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AR vol 35,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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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심원건축학술상 (2013~2014년도) SIMWON Architectural Award for Academic Researchers 당선작 고료 1천만 원 신진 학자 및 예비 저술가들의 많은 도전을 기대합니다. ◇ 공모 요강

Ⓢ 추천인단 운용 및 추천작의 자격기한

Ⓢ 당선작: 1편

위원회는 추천인단이 추천한 응모작과 일반 공모를 통해 응모된

부상: 상패 및 고료 1천만 원과 단행본 출간

연구물에 대하여 소정의 내부 심사 절차를 진행하며, 그 가운데

Ⓢ 응모 자격

매년 1편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여 시상함. 최종 당선작 심사에서

내외국인 제한 없음

탈락한 추천작은 당해년도 포함 2년간 추천작의 자격이 유지되

Ⓢ 응모 분야

어 총 2회에 걸쳐 최종심사의 대상이 되며, 이 경우 심사평을 반

건축 역사, 건축 이론, 건축 미학, 건축 비평 등 건축 인문학 분

영한 수정된 원고(수정의 범위와 규모는 응모자 임의 판단에 맡

야에 한함 (단, 외국 국적 보유자인 경우 ‘한국을 대상으로 한

김)를 위원회가 요구하는 기한 내에 상기 응모작 제출서류(완성

연구’에 한함)

된 연구물 사본 4부)와 동일한 형식으로 재 제출해야 함.

Ⓢ 사용 언어

Ⓢ 제6차년(2013~2014)도 제2기 추천인단 12인

한국어

김백영(광운대 교양학부 교수), 김원식(한양대 연구교수), 김태

Ⓢ 응모작 제출 서류

일(제주대 교수), 김희영(국민대 예술대 교수), 박성형(정림건

1) 완성된 연구물(책 1권을 꾸밀 수 있는 원고 분량으로 응모

축 소장), 박진호(인하대 교수), 박철수(서울시립대 교수), 배정

자 자유로 설정)의 사본(A4 크기 프린트 물로 흑백/칼라 모두

한(서울대 조경학과 교수), 서정일(서울대 HK연구교수), 우신

가능)을 제본된 상태로 4부 제출. 단, 제출본은 겉표지를 새롭

구(동아대 교수), 전진성(부산교대 교수), 정진국(한양대 교수)

게 구성, 제본할 것.

Ⓢ 당선작 발표

2) 별도 첨부 자료(A4 크기 용지 사용) :

2014년 5월 15일(<와이드AR> 2014년 5/6월호 지면 및

1-응모작의 요약 내용이 포함된 출판 기획서(양식 및 분량 자

대한건축학회 등 인터넷 게시판)

유) 1부

Ⓢ 시상식

2-응모자의 이력서(연락 가능한 전화번호, 이메일주소 반드시

별도 공지 예정

명기할 것) 1부

Ⓢ 출판 일정

(운영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모든 응모작의 저작권 보호를 준

당선작 발표일로부터 1년 이내

수할 것이며, 응모작을 읽고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표절, 인용 및 아이디어 도용 등을 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함. 제출된 자료

주최: 심원문화사업회

는 반환하지 않음)

주관: 심원건축학술상 운영위원회

Ⓢ 제출처

기획: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간향미디어랩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56-2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후원: (주)엠에스오토텍

간향미디어랩 (121-816)

문의: 02-2235-1960

(겉봉에 ‘제6회 심원건축학술상 응모작’이라고 명기 바람) Ⓢ 응모작 접수 접수 마감: 2013년 11월 15일 (우편 소인 분까지, 기간 내 수시 모집) Ⓢ 추천작 발표 추천작 발표: 2014년 1월 15일 (<와이드AR> 2014년 1/2월호 지면)


보고재 빌딩 | 운생동_장윤규, 신창훈 | 사진_문정식

(주)제효에서 지은 집 건축가 상상 속의 건물을 구현하다 | www.jehyo.com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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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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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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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 건축전 성균관대학교 동문 건축사회 올해로 11번째 동문건축사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동문 선·후배님들의 진정어린 사랑과 아낌없는 성원으로 예년보다 좀더 내실있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회가 회원들의 결속과 발전으 로 이어져 불황을 이겨내는 힘찬 원동력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성균관대학교 동문 건축사회 회장 임종대






제4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공모

[사용 언어] 1) 한글 사용 원칙 2) 내용 중 개념 혼동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괄호( ) 안에 한자 혹은 원어를 표기하기 바람

본지는 2010 년 이래 꾸밈건축평론상과 공간건축평론신인상

[응모 마감일]

수상자들의 모임인 건축평론동우회와 손잡고 <와이드AR 건축

2013년 11월 30일(토) 자정까지

비평상>을 제정하여 신진 비평가의 발굴을 모색해오고 있습니 다. 우리는 한국 건축평단의 재구축은 물론 건축과 사회와 여

[당선작 발표]

타 장르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건축비평의 가치를 공유하는 젊

2013년 12월 중 개별통보 및 <와이드AR> 2014년 1/2월호

은 시각의 출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지난 해 우리는

지면 및 2014년 1월 초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그토록 갈망해오던 첫 당선자를 배출하는 기쁨을 맞이하였습

발표

니다. 올해도 그 기운을 이어갈 역량 있는 새 얼굴들의 많은 관 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심사위원] 수상작 발표와 함께 공지 예정

주최: 간향미디어랩 | 주관: 와이드AR 후원: 건축평론동우회

[시상식] 2014년 2월(예정)

공모 요강 [시상 내역]

[작품 접수처]

- 당선작: 1인

widear@naver.com

- 기타(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당선작 외에도 가작을 선정 할 수 있음)

[기타 문의] 대표전화: 070-7715-1960

[수상작 예우] - 당선작: 상장과 고료(100만원) 및 부상

[응모 요령]

- 가작: 상장과 부상

1. 모든 응모작은 응모자 개인의 순수 창작물이어야 함. 기존 인

- 공통 사항

쇄매체(단행본, 잡지, 신문 등)에 미발표된 원고여야 함.(단, 개

1) <와이드AR> 필자로 우대하여, 집필 기회 제공

인 블로그 게시글로서 본 건축비평상의 취지에 맞게 조정하여

2) ‘건축평론동우회’의 회원 자격 부여

응모된 원고는 가능) 수상작 발표 이후 동 내용으로 문제 발생 시 수상 취소 사유가 됨

[응모 편수]

2. ‘주평론’의 내용은 작품론, 작가론을 위주로 다루어야 함

- 다음의 ‘주평론’과 ‘단평론’을 동시에 제출하여야 함.

3. ‘단평론’의 내용은 건축과 도시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는 시의

- 주평론과 단평론의 내용은 아래 ‘응모 요령’을 반드시 확인 하고 제출바람 1) 주평론 1편(200자 원고지 50매 이상~70매 사이 분량으 로, A4용지 출력 시 참고도판 등 이미지 포함하여 7매~10 매 사이 분량) 2) 단평론 2편(상기 기준 적용한 20매 내외 분량으로, A4용 지 출력 시 3매 분량)

성 있는 문화 현상을 다루어야 함 4. 응모 시 이메일 제목 란에 “제4회 와이드AR 건축비평상 응모 작”임을 표기할 것 5. 원고는 파일로 첨부하길 바라며 원고 말미에 성명, 주소, 전화 번호를 적을 것 6. 원고 본문의 폰트 크기는 10폰트 사용 권장 7. 이메일 접수만 받음 8. 응모작의 접수여부는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서

[응모 자격] 내외국인, 학력, 성별, 연령 등 제한 없음

확인할 수 있음


광고 2013.9.9 9:5 AM 페이지1

^^ 2540DPI 175LPI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건축,

빌딩스마트협회

근간

BIM: 에게 길을 묻다

건축설계 및 엔지니어링

설계·건설 생상성의 향상 최신

이에이리 류우타

김명근

3D건축모델 BIM의 개념

신동철 저/ B5/ 368페이지/ 전면칼라/ 동 영상 DVD강의 수록/ 25,000원

김인한·박정대·박철수·정종현·추승연 공저/ 46배판/ 380페이지/ 25,000원

야마나시 토모히코 저/ 김명근 역/ A5/ 284페이지/ 18,000원

이에이리 류우타 저/ 김명근 역/ A5/ 240페이지

건축 설계 BIM 입문에서 활용까지

설계 및 엔지니어링, 시공, CM 및 유지

BIM은 단순한 3차원 모델링이 아닌

일본 IT활용에 의한 건설산업의 성장

Revit Architecture 2013 활용기본서

관리, 요소 기술, 토목 6개의 분야로 나눈

객체에 정보를 담아 설계하는 건축설

전략을 추구하는 건설IT저널리스트로

것 중 하나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계기법으로 기존의 설계기법이 가진

유명한 이에이리 류우타의 저서이다.

건축표현의 새로운 도구로써 BIM 응용

다루었다. 국내외에서 BIM 방법론으로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이고

BIM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가능한가

프로그램 중 하나인 Revit이 갖는 건축적

진행되고 있는 건설 프로세스의 통합프

건축물의 라이프사이클까지 전체를

등 초보적인 것에서부터 BIM 소프트

표현과 학습 및 창작도구로서 가능성을

로젝트와 BIM 기반의 데이터 호환과

고려하여 사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웨어를 실제로 도입하는 방법, 기업,

모색하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IFC, 건축설계·구조 분야에 BIM을 적용

건축도구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지금

단체별 BIM활용법, 그리고 BIM의 장

‘건축, BIM에게 길을 묻다’ 의 기본편은

함으로써 건축설계 프로세스와 경제적

까지 BIM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이끌

점을 살린 경영전략까지를 간략하게

Revit Architecture를 사용하는 방법을

인 구조시스템 설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어간 경험과 BIM에 관해 활동한 다

정리해서 해설했다. BIM의 활용 이

익히도록 기획하고 썼습니다. 다루지

성능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건설 운영

양한 지식을 바탕으로 BIM의 기본부

미지를 알기 쉽게 하기 위해 여러 기

못한 부분은‘건축가를 위한 BIM’ 편,

단계에서 에너지 성능 향상을 위한 활

터 개혁 비전까지 그려 봄으로써 향

업, 단체 등에서의 활용 사례도 풍부

개념에서 프레젠테이션에 이르기까지의

용방법과 미래의 BIM 적용과 전망 등에

후 건축계가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하게 담겨 있어 BIM의 기본 및 활용

디자인 프로세스를 정리하려고 기획하고

대해 살펴보았다. 첨부된 국내 BIM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 이론서이자 입문서

방법 등 BIM에 관한 넓은 그림을 단

있습니다. BIM 도구의 창조적 활용방법

사례와 BIM 소프트웨어 목록은 BIM에

이다.

기간에 알고 싶은 분들의 궁금증을

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풀기에 매우 좋은 양서이다.

BIM모델과 공작기계의 연계 이미지 BIM모델을 PIPELABO에 읽어 넣다

파이프코다로 절단

완성된 부재의 용접 가공

www.kimoondang.com 02-2295-6171~5


와이드BRIDGE 공고 NESⓌ 건축영화스터디클럽

주최: 와이드AR 주관: 와이드BRIDGE 후원: NES코리아(주), 간향미디어랩

NESⓌ 건축영화스터디클럽 <시즌2 >, 10 월 프로그램에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일정을 꼭 확인 바랍니다. ◇ 장소: 서울 마포구 서교동 399-13 NES사옥 3층

NES舍廊

◇ 강사: 강병국(본지 자문위원, 동우건축 소장) ◇ 참석대상: 고정 게스트 20인 및 본지 독자와 후원회원 중 사전 예약자 포함 총 30인 이내로 제한함 ◆ 사전 예약 방법: 네이버카페 <와이드AR> 게시판에 각 차수별 프로그램 예고 후 선착순 예약접수 *참가비 없음 ◆ 참석자는 반드시 10분 전까지 입실 완료해야 함

◇ 주요 프로그램 (*본 프로그램은 주최 측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음) ◆ 1st - 2월 4일(월) 7:00pm 상영작: 삼사라 Samsara, 2012 감독_론 프릭(Ron Fricke) ◆ 2nd - 4월 1일(월) 7:00pm 상영작: 어버나이즈드 Urbanized, 2011 감독_게리 허스트윗(Gary Hustwit), 85분 ◆ 3rd - 6월 3일(월) 7:00pm 상영작: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 단편 모음 -일주일 one week, 1920, 25분 -일렉트릭 하우스 The Electric House, 1922, 19분 -허수아비 The Scarecrow, 1920, 19분 ◆ 4 th - 8월 12일(월) 7:00pm - 로베르토: 개미 건축가 Rober to_Insect Architect _11'36" - 작은 벽돌로 만든 집 La Maison en Petits Cubes 2008 _12'05" -픽셀 Pixels 2010 _2'34" -Portal - No Escape 2011 _6'57"

-Plan Of The City _13'35" -5 Cities, 5 Places, One Day _13'53" -The Third & The Seventh _12'28“ 외, 2편 - The Third & The Seventh _12'28“

외, 2편

◆ 5th - 10월 7일(월) 7:00pm 상영작: 빌딩 173 Building 173, 2009 감독_페터 엘딘, 샬롯 미켈보그, 52분 ◆ 6th – 12월 2일(월) 7:00pm 상영작: 밤의 이야기 Talea of the Night, 2011 감독_미셀 오슬로(Michel Ocelot), 84분


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NET ZERO ENERGY DESIGN

풍부하고 탄탄한 기술적 내용을 바탕으로 명쾌하게 핵심원리를 설명하는 지침서

­ ¡ ¢ £¤ ¥ ¦§ ¨ © ª« ¬ ®¯ ° ± © ²³ ´ µ ¶ ·¸ ¹º »¼ ½ ¾ ³¿ ÀÁ ÃÄ Åµ Æ ÇÈÉ È Ê

§ ËÌ È ³Í Æ Î Ï§ ° Ð Ñ Ò Ó ÔÕ Ö­ Î £È ÀÁ× Ø Ù

Ú Û Ü ÝÞ ¯¼ ß àá £ ââ £¤ × ÀÁ £¤  ãäÒ ¥¦ ¬ Î å µ Æ Ç ½ æç ­ Üè Üã é­ Ç êëì íîïð§ ê ­ ñ ß àá  òó ÈÉ Ìô Ò ×

NET ZERO ENERGY DESIGN 상업건축을 위한 지침서

넷 제로 에너지 디자인

Tom Hootman 저 (주)썬앤라이트 역

상업건축을 위한 지침서

Ð Ñ õö ÷ ø ùúû üý ùúû Ð Ñ ÆÛ§ þÊÿ ܧ ° è~ © ®¯ å} Ó|å} ÒÈ ­ Ç ê { [\]^ ®¯ ®¯  _` ä @@ ß àá Ó ? Å>

오섬훈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서울대대학원을

Diminutive Architecture with 6 Architects

여섯

시리즈

서 수학했다. 공간건축 설계부문을 역임하였고 현

반엑스(urbanEx) 대표이사(건축사)이며 국민대학

urbanEx

교회건축

ZIP Architecture

이다. 주요작품으로 통영수산과학관, 한성대도서

Complex, 대치동 자동차전시장, B타워 등이 있다

작은

L'EAU Design KDA Partners Archium

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동진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파리-벨빌 국립

Ongodang

로운 패러다임을 견인하는

프랑스건축사 DPLG를 취득하였다. (주)서울건축,

등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현재 (주)로디자인 도시

인간의 감동적인 관계를 구현,

이며 홍익대학교 건축공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이

러내며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시 건축상, 2008년 한국건축가협회상, 제1회 젊

한 사실로의 접근이

였다.

화를 보여준다.

의 주택선집

세 이하의 젊은 신진 건축가 10인의

인 형태와 이미지 보다

스의 특성을 읽도록 노력하는 것이

두에게 필요한 작품건축 이해의

책은 다양한 건축가들의 디자인 성향을 통해

작품의 전반적 경향을 이해하는데에

임육주 금오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원일건

았다. 현재 zip 건축사사무소 소장이며, 주요작품

센터 , 분당 궁내동타운하우스, 남양주 감리재단

방정환어린이기념관계획, 안양디아드하우스 등이

Diminutive Architecture with 6 Architects

6 17

과 종교건축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건축주와 함께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양시로부터 건축문화상을

임재은+남수현

㈜케이디에이파트너스건축사사

는 사회의 변화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디자인에 물

방향과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건축이란 무엇인가

람들이 모인 집단이다. 특히, 이런 고심을 바탕으로

는 「건축물 디자인 완결성」에 관심을 가지고, 건

Hyehwa urbanEx building

디자인 사무실이다.

Daechi Car Showroom Tropism of wild flower Spacumer MONAD Building J.Cube Paskal Jean Building Yonsei Y Building Gakdang Social Welfare Foundation Solaz Building CLIO Office Soobin Academy

오섬훈 ・ 김동진 ・ 임육주 ・ 임재은 ・ 안우성 ・ 정승권

Bending Band Beon-yeong Building

오섬훈

안우성 온고당이라는 명칭은 대표소장인 안우성

김동진

상철 화백의 화실이름을 물려받은 것이다. 당시

임육주

치하여 많은 화가들이 모여작품에 대해 논의하고

임재은

온고당은 건축에 있어 다양한 생각과 교감이 일어

있다. 대표작으로 는 여주 양익재, 수지 박학재, 팔

안우성

동 관한재, 연세재단 와이빌딩, 서울대학교 국제교

정승권

알미늄공장, 대구무역회관 솔라즈 빌딩 등이 있으

서울시건축상 1회, 경기도 건축문화상 3회를 수상

정승권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아르키

를 시작하였으며, 현재 아르키움의 소장이며 파트

대학교 건축학과에 출강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Junior U Studio

하고 있다. 서울시건축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주

Germania

mesotron, reflex-대신동 복합건물, oblique,

Slope

revoid–성북동주택, 헤이리주택-caramel&candy

스튜디오, 웅진씽크빅, 어반하이브, lacustrin-호수

스튜디오, corridor-양평주택, germania, slope 등 인 자 디 재 원 │이

o.kr ISBN 89-5592-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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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약칭, 땅집사향) 2013. 9∼2014. 2 NEW 프로그램 수정안 발표 9 월(제81 차)과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땅집사향은 국내에서 맹활약 중인 건축 사진가를 초청하는 <건축사진가 열전>(시즌1)으로 개최합니다.

10 월(제82 차)의 이야기손님과

대주제는 ‘이미지 건축의 거처’(The abode of architecture on

주제의 방향은 아래와 같습니다.

image)이며, 매회 건축사진가별 소주제가 따로 준비됩니다.

»

»

2013년 9월_

2013년 10월_

제81차

제82차

이야기손님 김재경(건축사진가)

이야기손님 박영채(건축사진가)

일시

9월 25일(수) 7:30pm

일시

10월 16일(수) 7:30pm

장소

그림건축 안방마루

장소

그림건축 안방마루

주제 사진과 건축으로 우리의 삶을 바라

주제 한 장의 사진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보다 건축가와 건축주 네트워킹의 방법론에 관하여

|주관: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주최: 그림건축, 간향미디어랩 |문의: 02-2231-3370, 02-2235-1960 *<땅집사향>의 지난 기록과 행사참여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카페 (카페명: 와이드AR, 카페주소: http://cafe.naver.com/aqlab)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은 생각들


CONTENTS

Issue

Work

Work1

21 와이드 COLUMN | 김미상

방황하는 한국인

33 대전주택

와촌리 창고주택

25 이종건의 COMPASS 32

횡성주택

Residence in Daejeon

Ginseng Warehouse

Residence in Hoengseong

서울건축선언 검토

29 전진삼의 PARA-DOXA 04

누구인가,

선배를 기억하는 그들은

정현아(디아건축)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의 특별한 행보

Chung Hyuna(DIA Architecture)

39 DIALOGUE

재료와 구법, 그리고 공간

50 CRITIQUE

만들어지는 건축과 만드는 건축 ‘사이’에서 | 김승희

Work2

62 메종 드 마리

Maison de Marie

구영민(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디엔하우스(홍덕기, 장익수),

이영민(OHL)

Koo Youngmin +

DN hOUs,

Lee Youngmin

64 DIALOGUE

마니산과 서해 갯벌의 극적인 조우를 목격하다


Report

78 와이드 REPORT

Editor's Letter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 그게 시작

정원으로 도시를 만들다

학창시절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의 미’에 대한 글이나

정원박람회,

고유섭 선생의 <한국미의 산책> 같은 책에 대해 비판적

지역 개발의 전략으로 안착할 것인가?

언사를 서슴지 않던 선배가 있었다. 일본 이론가의 진정성, 문화적 식민주의자의 오만함, 국내 학자들의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무비판적 답습 등의 문제는 차치하고, ‘멋’ 또는 ‘맛’과

Suncheon Bay Garden EXPO 2013

관련한 온갖 미사여구들로 한국미를 재단하는 것에 대해 토가 나올 지경이라는 것이었다. 하긴 각종 수식언은 물론 이고 “한국 미술의 마음씨”나 “비애의 예술” 같은 정의는

90 와이드 EYE 1

왜 지금 다시 네덜란드인가.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

네덜란드 건축/디자인>전

임진영 | 건축 전문 기자

나로서도 오글거리는 멘트여서 당시 왠만하면 인상기는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예술의 감상평이 인상기를 넘어서려면 대상물에 대한 세세한 내용들을 제대로 소화하고, 그 자체를 집요하 게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두루뭉술하여 의미가 분명치 않거나 단순하게 알고 있는 내용을 기록/서술하는 잡문이 되기 십상이고, 심하게는

102 와이드 EYE 2

심각한 오류를 낳기도 한다. 불행하게도, 스스로의 미욱함 을 잘 알고 있는 나는 이러한 이유로 글쓰기가 몹시 두렵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

기도 하다.

건축+예술+과학 공공예술 페스티벌

이번 호 와이드 칼럼은 ‘건축의 해석 및 의미 찾기 등에 한없이 빈약했던’ 우리의 현실을 꼬집으면서 이론가, 건축 가들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전문성과 소양을 제시하고

110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5

있다. 이러한 덕목의 결핍은, ‘서울건축선언 검토’(이종건

유쾌한 집짓기,

의 콤파스)에서 지적하듯이 ‘좋은 의도를 가지나 모호한’

하우스스타일

일의 원인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주원 | (주)하우스스타일 대표

이밖에도 와이드 35호는 ‘먼지 가득한 현장에서 건축을 실천하는’ 와이드 워크의 작가들, 과학자와의 협업을 통해 자연 현상을 실질적으로 고민해 보는 젊은 건축가들은

116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6

건축가들을 위한 공공 기금의 지원 프로그램

문예진흥기금 사업(시각예술분야)을 중심으로

김찬동 | 전시 기획,

문화예술위원회 시각 전문 위원

물론, ‘높은 건축사사무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인적 노력이나, 우리 건축을 다시 되돌아 보고 정리하기 위해 선배들을 기억해 내는 단체의 행보를 담아냈다. 문득 드는 생각 하나.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 그게 시작이 아닐까.

정귀원(본지 편집장)


Architectureport

35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약칭, <와이드AR>)

Architectureport bimonth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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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통권 35호 2013년 9-10월호 2013년 9월 15일 발행 2008년 1월 2일 창간 등록, 2008년 1월 15일 창간 2011년 1월 19일 변경 등록, 마포 마-00047호 낱권 가격 10,000원, 1년 구독료 55,000원 ISSN 1976-7412 ⓦ 간향미디어랩 GANYANG Media Lab. 발행처|(121-816)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75 (동교동, 마젤란21오피스텔) 909호 대표전화|02-2235-1960 팩스|02-2235-1968 독자지원서비스|070-7715-1960 공식이메일|widear@naver.com 공식URL|http://cafe.naver.com/aqlab 네이버 카페명|와이드AR ⓦ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 유포를 금합니다.


Wide Issue | 와이드 이슈

I

ssue 와이드 COLUMN

방황하는 한국인

Issue

올바른 인문학적 판단에 걸림돌이 되는 편중된 이론과 주장들 건축의 여러 분야 중 어느 것이 주요한 자리를 차지할까, 라는 질문은 금기에 가깝

21 와이드 COLUMN | 김미상

방황하는 한국인

25 이종건의 COMPASS 32

서울건축선언 검토

29 전진삼의 PARA-DOXA 04

누구인가,

선배를 기억하는 그들은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의 특별한 행보

거나 우문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인문학을 기반으로 하는 이론의 한 부분 중 역사

와이드 COLUMN

김미상 한양대 친환경건축연구센터 연구 교수

학을 담당하는 필자로서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필자의 분야가 직접적인 대 상은 아닌 까닭에 객관적이고 정당한 입장을 개진하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되어, 강 단 위든 대중 앞이든 건축 분야의 주된 대상은 건물, 건축물이며 주된 분야와 행위 자는 그것들을 구상하고 이루어 내는 설계 분야, 건축가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 을 공공연하고 거리낌없이 발표하곤 한다. 학제에 관한 한, 공학으로부터 출발한 우 리의 건축 전공 분야는 여러 분야가 공존하고 있어 이러한 시각에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데, 기실 어느 것 하나 중요치 않은 것은 없다. 다만 건축물은 - 예 술의 대상이든 단순히 유용성을 겨냥한 것이든 - 여러 필수 분야가 골고루 적용되 고 실천되어야 한다는 복합적 조건의 전제가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전반적인 측면 에서의 논의가 아닌, 부분적이거나 한 분야에 집중하는 고도로 전문화된 태도는 이 러한 조건을 깨뜨리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함으로써 올바른 인문학적 판 단에 적잖은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건축 분야 중 인문학과 관련하여 유 능한 사람들이 펼치는 이론과 주장 역시 그 내부에서 분화된 특수 전문 분야에 따라 과도히 한 구역에 편중된 경향을 보이곤 하여 소통이 불가능하고 일방의 주장만을 펼칠 가능성을 지니기 일쑤임을 지적하며, 또 인정할 수밖에 없다. 편중적인 시각은 영역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그보다 더 결정적이고 중요한 것은 문화와 사상을 구 성하는 정신세계의 고르고 넓은 이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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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고도의 철학 이론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의 전문 비평 설계 개념 및 설계안의 구상과 관련 있으며 비평 및 평가를 담당하는 비평, 역사, 인 문학적 이론 분야는, 실제 건축물이나 건축가로부터 가장 밀접하며 간극이 적어야 한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그런데 실제 건축물을 전제로 해야 할 이론 분야에서 평가나 비평의 도구로서의 철학이 최고의 권위를 목에 두르고 동원되는 경우가 굉 장히 많다. 세계 어느 국가, 문화, 문명권이든 인문학의 기초 분야이자 공통분모는 철학이 되며, 적잖은 경우 그 방향조차 철학적 목적으로 향하곤 한다는 사실을 부인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적인 비평 활동을 하는 이론가나 비평 가 등이 건축이나 미술, 음악, 연극, 무용으로 출발하기보다 종착역으로부터 시작하 여 역으로 접근한다 싶을 만큼, 관련된 항목 중 어느 무엇보다도 고도의 철학 이론 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한층 더 많다고 느끼곤 한다. 어찌되었든 본 칼럼은 학문적이라기보다 에세이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포괄적인 대 중을 상대로 하므로 비평의 분야와 목적, 방법론 등을 굳이 거추장스럽게 학술적인 냄새를 풍기며 세세히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 개념으로써, 그리 고 온건한 태도로써 운을 떼어 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건축의 올바른 인식과 발전적 건축 담론을 위해서 예술의 체화가 전제되어야 해 우선 우리는 전통적 동양 철학과, 현재 전 세계를 풍미하고 있는 서양 철학이 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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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다르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언급해야 할 것이다. 두 대륙에서 공 히 일컫는 철학이란 - 물론 철학이라는 한 지붕 아래 둔다는 가정 하에 - 서로 타분 야로 분리되어도 좋을 만큼 관점과 차이가 현격하다는 사실이 분명히 지적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두 대륙은 철학을 각기 고유의 문자와 언어로써 정의하고 지칭하며 상대 대륙의 철학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한 범주에 넣어 취급하고 있으나, 두 세계 가 소통하고 만나기 위해서는 (너무도 다른 출발점과 발달 상황으로 인하여) 많은 세월과 전 인류 차원의 문화·철학적 경험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요즘 우리가 접하고 있는 서양에서 전래된 건축, 그 내용과 이론들을 다룰 때 쉽사리 접하고 논하는 각종 양태와 양식, 사상이나 그 이후의 철학과 인문학 등 은 기본적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발달한 자연 철학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그의 결과 임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서양 철학 분야에서조차도 - 이 런 지적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터이지만, 그리고 근자에는 철학 분야에서도 급 격하고 예리한 자각과 인식이 일어나 소화 단계에 이르고 있지만, 또는 역사·문화 의 흐름에서 예외가 되는 예들로써 반박할 징후가 다분하지만 - 과학적 사고, 또는 실증적 사고에 근본을 둔 철학관보다는, 서양의 언어와 시각을 빌자면 다분히 신화 적이고 인륜주의적임과 동시에 사변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농후하곤 하였고, 자연 철학의 관점에서 서양 철학을 곧바로 쳐다보고 논하는 학자를 경시하고 타박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하여 대표적 근대의 철학가이자 사상가, 과학자인 데카르 트나 라이프니츠 등을 비롯한 사람들의 사상조차도, 전제되어야 할 현실 세계에 대 한 과학적 태도와 실증주의적 사상의 의미를 파악하기보다는 순이론적이고 관념론 적인 측면에서 협소하게 바라보고 파악하고 언급하곤 하였다. 아마도 그러한 태도 와 맥락이 반영되어 나타난 현상의 하나가 국내 미학 분야에서의 학풍과 교육일 것 이다. 관념적 철학의 한 변방 테두리라고 여겨질 만큼 철학을 주로 다루며, 정작 주 된 대상이 되어야 했던 예술과 예술품의 해석 및 의미 찾기 등에는 한없이 빈약했 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다행히도 어느덧 세계는 바뀌어 잘하면 예술계의 흐름을 다 루는 정도에 그치던 전통이 예술로 방향을 정조준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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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즉 서양 것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하고 인습적인 동양적 사고의 큰 틀과 시선으로 써 이룩된 편견으로 바라보는 것으로는 올바르고 정확한 이해가 불가능한데, 이는 건축 분야라고 예외가 아니다. 감히 제안하건대, 올바른 인식과 발전적 건축 담론 등으로의 이행을 위해서는 우선 건축뿐만 아니라 여타 예술 분야에 정통함으로써 공공연히 어려운 경로를 통하여 이해를 구하거나 그 길을 강요하지 않을 정도로 안 목과 지식 및 지혜를 쌓아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예술이 몸에 피가 되고 살 이 되어 익숙해지고 체화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수미일관한 체계로써 엮고 설명해야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예술의 규칙들 철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건축 분야나 예술 분야에도 굳건한 기본이 존재하고, 그에 따라 유사한 현상이 존재한다. 또 많은 사람들에게 전제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일 관된 규칙은 큰 차원에서 볼 때 다원적이고 복잡한 양상을 지니는 근현대 미술과 음 악, 그리고 건축에 분명히 존재하고 맥을 잇기도 한다. (그러나 아마도 폐쇄적으로 느껴지는 규칙이나 법칙 등에 의한 예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방식과 태도를 거부할 것이다) 이런 요소들은 보는 시각과 방법론에 따라 총제적인 것이든 부분 적인 것이든, 수미일관한 체계로써 엮고 설명함으로써 길을 제시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들이며, 전위 예술의 많은 부분은 그러한 체계 속에 존재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그 방법론은, 관념적 존재론의 당위성을 무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 학 등으로써 만들어지고 적용될 때 예술이 확고부동한 지위를 얻는 경우가 다분하 다. 절대성을 지향하는 서양 사상의 특징은 순수 사변적인 측면에서의 존재론과, 우 주의 근본 원리 궁구에 뜻을 둔 실증적 자연관 등이 만나 합일을 이루는 것이 이상 적인 것이어서, 시각 예술 분야에서는 두 측면에서의 공평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건 축을 비롯한 시각 예술에서는 우주관으로부터 출발한 원형적(原型的) 조형 원리와, 공간의 성상에 관한 이론들로부터 출발하고 가다듬어진 조형성과 공간성 등이 명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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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자연 철학의 관점에서 발전된 이론과 논리, 즉 구체적인 사물에 대한 개념과 미

하게 재현되고 제시되곤 하는 것이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우리 건축, 자세한 개별 분석을 통해 평가와 의미를 새롭게 해야 이런 맥락에서 우리 건축 분야를 고려의 대상으로 할 때, 구속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열려 있고 자율성의 보장이 전제되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척도와 정의 가 마련되어야 하며,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우리의 건축을 다시 되돌아보고 정리해 야 한다는 것의 이유와 결론이 도출된다. 잘 알려지진 않고 있으나 과거 일제 강점 기에 극소수의 엘리트 건축가에 의해 지어진, 현대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매우 진보 적이고 뛰어난 건축물들에 대한 적절한 재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때다. 한편으로는 그와 반대로, 거의 뭉뚱그려져 평가되곤 하는 해방과 한국전쟁 후 숨가쁘게 수입된 일련의 서양 건축이 미친 영향에 관한 일방향적인 긍정적 혹은 비판적 평가 및 그 것의 연대기적 문화의 흐름과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충격으로 축소시키는 단순 기 술은 지양되어야만 할 것이다. 실제로 필자는 모던 건축의 선구적 위치에 있던 거물 건축가들의 작품을 들여다볼 때마다 건축계 전반의 평가, 그리고 건축가 자신이 피 력한 자신의 스승으로부터의 영향이나 주위로부터의 평가, 그리고 연륜에 따라 이 행한 그들의 디자인과 건축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분석해야 할 필요를 심히 느끼 곤 한다. 작품이나 자료에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고 분석하다 보면, 그렇지 않았을 경우엔 확실히 놓치거나, 혹은 작품과 자료 등이 스스로 보이지 않았을 것들 이 차근차근히 드러나는 걸 경험하곤 하는데, 이러한 분석 대상물이나 요소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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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떼어 놓고 관찰하면 전체 맥락에서 발견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기존의 맥락이 나 범주를 유린하거나 벗어나는 경우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앞에서 암시했듯 선대 건축가들의 작품이나 도면 등을 분석하다 보면, 불행히도 이러한 바람직한 면보다는 깨달음이 덜했음을 훨씬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망스러울 수 있는 이러한 발견은 정지된 건축가의 평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즉, 역사와 사회의 네트워크 안에 서 후대, 현대 및 미래의 맥락에서 비교 평가되고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예술가, 실천에 힘쓰고 좀더 익고 깊은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최근 타 예술 분야의 지도자들을 만나 그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진지한 질 문을 던지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동시에, 마음 속으로 건축 분야와 견 주어 보곤 하였다. 그러나 매우 감동을 주는 공연의 연출가나 작가들과 이야기하 며 작품과 그것을 이루는 뒷배경에 관한 설명은 별개로 하거나 차라리 듣지 않았으 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느낄 때가 대부분이었는데, 그 이유는 일관된 논리나 철학의 부재 때문이라기보다는 대부분 그들이 훈련 받은 곳이 서양 한복판이었음에도, 설 명하는 것은 거의 혼자만의 사적(私的)인 일회성 아빡스(hapax)에 불과한 내용들 로 매우 허무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자신이 암암리에 근거를 대는 서양 의 사상이나 전범들과는 근본적으로 일치하지 않을 뿐더러, 전래되어 무의식 중에 영유하고 행동과 생활로 실천하고 있는 동양의 사상이나 전통 등과는 하등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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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전혀 없는 정체가 애매한, 이곳도 저곳도 소속을 정할 수 없는 것이 되곤 하기 때 문이다. 비유하자면 혼자만의, 고립된 상상의 예수를 못 박고 있는 것이다. 그보다 는 훌륭한 연출과 기획, 잠재된 예술적 가치 등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좀더 익고 깊 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여지를 주고 가능성의 문을 열어 두고, 자신들 은 실천에 힘쓰며 귀기울이고 협동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견고하고 광대무변한 이론보다도 현명하고 지혜로운 통찰력과 혜안이 필요한 건축가 건축으로 이야기의 초점을 옮기면, 유명 건축가의 작품을 비롯해서 각 학교의 설계 과제나 논문 중에는 작품의 설명과 해석, 이론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불필요하다고 까지는 말할 수는 없겠지만 십중팔구 복잡하고 어려운 동서양의 철학을 동원하는 것 이 일반적인 현상인 듯하다. 그보다는 문화적인 경험을 풍요롭게 쌓음으로써 예술인 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 예술 감각을 고양하고 적절한 논리와 이론의 길을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고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서양 예술가들은 자기 땅을 기반으로 하므로 생활과 경험 안에서 체득된 문화 인식을 충분히 활용하는 장점과 혜택을 누 리고 있다. 낯선 타인의 문화를 후천적으로 수용하여 자기화해야 하는 우리의 건축 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몸으로 단련하여 왔다. 이제 최일선에 섰 던 건축의 전위병(前衛兵, 예술성의 견지에서 전위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들 대부 분은 어느덧 후위로 물러나 사령탑을 지키는 위치에 서게 되었으며, 나이에 상관없 이 성실함을 유지하는 장년 건축가들은 과거에 비하여 기본 언어에 어느 정도 실수 없이 맞추어 가는 정도가 되었고, 소장 건축가, 신진 건축가들은 신선한 작품으로 도 전하고 있다.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심층 구조, 즉 고전적인 성격의 기본 은 잔존할지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예술은 한없이 유연한 물길과 같은 것이다. 일차 적으로 오류성이나 모자람을 정정할 수 있는 좀더 정련된 안목과 결단이 건축가들에 게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져야 할 덕목은 우직한 노력보다도, 견고하고 광 대무변한 이론보다도, 현명하고 지혜로운 통찰력과 혜안이 필요하다. 사과 하나를 옮기기 위해 포클레인이나 페이로더, 트럭을 동원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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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의 COMPASS 32

서울건축선언 검토

Issue

개발-채움-닫힘에서 지속-비움-열림을 선포 주지하다시피 얼마 전 ‘서울건축선언’이 언론과 방송을 탔다. 박원순 시장이 선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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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이종건의 COMPASS 32

서울건축선언 검토

29 전진삼의 PARA-DOXA 04

누구인가,

선배를 기억하는 그들은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의 특별한 행보

대강을 발표했지만, “이 시대는 건축과 도시 패러다임을 개발에서 지속으로, 채움에 서 비움으로, 닫힘에서 열림으로 바꾸기를 요구”한다는 그의 선포에는 승효상의 냄

이종건의 COMPASS 32

이종건 본지 고문, 경기대학교 교수

새가 짙다. 개발-채움-닫힘과 지속-비움-열림을 대립항으로 설정한 것은 수상쩍긴 하나, 말 하고자 하는 바는 어느 정도 알 듯하다. 기존의 건물(들)을 부숴낸 땅에 건폐율/용 적률을 꽉 채운, 대중 접근을 차단한 건물(들)이 아니라, 기존의 공간 형식이나 체계 를 존중하고, 건폐율/용적률을 남겨(공허부를 늘려) 매스의 질량/밀도를 좀 성기게 하고, 대중이 사용할 수 있는 건물(들)을 세우자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바로 이해 했다면, 서울시는 우리의 삶의 공간이 자본주의 논리에 끌려가는 상황에 맞서겠다 는 결의를 선포한 것으로서, 일종의 성전(聖戰)을 수행할 과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나의 풀이는 말 그대로 나의 풀이에 불과하니, 그(들)의 말뜻을 중 심에 두고 서울건축선언을 검토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해석이 폭력을 행사할 소지가 농후한 선언 무엇보다 선언에 나타난 말들의 뜻이 부정확하다. 첫째, 개발-지속의 대립항. 지속 이 사물이나 사태를 존재한 바대로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닌 한, 그 또한 개발의 일종 이니 개발과 대립적일 수 없다. 둘째, 채움-비움의 대립항. 채움을 비움으로 바꾼다 는 것은, 시적인, 그러니까 일종의 은유가 아닌 다음, 실체부를 공허부로 바꾸는 파 괴를 뜻한다. 이 시대는 공허부를 더 많이 요구한다거나, 공허부가 많은 도시가 더 좋은 도시라는 일반적인 주장은, 적어도 내 식견 안에서는 학문적 근거가 없다.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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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카고나 맨해튼처럼 채워야 할 곳은 채우고 비워 야 할 곳은 비워야 하는, 그러니까 단순한 밀도 문제가 아니라 리듬 혹은 비례의 문 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닫힘-열림 대립항. 열림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으나, 시적으로든 산문적으로든 열림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 또한 닫힘 과 일종의 대위법의 관계를 이룰 때 가치/의미가 있다. 한마디로, 말들 자체에 주목 함으로써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지속-비움-열림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도시 공간’의 변화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거나 빈약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소박하 고 은유적이라는 것, 따라서 선언에 따른 실천 과제라 밝힌, 아래의 열 개의 조문에 대한 검토가 보여 주는 것처럼, 서울건축선언은 근본적으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선언으로서, 자칫 권력을 거머쥔 자(들)가 판관이 되어 그(들)의 해석이 폭력을 행사할 소지가 농후하다. 말뜻을 중심에 두고 따져 보면 1. 서울의 모든 건축은 공공 자산이다. 마치 순수한 의미의 공산주의처럼 사유 재산 을 부정하는 이 진술은, 단순히 거짓이다. “모두가 즐기며 자랑스럽게 여기는 공 유의 건축”도 환상이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미적 기호나 취미는 없기 때문이다. 도시의 견지에서 파악하는 건축의 공적 차원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채 건축을 공공 자산으로 뭉뚱그려 규정하는 것은, 더 나은 도시를 만드는 데 아

이종건의 COMPASS 32

무 효과도 없을 뿐더러 자칫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공산이 크다. 2. 건축은 도시 속에 더불어 존재한다. 뻔한 진술 같지만 틀렸다. 건축은 도시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는 한 요소다. 그리고 “더불어” 앞에 생략된 존재가 궁금하다. 3. 안전한 건축. 너무 뻔하다. 4. 건축은 후손이 다시 사용하는 자원이다. 이 또한 뻔한 것으로, 선언할 가치가 없다. 5. 건축은 스스로가 삶의 이야기다. 인간의 산물치고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 무 엇이겠는가? 그런데, 작은 필지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작은 건축적 노력들로 서울의 기초를 쌓겠다는 진술이 뜬금없다. 대부분의 도시 이미지를 구성하는, 그 래서 그 기초를 이룬다고 할 수 있는 중요한 건축은, 작은 필지가 아니라 큰 필지, 그 중에서도 중요한 지점들에 위치한 공적 프로그램을 담은 큰 건축적 노력들이 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땅과 건물의 소유주의 의도와 상관없이, 혹은 의도에 거슬러 외부 강제력에 의해 발생하는 건축 행위가 있다는 말인가? 도로나 지역 지구 지정 등 도시 설계가 아니고선, 그러한 것은 위 법이나 범법 행위가 아닌가? 6. 건축은 지난 삶을 기억케 하는 가장 중요한 현장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런데, “역사 도시의 유산을 계승하는 품격 있는 건축”이라는, 엄밀한 규정이 거의 불가 능한, 그래서 지나치게 보편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 진술의 판관은 누구인가? 무엇이 역사 도시의 유산이며, 유산은 어떻게 계승해야 하며, 또 건축의 품격 여부 를 판단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 7. 건축은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바탕이다. 그렇다. 그런데, “세계적 보편성 속에 개성과 다름이 공존하는 세계 도시의 건축”이라는 진술 또한 앞의 경우처럼 막연하기 짝이 없다. 보편자와 단독자의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중에 설령 있다 한들,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고, 그것을 행위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더 더욱 적을 것이다. 근사한 말이지만, 실천 방도가 막막하기 그지없다. 8. 건축은 시대가 빚는 창조적 산물이다. 창조적 산물은 시대가 빚는다기보다,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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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정확히 혹은 고유한 방식으로 파악한 작업가가 빚어내는 것인데, 문제는 시 대성의 독해로서, 이 또한 결코 만만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과업이 아니다. 난삽하기 짝이 없는 과제다. 9. 건축은 복수의 주체들(건축주, 건축가, 시공자)이 협력하여 완성하는 생산물이 다. 이 또한 뻔한 진술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합리적 건축의 장”을 만든다고 할 수 없다. 합리적인 건축은, 합리적인 인간(들)에 의해서만 달성 가능하다. 10. 건축은 시민과 사회의 얼굴이다. 시민과 사회라는 미명에 속한 자들은 늘 권력 에 속한 소수다. 99퍼센트의 인간은, 특정한 배려와 장치가 동원되지 않고서는 늘 소외된다. 전문적 식견이 부재한 내용들 서울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서울건축선언은 “지난 해 8월부터 1년여 간 민간전문 가 중심으로 구성된 건축정책위원회가 주관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작성했 다.” “2012년 8월부터 4회에 걸친 전문가 자문, 건축5단체 관계자 및 공공건축가 등 건축 관계자들이 참여한 정책 워크샵 등을 거쳐…정책위에서 2회의 검토 회의 및 7 회의 정책위원회 자문을 거쳐…실천 과제인 세부 조문을 작성…시민참여 워크샵을 개최해 시민 의견을 수렴 최종 완성”한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다음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서울건축선언 완성에 협조 한 (건축) 전문가들은 전문가의 외양만 띤, 그래서 실제로는 전문적 식견이 없는, 따 을 관에 제시하지 않았거나 무시당함으로써 결국 관의 정당성 확보에 동원된 사람 들이다. 내 생각에, 어떤 쪽이든 전문가가 할 일은 결코 아닌데, 우리 건축사회의 근 본적인 문제는 바로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사태의 발생, 곧 진정한 전문가(들)의 배 제에 있다. 혹은, 우리 건축 사회에 어쩌면 진정한 전문가가 없을 수도 있겠다. 가치 있고 좋은 영향을 미칠 게 틀림없지만, 모호한

이종건의 COMPASS 32

라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거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들이 지닌 전문적 식견

서울건축선언은, 비록 ‘정확하고 실천 가능한 개념 구사’ 곧 내용의 문제를 총체적으 로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건축 행위에 모종의 반성거리를, 그리고 좋은 해석의 견지에서 더 나은 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한 기본 지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큰 가치가 있다. 내 판단으로는 순전히 승효상의 업적이다. 그의 개입 없 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태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환경 운동가로 알려진 김 원은 목하 ‘인권건축’ 운동에 매진 중이라는 소식이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인권건축 포럼을 주도하며, 관(성북구청)에 개입해서 인권 건축 실현을 위해 애쓰고, 머지않은 날에 ‘인권건축선언’도 준비하는 모양이다. 물론, 이 또한 서울건축선언이 그러한 것 처럼, 우리 사회에 나쁘기보다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여긴다. 그리고 이 또한, 서울건축선언만큼이나 모호하다 생각한다(‘인권건축’이라는 말로써 굳이 하고 자 하는 바가 도대체 무엇인지, 누구의 인권을 말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헤게모니 장악 행위의 혐의를 지울 수 없는 그런데 말이다, 나는 왠지 그러한 선언 행위들이 소위 사회적/문화적/정치적 헤게 모니 장악 기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느낌을 갖는다. 우선 패거리 행태 냄새 때문이 다. 그(들)는 늘 그(들)에게 대립각을 세우는 사람(들)은 배제한 채, 그(들)에게 순 응적이거나 협조적인 사람(들)을 몰고 다닌다는, 그러니까 마피아 두목과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의 인상은 다음의 질문에서 비롯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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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들)은 과연 그(들)의 의도에 근본적인 비판을 혹은 근본적인 비판자를 허용하고 있는가? 또 다른, 이론적인 이유는 푸코의 가르침 때문인데, 그에 따르면 진리가 속 해 있는 자리는 모종의 발화 행위로써, 발화자 자신이 이익이 아니라 그와 반대로 손해나 위험에 처하게 되는 장소다. 거꾸로 말하자면, 그(들)가 모종의 발화를 통 해 경제적 이익이든, 문화적/건축적 기회든, 사회적 권력이나 명성이든, 어떤 형태 의 이익을 구하거나 얻게 된다면, 그것은 진리가 결여된 사태로서, 결국 이익 집단 의 권력 장악 행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의 선언의 의도의 진정성과 선함은, 그(들)가 내어놓은 애매모호하고 더러 난삽하기 그지없는 말들에 대한 해석의 권리를 그(들)가 갖지 않고, 초연한 제3자 곧 해석 행위를 통해 아무 것도 얻지 않는 자(들)에게 내어줌으로써만 입증될 수 있을 따름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선언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단연 으뜸인 것은 주지하다시피 칼 마 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다. 그가 잘못 생각했거나 착각한 오류들이 선언문에 더러 있지만, 자본주의의 논리와 체계가 그 동안 사람들이 경외심을 품고 우러러보던, 존 중받아 마땅한 모든 직업들의 후광을 없애버린다는, 의사, 법률가, 성직자, 시인, 학 자들을 오직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전락시켜 버린다는,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견 고한 것들을 공기 속에 녹여 사라져 버리게 한다는, 자신의 시대에 대한 통찰과 전 망은 그가 죽은 지 1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시대의 요구라는 미명으

이종건의 COMPASS 32

로 내어놓은 서울건축선언은 누구의 시대이며, 누구의 요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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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전진삼의 PARA-DOXA 04

누구인가, 선배를 기억하는 그들은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의 특별한 행보 전진삼 본지 발행인

Issue

건축계의 공익 법인들 건축계를 대표하는 3대 문화재단을 꼽는다면 김수근문화재단, 정림건축문화재단, 목

21 와이드 COLUMN | 김미상

방황하는 한국인

25 이종건의 COMPASS 32

서울건축선언 검토

29 전진삼의 PARA-DOXA 04

누구인가,

선배를 기억하는 그들은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의 특별한 행보

천김정식문화재단으로 압축된다. 김수근문화재단은 공간그룹의 설립자 건축가 김수근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유가족

전진삼의 PARA-DOXA 04

과 제자 및 문화예술계의 지인 및 후배 세대가 함께 만든 재단(1988년 12월 23일 재 단 설립, 문화부 인가)이며, 정림건축문화재단은 정림건축의 설립자 건축가 김정철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정림건축과 유가족과 후배 건축인들이 함께 만든 재단(2011 년 4월 21일 재단 설립, 서울시 인가)이다.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은 앞의 두 문화재단 과 다르게 현직에서 퇴임한 건축가 김정식 선생이 직접 설립(2008년 4월 20일 재단 설립, 문화부 인가)하여 초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형식성의 측면에서 차이를 갖는다. 그 외에 건축인이 관여한 공익 법인 중 눈에 띄는 것으로 역사건축기술연구소(대표 자 김동욱, 2011년 6월 9일 설립, 문화부 수리기술과 소관), (재)국제건축문화교류 재단(대표자 김원, 2012년 3월 30일 설립, 문화부 국제문화과 소관) 등이 확인되었다. 다른 두 재단과 성격 면에서 차별성 있는 목천김정식문화재단 활동을 통해서 드러나는 김수근문화재단의 성격은 재단을 구성하는 문화 예술계와 건축계의 명망 있는 인물들의 면면에도 불구하고 ‘김수근건축상’(최초의 명칭은 ‘김 수근문화상’으로 출발하여, ‘미술 부문’, ‘공연 예술 부문’, ‘건축 부문’의 3장르에 걸쳐 시상했으나, 현재는 건축 부문에 한하여 시상하면서 상의 명칭도 김수근건축상으로 고착되어 가고 있다) 하나로 집약된다. 재단의 명성과 달리 활력소가 필요해 보인다. 정림건축문화재단은 정림건축의 활동과 연계한 ‘정림학생건축상’ 운영, <건축신문> 발행, ‘포럼앤포럼’, ‘푸른꿈건축학교’, ‘새싹꿈건축학교’ 등 다양한 건축 기획 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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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램의 운영과 지원으로 건축의 기초 교육과 젊은 건축가 및 아티스트, 인문학자들의 가교 역할을 해 오며 건축의 대중화와 건축과 문화 예술 교류에 힘을 쏟고 있다. 그에 반해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은 성격 면에서도 앞의 두 문화재단과 크게 다르다. 설립 초기 ‘친환경건축설계아카데미’ 연구 지원 기반으로 건축 문화 사업에 공을 들 인 흔적이 엿보이기도 했는데 2010년 이래 건축아카이브 연구 및 지원 사업에 박차 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이사장은 중견 건축학자들과의 잦은 교류를 통해 우리 건축에 시급한 사안으로 한국 현대 건축사의 자료들이 멸실되기 전에 최소한이나마 중요한 건축가들의 자료를 모아 후학들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에 의 지를 모은다. 문화재단의 설립과 동시에 의례적이며 과시적으로 운영하는 그 흔한 건축상의 제정이라는 손쉬운 길을 외면한 채 오롯이 우리 현대 건축 자료 집성에 시 선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발판을 놓은 전봉희(서울대)교수와 배형민(목천건축아카이브 운영위원장, 서울시립대)교수를 필두로 조준배(앤드 건축 디자인 랩)소장, 우동선(한국예술종합 학교)교수, 이병연(충북대)교수, 최원준(숭실대)교수 등의 조력이 주효했다. 목천건축아카이브의 구축 이들은 ‘20세기 한국 건축 기록물의 수집과 보존의 필요성’에 의기투합하여 ‘건축 문

전진삼의 PARA-DOXA 04

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며 ‘미래 한국건축의 연구와 창작에 기여’한다는 취지하에 목천재단 내에 목천건축아카이브를 구축한다. 이들이 말하는 아카이브의 특징은 이렇다. ●자료의 수집, 보관에서부터 활용과 연구로 활동성 있는 문화 생산자의 역할 ●민 간과 학계의 자발적 기관으로 시대의 필요성에 부응하고 건축 전문가의 시각에서 현 대 한국 건축 역사와 문화 조명 ●건축가의 자료 기증과 공개를 통한 공공 자산화(역 사와 교육 자료) ●건축 전문가와 일반 대중과의 문화적 접목점(온라인 웹 서비스와 실물 건축 자료관) ●해외아카이브 학술 단체와의 교류(이상, 목천건축아카이브 리 프렛 참조) 글 작성을 위해 목천김정식문화재단(이하 목천재단) 사무국에 저간의 활동 일지를 요청하였다. 건축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2010년~2013년 현재까지 목천재단 목천건 축아카이브의 일지를 보고 있노라면 그리 오래지 않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재단의 구성원들에게서 찾아지는 열의가 어떠했는가를 짐작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기록하 는 자들을 별도로 기록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행간에 숨어 있다 할 정도로 소명감 의 깊이가 전해졌다. 4.3그룹 아카이브와 원정수·지순 선생 구술 채록 작업 이들은 목천재단 김정식 이사장의 자료 수집을 필두로 하여 안영배, 엄덕문, 김정수, 4.3그룹, 정인국, 윤승중, 박춘명, 강윤, 원정수·지순, 장석웅 선생(목천건축아카이 브 운영위원회 내부 논의 및 추진 순) 등 주로 한국 현대 건축 1세대 건축가로 분류 되는 선배들의 자료 수집과 구술 채록 등의 사업을 벌여오고 있고, 2012년 12월 6일 에는 4.3그룹의 아카이브 진행에 따른 연구 성과물을 가지고 ‘전환기의 한국건축과 4.3그룹’이란 제목의 포럼을 개최하는 등 괄목할 만한 활동을 펼쳤다. 같은 해 2월 목 천건축아카이브 운영위원회와 별도로 연구 전담 조직인 현대건축연구회를 결성하여 앞의 행사를 준비하고, 연구회의 발족을 알리는 공식적인 첫 대외 행사를 겸해 건축 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2013년 7월 5일, 목천재단 사무국 10층 홀에서 원정수·지순 선생의 자료 기증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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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Issue | 와이드 이슈

겸한 구술 채록 최종회가 동시대 건축가들과 대화의 형식으로 개최되었다. 이 자리 엔 김정식, 박춘명, 안영배, 윤승증, 유걸, 김원, 황일인 선생이 대화자로 동석했고 조 대성, 임창복, 이성관, 김자호, 이상진, 구영민, 오동희, 조정호, 김태성, 배형민, 김영 철, 우동선, 김현섭, 최원준 제씨가 배석했다. 이날 특히 시선을 모은 것은 고령의 선배 건축가들의 건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 다는 점이다. 그동안 아카이브 운영위원들과의 구술 채록에 한하여 곁을 두었을 뿐, 외부 세계와는 적이 단절되어 있던 이들이 한 장소에서 모처럼의 회동이 성사되었다 는 것이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로웠다. 그날 행사에 참여한 제한된 후배 건축인들만 이 저들의 육성을 듣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졌을 정도다. 우리 건축 세대론이 갖는 구조적 불안정성 돌이켜보면 1980~90년대 한국건축의 중심에 섰던 건축가들 대부분이 오늘날 60~70대 연령층에 이르렀고, 동시에 건축가로서의 활동도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터라 지난 시절, 60대만 되면 뒷방늙은이가 되어 버린다는 구설에서 자유 로워진 건축계의 두터운 층위에 안도할 수 있는 것은 이전 시기와 달라진 풍경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오늘날 30~40대 연령층의 건축가들이 미디어를 중심으로 집중 소개되고 있 는 반면 현장에서 밀려난 선배 세대의 존재에 대한 무관심과 기회 부재는 건축계가 팎에서 공히 관심의 대상이 아님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한편 현재 40~50대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중간 세대 건축가들의 층이 얇아 선후 배 세대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선배들의 염려와 따가운 지적도 공공연 히 발언되고 있는데 우리 건축의 세대론에 담긴 구조적 불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 곱 씹을 이유가 있다. “가끔 모임에 나가보면 40, 50대가 거의 없어요. 대부분 30대죠. 세대 간 단절 (generation gap)이 생기는 거예요. 예전 서울건축학교 때를 생각해 보면 윗세대들

전진삼의 PARA-DOXA 04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로 주시될 만하다. 당연히 고령 건축가들의 부재는 건축계 안

이 많았어요. 그 사람들이 이젠 다 자리잡았고 50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없는 거예요. 그리고 바로 30대가 많은 거죠. 역피라미드가 아니라 아예 와인잔처럼 중간 세대가 없는 구조예요. 어떤 사회나 피라미드 구조여야 안정이 되는데 정말 걱 정스럽습니다. 그 윗세대들이 제대로 후배들을 보살피지 않았고, 그 결과 세대 연결 이 되지 않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30대들이 정말 걱정됩니다.” (구본준, <건축신문> 6호, 인터뷰 기사 ‘조성룡, 한국 공공건축의 오래된 미래’ 중에서)

여기서 거론되는 중간 세대를 연령대로 선명하게 끊을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서울건 축학교 활동기의 주축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이전과 이후가 세대 단절의 분기점으로 규정될 수 있으리라. 통상의 세대론이 10년 단위 혹은 15년 단위로 매듭을 짓고, 그 안에 걸쳐 있는 세대는 동 세대 건축가로 정위시키는 것에 무리가 없으니 작금의 한 국건축계는 1990년대 초반에 결성한 4.3그룹 구성원들이 활동하던 시기의 주연령 대인 30~40대 이후 이들의 상호도생(相互圖生)에 근거한 자급자족형의 건축 공부 와 후배 세대 껴안기가 저들이 40~50대에 이른 시기, 즉 서울건축학교 시기에 당시 30대였던 현재의 50대를 보살폈다는 계산이 선다. 문제는 그들이 껴안아서 행복했 을 것이라고 잠정 판단하는 현재의 50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책론 의 이유가 다른 데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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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윗세대 소외 현상 속에서 찾는 원로 건축가 구술 채록 작업의 의미 그때나 지금이나 저들 50대 중간 세대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 위에 놓여져 있었 다는 사실이다. 서울건축학교 선배들의 호명(呼名)이 건축가로서의 입신에 공증의 한 형식으로 받아들여졌던 건축계 일단의 분위기는 저들 세대가 스스로 일어서서 함 께 도모하는 건축가 그룹의 선명성을 앞세우는 소명을 부인케 하는 역효과를 가져왔 다고 분석할 수 있다. 어쩌면 현금의 30~40대는 자발적으로 상호도생의 의미를 현 재화할 수 있는, 4.3그룹과 서울건축학교 세대에 이은 두 번째 세대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실제로 그런 분위기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면에서 나는 조성룡 선생 의 세대 간 연대 단절의 우려론에 동의하지 않는다. 세대는 끈으로 연결되는 것이기 도 하지만 동시에 매듭으로도 연결되는 것이다. 그보다는 현재 60~70대 건축가들을 포함한 그 윗세대가 너무 빠른 속도로 건축계의 화제에서 벗어나 있는 현상을 우려 한다. 소수 대표 주자들에 의해 당해 세대의 유명과 무실이 견인되는 것으로 족하다 고 변론하겠지만 그들은 대부분 세대론으로 묶을 수 없는, 솔직하게는 묶이기를 거 부하는 각자도생적 존재로 변해 있음으로 이는 다수의 고령(화에 접어든) 건축가들 과는 무관한 일이 된다. 그런 면에서 목천재단이 최우선 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건축 아카이브의 원로 건축가 구술 채록 작업 등은 의미가 크다. 이들의 1차 작업이 건축 가의 생애와 작업의 소산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들이

전진삼의 PARA-DOXA 04

목표로 하는 2차, 3차 건축(사)학적 성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 기대되기 때문 이다. 제언하건대 일련의 구술 채록 및 자료화 과정의 형식 여하에 따라서는 고령의 건축가들과 신진 건축인들과의 소통을 매개하는 의미있는 기회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는 선배 건축가들의 현존을 눈과 귀로 확인하며 우 리 현대 건축의 역사를 증언과 대화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고정적인 자리가 마련된다 면 이는 건축하는 후학 및 후배 세대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지원 제도의 연구와 실행 방안에 대한 논의가 준비되어야 목천재단은 민간 차원에서 본격적인 건축아카이브의 시동을 건 선도적 행동을 보여 줌으로써 특성화된 공익 재단의 모범이 되고 있다. 반면 국가적으로 건축이 지식 서 비스 산업의 한 축을 감당하게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시점이며, 세종시에 도시건축박물관(가칭)이 들어설 예정으로 있으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건축아카 이브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 있는 발원과 구상은 아닌 듯싶다. 실제로 건축아카이 브와 관련한 중앙 정부 차원에서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 낼 마땅한 근거가 마련되 어 있지 못하다. 이 같은 정황을 보건대 목천재단이 주도하는 민간 차원의 건축아카 이브 구축 사업은 향후 상당 기간 고진감래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자금 투입과 자료 보관소의 공간적 한계가 현안이 될 정도는 아니어서 별문 제가 없어 보이지만(실상은 그것이 문제가 되어 선별적 아카이빙의 한계를 보이고 있지만) 건축계보다 앞서 민간 차원의 아카이브 작업을 해 오고 있는 미술계가 한 국 미술아카이브에 따른 정부의 지속적이며 항구적인 지원 제도의 결여로 크게 곤란 을 겪고 있는 등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건축계에 투영된다고 가정하다면 건축아카이 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해도 지나치지 않다. 건축아카이브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의 연구와 실행 방안에 대한 논의는 한시바삐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그 같은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한 방편 중 하나로 목천재단은 고령의 선배 건축가 들을 공개 석상에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구현에 앞장서 주기를 바라마 지 않는다. 그들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일상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는다 면 그 자체로도 우리 건축과 일반 사회에 미치는 효과는 지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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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W O R K

Wo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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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주택

와촌리 창고주택

횡성주택

Residence in Daejeon

Ginseng Warehouse

Residence in Hoengseong

정현아(디아건축)

Chung Hyuna(DIA Architecture)

재료와 구법, 그리고 공간

50 CRITIQUE

만들어지는 건축과 만드는 건축 ‘사이’에서

대전주택 설계 담당 오승현 임서연 (디아건축) 위치 대전시 유성구 하기동 565-14 용도 단독 주택 대지 면적 297.6m 2 건축 면적 110.3m 2 연면적 198.9m 2 건폐율 37.1% 용적률 64.8% 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외부 마감 시멘트 벽돌 구조 설계 손강혁 전기/기계 설계 성도 ENG 시공 김대연 설계 기간 2011.06.~2012.02. 공사 기간 2012.04.~2012.09. 와촌리 창고주택 설계 담당 오승현 임서연 (디아건축)

정현아(디아건축) Chung Hyuna(DIA Architecture)

용도 단독 주택, 창고 시설 대지 면적 660m 2 건축 면적 151.2m 2 연면적 151.2m 2 (단독 주택 93.6m 2/창고 시설 57.6m 2) 건폐율 22.9%

정현아

용적률 22.9%

정현아는 홍익대 건축학과와 동대학원, 컬럼비아

규모 지상 1층

대학교 건축대학원(M.Arch) 을 졸업하였다. 뉴욕

구조 경량 철골조, 샌드위치 패널

키텍츠, 서울의 창조건축과 한도시건축에서 실

외부 마감 아연도금 골강판 구조 설계 손강혁 시공 김대연

무경험을 쌓았으며 2004년부터 디아건축을 설립

설계 기간 2012.02.~2012.04.

해 운영해 오고 있다. 대전한의원, 용인주택, 분당

공사 기간 2012.05.~2012.08.

독수리학교 등의 작업이 있으며, 신사동근생으로

사진_신경섭 건축 사진가

위치 충청남도 연기군 서면 와촌리 618-2번지

의 로버트 A.M. 스턴 아키텍츠와 난디니푸칸 아 39 DIALOGUE

진행_정귀원 본지 편집장

WORK 1

대전주택 와촌리 창고주택 횡성주택 Residence in Daejeon Ginseng Warehouse Residence in Hoengseong

1

김승희

2008년 강남구 아름다운건축물 표창, 평창동주택 으로 제26회 서울시건축상을 수상하였다.

횡성주택 설계 담당 오승현 (디아건축) 위치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 산8번지 외 3필지

Wor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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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드 마리*

Maison de Marie

구영민(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건폐율 11.24%

디엔하우스(홍덕기, 장익수), 이영민(OHL)

용적률 11.22%

Koo Youngmin +

DN hOUs, Lee Youngmin

64 DIALOGUE

마니산과 서해 갯벌의

극적인 조우를 목격하다

용도 단독 주택 대지 면적 2415.0m 2 건축 면적 173.0m 2 연면적 174.8m 2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골조 외부 마감 흙다짐벽, IPE 구조 설계 손강혁 시공 김국회 흙다짐 시공 에스피이엔씨 전재성 설계 기간 2011.06.~2011.09. 공사 기간 2011.1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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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대전주택 북측 전경. 북쪽 벽은 창문 면이 벽 안쪽 깊숙한 면에 만들어져 조적벽의 깊이가 느껴진다.

1. 대전주택

대전주택의 동쪽 벽은 대전주택 전경. 모퉁이 땅 위의 시멘트 벽돌집이 오래된 성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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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침실의 커다란 창이 전면를 지배한다.


Wide Work | 와이드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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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NORTH ELEVATION

EAST ELEVATION

SOUTH ELEVATION

WEST ELEVATION

1. ENTRY 2. GUEST ROOM 3. LIVING / DINING 4. KITCHEN 5. UTILITY 6. STORAGE 7. POND 8. PARKING 9. MASTER BEDROOM 10. ALCOVE 11. BEDROOM 12. STAIRS 13. ATTIC 14. BATHROOM 15. CORRIDOR

1F PLAN

2F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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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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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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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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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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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NTRY 2. GUEST ROOM 3. LIVING / DINING 4. KITCHEN 5. UTILITY 6. STORAGE 7. POND 8. PARKING 9. MASTER BEDROOM 10. ALCOVE 11. BEDROOM 12. STAIRS 13. ATTIC 14. BATHROOM 15. CORRIDOR

SECTIO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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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1 dialogue

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대전주택의 중심이 되는 정원과 남측면. 창문 프레임을 벽체 바깥쪽으로 붙인 남측 벽면은 덩어리에서 잘라낸 밋밋한 단면의 느낌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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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DIALOGUE

재료와 구법, 그리고 공간 1. 대전주택 정원이 주인공인 ㄱ자 집 대전주택은 두 명의 자녀를 둔 부부의 평범한 집이다. 아파트 1층에 살면서 정원 가꾸기에 공을 들였 던 안주인은, 공동주택의 삶에 (특히 정원을 가꾸는 것에) 한계를 느껴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정한다. 평소 눈여겨 보았던 집 근처 한의원주택의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면서 건축주가 가장 크게 요구한 것은, 앞산을 바라보는 너른 마당이었다.

건축가 : 대지의 동쪽으로 산을 마주하고 북쪽으로 길이 나 있는 모퉁이 땅이었어요. 건축주의 요구 에 따라 정원과 산을 주인공으로 하여 모든 방에서 산과 정원을 조망하고자 했습니다. 방이나 거실 등 주요 공간들이 모두 동쪽을 향하고 있는 이유예요. 결국 마당을 중심으로 ㄱ자 형태의 건물이 대지 깊숙이 앉았는데, 남쪽에 데크를 둔 덕분에 ㄷ자 형 태를 이룬 정원은 이 집의 또 다른 방처럼 보인다. 거실에서 바라보면, 지대가 높은 까닭에 산과 경계 를 이루는 길은 보이지 않고, 대신 산은 정원으로, 정원은 다시 집 내부로 흘러들어와 마치 산과 정원 이 원래부터 하나인 듯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건축가 : 동선에 따른 시선의 변화와 그에 따른 조망이 중요했어요. ㄱ자 형태를 이용한 복도 형식의 공간 구성으로 부모와 자녀의 동선을 분리하면서, 오히려 방 안에서는 서로 시선이 교차되도록 했어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새하얀 복도는 그림을 걸기 원하는 건축주의 요구에도 적합하다. 그리고 중간중간 외부로 향한 창과 서재 알코브 같은 요소로 의외의 풍경을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간 이곳저곳을 연결한다. 마치 어 떤 시나리오에 의해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 듯한데, 이와 관련하여 건축가는 입구 마당이 여기서 살짝 비켜난 것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WORK 1 dialogue

요. 거실과 1,2층 복도를 오가면서 산과 정원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집의 전체 분위기를 결정하는

대전주택의 자녀방에는 복도와 방의 절반을 활용한 다락이 있다.

대전주택의 주방과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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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 입구 쪽에 작은 마당이 있어요. 집과 연결되지 않고 따로 놓이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서 처음부터 이 마당과 거실 전면 마당과의 연계에 신경을 많이 썼죠. 그래서 현관문이 열리면 큰 마 당을 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건데, 실제로는 건축주의 기능적인 요구 때문에 약간 틀어지고 말았 어요. 다용도실과 창고가 거실 서쪽 벽면을 길게 차지하는 바람에 전면 유리창이 마당 쪽으로 밀리게 된 것. 그래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야는 벽체에 의해 가로막힌다. 건축주는 굳이 이렇게 긴 다용 도실이 왜 필요했을까? 궁금해진다. 건축가 : 아파트 다용도실에 익숙해진 라이프스타일 때문이라 생각해요. 전에 살았던 아파트 1층 주 방에 긴 복도 형식의 다용도실이 있었고, 꽤 많은 양의 수납이 가능했어요. 다용도 공간의 비례와 면 적이 제가 처음 제안한 다용도실로는 많이 낯설고 부족했던 거죠. 전체 배치와 정원 공간의 면적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찾은 방법이었어요. 묘한 어긋남 건축가는 대전주택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 절충이 좀 있었다는 말로 운을 뗐다. 설계 기간이 꽤 길었던 데다가 집에 대해 나름 소신을 가지고 있었던 건축주와 작업을 하다보니 완벽한 안 을 가지고 시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건축가 : 초기 계획안이 흔들렸다기보단 설계 기간이 너무 길었어요. 건축가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서 솔루션을 찾고 그것으로 건축주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 솔루션이란 게 미처 없

WORK 1 dialogue

었다는 거예요. 시작부터 건축주와 함께 고민을 한 집이죠. 간섭이 없을 리 있나요.(웃음) 사실 바람 직한 논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구 조건 대신 결정 사항들이 주어지니까요. 그것들을 건축가로 서 잘 이끌어 가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이 집의 담담한 표정을 만드는 시멘트 벽돌은 이러한 상황에서 건축가가 취할 수 있는 여지와도 같은 것이었다. 외장재로는 흔하게 쓰이지 않지만 모던하면서도 빈티지스러운 재료가 다소 높은 규모(정 원 면적의 확보로 건폐율을 늘릴 수 없었던 까닭에)의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집은 마치 성처럼 보인다. 건축가 : 사실 막돌을 쓰고 싶었습니다. 건축주가 제시한 이미지 중에 오두막이나 소금창고 같은 낡 은 집, 오래된 돌담 이미지 등이 많았어요. 약간 촌스럽지만 낭만적이랄까요. 주제가 정원인 집에 어 울리는 재료, 특히 도시의 정원에 어울릴 수 있는 재료가 뭘까를 고민하던 차였죠. 오래되고 낡은 돌 담벼락에 담쟁이넝쿨이 올라가는 그림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 막돌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비싸더라고요. 결국은 예산과 저의 제안과 건축주의 희망 이미지가 더해져서 시멘트 벽돌을 선택하게 된 것이죠. 처음에는 거친 면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지만, 그래도 메지가 들어가고 발 수제를 바르고 나니까 약간 노란빛이 돌면서 느낌이 조금 소프트해지더라고요. 외벽은 시멘트 벽돌, 지붕은 징크. 각각 단 하나의 재료로 집 전체를 시원하게 마감했다. 재미있는 것 은, 그런데도 사방에서 바라보는 집의 표정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창을 내는 방식과, 처 마/발코니와 같은 요소와, 그리고 경사 지붕과 평지붕의 혼용이 만들어 내는 불협화음의 묘한 조화와 도 같다. 건축가 : 벽돌집의 창은 규칙적으로 뚫는 게 자연스러운데 주택에서는 쉽지 않지요. 꼭 필요한 부분 에 뚫려야 되니까요. 그나마 이 집의 북측면은 계단실 때문에 조금 자유로울 수 있었죠. 입구가 있는 부분이지만 후면이고, 또 가장 성처럼 매스가 올라가니까 어느 정도 깊이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창 프레임을 최대한 벽체 안으로 밀어 넣어서 벽 두께가 그대로 드러나게 한 거고요. 산을 바라보는 동측면은 방향성이 매우 확실한 부분이라서 모두 처마, 발코니를 달아 ‘앞으로 나란히’시켰고, 남측면 은 덩어리에서 잘라낸 밋밋한 단면처럼 창문 프레임을 벽체 바깥쪽으로 붙였어요. 어떻게 보면 디스 플린이 없다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같은 표정을 만들기엔 각각의 상황들이 너무 달랐습니 다. 또 이게 나름의 성격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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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이 부재한 이유 경사 지붕, 평지붕에 대한 최고 한도와 다락방(아이들 방에는 복도와 방의 절반을 활용한 다락이 있 다)에 대한 요구, 그리고 기타 법규 사항 등에 따라 지붕의 생김새도 다양하다. 그래서 건물은 하나의 매스로 읽히지 않고 분절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한편, 돌출 처마와 함께 H빔으로 만들어진 발코니는 수평 난간살, 수평 라인의 나무판이 덧대어져 다소 수직적인 건물의 매스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가는 이러한 건물 외관이 전체적으로 묘하게 어긋나 있으면서 충분히 통합되지 못했다고 자평한다. 건축가 : 여러 요소들의 절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산과 건축주의 취향과 제가 생각했던 공간 조직 과 재료 등등이 하나의 틀 속에 모인 셈이죠. 최악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완벽하게 조립되어 하나의 성격으로 통합된 상황도 아니예요. 사실 이 묘하게 어긋난 상황들이 다른 성격을 만든 것 같기도 하 고요. 그래서 자꾸만 다시 보게 됩니다. 내가 왜 이 부분은 다르게 취급했을까? 이것의 묘한 느낌은 무얼까? 하면서요. 통합되지 못한 성격들이 던져주는 여러 여지들이 있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런 면 에서 제겐 특별한 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 같은 어긋남이 건축가에게 즐겁고 새로운 경험은 아니었을까? 건축가 : 저로서는 많이 괴로웠죠.(웃음) 아무튼 건축주의 요구 조건을 민감하게 듣고 정확하게 문제 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단순하게 사용자의 말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서 조금 더 그 상황에 적절한 건축가의 해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좌식 혼용의 창고주택 대전주택과 달리 와촌리주택은 요구 조건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건축가의 언어로 통합, 구축된 집 이다. 건축주는 젊은 독신 여성으로 거주를 겸한 작업장(홍삼액 제조)을 부모의 인삼밭 일부에 짓기 를 원했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한의원주택을 보고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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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와촌리 창고주택

건축가 : 집 주변으로 인삼밭의 긴 삼포와 우사가 인상적이었는데, 이것이 집 전체의 형태를 결정했 던 것 같습니다. 여기는 그냥 창고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건물의 평면 구성은 간단하다. 각각 집과 작업 창고로 쓰이는 긴 매스 두 개가 나란히 놓이고, 그 사이 를 브릿지처럼 현관과 다실이 연결하는 형태다. 자연히 중앙에 작은 마당이 형성되는데, 툇마루를 가 진 이 마당에서 올려다본 하늘이 꼭 도시한옥에서 바라본 하늘과 같아서 한국적인 공간의 느낌을 의 도한 것인지 넌지시 물어보았다. 건축가 : 다실을 둔 건 건축주의 취미와 관련이 있고, 가운데 마당도 특별히 한옥을 의식한 건 아닙니 다. 그보다는 오히려 내부 공간의 입좌식 형태를 고민하면서 현대를 사는 한국인의 생활 방식을 의식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주방은 서양식으로 서서 일하고 거실과 방에서는 좌식이 편안한 라이프스타 일 말이죠. 집은 중앙에 입식인 주방/식당을 두고, 양 끝단에 좌식 공간인 안방/대청과 사랑방을 각각 배치했다. 그리고 입식과 좌식 공간의 관계는 후자의 레벨을 올림으로써 단면의 변화로 풀어냈다. 결과적으로 주방/식당은 상대적으로 높은 천장고와 레벨 경계 턱에 의해 안온한 느낌을 갖게 됐고, 좌식의 방은 마치 마당에서 툇마루를 딛고 올라서면 만나게 되는 낮은 한식 방들을 연상케 한다. 건축가 : 실내 툇마루처럼 단차로 생긴 턱에 걸터 앉을 수도 있습니다. 예전 한의원주택을 할 때도 거 실과 외부 공간(데크)의 관계를 만들면서 레벨 차이를 활용한 툇마루를 뒀었는데 그게 좀 재밌었어요. 퍼블릭 공간에서 한 단 올라서면 프라이빗 공간이다. 건축주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이 집의 방문객 들은 이 단의 경계 때문에 주방/식당 공간에서 방의 영역을 쉽게 침범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방의 영 역에 다실이 중심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다실에 앉은 다인은 창 너머 마당과 대청 건너 바깥을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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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된다. 건축가 : 아쉽게도 이 집에서 바라보이는 것이라곤 거칠고 정리되지 않은 농가와 우사, 그리고 밭과 트랙터의 움직임뿐이에요. 집이 외부 공간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지 않은 이유입니다. 다만 주택과 창고동 사이에 만든 중정이 컨트롤된 외부로서 마당 공간을 대신하게 했습니다. 재료/공간/구조의 통합, 안팎의 통합 이러한 주변의 상황은 넉넉치 않은 예산과 만나 ‘창고 주택’을 아이디어로 도출해 냈다. 건축주는 소 금창고처럼 나무 주택을 원했으나, 건축가는 가벼운 주변 건물들을 고려해서 이것도 가볍게 만들자 고 제안하였고, 최종적으로 벽체부터 지붕까지 경량 철골 구조/샌드위치 패널 구조에 골강판을 붙이 는 방법이 채택됐다. (비용을 고려하여 작업 창고 쪽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 겸 단열재를, 주택 쪽은 경 량 철골에 유리 섬유 단열을 썼다고 한다.) 건축가 : 골강판도 여러 샘플을 받았어요. 하지만 단가에 맞추자니 거의 원색의 것이었고, 메탈릭한 느낌이 나는 것은 수입 단가 기준이더라고요. 고민하는 와중에 한 업체가 자동차 샵 리뉴얼을 하면서 강판을 대량 발주하게 됐는데, 운 좋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싼값에 설계를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외부의 가벼움은 트러스를 매단 내부 공간으로 이어진다. 건축가는 골강판의 가벼움에 반하는 두꺼운 부재 대신 ㄷ자 앵글(작업 창고), L형강(주택)을 사용한 트러스로 내부에도 가벼움을 유지하려고 애썼 다. 특히 주택의 트러스는 L형강을 앞뒤 더블로 붙여서 덜 두꺼워 보이도록 라인을 살리고자 했다.

WORK 1 dialogue

건축가 : 디테일은 두께나 접합의 치수 혹은 비례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섬세함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섬세함의 정도를 연속적으로 가져갈 때 집의 성격이 만들어지는 것일 테고요. 바깥은 가 벼운데 실내가 무겁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죠. 재료는 그것을 구축하는 철골의 질서에 따라 모듈을 갖게 되고, 그것은 다시 칸의 모듈과 트러스의 모 듈이 된다. 나사못의 위치도 이 모듈에 의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칸의 반복은 공간의 깊이를 더 한다. 이 집의 재료와 공간과 구조가, 안과 밖이 서로 무관하지 않은 이유다.

3. 횡성주택 흙담과 H빔 횡성주택은 “주어진 상황에 맞는 적절한 범위에서, 그간 써본 적이 없는 재료나 구법에 도전하는 것 을 목표로 삼고 있는” 정현아 건축의 또 다른 사례다. 외국 생활을 오래한 건축주는 흙과 나무로만 지 은 시골집을 원한 반면, 라이프스타일은 벽이나 기둥이 없는 개방적 공간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이 집은 흙과 돌로 만들어진 아궁이-구들방과, 외국 전원 주택의 거실처럼 높고 탁 트인, 복층 통유리 의 개방된 거실이 어울리는 ‘퓨전 시골집’을 주제로 삼고 있다. 건축가 : 대지의 등고를 따라 건물을 긴 박스로 앉히고, 양끝에 숲으로 향해 숨어든 구들방과 골짜기 를 향해 열리는 거실을 대비시켰어요. 구들방의 갇힌 정원과 거실 앞 넓은 정원도 대조를 이루죠. 그 사이에는 야외 식당을 겸한 프라이빗 마당이 있고요. 이 방과 거실에 두께 400mm의 흙담을 놓았습 니다. 각각 시야를 한정하거나 연장하는 수단으로 삼은 거지요. 건축주가 건축 재료로 요구한 흙은, 흔히 쓰이는 황토 반죽을 표피에 바르는 마감재가 아니라, 다짐 공법을 이용하여 흙담을 만드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흡습과 잠열이 높은 특성 때문에 마감은 물론 단 열과 습도 조절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건축가 : 새로운 재료나 구법의 탐색은 아직 많지 않은 경험을 가진 제게 언제나 새롭고, 언제나 실험 입니다. 흙다짐벽을 공부한 것도 그렇고요. 결을 가진 두터운 벽체를 만드는 게 재밌었어요. 사실 개 인적으로 둔하고 투박한 느낌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에요. 특히 흙벽은 각이 안 살잖아요.(웃음)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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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매치될 수 있는 날카로운 부재로 선택한 것이 H빔이었어요. 흙벽의 둔한 선을 잡아줄 수 있을 거 라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흙다짐벽은 스스로 서 있긴 하지만 구조체로선 아직 공식인정을 못받고 있고, 또 다지면서 올리기 때문에 균열에 대비한 익스팬션 조인트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부 터 지붕을 받치는 H빔과 익스팬션 조인트를 결합하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재료에서 찾은 해법 건축가에게 주어진 낯선 재료(흙)는 탐구를 통해 구법(흙다짐벽)이 정해지고, 다시 탐색을 통해 보 완 재료(H빔)가 선택되면, 서로 다른 재료들이 합리적인 시스템 안에서 만나는 방식이 연구된다. 횡 성주택에서는 익스팬션 조인트에 의한 흙담의 모듈이 곧 H빔 구조의 질서가 되도록 H빔과 익스팬션 조인트를 결합시켰다. 이 H빔은 흙담을 벗어나면 노출된 형태로 지붕을 떠받치고, 사이의 비워진 부 분은 투명한 유리창이 메우게 된다. 건축가 : 와촌리주택이 재료와 구법과 공간을 동시에 고민한 프로젝트라면, 횡성주택은 재료의 출발 에서 해법이 나중에 따라오게 된 경우에요. 흙이라는 재료가 유리나 철골 구조와 접목되면서 어떻게 통합적으로 구축될 수 있을까를 스스로 질문하는 과정이었어요. 거실의 장스팬 오픈 공간을 가능하 게 하는 철골 기둥이 두꺼운 흙벽의 신축 팽창을 받아주는 익스팬션 조인트와 일체화되도록 하는 게 해답이었고요. 저는, 건축가의 작업에는 사회와 도시를 읽는 관점, 공간과 프로그램의 조직 방식만이 아니라, 그것의 구축에 있어서의 재료와 구법에 대한 도전과 연구가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도에서는 공 간을 조직하는 논리와, 구조, 재료, 설비 등의 기술적 문제가 얼마나 통합적으로 해결될 수 있느냐가 가 관건이지요. 횡성주택에는 흙담 외에도 이뻬나무 마감의 벽을 볼 수 있다. 뭉개지기 쉽고 각이 서지 않는 흙의 성 격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됐는데, 이로써 횡성주택은 묵직하고 두터운 흙담과, 노출된 H빔과, 이뻬목 이 붙은 나무벽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깊은 집의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대전주택, 와촌리주택, 횡성주택 모두 깊이가 있는 집이다. 마지막으로, 깊은 집에 대한

WORK 1 dialogue

중요하다고 믿어요. 재료와 구법의 문제는 결국 공간과 어떻게 연결되고 삶 속에 어떻게 녹아드는가

생각이 궁금해졌다. 건축가 : 칸의 반복들이 깊어진 것이긴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밖에 다른 주택에도 좀 긴 동선을 두었 더라고요. 아마도 외부 공간과의 접촉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서 그랬던 것 같고, 집 안팎을 자연 스럽게 넘다들며 거닐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설계에서 경험의 시퀀스를 고려하 고 있는 듯합니다. 이처럼 긴 집은 결과론적인 것이지 처음부터 의식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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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와촌리 창고주택

남측 입면. 골강판과 최소한의 창호로 구성된 창고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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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E PLAN

와촌리 창고주택 전경. 어수선한 풍경을 집에서 떼어내고 내부에 평화로운 소우주를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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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내부의 ㄷ자 앵글 트러스

와촌리 창고주택의 주방과 식당. L형강을 앞뒤 더블로 붙인 트러스로 내부 공간을 가볍게 만들었다.

입좌식 혼용의 내부 공간.

와촌리 창고주택 외부에서 바라본 대청마루.

대청마루와 안방/다실 부분은 입식의 거실에

시선이 다실로 이어진다.

서 바닥 레벨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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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촌리 창고주택의 집과 창고동 사이의 중정이 컨트롤된 외부로서 마당 공간을 대신하고 있다.

와촌리 창고주택 다실에 앉은 다인은 창 너머 마당을 관조한다. 골강판으로 마감된 와촌리 창고주택의 다실 덧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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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TH ELEVATION

EAST ELEVATION

NORTH ELEVATION

WEST ELE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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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NTRY 2. GUEST ROOM 3. LDK 4. DAE-CHUNG 5. MASTER BEDROOM 6. DRESS 7. TEA ROOM 8. COURT 9. WORKSHOP 10. GINSENG WAREHOUSE 11. B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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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NTRY 2. GUEST ROOM 3. LDK 4. DAE-CHUNG 5. MASTER BEDROOM 6. DRESS 7. TEA ROOM 8. COURT 9. WORKSHOP 10. GINSENG WAREHOUSE 11. BO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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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QUE

만들어지는 건축과 만드는 건축 ‘사이’에서 김승회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김승회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시건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SOM과 서울건축에 서 실무를 경험하고, 1995년 건축사사무소 경영위치를 개소하여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03년부터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이우학교, 롯데 부여리조트, 세계장신구 박물관, 원진녹색 병원, 문학동네, 과천주택, 이화외고비전관, 서울대 환경대학원, 영동교회 등이 있다. 2006년 베니스 비엔날레 를 비롯하여 도쿄와 베를린, 바르셀로나, 보스톤, 상하이 등에서도 건축 전시회를 가졌다.

공간의 가능성을 가장 단순한 형식을 통해 전개하는 것 재료의 실험을 먼지 가득한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 ‘사이’의 패러독스를 견디어 내는 것

WORK 1 critique

정현아 건축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노력들

해석은 지식인이 세계에 가하는 복수다. 해석한다는 것은 ‘의미’라는 그림자 세계를 세우기 위해 세 계를 무력화시키고 고갈시키는 것이다. 이는 ‘세계’를 ‘이 세계’로 번역하는 것이다 - 수전 손택 나무와 풀, 바위와 시내처럼 건축은 세계에 자리잡고 살아간다. 건축은 말하여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 라 지금 여기에 있다. 건축가의 수고를 빌어 태어난 건축물은 완성된 순간부터 건축가의 의도와 비평 가의 해석을 넘어 그 자체로 존재하며, 건축이라는 ‘존재’와 건축에 ‘대한’ 사진, 말, 도면 사이에는 건 널 수 없는 강이 있다. 정현아와 같은 부류의 건축가, 즉 종이 위에서 집을 고안하는 것이 아니라 먼지 가득한 현장에서 콘 크리트와 철로 집을 세우는 건축가의 작업을 언어라는 재료를 통해 비평한다는 것은 시원한 맥주의 맛을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 더 부질없는 것이다. 그 부질없음에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고자 한다면, 비평의 대상이 되는 건축과 장소를 마음껏 향유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향유의 기쁨을 공유할 수 있 는 소수의 독자와 나누는 것이다. 자신들에 대해, 자신들의 가치에 따라 자신들을 위해 말해 달라고 하는 사물의 무언의 간청들… 사물 들의 관습적인 의미 가치 이상으로 구별 없이, 그렇지만 절도 있게 말해 달라는... - 프란시스 퐁쥬 거친 콘크리트, 얇은 두께의 골강판, 두툼한 황토벽, 칠하지 않은 시멘트 벽돌, 가로로 붙인 목재 널… 정현아의 건축은 이렇게 물질로 다가온다. 기둥, 벽, 바닥이라는 ‘건축적 요소(architectural element)’로 환원되기 전에 ‘물질(material)’로 먼저 감지되며, 건축의 개념과 디자인의 언어로 읽혀 지기 전에 ‘존재(being)’로 즉각적으로 느껴진다. 물질로 된 존재를 대면하는 일은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을 아우르는 오감의 경험일 뿐 아니라, 물질과 사물에 깃들어져 있는 기억(memory)과의 만남이다. 정현아의 건축은 건축이기 이전에, 감지되는 물질이며 느껴지는 표면이다. 판단하기 전에 느껴지는, 독해하기 전에 경험하는 ‘날것’의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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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물질적 존재로 먼저 다가온다’는 한 줄의 서술은 정현아가 완성한 건축 안에서 여러 의미로 갈라진 다. 개개의 건축물을 살펴보면 물질을 취급하는 방식에 서로 다른 태도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 차이 를 하나하나 짚어가다 보면, 건축가의 입장과 판단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전주택은 시멘트 벽돌의 표면으로 먼저 다가온다. 하나하나 쌓여져서 마침내 공간을 이루는 벽돌 의 축조는 ‘쌓기 방식’을 통해 완성되고, 쌓기 방식은 조적면과 오프닝의 관계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 난다. 그런 관점에서 대전주택의 외벽을 살펴보면 성격이 다른 벽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북쪽 벽은 창문 면이 벽 안쪽 깊숙한 면에 만들어져 조적벽의 깊이가 느껴진다. 오프닝의 크기도 작 고 위치도 불규칙하여 마치 벽을 다 쌓은 다음 필요에 따라 창을 뚫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 반면에 동 쪽 벽은 거실과 침실의 커다란 창이 전면를 지배한다. 더구나 오프닝과 만나는 조적벽의 깊이가 얕아 서 벽의 두께는 한결 얇게 지각된다. 이 벽은 창이 우선적으로 설정된 뒤에 벽이 생긴 것으로 보여지 고, 그 결과 ‘쌓여진 조적벽’이 아니라 창을 위한 프레임으로 인식된다. 한편, 남측과 서측면의 벽은 창의 치수도 작고 불규칙하지만 벽두께는 거실 외벽과 같은 두께로 표현되어 있어 또 다른 느낌을 준 다. 대전주택의 외벽은 날것 그대로의 시멘트 벽돌, 모노톤의 조적벽이지만 가깝게 다가가 살펴보면 세 가지 다른 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차이는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생긴 것일까? ‘날것’의 느낌을 선사하는 외벽을 통과하여 실내로 들어오면, 하얀 벽면으로 얌전하게 구획된 공간 을 만난다. 하얗게 마감된 내부 공간 어디에도 날것은 보이지 않는다. ‘날것’의 외벽과 ‘표백된’ 내벽, 그 대비가 정현아가 내외부의 재료를 다루는 입장을 드러내는 것일까? 다. 흙의 알갱이, 알갱이들의 불균질한 집합, 그것에 가해진 압력, 그리고 흙이 쌓여졌던 과정과 시간 을 황토벽의 아름다운 질감이 고스란히 증명한다. 황토벽은 두툼한 두께로 외벽과 내벽을 하나의 재 료로 통합한다. 구조를 담당한 철골 구조가 별도로 고안되었기에 황토벽은 더욱 순수한 물질로 내,외 부를 관류하며 그 존재를 또렷이 드러낸다. 황토벽을 바라보노라면 건축가가 진정 원하는 재료의 존 재 방식이 바로 여기에 구현되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황토벽이 만들어낸 힘찬 목소리는 목재를 덧댄 벽이 덧붙여지면서 가라앉는다. 목재 마감 벽은 집의

WORK 1 critique

일련의 질문들은 횡성주택을 만나면서 다시 흔들린다. 횡성주택의 외벽은 황토벽으로 만들어져 있

스케일을 섬세하게 만들고 내부 공간의 분화를 암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동시에 황토벽을 ‘벽들 중 하나’로 지위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이 집의 주인이 된 재료는 커다랗게 떠 있는 천장 면이 된다. 지붕 아래로 벽과 방, 가구와 소품들이 모여 있기에, 그 모두를 덮고 있는 미송 마감 천장 면은 더욱 강조되고, 황토벽과 목재벽은 그 아래 가지런히 놓인다. 와촌리주택은 대전주택이 그렇듯 날것 그대로의 외벽 재료, 아연도금 골강판이 쓰였다. 창고나 축사 외벽에 쓰이는 골강판을 주택의 외벽에 성공적으로 사용했다. 가볍고 얇은 재료가 자아내는 가벼운 느낌과 화이트 와인 색조의 은색 광택이 조화를 이룬다. 골강판 면은 그저 외벽 재료로 붙어 있는 것 이 아니라 집을 구축하는 철골의 질서와 조응한다. 구조 모듈에 따라 수직 분리대와 나사못 라인을 외벽에 설정함으로써 구조의 질서를 간접적인 방식으로 투영하고 있다. 횡성주택에서도 비슷한 시도 가 있었지만, 하나의 재료만을 사용해 만들어진 와촌리의 경우에 보다 일관된 표현이 읽혀진다. 와촌리의 내부 공간은 대전주택과 마찬가지로 흰색 벽면이 주조를 이룬다. 커다란 창을 통해 보이는 중정의 골강판 외벽이 실내 풍경의 일부가 된다. 중심 공간의 천장 트러스는 노출되어 구조의 리듬이 마감면 위로 투영된다. 고유한 물성을 지닌 표면 위로 공간의 질서와 구조적 질서가 겹쳐지면서 서로 공명한다. 그런 까닭에 ‘날것’의 외벽은 날것 이상이 되고, 흰색 내부 벽면은 중성적인 배경, 그 이상 이 된다. 평면은 내부에서 외부로 전개된다. 외부는 내부의 결과다 – 르 코르뷔지에 물질로 먼저 다가왔던 정현아의 건축은 이제 그 속에 담긴 공간의 체계로 읽혀지는 시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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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물질과 이미지로 경험하는 순간을 지나, 전체적인 구성 속에 내재된 논리와 체계를 읽는 과정이다. 정현아의 주택 평면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치밀하게 짜여 있다. 도면에 불필요한 선이 없을뿐더러 공 간과 공간 사이의 크기와 비례가 정밀하게 조정되어 있어 몇 센티라도 움직이면 팽팽한 균형이 깨질 것만 같다. 물질들이 뿜어내는 날것의 느낌과 달리 그것이 배치된 평면은 차분하고 논리적이다. 정교 한 짜임과 직교좌표 체계를 세 작업이 공유하기에 평면이 주는 인상은 서로 비슷하다. 그러나 세 개의 주택을 찬찬히 읽어보면 놀랍게도 완전히 다른 건축임을 알게 된다. 한 사람의 건축 가가 비슷한 시기에 설계한 주택이 이토록 다른 세계에 놓일 수 있을까? ‘날것’이라는 하나의 인상이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의미로 갈라지듯이, 가지런하게 잘 정돈된 평면은 각각의 집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의 세계로 인도한다. 대전주택의 평면은 고전 건축의 구성 원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배경이 되는 공간(background)과 중심이 되는 공간(figure), 연결 공간(corridor)이 뚜렷이 설정되어 있다.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의 관계, 포셰(poche) 공간의 존재 등, 서양 고전 건축에서 구사되는 공간 구성 방식이 현대의 건축 언어 로 쓰여졌다. 계단과 복도를 지나면 근사한 중심 공간을 만나고 중심 공간은 외부 공간과 이어진다. 중심 공간에 부속된 서비스 공간은 벽 안에 꼭꼭 숨어 있다. 대전주택의 고전적인 내부 공간의 질서 를 상기하면, 거친 시멘트 벽돌로 마감된 외벽이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횡성주택은 얼핏 커다란 지붕 아래 놓여진 하나의 입체로 지각되지만 평면을 보면, 두 채의 집으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사이에 중간 영역이 끼어 있지만, 황토벽으로 만들어진 중심 공간과 목재벽으로 만들어진 안방 영역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중정을 중심으로 한 ‘ㄷ’자 공간 배

WORK 1 critique

치는 한국 전통 주택의 ‘채 나눔’을 현대적인 언어로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통 건축 공간과는 달리 두 영역이 벽과 문에 의해 뚜렷이 나뉘어져서 공간이 서로 침투하지 않고, 영역 간의 구별이 분명하다. 전통 건축의 언어인 툇마루와 중정, 구들장 온돌방이 도입되었지 만, 그것들이 서로 통합되지 않고 분리되어 있다. 커다란 지붕 아래 황토벽과 목재벽이 놓여 있듯이 두 개의 영역 역시 병렬적으로 놓여 있다. 중정을 중심으로 구성된 와촌리주택은 횡성주택과 전혀 다른 평면 체계를 갖고 있다. 일정한 구조 모 듈이 구사되었다는 점, 두 개의 영역이 ‘채’로 구별된다는 점에서 횡성주택과 유사하다. 그러나 그것 이 배치되어 관계 맺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3.6M 모듈로 짜여진 철골 구조의 체계가 전체 공간을 ‘간(間)’의 리듬 속에 배치한다. 이 집에서 구조 체계는 시공 방식일 뿐 아니라 평면을 만들어 내는 바 탕이 된다. 중정을 중심으로 창고와 주택이 배치된 체계는 도시 한옥을 떠올리게 하지만, 와촌리주택 은 도시 한옥에 비해 공간이 더욱 깊이 전개되고, 공간의 관계가 한층 더 입체적이다. 평면의 비례가 좁고 길어서 생기는 특별한 공간감은 일본 도시 주택의 특징과도 어딘가 닮아 있다. 여러 유형의 주 택 형식을 아우르고 있는 이 평면은 우리에게 ‘오래된 새로움’을 선사한다. 서로 다른 천을 잇대어 만든 조각보가 만드는 예기치 않은 아름다움처럼, 와촌리의 주택의 평면을 들 여다 보면, 공간의 성격이 다른 개별 공간이 모듈(間) 질서 속에 촘촘히 배열되어 있다. 대청, 안방, 손님방, 주방과 식당, 중정, 현관, 다실, 옷방, 창고, 작업실…. 공간의 성격과 크기와 높이, 마감이 다 른 공간이 서로 맞대어 배치되어 있다. 그 공간들이 만나고, 이어지고, 열리고, 닫히고, 겹쳐지면서, 단순해 보이는 공간은 수많은 빛깔로 펼쳐지고, 개별 공간들은 그 경계를 넘어 깊은 공간감을 갖는 다. 와촌리 주택은 단순한 모듈의 반복이 얼마나 풍부한 공간으로 전개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의 끝 을 보여 준다. 규칙적인 모듈의 반복 속에서 흘러나온 흥미로운 ‘공간의 엇박자’를 와촌리주택에서 들을 수 있다. 자연을 표상하고 가공하며, 그리하여 자연이 세계로서의 윤곽을 얻으려면 내면으로의 전향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집으로 성취된다 - 임마누엘 레비나스 건축을 구성하는 물질과 공간을 생성한 평면 위에 머물러 있던 우리의 시선은 그것이 놓여진 도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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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자연의 풍경으로 향한다. 대전주택은 새로 택지로 개발된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황량한 풍경 속에 있기에, 안온한 집을 위한 윤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썰렁한 주변의 풍경을 건축가는 담과 축대를 통해서 제어한다. 시멘트 벽 돌로 축조된 건축적 장치들은 건물과 결합하면서 마당과 주차장을 집의 일부가 되게 한다. 내부 공간 을 구축한 조적벽이 건물의 경계를 넘어 외부 공간을 조직하면서 확장된 집의 윤곽을 획득한다. 입체 적으로 만들어진 경계면은 집을 더욱 안전한 집으로 만들고 마당을 더욱 의미 있는 마당으로 만들어 마침내 집의 영역을 완성한다. 횡성주택은 자연의 풍광을 즐기려는 목적으로 만든 집이다. 경사면에 평행하게 집을 놓고 거실을 너 른 마당을 향하게 한 것은 설득력 있는 포석이다. 집을 향해 다가가는 오름의 과정 속에 여러 번 걸음 의 방향을 바꾸면서 기승전결 공간의 서사를 경험한다. 여러 단계의 서사 구조를 외부 공간에 구축했지만, 주변의 경사를 조정하여 집을 배치한 것을 제외하 고는 집과 외부 공간 사이에는 이렇다 할 대화가 없다. 처마 아래 포치와 현관을 향한 진입램프가 마 련되어 있지만 그것은 건물에 속한 부분으로 보인다. 내부에서 외부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윤곽을 만 든 대전주택의 시도처럼, 자연과 집이 조응하면서 내부가 외부로 이어져 펼쳐지는 풍경을 그려 보려 는 노력이 이 집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풍광이 아름다워 건축적인 제스처를 최소화하고 싶었 던 것일까? 아니면 건물을 배경에서 분리하여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싶어서였을까? 건물을 배경에서 분리하려는 시도는 와촌리의 경우에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집 외부는 그저 빈 땅 으로 있을 뿐이다. 거친 풍경의 여백 속에 외롭게 서 있는 건축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실루엣처럼 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그 모든 풍경을 집에서 떼어내는 것, 그리하여 집의 영역을 건물의 테두리 안으로 한정하고 그 내부에 평화로운 소우주를 이루는 것, 그 길을 건축가는 텅 빈 들판에서 찾았으 리라 생각한다. 거주자는 정주의 시간을 통해 환경을 변화시킨다. 그곳에 머물며 살아가는 시간이 쌓여 가면서 외부 의 여백은 새로운 삶의 흔적으로 채워지고, 세계 속의 집은 마침내 새로운 윤곽을 생성하게 된다. ‘풍 경의 시’에서 ‘생활의 시’로 전향하는 과정이 와촌리주택 외부 공간에도 새겨질 것이다.

WORK 1 critique

시적으로 보인다. 경작지와 버려진 땅이 어수선하게 있는 집 주변을 건축적 장치를 통해 정리하는 것

근사한 것을 근사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의 평범함이며, 평범함을 평범하게 만드는 것은 그것의 근사 함이다 - 오르한 파묵 정현아의 건축을 하나의 줄거리로 정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의 건축은 줄거리도, 의미도, 개념도 아닌 ‘건축’이기 때문이다. 건축에 대해 글로 쓰는 것이 어렵다면, 건축에 대한 그의 입장을 가늠해 보 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정현아의 설계 방식은 건축의 형식에서 출발해 재료를 선택하고, 건축의 형식을 통해 도시와 접점을 찾는, 그런 건축술이 아니다. 재료를 선택하여 그것이 생성할 수 있는 구축 방식을 찾아내어 집을 ‘짓 는다.’ 동시에 도시와 주변 환경에 대한 관계를 설정하여 건축의 포즈를 ‘생성한다.’ 따라서 건축 공간 은 가장 마지막 순간에 만들어진다. 그에게 집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현아는 평면에 대한 정밀한 탐구를 통해서 집을 안에서 밖으로 만들어 간다. 때로는 반듯한 고전적 질서를, 때로는 조각보의 엇박자를, 때로는 전통 건축의 조직을 새롭게 창조해 낸다. 정현아는 ‘안에 서 밖으로’, ‘체계에서 공간과 형태로’ 건축을 ‘만든다.’ ‘만들어지는 건축’과 ‘만드는 건축’이라는 정현아의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은, 자신을 ‘건축가 없는 건 축’과 ‘건축가의 건축’ 그 ‘사이’에 놓아 둔다. ‘사이’의 공간은 새로움이 탐구되고 이질적인 것이 허용 되는 장소이다. 공간의 가능성을 가장 단순한 형식을 통해 전개하는 것, 재료의 실험을 먼지 가득한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 ‘사이’의 패러독스를 견디어 내는 것, 그 평범한 노력이 정현아의 건축을 비범 하게 만드는 바탕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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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주택은 자연의 풍광을 즐기려는 목적으로 만든 집이다. 경사면에 평행하게 집을 놓고 거실을 너른 마당을 향하게 한 것은 설득력 있는 포석이다.

횡성주택은 묵직하고 두터운 흙담과,

3. 횡성주택 56

노출된 H빔과, 이뻬목이 붙은 나무벽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깊은 집의 배경이 되고 있다.


Wide Work | 와이드 워크

SITE PLAN

횡성주택 외벽은 익스팬션 조인트에 의한 흙담의 모듈이 곧 H빔 구조의 질서가 되도록 H빔과 익스팬션 조인트를 결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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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칸의 반복이 만들어 낸 횡성주택의 깊은 내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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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주택은 흙과 돌로 만들어진 아궁이구들방과, 복층 통유리의 개방된 거실이 어울리는 ‘퓨전 시골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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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ELEVATION

EAST ELEVATION

SOUTH ELEVATION

WEST ELEVATION

9 5

6

3 1. ENTRY 2. LDK 3. BEDROOM 4. BATHROOM 5. COURT 6. A-GUNG-I 7. GU-DEUL 8. ATTIC 9. BOILER

2

4 1

PLAN

8 3

2

7

SECTION 1

1. ENTRY 2. LDK 3. BEDROOM 4. BATHROOM 5. COURT 6. A-GUNG-I 7. GU-DEUL 8. ATTIC

3

2

6

5

SECTION 2

8

2

SECTIO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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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7


Wide Work | 와이드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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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O R K 메종 드 마리* Maison de Marie 구영민(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디엔하우스(홍덕기, 장익수), 이영민(OHL) Koo Youngmin+ DN hOUs, Lee Youngmin 구영민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와 코넬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미국 fox & fowle, SOM 등에서 10여 년간 건축가로 활동 하다가 귀국 후 인하대학교 건축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 고 있다. 2006년 UIA celebration cities 공모전(제4지역)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전시를 통해 『poetics of crack(s)』과 『imageable plateau』,『REFUGE: 인천 건축가 30대의 꿈』 등의 작품집을 발간하였다. 비평서로『틈의 다이얼로그』가 있다.

* 마리산을 뜻하며, 마리산은 마니산의 옛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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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행_정귀원 본지 편집장 사진_진효숙 본지 전속 사진가


Wide Work | 와이드 워크

Work1

33

대전주택

와촌리 창고주택

횡성주택

Residence in Daejeon

Ginseng Warehouse

Residence in Hoengseong

정현아(디아건축)

Chung Hyuna(DIA Architecture)

39 DIALOGUE

재료와 구법, 그리고 공간

50 CRITIQUE

만들어지는 건축과 만드는 건축 ‘사이’에서

김승희

Wor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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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드 마리*

Maison de Marie

구영민(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디엔하우스(홍덕기, 장익수), 이영민(OHL)

Koo Youngmin +

DN hOUs, Lee Youngmin

지극히 자연스럽고 친근한 동산은 건설업체 운영자이기도 한 건축주가 다른 이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룬 것이다.

64 DIALOGUE

마니산과 서해 갯벌의 극적인 조우를 목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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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ue

WORK 2 Dialogue

마니산과 서해 갯벌의 극적인 조우를 목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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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전경. 기울어진 측벽이 마니산의 위엄을 겸허히 비껴가게 해 준다.

WORK 2 Dialogue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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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과 서해, 그리고 기존 주말주택과 정원 강화도의 브런치 카페 도레도레(이하 메종 드 마리)는 강화 동막 해수욕장 근처, 마니산을 배경으로 서해를 관조하는 자리에 위치해 있다. 대지는 13년 전 이곳의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알아차린 건축주 가 우여곡절 끝에 사들인 땅이다. 건축주 : 꼭 이 자리가 아니면 안 되겠다 싶더라구요. 당시 땅값의 배를 지불해서라도 사고 싶을 만큼 천혜의 입지 조건이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배산임수의 땅은 명당이라고 하는데, 이곳도 땅의 형세 가 그렇습니다. 뒤로는 마니산의 봉우리들이 이어져 있고, (저기 4번째 봉우리에서 보이는 것이 참성 단입니다) 마주보는 곳에 물이 있지요. 물론 바닷물은 좋지 않다고들 하지만, 지관들은 저 멀리 바다 너머로 섬이 둘러쳐져 있기 때문에 바다가 아니라고 합니다. 바다가 아니라 큰 내(川)라는 거지요. 과연 바다 멀리 아득한 곳에 영종도, 신도, 시도, 모도, 장봉도가 강화도를 에워싸고 있다. 건축주는 마니산과 서해 사이의 천혜의 조건을 가진 땅에 건축가 이일훈의 설계로 주말주택을 먼저 지었다. “기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린다”는 마니산의 생기를 막지 않도록 1층 중앙을 필로티로 띄워 ‘기 흐 르는 길’을 낸 집이다. 건축주 : 3년 동안 흘러내리면 된다고 해서 얼마 전에 필로티된 1층 부분을 앞뒤로 막았습니다. 건축 가의 디자인에 손대는 건 싫지만, 불편함이 없지 않아서요. 거실로 쓰고 있어요. ‘기 흐르는 길’과 함께 집 옆의 커다란 바위는 이 집의 또 다른 이야깃거리다. 검초록빛 이끼와 분재용 나무를 듬성듬성 품고 있는 바위는 주말주택을 지을 당시 집 면적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보존되어 지금도 여전히 주말주택과 새로운 강화도 집 경계에서 신묘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WORK 2 Dialogue

건축가 : 건축주는 자연의 상태를 매우 존중하고 특히 돌과 나무를 아끼는 분이에요. 일례로 이 바위 와 바위를 덮고 있는 이끼의 역사를 간직하고 싶어 했어요. 사실상 이 바위는 계획의 중심이 되었는 데, 기존의 것과 새 것을 나누는 정점으로서 서해 바다를 파노라마로 볼 수 있는 레벨을 정하는 규준 점이 되기도 합니다. 이미 ‘산의 기’ 얘기를 들어서 아셨겠지만, 대지 자체가 가지는 세력(site force) 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건축이라는 매체는 그 속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부속에 불과했어요. 기본적으 로 일조와 조망, 자연환경과 조경(정원 및 주변의 자연환경)이 탁월하기 때문에 건축이 이러한 조건 들과 자연스럽게 만나는 대화에 집중했습니다. “여기서 모든 것이 함께 묶여 가는(Here everything holds together)” 환경을 추구하는, 건축적 대화의 의미를 구현하고자 했어요. 수직과 수평 형태의 대비 메종 드 마리는 이 바위를 힌지(hinge) 삼아 주말주택의 축에서 조금 틀어진 형태로 마니산에 대응하 는 수직의 콘크리트 건물과 서해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낮고 긴 건물로 구성되었다. 절토나 성토를 통 해 대지를 평평하게 조성하는 대신 한쪽은 주말주택과 같은 레벨에 정원을 조성하고 내부로 통하는 테라스를 두어 기존 건물과의 관계를 정립하고, 또 다른 한쪽은 대지 진입부와 연결되는 정원을 새롭 게 조성하여 주출입구와 접하게 하였다. 한편,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를 따라 건물 측면을 돌아나가면 후원과 마주한다. 이것은 또 주출입구 부분의 상부층으로 연결되는데, 결국 집은 전면에서는 지하1 층/지상 3층 규모를, 후면에서는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를 갖게 되는 셈이다.(이하 지하 2층, 지상 2 층 규모로 통일) 건축가 :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마니산과 바다였습니다. 마니산의 동적이고 불규칙한 수직 복선과 서해 갯벌의 정적이고 수평 단선 사이에서 대지가 갖는 강렬한 대조가 감흥을 주었어요. 구체적으로 건축에서의 대화란, 비교의 체계를 통해 구축돼 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건축적 체계 를 구축하기 위해 역사로부터 얻는 교훈을 거울로 삼기도 하고, 주변의 건축물, 또는 환경을 건축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또는 전혀 다른 대상이나 분야의 체계를 유추하여 대상을 이해하거나 아이디어 를 제시하기도 하지요. 건축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형상화하는 순간부터 건축과 최초의 대화를 열 어간다고 봅니다. 여기서도 대자연이 이루는 수직과 수평의 대비는 수직의 콘크리트 매스와 수평의 지붕선이 만들어 내는 긴장감으로 표현되었고요. 수직적 요소는 원래 전망탑을 염두에 두었던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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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서 초기 계획안에는 창으로만 구성되어 있었어요. 올라가면서 마니산과 서해의 각각 다른 경관들을 관망할 수 있게 한 거죠. 지금은 이것을 건물 구석구석에 풀어 놓음으로써 구석마다 다양한 경치를 품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변하는 주변을 어떻게 건축에 반영하는가가 주된 관심사 였지요. 마치 위로 좁은 형태의 탑을 상상이라도 한 듯이 측벽은 기울어져 마니산의 위엄을 겸허히 비껴가게 해 주고,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수평의 매스는 마니산을 떠 받치고 있는 듯하다. 프로그램의 진화, 연(緣)–Convergence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프로그램의 진화를 통해 건물의 형태가 오늘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처음엔 기존 주말주택에 귀속된 게스트 하우스에서 시작하여 주변의 이웃들이 모일 수 있는 작은 사랑방 같 은 커뮤니티 시설을 더하였고, 이후 게스트들의 성격을 고려하여 게스트 룸들을 가미하였다는 것이 다. 그러다가 근생시설로 등록하여 현재의 카페에 이르기까지 건축주와의 대화를 통해 형태와 기능 역시 끊임없이 진화되어 왔다고 한다. 건축가 : 프로그램의 진화가 건축을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는 게스트하우스로 작게 시 작한 일이었어요. 이후 아내와 딸을 위한 갤러리/사진 스튜디오가 요구되면서 지하(현재 카페의 주 방 쪽은 테라스가 있는 쪽에서 보면 지하층이 된다) 스튜디오를 만들게 됐지요. 그러다가 건축주가 땅을 조금 더 넓혀서 정원을 조성하기 시작했고, 덩달아 건물도 동네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 티 공간으로 바뀌었고요. 마지막엔 결국 지금과 같은 브런치 카페가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변경으로 규모를 조금씩 늘리고 수정하면서 설계하는 데 대략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어요. 계획안도 여러 축가의 개념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아해 가는 것이라고 할 때, 견해의 차이를 좁히는 인내심 있는 대 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연’이 닿았다고들 하지요. 한자어로 緣은 실 ‘사(糸)’ 와 언저리를 의미하는 ‘彖’으로 배합되어 ‘헝겊 의 언저리’ 부분을 의미합니다. 이 단어를 좀더 자세히 관찰하면, 그 속에서 인과관계를 통해 나타나 는 촉매 상황과 같은 간접적인 원인을 내포하는 은유를 찾게 돼요. 쌀농사의 예를 들어 보죠. 거기서

WORK 2 Dialogue

개 나왔고요. 정말 특이한 경험이었죠. 프로그램이 건축주의 아이디어와 이상, 요구 사항, 그리고 건

벼의 씨는 ‘인(因)’(원인)입니다. 그리고 물이나 흙, 그리고 적당한 온도는 인과관계(벼를 자라게 하 는)를 촉진하는 ‘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연’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연’ 그 자체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의 진화, 대지의 변형, 정원의 구축 등 수많은 과정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형태가 나타났다는 거지요. 판(plane)의 레이어 이곳이 ‘브런치 카페 도레도레’임을 알리는 배너를 지나쳐 대지의 입구에 다다르면 보일 듯 말 듯한 카페를 향해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방문객은 몇 개의 단으로 층층이 가꾸어진 잔디 뜰 과 참나무와 자작나무, 계수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나무들, 흐드러지게 핀 목수국의 행렬과 생소한 갈 대 종의 무리, 잉어가 뛰어 노는 연못과 당진 ‘신리성지’의 경당(같은 건축가가 설계한) 형태를 본뜬 원두막 등과 친밀한 동행을 하게 된다. 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친근한 동산은 건설업체 운영자이기도 한 건축주가 다른 이의 도움 없이 혼자 서 이룬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계획이 덧붙여지고 있는 조경은 건축 공사 전에 이미 조성되 기 시작하여 건축물의 완성과 비슷한 시점에서 마무리됐다. 건축주 : 조경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집을 짓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죠. 잔디 휴면 기간인 겨울 에만 공사를 했어요. 더구나 건축 자재 차량이 다닐 만한 길이 아니어서 겨울 농사가 끝난 인근 땅을 3개월 간 빌리기도 했지요. 시공 회사를 오랫동안 경영하면서 아파트 공사를 할 때마다 단지 설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내 집 조경을 직접 하려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마도 경 험해 본 사람은 알 거예요. 바닥에 돌 하나하나 놓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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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밑 작업이 선행되기도 했다. 대지 경계에 석축을 쌓기 위해 이웃들과 일일이 합의를 봐야 했고, 옹벽 설계 이후에는 단 설계를 고민해야 했다. 빈 경사지를 도화지 삼아 현장에서 직접 단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물론 쌓고 부수기를 반복하는 수고를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해서 대지는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져 돌과 나무, 꽃, 연못, 조각물과 설치물, 그리고 집의 무대가 되고 있다. 건축가는 이것을 판(plane)의 레이어라고 설명한다. 건축가 : 설계 기간 동안 건축주는 계속해서 주변의 대지를 매입했고, 이로 인해 진입을 유도하는 대 지 조성이 중요한 이슈로 작용하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대지 진입으로부터 15m 정도의 언덕길 을 걸어가는 과정을 건축화하는 상상을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을 땅(earth plane), 조경(landscape plane), 건축(architectural plane)으로 나누고 땅으로부터 건물의 지붕에 올라서기까지 판의 은유를 연계하여 조망과 동선, 그리고 프로그램의 레이어를 제공하고자 했지요. 또 이 판들은 조각 정원 등 으로 사용함으로써 조각물과 작은 구조물들이 관입된 풍경(근경, 중경, 원경)을 연출하도록 고려했어 요. 그래서 이 ‘판’들의 고리는 끊임없이 주변에 잠재되어 있는 장소성을 발견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이를 사용자의 몫으로 돌려줌으로써 대지와 건축, 그리고 사용자의 관계가 (구조가 아닌) 과정으로 서 이해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판을 통해 ‘늘 무엇인가가 시작되는 경계(하이데거)’를 지시하고 자 했고, ‘통합적인 랜드스케이프(조경의 의미가 아닌 Here everything holds together)를 만들어 가 는’ 작업을 통해 건축을 말하고자 했어요. 유리 벽, 처마, 그리고 풍경

WORK 2 Dialogue

집 안으로 들어선 방문객은 지하층의 바닥 판과 1층의 바닥 판, 뒷마당의 판과 수평 매스의 지붕 판, 수직 매스의 지붕 판 등에서 산과 바다, 들판과 이웃의 풍경을 다양한 모습으로 접하게 된다. 압권은 여정의 끝인 ‘탑’ 꼭대기(수직 건물의 지붕)에서 몸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마니산의 생기와 서해 바 다의 고요이다. 건축가 : 한편으로는 일종의 ‘윈도우하우스’라고 할 수 있어요. 지하층에서 옥상에 이르기까지 중간중 간 풍경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특히 마니산은 우리나라 제1의 생기처(生氣處)인 만큼 서서히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더 극적이겠죠. 윈도우하우스의 면모는 뭐니뭐니해도 지하층 카페 공간에 앉아 유리 벽을 통해 바라보는 키 큰 참나 무의 자태와 그 뒤의 원경을 감상할 때 과시된다. 유리 벽을 만들고 참나무를 심은 게 아니라 원래 있 던 참나무 때문에 유리 벽을 둔 것이라고 한다. 1층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거실)에 앉아서 테라스 너머 아득히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은 또 다르다. 혹 서와 혹한을 지닌 우리나라 기후에, 특히 여기처럼 정남향의 전면을 가진 공간에 안성맞춤인 처마가 길 게 내밀어져 있어서 더욱 그렇다. 오늘, 여름의 높이 뜬 해는 가리워져 서늘한 그늘에 자리를 내줬다. 아 마도 처마는 겨울이 되면 낮게 뜬 해를 집안 깊숙이 끌어들여 한결 따뜻한 공간을 만들 것이다. 모든 존재의 배경이 되는 집 메종 드 마리는 설계에서 완성까지 족히 3년은 걸렸다고 한다. 프로그램 변경을 비롯해서 대지를 조 성하거나 실측을 통해 대지 경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등이 시간을 흘러 보내게 한 주요 요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집을 공들여서 지으려는 건축주의 마음과, 그 마음을 공유한 건축가의 이해가 ‘건축 기간 3년’의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건축주 : 아마도 같은 마음이 아니었다면 성사되기 힘든 일이었을 거예요. 계속 부탁하기 어려웠겠죠. 우리도 욕심을 냈고 건축가도 욕심을 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봅니다. 건축주의 꿈을 이해하고 수정하면서 실현하는 과정은 인테리어에서 좀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안주인 의 취향(taste)을 존중하여 백색 톤으로 통일된 실내 색감에 노출 콘크리트가 더해져서 바닥과 천장, 벽, 기둥 그리고 패브릭 등이 온통 무채색이다. 덕분에 이 집은 집을 뺀 모든 존재의 배경이 된 듯하다. 건축가 : 조금 과장한다면, 분위기 혹은 바깥 풍경 둥으로만 기억되는 집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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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축이 너무 지배적이지 않게 드러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건물의 인상은 사라져 버리는 거죠. 대신 사람들은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에 집중할 수 있을 거예요. 바다와 마니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내부 공간을 돌아다니면서 이 두 개의 진한 풍경들을 어떻게 음미할 것인가. 이런 고민에 잘 맞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밀리우, 힐링의 장소 대화의 서두에서 건축가는 밀리우(milieu)의 개념을 살짝 언급했다(밀리우의 어원은 라틴어의 medius 또는 locus, 프랑스의 milieu에서 유래되었다. Milieu의 mi는 medium을 의미하는 것으로 영어권의 middle에 해당하며 lieu는 place를 의미함으로써 말하자면 중앙의 장소, 또는 중간적 장소 를 뜻한다). 오늘날 밀리우의 개념은 보통 사회적 집단과 관련된 말로 쓰인다. 사실 프랑스어에서 유 래되어 영어에서는 일반적으로 ‘환경’으로 해석하고 있다. 밀리우는 18, 19세기에 이르러 사회학 연 구에서 많이 쓰이기 시작했는데, 이후 밀리우의 원래 의미는 점차 사라지고 사회 집단과 관련된 의미 로 부각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밀리우의 의미가 이 건축과 관련되는 방식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건축가: 영어에서 ‘middle’ 또는 ‘medium’은 중앙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중간자, 매개체의 의미로 보 는 편이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겁니다. 원래 고대 그리스어에서는 밀리우를 공간적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죠. 예컨대 공간, 하늘, 공기, 그리고 분위기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밀리우를 언급하게 된 것은 이 집의 프로그램이 매우 개인적인 것(주거)으로부터 공공적인 것(음식점)으로 진 화한 것에 흥미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적 지성과 개인의 선택이 공유되는, 확실한 공간의 의미와 함께 사회적 구조체로 읽혀지는 그런 환경으로 진화해 왔다는 점이지요. 또한 밀리우 인 ‘균형(balance)’을 프로젝트 내내 주요하게 다루었습니다. 자연과 주변의 이웃, 조경(정원)과 인 테리어, 사용자와 건축 공간, 방문객들과 레스토랑, 음식과 장식, 가구와 조망. 많은 것들이 서로 방해 를 하며 사실상 ‘균형’을 잡아가고 있지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만나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이 과정이야말로 밀리우의 의미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봅니 다. 굳이 말하자면, ‘집합적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장이라고 할까요? 힐링 역시 내부적(정

WORK 2 Dialogue

는 ‘생태적(ecological) 의미를 내포한 환경’이라는 개인적인 믿음 때문에 ‘생태’의 가장 중요한 속성

신적)인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최근 ‘도레도레’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에서 ‘힐링의 장소’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무엇 하나 튀지 않는, 통합된 랜드스케이프 속에서 그냥 그렇게 망중한을 즐기다 갔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그래서 이 집은 그냥 ‘무대(stage)’입니다. ‘판’의 레이어를 묶는 일종의 폴더 같은 거지요. 이제 곧 가을인데, 계수나무 잎이 떨어지고 단풍이 질 때쯤엔 더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되겠지요.겨 울이 되면 시야가 완전히 트여서 저 바다를 더욱 확실하게 관조할 수 있을 겁니다. 바다의 고요와 산 의 생기로 몸과 마음이 편해지면서 활력이 생기는 곳, 진정한 힐링의 장소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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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측벽.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를 따라 건물 측면을

계절에 따라 변하는 주변을 어떻게

돌아나가면 후원과 마주하고, 주출입구 부분의

건축에 반영할 것인가.

상부층으로 연결된다.

멀리 보이는 기존 주말주택. 같은 레벨에 조성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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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지붕층. 멀리 관조되는 서해 바다의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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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모든 존재의 배경이 된 듯한 무채색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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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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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지하층 카페 공간에 앉아 유리 벽을 통해 바라보는 키 큰 참나무. 유리 벽을 만들고 참나무를 심은 게 아니라 원래 있던 참나무 때문에 유리 벽을 두었다.

지하층 카페에서 감상하는 후면의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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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계단실.

레스토랑은 원래 갤러리/

안주인의 취향을 존중하여

사진 스튜디오로 계획됐다.

실내는 백색 톤으로 통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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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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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Work | 와이드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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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와이드 REPORT

정원으로 도시를 만들다

정원박람회, 지역 개발의 전략으로 안착할 것인가?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Suncheon Bay Garden EXPO 2013

와이드 REPORT

진행_김정은 와이드 beam 실장 사진_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원회 제공(별도표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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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Report

78 와이드 REPORT

정원으로 도시를 만들다

정원박람회,

지역 개발의 전략으로 안착할 것인가?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Suncheon Bay Garden EXPO 2013

90 와이드 EYE 1

왜 지금 다시 네덜란드인가.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

네덜란드 건축/디자인>전

임진영 | 건축 전문 기

102 와이드 EYE 2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

건축+예술+과학 공공예술 페스티벌

110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5

유쾌한 집짓기,

하우스스타일

김주원 | (주)하우스스타일 대표

116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6

건축가들을 위한 공공 기금의 지원 프로그램

문예진흥기금 사업(시각예술분야)을 중심으로

김찬동 | 전시 기획, 문화예술위원회 시각 전문 위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은 연안 습지인 순천만과 도시화된 지역 사이 농경지에 조성되었다.

도시숲. 박람회장과 도로변 경계에 조성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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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순천 호수정원. 찰스 젠크스가 디자인한 정원으로 순천의 지형과 물의 흐름을 재현한

와이드 REPORT

박람회장의 주 공간이다.

정원박람회, 이웃 동네 잔치인가?

두어야할지 모호하게 다가서는 듯하다. 반면

지난 4월부터 전남 순천에서는 국내 최초의

서울대 성종상 교수는 “정원박람회는 지혜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6개월간 열

로운 도시 쇄신 전략이다. 조경은 촉매 역할

리는 이번 박람회는 자연 습지인 순천만 일

을 할 뿐”이라며 인접 분야의 관심을 요청했

대에서 세계 각국의 정원을 둘러볼 수 있다

다. 흔히 정원하면 주택에 부속된 지극히 사

는 기대에 대중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

적인 공간으로 다가오는데, 어떻게 그 관심

중적 호응은 (메가)이벤트에 관심이 많은 전

의 스케일을 도시로 확장할 수 있을까?

국 각 지자체의 관심도 끌어냈다. 순천만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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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원박람회조직위원회 사무국(이하 조

도시 재생 전략으로서 정원박람회

직위)의 최덕림 국장은 전국 대부분의 지자

독일이나 스위스 등 서구에서는 정원박람회

체장들이 박람회장을 찾았다며, “순천만국

를 도시 개발이나 지역 재생의 큰 밑그림 안

제정원박람회(이하 순천정원박람회)가 그

에서 계획하는 전통이 있다. 쓰레기 매립지

간 지자체가 겪어온 실패 사업의 극복 모델

나 폐선 부지처럼 용도 폐기 지역에 정원박

이 된 것 같다”고 주변의 관심을 전했다. 한

람회를 유치하여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

편 건축계에서는 세계적인 건축(이론)가이

게 하고, 행사가 끝난 후 박람회 장소를 공원

자 조경가로 알려진 찰스 젠크스(Charles

이나 커뮤니티 시설로 환원하여 궁극적으로

Jencks)가 박람회장에 호수정원을 설계하면

지역의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다.

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독일의 여러 도시들은 2년마다 한번 씩 열

지형디자이너(landform designer)라 칭하

리는 BUGA(연방정원박람회)나 10년마다

는 찰스 젠크스의 작업 영역이 모호하듯, 건

한 번씩 열리는 IGA(국제정원박람회)를 통

축인들에게 조경계나 원예 산업의 잔치처럼

해 새로운 도시 녹지 공간을 확보하거나 신

보이는 정원박람회는 어디에 관심의 초점을

도시 개발의 동력을 얻는다. 슈투트가르트는


199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면서 분산

을 정원화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다는

된 4개의 정원을 육교 및 산책로로 연결하는

것이다. 최덕림 국장은 “만약 농경지를 택지

그뤠네 U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도시의 녹지

로 조성하면 개발 이익이 생기겠지만, 정원

체계를 완성시켰다. 2001년 포츠담 박람회

을 만들자면 오히려 투자가 필요하다. 그래

는 주 전시장인 대규모 공원을 중심으로 신

서 국비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정원박람회’를

도시를 개발하면서 도시 전체를 행사장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박람회 개최 배경을 설

조성했다. 한편 뮌헨 시는 신도시를 개발할

명했다.

때부터 정원박람회에 응모할 것을 계획하여

이번 순천정원박람회는 ‘에코벨트’란 개념을

2005년 정원박람회를 통해 200ha 규모의

전면에 내세웠다. 즉 도시화된 지역과 순천

공원을 조성했다. 스위스에서도 2004년 정

만 사이에 완충 지대로 정원박람회장을 조성

원박람회(Lausanne Jardins 2004)를 통해

하고, 사후 (건물을 짓는 대신) 박람회장을

철도부지 서쪽을 박람회장으로 조성해 버려

공원화하여 물리적으로 개발을 막아보겠다

진 부지의 재활용을 꾀했다.

는 논리이다.

서구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습지를 보호하기 위

정원박람회를 도시 재생에 활용하고 있다.

한 최선의 방법이라면 기존의 주변 농지를

2006년 개최된 선양세계원예박람회는 침체

그대로 두고 자연에서 촌락으로 이어지는 경

된 식물원을 활용해 대형 공원을 조성하는

관을 보존하는 것이겠지만, 오늘날 지방의

계기가 되었다. 1990년 오사카 꽃박람회는

소도시가 직면한 개발의 압력은 그리 만만치

정원과 온실 등 박람회장 시설을 유지하여

않다. 순천은 광양제철소, 여수 국가산업단

시민 공원 및 위락 단지로 활용하고 있다.

지, 율촌 산업단지의 배후 도시로 교육과 주

이렇듯 많은 도시들이 정원박람회라는 국제

거 등의 거점 도시이다. 여타 지방 도시와 마

행사를 통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여 짧은

찬가지로 순천의 구도심은 공동화되어 가는

시간 안에 환경을 정비하고, 도시에 친환경

반면, 택지 개발은 확장되면서 주거 수요는

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일종의 장소마케팅

새롭게 조성되는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미 도시화된 지역이 아니

와이드 REPORT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라 농경지를 박람회장으로 택했을 때, 박람 개발과 보존의 경계에서, 소도시의 선택

회장 주변의 개발은 더욱 활발해질 공산이

도시에서 정원박람회장이 어디에 위치하는

크다. 이미 순천박람회장에 면한 오천지구에

가는 향후 도시 개발의 방향과 전략을 그대

도 택지 개발이 예정되어 있으며, 이곳에 새

로 반영한다. 만약 도심 속에 마련된다면 재

로 지어지는 아파트단지는 정원박람회장 인

생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으며, 기존의 공

근이라는 이점을 내세워 분양 광고를 하고

원이나 인프라를 활용하고 개선할 수 있는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도시적 상황이 정원

장점이 있다. 반면 도농 복합 도시인 순천의

박람회가 단순히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도시

경우 대부분 농경지였던 지역을 박람회장으 로 선택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순천정원박람회는 순천만 을 보존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세계 5대 연안 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2006년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 등록)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순천만이 훼손 위기에 처했고, 도시화 지역이 확장되면서 순천만 인근 농경지 역시 개발에서 안전하지 못하 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국제습지센터를 현재의 위치(박람회장 내)로 이전하고,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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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의 모습을 형성해 나가는 방향과 긴밀하게

다. 이 마스터플랜의 주요 골자는 동천의 물

맞물려 있음을 말해준다.

을 끌어들여 갯골을 모티브로 한 형상의 물

와이드 REPORT

길을 만들어 박람회장 내부로 흘리고, 이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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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박람회장 조성, 통합적인 지원과 조직

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원을 배치하고 갈대와

의 필요성

억새를 통한 가변적이고 다양한 변화를 수용

순천시는 2008년 7월 정원박람회 전담 부서

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2010년 실시 설계를

인 ‘생태수도 지원사업소’를 신설하면서 본

진행하면서 순천시의 의지와 예산 등의 여건

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순천정원박람회는

에 따라 수순환 계획과 동선 계획 등의 전반

국내에서 정원이나 정원박람회의 필요성에

적인 조정이 있었으며, 찰스 젠크스와 영국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

첼시플라워쇼에서 활약한 황지해 작가 등이

서 시작되어 국비를 지원받기 위한 주무부처

테마 정원에 참여하면서 부분적인 변화가 있

선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정원박람회라면 국

었다. 2011년 3월부터는 정원박람회장 조성

토교통부나 문화체육관광부 혹은 농림축산

공사가 시작되었고, 2013년 초반 박람회가

식품부 등의 지원을 떠올릴 수 있겠으나(오

시작되기 전까지 공모, 지원 그리고 국제교류

사카 꽃박람회의 경우에는 건설부, 농림부,

를 통해 80여 개의 개별 정원이 조성되었다.

해양수산부, 산림국 등이 관여했다), 순천시

이렇듯 많은 정원이 조성되었는데, 안타깝게

에서는 여러 부처의 실무자들에게 ‘우리 업

도 이들을 엮어주는 인상적인 스토리나 세

무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고, 어렵사리

부 주제를 찾기는 쉽지 않다. 다른 사례를 살

산림청을 주무부처로 선정하게 된다. 순천시

펴보자. 순천정원박람회와 같은 시기에 열리

는 부족한 예산을 메우기 위해 국제습지센

고 있는 함부르크 정원박람회의 주제는 ‘80

터와 꿈의 다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정원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0

한방약초원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

gardens)’이다. 쥘 베른(Jules Verne)의 소

는 등 다양한 연계 사업을 발굴해 순천정원

설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모티브로 삼아

박람회를 준비하게 된다. 최덕림 국장은 “지

각 지역의 다양한 기후와 식생대, 문화를 표

자체의 입장에서는 한덩어리로 보는 사업

현한 정원들을 배치했다. 이러한 스토리는

을 국가에서는 개별 보조 사업 단위로 본다”

정원의 계획과 별도로 짜맞출 수 있는 것이

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모든 부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기획되어야 한다. 박

처를 총괄하여 예산을 배분하는 기획재정부

람회장의 전체 구성에 잦은 변화가 있다면

에서는 이번 정원박람회를 ‘좋은 사례’라고

기존의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평했다고 전한다. 단위 사업으로는 큰 효과

일이 될 터이다. 따라서 이를 관할하는 조직

를 내기 어려운데, 모아서 시너지를 발휘했

역시 기존의 칸막이식 행정이나 발주/용역

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한

시스템을 벗어나기 어려운 공무원 중심 조직

해 공원녹지운영 관련 예산이 약 27억 원(이

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순천시 역시 기획

중 약 17억 원은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의 운

이나 조정자 역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박

영관리비) 안팎인 소도시 순천이 총 2,455억

람회장 조성 초기에 정원코디네이터라는 새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행사를 치르게 된 것

로운 직제를 도입했지만 시공무원, 시공사,

이다.

감리단 등과의 조율이 어려워 중도하차하

순천정원박람회장은 크게 주박람회장, 국제

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건축, 조경 화훼 등

습지센터, 수목원, 꿈의 다리 등과 11개의 세

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의 자문을 받으

계 전통 정원, 60여 개의 실내외 참여 정원,

며 행사를 꾸려 가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의

11개의 테마 정원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러

문제는 비단 정원박람회에서만 한정된 문제

한 개별 정원들이 조성될 밑그림인 마스터플

가 아니며, 한 명의 코디네이터가 중간 단계

랜은 2009년 12월 현상 설계를 통해 가원조

에 개입하여 감당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

경 컨소시엄의 ‘웰컴투 정원골’이 선정되었

미 지역의 환경 개선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끌어 나가기 위해서 사업에 참여하는 각 주

서>에 따르면, 향후 박람회장을 치유 체험

체들 간의 협력과 조정 기능을 담당하고 이

단지로 전환하여 스마트 힐링산업(Smart

들을 지원할 건축・도시지원체계의 필요성

Healing)의 메카로 육성하는 것을 기본 구

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성종상 교수 역시

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 구상의 일환에서

조경, 도시, 건축, 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박람회장 내에 ‘순천만 생태휴양단지’와 ‘정

분야의 전문가/실무자 중심의 콘트롤타워

원문화산업박물관’ 등을 조성할 계획으로 내

(control tower)를 만들어 운영하는 경험이

년 국비 지원 건의를 준비 중이다. 1,112m2

필요함을 강조했다.

규모의 생태휴양단지에는 허브・한방・뷰

정원박람회 사후의 진로

예정이다. 정원문화산업박물관은 2,000m 2

최근 박람회에서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가

규모로 정원, 화훼, 식물 등 교육, 체험, 산업

치로 여겨진다. 많은 비용을 들여 조성한 시

화를 위한 박물관을 지향하고 있다.

설을 몇 개월의 행사가 끝난 뒤 철거하는 대

염려스러운 것은 문화와 산업의 육성에 앞

신, 기존의 시설을 활용하여 박람회를 치르

서 건물부터 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

거나, 박람회장 시설을 도시의 인프라로 흡

이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사후 운영 방

수하여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

안 수립 연구(2012)>에 따르면 스마트힐링

다. 함부르크 정원박람회 조직위에서도 정원

(smart healing) 산업을 “힐링(healing) 본

박람회장을 조성하면서 생태적인 고려뿐만

래의 개념을 추구하고 있으나 전문 기술력

아니라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고 강조

및 시설・센터 등을 이용하는 인위적인 치유

한다. 즉 박람회 사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

가 아닌 순천시만의 관광 자원과 생물 자원

할 수 있는 것만 지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

을 산업 자원으로 활용하여 신체가 스스로

어, 화장실이나 식당과 같은 부대시설은 간

낫게 하는 ‘자연치유’ 활동을 지원하는 산업”

이 시설로 만들고, 모노레일은 사후 철거를

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수익 산업보다

염두에 두고 경량 구조로 지었다. 순천대의

는 정원박람회로 인하여 파급되는 복지, 가

최정민 교수는 함부르크 정원박람회에 대해

치 지향성 등 부가 가치에 대한 고려를 우선

“박람회 기간 동안 깔끔하게 보이는 것에 치

적으로 다양한 문화 산업이 복합적으로 연

중하기보다는 공원으로 전환되었을 때를 고

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

려하여 자연스러운 갈대밭을 조성했다. 그러

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연구에 따른다면 정

면 정원을 철거하더라도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원박람회장에는 자연치유를 도울 수 있는 코

초지가 된다”며 식재에 관해 평하기도 했다.

스 개발, 지역의 문화 자원과 연계하는 프로

순천정원박람회 역시 사후에 대한 고려는 중

그램 발굴, 인력 양성 등이 우선 과제가 될

요하다. 최덕림 국장은 박람회가 끝나면 실

터이다. 최정민 교수는 “33만 평의 대지에서

내 정원이 전시된 파빌리온 세 동만 철거하

천 평 규모의 건물이 들어서는 것은 작은 부

고 나머지 시설과 정원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칫 이 건물

계획을 밝혔다. 다만 초화류만 관리가 쉬운

들이 봉인을 해제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식물로 교체한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식물

고 지적했다. 즉 ‘에코벨트’라는 개념으로 순

을 소재로 만들어지는 정원은 지속적인 관리

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공공 정원이 오

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존 박람회장의 정돈

히려 또 다른 개발을 위한 밑작업이 될까 우

된 분위기와 개별 정원의 콘셉트를 유지하자

려하는 것이다.

와이드 REPORT

티 체험장, 명상숲, 치유음식관 등이 조성될

면 충분한 수익을 마련하는 것도 해결 과제 가 될 터이다.

도시에서 공공 정원의 가치

박람회장의 활용 계획은 현재 진행 중인 사

최근 순천시는 공무원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후 활용에 관한 연구가 완료되어야 구체화

정원박람회 사후 명칭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

되겠지만, <2013년 순천시 주요 업무 보고

하고 있다. ‘순천만’과 ‘정원’이라는 키워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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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호응에 관한 질문에 인상적인 답변을 했다. 우선 (낙후된 지역 인) 빌헬름스부르크에 사람들이 방문하게 만드는 행사가 필요했고, 또 시민들은 이곳 에서 ‘개발’에 대해 배운다는 대답이었다. 마 찬가지로 순천의 시민들도 이미 순천만 보존 을 통해 ‘자연보존’이 관광 산업에 도움을 주 주박람회장의 토피어리

어 도시에 활력을 가져온다는 점을 경험한 바 있다. 이제 순천의 정원박람회장이, 시민 들이 바람직한 개발의 방향에 대해 경험하고 도시를 만들어 가는 두 번째 장이 되길 기대

중심으로 몇 가지 안을 제시하고 의견 수렴을

해 본다.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대규모 오 픈스페이스를 공원이 아니라 정원이라고 칭 하려는 이유는 정원박람회로 만들어진 브랜 드를 지속하려는 생각뿐만 아니라 최근 정원 이 가진 도시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시작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로버트 포그 해 리슨(Robert Pogue Harrison)은 그의 저서

와이드 REPORT

『정원: 인간의 조건에 대한 에세이(Gardens: An Essay on the Human Condition)』에서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끌어내는 정원의 힘에 관해 설명한다. 인간이 정원을 만드는 행위 는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욕구 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2013 함부르 크 정원박람회장에는 기존 200여 개의 클라 인가르텐(Kleingarten, 독일의 시민정원/농 장)을 행사장에 그대로 존치하여 정원박람회 의 프로그램으로 흡수했다. 박람회장의 관람 객들은 주민이 가꾸는 실제 정원을 울타리 너 머로 살펴볼 수 있으며, 그들과 정원에 관한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한다. 정원은 개개인이 끊임없이 가꾸고 돌보아야

습지센터 구역과 세계 정원 구역을

하는 참여/체험의 공간이기도 하다. 도시의

이어주는 다리로 2010 상하이

구석구석에 정원이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우

엑스포 당시 한국관에 한글 설치

리의 것이지만 내 것이라고 느끼기는 어려웠 던 공공 공간에 애착을 형성하고 주인 의식 을 느끼게 된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빈 땅 에 정원이나 텃밭을 만들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그러한 의도에서이다. 이러한 정원의 사회적 기능이 오늘날 정원의 역할을 도시로 확장시켜 다양한 공간에 접목시키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함부르크 정원박람회 조직위는 정원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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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다리.

작품을 선보였던 강익중 작가의 작품이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다리 내부에는 세계 어린이들이 그린 문자 14만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1. 개최 기간 2013년 4월 20일~10월 20일(6개월) 2. 주제 지구의 정원, 순천만(Garden of Earth) 3. 개최 장소 전라남도 순천시 풍덕동・오천동 일원, 순천만 4. 박람회장 면적 약 1,112,000m2 5. 투자 규모 2천 455억 원(박람회장 조성 1천 64억 원)

순천만을 찾는 탐방객 증가로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여 현재의 위치로 이전되어 문을 열었다.

6. 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주)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주)성호 엔지니어링+(주)동호+김아연(2009) 7. 예상 관람객 수 400만 명(2013년 8월 22일 기준 누적 관람 객 수 265만 8천 4백 명) 8. 입장료 16,000원 9. 순천시 면적 907km2(임야: 628, 경지: 173, 기타: 106) 10. 순천시 인구 275,453명

international garden show hamburg 2013

와이드 REPORT

순천만국제습지센터.

1. 개최 기간 2013년 4월 26일~10월 13일(약 6개월) 2. 주제 80정원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0 gardens) 3. 개최 장소 빌헬름스부르크(Wilhelmsburg) 함부르크 중앙 역에서 S-Bahn(교외 철도)으로 8분 거리 위치. 4. 박람회장 면적 약 100ha (약 1,000,000m2), 이중 약 20ha는 자연 보전 5. 투자 규모 7천만 €(약 1천 4억 원). 약 3천 5백만 유로가 조 경에 쓰임 6. 박람회장 마스터플랜 스테판 렌슨(Stephan Lenzen: rmpLandschaftsarchitekten, Bonn) (2007) 7. 예상 관람객 수 250만 명 8. 입장료 21€ 9. 함부르크 시 면적 755.2km2. 10. 함부르크 시의 인구 1,800,0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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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2013 함부르크 국제정원박람회 International Garden Show Hamburg 2013 독일의 국제정원박람회는 10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 2013년에는 유럽 제2의 항구 도 시인 함부르크(Hamburg)에서 열리고 있 다. 함부르크는 지난 140년 동안 7번의 정 원박람회(garden show)를 개최한 역사적 인 도시이다. 1869년 정원박람회의 기원 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공 원예전시(public horticultural exhibition)가 10일간 열렸는 데, 이후 여름축제(1897년)로 발전했다. 횟 수가 거듭되면서 하이킹코스를 추가하고 공 원 시설과 연계하는 등, 정원박람회는 도시

와이드 REPORT

의 공원과 녹지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발전 해 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파괴된 공원 시설을 정원박람회를 통해 복구하기 도 했다. 특히 함부르크의 대표적 공원인 플 란텐 운 블로멘 공원(Planten un Blomen) 은 4번의 국제정원박람회(1953~1973년) 를 통해 조성되었다. 2013년 함부르크 시는 빌헬름스부르크(Wilhelmsburg) 지역에 정 원박람회와 국제건축박람회(international building exhibition hamburg: IBA)를 동 시에 유치하여, 도시적으로 불모지였던 남 부 지역을 활성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2013 함부르크 정원박람회의 모토는 쥘 베른(Jules Verne)의 소설 『80일간의 세 계일주』를 모티브로 삼은 ‘80정원의 세계 일주(Around the world in 80 gardens)’ 이다. 여기에 7 가지 주제-항구의 세계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주인공이 여행을 떠났던 루트를

(World of Ports), 물의 세계(World of

따라 캘커타,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샌프란시스코 등의

Water), 문화적 다양성의 세계(World of

항구마을에 초점을 맞췄다.

Cultural Diversity), 세계의 대륙(World of Continents), 자연의 세계(World of Nature), 활동의 세계(World of Activity)를 통해 세계의 다양한 정원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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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세계 World of Ports

Dover-Calais : Two coasts, two ports. bierbaum,aichele. landschaftsarchitekten, Mainz. (사진: 황주영)


와이드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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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다양성의 세계 World of Cultural Diversity 빌헬름스부르크의 여러 민족 그룹이 이 구역의 계획과 디자인, 유지관리에 참여했다. Sit down!: Settling down(participatory garden), atelier le balto landschaftsarchitekten, Berlin. (사진: 황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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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REPORT

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세계의 대륙 World of Continents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시아, 유럽 대륙의 문화적 경관을 표현했다. 바다로 둘러싸인 대륙들을 푸른 꽃으로 둘러싸인 세계로 표현 The fifth wonder of the world: North Africa-in the land of the pharaohs, GHP landschaftsarchitekte, Hamburg. (사진: 황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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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함부르크 시는 이번 정원박람회를 통해 모 든 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21세기형 공원을 만들고자 했다. 젊은 사람들(스케이트 공원, 다목적 스포츠 필드), 어린이들(수중축구장, 운동장 및 놀이터) 그리고 노인들(요가, 보 행로, 기공을 위한 장소 등)을 위해 많은 스 포츠 시설과 활동적인 정원을 만들었다. 또 박람회장 내 모든 물과 운하를 정화하고, 나 무 데크를 통해 접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장소는 바비큐 그릴을 구비하는 등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풍경을 즐기기에 이상 적인 장소로 조성되었다. 이번 박람회는 함부르크 도시 개발 및 환경 국(Hamburg’s Ministry of urban development and the environment)의 책임 하에 준비되었 그리고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정원박 람회의 조성 비용은 입장료로 차환할 예 정이나, 차액은 시에서 메우게 된다. 함 부르크 정원박람회 조직위는 정원박람 회 사후 몇 달간 존속하면서 공원의 운영

와이드 REPORT

고, 도시 개발자, 정원가(garden architect)

(management)까지 관여한다. 이후에는 빌헬름스부르크 지역(urban distr ict of Wilhelmsburg)이 공원의 운영권을 넘겨받 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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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EYE 1

왜 지금 다시 네덜란드인가.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 네덜란드 건축/디자인>전 임진영 건축 전문 기자 자료제공

와이드 EYE

한국국제교류재단

photo by Kyungsub Shin

1990년대, 막을 내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 더니즘의 언저리에서 해체주의가 끝없는 자 기 복제로 지루해졌을 즈음, 렘 콜하스를 필 두로 등장한 네덜란드 건축의 바람은 신선 했다. 네덜란드 건축을 세계 건축계에 주류 로 등장시킨 것은 분명 렘 콜하스라는 특출 난 인물 덕분이었지만 이후 UN 스튜디오, MVRDV 등의 건축가 그룹이 연달아 등장 하면서 ‘더치 아키텍트’는 다이어그램, 리서 치, 통계 등을 기반으로 과감한 실험을 선보 이며 1990년대 이후 하나의 흐름을 주도했 다. 몇몇 스타건축가들이 네덜란드 건축을 대표하고 국가 정책으로 신진 건축가들의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되면서 ‘네덜란 드 건축은 실험적이고 독창적’이라는 찬사 가 하나의 고정된 인식으로 자리잡았지만, 그들의 과감한 아이디어와 도전적인 시도가 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 이면에 놓인 네 덜란드 건축의 다양성, 사회적 인식과 태도 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의미를 논의해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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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yungsub Shin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photo by Rietveld Landscape

Report

78 와이드 REPORT

정원으로 도시를 만들다

정원박람회,

지역 개발의 전략으로 안착할 것인가?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Suncheon Bay Garden EXPO 2013

90 와이드 EYE 1

왜 지금 다시 네덜란드인가.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

네덜란드 건축/디자인>전

임진영 | 건축 전문 기

102 와이드 EYE 2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

건축+예술+과학 공공예술 페스티벌

110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5

유쾌한 집짓기,

하우스스타일

김주원 | (주)하우스스타일 대표

116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6

건축가들을 위한 공공 기금의 지원 프로그램

문예진흥기금 사업(시각예술분야)을 중심으로

김찬동 | 전시 기획, 문화예술위원회 시각 전문 위원

photo by Rietveld Landscape

분커 599 Bunker 599 분커 599는 1815년 이후 의도적인 범람으로 지역을 방어하고자 했 던 뉴 더치 워터라인 군사 경계선 상에 남아 있는 700여 개의 벙커 중 하나다. 건축가는 이 벙커를 반으로 잘라 그 사이로 길을 내어 사 람들이 직접 보고 만지며 군사시설의 흔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접근으로 전쟁의 역사를 드러낸 프로젝트다. 설계: 리트벨트 랜드스케이프 + 아틀리에 리옹 위치: 디프데이크 5 – A2 고속도로, 네덜란드 완공: 2010 Architect: Rietveld Landscape + Atelier de Lyon Location: Diefdijk 5 – Highway A2, NL Completion yea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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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photo by Daria Scagli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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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글래스 팜 Glass Farm 보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글래스 팜은 2차 세계대 전으로 파괴된 스헤인덜 마켓 광장 주변에 세워진 건물이다. photo by Daria Scagliola

이 유리 건물은 특정한 농가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남아 있 는 농가들을 분석한 평균적인 데이터로 건물의 형태를 만들 고 유리면에는 가장 일반적인 농가의 이미지를 출력했다. 건 물의 형태는 그 지역 농가의 평균값으로 재현했지만 입면의 이미지는 1.6배 크게 출력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대비를 극 명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설계: MVRDV 위치: 스헤인덜, 네덜란드 완공: 2013 Architect: MVRDV Location: Schijndel, NL Completion year: 2013

와이드 EYE 1

photo by Daria Scagliola

명성에 가려진 네덜란드 건축과 디자인의 가치 재조명 지난 8월 14일부터 오는 10월 30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 센터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 네덜란드 건축/디자인>전은 그간 세계적으로 이름난 건축가와 디 자이너에 가려진 네덜란드 건축과 디자인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그 이면의 태도를 주목하는 전시다. 문화를 통한 국제 교류를 지향하 며 해마다 기획전을 진행해 온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올해 주제로 지난 2~30년 간 현대 건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네덜란드 건축 과 디자인을 주목했고, 객원 큐레이터인 이재준(새동네연구소 소 장) 씨는 염상훈(Studio WY), 김차중(울산과학기술대학교 디자 인인간공학부 교수), 최윤정(한국국제교류재단), 임진영(건축 전 문 기자)으로 구성된 전시 기획팀을 꾸렸다. 전시는 ‘왜 지금 다시 네덜란드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한차 례 열풍을 주도했지만 이제는 소강상태에 이른 듯한 네덜란드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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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디자인을 왜 다시 살펴보아야 할까. 그에 대한 답으로 전시는 렘 콜하스, UN 스튜디오, MVRDV의 대표작이나 드로흐 디자인(droog design) 등 매력적인 디자이너 그룹의 결과물을 소개하기보다, 그 명 성에 가려진 이면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태도,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전하고 있는가에 대한 디자인 방법론’을 살펴 봄으로써 네덜란드 건축과 디자인이 가진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한 다. 결국 이재준 씨의 표현대로 “네덜란드 건축과 디자인의 가치는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 담긴 이야기에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개 념을 표현하는 특성에 있다”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두 개의 축, NAi와 DAE 전시의 두 축을 이루는 네덜란드 건축과 디자인의 주제는 바로 ‘과 거의 전통을 다루는 태도’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큐레이터 이 재준 씨는 DAE의 학제를 예로 들어 네덜란드 디자인이 상품이 아 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임을 주목한다. 시각 디자인, 편 집 디자인, 산업 디자인 등 결과물에 초점이 맞춰진 대부분의 디자 인 학과와 달리, DAE는 분야를 넘어서 사람을 중심으로 구분된다. ‘Man and mobility’, ‘Man and identity’ 등 사람의 행위에서 출발 해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이 DAE만의 고유한 성격을 만든다는 것이 다. 디자인 부분을 기획한 김차중 씨는 이러한 DAE의 유전자를 “타 인에 대한 배려와 다양성에 대한 고찰을 기반으로 한 개념적이고 실 험적이며 호기심이 가득한 디자인”으로 정의한다. 하나의 명사나 현

photo by Jannes Linders

암스테르담 시립 근대미술관, 건축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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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암스테르담 시립 근대미술관 Stedelijk Museum Amsterdam 역사적 건물의 증축이지만 형태와 재료의 과감함으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암스테르담 시립 근대미술관은 1930년대 당시 디렉터였던 빌렘 산드 베르흐에 의해 처음으로 백색 공간을 시도했던 미술관의 역사적인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한 건축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백색 공간을 증축 건물 의 외부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기존 건물의 내부 공간이 독립적인 건물 로 확장 증축한 결과를 낳았다. 1층을 들어 올리고 외부와 내부 공간을 자 연스럽게 넘나들면서 과거와 현재의 공간을 연결하고 있다. 설계: 벤텀크라우벨 위치: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완공: 2012 Architect: Benthem Crouwel Location: Amsterdam, NL Completion yea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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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상이 좋은 것인 동시에 나쁜 것일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은 디자인 프로세스에서도 일원적이 아니라 다원적인 의식의 구조로 접근하 게 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역시 인간과 사물의 정형화된 관계를 허물고 그 관계를 재탐색함으로써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DAE 출신의 젊은 네덜란드 디자인을 선보인다. 건축 분야 역시 다양한 가치를 동등하게 여기는 네덜란드만의 독 특한 사회상에서 출발한다. 건축 분야를 기획한 염상훈 씨는 에론 베츠키의 “Seeing is Knowing is Making”의 말을 인용하며 위계 가 없는 네덜란드의 특징을 강조한다. “다양한 가치를 중립적인 데 이터로 여기는 자유로움과 주어진 상황 안에서 데이터의 재배열 과 재조합을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네덜란드의 모습”에서 네덜 란드 건축의 배경을 읽어 내고자 한 것이다. ‘RE:USE’는 이러한 네덜란드의 예술적 성향이 어떻게 건축에 드러나고 있는가를 보 여 주기 위한 최적의 주제다. 기존 건물이나 역사에 대한 반응, 보 존과 개발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는 동시에 건축가의 생각과 이를 수용하는 사회의 인식을 잘 드러낸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이 주제 를 통해 전통을 정지된 시점이 아니라 미래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흐름으로 이해하는 네덜란드 건축의 흥미로운 태도를 보여 준다.

와이드 EYE 1

‘RE:USE’는 네덜란드 건축을 가능하게 하는 그들의 사고방식, 인 식, 건축을 바라보기에 적합한 주제일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에서 실현되는 이 과감한 시도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를 환기시키 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무엇보다 건축에서 과거와 전통을 다루는 과감한 방식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디자인은 DAE를 졸업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주목함으로써 전시는 결국 그것을 가능하게 한 네덜란드의 사회 문화적인 시스템에 주목한다. 큐레이터인 이재준 씨는 “전시의 중 요한 두 축인 NAi와 DAE는 표상적인 도메인이지만 그 배경은 곧 사회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 명한다. 디자인에서 교육이 사회가 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라면 건축은 사회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시는 과거의 유산을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건 축을 대하는 네덜란드의 사회적 태도와, 분야를 뛰어넘는 인간 중 심의 학제를 가진 DAE 특유의 교육 방식을 통해 네덜란드가 가진 사회적 인식과 태도를 함께 드러내 메시지를 전한다. New MASSAGE from NL 과거의 유산, 기존 건물을 활용하여 건물을 재구성한 12개의 건축 물을 소개하는 ‘RE:USE’, 말하다, 앉다, 듣다 등 인간의 기본적인 12가지 행위에 대응하며 인간과 사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 는 디자이너 작품을 소개하는 ‘RE:MIND’, 그리고 네덜란드 사회 문화 전반에 내재된 통계의 의미와 가치를 보여 주는 인포그래픽 ‘RE:SEARCH’, 히스토리라는 서체가 담긴 엽서를 통해 관람객이 직접 자신만의 메시지를 재구성하도록 한 ‘RE:NEW’, 그리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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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루드허호프 LUDGERHOF 낡은 교회가 놓인 대지에 집합 주택을 짓기 위해 건축가는 교 회 건물을 철거하는 대신 건물의 내벽을 집합 주택의 외벽으 로 삼은 과감함을 보여준다. 교회의 천정을 제거하고 기존 벽 을 유지한 채 안과 밖을 전환하면서 결과적으로 강대상과 단 의 모습을 간직한 교회의 엄숙한 내부 공간은 새 건물의 밖, 중정이 되었다. 설계: bureau SLA 위치: 리어르담, 네덜란드 완공: 2005 Architect: bureau SLA Location: Leerdam, NL Completion year: 2005 기존 교회 건물

photo by Thea van den Heuvel afgekocht

photo by Hans van B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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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photo by Pomme van Hoof

콘크리트 안무 Concrete Choreographies 폼므 반 호프는 거리에서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특별한 보 도 블록들을 디자인했다. 매일 밟고 지나는 보도블럭에 다양 한 댄스 스텝 – 점프, 턴을 연상시키는 패턴을 사용해, 블록 의 구성에 따라 새로운 스타일의 안무가 가능하게 했다. 도 시의 인프라에 신체의 움직임을 반영해 무용과 건축을 결합 하고 춤이라는 새로운 행동을 이끌어 낸다. 디자이너: 폼므 반 호프 제작년도: 2010 Designer: Pomme van Hoof Production year: 2010

photo by Pomme van Ho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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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photo by Studio Jihyun David photo by Studio Jihyun David

photo by Studio Jihyun David

of

photo by Studio Jihyun David

photo by Studio Jihyun David

냉장고 없이 음식을 보관하는 방법 Save Food from the Fridge 과연 냉장고는 필수 불가결한 제품일까. 작가는 각종 식자재와 우리 생활의 밀접한 관계를 되살리고자 농 부들과 선조들의 구전 지식을 모아 냉장고 없이 식자 재를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디자인했다. 디자이너: 스튜디오 지현 다비드 제작년도: 2009 Designer: Studio Jihyun David photo by Studio Jihyun David

Production year: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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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난 20여 년 간 네덜란드 건축 연감을 비롯하여 참여 작가들의 추 천을 받은 네덜란드 건축, 디자인 서적을 직접 열람할 수 있게 한 ‘RE:MARK’ 섹션까지, 네덜란드 건축/디자인 전은 다섯 개의 섹 션으로 구성된다. 앞서 이야기했듯 건축과 디자인이 사회의 시스템과 인식, 태도를 보여 준다면, 연합뉴스 미디어랩팀이 참여한 ‘RE:SEARCH’는 네덜란드 사회를 설명하는 중요한 장치인 통계를 통해 한국과 네 덜란드의 사회 문화를 단편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을 보여 준다. 특히, 관람자가 직접 몸의 움직임으로 터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치해 관람객의 참여를 이끈다. 디자이너 김영나 씨가 참여한 ‘RE:NEW’는 21개의 독립적인 서체가 레이어로 겹치면 서 수천 가지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히스토리 서체 를 전시 전체의 타이포그라피로 활용해, 전시의 메시지를 시각적 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강예린, 이치훈(S.O.A.) 씨가 디자인한 전 체 전시 디자인은 위계가 없는 수평, 하나의 선을 이루는 네덜란 드 건축과 디자인의 특성을 반영하고자 했으며, 각각의 제품과 카 드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테이블로 동선을 그려내었다. 특히 하나의 메시지가 담긴 a6 엽서 사이즈의 카드는 전시 전체 의 시각 정보를 담당하고 있고 이를 모두 모으면 곧 하나의 도록 이 되도록 했는데, 이는 전시장을 압도하는 큰 패널 대신 모든 메 시지가 위계 없이 수평의 선을 이루도록 의도한 것이다. 결과적으 로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방식은 불친절해졌으나 위계 없 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또 집중적으로 취사선택하는 몫을 관람객 에게 던졌으니, 이에 대한 평가 역시 관람객의 몫일 것이다. BE NORMAL vs. BE COMMON 이번 전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다양하다. 네덜란드의 사 회적 규범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인 “be normal”은 튀지 말라는 의미에서 우리와 비슷하지만, 그들이 주변에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한 일종의 공동선을 추구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자신을 주변 과 동일시하는 “be common”의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 이재준 씨 의 설명이다. 강한 사회적 규범 아래 개인주의적이고 실천적이며 자립적인 특징은 곧 그들만의 문화가 되고 그 태도가 곧 독창적 인 정체성을 만든 네덜란드의 사례는 우리 사회에도 많은 생각을 남긴다. 근대 유산인 건물의 바로 옆에 대조적인 현대적인 건물을 증축한 ‘암스테르담 시립 근대박물관’이나, 기존 교회 건물의 내부를 새 로 짓는 주택 단지의 중정으로 활용한 ‘루드허호프’, 두 개의 근대 건축물을 브릿지로 연결하여 증축한 ‘국립유리박물관’까지, 과감 하고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실현된 건축 프로젝트들은 한 사회가 새로움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여기에 사물의 정해진 기능이 아니라 인간의 행위를 다시 생각함으로써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네덜란드 디자 인의 실험은 사람과 사물의 본질과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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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다. 새로움은 ‘창조’가 아니라 ‘RE-’와 같이 본질을 다시 보는 것이 라는 이재준 씨의 말처럼 우리 안의 것을 재편해서 새로움을 만들 어 내는 것은 이번 전시가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 다소 자의적인 해석이 갖는 한계와 위험이 따를 지라도, 세계적인 건축의 흐름을 읽고 이를 정면에서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 또한 이 번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타자화된 기계적 수용이 아니라 비 판적인 태도로 수용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갖는 의미를 재조명 해 보는 시도야 말로 현대 건축을 바라보는 독자적인 관점과 목소 리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시도이자 자신감이 아닐까.

photo by Castor Bours

피트 Fiet 피트는 ‘감정을 시각화한 역동적인 조명 작품’이다. 작가는 움직임에 따른 감정을 시각화하고자 주변의 소리에 반응하 는 수백 개의 원뿔 아이콘으로 이루어진 조명을 만들었다. 주 변의 소리가 들리면 수축되었다가 조용해지면 편안한 상태로 움직이는 조명으로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유기체와 같은 작 품이다. 디자이너: 스튜디오 토어 제작년도: 2013 Designer: Studio Toer

photo by Castor Bours

Production yea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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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와이드 EYE 2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 건축+예술+과학 공공예술 페스티벌 자료 제공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건축가, 예술가, 과학자가 만드는 공공 예술

합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MOU)이 체결되기도

제주 김녕마을은 제주공항에서 동쪽으로 약

했다)

와이드 EYE 2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안가 마을이다. 제 주 해변치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만,

만남에서 설치까지

특히 김녕의 해변은 에머랄드 빛깔의 바다와 희

건축가, 예술가, 과학자들의 첫 만남은 지난 6월 1

고 고운 모래사장, 그리고 유난히 검은 돌무덤과

일에서 6월 3일까지 김녕 마을의 한국에너지기술

이국적인 풍력 발전기 등으로 오가는 관광객들의

연구원 제주글로벌 연구센터에서 워크숍 형식으

마음을 단번에 사로 잡는다.

로 이루어졌다. 참여자들은 워크숍 기간 동안 서로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은 바로 이 마을

의 전문 영역과 관심사를 공유한 후 팀을 이루었

에서 진행되는 건축+예술+과학 공공예술 페스티

다. 또 각 팀은 워크숍 기간 동안 만들어 낸 결과물

벌이다. 그 내용은 건축가, 예술가, 과학자 세 그

을 6월 3일 공개 컨퍼런스를 통해 발표하는 시간

룹의 전문가들이 자연적 현상(바람, 비, 열, 습도

을 가졌다. 공개 컨퍼런스 자리에는 제주 지역 전

등)을 주제로 일 년에 한 번 공공 예술 작품을 만

문가들은 물론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여 작가들의

들고, 마을 해변도로에 실물 전시하는 것을 골자

아이디어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도 했다.

로 하고 있다.

워크숍에서 정리된 생각들은 8월 16일 서울 전시

올해 처음으로 시도된 이 행사는 SCALe의 하태

(장소 :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가 열릴 때

석 대표에 의해 기획됐다. 평소 “새로운 미디어

까지 계속 발전되었으며, 그 사이 안을 바꾸는 팀

와 테크놀로지를 통해 융합적 지속가능 디자인”

도 나왔다. 팀별로 주력 분야가 조금씩 다르기는

을 추구해 온 그는 “각기 다른 관점의 전문가들

했지만, 그리고 갈등의 요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의견을 공유하

아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각 팀의

는 경험을 필요로 한다”는 취지에서 건축, 예술,

역할 분담은 더욱 공공히 됐다. 8월 30일 전시의

과학의 세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여 새로운

마지막날에는 컨퍼런스 파티 형태로 4명의 건축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이는 그

가, 4명의 예술가, 4명의 과학자들이 각자 자신의

의 사무소 SCALe이 추구하는 핵심 방향과도 맞

분야와 관련된 작품 과정과 내용을 관람객들에게

물리는 것이다.

자세하게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9월 14

때마침 이 기획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진

일 마침내 제주도 올레길 20코스가 시작되는 김녕

흥기금 사업 중 ‘융복합 공동 기획 프로젝트’ 사

리에 영구 공공 예술 작품을 설치하고, 오프닝 파

업에도 걸맞는 것이어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

티를 열었다.

고, 이로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에너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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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연구원,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 김녕리 등이

바람을 보고 들으며, 바다를 느끼다

공동 주최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네임리스건축(나은중, 유소래)+랜덤웍스(민세희,

(지난 8월 16일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한

김성훈)+곽성조(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 연구

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에너지 기술/문화 예술 융

원, 풍력발전)의 작품은 ‘풍루(風樓)’이다. 이것은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Report

78 와이드 REPORT

정원으로 도시를 만들다

정원박람회,

지역 개발의 전략으로 안착할 것인가?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Suncheon Bay Garden EXPO 2013

90 와이드 EYE 1

왜 지금 다시 네덜란드인가.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

네덜란드 건축/디자인>전

임진영 | 건축 전문 기

102 와이드 EYE 2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

건축+예술+과학 공공예술 페스티벌

110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5

유쾌한 집짓기,

하우스스타일

김주원 | (주)하우스스타일 대표

116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6

건축가들을 위한 공공 기금의 지원 프로그램

문예진흥기금 사업(시각예술분야)을 중심으로

김찬동 | 전시 기획, 문화예술위원회 시각 전문 위원

사진 제공 : 네임리스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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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풍력을 시각화한 것으로 풍력발전기를 통해 전 기를 생산하듯 바람의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사이 트는 제주도 올레길 20코스 시작점, 김녕마을 서 포구에 위치하는데, 김녕마을 서포구는 지리적으 로 제주의 바람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이 다. 이로 인해 많은 해상 풍력발전기들이 김녕 서 포구 쪽에 위치한다. 그러나 이 풍력발전기들은 사람들이 있는 해안과 수백미터 떨어진 바다에 자리잡고 있다. 풍력발전은 전기를 생산하며 우 리 생활에 큰 이로움을 주지만, 그 거리감으로 인 해 친숙하지 못하다. 풍루는 제주의 바람을 만나 러 가는 길, 올레길 20코스의 시작점에서 바람을 통해 에너지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시각적 경험 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은 올레길 20 코스를 걷기 전, 잠시 이 장소에서 앞으로의 여정 을 계획하며, 바람을 느끼고 바람이 주는 이로움 에 대해 경험하고 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 라 길을 떠날 것이다. 풍루가 바람을 보여 주는 것이라면, ‘바람이 들려 준 이야기’는 소리와 관련된 것이다. 바람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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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루(風樓), 네임리스건축(나은중, 유소래)+ 랜덤웍스(민세희, 김성훈)+ 곽성조(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 연구원, 풍력발전)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을 수는 없을까,란 물음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김녕의 특산물인 바람을 마을 바깥 사람들에게 들 려 주기 위한 것을 목표로 한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무형의 존재 바람을 기록해서 새롭게 해석하 고자 작가들이 고안한 것은 ‘녹풍(錄風)’ 기구이다. 이 녹풍기는 김녕마을 곳곳에 설치되어 특정 방향 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풍량을 측정하고 기록한다. 그리고 하루 동안 기록된 풍량을 5분으로 압축, 음 악으로 재구성한다. 작은 동물이 느끼는 시간의 스 탕, 와이즈건축(장영철, 전숙희)+

케일은 인간이 느끼는 시간보다 조밀해서 그들에

박진우(ZD Lab)+

게 인간의 움직임은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진다고

양현경(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 연구원, 해양 염분차 발전)

한다. 만약 김녕의 바람이 어떤 거대한 존재가 아주 느리게 내쉬고 들이마시는 숨결이라면, 5분으로 압 축된 하루의 바람에서 사실은 사람들에게 항상 속 삭이고 있었던 바람의 이야기가 들리게 되지 않을 까. 양수인(삶것건축사사무소)+에브리웨어(방현 우, 허윤실)+김호영(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유체물리)이 녹풍기 제작에 힘을 모았다. ‘탕’은 바닷물 속에서 민물이 솟아오르는 제주도만 의 용천수를 이용, 염분차 발전의 원리를 형상화 한 작품이다. 와이즈건축(장영철, 전숙희)+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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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ZD Lab)+양현경(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 연 구원, 해양 염분차 발전)이 참여했다. 원리는 이렇 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데, 반투과성 분리 막은 물을 아래에서 위로 이동시킬 수 있다. 방법 은 반투과성 분리막의 한편에는 담수를, 다른 편에 는 해수를 담아 두는 것이다. 그러면 삼투압 현상 으로 담수가 해수 쪽으로 이동을 한다. 그때 높아 진 해수 높이에 의한 위치에너지 차이를 이용하여 전기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를 염분차 발전 이라고 한다. 하천이 발달하지 않은 제주도에서 담수는 특별하 다. 이런 담수는 사람들에게 귀한 식수와 생활용수 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어떤 해안가에서는 이런 단 물이 샘물처럼 솟구친다. 이런 샘물을 용천수라고 도 하는데, 용천수가 솟구치는 지역을 중심으로 마 을이 발달하게 되었다. 용천수는 식수원으로 사용 될 뿐만 아니라 빨래터, 목욕장 등으로 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주민들은 용천수 주위에 돌담을 쌓아 주변으로부터 오염되 지 않도록 보호했다. ‘탕’의 작가들은 우선 주위의 돌을 주워 모아 예전 에 그랬던 것처럼 담을 쌓아올렸다. 그리고 단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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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해수를 물 밑에 설치된 반투과성 분리막으로 분리 된 물탱크에 담아 삼투압으로 물을 아래에서 위로 흐르게 하고, 위로 올려진 물은 돌담을 타고 다시 흘러 내리게 했다. 물을 머금은 돌담 주위로 이끼 가 자라고, 이 공간은 다시 물터가 된다. 탕은 물터 의 한자 이름이다. 마지막으로 하태석(SCALe)+권병준(사운드 디자 이너,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김대희(한국에너 지기술연구원 선임 연구원, 해양 바이오)의 작업 은 꽤 로맨틱하다. 그들이 제안한 ‘사랑당’은 제주 도 민속신앙인 당 신앙에서 착안됐다. 당 신앙에서 다양한 신들은 각각의 직능적인 역할을 하며 각 당 별로 특정한 직능을 담당하는데, 한 가지의 특정한 구복과 의식이 특정한 당의 직능적 공간적 성격을 결정한다고 전한다. ‘사랑당’은 당 신앙의 종교적 인 면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으로서의 당을 현대적 으로 재창조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사랑당은 사랑 방적인 공간적 커뮤니티성을 당 문화에서 재발견 하고자 했다. 을 발하는 조명 파빌리온이기도 하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면서 빛과 함께 산소를 내보 내는데, 이는 생물 발광 미세조류 (bioluminescent

와이드 EYE 2

또한 사랑당은 전기없이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빛

micro algae)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 생물 발광 미 세조류들은 파빌리온에서 캡슐에 넣어진 채 열매 처럼 자란다. 바람은 캡슐을 흔들며 미세조류들이 자라게, 그리고 빛이 나게 작동시킨다. 특정한 방 향의 바람은 특정한 소리를 파빌리온의 공간에 주 입한다. 사랑당,

이 캡슐들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 의해 수확될 것

하태석(SCALe)+권병준(사운드 디자이너,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

이다. 연인이나 사랑을 시작하는 남녀가 사랑당에

김대희(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선임 연구원, 해양 바이오)

와서 캡슐을 구입해 제단에 생물 발광 미세조류를 방생하는 의식을 하면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진다. 당의 의식적 형식을 차용한 것이다. 이 당은 곧 바 다의 무한한 자원인 미세조류을 통해 바다의 신에 사랑을 구복하는 직능적 성격을 갖는다. 이 직능은 참여자의 방생 의식을 통해 실현된다. 사랑당의 새 로운 신념 체계는 특별한 의식(생물 발광 미세조 류 방생)을 통해 특별한 공간적(파빌리온) 체험적 (생물 발광) 경험을 통해 완성된다. 또한 미세조류 캡슐들은 별로로 수확되어 새로운 에너지원인 바 이오디젤로 변환이 된다. 사랑당은 마을의 지속가 능한 조명 장치이며 동시에 관광 상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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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녹풍기), 양수인(삶것건축사사무소)+에브리웨어(방현우, 허윤실)+ 김호영(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유체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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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생물 발광 미세조류 캡슐은 사랑당의 조명 요소

그 첫 대상지이다.

이지만 동시에 관광 상품이며 김녕마을의 기념

“이를 위해선 주민들이 작업에 공감을 하고 작업

품이 된다. 이 관광 상품을 통해 마을은 새로운

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유지 관리도 될

수입원을 얻고 파빌리온은 지속가능한 관리시스

수 있다. 내가 참여한 ‘사랑당’은 공공 예술 작품

템을 갖게 된다.

이 관광 상품이 되는 경우다. 마을에 이득이 된다 면 설치물을 자연히 아끼고 자랑스러워 할 것이 라고 생각한다. 현장 설치 후 오프닝 파티를 열거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은 융합적 결과

나, 마을 어린이들에게 이 행사의 내용과 의미를

물을 기록하고 알리고 공유함으로써 또 다시 새

친절하게 전달하는 수업을 계획 중인 것도 공감

로운 것을 만드는 기반을 구축하는 동시에, 과학

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한편에서

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는 작품마다 마을 현지 코디네이터를 둬서 지속

또 건축가/예술가들의 자연에 대한 피상적 관조

적인 연계를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하태석)

를 실질적인 고민으로 전환시키는 장이 되고자

스펙타클한 것보다 작은 것들을 축적하는 것을 목

한다.

표로 하여 언젠가는 제로에너지 게스트하우스를

한편으로는 공공 예술로서의 면모를 유지하는

융합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획자의 말

것에도 힘써야 한다. 서울 전시 컨퍼런스에서

속에 마을을 좋게 변화시키려는 의지가 반짝인다.

와이드 EYE 2

지속가능성과 마을만들기

패널로 참여한 박삼철(공공 예술 기획자) 씨는 공공 예술 작품은 아름다움, 기능성, 그리고 지

*작품 설명은 작가들의 노트에서 발췌했음을 밝힌다.

속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예술가가 아름다움 을, 과학자가 기능성을 책임진다면, 건축가는 그것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들 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공공을 위한 작 품은 일단 현장에 설치되면 그 장소의 터무늬가 되는 만큼 역사와 삶의 공간으로서의 장소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며, 작가와 관객과 주민 모두가 주체가 되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의 공공 예술은, 특히 지속가능성과 관련하여 마을만들기에 주목하 고 있다. 건축가, 예술가, 과학자들의 노력의 결 실이 일회적인 전시나 출판 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마을에 매년 축적되어 마을 자체가 혁신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김녕마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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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경향하우징페어, 건축가가 설계한 소형 모듈러 주택, 리빙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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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5

유쾌한 집짓기, 하우스스타일 김주원 (주)하우스스타일 대표

김주원 연세대와 홍익대에서 주거환경과 건축을 공부했 다. (주)중앙디자인 연구원, (주)이몽기가 대표,

한 일종의 서비스플랫폼이다. 대한민국에서 집과 관련

고, 한국실내건축가협회 Golden Scale Awards

된 가장 유명한 격언은 이렇다.

하우스스타일 대표/총괄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집 지으면 10년은 늙는다.”

한국실내건축가협회 이사,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래로 전해 내려온 속담은 아닐 테고, 어느 사이엔가 우

광주지회 주택건설조합 디자인자문 등을 맡고

리 안에 각인된 집짓기 관련 산업에 관한 불신의 표현일

있기도 하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제1회 한

터이다.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음모론적 시각으로 본다

국적스타일 실내공간 우수 사례’ 선정 표창을 받

면, 집 짓고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다 지은 집

았다. 저서로 『스타디자이너 3인의 부담없는 아 파트리모델링 제안 ‘30형대이하 아파트 확 바꾸

사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여기게 하기 위한 아파트 개발

는 법’』(정규태, 김주원, 조연희 공저, 웅진리빙

업자들의 농간일지도?

하우스, 2007) 등이 있다.

사정이야 어찌 되었건, 결과적으로 ‘집=아파트’로 알고 살아온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이 땅에 발붙이고 집을 짓

78 와이드 REPORT

정원으로 도시를 만들다

정원박람회,

지역 개발의 전략으로 안착할 것인가?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Suncheon Bay Garden EXPO 2013

는다는 건, 대단한 결심이자 모험의 시작이다. 단독 주 택이 대단한 부자들만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알 게 해 준 땅콩집 이현욱 소장의 뽐뿌에 힘입어 대한민국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5

주택사업부 디자인고문,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Report

하우스스타일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좋은 집’을 짓기 위

(주)에이닷프렌즈 대표 디자이너 등을 역임했 신인상 및 협회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주)

집짓기 열풍에 빠진 대한민국, 그리고 하우스스타일

90 와이드 EYE 1

왜 지금 다시 네덜란드인가.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

네덜란드 건축/디자인>전

임진영 | 건축 전문 기

102 와이드 EYE 2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

건축+예술+과학 공공예술 페스티벌

110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5

유쾌한 집짓기,

하우스스타일

김주원 | (주)하우스스타일 대표

116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6

건축가들을 위한 공공 기금의 지원 프로그램

문예진흥기금 사업(시각예술분야)을 중심으로

김찬동 | 전시 기획, 문화예술위원회 시각 전문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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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보통 사람들은 요 몇 년 사이에 집짓기 열풍에 빠져들었 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어디에, 누구와, 어떻게, 잘? 그리고 그 다음엔? 통계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나라 단독 주택 신축 착공 건수가 각종 경기 지표가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매년 5천여 건씩 증가해 이제 5만여 건에 이르고 있다. 다가구를 제외하고 순수한 주택 시장만을 놓고 본다면, 아마 1만5천여 동 정도의 시장이 아닐까고 짐작한다. 그중 건축가가 짓는 집은? 아마 모르긴 몰라 도 1% 150채라고 하면 너무 소극적일 테고, 5배쯤 750 채라고 하면 말도 안 된다고 하겠지. 그러니, 나의 대학 시절 “대한민국 1%를 위한 일에 헌신할 수 없어서” 전 공 수업을 매번 빠지곤 했던 내 행동은 정당했다는 거다. 20년이 지난 지금, 난 그래서 1%를 위한 일이 아닌 다른 일에 헌신하는 대신, 내 직업 분야가 대한민국 1%만을 실현이 하우스스타일이다.

경향하우징페어

여전히 높은 건축사사무소의 문턱 이제 건축가라는 직업은 연예인처럼 그야말로 '대중화' 되어서 일반 대중들이 그들의 존재를 알고는 있는 듯하 다. 하지만 있다고 알고 있으나, 만날 수 없다. 그것이 건 축계의 현실이다.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건축사사무소의 문턱은 너무나 높다. 한편으로 건축가들은 항변한다. 그 렇지 않다고, 오히려 우리는 너무나 소박하고 삶의 진정 성을 추구하지 않느냐고. 건축주 : 제가 가진 돈이 2억‘밖’에 없는데 이 돈으로 제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5

위한 일이 아니도록 하는 일에 헌신하기로 했다. 그 꿈의

가 원하는 규모의 집을 지을 수 있을까요? 건축가 : 돈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집은 삶, 그 자체입니다. 건축주 : 그렇죠, 그걸 모르고 살아왔어요. 얼마나 바보 같은 삶인가요. 그런데 선생님, 제 아내의 오랜 꿈이 제 라늄 화분이 놓인 창가에 티테이블을 놓는 것이에요. 건축가 : 이번 디자인의 콘셉트는 ‘플랫’입니다. 삶은 편

하우스스타일의 몇 가지 원칙

평한 것이죠. 튀어나가는 것은 전체적인 조형과 어울리

24명(지금은 22명으로 줄었다)의 내로라하는 건축가, 신

지 않아요. 더군다나 제라늄 화분이 놓인 창가는 삶의 진

뢰할 만한 24개의 시공사, 그리고 스타일을 분화하여 다루

정성과는 상관없지 않나요? 제라늄은 깊은 흙에 뿌리를

는 하우스스타일의 내부 디자인 조직 스타일랩의 연합체

내려야 하는 것이죠. 마당을 사용하세요.

인 하우스스타일이 출범한 지 이제 일 년이다. 초청 메일을 보내고, 단 한 번의 만남도 없이 온라인상으

다소 과장과 왜곡과 편견이 끼어 있을지 모르겠다. 이 글

로만 소통하며 석 달여 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홈페이

은 아마도 독자의 대다수가 건축인들이겠으니, 그저 풍자

지를 오픈한 직후, 처음 건축가그룹이 모였다. 그 자리에서

쯤으로 웃어넘기기 바란다. 그러나, 풍자란 엄연한 현실이

건축가그룹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다. 집을 짓는데 현실적으로 가장 큰 제약은 예산이고, 그

“너무 좋은 집을 지으려 애쓰지 말아 주세요. 한편으로 그

예산의 통제가 따르지 않는 디자인은 폭력에 가깝다.

게 가장 좋은 집을 짓는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이 하우스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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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의 생각입니다.” 모두들 뜨아해 하는 표정이었지 만, 이후의 사례들이 이를 뒷받침해 주었다. 집을 짓는 방식으로는 시장의 새로운 모델이었다. 몇 가 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집을 짓는 세 주체, 건축주와 건축가, 그리고 시공 사의 네트워크를 어떤 사익에도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 이고 전문적 입장에서 코디네이팅한다. 둘째, 집을 짓는 일련의 과정 중 코디네이터인 하우스스 타일 또한 전문적인 업역으로 참여하되, 네트워킹에 소 요되는 비용은 최소화하여 유지한다. 이는 소개료를 근 간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은 지양하여 건강하고 투명한 전문가들의 네트워크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셋째, 건축주와 건축가, 시공사를 포함하여, 더 나아가 우리 모두를 위한 이익을 최대로 하는 것을 유일한 판단 의 근거로 한다. 넷째, 공사비 예가는 시장 가격에 준한 합당한 금액을 제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5

시하며, 설계비는 공사비 예가의 10%, 감리비는 설계비 예산의 30%로 공시한다. 코디네이터 비용은 설계 감리 비의 10%로 한다. 건축주 스스로의 선택에 확신을 심어 주다 집짓기는 토지 비용을 제외하고 40평 주택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략 2억에서 2억5천만 원 가량이 소용되는, 개 인으로서는 일생일대의 쇼핑이다. 이 대형 프로젝트의 시작이 설계이며, 설계의 내용은 집에 담길 삶의 내용을 구성할 뿐 아니라, 사업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사 비 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첫 단추를 잘 꿰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이며, 이 선택이 이후 집짓기의 일련 의 과정과 잘 연계되어 있다는 확신을 줄 필요가 있었다. “설계력에 관한 보증은, 건축가 개인의 면면이 말해 줍 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좋은 집>을 짓고자 하는 좋은 뜻에 공감하여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 논리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건축주는 거의 없다. 다 만, 누가 본인과 잘 맞을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구하곤 하는데, 대부분의 건축주는 세 배수 정도의 건축가를 마 음에 품고 온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은, 건축주 스스 로의 선택에 확신을 심어 주는 일이다. “시공 품질에 관한 보증은, 시공사의 이력이 말해 줍니 다. 건축가가 지은 집을 시공 전문 기술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현장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시공사이며, 다양 한 공신력을 갖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비교 견적이 아니라 설계 과정에 시공사 의 기술적 자문이 보태어져, 설계자와 시공자가 조기에

경향하우징페어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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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하는 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는 예산을 통제하

집짓기 노트

는 데에도 꼭 필요한 과정이며, 하우스스타일 내부에서 는 점점 정착되어 가고 있다. 건축주를 설득한다. “누가 더 싸게 지을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은, 적어도 내 집 지을 때에는 의미없는 짓입니다. 오히려 예산 안에 들어 오는 디자인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인지를 설계 과 정에 기술적 자문을 할 수 있는 시공사를 선택하십시오.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는, 믿을 수 있는 시공사를 선택하십시오. 그래 봐야 예산 범위 안에서 움 직이는 겁니다.” 요즘은 이 말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설계가 나 오기도 전, 시공사를 선정하는 경우도 생겼으니 말이다. 시공사의 기술적 자문이 설계 과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건축주가 디자인의 수준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지난 1년, 그리고 다음 행보 이렇게 해서 지난 1년 동안 우리와 함께한 개인 건축주 가 25명, 단지 개발을 의뢰한 시행사가 1곳, 조합을 통해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는 기업의 의뢰를 받아 자문 기관 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1곳이 생겼다. 주택의 연간 착공 건수에 근거한다면, 우리가 시장의 0.3% 정도의 일 을 한 셈이다. 이 일을 하면서 참 많은 사연을 접하게 된다. 어떤 사연 은 우리와 인연이 되었고, 어떤 사연은 마음 아팠고, 또 어떤 사연은 우리 가슴에 또 다른 의욕을 솟구치게 했다. 하우스스타일의 다음 행보는 대한민국 1%를 넘어 주택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일이다. 이 일의 시작은 작 년 가을, 건축가들이 모여서 <리빙큐브>라는 새로운 형 식의 주택을 고민하면서부터다. 건축가가 보통 사람을 위한 좋은 집에 기여하는 또 다른 방식. 설계의 표준화와 시공의 품질 상향 표준화. 이를 위한 모듈러 방식의 설계 와 시공, 그리고 표준화 주택의 개발 등의 작업이 진행되 었다. 참 많은 건축가들이 기꺼이 동참해 주었고, 지난 2월 <경 향하우징페어 2013>에 ‘하우스스타일 특별전_리빙큐브’ 로 참여하게 되었다. 특별전 형식이었고, 실물 주택 2채 를 전시하는 대형 전시였으므로 부스는 특별 제공받는 형식이었다. 36개 부스를 받았고, 진행되고 있던 컨테이 너 하우스인 <네모하우스>와, 개발한 리빙큐브 중 <레고 하우스>에서 가장 작은 5.4평 모듈을 실물 전시하였다. 그 밖에 하우스스타일 건축가들의 개개인의 작업과 우 리가 함께 참여했던 단지 개발 사례를 선보인 전시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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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학교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5

경제적인 면 또한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도록.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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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이었다. <건축가가 설계한 소형 모듈러주택, 리빙큐브>를 세상 에 알린 첫 전시였는데, 이후 개발 과정을 거쳐 이제 본 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있다.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일은, 개별의 주택을 정성껏 짓는 것도 그 한 측면의 일이고, 보통 사람들의 정말 보통인 집을 짓는 최소한의 표준을 만들어 내는 일이 또 한 측면의 일이라 생각한다. 단, 주 택 설계는 종이 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가지 고 사람이 만들어 내는 그야말로 ‘삶의 물리체’이므로 좋 은 설계의 내용, 삶의 방식에 대한 인문학적 고민만으로 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우스스타일은 설계에 서 시공까지 집짓기 일련의 과정 전체에 관여하고 있으 며, 보다 단단한 형식의 신뢰 위에 구축될 집짓기 프로세 스를 설계하는, 즉 디자인을 디자인하는 유쾌한 플랫폼 을 지향하고 있다.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다.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5

“하우스스타일이 출범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유사한 형 태의 모델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하우스스타일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대답은 이랬다. “유사 모델이 시장에 나오기 어려울 겁니다. 이유는 건 축가들이 이렇게 모이기도 쉽지 않는데다가, 가장 중요 한 이유는 이 형식으로는 돈이 되지 않습니다. 하우스스 타일의 경쟁자는 아마, 건축가 개인의 자기와의 경쟁일 겁니다. 쉽게 말해, 건축가 사무실에 직접 찾아갈 것인 지, 혹은 하우스스타일을 통해 가치를 공유할 것인지를 소비자가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따른 것입니다. 하우스 스타일은 건축가의 개인적 활동보다 더 유리한 어떤 이 득을 건축가와 건축주, 모두에게 줄 수 있을 때 경쟁력이 생길 겁니다. 분명한 것은, 하우스스타일은 건축가 개인 이 하지 못하는 일을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모 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협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것 은 무형의 가치이며, 더 큰 자산입니다. 하우스스타일은, 이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건축계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떤 형식으로 기여할 것인지를 고민하겠습니다.”

건축상담소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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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6

건축가들을 위한 공공 기금의 지원 프로그램

구분

문예진흥기금 사업(시각예술분야)을 중심으로 예술 창작 역량 강화

김찬동 전시 기획, 문화예술위원회 시각 전문 위원

생활 속의 예술 활성화 지역 문화 예술 진흥 예술의 사회적 가치 제고 계

국가는 예술 활동을 지원해야 할 필요와 의무를 가진다.

김찬동

이는 예술 활동이 미래의 문화유산을 창조하며 현재의

홍익대학교 및 동 대학원 서양학과를 졸업

삶에 창조적 의미를 제공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실 제로 예술 활동은 속성상 시장 원리에만 맡겨버릴 때 경 쟁력을 잃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전문가들 은 ‘시장 실패 이론’으로 정립하고 국가나 공공이 이를 지원해야 하는 논리로 삼았다. 과거 예술 활동은 군주나 교회, 귀족 등의 후원을 통해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근현대 산업사회와 자본주의 논리 아래 시장 기능에 편입되었 다. 물론, 대중예술의 경우 문화 산업의 강력한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기도 하지만, 순수 예술의 경우 국가의 지원 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들 은 전 세계적으로 1960~70년대를 거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하였는데, 미국의 문화경제학자인 보몰과 보웬 등 의 노력은 미국의 NEA라는 국가적 예술 지원 조직을 만 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으며, 경제학자 케인즈의 경 우도 영국의 예술 지원 기구인 ACE를 설립하는 데 주도 적 역할을 감당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3년 문화예술진흥법에 의거 문예 진흥기금을 조성하고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위 원회)의 전신인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설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위원회는 많은 예술가와 예술 단체, 예술 공간의 건립을 위한 지원을 지속해 왔다. 2005년 위 원회로 조직이 바뀌면서 조성된 4천여억 원의 기금을 바 탕으로 연간 평균 1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예술 창작 활동과 국민들의 문화 향수 영역에 지원하고 있다.

116

하고 한양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수 료했다. 1984년 한국문예진흥원 입사 후 미술회관 큐레이터를 지냈고, 문학미술 팀 장, 미술회관 팀장, 미술 전문 위원, 한국문 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장, 시각 책임 심의 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편으론 1984 년에 그룹 메타복스를 결성하여 1993년까 지 작가 활동을 하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로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전문 위원으 로 『미술과 담론』 편집위원, 한국예술경영 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6

예술 지원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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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사업 지원 개요

표2. 예술 창작 역량 강화(시각, 다원 예술 분야)

연간 총 예산: 445,095,000,000원

단위 사업명

연간 지원 예산: 109,441,000,000원 (단위 : 백만 원)

(단위 : 천 원)

건수

금액

1)시각 예술 비평 활성화

19

150,000

2)시각 예술 창작 및 전시 공간 지원

32

980,000

3)시각 예술 행사 지원

8

400,000

4)국제 교류 중기 기획 프로젝트 지원

2

25,000

예술 창작 지원(13,614)

5)국제 문화 예술 교류 지원

27

320,000

예술 인력 육성(2,044)

6)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가 지원

22

125,000

국제 예술 교류 지원(4,700)

7)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운영 및 전시

1

400,000

58,121

소외 계층 문화 역량 강화(58,121)

8)노마딕 프로그램 참가 지원

6

400,000

20,560

지역 문화 예술 지원(20,560)

9)해외 창작 거점 예술가 파견

4

697,800

문화 예술 사회적 인식 제고(9,402)

10)국제 문화 기관 협력 지원

2

100,000

11)다원 예술(융복합 포함)

36(3)

금액 20,358

10,402

비고

공공미술사업운영(1,000)

109,441

782,000(282,000) 4,379,800

펀딩 소스와 인포메이션 지원 제도는 실제로 실험적이며 창의적인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기본 정신이며, 경제적 여건이 열악하지 만 예술적으로 우수한 활동들을 찾아 지원하는 것에 많 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9-10월 차기년도의 사업에 대한 공모를 실시하고 있지만 정보에 약한 예술

Report

78 와이드 REPORT

정원으로 도시를 만들다

정원박람회,

지역 개발의 전략으로 안착할 것인가?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Suncheon Bay Garden EXPO 2013

90 와이드 EYE 1

왜 지금 다시 네덜란드인가.

<네덜란드에서 온 새로운 메시지:

네덜란드 건축/디자인>전

임진영 | 건축 전문 기자

102 와이드 EYE 2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

건축+예술+과학 공공예술 페스티벌

110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5

유쾌한 집짓기,

하우스스타일

김주원 | (주)하우스스타일 대표

116 기획의 시대 FIELD-ISSUE-VISION 06

건축가들을 위한 공공 기금의 지원 프로그램

문예진흥기금 사업(시각예술분야)을 중심으로

김찬동 | 전시 기획, 문화예술위원회 시각 전문 위원

가나 단체들의 신청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특히 건축 분야의 경우 시각 예술 영역에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을 운영하고 있지만, 매년 신청 자체가 저조한 실정이다. 이는 위원회의 사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건축 분야의 관심과 의지가 약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를 다소라도 해소하기 위해 젊은 건축가나 건축 단체들의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공재원을 통 한 지원 프로그램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국가의 지원 체계와 주된 펀딩 소스는 국고와 문예진흥 기금 그리고 지방비로 구분된다. 정부인 문화체육관광부 의 경우는 주로 지원에 관한 정책적 틀을 구축하는 역할 을 하며 필요시 정책적 판단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 각되는 민간의 사업에 직접 지원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 러나 대부분의 지원 사업은 위원회와 광역 시・도를 중 심으로 한 지역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과거 지역문화재단이 조성되기 전에는 문화예술위원회가 전 국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전담했지만, 현재는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군소 단위의 사업들은 서울문화재단 을 비롯한 지역문화재단으로 이관을 하였으며, 위원회는 국제교류사업과 전국 규모의 대단위 국내 사업을 지원하 는 방식으로 지원 체계를 정리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

117


와이드 AR no.35 | Wide AR no.35

라서 일반적인 개인 예술가들의 활동이나 규모가 작은 단체나 그룹 활동의 경우는 지역문화재단에 지원 신청을

표3.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가 지원 사업 목적

하면 된다. 또 공공 펀딩 소스 이외에도 예술 활동을 지원

예술인의 해외 창작스튜디오(Artist in residence) 프로그램 참가를 지원함으로써

하는 기업들의 모임인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등을 통해

국제 네트워크형성을 통한 교류를 활성화하고

기업의 기부를 받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술가의 역량을 제고함 지원 신청 자격

시각 예술(건축, 사진 포함) 분야의 예술인

건축 분야 지원 사례

지원 신청 시기

상시

이러한 지원 전달 체계로 인해 개인 건축가들이 위원회

지원 신청 대상

해외 주요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가가 확정된

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 다. 그러나 지역 재단들의 경우 대개는 소액다건 식의 지

예술인의 활동 유의 사항

지원 제외 대상 : 현지와 협의를 거쳐 확정되지 않은 사업

원 지원 방식을 기조로 하기 때문에 지원금의 규모가 그

(초청장, 초청 조건, 레지던시 참가

리 크지 않지만 위원회의 경우 상대적으로 크므로 사업

확인서 등이 없는 사업)

을 선별하여 신청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위원회의 지

지원 확정 후 대상 레지던시 프로그램 변경 불가

원 사업은 창작 활동에 대한 지원과 국민들의 문화 향수

필요시 인터뷰 심의를 할 수 있으며,

여건 특히 소외 계층의 문화적 향수 기회를 높이기 위한

해당자에게 별도 공지 * 국제교류재단, 국악문화재단 지원대상사업과 중복 지원 결정될 경우 택일하도록

복권 기금 사업으로 대별된다. 위원회를 통해 건축 분야 의 예술가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창작 영역의 프로그램

지원 규모

일반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가

은 위원회가 직접 운영하는 베니스비엔날레 이외에 주

: 5백만 원~2천만 원

로 시각 예술 분야의 비평 활성화 프로그램, 국제 교류

-체재비 등 실소요 경비를

프로그램 그리고 다양한 장르 간의 통섭을 꾀하는 융복

고려하여 차등 지원

합 프로그램 정도로 한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복권 기금 사업의 경우도 적극적으 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는 소외 지역을 찾아가는 교육 과 주민 참여형 성격의 사업들이다.

표4. 융복합 공동 기획 프로젝트 사업 목적

을 견인하기 위하여 새로운 예술 담론 생산과 융복합 창

비평 활성화 사업의 사례로는 개인 비평집을 발간한다

작 기반을 조성함

거나 비평적 담론 생산을 위한 워크숍과 같은 학술 행사 를 들수 있다. 금년에도 이를 통해 비평 전문지인 『건축 과 사회』 발간 사업이 지원을 받은 바 있다. 국제 교류 사업의 경우는 국내외 개최 모두 해당이 되며 해외 전문

융복합 예술 활동을 추구하는 단체, 지원 신청 자격 지원 신청 대상 지원 유형

- 장르 간, 학제 간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예술 창작 활동 - 융복합 창작 활동의 기반이 되는 새로운 담론 생산을

될 수 있다. 이 사업을 신청하려면 반드시 해외 레지던시

위한 비평 및 연구 활동

로부터 초청장을 받아야 한다. 금년도에는 건축가 조민

- 융복합형의 공연, 전시, 퍼포먼스, 다큐멘터리, 워크숍,

석 씨가 대표로 있는 매스스터디스가 독일의 건축 전문 인 씨가 이탈리아 21세기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에너제

융복합 예술 활동 모델 구축을 위한 예술위원회와의 협업형 공동 기획 프로젝트

의 해외 레지던시 참가 지원 같은 경우 대표적인 사업이

갤러리인 Aedes의 전시에 참가하는 사업과 건축가 양수

융복합 예술 활동을 위해 예술 단체 및 예술가들과 협업 하고자 하는 과학・기술, 인문학 등 타분야의 단체

가나 기관들과의 교류 프로그램이나 해외에 나가 수행 하는 창작, 연구, 발표 활동 전반을 포함한다. 특히 개인

사회문화적 통섭의 시대적 환경에 부응하는 예술 활동

컨퍼런스 등 창작과 표현 활동 유의 사항

공동 기획 제안서 작성 시 유의 사항 - 구현하고자 하는 명확한 융복합 담론 내용

틱 디자인>전에 참가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 전부였다.

- 융복합을 위한 타분야 및 예술 장르 간 구체적 협업 방안

아마도 건축 분야에 의미 있는 사업들이 많았겠지만 문

-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전문 인력

예진흥기금 사업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이런 결과가 초

- 구체적인 프로젝트 추진 절차

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프로젝트 구현을 위한 매체와 형식 - 예술위원회와 협업을 위해 필요한 조건 등 지원 규모

118

3천만 원 ~ 1억 원


Wide Report | 와이드 리포트

표5. 지원 사업 심의 일반 기준(공통) 영역

심의 기준

세부 평가 내용

계획 단계(P)

계획의 충실성과

-지원신청서에 기재된 사업계획은 구체적이고 충실한가?

50

타당성(20%)

-사업 계획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와 수준을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있는가?

기획 프로그램의

-사업 계획의 주요 아이디어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이며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가?

예술적 수월성

- 사업 계획의 세부 내용은 실험적 예술 혹은 예술의 다양성 증진을 위해 충실하게 작성되어 있는가?

(30%)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한 주요 예술인들의 예술적 기량은 우수한가?

집행 단계(D)

계획의

-사업 계획을 충실히 실현하기 위한 조직과 운영 인력이 확보되어 있는가?

25

실현가능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한 주요 예술인들의 참여를 확인할 수 있는가?

(25%)

-사업을 위한 적극적인 홍보 및 관객 개발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적정한가?

-발간 사업의 경우 배포, 유통 등 활용 계획이 구체적인가?

-사업에 대한 재정 계획은 현실성 있게 짜여져 있는가? -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이루어져 있으며 문예진흥기금에 대한 의존도가 과다하지는 않은가? -세부 예산 편성은 타당성과 구체성을 갖추고 있는가? - 지원 신청 주체가 보여 온 이전까지의 활동 실적을 볼 때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가? 성과 단계(S)

해당분야

25

발전에의

- 사업 계획은 예술위원회의 사업 목적 달성에 기여하며 예술 현장의 활성화 및 해당 분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가?

기여도와

-실험적 예술 및 예술의 다양성 증진의 비평·담론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가?

파급효과

-사업 성과를 측정하고 환류하기 위한 자체 평가 체계를 가지고 있는가?

(25%)

-자체 평가 결과의 환류 및 개선 노력은 적정하며 그러한 실적은 있는가? -사업과 관련한 이해관계자(참여자, 독자, 관객 등)들의 만족 수준은 어떠한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는가?

융복합예술 분야 지원 사업 건축 분야에서 관심을 가져야할 또 다른 중요한 지원 프

그램이다. 1년간의 지속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지원금의

로그램은 융복합예술 분야에 대한 것이 아닐까 한다. 요

규모도 최대 1억 원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금년도 융복

즘 트렌드인 융복합 사업의 경우, 예술 내의 다양한 장르

합 공동 기획 프로젝트에는 건축가들이 참여한 두 개의

간의 협업뿐만 아니라 기술이나 과학 인문학 등 타분야

사례가 있다. 하나는 젊은건축가포럼 코리아에서 진행

와의 협업을 통해 제3의 예술을 창조하고자 하는 에너

하는 <자연과 미디어 에뉴알레 2013>, 다른 하나는 건축

지들이 활발한데, 이러한 현장의 수요와 욕구를 반영하

가 문훈 씨가 소설가 배명훈 씨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확

기 위한 사업이 바로 융복합예술 지원 사업이다. 과거에

장된 개념의 경이의 방>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양자 모두

는 다원 예술이란 명칭으로 사업을 수행했었는데, 대부

중심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인접 분야인 과학자들과의

분 예술 장르 간 기계적인 결합 수준에 머문 것들이 대

공동 작업을 수행하거나 인접 분야 예술가들과 공동으로

부분이었다. 신청자들은 새롭고 실험적인 사업이라고

아이디어를 구현해 가는 프로그램들이다.

표방은 하지만 두 세개의 장르를 나열하는 식으로 장르

향후 예술계의 동향을 볼 때, 융복합 프로그램은 점차 확

간의 결과물들이 서로 겉도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이

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젊은

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년부터 융복합 사업이 신

건축가들의 다양한 창의적인 활동들 감안할 때, 문예진

설되었는데, 새로운 사업 모델 구축을 위해 위원회와 단

흥기금사업의 다양성과 질을 높이기 위해서 좀더 건축

체가 공동으로 1년간 함께 수행하는 기획 프로젝트이다.

분야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

이는 수행 과정이 일반에게도 공개되며 공유되는 프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http://www.ark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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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향미디어랩은 “건축을 배우는 후배들에게 꿈을, 건축하는 모든 이들에게 긍지를” 주자는 목표 아래, “지방(locality), 지역(region), 진정성(authenticity)”에 시선을 맞추고 건축 기반 미디어 기업 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간향미디어랩의 사업 영역은 와이드AR/와이드ACADEMY/와이드BRIDGE/와이드BEAM으로 구분되며, 건축가와 비평가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이 땅의 건축 저널리즘을 뿌리내리는 데에 한 마음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간향미디어랩은 현재 월례 세미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건축가들의 이슈가 있는 파티 <ABCD파티>, <ICON파티> 건축 역사 이론 비평의 연구자 및 예비 저자를 지원하는 <심원건축학술상> 내일의 건축 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와이드AR 저널리즘스쿨> 신예 비평가의 출현을 응원하는 <와이드AR 건축비평상> 국내외 건축과 도시를 찾아 떠나는 현장 저널 <와이드ARCHI-BUS> 색깔 있는 건축 도서 출판 <와이드BOOKS> 그밖에 <건축유리조형워크숍>, <건축영화스터디클럽> 등의 연속된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또는 파트너들과 함께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와이드AR> WIDE Architecture Report, bimonthly 정기 구독(국내 전용)신청 방법 안내 <구독자명(기증하실 경우 기증자명 포함)>, <배송지 주소>, <구독 희망 시작 월호 및 구독 기간>, <핸드폰 번호>, <이메일 주소>, <입금 예정일>을 적으시어 <와이드AR> 공식 이메 일 widear@naver.com 팩스 02-2235-1968 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책은 입금 후 보내 드 리게 됩니다. 정기 구독을 하시면, 전국 어디서나 편안하게 책을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당사가 독자 대상으로 벌이는 상기 각종 행사에 우선 초대됩니다. 연간 구독료 ›1년 구독료: 55,000원 › 2년 구독료: 105,000원 › 3년 구독료: 150,000원 › 4년 구독료: 190,000원 › 5 년 구독료: 225,000원 무통장 입금 방법 › 입금 계좌 국민은행, 491001-01-156370 [예금주: 전진삼(간향미디어랩)] › 구독자와 입금자의 이름이 다를 경우, 꼭 상기 전화, 팩스, 이메일 로 확인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카드 결제 방법 › 네이버카페 <와이드AR> 좌측 메뉴판 에서 <정기 구독 신용카드 결제>란을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정기 구독 및 광고 문의: 0707715-1960 <와이드AR>의 광고는 본 잡지를 함께 만드는 건축(가)네트워크를 지원합니다. 지면 위에서 의 1차적 홍보 효과를 넘어, 실질적 수익 효과의 창출을 위해 데스크가 함께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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