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201710 book in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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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은 창의를 부른다

1도 인쇄 디자인

적은 예산으로 인쇄물을 디자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종이, 제본 등 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이때 대다수의 디자이너는 1도 인쇄를 제안할 것이다. 한 가지 색을 사용한다는 것은 제약이 될 수 있지만 이는 또 다른 방식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블랙 톤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만큼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180도 달라질 테니까. 형태감과 균형감, 대비 효과 등 그래픽 디자이너의 센스를 그대로 볼 수 있는 1도 인쇄 디자인을 모았다. 글·진행: 박은영, 디자인: 정명진 표지에 사용한 이미지는 그래픽 디자이너 조중현의 포스터 디자인을 일부 변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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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2015 디자인: 강구룡, www.hellogriong.com 태백시에서 열린 <태백 太白>전에 출품한 포스터다. 태백시를 주제로 표현한 포스터를 디자인하라는 것 외에는 제약 사항이 없었다. 전시의 주제를 명확히 표현하고자 태백산맥의 이미지와 '태백'이라는 글자를 결합해 한 글자씩 03

총 2장의 포스터를 만들었다. 지형의 높이를 표시할 때 사용하는 등고선을 활용했으며 태백의 뜻에 맞게 희고 큰 이미지를 글자로 표현했다.


9회 레코드폐허, 2015 디자인: 김가든(김강인, 이윤호), www.kimgarden.kr 거대한 크기의 글자 '레코드'가 작은 글자들 틈에서 튀어나온 모습을 포스터 앞뒤 면으로 표현했다. 단순히 예산 때문에 1도 인쇄를 선택했다. 4도 단면 인쇄가 가능한 예산이 책정되어 있었지만 두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양면 인쇄를 해야 했고 대신 색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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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나우 재즈 나이트(Langnau Jazz Nights), 2015 디자인: 사미라 슈노이블리(Samira Schneuwly), www.samiraschneuwly.com 디자인 기획 때부터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표현하기로 05

했다. 움직임과 모양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는 색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살이, 2016 디자인: 일상의실천(권준호, 김경철, 김어진), www.everyday-practice.com AGI의 서울 행사 ‘I Love Seoul’에 출품한 포스터다. 서울을 바로 알기 위해 1970년대부터 2016년까지 서울 거리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의 군상을 연대순으로 나열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을 넣으려 했으나 사족이 될 것 같아 과거의 인상을 드러내는 데에 집중하기 위해 무채색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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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터졌네, 2013 디자인: mykc(김기문, 김용찬), www.mykc.kr 어반북스와 커스텀멜로우가 ‘빵’을 주제로 만든 단행본 홍보용 포스터다. ‘빵 터졌다’가 07

지닌 중의적 의미를 만화책에 사용하는 그래픽적 요소(말풍선)를 차용해 디자인했다. 흑백의 만화책처럼 표현하고자 먹 1도로 인쇄했다.


탐정사전, 2014 디자인: 신덕호, www.shindokho.kr / 일러스트레이션: 이광무 <탐정사전>은 소설, 영화, 드라마, 만화 등 대중문화의 역사 속에 등장한 중요한 탐정 110명을 뽑아 해설한 책이다. 가볍지 않고 진중한 느낌을 주기 위해 양장본으로 제본했고 먹 1도로 디자인했다. 책에는 각 탐정의 도판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런 도판을 모아 포스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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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페스티벌, 2016 디자인: 오디너리피플(강진, 서정민, 안세용, 이재하, 백승미), www.ordinarypeople.kr 행사 주제인 ‘헤테로토피아’의 개념을 공간, 병렬, 중첩 세 가지로 축약하고 이 세 개념을 그래픽으로 활용해 입체적으로 인식되도록 했다. 이 개념에서 색은 역할이 없어서 먹 1도로 인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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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Junk), 2016 디자인: 스테판 휘를레만(Stefan H rlemann), www.stefanh.ch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폰트 디자인에 대한 심리를 표현한 것이다. 11

휴지통에 던져버리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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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레코드페어, 2014-2017 디자인: 이재민 스튜디오fnt 공동대표, www.leejaemin.net 서울레코드페어 1회부터 검은색인 레코드를 모티브로 한 패턴으로 포스터를 디자인해 이를 접하면 ‘올해도 서울레코드페어가 돌아왔구나’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예산이 풍족한 행사가 13

아니기 때문에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단색을 사용했다.


울리크 헬토프트 작품집, 2016 디자인: 클라우스 두(Claus Due), www.studioclausdue.dk / 비주얼 콘셉트: 스튜디오 클라우스 두 & 울리크 헬토프트(Ulrik Heltoft) 비디오 아티스트 울리크 헬토프트의 작품을 책 형태로 만든 것이다. 작가의 작품이 흑백이었기에 고민 없이 먹 1도로 인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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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 지식의 숲을 거닐다, 2014 디자인: 정진열 텍스트 대표, www.therewhere.com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포스터다. 전시 제목에 쓰인 ‘숲’을 직접적으로 15

표현하고자 글자 안에 숲의 이미지를 넣고 먹 1도로 인쇄했다.


파워, 포스, 에너지, 2014 디자인: 조중현, www.joonghyuncho.com 우주의 한 부분인 계(system)와의 상호작용을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건조한 표현이 우주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먹 1도로 인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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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번 보고 싶다(I Like To Watch Too), 2011 디자인: 팀 서스데이(Team Thursday), www.teamthursday.com 컨템퍼러리 댄스 & 퍼포먼스 페스티벌의 포스터 디자인이다. 17

신체의 움직임을 여러 각도로 촬영해 패턴으로 디자인했는데, 마치 카무플라주 같다. 무늬를 강조하기 위해 먹 1도로 인쇄했다.


2월 호스무브 프로젝트 스페이스(HMPS February), 2008 디자인: 미힐 슈우르만(Michiel Schuurman), www.michielschuurman.com 복사 가게의 관리자로 일하던 디자이너는 고객을 위해 매일 흑백 인쇄 기계를 만지다 보니 전문가가 되었다. 이 전문 지식은 포스터, 리플릿 등을 디자인할 때 유용하게 사용됐고 저렴한 인쇄 비용으로 클라이언트에게도 반응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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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Migraine), 2016 디자인: 톰 애플턴(Tom Appleton), www.tomappletondesign.com 미국 가수 트웬티 원 파일러츠(Twenty One Pilots)의 노래 ‘편두통’의 가사를 이미지로 표현한 포스터다. 편두통을 자주 겪는 디자이너의 경험을 이미지화한 것이기도 하다. 편두통으로 고통받을 때 19

느끼는 어둡고 흐릿함, 눈앞에 뿌옇게 보이는 흰색의 무언가를 점으로 표현했다.


이클립스(Eclipse), 2014 디자인: 김대웅 코우너스 공동대표, www.corners.kr 화가 정성윤의 개인전 포스터다. 전시 제목인 ‘이클립스(일식, 월식)’ 현상을 글자와 그림자로 표현했다. 포스터를 의뢰받았을 때 색을 사용하지 않는 게 작품과 어울릴 것 같다는 작가의 의견이 있었고, 그림자만으로도 형태를 알아볼 수 있게 디자인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고민 없이 먹 1도로 인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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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스 부정선거 도감, 2015 디자인: 조현열 헤이조 대표, www.heyheyjoe.com / 일러스트레이션: 최보연 한국의 어두운 부정선거사에 관한 이야기로 투박한 디자인을 21

의도했다. 두꺼운 고딕 서체, 양 끝 맞추기 정렬, 중질지, 그리고 먹 1도. 화려하거나 세련되지 않은 투박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내공 갖춘 디자이너가 전하는 1도 인쇄 노하우

1도 인쇄는 별색 인쇄만큼 까다롭다. 잉크의 농도나 종이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하고, 형태적으로 어색한 것은 여실히 눈에 띈다. 어찌 보면 내공을 갖춘 디자이너만이 과감하게 1도 인쇄를 선택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겪은 디자이너의 실수담과 디자인 노하우에 대해 물었다. 정리: 박은영

1도 인쇄는 단순하고 대비가 큰

색이 내용과 목적에 잘 어울리는지,

이미지에 효과적이다. 색상보다 명확한

의도한 톤을 잘 전달해줄지를 고민한다.

형태를 보여줄 때 사용한다. 다만

1도 인쇄를 할 때 물성 자체에 대해

단조로울 수 있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데, 종이(혹은

표현 대상을 극대화하거나 경계를

디자인이 담길 어떤 매체)와 잉크와의

명확히 나누는 편이다. 1도 인쇄 시 먹을

적합성에 대해 특히 신경 쓴다.

가장 선호하는데, 이는 검은색이 모든

잉크의 농도나 종이의 질감에 신경

인쇄소의 조색 기술 여부가 인쇄

색을 머금고 있기에 무한한 상상을 하게

쓴다. 종이 질감을 드러내어 잉크가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인쇄소와

만들기 때문이다.

살짝 흩뿌려진 것처럼 인쇄할 수도 있고

디자이너의 소통이 중요하다.

– 강구룡 그래픽 디자이너

종이 색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매트하게

– 김기문 mykc 공동대표

덮어버릴 수도 있다. 1도 인쇄는 이 결정에 따라 포스터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1도 인쇄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 외의 것(단조로운 인상)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브로슈어, 리플릿 등 책 형태를 띠는

– 김강인 김가든 공동대표

한 가지 색을 사용하기 때문에 색의

매체를 제작할 때 먹으로 꽉 찬 배경을

톤이나 선의 굵기, 모양을 구성하는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때 재단이나

작은 부분에 신경 써야 한다.

접지 과정에서 먹이 다른 페이지에

– 김대웅 코우너스 공동대표

묻어 고생한 적이 있다. 이후 책 형태의 매체를 제작할 때는 인쇄 시간을 여유롭게 두고 잘 마르는 종이를

기초 레이아웃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선택하며 꼼꼼히 신경 써주는 인쇄소를

편이다. 먹 1도로만 작업하는 경우에는

찾는다.

약간의 어색함도 쉽게 눈에 띄기

– 서정민 오디너리피플 공동대표

때문에 형태적으로 균형이 잘 맞는지를 신중하게 생각한다. 강한 구조 혹은 어떠한 형식을 갖춰야 할 때는 굳이 화려한 색상을 쓰지 않아도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신덕호 그래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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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인쇄는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색상은 디자이너의 유용한 도구

검정은 홀대받는다. 검은색은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중 하나다. 하지만 나는 흑백을

외면당하고 화려한 색의 옷을

반면 세부적으로 명암을 처리해야

선호하는데, 이는 색보다 형태에

입혀달라는 요구가 있기도 하다.

하기에 까다롭다. 따라서 디자인

집중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어두운

때론 이 홀대에 반항하고 싶어 검정에

초반에 주제를 어떻게 전달할지 분명히

영역을 추가하거나 제거해 분위기를

집착할 때도 있다. 옷을 입지 않은

해야 한다.

조절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물론

벗은 몸 자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 일상의실천

흑백만 사용하면 한계가 있다. 색상이

믿음이 있다.

없는 디자인은 개성을 더하거나

– 조현열 헤이조 대표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 톰 애플턴 그래픽 디자이너

한 가지 색상만 사용하는 경우 아이디어나

먹 1도 인쇄는 형태만으로 의미와

발상이 이해하기 쉽고 명징한 것이 좋다.

감정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기도

단순하고 볼드한 것이 화려한 것보다

하지만 색 선택에 대한 고민을

더 강렬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덜어주기도 한다.

넓은 영역에 인쇄하는 경우 농도에 따라

– 스테판 휘를레만 그래픽 &

얼룩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 이재민 스튜디오fnt 공동대표

1도 인쇄를 주로 하다 보니 지금은 이것이 나의 경쟁력이 되었다. 흑백의 대조와 구성에 신경을 많이 쓴다. – 미힐 슈우르만 그래픽 & 텍스타일 디자이너

디자인할 때 컬러는 고려하지 않는 편이다. 흑백으로 시작하며 후에 이를 보충하기 위해 컬러를 고민한다. 먹 1도 인쇄는 괜히 어려워 보이고

타이포그래피나 이미지의 기본적인

1도 인쇄 디자인은 밋밋해 보일 수 있어

친절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형태감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우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하지만

엄격하면서도 단단해 보이기도 하다.

흑백으로 디자인할 때 윤곽이 분명하게

카무플라주같이 복잡한 무늬에는

– 클라우스 두 그래픽 디자이너

드러나는 것은 나중에 색을 입혀도

효과적이다.

흔들림 없이 완성도가 높다. 1도 인쇄

– 루스 판에스(Loes van Esch)

시 인쇄소와 사전에 충분히 의견을

& 시모너 트륌(Simone Trum) 팀

교환하지 않으면 인쇄압,

서스데이 대표

종이 결에 따라 들뜨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사진을 다루는 흑백 작업은 실제로 은 별색, 회색 별색, 4도 별색 등을 함께 쓰는 경우가 많고 순수 1도 인쇄의 경우에는 사전에 이미지의 명암과 톤을 맞추는 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23

– 정진열 텍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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