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PHANT-SHOE 2013/11 no.24 vol.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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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music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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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 NOVEMBER

EASTERN SIDEK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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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5 no.24


SMALL TALK WITH MUSIC E P I S O DE 안녕

장은석 맹선호

이지선

Julian Kim

DOORS

CLASSIXX

PEOPLE ARE STRANGE

HOLDING ON

요조

LOU REED

에구구구

VANISHING ACT

Traveler(2008)

The Raven(2003)

으로 안녕하길 바라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렇다고

전혀 안녕하지 못하다. 망했다. 서른둘에 디스크라

살면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가지며 안녕이란 말

은 믿지 않겠지만) 먹고 싶은 음식조차 없어졌다.

이 행동을 안 하면 예의 없는 사람이 된다. 그래도

니! 마감 끝나면 허리가 아픈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

을 듣게 되고 말하게 된다. 그중에는 기억에 남아있

슬픈 표정으로 길을 걷다 들른 김밥 레코즈의 사장

이 격식이라도 없었으면 말 한마디 안 할 사람과도

데 그게 함정이었다. 몇 달 방치했던 허리가 이번 마

는 안녕들이 있으며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거나 사라

님은 이럴 땐 생전 안 듣던 음악이나 영화를 찾아

이야기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감에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새끼

져버린 안녕들도 있다. 그리고 그 말조차 해주지 못

보라 추천하며 클래식스의 앨범을 건네셨다. 덧붙

발가락이 저리다. 과연 이 마감이 끝나긴 할 것인가.

했던 이들에게는 마음이 걸린다. 이제는 안녕이라는

여 그것도 소용없을 땐 맛있는 걸 먹으라고 했다.

말을 해줄 수도 없게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문득 자이온 보트의 ‘계란 후라이’를 추가한 저크

Strange Days (1967) “안녕하세요.”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안녕하세요.” 라고 답하지만 그뿐이다. 으레 처음 만나면 하는

Hanging Gardens (2013) 요즘 나는 안녕하지 않다. 지금까지 재미있는 일투 성이였던 인생이 지루하게만 느껴지고, (내 지인들

말이고, 들으면 답하는 말일 뿐이다. 그 안에 진심

치킨 버거가 먹고 싶어졌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먹 을 정도로 좋아하던 것이었는데, 요즘 시들해졌었 다. 아직 문을 열기 전이었지만, 저녁 영업을 준비 하고 있던 자이온 보트 사장님은 내 슬픈 표정을 차

JUNE

마 내치지 못 하고 버거를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키치킴

NOKID

나는 다시 입맛이 돌아와 살을 뺄 절호의 기회를 놓 치고, 요즘은 아침마다 클래식스를 들으며 따뜻하 고 날 좋은 LA에라도 있는 양 즐거운 기분으로 단 장하면서 매일매일 안녕해지기 위해 자그마한 애 를 쓰고 있다.

D'SOUND 김경호

TO THE MOON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MAIN THEME

Kim:Kyungho 1997 (1997)

to the moon OST (2011)

를, 사라짐의 안녕보다는 시작을 위한 안녕이기를,

며칠 전 나는 지인과의 식사 약속을 위해 아침 일

얼마 전에 인기 BJ '대도서관'의 방송을 보다가 [To

나를 위한 안녕보다는 서로를 위한 안녕이기를

찍 집을 나섰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 거의 당도했

The Moon]이란 게임을 접했는데. 방송이 너무 재

을 무렵 지인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다음을 기

미있어 게임을 구했다. 이 게임은 캐나다 게임 디자

약했고, 시간이 붕 떠버린 나는 할 수 없이 근처 카

이너이자 음악 제작자인 Kan Gao와 그의 인디게임

페에 들어갔다. 약속을 펑크낸 지인을 원망하며 하

개발팀인 Freebird Games가 만들었는데 음악제작

릴없이 잡지나 읽던 나의 시야에 한 여인이 들어왔

자의 게임이여서인지 음악도 무척 훌륭하지만. 게임

다. 짙은 눈화장과 딱 달라붙는 가죽 숏팬츠, 긴 생

내용도 상당하다. 안녕 리버.

SUNSHINE talkin' talk (2001)

KAY

인사를 위한 안녕보다는 소중함을 위한 안녕이기

PASSENGER

머리, 매끈한 피부와 날카로운 턱선까지. 영락없는

LET HER GO

나의 이상형 그 자체였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

All The Little Lights (2013)

까’, ‘머리스타일은 괜찮은가’, ‘남자친구는 있을까’ 등 수만 가지 고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던 찰나,

검색창에 "안녕"이라 검색했더니 연관 검색어 중 "

미녀의 가방에서 나온 것은 파우치가 아닌 두툼한

수지 안녕" 이 눈에 뜨인다. 그래, 국민 첫사랑 수지

오답 노트와 EBS 수능특강이었다. 아…. 외마디

너도 안녕이다! 그렇지만 잠시만이다.

탄식과 함께 나는 미녀를 떠나보내고야 말았다.

ELEPHANT-SHOE tabloid Vol.75 No.24 NOVEMBE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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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Director

JEE seg1129@naver.com Julian Kim comfortingsounds.vol1@

이지선 anik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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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선호 pluto116@naver.com R e g i s t r a t i o n N u m b e r 마포,라00343

Publisher / Editor-in-Chief

P u b l i s h e d b y Elephant-Shoe www.elephant-shoe.net

장은석 ewanjj@naver.com

P r i n t e d b y 솔텍 서울 중구 필동2가 120-1

Founder

*엘리펀트슈 타블로이드의 본문은 아모레 퍼시픽에서 제공하는 아리따 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JUNE dafunk@hanmail.net

ALL RIGHTS RESERVED 2013 ELEPHANT-SHOE ELEPHANT-S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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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ic Director

지감독 studiojeee@gmail.com Photographer

Editor

용식 bleutk@gmail.com 키치킴 kitschiker69@naver.com EDITORIAL

KAY gsu-syndrome@me.com Art Director

NOKID starfucker6@naver.com ART


CONTENTS 2013 November no.24

16 MUSIC VIDEO STILL HERE

퀼티드 재킷과 어깨에 걸쳐진 유니온 잭 안감의 코트는 모두 프레드 페리(Fred Perry), 이너와 데님 팬츠는 개인 소장품

THE MAGICIAN WHEN THE NIGHT IS OVER 새로운 것은 없다

18 REVIEW x LABEL SAFARI

다이멘션 페스티벌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20 THE ROOM

EDITOR'S NOTE

vol.9 초대 음악 트는 남자

22 RELEASE PARTY

04 COVER SPECIAL

EASTERN SIDEKICK 포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록 밴드

카무플라주를 머금은 밴드, 밴드들 웨이스티드 쟈니스 | 배드 트립 | 텔레플라이 | ECE

27 WEAR THE MUSIC

가을이 앉은 자리, 음악을 입은 그들

25 INTERVIEW

김목인 나를 너로, 너를 나로, 우리를 그들로

민트향 가득했던 GMF 2013에서 만난 세 명의 사람들

29 ORIGINAL SOUND NOVEL

축복의 방 어느 날 잠에서 깨었을 때, 그는 방 안이 햇빛으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달았다

29 INTERVIEW

Fromm 그녀가 출발하여 도착한 곳

에디터스 노트를 쓰려고 앉아서 “이번 호처럼 우여 곡절이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적었 다가 이런 비슷한 말을 몇 번이나 했던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2년 동안 단 한 번의 마감도 수월히 했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힘든 적은 처음이었다는 말 또한 거짓말은 아니었습 니다. 그건 아마도 지난달보다 다른 무언가를 매달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12 월 호 하나만을 남긴 지금 내년에 대한 계획이 조금 씩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더 힘든 마감이 올 것 같습니다. 내년은 더 거친 한 해가 될 것 같지만 지난 2년 동안의 매거진을 보고 있으면 이 또한 충분히 해낼 거라는 자신감이 듭니 다. 그중에서도 엘리펀트슈 멤버 모두가 초인적 능력 으로 만들어 낸 이번 호가 가장 큰 힘을 줍니다. 힘 든 내년 앞에 남은 마지막 호는 부디 수월한 마감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10월 29일 장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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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 맹선호 PHOTOS: 지감독 STYLIST: Fu*king Hot

포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록 밴드

좌로부터 류인혁(기타)이 입은 파카는 프레드 페리, 배상환(베이스)이 입은 모든 의상은 개인 소장품, 고명철(드럼)이 입은 파카와 깅엄 체크 셔츠, 고한결(리더, 기타)이 입은 파카와 도트 셔츠, 오주환(보컬)이 입은 재킷과 슈즈는 모두 프레드 페리

ELEPHANT-SHOE


COVER SPECIAL

처음 이스턴 사이드킥이 눈에 들어온 것이 앨범 커버 속 멤버들의 길쭉한 뒤태 때문임을 부정하진 않겠다. 그런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모델 같은 외모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의외의 것이었다. 강렬한 개러지 록 사운드와 함께 들려온 거친 목소리에는 거대 도시 서울에 깔린 무거운 밤 공기 같은 고단함과 외로움이 묻어났다. 어떤 계산이나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밴드 이스턴 사이드킥의 이야기가 궁금 해졌다. 그래서 두 번째 단독 공연을 목전에 둔 어느 밤, 그들을 만났다. 5


류인혁이 입은 재킷과 니트 풀오버, 고한결이 입고 있는 파카와 도트 셔츠는 모두 프레드 페리

ELEPHANT-SHOE


이스턴 사이드킥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 한결 명철 형과 내가 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대학교에서 같이 밴드를 하다 가 다른 멤버들이 군대에 가고 유학을 가면서 새 멤버를 찾게 되었다. 그 때 주환 형이 보컬로 합류했고, 다른 밴드에서 기타 치고 있던 인혁을 만 났다. ‘와, 괜찮다.’ 생각하고 같이 밴드 하자고 했는데 까였다.

거절한 건가. 한결 원래 주환 형 만나기 전에 인혁한테 노래를 하라고 했었다. 그런데 노래하기 싫다고 하더라. 주환 형이 노래하기로 결정된 후에 다시 이야기 했다. “그럼 기타 칠래? 기타 한 번만 쳐주면 안 돼?”라고 물어봤다. 그러 니까 알았다고 하더라. 그리고 상환 형이 주환 형을 소개해줬다.

류인혁은 처음에 왜 거절했나. 주환 그땐 내가 없어서 거절했던 거다. 인혁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웃음) 사실 바쁘기도 했고.

결국 이 멤버들을 다 모은 사람은 고한결인가. 한결 그렇다.

고한결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주환 내가 합류할 때는 명철과 한결만 있었다.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한결이가 기타를 잘 쳤다. 그리고 그땐 아직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 었다. (웃음) 한결 지금은 때 엄청 묻었다. 장난 아니다. 주환 불과 3년 만에 이렇게 됐다.

밴드 이름 뜻을 좀 찾아봤더니 인터뷰마다 다르더라. 한결 내가 대답하면 “별 의미 없어요.”라고 하고, 명철 형이 대답하면…. 명철 사실 그전 밴드 이름이 시민주류였다. 이전 멤버들과 한결이가 술 을 좋아해서, 그런데 나는 그 이름이 별로인 거다. 그래서 바꾸기로 했 다. 당시 멤버들 모두 만화책 <벡>을 좋아했는데, 거기에 나오는 동양 적 이미지가 좋았다. 그래서 ‘이스턴’을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리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사이드킥’은…. 인혁 옆차기! 명철 그렇다. ‘때리자!’ 뭐 이런 거다.

이스턴 사이드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게 외모 같다. 대중이나 미디어의 그런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결 일장일단이 있는데, 그런 거에 별로 신경을 안 쓰려고 하고, 또 안 쓰는 거 같다. 인혁 그냥 얼굴로 음악 하는 것 같은 기분에 처음엔 좀 싫었다. 그런데 지 금은 그렇게라도 기억해주니까 좋다. 잘생겼다고 해주는 데 고맙지 않나.

밴드 이름에서부터 드러나듯 개러지 록 안에 동양적인 정서가 묻어난 다. 이런 밴드의 방향은 어떻게 결정되었나. 한결 내 경우는 그렇게 계획하고 뭔가 만들어내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 다. 사운드로만 이야기하자면 스트록스The Strokes를 굉장히 좋아했었으 니까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게 맞는데, 가사 같은 부분은 그냥 내가 항상 생각하는 게 나오는 것 같다.

작사는 다 고한결이 하는 건가? 한결 그렇다. 7


리더 고한결이 이렇게 밴드의 큰 방향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해 멤버 들의 반발은 없나. 인혁 독재다. (웃음) 한결 내가 너무 옆으로 쏠리거나 그러면 다들 말을 해준다. 인혁 기본적으로 모두 밴드의 방향에 동의하고 있다.

보컬 오주환의 거칠고 강렬한 음색에서는 욕설 같은 게 들려올 거 같은데. 인혁 욕설 있다. ‘개자식’. (웃음)

생각보다 약하다. 가사에서 묻어나는 고단함, 외로움 같은 것들이 의외 였다. 도시적인 멤버들의 외모부터 모든 게 반전 요소 같은데, 이 다양 한 요소들은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궁금해지더라. 인혁 방구석! 명철 내가 한결이를 처음 본 순간부터 이런 것들이 고한결의 스타일이었다. 한결이가 처음에는 사진을 찍었었다. 그다음엔 시도 썼었다. 그 사진과 시에 서 느껴지는 것들이 지금의 이스턴 사이드킥 그 자체였다. 활발하지도 않고, 소심해서 누구한테 뭐라고 화도 못 내고 속으로만 갖고 있는 사람이 누구한 테 기댈 데가 없어 하는 속 이야기, 혼잣말 같은 거다. 그런 고한결 그 자체라 고 할 수 있는 것들이 가사에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멤버들도 고명철의 의견에 동의하나. 인혁 그런 면이 있다. 그런데 한결이에게 다른 면도 많다.

어떤 면인가. 인혁 인터뷰에서 다룰 수 없는 면이다. 명철 그게 좀 많이 변했다. 옛날엔 안 그랬는데. (웃음) 좀 더럽혀졌다. 상환 지금 이거 다 연기다. 한결 나는 진짜 양호한 편이고, 주환 형과 인혁이가 진짜 갑이다. 주환 아니다. 난 향초 만든다. 인혁 나도 그냥 음악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 3년간의 이야기 처음 EP 앨범 만들었을 때의 기억을 좀 공유해달라. 한결 그땐 우리가 다 했다. 우리 집에 모두 모여서 막 접고, 스티커 받아 오고, 인쇄소 다녀오고 그랬다. 인혁 나도 일 끝나고 한결이 집에 가서 같이 접고 그랬다. (웃음) 상환 그때 재미있었다. 친구들이 로고도 만들어주고, 디자인도 도와주 고 그랬다.

기획사에 소속되면서는 많이 달라졌겠다. 한결 처음엔 신기했다. 회사 사람들이 공연장에도 오고, 차도 태워주고, 많이 챙겨줬다. 주환 개인적으로는 플럭서스(현재 기획사)에 들어갔을 때가 이스턴 사 이드킥 하면서 가장 좋았다. 다들 가기 싫다고 했는데, 내가 고집했다. 안 가면 나 밴드 안 한다고.

이유는. 주환 좋은 회사라는 판단이 있었다. 플럭서스에 들어간 것이 이스턴 사 이드킥으로서는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다. 밴드 시작한 지 2년도 안 돼 서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들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플럭서 스는 들어가고 싶다고 들어갈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 밴드로서 성장을 위해 플럭서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ELEPHANT-SHOE


배상환이 입은 숄 카디건, 오주환이 입은 윈드 브레이커와 셔츠, 고명철이 입은 깅엄 체크 셔츠는 모두 프레드 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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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환이 입은 타탄 체크 셔츠, 고한결이 입은 밀리터리 패턴의 보머 재킷, 류인혁이 입은 니트 풀오버, 고명철이 입은 깅엄 체크 셔츠, 오주환이 입은 윈드 브레이커와 슈즈는 모두 프레드 페리

ELEPHANT-S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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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작업도 많이 달라졌나.

이스턴 사이드킥의 지금을 생각하면 반응이 전혀 없다는 말이 이해가

이런 목소리가 원래 나이 들수록 빛을 발하는 목소리 같다. 그런데 지난

한결 지금도 많은 부분은 우리가 직접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온전히 우

안 된다.

연말 <엘리펀트슈 어워드>에서 1집 앨범 커버가 베스트 아트워크로 뽑

리가 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회사의 피드백이 생겼다. 옛날엔 스튜디

한결 욕심이 좀 큰 것도 있다.

혔던 걸 혹시 아는가.

오도 우리가 직접 예약하고 우리 마음대로 사운드를 결정했는데, 지금

인혁 확 오는 반응을 느끼고 싶었는데, 미비했다.

주환 몰랐다. 그 앨범 커버는 나도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은 회사와 의논해서 하는 편이다.

한결 사람이라 아무래도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지.”

회사에 소속되면 앨범 발매 일정도 마음대로 늦추거나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고 마음을 다잡고 다음 작업을 하고, 다음 앨범 나오면 또 일말의 기

이번 앨범 아트워크도 인상적인데, 어떻게 나온 결과물인지 궁금하다.

대를 해보고, 또 “역시, 하지만….” 계속 이런 과정인 것 같다.

한결 앨범 제목이 [추월차로]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로와 차가 나오게

한결 점심마다 전화 와서 “곡은 쓰고 있으세요?”라고 물으면 “쓰고 있습 니다, 쓰고 있습니다.” 하면서 전화기를 귀에 댄 채로 열심히 작업한다.

플럭서스에서 정규 1집을 낸 후, 해외 활동도 많이 했다. 기억나는 일 있나. Music Matters

한결 올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뮤직 매터스

에 갔는데 아이돌

된 게 아닐까. (웃음) 그럼에도 계속해서 마음을 다잡으며 앨범을 내고 있다는 것은 어떤 에 너지가 있다는 건데,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나.

이번 작업을 하면서 영감 받은 것들이 있다면.

인혁 희망!

한결 지난 앨범과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주환 형한테 차를 샀다. 그래

한결 욕심. 록스타에 대한 희망.

서 운전을 하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맨날 집에만 있다가 운전을 시작하

과 같이 공연했다.

니 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이빨과 땀’ 같은 곡은 약간 이미지가 다르지 않

인혁 나는 수영장에 갔는데, 박정현 누나가 있었다.

오주환은 스몰오small o, 류인혁은 에이틴그램18gram으로 밴드 활동을 병

주환 얘만 혼자 수영장 갔다.

행하고 있다. 서로 다른 밴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

인혁 박정현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막상 말도 못 걸었다. 참, 싱가

같은데 어떤가.

작업하는 동안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나.

포르에서는 칠리 크랩을 꼭 먹어야 한다더라. 대표님이 사준다고 해서

주환 내 경우에는 이런 활동들이 오히려 균형을 맞추도록 각각 잡아당

인혁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 좀 힘들었다.

“와, 신 난다!” 하고 갔는데, 별로였다.

겨 주는 것 같다. 삼각대에 축이 있지 않나. 한쪽이 커지거나 줄어들어

한결 과격한 곡이어서 헤드뱅잉을 계속 해야 했는데, 몇 시간 동안 하

상환 왜! 맛있었는데!

그 축이 무너지지 않게 균형을 맞추려고 하는 편이다.

니까 멀미가 엄청났다.

한결 엄청 맛있었다.

인혁 음악적으로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다. 한결이는 이스턴 사이드

명철 목이 일주일 동안 아팠다.

인혁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나.

킥을 하면서 그런 걸 딱 갖고 온다. 그런데 만약에 내 욕심으로 내가 하고

인혁 헤드뱅잉 하니까 정말 멀미가 나더라. 기타도 부서졌다.

싶은 것을 이스턴 사이드킥에서 다 하려고 한다면, 밴드의 방향이 산으로

명철 공연 때도 그렇게 안 하는데…. (웃음)

한결 싱가포르에서 파칭코를 갔다. 다른 사람들은 적당히 하고 나왔는

나?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는 “아, XX 빡쳐!” 같은 느낌도 표현했다.

갈 수도 있을 거다. 그래서 나는 다른 활동을 통해 개인적인 욕심을 푼다.

데, 명철 형이…. (웃음) 얼마 날렸지?

오늘 촬영도 좀 많이 달려야 할 것 같은데. 인터뷰 끝내기 전에 하나만

명철 닥쳐!

그렇다면 이렇게 각자의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이스턴 사이드킥 고유의

더 묻겠다. 지금까지 인터뷰하면서 물어봐 주길 바랐던 질문이 있다면

한결 그때 내가 호텔에 있었는데 주환 형이 명철 형 사진을 찍어서 보내

스타일이나 방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을까.

알려달라.

줬다. 진짜 웃겼다.

주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한결 언젠가 한번 신선한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 이펙터 뭐 쓰냐는

명철 원래는 땄었다. 그래서 그만 가려고 했는데 주환 형이 블랙잭을

질문이었는데, 악기에 대해 물어보는 게 되게 신기했다.

한 판 더 하는 바람에 기다리다가 슬롯머신을 한 번 더 잡았다.

인혁 그때 되게 활기찼었다.

인혁 가지고 있던 카드를 막 넣으려고 해서 우리가 말렸다.

새 EP 앨범 [추월차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궁금하다. 이번 앨범과 관련하여 알려줄 만한

공연은 어땠나.

정규 1집 이후 1년 만에 EP 앨범이 나왔다.

게 있나.

주환 재미있게 했다. 싱가포르 팬들이 인스타그램 친구도 하고 그러더

한결 사실 예정에 없던 앨범이었다. 곡도 많이 없었고, 앨범 낼 생각을

한결 예전 앨범에서 ‘흑백만화도시’는 이펙터를 퍼즈 페이스fuzz face를

라. ‘oppa’라고 써서. (웃음)

전혀 못 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앨범을 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

썼었다. 그런데 그걸 쓰기에는 너무 거친 감이 있어서, 풀톤Fulltone 풀 드

다. 그래서 매일매일 회사에서 오는 전화 받으며 열심히 작업했다. 급

라이브Full Drive를 썼다. 그리고 정규 앨범에서는 기타를 다 펜더Fender만

싱가포르 팬들은 이스턴 사이드킥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건가.

하게 준비한 거에 비해 4곡 모두 만족하고 있다. 앨범의 농도가 원하는

썼었는데, 이번 앨범의 ‘묽은 밤’에서 깁슨Gibson을 처음으로 써봤다.

주환 아니다. 거기서 처음 본 거다.

만큼 짙게 나왔다.

인혁 나는 깁슨을 싫어하는데, 이번에 강요받아서 쓰게 되었다.

올해 일본의 섬머소닉Summersonic 페스티벌에서도 공연했다.

밴드도 블랙 슈트를 입고, 음악도 조금 무거워졌다. 이번 앨범에서 리스

두 기타의 차이를 설명해줄 수 있나.

한결 작은 야외무대에서 공연했는데, 무대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너들이 놓치지 않고 들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

한결 펜더가 날카롭고, 깁슨이 묵직하다. 아, 뭐라고 해야 하지? 서글서

사실 밴드에게 이런 기회가 쉬운 게 아닌데, 3년 만에 해외 페스티벌에

한결 항상 그렇지만, 엄청나게 신경 써서 만들었으니까….

글~ 깁슨은 ‘서글서글’하다.

서의 공연이라니…. 그런데 공연 땐 진짜 더워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명철 사운드 면에서는 1집보다 좀 더 우리의 라이브에 가까워진 느낌이

기절할 뻔했다, 진짜로.

다. 1집이 깔끔하다고 할 수 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우리가 공연할 때

다른 멤버들은 원했던 질문 없나.

인혁 해외 페스티벌에서 내가 하는 밴드의 이름을 걸고 공연하는 게 진

의 사운드를 더 구현해내려고 했다.

인혁 홍대 맛집이나 자주 가는 곳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짜 행복했다. 이스턴 사이드킥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단기간에 그런 무

주환 엔지니어로 작업하신 회사 스튜디오 실장님이 첫 번째 앨범 때는

대에 설 수 없었겠다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하는 음악 장르에 대해 지금만큼 많이 알지는 못 하셨다. 그런

어딘가?

데 그동안 공부를 정말 많이 하셨더라. 그 노력만큼 이번 앨범의 사운

인혁 ‘강포차’라는 곳인데, 포항 막회 같은 안주가 있다.

이스턴 사이드킥이란 이름으로 밴드를 하면서 좋았던 기억만큼 힘들었

드가 더 개러지답게 나온 것 같다. 1집과 비교해서 들으면 얼마나 좋은

한결 나도 이사 가기 전까지는 자주 갔었다.

던 기억도 있었을 것 같다.

때깔이 나왔는지 판단할 수 있을 거다.

한결 처음 앨범을 내면 어쨌든 잘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크다. 그

이제 더 없나?

런데 죽기 살기로 음악을 만들고 녹음한 거에 비해서 반응이 전혀 없을

첫 앨범의 ‘흑백만화도시’가 이번에 다시 실렸더라.

상환 난 딱히 원했던 질문은 없다. 그런데 오늘 이건 좋다. “이스턴 사

때 되게 허무하기도 하다.

명철 그땐 주환 형이 없었으니까. 주환 형 목소리가 정말 좋다. 이 음악

이드킥은 앞으로 목표가 뭐예요?” 라고 안 물어봐서. 

을 제대로 살린다. 주환 과찬이다. 이제 늙었다. (웃음)

ELEPHANT-SHOE


류인혁과 배상환이 입고 있는 모든 의상은 개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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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환이 입은 브라운 컬러 파카와 안에 입은 카디건, 슈즈, 그리고 고명철이 이너로 입은 체크 셔츠, 고한결이 입은 퀼티드 재킷과 셔츠는 모두 프레드 페리

ELEPHANT-S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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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VIDEO STILL HERE

ELEPHANT-SHOE

WORDS : 장은석


The Magician When The Night Is Over 새로운 것은 없다 회사 일을 해도, 연애를 해도, 게임을 해도 사람은 언젠가는 싫증을 내고 새로운 것을 원한다. 그렇기에 이직을 하고, 바람을 피우며, 새로운 게임을 찾는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찾았다 하 더라도 금세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찾게 되고, 그 주기만 더 빨라질 뿐, 실상 정착할 무언가를 찾 게 되는 경우는 없다. 결국에는 똑같기 때문이다. 출근하는 건물이 달라져도 터무니없는 일로 나무라는 상사는 있고, 더 멋진 애인을 만났어도 마음에 안 차는 부분은 보이고, 새로운 게임 을 해도 막히는 부분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방법은 있다. 언젠가 성에 차는 무언가가 나올 것 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하나. 그냥 가진 것에서 새로운 즐 거움을 찾아 나가며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또 다른 하나. 대개 우리는 이 두 가지 일을 병행하 다 안정을 찾는데, 이 반복적인 것들에서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느냐에 따라 그 시기의 길고 짧 음이 결정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 있다. 결국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것이다. 

DIRECTOR : ROMAIN SEGAUD PRODUCED BY NICOLAS TIRY & EDOUARD CHASSAING PRODUCED BY SOLAB LABEL : PARLOPHONE COMISSIONNER : MICHAEL WHITHAM DOP : SÉBASTIEN GONON PRODUCTION MANAGER : GRÉGOIRE OHNET ASSISTED BY LUCIE SANTAMANS SET DESIGNER : ANNA BRUN ASSISTED BY VICTORIA BIQUET STOP MOTION ANIMATORS : ERIC PARIZEAU AND FRÉDÉRIC POU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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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X LABEL SAFARI

다이멘션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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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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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손은지, dimensionsfestiv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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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고효율로 새로운 음악을 찾는 <레이블 사파리>를 통해 언더그라운드 레이블을 엘리펀트슈에 소개해오고 있는 손은지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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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 맹선호 / WORDS : 손은지

전 큰맘 먹고 크로아티아에 다녀왔다. 뉴욕도 런던도 아닌, 크로아티아로 각국의 언더그라운드 음악 팬들을 모이게 한 언더그라운드 계의 이비자, 다이멘션 페스티벌에서 그녀가 경험한 8일간의 이야기가 이번 달 레이블 사파리를 대신한다.

F I 3

9월 3일 우리는 크로아티아로 간다!

페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 친구들. 흡연율 90%를 자랑한다.

올해 언더그라운드 음악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던 페스티벌이 있었으니, 바로 다이멘션 페스티벌Dimensions Festival이다. 다이멘션 페스티벌은 크로아티아의 풀라Pula에서 아웃룩 페스티벌 Outlook Festival을 이미 6회째 열어온 바 있는 영국의 공연 기획자들에 의해 2012년 론칭된 일렉트로닉 디제이 페스티벌이다. 공식 웹사이트의 설명을 따르면 아웃룩은 덥, 힙합, 드럼앤베이스, 덥스텝 등을 아우르는 베이스 뮤직 Bass Music 중심의 댄스 음악 페스티벌이고, 다이멘션은 테크노, 하우스, 딥 덥스텝 등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음악에 중점을 둔 페스티벌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며, 실제로 두 페스티벌 사이에 겹치는 라인업도 많이 찾 아볼 수 있다. 지겨움을 참지 못하는 불쌍한 청춘들에게 버스 기사가 ‘지금 상황에 딱 맞는 영 화’라며 틀어준 영화 <Are We There Yet?>. 악동들이 불쌍한 아이스 큐브를 괴롭히는 디즈니 풍 연소자관람가 영화였으나 다들 초 집중해서 열심히 보았다. 이유는 할 게 없었기 때문.

런던에 거주하는 나는 런던에서 풀라로 싸고 편하게 가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페스티벌 측에서 제공하는 선샤인 버스라는 것을 발견했다. 풀라로 가는 저가 비행기는 이틀에 한 번뿐인데다가 공항에서 다시 다른 교통편으로 갈아타야 한 다는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선샤인 버스는 런던 시내에서 바로 다이멘션 페스 티벌 입구까지 직행한다는 편의성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버스를 선택했다. ‘아 침 7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오후에 도착한다’는 문구에 대해 더욱 신중한 고려가 있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내가 탄 선샤인 버스는 영국에서 페리를 통해 바다를 건너 프랑스에 도착한 후 벨기에와 독일을 관통하고,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 를 지나 총 29시간이 걸린 후에야 다이멘션 페스티벌 현장에 도착했다. 러시아 횡단 열차도 아니고, 하루가 넘는 시간을 좁디좁은 고속버스에서 지내본 적이 있는가? 그나마 이 여정이 덜 지겹고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점심은 벨기에 휴게

유럽에서 본격적인 페스티벌 시즌이 끝나가는 9월 초, 두 번의 주말 동안 풀라의 ‘버려진 요새 (Abandoned Fort)’ 에서 열리는 이 두 페스티벌은 크로아티아의 천혜의 환경 속에서 휴양과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다이멘션 페스티벌은 이제 두 해째를 맞이했음에도 그 화제성을 각종 미디어뿐만 아니라 클럽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지난여름 런던의 여러 클럽에서 만난 수많 은 사람이 입을 모아 가고 싶다며 칭송을 했던 것. 내년에도 첨단의 언더그라운드 디제이들로 가득 찬 환상의 라인업을 이끌어올 것으 로 믿어 의심치 않기에 한국의 페스티벌 얼리어답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페스티벌 팁을 8일간의 일기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ELEPHANT-SHOE

소에서, 저녁은 독일에서, 다음 날 아침 식사는 오스트리아에서 해결하는 국제 적인 하루를 겪었다는 점 때문이다. 휴게소마다 현지 맥주를 사 먹었던 것 역시 맥주 애호가인 내겐 또 다른 재미이기도 했고.


9월 8일 페스티벌 마지막 날 드디어 마지막 날. 3일간 계속된 10시간의 클럽 나이트에 이미 지친데다 몸살감

9월 4일 자전거를 빌리다

9월 6일 페스티벌 둘째 날

기마저 걸린 상태였으나 오늘은 가장 기대하고 기대하던 쓰리 체어스가 디제이

오전 7시 30분에 런던에서 출발했던 버스는 다음날 오후 12시 30분 마침내 크

첫째 날 보고 싶은 모든 디제이를 다 보았다는 보람은 있었지만, 이것은 왠지 페

를 펼치는 날이 아닌가! 쓰리 체어스는 테오 페리쉬Theo Parrish, 무디맨Moodymann,

로아티아의 다이멘션 페스티벌에 도착했다. 버스를 함께 타고 온 대부분의 청

스티벌을 즐기는 올바른 방식이 아닌 것 같다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왜 우리

마르셀러스 피트만Marcellus Pittmann, 그리고 릭 윌하이트Rick Wilhite 네 명의 디트

춘들이 캠프장으로 향하며 그 고생길을 연장한 것에 반해, 나는 미리 예약한 호

는 페스티벌까지 와서 이렇게 힘들고 바빠야만 하는가? 그래서 둘째 날부터는

로이트 하우스, 테크노 레전드들이 함께하는 프로젝트이자 레코드 레이블이기

스텔로 향했다. 한 가지 문제는 있었다. 그 호스텔이 예상보다 훨씬 멀리 떨어

여유롭게 정말 보고 싶은 몇 팀만 제대로 보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하이프 윌리

도 하다. 셋 타임은 단순 그 자체였다. 오후 9시 30분부터 새벽 6시까지 8시간

져 있었다는 것. 택시 외에는 마땅한 대중교통도 발견하기 힘든 크로아티아 풀

엄스Hype Williams였다. 딘 블런트Dean Blunt와 잉가 코프랜드Inga Copeland로 구성된

이 넘는 시간 동안 따로 정해진 시간표 없이 네 멤버가 돌아가며 주옥의 테크노,

라에서 나는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이 얼마나 힙한 설정인가! 크로아티아에

이 혼성 듀오는 페스티벌 바로 전인 8월 초 잉가가 탈퇴를 선언했고, 다이멘션

하우스, 소울 뮤직을 들려주었는데, 아프고 피곤한 몸에도 불구하고 페스티벌의

서 자전거를 타고 ‘엣지’있는 라인업의 페스티벌을 오가다니! 나 자신의 힙함에

페스티벌에는 딘 혼자 외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원체 캐릭터가 미스터리하고 통

하이라이트로서 마지막 날을 즐길 수 있었다. (고백하자면 그 긴 시간 동안 구석

심취한 것도 잠시, 호스텔에서 페스티벌 사이트까지 자전거로 30분이 걸리며 10

념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인 하이프 윌리엄스라지만, 예정된 셋 타임보

에 앉아 조금 졸기도 했다.)

시간이 넘는 밤샘 공연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호스텔로 돌

다도 훨씬 일찍 무대에 오른 딘은 담배를 연거푸 피우며 비극의 주인공 같은 모

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풀라의 거리에는 가로등이 거의 없었기

습으로 약 30분 정도 노래하다가 할당된 시간조차 채우지 않은 채 무대 뒤로 갑

이 전설의 하우스 디제이들에 대한 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 긴 시간 내내 그

때문에 해가 진 후와 해가 뜨기 전에는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무

자기 사라져버렸다. 다음 순서인 디제이는 아주 조금 당황하는가 싶더니 곧 아

들의 무대는 사람들도 가득 차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다른 무대들은 전날과 비

조건 해 떨어지는 8시 이전에는 페스티벌 사이트에 도착해야 했고, 또 해가 뜨는

무렇지 않게 자신의 공연을 시작했다. 파티의 연속인 다이멘션 페스티벌에서 독

교해 반 이상 비어버린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새벽 4시 경인 후반부 타임에는

아침 6시까지 꼼짝없이 머물러야 했던 것. 편하자고 빌린 자전거가 족쇄가 되어

보적으로 쳐지는 순간이었지만, 개인적으론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로 이 공연을

페스티벌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페스티벌의 ‘꽃’ 소낙비까지 흩뿌려주어 진

버린 셈이었지만, 페스티벌을 처음부터 끝까지 끈기 있고 완벽하게 즐길 수 있었

꼽고 싶다. 원래 밝음과는 거리가 먼 음악을 하는 하이프 윌리엄스지만 이날의

흙탕 속에서 페스티벌 관객들을 광분하게 했으니, 역시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던 요인이기도 했다.

공연은 다른 때보다도 더한 슬픔의 아우라를 풍기며 내 심금을 울렸던 것.

였다고 할 수 있다.

9월 5일 페스티벌 첫째 날

9월 7일 페스티벌 셋째 날

9월 9일과 10일 런던으로 돌아오다

원래 페스티벌의 첫날은 의욕이 넘치기 마련이다. 우선 호스텔에서 타임테이블

페스티벌 공식 웹사이트를 확인해보면 마운트 킴비Mount Kimbie가 첫날의 모델

선샤인 버스를 기다리는 우리는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테다. ‘그냥 비행

과 페스티벌 맵을 심혈을 기울여 분석해 나를 위한 맞춤형 타임테이블과 동선

500와 함께 이 페스티벌의 (일종의) 헤드라이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포스터 및

기 탈 걸….’ 불행 중 다행이라면 올 때보단 2시간을 줄어든 27시간이었다는 것.

지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곧 이 완벽한 타임테이블에 따르면 나와 친구는 30분

라인업에서 가장 상단에 언급되고, 또 마운틴 킴비는 페스티벌 하루 전에 열린

사실 풀라로 오던 중 버스 기사들이 “이 길이 맞다.”, “저 길이 맞다.”, “여기 아니

마다 이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공연 시간은 저녁 8시부터 아침

오프닝 콘서트에서도 헤드라이너로 공연을 했으니 말이다. 이번 페스티벌을 통

다. 돌아나가자.” 등의 말을 하는 것을 엿들을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다시 돌아

6시까지 10시간에 달하는데 왜 우리는 30분마다 이동해야만 하는가! 하지만 이

해 처음으로 본 마운트 킴비의 공연은 그들이 왜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

가는 길에는 이런 시행착오 없이 순탄한 운행을 펼쳐 그나마 2시간을 줄일 수 있

것은 그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뮤지션이 너무나 많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는데, 이와는 별개로 마운트 킴비가 헤드라이너라는 사

었던 걸로 생각된다.

실은 이 페스티벌이 얼마나 마이너 성향인지 보여주기도 했다. 첫째 날 본 수많은 뮤지션 중에서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역시 디트로이트Detroit에

이렇게 나의 다이멘션 페스티벌은 끝이 났다. 여러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개인

서 온 테크노 레전드 주안 아트킨스Juan Atkin의 모델 500 Model 500였다. 그는 기

그리고 아프로비트Afrobeat의 레전드 토니 알렌Tony Allen의 공연이 이어졌다. 올해

적으로 올해 최고의 페스티벌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낮에는 해변에

분이 좋았는지 “안녕하세요, 크로아티아!”, “사랑해요, 크로아티아!” 같은 인사

다이멘션 페스티벌의 라인업은 전체적으로 쓰리 체어스3 Chairs를 중심으로 한 소

서 수영을 즐기고 밤에는 밤새도록 세계 최고의 디제이들과 춤추며 보낼 수 있는

말을 남발했는데, 그 인사말이 무안하게도 실제 크로아티아인은 관객 중에 찾

위 시카고 하우스, 디트로이트 테크노라 불리는 일렉트로닉 음악에 헌정되기는

곳, 바로 상상 속 지상 낙원을 현실화한다면 다이멘션 페스티벌이 아닐까? 비록

기 힘들었다. 대부분이 크로아티아 말보다는 영어, 또는 다른 유럽의 언어를 사

했지만, 한편으론 포티코 쿼텟Portico Quartet, 말라 인 쿠바Mala in Cuba, 매튜 할살

클럽 나이트에만 치중하느라 크로아티아의 태양과 해변, 또 낮에 펼쳐진 비치

용하고 있었고, 실제로 티켓의 절반 정도가 영국에서, 그 나머지 절반은 유럽 대

Matthew Halsall

파티, 선상 파티 이벤트를 모두 놓쳐버리는 잘못을 범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나

륙에서 팔렸다고 하니 크로아티아인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 같다. 또

었다. 토니 알렌 밴드는 그 중의 헤드라이너였다고 할 수 있을 것. 토니 알렌은

크로아티아 전통 해산물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페스

잠깐만 보고 곧 다른 무대로 이동하려고 했던 나를 1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 자리

티벌 사이트에서 파는 것들은 전형적인 영국 페스티벌 메뉴인 햄버거, 감자튀김,

를 뜰 수 없게 만들었다. 기계 전자음의 향연이었던 페스티벌에서 인간의 가장

피자, 케밥이었다. 뮤지션 역시 대부분 미국, 영국, 독일에서 왔으니 분명 크로

원초적인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즐길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등과 같은 월드 뮤직이나 재즈 성향의 밴드에게도 많은 할애가 있

는 말할 수 있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다웠다’고. 

아티아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지만, 크로아티아 페스티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수적으로 지역민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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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음악 트는 남자 이승원 (38/음악국수집 대표) 더 룸의 연재분이 쌓이면서 함께 쌓인 성취감만큼 아쉬움도 자라나고 있을 때쯤, 뜻밖의 메일을 받았다. 엘리펀트슈의 성장을 지켜 봐 왔다는 묘령의 인물이 보낸 메일이었는데, 더 룸 코너에 대한 감상과 함께 자신의 공간을 보여주고 싶다는 제안이 함께 적혀있었

vol.9 초대 EDIT : 지은 / PHOTOS : 지감독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아요. 그렇죠. 근처에 회사와 학원이 많아서 점심시간은 늘 전쟁같이 치르거든요. 그래서 점심시간이 끝난 뒤 한두 시간은 지금처럼 숨 돌리는 시간으로 사용하고요. 지금은 한가해요. 우리가 들이닥치지 않았다면 보통 뭘 하면서 이 시간을 보내나요. 주변 산책도 하고, 간단한 운동도 해요. 그냥 가게에 앉아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가게에 음반이 무척 많네요. 원래는 가게의 벽 한 면을 모두 음반 진열대로 만들었었어요. 음악 신청도 받으려 고 했고요. 그랬더니 테이블이 다 안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다 뜯고 진열대 의 크기를 축소했죠. 그런 고생을 몇 번 해서 지금의 가게 모양이 완성되었고요. 아니, 국수집에 음반 진열대가 그렇게 중요한 요소인가요. 음반보다는 음악이 중요한 거였죠. 원래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제가 꿈꿔왔던 이 공간을 갖게 해준 것도 음악 덕택이기도 하니까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이곳을 마련하기 전에 지난 10년 동안 음원 유통업에 종사했었어요. 더 거슬러 올 라가면 오프라인 음반 매장에서 일하면서 음반을 직접 만지고, 알아가며 음악을 배웠어요. 그 이후에는 음반 도매상에서, 온라인 매장에서도 일했죠. 그러다 큰 기 업의 음원 사업팀에서 일하게 된 거고요. 왜, 한때 열풍이었던 마이크로 블로그 있 잖아요. 그곳의 BGM파트와 뮤직 페이지 파트를 제가 운영했었죠. 엘리펀트슈도 그때 알게 되었어요. 당시 대부분의 음악 콘텐츠들을 눈여겨봤었으니까요. 치열한 시절이었군요. 그랬죠. 음반 도매상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했었어요. BGM과 뮤직 페이지를 담당하던 때에도 심혈을 기울여 선곡했죠. 이미 계약된 곡들만 사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아직 국내에 계약되지 않은 곡들 도 제가 강력하게 주장해서 계약하기도 했고요. 열정적인 직원이었나 봐요. 제가 열심히 한 만큼 성과도 있었거든요. 당시 제가 선곡했던 곡들은 다 엄청난 매 출을 올렸거든요. 그러다 보니 거꾸로 기획사에서 사이트에 곡을 넣어달라고 요청 이 들어오기도 했고요. 그때 갈고 닦은 기술과 데이터베이스가 훗날 매장 음악 서 비스 사업부에 있을 때도 도움이 됐죠. 그렇게 즐겁게 일해왔는데, 왜 그곳을 떠나 국수집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가요. 그러게요. (웃음) 그렇지만 다들 그런 생각은 하잖아요. 직장이고 뭐고 다 그만 두고 내 가게나 했으면 좋겠다, 이런 거요. 직장생활 3~4년차가 넘어가면 그런 시기가 오죠. 20대 초반에는 잘 못 느끼지만 30대 중반이 넘어가면, 뭐랄까. 압 박이 오거든요. ELEPHANT-SHOE

다. 뜻밖의 초대는 늘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동반하는 것이므로, 우리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곧, 그를 만나고자 역삼역에 위치한 어느 빌딩의 지하로 들어간 우리는 어렵지 않게 그의 공간을 찾았다. 왁자지껄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던 그곳엔 벽 한 면에 빼곡히 쌓 인 음반과 형형색색의 피규어, 그리고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 있었다.


The Room compilation vol.8 “요새 다가오는 겨울을 기다리며 듣는 곡들이에요. 마치 국수처럼, 소박하 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로 모아봤어요.”

● Eddie Higgins Trio - My Romance ● Claude Bolling - Sentimentale ● European Jazz Trio - Norwegian Wood ● Ryuichi Sakamoto - Put Your Hands Up ● Stanley Turrentine - Wave

어떤 압박이요. 누가 누구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다던가. 회사가 합병된다거나. 나는 나이를 먹 는데 어린 친구들은 계속 뛰어들어오고. 나는 점점 고갈되는 것 같은데 다른 곳 에서는 근사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런 걸 몸으로 체감하게 되면 직장생활이 불편 하고, 좋지가 않아요. 그러면 자멸감에 빠지면서 자기 계발을 시작하죠, 대부분. 그런데 그게 기껏해야 영어, 중국어, 한두 달 조금 배우다 그만두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슬럼프가 오고. 그러다 보면 어느덧 마흔인 거예요. 그런 구조인 것 같 아요. 요즈음의 사회는요. 본인의 얘기인가요. 아뇨, 어쩌면 저는 운이 좋았죠. 삼십 대 중반에 제 팀원을 가지고 있었고, ‘과장’이 라는 직함도 달고 있었죠. 그렇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되더라고요. 어느 날 생각해보 니, 제가 모셨던 상사분들 중에 명예퇴직을 해서 회사를 나간 분이 한 분도 없더라 고요. 그렇게 하나둘씩, 제가 십 년 가까이 모셨던 상사분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걸 보면서 내가 부장이 되고, 차장이 되고, 이사가 되어 나도 똑같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저만의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죠. 얼마까지 다다를지는 몰라도 일단 조금씩 조금씩 계속 모았 어요. 그리고 그게 제 퇴직금과 합해지면서 이 음악국수집을 열게 됐죠. 왜 하필 국수였나요. 원래는 술집을 하려고 했어요. 록음악이 나오는 술집요. 국수는 좋아하지도 않았거 든요. (웃음) 그러던 중에 ‘누들로드’라는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보게 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죠. 술보다는, 조금 더 건강하고, 소박한 국수집에 대한 열망이 자라 났죠.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이 공간이 국수집으로 자리 잡은 거죠. 쉽지 않았을 과정이 눈에 그려지네요. 좋은 맛을 위해 좋은 주방장을 찾아다녔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발품도 많이 팔 았죠. 하나하나 제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요. 그래서 더, 제가 좋아하는 것, 그리 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들이려고 하고요.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이곳에서 원피스 동호회 정모를 가졌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제가 참 원피스를 엄청나게 좋아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게에 원피 스 피규어도 많이 뒀어요. 저는 ‘보잉헤드’라고, 머리부분을 전략적으로 모으는 편 이에요. 근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일본 사람들은 상업 천재인가봐요. (웃음) 피규 어를 한 박스에 여덟 개 정도 들어가게끔 구성을 했다고 치면, 그중 딱 한 제품만 랜덤으로 넣는 거죠. 그래서 몇박스를 사도, 특정한 종은 구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거 구하러 일본에도 갔어요. 원피스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시네요. 제가 원피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하나에요. 루피, 그 주인공이 나아가는 길이 제 가 가고 싶은 방향이거든요. 어떤 방향인데요. 루피는 신세계를 찾아가는데 자기만의 분명한 이유가 있어요. 아주 정확하게요. 그 리고 그 길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고요. 동맹, 혈맹, 그런 거요. 그들과 함께 발을 맞춰서 모험하고, 이상을 찾아가는 형태 자체가 제가 꿈꾸는 제 모습이거든요. 좋 은 사람들과 함께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각자의 꿈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그게 모여 서 큰 집단이 되고, 기업이 되고. 그런 게 참 좋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덧 원피스 카페도 가입하게 되고, 거기 사람들과도 친해지게 되고…. (웃음) 사실 원피스를 좋 아하기엔 제가 나이가 좀 많긴 하네요. 어쨌든, 가게에 오시는 손님들에게도 그 기 운을 전달해드리고 싶어서 피규어도 놓아 본 거예요. 그럼 현실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디를 향해 가고 싶은가요. 사실 지금도 너무 재미있긴 해요. 남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뉴욕지도, 각종 맥주 병, 아티스트 배지 같은 게 여기선 다 제 의미를 찾아가거든요. 저도 혼자 제 사비로 동요앨범 같은 걸 만들기도 했고요. (웃음) 그렇지만 조금 더 가게의 규모가 확장된 다면, 공연장을 겸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트는 데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 의 공연을 직접 이곳으로 옮겨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 21


HEALTHY MUSIC INDUSTRY

SAVE THE MUSICIANS

REVIEW 0 6 O CT 2 0 1 3

카무플라주를 머금은 밴드, 밴드들 WORDS : 키치킴 / PHOTOS : KAY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엘리펀트슈의 무사 발간(?)을 기념하는 연례행사인 엘리펀트슈 릴리즈파 티가 이번 달도 어김없이 살롱 바다비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10월의 릴리즈파티 부제는 ‘카무플 라주’로, 형형색색으로 무장한 카무플라주 패턴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닌 네 팀의 밴드가 무대를 화려하게 빛냈다.

첫 번째 무대를 장식한 주인공은 최근 EBS 헬로루키 최종 결선에 진출하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 고 있는 밴드 이씨이ECE. 이들은 댄서블한 퍼포먼스를 주무기로 하여 관객들의 온몸을 들썩이게 만들며 오프닝 밴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들의 뒤를 이어 등장한 배드 트립Bad Trip은 적절한 기교와 힘 있는 연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두 번째로 선보인 ‘밤의 적막’이 깊은 인상을 남 겼다.

배드 트립의 바통을 이어받은 팀은 3인조 혼성 블루스 록 밴드 웨이스티드 쟈니스Wasted Johnny’s. 이들은 지난 6월 발표한 EP 앨범 [Get Wasted!]의 수록곡 중심의 공연을 선보였는데, 기타/보 컬인 안지원의 카랑카랑하고 앙칼진 목소리가 공연을 관람하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3인조 사이키델릭 록 밴드 텔레플라이Telefly는 탄탄한 기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있고 절제된 연주로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ECE 배드 트립 웨이스티드 쟈니스 텔레플라이

ELEPHANT-SHOE

RELEASE PARTY


엘리펀트슈의 릴리즈 파티는 매달 첫째 주 일요일에 열립니다. 릴리즈 파티에서는 해당 달의 엘리펀트슈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리이자, 이달도 무사히, 엘리펀트슈가 발간되었음을 자축하 고자 만든 공연입니다. 인디펜던트 뮤직 신의 뮤지션과 공연장의 공정한 이윤 추구를 지지하는 엘리펀트슈는 공연의 수익금을 살롱 바다비와 아티스트에게 1:1로 전액 환원합니다.

PREVIEW 03 NOV 2013

이토록 가까운 순간에 만나는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가 WORDS : 키치킴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오는 앨범 더미 속에서 숨은 진주를 발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 론 하나의 완성된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음악가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 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청자 입장에서는 큰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좋은 앨범을 ‘디깅’한 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이에 엘리펀트슈는 근래 주목할 만한 신작을 발표한 음악가들을 엄선해 이번 릴리즈 파티에 초대했다. 과일도 제철이 있듯, 뮤지션에게도 가장 뜨거운 시기가 있다 면 바로 신보 발매를 전후로 한 기간이 아닐까 싶다. ‘이토록 가까운 순간’에 만나는 네 명의 싱어송 라이터들과 함께 11월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지.

한 다발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노래하는, 김목인 캐비넷 싱얼롱즈Cabinet Singalongs의 멤버를 거쳐 2011년 솔로앨범을 성공적으로 발표했던 김목인이 2년 만에 2집 [한 다발의 시선]으로 돌아왔다. 어려운 단어와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충분히 아름다운 가삿말을 만들 어내는 그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진짜배기 블루스가 뭔지 보여주마, 씨 없는 수박 김대중 붕가붕가레코드에서 발표한 컴필레이션 앨범 [블루스 더, Blues] 앨범의 ‘300/30’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블 루스 싱어송라이터 김대중은 그간 차곡차곡 모은 트랙들을 모아 1집 [씨 없는 수박]을 발표했다. 곡절 많은 삶을 살아온 블루스맨이 들려주는 진짜배기 노래들과 함께 블루스 삼매경에 빠져보도록 하자.

준비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첫 번째 발걸음, Fromm 올 한해 굵직굵직한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이름을 올리며 음악 팬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프롬이 첫 번 째 정규 앨범 [Arrival]을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잔잔한 어쿠스틱 사운드 위에 따뜻한 음률과 담백한 가 사들이 더해져 마치 한 편의 산문집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긴 공백을 깨고 다시 돌아온 포크 싱어송라이터, 손지연 2003년 발표한 1집 앨범 [실화-My Life’s Story]을 통해 서정적이면서도 진솔한 가사를 자연스럽게 녹여냈 다는 평을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던 포크 싱어송라이터 손지연이 5년 만에 4집 앨범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 개했다. 요즘 같은 날씨에 딱 어울리는 뮤지션. 23



WEAR THE MUSIC

가을이 앉은 자리, 음악을 입은 그들 민트향 가득했던 GMF 2013에서 만난 세 명의 사람들

EDIT : 키치킴 / PHOTOS : KAY

지난 10월 19일부터 20일까지 양일간 올림픽공원에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3(이하 GMF)이 열렸다. 올해로 7년째를 맞은 GMF는 미국 인디 록의 제왕이라 불리는 플 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 이승환, 자우림, 장기하와 얼굴들, 넬 등 지난해보다 탄탄해진 라인업으로 관객들을 맞이했으며, 다섯 개의 개성 강한 스테이지 외에도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도심에서 펼쳐지는 음악 페스티벌답게 사람들의 옷차림 역시 여타 락 페스티벌과는 다른 편안한 복장이 주 를 이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빛을 발하던 세 명의 관객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김영 (25/루이비통 인턴)

김민경 (24/유치원 교사)

김영환 (24/휴학생)

오늘은 페퍼톤스를 보러 왔어요. 그 외 다른 팀은 크게 흥미가 없네요. 페퍼톤스

원모어찬스의 팬인데 공연장에 늦게 오는 바람에 그만 공연을 놓쳐버리고 말았어요.

평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편이에요. GMF는 이번이 처음인데 편안하고

공연 보고 술 마시러 가려고요. (웃음)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죠, 뭐. 곧 있을 장기하와 얼굴들의 무대가 무척 기대돼요.

자유로운 분위기가 무척 맘에 들어요. 오늘은 몽니의 공연이 가장 기대되네요.

김영이 착용한 재킷은 빈티지, 티셔츠는 아메리칸 어패럴, 팬츠는 에이랜드, 가방은 자

김민경이 착용한 의상은 모두 빈티지, 선글라스는 레이벤.

김영환이 착용한 셔츠는 오베이, 팬츠는 누디진, 모자는 카부,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

라, 모자는 캐나다에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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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너로 너를 나로 우리를 그들로

김목인 EDIT : 장은석 / PHOTO : KAY

작년 12월 호에서 모든 에디터들이 자신이 2013년에 친해지고 싶은 뮤

대한 담백하게 만들고자 하는 편이었다. 또 어긋나는 듯했지만 이어 그

인의 음악을 듣고 있다 보면 이 사람이 과연 화를 내기는 할까 싶다. 이

지션을 밝혔다. 저마다의 사심이 가득했던 그 목록에 내가 적은 이름

가 말했다. “제가 만드는 음악들이 스윙이나 왈츠 등 기본적으로 리듬

질문에 인터뷰 내내 옆에서 아기를 안아 재우던 부인이 “만난 지 3년이

은 “김목인”이었다. 그의 가사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이 눈에 띄어 호감

이 있는 것들이다 보니 편곡을 하면 조금씩 그런 귀여운 요소들이 등장

넘었지만 화내는 걸 본 적이 없어요.”라고 대신 답했다. “화를 내죠. 안

이 갔고, 노래에는 내가 가지지 못한 어른스러운 진중한 귀여움을 담

하기 시작하고, 녹음하기 위해 연주를 하다 보면 흥이 나 버려요.” 그의

내지는 않죠. 그런 것들을 노래로 만들지도 않지만, 써 두었다가 구구

겨 있어 김목인이라는 인물에 호기심이 생겼다. 나와 비슷하면서도 내

노래를 듣다 보면 가사 중 강조할 부분에 한 악기가 잠깐씩 등장할 때

절절이 보여주다 보니 감정적이지 않고 차분해 보이는 것 같아요.”라는

가 가지고 싶지만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이에 대한 동경과 시기, 김목인

마다 악기가 살아있는 듯한 귀여움을 준다. 아마도 이런 부분이 편곡하

김목인이 화를 잘 내지 않는 것은 그의 시선에 있다. 사건이 있을 때 자

을 향한 내 마음은 이 두 가지 감정을 오가며 덩치를 키웠다. 이 인터뷰

며 살아나는 부분일 것이다. 김목인은 의도적으로 이런 것들을 집어넣

신조차도 삼자로 만들어 한 발짝 거리를 두고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을

가 결정되고 이번 2집 [한 다발의 시선]의 커버 사진 속 창가에서 촬영하

는데, 이는 그가 듣는 옛날 음악의 영향이다. 요즘 듣기에는 방정맞을

해보는 것 말이다. 이번 앨범 제목 [한 다발의 시선]은 12곡의 시선이 있

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햇빛이 드는 방과 김목인은 근사하게 어울릴 것

정도로 과장된 그 음악들은 그도 모르게 경쾌하게 연주하게 만든다. 녹

다는 것도 있지만, 한 가지 소재에 대해 한 다발의 시선으로 접근해보

같아서였다. 하지만 하루걸러 하루마다 오는 비가 걱정이 됐는데, 인터

음할 때에도 이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마루에서 연주해 질감과 생동

자는 의미도 들어있다.

뷰 전날 화창하더니만 결국 인터뷰 당일 비가 내렸다. 세차게 내리는

감이 느껴지게 한다. 이렇듯 귀여움이 가득한 그의 음악이지만 1집의 첫

비를 와이퍼로 쓸어내며 달리는 차 안에서 그의 음악을 들었다. 비 내

트랙을 들을 때에는 왠지 모르게 무거운 음악일 것만 같았다. “음악가,

노래

리는 날에도 잘 어울렸기에 첫 질문으로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지 물었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반복해서 여러 답을 말하는

그가 한 다발의 시선으로 보고자 하는 것은 좀 더 정확히 보려는 것이

다. 으레 좋아한다 답할 줄 알았는데 그는 안 좋아한단다. 시작부터 머

나레이션이 왠지 조금 고압적이기도 하고, 젠체하는 느낌이 들어서다.

다. 사건은 복합적인데 이를 하나로 보다 보면 생기는 왜곡을 줄일 수

릿속에 그려온 김목인과는 다른 김목인을 만났다.

있게 된다. 그의 가사도 대부분 이런 관점에서 만들어졌는데, 이는 장점 “음악가에 대한 여러 가지 시선이나 정의를 정리해보고자 했어요. 그렇

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한 시선으로 접

김목인, 김목인

지만 그게 정답도 아니고, 장난스럽게 쓴 것들이었어요.” 음악을 늦게

근하는 것이 좋다. 여러 시선을 담다 보면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대신

잘 모르는 사람이어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적은 글만 보아도 대강

시작한 김목인은 음악을 하기 전과 후에 주변 사람들의 태도나 시선이

오래 생각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김목인은 이를 활용하고 있다. “노

어떤 사람인지 그려진다. 마찬가지로 예술가는 작품을 보면 그가 어떤

바뀌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자 1집 [음악가 자신의 노래]를 만들었

래는 말하고 다르게 반복 재생이 되잖아요. 거기에 완결된 내용을 말하

사람인지 느껴진다. 하지만 문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보면 “이렇게

고, 이를 통해 음악가에 대한 담론이 만들어졌다. 이는 김목인이 바랐

면 반복적으로 듣는 사람에게는 재미없게 되어 버린다고 생각해요. 그

아름다운 시를 그 개차반이 썼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는 식의 이야

던 일이었지만, 그는 요즘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제가 시답잖은 이야

래서 전 주제를 던져 놓고 이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려고 해요. 메

기가 종종 나온다. 그러니 작품이 꼭 작가 본인을 닮는 것은 아닌데, 이

기를 해도 청자는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시지가 있기는 하지만 겹이나 층이 많은 편이죠.”

는 음악가도 비슷하다. 너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을 하지만 실

해서 제가 행복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

제 성격은 반대인 음악가들도 많다. 심지어 음악만 들어 보고도 본인

과 좀 더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이 전혀 담겨 있지 않음을 쉬이 알아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음악가가

모든 사건을 볼 때 이렇게 보는 것은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는 이것이 음악가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강

음악만 잘하면 되지, 성격까지 좋을 필요가 어디있느냐는 말에 토를 달

시선

물같이 섞여서 흘러가는 게 인생이라면, 이에 대해 쓰려면 그 강물 밖

생각은 없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하고자

그가 [한 다발의 시선] 앨범으로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12

에 나와서 봐야 하잖아요. 하지만 음악가는 밖에서 보기도 하다가도 또

하는 이야기만큼은 진심이기를 바란다. 더구나 김목인의 경우에는 나

곡의 이야기 중에 제목부터 눈이 갔던 것은 ‘말투의 가시’와 ‘새로운 언

같이 휩쓸려 다니기도 하며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어수선

와 비슷한 생각이 많아 보였기에 그렇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

어’였다. 독설가들이 추앙받는 요즘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여겼던 나는

할 수밖에 없고, 완전히 안정될 수도 없는 거죠.” 이런 것들 때문에 복

런데 그의 대답은 처음부터 나의 예상을 벗어났다. 속으로 쓴웃음을 지

이 두 곡의 가사에 공감했다. 특히나 ‘말투의 가시’에서 “가시가 붙은 걸

잡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음악가라는 것이 굉장히 좋은 직업

을 때쯤 “비 오는 날 집에 있는 것은 좋아해요. 그런데 비가 오는 날은

알려줘 버리면 당신은 입을 영영 다물어 버릴 테니까.”는 누군가의 말

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여럿에게 전달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꼭 어딘가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일할 때 비가 오는 게 싫은 거지 비

투를 고치려는 시도를 진지하게 해보려 한 사람이 아닌 다음에는 나올

나누기에 이보다 좋은 게 없다는 것이다. 음악가로 지내며 얻게 된 부

자체가 싫거나 그런 것은 아니에요.”라고 덧붙였고, 나는 그제야 마음

수 없는 이야기여서 더 공감됐다. 그러면서도 가시가 붙은 인물을 나무

수적인 문제들도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저 같은 경우는 구멍가게를

이 놓였다. 그가 자신의 음악과 비슷한 성격을 지녔을 것이라는 내 가

라는 분위기가 아니라, ‘아, 저걸 어떻게 하지?’ 정도로 귀엽게 표현한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오늘 열심히 하면 그만큼 돌아오죠. 때

설이 아직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쁜 마음에 그의 음악에서 느낀

것이 김목인의 방법이다. “세상에 대해 기본적으로 귀여움을 느끼고 있

로는 옆에 구멍가게가 더 잘 되기도 하고, 경기를 타기도 하지만 기본적

그에 대해 구구절절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말이 길어지기 시작하자 “보

다고 할까요. 혐오감을 느낄 법한 어수선한 상황들이 귀엽게 보이더라

으로 제게 달려있죠.” 

통 사람들이 음악 들으면서 이런 것까지 생각해요?”라며 말을 끊었다.

고요.”

그는 몰랐을 것이다. 그에 대한 나의 음악 스토킹을. ‘정오의 병실’에서도 그렇다. 김목인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같은

음악가

병실에 있던 사람들을 담은 이 곡에서 청소하러 온 아주머니가 그의 기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나의 질투와 시기를 불어 일으킨 “진중한 귀

타를 보곤 “인생 참 재밌게 사나 봐요.”라고 던진 말도 재미있게 담아

여움”이다. 앨범 내내 흐르는 이 분위기는 김목인의 본성 같았다. 하지

낸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내가 음악가로 사느라 얼마나 고생하

만 그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만들 때에는 흥이나 귀여움을 배제하고 최

며 사는데 재밌게 사냐니!’라며 화를 낼 수도 있을 일이다. 이렇듯 김목

ELEPHANT-SHOE


INTER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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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NEWS

쌀쌀한 날씨에 생각나는 것들

EDIT : 키치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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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MLB 수지와 함께 한 겨울 화보 공개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 MLB는 F/W시즌 모델인 걸 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의 겨울 화보 컷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사진 속에서 수지는 한겨울에도 따뜻함은 물론 스타일을 모두 유지할 수 있는 아이템인 패딩 점퍼에 감각적인 스냅백을 스타일링하며 트렌디한 스트릿 감 성을 맘껏 뽐내고 있다. 수지의 이번 겨울 화보는 MLB 공식 홈페이지(www.mlb-korea.

04 대림미술관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 개최

06 크립스기술 블루투스 헤드셋 넥밴드 NB-S2 출시

대림미술관은 오는 2013년 11월 7일부터 2014년 2월 23일까지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세계최초 다기능 블루투스 펜 개발로 화제를 모았던 크립스기술이 블루투스 헤드셋 ‘넥밴드

이자 뉴욕이 반한 세기의 아티스트,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의 사진전 <라이언 맥긴리 -

NB-S2’를 출시했다. 본 제품은 ‘넥밴드’라는 이름처럼 목에 두르는 타입으로 이어폰 사용은

청춘, 그 찬란한 기록>을 아시아 최초로 개최한다. 이번 한국 전시에서는 자유와 열정, 해방

물론 스피커 기능을 이용해 제품을 그냥 목에 걸친 채 자전거 하이킹이나 운전을 하면서 휴대

사회 공헌의 뜻을 함께하는 프렌즈들과 함께 점보 사이즈를 한정 출시 하여 그 판매 수익금을

과 순수, 그리고 불안, 방황, 일탈 등 젊음의 내면에 공존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사진

폰 음성통화 및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다. 기능 역시 충실한데, 블루투스의 단점 중

지역 사회를 위해 기부해 오고 있는 코스메틱 브랜드 키엘은 뉴욕시로부터 선포 받은 ‘키엘의

으로 표현한 라이언 맥긴리의 대표작 시리즈들을 모두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라이

하나인 음질 저하를 보완해 주는 APT-X 코덱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두 대의 기기를 연결하

날’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적인 뮤지션 제이슨 므라즈와 영화 배우 배두나와 함께 ‘울

언 맥긴리가 직접 기획한 뮤직비디오인, 세계적인 아이슬란드 록 밴드 그룹 시규어 로스Sigur

여 사용 가능한 다중접속기능을 채택하며 그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문의 02-777-4741.

트라 훼이셜 크림 점보 뉴욕 에디션’을 출시했다. 가격은 50ml 3만9천원대, 125ml 7만2천

Ros의 "Varuo" 영상을 통해 멀티크리에이터로서의 면모도 재조명한다. 문의 02-796-8166

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520-0902

02 키엘 울트라 훼이셜 크림 점보 뉴욕 에디션 출시

원대. 문의 02-3497-9720

07 스와치 트롱프뢰유 컬렉션 출시

05 컨버스 하이니스 스웨이드 출시

매 시즌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시계 브랜드 스와치가 트롱

03 노명우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바야흐로 걷기 좋은 계절인 가을이 찾아왔다. 이에 오리지널 스니커즈 브랜드 컨버스는 실

프뢰유Trompe L’oeil 컬렉션을 출시했다.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현실과 같은 착각

1인 가구는 전국의 네 가구 중 한 가구일 정도로 일상화됐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까

용성에 패션을 더한 신제품 ‘하이니스 스웨이드’를 제안한다. 컨버스의 아이콘인 척 테일러

을 가져다주는 그림’을 뜻하는 트롱프뢰유 컬렉션은 리얼과 페이크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칠한 성격 이상자', '은둔형 외톨이' 등 부정적이기만 하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혼

의 형태에 4cm의 웨지힐을 더한 하이니스 스웨이드는 하이힐에 지친 여성들에게 큰 호응

예술적이며 유머러스한 제품을 선보인다. 특히 에메랄드 컬러의 모눈종이 위에 블랙 펜으

자 살기에 대한 과도한 낭만이나 오해 섞인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혼자 사는 사회가 눈앞에

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컨버스 하이니스 스웨이드는 버건디, 화이트 총 두 가지 컬러로 출

로 러프하게 그려진 그림과 같은 시계인 ‘JUST ENJOY’은 패션 마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

와 있음을 담담하게 사회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책이다. ‘혼자 사는 사회학자’인 저자의 생생

시되며 가격은 99,000원대이다. 또한 가을, 겨울에 적합한 합성 피혁 소재의 톤 다운된 하

기에 충분하다. 이번 트롱프뢰유 컬렉션은 전국 스와치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의 02-

한 체험과 그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사월의책/1만5천원대. 문의 031-913-9491

이니스 역시 만날 수 있으며 가격은 89,000원대. 문의 02-2046-8212

3149-9549

ELEPHANT-SHOE


INTER VIEW

그녀가 출발하여 도착한 곳

프롬 Fromm

EDIT : JUNE / PHOTO : KAY

그녀는 홍대 여신? 홍대 여신이란 단어를 정확히 누가 어떻게 만들어낸 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여

이 생겼고, 처음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가장 바라왔던 지산이나 GMF 같은 큰

경 안에서도 말이에요. 크게 보면 모든 곡들이 삶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성뮤지션들이 조금 예쁘다는 점과 홍대를 중심으로 인디씬에서 활동한다는 이

페스티벌 무대에 섰죠. 특히 올해 소속사를 옮기게 되는 큰 변화까지 겪었어요.”

거죠.” 좀 더 자세히 노래들의 가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고 하자 그녀는 말

유로 인간계와 멀어져 ‘신’이란 이름을 부여받게 되었고, 그녀들의 음악을 전혀

그녀의 과거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을 때 문득 m이 하나 더 붙어있는

을 이어나갔다. “‘도착’은 앞에서 말한 대로 서울에 도착한 그날 하루의 감정변

듣지 않던 대중들은 '여신‘이란 단어에 혹해 관심을 가졌다가 인간과 별반 다르

'Fromm'이란 이름에 대해 궁금해졌다. “독특한 보컬 톤에 유럽 느낌이 물씬 풍

화 위주로 써내려간 노래고, ‘마음셔틀금지’는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남자애

지 않은 외모에 실망을 하며 분노의 댓글을 남긴다. 음악은 여전히 듣지 않으며.

긴다며 세계로 뻗어 나가라는 의미로 피터팬 컴플렉스 멤버였던 지일오빠가 독

가 있었는데 그때의 기분을 생각하며 썼어요. 그때의 저는 이상하게 설레임 자

아! 지긋지긋해라.

일식으로 지어줬어요.(웃음) 저 스스로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라고 의미

체가 두렵고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달, 말하다’는 달과 저에 관한 얘기에요.

를 부여했고요.”

외로움이라는 건 가족과 떨어져 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낮에는 비교적 견딜만하

오늘 인터뷰할 여성 싱어송라이터 프롬Fromm을 만나기 전 속으로 생각했다. 될

다가도 자기 전, 언니와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을 때 늘 그 순간이 너무 두려울

수 있으면 ‘여신’이란 단어는 입 밖으로 내지 않겠다고. 하지만 활동에 관한 얘

그녀의 현재

정도였어요. 전화가 끊기면 이어져 있던 모든 끈이 밤 속에 파묻히고 또다시 혼

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음절의 그 단어가 나오게 되었다. “며칠 뒤 ‘홍대

뜨거웠던 커피가 식어갈 즈음 본격적인 앨범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녀

자 남았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죠. 그때 창문도 없던 방에 살았는데 나가면 복

여신의 세대교체’라는 타이틀로 포털사이트에 소개가 될 것 같은데 조금 걱정되

는 과거 얘기를 할 때보다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작가 숀탠의 동화를 좋아하는

도 창문 밖으로 달이 어둠에 저미어 혼자 떠 있는 모습이 마치 저 같았거든요.”

는 게 사실이에요. 이번에 만든 앨범이 음악적으로 자신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데 <도착>이라는 책을 보면서 한 번도 가족과 떨어진 적 없던 제가 처음 혼자 서

든 노출이 되면 진심이 전해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만요.” 지금까지 홍대 인디씬

울에 올라와 불안하고 막막하게 하루하루를 견디던 때가 떠올랐어요. 그저 불

그녀의 미래

의 여신으로 불렸던 여러 여성 뮤지션 중 확실히 프롬의 외모는 돋보인다. 하지

안하고 막막했죠. 그런 기간도 꽤 길었고요. 그때 시작된 삶의 변화에서 겪었던

가사에 관한 얘기를 직접 뮤지션에게 들으니 앨범 전곡을 다시 한 번 몰입해서

만 그녀가 화제가 되고 있는 건 작사, 작곡, 편곡, 심지어 프로듀싱에도 직접 참

일과 회상, 공상들이 지금 정규 앨범에 가사로 담겨있어요. 그렇게 예전부터 써

들어보고 싶었다. 그리고는 얼마 뒤 인터뷰를 마칠 시간, 마지막 질문으로 적당

여한 정규 앨범 [Arrival]에 대한 좋은 평가이니 커피를 같이 마시며 그녀의 음악

온 노래들과 가사를 오래된 서랍에서 정리하는 느낌으로 선별하고 그날 ‘도착’

한 ‘앨범이 발매된 소감’을 묻자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떤 형용사나 문장으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보기로 했다.

이라는 노래와 가사를 완성했어요. 그리고는 이 노래를 앨범제목으로 써야겠다

도 표현이 부족할 것 같아요. 지금처럼 어쿠스틱 기타에 노래를 부르기 이전부

고 결정했죠. 앨범 디자인 이미지까지 함께요. 20대 초반에 혼자 올라왔던 제

터 준비하던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결과를 보지 못하고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

가, 20대의 끝에서 첫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감격스럽기도 했고, 결

거든요. 마침내 가장 저다운, 분신 같은 음반을 갖게 되어 벅차요.”라며 인터뷰

국 시작은 이곳으로의 ‘도착’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동안 던진 가장 식상한 질문에 가장 진심을 담아 대답을 해주었다. 그녀가 이번

그녀의 과거 뜨거운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를 한적한 카페에서 마시며 얘기를 들어보니 이

앨범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바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번 첫 정규 앨범을 내기 전 2012년 EBS ‘헬로루키’를 비롯해 각종 페스티벌 출

그녀의 답이 끝나자 머리를 스치는 생각, 맞다. 가사! 그녀와의 인터뷰 만남 전

연, 피터팬 컴플렉스, 테테와의 콜라보 작업 등 그녀가 다양한 활동을 해온 사실

에 노래를 들으며 사운드와 멜로디도 그렇지만 가사가 깊이 와 닿는다고 느꼈었

포털사이트의 ‘홍대 여신의 세대교체’라는 자극적인 타이틀보다 ‘준비된 여성

을 알게 되었다. “지한이 오빠는 처음에 프로듀서로 만났고, 워낙 재미있고 독

다. 특히 “반짝반짝 빛나게 될 거야, 그대가 어디 있든 아슬아슬 지쳐 보이지만,

싱어송라이터’라는 문장이 더 어울리는,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프롬이란 가수는

특한 면이 많아 정말 즐겁게 작업을 했어요. 크고 좋은 공연을 피터팬 컴플렉스

그대는 불꽃이니까, 발걸음에 베인 그 향기를 감출 수 없으니 괜히 슬프거나 그

커피 한 잔 마실 정도의 짧은 시간을 통해 판단한 것이지만 준비가 되어있는 뮤

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죠. 음악적 영향도 크게 받았고요.” 대답을 듣고

러지 마, 그대는 하이라이트니”라는 ‘불꽃놀이’의 문장들이 마음에 들어 몇 번

지션이 확실했다. 그렇기에 그녀의 장점이 극대화되어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

는 정규 앨범이 발표되기 전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보았

을 반복해서 들었다. “누구나 인생에서 몇 번의 흐름을 만나고 그 속에서 여러

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뷰를 하며 얘기를 나누다보니 다음 앨범의 곡들이

다. “하루하루 천천히 거쳐 온 것 같아요. 아무것도 없었던 제게 응원해주는 팬들

가지를 잃고 얻으며 변해가는 것 같아요. 그다지 크다 할 수도 없던 여정과 그 반

벌써부터 듣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 29


FEATURE

ORIGINAL SOUND NOVEL

축복의 방

앨범 커버에 덧 붙이 는 단편 소설 EDIT : 장은석 / WORDS : 물고기군

Suede We Are The Pigs Dog Man Star (1994)

지난 1년, 아니, 2년, 3년. 시간은 미친듯이 빠르게 흘러갔

가? 그것은 농담이었을까? 그는 분노를 느꼈다. 그런데 그

다. 그는 자신이 마치 우주에 있는 것처럼 느꼈다. 바로 그

순간, 어머니는 멍한 얼굴로 의사를 한 동안 바라보더니,

순간에 든 생각이었다. 창 밖으로, 저 먼 하늘 위에 떠 있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

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자니 든 생각이었다. 태양빛이, 상

고 말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는 게 너무나 힘

상할 수도 없으리라만큼 거대한 우주 공간을 날아와, 바

들었다. 온 몸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그에 비하면

로 이 조그만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기

어머니의 죽음 자체는 조금 더 쉬웠던 것 같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또 ‘축북’이라는 말을 생각했

그게 3년 전의 일이었다. 어머니는 그에게 많은 재산을 남

다. 또 ‘은혜’라든지, ‘은총’이라는 말들도 떠올랐다. 그리

겨줬다. 깜짝놀랄 정도의 돈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건물

고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떠올

과, 아파트였다. 게다가 보험금도 있었다. 이상한 일이지

렸다.

만, 그렇게 많은 재산을 그녀는 단 1년도 누리지 못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었을 때, 그는 방 안이 햇빛으로 가득 차

의사 - 사람들은 그를 의사라 불렀지만 그는 병을 치료하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가 집을 떠난 후, 두 사람은

있음을 깨달았다. 너무 환하고, 너무 밝고, 너무 눈이 부셨

는 사람은 아니었다. - 는 침대에 반쯤 몸을 일으켜 앉아

약 10년 간 함께 살았는데, 그것은 햇볕도 잘 드지 않는,

다. 잠에서 막 깨어나 사리분별이 원활치 않은 머리로 그

있는 어머니 곁에 서 있었다. 그는 의사가 어머니에게 하는

30년도 전에 지어진 주공 아파트였다. 어째서 그녀는 그것

는 이게 뭔 일인가 싶었다. 어제와는 다른 어떤 일이 지금

말을 엿들었다. 그 의사는 그에게, 그리고 그의 아버지에

을 누리지 않았을까? 아들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일까? 알

막 벌어진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가만히, 정신을 차렸을

게 환자가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었다. 어떤 사실? 아버지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면 당신 자신이 훨씬 더 오래 살거

때 그대로의 자세로 침대에 계속 누워 있었다. 무슨 일이

는 아마 모를 거라고 대답했다. 일을 그렇게 진행해서 안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는 보험금으로 건물과 아파트

벌어졌다면,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앞으로 또 무슨 일이

된다는 게 그 의사의 지론이었다. 의사는 자신이 직접 어머

에 걸려 있던 은행빚을 갚았고, 기존에 살던 집 - 재건축을

벌어진다 해도, 그 역시 계속 그대로 두면 되는 일이었다.

니에게 말하겠다고 했다. 그 동안 그는 어머니의 멍한 얼

앞두고 값이 상당히 나가는 - 을 팔고 더 작은 집으로 옮기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굴을 바라보았다. 마치, 잠에서 막 깨어나, 대체 무슨 일

면서 남은 돈도 역시 빚을 갚는데 썼다. 그렇게 되자 순수

는 걸 깨달았다.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모든 게 어제

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겠다는 듯한 얼굴이었

하게 건물 한 채와, 아파트, 그리고 전세금이 남았다. 결론

와 똑같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다만 그가 평소보다 일찍

다. 하지만 그건 그냥 약에 취한 것뿐이었다. 의사는 어머

적으로 말해서 그에게는 매달 약 500만 원 정도의 월세 수

깨어났다는 것뿐이었다.

니에게 말했다. 약을 드셨죠? 주사도 맞고. 하지만 그건 병

입이 생겼다. 그는 전세로 집을 얻었고, 2년 후에 바로 이

그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났고, 좀 어이가 없었다. 이 집

을 치료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고통을 덜어주는 것뿐입니

곳으로 다시 전세로 들어왔다. 그 동안 그는 아무 일도 하

에 이사온 지 일 년이 넘었는데, 그날로부터 매일 이 방에

다. 아시겠어요? 환자분은 죽을 거에요. 이제 준비를 하셔

지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서 잠이 들고 깨고 했는데, 아침 이 시간 즈음이면 이렇게

야 해요. 그는 계속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봤는데, 거기에

것은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그가 했던 일은, 대리점을 관

햇빛이 잘 든다는 사실을 몰랐다니. 누군가는 말도 안되는

는 아무 것도 없었다. 분명히 의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리하는 거였는데 스트레스가 많았다. 보람도 미래도 없었

일이라고 했을 것이다. 이를테면 그는 누군가에게 이 얘기

못한 것 같았다. 놀라움도 당황스러움도, 슬픔이나 고통의

다. 그래도 뭔가 일을 해야 했지만, 1년 정도는 쉬어도 괜

를 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상대방은 왜냐고 물을 것이다.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모든 게 너무 빨랐다. 이렇게 진실

찮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는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

왜냐니? 그 시간에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으니까 그렇지.

을 알려주니까 고맙죠? 의사가 물었다. 곁에서 그 말을 들

게 잘못이었을까?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흘렀다. 1년이 2

그러면…… 상대방은 웃음을 터뜨릴까? 하지만 누구에게

었을 때 그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죽을 거라고 말

년이 되었고, 다시 3년이 되었다. 돈은 점점 쌓여만 갔다.

이 얘기를 한단 말인가? 그는 계속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하는 의사에게, 어머니가 왜 고마움을 느껴야 한단 말인

생활비는 한 달 100만원이면 충분했다. 더 큰 집으로 옮길 수도 있었고, 차를 살 수도 있었다. 하다 못해, 여자를 만 나러 다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날 아침, 그는 우주를 생각했다. 동시에 어머니가 돌아가 신 지, 3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고아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기억 나지도 않았다. 그는 단 한 푼의 돈도 그에게 주고 싶지 않 았고, 그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언젠가 전 화로 아버지는 그를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하 시라고 말했는데, 아직까지 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정 말 그 일이 일어나면, 어쩌면 그를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몰 랐다. 하지만 그건 그냥 해보는 생각이었다. 그에게는 이 제 아무런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거실로 나와 물을 끓여 커피를 탔고, 담배에 불을 붙 였다. 그러고는 한 손에는 컵을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들 고 다시 그 햇빛이 가득한 방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방 안은 눈부시도록 노란 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사람을 마비 시키는 것 같은 따스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상에서 오 직 그 방만이 우주의 축북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거기에 는 아무런 고통도 죽음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떻 게 보면 분명히 그것은 어머니가 그에게 남긴 것이었다. 그 가 대리점 일을 할 때,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 대리점 주가 있었다. 그는 궁지에 몰려 있었는데, 마지막에 그는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가 보기에도 그 남자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는 태양을 바라봤다. 그리고 계속 우주를 생각했다. 우 주와,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과,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했다. 약을 드셨죠? 주사도 맞고. 하지만 그것은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고통을 없애줄 뿐이에요. 당신은 죽 을 겁니다. 그랬다. 모두가 죽을 것이다. 언젠가는, 지금 지 상에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이, 100년쯤 지나면 한 명도 남 지 않고 죽어없어질 것이다. 심지어 저 태양도 언젠가는 사 라지고, 마치 불이 꺼지듯이 우주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전혀 허무주의적이지 않다. 그는 비로소 다시 살아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왜 어머니가 그 의사에 게 고맙다고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태양이 좀 더 높 이 떠올라서, 방 안의 빛이 점점 줄어들 때까지, 그리고 완 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방 안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금방 아까의 그 생각을 잊어버렸다. 그에게는 아무 고통이 없었 으니까. 그저 약에 취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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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을 것 같군요. 메탈리카Metallica가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팬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를 좋아한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달밤에 운동하느라 고생한 이스턴 사이드킥,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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