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PHANT-SHOE 2013/12 no.25 vol.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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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music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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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 DEC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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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6 no.25


small talk with music E P I S O DE 201 3

맹선호

장은석 이지선

Julian Kim

Deerhunter

The Beatles The Long And Winding Road

John Mayer

Arcade Fire

Nothing Ever Happened

Shadow Days

Normal Person

Microcastle (2008)

Let It Be (1970)

Traveler(2008)

Reflektor(2013)

이렇게 2013이란 숫자를 써놓고 보니 서양사람들

늘 그렇지만 한 해의 시작 즈음에는 희망으로 잔뜩

몸도 마음도 힘든 해였다. 가볍게 여겼던 허리의 통증

매년 그렇듯 올 한해도 나에게 어려운 해였다. 실수

부풀어 오른다. 올해도 그랬다. 하지만 새해의 시작

이 심해져 신경 차단 주사를 맞았다. 큰 아픔이 덜어

투성이었던 한 해였지만, 모든 크고 작은 어려움도 지

부터 모든 것은 내가 생각하고 계획했던 것의 정반

지자 그제야 등허리 주변의 가벼운 아픔이 느껴졌다.

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가

대 방향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기대가 컸던

사람은 얼마나 간사한지 끝도 없이 불만이 생긴다.

야겠다. 물론 여러 부분에서 아직 많이 미숙해서 쉽게

만큼 실망감도 엄청났다. 그 와중에도 기대를 저버

괴로운 마음도 몸의 통증처럼 큰 것을 덜어내고 나니

되는 건 아니지만.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가사 속에

리는 사건은 계속해서 일어났고, 이후에는 사소한

자잘한 아픔에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그 고통스러

담긴 메세지도 그렇고 오늘 기분에는 이 곡이 가장 마

것들에도 큰 상처를 받았다. 그때부터 어떠한 것에

운 순간을 기억해야 한다. 조금 불편한 지금은 확실히

음에 든다.

도 기대하지 않았다. 덕분에 상처받는 일도 없었지

나은 상황이고 나는 그 순간을 벗어났다. 그늘진 나

만 고마운 것도 없었다. 요즘도 여전히 이 태도를

날은 끝났다. 서른이 넘어도 어른이 되기는 힘들지만

견지하고 있지만 조금은 기대감을 가져볼까 한다.

내년에는 더 여유로운 아저씨가 되겠다. 그리고 존 메

연말과 새해는 그런 거니까. 이야기하게 되는 게 아

이어처럼 기타를 쳐야지.

이 13이란 숫자를 왜 싫어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 다. 이렇게 한 살 더 먹길 기다렸던 해는 처음일 정 도로 괴로운 일 년이었다. 심지어 올해 가장 손꼽아 기다렸던 디어헌터의 공연이 당장 오늘 밤인데, 못 가고 있다. 그저 올해만 지나면 2113년까지 별일 없 길 바랄 뿐이다. 아, 그 전에 죽겠구나. 그럼 올해만 지나면 평생 괜찮은 걸로!

닐까 싶다.

KAY NOKID

JUNE

키치킴

Devo Whip It Franz Ferdinand Live Alone Tonight: Franz Ferdinand(2009) 건축은 가우디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을 건축 가 친구에게 들었다. 나에게 2013년은 가우디와도 같다. 2013년 이전의 나와 2013년 이후의 나.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친구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 이다. 물론 2013년 이후를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올 한해가 큰 기준이 되는 1년이었다. 그 해 의 끝에 서 있는 지금 어릴 때 혼자 끄적였던 문장 을 되뇐다. “독립, 혼자 일어서는 것이 아닌 쓰러질 때 혼자인 것.”

The Used Blue and Yellow The Used (2002)

Freedom of Choice(1980)

The Verve Bitter Sweet Symphony Urban Hymns(1997)

나는 중2병을 심하게 앓던 시기에 밴드 음악이란 요즘에 SF만화를 그리려 스토리를 쓰고 있는데 신

것을 처음 접했는데 그전까지 느끼지 못한 뭔가 세

기한 기분이 들었다. 2013이라는 숫자는 내가 10대

련된 감성에 반해 잠들기 전까지도 음악을 듣곤 했

였던 1990년에는 정말 상상의 숫자였는데, 지금 나

었다.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는 좋아하는 밴드

는 그 시간 속을 살고 있다. 어떤 점은 상상조차 못

가 생기면 언젠간 나도 내 카메라로 그들을 찍을 수

대학생, 그것도 공대생의 신분으로 에디터 생활을

했던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어떤 점은 오히려 옛날

있을까 생각했었다. 2013년, 그 시절 스스로 나에

겸직한다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연

보다 못하기도 하다. 우리가 미래라고 부르던 그 미

게 했던 작고도 큰 꿈들이 엘슈와 함께 조금씩 점점

남동과 흑석동을 오가며 원고와 과제에 맞서 싸워

래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

이루어졌다. 그런 벅찬 기회와 경험들 때문에 올 한

야 했고, 혹여 마감과 시험 기간이 겹치기라도 한다

겠지만, 어쨌든 2013년은 재미있었다.

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흥미롭고 빠르

면 그달은 초주검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

게 지나갔다. 사실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건 엄

다. 이 일을 그만두고 평범한 대학생으로 돌아가고

청난 성취감을 갖고 있다. 또한, 쉽게 이루어지기도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내 손을 거쳐

어렵다는 걸 알기에 더욱 올 한해 엘슈와 함께한 모

만들어진 매거진이 하나둘씩 쌓여가는 것을 바라보

든 순간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면서

면서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고, 그 덕

앞으로 스스로에 대한 새로운 목표와 엘리펀트슈

분에 이번 호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2013

에게 일어날 모든 일이 무척 기대되고 설렌다.

년이 ‘달콤쌉싸름’한 해였다면, 내년에는 달콤한 일만 가득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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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 seg1129@naver.com Julian Kim comfortingsounds.vol1@

이지선 anik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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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선호 pluto116@naver.com R e g i s t r a t i o n N u m b e r 마포,라00343

Publisher / Editor-in-Ch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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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석 ewanjj@naver.com

P r i n t e d b y 솔텍 서울 중구 필동2가 120-1

Fo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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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감독 studiojeee@gmail.com Photogra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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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식 bleutk@gmail.com 키치킴 kitschiker69@naver.com EDI T ORIAL

KAY gsu-syndrome@me.com Art Director

NOKID starfucker6@naver.com Art


c o n t e n ts

Editor's note

2013 December no.25

다사다난했다고 말하는 것이 2013년에 대한 정리로 서 가장 적합한 단어인 것 같습니다. 엘리펀트슈 식 구들에게 돌아가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정리 하면서 매달 잡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엘리펀트슈가 진 행해야 하는 일이 유독 많았던 터에 이런 일들이 벌 어져 모두가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럼에도 멈추거나 쉴 수는 없었습니다. 이 과정을 버 텨내야만 다음 계단을 밟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 입니다. 이렇게 한 호 한 호 버티고 버틴 끝에 2013 년의 마지막 호의 에디터스 노트를 쓰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듭니다. 2011년 10월, 이지선 디자이너와 단 둘이 2평 남짓의 방에서 3일 밤을 새우며 마감을 끝내고 받아본 첫 호의 감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 호 부터는 엘리펀트슈를 만든 June 에디터와 영국에서 거주 중인 엘리펀트슈 1호 기자 Julian Kim, 새로이 합류한 맹선호 에디터가 합류하며 잡지의 양과 질 모두가 눈에 띄게 나아졌습니다. 2012년 봄에는 용 식 에디터가 식구가 되었고, 겨울에는 지은 에디터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는 포토그 래퍼 지감독이 합류하고, 막내 에디터 키치킴과 또 다른 포토그래퍼 Kay가 합류하는 등 엘리펀트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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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ARDS 2013 소소하고도 거창한 어워드

12 RELEASE PARTY

가깝고도 가까운 시간 김목인 | 씨 없는 수박 김대중 | 프롬 | 손지연

는 좋은 사람이 점점 더 많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이

14 RELEASE PARTY SPECIAL

때부터 사건은 몰아치기 시작했고, 이를 조절해야 하

2013 릴리즈 파티 결산

는 위치인 제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엘리펀트

매달 엘리펀트슈 매거진이 나오고 엘리펀트슈 릴리즈 파티가 열렸다

슈 식구들이 고생을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한해의 마지막 호까지 큰 탈 없이 끌어 올 수 있었던 것은 엘리펀트슈 식구들의 조력 덕분이었습니다. 그 런 것들이 쌓여 지금 새로운 기회들을 볼 수 있게 되 었습니다. 올 한 해 고생한 식구들에게 다시 한 번 감 사 드리고,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 습니다. 아! 그리고 내년의 엘리펀트슈는 굉장히 많 이 변화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항 상 감사합니다.

18 MUSIC VIDEO STILL HERE

Lily Allen Somewhere Only We Know 똑같이 중요한 것은 없다

22 ORIGINAL SOUND NOVEL

대관람차 세상에서 제일 용기 있는 일이 뭔지 알아요?

11월 28일 장은석

3


나잠 수

김윤주

small talk with artists

Tom Waits

Hall and Oates

Closing Time

She's Gone

Closing Time(1973)

Abandoned Luncheonette(1973)

옥상달빛에게 2013년은 여전히 뭔가 계속 조금씩

인디밴드란 걸 해본답시고 설친지 몇 년째인데 올해

바빴다. 좋은 일이 한꺼번에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에 와서야 술탄오브더디스코의 정규음반을 내보낼 수

올해를 함께한 엘리펀트슈 커버 주인공들에게

썰물처럼 훅 빠져나가기도 하고. 섭섭한 한 해가 될

있게 되었다. 몇 해 동안 헤맨 경험으로는 지금이 밴드

2013년에 대한 작은 이야기를 받았다

수도 있지만, 살짝 달리 생각하니 기회가 많았던 한

로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출발선에 놓여있

해였다. 고로 내년이 너무 기대된다.

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가 끝나가니 이런 생각이 불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안함으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엘리펀트슈 에서 우리들에 대해 다룬 의미 있는 내용들 또한 즐거 운 활동에 계기가 되었고, 나 또한 밴드 이외에 많은 시도를 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 김종진

하고 싶다.

이한철

Amy Winehouse Valerie Version (2007)

Mr.Children 어느덧 2013년이 저물고 있다. 아마도 올해는 고음 질 음원이 소개되는 원년으로 기억될 것 같다. LG, 삼성의 순서로 고음질 음원을 들을 수 있는 휴대폰

くるみ シフクノオト (2004)

을 출시하더니, 유니버설 뮤직에서는 블루레이 디스 크에 담긴 고음질 음원을 출시했다. 1988년 첫 음반

향긋 파릇한 잔디 위에서 엘리펀트슈 촬영하던 봄

을 발표한 봄여름가을겨울이 10주년 베스트 음반을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13년의 끝이 눈앞이네

만들면서 국내최초로 고음질 음원으로 리마스터 했

요. 2013년은 제게 불독맨션 재결성의 특별한 한 해

는데, 그로부터 15년이 지나서야 한국에 고음질 시

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10여년 전 밴드가 해체된 상

장이 열린 것이다. 글래스톤버리에서 노래한 Amy

황에서 Mr.Children의 쿠루미(くるみ) 뮤직비디오

Winehouse의 Valerie도 HD화질로 보면 더 좋던

를 보면서 ‘언젠가..’를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보

데, 음악도 고음질로 들으면 Amy가 다시 살아 숨 쉬

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뮤직비디오 내용처럼 누군가

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와 가슴 뜨거운 재회가 있는 연말되시길 바랍니다.

2013 contributors 엘리펀트슈는 매달 많은 사람의 도움 속에서 발간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올 한해 많은 도움을 받았던 네 명의 조력자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아영 Makeup Artist

최샛별 Makeup Artist

박경섭 Set Stylist

Fu*king Hot Stylist

봄여름가을겨울의 화보촬영 때 처음으로 이아영 실장과 함께 작업

그녀와 함께한 작업은 10월 호에 실린 박연, 곽푸른하늘 화보 두

엘리펀트슈 화보 촬영 중 처음으로 세트를 사용하는 일이 벌어졌다.

올해 의상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그녀의 도움을 받았다. 심지어 그

을 했다. 첫 화보가 스튜디오가 아닌 로케이션으로 진행되었는데,

개뿐이다. 하지만 이 두 화보는 공개되기 전 엘리펀트슈 멤버들에

바로 김바다 촬영 때였는데, 그때 쓰인 카페트, 쇼파, 커튼, 침대 등의

녀가 참여하지 않은 촬영이어도 그녀에게 조언을 구할 때가 많았다.

하필이면 로케이션 중에서도 먼지가 많아 힘든 공사장이었기에 더

게도 호평이었고, 잡지를 통해 본 독자의 반응도 굉장했다. 메이크

모든 아이템이 다 박경섭 스타일리스트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럴 때 그녀가 적극적이냐 그렇지 않으냐는 대부분 화보의 주인공이

욱 미안했다. 그토록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메이크업 수정까지도

업 아티스트이지만 헤어까지도 수준급으로 스타일링 해내는 것은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 이리저리 짐을 옮기는 모습이 그의 첫인상이었

그녀의 이상형에 가까우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심지어 한 촬영 때에

완벽히 해준 덕분에 최고의 화보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이후 바쁜

물론이고, 서글서글하고 사근사근한 외모와 성격으로 현장 분위기

는데, 마감 이후 가진 뒷풀이 자리에 온 그는 깔끔한 헤어에 멀끔한

는 이상형에 가까운 주인공을 보기 위해 잠시 들렸다 완벽한 스타일

그녀의 스케쥴 속에서도 거의 매달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또한 부드럽게 만든다. 이후 계속해서 함께 하기로 얘기했으나 마

옷차림으로 나타나 깜짝 놀랐다. 위 사진은 촬영 당일의 모습으로 평

리스트 역할을 수행하고 돌아갔고, 책임감 있게 캡션까지 완성해 보

엘리펀트슈에게 있어 2013년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 이 행운이 내

땅한 기회가 없었던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내년에는 매달 만나는

소 그는 사진보다 400%정도 멋지다고 생각하면 된다.

년에도 함께하길 소망한다.

사이가 되고 싶다.

ELEPHANT-SHOE

내주었다. 요즘은 일이 점점 더 바빠져 도움을 요청하기가 미안해지 고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도움을 타진해보고 있다.


류인혁과 배상환이 입고 있는 모든 의상은 개인 소장품

소소하고도 거창한 어워드 2013년은 음악 팬에게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데이빗 보위, 다프트 펑크 등의 신보와 수없이 많은 내한 공연과 페스티벌, 국내 뮤지션들의 단독 공연 등 음악 이벤트가 쉼 없이 벌어진 한 해 였기 때문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올해의 사건들을 한 번쯤 정리하고 갈무리해야 할 필 요성이 느껴져 이렇듯 어워드 특집호의 자리를 마련했다. 엘리펀트슈는 객관적인 글보다는 주관 적인 글이 대부분인데, 이는 어떠한 것도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는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주관 적인 글이지만 대신에 에디터 본인의 사고의 흐름을 정확히 보여주고, 그 논리의 흐름을 명확히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이 분위기를 유지하여 엘리펀트슈 어워드 2013 또한 지극히 주관적인 관 점에서 진행했다. 어떤 것에는 공감할 수도 있고, 무언가에는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본다면 시상자가 어떠한 이유에서 수상자를 선택했는가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013년의 음악씬을 정리한 거창하고도 소소한 엘리펀트슈 어워드가 여기 있다.

5


올해의 멸종위기 보호종

Arctic Monkeys

악틱 몽키즈

얼마 전에서야 영화 <드라이브>를 봤다. 함께 본 누나는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이 연기한 순정마초 남자 주 인공을 “멸종 위기의 남자”라 평했고, 나는 애석하지만 이미 멸종했다 덧붙였다. 분명 마초들의 시대도 있었 지만, 예쁘고 자상한 남자들이 대우받기 시작하며 마초맨들은 웃음거리가 되어 사라져갔다. 아무리 마초들 이 사라져 가더라도 록스타만큼은 마초로 남아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새로운 마초 록스타들은 거의 등장하 지 않았고, 이전 세대의 마초 록스타들은 TV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거리로 등장하며 마초의 시대는 완전히 끝 나보였다. 이때 악틱 몽키스가 등장했다. 악틱 몽키스도 처음에는 귀여운 소년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2011 년 4집 [Suck It and See]를 발표하면서부터 달라졌다. 이 앨범에서 가장 먼저 공개된 싱글 ‘Don't Sit Down 'Cause I've Moved Your Chair’의 사이키델릭한 뮤직비디오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때부터 악틱 몽키스에 다시금 빠져들었고, 그들의 공연을 처음으로 보게 될 2011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만을 기다렸다. 악틱 몽키 스의 공연 전 날 같은 무대에는 케미컬 브라더스가 헤드라이너였다. 그들은 화려한 영상과 조명을 동원하여 혼을 빼앗는 공연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에게 있어 주인공은 악틱 몽키스였다. 공연 당일 거의 맨 앞 자리에서 그들의 공연을 기다리며 무대를 구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대에는 흰색 천만이 걸려있을 뿐 LED도 없었고, 특별한 조명도 없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야 흰 천의 용도를 알게 되었는데, 멤버 앞에 설 치된 조명으로 흰 천에 그들의 그림자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가끔씩 사용되는 이것 외에는 모든 것이 기본적인 세팅일 뿐이었다. 그리고 세트리스트에도 자신들의 히트곡이 가장 많은 1집의 노래들은 거의 넣지 않고 새 앨 범만을 가지고 연주했다. 무대도, 연출도, 공연도, 노래도 모든 것이 너무나도 마초스러웠다. 이 모든 것이 전 날 같은 무대를 쓴 케미컬 브라더스와 비교되었다. 마치 “우리 공연에는 영상 그런 거 필요 없어. 우리가 있잖 아.”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공연이 끝나고 이들의 마초 에너지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듬 해 2월 싱글 ‘R U Mine?’이 발표되었는데, 뮤직비디오를 보고는 5집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찼다. 이전보 다 좀 더 간결하면서도 직선적으로 변한 음악과 잘 짜여진 뮤직비디오, 거기에 리젠트 헤어로 변신한 알렉스 터너Alex Turner. 이 모든 것들은 남자인 나조차도 반할 정도의 매력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 싱글이 발표된 2012 년 2월부터 계속해서 그들의 앨범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싱글들만 발표될 뿐 좀처럼 앨범이 나오지를 않았 다. 그럼에도 영국 글래스톤버리 페스티벌에 그들의 이름이 있었고, 공연 직후 BBC 중계 영상을 구했다. 그 공연에서 신보에 들어갈 노래를 미리 들어볼 수 있었다. 음악이야 당연히 기대를 충족시켰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들에게 반해버렸다. 보컬 알렉스 터너는 공연 도중 멘트를 하면서 뒷 주머니에서 작은 빗을 꺼냈다. 그리곤 머리를 뒤로 빗어넘기며 리젠트 헤어를 손보던 그 모습이 잊혀지질 않았다. 2007년 같은 무대에 섰던 후드티에 헐렁한 청바지를 입은 더벅머리 소년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록스타가 무대 에 있었다. 이런 변화에는 퀸즈 오브 더 스톤에이지Queens of the Stone Age의 보컬 조쉬 옴므Josh Homme가 있었다. 몇 남지 않은 마초 록스타인 그가 악틱 몽키스의 멘토가 되면서부터 악틱 몽키스는 소년에서 남자가 됐다. 이는 외모에서만이 아니라 음악에서도 그렇다. 정규앨범만을 기다린 지 1년하고도 7개월만인 올해 9월 드디어 그 들의 신보 [AM]이 발표되었다. 앨범과 함께 발표된 세 개의 뮤직비디오 ‘Do I Wanna Know’, ‘Why'd You Only Call Me When You're High’, ‘One For the Road’는 하나하나가 ‘R U Mine?’의 뮤직비디오에 버금 갈 정도로 훌륭했다. 이런 분위기를 몰아 5집 앨범은 영국 차트 1위에 오르며, 인디 레이블 소속 뮤지션 중 최 초로 다섯 정규앨범 연속 1위를 기록한 최초의 밴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앨범판매량만을 놓고 보자면 조금 다르다. 대히트를 기록한 1집 [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m Not] 이후 앨범판매량은 꾸준 히 줄어 지난 4집에서 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으로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고, 이제 그들이 성인으로 서 자신의 스타일을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AM]은 분명 올해의 수작임에는 분명하지만 악틱 몽키스의 완성된 형태는 다음 앨범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소년에서 남자로, 또 록스타로 성장한 그들이 자신 사진제공 : SONY BMG

ELEPHANT-SHOE

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은 것만으로도 이 앨범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_ 장은석


2013 AWARDS

PHOTO BY LESS

올해의 아쉬움

갤럭시 익스프레스

연말에 진행되는 연기대상을 보면 수상작 대부분이 시상식 날로부터 가까운 때에 진행됐던 것들이 주를 이룬다. 시상식이라고 하는 것은 대 중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데, 지나치게 먼 과거의 것을 기억해주는 사람 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좋은 것도 대 부분 잊혀진다는 얘기인데, 정확히 일 년 전인 2012년 11월 20일에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3집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있었다. 일 년 전 그때에도 나는 지금처럼 올해의 음반과 뮤지션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다루기에는 그들의 활동 시간이 너무 짧았기에 내년을 기약했고,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들을 2013년 올해 의 뮤지션으로 꼽고 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에게 1년이라는 시간은 문 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나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고, 2010년

올해의 드디어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발표한 1집 [Noise on Fire]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 음반 부 문을 수상하는 등 상과도 인연이 많았다. 그런 그들을 내가 올해의 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이하 술탄)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8년으로 거슬러

지션으로 꼽는 것쯤은 그들에게는 그다지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다. 하

올라간다. 당시 나는 EBS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 루키 무대로 인해 일약

지만 그들이 올 한 해동안 한 일들은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었다.

스타덤에 오른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통해 처음 붕가붕가 레코드를 접 하게 되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풍기는 아우라가 너무나도 강력했기에,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처음 인터뷰 했을 때가 2011년 봄, 서울소닉의 일원

자연스레 호기심이 동해 소속 뮤지션의 음악들을 차례로 들어 보게 되었

으로 미국에 다녀온 직후였다. 그들은 마치 첫 수학여행을 다녀온 아이

고 그때 술탄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것. 정체를 알 수 없는 앨범 커버와

처럼 들떠 정신없이 얘기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내년부터는 자비로라

B급 감성으로 점철된 노랫말, 댄스 친화적인 디스코 리듬까지 모든 것이

도 무조건 1년에 한 번씩은 미국에 다녀오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새로움 그 자체였다. 게다가 립싱크를 지향하는 밴드라니, 이건 뭐 ‘술은

가능할까 싶었다. 그런데 그들은 2012년, 2013년, 심지어 내년에도 미국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급의 파격이 아닐 수 없었다.

SXSW(South By SouthWest)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게다가 북미투어의

술탄의 불가항력적 매력에 빠져버린 나는 술탄의 농노가 되었고 주위 사

성과 또한 조금씩이나마 점점 더 커졌고, 그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

람들에게 술탄을 전도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참패. 하지만 쉽게 포기할

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2 : WILD DAYS> 또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영

수 없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심정으로 끊임없이 가는 곳마다 술탄을

화와 3집 앨범은 거의 동시에 발표됐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쇼케이스 현

떠들고 다녔고, 마침내 지인들이 술탄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

장에 나또한 있었다. 신보 발매 기념 프레스 쇼케이스는 인디씬에서 흔치

치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않은 일인데, 그곳에는 수많은 스태프가 그들을 보조하고 있었고, 세 편의

“야, 재밌는데? 다른 노래도 좀 가르쳐줘 봐.”

뮤직비디오가 동시에 공개되고, 수많은 기자 앞에서 연주하고 인터뷰 하

“어…? 지금 가르쳐준 노래들이 전분데?”

다소 고루한 표현이지만, 밴드 새비지스는 단연 ‘올해의 발견’이었

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진짜 록스타가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이게 다야? 또 없어?”

다. 2011년 결성되어 이제 갓 기지개를 켠 신인 밴드에게 다소 과분한

에도 승승장구하던 그들은 <밴드의 시대>에서 우승을 하며 드디어 대중들

“… …”

타이틀이 아닌가 싶다가도, 이들의 첫 번째 스튜디오 앨범 [Silence

에게까지도 인정받는 록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우승과 동시에 큰 사건이

아뿔싸. 영업에 필요한 소스가 모두 동나 버린 것이다. 2007년 싱글 [요

Youself]를 듣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

터졌고, 올 여름 뜨거웠던 페스티벌 전쟁 속에서 그들의 이름을 볼 수는 없

술왕자]를 발표한 이후 술탄은 이렇다 할 결과물을 발표하지 않았다. EP

은(Shut Up) 첫 번째 트랙부터 맹공은 시작된다. 오버드라이브를 잔뜩

었다. 결국,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올해를 반밖에 보내지 못했지만, 이들만

[Groove Official]이 팬들의 목마름을 다소나마 해갈시켜 줬지만, 그것으

먹은 베이스라인은 심란하게 요동치고, 건조하고 날카로운 보컬 제니

큼 빛났던 이는 없었다. _ 장은석

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그렇다. 정규 앨범이 필요한 것이다, 정규 앨범!

베스Jehnny Beth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청자의 귀를 압박한다. 이어

그렇게 나는 영화 <은행나무침대>의 황장군과 같은 마음으로 술탄의 앨

등장하는 ‘I am Here’와 ‘City’s Full’은 앞서 조성된 분위기를 자연스

범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2013년 2월, 마침내 술

레 이어받으며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이렇게 응축된 에너지는 마

탄의 정규 1집 [The Golden Age]가 베일을 벗고 세상 밖으로 그 모습을

침내 ‘She Will’에서 폭발한다. 지저분한 기타 리프와 댄서블한 디스코

드러냈다. 앨범은 두말할 것 없이 좋았고, 밴드는 수많은 호평 속에 순항

비트가 만들어내는 접점은 본 앨범의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순간. 계

을 거듭하며 인기를 키워갔다. 기뻤다. 마치 오랜 노력 끝에 고시에 합격

속해서 팽팽히 지속된 긴장감은 ‘Marshal Dear’에서 비로소 마무리 지

한 아들을 바라보는 어미의 마음이랄까.

어지며 그렇게 앨범은 끝이 난다. 이렇듯 새비지스는 포스트 펑크라는

지난 10월, 술탄의 공연을 보기 위해 찾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 나는

큰 범주 안에서 메탈, 개러지, 노 웨이브 등의 다양한 장르를 끌어와 다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이들이 술탄의 춤을 따라

양한 실험을 시도하였는데, 놀랍게도 그 매무새가 꽤 근사하다. 그것도

하고 있는 것이다! 먼 발치에서 눈물을 훔치며 나는 되뇌었다. ‘하얗게 불

다름 아닌 데뷔 앨범에서 말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지 않을 수

태웠어….’ _ 키치킴

없다. _ 키치킴

사진제공 : 러브락 컴퍼니

올해의 발견

새비지스

Savages

7


PHOTO BY 지감독

올해의 커버

봄여름가을겨울

올해에도 엘리펀트슈에서는 훌륭한 사진이 수도 없이 나왔고, 그중에 서 한 장을 고르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올 한 해의 매거진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커버 사진 하나하나를 보고 있으니, 매 호의 화보 촬영 현장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단 한 번도 문제없이 쉬이 넘어간 적 이 없었지만, 그랬기에 더욱 많은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서도 봄여름가을겨울의 촬영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엘리펀트슈의 화보 를 담당하고 있는 지감독이 공사중인 사무실 옆 건물을 활용하자는 아 이디어를 냈고, 그 건물의 주인과 친분이 있는 맹선호 에디터가 허가를 받았다. 그 후에는 그 장소와 봄여름가을겨울에 어울릴만한 옷을 구하 기 위해 스타일리스트 Fu*king Hot과 지은 에디터가 그 더운 날씨 속 에서 바삐 움직였다. 특히 지은 에디터는 촬영에 쓰일 의자와 테이블, 와인병까지 준비하느라 더욱 바빴다. 하지만 이 촬영은 준비가 힘들었 던만큼 촬영 또한 쉽지 않은 컨셉이었다. 하지만 엘리펀트슈 역사상 최 고령 커버 주인공이었던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김태관은 어떠한 것 이든 시도해 주었고, 기대보다 훨씬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때 촬영 된 사진 중 지면에 싣지 못한 B컷들은 지금도 아쉬움이 크다. 내지에 쓰 일 컷이 이 정도였으니 커버 사진은 정말 힘들게 고른 하나였으니, 이를 올해의 커버로 고르는 데에 아쉬움은 없다. _ 장은석

올해의 회춘

조용필

올해 상반기 최고의 키워드는 단연코 조용필이었다. [Hello] 발표 전에 선공개 된 ‘Bounce’가 젊은 리스너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예순 이 넘어서도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그의 도전정신과 이를 멋지게 해낸 그의 재능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이런 좋은 분위기를 이어 쇼케 이스에는 자우림, 국카스텐, 이디오테잎 등 여러 후배 뮤지션이 참여해 조용필의 젊은 에너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이런 흐름은 여름에 들어서 면서는 슈퍼소닉 페스티벌 라인업에 그 이름을 올리며 정점을 찍었다. “가왕”의 페스티벌 참가, 이는 거대한 사건이었다. 다른 페스티벌에서 수년간 그를 모시기 위해 노력을 들였었는데 번번이 실패했었던 이벤트 가 드디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는 페스티벌을 찾은 젊은이들과 호흡하 며 자신의 에너지를 뽐냈고, 이는 대한민국 페스티벌 역사에 기록될 사 사진제공 : PMC네트웍스

ELEPHANT-SHOE

건이었다. _ 장은석


2013 AWARDS

매직핑거 뮤직비디오 중

올해의 복분자

피해의식

“발기부전의 남자와 그를 떠난 여자, 사랑을 되찾기 위한 단 한 가지의

올해의 우정 올해의 긴장

이기 팝

Iggy Pop

아폴로18

신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페스티벌이 매주 열리는 여름은 음악 매거진 엘리펀트슈가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다. 특히 올여름은 페스티벌 춘

공연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뮤지션에게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

추전국시대라 불릴 정도로 수없이 많은 페스티벌이 열려 어느 여름보

신만의 스킬이 있다.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계

다 더욱 분주히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끝은 있는 법. 그

속해서 몰입할 수 있는 스킬 말이다. 올해 공연 중 시작부터 퇴장까지

많던 페스티벌이 모두 잘 마무리되고 하나만을 남겨놓았을 때에 아쉬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공연이 있었는데, 바로 이기 팝의 무대였다.

움이 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밴드가 적어도 하나의 페스

스키니 진에 상의 탈의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

티벌 무대에 섰는데, 그 사이에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이름을 볼 수 없

니었다. 분위기가 점점 더 고조되던 공연 중반쯤, 흥에 겨운 이기 팝은

었기 때문이다. 여름이 오기 직전에 생긴 사건 때문에 활동을 중단했기

벨트를 풀었다. 이때부터 관객은 엄청난 집중도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때문이다. 더없이 뜨거웠던 이 여름 동안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마치 소

그가 머리를 흔들며 무대를 좌우로 뛰어다닐수록 지퍼가 조금씩, 조금

설 <해리 포터>에서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볼드모트”처럼 그 이름

씩 내려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지퍼는 넘지 말아야할 선에 점점 더

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열린 올여름

가까워졌다. 그럴수록 관객의 눈도 한곳으로 집중되기 시작했고, 사람

마지막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아폴로18에 의해 이 금기가 깨졌다. 그들

들은 기대와 걱정을 함께했다.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속에서 어떤 공연

은 첫 곡으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대표곡인 ‘Jungle The Black’을 연

에서도 본 적 없는 관객의 몰입과 함께 그의 무대는 끝났다. 어떤 이는

주했다. 도입부만으로도 노래의 주인공과 그 의미를 파악한 팬들은 열

봤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공

광했다. 그 열광의 근원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연 전까지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던 이기 팝이 공연이 끝난 후에는 올해

를 향한 것이 하나였고, 모두가 입에 올리기조차 꺼린 그들의 음악을

최고의 무대로 꼽히고 있다. 그건 아픈 다리로 무대 좌우, 심지어 무대

큰 무대 위, 많은 관객 앞에서 당당히 부른 아폴로18의 우정이 다른 하

아래까지도 뛰어 다닌 이기 팝의 열정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지퍼가 아

나였다. 올해 늦더위가 심했던 것은 여름 말미에 확인된 사나이들의 뜨

닌 이기 팝에게 집중했었다. _ 장은석

거운 우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_ 장은석

방법.”이라는 나레이션으로 만들어진 헤비메탈 밴드 피해의식의 ‘매직 핑거’ 뮤직비디오는 공개와 동시에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나 고개 숙인 남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는데, 주변에 유난히 이들의 음악에 크게 감화 된 이가 있다면 아마도 그런(?) 것이라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그들이 난감해할 질문은 하지 말자. 피해의식이 기껏 되살려놓은 그들 의 기를 꺾어서는 안 되니 말이다. 그들은 어딘가는 둔감한 대신 예민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니, 부디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말자. 피해의식의 ‘매 직 핑거’로 되찾은 행복을 되찾은 동지 여러분 축하합니다. 그리고 감사 합니다. 피해의식 여러분! _ 장은석

올해의 목소리

킹 크룰

King Krule

2011년쯤 주 키드Zoo Kid의 싱글 ‘Out Getting Ribs’을 듣고는 ‘목소리가 특이한 친구네.’ 정도의 생각을 했었다. 2012년이 되어서는 킹 크룰의 이름이 여기저기에서 언급되기에 찾아서 들어보고는 ‘주 키드랑 비슷한 친구네.’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는 페스티벌 특집호였던 8월호 기사 중 영국 필드 데이 페스티벌 리뷰를 읽다 킹 크룰이 주 키드였다는 사실 을 알았다. 그 기사에서 워낙 킹 크룰 칭찬이 가득했기에, 데뷔 앨범 [6 Feet Beneath the Moon]이 나오자마자 들어보았다. 첫 트랙 ‘Easy Easy’에서부터 그의 목소리에 압도되었다. 음악 스타일이 바뀐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16살이던 주 키드 때의 음악은 자신이 하고자 하

PHOTO BY 지감독

는 음악에 자신의 목소리를 맞췄다면, 19이 되며 목소리가 자연스레 그 의 음악에 맞게 성장한 느낌이었다. 태풍이 불어도 꿈쩍하지 않을 것 같은 묵직한 그의 목소리는 그의 음악의 중심을 완벽하게 붙잡고 있었 다. 그 덕분에 실험적인 코드들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의 음악이 균형 감을 가졌다. 엘리펀트슈 어워드에서 이 앨범은 올해 반드시 들어야 할 앨범으로 뽑히기도 했지만, 그의 목소리 또한 올해에 꼭 들어봐야 할 목소리이다. _ 장은석

올해의 변태 變態

회기동 단편선

회기동 단편선과 함께 촬영하면서 두 번 놀랬다. 첫째는 그의 메이크업 을 전담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렇게 여성으로 분한 단편 선의 실루엣이 생각보다 곱다는 것이었다. 매혹적인 레이스가 달린 원 피스로 온몸을 가렸음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육감적인 몸매에 물결 치듯 치렁거리는 머릿결까지…. ‘처녀’ 기믹gimmick을 통해 올 한 해 숱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회기동 단편선에게 올해의 변태(metamorphosis) 상을 수여한다. _ 키치킴

9


올해의 몰래 한 사랑

지드래곤

G-Dragon

엘리펀트슈의 디자이너 이지선은 지드래곤의 모든 앨범을 개인소장 하 고 있으며, 그의 영상을 보며 에너지를 얻는다. 올 초 이지선은 N사의 모바일 메신저 지드래곤 계정을 에디터 맹선호에게 소개했고, 그렇게 그 둘은 톱스타와 친구라도 된 마냥 일상 보고와 애교 넘치는 이모티콘 을 매일매일 받아보며 미소 짓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지선은 그에 게 패기 있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고, 조금 전까지 그녀에게 사랑 가득한 눈웃음을 보내던 토끼 같은 친구는 갑자기 정색하며 다른 사람으로 돌 변하고 말았다. 그리고 지난 상반기 맹선호에게 가장 깊은 눈가 주름을 제공한 그 현장의 증거는 아직도 맹선호의 전화기에 고이 담겨 있다. 그 리고 지난여름, 둘은 지드래곤의 단독 콘서트 티켓을 손에 넣었고, 마 감 막바지임에도 그를 보겠다며 한걸음에 올림픽 공원으로 달려갔다. 노쇠하여 밤새우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고, 엘슈 릴리즈 파티에도 모습

올해의 무리수

엘리펀트슈 캘린더

을 잘 드러내지 않던 그녀들에게서 지친 기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달의 마감은 지드래곤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행복하고 기운차

엘리펀트슈는 나름 긴 전통을 가진 매거진이다. 웹진으로 시작된 2006

게 이루어졌다. “물론 저희는 엘리펀트슈에 등장하는 밴드 여러분도 좋

년부터 웹임에도 불구하고 매거진 형태의 넘기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

아합니다만… 사실 당신들도 수지 좋아하잖아?” _ 맹선호

다. 그래서 웹진임에도 월간지 형태로 발간되었는데, 당시의 발간일은 1월 1일, 2월 2일, 3월 3일 이런 식이었다. 그리고 1월 1일에는 한 해 동 안의 사진들만을 모은 특별판을 발행했다. 오프라인 타블로이드를 발 간하면서도 이런 전통을 이어 1월은 쉬었는데, 2013년에는 다들 돈독 이 올랐었는지 엘리펀트슈에서 찍어놓은 사진들로 달력을 만들자는 아 이디어가 나왔다. 결국 이를 진행하였고 벽걸이 형태로 만들려던 초기 의 기획은 현실적인 이유로 무산되었고, 낱장으로 만들어 벽에 붙일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뒷면은 백지 상태 로 둬야 해서 비용이 두 배로 들게 되었다. 결국 비용 절감을 위해 앞에 1월 달력 뒷면에 2월을 인쇄하는 식으로 양면 인쇄를 하였다. 우리가 써봐도 불편한 이 것을 홍보하기 위해 이런 말을 붙였다. “2개씩 사시면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걸 누가 사겠는가. 길거리 트럭에서 파 는 전기 통닭 간판에 한 마리 5천 원, 두 마리 1만 원이라고 적힌 걸 보 고 낄낄댔던 내가 이런 상품을 만들 줄이야. 그럼에도 사진과 디자인 덕에 나름의 호평을 받았고, 구매해준 분들도 계셨다. 구매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_ 장은석

올해의 풍요 속 빈곤

플레이밍 립스

The Flaming Lips

올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라인업에서 가장 빛났던 팀은 단연 플레 이밍 립스였다. 하지만 페스티벌을 얼마 앞두지 않고 공개된 타임테이 블에서 플레이밍 립스는 십센치, 이승환과 같은 시간대에 편성되는 불 운을 맞으며 관객 동원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공연 당일,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인디 록의 제왕’, ‘네오 싸이키델 릭 씬을 대표하는 밴드’ 등 그들을 빛내는 수사에 비해 관람객은 턱없 이 적었다. 올림픽공원을 가득 메웠던 수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 까. _ 키치킴

ELEPHANT-SHOE

PHOTO BY KAY


2013 AWARDS

PHOTO BY KAY

올해의 엘리펀트슈 뮤즈

박연

엘리펀트슈 타블로이드 22호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여성 아티스트를 커 버로 다뤘다. 여성 뮤지션을 메인 아티스트로 다루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항상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동안의 아쉬움을 한 방에 해 소하려는 마음 탓에 요조, 옥상달빛의 김윤주, 베인스의 유희, 그리고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의 박연 네 명을 초대했다. 그녀들은 우리의 굶 주린 갈망을 아는 듯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화보 가 담긴 매거진을 기념하는 9월 릴리즈 파티 “아름다운 것도 죄가 되나 요”에서 진행된 죄인 투표에서 박연이 선정되어 10월 호에도 화보를 촬 영하게 되었다. 화보를 담당한 지은 에디터와 포토그래퍼 Kay가 회의 를 통해 콘셉트를 잡았는데, 다소 노출이 있는 작업이었다. 우려와는 달리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고, 바로 회의를 통해 의상과 메이크업, 헤 어 스타일링, 로케이션이 결정되었다. 촬영 당일은 가을에 접어들던 9 월이었던지라 해가 구름에 가리기만 하여도 추위가 느껴지는 날씨에 그 얇은 옷만을 걸친 채로 촬영은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프로의 자세를 보여준 그녀 덕분에 올해 가장 주목받은 화보가 만들어졌다. 여성 뮤지션 화보에 굶주렸던 엘리펀트슈에게 두 번의 촬 영을 진행한 박연은 올해의 뮤즈가 되기에 충분했다. 내년 여름에 다시 만나요! _ 장은석

올해의 넋

나인 인치 네일스

Nine Inch Nails

올해의 페스티벌 재발견

!!!

Chk Chk Chk

2013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의 헤드라이너인 나인 인치

작년 록 페스티벌의 주인공이 트웬티 원 파일럿츠Twenty One Pilots 였다면,

네일스의 공연을 앞둔 대부 바다향기 테마파크에 온통 어둠이 짙게 깔

올해의 주인공은 단연 !!!이었다. 2011년 첫 내한 이후 2년 만에 다시

렸다. 주최 측의 의도된 연출인지, 아니면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한 트

한국을 찾은 !!!은 시종일관 정신을 쏙 빼놓는 무대를 선보이며 관객들

렌트 레즈너Trent Reznor의 요청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례적인 광경

을 흥분 상태로 내몰았다. 특히 보컬 닉 오퍼Nic Offer는 잠시도 쉬지 않고

임이 틀림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오랜 정적을 뚫고 한 덩치 큰 장정

무대를 헤집고 다니며 뇌쇄적인 춤사위를 자랑했는데, 급기야 그는 마

이 성큼성큼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아무런 사전 동작조차 취하지

지막 곡이 끝남과 동시에 공연장을 가로질러 풀장으로 뛰어가는 기행

않았기에 그저 엔지니어겠거니 했다. 뒤늦게 그가 트렌트 레즈너였다

을 보여주며 공연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_ 키치킴

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 그렇게 공연이 시작됐다. ‘Copy of A’로 시작하여 ‘Hurt’로 끝난 나인 인치 네일스의 공연은 흡 사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았다. 수많은 스크린이 만들어 내는 기하학적

올해의 시선 강탈

경리 (나인 뮤지스)

영상은 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고, 치밀하게 계산된 셋 리스트는 한 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했다. 감탄사 따위를 내뱉을 여유도 없이 그저 넋을 잃은 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감히 말하건대, 이번 나인 인치 네일스의 공연은 향후 10년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회자될 것이다. _ 키치킴

안녕하세요, (여자) 아이돌 전문가 키치킴입니다. 올해도 수많은 아이 돌이 저의 안구를 스쳐 지나갔지만, 정작 기억에 남을 만한 팀은 없었 습니다. 그룹의 명쾌한 콘셉트 부재와 부실한 기획 등이 아마 그 이유겠 지요.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등장한다고 했던가요? 별안간 갑자기 나 타나, 저의 시선을 강탈해간 아이돌이 있었으니, 지금 얘기할 나인 뮤지 스의 경리가 바로 그 주인공 되겠습니다. 경리가 처음 공식적으로 나인 뮤지스에 합류한 것은 2012년 1월입니다. 하지만 포텐셜을 터뜨리며 본격적인 활약을 선보인 것은 바로 2013년. 두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곡인 ‘Wild’ 뮤직비디오에서 그녀는 과감한 허벅지 노출로 저의 마음을 흔들어놓았고, 이어 발표한 ‘건(GUN)’ 에 서는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메간 폭스를 연상시키는 코스튬을 선보 였는데 이는 일종의 확인사살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느새 저는 그녀의 덕후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제 마음을 훔쳐간 경리, 당

사진제공 : CJ E&M

신에게 사랑의 구속영장을 발부합니다. 경리, 보고 있나? _ 키치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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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Y MUSIC INDUSTRY

SAVE THE MUSICIANS

review 03 NOV 2013

가깝고도 가까운 시간 WORDS : 장은석 / PHOTOS : KAY

가까운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은 더없이 즐거운데, 이는 거리를 초월하기도 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어도 전화 통화만으로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하지 않은 이와 마주 보고 앉아, 또 는 바로 옆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때론 불편하다. 그렇게 가까이 앉기에는 서먹한 사이 이기 때문이다. 공연도 때론 그렇다. 앞에 자리가 있음에도 끝까지 비워둔 채 공연이 끝나는 경 우가 그런 때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달랐다. 공연 몇 시간 전부터 관객이 줄서기 시작했고, 맨 앞자리를 예약해 줄 수 있냐는 사람도 있었다. 관객 입장과 동시에 앞자리부터 차기 시작해 좌 석을 가득 채운 채 첫 무대 프롬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최근 발표한 데뷔앨범 [Arrival]이 굉장한 반응을 얻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고 있는 프롬은 한동안 침체 되었던 홍대 여성 싱어송라이 터 시장에서 독보적인 신인이다. 앨범으로 팬이 된 이들에게는 이 무대가 프롬의 첫 공연이기도 했다. 그녀 또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노래로 관객과 적극적으로 나누었다. 이어 무 대에 오른 김목인은 새로 산 기타가 망가진 바람에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를 녹음할 때 쓴 기 타를 가지고 왔다. 그 기타로 2집의 노래를 연주하니 새로운 기분이 든다는 김목인은 차분히 노 래를 이어갔다. 이 분위기를 이어 손지연이 무대에 올랐다. 평소와는 무언가 달라보였던 그녀는 첫 곡을 마친 후 “며칠 전에 친구가 세상을 떠났어요. 그래서 많이 울고, 술도 많이 마셨어요.”라 고 말했다. 그녀는 한 곡 한 곡을 친구를 위해 부르는 듯 했고, 차곡차곡 쌓이던 감정은 ‘그리워 져라’를 부를 때 터져 나왔다. 관객 모두가 그녀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어 ‘불효자는 놉니 다’로 불효자의 새로운 지평을 연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이 무대에 올라 ‘씨 없는 수박’을 불러 관 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고, ‘300/30’으로는 내 집 마련을 위해 하루하루 고생하는 이들의 가슴 을 울렸다. 밴드가 아닌 1인 뮤지션들만 모인 이번 릴리즈 파티는 뮤지션과 관객들이 아닌 한 사람과 한 사 람이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유대감은 비단 뮤지션과 관객 사이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 라, 뮤지션을 매개로 하여 관객 사이에도 생겨났다. 이토록 따뜻한 분위기의 공연은 처음이었는 데, 이는 아마도 모든 이가 같은 감정을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이와 가까이 보낸 시간도 이토록 즐거울 수 있다. 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롬 김목인 손지연 씨 없는 수박 김대중

ELEPHANT-SHOE

RELEASE PARTY


엘리펀트슈의 릴리즈 파티는 매달 첫째 주 일요일에 열립니다. 릴리즈 파티에서는 해당 달의 엘리펀트슈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리이자, 이달도 무사히, 엘리펀트슈가 발간되었음을 자축하 고자 만든 공연입니다. 인디펜던트 뮤직 신의 뮤지션과 공연장의 공정한 이윤 추구를 지지하는 엘리펀트슈는 공연의 수익금을 살롱 바다비와 아티스트에게 1:1로 전액 환원합니다.

PREVIEW 08 D EC 2013

올 겨울은 엘리펀트슈, 그리고 바다비와 함께 EDIT : 장은석 / WORDS : 키치킴, 장은석

쌀쌀한 날씨가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요즘이다.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때 이른 추위는 지친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할 뿐이다. 하지만 거리는 이미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 다. 고층 빌딩들은 휘황찬란한 조명을 뽐내며 빛을 비추고 거리 곳곳엔 벌써 캐롤이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저마다 근사한 연말을 보내려는 분위기에 떠밀려 하는 수 없이 인터넷을 뒤적거려본 다. 초록 창 지식인들이 일러준 근사한 레스토랑은 일찌감치 예약이 꽉 찼다. 하는 수 없이 차선 책으로 알아본 뮤지컬과 콘서트는 또 왜 이리 비싼지. 텅 빈 지갑을 연거푸 바라보지만, 그런다 고 해서 돈이나 밥이 나오는 건 아니다. 위와 같은 일련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엘리펀 트슈가 조금은 특별한 연말 파티를 제안한다. 살롱 바다비와 함께 하는 엘리펀트슈 릴리즈 파티 가 바로 그것. 특별히 이번 12월의 릴리즈 파티는 바다비의 9번째 생일을 맞아 더욱 풍성한 라인 업으로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다시 말해서,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내년 12월에 있을 10번째 생일 기념 파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다. 

추월차로를 내달리는 그 기분 그대로의 이스턴 사이드킥 엘리펀트슈 11월 호의 메인 뮤지션이 2013년 마지막 릴리즈 파티를 찾았다. 자신들이 커버를 장식한 11월 호의 릴리즈 파티 무대에 서고자 했으나 단독 공연 때문에 불발되었다. 그때의 아쉬움을 더욱 뜻깊은 자리에서 함께 하게 되었다. 그들의 멋진 외모만큼이나 멋진 음악과 무대매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몇 없는 기회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사이키델릭 밴드 적적해서 그런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스타일의 음악이지만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의 음악을 연주한 다. 엘리펀트슈 편집장 장은석이 올해 가장 기대한 앨범이 이들의 데뷔앨범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만족을 했 다는 후문이 있다.

엘리펀트슈에서 완성된 곽청천 곽푸른하늘 올해 엘리펀트슈에는 유독 주목받은 화보들이 많은 해였다. 그중에 하나가 10월 매거진에 실린 곽푸른하늘 의 화보였다. 빈티지 드레스에 고전풍 메이크업, 묘한 분위기의 로케이션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진 이 화보에 서 곽푸른하늘의 애칭인 곽청천이라는 이름이 가진 홍콩배우 이미지가 완성되었다. 앳되었던 그녀의 노래 또한 그녀의 나이처럼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고, 그녀 또한 점점 더 여인이 되어가고 있다.

2013년 최고의 루키 청년들 올해 엘리펀트슈 릴리즈 파티에 세 번이나 서며 최다출연자가 된 청년들은 올해 가장 뜨거운 신인임이 분명 하다. 그들은 무대에서는 천방지축의 청년들이었다가, 무대 뒤에서는 더없이 젠틀한 청년들이며, 자신들이 직접 공연까지 기획하는 영민한 청년들이다. 올해 이들의 무대를 아직 보지 못했다면, 가장 따끈한 신인을 아직 못 본 것이다.

2013년 기대주의 성장기 24아워즈 작년 엘리펀트슈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24아워즈는 올해 4월 데뷔앨범을 발표하며 중요한 한 해를 시작했다. 페스티벌 무대, 클럽, 큰 공연 등을 오가며 한 계단 확실히 성장한 그들의 중간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다. 4월 릴리즈 파티를 찾았던 독자라면 더욱 확실히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몸치, 박치도 춤추게 하는 포스트패닉 2010년 주목받았던 더 유나티드93이 2013년 포스트패닉으로 이름을 바꾸며 [Outer Space]를 발표했다. 신스 사운드를 앞세운 일렉트로닉 밴드로 변화한 그들의 음악 앞에서는 아무리 목석과 같은 사람이더라도 몸을 흔들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다. 13


RELEASE PARTY 2013

2013 RELEASE PARTY

2月 우먼센스

3月 청춘의 춘정을 충전하라

결산 매달 엘리펀트슈 매거진이 나오고 엘리펀트슈 릴리즈 파티가 열렸다 WORDS : 키치킴 / PHOTOS : KAY

사비나앤드론즈

연남동 덤앤더머

빅포니

퓨어킴

웨일

ELEPHANT-SHOE

음란소년


4月 새로운 세대의 시작

청년들

5月 오월은 푸르구나 오빠들은 잘한다

로큰롤 라디오

파블로프

전기뱀장어

판타스틱 드럭스토어

24아워즈

오마쥬

후후

홀로그램 필름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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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月 미안하지만... 이건 곧 매진될꺼야

ELEPHANT-SHOE

7月 오작교를 건너는 칠석의 밤

위댄스

적적해서 그런지

트램폴린

위아더나잇

얄개들

더 루스터스

9와 숫자들

청년들

8月 쉿! 오늘 공연은 비밀이야

폰부스


RELEASE PARTY 2013

9月 아름다운 것도 죄가 되나요?

10月 카무플라주

2012년 3월부터 진행된 엘리펀트슈 릴리즈파티는 어느덧 20회가 진행되었다. 릴리즈 파티는 처음부터 엘리펀트슈에서 수익을 가져가기 위해 만든 공연이 아 니었다. 수익의 절반은 함께 기획하는 바다비에, 나머지 절반은 뮤지션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만들었다. 그동안 문샤이너스, 피터팬 컴플렉스, 칵스 등 클럽에 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이들부터, 현재 클럽씬에서 가장 핫한 뮤지션과 숨은 뮤지션 등 다양한 뮤지션을 섭외하였다. 이들이 모여 만든 공연은 단 한 번도 비슷했 던 적이 없었다. 시작 단계에는 관객이 많지 않은 공연도 있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감사하게도 점점 더 많은 관객이 찾아주었다. 올해부터 <우먼 센스>, <청 춘의 춘정을 충전하라>, <새로운 세대의 시작>, <오월은 푸르구나 오빠들은 잘한다>, <쉿! 오늘 공연은 비밀이야> 등의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공연에 콘셉 트도 생기고 짜임새도 갖춰졌다. 그리고 그 콘셉트에 맞는 촬영을 진행해 지면에 실으면서 콘텐츠가 더 힘을 갖게 되었다. 올 한 해를 되돌아보면 11회의 공연에 40팀이 함께 했는데, 공연을 통해 친분이 없던 뮤지션과도 알고 지내게 된 것이 엘리펀트슈가 얻은 값진 보상이었다. 그 리고 이보다 더 큰 수혜는 독자와 직접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엘리펀트슈는 무가지로 배포되다 보니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제한적인데, 이를 통 해 반응을 살필 수도 있고 의견을 들을 수도 있었다. 올해를 마무리 지으며 내년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금 릴리즈 파티는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또한 중요한 사안이다.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뮤지션과 독자, 그리고 엘리펀트슈가 어떻게 더 많은 것을 함께 할 것이냐이다. 더욱 흥미로워질 2014년 엘리펀트슈 릴리즈파티를 기대해주시길. 웨이스티드 쟈니스

구텐버즈

ECE

강아솔

단편선과 선원들

휴키이쓰

쏜애플

배드 트립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룩앤리슨

텔레플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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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VIDEO STILL HERE

Lily Allen Somewhere Only We Know 똑같이 중요한 것은 없다 365일 중에서도 유난히 소중히 여겨지는 날들이 있다. 밸런타인데이라든지,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등의 날 말이다. 그리고 이 세상 의 수많은 사람 중에서도 내게 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친구, 애인, 부모님과 같은 이들. 이 두 가지가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하면 재 WORDS : 장은석

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특별한 날을 함께 보낸 이가 소중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소중한 이와 보낸 날이 특별한 날이 되기도 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욱 흥미로운 것은 소중한 이와 특별한 날을 함께 보내려고 하면 특별한 날은 최악의 날로 변하고, 소중한 이가 원수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길거리에서 싸우는 커플이 유난히 많이 목격되는 것이 그 예다.

남의 예를 들 것도 없이 나만 하더라도 중요한 날을 목전에 두면 꼭 그 날을 함께 보내려고 한 이와 문제를 겪었다. 그래서 나 홀로 보 낸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이런 일을 반복하는 이유를 생각했다. 문제는 간단했는데, 중요한 두 개가 하나로 합쳐져서였다. 중요한 날 에 만난 이가 그 날의 스케쥴을 어그러트리면 화가 나고, 소중히 대해주길 바라는 이가 자신보다 그 날의 일정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ELEPHANT-SHOE


John Lewis Christmas Advert 2013 - The Bear & The Hare 영국 런던 소재의 백화점 존 루이스John Lewis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특별한 프로모션 영상을 제작한다. 겨울잠 을 자느라 단 한 번도 크리스마스를 보내본 적 없는 곰에게 자명종을 선물한 토끼 덕분에 생에 첫 크리스마스를 경험한다는 단순하지만 힘이 있는 스토리인 곰과 토끼The Bear & The Hare도 존 루이스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시즌 광고이다. 이 2분 남짓의

보면 화가 난다. 결국, 둘이 더 소중히 생각하는 것이 다를 때 문제 가 발생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크리스마스가 아무리 중요한 날

영상을 만들기 위해 100여 명의 스태프가 참여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단순한 애니메이션 기법이 아닌 세트를 활용한 스톱모션 촬영으로 이루어진 영상이기 때문이다. 작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이를 레이저 커팅한 후, 제작한 소품과 함께 만들어진 세트 위에 한 프레임씩 교체하며 촬영을 진행했다. 그 위에 릴리 알렌Lily Allen이 커버한 킨

이라고 하지만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이가 없다면 다른 날과 다를

Keane

것이 없는 하루다. 결국 어떤 중요한 날도 중요한 사람보다 무거울

치들은 마지막 한 문장에서 완성된다.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를 선물하세요. 존 루이스”

원곡의 ‘Somewhere Only We Know’가 얹어지며 차분하고도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이런 여러 장

수는 없다. 중요한 날을 함께 보낸 사람이어도 모두 다 소중한 사람 이 되지는 않지만, 소중한 사람과 함께 충실히 보낸 하루는 반드시 평생토록 기억할 하루가 되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주변의 누군가와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를 만드시길. 크리스마스는 잊은 채 온전히 그에게만 집중함으로써 말이다.

Directors: Elliot Dear & Yves Geleyn Executive Producers: Bart Yates, Michael Feder Producers: Bart Yates, James Stevenson Bretton, Josephine Gallagher 2D Animation: Premise Entertainment LLC 3D Technical Director: Patrick Hearn Lead Stop-Frame Animator: Andy Bid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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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ED ALBUMS

Drone Logic Daniel Avery

Cabinet of Curiosities Jacco Gardner

2013. 10. 23 Phantasy Sound

2013.02.12 Trouble In Mind

런던에서 DJ 겸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다니엘 아베리는 자신의 데뷔앨범 [Drone Logic]을 발표했다. 이 앨범에서는 멜

축구계에 유망주가 있듯 음악계에도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인디 뮤지션들이 있다. 작년부터 한번 소개하고 싶었던 네

로디가 곡을 주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드럼 비트를 쪼개고 쪼갠 뒤에 오밀 조밀하게 배치를 하는 등의 현란

덜란드의 유망주 쟈코 가드너Jacco Gardner는 싸이키델릭/바로크 팝 뮤지션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듯한 이 신인

함도 없다. 단순한 비트 위에 베이스라인을 얹고 그 안에서 신스를 연주하며 중요한 포인트에 간단한 보컬을 등장시킨

뮤지션의 음악을 듣고 있자니 멜로트론과 합시코드 악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시드 바렛, 킹 크림슨, 핑크 플로이드, 러브,

다. 도무지 흥미가 동할만한 요소가 보이지를 않는데도 그의 앨범은 한 번 재생하면 끝까지 듣게 되고, 몇 번이고 반복

브라이언 윌슨이 마구 떠오른다. 듣다 보면 곡들의 전체적인 톤이나 분위기가 서로 비슷해서 조금은 밋밋한 감도 없지

하게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구성 자체는 굉장히 모던한 형태를 띄고 있지만, 각각의 요소나 사운드를 뜯어보면 굉장히

않지만 요즘 시대에 (더군다나 쟈코 가드너처럼 어린 뮤지션이) 60년대의 감성을 가지고 음악을 한다는 것은 꽤 매력적

레트로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시대나 정체를 알기 미묘한데, 여기에 이 앨범의 매력이 발생한다. 흐름만을 보자면 모던

으로 다가온다.

WORDS : Julian Kim

한데, 사운드 자체는 레트로하기 때문이다. 이 미묘한 경계를 철저히 지켜냈기 때문에 다니엘 아베리는 데뷔 앨범만으 로도 영국 클럽 음악 씬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마련했다.

WORDS : 장은석

Supernatural (EP) EYEDRESS

Lightning Bolt Pearl Jam

2013.12.02 Abeano

2013.10.11 Universal Music

필리핀 마닐라 출신의 아이드레스Idris Vicuña는 칠웨이브, 칩튠, IDM, 다크 웨이브,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의 홈메이드 일

펄 잼Pearl Jam은 흔히 말하는 시애틀 4인방(펄 잼, 너바나Nirvana, 사운드가든Soundgarden,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 중에서

라인Number Line과

인디 레이블에서 데뷔 EP를 내

가장 정통적이고 대중적인 얼터너티브/그런지 사운드를 고수했다. 또한, 20여 년이 넘는 꾸준한 활동으로 이전 세대와 다음

놓았었고, 며칠 전 알비노Abeano 레이블을 통해 새로운 EP <Supernatural>을 발매한 따끈따끈한 신인이라고 할 수 있

세대를 잇는 가교 구실을 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이 아예 틀린

겠다. 중독성 짙은 비트와 멜로디, 복고풍의 신스 베이스라인, 나른한 느낌의 보컬, 간결한 드럼 루프가 인상적인 그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이러한 업적 가운데에서도 펄 잼은 록의 발전방향을 계속해서 제시하기보다는 과거의

음악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편안함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차가우면서도 어두운 느낌이 물씬 풍기기도 하며 워

틀 안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다소 발전 없는 팀 중 하나로 분류되곤 했다. 이러한 세간의 좋지 않은 평가 속에서도 펄 잼은 묵

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다. 마닐라의 넘버

시드

아웃Washed Out과

조니

쥬얼Johnny Jewel

프랑스의

베코Beko

(Chromatics, Glass Candy)의 음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번 EP에 수록

된 ‘Nature Trips’, ‘Biolumine’도 좋고, 감미로운 러브송 ‘Everything We Touch Turns Into Gold’, ‘Drive’, 일본 여성 뮤지션 사파이어

슬로우즈Sapphire Slows의

‘Can I Get Out of This Silence (Idris Remix)’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

는 곡들이다. 아이드레스가 들려주는 몽환적인 음악에 잠시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WORDS : Julian Kim

묵히 그들 스스로의 사운드를 고수하며 다양한 방법론들을 음악에 녹여 내곤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펄 잼이 이번에 발표한 [Lightning Bolt]는 최근 몇 장의 펄 잼 앨범 중에서도 가장 의미 있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펄 잼을 대표해온 사운드 의 기본 맥락은 그대로 유지한 채 빈티지하고, 리드미컬한 기타 리프와 솔로는 더욱 꽉 찬 디스토션 사운드로 재무장하였다. 그중 가장 인상깊은 트랙은 바로 앨범의 리드 싱글인 ‘Mind Your Manners’. 정통 헤비메틀과 펑크 록이 결합된 듯한 독특 한 사운드를 선보이는 이 곡은 질주하는 기타 리프와 치닫는 솔로, 여전히 울부짖는 에디 베더의 목소리 이 세 가지가 완벽하 게 어우러지며 전성기의 ‘그것’을 이끌어낸다.

ELEPHANT-SHOE

WORDS : 키치킴


2013 AWARDS

올해 반드시 들어야 할 앨범 올 한 해 동안 엘리펀트슈를 스쳐지나갔던 해외 앨범들 중 꼭 들어야만 할 것들을 다시 모아보았다

The Naked and Famous In Rolling Waves

WORDS : 장은석

뉴질랜드 출신의 신스 팝 밴드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는 이제 세계적인 밴드로 거듭났다. 올해의 수작이라고 불러도 될만 한 이 앨범 덕분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앨범 어디에도 참신한 무언가는 없다는 데 있다. 새로운 사운드나 시도 는 없지만, 한 곡 한 곡이 모두 훌륭하다. 꼭 새로운 무언가로 만들어진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Charles Bradley Victim of Love

David Bowie The Next Day

사랑의 피해자라는 이 앨범의 제목에서는 아침 드라마 혹은 트롯의 향기가 진하게 난다. 그렇다 그런 앨범이다. 하지만

66번째 생일인 2013년 1월 8일 10년 만에 새 싱글 ‘Where Are We Now?’를 발표했다. 이후 정규앨범이 발표된다는

장소만은 미국이다. 찰스 브래들리는 제임스 브라운이 세상을 떠난 후 침체기에 들어간 소울 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

소식에 전 세계가 들썩였다. 단 하나의 나라만을 빼놓고 말이다. 바로 우리나라 말이다. 모든 나라의 차트에서 10위 안

는 늦깎이 신인이다. 노숙자에서 요리사로, 동네 술집에서 노래하던 그가 레이블 대표에게 우연히 발견되어 환갑이 넘어

에 데이빗 보위의 이름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55위에 그쳤다. 강력한 K-POP의 벽을 데이빗 보위도 넘지 못

앨범을 발표하는 스토리까지 가진 그이지만, 그의 가창력을 이런 모든 포장이 없어도 알 수 있다. 진짜임을 말이다.

했다. 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데이빗 보위의 시대를 살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이 앨범은 반드시 들어봐야 할 앨범이다.

Lemaitre Relativity 1, 2, 3

Savages Silence Yourself

노르웨이 오슬로 출신의 일렉트로닉 듀오 르메트르는 2010년에 결성되어 지금까지 총 네 장의 EP앨범을 발표했다. 그

올해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은 밴드는 새비지스였다고 말한다고 한들 반박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점점 힘을 잃고 있

중에 세 장인 [Relativity] 시리즈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였다. 이 세 장의 앨범에 수록된 곡을 합치면

는 펑크 씬에 4인조 미녀 포스트 펑크 밴드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그녀들이 음악성마저

15곡이니 하나로 합쳐 정규앨범을 발표할 법도 한데 이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 정규앨범을 만들기 위해 1~2년의 시간동

뛰어난 것은 그 주목을 지속해 나가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 그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덩치를 불려가며 말이다. 이 앨

안 작업하는 것이 큰 스트레스라는 이들은 네다섯 곡이 모이면 그때그때 EP를 발표하는 형태를 유지하고자 한다. 재미

범은 펑크 음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그리고 펑크는 좋아하지만 여성 보컬의 펑크 음악은 좋아하지 않았던 이에게도,

있는 것은 적은 수의 곡만으로도 충분히 정규앨범 이상의 집중도를 갖게 된다는 데 있다. 이들의 세 장의 정규 같은 EP

심지어 펑크 음악에 관심이 없던 이라도 마음에 들어할만한 앨범이다.

앨범을 꼭 들어보시길.

Atoms for Peace AMOK

King Krule 6 Feet Beneath the Moon

라디오헤드의 팬이 [Kid A] 앨범 전과 후로 나뉘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전이 순수 록 팬이라면 이후는 일렉트로

앨범으로 음악만 듣다가 뮤직비디오를 통해 그를 보게 되면 깜짝 놀라게 된다. 하나는 너무 어려서이고, 다른 하나는 목

닉 음악에 관심이 있는 팬이다. 이후의 팬들 대부분은 톰 요크의 솔로 앨범부터 다양한 활동 모두에 관심이 많은 편인

소리와 달리 너무나도 왜소해 보이는 외모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반대로 그의 목소리가 굉장히 굵고 힘 있다는 것을 증

데, 그런 이들에게 올해 최고의 앨범은 이것일 것이다. 아톰스 포 피스는 톰 요크에,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베이시스

명하기도 한다. 근래 몇 년간 데뷔한 남성 신인 뮤지션 중에 최고의 목소리를 갖고 있다 생각한다. 약간은 비뚤어지고 일

트 플리, 라디오헤드 프로듀서 나이젤 고드리치 등이 모인 슈퍼 밴드다. 심지어 이 앨범과 라디오헤드의 가장 최근작

그러진 그의 음악이나 외모는 현시대의 젊은이들을 반영하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젊은이들의 아이콘이 될 그의

[Kings of Limbs]가 바뀌어 발표됐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있을 정도로 훌륭한 퀄리티의 앨범이다.

음악에 귀를 집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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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original sound novel

대관람차

앨범 커버에 덧 붙이 는 단편 소설 EDIT : 장은석 / WORDS : 물고기군

Skyways Are Highways if you get caught we never met Skyways Are Highways (2012)

ELEPHANT-SHOE

아, 저기를 봐요.

여자애에게 사탕을 하나 꺼내주었다. 아이의 아빠가 말했

아채지도 못하게 눈을 감는다고요.

누군가 탄식하듯 말했다. 대관람차가 공중으로 떠올랐을

다. 감사합니다. 인사해야지. 아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남자는 상체를 숙이고 머리를 감쌌다. 여자는 남자의 어

때, 거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저 멀리 끝도 없이 펼쳐진

마침내 그들이 타고 있는 관람차가 지상에 도착했고, 가

깨를 안고 남자의 등에 머리를 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빛이 물결에 반사되어서 눈이 부셨

족이 먼저 내렸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거기에서 내리지

내가 지금 눈을 감은 건 아무도 모르겠지. 아무도 눈치채지

다. 여자는 그 전에도 공중에서 바다를 내려다 본 적이 있

않고 남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냥

못했을거야.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관람차가 멈춘

었다. 어느날 밤에 이륙하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지상의

그런 곳이었다. 싸구려 도시의 싸구려 대관람차. 불과 몇

것이었다. 여자는 천천히 눈을 떴다. 창밖으로 새털같은 구

모습. 여자는 그걸 잊지 않았다. 대관람차 안에는 여자 말

달전까지만 해도 여자는 이런 허름한 동네에는 와 본 적이

름이 날아가는 게 보였다.

고도 네 명이 더 타고 있었다. 그 중 세 명은 한 가족이었

없었다. 관람차의 문이 닫히고 그들은 천천히 공중으로 떠

아, 이게 마지막 바퀴였는데.

다. 아빠, 엄마, 그리고 딸. 아이는 다섯살도 되지 않은 것

오르기 시작했다. 여자는 창 밖으로 점점 멀어져가는 용감

남자가 창 밖을 바라보았다.

같았다. 아빠가 딸을 안아 들었다.

한 여자애를 바라보았다. 여자애가 공중을 향해 손을 흔

아, 세상에.

무섭지 않아?

드는 게 보였다. 여자는 어지러웠다. 현기증이 났다. 토할

여자는 창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지상을 바라보았다.

아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것 같았다.

그리고 여자는 놀라움 때문에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더

아니, 아빠, 아니.

오, 세상에.

이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비행기

아이의 엄마가 웃었다. 가족의 맞은편, 그러니까 여자의 옆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마치 떨어지지 않으려는 사람처

안에서 보았던 보석같이 반짝거리던 그 밤의 도시를 떠올

에는 혼자 온 남자가 앉아있었다. 그는 모직 자켓과 양가

럼. 남자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때

렸다. 오, 세상에, 왜 멀리서 보면 그토록 모든 게 아름다워

죽 장갑을 착용하고 있었고 때때로 슬픈 표정을 지었다.

를 떠올렸다. 비행기 안에서였다. 그때, 그 비행기 안에서

보이는 걸까?

넌 참 용감하구나.

여자는 가운데 좌석에 앉아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

괜찮아?

그 남자가 아이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

의 머리카락은 늘 어깨에 닿지 않은 길이였고, 굵은 컬이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리며 소리내어 웃었다. 하지만 아마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들어가 있었다. 그때 여자는 커다란 선그라스를 낀 채로

무서워요.

몰랐으리라. 여자는 그런 생각을 했다. 십몇 년 후에 저 여

옆 사람들과 몸이 닿는 것이 싫어서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무서워하지 마. 내가 여기 있잖아.

자애는 남자친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몰라. 난

있었다. 난 항상 일등석만 탔다구. 남자는 처음에 여자가

아니요. 그런 게 아니에요.

아주 용감한 여자야. 누가 그래? 아주 어릴 적에도 대관람

자기에게 말은 건 것인줄 알았다. 뭐라고요? 하지만 그건

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차 꼭대기에서 아래를 쳐다볼 수 있었어. 그런 건 좋은 거

혼자말이었다. 정말 끔찍해. 여자는 절망적으로 중얼거렸

그 말을 반복했다.

야. 용감하다는 건 좋은거지. 용기를 내야 해. 아마도 여자

다.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의 자리에 앉겠냐고 물었다. 창

그런 게 아니에요.

애의 남자친구는 그렇게 말하리라. 여자는 조용히 창밖

가 자리였다. 여자는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잠시 후 관람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

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장갑을 벗고 자켓 주머니를 뒤져서

자리를 옮겨 앉게 되었다. 여자는 선그라스를 머리띠처럼

다는 듯이. 지상에 내려왔을 때, 먼저 대관람차에서 내린

머리 위로 올리고 창문 덮개를 열어서 땅 아래를 바라보았

사람은 여자였다. 여자는 장갑을 꼈고, 여우털로 만들어진

다. 여자는 수도 없이 비행기를 탔지만 이륙할 때 그런 식

모자를 쓴 후 자신의 머리를 다듬었다. 그리고 걷기 시작

으로 창밖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냥 술에 취한

했다. 여자는 마치 자신이 취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중심

후 잠들어버리곤 했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수 많은 불

을 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남자가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

빛들이 마치 보석처럼 반짝반짝거렸다. 남자는 그 여자의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언젠가 저 남자는 이렇게 말할 것

왼쪽 네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를

이다. 그 여자는 마지막까지도 너무나 아름다웠어. 여자는

보았다. 그게 일년 전의 일이었다. 그들은 지난 일년 동안

한 걸음 한 걸음 걷기 시작했다. 바람이 아주 차가웠고, 아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데이트를 했다. 싸

직 어둠이 내리기 전인데도 여자는 마치 자신이 깜깜한 어

구려 식당, 싸구려 모텔, 싸구려 놀이공원을 찾아다녔다.

둠 속에, 불빛 하나 없는 곳을 걷고 있다고 느꼈다. 그날

돈 있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에는 갈 수 없었다. 그런 곳이

밤에 여자는 빈 방에서 울었다. 아주 많이 울었다. 그건 순

라면 어디에서든 여자를 알아봤다. 그건 여자와 여자의 남

전히 자기 자신을 위한 눈물이라는 걸, 여자는 알 수 있었

편이 속한 세계였다.

다. 몇년 후, 어느날 밤에 여자는 여자의 남편과 친구 부부

이번이 마지막이야.

와 함깨 고층 건물의 꼭대기에 있는 고급 식당에 앉아 있

남자와 여자는 나란히 앉아있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었다. 그들의 자리는 가장 비싼 자리였고 도시가 한 눈에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다듬은 후

내려다 보였다. 여자가 말했다.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세상에서 제일 용기 있는 일이 뭔지 알아요?

뭐가요?

남편의 친구가 물었다.

이게 마지막 바퀴라고.

뭐가 가장 용기있는 일이죠?

남자는 내뱉듯이 말했다. 여자는 웃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리는 거요. 자신의 진짜 자리

우리가 몇바퀴나 돌았죠?

가 어딘지 알아차리는 거요.

글쎄. 글쎄, 잘 모르겠어.

그게 무슨 말이죠?

그렇지만 이번이 마지막 바퀴라는 건 알고 있어요.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거든요.

그래.

여자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끼워진 손가락으로 창의 이

하지만 좀 더 있어도 좋아요.

곳 저곳을 짚기 시작했다. 마치 도시의 어떤 부분을 가리키

남자는 잠시 후에 대답했다.

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저기, 저기, 저기.

그래.

그곳이 어디지?

그런 노래 들어봤어요?

누군가 물었다.

어떤?

글쎄요.

이번엔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웃으며 와인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고 그리고 다

슬플 땐 눈을 감는다고요. 다른 사람들, 다른 사람들은 알

시 한번 자신의 아래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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