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으로그려본에너지의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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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머리말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 함께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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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알아볼까요? 01 후쿠시마 핵발전소, 지진과 쓰나미에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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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방사선, 세상에 나오다

사고의 발생과 진행

방사선, 방사능, 방사성 물질

피해 상황과 수습

핵분열 반응의 발견과 아인슈타인의 편지

024

핵분열 연쇄 반응 실험 성공, 그리고‘맨해튼 프로젝트’

02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다 015 사고의 발생과 진행

핵무기의 실험장이 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과 핵발전소의 개발

피해 상황과 수습

02 핵발전소, 이렇게 움직인다 03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 핵산업의 위험을 알리다 019

우라늄의 농축과 핵연료의 생산

사고의 발생과 진행

핵반응로, 물 끓이는 거대한 기계

피해 상황과 수습

핵반응로의 종류 가압형 경수로의 구조 건설보다 오래 걸리는 폐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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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핵발전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01 핵발전은 위험하다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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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국내 전기에너지, 이렇게 만들고 이렇게 쓴다

핵발전, 그 60년의 역사

국내 전기에너지 생산과 핵발전소 현황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국내 전기에너지 소비 현황

핵폐기물의 위험성과 관리의 어려움

전기 선호 현상

온배수로 망가지는 해양 생태계

수요 관리 정책

02 핵발전은 경제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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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세계 전기에너지, 이렇게 만들고 이렇게 쓴다

핵발전의 발전 단가에 숨겨진 비밀

세계 전기에너지 생산과 핵발전소 현황

경제적이지 않은 핵발전

세계 전기에너지 소비 현황

거꾸로 가는 우리나라 핵발전 산업

세계 각국의 탈핵 정책

03 핵발전은 윤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072

083

063

거대 송전탑에 희생당하는 사람들 핵발전 산업의 어두운 그늘 약자들의 눈물로 만들어지는 전기 핵발전이 미래 세대에 주는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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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의 대안은 탈핵입니다 01 전기를 아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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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 관리를 통한 에너지 절약 02 햇빛과 바람은 힘이 세다

095

: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03 우리 지역 전기는 우리 지역에서

098

: 지역 분산형 에너지 정책 추진 04 이제는 탈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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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 함께 만들어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습니 다. 이 사고로 후쿠시마를 포함한 넓은 지역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해 버렸거나 그런 곳 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이 단 한 번의 사고로 일본 사람들은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게 되었습니다. 국토 절반 이 상이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사고가 난 핵발전소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 염수가 태평양으로 그냥 버려지고 있습니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수산물도 방사능에 계속 오염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이 사고는 언제 수습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생물학 적 토대가 망가질 위기에 처한 건 일본만이 아닙니다. 농도만 다를 뿐 지구 전역이 방사능에 오 염되어 가고 있습니다. 일본과 가까운 우리나라도 이 사고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이와 같은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다음 해인 2012년 2월 9일 오후 8시 34분경, 정기 점검 중이던 고리 핵발전소 1호기의 외부 전원 공급이 완전 중단되고 비상 발전기마저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 12분간 이어졌습니다. 만약 전원 중단 상 황이 더 길어졌다면 후쿠시마에서와 같은 끔찍한 사고가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발전 소에 공급되는 전원이 장시간 끊기게 되면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어 핵반응로(원자로)의 온도가 치솟게 되고, 노심 용융 현상이 일어나면서 그 안에서 수소가 새어나와 폭발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듯 핵발전소 사고는 남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 우리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24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국토 단위 면적당 핵발 전소 규모를 의미하는 핵발전소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2014년 확정해 발표한 제2차 에너지 기본 계획에 따르면, 2035년이 되면 핵발전소가 40여 기까지 늘어나게 됩 니다. 이 지구상에 이렇게 심하게 핵발전에 매달리는 나라는 없습니다. 핵발전소 수가 많아질수 록 당연히 사고 위험도도 높아집니다. 인류의 과학기술로는 감당할 수 없는 핵폐기물의 양도 그


만큼 더 늘어나게 됩니다. 또 핵발전소 밀집도가 높아지면 좁은 국토에 그만큼 더 많은 핵발전 소가 있게 되니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가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핵발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라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같 은 심각한 일을 경험하고도 사람들은 왜 핵발전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핵발전소 건 설 비용 외에도 폐로 비용, 핵폐기물 처리 비용, 사고 났을 때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수습 비용 등 을 함께 고려하면 핵발전은 그 어떤 발전 방식보다 비쌉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핵발전이 경 제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또 자연과 인간에게 치명적인 재앙을 떠안기고 있는 방사능 오 염에 대해 모두 잘 알고 있으면서도, 왜 핵발전이 친환경적인 발전 방식이라고 여길까요?

우리나라에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이 기관은 사람들에게 원자력발전(핵 발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관은 그런 일 을 하는 데 한 해 60억~100억 원 정도의 돈을 쓰고 있습니다. 그 돈은 우리가 내는 전기 요금의 일부를 떼어내 조성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핵발전을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라고 믿고 있다면 그것은 이런 기관들의 노력(?)이 크게 작용한 탓일 것입니다.

우리가 듣고 보는 것들이 우리의 생각을 만듭니다. 사람들은 자꾸 반복하여 듣는 말을 자신도 모르게 믿게 됩니다. 전문성이 강한 분야의 말은 의심하지 않고 믿는 경향이 더 강합니다. 그래 서입니다. 주어지는 정보나 지식을 무조건 믿으면 안 됩니다. 의심하고 따져 보아야 합니다. 자 기 머리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런 노력을 할 때 우리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있 게 됩니다.

울리히 벡(Ulich Beck)이라는 독일 사회학자는 현대 사회를 일컬어‘활화산 위에 선 문명’ 이라 고 했습니다. 현대 문명을 떠받치고 있는 동력인 과학기술이 바로 그 문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어 버렸다는 의미로 한 말입니다. 핵발전이 바로 그러한 과학기술 중 하나입니다.

핵발전소는 사고가 나면 큰일이지만,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적어도 10만 년 이상 지구 생명체와 격리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만들어 내고 있어 그 존재 자체로 큰 골칫거리입니다. 10만 년은 인


간이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한두 세대가 쓸 전기에너지를 얻자고 후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떠넘기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은‘핵발전소’ 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원자력발전소(원전)’ 라고 말합니다. 어떤 말이 맞을까요? 핵발전은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방식입니다. 원자 사이의 힘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핵발전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핵발전소의 영 어 이름도‘Nuclear Power Plant’ 입니다. 세계에서 핵발전소를 원자력발전소라고 부르는 나라 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습니다.

이름을 바르게 부르는 데서 대상의 본질이 드러나는 법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두루 쓰이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대신 핵발전소를 쓰려 합니다. 간혹 문맥을 고려하여 원자력발전소도 함께 쓸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원자로’ 라고 말하는 것도‘핵반응로(Nuclear Reactor)’ 라고 해야 맞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원자로 대신 핵반응로를 쓰겠습니다.

핵발전 홍보 자료나 여러분이 보는 교과서에서도 핵발전의 긍정적인 면을 돋보이게 해 놓고 있 습니다. 이 책에는 핵발전에 대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과는 다른 내용들이 많이 있습 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핵발전이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발전 방식이 아니라 위 험하고 비경제적이며 반환경적인 발전 방식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또 우리가 사는 세상을 지속 불가능한 사회로 만들 수밖에 없는 핵발전 대신 진짜 안전하고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발전 방 식이 무엇인지 학습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이 책 제목을『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라고 했습니다.‘탈핵(脫 核)’ 은 글자 그대로‘핵으로부터 벗어남’ 을 뜻하는 말입니다. 인류 전체는 물론 후손들에게도 위 협이 될 수 있는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만들어 쓰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탈핵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말이라고 할 수 있습 니다. 탈핵은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우리들의 필수 과제입니다. 탈핵은 우리 세대와 우리 후손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노력입니다.

우리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권리가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런 세상은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배우고 함께 나누고 함께 행동할 때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 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일러두기 - 이 책에서는 원래 표현을 특별히 밝혀 줄 필요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원자력발전소(원전)’ 와‘원자로’ 를 각각‘핵발전소’ 와 ‘핵반응로’ 로 표기하였습니다. -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는 2013년‘영광 원자력발전소’ 와‘울진 원자력발전소’ 의 명칭을 각각‘한빛 원자력발전소’ 와‘한울 원자력발전소’ 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독자들이 핵발전소 소재 지역을 알기 쉽게 하기 위해‘영광 핵발전소’ 와 ‘울진 핵발전소’ 를 사용하였습니다. - 신월성 핵발전소 2호기는 2015년 1월 현재 완공되지 않았지만, 2014년 11월 19일 시험 운전에 들어감에 따라 운전 중인 핵발전 소에 포함시켰습니다. - 본문은 한글 전용을 원칙으로 하되,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거나 우리말로 번역하기 어려운 일부 외국 말에는 로마자를 함께 적었습니다.‘kg’ ,‘km’ ,‘%’ 와 같은 단위와 특수 기호도 관행을 따라 로마자나 원래 형태대로 표기하였습니다. - 띄어쓰기는 일반적인 어문 규범을 따랐습니다. 다만‘핵발전소’ 처럼 이미 한 단어처럼 굳어져 널리 쓰이는 단어들은 띄어쓰기 를 하지 않았습니다. - 외국 인명과 지명, 단체명, 전문 용어 등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용례를 따랐습니다. - 이 책에 나오는 수량 표현은‘10,000’ 처럼 천 단위로 끊어 적는 영어 방식이 아니라‘1,0000’ 처럼 만 단위로 끊어 적는 우리 말 방식을 따랐습니다.



국제 핵시설 사고 등급(INES)

인류는 끊임없는 재해와 재난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연 재해가 주를 이루었으 나 근래에는 여기에 산업 시설에서 일어나는 재난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핵발 전소 사고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핵발전소 사고를 그 심각성에 따라 여덟 단계(0~7등 급)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주요 핵발전소 사고에는 5등급인 미국의 스리마일 사고 와 영국의 윈드스케일 사고, 7등급인 옛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과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 난 사고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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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발전소, 지진과 쓰나미에 무너지다 일본 후쿠시마 현의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에는 핵반응로 6기가 있 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 3월 12일부터 이 중 4기의 핵반응로에서 사 고가 일어나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었습니다. 이 사고 는 그 전날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습 니다. 하지만 핵발전소의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자연 환경의 특성을 간과해 일어난 인재이기도 했습니다.

사고의 발생과 진행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東北) 지방 미야기 현 동쪽 해저에서 규 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이 지진으로 초대형 쓰나미 가 발생했습니다. 그 당시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4∼6호기가 핵연료 교환과 정기 점검 등을 위해 가동이 정지된 상태였습니다. 지진 발생 직후 전력망이 파손되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기가 차단 * 핵반응로(원자로)는 우라늄을 핵 분열시켜 열을 발생하게 하는 장치 입니다.

되면서 핵반응로* 1∼3호기가 자동으로 멈추어 섰습니다. 그러자 발

후쿠시마 제1 핵발전소 사고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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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전소 안에 설치된 비상 발전기가 자동으로 작동하면서 제어봉*이 핵 반응로의 핵반응을 정지시켰습니다. 그런데 핵반응로가 정지하더라 도 이미 분열이 진행된 핵연료에서 붕괴열*이 계속 방출되기 때문에 핵반응로를 계속해서 냉각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지진 발생 후 거대한 쓰나미가 몇 차례 더 밀려와 외부 전원 공급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전기 공급을 위해 작동했던 비상 발전기가

* 제어봉은 핵분열 연쇄 반응을 일정 하게 조절하기 위해 중성자를 흡수 해서 핵반응 속도를 제어하는 장치 입니다. * 우라늄과 같은 핵 물질은 불안정해 서 스스로 붕괴하여 안정된 물질로 변화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때 발 생하는 열을 붕괴열이라고 합니다.

물에 잠겨 전기 공급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핵발전소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게 만드는 정전(블랙아웃, black out) 사태 가 발생했습니다. 전기 공급이 중단되어 핵반응로를 냉각시키지 못하 게 된 것입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 던 도쿄전력주식회사(도쿄전력)는 부 랴부랴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도로가 엉망이 되어 외부에서 디젤 발전기 차량을 통해 전력을 공 급하는 일도 너무 지체된 데다 핵반 응로에 연결된 파이프와 전기를 보내 는 시설들이 크게 파손되어 전기를

핵반응로의 구조와 노심 용융

공급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핵반응로는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과열되었고, 이때 발생한 수증기 로 인해 내부 압력이 상승했습니다. 또한 핵반응로는 멈추었지만 붕 괴열이 계속 발생하여 1∼3호기에서 핵반응로의 핵연료가 녹는 노심 용융*(멜트다운, melt down)이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노심 용융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연료봉 피복재인 지 르코늄(Zr) 합금이 고압의 수증기와 반응하여 수소를 발생시켰습니다.

* 노심 용융은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 하는 열을 식히지 못해 노심이 녹아 내리는 현상입니다. 노심은 핵반응 로 안에 핵연료가 장착된 부분이며, 핵연료와 냉각재, 제어봉, 감속재 등 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때 생성된 많은 양의 수소가 1, 3호기의 핵반응로 건물 내부 윗부분 에 채워졌고, 이 수소가 폭발하면서 건물 상부가 크게 파손되었습니

1.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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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설계·건설·운영 과정의 문제 ▼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정전 사태 발생 ▼

전력망과 냉각 장치 파손 ▼

핵반응로 냉각 기능 상실 ▼

수소 기체 발생 / 노심 용융 발생 ▼

일부 핵반응로 멜트스루 발생 / 방사성 물질 대량 누출

다. 가동하지 않고 있던 4호기도 폭발했는데, 이는 3호기에서 발생한 수소가 유입되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호기에서는 수 소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으나,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격납 용기가 부 분적으로 손상되었습니다. 이 세 차례의 거대한 수소 폭발과 핵반응로 건물 파손으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었습니다. 이후 핵반응로 1, 2, 3호기는 녹은 핵연료가 핵반응로를 관통하는 ‘멜트스루(melt through)’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멜트스루는 녹아내 린 핵연료가 압력 용기 바닥을 뚫고 격납 용기 바닥에 떨어지는 현상 입니다. 그리고 녹아내린 핵연료가 격납 용기와 핵반응로가 있는 건 물 콘크리트 바닥까지 뚫고 건물 밖으로 누출되는 최악의 상태인‘멜 트아웃(melt out)’ 을 우려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막대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 / 대기·토양·해양 오염 문제 발생

피해 상황과 수습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전개 과정

지진과 쓰나미, 핵발전소 사고로 2만 명이 넘는 사상자와 수십만 명 의 이재민이 생겼습니다. 재산 피해 규모만 해도 수백조 원에 이릅니 다.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어 지금까지 대기와 토양, 해 양에 오염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곳은 일본 후쿠시마 현입니다. 하지만 그 영향은 일본 전역을 포함해 전 세 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일대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시신 수습과 부 상자 구조, 실종자 수색, 피해 지역 정리를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지진 피해와 함께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현재도 사람 출입이 제한되고 있는 극히 위험한 오염 지역이 넓은 면적에 걸쳐 있습니다. 그래서 핵 발전소 직원과 경찰, 자위대 이외에 민간인까지 참여해 피해 복구 작 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작업자들과 사고 주변 지역 주민들 이 갑상샘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고, 그 수가 지금도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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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형 동식물들이 발생하고 있기 도 합니다. 후쿠시마 현 주변에 사는 수만 명의 주민들은 살던 집 과 직장을 포기한 채 힘겨운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 니다. 당시 농작물이 자랐던 땅에는 풀들만 무성하게 자 라고 있습니다. 생계 때문에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부모 들과 방사능을 피해 멀리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 이 서로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공동체가 파괴 되는 아픔을 겪으면서 주민들의 자살률도 늘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고 후 일본 전 국토를 대상으로 많은 조사가 이루어 져 오염 지도가 작성되었습니다. 후쿠시마에서 직선으로 약 250㎞ 떨어진 도쿄마저도 고농도 오염 지역이 되었

동일본 지역 세슘 오염도 (일본 문부과학성, 2011년 9월 29일)

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국토의 대부분이 세슘으로 오 염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도쿄를 포함한 고 농도 오염 지역의 넓이는 우리나라 국토 면적과 거의 비 슷합니다. 이 오염 상황은 수백 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 됩니다. 이것은 일본 사람들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방사 성 물질에 오염된 농산물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 미합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서 또 우려되는 것은 방사능 오염수 방출로 인한 해양 오염 문제입니다. 그동안 일본

세슘 오염 추정도 (미국 국립 과학원 PNAS, 2011년 12월 6일)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녹아내린 핵연료가 현재 어떤 상태인 지, 그 양이 얼마이고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 다. 그리고 여전히 고온 상태인 노심을 식히기 위해 계속 물만 쏟아 붓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 습니다. 그런데 이 오염수가 인근 바다인 태평양에 버려지면서 전 세

1.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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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바다가 방사능으로 오염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근처를 흐르는 지하수 역시 오염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수 바이패스* * 지하수 바이패스는 지하수가 핵반 응로 건물에 들어가 오염수와 섞이 는 것을 막기 위해 우물을 파서 지 하수를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시설입 니다. * 동토 방벽은 핵반응로 건물 1~4호 기 주변 땅을 얼려 얼음 벽을 만듦 으로써 오염수 누출을 차단하는 시 설입니다.

(우회 통로)와 동토 방벽*(울타리)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시설이 만들어지더라도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완 전히 차단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실제로 방벽을 만들 수 없다는 의견 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들 방식이 오염수 문제를 해결하 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염려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수습하는 데 수십 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녹아내린 핵연료의 양이 얼마나 되 는지, 방사능이 얼마나 나올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핵발전소가 현재 제대로 통제되고 있다고 믿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 런 상황이 언제 종료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핵발전소를 인공 구조물로 덮어 씌 워야 한다는 의견과 시간이 걸리더라도 녹아내린 핵연료를 수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어떤 처리를 하든 이 핵연료를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온 인류에 게 핵발전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러 나라의 핵발전 정책 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몇몇 나라는 핵발 전소 수를 줄이거나 완전히 없애는 쪽으로 발 전 정책 방향을 바꾸며 탈핵을 선택하고 있습 니다.

지하수 바이패스와 동토 방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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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02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다

1986년, 오늘날 우크라이나 지역이 된 옛 소련의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는 총 4기의 핵반응로가 가동 중이었고, 추가 로 2기를 더 짓고 있었습니다. 체르노빌 4호기는 1983년 12 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채 3년이 지나지 않은 1986년 4월 26일에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는 발전소 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안전 장치를 끄고 시험 운전을 하 던 중에 발생했습니다. 발전소 시험 운전을 무리하게 해서는

체르노빌 핵발전소 위치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그런 경고를 무시 하고 계속 진행하다가 결국 대형 사고를 일으키 고 말았습니다. 이 사고로 발전소 건물이 붕괴되 고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되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방대한 지역이 방사 능에 오염되어 죽음의 땅이 되고 말았습니다. 핵발전소 사고 직후 체르노빌 4호기 모습

사고의 발생과 진행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23분,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 3km 떨어 진 프리피야트 시내는 불이 꺼진 채 평온하기만 했습니다. 그때 체르 노빌 핵발전소 4호기에서는 연구원들이 곧 닥칠 재앙을 예측하지 못 하고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핵반응로 가동을 멈춘 후 40여 분 간 공회전하는 터빈 발전기의 전력을 활용하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이 실험을 위해 비상 시 외부에서 전원을 공급하는 비상 디젤 발전기 와 핵심 안전 장치인 비상 노심 냉각 장치를 멈추었습니다. 그러나 실험을 시작한 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핵반응로의 정격 출력 이 정상보다 100배로 급증하였습니다. 급기야 핵반응로를 통제할 수

1.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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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지경에 이르자 발전소 직원은 긴급히 비상 정지 단추를 눌렀습니 다. 그 순간 핵반응로 중심부가 폭발하면서 증기가 발생하였고, 1200 톤이나 되는 핵반응로 뚜껑이 튀어 올랐습니다. 불기둥이 하늘로 1000m까지 치솟고,‘죽음의 재’ 라 불리는 낙진과 발전소 건물 파편들 이 수백 미터까지 퍼져 나갔습니다. 사고가 있던 날 밤, 당시 소련의 서기장이자 총리였던 미하일 고르 바초프는 관계자로부터 핵발전소에 큰 사고가 났지만 별일 아니니 안 심하라는 보고만 받았습니다. 현장에 긴급히 투입된 소방관들은 영문 도 모른 채 사고 현장에 수십 톤의 물을 퍼부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 습니다. 사고 20시간이 지난 뒤에야 국가 최고 핵에너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부 위원회가 급파되었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너무 커 현황조차 파악 할 수 없었습니다. 이튿날인 4월 27일 오전까지도 프리피야트 시민들 은 사고 소식을 모른 채 평상시처럼 생활했습니다. 마침내 소련 정부 는 4월 27일 오전 11시에 대피령을 내린 뒤 오후 2시부터 3시간 30분 에 걸쳐 1200여 대의 버스로 시민 5만여 명을 키예프의 아파트로 대피 시킵니다. 키예프는 체르노빌에서 130km나 떨어진 곳입니다. 사고 후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군인들과 과학자들이 프리피야트 호 텔에 모여 대책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소련 정부는 2차 폭발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후 우크라이나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그림

지구를 향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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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다시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비극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만 느끼고 있었을 뿐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없 어 사고 소식을 감추기에 급급했습니다. 그 사이 방사능 구름은 발전 소에서 약 1200km나 떨어진 스웨덴까지 이동했고, 이상 징후를 감지 한 스웨덴 포스마크 핵발전소 측의 제보로 사고 소식이 전 세계에 알 려졌습니다.

피해 상황과 수습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로 발전소 직원 2명이 현장에서 사망 했고, 초기 대응을 위해 긴급 투입된 소방관 29명이 방사선에 과다 노 출되어 수개월 뒤 사망하였습니다. 또한 사고 수습 작업에 투입되었 던 600여 명의 헬리콥터 조종사들도 방사선에 피폭되어 사망하거나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핵반응로 아래쪽에 냉각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젊은 광부들이 동원 되었습니다. 그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마시고 방사능 분진을 흡 입함으로써 피폭을 당했습니다. 당시 그들은 이 작업에 동원되기 전 사고 현장에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동 원된 사람들 중 상당수는 40살 이전에 사망하였으나, 그 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공식적인 통계조차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소련 정부는 사고가 난 핵 반응로를 석관으로 덮어 씌우기 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이 마지 막 석관 작업을 위해 작업자들은 방사선 피폭을 감수하면서 사고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그런데 30kg이 넘는 납판으로 온몸을 두른 채 작업에 참여했던 그들 손 에 쥐어진 것은 사태 수습에 참여 누구의 책임일까

했다는 증명서와 겨우 100달러

1.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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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의 금전적 보상뿐이었습니다. 그들이 사력을 다해 덮었던 석관마 저도 방사선량을 35%만 감소시켰을 따름입니다. 이마저도 2016년이 면 설계 수명을 다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는 현재 약 3조 원의 비용을 투입하여 석관을 대체하는 새 격납 건물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피해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폴 란드에서는 출산율이 연간 70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급격히 줄어들 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폭으로 기형아 출산을 우려하여 낙태 수술이 급증하였고,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했기 때문입니다. 독 일 정부도 자국의 바이에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유가 방사능에 오염 되어 이를 마시면 사람들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므로 7살 미만 어린이에게는 먹이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의 영향은 매우 컸습니다. 그곳을 중심으로 오염이 심한 지역에서 40만여 명이 고향을 떠났고, 지금도 500만여 명의 주민들이 오염된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2006년 국제원 자력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의 주 영향 지역 은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러시아 3개국이며, 이들 나라에서 서울의 12배 정도인 7200㎢ 지역이 영구 출입 제한 지역으로 지정되었습니 다. 또한 3100㎢ 지역은 국가가 땅을 몰수하여 폐쇄 지역으로 지정했 습니다. 이는 서울의 5배에 해당하는 면적입니다. 이들을 모두 합하 면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면적과 비슷합니다. 구글 지도의 위성 사진으로 체르노빌과 프리피야트 인근의 현재 모 습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채 잡초들이 무성 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야생 동물들만 배회하는 유령 도시가 되어 있 습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핵발전소의 위험성 을 각인시켰고, 독일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풍력과 태양에너지, 바 이오매스 등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에 관심을 쏟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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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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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 핵산업의 위험을 알리다

1979년 3월 28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던 스리마일 핵발전소 2호기에서 냉각 장치가 고장나면서 멜트다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발전소는 1978년 12월 30일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가동 을 시작한 지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사고의 발생과 진행 당시 가동 중이었던 스리마일 핵발전소 2호기의 주 급수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경고음이 울리자 긴급 노심 냉각 장치*가 작동하였습니 다. 하지만 이것을 오작동으로 인식한 운전원은 이 장치를 꺼 버렸습 니다. 그러자 핵반응로의 증기 압력이 높아져 파이프가 손상되고 냉각

* 긴급 노심 냉각 장치는 급수 시스 템의 파손이나 단절 등으로 물 공급 이 중단되었을 때 자동으로 물이 공 급되는 냉각 보조 장치입니다.

수가 누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사고 발생 초기에 그 원인을 찾지 못하 고 사고에 대처할 시간을 허비하게 되면서 핵반응로의 노심이 녹아내 리고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는 심각한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피해 상황과 수습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가 터지자 펜실베이니아 주 정부는 주민들 에게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핵발전소로부터 반경 80㎞ 이내 에 거주하던 약 200만 명의 주민들은 이미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상 태였습니다. 그 이후 발전소 주변 주민 중 암과 백혈병으로 인한 사망 자가 늘어났습니다. 또한 유아 사망률이 급증하고 기형 가축이 태어 나기도 했습니다.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5일간 누출되었습니다.

1.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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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사고 발생 16시간 만에 원인이 밝혀져 핵반응로가 붕괴되는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스리마일 핵발전 소 2호기는 1980년대 말까지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는 작업이 진 행되다가 결국 2010년 1월에서야 해체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스리마일 사고로 핵발전소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면서 핵발전을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마침내 당시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는 미국에서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 기에 이릅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70여 개의 핵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하였고, 그 이후로 30년 동안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않았습니다.

사고가 난 스리마일 핵발전소 2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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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함께 생각해 봅시다

개별 활동

후쿠시마, 체르노빌, 스리마일에서 일어난 핵발전소 사고의 원인을 정리해 보고, 이들 사고 외에 또 어떤 사고들이 있었는지 조사해 봅시다.

개별 활동

만약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다면 어떤 일들이 생길지 상상해 봅시다.

두레 활동

각 두레별로 지금까지 일어난 핵발전소 사고들이 주는 교훈을 토의한 뒤 발표해 봅시다.

1.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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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19세기 말 과학자들에게 방사선은 새로운 연구 분야였습니다. 독일 과학자 뢴트겐이 1895년에 엑스(X)선을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그즈음 프랑스의 과학자 앙리 베크렐은 우라늄 화합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외부 빛을 차단했는데도 지금의 사진 필름에 해당하는 사 진 건판이 우라늄 화합물에 의해 색이 변하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반복된 실험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빛에 의해 사진 건판이 변했습니다.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방사선을 발견한 것입니다. 1896년의 일입니다.

2. 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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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세상에 나오다 퀴리 부인으로 널리 알려진 마리 퀴리와 그의 남편 피에르 퀴리는 1898년 방사성 원소인 라듐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 아 베크렐과 퀴리 부부는 공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당 시 과학자들은 방사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1903년 노 벨상 수상식에서 피에르 퀴리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습 니다.

“범죄인의 손에 들어갈 경우, 라듐은 매우 위험한 물질이 될 수 있습 니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 보아야 합니다. 인간이 자연의 비밀을 배움으로써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인간이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런 지식이 파괴적인 것이 되지 않 을지 말입니다. 알프레드 노벨이 그러했던 것처럼, 저는 인간이 새로 운 과학적 발견으로부터 악보다는 선을 더 많이 취하리라 믿습니다.”

퀴리 부인은 방사선을 내뿜는 라듐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습니다. 라듐 1g을 얻기 위해서는 약 10톤의 우라늄 원석을 정제해야 했습니 다. 그 처리 과정에서 당연히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고, 퀴리 부인 은 힘들게 얻은 라듐을 누군가 훔쳐 갈까 봐 두려웠던 것입니다. 이후 건강이 나빠진 퀴리 부인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합니다. 당시에는 방사선이 인체에 주는 영향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방사선 이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그녀의 병 이 라듐에서 뿜어져 나온 방사선과 직접 연관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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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방사능, 방사성 물질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방사선에 대한 연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합니 다. 방사선 연구는 이 빛이 나오는 근원을 찾아 원자의 구조를 밝히는 연구로 이어집니다. 영국의 물리학자 톰슨, 러더퍼드, 채드윅과 덴마 크의 물리학자 보어 등 많은 과학자들이 원자의 구조를 밝혀냈습니 다. 원자는 전자와 핵으로 구성되어 있고, 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 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입니다. 대부분의 원자는 핵이 안정적이어서 그 형태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라늄, 토륨, 라듐 같이 원자량이 큰 원자들은 그렇지 않습니 다. 양극을 띠고 있는 양성자는 서로 반발력을 갖습니다. 하지만 중성 자가 양성자 사이에서 강한 핵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원자핵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합니다. 원자량이 작은 원자 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개수가 거의 비슷합니다. 원자량이 큰 원자는 중성자의 개수가 양성자보다 1.5배는 되어야 안정적입니다. 반면 우 라늄, 토륨, 라듐 같은 원자는 중성자의 개수가 양성자보다 1.5배나 많지만 불안정한 상태가 됩니다. 불안정한 원자의 핵은 붕괴하여 입자나 에너지를 방출하고 안정한 상태로 변합니다. 이때 방출되는 것을‘방사선’ 이라고 합니다. 방사 선은 그 특성에 따라 알파(α )선, 베타(β )선, 감마(γ )선, 엑스(X)선, 중성 자선 등으로 나뉩니다.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는 성질이나 능력을‘방 사능’ 이라고 하고, 우라늄이나 라듐처럼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는 능 력을 지닌 물질을‘방사성 물질’ 이라고 합니다. 방사선을 빛에 비유 한다면, 전구처럼 빛을 낼 수 있는 물질이 방사성 물질이고, 빛을 낼 수 있는 능력이 방사능인 것입니다. 방사선은 그 종류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알파선 은 종이 1장 정도로도 차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베타선은 알루미

2. 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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늄, 엑스선은 납, 감마선은 매우 두꺼운 납이나 콘크리트가 있어야 막 을 수 있습니다. 이는 각 방사선이 입자 형태인가 아니면 에너지 형태 인가, 그리고 에너지의 세기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 기 때문입니다.

각종 방사선의 투과력

방사능을 측정하는 단위는 매우 다양합니다. 먼저 방사성 물질이 갖고 있는 고유한 방사능을 측정하는 단위로 베크렐(Bq)이 있습니다. 베크렐은 단위 시간당 붕괴하는 원자 수로 정의되는데, 어떤 물질에 서 1초에 한 번 핵 붕괴가 발생하면 1Bq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에서 잡힌 물고기에서 1kg당 51만Bq의 방사 성 세슘이 발견되었다면, 이 물고기 1kg에서 1초에 51만 번의 세슘 핵 붕괴가 일어나고 있음을 뜻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식품의 방사능 기 준치는 세슘 기준으로 1kg당 100Bq입니다. 피폭량을 나타내는 단위인 시버트(Sv)도 있습니다. 방사능을 측정 할 때 중요한 관심사는 방사선이 인체에 얼마나 많이 흡수되는가 하 는 것입니다. 같은 방사선을 쪼이더라도 인체 부위별로 흡수 정도와 위험도는 차이가 크게 납니다. 피부와 뼈 같은 조직은 상대적으로 영 향을 적게 받고, 생식기나 폐, 골수 등은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또 방 사선의 종류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다릅니다. 이를 종합 적으로 계산한 것을 등가선량이나 유효선량이라고 부르는데, Sv로 표시합니다. 우리가 흔히 피폭량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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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버트는 아주 큰 단위입니다. 4Sv 정도의 피폭을 받는다면 30일 이 내에 50%가 사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시버트는 보통 1천분의 1을 의미 하는 밀리시버트(mSv)나 1백만분의 1을 의미하는 마이크로시버트 (μ Sv) 단위로 사용됩니다. 피폭량을 계산할 때에는 어느 정도 세기로 얼마 동안 피폭을 받았 는지가 중요합니다. 같은 방사선이 나오더라도 오랫동안 그곳에 있다 면 더 많은 양의 방사선을 쪼이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방사선 피폭량 을 나타낼 때에는 시간당 0.1mSv처럼 시간을 포함해 표현합니다. 만 약 어떤 사람이 시간당 0.1mSv의 방사선이 나오는 곳에 하루 동안 머 물렀다면, 그 사람의 전체 방사선 피폭량은 시간당 피폭량 0.1mSv에 24시간을 곱한 값인 2.4mSv입니다. 방사선은 세포나 DNA를 파괴하기도 합니다. 매우 강한 방사선은 직접 세포를 파괴하여 화상을 입히거나 탈모 증세를 일으키고 피부 등을 상하게 합니다. 약한 방사선도 DNA를 손상시켜 불임이나 기형 아 출산, 암 등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되도록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도 록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인의 방사선 피폭 허용치는 연간 1mSv입니다. 이는 방사선 관 련 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의료 목적의 피폭도 받지 않는 일반인의 평 균 피폭 허용치입니다. 보통 엑스레이(X-ray)를 1번 찍을 때 받는 피 폭량이 약 0.05mSv,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할 때 피폭량은 약 6.9mSv 정도입니다. 엑스레이를 20번 찍거나 컴퓨터단층촬영을 1번 만 하더라도 이 허용치를 초과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방사성 물질이 있습니다. 핵발전소 나 핵무기에서 나오는 인공적인 방사선 이외에도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우주 방사선과 지각 속에 들어 있는 라돈 같은 방사성 물질이 끊 임없이 방사선을 내뿜고 있습니다. 이를 자연 방사선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강암 등 자연 방사선을 내뿜는 암석이 많아 보통

2. 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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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0.1~0.3μ Sv 정도의 자연 방사선이 측정됩니다.

방사선 피폭량과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핵분열 반응의 발견과 아인슈타인의 편지 방사선이 나오는 원리를 파악한 과학자들은 이후 다양한 방사성 원 소를 이용해 실험을 합니다. 이런 실험은 곧 인공적인 핵분열을 만들 기 위한 실험으로 이어집니다. 그리하여 1939년 독일의 과학자 오토 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이 우라늄을 이용한 핵분열에 성공합니다. 자연 상태의 우라늄에는 우라늄238(238U)과 우라늄235(235U), 우라 늄234(234U) 등의 동위원소가 있습니다. 전체 우라늄의 99.27%는 우 라늄238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 중 실제 핵분열 반응에 필요한 것 은 우라늄235인데 0.72%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라늄 핵분열은 우라늄235에 중성자를 쏘아 원자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불안정해진 우라늄 원자는 열에너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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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중성자를 방출하고 핵분열 생성물로 쪼개집니다. 이를 핵분열 반응이라고 합니다. 이런 핵분열 반응을 통해 나온 2개의 중성자는 또다시 인근에 있는 우라늄235에 충돌하여 동일한 반응을 일으킵니 다. 이와 같은 핵분열은 계속 반복되어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우라늄의 핵분열 과정

오토 한 연구팀이 성공한 핵분열 반응 실험은 이러한 연쇄 반응에 까지는 이르지 못했고, 그 규모도 매우 작았습니다. 하지만 1939년 1 월 이들이 핵분열 반응 실험에 성공한 뒤 그 소식이 전해지자 과학계 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핵분열에 성공했다는 것은 새로운 무기 개발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1939년 3월은 독일 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는 등 1차 세계대전 이후 다시 전쟁의 기 운이 감돌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이 때문에 핵분열에 대한 과학자들 의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일반인들은 물론 정치인들도 이 실험이 무엇을 의미하 는지 몰랐습니다. 오토 한의 핵분열 실험 결과 발표가 있고 7개월 뒤 인 1939년 8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당시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씁니다.

2. 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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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르미와 실라르드가 저와의 통신을 통해 연구한 바에 따르 면, 가까운 미래에 우라늄을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 개발이 가능하다 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당신은 즉각적인 행동 을 취해야 합니다. 미국에는 우라늄 광산이 많지 않습니다. 반면 캐 나다와 체코슬로바키아에는 좋은 우라늄 광산이 있습니다. 독일은 최근 점령한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우라늄 광석을 판매하는 것을 중단 시켰습니다. 독일이 이러한 행동을 취했다는 것은 중대한 의미를 갖 습니다.” - 아인슈타인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1939년 8 월 2일) 일부

미국은 핵무기 개발을 촉구하는 아인슈타인의 경고를 곧장 받아들이 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에 들어 서면서 독일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에 다급해진 미국은 1942년에 핵무기 개발 계획인‘맨해튼 프로젝트’ 를 추진하게 됩니다.

핵분열 연쇄 반응 실험 성공, 그리고‘맨해튼 프로젝트’ 실험실 규모로 진행된 핵분열 반응에서 더 큰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서는 핵분열이 연쇄적으로 계속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처 음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 빠른 중성자를 우라늄235에 흡수 시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빠른 중성자는 원자의 핵 을 뚫고 지나가기만 할 뿐 핵분열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실 제 오토 한은 실험에서 느린 속도의 중성자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런데 핵분열을 시키기 위해 느린 중성자를 핵에 충돌시키더라도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면서 빠른 중성자가 튀어 나옵니다. 느린 속도 의 중성자 덕분에 한 차례 핵분열은 일어났지만 2차로 튀어 나온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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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중성자로 인해 그 반응이 계속 반복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중성자의 속도를 낮추어 주는 물질 인 감속재였습니다. 전 세계가 제2차 세계대전의 포화로 얼룩지고 있던 1942년, 엔리코 페르미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 시카고 대학 운동장에 건설된 세계 최초의 핵반응로‘시카고 파일(Chicago Pile)’ 을 건설하여 핵분열 연 쇄 반응 실험에 성공합니다. 페르미는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감속재로 흑연을 사용하였습 니다. 시카고 파일은 6톤의 우라늄, 34톤의 산화 우라늄, 400톤의 흑 연 벽돌이 57층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 길이와 높이가 각각 7 미터에 이를 정도였으니 말 그대로 거대한 우라늄과 흑연 더미였습니 다. 첫 실험이었고, 당시에 는 안전 규제에 대한 개념 도 없어 시카고 파일은 방 사선 차폐 시설이나 냉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핵분 열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인구 밀집지 시카고, 그것 도 유동 인구가 많은 대학 내에서 실시한 실험이었다

세계 최초의 핵반응로 실험

는 점을 고려하면 큰 사고 없이 끝난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는 핵분열 연쇄 반응 실험에 성공하면서 더욱 속도를 내게 됩니다. 1942년 본격화한 맨해튼 프로 젝트는 처음부터 모든 것이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미국 정부는 외부 와 완전히 고립된 뉴멕시코 주 로스앨러모스에 비밀 연구소를 건설하 고 연인원 13만여 명, 예산 20억 달러(현 시가로 약 244억 달러, 약

2. 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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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조 6천억 원)를 투입했습니다.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와 전 세계에서 모인 최고의 연구원들이 뉴 멕시코 주 산골짜기에서 세계 최대의 자금을 이용해 연구한 것은 오 로지 핵무기 제조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대다수는 자신들이 무엇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지 몰랐습니다. 단지 맡겨진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고, 최종 목표에 대해서는 참여자 중 극 소수와 일부 정치인들만 알고 있었을 정도로 모든 것이 비밀이었습 니다.

핵무기의 실험장이 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미국 정부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크게 2가지 종류의 핵폭탄을 만듭니다. 하나는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우라늄 폭탄이고, 다른 하나 는 플루토늄 폭탄이었습니다. 미국의 핵무기 연구는 독일에 비해 시작이 늦었습니다. 하지만 많 은 자금과 인력을 쏟아부은 덕택에 1945년 독일을 따라잡고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미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이었습니다. 1945년 4월, 무솔리니가 총살되고 히틀러가 자살하면서 유럽 전선은 연합군의 승리로 전쟁이 끝났습니다. 아시아 전선에서도 전황은 이미 연합군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핵무기 개발 계획은 계속 진행됩니다. 1945년 7월 16일은 일본에 대한 항복 권고와 전쟁 이후 일본 처리 문제가 논의된 포츠담 회담을 하루 앞둔 날이었습니다. 바로 그날 미국 뉴멕시코 주 알라모 골드 사막에서 세계 최초의 핵무기 실험이 이루어집니다.‘트리니티 (Trinity)’ 로 불린 이 실험에서 6.2kg의 플루토늄 중 단 20%에서만 핵분열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폭발 당시 충격파는 160km 이상 퍼 졌고, 버섯구름의 높이는 12km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티엔티(T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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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톤을 동시에 터뜨린 것과 같은 규모였습니다. 실험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모든 플루토늄이 핵분열된 것은 아니었 지만, 이는 당시 기술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단 1개의 폭탄이 이렇게 큰 파괴력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핵무기는 그 어떤 무기에 비할 바 아니었습니다. 미국은 같은 해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리틀보이(Little Boy)’ 라 고 명명한 우라늄 폭탄을 투하합니다. 사흘 뒤인 8월 9일에는 나가사 키에 플루토늄 폭탄‘팻맨(Fat Man)’ 을 떨어뜨립니다. 이때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해야만 했는지 지금도 논란이 많습니다. 당시 전황은 연합군에게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입히면서 까지 굳이 핵무기를 사용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남기 때문입니다. 핵폭탄 투하로 히로시마에서는 전체 인구 35만 명 중 14만 명이 목 숨을 잃었습니다. 나가사키에서는 전체 인구 24만 명 중 7만 명이 사 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이들도 방사선 피폭과 심 한 화상 등으로 많은 고통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방사선 피폭의 경우 2세, 3세에까지 그 영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핵폭탄 투하는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주었습니다. 히로시마 와 나가사키에는 당시 조선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 니 일본인 다음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조선인이었습니다. 당시 히로시마에서는 3만 명 정도의 조선인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 되고 있습니다. 나가사키에서도 약 1만 명의 조선인들이 사망한 것으 로 알려졌습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핵발전소의 개발 핵무기의 가공할 위력을 보고 특히 놀란 것은 과학자들이었습니 다.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그 파괴력이 너무나 컸기 때문입니다. 아

2. 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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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슈타인도 그런 과학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독일의 파시즘 에 맞서기 위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수차례 편지를 써 독일보 다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개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에 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트리니티 실험을 앞둔 1945년 6월, 아 인슈타인과 150여 명의 과학자들은 일본에게 항복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당시 트루먼 미국 대통령에게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 것을 청원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트리니티 실험 이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했습니다. 핵무기는 세계 각국에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강력한 무기인 핵무기를 갖지 않 으면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 입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세계 각국의 핵무기 경쟁이 시작되었 습니다. 1949년 소련이 두 번째로 핵무기 실험에 성공한 데 이어, 미국은 1952년에 기존 핵무기보다 더욱 강력한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합니 다. 같은 해 영국도 핵무기 실험에 성공하고, 이듬해인 1953년에 소련 도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합니다. 각국의 핵무기 경쟁이 계속되자 이를 막기 위한 지식인들의 노력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처음에 핵무기 개발을 촉구했거나 실제 개발에 참여했던 지식인들이 핵무기 반대 운동에 나선 것입니다.

“저는 제3차 세계대전에서 어떤 무기를 가지고 싸울지 알지 못합니 다. 그러나 제4차 세계대전은 막대기와 돌을 들고 싸우게 될 것입니다.” - 아인슈타인(1949년 4월)

아인슈타인의 이 발언은 핵무기가 인류 전체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명언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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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들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됩니다. 1955년 아인슈타인과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등 11명의 지식 인이 참여한‘러셀-아인슈타인 선언’ 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잘 나타 내 줍니다. 이 선언을 통해 지식인들은 세계 각국 정부에 핵무기 폐기 와 과학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촉구합니다. 또 앞으로 일어날 세계대 전에서는 분명히 핵무기가 사용될 것이라며, 결국 이 무기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합니다. 이러한 목소리는 1957년 미국 퍼그워시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더욱 확산되었고, 이후 세계적 으로 벌어진 반핵무기 운동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핵무기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핵에너지의 군사 적 사용을 막고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흐름도 만들어지게 됩 니다. 1957년 창설된 국제원자력기구가 대표적입니다. 미국 아이젠 하워 대통령이 1953년 12월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제안한‘원자력 의 평화적 이용’원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국제원자력기구는 핵에 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 개발을 장려하고, 관련된 과학기술 정보를 제공하며, 핵물질이 군사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감시하고 있 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내세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란 핵발전소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외에도 국제원자력기구는 군사적 목적을 제외 한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핵반응로를 운영하는 등 핵발전소에 사용되는 기술은 핵 무기 기술과 매우 비슷합니다. 핵발전 기술을 이용해서 핵무기를 만 드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래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원칙에 대해 회 의적인 시각을 갖는 이들이 많습니다.

2. 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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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이렇게 움직인다 우라늄의 농축과 핵연료의 생산 현재 세계적으로 핵발전소에 가장 많이 쓰이는 핵연료는 우라늄입 니다. 핵반응로의 종류에 따라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섞은 혼합 산화 물인 목스(MOX, Mixed Oxide) 연료나 토륨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가격이 비싸고 아직 연구가 충분치 않아 널리 사용되 지는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우라늄 매장량은 약 547만 톤 정도입니다. 전 세 계 40여 개 나라에서 발견되고 있으나 나라별로 매장량 차이가 커서 몇몇 국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전체 매장량의 23%가 호주에 있으 며,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상위 5 개국에 전체 매장량의 64%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편중 현상은 실제 채굴량에서도 나타납니다. 우라늄을 생산하는 20개국 중에서 캐나다와 호주 단 두 나라의 생산량이 전체 의 4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지하자원인 석유는 각각 생산 량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에서 전체의 25% 정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석유보다 우라늄이 국가별 생산량 편차가 더 큰 광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라늄의 매장량과 생산량이 편중되면 가격이 폭등하거나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우라늄 가격은 2000년대 초 1kg당 3~4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등의 여파로 신 규 핵발전소 건설 감소가 이어지면서 우라늄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 문입니다. 1990년대 초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해체 과정에서 나온 고 농축 우라늄을 핵발전소 연료로 사용하기로 한 것도 우라늄 가격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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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 호주와 캐나다에서 각각 화 재 사고와 침수 사고가 일어나고 우라늄을 이용한 투기 현상까지 벌 어지면서 우라늄 가격이 2000년대 후반 1kg당 약 62달러까지 치솟 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충남 금산 등 중부 지역 일대에 우라늄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품질이 낮고 경제성이 떨어져 캐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우라늄은 100% 수입 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을 위해서 매년 약 4000톤 정도의 우라 늄 원석을 미국, 캐나다, 호주, 카자흐스탄 등에서 구입한 뒤, 미국 등 지에서 변환, 농축 등의 화학적 처리 과정을 거쳐 국내에 들여옵니다.

핵연료 사용 흐름도

이렇게 수입된 농축 우라늄은 대전에 있는 한전원자력연료주식회 사에서 3~5% 정도의 농도로 성형 가공하여 국내 핵발전소로 보냅 니다. 핵발전소에서 사용한 뒤 꺼낸 우라늄 핵연료를 흔히‘사용후핵연

2. 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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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 라고 부릅니다. 이 사용후핵연료는 별도의 재처리 과정을 거치면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습니다. 이를‘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라고 부 릅니다.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주요 원료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제조 과정은 국제 사회의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1991년 북한과 체결한‘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 선언’ 을 통해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어떠한 연구와 시도도 하지 않기로 하여 현재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습니다. 우라늄의 채광에서부터 변환과 농축, 핵연료 가공, 핵발전소의 운 영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핵폐기물의 보관과 폐기 등 핵연료가 순 환하는 과정 전체를‘핵연료 주기’ 라고 부릅니다. 미국과 러시아 등 핵무기를 개발한 많은 나라는 이와 같은 핵연료 주기의 모든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핵연료 주기 중 핵발전 소와 관련된 부분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핵반응로, 물 끓이는 거대한 기계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형태의 발전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발 전소는 그 원리가 비슷합니다. 연료만 다를 뿐 물을 끓여 만든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는 거의 똑같습니다. 석탄 화력발전은 석탄을 이용해서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리고, 가스 화력발전은 천연가스(LNG)를 이용해서 터빈을 돌립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핵발전은 핵분열 과정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증 기를 만든 뒤, 그 증기를 이용해서 발전기가 달린 터빈을 돌리게 됩니 다. 다시 말해 핵반응로는 물을 끓이기 위해 만든 거대한 기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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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압형 핵반응로(경수로) 구조

핵반응로의 종류 우리 생활 주변에도 물을 끓이기 위한 기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 표적인 것이 압력솥과 냄비입니다. 압력솥은 열을 가할 때 뚜껑을 밀 봉하여 내부 압력을 높이는 장치입니다. 내부 압력이 높으면 물이 더 욱 높은 온도에서 끓게 되고, 결국 음식 속까지 뜨거운 열이 더 잘 전 달됩니다. 압력솥은 크기가 크고 무겁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냄비는 내부 압력이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낮은 온도에서도 쉽 게 끓고 압력솥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며 가볍고 장치도 단순합니다. 핵발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핵분열 반응에서 나온 열로 물을 끓일 때 압력을 가하게 되면 물은 더욱 높은 온도에서 끓습니다. 따라서 더 많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대신 압력이 높기 때문에 그것을 견디기 위한 장치가 많이 필요합니다. 특히 높아진 압력에 견딜 수 있 도록 장치를 두껍게 만들어야 하고,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외벽도 두

2. 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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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압력솥이 일반 냄비보다 두꺼운 것과 비 슷합니다. 이처럼 내부에 압력을 가해 높은 압력으로 증기를 생산하 는 핵반응로를‘가압형 핵반응로(PWR, Pressured Water Reactor)’ 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핵발전소는 이와 같은 가압형 핵반응 로입니다. 반면 단순히 물을 끓여 증기를 생산하는 것만을 생각한다면 굳이 내부 압력을 높일 필요가 없습니다. 핵반응로의 열을 가지고 물을 바 로 끓이면 됩니다. 마치 일반 냄비를 쓰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처럼 핵반응로에서 나온 열로 곧바로 증기를 만들어 발전하는 핵반응로를 ‘비등형 핵반응로(BWR, Boiled Water Reactor)’ 라고 합니다. 비등 (沸騰)이란 액체가 끓어오른다는 뜻입니다.

비등형 핵반응로(경수로) 구조

비등형 핵반응로는 구조가 간단합니다. 별도의 압력을 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압력을 높이는 가압기나 높은 압력을 견디기 위한 설비 를 보강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부 압력이 낮기 때문에 외부에 만드는 격납 건물도 가압형에 비해 두껍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비 등형 핵반응로가 없으나 외국에서는 적지 않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핵반응로의 종류를 구분하는 방법에는 이처럼 압력을 가하는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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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이외에도 어떤 핵연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라늄 핵반응로와 목 스 핵반응로 등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또한 핵분열을 할 때 중성자 를 감속시키는 감속재의 종류에 따라 경수로와 중수로, 흑연로로 나 뉩니다. 핵발전소 연구 초기에는 감속재로 흑연을 많이 사용했습니 다. 그런데 흑연은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 단점이 있어 최근에는 흑연로가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감속재는 물입니다. 물은 그 자체가 불을 끄는 특성이 있고, 핵반응로를 식혀 주는 기능도 있어 많이 사용되고 있습 니다. 핵반응로는 감속재로 사용되는 물의 종류에 따라 분류하기도 합 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물인 경수를 사용하는 경수로 와 삼중수소(3H)가 포함된 중수를 사용하는 중수로가 그것입니다. 핵발전소의 종류는 압력을 가하는 방식과 감속재의 종류를 함께 묶 어 구별합니다. 가압형 경수로, 가압형 중수로, 비등형 경수로, 비등 형 흑연로 같은 식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24기의 핵발전소 중 경주 월성에 있는 월성 1~4호기가 가압형 중수로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압 형 경수로입니다.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비등형 경수로이고, 체르노빌 핵발전소는 비등형 흑연로입니다.

가압형 경수로의 구조 가압형 경수로의 시초는 핵잠수함이나 핵추진 군함 등 선박에서 쓰 이던 핵반응로입니다. 좁은 배 안에서 핵분열을 이용해 추진 동력을 얻어야 했기 때문에 핵반응로를 크게 만들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작은 규모의 핵반응로에서도 큰 힘을 얻기 위해 압력을 높여 야 했습니다. 또한 방사성 물질이 핵반응로 격납 용기 내부에만 머무 르도록 설계된, 일종의 이중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핵반응로에는 1차 냉각재인 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1차 냉각재는

2. 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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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에 직접 맞닿는 물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많은 양의 방사성 물 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한번 핵분열을 시작한 핵연료는 계속 뜨거운 열과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에 1차 냉각재가 없어진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를‘냉각재 소실 사고’ 라고 부릅니다. 이 런 사고가 발생하면 핵연료가 핵분열을 계속하면서 녹아내리는 멜 트다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979년에 일어난 미국의 스리마 일 핵발전소 사고가 대표적인 냉각재 소실로 인한 멜트다운 사고였 습니다. 1차 냉각재는 핵연료에서 나온 열로 뜨거워지고 가압기를 거치면서 압력이 높아집니다. 보통 핵반응로 내부는 1차 냉각수가 320℃, 150 기압 정도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압력이 높기 때문에 냉각재의 온도 가 320℃임에도 액체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렇게 뜨거워진 냉각재는 증기 발생기를 거치면서 또 다른 물을 증기로 바꿉니다. 이 물을‘2차 냉각재’ 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이중적인 구조로 인해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증기에는 이론상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간혹 1차 냉각 재와 2차 냉각재를 분리하는 파이프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거나 구멍 이 뚫리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2차 냉각재에 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 주기적인 감시가 필요합니다. 증기 발생기에서 만들어진 증기는 곧바로 터빈으로 이동해 터빈을 돌립니다. 터빈을 거 친 증기는 증기 발생기와 비슷한 구조의 복수 기(復水器)를 거치면서 다시 액체인 물로 변 합니다. 이때 복수기에 많은 양의 바닷물이 공급되는데, 이 물이 냉각재 구실을 합니다. 증기 발생기의 세부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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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가압형 경수로에서는 크게 3가지 종


류의 물이 독립적으로 순환합니다. 핵분열이 진행되고 있는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한 1차 냉각재, 증기 발생기를 통해 이 냉각재로부터 열 을 공급받아 발전기 터빈을 직접 돌리는 2차 냉각재, 또 이 2차 냉각 재를 식히기 위한 바닷물이 그것입니다. 이 중 바닷물은 뜨거운 증기 를 냉각시키는 데 사용된 후 다시 바다로 방출되는데, 이를 온배수라 고 합니다.

건설보다 오래 걸리는 폐로 과정 핵발전소 1기를 건설하는 데는 약 10년이 걸립니다. 건설 계획을 세 우고, 땅을 매입해 핵발전소를 실제 짓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을 모두 합한 시간입니다. 요즘에는 건설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그 기간이 점 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 건설만 하는 시간을 놓고 보면 4~5년 만 에 핵발전소 1기를 세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는 보통 한꺼번에 2기씩 건설됩니다. 하나 씩 지을 때보다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2기의 핵발전소가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고 등의 관련 설비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핵발전소는 30~60년 정도의 수명을 갖습니다. 핵발전소의 수명은 처음 핵발전소가 지어질 때 정해집니다. 대개 핵발전소에 사용되는 각종 기계의 수명이 반영된 것입니다. 1978년에 지어진 고리 1호기는 수명이 30년이었습니다. 최근에 지어진 핵발전소들은 수명이 60년으 로 정해졌습니다.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보통의 건물을 폐쇄하고 해체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핵발전소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부에 핵반응로를 비롯해서 증기 발생 기 등 방사성 물질에 수십 년 동안 노출된 기계들이 아주 많기 때문입

2. 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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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핵발전소의 가동을 멈추고 해체하는 일련의 행위를‘폐로’ 라고 부 릅니다. 보통 1기의 핵발전소를 폐로하는 데 15년에서 6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핵발전소 가동 중단을 결정한다고 해서 곧바로 폐 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내부에 있던 핵연료를 꺼내더라도 사용후 핵연료는 끊임없이 방사선과 열을 내뿜습니다. 이 방사선량이 줄어들 고 열을 식히는 시간이 필요한데, 여기에 최소 7년이 걸립니다. 그 뒤 본격적으로 해체를 하는 데도 여러 가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방사성 원소

반감기

요오드131(131I)

8일

코발트60(60Co)

5.3년

스트론튬90(90Sr)

29년

세슘137(137Cs)

30년

226

라듐226( Ra)

1600년

플루토늄239(239Pu)

2,4065년

40

칼륨40( K)

13억 년

우라늄238(238U)

45억 년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

방사성 물질은 핵분열에 따라 양이 줄어듭니다. 그 양이 절반으로 줄 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반감기’ 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방사성 물 질인 세슘137(137Cs)은 반감기가 30년입니다. 30년이 지나면 방사능 이 반으로 줄어들고, 다시 30년이 지나면 그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보 통 10번의 반감기가 지나야 방사능의 영향이 거의 없어집니다. 이 때 문에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역은 반영구적으로 사람이 살 수 없 는 곳이 됩니다.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는 몇 초에서부터 수십억 년에 이르기까지 다 양합니다. 핵발전소에는 여러 가지의 방사성 물질이 있으므로 이들의 반감기 역시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핵발전소 폐쇄 후 수십 년이 지 나면 이들 중 반감기가 짧은 것들은 그 양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바로 해체하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해체하는 것이 더 유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방사성 물질의 양이 줄어듦에 따라 해체 작업을 하 는 노동자들의 피폭량이나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기 때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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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함께 생각해 봅시다

개별 활동

핵발전의 역사를 순서대로 정리해 봅시다.

개별 활동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최종 책임자로 활동한 미국의 물리학자인데, 그에게는‘핵폭탄의 아버지’ 라는 별명이 붙어 있습니다. 그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리틀보이’ 와‘팻맨’ 의 치명적인 살상력을 확인한 뒤부터 핵무기 개발을 반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이 만든 핵무기에 반대하면서 떠올렸을 이런저런 생각들을 미루어 짐작한 뒤, 그의 입 장에서 가상의 일기를 써서 발표해 봅시다.

두레 활동

두레별로 핵폐기물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정리하여 발표해 봅시다.

2. 핵발전에 대해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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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핵발전소는 1954년에 가동을 시작한 옛 소련의 오브닌스크 핵발전소입니다. 그 이후 핵발전소의 역사는 6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외부로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는 대형 사 고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1957년 영국의 윈드스케일 사고,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사고, 1986 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그리고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등이 대표적인 예들입니다. 60 년의 핵발전 역사를 놓고 본다면, 대략 10~20년 간격으로 대규모 핵발전소 관련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3. 핵발전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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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은 위험하다 핵발전소 사고가 여러 차례 일어나면서 핵산업계는 핵발전소 안전 시스템을 계속 보강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하면 인적 실수를 방지하는 장치를 추가하고, 쓰나미로 침수가 발생하면 이를 막기 위해 장벽을 만드는 식입니다. 이처럼 안전 장치가 핵발전 소에 끊임없이 추가되고 있지만 대규모 핵발전소 사고는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학자들은 이를‘정상 사고(Normal Accident)’ 라는 개념으로 설명 합니다. 비정상적인 상태에서만이 아니라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사고 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핵발전소처럼 매우 복잡한 기계 장치의 경 우에는 아주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그 기계 장치들끼리의 상호 작용만으로도 문제가 증폭될 수 있습니다.

핵발전, 그 60년의 역사 1986년 미국의 우주 왕복선 챌린저 호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합니 다. 마침 챌린저 호가 발사되는 날은 날씨가 추웠습니다. 이 때문에 연 료 탱크에 부착된 1cm도 되지 않는 고무 링이 딱딱해졌고, 그 결과 연 료가 누출되면서 폭발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로 인해 7명의 우주 비행사가 사망하고 수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고무 링을 담당 하던 기술자가 이 문제를 발사 이전부터 계속 제기했지만 미항공우주 국(NASA)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추운 날씨라는 사소한 요 인이 결국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온 것입니다. 핵발 전소 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밸브의 경고음을 무시한 실수가 노심 용 융 사고로 이어졌던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가 대표적인 정상 사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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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니다. 흔히 핵산업계에서는 핵발전소에 많은 안전 장치가 있어서 대규모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작업자가 작은 실수를 저지 르거나 사소한 부품 결함이 발견되면 안전 장치들이 작동하면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일부 안전 장치들이 작동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여러 개의 안 전 장치가 무력화되면 심각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를‘스위 스 치즈 모델’ 이라고 부릅니다.

위해(위험)를 나타내는 스위스 치즈 모델

구멍이 뻥뻥 뚫린 스위스 치즈를 여러 장 겹쳐 놓으면 구멍이 연결 되는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는 핵발전소에서 안전장치가 작동한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모든 구멍이 하나로 연 결될 수 있습니다. 핵발전소에서 일어나는 대형 사고가 바로 이런 경 우입니다. 이처럼 대규모 핵발전소 사고는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대 비책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핵발전소라는 거대한 기계 장치가 매우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사고 위험성을 설명하는 원칙들 가운데‘하인리히 법칙’ 이 라는 것도 있습니다. 미국의 한 보험사에서 근무하던 허버트 하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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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는 다양한 사고 통계를 분석합니다. 그 결과 그는 대형 사고가 발생 하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작은 사고가 29회 발생하고, 역시 같은 원인 으로 사소한 징후들이 300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대형 사 고는 우연히, 또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경미 한 사고가 다양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생긴다는 것을 밝혀 낸 것입니 다. 하인리히는 작은 규모의 사고를 미리 발견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 다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최근 우리나라 핵발전소를 둘러싼 다양한 비리 사건 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동안 일부 부품 업체들은 복제품 이나 중고 부품을 정품이라고 속여 납품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금품이 오간 것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는 지금까 지 핵발전소에 사용된 많은 부품들의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 하인리히 법칙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량 부품 한두 개쯤은 핵발전소 전체의 안전 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백만 개 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핵발전소에서는 사소한 부품 결함이 대형 사고 로 이어질 가능성이 언제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핵발전소 부품 비 리 사건은 대형 핵발전소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인체가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을 피폭이라고 합니다. 피폭은 두 종 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인체 외부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외부 피폭과 호흡이나 음식 섭취로 이루어지는 내부 피폭이 있습니다. 외부 피폭 보다 내부 피폭이 인체에 훨씬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킵니다. 외부 피폭 은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는 동안만 피폭되지만, 내부 피폭은 방사성 물질이 몸 안에서 지속적으로 피폭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외부 피폭이든 내부 피폭이든 방사선에 노출되면 인체는 직접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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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영향을 받습니다. 방사선 노출에 의한 피해는 방사선의 세기, 방사성 물질의 종류, 노출 부위와 노출 시간에 따라 다릅니다. 피폭으로 인한 질환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탈모, 불임, 암 등이 있습니다. 갑자 기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에는 피부 괴사나 사망에 이를 수 도 있습니다. 방사선 피폭에 의한 영향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연령이 적을수록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큰 해를 입게 됩니다. 피 폭 영향은 피폭된 사람에게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방사선은 인체 세 포 중 DNA에 손상을 가합니다. 이 때문에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피 해는 2세, 3세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방사선 피폭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처럼 대규모 사고가 일어났 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핵발전소를 가동하면 기체나 액체 상 태의 핵폐기물이 끊임없이 핵발전소 밖으로 배출됩니다. 이렇게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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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방사성 물질은 주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합니다. 국내에서도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의 갑상샘암 발병률이 다른 지 역 주민에 비해 2~3배 정도 높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 다.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방사선 피폭을 받게 됩니다. 핵 발전소 정기 점검이나 노후 설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방사선에 노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폐기물의 위험성과 관리의 어려움 핵발전소를 운영할 때에는 많은 양의 핵폐기물이 나옵니다. 핵폐기 물은 거기서 나오는 방사선의 세기에 따라 크게 중·저준위 핵폐기물 과 고준위 핵폐기물로 나뉩니다.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용한 옷과 장갑,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데 쓰인 필터 등 상대적으로 방사선이 적게 나오는 핵폐기 물을 중·저준위 핵폐기물이라고 합니다. 이 핵폐기물은 핵발전소에서 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방사성 물질은 병원, 연구소, 공장 같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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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데서도 나옵니다. 암 치료와 엑스레이 촬영, 공장의 파이프나 배의 용접 상태 점검 등에 방사성 물질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연구소의 실험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에도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핵발전소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연 구용 핵반응로는 이미 1950년대에 도입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전 부터 쌓여 있는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양을 합하면 전국적으로 약 9 만 드럼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핵발전소에서 나온 폐기물은 각 발전소 부지에 쌓아놓고 있으며, 병원이나 연구소 등지에서 나온 폐기물은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중·저준위 핵폐기물에도 다양한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이 들의 반감기 또한 다양하지만 평균 30~40년 정도입니다. 다시 말해 10번의 반감기를 기준으로 하면 최소한 300~400년 동안 이들 폐기 물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대표적인 고준위 핵폐기물은 핵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입니다. 핵발전소 핵반응로에 들어가는 핵연료는 보통 한 번에 3분의 1씩, 18개월마다 교체합니다. 이렇게 사용하고 남은 핵연료는 깊이 10미터 정도의 물(붕산수)로 가득 찬 거대한 임시 저장고에 보관 합니다. 현재 전국 핵발전소 부지 내 임시 저장고에 약 1만 4천 톤 정도의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방식 에는 물로 냉각하는 습식 저장 방식과 공기로 냉각하는 건식 저장 방 식이 있습니다. 핵반응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는 6~7년 정도 습식 저장을 해야 합니다. 이후 이 핵폐기물은 건식 저장 방식으로 최소 10 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합니다. 현재 고준위 핵폐기장을 만들어 운영하 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핵폐기장 건설을 둘러싸고 20여 년간 대규모 사회적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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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겪었습니다. 2005년 주민 투표를 통해 경주시에 중·저준위 핵폐 기장이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애초 2년이었던 건설 기간이 지 반 불안정과 지하수 유입 등의 이유로 7년으로 늘어났습니다. 활성 단층 존재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방사능 유출 가능성 문제도 계속 지 적되고 있습니다. 핵폐기장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핵폐기물과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 는 것은 아닙니다. 핵폐기물을 운반하는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사고 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해상이든 육로든 핵폐기물을 운반하다가 사 고가 날 경우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어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 문입니다.

온배수로 망가지는 해양 생태계 우리나라의 핵발전소는 모두 바닷가에 있습니다. 핵반응로를 냉각 시키는 데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핵분열로 발생한 에 너지 중 약 3분의 1 정도는 전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지만, 나머지는 온배수가 되어 외부로 버려집니다. 보통 핵발전소 1기당 1초에 50~60톤의 온배수가 배출됩니다. 영광 핵발전소에 있는 핵반응로 6기를 모두 가동할 경우 초당 300여 톤의 온배수가 바다로 배출됩니 다. 약 6초마다 국제 규격 수영장(길이 50m×폭 21m×깊이 1.8m)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바닷물의온도는육지와다릅니다. 연안바다의경우일교차가1~2℃를 넘지 않으며, 수심이 깊은 곳은 하루 종일 수온의 변화가 없기도 합니 다. 해양 생물들은 이런 안정된 바다 온도 조건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 습니다. 그런데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는 주변 바닷물보다 7~8℃ 정도 높습니다. 이런 온배수가 바다에 대량으로 배출되면 주 변 바다의 수온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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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온도 변화에 잘 적응하는 해양 생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종들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하여 스트레스를 받거나 죽게 됩니다. 넓은 바다에서는 온도 조건이 맞는 다른 곳으로 물고기들이 옮겨가기 때문에 어업 피해가 발생하기 도 합니다. 이 때문에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경우 온배수 피해를 보 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특히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의 경우 온배수 피해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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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은 경제적이지 않다 핵발전은 우리나라 전력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화력발전 다음으로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핵발전 비중이 큰 이 유 중 하나는 그것이 경제적이라는 점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발전 방식별 발전 단가에 관한 자료에 는 핵발전이 다른 발전 방식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핵발전의 발전 단가에 숨겨진 비밀 *‘발전 단가’ 는 1시간(h)에 1킬로와 트(kW)의 전기를 만들어내는 데 쓰 이는 비용을 말하는 것으로, ‘원 /kWh’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1kWh’ 는‘1킬로와트시’ 로 읽습니 다. 1kWh당 발전 단가가 낮을수록 발전 방식이 경제적입니다. 거꾸로 발전 단가가 높을수록 경제성이 낮 습니다.

2013년 기준으로 발전 단가*가 가장 비싼 것은 중유로, 1kWh당 221원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재생가능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은 1kWh당 172원으로 중유 다음으로 비쌌습니다. 가장 싼 발전 방식은 핵발전이 었는데, 발전 단가가 39원에 불과했습니다. 중유와 5배, 태양광발 전과 4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이것만 보면 누가 봐도 핵발전이 경제 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산출된 발전 단가를 보면 핵발전은 어디인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핵발전의 발전 단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자세하게 공개한 적이 한 번도 없습 니다. 국회의원이나 시민 단체에서 구체적인 계산 근거를 요청해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부가 발전 단가와 관

발전 방식별 발전 단가(전력통계정보시스템,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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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하여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는 게 아니냐며 의심합니다. 이와 같은 의심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민간 연 구 기관 중 하나인 현대경제연구원에서 2012년에 <원전의 드러나지 않은 비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 보고서 는 정부가 핵발전의 발전 단가를 정할 때‘드러나지 않은 비용’ 을제 대로 고려하지 않은 점을 지적합니다. 이 드러나지 않은 비용을 중심 으로 핵발전의 발전 단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핵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은 사람들이 평소 보험에 가입하여 위험에 대비하는 것처럼 핵발전소 사고 발생 위험에 대비해 돈을 마 련해 둡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핵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손해 배 상 책임액을 약 5천억 원으로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금액 은 실제로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에게 손해 배상을 하 기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핵발전을 일찌감치 도입했다가 지금은 탈핵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독일은 우리와 다릅니다. 독일에서는 핵발전의 사고 비용을 8천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규모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법적 손해 배상 책임 액도 25억 유로, 우리 돈으로 3조 7천5백억 원이나 됩니다. 독일처럼 우리나라도 사고 발생 위험 비용을 좀 더 현실화해 계산한다면 핵발 전의 발전 단가는 훨씬 높아지게 됩니다. 핵발전소 해체 비용도 발전 단가 계산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독일에서는 핵발전소 1기당 해체 비용이 우리 돈으로 2조 6천3백억 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불 가리아와 리투아니아의 핵발전소 해체 비용을 1조 2백억 원 정도로 계산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핵발전소 해체 비용이 다른 나라보다 낮게 정해져 있습 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 1기당 해체 비용은 6천억 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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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이는 독일이나 유럽 등 외국과 비교할 때 약 2배에서 4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그러므로 핵발전소 해체 비용을 다른 나라 수준에 맞 춰 좀 더 현실적으로 계산하면 1kWh당 발전 단가가 더 올라갈 것으 로 예상됩니다. 핵발전소 비용 문제는 양수발전소와도 관련됩니다. 전력 수요는 통 상 하루 중 낮 시간대에 높아졌다가 심야나 새벽 시간대에 급격히 낮 아집니다. 이에 따라 시간대별로 변하는 전력 수요에 맞추어 발전소 의 출력을 조절해야 합니다. 그런데 핵발전소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 라 출력을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가동 중인 핵반응로를 껐다 켜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양양 양수발전소 단면도

양수발전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양수발 전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먼저 심야나 새벽에 남아도는 전기로 펌프 를 돌려 하부 저수지에 있는 물을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립니다. 그 뒤 전기를 많이 쓰는 낮 시간에 낙차를 이용해 이 물을 흘려 보냄으로써 전기를 만들어냅니다. 언뜻 보면 남아도는 전기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효율적인 것처럼 보 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양수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산 위쪽과 아래쪽에 댐을 각각 하나씩 건설하여야 합니다. 이들 사이 를 연결하는 거대한 수로도 만들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 많은 비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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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갑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양양 양수발전소의 경우 총 건설 비용이 8천3백억 원 정도 들어갔습니다. 현재 국내에 15 개의 양수발전소가 있으니 십수조 원의 비용이 들어간 셈입니다. 그런데 2010년에 이들 양수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우리나라 전 체 발전량의 0.8%에 불과합니다. 건설에 들어간 비용을 고려할 때 발 전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양수발전소는 핵발전소에서 생산 한 전기 중 남아도는 전기를 재활용한다는 명분으로 세운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해 양수발전을 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모두 핵 발전 발전 단가에 포함해야 마땅합니다.

경제적이지 않은 핵발전 핵발전 산업에서는 기계와 기구를 설치하고 건물을 짓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핵발전은 대규모 설비 산업의 하나로 분류됩니 다. 핵발전의 전체 비용에서 핵발전소를 짓는 데 드는 건설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건설 비용은 핵발전소를 짓는 데 드는 직접 비용 중 가장 대표적인 항목입니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핵발전소 건설 비용은 해마다 15%씩 올랐습 니다. 특히 유럽은 핵발전소 건설 비용이 지난 10년 동안 4배까지 증 가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핵발전소의 건설과 운영 등에 들어가는 전체 비용도 크게 늘어났으리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건설 비용과 같은 직접 비용 말고도 일종의 간접 비용인 외부 비용* 의 규모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핵발전소나 핵폐기물 처리장 이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들은 핵발전의 위험성을 크게 걱정합니다. 반대 운동을 거세게 펼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에 따른 문제를 해결

* 사회 전체적인 손실을 가져오는 외 부 효과를‘외부 비용’ 이라고 합 니다. 핵발전소 사고 위험 비용이 나 핵폐기물 처리장 입지를 선정하 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이 대표적 입니다.

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에 발간한 <원자

3. 핵발전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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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 발전 비용의 쟁점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핵발전소 사고 위험 비용이나 핵폐기물 처리장 입지를 선정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과 같은 다양한 외부 비용을 충 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정부 가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부담하는 각종 외부 비용을 적절히 반영해 핵발전의 전체 비용을 새로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발표 기관 산업통상자원부

세부 설명 2013년 핵발전 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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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사용된 핵발전 단가

41.9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시 논의된 핵발전 단가 발전 비용만 계산(A)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단가

건설비, 해체비 50% 인상 시(B)

43.02~47.93 48.8 62.2

A, B에 정부의 보조금을 요금에 포함시킬 경우(C)

62.4~78.3

A, B, C에 위험 회피 비용을 포함시킬 경우

65.2~265.3

핵발전 단가의 비교(단위 : 원/kWh)

에너지 전문가들은 핵발전의 발전 단가에 사고 위험 회피 비용, 정 책 비용, 세금 및 대기 오염 비용 등을 포함해 발전 단가를 다시 계산 하면 그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원래 가장 낮았던 핵발 전의 발전 단가가 석탄이나 가스를 활용하는 화력발전보다 더 높아진 다는 것입니다. 두루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핵발전이 경제적이지 않다 고 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미국 듀크대학교 경제학과 존 블랙번 교수의 연구 결과를 통 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블랙번 교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자 료를 통해 핵발전과 태양광발전의 발전 단가를 비교했습니다. 처음에 는 핵발전이 태양광발전보다 낮은 발전 단가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런 데 해가 거듭될수록 핵발전의 발전 비용이 늘어나면서 결국 태양광발 전의 발전 단가보다 높아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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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핵발전과 태양광발전의 발전 단가 비교(존 블랙번 교수 자료를 재구성함)

태양광발전은 처음 설치할 때 비용이 많이 듭니다. 기술적인 한계 로 인해 발전의 효율성도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향상되면서 효율이 높아지고 그 결과 발전 단가가 낮아지게 됩니다. 정보 통신 기 술이 발달하면서 더 나은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태양광발전은 자연 상태의 햇빛을 에너지원 으로 쓰기 때문에 연료 비용 또한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평균 발전 단가가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됩니다. 핵발전은 이와 다릅니다. 처음에는 태양광발전보다 발전 단가가 낮 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에 들지 않았던 비용들이 생겨 나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됩니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리하거나 핵발 전소를 해체하는 데 드는‘숨은 비용’ 이 생겨납니다. 핵발전소 사고 가 발생하면서 안전 규제가 강화되어 건설비와 운영 유지비가 점점 높아지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핵발전의 평균 발전 단가가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3. 핵발전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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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우리나라 핵발전 산업 현재 우리나라는 핵발전 산업의 규모를 계속 키워가고 있습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0년대 중반에 40기 이상의 핵발전소를 갖게 됩니다. 그런데 핵발전 산업의 규모를 계속 키워가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나라에서는 태양광발전의 발전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2000년에 전 세계의 태양광발전 시설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277메가 와트(MW)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뒤부터 신설 태양광발전 의 발전 규모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 2012년에 3,2000MW에까지 이 르렀습니다. 12년 동안 115배나 증가했고 그 증가 속도가 점점 빨라지 고 있습니다. 경제적이라는 핵발전은 쇠퇴하고 비경제적이라는 태양광발전이 크 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세계적 추세입니다. 핵발전이 정말 경 제적인 발전 방식이라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현상입니다. 에너 지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핵발전소 수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 습니다.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위험성이나 핵발전의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 등이 크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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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은 윤리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경남 밀양은 수년 전부터 송전탑 건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 다. 현재 밀양 지역 곳곳에는 부산시 기장군 신고리 핵발전소 1, 2호 기와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 핵발전소 3, 4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대 도시에 공급해 주기 위해 세운 765킬로볼트(kV) 초고압 송전탑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들 송전탑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밀양 주민들은 재산권 피해와 마을 공동체의 분열, 환경 훼손 문제 등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거대 송전탑에 희생당하는 사람들 밀양 지역에 세워지는 송전탑은 높이가 100여 미터나 됩니 다. 52미터 정도에 불과한 20층 아파트의 거의 두 배 높이입니 다. 거대한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서는 주변 산림이나 논밭을 파 헤칠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 경관 훼손 문제와 생존권 문제가 불거지는 것입니다. 송전선에서 나오는 웅웅거리는 소음과 전 자파로 인한 문제도 심각합니다. 송전탑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 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느끼거나 건강상 피해를 입을 수 있 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밀양 지역에서 벌어진 송전탑 반대 운동을‘전 쟁’ 에 빗댑니다. 밀양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강행한 정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 진압 경찰 등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큰 어 려움과 고통을 겪었음을 드러내 주는 말입니다. 실제 밀양 주민 들 중에는 한전이 고용한 용역 직원이나 경찰과 충돌하면서 다 치거나, 이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로 몸 상태가 나빠진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사람 키와 주요 송전탑 높이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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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의사 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 협의회가 밀양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밀양 주민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 군 비율이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를 겪은 미국 시민의 4배 수준 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이나 사고, 자연 재앙, 폭력 등 심각한 신체 손상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경험을 한 뒤 겪게 되는 불안 장애를 말합니다. 송전탑 건설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알게 해 주는 대목입니다. 2013년 12월 조사에서는 전체 주민의 87%가 심한 우울감을 호소했습니다.

핵발전 산업의 어두운 그늘 핵발전 정책은 여러 가지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핵발전소나 핵폐 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는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나 핵발전 산업 분야에 서 일하는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의 희생과 피해가 뒤따릅니다. 지역 차별에 따른 사회적인 불평등 문제도 있습니다. 핵발전 정책 추 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핵발전 산업의 모든 단계에 두루 걸쳐 있습니다. 핵발전에 사용되는 연료는 우라늄입니다. 우라늄은 광석이어서 사 람들이 광산에서 그것을 직접 캐내야 합니다. 그런데 우라늄 채굴 작 업을 하는 광산 노동자와 그 주변 지역 주민들을 위협하는 방사선 피 폭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노동 자들과 주민들은 자신들의 기본적인 건강권을 지키기가 힘듭니다. 이 는 보편적인 인권의 측면에서 볼 때도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라늄 광산은 주로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들이 사는 지역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소박하게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경제적 약자 계층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생활 터전을 훼손당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농사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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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던 땅을 잃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마을 공동체가 해체될 수 있습니 다. 이런 문제가 크게 불거져도 주민들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크지 않 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우라늄 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능은 음용수나 지하수, 농경수 등을 오염시킵니다. 이로 인해 주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호주에서 방사능 성분이 들어 있 는 고체와 액체 혼합물이 누출되는 사고가 터져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핵발전 정책은 핵발전소 노동자들이나 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 에게 여러 가지 피해를 가져다 줍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핵발전소 를 가동하는 중에 나오는 방사선으로 인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원 자력안전법>에서는 일반인의 방사선 피폭량을 1년에 1mSv까지만 허 용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에서 방사능을 취급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는 방사선 피폭 허용치가 1년 기준 최대 50mSv, 5년간 100mSv를 넘 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사람인데 왜 피폭 허용치를 50배까지 차이가 나게 정해 놓 았을까요?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피폭 허용치가 높지 않 으면 아예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해 핵발전소에서 일한 다는 것은 그만큼 일상적으로 방사능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법적 기준으로 정해 놓은 연간 피폭량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문가들은 암 발생 빈도수가 방사선 피폭량에 비례한다고 주장합니다. 방사선은 그 양이 아무리 적더라도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핵발전소 노동자들이나 주변 지역에 사 는 주민들의 방사선 피폭 실태가 엄격하게 조사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한수원)가 전국 에 있는 24기의 핵발전소를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 핵발전소

3. 핵발전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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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1만 5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구역에 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노동자 중 한수원에 소속된 직원 은 5천여 명으로 3분의 1 정도입니다. 나머지 1만여 명은 대개 하청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입니다. 이들 은 한수원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이 아닙니다. 한수원과 계약을 맺 은 회사에 속해 있을 뿐입니다. 또 이들 중 다수는 비정규직인 계약직 노동자입니다. 한마디로 이들은 핵발전 산업계가 형성하고 있는 피라 미드 구조의 맨 밑바닥에서 일하는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기 어 렵습니다. 핵발전소 안에서도 더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을 담당할 때가 많습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 핵 발전소 사고가 터졌을 때 정규직 노동자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위험 한 복구 작업에 더 많이 투입된 것도 이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 롯되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방사선 피폭 실태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이들이 얼마나 많은 방사선에 피폭 되는지, 이로 인해 받게 되는 해로운 영향이나 건강상의 문제는 없는 지 정확하게 알기 힘듭니다. 당연히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문제에 미 리 대처하는 일도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약자들의 눈물로 만들어지는 전기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모두 동해안과 서해안 등 바닷가에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전기 소비는 주로 대도시에서 하고 있습니다. 바닷가에 서 만들어진 전기를 도시로 운반하는 데 거대한 송전탑과 긴 송전선 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러다 보니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났습니 다. 핵발전소를 지어 가동하거나 송전탑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건강 피해, 환경 훼손 등의 문제가 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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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 된 것입니다. 핵발전소는 부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문제를 드러냅니다. 우리나라 는 미국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핵발전소 부지를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만 5천 명 이상의 사람이 살고 있는 인구 중심지가 핵 발전소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핵발전소는 인 구가 적은 곳에 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개 사람들이 적게 사는 농 어촌 지역이 핵발전소 부지로 결정되는 까닭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구가 적은 곳에 핵발전소를 짓는 이유는 위험성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늘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안은 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도시에 전 기를 공급하기 위해 농어촌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희생되는 지역 간 차별 구조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위에 서 본 것처럼 송전탑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 다. 그런데 송전선을 통해 농어촌 지역의 핵발전소에서 운반된 전기 를 쓰는 대도시 주민들은 이들 지역 주민들의 희생과 고통을 잘 모릅 니다. 심지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지역 이기주의자로 비난하기도 합니다. 핵발전 산업을 뒷받침하는 법들도 이들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이 법들은 송·변전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들이나 해당 자 치단체에 매우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 습니다. 송전탑이 지나는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재산 보상 기준이나 주변 지 역 지원 방안 등도 주민들이나 자치단 체의 요구를 충족해 주지 못합니다. 송전탑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밀양 주민들

3. 핵발전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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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이 미래 세대에 주는 고통 핵발전은 미래 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책임이나 의무와 같은 세대 간 문제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핵발전으로 인한 혜택은 현세대가 누 립니다. 하지만 핵발전으로 인해 생기는 갖가지 문제는 고스란히 미 래 세대가 떠안아야 합니다. 핵발전소 사고나 핵폐기물 처리에 뒤따 르는 경제적 부담이나 핵폐기물 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치명 적인 환경 파괴의 가능성 등이 그것입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서 볼 수 있듯, 핵발전소 사 고가 일어나면 그 수습 과정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갑니다. 방사 능 물질이 계속 뿜어져 나오는 핵폐기물 처리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 니다. 핵발전으로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일 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미래 세대의 이런 무거운 짐을 걱정하는 현 세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 인류는 핵폐기물을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북유럽에 있는 핀란드가 천연 암반 지역에 지하 500~1000m의 굴을 파서 그 안에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장을 건설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시설을 완공한다고 해도 고 준위 핵폐기물을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입니다. 결국 핵발전에 아무 책임도 없는 후손들만 이기적인 조상들 이 남긴 위험한 물질을 떠안은 채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핵발전을 두고 과연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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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봅시다

개별 활동

우리 주변에서 방사능 피폭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물이나 기타 요인들에는 무엇이 있으며, 그것들 이 왜 위험한지 조사하여 발표해 봅시다.

개별 활동

거대 송전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밀양의 할머니들에게 편지를 써 봅시다.

두레 활동

정부가 우리 지역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두레별로 토의해 봅시다.

3. 핵발전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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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는 물 론이고 핵발전의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 모두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들 연료는 발전 분야 이외에도 산업 생산이나 수송 분야에 필요한 연료로 사용됩니다. 전력 생산에 사용되는 연료 도 이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력 중 95%가 수입 연료를 이용해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4.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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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기에너지, 이렇게 만들고 이렇게 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는 지형 특성상 전기를 수입 하거나 수출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전기에너지는 저장이 어려워서 생 산과 동시에 소비해야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나 라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연료를 외국에서 수입해 야 하고, 우리가 쓰는 전기에너지를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야 합니다. 전기를 만드는 방법은 에너지원에 따라 분류할 수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발전 방식은 증기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는 것입니다.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드는 방법에는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 연료를 태우 는 방법과 우라늄을 핵분열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수력발전처럼 물의 낙차를 이용해서 터빈을 돌리거나 빛에너지, 조수간만의 차, 풍 력 등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에너지원으로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화력발전, 핵발전, 수력발전, 태양광발 전, 조력발전, 풍력발전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내 전기에너지 생산과 핵발전소 현황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기에너지 중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 은 69%입니다. 화력발전에 사용되는 연료는 무연탄, 유연탄, 천연가 스, 중유 등이 있습니다. 이들 연료 가운데 화력발전에 가장 많이 사 용되고 있는 것은 유연탄과 천연가스입니다. 유연탄과 천연가스를 이용한 화력발전은 국내 전체 발전량 중 각각 39%와 25%에 이르고 있습니다.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유연탄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무연탄은 가격이 비싸고 효율이 떨어 져 일부 지역의 발전소에서만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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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에너지원별 발전량(전력통계정보시스템, 2013년)

2013년 핵발전을 이용해 생산된 전기에너지는 전체 전력 중 27%를 차지했습니다. 핵발전을 이용한 전력 생산은 1980년대 중반 우리나 라 전체 전력 생산의 50%를 넘을 때도 있었습니다. 핵발전소의 숫자 도 계속 늘어났지만, 석탄과 천연가스를 이용한 화력발전소가 더 빠 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핵발전이 비중이 낮아진 것입니다. 수력과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하여 만드는 전기에너지는 전체 전 력 생산량 중 4%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력발전은 대규모 댐을 이용해 발전하는 대수력발전, 규모가 작은 댐이나 흐르는 강물을 이 용한 소수력발전, 물을 끌어 올려 발전하는 양수발전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 대수력발 전과 양수발전은 거대한 댐을 건설해야 하므로 환경 파괴 문제가 발생 합니다. 이와 같이 환경 을 파괴하는 문제 때문 에 대수력발전과 양수발 전은 국제적으로 재생가 우리나라의 에너지원별 발전량 추이(전력통계정보시스템)

4.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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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에너지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제 기준에 따라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량을 다시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의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생산량은 전체 전 력 중 약 1%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 수준 을 갖고 있는 나라들 가운데 꼴찌 수준입니다. 1978년 부산 고리 핵발전소가 처음 가동을 시작한 이후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2014년 12월 기준으로 우리 나라에는 부산 기장군에 6기, 경북 경주시에 6기, 경북 울진군에 6기, 전남 영광군에 6기 등 모두 24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국내 핵발전소 현황(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2015년 1월)

전라북도에는 핵발전소가 없습니다. 그런데 전북 고창군과 채 2㎞ 도 떨어지지 않은 전남 영광군과의 경계에 핵발전소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라북도 역시 핵발전소로 인한 피해와 사고 위험으로부터 자 유롭지 못합니다. 부산과 울산에서 20~30km 정도 떨어진 곳에 고리 와 월성 핵발전소가 세워져 있고, 광주에서 35km 떨어진 곳에 영광 핵발전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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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핵발전소별 30km 반경 거주 인구(2010년 기준)

또한 한 장소에 여러 개의 핵발전소가 밀집되어 있다는 것도 큰 문 제입니다. 부산과 울산 경계에는 현재 6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 는데,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4년에는 이곳에 모두 12기의 핵발전소 가 들어서게 됩니다. 핵발전소의 수가 많을 경우 그만큼 사고 확률이 높아지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온배수 문제와 송전탑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핵발전소를 2035년까지 40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을 세워두 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주민들과 시민 단체들이 갈수록 우 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4.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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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기에너지 소비 현황

주요 국가와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소비량(에너지정의행동, 2012년 기준)

우리나라는 전력을 매우 많이 소비하는 국가입니니다. 1인당 전력 소비량이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높은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보다 많습니다. 영국보다 93%, 일본보다 33% 높습니다. *‘1TWh’ 는 전력량을 나타내는 단위 의 하나로 1조(1,0000,0000,0000) Wh입니다. 1와트시(Wh)는 1W의 전 력을 1시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을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소비 전력이 200W인 전 기 기기를 1시간 사용했을 때 전력 소 비는 200Wh입니다. 이처럼 1시간씩 한 달 동안 사용하면 6000Wh(200W x30h)의 전력을 소비하게 됩니다. 1000Wh는 1kWh라고도 씁니다. 이 렇게 바꾸어 보면 한 달 동안 6kWh 의 전력을 소비하는 것입니다. Wh보다 큰 단위로는 킬로와트시 (kWh), 메가와트시(MWh), 기가와트 시(GWh), 테라와트시(TWh) 등이 있 습니다. 각각 단위가 올라갈 때마다 103(1000)배씩 많아집니다. 1000Wh=1kWh 1000kWh=1MWh 1000MWh=1GWh 1000GWh=1T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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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우리나라에서 2012년 한 해 동안 소비된 전력량은 482TWh*입니 다. 이를 1인당 평균 전력 소비량으로 환산해 보면 9631kWh입니다. 1년 동안 855리터짜리 양문형 냉장고를 21대 가동할 수 있는 양입니 다. 1가구를 4인 가족으로 본다면 1가구당 냉장고 84대를 돌릴 수 있 는 전력량을 소비하는 셈입니다. 에너지 소비 효율 1등급인 855리터 짜리 양문형 냉장고의 월 전력 소비량은 38.19kWh입니다. 하지만 실제 가정에서 이렇게 많은 양의 전력을 소비하지는 않습니 다. 그렇다면 누가 그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소비된 전력량을 용도별로 살펴보 면 제조업이 51%, 서비스업이 27.8%, 주거용이 13.5%, 공공용이 4.6%, 농·어업과 광업이 각각 2.8%와 0.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 체 전력 중 절반 이상이 산업 생산에 사용되고 가정용 전력은 전체의 7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간 우리나라는 산업 발전을 위 해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중화 학 공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에 너지를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습니 다. 또한 전기 요금이 저렴하기 때 문에 전기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용도별 판매 전력량 변화(전력통계정보시스템)

에너지 자원을 대부분 해외에 의존 하고 있습니다. 화력발전과 핵발전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많은 환경 문제와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에너 지 소비가 많은 기존 산업을 에너지 소비가 적은 산업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기 선호 현상 최근 우리나라에는 전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기 선 호 현상이란 기존 에너지원을 전기에너지로 바꿔 사용하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겨울철 난방을 위해 석유보일러나 가스보일러를 사용하다 전기장판이나 전기난로로 바꾸는 일이 많은데, 이것이 가정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전기 선호 현상입니다. 산업체에서는 철강 등 제조 업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용광로에서 쇳물을 녹이는 열원을 석탄에서 전기로 바꾸는 것도 전기 선호 현상입니다. 심지어 소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전기 선 호 현상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기에너지는 생산 과정에서 많은 양이 손실됩니다. 이 때문에 다른 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다면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효율적

4.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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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 에서 전체 에너지 중 60% 이상이 손실됩니다. 송전탑과 변전소를 거치면서도 전체 전력 중 4% 정도를 잃습니다. 이런 면을 고려한다면 전기를 이용해서 열을 얻는 것보다는 직접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이 에너지 효율이 더 높습니다. 석유와 석탄을 이 용해 직접 난방을 하는 것이 전기에너지를 이용 하는 것보다 효율이 높다는 말입니다. 그런데도 전기 선호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전기에너지 가 다른 에너지에 비해 저렴하고 사용하기 편리

전기 선호 현상의 사례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전 기 요금의 인상을 억제해 왔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싼 전기 요 금은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가 원가 이하로 공급 된다면 누군가 그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쓰 는 전기는 공기업인 한전을 통해 공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 요 금으로 인한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습 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별 가격과 소비 추이(산업통상자원부,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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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그동안 전기 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습니 다. 그러다 보니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 값보다 전기 요금이 더 싼 기 현상도 생겼습니다. 판매되는 석유 가격과 산업용 전기 요금을 비교 해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석유와 전기는 서로 다른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TOE*(석유환산톤) 란 단위를 사용해서 서로의 열량을 비교합니다. 2013년 9월 기준으로 등유 1TOE의 가격은 약 155만 원, 경유는 약 193만 원이었습니다. 그 러나 산업용 전기 요금은 1TOE 기준으로 약 30만 원에 불과합니다. 똑같은 열량의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가격 차이가 5~6배입니다.

*‘TOE(석유환산톤, Ton of Oil Equivalent)’ 란 종류가 다른 에 너지원을 비교하기 위해 국제에너지 기구(IEA)가 정한 단위입니다. 1TOE 는 10만kcal로 정의합니다. 1TOE는 원유 약 1톤, 전기 4739kWh, 휘발 유 1285리터에 해당합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가정이나 기업에서는 전기를 선호하게 된 것입니 다. 2005년 이후 7년간 도시가스 가격은 75%, 등유 가격은 60%나 인 상되었지만, 전기 요금은 33%밖에 인상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등 유와 도시가스 소비는 급감하거나 소폭 상승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전기 소비는 40%나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기 요금 인상을 억 제하면서 생긴 적자가 수조 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결국 에너지 효율은 떨어지고 국가적 손실을 세금으로 충당하는 악 순환이 계속되었습니다. 뒤늦게 원가 이하의 전기 요금을 인상하고 요금 체계를 고치는 일들이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한번 생긴 전기 선호 현상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존에 설치해 놓 은 전기 기기들이 있기 때문에 전기 선호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전기 선호 현상이 지속된다면 전기 수요는 계속 급증할 것입니다. 그런데 증가하는 전기 수요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발전소를 더 짓기 위한 계획만 계속 수립한다면 이는 현명한 해결책 이라 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가정용 전기 요금에 비해 지나치게 싸게 책정되어 있는 산업용 전기 요금 체계를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는다 면, 전기 수요를 줄이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4.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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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는 산업 지원과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산업용 요 금을 원가보다 싸게 책정하고 가정용 요금은 원가 이상으로 정하는 정 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산업 발달 초기인 1970년대에는 이러한 정책 이 산업 육성 차원에서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 정책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와 함께 산업용 전기 요금과 가정용 전기 요 금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도 함께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수요 관리 정책 전력 수요가 늘어난다고 발전소를 더 짓기만 해서는 전력 과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력 수 요를 관리하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수요 관리 정책에는 전력 부하 관리, 에너지 효율 향상, 전기 요금 체계 개편 등이 있습니다. 부하 관리란 전기를 사용하는 시간대를 옮기거나 가장 많이 쓰는 시간대의 수요를 줄이는 것을 말합니다.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는 에 어컨 사용이 많은 낮 2시경에 전기 소비가 많은 반면, 저녁이나 새벽

우리나라의 계절별 전력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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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시간대에는 전기 소비가 적습니다. 만약 가정이나 공장에서 낮 2시를 피해 전기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추가 로 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됩니다. 가정에서 여름철 낮 시간에 세탁기 사용을 자제하고, 공장에서 근무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조정한다면 효 율적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름철과 겨울철 냉난방 온도 를 규제하는 것도 부하 관리 방법 중 하나입니다. 냉난방기의 설정 온 도를 조정해 기기 사용을 줄이는 방법 역시 집중되는 전력 수요를 줄 일 수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 향상도 중요한 수요 관리 정책 중 하나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같은 양의 전기에너지로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 이 많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LED 전구는 백열전구나 형광 등에 비해 3분의 1에서 10분의 1 정도의 전력만 가지고도 비슷한 효과 를 낼 정도로 효율이 좋습니다. 동일한 냉방 효과를 가지고 있으면서 도 에너지 효율 등급에 따라 2배에서 4배 이상 전기를 적게 소비하는 에어컨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고효율 기기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쌉니다. 그러나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할 경 우 전력 수요를 줄일 수 있어서 훨씬 더 경제적입니다. 전기 요금 체계를 개편하는 일도 수요 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기 요금은 원가 이하로 책정되어 있 어 전기 선호 현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 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식으로 전기 요금 체계를 개편함으로써 전기에너지 수 요를 줄여야 합니다. 문제가 많은 주택용 전기 요금 누진제 역시 손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쓰면 쓸수록 전기 요금을 더 많이 내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영향으로 1인당 주택용 전력 소비는 상대적으로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에는 누진제를 적용하 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산업용 전기는 많이 쓸수록 전기 요금이 저 렴해집니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이런 전기 요금 체계는 반드시 개선

4.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81


해야 합니다. 1970년대 정해진 누진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누진제는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가구의 전 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 요 금이 너무 과하게 책정되어 생활에 불편을 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 되고 있습니다. 또한 저소득층 중 식구가 많거나 제대로 된 난방 시설 을 갖추지 못한 가구는 전기 기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 로 전기 요금 체계 개편은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관련 제도 개선이나 보완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82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02

세계 전기에너지, 이렇게 만들고 이렇게 쓴다

19세기 후반 발전기가 개발되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 전 세계 전기 소비는 계속 늘어왔습니다. 전 세계 전력 생산량은 1970 년 약 6000TWh이던 것이 2011년 2,2000TWh로 약 3.6배 증가했습 니다. 이에 따라 전체 에너지 중 전기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 적으로 늘었습니다. 현재 전체 에너지 소비 중 전기에너지는 17.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전기에너지 생산과 핵발전소 현황 현재 세계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중 국은 2000년 이후 전력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2012년 미국을 앞질렀 고 세계 최대의 전기 생산국이 되었습니다. 2013년 한 해 동안 중국과 미국의 전기 생산량은 각각 5361TWh와 4260TWh였습니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전기 생산이 535TWh였으니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10배 나 많은 전기를 생산한 셈입니다. 세계 각국의 전력 생산 현황을 에너지원별로 살펴보면, 석탄과 천연가스, 석유 등 화석 연료 를 이용한 화력발전이 절대량을 차지하고 있습 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대기 오염 등 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 나 아직까지는 화석 연료를 이용한 발전이 절대 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핵발전을 이용한 전기 생산은 전 세계 발전량 중 11.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의 수

전 세계 발전 원료별 전력 생산량(국제에너지기구, 2011년)

4.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83


는 1950년대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1970년대를 거치면서 급격히 증가 했습니다. 그러나 1990년 이후로는 그 수가 거의 늘지 않고 있습니다.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영향으로 핵발전소 건설 정책을 재검토하는 나라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전체 핵발전소 수가 늘지 않았다고 해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핵발전소 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미국은 스리 마일 사고 이후 30여 년간 핵발전소를 새로 짓지 않았습니다. 유럽에 서도 1988년에 177기였던 핵발전소를 2013년에는 131기까지 줄였습 니다. 그러나 이런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러 시아, 인도 등은 핵발전소를 계속 지어 왔습니다.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량은 1990년 이후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 니다. 전체 핵발전소 수가 늘지 않았는데 전력량이 늘어난 것은 용량 이 작은 노후 핵발전소가 용량이 큰 신규 핵발전소로 대체되었기 때 문입니다.

세계 핵발전소 수와 발전 용량 추이(1954년~2014년)

현재 전 세계 31개국에 핵발전소 439기가 있습니다. 미국은 99기의 핵발전소를 가진 나라로 세계에서 그 수가 가장 많습니다. 그 다음으

84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로 프랑스가 58기, 일본이 48기, 러시 아가 34기의 핵발전소를 보유하고 있 습니다. 이 중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 전소 사고 당시 54기의 핵발전소를 보 유하고 있었으나, 그 이후 6기를 폐쇄 한 상태입니다. 우리나라는 24기의 핵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어 세계에서 5 운영 중인 건설 중인 핵발전소 핵발전소

번째로 핵발전소가 많은 국가입니다. 한국

한국, 중국, 러시아, 인도 등 16개 국 가에서 모두 69기의 핵발전소를 건설 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 대다수는

가동 중인 핵발전소 수 나라

미국

건설 중인 핵발전소 나라 수

99

스위스

5

중국

26

프랑스

58

핀란드

4

러시아

9

일본

48

헝가리

4

인도

6

러시아

34

슬로바키아

4

미국

5

한국

24

아르헨티나

3

한국

4

중국

23

파키스탄

3

아랍에미리트

3

인도

21

브라질

2

대만

2

캐나다

19

불가리아

2

벨라루스

2

영국

16

멕시코

2

일본

2

우크라이나

15

루마니아

2

파키스탄

2

스웨덴

10

남아프리카

2

슬로바키아

2

독일

9

아르메니아

1

우크라이나

2

벨기에

7

이란

1

아르헨티나

1

스페인

7

네덜란드

1

브라질

1

체코

6

슬로베니아

1

핀란드

1

대만

6

프랑스

1

31개국 439기

4기

중국

23기

26기

일본

48기

2기

대만

6기

2기

동북아시아의 핵발전소 현황(2015년 1월 현재)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나라

24기

16개국 69기

세계 핵발전소 수(국제원자력기구, 2015년 1월 현재)

4.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85


세계 전기에너지 소비 현황 오늘날 전 세계의 전기에너지 소비 현황을 보면 국가별로 많은 편 차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그림이 지구 위 성 사진입니다. 수백 개의 위성 사진을 합성해서 만든 이 사진은 전기 에너지가 지구의 남반구와 북반구에서 서로 상반되게 소비되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 줍니다. 대체적으로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와 일본 등 북반구에 있는 국가들은 밝지만 아프리카와 남미 등 남반구에 있는 국가들은 어둡습니다. 그만큼 북반구에 위치한 나라들의 전기에너지 소비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 본 지구 야경

세계 각국의 탈핵 정책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크 게 인식하고 탈핵 정책을 펼치는 나라들이 많아졌습니다. 독일, 스위 스,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대만 등이 그런 나라들입니다. 가장 대

86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표적인 탈핵 국가는 독일입니다. 1960년대부터 핵발전을 시작한 독 일은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단 한 기의 핵발전소도 추 가로 짓지 않았습니다. 특히 2000년대 초 탈핵 선언을 통해 신규 핵 발전소 건설을 포기하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에 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독일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당시까지 17기의 핵발전소를 운영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고 직후 핵발전에 대한 시민들의 반발 이 거세지자 당시 독일 메르켈 총리는 시민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여 17명으로 이루어진‘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17인위원 회)’ 를 구성해 핵발전이 갖고 있는 지속가능성, 윤리성 문제 등을 검 토하게 하였습니다. 이 17인위원회에는 핵공학 전문가 대신 일반 시 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독일 정부는 17인위원회 의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오래된 8기의 핵발전소를 즉시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머지 9기의 핵발전소도 2022년까지 완전히 폐쇄하 기로 했습니다. 독일의 사례는 일반 시민의 참여를 통해서 핵발전 정 책을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본보기로 볼 수 있습니다. 스위스는 1980년대 실시한 국민투표를 통해 신규 핵발전소를 더 짓 지 않기로 결정한 나라입니다. 2011년, 보유하고 있는 핵발전소 5기 모두를 2034년까지 폐기하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탈리아도 1980년대 국민투표를 통해 탈핵 정책을 추진하기로 결 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핵발전소 건설 정책을 발표하는 등 약간 의 혼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후쿠시마 핵발전 소 사고 직후인 2011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 94%가 신규 핵발 전소 건설 정책에 반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스웨덴 역시 국민투표로 탈핵 정책을 결정한 국가입니다. 스웨덴은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 직후인 1980년 탈핵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 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당시까지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이었던 핵

4.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87


발전소 12기를 2020년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벨기에도 2011년 10월, 기존에 가동 중이던 7기의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만은 건설 중이던 제4 핵발전소를 국민들이 반대하여 건설 공사 를 중단했습니다. 9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었으나 국민들의 뜻에 따른 것입니다. 향후 대만 정부는 제4 핵발전소 가동 여부에 대해 국 민투표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국가들이 핵발전소를 폐쇄하거나 건설 중단을 결정했 습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 고 있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탈핵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독일은 현재 전체 전력 중 약 25%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2050년까지 자국의 모든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다 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6월, 독일에 서 하루 동안 생산된 태양광 발전량의 총량이 전체 전력 소비의 50% 를 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88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함께 생각해 봅시다

개별 활동

나는 평소 전기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전기 선호 현상’ 의 예를 조사해 봅시다.

개별 활동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학교나 가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전기 아껴 쓰기’ 를 주제로 짤막한 글이나 표어를 써 봅시다.

두레 활동

우리 집 식구들이나 친구들을 대상으로‘핵발전 추진 정책’ 이나‘탈핵 정책’ 에 관한 설문 조사를 해 발표하려고 합니다. 각 두레별로 설문지를 만들어 보고 직접 설문 조사를 한 뒤 그 결과를 정리해 발표해 봅시다.

4.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까요?

89


90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거치면서 많은 국가들이 핵발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진 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간 유럽이 50기의 핵발전소를 줄인 예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 리나라는 전력 생산의 상당량을 핵발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핵발전 중심의 발전 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5. 핵발전의 대안은 탈핵입니다

91


01

전기를 아껴 쓰자 : 수요 관리를 통한 에너지 절약 탈핵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입니 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수요 관리 정책을 먼저 수립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에너지 정책의 주요 내용은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 비해 에너지 공급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10 년간 전력 수요가 5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 그 수요 증가에 맞 추어 발전소와 송전탑을 얼마나 지을 것인지에 대해 계획을 세우는 식입니다. 이를 흔히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요를 줄이기 위한 정책입니 다. 앞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 기존 에너지 수요 를 분석해서 이를 줄여야 합니다. 전력 소비가 많은 전기 기기를 효율 이 더 좋은 것으로 교체하거나 불필요한 전기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입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 기 요금을 현실화해 전기 낭비를 막는 일도 필요합니다. 그간 우리나라가 이 같은 정책을 전혀 실행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 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도 전력 수요는 급격히 늘었 습니다. 수요 관리 정책보다 공급 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우선시해 왔 기 때문입니다. 또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그동안 많 은 핵발전소를 지어 왔습니다. 그런데 핵발전 위주의 발전 정책에서 벗어나려면 수요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에너지 절약 정책을 통해 전 력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전력 소비를 현재 수준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면 오래된 핵발전소를 폐쇄해 가며 자연스럽게 탈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탈핵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들은 수요 관리 정 책을 포함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함께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요 증가율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지나

92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치게 높습니다. 우리보다 경제 수 준이 높은 나라들과 비교해 보더 라도 1인당 전기 소비량이 월등히 많습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전 력 소비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을 추월하는 데 15년도 채 걸 리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핵산업계에서는 온실가스 를 감소시키기 위해 핵발전소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1인당 전력 소비 추이(세계은행)

합니다. 하지만 수요 관리 정책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 정책 역시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핵발전소가 기 존의 화력발전소를 대체하면서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이 아니라 핵발 전소와 화력발전소가 모두 함께 증가해 왔기 때문입니다. 수요 관리 정책이 실패하면서 부족한 전력 수요를 채우는 것에 더 급급했던 것 이 그 이유였습니다. 온실가스는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배출됩니다. 우라늄 의 채굴과 농축, 이송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폐쇄하는 전 과정에 걸쳐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에도 핵발전소를 늘리는 것보다 전력 수요를 줄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 려한다면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를 함께 줄여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에너지 수요를 억제하면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 도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에너지 수요 증가와 경제 성장이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진행되면서 이러한 경향은 바뀌고 있습니

5. 핵발전의 대안은 탈핵입니다

93


다. 에너지 소비 증가를 억제했음에도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들이 늘 고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을 통해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 은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정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처럼 거 의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더욱 활성화 해야 하는 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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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02

햇빛과 바람은 힘이 세다 :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지구는 산업 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몸살을 앓 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탈핵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수 요 관리 정책을 통해 전력 수요 증가를 줄일 수는 있지만, 기존에 사 용하던 핵발전을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 재 전 세계 전기 생산 현황을 보면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탈핵 정책 추진으로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량이 계속 증가해 왔습니다. 특히 독일 처럼 재생가능에너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나라에서는 이미 재생가 능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전력량이 핵발전으로 생산한 양을 넘어섰 습니다. (단위 : TWh)

구분

화석 연료 (석탄,가스)

핵발전

수력

태양에너지/ 바이오 연료/ 풍력 폐기물 에너지

지열

합계

프랑스

48

442

50

-

15

7

562

독일

362

108

24

0.02

71

44

609

일본

808

102

92

3

10

37

1051

영국

260

70

9

-

16

14

368

미국

2960

821

345

18

128

77

4350

한국

357

155

8

-

2

2

523

OECD 전체

6594

2087

1453

44

396

292

1,0867

전 세계

1,5056

2584

3565

69

506

422

2,2202

세계 각국의 전력 생산량(국제에너지기구, 2011년)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량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이 채 1% 도 되지 않아 그 비율이 전 세계에서 꼴찌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의 재 생가능에너지 비중이 이렇게 낮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핵발전이나 화력발전처럼 기존에 사용하던 에너지원은 발전소를 짓

5. 핵발전의 대안은 탈핵입니다

95


기 위한 인력이나 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력 정책 을 수립하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핵발전이나 화력발전은 선택하기 쉬 운 발전 방식입니다. 반면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방식은 인력과 기술의 토대가 안정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낯선 발전 방식입니다. 필요하다는 당위성만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 서 기존 에너지원을 재생가능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 이 함께 추진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많은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 는 일도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정책 추진에 사용되는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사람의 역량에는 한계 가 있습니다. 그래서 핵발전이나 화력발전 같은 기존 발전 방식을 재 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방식과 함께 확대하는 정책은 실현 가능 성이 매우 낮습니다. 그간 우리 정부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을 수없이 발표했지만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발전 방식 비중이 아직 세계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석유와 석탄 등 화석 연료 매장량은 한정되어 있고, 기후 변화 를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주차장 지붕을 겸한 태양광발전소(부산광역시 신호동)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재생가능에 너지의 비중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태양광발전 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보다 일사량이 부족한 독일 이나 영국도 태양광발전을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하 폐쇄된 도로를 활용한 태양광발전소(경상남도 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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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고 있습니다. 기후 조건은 불리하지만 많은 태양광발


전 시설을 세웠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게 핵발전 중심의 전력 생산 정책을 세워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낮은 편 이었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2013년 한 해에만 핵발전소 7기 분량에 해당하는 7GW의 태양광발전 시설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다음으로 풍력발전이 있습니다. 태양광발전은 발 전 용량이 상대적으로 작고 발전 시간의 측면에서 도 밤낮의 제한이 있습니다. 반면 풍력발전은 발전 용량이 크고 밤낮의 제한이 없어 더 유리합니다. 대 개 풍력발전소는 일시에 강한 바람이 부는 지역보 다는 지속적으로 바람이 부는 지역에 건설합니다. 이런 특성상 해안이나 산간 지역이 풍력발전소 건 설에 유리합니다.

비응도 풍력발전소(전라북도 군산시)

최근 풍력발전에 주력하고 있는 나라들은 풍력발 전소를 해상에 많이 짓고 있습니다. 바다 위는 바람을 가로막는 장벽 이 없어 대규모 풍력발전기를 건설하는 데 유리합니다. 이런 면에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 특성상, 우리나라는 앞으로 해상 풍력 발전기를 더 많이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데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환경 파괴 논란이나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공간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건물 옥상이나 벽면, 폐쇄된 도로 부지 등 에 태양광발전 패널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풍 력발전 시설은 민가 근처나 철새의 이동 경로를 피해서 설치해야 합 니다. 이런 시설은 반드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뒤 설치하 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절차를 밟아 건설한다면 재생가능에너지 발 전 시설은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 융합하는 시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5. 핵발전의 대안은 탈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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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 전기는 우리 지역에서 : 지역 분산형 에너지 정책 추진 탈핵을 하기 위해서 또 고려해야 할 것은 지역 분산형 에너지 정책 입니다. 지역 분산형 에너지 정책이란 해당 지역에 필요한 에너지를 그 지 역에서 생산하여 소비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주로 해안에 만들어진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대도시까지 송전합니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주민들이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초고압 송전탑이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들까 지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 바로 지역 분산형 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지역별로 전력을 얼마나 소비하고 생산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전력 자급률이 있습니다. 이것은 해당 지역이 그 지역에서 필요한 전 기를 다른 지역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대표적 소 비 도시인 서울시의 전력 자급률은 2013년 현재 고작 5%에 불과합니 다. 인구가 많아 에너지 소비량이 많지만 생산량이 적기 때문입니다. 반면 인구가 서울의 5분의 1에 불과한 충청 남도의 전력 소비량은 서울시 전체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전력 소비가 큰 철강, 기계 등 주요 산업 시설이 충청남도에 몰려 있기 때 문입니다. 하지만 당진, 보령, 태안 등 서해 안에 밀집되어 있는 화력발전 단지의 영향으 로 충청남도의 전력 자급률은 260%가 넘습 니다. 많은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이기도 하 지만 수도권 전력 공급을 담당하기 위해 더

지역별 전력생산·소비량과 전력 자급률(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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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큰 규모의 발전소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지역별 전력 자급률은 해당 지역의 인구수나 산업 유형, 대 규모 발전소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지역 간 전력 자급률 편차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대규모 전력을 송 전하는 데 많은 송전탑이 필요하고,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 등과 환경 파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전기 를 소비만 하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발전과 송전 과정상의 문제로 고 통을 겪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지역 간 차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전력 체계를 지역 분산형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지역에 발전 소를 지어 생산지와 소비지를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지 역별로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다면 거대한 발전소는 필요 없게 됩 니다. 지역 분산형 전력 체계를 세우려면 산업 단지나 인구 밀집지 등 전 력 소비가 많은 지역에 발전소를 지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태 양광이나 지열 등 도시 환경에 적합한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과거에 사용하지 않던 발전소의 폐열이나 산업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을 발전에 활용한다면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독일은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포기하고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한 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에너지 자립 정책을 지방 자치 단 체별로 수립하게 하여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지역 분산형 에너지 보급을 통한 에너지 자립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중앙 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해당 지방 자치 단체의 역할 이 매우 중요합니다. 해당 지방 자치 단체가 그 지역에 맞는 에너지원 을 발굴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임으로써 지역 분산형 에너지 보급 정 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핵발전의 대안은 탈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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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원전하나줄이기’정책은 지방 자치 단체의 에너지 자립 을 위한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서울시는 에너지 소비 절감과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을 기반으로 핵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원전하나줄이기’정책이 바로 그것입 니다. 서울시는 이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2014년 6월 말까지 200만 TOE를 줄였습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노후 건물이나 공공 임대 주 택의 단열 사업을 진행하고 기존 백열등이나 형광등을 전력 소비가 적은 LED등으로 교체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태양광발전 시설 확 충 등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일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활성화 를 통해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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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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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탈핵이다

핵발전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활발하게 벌 어지고 있습니다. 핵발전에 찬성하는 이들은‘핵발전은 안전하다’ 며 그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 서 터진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이후 핵발전의 안전성은 크게 의심 받고 있습니다. 그토록 안전하다고 하던 핵발전소에서 치명적인 사고 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의 대안이 없다 며 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핵발전소의 개수 는 더는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핵발전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말이 잘 못되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경제 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의 저자 더글러 스 러미스는‘핵발전의 대안이 무엇이냐’ 는 사람들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핵발전의 대안은 탈핵입니다. 시한폭탄이 달린 안락의자에 사람이 앉아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당신은 그 사람에게 당장 그 의자에서 벗 어나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만약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사 람이 대안을 묻는다면? 그러면 누구나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대안 은 그 의자에 앉지 않는 것이라고.”

그렇습니다. 핵발전의 대안은 탈핵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인 간의 과학기술로는 감당할 수 없는‘시한폭탄’ 을 끌어안고 대안 운운 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우리 옆에 있는 시한폭탄을 제거하

5. 핵발전의 대안은 탈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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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일, 그 일이 바로 탈핵입니다. 우리나라보다 핵발전을 먼저 시작했 던 나라들은 하나둘 탈핵을 선언하고 있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고 있 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전 세계 탈핵 흐름에 역행하고 있 습니다. 에너지 수요를 줄여 나가야 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와 지역 분산형 에너지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우리도 탈핵을 이룰 수 있습니다. 탈핵은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 들과 인류 전체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살기 위해 반드시 이루 어야 할 일입니다. 핵발전은 안전할 때 멈추어야 합니다. 사고가 난 뒤에는 늦습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뒤 핵발전을 멈추었습니다. 그 러나 일본은 늦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핵발전, 지금 멈추어야 합니다. 탈핵, 지금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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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함께 생각해 봅시다

개별 활동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과 깨닫게 된 점들을 자유롭게 써서 발표해 봅시다.

개별 활동

우리 지역에 맞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생각해 보고, 이를 홍보하는 공익 광고를 만들어 봅시다.

두레 활동

“핵발전, 우리에게 필요한가?” 를 주제로 토론해 봅시다.

5. 핵발전의 대안은 탈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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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필 김소영

주산초등학교 교사

조숙경

오수초등학교 교사

박은석

줄포중학교 교사

정은균

군산영광중학교 교사

김영진

군산영광여자고등학교 교사

노병섭

이리여자고등학교 교사

이한윤

전주여자고등학교 교사

윤종호

탈핵신문 편집위원장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 감수 김익중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최무영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 삽화 나병재

■ 개발·기획 - 전라북도교육청 김경호

교육국장

김융곤

미래인재과 과장

김왕규

미래인재과 교육연구관

문형심

미래인재과 장학사

2015년 1월 30일 초판 1쇄 발행 저작권자 : 전라북도교육청 발 행 인 : 전라북도교육청 펴 낸 곳 : 오감기획 TEL.(063)247-2230 이 책에 대한 문의 사항이나 의견이 있으신 분은 전라북도교육청 홈페이지(www.jbe.go.kr)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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