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_201501

Page 1


Contents Contents January 2015

January 2014

070

097 078 Housing & Deco

044 Special Issue 274 삶의 질 개선 프로젝트

시간 도둑 잡기

044 행복 감각

116 트렌드 리포트

2015년, 컬러에 대한 네 가지 이슈

홈 데커레이션 시대의 개막

070 오픈 하우스

122 주목할 만한 브랜드

내촌목공소에서 지은 퇴촌 한옥

078 라이프&스타일

남해의봄날 정은영·강용상 부부

설립 1백10주년 맞은 그랑지

126 가볼 만한 전시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특별전

086 감성을 일깨우는 데코 아이디어

<파리, 일상의 유혹>

129 2014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안식과 치유를 위한 디자인

094 건축가가 지은 집

152 가볼 만한 공간

10년의 꿈을 담은 집, 오우가

097 스타일 있는 공간

균형 잡힌 건강한 삶을 위한 디자인 제2롯데월드 특급 쇼핑 가이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보에

106 새로 생긴 숍

알려드립니다

카페 미눔/ 까사 알렉시스/

022 지난 호를 읽고

더띵팩토리×에잇컬러스/ 하이브로

050 <행복> 정기 구독을 신청하세요

110 아파트먼트 라이프

286 <행복> 독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구의동 102.47㎡ 개조기

287 행복이 가득한 쇼핑

알찬 공간 구성과 컬러가 돋보이는 집

288 다음 호를 준비하며


Contents January 2015

258

238 178 Cooking & Dining

Fashion & Beauty

146 이야기가 있는 공간

202 화장품 똑똑하게 고르기

209 피부를 위해 1월에 해야 할 일

군산 ‘이성당’ 상경 이야기

177 새로 생긴 레스토랑

206 전문가에게 배우다

218 기자가 고른 신상품_ 뷰티

솔트/ 르포인트/ 바로크/ 더빵가게

화장대의 격이 높아져요 가장 빠르게 변신하는 법

하이브리드 뷰티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없는 50자 평

178 도구 디자인

208 윈도쇼핑_ 뷰티

230 쇼핑 가이드

공예 작가들의 수저 이야기, 시저 담화

입욕제/ 수분 크림/ 쿠션 아이템

보디 케어, 예산별로 안내해드립니다

183 쇼핑 아이템

238 스토리 패션

식품 건조기/ 센터피스 그릇

184 1월의 맛깔난 천연 양념

황금빛 귤과 유자로 만든 고추소금

188 전문가에게 묻다

건강식품의 함정

044

도자기의 고향, 중국 징더전을 걷다

254 트렌드 리포트

4대 패션 도시의 컬처 케이프

258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

시간의 가치, 시계의 가치

190 오늘은 뭐 먹지?

262 패션 아이디어

페미닌하게 혹은 매니시하게

소박한 두부, 완전한 두부

194 아름다운 우리 문화

268 기자가 고른 신상품_ 패션

시끌벅적 겨울날의 이벤트, 김장

알찬 쇼핑을 위한 한마디 조언 269 윈도쇼핑_ 패션

귀고리/ 장갑


Contents January 2015

Contributors 이꼬이 정지원 셰프 지난봄 정지 원 셰프가 보내준 건조 귤은 숨 겨두고 혼자 먹고 싶을 정도로 달콤했다. 그는 비료까지 손수 만들어 쓰며 6천5백 평이나 되 는 과수원을 혼자 꾸리는 바지 런한 농부를 꼭 <행복>에 소개 해주고 싶다고 했다. 7개월을 기다려 찾은 드림농원에 서 새콤달콤함의 정석 같은 귤을 만났다. 아는 사람만

060

166

아는 귀한 감귤을 찾아 소개해준 정지원 셰프는 1년 열 두 달 우리의 든든한 지원군이다.(162쪽)

풍산우드홈 김창근 대표 패시브 하우스의 기술력과 구현율을 검

People & Culture 020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물리학자 이기진의 세 번째 글

024 행복 리포트 026 행복 안테나

새해를 아름답게 하는 실속 정보 모음

052 표지가 궁금해요

예술 장신구 작가 서예슬

054 인문학 사전

측은지심의 인성론

증받은 ‘건강한 주택’을 찾던 중

자연이가득한집 161 건강의 고향을 찾아서_ 제주도 제주시

드림농원의 감귤

166 DIY 아이디어

가죽 한 장으로 만들 수 있는 것

172 에코 하우스

혼자서도 잘 ‘먹고’ 살기

공법 등 어려운 용어에도 꼼꼼히 코멘트를 달아준 김창 근 대표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172쪽)

해인사 종현 스님 <해인지> 편 집장이기도 한 스님과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흔쾌히 반겨주셨다. 이번 겨울

국경없는의사회 구호 활동가

들어 가장 추웠던 촬영 당일, 수십 명이 함께한 김장 풍경

이선영 박사

을 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을 누 비며 좋은 그림을 만들 수 있도록 격려하고 협조해준 종 현 스님이 있었기에, 해인사의 김장 풍경을 잘 담을 수 있

로맨티시스트 이중섭의 연서戀書

었다. 다음 해에는 취재가 아닌 김장 원정대의 일원이 되

138 남편들의 이구동성

까지 직접 방문해 도움말을 전하기도 했다. 건축 기술과

위해 오랜만에 연락했을 때도

066 행복 갤러리

대표는 이번 취재의 일등 공신인데, 촬영 당일에는 판교

는데, 이번 해인사 김장 취재를

명사 21인이 손 글씨로 쓴 신년 인사

060 귀 기울여 들어보니

되었다. 20년 경력의 목구조 주 택 전문가인 풍산우드홈 김창근

당시 취재에도 큰 도움을 받았

056 새해를 열며

하의 시공사 풍산우드홈을 알게

판교 건강 주택

176 1월의 장바구니

한국패시브하우스건축협회 산

어 함께 김치를 담그리라 다짐해본다.(194쪽)

“쏴리, 쏴리, 쏴리!”

140 책 읽어주는 여자

어시스턴트 이혜름 어시스턴트

를 구하는 일은 하늘에 별 따기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보다 힘들다. 괜찮은 어시스턴

144 오토 라이프

트를 찾기란 더욱 어렵다. 지난

올 뉴 레인지로버 LWB

해 10월부터 <행복>의 어시스 우리나라 잡지 중 최초로 한글 서술형 제호를 사용하는

턴트가 된 이혜름은 흔히 말하

<행복이가득한집>은 한국적인 것의 힘, 대한민국 가족

는 ‘요즘 애들’과 달랐다. 하나

의 힘을 이야기하는 잡지입니다.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

를 가르쳐주면 열을 알았고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는 자존심과 긍지의 잡지 <행복이가득한집>은 남다른

찾아서 했다. 눈치도 빨라서 기자가 필요한 제품과 자

감각과 안목, 지성을 갖춘 분을 독자로 모십니다.

료를 척척 가져다주었다. 단언컨대 기자가 지금껏 만난

제호디자인Since2008:홍동원(글씨미디어)

어시스턴트 중 가장 최고라 자부할 수 있다.(262쪽)


건강하고 유쾌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브랜드를 모집합니다.

참가 브랜드 모집 중! 신청 기간 2015년 1월 15일(목)까지 신청 온라인 참가 신청 www.livingdesignfair.co.kr 전시 섹션

참가 대상

참가 형태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

브랜드+아티스트

리빙 아트

브랜드&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컬래버레이션

LIVING ART

아트&크래프트,

리빙 브랜드 LIVING BRAND

주최

면적(WxDxH)

신청 단위

3m x 3m x 3m

6부스

참가비(VAT 별도)

제공 사항 기본 벽체, 조명, 바닥(파이텍스), 상호 간판

3,000,000원 / 1부스

*디자이너 지원비(시공비)와 대행비 별도

VIP 서비스 브랜드 등

일반 대관

3m x 3m x 3m

2부스 이상

토털 인테리어 가구,

조립 부스

3m x 3m x 2.4m

2부스 이상

2,800,000원 / 1부스

기본 벽체, 조명, 바닥(파이텍스), 상호 간판

독립 부스

3m x 3m

4부스 이상

2,400,000원 / 1부스

전시 면적만 제공(브랜드 자체 시공)

기본 벽체, 조명, 바닥(파이텍스), 상호 간판

주방&욕실용품, 홈 가전, 텍스타일, 마감재, 생활 소품, 아웃도어 등

주관

서울리빙디자인페어사무국 서울시 중구 동호로 310 태광빌딩 ㈜디자인하우스 T 02-2262-7191~9 F 02-2275-7884 E SLDF@design.co.kr H www.livingdesignfair.co.kr Facebook www.fb.com/seoullivingdesignfair

원 포인트 인테리어 특별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시즌 팝업스토어 ddp Living Design Market 주요 아이템 홈 텍스타일, 조명, 테이블웨어, 주방소품, 리빙 데코, 디자인 슈즈, 유아동용품, 아트 프린트, 오가닉 푸드 등 기간 2015년 1월1일(목) ~ 3월31일(화), 10:00-22:00 (매월 셋째주 월요일 휴관)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살림터(D) 살림관 2층 리빙디자인마켓 문의 02-2262-7199


새해를 열며

명사들의 손 글씨

신년 인사 최근 손 편지 써본 적 있으신가요? 받는 이를 떠올리며 마음을 눌러 담던 손 편지의 온기를 기억합니다. 1월호를 준비하며 명사 21인에게 일상에서 사용하다가 떠나보내는 물건에 신년 덕담을 적어달라 부탁했습니다. 이별하는 물건에 다정한 마음을 담으니 떠나보낼 수 없는 귀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행복> 독자 여러분도 무엇이든 쉽게 버리지 않는 2015년 한 해가 되시길 바라며, 고마운 마음을 담아 신년 인사를 띄웁니다. 글 신진주 기자 사진 김규한 기자

서울특별시장 박원순 시정 업무가 많은 시청에는 사용하고 남은 파일 비닐 포장지 쓰레기가 수도 없이 쌓인다. 그중 하나에 손 글씨로 신년 인사를 써서 보내왔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경옥 빛바랜 원고지는 오래전에 황학동에서 구입한 것이고, 뒤에 덧붙인 청색 종이는 선물 포장지. 말려둔 나뭇가지를 실로 꿰매 멋진 편지지를 만들었다. 의자 하나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새해를 염원하며 미니어처 의자를 편지지에 붙였다.

사진가 배병우 “지해知海 지천地天 지풍知風이라 해도 결국 지무知無” “공자 왈公子曰 앎의 삼 단계를 지물지인지천知物知人地天이라 했는데, 따라서 배 왈裴曰 지풍지수지천知風知水知天이라 물어보지만, 에라 지광知光하고 끝나면 지주知酒라도 열심히 해야지. 2015년 신년新年에 여수 향일암麗水向日庵.” 2001년 프랑스 파리에 있는 가나-보부르 화랑에서 열린 전시 브로슈어에 하이쿠 같은 시 한 편을 적어 보냈다.

056


아티스트 최정화 “생생생生生生, 활활활活活活. 최정화崔正化.” 가득가득 모으는 물건은 많아도 떠나보내는 물건은 없는 최정화 작가는 길에서 주운 나무 판자 위에 그처럼 기운생동한 메시지를 남겼다. 평소 그의 입으로 자주 읊는 말, ‘생활’에서 하나씩 단어를 추가한 생생생, 활활활.

인문학자 도정일 인문학자 도정일의 저서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의 첫 페이지. 그리고 너무나도 명징한 문장 하나로 전한 새해 인사.

에스티 로더 그룹 대표

그리스토퍼 우드 “신년은 항상 새롭게 출발하고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시기이자 서로 사랑할 시간입니다. 크리스토퍼 우드” 라고 쓴 편지지는 에스티 로더의 새 향수, 모던 뮤지 론칭 쇼 때 사용한 초대장.

캘리그래퍼 강병인 2014년 한글의 날에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 소개 책자 표지에 손 편지를 담았다. <행복>과 인연이 깊은 만큼 다정한 온기와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캘리그래피 편지.

배우 이영애 사용하고 버리는 화장품 포장 상자에 신년 인사를 담아 보냈다. 상자는 쌍둥이 엄마인 그가 최근 론칭한 뷰티 브랜드 리아네이처의 패키지.

패션 디자이너

임선옥 임선옥 디자이너의 브랜드 파츠파츠의 아이콘이기도 한 도자기 패턴을 프린트한 종이를 사용했다.

057


켈리타앤컴퍼니 대표

최성희 “As Slow as possible! 가능한 천천히 느끼고, 말하고, 사랑하는 2015년 한 해가 되기를….” 디자인업체 대표인 그가 직접 디자인한 남양유업의 ‘1964 백미당’ 종이 가방에 신년 인사를 담았다.

KBS 다큐멘터리 PD 이욱정 “새해에는 낯선 곳에서… 처음 맛보는 음식에 놀라고 싶다. 욱.” 쿠바 거리 사진이 인쇄된 엽서에 담은 이욱정 PD의 간절한 염원.

셰프 박찬일 “토스카나 어느 시골 한적한 동네, 그 흔한 좋은 와인도 나오지 않는 토양, 오직 자갈과 황토 날리는 감자밭이 있는 쓸모 적은 땅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도예가 이기조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이려니 잠잠이 나의 내일을 기다리리라.” 한국 도예가 최초로 크리스티 경매에 백자를 출품한 도예가 이기조 선생의 백자 편지. 백자 여백에 담은 정갈한 손 時.

이곳은 좋은 포도를 생산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그의 노력으로 이 척박한 땅에 세계 최고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사씨까이아, 마세토, 오르넬라리아… 이 땅의 이름은 볼게리Bolgheri입니다. 버려진 쓸모, 재능을 발견하는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박찬일 올림. 2014. 12.” 이탈리아 토스카나 볼게리의 대표 와인 레 마키올레Le Macchiole의 포장 박스에 적은 박찬일 셰프의 신년 인사.

건축가 승효상 “쾌도난마快刀亂麻 대영약충大盈若沖 새해 만복 받으소서.” 평소 검도를 취미로 즐긴다는 건축가 승효상이 최근 사용하다가 망가진 죽도에 신년 인사를 적어 보냈다. 쾌도난마와 대영약충은 복잡하게 얽힌 사물이나 문제를 바르게 처리하고, 완전한 것은 텅 빈 것과도 같다는 뜻.

스타일리스트 서영희 비누 포장지를 가위로 자르고 바느질해 만든 특별한 편지지에 손 글씨로 새해 인사를 보내왔다.

058


만화가 윤태호 “새해 건강하게 행복하세요. 2014. 12.” <미생> 9권 완결 편에 ‘장그래’ 그림과 함께 신년 인사를 써준 웹툰 <미생>의 윤태호 작가.

화가 유혜영 바르셀로나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화가 유혜영은 2014년 4월 서울 갤러리 토스트에서 연 개인전 <해피Happy, 만화 같은 민화>의 전시 포스터 위에 편지를 띄웠다. ‘나는 이상한 노랑’은 그의 작업의 화두로 <나는 이상한 노랑, 나는 이상한 파랑>이라는 유럽 영화에서 따온 말. 유럽에 사는 동양인의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건축가 오영욱

사용하고 있는 메이크업 재료를 이용해 직접

“행복이가득한집 독자님들께, 그래도 행복한 새해

양을 그려 편지와 함께 보냈다.

맞이하세요. 2014. 12. 8. ogisa.” 오다건축사사무소 대표이자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인 건축가 오영욱은 자신의 그림책 <인생의 지도>에 삽입된 원화

뮤지컬 음악 감독 박칼린

포스터에 신년 인사를 적어 보내왔다.

뮤지컬 음악 감독 박칼린의 단골 가게이자 페이스트리 전문점인 올리버스윗의 케이크 박스에 적은 신년 인사.

이케아 코리아 리테일 매니저

안드레 슈미트갈 “행복은 가정에서 온다”고 신년 덕담을 보내온 이케아 코리아의 리테일 매니저 안드레 슈미트갈. 아들을 위해 구입했지만, 이젠 사용할 수 없는 ‘칠드런스 이케아’의 맘무트 체어에 새해 인사를 담았다.

059


오픈 하우스

설계부터 시공, 짜맞춤 가구까지 이정섭 목수가 직접 수작업으로 완성한 내촌목공소의 퇴촌 한옥. 창틀과 문, 선반장은 물푸레나무와 참나무를, 가구는 호두나무의 옹이를 그대로 살려 지어 공간 곳곳에서 단단하면서도 따스한 나무의 결이 느껴진다.

070


내촌목공소에서 지은 퇴촌 한옥

결 고운

나무 집

집은 설계가 주는 감동이 있고 시공 디테일이 주는 또 다른 감동이 있다. 내촌목공소 이정섭 목수가 8개월간 한 땀 한 땀 지은 퇴촌 한옥은 명민한 설계가 주는 편리함보다는 사람의 손맛이 만들어내는 감동이 더 큰 집이다. 잘 건조한 나무를 구조재와 마감재로 사용하고 휘발성 유기화합물 제로 원칙을 고수한 사람 중심의 집. 퇴촌 한옥에서 정직한 집 짓기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글 이지현 수석기자 사진 박찬우 설계와 시공 내촌목공소(033-433-5573)

071


086


한옥 이론으로 정평이 나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봉렬 총장은 저서 <한옥에 살어리랐다> 서문에 이렇게 쓰고 있다. “주택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그렇다면 한옥은 한국인의 삶을 담은 집이 다. 삶의 모습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옥은 불변의 고정된 모형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고려시대에는 고려적인 한옥이, 조선시대에는 조선적인 한옥이 있은 것처럼 21 세기에는 이 시대에 맞는 한옥이 존재한다는 것. 새로운 재료와 기술이 출현하 고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지라도 한옥이 품어야 할 가치를 담고 있다면 결코 한옥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 그가 말하는 한옥 정의의 핵심이다. 시 각적 화려함 대신 정서적 풍족함을 주는 집,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며 환경친화적 목구조체 틀 속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집이 바로 한옥이 품어야 할 가치일 터. 내촌목공소에서 퇴촌에 지은 집을 자신 있게 ‘한옥’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기본을 지킨 집 집주인과 이정섭 목수의 인연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다. 당시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이정섭 목수의 가구 전시를 본 집주인은 아들이 쓸 책상과 의자를 고를 요량으로 내촌을 찾았다. 하지만 웬걸, 의자 하나를 만 들기 위해 재료는 물론 모든 공정에서 엄격한 기준을 고집하는 목수의 작업 현장 을 직접 보고 그의 팬이 된 집주인은 그 뒤로도 몇 달에 한 번씩 내촌을 찾았다. 목수가 손수 지은 나무 집에 머물며 가구뿐 아니라 건축과 미술에 대한 그의 철 학을 접한 집주인은 언젠가 집을 짓는다면 꼭 이 목수에게 맡기리라 결심했다. 9년의 기다림 끝에 완성한 내촌목공소의 퇴촌 한옥. 설계부터 시공, 짜맞춤 가구 까지 모두 목수가 직접 수작업하는 내촌목공소의 한옥 중 퇴촌 한옥은 열여덟 번째 프로젝트로, 전통 한옥의 맞배지붕과 처마를 구현하고 기둥과 보로 칸을 나눈 전통 방식의 나무 집이다. “현대 건축은 설계자와 시공자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물론 우리 전통 건축도 나 무를 다루는 목수와 지붕을 올리는 와장, 돌을 놓는 석공이 분리되어 있지만 엄 밀하게는 디자인과 설계, 시공을 모두 관장하는 대목이 있었으니 토털 건축이라 고 봐야겠죠.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지 않아 집의 품질을 확보한다는 점, 나무를 사용한 전통 짜맞춤 방식을 고수한다는 점은 전통 방식 그대로의 한옥입니다. 하지만 굳이 관리하기 어려운 소나무나 기와를 고집하지 않으니 외형만 보면 이 른바 말하는 전통 한옥의 기준에서 벗어났다고도 할 수 있죠.” 전통을 이어가려면 어느 정도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고 믿는 이정섭 목수는 전통 건축에서 디자 인적으로 좋은 요소는 콘셉트로 적용하고, 효용 성을 떨어뜨리는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한 내촌 목공소만의 한옥을 제안한다. 집으로 들어서면 우선 나무 냄새에 취한다. 한 달 전 완공한 집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자연의 냄 새가 가득 배어 있다. 서울에서 원단 사업을 하는 집주인은 먼저 세컨드 하우스로 사용하다 은퇴 후 이주할 계획으로 이 집을 지었는데, 새 집 같지

왼쪽 서울에서 원단 사업을 하는 건축주가 은퇴 후 이주하기 위해 지은 주말 주택 퇴촌 한옥. 나무를 사용한 전통 짜맞춤 방식을 고집하고 성능이 우수한 친환경 마감재와 천연 원목 가구를 사용해 집에 들어서는 순간 은은한 나무 향에 먼저 취한다.

1 황토 온돌방은 집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거실에서 장작불을 땔 수 있다. 2 주방 옆 통로. 두 개의 문 밖으로 보이는 뷰가 단아하다.

1 2


주방에서 거실을 바라본 모습. 골조부터 마감까지 나무 소재를 사용하고 맞배지붕과 작은 창, 기둥과 보로 칸을 나눈 전통 방식을 고수했다. 실내에서 장작을 땔 수 있는 아궁이가 특징, 아궁이 옆 문으로 나가면 툇마루 형태로 길게 뻗은 테라스가 있다.



1

2

3

1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쪽에 침실을 배치. 복도 왼쪽 메인 침실 안으로 들어서면 드레스룸 겸 수납공간이, 그 안쪽으로 욕실과 샤워 부스가 자리한다. 2 2층 복 도 오른쪽에 자리한 게스트룸. 이정섭 목수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된 아들의 책상을 창가에 배치했다. 창틀 너머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 풍광이 하나의 작품처럼 펼쳐진다. 3, 9 전통 기와 대신 프랑스산 철제 지붕을 사용했다. 까만 지붕과 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이 대비 되어 절경을 이룬다. 4 편백나무 사우나는 이 집의 또 다른 자랑거리. 5 물이 튀지 않는 욕실 벽면 위쪽은 나 무로 마감하되, 요철 디테일을 살려 공간에 입체감을 주었다. 6 벽면 창이 작아 부분적으로 뚫은 천창으로 채광을 확보한다. 7 전통 한옥의 안온한 느낌을 더하 기 위해 천장은 낮게 나무로 마감하고 창도 작게 시공 했다. 8 종으로 세운 적삼목과 횡으로 쌓은 돌 마감이 대비를 이루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외벽. 길게

4

6

076

뺀 처마와 툇마루가 인상적이다.

5

7

8


9

시간이 많아졌단다. 좋은 재료로 지은 집이라 그런지 자고 나면 머리가 맑아진

집이라 부르는 사랑채는 그러한 용도다. 전통 한옥에서 안채가 가족만의 안온

다는 것. 그러고 보니 이 집은 나무 아닌 다른 소재를 찾아보기 힘들다. 건축 구

한 공간이라면, 사랑채는 응접 공간이자 다이닝 공간이다. 한쪽에만 주방 시스

조재와 기둥, 보, 도리에는 소나무와 전나무・가문비나무를 사용했으며 외벽 마

템을 갖추고 풍경이 보이는 자리는 비워둔 채, 그때그때 목적에 맞게 가구를 세팅

감재는 일반 외장재로 많이 쓰는 삼나무, 즉 적삼목을 사용했다. 창틀과 조명

해 사용할 것이라고. 봄, 여름, 가을에는 폴딩 도어를 모두 열어 정자처럼 개방된

등, 문들은 단단한 물푸레나무와 참나무를, 가구와 문손잡이는 참나무와 호두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나무를 사용했다. 이처럼 골조부터 마감까지 나무라는 한 가지 물성을 고집하

또한 매일매일 생활하는 집 어딘가에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장소를 만드는 것은

려면 뒤틀림 등 완성도에 그만큼 자신이 있어야 한다. 내촌목공소 한옥에 투입되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즐거움 중에서도 꽤나 큰 의미를 차지한다. 기름 먹인 은

는 모든 목재는 함수율(목재 건조율)이 12%를 넘지 않는다. 특히 소나무는 건

은한 황토색 종이 장판을 바른 뜨끈뜨끈한 온돌방과 실내와 실외의 경계에 있는

조의 유무에 따라 강도와 부식이 네 배까지 차이가 나는 목재로, 낮은 함수율을

툇마루는 바로 이 목수가 지혜를 짜내어 만든 공간이다. 실제 집주인은 온돌방

유지하면 뒤틀리거나 곰팡이가 필 염려가 없다. 기둥과 보, 도리 등 맞물리는 부

에 앉아 아궁이에 타닥타닥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집이 바로

분 역시 수치를 넉넉하게 주지 않아도 되니 콘크리트, 유리 소재처럼 둔탁하지 않

안식처라는 안도감과 몸속 깊은 곳까지 퍼지는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

고 정교하게 마감할 수 있다. 또 교외 주말 주택이라면 응당 걱정하게 되는 웃풍

다.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라 평일에도 시간이 나면 이곳

이라든지 단열, 난방 역시 꽤 만족스럽다. 기와 대신 프랑스산 지붕재에 뉴질랜

퇴촌으로 달려와요. 온돌방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팔당호와 앞산이 내 마당

드산 울 단열재, 성능 좋은 현대 창호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맞배지붕에 부분적

처럼 펼쳐지죠. 창 하나를 낼 때도 치밀하게 계산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으로 뚫린 천창은 단열에서 중요한 채광을 해결해주는 요소다. 한옥처럼 창이

8개월 동안 아홉 명의 내촌목공소 식구가 동고동락하며 한 땀 한 땀 지은 집. 잘

작고 처마가 있는 집이야말로 사계절 고른 채광을 유지해주는 천창이 반드시 필

건조한 나무를 구조재와 마감재로 사용하고 휘발성 유기화합물 제로의 원칙을

요하다는 것이 목수의 지론이다. 또 전통 방식과 현대 소재, 전통 소재와 현대 방

고수하며 ‘사람 중심’이라는 집의 기본 품질을 갖춘 집. 그냥 지나치기 쉬운 집의

식이 조화를 이루는 비결은 바로 ‘수작업’에 있다. 설계 후 바깥에서 집을 짓는 동

촉감과 향기까지 생각한 집.

안 내촌목공소 안에서 가구와 문짝, 선반, 옷걸이, 스위치 커버까지 손수 제작하

무릇 집은 누군가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이 집을 그릇에 비유한다면 그릇의 만

는 것. 그래서일까? 이 집은 살림이 많지 않고 별다른 장식이 없는데도 마치 하나

듦새는 무척 탄탄했으며 정교하고 정밀했다.

의 공예품처럼 완성도가 느껴진다. 사람이 손으로 나무를 하나하나 가공해 지 었으니 건축이라기보다는 공예품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목수 이정섭은 내촌목공소 대표다. 독학으로 서울대학교

집, 그 이상의 즐거움 퇴촌 한옥은 주말 주택이자 집주인 부부가 노후에 살

서양학과에 입학했지만 목수가 되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집이다. 이처럼 가족의 생활 주기에 따라 목적과 용도가 변할 수 있는 집은 전형

태백의 한옥 학교에서 집 짓기를 배운 뒤 가구까지 영역을 넓혔다.

적인 틀에 맞는 공간을 정하는 것보다 적당히 유연한 공간을 남겨두고 실제 거 주자가 살면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본채 옆에 자리한 유리

잘 만든 물건이 우리 삶을 건강하게 변화시킬 거라는 믿음으로 손으로 하는 노동의 가치를 고집스레 실천하며 산골 목수로 살길 원한다.

077


아름다운 우리 문화

홍쌍리 명인

“탈렌트랑 양복쟁이랑 나처럼 재미지게 김장 담그는 이도 없제”

194


시끌벅적 겨울날의 이벤트 우리의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지요? 그래서인지 올해는 김장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듯합니다. 사계절 내내 백화점에서는 물론 집 앞 편의점에서도 김치를 사다 먹을 수 있는 풍요와 간편의 시대이니 여럿이 모여 함께 담그

는 김장은 단순히 월동 준비를 하는 의미보다는, 메마른 일상에서 특별한 재 미를 찾는 현대인에게 맛있는 이벤트로서 더욱 설득력이 있는 셈이지요. 사찰 에서, 동네 골목에서, 식품 명인의 농원에서, 도예가의 일터에서… 잔치처럼 축제처럼 노동의 즐거움과 나눔의 미덕이 공존하는 김장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유쾌하게 버무려진 김장

김치는 지금쯤 장독 안에서, 김치냉장고 안에서 맛있게 익어가고 있겠지요. 글 신민주 수석기자, 신진주ㆍ박유주 기자 사진 박찬우, 김동오 기자

꽃이 맺어준 고운 인연 덕에 도타운 정 나누며 부질없는 세상도 정답게 산다는 이가 청매실농원의 홍쌍리 명인이다. 피붙이 같은 인연들에게 먹을거리 만들어 보내는 재미로 사는 그에게 김장은 힘겹게 노동하는 고된 연중행사가 아니다. 외려 고달픈 인생길에 즐거움을 만끽할 절호의 기회다. “나처럼 재미지게 김장 담 그는 이도 없을 겁니더이. 일손을 거들겠다고 내가 예뻐라 하는 고두심이도 오고, 법원 부장검사님도 오 고, 일본에서 배용준이 팬들도 벌써 8년째 온데이. 얼마나 신나노.” 챙겨 먹일 입이 많으니 명인의 김장은 그 스케일부터 어마어마하다. 기간만 해도 길게는 열흘에 걸쳐 담그는데, 올해는 배추 농사를 망쳐 그나마 5

1

백 포기를 줄인 5천 포기만 담그니 일주일이면 족하단다. 김장에 배추김치만 담그는 것도 아니다. 굴을 잔

2

뜩 넣어 깍두기도 담그고, 갓김치도 담근다. 동치미와 백김치는 보름 전에 미리 담가 항아리 속에서 익힌 다. 일손을 거든 이들에게 김치를 한 보따리씩 들려 보내기 위해서다. “그래도 김치는 몸이 편찮은 어르신 들과 장애인에게 제일 많이 줍니다. 매실 따다 허리가 휘고 나서 알게 됐제. 몸이 아프고 불편한 게 세상에 서 제일 서러운 거라예.” 양이 많다고 정성이 덜하진 않다. 생태와 새우, 다시마, 무, 양파를 삶은 육수로 담 가 김치 국물도 버리지 말라고 일일이 편지까지 쓸 정도다. 얻은 것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 명인이 삶의 방식이니 김장에 일손을 거들겠다고 모인 이들에겐 이 자리가 선행의 현장이다. 그래서 청매실농원의 김장에 품앗이하러 온 이는 누구나 알 법한 유명인도, 양복을 차려 입은 이도, 주부도 일단 앞치마와 장갑, 장화부터 챙겨 갖추고 묵묵히 일한다. 그저 절인 배추를 건져오고,

왼쪽 전남 광양 청매실농원의 옹기 항아리 속에서 맛이 든

소를 채워 넣고, 용기에 열심히 담아 나른다. 뽐내는 이도 없고, 이날만큼은 낯모르는 이와도 동지가 되어 서로 돕는다. 김장이 마음으로 의지하고 받아주는 정서의 품앗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동김치(홍쌍리 명인은 동치미를 동김치라 부른다). 청각을 넣어 시원한 맛을 더했다.

홍쌍리 명인이 시詩로 쓴 김장 레시피 배추야/ 사랑으로 키운 배추는 흙 속에서 세상 밖에 나옴서/ 벌갱이 땜시 겪어야 할 아픔/ 가을 된서리 아픔도 가시기 전에/ 알찬 배추와 뿌리가 이별하는 아픔/ 또 2쪽 4쪽 잘려 수술하는 아픔/ 소금물에 4시간 동안 진이

1 그가 딸처럼 여기는 탤런트

빠지는 아픔과 고난을 다 이겨내야 하는 배추가 김치의 참맛/ 양념은/ ① 생태-새우-다시마-무-양파를 삶은 육수/ ② 4월에 시집온

고두심은 해마다 김장 날이면

항아리 속에 담근 멸치젓, 새우젓에 머리 뗀 참조기/ ①, ②번을 잘 배합한 액젓에 마늘-생강-청각-파-미나리-당근-고춧가루를

찾아와 일손을 돕는 고마운 이다.

2 돼지고기수육은 김장 날 빠지지 않는 새참이다.

잘 섞은 양념에/ 배추 포기를 예쁘게 화장한 김치를 사람은 맛있다 하는데/ 배추 포기는 얼마나 쓰리고 따갑고 아팠을까?/ 사람 같으면 “악” 하고 소리 질러 울 것인데/ 배추의 아픔과 고생한 농민의 땀이라 여기시고/ 김치 국물도 버리시면 시시 티비 담니데이/ 농민이 키운 배추김치를 보약으로 드시고 건강하이소예/ 우리 다 같이 맛있는 배추김치처럼 살아요 .

195


경남 합천 해인사

“김장 울력은 한 해의 공덕을 쌓는 일”

196


왼쪽 매년 산사 뒷마당에는 겨울 김장 ‘잔치’가 열린다. 해인사 밭에서 수확한 배추

1 2

약 5천 포기가 김장에 동원됐다. 1 사흘간 치르는 김장의 마지막 날은 양념 치대는 날. 치인리 마을 주민들과 스님이 서로 도우며 배추에 소를 채우고 있다.

2 해인사 밭에서 김장 배추를 수확하는 스님들.

“해인사 김장 날짜 나왔습니다!” 공식 김장 일정이 나오면 가야산 전체가 들썩인다. 2백여 명의 스님은 김 장을 치르는 사흘간 모든 외출을 삼가고, 가야면 치인리 주민들은 회의를 해서 각자 역할을 맡아 양념 준 비에 들어간다. 1년에 두 번, 하지 감자를 수확하는 7월과 초파일까지 먹을 김치를 담그는 12월은 해인사 의 가장 큰 울력이 있는 기간이다. “올해는 윤달이 있어 김장 시기가 한 달 빨라졌습니다. 학인 스님들이 방 학을 하기 전에 김장을 해야 하거든요. 일손을 거들어야죠.” 종현 스님의 말처럼 해인사 김장에는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올해는 해인사 배추밭에서 수확한 5천 포기가 동원됐다. 배추를 수확해 자르고 소금에 절 이는 일은 스님들이, 양념을 치대는 일은 가야산 인근에 사는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맡았다. 팔만대장경을 모시고 있는 법보사찰로 김장도 남다른 법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산사 뒷마당에 초대형 사각 통을 여러 개 설치해 시퍼런 비닐을 깔았다. 그러곤 그 통 안에 스님들이 방수 복을 입고 들어가 소금을 뿌리며 배추를 절이니 참으로 거대하고 소란스러운 울력이다. 고춧가루 양념을 치대는 일에는 이른바 ‘보살’과 ‘처사’들이 나선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동네 주민과 김장 소식에 돕겠다고 먼 길 달려온 불자, 해인사 안팎 일을 도맡아 하는 직원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제 나름의 수행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기분이 좋기까지 합니다.” 수원에서 온 성봉 근 씨는 해인사 김장 봉사를 한 지 10년째. 여럿이 함께 모여 하하호호 하며 정 맛으로 담갔으니 김치가 더 귀하단다. 성보박물관 양종인 학예연구사도, 32년간 해인사의 크고 작은 업무를 해온 성계웅 씨도 김장 동지가 되어 새벽부터 서로 돕는다. 스물여섯 살 정지훈 학생은 어머니 최성자 씨와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그 사이에서 가장 바쁜 건 절 살림 대장인 원주 스님이다. 따끈따끈한 호빵을 널찍한 쟁반에 담아 하나씩 입에 넣어주고, 율무차와 커피, 라면 등 간식을 챙기는 일도 잊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노스님이 뒷마당에 들러 방금 소를 넣은 김치 한 이파리 찢어 맛보고 ‘김장 대원’들을 격려한다. 자원봉사자들은 멀리서 온 객 도 있지만, 대부분 스님보다 해인사를 더 잘 아는 이들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 결혼해 평생 살아온 이웃 들, 해인사의 역사를 옆에서 오래 지켜본 동네 주민들… 그들에게 해인사 김장은 단순한 울력이 아니다. 마 을 공동체의 소문난 잔치고 한 해의 공덕을 쌓는 일이다. 해인사의 ‘짬뽕 김장’ 레시피 해인사에서 발행하는 <해인지> 편집장 종현 스님은 해인사 김치를 ‘짬뽕 김치’라 표현했다. 한 사찰에 오래 머무르는 스님이 없으니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고 그때마다 새로운 조리법이 들고 난다는 것이다. 사찰 김치라 해서 담백하고 남다를 것이라 예상하지만, 많은 방문객을 위해 오래 저장하는 과정에서 맛은 짜지고 매콤해진다는 것. 기본적으로 해인사 김치에는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 오신채五辛菜를 제외하고 젓갈 역시 사용하지 않는다. 무, 버섯, 미역, 가시오가피 같은 약초를 넣어 육수를 만들고 조청, 청각, 찹쌀풀, 간장, 사과, 배, 약초 등을 섞어 고춧가루 양념을 만든다.

197


달려라 개미

“김장은 골목이 들썩이는 동네 잔치”

198


1

2

자동차가 지나가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좁다란 골목에 나지막한 담을 마주하고 옹기종기 작은 집이 이어 진다. 수십 년 세월을 함께한 이 골목이 최근 새 이웃을 맞았다. ‘개미진(‘감칠맛 난다’는 뜻의 전라도 방언)’ 음식과 우리 술을 맛볼 수 있는 달려라 개미다. 고요하던 이곳에 ‘달려라 개미’가 들어선 이후 활기가 넘쳐 왼쪽 동네 주민이 모두 나와

흐른다. 김장철이면 집집마다 일손을 나누고 정을 나누던 수십 년 전의 일상이 되살아난 것. 옆집 사는 할

달려라 개미의 김장을 거들던 날,

머니와 윗집 사는 할머니, 골목 입구 쇳대박물관의 최홍규 관장 등 이화동 주민에 김홍준 대표의 지인, 이곳

이화동 골목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1 김장 잔치를 준비한 달려라 개미의 김홍준 대표. 매년 재미난 김장 잔치를 마련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2 해남에서 공수해온 배추와 갓, 대파로 배추김치와 갓김치, 갓쌈지, 대파김치를 담근다. 3 광목으로 동화책을 만드는 이웃 주민 유미리 씨가 만든 김장 잔치 포스터.

의 단골손님까지 하나 둘 김치 통을 손에 들고 김장을 거들기 위해 모여들었다. “어릴 적엔 김장 품앗이하 는 어머니 따라다니며 매일 김치 한 쪽씩 얻어오면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지요. 일주일 넘게 온 동네가 잔칫집이었고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귀한 손님이 찾아온 양 쉴 새 없이 요리가 나오는 김장철은 어린 저에게는 신나는 명절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지난밤부터 절인 배추를 옮기고 찹쌀풀에 고춧가루와 새우젓과 멸치 액젓, 생새우 등을 넣고 섞어가며 소를 만들었다. “저희 집에서 한 해 두고 먹을 김치는 다음 주에 해남에 내려가 담글 겁니다. 오늘 은 김장하러 오신 손님들이랑 함께 나누려고 담그는 거예요. 저희 김치가 생각나 자주 들른다는 단골에게 김치도 선물하고, 동네 어르신에게 한 수 배워보기도 하고요.” 거드는 이가 많으니 배추김치와 갓김치, 대 파김치에 갈치속젓으로 버무리는 갓쌈지까지 담그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음식점에서 뭔 막걸리가 3천 원이나 하는지 도둑놈이 따로 없네! 했는데 확실히 맛이 다르긴 다르네.” 동 네 어르신의 말에 김홍준 대표는 개미집을 대표하는 슬러시 막걸리까지 내온다. 칼바람을 맞으며 함께 이 웃과 함께 김치를 담그고 뜨끈한 국밥과 갓 담근 김치, 김장 날 빠질 수 없는 돼지고기수육을 함께 나누며 이들은 그야말로 이웃사촌이 되었다. 개미진 김장 레시피 땅끝 마을 해남에서 공수한 배추에 함초 소금을 뿌려 재운 뒤 두세 번 헹궈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찹쌀풀을 쑤어 미지근하게 한 김 식혀 고춧가루를 푼다. 멸치 액젓, 새우젓, 생새우,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설탕을 넣고 손가락 두 마디 길이로 썬 쪽파, 미나리, 갓과 무채를 넣어 버무린 김칫소를 배추 잎 사이사이에 넣는다. 갓은 뿌리를 따서 다듬고 물에 담가 흙을 불려 깨끗이 씻은 뒤 함초 소금에 네 시간 절인다. 청갓이 일반적이지만, 톡 쏘는 맛을 좋아한다면 홍갓이 제격이다. 찹쌀풀을 쑤어 한 김 식혀

3

고춧가루를 넣고 멸치 액젓,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설탕을 넣어 믹서에 한 번 간 다음 갈치속젓을 넣어 소를 만든다. 물기를 뺀 갓에 소를 버무려 통에 차곡차곡 담아 하룻밤 실온에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는다.

199


이기조 도예가

“시간으로 맛을 내는 김장은 노동을 곁들인 페스티벌”

이기조 도예가의 백자는 현대적 미감으로 모던하면서도 깊이감이 있어 빤한 일상 음식을 올려도 멋스럽다. 돼지고기수육과 막걸리는 그가 직접 만든 것으로, 그는 도예 솜씨 못지않게 요리 솜씨도 빼어나다.

1 소금 창고에서 5년간 묵힌 천일염은 짜지 않고 다디달다. 그래서 그가 직접 배추와 고추를 재배해 담근 김치도 깔끔하고 시원하다. 2 솔직히 도자기 빚는 일보다 살림하는 게 더 재미있다는 그는 김장도 축제처럼 즐긴다. 그의 말마따나 ‘노동을 곁들인 페스티벌’로 지인들과 정을 나누는 자리다.

200


1

2

김치는 시간의 맛이다. 여러 가지 재료가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려면 우선 기다려야 한다. 배추와 무를 수확하고 재료를 다듬고, 절이고, 소를 켜켜이 채우는 모든 과정에서 맛을 더하는 손맛도 빠질 수 없다. 현 대판 백자 장인으로 불리는 이기조 도예가는 김치 담그는 일이 도자기 빚는 일과 닮았다고 한다. “도자기 나 요리의 프로세스는 똑같아요. 레시피가 있고, 손맛으로 만들지요. 재료만 다를 뿐, 조합이 중요한 점도 그렇습니다. 음식 중 최고로 치는 것은 단연 김치지요. 김치를 담그려면 힘도 들고 곰삭히는 데 시간이 필 요하지만, 시간과 노동은 음식의 격조를 높이는 요소니까요.” 도자기가 그러하듯 좋은 음식도 시간과 노동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 그의 음식 철학이다. 밭에서 배추와 고추 농사를 직접 지을 정도니 그는 김장을 통해 이를 몸소 실천하는 셈. 그가 재배한 배추는 크기는 작지 만 줄기가 두껍지 않고 양념을 안 해도 그 맛이 다디단데, 퇴비만으로 재배하기 때문이란다. 집 뒷마당에는 소금을 묵히는 소금 창고도 따로 마련했다. 간수를 뺀 소금을 5년 정도 묵히면 짜지 않고 단맛이 나면서 식감도 바삭바삭해져 마치 별사탕 같다고. “김치가 맛있으려면 물론 재료가 좋아야지요. 또 그에 못지않 게 당분이 중요한데, 저는 홍시로 맛을 내요. 홍시가 나트륨 배출에 도움을 줘 김치에 넣으면 제격이라는 군요. 또 찹쌀풀 대신 마를 갈아 넣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죠.” 도예 작업보다 음식 만드는 일이 더 재미있다는 그는 해마다 지인들과 함께 김치를 담그는 거한 행사를 치 른다. 그에겐 김장이 모임이자 회식이자 놀이다. 그래서 이름도 김장 페스티벌이다. “농사 욕심이 많아서 배추만 보통 3백 포기 정도를 지어요. 재료가 넉넉하니까 김장을 많이 담가서 지인들에게 막 나눠줬지요. 김치를 주니까 주변 사람들이 돕겠다고 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10년째네요.” 그에겐 맛있 는 음식을 만들어 사람들 불러 먹이는 일이 삶에서 크나큰 낙이다. 그러니 이왕 모인 김에 갓 담근 김치와 돼지고기수육을 곁들여 직접 담근 막걸리까지 나눠 먹는 김장이 유쾌한 페스티벌일 수밖에. 종합 영양 식품, 김장 레시피 배추는 김장 전날 5년간 묵힌 천일염에 절인다.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한 번 뒤집고, 새벽에 절인 배추를 물에 씻어 건져야 하기 때문에 꽤나 번거로운 일이다. 소로 쓸 무(40kg)는 반은 채 썰어 소금에 절이고, 반은 갈아둔다. 큼직한 대야에 매실청(1/2병), 홍시(20개)를 넣고, 고춧가루(20~30kg)와 섞은 무도 넣은 후 새우젓(5kg)과 홍게간장(1병)을 섞어 넣고 골고루 무친다. 여기에 마늘(15kg), 생강(1/2단), 간 마나 찹쌀풀(면기 1/2분량)을 넣어 청갓(10단), 쪽파(6단), 간 양파(12kg)에 넣고 버무린 다음 간 생새우(1박스), 멸치 액젓(1~2kg), 대파 효소(1/2병)를 넣어 골고무 무친다. 배추에 소를 채워 넣는다.

201


다음 호를 준비하며

〈행복이가득한집>의 자매지 1월호 주요 기사 2014서울디자인페스티벌 리뷰 지난 11월 26일부터 5일간 열린 ‘2014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은 ‘건강한 디자인’을 화두로 생활에 긍 정적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를 한데 모았다. ‘웹툰’ 으로 일상에 건강한 웃음을 전하는 네이버, 여행 지에서 따뜻하고 긍정적 환대를 제공하는 에어비 앤비, 네덜란드 디자이너들이 제시하는 휴식과 치 유의 메시지가 돋보였다. ‘제1회 서울디자인위크 2014’의 든든한 축으로 도시 전반의 축제 분위기 를 이끈 그 현장을 소개한다.

행복하게 사는 법, 인성 교육 더불어 살아가는 아이로 키우는 나눔, 책임감 있 는 아이로 키우는 협력,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키 우는 존중, 자신과 타인 모두 기쁘게 하는 아이로 키우는 배려, 기본이 바른 아이로 키우는 효, 거짓 없이 양심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질서. 이 여섯 가지 인성 덕목은 부모의 본보기와 행복 지수를 통 해 아이에게 그대로 학습된다. 아이가 행복한 삶 을 살기 원한다면 바르고 정의로운 어른, 행복한 부모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잘생겼다! 토스트 대충 때우는 식사 대용이라 여기기 쉽지만, 요즘은 전문 식당도 있을 만큼 외식 메뉴로도 부족함 없는 음식이 ‘토스트’ 입니다. 브런치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엔 토스트를

자신의 인생에 혁명을 일으킨 여성 9인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 나폴레옹, 체 게바라처 럼 굴레에서 탈피한 인생 대반전을 말이다. 하지만 현실의 삶에서 그런 장면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 다. 특히 대한민국 남자에겐 더욱 그렇다. 아버지, 아들, 남편으로 갇혀버린 ‘남자’라는 틀. <맨즈헬 스>는 유연한 사고로 일과 인생에 혁명을 이루어 낸 9인의 여성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들이 자기 혁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새로운 사고 방 식을 통해 독자들 역시 혁명의 불씨를 당기기를.

만들기 위한 전용 조리 도구까지 등장했지요. 토스트 메이커는 기본이며, 더욱 고소한

2015 Wedding Trend

빵 맛을 내는 브레드 팬, 파니니 그릴 등

새해 결혼 계획이 있는 예비 신부라면 머릿속에는

토스트를 위해 탄생한 조리 도구를 활용하면 손님상에 올려도 손색없는 일품요리가 됩니다. <행복>은 길거리 토스트부터 디저트로 즐기는 토스트까지 겨울에 먹기 좋은 열 가지 토스트를 소개합니다.

288

온통 예식 준비 생각만 가득하다. 누구든 처음 겪 는 일이다 보니 노하우가 있을 리 없고, 어디서부 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어떤 디자인을 선택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마이웨 딩> 신년호에서 소개하는 웨딩드레스, 헤어&메 이크업, 액세서리, 신부 세트, 부케, 청첩장, 예식 홀 등 결혼과 관련한 분야별 트렌드를 주목할 것. 결 혼에 대한 설렘을 배가해줄 것이다.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