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oreaDaily

Page 1

ISSUE

추리소설의 계절

명탐정, 바캉스 가다

제277호 7월 1일~2일 값 1000원 http://sunday.joongang.co.kr

July 1~2, 2012. no.277. sunday.joongang.co.kr




CONTENTS THIS WEEK PEOPLE

editor’s letter

06

로맨틱 코미디의 대모, 노라 에프런

ISSUE

예술 나무 08

고규홍씨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나무

무더위 킬러, 추리소설의 공식

이야기를 씁니다. 벌써 10년도 넘었습니다. REVIEW & PREVIEW

14

그가 나무 칼럼니스트가 된 계기는 이렇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BOOK

습니다. “눈이 내리는 12월이었는데, 목련 이 피어 있었어.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16

들더라. 아, 이 나무에는 분명 무슨 사연이

숨은 책 찾기 <11> 문학과지성의 『카프카와의 대화』

FOCUS

있겠구나. 그 사연을 꼭 알아내야겠다라 는.”

18

무더위 날리는 추리소설

한 달 만에 다시 문 연 ‘레코드포럼’

28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자간담회에 서 문득 그 한겨울 목련이 생각났습니다.

ART

22

권영빈 위원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7대

이진숙의 아트북 깊이 읽기 <38> 리처드 세닛의『장인』

GALLERY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예 술 나무 심기 운동’ 얘기를 했기 때문이죠. “예술위는 2005년 문예진흥기금 5000억

24

원을 토대로 출범했지만 이후 추가 재원

성곡미술관 ‘트위스티드’전

PORTR AITS ESSAY

출연이 거의 없어 현재 기금이 반토막 난

25

상태입니다. 문화예술은 우리가 심고 가

26

전에 기부문화를 활성화해 이 ‘예술 나무’

박영숙의 손

DESIGN

꾸어야 할 나무입니다. 기금이 고갈되기 를 제대로 키워내야 합니다.”

뮤지엄 아트숍의 진화

COLUMN

뮤지엄 아트숍의 진화

31

함께 참여하는 ‘예술 나무 키우기’를 제안

스타일#: 돌체 앤 가바나의 일반인 모델

SOUL-SEARCHING

했습니다. 일반 대중이 예술활동을 후원 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활성화하고, 기업

32

강신주의 감정 수업 <15> 경탄

CARTOON

권 위원장은 개인과 기업과 예술가가 모두

대표들이 아티스트와 만나 예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지원을 강화하는 자리도

33

늘려가겠다고 했습니다. 그간 소극적·간접

김재훈의 문화 캐리커처 VS

적이었던 문화예술 지원을 적극적·직접적 CONTE

34

으로 해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PHOTO ESSAY

하나하나 사연을 담은 이 ‘예술 나무’들이 모진 가뭄에도 굳게 뿌리를 내렸으면 좋겠

35

습니다. 경제 한파가 몰아닥치더라도 한 송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 예쁜 꽃을 피워낼 수 있도록 말입니다. 홍대의 상징 ‘레코드포럼’

리처드 세닛의『장인』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S MAGAZINE 표지 Couverture pour “Arsene Lupin, gentleman cambrioleur” de Maurice Leblanc (1864-1941), par Leo Fontan.

문화에디터 정형모 취재 홍주희 유주현 사진 조용철 최정동 편집 우현아 교열 한규희 디자인 전유진 최귀연 통신원 이지윤(런던) 최선희(파리) 김성희(밀라노) 광고 김진영 구명서 엄태규 마케팅 박유선 이용임 박유림 기사제보 02-751-9000, 080-023-5002 광고문의 02-751-5555 / Fax 02-751-5806

1부 1000원 /월 5000원 정기구독문의고객센터 1588-3600, 080-023-5001

04 SUNDAY MAGAZINE



THIS WEEK PEOPLE

기자로 첫발 영화계 진출 ‘롬콤’의 대모 ‘유브 갓 메일’의 노라 에프런 감독 타계

만약에 제인 오스틴이 할리우드에서 환생했다면, 그는 아마도 노라 에프런일 것이다. 사랑과 우 정과 섹스의 삼각관계를 보여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운명의 짝은 과연 존재하는 지 물었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1993), 만남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던 ‘유브 갓 메일’(1998)…. 그러고 보니 ‘유브 갓 메일’의 캐슬린(멕 라이언)이 가장 좋아했던 책이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었던 것 같다. 6월 26일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노라 에프런은, 골디 혼 이후 10년 가까이 할리우드에서 거의 죽은 장르였던 로맨틱 코미디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이른바 ‘롬콤(Rom-Com)의 대모’였 다. 에프런이 시나리오를 쓰고 로브 라이너가 연출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멕 라이언을 스타덤에 올려놓으며 큰 성공을 거두자 다음 해에 ‘귀여운 여인’(1990)이 나왔고, 줄리아 로버 츠·드류 배리모어·샌드라 불럭·캐머런 디아즈 등 수많은 ‘로맨틱 퀸’이 등장했다. 부모가 모두 할리우드의 로맨스 전문 작가이긴 했지만, 노라 에프런의 관심사는 저널리즘이 었고 대학 졸업 후 ‘뉴스위크’에 취직한다. 1년 동안 우편물을 정리하던 그녀에게 기회는 묘한 방식으로 왔다. 1962년 뉴욕의 매체들은 112일 동안의 파업에 들어가는데, 이때 친구들과 함께 기존 매체를 패러디한 신문을 만들게 된 것. 그녀는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들을 흉내냈고, 파업이 끝난 후 진짜 기자가 될 생각은 없느냐고 ‘뉴욕포스트’에서 연락이 왔다. 기자의 주관적 문체를 환영했던 60년대 ‘뉴 저널리즘’ 시대를 거치며 자신만의 영역을 다진 그는 이후 미국을 대표하는 에세이스트가 됐다. 섹스, 음식, 연애, 사랑…. 그의 관심사는 미시적 이며 진솔했고, 많은 여성의 공감을 자아냈다. 이때 에프런의 인생을 바꾼 사람은 두 번째 남편 칼 번스타인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 치며 유명해진 워싱턴 포스트 기자 번스타인은 다른 여자와 스캔들을 일으켰는데, 에프런은 그 사실을 신문을 통해서야 알게 된 것. 이혼 후 그녀는 이 사건을 소재 삼아 소설가로 등단했다. 영 화계로 진출한 것도 사실상 배신자 남편 덕이었다. 그는 번스타인과 워터게이트에 대한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이란 시나리오를 썼지만 채택되진 못했는데, 그것을 재밌게 읽은 어느 영화사 간부에 의해 37세에 첫 시나리오를 쓴다. 이후 48세 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썼 고, 51세 때 감독으로 데뷔했다.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가 사탕발림 속에서 개성 없이 오로지 해피 엔딩을 향해 달려간다면, 에프런의 작품엔 여백과 성찰이 있었다. 그는 단 한 번도 거창한 철학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지만, 많은 관객은 그의 영화에서 인생의 심오한 진실을 느꼈다. 투병 중에 내놓은 마지막 에세이집의 제목을 『나는 기억이 안 난다(I Remember Nothing, 국내 출간 제목은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라고 붙이고 떠난 에프런. 하지만 그가 만들어낸 사랑스러운 장면과 캐릭 터와 대사들은, 영원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것 같다. 글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전 스크린 편집장, 사진 AP 연합뉴스 06 SUNDAY MAGAZINE



ISSUE

무더위 킬러, 추리소설의 공식

여름, 휴양지 그리고 탐정이 있었다 헐록 숌즈(Herlock Sholmes)는 모리스 르블랑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로, 셜록 홈즈와 동일인물이다. 르블랑은 홈즈와 뤼팽을 함께 등장시켜 늘 뤼팽이 이기게 했는데, 이에 영국인들의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그래서 셜록 홈즈의 성과 이름의 머릿글자를 바꿔 헐록 숌즈라고 했다.

08 SUNDAY MAGAZINE


ISSUE

추리소설 속의 명탐정들도 휴가 떠나는 것을 즐긴다. 결국은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 단 한 명도 빠

무대인 가상 도시 ‘하자키’는 한적하고 낭만적인 바

가는 곳마다 반드시 범죄가 발생한다는 것이 문제이

짐없이 모두 죽었다면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닷가 마을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원인 모를 죽음이 이

긴 하지만.

여행을 즐겼던 애거사 크리스티는 자신의 경험을 토

어진다. 사람들이 하나씩 차례로 살해돼 마을에 아무

전설의 명탐정 셜록 홈즈를 예로 들어 보자. 과로로

대로 해외나 휴양지를 무대로 한 작품을 여러 편 남겼

도 없었다…까지 가는 것은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

지친 그가 휴식을 위해 시골로 떠났을 때에도 때맞

다. 작품에는 명탐정 푸아로나 미스 마플 등이 등장

고 할 수 있을까.

춰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바람에 수사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는 고정 주인공이

휴가지를 소재로 한 추리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라이게이트의 지주들』). PD 제임스의 유능한 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독특한 작품이다.

사관 댈글리시 경감 역시 병원에서 퇴원한 뒤 휴양하

일본 추리소설 문화의 특징 중 하나는 대학의 추리

알리바이(현장부재증명)다. 일본에서는 특히 기차를 이용한 알리바이 트릭이 많다. 워낙 철도망이 촘촘하

러 간 곳에서 의문의 죽음과 마주친다(『검은 탑』). 소설 동호회다. 이 모임을 통해 많은 작가가 탄생했다. 게 짜여 있는 데다 대중적이기도 해서 누구나 실감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있기는커녕 전화 사정도 변

그중 대표주자라고 할 만한 아야츠키 유키토는 『십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마쓰모토 세이초가 『점

변치 않던 시대에 명탐정들은 범죄에서 자유로울 틈

각관의 살인』을 발표했다. 이 작품에서는 여름방학

과 선』을 통해 절묘한 철도 알리바이 트릭을 보여줬

이 없었다.

을 맞은 미스터리 연구회 대학생들이 ‘십각관(十角

다. 요즘도 니시무라 교타로, 우치다 야스오 같은 작 가는 ‘여행 추리소설’이라는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다. 그런데 독특한 건 철도 알리바이 트릭은 사실상 일본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라고 한다. 이 말은 ‘여름은 추리소설을 읽기 적합한 계 절’이라는 말일 터. 사람들은 더위를 잊기 위해, 또 모처럼의 휴가를 맞아 흥미진진 한 추리소설을 찾는다. 실제로 추리소설은 여름에 많이 출간된다. 최근 4~5년 새 연

에서만 존재한다는 것. 일본처럼 출발·도착시간을 철 저하게 준수하는 나라가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작가들은 1~2분 차이로 성패가 갈리는 정교한 트릭 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간 200~300종 정도의 작품이 나왔는데 그중 여름(6~8월)에 나온 것이 연평균 100 종에 이른다.

패키지 여행이라고 안심했다간 큰코 다칠라

물론 한국처럼 바쁘고 다이내믹한 일상-심지어 추리소설의 상상력이 현실을 따라가

일반 패키지 여행을 가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영

지 못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의-이 벌어지는 곳에서 한가하게 추리소설이나 읽는

국의 여성작가 크리스티애너 브랜드의 『위험한 여

다는 것이 호사에 가까운 일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로』에서 휴가를 즐기기 위해 패키지 여행에 나섰던

그래도 이 계절, 추리소설 한 권쯤은 읽어 줘야 할 만큼 무덥지 않은가. 여기 여름을

코크릴 경감은 연속살인 사건과 마주친다. 이탈리아

함께 날 추리소설들이 있다. 이왕이면 제대로 더위를 날려버리라고 휴가지를 무대로

근처 카프리 섬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경치를 감상할

한 것들을 추렸다. 휴가를 떠나서도 쉴 틈이 없는 명탐정들이 여러분의 한여름을 책

틈도 별로 없이 말이다.

임진다.

같은 영국의 여성작가 조이스 포터가 만들어 낸 심술

글 박광규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

꾸러기 주인공 윌프레드 도버 경감 역시 휴가지의 저 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마 같은 몸집에 지저분 한 콧수염으로 인상도 험악한(또한 유능하다는 평가 館)’,즉 열 개의 변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건물이 있는

역시 받지 못하는) 도버 경감은 『도버 4/절단』에서

추리소설들은 휴가지를 범죄 장소로 선호한 것 같다. 무인도를 찾아간다. 독자의 예상대로 살인을 예고하

여름휴가를 떠나는 도중 하필이면 아내가 누군가의

한적한 산장·해변…무인도가 단골 사건현장 도심을 벗어나 문명으로부터 멀어지고, 사람이 북적 거리는 곳보다는 한적한 곳을 등장시킨다. 연락이 며

는 메시지가 나타나면서 어김없이 누군가 죽는다.

자살 장면을 목격한다.

무인도가 아니어도 사건은 발생한다. 역시 대학

그런데 작가들의 심경에 약간 변화가 생긴 것 같기

추리소설동호회 출신 작가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도 하다. 데니스 루헤인의 『신성한 관계』나 마이클

『월광게임』에서는 대학 추리소설연구회 회원들이 산

코널리의 『트렁크 뮤직』처럼 강력한 사건을 해결한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최고 걸작 중 하

의 캠프장으로 여름 합숙을 떠난다. 그런데 난데없이

다음 휴가지로 보내기도 하는 것이다. 한숨 돌리면서

나로 꼽히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배경이 무인

화산 활동이 일어나면서 캠프장은 고립무원의 단절

다음 사건을 준비하라는 작가의 배려일까.

칠 정도 끊겨도 이상하게 여길 사람이 없다. 무인도처 럼 고립된 곳이라면 더욱 좋다.

도다. 8월의 어느 날, 초대장을 받고 휴가를 즐기기 위

상태가 되고, 역시 때맞춰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올여름에 휴가를 가신다면 부디 추리소설 한 권 챙겨

해 무인도에 모인 사람들이 숨겨진 죄에 대한 이야기

이처럼 외진 탓에 범죄자가 사건을 벌이기 만만해서

가시길. 그러나 주변에 ‘명탐정’이 있는지 반드시 확

를 듣고 충격에 빠진다. 배가 끊기고 통신수단도 끊겼

인지, 휴양지 자체가 사건 다발지역이 되기도 한다. 와

인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들의 주변에는 언제나

다. 옛 동요에 맞춰 등장인물들이 차례로 살해되면서

카다케 나나미의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3부작의

범죄가 끊이지 않으니까. SUNDAY MAGAZINE 09


ISSUE 무더위를 순식간에 날려 줄 추리소설 리스트. ‘추리소설 전문가’들이 네 가지 범주로 나눠 작품을 골랐다. 같은 작가의 여러 작품도, 여러 번 추천받은 작품도 있다. 독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겹치는 것도 그대로 소개한다.

부담없이 술술 코지 미스터리 <cozy·편안한>

윤영천 howmystery.com 운영자 -예고 살인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해문출판사) ‘코지 미스터리’란 작은 공동체, 아마추어 탐정, 해피엔딩 등 몇 가지 특징을 가진 미스터리 소설을 뜻 한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조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 시리즈라 할 수 있다. 작은 마을에 배달된 ‘살인 예고장’. 언제나 인간 본성에 귀 기울이는 마플 여사가 사람들 사이 에 숨겨진 격렬한 감정을 날카롭게 찾아낸다.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현대문학) 히가시노 게이고는 부지런한 다작 작가다. 그 작품들이 고루 사랑받는 행운을 가진 작가이기도 하 다.『용의자 X의 헌신』 은 마음 편한(?) 코지 미스터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미스터리 소설을 처음 접하는 초심자에게 최고의 작품이다. 천재와 천재의 대결 구조, 기상천외한 트릭, 뜨거운 감동까지. 미국 에드거상 후보작이었다.

-브라운 신부 전집 1 결백 .K.체스터튼 지음, 홍희정 옮김, 북하우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북폴리오) -탐정 레이디 조지애나 (라이스 보엔 지음, 김명신 옮김, 문학동네)

김준혁 황금가지 편집장 -13계단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황금가지) 에도가와 란포 상에 심사위원 만장일치 선정, 역대 최단기 100만 부 돌파, 영화화돼 일본 박스오피스 석권 등 이력부터 화려한 작품. 누구나 쉽게, 너무나 순식간에 읽어버릴 수밖에 없다. 사회파 추리소설 이라 읽고 나서도 묵직한 생각거리를 준다. 현대 일본 추리소설에 입문한다면 가장 먼저 추천한다.

-Y의 비극 (엘러리 퀸 지음, 강호걸 옮김, 해문출판사) 20세기를 대표하는 미스터리의 거장 엘러리 퀸의 작품. 세계 3대 추리소설로 꼽힌다. 엘러리 퀸은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두 사촌 형제, 만프레드 리와 프레데릭 다네이의 필명이다. 겉으론 행복해 보이 지만실상속에서부터썩은모습을드러내며반전을거듭한다.추리소설의모든재미를주는고전이다.

박광규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

-모방범 1, 2, 3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셜록 홈즈의 모험

-셜록 홈즈 바스커빌 가문의 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황금가지)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황금가지)

-천사의 나이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코지 미스터리’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고 하긴 어렵지 만 추리소설에 흥미를 들이기에는 가장 적합한, 짤막하

김지아 알에이치코리아 소설팀장

고 흥미진진한 단편집. 단순한 해결사를 넘어 역사를 훑

-더 레이븐: 에드거 앨런 포의 그림자 (에드거 앨런 포, 조영학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고 소외된 자의 아픔을 드러내고 종교적 신념에도 도전

근현대 거의 모든 추리소설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친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은 물론 마이클 코널리,

하는 홈즈의 철학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스티븐 킹, 제프리 디버 등 포를 기원으로 삼는 스타 작가들의 헌정 에세이 20편이 포함돼 있다. 포가

-원 포 더 머니

현대의 작가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고, 현대의 작가들이 그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

(자넷 에바노비치 지음, 류이연 옮김, 시공사)

다. 재미있고 신기하고 유익하다.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과 로맨스 소설의 말랑말랑함

-원 포 더 머니 (자넷 에바노비치 지음, 류이연 옮김, 시공사)

이 잘 버무려진 작품이다. 실업자가 되어 생활고에 몰린

올해 개봉한 동명의 영화에 좋은 인상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 원작을 권한다. 미국에서 18편(19편 출간

스테파니 플럼이 얼떨결에 현상금 사냥꾼이 되면서 벌

예정)이나 출간됐을 정도로 인기 있는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1편이다. 유쾌·상쾌·통쾌한 현상금 사냥

이는 좌충우돌 모험극이 펼쳐진다.

꾼 스테파니의 ‘깨물어주고 싶은’ 매력이 돋보인다. 전성기 때의 샌드라 블럭 외에는 스테파니 플럼

-넘버 원 여탐정 에이전시 (알렉산더 매콜 스미스 지음, 이나경 옮김, 북@북스)

역을 소화할 배우는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잠들기 전에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스틸 라이프

-스틸 라이프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피니스아프리카에)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피니스아프리카에)

-수상한 라트비아인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열린책들)

10 SUNDAY MAGAZINE


ISSUE

핏빛 작렬, 심지어 ‘19禁’ 하드코어 윤영천 howmystery.com 운영자 -개의 힘 1, 2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황금가지) 마약 단속반, 마약 조직 보스, 고급 매춘부, 아일랜드계 킬러가 얽히고 설킨 30년 동안의 이야기. 정치 적·역사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지닌 ‘마약’을 소재로 피와 배신, 총과 역사로 얼룩진 지옥을 그렸다. 그 속에서 발버둥치는 인간의 모습도. 1000쪽 가까운 책이 마약처럼 넘어간다. ‘개의 힘’은 성경에서 따 온 말로 인간의 악을 뜻한다.

-살육에 이르는 병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시공사) 비닐에 싸여 서점 구석에 보관돼야 하는 19세 미만 구독 불가 작품. 키르케고르의 저서에서 제목을 따 온 이 작품은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의 행동을 시간대로 나누어 촘촘히 좇는다. 그 생생하고 충격적인 장면보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이 작품의 마지막 한 줄이다. 단 한 줄로 모든 것이 뒤집히는 반 전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팔묘촌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시공사) -악의 영혼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노블마인) -아웃 1,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김준혁 황금가지 편집장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황금가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 정신병으로 살인을 저지른 환자만 격리 수용한 셔터섬에서 기괴한 사건이 벌어진다. 인간의 기억과 상처를 소재로 만들 어낸 작품으로 아무도 예상 못한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려진다. 데니스 루헤인은 독자에게 묵직한 무 언가를 남기기로 유명하다.

-아웃 1,2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황금가지) 여성 독자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작가의 대표작. 현실에 치이고 찌든 4명의 중년 여성이 살인사건과 엮이며 벌어지는 섬뜩한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작품 중 흔치 않게 미국에 수출돼 에드거 앨런 포 상 후

박광규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

보에도 오르고 ‘타임’ 선정 올해의 필독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여성의 악마성을 드러낸『아임소리마

-블랙 달리아 1,2

마』 도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다.

(제임스 엘로이 지음, 이종인 옮김, 황금가지)

-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북하우스)

2차대전 후 LA에서 실제로 발생한 희대의 살인사건을

-신주쿠 상어 (오사와 아리마사 지음, 김성기 옮김, 노블마인)

재구성해 부패로 얼룩진 사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붉은 수확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황금가지)

부패와 타락에서 벗어나려는 한 형사의 모습을 보여준 다. 브라이언 드 팔머의 영화 ‘블랙 달리아’의 원작이기

김지아 알에이치코리아 소설팀장

도 하다.

-인어의 노래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붉은 수확

핏빛 작렬 하드코어 심리 스릴러. 일상에선 어눌하지만 범죄자와의 교감만큼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황금가지)

는 범죄 프로파일러 토니 힐 박사가 소설을 이끈다. 국내에서는 ‘피철사’라고 알려진 ‘The Wire in

대실 해밋은 여과 없는 묘사와 극도로 감정을 절제하는

the Blood’라는 제목으로 영국에서 드라마화해 6시즌까지 만들어졌다. 섬뜩한 연쇄 살인범과 범죄

등장인물, 악으로 가득 찬 세상에 몸을 던지고 폭력을

프로파일러가 펼치는 심리 대결이 볼 만하다.

행사하는 탐정과 팜므 파탈의 매력을 지닌 여성 캐릭터

-원 샷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등을 통해 현대 범죄 스릴러 소설의 기초가 된 하드보일

1m96cm의 키, 군 수사관 출신의 비상한 추리력. 살육의 복판에서도 재즈를 생각하고, 자신과 하등

드를 완성했다. 출간된 지 8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넘치

관련 없어도 약자라면 동정심을 발휘하는 정의의 사내. 그러나 정착에는 관심 없는 방랑자 잭 리처 시

는 힘이 느껴지는 하드보일드 대표작.

리즈 『원 샷』이다. 12월엔 영화로도 나오는데 주인공이 톰 크루즈다. 잭 리처의 팬들은 키부터 전혀

-블랙 아이스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스노우맨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비채)

매치가 되지 않는 그를 무지 궁금해하고 있다.

-외과의사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검은 선 1, 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문학동네) -모든 죽은 것 (존 코널리 지음, 강수정 옮김, 오픈하우스) SUNDAY MAGAZINE 11


ISSUE

막판 뒤통수 후려치는 두뇌게임 윤영천 howmystery.com 운영자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검은숲) 외딴 곳 산장에 폭설이 내린다. 사람들은 오갈 수 없다. 전화도 끊기고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다. 그 리고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흔히 사용되는 ‘눈 내린 산장’ 테마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9명의 등장인물 중 범인이 아닌 사람은 4명. 남은 5명을 차근차근 소거하면 범인이 이상한 곳에서 툭 튀어나온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비채)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 적자가 가문을 잇고 신의 지벌이 지배하는 불합리한 인습에 사로잡힌 시 골 마을. 그곳에서 10년에 걸쳐 일어난 네 건의 살인사건을 다뤘다. 작가는 미스터리 편집자 출신으로 가능한 모든 장치를 작품에 담았다. 지도, 알리바이 표, 평면도, 21개 항목으로 정리한 전개도 등 그야 말로 독자의 머리를 뒤흔드는 패기가 돋보인다.

-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지음, 김희균 옮김, 검은숲) -시계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난주 옮김, 한스미디어)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북홀릭)

김준혁 황금가지 편집장 -셜록 홈즈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앤서니 호로비츠,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셜록 홈즈 재단에서 거의 1세기 만에 공식적으로 출간한 새로운 셜록 홈즈 시리즈. 저자가 오랜 연구 와 조사를 거쳐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즈에 가장 가까운 문체를 사용하면서도 현대적 추리 기법 과 셜록 홈즈만의 스타일을 잘 결합해 빼어난 사건 추리를 선보인다. 올 초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

-점성술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한희선 옮김, 시공사) 일본의 정통파 추리소설. 일본 추리의 돌직구를 맛보려 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이 작품에 서 사용된 트릭은 당시의 상상을 뛰어넘는데 『소년탐정 김전일』 에서도 동일한 트릭을 차용한 걸로 유명하다. 보다 복잡한 트릭이 난무하는 지금에 와서는 부족한 부분을 느낄 곳도 없지 않으나 추리 팬 이라면 꼭 봐야 할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황금가지)

박광규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

-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양억관 옮김, 한스미디어)

-브라운 신부 전집 1 결백

-밀실 살인게임 2.0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한스미디어)

(G K 체스터튼 지음 , 홍희정 옮김, 북하우스)

‘역설과 반전’이라는 간결한 주제로 집약되는 고전 단편

김지아 알에이치코리아 소설팀장

집. 하나하나가 되씹을 맛을 주며 『이즈레일 가우의 명

-버닝 와이어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예』는 추리의 다양한 방향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링컨 라임 시리즈 9편. 왼손 약지와 목 위 근육만을 사용할 수 있는 사지마비 환자 링컨 라임(1편 『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컬렉터』 가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됐다)이 천재적 두뇌로 희대의 범죄자들을 상대해 나간다. 반전과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해문출판사)

트릭의 지뢰밭이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작가 제프리 디버의 작품에서 독자가 미리 범

한 미망인의 죽음 이후 그녀의 약혼자이자 지역 유지인

인을 짐작하기란 불가능하다.

로저 애크로이드가 살해된다. 독창적인 트릭이 돋보이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황금가지)

는 작품으로, 작가 자신이 선정한 베스트 10에도 드는 명

이만큼 큰 충격을 주었던 작품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 영화보다 원

작 중 명작이다. ‘페어플레이’ 논쟁으로 아직까지도 불

작이 훨씬 견고하고 무시무시하다. 정신병자들의 섬에 갇힌 주인공이 현실과 비현실, 정상과 비정상

씨가 남아 있는 작품.

사이를 오가는 부분에선 공포 소설의 느낌을, 모든 사건이 꿰어 맞춰지는 순간엔 뒤통수를 후려치는

-아 아이이치로의 낭패 (아와사카 쓰마오 지음, 권영주 옮김, 시공사)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21세기 북스) 12 SUNDAY MAGAZINE

정교한 미스터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옥문도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시공사) -코핀 댄서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팔란티어 (게임중독 살인사건 1,2,3(김민영 지음, 황금가지)


ISSUE

추리는 기본, 상상을 자극하는 +α 윤영천 howmystery.com 운영자 -개를 돌봐줘 (J M 에르 지음, 이상해 옮김, 작가정신) 마주 본 아파트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엿본다고 오해한다. 말로 잘 해결해 볼 법도 하건 만, 둘은 곧 치졸하고 유치한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독특한 주변 인물이 엮이고 또 개 한 마 리가 실종되면서 유쾌하고 발랄한 소동은 살인사건으로 치닫게 된다. 일기와 편지 등으로 이뤄진 독 특한 구성과 블랙 코미디가 돋보인다.

-라 트라비아타 살인사건 (돈나 레온 지음, 황근하 옮김, 휴먼앤북스) 20년 이상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머물고 있는 돈나 레온이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쓴 작품. 그의 오랜 캐 릭터인 형사 브루네티가 처음 등장한다. 베네치아의 명소인 라 페니체 오페라 극장에서 ‘라 트라비아 타’의 선율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마에스트로가 시체로 발견된다. 이국적인 풍경과 오페라 그리고 인 간의 악의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이다.

-내 이름은 빨강 1, 2 (오르한 파묵, 이난아 옮김, 민음사)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권일영 옮김, 예담)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 식사 후에 (히가시가와 도쿠야, 현정수 옮김, 북이십일)

김준혁 황금가지 편집장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황금가지) 새로운 신인류가 태어나고, 그로 인해 현생인류가 종말에 이를 수 있다면? 『13계단』 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가 SF 기법을 동원해 집필했다. 2012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일본 서점 대상’ 2위 등 현재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작품. 내용 중 한·일 역사에 대한 반성적 시각과 한국 유학생의 활약이 돋보인다.

-얼터드 카본 1, 2 (리처드 모건 지음, 유소영 옮김, 황금가지) 인간의 뇌를 USB 같은 칩에 저장해 놓고 몸만 바꿀 수 있는 시대, 대부호 한 명이 자살한다. 백업된 일

박광규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

주일 전 기억으로 부활한 부호는 자신이 왜 자살했는지 사설 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한다. 하드보일드

-라인업:세계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창조한

탐정 소설과 SF 스릴러를 결합해 큰 화제를 모은 소설이다. 2003년에는 그해 최고의 SF소설에 수여

위대한 탐정 탄생

하는 필립 K 딕 상을 수상했다.

(오토 펜즐러 엮음, 박산호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스타터스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황금가지)

마지막 추천은 소설이 아니다. 하지만 추리소설 팬이라

-팔묘촌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시공사)

면 군침을 흘릴 ‘종합선물세트’. 미국을 대표하는 명탐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파크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황금가지)

정들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작가들이 진솔하게 털어놓 는다. 친구나 가족을 소개하듯, 작가만이 알고 있던 소

김지아 알에이치코리아 소설팀장

설의 비화를 볼 수 있다.

-탄환의 심판 (마이클 코널리 지음, 김승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가다라의 돼지

전직 변호사·의사들이 전문 소설을 많이 집필하지만 취재가 전문인 기자도 이런 소설에 능하다는 것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북스피어)

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직 기자 마이클 코널리의 대표작 ‘해리 보슈 시리즈’도 훌륭하지만 미워할 수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없다.

없는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를 등장시킨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탄환의 심판』 도 해리 보슈 버금

아프리카의 주술을 연구한 교수 오우베 다이치로가 사

가는 그의 대표작 반열에 오르게 됐다.

이비 종교가 보여주는 ‘기적’의 속임수를 파헤쳐 나가

-원티드 맨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는 과정을 그려냈다. 주술과 저주·초능력·종교·심리학

동명 영화로 만들어진『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로 우아함 속에 녹아든 사회성과 정치성을 보여준

까지 버무려 서스펜스와 공포, 모험으로 가득 찬 소설

존 르 카레의 2008년작.『원티드 맨』 은 이름·고향· 존재 자체도 베일에 싸인 한 사내를 통해 거대 사

은 책의 두께를 잊게 할 만큼 흥미진진하다.

회가 인간의 가치를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찰한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과 레이철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매캐덤스 주연으로 영화화될 예정이다.

(존 르 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열린책들)

-도시탐험가들 (데이비드 모렐 지음, 최필원 옮김, 비채)

-명탐정의 규칙

-완전범죄에 고양이는 몇 마리 필요한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권일영 옮김, 폴라북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재인)

-밤의 기억들 (토머스 H. 쿡 지음, 남명성 옮김, 시작) SUNDAY MAGAZINE 13


REVIEW & PREVIEW

학교 폭력 가해자 그게 내 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학부모라면 공감 100%다. 집단따돌림을 받

암전 한번 없이 한 호흡으로 진행되는 단선

은 여중생이 교실에서 목을 맸다는 극의 배경

적인 전개지만 흡인력이 대단하다. 고정된 무

은 직접 겪어본 적 없는 충격적 소재지만, 등

대에서 온전히 언어로만 설명되는 연극이지

장하는 부모들이 너무도 리얼해 극의 전개는

만 새로운 유서가 한 장씩 발견될 때마다 호

차라리 일상적이다. 대한민국 어느 학교에서

기심은 효과적으로 증폭되고, 익숙한 캐릭터

언제 벌어졌대도 이상하지 않다.

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극적 재미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현

연극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7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직 교사인 작가 하타자와 세이고 원작으로

논지를 흐리고 적반하장으로 역전시키는 부

2008년 일본에서 초연된 우리 시대의 연극

모들의 논리적 궤변의 향연엔 왠지 모를 기시

이다. 올 초 낭독 공연으로 선보여 뜨거운 호

감에 무릎을 치게 된다. 가장 다혈질인 윤정

응을 받은 작품을 김광보 연출이 무대에 올

모와 가장 이성적인 지수부가 찰떡궁합을 이

렸다. 학교폭력이라는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

뤄 사건 은폐 환상의 복식조로 활약하는 모

는 듯하지만 실은 부모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습은 단연 백미다.

어른들의 두 얼굴을 확인하는 소름끼치도록 리얼한 무대다.

자평 김소연(연극평론가) 우리를 경악하게 하는 것은 사건의 진상이나 죽음 앞에서의 애도와 반성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역시 사건의 공모자였으며 이 끔찍한 현실에

를 만들어 간다. 불리한 상황을 아전인수로

가해자 다섯 친구는 한 번도 무대에 등장 하지 않지만, 진실을 감지하면서도 은폐로 대

자살한 여학생이 유서에서 지목한 다섯 친

동단결한 부모들의 이중적 태도에서 모르쇠

구의 부모들이 상담실로 모인다. 현직 교사의

로 똘똘 뭉친 아이들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지

눈이기 때문일까, 교사와 부모들의 행동과 심

는 것은 곧 작품 제목의 반어적 수사다. 부모

리 묘사가 적확의 경지다. 다섯 쌍의 부모 캐

들은 자기 아이의 결백만 주장할 뿐 아이들

릭터에 우리 시대 학부모 군상이 압축돼 있다.

과의 만남과 대화는 원천봉쇄된 상태다. 왕

목소리 큰 학부모회장과 대기업 간부 남편, 따를 넘어 부모와 자녀 간 소통의 부재를 건

아이들만큼이나 무기력하다. 우리는 왜 괴물이 되었을까. 소재의 충격을 넘어서

조손가정이라 어딘지 위축된 조부와 조모, 드리는 것은 어쩌면 그것이 ‘왕따’ 문제의 근

는 드라마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냉정과 논리를 가장한 교사 커플, 외국물 좀

★★★☆

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먹은 이혼녀, 나서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평

은폐하려 할수록 점점 죄어오는 불편한 진

절한 소재다. 일본 작가의 작품이지만 김민정 작가가 완벽에 가깝게 각색했다. 학

범한 주부. 이들은 쉽게 섞이지 못하면서도

실에 부모들이 마지못해 아이들을 찾아나서

원계의 집단 괴롭힘 문제를 당사자뿐 아니라 관객 모두에게 책임을 지우고 그 타

‘내 아이만은 ’이라는 공감대 아래 집단이기

는 열린 결말엔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하지만

박정기(연극평론가) 현재 연극계에서 주시하고 있는 청소년 연극으로 더없이 적

개책을 묻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14 SUNDAY MAGAZINE

★★★★★

주의란 무엇인지 온몸으로 웅변한다.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반성하지 않는 가해


REVIEW & PREVIEW

‘신이 내린 손가락’의 격정적 연주 막심 므라비차 내한공연, 7월 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의 02-6292-9370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잘 알려진 일렉트릭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사진)의 아홉 번 째 내한공연. 크로아티아 출신의 막심은 2003년 첫 번째 크로스오버 앨범 ‘더 피아노 플 레이어’를 선보였다. ‘왕벌의 비행’의 신기에 가까운 연주로 ‘신이 내린 손가락’이란 찬 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무대는 세 파트로 구성되는데 1부에서는 비제의 하바네라, 생상스의 카니발 등 클 래식 명곡을 편곡한 무대가 꾸며진다. 2부에서는 브람스의 랩소디 Op.79 중 1번과 쇼팽 의 스케르초 등 클래식 무대가 이어진다. 3부에서는 퀸의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 자신 의 대표곡 ‘엑소더스’ 등 크로스오버 음악을 들려준다. 전국 투어 무대는 광주(8일), 부 산(9일), 대전(14일), 대구(15일)로 계속된다.

자들과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만남에 희망적

글 송지혜 기자 enjoy@joongang.co.kr, 사진 인프로덕션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임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 중 나는 과연 어떤 부모인지, 내 모습을 분주히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

소리꾼 이자람, 국악계 뮤즈 꽃별 

는 것이 이 연극의 미덕일 뿐.

2012 여우락 페스티벌, 7월 3~21일까지 국립극장, 문의 02-2280-4114

저들 중 어느 하나, 어쩌면 저들 모두일 수 도 있다는 깊은 공감은 중견배우들의 연기 몰입 덕분이다. 윤정모 역의 서이숙은 내 아 이 학교의 회장엄마 바로 그녀였고, 개성적인 부모들 틈에서 우왕좌왕하는 평범한 다현 모 역 우미화는 가장 많은 부모들을 대변했 다. 끝까지 방관자로 사건의 중심에서 비껴 있 길 택한 비겁한 그녀에게서 닥치고 시류에 편 승해 살아가는 99%의 우리를 본다. ‘살아야 하니까’라는 작품의 마지막 대사가 스스로를 변호한다. 누가 저들의 얼굴에 침을 뱉겠는가.

국립극장이 2010년부터 야심차게 기획한 한여름의 젊은 국악축제. 여우락은 ‘여기 우

50년 전 이 학교를 졸업했지만 ‘50년 전과

리 음악이 있다’에서 따왔다. 한국 음악을 뿌리에 두고 세계와 소통하는 뮤지션들의 활

똑같다’고 말하는 예림 조모 역 손숙의 대사

약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올해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크로스오버 뮤지션 양방

는 이 연극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암

언을 예술감독으로 영입하고 달오름·하늘·야외광장까지 극장 공간을 확대해 13개 연주

시한다. 부모도 아이도 결국 똑같은 얼굴이며,

팀의 참여로 축제 규모를 세 배로 키웠다.

부모가 변하지 않는다면 아이도 학교도 변하

재즈와 한국 음악의 명인이 함께 꾸미는 미연&박재천 듀오 with 안숙선, 김청만, 이광수

지 않을 것이기에. 하지만 우리를 똑바로 비

의 ‘조상이 남긴 꿈’(7월3, 4일), 소리꾼 이자람의 젊은 판소리 ‘사천가’(7, 8일), 가야금

춰 보여주는 거울 같은 무대가 있기에 희망도

싱어송라이터 정민아의 토크콘서트 ‘당신의 이야기’(13, 14일), 자연과 전통을 모티브로

없지 않다. 연극은 묻는다. 당신은 과연 어떤

힐링 뮤직을 선보이는 The林(그림)의 ‘그린서클(14, 15일)’ 등 다양한 공연이 이어진다.

얼굴의 부모냐고.

모든 연주팀이 함께하는 잼 형식의 ‘여우락 콘서트’(21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국립극장

사진 신시 컴퍼니 SUNDAY MAGAZINE 15


BOOK

2007년 한국에서 거듭 빛을 보게 된 이 책 은 그러나 안타깝게도 큰 입소문을 타지는 못했다. 여전히 카프카의 문학 속에서 카프 카를 이해하려는 원전(原典)주의자들의 유 난한 독서 풍토 때문일까. 하지만 이 책 곳곳 에는 카프카의 삶과 문학적 태도가 잠언이 아닌 평범하고도 유머와 위트로 가득한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말 그대로 또 하 나의 ‘카프카의 문학’으로 읽혀도 무방하다. “사람들은 만족의 밀랍으로 귀를 막아요. 예를 들면 나처럼 말이에요. 나는 즐거움 뒤

그의 영혼을 사로잡은 카프카와 함께한 4년의 기록

에서 사라지기 위해서 즐거운 척하죠. 내 웃 음은 콘크리트 벽이에요.” “누구에게 대항하

숨은 책 찾기 <11> 문학과지성의『카프카와의 대화』

는 벽인가요?” “물론 나 자신이죠.” […] “실제 로 방어란 퇴각하는 것, 숨는 것이죠. 따라서 세계를 붙잡는 것은 언제나 내부를 붙잡는 것이죠. 그 때문에 콘크리트 벽은 조만간 무 너질 가상에 지나지 않아요. 왜냐하면 내부 와 외부는 서로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 문이죠. 내부와 외부가 서로 떨어지면 갈팡질 팡하게 만드는 하나의 비밀에 대한 두 가지 견해가 남게 되죠. 그런데 우리는 이 비밀을 감수할 뿐, 결코 그 수수께끼를 풀 수 없어요.” (본문 p.86) 한국어판 책은 두툼한 각양장으로 제본 한 붉은색 표지 위에 예의 흑백 사진을 박아

나무들이 초록을 뽐내기 시작한 6월 초. 불

여 동안 그와 나눈 대화를 회상하고 또 기록

넣었다. 카프카의 목소리에 충실하려던 저자

쑥, 멀리 계신 L시인을 뵙고 왔다. 그간 전화

한 책이다. 그간 우리가 접한 카프카의 문학

의 의도를 충분히 살린다는 지극히 자구적

안부만을 여쭤왔던 터라 기쁘고 설레었고, 은『성』『변신』『심판』등 이미 20세기 문

인 해석(!)으로 디자이너와 의기투합을 한 거

일을 핑계로 두어 차례 미뤘던 방문이었기에

학의 고전으로 추앙받는 장편들과 일상에 잠

였지만, 책의 판매지수와는 별개로 이 책의

가슴 한쪽이 묵직했다. 움푹 팬, 깊고 짙고 고

복해 있는 불안과 고독, 환상성을 블랙유머적

장정과 표지에 대한 칭찬은 아쉽지 않을 만

요한 그 두 눈 앞에서 나의 난감함은 13년 전

시선으로 간취해낸, 견고하고도 투명한 문장

큼 들었다.

처음 뵈었을 때와 변함이 없었다. 그렇게 오

의 성소인 산문들이 대부분이었다.

후 반나절을 선생님의 눈빛과 말씀의 무게를

이 책은 한국어판 역자 역시 힘주어 밝히

한 상상력과 개성적인 문체 문학으로 승화시

오롯이 받아내던 중 서가에서 이 책『카프카

는 바, 비록 스무 살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켰던 프란츠 카프카의 이야기는 이렇게 또 한

와의 대화』(구스타프 야누흐 지음, 편영수 옮 ‘카프카와 동시대 같은 공간에서 살면서 그를

권의 책으로 우리 앞에 있다. 시를 쓰고 문학

김, 문학과지성사, 2007)를 문득 발견했다. 대

개인적으로 알았던 프라하의 마지막 사람’으

을 동경했던 야누흐가 카프카와의 운명적 만

학에서 퇴임하시고 몇 차례 책들을 정리하신

로 기록된 구스타프 야누흐가 쓰고 엮었다

남 이후 자신의 전 생을 카프카의, 카프카에

선생님도 카프카의 책들은 몇 권 남겨 당신

는 데서 가장 큰 호기심과 매력을 찾을 수 있

의한, 카프카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 가능

손 가까이에 두고 계신 모양이었다.

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프카의 문학에 대한

했던 책이다. 그렇게 비밀의 공유는 이뤄지고

열정 하나로 뭉친 한 젊은이가 카프카 문학

진실의 파문과 감동으로 이어진다. 어느 초여

이 책은 저자인 구스타프 야누흐가 1920

16 SUNDAY MAGAZINE

인간 운명의 부조리와 존재의 불안을 독특

년 자신의 나이 열일곱에 부친과 함께 당시

에 정통한 문학자들조차 발견하지 못했던 크

름 오후, 선생님과 함께했던

프라하 노동자재해보험공사의 법률관으로

고 작은 기록 대부분을 망라했고, 또 어떤 책

나의 시간이 그러했듯이.

근무하던 서른일곱의 카프카를 만나, 24년

보다 날것 그대로의 카프카의 육성에 충실했

글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장

지병으로 카프카가 세상을 등질 때까지 4년

기 때문이다.

사진 문학과지성사


GUIDE

금주의 문화행사 책

영화

전시

클래식

산성으로 보는 5000년 한국사

해피해피 브레드

Create your own Moon Light

저자: 이덕일, 김병기

감독: 미시마 유키코

기간: 6월 29일~7월 20일

일시: 6월 30일부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출판사: 예스위캔

배우: 하라다 도모요, 오오이즈미 요

장소: 서울 가회동 이도갤러리

오전 10시

가격: 1만6000원

등급: 전체관람가

문의: 02-741-0724

삼청각 한방치유음악회 ‘동행’

장소: 서울 삼청각 유하정 문의: 02-765-3700(내선번호 2)

최근 중국이 만리장성을 세 배나 늘려 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 일본 홋카이도

1930~70년대에 만들어진 빈티지 조명

표하며 만주의 고구려산성을 포함시킨 것

의 쓰키우라. 이곳에 도시 생활을 접은 젊

기구부터 대표적인 컨템퍼러리 조명회사

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역사학자인 두

은 부부, 리에와 미즈시마가 ‘카페 마니’

‘아르테미데’에서 만든 최신 조명기구, 세

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프로그램. 삼청

저자는 2년 동안의 산성 대장정을 통해

를 개업한다. 카페는 이웃 사람들의 잔잔

계 최대의 조명기구회사 ‘필립스’가 만든

각ㆍ강동경희대병원이 함께 만들었다. 서

한방 음악치료, 한방 건강강좌, 약선음식

그 허구를 밝혔다. 산성의 유물·유적·기

하고 행복한 일상으로 채워져 간다. 이곳

하이엔드 조명기구 등 다양한 컨템퍼러리

울시국악관현악단원 등 연주자들의 연주

록·전설을 입체 분석해 새로운 시각으로

에 각각의 사연과 아픔을 가진 외지 사람

조명기구를 선보인다. 현대 조명의 트렌드

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매회 40명까지

5000년 한국사를 재구성했다.

들이 하나둘씩 찾아온다.

를 살펴볼 수 있다.

관람 가능하다.

나는 앤디 워홀을 너무 빨리 팔았다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여자, 서른-조장은 개인전

2012 디토 페스티벌 ‘디토 오디세이’

저자: 리처드 폴스키 역자: 배은경

감독: 오키우라 히로유키

기간: 7월 6~29일

일시: 7월 1일 오후 7시

출판사: 아트북스

등급: 전체관람가

장소: 갤러리토스트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가격: 1만6000원

엄마를 따라 작은 섬 시오지마로 이사 온

문의: 02-532-6460

문의: 02-741-1523

과거에는 미술상, 갤러리에도 각자의 몫

11세 도시소녀 모모. 이사온 첫날 모모는

30대 미혼 여성의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

클래식의 대중화를 선도하는 디토앙상블

이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 ‘미술계’가

다락방에서 오래된 그림책 한 권을 발견

에 대해 작가 특유의 솔직함과 유머러스

의 클래식과 영상 퍼포먼스를 결합한 거

‘미술시장’이 되자 오직 경매회사만이 생

한다. 그리고 책 속에 봉인돼 있던 이와, 카

함을 담은 전시. 이번 전시는 30명의 미혼

대한 스케일의 음악여행. 리처드 용재 오

존했다. 저자는 미술품 수집이라는 낯선

와, 마메 등 사고뭉치 요괴 3인방과 만나

남자 지인들의 모습을 직접 촬영하고 인

닐이 지휘자로 데뷔한다. 관객들은 ‘신세

세상의 뒷얘기를 모두 털어놨다. 부자들

게 된다. 요괴들과 한집살이를 시작한 모

터뷰해 인물들의 특징과 사연을 담았다.

계’(드보르자크)로의 안내를 받고 ‘바다’

만의 게임이 돼버린 미술시장에서 작품

모는 요괴들 덕분에 신나는 모험의 세계

서른즈음에 새로운 의미와 활력을 찾아

(리퀴드 인터페이스)를 거쳐 ‘우주’(홀스

을 손에 넣는 법까지 흥미롭게 파헤쳤다.

를 맛보기도 하지만, 위기를 맞기도 한다.

가는 작업을 시도했다.

트 행성 모음곡)로 환상여행을 떠난다.

THIS WEEK CHART 베스트셀러 순위 책명

자료=교보문고

영화 예매

자료=맥스무비

작가·출판사 순위 영화명

공연 예매

자료=인터파크

주연 순위 공연명

클래식 음반

자료=풍월당

출연 순위 음반명

음반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스님·쌤앤파커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앤드루 가필드

뮤지컬 위키드 오리지널 내한공연

-

바이스: 아르스 멜랑콜리에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칼 팔레머·토네이도

미쓰GO

고현정·유해진·성동일

EBS모여라딩동댕 번개맨의 비밀

-

쇼팽: 녹턴-이반 모라베츠

스님의 주례사

Glossa Supraphon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이선균·류승룡

뮤지컬 시카고

인순이·최정원·윤공주

쇼팽: 왈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와이즈베리

후궁: 제왕의 첩

조여정·김동욱·김민준

연극 옥탑방 고양이

박성훈·장지우·윤정빈

슈베르트 즉흥곡 외: 루비모프

마법천자문,22:한계를뛰어넘을초 올댓스토리·아울북

캐빈 인 더 우즈 크리스 햄스워스·크리스틴 코널리

뮤지컬 헤드윅

오만석·박건형·이영미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카라얀

정의란 무엇인가

마다가스카3:이번엔 서커스다!

법륜·휴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황정민·서범석·홍광호

비발디: 라 체트라

꿈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 고도원·해냄출판사

아부의 왕

성동일·송새벽·고창석

뮤지컬 라카지

정성화·남경주·김다현

베토벤: 교향곡 3번

빅 픽쳐

맨인블랙3

윌 스미스·토미 리 존스

뮤지컬 모차르트!

엄마 수업 무지개 곶의 찻집

마이클 샌델·김영사 더글러스 케네디·밝은세상 법륜·휴 모리사와 아키오·샘터

-

박은태·임태경

Harmonia Mundi France ZIG ZAG DG

Channel Classics Universal Music Korea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Zig Zag

락아웃:익스트림미션 가이 피어스·매기 그레이스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공형진·안지환·오소연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3집-마르크 Hyperion

프로메테우스

뮤지컬 김종욱찾기

최원준·윤석현·강동호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외

누미 라파스·마이클 패스밴더

Naxos

SUNDAY MAGAZINE 17


FOCUS

마치 영화처럼  홍대 앞 레코드가게의 부활 스토리 자본에 밀려 폐점, 한 달 만에 다시 문 연 ‘레코드포럼’

18 SUNDAY MAGAZINE


FOCUS 홍익대 정문에서 상수역 쪽으로 가는 길. 1995년부터 삼거리를 지키고 선 레 코드 가게가 있었다. 노란 간판이 한눈에 띄는 이 가게에선 늘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낯 선 음악을 꽤 크게 트는데도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 려 그 음악을 듣기 위해 건널목을 지나려다 문득 멈춰 서 기도, 맞은편 커피전문점 테라스에 앉아 진하게 울려퍼지는 음악 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17년간 홍대 앞에 깔렸던 배경음악 같은 곳, ‘레코드포럼’의 이야기다. 이곳이 5월 17일 문을 닫았다. 하필 이 자리엔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온다 해 홍대 앞 랜드마크의 폐점은 아쉬움을 넘어 우려를 낳았다. 올해 초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자리를 내준 리치몬 드 제과점이 연상된 탓이다. 하지만 레코드포럼은 딱 한 달 만에 인근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심지어는 재오픈하기까지의 심상치 않은 이야기까지 품고 나타났다. 레코드포럼의 표진영(50) 대표가 “남녀가 첫눈에 반하는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표현한 그 이야기를 들으러 레코드포럼을 찾아갔다.

홍대 앞이 ‘문화 특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작지만 특색 있는 공간의 역할이 컸다. 레코드포럼도 그중 하나였다. 90년대부터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희귀한 재즈, 월 드뮤직 음반을 판매하던 이곳은 음반 가게의 명맥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음악 장 르가 국내에 알려지도록 하는 데 한 축을 맡았다. 수입음반 가격이 비싸 불만이라 는 사람도 있었지만, 음반 쇼핑을 목적으로 서울에 상경해 100장 넘는 음반을 사 가는 손님들도 있었다는 걸 보면 음악적 다양성에 목마른 이들에게 역할을 했던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사람들이 대부분 파일로 음악을 듣는데 음반 가게를 운 영해서 수지가 맞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우리는 매니어들의 수요가 꾸준해 별 영 향이 없다”는 표진영 대표의 답도 이런 맥락이다. # 시즌1 (1995~2012.5) 홍대 앞 삼거리의 랜드마크 원래 ‘레코드포럼’은 음악잡지였다. 90년대 중반 좋은 음악을 다 같이 듣자고 창 간을 했다. 하지만 팝도 가요도 아닌 그가 소개한 음악을 구해 듣기가 만만치 않 았다. 표 대표는 내친김에 잡지에 나온 음반을 판매하는 레코드 가게를 열었다. 그 게 95년이다. 서교동에서 태어나 홍익 ‘국민학교’를 졸업한 표 대표는 “복덕방·미용실이 있 고 할머니가 좌판 깔고 과일을 팔던” 학교 앞길에 자리를 잡았다. 2000년대 초 잡 홍대 문화정보 매거진 ‘스트리트 H’의 일러스트에 그려진 삼거리에 있던 레코드포럼. 레코드포럼의 표진영 대표 (왼쪽)와 ‘비닷’의 한승화 대표.

지는 폐간했지만 레코드포럼은 음반가게로 이름을 이어갔다. 그런데 올해 초 표 대표는 건물주로부터 “어쩌면 조만간 건물 매매 계약을 할지 도 모르겠다”는 언질을 들었다. 다른 가게 자리를 알아봤지만, 입이 떡 벌어질 만 큼 오른 홍대 앞 부동산 가격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길가에 10평도 안 되는 가게를 얻는 데 3억~5억원. 표 대표는 “떼돈 버는 사업도 아니고 수억을 들여서 뭐 하나 싶어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5월 초 퇴거 통보가 왔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굿바이 세일을 열고 재고를 털기 시작했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어 적게는 서너 장, 많게는 수십 장씩 음반을 사 갔다. 여기까지는 건물주와 대기업이 자본의 힘으로 동네 가게를 쫓아내는 흔한 얘 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표 대표는 건물주가 이런 오해를 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여기 있으라고 하셨던 분이에요. 18년 동안 임대료도 거의 올리지 않고 단독주택 한쪽을 임대해주셨고요. 저도 다른 곳에서 입점 제의를 받 았지만 건물주와의 약속이 있으니 못 들어간다고도 했었죠. 그런데 부동산은 계 속 오르고, 대기업들이 땅을 찾다가 그 자리까지 왔나봐요. 밀어붙이니까 건물주 쪽에서도 혹시 모른다고 말씀을 주셨던 것이고요. 그동안 감사했죠.” SUNDAY MAGAZINE 19


FOCUS

20 SUNDAY MAGAZINE


FOCUS

# 시즌2 (2012.6~) 카페 사장이 기증한 새 둥지로 레코드포럼은 이번에도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번엔 카페였다. 홍대 인근 카 페 골목에 있는 3층짜리 카페 ‘비닷(B.)’ 1층에 ‘숍인숍(shop in shop)처럼 들어 섰다. 5평이 조금 넘어 보이는 공간은 세간살이를 미처 채우지 못한 새 집처럼 휑 했다. 갑자기 정해진 재오픈에 음반 구매와 배송이 마무리되지 못했기 때 문이란다. 여기에 ‘남녀가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사연 이 있다. 굿바이 세일 중이던 어느 날 ‘비닷’의 한승화(32) 대표가 레코드포럼을 찾아왔다. 평소에도 음반을 사러 들르곤 했던 그는 이날은 표 대표를 찾아 말을 걸었다. “(폐점 후) 어디 갈 곳을 정하셨습니까. 아니라면 제 가 모시고 싶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나타난 젊은이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레코드포럼을 다 시 열자고 했다. 황당한 제안에 어리둥절한 표 대표 에게 한 대표는 만들어 놓은 계약서까지 들이밀었다. ‘갑’은 레코드포럼, ‘을’은 비닷이었다. ‘임대료·보증 지난달 16일 레코드포럼 재오픈에 맞춰 ‘비닷’에서 열린 옥상 공연.

금·인테리어 등 모든 것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적혀

새로 문 연 레코드포럼에서 한승화 대표(왼쪽)와 표진영 대표.

있는데 좋다고만 하기엔 납득이 안 되는 제안이었다.

레코드포럼에선 재즈·월드뮤직 등 다양한 음악세계를 만날 수 있다.

“좋아할 일인지 마케팅 차원에서 하는 제안인지, 너무 의 아하잖아요. 남녀가 처음 만나자마자 사귀자고 덥석 손잡는 것 같은, 그런 영화적인 상황이었죠.”(표진영 대표) “제가 원래 팬이었어요. 레코드포럼을 알던 사람이라면 다 알 거예요. 이 공간에서 차를 마시면서 레코드포럼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게 얼마나 축복인 지.”(한승화 대표) 마주 앉아 카페와 레코드가게가 만나 어떤 시너지를 이룰 수 있을지 대화하고 는 이튿날 바로 도장을 찍었다. ‘땅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닐 텐데’ ‘무상이라는 말을 다 믿어도 되느냐’는 기자 의 끝없는 의심에 한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홍대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대기업이 들어오고 프랜차이즈가 진출하는 것도 일종의 다양성이라고 생각해요. 대신 레코드포럼처럼 지역을 이끌어 온 작 은 가게가 함께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죠.” 이들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홍 대 앞에서마저 같은 음악을 듣지는 않아도 된다는 수확은 얻었다. 지난달 17일 영업을 재개한 날엔 조촐한 공연도 열었다. 카페 옥상에서 벌어진 공연 때문에 카 페골목의 좁은 길이 사람으로 꽉 들어찼다. 때묻고 낡았던 옛 간판 대신 샛노랗고 매끈 한 새 간판을 달고 레코드포럼의 시즌2는 시작됐다. 글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사진 조용철·최정동 기자 SUNDAY MAGAZINE 21


ART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이진숙의 ART BOOK 깊이 읽기 <38> 리처드 세닛의 『장인』

“조선 목가구의 핵심은 ‘가늘다’는 것입니다.” 박종선(43)은 조선조 목가구의 전통을 세 련된 감각으로 현대화하는 ‘하이브리드 목수’ 다. 그는 ‘가늘다’는 말을 최적의 상태에서 얻 어지는 “적절히 비어 있는 검박함”이라고 설 명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제하고 난 후 비로소 얻어지는 아름다움이라는 말이다. 2년 전 강원도 원주의 작업실을 처음 방문 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한창 페어 출품작의 마감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중에 는 그의 대표작인 우주인처럼 생긴 긴 다리 조명도 있었다. 창고에는 이 작품을 위해 만 든 다리가 세 개나 더 있었다. 깎아 보니 나무 의 결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 네 번째 것을 다 시 만들었단다. 내 눈에는 다 똑같이 훌륭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현대의 예술

분석에 귀를 기울여 보자. 세닛은 정성을 들

보이는데, 그의 눈은 세심한 차이를 모두 구

가들은 이제 그 출발점인 ‘장인’으로부터 너

여 장인 노동의 특수성에 대해 논구한다. 고

별해냈다. 그날 나는 장인적 완결성이 무엇인

무 멀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대 도공부터 벽돌공, 바이올린 명인 스트라디

지 보았다. 그러니 그의 작품이 세계 최고의

기 때문이다.

바리, 요리 전문가, 현대의 리눅스 시스템 참

디자인 페어인 바젤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3 년 연속 매진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자들까지 그가 드는 예는 매우 다양하다.

했던 뒤샹은 예술가의 개념을 또 한번 바

어떤 일에 종사하건 중요한 것은 장인의식이

꾸어놓았다. 뒤샹과 더불어 예술가에게 가

다. “장인의식은 면면히 이어지는 인간의 기

닛은 예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사회학자다. 장 중요한 것은 ‘개념’이 되었다. 기성제품

본적 충동이며, 일 자체를 위해 일을 잘해내

그는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인간이라는 문

(readymade), 소위 오브제(object)의 도입

려는 욕구”, 궁극적으로는 양이 아니라 질을

제를 놓고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현대문명

은 분명 현대미술의 언어를 풍부하게 만든 획

추구하는 의식이다. 그는 책 곳곳에서 손의

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이라는 화두를 내

『장인』(21세기북스, 2010)을 쓴 리처드 세

기적인 사건이었다. 손이 아닌 머리가 가장 중

건강함과 “손과 머리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세운 이 책에서 그는 ‘삶의 가치와 일의 의미’ 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개념의 판단 기준은

주장한다. 인간 두뇌의 발전은 손의 노동과

논리적 적확성이다. 물론 복잡해진 사회 속

함께 이루어졌다. 문제의 설정 과정이 문제의

에서 분명 예술가들이 전하는 말에 귀를 기

해결 과정이며, 그 문제의 해결이 곧 새로운 과

를 추적한다. 장인에서 너무 멀어진 현대 예술가

울일 필요가 있다.

제를 설정하는 장인의 노동 과정은 인류의 진 보과정을보여주는대표적인예라는것이다.

장인과 예술가가 결정적으로 분리되는 시점

그러나 이런 개념의 대두 속에서 ‘아름다

은 르네상스 시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

움’의 가치는 망실됐다. 리처드 세닛이 “현대

손과 머리가 분리될 때, 결정적으로 타격을

켈란젤로는 장인에서 예술가로 바뀌는 근대

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이라는 화두를

입는 것은 오히려 머리라고 그는 주장한다. 나

적인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 예들이다. 대부

내건 것만큼, 나는 “현대미술이 잃어버린 아

치의 살인 기술자들과 원자폭탄을 발명한 과

분의 미술사는 초월적인 천재로서의 예술가

름다움을 만드는 손”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학자들은 손과 머리가 분리되면서 생긴 가장

숭배를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

보고 싶었다.

큰 문제점을 노정한 역사적 사건이다. 장인의

는 미술사에서 벗어나 ‘예술가’라는 현상을 22 SUNDAY MAGAZINE

미술관에 남자용 소변기를 들고 등장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세닛의 일반론적인

노동 과정에서 목적과 수단은 분리되지 않는


ART 박종선의 월넛 데스크 박종선의 메이플 오디오 사진 중앙포토

다. 앞서 든 예는 목적과 수단이 분리돼 노동 이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한 예다. 그 결과는 무시무시한 윤리적 타락이었다. 손과 머리가 조화로운 관계에서 상호 협조 하는 장인의 노동 과정을 존중함으로써 세닛 은 사회의 건강함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는 장인노동의 특징을 분석하면서 감성과 지성 성의 통합, 경쟁보다는 협력, 대결보다는 적응 과 조절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손·머리가 황금비율일 때 아름다워 현대미술은 이미 개념미술과 더불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재주 좋은 손’만으로는 아 무것도 될 수 없다. 아니 원래 ‘생각하는 손’의 최정수였던 미술에서는 손과 머리가 원래 분 리될 수가 없었다. 좋은 재주를 부린 작품이 아니라 감동적인 작품이 미술사에 기록된다. 예술에 담긴 사유는 글로 배워서 예술로 옮 긴 것이 아니라 예술작품과 함께 탄생하고 조 탁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좋은 작품은 사 람의 눈만 빼앗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송두 리째 빼앗는다. 다시 하이브리드 목수 박종선에게로 돌아 가 보자. 최근 그의 작품은 ‘조선시대 선비의 사랑방’을 현대적으로 꾸민 것이다. 그것은 최소한의 크기로 최적의 상태를 추구하는 것 이다. 예컨대 테이블을 만들 경우 예전 선비 들이 쓰던 서안처럼 객과 주인이 공유하는 최 소한의 크기를 지향했다. 시각적으로 최적인 상태의 추구는 삶의 최적의 상태에 대한 사 유와 연관이 있다. 질을 추구하는 장인적인 노동은 늘 새로운 사유를 촉진시킨다. 그리고 이런 노동 속에서 나오는 사유는 삶이라는 굳 건한 뿌리를 가지고 있어 흔들림이 없다. 손과 머리가 황금비율을 이룰 때 아름다움은 찬 란한 그 얼굴을 감동적으로 드러낼 것이다. SUNDAY MAGAZINE23


GALLERY

1 HB-LM The Horticulturalist_s Dream (new species)

2 HB-LM15152 Untitled 5 from the series A bunch of fairies

1

소년의 표정 “불신의 유예(A brief suspension of disbelief)란 몰입의 순간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놀이동산 의 사파리는 사람들이 만든 가짜 아프리카지만 그곳에서 사람들은 실제 아프리카에 왔다고 상 상하며 그 시간과 공간을 즐기죠. 비록 가짜지만 그것이 가짜라는 것이 드러날 때까지, 아니면 그 것이 진짜인 것처럼 상상하면서 그 순간을 만끽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신예 현대미술 작가 헤르난 바스(Hernan Basㆍ34)는 바로 그 순간을 묘사하는 작가다. 순간의 한복판에는 항상 소년이 있다. 소년의 표정은 꿈꾸는 듯하기도 하고 뭔가 생각하는 것 같 기도 하다. 만화경과도 같이 화려하고 어질어질한 세상 속에서 소년은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본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PKM 트리니티 갤러리

‘헤르난 바스 개인전-불신의 유예’ 6월 19일~7월 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PKM 트리니티 갤러리, 문의 02-515-9496

24 SUNDAY MAGAZINE

2


PORTRAIT ESSAY

권혁재 기자의 不-완벽 초상화

달항아리 덩실, 박영숙의 손 “여자라는 이유로 도자기 가마 근처엔 얼씬도 못했다. 삼십대 중반이 돼서야 문화센터에서 취미로 배운 도자기. 우연히 내 작품을 본 이우환 선생이 가르침을 줬다. 단순히 가마의 주인이 될래, 아니면 가마를 지배하는 작가가 될래? 이후 33년째 도자기만 껴안고 뒹굴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미국의 하버드대 박물관, 시애틀·보스턴·휴스턴 박물관에 나의 달항아리가 전시돼 있다.”

SUNDAY MAGAZINE 25


DESIGN

2

의궤 속 인물 패턴 넥타이 강렬한 보색 대비 에코 백 새 단장한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아트숍

뉴욕 근현대미술관(MoMA) 디자인스토어는 1939년 로비의 작은 판매데스크에서 시작해 지금은 3개 숍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스토어로 크게 성장했다. 연간 매출이 2800 만 달러(300억원)가 넘는다. 쇼핑가이드 ZAGAT가 선정하는 ‘뉴욕에서 가장 훌륭한 뮤지 엄숍’에 2년 연속 뽑혔다. 디자인 상품이 이곳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전문 디자인큐레이터가 기능적 측면, 개성적 디자인, 유머러스한 정서를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MoMA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세계 유명 뮤지엄들은 아트숍만 봐도 그 뮤지엄을 알 수 있 을 정도로 분명한 컨셉트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숍이 각각 올 4월과 지난해 7월 대대적인 리모델 링을 단행했다. 전시장 못지않은 볼거리와 아이디어 상품을 갖춘 세련된 공간이 됐다. 단순한 부속시설로서가 아닌, 뮤지엄 홍보와 아이덴티티 강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탈바꿈 한 것이다. 그 현장을 찾았다. 1, 2 지난 4월 새단장한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점 내부 원삼국시대 호랑이 모양의 띠고리 유물을 모티브로 만든 열쇠고리

4 비단과 매듭을 이용한 주머니 제품들 외규장각 의궤 특별기획상품 자동우산 화접도스카프

자수동전지갑

외규장각 의궤 넥타이

국산품만 1400여 종,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점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점은 고품격 브랜드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2005년 용산 이전 당시부터 상품개발팀을 두고 자체 개발한 디자인 제품들을 매년 170종 이상 쏟아낸 결과 현재 1400여 종의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100% 국산 품 제작을 원칙으로 한다. 리모델링 후 공간 자체에 밝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여 유로운 전시공간에서 스토리가 담긴 문화상품을 작품처럼 감상 할 수 있는 분위기로 꾸민 것. 공예문화 활성화를 위해 신진 공예작가

26 SUNDAY MAGAZINEw


DESIGN

들의 작품을 보강했다. ‘작품’ 수준의 고급스러운 장신구와 수공예품들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과 품질로 박물관 주요 내방객인 40대 여성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왕소영 홍보팀장은 “기존 제품들이 유물의 모티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면 최근에는 작 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통의 이미지를 세련되게 구현해 낸 공예상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체 상품개발팀에서는 100대 유물을 브랜드화한 테마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기획전 시와 연동한 신상품 개발은 전시컨셉트에 맞춘 생활소품 위주로 제작된다. 김지원 문화상품 개발팀장은 “동시대 문화의 흐름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공통된 문화코드를 찾아 생활 속에서 무의식 중에 옛것에 친숙해질 수 있는 디자인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가장 눈길을 끄는 제품군은 외규장각 의궤 특별기획상품이다. ‘145년 만의 귀환, 외규 장각 의궤’ 특별전에 맞춰 제작한 10여 종의 제품들로 피규어부터 족자·문구류까지 다양하 다.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 반차도 속 다양한 인물들을 패턴화해 만든 넥타이는 프랑스 명 품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디자인으로 인기가 높다. 의궤의 화려하고 장엄한 느낌이 살 아나도록 행렬을 이어 디자인한 자동우산도 베스트셀러 상품이다. 2006년 열렸던 ‘나전칠기-천년을 이어온 빛’ 기획전 당시 개발한 나전칠기 제품들은 일본 관광객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끌고 있다. 2008년 ‘가을, 유물 속 가을이야기’ 기획전에 선보인 ‘화훼도’ ‘초충도’ 이미지를 딴 스카프, 우산, 문구류 등도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로 관광객에 게 어필하는 스테디셀러다. 현재 진행 중인 ‘터키문명전: 이스탄불의 황제들’에 맞춰 터키문 화를 차용해 기하학적 문양으로 개발한 10여 종의 디자인상품은 오히려 터키 관계자들의 반 응이 좋아 역수출을 검토 중이다. SUNDAY MAGAZINE 27


DESIGN

국립박물관 문화재단은 올해 역점 사업으로 자체개발 문화상품의 해외진출 사업을 꼽 고 있다. 내년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에 예정된 ‘향연과 의례’ 전시에 맞춰 문화상 품관 전체를 한국 상품의 전시장 컨셉트로 꾸밀 계획이다. 올 연말 오사카에서 열릴 한류상품박람회에 출품할 상품도 개발하고 나섰다. 김선득 사장은 “드라마·식품 등 여러 한류산업이 있지만 전통문화로 우리를 알리는 부분은 아직 취약하다. 디자인 역량을 강화한 문화상품을 외국의 주요 박물관에 선보여 전 세계 관광 객들에게 세련된 우리 문화를 노출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새로 운 개념의 한류사업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갤러리 같은 라운지,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숍 UUL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숍은 공간 자체의 브랜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 10월 개관 예정 인 서울관과 공통의 스토리텔링을 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 ‘UUL’은 ‘우리’의 줄임말이자 ‘울 타리’의 순우리말로,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우리들의 아트숍’이라는 의미다. 미술관의 문턱 을 낮추고 예술이 대중들도 접근하기 쉬운 것이라는 인식변화를 선도하기 위해 먼저 아트숍 부터 친근한 ‘공간 브랜드’로 펼쳐보인 시도다. 서울관이 들어서는 옛 기무사에서 떼어낸 자재를 이용해 ‘Vintage Modern’ 분위기로 공간을 디자인한 아트숍은 북카페를 겸한 휴식공간이다. 곳곳에 비치된 가구 작품에 걸터앉 아 시중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아트북을 열람할 수 있도록 꾸몄다. ‘UUL’ 브랜드의 자체상품 개발도 한창이다. 강렬한 보색 대비로 눈길을 끄는 베스트셀러 UUL로고 에코백을 비롯해 우산·머그컵·문구류 등 현재 10여 종의 브랜드 상품을 선보였다. 28 SUNDAY MAGAZINE


DESIGN

지난해 7월 새단장한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숍UUL 위형우 작가의 의자

김정섭 작가의 의자

UUL로고를 형상화한 에코백 패션디자이너 문영희와 콜래보레이션 제작한 손가방

‘UUL’ 브랜드가 지향하는 컨셉트는 ‘Experimental Creation’.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 과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아트숍을 6개월마다 완전히 새로운 연출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는 복안이다. 해당 작가의 작품을 전면에 배치하고 작품을 모티브로 개발한 디자인상품을 갖 춰 판매한다. 작가와 관련된 영상과 사운드가 흐르며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작품세계 속으로 빠져든다. 단순히 기념품숍의 기능을 넘어 전시와 판매, 휴식과 체험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 으로서 미술관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담당하게 한 것이다. 강승완 사업개발팀장은 “국민의 99%가 1년에 한 번도 미술관을 찾지 않는다. 하지만 21세기 현대 미술관의 트렌드는 전시만 보여주는 곳이 아니다. 현대미술관이 휴식을 취하는 친근한 곳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아트 숍부터 라운지 형식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재개장 이후 안규철 작가의 설치작품으로 아트숍의 갤러리화를 처음 시도했고, 석철주 작 가의 회화를 모티브로 개발한 콜래보레이션 개념의 조명제품은 전량 판매됐다. 지금은 파리 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문영희와 ‘변형과 볼륨의 자유’를 키워드로 한 프로 젝트가 진행 중이다. 한 벌에 100만원이 넘는 문 디자이너의 옷들이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저 렴한 가격에 판매된다는 소문이 일본까지 퍼져 일본인 관광객들이 몰려와 쇼핑을 겸한 전시 관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윤희 홍보관은 “패션 디자이너와의 콜래보레이션이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는 패션을 매개로 미술관의 대중화를 시도 한 것이다. 지난해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알렉산더 매퀸 추모전에 65만 명이 들어 개관 이래 최다관람객을 기록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계층이 감상하는 전시에서 대중이 체험하는 전시로-’. 미술관의 새 바람이 아트숍에 서 불어오고 있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박물관문화재단·국립현대미술관 SUNDAY MAGAZINE 29


TREND

맛있다 열 번 말하기보다 빅맥송 한 번 부르게하라 칸 광고제 수상한 SMG코리아의 맥도날드 광고

건강을 강조하는 웰빙 시대, 햄버거 등 패 스트푸드가 환영받기란 쉽지 않다. 이 때 문에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더욱 창 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와 전략이 필요하다. 6월 17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린 ‘칸 국제광고제’에서 스타컴 미디어베스트그룹(SMG) 코리아는 맥도날드의 ‘빅맥 송’ 광 고 캠페인으로 동상을 수상했다. 광고 제작 등을 맡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가 아닌, 미디어 전문 에이전시로는 첫 수상이다. 전략적인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으로 소비자들의 태도를 바꾸고 브랜드의 위상 을 높였다는 것이 수상 이유다. “참깨 빵 위에 순쇠고기 패티 두 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SMG 코리아가 출품한 ‘빅맥 송’ 캠페인은 빅맥 재료를 가사로 옮긴 노래를 활용했다. 귀에 익은 이 노래는 원래 1974년부터 미국 맥도날드 광고에서도 ‘Big Mac Chant’라고 불렸던 노래다. 가무를 즐기는 한국인의 특성 에 맞게,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시공간을 건너 이 노래를 차 용한 것이다. 노래는 소비자가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캠페인 웹사이트 에 직접 부른 ‘빅맥송’을 올리면 소비자들의 선택에 따라 광고에 노출 되도록 한 것이다. TV만이 아니라 웹, 온라인, 거리의 LED 광고판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했다.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유도한 ‘빅맥 송’ 캠페인은 사용자 가 직접 제작하는 UGC(User Generated Contents) 캠페인 중 가 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응모 건수가 1만 3000건, 유튜브 조 회 수는 500만 건이 넘었다. 미디어에서 드러난 효과는 실제 매출로 도 이어졌다. 빅맥은 목표 대비 36%, 전체 맥도날드의 햄버거는 전년 동기 대비 21%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광고 캠페인을 의뢰한 한국 맥도날드 측은 “미디어의 전략적 활용 이 어떻게 실제 소비자의 행동과 매출에 연결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글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사진 SMG 코리아 30 SUNDAY MAGAZINE


COLUMN

옆집 총각이 걸친 듯 친근하긴 한데 왠지 끌리진 않네 스타일 # : 돌체 앤 가바나의 일반인 모델 실험

패션쇼는 상당히 비현실적인 무대다. 오죽 하면 의상을 설명하기 위해 종종 등장하는 말이 ‘웨어러블(wearable)’일까. ‘현실에서’ 착용할 수 있는 옷이란 의미로 통용되는 이

의 매력만 한 것은 없었을 것이다. 디자이너

말은, 실상 옷이 입으라고 만든 게 아닐 수 있

듀오는 프로페셔널 모델 대신 검은 머리에 짙

다는 걸 말해준다.

은 피부색을 가진 시칠리아 남자 73명을 선

모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주 신체 사

택했다. 마을에서 캐스팅된 이들은 열두 살

이즈를 공개했다고 하여 실시간 검색어에 오

부터 마흔셋까지, 학생·페인트공·이발사·웨

른 모델 혜박은 키 1m79㎝에 몸무게가 49㎏

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이라고 했다. 말라깽이 모델을 퇴출시켜 아름 다움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걷어내겠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1m79㎝ 와 49㎏의 조합은 패션계에선 말라깽이 축 에 들지도 않는다. 지난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3 봄 여름 남성복 컬렉션. 돌체 앤 가바나의 런웨이

쇼에 앞서 스테파노 가바나는 말했다. “진짜 사람(real men)에게 우리 옷을 입히 고 싶었다. 패션은 그들을 위한 것이니까.” 모델들은 잔뜩 얼어붙어 어정쩡하게, 쫓기

너의 옷도 ‘옷거리’가 시원 찮으니 동네 아저씨 배바지 처럼 보인다. 지극히 현실적 인 모델에게 옷을 입힌 건 의미 있 는 시도가 됐을지언정 우리가 패션에, 쇼에

는 듯 급해 보였지만 오히려 박제되지 않은

기대하는 것을 채워주기엔 부족해 보였다.

듯 자연스러워 보였다. 푸근하고, 훈훈하고,

역시나 리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건

박수쳐 주고 싶기도 했다. 돌체 앤 가바나는 ‘진실성(authenticity)’이었다. ‘진실

는 허공의 패션계가 아니라 땅에 발을 디딘 현

가장 현실적인 무대를 통해 가장 신선한 컬

함에서 나오는 아름다움’ ‘A+ 진실

실의 무대였다. 남성 모델은 그냥 비현실이 아

렉션을 선보이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성’…. 맞는 말들인데, 어째 개운치

니라 판타지의 영역에 있다. 1m85㎝가 넘는 키에 몸무게는 70㎏이 채 안 되는, 그러면서도

자, 이젠 이런 멋진 말이나 흐뭇한 미소 말 고 솔직해져 볼 차례다.

가 않다. 미의 판타지를 불어넣던 이들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왜 못

런웨이에는 웨어러블하지 않은 옷들이 종

보느냐고 다그치는 것 같달까. 거

종 등장한다. 너무 독창적이거나 실험적이어

장이 구현한 진정한 아름다움을

그런데 돌체 앤 가바나의 런웨이에 오른 이

서 입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 옷이다. 그래도

이해 못하다니…. 그냥 가본 적도

들은 ‘진짜’ 남자였다. 늘씬하지도, 매끈하지

한번쯤 입어보고 싶거나 아름다워 보인다. 하

없는 시칠리아의 ‘진실성’을 이해

도 않은 사방천지에서 걸어다니는 평범한 남

다못해 궁금증이라도 이는 옷이 등장한다.

못하는 건 당연하다 생각하는

적당히 잔 근육 잡힌 남성의 몸이란 건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울 만큼 희귀하니 말이다.

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탈리아 남자는 다

그런데 돌체 앤 가바나의 이번 컬렉션은 탐

게 속 편할지 모르겠다. 적어

멋지다고 하니까, 어쩌면 이날의 모델들은 이

스럽지가 않았다. 다양한 색상 조합의 스트

도 속에서 우러나는 아름다움

탈리아의 평범 기준에도 못 미칠지 모르겠다.

라이프 패턴을 선보인 옷 자체는 셔츠와 반

도 못 보는 허황된 사람은 아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시칠

바지, 재킷 등 매우 ‘웨어러블’했다. 그런데도

니라고 위안할 수 있을 테니까.

리아를 테마로 이번 컬렉션을 준비했다고 한

굳이 입고 싶어질 것 같지 않은 거다. ‘옷이 날

글 홍주희 기자 honghong@

다. 태양이 작열하는 지중해의 섬을 표현하

개’라는 말이 늘 맞는 건 아니었다. 실크와 시

joongang.co.kr

는 데, 구릿빛 몸통의 남자들이 내뿜는 날것

폰, 리넨 등 좋은 소재로 만든 최고급 디자이

사진 AP=연합뉴스 SUNDAY MAGAZINE 31


SOULSEARCHING

날 하염없이 평범하게 만드는 이여! 강신주의 감정 수업 <15> 경탄, 혹은 사랑이란 감정의 바로미터

“한 마디로 다른 것과 비교 불가능한 관념. 지금까지 실물로 본 적이 없는 거대한 폭포 앞에 서는 순간, 우리는 입만 바보처럼 벌리고 경탄하게 된다. 가브리엘에게 엘리자베트는 이런 압도적인 폭포처럼 경탄을 자아내는 존재였던 것이다.”

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 누군가 나의 삶

서로에 대한 사랑이 더 ‘오래오래’ 지속되니

에 핑크빛 가득 찬 기쁨을 선사할 수 있다는

까 말이다. 사랑에 빠진 다른 사람들과 마찬

사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사랑을

가지로 가브리엘이 엘리자베트에게서 처음

본 적이 없다”고 묘사한다. 압도적 위엄을 가 에릭 오르세나 (Erik Orsenna, 1947~ )

꿈꾸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아닌가. 느꼈던 감정은 바로 ‘경탄’이었다. 그의 이야 평범하고 심지어는 권태롭기까지 했던 잿빛

“그녀의 검은 눈에서 금빛 광채가 반짝거렸

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기적과도 같은 기쁨

다. 희로애락의 그 어떤 감정으로도 결코 꺼

을 선사하는 사람이 여신 혹은 신처럼 느껴

뜨리지 못할 장난기였다. 가브리엘은 전율을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느꼈다. 그는 여자를 잘 몰랐다. 아내가 있긴

평범하게 만드는 여자, 당연히 자신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있는 여자… 엘리자베트는 가

기를 잠시 들어 보자.

삶이 핑크빛을 띠게 되는 기적을 그 누가 바라

진 여왕처럼 느껴지는 여자, 자신을 하염없이

브리엘의 “마음속 깊은 곳에 들어앉은 태양”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우리는 엘리자베트가 오 프랑스 소설가. 미테랑 대 통령의 문화보좌관 겸 연 설문 초안 대필자, 최고행

르세나의 대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녀의 입을 빌려 오르세나는 사랑의 비밀을

그 혹은 그녀가 아니었다면 결코 나에게 찾아

하지만,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아내라는 존

정재판소 심의관, 국제해

우리에게 넌지시 알려준다. “혼외의 사랑은

오리라 기대할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재는 청혼에 응하는 그 운명적인 순간부터

양센터 원장 등 주요 공직

결혼생활과 달라요. 게으르게 마냥 똑같은

그렇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

여자라는 종에서 벗어나 별도의 잡종이 된다.

을 두루 거쳤다.

모습으로 남아있을 수가 없죠. 끊임없이 온

그 혹은 그녀의 고귀함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

요컨대 가브리엘은 40년을 살도록 아직 이렇

갖 것을 파악해 범상함을 초월해야 해요. 아

없을 정도로 열등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나 다

게 장난기 가득한 여왕 스타일은 만나본 적

니면 차츰차츰 너절한 타성에 빠져들어 그저

름 없다. 이처럼 사랑은 경탄과 함께 시작되

이 없다.”

생리적인 욕구나 채우려고 만나는 관계가 되

고, 경탄과 함께 유지되는 법이다. 결국 애인

가브리엘의 감정을 더 면밀히 음미하려면

에 대한 경탄이 없다면 우리의 사랑은 이미

스피노자의 도움을 빌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는 거예요.” 엘리자베트의 말처럼 관계가 “범상함을

“경탄(Admiratio)이란 어떤 사물에 대

초월하려는” 노력이 사라지는 순간, 다시 말

한 관념으로, 이 특수한 관념은 다른 관념

해 “너절한 타성에 빠져 그저 생리적인 욕구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사랑을 ‘오래오래’ 지

과는 아무런 연결도 갖지 않기 때문에 정신

나 채우려고 만나는 관계”가 되는 순간, 우리

속할 수 있을 것인가? 현대 프랑스 소설가

은 그 관념 안에서 확고하게 머문다.”(『에티카

는 더 이상 서로에 대해 경탄의 존재로 남을

에릭 오르세나가 자신의 소설 『오래오래

(Ethica)』)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애인이나 부부 관계보

덧없는 옛 이야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닐 것이다.

(Longtemps)』에서 파고들었던 주제는 바로

다른 관념과 아무런 연결도 갖지 않는 특

다 불륜이 사랑을 유지하는 데 더 유리한 조

이것이다. 소설은 40년 동안 끈질기게 지속되

수한 관념,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다른 것과

건인지도 모를 일이다. 정상적이라고 인정된

는 두 사람, 그러니까 엘리자베트라는 여자와

비교 불가능한 관념을 말한다. 지금까지 실물

남녀 관계는 “게으르게 마냥 똑같은 모습으

가브리엘이란 남자 사이의 사랑을 다루고 있

로 본 적이 없는 거대한 폭포 앞에 서는 순간,

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많을 테니까 말이다.

다. 아니 정확히 말해 기묘할 정도로 오래 지

우리는 입만 바보처럼 벌리고 경탄하게 된다.

어쨌든 범상함을 초월하려고 노력한다면

속된 두 남녀 사이의 불륜을 다루고 있다.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우리는 경탄의 감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불륜은 금지된 것을 욕망하는 일시적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가브리엘에게 엘

그만큼 우리의 사랑은 ‘오래오래’ 지속될 수

인 감정에서 시작되는데 성적인 관계가 반복

리자베트는 이런 압도적인 폭포처럼 경탄을

있는 것 아닐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해지기 쉽다. 그

자아내는 존재였던 것이다.

렇지만 두 사람 사이의 불륜은 오묘한 구석

그는 자신의 느낌을 “40년을 살도록 아직

이 있다. 정상적인 애인 관계나 부부 관계보다

이렇게 장난기 가득한 여왕 스타일을 만나

32 SUNDAY MAGAZINE

대중철학자.『철학이 필요한 시간』 『철학적 시읽기의 괴 로움』 『상처받지 않을 권리』등 대중에게 다가가는 철학 서를 썼다.


CARTOON

김재훈의 문화 캐리커처

아르누보의 보배

알폰스 무하 화려한 장식과 우아한 선으로 농염한 여체를 주로 그린 내 그림 스타일은 아르누보 시대에 가장 빛나는 장식품이었어.

셰레와 로트렉이 문을 연 19세기 말 유럽 포스터의 황금 시대를 가장 화려하고 왕성하게 장식했던 화가는

세기말의 꽃

오브리 비어즐리 나는 강렬한 흑백 대비와 독창적인 선묘로 세기말의 아름다우면서도 퇴폐적인 풍경과 인간의 심리를 그림에 담았어.

동양적인 선과 여백의 미, 극단적인 대비로 보여지는 장식의 밀도, 아름다움과 충격이 동시에 느껴지는 표현.

보헤미아 지방 출신의 알폰스 무하였다.

그런 독특한 그림으로 아르누보의

그는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 시선을 끈다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던 신동은

기본 원칙에 가장 충실한 그림을 그렸다.

영국 출신의 오브리 비어즐리였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사라 베르나르의 공연 포스터를 그리면서 하루아침에 스타 화가가 된 사람이지.

오스카 와일드의 시극 ‘살로메’에 기괴하면서도 매력적인 삽화를 그리면서 유명해 졌지.

그는 25세 꽃다운 나이에 생을

우아한 선과 빛나는 장식으로

마감할 때까지 당시의

자신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인상을

어느 화가들보다 독창적인 그림을

치장했던 그는 스스로도

그리면서 자신의 삶과

아르누보의 별이 되었다.

시대의 모습을 남겼다.

캬! 그림 좋네. 그림 좋아!

보헤미아, 그러니까 지금의 프라하를 여행하다 보면 곳곳에서 무하의 그림이 담긴 엽서 같은 기념품들을 볼 수 있어요.

난 그의 삽화를 보고 ‘죄의 꽃’이라고 했지. 칭찬일까? 욕일까? 아르누보는 인상파나 표현주의 같은 사조들에 가려진 면이 있어요. 하지만 그 양식은 그래픽 디자인 등의 여러 분야에서 지금도 유용하게 참조되고 있죠.

김재훈씨는 홍익대에서 디자인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영상디자인과 문화사회학을 공부했다. 인문과 문화를 대중에게 소개하는 정보 만화가의 길을 걷고 있다.

SUNDAY MAGAZINE 33


CONTE

오피스 돌싱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깨달았다. 업

허둥대는 사람은 나란 사실을. 언제나 함께

무의 모든 면에서 그가 나보다 훨씬 낫다는

상의해 결정하곤 했는데 그가 없자 업무시간

사실을. 팀장은 내가 아니라 그가 하고, 나는

에 혼잣말이 많아졌다는 것을. 이제 점심때

그의 팀원이 되는 것이 맞겠다는 사실을.

는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내 썰렁한

5년 전 그는 팀장이 되었다. 그렇다고 정말 내가 그의 팀원이 된 것은 아니지만. 그는 광

유머에 대한 그의 신랄한 핀잔이나 비웃음 을 더 이상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팀을 잘 꾸려갔다. 내가 팀장이었을 때와는

작가 박완서 선생은『그 많던 싱아는 누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결혼이라고 하면

가 다 먹었을까』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듀오를 떠올린다. 거기에는 “그건 결코 연애감정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이

TV 주말 드라마를 보다가 아내가 내게 물었

“결혼해듀오”라는 광고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

성 간에만 있는 것이면서도 연애감정 이전의

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신 팀장이 광고팀을

이끌림이 남자와 여자가 섞여서 하는 일 가운

맡고 새롭게 시작한 광고 캠페인이었다.

데는 반드시 있는 법이다. 그 남자와 여자가

다. “당신도 오피스 와이프 있지?” 드라마에

물론 이렇게 내가 열심히 신 팀장 자랑을

남매나 부녀나 모자간이라 해도 말이다. 생

서 오피스 와이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기

하는 것은 그것이 내 자랑이기도 해서다. 나

기라 해도 좋고, 윤기나 부드러움이라 해도

때문이다. 주말 드라마에 따르면 오피스 와

는 그의 직속상사다. 어느 정도 나는 그의 환

좋은 그런 정서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더불

이프는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밥 먹고 차 마

경이었다. 나는 신 팀장이 사직하겠다는 뜻

어 하는 일 가운데는 따로따로 하는 일에서

시고 대화하는 여성 동료를 일컫는 말이라고

을 밝혔을 때 말렸다. 그만두지 말라고. 그만

는 맛볼 수 없는 잔재미가 있는 법이다.”

한다. 나는 펄쩍 뛰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두더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이직할 곳

오피스 와이프라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

그런 시늉을 했다. 아내의 말이 터무니없어서

을 구한 다음에 옮겨도 늦지 않다고. 진심으

까? 아내는 내 눈을 보며 다그친다. “솔직히

가 아니라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다.

로 신 팀장을 위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나는

말해 봐요. 눈 피하지 말고. 당신 오피스 와이

얼마 전 신 팀장이 퇴사했다. 신 팀장은 7년

이런 걱정도 했다. 신 팀장이 뛰어난 사람이

프 있지?” 나는 아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전 내가 팀장이었을 때 광고팀에 경력직으로

긴 하지만 나 없이도 그렇게 잘할 수 있을까?

대답한다. “정말 없다니까.” 거짓말은 아니다.

입사했다. 여자이고 나보다 어리고 결혼정보

부끄러워 차마 입 밖으로 내진 못했지만 그렇

어쨌든 신 팀장이 퇴사한 후로 나는 오피스

업계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는 부족했지만 그

게 나는 생각했다.

돌싱이니까.

는 일을 잘했다. 그것은 어쩌면 여자이고 나

나는 몰랐다. 그는 나 없이도 잘하는 사람

보다 어리고 이쪽 업계에 대한 경험이나 정보

이고 내가 없으면 더 잘하는 사람이란 것을.

가 부족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함께 일

정작 신 팀장이 퇴사한 후 실수를 연발하고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장이다. 눈물과 웃음이 꼬물 꼬물 묻어나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아내를 탐하다』 『슈 슈』를 썼다.

중앙일보·중앙SUNDAY 독자를 위한 ‘JTBC 놀라운TV’ 출시 스마트TV의 똑똑함에 종합편성채널 JTBC의 정보를

의 편성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더했다. ‘JTBC 놀라운TV’ 얘기다. 우수한 품질의 상

건강·교육·오락 등 약 1500개의 다양한 콘텐트

품에 특별 혜택을 덧붙여 중앙일보와 중앙SUNDAY

를 인터넷으로 즐기는 스마트TV의 다채로운 기능

독자에게만 제공하는 ‘놀라운 시리즈’의 첫 번째 제

은 기본이다. 크리스털 블랙패널에 3D 기능이 있

품이다. 중앙일보와 JTBC, 삼성전자가 힘을 합쳤다.

고 무선랜(WIFI)을 갖췄다.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

‘JTBC 놀라운TV’는 삼성전자의 고급형 스마트

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32·40·46·55형의 네 종

TV(55·46·40형 ES6600, 32형 ES6400)에 JTBC

류로, 중앙일보 고객 멤버십 사이트(jjlife.joins.

편성정보 알림 앱을 탑재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활성

com)에서 회원가입 후 독자 인증절차를 거치면 제

화할 경우 JTBC의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마다 이를

품을 구매할 수 있다. 고객 사은 프로모션 기간은

알리는 팝업창이 3초간 나타나 TV를 보면서 JTBC

7월 31일까지다. 02-751-9574, 9539.

34 SUNDAY MAGAZINE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반가운 비구름 입술이 바짝 바짝 마르고, 입가는 갈라지고, 목은 칼칼해 밭은 기침이 잦습니다. 이럴 때는 미적지근한 물을 마셔야 문제가 해결되는데, 지금 온 나라의 가뭄이 이와 같습니다. 모내기 끝낸 논물은 어지간해 보이는데 밭은 몹시 메말랐습니다. 텃밭에 심은 고추도, 밭에 심은 토란이나 콩도 비실비실한 것이 비가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이 할 일이 있고, 하늘이 할 일이 있는데 이럴 때는 그저 하늘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침에 문밖을 나가 보니 오랜만에 습한 공기를 먹은 숲의 향기가 은근히 퍼져 있어 숨쉬기가 좋았습니다. 산중턱에 걸린 허연 구름띠 한줄기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당장 비 내릴 구름은 아니어도 저런 구름이라도 자꾸자꾸 모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 무게를 못 이기면 그때는 속시원하게 비를 쏟아낼 겁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 깊은 물’ ‘월간중앙’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SUNDAY MAGAZINE 35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