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_20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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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40 2015/2 www.monthlydesign.co.kr

Editor’s Letter 016 아무튼 고맙다, 이케아_전은경 Visual Essay 018 모로 가도 모로 박물관_김태권 People 020 은탑 산업훈장을 수훈한, 윤선호

외 디자인 어워드에서 021 해 전시 디자인으로 6차례 수상한 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디자이너 국 디자인의 변천사를 압축한 021 한 <그 때 그 디자인> 펴낸 박수호 활형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 022 생 <조경규 대백과> 펴낸 조경규 Star Review

트선재센터 아이덴티티ㆍ웹사이트 개편, 024 아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026

News Zoom In

048 모듈 폰의 시초를 연다,

구글 아라 프로젝트 국의 머터리얼라이즈사를 꿈꾼다, 052 한 DP 테크 DDP Design Shop

자이너 5명이 재해석한 크리에이티브 064 디 크리스마스, 화이트 박스 갤러리 Cover Story

간의 형태를 기록하는 정보 그래픽, 070 시 아메바의 흐르는 시간을 보며

108


Vol.440 2015/2 www.monthlydesign.co.kr

072

Special Feature

발함은 어디서 사나요? 090 기

잠식과 도약의 기로에 선 한국 가구 산업, 이케아 국내 진출

테리어 바이블, 이케아의 카탈로그 전략 093 인

074 스웨덴 시골 마을에서 부화한 가구 공룡,

이케아 히스토리 076 기록의 브랜드, 숫자로 바라본 이케아

(反)서비스 브랜드, 077 반 이케아의 주요 비즈니스 전략 3 제성이 낳은 디자인, 디자인이 낳은 078 경 브랜딩, 이케아의 디자이너와 주요 디자인 케아 디자인의 외연을 넓히는 082 이 아방가르디스트, 이케아 PS 컬렉션 케아 광명점을 통해 살펴본 084 이 이케아의 매장 전략

케아의 아성에 도전한다, 104 이

이케아의 크리에이티브 마케팅 7

떠오르는 해외의 라이프스타일 강자들 지털 세상에서 가구의 미래를 찾은 104 디

094 브랜드의 잃어버린 개성,

신생 브랜드, 헴 108 북유럽 리빙 디자인의 소제국,

대중이 찾아주다, 해킹 이케아 문화 095 이케아를 둘러싼 말ㆍ말ㆍ말

노르만 코펜하겐

096 북유럽의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112 충당할 만한 가격의 디자이너 가구,

이케아를 물었다

메이드닷컴

098 유통 공룡이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

케아를 통해 바라본 114 이

이케아를 둘러싼 이슈들

한국 디자인계의 과거와 현재,

식재산권의 관점으로 해부한 유통 099 지

그리고 미래

공룡, 이케아의 법적 권리에 대하여_김웅 100 1 세대 공간 디자이너 이종환,

Overseas Designer 118 음반 재킷에 담은

이케아에 의문을 던지다 케아 현상을 조감하는 102 이

오늘의 아르헨티나 디자인, 라우라 바르스키

한 가지 방법_김상규

Design Event 124 도시와 함께 커나가는 디자인 페스티벌,

2014 디자인 마이애미 리뷰 Design Oriented Company

이버 디자인센터는 어떻게 일할까? 1, 130 네 네이버 모바일 통합 검색 개편 프로젝트 Project

국 로컬 SPA 브랜드의 색을 더하다, 134 한 에잇세컨즈 브랜드 아이덴티티 리뉴얼 138 불교는 한국 전통문화의 뿌리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불교문화콘텐츠 개발 Designer 144 좋은 물건을 정직한 노동으로 구현하는

목수, 이정섭 Design Culture 152 모던 건축가와 의자 디자인의

함수관계_김신 121

158

Information


Vol.440 2015/2 www.monthlydesign.co.kr

Editor’s Letter 016 Thanks Anyway, IKEA

Special Feature

he Fledgling Brand Looking for 104 T

orean Furniture Industry at the 072 K

the Future of Furniture in the Digital

Crossroads Between Encroachment Visual Essay

ll Anyhow, Mus e Gustave Moreau 018 A

and Takeoff, IKEA’s Business

he head of KIA Design Center, 020 T Seonho, YOUN MCA, Design Manager, 021 M Yongju KIM he Author of The Design of 021 T

he Brand of Record, IKEA and 076 T

Through IKEA

he Design Arising from Economics, 078 T

Overseas Designer

he Album Covers Showing the 118 T Current Argentine Design, Laura

he Avant-gardistes 082 T

Encyclopedia, A Livelihood

who Extend IKEA’s Design,

Portfolio, Kyungkyu CHO

IKEA PS Collection 084 I KEA’s Store Strategy Reviewed with

Redesign, Honey Butter Chip of

Korean Design Industry Viewed

IKEA’s 3 Core Business Strategies the Branding Arising from Design,

Haitai Confectionery & Foods

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114 T

he Anti-Service Brand, 077 T

IKEA’s Designers and Major Designs

Star Review

Brand, Made.com

Numbers

the Past, A Korean Design History

rt Sonje Identity Design, Website 024 A

Living Design, Norman Copenhagen he Affordable Designer Furniture 112 T

Countryside, IKEA History

Memorandum, Suho PARK he Author of Cho Kyungkyu 022 T

he Little Empire of Scandinavian 108 T

Expansion in Korea he Furniture Giant Born in Swedish 074 T

People

World, Hem

Varsky Design Event

he Design Festival Growing up 124 T

IKEA Gwangmyeong

with the City, Design Miami 2014

090 I KEA’s 7 Creative Marketing Design Oriented Company

Campaigns he Interior Bible, IKEA’s Catalogue 093 T

ow does Naver Design Center 130 H

Strategies 026

News

Work? 1, Naver Mobile Integrated

he Lost Brand Personality, Restored 094 T

Search Reform Project

by the Public, Hacking IKEA Zoom In

he Beginning of Modular 048 T Smartphone, Google Ara Project he Dream of Becoming Korea’s 052 T Materialise, DP Tech

095 S hort Comments about IKEA

orean Designers in Scandinavia 096 K Talking about IKEA

Project 134 8 Seconds Brand Identity Renewal

ultural Corps of Buddhism’s 138 C

he Huge Shadow Casted by the 098 T

Buddhist Contents

Retail Giant, Issues Around IKEA he Retail Giant Analysis Based on 099 T

DDP Design Shop

hite Box Gallery, The Creative 064 W Christmas Reinterpreted by 5 Designers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About

Designer

he Carpenter who Materializes 144 T

Legal Rights of IKEA

Good Product with Honest Labor,

he First Generation Space Designer 100 T

Jeongsub LEE

Jonghwan LEE, Expresses a Doubt Design Culture

on IKEA Cover Story he Infographic as a Record of 070 T

the Shape of Time, Looking at the Passage of Time of Amoeba

ne Way to Overlook the IKEA 102 O

he Functional Relation of the 152 T

Phenomenon

Modern Architects and Chair Design

o Challenge the Stronghold of IKEA, 104 T Emerging Oversea Lifestyle Brands

158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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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kwang Bldg., 310, Dongho-ro, Jung-gu, Seoul 100-855, Korea C.P.O. box 2532


Cover Story

1

시간의 형태를 기록하는 정보 그래픽

아메바의 흐르는 시간을 보며

받침하는 사물은 단연 아날로그 방식의 시계다.

시계를 모티브로 기하학 패턴과 강한 컬러 조합,

시계는 크게 12개의 주요 기능과 그에 따른 부

추상적 비주얼이 어우러져 강력한 통일감이 눈길

품으로 구성되는데, 원형 시계의 동력원인 로터

을 끄는 정보 그래픽 12점을 선보였다. 이는 아메

(rotor), 에너지를 축적하는 태엽 배럴(barrel),

바가 ‘형태의 발견’을 모토로 매년 한 가지 주제를

동력 전달 장치이자 기계식 시계의 상징인 톱니

정해 포괄적이고 세밀하게 쌓아온 그래픽 데이터

바퀴의 집합인 기어 트레인(gear train), 과속

베이스의 일환이다. 2011년에는 ‘G20개국’, 2012

을 제어하는 이스케이프먼트 휠(escapement

년에는 ‘자연도감’, 2013년에는 ‘도구’, 2014년

wheel), 시계를 일정하게 움직이게 하는 밸런

에는 ‘민예’를 주제로 방대한 그래픽을 모았고 이

스(balance), 북반구의 그림자 방향을 알려주

를 활용한 캘린더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의 주

는 지침(hands), 임의로 동력을 제공해주는 태

제는 시간이다. ‘흐르는 시간을 보며(Watching

엽 장치인 크라운(crown), 달모양의 변화를 보

Time Pass)’라는 제목처럼 한 발자국 물러나 정

시간의 흐름을 관망하는 수많은 잠언이 전해주

여주는 인디케이터(moon phase), 운동에너지

밀기계 속 공학적인 형태미가 주는 시간의 미학을

듯 인생의 철학은 시간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

를 소리 에너지로 바꿔주는 리피터(repeater), 윤

음미해보자. 12개의 월별 정보 그래픽은 2015년

다. 시간이라는 철학적 개념을 시각화한 대표적

년도 표시할 수 있는 만능 달력 퍼펙추얼 캘린더

올 한 해 동안 월간 <디자인> 뒤표지에서 만나

인 오브제는 시계일 것이다. ‘시계’ 하면 가장 먼

(perpetual calendar), 찰나도 잡아내는 크로노

볼 수 있다. www.amoeba.co.kr 글:김은아 기자,

저 떠오르는 나라 스위스는 1920년대 소련에서

그래프(chronograph), 중력의 오차를 최소화하

자료 제공:아메바

비롯된 구성주의 디자인에 모더니즘이 결합된 서

는 투르비용(tourbillon)이 그것이다. 복잡, 정교

유럽형 구성주의의 주요 발원지이기도 하다. 기

한 부품들은 저마다 고유한 기능에 최적화된 형

하학적 형태로 세상 만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표

태를 띠어 그 자체로 이미 조형미를 갖췄다. UX

현하는 개념인 구성주의적 시각을 고스란히 뒷

전문 디자인 기업 아메바가 공학적 미학을 지닌

DESIGN 070

임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기어 체인을 1 끊 우주 속 원들의 잔치로 표현했다.

2, 3 12개의 주요 기능을 모티브로 열두 달을 상징하는 정보 그래픽.


2

3

DESIGN 071


Special Feature

DESIGN 072


잠식과 도약의 기로에 선 한국 가구 산업

이케아 국내 진출 숱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이케아가 지난 12월 18일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광명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매장을 오픈하며 본격적인 진출을 알린 이 거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두고 국내 가구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부터 전반적인 라이프스타일 수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디자인계는 실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유통 공룡의 진출이 한국의 리빙 디자인과 우리의 주거 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특집에서는 이케아의 디자인 DNA와 역사, 브랜딩 전략을 비롯해 디자인계의 다양한 의견, 그리고 이케아와는 차별화되는 전략으로 라이프스타일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브랜드까지 소개한다. 이케아 공식 진출이라는 사건을 통해 한국 디자인계가 그동안 안고 있던 근본적 문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모색해보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기획・진행: 최명환 기자, 참고 도서: <이케아, 불편을 팔다>(뤼디거 융블루트 지음, 배인섭 옮김, 미래의 창), <이케아, 북유럽 스타일 경영을 말하다>(앤더스 달빅 지음, 김은화 옮김, 한빛비즈), <이케아, 디자인 & 아이덴티티>(에바 아틀레 비야르네스탐)

IKEA’s Business Expansion in Korea DESIGN 073


이케아를 통해 바라본

한국 디자인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지금까지 이케아의 역사와 의미, 매장 전략과 문제점 등 다양한 측면을 두루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쯤에서 “우리의 가구 산업이 새롭게 짜여질 판에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한다. 이케아를 단순히 한국 가구 시장을 파괴하는 괴물 정도로 바라보는 것은 그리 건강한 태도라 할 수 없다. 냉철한 시각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스스로를 성찰할 기회로 삼을 때 비로소 한국 디자인 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국내 최고의 빈티지 가구 컬렉터로 손꼽히는 aA디자인뮤지엄 김명한 관장과 덴마크에서 공부하며 북유럽 가구를 체득한 하지훈 계원예술디자인대학 교수, 그리고 가구 브랜드 매터앤매터를 운영하며 차세대 한국 가구 산업을 이끄는 SWBK 이석우 공동 대표에게 이케아 한국 진출의 의미와 한국 라이프스타일 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물었다. 진행: 전은경 편집장, 정리: 최명환 기자, 사진: 김동오 기자

최근 이케아 진출로 한국 디자인계가 떠 들썩합니다. 먼저 이케아의 국내 진출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이석우(이하 이) 이케아 진출에는 분명 긍정적 측 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합니다. 하지만 H&M 이나 자라,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가 한국 패션 산업의 성숙을 이끌었던 경우를 생각해봤을 때 긍정적 측면이 조금 더 크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는 경제적 수준에 비해 라이프스타일 시장과 문 화가 열악한 편입니다. 이케아 같은 브랜드를 통 해 완성도 높은 제품을 자주 접하다 보면 일반인 들도 디자인에 대한 안목과 자기만의 기호가 형 성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거시적인 관 점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런 측면이 국내 가구 디자인 산업에 좋은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훈(이하 하) 저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디자인에 대한 욕구와 필요가 북유럽 디자인의 경 쟁력으로 이어진 것과 같이 이케아 같은 브랜드가 결과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높여 주고 욕구를 일깨우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김명한(이하 김)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 를 떠올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스타벅스 가 한국 진출을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커피 시장의 잠식을 우려했죠. 하지만 오늘날 스타벅 스가 국내 커피 산업에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 지 않습니다. 하지만 커피 문화가 활성화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죠. 사람들 사이에 잠재되어 있 던 커피 문화에 대한 욕구에 불을 지핀 것입니다.

DESIGN 114


(왼쪽부터) 이석우 1978년생. SWBK 공동

김명한 aA디자인뮤지엄 대표. 디자인에 대한

대표. 홍익대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했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가구를 전문으로 수집한다.

하지훈 1972년생. 계원조형예술대

가구디자인과 조교수. 홍익대 목조형가구학과와

2008년 송봉규와 함께 산업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때 패션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1990년대 초반

덴마크 디자인 스쿨 가구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과 2009년 산업자원부가

한 디자인 컨설팅 회사 SWBK를 설립했고

유럽풍 인테리어로 연출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2011년 인도네시아의 폐목재를 활용한 가구

‘아지오’를 오픈하며 이탈리아 레스토랑 붐을

선정하는 ‘차세대 디자인 리더’에 뽑혔으며

브랜드 매터앤매터를 만들었다. 2012년에는

일으키기도 했다. 드리스 반 노튼(Dries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올해의

매터앤매터 레그 암체어로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Van Noten), 톰 딕슨(Tom Dixon) 등 유명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리빙 부문을 수상했다.

디자이너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디자인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묶은 잡지 <캐비닛 Cabinet>을 발행하기도 했다.

하는 식의 인테리어 트렌드가 생겨날 것이라고 생

스타벅스의 사례처럼 이케아 역시 가구 시장을

득 수준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이런 단계를 거

독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치게 될 텐데, 문제는 국내 가구 시장이 이들의 욕

각합니다. 누구라도 방 안의 모든 가구를 이케아

구를 채워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죠.

만으로 꾸미길 바라진 않을 겁니다. 머리끝부터

하지만 한편에서는 한국 가구 산업이 이 케아 진출로 인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큽니다.

한국 가구 산업의 미래를 꼭 어둡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군요.

발끝까지 모든 옷을 유니클로로 맞춰 입지는 않 는 것처럼 말이죠. 김 일본의 경우 이케아가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

이 물론 타격이 있긴 하겠죠. 이케아는 경험 디자

김 국내 중견 가구 브랜드는 내수 물류와 지역 거

인 측면에서 매우 선진화된 매장 전략을 구사합

점 면에서 이케아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이 점을

지 못했습니다. 일본은 이미 자신들의 지역과 성

니다. 일단 매장 안에 들어서면 물건을 구매할 수

잘 활용해야 합니다.

향에 맞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경험했고 또

밖에 없도록 만들잖아요(웃음). 하지만 사람들

이 조립식 가구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풍토가

갖추고 있었기에 이케아 같은 브랜드가 비집고

이 이케아 가구를 사용하다 보면 차츰 가구의 내

변수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이케아 가구를 직접

들어갈 틈이 없었던 것이죠. 우리에게도 충분히

구성이나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

조립해보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조립 난이도

그런 잠재력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인의 내밀한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포스트 이케아, 즉 이

가 높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출장 조립 서비스를

라이프스타일은 누구보다 한국인이 가장 잘 안

케아 다음 단계의 가구를 찾게 되는 거죠. 이 단

제공해주는 곳도 생겨난 모양이더군요. 조립 가

다고 생각합니다.

계에 이르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은 걸리겠지만요.

구에 전무하다시피 했던 한국 시장에서 이케아가

하 가구 산업은 기본적으로 로컬 산업이죠. 이케

하 현재까지는 한국 가구 산업이 크게 우려할 수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아의 일부 품목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이 높게

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개장 효

가구 세트 개념입니다. 처음 매터앤매터를 공장

책정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비싼

과 때문에 어느 정도 타격은 있겠지만, 저는 이케

에서 생산할 때 테이블 하나에 의자 4개를 세트로

물류비가 한몫한다고 봐요. 이런 점에서는 국내

아가 국내 가구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유니클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의아하

가구 브랜드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

로가 한국 패션 시장에 미친 영향력에는 미치지

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 테이블과 세트를 이

다. 사실 이케아가 제품 자체는 무척 저렴한 편이

못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루는 의자는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많이 하더군

지만, 소비자가 직접 가구를 운송하고 조립해야

김 종국에는 사람들이 가구의 가치를 가늠하게

요. 바꿔 말하면 테이블과 의자를 따로 구입해서

한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그리 싼값이라고는

될 거예요. 가구가 자신의 지적 수단을 사람들에

개성과 기호에 맞게 믹스하는 문화가 아직 익숙

할 수 없습니다. 주방 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게 알리는 수단으로도 작용하는 만큼 나중에는

하지 않다는 말이 되겠죠.

이케아 주방 가구는 평균 150만 원을 웃돕니다.

사람들이 이케아보다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브

하 맞습니다. 저도 지난번 이케아 광명점을 방문

그에 비해 우리나라 저가 주방 가구는 150만 원

랜드를 찾기 시작하는 것이죠.

했을 때 비슷한 질문을 하는 소비자를 본 적이 있

이하가 대부분이죠. 그것도 운송비와 설치비가

하 우리가 운동할 때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어요. 하지만 젊은 세대는 다르죠. 자신만의 문

포함된 가격으로요. 이런 상황을 복합적으로 생

듯합니다. 처음에는 입문용 기구를 구매하지만

화를 갖길 원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

각해본다면 국내 가구 회사들이 지금 당장은 이

계속 입문용만 찾지는 않죠. 등산복 브랜드가 점

향이 생겨날 것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비싼 원

케아로 인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점 고급화 추세로 향하는 것을 보세요. 결국 소

목 테이블과 값싼 플라스틱 의자를 적절히 믹스

오히려 침구류나 소품 같은 제품군을 다루는 브

DESIGN 115


랜드가 좀 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생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가구

역량이 수출 산업에 집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내

각합니다.

를 부담스러운 물건이 아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수 산업이 열악할 수밖에 없었죠. 다양성도 부족

그렇다면 가구 분야보다는 소품 브랜

물건으로 인식시키는 것이죠.

해지고요.

드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야

김 수입에는 한계가 있는 데 비해 써야 될 돈이

하 몇 해 전 대림미술관에서 <핀 율>전을 기획

기군요.

너무 많은 것도 라이프스타일 시장을 저해시키

했을 때 성공을 점친 이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하 이케아 매장에서 사람들의 구매 행태를 가만

는 요인입니다. 그동안 한국인들은 수입 대부분

하지만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죠. 저는 그 때

히 들여다보면 가구처럼 부피 있는 제품보다는

을 리빙(living)보다 패션이나 자동차 같은 무빙

사람들 속에 내재되어 있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침구나 패브릭, 소품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

(moving)에 지출해왔습니다. 외부 활동이 곧 자

욕구를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내 가구

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조립식

신의 비즈니스와 직결됐으니까요.

브랜드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에게 이케아는 아직

하 동감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한국 소비자들은

있죠. 오늘날 한국 가구 시장이 처한 위기를 이케

쉽게 엄두를 낼 수 있는 가구가 아닙니다. 반면

값비싼 백을 구입하는 것에는 관대해도 값싼 의

아의 탓으로 전가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디자인이 좋고 부담이 적은 소품류는 편하게 구

자를 구매하는 데 주저하는 것 같습니다.

않다고 봅니다.

매하게 되는 거죠.

김 집 안에서 행사를 치르던 문화가 사라진 것 역

김 1985년 대학로에 라이프스타일 편집 매장을

김 이케아는 가구 브랜드라기보다는 토털 리빙

시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외식 산업이 지금처

오픈한 적이 있습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럼 발달하기 전에는 많은 행사를 집 안에서 치렀

이었지만 1년 반 만에 문을 닫았죠. 패션회사 데

하 이케아를 가구 브랜드로 인식하는 것만큼 왜

죠. 백일 잔치나 돌잔치 같은 것 말이에요. 곗날

코가 운영하던 인테리어 매장 ‘전망 좋은 방’ 역시

곡된 시선도 없다고 봅니다. 일반 가구 매장을

집 안에 옹기종기 모인 아주머니들이 자개 가구

당시로서는 매우 높은 수준을 자랑했음에도 오

찾는 사람과 이케아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태도

를 자랑하던 시절도 있었죠(웃음). 이런 문화가

래가지 못했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시기가 맞지

자체가 달라요. 이케아 매장에 들러서 먹고 즐기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아파트 사기에만 급

며 가볍게 가구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대형 마트

아까도 말씀드렸듯 가구는 자신의 지적 수준을

급했던 시대라 가구에 공을 들일 여력이 없었던

에서 쇼핑을 즐기는 쇼핑객들을 연상시키죠. 광

보여주는 수단인데 이를 보여줄 계기가 사라졌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때가 됐다는 생각이 강하

명시가 이케아의 격주 휴무제를 추진한 것도 상

다고 할까요? 이런 사회적 변화가 라이프스타일

게 듭니다. 수준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싶

징적 의미를 띠고 있습니다. 따라서 라이프스타

시장에 돈을 쓰지 않는 결과로 이어진 거죠.

어 하는 욕구가 무척 커졌으니까요.

일, 소품 시장에서 이케아와 제품군이 겹치는 브

이 한국인들은 현재보다 미래에 투자하는 것에

하 지금 편집 매장이 패션 시장을 휩쓸고 있듯이

랜드들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겠죠.

더 익숙합니다. 하지만 북유럽 같은 경우 철저히

향후 5년 내에는 가구 시장에도 편집 문화가 자

‘오늘’에 초점을 맞추죠. 가구, 소품, 식기류 등

리 잡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션계를 바라

앞서 말씀하신 대로 한국은 소득수준에 비해 가구 시장이나 라이프스타일 시장

모든 것이 철저히 오늘을 즐기려는 태도에서 비롯

보면 가구 시장의 미래가 보여요. 매터앤매터 같

이 열악한 편입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된 것입니다. 반면 가난에서 벗어나 성장을 거듭

은 브랜드가 계속 생겨나는 것 역시 새로운 문화

어디에 있다고 보나요?

해야 했던 우리나라의 경우 오늘보다는 내일에

가 생겨날 것이라는 사인처럼 느껴지고요. 브랜

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구에 지나치게 큰 의미

대한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어떤 삶의 방식이 더

드의 개성이 확실하고 좋은 소재와 디자인을 앞

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옛날 결혼 풍습만 봐

낫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각자

세운 소규모 가구 브랜드가 앞으로는 경쟁력을 갖게 될 거예요.

도 자개로 치장한 가구를 혼수로 장만했잖아요.

의 상황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산업 구조 역시

가구를 비싸고 거창한 물건으로 바라보니 시장

이런 상황에 일조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내

하지만 아직까지는 매터앤매터 같은 소

도 덩달아 경직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수 산업보다 IT 분야나 자동차 같은 수출 주도형

규모 가구 브랜드가 살아남기가 쉽지

케아가 가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어느 정도

산업에 방점을 두고 성장을 한 나라입니다. 모든

않은 것 같습니다.

DESIGN 116


이 2012~2013년 사이에 신생 가구 브랜드가 우

이야말로 한국 디자인 지식 산업의 성장을 가로

하 확실히 그 시장은 아직 블루 오션으로 남아 있

후죽순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이 금

막는 방해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소규모 가구

는 것 같습니다. 제가 SWBK나 카레클린트 같은

세 문을 닫고 말았죠. 시장에 진입하기는 쉬워도

제작소가 디자이너 브랜드의 가구를 카피하는

작고 개성 있으며 좋은 원목을 사용하는 브랜드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매터앤매터의 레그 암체어

에게서 미래를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닌가 생각합니다. 저희도 4년째 매터앤매터를 운

역시 전국에 카피 가구로 넘쳐 납니다. 아무튼 저

케아와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 회사가 앞으로 많

영 중이지만 여전히 제조부터 유통까지 어려움이

는 영세 가구업자들이 스스로를 변화시킬 시간

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아스

따릅니다. 자본가가 아닌 만큼 가격 경쟁력 면에

과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텔&컨(Astell& Kern) 같은 사례도 좋은 예가 될

서 밀릴 수밖에 없죠. 이런 단점을 디자인이나 마

스스로 변화를 거부하고 이전 방식을 고집했던

수 있습니다. 애플에 밀려 MP3 시장을 잃게 되자

케팅, 스토리텔링 등으로 보완하고 있지만 현실

것이 스스로를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죠.

과감히 메인 스트림을 포기하고 특화된 제품군

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이나 품질이 좋아

하 그래도 저는 이 혼탁한 상황에서 미약하게나

으로 승부를 걸어 성공했죠. 이케아와 비즈니스

도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

마 희망을 봅니다. 예전에는 공간을 만들 때 턴키

영역이 겹치는 회사들은 소품 등 토털 인테리어 영

사실입니다. 저희 같은 브랜드의 가치를 이해하고

방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가구를 인테리어의 부

역을 과감히 포기하고 가구에 역량을 모을 필요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것은

속품쯤으로 생각했어요. 시공업체들이 가구 비

가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대

용을 낮춰 마진을 남기려는 구태도 비일비재했

김 누가 젊은 가구 브랜드를 편집하고 유통할 것

부분이 구매력이 약한 20~30대에 집중되어 있습

죠. 하지만 최근에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가구를

인지도 중요합니다. 매터앤매터 같은 젊고 참신

니다. 브랜드의 가치에 공감하지만 구매할 경제적

따로 분리해 예산을 집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원 사격해주는 이들이 필

여력이 없는 것이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한글박물관, 고

요하다는 뜻이죠. 저는 요즘 가능성은 있지만 자

김 저는 aA리빙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습

궁박물관 역시 그랬죠. 앞으로는 차츰 상황이 나

본력이 부족한 친구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계를

니다. 결국 구조적 문제로 인해 문을 닫아야 했지

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구상 중입니다. 고가의 소재라 젊은 디자이너들

한국 가구 산업이 이케아 쇼크를 넘어

이 쉽게 사용하기 힘든 소재를 공급하고 중국 등

하 저는 아직까진 국내에서 가구 제작에 드는 인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해외 생산 공장을 통

건비가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제조업을 기반

필요할까요?

해 제작을 지원하는 대신 이들 제품 일부를 도매

요. 한국에서 가구를 만드는 일이 쉽지가 않아요.

으로 성장한 나라인 만큼 그런 인프라가 잘 구축

이 저는 우선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봅니

가로 구입해 편집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이죠.

되어 있는 편이죠.

다. 현재 국내 가구 시장에는 브랜드의 종류가

하 카펠리니(Cappellini) 같은 브랜드도 혼자 모

김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확실히 좋은 조건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고가의 이탈리아

든 제품을 소화하기보다는 주변 회사와 연계하

을 갖추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도 많고 제조업을

브랜드와 특정 국내 브랜드가 거의 양분하고 있

는 생태계를 구축하죠. 이런 클러스터에서는 디렉

기반으로 하는 중소 기업도 아직 많이 남아 있으

는 상황이죠. 미국 같은 경우, 젊었을 때 이케아

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니까요.

를 사용했던 사람이 소득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김 일본 오사카의 젊은 가구 브랜드 트럭 퍼니처

하 제작 비용보다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가구에

크리에이트 앤드 배럴(Creat and Barrel) 같은

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들은 결코

깃든 가치를 인정하고 충분히 값을 치르는 문화

홈 퍼니싱 브랜드로 넘어갑니다. 그보다 더 소득

큰 성공을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유

가 자리 잡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고 봅니다.

이 올라가면 다시 고가의 수입 브랜드로 넘어가

지하는 데 충분한 수요는 일어나죠. 가구에 소소

이 가구업계에 만연한 카피 문제 역시 저희 같은

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런 단계가 없

하지만 분명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아낼 때 사

가구 브랜드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많

어요. 중저가 브랜드에서 고가 브랜드로 훌쩍 뛰

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개성을 담

은 이들이 이케아 진출로 인해 영세한 가구 제조업

어넘어 버리는데 그 중간 층위가 생겨나야 하지

은 특화된 브랜드로 시장을 공략해나갈 필요가

자들의 존속이 어려워졌다고 말하는데 사실 이들

않을까 싶습니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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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

좋은 물건을 정직한 노동으로 구현하는 목수

이정섭

13년 동안 목수로 살아온 이정섭은 일을 많이 해 관절이 많이 망가졌다며 평소 50보 이상 보행 금지라고 농담을 던졌다. 본질적 아름다움과 쓸모를 육체노동으로 구현한 그의 손은 거칠고 투박하다. 한국 사회에 목수 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강원도 산골에 틀어박혀 가구를 만들고 집을 지은 이정섭은 창조나 영감 같은 허울 좋은 단어에 현혹되지 않고 오직 정직한 가구와 건강한 집을 만드는 데 고집스럽게 매달려왔다. 원초적 아름다움을 원시적 방법으로 구현한 그의 작업에서 우리는 사물의 원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한 한국성을 발견한다. 인터뷰: 전은경 편집장, 진행ㆍ정리: 임나리, 인물 사진: 이창화 기자 마산이 고향입니다. 고등학교 때 자퇴

분의 사람이 부모, 형제, 처자식하고 얽히고설킨

하고 검정고시로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관계 때문에 살면서 참는 것을 저는 무시해버려

에 들어갔습니다. 범상치 않은 사춘기

요. 서울에서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면 그다음 날

를 보냈을 것 같은데요. ‘10대 시절의 이

바로 짐을 싸죠. 가슴 아프지만 자퇴한 뒤 얼마

정섭’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간 방황하다가 결국 세상과 타협했어요. 대학을

자주 받은 질문인데 또다시 질문하니 새삼스럽

가지 않고도 이 세상을 훨씬 멋지게 살 수 있다는

네요. 어린 나이에 당시 입시와 사회 체제가 인간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기 힘들다는 걸

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졸업장을 받는 건 그

안 거죠.

1971년생. 내촌목공소 대표다.

런 사회 체제에 내가 동의한다는 뜻이라고 여겼

원래는 순수예술을 전공했습니다. ‘지하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태백의

죠. 부모님이 모두 교사라 쉽게 학교를 그만둘

철 2호선’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무조건적인 반항이었어

는데요.

한옥 학교에서 집 짓기를 배웠다. 가구를 짓는 소목, 집을 짓는 대목을 넘나드는 천상 목수다. 2002년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 내촌목공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국내외에서 다수의 가구 전시회를 열고, 여러 채의 살림집과

요. 시험지 돌리는 시간에 답안지 제출하고, 온종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바로 휴학했어요. 취직에

일 오락실에 있다가 선생님께 끌려가고, 선생님들

대한 고민이 별로 없는 미대생이라 술 마시면서

작업 공간, 전시장을 지었다. 본질적 아름다움,

의 일장 연설을 비웃다가 많이 맞기도 했죠. 가출

잡념에 빠지는 시간이 많았어요. 다시 대학에 간

쓸모 있음, 견고함을 가구와 건축에서 보여주는

도 했어요. 그런 유치한 행동을 한 데에는 순간적

다면 여전히 서양화과를 선택할 것 같아요. 미대

으로 더 강해 보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을 거예

를 꾸역꾸역 다니는 동안 미술이란 걸 오래 곁눈

요. 그러다 제 고집대로 자퇴를 했습니다. 대부

질하다 보니 뭔가를 보는 눈이 생긴 것 같아요.

그는 SPA 브랜드가 판치는 패스트 소비 시대에 정직하고 좋은 물건이란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되묻게 한다. www.thenae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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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제게 현대미술을 생산할 수 있는 재능이 부족했어요. 더구나 당시 저는 미술관의 미술이

공소’인데, 목공소를 설립할 당시의 이야

나무에 대해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일 거예요. 미

기가 궁금합니다.

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 공장을 모

아니라 대중의 미감을 끌어올리는 공공 미술에

제가 목수가 되기까지 김진송 선생님이 있었습니

두 직접 다녔으니까요. 목재 전문가인 걸 안 뒤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공공 미술을 개척하려 노

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분께

자연스레 같이 비즈니스를 하게 됐어요. 제게 새

력했지만, 2000년대 전후의 우리 사회는 공공 미

부채 의식이 있어요. 우연히 <목수 김진송>이라

로운 재료의 세계를 열어준 분입니다. 제가 대표

술에 대한 사회적 기반이나 합의가 없는 상태였

는 전시 제목을 봤는데, 그걸 본 순간 나도 목수

이고, 김민식 고문은 감사 이사예요. 현재 내촌

로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내촌에 오면서

목공소는 목수 4명, 설계자 2명, 경리 1명, 그리고

단순히 공방을 넘어 지역사회에 전형적인 모범이

저와 김민식 고문, 이렇게 모두 9명으로 구성되어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태백에 있는 한옥 학교를

되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동네 이름을 굳

있습니다.

알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대목 일을 배웠죠. 우리

이 넣은 이유죠. 2002년 내촌은 지금과 달리 근대

작가, 목수, 장인, 디자이너 등 다양한

나라는 타인의 전문 영역에 대해 비밀스럽게 여기

모습이 많이 보존된 동네였습니다. 내촌의 근대

직함이 있지만 늘 ‘목수 이정섭’을 내세웁

는 문화가 있는 같아요. 내 전문 영역 이외는 모

적 풍경과 내가 만드는 좋은 물건이 결합하면 이

니다. 이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두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구조죠. 저는 사회ㆍ정치

동네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안 되

제가 말하는 목수는 디자인하는 사람과 가공하

적 의미에서 반자본주의자가 아니라 분업화된 자

는 꿈을 꾸었어요. 집 짓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엔

는 사람이 분리되기 이전에 전반적인 것을 아우

습니다. 그렇게 고생하다 자연스레 접게 된 거죠. 어떻게 목수의 길을 가게 되었나요?

본주의 질서를 반대하는 의미에서 반자본주의자

당시 제 경력이 부족했어요. 그렇다고 돈을 벌기

르고 책임지는 사람을 말합니다. 도면대로 재현

예요. 어느 책에서 인간으로서의 총체성, 저는 이

위한 수단으로 무분별하게 집을 짓고 싶지도 않

만 하는 하청업자로 전락하기 전의 목수입니다.

걸 ‘인간의 존엄’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것을 확보

았고요. 그래서 가구를 먼저 만들기 시작했지요.

제작자가 물성에 대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습니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읽은 적이 있

저는 소위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사업이란 것에

다. 나무를 다루는 작업은 디자인과 제작이 분리

어요. 옛날에는 자기가 필요한 옷이나 집을 직접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에요. 내촌목공소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만들면서 인간 총체성의 일부분을 조금씩 확보

가구가 이케아 가구도 아니고, 한 달에 한두 개

2003년 고객에게 보여줄 샘플로 만든

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분업화

팔리는 걸로는 회사 유지가 힘들더라고요. 365

게 내촌목공소 옆에 지은 자택입니다.

되면서 인간의 총체성이 잘려나가자 인간이 누려

일 하루도 안 쉬고 일하며 몸으로 때우는 데도 한

서너 달 동안 혼자 지었다고 들었는데,

야 할 자연스러운 행복도 잃어버리게 된 거죠. 내

계가 있었어요. 개인전도 하고, 서울리빙디자인페

실제 자신의 집을 지으면서 느낀 점이 있

가 기능적으로 잘할 수 있는 일 딱 하나만 하면

어에 조지 나카시마 바로 옆 부스에 나가면서 조

다면요?

되는 거예요. 라면을 잘 끓이는 사람과 못 끓이는

금씩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목수로서 가구보다 집을 먼저 시작했어요.

사람의 차이는 있겠죠. 그렇지만 누구나 라면을

목재 전문가인 김민식 고문님과 함께하

이 살림집은 직업적인 목수가 자신이 살 집을 전

끓일 수는 있어요. 나무는 다루기 쉬운 재료입니

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내촌목공소는

통 방식으로 지은 거죠. 이 집을 통해 실수와 부

다. 목수 일도 간단하게 배울 수 있고요. 이런 가

현재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족한 점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초반에 단열을 신

치관을 실현할 삶의 방편으로 선택한 게 목수일

원래는 집을 의뢰하러 온 고객이었어요. 그런데

경 쓰지 못해 후에 보강 공사를 했습니다. 뒷마당

뿐입니다. 그 밑바닥에는 정직하고 성실한 내 노

둘 다 워낙 술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술친구

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뒷산을 깎아서 집

동력과 부끄럽지 않은 디자인으로 돈을 벌어야겠

가 됐죠. 평생 목재 관련 일을 하신 분이에요. 참

을 지었고요. 자연을 품어야 한다는 것을 말로

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나무 중에서 제일이라는 펜실베이니아 오크, 오

만 알았던 거죠. 집을 짓고 4년 뒤에 깨달았습니

2002년에 내촌목공소를 설립했습니다.

스트리아에서 건조한 탄화목 등 전 세계 나무에

다. 집은 조경 설계의 부산물뿐이라는걸요. 또 집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에 있어서 ‘내촌목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요. 아마 한국에서

은 기능, 방범, 단열, 방수 등 기술적 문제가 해결

내촌2 프로젝트

2013년 시작한 내촌2 프로젝트는 현재 15채 대지 중 6채나 들어섰다. 일종의 ‘타운’인 셈. 이정섭의 살림집과 작업장, 전시실, 그리고 지인들이 주병 땅을 사들여 세운 집들이 있는 내촌1 프로젝트 옆에 있다. 모두

“사무실 책상에서 도면으로 설계할 때와 물리적인 땅 위에서 집을 짓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둥과 벽 등을 실제 세워보고 마주하게 되면 달라지는 게 분명 있어요. 현장에서 주변 환경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바뀌기도 해요.”

이정섭이 직접 지었다. ‘이 시대에 보기 힘든 세공의 집’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정섭 목수의 집은 문고리, 조명, 화장실 잠금장치, 전기 콘센트 덮개까지 모두 이정섭 목수가 직접 만든다. 이 집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맞춤형 재료를 써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것. 이정섭은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생각하는 맞배지붕으로 집 짓기를 고집한다. 사진 이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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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지 않으면 거주지로서의 기본을 잃게 됩니다.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하면서 동시에 안전 한 집을 만들어야 해요. 이정섭 대표의 집 짓는 방법을 특집으로 소개한 월간 <공간> 2011년 4월호 기

내촌목공소 살림집 1

“디자인했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요. 의도성이 느껴지는 디자인은 개입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물건 자체로 자존감을 가져야 좋은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2003년 서너 달 동안 이정섭 목수가 홀로 지은 집이다. 온돌을 달구는 아궁이를 내부로 끌어들였다.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 손실을 줄이고, 목공 작업 이후 남은 나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사진 이창화 기자

사 중 ‘작은 집은 도면 없이 짓는다’, ‘벽 을 세워봐야 다음 작업에 감이 온다’ 같 은 현장성을 중시한 이야기가 인상적이 었습니다. 처음 집을 지을 때는 도면을 그릴 줄 몰라서 그 런 거예요. 도면 없이 집을 짓는 건 굉장히 비효율 적입니다. 작업자들에게 일일이 내 생각을 설명할 수 없으니 기본적인 도면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목수가 책상을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한국성이

사무실 책상에서 도면으로 설계하는 것과 물리

은 달라졌을 겁니다. 옛날 구조를 그대로 따르는

적인 땅에 집을 짓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게 전통의 계승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국인이

담긴 디자인이라는 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자

그 차이를 현실에서 수정해야만 하죠. 현장에서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반영해 집을 짓는다면 그게 바

연스럽게 역사와 환경에 의해 나오는 게 아닐까

더 좋은 동선을 찾았는데 설계 도면대로만 진행

로 한옥이죠. 그런 보편적 의미에서 제가 지은 집

싶어요.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답사로는 한계가 분명

을 이제는 한옥이라고 부릅니다.

‘기본적으로 창조는 없다’는 이야기를

있으니까요. 기둥과 벽 등을 실제 세워보고 마주

목수 이정섭의 작품을 두고 한국성이 느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새로움을

하면 달라지는 게 분명 있어요. 내촌목공소는 설

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눈에

찾기보다 사물의 원형에 가까운 디자인

계, 시공, 감리 등 집 짓는 모든 과정을 직접 합니

보이는 한국성뿐 아니라 굳이 시각적으

다. 원안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수정될 수 있는

로 드러나지 않아도 한국적이라고 느낄

저는 진실로 그렇게 생각해요. 바빌론의 건축, 고

거죠. 현장에서 주변 환경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수 있는 게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합

대 메소포타미아 시대의 토기 등은 지금 봐도 훌

바뀌기도 해요.

니다.

륭합니다. 아주 짧게 거슬러 올라가면 산업화 시

내촌목공소에서 지은 집을 세간에서 흔

안동 하회마을,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보다 김

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대 가구 중에도 좋은 게 많아요. 제가 하는 작업

히 ‘현대화된 한옥’이라고 부릅니다. 이

용택 시인의 시를 읽을 때, 섬진강에서 재첩국을

은 여태껏 보아오고 경험한 것들의 편린을 조합

와 달리 선생님은 한때 ‘민가’라는 표현

먹을 때, 찌그러진 함석지붕에서 밥하는 연기가

하는 게 아닐까요? 사람이 무엇을 만들든 자기

을 쓰기도 했어요.

피어 오를 때, 그럴 때 한국성을 느낍니다. 가슴

경험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 조합하지 않나요?

‘한옥’이란 단어, 한옥의 개념을 좋아하지 않습니

이 뭉클해져요. 이 한국성의 정체가 대체 무엇이

디자이너나 예술가는 창조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

다. 석기시대의 움막, 벼농사를 시작하면서 볏짚

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직

어요. 설령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창조했다 하더

을 올려 만든 초가집, 참나무를 쪼개서 지붕을 올

감적으로 느끼는 거죠. 김기덕 감독이 2012년 베

라도 그건 외부에서 들어온 어떤 단상이 자신도

린 너와집, 중국에서 들어온 기와를 올린 기와집,

스니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수

모르게 발현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적으

이 모든 게 한옥입니다.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살

상 소감으로 ‘아리랑’을 불렀습니다. 저는 이 노

로 완전한 창조는 없다고 봐요.

아온 주거 방식이 모두 한옥인 거죠. 한옥은 삶의

래를 들으며 감동받았습니다. ‘아리랑’이 보통 민

그렇다면 목수 이정섭의 작업에 큰 영향

방식과 시대 상황에 따라 자연스레 변화해왔는

족에게서 나올 수 있는 노래일까요? 처절한 삶을

을 준 것이 있나요?

데, 북촌에 있는 전통 한옥만 한옥이라 정의 내리

산 사람들의 노래죠.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

비숙련자이고 목수도 아니었지만 큰아버지가 직

는 건 얼토당토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군이 이런 대사를 하더군요. “이 한을 어찌할꼬.”

접 집을 짓고 가구를 만들면서 살았어요. 대나무

제가 지은 집을 ‘민가’라 표현한 거죠. 새마을운동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서 천만 명이 죽었다고 합

를 쪼개서 엮은 평상, 고기를 찌는 광주리, 제사

때 정신과 재료가 한 번에 바뀌면서 이전 주거 방

니다. 조선 인구의 반이지요. <난중일기>를 보면

지낼 때 까는 멍석 같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

식과의 단절을 겪었습니다. 한옥의 반대 개념으

인육을 먹는 건 흔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병자호

건도 직접 만드셨죠. 짚이나 대나무처럼 집 주변

로 양옥이 등장하죠. 중국 기와가 자연스럽게 우

란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무능한 조

에서 흔히 얻을 수 있는 재료로요. 그런 기억이 내

리 한옥에 스며들었듯 콘크리트 벽, 입식 주방 역

선 시대 왕권 이후 우리는 일제강점기를 겪었습니

게 메커니즘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이젠 편린

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어

다. ‘아리랑’은 이런 역사를 가진 민족이 부른 노

으로 남아 있죠. 어떻게 연결되어 지금 무엇이라

요. 굳이 한 번에 바꾸지 않아도 새로운 문물과 새

래예요. 그렇기 때문에 후세에 나 같은 사람에게

고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실제 물건을 만드

로운 재료인 시멘트가 유입되면서 불편했던 주방

감동을 주는 거죠. 그런 처절한 세상을 살았던

는 사람으로서 큰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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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모든 걸 다 만들어 사용했으니까요.

유기물에 수분이 들어가면 세포가 팽창합니다.

정도예요. 젊은 친구들이 자기 가치를 제대로 인

원목으로 가구를 만드는 사람은 모두

이런 변형이 싫다면 우레탄 도장을 해서 외부 소

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필요가 있

나뭇결을 강조합니다. 비슷한 재료로

통을 막아주면 됩니다. 하지만 원목에 한 겹 덧입

다고 봐요.

비슷한 형태를 만들기 때문에 비례가 정

히면 목재의 결을 느끼기 어려워요. 개인적으로

2010년 전후로 다양한 소규모 가구 제

말 중요합니다. 아주 미세한 감각의 차

나무는 비틀리고 틀어지더라도 그런 변형을 그대

작 스튜디오가 많아졌습니다. 이들을

이인데, 어떻게 비례를 찾나요?

로 느끼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실제 내촌목공소

어떻게 보고 있나요? 또 이들에게 10년

과장해서 말하자면 디자이너가 가구에서 보여줄

가구도 변형이 있습니다. 우리는 완전히 건조된

은 앞선 선배로서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수 있는 건 비례와 면 분할이 전부라고 봐요. 구

목재가 다시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했을 때 변형

면요?

현하고 싶은 건 극단적인 절제와 이상적인 비례

되는 확률을 수치화합니다. 장마철에 나무는 4%

사회적으로 좋은 현상이라고 봐요. 원목으로 가

죠. 자연스러운 균형을 이루는 비례를 찾으려고

팽창해요. 이 말은 길이 1m 테이블이 1m 4cm가

구를 만드는 소규모 스튜디오가 늘어난 건, 이제

해요. 이것이 사람의 눈을 가장 즐겁게 하는 요소

된다는 뜻입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표리일체한 재료를 쓴다는 뜻입니다. 한때 한국

니까요. 디자인했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지 않

야기해야 합니다. 이런 데이터와 많은 경험을 바

에 MDF에 무늬목을 덧입혀 겉과 속이 다른 가구

아요. 의도성이 느껴지는 디자인은 개입이 있다

탕으로 가구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를 만들던, 표리부동한 시절이 있었어요. MDF면

는 뜻이니까요. 물건 자체로 자존감이 있어야 좋

내촌목공소 가구는 테이블이 600~800

MDF로 보이는 게 자연스럽고 건강한 사회가 아

은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만 원대, 의자가 200만 원대일 정도로 일

닐까 싶어요. 무늬목으로 덧씌운 가짜 물건을 일

오랫동안 나무라는 재료를 가까이하고

반인이 구입하기에는 상당히 고가입니

반적으로 사용하는 건 옳지 않은 사회의 징후라

있습니다. 금속, 도자, 플라스틱 같은

다. 가격을 정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고 봤어요. 내가 목수의 삶을 조금 빨리 시작해

재료와는 다른 나무의 특성은 무엇이 있

우리 사회는 남의 피를 빨아먹는 구조로 되어 있

자리 잡은 점이 미약하게나마 사회에 기여했다고

을까요?

어요. 2015년 최저 임금이 5580원이에요. 경기도

느끼는 부분이에요. 걱정되는 부분도 분명 있죠.

나무는 굉장히 쉬운 재료이면서 객관적이지 않은

에 있는 가구 공장에 가면 비정규직도 아닌 동남

한국 사회에는 아직 원목 가구 수요가 그만큼 없

재료입니다. 나무로 얼마만큼 정교하게 만드느

아에서 온 일용직 노동자들이 가구를 만들고 있

는데, 북미산 활엽수 단가도 만만치 않을 텐데 밥

냐는 또 다른 문제죠. 나무로 침대를 만들면 부

습니다. 한국의 중소기업 제조업체에서 정규직 직

은 먹고사는지 염려가 돼요. 만감이 교차하죠.

러지지 않지만, 유리나 도자기로 침대를 만드는

원이 가구를 만들려면 상당한 수준의 매출이 없

대학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디자이너를 배출하

건 불가능에 가까워요. 나무가 어려운 점은 딱

이는 월급을 제때 줄 수 없어요. 우리 사회는 이

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과도하게 많은 수의 디

하나예요. 환경과 기온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

미 비상식적인 노동 형태에 익숙해진 거예요. 내촌

자이너를 무작정 내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들

문에 변형되고 뒤틀림이 있다는 것이죠. 이를 어

목공소는 나무 재료값만 몇 백만 원이 듭니다. 또

을 모두 수용할 만한 사회구조가 아직 마련되어

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금속, 플라스틱

정상적으로 안정화된 고용을 통해서 만든 좋은

있지 않은데 말이죠. 이건 개인적인 역량을 떠나

같은 재료는 무기물이고 나무는 유기물입니다.

물건입니다. 이를 아주 적합한 가격에 공급하고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있는 거예요. 10만 개씩 팔리는 공업 제품이 아닌

내촌목공소의 목표는 좋은 물

이상 가격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내촌목공소는

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1 의자, 호도나무

좋은 물건을 만들면서 회사까지 운영하기 위한

물건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

옛날 초등학교에 가면 있을 법한 디자인의

적정 선에서 가격을 정합니다.

나요?

의자다. 장식과 치장이 전혀 없다. 나무 느낌을 그대로 살려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가구

최근 전문적으로 목수의 길을 걷고자 하

윤오영의 <방망이 깎던 노인>이란 수필이 있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

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취미로 목공

요. 빨리 해달라는 주문자의 재촉에도 노인은 묵

을 배우는 분도 많고요. 목수에게 필요

묵하게 자기 마음에 드는 방망이로 다듬어질 때

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까지 성실하게 작업하죠. 그렇게 만든 물건은 좋

2 엘리먼트(Element) 고비, 탄화목 2013년 1월 서울옥션에서 열린 개인전 <엘리먼트>에서 선보인 작업. 너도밤나무를 쪄서 수분을 모조리 제거한 탄화목으로 만든

목재를 재단하고 붙이는 일은 어렵지 않아요. 1

을 수밖에 없어요. 물론 그런 물건은 좋은 사회

가구다. 탄화목은 발화점 직전, 그러니까 숯이

년이면 누구나 잘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사회적으

시스템에서 나와야 해요. 만드는 사람에게 충분

조선 목가구를 재해석한 검은색 나무 가구에서

로 목수라는 직업이 환상으로 부풀려져 있습니

한 대가가 지불되고, 또 제작자는 그에 상응하는

강인한 절제가 느껴진다. 사진 이봉철

다. 목수로서 어떻게 삶을 지속할 것인지, 또한

도덕심을 물건에 반영해야 합니다. 이를 단지 마

세상이 어떤 물건을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 깊이

음만이 아니라 숙련된 기술로 구현해야 하죠. 기

되기 직전의 온도를 유지하며 태운 나무다.

3 사개맞춤 테이블, 참나무 한국 전통 건축에서 기둥에 들보를 결구하는 가장 기본 방식이 사개맞춤이다. 한옥에서는

고민해야 합니다. 건축을 하면서 최근에 알게 된

술이 아무리 좋아도 후딱후딱 날림으로 만드는

사개맞춤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중요하게 여길

사실인데 타일공, 미장공, 조적공 중에 젊은 사람

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완성도를 높여야

이 하나도 없어요. 환갑 아래로는 기능공이 없어

합니다. 이런 전반적인 조건이 맞물릴 때 좋은 물

서 이들의 대가 끊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될

건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정도. 못을 쓰지 않고 맞추는 이 이음법을 사용해 만든 테이블. 조선 시대 간결한 비례미를 재해석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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