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s Orange +no. 19 Fall 2015
FALLING IN KIM POONG 김풍에 빠지다
WE ARE CHANGING THE WORLD 음지에서 양지로, 덕후가 세상을 바꾼다
BRAND, SOMETHING DIFFERENT 브랜드의 목소리를 내라
Creators Crazy for Their Own World 어느 크리에이터의 덕밍아웃
Words that Make Me 나를 이루는 말들, 이성규 CD
DREAM BIG, FAR MORE TOGETHER
함께, 멀리, 거대하게 꿈꾸자! 글로벌 CCO 제레미 크레이건
This is My Precious Little Things! 덕후거나 아니거나 이노시안의 즐거운 취미생활
ENJOY THE LITTLE THINGS FOR ONE DAY YOU MAY LOOK BACK AND REALIZE THEY WERE THE BIG THINGS
Contents
Life is Orange +no.19 Fall 2015
04~
Brand, Something Different
60~
80~
LETTER
브랜드의 목소리를 내라
CREATOR’S NOTE 2
CREATOR’S NOTE 3
06~
34~
62~
82~
INTERVIEW
SHOWCASE
COLLABORATION
TREND REPORT
Falling in Kim Poong
C reators Crazy
Superheroes who Made
듀나의 시네마투어
김풍에 빠지다
for Their Own World
the SONATA Motor Show
‘발연기’와 ‘명연기’ 사이
어느 크리에이터의 덕밍아웃
시간을 달리고, 공간을 넘어서
14~
김익현의 미디어로그 소셜 뉴스와 ‘오래된 미래’
ISSUE REPORT
40~
70~
Brave New (德) World !
CREATOR’S NOTE 1
IN THE LIMELIGHT SONATA - Sing the Road!
김영애의 아트클래스
42~
차와 사람이 만나는 길 위의
덕후의 세계, 예술로 피어나다
We are Changing the World
INNOCEAN TALKS
감성을 노래하다
음지에서 양지로,
Dream Big,
쏘나타 X 박진영 X K팝스타
덕후가 세상을 바꾼다
Far More Together
오 멋진 신세계여!
Virtue of True Absorbing
92~ TODAY’S SNAP
함께, 멀리, 거대하게 꿈꾸자
Thinking the True Value of
Today's Special
글로벌 CCO 제레미 크레이건
the House
나를 위한 한 끼 식사
몰입의 즐거움, ‘덕’에 대한 고찰
보고 있으면 자꾸 눈물이 나…
48~
2015 KCC건설 스위첸 광고 캠페인
94~
Have Fun, Go Mad!
CD사용설명서
오덕 소년이여
6편: 이성규 CD
76~
2015 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
덕황상제를 꿈꾸어라
Words that Make Me
ORANGE ESSAY
& 문화가 있는 날
나를 이루는 말들
장인주 법인장의
When Minor Becomes
PREVIEW
마드리드에서 마주치는 시간들
its Power
54~
쓸모없음의 쓸모,
이노션 백서(白書)
서재식 카피의
덕력의 문화 창조
This is My Precious
우아를 위한 시간
Little Things! Satisfaction with No Reason
덕후거나 아니거나
나를 위해 쓴다, 아낌없이
이노시안의 즐거운 취미생활
96~ 24H
100~ EPILOGUE
LETTER
04
Life is Orange Fall 2015
INNOCEAN IN EXCITING 德 LAND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모두 건강하셨는지요? 어느덧 2015년의 결실을 갈무리하는 계절에 다시 인사드립니다. 올 해, 이노션은 창립 10주년을 맞이하고, 기업 상장 등의 큰 변화를 겪으며 지난 10년의 성과 위에서 더 큰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노션의 오늘에 성원을 보내주시고, 내일에 더 큰 응원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이 지면을 빌려 감사드립니다. 이번 가을, <Life is Orange>의 이야기는 자신의 취향에 솔직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앞선 이들에 관한 것입니다. 이전에는 괴짜나 현실 부적응자처럼 보이던 이들이 점차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트렌드의 선두에서 대중과 함께하는 모습은 젊고 생생한 에너지, 그 자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IT 기술과 다양한 미디어의 발전으로 좁은 방에서 벗어나 세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또한 그 ‘몰입’의 힘은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 던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독특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들의 새로운 이름이 ‘덕후’라고 합니다. 이노션 안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는 능력과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세상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이노션이 추구하는 미래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대다수와 다른 자신의 모습을 즐기며, 그 다름에서 비롯되는 탁월한 창조의 에너지를 실현하는 것. 이노션은 이 새롭고도 멋진 신세계를 향해 부단히 전진할 생각입니다. 오늘과 다른 내일을 향한 이노션의 흥미진진한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제, 이 놀라운 ‘덕후’들의 세계를 즐겨보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대표이사 사장 안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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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06
Life is Orange Fall 2015
김풍에 빠지다
07
자취생 야매 요리로 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남자가 있다. 셰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본업은 웹툰 작가다. 그것도 경력 12년 차인 베테랑 작가. 틈틈이 영화기자로 일하고 연극배우로도 활동했다. 남들 눈치 안 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그냥 다 하고 보는 것. 그게 바로 김풍이 사는 방식이다. 엉뚱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의 삶에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다. 진심으로 즐기며 산다는 게 무엇인지 그를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주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간단하다. 좋으면 하고 싫으면 안 한다. 만난 지 한 시간밖에 안 됐는데 이 남자의 쿨한 매력에 완전 빠져든다.
INTERVIEWER. 이예지 차장 (AE, INNOCEAN Worldwide)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AM12 Studio COOPERATION. 청춘문화싸롱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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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사는 법 이예지 차장(이하 이) 요즘 많이 바쁘시죠. 쉬는 날 있으세요? 김풍 작가(이하 김) 짬짬이 쉬는데요. 저는 원래 많이 쉬어야 하는 편 이라 요즘 정신이 없기는 해요. 이 ‘김풍열풍’이라고까지 이야기하던데요, 기분 어떠신가요? 김 쑥스럽게 누가 그런 얘기를 했죠?(웃음) 사실 역치가 다다르지 못 했을 때 기분이라는 것을 느끼잖아요. 역치가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그런 것을 못 느끼고 살게 돼요. 요즘이 딱 그래요. 이런 부분에서 항 상 쿨했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고, 낯설기도 하고 기분 좋죠. 물론 창 작자의 입장에서 불편한 부분도 있어요. 혼자서 사색하는 시간과 에 너지를 쌓을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이 그러고 보니 작업하실 시간은 있으세요? 김 정식으로 만화 작업할 때에는 시간을 내야죠. 아직은 그 모드가 켜지지가 않아서. 방송 활동하면서 틈틈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 는데, 짬나는 시간에는 그냥 쉬고 에너지 채우기에 바쁘더라고요. 진 짜 창작을 하는 데 있어서는 확실히 방해가 되긴 해요. 창작할 때의 에너지와 방송할 때의 에너지는 상반되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이 쉽지 않아요. 이 방송 활동이 재미있지는 않으세요? 요즘 바쁘시다 보니 처음과 비교해서 무감각해진 면도 있으실 것 같아요. 김 여전히 재미는 있지만 처음의 낯선 감정이 사라졌어요. 처음에 이 건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인 것 같았거든요. 한평생 머리 길렀던 여자가 갑자기 머리 자른 느낌 있잖아요. 안 어울리는 것 같고 어색해하다가 어느 순간 짧은 머리도 잘 어울리네, 적응되네, 이런 느낌? 이 제 주변에도 작가님 좋아하시는 분이 많아요. 인기가 많은 이유 랄까,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해주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본 적 있 으세요? 김 그걸 제 입으로 이야기해야 하나요?(웃음) 글쎄요, 그냥 스스로 를 분석하죠. 아무래도 만화 작가다 보니까 캐릭터 설정도 하고 분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살 수
석도 해요.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려고 노력하죠. 일단 즐기고
있는지 궁금해요. 사람들은 다수가 선택하는
있는 것이 사람들한테는 보기 좋은가 봐요. 한편으로는 재수없어 보
삶을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기도 하겠지만. 저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 래서 진정성을 보이려고 많이 노력해요. ‘원래 그런 사람이다’를 보여
작가님처럼 남의 눈치 안 보고 좋아하는 것을
주고 싶어요.
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워요.
이 TV에 비춰지는 친근한 모습, 옆집에 살 것 같은 느낌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김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연예인들도 딱히 특별한 사람이 없더라고요.(웃음) 저는 누가 대단해 보인다거나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이 없어요. 제 자신을 볼 때도 마찬가지고요. 같은 문화권에 사는 사 람들은 생각도 비슷한 것 같고, 저 스스로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 거든요. 언론이나 여론은 특별하다 대단하다 얘기할 수 있겠지만 제 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죠. 한때 잘됐다가 잘 안 된 적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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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평범한 사람이다 보니까 방송에서도 그 모습 그대로 그냥 보여주 는 거예요. 이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해오셨잖아요. 웹툰 작가도 하시고, 방송 활동도 하시고, 전에는 캐릭터 사업도 하셨고…. 어떻게 그렇게 다양 한 일에 도전하며 살 수 있는지 궁금해요. 사람들은 다수가 선택하는 삶을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잖아요. 작가님처럼 남의 눈치 안 보고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워요. 김 저 눈치 엄청 봐요. 학창시절에도 공부하는 척하면서 딴 짓을 많 이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건 부모님이 싫어하시니 안심시켜드려야 해 서 공부하는 척은 했죠. 근데 저는 부모님이 꼭 옳다고 생각하지 않거 든요. 부모님 말씀하시는 것이 정답은 아닐 거라는 생각을 일찍부터 했어요. 어차피 삶에 정답이 없는 거면 그냥 ‘나 좋은 거 하자’, 그렇게 살다 보니까 삼수까지 했네요.(웃음) 세상에 그 누구도 정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내 룰은 내가 정한다’는 게 있었죠. 그렇다고 대범한 편도 아니고 소심하고 눈치도 잘 보는 성격 이라 남모르게 조금씩 해요. ‘도전’이나 ‘용기’라는 거창한 말보다 ‘시 도’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해보다가 안 되면 말고. 이 10대, 20대, 30대를 지나오면서 몰입해온 포인트가 달랐을 것 같 아요. 여러 가지에 몰입해본 경험이 있을 것 같은데, 김풍의 몰입의 역 사를 얘기해주세요. 김 그냥 좋아한 거에 조금씩 발만 담갔어요. 갑자기 꽂혀서 하는 거 죠. TV에서 탭댄스를 잘 추는 사람이 나오면 갑자기 탭댄스를 배우러 가는 거예요. 몇 개월 배우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다른 걸 찾았죠. 유 튜브 보다가 외발 자전거를 멋있게 타는 서양 청년이 있길래, 진정한 힙스터라면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외발 자전거 를 샀어요. 밖에서는 부끄러워서 잘 못 타니까 지하주차장에서 조금 타다가 도저히 이것도 안 되더라고요. 아, 대금도 있었네요. <국악 한 마당>에서 대금 부는 게 근사해서 대금도 샀죠. 지금은 집에 그냥 쌓 아두고 있어요. 그렇게 살아요.(웃음) 이 단기간 그렇게 몰입하는 것들이 계속해서 있었던 거군요. 김 네. 홈쇼핑도 그런 식이었던 것 같아요. 꽂히면 사는 거죠. 이런 것들이 순간적인 에너지인 것 같아요. 그런데 끈기가 부족하죠. 그런 중에 만화도 하나 얻어걸렸고, 요리도 하나 얻어걸렸어요. 수많은 시
세상에 그 누구도 정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내 룰은 내가 정한다’는 게 있었죠. 그렇다고 대범한 편도 아니고 소심하고 눈치도 잘 보는
도를 해본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요. “왜 하나를 진득하게 못하느
성격이라 남모르게 조금씩 해요. ‘도전’이나 ‘용기’라는
냐” “하다가 금방 그만둘 거잖아” 이렇게들 얘기하지만 그게 어때서
거창한 말보다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요. 그게 그렇게 큰 죄인가요?
김풍 1978년생. 본명은 김풍이 아닌 김정환이다. 홍익대 애니메이션학과에 다니던 2002년 웹툰 <폐인가족>으로 데뷔했으며, 당시 다양한 신조어를 낳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폐인가족>의 성공은 싸이월드 미니홈피 캐릭터 사업으로 이어져 연 매출 10억의 회사 사장이 되기도 했다. 이후 영화기자와 연극배우, 게임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에 한 번씩 발을 담갔다가 지금은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한 TV 프로그램에서 ‘자취 요리’ 잘하는 만화가로 맹활약 중이다.
INTERVIEW
이 멋지네요. 저도 뭘 다양하게 해보는 건 좋아하는데 작가님의 요 리나 만화같이 득도의 경지까지 가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보통 6개 월 이내에 열정이 사그라들고 말죠. 김 저도 6개월까지 가본 건 거의 없어요. 항상 그런 식이었어요. 하 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도 좀 질리거든요. 그러다가 뭐 하나는 깊이 파 보자 하는 일들이 또 생기고. 사람마다 성향이나 자라온 환경, 습관도 다 다르니까 제가 쉽게 이야기하는 게 누구한테 굉장히 어려운 일일 수 있죠. 엄청난 리스크가 있는 게 아니라면 그때그때 해보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하다가 안 되면 중고장터에 팔아도 되고. 그것도 하나 의 깨달음이니까.
그래서, 덕후이신가요? 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 아는 것도 능력인 것 같아요. 내가 뭘 좋 아하고 뭘 잘할 수 있는지를. 김 맞아요, 그건 해봐야 알아요.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으면 해보는 게 좋겠죠. 망설이는 것도 에너지거든요. 망설이는 에너지를 기왕이면 시도하는 에너지로 바꾸면 그게 플러스잖아요. 이 그런데 어떤 것을 좋아해서 막 몰입해서 하다가 그 일들이 직업 이 됐잖아요. 만화를 좋아해서 웹툰 작가가 되셨고, 요리도 즐겨 하시 다가 방송인이 되시고. 좋아하던 것이 막상 직업이 되었을 때도 즐기 면서 하게 되던가요? 개념이 약간 달라지는 것 같은데요. 김 그렇죠. 애인으로 사귀다가 결혼한 거죠. 이제부터는 삶이죠. 물 론 만화 그리다가 미쳐버릴 때도 있고 생각이 안 나서 머리 싸매고 고 민할 때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해도 그건 순간이고 결과물이 나왔을 때 쾌감이 있어요. 싫어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에너지가 있을 때 ‘내가 이걸 진짜 좋아하는구나’ 느끼는 거죠. 내 거라고 생각하니까 잠 안 자가면서 할 수 있는 거예요. 저는 계속 변화하는 사람이고, 좋 아하는 걸 계속 즐기는 사람이에요. 지금은 웹툰이 좋고 즐거우니까 앞으로도 웹툰을 하며 살고 싶어요. 또 모르죠. 창작 활동에서 다른 무언가를 할 수도 있고,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있어요. 이 작가님이 말씀하신 여러 가지 이야기가 <Life is Orange> 이번 호 키워드와도 맞는 부분이 있어요. 저희가 다루고 있는 게 ‘덕후’거든요. 과거의 오타쿠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을 열정적으로 즐기고 전문성까지 갖춘 능력자들이요. 실제로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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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덕후’ 성향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네. 하지만 조금 다른 환경인 것 같아요. 좋아서 파기는 하지만 저
조금이라도 흥미가 있으면 해보는 게 좋겠죠. 망설이는 것도
는 원리를 파악하는 타입이거든요. 분석하는 것 좋아하고, 그렇게 들
에너지거든요. 망설이는 에너지를 기왕이면
어가는 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덕후’ 기질이겠죠. 그런데 남들 다 좋아
시도하는 에너지로 바꾸면 그게 플러스잖아요.
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아요. 피규어나 야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마이너한 쪽, 서브 컬처에 대한 마니아죠. 그것도 한정적인 깊이라서 그 분야를 통달했다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것만 부분적으로 파고 즐 기는 것 같아요. 가령 스트리트 댄스를 좋아한다면 그중에서도 ‘락킹’ 이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거죠. 이 좋아하게 되면 공부하시는 타입인가 봐요. 김 ‘디깅’을 하는 거죠. 디깅하는 게 버릇이에요. 이 그게 덕의 1단계 아닌가요?(웃음) 김 그렇죠. 음식 같은 것이 특히나 많이 적용되죠. 음식은 문화와 역 사를 먹는 것이니까요. 각 시대마다 여러 가지 괴식이 있었을 거예요. 그중에 살아남은 것들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시대의 대표 음식 이 되는 거고요. 조선시대에도 희한하게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겠죠. 홍시에 간장을 비벼 먹는 게 그때 유행했어도 지금 안 먹으 면 문화는 끊긴 것이에요. 대중적인 맛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까 세 계 각국에서 현재까지 먹고 있는 음식들을 파고들어가면 거기에는 단 단한 문화와 역사가 있어요. 그런 게 저는 재미있더라고요. 이 김풍의 역사도 파고들어가면 흥미로운 점들이 많더라고요. 2000 년대 초반에 <폐인가족>이라는 만화로 인기를 얻으셨잖아요. 덕후 문 화가 이만큼 양지로 올라오는 데 작가님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 도 들리는데요. 김 그런 시류가 있었고 제가 거기에 편승을 한 거죠. 물론 그것을 만 화로 표현하고 만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도 있겠지만, 그 당 시에 인터넷문화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어요. 그것이 빅뱅의 시작이었 죠. 단초가 된 것이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였어요. 디지털 카메라가 보 급되면서 사진을 올릴 공간이 필요했고 그것을 디시인사이드가 선점 했죠. 그곳에서 사람들은 본인들의 의견들을 피력하기 시작했고 수많 은 사이트가 파생돼 나온 거죠. 이 저희끼리도 IT와 인터넷의 발전이 덕후 문화가 양지화되는 계기 가 됐다고 얘기하거든요. 1인 크리에이터들도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 현재는 플랫폼 시대죠. 플랫폼이 너무 많아지고 있어요. 사람들 자본이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한 거죠. 문제는 플랫폼은 있는데 내용 이 없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기획사나 회사들이 콘텐츠를 제공했는 데, 그런 데서 나오는 것은 한계가 있거든요. 잘 다져지고 잘 만들어지 긴 했지만 독창성이 부족한 거죠. 비슷한 색깔밖에 없고. 그래서 개개 인에게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아프리카 TV 등을 통해서 산업적인 가 치가 증명되고 있잖아요. 개개인이 인포메이션 프로바이더가 되고 있 는 거죠. 플랫폼들이 이제 그들을 찾고 있고 그들과 전속계약을 하기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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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었을 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습관과 관련한 화두가 있잖아요.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고 하는. 마음먹었을 때 바로 바로 행동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그것이 그 사람의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원하고 어느 순간 갑과 을이 바뀌어버리는 거예요. 값어치가 바뀐 거 죠. 점점 그렇게 변해갈 것 같아요.
작가 김풍으로서의 삶 이 광고회사도 여럿이 하는 일이 많아요.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 거나 팀워크로 되는 일이 대부분인데 작가님도 공동작업하고 계시잖 아요. 진행하다 보면 마찰이 많이 생길 수 있는데 그럴 때 어떻게 조 율해나가시는지 궁금해요. 김 카리스마죠!(웃음) 농담이고요. 지금 그림 작가랑 작업하고 있는 데 그 친구랑 계속 이야기를 해요. 공동작업을 할 때는 신뢰가 있어 야 해요. 그 신뢰는 그 사람의 능력에 대한 신뢰인 것 같아요. 처음에 는 제가 원하는 그림체랑 달라서 부딪히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래 도 이 친구에게는 분명히 장점이 있고 그것 때문에 같이 시작한 거니 까 완벽하게 신뢰하고 설득해야 하는 거죠. 그건 그 친구도 마찬가지 일 거예요. 제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그림 그리는 것도 짜증나겠죠. 그 래서 일하면서 계속 의논하고 설득해요. 자기 작품이라는 공동의 목 적이 있으니까 맞춰서 같이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조금 진부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창작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는 지도 궁금합니다. 김 그때그때 달라서요. 평소에 뭘 하고 있느냐에 따라 영감이 다르게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평소에 다큐멘터리 보는 걸 좋아해요. 메타포 가 없는 이야기들이요.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사람들 각자의 삶이 있고 목표가 있어요. 그런 다큐멘터리는 연출과 의도가 들어간다 할지라도 그 사람의 목표나 이야기가 꽤 날것인 채로 보여주잖아요. 그리고 <출 발 비디오여행>을 보거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도 영감을 많이 얻 어요. 영화를 보면서 뒷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상상하는 거죠. 영화에 서 울컥한 순간이 있거나 감정의 변화가 있으면 그 순간을 메모해요. ‘내가 왜 이 지점에서 감정이 변했을까?’ 그 영화를 집에서 다시 보면 서 그 순간을 분석하고 제가 창작하는 부분에 대입하기도 해요. 이 그런 게 어린 시절부터 있던 습관인가요? 김 네. 창작하다 보니 생긴 습관인데 억지로 경험해야겠다고 생각하 는 부분도 있었어요. 더 많은 걸 접해야 한다, 신진문물을 접해야 한 다! 뭔가 정조 같죠?(웃음) 강박적으로 접한 것도 있었는데 마음먹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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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 보여주지는 않았잖아요. 그래서 더 기대되는 부분도 있어요. 꾸 준히 작품으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이 그럼 방송도 꾸준히 하실 계획인가요? 김 좋아하는 것만요. 제가 기획사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하기 싫은 걸 하고 싶지 않아서거든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 몸에 맞는 옷이면 계속 해보고 싶어요. 재미있는 것들 위주로. 이 요리와 관련이 되더라도요? 김 다른 방송에서는 요리를 하지 않아요. 이미지 소모가 급격하게 되잖아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김풍의 캐릭터가 있는데, 다른 데서 을 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습관과 관련한 화
도 그런 이미지로 나오면 <냉장고를 부탁해>를 볼 필요가 없거든요.
두가 있잖아요.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고 하는. 그게 그 의미인
가급적이면 다른 방송에서는 요리를 하기보다는 다른 이미지로 다가
것 같아요. 마음먹었을 때 바로바로 행동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그것
가고 싶어요. 기획단계부터 같이 들어가는 방송에 관심이 있어요. 기
이 그 사람의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존에 있던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기성복에 제 몸을 맞춰야 하는 불편 함이 있어서 잘 맞지가 않더라고요.
나답게 즐기며 사는 것
이 이건 시청자로서 궁금했던 건데요. <냉장고를 부탁해> 보면 작가
이 요새는 영화준비로 더 바쁘시겠네요?
님 요리는 다들 깜짝 놀라면서 너무 맛있게 먹더라고요. 작가님이 만
김 아니요. 그건 감독님이 바쁘신 거고.(웃음) 저는 방송하면서 이렇
든 음식 중에서 가장 맛있던 것과 맛없던 것이 있다면요?
게 인터뷰도 하면서 강연도 하면서, 그러고 지내고 있어요.
김 맛없는 것이 많았죠. 맛이 없다기보다 뻔한 요리들이죠. 저칼로리
이 혹시 출연해보고 싶은 광고는 없나요?
음식이라고 해서 곤약에다가 족발을 끼워서 양념장 발라서 구웠는데,
김 저는 병맛 광고 좋아해요. 진짜 병맛 같은 삶을 살고 있다면 그
곤약의 성질을 이용하고자 했지만 맛이 특별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상할 텐데, 실제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맛술 넣는 걸 깜빡했어요.(웃음) 사실 맛있고 아니고는 시청자들
헐렁해 보이는 이미지가 좋아요. 사실 제가 멋있거나 반듯한 이미지는
이나 평가해주시는 분들의 몫이죠. 대체로 자투리타타, 치즈듬풍토스
아니잖아요. 어차피 그런 건 작품 할 때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건데,
트, 토달토달, 다이김을 많이 따라 해 드시는 것 같지만, 가장 맛있는
밖에서까지 굳이 젠체하는 건 재미가 없잖아요. 방송에서는 제가 샌
걸 딱 꼽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드백 역할이거든요. 그게 마음 편하고 좋아요.
이 15분이라는 정해진 컨디션에서 제한적인 재료로 만들어내는 요
이 아무리 방송이라고 해도 진짜 화가 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리가 어떤 때는 기대 이상의 것이 나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내가 들인
김 열받는 척을 하죠. 자존감이 높지 않으면 진짜 열이 받겠죠. 기본
노력에 비해서 그저 그런 것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이런 게 창작의 매
적으로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즐거워요. 그런 게 다른 사람
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저희가 하는 광고 일과 닮았기도 해요.
들한테도 편한 것 같고. 평소에 저는 생각이 많고 진중한 편이에요.
김 그렇죠. 광고도 결국은 짧은 시간 안에 어필해야 하다 보니까 팔
지금도 인터뷰하시면서 그런 생각 들지 않으신가요?(웃음)
아야 할 제품이 돋보여야 하는 부분이잖아요. 결국은 다 같은 거라고
이 그러게요. 작가님 만나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
할 수 있겠네요.
고요. 유쾌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각도 깊고 진중하다고.
이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못 다하신 말씀이 있다면 해
김 사실 유쾌하기도 하지만 생각이 많다 보니 컨디션에 따라 달라져
주세요. 이 참에 <찌질의 역사> 시즌 3 홍보라든지, 광고주 분들께 한
요. 방송에서는 최대한 유쾌한 부분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요. 제 워
마디 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릴게요.(웃음)
너비죠.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인데 방송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줄
김 <찌질의 역사>는 이불킥하면서 생각하던 것들을 날것 그대로 표
수 있어서 기뻐요.
현한 만화예요. 이불킥을 할 수 있다는 건 적어도 그 사람의 인격만큼
이 만약에 광고를 찍으신다면 재미있고 친근한 느낌 말고 반대되는
은 훌륭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반성하고 후회한다는 뜻이니까요.
모습도 신선할 것 같아요. 방송에선 유쾌한 이미지를 유지하시다가 광
역설적이긴 하지만 그게 성숙한 인격이라고 생각해요. <찌질의 역사>
고에서 반전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왠지 멋있어 보일 것 같은데요.
는 그런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만화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김 제가 열심히 하고 있으면 언젠가 오겠죠. 어쨌든 아직까지 작품
광고야… 들어오면 좋죠. 저는 욕망을 숨기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걸
으로서 대중한테는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만화가
추구하지만 사고 치면서 사는 삶은 아니니까, 제가 광고를 찍어도 크
김풍보다 요리인 김풍으로 더 많이 알려진 것 같고. 아직 진짜 제 무
게 누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웃음)
O wonder! How many goodly creatures are there here! How beauteous mankind is! O Brave New World, That has such people in it.
William Shakespere The Tempest Act 5, Sceneâ&#x2026; 1
Life is Orange Fal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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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가 외친다.
“O Brave New World!” “오 멋진 신세계여!” -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제5막 1장 -
이 대사는 시간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속을 흐르다가 1932년 올더스 헉슬리가 집필한 <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에서 존의 대사로 태어난다. 그리고 다시 시간은 흘러 2015년 가을, 이 말은 덕후를 만나게 되고 ‘멋진 덕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새로운 외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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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Changing the World “혹시, 덕후…세요?”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덕후’는 남들에게 드러낼 수 없는 신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구루’보다 ‘덕후’가 더 주목받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즐기며, 창의적인 문화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그들. 바야흐로 ‘덕후의 시대’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덕후’인 게 뭐 어때서?
사람이 많았던 것도 이런 이유다. 물론 초기의 오 타쿠가 애니메이션, 게임, SF 영화 등에 광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사교성이 결여된 인물로
뭔가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게 그렇게 부끄러운
부정적 의미를 포함한 건 맞다.
일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 ‘덕후’라는 표현에서 오는 부담감 때문일지 모르겠다. ‘안여돼(안경 쓰
하지만 지금의 덕후는 다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고 여드름 난 못생긴 돼지)’, 제 앞가림 못하고 골
분야를 깊이 있게 즐기며, 마니아를 넘어선 그 분
방에 틀어박혀 게임과 애니메이션만 파는 사회부
야의 전문가’라는 긍정적 의미로 통용되고 있지
적응자. 흔히들 생각하는 오타쿠의 정형화된 이
않은가. 비록 덕후라는 표현이 오타쿠에서 파생
미지다. “좋아하기는 하지만 덕후까지는 아니다”
된 것이긴 하나, 이를 대체할 말은 없어 보인다.
고 손사래 치며 덕후라 불리는 걸 애써 부정하는
과거엔 팬, 마니아, 수집가 등으로 칭하던 분야에 까지 덕후, 덕력, 덕질, 덕밍아웃 등 관련 신조어 를 다양하게 쏟아내며 덕후는 정체성을 새롭게 다져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덕후는 긍정적인 사회 인식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 살아 있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무언가를 전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가 리킬 때 ‘마니아’라는 표현 대신 단어 뒤에 ‘-덕 후’, ‘-덕’을 붙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됐다.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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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유통될 수 있는 페이스북이나 해시태그로 취향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은 직접 제작한 콘 텐츠의 영향력을 시험하는 공간으로서 더할 나 위 없다. 덕후들은 전방위로 즐겁고 창의적인 문 화를 생산해내면서 그들의 시대를 이끈다. 생각해보면 언제 어디서나 덕후는 존재했다. ‘언 어 덕후’였던 18세기 프랑스 학자 장 프랑수아 샹 라면 백종원은 ‘맛집 마니아’가 외식 업체 대표로
폴리옹(Jean François Champollion)은 이집트
성공한 케이스로 소개되겠지만, 이젠 ‘맛집 덕후’
상형문자가 새겨진 로제타석을 세계 최초로 해
의 끝판왕으로 묘사되어 사람들에게 보다 친숙
석했다. ‘디자인 덕후’로서 스마트폰 혁명을 이끈
한 이미지로 다가서고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에 대한 집착과 덕력은 많
클래식에 심취해 음반을 사 모으는 사람들을 ‘클
은 사람이 인정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성공의 자
덕’, 뮤지컬 좋아해서 몇 번이나 같은 작품을 재
질이다. 이렇게 덕후는 시대의 진보를 이끌었다.
관람하는 사람들을 ‘뮤덕’이라고 부르는 데 전혀 위화감이 없다. 문화뿐 아니라 빵덕, 책덕, 밀덕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종류의 덕이 출몰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화장품 덕후, 이불 덕후, 물
세상을 바꾸는 덕후
덕후 등 일상의 작은 행복과 개인의 취향에 집중 하는 새로운 세력들이 부상하며 덕질의 영역은
덕후 세계에서는 지역과 국경의 구분이 무의미하
더 이상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다.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등 IT기술 발달은 무 한한 가능성의 ‘덕후 월드’를 열었다. 온라인 네트
‘도라에몽 덕후’로 유명한 배우 심형탁, 일본 영
워크로 덕후들은 언제 어디서든 소통할 수 있게
화 <간츠>의 홍보대사로 발탁된 ‘건담 덕후’ 이시
되고 자신의 덕력을 다른 덕후와 공유하며 시너
영, 레고랜드 홍보대사로 활약한 ‘레고 덕후’ 지진
지를 만들어낸다. 단순히 덕질 대상을 소비하고
희 등 최근 몇 년 사이 덕밍아웃한 스타들도 늘
향유하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콘
었다. 이들은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텐츠를 재구성하고 창조한다. 그리고 그 콘텐츠
사회생활을 하면서 엄청난 정성과 열정을 들여
는 생각 이상의 ‘고퀄’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덕질
덕질까지 하는 부지런함을 갖췄다. 이러한 TV스
유발 사이트 디시인사이드는 덕후 입장에서 본다
타들의 덕밍아웃은 음지에 있던 덕후들을 양지
면 특정 대상에 애정을 쏟아낼 수 있는 흔치 않
덕후들은 점점 다양한 곳에서 활약할 것이다. ‘휴
로 끌어올리는 데 큰 몫을 했다. 덕후의 신분으
은 공간이며 자신들만의 놀이터다. 그 안에서 좋
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이들은
로 입신양명한 이들 사례가 대중들의 인식에 긍
아하는 대상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본인이 제작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각 브랜
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 분야
한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능덕(능력자 덕후)도 되
드도 덕후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
에 치밀하게 파고드는 열정과 노력을 전문성으
고, 덕업일치(덕질과 직업을 일치시키는 것)를 이
으며 대기업의 입사시험에서도 특정 분야의 전
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루기도 한다.
문가로서 덕후를 우대하고 있다. 덕후를 비정상
덕후는 자신의 취향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개성
으로 취급하던 시대는 지났다. 어쩌면 ‘구루’보다
적인 인물이며 그들의 놀라운 애정은 각박한 삶
우리 일상에서 떼놓을 수 없는 SNS도 마찬가지
‘덕후’가 더 주목받는 세상이 된 건지 모른다. ‘인
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러움과 대리만족의
다. 트위터는 이미 덕후들이 마음 놓고 덕력을 과
간은 누구나 무언가의 덕후’일 거라는 어느 작가
대상이 됐다.
시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좋아요’ 하나로 게시
의 말처럼 내 안에 잠자고 있는 덕심을 깨울 때 다. 그리고 떳떳하게 덕밍아웃하자. “그렇다. 나는 세상을 바꿀 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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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그의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 말한다.
‘몰입의 즐거움’은 몰입(Flow)이라는 현상을 과학
어보자. 처음에 동네 뒷산 수준의 작은 등산으로
‘관심을 사심 없이 기울일 줄 모르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삭막한가’를.
적 연구의 대상으로 제시한 첫 번째 학자 미하이
도 몰입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 체력과
자신이 좋아하는 한 분야에 몰입하는 ‘덕’이야말로 즐겁고 행복한
칙센트미하이의 책 번역서 제목이기도 하다. 바
기술 수준에 딱 맞는 산을 올랐다면 그런 행운을
삶을 꾸려갈 활력소가 될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로 그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몰입은 결코 쉽게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산에 익숙해지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들. 이들을 바라보는
일어나지 않는다. 너무 쉬운 일은 지루할 뿐이고,
몰입을 경험할 수 없다. 이제 그 사람은 전에 경
사회의 시선은 긍정적으로 변했고 ‘덕’이라는 표현에 대한 반감도
너무 어려운 일은 불안감만을 일으킨다. 그러니
험했던 몰입을 다시 느끼기 위해 점점 더 험하고
많이 사라졌다. 지금 시대에 덕후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이유를
까 몰입은 지루함과 불안감 사이의 가느다란 골
높은 산을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히말
찾고자 한다면 몰입의 즐거움, ‘덕’에 그 답이 있다.
짜기에서만 찾을 수 있는 아주 귀한 경험이다. 또
라야나 알프스 산까지 찾아가게 된다. 국내의 명
TEXT. 장근영 (심리학 박사)
한 몰입은 끊임없는 숨바꼭질이기도 하다. 내가
산을 찾아갈 때만 해도 공감해주던 주변 사람들
성장해서 내 능력이나 기술수준이 높아질수록
도 이 정도가 되면 슬슬 ‘미쳤다’고 수군대기 시
그에 상응하는 어려운 과제를 찾아야 몰입을 경
작한다. 모든 일이 그렇다. 가벼운 조깅으로 시작
험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우리가 그 분야에서 조
해서 결국엔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하는 사람들
금씩 성장하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그 과제에 몰
도, 약해진 체력을 단련하기 위한 운동으로 시작
입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정상적인’ 세상으로부
해서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거나 철인3종 경기
터 점점 멀어져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에 나서는 사람들도,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덕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운동인 등산을 예로 들
들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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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에서 덕후들이 갑자기 조명을 받 는 이유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만약 우리 사회가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면, 그래서 표준적이고 정상적인 사람들만으로도 사회가 충분히 잘 굴 러가고 있다면 기괴한 주제에 파묻혀 사는 덕후 들은 음지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 상이 변하고, 기존의 가치관이 효력을 상실하고, 정상적이고 바람직하다 생각했던 목표나 활동의 가치나 의미가 퇴색하게 되면 우리는 평소에 무 시하고 핍박하던 그 음지의 괴짜들에게 손을 내 밀게 된다. 그들 중 누군가는 지금 상황에 유용한 애니메이션 덕후를 예로 들자면, 그들은 대부분
물론 모든 몰입이 그렇듯이 어느 수준 이상 몰입
무엇인가를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덕
TV에서 우연히 본 만화영화 한 편에 멍하니 몰
하면 그 영역에서는 엄청난 깊이의 지식과 기술
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지식을 나머지
입했던 경험으로 시작해서 결국 그 만화에 관련
을 자랑하는 전문가가 된다. 하지만 그 특정한 영
정상적인 사람들의 지식과 연결시킬 줄도 알아야
된 모든 콘텐츠를 섭렵한 덕후가 된다. 앞서 정리
역이란 게 특정 장르의 소설이나 영화, 만화이거
한 몰입의 조건은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작동
나 프라모델이나 특이한 기계장비 같은 별로 유
한다. 너무 쉬운 콘텐츠는 덕후를 만들어내지 못
용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게 문제다. 특히 난이도
한다. 한번 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복
가 높고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잡하거나, 아예 황당할 정도로 참신해야 한다. 그
수준의 과제에 매달리는 이들을 보며 대부분의
래야 난이도가 형성되고 몰입의 길이 열린다. <기
보통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과연
동전사 건담>이 최초의 오타쿠들을 만들어낸 이
그들은 정상인가? 그리고 그들이 몰입하는 것들
유도 그렇다. 실제 제2차 세계 대전사를 바탕으
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나?
로 한 세계관에, 로버트 하이라인의 SF에서 빌려
한다. 다행인 건 어느 깊이 이상 들어가면 모든
온 세밀한 설정을 결합한 이야기 덕분에 이 만화
첫 번째, 몰입은 지극히 건강하고 정상적인 상태
분야의 지식들은 서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예를
는 단순한 로봇만화가 아니라 파면 팔수록 더 깊
다. 몰입은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집중하
들어 중세 무기나 갑옷에 몰입해서 이 분야를 깊
은 내용들이 발굴되는 소재가 될 수 있었다. <신
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건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
이 파고들다 보면 왜 그 시대에 그런 무기들을 쓰
세기 에반게리온>도 마찬가지. 사해성경을 비롯
의 특징이다.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를
게 되었는지도 배우게 된다. 무기의 기능이나 제
해 지금까지 알려진 온갖 고대사료와 이에 대한
걱정할수록 우리 정신은 피폐해진다. 따라서 몰
원뿐만 아니라 당시의 전략과 전술, 그리고 그 배
신비주의적인 해석을 인용함으로써 지금까지 내
입하는 경험은 우리의 삶을 망치기보다는 풍족
경이 되는 그 시대의 생활과 문화를 알게 되는 것
가 알아낸 것은 전체 세계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하게 한다. 오히려 몰입을 해본 적 없는 많은 사
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이건 역사와 인간에 대한
않는다고 느끼게 한다. 그 덕분에 방영된 지 20
람이 몰입의 즐거움을 아는 이들을 비정상으로
이해로까지 이어진다. 그쯤 되면 중세 무기 덕후
년이 지난 이 만화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오타쿠
몰아가는 것이 문제다.
는 인간과 역사에도 일가견을 가지게 된다. 마찬
의 성서로 받아들여진다.
두 번째, 가치는 상대적인 것이다. 지금 정상적이
가지로 만화 <에반게리온>으로 시작해서 고대 기
며 바람직한 가치를 지닌 것들이 10년 전에도 그
독교의 역사와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이어지는 종
랬거나 앞으로 10년 후에도 그럴 가능성은 거의
교의 진화과정을 이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없다. 오히려 평소에는 불필요하고 아무 가치도
깊은 지식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형태로 풀어
없던 돌연변이 개체들 덕분에 전체 집단은 멸종
낸 이들이 ‘잭 라이언(Jack Ryan)’ 시리즈 소설로
의 위기에서 벗어나 진화를 한다. 덕후들이 그런
유명한 톰 클랜시나, <다빈치 코드>로 유명한 댄
별종이다. 이들은 평소에는 남들 안 하는 짓을 하
브라운 같은 소위 ‘성공한 덕후’들이다. 하지만 반
고 남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고, 남
드시 이렇게 대단한 업적을 남겨야 성공은 아니
들이 당연히 받아들이는 현실에 적응 못하는 돌
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깊숙이 파
연변이이자 부적응자들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
고들어본 경험과 거기서 얻은 자신감 자체가 우
서든 기존의 정상적인 가치들이 위협을 받는 상
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영양분이기 때문이
황에서는 이들이 대안이 된다.
다. 몰입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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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을 그리더니, 결국 직접 감독을 맡아 자신만 의 세계를 펼쳐낼 수 있었다. 안노가 오타쿠 4대 천황이라 불리는 이유는 여기 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해피 마니아>의 인기 만 화가 안노 모요코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는데, 부 인은 <감독부적격>을 통해 남편의 덕후스러운 사
“안녕하세요. 덕업일치를 이룬 성우 서유리입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미스 마리테 - 서유리는 스스로를 이렇게
생활을 낱낱이 폭로한다. 결혼식에서는 가면 라 애니메이션 감독 안노 히데아키
소개한다. 작은 덕질이라도 해본 사람은 저게 얼마나 큰 자랑인지 안다.
간의 대화에서는 만화 속 의성의태어가 자연스럽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해 코스프레를 하던 여성이 애니 성우를
2013년 <에반게리온 Q>의 개봉을 앞두고 제작사
거쳐 인기 게임의 모델로 등극했다. 그러나 그녀조차 굽실굽실할
가 전 세계의 에바 덕후들을 향해 공표했다. “지
수밖에 없는 덕업일치의 황제들이 있다. 누구보다 맹렬한 덕후였고,
금부터 스탬프 랠리를 시작한다. 세계 4개 나라
그 덕력을 통해 생업을 얻었고, 이제는 자신을 따르는 덕후들을
에서 기념 에바 스탬프를 모아오라.” 한국의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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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 코스프레를 하고 동인지를 배부했고, 부부
양산하고 있는 덕황상제들이다.
청년이 파리-도쿄-샌프란시스코-베이징의 러
TEXT. 이명석 (문화비평가)
시를 완주한 유일한 주인공이 되었다. 그들은 가 공할 덕력을 보여주었지만 겸손하게 인터뷰했다.
다고 한다.
소설가 톰 클랜시
“오덕이라고 말하기엔 우린 아직 부족해요.” 그럼 누가 진짜 덕후인가? 내가 대신 답해주고 싶다.
비행기 일등석에 앉은 남자들이 즐겨 읽는 소설
“그건 감독님입니다!”
들이 있다. 지루한 비행을 잊을 만큼 스릴 넘쳐야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신세기 에반게리온> <나
하고, 심심풀이 이상의 전문적 지식이 충만해야
디아> <그 남자 그 여자> 등으로 세계 아니메 팬
한다. <쥬라기 공원>의 마이클 크라이튼, <최후
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매력적인 작화와 탁월한
의 배심원>의 존 그리샴, <바이러스>의 로빈 쿡이
연출력도 물론 중요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직 과학자, 변호사, 의사로
바로 덕후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눈이
서의 전문 지식을 소설 속에 집어넣어 차원 높은
다. 아니메에 푹 빠진 이들만이 탄복할 수 있는 장
현실감을 만들어냈다.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면들은 안노 자신이 철저한 덕후였기에 가능했다.
게임>의 톰 클랜시도 이 장르에 들어갈 만한 작
1960년생인 안노는 <철완 아톰> 등의 TV 아니
가다. 그러나 앞의 세 사람과는 결정적 차이가 있
메를 보며 자라난 일본 오타쿠 1세대다. 초중고를
다. 다른 이들은 소설을 쓰지 않아도 전문직으로
거치며 만화와 아니메를 섭렵했고, 고등학교 때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톰 클랜시는
는 아마추어 특촬 동호회에서 활동했다. 20대에
하잘것없는 밀리터리 덕후에 불과했을 것이다.
는 울트라맨 패러디 영화를 만들어 직접 울트라
“꿈만큼 현실적인 것은 없다. 세계는 변하지만 꿈
맨을 맡기도 했다. 전설 미야자키 하야오 밑에 들
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훗날 이런 말을 하게 되
어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 거신병의 전투
는 소년 톰의 꿈은 총, 탱크, 잠수함이 가득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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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미쳐라! 그리고 창작하라!” - 안노 히데아키 -
‟꿈만큼 현실적인 것은 없다. 세계는 변하지만 꿈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 톰 클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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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모든 닥터가 내 안에 있다.” - 피터 카팔디 -
‟일에 감정을 개입시켜라. 당신의 본능과 감정이 그 일을 도와줄 것이다.” - 리처드 브랜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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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 세계였다. 당연히 직업군인이 되고 싶었지 만 근시 때문에 ROTC 지원에서 탈락했다. 결국 보험설계사로 생계를 이어가며 밀덕 생활을 하는
자기를 흥분시키는 일을 하는 게 훨씬 좋았던 것
수밖에 없었다. 전쟁 소설도 즐겨 읽었는데 어설
이다. 처음에는 편집자나 기자를 꿈꾸었다. 하지
픈 상식으로 무기와 전략을 표현하는 책들에 만
만 자신이 좋아하는 잡지를 만들려면 철저하게
족할 수 없었다. 그는 자투리 시간에 소설을 쓰기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덕질을 제
시작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숀 코너리 주연의
대로 하려면 그걸로 먹고살아야 한다. 덕업일치의
영화로 만들어진 <붉은 10월>이다. 이 소설은 소
첫 성공은 음반 사업이었다. 그는 마이클 올드필
련의 핵잠수함 함장이 미국에 망명하는 과정을
떤 드라마도 범접하지 못한다. 현재 <닥터 후>의
드, 보이 조지 등을 발굴했고 음악 사조 자체를 변
그리고 있는데, 작가는 배수량 2만 6천 톤에 달
주인공을 맡고 있는 12대 닥터 피터 카팔디도 무
화시켰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만약 그가 단순
하는 괴물 잠수함의 내부는 물론 미소 양국의 전
시무시한 후비안 경력을 자랑한다.
한 음악 덕후였다면 이걸로 충분했을 것이다. 하
술적 움직임까지 정교하게 묘사했다. 그는 밀덕
1973년 <닥터 후>의 방영 10주년을 기념해 잡지
지만 그의 심장을 뛰게 하는 건 ‘사업 자체’였다.
으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전쟁 소설
<라디오 타임스>에서 특집호를 마련했다. 그때
항공사, 콜라, 콘돔, 비디오 게임 등 리처드의 사
을 전혀 다른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글래스고의 15살 소년이 드라마에 나오는 전투종
업체들은 중구난방이다. 비행기를 이용하다 기분
이 최고봉의 밀덕은 미국의 군사 정책을 좌지우
족 달렉의 모형을 만든 사진과 함께 팬레터를 보
나쁜 경험을 하자, 중고 보잉 747을 사서 항공사
지하는 위치에까지 이르렀다. 레이건 전 대통령
냈다. “15년 후인 1988년에는 <닥터 후>의 25주
를 차려버리는 식이다. 그리고 항상 자신의 기행
은 고르바초프와의 군비 감축 협상을 위해 떠나
년을 축하하길 바라요.” 그 주인공은 <닥터 후>가
(奇行)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다. 스튜어디스처
는 비행기에서 <붉은 폭풍>을 읽었다. 나토와 소
시작될 때부터 진성 덕후였던 피터 카팔디였다.
럼 화장을 하고 기내에서 음료를 돌리고, 탱크를
련의 비핵 전쟁의 묘사에서 큰 지식을 얻었다고
그는 팬레터의 보답으로 <닥터 후>의 대본을 선물
타고 코카콜라 광고판을 향해 포를 쏘는 이벤트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레인보우 식스>를 읽
받았고 그때부터 배우의 꿈을 꾼다. 그리고 시리
는 약과다. 스피드 보트 대서양 횡단과 무착륙 세
으며 오클라호마 시 테러 사건을 다시 생각한다.
즈가 50주년을 맞이한 뒤 진짜 닥터가 된다.
계 일주 비행에 나섰고, 열기구로 대서양 횡단을
만약 세균 무기에 의한 것이었다면 얼마나 끔찍
피터는 닥터 이전에도 단역을 맡은 적이 있다. 시
할 때는 조종사가 도망가버린 뒤 기구를 붙잡고
했을까? 그는 곧바로 생화학테러 대응책을 수립
즌 4에서는 폼페이의 대리석 상인 역을 맡았는
죽을 고비를 넘겼다. “우리 인생의 80%는 일하
하라고 촉구했다.
데, 촬영장에 가자마자 “타디스(공중전화박스 모
느라 보낸다. 퇴근 후에 재미를 찾으려고 하는데,
양의 시공간 여행 장치)는 어딨나요?”라고 말하
왜 직장에서 찾으면 안 되나?” <미생>의 오 과장
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진짜 닥터가
이 들으면 무슨 개소리냐고 하겠지만, 이 모험사
된 이후에도 자신의 신분을 덕질에 활용한다. 자
업 덕후에게는 진실된 말이리라.
기 분량이 없는 날에도 촬영장에 와서 구경하고, 팬들이 사인을 청하면 달렉을 정성스럽게 그려 배우 피터 카팔디
준다.
덕업일치의 표본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 는 소수의 귀족 수집광이나 장인, 예술가만 가능
“저 완전 <셜록> 팬이에요.” 영국 드라마 동호회
했던 일들이지만, 이제는 취미나 문화에 관련된
에 들어가면서 이렇게 소개글을 올렸다고 하자.
업종이 부쩍 늘어났다. 재미로 이소룡 액션 피규
풋내 나는 신참이라며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이 다. 하지만 이런 소개라면 어떨까? “경력 30년의
어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가 세계적인 수집 사업가 리처드 브랜슨
대상이 되기도 하고, 게임하며 수다 떠는 영상을
미약한 후비안입니다.” <셜록>이 영드의 최신 아
“일에 감정을 개입시켜라. 당신의 본능과 감정이
유튜브에 올려 한 해 수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BJ
이돌이라면 <닥터 후>는 영드의 조상님이자 막강
그 일을 도와줄 것이다.” 냉철한 비즈니스의 세계
가 되기도 한다. 덕질로 패가망신한 자들의 무덤
현역이다. 특히 ‘후비안’이라는 팬덤의 위력은 어
에서 누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사업이 취미
위에 덕업일치의 궁전이 들어서고 있다.
생활인 줄 아는 걸까? 그런데 이 말의 주인공은 버진 그룹 총수 리처드 브랜슨이다. IT 사업가, 석 유 재벌이 넘치는 돈으로 취미나 스포츠에 덕질 을 하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이 남자는 사업 자 체가 거의 덕질이다. 리처드의 사업 편력은 10대 시절 잡지를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따분한 학교 생활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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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에서 문화가 싹튼다. PC방 채팅 룸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태어난다. 과거 음지에서 기생하던 오타쿠들은 이제 밖으로 나와 새로운 문화 월드를 창조하고 있다. TEXT. 정재혁 (<보그> 피처 에디터)
부’ 등 캐릭터로 포장해 컴퓨터 게임과 같은 맛 을 냈다. TV가 PC방의 게이머를, 컴퓨터 앞의 ‘댓글러’들을 조화롭게 품에 안은 꼴이다. 총 12 부작으로 제작돼 지난 4월 방송을 마친 JTBC의 <나홀로 연애중> 역시 매체의 경계를 넘어선 시
TV 속으로 들어온 골방 문화
도였다. 남자 출연진들이 영상 속 여자와 가상의 데이트를 즐기며 상황별 행동을 탐구하는 내용 이었는데, 이는 꼭 VR(Virtual Reality) 헤드셋 을 끼고 게임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시청 방식이
TV 속에 채팅 창이 열렸다. 화면 하단부에 시청
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연출한 박진경 PD
자들이 써 보낸 댓글이 주렁주렁 달리고, 그 글
는 1982년생, <나홀로 연애중>의 임현욱 PD 역
무더기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출연자인 요
시 1980년대생. 둘은 모두 ‘디시인사이드’, 인터
리사 백종원은 음식을 만들며 끊임없이 이야기하
넷 방송, 그리고 웹툰의 환경에서 자란 세대고,
고 댓글에 반응도 열심히 한다. 별다른 게스트 출
그 골방의 문화가 지금 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연 없이도, 극적인 사건이나 드라마 없이도 자잘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하는 거’라고 질타만 받
한 재미를 뽑아낸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4월 시
았던 게임, 그리고 채팅이 TV를 새롭게 장식하
작해 인기리에 방영 중인 MBC 버라이어티 <마
고 있는 셈이다.
이 리틀 텔레비전>인데, 전에 없던 포맷이 신선하 다. 아프리카 TV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방송 프 로그램을 TV로 그대로 옮겨와 보는 이와의 상호 소통의 재미를 챙겼고, 출연진을 ‘갓종원’, ‘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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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무렵엔 그저 잉여의 시간 때우기 정도로 만 보였다. 이들은 주로 카메라 앞에서 밥을 먹 었고, 그것도 많이 먹었고, 혹은 춤을 쳤으며, 또 는 노래를 했다. 하지만 이 잉여의 콘텐츠가 돈 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방송사의 TV 프로그 램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소위 인기 BJ라 불리는 이들의 한 달 수입은 수천만 원대다. 그리고 얼 마 전 걸그룹 스텔라, 마마무 등은 인기 아프리 카 TV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국의 이모저모를 찍어 영국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반응을 살핀 동 영상 제작자 ‘영국남자’의 조쉬는 이제 웬만한 연
잉여의 콘텐츠가 대접받는 시대
예인 못지않은 광고 수입을 올린다. ‘대도서관’, ‘씬님’, ‘도티TV’ 등 인기 영상 제작자들은 이제 각각 게임 크리에이터, 뷰티 크리에이터로 불리 고, 1인 크리에이터들의 작업물은 곧 기업의 브
스페인의 축구 선수 페르난도 토레스는 만화 영
랜딩 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타쿠 문화의
화 <캡틴 날개>를 보고 스트라이커를 꿈꿨다. 평
성지라는 일본에선 그 시장의 규모가 이미 조 단
소 J.R.R 톨킨의 열성적인 팬으로 알려진 뉴질랜
위를 넘어섰다. 나 홀로 방에 틀어박혀 시간 죽
드의 영화 감독 피터 잭슨은 애정 하나만으로
이기나 다름없었던 잉여의 놀이들이 SNS 미디
톨킨의 거대한 판타지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영
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지위를 획득한 거다.
화화했다. 당시엔 아마도 ‘대체 저렇게 만화만 들 고 파서, 괴수들의 질펀한 이야기에만 탐닉해서 뭐가 되려나’ 주위의 걱정을 샀겠지만 이들은 보 란 듯이 그 만화와 괴수들의 질펀한 판타지로 대 가가 되었다. ‘좋아요’와 ‘덕력’이 이뤄낸 성공이 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모델로 삼은 각종 인 터넷 방송의 BJ들 역시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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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지않은 퀄리티의 컷을 찍어낸다. 무슨 일이든 열정, 그리고 애정만 한 동력은 없을 것이다. 하지 만 지금까지 그 열정, 그리고 애정의 결과들이 그 저 자기 만족을 위한 과한 몰두라 폄훼받았다면 이제는 새로운 놀이 콘텐츠, 문화 패러다임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게 ‘짤’이다. 방송 프 로그램의 특정 장면을 움직이는 그림(gif)으로 이 어 붙여 웃음을 자아내는 이 사진들은 본래 ‘좋 아하는 오빠’의 멋진 표정, 혹은 감동적인 영화의 명장면을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내 인터넷 잉여들의 대화 방법이 되었 고, 사람들은 이제 꽤 광범위하게 문자를 타이핑 하는 대신 김영철의 ‘특급 칭찬’ 이모티콘으로 얘 기하고, ‘브라운’, ‘코니’ 등 귀여운 캐릭터의 표정
‘짤’의 특급 대화
으로 대화한다. 의미 전달은 물론 언어로는 대신 하기 힘든 감정 표현까지 적재적소에 할 수 있 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피키캐스트, 몬캐스
한때 국내 포토샵 기술의 발전은 ‘빠순이들’ 덕
트 등의 모바일 콘텐츠 어플, 그리고 허핑턴포스
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퍼져 나갔다. 사랑하고
트, 인사이트 등의 애그리게이션 사이트 등의 콘
아끼는 ‘우리 오빠’를 좀 더 자세히 보고 예쁘게
텐츠를 채우는 건 사실 거의 다 이 ‘짤’들의 확
장식하기 위해 이런저런 사진 기술이 동원됐다
장 버전이다. 저작권의 경계가 흐릿해진 SNS 세
는 얘기다. 실제로 몇몇 열성적인 아이돌 팬은
계에선 ‘짤줍(짤을 줍는 것)’ 역시 하나의 콘텐츠
소위 ‘대포 카메라’라 불리는 사진기로 전문가
제작이 될 수 있다.
쓸모없음이 만들어내는 쓸모 <더 쿠>라는 잡지가 있다. 고성배 씨가 자비를 들 여 혼자 제작하는 잡지인데 매회 특정 분야에 열 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잡지 타이틀 인 <더 쿠>는 ‘덕후’의 다른 표기다. <록셔리>라는 잡지도 있다. 궁핍한 현실 여건상 럭셔리를 누리 진 못하나 흥은 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저렴하 지만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여유를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가령 화장실 욕조에서 피서를 하거나, 차 트렁크에 원룸을 꾸미는 식이다. 덕후가 꽤 오 랜 시간 음침한 편견 속에 갇혀 있었던 건 그 행 위에 쓸모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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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 장인(匠人)이 만든 신세계 ‘덕후’, ‘덕질’, ‘덕력’ 등 수많은 변주 단어들의 원 형인 오타쿠는 사실 ‘집’이라는 뜻이다. 1970년대 일본에서 사회 생활을 반쯤 포기하고 집에만 틀 어박혀 게임, 만화에 탐닉하는 사람을 일컬으며 ‘히키코모리’와 함께 사용됐다. 야마다 타카유키 가 주연한 일본 영화 <전차남>을 보면 주인공은 외출 후 바로 방으로 들어가며, 거리를 다닐 땐
항상 고개를 숙인 채다. 통통한 외모와 안경, 그 리고 얼굴을 절반쯤 가린 헤어스타일까지. 오타 쿠는 사실 근래까지도 음침한 사회의 잉여물이 었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낙오자였다. 하지만 티스트를 쫓아 세계 곳곳의 공연장을 찾고, 열
이 오타쿠의 행위는 의외로 정반대 이미지의 직
차 마니아가 되어 전국 방방곡곡을 열차로 완주
인, 장인과 닮았다. 한 분야를 밑바닥 끝까지 탐
하는 일은 결코 합리적이지도, 이치에 맞지도 않
하고, 그 대상과 마주하는 자세는 득실과 상관없
아 보이기 때문이다. 특정 영화를 수십 번 보고,
이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사다 모은다고 해서 대
리고 그 곧은 열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난
체 먹고사는 데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오히려 평
다.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인다. 합리와 논리로 만
범한 수준의 사람이라면 ‘덕질’은 생계를 위협할
들어낼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하루 10시
수준의 일이 될 수도 있다. 가령 바이크 오타쿠
간씩 컴퓨터에 붙어 앉아 있는 사람이 없었다면,
로 알려진 요르단의 국왕 압둘라는 영화 <Wild
SF와 애니메이션에 빠져 끼니도 거르는 오타쿠가
Hogs>의 바이크 장면을 따라 하기 위해 캘리포
없었다면 지금의 ‘짤’, 그리고 기상천외한 기획의
니아 도로를 물색하고 할리데이비슨을 구입해 거
오락물이 가능했을까. 다양하게 변화하는 미디
친 레이스를 펼쳤다.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
어 환경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원한다. 그리고 덕
던 아놀드 슈워츠제네거가 자신의 바이크를 타
후의 장인 정신이 지금 그 필요를 채운다. 쓸모없
고 이 레이스에 합세했고, CIA의 경호 차량까지
음이 만들어낸 쓸모, 그 신세계의 콘텐츠가 지금
동원됐다. TV 시리즈 <스타트렉>의 덕후라고도
TV를, 그리고 대중문화를 바꾸고 있다.
알려진 그는 열정의 힘으로 <스타트렉>에 카메오 출연한 이력도 있다. 여전히 ‘덕질’은 참 어처구 니없어 보이는 일이다. 직업도, 의식주도 아닌 일 에 이토록 열의를 다하는 행동은 논리적인 해석 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어처 구니가 주는 가능성, 쓸모없음이 만들어내는 쓸 모가 있다. 거의 전 직원이 코믹스 덕후인 마블의 경우나 일본 애니메이션의 오타쿠로 자라 지금은 세계적인 영화 거장이 된 봉준호, 쿠엔틴 타란티 노 감독, 그리고 기존의 포맷 틈새를 비집고 나오 는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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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덕후들은 자신의 덕질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덕후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무엇이며, 향후 이들이 주도하는 시장은 지금의 시장과 어떻게 달라질까? 소비자심리를 전공한 필자의 입장에서도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필자 주변의 덕후들(동료교수와 학생들)과 나눈 대화 내용과 마케팅 분야의 기존 연구결과들을 종합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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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몇 가지 시장의 변화 방향을 예측해볼 수 있었다.
덕후가 덕후를 낚는다
TEXT. 김지헌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 덕후의 수가 증가하고 극단적 가치 소비가 늘어나게 된 배경에는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우선, 정보에 대한 접근 성의 증대로 입덕이 매우 유리한 환경이 됐다. 과 거에는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도 관 얼마 전 탤런트 심형탁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련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인
나와서 “2012년 이후에는 옷을 구매한 적이 한
터넷 검색 몇 번만으로도 관심 있는 자료들을 쉽
번도 없으며 편의점에서 물티슈를 구매하는 것
게 모을 수 있다.
조차 돈이 아깝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도라에몽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이타마르 시몬슨(Itamar
을 구매하는 데 무려 150만 원을 쓴 경험이 있다
Simonson) 교수는 <절대가치(Absolute Value)>
고 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소위
라는 책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행태에 영향을 주
말하는 ‘도라에몽 덕후’인 셈이다.
는 요소를 인플루언스 믹스(Influence Mix)라 정
최근 경제적 불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심형
의하고, 이는 P(개인의 과거경험, 믿음), O(타인
탁처럼 평소에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
을 통해 획득한 정보), M(마케팅 담당자가 제공
자가 자신의 관심분야와 관련된 제품에 대해서
한 정보)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소
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른바 ‘극단적 가치소비
비자가 주로 P와 M을 통해서만 정보를 획득할
족’이 주목받고 있다.
수 있었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지식을 얻고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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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책에서 ‘1만 시간의 법칙(하루 3시간, 1주일에 20시간 10년을 투자하면 해당분야 전문가가 될 수 있음)’이 소개되면서 과거에는 다소 지나치게 보이던 덕후들의 시간적, 금전적 투자에 대한 사 걸맞은 제품의 충분한 절대적 가치가 필요하다는
회적 변명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 측면도 있다. 이
의미이다. 그렇지 않다면 덕후들에 의해 낱낱이
와 더불어 회사업무와 전혀 무관한 분야에 대한
그 실상이 공개되면서 시장에서 퇴출되는 데 오
덕후들의 관심이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근무의욕
가치를 이해하는 데 매우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을 고취할 뿐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를 증대시킴
오늘날에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소비자들의 구매
절대적 가치가 충분히 높은 제품을 개발하여 덕
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회사발전에 기여한다는 생
경험과 지식을 쉽게 얻을 수 있어(즉, O의 영향력
후들의 인정만 받을 수 있다면, 유명 브랜드 없이
각을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이 증대) 제품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누구
도 시장에 진입하는 데 과거와 같은 많은 광고비
복지혜택을 통해 덕후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
나 절대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 수준의 지
가 필요치 않음을 의미한다.
다. 덕후들은 이러한 사회적 인정과 지지에 힘입
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즉 인터넷이 가져온 O 의 역할 증대는 덕후가 되는 데 필요한 진입장벽 을 상당히 낮춰줬을 뿐 아니라, 덕후가 된 후에도
어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그들 스스로의 전문성
덕후는 덕후를 낳는다
을 강화해나갈 것이며, 이는 덕후 관련 비즈니스 의 빠른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서로의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오랜 기간 관심분 야에 대한 덕후로 남을 수 있는 기본 환경을 조성
우리 사회에 덕후가 증가한 또 다른 이유는 과거
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에 비해 극단적 가치소비에 대한 합리화(또는 죄
덕후들에 의한 활발한 지식공유가 가져올 시장
책감의 감소)가 상대적으로 쉬워졌기 때문이다.
구매의사결정 과정에서 일반인과 덕후의 가장
의 가장 큰 변화는 브랜드 역할의 감소라 할 수
이는 덕후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큰 차이는 정보탐색 방식에 있다. 일반인은 구매
있다. 덕후들 간 정보교환은 제품 카테고리에 대
더 이상 부정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의 행동
시점에 필요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반
한 소비자의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브랜드에
이 미래에 가져다줄 긍정적 결과에 대한 기대감
면, 덕후는 평소에 지속적인 탐색을 한다. 따라
의존한 구매결정보다는 제품의 절대가치를 기
이 증가했다는 걸 의미한다. 오륙도(50-60대 퇴
서, 덕후는 이미 구매할 제품을 결정하고 구매 가
반으로 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
사)와 사오정(40-50대 퇴사)을 넘어 삼팔선(38
능시점(돈을 모으거나, 제품 출시를 기다림)을 기
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92년 다니엘 스미스
세 퇴사)이란 말이 유행하는 것과 같이 점점 더
다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구매시점에만 집중화
(Daniel Smith) 교수가 <Journal of Advertising
정년 퇴임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직장인들의 불안
된 마케팅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데
Research>에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소비
감이 고조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정년 후 제2의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오히려 브랜드 저널리
자의 지식수준이 높아질수록 신제품을 출시할
인생에 대한 준비가 필요해졌으며(물론 모든 분
즘(Brand Journalism)1과 같은 덕후들의 끊임없
때 기존 브랜드를 활용하는 브랜드 확장(Brand
야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덕후들 중 오
는 탐색욕구를 충족해줄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Extension)의 효과가 현저히 감소한다. 이를 통해
랜 시간 축적해온 해당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창
통해 덕후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항상
추론해볼 때, 지식수준이 높은 덕후들은 신제품
업에 성공한 사례들(예, 자전거에 심취한 페달족
브랜드 주변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 더욱 효과
구매 시 어떤 브랜드에서 출시한 제품인지보다
의 자전거 판매숍 오픈)이 증가하고 있다. 같은
적일 수 있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제품의 절대가치를 이해
분야의 덕후만큼이나 덕후들의 욕구를 잘 이해하
한 후 구매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
고, 해당분야의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효과적
필자가 만난 덕후들은 일반적인 소비자들과 달리
다. 물론 브랜드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시장이 될
으로 제품을 팔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
극단적 가치소비를 하는 자신들의 소비행태가 매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이름에
국 시장에서는 덕후들 간 판매와 구매가 활발해
우 합리적이라고 믿고 있었다. 자아실현을 위해
지는 덕후 관련 다양한 비즈니스가 성장할 가능
돈을 쓰는 것만큼 더 바람직하고 떳떳한 행위는
성이 높다. 또한 성공한 덕후 사례의 증가는 더
없다며, 자신이 덕후라는 사실을 감추고 싶지도,
이상 덕후를 현업을 포기하고 불필요한 것에 심
감출 이유도 없다고 했다. 이제 덕후들에게 물건
취한 무책임한 사람이 아닌 미래를 준비하는 현
을 팔기 위해서는 마케터 자신이 덕후가 되어야
명한 사람으로 인정해줌으로써 자신 있게 창업
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덕후는 덕후를 알아보
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
고 덕후들에게 더 쉽게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세 계 적인 작 가 말 콤 글 래 드웰 (M a l c o l m
1.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내부에 마치 언론사의 보도국과 같은 팀을
Gladwell)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Outlier)>라
만들어 브랜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 유통하는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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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신청식 국장 (5본부캠페인2팀 팀장, INNOCEAN Worldwide)
들국화는 없다, 참나무도 없다 세상에 들국화는 없다. 가을에 지천으로 피는 벌
이제는 또 덕후란다. <명자 아끼꼬 쏘냐>1 는 저
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 곰취, 조뱅이, 절굿대,
리 가라다. 덕후, 덕질, 덕력, 락덕, 일덕, 커덕, 애
버드쟁이나물, 곤드레, 골등골 나물을 싸잡아 우
덕, 밀덕, 여덕, 닭덕…. 현상과 그 현상을 추격하
리는 멋대로 들국화라 부른다. 떡잎부터 다르고
는 단어들은 과잉 소비되고 있으나 정작 실체는
족보가 다르고 뿌리, 줄기, 잎사귀, 쓰임새와 성
불분명하다. 이 정도면 ‘마른 비’다. 뜨거운 사막.
질이 엄연히 다른데도 그저 꽃 생김이 국화와 비
하늘에선 분명 비가 내리는데 땅에 닿기 전에 증
슷하다는 이유 하나다. 참나무도 마찬가지다. 떡
발해버려 손에 잡히는 빗방울은 존재하지 않는,
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등등이
마른 비. 덕후는 과연 New Tribe일까. 아니면 그
있을 뿐. 참나무라는 나무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
냥 ‘명자’의 새 이름인가.
는 세상에 들국화와 참나무가 있다고 착각한다. 거기에 멋대로 이미지를 부여하고 그 이미지를 차 용하며, 또 소비한다. (전인권 형님, 죄송합니다!) ‘덕후 마케팅 관련 사례’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한다. 곤란하다. ‘덕후’가 과연 별개로 존재하는 지 나는 알지 못한다. 오타쿠의 존재는 분명하나 덕후의 의미와는 멀어진 지 오래다. 마니아, 빠 돌·빠순이, 알파 고객, 슈퍼팬과 덕후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과연 다르기는 한 것인가? 이름이 있으나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대상에 대해 아 는 척을 하라고 하니 불편하다. 할리 데이비슨, 미니, 아이폰 얘긴 좀 그만 하자. 이놈의 돌려 막 기. 너무 많이 우려먹지 않았나. 분명 같은 사람 인데 충성고객이라 불렀다가 마니아라 불렀다가
1. 영화. 이장호 감독, 김지미 주연 1992년작. 일제 강점기의 조선 여인 ‘명자’가 시대에 휩쓸려 각기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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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덕후 마케팅의 사례라고 언급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면 착잡하다. 맥도날드 미니언즈 대란의 진짜 승자는 누구인가? 마리오에 이어 미 니언즈까지 득템한 고객들은 과연 맥도날드 햄버 거의 지각 품질(Perceived Quality)이 버거킹보 다 맛있다고 느끼게 됐을까? 나이키의 독보적인
슨 짓이냐며 욕먹던 마이너리티 ‘씹덕’들이 “우
Sports Spirit에 열광하던 충성고객들은 미키마
타이테, 카게프로, 사이퍼즈의 잡덕입니다.” 정
우스, 슈퍼마리오, 닌자거북이가 예쁘게 프린트
도의 덕밍아웃은 용납받을 수 있는 사회로 진
된 한정판 운동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입했다. 파레토 법칙을 롱테일이 대체해나가고 있는 이
“호갱님이 나타났다!” 우리가 ‘덕질’이라고 부르는 현상
덕후가 아니라, 덕후를 인정하는 시대가 주인공
유는 잘나가는 1등 브랜드의 덕후化가 아니라, 있는 줄도 몰랐던 잡덕 브랜드들의 약진에 기 반한다. 마케터라면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덕질은 기본적으로 마이너들의 놀이터다. 따라
장난감을 좋아하는 키덜트는 옛날부터 있었다.
오타쿠-씹덕-덕후의 변천사를 통해 우리가 받아
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희소성이라고는
소녀들이 무대 위 클리프 리처드를 향해 울부짖
들여야 하는 것은 ‘호갱님’이라는 New Tribe의 출
없는 브랜드에 ‘덕’이라는 접미사를 붙이는 것
으며 브래지어를 벗어 던진 것이 1969년, 이화여
현이 아니라 오타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다.
자체가 난센스다. 때문에 일단 ‘덕’을 쌓은 브랜
대 대강당이었다. 덕후라는 말만 없었을 뿐, 애
주목할 것은 밀덕, 애덕의 출현이 아니라 그들을
드라 할지라도 Main Stream에 올라타려고 하
끓고 피 끓는 덕들은 언제나 거기에 존재했던 거
바라보는 시선 변화인 것이다. 46년 전 속옷을 투
는 순간, 덕력 감퇴의 길을 걷게 된다. 삼성을
다. 그런데 아이폰을 사려고 밤샘 줄을 서는 사람
척한 여대생들을 질타한 언론의 관점은 최근까지
의식한 화면 크기와 디자인을 채택한 순간부
들을 보고, 맥도날드가 끼워 판 미니언즈가 동난
도 계속됐다. 이 사회는 비생산적 취미에 대해서
터, 아이폰은 이미 과거와 같은 영광을 기대하
것을 보고, 연예인 사생질을 일삼는 아이들을 보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댔고, 사회 구성원들은 주류
기는 어렵게 되질 않았나.
고, 새삼스레 난리다. 새로운 종의 출현이라도 목
에서 비껴난 취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낼 만큼 용
덕후, 덕질이라는 사회적 현상(새로운 인류의
격한 듯, 호들갑도 이런 호들갑이 없다. 이유는
감하지 못했다. 상황은 바뀌고 있다. 명품의 핵심
출현이 아니라 기호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돈 냄새, 정확히는 돈 냄새의 Size다. 따조를 모
가치가 희소성에 기반하듯, 대중적이지 못한 마
포용성이 커진 것)에 대응하는 올바른 방법은
으려고 500원짜리 치토스를 사는 코흘리개들의
이너 감성이 오히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취향으로
뭘까. 덕후를 낚으려고 캐릭터 상품을 미끼로
코 묻은 돈과는 자릿수가 다른, 큰돈 냄새가 나
평가절상되고 있는 것이다. 나이 먹어서 이게 무
덫을 놓거나 우수 고객을 위해 고전적인 CRM
는 것이다.(‘따조덕’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던 가!) 문화적 현상으로만 치부되던 마니아(혹은 덕 후)에게서 풍기는 돈 냄새를 맡고 마케터들이 뒤 늦게 흥분하기 시작한다. ‘Lovemark’는 어쩐지 요원한 이상향처럼 보였으나 ‘덕후 마케팅’은 왠 지 손에 잡힐 듯 만만하다. ‘마니아’는 왠지 명품 브랜드에나 존재하는 듯 보였으나 ‘덕후’들은 어 쩐지 내가 팔고 있는 치킨 한 마리에도 살포시 임 하실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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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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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rating a colorful world since 1979
ENJOY RESPONSIBLY
ABSOLUT VODK A LIMITED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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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위한 쑥과 마늘 많은 브랜드를 대하며 BIS(Brand Identity System)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마다 나는 얼굴 이 화끈거린다. 어째서 이 땅의 모든 브랜드 인 격은 스스로 인격 없음을 웅변하고 있을까. 카 테고리는 달라도 하나같이 성격은 유재석, 얼굴 은 김수현, 마음은 예수님이다. BIS는 사랑이 넘 치다 못해 홍수가 날 지경이다. Brand Identity는 Identify가 불가능하고, 변별력 없는 착한 마케팅 에는 진절머리가 난다. 효과가 있을 리 없다. 당신 의 브랜드가 10년 넘게 해온 사회봉사활동보다 이효리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지지 발언이 훨씬 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변화를 감지하고
더 유명하다. 우리가 진정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영리하게 마케팅에 이용한 브랜드들도 있다.
사랑을 받기 원한다면 브랜드에 먼저 인간적인
10여 년 전까지 미국에서 임신진단시약은 ‘가족’
목소리와 표정을, 깊이 있는 생각과 철학을 부여
에 대한 보수적인 미국의 시선을 대표하는 제품
해야 하지 않을까. 덕후가 원하는 것은 배를 누를
이었다. 엄숙한 표정의 남성 의사, 테스트 결과
때마다 ‘고맙습니다’를 기계적으로 내뱉는 브랜드
를 기다리며 남편 곁에서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
가 아니라 울 줄 아는, 반대하는, 저항하는, 까칠
뜯는 여성이 광고의 주인공. 임신은 섹스와 결부
한, 왼손잡이 브랜드의 리얼한 브랜드 인격이다.
덕후 브랜드를 꿈꾼다면 유행하는 캐릭터가 무엇
된 시퀀스가 아니라 단란한 가족을 꾸미기 위한
보다 큰 시장을 노려야 하니 브랜드 인격은 모난
인지보다 시대를 관통하는 문화운동과 이데올로
욕망으로만 표현이 허용됐다. 클리어 블루(Clear
데 없이 두루뭉술해야 한다는 헛소리는 집어치워
기와 사회과학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Blue)는 이런 시대착오적 가부장주의에 한 줄기
라.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브랜드는 없다. 누구에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미움과 그로 인한 격
시원한 오줌을 갈긴다. 말 그대로 테스터에 오줌
게나 그저 그런 브랜드가 있을 뿐이다.
렬한 논쟁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피와 살, 지향
을 갈기는 모습을 고스란히 광고하며 여성의 몸
점이 분명한 생각과 철학이 있는 브랜드 인격을
과 관련해 터부시되던 모든 것을 비웃는다. 클리
갖추게 될 때, 우리의 브랜드는 비로소 누군가에
어 블루는 3세대 페미니즘 운동가들의 열렬한 지
게 열렬히 사랑받을 만한 이유를 갖게 될 것이다.
지를 얻었고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좀 더 거슬
앞으로 10년 뒤 덕후가 또 어떤 다른 이름으로
러 올라가 80년대 미국 레이거니즘이 불러일으
불릴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더
킨 이념투쟁의 맞은편에서는 ‘벤앤제리’라는 아
필요로 할 것만은 분명하다.
이스크림 브랜드가 태어났다. 반전(反戰) 홍보를 위한 ‘Peace Pops’, 브라질 열대우림 파괴에 반 대하는 ‘Rain Forest Crunch’, 히피 운동을 지지
2. 60년대 히피 운동의 상징이기도 했던 밴드 Grateful Dead의 리더
하는 ‘Cherry Garcia’2가 대표 메뉴. 그들은 미움
Jerry Garcia의 이름을 딴 아이스크림.
받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열광적인
3. 2015년 Absolut Colors. 다양성을 옹호하는 무지개 깃발을
사랑을 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모티브로 제작. 목소리가 있는 브랜드에는 언제나 열광적인 팬이 있다.
SHOW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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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CREATORS CRAZY FOR THEIR OWN WORLD 어느 크리에이터의 덕밍아웃 크리에이터들의 인생에 꿀맛 같은 덕질은 무엇일까?
덕질 하나로 더욱 새롭고 풍요로워진 삶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일에 영감을 준 결정적 덕질에 대하여 네 명의 크리에이터가 당당하게 덕밍아웃한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I'M NOT A NERD, JUST ENJOY MY JOB | ANYWAY, ENJOY HAPPY APPROPRIATELY, CONSISTENTLY, PLEASANTLY | THE MOST INTERESTING WAY TO STUDY THE WORLD
01 - I'M NOT A NERD, JUST ENJOY MY J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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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e Kooh> 아이템에 대한 영감
1 자신을 소개해달라 십만덕후양병프로젝트 본격덕질장려잡지 <The Kooh>를 제작하
덕후는
고 있으며, 현재 ‘홀리데이아방궁’이라는 작은 찻집 겸 개인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외진 곳이라 사람이 많이 없어 매일 잠과의 사투
아닌데
를 벌이고 있다. 낯가림이 많은 성격이라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덕질이 본능이다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한다. 주로 내 생활에서, 추억에서 아이템들을 끄집어내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작업을 하다 보면 나 어릴 적 유행 한 것들이 많더라. 워낙 레트로한 느낌을 좋아하는 것도 있다.
4 덕후라서 좋은 점
2 본격덕질장려잡지 <The Kooh>에 대하여
덕질은 결국 자기만족인 것 같다. 누가 뭐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덕후나 다름없다’라는 모토로 잡지
을 꾸준히 하는 것. 그것이 작업이든 수집이든, 그렇게 계속 매달
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난 진짜 덕후는 아니다. 잡지
고성배
리며 자기만족을 하다 보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결과물이 나오는
<The Kooh>도 진짜 덕후 얘기가 아니다. 근데 늘 주변인들이 내
―
것 같다. 그러니 뭐든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덕질하
작업을 보며 덕후 같다고 하는 걸 보면, 내가 하는 작업물이 뭔가
덕질장려잡지를
덕후스럽긴 한가 보다. ‘그래? 그럼 내 작업들을 책으로 묶어서 내
만들고 있지만
보자’는 생각으로 <The Kooh>를 시작한 거다. 실제로 콘텐츠를
덕후는 아닌
만들어 팔아보고 싶기도 했고. 어느덧 <The Kooh>도 6호를 바라
<The Kooh> 편집장
보고 있다.
길 바란다.
5 덕질이 나의 일에 미치는 영향 원래 전공은 건축이었다. 그래서인지 초기에 설계한 건축 디자인 들이 덕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만화 같은 느낌도 있고, SF적인 요소도 많다. 키치한 걸 좋아해서 건축 디자인뿐 아니라 낙서, 글 등에서도 키치한 느낌이 잘 나타나는 편이다. 만든 것 중 에 뭐가 제일 좋은지 꼽으라고? 난 내가 만든 모든 것을 다 애정 한다.
6 덕후 잡지를 위해 고군분투한 경험 잡지를 혼자 만든다는 점이 제일 힘든 것 같다. 촬영할 때도 취재 할 때도 어려운 점이 많다. 하지만 혼자서 하다 보면 의견충돌이 없어서 좋은 점도 있다. 촬영이나 취재 빼고는 딱히 어려운 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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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루고 싶은 목표 현재는 뚜렷한 목표가 없다. 매 순간 하고 있는 일을 어설퍼 보이 지 않게, 꼼꼼히 하려고 한다. 뭔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떠한 방 식으로든 결과물이 나오니까.
8 나에게 덕질은 그냥 나 자신이다. 본능 그 자체를 부정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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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KOOH 1호- 혼자놀기 2 THE KOOH 2호- 집착 3 THE KOOH 3호- 은폐, 엄폐 4 THE KOOH 4호- 방구석 소우주 5 THE KOOH 5호- 오컬트실전마법북 6 매호 주제는 명확하게, 디자인은 자유분방하게 7~11 웹용으로 심플하게 디자인된 5권의 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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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ANYWAY, ENJOY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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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렇게 덕밍아웃을…!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진심을 담아 글을 쓸 수 있다. 여기에
어릴 때 신화 이민우의 쿨 워터 매력에 반해서 덕질을 시작했다.
객관적인 지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소위 ‘머글’들에게도 설
고향이 부산이라 앨범 사고, 방 벽을 포스터로 도배하고, 방송을
어차피
녹화하는 정도의 가벼운(?) ‘안방순이’였다. 현재는 글을 위해 애
덕질할 거
정을 쏟는 생계형 덕후랄까. 덕후라서 좋은 점은 일상의 설렘! 즐
행복하게
거움! 원동력! 애정을 쏟는 대상이 생겼다는 것과 내가 직접 즐거 운 일을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에너지가 된다.
덕질하자
득력을 가지니까. 감상적이되 근거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언제든 덕통사고를 당할 준비를 해놓는다.
3 내가 걸어온 덕후의 길 신화 이후에 씨야도 좋아했다. 사실 남돌, 여돌 편식하지 않는 잡 덕 출신이다. 10대 때 안방순이 라이프가 자연스레 아이돌, 예능,
2 ‘덕후感’에 대하여 연예부 기자는 연예인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면서 사람들이 다 알지 못하는 매력을 발견해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처 음엔 기자로서 아이돌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벗겨주고 싶어서 ‘박 수정의 덕후감’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어떤 계기로 편 견이 바뀌었는지에 대해 쓰거나 그 아이돌의 노력과 성장을 알리 려고 노력하고 있다. ‘덕후감’은 한마디로 내가 느끼는 아이돌의 덕후몰이 포인트다. 무엇보다 내가 그 아이돌에 대해 납득이 돼야
음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영역을 넓혀갔다. 노래방에 가
박수정 ― ‘어덕행덕’을 실천하는 텐아시아 가요 담당 기자
면 항상 거의 모든 아이돌의 최신곡 안무를 따라 하면서 놀았다. 그렇게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게 좋았고, 나를 즐겁게 해주는 가수 들에게로 다시 관심이 이어졌다.
4 덕질이 힘들 때, 그럼에도 놓을 수 없을 때 나만의 일방적인 구애라고 깨달을 때. 현실 자각 타임이라고도 한 다. 정작 그 가수는 나를 모르고 내 애정을 모르는데 내가 이렇게 노력해봤자 얻는 것이 있나 싶기도 하다. 그러다 그냥 ‘감사해요’ 진심 어린 한마디에 바로 회복한다. 내 애정이 헛된 것이 아니라 는 믿음을 얻을 때, 덕후들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가수의 기쁜 순 간을 만들어낼 때 함께 기뻐하게 된다.
5 덕질과 내 삶의 상관관계 덕질이 없다면 지금 일을 못했을 거다. ‘박수정의 덕후감’이나 ‘텐 카메라맨’ 기사를 쓸 때는 항상 그 가수의 팬이 됐다는 마음으로 쓴다. 글을 쓰는 그 순간만큼 덕질을 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덕질 을 해봤기 때문에 가수의 어떤 매력을 포착해야 하는지 훈련이 됐 다. 또 잘됐으면 좋겠다는 가수가 생기면 기획기사에 대한 아이디 어가 마구 쏟아진다. 그런 점에서 덕질은 내 삶에 영감을 주는 뮤 즈다. 기사를 봐주는 팬들이 가끔 응원 메일을 보내주거나 가수들 이 인사치레가 아닌 진짜 메시지를 적어 사인 CD를 주는데 그럴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내 글을 읽고 기분이 좋았다는 증거니까.
6 덕질에 얽힌 에피소드 아버지가 가끔씩 내 기사를 읽으시는데 어느 날 전화로 “딸! 니 별 명이 팬더야?”라고 물으시더라. 왠 팬더인가 싶어서 이유를 물으니 댓글에 써져 있다는 거다. 알고 보니 에이핑크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연락주신 거였다. 에이핑크 팬클럽 이름이 ‘팬더’인데 새로 생 긴 내 별명으로 생각하신 거다. 기사를 쓸 때마다 내 별명은 바뀐 다. 스냅백을 자주 쓰고 다니는데, 내가 나름 동안(^^)이라 가끔씩 취재 현장에 가면 팬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7 덕후로서, 기자로서의 목표 ‘어덕행덕’이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구체적인 목표보다 그냥 행복하게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는 글을 계속 쓰고 싶다. 사람들이 그 글을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03 - APPROPRIATELY, CONSISTENTLY, PLEASAN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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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 자부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나의 덕질은 그저 사서, 꺼내서, 사진 찍고, 장식장으로 보내는 일이 전부다. 오히려 과하지 않게 취미로 즐기는 수집생활이라서 꾸준하고 즐겁게 하고 있는 건지 도 모르겠다.
3 꿀맛 나는 덕질, 나만의 덕질 방법 혼자서 모으고 혼자서 즐긴다. 가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사진 을 올리기는 하지만 제품을 구입하려고 만나는 것 외에 같은 취미 를 가진 사람들과 공유는 거의 없다. 가끔 아들, 친구들, 회사 사 람들 생일이거나 힘들어 할 때 선물로 하나씩 주기도 한다.
4 덕후는 날 때부터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글쎄…. ‘재밌겠다, 즐겁겠다’ 생각하는 것은 숨기지 않고 표현하거 나 추진력 있게 실행하는 편이다. 그래서 피규어 수집도 적극적으 로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아버지도 사진기, 음반 등을 좋아하셔 서 엄청 수집하셨다는데, 아마 그런 영향도 있지 않을까.
5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수집을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수집에 소홀했던 기 간은 있다. 가지고 싶은 게 별로 없거나 해외여행 준비 등 더 관심 있고 재미있는 일이 생겼을 때 소홀하게 된다. 남들에게 골프나 여 행이 건전한 취미생활인 것처럼 나에게는 피규어 수집이 그렇다. 그래서 끊을(?) 일은 절대 없을 것 같다.
6 덕질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 피규어 수집이 내 일에 도움을 주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 냥 리프레시하는 정도이지 않을까. 아마 자기 만족일 거다. 아무래 도 광고 업계에는 독특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고 그런 독특한 취미생활이 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볼 수 있겠지만, 각자의 즐 거운 취향일 뿐이라 생각한다. 머리를 식히는 데 도움 되는 취미 생활 말이다. 오히려 여행 많이 다니고, 영화 많이 보고, 책 많이 1 덕밍아웃하자면! 영화나 만화 속 다양한 캐릭터 피규어, 초합금 등을 수집하고 있 다. 어릴 때 좋아하던 것을 꾸준하게 좋아하고 꾸준하게 수집하고 있다. 건담 프라모델 조립, 도색 정도만 하다가 본격적으로 수집을 하게 된 건 2003년 초합금 시리즈라는 반다이의 로봇 계열 완구 을 접하게 되면서부터다.
보는 게 우리네 일 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되더라.
좋아하는 건 적당하게,
7 덕질을 위해 고군분투한 경험 피규어를 구입하러 1년에 두세 번은 일본에 간다. 일본 전 지역에
꾸준하게,
‘만다라케’라는 중고 장난감 체인점이 여러 개 있는데, 며칠에 나
즐겁게
누어 가면 될 것을, 이상하게 갈 때마다 마음이 급해진다. 첫날에 그 지역 전 매장을 다 찾아다니고 구입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2 덕질의 매력 피규어를 수집한다고 하면 보통 오덕, 덕후, 오타쿠라고 표현하는 데, 개인적으로 골프 좋아하는 사람, 음식 좋아하는 사람, 차 좋 아하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즐겁게 살자는 주의라서 피규어 수집에 덕심(?)이 있을까 하는 생 각은 든다. 단지, 만화나 영화 속에 나오는 멋지고 재미있는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힘들게 구해서 소장하게 되었을 때, 기분 좋아
이진원 ― 13년째 밝고 유쾌하게 일하고 있는 이노션의 광고기획자
다. 그래서 일본여행 첫날은 늘 함께 간 사람을 고생시킨다.
8 덕후로서, 크리에이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 피규어를 수집하는 사람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나중에 멋지 게 공간을 지어서 멋지게 수집품을 진열했으면 좋겠다. 광고기획 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기획 일을 즐겁게,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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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THE MOST INTERESTING WAY TO STUDY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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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꿀맛 나는 덕질, 나는 이렇게 한다 집 책장을 나만의 분류대로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 한다. 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덕질을 할 수 있다. 병원 대 기실, 터미널 가판대, 북카페…. 지하철을 탈 때는 책을 든 사람을 발견하면 무슨 책을 읽는지 알아내려고 하는 자신을 무심코 발견 한다. 요즘에는 작은 책방을 방문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5 내가 걸어온 덕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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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즐겨 봤다. 나와는 다른 레 벨로 덕질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 정도는 덕후가 아니라고 생 각하기도 했다. 어쨌든 어릴 때부터 매력을 느끼는 무엇을 발견하 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더 알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데 이게 덕후 기질 아닌가 싶다.
6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 지금 하는 일이 좋아서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러다 보니 더 잘하 고 싶고 사람들에게 더 잘 소개하고 싶은 욕심도 크다. 아무래도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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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욕심만큼 능력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좋아하는 책 - 1 태평천하 2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3 글쓰기의 최소원칙 4 남쪽으로 튀어 5 태백산맥 6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7 시인들의 고군분투
그래도 덕질의 결과물이 나오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생기면 다
생활기 8 철학과 굴뚝 청소부 9 소피의 세계 10 기생충, 우리들의 오랜 동반자 11 인간이란 무엇인가 12 라라피포 13 자학의 시 14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15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 16 미친년 17 책을 읽는 방법 18 교양 노트 19 모방범 20 점과 선 21 먹는 존재 22 사하라 이야기 23 진짜
른 데서 얻을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
여자가 되는 법 24 글쓰기 공작소 25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 26 머큐리 27 어쿠스틱 라이프 28 미란다처럼(직접 만든 책)
7 덕질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 덕질은 좋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대상을 연구하고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계속 공부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 1 자신을 소개해달라 책을 만들고 번역하고 글을 쓰며 살고 있고, 앞으로도 책과 관련 된 일을 하며 살고 싶어 하는 사람. 음악 대신 미드를 틀어놓을 정 도로 미드와 영드에 중독되어 있으며 궁금한 분야가 생기면 관련 된 책부터 찾아볼 정도로 책 의존증에 시달리고 있다.
2 책덕출판사에 대해
면서 남들이 관심 가지지 않는 아주 세분화된 영역에서만큼은 내
덕질은 세상을 공부하는 가장
좋아하던 영국 드라마 <미란다>의 주연배우이자 각본가인 미란다
재미있는
하트의 책을 발견하고 직접 번역해보고 싶어서 출판사를 등록했
방식
가 제일 잘 안다는 경지에 이르는 듯하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내 정체성의 일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삶의 일부분을 이루게 되는 것 같다. 책방에서 사람들과 실제로 ‘과일 친구들 만들기’를 했는 데 매우 즐겁고 유쾌했다.
8 덕후로서, 크리에이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 꾸준히 지속가능한 덕질을 하는 것. 남이 시키는 일보다 내가 하 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다. 갑작스럽게 시작하게 되었지만 예전부터 좋아하던 출판, 번역,
살아가는 것. 그래서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아~ 정말 하고 싶은
드라마가 만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된 것이 우연은 아닌 듯하
대로 잘했어!’라고 생각하며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
다. 책덕이라는 이름으로 ‘웃기는 여성’이라는 테마를 책으로 풀어 내려고 한다.
김민희 3 책덕후가 된 계기
―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궁금한 것이 생
책이 좋아
겨도 누구에게 물어보기보다는 혼자 알아내기를 좋아했는데 호
출판사까지 차린
기심 가득한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은 역시 책이었던 것 같
책덕출판사
다. 특히 <소피의 세계>라는 책을 읽으면서 이 두렵고 무서운 세계
대표
를 이해하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계속 의심하고 책을 읽어야겠다 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CREATOR’S NOTE
01 CREATOR’S NOTE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간에 그리다 최유진 사원(Contents Creative Center)의 도면
2013년부터 이노션에서 공간기획과 공간디자인 업무를 진행해온 최유진 사원. 현재 그는 ‘무역센터 명소화 마스터플랜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상호 부장과 함께 그렸다가 지웠다가…. 고뇌의 흔적이 도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INNOCEAN TALKS
JEREMY CRAIGEN GLOBAL CCO
함께, 멀리, 거대하게 꿈꾸자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최고 책임자, 제레미 크레이건 지난 6월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최고 책임자(CCO)로 부임한 제레미 크레이건이 서울을 찾았다. 그는 DDB London에서 25년 동안 일한 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터로 VW(Volkswagen)의 ‘Night Driving’ ‘Singing in the Rain’, 2008년 하비 니콜스 백화점의 ‘Wallace & Gromit’ 등의 대표작을 만들어낸 전설적 인물이다. 다음 10년의 도약을 준비하는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방향과 크리에이티브의 발전에 대한 그의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광고인으로서 그가 생각하는 업의 기본과 비전에 대한 귀중한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Studio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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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떻게 광고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Q. 아이디어는 주로 문제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얻는다는 말씀이신
광고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언제라고 정확
가요?
하게 알려드리지는 않겠습니다.(웃음)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TV
네, 맞습니다. 광고인들이야말로 예술과 상업의 교차점에서 일하는
에 나오는 광고 보는 걸 아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신기한 것은 그
축복받은 비즈니스맨이라고 생각해요.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때 내가 좋아한 광고들은 BMP(나중에는 DDB가 되었지만)에서 제
행운아입니다. 저는 주로 사람들에게서 좋은 영감을 얻기 때문에
작한 것들이었어요. 그러니 나는 어린 시절의 내 영웅들과 같이 일
사람을 좋아합니다. 영감을 얻기 위해 전시회에 가거나 공연을 보
하게 된 셈이죠. 요즘 광고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광고를 만드는
러 가지는 않아요. 기차나 비행기 안, 공항 등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그 자체를 좋아해서 이 업에 뛰어든 사람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을 관찰하고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광고인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딩을 담당했다.
경력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볼지도 모르는 광고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브랜드 글로벌 ECD를 역임하기도 했다.
제레미 크레이건(Jeremy Craigen) 영국 출신이며 30년 이상의 경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무대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은 글로벌 광고계의 거물급 인사다.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광고제에서 두 차례의 그랑프리를 포함해 다수의 수상작을 갖고 있으며, 주요 국제 광고제에서 1,000여 건의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버드와이저, 소니,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죠. Q. 직접 관여하신 많은 수상작이나 프로젝트 중에 가장 기억에 남 Q. 그럼 어떤 단계와 경험을 거쳐 광고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거나 아끼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듣고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하거나 한 건 아니에요. 기숙학교를 졸업한
싶습니다.
후, CAM(Communications and Marketing)이라는 코스에 등록
몇 년 전에 폭스바겐 골프를 위해 만든 ‘나이트 드라이빙’이라는 제
했죠. 그 당시만 해도 굉장히 다국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목의 TV 광고인데요, 이 광고가 만들어진 모든 과정이 기억에 남아
이 과정을 거치면서 크리에이티브, 관리, 마케팅, 리서치 등 다양
요. 광고주와의 첫 미팅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다
한 분야를 이해할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감각을 갖출 수 있었어
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광고주는 마음에 든다고 하는 거
요. 그 후에는 이 세계에서 전설적인 ‘옐로 펜슬 어워즈’로 유명한
예요. 그래서 ‘우리 팀과 더 작업을 해보겠지만 어떻게 만들어질지
D&AD(Design & Art Direction)의 프로그램을 거쳤죠. 6주마다 한
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했죠. 최초의 아이디어는 ‘골프는 운전하기
에이전시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며 평가받는 프로그램이었어
좋은 차이다’라는 아주 단순한 내용이었는데, 사무실로 돌아가 크리
요.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도 만들면서 현업의 사람들과
에이티브 팀과 함께 일하면서 아이디어가 발전하고 다양한 요소를
인맥을 쌓을 수 있었죠. D&AD는 제가 다니던 30년 전과 마찬가지
결합하기 시작했죠. 예를 들어 리처드 버튼이 낭송한 딜란 토마스
로 지금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학교보다는 현장에
의 시를 삽입하는 방식으로요. 이 광고는 한밤중의 드라이빙에 관
서 제대로 배울 수 있음을 알려줬죠.
한 내용입니다. 모든 것이 극도로 조용한 시간의 드라이빙을 보여주 죠. 그저 속도를 내는 것에 열중하는 젊은이들이 아니라 차 안에서
Q. 지금까지 다양한 국제광고제에서 많은 수상을 해오셨는데요, 그
의 평화를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런 성과를 가능하게 한 아이디어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얻으시는지
이 광고로 클리오와 칸을 비롯해 많은 광고제에서 상을 탔어요. 제
궁금합니다.
가 이 광고를 꼽는 이유는 상을 많이 탔기 때문이 아니라 광고를 완
확실한 것은 광고제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아니에요. 물
성해간 과정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주목하지도 않은 아이디
론 광고제에서 수상하기 위한 광고를 만들 수도 있고 수상하는 법
어를 광고주가 먼저 알아보았고 공동 작업을 통해 살아 숨쉬면서
을 연구할 수도 있죠.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수상을 위한 광고를
발전해갔기 때문입니다.
만들기보다는 광고주가 원하는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인 광고를 만
또 다른 작품 역시 골프 GTI를 위해 만든 ‘싱잉 인더 레인’이라는 광
드는 데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 본질에 집중하다 보면 광고제에서
고인데요. 진 켈리가 빗속에서 노래하면서 춤추는 아주 유명한 옛
수상하는 일이 일어나는 거죠. 저는 언제나 상을 타는 것은 우리가
영화를 사용했어요. 옛 노래를 새롭게 리믹스하고 춤도 다시 만들
하는 일에 대한 보상, 혹은 부산물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고 이것저것 바꾸었죠. 이 광고는 영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얻었어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어요. 광고를 만드는 것이지 광고제의 수
요. <브리튼갓탤런트>라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10대가 출연해서 이
상작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상을 탄다는 것은 내 재능을
광고 춤을 다시 재해석한 춤을 선보여 우승하는 일까지 있었습니
알리는 멋진 일이고 기분 좋은 일이죠. 기대했던 상을 못 탄다면 화
다. 그때가 광고를 방영하고 2년도 지난 시점이었어요. 광고를 제대
날 수도 있고요.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아직 수상 경력이 없다’는 평
로 만들면 세상에 이런 영향을 미칠 수 있죠.
에 너무 신경을 쓰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을 거예요. ‘어떻게 하 면 더 새롭고 흥미로운 솔루션을 만들 수 있을까’에 집중해야만 원
Q. 이노션의 Global CCO로 오시게 된 계기와 CCO라는 자리가 어
하는 길로 갈 수 있을 겁니다.
떤 일을 하시는 자리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필립스, 아메리카 에어라인 등 유수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폭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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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이노션을 알아가면 갈수록 저는 이노션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제가
주말을 즐기는 시간도 소중하고 일년에 한 번 정도는 스키도 열심
그동안 자동차 광고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이 회사에 결합할
히 타고요. 요즘에는 근사한 정원을 가꾸며 느긋하게 쉬는 취미도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요. 이노션의 성장이 단순히 현대차, 기아차
생겼어요.
에만 의존해서 이룬 것이 아니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글로벌 브 랜드와 일하는 모습도 훌륭했습니다. 그 다양성에서 새로운 도전의
Q.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 또는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하며 광고에도
기회를 본 것이죠. DDB에서 계속 일한다면 모든 일이 점점 쉬워지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관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
겠지만, 이노션에는 거대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2
시는지요?
주 동안 서울에 머물면서 현대차, 기아차 광고주와 이야기할 기회가
좋은 질문이지만 제가 기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대단하고 환상적이라고
은 아니어서 제대로 대답하기 까다롭네요. 어떤 광고주가 제게 같
느꼈습니다.
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기술이 중요하다고요. 하지만 저는
앞으로 제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은 모르겠 어요. 앞으로 제가 하려는 일은 최고의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서 일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겠죠. 또 그들이 필요로 하는 최상의 업무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일 것입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위해서는 그 나라, 그 장소에 맞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관리되어야 합니 다. 8월 말 본사 방문을 시작으로 11월까지 미주, 유럽, 중국 지역본 부를 비롯해 인도, 호주 법인을 방문하고, 10월 말까지는 각 네트워 크에 필요한 새로운 사람들을 필요한 곳에 부를 계획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더 장기 적인 계획도 있습니다. 이노션의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요.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광고주들에게 정확한 정체성을 찾아주고 우수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지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이노션의 강점은 젊다는 것입니다. 세계 유수의 광고 회사들에 비해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어떤 프로젝트는 제가 직접 이끌기도 하고, 어떤 프로 젝트는 관리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밥 이셔우드(이노션의 Global Creative Advisor)가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과 이루어놓은 네트워 크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서 그들이 이노션의 프로젝트를 돕는 관 계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때로는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 다른 나 라로 가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어요. 능력 있는 인재들이 지치지 않 도록 “시드니나 다른 도시에서 한 3개월 일해보면 어떻겠어?”라고 새로운 도전 기회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방식이 현실화되면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행복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을 이곳으
그럴수록 기본을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아이
로 부를 수도 있겠죠.
디어로 가득한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이디어가 없다면 기술은 어떤 대안도 될 수 없습니다. 크리에이티브 팀 주변에 디지털 전문가나
Q. 이번에는 사적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취미는 무엇인지, 어떤
소셜 미디어 전문가가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새로운 시도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시는지 궁금합니다.
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정신적인 면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 변
와인 수집이 취미입니다. 골프도 즐기고요. 다행히 한국은 골프 치
화를 실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도 필요합니다.
기에 좋은 나라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여행이 취미라고 이야기했
저는 함께 일하는 전문가들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만약 내가 여
지만 지금은 여행이 제 직업이 되었네요. 와인과 함께하는 좋은 음
러 분야에서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나에게 필요한 뛰어난 능력자들
식도 즐기고 테니스도 좋아합니다. 가족과 함께 아름다운 해변에서
을 끌어들여 함께 일하면 됩니다. 그래서 더 큰 목표를 갖게 되고
Life is Orange Fall 2015
더 거대한 결과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와는
10년 전의 교육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유연하기 때문이죠. 업계도
다른 방식으로 더 협력적인 크리에이티브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
마찬가지인데 학생들이 제출하는 포트폴리오나 개인 웹사이트를
획팀도 마찬가지이고요. 컬래버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너무 흔하게
보면 경영, 제조, 미디어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넘쳐나거든요.
쓰이기도 하고 아이디어는 어떤 곳에서도 얻을 수 있다고도 하지만,
하지만 광고란 선뜻 뛰어들기 어려운 곳이기도 해요. 제 조카가 영
내부에서 정확하게 방향을 설정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런 방
국에 있는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이 일을 하
향성이 결여되면 서로 자기 이야기를 하겠다는 50명의 사람과 함
고 싶은지 물어보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가능성이
께 회의를 하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어요. 협업을 위해서는 더 주의
많은 시기죠. 광고주들은 제품이 팔리도록 도와줄 사람을 찾고 있
깊게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만히 앉아서 다
어요. 그리고 그것이 이 일의 기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그
괜찮다고 위안하기보다 어떤 시도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
다음이 사람들의 평가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광고를 좋아하기만 하
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이노션이야말로 변화를 위해 다음 10
고 제품을 사지 않는다면 광고주는 살아남기 어렵겠죠. 요즘은 모 바일이나 다른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 습니다. 그 이전에는 신문이나 프린트 매체가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시대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디지 털을 이야기하고, 지금이 디지털 시대라고들 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 는 무엇일까요? 저는 단지 훌륭한 아이디어들을 보여주는 한 방식 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죠. 이노션이 새 로운 네트워크로 발전하는 방식도 무엇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정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요.
Q. 10년 후의 이노션을 상상해보신 적이 있나요? 어떤 모습일지 궁 금합니다. 역시 까다로운 질문이군요. 일년 안에 얼마나 변화할지 가늠하는 것도 어렵거든요. 10년 후의 성공이란 또 무엇일까요? 이노션은 아 마도 오길비 같은 회사가 되지 못할 수도, 칸광고제에서 ‘올해의 네 트워크’ 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질적인 성장을 잣대로 삼기도 하고 양적인 성장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하지요. 저 는 매년 꾸준하게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관성이 제일 중요하죠. ‘건 리포트’에서 1등을 하는 것도 자랑 스러운 일이지만 매년 1등이 아니어도 꾸준히 리포트에 이름이 올 라 한 해는 5등을 하고, 어느 해는 2등을 하는 그런 꾸준함이요. 세 계 최고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그런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그저 제자리에 앉아 광고제에서 수상할 방법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사업이 될 만한 것을 만들고 싶다’는 말만으로 년을 위해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는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고치의 일을 해내고, 최고
Q. 한국에도 글로벌 무대에서 일하고 싶은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많
의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누구도 예상치 않았던 아이디어를 만들
고 이노션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젊은이들을 위해서 조언을 해
어야 합니다. 지금보다 더 능동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아야
주신다면요?
합니다. 시간 관리도 잘해야지요.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없는 광고
우선, 영어를 배우세요. 이곳에서 제가 사람들과 대화하고 질문할
주의 문제를 풀기 위해 그저 앉아서 TV 광고 브리프를 기다릴 것
때 대부분 통역을 필요로 했거든요. 글로벌 무대에서 일하고 싶다면
이 아니라, 그 시간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디자인할 수도 있겠죠. 우
영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적으로 광고제의 심사는 영어로
리가 모두가 알고 있는 게임에서 앞서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이루어지잖아요? 지금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 세대에게 현재는 아
싶습니다. 광고주가 문제가 있는지도 모를 때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주 흥미진진한 시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왜냐하면 지금의 교육이
찾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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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CEAN TA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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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How did you start your career in the advertising industry?
Q. Of all of the projects you’ve been involved in, which is your
I started a long time ago. I won’t mention when, but I got into
favorite? Which one is the most memorable?
advertising because I liked it as a kid. I used to recite old TV
I think one of my favorites was a project we did with Volkswagen
commercials. Funny enough, all of the favorite commercials I
a few years ago called “Night Drive” for the Golf vehicle. It was
used to like ended up being the ones that were done by BMP,
one of those lovely processes. I had a few ideas which I didn’t
which later became DDB. The guy who was my hero, not
think anything was great. And the client said, ‘Well, I think there
knowing it as a kid, was someone I eventually got to work with.
is something in this.’ And so I said, 'Okay, I’ll go back to the creative team.' The brief was to simply say that Golf was a good
Q. What did you do to actually get into the industry?
car to drive. A very simple brief. I didn’t think this idea on paper
I didn’t go to university. I went to a boarding school and by that
was that great. But I went back to the creative team and said, ‘I’m
time, I was done with education. So what I did was enroll in
not convinced but our client is.’ But the idea evolved and different
an advertising course called CAM, or Communications and
elements came in. It incorporated a poem by Dylan Thomas,
Marketing. It was an international course, but a very fast one
which was read by Rich Burton. It was about night driving. It was
done every year. It gave me an opportunity to understand a little
about enjoying the roads when it’s quiet. It wasn’t about being a
bit of the creative, management, marketing side in addition to the
racer or driving fast. It was about a man at peace with his car.
research side. And from that point, I said, ‘This is definitely what
What was great was that this started off as a TV commercial but
I want to do.’ D&AD, which is British Design & Art Direction,
ended up winning gold at Clio, gold in Cannes, gold in all sorts of
runs an educational program and it’s done over six weeks. You
places. But the idea grew from being nothing, and it was spotted
present your work at an agency. Then they will give you a brief
by a client before I did. It’s about being open to that, letting the
for the next week. While you have to pass a test to get in, you get
idea breathe and letting it improve.
to create a portfolio and gain business contacts. I did it 30 years
Another one we did was “Singing in the Rain”, again for Golf GTI,
ago and they are still doing it to this day. You get to be taught by
which incorporated Gene Kelly’s famous dance from the movie.
people in the business rather than teachers.
The line was ‘The Original, Updated.’ So we remixed the song and redid the dance. It became a big hit in the UK. In “Britain’s
Q. You’ve won a lot of awards. Where do you get inspiration for
Got Talent,” a teenager recreated the dance and went on to win
your creative ideas?
it. And that was two years after the commercial had run. That’s
I don’t get them from awards. You study what makes great
the power of ‘getting it right.’ These are two different examples
work. You understand the rules. The more experienced you are,
with the same client, which are two projects that I am proud of.
the more you try not to answer a brief to win awards. Rather, you answer a brief to sort out the best answer possible for your
Q. What made you want to join INNOCEAN as the global CCO?
client. If you do that really well, the awards will follow. Awards
And what role do you expect to play?
are a byproduct of what we do. We are not in this business to
I didn’t know much about INNOCEAN. I worked for 25 years
win awards. I think awards attract talent. But I think there’s too
at DDB and I wanted a new challenge. Someone told me about
much emphasis on them. As a young creator, you could trouble
INNOCEAN in Australia when I was there judging an awards
yourself by saying, 'Well I haven’t won any awards.’ The moment
show. The more I explored INNOCEAN, the more I liked it. I
you start thinking that way, they won’t come. The more you try
could bring over my car expertise. But I also had the experience
and ask, ‘How can I solve this problem in a really interesting
of running different offices. The work can easily get better
way?’ then they will come.
here and there is massive potential. The people are great. The management is fantastic. I’ve spent the last two weeks talking
Q. So you get your inspiration from trying to get the best
to both Kia and Hyundai, and they are great, too. So how am I
solution?
going to move forward? I honestly don’t know yet. I know what
Yeah, I think we’re lucky to be in this glorified business, a cross
I am not going to do. I am not going to micromanage. I’m going
between art and commerce. I like people, and they influence
to put the best people in each office, enable them to do their
me. I’m not particularly influenced by art gallery or theater. I like
finest work and support them where they need it. It’s a very
people watching. When I see people on trains, planes, airports, I
different network. You cannot treat the Indian office the same
look at them and think. I think you have to be a people person to
way that you treat the Seoul office. Likewise with the European
be in this business.
office. I’m going on a world tour starting next week in Americas
Life is Orange Fal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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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HQ, followed by Europe and China, then India and Australia. By
technology changing the industry as a whole?
the end of October, we will have visited all of them. I am about
That’s a good question and it’s almost impossible to answer
improving the creative product in every office. That is my goal
because I don’t know what new technologies are going to appear.
- to improve our clients strategically and give them their own
But I think we must not forget the basics. We will always need
If you want to
identities. What’s great about INNOCEAN is that it’s a young
innovative people. Technology is kind of nothing without an idea
network. It’s smaller, therefore manageable. There’ll be certain
around it. What I’d like to do in all departments is to bring experts
get on the global
projects that I will be leading and there will be others that I’ll
in technology so that there are different pockets of people
stage, you have
delegate. Maybe send people to different countries for different
around the creative floor. If we make any changes here, it has to
to understand
projects. When you find talent and keep them fresh, it’s nice to
be physical as well so that it can be noticeable, rather than just
give them new challenges and say, ‘Hey, do you fancy maybe
a mental change. I truly believe in specialists who collaborate,
English.
three months in Sydney?’ These are goals to keep people happy
not generalists. I think you can either be average at everything
while attracting talent, too.
or be really good at one or two things. Other people who are more qualified can come in and work together to create bigger goals and end results. I’d like to see a more collaborative creative department with different disciplines. Collaboration can be an overused word. When people say that an idea can come from anywhere, it still needs to be protected and directed. Otherwise, you end up sitting in a room with 50 people all wanting to say something and it becomes a freefall. So it needs careful managing. But there is nothing wrong with failing in new systems as long as you’re not complacent. This is the time for INNOCEAN now that it is ten years old. It’s time to move into the next decade. Q. We have a lot of college readers in Korea. Do you have advice for those who wish to jump into global advertising and be great at it? Learn English. I understand that Korea is a big enough market not to know. But if you want to get on the global stage, you have to understand English because all of the award shows are judged in English. It’s a scary business to get into. In fact, my nephew is at an advertising college in the UK. At some point I asked, ‘Do you really want to get into this field?’ But I think these are exciting times. Clients are always needing people to help to sell their products. There are ways to establish a relationship with a consumer that is much more personal through mobile or other mediums. Print was a personal medium in the old days. Now everything is digital, but in the end, I think it’s about showing as many good ideas as you’ve got.
Q. Now we are going to move on to some personal questions. What kind of hobbies do you have? What do you like to do in
Q. How will INNOCEAN look in the next 10 years under your
your free time?
guidance?
I collect wine. I like playing golf. Luckily, Korea is a golf country. I
I don’t know how it’ll look even a year from now. In 10 years, we
like good food, playing tennis, and beach holidays with my family.
are not going to be Olgilvy. We are not going to be Network of
I’ve also taken up gardening recently. We have a nice garden, so I
the Year in Cannes. But what I would like is for us to consistently
enjoy that.
improve each year. Consistency is most important to me. You can dip down to No. 5 and go up to No. 2. But you are always up
Q. Technology is becoming influential in advertising. How is
there competing with the best. And I think we can do that.
Learn Engli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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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사용설명서
6편: 이성규 CD
나를 이루는 말들 CD라는 직업이 평범하지 않은 것을 찾아내는 일이라지만 두 아들에게는 평범한 아빠이고 싶다. 바로 이성규 CD의 이야기다. 날 선 감각으로 살아야 하는 CD의 삶에서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곽희용 CD는 그를 지목했다. 바쁜 중에 틈틈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보낸 그가 조심스레 꺼내놓은 말들. 그건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낯가림 심한 선배의 진심이기도 하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Studio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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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
2. 출생지
3. 좋아하는 것
4. 싫어하는 것
5. 어린 시절 자주 하던 행동
6. 현재 자주 하는 행동
7. 자주 출몰하는 장소
8.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9. 만약 광고를 안 했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10. 나를 움직인 카피, 혹은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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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사용설명서
‘ 순리와 기본 ’ 어릴 적엔 이해하지 못했던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라 하신 아버지 말씀. ‘ 공부 ’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어릴 적에는 알지 못했다. 그렇게 당연히 성적은 바닥권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대학교까지 이상하리만큼 기억도 추억도 없다. 그러던 내가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새로운 광고주들을 만나고 새로운 캠페인을 만들어갈 때마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새로운 트렌드와 표현 방법들이 생겨날 때마다 익혀야 하고 이제는 날마다 새로 태어나는 첨단기술까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 알고 만드는 콘텐츠와 모르고 만드는 콘텐츠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끔 공부하다 힘들 때 이런 생각을 한다. 과거에 공부를 안 한 벌로 못 다한 공부를 지금 다 하고 있는 건 아닌지…. ‘ 강박 ’ 머릿속에서 나 나름대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 정리가 되기 전까지 잠은 당연히 못 자는 것이고 객관적인 시점에서 바라보기 위해 술에 취해서 한번 생각해보고 깨고 나서 한번 더 생각해본다. 고난을 주는 프로젝트의 경우,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머리와 손톱은 깎지 않는다. 그리고 그에 관련된 문서들은 절대로 책상 위에서 치우지 않는다. ‘ 예민 ’ 촉수가 많은 생물처럼 환경변화에 민감하다. 어지러운 책상 안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고 누가 그것을 건드리면 당장에 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항상 거리감이 있고 아주 오랜만에 만난 사람은 잘 알던 사람도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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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디렉터 ’ 아트디렉터는 무엇이고 당신은 어떤 아트디렉터인가요? 면접을 볼 때 항상 하는 질문이다. 팀에서 나오는 결과물의 퀄리티를 책임지고 결과물의 끝단에 서 있기에 아트디렉터는 힘들고 외롭다. 나에게 아트디렉터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얘기한다. 메시지에 길을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대리에서 차장이 될 때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비주얼도 메시지이고 카피도 메시지라는 사실, 그리고 카피는 또 하나의 비주얼이라는 사실. 비주얼이 주연이 될 때 카피는 조연이 돼야 하고 카피가 주연이 될 때 비주얼은 당연히 조연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친구와 마찬가지로 서로에겐 늘 존중이 필요하다. ‘ Team ’ 힘든 팀이라는 거 나도 알고 내가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거 우리 팀원들도 안다. 다만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힘들게 하고 까다롭게 군다는 것만 잊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회의 때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크게 말하든 작게 말하든 종이에 있든 없든 그들의 말과 글자와 그림들이 모여 우리 팀이 광고주께 혜안으로 진상드리는 콘텐츠가 된다. ‘ 이지영 그리고 이현준과 이현이 ’ 불 같은 나를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이지영 그리고 현재까지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나를 완전히 닮아 걱정인 첫째 아들 이현준과 덩치 빼고는 엄마를 빼다 박아 다행인 둘째 아들 이현이.
나를이루는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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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사용설명서
이성규 CD를 상징하는 물건들을 소개합니다. 그가 직접 고르고 설명하는 열 개의 물건, 열 가지 이야기.
02 디자이너 생각위를 걷다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
03 미니카
나가오카 겐메이가
큰아들 현준이 장난감
회사를 차리며
사러 갈 때마다 하나씩
모두 검은색이라고 똑같지 않다.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장만하게 된 미니카.
소재와 디테일 그리고 블랙의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
사진의 미니카로 된
생각이 많던 시절,
와인잔은 우리 팀
많이 공감했고 가까운
김희중 사원의 선물.
01 검은 티셔츠 매일 똑같은 옷만 입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색감이 각기 다르다.
후배들에게 자주 선물하는 책.
06 워킹
04 사유
가이드라인
카피라는 것에 대해
덴쓰의 4대 사장
잘 모르던 시절.
광고귀신 요시다
많은 도움을 준
히데오가 만든
디자인에 관련된
오니짓소쿠. 우리 팀
유명한 말들을
회의실에 붙어 있는
모아놓은 책.
05 캐리커처
워킹가이드라인.
사랑하는 배신자 박상권 대리가 나에게 선물한 이성규 캐리커처 9종 세트 중 하나.
07 흑연심 홀더 10 종이 테이프
9년 전 처음 나간 해외촬영 때 나에게 한 작은 선물.
스카치테이프의 쌩한 느낌이 싫어서 개인적인 것들을 붙일 때 종이테이프 쓰는 것을 선호한다.
08 종이 노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과 함께 간략한
09 이면지 노트
생각을 몇 자 적어
피피엠이 끝난 피피엠 노트나 시안이었던 종이를 모아
돌돌 말아 종이 노끈에 묶어서 준다.
집게에 끼워 노트로 만들어 제2의 인생을 살게 한다.
Life is Orange Fall 2015
이성규 CD의 다 알려주마 이성규 CD의 팀원들이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가감 없이 물었습니다. 물론 무기명으로.
Q. 만약 CD님이 광고를 안 했다면 어떤 직업이 어울렸을까요?
Q. 인생을 살면서 한번쯤 가보고 싶은 여행장소는?
A. 어릴 때 공부를 못했던 나에게 어머니께서 제안해주셨던 요리사.
A. 아이슬란드, 광고주께 제안드렸던 사진과 자료로만 보던 풍경을 직접
음악을 잘 만들 자신은 없지만 선곡은 자신 있어 디제이.
가서 느끼고 싶다.
Q. 같이 광고 촬영하고 싶은 여자 연예인은?
Q. 제일 좋아하는 만화캐릭터나 슈퍼히어로는?
A. 여자 연예인들과 촬영 시에 좋지 않은 기억이 너무 많아서 없음.
A. 캡틴아메리카. 몸은 현재에 살지만 정신과 마음은 과거 속에 사는
Q. 하루 일과 중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외로운 사람.
A. 걷기, 메모하기, 저녁 겸 마시는 술.
Q. 아이들과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은?
Q. 패션아이템 쇼핑을 주로 어디서 하시나요?
A. 두 아들과 각각 여행을 떠나보는 것.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의
A. 분에 넘치는 비싼 패션은 사양합니다. 인터넷이나 길에서 우연히.
여행과 둘째 아이가 좋아하는 방식의 여행으로 각각.
Q. CD님 냉장고 속 소중한 아이템 세 가지를 말해주세요.
Q. CD님의 길티 플레저는?
A. 소주, 맥주, 양주.
A. 쉽게 살찌는 체질인 것을 알면서도 스트레스 받을 때 상상을
Q. 좋아하는 아티스트 두 명을 꼽는다면? 그 이유는?
초월하는 대식을 함으로써 순간의 스트레스는 풀지만 불어난 몸을 보고
A. 마이클 잭슨과 에곤 실레. 세상이 가만두지 않은 천재들.
또다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악의 순환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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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Fal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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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줄 아는 사람들, 이노션의 덕후들을 지금 소환합니다.
우아한 취미생활에 이르기까지! 좋아하는 대상을 열정적으로
컬처 마니아는 물론, 와인 덕후, 클래식 덕후와 같이 고급지고
피규어, 레고, 신발 수집부터 게임, 애니, 영화에 빠진
이노시안은 지금 무엇에 심취해 있을까요?
“숨겨왔던 나의~” 덕질을 공개하는 시간!
그것이 바로 덕질이라는 사실을 경험해본 사람은 압니다.
매일매일 밀려드는 업무 속에서 나를 구원해주는 한줄기 빛!
THIS IS MY PRECIOUS LITTLE THINGS!
덕후거나 아니거나 이노시안의 즐거운 취미생활
이노션 백서(白書)
ISSUE REPORT 54
안 좋은 남자이지요. / LP. Blu-Ray, DVD, 음악CD, 특히 비틀스와 Back to the Future 관련 물건 등 / 베어브릭 / 브랜드별 전용 맥주잔 수집
신발… 작년 휴가로 일본 여행 갔을 때는 피규어를 30만 원어치 사서 왔고요. 매일 같이 화장실에서, 자기
나의 뮤즈 영감의 원천 / 축구, 만화, 흑인음악, 영화, 쇼핑, 맛집 / 정창욱 / 만화책 / 테니스 / 위닝일레븐, Twenty one pilots, 맥주 / 게임(정확하게는 콘솔게임),
중고나라에 들락날락하고 동네 옛날 문구점 찾아 돌아다니기 / 베어브릭 수집을 위해 일본 옥션과 이베이를 매일같이 서칭하고 한정판 베어브릭 출시일에 맞춰 도쿄에 감. / 초등학교 6학년 때(부산에서 살았음)
꾸준히 듣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음악을 찾아 들을 때면 늘 마음의 위안과 기쁨을 느낍니다. 총각 시절엔 월급날 젤 먼저 찾아가는 곳이 회사 근처에 있는 레코드 가게였습니다. 틈날 때마다 공연장에서 직접
산 적이 있음. 고2 때 록페스티벌 가서 신나게 놀았음. / 무슨 일이 있어도 농구는 해야 돼! 야근이 있어도 가서 스트레스 풀고 다시 업무 보기! / 폴 매카트니 오신다고 연차 쓰고 피시방 가서 티켓구매
게임, 마블덕질, 이 모든 것을 집약해주는 게임과 마블
블로깅! / 어른용 색칠공부/ 온라인 피쉬 키우기 게임
몰입 / 쇼핑(신발) / 무언가 귀여운 것들, 조립하는 것들의
한정판 아이언맨 피규어, 아이언맨 보조배터리, 마블 히어로 레고 한번에 다 사고 한 달 동안 허리띠 졸라맴. /
아른거려서 그 다음 날 여행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오다이바로 다시 달려감. / 대구에서 매년 국제 오페라 축제를 하는데, 아마추어 평론가 오디션에 지원해서 2011년 가을 한 달 동안 매주 대구에 내려가서 오페라를 보고 평론을 썼었다. / 혼자 일본 여행 가서 만화책에 나온 햄버거 먹으러 2시간 기차 타고 가선 햄버거만 먹고 돌아온 일(근데 또 먹고 싶다, 잭슨버거) / 절판된 고전만화책(해적판 아니고 정발행본) 수집하겠다고
사실을 알고 첫 수업 출석체크만 하고 도망가서 운동화를
산 다음 다음 수업에 들어간 적이 있다. / 농구가 하고
싶어서 중환자실에 계신 아버지께 양해를 구하고
농구하러 감. / 고등학교 3학년 때,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이틀 전에 독서실 간다고 하고 아이돌 사인회에 갔던
기억… 모의고사 성적은 떨어졌지만 행복했음. / 신화
콘서트를 보러 몇 시간 동안 줄 서서 콘서트장에 입장한
적이 있음. 헤비메탈에 빠져서 청소년 구매불가인 CD를
판매품이 아닌 리미티드로 제작하거나 이미 단종된
몇 년간 덕질하며 꾸며둔 자전거까지 모두 팔아서 시중
“주머니도 모자라 영혼까지 털었네”
관련 상품 사겠다고 해외 사이트에 문의 넣고 배송대행
갔다. But 사핀이 은퇴하면서 제 열정도 같이 은퇴….
보러 일본 간 정도네요.
레어한 책을 구매해서 필사해서 돌렸다거나, 성우 이벤트
/ 소싯적에 인터넷 BL동호회원들을 끌고 다녔다거나,
보고 당황함. 덕분에 같은 앨범이 여러 장 쌓여 있음.
샤이니 앨범을 선물해준 것. 친구들 모두 서로의 선물을
했다가 실패하고 다섯 번 정도 샀음. / 생일날 모든 친구가
사겠다는 글을 써본 적이 있음. / Back to the future
하나 구하려고 온 동네방네 커뮤니티에 그 카드 내가
구입한 적이 있음. / 스타벅스 한정판 카드 못 구한 거
모두 전용잔으로 대접하고 싶어서 맥주 48병을 한번에
하나를 주는 프로모션이 있길래 집들이에 놀러 올 8명을
사핀을 동경해 겨울학기 쌩 까고 호주오픈 보러 멜버른에
대학교 동문이 됨! (해외) / 러시아 테니스선수 마라트
좋아해서 그의 발자취를 느끼겠다며 그 배우가 졸업한
같은 호텔이었음. (무서운 사람 아님) / 어떤 배우 너무
가져온 적이 있다. 원전사태 이전에는 일본에 사는
찾아다녔다. / 도쿄(오다이바)에서 맘에 들었던 부츠가
한 달을 넘게 살았다. 비행기표도 내가 끊고 호텔도
지인과 함께 매년 겨울 스노보드를 타러 좋은 스키장을
내려옴. / 덕질 대상이 해외 가길래 따라가서 그 옆에서
한참 차 튜닝에 미쳤을 때 신형 bride carbon seat를 장착하려고 일본에 가서 사가지고 분해해서 비행기로
압구정 편집숍에 입고된 나이키 운동화가 한 족 남았다는
마니아 커뮤니티에서 매물 검색이 습관화되어 있네요. /
4시간 동안 헤매다 전시 끝날 즈음 도착해서 보고
집들이를 앞둔 어느 날, 호가든 맥주 6병을 사면 전용잔
전에 침대에 누워서 네이버 카페 등 신발, 유니폼 등
서울에서 비틀스 전시한다고 혼자 기차 타고 올라와서
/ 최근 2개월간 에어 조던 사는 데 350만원 썼습니다.
“그곳이 어디든 지구 끝까지 간다!”
“시간을 달리는 덕질, 롸잇 나우!”
사연이나 에피소드
덕질에 얽힌
02
쓰면서 스트레스 풀고 기쁨을 느끼는…? 데리고 살기에
시우민, 결혼하자면 당장 함 / 캠핑용품~ / 샤이니,
클래식 음악입니다. 대학생 시절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덕질, 어디까지 해봤나요?
없고, 업무는 바빠서 시간도 없다 보니 쇼핑 등으로 돈
자전거 관련된 걸 찾고 기쁨과 희열을 느꼈죠. / 엑소
물품을 구하기 위해 한동안 일본 옥션에서 잠복했었음.
플랭크 등 다양한 신체 활동 / 아무래도 요즘은 애인도
상품 영화 꾸준한 동호회 활동, 드로잉. 모든 일상에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음악(나를 위로해주는 것들) /
위로, 즐거움, 기쁨이 되는 대상
로랑입니다. 최근에는 다카라즈카와 뮤지컬입니다. /
테니스(운동) / 가장 최근까지는 자덕(자전거 덕후)였어요.
아들과 같이 놀기(RC 경기장 가서 선수들과 주행하기,
레고CREATOR시리즈, 스타벅스카드 / 피트니스: 스쿼트,
때가 있었습니다. 음악은 사운드호라이즌 덕후 통칭
되네요. / 요리 / 뮤지컬, 디즈니, 문구 / 농구와 힙합 /
피규어 사 모으기) /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 사랑스러운
픽시자전거를 타며, 자전거 관련 애니메이션 만화, 웹툰,
신화 특히 게르만과 켈트 신화 쪽입니다. 과거 성덕이었을
삽니다. 요즘엔 웨이크보드와 레고를 주로 보게
플라밍고 튜브 사서 바닷가에서 수영하기, 플라밍고
RC헬기, 비행기 말리기, 야구 등) / 맛있는 음식과 언제
애니메이션), 덕후는 아니지만 덕력을 쌓고 싶은 분야는
‘클덕’입니다. / 원래 잡식성 덕후라서 그냥 이것저것
플라밍고 덕후(나이키 조던 플라밍고 티셔츠 사들이기,
고단한 내 삶에
01
그게 뭐라고요?
애니메이션(정확히는 재패니메이션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연주를 듣기도 했고요. 말하자면 저는 ‘클래식덕후’, 즉
수집(엄청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모으는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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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나도 성공한 덕후?!
가장 메인 스폰서인 셔트 스폰서)를 조금은 잘 알고, 축구 경기 보다 보면 스폰서 업데이트가 좀 잘되는 점? 뭐 그렇다고 업무에 도움으로 직결되기까지는 않지만 배경 지식 정도는 되는 것 같네요. / 와이프 아이디어 낼 때 비틀스 관련 음악, 영화, 가사 등등 소개시켜줌. 와이프가 폴 매카트니 공연 가서 결혼하고 집에서 들어본 노래여서 신기했다며… 성공했어!
같다. 단순히 좀 예뻐 보인다가 아니라 레어 아이템이 촬영소품으로 쓰일 때 더 퀄리티가 올라가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 결국 자기만족인가? / 함께 농구하고 나면 직급 성별 여하를 막론하고 모두 친해질 수 있다! / 촬영 중 캠핑에 관련된 신이 있었는데 준비된 용품들이 느낌이 안 나서 제 차에 실려 있던 장비들로 세팅해서 촬영을 진행했었지요. / 덕질을 하다 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나보다 더한 사람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야 ‘난 000덕후다’라고 인정하게 된다.
행사에서 분위기에 맞는 음악도 추천해달라고 하고 주변적으로 도움이 된 건 있습니다. / 아직 빛을 발하진 않았지만 덕질하며 얻은 영감들이 일하는 원천이 되는 것
/ 덕후는 혼자서도 즐기는 사람이다. /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개인의 일이나 학업에 지장이 있느냐 여부가 판단 기준인 것 같다. / 지속성. 얼마나 오래 덕심이 가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 덕을 위해 생활이 존재하면 덕후, 생활을 위해 덕이 존재하면 일반인 / 덕후는 좋아하지 않죠. 사랑하죠. 일주일에 매일 5회 이상 여가 시간에 똑같은 행동을 한다면 덕후
깔 때 조금 도움이 되었습니다. / 테니스 동호회 활동으로 인한 친분도 상승 / 음악활용에 대해서 공연이나 영상 제작 시 활용 / 하는 일이 스포츠마케팅이다 보니 축구
[집착의 강도] 너 아니면 안 돼 하루의 시작과 끝이 ‘000’이면 덕후? / 일상생활 가능 여부(일하거나 다른 사람 만날 때도 그 생각만 하면 덕후?) / 말뿐인지, 실제로 생활의 일부분인지의 차이랄까? / 흠… 덕후냐 아니냐의 차이는 바로 디테일. 얼마나 디테일하게 덕질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함. / 덕후는 좋아하는 분야의 스케줄에 일을 맞춥니다.
광고주나 다른 지사의 임원 분들의 자녀 선물 고를 때 /
선친의 영향으로 카메라에도 관심이 있는데, 설계, 현장
스케치, 중간 검수, 결과 보고 등 관련업무에 많은 도움이
하기 싫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자꾸 덕후냐고 묻지
있겠어요. 일코(일반이 코스프레)의 자유를 달라! / 인정하는 정도. 정말 가슴을 뛰게 하는지 아닌지 / 스스로 인정의 차이입니다. 덕후는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 되어 있는 거기 때문에 자신의 바람과는 상관없기도 함. / 사람 눈에 딱 봐도 보이면 덕후고요, 티가 잘 안 나면 그냥 아니에요. 진짜 덕후는 회사 책상부터 다르답니다.(제 책상 와보세요) / 전 덕후가 아닙니다. 전 좋아하는 것을 단지 좋아할 뿐이지요. 덕후는 집착의 단계라고 봄. 물론 그것이 어떤 하나에 뜨거운 열정으로 표현될 수 있으나
자고 그거에 빠져 있으면 덕후 / 삼자가 보기에 일상 생활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거나, 생활에 무리할 정도로 한 주제 사물에 빠져 있다고 생각되면 덕후다. / 일반 팬이 좋아하듯이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파고들어가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으면 덕후 / 그냥 좋은 거랑 오덕은 달라요. 팬은 그냥 보면서 좋아할 뿐이지만, 관련된 물건 모든 굿즈와 지식자료를 집착하듯 모으며 박학다식하다면 오덕에 가까워요. 오덕은 일상 그 모든 것에서 좋아하는 것을 연상시킵니다. / 딱 보면 보이는 것 아닌가요? 좋아한다: 내 삶을 기쁘게 한다 vs 덕후다: 내가 그 대상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꽃길만 걷게 해줄게)
밥 안 먹어도 덕질은 한다 = 덕후, 돈 남을 때만 덕질한다
= 노덕후 / 해당 취미를 위해 수입의 50%이상을 쓰면
덕후 / 벌이의 20% 이상을 무언가 구입하거나 이용하는
데 쓴다면 덕후가 아닐까요? / 여가 시간 대부분과
월급의 대부분을 취미에 쓴다. / 좋아하는 거 관련 10개
이상 가지고 있다면 자발적으로 덕후 인정하시죠! /
마음이 열리면 호감, 지갑이 열리면 덕질 / 투자하는
시간과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다면 덕후 / 덕후다: 그곳에
돈 쓰는 게 아깝지 않다, 아니다: 비싸면 고민한다. /
생활비에서 관련된 물품을 구매하는 퍼센티지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덕후
마세요. 자기 입으로 덕후라고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덕후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덕밍아웃을
대상을 더 현실처럼 여기며 사랑한다. 밥 안 먹고 잠 안
생각함.
가능할 정도라면 그렇게 심각한 오덕후는 아니라고
같은 오덕들만 만난다면 오덕후, 일반인 코스프레가
미치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 예를 들어 덕질을 하느라
기준에서) 덕질이 그 사람의 사회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생각. 하지만 덕후임과 아님을 가르는 기준은(통상적인
무한한 애정과 그에 비례하는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없는 덕후라고 생각함. / 덕후는 일단 그 영역에 대해
TOM(Top of Mind)으로 꼽히는 인물이라면, 부인할 수
있는가. / 어떤 분야이든(일반회사가 아닌) 광고회사에서
있는 지식을 지니고 있는가, 브랜드를 타인에게 추천할 수
해당 분야의 전문성 보유 여부 / 브랜드를 서포트할 수
[인정의 차이] 나는 덕후입니다
브랜드에 빠져 있느냐 / 덕후는 현실인간보다 덕질하는
[전문성 유무] 애정에 비례하는 지식
따른 것 같아요. / 스스로가 ‘내 주변에 이 분야에 있어서
아니다!’인 경우여서… 아무래도 자기 자신이 판단하기에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가 바로 ‘좋아하긴 해도 덕후는
시야가 좁아지고 앞뒤가 막힌다면 안 된다고 봄. / 애매한
타나봐요… 흐흑.
리가… 없어요. / '덕계못'이라고 원래 덕후는 계를 못
없고, 일해서 번 돈으로 덕질을 더 열심히 하죠. / 그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까인 적은 있음 / 업무에 도움된 건
그냥 좋아만 하면 그렇게는 하지 않지요. / 얼마나 해당
[투자의 정도] 돈을 쓰느냐 안 쓰느냐
덕후다 VS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04
광고 배경음악 추천 의뢰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벤트
있었음. / 음악을 여기저기 팠던 경험이 영상 과제 BGM
갔을 때 동료들에게 많은 마블 지식을 뽐냄ㅋㅋ /
발한 경험은 없음. 음… 자동차에 관심이 있어서 소소한
딱히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안타깝지만 없다. / 인턴으로 아직 덕질이 업무에 빛을
[Well…]
놀라셨음. / 취향 비슷한 광고주와 급속도로 친해질 수
[NO!]
듯 + 자기 만족은 있습니다.
인해서 이름의 뜻을 알거나 이름 짓는 데는 도움이 되는
데에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팀원 분들이 실제로 매우
좋아하지만 덕후는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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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는 리서치 쪽이니까요. 단지 게임에 나온 어원 등으로
덕질이 업무에 빛을 발하긴 힘든 것 같습니다. 특히 저의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 음… 아니 뭐 딱히 평소에
가지고 안을 만들었는데 팀장님이 좋아하셔서 픽 됐단
같아요. / 저는 아닌데 어떤 분께서 덕의 대상이 한 말을
업무까진 아니지만 <어벤져스2> 티케팅 행사 보조로
바로 인터넷 커뮤니티죠. 레퍼런스나 자료를 검색하는
유니폼 오랫동안 모아서 각 구단 스폰서(특히 구단의
된다. / 촬영 소품을 고르게 될 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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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있다 VS 없다
나의 덕질이 업무에 빛을 발한 적
03
이노션 백서(白書)
05
'덕후'라는 말 대신 다른 이름으로 불러주오!
팬돌이 / Guru / 00바보 / 음… 덕이 충만한자? / 바라기 / 애호자 / 마니아, 환자… 그렇지만 가장 좋은 말은
Super Fan. ~holic 등 / Passionate EXPERT/ 요즘 ‘덕후’라는 단어가 대중화되고 유행하면서 오덕질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어지고 당당해졌지만 덕후를 대신할 단어는 없어요. 오타쿠 - 오덕후 - 덕후, 오덕 이건 팬이나 팬질과는 절대 다른 말이죠. / (농구)마니아,
러버야 쟤는 고양이 러버야 라는 말을 잘 쓰듯 / 전문가 / 몰두쟁이, 덕, 후후, 00수집가(ex. 문장 수집가) / 마니아? 전문가는 아니고 존문가? 덕후 만한 느낌을 살려주는 건 없네요. / 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정적이든
‘마니아’ / 덕후가 나빠 보이지 않는 것이 요즘 트렌드
/ 그냥 광팬? / 수집가의 경우 ‘컬렉터’, 다른 분야는
전문가, 스페셜리스트 (아무리 그래도 과유불급입니다)
Addicter, Likest / 00박사님 / 중독자 / 십덕 / 몰입군, 수 없는 고유의 이미지를 확립한 것 같습니다. / 덕훙/
(농구)성애자, (농구)변태 등등 / 열정맨 / 사랑꾼 /
애자(愛子) / 어렵네요 죄송합니다. / 러버. 얘는 강아지
긍정적이든 ‘덕후’라는 단어는 이미 다른 단어로 대체할
갑시다. / 러버 / AF(올웨이즈 프렌즈 Always Friends) /
좋은 말이 있죠. 마니아도 좀 일본스럽고, Ner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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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장소 온 & 오프라인 덕후등급(본인판단) B급
활동장소 경기도와 가까운 강원 및 충청도 일대 덕후등급(본인판단) 음~ B? 좀 더 쓰면 A인가?
덕후라서 좋은 점 아들(가족)과의 관계가 정말 좋아졌다는 것. 그리고 자연 속의 하룻밤이 얼마나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해보지 않으면 모를 겁니다.
활동장소 특별히 활동 장소는 없습니다.
덕후등급(본인판단) 약 B
덕후라서 좋은 점
좋아하고 관심 있는 대상이 있다는 점은 확실히 좋은 것 같아요. 뭔가에
애정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얘기이니까…. 그렇다는 건 곧 인간 관계든
일이든 잠재적으로 같은 애정을 쏟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언젠가는 (수집) 제품 가격이 올라간다는 점이겠죠.^^
좋은 점은 딱 하나!
덕후라서 좋은 점
경력 17년 차
경력 9년 차
“마음에 들면 무조건!”최성수 대리(해외미디어1팀)
경력 넓은 의미로는 한 20년 차
제병문 부장(김형태CD팀) 분야 레고덕
“눈치 보지 말고” 분야 캠핑덕
김우진 대리(스포츠마케팅팀)
삶을 윤택하게, 일에는 활력을! 좋은 것일수록 혼자 즐기지 말고 다 함께 공유해요.
덕후가 덕후를 낳는다고 하지 않던가요? 다들 이렇게 조금씩 덕후의 길로 들어서는 겁니다.
이노션의 자타공인 덕후 3인이 여러분을 흥미로운 ‘덕’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WELCOME TO 徳 WORLD
분야 조던덕
“연애하는 마음으로”
이노션 백서(白書)
분야의 덕들과 비교하면 활동에 차이가 좀 많이 납니다. 그래도 점차 레고덕들이 많아지면서 직수입 제품을 구하기도 하고, 레고
Q4. 가장 사랑하는 레어템 3개 & 레어템 구입 노하우 제가 제일 사랑하는 레어템 3개는 Product #7784 (The Batmobile),
단종된 장비나 한정판, 혹은 주문 생산하는 제품들로만 장비를 채워놓은 상태입니다.^^ Q2. 초심자를 위한 선배의 팁! 주변에 캠핑을 즐기는 친구 혹은 지인이 있다면 눈치 보지 말고 같이 한번 가서 지내보세요. 하룻밤 같이 지내며 모닥불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을걸요. 그게 힘들다면 해 지기 전 한강 고수부지 나들이라도 해보시길!(낮에 가는 건 비추~ 너무 더워용) Q3. 온라인 & 오프라인 핫플레이스 추천하는 온라인 공간은 처음 캠핑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정보를 얻어가는 캠핑퍼스트(초보캠핑카페), 새로운 장비를 발견하기 위해서 잠복하는 초캠장터, 그리고 제가 즐겨가는 곳인 피크파크카페와 어반블라인드 카페…. 그외 캠핑장에서 운영하는 몇몇 카페를 많이 활용합니다. 추천하는 캠핑장은 호명산 두레캠핑장, 양주스톤벨리 B캠핑장, 파주 아토펜션캠핑장, 옥천 마로니에숲 캠핑장, 남양주 팔현캠핑장 등등입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때 신던 시리즈도 낡았지만 그대로 가지고 있고, 조던
유니폼들, 무려 20년 전 미국에서 스크랩했던 기사, 사진 등 집에 뒤지면
다 나옵니다. 최근에는 올해 봄 3개월간 무려 12켤레를 구매했고요(사실
한번에 몰아서 구입한…), 돈은 참 많이 썼죠~(정신병은 아니고, 원하는
것들을 어느 정도 구매해서 지금은 자제 중입니다).
Q2. 초심자를 위한 선배의 팁!
먼저 그 컬렉션, 물품을 왜 모으는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애정과 관심이 가장 필요하고요, 그 다음으로는 온라인 서칭을 통해 어떤
제품군이 있는지, 다른 마니아들은 어떻게 모으고 있는지 등을 찾아보고
자신만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가장 좋겠죠(하지만 무엇보다 연애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3. 조던덕후들의 온라인 & 오프라인 핫플레이스
온라인은 네이버에 ‘나이키 마니아 카페’가 가장 괜찮은 것 같고요, ‘풋셀’
또한 유명합니다. (저는 잘 안 가지만요) 오프라인은 홍대 쪽에 숍이 몇 개
있다고 하는데 리셀가가 비싸기 때문에 실제로 거래는 잘 안 일어나는 걸로
장비들도 다 시중에 잘 구할 수 없는 장비들이라 다 소중합니다. 티켓을 구할 수 있다면 봄, 여름 두 번 진행되는 고아웃캠프에 꼭 한번 가보시길! 캠핑용품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필드에서 다른 캠퍼들이 실제 사용하고, 세팅해놓은 것을 보는 것이 제일이죠. 그리고, 캠핑 관련 대부분의 업체들의 전시도 동시에 이루어지고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모든 레어템이 쏟아져 나오는 고아웃이야말로 최고라고 할 수 있죠~^^
조던은 주로 4~8, 11~13이 인기가 많습니다(조던 전성기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4, 5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승했던 시즌에 신었던 신발이죠).
실제로 디자인도 가장 예쁘기도 하고요. 특히 컬러웨이는 OG라고 불리는
오리지널 컬러들이 인기가 많고 그중에서도 블랙과 레드 중심의 브레드
색상이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첫 에어 조던 시리즈인 조던1 시카고 색상,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신었던 브레드 색상도 인기가 매우 많아서 가장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냥 관상용으로 모으는 사람들은 일명
것이기 때문에 전 특별히 그렇진 않고요.ㅎㅎ
넣어 보관한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지론으로는 ‘신발은 신으려고’ 사는
가루처럼 부서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슈즈랩에 싸고 안에 실리카겔까지
‘가수분해’(- 신발 밑창이 수분을 먹고 오랜 시간 지나면 분자식이 분해되어
어반블라인드의 테이블류, 연장선(트리니티) 그리고 커밋체어. 나머지
Q4. 가장 욕심 내는 컬렉션 & 효율적인 운동화 정리(관리)법
Q4. 캠핑 덕후가 가장 애착을 느끼는 제품 & 한번쯤 가볼 만한 캠핑페어
선택한 후, 그 시리즈 중 제일 부담 없는(비용 및 사이즈) 아이템부터
시작을 해서 하나씩 업그레이드를 시켜왔는데 지금은 기존 제품군들 중
제가 좋아하는 조던 5~8, 10, 11은 모두 한 켤레 이상 가지고 있고요,
알고 있어요. 조던 신발은 개인 거래가 대부분입니다.
일단 본인이 좋아하는 시리즈(Star Wars, Technic, The Simpsons)를
있는 장비 값이 더 비싸다는 거죠. 처음에는 돔텐트와 작은 타프로
열성적인 숨은 고수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신발로 치면
“Inspire Imagination and Keep Building.”
(레고 광고 카피!!)
Q5. 지금 어딘가에서 열심히 덕질하고 있을 이 세상 덕후들에게 한마디
노하우요? 다른 거 없습니다. 마음에 들면 무조건 구입하세요~! ^
Product #76023 (The Tumbler), Product #10225 (R2D2)입니다. 구입
www.bricklink.com를 추천해드립니다.
만약 정말 Collector’s item 같은 걸 원하신다면, 해외 사이트
스토어나 아울렛을 통해서 제품을 쉽게 살 수 있는 추세입니다.
솔직히 한국은 레고 문화가 인기를 끈 지 얼마 안 돼서, 다른
Q3. 레고덕후들의 온라인 & 오프라인 핫플레이스
시작하는 게 좋은 듯합니다.
Q2. 초심자를 위한 선배의 팁!
줍니다.
어려운 희귀 아이템 및 시리즈를 보유한다는 점이 제겐 큰 만족감을
지금까지 800만 원 정도 투자한 것 같네요. 다른 덕들보다 구하기
음~ 일단 항상 차 트렁크에 용품들을 실어놓고 있는데, 차 값보다 실려
솔직히 제가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 정도는 아니지만, (사내에 저보다
Q1. 이 정도쯤 돼야 덕후 명함이라도 내밀지!
Q1. 이 정도쯤 돼야 덕후 명함이라도 내밀지!
Q1. 이 정도쯤 돼야 덕후 명함이라도 내밀지!
웰컴 투 徳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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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S NOTE
02 CREATOR’S NOTE 우리 이노션이 달라졌대요! 휴식이 있는 이노션 만들기 프로젝트
일주일 동안 사무실을 오고 가는 이노시안의 얼굴에 함박웃음꽃을 피워준 그 포스터! 큰 호응 속에서 치른 ‘휴식이 있는 이노션, 포스터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입니다. 야근 NO! 휴일 근무 NO! 휴가 YES! 오늘이야말로 말 잘 듣는 직원이 되어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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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Fall 2015
SUPERHEROES WHO MADE THE SONATA MOTOR SHOW
시간을 달리고, 공간을 넘어서
30주년을 맞은 쏘나타가 특별한 모터쇼를 진행했다. 이동형 부스를 제작해 전국 4개 지역을 순회하는 ‘찾아가는’ 콘셉트의 모터쇼다. 반응은 뜨거웠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이 획기적인 모터쇼의 성공 뒤에는 밤낮으로 뛰어다닌 숨은 히어로들이 있었다. 불가능이라 여겼던 것들을 가능이라는 기적으로 보여준 사람들. 드라마틱한 2달간의 여정을 듣는다.
INTERVIEW. 김경태 부장(1본부프로모션팀, INNOCEAN Worldwide) × 이동환 실장(ALLFORONE) × 이장손 팀장(ARTPOINT) × 노태훈 PD(ARTPOINT)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PHOTOGRAPH. Studio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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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부장(이하 경태) 드디어 마지막 도시 서울이네요.
않고요. 전시차량과 그 많은 컨테이너를 크레인으로 옮기
대천, 부산, 대구를 지나 서울까지 숨가쁘게 달려오시느라
는 게 정말 숨막힐 듯이 조마조마한 일이거든요. 우리끼린 ‘날린다’고 표현하잖아요. 처음 써보는 300t 정도 되는 크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터쇼가 마무리되어가는 시
레인을 잡고 40m가량을 날리는 작업이었죠. 나무들 피해
점에서 다 함께 이번 프로젝트를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 어요. 늦은 시간에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서 차량들을 넘기고, 컨테이너도 넘기고 해야 하는데, 행
이장손 팀장(이하 장손) 마주 앉아서 보니까 다들 얼마나
요. 12시간을 작업해야 어느 정도 모양이 잡히고 24시간
이동환 실장(이하 동환) 아주 새까맣게 탔죠?
전례 없는 특별한 콘셉트의 모터쇼
여 뭐 하나 잘못될까 마음 졸이면서 설치했어요. 동환 그렇게 4개 지역을 도는데 다 밤을 새워야 했으니까
고생하셨는지 얼굴에서 느껴집니다.
노태훈 PD(이하 태훈) 택시 탔는데 기사님이 군인 아니냐 고 물으시더라고요.(웃음)
은 청소만 하느라 시간을 보냈죠. 그걸 지금 네 번째 하고 있는 거네요.
경태 기획부터 행사 마무리까지 정말 피 터지는 2달이었
경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딱 3일이었잖아요. 3일 만
죠. 쏘나타 30주년 모터쇼를 전국 4개 도시에서 한다는
에 철거해서 싣고 이동! 그러면 트럭 50대가 쭉 움직이는
시도 자체가 참 획기적이었던 것 같아요. 컨테이너를 특별
거죠. 물리적인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게 가장 큰 걸림돌
한 장소에 설치한 행사는 있었는데, 똑같은 걸 뜯어다가 단기간에 옮겨서 설치하고 다시 뜯어내고 옮기는, 이런 전 례가 없었잖아요. 특히 자동차의 경우는요.
이었어요. 대천에서 부산으로 이동할 때 길이 그렇게 멀다 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장손 그것도 주로 새벽에 움직이느라 더 힘들었던 것 같
동환 맞아요. 드문 사례죠. 신차 론칭 때 서울에서 하고, 그 다음 날 부산, 그 다음 날은 대구, 그리고 광주, 이런 식 으로 일주일 안에 끝내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장기 프로젝트로 야외에서 한 적은 거의 없었어요.
아요. 경태 기획 단계에서도 짧은 시간 안에 설치 장소를 찾아 야 하고, 안에 채울 콘텐츠도 구해야 하고, 작년에 했던 것 과는 차별화해서 우리의 기술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장손 거기다가 36동의 컨테이너와 소나타 13대, 전시 물품
또 딱딱하면 안 되잖아요. 방문객들이 무슨 소린지 모르
까지 합치면 트럭 50대 이상이 네 도시를 왔다 갔다 했으
면 안 되는 거니까요. 당장 내일모레 대천 내려가야 하는
니까요.
데 팀장님은 소품 찾으러 다니고 그러셨죠?
경태 처음에는 각 지역 본부별로 배분해서 서울, 대구, 부 산, 광주, 이렇게 4개 도시를 커버하려고 했죠. 그런데 커 다란 구조물이 들어갈 장소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6개월 이나 1년 전도 아니고 한 달 전에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 은 상황이었으니까. 때마침 휴가철이랑 겹치기도 하고 사 람들 많은 곳을 공략하느라 대천해수욕장, 해운대 등 바 닷가로 장소를 선회한 거죠.
장손 소품 찾으러 동대문, 황학동 시장을 뛰어다녔어요. 그게 하나하나가 정말 의미가 있어야 되거든요. 대충 막 찾은 게 아니고…. 동환 그러고 보니 처음과 비교해서 그림은 정말 많이 바뀌
었죠. 장손 이젠 기억도 안 납니다.(웃음) 벽지에 있는 인테리어 필름 자체도 세대별로 달라지는 것이거든요. 그 세대에 사
태훈 그러고 보면 해수욕장에 부스 설치하는 게 제일 힘 들었던 것 같아요. 모래사장의 수평을 맞추는 것도 쉽지
용했던 재질을 생각해서 적용한 거고요. 경태 사실 제가 실장님이나 팀장님, PD님께 예산 이야기 를 많이 했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된 건 맞아요. 그런데 장소마다 전시 기간이 너무 짧은 거죠.
뭔가 여기서 한 번 더 해보고 싶은데 이동해야 되는 거예 요. 다음에 또 하게 된다면 더 길게 준비를 하고 진행했으 면 하는 바람이 있죠. 태훈 상설이 아니라 이동을 해야 하다 보니 디테일한 부분 이 조금씩 훼손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파요. 동환 그래도 처음 전시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진짜 거의 손상 없이 진행되긴 했어요. 저는 걱정 많이 했거든요. 경태 블랙 바탕이어서 긁히거나 때 타는 일도 많고, 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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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면 녹슬기도 하고. 모래사장에 전시하다 보니 딴 곳으로 옮겨도 모래가 남아서 흐르고 했었잖아요. 대구에서 웬 모래가….(웃음) 동환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밤낮이 거의 바뀌었죠. 서울은 행 사가 9시까지였지만, 부산과 대천은 11시까지 했잖아요. 설치 하는 날도 밤을 거의 새워야 하지만 행사 진행하면서도 마찬 가지였어요. 밤 11시에 끝나고 정리하고 나면 자정이 훌쩍 지 나 있고, 밥 먹으면 새벽 1시 반. 가끔 술도 마시고. 경태 바닷가라서 술이 술술 들어갔죠.(웃음) 그런데 이렇 게 고생만 한 건 아니고요. 그런 걸 잊을 만큼 뿌듯한 적도 많았잖아요. 광고주들이 오셔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기 도 하셨죠. 실장님께서도 20년 동안 현대자동차 일을 해 오셨겠지만, 단일 프로젝트로 미니 모터쇼 전시회를 하는
똑같은 걸 뜯어다가 단기간에 옮겨서 설치하고 다시 뜯어내고 옮기는, 이런 전례가 없었잖아요. 특히 자동차의 경우는요.
건데, 이렇게까지 경영진들이 관심을 가져주신 적이 없었 던 것 같아요. 오셔서 잘하고 있다고, 좋다고 칭찬해주시 기도 하시고요. 동환 맞아요. 지금까지의 반응은 좋죠. 그럴 때 보람 많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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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태 이번에 4개 지역 돌면서 어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으세요? 태훈 저는 부산에서 태풍이 올라온다고 했을 때요. 솔직 히 저희 같은 제작, 설치하는 입장에서는 비가 오거나 태 풍이 와도 그냥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거든요. 아직 젊기 때문에…. 일동 뭐라고?(웃음) 태훈 죄송합니다.(웃음) 뭣도 모르고 열정 하나 믿고 ‘밀어
거친 현장 속, 사람 냄새 나는 사람들
붙여야겠다’ 하는 마음이 솔직히 있었거든요. 그런데 실장 님과 부장님께서 태풍이 오니까 미리 철수해서 다음 행사 에 차질 없게 진행하자고 먼저 캐치해주셨어요. 태풍을 만 나기 하루 전에 먼저 철거한 게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행 이었던 것 같아요. 두 분의 노련미란 역시! 경태 우리가 다 같이 일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실장님과 저는 이전에도 조금씩 작업해왔고, 물론 아트포 인트하고도 예전에 작업했었지만 그땐 팀장님과 PD님이 아닌 다른 분들이었어요. 장손 빡빡한 일정에서 장소 정하고, 디자인 맡기고, 운영 과 이벤트까지 생각하고, 그런 상황에서 저는 이 인원으 로 정말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전화 위복이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지나고 보니까 들더라고 요. 참 감사하죠. 동환 같이 일하면서 이쪽 회사에서 할 일, 저쪽 회사에서 할 일을 구분하면 문제가 꼭 생기더라고요. 제 경험상으로 는 그래요. 중요한 건 내 일, 네 일 구분 없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거죠. 들어가는 단계에서나 설치할 때나 물론 마무 리하는 지금도 그렇고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화학적으 로 아주 잘 결합된 것 같아요. 제가 현장의 어려움을 모아 서 대표로 설득하기도 하고, 서로 도움 주기도 하고 받기 도 하면서 잘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태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인품이나 인성이 좋으셔서요.
태훈 그래도 이번 전시는 큰 사고 없이 진행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이 자리에는 저희가 대표로 모이긴 했지 만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신 식구들이 많잖아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장손 이번 모터쇼 디자인을 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사람들 의 모습이나 표정이 있었는데, 상상했던 거랑 여기 와서 사람들을 만났을 때랑 너무 딱 맞아서 그게 너무 고맙고 좋았어요. 원래 전시가 끝나면 다 없어지는 건데, 이번 건
좀 남겨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쉬움이 남네요.
사실 이벤트 쪽이 거칠거든요. 물론 속 마음은 다를 수 있 는데.(웃음) 뭔가 어려운 일이 떨어졌을 때 대처하려고 하 는 의지나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한 거잖아요. 짜증날 때가 있더라도 ‘일단 한번 해봅시다’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 면 어려운 상황도 같이 해결해나갈 수 있는 거죠. 특히 실 장님의 경우에도 컨테이너 공사나 전시 쪽에 경험이 많으 셔서 노하우도 전수해주시고, 현장에 어려움이 있으면 자 존심 세우기보다는 업계 선배로서 모르는 것들 가르쳐주 시기도 하셔서 의지가 많이 됐습니다. 동환 이렇게 훈훈하게 이야기를 풀면 되는 거죠.(웃음)
짜증날 때가 있더라도 ‘일단 한번 해봅시다’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어려운 상황도 같이 해결해나갈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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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환 처음에 강헌, 임진모 선생님을 만날 때, ‘이게 진짜 쏘나타 30주년 모터쇼
될까’ 솔직히 이런 마음이 있었거든요. 다행히도 쏘나타
쏘나타의 세대별 진화를 한눈에 들 여다볼 수 있는 ‘쏘나타 30주년 기 념 모터쇼’. 전국 4개 지역(대천 해수 욕장, 부산 해운대, 대구 이월드, 서 울 DDP)을 순회하는 ‘찾아가는 모 터쇼’ 콘셉트를 지향한 만큼 기존 부 스 형태를 과감하게 탈피한 컨테이 너 구조물 2개 층으로 제작됐다. 이 번 모터쇼는 30년 전 첫선을 보인 1 세대 쏘나타부터 2016년형 쏘나타 라인업 모두를 ‘음악과 웹툰’이라는 이색적인 요소와 함께 선보였다.
DCT 구성물 등이 전시되고 1.6 터 보와 1.7 디젤 차량을 직접 운전해
랜드라서 세대별로 전시하고 콘텐츠를 던져주니까 고객들 도 자기 이야기를 막 토해내더라고요. “내 첫 차가 EF소나 타였는데 말이야…”라는 이야기를 누구든지 하는 거예요. 현장에 있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몇 번씩 닭살 이 돋기도 했어요. 경태 사실 저는 여러 협력사랑 작업을 많이 하는데요, 이
[1층] 7세대 쏘나타의 파워트레 인별 모델과 7종의 실물 엔진, 7단
가 30년 동안 고객과 함께해온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브
번 모터쇼를 진행하면서 올포원이나 아트포인트, 두 회사 에 제가 조금이라도 힘을 보탤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실 이런 프로젝트는 클라이언트 쪽에서도 기록에 다 남는 거
볼 수 있었다. 또한 유명 웹툰 작가 7인이 재해석한 파워트레인별 ‘쏘나 타’ 이미지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2층] 1세대부터 6세대까지 총 6 대의 쏘나타를 전시, 클래식한 쏘나
잖아요. 나중에 일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예전에 쏘나타 모터쇼했다고 하면, ‘아, 그래? 일단 가자!’ 이렇게 쉽게 풀 리는 거죠. 그런 계기가 된 거 같아서 이번 프로젝트를 잘
타 라인업만의 멋스러움을 알렸다. 세대별 쏘나타의 시대적·문화적 의 미를 담아내고자 음악 평론가 임진 모가 엄선한 곡들을 최고급 JBL 음 향 시스템으로 즐길 수 있는 ‘청음 존’을 별도 운영했다.
마무리하면 앞으로 더 좋은 기회를 이어서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손 감사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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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경태 부장 쏘나타 30주년 모터쇼의 프로젝트 매니저. 이노션 1본부프로모션팀에서 전시/이벤트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쿨한 인상을 지녔지만 겉보기와 다르게 인간애로 충만한,
경태 그럼 서로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가슴 따뜻한 남자다.
개인적인 얘기도 좀 해볼까요?
2 이동환 실장 올포원의 실장. 모터쇼의 콘텐츠 기획과 운영
희 아버님이 이 계통에 있으세요. 전시 1세대이시고. 아버
베테랑이다. 현장의 최고참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해가며 트러블 없는 분위기를
님이 고생해오신 걸 어릴 때부터 봐왔고 이쪽 일이 어떻게
이끌었다.
흘러가는지 어릴 때부터 인지하고 있었죠. 그래서 ‘이 직
3 이장손 팀장
업은 안 해야지’ 하는 마음이 처음에 있었어요. 원래 디자
아트포인트의 디자인 팀장.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전체적인 디자인과
인에 관심은 많았지만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까 적응하는
설치, 설계를 총괄했다. 늘 디자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전시 업계 순정파다. 10년
아트포인트의 3년 차 PD. 아버지의 영향을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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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좋아요. 밤에 여기 앉아서 이야기한 적이 없었는데 분
태훈 네. 사실 집에서도 ‘아빠’라고 부르는 것보다 ‘사장님’ 이라고 부르는 게 입에 배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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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죠. 적성하고도 맞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동환 아버님이 아트포인트의 사장님이시잖아요?
열정으로 땀 흘리며 일하는 현장 매력을
나오면 안 되는 자리인데.
는데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로 나온 거죠.
동 웃음)
고 싶어요. 태훈 어포던스(affordance) 디자인이라고 하죠. 기능을 의
장손 저는 어릴 적부터 건축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어서 계속 그쪽으로 공부해왔어요. 온갖 핍박 들으면서 건축설 계사무소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스위스에 다녀
지 않은 해체주의 조형물과 섞여서 할 수 있는 큰 프로젝
년을 해야 디자인을 할 수 있는데 전시 쪽은 디자인한 결 과물을 바로 볼 수 있고 사람들에게도 곧바로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그런 것에 매료돼서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전시는 작은 규모가 많잖아요. 이번 모 터쇼 같은 큰 기회는 정말 흔치 않아요. 이런 기회를 앞으 로 많이 가질 수 있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경력 10년 차입니다.(웃음)
도해서 담지 않아도 사람의 행태에 의해서 그 기능이 정 해지는 건데, 그런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요. 파리에 있는 베르나르 추미의 라 빌레트 공원도 그런 곳인데요. 의도하
오게 됐는데 그때 전시 쪽으로 진로를 틀었죠. 건축은 10
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동환 저는 12월에 있을 더클라시스 송년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현대자동차 일을 많이 하기도 했지만, 할 때 마다 매번 다르게 포매팅해서 진행하거든요. 이제는 연례
화해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글로벌 투어도 할 수 있는 그 런 것들이 나올 때라고 봅니다. 그러면 더욱 단단하고 커 지겠죠.
동환 제 얘기를 하려면 88올림픽 때 대학생 자원봉사를 하던 시절로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 하네요. 올림픽 개막식 상공특수효과에 자원해서 들어갔어요. 원래 자원봉사를 하면 개막식은 못 보고 빠져야 하는데 왠지 나오기가 싫 은 거예요. 자리에도 못 앉고 계단에서 개막식을 본 게 제
을 오는 동안 현대자동차와 많이 작업했습니다.
있고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더라고요. 힘들더 라도 보람있으니까. 기회가 있다면 또 한 번 꼭 참여해보
태훈 그러네요. 이런 기회를 주신 아버지 사랑합니다! (일
고 몇 년 후에 금강기획에서 일을 하게 됐고, 20년, 21년
장손 이런 모터쇼 또 하고 싶죠. 모터쇼도 커먼 부스라는 디자인이 있잖아요. 이런 기획 전시는 좀 더 아이디어가
경태 3년 차면 지금 저쪽에서 행사 뒷정리하고 있어야 되
가 이 일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죠. 현장에서 보면
위기 좋네요. 그럼 각자가 도전해보고 싶은 것들, 계획하 고 계신 것들 이야기하면서 슬슬 마무리할까요?
동환 한마디로 낙하산이죠.(웃음) 원래 여기는 3년 차가
서 ‘내가 이걸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거예요. 졸업하
작이에요. 언제 일어날지 모를 사건, 사고에도 대비해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볼 수
노션에 오면서는 프로모션 팀에서 이벤트 일을 많이 하고
님께 감사… 이 말 해도 되나요?
받아 전시 일을 시작했으며, 젊은 패기와
는 시간도 필요하고, 오픈하고 나면 그때부터 또 다른 시
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해요. 한때 광고 일도 했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일단 아버
기획부터 4개 도시 설치, 철거에 참여한
죠. 광고주도 있고 관람객도 신경 써야 하고 전시 준비하
와 다르게 인간애가 좀 있거든요. 사람 좋아하고, 사람들
많이 도와주셨죠. 이제 3년 차가 조금 넘었는데 이렇게 큰
4 노태훈 PD
우리는 현장에 있는 모든 걸 커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
있는 게 전시이벤트의 큰 매력인 거 같아요. 제가 겉보기
데 힘들었어요. 그래도 팀장님을 비롯한 회사 직원 분들이
동안 한눈 안 팔고 이 일에만 매진하고 있다.
1
요. 사실 생방송은 카메라에 잡히는 것만 잘하면 되지만
태훈 저부터요? 이걸 어떻게 이야기해야 되나… 사실, 저
총괄을 맡았다. 전시 업계에서는 잔뼈 굵은
경태 전시 현장은 생방송처럼 촌각을 다투며 흘러가잖아
경태 제가 도전해보고 싶은 건, 새로운 이벤트나 전시 플 랫폼을 직접 개발하는 거예요. 지금 모터쇼나 신차발표회 기획전시 같은 것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되어 있다면, 새로 운 영역에서의 하나를 개발하고 싶은 거죠. 단순히 사람
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공연이나 전시가 아니고 광고주 의 니즈를 기본으로 하되 뭔가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플 랫폼이요. 이노션에 있으면서 그걸 해야겠죠. 이런 제 이 야기는 필요없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마무리하시죠.(웃음)
늦은 시간까지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피부로 느끼는 전시의 매력
IN THE LIM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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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ATA SING THE ROAD! 차와 사람이 만나는 길 위의 감성을 노래하다 쏘나타 X 박진영 X K팝스타
누구에게나 ‘길’에 관한 특별한 추억이 있다. 쏘나타 30주년을
시간과 추억을 공유하는 차, 쏘나타
기념해 탄생한 ‘Sing the Road’ 프로젝트는 쏘나타와 함께
‘국민차’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자동차라면 그건 쏘나타일 것이
달리며 울고 웃고 앞으로도 끊임없는 이야기를 만들어갈
다. 7세대에 이르는 자동차 쏘나타는 지난 30년간 어떤 차종보다 고객들의
‘길’을 주제로 잡았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길’의
삶과 많은 부분을 공유해왔다.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뮤직 프로젝트 ‘Sing
노래가 프로듀서 박진영을 통해 탄생됐고, <K팝스타>에서 큰
the Road’는 쏘나타와 함께하는 길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자동차 광고에서
활약을 보여준 가수들이 음악의 완성도를 높였다. ‘길’ 위에서
보여준 외국의 길이 아닌 고객이 쏘나타와 달리는 우리나라의 길이다. 그래
다시 만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서 인천 공항 가는 길, 잠수교, 부산에 가면… 등 함께 달리며 울고 웃던 우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리의 길, 우리의 이야기를 노래에 담았다.
Life is Orange Fall 2015
공항 가는 길 박진영과 달콤 보컬 이진아가 만난 'Sing the Road' 첫 번째 프로젝트. 공항 가는 길이 주는 설렘의 기분을 감성적인 멜로디와 상큼한 목소리로 담아냈다.
‘길’이 노래가 되다 # 01 공항가는 길 첫 번째 로드송 ‘공항 가는 길’은 박진영과 이진아의 컬 래버레이션이다. 박진영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례적으로 100점 만점 을 주고 ‘흑인바흐’라는 찬사를 보내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뮤지션 이진 아. 심사위원과 참가자로 만났던 박진영과 이진아가 재회했다는 점과 중 독성 있는 멜로디, 청량감 있는 뮤직비디오로 ‘공항 가는 길’은 발표 첫날 부터 화제가 됐다. ‘공항 가는 길’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기다리 던 사람과의 만남 등 제각각의 이유로 항상 설렘을 가져다준다. 오랜 기다 림 끝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공항으로 가는 길이라면 그 두근거림은 배가 될 것이다. 매일 그리워하던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에 느끼는 떨림과 설렘의 감성이 이진아 특유의 상큼한 목소리를 만나 기분 좋은 시너지를 낸다. #02 잠수교 두 번째 로드송 ‘잠수교’는 <K팝스타> 시즌4에서 아쉽게 준 우승을 차지했지만 타고난 감성 보컬로 대중의 마음을 울린 정승환이 함 께했다. 9월 8일 공개된 ‘잠수교’는 박진영과 정승환의 동반 출연과 잠수 교의 새로운 모습을 서정적인 영상미로 담아내며 화제를 모았다. 박진영이 정승환을 염두에 두고 작사·작곡한 이 곡은 한강의 잠수교라는 다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반포대교 아래, 비가 오면 가장 먼저 잠기는 잠수교는 천천히 달리는 것이 허락되는 길이다. 앞만 보고 달 리지만 가끔은 막막해서 어디론가 잠수 타버리고 싶은 젊은 청춘에게 자 신만의 속도를 유지할 것을 권하는 힐링 메시지를 담고 있다. #03 부산에 가면 ‘공항 가는 길’과 ‘잠수교’에 이은 세 번째 로드송은 ‘부 산에 가면’이다. 에코브릿지 원곡의 ‘부산에 가면’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히트메이커 박진영, <K팝스타> 시즌4에서 진정성 있는 노래로 많은 감동
이 곡에서는 <K팝스타> 시즌3 우승자인 버나드박과 시즌1 우승자인 피프
을 준 정승환, 독특한 목소리와 뛰어난 피아노 연주실력으로 신선한 충격
틴앤드의 멤버 박지민이 호흡을 맞췄다.
을 안겨준 이진아. 이들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
이번 프로젝트의 음원 수익금은 쏘나타 30주년을 기념해 함께 준비 중인
다. ‘어머님이 누구니’를 히트시키고 연달아 <식스틴>, <무한도전 가요제>로
시각장애아도 즐길 수있는 ‘자동차 테마 놀이터*’와 연계해 기부될 예정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진영은 <K팝스타> 시즌4 심사위원
라 더 의미가 깊다.
당시 자신이 평가한 참가자들과 5개월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오디션 참가 자에서 이제 어엿한 가수가 된 이진아와 정승환이 부르는 ‘길’의 이야기, 그 첫 번째 길은 바로 공항 가는 길이다.
* ‘자동차 테마 놀이터’는 서울대공원 내 면적 2045㎡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현대차가 시각장애아 및 가족 단위 여가활동 시설을 조성해 지역사회 공익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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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교 박진영과 감성 보컬 정승환이 만난 'Sing the Road' 두 번째 프로젝트. 가끔은 어디론가 잠수타고 싶은, 정신없이 달려도 조급한 마음이 드는 청춘에게 보내는 힐링 메시지를 담고 있다.
Life is Orange Fall 2015
부산에 가면 박진영과 버나드박, 박지민이 호흡을 맞춘 ‘Sing the Road’ 세 번째 프로젝트. 에코브릿지 원곡의 ‘부산에 가면’을 리메이크했다.
MAKING STORY Q&A
Q1 이번 ‘Sing the Road’ 프로젝트의 기획의도와 콘셉트에 대해 한 말씀해주세요.
한 프로세스로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
SING THE ROAD
인천공항 가는 길의 설레임 / 잠수교를 달릴 때의 힐링
에 가장 어려웠던 점이기도 합니다.
프로젝트 캠페인
바다가 맞아주는 부산 가는 길 / 돌아오는 길이 허전했던 논산훈련소
기획자에게 물었다!
누구나 길에 대해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을 텐데요. 대한민국 대표 자동차인 쏘
Q5 촬영에 얽힌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나타의 30주년을 기념하여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탄생한 ‘Sing the Road’ 프
인천공항 ▶ 서울 잠수교 ▶ 부산(거제도)
로젝트는 쏘나타와 고객이 지난 30년 동안 함께 달리며 울고 웃었고 앞으로
다양한 우리나라의 길을 달리다 보니, 인천에서 부산까지. 익숙할 수 있는 길을
도 끊임없는 이야기를 만들어갈 우리나라의 ‘길’을 주제로 합니다. 길에 대한 다
다른 각도로 보여주기 위해 드론과 모비 등 다양한 촬영 장비가 동원됐던 것이
양한 스토리에 고객들이 잘 수용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요소를 가미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보통 자동차 촬영을 하면, 도로를 막아두고(Blocking)
<JYPXK팝스타 X 쏘나타>의 뮤직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했습니다.
촬영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퍼밋상 도로를 막는 것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조숙 대리 (1본부캠페인1팀)
통행에 차질이 없도록, 교통질서도 다 지키면서 촬영해야 하는 부분이 일반 자 Q2 모델로 박진영과 이진아, 정승환 등 <K팝스타> 참가자를 캐스팅하게 된 이
동차 촬영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리긴 했지
유는 무엇인가요?
만 히어로카가 언제 나타나나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했답니다.
서른이 된 쏘나타, 자칫 올드해 보일 수 있는 쏘나타에 가수들을 통해 젊은 활력 을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캐스팅된, 이제 갓 가수 생활을 시작하는 <K팝
Q6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해서는 만족하시나요? 내부에서는 어떤 반응인지,
스타> 참가자들. 특히, SBS <K팝스타>는 현대차가 장기간 PPL 하고 있는 프로그
공개된 곡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램이기 때문에 현대차와 자연스러운 연계성도 함께 가져갈 수 있어서 더욱 효과
<공항 가는 길> 실시간 검색어 1위, 음원 사이트 1위
적인 캐스팅이었습니다. (사심도 한 스푼…)
<잠수교> 실시간 검색어 1위, 음원 사이트 1위 현대차 담당 광고주와 이노션 모두 긴장하며 음원 차트 순위를 모니터링했는데
Q3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공항 가는 길’, ‘잠수교’ 같은 새로운 곡들은 어떻게
요. 처음 ‘공항 가는 길’이 음원 차트 1위로 올라갔을 때 다들 기뻐했던 순간이
만들어지게 된 건가요?
기억납니다. 쏘나타 30주년을 기념해서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박진영 씨가 본인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 있는데요. “길에 관해 음악을 만들어보
고, 차를 타고 달릴 때의 감성을 다시 깨우자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
겠냐는 제안을 받고 가슴이 설레었어요. 500곡이나 만들어본 저로서는 언제나
습니다.
새로운 영감에 목말라 있거든요.” 박진영 씨도 이노션 담당자들도 단순히 광고
브랜드가 제작한 콘텐츠 중 아이디어와 구성이 좋아도 브랜드를 너무 많이 노출
음악을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양승규CD팀과 함께 고민
시켜서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콘텐츠에는 브랜
한 우리나라의 여러 길과 그 길에 대한 감성을 설명드리고, 박진영 씨는 그 길에
딩을 최소화하자는 현대차 광고주의 용기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끌어내는
서 사람들이 공감할 포인트를 잡아서 곡으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노래 가사에 쏘나타를 넣지 않고, 티저필름과 뮤
공항 가는 길의 설렘이라는 감성에서, 기다리던 누군가를 만나러 공항 가는 길
직필름에서는 필요한 곳에만 적절하게 차를 노출하는 등 콘텐츠에는 브랜딩을
의 설렘으로 곡이 완성되어 가는 식으로요. 유행가에 흔히 등장하는 사랑/이별/
최소화하고, 대신 PR과 광고를 목적으로 제작한 브랜드필름에 적극적으로 브랜
아픔이 아닌 ‘길‘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그 안에 다양한 감성을 불어넣는
딩을 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콘텐츠, 특히 뮤직 프로젝트
작업이 박진영 씨와 저희 모두에게 설레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Q4 기획 단계나 제작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Q7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신가요?
곡당 티저, M/V, 브랜드필름까지 3종의 프로젝트 필름을 만드는 것과 음원 제
쏘나타 30주년을 기념하여 시각장애아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동차 테마 놀이
작/유통 과정을 동시에 진행한 점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JYP와 함께 음
터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고, 쏘나타 ‘Sing the Road’ 프로젝트의 음
원을 만들고, 음원 유통부터 음원 사이트 관리까지 일반적인 음원 발표와 동일
원 수익금을 자동차 테마 놀이터에 연계해 기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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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IN THE REPORT LIME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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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THE TRUE VALUE OF THE HOUSE 왜 이러죠? 보고 있으면 자꾸 눈물이 나… 2015 KCC건설 스위첸 광고 캠페인 “자식들 결혼시키고 나면 끝일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이더라.” 2015년 KCC건설 스위첸 광고 캠페인의 인사이트는 이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우리네 일상에서 우리는 모르고 있던 엄마의 엄마 ‘할머니’의 이야기. 자식의 자식을 키우며 내리사랑을 이어가는 그들의 시선으로 ‘집’의 진정한 가치를 전한다.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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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건설 스위첸 ‘자식의 자식 농사’ 여름날 손자가 모기에 물릴까 연신 부채질을 하는 할머니,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보다 손자를 돌보는 일에 몰두하는 할머니, 바쁜 엄마 대신 교통안전 지도 봉사를 나온 할머니 등이 담겼다.
할머니가 생각하는 ‘집’의 가치 화려한 조명도, 비현실적인 모델도, 꿈도 못 꿀 법한 인테리어도 없다. KCC
이번 캠페인은 할머니와 손주와의 정서적 케미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조손
건설 스위첸의 광고 캠페인은 실제 우리네 ‘집’에서 볼 수 있는 우리의 모습
간의 교감이 있는 직원 가족을 모델로 섭외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전문
을 그린다. 최근 수년간 진행해온 엄마의 집, 아내의 집, 아빠의 집 캠페인
연기자는 아니지만 현실 속 할머니와 손자, 손녀 간의 교감은 어느 베테랑
에서도 그랬다. 실제 사람이 살고 가꾸고 함께 성장해가는 ‘집’의 본질적 의
연기자에게서도 나올 수 없는 리얼리티 그 자체였다.
미와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광고 촬영 중 가장 힘든 것이 아이들 촬영이다. 아이들의 연기를 끌어
엄마, 아내, 아빠의 시각에서 바라본 전작 캠페인과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찾
내기 위한 스태프들의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이번 광고는 실제 스위
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계속된 고민 끝에 2015년 캠페인의 주
첸 아파트 축구장에서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축구를 하는 모습을 발견하
인공으로 낙점된 사람이 바로 ‘할머니’다. 단순히 연세 많은 우리 어머니의
고 그 모습 그대로를 담았다. 우리 주변의 일상을 가장 자연스럽게 담아내
어머니가 아니라 치열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인생을 위해 기꺼이 자
려는 현장 스태프들의 숨은 노력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든 신
신의 여생을 희생하며 손자, 손녀를 돌봐주시는 할머니들이다.
의 두 번째 수였다.
자녀를 결혼시키며 자식 농사를 끝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곧바로 자
신의 세 번째 수는 BGM이다. 한번 듣는 순간 모두의 할 말을 잃은 노래가
식의 자식 농사로 이어져야 하는 그분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광고에 담았
바로 양희은의 ‘엄마가 딸에게’라는 곡이다. 편집된 영상에 이 곡을 얹는 순
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그들이 생각하는 집에 대한 진실된 가치가 무엇
간 관련 스태프들은 물론 녹음하러 온 성우까지 모두 눈물바다를 이루었
인지 녹여냈다. 바로 “내 자식 그리고 자식의 자식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을 정도다. 추억, 고마움, 미안함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영상에 이
자라는 곳이 가장 좋은 집”이라는 사실 말이다.
보다 절묘한 곡이 또 있을까. 이렇게 완성된 스위첸 광고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잔잔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광고
한 반향을 일으켰다. ‘만든 이미지’가 아닌 광고에서 쉽게 보기 힘든 리얼한
실제 같아서 더 깊은 여운을 주는 이번 광고에는 신의 한 수가 아닌 신의
일상을 담았다. 보고 있으면 우리 어머니, 우리 할머니의 모습과 겹쳐지면
세 수(!)가 있었다.
서 눈물이 핑 도는 것도 그런 이유일 테다.
좋은 광고를 만드는 좋은 사람들 지난 5년간 광고주, 광고대행사, 프로덕션, 편집·녹음 스태프가 단 한 명도 바뀌지 않았다. 다들 일로 대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캠페인에 대한 애착이 있기 때문이다. 좋은 광고는 좋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ORANGE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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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주 법인장의 마드리드에서 마주치는 시간들
계절의 절정, 여름 그리고 오후 3시 TEXT. 장인주 국장 (INNOCEAN Worldwide Spain)
스페인 사람들에게 태양은 누려야 할 큰
뜨는 시간이자 여름 근무제를 도입한 회사에게는
여기 아이들은 늦은 아침을 먹은 10시쯤 수영복과
축복이다. 사계절 내내 맑고 화창한 날씨가
스페인 현지 직원들의 공식 근무 마감시간이다.
큰 수건 한 장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낮에 잠시
계속되는 햇빛이 넘쳐나는 나라임에도 이들의
(오해 없으시길, 현지 직원들만!) 기원은 분명하지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수영장 문을
태양에 대한 사랑은 일조량이 부족한 북유럽
않지만 더운 날씨 때문에 생긴 제도라고 하는데
닫는 밤 9시, 10시까지 수영하고 수영장 주위에서
사람들 못지않다. 그래서 스페인에서 여름은
점심시간 없이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축구를 하고 물총 놀이를 하면서 지낸다.
단연 계절의 절정이다. 40℃를 넘나드는 더운
집중적으로 근무한다. 대부분의 스페인 회사들이
아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나온
날씨에도 여름은 가장 기다려지고 가장 즐길
이 근무 시간제를 도입하고 있다. 8월만 적용하는
부모, 10대, 20대 젊은 층은 물론 노인들까지 전
것이 많은 계절이다. 여름이 되면 선크림을
회사도 있고, 7~8월에 적용하는 회사도 있고,
연령대의 사람들을 모두 볼 수 있다.
잔뜩 바르고 그늘로 숨기 바쁜 나와 달리,
남쪽 지방에서는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간
이들은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추종한다. 두꺼운
적용하기도 한다. 우리 정서에서는 낯선 제도지만
그래서 3시는 중요하다. 세계 지도를 보면
책 하나를 들고 정원에 나와 종일 햇볕의
유연 근무 시간이나 자택 근무제도가 상당히
스페인의 대부분의 지역은 영국 런던보다
방향을 따라 옮겨 앉아가며 책을 보기도 하고,
보급된 유럽에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 서쪽에 위치해 있다. 동쪽 해안에 있는
얼굴에 선크림도 바르지 않은 채 해변이나
또 스페인 회사 대부분이 도입하고 있어 일을
발렌시아(Valencia)가 런던과 비슷한 경도에
수영장에서 종일 온몸을 드러내고 있기도 한다.
하는 데도 그리 큰 불편은 없다. 8월에 2주 동안
위치해 있고, 수도인 마드리드(Madrid)는
꼭 노출을 좋아해서가 아니고 그냥 온몸으로
공식적으로 회사 문을 닫고 전격적으로 휴가를
런던보다 서쪽에 있다. 지리적으로는 런던과
더 많은 햇볕을 받고 자유로운 느낌을 즐기기
즐기는 대부분의 이탈리아 회사들과는 조금은
같은 표준 시간대를 쓰는 게 맞겠지만 훨씬
위해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것이다. 따로
다른 접근 방법이다.
동쪽에 있는 베를린이나 로마와 같은 시간대를
누드비치라고 표시되어 있지 않아도 바닷가 한
쓰고 있다. 여기에 여름에는 일광 시간제까지
쪽에서는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스페인의 여름은 6월 하순부터 시작된다.
도입해서 스페인의 하루 해는 무척 길다. 3시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처럼 시내
아이들이 방학을 맞이하고 7월 초 아파트, 주택
일을 마치면 늦은 점심 이후 아주 긴 오후와
해안에서 알몸으로 여름을 즐길 수 있는 도시도
단지에 있는 수영장들이 문을 열면서 스페인의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오전에 서늘할 때
여럿 있다.
여름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0세대 이상 되는
집중적으로 일을 하고, 너무 더운 시간에는 쉬고,
공동 주택에는 모두 야외 수영장이 있고 규모가
뜨거운 해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삶을
스페인의 여름 오후 3시는 그런 의미에서 무척
큰 단지에는 응급 구조 요원도 대기하고 있다.
즐기는 시간이 된다. 점심 식사 후에 잠시 낮잠을
상징적인 시간이다. 스페인에서 해가 중천에
여름 방학이 더 바쁜 한국의 아이들과는 달리
자고 일을 했다는 시에스타(Siesta)는 이제 찾아
Life is Orange Fall 2015
보기 어려운 전통이 됐지만, 여름을 충분히
슈퍼마켓에서도 다양한 종류를 구입할 수 있어
즐기기 위한 지혜로운(?) 시간 배분이다. 일을
혼자 사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그렇게 밖에 안 하느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음식이다.
휴식이 생산성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입증하는
스페인의 태양과 여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최근 연구들을 보면 꼭 그렇게 생각할 것만은
없는 것이 틴토 데 베라노(Tinto de Verano)라는
아니다. 실제로 2013년 OECD 자료에 의하면
음료다. 태양을 잔뜩 머금고 숙성된 와인은
스페인의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OECD 평균보다
어느 계절이나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지만,
높고 우리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는 아무래도 차고
장인주 이노션 스페인법인/이태리법인 법인장. 2005년부터 이노션 해외광고팀을 시작으로, 유럽본부, 러시아법인을 거쳐 현재 스페인법인과 이태리법인을 책임지고 있다. 스포츠와 글쓰기라는 두 갈래의 관심사를 소일거리로 삼고 있다.
시원한 것을 찾기 마련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햇볕이 강한 스페인에서, 특히 여름에 주목 받는
여름 버전이 바로 틴토 데 베라노라고 할 수
채소가 바로 토마토다. 그냥 먹는 것에도 여러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에서 볼 수
종류가 있고, 샐러드용과 주스용은 각각 다른
있는 상그리아(Sangria)보다 현지인들에게는
토마토를 쓴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토마토가
더 일상적인 음료다. 말 그대로 여름에 먹는
과다한 멜라닌 색소의 형성을 막는다고 하는데,
레드 와인(Verano는 ‘여름’이라는 뜻이고,
그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스페인어 Tinto는 ‘붉다’는 뜻이다. 적포도주를
무척 많은 요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토마토를
Vino Tinto라고 부르고, 이를 간단히 Tinto로
먹는다. 여름에 먹는 토마토 음식으로 꼭 빠지지
말하기도 한다)이라는 뜻의 틴토 데 베라노를
않는 게 가스파초(Gazpacho)라는 여름 별미다.
만드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얼음을 가득
가스파초는 코르도바, 세비야 등 안달루시아
채운 컵에 레드 와인, 칵테일용 탄산수, 그리고
스페인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나의 틀에
지방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토마토를 주 재료로
레몬이나 오렌지 조각을 넣으면 된다. 여름에
맞추어 재단하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게
해서 마늘, 올리브 오일, 소금, 식초를 넣고 곱게
워낙 대중적인 음료라서 틴토 데 베라노 전용
된다. ‘다르다(different)’고 생각하기 전에
갈아서 차갑게 먹는 게 기본적인 형태이고,
칵테일용 탄산수 브랜드로 성공한 브랜드가 있을
‘틀리다(wrong)’ , 혹은 ‘더 낫다 (better)’, ‘못하다
기호에 따라 오이, 양파, 피망, 포도, 아보카도
정도다. 더 간단하게 레드 와인에 레몬 맛 환타를
(worse)’고 가치 판단을 하게 된다. 절대적인
등을 더하기도 한다. 우리의 김치가 동네마다
넣어도 된다. 요리는 결국 요리사의 손맛이니
선이나 가치를 논하는 것도 아닌 마당에 수백
집집마다 조금씩 맛이 다르듯이 지역이나
같은 재료라도 어떤 비율로 넣을 것인가가
년 동안 만들어온 그들의 관습과 문화를 어떻게
가정마다 고유한 레시피가 있다. 빵을 조금
맛을 달리한다. 그래서 슈퍼마켓에서 이미
나의 조그만 틀에 넣어서 마음대로 재단할 수
갈아 넣어서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게 만든,
만들어진 것을 쉽게 살 수도 있지만, 집집마다
있다는 것인가. 여름 한철 나를 즐겁게 하는
좀더 걸쭉한 형태의 살모레호(Salmorejo)도
혹은 사람마다 나름대로 독특한 황금비가
가스파초나 틴토 데 베라노처럼 즐길 수 있는
있다. 시원한 맛과 함께 여름철 무더위를
있고, 독특한 재료를 더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문화는 즐기고 그렇지 않다면 그저 바라보는 수
이길 수 있는 충분한 수분과 다양한 미네랄,
수영장에서 노는 사이, 발코니에서 틴토 데
밖에. 그것이 그들이 지금, 여기를 즐기며 인생을
비타민이 들어 있어 여름 내내 스페인 사람들이
베라노를 마시는 어른들은 스페인 오후 시간에
살아가는 방법일 테니까.
애피타이저로 혹은 간단한 한 끼 식사로 먹는다.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스페인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나라지만 스페인의 참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여름을 제일
2km가 채 안 되는 해운대 해수욕장에 하루
권하고 싶다. 여행 책자에 등장하는 명소들을
60만의 인파가 몰렸다는 얘기를 들은 스페인
둘러보기에는 온화한 봄이나 가을이 좋겠지만
동료들은 엄청 놀랐다. 나 또한 스페인에서
스페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진짜 모습을 들여다
생활하면서 크고 작은 차이에 놀라게 된다.
보고 그들을 좀 더 잘 이해하기에는 아무래도
태양을 즐기는 생활방식, 어렵지 않게 볼
여름이 좋겠다. 선글라스와 선크림은 꼭 챙겨
수 있는 누드 비치, 오후 3시 여름 근무
오되, 한국적인 관습에서 생기는 나와 같은
시간, 자정까지 뛰노는 아이들. 4년이 넘는
딱딱한 틀은 두고 오면 진정한 스페인을 더 잘 볼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낯설다. 그래서 간혹
수 있을 것이다.
77
ORANGE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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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식 카피의 우아를 위한 시간
노실금. 올해 생긴 내 별명이다.
‘우리는 음악이 흔해진
그렇게 겨우 손에 쥔 CD를
모두가 열광했고,
후배 카피라이터가 붙여준.
시대에 살고 있다.’
아주 경건한 마음으로 들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뜬금없이. 정말 뜬금없이. 노래가
더 많은 사람들이
흘러나와서 생긴 별명인데.
생각해보면, 예전엔 음악이
한 곡 한 곡이 소중했으니
음악의 축복 속에
이게 얼마나 뜬금없느냐면 ‘카피’
그리 흔하지 않았다.
앨범명과 곡명, 현재의 라인업을
살게 되었지만.
쓰다 흘러 나오는 것은 기본.
심지어 학창시절 내내
외우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엘리베이터나 화장실에서도
내 장래희망이 ‘뮤지션’이었음에도
심지어 좋아하는 부분이 시작되는
순전히 개인적인
흘러나오고 심지어 도서관이나
(2지망이 ‘카피라이터’였다)
초 수까지 외웠다.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회의 중에도 흘러나온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룰라부터 나훈아까지.
남보다 접할 기회가 많았음에도
예를 들어,
아무것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음악을 흔하다 생각해본
“ Lenny Kravitz의 ‘It Ain’t Over
아티스트가 정성껏 만든
후배는 도대체 왜. 하필 이
적은 없었다.
‘Til It’s Over’에선 2분 3초부터
음악을 단 돈 300원에
끝내주는 기타솔로가 나오지”,
소비할 수 있는 세상.
타이밍에. 이런 노래들이
들을 것이 너무 많아져서
튀어나오는지 분석하려 애썼지만,
오히려 귀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다.
“Dream Theater의 ‘The Dance
그 쉬움만큼이나
현재로선 냉면 먹을 땐 박명수의
라디오에 좋아하는 팝송이 나오면,
of Eternity’는 2분 15초부터가
쉽게 듣고 쉽게 잊어버리는 세상.
‘냉면’이 튀어나오고.
귀 빠지게 기다리다 녹음버튼을
진짜 미쳤어”와 같은.
‘아이디어’가 막힐 땐 엄정화의
눌렀고 그렇게 녹음한 테이프를
‘몰라’가 튀어나온다는 사실 정도만
다 늘어질 때까지 반복해 들었다.
곡 제목은커녕, 그러다가 아이팟이 나왔다.
아티스트의 이름조차
아이폰이 나왔다.
기억 못하는 세상.
‘급식 비’와 ‘문제지 값’을
음반의 시대에서
인생의 BGM을 발견하게 되는
엄마 몰래 아꼈고(?)
음원의 시대가 시작됐고.
일이란 참으로 요원해 보였고.
인풋과 아웃풋의 법칙에 따라
그럼으로.
월 3,900원이면 아주 손쉽게.
그만큼 또 많이 듣는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룰라부터 나훈아까지.
당연히.
마음껏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발견되었다. 단순하다는 얘기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쨌든 내 입에선 참 많은
CD 한 장을 사기 위해
마치 FASTFOOD와 같은 세상에서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록부터 재즈까지. 아주 손쉽게!
‘듣는다’는 우아함 TEXT. 서재식 대리 (카피라이터, INNOCEAN Worldwide)
Life is Orange Fall 2015
그래서 중고로 mp3플레이어를 하나 장만했다. HRA플레이어가 갖고 싶었지만 평소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라. 그것은 왠지 불안했다. 하나를 안 잃어버리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고가의 장비를 그 순간.
‘나는 다시, 우아하게 듣기로 결심하였다.’ 다시 한 번,
두 개나 가지고 다닐 수는 없었다.
음악을 음원이 아닌, 직접 고르고 리핑한 앨범 단위로.
‘침묵 다음으로
듣는다는 행위는
듣기 시작하자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어쩌면 걷는다는 행위만큼이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뭔가 뻥스러운 철학에 끌려서
참 단순한 것 같다.
한 곡 한 곡 최선을 다해 듣기로 하였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정한 목표였다.
그 기적 같은 감동들이
현재까지
이 단순한 행위를 통해
다시 찾아왔다.
John Surman과 Keith Jarrett,
위안을 얻는다.
당시 정기 결제하던 ‘음원사이트’를 끊는 일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들을 수 있는 간편함을 끊고 스스로 불편해지는
Chick Corea, Pat Metheny, 평범한 풍경이 비범해지고
Charlie Haden, Jan Garbarek의
최선을 다해 듣고
온갖 촉수가 촉진되는
앨범을 들었는데.
최선을 다해 교감하고
그 놀라운 경험 말이다.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막상 끊고 보니 또 별것 아닌 일이었다.
듣고 싶은 앨범을 한 장 한 장 정리해 아이폰에 담았고 충분히 이해하고 충분히 감동받을 때까지 곱씹어 반복해 들었다.
두 번째로 한 일은 아이폰조차 끊은 일이다. 아주 최근의 일이다. 확실히 아이폰은 음악을 듣기에 너무 스마트한 도구였지만 반대로 너무 스마트하다 보니, 참으로 분주했다.
그리고 우리는
예전에 경험했던
과연.
그래서 같은 풍경도
정말 손 발이 오그라드는
역시,
다르게 보고
표현이지만
맙소사.
흘려버릴 뻔한 순간도 인생의 ‘결정적 순간’으로
감히 용기 내 말하자면,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웠다.’
만들어간다면
작년 말부터 2017년까지
목표로 정한 2017년이 지나면
분명 우리의 삶은
3년간 잡은 목표는
이번엔 고등학생 때 듣던
한 뼘 더 우아해질 것이라고
‘ECM 레코드’에서 나온
블루노트의 앨범들을
나는 오늘도 믿으며,
Jazz앨범들을 한 장 한 장
다시 꺼내 새로 나온 것들과 함께
지금도 듣는다.
들어보는 것이다.
들어볼 생각이다
‘한 곡 한 곡이 우주였고, 한 곡 한 곡이 완벽한 위안이었다’
똑같은 책도 읽는 시기와 상황마다 그 의미가 다르게 와 닿듯 나는 음악도 그러하다고 믿는다.
음악에 한창 취해 있을 때 전화 벨소리가 울리는가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카톡~ 카톡~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성가신 일이었다.
서재식
그 어떤 똑같은 곡도
카피라이터. Daft Punk 형님들이
분명 똑같지 않음을
가르쳐 이르신 “Work it harder,
나는 잘 알고 있다.
make it better. Do it faster, makes us stronger” 와 더불어 ‘Happier’를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79
CREATOR’S NOTE
03 CREATOR’S NOTE 베스파 타고 룰루랄라 김기룡 대리 (인사팀, INNOCEAN Worldwide)
어느 날 문득 든 생각. ‘순수하게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 있었던가?’ 온전히 나의 이름으로 된 무언가를 갖고 싶었던 그에게 ‘은전 한 닢’ 같은 사진집.
* <베스파 타고 룰루랄라>는 스토리지북앤필름, 일단멈춤, 퇴근길책한잔, 헬로인디북스, 반반북스, 무사책방 등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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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시네마투어
BETWEEN GOOD ACTING AND BAD ACTING ‘발연기’와 ‘명연기’ 사이 TEXT. 듀나 (SF작가, 영화평론가)
김태희가 주로 외모 때문에 인기를 얻고 캐스팅되는 것이 사실이긴 한데,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인지 모르겠다. 시선을 확 끄는 미모는 시청자들에게 연기만큼 영향력이 크다. 이번에 들어간 <용팔이>에서도 이 배우의 존재감은 만만치 않다. 예쁜 사람들이 처음부터 먹고 들어가는 장점이다. 잠자는 모습이 정말 예쁜 배우를 보고 연기력 위주로 캐스팅해야 한다는 주장을 미는 건 이상하지 않을까? 연기 면에서도 그렇게까지 달린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이 배우는 감정표현력이 약한 편이지만 발성이 정확하고 이지적이다. 막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 사람이 이렇게 정확한 발음을 하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용팔이>는 처음부터 앞뒤 맞는 이야기와는 담을 쌓은 드라마이니 그 정도 디테일은 잊기로 하자. 하여간 지금까지 김태희 경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기력이
1
언젠가부터 꾸준히 김태희를 옹호하고 있는데, 이 배우의 연기력이 특별히
아니라 그 제한된 연기력에 맞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따내지 못했다는 데에
좋다고 생각해서는 아니다. 그 발연기하는 배우로 습관적인 표적사격의
있었다. 자기 영역을 아는 것은 테크닉만큼이나 중요하다.
대상이 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낄 뿐이다. 새로 시작한 미니 시리즈의
<용팔이>가 어느 길을 걸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애 장면이 적을수록 이
제작발표회 때 연기를 보지도 않았으면서 연기력 논란에 대해 질문하고,
배우에게 유리할 거라는 생각은 한다. 이 배우뿐만 아니라 드라마 전체가 그럴
처음 몇 회에 잠자는 장면들만 주로 나온다고 출연료를 얼마나 받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갈 리가 없지.
기사를 쓰는 건 그냥 치사한 일이다. 테크닉만 따지면 김태희보다
배우가 어떤 잠재성을 갖고 있는지 알아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떨어지면서도 거의 언급이 안 되는 스타 배우들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난
‘발연기’라는 말에 질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기는 하나의 단어를 갖고
그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그 역시 치사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기예가 아니다. 서툰 연기에도 서툰 연기만의
때문에. 누군가를 아주 쉽게 물어뜯을 수 있다면 그냥 안 하는 게 낫다.
무언가가 있고 ‘명연기’라고 불리는 연기 중에서도 테크닉만 처발랐을 뿐
일단 재미가 없다. 잘해봤자 하이에나 무리 중 한 마리가 될 뿐이다.
작품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엉터리 연기도 있다. 결정적으로 ‘발연기’를 하던
Life is Orange Fall 2015
83
듀나(DJUNA) 소설뿐 아니라 영화 평론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SF 작가. 지은 책으로 소설집 <나비전쟁>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면세구역>과 장편소설 <제저벨> 그리고 영화 비평집 <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를 비롯한 이미지 출처 : 영화 <무서운 집> 트레일러 캡처
다수의 공저서 집필에 참여했다.
확실히 어색해 보이는 연기이긴 하다. 우리가 기준점으로 삼는 중견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귀신을 만났을 때 질러대는 영혼 없는 비명소리를 듣다 보면 ‘장난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감독 말에 따르면 구윤희 배우는 처음엔 좀 더 정통적인 연기를 했는데, ‘일부러 못 만든’ 영화의 콘셉트에 맞추기 위해 지금의 수준에 맞추었다고 한다. 아, 그럼 일부러 엉망으로 한 연기인가? 그것도 완벽한 설명은 안 된다. 일부러 엉망으로 연기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구윤희의 발연기에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 있다. 감독의 통제를 받았다고 해도 그 연기의 톤은 배우의 내면에서 나온 것이다. 타고난 발연기 배우? 그것도 아니다. 구윤희의 연기를 반복해 보다 보면 이 배우의 연기에 놀랄 만한 사실성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만약 미래의 연구자가 21세기 초의 한국 중년 여성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지금의 영화나 드라마를 뒤적인다면 그들이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할 작품들은 베테랑 명배우들이 나오는 작품들이 아니라 바로 <무서운 집>이다. 구윤희의 연기는 기이하고 어색하면서도 지금의 평범한 중년여성의 배우들이 정말 언제까지 그 수준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공정한 경쟁을 했다는 생각은 안 든다. 김민희에게는
행동이나 말투에 놀랄 만큼 충실하다. 무엇보다 이 연기는
누군가의 잠재성을 읽어내기에 ‘발연기’는 너무 작은
자신의 가능성을 꽃피울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스타
기가 막히게 재미있다.
단어이기 때문이다.
파워가 있었다. 모든 배우들이 김민희처럼 운이 좋지는
<무서운 집>을 반복해서 보면 ‘명연기’에 대한 회의가 점점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예가 김민희다. 10년 전까지만
못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과정 중 가치
커져 간다. 관객들이 구윤희의 연기를 통해 이렇게 많은
해도 배우로서 김민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위치를
있는 배우를 한 명 얻었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재미의 반의 반도 주지 못하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민희는
최근 떠오르는 발연기의 신성은 구윤희다. 아마 여러분은
노련한 연기의 가치는 무엇인가? ‘발연기’와 ‘명연기’라는
모델 출신의 발연기 전문배우였다. 하지만 어느
이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에 쓰는
단어, 드라마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인터넷에 쏟아지는
순간부터(2006년 <굿바이 솔로>가 전환점이었던 것으로
물건인고>의 감독 양병간이 20여 년 만에 내놓은 야심작
이런 단어들의 남발이 연기의 가치와 재미에 대해
기억하는데) 김민희는 갑자기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무서운 집>을 본 관객들은 절대로 이 이름을 잊을 수
온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연기는 잘한다, 못한다라는
되었고 굵직한 연기상을 거머쥐었으며 지금은 홍상수와
없다. 아줌마 역 무명 여자배우 혼자 장편영화 하나를
한 줄 세우기의 평가를 넘어선 보다 입체적이고 다양한
박찬욱의 영화 모두에 주연으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끌어가는데 발연기도 이런 발연기가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아닐까? 한 사람의 인생이, 역시 자신의
당시 <서프라이즈> 시절의 연기를 ‘발연기’라고 부르는
하지만 아까도 말하지 않았는가. 발연기는 누군가의
인생을 갖고 있는 한 사람을 통해 표출되는 과정이 과연
것으로 이 배우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완료되었다고 할 수
연기를 묘사하기에 너무 작은 단어라고. 구윤희의 연기는
졸속으로 만들어낸 단어 하나나 둘 가지고 묘사되고
있을까? 물론 김민희가 주변의 다른 배우들과 100퍼센트
이를 증명하는 거의 완벽한 사례이다.
평가될 수 있을까?
TREND REPORT
84
김익현의 미디어로그
SOCIAL NEWS & ANCIENT FUTURES 소셜 뉴스와 ‘오래된 미래’ TEXT. 김익현 (기자,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헬레나 호지가 쓴 <오래된 미래>라는 책이
최근 한 조사 결과를 접하면서 ‘오래된 미래’라는 잊고
데 익숙했다. 그것도 대중매체가 구성한 패키지를
있다. 호지는 이 책에서 인도 라다크 마을
있던 문구를 떠올리게 됐다. 페이스북이 구글 트래픽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신문뿐 아니라 방송 뉴스 역시 같은
사례를 통해 ‘오래된 미래’라는 중요한
앞질렀다는 자료였다. 뉴스 사이트 트래픽 분석
방식으로 소비됐다. 특히 방송 뉴스는 정해준 순서대로
화두를 던진다. 전통 문화를 복원할 뿐
전문업체인 파슬리(Parse.ly)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비롯한
‘선형적인 소비’를 해야만 했다.
아니라, 그것을 미래로 끌고 가자는 주장을
SNS를 통해 유입되는 비중이 43%를 기록했다. 반면 구글
우리에겐 상식이나 다름없는 이런 소비 방식은 사실
제기한 것. ‘오래된 미래’라는 절묘한 문구
검색을 통한 유입 비율은 38%에 머물렀다.
뉴스의 원래 모습은 아니다. 서로 모여서 함께 소식을
속에는 먼 과거에 미래 사회의 해법이 있다는
언뜻 보기엔 별 뉴스 아닐 수도 있다. 구글, 페이스북이
나누고, 관련 얘기를 덧붙이는 것이 뉴스의 원조였다.
주장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건 하루 이틀 있던 일이 아니지
원시 시대 이래 이런 식의 뉴스 소비는 일반적인
않냐고 눙칠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뉴스 소비
상식이었다.
풍속도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시사하는
17~18세기부터 본격화된 근대 뉴스도 마찬가지였다.
조사 결과다. 그동안 대중매체가 중심 역할을 하던 뉴스
이 얘기를 좀 더 깊이 하기 위해선 언론학 고전들을
소비가 이젠 또래 간의 대화를 통한 소비로 전환되고
잠시 뒤적여보자.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뉴스
변동>에는 근대 뉴스가 등장하던 초기 모습이 잘 나와
소비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다는 징조로 읽을 수도
있다. 잘 아는 것처럼 근대적인 뉴스의 효시는 18세기
있다는 얘기다.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 유행한 카페와 살롱이다. 그 시기
우리는 그동안 대중매체가 던져주는 뉴스를 소비하는
수많은 사람은 카페와 살롱에 모여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2
김익현 기자들에겐 선배, 학계에 있는 사람들에겐 박사라 불리고 있다. <인터넷신문과 온라인 스토리텔링>을 비롯한 여러 책을 썼다. <하이퍼텍스트 3.0> 등 번역서도 여러 권 냈다. 스스로를 기자와 연구자 중간쯤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Life is Orange Fall 2015
<적과 흑>의 저자였던 평민 스탕달 역시 살롱을 중심으로
오래된 미래를 구현해줄 기술은 아직 등장하지 못한
뭔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고 한다.
상황, 그게 기술적 관점에서 바라본 대중매체 시대의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아니 한발 더 들어가, 아예
<공론장의 구조변동>에 따르면 당시 살롱은 신분에
냉정한 주소였다.
대화 속으로 들어가야만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따른 차별이 없으며, 어떤 주제도 제한 없이 토론하고
하지만 ‘1인 미디어의 효시’였던 블로그의 등장과 함께
‘스프레더블 뉴스(Spreadable News)’가 중요하게
논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한마디로 금기 없는 공론이
일방적인 뉴스 유통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두되는 건 그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부터 변화가
가능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마구 모였을까? 그건
파워 블로거들은 웬만한 매체 못지않은 영향력을
시작될 터이기 때문이다.
아니었다고 한다. 살롱 문화가 조금씩 발전하면서 각
과시하면서 독자들과 긴밀한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살롱별로 전문 분야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트위터를 거쳐 페이스북으로 넘어오면서 이런 상황은
A살롱은 철학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
더더욱 심화됐다. 여기에다 스마트폰이 주된 소비
B살롱은 스포츠에 정통한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서 뉴스 시장에서도 대화와 소통
곳이라는 식의 평판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중심의 ‘오래된 미래’가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버마스는 18세기 살롱에서 공론의 원형을 발견했다.
소셜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전통 매체의 패키지 상품도
하지만 카페와 살롱은 근대 뉴스의 산실로도 중요한
해체되기 시작했다. 이젠 뉴스를 건별로 소비하는 시대가
역할을 했다. 뉴스란 원래 사람들이 서로 나눌 때 가치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이미 포털 뉴스를 통해 언론사
커지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나누면서 함께
개별 브랜드의 해체 현상을 겪고 있지만, 소셜 미디어
분노하고, 또 함께 기뻐할 때 더 가치가 커지는 콘텐츠.
역시 이런 상황을 좀 더 심화시켰다.
이게 뉴스의 ‘오래된 미래’였다.
내가 구글에서 페이스북으로 뉴스의 중심축이 옮겨가고
대다수 독자는 ‘함께 나누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나와 같은
있다는 조사 결과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것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공감을 나눌 때 즐거움이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뉴스도 ‘일방향적 소비
더해진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목청 높여 싸우면서
시대’에서 ‘소통의 시대’로 확실하게 바뀌고 있는 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그게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단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능 속에 잠재돼 있던 뉴스 본능이다. 이런
전통 매체 독자들에게 뉴스는 ‘검색의 대상’이었다. 전통
속성은 근대 뉴스 서비스 등장 초기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매체들이 ‘찾아야 할’ 뉴스를 패키지로 만들어서 줬다.
여기까지 얘기하고 나면 “전통 매체의 뉴스 유포 방식과
하지만 SNS와 모바일이 주된 플랫폼이 되면서 뉴스는
다르잖아?”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렇다. 분명 다르다.
‘소통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이젠 친구와의 대화가
우리는 그동안 대중매체가 일방적으로 취사선택한
덧붙여진 뉴스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됐다. ‘오래된 미래’가
뉴스를 소비하는 데 너무도 익숙했다. 하지만 ‘오래된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라는 관점에선 오히려 대중매체 시대를 다르게 볼
이런 변화는 당연히 적잖은 고민 거리를 안겨준다.
수도 있다. 산업화와 함께 사회가 분화되고, 도달 범위가
특히 뉴스 생산자에겐 변신이라는 큰 과제가 던져졌다.
넓어지면서 ‘오래된 미래’가 더 이상 구현되기 힘든 상황이
‘소통의 시대’에 여전히 대중매체의 문법을 고수할 순
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회의 규모는 커졌지만 뉴스의
없기 때문이다. 이젠 소식을 던져주는 것 못지않게,
85
TREND REPORT
86
김영애의 아트클래스
3
INTROSPECTION, BLOOMING WITH ART
TEXT. 김영애(이안아트컨설팅 대표)
덕후의 세계,
<존 말코비치 되기(Being John Malkovich)>(1999)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마니아 중에는 이를 기억하는 이가 꽤 되리라. 제목만큼이나 독특한 상상으로 가득 찬 영화다. 인형극 연출자인 주인공은 덕후 인생을 마감하고 취직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영화배우 존 말코비치의 머리로 연결되는 통로를 발견하게 된다. 통로를 지나 방 안으로 들어가면 누구나 15분 동안 존 말코비치가 되어 그의 모든 감각을 느끼게 된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예술로 피어나다
잠시 방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대가로 돈을 받는
김영애
사업을 벌이고, 이 신기한 체험을 하기 위해 사람들은
‘삶 속의 미술’을 모토로 하는
이안아트컨설팅 대표. 미술사를
전공하고 국내를 비롯 세계 미술의 현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예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이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트클래스를 열고 있다.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가 된다. 소문은 존 말코비치 본인에게까지 알려지고, 그 자신도 이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바로 이 장면이 압권이다. 실제로 배우 존 말코비치가 특별 출연한 것이다. 자신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존 말코비치는 모든 대화를 ‘말코비치’로 통일한다. “말코비치?”, “말코비치!”, “말코비치…”, 음색과 어조만 다를 뿐 모든 말이 말코비치로 이루어져도 서로 연결되는 대화. 사실 우리도 이런저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강력한 자아가 투영된 결과물일 뿐이지 않은가. ‘마니아’ 혹은 ‘덕후’라 불리는 사람들. 특정 소수의 이야기만은 아니며, 이상한 사람들도 아니다.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우리 자신의 ‘덕후’이며, 그렇게 집중하고 연마했을 때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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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찾아가는 여행 이 영화를 떠오르게 하는 전시가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바로 조덕현의 <꿈>(2015.8.28~10.25)이다. 어느 날 작가 조덕현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다가 한때 상하이에 서까지 활동한 유명 배우였지만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동 명이인의 한 노인이 있었음을 우연히 알게 된다. 1914년생 조덕현의 삶은 그렇게 1957년생 미술가 조덕현에 의해 재 조명되고, 그의 삶을 추적한 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로, 그 1.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조덕현 개인전 <꿈>.
림으로, 영화로, 전시회로 거듭나게 된다. 여기에 동명의 3
영화배우 1967년생 조덕현이 출연하여 말년의 조덕현을 연기하는, ‘조덕현에 대한, 조덕현에 의한, 조덕현의 작품’
2. 동명이인의 ‘조덕현’들이 만든
이 시작된다.
가상의 인물 ‘조덕현’의 일대기를 다룬 1전시실.
사실, 이 모든 이야기는 작가 조덕현의 상상으로부터 출발
3.
된 것으로 1914년생 배우 조덕현은 가상의 인물이다. 조덕
전시장 한편에 설치된 가상의 인물 ‘조덕현’의 집.
현(1914)의 옛날 사진과 흔적은 모두 조작된 가상의 흔적
4.
이며 사진과 그림도 모두 합성에 기초한다. 만들어낸 가상
집 안으로 들어가면 사진,
의 인물에 배우 조덕현(1967)의 얼굴을 입혔다. 그러나 사
회화작품, 물건, 영상 등을 통해 ‘조덕현의 삶을 느낄 수 있다.
4
람들은 실제의 이야기와 가상의 이야기를 구분하지 못한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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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의 아트클래스
5. 제임스 터렐의 간츠펠트(Ganzfeld) 작품들은 공간감 등 인간 지각의 부실함을 깨우치게 한다. 6. 미국 휴스턴 라이스대학에 있는 제임스 터렐의 스카이스페이스 작품 ‘Twilight Epiphany’. 7.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제임스 터렐의 스카이스페이스
© James Turrell, photo by Florian Holzherr
작품 'Twilight Resplendence'.
© James Turrell, photo by Randy Mu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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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Orange Fall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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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가는 것이 삶이다. 어떤 것에 꽂힌다는 것, 덕후가 된다는 것은 삶이 준 축복일지 모른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평생의 화두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다. 심지어 전시회를 보고 난 한 관객은 어떻게 저렇게 조 덕현(1914)과 똑같이 생긴 배우를 캐스팅했냐며 신기해하 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관객의 혼동이야말로 이 전시가 노린 핵심일지도 모른다. 말코비치만이, 조덕현만이 아니
어떤 이야기도 결국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믿고 볼 뿐이 다. 곳곳에 설치된 거울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실제인지 거울에 반영된 이미지인지를 교란시킨다. 하나의 시나리 오처럼 구획된 전시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맨 마지막 코너에서 커다란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한편, 삼청동 스페이스 선플러스에서 열린 이영수 개인전
© James Turrell, image courtesy of Museum SAN
라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에게 빠져 있는 존재다. 그래서
7
(2015.8.18~9.1.)은 작가 이영수가 그린 영수의 세계를 보 여준다. ‘영수’라는 이름은 철수, 영희와 같은 이름처럼 한 개인의 이름이지만 어떤 남자 아이를 지칭하는 보편성을
리고 만든 영수의 이야기는 그렇게 십수 년째 진행되고 있
는 것, 덕후가 된다는 것은 삶이 준 축복일지 모른다. ‘나
지닌다. 고유명사가 대명사가 되는 그 지점에서, 작가는
고, ‘꼬마 영수를 그려라’라는 미술교육 프로젝트로도 이
는 누구인가’라는 평생의 화두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되
‘꼬마 영수’라는 자전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모든 작품
어지고 있다.
기 때문이다. 볼프강 라이프(Wolfgang Laib, 1950)는 지속 가능한 덕
에 영수를 등장시킨다. 바가지 머리에 동그란 얼굴, 영수의 이미지는 옛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소년의 얼굴과
진로를 바꾼 덕후들
질을 위해 삶의 진로마저 바꾼 사람이다. 본래 그는 의사
도 비슷하다. 어린 아이들이 그리는 동글동글한 얼굴형으
결국 우리는 필연적으로라도 자기 자신의 덕후가 되는 것
였다. 물리학자인 아버지를 비롯해 온 집안에 의사와 과학
로, 실제 작가를 만나보면 어딘지 모르게 영수와 닮았다
이 낫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다양한 경험과 시행
자가 많았고, 당연한 듯 그도 의사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는 걸 알게 된다. 꼬마 영수는 커서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
착오를 겪으며 나 자신의 운명을 만들어가는 것이 삶이
어린 시절부터 예술, 문학, 철학 그리고 불교에 이르기까
는데, 바로 작가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그래서 이
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기애든 자기 혐오든 자아성찰을 멈
지 정신적인 세계에 관심이 많았다. 동양에도 깊은 관심을
가족을 모두 알고 그림을 보면 그림 속 사람들이 현실로
추는 순간 우리는 그저 죽는 순간을 향해 시간을 소진하
보였으며, 인도, 아프가니스칸, 터키 등 세계 곳곳을 여행
튀어나온 것처럼 놀랄 정도로 재미있다. 작가 이영수가 그
는 존재로 가라앉고 만다. 그런 점에서 어떤 것에 꽂힌다
하기도 했다. 의학은 자연과학이지만 예술은 열려 있고 그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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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의 아트클래스
“천재란 어떤 의문을 끊임없이 추구하다가 어느 날 언어가 아닌 다른 형태로 한 순간에 해답을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중요한 영역이라는 판단에 그는 예술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1943)도 비슷하다. 그에게도
가의 길을 택했다. 6년 동안 삶과 죽음의 문제를 의학적으
평생의 화두인 ‘빛’이 어린 시절부터 다가왔다. 아버지는
로 탐구해온 흔적은 작품 곳곳에 남아 있다. 삶에 대한 성
항공우주 엔지니어이자 비행사였고, 어머니는 수학자였
찰, 25년 동안 천착해온 대표작 송화가루 시리즈가 특히
다. 그리고 ‘퀘이크’라는 안으로부터의 빛을 숭상하는 독
그러하다.
특한 종교도 있었다. 16살에 항공우주비행사 자격증을 취
작가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작품을 제작한다. 사계절의 변
득한 터렐은 일찍이 하늘을 날며 항공지도를 제작했다. 대
화를 따르며 직접 소나무 숲에 가서 송화가루를 모은다.
학에서는 인지 심리학을 전공하며 수학, 지리학, 천문학을
양탄자처럼 펼쳐진 송화가루 설치 작품은 가장자리의 경
함께 공부했지만, 결국 그가 도달한 지점은 예술이었다.
계선이 뚜렷하지 않고 오묘한 노란빛 덕분에 신비한 아우
그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빛에 대한 모든 관심을 종합적
라를 뿜어낸다. 조용하고 성스럽게 송화가루를 체에 거르
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예술이었기 때문이다.
는 작품의 제작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의례가 된다. 장
터렐이 만든 작품은 대부분 공간을 변화시키는 설치 작품
성한 소나무가 남긴 흔적이자 새 생명의 가능성을 품고 있
이다. 바닥의 기울기, 바닥과 벽이 만나는 연결면, 내부 공
는 송화가루는 모든 삶의 출발점이다. 수도승처럼 박박머
간과 외부 공간을 활용한다. 특히 조명을 이용해 내가 서
리에 구부정한 마른 몸을 지닌 작가는 송화가루의 의미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보고 있는 사물의 색은 무엇인지 끊
무엇인지 묻지 말라고 한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것처
임없이 혼동에 빠뜨린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모든
럼 그것은 그저 송화가루일 뿐이니까. 삶이 그냥 우리에게
것을 다시 의심하게 만든다. 그래서 당황스럽지만 나 자신
주어진 것처럼 그 의미는 우리 각자가 찾아야 할 숙제다.
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가능해진다. 안타깝게도 이 공간에
© Fernand Cheval, Coll Palais Idéal - DR/Mémoires de la Drôme
얻은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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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lfgang Laib, image courtesy of MoMA
8. 꽃가루와 쌀을 이용한 볼프강 라이프의 작품. 9. 볼프강 라이프가 직접 채취한 꽃가루로 설치한 작품 ‘Pollen from Hazelnut’. 10. ‘우체부의 꿈의 궁전’이라고도 불리는 페르낭드 슈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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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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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방향 감각을 잃은 한 관객이 작품 끝에서 바닥으로 떨어
프랑스 남부 시골에서 평생을 우체부로 산 그에게 전환점
아온 나는, 나와 같은 계층의 사람들 중에도 천재성을 가
져 미술관을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게다가 이 여성은 높은
이 찾아온 것은 어느 날 우연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진 사람, 힘찬 정열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대법관의 부인이었다. 미술관이 가입한 보험회사는 작가를
다. 독특한 돌 모양이 신기해 집으로 주워왔고, 그 이후 그
위해 살고 또 죽겠노라.”
상대로 고소에 들어갔고, 결말은 작가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
는 우편 배달을 다니며 독특한 모양의 돌을 모으기 시작
평범한 인생을 살았지만 33년간 자신의 성을 홀로 지어온
는 미술관의 중재로 잘 마무리되었다. 이 에피소드는 작가에
한다. 그리고 그 돌로 집을 짓는다. 건축이나 공학을 배운
슈발이 천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인간의 의식을
게 나름의 불편함을 남기긴 했지만, 그의 작품이 얼마나 감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상상으
탐구한 데이비드 호킨스의 말처럼, 천재란 어떤 의문을 끊
쪽같이 우리에게 혼란을 안겨주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로부터 시작됐다. 집 짓기는 무려 33년이나 지속됐고, 76
임없이 추구하다가 어느 날 언어가 아닌 다른 형태로 한
사례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세가 되었을 때 ‘이상의 성(Le Palais ideal)’이라는 이름으
순간에 해답을 얻은 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해는 항
로 완성됐다. 이 성은 20세기 초반 피카소와 앙드레 브르
상 완전하고 자명하지만 그들이 이해하는 바를 남들에게
덕후가 주는 감동
통을 비롯해 수많은 예술가의 눈길을 끌었고, 1969년에는
이해시키는 것은 일생이 걸리는 힘든 일이다. 어떤 점에서
자신의 진로를 바꿀 만큼 덕질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프랑스 문화재로 지정된다. 성 한쪽에는 ‘한 남자가 만든
덕후는 ‘천재’로 가는 지름길인지 모른다. 천재란 하늘이
갖추기란 쉽지 않다. 생계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작품(Travail d’un seul Homme)’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
주신 재능이 아무런 노력 없이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
까짓 거 모든 걸 포기하고 욕심을 줄이면 될 것 같지만, 부
다. 고독하게 천천히 이 집을 지었을 한 남자의 간단한 어
난 재능을 끊임없이 연마하면서 주변에 영향을 줄 때 비
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바로 한평생을
록이다. 생을 마치며 이곳에 작은 석묘를 만들었다. 죽어
로소 빛을 발하는 재능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예술가가 오
우체부로 살면서 은밀한 덕질로 위대한 공간을 창조한 페
서도 이곳에 남아 있기를 원한 슈발은 다음과 같이 자신
늘도 ‘덕후’라 불리며 자신의 관심사에 몰두하고 있는 까
르낭드 슈발(Fernand Cheval, 1836~1924)이 그러하다.
11 의 동기를 설명했다.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농부로 살
닭도 거기에 있다.
TODAY’S SNAP
Agustin Esteban (CD, IWM) How to make a ‘Paella’ at home in 4 steps
TODAY’S SPECIAL 송민영 차장 (카피라이터, IWHQ)
나를 위한 한 끼 식사
집밥과 쿡방의 유행이 초보 주부에겐 참 반갑다. 만든 음식들을 기록해놔야 내가 해본 게 뭔지 기억하는 수준이라 차돌박이김치찌개와 오징어부추전을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복이라고 하면, 먹는 즐거움이 아니던가?
만든 이날도 사진을 남겨두었다. 남편은 늘 찰칵- 소리가 들려야 식탁에 와서 앉는다.
바쁘고 귀찮더라도 챙길 건 챙기자. 하루에 한 끼를 먹어도 맛있고 즐겁게!
맛도 좋은데 건강해지는 느낌까지! 아보카도 너는…LOVE
김나희 사원 (브랜드플래이스먼트팀, IWHQ)
초보 야매 요리사의 #아보카도덮밥 #토마토마리네이드 #맥주필수 만들기 쉽고,
나를 위해 준비한 오늘의 특별 메뉴는 바로 이것이다.
이윤주 차장 (카피라이터, IWHQ) #주말 #오리키친 혼자 먹는 밥이지만, 폭풍 같은 야근시즌이 좀 잠잠해지면 꼭 한번쯤은 이렇게 우아를 떨면서 내 손으로 한 끼 차려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물론 치우는 것도 다 고스란히 내 몫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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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ricia Marquez (Sr. Print Producer, IWA) ARC is a trendy local restaurant that we like to frequent. It is a meat-fest: Cow. Pig. Duck.
문성훈 차장 (카피라이터, IWHQ) #가을개시 #꽃게탕 #엄마랑사는사람보다잘해먹기 #아침부터소주가땡기지만곧출근 #집밥 자취 연차 십칠 년 차, 계란비빔밥이 주식이던 어느 날, 오기가 생겼다. 엄마랑 사는 사람보다 잘 해 먹자. 그래서 엄마처럼 제철 재료로, ‘요즘 뭐가 맛나지’ 콘셉트로 밥상을 차린다. 매번 그럴싸하게 차리긴 하지만, 먹으면서도 역시 생각나는 건 엄마의 손맛. 부럽다. 엄마랑 사는 사람.
혼자일 때도 술안주는 부실하지 않게 살았는데 둘이 되니 본격, 술상의 밥상화-
첫잔은 같이 맥주 원샷, 둘째 잔부턴 입맛 따라 알아서…
불금맞이 국물닭발(feat. 주먹밥, 계란찜, 시원한 국물) 밥상.
김정민 대리 (브랜드플래이스먼트팀, IWHQ)
Eduardo Cervantes (Sr. Copywriter, IWM) One of the new creations of “The Chuerreria El Moro” is the ice cream churro sandwich. It tastes like a piece of heaven.
PREVIEW
24H
96
INNOCEAN Worldwide News
IWI INNOCEAN Worldwide India (New Delhi, Nov 2005)
IWUK *IWA
INNOCEAN Worldwide UK (London, Jul 2006)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Apr 2009)
IWCa INNOCEAN Worldwide Canada (Toronto, Jan 2010)
*IWE INNOCEAN Worldwide Europe (Frankfurt, Jan 2007)
*IWC BJ INNOCEAN Worldwide China Beijing (Beijing, Dec 2005)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IWTr New York Office INNOCEAN Worldwide Americas New York Office (New York, Jun 2011)
IWF INNOCEAN Worldwide France (Paris, Jan 2010)
IWC SH I 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Shanghai, Nov 2006)
IWS INNOCEAN Worldwide Spain (Madrid, Nov 2009)
IWIt INNOCEAN Worldwide Italy (Milano, Aug 2008)
INNOCEAN Worldwide Turkey (Istanbul, Feb 2011)
Czech Office INNOCEAN Worldwide Europe Czech Office (Prague, Jan 2009)
IWR INNOCEAN Worldwide Russia (Moscow, Jan 2009)
INNOCEAN-CBAC INNOCEAN-CBAC (Beijing, Dec 2009)
Nanjing Office INNOCEAN Worldwide China Shanghai Nanjing Office (Nanjing, Nov 2008)
IWAu INNOCEAN Worldwide Australia (Sydney, Aug 2008)
IWB INNOCEAN Worldwide Brazil (Sรกo Paulo, Sep 2012)
Chicago Office IWMEA INNOCEAN Worldwide Middle East & Africa FZ-LLC (Dubai, Apr 2015)
INNOCEAN Worldwide Americas Chicago Office (Chicago, Apr 2011)
IWM
INNOCEAN Worldwide Mexico (Mexico City, Feb 2014)
*=RHQ office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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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이노션,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7월 17일 유가증권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이노션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경영의 투 명성과 대외 신뢰도를 높여 글로벌 최고 수준의 마케팅 컴퍼니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개최된 상장 기념식에는 이노션 임직원을 비롯해 주관회사 및 상장사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안건희 대표이사의 타북행사로 시작한 기념 식은 이노션 기업소개, 홍보 동영상 상영, 상장 계약서 전달 및 기 념 촬영으로 마무리되었다. 안건희 대표이사는 “이노션은 지난 10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통해 상장에 이르게 됐다”며 “유연하고 창의적인 역량을 통해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회사로 도약하 겠다”고 강조했다. Listed on Korea Exchange (KRX) Marking its 10th anniversary in 2015, INNOCEAN Worldwide was listed on South Korea’s primary stock exchange (Korea Composite Stock Price Index, or KOSPI) on July 17.Taking this as a momentum, INNOCEAN plans to evolve into a global top-tier marketing company by enhancing its management transparency and international credibility. During the listing ceremony held at the KRX Square, which was attended by the executives of INNOCEAN, officials of advising companies and the Korea Listed Companies Association, Mr. Ahn KunHee, the Global CEO of INNOCEAN Worldwide, emphasized that, “We will advance into a global marketing communication company through flexible and creative capabilities,” after explaining how the listing resulted from its remarkable growth for the past ten years.
해 4분기에 뉴욕과 LA를 주요 거점으로 시카고, 댈러스, 애틀란타
and Horizon’s top-notch media service capabilities. The joint
에 지역 사무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미국 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
venture Canvas Worldwide aims to recruit approximately 250
차의 미디어 대행 업무, 신규 광고주 개발 등 본격적인 미디어 사업
professionals by the end of the year. It plans to open two main
은 2016년 1월부터 시작한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광고회사의 경우
offices in New York and Los Angeles, with regional offices in
현지의 미디어 제도와 문화적 특성상 광고 기획, 광고 제작, 프로모
Chicago, Dallas, and Atlanta during the fourth quarter.
션을 제외한 미디어 대행은 현지 미디어 대행사와 협력관계로 진행
The domestic advertising agencies operating overseas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노션은 중국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현지
generally provide comprehensive media agency services
외부 대행사가 미디어 전략기획과 매체 구매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
while cooperating with local media agencies due to local
나 이번 합자회사 설립과 함께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미디어 사
media systems and cultural reasons. INNOCEAN is currently
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outsourcing media strategy planning and media buying
1989년 설립한 호라이즌 미디어는 미국 내 6위 미디어 대행사이
operations to local agencies with the exception of China.
자 세계 최대 독립 미디어 대행사다. 미국 톱10 미디어 대행사 중
With the launch of the new joint venture Canvas Worldwide,
유일한 독립 미디어 대행사로써 영국의 WPP 그룹, 프랑스의 퍼블
INNOCEAN plans to obtain a strong foothold for its entry into
리시스 그룹, 미국의 옴니콤 그룹 등 대형 커뮤니케이션 그룹에 속
the global media business starting with the US market.
해 있는 미디어 대행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력을 입증하
Founded in 1989, Horizon Media is the sixth largest media
고 있다. 주요 광고주로는 미국 대표 보험사인 가이코 보험(Geico)
agency in the US and the largest standalone media agency
를 비롯해 캐피탈 원(Capital One), 코로나 맥주(Corona), 버거킹
in the world. As the only independent player among the
이노션, 미국 최대 독립 미디어 대행사와 손잡고
(Burger King), 미국의 거대 케이블 채널인 에이앤드이네트워크
top 10 media agencies in the US, it has proven its scale of
글로벌 미디어 사업 진출
(A&E Network) 등이 있다.
competitiveness by ranking alongside media agencies of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미국 최대 독립 미디어 대행사인 호라이즌 미
large-scale communication groups such as the WPP Group in
디어(Horizon Media CEO 빌 쾨니스버그·Bill Koenigsberg)와 합
Advances into global media market in partnership
the UK, Publicis Groupe in France, and the Omnicom Group in
자회사(JV) 설립 체결식을 가졌다. 이노션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호
with Horizon Media
the US. Its major clients in the US include GEICO, Capital One,
라이즌 미디어의 최고 수준의 미디어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업무
INNOCEAN Worldwide signed an agreement to launch a joint
Corona, Burger King and A&E Network.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합자회사의 공식 명칭은 ‘캔버
venture with Horizon Media (CEO Bill Koenigsberg), the largest
스 월드와이드(Canvas Worldwide)’다. 캔버스 월드와이드는 연말
standalone media agency in the US. Their plan is to create a
까지 250명 규모의 채용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올
new business dynamic based on INNOCEAN’s global network
24H
98
HQ INNOCEAN Worldwide HQ (Seoul, May 2005) “Culture Day” is one of the highlighted policies implemented
달간 진행된 이번 멘토링 코스에는 대학생 24명, 6개 팀이 참여했
by the MCST and the Presidential Committee for Cultural
으며, 지난 8월 28일 경쟁 프레젠테이션 통해 실제 캠페인을 집행
Enrichment. In effort to support “Culture Day,” INNOCEAN
할 2개의 우승팀을 가렸다. 이노션은 멘토링 코스를 수료한 전원에
will conduct a campaign that prevents evening and holiday
게 장학금 100만 원을, 우승팀에게는 광고집행지원금 2천만 원씩
work to improve employees’ work-life balance. In addition,
을 각각 지원한다.
all employees are encouraged to leave work at five in the afternoon on “Culture Day.” It also operates a wide range of relevant programs; by implementing “Cultural Afternoon” 글로벌 CCO 제레미 크레이건 영입
twice a year, every team gets to leave the office as early as 2 p.m.
Holds IMC Season 5 with the Ministry of Environment INNOCEAN Worldwide held Season 5 of the INNOCEAN Mentoring Course, its signature social contribution program, from July to August. Launched in 2011, IMC is a mentoring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세계적인 광고 전문가 제레미 크레이건
CSR program where INNOCEAN selects college students who
(Jeremy Craigen)을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최고 책임자(Global
aspire for a career in advertising. Expertise is provided with
Chief Creative Officer, 글로벌 CCO)로 영입했다. 이노션은 2005
the employees acting as mentors, as well as scholarships.
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글로벌 CCO를 임명,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This year, INNOCE AN par tnered with the Ministr y of
통합 체제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출신의 제레미 크레이건은
Environment to carry out an assignment for environmental
30년 경력의 광고계 거물이다. 칸 국제광고제에서 두 차례나 그랑
improvement. On August 28, a total of 24 college students
프리를 수상했으며, 국제광고제에서 1000개가 넘는 상을 받았다.
and six INNOCEAN mentors gave presentations under the
폭스바겐을 비롯해 버드와이저, 소니, 필립스, 아메리카 에어라인
themes of “Reducing Greenhouse Gases” and “Creating a
등 글로벌 기업들의 브랜딩을 담당했다.
Resourceful Earth-friendly Society” where two winning teams were selected to carry out marketing campaigns firsthand.
Appoints Jeremy Craigen as Global CCO Jeremy Craigen, the former Executive Creative Director for Volkswagen at DDB, joined INNOCEAN Worldwide as
이노션, 2015 부산국제광고제에서 총 17개 상 수상
Global Chief Creative Officer. By appointing its first Global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8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2015 부산국제
CCO since its establishment in 2005, INNOCEAN plans to
광고제에서 총 17개의 상을 수상했다. 이노션 본사가 제작한 현대
build a strategic system that will allow its company-wide
자동차 <A Message to Space>와 <The Empty Car Convoy>, 푸
global network, with 22 offices in 17 countries, to produce
르덴셜생명 <Father’s Wish>,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국법인(IWA)이
high-quality creative work. With this year marking its 10th
제작한 VocaliD <Know My Voice> 등 4개의 작품으로 실버 3개,
anniversary, INNOCEAN plans to establish a company-wide
브론즈 11개, 크리스탈 3개를 차지했다. 이번 부산국제광고제 오프
global integrated creative system under the direction of its
닝 갈라 후원사로 참여한 이노션은 안건희 대표이사의 건배사를 통
Global CCO. The UK-born Jeremy Craigen is an important
해 성공적인 세계인의 광고축제를 기원했다. 이 밖에도 양승규 CD
이노션, 2015 칸 국제광고제에서 동상 3개 수상
fixture in the global advertising industry and is recognized for
가 심사위원으로 활약했으며 인사팀이 현장을 찾아 국내 대표 광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6월 21일부터 27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
his innovative capacities based on experience that spans more
고회사들과 함께 취업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린 세계 최대 광고 축제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than 30 years.
Wins 17 awards at AD STARS 2015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현대자동차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A
INNOCEAN Worldwide won a total of 17 awards at AD STARS
Message to Space>로 총 3개의 ‘동사자상’을 수상했다. 수상 부
2015 held in Busan from August 20 through 22. These included
문은 Direct, Outdoor, Film Craft 등 3개 부문이다. <A Message
three Silver, 11 Bronze and three Crystal awards for four
to Space >는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가치(New Thinking. New
campaigns: HQ’s “A Message to Space(Hyundai),” “The Empty
Possibilities.)'를 추구하는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방향을 담은 글로
Car Convoy(Hyundai)” and “Father’s Wish(Prudential)” and
벌 브랜드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우주비행사인 아빠를 그리워하
INNOCEAN Worldwide America’s “Know My Voice(VocaliD).
는 딸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도록 제네시스를 활용해 우주에서도 볼 수 있는 초대형 메시지를 만들어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Wins three Bronze awards at Cannes Lions 2015 INNOCEAN Worldwide received three Bronze awards at
이노션·문체부, ‘문화가 있는 날’ 확산 협력 MOU 체결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the world’s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 이하 문체부)와
largest advertising festival held from June 21 to 27, with
손을 잡고 ‘문화가 있는 날’ 확산에 나선다. 이노션과 문체부는 7월 22
Hyundai Motor’s global brand campaign “A Message to
일 서울 서계동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에서 업무협약(MOU)을
Space.” INNOCEAN was awarded Bronze in Direct, Outdoor
체결하고, ‘문화가 있는 날’ 확산을 위해 양 기관이 상호 협력하기로
and Film Craft. “A Message to Space” is a global brand
했다고 밝혔다. 이노션은 ‘문화가 있는 날’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임직
campaign that captures the direction of Hyundai Motor’s
원의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는 휴가 활성화 및 야근· 휴일근로 지
brand message,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
양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 오후 5시 전원 퇴근을 장려하고 있으며, 오후 2시 퇴근 후 팀원들과 함께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컬처럴 애프터눈(Cultural Afternoon)’을 연 2회 시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The campaign creatively transforms the desert into a large환경부와 함께하는 이노션 멘토링 코스 시즌5 실시
scale message of love from an astronaut’s daughter to her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이노션 멘토링 코
father in outer space.
스(INNOCEAN Mentoring Course, IMC) 시즌5가 수료식을 가졌
Signs an MOU for the “Culture Day” Promotion with MCST
다. 2011년부터 시작된 IMC는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INNOCEAN Worldwide and the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이노션의 광고 전문가가 멘토가 되어 실전 노하우를 전수하고 장학
Tourism signed an MOU on July 22 for a mutual cooperation
금을 지급하는 재능기부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특히 올해는 환
to promote “Culture Day.” Since the launch in January 2014,
경부와 함께 친환경 광고 캠페인 제작 과제를 수행했다. 7〜8월 두
Life is Orange Fall 2015
IWA
IWM
INNOCEAN Worldwide Americas (Huntington Beach, CA, Apr 2009)
INNOCEAN Worldwide Mexico (Mexico City, Feb 2014)
IWA, CLIO Sports Awards에서 활약
IWA shines at CLIO Sports Awards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국법인(IWA)이 CLIO Sports Awards에서
INNOCEAN Worldwide Americas (IWA) was ranked second
두 번째로 가장 많은 상을 차지하는 활약을 보였다. Clio Sports
for capturing the most wins at Clio Sports Awards, which
Awards는 우수한 스포츠 마케팅 사례를 조명하는 시상식으로 전
honors excellence in sports marketing and advertising. The
세계 35개국의 광고대행사 및 브랜드가 참여한다. IWA는 지난해
event is participated by advertising agencies and brands from
동일한 시상식에서 주목받을 만한 성과를 낸 데에 이어 올해에는
35 countries around the world. IWA produced noticeable
현대자동차의 FIFA <#beacausefutbol> 캠페인과 NCAA Football
achievements at the same event last year. IWA demonstrated
<The Lens of Loyalty> 캠페인으로 총 7개의 상을 수상하며 IWA
its differentiated sports marketing capabilities by winning
만의 차별화된 스포츠마케팅 역량을 또 한번 과시했다.
seven medals for FIFA “#becausefutbol” and NCAA Football
99
“The Lens of Loyalty” campaigns.
IWM, 기아자동차 멕시코법인 로드쇼 “KIA on Tour in Mexico” 성황리에 마무리 이노션 월드와이드 멕시코법인(IWM)이 기아자동차 멕시코법인 론
IWTr
IWCa
INNOCEAN Worldwide Turkey (Istanbul, Feb 2011)
INNOCEAN Worldwide Canada (Toronto, Jan 2010)
칭에 따른 전국 로드쇼 <KIA on Tour in Mexico>를 성공리에 마쳤 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진행된 로드쇼는 Mexico City, Monterrey, Guadalajara를 비롯한 전국 10개 도시에서 14회에 걸 쳐 진행되었다. “KIA on Tour in Mexico”는 기아자동차 멕시코법 인에서 7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쏘렌토, 스포티지, 포르테 등 3개 차종에 대한 차량 전시 및 시승회, 길거리 게릴라 이벤트, 퍼레이드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행사에는 당초 기대했던 수치를 훨씬 상 회하는 2만 5천여 명의 멕시코 소비자들이 행사에 참가하여 기아 자동차의 멕시코시장 론칭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IWM successfully competes “KIA on Tour in Mexico”
IWTr, 에피 어워드 터키 2015에서 동상 수상
IWCa, Applied Arts Advertising Awards 2015에서 활약
이노션 월드와이드 터키법인(IWTr)이 5월 12일 이스탄불 CVK
이노션 월드와이드 캐나다법인(IWCa)이 현지 최고 비주얼 커뮤니
보스포러스 호텔에서 열린 Effie Awards Turkey 2015에서 동
케이션 전문지 <Applied Arts>가 개최하는 광고제에서 2개 부문
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동일한 시상식에서 터키쉬 에어라인
의 우승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했다. IWCa는 Cycling Canada
<Miles&Smiles> 캠페인으로 동상을 수상한 IWTr은 올해 현대자동
의 <Hop On> 캠페인으로 Applied Arts Advertising Awards
차 i20 론칭 캠페인으로 자동차부문 동상을 획득하며 2년 연속 에
2015의 TV-30 seconds or less 카테고리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피 어워드 터키 본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에피 어워드는
TV-Craft Editing 카테고리 수상작인 현대자동차 <H-Factor> 캠
실제 판매와 연결되는 캠페인의 효율성을 조명하는 광고제로, i20
페인은 소비자에게 기대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의 디자인,
가 세그먼트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과 소비자에게 감성적인 접
R&D, 품질, 기술력 등을 강조하며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시대를 알
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IWTr의 수상작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리는 캠페인이다.
IWTr wins Bronze at Effie Awards Turkey 2015
IWCa participates in Applied Arts Advertising Awards 2015
On May 12, INNOCEAN Worldwide Turkey (IWTr) received a
INNOCEAN Worldwide Canada (IWCa) was selected as a
Bronze award at Effie Awards Turkey 2015 held in Istanbul. It
winner in two categories at an award organized by Applied
previously won a Bronze for Turkish Airlines’ “Miles&Smiles”
Arts, Canada’s premier visual communications magazine.
campaign at Effie Awards last year. IWTr claimed another win
IWCa won in the “TV - 30 seconds or less” category with
in the Automotive category for Hyundai’s i20 launch campaign
Cycling Canada’s “Hop On” campaign. Another winner in
this year, winning the prestigious award for two consecutive
the “TV - Craft Editing” category, the “H-Factor - New Age”
years. Effie Awards is a marketing awards program that
campaign informs consumers of Hyundai Motor’s innovative
evaluates the effectiveness of marketing campaigns in relation
streak by emphasizing the design, R&D and technology.
to actual sales. IWTr’s award-winning work was highly regarded for its emotional approach to consumers and its impact on leading the i20 model become first in its segment.
INNOCEAN Worldwide Mexico (IWM) successfully completed “KIA on Tour in Mexico,” a nationwide roadshow following KIA Motors Mexico’s launch. Held for three months from April to July, the roadshow was carried out on 14 different occasions in ten cities across the country including Mexico City, Monterrey and Guadalajara. “KIA on Tour in Mexico” event mainly comprised of vehicle exhibitions with three models including Sorento, Sportage and Forte that KIA Motors Mexico began selling in the market from July, in addition to test-drives, street events and parades. The event was attended by more than 25,000 local consumers, which far exceeded the expected figures.
ISSUE REPORT EPILOGUE
100
No One Else Like You
대세임을 입증하듯 바쁜 그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김풍상회 진 실장님의 탁월한 선택 덕분에 인터뷰는 무사히 성사될 수 있었다. 태풍 오는 날 만난 김풍 작가. 예상외로 오픈(?)된 인터뷰 장소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던 김 작가님.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아도 촬영팀이 요청하는 것 다 들어주신 작가님은 진정한 프로! 담 걸린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 시간 내내 고정된 자세로 인터뷰 응하느라 고생하신 작가님, 동네 주민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차분하면서도 때론 허(!)를 찌르는 질문으로 능숙하게 인터뷰를 이끌어주신 이예지 차장님께 깊은 감사를! 그리고 긴 시간 촬영에 협조해주신 청춘문화싸롱에도 감사드린다.
8월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 국내외 광고 촬영 스케줄로 편집팀을 노심초사하게 만든
쏘나타 30주년 ‘찾아가는 모터쇼’의 숨은 히어로들을 만나기 위해 불금을 반납하고
주인공 이성규 CD님. 가까스로 잡힌 스튜디오 촬영을 격하게 축복이라도 하듯 돌풍을
동대문 DDP 행사장을 찾은 편집팀. 1본부프로모션팀의 김경태 부장님, 올포원의 이동환
동반한 폭우가 몰아치고, 덕분에 스튜디오로 달려가는 여정은 기가 막히게 힘들었지만
실장님, 아트포인트의 이장손 팀장님과 노태훈 PD님. 검게 그을린 모습을 보니 그간의
그런 것쯤 말끔히 잊게 할 만큼 훈훈하고 즐거운 촬영이었다. 카리스마 있게 포즈를
고생이 훤히 머릿속에 그려졌지만 얼굴 표정에서는 자랑스러움과 뿌듯함이 묻어나는
취하시다가 가끔씩 보여주시는 맑은 미소가 반전매력인 CD님. 저희와 함께한 시간이
듯했다. 2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다져온 그들. 다음에는 김경태
바쁜 일상에 작게나마 즐거움이 되셨기를. 저희가 더 고단하게 만들어드린 건 아니죠?^^
부장님이 기획한 새로운 형태의 전시 플랫폼으로 또 한번 뭉칠 수 있길 바란다.
2015 Fall, Contributors of INNOCEAN Worldwide 열아홉 번째 <Life is Orange>를 만드는 데 많은 도움 주신 김경태 부장님, 김기룡 대리님, 김나희 사원님, 김우진 대리님, 김정민 대리님, 문성훈 차장님, 서재식 대리님, 송민영 차장님, 신청식 국장님, 이성규 CD님, 이예지 차장님, 이윤주 차장님, 이진원 부장님, 장인주 국장님, 제병문 부장님, 조숙 대리님, 최성수 대리님, 최유진 사원님, 글로벌 CCO Jeremy Craigen 부사장님, 멕시코법인의 Agustin Esteban님, Eduardo Cervantes님, 그리고 미국법인의 Patricia Marquez님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Life is Orange Fall 2015
발행인 안건희 발행일 2015년 9월 25일 발행처 이노션 월드와이드 INNOCEAN Worldwide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37-36 랜드마크타워 837-36, Yeoksam-dong, Gangnam-gu, Seoul, Korea www.innocean.com blog.innocean.com www.facebook.com/innocean <Life is Orange> 편집팀 기획 INNOCEAN Worldwide 홍보팀 02-2016-2214 편집 디자인 제작 iPublics Inc. 02-3446-7279 사진 Studio 1839 02-548-1839 인쇄 (주)삼성문화인쇄 02-468-0361 본지에 실린 글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을 나타냅니다. 본지에 실린 이노션 월드와이드 관련 콘텐츠는 본사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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