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pendent rock magazine vol.68 / www.elephant-shoe.net / 2013 APRIL TABLOID 17
small talk with music
EPISODE : 집착
장은석
마감은 언제나 바쁘고, 사건 사고도 많습니다. 그리고 매번 지금 하고 있는 마감이 가장 힘들다 생각합니다. 이번 마감도 그랬습니다. 지금 기분 같아서는 앞으로의 마감이 아무리 힘들어도 이번 마감보다는 편할 것 같지만, 분명히 또 이보다 더 힘든 마감이 오겠죠. 여태까지 늘 그래 왔듯이. 엘리펀트슈 전체가 아닌 제게 이번 마감이 유독 힘들었던 이유는 마감 중에 조모상을 치렀기 때문입니다. 할머니께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대전의 병원을 찾았지만, 마감 중이었기에 이내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밤을 새우고 사무실에서 맞은 새벽에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고, 그렇게 할머니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바닥에 누웠더니 낮에 할머니를 찾아뵈었을 때, 저를 학생으로만 기억하고 계신 할머니께서 “공부하느라 힘들지? 시험 잘 봐야 할 텐데.”라고 제 걱정을 하셨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015B – 나의 옛 친구
Album : The Sixth Sense (1996) 남고에 입학하며 알게 된 친구에게 꽤 집착했다. 키도, 외모도, 취향도, 취미도 닮았던 우리는 항상 붙어 다녔고, “쌍둥이”, “부부”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런 그와 고2 겨울 스키장에 갔다. 때마침 같은 날에 그 친구의 중학교 동창도 스키장에 왔고 잠은 그들과 자겠다고 한 게 너무나도 서운했던 나는 화를 냈고 결국 그 아이와 다퉜다. 이제는 일 년에 한두 번 연락하는 사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의 생일을 기억하고 가끔이라도 연락하는 것은 내가 그 친구에게 가졌던 강한 집착 덕이다.
JEE
The Police - Every Breath You Take Album : Synchronicity (1983)
2주 전에 라섹 수술을 했다. 라식을 하러 갔는데 라섹이 더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 그 이후로 나의 눈에 대한 집착이 시작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진료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쪽 눈을 가리면서 시력체크 자주 하거나 거울 보면서 이상이 있는지 계속 관찰하지 마세요.” 하지만 난 계속 나의 눈을 체크하고 관찰하고 있다.
JUNE
Blur - Tender Album : 13 (1999)
본인께서 힘든 상황이셨을 텐데 어떻게 저런 말씀을 하셨지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비슷한 기분을 엘리펀트슈 동료에게서 느낍니다. 마감 중에 다른 일에도 신경을 써야 했고, 이에 분산된 힘만큼을 다른 동료들이 채워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본인이 힘든 것보다 제 걱정을 해주던 동료들의 갖은 노력 끝에 이번 4월 호가 나왔습니다.
난 ‘프레드 페리’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남들은 집착한다고 한다. 그래도 괜찮다. 영국에 왔다 갔다 하면서 프레드 페리를 세일 기간에 왕창 사오면서 “반드시 인지도를 높여 협찬을 받으리라!”는 생각까지 했으니까. 인지도가 높아지진 않았지만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롤스파이크(Roll Sp!ke)’에 협찬을 해주기 시작한 프레드 페리의 탁월한 선택에 이 말을 꼭 전달하고 싶다. 땡큐!!!
이지선
Crazy Ken Band - Tiger & Dragon
이번에 못 한만큼 다음 달에 더 열심히 하겠다는 공수표를 동료들에게 돌리며 백지수표를 들고 돌아온 장기하를 커버로 한 4월 호를 감사히 받겠습니다. 여러분도 부디 재밌게 즐겨주세요.
Album : Soul Punch (2005)
진짜 멋있는 아저씨가 되고 싶다. 그런데 하필 난 여자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마초남에게 집착한다. 마초도 그저 근육자랑만 하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 담배를 질끈 물고 바 가장자리에 팔을 괴고 앉아 인생과 여자에게 속은 슬픔을 위스키로 삼키는 그런 마초 말이다. 내 모든 취향의 근본이 거기서 시작된다. 그 소망이 간절했던지 신은 나에게 구레나룻과 갈라진 턱을 주셨다.
3월 30일 장은석
Julian Kim
TOY - Left Myself Behind Album : Left Myself Behind (2011)
난 내가 집착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그려놓은 이상적인 나의 모습 때문에 나 자신에게 집착하거나 가족,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집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집착을 버리려고 하지만, 어느 순간 집착을 놔야 한다는데 집착하고 있다. ELEPHANT-SHOE tabloid issue No.17 / 2013 APRIL Publisher 장은석 / ewanjj@naver.com Yun SukMu / djmou@hanmail.com Editor-in-Chief 장은석 / ewanjj@naver.com Jiyang Kim / pinkymallow@naver.com Founder & First Director June / dafunk@hanmail.net Director JEE / seg1129@naver.com Julian Kim / comfortingsounds.vol1@hotmail.com 맹선호 / pluto116@naver.com 용식 / bleutk@gmail.com 지은 / cacaocat@naver.com Art Director NOKID / starfucker6@naver.com 이지선 / aniklee@naver.com 윤희진 / hujjin@naver.com Registration Number / 마포,라00343 Published by Elephant-Shoe / www.elephant-shoe.net Printed by 솔텍 / 서울 중구 필동2가 120-1 *엘리펀트슈 타블로이드의 본문은 아모레 퍼시픽에서 제공하는 아리따 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ll Rights Reserved 2013 Elephant-Shoe * 표지 속 장기하가 입고 있는 재킷과 바지는 장광효 카루소, 티셔츠는 폴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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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맹선호
Yeasayer - I Remember Album : Odd Blood (2010)
물건에 대한 집착이 꽤 있다. 그 집착의 무게에 준하는 강박증도. 몇 년 전 노트북과 함께 통째로 도둑맞은 추억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은 후, ‘무소유’를 되뇌며 많이 내려놓긴 했으나 아직도 문득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이 하나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라는 그림책 속 꼬마 여자애의 빨간색 크리스마스 스웨터. 일주일간 런던 시내를 이 잡듯이 뒤져 찾아낸 완벽한 그 스웨터는 딱 한 번 입고 난 후 행방이 묘연해졌더랬다. 그 스웨터만 다시 나타난다면 앞으로 다가올 내 인생이 다 잘 될 것만 같은 기분은 아직 버리지 못했다. 제발 나타나 줘, 스웨터야.
NOKID
허클베리핀 – 불을 지르는 아이 Album : 18일의 수요일 (1998)
나는 별로 집착이 많지 않다. 만약 집착이라 할 만한 게 있다면 중고음반가게 정도랄까. 들어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그것이 현재 내가 엘슈와 일할 수 있는 큰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누군가 나와 함께 중고음반가게를 가게 된다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2시간이든 3시간이든 나는 마냥 음반을 고르고 있을 테니까. 2003년 무렵, 절판되어서 구하길 포기했던 코코어 1집 과 허클베리핀 1집 을 동시에 구했을 때는 얼마나 좋았던지. 한동안 실실 쪼개고 다녔었다.
지은
JOAN JETT & THE BLACKHEARTS - I Hate Myself For Lovin' You Album: Up Your Alley (1988)
난 내게 이로운 걸 좋아하는 편이 못된다. 먹는 것, 입는 것, 일, 사람, 사랑, 기타 등등. 슬프게도 꽤 많은 부분에서 그렇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이 항목에 하나 더 추가된 것이 있으니, 바로 우리집 냥님 ‘치노’다. 밥 대신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차도남이 활개치는 세상에서 너만큼은 카푸치노를 마시는 따뜻한 도시 냥이가 되라며 이름도 카푸치노의 뒷글자를 따서 ‘치노’라고 지었건만, 이 녀석은 따도남은 커녕 까도남이 되어버렸다. 특히 안기는 건 질색을 하는 터라 어쩌다 안기라도 하면 바로 발톱으로 응징을 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분홍색 코와 포동포동한 분홍 젤리 발바닥을 보면 난 참지 못하고.... 그 뒤는 말하지 않겠다. 여튼 내 몸에는 빼곡한 스크레치가 늘어가지만 난 아직도 멈출 수 없다. 그 모진 구박과 보복을 당하고도 내 마음은 아직 녀석에게 애끓고 있다. 그래, 이런 치정. 나도 그런 내가 싫다.
C O N T EN T S
Spectrum
2013 APRIL no.17
진보인가 퇴보인가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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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 지은, PHOTOS : Jiyang Kim STYLING : 송보영, HAIR : 김승원, MAKE UP : 박이화
장기하와 얼굴들이 돌아왔다. 아마도 회심의 트랙 열 곡 남짓으로 채워진 역작을 들고 왔다고 하겠거니 했더니만 이게 웬일. 그들은 백지수표만 한 다발을 들고 나타났다.
+ 그야말로 장기하 전성시대가 아니었는가. 국민 MC가 장기하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토크쇼에서는 그의 이야기로만 한 시간 남짓을 방영했다. 그런가 하면 여심을 흔드는 훈남으로 손꼽히고, 한밤중에는 그의 목소리가 라디오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그렇게 혼자 종횡무진 활동하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얼굴들과 함께 노래 한 곡을 들고 돌아온 것이다. 이들을 대변하는 장기하의 입을 통해 그 속셈을 알아보고자 하는데 .
사실 이번에는 ‘장기하 솔로 프로젝트’로 돌아올 줄 알았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시작점을 ‘장기하의 군 생활’부터로 두고 싶은데
그렇다면 목표의 몇 곱절을 이룬 셈이다.
그런 건 1집에서 충분히 해봤다. 그 당시에는 내가 주도하는 음악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나. 그때 비로소 장기하가 눈뜨고 코베인과도 분리가
근데 그런 각오는 있었다. 클럽에 3명이 오건, 30명이 오건, 우리를
싶었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게 밴드 편성의 음악이었기 때문에 도와주는
되는 시기였고, 장기하와 얼굴들 공전의 히트곡 ‘싸구려 커피’를 쓸
한 번 보면 각인이 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라고. 그렇다해도 TV에
연주자들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래서 일단 내 이름을 앞에 걸고 뒤에
수 있게끔 영감을 받은 시기이기도 하지 않았나. 심지어 살도 빠져
출연하게 된다든지 대형 페스티벌에 나간다든지, 그럴 수 있다는
얼굴들이라는 이름을 붙여 팀을 시작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 그렇지만
훈남도 되었고.
생각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다시 그때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시간이 지나진 않은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군 복무 시절이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지금은 밴드로 함께 작업하는 게 조금씩 더 재밌어지고 있는 시기다. 해 볼
행복함과는 거리가 먼 시절이었지만 그 기간을 지내면서 얻은 게 참
다들 신기해하는 상황 아니었겠나. 사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만큼 한참 해본 다음, 먼 미래에 솔로 프로젝트를 또 할 수도 있겠으나 뭐,
많다. 1집에 수록된 곡 중 절반은 군대에서 만들었으니까. 싸구려 커피도
그랬고, 나 역시 그랬다. 2008년, 2009년은 그간 한 번도 생각해 본
아직 그런 걸 하고 싶은 시기는 아닌 것 같다.
그렇고. 싸구려 커피 때문에 장기하와 얼굴들이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적이 없던 일들이 매일같이 일어났다.
그 곡을 통해 음악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게했던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정규 음반이 아닌 싱글로 돌아온 것 또한 의외다.
그것도 다 따지고 보면 모두 군 복무 기간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는가.
앨범 전체의 타이틀이기도 했던 ‘별일 없이 산다’ 가사처럼,
그냥 싱글은 아니고. ‘백지수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질문에서 말해주었다시피 군 복무 전에는 내가 항상 과체중이었다.
불쾌해하거나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거나, 두 다리 쭉 못 뻗고
그곳에서 한 20키로 정도 빠졌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잔다든지, 그런 사람은 없었나. 글쎄, 그런 걸 어떻게 내게 대놓고 얘기하겠나. (웃음)
백지수표 프로젝트라. 일종의 ‘제안’이다. 우리가 3집을 내기 전에 3집에 수록될 곡 하나를 미리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공개할 테니 이걸 음원으로 구매할 소비자가 직접 가격을 매겨달라,
그렇다. 심지어 훈련 초기에 거의 다 빠졌다. 6주 훈련을 받았는데 그때
사실 장기하와 얼굴들의 1집 [별일 없이 산다]는 상당히 낭만적인
이런 거다. 이 음원은 모든 사이트에서 다 판매를 하는 건 아니고 한
이미 15kg이 빠졌다. 살이 빠지니 좋은 게 많더라. 옷 살 때 고민도
앨범이었다. 고즈넉한 사운드도 그렇다지만 점심 때쯤 일어나
사이트에서만 판매할 예정이다. 음원 정액제에도 들어가지 않을 거고.
줄고, 아무거나 입어도 대충 괜찮은 것 같고. (웃음)
가벼운 키스로 아침을 시작해 양말을 빨아 널어놓고 차를
구매하려고 하면 음원에 대한 금액을 직접 입력하게끔 되어있다.
마신다든지('느리게 걷자'), 스쳐 지나가는 타인의 얼굴 뒤에 숨지도 그전에는 옷 치수가 어떻게 되었나.
않았던 옛날이 아른거려 잠을 이루지 못한다든지('정말 없었는지'),
흥미롭다. 일종의 캠페인이라고 보면 되나.
105, 110을 입었다. 이제는 95 정도를 입고. 허리 치수도 한 3인치
대체적으로 소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러나 되려
캠페인까지는 아니지만, 캠페인 비슷한 거라고 할 순 있겠다. 한국
정도 줄어들었고. 막상 그렇게 살이 빠지니 욕심이 생겼다. 유지를
음악 자체보다 그 외적인 다른 부분들이 더 주목을 받았다. 그 점이
대중음악 시장에서 음원의 가격이 정해지는 방식과 그 가격 자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은 군 복무 기간 동안 간식을 끊었다.
혹 서운하진 않았나.
굉장히 불합리한 측면이 많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아닌가. 전
맞다. 나는 낭만을 중시하는 편이다. 분명히 그런 면이 있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음악의 금전적 가치가 낮아지고 있기는 하다만 그걸
근육도 만들었나. 제대하기 전에 많이들 그러지 않나.
어떤 식으로건 관심을 받는다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참작한다고 해도 한국의 상황은 더 심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그냥 많이 뛰었다. 운동도 좀 하긴 했는데 세게 한 건 아니었고. 공군
지금은 스토리에 목말라하는 시대인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이 만든
상황에서 문득 궁금해졌다. 그럼 소비자에게 마음대로 내고 음원을
기지에서 복무했었는데 그 기지 외곽으로 걷거나 뛰는 걸 좋아했다.
음악과 그 외적인 그런 부분들이 결합한 스토리가 사람들의 흥미를
사가라고 하면 대체 얼마를 내고 사갈까, 하고. 얼마를 내고 사가는
끌었던 게 아니었던가 싶다.
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가는 지,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 지 한 번 다 들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굉장한 자신감이다.
별 일 없이 ‘잘’ 살았다
그래서, 정말로 서운한 게 없나.
: 씬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듬해인 2009년, 정규 음반
뭐, 별 불만은 없다.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봤을 때 느끼는
[별일 없이 산다]를 발표한다. 이 앨범을 시발점으로 그들은 대중적인 인기까지
감상과 언론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사람이나 음악을 접하는 방법은
아우르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
매우 다를 수 있다. 그 역시 여론의 생리이기 때문에 억울하진 않다.
글쎄.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정말로. 그렇지만 음원의 ‘가격’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주위를 환기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저질렀다. 3집을 내기에 앞서 샘플 한 곡 보여
1집이 무척 잘 되었다.
드릴 테니까, 이 한 곡을 듣고 이 곡은 얼마 쯤일지, 그래서 음반 전체의
몇 년 동안 활동을 해봤기 때문에 그렇다. 당시 나는 한국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에게 2집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때까지 이어 온
가격은 얼마쯤 될 것 같은지, 한 번 정해주십사 하는, 그런 의미도 있다.
발표되는 음악 중 눈뜨고 코베인의 음악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었다.
고공 행진에 가속이 붙느냐, 아니면 급격한 추락으로 이어지느냐의 기로에
그럼에도 굉장한 주목을 받게 된다거나 대중적인 인기까지 아우르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건 결과는 후자를 비켜갔다. 이에 대해 장기하는
되는,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음악 시장이
조심스레 입을 여는데 .
. 그 원대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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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다. 물론이라고밖에 얘기할 수 없는 게 나는 눈뜨고 코베인으로
장기하와 얼굴들
잘못되었기 때문에 좋은 음악을 하면 안 되는 거구나, 경제적으로는
: 현재를 이해하려면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법.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은
더더욱 안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고. 장기하와 얼굴들
2집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부분으로 하세가와
첫 싱글 앨범 [싸구려 커피]를 발매한다. 큰 기대 없이 소소하게 시작했던 이
시작할 때도 그랬다. 마침 딱 대학을 졸업한 시기였는데 그때도
요헤이의 가세를 들 수 있지 않을까.
프로젝트는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때를 회상하던 장기하는 잠시
파트타임 일을 구해놓고 시작을 했었다. 전혀 기대를 안 했다. 그냥
양평(하세가와 요헤이의 한국식 이름) 형은 아는 게 무척 많은 사람이다.
추억에 젖어 보는데 .
클럽 공연만을 염두에 뒀지.
사운드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는 특히나. 이러이러한 사운드를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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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궁금해졌다. 그럼 소비자에게 마음대로 내고 음원을 사가라고 하면 대체 얼마를 내고 사갈까, 하고. 얼마를 내고 사가는 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가는 지,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 지 한 번 다 들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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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봤을 때 느끼는 감상과 언론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사람이나 음악을 접하는 방법은 매우 다를 수 있다. 그 역시 여론의 생리이기 때문에 억울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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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버전에서는 좀더 장음이 세고
하니까 선포를 한 전과 후가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진다. 그냥 대외적으로
두께감이 있는 소리를 사용했다. 그리고 중후반 쯤에 악기로 스크래치
얘기할 때 변한 것 정도랄까.
효과같은 소리를 넣은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고. 그리고 리쌍 버전에는
민기 요헤이 형 같은 경우에는 자기를 좀 더 부려 먹는다는 생각이 들
없었던 오르간도 추가되었다.
수도 있겠다. 이제 정식 멤버니까 이런 것도 하셔야죠, 하는 게 분명히 생겼다. 그전에는 그래도 손님이셨으니까 최대한 안 불편하시도록
그럼 2집에서 가장 애착이 있었던 곡은 뭐였나.
배려를 해드렸는데 이제는 그런 거 없다. (웃음)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 전곡에 다 애착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도 2집에서 하고 싶었던 게 가장 많이 드러난 곡은 있다. ‘보고 싶은
본인의 소감은 어떠한가.
사람도 없는데’ 와 ‘날 보고 뭐라 그런 것도 아닌데’, 이 두 곡이다. 물론
요헤이 이전에는 객원 멤버다 보니 어디까지 내 의견을 이야기
2집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따로 있지만. 내부적으로 생각하기에
해야하나 하는 부분이 항상 어려웠다. 그리고 또 개인적으로도,
장기하와 얼굴들의 두 번째 음반 성격을 규정해주는 그런 곡들이다.
일적으로도 그렇고 이건 하는 건가 안 하는 건가 헷갈릴 때도 많았다. 내가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이젠 그런 게 없어졌다. 그래서 오히려 내
어떤 면에서.
쪽에서는 어떻게 보면 더 편하다.
음, 고전적인 형식미랄까? 그러니까 요즘에 나오는 음악에서는
기하 어떤 공연은 저희끼리 할게요, 그러기도 했다. 간단하게 공연하는
쓰지 않는 형식미, 우리가 좋아하는 70년대 사이키델릭 뮤지션들이
경우에는. 그런게 이제 없어진거다.
사용하던 형식미를 그 두 곡에서 시도해봤다. 하면서도 재미있었고 공연할 때도 즐거웠다.
새로운 드러머도 들어왔다고 들었다. 이전 드러머 분이 한가인 씨를 닮은 것으로 유명했는데 현재 드러머 전일준 씨는 탤런트 박광현 씨를
그렇지만 이때까지도 장기하와 얼굴들의 대표곡은 변함없이 ‘싸구려
닮은 것 같다.
커피’였다. 그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일준 그런 얘기 많이 듣는다. 박광현 씨, 차태현 씨 등등.
크게 불만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싸구려 커피’가 지금까지 가장 유명하다고 그래도 뭐, ‘그렇고 그런 사이’도 나름 유명하지 않나.
어떤 인연으로 들어오게 되었나.
(웃음) 불특정 다수의 관객 앞에서 ‘그렇고 그런 사이’를 부르며 손동작을
일준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정원영 교수님께서
싶다고 할 때 양평 형이 없었을 때는 다섯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었다면
하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대충 아는 분들도 많더라. 사실 첫인상을 깬다는
소개를 해주셨다. 기하 형이 객원 드러머를 구하고 있다고.
형이 들어오면서는 오십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만큼 한것도 뭐 괜찮게 한거다, 스스로 생각하기도 하고. 그리고 사실 첫인상이라는 게 있는 것
그래서일까. 1집이 레트로 사운드 그 자체였다면 2집 같은 경우는
자체가 감사한 일 아닌가.
태도는 항상 이런 식이다. 이상할 것 같아도 일단 해보고 얘기하자,
기하 이 학교가 그런 일이 되게 많더라. 요새 호원대에 잘하는 연주자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정원영 교수님에게 제자 분 중에
좀더 현대적인 방법으로 레트로 사운드에 접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그런 면에서 양평이 형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형의
모범생이었나 보다. 보통 교수님의 추천은 그런 학생들이 받지 않나
듣고 보니 그렇다.
우리 밴드에 맞을 만한 사람 한 명 소개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왔는데도 ‘대체 너는 누구냐.’ 하는 반응이 나오면 곤란하다. 그런 것 보단 ‘아, 쟤 싸구려커피 부른 놈.’ 이렇게 되는 게 더
어떤 점이 맞을 것 같아서 추천했다고 하셨나.
그런 자세로 일관해주어서 좋은 사운드를 낼 때 대단히 큰 힘이 된다.
낫지. 벌어 먹고사는 데엔 더더욱. (웃음)
기하 드럼을 되게 세게도 칠 수 있고, 되게 약하게도 칠 수도 있는
1집에서의 장기하는 훌륭한 퍼포머이기도 했다. 2집에서는 그런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측면을 많이 줄이지 않았나.
2집은 괜찮은 음반이었다고 자부한다. 1집보다 많은 발전을 했고, 1집을
일준 1학년 때 정원영 교수님에게 앙상블 강의를 들었다. 그때는 정원영
그 부분은 이제 미미 시스터즈가 없어졌다는 걸로 상징이 되는
만들 때 가지고 있었던 마음가짐에도 뒤지지 않는 열정이 깃들어있다.
교수님께서 드러머들은 살살 치는 법을 알아야한다고 강조하셔서 한창
부분이겠다. 퍼포먼스 자체를 줄였다기보다는 미리 짜놓은 퍼포먼스를
심지어 많은 분들이 사 주시기도 했다. 그 부분에서 감사하게, 또한
살살 쳤었다. 그때는 누구보다도 살살 칠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무엇보다 2집을 들어보신 분들이 ‘쟤 뭐,
2학년 때 록 앙상블을 들으면서 신대철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신대철
이런 멘트를 해야겠다든지. 그런 걸 줄이고 관객들과 즉석에서 무언가
엄친아 스토리로 떠서 이번에 속빈강정으로 판명이 난거 아니냐.’ 이런
교수님께서 내게 그건 드럼 소리가 아니다,라고 꾸짖어주시길래 한창
만들어나가는, 이런 부분에 비중을 좀 더 두었다. 그게 밴드로서
얘기를 하진 않았다. 그 음악을 안 좋아했을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연습을 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다. (웃음)
해보고 난 다음에 좋을 수도 있다, 안 좋으면 관두면 되는 거고. 양평 형이
친구라고 들었었다.
줄였다고 보는 게 정확하겠다. 이 부분에서 이런 안무를 해야겠다든지
민기 거짓말을 하셨다.
기하 우리 팀이 또 록킹한 걸 좋아하니까 얘가 그 기세에 더 편승,이라고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도 생각했고.
하면 좀 그렇고 물 만난 물고기처럼 엄청나게 세게 치고 있다.
좋다 말면 어쩌려고
미미 시스터즈의 음반은 들어봤나.
종민 심벌도 다 깼다.
그렇다. 워낙 훌륭한 뮤지션들이 많은 참여를 해주었기 때문에 또 재밌는
: 역시 장기하는 훌륭한 언변을 자랑했다. 솔직하게 질문에 응답하는 것
음반 한 개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라도 미미 시스터즈와의
같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래, 과거는 충분히
심벌을 다 깨뜨렸나.
결별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다. 미미 시스터즈는 일종의
되돌아보았으니 현재를 되짚어 보자. 이에 얼굴들을 급히 소집했다. 머릿수가
일준 이전 드러머 형이 쳤던 심벌은 아마도 내가 다 깼다.
스토리였다. 일부러 만든 스토리. 미미 시스터즈는 이런 캐릭터다, 라고
늘어나면 경계가 느슨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얼굴들도 그리 만만한
얘기를 하고 다니긴 했지만 그게 진짜라고 믿는 사람도 없었고, 다
녀석들은 아니었는데 .
지능적이다. 그런 식으로 이전 드러머의 흔적을 다 없애버린 건가. 종민 한가인 형 군대나 가세요, 하고 깬 모양이다. (웃음)
재밌자고 하는 것 아니었는가. 그 이야기로 그렇게 앨범 하나를 꾸렸다. 그런데 그 다음 앨범에서도 그 스토리를 또 이어가면 억지스러울 것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간다고 하지 않나. 진짜 좋다 말면 어쩌려고
같았다. 음악을 하루 이틀하고 말 것도 아닌데, 장기적으로 보는 게
이러나.
90년생이라고 들었다. 혹시 다른 멤버들과 세대 차이를 느끼지는 않나.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콘셉트가 아니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기하 내기 당구를 할 때 잘하는 사람은 몇 개 더 박아놓고 하지 않나.
일준 아주 가끔. 형들은 다 아는 노래를 내가 모르거나 할 때가 있다.
음악을 하자는 거니까. 거기에 포커스를 두니 자연스레 서로 여기까지만
우리는 징크스 박아놓고 하겠다는 의미다. 자신 있으니까.
기하 심지어 듀스를 모른다더라.
같이 합시다, 라고 합의를 볼 수 있었다.
종민 당구 몇 치시더라. 기하 30? (웃음) 나와 당구 칠 때 많이들 박아놓고 하더라, 상대방이.
2집에는 리쌍과 함께했던 ‘우리 지금 만나’도 장기하와 얼굴들의
민기 어느 날 일준이에게 머리 스타일이 듀스 같다고 했더니 ‘저 듀스는 이름만 들어봤어요.’라고 대답해 모두 충격에 빠졌었다.
그런 개념이다
버전으로 다시 수록이 되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버전으로 수록 할 때 주안점을 뒀던 부분이나, 리쌍의 버전보다 좀 더 나았다고 생각했던
3집은 언제 나올 계획이고?
부분이 있나.
기하 가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쌍하고 콜라보레이션을 할 때 리쌍 파트만 빼놓고 다 만들어서
. 다가올 미래 : 막강한 멤버로 재정비한 얼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한 상태. 이에 장기하의 비범한 기세마저 더해지니 당분간 이들을 당해낼 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내주었다. 그 부분은 형들이 알아서 가사를 채우시라고. 그런데 형들이
텀이 꽤 길다.
백지수표 프로젝트가 품고 있던 속셈이 다 드러난 현재, 장기하와 얼굴들이
채운 그 가사가 나는 사실 100퍼센트 마음에 들진 않았다. 그러니까 너무
기하 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아니겠나.
우리에게 던지는 제안에 대해 숙고하다 문득, 그들이 그리는 그들의 미래가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했달까. 개인적으로 그런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궁금해지기 시작하는데 .
않는다. 근데 그게 또 형들의 방식이라는 거고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이번에 하세가와 요헤이 씨가 정식 멤버로 들어왔다고 들었다.
거니까. 어느 한 쪽 마음대로만 하는 건 콜라보레이션이 아니지 않나.
민기 근데 사실 우리는 심적 변화가 크게 없긴 하다. 2집 활동 때도 어쨌건
앞으로 장기하와 얼굴들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궁금하다.
어쨌건 리쌍 버전의 ‘우리 지금 만나’는 그렇게 나왔다. 그래서 장기하와
계속 같이 했었고. 물론 정식 멤버는 아니었지만. 종민이 같은 경우에도
요헤이 글쎄, 그냥 이렇게 살다 보면 그게 1년이 되고, 2년이 되고
얼굴들 버전의 ‘우리 지금 만나’는 100프로, 내가 쓰고 싶은 대로 가사를
1집 활동 쭉 같이하다가 2집에서 정식 멤버로 합류했는데 원래 있던
그러는 거 아니겠나. 나만 해도 한국에 와서 음악을 한지 벌써 18년
썼다. 사운드에 있어서도 더 빵빵한 사운드를 내고 싶었다. 리쌍 버전은
사람이랑 같이 하는 그런 느낌이었지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째다. 근데 만약 계획이라는 걸 세우고 살았다면 한국에 와서 음악을
힙합 앨범에 수록된 곡임에도 불구하고 힙합 특유의 파워풀한 사운드가
기하 그런 식인 것 같다. 객원 멤버로 익숙해진 다음에 정식멤버로 선포를
하지 못했을 거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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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전일준(Drum), 이종민 (Keyboard), 하세가와 요헤이 (Guitar), 이민기 (Guitar), 정중엽(Bass), 장기하(Vocal). 전일준이 입고 있는 바지는 데어로에 (Der rohe), 셔츠는 유니클로, 구두는 미스미스터 (MISSMR), 멜빵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종민이 입고 있는 재킷과 바지는 데어로에, 티셔츠와 가디건은 유니클로, 구두는 스페리 (Sperry). 하세가와 요헤이가 입고 있는 코트는 장광효 카루소, 셔츠와 바지는 유니클로, 신발은 컨버스. 이민기가 입고 있는 스웨터와 셔츠는 데어로에, 넥타이는 유니클로, 바지는 카이아크만 (Kai-aakmann), 신발은 베로니카 포 런던 (Veronica for london). 정중엽이 입고 있는 톱은 장광효 카루소, 베스트와 바지는 유니클로, 신발은 호킨스 (Hawkins). 장기하가 입고 있는 셔츠와 재킷은 장광효 카루소, 바지는 카이아크만, 신발은 스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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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자유로운 영혼이다. 요헤이 대충대충 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먼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대로 안 되었을 때 머리가 아픈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장기하와 얼굴들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충실한 게 좋다고 본다. 민기 요헤이 형의 말처럼 우리의 활동 자체가 미래를 고려하고 하는 활동이 아니다. 사실 새 앨범을 내는 그 순간부터 신곡을 작업하는 밴드들도 많다. 그렇게 해서 곡이 쌓이면 다음 앨범 내고, 앨범 나오면 또 그때부터 활동하면서 신곡 만들고. 그렇게 운영하는 밴드들도 많지만 장기하와 얼굴들 같은 경우는 앨범을 내면 딱 그 앨범 활동만 줄창 하다가 잠깐 활동 쉴 때, 그때 신곡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게 모이면 앨범을 내고. 지금 막 앨범 나왔는데 굳이 다음 앨범 걱정하고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 앨범만 재밌게 활동하자, 이것만 생각한다. 기하 그때그때 재미있는 걸 하는 게 우리에겐 중요하다. 그 한 예로 이번에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공연을 들 수 있다. 자세히 말해달라. 기하 텔레비전이라고, 70년대를 휩쓸었던 그 밴드가 이번에 내한한다. 그래서 조인트 공연을 하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별로 없지만 사실은 굉장히, 굉장한 음악을 하는 그런 뮤지션들이 해외에 무척 많지 않나. 그런 팀들을 우리가 열심히 섭외해서 한국에서 함께 공연을 꾸리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수요가 별로 없어서 국내에서 잘 부르지 않는 팀들이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밴드이기 때문에 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음악을 만들고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하는 건 기본적으로 하는 거고, 거기다가 그때 그때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이 있으면 또 하고. 그런게 1년, 2년 쌓이다 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밴드가 되어있지 않을까. 근사한 계획이다. 중엽 그리고 이런 것도 있다. 이번 싱글부터는 LP라는 매체를 밀 예정이다. 분명히 조만간에 힙스터들이 LP로 음악을 듣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웃음) 외국에서는 CD랑 LP랑 같이 있으면 LP만 팔리더라. 아무래도 소장가치가 훨씬 높기 때문인 것 같다. 민기 요새는 음악을 듣는 매체가 아예 극단적으로 나뉘는 것 같다. 아예 디지털 음원을 듣거나, 아예 LP로 듣거나. 그러다 보니 CD는 그 중간에서 조금 애매해지는 면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바이닐을 구매하는 추세가 점점 늘고 있지 않나. 요헤이 미국 같은 경우에는 그렇다. 나라가 넓다 보니 아직까지 카세트 테이프나 LP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LP로 음악을 듣는다는 게 아주 신선한 느낌을 주지만 미국에서는 꾸준히 LP로 음악을 들어왔던 사람도 많다. 카세트 테이프로도 듣고. 그러니까 그 나라에서는 그게 특별한 일은 아닌 셈이다. 일본에서도 그렇고. 그런데 한국에서는 LP를 추억의 어쩌고, 이러면서 특별한 식으로 말하고 있다. 내가 볼 때는 LP가 추억의 어쩌고가 아니라 확실히 메인 스트림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예로 2015년부터는 영국의 대중적인 밴드들도 CD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기하 모든 걸 떠나서 LP가 같은 음악이라도 더 좋은 소리로 들을 수 있다. 지직거리고 소리가 별로이지만 추억을 더듬으며 듣는다, 그런 개념이 아니고 더 하이퀄리티 매체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다. 음악을 좋게 들으면 재밌게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그래서 우리 음반도 LP로 내려고 하는 거고. 기대된다. 그럼 이번에 발표한 싱글, '좋다 말았네'를 들을 분들에게 여기에 좀 주목해서 들어 보아라, 라고 말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민기 전반적으로 심플하고 스트레이트한 느낌이어서 오히려 굳이 어딘가 주목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들어도 좋을 것 같다. 중엽 이건 기하가 했던 얘기인데, 가사를 잘 들어보면 한 명은 자취를 하고 있고 한 명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기하 자세히 들어보면 그렇다. 자세히 들으면서 논리를 따져보면 나름의 스토리가 나온다. 그런 걸 발견할 수 있는 게 가사에 있어서의 재미일 것이다. (웃음) 마지막 질문을 하겠다. 올가을에 정규 음반이 나온다고 들었다. 그 정규 음반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어떤 음반이 될 거라고 조금만 힌트를 줄 수 있을까. 민기 '좋다 말았네'를 들어보면 알 수 있을 거다. 중엽 신곡에 모든 힌트가 다 들어있다. 기하 예전보다는 좀 신나는 음악이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중엽 확실히 드럼은 세졌다. 크고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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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와 쟈켓 은 장광효 카루소 Chang Kwang Hyo caruso, 바지 는 카이아크만 Kai-aakmann, 신발은 스페리 Sperry
학창시절과 대중음악 20대가 되기 전까진 실시간으로 그 당시에 유행하는 음악을 들었어요. 유치원 시절, 소방차부터 시작했죠. 초등학교 때부턴 완전히 서태지와 아이들 팬이었어요. 그땐 애들끼리 서로 별명 지어서 춤추고 놀았어요. 3명이 모이면 가장 곱상하게 생긴 애가 서태지, 가장 춤을 잘 추면 이주노, 나머지 한 명이 양현석, 뭐 이렇게요. 전 양현석이었어요. 물론 양현석 씨도 대단한 댄서이시지만, 그땐 ‘댄스 하면 이주노다’ 이런 분위기가 있었어요. 마침 저는 키도 제일 커서 양현석이었던 거죠. 초등학교 6학년 학예회 때 막 ‘하여가’ 춤 추고 그랬어요. 당시 인기 있던 음악은 대부분 다 들었지만, 전 음악에 엣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HOT 같은 경우도 ‘전사의 후예’ 같은 게 제 취향에 맞았어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한 다음에는 패닉이었죠. “이 자리는 패닉 밖에 채울 수 없다!” 막 이러면서 패닉 2집을 들었죠. 당시 엣지 있는 애들은 패닉 2집을 들었어요. ‘벌레’ 막 이런 거. (웃음) 체육대회 나가서 막 ‘벌레’ 부르고 그러면 선생님께서 슬며시 자리를 피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무대에 올라가서 뭐 하는 걸 즐기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장기하는 어떤 요소로 구성되어있는지 샅샅이 해부했다 도대체 이 남자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져 왔길래, 또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지금의 장기하란 존재가 된 건지 궁금했다. 장기하의 음악이 아닌, 장기하란 인간 자체가 궁금해져 이제 갓 서른에 들어선 이 남자를 붙잡고 지금까지 그가 겪어온 특별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캐내보았다. WORDS : 맹선호, PHOTO : Jiyang Kim, STYLING : 송보영, HAIR : 김승원, MAKE UP : 박이화
아버지 굉장히 중심이 단단하고, 겸손하신 분이에요. 자신감과 겸손함을 동시에 가진 아버지를 늘 보고 자랐기 때문에 나도 꼭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제가 독립한 게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을 떠올리자니 아버지가 딱 생각나네요. 살면서 어떤 결정을 할 때, 그 사람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곤 하잖아요. 전 그럴 때 떠오르는 사람이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 삶의 어떤 기준이 되는 사람이니까요. 지금까지는 별로 크게 의식해본 적이 없었는데, 생각해보면 그럴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버지인 것 같아요.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그리고 눈뜨고 코베인 ‘제대로 밴드란 걸 해봐야겠다’고 처음 생각한 건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Blood Sugar Sex Magik] 앨범을 듣고 나서였어요. 그들처럼 쫄깃쫄깃 맛깔나는 펑키(funky)한 연주를 하고 싶었는데 막상 눈뜨고 코베인이란 밴드에 들어갔더니 산울림 같은 한국 록음악을 모범으로 하는 밴드였어요. 그래서 펑키한 드러머가 되진 못했죠. 하지만 그 밴드에 들어간 게 지금의 음악 취향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그전에는 아는 음악이 거의 없었어요. 비틀즈(Beatles)조차 도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비틀즈 이름은 알아도 열 곡 이상 아는 사람들이 많진 않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눈뜨고 코베인을 하게 되면서 그 멤버들을 통해 영미권이나 우리나라의 예전 록음악을 많이 듣게 되었어요. 음악이 저에게 새로운 전공이 되었다고 친다면, 눈뜨고 코베인 활동 시기가 전공기초나 필수전공 같은 코스였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미국 여행과 폴 매카트니
“너무 음악 얘기밖에 없네요. 그런데 실제 제가 그렇더라고요. 저는 “내 인생엔 음악뿐이야”라는 말하는 거 자체를 오그라든다고 생각하고, ‘와,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라고 생각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 인생이 음악 말고는 뭐 별다른 게 없더라고요.”
2010년 늦여름, 미국에 갔었어요. 상당히 충동적으로 결정한 여행이었어요. 사실 그해에 제가 참가했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뮤지션이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였는데, 술을 먹다 필름이 끊겨서 못 봤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봤는데 기억을 못 하는 거예요. 그래서 충동적으로 다음 공연이 어디든지 가서 봐야겠다 생각해서 검색했는데, 미국 투어가 예정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티켓부터 예매하고 여행을 알아봤어요. 그런데 그 공연 전후로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공연도 있더라고요. 그 세 공연을 각각 다른 도시에서 봤어요. 다른 두 공연도 좋았지만, 피츠버그(Pittsburgh)에서 본 폴 매카트니 공연은 그때 받은 에너지로 저의 2집 앨범을 만들었다고 보시면 돼요.
음악 외에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사가 그리 크지 않단 그의 말은 조금 의외였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영화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물었지만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그의 미간의 주름만 깊어질 뿐이었다. 보통 남자들처럼 스포츠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슬램덩크>와 <피구왕 통키> 같은 만화 때문에 친구들과 농구와 피구를 좀 하긴 했지만, 워낙 구기종목과 친하지 않아서 즐기는 편도 아니었다. 다만 버라이어티(그가 어릴 땐 예능이란 말이 없었다), 가요, 코미디 프로그램을 모두 섭렵하며 방송국이 겹치지 않는 한 모든 프로그램을 다 볼 정도로 텔레비전을 좋아했었다. 남들이 이순신 장군 전기를 읽을 때 장기하는 <유머 일번지>, <젊음의 행진>,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같은 걸 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독립한 그의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아마 평생 볼 텔레비전을 어릴 때 다 보아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단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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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 스미스 자서전 <저스트 키즈> 사실은 초반 열 장밖에 안 읽었어요. 정초에 <저스트 키즈(Just Kids)> 앞부분을 읽고 이제 독립할 때가 됐단 생각이 들어 당장 그 다음 날부터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한 달 후쯤부터 혼자 살기 시작했어요.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책 초반에 독립하는 내용이 나와요. 아티스트가 무일푼으로 뉴욕에 가서 거의 빌어먹으면서 생활하는데,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고정적인 수입도 있는데 더는 이렇게 안일하게 살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아티스트라면 내 영역이 있어야 한다, 서울 한복판에 크든 작든 내 공간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 들었어요. 그전에도 독립을 생각한 적이 있긴 한데, 어머니께서 걱정하시는 걸 보고 평생 같이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같이 살 수 있을 때 같이 살자란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그 책을 읽는 순간 때가 왔다는 느낌이었어요. 독립은 현재까진 만족하고 있어요. 한 달 조금 넘었는데, 처음에는 모든 게 다 신 나잖아요. 청소하는 것도 즐거운 때죠.
오아시스 작년에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사건이 있었어요. 오아시스를 좋아하게 됐다는 거예요. 저 오아시스 싫어했거든요. 굉장히 진부한 음악, 재미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아시스를 알고 나서 한 십여 년 동안 ‘오아시스는 그냥 구린 밴드’라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봤을 때도 재미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갑자기 좋아진 거예요. 처음에는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의 인터뷰를 몇 개 보면서 ‘아, 정말 이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다’란 생각을 했고, 그렇게 ‘음악은 아니지만, 사람은 내 취향’이라 생각하고 있다가 ‘The Importance of Being Idle’이란 곡을 듣게 되었어요. 처음 들어보는 곡이었는데, 굉장히 내 취향이란 생각에 그 곡이 있는 음반을 사서 듣고, 또 다른 곡들을 듣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오아시스가 혁신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멋있어요. 심지어 너무나 뻔한 노래라 생각했던 ‘Don`t Look Back In Anger’, ‘Wonderwall’ 같은 곡들도 이젠 정말 좋아요. 이게 왜 저에게 중요한 사건이냐면 전 혁신적인 음악만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오아시스를 좋아하게 되면서 혁신적인 음악을 하는 것과 로큰롤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란 걸 깨달은 거예요. 그러면서 음악을 잘하고 싶다가 아닌 로큰롤을 잘하고 싶단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어요.
장기하의 트위터에서 LP 커버를 세워두고 그 앞에 술잔을 놓은 사진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언젠가는 오아시스의 [Definitely Maybe] 앨범과 맥주 한 잔이 놓여있었고, 그는 그것들을 ‘오늘 내 친구들’이라 칭했다. 2박 3일 내내 술을 마셨단 전설
위스키 + 퍼블릭 이미지 리미티드 [Album] (1986)
같은 이야기가 들려올 정도로 술에 일가견이 있는 장기하는 최근 들어 LP를 수집하기 시작한 LP 꿈나무다. 그리고 하세가와
PiL은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조니 로튼(Johnny Rotten)이 하는 밴드예요. 70년대
요헤이는 어린 시절부터 LP를 모아온 대단한 LP 마니아다. 둘에게 술과 음악을 추천해달라 부탁했다. 그리고 그들은 혼자 술 마시며 듣던 앨범을 품에 소중히 안고 촬영장에 나타났다.
후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어요. 이 앨범은 80년대에 나온 거고요. 저도 처음에는 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일본 갔을 때 양평 형이 가격 싸게 나왔으니까 하나 사라고 하더라고요. 형의 추천은 언제나 성공확률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 믿고 샀어요. 그 후로 계속 묵혀두고 있다가 어느 날 듣게 되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섹스 피스톨즈 같은 날 펑크는
“사실 맥주를 가장 즐겨 마셔요.” 가리는 술이 딱히 없다는 장기하는 막상 음악 없이 혼자 술 마시는 건 재미없단다. LP 바에 가서 술 마시는 걸 좋아했던 그는 사람들이 자꾸 유명한 곡만 신청하는 바람에 자신이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노래를 들을
아니고, 뉴웨이브의 기운이 좀 섞인 포스트 펑크라고 봐야 하는데, 사운드가 아주 에너지 넘치는
수가 없는 현실에 부딪혔다. “으아, 또 호텔 캘리포니아야?” 물론 좋은 노래지만 매번 그 노래를 듣고 싶은 건 아니라고
같이 살던 시절, 한 잔 따라서 얼음 넣어 마시려다가 이 앨범은 ‘바로 식도를 공격하는 걸로
하세가와가 거든다. “노래에 빠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때 옆에서 말 시키거나 하면 방해가 돼요. 혼자 들으면서 이런저런 생각, 망상에 빠지는 걸 제가 좋아해요.” 장기하는 한술 더 떠 LP로 사서 들을 만큼 좋은 음악은 그 자체가 친구라고 말한다.
거예요. 저희 아버지께서 발렌타인 위스키를 좋아하셔서 항상 집에 술이 있어요. 부모님과 가야겠다!’고 느껴서 스트레이트로 마셨어요. 와~ 필(feel)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둘이 정말 잘 어울렸어요. 귀도 공격당하고, 식도도 공격당하고, 위장도 공격당하고, 초토화되는 거죠. (웃음)
“음악을 누군가와 함께 들을 땐 상대방이 느끼는 게 저한테도 느껴져요.” 같은 순간에 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많지 않으니 음악과 함께 단둘이 대화하듯 술 마시는 게 좋단다. 아니, LP로 듣는 음악이 도대체 어떻길래 이 남자들을 혼자 술 마시게 하는지 궁금했다. “일단 집중이 돼요.” 특히 싱글
하이볼 + 아사카와 마키 [浅川マキの世界] (1970)
판을 좋아한다는 하세가와는 한 곡 한 곡 바늘을 올려가며 듣는 과정이 음악과 자신을 일대일로 만나게 해준다고 말한다.
하이볼(Highball)이란 게 일본에선 직장인들이 회사 끝나고 마시는 저렴한 술이에요. 보통
“특히 오리지널 판, 그 당시에 나온 판이 최고예요. 정말 다르다니까요!” 옆에서 장기하가 격하게 동의한다. “모노로 녹음한 걸 모노 판으로 듣는 게 최고죠!” 70년대 초반, 스테레오 사운드가 주목받으며 모노 앨범은 거의 사라졌었다. 하지만 최근
처음에는 맥주로 시작해요. 일본엔 ‘일단은 맥주’란 말이 있거든요. 맥주를 마시고 난 후,
모노 앨범이 다시금 등장하고 있단다. “모노라고 해도 입체적인, 살아 움직이는 뭔가가 느껴져요. CD와는 구현해내는
소다란 게 일본에서 시작한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일본 정서가 많이 있어요. 제가 6,70년대를
음역이 달라요.” 장기하가 흥분하기 시작한다. 한쪽 스피커에선 기타, 다른 쪽에선 키보드가 나오는 스테레오와 달리
좋아하니까 그 시절을 상상하며 마시곤 해요. ‘그때 일본인들이 어떤 술을 마셨을까’ 뭐
모노는 악기를 앞에 놓느냐 뒤에 놓느냐로 사운드를 조절할 수밖에 없단다. 하세가와가 맞장구를 친다. “입체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음악을 들어요. 그 당시 어른의 기분을 알고 싶어서 마시는 거예요. 사실
들린다는 게 맞는 말이에요. 깊이로 조절하니까요. 게다가 모노는 소리가 두껍고, 하, 아무튼 정말 좋아요.” 이런 마니아들 덕분인지 요즘은 스테레오보다 2,3배는 비싼 모노 음반도 종종 보인다. 한없이 깊은 LP 사랑에 테이블에 놓인 하이볼까지 더해져 둘의 LP 예찬론은 밤을 새워도 모자랄 것만 같았다. 게다가 비틀즈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저, 저기… 집에서 혼자 마실 술과 음악도 추천해주실 거죠?
매실주나 하이볼 같이 안주의 맛을 해치지 않는 술을 마시죠. 맥주는 배부르잖아요. 위스키
지금 시대는 그때와 다르고, 전 한국에 살고 있잖아요. 마키 (浅川マキ) 는 그 시절에 굉장히 유명했던 일본 가수예요. 블루스나 가스펠 음악을 잘하세요. 요즘 전 “소맥! 소맥!”, “우아아아” 이러면서 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 마시는 게 힘들어서 집에서 LP 플레이어에 바늘 올려놓고 멍하니 하이볼을 마시곤 해요. 그때 어울리는 음악이 마키의 앨범이더라고요. 제가 비틀즈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하이볼과 어울리는 건 왠지 마키예요.
제주 막걸리 + 폴 매카트니 [Kisses On The Bottom] (2012)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가장 최근 정규 앨범이고, 재즈 음반이에요. 처음으로 재즈 스탠다드 곡들을 부른 앨범을 낸 거죠. 왠지 재즈 하면 와인을 마셔야 할 것 같다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런데 막걸리 중에 이 제주 막걸리가 굉장히 명품이에요. 제가 먹어본 막걸리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명품 두 개가 만나니까 시너지가 느껴지더라고요. 맛없는 막걸리는 얄팍한 맛이 나는데, 이 막걸리는 촌스럽게 달지도 않은데다 은은하고 깊은 맛이 있어요. 폴 매카트니의 재즈 앨범과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폴 매카트니나 데이빗 보위(David Bowie) 같은 영미권의 노장 뮤지션을 보면 지금 젊은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아니 본인조차도 젊었을 땐 할 수 없었을 음악을 한다는 게 멋있어요. 할아버지 폴이 아니면 안 되는 음악인 거예요. 제가 재즈를 즐겨 듣는 편은 아닌데 이 앨범을 들으면 뭐하나 넘치는 게 없으면서도, 또 밋밋하지도 않은 것이 제주 막걸리와 닿는 면이 있어요.
혼자 마시는 술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LP 예찬론 WORDS : 맹선호, PHOTOS : 이지미
제공 Ballantine's 21years old 페르노리카 코리아 (02.3466.5700) Hibiki 17years old 선보주류교역 (02.2233.9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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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 장은석, PHOTOS : Jiyang Kim, ARTWORK : 이지선 STYLING : 송보영, HAIR : 김승원, MAKE UP : 박이화
이사 온 지 일 년 반, 아직은 별일 없어요
대학교 1학년 때 밴드의 합주실이라는 공간에 처음으로 가봤다. 카펫이 깔린 바닥에 앰프가 산처럼 쌓여 있고, 수십 대의 기타가 진열되어 있으며, 근사한 조명에 훌륭한 PA 시스템이 설치된 그런 합주실을 상상했었다. 영화에서 보고 내 상상 속에서 살을 붙인 합주실에 대한 환상이 그때 완전히 박살 났다. 현실 속 합주실은 좁디좁은 공간을 드럼이 반 정도 차지하는데다가 벽을 따라 앰프까지 있어 사람 몇 명이 들어가면 꽉 찼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마저도 없는 밴드가 더 많았다. 요즘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의 합주실은 왠지 기대됐다. 그곳은 생각보다 단출했고, 생각보다 세련됐고, 생각보다 깔끔했다. 그의 음악만큼이나.
순댓국집 사장님 하늘은 노래졌고, 합주실 하늘은 빨개졌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지금의 합주실로 옮긴 지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하지만 처음 1년 정도는 활동을 쉬면서 합주실도 덩달아 쉬었고, 본격적으로 가동된 지는 5개월 정도 되었다. 열의에 차 시작한 지하 합주실에서의 연주는 바로 제동이 걸렸다. 바로 위층에서 장사 중인 순댓국집 사장님의 항의 때문이었다. 연주할 때마다 바닥이 울리고 머리가 아파서 장사를 못하겠다고 성토했다.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사무실 직원이 순댓국집에 앉아 합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합주가 시작되었고 그 직원이 내려와 말했다. “순댓국 뚝배기가 흔들거리던데요.” 그렇게 방음 공사가 2개월 전에 시작되었고, 하늘색 벽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이 색이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감탄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인테리어 공사 사장님의 선택이었다.
지각왕 자리를 둘러싼 모험 학교에도, 회사에도, 술 약속에도 항상 지각하는 사람이 있다. 밴드에서도 합주 시간에 늦는 사람이 꼭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원조 지각왕은 베이시스트 정중엽이다. 하루는 그가 다른 밴드 공연이 있어 부산에 갔었다. 공연을 끝내고 시원한 대구탕을 먹으며 KTX를 기다리고 있는데 알람이 떴다. 〘 합주 〙 알람은 항상 10분 전에 표시되는 것이니 그는 합주 10분 전에 부산에 있는 거였다. 그런데 하필 그날이 GMF 영상 감독이 공연 준비를 위해 합주를 보러 오는 날이었다. 회사로 치자면 시말서 감인 대형 사고였다. 그랬던 그가 자신을 넘어서는 지각왕이 될 재목을 찾았다. 그의 후계자가 될 유망주는 드러머 전일준이다. 그는 최근에 합류한 새 멤버이자, 막내기도 하다. 그의 합류 소식에 맞춰 멤버들은 이제부터는 합주에 늦지 말자 다짐했는데, 막상 그 막내가 늦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10분 늦습니다!”라는 문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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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쉬가 마려운데요 장기하와 얼굴들은 보통 오후 서너 시쯤 합주를 시작한다. 도착하는 대로 자신의 악기로 손을 풀기 시작한다. 그러다 베이시스트 정중엽과 드러머 전일준이 합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잼이 시작되는데 장기하는 퍼커션을 치거나 카쥬를 불며 잼에 합류한다. 보통 삼십 분 정도면 잼이 끝나고 그때부터 2~3시간 정도 합주가 진행된다. 그런데 멤버들의 몰입이 시작되면 발생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생리현상. 사람인지라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데, 합주하다 보면 분위기를 끊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더구나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은데 혼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일까 싶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한두 곡 정도 뒤에는 틈이 나겠지 하면서 참고 버텨 봐도 틈은 쉽게 오지 않는다. 이럴 때 용기 있게 “저 쉬 마려운데요.”라고 말을 꺼내는 사람이 바로 키보디스트 이종민이다. 그는 남자다. 그 덕분에 다른 멤버들이 한숨 돌릴 수 있다.
길 씨, 저희가 매일 출근하기 위해서는 게임기가 필요합니다 하세가와 요헤이는 세션으로 시작하여 최근 멤버로 합류했다. 세션이었던 동안은 연주하는 곡이 많지 않아서 그와 함께 합주해야 하는 곡을 앞이나 뒤로 몰아 두었다. 그래서 그 곡들이 뒤에 있을 때에는 다른 멤버들보다 늦게 합주실에 왔고, 앞에 있을 때에는 “먼저 퇴근할게~”라며 일찍 합주실을 떠났다. 하세가와는 퇴근이란 표현이 적합하다 생각한다. 일이 없을 때 회사에 가지 않는 것처럼 합주가 없을 때에는 합주실에 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멤버들도 마찬가지로 합주가 없으면 거의 오지 않는다. 합주실은 출퇴근이 정해진 사무실이 되어버렸지만, 사실 이 공간의 주업인 합주는 굉장히 즐거운 편이다. 심지어 장기하는 합주를 하지 않으면 우울해진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합주가 없으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나저나 합주실 이사 소식을 들은 리쌍의 길은 게임기를 선물해 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그 선물이 들어오면 멤버들이 합주실을 조금 더 자주 찾을지도 모르겠다.
+ 이전 합주실 이야기 연남동에 있던 지난번 합주실은 여름이 되면 물난리가 났다. 물난리가 나지 않더라도 여름이 되면 악기나 케이스, 벽 등 곳곳에 곰팡이가 폈다.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어느 날 청소하다 바닥에 놓인 플라스틱 뚜껑을 들었더니 물웅덩이가 나타났다. 물을 퍼내도 이내 차오르는 그 웅덩이 덕분에 이사를 결정했다. 지금 그곳은 장기하와 얼굴들을 도와주고 있는 엔지니어가 작업실로 사용 중이다. 장기하가 입고 있는 셔츠는 유니클로, 재킷은 카이아크만(Kai-aak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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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될 줄 알았는데
EDIT : 장은석, COMMENTS : 장기하, PHOTOS : 두루두루 AMC
좋 좋다 다말 말았 았
이
정말 번엔
이번 뮤직비디오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냥 눈에 보여요. 은유가 많은데 너무나도 직접적인 은유여서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거예요. 사람에 따라서 이 일차원적인 은유를 유치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즐겨주면 기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뮤직비디오는 음악에 어울리는
네 네
▲ 흔하고 친숙한 음식들로만 채워져 있지만 정성껏 차린 밥상이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배치했다.
▼ 여자친구가 사주면서 장난스럽게 "내 앞에서만 입어!!"라고 말했을 것 같은 앞치마였으면 하고 고른 건데, 은근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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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 좋다말았네 ’ 뮤직비디오도 이를 가장 신경 써서 만들었으니, 사물이 움직이는 방식 등을 눈여겨봐도 좋을 것 같아요.
▼ 김치를 썰 때, 왼손 엄지와 검지가 칼 쪽을 향하지 않도록 손목을 슬쩍 꺾어서 김치 포기를 쥐어야 한다. 이번 뮤비 찍으면서 유용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
▼ 왜 여자주인공이 상을 엎어야만 하는 상황인지 배우 이초희 씨에게 설명 중. 프로 배우에게 내가 연기지도를 하다니. 신기한 일이지만 애써 태연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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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이 나오고, 리듬에 딱 맞게 움직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 배우 겸 감독 장기하, 카메라 앵글 안에 들어와 앉아 촬영감독님과 의논 중. 역시나 신기한 일이지만 익숙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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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헤어 / 전일준 (Drum)
이마, 눈썹 / 이민기 (Guitar)
“다른 멤버들은 머리 관리를 거의 안 한다. 막내라 염색도 하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으니, 그래도 내가 제일 세련된 헤어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눈썹은 진하고, 속눈썹은 긴 편인데, 이게 장점이 된다기보다는 작은 눈을 더 작게 만드는 것 같다. 머리는 좋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말귀를 너무 못 알아듣는다. 그게 귀 탓인지 머리 탓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안경을 벗으면 안 들리고, 쓰면 잘 들린다.”
하세가와 / 나이가 어려서인지 어떤 스타일을 해도 잘 어울린다. 그렇다고 뭔가 공을 들여 만든 것은 아니지만, 젊음에서 오는 에너지가 가득하다.
장기하 / 전형적인 송충이 눈썹이다. 송충이 두 마리가 기어가다 이마에서 정지해 있다.
정중엽 / 나도 젊었을 때에는 보라색으로 염색하기도 했다. 지금 일준이가 노란색으로 염색한 것도 젊으니까 가능한 게 아닐까. 그렇다고 뭐, 멋지다는 건 아니다. 꼭 주유소 습격사건에 나오는 캐릭터 같다.
전일준 / 눈썹도 진하고, 이마도 예쁘지만, 얼굴형이 더 멋진 것 같다. 정중엽 / 눈썹 부분에서 하세가와 형과 민기의 2파전이 있었는데, 하세가와 형의 눈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선택된 거지 뭐. 우리들 중에 가장 멋진 눈썹이라는 데는 동의 못한다.
이종민 / 합주 때에는 항상 지각이라 뭔가 손질한 머리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도 우리를 안 만날 때는 신경 쓰지 않을까? 저 나이에 신경 안 쓰면 그것도 이상한 거니.
3 눈 / 하세가와 요헤이 (Guitar)
WORDS : 장은석, PHOTOS : Jiyang Kim
“어느 순간 한쪽 눈에만 쌍꺼풀이 생기며 짝짝이가 되었다. 그래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남들에게는 인상적일 수도 있겠다 싶다.”
HAIR : 김승원, MAKE UP : 박이화
장기하와 얼굴들이 직접 꼽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얼굴들
장기하 / 눈이 잘 생겼다기보다는 힘이 있다. “ 나는 오랫동안 록을 해왔다!”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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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기 / 미드 <로스트> 에 나오는 리차드의 쌍꺼풀을 보는 것 같다. 정중엽 / 문신이라도 한듯한 아이라인도 훌륭하지만, 기다란 속눈썹이 더 부럽다. 레코드 가게에서 앨범을 찾을 때는 눈매가 더 매서워지면서 매의 눈이 완성된다.
4 코, 귀 / 장기하 (Vocal) “코와 콧구멍이 큰 전형적인 복코다. 우리 집안 남자들 코가 다 이렇게 생겼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거라서 이 모습이 마음에 들고, 또 소중하다.” 이종민 / 귀를 유심히 본 적은 없다. 사실 귀가 잘 생기면 얼마나 잘 생겼겠나. 그래도 귀 성능은 좋은 것 같다. 내가 라디오 대본 틀린 것도 바로바로 알고, 연주하다 실수하는 것도 바로 알아챈다. 이민기 / 술 마시면 코부터 빨개지면서 주정뱅이 포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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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가와 / 기하는 자기는 다 잘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으려나? 정중엽 / 코가 커서 뽑은 거다. 잘 생겨서 뽑은 게 아니라. 그것도 아래위로 큰 게 아니라 좌우로 커서.
5 입 / 이종민 (Synth) “입술을 썰면 세 접시는 나오겠다고들 말한다. 어쨌든 여자친구들은 좋아했으니 그러면 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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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 선이 명확하고 커다란 게 잘 생겼다. 그 입으로 냉면을 헤드뱅잉 하면서 흡입하는 것을 사람들이 봐야 하는데. 전일준 / 왠지 뽀뽀할 때 좋게 생겼다. 그렇다고 제가 만날 여자가 저 입술을 갖고 있길 바라지는 않는다. 제. 발. 하세가와 / 일본에 놀러 갔을 때 들린 횟집에서 성게 알 한 판을 혼자 다 먹고는 또 시켜서 먹고 있는 그 입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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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 목 / 정중엽 (Bass) “턱과 목으로 뽑혔는데, 턱은 모르겠지만 사실 목이 굵다. 셔츠의 마지막 단추를 잠글 때는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종민 / 길고 굵은 목에서 매력적인 중후한 목소리가 나온다. 그 목소리로 라디오에서 신성우의 ‘서시’를 불렀는데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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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기 / 호평이 아니라 혹평 아니었나? 어쨌든 목이 긴 거는 부럽다. 얼굴이 작은 편이 아닌데 작아 보이니까. 전일준 / 1집 활동 때의 사진을 봤다. 그때는 너무 말라서 턱 선이 볼품없어 보였는데, 살이 좀 붙은 지금이 훨씬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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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중 (뮤지션, 28세) “위 아 더 나잇이라는 밴드를 하고 있어요. 방금
이현준(제빵사, 24), 이사랑(대학생, 23) “저는 빵을 만들고 얘는
에피Ephie (요거트 사업 종사, 28) “약속 시간에 늦어서 급히 달려가던
고고스에서 공연을 마치고 나온 터라 정신이 없네요. 평소 전자 음악을 좋아해요. 요즘 한창 녹음 중이라 주로 저희 음악을 많이 들어요. 전자음악이 기반인데 록적인 요소도 섞을 예정이에요. 댄서블하게요.” 착용한 자켓은 A-land 제품, 진은
경찰행정학과 학생이에요. 둘의 전공이 서로 바뀐 것 같단 말도 많이 듣죠. 오늘은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터라 같이 칵테일을 마실 계획이에요.” 이현준이 착용한
중이었어요. 외국 생활을 오래 해서 요즈음의 한국 밴드들은 잘 모르지만 디 안트 월드라는 남아공의 퍼포밍 그룹을 좋아해요.” 착용한 모자는 브레슨, 코트는 어머니 것,
모자는 H&M, 자켓과 진은 자체 제작, 신발은 톰브라운. 이사랑이 착용한 제품은 모두
목걸이는 직접 리폼한 제품, 신발은 스웨어.
에이프릴77, 구두는 레드옴므, 안경과 셔츠는 동대문에서 구입.
빈티지 제품.
WORDS : 지은, PHOTOS : 이지미
홍대 부근 클럽에 공연을 보러 가려 옷장 문을 열었을 때 잠시 머리가 아득해져 본 경험이 있다면 이 페이지를 주목할 것. 근사한 차림새의 누군가를 보고 그의 플레이 리스트가 궁금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이 페이지를 또한 주시할 것. 고매한 음악 취향에 반해 옷 매무새에는 지나치게 너그러운 이들을 위해 엘슈가 준비했다. 공연장 패션의 귀감이 될만한 맵시를 자랑하는 이들과의 짧은 대화를 공개했으니 윤진아 (대학생, 24) “오랜만에 친구들과 클럽에 놀러왔어요. 한국 힙합을
참고하도록.
좋아해서요. 요즘은 빈지노 노래에 빠져있고요. 아쿠아 맨은 추천 트랙이에요.”
전윤진(대학생,23), 조그만(직장인,23) “저희 둘 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좋아해요. 다다라이프 같은 팀들은 특히요. 비닐 칵테일은 둘 다 오늘 처음 마셔봤는데 맛있네요.” 전윤진이 착용한 자켓과 원피스는 모두 빈티지 제품, 가방은
착용한 자켓은 베스트 윌리, 가방은 비비안웨스트우드, 신발은 닥터마틴.
프라이탁, 스니커즈는 컨버스. 조그만이 착용한 가디건과 코트 또한 빈티지, 안경은 A-land에서 구입, 스니커즈는 컨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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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람(미용실 인턴, 20), 황하나(검정고시 준비중, 16) “저희는
조지웅(뮤지션, 24), 김해마(뮤지션, 28) “FF 에서 세인트 패트릭스
고아람 (대학생, 22) “남자친구와 오랜만에 홍대에 놀러왔어요. 요새 노래는
메이크업 카페에서 친해졌어요. 꽤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거에요. 요즘은 CSP의 노래를 자주 들어요.” 이가람이 착용한 아우터, 원피스, 가방 모두 구제
데이 공연 마치고 오는 길이에요. 간단히 술 한 잔 하고 프리버드에서 공연하는 웨이스티드 조니스 공연 보러 왔어요. 저희랑 친하거든요.” 조지웅이 착용한 셔츠는
아니지만 브랜뉴직의 익스큐즈 미를 자주 들어요. 연애 중이어서 그런가봐요.”
제품, 신발은 스케처스. 황하나가 착용한 제품 모두 구제 제품.
아버지 것, 진은 보세 제품, 신발은 아디다스. 김해마가 착용한 아우터는 동생의 선물, 셔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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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안경은 알로 X 스티브 제이 앤 요니 피.
착용한 제품은 모두 보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0
2013.4.27.9PM @ 잠실종합운동장 돔 스테이지
이름은 들어보았는데 앨범도 너무 많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고요?
WORDS : 김현수
각종 내한공연과 대형 페스티벌의 홍수 속에서 즐거운 비명을
오가니제이션(Organisation)이란 밴드에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지르고 있는 국내 음악 팬들에게 또 하나의 골치 아픈(!) 일이 생기고
오래가지 못하고, 뒤이어 둘이 의기투합하여 결성한 팀이 바로 우리가
말았다. 1970년 결성된 이래 오늘날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알고 있는 크라프트베르크이다.
있는 크라프트베르크의 내한 소식이 바로 그것. 하지만 슬프게도 이 PHOTOGRAPHY+worldwide ©PETER BOETTCHER
밴드의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 무심코 이 소식을 외면하는
1974년 발매된 [Autobahn]은 대중들에게 그들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일은 부지기수요, ‘이름은 들어보았는데 앨범도 너무 많고 어디서부터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특히 22분에 달하는 동명의 수록곡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다 ’ 며 투정을 늘어놓는 이들마저 있어 크라프트베르크의 오랜 팬을 자처하는 필자가 직접 펜을 잡았다.
‘Autobahn'은 바이올린, 플루트, 기타, 신시사이저 등의 다채로운 악기 편성을 통하여 흡사 고속도로를 달리는 듯한 질주감을 선사한다. 이듬해 발매된 콘셉트 앨범 [Radio-Activity]는 라디오의 전파, 규칙적으로
독일 뒤셀도르프(Düsseldorf )에 위치한 로베르트 슈만 대학교
반복되는 무전음 등을 통하여 첨단문명의 이기(利器)를 청각적으로
(Robert Schumann Hochschule)의 학생 신분으로 처음 만난
구현해 냈으며, 이는 [The Man-Machine (1978)]과 [Computer
플로리안 슈나이더(Florian Schneider)와 랄프 휘터(Ralf
World (1981)]에서 정점에 달한다. 위 두 앨범에 수록된 ‘The Model‘과
Hütter)는 록과 일렉트로니카가 혼재된 실험적 음악을 선보이는
‘Computer World‘은 현재까지도 크라프트베르크를 이야기할 때 절대로 빼놓아서는 안 될 중요한 트랙들이다. 크라프트베르크는 오랜 휴식기를 깨고 2003년 프랑스의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Tour de
EXPECTED SETLIST Autobahn Computer World Home Computer The Man-Machine The Model Musique Non-Stop Radioactivity The Robots Tour de France 1983 Tour de France 2003 Trans-Europe Express
France)‘ 100주년을 기념하는 앨범 [Tour de France Soundtracks]를 발매하였으며, 2005년 밴드의 월드 투어를 담은 첫 번째 라이브 앨범 [Minimum – Maximum]을 발매하기도 하였다. 특히 크라프트베르크는 작년부터 3D 영상이 가미된 콘서트를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내한공연은 2012년 뉴욕 MOMA와 올해 2월 영국 Tate Modern에서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그대로 옮겨 놓을 예정이라 하니 크라프트베르크의 ‘최초이자 최고의’ 내한공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 또 오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에는 멤버들 이마에 깊이 파인 주름살들이 마음에 걸린다. 어쩌면 이들을 이토록 좋은 조건으로 감상할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서울재즈페스티벌 2013 2013.5.17 – 18
@ 올림픽공원내 88 잔디마당
재즈페스티벌에 재즈 음악만 있으란 법 있나요?
WORDS : 정민
넘쳐나기 시작했다.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끝없이
‘Best Dance Recording’ 부문에 후보로 오를 정도로 화려한 데뷔 시절을 보냈다.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세 장의 정규 앨범들은 노래 제목에서부터
쏟아지는 페스티벌 소식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테다. 수많은
단번에 알 수 있듯이 사랑스러운 노래로 가득하다. 화려한 무지개
페스티벌 중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는 물론 라인업이 가장 중요한
빛 선율과 사랑만이 이 세상 전부인 듯한 가사 속에 어린 시절 오페라
조건이겠지만, 접근성 역시 따져보아야 할 현실적인 요소다. 그런
교육에서 단련된 세 옥타브 반을 넘나드는 팔세토 창법은 세상의
점에서 도심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은 늘 고맙기만 하다. 그 가운데서도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하며 듣는 이로 하여금 달콤한 사랑을 꿈꾸게
2007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은 음악
한다. 하지만 그의 노래가 마냥 달콤한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의 아픔
애호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 중 하나다. 올해도 어김없이 비(非)
속에서 음악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고 말하는 그가 사회적 약자들의
재즈 음악을 아우르는 라인업은 서울재즈페스티벌의 명칭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우회적으로 노래하는 어쿠스틱 음악 또한 그의 또 다른
정체성을 의심할 만도 한데, 재즈에 문외한이면서 대중적 시류에 젖어
매력이다. 그리고 과거 공연에서 보여주었던 형형색색의 소품과 의상이
있는 필자로서는 이 점에 감사할 따름이다.
어울려진 무대, 공연 내내 이어지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미카의 음악을 더욱
페스티벌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언제부턴가 음악 페스티벌이
특별하게 해준다. 특히나 한국 팬들만이 할 수 있는 종이비행기와 금가루 참여하는 여러 아티스트 중에서도 일반 대중음악 팬들의 관심을
이벤트는 한복까지 완벽히 소화해내는 미카의 한국 사랑과 조화를 이루어,
끄는 뮤지션을 하나 꼽자면, 이제는 국내에서도 너무나 유명해진
보고 또 보아도 티켓을 사게끔 하는 한국 공연만의 특별한 점이다.
미카(Mika)가 아닐까 싶다. 2009년 첫 번째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서울재즈페스티벌까지 포함하면 벌써 네 번째 공연을 하게 되는 이
이제 곧 페스티벌의 계절이 찾아온다. 사랑하는 연인, 친구들과 어울려
뮤지션은 이제 따로 공연 소개를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듣는 기쁨은 음악 팬에게 있어 그 무엇과도
아직 그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가히 천재라 칭할 만 미카가 걸어온 길을
바꿀 수 없다. 5월의 따뜻한 햇살 아래 사랑스러운 음악의 행복을 느낄
잠시 소개한다. 2007년 첫 번째 앨범을 발표한 그는 퀸(Queen)의 보컬인
수 있는 미카의 라이브는 내한 공연이 가득한 올 한 해 꼭 보고 싶은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귀환’, 그리고 ‘씨저 시스터스(Scissor Sisters)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라는 평까지 들으며, 첫 싱글 발매 후
공연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2주 만에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그다음 해에는 그래미 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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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인가 퇴보인가 엄마는 내 컨버스 운동화를 싫어하셨다. 구질구질하다고. 만약 지금 내 옷장에 있는 영국 군복들과 누구 털인지도 알 수 없는 조각 모피로 만든 털모자의 가격을 안다면 경악하실지도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아끼는 빈티지 옷을 입고 나간 날, 문득 바라본 거울 속 내 모습이 정말 빈티나고 거지 같아서 당황할 때가 있긴 했다. 물론 대부분의 날은 그것들을 발견해 낸 내가 뿌듯하고, 가끔은 어디서 샀는지 묻는 사람들마저 만날 때도 있다. 그런데 최근 유행 때문인지 진짜 빈티지는 아니지만, 빈티지를 표방한 옷과 가방들이 쇼핑몰에서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런 세상에서 내 빈티지의 진정성을 알아줄 이는 얼마나 될까. 뭐,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잘만 만들었다면 냄새나고 누가 입던 옷보단 빈티지 스타일의 새 옷이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슬슬 헷갈리기 시작했다.
음악의 가치는 진정 떨어지고 있는 것인가?
WORDS : 맹선호
우리가 듣는 음악의 형태는 계속해서 변화해 왔다. 카세트테이프, 바이닐 레코드, CD, MD, MP3까지,
음악을 듣고, 그냥 카페에 앉아만 있어도 음악이 들려온다. 스마트폰에 음악 어플리케이션 하나 깔지 않는
분명 기술이 발전하며 진화된 것이리라. 예전 같았으면 거대한 공간이 필요했을 음악이 이젠 작은 하드
사람은 드물테고, 지하철 안 사람들 귀에 꽂힌 이어폰들이 모두 영어 수업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음악은
드라이브에 보관된다. 그렇게 컴퓨터에 모아둔 음악은 미처 듣지 못한 게 잔뜩 이다. 간직만 한 채 죽을
확실히 더 많이 들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음악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우리는 어쩌면 한때 신 나게 돈을
때까지 못 들을 곡도 있을 것이다. 하긴 이젠 모아둘 필요도 없다. 구름(cloud) 위에 더 많으니까. 용돈을
벌었던 거대 레코드사의 음모가 도사리는 엄살에 속아왔을지도 모른다.
모아 앨범을 사서 닳고 닳을 때까지 듣던 음악은 이제 사라졌다. 앨범이 절판되어도 괴로워할 필요가 없는 시대다. 예전처럼 앨범을 만들어 팔던 레코드 회사는 더는 그때처럼 돈을 벌지 못한다. 음악을 생계로 하던
모든 건 변한다. 강남역 7번 출구마저 변했듯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CD는 몰락하고 있지만, 바이닐
이들은 음악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씁쓸해한다.
레코드가 뜬금없이 급부상하고 있으며, 카세트테이프까지 다시 나타났다. 과거의 음악 포맷이 완전히 사라지기는커녕 다양해지고 있다. 음악 자체는 더하다. 음악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숫자를 넘어서는
근 백 년 전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문을 연 후 전 세계에 음반을 팔아온 HMV가 얼마 전 결국 문을
앨범이 나타날 가능성은 몹시 희박해 보이지만, 팔리고 있는 앨범과 곡의 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닫았다. 이젠 놀랍지도 않은 레코드 비즈니스의 몰락이지만, 역사적 사건이긴 했다. 그런데 역사를 뒤져보자.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소녀시대의 앨범이 앨범 차트 상위를 차지하고 있어도 누군가는 불싸조의
음반 하나가 막 수백, 수천만 장이 팔리던 시절 그 돈은 다 누가 벌었을까? 지금까지 세계의 음악 사업은
카세트테이프를 산다. 롱 테일(long tail) 이론이다. 레코드 비즈니스는 몰락하고 있지만, 음악 비즈니스는
소수의 거대 레코드사가 쥐고 흔들어왔다. 그들이 어마어마하게 돈을 벌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지만,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니라 그 그래프가 변하고 있을 뿐이다.
제대로 아티스트에게 분배된 역사는 그만큼 길진 않다. 사실 한국 시장은 약간 예외로 둬야 할 테지만, 뭐 그렇다고 나은 상황도 아니었다. 레코드 회사는 몰락하는 CD 판매량과, 또 그걸 상쇄하지 못하는 디지털
플라시보(Placebo)가 언젠가 이런 말을 한 걸로 기억한다. “음악의 포맷은 계속해서 변해왔다. 하지만
음악 때문에 음악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공짜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린 음악의 가치가 떨어졌다며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은 라이브다.” MP3도 언젠가는 사라지고, 또 새로운 뭔가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우성이다. 그런데 음악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정말일까?
변함없는 건 그 안의 콘텐츠다. 좋지 않은 음악을 아무리 좋은 포맷으로 듣는다고 좋아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 끝없는 변화 속 최근 가장 핫한 포맷은 라이브다. 게다가 플라시보의 말대로 라이브는 CD나
노래 가사를 달달 외울 때까지 소중하게 앨범을 듣고 또 듣던 시절 들을 수 있는 음악은 한정적이었다.
바이닐과는 다른 특별한 음악의 형태다. 그 어느 때보다 페스티벌이 많아지고, 크고 작은 공연장들이
돈도 없었고, 먼 나라에서만 발매되는 음반을 듣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제는 적은 돈으로,
생겨나고 있다. 라이브 공연이 더이상 특별한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의 여가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심지어 맘만 먹으면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아프리카 밴드도 한국에서 유명해질 수 있고,
음악의 문턱은 낮아졌고,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접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볼티모어(Baltimore)의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미국 인디밴드의 음악과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지금은 그
음악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가?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이 온갖 음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듣는 세상이다. 게임을 하면서, 영화를 보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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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커피
걸스데이의 섹시 콘셉트 팜므파탈 댄스는 굳히기인가 무리수인가
아이폰 5
약빨없는 약
이것은 과연 진보인가 후레쉬베리의 새 포장디자인 이번 주제는 이 과자 봉지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배터리가 눝 속도로 사망
WORDS : 이지선
여자는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적어도 연애에 관해서는 말이다. 이상했다. 만나고 헤어짐이 반복되어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스무 살, 첫 연애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다.
대한민국 정권 무빙워크
Turning Point
기대가 큽니다
저기, 무비위크 말고요
신입생 시절 처음 연애란 걸 시작했다. 같은 학과 동기 남자애였다. 그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여자에게 고백한 경쾌한 남자였다. 그는 사실 좀 더 좋은 학교에 가고 싶었다며 곧 반수를 시작했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휴학계를 내더니 본격적으로 수능공부를 다시 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다음 해에도 휴학한 채로 삼수생 생활을 이어나갔다. 삼수생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공부는 지지부진했고 대학 생활을 즐기는 여자와는 달리 어중간한 생활이 지속되자
라디오헤드 vs 라디오헤드
경쾌하던 남자는 풀이 죽었다. 자연스레 서로에게 짜증을 내는 WORDS : 장은석
시간이 늘었다. 여자는 상대를 헤아릴 만큼 너그럽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어린 연인은 흔한 다툼 끝에 그해 가을 헤어졌다. 나중에
수많은 뮤지션이 변화를 시도한다. 그때마다 평단과 팬은 그 변화가
들으니 좋아졌던 적은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별로였던 것이
듣기로는 남자는 그때부터 마음을 독하게 먹고 원하던 학교에
진보인지 퇴보인지에 대해 수없이 많은 의견을 토로한다. 이 논란은
좋아진 케이스였지, 싫었던 것이 좋아진 경우는 아니었다. 후자의 경우가
들어가서 캠퍼스 커플 생활을 만끽 중이라고 했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음반 판매량 정도가 그나마 객관적인 지표가
더러 있다 해도 한두 곡이 좋아지는 것이면 몰라도 앨범 전체가 좋아지는
된다. 하지만 음반이 많이 팔렸다고 해서 그 음악이 진보했다고 사람들이
경우 또한 없었다. 이 기적의 비밀은 사실 단순했다. 라디오헤드가 [Kid
두 번째 연애는 그녀가 스물두 살 때였다. 동네 친구의 소개팅으로
인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퇴보했다 믿는 사람들에게 음반 판매량이
A]에서 보여 준 음악이 12년 사이에 보편화되어 내 귀에 익숙한 음악이
만난 남자는 박식했다. 음악, 문학, 영화에 관해 특히나 아는 게
많다는 것은 음악을 제대로 들을 줄 모르는 우매한 사람들이 많다
되었기 때문이다. 기대감에 나머지 앨범을 다 들었지만, 유명한 몇몇
많았다. 여자는 그에게서 좋은 음악과 문화에 대해 배웠다. 어느
주장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어느 정도 이상의 인기를 얻은
곡에만 관심이 생길 뿐이었다. 기사를 무사히 마감한 후에 라디오헤드
날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다. 영국에 가서
뮤지션이라면 그 인기를 얻게 한 음악 스타일을 고수하는 편이 좋다. 물론
음악을 듣고 싶을 때에도 [Kid A] 이후의 음악은 앨범 전체가 아닌 몇몇
영화를 전공하고 싶댔다. 떨어져 지내는 것은 괴롭지만, 그가 원하는
한 음악 스타일을 고수한다고 해서 퇴보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곡을 골라서 들을 뿐이었다.
것이니 응원했다. 원거리 연애가 시작되었다. 막상 유학을 가보니 어학도, 공부도, 경제도 어려웠는지 침울해했다. 그러나 여자가 해 줄
것은 아니다. 과거에 썼던 히트곡을 넘어서는 곡을 만들지 못하면 나이 들고 감이 떨어졌다는 소리와 함께 퇴보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다만 그
대한민국이 오매불망 기다렸던 라디오헤드 내한 공연 당일. 나는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매일 전화로 하소연과 위로를 나눴지만,
시기가 조금 늦춰질 수 있다는 것뿐이다.
만취 상태로 그의 음악을 들었지만, 이들의 사운드는 다르다는 것을
서로의 체온이 전해지지 않는 연애는 곧 차가워졌다. 후에 남자가
확실히 느꼈다. 나름 해외 음악 페스티벌도 그럭저럭 다니며 현지에서
영화감독이 되어 입봉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첫 작품이 호평을
라디오헤드는 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가장 적절한
내는 사운드를 경험했고, 국내 페스티벌에서는 제작 파트에서 일하며
받았다고도 했다.
주인공이다. 라디오헤드는 3집 [OK Computer]로 UK 차트에서 첫
현실과 한계를 알고 있었다. 그 간극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1위를 거두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이어 발표한 4집 [Kid A]에서
사운드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충격적이게도 이들의 사운드는
세 번째 연애의 그는 귀여운 남자였다. 술자리에서 알게 된 세
전자악기를 적극 활용하는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이 변화된
달랐다. 내가 몇 번이고 들었던, 그리고 실제로 당일에 연주하기도
살이나 어린 남자는 전에 만나던 남자들과는 달리 애교가 많고
음악스타일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적인 행보를
했던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의 노래 제목처럼 모든 것이
다정했다. 깜찍한 이벤트를 마련하거나 손으로 쓴 편지를 주기도
걷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팬은 3집에서 멈춘 이와 지금까지 따라온
완벽히 제자리에 있었다. 그토록 수없이 쪼갠 박자 속에서 모든 악기의
했다. 여자는 달콤한 연애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그가 입대를 했다.
이로 나뉘었다. 이 변화는 진보인가 퇴보인가. 2년 전의 나는 퇴보라
세밀한 표현이 살아 있었고, 모든 소스의 밸런스는 조금의 오차도 없이
애틋한 마음에 훌쩍훌쩍 울며 군대를 보냈다. 여자는 취업 준비를
생각했고, 1년 전의 나는 글쎄라고 생각했으며, 지금은 진보라고
완벽했다. 남들이 흔히 말했지만 강하게 부인하기만 했던 ‘밴드가 있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달콤한 연인의 콜렉트 콜이 반갑기만 했다.
생각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이고, 그 변화의
라디오헤드가 있다.’라는 말이 처음으로 마음에 와 닿았다. 그들은
여느 군인처럼 신병 시절을 벗어나고 조금 편해지자 전화의 횟수가
과정을 여기에서 이야기해 보고자 할 뿐이다.
밴드라는 무언가의 형태로 규정할 수 없었다.
늘었다. 그러면서 어리광도 함께 늘었다. 여자가 전화를 놓치면 남자는 불안해했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자에게 군인인 남자는
많은 라디오헤드 팬이 3집 [OK Computer]를 최고의 명반이라 생각할
얼마 전 꽤 먼 거리를 운전해야 하는 일이 있어 아이폰에 담긴
버거웠다. 어느 날 밤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여자는 이별을 고했다.
때에도 나는 그저 1집 [Pablo Honey]를 가장 열심히 들었다. 사실
라디오헤드의 전 곡을 임의재생으로 들었다. 1집부터 8집까지의 모든
나중에 듣기로는 남자가 제대 후 복학해서 만난 여자와 결혼해
라디오헤드의 새로운 앨범이 있다고는 생각지도 않았기에 테이프가
노래가 섞여 나왔고, 이를 듣는 데에는 어떤 위화감도 들지 않아 마치 한
일찍 아기 아빠가 되어 착실한 가장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그가
늘어날 때까지 듣다가 새로 사기를 세네 번쯤 반복할 때쯤에야 2집
앨범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대마다 그 시대를 휘어잡은 음악
행복해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좋았다.
[The Bends]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굉장히 천천히, 그리고 더디게 3집을
장르가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휩쓸 수 있었던 데에는
받아들였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나의 마음은 1집에 있었다. 그러다
지금이 EDM(Electronic Dance Music)의 시대인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스물여섯의 연애는 자주 가던 바의 바텐더였다. 조용하고
완전히 스타일을 바꾼 4집 [Kid A]를 처음 들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생각한다. 만약 5년 전에 나왔다면, 또는 반대로 5년 후에 나왔다면
어른스러운 남자였다.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다른
1번 트랙부터 내가 알고 있던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아니었다. 난 내가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마찬가지로 얼터너티브 록의 시대였던
일자리를 알아보기로 했다. 미래를 위해 조금 더 나은 벌이의 직업을
좋아하는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트랙을 건너뛰었고,
90년대에 발표되었던 3집까지의 음악이 지금에 와 듣기에는 세월의
찾으려는 거였다. 여자는 남자의 직업이 뭐든 상관없었지만, 그저
마지막 10번 트랙에 도달하기까지 총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흐름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세련되지 않았다거나, 훌륭한 음악이
그가 원하는 길로 가길 바랐다. 그래서 그가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그 CD를 작년까지 다시 듣지 않았다. 그 후로 라디오헤드가 어떤 앨범을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13년 전에 발표된 [Kid A] 앨범 이후의
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직은 쉽지 않았다. 일이 없는 시간이 꽤
발표하든 나에게는 3집 [OK Computer]까지만이 라디오헤드였다. 나는
모든 음악은 그러한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대를 앞서 가고
지나자 남자에게 우울과 무기력이 엄습했다. 여자는 사랑하는 그가
이렇게 마음속으로 라디오헤드를 장사 지냈다.
있다고까지 느껴진다.
빛을 잃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지금까지의 연애처럼 시들고 있는 관계를 애써 다잡으려 했다. 그때쯤 깨달았다. 여자의 존재는 ‘ 터닝 포인트 ’ 였다. 자신의 연애패턴은 같은 루트를 뱅글뱅글 돌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하지만 작년 2월 라디오헤드의 내한 소식이 발표되며 대한민국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싱글 [The Daily Mail & Staircase]의 ‘The Daily
뒤집어졌고, 엘리펀트슈도 3월호를 라디오헤드 커버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요단강을 건너보냈던 그들을 황급히 유턴시켰다.
Mail’에서는 피아노로 시작하여, 후반부에는 기타, 베이스, 드럼, 브라스 세션만을 가지고 얼터너티브 록과 일렉트로닉 음악을 모두 표현해냈다.
먼지 쌓인 4집 [Kid A]를 정말 싫지만 억지로 재생시켰다. 그런데 기적이
더구나 일렉트로닉 음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신디사이저라든지
여자와의 이별을 기점으로 인생을 재정비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벌어졌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정말로 20초 만에 건너뛰었던 1번 트랙
드럼머신 없이도 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곡을
물론 그때의 이별들은 여자의 부족한 인내심과 어린 기대에서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가 도입부터 마음을 뒤흔들었다. 결국 이 노래를 몇 번이나 다시 들은 후에야 다음 트랙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들으며 이들은 그들이 생각한 모든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팀이라는
비롯된 결과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그의 진보를 위해
생각이 들었다. 설사 그것이 이 세상에 존재치 않았던 것이라 하더라도
여자가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여자는 너무 사랑하는 그를 위해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CD가 와인처럼 시간이 지났다고 듣기
말이다. 세상에 있던 무언가를 더욱 훌륭히 만들던 것과 세상에 없던
이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에게 할 말이 있으니 만나자고 했다.
좋아질 수는 없다. 물론 처음 들었을 때 별로였던 음반이 후에 다시
훌륭한 무언가를 만드는 것. 이것은 진보일까 퇴보일까.
멀리 그가 길 끝에 서 있었다.
상대방에게는 정확한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지금까지의 남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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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ELEPHANT-SHOE RELEASE PARTY PHOTO : 이지미
EDITOR'S
WORDS : 지은 / PHOTOS : 이지미
vol.3 집 밖의 방 문득,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그는 집 근처에 작은 방을 얻었다. 널직한 책상과 매킨토시 컴퓨터도 들여 놓았다. 숙식은 집 안에 있는 방에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시작은 그렇게 단순했다. 문제는 ‘물건’이었다. 다양한 물건이 점점 집 밖의 방을 채우기 시작했다. 길에서 주워온 것, 애를 써서 구한 것부터 유년기의 기억이 깃든 것까지. 뜻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곳에 의미라는 게 생겨버린 것이다. 그는 그 방의 모든 것이 어느덧 자신과 닮아있는 것을 깨달았다. 집 안의 방이 그렇게 집 밖의 방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글씨를 그리는 남자 김기조 (남/30세/디자이너) 타이포그래퍼, 붕가붕가의 수석 디자이너, 스튜디오 기초측면 운영 중. 어떤 표현이 그의 이름 옆에 놓여야 할지 고민할 때 즈음 김기조는 “그냥 ‘디자이너’가 제겐 가장 편한 수식이에요.”라고 말했다.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늘 새롭고 참신한 무언가를 보여주는 그에게는 자신의 영역을 타이포그래퍼로 함축시키는 것보다 ‘디자이너’라는 넓은 범위로 더 많은 여지를 남겨두는 편이 어울렸다. 그렇다. 그는 요즘 자주 쓰는 말로 ‘ 크리에이티브 ’ 한 사람의 전형이다. 그러나 그것이 김기조가 지닌 모습 전부는 아니었다. 그는 하나의 단어를 언급하는 데에도 신중을 기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눈빛에서는 뚜렷한 소신이 비쳤다. 방학동 어귀에 견고하게 지어진 그의 요새에서 새어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나직하고도 분명했다. 보통 언제쯤 이곳으로 오나요. 나오고 나오지 않고의 개념이 아니라 요즘은 거의 이 작업실에 있죠, 사실 집이 가까워요. 여기서 15분 거리에 있어요, 그래도 왔다갔다하면 한두 시간은 쓰게 되거든요. 일이 많을 때에는 여기서 쪽잠을 자죠. 집이 그렇게 가까운데 왜 굳이 집 밖에 방을 구했어요? 일단 집은 작업 공간과 분리되면 좋은 거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작업실은 생활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뭐, 지금의 상황은 의도처럼 된 결과는 아니고요. 어쨌건 처음의 생각은 그랬어요. 또 원래 살던 집에서 나오게 되면 생활을 다 갖고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완전히 제 살림을 따로 떼어서 다른 데 넣긴 힘드니까요. 그래서 집 근처에 작업실을 얻게 된 거죠. 근처에 있다는 집 안엔 아직도 기조 씨의 방이 남아있겠네요. 네, 그렇죠. 거기는 어때요. 어느 순간 거기는 예전에서 멈춰있는 방처럼 되어버렸어요. 여기에 있을 때는 내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한데 오히려 집에 있는 제 방이 낯설기도 해요. 호텔처럼, 잠만 자고 나오는 그런 공간이요. 물론 호텔처럼 말끔하게 깨끗한 그런 방은 아니지만요. 그런데 계속 작업실이라는 표현 대신 방이라는 표현을 쓰시네요. 눈치채셨네요, 사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기조 씨가 작업실이라고 부르는 이 공간이 어쩌면 현관문 너머에 있는 방이 아닐까 하고요. 여기에 있는 수많은 물건이 그 근거가 아닌가요. 이런저런 물건들을 워낙 좋아해서요. 주어온 것도, 힘들게 구한 것도 이곳에 다 섞여 있어요. 그리고 가끔은 여기에 들여놓은 물건들이 저와 무척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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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요. 변하는 것이기는 하되 천천히, 그리고 긴 호흡으로 그 변화의 가치가 생기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거든요. 전 평범한 일상성 같은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용도 자체보다 그것에 관한 이야기이거나, 의미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맥락적인 부분 때문에 좋아하는 물건들이 많은 거죠. 가구들도 그래요. 자연의 재료를 흉내 낸 합성 재료들, 이를테면 MDF 합성소재가 발라져 있는 것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지금도 좋은 물건이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도 나와 같이 나이를 먹어가며 의미가 쌓일 수 있는 것들, 가능하면 그런 것들이 좋더라고요.
다른 회사에서 나온 같은 디자인의 전화기들이에요. 60년대에 나온 ‘최신 1호’라는 모델이죠. 국내 민수용 모델 중에 최초의 전화기이자 보급형 전화기의 첫 번째 모습이죠. 그래서 같은 디자인이 회사마다 공용으로 사용되면서 각기 다른 회사에서 같은 디자인의 전화기를 내놓은 거죠.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저런 식으로 역사가 있는 물건들을 수집해놓는 것을 좋아했어요. 저 전화기도 열 대 넘게 모았던 것 같은데 상태가 좋은 것만 저렇게 남았네요. ‘저’는 철거하는 간판에서 떼어 왔어요. 원래는 ‘체’ 자였죠. ‘체’에서 ‘ㅊ’의 상투와 ‘ㅔ’ 뒤의 세로 줄기 하나가 빠지면서 ‘저’ 자가 된거죠. 아마 옛날 경양식 집의 간판이었던
나름의 철학이 있군요. 그렇죠. 그리고 지금의 취향이랑도 맞아야 하고요. 사람이라는 게 프로그램이 아니잖아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사이에 단절이 있을 수 없는 것처럼요. 전 지금이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있는 어떤 속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이랑 연관된 물건들도 많이 들여 놓는 편이에요. 그것이 설령 최근에 구하게 된 물건이라 하더라도요. 어느 정도는 그걸 통해서 과거를 회상할 수 있고, 그렇게 흔적들이 쌓여가면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거구나, 하고 느끼거든요. 또는 지금의 상황이나 내가 있는 공간이라는 것 자체가 내가 살아온 역사의 흔적들이 쌓여 만들어진 시간의 켜, 지층 같은 거구나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요. 그런 것들로부터 위안 내지는 응원 같은, 뭐 작업적 동기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생기는 것 같아요.
밴드의 노래를 곡을 헤드폰 끼고 들으면서 작업하기도 하고. 일렉트로닉 장르도 좋아해요. 다프트 펑크(Daft Punk)나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같은 팀들이요. 오히려 그쪽이 작업할 때는 더 좋더라고요. 보컬 자체의 어떤 정서나 감정이 많이 실려있는 그런 경우에는 제가 작업에 방해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기계적인 사운드를 찾아듣게 되고요. 게다가 박자가 빠르게 몰아붙여 갈 때는 거기에 맞게 손도 따라서 가니까 제게는 적당히 노동요 비슷한 게 되는 셈이죠. 사실 평소에는 그루브감이 있는 펑키한 음악을 좋아하는 데 작업할 땐 역시 힘들더라고요, 이곳에 있으면서 제일 좋아하는 시간대는 언제에요. 뭐, 일이 있을 때냐 없을 때냐에 따라 다르겠죠. 여유가 있을 때는 오후 3시에서 6시 정도요. 적당히 햇볕도 좀 들어오고. 요새처럼 날씨도 땅도 적당히 데워져 있는 시기에는 그 시간대에 이곳이 꽤 아늑하게 느껴지거든요. 지금 시간대네요. 그렇네요. 그리고 퇴근시간대도요. 밤 10시, 11시나 12시 넘어가는 그 전후 무렵이 적당히 나른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편이에요, 그럴 때 혼자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도 하고요 저 안에도 또다른 방이 있네요. 저기에는 PC가 있어요. 매킨토시로 안되는 것들을 하죠. 게임을 하기도 하고요. 잠을 자기도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도 해요.
것 같아요. 유추해보니 ‘비바체’라는 글자의 일부분이었고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불도 밝혀보려고 네온사인용 변압기도 구해놓았어요.
The Room compilation vol.2
그 힘을 받아 이곳에서 어떤 작업들은 진행했나요. 이전까지는 붕가붕가레코드의 디자이너로서의 이미지가 강했죠. 제가 군대에 있는 사이에 제가 했던 작업들이 인지도를 얻었고요. 디자이너로서의 본격적인 개인 작업은 제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제대하자마자 여길 얻었죠. 그러다 보니 본격적으로 개인 작업을 하게 된 건 거의 여기에서 한 것들이에요. 추려보면 한 서른 개 정도 될 거에요. 2011년도부터 서울 재즈페스티벌 작업을 시작했고, 장기하와얼굴들 2집 작업, 브로콜리너마저의 앨범 작업들, 개인적으로 맡은 작업들까지. 대단히 많아요. 작업은 대체로 언제쯤 해요. 대부분 온종일 작업을 해요. 위치상 접근성이 안 좋다보니 한 번 나가게 되면 나가서 할 일들을 한 번에 해결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일정이 있는 날엔 한밤중이 되어 들어오죠. 10시라든지 11시. 아마도 그때쯤이 안정적으로 작업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혼자서 일을 하니까 작업을 하면서 계속 연락을 받거든요. 그럼 뭔가 체크해야 할 상황이 생기고, 계속 적어가며 놓치는 게 없도록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상태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업무 시간이 종료되면 그만큼 아무래도 연락 같은 걸 받을 일은 줄어드니까요. 온전히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죠. 작업하면서 음악을 듣는다든지 라디오를 듣는다든지, 그런 여유도 좀 부릴 수 있고요.
주로 어떤 게임을 하나요. 사실 게임을 공격적으로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월드 오브 탱크>라는 게임이 있어요. 실제 20세기 초반의 전차들이 등장하는 그런 게임인데, 배경 지식 내지는 정서적인 공유가 되어있는 상태에서 게임을 할 수 있으니까 좋더라고요. 최근에는 심시티의 다섯번째 공식 시리즈가 발매 되어 구매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게임이거든요. 왠지 그럴 것 같았어요. 재작년까지는 심시티4를 계속 가지고 놀다가 이제 다섯 번째 시리즈가 나오니 반갑더라고요. 공식 명칭이 심시티5가 아니라 그냥 심시티이긴 하던데 그것도 흥미로운 네이밍이라고 생각해요. 언제 좀 여유가 되어서 해보나 했는데 제가 가진 PC 사양보다는 고사양을 요구하더라고요. 그래서 컴퓨터를 바꿔야하나 하는 고민도 하고 있어요. 근데 정작 그렇게 게임을 많이 할 시간이 없네요. 뜬금없는 질문인데, 손글씨는 잘 쓰나요. 아, 손글씨요. 어렸을 때부터 손글씨 쓰는 것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그렇게 예쁘게 쓰는 편도 아니고요. 제가 편하게 쓰는 글자들은 그렇게 예쁘진 않아요. 뭐, 예쁘게 써야지 하고 마음 먹으면 어느 정도는 그렇게 쓸수도 있는데 그러면 되게 느려지잖아요, 손이 움직이는게.
눈이 감기고, 집중력이 흐려진다면. 강장제가 필요할 때다. 마침 마신 맥주 한 캔으로 배는 충분히 부르니, 귀로 듣도록 하자. ●
DJsoulscape -한강의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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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y-Porce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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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ft punk-one more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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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mical brother - star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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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O - Rydeen
음악은 뭐 듣는데요. 사실 예전에는 찾아가면서 목록도 만들고, 그렇게 음악을 들었어요. 근데 그게 은근히 신경 쓰이더라고요. 내가 만든 플레이 리스트가 계속 재생이 되면 신경 쓰이잖아요. 요새는 그냥 적당한 소음 정도로만 느껴지게끔 라디오를 틀어 놓고 작업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만든 리스트에는 어떤 곡들이 있었는데요. 시끄러운 편에 속하는 음악들을 많이 듣는 편이었어요. BPM도 빠르고 그런 음악들이요. 예전에 한창 작업할 때는 펜듈럼(Pendulum)같은
이곳에는 언제까지 머물 예정인가요. 아마 계약이 끝나는 내년 가을 정도까지는 있을 거에요. 제 마음에 드는 공간이기도 해서 굳이 다른 데를 구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아마 두 가지 이슈가 있겠죠. 하나는 접근성의 문제일 거고. 조금만 더 지하철역 근처로 내려가도 훨씬 시간이 절약이 될 텐데, 그런 부분은 그때 어떤 패턴으로 작업을 하는지에 따라서 생각해보게 될 것 같고요. 두 번째는 생활의 완전한 독립이라는 부분이죠. 만약 그 부분에 대해서 동기가 생기고 결심이 선다면 아마 다음에 구하는 방의 형태는 집과 작업실이 함께 어우러져있는 그런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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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봄바람 같은 프랑스 밴드
망소 Manceau WORDS : 맹선호 / PHOTOS : 파고뮤직
얼마 전 프랑스 밴드 피닉스(Phoenix)의 새 뮤직비디오 ‘Entertainment’가 공개되었다. 놀랍게도 한국 드라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명백한 장면들이 펼쳐졌다. 당시 무엇보다 SNS를 달군 건 영상 속에 등장한 대형 광고판이었다. 피닉스의 월드투어가 서울 경기장에서 열린다고 홍보하는 광고 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서울 경기장은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그런데 이번에는 프랑스의 인디밴드 망소가 꿈꾸는 무대가 한국의 롯데 타워 꼭대기라고 한다. 롯데 타워는 또 어디야.
타히티 80(Tahiti 80)의 음악을 좋아했다면 당연히 관심 가질만한 이 프랑스 청년들은 2010년 미니 앨범으로 프랑스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고, 멤버들이 직접 연락한 타히티 80의 자비에르 브와예르(Xavier Boyer)와 페드로 르상드(Pedro Resende)는 망소의 첫 번째 정규앨범 프로듀스를 자처했다. 하지만 이 밴드의 귀에 쏙쏙 꽂히는 멜로디보다 먼저 귀를 쫑긋하게 한 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는 게 어떠니? 너 이 소리 몇 년째 들어오고 있잖아. 개처럼 일해도 그들은 네가 제대로 된 직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라고 시작하는 ‘Full Time Job’의 가사였다. 프랑스같이 먼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며 인디 씬에 비비적대고 있는 우리 이야기였다. 궁금증이 조금씩 커졌고, [Life Traffic Jam] 앨범을 처음부터 제대로 들어보았다. 오, 괜찮은데? 내친김에 프랑스로 메일을 보내 이것저것 물었다. 망소란 밴드명이 데뷔 앨범을 녹음한 아파트 근처 공원에서 따왔다고 들었어요. 어떤 공원인지 궁금하네요. 뱅상(이하 생략) : 맞아요. 줄리앙(Julien)이 살던 렌(Rennes,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의 수도)의 작은 아파트에서 녹음했었죠. 아파트에서 보는 망소 공원(Les Champs Manceaux)은 근사했어요. 멋진 공원이에요. 그냥 쉬기에도 좋고, 책을 보거나 나무를 오르는 다람쥐를 구경할 수도 있죠. 저흰 공원 이름이 가진 프랑스적 느낌이 좋았어요. 게다가 프랑스 작가 조르주 상드(George Sand)의 마지막 사랑이었던 알렉산더 망소(Alexandre Manceau)를 떠오르게 하는 이름이었거든요.
작곡가들이 제대로 해냈죠.) 하지만 영어는 프랑스어보다 좀 더 리듬감이 있고, 덜 문학적이에요. 적은 단어로 많은 걸 말할 수 있죠. 그리고 우리에게 이국적인 영어로 노래한다는 게 좋았어요. 타히티 80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정말 즐거웠어요. 자비에르와 페드로가 작업에 큰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곡의 구조 부분에서요. 곡 작업마다 코러스를 바꾼다거나 어떤 걸 조금 추가한다거나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둘 다 완벽주의자임에도 작업할 때 저희를 많이 배려해요. 예를 들어 어떤 곡이 프로듀서가 보기엔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 안에 예술적 감성이 있다면 수용해요. 작업 외에도 그 둘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웠어요. 그들의 바이닐 콜렉션을 뒤져 60년대 소울밴드를 찾아 함께 듣는다든가 맛있는 레몬파스타를 먹곤 했죠. 망소의 음악을 듣다 보면 타히티 80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제 생각에 우린 음악적 뿌리가 같아요. 우리 역시 그들처럼 음악을 하나의 공예(craft)로 보려고 노력해요. 그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직접 레이블(Monophonics)을 만들기로 했던 거고요.
당신들이 사는 렌에 대해 좀 알려줄래요? 렌은 브르타뉴(Brittany)에 있는 꽤 큰 도시예요. 팝과 록 문화가 널리 퍼져있고, 많은 사람이 이 도시에서 밴드를 시작해요. 그래서 함께 연주할 뮤지션을 만나거나 콘서트를 보러 가는 게 어렵지 않아요. 파리(Paris)와 비교하자면 조용한 동네지만 여기도 할 게 매우 많답니다.
앨범 커버라던가 뮤직비디오를 보면 당신들만의 스타일이 느껴져요. 밴드가 추구하는 어떤 예술적 방향이 있나요? 우린 아트워트에 꽤 신경을 써요. 우리의 세계와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일하고요. 팝 문화와 우리 가사의 정형화된 이미지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으려고 노력도 해요. 이번 앨범 예를 들자면, 사랑이라는 관계가 우리 앨범 대부분을 관통하니까 그걸 반영하기 위해 키스의 이미지를 골라요.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키스는 약간 이상하고 또 불편하기까지 하죠.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종종 복잡하단 걸 말하려는 우리의 방식이에요.
프랑스 밴드지만 프랑스어가 아닌 영어로 노래를 불러요. 이유가 있나요? 우리 넷은 영미 음악을 들으며 자랐어요. 영어로 노래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죠. 프랑스어 역시 팝적인 언어라 생각하지만요. (갱스부르와 자크노 같은
‘Full Time Job’ 노래 가사가 인상적이에요. 그 안에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있지 않을까 궁금했어요. 당신에 대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는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단
(왼쪽부터) 프랑스와((François Lemercier), 줄리앙(Julien Vignon), 뱅상(Vincent Roux), 사무엘(Samuel Chapelain)
이야길 하고 싶었어요. 당신이 자유를 원한다면 말이죠. 때때로 예술적인 직업을 선택한 이들이 진지하게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외계인 취급을 하면서요. 한국도 비슷할진 모르겠지만, 프랑스에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추구하기 위해 싸워야만 할 때가 있어요. 이 노래는 우리가 “내가 선택한 나로 살게 내버려둬, 넌 네 일이나 신경 써”라고 말하는 거에요. 당신들이 어릴 땐 어떤 음악을 좋아했었는지 알고 싶어요. 누가 당신들을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나요? 아마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비틀즈(Beatles)는 우리 넷에게 정말 중요한 밴드예요. 비틀즈의 음악은 절대로 질리지 않을 것 같아요. 또 우리 모두 9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며 라디오헤드(Radiohead)나 블러(Blur) 같은 브릿팝 밴드를 좋아했죠. 프린스(Prince)부터 커트 코베인(Kurt Cobain) 같은 아티스트도 좋아했고요. 이들 모두가 우리를 기타를 사게 하고 무대에 오르고 싶게 만들었어요. 언젠가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아마도 다음 앨범은 저희가 직접 프로듀스하게 될 거 같아요. 새로운 도전이죠. 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MGMT를 만나보고 싶어요. 그들은 대단해요. 우린 지난 6개월간 테임 임팔라(Tame Impala)도 엄청나게 들었어요. 넷 다 케빈 파커(Kevin Parker, 테임 임팔라의 리더)의 팬이거든요. 같이 작업한다면 영광일 프로듀서는 당연히 데이브 프리드먼(Dave Fridmann, 테임 임팔라와 MGMT의 프로듀서로 작업했다)이고요.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인디 음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프랑스 인디 씬은 어떤가요? 집에서 혼자 음악을 만드는 게 가능해진데다가 인터넷 덕분에 10년 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은 밴드가 있어요. 프랑스 밴드면서 동시에 국제적으로 알려질 수가 있는 세상이죠. 육섹(Yuksek), 머스탱(Mustang) 같은 밴드들도 국경을 넘어 알려졌고요. 관객들도 그 어느 때보다 더 열린 마음인 것 같아요. 지금 프랑스 인디 씬은 활력이 넘쳐요. 우리가 그 일부라는 사실이 정말 신 나네요. 한국엔 아직 망소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Life Traffic Jam] 앨범을 경험하는 이상적 방법을 제안한다면요? 집안일을 하면서 듣거나 소파에 혼자 앉아서 헤드폰으로 들어보세요. 7월의 어느 따뜻한 아침, 사랑하는 사람과 차 안에서 들어보세요. 크리스마스 이브에도요. 누군가에게 차였을 때, 우울한 기분일 때, 가깝게 느끼는 친구가 필요할 때도요. 앨범의 키워드가 바로 ‘Life’예요. 망소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인 요소들이 있어요. 밝은 사운드라던가 슬픈 노래를 부를 때조차 긍정적 태도가 느껴지거든요. 당신들이 바라보는 삶은 어떤가요? 인생은 이탈리안 코미디예요. 어쩔 땐 신 나고, 어쩔 땐 행복하고, 어쩔 땐 울지요. 우리가 앨범 속 열 곡을 통해 펼쳐보고 싶은 것들이 바로 그런 삶이에요. ‘The Melody of Happiness’ 뮤직 비디오에서 정말 환상적인 무대를 보았어요. 꿈의 무대 같아 보일 정도로요. 망소가 꿈꾸는 무대가 있나요? 서울에 있는 롯데 타워 꼭대기에서 연주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야겠죠? (웃음) 롯데 타워요? 거기가 어디죠? 인터넷에서 보니까 가장 높은 타워라던데요? 지금 짓는 중이라고. 저보다 더 많은 걸 아는군요. (웃음) 끝으로 망소의 다음 계획에 대해 좀 알려주세요. 새로운 곡 작업을 시작한 상태예요. 5월 초엔 중국에서 투어가 있어요. 우린 한국도 정말 가고 싶어요. 여름에 한국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게 된다면 정말 좋겠어요. 저희도 곧 망소를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엘리펀트슈 독자들에게 한마디 남겨주세요. 엘리펀트슈 독자 여러분, 감사해요. 그리고 SNS를 통해 좋은 이야기 해주시는 한국의 팬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요. 곧 볼 수 있길 바랄게요. A bientôt(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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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망각화 望刻化 잊고자, 또한 기억하고자 듣는다 WORDS : 장은석 / PHOTOS : 이지미
망각화의 ‘그녀의 갤럭시’라는 곡을 듣고 공연장을 찾았고, ‘춤추는 삶’을 라이브로 듣고 망각화라는 이름을 완전히 기억하게 되었다. 하지만 잘못 알고 있었다. 향기를 맡으면 모든 것을 잊게 만들어 주는 忘却花(잊을 망, 물리칠 각, 꽃 화)로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밴드 망각화의 한문은 望刻化(바랄 망, 새길 각, 될 화)로, 새겨져 기억된다는 뜻을 갖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자 문득 1인 밴드 망각화의 주인 양주영의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가장 잊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해졌다.
“어렸을 때는 키가 작은 편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소심했어요. 다행히 지금은 키가 컸지만, 그때의 성격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양주영은 학창시절을 부산의 남중, 남고에서 보냈다. 거칠기로 유명한 부산에서 남자들과 보낸 그 시절은 역시 녹록지 않았다. 중학교 입학 첫날 자신이 전교에서 두 번째로 작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도 충격적이었지만 귀갓길에 집 근처에 있는 다른 중학교 럭비부 학생에게 생애 처음으로 돈을 뺏긴 경험은 더욱 큰 충격이었다. 돈을 달라는 말에 반항 한 번 해보지 않고 있는 돈 전부를 줬다. 소집일이라고 용돈을 넉넉히 받아서, 꽤 많은 돈을 줬더니 부담스러웠는지 반 정도 거슬러줬다며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 말했지만 사실 학창시절은 그가 가장 잊고 싶은 시간이다. 하지만 의아하게도 죽을 때까지도 기억하고 싶은 추억 또한 이 시기에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공연을 했다. 모든 관객이 자신을 보고 무언가를 기대하며 미소 짓고 있던 그 순간이 그에게는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너무나도 흔하고 뻔한 대답일 수도 있겠지만, 양주영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 공연을 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를 호의적으로 보는 사람도 없었고, 그 누구도 그를 신경 쓰지 않는다 생각하며 살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소극적으로만 살던 그가 따뜻한 눈빛을 처음으로 느낀 때가 무대에 선 순간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쯤 기타를 샀어요. 기타를 치고 싶어서 사긴 샀는데, 또 샀으니 치긴 쳐야 하는데, 너무 치기 싫은 거예요. 기타만 안 치면 너무 행복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안 치고 버티고 버티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치기 시작했어요.” 문샤이너스의 기타리스트 백준명은 같은 학교의 1년 선배였고, 그 당시에도 부산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밴드의 유명한 기타리스트였다. 그에 비해 신출내기 기타리스트에 불과했던 양주영은 그와 말 한마디 나눠본 적조차 없다. 여전히 소심한 학생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음악을 시작하며 주변에 외향적인 친구들이 늘어났고 그의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가장 바쁜 시기가 시작됐다. 학교에서 공부만 하던 모범생이 처음 느낀 즐거움의 맛은 쉬이 놓을 수 없었고, 음악을 하면 그렇게 좀 놀아야 된다고까지 생각했다. 하루는 술을 마셨고, 다음 날 아침 길에서 눈을 떴다. 다른 사람들은 등교나 출근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는 길에서 술에 취해 일어난 자신을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에 번뜩 정신을 차리고 작업실을 마련하고, 멤버를 구하고, 곡 작업도 하고,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이때 같이 음악을 했던 동료가 테테(Tete)와 온달(Ohdahl)의 보컬 이호진이었다. 이들은 언제나 자신감 있게 행동했고, 그 자신감을 가지고 무대에 올랐다. 그들과 함께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특히 그들의 자신감 있는 태도가 그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인터뷰 내내 소심했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한 그였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며칠 뒤 무대 위에서는 관객을 휘어잡고 있었다. 그는 음악을 시작하기 전의 자신을 잊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때의 그는 이미 남아있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잊고 싶은 것과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고 뮤지션은 이를 음악으로 만든다. 그러기 위해 대부분의 뮤지션이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양주영 역시 음악적 단초를 준 경험을 메모하는데, 너무나도 원색적인 표현으로 적어놓은 그 노트는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표현으로 기록된 것으로 만든 곡이 ‘나만 아는 이야기’다. 음악을 한다는 이유 때문에 그를 좋아해 줬던 사람이 끝에는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그를 싫어하게 되었다 말한다. 만약 기타를 안 쳤다면,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다른 결말이 있었을까 묻는다. 그런 게 아니라고 타이르듯 말했지만 내가 좀 다른 사람이었대도 그랬을까 부탁 같던 헤어짐도 모질던 그 눈빛도 수 밤 지난 지금까지 잊혀지지가 않아 - ‘나만 아는 이야기’ 중
광안리에 앉아 밤을 보내며 보았던 폭죽 터뜨리는 사람, 데이트하는 커플, 바다에 반사되는 건물 불빛, 그 불빛을 부서뜨리는 파도 등 그 모든 것들을 담아 만든 곡이다. 그 순간에 받았던 행복한 기분을 담은 곡이라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때의 컨디션이나 기분에 상관없이 언제나 즐겁게 부를 수 있는 노래라고 인터뷰 중 유일한 하이 톤의 목소리로 설명했다. 난생처음 느껴보았던 그 감동의 밤엔 시간이 멈춘 듯했고,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했던 마치 마법처럼 날 간지럽히는 너의 손길에 아픔이 멈춘 듯했고, 웃음이 멈추질 않았고 - ‘그리고 밤’ 중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음악으로 만드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잊고 싶고 상처가 된 기억을 애써 음악으로 만드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답은 뮤지션마다 다르겠지만, 그 당시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그 공유를 쉽게 하기 위해 곡을, 가사를, 악기를, 연주를 어떻게 할 것인가 수없이 고민한 끝에 하나의 노래가 나온다. 그런데 양주영의 작업 방식은 여기에 조금 더 공을 들여 거의 비슷할 수도 있는 곡을 두세 곡 정도 쓴 후에 그중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것으로 취하고 나머지는 습작으로 남긴다. 한 해의 목표로 ‘앨범 대박’ 등의 외부 환경에 기대는 무언가가 아닌, ‘올해에도 30~50곡은 꼭 쓴다.’라는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달린 목표를 세운다. 그러다 보니 대단히 많은 곡을 쓰고 있어 다작을 한다 말할 수도 있지만, 그중에 발표한 곡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 엄격히 말하자면 다작을 하는 뮤지션은 아니다. 이토록 곡 작업에 몰두하는 것은 어렸을 적 술 마시고 길에서 깼을 때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음악을 한다 말만 하고 안 하고 있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자신을 더 작업에 몰아붙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단 눈을 뜨면 작업실부터 간다는데, 망각화 2집 준비를 하는 요즘은 아예 작업실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내에서 진행되던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와 야외 테라스로 자리를 옮겼다. 찬바람을 맞으며 한참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따뜻한 부산에서 올라온 자신에게 서울의 겨울은 너무나 춥다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봄과 여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단다. 4월이 되고 봄이 오면 그때에만 부를 수 있는 ‘April’을 맘껏 부를 생각이다. 그때쯤이면 그의 앨범 작업도 더 바삐 움직일 것이다. 봄이 오면 언제 왔느냐는 듯 여름의 무더위가 시작되듯이 지금은 늦어도 10월에는 나올 것이라 말하는 그의 2집 또한 그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그가 좋아하는 봄과 여름의 기운을 담아.
이토록 잊고 싶은 경험을 노래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밤’처럼 그 순간의 모든 것을 담아 기억하고자 만든 곡도 있다. 고향인 부산에 오래간만에 들려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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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인생그래프의 미분과 적분
WORDS : 장은석
시간은 연속해서 흐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시, 분, 초로 나누어 표기한다. 현재 나의 나이는 서른하나로 태어난 지 10,756일이 지났으니 258,144시간을 보낸 셈이다. 이를 분과 초로 바꾸면 어마어마한 길이의 숫자가 태어난다. 하지만 그 대단한 숫자들 중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나의 인생을 긴 직선으로 그리고 이 기억들을 그 위에 얹어보았다. 기나긴 인생에 비해 나의 기억들은 순간의 점에 불과하다. 이 점만을 남겨놓고 선을 지웠다. 이 점들의 나열이 나의 기억이다. 그 긴 시간 속에서 내가 기억하고 있는 시간은 이 정도 뿐이다. 이제 수평으로 놓았던 나의 인생선에 약간의 굴곡을 더해 보았다. 이를 위해서는 미분이 필요하다. 한 추억을 놓고 그 추억이 나에게
클럽핏은 2010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호주 멜버른 출신의 신스 팝 밴드다. 독특하게도
긍정적이었는지 부정적이었는지, 그리고 그 영향력은 얼만큼이었는지 판단해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긍정적이었다면 +로 상승하는 것이고,
2010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Gold on Gold]를 LP로 발표했다. 이 앨범은 호주에서
부정적이었다면 –로 하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력이 클수록 가파른 경사를 갖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나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나름의 성과를 얻었다. 올해 1월 18일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Heirs and Graces]는
배치한 후, 그 점과 점 사이를 선으로 이으면 굴곡진 선이 완성된다. 이를 통해 내가 살아온 궤적을 보게 된다. 이런 식으로 그래프를 현재 시점까지 그리고 나면 현재 내가 상승기에 있는지 하강기에 있는지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그 후에 궁금해지는 것은 과연 내가 제대로 살아왔는가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적분이다. 내가 살아온 동안의 모든 상승기의 시간의 합과 하강기의 시간의 합을 구하여 그 차를 내 보는 것이다. 그것이 +라면 훌륭한 시간을 가졌던 것이고, -라면 조금은 아쉬운 과거를 보냈던 것이다. 혹시나 -가 나올까 하는 걱정에 적분을 겁낼 필요는 없다. 당신이 땀흘려 보낸 시간은 당신의 인생 적분의 결과를 +로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그러니 현재를 미분해 보았을 때 하강 중이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인생을 적분한 결과가 당신에게 보험을 제공해줄 테니.
이 코너에서 다룬 뮤직비디오의 음악 ‘Everything You Wanted’와 ‘Heartbreak’ 두 싱글의 흥행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Directed by Josh Thomas Production Company: ohyeahwow.com Producers: Seamus Spilsbury, Darcy Prendergast Cinematographer: Shelley Farthing-Dawe Grip: Austin Haigh Costume designer: Paige Prendergast Visual FX / post production: Josh Th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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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Rock’n’Roll Pilgrimage 영국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로큰롤 성지순례
WORDS, PHOTOS : Julian Kim
실험 음악을 위한 실험적인 공간 독특하고 새로운 감각들로 가득한 런던의 이스트엔드는 젊은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하는 구역이다. 1,2세기 전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던 것처럼 가난한 예술가들과 지망생들은 늘 물가가 저렴하고 렌트비가 싼 곳을 찾아 이곳저곳 옮겨 다니곤 한다. 한때 ‘런던 범죄율 1위’라며 영국인들도 꺼렸던 이스트런던에도 예술가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문을 닫은 오래된 공장이나 창고들이 아티스트들의 레지던스나 스튜디오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뉴욕 브루클린, 베를린의 크로이츠 베르그와 함께 전 세계에서도 가장 핫한 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가 공존하는 재미난 곳들이 많이 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어두침침한 뒷골목도 많기에 아무나 사탕 준다고 밥 사준다고 술 사준다고 따라가면 안 된다. 이스트엔드의 여러 동네 중에서도 달스턴(Dalston)은 유대인, 아프로-캐러비안, 터키인, 베트남인, 폴란드인, 그리스인 등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이민자들이 한데 섞여 살고 있는 다문화 지역으로 몇 년 전부터 런던의 새로운 문화 예술 지구로 떠오른 곳이다. 사실 런던에서 예술가들이 모이는 가장 유명한 장소라고 하면 보통은 브릭레인을 먼저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곳도 이젠 너무 상업화가 되어버려 예전 같지 않기에 예술가들이 또 다른 대안으로 찾아낸 곳이 바로 달스턴이다. 낮에는 바퀴 달린 바구니를 끌고 마켓과 쇼핑몰을 분주하게 오가는 아주머니들로 가득하다면, 저녁에는 어디선가 뱀파이어처럼 나타난 힙한 젊은이들로 가득한 바와 클럽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낮과 밤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이곳은 달스턴이다. 달스턴 오버그라운드 스테이션 근처에 자리한 카페 오토는 새로운
1970년대 초부터 일본 아방가르드, 익스페리멘탈 음악의 선구자
전위 음악을 후원하고자 만든 공간으로 영국의 실험, 즉흥 음악을
역할을 해왔던 일본 언더그라운드씬의 거장 케이지 하이노(Keiji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2008년 케이코 야마모토 (Keiko
Haino)의 원맨 라이브 공연을 갔던 적이 있었다. 사실, 나는 그의 독특한
ISTANBUL 9 Stoke Newington Road, North London, N16 8BH
Yamamoto)와 하미쉬 던바(Hamish Dunbar)가 PHF, 영국 아트
기타 연주를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 카페 스테이지에 조촐하게 세팅된
카운슬, PRS for music foundation의 투자를 받아 오픈했다. 영국
기타를 보고 ‘오늘 죽이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미친
아티스트들의 기획 공연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국내외의 아티스트들이 찾아와 작품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람이… 아니 일본 처녀 귀신이 어둡고 음산한 기운을 짙게 퍼트리며 악을 질러대는 것 같은 실험적 샤우팅을 2시간 동안이나 집중해 들었던
그리고 다각도의 지원과 프로그램을 통해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
기억이 있다. (이럴 거면 기타는 왜 세팅해놨는지.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간에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는 기타를 한 번도 만지지 않았다.) 카페 오토에서 기획했던 프로그램
있으며 세미나, 워크숍, 영화 상영도 오토 프로젝트의 하나로 기획하고
중에서 나름 재미있었던 것은 <역사는 밤에 쓰여진다 : 24시간 북
있다. 또한, 2010년부터 오토로쿠(OTOROKU)라는 레이블 사업도
런칭 이벤트>라는 주제의 세미나로 현시대의 가장 위험한 사상가이자
운영하기 시작, 라이브로 녹음된 음원들은 소량의 CD로 발매되어 카페
컬트 아이콘이라 알려진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이 직접 방문해
웹사이트에서 판매되며 레이블 사업의 수익은 모두 프로그램 펀딩으로
그의 저서 <아무것도 아닌 것: 헤겔 그리고 변증법적 유물론의
사용되고 있다.
그림자 <Less Than Nothing: Hegel and the Shadow of Dialectical Materialism)>에 대해 이야기하는 날이었다. 한국의 아티스트로는
매일 밤 실험적인 음악이 연주되는 카페 오토에는 지금까지 수많은
벌룬앤니들 (Balloon & Needle)의 홍철기, 최준용, 류한길, 진상태,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이 다녀갔었다. 카페 오토의 프로그램에
이행준, 그리고 ‘카운터 플로우’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김두수, 뉴욕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은 영국에서도 정말 보기 힘든 사람들인데,
아방가르드씬에서 활동하는 첼리스트 이옥경이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났던 한 프랑스 친구는 카페 오토의 공연을 보기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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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많으면 2~3번씩 유로라인 버스를 타고 7~8시간이 걸려
낮에는 일반 카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곳은 카페에 앉아 한가로이
런던으로 넘어온다고 했다. 소닉 유스의 더스턴 무어(Thurston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프리랜서 작가들과 예술가들이 자주
Moore)의 공연에 갔을 때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은 카페 안의
찾아오는데, 저녁이면 런던에서도 음악 취향이 굉장히 독특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언더그라운드 시인 톰 레이워스( Tom
까다롭다는 리스너들이 실험 음악을 듣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런던을
Raworth)의 시낭송과 함께 즉흥적인 연주도 선보였는데, 그 때
찾은 사람들 중에서 조금은 색다른 예술 공연을 보고 싶다면 카페
받은 느낌은 이전에 다녔던 음악 공연과는 달리 좀 더 예술적인
오토에 꼭 들려보기를 권한다. 지금 런던이 제공하는 음악중에 가장
퍼포먼스를 보고 있는 듯 했다.
독특하고 창의적인 것들로 넘쳐나는 곳이니 말이다.
E L E P HA N T - S HO E
Julian Kim이 소개하는 런던의 숨겨진 맛집
카페 오토에서 달스턴 킹스랜드역을 지나 스토크 뉴잉턴 방면으로 조금만 걸어가다 보면 ‘이스탄불’이라는 터키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있고 푸짐한 터키 음식들을 먹을 수 있기에 동네 사람들이 자주 찾는 이곳은 다양한 종류의 시시, 도너 케밥을 비롯해 메르지메크 초르바스(렌틸콩 수프), 화덕에서 구워낸 터키식 피자 피데, 양고기/치킨/버섯 소테가 정말 맛있다. 터키의 전통 요구르트 음료인 아이란도 함께 마시면 좋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터키 전통 아이스크림 돈두르마스가 없다는 것이다.
MENU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고기국수의 맛은 블루스? 알싸하게 식도를 타고 위장을 공격하는 쫄면은 펑크? 음악도 음식처럼 맛이 다 다르고, 같은 음식이라도 장르가 다를 수 있다. 맛집마다 다른 개성을 음악과 연결해 놀라운 평행이론을 펼치는 맛집 소개의 혁명 <그래, 이 맛이야!>는 음식을 통해 음악을 재발견하는 맛의 덫, 음악의 올가미, 엘리펀트슈의 감옥입니다. WORDS : 맹선호, JEE
신촌에 자리한 배터드 소울은 요즘은 국내에도 이 영국 음식을 확연히 다르다. 영국인들조차 두 영국 청년은 남다른
샘(Sam)과 찰리(Charlie)가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를 파는 가게다. 파는 레스토랑이 종종 보이지만, 배터드 소울의 피쉬 앤 칩스는 그것들과 영국 본토의 맛이라 이야기할 정도로 제대로 된 피쉬 앤 칩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생선에는 맥주로 반죽한 튀김옷을 입히고, 생감자를 썰어 세
번 튀긴다. 곁들여 먹는
타르타르(tartar) 소스도 직접 만든다. 가게 벽을 빼곡히 채운 흑백 사진 속에는 믹
재거(Mick Jagger)를
포함한 낯익은 얼굴의 뮤지션들이 눈에 띈다. 주말에는 친구끼리 모여 왁자지껄 맥주
마시기 좋도록 더 후(The Who, 샘이 가장 좋아하는 밴드라고 한다)와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의 음악이 가게를 채우고, 주중에는 분위기에 따라 샘 쿡(Sam Cooke), 메이저 랜스(Major Lance), 도리스 트로이(Doris Troy) 같은 R&B나 소울(soul) 음악을 들을 수 있다.
Battered Sole
Kaiser Chiefs
영국에선 흔해, 한국에선 귀해
영국 대표 음식으로 유명한 피쉬 앤 칩스는 영국에선 정말 흔해 빠진 음식이다. 포장용 중국음식과 더불어 골목마다 가게가 있을 정도인데, 한국에선 꽤 생경한 메뉴다. 그런데 혹시라도 영국 여행길에 큰 기대를 안고 이 음식을 주문했다간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생선(보통 대구, 가자미, 명태 같은 흰살생선을 사용한다)과 감자를 잘라 튀긴 것이니 말이다. 보통은 “듣던 대로 영국음식은 최악!”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사실 관광지에서 제대로 된 피쉬 앤 칩스 맛을 보기란 꽤 어렵다. 이 서민 음식은 추운 겨울, 레스토랑이 아닌 길에서 달달 떨며 갱지에 둘둘 말린 채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걸 손으로 집어 먹어야 제맛이기 때문이다. 케첩이 아닌 소금과 맥아식초(malt vinegar)를 잔뜩 뿌려서 말이다. 당연히 한국에서 그 맛을 제대로 경험하기란 쉽지 않을 터. 그러니 이 음식에 한번 맛 들인 서울 사람들에게 배터드 소울이 얼마나 소중할진 두말하면 잔소리다.
1996년 영국 리즈(Leeds)에서 결성된 카이저 치프스는 2005년 데뷔 앨범 [Employment]를 3백만 장이나 팔아 치우며 9년 만에 음악계에 본격 ‘취업’했다. 그리고 같은 해,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 자신들의 노래로 영국을 뒤덮기 시작했다. 복고풍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이들의 노래는 어딜 가든 들려왔고, 따라 부르기 쉬운 흥겨운 멜로디 덕분에 누구나 “루비루비루비~” 흥얼댈 정도로 전 국민의 합창곡이었다. 지인 중 하나는 이들 노래야말로 프롤레타리아적 취향의 정수라고 이야기했을 정도. 2011년 발매된 4집 앨범 [The Future Is Medieval]이 이전 앨범들과 비교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음에도, 작년 런던 올림픽 폐막공연에 모즈족(mods)들과 함께 스쿠터를 타고 등장해 더 후의 ‘Pinball Wizard’를 공연했을 정도로 여전히 영국을 대표하는 밴드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가사를 가진 이 밴드의 진가는 누가 뭐래도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다. 카이저 치프스의 라이브를 한번 보면 누구라도 열광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보컬 리키 윌슨의 무대 매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대 위에서 중력이 사라진 듯 점프할 뿐만 아니라 관객석으로 뛰어들고, 심지어 무대 구조물까지 기어 올라가 노래한다. 카이저 치프스의 노래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관객마저 순식간에 사로잡을 정도니 앨범으로만 이들의 음악을 접한 이들과 라이브로 경험한 이들 사이엔 꽤 다른 반응이 나타나곤 한다. 그 때문인지 한국에선 마니아 취향의 밴드로 자리 잡고 말았다. 수년 전에는 포털 사이트에 팬 카페(회원 수가 백 명이 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가 있었는데, 이번에 검색해보니 사라졌더라.
낯설 수도, 시큰둥할 수도, 혹은 매우 좋아할 수도
피쉬 앤 칩스 맛이 그립거나 그 맛을 궁금해하는 친구가 있다면 이젠 먼 영국 대신 신촌으로 가면 된다. 2층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영국에 도착한 기분이 들 것이다. 물론 처음엔 낯설 수도 있다. 만약 ‘외국인 울렁증’이 있다면 말이다. 물론 배터드 소울은 영국이 아닌 한국에 있는 가게이니 당연히 한국말로 주문할 수 있다. 주문을 받는 샘도 별문제 없이 한국말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그가 뭔가 용건이 있는듯한 표정으로 테이블로 다가올 때면 난대 없는 두근거림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혹시 내 주문이 잘못되었나, 쟤는 무슨 말을 하러 오는 건가, 난 뭐라 대답해야 하나’ 같은 복잡한 생각들로 눈앞이 하얘졌다는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 쫄지 말고 당당하게 한국말로 말하면 된다. 게다가 이 무심한 듯 친절한 영국 남자의 매너란 꽤 매력적이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친절이 아니다. 하지만 필요할 땐 언제나 상냥한 미소로 다가온다. 이 지극히 영국적 분위기에 조금만 익숙해진다면 퇴근길에 뜨끈한 생선튀김과 맥주 한 잔할 수 있는 이 펍(pub)을 좋아하게 되는 건 순식간일 테다.
내한 공연한 적 한번 없지만, 한국에도 마니아는 존재한다. 유럽지역에서 얻었던 대중적 인기에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꽃핀 음악 열정 덕에 카이저 치프스의 음악을 알았다면 이 밴드에 푹 빠지게 될 다음 단계를 소개한다. 꽃다운 미모를 뽐내는 드러머도 드러머지만, 맥주 잘 마시게 생긴 보컬 윌슨(Ricky Wilson)의 깨알 같은 행보가 꽤 주목할 만하다. 조깅한다는 트윗을 한참 하더니, 결국 작년 런던 마라톤까지 출전했다. (뛰다가 기절해 구급차 신세를 졌다는 뉴스가 있었다.) 연기 욕심도 생겼는지, 드라마 <닥터 후> 오디션 비디오까지 직접 찍었다. 결국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1부>에 아주 작은 역할로 출연했단다. 참고로 영화의 크레딧에는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
축구 좋아하는 영국 남자들
완전한 영국인인 샘, 스코틀랜드와 한국의 피가 반반 섞인 찰리는 영국 남자들이다. 그저 재미있을 것 같단 이유로 대부분 은행원이나 변호사의 길을 가는 친구들에게 “우린 한국에 가서 피쉬 앤 칩스 가게를 열거야!”라고 말하고 한국에 왔단다. 학교 때문에 신촌에 오게 된 찰리가 신촌이 좋아 뚝딱뚝딱 가게를 차리고 생선과 감자를 튀기기 시작한 것. 주로 찰리가 키친에서 요리하고 샘이 주문부터 서빙, 계산을 도맡는다. 스포츠 채널이 언제나 방송되고 있는 텔레비전을 보면 눈치채겠지만, 둘은 열혈 축구 팬이다. 샘은 사우스햄튼(Southampton), 찰리는 아스날(Arsenal) 서포터다.
배터드 소울 Battered Sole 02-322-8101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52-23 2F
⁂ 코코마 가이드 ⁂ 섬세한 입맛의 전문 요리사 JEE와 맛집 탐방이 취미지만 알고 보면 미맹(味盲)인 맹선호로 구성된 맛집 평가단.
카이저 치프스는 보컬 리키 윌슨, 기타 앤드류 화이트(Andrew White), 베이스 사이먼 릭스(Simon Rix), 키보드 닉 베인즈(Nick Baines), 그리고 드러머 닉 호드슨(Nick Hodgson)이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얼마 전 츄잉 검 레코드(Chewing Gum Records)를 운영하기도 하는 호드슨이 개인 작업에 집중하겠다며 밴드를 떠났다. 리즈 출신의 멤버들은 모두 리즈 유나이티드(Leeds United)의 서포터인데, 밴드 이름을 루카스 라데베(Lucas Radebe) 선수가 리즈로 오기 전에 뛰던 사우스 아프리카의 팀 카이저 치프스(Kaizer Chiefs)에서 따왔을 정도니 이들의 축구사랑이 상상이 간다.
“첫 번째 앨범이 나오고 우리가 왜 그렇게 성공했는지 생각해봤다. 우린 누가 봐도 무대에 오르고 싶어 환장한 애들처럼 보이는 밴드였다. 왜냐하면, 우리가 정말 원했던 일이니까. 그때의 우린 지나칠 정도로 흥분한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 같았다.” – 리키 윌슨 “카이저 치프스는 나쁜 블러(Bad Blur)다” – 리암 갤러거
프랑스에 미슐랭(Michelin) 가이드가 있다면 한국엔 우리가 있다. 저흰 별 대신 코끼리 드려요. 다섯 마리가 만점! 리즈 유나이티드 FC(Leeds United FC) 홈구장인
JEE “바삭한 감자튀김은 아닌데, 냉동감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감칠맛이 난다. 계속해서 생각나는 맛.”
선호 “기네스로 반죽한 튀김옷 생선과 일반 맥주로 반죽한 튀김옷 생선의 맛 차이를 못 느끼겠다. 예리한 입맛이 아니라면 그냥 싼 맥주 튀김옷 대구 드시길. 영국 스타일로 소금과 맥아식초를 뿌려 먹어보자.”
EP [Lap of Honour] (2005) 정규 1집 [Employment] (2005) 정규 2집 [Yours Truly, Angry Mob] (2007) 정규 3집 [Off with Their Heads] (2008) 정규 4집 [The Future Is Medieval] (2011) 컴필레이션 [Souvenir: The Singles 2004-2012] (2012)
엘런드 로드(Elland Road) 스타디움에서 4만장이 넘는 티켓을 매진시킨 역사적인 홈커밍 공연 ‘I Predict A Ri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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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Know-It-All 2013 한국 프로야구 아침 자율학습 : 야구에 관한 에피소드 WORDS : JUNE, ILLUSTRATION : NOKID
세상에는 물건이 참 많다. 그리고 그에 얽힌 얘기도 많다. 만물 Ph.D. 과정을 수료한 김박사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여자와 남자가 야구장에 가면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물론 야구를 룰이 존재하는 스포츠 자체로 즐기는 여자들도 많아졌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여자들은 신나게 응원하는 분위기를 즐기거나 맥주와 함께 야외에서 치킨을 먹는 기쁨으로 규칙을 모른 채 야구장을 찾는다. 그래서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진다. “오빠, 스트라이크가 뭐야?” 친절하게 알려주는 오빠. “아, 그렇구나, 근데 오빠, 포볼이 뭐야?” 역시 친절하게 알려주는 오빠. “오빠, 저 사람은 갑자기 왜 뛰어가?” “응, 저게 도루라는 거야. 루를 훔친다는 뜻이지.” 아직까지는 친절한 오빠. “오빠, 타자가 1루로 가니까 저 사람은 딴 쪽으로 가네?” “야! 이게 윷놀이니?! 업고가게?!!” 이번 달 만물박사 김박사는 4월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야구박사 김박사로 변신, 친절한 남자친구가 폭발하지 않도록 여자 분들을 위해 야구 규칙에 관한 수업을 하도록 하겠다.
1교시 : 야구에 관한 기초지식 앞에서처럼 “스트라이크가 뭐야? 볼이 뭐야?” 라고 물으면 만물박사 김박사도 화가 난다. 일단, 스트라이크, 볼, 쓰리 아웃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수업을 진행하겠다. 1교시는 전광판 선수이름 옆 숫자에 관한 설명이다. 타자 순서대로 1번부터 9번이 정해지는 건 이해가 가고, 4번 타자가 제일 잘 하는 사람이란 건 알겠는데, 그 옆에 써져있는 다른 숫자는 뭐란 말인가? DH는 또 뭐고. 숫자는 바로 포지션별 수비번호이다. 그러니까 1번이 투수, 2번이 포수, 3번 1루수, 4번이 2루수, 5번이 3루수, 6번이 유격수, 7번이 좌익수, 8번이 중견수, 9번이 우익수 되겠다. 야구중계 시 아나운서가 “6, 4, 3으로 이어지는 병살입니다.”라고 하면 유격수가 공을 잡아 2루수에 공을 던져 아웃을 한번 시키고, 1루수에게 다시 던져 투 아웃을 한꺼번에 만드는 상황인 것이다. DH는 Designated Hitter의 줄임말로 지명타자라는 말이다. 쉽게 생각하면 투수 대신 타석에 들어가는 선수인데, 미국과 일본에서는 야구의 역사적인 관점에서 지명타자를 반대하는 시각도 강해 투수가 반드시 타격을 해야 하는 리그가 존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프로야구 시작과 함께 지명타자 제도가 있어왔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럽고 심지어 친숙하게까지 느껴지므로 지명타자 존폐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음, 한마디로 수비도 안하면서 타격만 3번하고 큰돈을 받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외국에는 꽤 많다는 얘기다.
2교시 : 심화학습, Q & A 지면이 한정되어 있어 2교시부터는 질문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바꾸도록 하겠다. 그럼 질문 있는 학생 “푸쳐핸접~!”
Q. 박사님 홈런성 타구인데 새를 맞고 운동장으로 공이 들어오면 홈런인가요? 아웃인가요? A. 홈런입니다. 명백한 홈런성 타구가 새에 맞고 운동장에 떨어져도 홈런으로 인정합니다. 참고로 수비수가 쉽게 잡을 수 있었던 타구가 새에 맞고 떨어졌을 때는 아웃으로 판정하지 않고 그대로 플레이를 계속 하고, 주자나 타자는 갈수 있는 데까지 갑니다. 반대로 안타성 타구가 새에 맞고 야수의 글러브에 들어가더라도 아웃이 아니라 안타입니다. 새에 맞는 순간 일단 지면에 닿은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죠. 한편 투수가 포수에게 던지는 투구가 새에 맞으면 노카운트입니다. 노플레이로 다시 시작합니다.
Q. 투 아웃 상황에서 수비수가 에러를 해서 쓰리 아웃이 안됐습니다. 이후 투수는 평정심을 잃고 5점이나 실점을 했습니다. 이런 경우 투수는 방어율이 높아질 텐데 불쌍하지 않나요?
A. 불쌍하지 않습니다. 공수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에러를 한 경우 이후 5실점은 투수에게 책임이 없습니다. 고로 투수 방어율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Q. 혹시 야구박사 김박사님만 알고 있는 재밌는 야구규칙이 있나요? A. 국내에 적용된 적은 없지만 실제로 주자가 수비수랑 다른 팀이지만 너무 친하게 웃고 떠들면 심판에게 주자를 아웃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수비 위치상 얘기를 쉽게 할 수 있는 1루가 많이 해당되겠죠. 물론 외국에서도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교시 : 새롭게 바뀐 2013 한국 프로야구 룰 야구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분량상 오늘 하지 못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나누기로 하고, 마지막 수업은 2013년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 생긴 룰에 대해 알아보며 마치겠다. ◆ 먼저 NC다이노스의 1군 진입으로 팀당 경기 수는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총 경기 수는 532경기에서 576경기로 늘었다. ◆ 주중 경기와 주말, 공휴일 경기 시작시간은 종전과 변함이 없이 6시 반, 5시이지만, 7~8월 동안은 주말, 공휴일 경기 시작시간이 6시로 늦춰진다. 단 개막 2연전과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편성되는 경기 중 일요일과 공휴일에 열리는 경기는 2시부터 열린다. ◆ 또한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취소나 중단에 관한 규정이 없었는데, 올해 부터는 풍속 10.8~ 13.9m/s일 때 경기 취소가 가능해졌다. ◆ 더그아웃 출입 시 구단 공식 유니폼을 입어야만 출입이 가능해졌다. 아나운서나 방송 관계자들도 인터뷰를 위해서 더그아웃에 들어 갈 때는 해당 팀의 유니폼을 꼭 준비해야 된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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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슈가 좋아합니다 엘슈 에디터들의 천차만별 '좋아요'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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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님이 사랑을 좋아합니다.
맹선호 님이 현대카드를 칭찬합니다. 어릴 때 다니던 독서실은 언제나 컴컴했고, 칸막이로 막힌 공간은 답답했다. 대학 시절 도서관은 시험 때만 붐볐다. 평소엔 여유로운데다 널찍한 책상이 좋았지만, 도서관 자체에 대해 딱히 기억나는 건 없다. 영국에 살 땐 해리포터가 학교 갈 때 기차를 타는 킹스크로스 역 옆 브리티쉬 라이브러리(British Library)를 좋아했다. 세련되면서도 고풍스러운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공공 도서관에 가보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걸로 추측되는) 사람들로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숨 막혔다. 왜 우리나라엔 쾌적하고 멋진 도서관이 없을까. 그런데 얼마 전 서울 북촌에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생겼단 소식을 들었다. 현대카드 소지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정보에 친구를 꼬셨다. 입장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는 까닭에 주말엔 줄을 서야 한단다. 우리는 평일에 휴가까지 냈다. 휴가를 낸 보람이 있었다. 눈 돌아갈 정도로 희귀한 자료도 자료였지만, 한국의 건축이 자연스레 녹아있는 건물은 현대적이고 근사했다. 인테리어 잡지 속에서나 볼 법한 의자에 앉았다. 건물 가운데에 자리한 정원을 내려다보니 예전 브리티쉬 라이브러리에서 느꼈던 기분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세심하게 준비된 연필과 종이로 끄적끄적 적다가 필요하면 자료 사진마저 마음껏 찍을 수 있었다. 오, 놀라워라. 일 층에 마련된 전시공간에는 예술에 매우 치중한 독특한 <비저네어(Visionair)>라는 잡지가 전시되고 있었다. 맛을 경험하는 이슈 앞에 서자 직원이 한 가지 맛을 골라 직접 맛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별거 아닌 거 알면서도 꽤 심각하게 고민했다. Power를 선택했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Youth에도 잠시 눈길이 갔지만, 그 맛은 이미 다 떨어졌단다. 흰 장갑을 끼고 권당 50만 원에 육박한다는 잡지들을 한참을 뒤적대다 배고프다는 친구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현대카드를 만들어서 다시 오고 싶단 생각을 했다. Power의 맛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그리고 며칠 후 한국에선 볼 수 없을 거라 체념했던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공연이 한국에서 열린단 소식이 들려왔다. 현대카드의 프로젝트란다. 어이쿠, 살다 보니 카드사를 칭찬하게 되는 날이 다 온다.
가보고싶어요 4 가회동에서
호준 님이 게임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PSVITA
지은 저도 현대카드 유저인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지선 지은아, 같이 가자
모바일 시대. 게임도 역시 모바일 시대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모바일 폰 게임의 시대다. 게임으로 먹고 살던 닌텐도와 소니가 모바일 폰 게임 때문에 망하기 일보 직전이니 말이다. 게임을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축구게임 위닝을 미친 듯이 좋아했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위닝일레븐의 마니아, 아니... 오타쿠였다. 그랬던 내가 PS3를 켜본지 오래고, 위닝은 아예 신작을 사지 못했다. 그것도 2년 째. 2013년, 태어난 뒤 37년 째. 나이가 들고, 할일이 많아지자 PS3 근처에는 몸이 가질 않게 되었다. 1달 동안 집에 틀어박혀 PS1을 가지고 놀던 15년 전의 행복한 추억은 먼지처럼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래... 이렇게 나의 게임인생이 마감되면 안돼!!! 난 적어도 마니아였다고!!!"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 떼돈 버는 쓰레기 게임 '애니팡'같은 저질 콘텐츠에 물든 대한민국에서 게임 마니아로서 최소한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아무도 안사는 PSVITA를 구입했다. PSVITA는 소니에서 개발한 휴대형 게임기이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틈나는 대로 PS3 수준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콘셉트인지만, 지하철? 버스? 사무실? 37세 아저씨는 엄두도 못 낸다. 단지 집에서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10분, 엘리펀트 슈 원고를 하나 끝내고 10분, 잠들기 직전에 10분 이런 패턴이다. 휴대용 게임을 말 그대로 휴대해서 집밖에서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지만, 난 PSVITA가 사랑스럽다. 나의 게임 마니아 히스토리를 어떻게든 이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1
그러게 2
최고로 사랑하기 좋은 이혼 올해 1분기 일본드라마가 하나씩 끝나고 있다. 그중에서 지난 3개월간 매주 나를 즐겁게 해준 것은 <최고의 이혼>이라는 드라마였다. 아직 결혼도 안한 내가 이혼을 주제로 한 드라마에 ‘좋아요’를 백번 누른다. 7화에 훌륭한 대사가 나온다. 남자가 여자에게 말한다. “행복하게 해줄게.” 그러자 여자가 말한다. “행복해 지기 위해서 누굴 좋아하는 건 아니야” 여자는 얼마 전 남편과 이혼했다. 사사건건 어긋나기만 하는 남편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아직 그를 사랑한다. 행복하게 해준다는 남자는 여자의 전남편과는 달리 죽이 잘 맞는 연하남이다. 요즘 우리나라 주말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설정이라고? 아니 그렇지 않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사실 그 이혼한 남편이다. 남편은 동네에서 우연히 옛 연인을 만났다. 남편은 그녀와 좋았던 옛 추억을 떠올린다. 반갑고 애틋한 마음에 술을 한 잔 하며 얘기를 하는데 그녀는 결혼을 해서 남편과 잘 지내는 중이란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이라는 놈이 알고 보니 완전 바람둥이인데다 혼인 신고서도 아직 안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정이 점점 더 막장 같다. 그러나 <최고의 이혼>은 막장드라마가 아니다. 사랑과 삶에 대해 위트 있는 대사로 그 의미를 고찰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다. 네 남녀가 얽혀 있는 이유도 생각보다는 현실적이다. 그리고 그들의 갈등은 우리가 사랑을 할 때 흔하게 겪는 것들이다. 추억, 질투, 의심, 권태, 애증, 불안, 이 중에서 생소한 단어는 하나도 없지 않은가. 사랑은 자주 길을 잃는다. 외로움 때문이거나 또는 어긋남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길을 잃은 사랑은 자신의 깊은 안쪽을 들여다보기 전엔 목적지를 찾을 수 없다. 그런데 말이다. 애초에 목적지를 찾고 있기 때문에 길을 잃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은 목적이 없어야 성립할 수 있다. 연애 끝의 결혼이 결론이 될 수 없다. 사랑은 그 후에도 이어지니까. 사랑은 우주와 같다. 우주는 이유가 없다. 별이 생기고 불타고 소멸한다. 태풍이나 무지개가 생겼다가 없어지는 데는 어떠한 목적도 없다. 있는 것이 있을 뿐이다. 거기에 인간이 더해지면 현상(現象)이 재해(災害)가 된다. 사랑은 쓸데없는 이유가 덧붙여져 쓰리고 아파진다. 잘 생각해보면 행복을 바라는 기대가 사랑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내가 사랑을 하는 이유는 별 게 없다. 불안한 자신을 위한 안정감이나 구원을 바라고 하는 게 아니다. 혼자 있어서 외로운 사람은 둘이 있을 때 더 외롭다. 자신 안에 있는 행복을 누군가에게서 찾으려는 것은 자신을 찾겠다며 여행을 떠나는 것만큼 어리석다. 자신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행복은 사랑과 별개의 일이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사랑이 사랑으로 있기를. 사랑을 빌미로 남자에게 업히지 말기를. 그런 의미에서 노래 듣고 갑니다. 이 드라마의 엔딩 곡, 쿠와타 케이스케의 ‘음양’. ‘남자의 인생은 꿈꾸는 가시밭 길~“ 쿠와타 케이스케 (桑田佳祐) - Yin Yang(イヤン)
P.S. : FIFA는 계속 PSVITA용 시리즈가 나오는데 위닝은 왜 감감 무소식인 거냣!!!!!!!!!!
짠하네 2 황사 속에서
오타쿠는 이제 그만 6 맹선호 남자들은 왜 이렇게 게임을 좋아하나요!!!!!!!
맹선호 오, 멋지다!
좋아요 2
애라서 4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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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 Cave & The Bad Seeds 2013.2.18 Bad Seed Ltd.
WORDS : Julian Kim
닉 케이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의 음악은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가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는 그는 감추어져 있고, 감추어야만 하는, 그러나 어딘가에 존재하는 진실을 충격적이고 매력적인 내러티브로 풀어낸다. ‘닉 케이브와 나쁜 종자들’의 또 다른 음악 여정이었던 그라인더맨(Grinderman)이 거칠고 공격적인 노이즈 사운드의 정점을 찍은 실험 프로젝트였다면,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아름답고 잔잔한 동시에 무척이나 강렬하고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때로는 시끄럽고 공격적인 음악보다 잔잔한 음악이 지니고 있는 절제된 에너지가 더 강렬한 법이다.
PIZZICATO 2013.02.28 LUOVA FACTORY
지난달 음란소년에 흠뻑 심취해 다소 멘탈이 음흉해져 있던 이들에게 귀엽고 샤방샤방한 음악이 다가왔다. 바로 밴드 몽구스의 몬구, 웹툰작가 김진이 만나 결성한 유닛밴드 피치카토의 음악이다. 몬구 작곡, 김진 작사로 완성된 앨범 [Couple song]은 펑키한 몽구스나 전자음의 네온스와는 다르게 잔잔하고 귀여운 왈츠와 포크 스타일의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개팅을 앞둔 남녀의 이야기 '느낌이 좋아!'부터 쿨하지 못한 헤어짐을 노래한 '더티엔딩'까지, 듣다 보면 남녀의 소소한 사랑이야기가 담긴 뮤지컬 앨범을 듣는 듯하다. 사랑을 하는 이들, 사랑을 시작하고 싶은 이들 모두 이 앨범과 함께라면 자신도 모르게 사랑을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David Bowie 2013.3.8 Columbia
WORDS : 장은석
데이빗 보위가 돌아왔다. 모든 사람이 그가 은퇴했다 믿었다. 2003년 발표한 [Reality] 이후 어떠한 활동도 없었으니 그럴만했다. 하지만 데이빗 보위는 자신의 66번째 생일이었던 2013년 1월 8일, 새 싱글 ‘Where Are We Now?’를 발표했다. 10년 만이었다. 이번 싱글은 발표와 동시에 아이튠즈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UK 싱글 차트에서도 1주 만에 6위에 올랐다. 1993년 발표했던 싱글 ‘Jump They Say’ 이후 처음으로 싱글 차트 10위 안에 든 것이다. 20년 만의 일이다. 뮤직비디오와 함께 발표된 이 싱글을 접한 수없이 많은 사람이 데이빗 보위의 홈페이지를 찾았다. 거기서 곧 정규앨범이 발표될 것이라는 공지를 접하곤 모두가 흥분했다. 그리고 3월 8일, 그렇게 기다리던 새 앨범 [The Next Day]가 발표되었다. 데이빗 보위가 1977년 발표한 [Heroes]의 앨범 커버 사진 위에 흰 네모 박스를 얹은 이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UK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1993년에 발표한[Black Tie White Noise] 이후 처음으로 20년 만의 1위였다. 단 1주 만에 10만 장이 팔린 이 앨범은 2013년 들어 가장 빨리 팔려나가고 있는 앨범이다. 이는 비단 영국에서 만의 흥행이 아니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강력한 K-POP의 벽을 넘지 못했고, 가온차트에서 55위에 랭크된 것이 현재로선 최고의 성적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한국을 제외하고는 7, 80년대 가장 강력한 문화 아이콘이었던 데이빗 보위가 돌아온 것이다. 클래식한 사운드를 가진 명작이 이제 더는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Where Are We Now?’는 그 생각을 단숨에 깨버렸다. 단연코 말하건대 올해 나오는 어떤 음반도 나에게 이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겨줄 순 없을 것이다. 66세의 데이빗 보위가 77년에 발표한 앨범 커버 사진을 표지로 활용해 10년 만에 앨범을 냈고, 1주 만에 10만 장이 팔렸으며, 20년 만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 묘하게 패턴을 지닌 듯한 숫자들은 데이빗 보위가 의도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게 아니라면 어찌할 수 없이 이끌려가는 운명이거나. 이게 만약 운명이라면 나는 그 흐름에 들어섰고, 이 흐름을 애써 부정하거나 거스를 생각은 없다. 나의 아버지는 데이빗 보위 세대였고, 나 또한 그러하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이가 여전히 데이빗 보위 시대를 살고 있다.
WORDS : 윤수
쏜애플 난 자꾸 말을 더듬고 잠드는 법도 잊었네
* 이 차트는 향뮤직의 3월 음반 판매량을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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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월 - 깨끗하게, 맑게, Clean & Clear 물렁곈 - Psychedelik 3호선 버터플라이 - Dreamtalk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The Golden Age 10cm - The 2nd EP 9와 숫자들 - 유예 해리빅버튼 - King’s Life 넬 - Holding Onto Gravity (SINGLE) 김태춘 - 가축병원블루스
백년해로 연남동 덤앤더머 2013.03.21 DUM DUM ENTERTAINMENT 남자와 여자가 다른 별에서 왔다는 이론은 남녀관계에 대해 참 많은 걸 설명하게 한다. 항간에 인기 있던 책에서는 화성과 금성이라 비유했고, 일본 만화영화 <마크로스>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섞이지도 않고 후세 생성을 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구, 그리고 대한민국은 남자랑 여자가 반반씩 섞여 서로 사랑하고 증오하며 그럭저럭 조화를 이뤄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남자를 이해해보려 해도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는가? 그럼에도 당신의 옆에 있는 그 남자를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고자 한다면 연남동 덤앤더머의 2집 [백년해로]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남녀가 이 앨범을 함께 들으면 백년해로할 거라고 말하는 듯한 앨범 제목과 함께 앨범 커버의 샴쌍둥이(백년해로를 뜻한다고 한다)는 자칫 이토 준지 만화에 나올 것만 같은 요괴를 연상하게 하며 조금 무서운 앨범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마저 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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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 고양
한다. 그러나 겉표지로만 판단하기에 이번 앨범 속 멜로디는 세련되었고, 가사는 촌철살인 돌직구에, 사투리와 랩은 구수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음과 멜로디, 그리고 기타 사운드가 좋아 듣고 있으면 가사 때문에 빵 터지다가 어느새 계속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앨범의 프로듀서가 밴드 피아의 옥요한이라는 것 또한 이 앨범의 아이러니한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피아의 기타리스트 헐랭에 대한 이야기가 곡에 담겨있다니 피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일청을 권한다. 덧붙여 남자들과 AV를 좋아하는 여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귀여운 즐거움(?)도 있다 하니 남녀 모두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음반이 아닐까 한다. 이번 앨범부터 퍼포먼스까지 겸비했다는 그들의 행보가 궁금하다. 그나저나 이번 앨범 활동에서도 전국노래자랑에 나올까?
최근 첫 번째 정규 앨범 [1집 가축병원블루스]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포크 블루스를 선보인 김태춘과 4월 초 2집 앨범 [Drooled and Slobbered]를 발매하는 인디 포크 뮤지션 드린지 오(Dringe Augh)가 얼마 전 일본으로 칸사이 투어를 떠났습니다. 오사카, 교토, 고베를 바쁘게 오가며 공연한 두 사람이 보내온 여행기는 지면상 아쉽게도 맛보기밖에 실을 수 없지만, 엘리펀트슈 웹사이트에서 김태춘과 드린지 오가 보내온 사진과 생생한 여행기를 제대로 보실 수 있습니다.
김태춘 일본 칸사이 투어기 2013.3.15 ~ 3.17
드린지 오 일본 칸사이 투어기 2013.3.22 ~ 3.24
일본공연을 제안한 건 드린지 오였다. 저가항공으로 가면 싸다는 말에 ‘그냥 함 가볼까? 별로 할 일도 없는데’ 하고 결정하게 되었다. 드린지 오가 순식간에 오사카, 고베, 교토의 공연일정을 잡아주었다.
지난 일본 공연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에게 다시 투어를 약속했던 터라 두 번째 칸사이 투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인천공항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캐리어가 없어서 매번 기타 케이스 주머니에 필요한 물건을 넣고, 여분의 옷가지를 완충재처럼 기타와 함께 넣고 가기 때문에 출발할 때 짐이라고는 기타 케이스와 선물할 음반을 넣은 종이가방뿐이다. 문제는 너저분한 머리카락과 덥수룩한 수염. 출국 게이트에서부터 잡혀 질문세례를 받았다. 인천에서는 수상한 상자가 문제였다. 음반이 들어있는 상자였는데 의심스러웠나 보다. 어쨌든 잘 마무리되어 출국했는데 칸사이 공항에 도착해서 또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는 기타가 문제였다. 내 것이 맞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하자 세관원이 연주를 요구했다. 연주로 증명하라는 뜻인가 보다. 예전의 환대는 없었다. 공항에서 뜻하지 않게 40초 정도 연주를 하니 맞는 것 같다고, 즐거운 여행 되라고 하며 보내준다. (상황에 따라 다른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좋은 것만 기억하기로 했다.)
니트 카이칸, 오사카 Atoms for Peace 2013.2.25.XL
WORDS : 장은석
톰 요크의 솔로 데뷔 앨범 [The Eraser]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베이시스트 플리(Flea)에 라디오헤드의 프로듀서 나이젤 고드리치(Nigel Godrich), 그리고 벡(Beck)과 R.E.M.의 드러머를 거친 조이 워론커(Joey Waronker)와 만나 슈퍼 프로젝트 밴드로 발전했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밴드 멤버 톰 요크로서의 음악이었다면, 아톰스 포 피스의 음악은 온전히 그 자신의 음악이다. 그렇기에 라디오헤드의 음악보다 더욱 실험적이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앨범이 아프리카 뮤지션 펠라 쿠티(Fela Kuti)가 만든 아프로비트(afrobeat)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양한 타악기를 활용하는 아프로비트처럼 수록된 음악의 박자는 정신 없이 쪼개져 있고, 수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아프로비트와는 다르게 특별한 악기가 등장하지도 않으며 그나마 비중 있는 악기인 신디사이저도 멜로디는 없고 코드만 잡아주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톰 요크의 목소리는 그 위에서 균형을 찾으며 노래를 완성시킨다. 이 기이한 체험은 이 실험적인 앨범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공연차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뮤지션과 관객들을 알아가고 연락처를 교환하면서 서로 방문을 기약하곤 한다. 말이 안 통하니까 구글 번역기를 서로 보여주면서 대화했다. 이노우에씨가 ‘소프트웨어 토킹’이라고 할 만큼 대화는 답답했을지 모르지만, 그 내용은 재밌고 진지했다.
주최자인 이노우에 씨가 오늘 다른 공연이 많아서 사람들이 많이 올까 걱정이라기길래 관객이 아무도 안 오면 맥주나 마시자고 얘기했다. 하지만 공연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하나씩 들어와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정확히 일곱 명이었다. 일본어 멘트를 적은 수첩도 같이 챙겨서 곡 중간마다 간단한 설명을 했다. 그때마다 관객의 반응은 웃음이나 '에-'였는데 이유는 물어보지 못했다. 공연이 끝나고 이노우에 씨는 캔맥주를 꺼내서 나에게 주었다.
스페이스 에아우, 고베 머리를 빡빡 깎은 청년이 '키무상?' 이러길래 '와타시와 김태춘데스'라고 대답하고 한국에서 산 참이슬을 건넸다. 다른 일본 뮤지션의 공연을 보다 밖으로 나가 잘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한 대 폈다. ‘내가 지금 말도 안 통하는 여기에 뭐 4 4 4 하러 왔지? 관객 다섯 명 앞에서 공연하려고 이 멀리까지 왔나? 그라고 자들은 44 도대체 뭐 하는 아들이고?' 머리가 복잡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어떤 걸 한다는 건 불안만큼이나 기대도 주는 것 같다. 지금 나는 미지의 세계를 내가 상상하는 그림들로 채워 놓고는 예상치 못한 현실 앞에서 당황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 차례가 되어 ‘악마와 나’부터 시작을 했다. 너무 마음이 편해서였는지 ‘개들의 세상’은 가사를 놓치기도 했다.
첫 공연은 루이 리로이 타나까 씨. 70년대 형사물 영화 사운드트랙의 그루브를 한 대의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했다. 두 번째는 교토 공연의 기획자이기도 한 유스라고 카페의 쿠로다 세이지로 씨 순서. 일본 만담 공연처럼 무릎을 꿇고 기타를 연주한다. 몰입도가 장난 아니다. 공연이 끝나고 칸사이 마당발 뮤지션 카이츠부의 집에서 두 번째 뒤풀이를 가졌다. 뮤지션 마스모토 코타 씨와 프로페셔널 오디언스(?)라고 소개된 이치하다 씨가 합류했다. 5명은 과자와 맥주로 새벽 3시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영어와 일본어, 한국어가 좁은 마룻바닥에 엉켰다. 피곤한 사람은 이부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카페 유스라고, 교토 키가 훤칠하고 인상 좋아 보이는 남자가 자신을 쿠로다라고 소개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내 차례가 되었는데 마이크 앰프가 고장 나서 앰프 없이 노래했다. 마이크가 없으니 여기 쳐다보고 저기 쳐다보며 공연할 수 있어 자유롭고 편했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밤이 깊었다. 쿠로다씨가 술 한잔 더하고 자고 가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이와모리라는 독한 술을 한 컵 마시고 즐겁게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사람들을 만나 음악보다 사는 얘기를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오사카에서 같이 공연했던 나호코 씨는 교토 대학에서 회계업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카페 유스라고의 주인 쿠로다 씨에게 직업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유스라고의 사장이자 종업원이며,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오슈는 도쿄에서 두 개의 파트타임 일을 한다고 했다. 레스토랑 같은 데서 서빙을 한단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냐고. 그래서 난 음악만 한다고 얘기했다. 괜히 부끄러웠다. 투어가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마치 한 달쯤 집을 비웠던 것처럼 느껴졌다. 다급하게 집을 빠져나온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짐을 풀고 나니 CD 몇 장이 있었다. 여기저기서 가져온 광고지, 명함이 가방에 구겨져 있었다. 그리고 수첩에 적은 일기와 사람들의 이메일 주소, 뭐 그 정도가 남은 거 같다.
네가 스며드는 날 아름이 2013.03.28 MUSICABAL
오사카에서 교토로 열차를 타고 혼자 넘어갔다. 초행길이다. 친절하게 버스 타는 법까지 알려주었지만 좋은 날씨와 고즈넉한 풍경이 좋아 마냥 걷기로 했다. 1시간을 걸어 카페 유스라고에 도착. DJ를 포함하면 여덟 팀이 나오는 축제 같은 공연이었다. 큐시트도 없이 먼저 온 순서대로 인사를 나누고 리허설을 했다. 관객도 뮤지션도 그냥 함께 즐기다 보니, 연주하는 뮤지션 말고는 전부 친구처럼 분위기를 즐겼다. 이번 칸사이 투어는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아 벚꽃 놀이를 하지 못해 아쉽다.
WORDS : JUNE
아직도 [Love Story]라는 EP 앨범을 발매하면서 등장했던 모던록 밴드 아일랜드 시티를 기억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아일랜드 시티의 베이시스트 서아름이 싱어송라이터 ‘아름이’란 이름으로 첫 미니앨범 [네가 스며드는 날]을 발표했다. 아련한 그리움으로부터 시작해 소소한 일상에 담긴 이야기가 포근한 어쿠스틱 편성을 통해 소중하게 음반에 담긴 느낌이다. 음악과 앨범 일러스트가 잘 어울린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김태춘 1집 [가축병원블루스]
드린지 오 2집 [drooled and slobbered]
세상의 패배자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노래 2013.03.05 일렉트릭 뮤즈(Electric Muse)
떠날 때 버리지 못하는 것들 2013.04.04 일렉트릭 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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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정 春情이 가득한 곳
WORDS : 장은석, PHOTO : 이지미
2013 March 3 @ salon Badabie 청년들 음란소년 연남동 덤앤더머 전성기
3월 3일에 열린 <엘리펀트슈 릴리즈 파티 : 청춘의 춘정을 충전하라>를 기획하던 2월에는 3월이면 봄이 올 줄 알았다. 그래서 봄에 피어나는 열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피 끓는 청춘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했다. 밴드명부터 이 공연을 위해 존재한 청년들부터, 춘정음악의 아이콘인 연남동 덤앤더머와 음란소년, 거기에 왠지 모르겠지만 이 공연과 이름이 야릇하게 잘 어울리는 전성기까지 한 자리에 모았다. 하지만 3월 3일은 여전히 추웠다. 그리고 4월 릴리즈 파티를 목전에 앞둔 지금도 여전히 춥다. 도대체 봄은 올 것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3월 3일 저녁 6시 반 살롱 바다비에는 한여름만큼 뜨거운 봄이 왔었다. 보통의 공연이 앉아서 시작하다 서서 엔딩을 맞지만 그것은 청춘의 춘정을 충전하기에 적합한 방법은 아니다. 우선은 자신 안에 내재된 음기 또는
양기를 발산시켜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몸을 움직여 줘야 했다. 이에 스탠딩으로 공연을 시작했고, 그 무대는 요즘 신인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청년들이 맡았다. 기대에 부응하며 사람들은 춤을 췄고, 이를 이어 받은 연남동 덤앤더머는 그들의 춘정 가득한 가사와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리고 등장한 전성기는 진중한 태도의 음악으로 감성을 폭발시켰다. 끝으로 등장한 신흥 음란마귀 음란소년의 음악은 발산된 음기와 양기를 다시 몸 속 깊은 곳으로 품게 했다. 이 공연은 결과적으로 굉장히 훌륭한 공연이었는데,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을 떠나는 관객들에게서 나는 유희열이 아이유에게 보내던 매의 눈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공연을 찾았던 솔로 중 적어도 50%는 자신의 연을 찾았을 것이고, 충전한 춘정으로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혹시 춘정이 떨어지거든 다시 한 번 찾아오시라. 엘리펀트슈 릴리즈 파티로.
(왼쪽 위) 청년들 / (오른쪽 위) 연남동 덤앤더머 / (왼쪽 아래) 음란소년 / (오른쪽 아래) 청년들과 엘리펀트슈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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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 E P HA N T - S HO E
전기뱀장어 Q. 직접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인경: 안녕하세요, 밴드 전기뱀장어입니다. 황인경(보컬), 김예슬(기타), 김나연(베이스), 김민혁(드럼) 네 명의 멤버로 활동 중이고, 작년 10월에 정규 1집 [최고의 연애]를 발표했어요. 멤버 셋은 마포구에, 하나는 동대문구에 삽니다.
WORDS : 지은
회춘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파릇파릇한 오라를 내뿜는 네 팀을 엘리펀트슈4월호 릴리즈 파티로 불렀다. 4월 7일, 새로운 정서와 리듬으로 바다비를 가득 채울 이들과의 짧은 대화를 공개한다. INTRODUCE MYSELF INTERVIEW 전문보기
Q. 요즘 멤버들은 어떤 뮤지션의 음악을 자주 듣나요. 곡도 하나 추천해주세요. 인경: 예슬 형은 요즘 The Vaccines를 열심히 듣더라고요. 나연이는 새삼 Coldplay를 좋다고 하고 다니고, 민혁 형은 잘 모르겠네요. 뭐든 늘 듣고 있을 거에요. 저는 최근에 블루스 음악하시는 하헌진 씨 음악을 종종 들어요. 시디도 한 장 주셨고. 그 시디에 있는 노래는 아니지만 ‘난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다네’, ‘내 방에 침대가 생겼다네’ 등의 노래가 좋아요. Q.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아니면 평소 눈여겨보고 있는 아티스트를 말씀해주셔도 괜찮습니다. 합동 공연, 음반 작업, 무엇이든 같이 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말씀해주세요. 인경: 바이바이배드맨이 지금 앨범 작업 중이라고 들었는데, 기대 중이에요. 개인적으로 정규 1집 정말 잘 들었거든요. 밴드 색깔이 달라서 다른 건 같이 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조만간 공연이나 같이 하면 좋겠네요. Q. <엘리펀트슈> 4월호 릴리즈 파티의 타이틀이 “새로운 세대의 시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기뱀장어는 어떤 ‘세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각자 정의를 내려주세요. 인경: 너바나와 라디오헤드를 들으며 자란 세대.
로큰롤라디오
후후
24Hours
Q. 직접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내현: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하려 노력하는 ‘로큰롤 라디오’입니다. 가방끈들이 짧아 처음에 뭣 모르고 ‘락앤롤 라디오’라고 하고 다녔는데, 이제 와서 제대로 정정하려니까 그게 쉽게 바뀌지 않네요. ‘로큰롤 라디오’라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내현(보컬, 기타), 김진규(기타, 코러스), 이민우(베이스, 코러스), 최민규(드럼)로 이루어진 밴드입니다.
Q. 직접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준용: 안녕하세요. 후후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은 노준용입니다. 요한: 안녕하세요. 후후에서 베이스와 코러스를 맡은 안요한입니다. 진철: 안녕하세요. 후후에서 드럼을 맡은 김진철입니다. 형렬: 안녕하세요. 후후에서 신시사이저와 코러스를 맡은 김형렬입니다.
Q. 직접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혜미 : 24Hours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김혜미입니다. 승진 : 24Hours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이승진입니다. 지원 : 안녕하세요 드럼과 코러스를 맡고 있는 강지원입니다 혁재 : 베이스를 치고 있는 김혁재입니다.
Q. 팀명이 합주 때 자주 먹었던 ‘후렌치 후라이’의 준말이었던 ‘후후’에서 왔다고 들었어요. 사실 밴드의 영문 표기인 ‘WHOwho’를 보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였거든요. 특히 대문자로 이루어진 ‘WHO’ 와 소문자로 이루어진 ‘who’를 붙여 표기한 것을 보고 시각적으로도 흥미로웠고요. ‘후렌치 후라이’에서 ‘WHOwho’로 표기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준용: 사실 큰 의미는 없었어요. 기억하기 쉽고 재미있는 이름 뭐 없을까 하다가 생각난 건데, 멤버들끼리 말장난하다가 생각났어요. 저희의 음악 색깔과도 잘 맞는 거 같고요.
Q, 24hours는 <엘리펀트슈>와 인연이 많은 아티스트 중 하나인데요. 특히 작년 12월호에서 진행된 ‘2012 엘리펀트슈 어워드’에서는 신인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죠. 그래서 이번 릴리즈 파티에 다시 서게 된 감회도 남다를 것 같아요. 혜미 : 엘리펀트슈와는 함께 했던 기억이 많이 있고, 무려 신인상까지 주셨던 지라 이번 릴리즈파티도 저에겐 더욱 더 반가운 소식이었어요. 승진 : 네, 감회가 남다릅니다.
Q. 곧 정규 음반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현재 진행 상황이 궁금합니다. 내현: ‘배설’한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정도로 마구마구 곡을 생산했습니다. 조만간 대규모로 데모 음반 작업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Q. 합주를 제외하고 멤버들끼리 사적으로는 얼마나 자주 만나요? 멤버들 간의 결속력을 100점 만점으로 계산하면 몇 점 정도 될까요? 내현: 95점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은 밴드 멤버들 간의 상호신뢰나 친밀도에 의함이 아닌, 서로 얽혀있는 채무관계에 의한 것으로, 철저한 사회주의로 밴드가 운영되는 만큼, 결속력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멤버들이 절대 연습실에 지갑은 놓고 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금전적으로 서로 완벽히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 100점이 아닌 95점을 주었습니다. Q. <엘리펀트슈> 4월호 릴리즈 파티의 타이틀이 “새로운 세대의 시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락앤롤 라디오는 어떤 ‘세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각자 정의를 내려주세요. 내현: 멤버들의 평균 나이나 홍대 씬에 기웃기웃한 연수를 놓고 본다면, 새로운 세대라는 말이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음악적인 색깔이 시기를 잘 타서 새로운 세대에 묻어갈 수는 있겠지만, 트렌드라는 것은 결국 변화하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구세대가 되겠죠. 트렌드와 상관없이 꾸준히 좋은 음악을 하는 그런 밴드로 남고 싶습니다.
Q, ‘이런 뮤지션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우리 것도 들어봐라!’라고 말할 수 있는 팀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준용: 춤 출수 있는 모든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저희와 함께 춤춰주세요! 오예! 요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음악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그럼 ‘Dance In The Rain’을 들어볼까요. 진철: 감자튀김을 좋아하신다면 저희 음악을 들으세요! 후후! 형렬: 신나고 즐거운 팝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후후의 음악을 꼭 들어보세요. Q. <엘리펀트슈> 4월호 릴리즈 파티의 타이틀이 “새로운 세대의 시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후후는 어떤 ‘세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각자 정의를 내려주세요. 준용: 음. 전 이런 질문들을 생각해낸 게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요한: 제 생각엔…. 후후세대?
Q. 작년 <엘리펀트슈> 12월호 인터뷰에서 올해 초쯤 24hours의 앨범이 발매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현재 앨범 준비 진행상황은 어떠한가요? 지원 :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혜미 : 70% 정도 작업한 것 같아요. 앨범 믹싱과 디자인 작업만 남았어요. 빨리 들려드리고 싶네요! 승진 : 대포의 포대는 완성이 되었고 대포알을 제작하고 장착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Q. <엘리펀트 슈> 4월호 릴리즈 파티의 타이틀이 “새로운 세대의 시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4hours는 어떤 ‘세대’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각자 정의를 내려주세요. 혜미 : 이번 타이틀이 개인적으로 무척 맘에 들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밴드 음악이 더욱더 대중들에게 많이 노출되고, 2013년엔 이러한 뮤지션들이 더 많이 알려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한국대중음악계의 새로운 시작이랄까요. 승진: 저는 이전엔 볼 수 없었던, 한국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그게 가능하다고 믿을 수 있는 세대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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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앨범 커버에 덧붙이는 단편 소설 WORDS : 봄꿀
마지막 밤
그녀가 몇 살이더라? 사람들은 그녀를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녀의 허리는 잘록하고 다리는 곧게 뻗었다. 케이는 가끔, 그녀의 매니저를 하기 시작한 그 시절을 생각했다. 그 당시 그녀는 최고였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는 모두 히트를 쳤다. 티브이 프로그램들은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어떤 팬은 그녀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려고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잘라서 보냈다. 또 다른 팬은 생방송 중인 토크쇼 프로그램 스튜디오에 난입했다. 그 남자는 그녀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그 시절을 ‘미친 시절’이라고 불렀다. 그녀 곁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손끝 하나 까닥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영원히 그럴 줄 알았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케이는 궁금했다. 그 많던 사람들은 그녀를 모두 떠났다. 이제 그녀 곁에는 달랑 케이 하나만 남았다. 마지막으로 찍은 영화는 삼 년 전 개봉했다. 그녀가 주인공도 아니었고, 흥행에도 참패했다. 그녀는 이제 종교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디제이를 맡은 걸 제외하고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를 보면 이렇게 생각했다. 저 여자가 몇 살이더라?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에요?” 집안의 모든 전등은 꺼져있었다. 그녀는 창가 책상 위에 작은 촛불을 올려두고 그 옆 의자에 앉아있었다.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마치 온 집안이 일렁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보시다시피 정전이 되었네?” 케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늘밤에는 집에 들어가 조용히 잠들기로 약속했잖아요.” “맞아, 그랬지. 그러려고 했어.” “수지가 한 번만 더 이 시간에 나 부르면 진짜 일이고 나발이고 다 죽여버린다고 했어요. 걔는 임신 중이에요. 걔를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 않다고요.” 그녀에게 가까이 갔을 때, 케이는 그녀가 그날 밤 참석했던 파티 복장 그대로 있다는 걸 알았다. 부츠까지 신고 있었다. 아까 집에 데려다 줬을 때는 화장도 머리 모양도 엉망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화장도 잘 되어 있고 머리 모양도 잘 잡혀 있었다. “안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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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파티에 갔잖아. 들떠서 잠이 안 와.”
케이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이고 못 들은 척했다. 술기운이
볼에 손을 대고 있었다. 아주 잠시였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슬픔이 완전히 사라지고
예전에 그녀가 잘나가던 때에 그녀에게 신세를 졌던 피디가 이제 방송국의
올라오는 것 같았다. 어질어질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예전 그 영광스러웠던 시절의 표정으로 돌아가 있던 것을 케이는 보았다. 갑자기
거물이 되었다. 그가 배우들을 불러모아 파티를 한다는 걸 알게 된 케이는
“난 아직 누군가의 엄마 역할이나 뭐 그런 거 맡을 준비가 안 되어있어. 난 아직
케이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슬퍼졌다. 케이가 울음을 참으려고 심호흡을 했고 그
그에게 몇 날 며칠을 부탁해서 그녀를 초대하도록 했다. 케이는 그 일 때문에
이렇게 젊고 예쁜데.”
바람에 촛불이 훅 꺼졌다.
통장에서 돈을 좀 찾아 썼다. 수지가 알면 아마도 날 죽이려고 들겠지. 그래도
“그러게 말이에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케이는 생각했다.
이번에는 케이가 대답했다. 약간 혀가 꼬였다. 케이는 갑자기 그녀의 맨다리를
그들은 잠시 동안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아무도 다시 촛불에 불을 붙일 생각
“아까 파티에서 나 어땠어?”
만지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맹세컨대 케이는 한 번도 그녀를 여자로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때 케이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가 찬장에서 싸구려 진을 꺼내와 한 잔 따르고 케이에게 건네주었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정말로 그랬다. 케이는 그녀보다 열 살이나 어렸을 뿐더러
“이제 그만 편하게 앉고 전화받아, 케이.”
케이는 그걸 받아서 그냥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집에 들어갈 때 술 냄새까지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이미 전혀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이었다. 케이는 그
“수지일 거예요.”
나면 수지가 정말 이번에야말로 날 죽일지도 몰라.
옛날에, 그녀가 아직 인기 절정이었을 때, 그녀의 발밑에 무릎을 꿇은 그 남자를
케이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았다. 그는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 한 대를
“예뻤어요.”
떠올렸다. 그녀는 무릎 꿇은 그 남자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고 그다음에는 그의
핀 후 꽁초를 카펫 위에 올려두었다. 전화벨 소리가 잠잠해지자 케이는 담배 한
그녀는 그날 파티에서 몸에 딱 달라붙는 검정 원피스를 입고 베이지색 부츠를
볼에 가만히 손을 대고 있었다.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여서 마치 그렇게
대를 더 핀 후 그걸 아까 그 카펫 위에 나란히 놓아두었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신었다. 손톱에는 빨간 매니큐어를 발랐고 팔에는 뱅글을 몇 개나 치렁치렁
하도록 미리 짠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당신은 나를 보기 위해 이런 미친 짓까지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 저 멀리 어딘가 - 진짜 너무나 멀리 있어서 다가갈 수
걸쳤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으리라. 그녀가 몇 살이더라?
마다치 않았군요. 그래요. 이건 내가 응당 받아야 할 대접이에요. 그녀는 마치
없을 것 같은 그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이제 막 한밤의 어둠이 걷히고 새벽의
“나도 알아.”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케이는 그녀의 발밑에 무릎 꿇고 싶어졌고
희뿌연 빛이 조금씩 도로를 물들이고 있었다. 자동차 하나가 털털거리며 도로를
그녀는 진을 한 잔 들이켜며 대답했다. 케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의
그렇게 했다. 속이 울렁거렸다. 케이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 집에 들어가
지나갔다.
발밑에 다리를 뻗고 앉았다. 그리고 술 한 잔을 들이켰다. 한 잔쯤이야 뭐
처음으로 그녀의 얼굴을 그런 식으로 똑바로 쳐다본 것이었다. 그녀의 눈에
“케이,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어떻겠어? 그녀는 한 잔 더 따라줬다. 그래서 케이는 한 잔 더 마셨다. 갑자기
눈물이 맺혔다. 울음을 참으려고 그녀의 얼굴이 찌그러졌고, 주름이 확 잡혔다.
그녀가 말했다. 담배 한 대만 더 피고. 케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기침이 났다. 케이는 오랫동안 기침을 했다. 기침이 멈추자 케이는 반 잔 더
파티에서 사람들은 아마도 그녀가 몇 살인지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래도
마셨다. 창 밖 도로는 텅 비어있었다. 모두 잠든 시간이구나. 케이는 생각했다.
여전히 그녀는 아름다웠다. 케이는 그 시절을 떠올렸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시절,
수지도 잠들어있겠지. 수지, 예쁜 내 아내 수지.
아무것도 잃어버릴 것이 없었던 시절, 아무런 거래도 하지 않아도 되었던 그 시절.
“그이가 나를 자기 드라마에 캐스팅하려는 걸까?”
그녀가 천천히 손을 들어 케이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고, 그리고 오랫동안 그의
E L E P HA N T - S HO E
fun. - We Are Young ft. Janelle Monáe (acoustic) Album : [Some Night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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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SXSW에는 수년 전부터 국내 뮤지션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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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하고 있는데요. 작년 크라잉넛, 옐로우 몬스터즈, 3호선 버터플라이에 이어 올해에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로다운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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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 음악의 전설적 존재 크라프트베르크가 내한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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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MOMA와 영국 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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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에서의 미술관 공연에 침만 흘렸는데, 말로만 듣던 3D 영상과 함께 그들을 실제로 본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그런데 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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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KIYA 02-326-2824
아울스덴 02-322-0052
전쟁이라도 할 듯 수많은 페스티벌이 치열한 섭외 경쟁을 펼치고
Café go ape! 02-332-7701
Jena's Grazie 02-335-2288
안녕, 낯선사람 070-4115-5610
café GON
JUAN'S CHURROS 02-335-7886
이리카페 02-323-7861
라인업을 공개했습니다. 공업 도시로의 이사를 축복하는 듯한
café Get & Show
KAAREKLINT The Café 02-335-1771
이철헤어커커 서교점 02-326-2326
café in PLANET 070-4239-4335
make cake 02-338-0022
NIN과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The Cure를 필두로 The XX, fun., Foals,
작업실 02-338-2365
café Inur 02-323-2923
Mamie 02-326-1095
장싸롱 02-6085-4264
Hurts까지 힙터지는 해외 아티스트가 가득하네요. 데이브레이크와
café JASS 02-6083-5477
MANIP 02-324-5522
짧은여행의기록 02-6338-7789
갤럭시 익스프레스, 넬, 국카스텐 같은 잘나가는 국내밴드도 눈에
Café local 02-4214-4420
MAPLE COFFEE
라니 헤어 02-325-8834
띕니다. 수퍼소닉과 펜타포트, 그리고 다른 페스티벌들도 분발
café MINI 02-322-6056
Maroon 51 02-322-7151
마켓 밤삼킨별 02-335-3532
CAFÉ NOSTALGIA 02-6398-4464
MAROS COFFEE
모두들 사랑한다 말합니다 02-324-9478
부탁합니다.
café Nthen 02-325-1718
Mon café Gregory 02-322-9579
모모디자인하우스 02-333-1793
CAFÉ ORGANIC 02-332-4650
noname café B1 02-333-5452
민트샵 shop.mintpaper.com
café Oui 02-33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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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런치 팩토리 02-6367-9870
아래 얼굴들 속에 엘리펀트슈의 맹선호, 지선, 지은, 장은석이
CAFÉ PROJECT A. 02-3142-9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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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클라우드 02-323-6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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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 LINA 02-336-0933
용다방 070-7551-9093
있습니다. 누군지 알아맞혀 보세요.
café stay in 02-336-7757
PEACE PIECE 02-333-0779
제비다방 02-325-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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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FORM PLACE 도산공원점 02-517-4628
카페 느림 02-332-2873
Café usine 02-336-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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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에반스빌 070-7636-3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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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FORM PLACE 홍대점 02-323-2319
칼디 커피하우스 02-334-7770
Café ooo 02-335-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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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감각 02-334-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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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m's Tapas 02-3141-2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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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unch Factory 02-6367-9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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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식당 070-440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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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essing 02-334-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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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fé house 쩜쩜 02-322-5580
히루냥코 02-322-7596
Coffee Seed 02-326-6230
The Hair W.M
월드 투어뿐만 아니라 유명 페스티벌 출연으로 바쁜 그들의 공연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할 뿐입니다. 한국에서
있는데요. 안산으로 둥지를 옮긴 밸리 록 페스티벌이 가장 먼저
E LE P H A N T-S H O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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