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 issue 2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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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music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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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elephant-shoe.net

kimb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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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 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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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4 no.23


small talk with music E P I S O DE 죽음

장은석 맹선호

Julian Kim 이지선

katyna ranieri

Joy Division

Oh My Love

Dead Souls

Addio Zio Tom (1971)

Arvo Pärt

올해 초 할머니께서 병환으로 먼 길을 떠나셨다. 입

Murray Gold

원 중인 할머니를 문병 갔었는데, 정신도 제대로 못 차리던 할머니께서 “은석이 왔네.”라는 말에 눈

Doctor Who Theme

을 뜨셨다. 그리고는 내 손을 잡으시곤 “공부하느

Doctor Who: Original Television

라 힘들지?”라며 걱정을 해주셨다. 그 날이 할머니

Soundtrack (2006)

Cantus In Memoriam Benjamin Britten Summa (2002) (Paavo Järvi: Estonian National Symphony Orchestra)

의 마지막 하루였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다른 이 를 걱정할 수 있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나도 알

죽어도 죽지 않는 주인공이 있다. 아니 죽여도 죽지

게 되는 날이 오겠지.

않는 주인공이다. 11대 닥터 ‘맷닥터’가 임무를 다했 다. 드라마 <Doctor Who>말이다. 이제 곧 방영될 새 시즌의 12대 닥터가 결정되었다. 피터 카팔디라는 무 려 58년생 아저씨다. 배우 김갑수랑 좀 닮았다(연배 도 비슷하다). 새 닥터를 맞이하는 마음이 탐탁찮아 도 두고봐야한다. 이제까지의 닥터들도 그랬으니까. 지은

Substance(1988) 어린 시절 내게 큰 깨달음을 준 책 중에 <드래곤 라 자>라는 소설이 있다. 이제는 이야기조차 희미하지 만,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는 부분은 ‘사람은 수많은 외부의 존재와 마치 퀼트처럼 조각조각 엮여서 완 성된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가 까운 누군가의 죽음은 내 안의 한 부분이 죽는 것과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 내 가슴 설레느니 / 내

마찬가질 테다. 확실히 죽음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

삶이 시작됐을 때 그러했고 / 성인이 된 지금도 그

는 문제다. 요즘 사는 게 지겨워질 정도로 재미있는

러하며 / 늙어서도 그러하기를 / 그렇지 않다면 차

일이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이유가 그

라리 죽는 게 나으리라 /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 나

것인 것 같다. 친구가 들려준 ‘길이 있으니 걷는다’

의 하루하루가 / 자연의 경건함 속에 있기를 (The

라는 명언처럼.

Rainbow, William Wordsworth)

그러다 금세 사랑에 빠지게 될테니까. 그래도 아쉽긴 아쉽다. 굿바이 맷닥터.

KAY NOKID

Robin Thicke

키치킴

Blurred Lines ft. T.I., Pharrell Blurred Lines (2013)

NUJABES 엘리펀트슈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엘 슈를 남성지로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다. 친근하고 다정한 엘슈는 나의 등장으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결론이자 각오

Nirvana

였다. 슬프게도 비웃음도 샀다. (똑똑히 기억하고

Heart-Shaped Box

있다.) 그렇지만 엘슈와 함께한 지 일 년이 된 지금,

In Utero (1993)

엘슈가 이제는 제법 도도하고 세련되어졌다고 느끼 는 건 나뿐일까. 녹록지 않았던 순간들도 적지 않았

after hanabi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Hydeout Productions 2nd Collection

American Idiot (2004)

(2007) 이미 지금 나는 죽은 몸이나 다름없다. 그 말인즉 5~6년 전쯤 누자베스 공연 표를 친구에게서 반값에

슨 이 몸의 연애 세포가 다 말라 비틀어 죽어 이제

샀다. 들어본 적은 없지만, 당시 일렉트로닉 음악에

는 몇 마리 살아 있으면 감사할 따름일 터. 영혼 없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우스갯소리로 ‘무덤까지 안고

관심이 많았던 차에, 유명한 DJ의 공연이라기에 관

는 이 몸뚱어리, 이제는 누군가의 우량한 세포를 만

갈 한 장의 앨범’을 꼽아 본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

심이 동했기 때문이다. 아는 곡이 거의 없어서인지

나 대량 번식을 해 사람이 되어야 할 마지막 시기이

이나 내 선택은 변함이 없다. Rest In Peace, Kurt.

공연도 재미있게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은 누

다. 2013년 10월, 올겨울 사람답게 살고 싶은 한 남 자를 위한 몇 안 남은 세포들의 마지막 생존 노력.

그동안의 여정을 돌아보니 분명, 나의 다짐이 이곳 에 영향을 끼치긴 끼친 모양이었다. 마냥 귀여웠던

Green Day

지만, 엘슈와 함께했던 시간은 대체로 즐거웠다. 앞

자베스의 음악을 정말 자주 듣는다. 3년 전 누자베

으로 어디에서건, 엘슈의 번성을 기원하겠다. 나도,

스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곤 몹시 안타까

엘슈도 훗날 더 근사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마주할

웠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안타깝겠

순간이 오길 기대해본다. 아, 내가 뿌려놓은 남성지

지. 있다가 없게 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의 씨앗도 싹이 터 있다면 더 좋겠고.

E L E P HAN T - SH O E t a b l o i d V o l . 7 4 N o . 2 3 OCTOBER 2 0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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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 seg1129@naver.com Julian Kim comfortingsounds.vol1@

이지선 anik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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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r / Editor-in-Chief

P u b l i s h e d b y Elephant-Shoe www.elephant-shoe.net

장은석 ewanjj@naver.com

P r i n t e d b y 솔텍 서울 중구 필동2가 120-1

Founder

*엘리펀트슈 타블로이드의 본문은 아모레 퍼시픽에서 제공하는 아리따 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June dafunk@hanmail.net

All Rights Reserved 2013 Elephant-Shoe ELEPHANT-S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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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선호 pluto116@naver.com 지은 cacaocat@naver.com Editor

용식 bleutk@gmail.com 키치킴 kitschiker69@naver.com EDITORIAL

Photographic Director

지감독 studiojeee@gmail.com Photographer

KAY gsu-syndrome@me.com Art Director

NOKID starfucker6@naver.com Art


contents 2013 October no.23

18 표지에서 김바다가 입은 재킷은 김서룡 옴므 by KUD, 셔츠와 넥타이는 스니저 퍼레이드 제품

14 RELEASE PARTY

아름다움이 죄가 된 그녀들

Editor's note

강아솔 |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 단편선과 선원들 | 룩앤리슨

18 THE ROOM

vol.8 거부할 수 없는 일 안경 만드는 남자, 김대현

20 MUSIC VIDEO STILL HERE

OLIVER NIGHT IS ON MY MIND

22 WEAR THE MUSIC 제 주변 사람들 모두 제가 아스날 팬임을 알고 있습

좀비를 입은 사람들

니다. 아스날은 한때 무패우승을 하는 등 전 세계에

살아있는 시체들과 공연을 보는 완벽한 방법

서 가장 강력한 축구팀이었지만, 최근 8년 동안 우승

29 CARTOON

을 못 해 계속해서 위상이 떨어졌습니다. 그 모든 책 임은 아르센 벵거 감독에게 돌아갔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무패우승을 만든 것도 같은 감독이라는 것입

NOKID가 그리는 엘리펀트슈 이야기

04 COVER SPECIAL

김바다 : 終과 結 방향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NOKID가 엘리펀트슈에서 그림을 그리기까지

니다. 한때는 최고로 추앙받았던 그가 실패의 주역 으로 몰렸고, 이번 시즌의 시작 직전에는 “고집만 남 은 영감탱이”가 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그가 월드

29 ORIGINAL SOUND NOVEL

클래스 선수인 외질을 영입하고 리그 1위를 달리자,

시승

사람들은 다시금 그를 추앙하기 시작했죠. 이렇듯 사

신호가 바뀌지 않았는데도, 핸들을 꺾고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람에 대한 평가란 것은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여

22 INTERVIEW

곽푸른하늘 아직 모르는 게 많아

러 가지 일들에 영향을 받아 극과 극을 오가죠. 그러 니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평판을 한결같이 유지 하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더구나 한 직업을 오래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음악가 라는 직업도 그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앨범을 발 표할 때마다, 공연할 때마다 평가를 받게 되는 직업 이니까요. 그리고 음악 스타일의 유지와 변화, 이 사 이에 줄다리기는 앞으로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도 답 이 도출될 수 없는 명제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뮤지션 에 대한 평가는 지금의 것에 대한 것도 필요하지만, 전체에 대한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번 호 김바다 씨와는 그런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그리고는 궁금해졌습니다. 엘리펀트슈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본 독자분은 엘리펀트슈의 역사를 어 찌 생각하고, 어떠한 평가를 하고 있을지, 그리고 또 이번 호는 어떻게 생각할지 말이죠. 굳이 이번 호의 시작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번 호가 자신 있 기 때문입니다. 다음 호에는 더 자신 있는 매거진을 갖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호를 읽으시고 기대하 며 기다려주세요. 9월 29일 장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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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PHANT-SHOE


cover special

KIM BA DA EDIT : 장은석 / PHOTOS : 지감독 STYLIST : CatDog / MAKE UP, HAIR : 이아영 / SET STYLIST : 박경섭(setjaengi)

終과 結 누구에게나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 그렇지만 진짜 그 사람에게 빠져드는 것은 기대하지 못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다. 김바다는 그런 사람이었다. 촬영할 때에도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그랬 고, 그가 만든 음악은 더욱 그랬다. 사람들은 그의 결과물 하나하나만을 봤을 뿐, 그의 음악들이 어 딘가를 향해 나열되고 배치됐다는 것은 몰랐다. 그 방향이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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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PHANT-SHOE


김바다가 입은 검은 색 셔츠는 김서룡 옴므 by KUD, 바지는 프레드 페리, 부츠는 아티스트 소장품, 넥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DISCOGRAPHY

시나위 1996년 EP [Circus] 로 데뷔 1997년 [은퇴선언] 1998년 [Psychedelos]

나비효과 2003년 [나비효과] 2005년 [나비효과 2nd]

레이시오스(The Ratios) 2008년 [Burning Telepathy] 2013년 [Lusty Initialization]

아트 오브 파티스(Art of Parties) 2009년 EP [Seitrap Fo Tra] 2010년 [Ophelia]

김바다 2013년 [N. Surf Part 1] 유희가 착용한 재킷, 이너톱, 팬츠 모두 s=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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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시나위의 보컬로서 다양한 경험을 했을 것 같다.

나도 그랬다. 사진을 좋아하는 편인데, 외국의 음악 잡지를 보면 뮤지션을

잊지 못할 순간들이 너무나 많다. 한 번은 서울대학교 노천강당에서 공

전형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고 특별하게 찍어내는 것을 보며 부러웠

연하게 됐다. 그때만 해도 서울대학교에서 대중 가수가 공연한다는 것

다. 그런데 엘리펀트슈가 그렇게 하고 있어서 관심이 많았다. 물론 노출은

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공연 시작시각이 거의 다 되었는데도 객석에 아무

무서웠지만 말이다. (웃음) 그래도 이렇게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도 없었다. 낙담하려던 차에 갑자기 버스가 와서 사람들이 내리더니 금세 2,000명 가까이 사람이 모였다. 그래서 대철 형에게 “내가 무대 올라가서

요즘 워낙 바빠 보여 가능할까 싶었다. 쉬는 날은 있나.

사람들 일으킬까?”라고 물었다. 형은 뭔가를 느꼈는지 여기서는 하지 말

요즘은 거의 쉬지 못했다. 쉬는 날이 있으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자고 했다. 그래서 얌전히 공연을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점점 일어나기 시

집에 있는 편이다. 얼마 전에 <산골음악회> 마지막 회 촬영하러 태백에

작하더니 이내 모두가 일어났다. 공연이 끝날 때쯤에는 파도가 밀려오는

갔었는데, 이곳에서 한 달 정도 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조용한 곳에

것처럼 내 앞에 관객이 몇 층으로 쌓여 있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뒤를 돌

가면 쉼에 대한 욕구들이 일어난다.

아봤더니 드럼, 앰프, 멤버까지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말 그대로 죽 여주는 상황이었다. 그때 무대에 중독됐다.

의외다. 김바다의 이미지나 음악을 생각하면 왠지 한적한 전원보다는 분주한 도시가 먼저 떠오르니 말이다.

서울대학교가 특별하겠다.

레이시오스를 생각하면 도회적인 게 맞다. 하지만 그 안에도 자연이 있

당연하다. 사전심의 철폐 기념 공연도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그

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음악에는 사이키델릭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때 사전심의가 철폐됐다고 기뻐하며 욕과 함께 공연을 시작했다. 그러자

이 사이키델릭은 자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한적한 곳에

모든 관객이 뛰기 시작하는데 공연 기획자가 달려와 나무로 된 옛날 건물

서 지내면 주위의 모든 것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다.

이라 무너질 것 같다고 말리더라. 아마도 그때가 록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때는 모든 대학교 축제에 록 밴드 일색이어서 록 페스티벌 같은

그러면 그런 곳에서 쓴 곡들이 많은 편인가.

분위기였다. 관객들도 대단했는데, 그들이 지르는 소리에 연주가 안 들릴

대부분의 곡이 경험이 쌓이고 쌓여 곡으로 승화되는 편이다. 여행도 갔

정도여서 “나 연주해야 하니 조용히 좀 해달라.”고 한 적까지 있다. (웃음)

다가, 클럽에서도 놀았다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얘기한다든지, 그런 여러 가지 경험과 거기에서 느낀 감정을 통해서 나오다 보니, 어떤 한 곳

짐작조차 안 간다. 그랬던 순간도 99년에 끝났다. 탈퇴 후에는 어찌 지냈나.

에서 곡을 만들고 그러지는 않는다.

혼자서 지내며 성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노래 연습을 많이 했 는데, 그때 톤을 찾았다. 그리고 2003년도에 나비효과로 앨범을 발표했

곡을 만들 때 어떤 팀에서 연주할지 고려해서 작업을 하나.

다. 그 앨범을 통해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판단을 처음부터 하지는 않는다. 곡이 완성되고 이 곡을 어떻게 편곡할 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결정한다. 개인적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을 록 밴드가

그게 무슨 말인가.

연주하거나, 록 음악을 일렉트로닉 밴드가 연주하는 게 섹시하다고 생각한

대학로에서 한 쇼케이스를 보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모였다. 심

Art of Parties

다. 그래서 아트 오브 파티스

는 일렉트로닉 감성으로 록 음악을 연

주하고, 레이시오스는 그 반대로 접근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결정한다.

지어 못 들어와 싸우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렇게 기대에 찬 사람들이 들은 첫 곡이 ‘첫사랑’이었다. 그 첫 곡을 듣고 사람들이 다 갔다. 그때 가 내 음악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이다.

밴드가 바뀌고 장르가 바뀌어도 김바다의 음악이라는 맥락이 유지된다. 모두 내가 보컬을 맡고 있다 보니 보컬 톤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 것 같다.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찌 할 건가.

하지만 이제 20년 가까이 곡을 쓰다 보니 사운드나 멜로디에도 김바다 스

하드코어 음악을 하겠다. 하드코어 음악을 갖고 나왔다면 전혀 달랐을

타일이 생긴 것 같다. 록을 하든, 일렉트로닉을 하든, 발라드를 하든 기타

것이다.

톤이나 멜로디에 내 스타일이 있고 여기에서 큰 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왜 ‘첫사랑’이었나. 보컬리스트로서 밴드마다 어떤 차이를 두나.

멤버 중에 한 사람이 우리도 대중적인 곡으로 유명해져 보자고 했다.

마음가짐이 다르다. 최근 시나위에서는 관객을 위한 노래라 생각하고 최

그래서 나도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사실 ‘첫사랑’을 불렀어도 1집의 다

대한 원곡 그대로 부르는 것에 집중했다. 선물하는 기분으로 부른다고 하

른 곡들이 록이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머지 곡들

면 될까. 반면 솔로, 아트 오브 파티스, 레이시오스로 무대에 섰을 때에는

도 소프트하게 만들려고 시도했다. 그 결과 그런 사건이 터졌고 결국 나

내 의견이 많이 들어간다. 오늘은 이렇게 하고 싶고, 또 내일은 이렇게. 이

는 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런 식으로 자유롭게 선택한다. 이 부분에 차이가 있다. 그런데 2집에서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시도했다. 시나위에는 쟁쟁한 보컬리스트가 여럿 있다. 그럼에도 나가수 출연 때

뭔가 센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있었던 일렉트로닉 음악에

신대철 씨가 김바다를 선택했다.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지금 들어보면 많은 부분이 부족하지만 그 속에 있

그건 아마 종서 형이나 재범 형이 안 한다고 해서일 것이다. (웃음) 형들

는 거친 매력들이 있다. 시도로서의 가치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이 거절해서 내가 좋은 기회를 얻었다. 대철 형에게도 고맙지만 사실 재 범 형이나 종서 형이 제일 고맙다. (웃음)

쇼케이스와 같은 상황을 경험하고 나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 겁나지 않나. 오히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또 다른 시도를 빨리 하고 싶었다. 뭔

조금 덜 고마운 신대철 씨와의 시나위는 어땠나. (웃음)

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만족스러울 때까지 하는 성격 탓일 거다.

사건도 많았고 갈등도 있었다. 그게 밴드의 정직한 모습인 것 같다. “네 가 하라는 대로 할게.”이게 아니라 “나는 이게 좋아.”라며 논쟁을 하는

그 후 일렉트로닉 밴드 레이시오스를 만들었다. 과감하다.

것은 작품이 나오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 덕분에 시나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밴드를 만들며 음악적인 길을 찾았던 것이다. 대부

위에서 밴드다운 밴드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레이시오스나 아트

분의 사람이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지 않나. 나도 그랬다. 내가 뭘

오브 파티스 멤버들에게도 “네 것을 해라. 나도 내 것을 할 테니.”라고

원하는지 알고자 원치 않는 것도 해보고, 원하는 것을 다시 해보기도 하면

항상 말한다. 그래야 새로운 게 나온다.

서 깨달았다. 레이시오스의 음악은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ELEPHANT-S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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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다가 입은 재킷은 김서룡 옴므 by KUD 제품, 바지는 아티스트 소장품


KIM

BA

DA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함께 하고 싶은 사

다 나 자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뭔가 기분이 안 좋다

이펙터를 가지고 기타 사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좀 더 나아가고 싶었

람들이고, 내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될 거다.

는 생각이 들면 그 문제가 어디에 있나 생각하고 그걸 수정하며 지내고

다. 그러다 신시사이저를 만져보니, 악기 하나로 여러 사운드를 만들 수

있다. 이러면서 더 많이 행복해졌다.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동안 기타 대신 신시사이저에 빠져

그래서인가. 레이시오스 멤버도 다시 모였다.

들었다. 신시사이저를 사려고 일본, 영국 등에 가기도 하고 완전히 미쳤

아트 오브 파티스 단독 공연 때 게스트 대신 레이시오스로 공연을 해보

지금 바라는 것은 없나.

었다. 방 안 가득 신시사이저를 채워놓고 마치 과학자라도 된 것 마냥

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인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 그래

왜 없겠나. 레이시오스, 아트 오브 파티스, 김바다 솔로 모두에게서 히

소리를 연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일 것이다.

서 앨범을 찾는 분들이 많았는데 구할 길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트곡이 나오길 바란다. 그냥 인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와, 이거 뭐

래서 리패키징 형태로 재발매하기로 했다. 말이 재발매지 거의 정규앨

야?”라며 충격을 받게 만드는 곡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런 음악을

그 준비에 비해 레이시오스의 활동기간은 너무 짧았다.

범 녹음 수준의 공이 들어갔다. 악기부터 보컬 녹음도 새로 하고, 편곡

하는 나를 보고 록스타가 꿈인 애들이 생기고, 그 아이들이 록스타가

일렉트로닉 밴드에 대한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그래서 공연도 세 번밖에

도 많이 했다. 이전에 만들 때 아쉬웠던 것들을 보완했다.

되어 문신하고 롤스로이스를 끌고 다닌 것을 보는 것, 그게 내 목표다.

는 공연을 위해 모든 장비를 갖고 가서 우리의 시스템으로 공연했다. 반응

그리고 드디어 김바다 솔로 앨범이 나왔다. 굉장히 늦은 감이 있다.

7월 매거진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씨도 같은 얘기를 했다.

이 엄청났는데, 이삿짐은 더 어마어마했다. (웃음) 펜타포트 공연 후에는

솔로 앨범을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다. 이제는 할 말이 생겼다 싶어 작

엄청나게 상징적인 이야기다. 오아시스가 롤스로이스 끌고 다니면서

상상마당에서 마지막 공연을 했다. 그때에도 끝내줬다.

업에 들어갔다. 솔로 앨범은 온전히 내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시도

나는 롤스로이스도 있다는 이야기가 돈이 많다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안 해본 장르의 음악들에 손을 더 대보

생각한다. 나는 록 음악을 해서 록스타가 되었고 이렇게 멋지게 산다고

해체 공연이 좋으면 다음으로 이어지게 되지 않나.

고 싶다. 이를테면 굉장히 느린 곡이라든지, 로맨틱한 곡이나 캐롤 같

말하는 거다.

우리가 좋았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멤버간의 합은 굉장히 좋았

은 것들 말이다.

못 했지만, 반응만은 대단했다. 첫 무대인 2008년 월드 DJ 페스티벌에서

지만, 주변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 일렉트로닉 밴드에 대한 수요가

그러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겠다.

전혀 없었고,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죽여주는 음악을 했다는 것을 보여

솔로 앨범 수록곡 ‘Searching’에서는 슬럼프에 관해 이야기했다. 2010

지금까지는 음악적 방황기였고, 이제야 정착을 했다고 생각한다. 록을

주며 그대로 끝냈다.

년에서 2011년에 활동을 보기 어려웠는데 이때였나.

일렉트로닉으로, 일렉트로닉을 록으로 표현하는 이 지점에서 무언가가

맞다. 엄청난 슬럼프였다. 이전에도 슬럼프를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아

만들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그래서 이 상태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그리고 아트 오브 파티스가 등장했고, 원초적인 록 사운드로의 복귀라

니었다. ‘노래가 안 되네.’, ‘곡이 안 나오네.’ 이런 것은 슬럼프가 아니

작품을 만들어 낼 계획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곡을 많이 써주고 싶다.

며 술렁였다.

었다. 태양이 사라지고, 세상에 모든 불이 꺼지더라. 그렇게 깜깜해진

그건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다. 아트 오브 파티스에서 일렉트로닉 감성

상태로 몇 달을 살았다. 그때 내 앨범을 들으면 내가 한 것처럼 안 느껴

김재중 씨에게 준 것처럼 말인가.

으로 원초적인 사운드를 연주했을 때의 섹시함을 기대했고, 지금도 여

졌다. ‘내가 이런 걸 어떻게 할 수 있지?’ 싶었다.

그렇다. 김재중처럼 아이돌 중에는 대단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있다.

전히 기대 중이다. 그래서 원래의 앨범에 추가로 일렉트로닉으로 편곡

그들에게 곡을 주고 프로듀싱도 해보고 싶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내

한 것을 하나, 언플러그드로 만든 것까지 총 세 장의 앨범을 내는 계획

왜 그런 슬럼프가 왔나.

음악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돌이 내

을 세웠다. 이는 여전히 진행 중인 작업이다.

이유가 뭔지 알면 슬럼프가 아니다. 모르니까 슬럼프인 거다. 깜깜한

가 하고 있는 음악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

상태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에 집중하기 시작

한다. 트렌드를 앞서 가야 하는 그들이 이쪽 음악에 관심을 두는 이유

밴드 멤버 전원의 역량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작업이겠다. 헬리비젼의

했다. 환할 때는 안보다는 밖을 보게 된다. 그리고는 그곳에 기준을 세

가 뭐겠나. 조만간 한국의 음악은 해외의 음악과 대결하는 순간이 올 것

기타리스트 이태훈과 적적해서그런지의 드러머 박근창이 아트 오브 파

우고 나를 거기에 맞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불이 꺼지고 안을

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같이 비주류로 치부되는 음악이 한국에서도 주

티스에 새로이 합류한 게 큰 도움이 되겠다.

보고 나니 기준을 잘못 세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하나하나

류가 될 것이기 때문일 거다.

다들 대단한 사람들이다. 밴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밴드 멤버들 모두

고치고 다시 불을 켰다.

가 스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레이시오스나 아트 오브 파티스는 성공 요건을 모두 갖췄다.

그런 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불을 켠 후의 첫 활동은 뭐였나.

아마 우리의 예측보다 더 빨리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대학교

그때쯤 곡을 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바로 핸드폰 녹음기를 켜고

가 부서지는 광경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인 순

좋은 사람이 항상 함께 하는 것 같다.

녹음해서 보내준 게 진행하기로 됐다. 추가로 한 곡을 더 부탁받아 쓴

간일 것이다.

확실히 인복이 있는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인간관계에서는 욕

곡이 ‘Mine’이었고, 그 노래의 주인은 김재중 씨였다. 그 노래가 타이

심을 안 부리려고 한다. 자유롭게 두고, 솔직히 얘기하는 편이어서일까.

틀곡이 되어 일본, 대만, 독일 등 여러 나라의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냈

그때가 오면 모든 것을 다 이뤘다 싶을까.

누구에게 돈 빌려서 안 갚은 적도 없고, 오히려 무언가를 받으면 꼭 보

다. 그런데 슬럼프를 겪고 나니 그게 기쁘지가 않더라.

그러면 또 뭔가가 생기지 않을까. (웃음) 지금 드는 생각이지만 내 음악

답하려고 한다. 그 덕인지 인간관계에서 나쁜 기억이 없다.

인생의 마지막에는 앰비언트 음악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되찾을만한 사건 아닌가.

사람 때문에 힘든 적 없었나.

지나가는 과정 중에 하나라 생각했다. 그냥 그런 것 같다. 모든 게 다

앰비언트를 하게 되면 김바다의 폭발하는 목소리가 그립겠다.

사랑 때문에 힘든 적은 있지만, 친구들 때문에 힘든 적은 없다. 물론 일하

지나가니까, 기뻐도 그렇게 기뻐할 필요가 없고, 반대로 슬퍼도 그렇게

굉장히 먼 미래의 일이다. 그리고 내 나이 여든 쯤 되면 지금의 목소리

는 사람을 잘못 만나 고생한 적은 몇 번 있다. 전혀 다른 과의 사람을 만나

슬퍼할 필요가 없다.

는 안 나오지 않을까. (웃음) 

서 음악 일을 했을 때의 피곤함과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 래서 마음이 안 맞는 사람과 음악적으로 관계를 안 가지려고 한다. 그게

그렇게 생각하면 너무 건조해지지 않나.

영리하고 현명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처럼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음악을 할

오히려 더 풍족해졌다. 무미건조하게 산다는 게 아니다. 주변의 일들보 11


김바다가 입은 코트는 스니저 퍼레이드 제품

ELEPHANT-SHOE


13


HEALThY MUSIC INDUSTRY

SAVE THE MUSICIANS

RELEASE PARTY

review 08 SEP 2013

3

9 아름다운 것도 죄가 되나요? ELEPHANT-SHOE TABLOID RELEASE PARTY

너는 무기징역감 EDIT : 지은 / WORDS : 키치킴 / PHOTOS : KAY

강아솔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단편선과 선원들 룩앤리슨

2013-09-08 pm6:30 salon Badabie 15,000won

Kang-A Sol Kumca Danpyunsun and Sailors Look and Listen

+ www.elephant-shoe.net

엘리펀트슈 사상 최초의 여성 아티스트 커버를 기념(?)하여, 9월의 엘리펀트슈 릴리즈 파티의 라인업은 모두 여성 아티스트 들의 무대로 채워졌다. 이 때문에 공연이 열리는 살롱 바다비가 남초 현상을 보이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공연장 입구에서는 당일 공연을 펼치는 네 팀 중 ‘아름다움이 지나쳐 죄의 지경에 이른’ 한 팀을 선정하는 설문 이벤트를 진 행하며 공연의 즐길거리를 더했다. 여담으로 공연장을 찾은 혹자들은 “어째서 라인업 명단에 회기동 단편선이 있는 것이냐” 며 반문을 던지기도 했는데, 아직도 회기동 단편선의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은 지금 바로 엘리펀트슈에서 진행한 회기동 단편선 미니 인터뷰를 체크해볼 것. 웬만한 여자보다 훨씬 고운 자태를 자랑한다.

첫 번째 무대를 장식한 싱어송라이터 강아솔은 특별한 인사말 없이 1집 [당신이 놓고 왔던 짧은 기억]에 수록된 ‘4년 전 5월 그때의 우리’와 ‘들꽃’을 연이어 불렀다. 별다른 기교 없이 어쿠스틱 기타 한 대만으로 무대를 채워 나가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특히 2집 수록 예정곡인 ‘엄마’에는 타지에서 생활 중인 딸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깊게 녹아 들어가 있어 듣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다음 순서는 최근 ‘선원들’과 함께 3인조 라이브 셋을 결성하여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단 편선과 선원들. 이들은 회기동 단편선의 EP 앨범 [처녀]에 수록된 노래를 위주로 한 라이브를 선보였는데, 일단은 준석이들 과 투스토리2story에서 각각 활동 중인 ‘선원들’의 안정감 있는 연주 위에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단편선의 날 선 목소리가 얹혀진 무대는 그야말로 황홀경이 따로 없었다. 세 번째 순서는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이하 꿈카)의 무대로, EP [소실]과 최근 발표한 싱글 앨범 [슈슈]의 수록곡 위주의 공연을 선보였다. 특히 공연 말미에는 S.E.S의 ‘Dreams Come True’를 커 버하기도 했는데, 꿈카의 세련되고 서정적인 사운드와 박연의 음색이 어우러져 매혹적인 순간을 연출해냈다. 마지막으로 등 장한 펑크 밴드 룩앤리슨은 ‘Ready To Go’, ‘19’, ‘Run’등의 곡들로 특유의 에너제틱한 무대를 선보였으며, 관객들은 자리 에서 일어나 룩앤리슨의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이에 화답했다.

한편, 앙케이트 결과 꿈카의 보컬 박연이 가장 득표를 많이 얻은 ‘최고의 죄인’에 선정되었으며, 부상으로 ‘엘리펀트슈 2P 화 보 촬영’의 영예를 안았다. 그 결과물은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강아솔 박연 _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룩앤리슨 단편선

ELEPHANT-SHOE


엘리펀트슈의 릴리즈 파티는 매달 첫째 주 일요일에 열립니다. 릴리즈 파티에서는 해당 달의 엘리펀트슈가 처음으로 공개되는 자리이자, 이달도 무사히, 엘리펀트슈가 발간되었음을 자축하 고자 만든 공연입니다. 인디펜던트 뮤직 신의 뮤지션과 공연장의 공정한 이윤 추구를 지지하는 엘리펀트슈는 공연의 수익금을 살롱 바다비와 아티스트에게 1:1로 전액 환원합니다.

PREVIEW 06 OCT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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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T L I U G

10 카무플라주 ELEPHANT-SHOE TABLOID RELEASE PARTY

2013 F/W 트렌드, 카무플라주 EDIT : 지은 / WORDS : 키치킴

웨이스티드 쟈니스 배드 트립 텔레플라이 ECE

2013-10-06 pm6:30 salon Badabie 15,000won

Wasted Johnny's Bad Trip Telefly ECE

+ www.elephant-shoe.net

영원할 것만 같던 더위도 어느 정도 물러나고,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찾아왔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옷차림 역 시 조금씩 두꺼워지고 있는데, 비록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는 않았다지만 진정한 패셔니스타라면 계절 변화를 한발 앞서 가는 법. 이번 F/W 시즌에도 카무플라주Camouflage 패턴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위장, 속임수의 의미를 지니는 카무플라주 는 주로 군인들의 군복에 쓰이는 패턴이었지만, 이제는 그 경계가 무너지고 하나의 트렌디한 패턴으로 자리매김했다. 초기에는 재킷과 셔츠에 주로 쓰였지만, 점차 가방, 신발, 악세사리 등 여러 아이템에서 카무플라주 패턴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 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패션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냐고? 서론이 길었다. 바로 이번 10월의 엘리 펀트슈 릴리즈 파티에서는 ‘카무플라주’라는 부제 아래 다양한 장르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밴드들을 섭외했다. 다 양한 색상으로 이루어진 카무플라주 패턴처럼 팔색조의 매력을 지닌 네 팀의 밴드를 소개한다. 

광란의 록큰롤 파티를 선사할, Wasted Johnny's 최근 일렉트로니카와 락이 결합한 장르의 음악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지만, 뭐니 뭐니 해도 로큰롤 하면 단연 블루스다. 3인조 블루스 록 밴드 웨이스티드 쟈니스가 선사하는 셔플 리듬의 바운스에 몸을 맡기고 무아지경의 록큰롤에 빠져보자.

장르를 넘나드는 유연함이 일품인, Bad Trip 밴드 험백스Humpbacks에서 기타/보컬을 맡는 김영생을 주축으로 결성된 배드 트립은 블루스를 기반으로 개러지, 싸이키델릭 등 다양한 색 채를 뿜어내는 3인조 록 밴드이다. 어쩌면 이번 공연 부제에 가장 잘 부합하는 밴드일지도.

싸이키델릭 씬의 신성, Telefly 음악 꽤나 듣는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빠른 속도로 인지도를 얻고 있는 3인조 싸이키델릭 록 밴드 텔레플라이. 이들의 음악 은 라이브에서 더욱 그 빛을 발하므로 관람 전 예습은 필수이다. 가장 최근에 발매된 EP [Avalokitesvara]를 들어볼 것을 권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ECE 아직도 이씨이의 라이브를 처음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 특히 시종일관 무대를 뛰어다니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던 보컬 김동용의 모 습은 가히 충격에 가까웠다. 데모 앨범 한 장만으로 쌈싸페 숨은고수와 EBS 헬로루키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린 무서운 신인밴드 이씨이를 엘리펀트슈 릴리즈파티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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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PHANT-SHOE


PARK YEON _ Kumca Edit : 지은/ Photo : Kay / Hair & Make up : 최샛별

박연의 아름다움이 죄의 지경에 이르렀기에, 우리는 그에게 자연으로 돌아가 악한 기운을 정화하라 는 형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게 웬걸. 화려한 의상과 뜨거운 조명을 걷어내었음에도 그는 치명적인 관능미를 뽐냈다. 이런. 쉬이 교화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닌 모양이었다.

박연이 착용한 데님 셔츠는 포토그래퍼 소장 제품, 이너웨어와 데님쇼츠, 플라워 코사지는 에디터 소장 제품, 뱅글과 링은 il lining, 워커는 Storag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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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안경 만드는 남자 김대현 (36/ 레트로킷 대표) 어른이 되지 않겠다던 아이가 누구보다 어른스러운 어른이 되고, 객기를 부리던 소년이 어느덧 슈트를 입는 것. 피할 수

vol.8

있을 거라고 장담하지만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일과 결국에는 맞닥뜨렸을 때, 대부분의 선택은 이러하다. 시간 에 승복하는 일은 이렇듯 자연스럽다. 그런데 말이다. 기왕에 승복할 거라면, 조금 더 멋들어지게 해보는 것은 어떤가. 자신이 걸어온 길의 한 장을 접고 또 다른 장을 써내려가고 있는 이에게 그 방법을 물었다.

거부할 수 없는 일 가게에 개성 있는 분들이 많네요. EDIT : 지은 / PHOTOS : 지감독 RETROKIT 제공

그런 편이에요. 일반 안경원과 조금 다른 편인지라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많이 찾아주시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그냥 와서 놀다 가실 때도 있 고. 사실 모두 가격대가 있는 제품들인지라 어린 친구들이 쉽게 들어와서 가벼운 마음으로 고를만한 물건들이 아닌지라 오는 분들만 오죠. 모두 친구 같겠어요. 그렇죠. 실제로 제 친구들도 많이 오고요. 예전에 음악을 했던지라, 음악 하는 친구들, 패션계에 종사하는 친구들, 모두 다 오죠. 아, 푸드 파 이터도 오고요. (웃음) 아마 그 친구가 서울 전역에서 ‘이거 다 먹으면 공짜’, 이런 이벤트에서 거의 다 기록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ELEPHANT-SHOE


듣기만 해도 재밌네요. 저랑 코드가 잘 맞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함께 분위기를 공유해줄 때가 가장 즐거워 요. 내가 열심히 준비한 가게이고, 제품이니 알아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오면 기분 이 좋죠. 에너지도 받고요. 이 공간을 꾸리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레이니썬이라는 밴드에서 드럼을 쳤어요. 그 이후에는 의류 브랜드 ‘레쥬렉션Resurrection’ 과 함께 한 3년 정도 일했어요. 그 브랜드의 아이웨어를 제작했죠.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들었어요. 주로 해외 세일즈 위주로 영업했죠. 주로 팝스타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윌.아이.엠

The Room compilation vol.7

will.i.am,

리한나Rihanna,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 림프 비즈킷Limp Bizkit,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 같은 분들요. 레니 크라비츠는 한정판 가구 출시 기념 캠페인에서도 제 안경을 써주었

“가게에서 주로 듣는 음악이에요. 다른 가게에서는 잘 안 트는 플레이리

고, 림프 비즈킷의 웨스 볼랜드Wes Borland는 이번에 내한했을 때 만나기도 했어요. 그 친구

스트겠지만, 여긴 제 공간이니까요.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트는 거죠.”

가 안경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직접 만들고 싶어하고.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도 입소문이 나 서 많은 스타분들이 레쥬렉션에서 발표한 제 안경들을 많이 좋아해 주셨죠.

● Nine Inch Nails – The Hand That Feeds ● Nine Inch Nails - Everyday Is Exactly The Same

그분들이 대현 씨가 만든 안경의 어떤 점을 좋아하던가요.

● Depeche Mode - Personal Jesus

글쎄요. 제 안경에 어쩔 수 없이 제 근간을 이루는 것들이 반영되어서가 아닐까요. 전 이

● Velvet Revolver – Fall To Peaces

나이에도 아직도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든요. 지난 추석에는 서핑하러 여행을 다녀왔고

● Daft Punk – Make Love

요. 아마 바이크도 지금까지 30대는 타 봤을 거예요. 그런데 그걸 다 떠나서, 음악을 했 었다는 게 제 강점인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교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경험들이 제 디자인에 묻어나오는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촌스러운 걸 싫어한다는 점. 전 촌스럽고 후줄근한 건 싫거든요. 뭐든지 좋아야 해요. 나 스스로 창 피하지 않아야 하고요. 멋진데요. 요즘 말로 ‘힙’한 사고네요. 그런가요. 하지만 전 무척이나 보수적인 사람이에요. 보수적이라. 간단히 말하자면 ‘족보도 없는’ 사람들이 하는 척, 포즈만 취하는 게 싫어요. 예전에 음악할 때도 그랬거든요. 홍대에 갑자기 기타 메고 다니는 애들이 너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레 이니썬 활동할 당시에도 일부러 홍대를 떠나있기도 했죠. 안경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마케 팅에서 성공한 몇몇 브랜드들이 안경이란 아이템으로도 사업을 똑같이 전개하면서 안경 그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려는 게 참 싫더라고요. 그 왜 흔히 말하는 ‘컬 처를 팝니다’, 이런 거 있잖아요. 제일 싫어해요, 제가. 저 같은 경우는 안경을 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안경 수리사를 2년 정도 했었거든요. 안경 수리사? 옷 수선집과 비슷한 거예요. 안경 수선집은 안경원에서 할 수 없는 정밀한 안경 수리를 맡아 하는 곳이에요. 아마 한국에 열 군데도 없을 거예요. 매일 안경을 뜯어보고 만지고, 그뿐인 가요. 용접하고, 코팅하고, 도금하고. 그걸 일부러 몇 년 정도 운영했어요. 그렇게 안경에 대 한 원리를 몸으로 체득했고요. 안경은 정말로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옷처럼, 2D의 드로잉만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이 절대 아니에요. 음악을 했던 사람이 왜 그렇게 안경에 치열했나요. 사실 안경은 집안의 사업이기도 했어요. 집에서는 제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부산에서 안 경을 만들길 바라셨죠. 그런데 그때는 안경이 싫었어요. 전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 었죠. 그래서 음악을 하고 싶었고요. 어릴 때 집 근처에서 붐박스를 들고와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형들이 멋있어 보였고, 그 형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하드한 음악에 빠져있던 참이었거든요. 집에서 제 뜻과 상관없이 안경 관련 학과에 입학시킨지라 대학에는 미련 도 없었고요. 정말 안경이 싫었군요. 네, 그런데 생각은 변하더라고요. 레이니 썬을 접고 나서 대학을 다니며 안경에 대해 배 우고, 그냥 돈벌이로 안경원을 다녔어요. 그러다 문득, 안경으로도 창의적인 일을 못 할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마침 디자이너 이주영 씨가 레쥬렉션 브랜드에 들어갈 아이웨어를 같이 만들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어요. 그때부터 레쥬렉션과 함께 3년간 일 했고요. 그리고 몇 달 전 저만의 공간인 이 가게, 레트로킷을 연 거죠. 곧 제 이름을 건 브 랜드도 출시할 생각이에요. 그럼 이 공간에 애착이 대단하겠어요. 그렇죠. 해 질 무렵 이 부근, 서래마을의 분위기가 괜찮아요. 여기가 나름 고메 스트릿인 지라 점심시간에는 사람들도 너무 많고 북적거리거든요. 그런데 해 질 녘에는 참 조용해 요. 운치 있고요. 그럼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일을 더 벌일 건가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벨기에 아이웨어 브랜드인 ‘테오THEO’의 트렁크 쇼를 10월 중순에 할 것 같아요. 한국에는 에이전시가 없는지라 본사에서 직접 와서 저희 가게에서 테오의 제품을 선보이죠. 11월에는 크롬하트의 신제품 발표회를 하고요. 뭐가 되었건, 근사하고 재밌는 일 을 하고 싶어요. 재미있는 친구들과 콜라보레이션도 계속 하고요. 저 자신에게 창피하지 않 을 만큼 근사한 일들을 쉬지 않고 해나갈 생각이에요.  19


MUSIC VIDEO STILL HERE

ELEPHANT-SHOE

WORDS : 장은석


Oliver Night is on my mind

Brent: Bill Corry Dancer: Emily Shephard Director: Greg Brunkalla Producer: Lia Mayer-Sommer Production Company: Walter Pictures Cinematographer: Michael Belcher Costume Designer: Melissa Vargas Costume Designer Assistant: Melanie Herve Production Designer: David Dean Ebert Art Director: Nicolas Luna Casting: House Casting Gaffer: Jeff Clark Grip: Brandon Taylor Playback: Scott Duncan

“환상 속의 그대”는 너무나도 유명한 노래 제목이 되어 진부의 끝에 도달한 문구다. 하지만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문구기도 하다. 누구든 이상형은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에 대 해 바라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 대상은 점점 구체화 되고 실제화 된다. 그리고 환상 속의 이상 형이 현실로 나온다면, 현실이 환상이 되어 행복하게 될 것이라 믿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구 체화 시켰다고 해서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반영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지 않았던 모습들을 발견하며 환상은 이내 현실이 된다. 그리고 그토록 빛나던 “환상 속의 그대”도 어느 순간 다른 것들만큼도 빛나지 않아 보인다. 결국 모든 것이 다 마음에 드는 상대란 있을 수가 없고, 그렇기에 “환상 속의 그대”인 것이다. 그러니 너무 구체화 시킬 필요도 없고, 환상 속의 그대를 굳이 현실 속의 그대로 만들 필요도 없다. 환상은 환상 속에 있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그리고 현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부족함이 있는 “현실 속의 그대”다. 

Assistants: John Nunn, Richard Wood, Vikthor Frankenstein BTS: Cherine Khoury Post Facility: Whitehouse Post Editor: Sam Puglise-Kipley Assistant Editor: Nate Katz Offline Producer: Nick Crane Telecine & Visual FX Facility: The Mill VFX EP/ Producer: Heath Raymond Senior VFX Artist / Supervisor: Jade Kim Coloris: Mikey Rossiter VFX Artist: Jamin Clutcher VFX Assistants: Jeff Butler, Johnn McIntosh Additional Post Effects: Morgan Harary © 2013 Fool's Gold Rec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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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르는 게 많아

곽푸른하늘

Edit : 지은 / Photo : Kay / Hair & Make up : 최샛별

그 무렵에, 그 나이에, 그 시기에 맞는 성장통을 겪은 이들의 힘은 나직하고도 단단하다. 또래보다 성숙했다거 나 또는 미숙했던 사람이 성인이 되었을 때 미처 갖지 못한 조각들을 그들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뛰지는 않 았다지만 그렇다고 멈춰 서는 법 없이, 딱 그만큼의 속도로 걸으며 느끼고, 배우고, 표현하며 자라온 이들의 평 온한 심성은 그 누구도 해할 수 없는 강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곽푸른하늘이 갖고 있던 것이 그것이었다.

사진 촬영이 끝나자마자 나는 곽푸른하늘에게 “대체 누가 그렇게 곽

마 전 시작한 연애에서는 그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신기

푸른하늘 씨 마음을 갖고 장난을 쳤어요?”라고 물었다. 처음으로 시

해요. 저는 ‘이 사람이 나를 안 좋아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전제

도해봤다던 진한 메이크업을 지우던 그녀는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에 두고 사람을 대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어요.” 무

“꼭 연애 얘기만은 아니었어요.”라고 대답하는 그녀의 뺨에 감도는

엇이 그렇게 달랐냐는 질문에 그녀는 대답했다. “내가 이런 말을 했

발그레한 혈색과 단정한 입매를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

을 때, 상대방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미움받는 게 싫어서 이러지

녀의 얼굴에서 열아홉 살에 첫 녹음을 마치고 갓 스무 살에 음반을

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들에 대해서요. 그런데 그 사람도 저와 비슷

낸 여자 아이는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

하더라고요.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까지 말하

한 미숙하지만 제법 요요한 어느 여자의 모습이 어려있었다. 이런데

던 그녀는 갑자기 이번 음반 제작에 함께 해주었던 박정근과 김가든

도, 그 절절한 노래들이 연애 얘기만은 아니었다고? 어디 감히 누굴

의 걱정을 했다. 그녀는 확신했다. 자신이 연애를 시작한 것을 알면

속이려고. 그러나 정작, 그녀는 자신이 부쩍 예뻐진 이유로 머리카락

그들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이다. 작업하는 내내 그들은 항상 곽

을 꼽았다.

푸른하늘의 연애에 대해 궁금해했다고 했다. 그에 대해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던 그녀의 태도를 기억하는 그들은 이 인터뷰를 보게 된다

애정없는 장난

면 아마도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다며 우려하며, “그렇지만 이 인터뷰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아 아기 같은 얼굴에 머리까지 짧으면 아무래

가 나오기 전에는 얘기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도 고등학생 같아 보일 것 같아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던 설명처럼 그녀의 머리카락은 꽤 길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한동안

이번 음반은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한 지원군들의 도움이 많았다. 1집

꽤 힘들었어요. 내가 이젠 정말로 성인이구나, 하고 느껴졌거든요. 그

부터 자의로 가사집을 만들어주었던 디자이너 김가든과 포토그래

렇지만 아직 성인은 아니잖아요. 나이는 성인이라지만 정신적으로는

퍼 박정근은, 그녀가 이전에 해보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모

아직이잖아요. 나는 좀 천천히 알아갔으면 좋겠는데, 사람을 만나는

두 할 수 있게끔 도왔다. 사진집도 그랬고, 남장도 그랬다. 그녀의 뜻

것도, 일도 모두 갑자기 일어나더라고요. 겁이 났어요. 그 마음이 ‘애

과는 다르게 1집 음반에서 얻었던 ‘소녀’라는 타이틀을 벗을 수 있는

정 없는 장난’에도 고스란히 담겼던 것 같아요.” 왜 겁이 난 것 같으

새로운 이미지를 원했던 터라, 그들의 협조는 무척이나 고마운 것이

냐고 되묻자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준비’의 문제였던 것 같다고 말

었다. 이번 앨범에 프로듀싱으로 참여한 다미라트Damirat의 도움도

했다. 아직 무엇도 감당할 준비가 안 되어있는데 그녀에겐 조심해야

그랬다. 그가 참여해준 마지막 트랙 ‘(위의 검은 줄’(‘줄’ 또는 ‘라인’

할 것들투성이였다. 말도, 행동도, 관계도, 모든 것이 그랬다. 그녀는

이라고 읽는다)는 그녀가 꼽는 트랙 중 하나였다. 표기는 ‘Damirat

“차라리 누가 시키는 대로 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제게 뭔가 시키지

Mix’라고 되어있다지만 그 자체로 오리지널 버전이라는 이 트랙은

않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이번 음반 발매 공연에서 언플러그드 버전으로 불러 좋은 반응을 불 러일으켰다. 그런가하면 12월 즈음에는 그와 함께 곽푸른하늘의 곡

가까워지는 시간

을 모두 새롭게 편곡해서 전혀 다른 형식의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밝

자신도 모르는 새에 밀려들어 온 성장통을 겪던 곽푸른하늘은 이전과

혔다. “그동안 계속 하고는 싶었지만 할 줄은 몰랐던 그런 장르잖아

무조건 다른 EP음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1집을 만들 당

요. 저랑은 별로 안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다미라트와 함께 작업하

시를 회상했다. “아무 것도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었던 게 1집이었

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저를 좋게 봐주셔서 작업을 계속 같이 해보

어요. 확신은 음반이 손에 쥐어졌을 때 얻었죠. 그냥, 싫지가 않았어요.

자고 먼저 제안해주신 것도 감사했고요. 저는 새로운 일을 좋아하거

와, 내가 노래를 하다니. 내가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라니. 그때 딱 알

든요.”라고 덧붙이는 그녀의 대답을 듣자 또다시 기대되었다. 평범한

았어요. 내가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이게 내가

듯하지만 특별한 어조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아마도 그녀가 지

할 일이라고요.” 확실히 그랬다. 어린 티를 굳이 벗지 않았던 앳된 목소

닌 특별한 능력인 것 같았다.

리가 이제는 제법 성숙해졌다. 그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의 내용도 그러 했다. 학창시절 교실에서 느껴던, 그러나 꼬집어 말할 수 없었던 오묘한

인터뷰를 마치고,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하며 자리를 떠나는 그

지점들에 대한 가사를 담았던 1집과는 달리 이번 음반의 첫 트랙은 제

녀의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들이 나

목부터 ‘애정 없는 장난’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이 자

이 어린 여자 동생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하는 “어려서 좋겠다.”라는

연스러운 일이었다. 의도하지 않아도 이전과는 다른 톤의 목소리가 났

말에 내포된 그런 성질의 부러움이 아니었다. 어떤 이유였는지는 몰

고, 이전과는 다른 내용의 가사를 썼다. 갓 스무살이 되어서 해 보았던

라도, 그 무렵에 느껴야 했을 것들을 느낄 새도 없이 급하게 벗어난

첫 연애와 얼마 전 시작한 연애가 사뭇 다른 모습이었던 것처럼, 까닭없

나의 유년기, 그리고 학창시절이 떠올라서였다. 비록, 지금 현재 그녀

이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말했다.

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느라 자신이 얼마나 예쁜지, 또한 얼 마나 귀중한 시간을 보내는지 모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묵묵히 자

읽히지 않는 책

신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신중했다. 그 때

“첫 연애는 이상하게도 자꾸만 헤어질 것 같았어요. 항상 속으로 ‘헤

문에 그녀가 디딜 다음 걸음이 기대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보

어질 것 같아’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었죠. 좋아했다기보다는 궁금해

지 않았어도, 듣지 않았어도, 분명히 근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

서 시작했던 연애여서 그랬는지. 결국 그렇게 헤어졌어요. 제가 매정

다. 이 또한 그녀가 가진 특별한 능력인 것 같았다. 

한 데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냥 그렇게 끝내버린 거죠. 그런데 얼

ELEPHANT-SHOE


inter view

곽푸른하늘이 착용한 드레스와 슈즈 모두 Gyahaha, 촬영 장소는 Café Homeo

23


WEAR THE MUSIC

좀비를 입은 사람들 살아있는 시체들과 공연을 보는 완벽한 방법 EDIT : 키치킴 / PHOTOS : KAY

지난 9월 7일, 살롱 바다비에서는 조금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좀비 나잇 피버’라는 제목의 이 공연은 참가 뮤지션들의 좀비 코스프레, 좀비 걷기 콘테스트, 좀비 칵테일 판매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제공했는데, 특히 무대 입구에 설치된 좀비 분장 부스가 관객들의 큰 관 심을 끌었다. 비범한 공연 콘셉트 답게, 관객들의 면면 또한 범상치 않았는데 그 중 가장 강렬한 포스를 내뿜 던 이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크로커다일 (666/밴드 피해의식 보컬) 엘리펀트슈 읽는 놈들 모두 건강한 성생활 해라. 섹스! 크로커다일이 착용한 옷은 모두 보세 제품.

ELEPHANT-SHOE


김다희 (23세, 무직)

한다영 (28/무직)

황윤광 (20/밴드 크라이스트퍽 베이스)

평소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많이 다니는 편이에요. 크라이

오늘은 친한 동생 문어의 플리마켓을 도와주러 나왔어요. 딱히 좋아하는 장르가

오늘 입고 나온 티셔츠는 작년 12월에 내한했던 일본 하드코어 밴드 크루셜 섹

스트퍽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윤광이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오늘 크라이스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악어들이에요.

션Crucial Section의 머천다이즈에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팀이기도 하고요. 현재

트퍽을 보러 왔어요. 물론 다른 밴드들도 너무 기대돼요.

한다영이 착용한 옷은 보세, 신발은 T.U.K, 가방은 코치, 악세사리는 문어의 핸드메이드

활동 중인 밴드와는 별개로 최근엔 블루스를 많이 듣고 있어요.

김다희가 착용한 원피스는 PAPAYA, 가방은 에이랜드, 신발은 보세.

황윤광이 착용한 신발과 바지는 보세.

문어 (27/무직)

적적해서 그런지 (왼쪽으로부터 함지혜, 이아름, 박근창, 붕)

전지애 (29/일러스트레이터)

평소 플리마켓에서 직접 제작한 악세사리를 판매하곤 해요. 오늘도 홍대 인근에

오늘 공연 콘셉트에 맞춰 평소와는 다르게 특별히 멘트를 따로 준비했어요. 다소

모든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메탈을 가장 좋아하는 편이에요. 오

서 열리는 플리마켓에서 셀러로 참여하고 오는 길이에요. 오늘은 친한 언니와 함

무섭게 멘트를 해보려 하는데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으면 어쩌죠?

늘도 바다비의 공연이 끝나면 Three thumbs에 갈 생각이구요.

께 배드 트립의 공연을 보러 왔는데, 공연 콘셉트에 맞춰 전체적으로 검정색 계

전지애가 착용한 원피스는 H&M, 재킷은 구제, 신발은 닥터마틴, 가방은 비비안 웨스트

통의 옷을 입고 왔어요.

우드.

문어가 입은 옷은 모두 빈티지 제품, 악세사리는 핸드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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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ED ALBUMS Where You Stand Travis 2013.09.27. Sony Music 한때 영국을 뒤흔들었던 이 스코틀랜드 밴드의 멤버들은 이제 베를린이라던가 노르웨이 같은 곳에 서 가족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다가 트래비스의 이름으로 함께 하고 싶은 음악이 있을 때면 함께 모여 앨범을 만든다. 꽤 꿈 같은 생활이다. 트래비스의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은 노르웨이 바닷가의 한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는데, 멤버들은 거의 매일 녹음일지를 써 홈페이지(www.travisonline.com) 에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올렸다. 녹음일지 속 그들은 판타지 영화 세트 같은 공간을 아침마다 달 리고, 차가운 겨울 바다에 몸을 담그며 짐승 같은 소리를 내기도 한다. 가벼운 잼 세션으로 시작되는 녹음은 쉴 틈 없이 진행되고, 밤에는 녹음한 음원을 들으며 창문 밖의 은하수를 바라보다 잠든다. 마 치 녹음이 진행되는 3주간 그들과 함께 노르웨이의 바닷가에서 지내는 듯 생생하다. 실제 앨범 커 버와 부클릿에 사용된 사진 중 대부분이 녹음하며 보컬 프란 힐리가 찍은 사진들이다. ‘Where You Stand’나 ‘Mother’, ‘Reminder’ 등 트래비스 팬이라면 반길 트랙이 대부분이지만, 트립합 사운드 를 시도한 ‘New Shoes’의 늘어지는 보컬 역시 인상적이다. 전작 [Ode To J. Smith]와는 명백히 다 른 방향이라고 프란 힐리가 작업일지에 언급했듯이 과거 트래비스의 음악을 그리워했던 팬이라면 그 그리움이 충분히 해소될 만한 앨범.

WORDS : 맹선호

Glass Tower 베인스 2013.08.30. 미러볼뮤직

6 feet beneath the moon King Krule

베인스는 2009년 결성된 얼터너티브/개러지 록 밴드로 보컬/기타의 유희, 기타의 죠이, 베이스의 혜민,

2013.08.26. XL, True Panther Sounds

드럼의 원배로 구성되어있다. 여성 4인조 밴드 ‘Q’로 처음 그 시작을 알렸으며, 2011년 정맥이라는 뜻의 ‘Veins’로 팀의 이름을 변경함과 동시에 드러머이자 밴드의 청일점인 원배를 영입하며 현재의 구성을 갖

이제 한국에도 제법 이름이 알려진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킹 크룰의 첫 정규앨범이 드

추게 되었다. 2012년 4월 발표한 첫 번째 싱글 앨범 [Target]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같은 해 7월

디어 발표됐다. 그의 음악을 처음 듣고 굵고도 울림이 좋은 보이스에 놀라 공연 영상

에는 신인 밴드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EBS 헬로루키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그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

을 찾아봤고, 그의 목소리에서 선 굵은 백인 남자를 떠올렸건만 빼빼 마른 소년이 나

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8월, 대망의 EP 앨범 [Glass Tower]를 들고 우리 곁에 다가왔다. 우선 전체적

와서 또 한 번 놀랐다. 그래서 그의 정보를 뒤지다 그가 열일곱 살이라는 사실을 알게

인 앨범의 분위기는 전작과 유사하다. 이들은 그간 선보였던 빈티지한 개러지 록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

되었고, 그토록 어린 소년이 만든 음악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는 등 그에 대해

는 가운데 더욱 투박하며, 거칠고 날카로워진 감성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데 이는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알게될수록 놀라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열아홉이 된 그는 여전히

‘Bass’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 특히 곡을 이루는 심플한 루프와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기타 톤에서 나오

어리지만 훨씬 더 성숙해진 보이스와 음악을 가지고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는 결렬한 아밍Arming 주법은 꽤나 인상적인 순간을 자아낸다. 또한, 타이틀곡인 ‘Moth’에서는 불빛을 쫓 는 나방과 같이 뚜렷한 주관 없이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비판하며 ‘Micro Mind’에서는 답답한 일

그는 기타 하나를 들고 무대 위에서 공연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흔한 포크 뮤지션은 아니

상에의 탈출을 노래하는 등 메시지도 놓치지 않고 있다.

WORDS : 키치킴

다. 그건 이 앨범을 들어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는 과감한 시도들을 많이 했는데 이를 단순히 어리니까 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할 수 없다. 그의 시도는 어린아이의 허세와 치 기에서 나온 있어 보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진정으로 근사한 음악을 만들기 위한 장치 들이었기 때문이다. 3번 트랙 ‘Has This Hit’가 이 앨범에서 가장 실험적인 트랙이다. 여 러 개의 주제들이 한 번에 진행되며 종결에는 이를 모으다 다시 흩어뜨리는데 이 과정을 굉장히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것은 그의 보컬에 있다. 그의 보컬은 몇 개의 주제가 진행 되는 동안 제시되는 여러 개의 길들 위로 지름길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길을 걸으면 주위 의 산만하고 꼬불꼬불한 길들을 여유롭게 볼 수 있게 만든다. 그의 매력적인 보이스를 따 라가며 만나는 다양한 그림이 이 앨범이 주는 매력이다.

2013.9.17 Columbia MGMT가 세 번째 정규 앨범이자 셀프타이틀 앨범 [MGMT]를 가지고 돌아왔다. 지금에서야 셀프타 이틀을 내걸었다는 건 그만큼 이번 앨범에 자신이 있다는 소리일 수도 있겠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사실 이번 앨범을 듣다 몇 번 픽 하고 웃기도 했다. 타이틀 곡인 ‘Easy Easy’의 가사 중 “Easy come and Easy Go”같은 부분 때문이었는데, 19살의 소년이 이런 가사를 진지하게 말 하는 것이 조금 우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어려서부터 보호시설에 서 교정 프로그램을 받으며 지냈는데, 그런 그의 삶은 나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부분 이라는 것을 안 이후부터 그의 가사들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는 여러모로 지금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아이콘이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무엇 이든 할 수 있고, 네가 원하는 것을 하라 말하는 것과 달리, 어떠한 것도 할 수 없게 하 고, 무엇도 주지 않는 이 세상과 그 안의 어른들에게 젊은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모아주는 힘이 킹 크룰에게 있다 믿기 때문이다.

MGMT MGMT

WORDS : 장은석

자신들의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이스맨 3의 소닉붐과 작업했던 [Congratulations]가 1집 [Oracular Spectacular]와는 다른 새로운 시도였다면, 이번 앨범은 훨씬 더 실험적인 동시에 독특한 감각으로 가득하며 환각적인 분위기가 짙은 앨범이다. 앨범이 영상과 함께 공개되었을 때, 리스너들과 평단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그들의 현 위 치를 잘 반영한 21.3세기 명반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곡의 구조를 탈피해 예전보다 더 심플하거 나 뒤틀어 놓은 프로그레시브/싸이키델릭한 곡들이 많아서 처음 들으면 좀 난해하고 기괴하다고 생 각할 수도 있겠지만, 곱씹어서 들을수록 정말 매력 넘치며 깊게 빠져들 수 있는 음악이다. 처음 선보 인 ‘Alien Days’나 ‘Your Life Is A Lie’도 나쁘지 않지만, ‘Cool Song No. 2’, ‘Mystery Disease’, ‘Astro-Mancy’, ‘An Orphan of Fortune’ 같은 곡들은 환상적이다. 항상 기대만큼의 병맛 라이브 를 선사하는 그들이어도 난 대중이나 평단의 평가와 상관없이 그들만의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이 프 리소울 괴짜들이 좋다.

ELEPHANT-SHOE

WORDS : Julian Kim


Soony Seven 장필순 2013.08.27. 푸른곰팡이 보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감히 음색이라고 할 것이다. 어느 노래를 불러도 본인의 음악으로 만들 수 있는 독특한 목소리 톤 말이다. 음악을 위 한 재능 중 보컬은 몸이 곧 악기이기 때문에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건 부모 님께 감사하며 아침마다 큰절 올리고 나와야 한다는 농담을 할 정도다. 그런 면에서 장 필순은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난(?) 보기 드문 목소리를 가진 보컬이 아닐까 한다. 2013 년 8월, 그녀는 11년이라는 긴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세련된 음반을 가지고 돌아왔다. 어

이 밤,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네 이아립

쿠스틱한 악기 구성과 함께 나오는 일렉트릭 사운드와 다양한 소리, 그리고 그것을 아 우르는 독특한 음색으로 채운 이번 앨범은 그녀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성들로 채워졌다. 첫 트랙 ‘눈부신 세상’ 은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인 조동진의 곡의 리메이크 버전으로 원

2013.09.12. 열두폭 병풍

곡과는 매우 다른 느낌으로 편곡되었으며 다른 수록곡들도 하나음악의 명성을 느낄 수

세상의 소음이 너무 시끄러운 날이 있다. 사람들의 소리가 싫어지고, 작은 소리라도 매우 거슬리 는 그런 날이 있다. 그럴 때는 시끄러운 음악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 보다,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음악을 들으며 나 자신도 세상에 소음을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처방처럼 단순 한 구성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찾게 되고 그 끝에는 이아립의 음성을 찾게 된다. 다른 보컬들이 부 러워하는 이아립의 음성은 단순한 악기 구성, 소소한 일상을 담은 가사와 함께 귓가에 맴돈다. 그 리고 가만히 듣고 있으면 어느새 날카로웠던 내 모습은 없어진다. 이번 그녀의 이번 앨범 에서도

있는 트랙들로 채워져 있다. 가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은 장필순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기존의 대중가요에서 느낄 수 없는 진지한 위로를 주는 느낌이다. 6집 이후 오랜 시간을 제주도에서 생활했고 7집의 작업 대부분을 제주도에서 작업했다는 그녀의 이번 앨범은 어쩐지 모르게 강하지만 따뜻한 제주도의 바람과 닮아 있는 느낌이다. 오랜 기다림 때 문이었을지 몰라도 아마 누군가에게 음반을 선물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그리고 이 앨 범이 나왔을 때의 반가운 마음과 함께 선물할 것이다.

WORDS : 고양

전작들에서 보여 주었던 그녀의 색깔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어느새 내 이야기 같은 가사 를 들으며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등산을 하면서 느꼈던 것, 이별을 했을 때의 내 감정들, 이러한 내 일상의 이야기가 이아립의 입을 통해 전해온다. 새로운 시도로 항상 새로운 음악으로 다가오 스트가 있다. 어떤 아티스트가 더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비교라고 생각한

한 다발의 시선 김목인

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천천히 그리고 본인만의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2013.10.04. 일렉트릭 뮤즈

는 아티스트가 있다. 그리고 본인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 언제나 한결같은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아립의 이번 앨범은 이아립이 했었던 그리고 하고 있는 음악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그리고 날 반겨주는 동네의 작은 카페같이 말이다.

작년 초 김목인의 첫 솔로 앨범 [음악가 자신의 노래] 한참이나 빠져 지내곤, 연말에 진 행된 <엘리펀트슈 에디터들이 새해에 친해지고 싶은 뮤지션> 코너에서 김목인을 지목하

WORDS : 고양

며 엘슈 내에서 게이로 취급되었다. 그것도 유부남을 사랑하는 게이. 어찌 되었든 이 관 심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마음은 여전했고, 새 앨범 발표 소식을 듣고부터 두근거리 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그의 음악에 이토록 매료된 이유는 단순하다. 하나는 악기 하나하나가 생명력을 갖게 만드는 능력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의 인품이 반영된 따뜻한 가사와 보이스 때문이다. 이번 앨범에도 이 매력들은 여전했다. 김목인은 이번 앨범에서 복잡해진 세상과 격해진 사람들의 언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도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볼 때면 특히 더 그랬다. 심사위원들은 독설 대결을 펼 치고, 가장 지독한 독설을 뱉은 자가 주목받는 것이 이상했다. 반대로 잘한 이에 대한 칭 찬이 참신해서 주목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생각들이 이번 앨범에 실린 ‘말투의 가시’나 ‘새로운 언어’에서도 언급되고 있었다. 그의 이런 노래가 반가운 이유는 그의 음 악은 그의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음이고, 그래서 모두가 좀 더 부드러워질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것이야말로 음악의 진정한 기능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김목인의 음악이다.

Electric Slave Black Joe Lewis

WORDS : 장은석

길티 플레저 전기흐른

2013.08.27. Vagrant

2013.10.01. Fargo Music 오스틴 출신의 블랙 조 르위스 앤 더 허니베어스Black Joe Lewis & the Honeybears는 근래 가장 주목할 만한 블루스/소울 밴드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프론트맨 블랙 조 르위스를 중심으로 한 팀

얼마 전 ‘취향을 되찾는다’는 콘셉트의 모임에 들렀다가 우연히 한 밴드의 공연을 보게

이었는데 이번 앨범부터는 팀명을 블랙 조 르위스로 아예 바꿔버렸다. 이들은 미국 CBS방송국

되었다. 자그마한 무대에는 깜빡이는 조명조차 없었다. 관객도 밴드도 왠지 어색한 기

의 인기 프로그램인 <데이브 레터맨 쇼>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로컬 씬에서만 주목 받

분으로 시작한 공연에서 그냥 동네 마실 나온듯한 차림의 멤버 둘이 전자악기들을 앞

는 뮤지션이니 이름이 생소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2005년부터 지금까지 총 네 개의 앨범을

에 두고 공연했다. 길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세련된 비트와 멜로

발표한 힘 있는 밴드다. 게다가 각 앨범마다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이번 앨범은 이러한 시도들을

디에 호기심에 싹텄다. 누군지도 모르는 밴드의 앨범을 찾아 들어보고 싶어진 것은 오랜

뒤로한 채 오히려 로큰롤 비중을 늘려 클래식한 사운드로 돌아왔다. 이렇게 갈아입은 옷이 그들

만이었다. 흐른이란 이름에 설마 했는데, 역시나 흐른이 프렌지에서 기타를 쳤던 류호건

에게 가장 근사하게 어울린다. 그들이 인터뷰마다 언급한 하울링 울프Howlin' Wolf나 제임스 브라운

과 함께 결성한 일렉트로닉 듀오였다. 흐른 2집에서의 변화가 결국 전기흐른이란 밴드

James Brown에게 드디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 이들이 활동하는 오스틴 지역은 예전부

를 만들어낸 것일까. 어쨌든 이들의 첫 번째 앨범에는 제대로 전기가 흐르고, 공기를 머

터 서던 록이나, 메탈, 블루스, 소울 등 조금 옛스런 사운드가 강한 동네다. 이런 특징은 현재에도

금은 듯한 흐른의 목소리는 비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문득문득 이비자Ibiza의 세

유지되고 있고, 그곳을 기반으로 한 이런 장르의 뮤지션들이 현재 조금씩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련된 라운지 클럽에 와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참고로 필자는 이비자에 가본 적이

있다. 한동안 주류에서 밀려나 옛 것 또는 구닥다리로 치부된 음악들이 다시 조명 받고 있는 것이

없으며, 필자의 상상 속 이비자는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취향을 되찾으러 간 모임은

다. 블랙 조 르위스도 원류의 사운드로 돌아온 데에는 이러한 흐름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특히

예상과는 달랐지만, 결론적으론 취향의 밴드를 발견하게 된 셈이다. 곧 제대로 된 무대

9번 트랙 ‘The Hipsters’에서 그들이 힙스터들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힙”

에서 전기흐른이 주인공인 라이브를 볼 날이 기다려진다. 그때가 되면 어색했던 첫 공연

함의 대상이 옮겨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지금 음악 트렌드는 이동하고 있다.

의 기억이 소중한 길티 플레저로 남지 않을까?

WORDS : 장은석

WORDS : 맹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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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news

가을 하늘 공활한데 갖고 싶은 건 많아

EDIT : 키치킴

01

02

03

06

04

07

05

01 파로브 스텔라 베스트 컬렉션 앨범 발매 및 단독 내한공연 개최

04 그라픽 플라스틱 스티키 몬스터 랩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 출시

06 스니저 퍼레이드 2013-14 F/W 콜렉션 룩북 공개

전 세계를 누 재즈 매력에 빠지게 만든 파로브 스텔라가 첫 번째 베스트 컬렉션 앨범 [The

신개념 아이웨어 브랜드 그라픽 플라스틱이 10월 중순 아트토이 브랜드 스티키 몬스터 랩과

매 시즌 개성 있고 참신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디자이너 김경민의 브랜드 스니저 퍼레이드가

Art Of Sampling]으로 돌아왔다. 소울 음악의 전설인 마빈 게이와 최근 주가가 급상승 중인

의 콜라보레이션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다.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두 브랜드의 만남

2013-14 F/W 콜렉션 룩북을 공개했다.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까지의 젊은이들의

싱어송라이터 라나 델 레이의 참여로 일렉트로/누 재즈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으로 벌써부터 높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번 콜라보레이션에서는 안경과 USB가 결합된 템

노래이자 문화인 ‘로커빌리’에서 영감을 받아 ‘ROCKABILLY BABY’라는 타이틀 아래 진행

가운데, 파로브 스텔라 밴드의 첫 단독 내한 공연이 확정되면서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큰 관

플, 한정판 피규어, 피규어 받침대 등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그라픽 플라스

된 이번 컬렉션은 가죽 재킷, 포마드를 발라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 체크패턴의 셔츠와 신나

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한 공연은 11월 13일(수) 8시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다.

틱에서 개발한 ‘USB 템플’은 4GB의 저장 공간에 DJ Sooil이 제작한 오리지널 트랙이 수록

는 로큰롤 음악으로 상징되는 당시의 패션과 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 특히

문의 02-547-4245(앨범), 02-563-7110(공연)

되어있어 구매 고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500개

이번 룩북에서는 밴드 활동 중인 뮤지션 Danny가 모델로 분해 그 컨셉을 더욱 강조한다. 스

한정 수량으로 제작되며 각 브랜드의 홈페이지 및 온라인 쇼핑몰 29cm에서 구입 가능하다.

니저 퍼레이드의 제품은 커드, 플로우, 29cm, 어라운드 더 코너 가로수길점, 홍대점에서 만

문의 02-3443-0039

나볼 수 있다. 문의 070-8739-9821

02 모든 게 노래 / 김중혁 소설가 김중혁은 30년 음악 편력을 정리하는 산문집 <모든 게 노래>를 세상에 선보인다. 김 정미, 김추자의 옛 가요들과 써니힐, 가인 등의 최신 대중가요, 비틀스와 벨벳 언더그라운

05 오디오 테크니카 페이스북 개설 및 오픈 기념 이벤트 진행

07 프레드 페리 2013 A/W 라프 시몬스 콜라보레이션 컬렉션 출시

드, 킨크스, 팻 메스니와 같은 록 클래식까지 다양한 색채를 가진 음악들이 48개의 꼭지로

음향기기 전문 브랜드 오디오 테크니카가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공식 페이스북 계

프레드 페리에서 2013 A/W 시즌 라프 시몬스Raf Simons와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출시

재탄생한다. 마음산책/1만2천원5백원. 문의 02-362-1452

정(www.facebook.com/audiotechnica.kr)을 오픈했다. 앞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오디오

한다. 이번 컬렉션은 영국을 대표하는 클래식인 ‘모즈’와 미국을 대표하는 ‘아메리카나’의

테크니카는 제품 소개, 신제품 소식, 행사 및 이벤트 정보 등 흥미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선

만남을 주제로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으며, 특히 대학교의 스포츠팀 재킷으로 잘 알

보일 예정이며 이를 통해 사용자와의 소통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오픈을

려진 버서티 재킷Varsity Jacket은 이번 컬렉션의 키 아이템 중 하나. 버건디와 블랙 양면으로

기념하여 9월 23일(월)부터 오는 10월 6일(일)까지 총 2주간 ‘친구에게 추천하는 헤드폰&

활용 가능한 실용적인 디자인과 오버사이즈 실루엣, 프레드 페리의 상징인 로렐 로고 등이

군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애드밸류어 크루의 비트 뮤직 프로듀서 GRAYE가 그간의 작업

이어폰’ 이벤트를 진행한다. 응모 방법은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를 누른 후 추천 제품

그 특징이다. 한편 이번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은 오는 9월 오픈하는 프레드 페리 플래그십

물을 한데 모은 EP 앨범 [MON]을 발표했다. ‘MON’이라는 단어로 끝나는 4곡의 연주곡과

과 이유를 댓글로 응모하면 되며, 추첨을 통해 총 15명에게 헤드폰을 증정한다. 당첨자 발

스토어를 통해 국내에 소개될 예정이다. 문의 02-6911-0782

03 MON GRAYE/YOUNG,GIFTED&WACK RECORDS

한 곡의 보컬 곡, 그리고 두 곡의 리믹스곡까지 총 7곡으로 구성된 본 앨범은 청자들에게 예 측 불가능한 새로운 경험을 제시할 것이다.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가득찬 젊은 음악가가 만 들어낸 근사한 처녀작. 문의 www.younggiftedwack.com

ELEPHANT-SHOE

표는 오는 14일(월)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3789-9801


29


FEATURE

original sound novel 앨범 커버에 덧 붙이 는 단편 소설 EDIT : 장은석 / WORDS : 물고기군

Nine Inch Nails Year Zero Survivalism (2007)

시승

시승차에 올라 시동을 켜자 계기판에 시간이 나타났다. 점

어차피 비즈니스다. 계약을 어긴 건 나였다. 애초에 중고

심 이후로 일부러 시계를 보지 않았다. 이런 건 마치 백화

차에 손을 대는 게 아니었다. 회사를 믿는 게 아니었다. 김

점이나 도박장에 시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현실을,

팀장이 손을 뗐을 때, 나도 털고 나와야 했다. 하지만 내게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처음 보았을 때, 내 머리

현실의 시간과 공간, 그 기준들을 잊어버리도록 의도된 장

정말 돈이 필요했다. P에게 사줘야 할 5백짜리 가방이 문

에 떠오른 것은 ‘행복’이라는 단어였다. 3류 드라마, 또는

소.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것도 그런 종류의 비현실이었다.

제가 아니었다. 만일 내가 모든 사정을 다 말했다면, 아아,

재연 프로그램에 나오는 연기자들처럼, 그들은 행복한 커

여기서 걸어나가면 또 다른 현실이 있기를 바란 걸까? 시계

그럴 수 있었다면, P도 나를 이해해줬을까? 우리가 봤던

플이라는 지문의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다. 만일

는 3시 30분을 가리켰다. L은 4시까지 입금하지 않으면 곧

집, 우리가 계약한 결혼식장, 그리고 예물들. 그 모든 걸 내

그들이 연기자라 한다면, 그들의 연기는 3류가 아니었다.

바로 고소장을 접수한다고 했다. 오늘 아침이었다. 점심때

가 이제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면, 그래도 그녀는 나와 결

그들을 보자마자, 그 눈부신 커플을 보자마자 내 마음은

까지 계속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그

혼해주려 했을까?

찢어질 것 같았으니까. 내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 찼는데,

러다 방금 전, 전화나 문자, 어떤 형태의 연락도 자신에게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난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말 이상하게도, 그 슬픔이 나에게 어떤 힘을 주었던 것

취할 필요가 없다고, 아니 취하지 말라고 문자가 왔다. 그

나는 결코 그날이 마지막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같다. 그러니까 그전까지 나는 거의 마비상태에 있었다.

시간이 30분 남았다.

하지만 나혼자 차를 몰고 돌아가던 길은 잘 기억났다. 그

그것을 절망감이라 불러야 할까? 그렇다면 절망감은 무기

앞자리 조수석에 여자가 앉았다.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

녀를 내려주고 그 방향으로 차를 몰다 첫 번째 신호등에서

력과 다름 아니었다. 그것은 고통조차도 아니었다. 그러나

모르겠지만, 차는 여자가 쓸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남자가

유턴을 해야 했다. 나는 그 길을 수 백번 운전했다. 그런데

그들이 가져다준 슬픔은 고통이었고, 그것은 마비상태에

여자에게 선물하는 것이었다. 소형차고, 최근에 공격적으

도 그 마지막 길, 도로의 풍경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어떻

빠져 있던 나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마치 커다란 바늘로

로 가격책정을 했다 해도 3천 중반의 가격이었다. 내가 P

게 그럴까? 나는 그날이 마지막인지 몰랐는데. 텅 비어 버

내 신체의 가장 약한 부분, 등 같은 데를 푹 찔린 것 같았

에게 선물했던 가장 비싼 선물은 3백짜리 가방이었다. 이

린 것 같은 도로와 거리. 차도 사람도 없었다. 그래도 유턴

다.

번에 결혼을 준비하면서 그녀는 은근히 5백짜리 가방을 원

차선에 차를 세우고 정면을 바라봤을 때, 거리 양옆에 늘

두 사람은 시승을 원했다. 둘 다 편안한 복장이었다. 마치

했다. 친구들도 다 받았다고 했다. 나는 문제 없다고 했다.

어선 전면이 모두 유리로 덮인 최신 빌딩의 높은 창에는 불

동네 편의점에 음료수라도 사러 나온 것 같은. 둘 다 샌들

그건 빈말이 아니었다. 적어도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빛이 많이 보였다. 나는 멍하니 그것들을 바라보며 신호가

이었고, 양말도 신지 않았다. 여름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내가 상황을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 믿었다. 물론 이 일이

바뀌기를 계속 기다렸다.

즉, 나와 내 동료들은 정장 재킷까지 갖춰 입고 있었다. 하

나빠지기 시작한 건 훨씬 이전부터였다. 5년 전만 해도, 아

나는 기계적으로 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센터페시아

지만 나는 그들이 차를 구입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당장은

니 3년? 2년? 그때까지만 해도 차 한 대를 팔면 150 이상

의 모니터를 터치하면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음향효과

아니라도, 이 전시장이 아니라도, 그들은 몇 달 내로 차를

이 떨어졌다. 한 달 수입으로 천을 올린 적도 있었다. 굳

같은 것들. 의식하지 않아도 입에서 줄줄 말이 흘러나왔

구입할 것이다. 그것도 반드시 수입차로. 나는 이 일을 십

이 통계를 보지 않아도, 길거리에서 신호대기에 걸려 주위

다. 그 시선의 한 귀퉁이에 여자의 짧은 바지 아래로 드러

년 넘게 해왔고, 자연스럽게 고객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

를 둘러봐도, 수입차는 대세였다. 하지만 늘어나는 고객보

난 눈처럼 하얀 허벅지가 걸려 있었다. 차의 주행감이나 성

다. 100퍼센트는 아니라도, 90퍼센트는 맞았다. 사람들은

다, 영업사원이 더 많았다. 그래도 나는 자신이 있었다. 내

능에는 별 관심이 없던 여자가 관심을 보였다. 나는 직접

자기 인생이 숨겨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사랑이나

고객 리스트만 해도 천 명이 넘었다. 그중에서 L은 최상급

해보라고 했다. 뒷자리의 남자는 소음이나 실내크기에 대

재채기처럼, 그 사람이 가진 돈은 숨겨지지 않는다. 물론

에 속하는 고객이었다. 그와는 따로 고급 바에서 만나 술

해 처음에 몇 마디 한 것 외에는 별말이 없다. 그러면서 계

가난도 그렇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을 마실 정도로 깊은 친분을 유지해왔다. 그가 연결해준 고

속 여자에게 어떠냐고 물었다. 여자는 곤란하다는 듯, 잘

보일까?

객만 해도 수십 명이었다. 하지만 그를 탓할 마음은 없다.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에 운전면허를 딴 것 갈았다. 여자 는 예쁘다기보다는 귀염성있는 얼굴이었다. 키도 작은 편 이었는데, 볼륨이 있었다. 나는 다시 가슴이 옥죄어오는 듯 한 고통을 느꼈다. P의 허벅지를 만지던 기억이 났다. 항상 운전할 때면 그랬다. 여자가 터치 모니터를 보려 몸을 기울 이자 향수인지 화장품 냄새인지 좋은 냄새가 났다. 그녀의 허벅지, 가슴,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것 같은 통통한 볼, 매끄러운 피부. 그 모든 게 너무나 분명하게 내 눈에 보였 다. 갑자기 그 존재감이 너무나 커져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 다. 그런데도 뒷자리의 남자는 별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당연하다. 그에게는 그녀가 일상일 테니까. 그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 그리고 누리고 있는지 알고 있 을까? 3천5백짜리 차를 선물로 줄 수 있는 인생이란... 나는 다시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행복이란 말은 너무 흔 해서, 이제 거의 아무 뜻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까, 그게 무슨 말인지 이제 나는 잘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간, 아, 그게 언제까지일까, 내게 그런 감정이 오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했다. 도대체 이제 앞으로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나는 원래 낙관적인 인간이다. 걱정 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떤 일도, 걱정했던 만큼, 고통스럽 지 않다는 것을 믿는 인간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고통은 없었다. 단지 마비될 뿐이었다. 마치 꿈속에 있는 것 같았다. 시승코스의 반을 왔다. 이제 유턴을 해서 돌아가야 했다. 나머지 반은 고객이 직접 몰아 볼 수 있게 하는 게 일반적 이었다. 나는 이제 유턴을 해서 차를 세우고는 운전대를 뒷 자리의 남자에게 넘길 것이다. 유턴차선에 차를 세우고 나 는 신호를 기다렸다. 전방을 바라봤을 때, 반대편에서 오 는 차는 한 대도 없었다. 옆에도 차가 없었다. 이게 뭐야? 나는 조금 웃음이 났다. 나는 마치 옆자리에 P가 앉아있는 것처럼 느꼈다. 텅 비어 버린 것 같은 공간. 여자가 핸들을 쥐고 있는 내 손을 잡아 자기 허벅지 쪽으로 끌어당겼다. 만져도 돼요. 여자가 말했다. 나는 시계를 보았다. 3시 30 분. 변하지 않았다. 이건 마치 백화점이나 도박장 같군. 여 기서 나가면 또 다른 현실이 있을까? 만지고 싶지 않나요? 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허벅지를 만지고 있는 내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 손 같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건 시승일 뿐이다. 나는 이런 인생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신호가 바뀌지 않았는데도, 핸들을 꺾고 액셀러 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

ELEPHANT-S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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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에서는 제목만으로도 반가운 곡이 가득하군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어린 시절 살던 집이 미국 부동산 시장에 나왔 습니다. 미국 워싱턴 주 애버딘에 위치한 이 집의 가격은 한국 돈으로 약 5억

으로 쓰인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과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같은 밴드의 이 름들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이 집을 박물관으로 만들 생각도 가지 고 있으니 커트 코베인의 팬이라면 통장 잔액을 확인하고 있을지도 모르겠

café JASS 02-6083-5477

URBAN GLASS 070-8867-2044

네요. 어린 커트가 쓰던 매트리스도 아직 남아 있다고 하는군요. 집값이 너무

Café local 02-4214-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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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다고 생각할 팬들을 위해 너바나는 최근 발매 20주년을 기념해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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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앨범 [In Utero]을 리마스터링해 박스 세트로 발매했습니다. 미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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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된 데모 음원과 비-사이드B-Side까지 포함해 무려 70트랙이 수록된 이 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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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은 확실히 집값보단 싸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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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낯선사람 070-4115-5610

해서 반복되는데요. 모 신발 브랜드를 위한 인터뷰에서 녹음되었던 목소리

Café 수다

이리카페 02-323-7861

를 이용해 만들어진 이 곡은 보컬 없이 내레이션으로만 구성된 음악입니다.

CAFÉ 장쌤 070-4084-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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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02-338-2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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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thigh-high 부츠가 정말 섹시하다’고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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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모델이지만 음악계와도 관계 깊은 케이트 모스의 목소리가 담긴 음 악이 발표되었습니다. 유명 패션쇼 음악으로 잘 알려진 캐나다의 DJ 브랜 든 폴리스Brendan Fallis의 곡 ‘Day & Night’에는 케이트 모스의 목소리가 계속

지금까지 베이비섐블스Babyshambles나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의 곡에

계속해서 듣는 것이 의외로 꽤 괜찮은 음악이 되는군요.

이번 촬영에 가장 큰 도움을 주신 세트 경섭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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