C. 버클리를 같은 해 졸업하였다. 2010년 공동으로 뉴욕에서 네임리스 건축을 개소한 후 서울로 사무실을 확장하였으며, 불예측성의 시대에 단순함의 구축을 통해 이 시대의 건축과 예술 그리고 문화적 사회현상을 탐구하고 있다. 건축과 함께 사진, 비디오, 설치 등 타 매체에 대한 공동 관심사로 서울, 뉴욕, 시카고, 버클리 등 의 도시에서 다수의 작업을 전시, 기획하였다. 2010년 보스턴건축가협회상(AIA/BSA)을, 2011년 뉴욕건축가협회 상(AIA NY)과 뉴욕건축연맹 <젊은 건축가상>, 2012년 문화 관광체육부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하였다. 박진희 | 1972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 았다.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뉴욕에 등록되어 있는 건축가이 며, 캠브리지, 뉴욕, 서울에 기반을 두고, 융합 학제, 그리고 지속가능한 콘셉트로 디자인에 접근하고 있는 건축회사 SsD 의 창립 소장이다. 제품, 주거, 문화, 도시 디자인 등의 여러 프로젝트 유형을 다양한 범위로 다년간의 경험과 지식을 적용 하여 미학과 지속가능성의 융합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뉴욕건축연맹에서 2007년 <젊은 건축가상>을, 2012년에는 <이머징 보이스 상>을 수상했다. 2009년 AIA Young Architects Award를 비롯하여 13개의 AIA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현재 하버드 디자인대학원에서 Design Critic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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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1. The Architectural League
취지가 북미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세대의
Prize(ALP)의 위상은 어떠하고,
건축가들을 발굴하고 ‘건축계’에 이러이러한
이 상에 지원하게 된 동기 혹은
젊은 건축가들이 있더라, 라고 알려 준다는
배경은 무엇인가?
의미에서 조금 더 발을 넓힐 수 있는 계기는
와이드 REPORT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과 더 이승택: ALP는 북미지역 젊은 건축가들에
불어 동아시아 문화권을 종종 이야기하듯이
게는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상이라고 할
이들도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함께 묶어서
수 있다. 1981년 첫해 수상자 Steven Holl을
이야기를 할 때가 많은데 이 세 나라들을 대
시작으로 Neil Denari, Billie Tsien, Stan
상으로 지원자들을 받기 때문에 좀 더 ‘교류’
Allen, Preston Scott Cohen, ARO, Office
의 차원이 크다고 본다. 아무래도 직접적인
dA, LTL 그리고 nARCHITECTS 등 현대
학연/지연이 느슨한 문화권이기 때문에 이
건축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건축가들이
러한 교류를 통해서 네트워크를 구성해 나간
선정되었다.
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2006년부터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뉴욕건축
나은중・유소래: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사실
연맹 사무국을 통해 이 상에 대한 정보들을
ALP 상 자체가 아니라, 수상 후 출판되는 작
얻게 되었다. 2009년 졸업 후 뉴욕의 건축사
품집이었다. 미국에서 공부할 당시, 주변의
무실에서 실무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stpmj
친구들이 ALP 작품집을 많이 보았다. 그 책
라는 이름으로 2년 남짓 간헐적으로 진행했
에서 즐거운 건축적 생각들을 접할 수 있었
던 개인 프로젝트들을 돌아보고 스튜디오의
고, 때문에 작품집 시리즈를 여러 권 사 보았
방향성을 정립할 필요성을 느꼈다. 개인 작
다. 당시에는 단순히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
업에 대한 일차적인 검증과 stpmj의 목소리
을 모아 놓은 단행본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를 내기 위한 출발점으로 ALP가 가장 좋은
서야 이 책이 ALP의 수상 관련 출판물인 것
무대라고 생각해 2012년 지원하게 되었다.
을 알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도 도전해
박진희: ALP는 젊은 건축가들의 전통있는
보자라고 생각했다. 뉴욕에서 네임리스라는
등용문으로 인식되어 있다. 나고 자란 곳이
이름으로 일 년 반 정도 작업을 진행하던 시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실무를 시작하게 되
점에 이 상의 공고를 접했고, 부족하지만 좋
면 막막한 경우가 많이 있다. 학교에서 학생
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원했다.
으로서 쌓은 인맥과 지식으로 사회에 나와서 개인 사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물 론 정도차이가 있겠지만 자국민이여도 젊은 건축가로서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된다. 이때 부지런히 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
PRAUD’s exhibition for
Beer Sheba Daycare Center
the league prize 2013
(사진: Federico Trujillo)
큼 알리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런 상에 지원 하는 것도 그런 노력 중의 하나이다. 임동우: 개인적으로 ALP 대해 알게 되고 관 심을 갖게 된 동기는 2009년 수상자인 양성 구 소장을 통해서였다. 양소장이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꼭 한번 지원해 볼 만한 상이라
Busan
고 조언해 주었던 것이 계기가 되었고, 사무
Opera House
소 개소 이후 우리의 작업을 좀더 많은 사람 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되었 다. 이 상을 받는다고 해서 갑자기 다른 기회 가 주어진다거나 눈에 보이는 새로운 커리어 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 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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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2. ALP의 진행방식(참가 자격, 심사의 주
는 이유는 사무국이 비영리 단체로 재정적
안점, 심사위원의 구성 등)의 장단점은 무
으로 풍요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엇인가?
들의 교통, 숙박 관련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심
PRAUD
Seattle Jelly Bean
나은중・유소래: 한국의 <젊은 건축가상>의
서 사무국은 한 해 평균 100명의 지원자 수
경우, 건축사 면허가 있고 1개 이상의 실현
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수상자의 전
된 프로젝트가 있는 건축가만이 응모할 수
시와 강연을 위한 항공권은 제공되지 않기
있다. 즉 한국에서는 실제 건물을 지어야 인
때문에 지원자가 교통, 숙박비용을 부담해
정이 되고 이야기거리가 된다. 반면 ALP의
야 하는 아시아와 유럽 지역은 배제한다. 이
경우는 이론적 작업이나 실제 작업, 어떤 종
는 다양한 지역 수상자들의 확보와 그들 사
류의 프로젝트인지, 어떤 매체를 통해 실행
이의 교류를 위해 적극적인 자금 조달(fund
했는지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만 재학 중에
raising)을 통한 비용 충당 혹은 기존의 강연
학생으로서 진행한 작업은 제출할 수 없다.
과 전시 방법의 변화 등을 통해서라도 개선
ALP의 제출물은 30쪽 내외의 포트폴리오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졸업 후
와 250단어 이내의 서술(statement)이다. 이
10년 이내”로 지원 자격을 정한 것은 수상자
렇게 압축적인 글을 요구하니, 심사위원들이
들의 범위를 폭넓게 만드는 장점이라고 할
정말 이 글을 읽고 지원자의 생각을 살펴보
수 있다. 매우 개념적인 작업 성향을 갖는 졸
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업 초년생들부터 10년 동안의 실무적 경험
임동우: 기본적인 응모 자격은 최종 학력 졸
을 바탕으로 진지한 해결책(solution)을 제
업 후 10년 이내의 실무자에게 주어진다. 개
시하는 건축가들을 동시에 수상자에 포함시
인적으로 매우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생각
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다. 이 상은 건축사 면허와는 무관하게 진
올해 디자인 위원회(design committee)로
행된다. 그 이유는 우선 AIA에서 AIA자격
활동하는 동안 주제 선정에 할당된 시간은
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젊은 건축가상
총 8주였으며, 앞서 제시된 32개의 주제와는
이 따로 진행되기도 하고, ALP는 면허의 소
달라야 했기 때문에 폭넓은 리서치가 필요했
지 여부보다는 건축가냐 디자이너냐를 떠
다. 주제에 대한 지원자의 독특한 해석 그리
나 현재 하는 일이 얼마나 잠재성을 갖고 있
고 그 서술(statement)이 작품에 어떻게 반
고 건축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줄 수
영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심사의 기준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매해
었음을 볼 때, 32년 동안 발굴한 새로운 주제
테마를 설정하여 그 테마에 맞는 팀을 선정
들이 이 상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하는 것이 심사의 기준이다. 올해의 테마는
생각한다. 심사위원은 디자인 위원 3명과 그
‘Range’였다. 우리의 경우 이 테마를 ‘Range
들이 초청한 5명, 이렇게 총 8명으로 구성되
of Architects’ Role’이라고 해석하여 건
며 적어도 한 명의 여성이 포함되는 것을 원
축가의 역할, 즉 Architect as practitioner,
칙으로 한다. 또한 건축을 비롯한 조경, 도시
researcher, dreamer and theorist 라는 네
혹은 순수 예술가 등 각기 다른 전문 분야의
개의 건축가의 주된 역할을 보여 주면서 그
실무자(practitioner)와 교수(professor)가
안에서 우리가 그동안 진행해 온 모든 프로
주제에 따라 포함되기 때문에 특정 방향으로
젝트를 선보인 것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수상자가 두드러지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가장 잘 된 프로
8명 심사위원들의 단계별 투표 중 많은 득표
젝트 몇 개를 선정해 보여 주기보다는 우리
를 얻은 지원자들을 상위에서 선택하고, 주
의 모든 것을 보여 주겠다고 한 것이 전략이
제와의 부합 여부를 최종 토론(discussion)
라고 하면 전략이었던 것 같다.
을 통해 확정하기 때문에 다양한 범위의 수
이승택: ALP가 지역적으로 응모 자격을 제
상자를 선정할 수 있고 비교적 공정한 심사
한(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거주자)하고 있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와이드 REPORT
사를 하루만에 할 수 있도록 기획한다.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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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하지만 응모 요건을 디지털 파일이 아닌 출 력본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 역시 개선할 여 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심사위원들이 같은 장소에 모여 제한된 시간 내에 출력된 100여 권의 포트폴리오를 심사하는 것은 자 칫 중요한 토론에 할당된 시간을 줄이는 요 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파일로 접 수를 받고 심사위원들이 심사일 이전에 자료 n!Mccormicks
들을 확인하고 심사를 업로드한다면 심사 당
(Burnham Prize 2011/Entry)
일에는 수상자 선정에 대한 좀더 깊은 논의 들이 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진희: 2008년 수상 이후, 2010년에 디자 인 위원으로 심사를 했다. 심사의 주안점은 그 해의 주제에 맞게 본인의 여러 가지 작업 을 어떻게 편집했느냐, 그리고 얼마만큼 인 상 깊은 전시회를 만들 역량이 있느냐, 였다. 어느 정도 선정 후보가 추려지면 서로 색깔
와이드 REPORT
이 겹치지 않게 조율한다.
stpmj's public lecture for the league prize (pod cast) 2012
past futures, present and futures 101 reenactment/ exhibition (Storefront for Art and Architecture 2012)
Rocking Sukkah (Sukkahville design competition 2011, Finalist(Bui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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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3. ALP 수상으로 어떤 지원을 받았는가?
기회를 가져 봤던 수상자가 많지는 않을 것
그리고 이러한 지원 방식에 대해 어떻게
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
생각하는가?
다는 것은 좋은 방식인 것 같다. 제일 중요한
stpmj
이승택: 수상자들에게는 미화 1천 달러와
건축계의 화두를 이끌어 간다고 하는 뉴욕에
더불어 세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수상자들
서 지난 30여년 간 지속적으로 다양한 행사
은 뉴욕건축연맹 사무국이 주최하는 강연과
와 전시 등을 기획해 온 뉴욕건축연맹의 경
Parson New School 내 갤러리에서 약 한
우, 소위 관객 동원력(?)이 좋은 편이다. 작
달 간의 전시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프린
년에 뉴욕건축연맹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스톤 건축 출판사(Princeton Architectural
입선하여 수상식과 전시회 오프닝에 참석했
Press)에서 그 해 수상자들의 작품집(Young
는데, 당시 참석한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던
Architects Series)을 출판한다. 사무국은
기억이 있다. 우리는 보스턴에 적을 둔지라
웹사이트를 통해 수상자의 작품들과 강연 영
보스턴 건축가협회 공간(Boston Society of
상(Pod cast)을 전시하고 자료를 보관하게
Architects Space)에서 하는 행사에 참석도
된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건축가들은
하고 직접 강연도 해 보았지만, 그만한 숫자
이런 지원들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
의 사람들이 참석하는 일은 드문 경우이다.
는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ALP의 전시와 강
그만큼 뉴욕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행
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건축계 내부의 사
사에서 강연과 전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좋
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
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 일례로 연맹의 자금 조달 방식 중 하나인
박진희: 프린스톤 건축 출판사에서 나오는
‘public donation’은 비건축 관련자들이 간
책뿐만 아니라 <Architecture Newspaper>,
접적으로 연맹이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하도
<Architecture Record> 등 다른 매체에 소
록 유도하면서 관심을 유발하는 도구가 되
개되고,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소개된다. 젊
고 있으며, 이를 통해 건축 행사에 관심 있
은 건축가로서 많은 작업이 쌓이지 않은 상
는 대중들이 스스로 참가하고, 동시에 건축
황에서 이런 홍보는 대단히 큰 영향을 준다.
가나 디자이너들과 연계되는 사례들 역시
나은중・유소래: 프린스톤 건축 출판사에서
종종 있다). 또한 이런 지원들을 단초로 주
수상자들의 작품집을 출판하는 것은 큰 의
요 온라인 웹매거진에 게시되거나 또 다른
미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시리즈는 학
전시, 강의 혹은 제한된 작업에 초대되는 경
생들이나 건축가들에게 많이 유통되고 있다.
우가 있다. stpmj의 경우 2012년 미국 뉴욕
Young Architects Series는 작은 책이라 쉽
의 Storefront for Art and Architecture 갤
게 가지고 다닐 수 있다. 반면 한국의 <젊은
러리에서 주최했던 <Past futures, Present
건축가상>에서 출간하는 책은 부피와 콘텐
and Futures / 101 Reenactments>전에 초
츠 그리고 가격 모두 조금은 무겁게 만들어
대되어 약 4개월 간 전시를 했다. 이러한 다
지는 것 같다. 그리고 물리적인 영역과 별개
양한 미디어를 통한 지원 방식은, 적은 비용
로 상의 가장 큰 지원은 동기 부여이다. 한국
으로 젊은 건축가들을 대중에게 노출시켜 그
의 <젊은 건축가상>과 달리 이 상을 지원하
효과면에서 매우 영리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는 많이 이들은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하
물론 이는 사무국이 포럼, 강연 그리고 건축
고 있다. 그곳에서는 실제 건물을 지을 기회
사무실 오픈하우스(open house) 등의 여러
가 적다 보니 이상적이고 개념적인 작업을 통
이벤트로 오랜 시간 동안 건축문화에 기여했
해 자신의 생각을 표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던 공로와 신뢰도를 가지고 있기에 더욱 효
파급력 있는 매체를 통해 개인적인 생각이 객
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관화될 수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된다. 즉 수상
임동우: 이 상이 젊은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을 통해 얻게 된 자기 확신이 어려운 상황에
하는 만큼, 이전에 전시나 강연, 출판과 같은
서도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와이드 REPORT
것은 이러한 행사의 관객인데, 북미지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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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4.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젊은 건
워크를 형성해 나가고 입지를 다지는 데 도
축가상>과 비교한다면, ALP는 순수하게 건
움이 되는 것이지 갑자기 없던 프로젝트가
축가들의 연합에서 주는 상이다. 이러한 상
생기고 사무소가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 특징이나 위상이 건축가로서 활동하는
것은 조금은 비현실적인 꿈이 아닐까 생각한
데 어떤 도움이나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
다. 하지만 역대 수상자들 중에 많은 건축가들
는가? (국내 <젊은 건축가 상>의 경우 실제
이 수상 이후에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현재 좋
건축 프로젝트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을 보면 많은 자
있다.)
극이 되기도 하고, 미국 내에서 건축을 계속
와이드 REPORT
한다고 하면 적어도 보이지 않는 점수는 받는 이승택: 수상자들에게 실질적인 건축주나 프
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수
로젝트를 직접적으로 연결해 주는 경우는 없
많은 지역, 수많은 국적을 갖고 활동하는 이
다. 하지만 전시나 강연 등을 통해 건축주가
곳에서 이 상을 받는다는 것은 적어도 눈길을
건축가에게 연락을 취하고 프로젝트로 연결
한 번 더 받는 기회는 된다고 생각한다.
되는 간접적인 사례들은 종종 있는 것으로
이와 비교하면 한국의 <젊은 건축가상>은 정
알고 있다. 실질적인 프로젝트보다는 역대
말 눈에 보이는 기회를 제공받는다는 점에
수상자들(Prize Alumni)로서 타 건축가나
서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떠
수상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중요시하는 것
한 지원 방식이든지간에 (실질적이든 비실
같다. 사무국에서는 역대 수상자들 중 매년
질적이든) 제일 중요한 것은 <젊은 건축가상
일정 금액을 기부하는 건축가들을 연맹 위원
>을 수상한 자들만이 아니라 그야말로 ‘젊은
회 회원(League Board Member)으로 등록
건축가’가 많이 생산되고 생존할 수 있는 토
하여 그들에게 ALP 심사를 포함 여러 건축
양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문화 이벤트에 관련된 심사나 디렉팅을 부탁
점에 있어서는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미국도
한다. 이런 모임을 통해 수상 건축가들 사이
그렇게 자유로운 편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 로 도움을 주고받거나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 를 완성시키는 사례 역시 이런 네트워킹의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건축 프로젝트를 연결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 건축가상>의 경우 젊은 건축가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점으로 작용될 수 있으며, 실제 프로젝트 연결에서 완성까 지의 사례가 많아진다면 상의 위상 역시 높 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박진희: 수상 이후 직접적인 프로젝트 수주 는 이루어지지 않지만, 유명한 상이기 때문에 다른 강연에 초대받거나 잡지에 소개되면서 홍보 효과가 생기고, 이것이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실 젊은 회사는 인지도를 높이기 어려운데, 이 상을 수상하면 빠른 시 간 내에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임동우: 이 상을 수상한다고 해서 갑자기 자 신의 커리어가 달라진다고 보지는 않는다. 전시와 강연, 출판 등의 기회를 주는 것이 사 실이지만 이들은 모두 건축계 내에서의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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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LESS
nameless’s portfolio for the league prize 2011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5. 수상자들은 다음해 테마 선정 등에 참여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상자들의 모임과 같은 지속적인 교류의 기회가 있는가? 이승택: 당해 수상자의 강연과 전시 등의 일 정이 끝나면 사무국은 다음해 공모의 주제
nameless’s public lecture for
선정과 모집 요강을 준비한다. 최근 몇 년 이
the league prize 2011
내의 수상자들 중에서 선별하여 디자인 위 원회를 구성하며, 위원들은 주기적으로 만 나서 의견을 교환하면서 주제 및 심사위원 선정, 그래픽 확인, 최종 심사 등의 일들을 결정한다. 올해는 나를 포함하여 Soft lab의 Michael Szivos, Aranda/Lasch의 Benjamin Aranda가 디자인 위원회(Range 2013)로 선정되어 작년 9월부터 활동하고 있고, 수 상자들의 강연 소개와 집담회(Roundtable Discussion)를 끝으로 활동을 마감한다. Michael Szivos, Benjamin Aranda 그리고 Loverich, 2011년 수상자 Catie Newell과 는 서로의 건축 작업에 대한 의견 뿐 아니라 전시 오프닝이나 출판에 관련된 행사에 초 대하는 등 긍정적인 교류를 지속해 오고 있 다. 뉴욕에서 일했던 두 곳의 건축 사무실 (nARCHITECTS와 LEVENBETTS) 소
와이드 REPORT
2012년 디자인 위원회에 참여했던 Michael
장들 역시 각각 2001년, 2003년 수상자들로 디자인에 대한 자문을 구하거나 최근 작품 소식 등을 통해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 박진희: 수상한 다다음해에 디자인 위원으로 선정되었는데, 심사위원들과 테마 선정부터 심사에 참여했다. 수상자들과의 모임은 몇 년에 한 번이라 지속적인 교류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지만 연맹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여러가지 이벤트를 통하여 교류하 게 된다.
Nameless exhibition for the league prize. Arnold and Sheila Aronson Gallery at Parson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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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6. 수상자들을 보면 최근 몇 년 간 한국인의
7. 뉴욕/미국에서 젊은 건축가들이 활동할
수상이 두드러진 것처럼 보인다.
수 있는 여건은 어떠한가? ALP 외에 젊은 건축가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문화에 대해
이승택: 최근 미국 유학생의 증가, 졸업 후
소개해 달라.
와이드 REPORT
미국에서 자신의 건축 작업을 통해 능동적으 로 목소리(design voice)를 내고 싶어하는
이승택: 뉴욕은 수천 개의 건축 스튜디오
한국인의 수적 성장이 주된 요인이라고 볼
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 높은 노동 비용과
수 있다. 그러나 ALP의 수상 여부를 떠나 실
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영세한 젊은 건축가
력있는 젊은 건축가들이 미국, 유럽 혹은 한
들이 지속적 수익을 만들어 내기에 쉽지 않
국에서 다방면으로 왕성한 활동을 통해 알려
은 시장이다.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
지고 있음을 볼 때 물리적 수적 증가 요인 이
하여 많은 스튜디오들이 자체적으로 렌더
외에 그 기저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노출
링(rendering), 모형 작업(model making)
된 세계 건축의 흐름을 창의적으로 비평하고
그리고 제작 서비스(manufacturing: 3d
수용하는 젊은 한국 건축가들의 질적 성장이
printing, laser cutting) 등 다양한 부업을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병행하기도 한다.
임동우: 첫 번째 이유는 물론 북미지역, 특히
하지만 동시에 뉴욕은 패션, 파인아트(Fine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건축가의 숫자가 엄
art), 영화 그리고 산업 디자인(Industrial
청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비
design) 등 서로 협업할 수 있는 문화적 교
하면 유학와서 졸업 후에 이곳에 남아 활동
차점들이 항상 존재하며 예술과 건축 문화
하는 한국 건축가들의 비율이 (통계를 내본
인프라가 상당히 오랫동안 형성되어 온 도시
것은 아니지만) 높아지지 않았나 싶다. 그리
이다. 뉴욕건축연맹, Storefront for Art and
고 더 직접적인 이유는 한국인 수상자들이
Architecture, Center for Architecture, Van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니 북미에서 활동하는
Allen Institute 등 많은 건축 관련 단체들은
한국 건축가들 사이에서 이 상에 대한 인지
건축 관련 전시와 포럼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가 높아지고 지원하는 비율도 높아지는 게
젊은 건축가들이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아닌가 싶다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시(Government) 차원에서 그들에 대한 재정 지원을 보조금 (Grant)이나 장려금(Fellowship) 형태로 제 공하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뉴욕은 젊은 건 축가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음이 분명 하다. 뉴욕건축연맹에서는 ALP 외에도 젊은 건 축가들을 위해 다양한 건축상과 공모전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머징 보이스 어워드 (Emerging Voices Award)는 주로 완공 된 건축 작품들을 심사하여 상을 수여하는 권위있는 행사이며, 매년 6팀 정도를 선정 한다. 올해에는 국제갤러리를 디자인했던 SO-IL이 수상자 중 한 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5월에는 뉴욕건축연맹 사무국과 PEN world voices가 New York Idea City Festival의 일환으로 Little Free Library Design Competition을 통해 젊은 건축가 들에게 지정된 커뮤니티 파트너들과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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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하여 설치하고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 SsD’s exhibition for
공하기도 했다. stpmj의 mirror project
the league prize 2007
가 winning entry로 선정되어 Fourth Arts Block 디렉터와의 협업으로 설치를 완성했 으며 10월까지 6개월 간 The Extra Place/ NY에 전시된다. 뉴욕 주 예술진흥원(NYSCA: New York State Council on the Arts)은 뉴욕 주에
SsD
서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 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을 진행한다. 개인적으로는 지원할 수 없으 며 관련 비영리 단체(Architectural League, Storefront for Art and Architectre, Van allen Institute, Center for Architecture 등) 의 스폰서십(sponsorship)을 통해서만 지원 이 가능하다. 각 단체에서 20명씩 최종 지원 자들을 선별하고 그 지원자들 중 총 15명에 게 미화 1만 달러를 제공하며, 이 지원을 통 된다. MoMA는 매해 PS1 Courtyard에 선정된 건 축 파빌리온을 6개월 동안 전시하는 젊은 건 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 Program) 을 운영한다. 위원회가 추천한 디자이너들 이 경합하여 4팀의 후보들 중 하나의 작품
와이드 REPORT
해 얻은 성과물을 일 년 이내에 리포트하게
을 최종 선정하며 당선팀은 그 디자인을 짓 기 위한 미화 7만 5천 달러를 제공 받는 HBNY (Parenthetical Space)
다. 그리고 BOFFO design competition은 Pier57/NYC에 선정된 패션디자이너나 아 티스트를 위한 공간을 디자인할 기회를 젊 은 건축가들에게 제공한다. 선정자는 미화 2 만 달러와 추가적 건물 재료를 지원 받아 디 자인을 현실화하게 된다. 이 밖에도 Dream
Czech National Library
Pavilion(Figment)과 Folly(뉴욕건축연맹) 가 수상자로 선정된 젊은 건축가들에게 작은 규모의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박진희: <Metropolis Magazine>에서 주관 하는 <Next Generation Awards>도 있다. 임동우: 앞서 잠시 언급했듯, 미국도 젊은 건 축가들이 활동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춘 나 라는 아니라고 본다. 이 이야기는 끝없는 논 쟁이 있겠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우선 미 국/한국 시스템과 유럽의 시스템의 가장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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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차이는 아마도 건축학과 졸업 후 갖는 전문
로 규모와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길은 많지 않
가로서의 위치일 것이다. 유럽 시스템은 졸
고 개인주택이나 근생에 의존해야 하는 경
업 후 바로 ‘건축가’가 된다는 인식이고, 미
우가 많아진다. 한국에서 <젊은 건축가상>을
국/한국의 시스템은 수년 간의 ‘인턴’ 기간
받으면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이 있는 것으로
을 통하여 자격증을 받으면 ‘건축가’가 된
아는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수상자만이 혜
다, 라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택을 받는 제도로는 왜곡된 시장이 변하지는
교육 제도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
않을 것 같다.
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한국의 시스템에서
나은중・유소래: 미국, 특히 뉴욕에서는 실
는 졸업 직후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회
제 건물의 구축 기회가 적다. 뉴욕에 젊은 건
사’가 필요한 것이고, 그 보호막 때문에 젊은
축가들이 머무는 이유는 그 도시에 건물 만
건축가들이 양성되는 것이 더 힘들기도 하
들 기회가 많아서라기보다는 건축의 동시대
다. 기성에 기생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
성(contemporariness)을 흡수하려는 의도
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일반 공모전보다는
가 많은 것 같다. 이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RFP(Request For Proposal) 같은 형식으로
단단한 문화적 인프라 때문일 것이다. 반면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
작은 장소 혹은 템포러리 구조물을 만들 기
우 디자인까지 하지 않고 경쟁에 참여할 수
회는 많다. 공모전을 통해 만들어지는 파빌
있다는 점에서 건축가 입장에서는 더 합리
리온이나 설치물 등의 작업을 통해 젊은 건
적일 수 있으나 심사의 기준에서 그 건축가/
축가들은 개념적이고 공공적인 작업에 몰두
혹은 사무소의 실적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하게 된다. 더불어 ALP는 프로젝트가 아닌
때문에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건축가 중심의 상이다. 뉴욕에서는 작은 규
없는 것이 사실이다.
모의 작업도 공모로 진행되므로, 단일 프로
AIA에서 주최하는 <젊은 건축가상(AIA
젝트의 기회는 많다. 하지만 ALP처럼 건축
Young Architect Awards)>이나, 각 지역
가를 대상으로 큰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경
건축가협회에 젊은 건축가를 대상으로 하는
우는 흔치 않다.
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들은 대부분 상에 그치고 따로 육성을 한 다든지 지원을 해 주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젊은 건축가들은 인위적으로 육성된다고 좋은 건 축가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건축 가라는 직업이 죽을 때까지 지속적인 경쟁을 통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공정하고 합리적인 공모전 문화만 정착이 되 어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젊은 건축가가 양성될 것이라 생각한다. 즉 관이나 민간 차 원에서 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공모 형식으 로 발주하고, 그 선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 되는 문화가 갖추어지면 젊은 건축가들은 스 스로 살아남을 길들을 알아서 찾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듯이 현재 한국의 공모 전 시장은 크게 두 가지가 왜곡되어 있는데, 하나는 불투명한 선정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대형사들의 시장 잠식이라고 본다. 이 두 가 지에 치이다 보면 젊은 건축가가 공공건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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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8. 국내에 돌아와 사무실을 운영할 생각이
9. 국내에 들어와서 작업하는 젊은 건축가
있는가?
의 입장에서, 공모전이나 젊은 건축가 육성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이나 젊은 건축가들이
임동우: 국내에 실무의 기회가 많은 것이 사
활동할 수 있는 풍토/문화에 대한 제언이
실이다. 국내에서 확실한 프로젝트가 형성되
있다면 말해 달라.
생각은 하고 있다. 다만 PRAUD의 또 다른
나은중・유소래: 한국의 <젊은 건축가상>은
파트너(Rafael Luna)가 남미 출신으로, 관
전시, 출판과 함께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
련 프로젝트를 할 기회를 만들고 있다. 이러
려는 의도를 통해 젊은 건축가들의 영역 확
한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가능한 베이스
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자격
캠프가 될 수 있는 사무실을 미국 어딘가에
증이나 지어진 프로젝트 등의 자격 요건으로
두고 프로젝트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운영하
인해 실제 상에 도전할 수 있는 시기는 그리
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빨리 오지 않는다. 또한 어떤 이들에게는 너
이승택: 한국과 미국에서의 실무의 기회와
무나 어려운 자격 요건일 수 있다. 현실에서
운영을 일대일 대응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어떤 일을 수행했는가보다 어떤 고민을 하고
그러나 언어 장벽이나 외국인으로서 세금 그
있으며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판단
리고 보험 문제만 보더라도 단순히 실제적인
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전 서
프로젝트의 기회 이외의 요인으로 미국보다
울시에서 소규모 공공건축물의 경우 디자인
는 한국에서의 여건이 조금 더 나을지도 모
공모로 발주 방식을 변경하기도 했고, 비록
르겠다. 한국에서 좋은 기회가 있다면 언제
기획, 자문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서울시 공
라도 들어갈 계획이 있다. 더불어 남은 시간
공건축가라는 이름으로 신진 건축가들의 영
동안 응모 자격을 갖춰 한국의 <젊은 건축가
역 확장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시스템이 마
상>에 도전해 보고 싶다. 그때까지는 미국에
련되기도 했다.
서 계획하고 있는 것들에 집중하고 실무 및 운영에 관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스스로의
와이드 REPORT
면 국내에서 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싶다는
해답을 찾았으면 한다. 박진희: 실무 면에서는 나라마다 각각 장단 점이 있다. 한국과 미국만 놓고 비교하자면 한국에서 더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젊 은 건축가에게도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 기 회가 단지 지을 수 있는 기회라면 기회가 아 닐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헤이리에 완공된 <화이트 블럭 갤러리>가 있고 현재 두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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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와이드 EYE
The Bartlett Seoul Show 2013 바틀렛 동문들에게 묻다
고진혁/PLP Architecture, London, Architectural Designer 김진숙/공명건축사사무소 대표 박현준/(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실장 박현진/온건축디자인(주) 소장 이정희/ L.aa.b 대표
지난 5월 25일부터 5월 31일까지 서울시청 지 하 1층 시민청 갤러리에서 열린 <바틀렛 서울
와이드 EYE
쇼 2013>은 영국 UCL(University College London)의 건축환경학부인 바틀렛 건축대학 (The Bartlett) 한국 동문회에서 기획한 전시회 이다. 바틀렛 건축대학은 ‘건축을 사고하는 방 식의 혁명’에 집중한 아키그램 그룹의 피터 쿡 (Peter Cook)이 학장을 지냈던 곳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피터 쿡에게 수업을 받았던 바틀렛 의 동문과 재학생들이 영국 건축의 문화적 충격 을 국내 건축가들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 로 드로잉 28점, 필름 6점, 논문 3점 등 모두 37 점의 작품이 공개됐다. 참가자 중 한 사람인 박 현준(삼우건축 실장) 씨는 “전시회를 계기로 다 양하고 유연한 건축적 틀이 생길 수 있다면, 한 국 건축계에도 좀더 풍부하고 새로운 공간의 이 야기들이 꽃피울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번 전시 의 의의를 전하기도 했다. 본지는 <바틀렛 서울쇼 2013> 참가자 5인으로 부터 바틀렛의 건축 교육은 어떠했고 그곳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또 그것으로 한국 건축 사회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물어 보았다. 보 다 다양한 건축 사회, 차이를 존중하는 건축 사 회를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는 의도에서다. 개인 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과 지면의 한 계로 충실한 답변을 축약할 수밖에 없었음을 밝 힌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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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혁, Freud’s Head in the Hall, 2010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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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틀렛과 나
비물질에 반응하는 현상학적 관점의 공간에 매료/김진숙 미셀 루 트번스타가 “창의적 사고는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는 가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듯이 바틀렛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창의적 사고는 다양성과 실험성을 인정하는 학교의 분위기 와 교육 과정에서 이루어짐을 경험했다. 바틀렛에서 닐 스필러(Ne i l S p i l l e r )교수와 스튜어트 문로 (Stuart Munro)의 지도로 건축 디자인 석사 과정(M.Arch in Architectural Design) 졸업 후 나는 비물질(immaterial)에 반응 하는 현상학적 관점(phenomenological perspective)의 공간에 매 료되었고, 프로젝터와 필름과 같은 미디어 툴(media tool)을 가지 고 건축적 사고를 전개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건축은 현 실을 기반으로 하는 초현실적 공간의 탐험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의 새로운 건축적 발견은 건물의 한 부분에서, 때로는 도시의 한 부분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 한 태도로 우리 일상에 새로움을 더하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찾는 것이 현재 진행 중인 나의 건축 디자인 사고의 영역이 되었다.
년째 해를 보내고 있던 나는 회사의 지원으로 바틀렛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운좋게도 런던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 아 <Summer Show 2008>이 열렸는데 과연 학생들의 작업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퀄리티의 작품들은 충격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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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틀렛 섬머 쇼 & 필름 아키텍처/박현준 2008년 6월, 삼우에서 4
한국의 제도권 교육과 사무실에서 수없이 접해 왔고 규정지었던 ‘건축’의 범주를 벗어난 작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기계, 생물학, 필 름(film) 등 타 학문과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이종 교 박현진, Giving Freedom in the Boundary, 2005
배된 새로운 형태의 건축적 실험들은 거대한 문화적 충격이자 탈 출구로 다가왔다. 특히 Unit15(Nic Clear)의 필름 작업들은 내게 그 어떠한 실험들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만의 디자인 방법 ‘Giving freedom in the boundary’/박현진 나는 바틀렛에서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다. ‘디자인을 유추하는 생각’하는 법을 익혔다고 할 수 있겠다. 영국은 학기가 9월부터 시 작되는데 그때는 가을이어서 낙엽이 한창 예쁜 계절이다. 근본적 인 질문부터 던지는 교육 환경이었다. “왜 낙엽이 아무렇게나 떨 어져 있는데 누군가 디자인한 것처럼 예쁜가?” 그러한 물음을 시 작으로 석사 과정 동안 ‘자유로운 디자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을 거쳤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근본적 생각의 흐름부터 답을 찾 아가는 과정이었기에 성경, 철학, 미학, 수학 등 다양한 접근 방법 등을 통해 카오스(chaos)이론, 인터랙티브(interactive)디자인, 찬 스 메소드(chance method) 등이 도출되는 과정을 이해하게 되었 고, 나 역시도 그 범주 안에서 ‘Giving freedom in the boundary’ 라는 나만의 디자인 방법을 도출할 수 있었다. 막연하게 지금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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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하는 인터랙티브 디자인이 아닌, 근본적 질문부터 던지게 되니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유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CHANCE)가 주어질 때 느끼는 것이기에, 디자이너는 사용 자(USER)가 책임을 느끼지 않고 자유로이 작업할 수 있도록 경계 (BOUNDARY)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인터랙티브 아트에 기반을 둔 나의 관심사를 맘껏 표출하고 다듬을 수 있었던 시간들/이정희 미술대학 조소과를 마치고 영국 런던 바 틀렛에서 처음 건축을 대하는 입장이었을 때, 단 한 번도 전과를 했 다거나 다른 과목을 이수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영 국의 대학원에서는 이미 다른 과끼리의 융합(interdisciplinary)이 유행인가 싶을 정도로 각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었고(아예 코스 이름 에 표기가 된다), 애드리안 포티 교수와 이안 볼든 교수가 이끄는 코 스 MSc in Built Environment(architectural theory and history) 에서도 사회학, 법학, 인문학, 미술, 건축 등의 다양한 전공자들과 함 께 ‘건축’ 을 논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 관점과 시야를 처음부터 다양 하게 거치게 되었다. 이는 학부에서 ‘대중을 포함하는’, 굳이 있는 용어를 차용한다면 ‘인 터랙티브 아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던 나의 관심사를 도리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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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렛에서 맘껏 표출하고 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즉 다 른 관점을 귀담아 듣고 최대한 그 관점을 수용하여 발전시킬 수 있 게 함으로써, 또한 열린 시점에서 자극을 줌으로써 건축이라는 영역 을 최대한 확장하는 자세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건축이라는 태생 그 자체로 광의로서의 디자인을 학교 시스템에 도입하여 실행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높이 사 런던 내 건축 학교 뿐만 아니라 유럽의 건축 학교들은 바틀렛에 적을 두고 있던 튜터들을 교수로 초 빙하여 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물론 언어적인 문제도 있기 때 문에 주로 영어 수업이 수월한 북유럽과 더치계 학교와의 교류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기는 하다. Film is not about the architecture, film is the architecture/ 박현준 나의 작업은 필름 아키텍처(film-architecture)이다. 빌딩을 설명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필름 자체가 상영되는 동안 구
김진숙, Bath in the Mist,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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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되는 순간의 건축이라는 개념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상에서 디지털 필름을 이용하여 건축적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다양한 실 험들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건축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하지 만 나의 이러한 생각은 비슷한 공감대를 갖고 있는 틀이 없다면 새 로운 건축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여전히 ‘지어지는 빌딩’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적 건축의 틀에서는, 아직은 ‘그저 한 편의 영화’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영국에서 필름 아키텍처를 실험할 수 있었던 것은, 필름 자체를 건축적 실험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바틀렛이라는 아카데미아의 틀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국 건축 교육에서도 바틀렛처럼 다양한 틀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카데미아에서 풍부한 상상력의 토대를 만들어 줄 수 있을 때, 보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이야기들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 고 생각한다.
박현준, Digital Labyrinth,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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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터와 튜토리얼
바틀렛 교육의 중심에 놓여 있는 튜터들의 ‘한발 물러섬’/고진혁 바틀렛에서 튜터들의 입지와 영향 력은 절대적이다. 그들이 학생들의 결과에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가끔 그 결정에 반기 를 들며 소송을 거는 학생들도 있지만). 심지어 바틀렛에서는 그 흔한 학생들의 파이널 프리젠테이 션(final presentation)도 존재하지 않는다(바틀렛에서는 프리젠테이션의 수려함보다는 학생들이 생산해 낸 결과물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튜터가 학생을 대신해서 시험 위원회(examination boards)에 프리젠테이션을 하게 된다. 실제로 그 과정에서 튜터들의 평가도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 같 다. 얼마나 학생들의 작품을 이해하고 있으며 튜터가 어떠한 방식으로 학생과 소통했는지를 알 수 있 는 것이다. 이 같은 절대적 결정권은 튜터들에게 막연한 권위를 부여하기 위함이 아니라 학생들과 튜 터들 간의 상호 평가 내지는 소통의 수평 관계를 형성하기 위함이라고 보인다. 여기서 그들이 학생 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중요하게 작동한다. 그들은 학생들 개개인의 성향, 취향 그리고 작업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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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에 세세하게 집중한다. 학기 내내 학생들이 그들만의 무언가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알아가기를 독 려하는 것이다. 한 예로 내가 있던 유닛의 한 친구(Meor Haris K Bahrin)는 로봇이나 기계의 상세 한 연결들을 멋지게 그려내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튜터가 그것들이 그려진 그의 스케치북을 발 견하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후 2년 동안 친구는 손이 문드러질 정도로 기계들을 그려내기 시 작했는데, 영어가 상당히 어눌했던 그는 자신도 지나치고 있었던 재능을 쏟아부으며 좋은 결과로 졸 업을 하게 됐다. 당시 많은 잡지에서 그의 작업 <engineer’s palace>를 다루기도 했을 정도였다. 일주 일에 고작 한두 번의 튜토리얼(대부분의 영국 학교들의 수업 방식)에서도 튜터들은 학생들에게 무언 가를 직접적으로 던져 주지 않는다. 수많은 볼거리, 읽을거리 그리고 가볼거리의 ‘Lists of materials and literature’만이 튜토리얼 후에 남아 있을 뿐이다. 튜터들은 그 안에서 학생들이 맘껏 헤엄치기를 바란다. 이처럼 튜터들의 ‘한발 물러섬’은 바틀렛 교육의 중심에 놓여 있다. 물론 그 ‘물러섬’이 ‘방관’ 과는 다른 것임은 튜터들의 역량 그리고 그 학생들의 결과물로만 증명이 가능할 것이다. 상상력의 극한의 대지를 제공하는 아카데미아/박현준 <Summer Show 2008>에서 보았던 엄청난 퀄리티의 작업들을 보며, 필름과 관련한 다양한 테크닉들을 가르쳐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가슴 이 두근거리던 내게 첫 튜토리얼부터 커다란 시련이 다가왔다. Nic은 과거 학생들의 최종 결과물들 을 보여 주며, 자신은 표현 방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니므로 툴은 “알아서” 공부하되, 최종 결과 물의 퀄리티는 극상을 원한다는 말로 마무리하였다. 더불어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표현 방법 을 잘 생각하여 앞으로 1년 간 최대한 집중하여 스터디할 것을 요구했다. 전년도 학생들은 학교 작업 실에 가끔 찾아와 MArch 졸업률이 50%를 넘지 않는다는 흉흉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영국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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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라는 좋은 제도(?)가 없다는 것도 이때 알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한한 자유로움 속에서 학 생 스스로 원하는 뭔가를 ‘찾게 하는’ 바틀렛의 교육 방식은 생소했지만 그 어떠한 교육 방법보다 충 실했다고 생각한다. 바틀렛의 튜토리얼의 핵심은 다양한 소설, 영화, 페인팅 등의 레퍼런스를 제안하고 토론하는 것이었 다. 레퍼런스의 대부분은 유명한 건축가의 작업이 아니라 SF, 초현실주의 문학 등 다양한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를 통해 학생들이 건축의 본질인 공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 를 어떻게 구체화하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며, 사람들에게 어떤 감동을 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작업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푸쉬한다. 그리고 수많은 다이어그램과 텍스 트의 방식이 아니라, 건축적 내러티브를 담고 있는 감동적인 드로잉(나의 경우는 필름과 크로노그램 (Chronogram))으로 최종 성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이끈다. 여기에서 바틀렛이라는 아카데미아는 상상력의 극한의 대지를 제공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건축적 내러티브를 설정하며, 이를 바탕으로 공간을 만들어 가는 일련의 과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그들 자신만의 이론을 실험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준다. 현실적인 빌딩 프로젝트의 틀을 벗어나기 쉽 지 않은 한국적 교육 현실과 가장 큰 차이점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바틀렛을 향한 크리티시즘/고진혁 매년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바틀렛이지만 영국 건축계의 비 판은 피할 수 없다. ‘빌딩(building)’을 건축에서 몰아내려는 듯한 드로잉들은 바틀렛을 많은 학생들 이 선망하는 대상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에 발 내리지 못하는 ‘환상(fantasy)’정도로 치부 되게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비판들이 반영되어 이런저런 구조적인 변화들이 바틀렛 내부에서도 일 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바틀렛 작업들이 해마다 논란의 여지에 놓이게 되는 현상은 변함이 없어 보인 다. 개인적으로 현실의 건축과 아카데미아의 그것 사이에 일정한 공간을 유지하는 바틀렛의 이 같은 입장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전통적 의미에서의 건축만으로 귀속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비물리적이고 비가시적인 어떠한 영역을 인정하는 사람들만이, 혹은 건축을 하나의 이해나 학습의 대상으로 보기보단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과 소통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만이 그 공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며 그런 풍토를 만들고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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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식, Chicken Hous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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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틀렛의 학생
여정 그리고 파편들(r e c o r d : j o u r n e y a n d fragments)/고진혁 바틀렛의 학생들은 끊임없이 생산해 내고 기록한다. 아주 볼품없는(실제로는 상 당한 완성도를 지닌) 끄적거림, 덕지덕지 아무렇게 나 붙여 만든 듯한 모델들. 마치 퍼즐의 조각들을 생산해 내듯 파편화된 무언가를 매 순간 만들어 낸 다. 실제로 바틀렛에서의 하루는 목적지 없는 ‘여 정’과도 같다. 벤야민의 말과 같이 숲에서 길을 잃 었을 때 비로소 주위의 사물들을 인식하게 되듯 학 생들은 그 여정 속에서 의도적으로 목적지를 상실 하며 끊임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만져 보고 냄 새 맡는다. 바틀렛에서 ‘인문학적 건축하기’ 또는 ‘철학적 건축하기’와 같은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 다. 주변을 ‘배회함’ 그 자체로 이미 자연스럽게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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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또는 철학적으로 건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병, Synthetic Ecolog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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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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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 사이
필름이 어떻게 건축일 수 있지?/박현준 학업을 마치고 다시 회사로 복귀한 후 동료들에게 가장 많 이 들었던 이야기는 “필름이 어떻게 건축일 수 있는가?”, “왜 지어지지도 못할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 가?” 였다. 이제는 디지털 스페이스(digital space), 파라메트릭(parametric) 등의 용어가 일상적인 단어들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 금은 익숙한 이 단어들이 불과 10년 전에는 건축적 실험들이었으며 비슷한 질문들을 받았던 사실을 수 있지 않을까. 나만의 디자인 방법론을 국내 참여형 디자인이나 프로젝트에 적용 중/박현진 2007년 사무실을 열고 지속적으로 영국에서 도출한 디자인 방법을 적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작가가 ‘USER’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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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면, 과연 새로운 시대의 건축과 건축가의 자세는 무엇일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볼
‘OPPORTUNITY’를 제공하며, ‘BY CHANCE’에 의해 ‘EXPECT’한 범위에서 ‘UNEXPECT’하게 얻어지는 다양한 디자인 결과를 기대하는 방법이다. 이는 현재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참여형 디자인 이나, 참여형 프로젝트에도 적용된다. 실제로 2009년 서울시 도시갤러리 프로젝트 ‘하늘 아래 첫동 네’가 당선되어 난곡의 달동네 주민들과 함께 작업했던 과정에도 적용되었고, 이러한 결과로 2013년 프랑스 ‘Saint-Etienne Design Biennale’에 서울시의 대표작으로 초청, 전시되기도 했었다. 2012년 에는 재능 기부로 서울역 노숙자 쪽방촌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인 <소망을 찾는 이>를 리모델링하였 는데, 그들과 함께 직접 리모델링하는 과정에도 적용하여 스스로 만들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한 작업 이 되기도 하였다. 과정을 고민하는 건축 풍토를 기대/김진숙 귀국 후 대형 건축 사무소에서 일했는데, 건축 디자인 과 정에서의 다른 생각, 다른 시도가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는 낯설게 다가가는 것 같았다. 새로운 결 과물을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있었으나, 그것을 만들기 위해 이루어질 수 있는 또는 이루어져야 하는 다양한 시도들과 과정에 대해선 대부분 아주 많이 닫혀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창의성을 요구하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과정은 배치 스터디로 시작해서 배치 대안으로 끝나기도 하였고, 문제가 없는지 에 대한 논의만 무성하였으며, 그 결과로 생산되는 안전하고 익숙한 건축을 선호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창의적인 과정의 부재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는 것 같다. ‘빨리빨리’ 문 화, 부수고 다시 짓는 문화, 결과만 중시하는 건축 문화에서 과정을 고민하는 문화로 조금씩 변화하 고 있는 듯하다. 건축과 타 분야를 융합하는 시도들도 하나둘 시작되는 것 같고. 단기간에 다른 문화 가 만들어지거나 사회가 쉽게 변화하지는 않더라도 변화의 궤도에 막 진입한 느낌이랄까? 그런 걸 보 면 지금 아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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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리고 한강 해부학 Seoul and Han River Anatomy 이득영 Lee Duegyoung
나은중+유소래 본지 자문 위원 NAMELESS 공동 대표
도시는 변화한다.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인 서울에서 이 변화의 근간은 근대화 이 후 거대 기반 시설의 구축을 통해 이루어졌다. 서울 옛 도심의 확장, 다시 말해 강 이남의 도시 구축은 강남, 강북의 이분법적 수사를 만들어 냈고, 이들의 사이 공간인 한강은 반세기 개발의 대상으로 한 강의 기적, 한강 르네상스 등 많은 사회적, 정치적 수사를 만들어 냈다. 이러한 근.현대화 과정에서의 양적 성장에 대한 비판적 견지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강은 일상적으 로 잘 작동하는 풍경이자, 어떤 이들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매개체로 여전히 한강은 그곳에 있다. 사진가 이득영은 한강을 기록했다. 작가의 행위는 보편적인 기록성에 의존하고 있고, 그 결과물인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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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사진에서 숭고한 예술의 기치를 규정짓는 아우라는 찾기 힘들다. 발터 벤야민은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에 일어난 결정적 변화를 ‘아우라의 붕괴’라고 정의하였고, 이에 따라 사진과 영화 등 복제 되는 작품에 유일한 원본에서만 발현되는 기운이 존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득영의 작업은 원본 이 부재한 사진을 매개체로 하는 동시에 개별적 해석을 부재시킴으로 아우라의 붕괴를 강화한다. 그 의 사진 한 장에서 발현되는 세상은 작가의 사회적, 미학적인 관점이 부재한, 그리하여 세속적인 미 의 가치마저 경험될 수 없는 기록 사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진들은 아름답다. 이 역설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만들고 있는 기록의 개념과 과정을 이해 할 필요가 있다. 이득영은 도시 구조와 풍경을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서울을 대변할 수 있는 장소인 한강을 주제로 일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첫 번째 한강 연작은 <69개의 간이매점, 2006>이다. 광나루 지구부터 강서 지구까지 한강변을 따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된 69개소의 간이매점이 피사체이 다. 작가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한강변에서 만난 매점들을 동일한 정면 구도로 촬영하였다. 비슷 한 3평 남짓의 작은 구조물들은 최소 면적으로 최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컨테이너와 일체화된 냉 장고, 가판대 그리고 캐노피는 기능적인 동시에 구조적 유사성을 띤다. 반면 가판을 채운 형형색색의 먹거리와 놀이기구 그리고 널부러진 플라스틱 의자는 장소의 변주를 만들어 낸다. 또한 간이매점 뒤 로 보이는 강 건너 도시 풍경의 변화 역시 이들의 차이를 부각시킨다. 여기에서 간이매점은 피사체이 고 한강은 배경에 불과하다. 이득영은 그의 작가 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이 한강변을 따라 서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그 사람들이 꼭 한번은 들려 봤던 장소가 바로 여러 가 지 물건과 음식을 파는 간이매점이 아닐까… 도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한강변 자전거 도로에는 69 개의 간이매점이 같으면서도 다른 저마다의 모습으로 있었다.” 이렇듯 그의 첫 한강 프로젝트는 직 설적인 대상으로서의 한강이 아닌 그곳을 경험하는 보통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한다. 한강을 따라 펼 쳐진 인스턴트 여가와 소비 풍경은 한강을 경험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그리고 그것은 69개 간이매 점의 집적된 연속성과 차이를 통해 장소의 경험을 표상하고 있다. 그의 사진을 이야기하며 회자되는 미국의 개념 사진가이자 팝 아티스트인 에드 루샤(Edward Ruscha)는 <26개의 주유소, Twenty six Gasoline Stations, 1962>, <34개의 주차장, Thirty four Parking Lots, 1967>등의 작업을 통해 집 적된 일상의 유형학을 보여준다. 에드 루샤는 LA에서 고향인 오클라호마까지 자동차로 이동하며 도 로에서 마주한 26개의 주유소를 사진에 담았다. 그는 26장의 주유소 사진을 책으로 엮어 아코디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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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간이매점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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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펼쳐지는 하나의 풍경을 만들었다. 기록된 주유소들은 그저 도로변의 평범한 장소이었지만 에드 루샤는 하나의 주유소와 한 화면에 펼쳐진 26개의 주유소가 갖는 개념의 차이를 만들었다. 단 일회 성의 재현보다 반복되는 시뮬라크르를 통해서 드러나는 유형학의 개념은 이후 베른트 앤 힐라 베셔 (Bernd and Hilla Becher)에 의해 극대화된다. 첫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이득영은 유형학의 참조에 서 비롯된 서울의 풍경 작업에 몰두한다. 이득영의 두 번째 한강 프로젝트는 2008년 발표된 <25개의 한강다리, 2008>이다. 작업의 대상은 한 강을 가로지르는 기반 시설인 25개의 다리(김포대교, 행주대교, 방화대교, 마곡대교, 가양대교, 성산 대교, 양화대교, 당산철교, 서강대교, 마포대교, 원효대교, 한강철교, 동작대료, 반포대교, 한남대교, 동호대교, 성수대교, 영동대교, 청담대교, 잠실대교, 잠실철교, 올림픽대료, 천호대교, 광진교)이다. 서울의 도시 구조를 떠받치는 한강다리를 기록한 그의 방식은 여전히 객관적이다. 예를 들어 인물사 진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는 방식은 흐트러지지 않은 정면의 증명사진일 것이다. 이득영은 25개 한강 다리의 증명사진을 만든다. 강서에서 강동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비행하며 하늘에서 본 다리의 기록 이다. 하늘로부터의 평면화된 다리는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한강의 시점을 변화시킨다. 이 사진을 찍 기 위해 그는 쾌청한 날(기상청 예보가 시정 20km 이상 확보 가능한) 헬리콥터 하단에 카메라를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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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의 한강다리, 90×60cm 1.김포대교, 2.행주대교, 3.방화대교, 4.마곡대교, 5.가양대교, 6.성산대교, 7.양화 대교, 8.당산철교, 9.서강대교, 10.마포대교, 11.원효대교, 12.한강철교, 13.한강 대교, 14.동작대교, 15.반포대교, 16.한남대교, 17.동호대교, 18.성수대교, 19.영 동대교, 20.청담대교, 21.잠실대교, 22.잠실철교, 23.올림픽대교, 24.천호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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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얼굴 Two Faces; 강북, 일부 구간, 2010
착하고 모니터로 한강다리를 확인하며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각기 다른 크기의 한강 다리를 동일한 사진 프레임에 담기 위해 구글어스(Google Earth)로 다리 중심 좌표 값을 얻고 그 값을 기초로 각각 의 다리 길이와 렌즈 화각의 삼각함수 탄젠트 값을 계산하여 헬리콥터의 비행 높이를 결정했다. 그렇 게 계산된 위치에서 촬영된 사진은 한강다리와 강남, 강북의 집입로 등 주변 상황을 온전히 보여 준 다. 이러한 치밀한 기술적인 과정 이외에도 서울의 항공 사진을 찍기 위한 절차들, 예를 들어 군부대 의 허가와 촬영 후 사진 검열 등 행정적인 절차도 요구됐다. 논리적인 사고와 예측할 수 없는 시행착 오를 통해 얻게 된 25개의 다리 사진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파편적인 장소의 기억을 하나의 화면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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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압축한다. 영동대교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구조와 형상을 기억하며 정확하게 묘 사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파편적으로 경험되는 한강다리들이 그의 사진에서 전체로 또 제각기 다른 차이로 읽혀진다. 양화대교는 다리의 1/3지점이 선유도에 걸쳐 이곳을 기점으로 약 10도의 각으로 꺾여 있으며 한강 철교는 4개의 섬세한 트러스 구조를 통해 가녀린 구조를 지지하고 있다. 다리 자체 의 구조뿐 아니라 강남, 강북과 마주하는 접점 역시 다양한 반경의 곡선과 직선의 교차를 통해 복잡 한 도시 구조를 드러내고 있다. 사실 이러한 항공 사진의 관점은 예전만큼 특권적이지 않다. 구글어 스(Google Earth)등 다양한 위성 기반 지도를 통한 시선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세계 의 지리 정보는 디지털 레디메이드(digital ready made)되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소비할 수 있는 정보가 되었지만, 기성화된 정보는 그 안에 엄연한 해석의 한계가 있다. 이득영은 이를 자신의 시선 을 통해 기록하였고, 자신의 정보로 취하여 정보의 상대적 부피를 확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득영 의 시각과 좌표가 개입된 개념적인 작업은 기성화된 지리학 정보와 근본적 차이를 가진다. 그는 2010년에 발표된 세 번째 한강 프로젝트 <두얼굴, 2010>을 통해 한강이라는 장소에 좀더 깊게 침투한다. 한강 상류인 경기도 미사리에서 출발하여 하류인 김포대교까지 48km를 물 위에서, 즉 강 을 지나는 다양한 배 (유람선, 행정선, 한강 청소선, 수중 택시)를 타고 한강 이남과 이북의 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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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촬영했다. 이때 촬영된 1만 300천 장의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그는 수많은 정보를 압축하여 강남 그리고 강북, 이 2장의 파노라마 사진으로 만들었다. 사진에서 일부 건물은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이 것은 한강이 일직선이 아닌 w자 모양으로 흐른다는 것을 방증하는 동시에 이것이 기록 사진이 아닌 편집되고 왜곡된 현실이라는 것을 전달한다. 전시장에서 프린트된 사진의 총 길이는 86.2m로 전시 공간에 맞춘 사이즈로 출력된 것이다. 특정 지점에서의 강남과 강북을 비교할 수 있도록 강북은 정방 향, 강남은 반대 방향의 상하로 병치시켰다. 유람선을 타고 흘러가는 48km의 도시 풍경은 한장의 사
이득영의 사진은 객관적이며 치밀한, 그리하여 도시를 바라보는 해부학적 시선이 지배한다. 하지만 그는 대상에 대한 집적과 분류 그리고 정교한 배열을 통해 사실을 과장 없이 증폭시킨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변화한다. 땅에서 바라본(69개의 간이매점), 하늘에서 바라본 (25개의 한강다리), 그리고 물에서 바라본(두 얼굴) 한강은 우리가 마주하는 보통의 풍경을 비일상 의 개념으로 치환하며 유형학의 경계선을 넘나든다. 동시에 이득영의 전체를 바라보려는 시도는 하 늘, 땅, 물에서의 끈질긴 행위를 통해 하나의 완결성을 이룬다. 그의 작업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라보
사진 더하기 건축 14
진으로 합축되어 서울을 드러낸다.
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어쩌면 너무 가까워 놓치고 있던 장소에 대한 가치 있는 시선이자 동시에 한 강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작가의 끈질긴 아키이브 행위에 대한 경의일 것이다.
두얼굴 Two Faces; 강남, 일부 구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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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3
도시・건축과 기획, 그 실현을 위한 MA Master Architect 제도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3
황순우 인천아트플랫폼 MA
인천아트플랫폼
MA(Master Architect)제도 MA제도란 공적인 사업 주체(공공)로부터 사업 추진 과정의 관리와 디자인 조정을 위임 받은 전문가가 사업 이 진행되는 동안 통합 관리를 위한 마스터플랜(Master Plan)을 작성하고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업의 완 료 시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통합적으로 계획, 관리하 는 방식이다. 프랑스 지구건축가제도에 그 기원을 두 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만들어 널리 사용한 ‘MA(Master Architect)제도’를 용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도입 목적이나 취지, 역할 등 운영상의 특성은 조 금씩 다르나 이와 유사한 제도로 디자인 커미셔너(미 국), 코디네이터(유럽)제도가 있다. 대규모 지구 개발, 도심 재생, 주거 단지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실무 경험과 이해 조정 능력이 탁월한 1인의 건축가(MA)를 선정하거나 혹은 팀을 구성하는 제도로, 사업 주체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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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우 1960년에 인천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부터 (주)건축사사무소 바인을 개소 하여 대표 이사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설계 스튜디오를 지도하고 있다.주요 작품으로는 국립 경진정서 장애학교, 돌체소극장, 하나비젼교회, 효성중앙교회, 인천서구성모병원, 연평도 피폭전시장,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등이 있으며, 2010년에는 인천아 트플랫폼으로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사진 작가로 활동 중이며, 이사사이전(2010), 어떤 동네(2012) 전시를 기획하고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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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고 개발 시기도 일치하지 않는 대규모 지구 사업에서 기획부터 설계, 현장에 이르기까지 전체 과정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계획부지 전체에 대한 종합적 계 획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배경 조준배 영주시 디자인관리단장은 <와이드AR> 통권 33 호를 통해 “공공의 기획을 위한 민간 전문가 제도 실험” 이란 글을 기고한 바 있다. 그는 이 글에서 민간 전문가 제도의 도입 배경과 의미를 서술하였는데, 즉 세계화 정 보 사회의 가속화로 삶의 질에 대한 가치가 다변화하고 국가 간 경쟁이 도시 간 경쟁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 대응할 수 있는 법(건축기본법)과 제도(총괄계획가) 에 대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이러한 변화는 대량 생산 체제에 따른 양적 구상에서 완료 시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는 사업 시행 절 차 과정에서 일관성 있는 계획을 위해 기획가가 참여하 여 종합적인 설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이나, 순차 적으로 사업이 시행될 경우 조화로운 도시 환경이 조성 될 수 있는 방법 등이 필요하게 되었고, 행정 시스템이나 용역만으로는 부족한 독창적 전문성, 효율성, 일관성 있 는 종합적 계획의 수립, 그리고 참여와 소통의 전문적 조 정 역할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기존의 도시 개발 방 식, 즉 공공 주도로 진행되고 토지 분양 후 민간에서는 최대의 이윤 확보에 주력하는 이원화된 도시 개발 시스 템이나, 사업성 위주의 단기간 계획 수립 과정의 문제점 등을 보완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2000년 주택공사에
인천아트플랫폼 조감도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3
수준에서 질적 수준으로의 향상을 기대하게 했다. 사업
서 용인신갈지구에 처음으로 MA제도를 도입하였고, 이 후에는 MA설계 방식보다는 MP제도를 도입하여 제2기 신도시 개발 사업에 주도적으로 적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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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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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제도의 한계 MA제도를 통해 2차원적인 토지 이용 계획에서 3차원적 인 입체적 계획이 고려되고 우수한 설계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없는 MA제 도의 법적 구속력 문제 때문에 의사 결정 사항의 실효성 이 떨어지고, 사업 주체와의 이견 발생 시 조정에는 어려 움이 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MA가 모였을 경우, 역할 에 대한 사명 의식 부재로 열의가 없거나 실전 감각, 조정 능력이 부족할 경우에는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 동안의 MA의 구성을 보면 초기에는 실무 중심이었 지만 학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으며, 건축 전문가에서 도시 계획 전문가로 변화하고 있다. 지역의 장소성에 따 른 맞춤식 사업을 위해서는 타 지역과 동일한 획일적인 방식과 구성을 지양하고 지역에 적합한 전문가가 초기 부터 투입되어야 한다. 또 적합한 사업의 방향을 설정하 고 실시 설계 단계까지의 전 과정에 참여하여야 한다. 이 로써 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부여되어야만 한다. MA가 실무 능력이 부족할 경우에는 설계자들의 결과물 에 대한 자문회의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MA가 주 도하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계획 업무로 운영되어야 한다. 또한 최초의 MA제도 도입 시기 이후에는 신도시 와 전면 철거 방식의 뉴타운 위주에 적용됐지만, 도시와 지역의 역사 문화 환경, 정주성을 유지할 수 있는 도시 재생을 위해서 주민과의 협력과 소통을 중시하는 조정 능력과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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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아트플랫폼의 사례로 본 MA의 역할 인천시 중구 해안동 일대는 1883년 개항 이후 최초로 근 대적인 도시 계획이 도입된 곳이다. 따라서 개항 이후 외 국인 거주 지역에 건설된 많은 건축물과 도로의 원형을 볼 수 있는 지역이지만, 한편으론 여타의 구도심이 그러 하듯 주변 지역이 낡고 쇠락해 슬럼화가 가속화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인천은 개항을 통해 근대적인 도시로 성장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피식민의 역사가 존재하고 있다. 근대화 과 정에서는 지정학적 특성상 서울로 가는 관문으로, 문물 이 들어오는 곳이자 제국주의적 수탈 창구로서의 역할 을 할 수밖에 없었음을 부인하진 못한다. 그렇다면 그런 자취를 오늘의 시각에서 모조리 없애 버릴 것인가. 그것 이 과연 새로운 인천일까. 그런 고민을 놓고 인천의 문화 계와 시민 사회가 다양한 토론을 거쳐 오히려 과거의 역 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15만 평의 원도심을 재생하기 위한 보존 및 주변 정비와, 문화 시설 기반 구축을 위한 핵심 시설로서 아트플랫폼(Art platform)을 만들게 된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공연을 하는 사람, 향토사학자, 그리고 도시 계획가와 건 축가의 많은 관심 속에 수차례 토론이 있었다. 그 가운데 도시건축포럼은 2000년 6월 인천시에 개항장 일대 도시 재생에 대한 정책 제안을 하였다. 이 제안을 통해 ‘개항 기 근대건축물 보전 및 주변 정비 구역 정비 방안에 관 한 연구’(2000.11~2003.5)가 시작됐고, 2004년 4월부 터 MA의 작업으로 2009년 9월에 개관하게 되었다. 제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3
사의 자취를 보전하면서도 그것을 현대적 가치로 재해
안부터 개관까지 거의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상당한 진 통을 겪으며 조성 공사가 이루어졌는데, 이는 인천시와 전문가, 시민들의 노력이 함께 모여 결실을 맺은 것에 다 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인천아트플랫폼은 원도심의 문 화적 재생의 모범 사례에 속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거 버넌스의 소중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인천아트플랫폼이 민과 관의 협력 속에서 성공할 수 있 었던 것은 MA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미술 문화 공 간에 대한 기본 구상과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 시점부 터 실시 설계, 나아가 실제 공사가 이루어지는 과정까지 MA는 이 사업의 취지와 기본 계획의 내용이 제대로 실 현될 수 있도록 협의, 조정하는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사 업 전반에 관여하였다. 근대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예술가들의 활동을 통해 지 역을 살리기 위해서 기존의 용역 방식이 아닌 총 5인의 MA가 인천시로부터 위촉되었다. 지역을 잘 알고,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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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3
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건축/문화 예술 전반을 총괄할 수 있는 1인의 총괄 건축
류 지역(조계)의 영향으로 당시의 건축적 특성을 지닌
가를 중심으로 건축 설계와 도시 계획 전문가, 예술 경영
건축물과 도로, 필지, 석축, 계단 등이 다수 분포하고 있
전문가 및 지구단위 용역을 담당했던 용역사가 참여하
어 주변과 조화로운 경관 특성을 보전하고 지역의 정체
였는데, 이들은 조율과 협의를 통해 운영을 고려한 실제
성을 확립하기 위해 건축물의 규모, 형태, 재료 및 색채
사업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공공 투자에서 갖고
등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수립하였다. 또한 필지와 도로
있는 고질적인 문제, 즉 ‘건축 따로 운영 따로’ 라는 문제
의 크기는 건물의 높이와 스케일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
가 이 MA제도를 통해 해결되었다. 예술 경영 전문가에
서 이곳에서는 도로를 보존하고 필지의 합병을 허락하
의해 프로그램이 제안되고 그것을 반영할 수 있는 공간
지 않는다. 매스를 필지의 크기에 따라 분절시키고 스케
구성과 시설의 배치 계획, 또 기존 건물에 대한 활용을
일을 조정한다.
위해 건축 양식, 주변과의 조화, 활용도 등 8가지 항목에
또한 근대 문화유산의 보전 계획과 지역 활성화 방안의
의해 기존 건물을 평가하였다. 이에 따라 건물을 비워내
연계를 통해 주민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쇠락하는 원도
고 기능을 고려하여 증축과 신축 등 덧대는 작업들을 하
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가로 환경 개선과 전략 지구를 선
면서 한 공간이 지역에서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하였다. 즉 신포시장에서 차이나타운에 이르는 거리
공간을 재편하고 프로그램을 조정하였다.
활성화를 꾀하고 생명력 있는 문화창조도시의 거점 지
보통 공공 투자에 의해 시설물을 계획할 경우 타당성 조
역을 설정하였다. 이것이 플랫폼(platform)의 조성이다.
사와 기본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형식적일 뿐만 아니
역사의 기억 속에서 아트플랫폼은 문화적 개항을 위해
라 용역 회사의 반복적인 작업으로 지역의 장소적 특성
생성과 소멸을 꿈꾸고 있다. 플랫폼은 정거장처럼 잠시
과 목표가 불분명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
머무는 곳으로 소유의 공간이 아니라 소통하는 공유의
서 지역의 특성과 목표에 부합하는 운영 계획이 포함된
공간이다. 이것은 또한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고 세계로
계획을 만들기 위해 팀을 구성하였고, 사례 분석을 통하
소통하는 전략적 거점 공간이다.
여 프로그램을 확정지어 공간 구성을 하게 되었다. 아울
미술관, 박물관과 공연장이 갖는 고유 기능보다는 예술
러 총괄 건축가에게는 계획과 조정 권한을 주면서 공무
가를 중심으로 한 창작 작업으로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원들과 주민, 시공 회사와 감리 회사, 시민 단체와 전문
지역의 정체성을 세워 가며, 지역에 확산시키고 세상과
가 등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게 했고, 그 결과 애초
교류하는 플랫폼이 구축된 장소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
의 계획대로 사업이 실현될 수 있었다.
다. 지역이라는 굴레를 뛰어 넘어 세계와 소통하고, 스마
그 작업 내용은 크게 역사 경관 보전을 위한 지구 단위
트폰과 같은 플랫폼의 일방적 개념이 아닌, 상호 소통 속
계획 수립과 지역 활성화이다. 근대건축물은 일반적 문
에 수많은 앱(App)을 올려놓고 내려받는 공유의 장소로
화재와는 달리 형성 기간이 비교적 짧고, 보전 가치에 대
계획하였다.
한 논란이 현존하고 있으며, 현재에도 다양한 용도 및 기
시각 미술, 인문학, 음악 공연과 이를 지원할 인천문화재
능을 가지고 사용되고 있다. 또한 부동산으로서 기존 가
단이 아트플랫폼으로 이주해 왔다. 다양한 장르가 융합
치가 중요시되고 있어 보전 계획 수립 시 보상 및 재정
되고 스스로 진화하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주변 지역을
적 지원, 인센티브 부여 등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변화시키고 정주성이 강한 시각 미술의 플랫폼을 구성
기존의 문화재 보호법에 의한 일률적인 보존 방식과 지
하였으나, 근대화의 문화적 충돌 속에서 인천 근대도시
정 위주의 엄격한 보존 방식은 폭넓은 대상을 제도적으
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인문학 플랫폼이 구성되고 있
로 보호하기에 적절치 않으므로 보전 가치를 면밀히 검
다. 또한 에너지와 역동성이 넘치는 공연, 음악 플랫폼을
토하여 개별적인 가치가 뛰어난 것은 문화재보호법에
준비 중인데, 이를 지원할 문화재단이 이곳으로 이전해
의한 지정 및 등록 대상으로 추천하고, 개별적인 가치는
온 것이다. 그 이후에도 MA는 인문학 플랫폼과 지원 플
떨어지지만 주변 경관에 대한 기여도가 높고 훼손의 정
랫폼을 구성하는 일을 진행하면서 개항기 문화지구 지
도가 적은 것은 지구단위계획에 의한 보전 대상으로 하
정과 운영에 관여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에 참
여 주민의 자발적 확장성을 갖도록 하였다.
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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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지구는 면적 471,476m (약 142,000평) 내에 전체 900여 동의 건축물 중 근대건축물에 해당하는 건축물 이 약 300여 동으로 독특한 역사적 경관을 형성하고 있 다. 또한 과거 이 지역에 폭 넓게 설정되었던 외국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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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4
ideogram: 공공을 그리다 신승수 서울시 공공건축가 문정동 공공 원룸 주택
바람을 그리다 신승수
기획(企劃)이라는 단어는 본래 사람이 발돋움하는 형상
네덜란드 건축사. 현재 (주)디자인그룹 오즈
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사람이 무엇인가를 향해 갈구
건축사사무소 소장이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하는 모습이 바로 기획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이니, 간
학사, 석사, 베를라헤 건축대학원 석사를 졸업하 고 서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단히 말해서 기획이란 우리의 ‘바람’을 그리는 작업이라
동부건설, ㈜김이종합건축사무소, (주)아름건축
고 할 수 있겠다. 한편, 건축가 베르나르 츄미(Bernard
사사무소에서 실무를 하였고 ‘국제적 수준의 건축사 양성을 위한 예비건축사 실무수련 프로
Tschumi)는 “건축은 디자인의 조건에 관한 것이 아닌
그램 개발 연구’, ‘건축사등록원 설립 방안 연구’
조건의 디자인에 관한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기획’
를 수행한 바 있으며, 주거용 모듈러 건축물
이라는 말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 아닐 수
평면 및 디자인 개발’ 과 판교 타운하우스, 평창 동 타운하우스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없다.
왔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젊은 건축가 상’
두 말을 나름대로 버무려 본다면, 건축은 우리의 삶과 행
을 수상하였다.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4
ideogram
위의 조건을 마련하는 일이며, 이 일을 통해서 우리가 바 라는 사회를 그려 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공 프로젝트에서 ‘기획’이라는 작업 은 찾아볼 길이 없다. ‘기획 설계’, ‘기본 설계’, ‘중간 설 계’, ‘실시 설계’로 이어지는 일련의 설계 단계의 성격 과 역할에 대해 학교에서도 실무의 현장에서도 말과 글 로 가르치고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기획 설 계’란 같은 내용을 수백 번 복사해서 만든 천편일률적인 ‘과업 지시서’나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답습하고 있는 ‘규모 검토서’가 고작이고, 이마저도 공식적인 계약의 대 상과 범위에 포함되는 일은 거의 없는, 천덕꾸러기 같은 요식 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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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생각을 그리다 영국디자인위원회 연례 보고 문건에 따르면 “제품과 서 비스 및 시스템의 환경 부하의 80%가 디자인 단계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건축의 경우 특히 ‘기획 설계’ 단계는 여러 가지 성능과 지표가 결정되는 단계이므로 디자인 단계 가운데서도 그 파급 효과와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소규모 건축물과 같이 일상적 접근성이 크 고 여러 가지 제한 조건 때문에 설계 변경의 폭이 작은 공간의 경우, 합리적인 기획 설계는 그만큼 더 중요하다. 그러나 별다른 ‘기획’없이 발주된 대부분의 공공 프로 젝트들이 기본 설계 단계에서 마주치는 첫 번째 장벽은 ‘공공’의 ‘바람’을 대신한 ‘공공’의 껍데기로서의 ‘상징’ 이다. 수많은 프로젝트에서 거론되는 상징성 논란은 일 종의 공공의 ‘부재 증명’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지자 체의 로고, 특산물, 자연 경관 등을 차용한 조악한 형태 가 우리가 꿈꾸는 ‘바람’ 대신에 프로젝트의 형상을 좌지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4
우지하기 시작한다. 상징(象徵)이란 본래 형상화할 수 없는 추상적인 것을 기 호 등을 통해서 표현하는 것이건만, 정작 우리의 도시나 농촌 공간 속에서 범람하는 상징은 우리에게 익숙한 구 체적 사물을 다른 기능이나 성능을 갖는 사물에 덧씌우 는 요상한 방식으로 사회적 바람을 지워 버리고 있다. 고 대 그리스인들에게 상징(symbol)은 “함께 던지다”라는 의미를 갖는 단어였다고 한다. 다르게 말해서 그것은 무 형의 사회적 비전과 바람을 우리가 함께 공유하기 위해 일정한 형상과 구조로 구축해 내는 활동에 다름 아니다. ‘풍기읍사무소’ 프로젝트에서 시도한 점은 바로 이러한 상징 본연의 의미, 혹은 생각을 그리는 것이었다. 풍기 읍사무소의 평면을 보고 ‘사람 인’(人)자를 연상하는 사 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 인’(人)자는 담당 공무원들의 상징 논란을 피해가는 데 주효했지만, 이 생각의 그림을 통해서 의도한 것은 하늘에서 바라보이는 ‘사람 인’(人) 자가 아니라 지역의 중심 기능을 담당하면서도 그 가장 문정동
자리에 자리잡아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갈래길이 만
공공 원룸 주택
나는 중심으로 대체하여 건물의 4면 모두가 전면이 되고 가로(street)가 건축이 되는 공공의 마당을 만들고자 함 이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는 것, 즉 생각을 그리는 것, 이것이 바로 상징의 참뜻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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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풍기읍사무소
가로질러 그리다
이르곤 하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이러한 문제점
무형의 가치나 관계 등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위
들의 성능 중심 분석과 대안적 제안을 서울시가 수용하
해서는 내용과 형태를 ‘가로질러 그리는’, 즉 통합적
여 ‘녹색 건축물 설계 가이드라인’의 일부 항목을 변경·
인 디자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다이어그램
보완하여 보다 현실적인 소규모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diagram: 가로질러 그리기)의 역할이다. 다이어그램
지표 산정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
이란 비전, 욕구, 속도, 흐름, 주변 환경의 영향, 사회·
과적으로 구체적인 설계 및 시뮬레이션을 통한 ‘상향식’
경제·문화적 코드 등, 유무형의 성능을 형태나 공간 구
(bottom-up) 기획, 그리고 ‘피드백형 기획’의 일례라고
성 방식과 연계하여 통합적이고 총체적으로 관계 맺어
할 수 있겠다.
그리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것은 특정한 관계와 관계망
장소의 가치와 영향력이 훨씬 크고, 공간의 섬세한 조직
에 기반한 설계 방식이며, 지표(index)를 넘어서 성능
방식이 보다 결정적이며, 구체적인 이해관계에 민감하
(performance)을 중심으로 능동적인 해석을 시도하는
게 반응하는 중소규모 공공건축에 있어서 유무형의 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문정동 공공 원룸 주택
건(내용)을 형태와 조직으로 시각화하는 다이어그램 작
설계를 진행하면서 마주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의 대부
업은 ‘공공’(公共), 즉 ‘열고 공유하기’의 첫걸음이라고
분은 일차원적 지표 중심 발주 및 프로젝트 관리가 빚은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소규모 공공건축의 기획 설
비현실성에 기인해 있었다. 대규모 공동 주택 프로젝트
계 및 기본 설계 단계에서 간과되는 현황 측량과 같은
관리 방식 및 지표를 그대로 적용해서 소규모 공동 주택
대지 분석 작업, 동일한 공간에 대해서 ‘중심선 기준’ 또
프로젝트를 단순 면적으로 나누어 설계 기간, 설계 금액,
는 ‘안목치수 기준’ 등으로 나뉘어 통일된 기준이 부재하
친환경 및 에너지 효율 관련 각종 인증 기준을 적용하다
고 상충되는 결과치가 얻어지는 각종 에너지 성능 산정
보니 비현실적인 설계 기간과, 협력 업체를 구하기도 어
방식, 칸막이식 행정과 관련 부서 간의 불통에서 비롯되
려운 터무니없는 설계비를 받고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
는 설계 관리의 중복과 비현실적인 지표 채우기식 관행
가 되었으며, 인증 항목별 점수를 따내기 위해서 소규모
등, ‘원론’을 넘어서 ‘각론’에서의 대대적인 개선이 있어
임대 주택에 필요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며
서 우리 일상의 중소규모 공공건축이 시민들의 사랑방,
임대비 상승을 유발하는 과대 설계를 조장하는 지경에
도시의 거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표피적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4
ide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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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4 | Wide AR no.34
인 형태주의를 넘어서 가로질러 그리는 ‘깊이 있는 계획’
학 및 대학원 학생 약 200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워크숍
(deep planning)이 건축가들에게 요구되는 시기인 것을
으로서 ‘다학제간 협업’, ‘시의회와 시민의 능동적인 참
잊지 말자!
여’가 시도된 프로젝트라는 점에 그 특별한 가치가 있다 고 생각된다. 요컨대 미리 그리는 ‘기획’은 집행부와 전
미리 그리다
문가 중심의 하향식만이 아니라 시민과 그 대표 기관이
생각을 그리는 일, 가로질러 그리는 일은 모두 ‘미
중심이 되는 상향식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서 양방향
리 그리는 일’이다. 미리 그리는 것이 바로 프로그램
의 균형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program)이다. 마찬가지로 프로젝트(project)란 미리 그린 그림을 현실을 배경으로 투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현실에 투사한다는 것은 생각을 곧이곧대로 관 철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리 그림’을 통해서 방향성 을 정립하고 현실화의 문제점을 예측하여 보다 합리적 이고 가능성 있는 ‘열린 대안’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다. 미리 그려 보지도 않고 결정권자의 고정 관념에서 튀어 나온 닫힌 프로젝트들을 떠올려 본다면 프로그래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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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이유가 쉽게 납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 램 작업의 출발점은 장소와 지역, 그리고 사람을 잘 읽는 일, 즉 관찰과 분석에 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공간화하고 시각화한 것으로서의 ‘지도 그리기’(mapping) 작업이 요구된다. 이러한 작업이 선행되어 일관된 로드맵을 따 라 구체적인 성과들이 드러나고 있는 대표적인 참여 사 례가 일련의 영주시 공공 프로젝트 사업이다. 현재도 활 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영주시 공공건축 및 공공 공간 프 로젝트는 2008년부터 시작된 ‘장소 가치 향상을 위한 공 공건축 통합 마스터플랜’이 그 출발점이었다. 건축도시 공간연구소와 함께 수행한 이 연구프로젝트는 말 그대 로 공공건축을 거점으로 장소와 지역의 가치를 향상시 키기 위해서 공공건축과 공공 공간의 현황을 파악하고 거점 공간을 중심으로 생활권 단위의 중장기 개발 계획 을 마련하는 작업이었다. 이러한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 맵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이후 영주시는 중앙 부처의 각종 시범 및 지원 사업에 탄탄한 실행 조직과 구체적인 목표 의식을 가지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결과적 으로 초기의 마스터플랜을 착실하게 구현해 가는 모범 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미리 그 리는 작업의 가치는 사회적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해 조 직과 제도,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본과 노동 등을 관계 맺는 가운데 공동체의 비전과 의지가 성장해 나가고, 공 동의 ‘바람’을 가로막는 문제점을 발견해서 함께 해결 방 향을 모색해 가는 그 과정 자체에 있었던 것 같다. 한편, 최근 과천시에서 진행한 ‘2012 sa 인터스튜디오’ 에서는 시의회가 주도하여 도시 차원의 지속가능한 비 전을 그리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획안이 마련되었다. 이 기획안은 생태, 도시, 건축, 조경 분야 수도권 11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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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읍사무소
풍기읍사무소 전경
부재 증명을 넘어서 최근 공동 주택 단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점은 ‘공 공의 공간’인 부대 복리 시설의 비중이 전례 없이 커지 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연하지만 이 공간을 설계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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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한 공간은 면적에는 산입되지 않는 공간이어서 설계비 가 단돈 1원도 책정되지 않는 ‘부재의 공간’이다. 중요하 다고 하면서도 존재가 없는 신세가 아닌가! 이와 관련하 여 작년에 성남시에서는 건축 신고 대상인 소규모 건축 물을 공무원이 무료로 설계해 주기로 했다고 하고, 이 공
과천 2012 sa 인터스튜디오 워크숍
무원들이 캐드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렇게 만들어진 건축물이 우리 도시의 질적 개선에 일 조할 것 같지도 않고, 무료가 공공이라는 생각이 ‘공공’ 의 참뜻이라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생각을 미리-가로질 러 그리지 않는 것은 조악한 상징물만큼이나 ‘공공’이 부 재함을 나타내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점, 무료가 공공이 라는 생각은 우리 존재의 근본을 너무도 싸구려로 보는 것이라는 점, 능동이 아닌 피동적 재능 기부는 재능 착취 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우리 사회가 이런 터무니없는 부 재 증명을 넘어설 때 우리는 비로소 공공의 삶을 제대로 기획하고 정의롭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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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향미디어랩은 “건축을 배우는 후배들에게 꿈을, 건축하는 모든 이들에게 긍지를” 주자는 목표 아래,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진정성(authenticity)”에 시선을 맞추고 건축 기반 미디어 기업 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간향미디어랩의 사업 영역은 와이드AR/와이드ACADEMY/와이드BRIDGE/와이드BEAM으로 구분되며, 건축가와 비평가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이 땅의 건축 저널리즘을 뿌리내리는 데에 한 마음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간향미디어랩은 현재 월례 세미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BCD파티>, <ICON파티> 건축 역사 이론 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내일의 건축 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신예 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와이드ARCHI-BUS> 색깔 있는 건축 도서 출판 <와이드BOOKS> 그밖에 <건축유리조형워크숍>, <건축영화스터디클럽>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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