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_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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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44 2015/6 www.monthlydesign.co.kr

Editor’s Letter 016 사라지면 안되냐고? 사라지면 안될 것은 없지만

Visual Essay 020 한국의 유행 vs. 마크 로스코 People

Design is

022 2015 광주 국제 디자인 비엔날레 총감독

018 청색 기술로 ‘지속 가능한 아시아’를

023 제3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취임한

디자인하다

120p

최경란 이근

023 앤디어워드 학생 부문 대상 수상한

최성록 Interview

024 러쉬 공동창립자이자 제품 개발자,

로웨나 버드 Star Review

026 애플의 애플워치,

휘트니 뮤지엄 오브 아메리칸 아트 MI

028

News Zoom In

050 하버드-옌칭 도서관이 아카이브했다,

남북한동시입장 기원 국기디자인

054 전시로 읽는 루이 비통의 패션 오디세이,

루이 비통 시리즈 2 Open Studio

056 월간 <디자인>과 함께하는

오픈스튜디오, JTBC Design Class

058 월간 <디자인>과 함께하는

디자인 클래스,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 디자인 특강

DDP Design Shop 일상에서 자연의 감성을 060

DESIGN 004

전달하는 디자이너,

데일리라이프랩 정승빈


Vol.444 2015/6 www.monthlydesign.co.kr

Design Promotion

Special Feature 072

슈퍼 디자이너가 주목한 떠오르는 디자이너 5인

Project

126 IoT 시대의 신패러다임을 제시하다, 2015 삼성전자

162 박물관 전시 디자인의

좌표를 세우다,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백서 <전시=기획 × 디자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 전시

074 피트 헤인 에이크가 추천한

132 자동차가 가장 빛나는 자리를 위해,

아트포인트

165 자동차 브랜드 플랫폼의 미래를 보다,

2015 서울모터쇼 쌍용자동차관

신진 디자이너 플로리스 우벤

080 론 아라드가 추천한

신진 디자이너 로 에지

086 줄리오 카펠리니가 추천한

Report

092 나가오카 겐메이가 추천한

136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 다음으로 잘 만드는 것,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현대 모터스튜디오 디지털

신진 디자이너 마테오 초르체노니 신진 디자이너 이가라시 히토미

098 스테판 사그마이스터가 추천한 신진 디자이너 리하르트 테 104 슈퍼 디자이너 & 신진 디자이너 Q&A Design Event

168 모더니즘을 향한 반항

– 포스트모더니즘 의자

프로덕트 디자인 Inspirational Book Focus

174 현대카드

156 세계의 여러 도시를 아이콘으로 표현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찾은

영감의 책, 희귀본 컬렉션

176

Information

아이콘유 프로젝트

158 도시 재생의 그림자,

106 전세계 디자인의 신기류를 살피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논하다,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포럼

2015 밀라노 디자인 위크 리뷰

Design Culture

153p

DESIGN 006


Vol.444 2015/6 www.monthlydesign.co.kr

Editor’s Letter

Design Class

Focus

016 Yes, sometimes

058 Monthly Design Lecture Series,

156 The World’s Cities As Icons

displacement happens, But…

Hongik University Sejong Campus

- ICONUU: Iconize you yourself

158 The Shadows of Rejuvenating Design is

DDP Design Shop

a Neighborhood,

018 Designing a ‘Sustainable

060 Nature in the Everyday,

Talking Gentrification,

Takeout Drawing, Hannam Forum

Asia’ Through Green Technology Visual Essay

020 Korean Fad vs. Mark Rothko People

Daily Life Lab Seungbin Jeong Special Feature

Project

072 Super Designers recommend

162 New Direction in Museum

5 Rising Stars to Watch

Curating Design, National Folk

074 Piet Hein Eeek recommends

Museum Special Exhibition Report

<Exhibition=Planning x Design>

022 2015 Gwangju International

Design Biennial Chief Director,

080 Ron Arad recommends Raw Edges

165 The Future of the Automobile

Kyung-ran Choi

086 Giulio Cappellini recommends

Brand Platform,

023 The 3rd Seoul Design Foundation

Hyundai Motorstudio Digital

092 Kenmei Nagaoka recommends

Director, Keun LEE

Floris Wubben

Matteo Zorzenoni

023 The 2015 ANDY Awards

098 Stefan Sagmeister recommends

168 Rebelling Against Modernism

Sungrok Choi Student Winner Interview

024 Lush Co-Founder And Product

Richard The

174 Hyundai Card Design Library

Inspiring Books, Rare Books

176

Information

106 Scanning the World’s Design

026 AppleWatch, Whitney Museum of

Mirages, 2015 Milan Design

American Art MI

Week Review

028

News

Design Promotion 126 Paradigm Shift with the IoT Era,

Zoom In

2015 Samsung Electronics

050 Harvard-Yenching Library Archive,

Milan Design Week Show

Flag Design for North and

132 Where the Automobile Shines

South Korean Delegates

Brightest, Artpoint 2015 Seoul

Motor Show Ssangyong Pavilion

- Louis Vuitton Series 2

– Past, Present, Future

Report 136 What Car Companies Can Make

Open Studio

Best Beside The Cars, Global

Automobile Brands Product Design

056 Monthly Design Open Studio, JTBC

Inspirational Book

Q&A Design Event

054 Fashion Odyssey Exhibition

- Post-modern Chairs

104 Super Designer & Rising Designer

Inventor, Rowena Bird Star Review

Design Culture

Hitomi Igarashi

DESIGN 008

114p


디지털매거진으로 만나는 월간 <디자인> 월간 <디자인> 디지털 매거진을 모바일과 태블릿 PC로 만나보세요. 디자인 프로젝트, 국내·외 슈퍼 디자이너와 그들의 철학, 지금 뜨는 디자인 이슈와 트렌드를 담은 월간 <디자인>의 대표 기사를 매달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매월 초 발행되며, 종이 매거진의 30%가 무료 서비스됩니다. 디자인하우스에서 발행하는 자매지 <행복이 가득한 집> <마이웨딩> <맘앤앙팡> <럭셔리> <맨즈헬스>도 함께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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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피트 헤인 에이크 Piet Hein Eek

론 아라드 Ron Arad

나가오카 겐메이 Kenmei Nagaoka

줄리오 카펠리니 Giulio Cappellini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Stefan Sagmeister

Super Designers Recommend

5

Rising Stars to Watch DESIGN 072


플로리스 우벤 Floris Wubben

로 에지 Raw Edges

이가라시 히토미 Hitomi Igarashi

마테오 초르체노니 Matteo Zorzenoni

리하르트 테 Richard The

슈퍼 디자이너가 주목한 떠오르는 디자이너 5인 디자이너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혁신과 크리에이티브가 강조되는 업계 특성상 자로 잰 듯한 기준으로 주목도 순위를 가늠할 순 없다. 저마다 개성이 공존하는 다양성이야말로 디자인의 무궁무진한 원천인 이유로 ‘요즘 잘하는 디자이너’라는 수식어 또한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누구도 부정 못 하는 이 시대 최고의 디자이너에게 요즘 눈여겨보는 떠오르는 디자이너를 물었다. 여기, 론 아라드(Ron Arad), 줄리오 카펠리니(Giulio Cappellini), 나가오카 겐메이(Kenmei Nagaoka), 피트 헤인 에이크(Piet Hein Eek),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가 월간 <디자인>에 귀띔해준 신진 디자이너 5명을 소개한다. 10명의 선신진 디자이너가 내린 ‘좋은 디자인’에 대한 저마다의 정의도 들어 봤다. 기획ㆍ담당: 김은아 기자 DESIGN 073


피트 헤인 에이크가 추천한 신진 디자이너 플로리스 우벤

자연과 재료를 실험하는 발명가 플로리스 우벤 Floris Wubben 1983년생. 벨기에 토머스 모어 대학에서 가구 디자인과 실내 디자인을 전공한 뒤 2009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스튜디오를 열었다. 세라믹 점토와 같은 천연 재료에 최소한의 손길을 가해 기능적인 오브제로 탈바꿈시키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직접 만든 기계로 압력을 가해 제작한 세라믹 화병과 새 둥지에서 영감을 받은 벤치, 나뭇가지를 갈라 만든 스탠딩 조명 등이 대표작이다. 이스라엘 홀론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Holon), 뉴욕 아트 디자인 박물관 (Museum of Arts and Design New York), 네덜란드 덴보스의 노르드브라반트 국립 미술관 (Noordbrabants Museum Den Bosch) 등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일부는 영구 소장됐다. 그의 작품들은 젊은 예술가를 위한 독일 국제 공모전 탈렌테 2014와 벨기에 에코 디자인 어워드2007에서 각각 최고상을 받았다. www.floriswubben.nl

Good Design is “좋은 디자인은 천재적인 아이디어에

최소한의 터치로 완성된다.”

흔히 더치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 디자

란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피트 헤인

이기 전에 실험하는 발명가의 면모가 두드러지는

인의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합리성이라고

에이크가 좋은 본보기가 된다. 그가 2년 전 더치

그의 성향이 드러난다. 플로리스 우벤의 방향성

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 디자이너는 제2차 세

디자인 위크에서 한 젊은 디자이너를 만나 온몸

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초기작은 프레스트

계대전 이후 사회 재건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에 전율을 느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예술적 교

프로젝트(Pressed Project)다. 늘 디자인의 결과

했다. 효율적인 사회 건설을 위해 디자인을 중요

감을 나눴다. 바로 플로리스 우벤이었다. 스튜

물 이면의 ‘과정’에 더 매료된 그는 작업 과정을 좌

한 인프라로 인식한 정부 기관과 산업 주체가 디

디오 플로리스 우벤의 홈페이지에는 작품 사진보

우하는 주체인 기계를 직접 만들기에 이르렀다.

자이너를 컨설턴트로 모신 결과, 수준 높은 미

다 각 작업 과정을 담은 세련된 비디오 영상이 먼

전기가 필요 없이 말 그대로 재료를 지그시 누르

적ㆍ산업적 성취와 함께 디자이너의 지위와 사회

저 보인다. 영상 속의 그는 사다리에 올라가 커다

는 단순한 작동 원리의 기계를 고안한 것. 말랑말

적 책임도 막중해졌다. 1990년대 초 일찍이 친

란 망치로 점토를 내리치고 투명 고글을 쓰고 가

랑한 세라믹 점토를 기계의 평평한 면에 놓고 대

환경을 모티브로 폐목을 짜깁기한 스크랩우드

스 토치로 열을 가하거나 나사를 돌려가며 프레

략 형태를 잡아주는 나무 몰드를 얹은 뒤 압착한

(Scrapwood) 시리즈를 선보인 장본인이자 네덜

스 기계의 구조를 조금씩 변형시킨다. 디자이너

다. 몰드 안팎의 점토는 키가 자라듯 솟아오르

DESIGN 074


“플로리스 우벤은 유행하는 것과 정반대의 작업을 한다. 콘셉추얼한 사회적 이슈 대신 로 테크놀로지로 구동하는 기계를 직접 만들어 물건을 찍어낸다. 어떠한 연유에서건 주류와 대립각을 세운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_피트 헤인 에이크

피트 헤인 에이크 Piet Hein Eek 1967년생.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국내에서도 확고한 마니아층을 거느린 스타 디자이너.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1993년 1만m2 에 이르는 공장 부지를 매입해 기획, 생산, 배급, 판매를 스스로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춘 스튜디오를 차렸고 폐목을 짜깁기해 만든 스크랩우드(Scrap Wood)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미래지향적인 소재와 디자인보다 오래된 건물을 연구하고 재건축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다. 오는 9월 벨기에 브뤼셀의 로베르토 폴로(Roberto Polo)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준비를 앞두고 있다. 폐기되는 재료 고유의 가치를 최고점으로 끌어올린 조각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두고 그는 ‘이제껏 선보인 재활용품 디자인의 결정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www.pietheineek.nl

Good Design is “좋은 디자인이라면 모름지기

세상이나 개인의 삶의 질을 어느 정도 개선시켜야 한다. 누군가 그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고 즐기는 순간 그 가치는 이미 발현된 것이다.

고 그 부분이 꽃병 혹은 콘테이너의 벽면이 된다.

갈아가며 망치질한 용기 프로젝트(hammered

즐긴다. 현재 그는 프레스트 프로젝트 XL라는

재료를 다른 비율로 섞고 변형 시키는 과정에서

bowls), 그리고 가스 토치를 태양 삼아 구형의

작업을 위한 기계를 제작하고 있다. 특대형이라

자연스럽게 새로운 의도나 용도가 더해진다. 그

도자 표면을 갉아 만든 조명 ‘글로브(globe)’의

는 표현대로 길이 5m, 무게 2000kg에 달하는 거

는 “특히 세라믹은 최종적으로 굽기까지는 형상

작업 과정을 관중 앞에서 시연해 호응을 얻았다.

대한 압출 가공 기계를 만들어 대형 세라믹 가구

을 가늠할 수 없기에 가마를 여는 매 순간이 보물

‘자연’ 또한 끊임없이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

를 만들 예정이다. 기능과 형태 중 어떤 것이 우선

을 발견하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지난 2015 밀

다. 자연이 직접 쌓아 올린 건축물인 새 둥지에서

하느냐는 고전적인 질문에 그는 ‘당연히 형태’라

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선보인 로 테크 크래프트

영감을 받은 ‘이어리 벤치(Eyrie Bench)’, 나무껍

고 답한다. 예측 불가한 형태를 궁극적인 목표로

(Low Tech Crafts)는 그가 지난 2년간 어떤 작

질을 사과 껍질 깎듯 돌돌 감은 형상으로 표현한

작업하는 이 실험 정신 충만한 디자이너에게 기능

업을 해왔는지를 개괄적으로 보여준 전시였다.

조명 ‘스트립트(Stripped)’처럼 최소한의 조율을

은 추가적인 요소일 뿐이다. 어쩌면 그에게 기능

그의 시그너처라고 할 수 있는 프레스트 프로젝

거쳐 자연에 내재된 근사한 구조적 디자인을 살

은 오히려 상상력에 제약을 주는 요소인지도 모

트와, 멘토이자 동료인 피트 헤인 에이크와 번

리면서도 기능을 갖춘 오브제로 변모시키는 것을

른다. 글: 김은아 기자

DESIGN 075


1

1 2014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둥지 모양의 이어리 벤치(Eyrie Bench).

2 세라믹과 에폭시 점토를 활용해 여러 가지 형태의 꽃병을 다양한 질감으로 나타낸 프레스트 프로젝트(Pressed Project)의 세라믹 꽃병(Ceramic vases).

DESIGN 076


2

DESIGN 077


1

2

3

DESIGN 078


5 1 버드나무 목재를 뒤집은 것으로, 나뭇가지를 가르고 꼬아 말린 의자 업사이드 다운(Upside down).

2 피트 헤인 에이크와 함께 설계한 기계에 망치를 번갈아 내려쳐서 만드는 망치질한 용기(Hammered bowls) 작업 장면. 두드리는 힘의 세기가 달라 모든 용기는 저마다 다른 형태를 띈다.

3, 5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의 원리에서 영감을 받은 조명 글로벌 프로젝트(Globe Project)를 만든 작업툴. 가스 버너의 불꽃을 태양 삼아 도자로 된 구형 오브제 표면을 깎아 고르지 못한 표면을 연출했다.

4 나뭇가지 하나를 셋으로 가르고, 나무 껍질을 나선형으로 꼬아서 만든 스탠딩 조명 스트립트(Stripped).

4

DESIGN 079


론 아라드가 추천하는 신진 디자이너 로 에지

마법 같은 연출력 선보이는 디자인 듀오 로 에지 Raw Edges 1976년생. 동갑내기 부부 디자이너 야엘 메르(Yael Mer)와 샤이 알칼라이(Shay Alkalay)로 구성된 디자인 듀오.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만나 2007년 런던에 스튜디오를 차렸다. 영국문화원 탤런트 어워드(The British Council Talented Award), iF 디자인 어워드 금상, 더치 디자인 어워드,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 2008~2009 엘르 데커레이션 국제 어워드 최고 가구상을 비롯해 2009년에는 디자인 마이애미/바젤 미래 디자이너 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이들의 작품은 뉴욕 MoMA를 비롯해 홀론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Holon), 시카고 현대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박물관(The Israel Museum, Jerusalem)등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주요 클라이언트로는 카펠리니(Cappellini), 이스터블리시트&선즈(Established & Sons), 모로소(Moroso), 스텔라 맥카트니, 루이비통 등이 있다. www.raw-edges.com

Good Design is “현대사회에서 좋은 디자인에 대한

정의는 단답형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어떤 이에게는 좋은 디자인일지라도 또 다른 이에게는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디자이너 론 아라드에게 젊은 디자이너를 추천해

는 될 성싶은 친구들을 골라내어 반드시 취업 불

고 나가는 계기가 됐다. 장난기 넘치는 천재적 상

달라고 부탁했을 때 그의 입에서 로 에지라는 답

가능하게 만들어놓는다’는 것. 이게 무슨 뜻 일

상력 이면에는 반드시 진지한 고민과 실험 끝에

이 나오는 데는 채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가장자

까? 학교에 다니는 2년 동안 학생들은 교수의 지

녹여낸 원리가 있었고 그들은 적극적으로 자체

리 마감을 있는 그대로 살리는 특유의 작업 방식

지 아래 온갖 요상한 프로젝트를 진행 하고 개성

전시를 선보이며 그들만의 입지를 다져갔다. 8년

에서 이름을 따온 로 에지는 이스라엘에서 온 부

이 듬뿍 담긴 포트폴리오를 안고 졸업한다. 그런

차에 접어든 비교적 신생 스튜디오가 150년 역사

부 디자이너 야엘 메르(Yael Mer)와 샤이 알칼라

포트폴리오로 일반 회사에 취직하기는 어렵다는

를 지닌 루이 비통의 가구 컬렉션을 제작한다는

이(Shay Alkalay)가 결성한 디자인 스튜디오다.

말이다. 쓰레기봉투로 곰 인형을 만든 샤이와 치

건 분명 평범한 기회는 아닐 것이다. 듀오는 지붕

영국왕립학교(RCA) 진학을 위해 영국에 왔다가

마를 고무보트로 부풀릴 수 있는 위기 탈출용 드

타일이나 마룻바닥, 헤링본 능직 등 기존의 무늬

결국 런던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의 교수였던 당

레스를 만든 메르도 졸업 후 수년간 구직난을 겼

가 있는 재료에 변형을 가해 전혀 새로운 결과를

시 RCA 디자인 학장 론 아라드가 우스갯소리로,

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제약은 취업

구현하는 실험을 즐긴다. 2015년 런던 디자인 뮤

그러나 자랑스럽게 하는 말이 있단다. 바로 ‘나

의 문을 좁혔다기보다 스스로 문을 만들어 박차

지엄이 올해의 가구 디자인으로 선정한 로 에지의

DESIGN 080


“로 에지는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성과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실행력까지 겸비했다.”_론 아라드

론 아라드 Ron Arad 1951년생. 이스라엘 텔아비브 출신으로 런던 AA 스쿨(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에서 건축을 전공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이며 1997년부터 12년간 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프로덕트 디자인과 학장을 맡기도 했다. 1981년 고물상에서 영국 자동차 회사 로버의 자동차 시트를 가져와 양쪽에 철 파이프를 단 로버 의자(Rover chair)로 이름을 알리며 일약 포스트모더니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1989년 건축과 디자인 회사 론 아라드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한 이래 비트라, 카르텔 등 유명 가구 회사와 협업했으며 텔아비브의 바우하우스 뮤지엄(Bauhaus Tel-Aviv Museum)과 이스라엘 홀론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Holon)등의 건축도 맡았다. 요즘은 그가 론칭한 안경 브랜드 pq의 신제품 개발과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호텔에 세울 대형 철제 조형물, 텔아비브의 병원 건물 디자인에 집중하고 있다. www.ronarad.co.uk

Good Design is “추구하는 목적에 가장 가까이

도달하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즉 최대한 무게가 가벼운 의자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초경량 의자가 가장 좋은 디자인일 것이다.”

엔드그레인(Endgrain) 시리즈는 이러한 시도를

회 루이 비통 전시에서 주목받은 접이식 안락의자

리에 집중하는 것이 강점이자 앞으로도 추구할

고스란히 반영한다. 수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발

또한 아코디언의 일종인 콘서티나(Concertina)

지향점이다. “세상에는 매우 기발한 디자인과 아

견한 이 기법은 나무가 결을 따라 물과 무기물을

의 주름 부분의 원리를 변형한 것이었다. 의자에

이디어가 산재해 있지만 특정 범주만의 향유물로

실어 나르는 원리에서 착안해 통나무를 조각내

앉았을 때 충분한 안락함을 주면서도 최대한 쉽

머무는 게 늘 아쉽다”고 말하는 로 에지는 오늘

염료가 단면으로 한껏 베어들도록 했다. 2010년

게 접을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원리를 단순화한 결

도 대중을 깜짝 놀라게 할 새로운 아이디어 연구

밀라노의 스텔라 매카트니 부티크 바닥에 처음

과, 가볍고 얇은 일반 접이식 의자에서 탈피해 묵

에 한창이다. 요즘 관심사는 낯설고 독창적인 아

적용했으며 가구의 색감과 사용 수명을 최대한으

직하고 완전한 형태를 갖췄다. 이렇듯 로 에지는

이디어를 더욱 폭넓은 대중과 함께 즐기는 접점을

로 지속시키는 데 탁월한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이미 존재하는 사물 고유의 원리에서 실용성을

찾는 것. 이제 막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쌓아가기

각기 다른 선명한 색을 머금은 나무 타일은 매장

고려한 최소한의 제약을 남긴 채 그들만의 원리

시작한 이들이 선보일 다음 균형 추는 어떤 모습

의 흰 벽과 대조를 이루며 한 폭의 마법 같은 입

를 재정립해나간다. 최신 트렌드와 장식, 스타일

일지,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를 기대해봐도 좋겠

체적 공간을 연출했다. 2015 밀라노 가구 박람

링에 치중하기보다 디자인을 이끌어가는 핵심 원

다. 글: 김은아 기자

DESIGN 081


1 ©Ed Reeve

3

DESIGN 082


1 2009년 프리즈 아트 페어(Frieze Art Fair)에서 이스타블리시트 & 선즈(Established & Sons)와 협업해 선보인 바닥 공간 설치 작품 월 투 월(Wall to Wall).

2 스웨덴 패브릭 회사 카바드라트(Kvadrat)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의자 셀베지(Selvedge).

3 2015년 런던 올해의 디자인(London Designs of the Year)에 선정된 엔드그레인 벤치(Endgrain Bench).

2

DESIGN 083


1

DESIGN 084


2

1 2015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루이비통과 협업한 콘세르티나 콜렉션(Concertina Collection).

2 페르시안 앤티크 카페트 브랜드 골란(Golran)과 협업해 선보인 레이크 콜렉션(The Lake Collection). 카페트 직조 장인과 협업해 착시현상을 적용한 직조 방식을 사용했다. 한 쪽에서 보면 차분한 색상이나 거울에 비친 또 다른 면은 ©Alessandro Paderni

화려한 색감을 띈다.

3

3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모로소(Moroso)와 협업해 제작한 스툴 슈가(Sugar).

DESIGN 085


줄리오 카펠리니가 추천한 신진 디자이너 마테오 초르체노니

장인과 대중을 잇는 민주적 디자이너 마테오 초르체노니 Matteo Zorzenoni 1978년생. 베니스 대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다. 베네치아 국립 건축 대학 최연소 강사를 지냈고 비트라의 부아브쉐 워크숍에 강사로도 참여했다. 베네통 그룹의 커뮤니케이션 리서치 센터 파브리카의 컨설턴트 출신으로 동료인 하이메 아욘(Jaime Hayon)과 꾸준히 다양한 협업을 해오고 있다. 카펠리니, 메르세데스 벤츠, 알칸타라(Alcantara), 보사 세라미시(Bosa Ceramiche), 미니폼스(Miniforms) 등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재료의 한계점을 찾아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는 작업을 즐긴다. 로마 국립 현대미술관, 생테티엔 디자인 비엔날레,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www.matteozorzenoni.it

Good Design is “좋은 디자인이란 사람과 소통하는

디자인이다. 기능이나 형태, 외관이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이 단어들 사이의 행간, 그 무엇이다.”

마테오 초르체노니는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 한땀

든 조명 등 재료의 한계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그

2004년부터 굵직한 광고 작업과 인테리어 디자인

만든 공정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디자이너

에게 실력 있는 현지 장인과의 긴밀한 협업은 필

작업을 선보여왔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다. 그가 ‘이탈리아는 디자인하기 참 좋은 나라’

수다. 주목받는 신진 디자이너라는 수식어에 앞

재료를 탐구하고 실험하는 그는 여전히 젊디젊

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디

서 그는 22살에 디자인 학교를 졸업한 수재로 주

다. 2015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카펠리니와의

자인으로 둘러싸인 일상이 문화의 일부가 된 생

목받았고, 베네치아 국립 건축 대학(IUAV)에서

협업으로 선보인 안락의자 프락(Frac) 또한 새로

활 환경 이면에는 탄탄히 자리 잡은 지역 장인 문

최연소 강사로 마크 새들러(Marc Sadler),리카

운 도전이었다. 표면이 극도로 얇고 미끈한 이 의

화가 있다. 그가 나고 자란 이탈리아 북부 트레

르도 블루머(Riccardo Blumer), 데니스 산타키

자는 그가 처음 다뤄보는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비소는 도자 공예인, 금속 세공인들이 모여 사는

아라(Denis Santachiara)와 나란히 학생들을

처음 새 소재를 접했을 때의 난감함도 잠시, 이내

베니스와 매우 근접해 있고 유리 공예로 유명한

가르쳤으며 베네통 그룹이 후원하는 디자인 커

특유의 탐구적인 면모를 발휘해 몰드를 제작해

무라노 섬과도 가깝다. 콘크리트로 만든 테이블

뮤니케이션 아카데미 파브리카(Fabrica)에서 일

냈고 4개월 만에 기존 싱글 바디 디자인의 단순한

웨어, 기하학적인 유리 공예 제품, 대리석으로 만

하며 만난 디자인계 ‘절친’ 하이메 아욘과 듀오로

플라스틱 의자에서 볼 수 없던 우아함을 완성해

DESIGN 086


“초르체노니의 전문성과 재료와 제작 공정에 대한 고찰, 그리고 소비자들의 필요를 간파하는 능력이 어우러져 촉망받는 젊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한 명이 탄생했다.”_줄리오 카펠리니

줄리오 카펠리니 Giulio Cappellini 1954년생. 가구 회사 카펠리니 CEO로 밀라노 공대에서 건축과 경영을 공부하고 1979년 가업을 물려받아 37년째 회사를 운영 중이다. 1946년 설립한 카펠리니는 원래 장인의 기술을 활용해 가구를 제작하는 소규모 가구 회사였으니 줄리오 카펠리니 취임 이후 전 세계의 잠재력 있는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가구 회사로 변신했다. 1988년 재스퍼 모리슨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톰 딕슨, 마르셀 반데스, 넨도 등 200여 명의 디자이너와 가구를 만들었고 고급 가죽 브랜드 알칸타라(Alcantara) 이탈리아 욕실 브랜드 플라미니아(Flaminia)와 밀라노의 명품 핸드백 브랜드 콜롬보의 아트 디렉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cappellini.it

Good Design is “좋은 디자인이란 미적으로 아름다운

사물을 창조해낼 뿐 아니라 실용적이고 유행을 타지 않으며 당신을 미소 짓게 하고 여러 사람들을 꿈꾸게 하는 것이다.”

냈다. “이미 누가 했던 것을 내가 다시 할 필요는

다. 브랜드의 첫 컬렉션에서 선보인 초르체노니의

할 수 있었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없다”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도전, 가장 경

유리병 미스 & 미세스(Ms & Mrs)는 베니스의 오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디자인의 민주화라고 말

계하는 것은 구태”라고 초르체노니는 말한다. 그

래된 유리 불기 기법을 사용해 만든 제품으로 전

한다. 짬이 나면 고가구 시장을 둘러보는 걸 즐

는 재료뿐 아니라 디자인 제품의 유통과 판매 방

통적인 소재와 방식으로 제작했다면 값이 600유

기는 그는 옛날 사람들이 얼마나 단순한 방법으

식의 변주에도 관심이 많다. 2013년 발표한 섬싱

로 정도 나간다. 하지만 연구 끝에 기존 유리를

로 문제 해결법을 찾았으며 뛰어난 안목과 취향

굿(Something Good)은 이탈리아 디자인의 장

조금 저렴한 내열 강화 유리인 파이렉스로 대체해

까지 겸비했다는 사실에 무한한 영감을 받는다.

점을 계승하려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모인 실험적

100유로에 선보였다. 수년간 왕래해온 지역 장인

지역 장인의 진정한 가치를 존중하고 이를 소비

인 디자인 플랫폼이다. 디자이너가 창업자이자

들의 작업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디테일이나

자와 적극적으로 공유하려는 젊은 디자이너가 있

에디터 역할을 자처하며 지역 장인과의 공정한 협

가격 면에서도 현실적인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

는 이탈리아 디자인의 미래는 과연 ‘메이드 인 이

업을 추구해 좋은 품질의 디자인을 가장 합리적

고 그 결과 고품질의 수공예 제품을 합리적인 가

탈리아’의 자부심을 이어갈 만하다.

인 가격에 소비자에게 선보인다는 취지로 탄생했

격, 즉 갤러리와 일반 매장 중간쯤의 가격에 제공

글: 김은아 기자

DESIGN 087


1 ©Bosa Ceramiche

1 2011년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 Benz)와 협업해 선보인 세라믹 꽃병 콜렉션 메카노(Meccano).

2 2015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카펠리니(Cappellini)와 협업해 선보인 다용도 플라스틱 의자 프락(Frac).

3 개인 프로젝트로 만든 테이블 라이트 레이어 라이트(Layer Light).

4 위스 로잔의 키스 더 디자인(Kiss the Design) 갤러리에 한정판으로 선보인 테이블 조명 쉐이드 라이트(Shade Light).

5 유리 공예 장인 피에뜨로 비에로(Pietro Viero), 사르토리 마르미(Sartori Marmi)와

2

협업해 만든 꽃병 크리스탈 볼(Crystal 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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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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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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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1 디멘시오네 단짜(Dimensione Danza)와 협업한 테이블 조명 웜 업(Warm Up).

2 2015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조명 브랜드 MM 램파다리(MM Lampadari)와 협업한 조명 콜렉션 리프(Leaf).

3 조명 브랜드 웨이포인트(Waypoint)와 협업한 천장 조명 터비나(Turbina).

4 직접 론칭한 브랜드 썸씽 굿(Something Good)에서 선보인 사이드 테이블 코니카

4

콜렉션(Conic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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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오카 겐메이가 추천한 신진 디자이너 이가라시 히토미

자기 제작의 역사를 새로 쓴 조형 작가 이가라시 히토미 Hitomi Igarashi 1990년생. 도쿄의 타마 미술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다. 미술학도지만 우주공학 등 이과 계열 수업을 좋아했던 그는 이론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 접근법을 선호한다. 대학 재학 중이던 2012년 종이접기 형태로 나타낸 자기 작품이 제1회 렉서스 디자인 어워드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며 일본 디자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디&디파트먼트에서 주최하는 토크 이벤트에 나카오카 겐메이가 게스트로 초청 하면서 디자이너로서 교류하는 기회가 됐다. 현재는 가죽 가방을 제작하는 일본 기업에서 3년 차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디지털 실크스크린을 사용한 세밀화의 프린트에 관심을 갖고 도전 중이다. www.hitomiigarashi.com

Good Design is “소비자에게도, 생산자에게도

놀라움과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 좋은 디자인이다.”

2012년에 열린 제 1회 렉서스 디자인 어워드에서

합해가며 실험에 몰두한다. 다양한 시도 끝에 자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긴 시간 동안

22세라는 어린 나이로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며 화

기와 오리가미(종이접기)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

성형 방법은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과 틀로 찍어

제가 된 이가라시 히토미. 디 & 디파트먼트의 나

은 졸업 전시를 불과 몇 달 남겨둔 시점이었다.

내는 것 두 가지뿐이었다. 석고 틀로 찍어내는 기

가오카 겐메이는 그녀를 ‘조형 작가이자 마법사’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약간의 뒤틀림이나 흠

존의 제작 방법은 동일한 형태를 대량으로 제작

라고 소개했다. 타마 미술대학에서 제품 디자인

이 발견되는 순간 판매할 수 없는 불량품이 되

하기에는 적합하지만 안정적인 결과물을 위해서

을 전공했지만 가전이나 자동차보다 공예에 끌

고 만다. 이를 오류가 아닌 다른 가치로 인정받

는 많은 시간과 정성, 비용이 들고 한번 만들어진

렸고 제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과 디자인이 사

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거듭되는 시

틀은 디자인을 변경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

회에 끼치는 영향을 따져보는 데 더 흥미가 있었

행착오 끝에 완성한 졸업 작품 오리가미 포슬린

가라시는 여기에 주목했다. 그녀가 고안해낸 종

다. “무엇이든 경우의 수를 모두 시험해보지 않

(Origami Porcelain)은 종이를 접어 만든 틀에

이 틀은 제작비가 저렴하고 다루기도 쉬워 제작

고 답을 내기는 싫다”는 이가라시는 머리로 작품

흙물을 부어 구워낸 자기로 종이처럼 얇고 가벼

기간을 크게 단축시킨다. 여기에 접거나 잘라내

을 고민하기보다 소재를 직접 만지작거리고 조

운 질감이 특징이다. 고대 자기 제작의 역사는 약

는 가공을 더해 단순한 형태에서 다면체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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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제작 방법이나 스타일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형태의 대상에 주목하는 디자이너다. 어떤 사물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하고 난 후에야 디자인을 시작하는 그만의 프로세스가 매우 흥미롭다.” _나가오카 겐메이

나가오카 겐메이 Kenmei Nagaoka 1965년생. 롱 라이프 디자인을 추구하는 디자인 활동가. 홋카이도 출생으로 고등학교 졸업 직후 디자인 업계에 뛰어들어 실무를 경험한 그는 1990년 일본디자인센터에 입사했고 이듬해 디자이너 하라 겐야와 함께 하라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했다. 1997년 드로잉 앤드 매뉴얼(Drawing and Manual)을 세우고 2000년에는 디자인과 재활용을 융합시킨 디&디파트먼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런 실험이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 일본 굿 디자인 어워드 가와사키 가즈오 심사위원장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옷을 염색하는’ 새로운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유행이 지나 입지 않는 옷을 현재 유행 컬러로 다시 염색하는 이 프로젝트는 무지(MUJI)에서도 진행할 만큼 널리 퍼지고 있다.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 <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 <디자이너 함께하며 걷다> 등의 책을 냈고 현재 교토 조형예술대학 교수, 무사시노 미술대학 객원 교수로 있다. www.nagaokakenmei.com

Good Design is “그것이 태어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자연스러운’ 이유가 있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복잡한 형태까지 쉽게 만들 수 있다. 굽는 과정에

되고 트렌디한 디자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강

에게 전하고 그것이 오랫동안 사랑 받고, 동시에

서 종이 틀은 연소되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얇

도와 안정성, 그리고 생산성이라는 배움을 안겨

그것을 제작한 이들이 기뻐하는 것, 그 연결 고리

고 섬세한 질감을 완성시킨다. 1만여 년 동안 고

줬다. 디자인 프로세스에 있어서 그녀가 무엇보

가 탄탄하고 원활하게 순환하는 시스템을 구축

착된 정답으로 여겨온 제작 과정에서 새로운 가

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유연한 시점을 유지

하는 것이야말로 디자이너의 사명이며 자신의 궁

능성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고정관념을 깨고 자

하는 것이다. 다양한 각도로 작품을 바라보며 실

극적인 목표라고 말한다. 그녀를 주목받는 신인

기 제작의 역사를 새로 쓴 22살의 마법사가 내놓

험과 검증을 거듭해나갈 때 비로소 예상치 못한

반열에 올려놓은 오리가미 포슬린은 수많은 실

은 해답에 일본은 물론 세계가 놀랐다. 우연히 응

발견이나 표현을 마주한다고 믿는다. 다소 시간

험적 시도 중 일부를 결과물로 뽑아낸 것일 뿐이

모한 렉서스 디자인 어워드에서 파이널리스트에

이 걸릴지라도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명제와 마

다. 최근에는 디지털 실크스크린을 사용해 세밀

오른 그는 건축가 이시가미 준야의 멘토링을 받

주할 때까지 파고드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화 프린트에 도전하고 있다는 그녀가 또다시 세

아 2013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로 첫 국제 무대

없다. 이가라시 히토미에게 ‘누가 디자인했느냐’

상을 놀라게 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신고식을 치렀다. 밀라노 전시는 그녀에게 세련

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더욱 좋은 것을 대중

글: 남미혜 일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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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2 <모션 Motion> 이라는 주제 아래 개최된 렉서스 디자인 어워드 2012 파이널 리스트 수상작 오리가미 포슬린(Origami Porcelain). 종이로 만든 틀에 흙물을 넣고 그대로 구워낸 작품은 가볍고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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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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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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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2, 3 타마 미술대학 생산 디자인학과 재학시절 작업들.눈앞에 있는 소재를 계속해서 만지고 시험해 보면서 해답을 찾아가는 이가라시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엿볼 수 있는 카트러리, 가방, 다양한 소재에 종이와 석고를 입힌 개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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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사그마이스터가 추천한 신진 디자이너 리하르트 테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시각 번역자 리하르트 테 Richard The 1980년생.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사용자와의 인터랙션에 강한 UI/UX 디자이너로 2011년부터 뉴욕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MIT 미디어 랩에서 미디어 아트 & 사이언스를 공부했다. 2005년부터 사그마이스터 Inc.에서 일했으며 2009년 대학 동기 5명과 결성한 베를린 기반의 디자인 그룹 그린 아일(The Green Eyl)의 일원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실험적인 작업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 축제이자 어워드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와 런던 디자인 박물관(Design Museum London), 네덜란드 디자인 축제 익스페리멘타 디자인 암스테르담(Experimenta Design Amsterdam)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도쿄 타이프 디렉터즈 클럽(TDC) 어워즈 등 다양한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www.richardthe.com

Good Design is “좋은 디자인은 관객으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다.”

뉴욕의 디자인 스튜디오 사그마이스터 & 월쉬

법이 있을까. 기존 웹사이트의 발상에서 한참 벗

즘을 활용한 MIT미디어랩의 아이덴티티 디자인,

(Sagmeister & Walsh)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어난 이 화면은 탄탄한 디지털 역량을 갖춘 차세

구글 글래스의 비주얼 유저 인터페이스 구축에 이

천장에서 내려다본 스튜디오 전경 사진이 한 장

대 디자이너 리하르드 테의 아이디어다. 베를린

르기까지 테크놀로지의 활용은 테의 디자인에서

뜬다. 웹페이지의 메뉴판인 내비게이션은 실제 스

예술대학 재학 당시 교수로 만난 요하임 샤우터

빼놓을 수 없는 한 방이었다. 그러나 그는 테크

튜디오 바닥에 부착한 6개의 시트지 위 글자를

(Joachim Sauter)는 뉴미디어를 활용한 디자인

놀로지가 관객의 경험을 앞서나가거나 디자이너

누르면 연결된다. 6개의 책상이 놓인 이 공간은

으로 유명한 아트컴(Art+Com)의 창립자이기도

의 아이디어와 유리되는 것은 경계한다. 벽면 가

움직이기까지 한다.시트지 위에 떨어진 외투나

하다. 디자인과 과학 간의 화학 작용을 적극 권

득 들어찬 동그란 스티커를 관객들이 저마다 갖

책상 위의 스탠드 불빛 때문에 메뉴가 안 보이기

장하는 교수법 덕에 그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거

고 놀게 한 인터랙티브 전시 <어필Apeel>은 이

도 하고 디자이너들이 삼삼오오 회의하는 모습

부감 없이 시야를 넓혔고 다양한 분야에 디지털

러한 경각심을 녹여낸 것이었다. 디지털을 연상

도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라이브 웹

요소를 활용하게 됐다. 공공장소에 설치한 실험

시키는 점자화한 스티커를 제외하곤 지극히 아

캠보다 스튜디오의 ‘현황’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방

적인 디지털 미디어 아트에서부터 수학적 알고리

날로그적인 이 전시는 아이러니하게도 오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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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규모(구글 글래스 인터페이스), 중간 규모(MIT 브랜딩), 소규모 작업(베를린 전철 인터랙티브 아트)에 두루 정통하고 열정이 넘치는 환상적인 디지털 디자이너다.” _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Stefan Sagmeister 1962년생.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하는 진보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공부했다. 14살 때 LP 앨범 재킷 커버를 본 뒤로 ‘이런 것을 만드는 일’을 하겠다 마음먹었다고 디자이너로서의 시작점을 기억한다. 1993년 뉴욕에 스튜디오를 차린 이후 루 리드, 롤링스톤, 데이비드 번 등 주요 뮤지션의 CD 커버 작업을 했고, 토킹 헤드의 앨범 <일생의 단 한번Once in a Lifetime> 패키지는 그에게 그래미상을 안겨주기도 했다. 본인이 고집하는 원칙에 따라 7년에 한 번씩 갖는 안식년에 들어온 버락 오바마의 대선 포스터 의뢰를 고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HBO, 구겐하임 박물관, 리바이스, 비트라, 레드불 등이 클라이언트다. 2012년 제시카 월시가 공동대표를 맡아 사그마이스터 & 월시로 스튜디오 이름을 바꿨고 그는 현재 ‘해피필름(Hppy Film)’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를 작업 준비중이다. www.sagmeisterwalsh.com

Good Design is “관객에게 도움이 되거나 그들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아의 디지털 아트 축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라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디자인으로 우주 정복’

냐,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이러한 맥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 맡은 구글의 프로

이라도 할 기세인 이 젊은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락에서 그는 구글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한마디

젝트는 36년간 우주를 떠돈 우주선의 여정을 담

디자인의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그는 “모든 디자

로 ‘번역’이라고 표현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테크

은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너가 프로그래머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놀로지를 이해하기 쉬운 디자인의 언어로, 즉 제

‘모두를 위한 지구’라는 (spaceforall.com)이라

라면서도 “그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할 만큼의 이

품, 인터페이스, 콘셉트 등의 비주얼 커뮤니케이

는 이 프로젝트는 1978년 나사(NASA)가 태양

해는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 어느 때

션으로 치환하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모두가 프

을 관찰하기 위해 쏘아 올린 뒤 미션에 실패해 우

보다도 디자인의 활용 무대가 넓어진 요즘은 디

로그래머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컴

주를 떠돌게 된 우주선에 민간 프로젝트 팀이 신

자이너가 포스터 디자인을 할 뿐 아니라 스타트

퓨터의 포토샵, 인디자인 같은 툴을 넘어 기술적

호를 보내 교신에 성공한 여정을 담았다. 이후 우

업의 창업자가 되는 시대다. 수많은 모바일 애플

가능성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안다면 디자이너

주선이 보내오는 데이터를 3D 그래픽을 활용한

리케이션이 출시되지만 수백만 달러의 펀딩을 받

의 표현력은 물론 디자인의 파급력까지 눈에 띄게

대시보드에 풀어내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는 온

는 마지막 신의 한 수는 결국 어떻게 보여주느

확대될 것은 분명하다. 글: 김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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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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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2, 3 2011년 구글에 합류한 이래 크리에이티브 랩에서 구글 글래스 인터페이스와 ‘모두를 위한 지구’라는 (spaceforall.com)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4, 5, 6 2010년 작업한 MIT 디자인 랩 아이덴티티 디자인. 일정한 수학적 알고리즘을 조합해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자기만의 로고를 조합할 수 있게 했다. 유기적인 로고는 오늘날 미디어와 테크놀로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재정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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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벽면 가득 동그란 스티커를 붙여놓고 하나의 스티커만을 떼어냄으로써 시작되는 인터랙티브 전시 <어필Apeel>.

2 리하르트 텔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사그마이스터 & 월시의 웹페이지 메인 화면. 스튜디오에 달린 웹캠이 실시간으로 사진을 찍어 서버에 전송하는 인터랙션 아트이기도 하다. www.sagmeisterwalsh.com

3 개인 프로젝트 <텍스팅 시티Texting City>의 포스터 그래픽 디자인. 서울 시민이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문구를 촬영해 뉴욕으로 보내면 디자이너들이 뉴욕에서 찾은 답이 될만한 문구를 찍어 답변을 보냈다. ‘온통 메시지로 가득한 두 도시가 서로 대화를 나눈다면?’ 하는 발상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결과물인 텍스트를 인쇄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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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디자이너 & 신진 디자이너 Q & A

이번 특집에 참여한 슈퍼 디자이너와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물었다. 그들의 어린 시절과 영감의 원천부터 휴식 시간에 하는 일, 최근 근황까지. 담당: 김은아 기자

1 디자이너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2 디자이너가 안 됐다면 무얼 하고 있을까? 3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피트 헤인 에이크

론 아라드

줄리오 카펠리니

나카오카 겐메이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플로리스 우벤

로우 엣지

마테오 초르체노니

이가라시 히토미

리하르트 테

4 요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 5 휴식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6 현재 어떤 작품을 만들고 있나?

피트 헤인 에이크 Piet Hein Eek

플로리스 우벤 Floris Wubben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호텔, 나의 아이웨어 브랜드

1 아버지는 목수에 버금가게 왁스 칠을 할 줄 아셨고

는 디자이너가 된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로 1 나

PQ의 신제품도 만들고 있다.

6 음악을 듣거나 나중에 디자인으로 연결되기도 하는

나무 상자를 쌓거나 눕혀두고는 선반이나 테이블

태어났다. 어렸을 적 무엇인가를 만들고 상상의

삼아 사용하시는 분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옆에서

나래를 펴기를 좋아했다. 다른 직업은 생각해본 적

낙서를 하고 친구와 잡담을 나나누기도 한다. 아, 내

없으며 이게 내 길이었다.

작품이기도 한 거대한 핑퐁 테이블로 게임도 한다!

보고 자란 나는 또 한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디자인도

2 발명가도 흥미로운 직업일 것 같긴 하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하나의 방식이다.

3 재료를 변형하고 섞는 과정에서 새로운 목적과

2 노래를 잘했다면 성악가가 되었을 것이다.

의미가 부여된다. 서로 다른 재료를 연구해보는

3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일은 디자인의 가장 멋진 예술적인 면이다. 또한

재료와 기계 등 바로 여기 있는 것. 보통

인간의 관점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타고난 형태를 살리고 싶다.

새로운 소재와 기계를 사용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에 초점을 둔다. 나는 기존의 것을 버리는

4 프레스트 프로젝트의 거대 버전으로 높이 5m, 무게 2000kg에 달하는 기계를 만들고 있다.

로 에지 Raw Edges 1 (샤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직접 가구나 소품이나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야엘) 꼬마 시절부터 가위로 이것저것 자르고 노는 걸 매우 좋아했다. 그게 뭘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재미있게도 나는 지금도 천 조각을 자르고 있다.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더 지혜롭고 실용적인

5 자고 먹는다.

2 (샤이) 디자이너가 안 됐다면 무직이지 않을까.

방식으로 재활용하려 노력한다.

6 2015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선보인

(야엘) 동물을 너무나도 좋아한다. 수의사.

로 테크 크래프트(Low Tech Crafts) 순회

3 영감은 어디에나 산재해 있지만 특히 지붕

4 오래된 건물을 재건축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평범함과 실용성을 내세워 오래된 것이 지닌

전시를 하고 있다. 베를린에 있는 네덜란드 아트

가치를 살려 새로운 것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이다.

디자인 갤러리(Dutch Art & Design)에서

중요한 점은 우리는 특별한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5월 24일까지 열렸고 뉴욕의 디자인 갤러리

하는 압박이 없다는 것이다. ‘특별한 것’은 없다.

매터(MATTER)에서 10월 28일부터 12월

‘특별해질’ 뿐이다.

29일까지 열린다.

5 친구나 가족과 어울리는 때 외에는 늘 일을 하며

인공품에서 가장 많이 얻는다.

4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 많은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것.

5 음, 휴식 시간이 뭐지? 딸 둘을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들과 보내는 순간순간을 즐기려 할 뿐이다.

시간을 보낸다. 나는 음악을 매우 좋아하고

론 아라드 Ron Arad

특히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다. 일할 때도 늘

1 내가 기억하는 한 어렸을 적부터 연필로 뭐든 쓰고

틀어놓는다.

타일이나 마룻바닥, 꼬임 장식 등 현존하는 단순한

그리는 걸 좋아했다.

6 지난 2월에는 북잉글랜드의 채스워즈 조각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 공간 디자인을 맡아 300㎡가 넘는 공간을 알록달록한 패턴의

2 (웃음기 없이) 발레리노.

바닥과 벤치로 꾸몄다. 가장 최근에는 런던

조각상을 작업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간

3 방금 5분 전까지 일어난 모든 일.

디자인 뮤지엄이 선정한 올해의 디자인(London

폐기물에서 재료 찾아 만들어 온 작품들 중 가장

4 북한, 남한, 이라크 등 온 세계가 관심사다.

Designs of the Year)에 선정됐다는 기쁜 소식을

근사할 것이라고 자부한다.

5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의 병원 타워와

듣기도 했다.

6 9월에 전시에서 선보일 쓰레기 더미로 만드는

DESIGN 104


줄리오 카펠리니 Giulio Cappellini

대리석 테이블웨어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는데

기술이나 표현의 일부분을 조합하거나 상상치

1 어렸을 적 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림은

안톨리니 마르미(Antolini Marmi)를 위해 만드는

못했던 대상에 대입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작품이다. 나와 동료 디자이너의 브랜드인 섬싱

것 같다.

감정을 표현하고 상상력을 맘껏 발휘하는

5 무대 예술을 좋아한다. 연기자의 동선이나 무대

행위였다. 자라면서 점점 더 디자인으로

굿(Something Good)에서 다른 작은 회사와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협업해 그릇도 만들고 있는데, 몇 년 전에 알게 된

장치, 의상, 음악, 조명으로 표현되는 감정이

일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물건을 만드는 것을 보면

이탈리아 최고의 장인과 밀착해서 작업 중이다.

철저하게 계산되어 있음에도 관객이 전혀 눈치챌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2 글자는 하나도 없이 이미지로만 구성된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 사람과 장소, 자연, 사물을

수 없게끔 한다는 점이 끌린다.

나가오카 겐메이 Kenmei Nagaoka 1 선망하던 건축가라는 직업에 반해 디자이너는

6 얼마 전에는 디지털 실크스크린을 사용해 지금까지의 실크 인쇄로는 곤란했던 세밀화의

아름다운 사진으로만 담아내 전 세계 사람들이

비교적 자유롭고 사회적 책임이 없는 직업이라고

프린트에 도전했다. 아직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책 말이다.

생각했다. 마음껏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태도를

부족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많은 것을 흡수할 수

보면서 ‘사회적 책임을 가진 디자이너’에 도전하고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3 어떤 것에서건 어디에서건 영감은 끊임없이 받는다. 자연의 형태와 색깔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4 우리 삶이 변해가는 걸 지켜보는 게 흥미롭다. 사람들이 원하는 장소 어디서든 일을 하고 삶을

싶어졌다.

2 건축가라고 대답하고 싶지만 실은 공부를 잘 못해서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을 것 같다.

3 특별히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굳이 하나 고르자면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Stefan Sagmeister

꾸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일과 삶의 공간에

잡지. 잡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이런저런

1 14살 때 LP 앨범 커버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필요한 새로운 요소를 만들어내려 노력한다.

아이디어가 마구 떠오를 때가 있다. 글자는 전혀

2 영화 감독. 끔찍한 뮤지션.

읽지 않는다.

3 티보 칼맨(Tibor Kalman)과 기차 여행.

5 여행하는 것이 휴식이자 가장 사랑하는 일이다. 예술 전시회도 많이 보고, 가족들과 단순하게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재충전하는 데 가장 힘이 된다.

6 한동안 2015 밀라노 가구 박람회와 국립 로마 현대미술관(Maxxi) 박물관과 2015 밀라노 엑스포가 열리는 밀라노 왕궁(Royal Palace of Milan)에서의 전시 준비로 바빴다.

마테오 초르체노니 Matteo Zorzenoni 1 어렴풋이 디자이너를 꿈꾼 것은 고등학생

4 식물과 토지의 관계. 어떤 생물이 살아가는 데에 환경이란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다. 같은 품종이라도 어떤 장소에서는 예쁜 꽃을 피우는 데 반해 다른 장소에서는 말라버리고 만다. 사람도

4 <해피 필름 The Happy Film>이라는 제목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5 일상적인 일을 한다.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책도 읽고, 특히 엄청난 양의 여행.

6 위에 언급한 대로다.

식물도 환경 나름이다.

5 극단적으로 말하면 나에게 휴일이란 없다. 한번 쉬기 시작하면 머리 회전이 멈춰버리고 다시는

리하르트 테 Richard The

복귀할 수 없게 될 만큼 나는 자기 컨트롤에

1 어린 나이였을 때부터 아버지 컴퓨터를 갖고

약하다.

놀았던 기억이 난다.

6 2000년부터 일본의 47도도부현에

2 목수나 소프트 엔지니어 그 사이 어디쯤?

때 아버지가 사 오신 요상한 화병을 보고

디앤디파트먼트라는 장소를 만들어가는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것인지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15년이 지난 지금

공유하는 사람들과 풍부한 문화와 예술, 그리고

골똘히 연구했던 기억이 난다. 기존 세라믹에

국내외에 11개 점포를 오픈했다.

끝내주게 청명한 가을 하늘.

특수 마감과 제작 공정을 더한 그 화병은 60년대 이탈리아 유명 도예 장인이 샘플로 만든 것이었다.

2 아마도 사진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 3 주변의 이미지, 색감, 그림 등등에서 영감을

이가라시 히토미 Hitomi Igarashi 1 어릴 때부터 만드는 것이 좋았다. 대학에

3 뉴욕이야말로 내 영감의 원천이다. 다양성을

4 관심사는 늘 바뀌지만 현재는 ‘AMS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라는 생소한

들어가 제품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내가 만든

개념이다.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에게

받는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의 핵심을 파악한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과 생산하는 사람 모두가

평온함을 주는 AMSR 음악이나 영상을 공유하는

다음에 그 요소를 내 작품에 녹이려 한다.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디자이너의 길을

것을 보면 문화적 배경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4 어떻게 보면 거리가 먼 두 가지에 가장 관심이 있다. 하나는 고품질의 수공예 제품과 대량생산되는

선택했다.

볼 수 있어 흥미롭다.

2 연구직이 아닐까 한다. 이과 계열 수업을

5 지난가을 생애 처음 뉴욕 마라톤을 완주했다.

가구가 시장에서 공존하는 현실이고, 또 하나는

좋아하기도 했고. 어떤 일이든 이론적으로

디자인으로 테크놀로지의 효용성도 끌어올리는

생각하려는 편이다. 우주공학 등 최신 기술을

방식이다. 타자기 제조업체 올리베티(Olivetti)의

개발하는 일은 남의 떡이라 그런지 언제나

‘스페이스 포 올(Spacecraft For All)’이라는

타자기를 디자인한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재미있어 보인다(웃음).

프로젝트를 맡았다. 오래된 인공위성에 교신을

Sottasass)처럼 말이다.

5 아들 로코(Rocco)랑 논다. 박물관이나 앤티크

3 자연이나 전통 공예품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이후로는 영화를 보거나 먹으러 다닌다.

6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서는 가장 최근에

보내 대중에게 우주 데이터를 전송하도록 하는

많다. 식물이나 동물이 왜 그런 형태가 되었는지,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개인 프로젝트로는

가구 시장에도 자주 들러 옛사람들의 지혜를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 공예 작품이 어떻게

‘텍스팅시티(TextingCity)’라는 관객 참여형

배운다. 작업을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을 두면

완성되고 어떻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지 등.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뉴욕과 서울을 대상으로 한,

정신이 맑아진다.

6 오는 9월에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선보일

4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니치(niche)한 세계에 관심이 많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각각 발달한

DESIGN 105

공공장소에 산재한 텍스트가 얼마나 그 도시를 잘 포착해내느냐에 대한 실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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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Ev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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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디자인의 신기류를 살피다

2015 밀라노 디자인 위크 리뷰 올해 54회를 맞이한 세계 최고의 디자인 행사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지난 4월 14일부터 19일까지 6일간 밀라노 시 전역에서 열렸다. 세계적인 가구, 조명 브랜드들이 총출동해 신상품을 경연하는 로 피에라 (Rho Fiera) 박람회장에는 약 31만여 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밀라노 시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쏟으며 수년간 공을 들여 준비해온 2015 밀라노 엑스포가 개최되기 2주 앞서 열린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외국인 방문객의 참여율이 높았다. 전체 방문객 중 외국인 비율이 69%에 이르며 디자인계 행사를 뛰어넘어 글로벌 행사로 진화 중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외국인 방문객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나라는 중국. 지난해 방문객 수를 또 한 번 갱신하며 지난 몇 년간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중국의 경제 성장과 높은 참여율로 인해 세계 디자인계 역시 중국 소비자들을 크게 주목하고 있는데, 행사 기간 동안 유명 디자인 브랜드들이 선보인 신상품과 전시 콘셉트에서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한 올해는 사무 가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전통적으로 홀수 해에는 조명 전시인 에우로루체(Euroluce)에 이목이 집중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상대적으로 기대감이 낮았던 사무 가구 전시 ‘워크플레이스(Workplace) 3.0’이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나타난 새로운 변화와 디자인 트렌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이런 현상이 시사하는 디자인계의 신기류를 진단했다. 글: 여미영 디자이너(D3 대표), 담당: 최명환 기자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카르텔(Kartell)이 로 피에라(Rho Fiera)에서 선보인 전시. 시트지와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해 대리석 느낌을 연출한 점이 인상적이다.


인생의 산책로, 사무 공간의 재발견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세계 리빙 디자인의 첨단 트렌드를 살펴볼 수

워크플레이스 3.0: 산책

있는 장이다. 그런데 올해 행사는 리빙에 대한 우리의 통념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 가장 많은 시간을 깨어 있는 정신으로 생산적인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곳, 어쩌면 사무 공간이야말로 인생에서 진정한 핵심 주거 공간이 아닐까? 이탈리아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의 기수 멤피스(Memphis) 출신의 건축가 미켈레 델 루키(Michele De Lucchi)가 선보인 사무 가구전의 주제 전시 <산책La Passeggiata>에는 이러한 성찰이 잘 드러나 있다. 그는 현대인이 일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중 하나인 사무 공간을 인생의 주요 여정으로 재조명했다. 사무 공간이야말로 인간이 스스로 성장하며 동시에 생산 활동을 높이는 핵심 주거 영역이기에 삶이 압축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공간을 역할에 따라 ‘클럽(The Club)’, ‘자유로운 인간(Free Man)’, ‘아고라(Agor )’, ‘작업실(Lab)’이라는 4가지 소주제로 나눠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고, 공간 전체를 뫼비우스의 띠처럼 유기적으로 순환하며 연속되는 하나의 산책로로 연출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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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럽(The club) 호텔 로비나 공항 라운지처럼 사람들이 편안하게 교류하는 영역. 개인과 그룹이 공존하고 각 모임의 성격에 맞는 적당한 프라이버시와 개방성이 확보되며 사교 활동을 통해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다.

2 작업실(Lab) 조직원들이 체계적인 창작 활동을 통해 배우고 실험하며 새로움을 만드는 곳. 생산 활동과 관련한 육체 노동이 이뤄지는데 업무 집중력을 높이는 효율적 구조와 더불어 위험을 수반한 실습이 이뤄지는 만큼 안전성을 중요하게 고려했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이탈리아 전통 목공예 전공 학생들이 이곳에서 직접 작업했다.

3 자유로운 인간(Free Man)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완벽하게 보장받으며 독립적으로 창작 활동과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개성적이고 효율적인 공간을 제안했다. 각자의 업무 스타일과 성향에 따라 최상의 업무 능률을 구현할 수 있도록 타인과의 거리 및 공간의 개방성을 조절할 수 있다.

4 아고라(Agor )

2

조직에서 각자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업무 내용을 교류하며 토론하는 극장형 공간이다. 자신의 생각을 원활히 표현하고 타인과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곳으로 고대 극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콘퍼런스, 대규모 회의 공간, 공식 토론장 등으로 활용하는데 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음향 환경을 제공하고 집단적인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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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사무 환경 전략

사무 공간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인간적 성찰과 더불어 현대 사회의 경제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디지털의 심화로 인해 유형의 생산품보다는 무형의 창의적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IT업계가 급격하게 성장했고 이에 따라 재택근무자와 디지털 노매드족이 증가했다. 이런 일련의 현상은 업무 공간과 생활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사무 가구의 시장성과 디자인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음을 대변한다. 사무 가구 브랜드들은 수십 년간 특별한 개성 없이 기능성에만 몰두해온 것이 사실. 하지만 이런 사무 가구 브랜드들이 2년 전 사무 가구 전시부터 차츰 일반 주거 공간의 가구를 닮아가는 경향을 보이더니 올해는 아예 주거용 가구와 맞먹을 만큼 편안한 컬러감과 소재를 강조한 디자인을 쏟아냈다. 한편 주거 공간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에 치중해온 카르텔(Kartell), 마지스(Magis), 비트라(Vitra) 같은 브랜드들조차 과거에는 등한시하던 사무 가구를 다양하게 선보이며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이들이 제안하는 사무 가구 디자인 전략을 살펴봤다.

사무용 가구로 크리에이티브를 고취시켜라 올해 전시에서는 크리에이티브를 고취시킬 수 있는 개성 있는 디자인의 가구 또한 눈길을 끌었다. 소재와 색상, 구조를 다변화하며 과거 차갑고 보수적으로 느껴지던 사무 환경에서 벗어나 캐주얼하고 자유로운 감각이 가미된 디자인이 다수 등장한 것. 이는 사무 가구 디자인의 스펙트럼이 확대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워크플레이스 3.0에서 선보인 다양한 디자인의 사무 가구.

깃털 같은 가벼움을 선사하다 사무용 가구가 아닌 주거 공간에 집중하던 가구 브랜드들의 경우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고 가구의 가벼운 무게와 손쉬운 조립을 강조한 제품을 다수 선보였다. 이는 업무 환경이 다변화함에 따라 손쉬운 이동과 보관이 중요해진 현대 사무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이 가구들은 사용자가 장시간 앉아 있어도 피로하지 않도록 편안함과 함께 내구성도 갖추고 있다. 로낭 & 에르완 부흘렉 형제(Ronan & Erwan Bouroullec)가 선보인 마지스의 사무 가구 오피치나(Offic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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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에 지친 당신을 위로하다 업무 현장의 차가운 분위기를 희석시키고 사용자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친근한 느낌의 가구 또한 돋보였다. 사무 가구 전문 회사 오피스라인(Officeline)은 ‘그녀(Lei)’라는 이름의 가구를 선보였는데 사용자를 환영하듯 따뜻하게 안아주는 형태의 컬러풀한 가구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모니카 포스터(Monica F rster)가 디자인한 오피스라인의 ‘그녀’.

보이지 않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라 올해는 특히 사용자의 쾌적한 업무 환경을 위한 기술과 전략이 사무 가구 사이에서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자의 컨디션에 맞춰 자유자재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테이블, 흡음 기능 강화 섬유가 내장된 칸막이와 커튼, 조명 디자인 등이 눈에 띄었다. 흡음성이 강화된 섬유가 포함된 가림막.

컬러가 오피스의 공기를 바꾼다 장시간 머물러야 하는 업무 환경의 갑갑함을 해소하기 위해 브랜드들은 사용자의 개성에 맞는 다양한 색상의 가구를 선보였다. 비트라의 경우 사무용 가구 올스타(Allstar)에 다채로운 컬러를 믹스 매치했고 사무 가구로 활용하기에는 다소 기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임스 체어(Eames Chair) 시리즈에 여러 색상의 패딩을 덧입혀 심미성과 사용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비트라가 새롭게 선보인 임스 체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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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디자인 브랜드와 스타 디자이너들의 격전지인 밀라노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살펴본

올해의 디자인 트렌드 10

국제 가구 박람회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올해 특히 부각된 디자인계의 트렌드 이슈들을 짚어보고 이 디자인 언어들에 녹아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한 해석을 살펴봤다.

1 중국시장을사로잡아라 이번 행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 가운데 하나는 낯선 동양적 언어를 구사하는 스타 디자이너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일본에 대한 동경으로 젠(Zen) 스타일 가구가 유행한 것과 유사하게 아시아 신드롬이 메이저 브랜드의 전시장을 물들였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일본이 아닌 중국에 유독 관심이 집중되었다는 사실. 놀랍게도 이런 디자인을 한 이들 대부분은 중국인이 아닌 유럽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들이었다. 스페인의 하이메 아욘(Jaime Hayon), 프랑스의

1 카펠리니(Cappellini)의 판다

부흘렉(Bouroullec) 형제, 이탈리아의 피에로 리소니(Piero Lissoni), 독일의

랜드스케이프(Panda Landscape) 디자인 파올라 나보네(Paola Navone)

콘스탄틴 그리치치 (Konstantin Grcic)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디자이너들이

2 카시나(Cassina)의 레악숀 포에틱

자신만의 방식으로 중국적 감성을 디자인에 녹여냈다. 이는 현재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컬렉션(R action Po tique Collection) 디자인 하이메 아욘

가장 많은 외국인 관람객과 주요 고객이 중국인이고 중국이 세계 최대의 가구 시장으로

3 글라스 이탈리아(Glas Italia)의

부상했음을 감안한 것. 이들 스타 디자이너들은 전략적 디자인을 앞세워 신흥 시장

운더카머(Wunderkammer)

선점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 가구의 레이아웃을 반영하고 테두리를 강조하는

디자인 피에로 리소니

디자인 특성을 현대적 감성으로 승화시킨 미니멀한 디자인이 주였지만 간혹 지나치게

4 비비아(Vibia)의 커튼(Curtain)

키치스럽고 중국인지 일본인지 모를 국적 불명의 디자인도 눈에 띄어 동양인들의

디자인 아릭 레비(Arik Levy)

5 엑스티(Ex.t )의 펠트(Felt )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 수년간 중국 시장 점령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메이저

디자인 놈 아키텍츠(Norm Architects)

브랜드 중 과연 어떤 신제품이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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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각을일깨우는다양한소재와마감 올해는 차가움과 뜨거움, 단맛과 쓴맛을 한 음식에서 동시에 맛보게 하는 아방가르드 퀴진(Avanguard Cusine)처럼 하나의 제품과 컬렉션 안에 다양한 감촉과 온도를 녹인 디자인들이 눈길을 끌었다. 주거 공간 안에 놓이는 가구와 제품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 속성을 고의로 결합시킴으로써 잊고 있던 다양한 감각을 일깨워주는 것. 도시화가 심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자신의 공간을 코쿤화하고 에너지를 회복하는 안식처로 여기는 인식 역시 강화되는 추세인데 이런 디자인은 현대인에게 주거 공간 안에서 다양한 자연의 속성을 함축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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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레시(Alessi)의 드레스드 원목 컬렉션(Dressed in Wood Collection) 디자인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

2 모로소(Moroso)의 파이프(Pipe) 디자인 세바스찬 헤르크너(Sebastian Herkner)

3 플로스(Flos)의 카피캣(Copycat) 디자인 미카엘 아나스타시아데스(Michael Anastassiades)

4 카펠리니의 비손(Bison) 디자인 넨도(N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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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눈부신지중해빛색채팔레트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가구와 조명 중에는 유독 지중해 아말피 해안의 여름을 연상시키는 눈부시고 활기찬 색상의 제품이 많았다. 현대인들이 보다 친근하고 밝은 실내 환경을 원하면서 앞서 유행한 강렬한 원색이나 귀족적인 파스텔 톤 대신 편안함과 발랄함이 공존하는 코럴 레드와 오렌지, 레몬 옐로, 민트와 올리브, 라임 그린, 코발트 블루 등 중간 계열 컬러가 늘어난 것이다. 플라스틱, 유리는 물론 기계적 느낌이 강한 스틸에도 이 같은 컬러를 덧입혀 눈부신 청명함과 캐주얼한 친근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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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지스의 삼손(Sam Son) 디자인 콘스탄틴 그리치치

6 카르텔의 오버랩(Overlap) 디자인 피에로 리소니

7 비트라의 판톤 주니어 아쿠아 투르케제(Panton Junior Aqua Turquoise) 디자인 베르너 판톤(Verner P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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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단계업그레이드된아웃도어라이프 현대인의 활동적이고 유동적인 라이프스타일에 걸맞은 가구와 조명 역시 이번 전시에서 빠질 수 없는 포인트였다. 편안한 손잡이와 바퀴가 강조된 형태는 실용적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가구에 개성을 불어넣는다. 아웃도어 라이프의 증가와 글램핑 열풍을 반영하듯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실외에서도 돋보이는 제품이 줄을 이었고 이와 더불어 클래식한 아이템을 현대적으로 변화시킨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디렉터 체어 (Director Chair)를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한 필립 스탁의 접이식 의자 스탠리(Stanley)와 전통 갓 형태에 LED와 배터리 충전 방식을 접목해 이동이 자유롭게 만든 마르셋(Marset) 조명이 대표적. 루이 비통은 브랜드의 장인 공정 및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2012년부터 여행에 맞는 아웃도어형 가구를 선보여왔는데 올해도 팔라초 보치니(Palazzo Boccini)에서 글램핑 라이프스타일로 전시 공간을 연출하고 새 시리즈를 선보였다. 8 마지스의 스탠리 디자인 필립 스탁

9 마르셋의 ‘나를 따라와요(Follow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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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인마 베르무데즈(Inma Berm d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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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유로운생략의미학 나날이 가속도가 붙고 있는 기술의 진보가 가구와 조명 분야에도 어김없이 이루어졌다. 소재의 진화와 제조 기술의 발전으로 두꺼운 지지대와 등받이, 전구와 전선 등 기존 가구와 조명에 없어선 안 될 부분을 없앨 수 있게 된 것이다. 가구 영역에서는 과거 매스감이 필요했던 부분을 생략해 무게감을 줄이고 이동성을 향상시키면서 동시에 공간 안에 가벼움과 산뜻함을 불어넣는 디자인이 선보였다. 조명 영역에서는 기계적 요소를 제품 안으로 감춰 감각적인 인테리어 소품처럼 느껴지는 디자인이 늘어났다.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은 슈퍼룬(Superloon)을 선보이며 이 같은 트렌드의 속성을 대변했는데 이 제품은 전통적인 포토그래퍼 조명을 LED로 대체하고 미니멀하게 압축시키는 한편 뒷면에 거울을 부착해 감각적인 오브제처럼 보이게 한 것이 특징이다. 필립 스탁은 자신이 기존에 플로스(Flos)를 통해 선보인 조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는데 LED를 적용한 광원 부분을 얇게 압축해 패션 아이템처럼 DIY 할 수 있는 조명을 선보여 큰 관심을 모았다. 1 플로스의 슈퍼룬 디자인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

2 모로소의 플롯(Float) 디자인 넨도

3 토넷(Thonet)의 2002 디자인 크리스찬 베르너(Christian Werner)

4 플로스의 이더(Ether) 디자인 필립 스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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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규정하기힘든형태가불어넣는상상력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형태로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동시에 기능적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수행하는 디자인이다. 제조 환경과 기술의 발전에 기인한 것으로 특히 조명 영역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기술적인 제약이 완화되면서 디자인이 자유로워졌기에 가능한 현상. 이런 제품은 대부분 비대칭적이고 불규칙한 형태로 규정하기 힘든 복잡함이 있다. 사용자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개성적인 매력이 장점이다. 7 아르테미데 다네제(Artemide / Danese)의 댄서들(Les Danseuses) 디자인 아틀리에 오이(Atelier Oi)

8 슬램프(Slamp)의 제미(Gemmy) 디자인 마누엘 우플스(Manuel Wuff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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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면을탈주해현실로넘어온3차원기하학 주로 평면 형태에 쓰이던 선과 원, 삼각형, 사각형의 기본 도형을 3차원상에 자유롭게 구현한 디자인이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떠올랐다. 흐르듯이 움직이고 서로 교차하는 기본 선과 도형들이 공간에 리드미컬한 율동감을 주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디자이너들은 무한한 상상력과 숙련된 기술력을 앞세워 모더니즘에 활용하던 기본 도형만으로도 충분히 현대적인 감성을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같은 디자인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얇은 두께의 가구와 조명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준 제조 기술의 진화와 3차원의 복잡한 디자인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준 심화된 디지털 환경의 공이 컸다. 5 톰 딕슨(Tom Dixon)의 비행기(Plane) 디자인 톰 딕슨

6 플로스의 캡틴 플린트(Captain Flint) 디자인 미카엘 아나스타시아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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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빛으로그려진공간 부피감을 가급적 줄이고 선적인 형태를 강조하는 조형적인 조명 디자인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기계적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점과 선으로만 남아 공간에 빛의 환영을 남겼다. 미니멀한 조명이지만 공간의 시야를 밝히는 조명의 기능 역시 충실히 수행한다. 가구에 비해 기계적 요소가 많기에 그동안 여러 제약 조건에 갇혀 있던 조명이 올해는 오히려 가구보다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 아르테미데 다네제의 히드라(Hydra) 디자인 카를로타 드 베빌라쿠아(Carlotta de Bevilaq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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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공간에녹아든컬러스펙트럼 지난 몇 년간 행사장 곳곳에서 등장했던 스펙트럼 컬러 효과가 올해도 어김없이 대거 등장했다. 소재 위에 입힌 컬러 셰도는 정적인 가구와 조명에 신비로움과 동적 감성을 동시에 부여한다. 예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런 기법을 투명 소재에 적극 활용했다는 것. 셰이딩 방식에서도 스펙트럼 컬러 위에 레이어로 그래픽적 패턴을 입히는 등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2 모로소의 젬마(Ge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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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다니엘 리베스킨드(Danoel Libeskind)

3 모로소의 글라이더(Glider) 디자인 론 아라드(Ron A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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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잔상을 끌어온 디자인

수면 위의 불규칙하고 자유로운 물결과 파동은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올해는 이 같은 물의 잔상과 패턴을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케이스도 꽤 눈에 띄었다. 인공적인 주거 공간에 자연적 모티브를 반영하려는 자연주의적 성향에 기반을 두면서도 하이테크 기술이 반영되어 첨단의 이미지가 함축되어 있다. 마치 물로 빚어낸 듯한 가구와 조명, 오브제의 모습은 공간에 시적 감수성을 불어넣는다. 유리 소재는 다소 투박한 느낌으로 자연의 이미지를 담아냈고 한층 강화된 폴리카보네이트는 제품에 투명성과 형태의 자유로움을 함께 선사했다. 4 아르테미데의 클로필리아(Chlorophilia) 디자인 로스 러브그로브(Ross Lovegrove)

5 카르텔의 클라우드 IO(Cloud IO) 디자인 에우제니 퀴틀렛(Eugeni Quitllet)

6 글라스 이탈리아의 비너스의 거울(Specchio di Venere) 디자인 마시밀리아노 로카텔리(Massimiliano Locat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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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주목한 전시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디자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기업들과 기관, 슈퍼 디자이너들이 자신을 드러내기에 최적의 행사다. 올해 밀라노를 찾은 많은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전시 공간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노하우도 들춰봤다.

이탈리아 신드롬 어게인, 카르텔 매년 로 피에라 전시장과 쇼룸에서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자존심을 지켜온 카르텔이 올해는 ‘카르텔 컨템퍼러리 라이프스타일(Kartell Contemporary Lifestyle)’이라는 제목 아래 머티어리얼리즘(materialism)을 강조한 콘셉트로 행사장을 수놓았다. 또한 장외 전시인 푸오리 살로네(Fuori Salone)에서는 근현대 디자인사에서 디자인 주도권을 이탈리아로 가져온 일등 공신인 멤피스(Memphis)의 창시자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를 오마주로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멤피스는 1972년 뉴욕 모마(MoMA)에서 <이탈리아: 새로운 주거 공간 랜드스케이프 Italy: New Domestic Landscape>전시를 열며 플라스틱 시대로 대변되는 컨템퍼러리 시대의 주역으로 떠올랐는데 소트사스 역시 이 전시에 참여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를 모티브로 한 카르텔의 전시는 자신의 입지를 과시하는 한편 다시 한 번 그 시절 이탈리아 디자인의 에너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사진과 소통하는 초현실적 스토리텔링, 무이 기업 전시가 밀집되어 있는 조나 토르토나(Zona Tortona)에서 늘 인기 순위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무이(Moooi). 마르셀 반더스는 3년 전부터 비아 사보나(Via Savona)에서 브랜드 전시를 기획하며 과감하고 초현실주의적인 감성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지난 2년간 어윈 올라프(Erwin Olaf), 마시로 리스트리(Massimo Listri)의 사진 전시와 더불어 공간에 스토리를 녹여온 무이는 올해도 역시 포토그래퍼 라히 레즈바니(Rahi Rezvani)와 협업해 공간을 극적으로 연출했다. 거대한 사이즈의 벽면에 섬세하게 표현한 이미지, 그래픽이 디지털 프린팅된 카펫 등을 선보이며 시각적 효과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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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이 담긴 화이트 랜드스케이프, 코스 밀라노를 대표하는 예술대학이 있어 예술적 감성을 지닌 밀라네제들이 자주 찾는 브레라 지역에서는 베이식하고 고급스러운 아이템을 선보이는 스웨덴 패션 브랜드 코스(COS)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건축가 그룹 스타키텍처(Snarkitecture)와 협업한 이번 전시는 방문객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정갈하고 미니멀리즘적 심미성으로 잘 알려진 이 뉴욕 출신 스튜디오는 코스 브랜드의 봄ㆍ여름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아 구김 없이 펼쳐지는 10만m 길이의 합성 섬유 끈을 이용해 공간의 레이어를 나누는 방식으로 마치 투명한 동굴 안에 들어온 듯한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본 디자인 차세대 거장, 넨도 일본 디자이너 오키 사토(Oki Sato)가 이끄는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는 지난 1년간 진행한 100여 개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무제오 델라 페르마넨테(Museo della Permanente)에서 펼쳐 보였다. 평균 3일에 하나꼴로 디자인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종류에서도 사무용품과 일상적인 집기, 소품, 초콜릿, 가구, 문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지루한 일상 속에 작은 느낌표를 남기고 싶다는 소박한 디자인 철학으로 시작한 넨도는 이제 일본을 대표하는 차세대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하는 한편 토털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있음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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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적인 사회의 양면성을 과감하게 짚어낸 이팅 디자이너, 잇 시트 15년 전 에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Design Academy Einhoven) 졸업 전시에서 ‘하얀 장례식(White Funeral)’이라는 주제로 어두움 일색인 유럽의 장례 문화와 대조되는 하얀색 의상과 음식을 제안해 두각을 나타낸 마레이 보헬장(Marije Vogelzang). 올해 그녀는 푸드 논 푸드(food non food) 전공 학생들의 전시 큐레이팅을 맡았다. 꾸준히 음식 문화 영역에서 활동하며 스스로를 이팅 디자이너(eating designer)로 규정한 그녀는 그동안 디자인과 사회학, 심리학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주목받았으며 지금은 세계 최초로 에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 음식 전공 디자인 학부 대표 교수를 역임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그녀는 배변을 주제로 한 전시 <잇 시트Eat Shit>를 선보이며 생태계 순환에서 중요하지만 정작 사회적으로는 터부시해온 영역에 정면 도전했다. 배설물을 이용한 스케치부터 사회적 배설물에 해당하는 쓰레기와 노숙자들을 위한 디자인, 배변을 중의적인 아웃풋으로 해석한 3D 프린팅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창의적인 주제들을 선보인 그녀의 전시는 올해 프레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푸드 디자인을 통해 전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렉서스 올해는 2015 밀라노 엑스포에 2주 앞서 열린 탓에 다수의 디자인 기업과 기관, 디자이너들이 푸드 디자인을 전시 테마로 선택했다. 렉서스(Lexsus)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해 자사의 공모전 작품들과 더불어 일본 푸드 디자이너 하지메 오네다의 전시를 함께 선보였다. 컴퓨터 엔지니어에서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세계적인 셰프로 변신한 이력을 갖고 있는 하지메는 음식의 질감과 맛, 첨단 기술, 스토리를 결합시킴으로써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을 감성적으로 전달했다. 관람객들은 다양한 스토리로 구성된 전시 동선에 따라 이동하며 시식과 공간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체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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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장인 정신이 담긴 컬렉션 부티크, 보테가 베네타 이탈리아 베네토(Veneto) 지역 가죽 장인 마스터의 전통을 품은 명품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현대적 기능성과 클래식한 디자인, 최상의 소재 가치를 반영한 가구, 조명, 테이블 등 홈 컬렉션만을 선보이는 첫 부티크를 밀라노 중심가에 오픈했다. 고급스러움과 장인 정신이 담긴 디자인을 18세기에 지은 팔라초 갈라라티 스코티(Palazzo Gallarati Scotti)의 격조 있는 건축 양식 및 프레스코화와 매치시켜 선보인 것이 특징.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했고 베를린 KPM(Koreniglche Porzellan Manufaktur), 이탈리아 디자인 가구 브랜드 폴트로나 프라우(Poltrona Frau) 등

첨단 기술로 진화시킨 미래의 라이프스타일, 푸조

전문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탁월한 기능성을 갖춘 제품들도 선보였다.

프랑스의 자동차 브랜드 푸조는 토르토나 지역에서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동시에 펼쳤다. 2012년 발표한 슈퍼바이크나 슈퍼카에 사용하던 탄소 섬유, 구리 소재 등을 자연 소재와 과감하게 결합시키고 푸조 디자인랩이 보유한 앞선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조명 디자인 오닉스(ONYX)를 소개하는가 하면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음악의 선율에 따라 LED 조명이 반응하는 갈대 형상의 플렉시글라스 조형물을 설치해 미래적인 감성 디자인을 경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푸조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이동형 비스트로 푸드 트럭이었다. 아웃도어 지향적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이 트럭은 음식물의 냉장 보관, 조리, 시식은 물론 다양한 콘셉트의 파티에 어울리는 최고급 음향 시설과 스크린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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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를 수놓은 한국의 디자인 전시

가구와 조명을 넘어 패션, 제품, 자동차, 식음료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끝없이 펼쳐지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 이 치열한 격전지에서 한국 기관과 기업들도 창의적이고 세련된 연출 감각을 앞세워 정면 승부를 벌였다. 현지에서 호평받은 한국 전시들을 소개한다.

지갑 속에 담긴 디자인의 역사, 현대카드 머니 현대카드는 한국 금융사 중 최초로 밀라노에서 전시를 펼쳤다. 2013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전시인 셈.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10년간 현대카드가 이끌어온 카드 디자인 혁신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줬다. 전시장에 진열된 카드 디자인에는 신용카드의 의미를 디자인에 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현대카드의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방문객들에게 잇 카드(it card)를 제공하기도 했는데 전시장 벽을 둘러싼 정보 단말기에 찍어 원하는 정보를 영수증으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참여형 전시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키네틱 예술과 사운드로 옮긴 브랜드 철학, 현대자동차 헬리오 커브 현대자동차는 2013년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 전시에서 협업한 세계적 아티스트 루빈 마골린(Reuben Margolin)과 2세대 작품 ‘헬리오 커브(Helio Curve: Sculpture in Motion 2.0)’를 선보였다. 작은 조각들과 각각의 조형물이 하나하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키네틱 아트 조형물은 작은 순간들이 맞물리며 완성되는 우리의 삶과 자연, 그리고 세계를 닮아 있다. 현대자동차의 자동차 사운드 전문 연구 조직 ‘사운드 디자인 리처치랩’은 이 작품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자동차의 디자인 철학을 소리로 표현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전시 공간을 채운 정교하고 거대한 설치 미술과 사운드가 방문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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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 미학을 신소재에 담다, LG 하우시스 무한한 가능성 국내 건자재 업체 중 유일하게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여해온 LG 하우시스는 올해 마르셀 반더스와 협업했다. 반더스는 LG 하우시스가 생산하는 하이막스, 데코포일, 베니프, 바닥재, 차량용 가죽 등 다양한 자재를 활용하여 초현실적인 바로크 미학을 구현해냈다. 광활한 대우주와 미세한 소우주라는 극단적인 성격의 두 공간을 나란히 배치시킨 것이 특징. 무한한 창의성과 표현력으로 미시적인 세상에서 거시적인 세상으로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신소재의 가능성을 압축해놓은 것이다.

밀라노의 심장에서 빛난 한국 공예의 멋 한국 공예의 법고창신, 2015: 수수, 덤덤, 은은

사물인터넷이 이끄는 융합 디자인의 비전, 삼성전자 몰입의 경험으로 만나는 IoT 세상

지난 2년간 밀라노 트리엔날레 미술관에서 성공적인 전시를 펼치며

2005년 밀라노 디자인 선언을 기점으로 디자인 경영에 집중해온

한국 공예의 우수성을 널린 알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삼성전자는 올해 이전한 신사옥에서 사물인터넷을 주제로 한 전시를

올해 같은 장소에서 세 번째 전시를 선보였다. 기획을 맡은 박여숙 예술

펼쳤다. 삼성의 65인치 SUHD TV 36대를 연결해 만든 지름 10m의

감독은 장인의 열정과 인내, 기다림이 만들어낸 아름답고도 쓰임새가

거대한 링 2개가 관람객을 압도했고 웅장한 사운드와 360도로

훌륭한 공예 작품 192점을 선정해 이를 은은하게 연출한 공간 가운데

펼쳐지는 영상은 IoT 세상을 간접 경험하게 만들었다.

훌륭히 담아냈다. 다양한 기법으로 제작한 이 작품들은 과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한국적인 조형미를 뽐냈다. 한국 전통 가옥의 모티브를 차용해 중정의 개념을 활용한 전시 구성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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