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th INNOCEAN Anniversary
Life is Orange +no. 17 Spring 2015
new normal
Interview
A Nearly Normal Life 나영석, 평범함의 미학
Normal Makes Beyond-normal 노멀은 어떻게 슈퍼노멀이 되는가?
Finding the Extraordinary in the Ordinary 어디까지 모아봤니?
Think Big. Act Small. 생각은 크게 하고, 행동은 작게 하라.
Creative & Hysteria
곽희용 CD
innocean's workplace 이노션 창립 10주년 소문 내기
Enjoy Your New Normal Lifestyle!
New Normal
Contents
Life is Orange +no.17
Spring 2015
04~
30~
48~
76~
LETTER
SHOWCASE
CD사용설명서
TREND REPORT
Finding the Extraordinary
5편: 곽희용 CD
듀나의 시네마투어
Creative & Hysteria
이변은 없었다, 하지만 변했다
06~
in the Ordinary
INTERVIEW
어디까지 모아봤니?
A Nearly Normal Life
이런저런 걸 모으는 사람들
나영석, 평범함의 미학
14~
36~ CREATOR’S NOTE 1
ISSUE REPORT
말 못하는 CD가 살아남는 법
54~ 이노션 백서(白書)
김익현의 미디어로그
킨들, 디지털 읽기, 그리고 카드 뉴스
이노션 창립 10주년 소문 내기 Part 1
김영애의 아트클래스
New Normal, New Order
38~
이노시안의 워크플레이스
예술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
평범함이 세계를 지배하는
INNOCEAN Talks
Part 2
배우고 즐기기
새로운 시대
Think Big. Act Small.
우우~ 풍문으로 들었소!
생각은 크게 하고, End of Luxury:
행동은 작게 하라.
62~
It’s My Rock’xury Life
CREATOR’S NOTE 2
럭셔리의 끝, 록’셔리
42~
86~ CREATOR’S NOTE 3
88~
IN THE LIMELIGHT
64~
談; 이야기하다
What is Normcore?
How to Enjoy the
COLLABORATION
Do You Like to Play Games?
Normcore Lifestyle Guide
World, Pikicast
As Good As It Gets
게임, 좋아하세요?
놈코어가 뭐길래?
너, 볼수록 자꾸 끌린다…
‘진짜’를 만드는 ‘진짜’ 프로들
놈코어 라이프스타일 따라잡기
피키캐스트
72~ Normal Makes
For the Homeless,
Orange Essay
By the Homeless
장인주 법인장의
노멀은 어떻게
이노션과 대학생들의
마드리드에서 마주치는 시간들
슈퍼노멀이 되는가?
아이디어로 탄생한
Beyond-normal
노숙인 운영 힐링카페 ‘별일인가’ Marketing in the “New Normal” 뉴노멀 시대에 대처하는 마케팅 전략
94~ Today’s snap One Fine Spring Day
96~ 24h
서재식 카피의 ‘우아’를 위한 시간
100~ EPILOGUE
letter
04
Life is Orange Spring 2015
Normal is Next Luxury 2015년, 새 봄을 맞아 인사드립니다. 어느덧 <Life is Orange>를 통해 인사 드린 시간도 5년째를 맞이했습니다. 또한 올해는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창립 1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짧은 시간일 수도 있겠으나,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창립 이래 겪은 10년은 매 순간이 혁신이고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지구적인 변화의 물결 속에서 이노션은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 덕분에 전 세계 16개국에 4개의 지역본부, 16개의 해외법인, 4개 의 사무소와 1,40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글로벌 토털 마케팅 솔루션 컴퍼니로 성장했습니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노션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솔루션과 만족을 제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약 속드립니다. 2015년 첫 번째 <Life is Orange>의 키워드는 ‘New Normal’입니다. 글로벌 경제의 하강국면에서 나온 경제학 용어인 ‘New Normal’은 이제 전문 서적에서 벗어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격언이 생각날 정도로 새로운 기준으로 세상을 재편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성장이라는 위기에서 비롯된 새로운 세상에서 다 시 도전하고,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Life is Orange>는 ‘3저 시대’를 맞은 기업과 브랜드가 택해야 할 생존 방식과 동행에 대해 공감의 폭을 넓히 는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했습니다. 늘 신선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이노션과 함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미래를 경 험해보실 것을 기대해봅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뒤돌아보기보다, 앞으로의 10년을 향해 도전하는 자세로 늘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에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 안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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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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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영 석 ,
Nearly Normal Life 평 범 함 의 미 학 수많은 예능이 등장하고 실패하는 요즘 방송가에서 지상파도 아닌 케이블에서 15%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 무엇을 그리든 따뜻한 인간미와 배려를 잃지 않으며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이 ‘나영석표’ 예능이 보여주는 일상 콘텐츠의 힘이 아닐까? 일상의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캐치해내는 그의 능력은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고, 또 궁금해하는 부분일 것이다. 대중이 열광하는 ‘스타’ 피디로서,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인간’ 나영석으로서 그에게 듣고 싶은 말이 많았다. 어수선한 주변의 상황에 휘둘림 없이 자신의 생각대로 잔잔하고 느릿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그를 보면서 그가 만든 프로그램이 나영석 자신을 참 많이 닮았다는 걸 느꼈다. INTERVIEWER. 국정애 차장 (AE, INNOCEAN Worldwide)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Studio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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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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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기
하는 겁니다. 겨울에 추우면 아궁이에 불을 때면 되고, 먹을 게 없
국정애 차장(이하 국) 안녕하세요. 저는 이노션에서 광고 기획을 맡
으면 읍내 가서 사 와도 되고, 쉽게 말하자면 노멀 라이프에 굉장히
고 있어요. 광고 일이 트렌드를 많이 읽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가까워진 거죠. 지속적으로 인위적인 부분을 계속 제하면서 여기까
소위 뜨는 프로그램들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지 온 거예요.
PD님 모시고 여쭤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국 광고회사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라서 여러 가지 제약이
나영석 PD(이하 나)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많아요. 전략에 대한 협의가 먼저 이루어지고 제작팀에서 제작물을
국 많이 듣는 말씀이겠지만, 요즘 지상파 포함해서 시청률이 14%
만들고, 제작물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광고주에게 시사까지 하는
넘게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데요, 대박 시청률을 기록
게 하나의 과정이에요. 콘텐츠를 만드는 다 같은 입장이지만, PD님
하고 계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의 경우는 또 다를 텐데, 제작공정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요.
나 한마디로, 매우 기뻐요.(웃음)
나 저희는 하고 싶은 걸 그냥 만들어요.
국 <삼시세끼>가 <꽃할배>의 ‘서진이는 요리왕’에서 시작된 거라고
국 기획물의 초안이나 콘셉트, 이런 것들을 윗선에 따로 보고하시
들었어요.
는 건 아닌가요?
나 저희는 한 가지 요인만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않아요. ‘서
나 물론 보고는 하죠. 하지만 ‘우린 이런 걸 할 거예요’라는 공유 차
진이는 요리왕’이라는 작은 소재도 있었지만 이전부터 음식 프로도
원이지, 수많은 결재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 하나하나에 신경 쓰게
생각하고 있었고, 농촌에 관한 아이템도 생각했었죠. 여러 가지가
되면 콘텐츠 만드는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지죠. 그런 부분들은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져서 지금쯤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작년
회사에서 배려를 해주는 편이에요.
에 한 정선편이고, 그게 발전해서 이번 어촌편까지 왔어요.
국 저희는 기획회의도 오래 하는 편이거든요. 전에 인터뷰하신 걸
국 저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예능을 보다 보니까 <삼시세끼>가 약
보니까 회의를 되게 길게 하시는 편이더라고요, 밑에 있는 사람들
간 평양냉면 같더라고요.
이 힘들어 할 것 같던데….(웃음)
나 그게 어떤 거죠? 맛없는 건가요?(웃음)
나 아마 그럴 거예요.
국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삼시세끼>는 처음에 봤을 때는 약간
국 회의실에 한번 들어가면 보통 어느 정도 길게 하시나요?
밍밍한 맛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나 광고회사는 회의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잖아요? 각자 처리해
자꾸 찾아보게 만드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공감 포인트가 있다는
야 될 일도 있고. 저희는 회의실로 출근해서 회의실에서 퇴근해요.
걸 깨달았어요. 혹시 ‘평범한 일상’을 그려보자고 처음부터 기획을
국 와, 진짜요?
하고서 시작하신 건가요? 세팅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나 저도 사무실이 있고, 제 책상이 따로 있지만, 일년에 거기 앉는
나 처음에 고민이 많았죠. 제가 <1박2일>을 하다가 <꽃할배>, 그 다
시간 다 합쳐도 한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 먼지만 쌓여 있죠. 이건
음에 <삼시세끼>로 넘어오게 됐는데, 저희끼리는 그걸 빼는 과정이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예요. 촬영이 끝나면 조연출들은 편집실에
라고 얘기하거든요. <1박2일> 때는 복불복 등 여러 게임과 토크, 리
만 있고, 작가들은 또 회의실에 있고 그렇죠.
얼리티가 결합된 형태였어요. 그것이 <꽃할배>로 넘어오면서 할배
국 <삼시세끼> 보면 자막작업이 엄청나잖아요, 편집이나 자막, 이
들이 게임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지만, 쓸 수 있는 돈에 제약을 두는
런 것들을 디테일하게 디렉팅을 하시는 거죠?
긴장감의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죠. <삼시세끼>로 넘어오면서부터는
나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벌써 마흔인데, 마흔이면 이 트렌
그런 것조차도 많이 뺐어요. 사실은 굉장히 라이브하게 풀어놓고
디한 바닥에서는 퇴물이고요,(웃음) 저희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능력 있는 후배를 발탁하는 일, 그리고 능력 있는 후배들이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도록 봐주는 일이죠. 후배들이 편집하면, 저는 그걸 일관된 형태로 보일 수 있도록 다듬고, 마무리
C O N F I D E N C E
하는 작업만 해요. 사람들이 열광하는 기발한 자막은 전부 후배들 작품이에요. 저는 그렇게까지 머리가 돌아가지도 않고요.(웃음)
저 혼자 두 프로그램을 하는 건 당연히 못하죠. 지금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거든요. 이 팀들이 내가 그다지 관여하지 않아도 자기들이 알아서 잘하도록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채 /워 /넣/기 국 혹시 동물 좋아하세요? 워낙 동물들 캐릭터를 잘 살리셔서…. 나 물론 좋아해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좋아해줄 줄 알고 한 건 아니에요. <삼시세끼>는 출연자가 딱 두 명이에요. 게다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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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없는 남자 둘이라서, 그 여백을 여러 가지로 채워 넣어야 하죠. 일 부러 두 명으로 줄여놓고, 재미없는 방송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리 고 그 재미없는 부분을 동물이나 자연, 바람소리 같은 걸로 채워 넣 으면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외 로운 남자 둘이서 동물을 귀여워하는 건 말이 되니까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더 쉽게 하고, 더 귀여워하게 되는 것 같아요. 국 결과적으로는 잘됐지만, 이렇게 여백 많고 밋밋한 프로 그램이 잘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나 제가 기획한 것 중에 가장 리스크가 큰 기획이었어 요. 지금에야 잘됐으니까 하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저 도 쫄아서 하루하루 안절부절못했죠. 이걸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램 만드는 저희가 너무 힘 드니까 시간 나면 시골에 내려가서 좀 쉬고 싶다 고 생각해서였어요. 그러다 어느 날 차라리 이 걸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고 한 거죠. 국 그럼 이번 방송은 회의에서 말씀하신 내 용들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기획이지만 평소에 그런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 하시 는 게 있을까요? 나 전혀 없어요. 그냥 회의만 해요.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하는 게 제겐 인풋이에요. 제가 어떻게 그 많은 걸 다 경험하겠어요? 그래서 회의가 딱딱하면 안 돼요. 국 피로도나 책임감 같은 것도 클 것 같 은데, 쉬실 시간은 있나요? 나 쉼 없이 일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미친 듯이 일만 하지는 않아요. 저 혼자 두 프로그 램을 하는 건 당연히 못하죠. 지금 <꽃보다> 시 리즈와 <삼시세끼>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거든요. 이 팀들이 내가 그다지 관여하지 않아도 자기들이 알아서 잘하도록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그러면 저는 양쪽 다 신경 쓰는 척하면서 놀 수 있으니까.(웃음) 그렇 게 되기 위한 과도기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좀 희생하고 있어요. 국 보통 PPL 같은 것도 받으시잖아요.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서 직접적인 노출을 많이 안 하시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광고적 요소가 부각될수록 보는 시청자들이 불편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 그렇죠. 그건 좀 조심하려는 편이에요. 사실 <1박2일> 때는 PPL이 들어와도 안 받았고요, 아주 가끔 특집을 해야 하는데 예산 이 부족하면 한번 해요. 그러다 지금은 상업방송으로 넘어와 있으 니까 PPL을 안 할 수는 없고, 제가 생각하는 선에서는 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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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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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과하지 않게.
/함/께/하/기
국 PD님은 자연스러운 상황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어쨌든 출
국 저는 TV를 보면서 ‘나도 저런 광고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
연진들도 PD님의 그런 자연스러움에 적응하고 녹아들어야 하잖아
각으로 광고계에 입문을 했거든요. PD님은 어떤 프로그램에 영향
요. 출연진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적응 안 되고 불편할 수도 있을 것
을 받아서 PD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PD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
같아요.
었나요?
나 예능에 익숙한 사람들은 순간순간 예능을 하려고 하거든요. 일
나 대학교 때 연극반이었어요. 연극하다가 보니까 이런 일을 밥벌
부러 미끄러지려고 하고, 꼬투리 잡아서 농담하려고 하고…. 오히
이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대본 쓰는 곳도 기웃거리다가 영
려 <꽃할배> 분들이나 이서진, 차승원, 유해진 씨 같이 예능을 많
화판도 기웃거리다가, 어떻게 하다 보니 PD가 됐죠. 사실 영화든 연
이 안해본 분들은 제작진이 적절하게 거리만 유지해주고, 자연스
극이든 TV든 크게 상관은 없었어요. 다 같이 모여서 무언가를 만들
러운 분위기만 형성해주면 순식간에 녹아들어서 자기의 일상성을
어서 공연하는 작업이 전 너무 즐거웠으니까요. 그래서 동아리 때의
보여줘요. 평소 자기 하던 대로 하게 되면 그런 소스가 가장 좋은
즐거운 분위기를 다시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소스예요.
서 TV 방송국에 들어왔죠. 사실 처음에는 실망하기도 했어요. 생각
국 안 그래도 출연진들은 어떤 기준으로 섭외하는지가 정말 궁금
했던 거랑 너무 달라서. 그래도 경력이 쌓이고 저와 늘 같이 하는 팀
했어요.
들이 있으니까 지금은 다시 동아리 때처럼 일하고 있어요.
나 예능 프로는 굉장히 많잖아요. 어떤 프로든 결국 달라 보이는
국 다행이네요.(웃음) 그래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스트
싸움을 해야 하는데, 차라리 가공되지 않은 한두 명이 시청자들에
레스 받는 일이고, 특히 방송날짜가 한정되어 있으면 스트레스를
게 던지는 새로움이나 충격도가 훨씬 더 높거든요. 그래서 늘 예능
엄청나게 받으실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그러신지, 아니면 어느 때 가
에서 보던 사람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발탁하는 경우가 많아요. 더
장 스트레스를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급이 높은 사람이나 대단한 사람을 모실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렇
나 데드라인 스트레스는 저보다도 제 밑에 있는 애들이 훨씬 많이
게 하지는 않아요.
받을 거예요. 그럴 땐 뒤에서 “빨리 좀 해보자”라고 다독일 뿐이지,
국 저희는 15초, 30초, 60초 광고를 정해진 기간 안에 빨리 만들어
제가 나서서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저는 기획작업을 할 때
야 하니까 빨리 편집해서 시사하고 온에어하는 게 목표예요.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에요. 이걸 촬영하고 방송에 나갔을 때 잘될
데 틀을 안 만들고 진행하면 찍는 시간도 많고, 그만큼 편집하는 분
지 확신이 없으니까. 그리고 업무량이 너무 많을 때, 그런 상황이
량도 많아질 것 같은데요.
되면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쌓이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나 광고는 기획이 완벽해야 하지만 우리는 정반대예요. 기획이 완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고….
벽하면 그 프로그램은 실패한다고 봐요. 왜냐하면 완벽한 기획이
국 저희는 광고주들한테 혼나고 오거나 시사가 잘 안 끝났을 때,
면 현장에서도 파고들 여지가 안 생기니까. 내가 생각한 기승전결대
많은 스태프들이 오랫동안 준비한 건데 중간에 잘 안 되면 술로 스
로 촬영이 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완벽한 촬영이라고 볼 수도 있지
트레스를 푸는 일도 많아요. PD님은 술 안 드세요?
만, 뒤집어 말하면 뻔한 촬영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저희는
나 많이 못 먹는 것뿐이지 술은 좋아해요. 자주 마시
현장에 나갈 때 기획을 50%만 하고 가요. 대충 이런 식으로 생각하
지는 않지만 술자리는 좋아하죠. 그런
고, 몇몇 요소는 그때 가서 판단하자, 이렇게 다 열어놓는 거죠. 그
데 다들 너무 바빠서 술 먹
래야지 숨 쉴 공간이 생겨서 출연진도 우리도 예상 못한 일들을 할
을 시간이 없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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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m p a t h y <삼시세끼>는 처음에 봤을 때는 약간 밍밍한 맛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하게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자꾸 찾아보게 만드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공감 포인트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혹시 ‘평범한 일상’을 그려보자고 처음부터 기획을 하고서 시작하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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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지 많
스트리를 상당히 좋아하시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역시 우리나라
은 분들이 물어보시는데, 전 그냥 동
사람들은 아직도 주말연속극적인 감성에 굉장히 몰입하는구나’ 하
료들 하고 풀어요. 같이 일한 지 5년, 10
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그것에 비하면 정선편은 훨씬 쿨한 방
년 이상 된 사람들 하고요. 제가 정말 신
송이에요. 근데 모르겠어요. 어촌편이 잘됐다고 농촌편을 바꾸기도
뢰하는 사람들이죠. 늘 그들과 이야기해요. 누구 욕도 하면서(웃음), 그러다 프로그램 얘 기도 하고…. 국 어떻게 보면 PD님의 일상 자체가 프로그램으 로 발현되는 듯한 느낌이에요. 나 그런 것도 되게 많죠. 아까도 말했지만, <삼시세끼> 도 그런 식으로 욕하다가 나온 프로그램이니까. 국 그럼 지금까지 만드신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애착 가 는 프로그램이 있다면요?
그렇고. 국 이서진 씨가 혹시 마음가짐이 달라지진 않으셨을지…. 나 마음가짐은 달라질 수 있겠죠. 하지만 서른 넘어가면 마음은 달 라져도 사람이 바뀌지 않더라고요. 마음이야 ‘나도 저 사람처럼 뭐 라도 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그러려면 노력이 뒤따라야 하니까 그렇 게 안 하죠.(웃음) 국 어촌편에 대한 대중들의 의외의 반응에 놀라셨다고 하셨는데 요즘 트렌드들이 어떻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나 전혀 모르겠어요. 그런 걸 예측하려는 시도나 노력조차 하지 않
나 애착은 <꽃할배>가 최고죠. <1박2일>은 KBS에서 해오던
으니까. 그걸 알면 올가을 트렌드를 예측해서 뭘 준비해야 하는데,
작업의 연장선에서 한 거고, 그때 한창 잘나가던 강호동이라는
지금 알더라도 준비할 시간이 없어요. 당장 내일모레 찍어야 할 방
MC도 있었고, 여러 사람의 도움과 힘이 컸어요. 하지만 <꽃할배> 는 회사를 옮기고 나서 케이블이라는 토양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처 음으로 보여줄까 엄청나게 고민하고 만든 프로그램이거든요. 그런 어
송에 몰입하는 게 저희는 먼저니까요. 국 그래도 많은 사람이 물어보시지 않나요? 트렌드를 어떻게 캐치 하시는지, 다음 걸 어떻게 준비하시는지….
르신들과 제가 프로그램을 하리라고는 그전엔 미처 몰랐고, 그분들을 모
나 그러면, 제 대답은 늘 일관되어 있어요. 어쨌든 지금 내가 하는
시고 여행 간 기억들이 굉장히 많이 남아 있어요. 사실 <꽃할배> 1탄에서
게 시청자의 니즈를 반영한 내 나름대로의 최전선이라고 생각하고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렸어요. 그런데도 제가 이 프로
있고요, 그걸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이번 주 방송에 100% 노력을
를 계속하는 이유는 딴 거 없어요. 어느 순간 의무감이 생기더라고요, ‘1년에
다하죠. 방송이 끝나고 나면, 또 거기서부터 그 다음 주 방송은 ‘이
한 번은 이분들을 모시고 여행을 가야겠다’ 하는…. 어르신들이 워낙 좋아하시
렇게 바꿔야겠다’ 해서 그렇게 조금씩 바꿔보는 식이에요. 근데 그
니까. 이서진 씨도 그런 의무감 비슷한 걸 가지고 있어요. 맨날 투덜거리기는 하는
런 것은 있죠. 가을 트렌드는 여름이 끝날 무렵에 나도 확신을 하게 될 거고, 그것만큼은 정확하게 알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주 조금씩
데….(웃음)
조금씩 변하는 흐름을 매주 느껴가면서 그 연장선에 있을 테니까. /나/아/가/기
국 그럼 마지막으로 ‘스타 PD’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사는 ‘보통사
국 이제 다시 <삼시세끼> 촬영 준비를 위해 정선에 가실 텐데, 사실 어촌편이 정선편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얘기를 제 주변에서도 많이 해요. 다시 농촌에 갔을 때, 어촌편에 영향을 받
람’ 나영석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소망은 무엇인가요? 나 저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사라지면 모든 게 다 끝난다 고 봐요.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제외한 그 무엇도 버릴 수
아서 농촌편이 변화하는 게 있을까요? 나 그래서 저는 감이 그렇게 뛰어난 사람은 아닌 거예요. 저는 정선편이 훨씬 좋거든요. 하지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돈이나 명예 그런 것 때문에 내가 일
사람들은 차승원 씨라는 요리 잘하고 멋진 남자 캐릭터와 유해진 씨가 가진 상반된 캐릭터의 케미
하는 재미를 빼앗기면 그때는 모든 게 끝일 것 같아서. 즐겁게 살 고, 즐겁게 일할 방법을 늘 모색해요. 제 계약기간이 5년이에요. 지
en j o y a b l e 저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사라지면
금 2년을 했는데, 3년 더 채우고 나면 어떤 일을 해야 제일 즐거울 까를 생각해요. 국 마치 대통령 임기 같은데요.(웃음) 나 사람들이 저를 경우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 자기 일을 사랑하고
모든 게 다 끝난다고 봐요.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제외한 그 무엇도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돈이나 명예 그런 것 때문에 내가 일하는 재미를 빼앗기면 그때는 모든 게 끝일 것 같아서. 즐겁게 살고, 즐겁게 일할 방법을 늘 모색해요.
좋아하는 사람 정도로 늘 봐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거기에 맞춰서 살려고 노력을 할 거고요. 아주 간단하게 얘길 하면 좋은 사람이 되 려고 하고, 앞으로도 계속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프로그램에 대한 미래 트렌드는 예측하지 않지만, 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많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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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Normal, 평범함이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 ‘뉴 노멀(New Normal)’은 경제학 용어이다. 2003년 미국의 벤처 투자가인 로저 맥나미가 처음 사용했으며, 2010년 다보스포럼에 등장하며 전 지구적 주목을 받았다. 21세기 초반에 형성된 미국의 버블 경제 이후 새로운 기준이 일상화된 미래를 일컫는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라는 3저(低) 시대의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인 표준을 뜻한다. 경제적 변화가 우리의 일상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뉴 노멀’은 멀지만 가장 가까운 변화가 아닐까 한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서로 상충된 뜻을 품은 ‘새롭다(new)’와 ‘평범하다(normal)’의 조합은 상당한 에너지를 발 산한다. ‘새로운 것이 어떻게 평범할 수 있을까?’ 혹은 ‘평범한 것이 새로울 수 있을까?’라 는 즉각적인 질문을 떠오르게 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이미 우리 일상 가까이로 다 가와 있다. ‘평범함’은 저성장 시대를 맞아 위축된 소비를 떠오르게 하지만, 의외로 ‘평범 함’의 힘은 크고 거대하다.
평범함은 더욱 강력해진다 ‘평범하다’는 다른 영역에서도 주요한 어근으로 작동한다. 패션 트렌드인 ‘놈코어’라는 이 름으로 다시 등장한 ‘일상의 패션’은 리바이스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 커다란 로고 장 식의 스웨트 셔츠와 함께 럭셔리 업계에도 거센 바람을 몰고 왔다. 하지만 정확하게 일 년 정도가 지난 지금, 더 큰 ‘일상’이 몰려오고 있다. 적어도 ‘놈코어’ 스타일은 외출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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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체면 정도는 지킬 줄 알았다. 그러나 현재 세계 패션의 대세는 트레이닝 슈트와 조 깅 슈트, 그리고 슈퍼마켓 갈 때 신는 슬리퍼 정도이다. 일명 ‘추리닝 패션’은 이미 1990 년대에 힙합 소년들에 의해 소개되었지만, 뒷골목 문화, 스트리트 패션으로 이해되는 정 도였다. 지금의 ‘추리닝 패션’은 당당하게도 최고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인 보테가 베네타 2015 S/S 컬렉션 무대에 최상급 캐시미어 소재의 저지 슈트로 변형되어 재등장한 것이 다. 평범함의 최전방에 선 트레이닝 슈트와 슬리퍼는 이미 SNS 스타들을 통해 빠르게 일 상으로 확산 중이다.
일상을 다듬고 다듬어 평범함 혹은 일상의 순간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 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주도에서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셀러브리티들이 선망 의 대상이 되고, 미국의 잡지 <킨포크>에서 시작된 일상의 소소한 장면이 주는 평온함을 꿈꾸는 시대이다. 명품 시계나 가방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던 시대에서 ‘평범함 속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삶이 진정한 럭셔리로 대접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5>에서는 사치의 기준이 ‘물질’에서 ‘시간과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2011년 미국의 작은 도시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킨포크>는 서로 어울려 텃밭에서 가꾼 식재료로 소박한 식탁을 차리고, 자연과 가장 가까운 여행을 떠나고, 혼자 혹은 여럿이서 즐기는 느긋한 삶을 감성적인 사진과 글로 소개해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물론 이 런 여유로운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대도시를 떠나거나 적어도 작은 별장 하나 정 도는 있어야 하니 쉽게 이룰 수 없어 보인다. 사실 <킨포크>가 보여주는 삶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가깝게는 19세기 중반 월든 호숫가에서 자연과 동화되는 삶을 사는 데 충실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을 21세기 식으로 풀어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기원이 어디 에 있든, 현재 치장을 줄이고 체험에 투자하려는 의식의 변화는 자신의 일상을 다듬고 다 듬어 자신만의 소중한 영역을 가지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뉴 노멀’은 변화된 경제 상황에 따라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이전의 신념들이 무너지고, 새 로운 개념 체계를 갖게 되는 현상이라고도 말한다. 피터 한센은 자신의 저서 <뉴 노멀>에 서 “뉴 노멀에 대한 현안을 총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자 가장 쉬운 방 법은 후세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동안 트렌드라고 부른 미 시안적인 접근 방법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여유를 갖추라는 말이다. 또한 그는 이렇게도 조언한다. “신입사원이나 젊은 고객 같은 차세대 디지털 원주민들이 어떤 라이프스타일로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힘써야 한다.”
New 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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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의 끝, 서울의 한 대형서점에 들렀다. 매대 위로 다양한 잡지가 놓여 있다. 그중 손에 잡힌 게 명품 정보로 빼곡히 지면을 채운 럭셔리 잡지였다. 여백의 미보다는 삐까뻔쩍 빛나고 있는 저 시계의 미를 보란 말이야, 채근하는 책장을 모두 넘기고 나니 금세 눈알이 뻐근해졌다. 빡빡해진 두 눈을 지압하며 ‘이래서 루이비통 선글라스가 필요한 거구나.’ 이내 새로운 욕망이 스멀스멀 잔고를 꼬시기 시작했다. TEXT. 현영석 (독립잡지 <록’셔리> 편집장)
록’ 셔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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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그렇게 쓸 거면 나 줘”라는 소리 듣지 않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 제는 유로삘이 대세래” 같은 말에 잔고의 대부분을 품위 유지에 사용, 끊이지 않고 쌓이 는 옷들로 인해 팬티 바람으로 집에서 쫓겨날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어느 뮤지션의 노랫말처럼 ‘아무도 모르게 은근히 슬쩍슬쩍’ 멋내는 걸 좋아해 아담 브로디 같은 할리우 드 스타의 패션이 외출 전 레퍼런스였다. 그러고는 통신사 카드 한 장 챙겨 나가 길고 긴 웨이팅 끝에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입장 성공. 케이준 치킨 샐러드와 잭다니엘 소스를 곁 들인 베이비 백립, 음료는 얼굴 크기만 한 유리잔에 담긴 골든메달리스트로 주문을 마친 후 “저희 테이블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라고 부탁해 그날의 일상을 다시 또 은근슬쩍 미니홈피에 뽐내기도 했다.
보여지는 모습에 대한 욕망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은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온 탈모의 고 통 때문이었다. 매일밤 거울 앞에서 이마를 쓸어 올리며 ‘멋지게는커녕 평범하게 살지도 못하겠구나’라며 마음이 불안해졌다.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이마를 가리고, 머리털 이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을까?’ 바람이 부는 날에는 고개를 땅에 박은 채 열 심히 뛰어다니며 고민했다. 장고 끝에 다다른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피곤하다. 그냥 생 겨먹은 대로 살자’였다. 그날 이후 어쩐지 휑한 머리를 따라 몸과 마음까지 생겨먹은 대로 살기 시작했다. 애써 뽐내고자 하는 노력을 끊게 된 이유가 탈모 때문이라니. ‘럭셔리에 지쳐 평범함으로 회귀한다’는 트렌드 분석과 비교했을 때 괜히 내 이유가 초라하게 느껴 진다. 2015년 대한민국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럭셔리의 끝, 평범’이라고 한다. 이제는 평 범한 삶에서 오는 여유가 명품이 주는 가치보다 더 우위에 놓인단다. 숨통을 조이는 암울 이두박근을 뽈록 부풀게 한 두꺼운 책을 내려놓으며 ‘이 책에 등
한 소식으로 가득한 이때, 별 수고 없이 최신 유행의 선봉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여간
장하는 세세한 정보가 이것을 펼쳐든 누군가에게는 본의 아니게
반가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평범한 삶에서 오는 여유라면 그 누구보다 자신 있다. 나처
상대적 열등감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럼 애인도 없고 돈도 없어 이제는 불러주는 친구마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자에게
그렇다면 ‘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약간의 위안과 우쭐함을 느끼
남아도는 건 시간뿐이다.
는 동시에 휴식을 얻을 수 있는 코미디 잡지를 만들어보자’라며 호기롭게 풀풀 개털만 날리는 일상의 이야기를 모아 얇은 책으로
지난 주말, 내게 남아도는 게 시간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한 친구가 조용히 집으
묶어보았다. 모아놓은 이야기가 서울과 우루과이의 거리, 그러니
로 찾아왔다. 집에서 먹다 남은 것이 분명해 보이는 초콜릿까지 싸가지고 말이다. 이내 자
까 럭셔리 문화와는 정확히 180도 반대지점에 위치해 있는 것 같
연스럽게 외투를 벗고 제 집인 양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보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가겠
아 제멋대로 ‘Rock’과 ‘Luxury’를 합성해 <록’셔리(Rock’xury)>라는
지, 생각하며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세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꿈쩍을 않았다. 급기야는
이름을 지어 붙였다. 콩글리쉬도 이런 콩글리쉬가 없다.
배가 고프다며 라면을 끓여 먹는 게 어떻겠냐, 먼저 제안을 했다. 부엌으로 나가니 짜파게 티와 너구리가 있다. ‘들어오면서 봤구나. 예리한 녀석.’ 인터넷을 참고해 그 둘을 혼합한
누군가 내게 “순도 100%의 내추럴 본 록’셔리입니까?”라고 묻는
짜파구리를 만들었다. 레인지의 불을 끄고 노란 치즈를 한 장 올려놓으니 제법 먹음직스
다면 “죄송하지만 숫(Virgin)은 아닙니다”라고 답하게 될 것 같다.
럽게 보였다. 역시 라면은 혼자보다 여럿이 먹어야 맛있구나, 식사를 마친 후에도 식탁에
초등학교 때 캐나다에서 날아온 친구를 잘못 만나 일찍이 브랜드
남아 있는 친구가 설거지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며 계속해서 대화를 건넸다. 브로맨스도
에 눈을 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저스트 두 잇’에서 시작
아니고 낯간지럽게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지만 썩 기분이 나쁘진 았았다. 설거지를 마
해 기껏해야 왼쪽 가슴에 수놓인 ‘골프 방망이 들고 달리는 말’까
치고 어젯밤 섬유탈취제에 절여놓은 점퍼를 챙겨 옥상으로 향했다. 까만 하늘을 올려다
지였지만 나 역시 럭셔리에 대한 욕망을 꿈꾸었다.
보며 별이 있니 없니 시끄럽게 담배를 나눠 피웠다. 그러고는 집 근처 스몰비어로 나가 맥
지금 모습과 다르게 예쁘게 생긴 소위 리즈 시절의 이야기다(주
주를 한잔하고 헤어졌다.
의. 지나간 추억에는 반쯤 허풍이 섞여 실제 사실과 많이 다를 수 도 있음). 그놈의 꽃미남 소리를 하도 들어 1년 365일 귀에서는 꽃
아뿔싸, 지난 주말 내 잉여로운 하루에 모디슈머도, 킨포크도, 브로맨스도, 심지어 스티
딱지가 마르지 않았(던 것 같)고, “네 귀에서 꽃냄새가 난다”는 뭇
브 잡스식 한 옷 돌려입기까지 다 들어 있잖아. 트렌디한 것을 따르지 않는 게 트렌드이거
여성들의 증언이 속출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나 또한 “얼
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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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Normco Normcore Lifestyl Chanel Goes Normcore At SupermarketThemed Fall 2014 Show ŠReuter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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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코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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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따라잡기 고백한다. 요즘 여기저기서 ‘놈코어, 놈코어’ 난리라지만 명색이 트렌드를 다루는 매거진 에디터로서, 최근까지 놈코어의 핵심 하나도 간파하지 못했다는 사실. ‘놈코어? 그냥 평범해 보이는 패션 아냐?’
뭐길래
ore? le Guide
놈코어
물론 아니다. 평범해 보인다고 다 똑같은 평범도 아니고, 패션에 국한된 개념은 더더욱 아닐 터. 놈코어에 대한 칼럼을 준비하기 위해선 만만치 않은 스터디가 필요했다. 사전 뜻 풀이만 백날 들여다봐야 뭐하겠는가? 보다 손쉬운 접근을 위해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놈코어가 어떤 스타일로 실현되고 있는지 몇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살펴보기로 한다. 놈코어, 평범해 보여서 쉽게 봤는데, 결코 쉬운 게 아니더라.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놈코어, 언제 어디서 갑툭튀? 자, 시작은 ‘노멀’하게 사전 뜻풀이부터. ‘놈코어(normcore)’는 ‘노멀
(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
로 급부상한 개념이다. 이 말은 2005년, 공상과학 소설가 윌리엄 깁슨 의 소설 <Pattern Recognition>에서 주인공의 옷차림을 설명할 때 처 음 쓰였다. ‘검정 티셔츠, 동부의 사립 초등학교에 납품하는 저렴한 가 격에 구입한 회색 브이넥 풀오버, 오버사이즈 블랙 리바이스 501’이 윌 리엄 깁슨이 생각한 놈코어 패션이었다.
?
이 단어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3년 10월, 뉴욕의 트렌드 예측 회사 ‘케이홀(K-Hole)’이 놈코어를 새로운 경향으로 제안하면서 부터다.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던 시기는 지나고 이제는 다르지 않다는 것에서 오는 자유로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후 2014년 4월 위키피아는 놈코어를 신조어로 등록하며 ‘동일함에 동조하는 것이 쿨 하다고 생각하는 문화적인 트렌드’라 정의했다. 그로부터 패션업계를 시작으로 빠르게 놈코어 바람이 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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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에서 앞다투어 놈코어 트렌드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놈코어와 킨포크가 허세라고?
2014년 봄. 2014 F/W 컬렉션 패션쇼에서 샤넬은 런웨이 배경을
놈코어 트렌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소비 가치를 높이는 힘이 이제
슈퍼마켓으로 하고, 모델들에게 킬힐 대신 운동화를 신게 했다.
럭셔리보다는 ‘편안함’과 ‘여유로움’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러
화려함보다는 심플하고 노멀한 스타일을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놈
한 움직임에 힘입어 놈코어와 함께 ‘킨포크 라이프’가 주목받고 있
코어 패션의 서막을 알린 것이다. 청바지와 터틀넥에 아무렇게나
다. 킨포크는 원래 라이프스타일 잡지인 <킨포크(Kinfolk)>로부터
걸치고 나온 듯한 코트, 머플러와 셔츠, 스니커즈로 마무리한 패
영향을 받은 트렌드 키워드다. 2011년 미국의 한 예술가들의 모임
션 등은 사실 누가 봐도 특별할 것이 없는 스타일이다. 중요한 것
을 통해 처음 발행됐는데, 일상에 휴식을 주고 영감을 불러일으키
은 편안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꾸민 것이고, 집에서 입던 옷을 대
는 콘텐츠로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킨포크는 ‘친척이나 일가,
충 걸친 듯하지만 철저한 연출에 의해 완성된 룩이라는 사실. 누
가까운 사람’을 뜻하는 말이지만, 잡지의 인기로 ‘킨포크족’이라
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기본적인 아이템을 ‘튀지 않게’ 자신
는 신조어를 낳으며 ‘느긋하고 소박한 일상을 지향하는 라이프스
만의 스타일로 연출하는 것이 바로 놈코어의 핵심이다. 여
타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스타일이 한편에서는 ‘허
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도대체 놈코어와 노멀의 차이가 뭘
세’로 비하되기도 한다는 것. 바로 이 ‘느긋하다’는 표현에 대한 반
까?’ 사실 놈코어와 노멀은 한 끗 차이다. 노멀에 자신만의
감일 것이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빠듯한 현대인에게 그 ‘시간적
‘감각’이 더해졌는가 아닌가의 차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여유’라는 건, 돈 있는 사람들에 해당되는 ‘사치’일 뿐 나와는 거리
여기저기 의견도 분분하다. 그렇다면 니트에 청바지, 운동화로
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만 코디한 스티브 잡스의 의상은 어떨까? 그의 의상이 ‘놈코
그럼에도 분명한 건 많은 사람이 달라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내
어 패션이다, 아니다’를 놓고 일각에서는 논쟁이 일기도 하지
몸을 위하고, 가족을 위하고, 친구와 더불어 즐겁게 식사하는 것
만,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한 스티브 잡스의
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신념이 아닐는지? 잡스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 다시 하도록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킨포크의 기본 철학
하자.
은 결코 허세가 아니다.
나 혼자 꾸민다, 셀프 인테리어
Living
Fashion 놈코어 스타일을 리빙에 적용한 ‘평범한 듯 스타일리시한’ 인테리
T r e n d
놈코어와 노멀은 한 끗 차이
내 눈엔 너만 보여, 특정 타깃 공략 그동안 출판업계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기획이 편중돼 왔다. 하지만 독서량의 지속적인 하
어가 급부상하고 있다. 유행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나
락으로 출판사들은 베스트셀러보다 독서층이 뚜렷한 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타깃이 분명
의 스타일만 고집하지도 않는 심플 모던한 디자인의 북유럽풍 인
한 책을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소량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타깃
테리어가 요즘 인기다. 특히 작년에는 ‘이케아’, ‘자라홈’ 등 해외 브
이 필요로 하는 책’을 만든다는 것, 이 또한 놈코어적인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랜드들이 국내로 진출하면서 홈데코, 패스트리빙, 홈퍼니싱, 셀프
20~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컬러링 북 <비밀의 정원> 열풍만 봐도 그렇다. 어
인테리어 등의 이름을 가지며 급성장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계
른들을 위해 기획된 색칠놀이 책 인기가 이토록 엄청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
절이나 각자의 개성에 맞춰 집을 꾸밀 수 있는 셀프 인테리어 시
가? 스코틀랜드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조해너 배스포드가 그린 밑그림에 색을 입혀
장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완성하는 색칠놀이는 ‘안티-스트레스’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책에 대한 관
1인 가구의 증가가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여
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책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공책도 아닌 <비밀의 정원> 붐은
기에 DIY(Do It Yourself) 열풍과 맞물려 혼자만의 공간을 자신의
불황으로 씀씀이는 줄어들어도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방식대로 꾸밀 수 있는 생활용품 시장도 확대됐다. 현재 셀프인테
소비자들의 ‘작은 사치’ 경향과 맞물려 있다. 일상 속에서 큰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힐링
리어 브랜드는 합리적인 가격,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 빠른
할 수 있고 자신만의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이 같은 체험형 도서는 앞으로 더욱 많아지지
생산 주기 등 경기 불황에 소비자를 사로잡을 요소를 모두 갖추고
않을까 한다.
있다. 향후에도 국내 리빙 시장의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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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고집에는 다 이유가 있다 ‘놈코어’ 하면, 옷차림을 꾸미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좀 더 가
Food
치 있는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세계적인 리더들의 모습이 떠오른 다. 평범함만 향유한다고 놈코어가 아니다.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집밥을 찾는 사람들
인정받는 사람, 그리고 그들 중에 트렌드가 아닌 자기 스타일을
놈코어 트렌드는 먹거리와도 어울린다. 평범해서 더욱 특별한 로망으로 다가오는 ‘집밥’
고수하는 사람이 놈코어다.
이야기다. 집밥이 누구에게는 가끔 힘들고 귀찮은 것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이
디자인을 중시하는 스티브 잡스가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하는 것
되기도 한다. 요즘 어머니가 만들어주는 따뜻한 밥 한 끼가 사무치게 그립다는 사람들이
도 다 이유가 있다. 자신의 니즈를 100% 총족시키니까 입는 거다.
있어서 하는 말이다. 쏟아지는 인스턴트 식품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 사이에서는 밖에서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스티브 잡스가 한결같이 입어온 터틀넥은
밥을 사 먹더라도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평범하지만 정갈하고 건강한 밥상을 선호한다.
사실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작품이다. 일본을 방
그래서 ‘밖인데, 집밥을 먹는다’는 콘셉트의 집밥 레스토랑이 특히 인기가 많다.
문한 잡스가 이세이 미야케가 만든 소니사의 유니폼을 보고 반해,
어디, 밖에서 먹는 집밥뿐이겠는가? 어머니가 해주는 따뜻한 밥이 아니라도 좋으니 내가
그에게 직접 편의성이나 스타일 면에서 가장 ‘잡스다운’ 자신의 유
먹고 싶은 메뉴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먹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같이 밥 먹을 사람
니폼 제작을 부탁했다. 그래서 미야케는 오로지 잡스를 위한 검은
을 구하는 ‘밥터디’나 SNS를 통한 소셜 다이닝 ‘집밥’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의
터틀넥을 수백 장 만들어주게 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의상에서
바람은 TV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이전까지는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든, 아이폰에서든 자신의 기준으로 가치를 부여하고 집중하면서,
한 시간대나 메뉴 선정이 많았으나,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냉장고를 부탁해> 등의 요리
결국 혁신적인 창조를 이뤄낼 수 있었다. 그의 놈코어 라이프스타
프로그램은 예능과 결합된 형태로 2030세대를 공략하기도 한다. 바쁜 생활에 쫓겨 집밥
일이 세상이 생각지 못한 것들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고 보면
먹기가 쉽지 않고, 1인 가구의 증가로 혼자 먹는 경우가 많은 일상 속에서 하루 한 끼도
스티브 잡스는 1990년대부터 놈코어를 실천한 인물이었는지도
대충 때우게 되는 현대인에게 집밥이 던져주는 의미는 밥, 그 이상이다.
모르겠다.
응답하라 아날로그 감성
Peop e 사실 놈코어는 ‘무엇이다’라고 한마디로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다.
‘최신 유행을 따르지 않는’ 놈코어의 개념은 <응답하라 1994> 등 대중문화 속 복고와 아날
각 분야에서 정의하는 내용이 달라서일 수도 있고, 개인적 견해
로그라는 이름의 1990년대 코드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외환위기와 취업전쟁 등
차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개인의 자신감과 당당함
으로 치열했던 90년대 감성이 저성장 기조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와 맞물리면서 청
으로 빛을 발하는 트렌드라는 점이다. 남들과 비슷하거나 평범해
춘의 시기를 치열하게 살아온 30~40대뿐만 아니라 요즘 세대에게도 이 아날로그 감성
보이는 옷을 입어도 나만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
이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특히 대중문화 코드는 놈코어라는 키워
다면, 소박한 삶을 살고 있어도 내가 느끼는 특별한 만족에 대한
드를 통해 평범함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드라마와 음악 중심의 복고 무드로 전파돼 ‘아
당당함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놈코어라고 할 수 있지 않
날로그의 멋’에 호응하고 있다.
을까? 2015년,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면, 진짜 ‘놈코어’
흘러간 취미라고 여겨지던 손글씨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하게 살아보자.
수 없다. SNS에 자신이 쓴 글씨를 자랑하는 것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컴퓨터나 스마트 폰 등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손글씨 쓸 일은 줄어들었음에도, 아날로그 감성 바람을 타고 글씨 쓰기가 젊은 세대의 새로운 취미로 떠오른 것이다. 손글씨와 필사가 인기를 끌면서 섬세한 글쓰기가 가능한 만년필 수요도 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의 발전에 밀려 사 라진 음악에 대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LP판이나 카세트테이프로 출시되는 음반이 인 기를 끄는 것도 마찬가지. 정형화된 디지털 시대에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은 점점 더 아날 로그 감성이 전해주는 행복감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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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l Makes 노멀은
평범함에서 출발했지만 결국은 마음을 움직인다. 소리치지 않지만 귀 기울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뒤를 돌아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는 알고 있다. 평범함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TEXT. 염철 본부장 (캠페인3본부, INNOCEAN Worldwide)
Beyond-nor 어떻게 슈퍼노멀이 되는가?
MUJI to Sleep(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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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앉아버린 전시회의 의자 2005년 4월,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는 마지스 사의 주문으로 디자 인한 알루미늄 스툴 시리즈를 출품한다. 박람회 일정의 중간쯤, 후카사와가 그의 작품 점검 때문에 전시장 에 들렀을 때 그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을 보게 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관심을 끌고 있는 다른 전시품 과는 달리 그가 출품한 작품들은 부스 한쪽 구석에 놓인 채 피곤한 관람객들이 휴식용 의자로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었던 것. 처음엔 놀라고 실망한 후카사와는 그 상황을 함께 본 그의 동료 모리슨이 열광하며 던지는 말을 듣고 그동 안 추구해오던 디자인의 정신이 제대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후카사와, 이런 게 바로 슈퍼노멀 아니야?!” 자신의 작품이 얼마나 평범하고 자연스러우면 관람객들이 그 스툴이 출품작인 줄 모르고 앉아서 쉬겠는가. 이것이 바로 그들이 추구한 평범함 속에서 전해지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움의 가치를 담아내는 디자인 철학 이 반영된 것이라고 깨닫게 된 것이다. 그 이후에도 후카사와 나오토와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을 반대하는 ‘슈 퍼노멀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책을 출판하고 전시회를 열며 그들의 정신을 꾸준히 전파하게 된다. 후카사와 나오토의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기보다는 편안해 보이고 기억에 남을 일상적 요소를 디자인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생각은 그가 자문위원으로 있는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지(Muji)’의 광고에서 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브랜드가 없다’는 뜻의 브랜드명, ‘MUJI’ 無印良品. 무지는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브랜드는 없지만 좋은 소재와 철저한 공정, 간소한 포장을 내세우며 평범함 속의 실속 있는 아름다움을 표방한다. 이런 무지 의 제품들과 광고는 참 많이 닮았다. 특히, 2014년 선보인 ‘Muji To Sleep’ 숙면유도용 브랜드 앱 광고는 단지 편하게 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만 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아이가 뛰노는 방 안, 차 안, 일하는 작업장에서도 무지와 함께라면 편한 잠을 잘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곤히 자는 사람들의 모습만으로 평범하고 친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광고를 본 사람이 라면 스마트폰에서 자연스럽게 무지의 브랜드 앱을 찾아보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무지의 광고처럼 얼핏 평범하다 못해 지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평범함은 이제 직접 소비자들과 소통하 고 참여를 이끌어내며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특히, SNS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은 ‘Normal’한 브 랜드 경험을 ‘Super Normal’하게 확산시키고 있다.
Naoto Fukasawa Deja-vu Stools
TD Bank 'Thank you'"Sometimes you just want to say thank you"
ISSUE REPORT
소원을 들어주는 ATM 캐나다의 TD뱅크 캠페인은 일상의 물건이 어떻게 드라마틱해지는지, 어떻게 많은 이들이 ‘Super Normal’ 한 경험을 공유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들은 차갑기만 한 ATM의 변신을 통해 기존의 은행이 가지고 있 던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를 따뜻하고 친밀하게 바꾸었다. TD뱅크는 ATM기기를 특별한 감사 기계로 만들었다.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ATM기기 앞에 선 고객들에게 인출기를 통해 직접 감사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때론 현금 20달러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미리 알아본 고객 들의 사연을 잊지 않고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기도 한다. 유명 야구선수의 골수 팬인 고객에게는 그 선수의 사인이 든 티셔츠를, 암 수술을 받은 딸을 보러 가고 싶은 엄마에게는 딸을 보러 갈 수 있는 티켓을 선물한 다. 이런 마술 같은 ATM기기 앞에서 고객들이 기뻐하고 놀라는 모습은 고스란히 영상으로 제작되어 인터 넷과 SNS를 통헤 급속도로 퍼져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될 수 있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평범하고 무뚝뚝한 현금인출기에 소비자 일상의 사연들을 더하자 소비자를 웃고 울게 만드는, 기대치 않은 감동을 주는 행복인출기가 되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기프트 카> 캠페인도 같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일상의 탈것, 그저 단순한 교통수단의 의미에서 생활자 개개인의 사연과 만났을 때 소비자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함께 마음을 다해 응원의 댓글을 올리고 퍼 나르기를 한다. 자극적인 그림도,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지 도 않지만 이 ‘MSG’ 들어가지 않은 캠페인이 주는 담백하지만 소소한 일상의 바람과 따뜻한 웃음의 감동은 쉽사리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우리네 사는 이야기, 어디선가 본 듯한 또는 들은 듯한 이야기, 마치 내 얘기 같은 일상성이 주는 공감은 컴 퓨터 그래픽의 위압감과 스펙터클한 비주얼이 주는 임팩트로도 넘을 수 없는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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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마음이 끌리는 달항아리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에게도 평범함과 단순함이 주는 울림은 만만 치가 않은 듯하다. 그의 저서 <영혼의 미술관>은 예술작품이 어떻게 우 리를 치유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치유의 작품들로 소개된 르네상스 에서 초현실주의까지의 수많은 회화, 디자인, 건축, 공예품 중에는 조 선시대의 백자 달항아리가 있다. 실제 생활에 쓰기 위한 실용성과 유 백색의 풍만함을 갖췄지만 장식이나 기교 없이 단순함과 담백함의 미 를 가진 달항아리에 대해 그는 어떤 작품보다 극찬을 한다. ‘겸손의 미덕’을 가르쳐준다고도 하고, 자신을 과도하게 특별한 존재로 생각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지혜를 담고 있으며 아름답고 감동스럽 기까지 하다고 한다. 마지막엔 오만이 습관처럼 쌓인 사람은 이 달항 아리를 찬찬히 살려보라고 조언을 하기도 한다. 무심코 앉아버린 전시회의 의자, 소원을 들어주는 ATM, 보면 볼수 록 마음이 끌리는 달항아리.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일반 사무실에도 있을 것 같은 평범한 디자인, 큰 의미가 없는 일상의 물건, 소박하다 할 정도로 담백함만이 묻어나는 유백색의 항아리일 뿐이지만 Super Normal한 경험의 양질전환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평범함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 평범함이야말로 Super Normal, Beyond-normal을 만드는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그래 서 우리는 그러한 평범함 속에서 새로움과 공감을 찾기 위해 늘 비범 해지려고 노력한다. 의미 없는 자극에 지친 이들에게 평범함이 주는 신 선함과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늘도 그 안의 통찰력을 찾아 나선다. ‘Normal’ 속에 잠들어 있는 ‘Super Normal’을 찾아 뚜벅뚜벅 앞으로.
Joseon Dynasty. White porcelain. Moon Jar 17~18th century 백자 달항아리 (보물 1437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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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in the “New Normal” 뉴노멀 시대에 대처하는 마케팅 전략
: 평범하다고 다 똑같은 평범함이 2015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소비자 트렌드 중 하나가 ‘노멀(normal)’, 즉 ‘평범한’ 삶에 대한 소비자의 동경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평범이라는 단어의 개념이 다소 모호하여, 기업들이 이를 고려한 전략수립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필자는 손으로 꽉 쥐려고 할수록 더 쉽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마는 모래처럼,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모호해지는
아니다
‘평범함’이라는 단어의 실체(?)를 파헤치고자 20대 남녀 8명을 대상으로 그룹인터뷰를 진행했다. TEXT.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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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추구 노멀족 평범함을 추구하는 첫 번째 유형의 소비자 집단은 ‘반전 추구 노멀족’이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화려함을 놀라운 반전으로 보여주기 위한 복면으로 평범함을 활용하고 있는 소비자 들이라 할 수 있다. 겸손이 미덕이라는 생각에 겉으로는 평범하게 보이고 싶어 하지만 언 그 결과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평범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활용 용
젠가는 누군가 알아줄 감춰진 화려함을 즐기는 이들이다. 하지만 전혀 꾸미지 않고 촌스
도가 매우 다양하며, 평범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내면적 동기
럽게 보이는 소비자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꾸밈과 꾸미지 않음의 경계를 즐기는,
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속칭 노멀럭셔리 소비성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화장을 했지만 생얼
인터뷰 참가자들이 말하는 ‘평범’이라는 단어는 매우 흥미로운 네
처럼 보일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라고 할까? 이들은 평범해 보이는 제품을 구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첫째, 평범하다는 말은
매한 후 자신의 개성을 반영하여 업그레이드하는 소비자 즉, 메타슈머(Metasumer: 업그
변화를 싫어하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상대방을 서술할 때 주
레이드 meta + 소비자 consumer)이거나 원래 기업이 의도한 사용 용도를 변형하여 새
로 사용되는 부정적인 표현이지만, 자신의 겸손함을 드러내기 위
로운 용도로 활용하는 소비자를 칭하는 모디슈머(Modisumer: 수정 modify + 소비자
해 사용할 때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참
consumer)라 할 수 있다.
가자는 남들에게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자주 얘기하지만, 막
예를 들면, 30년이 지난 갤로퍼 자동차가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도 반전 추구 노
상 남들이 자신에게 평범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기분이 썩 좋지 않
멀족의 소비행태 결과로 볼 수 있다. 초록색 갤로퍼를 타는 방송인 배칠수, 빨간색 갤로
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화려한 내면을 감추고 겉으로는
퍼를 타는 힙합그룹 트로이의 래퍼 재웅, 무광의 검은색 갤로퍼를 타는 광고감독 백종
평범해 보이고 싶어 하지만 감춰진 화려함을 몰라줄 때는 서운한
열 씨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150만 원 안팎의 1세대 갤로퍼를 구매한 후 3000만 원에서
감정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이중적인 심리를 엿볼 수 있다.
8000만 원까지 비용을 부담하며 실내를 자신만의 개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둘째, 일반적으로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평범하다고
했다. 모헤닉 게라지스의 김태성 대표는 2013년 봄, 캠핑을 하러 갈 때 사용할 SUV를 고
얘기하지만, 기준집단에 따라서는 매우 드문 것이 평범한 것이 될
르던 중 마음에 드는 차종이 없어 우연히 갤로퍼를 구매해 리빌드(rebuild)한 후 블로그와
수 있다. 만약 기준집단의 멤버들이 모두 화려함을 추구한다면 평
카페에 올렸고, 사람들이 열광하자 마침내 창업하게 되었다. 1년에 평균 16대만 생산하고
범한 모습이 오히려 희소하게 인식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소
주문 후 제품 인도 시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지만 메타슈머들은 이 자동차에 열
비자들이 유행에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자신의 개성을 드
광하고 있다.
러내고자 화려한 대중들과 반대되는 평범함을 추구할 수 있음을
그렇다면 이들을 공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은 무엇일까? 제품으로 말하면 겉
의미한다.
은 평범해 보이되 소비자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숨겨진 매력 포인트를 가지고
셋째, 평범함은 여러 사람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는 모습을 표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마이보틀(My Bottle) 브랜드의 성공이 여기에 해당된다. 평범한
현할 때 사용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대중행동의 모방은 의
투명 플라스틱 병을 구매한 후 다양한 음료와 음식(ex. 방울토마토) 등을 담아 자신들만
사결정에 있어 실패할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
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숨겨진 매력에 반한 소비자들로 인해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할
로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싫어하는 인지구두쇠(cognitive miser)인
수 있었다.
동시에 안전한 의사결정을 하고 싶어 하는 위험회피적 성향(risk aversive)을 가지는데, 평범함의 추구가 빠르고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지원 해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흔히 사치하지 않는 것이 평범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치의 반대가 반드시 평범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사치 에는 물질적인 사치 이외에 시간적 사치(즉, 삶의 여유)도 있으며, 비물질적 사치의 추구는 오히려 평범하다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 이다. 예를 들면, 전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귀향해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것을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선택
Metasumer=Meta+consumer
했다고 얘기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평범’이라는 단어의 특성들을 바탕으로 평범함
or
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내적 동기를 분석해본 결과 이들은 세 가 지 유형 즉, 반전 추구 노멀족, 개성 추구 노멀족, 안전 추구 노멀족 으로 분류됨을 알 수 있었다. 세 가지 유형의 고객들이 추구하는 평범함이 똑같은 평범함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들을 서로 다른 세분시장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Modisumer=modify+con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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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core Astell&Kern i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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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추구 노멀족 평범함을 추구하는 두 번째 유형의 소비자 집단은 ‘개성 추구 노 멀족’이다.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를 가진 이들은 평범함이 절제 된 아름다움으로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 믿는다. 화 려함을 추구하는 주변 사람들과는 다른 평범한 삶을 추구하고 사 치의 진화된 삶의 모습이 평범함이라고 여기며, 경제적 여유를 노 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졸부들이 하는 짓이라 생각한다. 2015년 패션업계 트렌드로 자주 언급되는 놈코어(normcore)도 이러한 개 성 추구 노멀족의 소비행태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가수 이 효리는 화려하게 사는 주변 연예인과 달리 제주도에 신혼살림집 을 마련하고 킨포크 라이프(Kinfolk life)를 추구하면서 자신의 블
twinsumer =
조용하지만 잊혀지긴 싫죠. 소박하지만 부유하고 부유하지만 다
twin + consumer
를 것도 없네요.” 이처럼 이들은 삶과 소비에 있어서 남들을 의식
안전 추구 노멀족
한 과장된 화려함 대신 꾸미지 않은 멋을 표현하고자 한다.
평범함을 추구하는 마지막 유형의 소비자 집단은 안전 추구 노멀족이다. 이들은 여러 사
검정색 하프 터틀넥과 청바지를 주로 입은 스티브 잡스의 패션은
람이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을 모방하는 성향을 가진다. 구매선택 시 타인의 의견과 선
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평범해 보이지만, 100벌 이상의 명품 터틀넥(일본 명품 브랜드 이
택에 의존하는 성향을 가진 트윈슈머(Twinsumer: twin + consumer)가 이 집단에 속
세미 미야케의 작품)을 바꿔 입으면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색깔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다수의 타인에 의해 검증된 제품을 선택해 그들의 일부가 됨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저가항공 진에어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으로써 평범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또한 이러한 평범함이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social
모회사인 대한항공 승무원과 달리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모자
identity)을 유지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책과 100만
를 쓰는 경제적(?) 옷차림의 승무원의 모습이 자주 회자되었다. 하
관객을 돌파한 영화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는 것도 이들의 소비행태 결과로 설명
지만 해당 청바지가 세븐포올맨카인드(7 For All Mankind)라는
될 수 있다.
다소 고가의 명품 브랜드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처럼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의 저자로 국내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개성 추구 노멀족은 평범함이 차별화의 수단이기 때문에 다소 평
Cialdini) 교수는 강압적으로 타인의 행동을 바꾸길 강요하는 명령형 규범(injunctive
범해 보이는 제품을 오히려 고가에 구매하는 성향이 있다.
norm)보다 남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단순히 기술해주는 서술적 규범(descriptive
개성 추구 노멀족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은 외형이 심플하고 실용
norm)이 소비자 설득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한 호텔의 협조를
적이되 내면은 꽉 차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기본에 충
얻어 진행한 현장실험을 통해 “환경보호를 위해 수건 재활용에 참가하시오”와 같은 다소
실해야 한다(Back to the basic).” 예를 들어, 세계 최초의 MP3 플
강압적인 메시지보다 “75%의 사람들은 수건 재활용에 참가합니다”는 서술적 메시지에
레이어를 출시해 승승장구하던 아이리버는 음향기기를 비롯한 멀
노출된 투숙객의 수건 재활용 빈도가 유의적으로 높음을 보였다. 또한 준거집단의 범위
티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기기가 출시되면서 지속된 적자에 허덕
를 좁힐 때 설득효과는 더 증가할 수 있음을 보였다. 즉, “호텔 투숙객의 75%”보다 “320
이다, 최근 ‘아스텔앤컨(Astell&Kern)’이라는 고품질 음향기기로
호 방을 이용한 투숙객의 75%”라는 메시지가 더 효과적이었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해당 브랜드의 제품들은 외형이 다소 아날
안전 추구 노멀족을 공략하기 위한 효과적인 마케팅전략은 ‘히트상품’, ‘판매량 1위’와 같
로그적인 느낌이 나는 무손실음원 재생장치로 아이리버가 가장
은 브랜드 인기도(brand popularity)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잘하는 음향기기에 집중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멀티
필자가 진행한 실험연구에서 비타민과 캡슐커피머신을 광고할 때 브랜드 인기도를 활용
기능 제품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
하면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품질인식이 개선되고 구매위험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확
과 달리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됐다. 지금까지 설명한 세 가지 유형이 서로 배타적이며 평범함을 추구하는 소비자 전체집단을 완전히 반영(MECE;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평범하다고 해서 다 똑같은 평범함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한편, 흥미롭게도 인터뷰 참가자들의 대부분은 제품에 따라 평범을 추구하는 정도와 동 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필 자가 제시한 분류방식을 전략수립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해당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유 형에 맞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이를 시장세분화에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 한다. 목표고객집단이 지각하는 평범이라는 단어의 다양한 의미 분석을 통한 시장세분화 와 그에 맞는 전략수립 및 실행이 요구된다.
Finding t Extraord the O showcase
어디까지 모아봤니?
이런저런 걸 모으는 사람들 일상 속에서 남들이 쉽사리 지나치는 물건을 모으는 사람들.
누군가의 눈에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물건들…. 그들은 어떤 이유로 그 물건을 모으고 있는 걸까?
수집이라는 건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것뿐만이 아니라,
수집하는 행위를 통해 일상의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어느 크리에이터의 수집 이야기!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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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진
우연수집가
일상에서 우연히 만나는 것들을 수집하는 남자 어쩌다 마주친 우 , 연 아닌 운명처럼
김윤하
낙서를 수집하고 낙서로 작가가 된 서른 청 ,춘 막다른 골목에서 너를 만났다
3.
무심코 한두 장 거둬오다 보니
취 - 미로 프리 스티커 모으는 음악칼럼니스트
2.
1.
도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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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행기 위생봉투 챙기는 이노션 월드와이드 카피라이터 내 인생의 오브제 될 , 수 있겠지
the dinary in Ordinary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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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u r다s,보C니 ic거k둬e오 e두S장t Fre한
코 무심
Q 자신을 소개해달라 음악칼럼니스트. 올해로 빼도 박도 못하는 30대 중반이 됐다. 주로 음악이나 문 화에 관련된 칼럼을 쓰고 <EBS 스페이스 공감>, <네이버 온스테이지> 등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음악이 좋아 듣고 보고 쓰고 따르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이렇게 먹고살게 됐다. Q 많고 많은 수집 중에서 특이하게 프리 스티커를 수집하는, 특별한 계기가 있나? 원래 작고 귀여운 걸 좋 아한다. 스티커나 볼펜 같은 문구류도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는 편이었다. 공연장이나 전시장, 소규모 책방 같은 곳에 가면 입구에 홍보를 위해 프리 스티커들이 언제나 놓여 있더라. 무 심코 한두 장 거둬오다 보니 어느새 모으는 형태가 되어버렸다. 수집량이 아주 많지는 않 다. Q 그렇다고 아무거나 모으지는 않을 것 같다. 자신만의 기준과 방법이 있는가? 일 자체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느끼고 쓰는 일이 많기 때문에 특별한 노력 을 기울이진 않는다. 다만 홍보물이 놓여 있는 곳을 보면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보 다는 유심히 보는 편이다. 프리 스티커라고 무조건 모으는 건 아니고 나름의 미 의 기준을 통과한 것들만 수집한다! Q 지금까지 얼마나 모았나? 100장에 서 200장 정도가 아닐까 싶다. 보통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고 예쁜 마음에 주웠다가 소규모 레이블이나 클럽, 밴드를 새롭게 알게 될 때가 가장 기 쁘다. 합정역 근처에 위치한 ‘라이브홀 1969’나 비트 뮤직을 지지하는 팬, 프로모터 그룹 ‘Proper Glow’도 그렇게 알게 된 경우였다. Q 어 떻게 보관하고 있는가? 간단히 비닐 지퍼백에 보관한다. 사실 정 리와 담을 쌓고 사는 편이라 노트북이나 휴대폰, 스케줄러 같 은 곳에 덕지덕지 붙이는 것도 선호한다. Q 지금 모은 것 외 에 더 욕심 나는 것이 있다면? 최근 프리 스티커를 한 번 에 대량 수확할 수 있는 소규모 출판, 장르 음악 페어 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가을 열린 ‘언리미티드 에디션
ally
6(UE6)’ 때, 관객이 너무 몰려 노리고 있던 스티커 들을 양껏 가져오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쉽더라. 7회에는 조금 이른 시간 가보려고 한다. Q 이 컬렉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얼마 전 동
ecte Coll
료 평론가 중 한 분이 몇 해 전부터 홍대 근처에 배포되는 각종 공연 플라이어 홍 보물을 모으고 있다고 하더라. 둘이 10년이나 20년 뒤쯤, 서로가 모은 것들로 작은 전시를 해봐도 재미 있겠다는 얘기를 했다. 올해가 한국 인디 20주년을 맞이한
김
해라 이런저런 행사가 많
윤
=
주년쯤 그런 행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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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은데, 30주년이나 40
의 한켠을 차지할
로 커 취미 스티 프리 는 트 모으 럼니스 칼 음악
수 있다면 기쁘 고 즐거울 것 같다.
Wr The
른 막다
Q 자
신 을
라 올해 서
른이 됐다. 작
년 여름에 취미
에서 골목
소개해달
로 모아놓은 낙서
를 소재로 <청춘의
다. 현재는 간판에 관련된
일을 하며 드문드문 글 작
모으게 되었나? 2006년 잠실
역 화장실에서 본 음담패설 낙서들
이 2년 후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
다 만났
iting
업 중이다. Q 어쩌다가 낙서를
너를
낙서들>이라는 책을 냈
으로 바뀐 걸 봤다. 좀 우습긴 하지만 낙
서가 시대를 반영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
다. 확실히 2006년보다 2008년에 성소수
자 담론이 많아졌으니까. 그리고 그런 낙서들
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두면 좋을 것 같
on t
았다. Q 지금까지 얼마나 모았나, 가장 기억에 남는
낙서가 있다면? 2008년부터 낙서를 모으기 시작해
서 지금까지 3000장 정도 된다. 질 좋은 낙서도 있지만,
대부분 별 의미 없는 낙서들이다. 그중에서도 이화여대 앞
어느 프레즐 가게 앞에서 찍은 ‘언젠간 행복해지겠죠’와 동네
공원에서 발견한 ‘LOVE YOUR SELF’라는 낙서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에 그 낙서들을 보면서 묘한 위로를
받았다. Q 수집한 낙서는 어떻게 보관하나? 사진으로 찍어놓은 낙
도
he W
서는 바로 바로 컴퓨터와 웹하드에 옮겨놓는다. 대학가 낙서, 거리 낙
서, 화장실 낙서, 음담패설 낙서, 정치 낙서, 의미 모를 낙서, 외국어 낙서
등 낙서의 내용과 장소에 맞춰 주제별로 분류하고 있다. Q 낙서를 수집한다
는 건 내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가슴이 답답하면 걸어 다니는 편이다. 평소
에 가보지 못한 서울을 돌아다니면서 그 동네 분위기도 느껴보고, 낙서를 모으
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모은 낙서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내가 보고 느낀
거리의 정서들이 다시 와 닿기도 한다. 언젠가는 사라질 낙서이지만 이렇게 사진으
로 보관해놓으면, 왠지 서울의 한 시대를 기록한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 Q 낙서를
유쾌하지 않다. 그래서 최대한 사람들이 없을 때, 재빨리 찍고 그 자리를 뜨곤 한다. Q 낙서
외에 앞으로 수집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나는 어떤 지역의 분위기나 뉘앙스를 포착하는 작
업에 관심이 많다. 낙서를 모으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서울의 다양한 표정을 잡아내
는 작업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낙서 다음으로는 간판을 모아보고 싶다. 촌스럽고 요
란한 간판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그 거리의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자리 잡게 될 테니까. 이렇게 하나 하나 서울 시리즈를 늘려나가고 싶다.
호 = 낙서 으로 집 수 가 작가 된
all
수집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아무래도 멀쩡한 남자가 거리의 낙서를 찍는 모습은 그리
인
, 서른 청춘
ISSUE REPORT
34
Q
정체
를
밝
혀 달 라
마 주 친
‘우연수집’이
라는 블로그를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서촌과 남산
에 ‘우연수집’이라는
,연 우
일상 에서 우연 히 만나 는 것들 을 수집 하는 남자
어 쩌 다
=
우연 수집 가
동명의 선물가게도 냈
고, 책도 냈다. 서른다섯이
된 올해에는 여행기, 연애 에
in
으며, 디자인 상품을 제작하고, 만
들기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친구와 김포에 살면서 텃밭 농사도 열
운명 처 럼
Re Me cor t b ds y C of ha So nc me e th
아닌
g,
세이, 동화책을 동시에 쓰고 있
심히 짓고 있다. 내 직업이 무엇인지는 모
르겠고 주로 글과 사진과 손을 이용한 작업
을 많이 하고 있다. Q 우연을 수집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우연 수집의 의미는 일상이나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는 작은 경험들을 사진, 글, 영상으로 적
극적으로 수집하여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다짐 을 의미한다. 원래 나는 예술계통의 작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서른이 되어도 반복되는 회사생활이 바뀌지 않
자 나에게 변화를 주자고 생각해서 가장 먼저 ‘우연수집’이라
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Q 일상을 소재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은 시간과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국으로 여행을 가지 않
더라도, 모델을 섭외해서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
들 수 있다. 결국은 지속적인 관찰력과 수집, 그리고 재미있게 가공하려
는 노력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상의 일이기에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장점도 있다. Q 그렇게 수집한 우연들은
어떻게 보관(?)하는지 궁금하다 내가 수집하는 것들은 일상의 에피소드라서 주
로 사진으로 기록을 남긴다. 워낙 그 양이 방대하다 보니 가급적 빨리 이야기별로,
날짜별로 폴더를 분류하여 저장한다. 디지털 매체는 편리하지만 한 번에 날아가버릴
위험도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백업은 필수다. 그리고 이것들을 잘 편집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일종의 보관법이라 할 수 있다. Q 이런 수집 활동이 나에게 미친 영향은? 관
찰력이 많이 생겼다. 소소한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고, 그 속에서 아이디어도 많이 생
각해내게 되었다. 그것이 디자인 상품화되기도 하고 책 속의 이야기가 되면서 경제적 이득도
생겼다. 무엇보다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유롭고 풍성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득이다. Q 이
컬렉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우연을 수집해서인지 일들이 우연하게 잘 풀려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무난하게 이루어나가고 있다. 일단 올해의 목표는 여행을 하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여
행에서 물건을 수집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인연을 수집하고, 장면과 감성을 수집하고, 많은 이야기를 수
집해서 책으로 펴내면서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
A s o ir S f G ic oo kne d M ss em Ba o r g, ies
Q 특이한 걸 수집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무엇인가? 항공기 기내에서 제공되는 ‘Air Sickness Bag’인데, 한국말로는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냥 ‘토봉투(;)’라고 부른다. 다양한 나라를 여 행하면서 다양한 항공사의 항공기를 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어느 순간 그 항공기를 탔다는 증거 를 남기고 싶은 거다. 그중에 가장 옮기기도 쉽거니와 사람들이 관심도 안 가지는 것을 가져오 다 보니, 이걸 모으게 됐다. Q 어떻게 모으는 건가? 그냥 비행기를 타면 기내에 있는 위생봉 투 중 가장 깨끗한 것을 챙긴다. 특별히 고가의 물건도 아니니 한두 개 가져간다고 큰 문제 가 되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혹시 급하게 멀미가 나는 경우(평생 없었지만;) 쓸 수 있는 기능성도 있으니까. 새 항공사를 타면 일단 위생봉투의 디자인부터 확인한다. 예쁘고 디테일이 있을수록 신난다. Q 지금까지 어느 정도 모았나, 가장 애착이 가 는 것이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는 다 꺼내봐야 알 것 같긴 한데, 3~4년 정도 모았 다. 그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루프트한자(Lufthansa) 제품이다. 아무것도 쓰 여 있지 않은 황토색 재활용봉투처럼 생긴 거다. Q 어떻게 보관하고 있나? 꼼꼼한 성격이 못 되지만 그래도 파일함에 끼워놓고 가능한 한 구김이 가 지 않도록 넣어놨다. 받은 편지나 카드 등과 함께 보관하는데 가끔 편지 를 볼 때마다 한번씩 체크한다. Q 이 수집이 내게 어떤 의미이고 어떠 한 영향을 주는가? 일상의 작은 행위들이 그렇듯, 하나 둘 쌓이고 시간이 흐르고 추억이 고이다 보면 어느새 내 인생의 일부가 되 는 것이다. 이 위생봉투 컬렉션도 내가 어떤 곳을 여행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시간이 흘렀을 때, 그 좋은 기억들을 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일본으로 향하는 어느
인 생 의
항공기에서 위생봉투가 없길래 승무원 분께 요청한
억이 난다. 그냥 ‘수집 차 그러는 거’라고 말했더
의 소소한 에피소드뿐이다. 한낱 토봉투일
Pie
오 브 제
뿐이니까. Q 이 컬렉션의 최종 목표는 무 엇인가? 큰 목표가 없는 것이 이 컬렉 션의 장점(?)인 것 같다. 어느 순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위생봉 투를 꺼내보며 ‘아, 여기는 이랬
기를 놓칠 뻔해서 크게 싸
몰 지역이 있던 곳이
있 겠 지
야’라고 가볍게, 소 소하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농 담을 주고받 을 정도면 충분하 다.
수
웠었지, 여기는 상어 출
, 될
었고 여기는 이랬었어, 비행
ce
적이 있는데 놀라며 속이 안 좋으냐고 물었던 기
니 약간 놀라면서 재미있어 했다. 뭐 그 정도
내
올려줄 중요한 인생의 오브제가 될 것이다. Q 황당하거나
윤명 진
비행 기 위생 봉투 챙기 는 이노 션
월드 와이 드 카피 라이 터
=
creatorâ&#x20AC;&#x2122;s note
01 creatorâ&#x20AC;&#x2122;s note Drawing the Idea Out Geneson Rho (Senior Digital Producer, IWA) When concepting new ideas, what originally starts out as conversations will likely turn into a series of Post-it notes with scribbles. Then we move on to drawing the idea out on paper.
innocean ta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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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Greg Braun (ECD, INNOCEAN Worldwide Americas)
생각은 크게 하고, 행동은 작게 하라.
Life is Orange Spring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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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g Braun (ECD, IWA) Greg Braun은 현재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국법인(IWA)의 Executive Creative Director를 맡고 있으며 미국법인(IWA) 내에서 브랜딩, 디지털, 소셜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직원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혁신적이고 통합적인 방식을 추구하며 광고주의 판매 증대는 물론 유수 광고제에서 인정받는 솔루션을 내놓으며 직원들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국법인(IWA)에서 일하는 우리는 새로운 주문(mantra)을 외우고 있
사업을 독립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여러 이해관계의 충돌로부터 자유롭게
다. 바로 “생각은 크게 하고, 행동은 작게 하라(Think Big. Act Small)”이다.
해준다.
첫 번째 “생각을 크게 하라”는 자명한 요구일 것이다. 우리가 매일 가장 크고 좋은 아이
새로운 주문은 우리가 갖고 있는 DNA의 특성이기도 하다. IWA는 Hyundai Motor
디어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경쟁자들이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는
America의 성장을 돕기 위해 35명의 인원으로 시작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생각은 크게
클라이언트를 위한 무한한 가능성을 상상을 통해 만들어내야 한다.
하고, 행동은 작게 하라”를 구현한 것이다. 아울러, 소규모의 핵심 그룹이 갖고 있는 욕심
“생각을 크게 하라”는 클라이언트에게도 효과적인 주문이다. 이 주문은 광고주가 IWA의
과 꿈이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것이다.
재능에 의지하고 상상에 맡길 수 있게 하도록 영감을 준다. “생각을 크게 하라”는 신규 클
우리는 증명해야 할 게 많았다. 또, 매일 계속해서 우리의 사업 모델이 훨씬 더 효과가 있
라이언트에도 적용이 되는데 우리가 여러 개의 대규모 클라이언트를 동시에 잘 운용해나
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으로 미국의 어떤 다른 에이전
가는 자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클라이언트가 영입되면 먼저 “생각을
시도 달성할 수 없는 것을 성취해왔다. 단 5년 만에 현대자동차 브랜드를 고려하는 비율
크게 하라”고 이야기한다. “크게(Big)”는 성장과 영향 측면에서 우리가 그려나가고, 성취해
(Hyundai brand consideration)이 48% 증가했다. 판매는 85% 성장했고, 시장점유율은
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70%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는 IWA와 함께 일하는 동안 내내 고객 충성도에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큰 결과를 성취하는가?
서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이러한 성과들은 우리의 성장을 반영하며, 신규 클라이언트에게
그러기 위해선 ‘행동은 작게 한다’.
깊은 인상을 주었다.
“행동은 작게 하라(Act Small)”는 우리 주문의 나머지 반쪽이다. 직관적으로 와 닿지는
우리는 지난 2년간 Alpina Greek Yogurt, See’s Candies, Vans, Berkshire Hathaway
않겠지만, ‘작게 행동하기’가 효과적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행동을 작
Home Services, NRG, FootJoy 등 우리와 함께 일하는 브랜드를 늘려왔다. 우리의 주문
게 하면 우리 각자가 민첩하게, 효율적으로, 자발적으로, 재미있게 일할 수 있기 때문이
(mantra)과 포커스(focus)는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위한 튼튼한 토대가 되고 있다. 클라이
다. 사실상 그러한 것들이 우리로 하여금 훌륭하고 효과적으로 일하게 하는 속성들이기
언트는 우리의 접근법이 그들의 사업에 적합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결국, 그들은 점점
도 하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라(do more with less)는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우리 경쟁자들의 60%는 다섯 개의 지주회사에 속해 있다. 지주회사에 소속된 에
생각은 크게 하고, 행동은 작게 하라. 그것은 단순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다. 우리는 작
이전시들은 종종 이해관계와 분류 체계가 충돌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지 못한다.
게 행동함으로써 혁신의 바다를 뜻하는 INNOCEAN이라는 사명과 우리 브랜드의 뿌리
천천히 움직이면서 무거운 재정 부담을 클라이언트들에게 떠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에도 충실한 셈이다. 클라이언트는 그 어느 때보다 혁신을 필요로 한다. 소비자와 소통을
것이 크게 행동하는(Acting Big) 것이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오늘날 실시간으로 움직이
강화하기 위해서 혁신이 있어야 한다. 성장 또한 혁신을 요구한다. 우리의 클라이언트들
는 세계(Real-Time World)에서 무의미해지고 있다.
을 위해, 나아가 우리 자신들을 위해 큰 결과를 성취하려면, 늘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
이노션은 대규모 네트워크 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주회사에 속해 있는 에이전
야 하는지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시들이 받고 있는 재정적인 제약에 얽매이는 문화가 없다. 좀 더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는 독립적이다. 이것은 우리가 클라이언트에게만 집중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innocean ta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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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g Braun (ECD, IWA) Greg Braun is the Executive Creative Director at INOCEAN Worldwide Americas, where he provides creative vision, leadership and inspiration for the agency’s national brand, digital, social and retail work. His approach sets the tone for innovative, integrated, sales-driving and award-winning solutions.
We have a new mantra at INNOCEAN Worldwide Americas(“IWA”). Think Big.
becoming irrelevant in today’s real-time world.
Act Small. The meaning of the first half, Think Big, should be a self-evident
Our new mantra is also characteristic of our DNA. IWA began with 35 people
call to arms. It means we have to bring our biggest and best ideas to work
and the goal of growing the Hyundai Motor America business. That fact alone
every day. We need to envision profound possibilities for our clients, the kind
embodies Think Big. Act Small. The ambition required for such an undertaking
that our competitors don’t or just simply can’t.
is an inspiring reminder of what the appetite and ambition of a cadre can
Think Big is also a potent maxim for our clients. It inspires them to draw
achieve.
upon the deep talent pool at IWA. Think Big resonates with new clients as
We had a lot to prove. And we need to continue to prove our model works
well because we have the resources in place today to onboard multiple large
harder every day. We have accomplished what no other agency in the USA
clients, simultaneously. In terms of growth and impact, Big is what we are
has been able to achieve in partnership with Hyundai Motor. In just 5 years,
designed to achieve.
Hyundai brand consideration has increased 48%. Sales increased 85%. Market
So how do we achieve big results?
share is up 70%. Beyond that, Hyundai has remained #1 in customer loyalty for
We act small. Act Small is the second half of our mantra. It might sound
the entire tenure with IWA.
counterintuitive. But, the effectiveness of acting small is undeniable.
Those results have not only impressed new clients, but they also reflect our
Why? Because acting small empowers each of us to be nimble, efficient,
growth. In the last two years, we’ve grown the amount of brands we work with:
spontaneous and exciting. In effect, those are also the attributes that embody
Alpina Greek Yogurt, See’s Candies, Vans, Berkshire Hathaway Home Services,
great and effective work.
NRG and FJ. Our mantra and our focus are providing a robust foundation for
At INNOCEAN, we have the resources of a large network. But, we don’t have
enduring partnerships. Clients find our approach relevant to their businesses.
the stifling financial restrictions of a holding company. Said in a smaller way,
After all, they are under increasing pressure to do more with less.
we are independent. That means we answer to no one but our clients.
Think Big. Act Small. It’s more than a catchy phrase. By acting small we are
With respect to business development, our independence liberates us from
staying true to our entrepreneurial roots as well as our namesake, INNOCEAN,
conflicts of interest. Agencies that are owned by holding companies are
an ocean of innovation. It’s been said that innovation is born of necessity.
often precluded from pitching new business because of category conflicts.
Clients need more innovation than ever. Consumer engagement demands
In the USA, nearly 60% of our competitors are owned by one of five holding
innovation. Growth demands innovation. If we are to achieve big results for our
companies. That means they have to move slow and pass along heavy
clients and, by extension, ourselves, we must always
financial burdens to their clients. That’s acting big. And that business model is
know how to think and act.
Life is Orange Spring 2015
Think Big. Act Small. Itâ&#x20AC;&#x2122;s more than a catchy phrase. By acting small we are staying true to our entrepreneurial roots as well as our namesake, INNOCEAN, an ocean of innovation.
41
IN THE LIM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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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ENJOY THE WORLD PIKICAST 너, 볼수록 자꾸 끌린다… 피키캐스트 배꼽 잡다가 왠지 모를 공감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정체불명(?)의 광고가 있다. 어디선가 나타난 우주인이 취업전선의 벽을 깨지 못하고 굴욕을 당하는가 하면, 놀이터의 미끄럼틀에서 자빠지기도 한다. 어처구니없어서 웃다가도, 이상하게 끌린다. 낯설지 않은 주인공의 이야기에도 왠지 공감이 간다. 피키캐스트가 뭐길래, 그 정체가 궁금하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Life is Orange Spring 2015
<시험전야>편(좌)과 <취준생>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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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전야>편은 이런저런 핑계로 공부를 못해서 시험당일에 ‘멘붕’에 빠진 주인공과 그런 그에게 연필 굴리기를 제안하다 결국 같이 벌을 서게 되는 피키캐스트 우주인을 코믹하게 그렸다. <취준생>편에서는 높은 서류전형의 벽을 깨지는 못하고 자소서 비법 등 피키캐스트의 ‘꿀팁의 전당’을 알려준다.
우주의 얕은 재미, 피키캐스트
실제와 같은 상황들은 다양한 세대의 폭넓은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재미와
콘텐츠 큐레이션 앱 ‘피키캐스트’의 TV광고가 1030세대의 큰 공감을 얻고
공감이라는 두 토끼를 잡은 피키캐스트의 개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있다. 서류전형도 통과하기 어려운 취업준비생, 연애마저도 쉽지 않은 사람
TV광고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옥외광고(버스, 버스정류장) 역시 기발하다.
들, 사는 게 만만치 않은 아이들, 시험을 앞둔 수험생을 각각의 주인공으로
일상의 상황이나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용어들을 재미있는 픽토그램을 이
한 이번 광고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의 줄임말)>편, <소개팅>편, <놀이터>편,
용해 깨알 웃음을 이끌어낸다. 커피 그란데 사이즈 픽토그램 밑에 <그것이
<시험전야>편 등 총 4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피키
알고 싶다>의 MC 김상중의 흔한 유행어 ‘그란데 말입니다’를 써넣고, 인터
캐스트만의 재미있는 카테고리를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넷에서 흔히 쓰는 용어인 ‘병맛’이라는 용어를 실제 병을 맛보는 사람의 픽
<취준생>편에서는 서류전형이라는 벽에 부딪힌 취준생에게 우주인이 나타
토그램을 삽입해 시각적 웃음을 더했다. 이 외에도 ‘어린이보호’라고 쓰여
나 취업이라는 높은 벽을 깨주지는 못하지만 자기소개서 비법과 사회생활
있어야 할 표지판 문구에는 ‘연하남보호’라고 쓰는가 하면, 소오름, 개드립,
팁을 전수하는 ‘꿀팁의 전당’을 알려주고, <소개팅>편에서는 남자의 속마
조기축구 등의 용어를 말 그대로 픽토그램으로 해석한 피키캐스트의 기발
음도 모른 채 착각에 빠져 있는 여자에게 남자의 답답한 속마음을 보여주
한 표현력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러한 ‘촌철살인’ 같은 피키캐스트의 재
며 ‘썸에서 결혼까지’ 카테고리를 추천한다. 아이들의 고민도 유쾌하게 풀
미와 공감 코드는 젊은 층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소셜네트워킹서비스
었다. <시험전야>편에서는 이런저런 핑계로 공부를 뒷전으로 미루다 결국
(SNS)상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시험당일 ‘멘붕’에 빠진 주인공을 위해 ‘올킬 학습법부터 공부 명당자리까 지’라며 ‘깨알지식 피키백과’를 소개한다. 학습지가 밀렸다고 고민하던 꼬
‘세상을 즐겁게’ 피키캐스트
마 아이가 후배(?) 아이의 시크한 무시 발언으로 두 번 상처받는 장면에서
피키캐스트는 온라인ㆍ모바일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정보 중에서 사람
는 ‘후배 다루는 방법에서부터 현실 조언까지’라며 해결책을 제시해 웃음
들이 좋아할 만한 사진이나 움짤(움직이는 이미지), 음악, 짧은 텍스트 등 모
을 선사한다. ‘우리는 답을 줄 것이다 아주 가끔 그랬듯이’라는 문구와 함께
바일에 최적화된 형태의 콘텐츠만 엄선해 제공하는 콘텐츠 큐레이션 앱이
IN THE LIM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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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편(좌)과 <놀이터>편(우)
<소개팅>편에서는 소개팅 후 남자의 나중에 밥이나 먹자는 형식적인 문자를 그대로 믿고 착각에 빠져 있는 여자에게 우주인이 남자의 답답한 속마음을 보여주면서 피키캐스트의 한 카테고리를 추천한다. <놀이터>편에서는 사는 게 만만치 않은 꼬마들이 후배(?) 아이의 시크한 말에 두 번 상처받는다는 재미있는 설정으로 피키캐스트 우주인이 이들에게 ‘후배 다루는 꿀팁’을 소개하며 또 한번의 웃음을 준다.
다. 출시 1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했으며 하루 평균 방문자
메뉴도 추가했다. ‘세상의 모든 이슈’, ‘꿀팁의 전당’, ‘먹컷리스트’, ‘깨알지식
수는 120만 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편의성 강화 및 콘텐츠 다양성을 목적으
피키백과’, ‘썸에서 결혼까지’ 등의 카테고리를 통해 이용자 개개인의 선호도
로 실시한 2.0버전의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새롭게 생긴 사이드 메뉴인 ‘베
와 취향에 따라 빠르고 쉽게 콘텐츠를 찾을 수 있어 더욱 쉽고 재미있게 피
스트’는 기존의 콘텐츠 검색 및 보관만 가능했던 것과 달리 가장 많이 읽힌
키캐스트를 즐길 수 있다. 한편 피키캐스트는 전직 작가 및 PD 출신으로 구
콘텐츠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웹툰 코너인 ‘피키툰’에서는 피키캐스트에서
성된 영상팀 ‘피키픽처스’를 출범해,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한 다양한 영
만 단독으로 연재를 진행하는 홍승우, 김양수, 이상신, 국중록 등 유명 웹툰
상 콘텐츠도 선보일 계획이다. 피키캐스트는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작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볼 수 있다. 독특한 카테고리로 구성된 ‘골라보기’
등을 통해 내려받을 수 있다.
Life is Orange Spring 2015
Q&A mini interview Q. 광고에 대한 SNS 반응이 뜨겁습니다. 제작하신 입
Q. 광고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장에서 보는 반응은 어떠한가요?
인상적이었는데요, 캐스팅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
A. 좋은 광고에 대한 저의 관점은 늘 바뀌는 거 같아요.
가 있나요?
지금은 시장에 워킹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 생각해
A. 윤여정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세상에서 가장 어려
요. 광고주가 큐시트에 따른 앱 다운로드 그래프 결과를
운 연기가 자연스러운 연기라고. 그걸 신인 연기자들
보여줬는데, 뭉클했어요. 제가 지난 호 <Life is Orange>
이 해야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테스트는 좋았는
인터뷰에 최근의 관심사가 피키캐스트의 성공적 론칭이
데 막상 현장에선 전혀 안 되는 분도 있었고요, 특히
MAKING STORY
라고 답했는데, 그런 거 같군요. 다른 광고대행사 회의시
어떤 분은 NG가 100번이 넘어갔어요. 베테랑 감독님
피키캐스트 광고 캠페인
간에 피키캐스트 얘기가 자주 나온다고도 하고. 아무튼
들 덕분에 결과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보여서 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물었다!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들이 좋아서 광고 기
행입니다.
-
배금별 CD
간도 늘었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지요.
Q. 이번 피키캐스트 광고 캠페인의 콘셉트에 대해 한 말씀해주세요. ‘우주의 얕은 _’이라는 슬로건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A. 일단 론칭이었기 때문에,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줘야 할까 고민이 있었겠죠. 저희는 피키캐스트가 생활이 되 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네이버 검색하고 페북하고 카 톡하고 그런 것처럼 피키캐스트하는 게 일상이 되는 거 요. 꿈이 거창한 만큼 답이 쉽게 안 나오죠. 저녁 먹고 다시 회의실에 모였는데 ‘회의는 내일 하고 수다나 떨 다 가자’ 했어요. 누군가 ‘요즘은 꼬마들부터 노인들까 지 사는 게 너무 무거워서 가벼운 게 유행’이란 얘기를 꺼냈어요. 가벼운 것은 그것대로의 가치가 있는 시대잖
Q. 우주인을 광고 메인 모델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Q. 옥외광고를 보면서 진짜 병(!)맛나는 문구, 기발한
요? 실제 우주인이 누구였는지도 궁금합니다. 모델?
아이디어에 폭소와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요, 이런 아
스태프? 광고주?
이디어들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아이디어 회의
A. 처음엔 빅모델을 찾았어요. 당장의 인지도를 고려
할 때도 진짜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해야 했으니까. 그런데 모델의 이미지에 피키캐스트를
A. 픽토그램이라는 프레임을 정해놓고, 언어유희의 향
얹어가는 게 어쩐지 피키캐스트스럽지 않더라구요. 슬
연이 펼쳐지죠. 제가 평소에 팀원들에게 당부하는 것
로건에 맞춰 우주인을 등장시키고 거기에 피키캐스트
중 하나가 ‘카피로 말장난 금지’거든요. 거기에 맛을 들
의 이미지를 설정했어요. 인물에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
이면 모든 카피를 너무 쉽게만 쓰게 되니까. 그런데 이
걸 반복해서 보여주면 재미가 되잖아요. 폼 잡는데 어
번 옥외는 말장난의 극치예요. 하면서도 ‘아, 이런 거
설프고 병맛스러운, 그런 얕은 존재가 피키캐스트의 우
진짜 손발 오그라든다, 근데 우린 얕으니까!’ 그렇게 체
주인이에요. 실제 우주인이 누구인지는 비밀입니다.
면을 걸죠. 다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유치하다’는 마인 드로 무장합니다.
아요. 누군가 ‘피키캐스트가 그렇잖아. 콘텐츠들이 참 가벼워. 근데 유익해’ ‘난 깊고 진지한 사람보다 가볍고 얕은 사람 매력 있더라. 재미있잖아’ ‘얕은. 얕은? 얕은
Q. 결과물에 대한 CD님의 애정도 남다르신 것 같은데
좋은데?’라고 이어졌죠. 누군가 <지대넓얕 (지적 대화
요. 개인적으로 어느 편이 가장 마음에 드시는지 궁금
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책을 얘기했고, 누군
합니다. 그 이유도요!
가 <얕은 지식 콘테스트>라는 것도 있다는 근거를 더했
A. <취준생>편은 블랙코미디 같아요. 묵직하게 툭 와 닿
어요. [세상의 얕은 모든 것, 피키캐스트] ‘우주의 얕은’
는 게 있어요. 무거운 소재를 잘 소화해서 가장 피키캐
어떨까, 한창 우주 영화들도 나오는데. 우주와 얕음의
스트답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라고 콕 찝으면 <소
조화가 마치 피키캐스트 같다, 쾌조를 예감하며 회의가
개팅>편이 그렇습니다. 양승규 CD가 저에게 ‘늘 연애하
끝났어요. 그렇게 ‘우주의 얕은_’이 나왔어요. 아이디어
는 것 같은 이미지’라고 하는데, 소개팅 경험이라면 남부
나온 과정이 마치 식상한 광고회사 드라마 대본처럼
럽지 않습니다. 10년 전에 120번까지 세다가 지쳤던 거
보일 수도 있겠네요. 아, 진짠데.
같은데, 이후로도 계속되고 있죠(소개팅과 상대방의 반
피키캐스트 광고주들은 굉장히 스마트하고 쿨한 사람
응에 관한 어마무시한 통계치를 보유하고 있으니 필요
들이에요. 스스로를 ‘얕다’고 말한다는 건 이미 깊은 내
하신 분들은 연락주시고). 소개팅 하고 나면 이게 밀당인
공을 담보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겁니
지 거절인지 애매한 문자가 더러 있어요. 개콘의 ‘애매한
다. 결국 믿고 결정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멋있다고
걸 정해주는 남자’코너에 제보하려다 시기를 놓쳤는데,
생각합니다. 특히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광고주와 감독
이번에 소재로 활용하게 되었어요. ‘나중에 밥이나 한 번
님들의 아이디어들이 더해져 결과물이 더 단단해졌어
드시죠’라는 문자, 정중히 까이신 겁니다. 그밖에 남녀상
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열지사에 관한 모든 꿀팁은 피키캐스트에서 확인하시길!
Q. 굉장히 추운 날씨에 짧은 시간 동안 4편의 광고를 모 두 촬영하셨다고 들었어요. 촬영에 얽힌 재미난 에피소 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꼬마들 촬영은 늘 조마조마해요. 갑자기 하기 싫다 고 때를 쓰거나 도망가버리는 돌발행동을 할 때가 있어 요. 그런 변수에 대비해 대타 연기자들을 대기시켜 놓 죠. 그냥 대기만 하다가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구요. <놀 이터>편에는 4명의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4명의 다른 꼬마들이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돌발상황이 없 기를 바라는 다수와 그 반대의 소수가 함께 있는 거죠. 촬영이 끝나갈 무렵 대기하던 꼬마들의 엄마가 저한테 “별일 없이 끝나겠죠?” 묻는데 참 안타깝더라구요. 추 운 날씨에 꼬마 연기자들이 워낙 잘해줘서 무사히 끝났 지만, 그래서 또 한쪽은 소위 허탕이 되는 거잖아요. 어 떤 상황에도 늘 희비가 공존한다는 우주의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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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IM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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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the Homeless, By the Homeless 이노션과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노숙인 운영 힐링카페 ‘별일인가’ 살다 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있다. 살짝 넘어지기도 크게 넘어지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넘어지고 나면 아프다. 아프더라도 다시 일어나면 어느새 상처엔 살이 차오른다. 카페 ‘별일인가’는 이렇게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선 홈리스가 커피를 만들어준다. 별의별 일을 다 겪는 당신에게 “지나고 나면 별일 아냐”라고 말해줄 것이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힐링이 필요하다면, 지금 청계천 광교 아래로 가보자. 위치 청계천 광교갤러리 | 운영시간 11:00~20:00, 월요일 휴무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Life is Orange Spring 2015
별일인가 프로젝트와 함께한 가족들
서울시 싱크(SYNC)란?
이노션(광고재능기부), KCC(인테리어
2013년 출범한 서울시 ‘싱크(SYNC)’는 ‘Seoul&You
제작), 세븐브릭스(홈리스 바리스타 교육 및
Networking of Creative’의 약자로서 300여 명의
운영총괄), 성원애드피아(인쇄 광고물 제작),
카피라이터, 그래픽디자이너, CF감독, 광고기획자,
라푸마키즈(의상기부), 서울시(부지제공/
대학생 등의 크리에이터들이 서울시의 다양한
가로판매대임대), 서울시설공단(부지제공/
정책과 문제를 창의적 시각을 통해 접근하고
가로판매대임대), 서울문화재단(공연기부),
집단지성으로 해결하는 모임이다.
두손컴퍼니(사회적기업)
‘착한’ 아이디어의 힘
출발은 이노션 멘토링 코스
이노션과 대학생들의 ‘착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작은 프로젝트가 5개월
원래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8월, 이노션의 재능기부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만에 현실이 됐다. 지난 2월 서울 청계천 광교 아래 갤러리 공간에 노숙인
‘이노션 멘토링 코스’에서 최종 우승한 대학생 4인방과 사회적기업 두손컴퍼
자활 카페 ‘별일인가(별일인가家)’가 문을 연 것이다. ‘별일인가’는 노숙인들
니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노션 멘토링 코스는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
의 자활 의지를 돕기 위해 이노션과 대학생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서울시
생과 사회적기업을 대상으로 이노션의 광고 전문가가 직접 멘토가 되어 광
가 공간을 제공하고, 종합건축자재업체인 KCC가 친환경 자재를 이용해 지
고 제작 실전 노하우를 전수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은 간이 카페다. 노숙인의 자활 의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노숙인에
당시 우승팀의 조장인 대학생 심성무 씨는 “실제로 우리가 알고 있는 길거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리 생활 노숙인은 전체 노숙인의 10%일 뿐, 80% 이상의 노숙인들은 자활
'별인인가'라는 이름에는 노숙인들의 자립을 응원하는 마음과 시민들에게
의지를 갖고 새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살이 지나고 보면 별거 아니라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단순한 공
노숙인들의 의지를 시각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페는 노숙자에 대한 인
익광고 캠페인이 아닌, ‘카페’라는 공간을 선택해 도시의 어두운 이미지를
식의 전환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들의 멘토로 참여한 권경대
대변하는 노숙인들이 서울 시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을 제공하는 모습을 직
부장과 심현택 차장은 “많은 기업과 관계자 분들의 도움으로 이루어낸 ‘별일
접 보여주고자 했다. 실제로 카페를 운영하는 바리스타들은 노숙인 자활센
인가 프로젝트’가 단기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다 함께 사는 사회라는 인식
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노숙인들이다. ‘SOS프레소’, ‘괜찮아메리카노’,
을 만드는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힘내라떼’, ‘해볼카푸치노’, ‘백전무패!퍼민트’ 등 별일인가에서 판매 중인 음
이번 수상으로 ‘별일인가 프로젝트’는 서울시 싱크의 대표 캠페인으로 결정
료 메뉴명은 대학생들의 위트 있는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음료를 판매하고
돼 서울시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프랑스 칸
남은 수익과 기부금 전액은 고대 안산병원 소아병동에 기증된다.
국제광고제에 나가도 손색이 없는 기획”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으로부터는
이들의 ‘착한’ 아이디어는 서울시의 마음도 움직였다. ‘별일인가 프로젝트’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받았다. 덕분에 다음 달쯤엔 시청 앞에 ‘별일인가’ 2호
를 함께 기획한 이노션과 대학생 16명은 지난 2월 ‘서울크리에이터즈 싱크
점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참에 노숙인 자활도 돕고, 청계천의 여유도 즐
(SYNC) 2기와 함께하는 아이디어 소통한마당’에서 서울시장 표창을 받았
기고, 무엇보다 어지간한 프랜차이즈 커피보다 더 맛있다는 ‘별일인가’ 커피
다. 노숙인들의 자활 의지와 복지를 시각화한 아이디어로 시민들의 공감과
를 꼭 한번 마셔보길 바란다.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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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사용설명서
Creative Hysteria 5편: 곽희용 CD
말 못하는 CD가 살아남는 법 2015년에도 CD사용설명서 릴레이는 계속된다. CD가 ‘광고회사의 꽃’이라면, CD사용설명서는 <Life is Orange>의 꽃! 이 코너에 대한 열화와 같은 대내외적 관심과 성원이 자극이 된 걸까? 참여하는 CD들의 마음가짐(이라 쓰고 부담감이라 읽는다)도 날로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다. 2015년 첫 스타트를 끊어줄 주인공은 전 편의 배금별 CD가 ‘이제는 신비주의를 벗어야 할 때’라며 지목한 곽희용 CD. 동료들에게조차 꽁꽁 베일에 감춰진 그의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강박, 이제는 시원하게 벗을 때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Studio 1839
Life is Orange Spring 2015
1. 이름
2. 출생지
3. 좋아하는 것
4. 싫어하는 것
5. 어린 시절 자주 하던 행동
6. 현재 자주 하는 행동
7. 자주 출몰하는 장소
8.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9. 만약 광고를 안 했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10. 나를 움직인 카피, 혹은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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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사용설명서
01
곽희용 CD를
BLUE de CHANEL
상징하는 물건들을 소개합니다.
좋아해서 뿌린다기보다 내 몸이 뿜어내는
그가 직접 고르고
혹시 모를 나쁜 냄새를 감추기 위해서
설명하는
뿌린다. 그런데 향수 뭐 쓰냐는 질문 많이
열 개의 물건,
받았다. 심지어 주차장 관리인 할아버지가
열 가지
내가 저쪽에서 걸어오면 자기 코가
이야기.
호강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좋은 향기인가 보다. 그래서 쭉 이것만 쓴다.
03 배드민턴 완벽하게 머리를 비우고 동물적으로 몸뚱어리를 움직이다 보면 정말 땀구멍으로 스트레스들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 같다. ‘Brave Sword’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손때 묻은 라켓이 있는데 촬영 때 깜빡하고 못 가져가서 강남구 클럽대회 40대 준우승 상품으로 받은 라켓이 차 안에 있어서 대신 찰칵! 올핸 꼭 우승해야지!!
02 붉은 돼지 신입사원 시절 때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한국에 미개봉된 영화들을 불법 복제해서 팔러 다니는 아저씨가 있었다. 사무실 안까지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장사를 한 걸 보면 참 옛날 일이긴 한가보다. 그때 산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는 못생긴 돼지가 주인공이라서 놀랐고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우아해도 되는 거야 하면서 또 놀란 기억이 있다. 그나저나 그 아저씨는 지금 뭐 하시려나.
04 핸드메이드 효소액 자꾸 몸을 챙기게 된다. 그래서 이런 짓까지 해봤다. 작년에 오디를 사서 직접 담근 효소액. 얼마나 많이 담갔길래 아직까지 마시고 있다. 그런데 맛있다.^^
Life is Orange Spring 2015
06 오래된 수건
05 그래, 교토에 가자 도쿄에서 2년을 백수로 산 적이 있는데
얼마나 된 수건이어야 오래된…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07
Harry Gruyaert 나만 알고 싶은 사진집!
있을지 모르겠지만 헤아려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거의 20년! 난 어떤 물건을 생명이 다할 때까지 쓰는 편이다. 물론 그것이 마음에 든다는 전제조건이 있긴 하지만.
그때 롯폰기의 한 작은 서점에서 JR 교토캠페인 책을 발견했다. 도대체 교토는 어떤 곳이길래 이런 카피가 나왔을까 궁금한 나머지 혼자 교토여행을 떠났다. 책에 나온 곳을 한곳도 빠짐없이 가봤지만 카피가 준 감동만큼 좋은 곳은 없었던 기억이 있다.
08
de BUYER 디자인은 떨어지는데 실용성은 굿, 실용성은 떨어지는데 디자인은 굿!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난 망설임 없이 후자다. 요리? 관심은 있지만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예쁘다는 이유로 이 프라이팬을 샀다. 너무 예뻐서 정말 가끔 프라이도 해먹고 만두도 구워 먹는다. 이것이 디자인의 힘이라고 말하면 너무 억지인가?
09 감태 들어는 보셨나 감태! 잡숴는 보셨나 감태! 내 고향 서산 특산물 감태! 쌉싸래하면서 입에서 살살 녹는 그 독특한 맛에 한번 맛보면 김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바로 그 감태! 주문받습니다.^^
10 나의 구미 마이구미 일본 초콜릿 광고 중에 이런 카피가 있다.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가끔 단것을 먹을 때면 그 순간만큼은 40중반의 독거노인이 아니라 착하고 순진한 애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쫄깃쫄깃하고 달달한 그 맛! 오, 나의 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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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사용설명서
다들 비슷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구나. 나보다 먼저 인터뷰한 CD들 글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살짝 고개만 돌려도 보이고, 고작 몇 걸음만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동료 CD들이 새삼 반갑고 안쓰러웠다. 동지애랄까? 뭐 그런 비슷한 감정. 그렇게 연민과 동병상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어라? 난 뭘 써야 되지? 그나마 다행인가? 맨 마지막 순번이었으면 정말 할 얘기가 없었을 텐데. 배금별 CD한테 감사해야 되는 건가? 그래, 중간 정도 순서면 나쁘지 않아. 그런데 무슨 얘기를 쓰지? 그나마 글을 쓰는 건 차라리 낫다. 말하는 거에 비하면 말이다.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글쎄… ”라고 답해야 할 것 같다. 토론식 교육 시스템에서 공부하지도 않았고, 더더구나 시골 촌뜨기라서 남 앞에서 말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이 영향을 미쳤을까? 그랬을 것이다. 물론 성격도 한몫했을 테고. 어릴 때 내가 내 손을 번쩍 들어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얘기해본 기억도 별로 없고, 대학교 때 과나 동아리 MT를 가면 늘 자기소개 순서가 있었는데 내 순서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터질 것 같았었다. 그러곤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몇 마디. 누군가는 그게 나의 매력이라고 했지만 나에겐 콤플렉스였고 트라우마였다. 그랬던 내가 CD가 되어 여기저기 안을 팔러 다닌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논리를 세워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스스로 감성적인 사람일지라도 나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최면이라도 걸어서 자꾸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질문, 가끔은 말도 안 되는 질문에 임기응변으로 재빨리 대응해야 한다. 스스로 순발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닐지라도 자칫 머뭇거리다가는 자신감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최대한 잘 받아쳐야 한다. 재미있는 안을 팔 때는 연기를 해야 한다. 썰렁해질 수도 있지만, 아무도 안 웃을 수도 있지만 가끔은 율동까지 섞어서 연기를 해야 한다. 감성적인 카피를 읽을 땐 착한 목소리로, 팩트를 읽을 땐 건조한 목소리로, 여자 멘트를 읽을 땐 최대한 가벼운 목소리로. 같은 안을 아홉 번 열 번 설명해야 될 때도 있다. 하지만 마치 그 안을 처음 설명하는 것처럼 아홉 번 열 번을 말해야 한다. 그리고 듣는 사람에 맞춰 설명의 디테일도 애티튜드도 그때그때 달라져야 한다. 어떨 때는 냉철한 전문가처럼 차갑고 날카롭게, 어떨 때는 아들이 아버지한테 말하듯 자상하고 친절하게. 잘 못 알아듣는 거 같으면 내용을 조금 길게 늘여서, 다음 회의가 있어서 시간이 없는 것 같거나 방금 점심식사를 하고 와서 졸린 것 같으면 적절히 생략해서 짧게. 조금 유치해질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파아아악~ 촤아아아~ 쏴아아아~ CD가 되면 광고는 입으로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말 많은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말을 썩 잘하는 것도 아닌 나는 매일매일이 힘겨운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나마 내가 견뎌내는, 혹은 이겨내는 방법은 내가 팔 안에 대한 자신감과 진심이다. 먼저 나 스스로 만족할 만한 안이 아니면 그 안을 팔기가 너무 괴롭다. 반대로 내가 만족할 만한 안이면 말 못하는 나도 말 잘하는 내가 된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팀원들을 고생시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 설명을 누군가 들었을 때, 사기 치는 거 같지는 않네… 라는 진심이 느껴지게 하는 것. 말 못하는 CD가 살아남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PS. 배금별 CD의 신비주의에 대한 코멘트… 남들이 들으면 욕한다. 내가 조인성 현빈도 아니고 웬 신비주의? 아마 술을 잘 안 마셔서 그런 건 아닐까? 술자리에서 속엣말도 하고 급 가까워지기도 하는데 그런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맥주 두 병 정도는 얼마든지 마실 수 있으니 언제든지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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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pring 2015
곽희용 CD의 다 알려주마 곽희용 CD의 팀원들이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가감 없이 물었습니다. 물론 무기명으로.
Q. 본인을 브랜드에 비유하신다면, 어떤 브랜드?
Q. 내일 몇 시에 깨워드려요?
A.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난감하네.
A. 여덟 시 반 출근이니까 7시. 뭘 당연한 걸 물어봐.
혹시 뉴발란스? 촌스러운 듯 세련된 느낌?
얘들이 완전 날 디스하네!
Q. 팀원 중 선배로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Q. 여자 CD님들 중 이상형을 꼽자면? 그리고 이유는?
A. 나보고 맨날 시아버지 같다고 하는 경남이. 시아버지 잡는
A. 이거, 이상형 월드컵인가요? 이나영 CD랑은 원샷바에서 칵테일
며느리처럼 굴 것 같다. 지금도 욕 잘하는데 엄청 쌍욕 하면서 말이다.
한잔 마셔야 할 것 같고, 배금별 CD랑은 밤늦게 한강 편의점에서 파는
Q. 지금 나를 만든건 8할이 [
치킨에 맥주 한잔해야 할 것 같고, 원혜진 CD랑은 술 담글 더덕 같은
]다.
A. 환성리 2구 275번지. 시골에서 자란 게 한때는 콤플렉스였지만
거 같이 캐러 다녀야 할 것 같고. 세 여자 머리끄덩이 잡고 싸울까 봐
지금 생각하면 축복인 것 같다. 사람은 어느 정도 자기가 태어난 곳을
이 정도로 하겠음. 푸하하!
닮는다고 하는데 나도 예외는 아닌 듯.
Q. 마지막으로 한 키스는?
Q. 시도 때도 없는 수면의 비결은?
A. 키스방에서 한 건 그저께 밤, 내 방에서 한 건 오늘 아침! 농담이고요,
A. 타고난 능력! 어릴 때부터 잠이 많았다. 누가 깨워주기 전엔 절대 혼자
연말 분위기에 휩쓸려 만났다가 고작 두 번의 만남으로 끝난 그녀와
못 일어났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의 비결을 들자면 간이 안 좋아서.
세달 전. 만나자마자 키스하냐구? 나이 들면 뜸들이고 그런 거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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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k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꿈꾸는 워크플레이스는 무엇일까요?
점검해보려고 합니다. 과연 이노시안이
있는 워크플레이스에 대한 생각들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이노시안이 가지고
그런 의미로 새로운 10년, 도약의 기회를
노력하고 있는 것이죠.
균형’을 맞추는 워크플레이스를 위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일과 삶의
건강 중심 조직문화를 정립하여 업무에
projec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노션의
‘오렌지 에너지 프로젝트(Orange energy
건강한 사내 문화와 환경을 만들기 위한
10주년을 맞이해 이노션은 연초부터
10주년 소문내기’!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여 ‘이노션의
백서에서는 창립 10주년을 위한 작은
약속하자는 의미에서 봄호 이노션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의 10년을
차곡차곡 쌓아온 지난 10년의 행적들을
이노션 월드와이드!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이노시안의 워크플레이스
이노션 창립 10주년 소문 내기
이노션 백서(白書)
plac
Life is Orange Spring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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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 / 정돈한 듯 정돈 아닌 정돈된 책상
탈탈 털어 넣은 회색박스 / 케이오스 /
매달아놓은 형태를 즐김) / 잡동사니를
인터스텔라(책상 위보다는 자석 파티션에
무엇이든 이루어지리라. / 레드, 핑크? /
/ Chaos / 혼란 / 깔끔이 / 손 뻗으면
저장고(Archive) / 부스럭 부스럭 / 도화지
인생공간 / 감방(感房) / 혼돈 속의 평화 /
역시나) / 먹고 일하고 놀고 잠자는
잡동사니에 너저분한데, 이곳 또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집에서도
귀퉁이 / 무질서 속의 질서 / 안에서
않을 만큼의 심플함 / 빅테이블의 한
/ White / 내일 떠나도 이상하지
정원 / 비움 / 일반적인 책상 / 자연주의
나의 워크플레이스 콘셉트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My Workplace Conc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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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놓은 표정이 흡사 거울을 보는 듯하다.
/ 달력 - 오늘 할 일을 빠뜨리지 말고 잘하자. / 멍한 표정의 스티키몬스터 피규어 3마리 -
된다. / 껌 - 케이오스가 지속적으로 케이오스일 수 있도록 입을 쉬지 않고 움직이게 한다.
캘린더(수동식 달력) - 하루하루 내가 신경 써서 옮겨놓지 않으면 나 혼자 과거에 머무르게
따라오는 스멜이 두렵지 않다. / 모니터 - 하루에 6시간 이상 쳐다보고 있는 것 / Moma
/ 향수 - 기분전환 / 우리 아기 사진 - 초강력 비타민 워터 / 향초 - 야근과 밤샘으로
정리된 페이퍼들 - 난잡함, 공간 정리를 하면서 아이디어도 정리한다. 책상에서 답을 찾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 책상에서 보냈다 생각하게 된다. / 불규칙하지만 나만 알 수 있게
/ 최대한 아무것도 없게 - 집중에 도움을 준다. / 하루 전 먹은 커피 컵- 컵 숫자에 따라
/ 슈퍼맨 - 고리타분하게 살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엽서 - 영감을 샘솟게 한다.
피규어 - 힘들 때 보면 아기자기한 것이 깜찍해서 3초 정도 힘이 난다. 요즘은 약해졌다.
사탕들을 보면서 내 인생의 유통기한을 생각한다. / 모니터 위에 붙여놓은 후치코 치어리더
다닌 녀석. 점심 먹고 시간이 남으면 베고 잔다. / 엄청 큰 춥파춥스 트리- 유통기한 지난
귀엽게 생긴 피규어라서 보면 즐겁다. / 인형 겸 쿠션 - 초년 차부터 함께 회사를 옮겨
기억해야 할 것들을 잊지 않게 해준다. / 귀여운 피규어 - OJT했던 팀에서 선물로 받았다.
늘 안정시켜주고 자라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 A4용지, 주변에 둘러싸인 종이 -
화분 - 삭막한 느낌의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눈이 편안해지는 공간이다. 지친 눈과 마음을
나의 워크플레이스를 상징하는 아이템 한 가지
‘이게 있어야 일이 굴러간다’
2
Part-1
구조 / 쾌적함(물리적인 면에서도 화학적인 면에서도 쾌적한 공간)
점심, 퇴근 시간 즈음에 바이오리듬을 끌어올려줄 수 있는 음악이 필요) / 열려 있고, 유동적인
효율적인 수납공간 / 편안한 의자와 분위기 햇살 깨끗한 공기 / 재택 근무 / 음악(특히 출근과
사유 / 칼퇴 / 상사의 정시 퇴근. 저녁이 있는 삶(단지 흉내일지라도) / 넓은 책상과 큰 모니터,
쉼터이다) / 유리창이 있는 방(유리창이 있지만 개인마다 자신의 공간이 보장되는 곳) / 느림과
책상 배치 및 조명의 활용 중요) / 도서관과 휴게실(도서관은 영감의 창고이고 휴게실은 영감의
좋은 산소 / 자유로움과 심플함 / 조명 및 인테리어의 차별화(꼭 비싼 것이라기보다는 자유스러운
/ 조금 더 편안한 의자(요즘 허리가 아프다) / 잠시라도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공간 / 자유 / 질
업무를 해야 할 때와, 함께 모여 작업해야 할 때 그 기능들이 잘 작용할 수 있도록 잘 조화된 공간
동시에 필요할 때는 효율적으로 타인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공간. 즉 개인의 역량을 발휘해
색감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 스탠딩 책상 / 폐쇄성과 공유 공간의 조화 - 개인의 독립성 보장과
생산성과 창의성을 더해주는 업무 공간의 필수조건
‘기억해, 내가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3
이노션 백서(白書)
눕는다. 자려고 하는 거 절대 아니다.
아니라면 다 좋다. 회사만 떠나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 책상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많이 떠오르고, 회사 화장실에서도 아이디어가 없을 때 잡생각이 많이 난다) / 회사 밖. 회사만
광고주가 될 수 있어서 다양한 입장에서 접근이 가능함 / 화장실(아침에 샤워하면서 아이디어가
의자에서 잡지를 보는 것도 좋다. / 텅빈 회의실,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선 내가 AE이자 CD이고,
의지가 불타오름. / 카페, 분위기 전환하면 아이디어 나오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편한
보며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나 자책이 시작되면 얼른 이 일을 끝내버리고 자유를 찾아야겠다는
/ 화장실 창문 밖 경치를 5분 이상 바라본다. 휴대폰에서 멀어진다. / 카페. 자유로운 인간들을
보지 않아도 든든한 기분이 든다. / 21층 이스턴 회의실 - 왠지 더 몰입이 잘된다. / 이노카페
고민은 사라지고 새로운 상상이 도는 느낌? / 피트니스 센터 샤워할 때 / 라이브러리, 자료를
사람들과 맥주 한잔하며 수다를 떤다. / 미장원.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자르고 만지면 묵은
있게 마련. 회사 안이든 밖이든 혼자서 깊게 집중할 수 있는 곳 / 프로젝트와 전혀 관계 없는
순발력이 필요한 공간 / 혼자만의 공간. 책상은 개인적으로 주어졌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복도-걸어 다니면서 아이디어가 생각남 / 화장실. 회사 내에서 가장 개인적인 공간이자 가장
가요. 시원하게 배설하는 사이 머릿속도 술술 정리되어 나오죠. / 사우나-생각을 비우기 좋음,
파묻고 있으면 세상 모든 근심을 내려놓게 됨 / 딱히 찾지는 않지만, 잘 안 풀릴 때는 화장실에
땐 그냥 끝없이 안 떠오름 / 독서실(집중공간), 그나마 집중이 됩니다. / 화장실. 무릎에 얼굴을
다른 분들과 잠시 충전의 시간 / 회의실, 라운지, 라이브러리 등 온갖 노력을 해도 안 떠오를
듣는 편입니다. / 화장실. 생각이 잘 나니까. / 잠깐 실외로 나갑니다. 혹은 다른 층 친구들이나
휴게실 / 퇴근을 합니다. 회사에서는 안 떠오르니까요. / 특별히 없고, 관련된 모임에서 이야기를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찾게 되는 곳은 어디?
‘그곳에 가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4
Life is Orange Spring 2015
56
직무 스트레스, 부부, 가족, 자녀, 재무 상담 등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Island(섬), 내 책상이 하나의 섬이고 우리 팀이 그보다 조금 더 큰 섬이라고 생각, 그 개념마다의 자유와 그 안에서의 소통이
활발해지면, 이노션이라는 거대한 아일랜드에도 그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지금 내 자리에 만족한다.
정신건강 프로그램인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형태의 1평 남짓한 공간들. 협소하지만 짧은 시간 집중력 있는 아이데이션이나 작업을 요할 때 아주 효율적으로 이용할
추가구매하여 적극적인 휴식을 통한 재충전을 돕고 있고,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부족한 운동능력을 개선할 수 있도록, 그룹 PT 등 체력 증진 클래스도 운영할 방침이다. 5월 이후에는 16층, 17층의 흡연실 공간을 사내 건강 공간으로 변경하여 ‘서서 일하기’를 실천할
사내 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노출이 전혀 되지 않는 시크릿한 침실이 있었으면 좋겠다. / 개인공간, 1인 독서실
되는 공간이니만큼 일하는 곳이 아닌 즐겁게 살아가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 4층에 집중업무공간 또는 17층 라운지 볼체어 /
적극 추진 중이다. 국민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한 무료 출장 체력 측정을 실시하고, 측정 후
직장은 개인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므로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 인상 쓰고 답답하게 있어야 일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수 있는 인프라 도입도 적극 검토 중이다. 개인&가족의 삶을 위해서는 휴양소 회원권을
완료했으며 향후 개인용으로도 배포 검토 중에 있다. 임직원 체력증진을 위한 프로그램도
정상화, 이노팟의 멀쩡함 등) / 혼자 쓰는, 칸막이가 있는 빅테이블 / 퇴근시간이 일정한 곳 / 딱히 없다. / 업무시간이 긴
수 있을 것 같다. / 공간이 자유로운 Workplace가 아닌 시간이 자유로운 Workplace / 안마사가 있는 회사 / 주중 낮에
비치했다. 1차 배포후 직원들의 호응에 부응하고자 2회에 걸쳐 150개의 짐볼을 회의실에 비치
크리에이티브한 것 / 온라인상의 워크플레이스가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빠른 인터넷, 멀쩡한 노트북, 게티이미지 사이트의
집중해서 일하고, 주말과 저녁에는 나와 내 가족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 /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자세교정을 통해 체형 교정 효과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각 회의실마다 짐볼 의자를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한편 견과류와 해독주스 판매를 시작했다. 2월에는 이노시안의 바른
운영이다. 이노키친에서는 매일 저염과 웰빙 위주의 식단을 구성하며, 이노카페는 웰빙
건강한 직장생활 아이템으로는 1월부터 추진된 이노키친과 이노카페의 건강 포커싱 메뉴
나눠서 아이템을 발굴해 도입해나갈 예정이다.
균형’을 맞추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크게 직장생활과 개인&가족의 삶, 두 가지 파트로
스탠딩 책상 / 내가 원하는 자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업무생산성이 향상될 것 같다. / 공간 자체가 조금 더
현재 이노션에서 내가 꿈꾸는 워크플레이스는?
‘이런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
5
통칭한다. 이는 이노션의 건강 중심 조직문화를 정립하여 조직에 활력을 부여하고 ‘일과 삶의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여 에너지 회복을 도모하는 Vitalizing 아이템 전체를
오렌지 에너지 프로젝트는 일과 삶 전반에서 이노시안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Orange Energy Project란?
58 Life is Orange Spring 2015
Part 이노션 창립 10주년 소문 내기
이노션 백서(白書)
2005년 창립 당시 20층 로비 모습
Beyond [ ]’는 2006년 사내 경쟁 PT를 통해 선정된 것이다. 사람, 시장, 비즈니스 등 확장 가능한 괄호 속의 무한한 영역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미처 찾아내 지 못했거나 알려져 있지 않은 진실과 가치를 발견하고 자 하는 회사의 의지를 표현했다. 당시 전체 직원수가 200명(현재 본사직원 630명)이던 이노션은 2007년 1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롤링힐스’ 에서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시사회 형식의 비 전 선포식을 열었다. ‘비전 페스티벌’이라는 이름 아래 이노션의 스타인 임직원들이 레드카펫을 통과하여 포
에 선보인 광고는 바로 기아자동차 오피러스 광고. 당 시 멀티로 3편이 제작된 이 광고는 루이 암스트롱의 명곡인 ‘What a Wonderful World’를 BGM으로 사 용한 것으로 유명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온에어된 현대자동차 투싼의 광고는 기존 자동차 광고의 틀을 깨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타깃의 문화와 트렌드, 인사이 트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 당시 메트로섹슈얼과 콘트 라섹슈얼이라는 트렌드를 이끈 이 광고는 ‘사랑 앞에 직급 차이는 없다’ ‘강한 여자는 여린 남자에게 끌린 다’ 등의 도발적(?)인 카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알 만한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이노션의 10년! 몇몇 이노시안의 입을 통해 오르내리며
심공유가치를 알리기 위한 영상 발표와 본부별 비전 소 개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이날 공표한 핵심 공유가
화 연결음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신인이었 던 배우 이진욱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광고!
궁금한 건 아니죠? 다들
Integration’이다.
치의 4대 축이 ‘Insight, Globalism, Professionalism,
로 시작되었고 본 행사에서는 비전 스테이트먼트와 핵
골라봤습니다. 이런 거, 편집팀만
궁금해하신 것… 맞죠?
토 월에서 개별 사진촬영과 칵테일 파티를 즐기는 것으
BGM으로 사용된 Des’ree의 ‘You Gotta Be’는 광고 가 온에어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휴대폰 벨소리와 통
소문으로 떠돌던 이야기 중에서
과거를 살짝 돌아보고자 하는데요,
있기까지 든든한 발판이 되어준
그 두 번째로 지금의 이노션이
‘이노션의 10주년 소문 내기’!
10주년을 위한 작은 기획, 이름하여
이노션 백서가 준비한 창립
지금도 이노션 명함의 뒷면을 장식하고 있는 ‘Discover
2005년 5월 17일, 이노션 창립 이후 처음으로 세상
02
이노션의 비전 슬로건을 직원들이 만들었다던데?
01 이노션이 제작한 첫 광고는?
이노션을 둘러싼 5가지 소문과 궁금증
우우~ 풍문으로 들었소!
-2 2005년 창립 당시 20층 대회의실 모습
새롭게 제작된 이노션 명함
2007년 비전 선포와 함께
현대자동차 투싼 광고(2005)
기아자동차 오피러스 광고(2005)
이노션 백서(白書)
이노션 미국법인에서 바라본 헌팅턴 비치 이노션 미국법인의 모습
Life is Orange Spring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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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면 서핑을 하러 간다’는 소문도 그중 하나. 드라마 < 상속자들>에서 김탄(이민호)이 서핑을 즐기던 해변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그곳이 바로 미국법인(IWA)이 위치한 오렌지 카운티의 헌팅턴 비치이다. 전 세계 서 퍼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헌팅턴 비치에서 근무하는 미국법인의 이노시안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 면 뱅뱅사거리와 강남역을 거니는 본사의 이노시안만 큼이나 자연스럽게 바닷가로 향한다고 한다. 2010년 8월 사무실을 헌팅턴 비치로 이전한 미국법
헌팅턴 비치 쓰레기 줍기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미국법인의 공식 페이스북에 사용자가 ‘좋아요’를 누 르면, 건당 쓰레기 한 조각을 줍고 지역 환경보단체 서 프라이더 파운데이션(Surfrider Foundation)에 1달러 씩을 기부하며 해양 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환경보호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원했다.
스낵 등의 간식들이 여기저기 펼쳐지고 삼삼오오 둘 러앉아 간식을 나눠 먹는 간식 타임이었기 때문. 졸음 과 배고픔이 동시에 밀려오는 나른한 오후에 잠시나 마 휴식을 취하고 직원들 간에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 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시작으 로 던킨도너츠, 파리바게트 빵, 종로김밥, 도미노피자, 과일세트와 떡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메뉴를 자랑한 이노션 간식. 이노션의 오후를 책임지는 힘의 원천이 었다. 당시에는 본부별로 간식이 배급되었는데 각 팀 의 막내들은 얼마나 간식을 잘 사수해오느냐가 사랑 받는 막내의 조건이었다고(해산물을 좋아하는 선배 를 위해서는 해산물 버거를, 고기를 좋아하는 선배를 위해서는 고기버거를 사수해야 했던 이래저래 고달픈 막내들…). 광고주 보고라도 들어갔다 오는 날이면 간 식이 동이 나서 옆 팀 막내들에게 부탁하는 일도 부지 기수. 당시 4시의 간식문화는 안 고프던 배를 고프게
스타들과도 친하게 지낼 만큼 당시의 주요 고객은 단
연 이노시안이었는데, 2007년 2월, 이노카페가 생긴
이후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이노시안이 급격히 줄어들
게 되면서 스타벅스 매니저 언니도 슬퍼했다는 후문
이다. 사실 스타벅스가 문을 닫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
데, 우연인지 아닌지 이노카페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
아 스타벅스는 문을 닫게 됐다. 이노시안이 사랑하는
이노카페는 한 번의 확장과 리뉴얼을 통해 현재의 모
습이 됐다. 이노션을 방문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만나
게 되는 20층의 이노카페! 이노시안이라면 누구든지
이용 가능하고 매월 2만 원은 회사에서 지원도 해준
다. 초과되는 금액은 개인이 부담하지만, 이 역시 사회
공헌기금으로 뜻깊게 쓰인다. 티타임을 즐기면서 기부
도 할 수 있으니, 자주자주 이용하자!
키친이 오픈하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술(?)을 부리다가 2008년 창립 3주년 기념으로 이노
만들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살을 찌우게 만드는 마
이 있다. ‘미국법인(IWA)은 일하다 아이디어가 안 나
있었다. 시간 맞춰 사무실 안으로 도착되는 빵, 과일,
크타워 1층에 있었던 건 스타벅스였다. 매니저와 바리
인은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고자 페이스북을 활용한
이노션의 해외법인에 대한 궁금증과 이런저런 소문들
오후 4시가 되면 이노션의 업무가 잠시 중단된 적이
지금은 달콤커피가 자리 잡고 있지만, 2005년 랜드마
미국법인은 일하다가 서핑을 한다는데?
05
이노키친의 전신이 ‘4시 간식’?
04
이노카페가 스타벅스를 이긴 사연?
03 2007년 20층에 오픈한 이노카페
소개된 ‘4시의 즐거움’
2007년 당시 홈페이지에
creator’s note
02 creator’s note Orange Energy Project 오렌지 에너지 프로젝트 이노시안의 건강과 에너지 회복을 도모하는 이노션 사내 프로그램. 지난 2월 11일 부터 3단계 스텝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 첫 번째로 의자 대신 짐볼을~ 업무의 집중도 향상은 물론, 근육 단련까지!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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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Spring 2015
‘진짜’를 만드는 ‘진 짜’ ‘토크쇼의 제왕’으
프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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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불리는 래리 킹 을 우리나라 광고에 서 보다니! 래리 킹 아니었다. ‘설마 래 이 현대캐피탈 광고 리킹이겠어? 합성 에 등장했을 때 자 이겠지, 아니면 비 신의 눈을 의심한 슷하게 생긴 사람이 사람은 분명 한둘 궁금해진다. 그래서 던 가 .’ 하 지 이 만 래리 킹을 광고모델 그는 진짜 래리 킹 이었고, 이쯤 되니 로 기용해 화제가 이 광고를 만든 사 된 현대캐피탈 광고 그들은 친한 친구 람들은 누굴까 캠페인의 숨은 공 사이처럼 광고 안팎 신들을 한자리에 모 의 진솔한 이야기를 았다. 바쁜 시간을 가감 없이 풀어놓 쪼 개 오랜만에 만난 았다. INTERVIEW. 이나 영 CD (INNOCE
PHOTOGRAPH.
AN Worldwide) + 서민정 대리 (IN NOCEAN World Studio 1839 COO wide) + 유성훈 감독 PERATION. 더 팬케 (Element) + 조진 이크 에피데믹 (TP 호 실장 (굿럭) E) TEXT. Life is Ora
nge 편집팀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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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킹이 맞습니다 이나영 CD(이하 이) 다들 바쁘실 텐데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얼마 만에 모이는 거죠? 서민정 대리(이하 서) CD님과 저는 매일 보는 사이고, 감독님과 실장 님은 작년 11월 LA 촬영과 편집작업 이후로 처음 뵙죠. 조진호 실장(이하 조) 이전부터 현대캐피탈 일을 함께 해와서 알고 지 낸 지는 꽤 됐지만 이번 프로젝트 끝나고는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유성훈 감독(이하 유) 저는 이 프로젝트에서 처음으로 함께했는데, 정
설마 래리 킹일 줄은 다들 생각을 못하더라고요. 재연배우를 썼냐는 이야기도 들리고, 자료 화면에 입 모양을 합성한 줄 알고 물어보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진짜 찍은 거라고 했더니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참, 지난주에 다시 수정 편집하느라고 CD님과 만났었죠. 이 이번 광고에 대한 뜨거운 반응 덕분에 소재가 하나 더 늘게 됐어 요. 거기다가 원래는 3개월 계약이었는데 더 연장해서 6개월 프로젝트 가 됐고요. 함께 고생해주신 덕분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래리 킹 광 고가 합성이고 CG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서, 오늘 이
조 다행히도 래리 킹이 한국이라는 곳을 알고 있더라고요. 촬영 때 알
자리에서 그런 오해들을 좀 풀어보려고요.(웃음)
았지만 친한 친구가 촬영장에 왔는데, 그분 와이프가 한국 분이었어
유 맞아요. 설마 래리 킹일 줄은 다들 생각을 못하더라고요. 재연배우
요. 그래서 더 긍정적으로 생각한 면도 있고, 마인드 자체도 호의적이
를 썼냐는 이야기도 들리고, 자료 화면에 입 모양을 합성한 줄 알고 물
라서 잘 풀린 것 같아요.
어보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래서 저희가 진짜 찍은 거라고 했더니 많이
서 실제 촬영장에서는 감독님이 제일 많이 긴장하셨죠? 식은땀을 흘
놀라시더라고요.
리시더라고요.
이 이게 금융상품이다 보니, 모델을 가짜로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
유 저는 딱 가지 표정만 계속 기억에 남아요. 래리 킹이 촬영 들어갈
어요. 사실 처음 생각한 것은 토크쇼 툴이었죠. 토크쇼를 가지고 어떻
때는 정말 열심히 해주시는데, 한 테이크가 끝나고 ‘컷’ 소리가 나면,
게 해볼까 하다 보니 래리 킹이 가장 신뢰도와 임팩트가 있겠구나 싶
(래리 킹 특유의 표정을 따라 하며) 다들 아시죠?
더라고요.
일동 맞아요, 맞아!(웃음)
서 그리고 현대캐피탈에서 진짜 몇 년 만에 ‘개인리스’라는 이름으로
이 ‘빨리 안 끝내고 뭐하냐, 이제 그만해라’ 아마 그런 의미의 표정이었
새롭게 상품이 나온 거잖아요. 래리 킹 본인도 20년 동안 개인리스를
을 거예요. 그래도 여러 번 안 시키고 끝내려고 저희는 카메라 5대 놓고
이용한 마니아이기도 하고, 그를 모델로 택한 건 정말 ‘신의 한 수’인 것
찍었잖아요. 그림 위에다가 내레이션 더빙을 하는 거면 조금 덜한데 30
같아요.
초를 다 토크로 가야 하는 거라서 초 수 맞추느라 신경을 많이 썼죠.
이 섭외과정이 힘들긴 했어요. 광고주 쪽에서도 좋다고 했지만, 래리
유 그리고 실장님이 현장 편집을 하셨어요. CD님은 현장에서 카피를
킹 쪽에 모델 제안하고 피드백 받기까지 한참 기다렸어요. 촬영 전까지
줄이시고….
도 세부 협의하느라 애먹었죠. 그때 조 실장님이 이쪽으로 경험이 많
이 카피를 줄였다, 늘렸다 해서 듣기 평가하는 기분이었어요.(웃음)
으시니까 발 빠르게 알아봐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서 광고주 분들도 현장에 같이 계셨는데, 저는 기획 쪽이다 보니 중간 에서 바로 바로 피드백 받고, CD님과 감독님, PD님께 바로 말씀 전해 드리는 일을 했었죠. 어휴, 래리 킹은 그 아우라가 장난 아니었어요.
촌각을 다투는 촬영장 이나영 CD(좌) 많은 프로덕션의 PD들과 감독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는 유능한 CD. 래리 킹을 기용한 이번 현대캐피탈 광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또 한번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유 래리 킹 씨가 하루에 8시간씩 촬영장에 있을 수 있었어요. 그 8시간 에는 헤어메이크업, 의상 시간까지 포함되어 있었죠. 그리고 저희가 크 게는 5편이었지만 그중에 3편은 30초짜리여서 총 8편으로 생각했거든 요. 시간 계산을 하고 작전을 짜는데, 저와 CD님의 욕심은 게스트들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뀌면 세팅까지 바꾸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세트장에서 어떻게 효율
서민정 대리(우)
적으로 백 그라운드를 바꿀 것인지 작전을 짜는 것이 큰 숙제였어요.
냉정해 보이는 첫인상을 가졌지만, 알고 보면 인간미 넘치는 매력의 AE. 입사 2년 차 때부터 이나영 CD와 현대캐피탈 관련 프로젝트를 담당해오고 있다. 이제는 척하면 척! 파트너로서 서로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이 맞아요. 래리 킹이 옷 갈아입을 동안에 저희는 세팅을 빨리 바꿔야 했거든요. 유 시간에 대한 압박감은 좀 있었지만 꽤 스릴 있었습니다. 조 생각해보면 평균 두 시간 반 정도에 한 편을 찍은 거죠.
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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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그냥 세 테이크씩 가고 끝낸 것 같아요. 한국처럼 융통성 있게 ‘더
우리 사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갑시다!’ 그런 것이 안 되는 문화였던 것 같아요.
서 그럼 이제 오글거리는 타임으로 가볼까요? 일하면서 서로에 대한
유 얼터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문화가 없는 데다가, 모델이
고마움이나 계속 이렇게 일하게 되는 서로의 매력 같은 게 있을까요?
래리 킹이어서 시간에 대한 정확한 계산이 필요했어요.
여기서 다들 말이 싹 없어지는데요.
조 외국 같은 경우는 사전에 모든 계획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
이 이게 타이밍이 있잖아요. 먼저 하는 게 유리할까, 나중에 하는 게
어지고, 모든 결정이 난 다음에 배우들은 딱 그것만 하니까요. 그런데
유리할까….(웃음)
저희는 상황에 따라 긴박하게 움직여야 하고, 변수들을 해결해야 하니
조 그럼 저부터 할게요. CD님께 늘 고마운 건 이런 재미있는 일들을
까 힘들었죠.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니까. 제 입장에서는 파트너십으로 느껴
이 사실 래리 킹만큼 상대 배역들도 상당히 중요했거든요. 그래서 이
지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만족도도 좋고
번에는 모델을 고르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재미있었던 건, 그 모델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거고요.
들은 자기가 상대할 배우가 래리 킹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가 촬영장에
이 조진호 실장님과 하면 일일이 다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 수월함이
와서야 알았다는 거죠.
있어요. 이렇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쉽고,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
조 맞아요, 비밀로 했었죠. 현장에서 몇 명은 난리가 났었어요.
도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오랫동안 일을 해와서 이런 부분이 좋고, 유
유 경제학자로 출연한 분은 모델 테스트할 때는 참 능글맞고 재미있
감독님과는 이번이 첫 작업이었는데 정말 열심히 해주셨어요.
게 잘했거든요. 그런데 현장에 와서는 경직돼서 우리가 캐스팅할 때 본
유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현대캐피탈 광고에 래리 킹까지 등장
그 느낌이 안 나는 거예요.
하는 큰 프로젝트를 맡겨주셔서 부담감과 책임감이 굉장했거든요. 그
서 가뜩이나 제일 처음 촬영을 해서….
래도 좋았던 건, CD님과는 직접 만나서 대화할 기회가 많았다는 거예
이 약간 거만하게 “나 경제학자야~”라고 말해야 하는데, 눈빛이 흔들
요. 바로 바로 얘기하면서 진행하는 그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리고 자기도 모르게 공손해져서….(웃음)
이 이번 프로젝트는 유난히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
조 래리 킹도 보안 유지를 부탁했고, 저희도 그게 노출이 되면 오버를
었던 것 같아요.
한다든지 그럴 것 같아서 비밀로 했어요. 리허설 때는 잘하더니, 본 촬
조 원래 CD와 감독은 촬영현장 외에는 만날 기회가 많이 없는데 말이죠.
영에 들어가서는 눈을 못 마주치더라고요.
이 그리고 민정 대리는 이제 5년 봤나? 서로의 성장단계를 다 지켜봤
이 재미있었던 건, 모델 테스트할 때, 각자 그 역할에 지원한 사람들이
죠. 처음에는 어리바리했는데, 이제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이렇게 하
캐릭터 의상까지 신경 써서 준비해왔어요. 안경 같은 소품도 준비하고,
면 광고주가 좋아할 수 있겠네’ 하는 수준까지 됐어요.
나름대로 캐릭터를 연구해와서 연기를 하더라고요.
서 CD님은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사원 2년 차 때 봐서 처음에
서 자세히 보면, 직업도 다 저희 개인리스 상품을 팩트별로 연결한 거
는 엄청 무서웠어요. 더구나 여자 CD님이라서….
예요. 경제학자, 트렌드 매거진 기자, 패션디자이너, 래퍼, 록밴드까지
이 너도 여자잖아!(웃음)
그냥 정한 게 아니라, 상품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상황에 맞는 배역
서 전 아랫사람이니까요. 사실 초반에 현대캐피탈 브랜드가 쉽지 않
을 만들고 카피를 쓴 거죠.
았거든요. 금융이니까 더 어려운 부분이 있고, 아무것도 스터디가 안
조 아, 그리고 원래는 카피가 다 한글이었잖아요. 똑같은 내용이라도 한
된 상태에서 CD님과 마주쳤을 때라서 거리감도 있었어요. 하지만 함
국어로 30초가 영어로도 30초라는 법은 없으니까 번역이 큰 문제였죠.
께 브랜드를 공부하고 성장해가면서 어느새 가까워지고, 이제는 업무
이 카피 작업하는 데 정말 어마무시한 시간이 걸렸어요. 저는 한국말
파트너이자 언니 같은 존재가 되셨죠.
로도 30초를 떠드는 광고를 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건 30초 내내 영어로 얘기해야 하니까. 그리고 모델도 그냥 모델이 아니잖아요. 언제 생길지 모를 변수에 대한 것들까지 다 계산해서 진행해야 돼서 다른 촬영에 비해 훨씬 힘들었어요. 유 수위 조절하는 데도 많은 신경을 쓴 것 같아요. 래리 킹이 나오지 만 너무 유머로 흘러가면 정보 자체가 격이 떨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로 재미없을 수 있으니까요. 적당한 선을 찾는 게 어려운 건데, 카피를 정말 맛깔나게 잘 정리해주셨어요. 이 우리 카피라이터가 울었잖아요. 래리 킹처럼 말 잘하는 사람의 카 피를 자기가 써야 되니까. 서 그래도 별탈 없이 잘 끝내서 천만다행이에요. 유 촬영은 해피엔딩이었어요.(웃음)
현대캐피탈 광고에 래리 킹까지 등장하는 큰 프로젝트를 맡겨주셔서 부담감과 책임감이 굉장했거든요. 그래도 좋았던 건, CD님과는 직접 만나서 대화할 기회가 많았다는 거예요. 바로 바로 얘기하면서 진행하는 그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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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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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 기획이랑 제작은 자칫 말을 잘못하면 서로의 오해를 살 일들 이 많거든요. 민정 대리와는 오래 일을 해오다 보니 어떤 의도로 얘기 했는지 아니까 감정 상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서 진짜 눈빛만 봐도 서로 알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된 것 같아요. 그 리고 조진호 실장님과는 프로젝트 PT 준비를 몇 번 했는데, PT가 돼 서 제대로 진행한 프로젝트는 이번 래리 킹 광고가 오랜만인 것 같아 요.(웃음) 항상 열심히 해주시고, 이번 캠페인이 잘 마무리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포맷 자체가 새로웠어요. 현대캐피탈 광고를 몇 년 동안 해왔지만, 광고 안에서도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고, 현재 나오는 광고들과도 차별화된 것이기 때문에 제겐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조 별 말씀을요, 제가 더 감사하죠. 유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자리에 정찬도 촬영감독님도 같이 계셨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조 저도 최근에 만든 광고 중에 제일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요. 현란
이 사실 이 광고가 워낙 큰 프로젝트라서 함께 고생해주신 고마운 파
한 광고도 아니고, 그림이나 내용, 세팅을 보면 그냥 담백하거든요. 각
트너들이 많아요. 정찬도 촬영감독님, 김광석 편집실장님, 모델 에이전
편마다 공들여서 찍고 고생한 것도 있지만, 이런 느낌의 광고가 저는
시 분들….
좋더라고요.
유 아! 그리고 레디의 최기석 실장님!
이 포맷 자체가 새로웠어요. 현대캐피탈 광고를 몇 년 동안 해왔지만,
이 맞아요. 최기석 실장님 정말 고생 많으셨죠. 마치 수상 소감을 말
광고 안에서도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고, 현재 나오는 광고들과도 차별
하는 것 같지만.(웃음)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많은 분들이 떠오
화된 것이기 때문에 제겐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르네요.
서 그리고 현대캐피탈에서는 거의 모델을 안 쓰기로 유명한데 그냥 모
조 이렇게 네 사람이 모이는 것도 가능할까 싶었는데, 다 같이 오랜만
델도 아니고 파격적이고 상상할 수 없던 인물이 나오니까 더 의미 있
에 보니 재미있고 좋습니다.
는 것 같아요.
유 CD님과 실장님은 워낙 바쁘셔서….
이 사실 현대캐피탈이니까 가능했던 거예요. 광고주가 그 정도를 수
서 저도 바빠요!(웃음) 무엇보다 이번 광고 작업에 함께해서 좋았고,
용할 수 있는 분들이었으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힘들었죠.
콘티에서 느껴진 걸 그대로 구현해낸 결과물을 볼 때마다 정말 신기
조 결정을 잘해주신 것 같아요.
하고 뿌듯해요. ‘과연 그렇게 나올 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나왔잖
서 항상 저희랑은 케미가 좋아서…. 꼭 적어주세요, ‘환상의 궁합’이라고!
아요.
유 그리고 괄호 안에는 ‘모두가 동의함’이라고.(일동 웃음)
조진호 실장(좌) 프로덕션 ‘굿럭’의 대표 PD. 이나영 CD와 현대캐피탈 광고를 오랫동안 함께 해오면서 믿음직한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 유성훈 감독의 증언에 따르면 변함없는 성실함과 필요 이상의 꼼꼼함으로 부하 직원들의 원성(?)을 사는 일이 잦다고 한다. 유성훈 감독(우) 이제 독립한 지 4년 차에 접어든, 대박 가능성 다분한 감독. 이번 현대캐피탈 래리킹 광고 프로젝트를 훌륭하게 완수해내면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덕분에 요즘은 디졸브로 밀려드는 PT건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2014.11. LA광고촬영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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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주 법인장의 마드리드에서 마주치는 시간들
Marsala, Sicily & Open Minds
마르살라, 시실리 그리고 마음의 문 TEXT. 장인주 국장 (INNOCEAN Worldwide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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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살라(Marsala)’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와인을
몸과 마음, 영혼을 풍성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점령, 한여름 고속도로 옆에 무리를 지어 늘어선 노란색
좋아하거나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미 들어봤을 수도
직접 마르살라 와인을 마시면서 경험한 마르살라 색의
해바라기 꽃의 열병식(閱兵式), 그리고 이 같은 강렬한
있겠다. 마르살라는 이탈리아 시실리(Sicily)에서 나는
느낌은 이른 봄이 시작되던 1월의 시실리 들판의 색감과
색들의 스펙트럼 중간중간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와인의 이름이자, 색을 다루는 업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유사하면서도 조금은 달랐다. 시실리 들판의 색감은
미묘하게 다르고 그러면서도 존재감이 뚜렷한 수많은
가진 ‘팬톤(Pantone)’이라는 회사가 선정한 2015년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한 연두색 싹과 강렬한 대비를
색깔의 경쟁…. 이런 대자연 속에서 살던 사람들은
올해의 색이다. 와인 초보이자 AE 출신인 내게는 모두
이루면서 햇빛이 주는 생명력을 강하게 잡아두려는
자연이 주는 다양한 색감에 대해서 무척 열린 마음을
익숙하지 않은 영역이다.
듯 다소 거칠고 들뜬 느낌이다. 반면 마르살라 와인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처음 색깔을
뜨거운 시실리의 햇볕 아래 포도 열매가 익어가고 또
배우게 되는 것도 자연에서 온 과일과 꽃, 나무를
‘마르살라’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 1월 시실리에서
와인으로 변모하면서, 여전히 따뜻하고 풍성하지만,
통해서였고, 다양한 색감을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을
열린 이탈리아 기아자동차 행사 때였다. 알고 보니
조금은 진정되고 편안해진 느낌이다. 내게는 2014년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넓은 스펙트럼을 만들게 될 것
마르살라는 시실리 남부에 있는 작은 항구 도시의
올해의 색이었던 ‘레디언트 오키드(Radiant Orchid
같다. 그런 햇빛과 자연이 없었다면 인상파 화가들도,
이름이고, 와인의 이름 또한 이 지명을 따서 만든 것이다.
18-322)’보다는 조금 더 성숙하고 차분한 느낌이다.
그들의 걸작들도 만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랍어로 ‘신의 항구 (Marsah-el-Alla)’라는 뜻을 가진 마르살라는 단맛이 강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아
처음 유럽에서 근무하게 됐을 때 어느 날 회의 석상에서
카놀리(Cannoli)나 카사타(Cassata) 같은 시실리 특유의
만난 이탈리아 출신의 광고주 모습이 문득 기억난다.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먹기에 그만이다. 마르살라는
그는 정장 바지 안에 한쪽에는 짙은 파란색 양말을,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 중 프랑스 보르도 와인을
그 반대쪽에는 짙은 빨간색 양말을 신고,
대체할 와인을 찾던 영국 상인, 존 우드하우스(John
긴 다리를 자연스럽게 꼬고 앉았다. 자연스럽게 꼬이는
Woodhouse)에 의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고 한다.
기럭지보다도 정반대인 양말 색깔의 대비와 그의
다른 디저트 와인처럼 멀리 운송하기 좋도록 알코올
자신감이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 모든 사람이 그처럼
도수를 올리게 되면서 시실리를 대표하는 와인 중
강렬한 원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색에
하나가 됐다.
대한 그들이 관심과 포용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일상의 대화에 등장하는 색깔의 이름도 빨강, 노랑, 파랑을
2015년 팬톤이 선정한 마르살라(Marsala 14-1838)
넘어서 참 다양할 뿐 아니라 성별과 나이에 개의치 않고
색은 사실 마르살라 와인의 한 종류에만 해당된다. 마르살라 와인은 어떤 포도 품종을 쓰는가에 따라 황금색, 호박(보석/amber)색, 그리고 좀 더 갈색에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을 볼 수 장인주 이노션 스페인법인/이태리법인 법인장. 2005년부터 이노션 해외광고팀을 시작으로, 유럽본부, 러시아법인을 거쳐 현재 스페인법인과 이태리법인을
있다. 정답은 당연히 없으며, 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대로, 자기 눈에 익숙한 대로, 때로는
책임지고 있다. 스포츠와 글쓰기라는 두 갈래의 관심사를 소일거리로 삼고 있다.
가까운 자주색, 이렇게 세 가지 색을 띠게 된다. 팬톤은
강렬하게, 때로는 원만하게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그중에서도 레드 와인 계열인 ‘갈색에 가까운 자주색’을
보게 된다.
2015년 색으로 선정했다. 아마도 마르살라 와인은
마드리드와 밀라노를 오가면서 이 두 나라의 날씨에
올해의 색깔로 선정된 덕분에 더 유명해질 것으로
무척이나 부러움을 느낀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한
며칠 전 막바지 겨울 세일을 하던 백화점에서 목도리
보인다. 나 같은 와인 초보자도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까
해 내내 찬란하게 빛나는 햇빛을 볼 수 있다. 특히
하나를 샀다. 색깔이 유난히 눈에 띄길래 집어 들었는데,
말이다. 이미 몇몇 화장품 브랜드가 마르살라 관련
남부 지역으로 가면 마치 밝은 무대 조명이 주인공을
집에 돌아와서 태그에 표시된 색상을 보니 ‘Deep
메이크업 상품을 선보였고, 패션 업계, 인테리어 업체
돋보이게 하듯, 찬란한 햇빛은 자연이 지닌 본래의
Pink’라고 되어 있었다. 유럽에서 지낸 몇 년의 시간
등에서도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모습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다. 자연이 곧 이 세상의
동안 나도 모르게 어느새 좀 더 용감해진 걸까? 과거의
주인공임을 아주 분명하게 선언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라면 핑크색 근처에도 못 갔을 것이다. 이것도 작은
팬톤 홈페이지에 의하면 마르살라를 2015년의 색으로
이탈리아 남부에서 본 지중해의 투명한 푸르름, 이른 봄
용기와 열린 마음이라면 더 많은 것에 용감해지고 또
선정한 이유가 이 색이 자신감과 안정감을 주면서 우리
녹색 들판을 강렬한 대비로 물들이던 붉은 양귀비 꽃의
열린 마음이고 싶다.
Orange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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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식 카피의 ‘우아’를 위한 시간
The Elegance of Walking
‘걷는다’는 우아함 TEXT. 서재식 대리 (카피라이터, INNOCEAN Worldwide)
Life is Orange Spring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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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친구들과 스웨덴으로 여행을 떠났다. 당시
식탁, 의식 있는 소비에서도 시작될 수 있지만,
걸으며 차라투스트라의 구상을 떠올린 니체가 그러했고
나는 무척 지쳐 있었고, 무엇보다 두려움에 떨고
나는 ‘우아함’의 첫 번째 실마리를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파리와, 아프리카 사막을 걸으며 불후의 작품을 남긴
있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것들에 내 달력은 미친 듯이
행위, ‘걷기’에서 찾았다. 그리고 하루 1시간 정도는 꽤
랭보가 그러했으며 한 술 더 떠 루소는 걸어야만 오직
넘어갔고 나는 그것이 두려웠다. 그 모습이 마치 손쓸
우아하게 걸으려 노력한다.
진정으로 생각하고 구상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어째서 ‘걷기’가 우아함이 될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나도 아이디어가 막힐 때면 회사 주변을 걸어본다.
사람도 있고 “네 걸음은 뒤뚱뒤뚱하던데?”라고
그리고 아주 가끔은 ‘걷기의 신’이 “옜다~” 하며
도착한 곳에선 많은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느
지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1000% 인정한다) 어쨌든
던져주는 영감의 혜택을 받기도 하지만(대부분은 그
여행지처럼 이제껏 보지 못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꽤 우아하게 걷고, 사실 우리 모두에게 걷는다는
다음 날 깔끔하게 휴지통으로 직행한다) 사실, 내가
이제껏 맛보지 못한 음식과 공기와 거리와 북유럽의
행위는 아주 우아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느끼는 걷기의 가장 좋은 점들은 바로 천천히 생각하고
수 없이 떠내려가는 TV 속 조난자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 순간 나는 떠났다.
미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솔직히 말하자면 미녀들은
찬찬히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에서 온다. 모든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그냥 신기루처럼 존재했을 뿐).
것이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는 일과 속에서 나만이
그러나 그중 가장 반가운 것은(심지어 스톡홀름의
향유할 수 있는 ‘내적인 은신처’로 들어서는 것이다.
미녀보다 반가운 것은) 그곳에 존재하는 어떤
울창한 숲은 아니지만, 가지런히 서 있는 가로수들
우아함이었다.
사이를 한가로이 걷다 보면, 계절의 흔적도 느낄 수 있고 너무 좁고 조급하게만 생각한 문제들에 대해 조금은
노란색 가로등, 가로등 따라 흐르는 강물, 강물 따라
여유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드리워진 돌길, 돌길 따라 레스토랑, 그 틈새로 새어 나오는 음악, 음들 사이 느리게 걷는 사람들. 이 모든
이때 중요한 건, 그 순간에 온전히 몰입하게 해주는
것들 위엔 확실히 왠지 모를 ‘우아함’이 있었고 그것은
음악이다. 나의 경우 ‘어떤 음악을 듣느냐’가 곧 ‘어떤
‘여유로움’이나 ‘느림’ 혹은 ‘부유함’이라는 단어로도
생각을 하느냐’를 좌우하는데, 처음엔 그날그날의
대체될 수 있었지만 사실은 그 무엇으로도 부족했다.
기분과 거리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선곡해 듣다가 요즘은 ECM이나 Blue Note와 같은 레이블의 음악을 한
그때부터였다. 내가 ‘우아함’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그것은 비싸거나 화려한 것을 의미하지도 왠지 모를 고고함을 뜻하지도 않았다. 어렴풋했지만,
서재식 카피라이터. Daft Punk 형님들이 가르쳐 이르신 “Work it harder, make it better. Do it faster, makes us stronger” 와 더불어 ‘Happier’를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장 한 장 곱씹어 들어본다. 확실히 경쾌한 음악을 들으면 긍정적인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고, 차분한 음악을 들으면 평소보다 깊어진다.
왠지 하루를 대하는 속도 혹은 방향에 관한 문제로 보였으며 나는 막 OT를 받은 신입사원처럼 두렵지만
걷기는 또한 가장 아날로그적인 행동인 동시에
설레는 마음으로 그 실마리들을 하나씩 찾아가보자
프랑스의 철학자, 프레데리크 그로의 <걷기, 두 발로
가장 트렌디한 행동이 되기도 한다(적어도 <GQ>나
했다.
사유하는 철학>에 따르면, 걷기는 단지 한쪽 발을
<에스콰이어> 읽기보다는 훨씬) 우리는 걸으면서
다른 쪽 발 앞에 내딛는, 일상적인 동작을 기계적으로
유행하는 옷차림을 살펴볼 수 있고, 새로 생긴
‘우아’를 위한 시간들이야말로 미친 듯이 넘어가는
반복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걷기를 통해 우리는
잡화점이나 편집 숍에 들러 최신의 욕구들을 구경할
달력의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춰주고 휘몰아치는
우리의 생각을 자극하거나 정화할 수 있으며 하루가
수도 있으며, 두 달 전만 해도 세탁소였지만 지금은
급류에서 붙잡아주며, 메마른 일상에서 더 자주 ‘우아~’
멀다하고 더 빠른 LTE가 나오는, 현대의 속도로부터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거듭난 PUB에 들러 맥주를 마실
하며 감탄하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기
벗어날 수 있다.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걷는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을 사랑하면서 한 뼘 더 우아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
때문이다.
우아함은 좋은 음악에서도 흥미진진한 여행이나 올바른
새로운 생각과 영감이라는 측면에서 걷기의 위대함을
걷는 것만으로도. 단지 걷는 것만으로도 주어진 하루에
실천한 사람들은 꽤 많은데, 알프스의 질스마리아를
‘우아~’ 하며 더 감탄할 수 있는 것이다.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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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시네마투어
87th Academy Awards 이변은 없었다, 하지만 변했다
1
TEXT. 듀나 (SF작가, 영화평론가) COOPERATION. 오스카 공식 홈페이지
매년 2월 말이 되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려 이 백일몽을 제공해준다. <보이후드>와 <버드맨>의 각축장이 될 것 같았지만, 결국 <버드맨>의 승리였다. 하지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여덟 편 중 빈손으로 돌아간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으니 이 정도면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행사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상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나는 <보이후드>와 <버드맨>이 모두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지금의 내 생각이고 이 의견은 또 바뀔 수 있다. 그건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아카데미상은 2015년에 미국 영화업계에 종사하는 특정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어권 영화가 무엇이었는지 보여주는 것 이상의
아카데미상의 무대는 수많은 사람에게 꿈의 공간이다.
의미는 없다. 이 수상결과에 대한 반론과 논쟁도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세월을 이길 수
영화 일을 할 생각도 없고 심지어 그런 자신을 꿈꾸어
있는 영화들은 아카데미상 없이도 이겨낼 것이다.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로
본 적도 없는 수많은 사람이 무대에 선 유명한 할리우드
손꼽히는 <시민 케인>과 <현기증>은 모두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스타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는 백일몽을 꿈꾼다.
<지상 최대의 쇼>나 <80일간의 세계일주> 같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진지하게
이 백일몽은 너무나도 구체적으로 디자인되어서 심지어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많은 사람은 경쟁자의 이름이 대신 불린 상황에서 자신은
중요한 것은 쇼 자체이다. 영화 자체는 미래의 관객들이 알아서 평가할 것이다. 사실
분노와 실망을 억누른 채 예의 바른 미소를 짓는 모습까지
그들의 평가가 지금 우리의 것보다 더 정확하라는 법도 없긴 하지만 거기까지 물고
상상하기도 한다. 아카데미 수상은 세상에서 가장
늘어지면 이 글은 너무 장황해진다. 그러니 쇼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특히
기성품화된 판타지이다. 아마 우리나라에도 아카데미상의
올해는 그럴 가치가 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의외로
백일몽을 꾸는 사람들이 청룡이나 대종상의 백일몽을
수상 결과와는 상관이 없었고 오히려 아카데미의 선택에 저항하고 맞섰기 때문이다.
꾸는 사람보다 많을 것이다. 하긴 어차피 꿈이라면
예를 들어 <레고 무비>의 주제가 공연을 보자. <레고 무비>는 작년 할리우드에서
대종상보다 아카데미가 낫지.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장편 중 가장 인기 있고 평판도 좋은 영화였지만 정작 장편 애니메이션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지 못했고 이는 엄청난 스캔들을 불러왔다. 당연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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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화가 났을 것이다.
아까 아카데미상은 기성품 판타지라고 말했다. 그건
하지만 이들은 주제가상 공연을 반격의 기회로 삼았다.
이 행사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거의 약 먹은 것처럼 신났던 이번 주제가상 공연은
존재인지 과시할 수 있다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적진에서 벌인 파티와 같았다. 게다가 그들은 무기도
때문이다. 하지만 수억의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를
있었다. 그들은 레고로 만든 스무 개의 가짜 오스카
한다는 것은 자신의 에고를 과시하는 것과 전혀 다른
트로피를 앞 좌석에 앉은 스타들에게 뿌렸고, 시상식과
기회를 제공해준다. 에고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전파할
이후 파티에서 그 레고 트로피는 진짜 트로피만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인기를 누렸다. 특히 여주조연상 후보가 발표될 때 레고
이번 아카데미에서 가장 놀라운 건 이런 기회의 활용이
트로피를 들고 있던 엠마 스톤의 모습을 담은 움짤은
단순히 개인의 돌발행동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상식 이후 가장 인기 있는 밈(meme)이었다. <레고
패트리샤 아퀘트의 연설은 그 정점이었지만 이번
무비> 팀의 공연은 하나의 선언이었다. 그들이 우리의
아카데미를 백인 남성 위주의 할리우드에 경고를 보내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라!
기회로 삼으려는 집단 행동의 조짐은 이전부터 있었다.
비슷한 경우는 <셀마>의 주제가상 공연과 수상
판타지를 넘어 실제로 그 위치에 도달한 사람들이
연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셀마>는 아카데미
자신에게 주어진 그 기회를 올해처럼 야무지게 활용한
작품상 후보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주제가상을 제외한
적은 없었다. 그래도 그 놀라운 변화야말로 올해
모든 부문 상에서 떨어져서 논란이 된 영화이다. 마틴
아카데미의 가장 큰 ‘쇼’였다.
루터 킹의 인권운동을 다룬 이 영화가 이렇게 가볍게 다루어진 것이 인종 문제 때문이라고 의심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주제가상을 받았을 때 시청자들은 <셀마>가 지금까지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어진 영화라는
듀나(DJUNA) 소설뿐 아니라 영화 평론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SF 작가. 지은 책으로 소설집 <나비전쟁>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관객들의 반응이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그만큼이나 압도적이었고 쇼의 분위기 자체가 관객을 그
<면세구역>과 장편소설 <제저벨>
방향으로 몰고 갔다. 심지어 방심하고 봤다면 <셀마>가
투덜대기>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받은 상이 주제가상이 아니라 작품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관객들의 반응은 진짜 작품상 수상작인 <버드맨>이 호명될 때보다 훨씬 열광적이었다. 그래 봤자 주제가상이니 이건 그냥 정신승리가 아니냐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라. 정신승리는 기껏해야 자신만 설득하고 끝난다. 하지만 <셀마>팀의 공연과 수상 연설은 거기 모여 있는 할리우드 스타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중계를 보는 수억의 시청자들도 설득될 정도였다. 이건 더 이상 정신승리가 아니다. 진짜 작품상 수상과 거의 맞먹는 또 다른 차원의 승리이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조금 더 진지해진다. 쇼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의 진짜 드라마는 쇼 밖에서 나온다. 이들 중 가장 큰 부분은 ‘예상을 깨고 누가 수상을 했느냐’와 같은 것이지만 올해는 정치적 연설이 한몫을 했다. 상을 받으러 나온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인종, 동성애,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는데, 이 중 가장 맹렬했던 것은 <보이후드>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패트리샤 아퀘트의 여성인권과 동일임금에 대한 당당한 요구였다.
그리고 영화 비평집 <스크린 앞에서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를 비롯한 다수의 공저서 집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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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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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의 미디어로그
Reading
킨들, 디지털 읽기,
in Digital era 그리고 카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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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김익현 (기자,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COOPERATION. 아마존, SBS 뉴스 홈페이지
1년 전 이맘때 킨들을 하나 구매했다. 구입하자마자 ‘킨들 마니아’가 됐다. 아이패드 미니에 킨들 앱을 깔아서 읽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무게부터 가독성까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전자책 리더기’ 킨들의 장점이 두드러졌다. 그 전에도 아마존에서 원서를 구입해서 읽을 일이 적지 않은 터라 구입 비용에서 배송 기간 절약까지 장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게 몇 달을 킨들에 푹 빠져 지냈다. 주변 사람들에게 “킨들 기기 값은 벌써 뽑았다”고 자랑하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킨들과의 뜨거운 연애 기간이 끝나가면서 조금씩 불편한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링크로 연결된 각주와 사전 및 메모 기능 등 편리한 점은 많았지만, 정작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을 채울 길이 없었다. 느긋하게 책장 넘기는 재미를 만끽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킨들 사용 경험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읽기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됐다. 그러면서 우리가 디지털 읽기에 대해 쉽게 오해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글쓰기/읽기와 관련해 우리가 빠지기 쉬운 오해 중 하나가 바로 ‘텍스트=선형성’ ‘하이퍼텍스트=비선형성’라는 이분법이다. 다양한 전자책 리더기가 등장하면서 종이책을 올드 미디어로 살짝 폄하하기도 한다. 한번 따져보자. 과연 우리는 종이책을 읽을 때 선형적으로 접근할까? 무심코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찬찬히 한번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학교 다닐 때 공부하던 기억을 한번 떠올려보면 된다. 여러분 중에 대학 교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다 읽은 사람이 있는가? 혹시 그런 경험이 있다면, 교수나 연구직에 종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데 한 표 던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종이책=선형적인 독서’라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는 걸까? 그건 대부분 소설이나 에세이류처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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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소설이나 흥미진진한 무협지를 잡았다면 대부분 책장 뒤적이지 않고 끝까지 읽어 내려갈 것이다. 반면 전공 서적이나 골치 아픈 사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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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 기자들에겐 선배, 학계에 있는 사람들에겐 박사라 불리고 있다. <인터넷신문과 온라인
서적을 손에 잡게 되면 심심찮게 뒤로 뒤적인다. 언제쯤
스토리텔링>을 비롯한
한 챕터가 끝날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게으른 선비
여러 책을 썼다.
책장만 넘긴다’는 속담처럼, 계속 읽는 것이 귀찮고
번역서도 여러 권 냈다.
성가신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질문을 한번 던져볼 수 있다. 선형적 독서를
<하이퍼텍스트 3.0> 등
스스로를 기자와 연구자 중간쯤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추동하는 것은 종이란 매체일까? 아니면 그 안에 담긴 콘텐츠일까? 난 종이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콘텐츠가 선형적인 독서를 이끄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킨들과 종이책을 모두 이용해본 경험에 따르면
전용 콘텐츠일까? 또 카드 뉴스가 인기를 끄는 것이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내용이라는 사실을.
오히려 킨들을 읽을 때 더 선형적이었던 것 같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때문일까? 난 이 질문에 대해선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보자. 살짝 야하면서도
종이책은 이리저리 뒤적이는 게 큰 부담이 없었지만,
흔쾌히 “예”라고 대답하진 못하겠다. 절반 정도만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은 어떤 매체에 담아놔도 술술
킨들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이퍼링크로 연결된
공감하기 때문이다. 카드 뉴스가 모바일 플랫폼과 잘
잘 읽힌다. 물론 플랫폼 특성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뉴미디어라는 게 생각만큼 자유로운 인터페이스를
맞는 건 맞다. 특히 스마트폰 플랫폼에서 한 장 한 장
당연한 얘기지만 스마트폰 같은 작은 화면에선 지리한
제공해준 건 아니라는 얘기다.
넘겨가면서 읽기엔 딱 적합하다. 하지만 카드 뉴스가
긴 글을 읽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지리한 긴 글은,
더 중요한 건 콘텐츠와 플랫폼의 상관 관계에 대한
많은 사랑을 받는 건 모바일 전용 콘텐츠이기 때문은
설사 종이 매체에 담아놓더라도 잘 안 읽힌다. 따라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국내
아니다. 뻔한 얘기지만, 카드 뉴스에 담긴 스토리가
선형적 독서와 비선형적 독서를 추동하는 가장 큰
주요 미디어들의 고민거리와 연결해볼 수 있다. 국내외
재미있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인가? 카드 뉴스라고 해서
요인은 ‘플랫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콘텐츠’라는
주요 미디어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는 모바일
무조건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 이용자들의
결론을 자연스럽게 도출해낼 수 있다.
전략이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놓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EBS에서 한때
자, 이제 글을 맺자. 카드 뉴스가 유행하면서 너도나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카드 뉴스는 그런
인기 끈 <지식채널 e>도 따지고 보면 카드 뉴스였다.
비슷한 형식을 쏟아내고 있다. 좋은 시도라고
고민 끝에 나온 스토리텔링 방식 중 하나다. 실제로 카드
당시 내가 <지식채널 e>를 열심히 본 것은 형식 때문이
생각한다. 모바일 친화적인 콘텐츠로 권장할 만하기
뉴스는 페이스북 같은 SNS나 포털 등에서 제법 많은
아니었다. 재미있었기 때문에 일삼아 찾아서 봤다. 그
때문이다. 하지만 형식만 따라 하는 카드 뉴스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카드뉴스=모바일 전용
때 처음 알았다. 동영상 대신 사진에 텍스트로 재미있는
오히려 읽기만 더 힘들다. ‘카드’ 뉴스보다 더 중요한
콘텐츠’라는 인식이 상당히 강하게 배어 있는 것 같다.
설명을 붙여서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건 카드 ‘뉴스’이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얘기로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 카드 뉴스는 모바일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형식보다 더
플랫폼보다 더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다.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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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의 아트클래스
Learn & Enjoy
3
TEXT.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예술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 배우고 즐기기
1
김영애
‘삶 속의 미술’을 모토로 하는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미술사를 전공하고 국내를 비롯 세계 미술의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이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트클래스를 열고 있다.
1.
모마(MoMA : The Museum of Modern Art)로
불리는 뉴욕현대미술관 2.
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Numb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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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카카오톡’을 성공시킨 김범수 의장은 한 인터뷰에서 나의 스승은 영화 <올드보이>와 <피카소>라고 밝히며 당연히 그래왔던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드보이>는 ‘왜 나를 가뒀느냐’고 묻는 오대수(최민식 역)에게 이우진(유지태 역)이 던지는 ‘왜 풀어줬는가’로부터 답을 찾아야만 한다는 반전이 핵심이다. 한편, 피카소는 남들이 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릴 때, 눈앞에 보이지 않는 옆모습, 뒷모습 등 사물의 입체적인 모습을 그리며 기존의 회화와는 다른 새 장을 열었다.
파괴, 혁신, 개혁의 순간에도 불변의 진리를 고수하는 마지막 지점은 아마도 ‘아카데미’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배움의 영역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일각에는 학원이 학교를 대신하는 사교육 열풍이, 그 반대편에는 아예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 최고 대학을 중도에 그만두고도 성공했다는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같은 사람들의 등장과, 학교를 졸업하고도 좋은 직장을 갖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이 맞물린 탓이다. 학교가 더 이상 유일한 배움터가 아니라면, 핵심 경쟁력은 공식적으로 인정한 학위를 줄 수 있는 기관의 권위인데, 그에 대한 경외심마저 조금씩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는 급변하고 있는데 학교마저 믿을 곳이 못 된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난세를 헤쳐가야 할까?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왜 배워야 하는 것일까?
피카소는 남들이 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릴 때, 눈앞에 보이지 않는 옆모습, 뒷모습 등 사물의 입체적인 모습을 그리며 기존의 회화와는 다른 새 장을 열었다. 파괴, 혁신, 개혁의 순간에도 불변의 진리를 고수하는 마지막 지점은 아마도 ‘아카데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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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의 아트클래스
미술관에서 놀기 뮤지엄(*박물관과 미술관을 모두 포괄하여 설명하기 위해 ‘museum’이라는 용어를 선택)은 문화 예술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최상의 배움터다. 휴대폰이 카메라이자 미니 컴퓨터로 진화했듯이 뮤지엄은 더 이상 미술작품을 보관하고(수집), 보여주는(전시) 곳만은 아니다. 기업의 운영이 고객 만족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처럼, 뮤지엄 역시 유물과 전시 중심에서 방문객의 실질적인 편의와 이해를 돕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나가고 있다. 모처럼 해외여행을 떠나 미술관을 방문했는데 미술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고 미리 공부할 시간도 없었다면, 미술관 방문 자체가 새로운 배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특히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을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로, 게티(Getty) 미술관은 아예 온라인 사이트 주소(www.getty.edu)가 교육을 뜻하는 ‘edu’로 되어 있다. 이곳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을 위한
3
특화된 프로그램이 장점이다. 미국 미술관의 특징은 뉴욕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통상 비전문가 자원봉사자에 의해 무료로 진행되는 도슨트(docent) 프로그램이 입장료에 소정의 강의료를 더해 유료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대신 미술사를 전공한 전문가 선생님에 의해, 13개 언어로 신청 가능하다는 것이 4
3. 뉴욕현대미술관(MoMA) 가족 프로그램. 엄마와 함께 작품에 대해 배우고 직접 그려보는 프로그램 4.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의 한 장면. 잭슨 폴록의 작품 제작 방식을 직접 시연해보고 있다. 5. 학생들이 미술관을 방문해 직접 작품 앞에서 미술에 대해 배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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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을 강의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창의적이고 독특한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가령, 모마 미술관의 ‘트윈즈 투어’는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쌍둥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선생님과 함께 전시장을 돌며 각자 느끼고 생각한 것을 나눈다. 비슷한 외모에 같은 사물을 보지만, 서로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제공하는 본 프로그램은 기획 자체가 문화에 대한 깨달음에서부터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아트페어가 열리는 스위스의 바젤, 이 곳에 있는 에른스트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은 개별 맞춤화가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http:// www.fondationbeyeler.ch). 현재 폴 고갱의 대규모 회고전(6월 28일까지)을 비롯해 알렉산더 칼더, 피터 도이그 등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입장료에 7 스위스프랑(약 8천 원)을 더 내면 정해진 시간에 진행되는 가이드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는데, 특별한 관심사에 맞춘 설명을 듣고 싶다면 프라이빗 투어를 활용할 수 있다.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로도 가능하며 개인부터 최대 20인 그룹까지 방문객이 원하는 시간과 주제에 맞춰 약 75분 동안 투어가 이루어진다. 낮에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는다면 미술관이 문을 닫는 저녁 6시 30분 이후의 이브닝 투어도 가능하다. 입장료를 포함해 주간 프로그램은 650스위스프랑(약 75만 원, 최대 20인), 야간은 1400스위스프랑(약 160만 원, 최대 25인)을 지불해야 하지만, 미술관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선택 6
가능한 옵션으로 준비해두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을 더
6.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 걸린 전시장에서 편안한 자세로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 7. 뉴욕현대미술관의 대표작품인
내고서라도 전문가와 함께 미술관을 방문하고 싶은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현재 국내 미술관에서는 방문객의 시간에 맞게 프로그램을 디자인해주는 경우가 아직 없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앞에서 미술사학자가 강의하고 있다. 8.
7
칸 아카데미의 설립자, 살만 칸(Salman Khan)
교육을 튜닝하다 ‘튜닝’은 자동차의 부속품 일부를 바꾸는 등의 특수한 영역에서 사용되기 시작하더니, 오늘날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뷔페’, ‘옵션’, ‘개별화’, ‘디자인’, ‘맞춤’ 등의 동의어로 여러 영역에서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오늘날의 사람들은 일방적인 것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입장을 싫어하고 스스로 취사 선택하는 것을 좋아한다.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8
정해진 커리큘럼 그대로 순서대로 들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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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것, 부족한 부분을 골라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시선을 따라서 화면의
나만의 커리큘럼을 만들고 싶어 한다. 교육부 인가를
구석구석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비디오 등 철저히 동영상
받은 곳이라 하더라도 커리큘럼 자체가 부실하다면
수업 자체의 특성을 극대화한 구성이 특징이다. 주입식
선택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학연이나 인맥도 부수적인
강의라기보다는 함께 미술작품에 대해서 알아나가는
문제다. 오히려 그로 인한 불필요한 시간과 정념의
느낌이다. 각 수업별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낭비를 원치 않는다.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원하는 것을 순서와 상관없이 골라 들을 수 있다. 코스를
놀면서 부자 되기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 듣고 나면 퀴즈도 맞힐 수 있고, 수강생이 미성년자일
잘 놀고 잘 쓰는 법을, 굳이 학교에서가 아니라
수학을 어려워하는 조카를 위해 문제풀이를 녹화해
경우 부모님이 학생의 진도 사항을 온라인으로 체크할
각종 미술관이나 아카데미, 인터넷 등에서 자신의
유튜브에 올려놓은 살만 칸(Salman Khan)은
수도 있다. 칸 아카데미의 모든 프로그램은 잘 알려져
입맛에 맞게 골라서 배운 사람들, 그들의 삶은 이후
오늘날 온라인 아카데미의 대표격이다. 빌 게이츠도
있는 바와 같이 무료이다.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다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자녀들의 수학공부를 위해 참고하는 사이트라고
각 미술관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문화예술트렌드 연구결과로 되돌아가보자. 잘 놀고 잘
말한 후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http://
만들고 콘퍼런스나 작가와의 대화 동영상을 올려놓은
먹는 법을 코치받는 것이 트렌드가 되면서, 여가컬렉터
www.khanacademy.org)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데 이어, 뉴욕현대미술관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온라인
중 몇몇은 ‘여가페셔널’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늘날 미국의 정규 교육에도 활용되고 있을 정도다.
강의를 개설했다. 강사로는 미술사학자, 대학교수,
전망이 함께 소개됐다. 운동을 도와주는 트레이너가
칸 아카데미는 인문학으로도 영역을 넓혀 미술사
미술관 큐레이터 등이 나서며 동영상 강의의 장점을
등장했듯이, 각 개인에게 알맞은 여가법을 찾아주는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살만 칸의 수학수업은 통상적인
살려 마티스의 색종이 커팅, 폴록의 드리핑을 비롯해
‘여가 트레이너’가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맛있는
동영상 강의처럼 수업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보여주는
작품의 제작기법을 시연하기도 한다. 2010년 가을부터
집을 많이 다녀본 사람,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이 맛집
것이 아니라, 선생님은 목소리로만 존재하고 문제를
모마의 주요 소장품인 1880년부터 1945년 사이의
블로거, 패션 블로거가 되어 광고수익을 거두고 새로운
푸는 과정을 하나하나 그림으로 보여준 것처럼 미술사
현대미술을 다루는 ‘모던 아트 클래스’로 시작된 온라인
형태의 프로페셔널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 잘 놀고 잘
수업도 철저히 이미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론을
강좌는 ‘재방송’이 가능한 동영상 강의의 장점 덕분에
쓰는 법을 코치받는 것이 훗날 새로운 직업의 모태로
설명하면서 끊임없이 관련 그림을 그리는 애니메이션
현재 7개까지 오픈되어 있다. 누구나 자신의 페이스에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블로그의 시대를
형태의 수업(실제로는 그림을 그린 비디오를 빠른
맞게 신청 가능하고, 비용은 5주 과정에 250달러(약
너머, 요즘 뜨고 있는 것은 아프리카 TV와 같은 개인
속도로 돌리는 것), 두 명의 미술사학자가 작품에 대해
28만 원), 10주 과정에 350달러(약 39만 원)이다.
인터넷 방송이다. 인기 있는 BJ 들은 시청자들이 실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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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고 잘 쓰는 법을, 굳이 학교에서가 아니라, 각종 미술관이나 아카데미, 인터넷 등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골라서 배운 사람들, 그들의 삶은 이후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채팅으로 선물하는 별풍선만으로 연간 7~8억 원을 번다고 한다. 대부분 젊은 미모의 여성 BJ에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겠지만, 최근 한 지상파 방송에서는 인터넷 방송의 포맷을 따라서 시청자들과 실시간 채팅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승리하게 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모든 분야에서 쌍방향 소통이 이루어지고, 수신자와 발신자 사이의 위계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뉴욕현대미술관 웹사이트에는 ‘30초(30 Seconds)’라는 섹션이 있다. 개인 인터넷 방송의 BJ처럼, 10
누구나 뉴욕현대미술관을 소개하는 ‘가이드’가 되어 동영상 촬영한 것을 올려놓은 페이지이다. 이제 막
9. 작품의 제작 기법을 배우고
말하는 것을 배운 듯한 5살짜리 어린 아이에서부터
창작해보는 수업에 참여 중인 부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자신의 관점에서 미술관을
10.
소개한다. 미술관에 가서 배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을 선도하는 게티미술관(J. Paul Getty Museum) 11. 가족 교육 프로그램. 아이들 눈 높이에 맞춰 작품에 대해 소개하는 선생님과 뒤에서 함께 배우는 부모님
자신이 배운 것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가르치려는 일반인의 참여 욕구를 잘 반영한 것이다. 어린이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등장하는 동영상은 유튜브에서는 의외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2~4살 때부터 장난감 상자를 뜯어서 어떻게 가지고 노는지를 보여주는 장난감 회사에서 제작한 동영상을 봐온 어린이들이 6~7세가 되면 자신이 어떻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지를 직접 촬영해 올린다. 이를 도와주는 부모님의 도움이 있었겠지만, 어른들이 이제서야 ‘잘 놀고 잘 쓰는’ 법을 서둘러 배우려 할 때, 어린이들은 자기들끼리 잘 노는 법을 심지어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미디어의 독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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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하는 차원에서 <굿바이 미스터 오웰>을 만든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그로부터 불과 몇 십 년이 지나지 않은 오늘날, 사람들은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creatorâ&#x20AC;&#x2122;s note
03 creator’s note 일요일은 쉽니다, 정말요? 김정아ECD팀 회의실 보이나요? 회의실 벽면을 빼곡히 채운 치열한 아이데이션의 흔적. ‘일요일은 쉽니다’ 모두의 염원을 담아 회의실 이름을 지었죠. 혹시나 해서 부적도 붙여두었는데… 과연, 그런 때가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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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 이야기하다
Do You Like To Play Games? 게임, 좋아하세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노션과 탭조이의 게임 마니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첫 만남에 어색해하던 분위기도 잠시, 이런 자리 안 만들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들만의 공감대 형성 만랩 달성! 개인의 확고(?)한 취향부터 게임시장의 미래까지 ‘덕후’ 향내 폴폴 나는 그들의 게임 수다삼매경에 빠져보자. Interview. 윤평강 차장, 설지환 사원, 홍석우 사원 (INNOCEAN Worldwide) × 박선우 부장, 이상탁 팀장, 이가영 과장 (Tapjoy)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Studio 1839
박선우 부장(탭조이 광고전략팀) 엄청난 게임 마니아로 여러 게임사와 플랫폼 회사를 거쳐 현재 탭조이에 정착해 처음으로 광고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철권’을 좋아해 회사 대표로 나갔던 흑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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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이 모였다
석우: 저는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거든요. 동물 좋아하거나 반려동물로 고양이가 있는 친
박선우 부장(이하 선우): 다들 게임 좋아하시죠? 저는 게임회사 출신이라 엄청 좋아하거
구들은 그 게임을 좋아하더라고요.
든요. 특히 PC쪽을 좋아해요.
평강: 여심 공략이 포인트 아니에요?(웃음)
이상탁 팀장(이하 상탁): 저는 특이하게 모바일 쪽만 했어요. 모바일 게임회사와 모바일
석우: 그러려면 진짜 고양이를 키워야죠.(웃음) 강아지 데리고 산책도 나가면서….
광고회사에 있다보니….
선우: 예전에 저는 ‘철권’을 열심히 했었어요. 회사에서 경기에도 나가고 그랬는데…. 아,
이가영 과장(이하 가영): 두 분과 달리 저는 탭조이에 입사해서 일 때문에 게임을 시작했
어두운 과거들이….
고 지금은 캐주얼 게임을 하는 정도예요.
평강: 저도 사실 준 프로 출신이에요. 스타크래프트 대회에도 출전했었어요. 제가 PC방
윤평강 차장(이하 평강): 저도 게임 엄청 좋아하고 많이 합니다. 동호회도 이끌고 있고요.
소속이라 저랑 경기해서 이기면 가게에서 선물도 주고 그랬죠.(웃음)
선우: 정말요? 혹시 ‘롤’도 하세요? 제가 롤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동호회 A매치 한
가영: 어머, 땡땡 미용실 출신 미스코리아, 이런 느낌인데요?(일동 웃음)
번 하시죠!
평강: PC나 대작 위주의 플레이어들은 모바일 게임이 너무 라이트하고 게임에 대한 권위
평강: 요즘은 젊은 친구들이 유입되면서 저는 그냥 노친네 취급받고 있어요.
도 없다면서 약간 폄하하는 게 있었어요. 이제 모바일 게임이 라이트하지 않은 존재가 돼
선우: 그러면 젊은 애들은 빼고.(웃음) 근데 요새는 모바일 게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
버렸지만.
이패드나 스마트폰으로 하는 캐주얼 게임을 회사 사람들이 다 같이 해요. 그 고양이 뭐… 있었죠? 설지환 사원(이하 지환): 아, ‘네코아츠메’!
선우: 사실 저도 아이패드로 게임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스마트폰을 사용 하고 있는 건 영화를 볼 건지 게임을 할 건지 SNS를 할 건지 결정하는 거잖아요. 게임끼리 경쟁하는 게 아니라 시간 점유율의 싸움
선우: 오~ 되게 잘 아신다.
인 거고. PC 앞에 가서 앉아서 해야 그게 게임인데.
홍석우 사원(이하 석우): 고양이 게임 좋아하는 동기 중
지환: 출퇴근하면서 ‘애니팡’ 하는 건 인터넷 서핑과 별반
엔 특히 여자들이 많아요.
다를 게 없죠.
지환: 근데 그게 정말 왜 재미있는 건가 싶어요. 그냥 고양이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하길래 이해를 잘 못했어요. 실제 고양이도 아니고.
이상탁 팀장(탭조이 개발사 파트너십팀) 줄곧 모바일 서비스 업무만 해와서 이 분야에 이가영 과장(탭조이 광고전략팀)
관련한 지식백과 수준의 박학다식함을
이노션에서 AE로 일하다가 현재
갖췄다. 게임 유저보다는 게임 분석가로서의
탭조이에서 모바일 광고 세일즈를 하고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한다.
있다. 요즘 ‘숙주나물인’에 들어가 물 주는 것이 하루 중요 일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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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 이야기하다
가영: 제가 요즘 ‘숙주나물인’이라는 걸 하는데 하루에 한 번 들어가서 숙주에 물 주고 끝 이거든요. 선우: 숙주에 물 준 거 가지고 뭘 게임이라고.(웃음) 평강: ‘COC’에 집을 짓는 것은 그냥 메일 처리하듯이….
윤평강 차장(디지털솔루션2팀) 과거에 기욤과 같은 필드에서 뛴 적이 있는 모 PC방 소속 준 프로급 실력의 소유자. 가족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결코 게임을 손에서 놓지 않는 자타공인 헤비 유저.
일동: 맞아요, 맞아.(웃음) 평강: ‘아휴, 우리 일꾼 네 명 놀고 있네.’ 루틴하게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처리하죠. 게임은 뭔가 헤드셋 끼고 자리에 앉아서 해야 ‘내가 이제야 게임 한판 시작하는구나’ 하는 거. 지환: 저도 명확해요. 주말에 몰아서 콘솔 게임 3시간을 하는 거예요. 그럼 한 달에 타이 틀 몇 개를 깰 수 있어요. 아예 시간 계획표같이 짜여 있죠. 석우: 저는 게임이 음악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출퇴근 시간에는 음악 사이트에 접속해 서 최신곡이나 자주 듣는 음악을 이어폰으로 가볍게 들어요. 그리고 집에 가서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을 때 큰 헤드폰 끼고 트랙 전체를 통으로 들어요. 그때 를 가리켜 비로소 ‘음악을 듣는 데에 시간을 쓴다’고 하죠. 게임도 마찬가지. 출퇴근 시 간에 하는 것 말고, 주말에 친구들한테 “야 접속해!” 해서 5명이 같이 롤을 돌릴 때, 그 게 게임인 거죠. 가영: 아, 그럼 저는 지금까지 게임을 안 했던 거군요. 게임을 시작해본 적도 없네요.(일동 웃음)
PC 게임 VS 모바일 게임 선우: 이제는 PC와 모바일 같은 디바이스의 경계 보다는 장르의 경계인 거 같아요. RPG를 하는 사람 은 RPG를 하고. 네코아츠메를 하는 사람은 네코아 츠메를 하는 것처럼. 그걸 둘 다 하는 사람은 드물죠. 지환: 장르 구분은 있는데, 플랫폼 구분은 애매해진 것 같아요. 작년에 모바일 RPG 게임인 블레이드의 성 공 이후로는 장르 싸움으로 더 번지는 거 같아요. 가영: 저처럼 게임 많이 안 하는 사람은 모바일 게임은 할 수 있는데, PC 게임은 할 줄 몰라요. PC 게임을 하는 사람은 모바일 게임을 할 수 있지만 모바일 게임만 하는 사람은 PC 게임을 안 해요. 평강: 게임 전체로 보면 모바일 게임 유저는 라이트한 거죠. 지환: 확실히 온라인 게임을 배워야 한다는 느낌이 있어요. 저는 롤 을 잘 안 해요. 늦게 시작해서 배울 게 너무 많으니까. 몇 백 개 캐릭터 를 다 외우는 게 쉽지 않아요. 선우: 켜는 것도 문제인 거 같아요. 모바일은 간편한데 PC는 가서 켜고 부팅 기 다렸다가 해야 하죠. 상탁: 흔히 모바일 게임의 한계로 거론되는 UI의 불편함이나, 화면이 작아서 재미를 못 느낀다든지 이런 건 게임 하시는 분들에게 별로 큰 문제가 아니에요. 그것보다, 네트워 크 기술의 문제예요. 제가 모바일 게임 회사에 다녔으니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아직 제한적이라는 거예요. 선우: 가장 확실하게 돈 벌고 돈 쓰는 장르가 RPG, 미들코어 정도겠죠. 상탁: 적은 유저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게 RPG니까 계속 RPG를 내는 거예요. 1~2천만 원 쓰는 게임은 너무 많아요. 지금의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기 전에 피처폰 시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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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모바일 게임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 게, 저희 어머니가 평생 동안 하신 유일한 게임이 테트리스였거든요. 몇 십 년 동안 테트리스만 하신 분이 어느 날 애니팡을 하고 싶다고 스마트폰이 필요하시다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죠.
몇 백만 원 쓰시는 분들 흔하게 봤어요. 지환: 확실히 모바일 게임은 결제 진입 장벽이 많이 낮은 편이에요. 와우 같은 경우는 월 별 결제인데 무통장 입금을 한다든지 방법은 많은데 어쨌든 번거로웠거든요. 근데 모바 일 게임은 마켓 결제만 하면 되니까요. 상품 구성도 작은 단위로 되어 있고요. 천 원부터 1~3만 원까지 올라가는 가격 구성도 제작사에서도 노리고 하 는 거 같아요. 이것만 하는 디자이너가 따로 있다고 들었어요. 상탁: 설계를 굉장히 잘하죠. 그것과 관련된 엑셀 표가 엄청나게 길 게 있어요. 석우: 제가 모바일 게임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 게, 저희 어머니가 평생 동안 하신 유일한 게임이 테트리스였거든요. 몇 십 년 동안 테트리스만 하신 분이 어느 날 애니팡을 하고 싶다고 스마트폰 이 필요하시다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죠. 지환: 모바일 게임이 부동층을 깨부순 건 있어요. 저도 예전에 과외를 했었는데, 한 어머님이 자기 아들 게임 못하게 해달라고 하시고는 제게 과외비 보내시면서 하트까지 보내시더라고요.(일 동 웃음) ‘아, 모바일 게임이 진짜 무서운 거구나’ 싶었죠. 상탁: 일각에서 말하는 모바일 게임 수명이 짧다는 건 흔히 얘기 하는 헤비 유저형 게임들의 사이클일 거예요. 고관여 상태의 유
홍석우 사원(배금별CD팀) ‘네코아츠메’를 하며 고양이를 기다리는 재미를 진정으로 알고, 게임을 음악과 첫사랑에 비유할 줄 아는 유니크한 감성의 소유자. 그래서 덕후 냄새가 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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談; 이야기하다
이템이 에너자이저이고요. 새로운 형태죠. 평강: 저는 게임 PPL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해요. 광고주 입장에서 보면 그게 너무 직접적이지 않거든요, 물론 연관성은 있어 보이지만. 회사에서 그 비용을 지급하고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거죠. 정해진 곳에 내가 원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게임에 잠깐 지 나가는 배경일 뿐이니까요. 가영: 그래서 PPL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더 적극적으로 방법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 까 해요. 게임이 중요한 매체잖아요. 사실 게임사도 그게 돈을 버는 방법일 텐데…. 석우: 진짜 모바일 게임이 캐주얼해서 유저들이 더 확장되는 만큼 가능성은 충분한 것 같 아요. 선우: 그것도 그렇고 요즘에는 개발 속도가 빨라졌어요. 예전에는 아이템 하나 붙이려면 난리도 아니거든요. 이제는 일주일이면 되니까 광고 비슷하게 할 수 있죠. 평강: 요즘은 사람들이 많은 게 깡패잖아요. 게임이든 SNS든 콘텐츠든 뭐든지, 사람이 많으면 그게 권력이죠. 시간이나 공간을 소비자의 지갑, 광고상품과 연관시킬 수 있는 방 법은 분명 있는데, 몇 년 전부터 해온 PPL 방식으로는 어려울 것 같은 거죠. 그래서 걸음 마 단계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저이기 때문에 게임 하나에 정착하기까지 많은 게임들을 플레이하며 비교해서 보게 되
상탁: 사실 모바일 쪽에서 광고 테스트는 많이 했었어요. 다만 플랫폼화가 어려운 점이
고, 이 와중에 개별 게임 입장에서 보면 많은 유저 이탈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사실 모바
있었는데, 한국보다 해외의 경우를 보면 관련 파생 상품이 훨씬 많아요. PPL 형태의 플랫
일 게임에는 이런 헤비 유저만 있는 게 아니에요. 예를 들어 애니팡 유저들 중에는 ‘내 일
폼이 이미 2년 전에 나와서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서 성행하고 있고요. 특정 스테
생의 게임은 애니팡뿐이야’ 이런 분들도 많죠. 게임에 대해서 저관여 상태이기 때문에 플
이지를 클리어하고 나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때를 노려 브랜드를 노출해주고, 샘플링해주
레이하고 있던 하나를 관성을 갖고 계속 지속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관성으로 인해 많은
고…. 그런 플랫폼들은 의미 있어요.
시간과 돈 등의 공이 게임에 쌓이는 상황이 되고 이게 관성에 더해져서 게임에서 이탈하
평강: 지금 말씀하신 케이스는 참 좋은 것 같아요. 레벨업하거나 아이템 획득했을 때의
지 못하게 만들면서 점점 모바일 게임의 라이프타임을 늘리고 있기도 한 거죠.
그 감정! 기분 좋을 때를 노린다는 건 광고적으로 대단한 타기팅이네요!
석우: 실제로 게임을 개발할 때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게임을 어느 정도 하겠구나’ 하고
선우: 유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게임이나 광고나 각기 다르다 보니까 뭔가 워크숍을 해도
수명을 잡아놓고 게임을 개발하지 않나요?
재미있겠어요.
상탁: 기존에는 많이들 그랬는데 최근에 깨졌어요. 오랫동안 시간과 돈을 쓰게 만드는 게
가영: 저는 탭조이에 와서 게임이라는 것이 굉장한 광고 플랫폼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임이 상위권에 살아남아 있기 때문에 게임사에서도 많은 타이틀을 내는 전략이 아니라
게임은 모든 것을 서비스하고 데이터화하기 때문에 타기팅하기 제일 좋은 거죠. 게임 플
한두 개의 게임을 가지고 서비스를 잘하는 쪽으로 바꾸고 있죠. 선우: 이제는 업데이트가 중요한 거 같아요. 게임은 흥행산업이 아니라 라이프 타임 서비 스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한번 치고 빠지는 영화보다는 장기적으로 공연 서비스를 개선 해나가는 난타 같은 거죠. 가영: ‘모두의 마블’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던데요? 선우: ‘모두의 마블’은 이제 정말 ‘모두의 마블’이 되었죠.(웃음) 게임사들도 이게 걱정이에 요. 눌러앉은 유저들, 누룽지 같은 유저들을 어떻게 긁어서 우리 쪽으로 가져올 건지. 근 데 재미있는 건, 게임 산업이 20~30년 동안 한 번도 과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어요. 어 떻게 된 게 30년 내내 과도기야!(일동 웃음)
광고 & 게임 지환: TV 광고를 하는 게임이 많아졌죠. COC가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광고업계 전체에 서 큰 화제였으니까. 이번에 슈퍼볼에서도 리암 니슨을 써서 광고를 했죠. 게임업계에 계 신 분들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아요. 석우: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건 PPL이라는 간접광고가 게임 속에 새로운 광고 형태로 들 어와 있다는 거예요. 게임 속을 돌아다닐 때 길에 있는 간판이 에너자이저 간판이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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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광고를 하는 게임이 많아졌죠.
랫폼이 굉장히 가능성이 있는데, 아직 광고주 분들은 게임에 대해 보수적인 생각이 있어
COC가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광고업계
서 그걸 깨는 데 어려운 점이 있어요. 석우: 지금 굉장히 AE 같은 말씀을 해주셨는데요?(일동 웃음)
전체에서 큰 화제였으니까. 이번에 슈퍼볼에서도
지환: 저는 게임을 좋아하고 많이 하긴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비밀이었거든요. 우리 회사
리암 니슨을 써서 광고를 했죠.
에서 저보다 게임 더 좋아하시는 분을 오늘 처음 뵀어요. 차장님 같은 분….(웃음)
게임업계에 계신 분들도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아요.
평강: 그렇지만 요즘 제가 제일 즐기는 게임은 ‘하스스톤’이에요. 롤은 열심히 하다가 결 혼한 뒤로 자제하고 있죠. 그 게임이 가족적이지 않잖아요. 게임 중간에 뭘 할 수가 없어 요. 잠깐 빨래를 널고 와서 할 수 없는 게임이죠.(웃음) 그리고 이제 노인네 계열이라서 하 스스톤이 너무 편한 거예요. PC나 모바일 연동이 좋거든요. 어떤 기기로 하든 내가 동일 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장점인 것 같아요. 상탁: 가장 시초는 ‘캔디크러시 사가’예요. 멀티 플랫폼은 요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넘어서 크로스 디바이스로 가는 거죠. 화면으로 나오는 게임이었다가 컨트롤로 변환되 고, TV로도 쏘고. 이게 당장 코앞에 있거든요. 올여름부터 아마 쭉쭉 나올 거예요. 가영: 그럼 풍부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겠네요. 석우: 모바일은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이 모바일 디바이스로 롤을 하듯 이 그런 게임 플레이가 되겠네요. 상탁: ‘리니지 이터널’은 오히려 모바일이 더 잘돼요. 석우: 난 그런 거 안 더럽혔으면 좋겠어요. ‘창세기전’이 온라인으로 나왔을 때도 기분이 안 좋았거든요. 왠지 감성적으로 추억팔이하는 그런 느낌? 첫사랑은 첫사랑으로 남아야 되는데, 십 년이 지나서 봤더니 되게 별로인…. 지환: 그런 얘기를 하니까 네가 어딜 가도 ‘게임 덕후’라는 소리를 듣는 거야!!! 석우: 왜~ 내가 뭐 어쨌다고…? 선우: 제 와이프는 저보고 맨날 ‘오락’한다고 뭐라 하는데요, 뭘. 평강: 제 와이프는 제가 게임하면 ‘아이구 내 팔자야’라고 하죠.(일동 웃음)
설지환 사원(채널플래닝2팀) 게임을 좋아하고 많이 하고 있으나 대외적으로는 비밀에 부치고 있다(물론 지금부터는 아니겠지). 승부욕이 크지 않아서 게임은 주로 스토리 있는 것을 즐긴다.
실로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이런 것이 아닐까.
그냥 말 없이 따뜻해진다.
기다린 적 없는 편지를 받았을 때
이도저도 마음 둘 곳 마땅치 않은 날
김성태 사원 (카피라이터, IWHQ)
Today’s snap
진서현 부장 (AE, IWHQ) 일상…하면 당연히 딸아이가 생각난다. 아이를 관찰하는 게 참 재미난다. 14개월 되었을 무렵. 놀이터 방문. 마치 탑골공원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발길을 멈추는 할아버지처럼
아… 웃고 있었구나 ;
노파인더로 그것도 아까운 필름으로 찍었는데…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내 뒤에 서 있는 기획들은
떼인 돈 받으러 온 어깨들처럼
2010년, 어느 광고주의 피티 전날 새벽
저승사자처럼,
김상수 CD (IWHQ)
놀이터를 둘러보다 조용히 자리 잡는다. 보면 뭐 아나...?
최가홍 대리 (카피라이터, IWHQ) 행복이란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 퇴근과 출근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듯. 야근 후 집으로 곧장 가는 게 아쉬워서 사진기 들고. (#잠원한강공원)
Juan Manuel Corpas Pradera (Account Executive, IWS) When I saw this little guy flying around Venice Beach, I instantly thought of Peter Pan. He looked like he could fly and although he sometimes fell to the floor, he always stood up bravely. I wanted to capture him and his shadow because he reminded me of Peter and the consequences of growing old. I wanted to catch his shadow because it reminded me that “the moment you doubt whether you can fly, you cease forever to be able to do it.” Kirill Matveev (Pre-press Designer, IWR) I choose Moscow City business center as my space of inspiration. Because ever since we moved here I’ve been making cool pictures just NONSTOP! The view from our office is so awesome and different all the time. Mind bogglingly stunning.
Skip Tramontana (Associate Creative Director, IWA) In Chicago, I’m fortunate enough to be surrounded by worldrenowned architecture that serves as a reminder of the creativity man was capable of before the advent of any of the tools I utilize every day. My four-year-old’s endless curiosity and questions about the world daily… Not only do those questions require creative answers (on the spot), they remind me to continue to question the world as well.
One Fine Spring Day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글로벌 이노시안의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 스치며 지나가는 평범한 일상에서 찾아낸 보물 같은 한 컷! 행복을 주고, 영감을 주고, 때론 위로가 되어주는 그 특별한 순간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
Yaman Yamaner (Event Manager, IWTr) This photograph is taken on a dark alley where no photographer visits, due to constant poor light conditions. However, I knew that there was something hidden which everybody ignored in that darkness. That day, I visited the place again and bingo! This concert poster was there, lit by this natural afternoon sun. But, it was on the side where everybody turned their back as they looked in one direction. So, if you try to look with a different angle, you’ll be able to see the same thing in a different way. The point is not changing the angle though, it is to know there is one to switch to.
24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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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CEAN Worldwide News
IWI INNOCEAN Worldwide India (New Delhi, Nov 2005)
IWUK INNOCEAN Worldwide UK (London, Jul 2006)
*IWA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Apr 2009)
IWCa INNOCEAN Worldwide Canada (Toronto, Jan 2010)
IWA New York INNOCEAN Worldwide Americas New York office (New York, Jun 2011)
IWF INNOCEAN Worldwide France (Paris, Jan 2010)
IWC SH I 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Shanghai, Nov 2006)
*IWE INNOCEAN Worldwide Europe (Frankfurt, Jan 2007)
*IWC BJ INNOCEAN Worldwide China Beijing (Beijing, Dec 2005)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WTr INNOCEAN Worldwide Turkey (Istanbul, Feb 2011)
IWCz INNOCEAN Worldwide Czech office (Prague, Jan 2009)
IWR INNOCEAN Worldwide Russia (Moscow, Jan 2009)
IWS
INNOCEAN-CBAC
INNOCEAN Worldwide Spain (Madrid, Nov 2009)
INNOCEAN-CBAC (Beijing, Dec 2009)
IWIt INNOCEAN Worldwide Italy (Milano, Aug 2008)
IWC SH (Nanjing) I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Nanjing office (Nanjing, Nov 2008)
IWAu INNOCEAN Worldwide Australia (Sydney, Aug 2008)
IWB INNOCEAN Worldwide Brazil (Sรกo Paulo, Sep 2012)
IWA Chicago INNOCEAN Worldwide Americas Chicago office (Chicago, Apr 2011)
IWM INNOCEAN Worldwide Mexico (Mexico City, Feb 2014)
*=RHQ 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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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이노션, 칸 라이언스 한국사무국과 ‘크리에이티브 K’ 공동 주최
세계 광고계 거장 Bob Isherwood, 이노션 본사에서 특별 강의 실시
이노션 월드와이드와 칸 라이언스 한국사무국이 공동 주최하는 전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Worldwide Creative Advisor 겸 Global Creative Council 위원장인
국 대학생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경진대회 ‘크리에이티브K’가 성황
세계 광고계 거장 Bob Isherwood가 3월 3일 이노션 23층 세미나실에서 특별 강연을 실시
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진행된 ‘크리에이티
했다. 제6회 GCC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Bob Isherwood는 이노션 본사 임직원을 대상으
브K’는 국내 우수 인재 발굴을 통해 한국이 크리에이티브 강국으
로 진행한 ‘통제의 미학(The Benefit of Constraints)’ 강연을 통해 광고 시장과 업계 환경
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획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을 통제하고 있는 수많은 제약과 조건을 현명하게 역이용해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만 최고
제1회 ‘크리에이티브K’에는 전국 83개 학교, 409개 팀, 2,045명의
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이 참가했으며 총 7개 팀이 본상을 수상했다. 이번 행사의 단 독 후원사인 이노션은 후원금 5천만 원을 지원했으며 박종우 전무, 원혜진 ECD, 김치영 수석국장, 김정환 수석국장 등이 심사위원으 로 큰 활약을 보였다.
Bob Isherwood Delivers a Special Lecture at INNOCEAN Worldwide The legendary adman, Bob Isherwood, who currently leads as the Worldwide Creative Advisor and chairman of Global Creative Council, delivered a special lecture at INNOCEAN Worldwide on March 3, during his visit to Korea for the 6th GCC
INNOCEAN Co-hosts “Creative K” Competition
meeting. His lecture, titled “The Benefit of Constraints,” emphasized that if one
INNOCEAN Worldwide and Cannes Lions Korea teamed up
wishes to become the best-in-class creator, when they should recognize and make
to host “Creative K”, a nation-wide, university level marketing
the most of the benefit of various restrictions and conditions that affect the nature
and communications competition. The goal of the contest is
and performance of the advertising market.
to nurture the development of talented young people who can help turn Korea into a powerhouse in the fields of marketing and communications. In the inaugural season, a total of 409 teams, consisting of 2,045 students from 83 universities across the country participated and seven teams were chosen as winners. INNOCEAN Worldwide sponsored KRW 50 million for the event, with seven of its staff serving as members of the jury.
24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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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A
IWCa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Apr 2009)
INNOCEAN Worldwide Canada (Toronto, Jan 2010)
IWA, 2015 Graphis Advertising Annual에서 8개 상 수상 IWA는 2015 Graphis Advertising Annual에서 총 8개 부문 수상 을 기록했다. 매년 전 세계 최고 크리에이터들의 광고 및 디자인 작 품을 조명하는 Graphis Advertising Annual에서 IWA는 올해 금 상 2개, 은상 3개, 우수상 3개를 획득했다. IWA가 기획 및 제작 한 현대자동차 <Genesis Blind Test Drive>, <Dad’s Sixth Sense>, #BecauseFutbol 시리즈의 <FIFA “Boom”>, ‘The Walking Dead’ 광 고물 등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IWCa, Montreal Auto Show에서 기아자동차 부스 운영 이노션 월드와이드 캐나다법인(IWCa)이 1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 린 2015 Montreal Auto Show에서 기아자동차 부스를 운영했다. IWCa가 선보인 기아자동차 부스는 90인치 LED 스크린, 디지털 휠
IWA, 원쇼 선정 ‘2015 올해의 자동차 광고’ 2년 연속 수상
IWA Wins Eight Awards at 2015 Graphis Advertising Annual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국법인(IWA)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광고
스탠드 등의 첨단기술을 탑재하고, 기아자동차 전 라인업을 살펴볼
IWA won eight awards at the 2015 Graphis Advertising Annual,
제 The One Show와 미국 최대 국제 자동차 전시회 북미오토
수 있는 대형 터치스크린을 운영하기 위해 4개의 충전 스테이션과
which highlights design work from the best international talent
쇼가 공동으로 선정하는 ‘2015 올해의 자동차 광고(Automobile
50피트의 벤치를 제공해 방문객의 편리성을 높였다. 혹한의 날씨
every year. IWA brought home two gold awards, three silver
Advertising of the Year Award 2015)’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방문자 수를 기록한 이번 전시회의 기아동
awards and three merits. IWA won prizes for Hyundai Motor
지난해 Interactive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는 IWA는 이번에
차 부스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능으로 언론 및 자동차 팬들을 매
Company’s <Genesis Blind Test Drive>, <Dad’s Sixth Sense>,
현대자동차 <Dad’s Sixth Sense> 편으로 TV 부문 최우수상을 획
<FIFA “Boom”> of #BecauseFutbol campaign and <The
득하며 ‘2년 연속 수상’ 행진을 기록했다.
Walking Dead> spots.
I NN O C EAN Wo r l d w i d e A m e r i c a s W i n s A u to m o b i l e
INNOCEAN Worldwide Canada(IWCa) hosted a Kia Motors booth at the 2015 Montreal Auto Show. The booth featured
Advertising of the Year Award for Second Consecutive Year
cutting-edge technologies such as a 90-inch LED screen, fully
INNOCEAN Worldwide Americas(IWA) won the “Automobile
digital wheel stands and a 50-foot bench with four charging
Advertising of the Year Award” for the second consecutive
stations allowing guests to relax and engage with large touch-
year in 2015. Winners of the awards are jointly selected by The
screens featuring the full Kia lineup. With such a fascinating
One Club and the North American International Auto Show.
exhibition, the Montreal Auto Show was able to boast record-
Hyundai Motor Company’s <Dad’s Sixth Sense> was named
breaking attendance despite the frigid weather.
the best automobile ad in the Broadcast TV category.
IWA, Digiday Video Awards에서 활약 IWA가 올해 처음으로 참여한 Digiday Video Awards에서 큰 활약
IWA, 다수 광고제 심사위원 배출
을 보였다. IWA는 총 여섯 개의 작품을 네 개의 카테고리 finalist에
IWA 임원 7명이 광고제 심사위원으로 발탁되었다. IWA의 ECD
올렸으며, 현대자동차의 <0 To 60 In Less Than A Vine> 캠페인으
인 Greg Braun은 뉴욕페스티벌의 Executive Jury로 선정되었으
로 Best Social Video Advertising 부문 Winner를 차지하는 성과
며 Mehta Mehta, Barney Goldberg, David Mesfin 3명은 뉴욕
를 달성했다. Digiday Video Awards는 영상을 활용한 미디어, 마케
페스티벌의 International Grand Jury로 활약할 예정이다. 이 밖
팅, 광고 제작물 중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여 조명하는 시상식
에도 Uwe Gutschow와 Carol Lombard이 각각 Effie Awards와
으로 올해 행사는 1월 15일 뉴욕 Highline Ballroom에서 실시됐다.
Digiday Publishing Awards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IWA Scores Big at Digiday Video Awards
IWA Executives to Serve as Jurors at Advertising Festivals
IWA made a great impact in its first appearance at the Digiday
Seven IWA executives will serve as jury members at upcoming
Video Awards this year. While six of its entries made it to the
advertising festivals. Greg Braun, ECD, will be the Executive
finalist in four different categories, Hyundai Motor Company’s
Jury, while Mehta Mehta, Barney Goldberg, and David Mesfin
<0 To 60 In Less Than A Vine> campaign was selected as the
will serve on the International Grand Jury at the New York
Winner of Best Social Video Advertising category. The event,
Festival. Meanwhile, Uwe Gutschow and Carol Lombard
which celebrates the very best film work in the fields of media,
will donate their talents to the Effie Awards and the Digiday
marketing and advertising, was held at the Highline Ballroom
Publishing Awards, respectively.
in New York City on January 15.
료시키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이다. IWCa Hosts Kia Motors booth at Montreal Auto Show
Life is Orange Spring 2015
IWE
IWR
INNOCEAN Worldwide Europe (Frankfurt, Jan 2007)
INNOCEAN Worldwide Russia (Moscow, Jan 2009)
99
IWE 임원진, Effie Awards 심사위원 대거 배출 IWE 임원진이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광고제 Effie Awards의 심 사위원으로 선정됐다. Effie Awards는 가장 효율적인 광고 캠페인 을 조명하는 국제 광고제로 지역과 국가에 따라 개별적인 시상식을 실시하고 있다. IWE의 전일수 본부장은 Asian Effies의 심사위원으 로 발탁됐으며, CSO Glen Flaherty는 Global Effies의 심사를 도 울 전망이다. 또한 European Client Services Director Andreas Cordt가 세계적인 마케팅 리더들과 함께 Euro Effies 심사위원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IWE’s executive team served as jurors for Effie Awards Several of IWE’s executives were selected as jury members for the Effie Awards, a world-renowned, international advertising festival that honors and celebrates the industry’s most
이노션 월드와이드 EM지역본부 신설
efficient marketing and communications ideas. Steve Jun,
이노션의 러시아법인, 터키법인, 인도법인을 하나로 묶는 이노션 월
IWE’s President and CEO, will serve as the Asian Effies jury,
드와이드 Emerging Markets(EM) 지역본부가 새롭게 출범했다. 해
while Glen Flaherty, CSO, will participate in the Global Effies.
당 국가들은 역사, 종교, 언어, 문화 등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큰
Andreas Cordst, IWE’s European Client Services Director, will
시장규모와 높은 성장잠재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EM지역본부는
serve at the Euro Effies as well.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시각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 고 이노션의 성장동력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IWE 사옥, Deutsche Designer Club의 Good Design 수상 이노션 월드와이드 유럽지역본부(IWE)가 사옥 인테리어 디자인으 로 German Designer Club의 Good Design 상을 획득했다. 2013 년 IWE는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 업체 Ippolito Fleitz와 협업을 통해 사옥 이전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모던한 디자인의 IWE 사옥은 광범위한 광고회사 업무에 최적화된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다각형의 공간 디자인 요소와 가지각색의 소재를 활용해 IWE의 뛰 어난 디자인 역량을 표방하고,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 는 완벽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을 받았다. IWE’s Office Wins Good Design Award from Deutsche Designer Club INNOCEAN Worldwide Europe(IWE) won Good Design award from the Deutsche Designer Club, for the interior design of its office building. IWE, working in collaboration with Ippolito Fleitz interior design company, moved to its spacious new office in 2013. The new building’s interior spaces can be adapted for use for a wide range of the company’s operations. DDC lauded the building as a suitable means for showing off IWE’s design capabilities. Some of its most noteworthy features are the use of polygonal spatial design elements and a wide range of materials, all serving to maximize the creative efforts of the company’s employees.
INNOCEAN Worldwide Launches Emerging Markets RHQ INNOCEAN Worldwide Emerging Markets(EM) RHQ was recently launched, bringing INNOCEAN Worldwide Russia, INNOCEAN Worldwide Turkey and INNOCEAN Worldwide India into a single fold. The three countries share similar enormous markets, with a high potential for growth. New RHQ’s role will be to act as a springboard for capturing new business opportunities and creating growth engines for INNOCEAN Worldwide as a whole.
epilogue
100
Special Moments With You
이번 호 키워드에 가장 적합한 메인 인터뷰이를 떠올렸을 때, 편집팀의 만장일치로
‘진짜 래리킹이 맞냐’는 의심을 한번에 날려버리기 위해 이들이 뭉쳤다. 제작팀의 이나영
손꼽힌 인물이 바로 나영석 PD. 한낱 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섭외가 극적으로 성사되고,
CD, 기획팀의 서민정 대리, Element의 유성훈 감독, 그리고 굿럭의 조진호 실장.
나영석 PD를 만나기 위해 국정애 차장을 비롯해 편집팀 여인들이 6명이나 출동했다.
좀처럼 모이기 힘든 사람들을 한꺼번에 모을 수 있었던 건 역시 오랜 시간 함께해온
등장하자마자 우르르 달려든 우리를 보며 크게 흔들리던 그의 동공이 여전히 잊혀지지
파트너로서의 의리(!) 덕분. 오랜 친구 사이처럼 끈끈한 유대와 은근한 디스가 공존한
않는다. 지켜보는 눈이 많아 불편했을 자리에서도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은 나 PD님께
만남! 한정된 시간 안에 밀도 있게 진행된 프로젝트 덕분에 이젠 서로 눈빛만 봐도 척척
감사드린다. 그리고 말로는 떨렸다면서 평양냉면 면발 같은 쫄깃한 질문을 쭉쭉 뽑아내준
아는 사이가 됐다. 그들은 케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밑줄 쫙~은 못해드렸지만,
국 차장님! 덕분에 편집팀은 편하게 젓가락만 얹었습니다.
‘모두 동의’는 넣어드렸다. 부디 ‘모두 만족’이 되었길.
CD사용설명서 촬영은 언제나 예측불허. 분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쓰는 CD들인
고요한 16층 라운지에 게임의 고수들이 모였다. 이노션 내 자타공인 게임광인 윤평강
만큼 촬영 스케줄 맞추는 것도 여간 큰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차장, 설지환 사원, 홍석우 사원과 탭조이의 박선우 부장, 이상탁 팀장, 이가영 과장이
않음에도, 곽희용 CD 촬영 날짜가 예상치 못하게 훅~ 들어와서! 당황은 했지만 그만큼
열띤 수다의 장에 함께했다. 어찌 보면 3대3, 대결 구도 같지만, 실상은 누가 먼저랄
다행이었다는 것!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아이템들을 두 손 가득히 들고 스튜디오로
것도 없이 게임 덕후 냄새 폴폴 나는 유쾌하면서도 유니크한 현장. 여담이지만 정말이지
달려와준 곽희용 CD님께 감사드린다. 카메라 앞이라 쑥스럽다고 하면서도 지금까지
편집팀은 이들의 끝도 없는 수다 녹취를 푸느라 피 토할 뻔했다. 지면은 한정되어 있는데,
누구도 보여주지 않은 과감한 포즈까지! 저희는 CD님이 라켓을 그렇게 사용하실 줄
덜어낼 이야기는 도무지 없는 것 같고, 나중에 책 한 권으로 내도 될 것 같다.
몰랐죠~ 덕분에 아침부터 스튜디오는 웃음꽃이 만발했답니다.
2015 Spring, Contributors of INNOCEAN Worldwide 이번 봄호에 함께해주신 곽희용 CD님, 국정애 차장님, 김상수 CD님, 김성태 사원님, 서민정 대리님, 서재식 대리님, 설지환 사원님, 염철 본부장님, 윤명진 차장님, 윤평강 차장님, 이나영 CD님, 장인주 국장님, 진서현 부장님, 최가홍 대리님, 홍석우 사원님 그리고 미국법인의 Greg Braun ECD님, Geneson Rho님, Skip Tramontana님, 스페인법인의 Juan Manuel Corpas Pradera님, 러시아법인의 Kirill Matveev님, 터키법인의 Yaman Yamaner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메인 인터뷰 섭외에 큰 도움 주신 김성훈 국장님과 게임에 무지해 기획단계에서 고민과 멘붕을 반복하던 편집팀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주신 김의상 본부장님, 최창인 차장님 감사해요. <Life is Orange>와 함께해주신 탭조이, 감사합니다!
발행인 안건희 발행일 2015년 3월 31일 발행처 이노션 월드와이드 INNOCEAN Worldwide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37-36 랜드마크타워 837-36, Yeoksam-dong, Gangnam-gu, Seoul, Korea www.innocean.com blog.innocean.com www.facebook.com/innocean <Life is Orange> 편집팀 기획 INNOCEAN Worldwide 홍보팀 02-2016-2214 편집 디자인 제작 iPublics Inc. 02-3446-7279 사진 Studio 1839 02-548-1839 인쇄 (주)삼성문화인쇄 02-468-0361 본지에 실린 글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을 나타냅니다. 본지에 실린 이노션 월드와이드 관련 콘텐츠는 본사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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