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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날씨/소설/시
캐나다
2010년 9월 18일 토요일
<215>
“그리고 이제부터는 동권이를 통 해서만 연락을 할 테니까 자네는 이곳을 뜨는 것이 좋을 거야.” “송금이 되는 것을 확인하고 고 향에 가서 아버님 뵌 다음에 구라 파로 갈 생각이네.” ‘강회장의 병실에 경찰이 다녀갔 다?’ 구영모는 양만필이가 돌아가자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뭐가 잘 못되었을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회장 일은 깨끗하게 해치었다는 나까지 마의 보고였다. 그런데도 경찰이 다녀갔다고 했다. 구영모는 동경에 전화를 했다. “나까지마, 다시 묻겠는데 그 일 은 정말 깨끗하게 해치운 거지?” “그럼요. 정말 잘 해낸 모양입니 다. 엘리베이터 안에 타고 있던 사 람들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후로 아무런 문제도 일 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러시 죠?” “아닐세. 전화 끊겠네.” 구영모는 잔에 남아 있는 위스키 를 벌컥 들어 마셨다. 알 수 없는 불 안이 또 다시 그를 덮쳐 왔다.
48 “장과장, 내 방으로 잠깐 올라 오 겠나?” 장철 과장이 전화를 받자 이종수 외사과장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수 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아- 이과장, 무슨 좋은 소식이 있는 모양이로군” “있지. 한 턱 단단히 우려낼 정보 지.” “알았네. 내 당장 올라가마.” “김순경, 외사과장실에 가네.” “네, 알겠습니다. 과장님.” 장과장은 수부의 김순경에게 행 선지를 알리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급히 발걸음 옮겨갔다. “전망 하나는 끝내주는군. 우린 언제 이런 사무실에서 일해보지?” 장과장이 11층의 외사과장실에 들어서면서 감탄사를 터트렸다. “빛 좋은 개살구에요. 우리 과원 들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이 소원이라네. 전망이 좋은 대신 여 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야.” “그건 왜?” “엘리베이터 때문이지. 마냥 기 다려야 하니 하루 이틀도 아니고 울화통이 터질 때가 한 두 번이 아 니야. 그렇다고 계단을 이용할 수 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 처지가 정 말 딱하다네. 정신건강에 좋지 않 아. 우리는 오히려 자네들이 부러 워. 황계장이 오느라고 수고 했다 고 한 말이 바로 그 말일세.”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군 그래. 허긴 나도 기다리다가 짜증이 날 려고 했으니 자네 심정 이해할 만 해. 2층은 아예 서지도 않더군. 그 래도 그것처럼 좋은 운동이 어디 있겠나. 다 생각하기 나름이야. 그 건 그렇고 눈요기를 했으니 내 귀 도 좀 즐겁게 해주게나.” “귀뿐만 아니라 입도 즐겁게 해 주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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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사람은 순수하다 -김종해(1941∼) 죽을 때까지 사람은 땅을 제것인 것처럼 사고 팔지만 하늘을 사들이거나 팔려고 내놓지 않는다 하늘을 손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은 아직 순수하다 하늘에 깔려있는 별들마저 사람들이 뒷거래 하지 않는 걸 보면 이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순수하다
---------------------------------------------------역설이 진설(眞說)이 되는 ‘단순성 속의 대긍정’을 본다. 무수한 사람들이 무수 히 거래를 하는 시대, 그러나 별은, 아무도 사고팔지 않는 별은 ‘아직(도)’ 빛난 다. 하긴 언젠가 별을 사고파는 시대, 혹은 별에 콘도를 세우고 임대하는 시대 가 올지 모르지만. 국가별로 하늘을 가르는 행위는 이미 당연스러운 것이 되었 지만. 그리고 이 시의 배면에 깔려 있는 별들의 강, 은하수가 ‘보이지 않게 보 이며’ 출렁대는 상황을 바라보라. 이뿐 아니라 ‘아직(도)’라는 부사가 시 전체에 지속됨으로써 그것이 그것의 상식적 쓰임을 버리고 김종해 시의 문법으로 다 시 태어나는 것을 바라보라. 다시 태어난 말들의 낯설지만 낯익은 그 울림을. 인간의 순수함을 믿는 그 막무가내의, 절박한 울림을.
info@joongang.ca
<강은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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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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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9 2010년 9월 18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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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8일 토요일
사진=LA 중앙일보 김상진 기자 sk1015@koreadaily.com 그래픽=김호준 기자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다 그래도 우리 고향은 북한이다
사람섹션 제이
>> 2,3
2010년 9월 18일 토요일
Story 미국행 택한 신세대 탈북 청년의 꿈과 그리움
천호식품 김영식 회장의 인생반전
소림사 무술의 적통, 후정성
>> 12,13
‘제빵왕 김탁구’빛낸 전인화
>> 6
한 판 조르던 이스라엘 특전대원
뭔가 터져 나오고 휘두르고
한 수에 제압해 버렸죠
나이들수록 그런 데 끌려요
>> 4,5
남자한테 참 좋은 산수유 부시에게 보냈더니 40판 제14206호
2
2010년 9월 18일 토요일
3
2010년 9월 18일 토요일
From
“원래 추석 때는 ‘취권’이” 다음 주가 한가위입니다. 고향과 가족을 이번 주 의 컨셉트로 삼았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 수라 부릅니다. 더불어 하늘을 이고 살 수 없 다는 뜻이지요. 그런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 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탈북 청소년의 애환과 꿈을 프런트 페이지로 채웠습니다. 역시 신세 대의 스타일이란 만국 공통인 것 같습니다. 그리울 때면 구글 어스로 고향 회령을 찾아보 고, 페이스북·유튜브로 소통하는 이 신세대 탈북자들은 지금 SAT와 취업 준비에 몰두하 며 아메리칸 드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련 한 추억은 그래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밥을 사준 취재기자에게 “통일되면 두만강에서 고 기 잡아 어죽을 끓여주겠다”고 했다니 말이 죠. 무엇보다 ‘통일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한 다’고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호소하는 장면 이 인상 깊습니다. #아내가 선물한 반지를 전당포에 맡기고 받은 130만원, 부친이 20년간 자식에게 받 아 모은 용돈 2000만원이 망해가던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의 재기 밑천이었습니다(4, 5
조셉 김 대니 리 신세대 탈북 청년의 아메리칸 드림 만들기
면). 오뚝이 같은 집념과 도전으로 점철된 김
조셉 김(20)은 3년 전 학교 미술시간에 나무를 그렸다. 나무는 그의 인생이다. 그림 속 꺾어진 나뭇가지는 부모를 잃은 것을 의미했다. 대신 가지가 많다. 친구들이다. 그의 나무는
회장의 삶을 보면서 가족의 사랑과 격려가
키가 작다. 자신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란다.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조셉을 만났다. 유튜브에 오른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서다. 동영상 속의 소년은 일반 탈북자의 모습과
사람에게 얼마나 큰 에너지 원이 될 수 있는 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달랐다. 너무 활기차게 축구공을 차는 모습이 마치 나이키 광고 같았다. 영상 밑에 붙어 나오는 자막만이 그의 과거를 알려주고 있었다. “내 이름은 조셉입니다, 저는 북한 사람입니
#마감 직전 소림사 무술의 적통을 잇는 최
다. 축구를 좋아합니다. 북한에선 축구를 하면서 배고픔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탈북자 인터뷰는 쉽지 않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셉은 다를 것 같았다.
고수 후정성의 중국 현지 인터뷰 기사(12, 13
글=LA중앙일보 김기정 기자 kijungkim@koreadaily.com
사진=LA중앙일보 김상진 기자 sk1015@koreadaily.com
면)를 부랴부랴 갈아 끼웠습니다. “원래 추석 때면 ‘취권’ 같은 영화가 방영되는 데 잘 됐 다”며 제작팀이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공들여 준비한 콘텐트를 독자에게도 제공해 준 월
“한국 드라마 보니 취업난 미국 택한 이유죠
간중앙 측에 감사드립니다. 고향가족과 함께 행복한 독자 여러분의 한가위를 기대합니다. 최훈 중앙일보
에디터
고향 회령이 그리울 땐 구글 어스로 봐요”
탈북자 지원단체인 링크의 LA 사무실에서 대니 리(앞)와 조셉 김이 구글 어스를 이용해 둘의 고향인 함경북도 회령을 찾아보고 있다. 미국생활 3년차인 이들은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사귀고 휴대전화 문자가 오히려 편한 신세대 탈북자들이다. 하지만 ‘고향’인 북한을 그리워하며 자신들의 통일관을 밝히는 모습에선 굴곡진 그들의 삶을 느끼게 된다. 10대에 북한을 탈출해 폭풍 같은 청년기를 보내는 조셉과 대니는 각각 미국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일자리를 찾으며 차곡차곡 아메리칸 드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섹션 제이 18호 에디터 : 최훈 취재 : 이훈범 부장 김창규 김준술 박현영 기자
Story
사진 : 박종근 기자 편집디자인 : 이세영 김호준 기자
제14206호 40판
소년 김광진, 조셉이 되다
SAT만 없으면 낙원이죠
김일성 장군 노래를 불렀다
배고픔은 정치를 모른다
통일세? 필요하지 않을까요
LA에서 남쪽으로 30분 거리의 링크(LiNK) 사무실을 찾아갔다. 링크는 탈북자들의 미국 정착을 돕고 있다. 조셉이 거기 있었다. 조셉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미국에서 살고 있는 탈 북자 중 한 명이다. 링크에 따르면 2010년 6월 현재 99명의 탈북자가 영주권을 받아 미국에 서 살고 있다. 조셉은 그의 본명이 아니다. 16 세까지 그는 김광진으로 살았다. 소년 김광진의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이다. 두만강을 지척에 둔 중국과의 국경지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 김정숙이 태어난 곳이다. 그래서인지 북한의 다른 곳보다는 경기가 활기찬 편이다. 하지만 회령 주민들 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배고프기는 마찬 가지다. 조셉은 “아버지는 회계 일을 하다 결 국 굶어 죽었고, 어머니와 누나는 중국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혼자 남겨진 광진은 소 학교(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 그만 뒀다. 고아가 되면서 이웃 노인들의 농사를 도우며 생활했다고 한다. “고아로 4년을 살았어요. 빌어 먹어도 보고 도둑질도 했어요. 하지만 항상 배가 고팠어요. ‘여기 있으면 100% 죽는 게 확실하다, 그렇다 면 중국으로 가자. 살 확률이 50%는 되지 않 겠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2006년 2월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넜다. 그 것도 낮에 건넜다. 밤이 더 무서웠다. 밤에 건 너다 잡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낮에는 감시가 덜 할 것 같았다. 중국에서의 처음 한 달간은 북한에서보다 더 자유가 없었 다. 중국 공안에게 잡힐까 봐 밖으로 다니기가 힘들었다. 생활도 쉽지 않았다. “아무 집이나 찾아가 무작정 밥 한 그릇만 달라고 했어요. 한 집, 두 집, 세 집의 문을 두 드리고는 포기해야 했어요.” 요즘에도 조금 피곤하면 악몽을 꾼다. 중국 에 있는데 공안들이 와서 문을 두드리는 꿈이 다. 깨어나 보면 베개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 다. 2007년 2월 15일 링크의 도움을 받아 미국 에 왔다. 17세 때다. 김광진은 조셉 김이 됐다.
“내가 에세이에서 엠퍼사이즈(emphasize:강 조)했던 건 북한을 탈출해 미국에서 공부를 하 게 된 과정과 문화적 차이, 내 꿈들이에요.” 미 국의 조셉은 청소년이라 적응이 빠르다. 인터 뷰 중간 중간 영어가 튀어나온다. 조셉은 버지 니아의 위탁가정에서 미국인 양부모와 지낸다. 하지만 영어 발음은 아직 고칠 데가 많다. “사전 하나 가지고 영어공부를 하는데 발음 기호를 읽을 줄 몰라요. 무조건 단어만 하루 에 50개씩 외우고 있어요.” 조셉은 늦깎이 고등학교 3학년 생이다. 다 른 청소년들처럼 대입준비를 해야 한다. 조셉 은 여름방학 동안 SAT(대학입학시험) 준비를 위해 LA에 왔다. 링크에서 소개해 준 자원봉 사자가 조셉의 학업을 돕고 있다. 오전 10시부 터 오후 3시까지 개인교습을 받는다. “하루 두세 시간 자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에세이를 쓸 때는 한 시간도 못 잤어요. SAT 만 없으면 낙원이 따로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점수가 1200점밖에 안 된다. 2400점 만점에 반타작을 하는 셈이다. 목표는 1800점 이상이다. 점수와 상관없이 하버드·예일대 등 최고 명문대에도 지원해 볼 생각이다. 조셉은 대학 지원 에세이에 농구 얘기를 적 었다. 미국 생활에 적응하던 조셉의 첫 시련 은 언어도 이념도 아니었다. 농구였다. 감수성 이 예민한 청소년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학교에서 농구를 했어요. 규칙도 모르고. 말 도 못 알아듣고. 북한에서는 농구공을 딱 두 번 만져 봤어요. 친구들이 무시하듯 뭐라고 하는데 너무 속이 상했어요. 운동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농구공을 사서 하루 2시간씩 연 습했지요.” 같은 또래 아이들이 사춘기를 경험할 때 조 셉은 삶과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 지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다. 그래도 아이는 아이다. “나도 모르게 예민해질 때가 있어요. 그때 는 누가 농담해도 짜증이 나요. 하지만 부모님 이 모두 양부모라 (반항 같은 것을) 못 해요.”
SAT 공부를 위해 LA에 있는 동안 조셉은 링크가 제공하는 집에서 링크의 자원봉사자 들과 함께 생활한다. 그곳에는 대니 리(23리 성)가 있다. 또 다른 탈북 청년이다. 대니는 오랜 만에 ‘북한식 김치’를 먹었다. 북한식 김치는 담그는 방법이 다르다고 한다. 엄마가 직접 담가 준 김치다. 대니는 3년 전 중국에 서 엄마와 헤어졌다. 엄마는 대니를 따라 미 국으로 오려 했지만 주중 미국 영사관 앞에 서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우여곡절 끝에 엄 마는 지금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 엄마가 지난 2월 대니를 보러 미국을 찾 았다. 다시 만난 엄마와 샌타모니카 해변을 함 께 걸으며 짧지만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엄마 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둘은 많이 울었다. 대니도 조셉처럼 함경북도 회령이 고향이 다. 대니는 18세에 북한을 탈출해 중국 룽징 (龍井)시에서 살았다. 선교사를 통해 링크를 알게 됐고 그 도움으로 미국 유타의 위탁 가정 에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고향은 같지만 조 셉과 대니가 처음 만난 것은 중국에서다. 둘은 링크의 도움을 받아 북한으로 오기 전까지 중 국에서 6개월을 함께 있었다. 탈북자들은 보 통 중국 내 미국 영사관에서 4개월 정도 신분 확인 과정을 거친다. 진짜 탈북자인지 확인하 는 기간이다. ‘김일성 장군’ 노래나 북한의 최 신 유행 가요를 불러 보라고 한다. 고향에 어 떤 일이 있었는지도 물어본다. 대니는 북한에 서 학교를 그만둔 사정을 얘기했다. 북한은 11년 의무교육제도가 있다. 하지만 대니는 8년 정도만 학교를 다녔다. “교육은 무료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학부모 에게 돈을 요구해요. 돈이 없으니 토끼가죽 같 은 것을 가져다 주기도 하는데 저는 그게 싫어 서 학교에 안 나갔어요.”
조셉은 일반 청소년들보다 아무래도 북한에 대 해 고민을 많이 한다. 그에게 북한은 무엇일까. 망설임 없이 ‘고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북한은 힘들 때도 편할 때도 그리워하는 ‘고 향’이에요. 나서 자란 곳이지요. 당장은 아니지 만 신변보장이 된다면 꼭 다시 가보고 싶어요.”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조 셉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햇볕정책이 무엇인지 북한 주민들은 몰라 요. 다만 옥수수 값이 내리면 좋아하죠. 바로 청진항에 한국에서 옥수수가 들어 올 때지요.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작은 것은 포기하는 것 같아요.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대화를 중단하는) 지금의 정책 이 장기적으로는 북한 사람들에게 결국은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통일이 된다고 해도 어려서부터 체 제유지를 위해 세뇌당한 북한 주민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세뇌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은 위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김정일은…. 믿지 않아요. 세뇌된 것을 바꾸려면 인간관계를 쌓아 가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 요. 먼저 친해지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조셉은 링크 사무실 벽에 붙어 있는 포스터 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배고픔은 정치를 모 른다’는 표어가 적혀 있다. “저는 아메리칸 드림을 믿어요. 최선을 다하 면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해요. 이민자도 주지 사가 되잖아요. 북한에 있을 때는 ‘20세 되면 북한 돈 100만원(공식환율 1만 달러, 암시장 14 만 달러)을 벌겠다’는 게 꿈이었어요. 지금은 돈보다는 원 없이 배우는 게 목표예요. 정치학 도 공부하고 경제도 알고 싶어요. 북한 주민들 에게 꿈이 되고 싶어요. 전 ‘최선’이라는 글자 를 좋아해요. 실패해도 후회는 없을 거예요.” 대니는 일자리를 찾는 게 목표다. 고등학교 검정고시(GED)를 준비하는 것도 취직을 위 해서다. “우선 스스로 독립해야지요. 취직 때 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축구를 좋아하는 조셉은 지난 6월 LA 한인타 운을 찾아 2010년 월드컵 중계를 봤다. “한국 대 우루과이전을 보러 갔어요. 모 두들 빨간 티를 입고 응원을 나왔는데 저 혼 자…. 북한과 브라질 전도 봤지요. 정대세가 우는데 저도 막 눈물이 나는 거예요. 아…. 김 정훈 감독요. 어쨌든 북한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올랐잖아요. (수용소로 보내지거나) 그러진 않았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아직도 한국과 북한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많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도 북한 을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적어도 조셉이 생각하기엔 그렇다. “북한에 대해서 묻는 게 ‘북한 말은 어떠 냐, 한 번 해봐라. 북에도 PC방 있느냐, 노래 방은 있느냐’ 그 정도죠. 그런 질문 받으면 조금 슬픈 것 같아요. 원망도 들고. 전쟁 이 후 세대를 조금만 교육했으면. 사실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지금 세대들인데. 기껏 서로 물어본다는 게….” 묵묵히 조셉의 얘기를 듣고 있던 대니도 끼 어 들었다. “한숨이 나와요. 그냥 단순 왕래 만 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남북 한이 같은 상황에서 시작해 한 국은 올라섰는데…. 젊은 층은 통일하면 한국도 다시 힘들어진다고 생각하 는 것 같아요. 그 돈을 아까워하는 것 같아요. 통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조셉은 “동서독 통일 을 예로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라며 말을 이어갔다. “남북한은 독일 과 다르다고 생각
대니는 미국을 방문한 어머니(아래쪽) 덕분에 오랜만 에 북한식 김치를 맛볼 수 있었다. 북한식 김치는 만 드는 법이 다르다고 한다.
탈북자 99명이 미국 영주권 받았죠 지금은 원없이 공부하고 싶을 뿐 북한 사람들에게 꿈이 되고싶어요 북에선 세뇌 때문에 김일성 위대하다 여기지만 김정일은 믿지 않아요 월드컵을 봤어요 정대세가 우는데 저도 눈물이
해요. 동서독은 계획대로 통일된 것이 아니고 갑자기 됐잖아요. 한국은 독일 사례를 경험했 으니 정부에서 미리 통일을 준비하고 있을 거 예요. 저 같은 고등학생도 생각하는 일을 정 부에서 안 할 리는 없으니까요.”
칵테일 >> 북한에선 잘 먹는 날이 명절입니다 지난달 17일 LA 한인타운에서 남쪽으로 30분 정도 떨어진 토런스의 한식당. 조 셉, 대니, 그리고 ‘신’이라고만 불리는 또 다른 탈북자 한 명과 저녁을 함께했다. ‘신’은 북한 수용소에서 태어난 탈북자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펼치다가 위협받은 적이 있어 인터뷰엔 동참하지 않았다.
한국에선 최근 통일세가 논란이 되고, 반발 도 있다는 얘기를 조셉에게 해줬다. “국민 모두가 정치인은 아니니까요. 회사 출근하고 하루 하루 살다 보면 (반대하는 것 도) 이해는 돼요.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들 도 모를 수 있지요.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충분히 (통일세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일 이라고 생각해요.”
신은 조셉을 신세대 탈북자라고 불렀다. 조셉은 페이스북으로 친구와 연락하고 고향이 그리우면 구글 어스를 찾아가 회령의 모습을 살핀다. 조셉은 아직 먹고 싶 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은 청소년이다. 조셉은 한 달 100달러의 용돈을 비영리 단체로부터 지원받는다. 나머지 필요한 용돈을 벌기 위해 지난해까지 매일 파트 타임으로 버지니아의 식당에서 일했다. 올해는 대입준비를 위해 일하는 시간을 줄였다. 그러다 보니 늘 먹는 게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다. 그날 우리는 김치만두, 우거지 갈비탕, 보쌈, 순두부찌개 등을 푸짐하게 시켰다. “그렇게 많이 시키면 남 길 것 같다”는 음식점 주인의 핀잔도 들었다. 하지만 조셉, 대니, 신의 그릇은 곧 바 닥이 보였다. “북한에 이런 말이 있어요. 잘 먹는 날이 명절이라고. 오늘이 명절이
대니는 통일 이후에도 걱정이 된다고 했다. “통일이 돼도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평등 하게 살 것인지, 혹시 북한 고위층이 또 계속 권력을 유지하고 일반 주민들은 계속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돼요. 통일은 북한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방식이 돼야 할 거 예요. 통일이 되면 일반 북한 주민들도 잘살 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줘 야 할 필요도 있어요.”
네요. 형, 통일되면 두만강에서 고기 잡아 어죽 만들어 함께 먹어요.”
>> 한국에선 영어 모르면 힘들겠다는 생각 들었어요 탈북자들은 대개 한국과 미국 중 하나를 목적지로 선택한다. 미국을 택하면 왜 미국이냐고 묻는다. 왜 한국을 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조셉은 영어 때문에 미국을 택했다. “한국 사회는 영어를 무척 강조하는 것 같 아요. 영어를 모르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미국을 택했어요. 미 국은 비교적 차별도 덜 하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나이 많은 탈북자는 한국이 더 좋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미국은 음식도, 언어도 힘들어요. 일단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면 이제는 문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지요.” 대니는 중국에서 봤던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처음에는 그냥 자유를 찾아 왔다고 했어요. (미국 영사가) 한국은 자유가 없느냐며 미국행을 허락하지 않았 어요. 영사관에 머무는 동안 ‘신입사원’이라는 드라마를 봤어요. 좋은 대학 나 온 주인공이 컵라면 먹어 가며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거예요. 미국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다시 말했지요.”
>> 링크(LiNK)는 한인 2세들이 주축이 된 비영리 단체. 탈북자 지원과 북한 의 인권문제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4년 설립돼 탈 북자 15명의 미국 정착을 돕고 동영상 등을 제작, 미 전국을 돌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홍보를 펼치고 있다. 최근엔 유 럽연합(EU)의 북한 인권 청문회에 참석하는 등 국제무대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40판 제14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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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8일 토요일
Special 객원기자 이혜영의현장
김영식
칵테일 >> 그의 성공 밑천은 가족애 1998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어느 전 당포. 중년의 망해 가는 사업가 한 명 이 들어왔다. 손엔
대박 있기까지의 눈물, 천호식품 회장
사업이 잘될 때 아내가 격려차 선물한 반지(사진)가 들려 있었다. 이윽고 사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어눌한 경상도 사투
내는 반지와 맞바꾼 130만원을 들고 나왔다. 남자는
리의 촌스러운 광고. 천호식품 김영식(59) 회장이 직접 출연한 CF가 폭발적 인기다. 다른 회사의 광고며 기업 마케팅에서 ‘패러디
김영식 회장, 현금은 재기 밑천이었다. 그는 돈으로 전단지를 만들었다. 아침 6시부터 밤
문구’가 잇따라 등장할 정도다. 그러나 대박 뒤에 숨은 눈물과 고통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외환위기 때 20억원의 빚 때문
10시까지 지하철 역과 식당을 돌며 ‘쑥 제품’을 사달
에 목숨을 끊으려 했다. 600원짜리 소시지와 소주 한 병이 끼니였다. 하지만 130만원으로 다시 일어서서 연 매출 800억원의 건강
라고 애원했고 결국 일어섰다. 그때뿐만이 아니었다.
식품 회사로 키웠다. 10일 오뚝이 같은 인생반전(人生反轉)의 주인공을 의 이혜영(영화배우·전 SBS 앵커) 객원기자가 만났다.
김 회장은 “아내는 늘 나의 ‘동기 부여자’였다”고 했
정리=김준술 기자 jsool@joogn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다. 생각도 못했던 공장을 짓고, 집을 살 때도 아내의
장소 협찬=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호텔
직관이 그를 움직였다. 따뜻한 가족애는 늘 그를 일으켜 세웠다. 외환위
“산수유 받은 부시
기 때인 98년 3월이었다. 그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어음 막을 돈 2000만원이 없으면 최종 부도날 운명 이었다.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진 다섯 형제가 보 낸 용돈을 20년간 모아두고 있었다. 용기를 내어 도
고맙다고 답장
움을 요청했다. 아버진 다음 날 아무 말 없이 돈을 보 내왔다. 김 회장은 “경찰관이던 아버지는 가족을 먹 여 살리려 새벽 4시에 일어나 찬밥에 물 말아 드시고
로라가 효과 봤나 봐요”
나가기도 했다”며 “아버지의 모습이 나를 오뚝이로 단련시켰다”고 말했다.
>> 비행기 탑승 횟수 1746번 인터뷰 날 김영 식 회장은 부산 공 장 에 들렀다 비 행 기 를 타고 왔다. 오자마자 대뜸 비행기 표 의 ‘탑승 횟수’ (사진)를 보여줬 다. 1746번. 20년 전 ‘달팽이 엑기스’를 개발하면 서 비행기를 타기 시작한 뒤 달성한 기록이다. 옆의 마일리지엔 130만이란 수치가 선명했다. 서울과 부 산, 해외를 쉴 새 없이 오가는 그의 바지런함·현장 주의를 웅변하는 숫자였다.
‘영업의 달인’다웠다. 김영식 회장은 인터뷰 직 전 산수유·마늘·블루베리로 만든 건강식품을 탁자에 쭉 깔고 시식부터 권했다. 김영식 회장(이하 김)=마시고 하시죠. 컵에 따 라 드릴까? 그냥 빨아 드시죠 뭐. 이혜영(이하 이)=와, 진짜 맛있는데요…. 사실 제가 새벽 2시까지 회장님을 공부했어요. 먼 저 CF 얘길 빼놓을 수 없겠죠. 전에도 최고경 영자(CEO)들이 CF 나온 적이 있었지만 이렇 게 인기를 끌진 못했어요. 비결이 뭘까요. 김=이렇게 대박을 칠지 몰랐죠. 산수유 제품 은 원래 2000년에 처음 만들었어요. 그땐 산 수유를 주 원료로 못 쓰게 돼 있었습니다. 제 품에 49%만 들어갔죠. 아무튼 그걸 만들어 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보냈어 요. ‘대통령 된 것 축하한다. 세계의 대통령 이 되려면 정력이 좋아야 한다. 한국의 산수 유가 으뜸이니 먹어 보라’고요. 그런데 3개월 뒤 답장이 왔어요. ‘정말 고맙다. 우정이 오 래 가길 원한다’고요. 부인인 로라 부시의 서 명까지 붙여서요. 속으로 ‘로라가 효과 봤나 보다’ 생각했죠, 하하. 그 편지를 광고에 써먹 었어요. 사람들이 ‘야, 부시도 산수유 먹는구 나’ 하면서 많이 팔렸죠. 광고의 위력을 실감 했어요. 그러다 지난해 10월에 법이 바뀌어 산수유를 주 원료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직 원들하고 회의하다 “이런 멘트 어때” 하고 아
이디어를 냈죠. 옛날 제품보다 더 좋아졌다는 데서 착안했어요. 광고회사에서 진솔하고 가 슴에 와닿는다고 흥분하더라고요. 광고 나가 자마자 화제가 됐죠.” 이=통마늘·강화사자발쑥 같은 제품도 많은데 하필 산수유입니까. 김=우리 상품이 170가지예요. CF 하는 건 최 고로 자신 있는 걸 내보내는 거죠. 산수유는 신장·방광에 도움이 돼요.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좋죠. 나이 들면 소변 볼 때 잔뇨감도 있고 허벅지·바지에 묻기도 하잖아요. 그런 분들이 1주일 먹으면 소변이 딱딱 끊어집니다. 보름 먹으면 아침이 힘있게 느껴지는 거죠. 이=식품회사 CEO로서 ‘나도 건강해야 한다’ 는 스트레스도 많겠군요. 김=골프 칠 때 사람들이 “마늘의 힘 한번 보 여주라”고 해요. 공이 조금만 나가면 “요즘 안 드십니까” 야유가 들어오죠. 저는 아침·저녁 으로 매일 몸무게를 잽니다. 가장 싫은 게 배 불룩한 거죠. 지금 64㎏입니다. 제가 다이어트 식품은 안 만들어요. ‘먹으면 살 빠진다’고 하 는데 사람은 먹으면 찌게 돼 있어요. 근데, 이 혜영 선생님도 몸매 관리 참 잘했네요. 이=CF 모델로 뜨면 좋습니까. 김=안 좋아요. 공항에서 앉아 있는 것도 조심 스럽고, 예쁘게 몸가짐을 해야 돼요. 목욕탕 갔는데 누가 계속 쳐다보더라고요. 그러더니 “산수유 회장님 아닙니까” 말 붙이는 겁니다.
부산서 현금 많기로 유명했지만 외환위기 때 쫄딱 망했죠 600원짜리 소시지와 소주로 끼니 10m만 더 뛰자는 각오로 일어섰어요 10m 가고 거기서 또 10m 가고 130만원이 재기의 종잣돈이었죠
다 벗고, 당황스럽더라고요. 이=모델 소질이 있었나 봅니다. 어릴 때 그런 꿈이 있었나요. 김=없어요. 제가 쓴 10미터만 더 뛰어봐(중 앙북스)가 26만 부 넘게 나간 뒤 강의를 많이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무대에 서는 게 자연스 러워졌죠. 얼마 전 어린이대공원의 2000명 앞 에서 강의할 때는 청중이 앞으로 나와 “힘든 시절 얘기할 때 감동을 받았다”며 안아달라고 하더라고요. 이=저도 책을 읽었습니다. 이젠 완주했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김=아니요. 지난해 송년회 때 직원들에게 물 었죠. “내가 성공한 CEO냐.” 그렇다는 답이 왔어요. 그러나 전 “아니다”고 손사래쳤죠. 직 원들이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월급 많이 받는 날이 제가 성공하는 날입니다. 이=일반인에게 ‘출산 장려 지원금’도 주고, ‘희망의 스위치’라는 사회사업도 하는데요. 김=책 인세와 강사료, 회사 이익금으로 5억 원을 만들었어요. 제가 운영하는 ‘뚝심이 있 어야 부자가 된다’는 인터넷 카페(http://cafe. daum.net/kys1005)에 신청해 세 번째 자녀 낳 는 대한민국 국민에겐 누구나 200만원을 줍니 다. 지금까지 100여 명이 받았지요. 최근 1년간 벌였던 ‘희망의 스위치’ 운동을 통해선 독거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20명에게 월 1000만원 씩을 지원했습니다.
이=탤런트 이순재씨가 그 책을 읽고 ‘피눈물 나는 삶의 기록’이라며 ‘독자들에게 한 가지 만이라도 건지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한 가지를 고른다면 무엇인가요. 김=‘생각하면 행동으로 옮겨라’ 입니다. 언 제? 지금. 당장. 즉시. 성공 못하는 사람들은 그걸 무덤까지 가져갑니다. 행동을 못하는 거 죠. 이게 잘 안 되면 저는 ‘소리를 지르라’고 합니다. 소리는 척추로 이동해 행동을 유발한 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이=평소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나요. 가장 믿음직스럽다는 동업자, 아내 얘기도 듣 고 싶습니다. 김=자녀는 딸 하나, 아들 하나예요. 제가 원 래 딸 때문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서른두 살 때입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만원 짜리 단칸방에서 살았죠. 어느 날 퇴근했더 니 초등생 딸이 울더라고요. “왜 난 공부방 도 없고 책상 하나도 없느냐”고요. 집에서 생 일잔치를 했는데 친구들이 놀리는 걸 보고 애가 충격을 받은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 죠. 사채업자에게 급전 300만원을 빌렸어요. 봉투에 넣어 갖고 와서 “현주야, 아빠 얼마 나 부자인지 볼래” 하면서 방에 뿌렸어요. 그 조그마한 방이 만원짜리로 가득 찼어요. 그 제야 딸이 “아빠도 부자”라고 했어요. 돈은 다음 날 다시 반납했죠 뭐. 그런 식으로 애들 한테 행동으로 보여준 게 많아요. 아들은 제
대한 뒤 유럽으로 두 달간 배낭여행부터 보 냈어요. 선진국에서 괄시받고 오라고요. 후 진국에 갔다 온 젊은이들은 우쭐하기 쉬운데 선진국은 그 반대죠. 지금 딸·아들 모두 우리 회사에서 일합니다. 이=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비전을 줬는데 정작 자신의 고통과 슬픔은 혼자 삼킨다고 들었습 니다.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을 것 같아요. 김=1999년 초 하루 밥값이 1000원이었어 요. 소주 한 병에 소시지 하나 샀죠. 첫날 그 걸 여관방에서 먹는데 어찌나 눈물이 쏟아 지던지…. 부산에서 현금 많기로 100등 안 에 들었던 제가 3500원짜리 점심 하나 못 사 먹고…. 나쁜 소식은 빨리 전달된다고 하던 가요. 전 사람들에게 ‘잘되고 있다’고 말하 곤 혼자 소화시켰어요. 대신 일기에 마음을 적었죠. 거기서 ‘10m만 더 뛰어보자’는 각 오가 나왔어요. 100m밖에 못 뛰는 사람에게 200m 뛰라고 하면 어떻겠어요. 못 뛰죠. 그 러나 10m만 더 가보라고 하면 110m를 갑니 다. 거기서 또 10m 가고, 이러면 200m 목표 를 채우는 겁니다. 이=그때는 이미 성공을 맛본 뒤 실패했던 시 절이었죠? 성공하기 전에도 사업에 실패한 적 이 있는데 그건 어떻게 삭였습니까. 김=답답한 걸 얘기 안 하면 화병 나죠. 저는 택시 타고 “아무 데나 가자”고 해요. 제 얘기 들어주면 요금 더블로 주겠다고 제안하는 거
죠. 기사한테 실컷 얘기하면 좀 나아요. 또 집 에 14년 된 ‘뽀야’란 강아지가 있어요. 가끔 앉혀 놓고 “내 말 좀 들어보라”고 합니다. 잘 들어줘요. 이=조금 쉬고 싶진 않습니까. 아직 완주가 멀 었다고 하니 회장님께 쉼이란 어떤 겁니까. 김=자, 제 휴대전화 화면을 보세요. ‘천호식 품 미국, 일본 대박’ 이런 문구가 보이죠? 저 는 성공하고 싶으면 자기 목표를 전화기 화면 에 적으라고 합니다. 다만 목표를 적어야지, 꿈을 적으면 안 됩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보 는 것 중 하나가 휴대전화 화면이에요. 끊임 없이 목표를 보게 되면 행동으로 옮겨지는 거 죠. 올해 우리가 일본의 편의점 9000곳에 제 품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국내에 3만 평, 5만 평짜리 공장을 멋지게 지으면 그때 비 로소 한 달간 여행을 갈 겁니다. 원래 성격도 못 쉬는 편이지만, 사실 사람이란 게 천석꾼 이 되면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이면 만 가지 고 민을 하는 것 아닙니까. 이=정치 쪽에서도 유혹이 많을 것 같습니다. 김=많이 들어와요. 부산시 남구에서 봉사활 동도 많이 하고 그러거든요. 하지만 사람은 태어나면서 어느 정도 밥그릇이 있어요. 그릇 은 작은데 너무 많이 넣으려 하면 깨지죠. 젊 은이들에게 건배 제의할 때 하는 말이 있어 요. 잔을 가득 채우지 말고 70%만 채우라는 거죠. 정치하라는 유혹은 많은데 관심은 없
어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회사의 미래에 대해선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요. 김=상상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이 디어가 나오죠. 저는 잠자기 전에 ‘나는 초 능력자야, 내 공장엔 세계 230개국 바이어들 이 몰려올 거야’ 이런 생각을 해요. 지금 9 개국에 수출하는데 재구매율이 87%에 달해 요. 국내에서 대리점 달라는 사람이 많아요. 그거 내주면 질서가 안 지켜져요. 우리는 대 리점이 없어요. 공장에서 만들면 콜센터에서 전화 받아 고객에게 배달하죠. 그래서 가격 이 쌉니다. 중간상이 없으니까. 싸면 고객이 좋아하죠. 지금도 공장엔 각 나라 국기를 크 게 만들어 비치해 놓고 있어요. 어느 나라 바 이어가 와도 환영을 해주려는 거죠. 고객은 아주 작은 것에 감동을 받습니다. 큰 것이 아 니고요. 이=요즘 젊은이들은 ‘스타일을 먹는다’는 말 을 합니다. 천호식품이 그런 층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셨나요. 김=제대로 짚으셨네요. 사실 우리 고객이 20 대가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 ‘마늘 초코 우유’ 를 내놔요. 달달한 게 젊은이 입맛에 맞을 겁 니다. 뭐든 두드리면 열립니다. 사람도 ‘임계 점’이 있어요. 99도까지 갔다고 포기하는 사람 이 많죠. 1도만 더 가면 펄펄 끓을 텐데…. 안 되면 될 때까지 들이대야죠.”
실제 그의 인생이 그랬다. 경남 고성에서 태어난 그는 군을 제대한 뒤 고향에서 ‘일일 학습지’ 사업 을 했다. 아버지를 졸라 받은 20만원이 종잣돈이었 다. “하루 100㎞ 넘게 회원 확장을 위해 다니는 뚝심 으로 두 달 만에 90부를 550부로 늘렸어요.” 이후 신발 깔창을 만들어 팔다 서른 살인 80년 큰돈을 만 김영식 회장이 휴대전화
진다. “그때가 세계 금연의 해였죠. 금연 파이프를
바탕화면에 저장해 다
만들면 돈이 되겠다 싶었는데 반년간 6000만원 이
니는 문구를 이혜영 객
익이 났죠.”
원기자에게 보여주고 있
하지만 호사다마였다. 욕심이 생기고, 씀씀이가
다. 미국·중국·일본 시장
헤퍼졌다. 장난감·주방용품으로 발을 넓혔지만, 무
에 진출해 반드시 성공
리한 확장 탓에 무일푼이 됐다. 84년 천호식품을 세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워 저주파 치료기로 재기의 발판을 다지다 신문에서
있다. 김 회장은 새로운
‘달팽이 사업’ 광고를 보고 엑기스 생산에 나선다.
목표가 생길 때마다 휴
“하루 한두 박스 판매가 고작이었죠. 하지만 포기하
대전화에 글로 담아 다
지 않고 PD들을 발이 닳도록 찾아가 방송에 출연했
니며 매 순간 되새긴다.
어요.” 이후 제품은 잘 팔렸다. 다시 치명타를 맞은 건 외환위기(IMF) 때였다. 대 기업에 납품하던 기능성 식품원료 공급이 중단되고, 하청업체에 건넨 어음의 만기가 돌아왔지만 주머니 는 비어 있었다. 순식간에 20억원 빚 더미에 앉았다. “서울 서초동 사무실 9층에서 뛰어내릴 생각을 했 죠. 그때 세무서 직원이 세금 내라고 독촉 전화를 하 더라고요. 오기가 발동했죠. 세금 낸다고 기다리라 고 했어요.” 이후 쑥 제품으로 승부에 나선 그는 비 행기 안에서도 전단지를 돌렸다. 2005년 마늘 제품 을 내놓은 뒤엔 서울~부산의 520㎞ 사이클 행진으 로 제품을 홍보하면서 매출에 불이 붙었다.
김영식 회장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성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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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은 성공의 열쇠다
김 회장은 ‘달팽이 엑기스’로 일어섰다. 1986년 여름 그는 차 사고로 다쳐 팔이 부러졌다. 깁스를 했지만 3~4개월이 지나도 뼈가 안 붙었다. 누군가 ‘달팽이를 먹어보라’고 했다. 경과가 크게 좋아졌다. 신기했다. 2년 뒤 어느 날 신문의 달팽 이 사업 광고를 보곤 곧바로 덤벼들었다. 그에겐 간과하기 쉬운 삶의 경험이 곧 비즈니스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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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떼가 지날 때 낚는다
그는 낚시를 즐긴다. 배도 있다. 낚시꾼도 유심히 본다. 그러나 똑같이 낚시를 가도 실적은 다르다고 한다. 유능한 사람은 밑줄부터 열심히 준비한다. 그러나 노력 않 는 이들은 줄부터 대충 맨다는 것이다. 이러면 눈 먼 고기 몇 마리 잡는 게 고작이 다. 김 회장은 시장을 유심히 보고 금연파이프·마늘제품 등을 먹힐 흐름에 맞춰 내 놓았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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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념에 중독시켜라
김 회장의 승용차와 가방엔 통마늘 진액부터 천호식품의 각종 건강식품이 준비 돼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즉석 시음을 권한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공항 직원들 에게도 제품을 건넸다. 택시 기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동네 산을 산책하거나 다 른 사람들과 테니스를 칠 때도 ‘통마늘 대박’이라고 소리쳤다. 그는 “스스로 미 치고 다른 사람들도 미치게 하라. 그러면 성공은 저절로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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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면 먼저 미쳐라
‘쑥 쑥 쑥자로 끝나는 말은, 이쑥 저쑥 들쑥 날쑥…’ 김 회장이 외환위기 때 직접 만든 쑥제품 노래다. 이 노래를 부르고 쑥을 팔러 다녔다. 일기장·수첩·메모장 등 보이는 곳엔 모두 ‘쑥을 못 팔면 죽는다’고 써놓았다.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을 뒤져 공부해 쑥에 관한 강의를 세 시간 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지식을 갖췄다. 영 업사원들도 그에게 감화됐고 돈다발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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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 별명은 15분 전
부산의 한 호텔을 자주 이용하는 김 회장. 어느 날 지배인이 다가와 “회장님이 성공한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항상 약속시간 15분 전에 온다는 것이었다. 그는 먼저 도착해 화장실에서 매 무시를 가다듬는다. 밖에 나갔다가 회사로 돌아와 사내를 둘러볼 때도 늘 스킨을 바르고 머 리를 빗고 나간다. 김 회장은 그런 마음가짐이 ‘신뢰’를 쌓는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밑바 닥에서 끌어올린 밑천의 하나가 바로 고객, 직원들과의 신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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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8일 토요일
Special‘제빵왕 김탁구’ 빛낸 카리스마 연기 전인화
영부인 고 육영수 여사(MBC ‘제4공화국’)와 악녀 장희빈(MBC ‘조선왕조오백년-인현왕후’)을 동시에 연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한민국 여배우, 전인화(45). 그녀는 시청률 50%에 가깝게 화제몰이를 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다시 서슬 퍼런 카리스마를 보였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폭주한 ‘제2의 미실’ 서인숙을 만나러 간 날, 출연자 분장실엔 김밥 과 만두로 점심을 때우는 연기자 전인화가 앉아 있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아유, 사람 사는 거 매한가지예요 한 남자랑 20년 사는 거 안 지겹겠어요?”
‘제빵왕 김탁구’의 마지막 회가 예정된 16일. 스페셜 토크쇼에 출연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 나온 길이었다. 분장실 화장대에 형형색색의 목걸이·팔찌가 보석상 진열대처럼 널려 있다. 분장을 돕는 스타일리스트가 “오 늘 착용할 팔찌만 4000만원짜리”라고 귀띔했 다. ‘4억 명품녀’가 따로 없는 격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성그룹 안주인 서인숙의 치장일 뿐, 자연인 전인화와 거리가 멀다. 옅은 겨자색 니 트에 흰색 면바지, 조리 샌들 차림으로 나타 나 녹화 의상을 점검했다. 종영 소감을 물으니 “애들이 고3, 고2라 이제 엄마 노릇 좀 해야겠 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 결말, 그게 서인숙 착한 사람이 끝내 이기는 결말 속에 혼자 남 겨진 장면, 어땠어요. “그게 서인숙이죠. 마지막에 돌변했으면 그 전까지 성질 못 됐던 거에 불과했겠지만, 이 여자는 영혼이 닫힌 가운데 끝까지 자존심을 지킨 거지. 29부에 나온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d rien)’ 그 노래처럼. 아유, 탁구(윤시윤) 같은 ‘남자 캔디’만 있으 면 드라마가 무슨 재미겠어요.” ●
악역 카리스마로 받쳐주니까 탁구 같은 인물 이 더 잘 살아난 것 같아요. “중견들이 힘 있게 끌어줘야 신인들이 편하 게 놀 수 있거든요. 시윤이·영아(양미순 역)· 유진(신유경 역)이 다 예쁘고 기특해. 특히 내 아들 마준이(주원), 애가 자세도 됐고 발전하 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난 서인숙이 공감이 가. 1960~70년대 상류층에서 시집살이 를 하면서 순종하지 않고 파워풀하게 산 게 매 력적이기도 하고, 평생을 외롭게 산 게 안 됐 다 싶기도 해요.” ●
단아한 이미지인데 연기는 독하게 하세요. “나이 들수록 뭔가 터져 나오고 휘두르고 그런 데 끌리는 것 같아. ‘여인천하’ 문정왕후 때 의외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서, 나한테도 이런 색깔 나오는구나 알게 됐어요. 이번에도 평소 내가 못 해보는 행동들을 마구 하니까 (웃음) 이제야 연기가 일이 아니라 재미있게 느껴져요.” ●
일상으로 돌아가면 평범한 고3 엄마 극 초반 70년대 ‘재키룩’으로 우아한 복고 풍을 뽐냈던 전인화는 시대 전개에 따라 과감 한 스모키 화장과 고가의 스타일링으로 ‘워 너비(wannabe) 미시’의 면모를 과시했다. 서
인숙이 하고 나온 보석과 의상은 방영 때마다 매장 문의가 빗발쳤다. “워낙 몸매 관리가 잘 돼서 어떤 옷도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게 스 타일리스트의 평이다. ● 미모와 화려한 스타일로 화제를 모으셨죠. “미모는 무슨(손사래). 젊었을 땐 다른 여배 우들과 경쟁심도 있고 그랬는데, 정말로 난 지 금이 제일 나은 것 같아(웃음). 예전엔 어긋난 거 못 참고 그랬는데 성격도 둥글둥글해지고. 눈·코·입 예쁜 게 뭐가 중요해요, 다 한때지. 2%가 부족해도 끌리는 게 있는 사람이 좋죠.” ● 동년배 여성들이 많이 부러워할 것 같아요. “예쁜 옷, 좋은 거 하니까 여자로선 좋죠. 그 러나 연기가 끝나면 바로 자신으로 돌아가요. 그러니까 25년을 버틸 수 있었죠(※1985년 데 뷔). 다만 여배우로서 관리는 해요. 1년 전부 터 아무리 바빠도 매일 두세 시간 규칙적으로 운동(피트니스)해요.” ● 가정적으로도 단란해 보이고요(※89년 9세 연상의 배우 유동근과 결혼해 1남1녀를 뒀다). “아유, 사람 사는 거 문풍지에 구멍 뚫어 보 면 매한가지예요. 한 남자랑 20년 넘게 사는 거, 안 지겹겠어요. 그 남자도 지겨울 텐데. 그 래도 소중한 내 가족에 늘 머물러 있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그게 중요하죠.”
배우로서 울타리에 갇혀 있지 않겠다 1년에 한 작품 정도로 과작(寡作)인 편이다. “일하는 동안은 가족이 나를 이해해주고, 그 게 끝나면 바로 아이들에게 충실하다”고 말 했다. 취미로 하는 도자기 공예가 수준급으로 알려져 있다. “촬영하는 동안 짬이 안 났는데, 다시 흙 빚을 생각에 들뜬다”고 했다. ● 다음 작품은 어떤 걸 생각하세요. “화려하고 예쁜 역할만 하면 연기자로서 내 살을 깎아 먹는 거죠. 새로운 걸 도전해보 고 싶어요(옆에서 관계자가 ‘시트콤도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젊을 땐 여배우가 무조 건 벗어야 해서 영화는 안 했는데, 요즘은 다 양한 역할이 많더라고요. 이 나이에 할 수 있 는 디테일하고 깊이 있는 걸 해야죠.” ● 모범적인 이미지가 부담되진 않으세요? “모범적인 게 아니라 지루한 거죠. 화려한 연 예인? 궁 속에 있는 공주도 외로운 법인데 궁 밖의 거지가 나아요. 팔봉 선생님 대사 있잖아 요. ‘인생은 겪는 것이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인간은 들판에 피어난 꽃과 같은 것이다’. 저, 평범하고 별거 없어요. 그냥 애들한테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엄마이고 싶어요.”
칵테일 >> “예전에 악역 할 땐 길가다 욕도 들었어요” 데뷔 때부터 청초미로 주목받은 그녀지만, 세간에 연기자로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건 2001년 SBS ‘여인 천하’에서였다. 정난정 역할의 강수연과 팽팽하게 대립하는 문정왕후 역이었다. 위엄과 독기를 품고 싸늘 하게 내뱉는 “뭐라?”가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 “남편(유동근)이 ‘왕비니까 품위 있고 좋잖아’ 하고 권해서 덥석 맡았는데, 그전까지 색깔이랑 너무 달라서 몇 날, 며칠 잠을 못 잤다. 눈짓, 손짓, 하다 못해 콧구멍 움직임까지 염두에 두며 연기했다”고 돌아본다.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 1순위에 꼽는 역할이다. 두 번째가 ‘제빵왕 김탁구’의 서인숙, 세 번째가 88년 ‘조 선왕조 오백년-인현왕후’의 장희빈이다. “당시만 해도 극중 인물과 배우를 분간 못해 길 가면 욕설 퍼붓는 이들이 있었다. 같은 악역인데도 서인숙으로 사랑을 받으니 시청자 눈높이가 달라진 걸 실감한다”고 말한다. 제14206호 40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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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와 한복, 그 숨은 얘기들 기모노 코레앙은 없다 첫 해외무대와 이방자 여사
말을 들을 때마다 이씨는 너무 화나고 기 막혔다. 1
의 회색, 소나무의 녹색 등 7가지 색을 정했다. 특히
1983년 6월 미국 워싱턴. 미국의 장관과 국회의원 부
년간 연구에 매달렸다. 한복이 먼저라는 걸, 더 멋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걱정됐다. “멋쟁이로 들은 데
부들이 이영희씨의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섰다. 사진 속
지다는 걸 보여주는 전시회를 열자고 마음먹었다.
다, 언젠가 외국 방문 때 판초를 이상하게 입었다가
의 남자는 대감 갓과 도포로, 여자는 모시 한복으로
그리고 94년 프랑스 파리의 오랑제리 전시장에서
화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치수도 안 보내와 애가 탔
맵시를 뽐냈다. 난생처음 밟은 해외 무대. “한국 전통
‘바람의 옷’이란 타이틀의 한복을 내놨다. 저고리
는데 막판에야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그러나 모든
미를 맘껏 봬주리라 각오를 다졌죠.” 경탄하는 참석자
를 벗은 드레스풍의 새로운 한복이었다. 민소매로
게 기우(杞憂)였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 중 제일 먼
의 모습에 이씨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때부터 꿈이 시
팔이 보이고, 가슴이 보일 듯 말 듯 하며, 허리선이
저 와서 자기 옷을 점검했어요.” 행사 뒤에 옷을 부칠
작됐고 자라났다”고 했다.
적절히 들어간, 노방(실크)으로 만든 옷. 하늘하늘
때도 부시는 직접 들고 가겠다고 했다. “각국 정상들
그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한복 쇼는 사실 우여
날리는 치마는 바람 그 자체였다. 이씨는 행사 경비
이 제 한복 모델이 돼 줬으니 그 자부심이야 하늘을
곡절 끝에 이뤄졌다. 원래는 다른 디자이너가 쇼를
3억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을 사비(私費)로
찌를 것 같았죠.”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최 측 마음에 들지 않았
충당하고, 나머지만 협찬을 받을 정도로 애착을 쏟
다. 서울에서 이씨의 한복 쇼를 눈여겨봤던 인사가
았다. “한복으로 번 돈은 한복에 쓴다는 생각이었
700만원짜리 모시의 꿈
다른 디자이너를 찾던 워싱턴 쪽에 귀띔을 해줬다.
죠. 안 되면 집이라도 팔지 하는 생각으로 물불을
지난 7월 6일 이씨는 파리에서 오트 쿠튀르(맞춤복)
절호의 기회였다. “50벌을 갖고 갔죠. 마침 만들어
안 가릴 때였고요.”
패션쇼를 열었다. 사진의 연분홍빛 드레스는 한산
둔 옷이 있었어요.” 두 달 전 대한제국의 영친왕비 이
모시로 만들었다. 여인의 나들이를 컨셉트로 잡았
방자 여사가 사는 창덕궁 낙선재에서 열린 자선 쇼
판초에 화낸 부시 대통령, 한복은 챙겨 귀국
다. 낙화 직전의 매화, 사군자를 박아 넣었다. 머리엔
에서 썼던 옷이었다. 1년 전 신라호텔 무대에 올렸던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녀들이 많이 썼던 전모를 씌웠다. 사실 쇼를 관통
한복도 요긴하게 보탰다. 대한제국 황가(皇家)와의
(APEC) 정상회의에서 이씨에게 한복을 주문했다.
하는 주제가 한산 모시였다.
인연이 그에게 워싱턴행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정상들이 입을 옷이었다. “뭘 입힐까 정말 걱정됐어
그 이유가 있다. “충청도의 한산 모시 맥이 끊겨 간
요.” 그의 선택은 두루마기였다. 회담장인 누리마루
다고 해요. 노인들이 돌아가시면 옷감 짤 사람이 없답
바람의 옷 돌풍 사비 들여 한복쇼
를 찾아가 어떤 색이 좋을지 연구했다. “멋진 한국
니다.” 그는 원사(原絲)와 금사(金絲)를 섞어 짜서 모
“한복은 외국에서 ‘기모노 코레앙’으로 불렸죠.”
의 자연에선 자연색을 입어야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시 한 필에 700만원 나가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기노모의 짝퉁쯤으로 취급받았다는 소리다. 이런
요.” 하늘·바다의 색인 쪽빛, 황토 흙의 황금빛, 기와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이영희
해외 패션쇼만 400회 이상 ‘한복 세계화’ 앞장서는 디자이너
“프라다아르마니도
Insight
한국 오면 내 한복 사갑니다”
인정한다. 패션 담당 기자로서 한복 기사를 다루는 건 대부분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서다. 한복 디자이너를 떠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한복은 멀리 있다. 한데 ‘한복장이’ 이영희 (74)는 꿋꿋하다. 1993년 프랑스 파리 프레타 포르테에서 ‘한국의 기모노’로 알려진 한복의 오 명을 날려버린 이래, 지금껏 해외 패션쇼만 400번 넘게 열었다. 2004년엔 뉴욕 맨해튼에 한복 을 전시하는 ‘이영희 뮤지엄’을 만들더니, 3년 뒤엔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에 한 복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런 이씨가 최근 한국의 모시를 세계에 알리겠다고 나섰다. 지난 7월 파 리에서 한산 모시를 주제로 생애 첫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 행사도 열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메종 드 이영희’ 매장에서 만나 그 사연과 그녀의 한복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제14206호 40판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이번엔 ‘모시 전도사’ 저고리 없이 치마만 입는 한복 드레스. ‘이 영희’ 하면 떠오르는 트레이드 마크다. 말기 수(가슴을 감싸는 천)에 수를 놓아 만든 디자 인이다. 해외 패션계는 이를 두고 ‘바람의 옷’ 이란 별칭도 지어줬다. 간단하지만 누구도 생 각할 수 없었던 ‘콜럼버스의 달걀’이었다. 그 리고 16년이 흘렀다. 그는 모시로 또 한번 콜 럼버스가 되려는 것일까. ● 이번엔 ‘모시 전도사’네요. “모시는 한복을 짓는 내내 가장 매혹적인 소재였어요. 입다 보면 가늘고 해지는 것 같 은데 풀 한 번 매겨놓으면 다시 새것이 되는 게 신기했죠. 더구나 우리나라 모시는 세계 어디에서도 만들 수 없는 것이죠. 예전부터 한복만이 아니라 전통 소재도 꼭 세계에 알 려야겠다 싶었는데 기회가 왔어요. 충남 서 천군에서 ‘한산 모시 세계화’ 사업을 시작한 다는 거예요. 모시로 디자인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4월 연락이 왔어요. 앙드 레 김·이상봉 디자이너도 물망에 올랐는데 그래도 한복 하면 이영희라니까 만장일치로 나를 뽑았다네요.” ● 프레타 포르테가 아닌 오트 쿠튀르로 나선 이 유는요. “모시를 세계화하려면 파리 오트 쿠튀르 에 나가야 한다고 고집했어요. 고급 소재에 맞 게 맞춤복이 어울렸기 때문이죠. 송·죽·매·란 (松·竹·梅·蘭)을 테마로 36벌의 옷을 만들었어 요. 쇼 준비에만 1년이 넘게 걸렸어요. 일일이 소재를 염색하고 수를 놓고 붓으로 그림을 그 리니 정신이 없었죠. 그래도 반응이 좋아 내년 에도 또 나갈 생각이에요.” ● 모시는 여름 소재라 한계가 있지 않나요. “모르고 하는 소리죠. 모시를 겨울에 목에 둘러보세요. 진짜 따스해요. 그리고 모시를 빳빳하게만 보지 마세요. 실크를 섞어 짜거나, 홍두깨로 천을 두들기는 작업을 거치면 충분 히 부드러워져요. 여기에 천연 염색까지 하면 캐시미어 못잖은 고급 원단이 될 수 있어요.”
명품 디자이너부터 영부인까지 고객 지난 5월, 이씨의 한복은 ‘고소영 한복’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배우 장동건·고소영 부 부가 혼수용 한복을 이씨에게서 맞춰 갔기 때 문이다. 이씨는 “고씨와는 아무 친분도 없는데 그냥 찾아왔더라”며 “당사자들에겐 한복을 선 물로 주고, 친척들 옷은 돈 다 받고 만들어 줬 다”고 말했다. 유행하는 ‘스타 마케팅’과는 선 을 긋는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디자이너 미 우치아 프라다, 조르조 아르마니도 한국에 왔 을 땐 직접 매장에 와 내 한복을 사간다”고 자 랑했다. 하지만 이씨의 한복을 입은 최고 명사 는 역시 퍼스트 레이디들이다. 역대 영부인들 이 그의 옷을 입었다. 이순자 여사의 한복은 절 반가량, 김옥숙 여사의 한복은 거의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입은 김 윤옥 여사의 연두색 두루마기와 황금색 치마 역시 이씨의 작품이다. ● 역대 영부인들과 인연이 깊네요. “김옥숙 여사는 경북여고 선배고, 김윤옥 여사와는 이화여대 대학원 동창이에요. 이순 자 여사는 남편들이 군인 출신이라 영부인이 되기 전부터 알고 있었고요. 손명순·이희호 여사는 청와대에서 처음 만났어요. 행사를 앞두고 연락이 오면 그분들이 매장에 오거나 청와대에 들어가 치수를 재죠.” ● 퇴임 뒤에도 계속 연락을 하나요. “이순자 여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 팔순 잔 치 때 옷을 해가셨어요. 김옥숙 여사는 요샌 노태우 전 대통령이 편찮으셔서 통 못 뵙네 요. 예전엔 외국 나갈 일이 있다거나 하면 꼭 맞춰가셨죠. 예단 준비하는 친척들도 곧 잘 소개해주셨어요.” ● 한복이 잘 어울리는 영부인은 누 구였나요. “김옥숙 여사처럼 한복이 그 렇게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거 예요. 얼굴도 갸름한 데다 목이 길고 어깨가 좁아 딱이니까. 40 대 영부인이란 점도 좋은 조건이
이순자 여사, 화려한 디자인 즐겼어요 김옥숙 여사, 한복이 참 잘 어울렸죠 김윤옥 여사도 좀 더 자주 입었으면 한식 세계화, 한복과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 얻을 텐데 뻔한 말 같지만 정부 지원 절실해요
었죠. 은은한 빛깔로 아래위를 통일해 입으면 기품이 느껴졌어요. 정치적으로는 말이 많지 만, 어쨌든 제 옷을 빛내주는 분이었어요.” ● 다른 분들은요. “이순자 여사는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했고, 손명순 여사는 채도를 낮춘 옷감에 원색의 자 수 무늬를 즐겨 입으셨죠.” 여기까지 품평을 끝내려다 이씨는 작정한 듯 말을 이었다. “이희호·권양숙 여사가 한복 보다 양장을 즐겨 입었던 게 한복장이로는 좀 아쉬웠어요. 아무래도 외국 나갈 때나 중요한 자리에서 영부인이 멋스러운 한복을 입으면 인상이 깊지 않겠어요.” 내친 김에 이 말은 꼭 써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했다. “김윤옥 여사 가 한복을 더 자주 입으셨으면 싶어요. 솔직히 제가 보기엔 양장보다 한복이 더 잘 어울리는 분이에요.” 한복도 샤넬 같은 명품 될 수 있다” “루이뷔통 가방은 네 사람 중 한 명이 들고 다니고, 샤넬 제품은 세계에서 몇 초에 하나 가 팔려 나간다. 나는 한복을 명품의 반열로 올리는 것이 꿈이다. 이씨의 꿈은 ‘한복 세계 화’ 그 이상이다. 한복으로 번 돈은 한복에 투 자하겠다는 결심도 그래서다. 유럽과 한국에 서 활동 중인 딸 이정우 디자이너가 이 길을 함께한다. ● 명품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이 뭔가요. “80, 90%는 이미 여건이 갖춰져 있죠. 한복· 한식과 같은 우리 문화는 누군가 조금만 신경 써주면 금세 명품으로 발전할 수 있어요. 뻔한 말 같지만 정부 지원이 절실해요. 해외 패션쇼 지원처럼 일시적인 것도 좋지만 뉴욕·파리 등 패션 중심부에 매장이 필요하죠. 딱 3 년 만 도와줬음 싶어요(이씨는 외환 위기로 두 곳에 있던 매장을 철수 했고 ‘이영희 뮤지엄’만 교민들 의 도움을 받아 매달 2만 달 러씩 내고 유지하는 중이 다). 이영희는 다해서 봐줄
게 없다는 말이 제일 속상하죠.” ● 컨셉트는 있나요. “너무 한국적인 것을 강조하면 안 돼요. 동 정·고름까지 단 한복을 외국인이 어떻게 입겠 어요. 한복의 라인과 소재는 살리되 샤넬·프라 다처럼 누구나 입고 싶어하는 옷이어야 하죠. 양단으로 조끼·재킷을 만들면 그게 한복이라 고 생각해요. 우리끼리도 한복이 일상생활에 서 입기 힘든 것은 인정해야죠. 그렇다면 예 복·파티복으로 거듭나게 하면 돼요.” ● 한복이 세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들도 많은데요. “그들에게 되묻고 싶어요. 한복을 제대로 해본 적이나 있는지. 중국에서 가져다가 프린 트 다 찍힌 원단으로 만드니 그렇게 느끼는 거 죠. 직접 소재부터 공부하면 그런 소리 못해 요. 특히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색깔 공 부는 한복으로 하는 게 최고예요. 신발이든 가방이든 뭘 만들려고 할 때도 한복이 기본이 될 수 있죠. 전 당장 자동차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 한식 세계화에 비해 한복 세계화는 이슈가 덜 되죠. “한식 세계화가 언론이나 정부에서 화두가 될 때마다 아쉬워요. 두 가지는 함께해야 시너 지 효과를 얻는 건데…. 4년 전 미국 뉴욕 한 국문화원에서 미국 기자 100여 명을 불러 한 식을 맛보게 하는 행사가 있었어요. 문화원 측에 한복 패션쇼를 제안했죠. 먹고 끝나기보 다 뭔가 볼거리를 보여주자는 생각에서죠. 파 티가 익숙한 외국인들은 식사 뒤에 ‘쇼’가 나 오자 재미있다는 반응이었어요. 어차피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것이라면 ‘먹고 입고’가 함 께 가는 게 맞아요.” ● 요즘은 한국 패션을 세계에 알리려는 후배들 이 많은데요. “트렌드를 알아야 해요. 세계 패션이 어떻 게 흘러가는지, 현재 명품 브랜드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시해야죠. 경제랑 똑같아요. 모 시의 세계화도 세계 트렌드와 맞물려 있어요.
안 된 얘기지만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지 않나요. 세계적으로 얇고 안감이 없는 옷이 점 점 많아지니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이씨는 한때 명품이 되겠다는 꿈 때문에 걱 정도 많았다고 한다. ‘내가 죽어도 계속 이영희 의 힘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해서다. 그때 해인 사 정종 스님의 말이 현답이었다. “스님이 그러 대요. 어차피 23세로 가면 옷은 변하기 마련이 고 당신보다 더 잘할 수도 있지 않으냐고요. 건 강이나 챙기라기에 요즘은 그냥 맘 편히 먹고 산답니다.”
칵테일 >> 한낮에 번쩍대는 다이아몬드는 좀 이씨의 인터뷰는 본래 ‘파워 스타일(15p)’로 예정됐 다가 판을 키웠다. 그런데도 이씨는 애장품을 보여 주고 싶다며 인터뷰 자리에 들고 나왔다. 공개한 액 세서리들은 ‘빈티지’ 그 자체였다. 함 속에는 세월 의 흔적이 느껴지는 반지가 24개 들어 있었다. 후배 가 존경의 의미로 만들어 준 반지, 폴란드 여행에서 산 반지 등 각각의 사연이 함께했다. 하지만 그중 다 이아몬드같이 값나가는 보석은 하나도 없었다. 자수 정·은 등으로 만든 반지들뿐이었다. “한낮 햇빛 아래 번쩍거리는 보석을 걸치는 건 무식해 보여요. 조명이 어두운 이브닝 파티에나 어울리죠. 저도 파리 패션 피플들에게 배운 거예요.” 이씨의 ‘파리지엔 감성’ 은 이뿐이 아니었다. 반지들의 알은 하나같이 손가 락 두 마디 정도로 크고 두꺼웠다. “파리 예술가들이 큼지막한 반지 하나만 포인트로 끼는 게 보기 좋더라 고요. 멋은 내지만 ‘어디까지나 나는 일하는 사람이 다’는 걸 보여주는 의미죠.” 평소 무늬 없는 검정·베 이지·갈색 등의 옷을 즐겨 입는 이씨이기에 더할 나 위 없이 괜찮은 스타일링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40판 제14206호
10 Novel
2010년 9월 18일 토요일
여인
이문열 연재소설
리투아니아
오래 헤어져 있던 혈육들의 재회가 감동을 주는 첫 번째 대목은 서로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맞다 맞아 너야. 그간 얼마나 고생했니, 여기 이 흉터 해방 이듬해 감꽃 목걸이 만든다고 뛰어다 니다가 묵은 감나무 가지에 찢긴 거지…… 80년대 초 한 공영방송이 이산가족 상봉 실황을 방 영할 때 가장 먼저 시청자의 콧등을 시큰하게 만든 것은 그런 이산가족들의 확인과정이었다. 그러나 혜련의 외할머니와 이모들 모녀 간의 상봉에서는 그마저도 없었다. 초인종에 억지로 불려 내려온 듯 거실로 들어선 혜련의 할머니는 잠시 멈칫 놀라는 것 같기 는 했지만, 이내 차갑다고 할 만큼 차분한 눈길로 두 딸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걸음을 멈추었다. 일러스트: 백두리 baekduri@naver.com
에레나 이모 또한 한눈에 외할머니를 알아보는 것 같은데도, 달려가 어머니를 쓸어안거나 눈물 을 뿌리는 일은 없었다. 외할머니와 마찬가지로 굳은 듯 발길을 멈추었는데, 헤련의 기억에는 잠 시 얼굴이 핼쑥해진 게 차이가 날 뿐이었다. 부엌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 나온 혜련의 어머니는 잘 기억이 나지 않은지 긴가민가한 얼굴 로 그런 둘을 바라보았고, 올가 이모는 그보다 더 몽롱한 눈길로 기억에는 전혀 남지 않은 어머니 와 언니를 바라보았다. 외할머니와 에레나 이모와 마찬가지로 그들 자매에게도 30년이 넘는 세월 두 대륙을 헤매고 한 대양을 건너 만나게 된 혈육끼리 느끼는 감격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만찬 시간으로는 아직 일러 찻잔을 놓고 둘러앉은 거실의 테이블 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 엇 때문인가 안절부절못하며 거실과 부엌 사이를 들락거리는 혜련의 어머니를 빼고 둘러앉은
2-3 “어머니, 왜 일리야만 데리고 떠나셨죠?”
그들 세 모녀의 대화도 천만 리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몇십 년 만에 만난 혈육들의 그것과
혜련의 회상에 따르면, 그날 이미 은발이 희끗희끗해진 큰 이모 에레나는 무슨 엄중한 심문관 또
는 어조와 표정이었다.
는 이번에는 반드시 묵은 빚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결의로 찾아온 채권자와도 같은 태도와 표정
그러나 알 수 없기는 혜련의 외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두 딸이 서로의 증인이 되고 기억을
으로 현관을 들어섰다. 그 사이 삼십대 후반이 된 막내 이모 올가도 혜련이 보기에는 큰 이모와 크
보조해가며 리투아니아를 떠나는 순간부터 미국에 이르기까지의 긴 얘기를 맺는 동안 그녀는
게 다르지 않았다. 언니처럼 강경하지는 않았지만, 올가 이모 또한 어떤 상황이 되어도 에레나 이
단 한 번도 반문이나 대꾸로 얘기의 흐름을 끊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동에 젖거나 탄식
모 편에 서서 그 충실한 조력자 내지 응원군의 역할을 하겠다는 결의만은 분명히 보여주었다.
과 회한에 넋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야릇한 호기심으로 테이블 끄트머리에 앉아 듣고 있
그래서인지 혜련은 이모들이 누르는 초인종 소리가 집안을 온통 휘저어 놓을 때까지 자신의
던 혜련은 그런 외할머니에게서 왠지 닥쳐올 환란을 기꺼이 받아들일 각오를 다지고 있는 듯
방 안에 고요히 기다리고만 있던 외할머니에게서도 엄한 심문관을 기다리는 피(被)심문인 또
느껴지는 어떤 결연함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 저녁 준비를 핑계로 거실을 들락거리는 어머니에
는 변제할 가망 없는 채권 추심을 기다리는 채무자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 없는 기억
게서 느껴지는 불안이나 까닭 모를 죄의식 같은 것과는 전혀 다른 감정의 반전이었다. 그러다가
이긴 하지만, 혜련의 어머니도 요란스런 심문대비로 자신의 불안이나 죄책감을 진정시키려는
끝내 에레나 이모의 심문 또는 채권 추심이 시작되었다.
종범(從犯) 또는 강제집행을 앞둔 연대보증인 같은 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 그때 어째서 저 아이 일리야만 데려가고 저희들은 남겨두셨지요?”
리투아니아 여인
는 거리가 멀었다. 큰 이모 에레나는 막내 올가를 증인 겸 보조해설가로 쓰며 그로부터 한 시간 가까이 그리로 찾아오기까지의 괴롭고 쓰라린 행로를 얘기했는데, 곳곳에서 과장의 혐의가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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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다. 하도 다급한 상황이라 이것 저것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을 건너 여기까지 나를 찾아온 너희에게는…….”
이번에는 외할머니가 갑자기 하얘진 낯빛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침착해지려고 애썼지만 목
그러고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 뒤로도 에레나 이모는 여러 가지 말로 자신이 바라는 대답
소리는 알아들을 만큼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만큼 에레나 이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을 듣고자 했지만 헬렌의 외할머니는 끝내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때 우리 셋을 다 데리고 갈 수 없었다는 것쯤은 우리도 알아요. 하지만 데려가기 쉽다는
이윽고 날이 저물어 그 오후 내내 안절부절못하던 어머니가 식탁에 저녁상을 차리는 것으로
이유라면 가장 나이든 내가 되어야 했고, 어려서 가엽기 때문에 데려갔다면 저기 올가여야 했
안정을 되찾으려 할 무렵, 에레나 이모가 찬바람 도는 얼굴로 일어났다. 그녀는 그때까지도 찻
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가운데 일리야만 데리고 떠나셨어요. 왜 그러셨죠?”
잔 앞에 앉아 간절한 눈길로 외할머니를 쳐다보고 있는 올가 이모의 손을 가만히 잡으며 토막
“그때는 단순히 누구를 버려두고 누구를 데려간다는 식의 선택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죽
토막 끊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음의 공포에 쫓기던 이 어미에게는 너희 가운데 누구 하나를 그 죽음 속에서 건져내느냐의 문
“올가, 가자. 이 할망구한테 우리는 - 이미 삼십여 년 전에 - 죽은 자식들이야. 자식을 죽을 구
제였다. 그리고 그때는 아무 거침없이 너희 셋 가운데 하나만 살릴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일리야
덩이에 팽개치고 - 떠난 할망구에게-구구하게 물어본들 뭐하겠어? 우리에게도 이 할망구는 -
저 아이라고 여겨 함께 데리고 떠났는데, 그 까닭이 무엇이었는지는 그 뒤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때부터 이미 어머니가 아니었어. 더는 찾아가야 할 - 어머니가 없어졌는데도 - 우리는 그렇게
영 알 수가 없었다.”
멀고 험한 길을 돌아 - 여기까지 온 거야.”
그러자 에레나 이모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한동안 망연한 눈길로 그런 에레나 이모를 바라보던 올가 이모가 얕은 한숨과 함께 자리에
“그러지 마세요. 어머니. 그때 어머니는 제게 저 올가를 잘 돌봐 주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어
서 일어났다. 그러자 에레나 이모는 그런 올가 이모의 손을 꼭 잡고 끌 듯하며 거실을 나갔다.
떤 일이 있어도 올가의 손목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곧 데리러 오겠다고도
둘은 저편 식탁에 한참 차려지고 있는 저녁상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밖으로 나가, 그토록이나
하셨죠. 그건 한 살이라도 많은 저를 남겨두어 어린 올가를 돌보게 하시려는 뜻 아니었어요?”
오래 그리워하고 찾아 헤맸던 어머니와 자매를 그 뒤 두 번 다시 찾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어린 올가를 안고 떠나는 게 나에게도 너에게도 더 나은 선택이 되었겠지.
무슨 의무를 다하듯 그렇게 자신의 리투아니아 얘기를 마친 혜련은 얼마 되지 않아 자리에
내게는 어중간한 여섯 살배기를 데리고 수천 수만 마일 이국으로 떠나기보다는 품에 안기는
서 일어났다.
세 살배기 올가가 차라리 나았을 것처럼, 네게도 아직 기저귀를 차야 하는 올가보다는 여섯 살
“이제 서울로 활동무대를 옮기셨다니 자주 뵐 수 있겠네요. 저도 내친 김에 대학원에 진학했
배기 일리야가 돌보기 나았겠지.”
어요. 아직은 잘 모르지만 대강 무대음악 쪽으로 해볼까 해요. 극단에 자리 잡게 되면 연락주
“그래도 뭔가 저희들을 두고 일리야를 데려갈 합당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더군다나 그렇게
세요.”
저희들 중 누구를 데려가는 게 단순히 양육과 유기 사이의 선택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가르는
혜련이 늘 만나던 사람 헤어지듯 그렇게 말하고 제 전화번호를 일러주었다. 나도 당연한 듯
선택이었다면요. 그 까닭을 들려주세요. 이건 어머니를 찾아 나서면서부터 저희 자매가 줄곧 묻
내 연락처를 알려주고 헤어졌지만, 저만치 인파 사이로 사라지는 혜련의 황갈색 머리칼을 보자
고 싶던 것이었어요. 우리가 걸어온 길이 아무리 어려운 가시밭길이라 해도, 그것만 들으면 그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모든 고난을 잊을 수 있을 거예요. 아니, 그걸로 우리 둘의 삶 전체가 버림받은 상처에서 놓여날
‘이 아이는 어떤 인연으로 나와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일까. 서른네 해 길지도 않은 삶에서
수 있을 거예요.”
벌써 세 번째 뜻 아니 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 구나. 그것도 당연한 듯이.’
그런 에레나 이모의 목소리는 전과 달리 어떤 절실함과 간절함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외할머
그러나 리투아니아에서 온 그녀의 두 이모와 외할머니가 극적으로 연출해낸 그 광경이 아직
니는 비정하리만치 차분한 목소리로 받았다.
도 강렬한 인상으로 내 의식을 사로잡고 있어서인지 오래 멈춰 서서 혜련을 생각하고 있을 수
“미안하다. 나도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면 너희들이 반드시 이걸 물을 줄 알았다. 하
는 없었다. 그러다가 하숙집으로 돌아와 다시 어둡고 구질구질한 일상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지만 그 때문에 더욱 거짓말을 할 수가 없구나. 더구나 37년이나 걸려 두 대륙을 헤매고 대서양
되면서 한동안은 혜련을 찾아볼 생각조차 못했다.
리투아니아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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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06호 40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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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8일 토요일
胡正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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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8일 토요일
병원장이 된 파독 간호사 출신 의사 미라 박
“독일에서 의사 공부
소림사 무술의 적통(嫡統)을 잇는다, 사부 후정성
최선 정도가 아니라
내공으로 돌멩이 깰 수 있죠 하지만 그건 무술이 아니지요
목숨 걸고 했다” 지난 8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제34차 회의에서 중국 허난(河南)성 등펑(登封)시 숭산(崇山) 일대 역사기념물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이 타전됐다. 중국인
가까이서 본 후정성
들은 환호했다. 그 대상인 11개 고(古)건축물에 소림사(少林寺)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통 무술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를 잡은 때문이었다. 소림 무술은 이미 수많은
후정성 사부는 얼핏 보아도 소
영화와 무협소설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1982년 개봉된 리롄제(李連杰) 주연의 영화 ‘소림사’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그해에만 70만 명이 소림사를 다녀갔고, 84년에
림 무술가답다. 승려처럼 머리 를 삭발했다고 그런 게 아니라
는 347만 명이 방문했다. 지금은 ‘소림’ 두 글자만으로 세계적 브랜드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소림 무술의 적통(嫡統)을 잇고 있는 후정성(胡正生·34)을 만나 소림사의 모든 것을 들 어본다. 장소는 그가 운영하는 ‘소림사전통무술학원’에서였다.
등펑(중국) 글=이만훈 월간중앙 기획위원 mhlee@joongang.co.kr
1m78㎝의 후리후리한 키에 군
사진=최재영 월간중앙 사진부장 presscom@joongang.co.kr
살이라곤 하나 없는 몸매(70㎏) 가 그렇다. 온화하게 웃는 모습
량으로 순순히 받아주었습니다.” 그가 소림 무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입사 (入寺)한 지 한 달쯤 지나서부터였다. 당시 소 림사에는 걸출한 고수가 한 명 있었다. 바로 장광쥔(張廣俊) 선생이었다. 장 선생은 70년대 각종 무술대회에서 금상을 휩쓴 당대의 고수 로 지금도 ‘중국 10대 무술명사(名士)’로 존경 받는 인물이다. 후정성이 소림사를 찾아갔을 때는 일흔일곱의 노인이었다. “어느 날 사부님을 찾아가 무술을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힘들 텐데 괜찮겠느냐’고 하 세요. 그래서 소림사를 찾아온 자초지종을 말 씀 드렸지요. 제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시더 니 ‘해보자’ 그러시더군요. 나중에 안 일이지 만 사부께서는 그동안 제가 일하는 걸 지켜보 셨던 모양이에요. 저는 혹여 쫓겨날까 봐 누가 일을 시키든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했는데 사
부모의 굴욕 갚고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22년째 수련, 800여 제자 키워
그는 소림사가 있는 등펑시로부터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허난성 신양(信陽)시의 빈 농 집안에서 태어났다. 땅뙈기라곤 메뚜기 이 마빡만큼도 없어 남의 땅을 부쳐 근근이 입 에 풀칠하는 처지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자존 심이 강했다. “극빈의 부모가 남들한테 업신 여김을 당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주먹을 불끈 쥐곤 했습니다. 누나가 한 명 있었지만 부모의 굴욕을 갚고 집안을 일으키는 것은 나의 몫 이라고 늘 생각했지요.” 마침내 초등학교 5학 년 때인 89년 9월 식구들 몰래 가출했다. 리롄 제의 영화 ‘소림사’를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던 그는 “잘하면 리롄제나 청룽(成龍) 같은 쿵후 스타가 돼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리란 생각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몇 달 동안 부모님 심부름을 해서 모은 돈 으로 버스를 타고 등펑까지 와 무작정 소림사 로 찾아갔습니다. 당시 소림사가 영화 ‘소림 사’를 계기로 다시 부활하던 참이라 일손이 많이 필요할 때였죠. 잔심부름이라도 시킬 요
“1994년 겨울 사부께서 기력이 많이 떨어 지셨습니다. 당시 여든두 살이셨거든요. 하 루는 저를 부르시더니 심의육합권(心意六合 拳)이라는 소림 무술의 비급과 함께 편지를 써주시며 양치우란 분을 찾아 가라고 하셨습 니다. 당신이 힘에 부치니까 다른 고수를 소 개해주신 겁니다. 사부님은 2년 뒤 운명을 달 리하셨습니다.” 양 사부는 소림사에서 30여 분 걸리는 옌스 (偃師)시에서 전통 의원을 하고 있었다. 대대 로 의원을 하던 집안 출신인 양 사부는 더건 선사의 수제자로 문화혁명 이전 소림사 방장 을 지낸 더산(德禪) 선사로부터 의술을 배워 인근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무술과 의술에 정통한 명사였다. 장 사부의 소개 편지를 건 네며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양 사부는 몇 가지 동작을 시켜보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 들이겠다는 표시였다. 그의 무술 인생이 소림 무맥의 적통으로 편입되는 순간이었다.
가장 추울 때와 가장 더울 때 단련하라
소림사 무승들이 무공을 닦은 흔적. 은행나무에 팬 지공(指功) 구멍들이다.
“내공으로 돌멩이 깰 수 있지만 그런 건 진짜 무술이 아니다” 부께서 그 점을 사주신 것 같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아침 두 시간, 저녁 서너 시간 씩 무술 공부를 했다. 어차피 작심한 일이라 죽 자 사자 매달렸다. 사부가 다른 용무로 자리를 비울 때에도 혼자 연습했다. 특히 저녁 공부 때 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다 사부가 가서 자라고 해야 그제야 그만두곤 했다. 옷이 달랑 한 벌이라 매일 밤 빨아 널었다 아침에 입어야 하는데 어떤 때엔 채 마르지 않아 그대로 입고 일을 해야 했다. 하루 너덧 시간밖에 자지 못해 낮에 일을 하다 서서 잔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 다. 무엇보다 배가 고팠다. 하루 세 끼는 꼬박 꼬박 챙겨 먹지만 늘 허기가 졌다. 집에서 가뜩 이나 잘 먹지 못해 앙상했던 몸이 절에 들어갈 때보다 더 말랐다. 그래도 이를 악물었다. 그렇 게 6년 장 사부에게 사사했다.
당시 소림 무술 최고의 고수로부터 40년 가 까이 꼼꼼한 지도를 받은 덕에 양 사부의 실 력 또한 생전에 짝을 이룰 자가 없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양 사부의 무명(武名)이 어느 정도 였는지는 올 6월 그가 세상을 뜨자 싱가포르 의 한 TV가 장례식을 사흘간이나 생방송했 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양 사부는 우선 ‘동련삼구 하련삼복(冬練 三九 夏練三伏·가장 추울 때와 가장 더울 때 단련하라)’이라는 무술계의 오랜 격언을 일러 주며 “이런 고통을 겪지 않고는 진정한 전수 는커녕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말로 가르 침을 시작했다. 스승은 무술뿐만 아니라 글도 가르쳤다. 예전과 같이 절 생활을 하면서 ‘공 부’하려니 힘들기 짝이 없었지만 죽기 살기 로 했다. 소림사와 사부 집을 오가며 그렇게 4 년을 보낸 뒤 98년부터는 아예 절을 나와 무 술 공부에만 매달렸다. 농가를 빌려 비가 오 나 눈이 오나 오로지 무술만 했다. 워낙 양 사 부가 유명했던 터라 그의 제자에 대한 소문도 퍼져나갔다. 양 사부를 사사한 지 8년쯤 된 2002년 그에게 도 배움을 청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 다. 하지만 처음엔 아직 자신도 미진하다는 생 각에 한참을 망설였다. 스승한테 물으니 “가르 치다 보면 스스로에게도 깨닫는 바가 있을 것” 이라며 허락했다. 처음 다섯 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나날이 학생 수가 늘어나더니 2005년 무
칵테일 >> 후정성의 소림 무술 Q&A
담배도 하지 않는다. 공력에 지 장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도 새벽 5시2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제자들과 함께 10㎞ 달 리기를 시작으로 매일 9시간씩 운동장에서 보낸다. 시범을 보 일 땐 ‘황비홍’이 따로 없다. 한 마디로 펄펄 난다. 노동치곤 중 노동이다. 그래도 무술을 시작 한 이래 감기 한 번 걸려본 적이 없다. 금강체(金鋼體)다. 그는 마음 다스리기에도 고수다. 아 무리 화가 나는 일이 닥쳐도 고 요함을 유지한다. 소림 무술의 정화(精華)를 보는 것 같다.
스스로 고수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 지자 그는 “아직 멀었다”고 답했다. 어떻게 하 면 진정한 고수가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과 노력 정도에 따라 다 르겠지만 최소 15년은 죽어라 해야 됩니다. 10 년 정도면 기술적인 측면에서 웬만한 동작은 다 익힐 수 있어요. 하지만 그 기술들을 구애 없이 자유자재로 구사하려면 스스로 무술에 대한 깨달음(悟)이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 최 소 5년은 더 걸립니다. 누구나 배울 수는 있으 나 깨닫는 건 참 쉽지 않습니다. 이 정도는 돼 야 스승한테 인가를 받을 수가 있는 겁니다.” 그는 “세계의 각종 무술과 교류할 수 있는 기지로서 ‘소림무술촌’을 차리는 게 앞으로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중앙 10월호 참조
>> 정통 소림무술 계보도 무술은 힘을 빼는 법을 먼저 가르친다. 무술을 연마하
지친(寂勤)
다. 용(龍), 범(虎), 표범(豹), 뱀(蛇), 학(鶴) 등 다섯 동물
면서 힘을 무(無)의 상태로 가다가 외부로부터 기를 빨
청조 말의 소림승, ‘심의파(心意把)’라는
의 동작을 본떠 만들었다는 ‘소림오권’에 대한 것도
아들여 순간적으로 폭발력을 발휘한다. 또 일정한 형
있다. 양치우 사부께서 물려주신 ‘권법적요(拳法摘要
식이 없기 때문에 실제 대련에서 막강한 거다.
사진)’는 청나라 때인 1700년대 왕즈청(王志誠)의 작
Q=내공으로 돌멩이도 깰 수 있나.
품이다. 다 손으로 쓴 원본들이다.
A=물론이다. 하지만 무술시범을 보일 때도 그런 건
Q=이른바 살수(殺手)도 있나.
안 한다. 그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것일
A=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지 사실은 모든 수가 살수
뿐 진짜 무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무술을 할 때
다. 힘을 안 쓰고 내공으로만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
그런 것들은 아무 필요가 없다.
양치우(楊啓吾)
다.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장풍은 거짓이다.
Q=돌멩이를 깨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
더건·더산에게 개인 교습받아 소림무술·의술 계승
Q=전해지는 비급을 갖고 있나.
Q=세계에서 가장 센 10대 무술 가운데 소림 무술이
A=화가 날 때 머리칼이 곤두서듯이 근(筋)·골(骨)·육
A=장광쥔 사부께서 주신 ‘심의육합권’ 외에도 내가
1위로 꼽힌 적이 있다.
(肉)·혈(血)이 기(氣)와 합치되면 순간적으로 엄청난
제14206호 40판
느껴지는 인상이 그렇다. 술과
진정한 고수는 기술보다 깨달음이 있어야
곤 등 소림 무술의 핵심에 관한 것들은 다 비급이 있
보관 중인 것만 10여 종이나 된다. 심의파, 포권, 미제
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포스가
렵 어느덧 200명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인근에 버려져 있던 옛 무기공장을 빌렸다. 1만3223㎡ (4000평) 대지에 건물을 수리해 사무실과 숙소 교실식당 등으로 꾸미고 정식으로 무술학원 간판도 내걸었다. 이듬해 소림사로부터 소림사 무승을 훈련시켜 달라는 요청과 함께 ‘무승기 지(武僧基地)’로서의 특별지위를 얻었다. 형식 적으로도 소림 무술의 적통임을 인정받은 것이 다. 지금까지 그의 손길을 거쳐 간 제자가 여자 20여 명을 포함해 외국인 300여 명, 중국인 500 여 명 등 줄잡아 800여 명(방학을 이용해 캠프 형식으로 맛만 본 단기 연수자 제외)은 된다. 외 국인 유학생과 관련해 그를 더욱 유명하게 한 일화 한 토막이 있다. “2005년 초여름 23세의 이스라엘 청년이 학 교로 찾아왔어요. 이스라엘 특전대 출신으로 일본에서 가라테와 이종격투기(K1), 중국에 와서 태극권을 배웠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며 느닷없이 한판 붙어보자는 거예요. 몇 번을 사양하다 하도 조르기에 하는 수 없이 응해줬 죠. 마음대로 공격해보라고 하니까 덤비는데 단 한 수로 제압해 버렸습니다. 삼 합을 겨뤘 지만 똑같은 수로 당하고 나니까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가르침을 청하더군요. 꽤 부잣집 아들인데 그 길로 제 밑에서 꼬박 3년을 공부 하고 돌아가 이젠 예루살렘에서 도장을 운영 하며 소박하게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따금 씩 제가 지어준 ‘무적(無敵)’이란 중국식 이름 으로 e-메일을 보내오곤 합니다.”
Global
“재력만 있으면 선생을 고용해 무술학교를 차 릴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무술을 모르는 사람이 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당장 돈을 벌 목적으로 ‘쇼’적인 것을 많이 가르치 도록 주문합니다. 이건 무술을 망가뜨리는 짓 이지요. 일성은 소림 무술의 상업화에 대한 걱정이었다. 후정성은 젊은 편이다. 하지만 무술 경력이 22년째로 주위에선 ‘사부(師傅)’라 불린다. 그 만큼 실력이 있다는 얘기다. 후 사부가 정식으 로 무술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부터지만 소림사 무승(武僧)을 가르치는 유일 한 ‘마스터’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 거다. 그는 족보상으로도 소림 무술의 적통에 속한다. 그는 올 6월 80세를 일기로 타계한 양 치우(楊啓吾) 선생을 사사했다. 양 선생은 중 화인민공화국 수립 이전 마지막 소림 무승이 었던 더건(德根·1914~70)으로부터, 더건은 민 국 시절 피폐해진 소림 무술의 맥을 잇게 한 우산린(吳山林·1875년 생)으로부터 각각 전수 받았다. 우산린은 청조 말기를 풍미했던 소림 사 무승 출신 아버지 지친(寂勤법명)에게서 무술을 배웠다. 지친은 여섯 살에 소림사에 들 어가 무술을 배우며 수행하다 서른아홉에 환 속해 아들 우산린을 낳았다. 즉 후 사부는 지 친→우산린→더건→양치우로 이어진 정통 소 림무맥(少林武脈)의 전승자인 것이다.
A=다른 무술은 힘 쓰는 법을 중시하는 데 반해 소림
힘이 나온다.
비전절기(秘傳絶技)를 구사
우산린(吳山林) 지친의 아들로 부친을 사사, 기공으로 많은 사람 치료
더건(德根) 우산린이 더건·더산(德禪) 등 승려들에게 무술 전승
후정성(胡正生) 양치우를 8년 동안 사사, 세계에 소림무술 전파
후정성.
독일명 미라 박(60·사진). 본명은 박경남. “남 쪽의 별이 가장 밝다”며 별 경(庚), 남녘 남 (南)으로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그가 수십 년을 미라 박으로 살아온 이유는 역설적 으로 ‘별처럼 빛나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1972년 1월, 스물 두 살의 박경남은 서울발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감색 치마 정장을 차려 입고, 옷가지가 든 가방 한 개와 함께였다. 일행은 그를 포함해 40명. 서 독에서 일하게 될 간호사와 간호보조원이었 다. 다른 이들은 가족들이 배웅 나와 눈물을 흘리며 딸과 누나·언니를 보냈지만, 그는 혼자 였다. 가족 모르게 ‘파독 간호사’ 모집에 신청 을 했고, 떠나기 전날 알렸지만, 아무도 나오 지 않았다. “집안이 무척 엄했어요. 중·고교 시절엔 학 교 외에는 외출이 허락되지 않았고, 여자가 대 학에 가서 뭐하느냐며 하고 싶은 공부도 못하 게 했어요. 늘 가슴이 답답하고, 한국에서 뛰 쳐나가야겠단 생각뿐이었어요. 해방돼 자유 를 찾고 싶었지요.”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세 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대회에 참석한 그의 회상이다. 포항여중·고를 졸업하고 대구간호 대학을 나와 서울대병원에 취업한 지 10개월 만에 독일로 간 것이다. 함부르크의 종합병원인 AK알토나병원의 외과 병동에 배정됐다. 환자들의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실밥을 뽑고, 시트를 갈았다. 비번 일 때는 영화관에도 가고, 수영도 배우고, 독일 어 공부를 하면서 자유를 만끽했다. 기숙사에 서 살면서 알뜰하게 모은 돈은 고국으로 송금 하기도 했다. 일상적인 업무는 전혀 힘들지 않 았다. 병상 1000개가 넘는, 최신식 시설을 갖춘 병원이라 근무 환경이 좋았고, 환자들도 동양 에서 온 간호사들을 귀엽게 봐줬다. 발음하기 어려운 그의 이름 대신 “로터스 블루메(연꽃)” 라고 부르는 환자도 있었다. 정작 그를 힘들게 했던 건 허드렛일이었다. “밥을 나르고 대소변 을 받아내는 게 힘들었어요. 동생들 기저귀 한 번 갈아보지 않았거든요. 철이 없을 때니까, 변 기 들고 다니는 게 고역이었고 창피했어요. 외 국까지 와서 식모보다 못한 것 아닌가… 제 신 세가 처량했어요.” 당시 독일의 간호사는 의료 전문인력보다는 실업학교를 나온 기능 인력으 로 인식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파견 계약기간 3년이 지났을 때 자유를 향 한 갈망이 도졌다. “평생 변기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걸 참을 수 없었어요. 병원 일은 좋았 지만,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만 하는 것도 싫었 고요. 이젠 내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지요.” 의대에 여러 차례 지원했지만 고배를 마셨 다. 독일 의대는 고교 3학년에 해당하는 13학 년의 내신성적으로 신입생을 뽑았는데, 초·중· 고 과정이 12년인 한국의 학력을 인정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13학년 성적을 잘 받아오면 가능할지 모른다는 설명 을 듣고 야간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그의 나이 31세 때였다. 주경야독 끝에 함부르크 의대에 합격했는데, 주변의 반대는 심했다. “열살 이 상 어린 애들도 힘든 게 의대 공부인데, 나이 든 네가 할 수 있겠느냐”며 걱정을 했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두 번 낙제하면 졸업을 ‘기브 업(포기)’해야 하고, 예과에서 본과에 올라 갈 때 학생의 50%를 탈락시키기도 했어요. 오죽 하면 독일 학생들이 데모를 했겠어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최선을 다한 게 아니 라 생명을 걸고” 공부했다. 6년제인 의대에서 한 번 낙방하고, 7년 만에 졸업했다. 의대 다니 는 친구와 연애를 하면서 아이를 갖게 됐는데, 아들을 출산한 그해에 낙제를 했다. 의대 시절 은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다른 학생들이 교과 서를 한 번 읽을 때 그는 서너 번 읽어야 했다. 싱글맘으로서 육아는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학비는 공짜였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생업
전선에도 뛰어들었다. 아기 때문에 간호사 야 간 당직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게 되자, 영화 엑스트라, 광고 모델 등 동양인 얼굴이 필요한 곳에 출연했다. 의대를 졸업하면서 독일 시민권을 신청했 다. 현지에서 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담당 공무원이 제 이름이 너무 어렵다며, 매우 ‘유 러피언’한 이름을 하나 정하라고 해요. 욕탕 에 앉아 이것저것 생각하는데, 독일 이름들은 영 마음에 와 닿지 않아요. 갑자기 미라클, 기 적이란 단어가 떠올랐어요. 그런데 이름으론 좀 이상하잖아요. 미라클, 미라, 미라…. 아주 유럽적이고, 독일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고, 한국에서도 인정할 것 같았어요.” ‘미라’라는 이름은 기적 같은 인생을 산 자신에게 주는 선 물이 아니었을까. 그는 함부르크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교외 에서 의원을 운영한다. 독일인 의사와 동업해 개원했고, 보조의사 한 명을 더 두고 있다. 진 료 분야는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 그는 인공 관절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받은 정형외과 박 사이기도 하다. 침을 놓기도 하며 동·서양 의
밥 나르고 대소변 받는 게 너무 힘들고 창피했어요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죠
학을 조화롭게 운영하는 게 병원의 특징이다. 2~3개월 전에 예약해야 진료받을 수 있을 정 도로 환자가 많다. 무료 봉사도 한다. “독일은 내게 많은 기회를 준 곳이잖아요. 조금 더 갚 고 난 뒤, 한 10년 후쯤 은퇴하면 한국 구석구 석을 여행하고 싶어요.” 41세에 의사가 된 그에게, 늦었지만 인생을 바꿔보고 싶은 이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늦었다는 생각 안 들었느냐고요? 천만에. 이 인생에 못 하면 다음 생에 또 하면 되잖아 요. 그런데 이 인생에 아무것도 안 하면 다음 생엔 아무것도 없어요. 주저하면 안 돼요. 주 저하는 마음이 있으면 포기하는 게 나아요. 욕망과 희망을 가슴에 담고, 모든 힘과 노력과 정성을 다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경험했잖아요. 그런데, 하려면 100%를 해야 해요. 아, 99%해도 돼. 그럼 하늘이 1%를 도 와줄지도 몰라요. 80%쯤 해 놓고 많이 했다고 하면 안 돼.” 그는 어려서 집안에서 겪은 차별이 오히려 자기에게 힘이 됐다고 했다. “남동생과 나를 차별하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그때는 내가 정 말 불행하다고 생각했어요. 여자로 태어난 게 너무 억울했죠. 그런데 그런 시련이 나를 단단 하게 만들었어요. 어릴 때 고생한 게, 그게 참 감사해요. 고생하는 사람을 무조건 불쌍하다 고만 여길 게 아니라, 적절한 동기부여와 기회 를 만들어주는 게 참 중요합니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40판 제14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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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8일 토요일
성석제의 인생 도취
‘막걸리, 내가 아는 모든 술의 조상’ 내가 술이 무슨 맛인지 조금이라도 알게 된 건 할머니가 집에서 빚은 막걸리 덕분이었다. 할 머니는 모내기, 김매기, 추수 같은 농번기나 특 별한 일이 있어서 일꾼들에게 주기 위해 막걸 리를 빚었다. ‘맥주 순수령’처럼 ‘막걸리 순수 령’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할머니는 막걸리의 재료로 쌀, 누룩, 물 외에는 쓰지 않았다. 밀주 제조를 금하는 법 때문에 막걸리를 많이 빚지도 못했다. 일꾼들이야 대개 품앗 이를 하는 사람들이라 서로 잘 아는 사이이 긴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이지 누구네 집에 서 술을 빚는다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문제 가 생길 수도 있었다. 불시에 나오는 ‘나무 조
“차례는 천신”이라며 <薦新, 새로 나는 물건을 먼저 신위에 올리는 일>
조부는 제사 때와는 달리 맑은 술이 아닌 막걸리를 제주로
사’(당시 ‘당국’에서는 산림녹화의 취지에 맞 춰서 산에서 연료로 나무 등속을 해오는 것 을 엄금하고 있었고, 조사를 하러 온 요원들 이 동네에 출몰할 때면 공포 분위기에 사로 잡히곤 했다)와 쌍벽을 이루는 ‘술 조사’를 받게 될지도 몰랐다. 누룩이며 엿기름(사투리로 ‘엿질금’이라 고 부르고 주로 겨울철에 식혜나 조청을 만 들 때 썼다)은 집에서 만들지 않고 장날 집으 로 돌아오는 할아버지 손에 들린 고등어 한 손, 쇠고기 한 근 사이에 슬쩍 섞여서 입수되 었다. 이 엄청난 막걸리 불법 밀조가 당국에 적발될 경우 호적에 ‘빨간 줄’이 쳐질지도 모 르는 터였다. 그런 데 대한 두려움을 모르던 어린 나는 할머니의 비밀스러운 대사에 조수 로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먼저 누룩을 덩어리가 없 이 잘 부수어 마루 위에 널어놓는 게 막걸리 제조의 시작이다. 고두밥을 짓기 위해 깨끗이 씻은 가마솥 위에 물을 붓고 시루를 그 위에 얹는다. 솥과 시루 사이를 밀가루 반죽으로 발 라 틈이 없게 한다. 시루에 씻어서 물에 담가 둔 쌀을 켜켜이 넣는다. 불장난을 좋아하던 내 가 궁둥이를 쳐든 채 아궁이에 머리를 집어넣 다시피 하여 불을 붙인다. 할머니는 ‘나무 조 사’에서 살아남은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불이 세고 오래 가는 장작을 아궁이 속에 넣는다. 이처럼 술을 빚을 때는 언제나 내게 합법적인 불장난의 소임이 주어졌던 것이 매력적이었고 아직 어린 내가 무슨 일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성취감을 주었다. 고두밥이 지어지면 넓은 데다 펴서 식힌 다. 미리 준비한 누룩과 잘 섞는다. 내가 솥과 시루 사이의 접착제 역할을 마친 밀떡을 우 물거리는 동안 할머니는 깨끗하게 씻어 말린 항아리에 누룩과 잘 버무려진 밥을 차곡차곡 집어넣는다. 깨끗한 물을 부은 뒤 면포로 항 아리 주둥이를 덮고 뚜껑을 닫는다. 이제 항 아리는 안방 아랫목에 모셔진다.
며칠 동안 항아리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 럼 엉성한 자세가 아니라 안방 차지를 한 임 금처럼 아랫목에 떡하니 서 있다. 거기에 관 해서 관심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다. 관심이 있어도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묵계가 있었던 것 같다. 어떻든 우리 집 열 명이 넘는 식구 중에서 술을 마실 줄 아는 사람은 읍내 사무 실에 출퇴근하던 아버지가 유일했고 그나마 집에서는 술을 입에 댄 적이 없었다. 집안에 서 가장 어른인 할아버지가 평생 단 한 잔의 술도 마시지 않았다. 며칠 뒤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책가방을 사랑방 앞에 던져놓고 펌프가 있는 우물가로 간다. 힘이 부족한 내가 몸무게까지 이용하느 라 팔짝팔짝 뛰며 펌프에서 물을 솟게 하는 동안 드디어 항아리에서 나온 걸쭉한 밑술이 함지 위 나무판에 걸쳐진 체에 따라진다. 할 머니는 체를 흔들어 술을 거르고 또 항아리 에서 독한 원주를 체에 따라서 거르고 거른 다. 막, 막, 막. “아이고 우리 손자 고생 마이 했네. 이 술 한 분(번) 마셔보게. 잘 됐는가, 못 됐는가.” 할머니는 ‘복(福)’자가 써진 사기그릇의 밑 바닥이 보이도록 술을 조금만 퍼서 권한다. 나는 ‘어른이 주는 술은 마셔도 된다’는 경 구를 인용해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마신다. 정말 딱 한 모금만. “술이 퍽 싱거운 거를.” 나는 뭘 아는 사람처럼 말하고 할머니는 막 걸리에 물을 더 부어댄다. “일하민서 술기운만 실쩍(슬쩍) 맛을 보고 힘이나마 됐지, 뭘. 취해 서 지정(주정)할라고 술 처먹나” 하면서. 그 말 씀은 지금도 유효하다. 나는 주도(酒道)의 모 든 것을 술 못 드시는 할머니에게서 배웠다. 추 석 차례 때 할아버지는 제사와 달리 맑은 술이 아닌 막걸리를 제주로 쓰곤 했다. “차례는 천신 (薦新)이니라” 하는 말씀과 함께. 이제 그 뜻이 뭔지 알 듯하다. 추석 달처럼 둥그런 얼굴의 할 머니, 그 술도 빚으셨을까. 소설가
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리더의 서가 이준승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2년 전 20여 년 넘게 교수직을 고집하던 내가 한 기관의 수장으로 옮긴다고 했을 때였습니 다. 많은 지인이 축하와 함께 우려의 말도 잊 지 않았습니다. 교수라는 외롭지만 자유로운 직업에 익숙해진 탓에 한 조직을 이끌어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충고였죠. 역시 지난 시간은 많은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한 조직을 움직이고 좌지우지 하는 자리에 있다 보니 기관장으로서 일관 성과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 원철 스님의 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를 단숨에 읽고 난 후, 무릎을 쳤습 니다. 이 책을 진작 봤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조직이 작건 크건 간에 좀 더 많은 책임자가 이 책을 읽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원철 스님은 사찰이 아무리 대중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이상론으로 말하지만 현실은 책 임자인 주지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는 생각에서 주지학 개론을 꼭 집필하고 싶 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찰이라는 공간을 책임지는 주지의 역할이 사찰 운영이라는 기 능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종교의 본질적 측면 에서도 매우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어짊(仁)과 밝음(明), 그리고 용 기(勇)라고 규정한 법원 원감 스님의 주지 자질론을 다시 소개하고 있습니다. 도덕성 을 갖추고 교화를 하며, 상하를 편안하게 해 오가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인(仁) 이요, 제대로 된 사람과 어리석은 자를 살피 면서 옳고 그름을 제대로 분별할 줄 아는 것 이 명(明)이며, 과단성 있게 일을 처리하고 제14206호 40판
한번 등용했으면 의심하지 않는 것이 용(勇) 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주지의 자질론은 비단 주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선임자가 돼 누군가 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세 가지 덕목이 얼마나 중요하게 요구되는지 깨 닫게 될 것입니다. 이뿐 아니라 친인척을 멀리하라, 주변 사람 을 잘 관리해야 한다, 대중 뒷바라지가 우선 이다,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중도의 주지 법, 명예는 마지막까지 떨쳐내야 할 집착이라 고 열거한 사례들은 오늘날 얼마나 많은 사 회의 리더들이 이러한 일들을 제대로 처리하 지 못해 한순간에 무너지는가 생각해 본다면 결코 헛되이 넘길 수 없는 대목입니다. 꼭 어느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후배들 때문에 고민이시라면, 또 나를 돌아볼 기회가 필요하다면 30분 짬을 내 원철 스님의 주지학 개론을 접해 보기 바 랍니다. ‘주지가 바로 서야 불교가 바로 선다’는 원 철 스님 말씀대로 조직의 장(長)이 바로 서야 조직, 나아가 그 조직으로 구성된 나라 전체 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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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8일 토요일
View 파워스타일 장동조 ‘더컬럼스 갤러리’ 대표
평생을 함께할 클림트의 여인
박성민의 지도자 크기가 나라 크기다
대중과 뭔가 다른 게 없다면 9월 9일부터 13일까지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세계 경제 상황을 반영하듯 실제 매입의 빈도가 다소 떨어진 침체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더컬럼스 갤러리’ 장동 조 대표는 그를 찾아온 새로운 바이어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술시장의 살길을 감지할 수 있었다. 바로 경쟁력 있는 가격대의 정상급 작가와 작품 보유가 키 포인트였다. ‘더 컬럼스’는 현재 마커스 린넨브링크, 마이클 웨슬리, 디오니시오 곤잘레스 등의 해외 작 가들을 대표한다. 1980년대 초 도미했던 장 대표는 88년 뉴욕대에서 특수교육학을 이수하고 브루클린 의 정신병 재활센터에서 일했다. 밤에는 미술을 향한 열정에 못 이겨 미술감정사(Fine Art Appraisal Studies) 공부를 병행했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 준 선친의 영향이었다. 90년대 중반 뉴욕 소호에서 화랑을 직접 운영하며 경험 및 인맥을 쌓은 그는 99년 귀국해 한남동에 한국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스페이스 키친)을 만들기 도 했다. 2003년 ‘더컬럼스’를 만들어 화랑계에 뛰어든 그가 올해에 역점 추진할 작업 은 한국 현대작가 20인의 독일 특별기획전이다. 국내외 인사들과의 모임이 잦은 그는 이날 회색 바탕에 핑크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구찌 슈트에 핑크색 에르메네질도제냐 넥타이를 매치했다. 앤티크 커프 링크스를 달아 악센트를 준 흰색 셔츠도 구찌. 구두는 아르마니다.
정신적 지주 같은 작품 뉴욕에서 힘들게 화랑을 운영했던 시절 도움을 받았던 유 럽 화상이 건네준 그림이 하나 있다. ‘임신한 여인(Pregnant Woman)’이라는 제목의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은 드로잉이 다. 한 시리즈의 바탕이 되는 밑그림인데 힘들었던 시절, 사람들과의 우정을 상기시켜 준다. 현대미술을 다루는 그 에겐 정신적 지주 같아서, 직업이 그림 파는 ‘딜러’지만 절대로 팔지 않고 간직할 단 하나의 클래식 작품이다. ‘마스터다이버’의 시계 미국 유학 시절 PADI(프로전문다이버) 자격증을 취득 한 적이 있다. ‘다이버’의 자신감만이라도 패션에 반영하 자는 차원에서 다이빙 전문시계를 수집한다. 심해 600m 잠수용 오메가 시매스터, 보메메르시에, 태그호이어 등 을 갖고 있다. 하지만 20여 년 전 특전사 근무 시절 수중 침투 훈련을 받은 이후 늘 차고 다니는 다이빙 시계가 가 장 정이 간다. 스키 매니어 매년 첫눈에 가슴이 설렌다. 한때 아마추어 스키대회 수 상 경력까지 있는 선수급. 일이 바빠진 요즘엔 커다란 고글이 부착된 애장품 로시뇰 스키 헬멧을 꺼내 보 면서 계획만 세운다고. “이 헬멧 쓰고 쿨하게 내 려오는 장면…. 상상만 해도 즐겁죠. 뭐.” 이네스조 기자 inescho@joongang.co.kr
세상 모든 것은 흥할 때가 있으면 망할 때가 있으며, 성할 때가 있으면 쇠할 때가 있기 마 련입니다. 국가나 산업이 그렇지요. 기업이나 직업도 떠오를 때가 있으면 가라앉을 때가 있으며,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 는 법이지요. 정치인은 어떤가요? 여전히 으뜸의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정치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힘 있는 사 람들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요. 정치 가 대화 주제가 되면 사람들은 욕부터 시작 하지요. 정치인을 존경하는 사람들도 꽤(?) 있겠지만 내놓고 그렇게 말하는 바보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여론조사를 하면 나쁜 수치는 죄다 정치가 차지합니다. 압도적 1위지요. 가장 부 패한 집단, 가장 불공정한 집단, 가장 신뢰가 가지 않는 집단, 가장 생산성이 떨어지는 집 단, 가장 법을 지키지 않는 집단 등등. 그러니 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치인은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막강한 권력으로 온갖 나쁜 일은 도맡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정말 정치인이 그렇게 힘이 센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치는 몰 락하고 있고, 정치인의 지위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중을 지배하기는커녕 대중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합니다. 트위터 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정치인들은 지도자가 아니라 왕따를 두려워하는 힘없는 학생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시시콜콜한 일상 사까지(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라면을 끓이다 태운 이야기도 올렸지요) 보고(?)하면서 대 중이 선도하는 문화를 따라가려고 애쓰는 모 습은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옛날에는 정치인의 위세가 정말 대단했었 지요. 우리는 세상을 정치·경제·사회·문화로 분류하는 시대를 살았습니다. 정치는 당연한 듯 맨 앞자리를 차지했지요. 지금도 그럴까 요? 사람들은 습관대로 여전히 그 순서대로 나열하고 있지만 이미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경제가 제일 앞인지, 아니면 문화 혹 은 과학기술이 제일 앞인지는 모르겠지만 정 치가 맨 앞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치는 더 이상 역사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마흔이 넘은 분들은 1987년 대통령 선거
때를 기억하시겠지요.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의 연설을 들으려고 여의도광장에 100만 명 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왔지요. 그로부터 16 년 전인 71년 장충단 공원에 박정희·김대중 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인파도 그 못지않 았지요. 그로부터 16년 전인 55년에도 한강 백사장에 신익희 연설을 듣기 위해 30만 명이 나 몰려 흑사장이 됐다지요. 당시 서울 인구 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 아닙니까. 거의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었지요. 지금은 어떨까 요? 아무리 인기 있는 정치인도 10만 명은커 녕 1만 명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때는 정치인과 악수하고 사진을 찍으면 가문의 영광(?)이던 시절도 있었지요. 지금 은 어떻습니까? 인천공항에서 대선 후보를 지낸 거물 정치인과 김연아가 동시에 나온다 면 누구에게 달려가겠습니까? 안철수와 같은 기업인이나 박지성 같은 스포츠 스타들, 혹 은 김태희나 이병헌 같은 영화배우들이 정치 인의 인기를 압도합니다. 인기는 그렇다 치더 라도 영향력도 다를 게 없습니다. 솔직히 중 고생이나 대학생들도 정치인보다는 한비야 를 비롯해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는 인사들 의 영향을 더 받지 않을까요? 지난해에 서울의 어떤 대학이 학과 구조 조정을 하면서 정치학과를 없앴습니다.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학과였던 정치학과의 몰락 을 보여주는 충격적 사건이었습니다. 정치인 을 꿈꾸는 청소년들은 이제 거의 없습니다. TV 뉴스에서도 정치 뉴스는 점점 줄어들고 순서도 뒤로 밀립니다. 디지털 혁명 덕에 정치인과 대중은 이제 정 보력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정치인의 결정적 무기가 없어진 것입니다. 인터넷과 모 바일혁명 탓(?)에 정치인들의 언행이 실시간 으로 노출되면서 권위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정치인들이 높은 하늘에 있을 때는 그들을 끌어내리려 애썼던 대중이 그들이 드디어 땅 에 내려오자 자기들과 똑같은(?) 모습에 실 망하고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시작했습니 다. 정치인은 이제 자기들의 지도자가 아니라 고 생각한 거지요. 그러나 이런 시대는 오래 못 갑니다. 대중 은 미래가 불확실하고 불안해지면 자신들과 는 뭔가 다른(!) 지도자를 다시 찾게 됩니다. 자기들을 쫓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주는 지도자 말입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지요. 그럼, 누가 그런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요? 대 중보다 더 깊은 지식을 갖고 있으며, 더 치열 한 논쟁을 할 수 있으며, 더 뛰어난 글을 쓸 수 있으며, 더 품격 있게 말할 수 있는 정치인 이 지도자가 되겠지요. 대중과 다른 것이 없 으면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이훈범 의 세상사 편력 미래 세대를 위한
책을 읽지 않으면 하는 말도 맛이 없다 ‘명품녀’ 소음이 참 시끄럽습니다. 억대로 치 장한다는 여자나 그걸 재미있다고 소개하는 방송사나 딱하긴 마찬가집니다. 이제는 거짓 말 입씨름까지 보태져 눈 뜨고 못 볼 정도가 됐습니다. ‘같잖은 게 갓 쓰고 장보러 간다’ 는 속담이 딱 들어맞습니다. 명품을 뒤집어쓰고 다닌다고 사람이 명품 이 되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명품이면 아무 거나 걸쳐도 다 명품처럼 보이는 거지요. 명 품이 아닌 사람들이 꼭 명품 타령을 합니다. 명품 아닌 사람이 명품으로 쳐 바르고 다니 는 것만큼 애처로운 게 없습니다. 사람은 안 보이고 오직 명품만 보일 테니까요. 명품을 탐하지 말고, 스스로 명품이 되려고 노력하 십시오. 돈 안 들이고도 멋 낼 수 있는 효과적 인 방법입니다.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이 땅 최고의 ‘명품 남’을 소개하겠습니다. 얼마 전부터 광화문 광장에 앉아계신 분입니다. 세종대왕이시지
요.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엄친 아’ 아닙니까? 반만 년 두께의 장구한 우리 역사 속에 훌륭한 인물이 어디 한둘이겠습니 까마는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을 꼽으라 한다면 주저없이 세종대왕을 들겠습니다. 한 글을 만든 공로 때문만이 아닙니다. 당시 세 계 최강국이었던 명나라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사대외교를 펼치면서도 나라의 주권과 민족적 자존심을 굽히지 않은 현실감각을 발 휘한 지도자였습니다. 문치(文治)를 강조하 면서도 결코 문약(文弱)에 빠지지 않는 균형 감각도 갖고 계셨지요. 이를 바탕으로 조선 500년이라는 세계사 속에서도 보기 힘든 장 수 왕조의 기틀을 세웠을 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최고의 성군(聖君)이자 현군(賢君)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 속에서도 그렇게 뛰어난 임금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요. 세종대왕을 명품으로 만들어준 토대는 무
엇이었을까요. 바로 책입니다. 어릴 때부터 손에서 책을 놓는 법이 없었습니다. 글을 읽 을 때는 반드시 백 번을 채웠고, 몸이 아파도 글읽기를 쉬지 않았습니다. 세자 시절 하루 는 병이 들었는데도 글 읽는 소리를 들은 아 버지 태종이 세자의 방에서 책을 모조리 거 둬오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낙심한 세자는 병풍 사이에 끼어 있던 책 한 권을 발견했습 니다. 그 책을 1000번이나 읽어 아예 외어버 렸다지요. 세종이 원래 자기 차지가 아니었던 왕좌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책을 읽고 학문을 갈고 닦은 이유 말고 다른 게 아닙니다. 태종은 양 녕대군을 폐세자한 뒤 양녕의 장남에게 왕위 를 넘기려 했습니다. 하지만 신하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지요. 그러자 태종은 신하들 에게 “어진 이를 가리어 아뢰라”고 명합니다. 몇 차례 채근에도 신하들이 감히 언급하지 못하자 태종이 말합니다. “충녕대군이 천성
이 총민하고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아 몹시 춥고 더운 날씨라도 밤을 새워 글을 읽고, 또 국가에 큰일이 생겼을 때 범상치 않은 견해가 있으니 내 이제 충녕으로 세자를 삼고자 하 노라.” 신하들은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어진 이를 골라야 한다는 신들의 말씀도 역시 충 녕대군을 가리킨 것이옵니다.” 세종은 고전 속에서 군왕이 걸어야 할 길 을 터득했습니다. 세종의 사랑을 받던 어린 후궁이 있었습니다. 그러데 어느 날 그 후궁 이 세종의 총애를 믿고 작은 부탁을 했습니 다. 세종은 그 자리에서 그 후궁과 인연을 끊 고 대전 상궁에게 일렀습니다. “어린 것이 감 히 청을 넣다니, 이는 과인이 지나친 사랑을 보여서다. 어림에도 이러니 성숙하면 어떻게 나올지 짐작하겠다. 물리칠 것이니라.” 찬바 람 소리가 쌩쌩 나지요? 지나쳐 보일 수 있어 도 화근을 미리 제거하는 현명함이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
둑 된다고 사소한 작은 부탁이 인사 청탁처 럼 국가를 뒤흔들 폐습으로 발전한다는 걸 일찌감치 책을 읽고 배웠던 거지요. 그런 세종의 학문은 신하들을 훌쩍 뛰어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낡은 풍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신하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그들을 개혁의 길로 이끌 수 있었던 거지요. 우리 글 훈민정음도 그래서 가능했고요. 세 종이 한글 사용에 반대하는 최만리를 꾸짖 는 부분은 실록 중에서 제가 가장 통쾌하게 생각하는 장면입니다. “네가 운서를 아느냐. 사성칠음에 자모가 몇이나 있느냐. 만일 내가 그 운서를 바로잡지 아니하면 누가 이를 바로 잡을 것이냐.” 어언무미(語言無味)라 했습니다. 책을 읽 지 않으면 말도 맛이 없다는 뜻입니다. 읽으 세요. 좋은 책 100권만 읽어도 어느새 명품이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세종 처럼 말이지요. 중앙일보 부장 40판 제142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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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8일 토요일 TIP 집안 인테리어에 공단 보자기 써 보세요 광택이 있는 공단 보자기를 이용해 집안을 색다르게 꾸밀 수도 있다. 광장시장이나 포장재·천을 판매하는 온 Jane Hair Salon 라인 쇼핑몰에 가면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보자기를 살 수 있다. 이 보자기로 바구니나 항아리·술병 등을 감 싼 후 윗부분을 넉넉하게 남겨 고무줄로 묶는다. 고무줄 위로 남겨둔 천을 분수처럼 밖으로 접어 고무줄을 가 린 뒤 콘솔 위나 집안 구석구석에 무리지어 놓아도 색다른 분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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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놀아본 가족은 알죠, 낄낄깔깔 한가위 아이부터 할아버지·할머니까지 함께 즐기는 전통놀이 추석에 가족이 모였을 때 전통놀이라도 한번 하면, 왠지 더 그럴듯할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 고민이라면, 아래 놀이들만이라도 익혀 놓자. ‘놀이하는 사람들’ 대표이자전래놀이 101가지저자인 이상호(충북 칠금초등학교 교사)씨 에게서 쉽게 할 수 있는 전통놀이를 알아봤다. 아이들에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노는 방법과 져도 마음을 다스리며 패배를 인정할 줄 아는 방법을 가르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 그가 전통놀이를 추천하는 이유다. 세세한 규칙을 모른다고? 규칙을 자기 식대로 만드는 것도 놀이의 재미다. 그러니 규칙을 만들어볼 것. ▶B3면에 계속 글=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바꿔 더 스릴 있게 민속놀이인 ‘윷놀이’에서 기존의 말판 대신 새로운 규칙을 즘처럼 ‘공정한 사회’가 쟁점일 때라면, 윷과 모만 좋은 게 윷모가 고르게 나오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의 규칙’은 이렇
판은 치우고 손가락만 있으면 된다. 엄지는 도, 검지는 개, 는 윷, 애지는 모다. 왼쪽 손을 바닥에 둔 채 오른손으로 윷 오면 엄지, 개가 나오면 검지를 접는다. 다시 던졌는데 또 지를 편다. 이렇게 게임을 진행해 다섯 손가락을 먼저 다 접 된다. 큰 수가 아니라 골고루 나와야 이기는 게 묘미다.
리는 손가락 윷놀이와 같지만 인원이 많아 팀으로 나눠 할 가지란 가늘고 긴 막대기를 말한다. 팀별로 성냥개비나 나 마련한다. 이 산가지를 도개걸윷모에 각각 1~5개로 나눠 져 도가 나오면 1개짜리 산가지를 빼고, 윷이 나오면 4개짜 . 또 던져서 도가 나오면 빼놨던 1개짜리 산가지를 다시 들 해서 산가지를 다 털어내면 이긴다.
어려운 전통놀이, 쉽고 단순하게 고을 모둠 조선시대 서당에서 하던 놀이다. 책에 씌어 있는 한자들을 조합 해 고을 이름을 누가 많이 찾는가를 겨루는 것. 이걸 한글로 바꾸자. 가족 별로 신문·잡지·책에서 한 페이지를 골라 그 속에 있는 글자들을 지명으로 조합하면 된다. ‘철수는 동물원에서 원숭이를 봤다’라는 문장에선 ‘수원’ ‘철원’ 등을 찾을 수 있다. 10분 안에 가장 많이 찾아낸 팀이 승자다. 쌍륙 ‘쌍륙’은 주사위를 이용한 놀이다. 옛 방법 은 규칙도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단순화된 쌍 륙판을 이용하면 쉽게 할 수 있다. 먼저 상하좌 우 6개씩 36칸이 있는 판을 그린다. 판의 위·아 랫줄엔 1~6까지, 왼쪽·오른쪽 줄엔 가나다라마 바를 적는다. 한 팀은 숫자, 다른 팀은 글자를 맡는다. 팀당 12개 말을 칸마다 2개씩 놓고, 이 말을 맨 위에서 맨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모두 옮기는 게임이다. 주사위 를 던져 나온 수만큼 칸을 건널 수 있다. 주사위 2개의 숫자를 합쳐 말 1개만 갈 수도 있고 2개의 말을 각각 움직일 수도 있다. 처음 던진 주사위 숫자가 맘에 안 들면 두 번째 주사위를 첫 번째 주사위와 부딪치게 던져 뒤집을 수도 있다. 상 대편 말이 한 개일 때는 잡을 수도 있지만, 2개가 겹쳐 있으면 잡지 못한다.
중간중간 판세를 바꿀 만한 일례로 ‘애기업기’ 칸에 걸리 나오지 않은 말을 함께 엎어 또 ‘함정’ 칸에 걸리면, 다음 한다. 이 밖에 ‘복불복’ 칸도 곳에 말이 멈추면 다음 차례 따라 칸을 옮겨야 한다. 이 밖 말판을 변형해볼 것.
마당에서 여럿이 신나게 투호 통 안에 화살을 던져 집어넣는 것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도구를 판다. 도구가 없으면 분유통에 바둑알을 던져도 된다. 가족당 돌을 10개씩 주고 여러 명이 팀별로 놀아도 재미있다. 강 건너기 논두렁에서 하던 놀이를 본뜬 것. 바닥에 <그림1>을 그린다. 공격팀이 모두 한쪽 끝에 서면 수비팀은 넓은 칸 에 2명씩 배치된다. 수비팀을 피해 반대 편 끝까지 한 명이라도 살아가면 이긴다. 놀이 중 공격자는 수비자가 몸을 치면 죽게 되고, 반대로 수비자는 공격자에게 밀려 강에서 벗어나면 죽는다.
그림 1
어미새끼 운동장처럼 넓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놀이. 2인1조로 한 명은 어미, 다른 한 명은 새끼가 된다. 먼저 목적지를 정하고, 어미끼리 가위바위보를 해 서 새끼를 목적지를 돌아 제자리로 오게 한다. 주먹으로 이기면 5발, 보자기 는 3발, 가위는 1발 등 거리를 달리하는 것이 포인트. 새끼가 돌아오면 바통 터 치를 하고, 새끼가 가위바위보를 한다. 어미까지 다 다녀온 팀이 이긴다. 고백신 ‘고백신’은 고구려·백제·신라에서 따온 말. 바 닥에 <그림2>를 그리고, 세 팀으로 나눠 팀마다 보물 을 한 개씩 준비해 제일 안쪽에 보관한다. 상대편 땅을 공격할 땐 한쪽 발은 뗀 채 움직인다. 공격자 는 두 발이 닿으면, 수비자는 선 밖으로 밀려나면 죽 는다. 두 나라가 연합해 한 팀을 먼저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3개의 보물을 모두 가진 나라가 이긴다. ⓠ
그림 2 40판 제14201호
밴쿠버 (콜하버)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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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 운세/말의 달인
그림=김회룡
오려서 모아 두면 훌륭한 언어 교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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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박부동산 윌리엄홍부동산 유종수부동산 윤재권부동산 윤진영부동산 윤희원부동산 이건우부동산 이상우부동산 이관호부동산 이상훈부동산 이응범부동산 이재진부동산 이종명부동산 양규성부동산 임진성부동산 장성녀부동산 장수영부동산 장홍순부동산 전용희부동산 전정남부동산 정용원부동산 정원석부동산 조동욱부동산 조민아부동산 최동준부동산 최우석부동산 최재동부동산 케이램부동산 토마스박부동산 하나부동산 허정일부동산 황용진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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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330 리버사이드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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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240221 쉐라톤길포드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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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월 16회·$30/주 4회
2010년 9월 18일 토요일
구인구직 직원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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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ks F/T Japanese Food Cook. Sushi Itshoni in Coquitlam is hiring full-time cook. Requirements: -Min. 3 yrs of experience as a cook. -Completion of high school. -Basic level of English skills is required. Fluency in Korean is required. Duties: -Prepare and cook full course Korean meals, side dishes. -Ensure quality of food and determine size of food proportions. -Supervise and train staffs in preparation, cooking and handling of food. -Clean kitchen and work areas. $17/hr, 37.50hrs/week. Full-time. To apply, send resumes to sushiitshoni@gmail.com 스시 잇쇼니에서 일식요리사 구함. 3년 이상 경력자, 고졸이상 $17/시간당 ,주 37.5시간 이력서 보낼곳 sushiitshoni@gmail.com
Food and beverage server -Present menu -Help order -Take order & replay to kitchen -Serve food & Present bill -Clean & set up table -Korean, Japanses or Chinese will be asset -Experience will be asset -Completion of college or vacational or training -Good attitude -full time/ 40 hours per week/ 2 weeks paid vacation -$12 per hour Food Service Supervisor Duties -Contro work schedule & menus -Supervise of employees who prepare food & ingredients -Check supplies, records of stock, sales, and delivery -Train & supervise staff Qualification- Completion of college or vactional school - Min. one year experience -Speak Korean or Japanese will be asset. Salary- $17 per hour Full time/ two weeks paid vacation fee/bonus -이력서 fax to e-mail; insadong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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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hi Te Japanese Restaurant Seeks a Sushi Cook. Completion of Secondary school. 3yrs or more exp. in making sushi and other Japanese dishes. $17~$19/hr, 40hr/wks,Fluency in Korean& Read English. E-mail: lovely511kt@yahoo.co.kr Tel: 604-308-6269
다리원에서 중식 주방장 구합니다 -한국말 사용 -3년 이상 경력 -중식경력 3 년이상 -새로운 중식 know-how -주방 관리와 재료관리 -캐나다인의 맞는 새로운 메뉴개발 -Training -주 40 시간/full time -2 weeks paid vacation -월 $3,200 -이력서 e-mail; dariwon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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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to Sushi in Surrey Seeks F/T Fusion Style Cook. Completion of High School / 3 yrs or more exp. in Fusion Style cooking/Fluency in Korean and Read English. $17.30 per hour/37.50 hours/week E-mail: jungcon1@hanmail.net / Fax: 604-677-5219
Golden Onion Restaurant requires 2 Korean Cuisine Cooks. F/T, 40hrs/week, $3,000/month -Must have over 3 years experience -Create Korean menu -Cook training or skill transfer -Manage Lunches and Dinners buffet -Plan direct preparation & cooking -Manage kitchen operations. Resume to: lucia861234@hotmail.com Mail to: 3055 Anson Ave, Coquitlam, BC V3B 2H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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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ks F/T Korean Food Cook. Honey's in Coquitlam is hiring full-time cook. -Min. 3 yrs of experience in korean food, completion of high school and Korean language required, $3000.00 ~ $3500.00/month, 40hrs/wk, duties are preparing & cooking korean meals and supervise staffs, etc Any certificate in korean food is an asset To apply, send resumes to hj195@hotmail.com 안녕하세요. 하니스에서 한식요리사를 구합니다. 한식당에서 3년이상 경력, 고졸이상자, 영어는 못하셔도 됩니다. 급여는 능력에 따라 매월 $3000.00 ~$3500.00 이며 주당 40시간 근무입니다. 한식요리 자격있으시분 우대합니다. 이력서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hj195@hotmail.com
Chalet Continental Motel is looking for 2 Light Duty Cleaners -Will Train -F/T, 40hrs/week, $14/hr -Must speak Korean and read English -Sweep, mop, wash, wax and polish to floors, kitchen, room and bathroom -Dust furniture, vacuum carpets and rugs -Make beds, change sheets, distribute clean towels and toiletries -Wash windows, walls and ceilings -Pick up debris and empty trash containers Valemount 위치한 호텔에서 일하실 분 모집합니다. 세탁물 구별할수 있는 간단한 영어사용할수 있는분. 청소, 세탁 등등 내 일처럼 열심히 일할실분 Send resume to: Jin Kim 1450 5th Ave, Valemount, BC, V0E 2Z0 Fax: 250-566-9785
Maple Ridge에 위치한 Hamada 일식당에서 주방장을 구합니다. –3년 이상 일식요리 경력 –한국어 사용 –고졸 –메뉴준비 & 개발 –주방관리 –요리준비 –직원교육 –시간당 $16.75/hr –주당 40시간, Full-Time. 이력서 E-mail: hamadamapleridge@yahoo.ca
OBOK Foods Ltd is looking for Kitchen Helper -F/T, 40hrs/week, 2am-10am, $12/hr -No experience, will train -Portion and wrap foods -Knead the Dough -Cutting rice cake -Package of small and large volume bakery -Handle and store cleaning products 버나비에 위치한 오복떡집에서 키친헬퍼 구합니다 풀타임, 주40시간, 새벽2시부터 아침10 까지, 시간당 $12 반죽, 포장, 청소 등등, Resume to: Darren969@gmail.com or 5691 Dorest St, Burnaby, BC V5J 1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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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 Wanted. Permanent, Full-time Salary: $15/hour + gratuity Location: Oxbow, Sask Experience and Skills Requirements:
Kami rest. In SRY looks for an exp’d chef. Min. 3 yrs Japanese cuisine exp. / G12 / Speaking Korean is an assets / Prep. & cook full meals w/ min. supervision / Plan menus / Estimate food requirements / Ensure food quality & portion control / Supervise kitchen staff $19/hr /40 hrs/wk F/T, Perm E-mail resume: srykami@gmail.com or send resume to: Unit# 40-2215 160th Street, Surrey BC V3S 9N6
Japanese COOK Wanted. Permanent, Full-time Salary: $17/hour + Gratuity, Location: Delta, BC Experience and Skills Requirements: Minimum of 3 years of experience in Japanese cuisine. Duties included: Prepare & cook meals, Plan menus, ensure quality of food & determine size of food proportions, Estimate food requirements and costs, Order supplies and equipment. Maintain inventory & records of food, supplies and equipment. Korean language preferred. Employer: Oki Doki Japanese Restaurant Address: 5571 Ladner Trunk Road Delta B.C. Fax: (604) 940-4426 or Email: superstar9676@hotmail.com 일식요리사 구합니다. 풀타임, 월급: $17.00 (시급) 근무지역: 비씨주 델타 시 자격요건: 최소 3년 이상 일식 요리 경력자 한국어 구사 가능자 선호 직무: 음식 준비 및 요리, 메뉴 작성, 신규메뉴 작성, 음식 질적 및 양적 관리 및 예상비용 측정, 식재료 관리및 부족한 식재료 주문, 식기관리 및 청결상태 유지 고용주: 오끼도끼 일식레스토랑 이력서 제출: Fax: (604) 940-4426 or Email: superstar9676@hotmail.com
COOK Wanted. Permanent, Full-time Salary: $17/hour + gratuity Location: Coquitlam BC Experience and Skills Requirements: * Minimum of 3 years of experience in Japanese cuisine. * High standard of cleanliness * Ability to work quickly and safely under pressure * Good supervisory skills are essential. Duties included: * Prepare & cook meals, * Plan menus, ensure quality of food & determine size of food proportions, * Estimate food requirements and costs, * Order supplies and equipment. * Maintain inventory & records of food, supplies and equipment. Korean language is required. Employer: Tenkai Japanese Restaurant Address: 1147 Austin Avenue Coquitlam BC V3K 3P4 Email: ndm9014@ymail.com Fax: (604) 931-6179 일식 주방 요리사 구합니다. 풀타임, 시급: $17 + 팁. 근무지역: 코퀴틀람, 비씨주 자격요건: * 최소 3년 이상 일식 요리 경력자 * 주방 청결상태 유지 * 신속하고 안전하게 요리할 수 있는 분 * 주방 관리 감독 가능자 직무: 음식 준비 및 요리, 메뉴 작성, 신규메뉴 작성, 음식 질적 및 양적 관리 및 예상비용 측정, 식재료 관리및 부족한 식재료 주문, 식기관리 및 청결상태 유지. 한국어 구사 가능자 고용주: 덴까이 일식 레스토랑 이력서 제출: 팩스 (604) 931-6179 이메일 ndm9014@y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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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 Wanted. Permanent, Full-time Salary: $17.50/hour + gratuity Location: St. Paul, AB. Experience and Skills Requirements: * Minimum of 3 years of experience in Japanese cuisine. * High standard of cleanliness * Ability to work quickly and safely under pressure * Good supervisory skills are essential. Duties included: * Prepare & cook meals, * Plan menus, ensure quality of food & determine size of food proportions, * Estimate food requirements and costs, * Order supplies and equipment. * Maintain inventory & records of food, supplies and equipment. Korean language is required. Employer: Kings Motel & Restaurant. Address: 5638–50 Avenue, St. Paul, AB T0A 3A1 Email: kingsmotel@gmail.com Fax: (780) 645-5107 요리사 구합니다. 풀타임, 시급: $17.50+팁 근무지역: 세인트 폴, 알버타주 자격요건: * 최소 3년 이상 일식 요리 경력자 * 주방 청결상태 유지 * 신속하고 안전하게 요리할 수 있는 분 * 주방 관리 감독 가능자 직무: 음식 준비 및 요리, 메뉴 작성, 신규메뉴 작성, 음식 질적 및 양적 관리 및 예상비용 측정, 식재료 관리및 부족한 식재료 주문, 식기관리 및 청결상태 유지 한국어 구사 가능자. 고용주: 킹스모텔 & 레스토랑. 이력서 제출: 팩스(780) 645-5107 이메일 kingsmotel@gmail.com
Kung Jung 식당에서 한식 혹은 일식 요리사 구합니다. -한국말 사용 -3년 이상 한식혹은 일식 경력 -새로운 한식 know-how -주방관리와 재료관리 -캐나다인의 맞는 새로운 메뉴개발 -Training -주 40 시간/full time resume e-mail : jihos2844@hanmail.net 6907 Kingsway, Bby, BC
Pho-Ever Restaurant에서 새로운 한식 요리사를 모집합니다. 자격조건: 3~5년 한식 경험자, 고졸 이상. 월급: $3,000/월 의무: 한식요리 & 준비/주방청결 유지/ 주방보조 관리/ 메뉴개발. 근무지: Victoria fax: 250-590-7482 / email: pho-ever@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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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 Wanted. Permanent, Full-time Salary: $17/hour + tip, Location: Vancouver, BC. Experience and Skills Requirements: * Minimum of 3 years of experience in Japanese cuisine. * High standard of cleanliness * Ability to work quickly and safely under pressure * Good supervisory skills are essential. Duties included: * Prepare & cook meals, * Plan menus, ensure quality of food & determine size of food proportions, * Estimate food requirements and costs, * Order supplies and equipment. * Maintain inventory & records of food, supplies and equipment. Korean language is required. Employer: Sushi Bay Japanese Restaurant Address: 1284 Kingsway Vancouver BC V5V 3E1 Email: gogosushibay@gmail.com 요리사 구합니다. 풀타임, 시급: $17.00 근무지역: 벤쿠버 자격요건: * 최소 3년 이상 일식 요리 경력자 * 주방 청결상태 유지 * 신속하고 안전하게 요리할 수 있는 분 * 주방 관리 감독 가능자 직무: 음식 준비 및 요리, 메뉴 작성, 신규메뉴 작성, 음식 질적 및 양적 관리 및 예상비용 측정, 식재료 관리및 부족한 식재료 주문, 식기관리 및 청결상태 유지, 한국어 구사 가능자 고용주: 스시베이 일식 레스토랑 이력서 제출: 이메일 gogosushibay@gmail.com
Tour Click in Coquitlam seeks F/T Tour Guide Supervisor Compl. of Secondary School / 3 yrs or more exp. in a related field. $18~20/ hr, 37.5hrs/wk, Fluency in Korean, Proficiency in English E-mail: tourclick@hotmail.com / Fax: 604-936-1009
직원모집 WonJo BBQ and Noodle Restaurant Seeks a Cook. Completion of Secondary school. 3yrs or more exp. In Korean cooking, $17~$19/hr,F/T,Fluency in Korean& Read English E-mail: taeji78@hotmail.com Tel.: 778-388-1232
* Minimum of 5 years of previous experience in Korean/Japanese cuisine. * High standard of cleanliness * Ability to work quickly and safely under pressure * Good supervisory skills are essential. Duties included: * Prepare & cook meals, * Plan menus, ensure quality of food & determine size of food proportions, * Estimate food requirements and costs, * Order supplies and equipment. * Maintain inventory & records of food, supplies and equipment. Korean language is required. Employer: Bow Manor Motor Hotel Location: 724 Railway Ave. Oxbow SK S0C 2B0 Fax resume: (306) 483-2455
요리사 구합니다. 풀타임, 시급: $15.00 근무지역: 사스케치완주 옥스보 자격요건: * 최소 5년 이상 요리 경력자 * 주방 청결상태 유지 * 신속하고 안전하게 요리할 수 있는 분 * 주방 관리 감독 가능자 한국어 구사 가능자. 직무: 음식 준비 및 요리, 메뉴 작성, 신규메뉴 작성, 음식 질적 및 양적 관리 및 예상비용 측정, 식재료 관리및 부족한 식재료 주문, 식기관리 및 청결상태 유지. 고용주: Bow Manor Motor Hotel (보우마노 모토 호텔) 주소: 724 Railway Ave. Oxbow SK S0C 2B0 이력서 팩스 제출: (306) 483-2455 전화문의는 가급적 자제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직원모집 Seeking a Korean/ Japanese Fusion Style Cook at The 6 Restaurant in Burnaby Completion of High school /3 or more yrs. Exp. in cooking. Duties: Prepare and cook Fusion dishes, Develop and improve menu Train staff, supervise kitchen staff $17.50 ~ $19/hour, 40 hour/week T: 778-688-5252, E: kiss506@hotmail.com
직원모집 Seeking Korean church praise & worship team leader at Eden Presbyterian Church Duties: Lead, shape and oversee the music ministry, Develop and train team members with appropriate spiritual and musical gifts to serve on the music ministry team. Requirement: Gifted in music as an expression of faith, Excellent instrumental and vocal abilities, University Degree, Min. 2 yrs. praise & worship team leader Exp., Music team mgmt skills, Korean is an asset F/T, $2,500/Mon Send resume: hwk1004@gmail.com or 17575 58A Ave., surrey, BC V3S 1N1 한인교회 찬양 인도자 구합니다. 역할: - 교회 찬양팀 리더로서 찬양팀 인도, 감독 - 영성과 재능을 가지고 찬양팀원들을 양성 자격 조건: - 찬양팀 리더 경력 & 찬양팀 운영 능력 - 창조적이며 영성 있는 음악적 재능 - 각종 악기에 능숙하며 보컬실력을 갖춘 분 월 $2,500, 풀타임 사역자, 한국어 구사 이력서 제출: hwk1004@gmail.com or 17575 58A Ave., surrey, BC V3S 1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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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ing - Full-Time Cook> Bukchigo Jangguchigo Restaurant in Coquitlam is hiring a long-term full-time Korean cook. Minimum 3 years of exp in preparing & developing menu (Bindaedduk, Pajeon) required. You will cook dishes, check material, develop menu, train kitchen staff. Completion of high-school or higher, fluency in Korean and basic English required. Certificate of Cook is an asset. Must be reliable. $18/hr, 40hrs/wk. Email your resume to thetenofcups.job@gmail.com '북치고장구치고'에서 실력있는 요리사를 구합니다. 업무:한국 전통음식 요리와 메뉴 개발. 이력서를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thetenofcups.job@gmail.com
Min. 3yr exp, F/T Sushi Cook, Develop sushi & roll menu, Prepare and serve dish, Supervise & maintain sushi bar operation, Supervise & train staff, Conversational English and Korean asset, $18-20/hr, 2wks paid vacation, AKASAKA Japanese Restaurant ( Guilford Mall, SURREY), Fax: 604-588-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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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OMI SUSHI 일식/한식 요리사 구함 근무지: North Vancouver. 자격조건: 3년 이상의 일식 혹은 한식 경험자. 월급: $3,000/월 의무: 일식/한식 요리, 주방 청결 유지, 그외의 주어진 의무 등등. 근무 시작일: 체용 즉시. 이력서: fax)604-986-2988 혹은 sushijip@gmail.com
F/T Cook for Jangmojib Korean Restaurant in Burnaby 3 yrs or more exp. in cooking Completion of high school $17.50 hourly/40 hrs weekly Email: jangmojib@hotmail.com Fax: 604-872-0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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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and/or Japanese cook. Full time. Min. 3yr exp. Develop menu, Supervise & maintain kitchen operation, Supervise & train staff, Korean asset, $18-20/hr, Paid vacation, Nagano Japanese Restaurant (Port Moody) Fax: 604-945-5109
Seeking a F/T Korean Head Cook at Jangmojib Korean Restaurant in Richmond. Completion of High School, 3 years or more exp. in cooking Korean Food, Fluency in Korean and Read English, $17.50~$19/hour, 40 hrs/week Fax: (604)872-0799, Email: jangmojib@hotmail.com
*Korean Food Cooks Edu:G-9 up,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e:$18-$20/hr.,Korean,No/ Basic Englis h DUTIES :Cook& plan menus,Check & order materials, Train 1 P/R or 1 Canadian, Robson Jangmojib/T:604-687-0712/ 1719 Robson Van.BC /jangmojib@hotmail.com
*Korean Food Cooks Edu:G-9 up,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e:$18-$20/hr.,Korean,No/ Basic Englis h DUTIES :Cook& planmenus,Check & order materials, Train 1 P/R or 1 Canadian, Richmond Jangmojib/T:604-233-0712/8320 Alexandra Rd.Rich.BC /jangmojib@hotmail.com
*Korean Food Cooks Edu:G-9 up,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e:$18-$20/hr,Korean, NoEnglish or Bas ic English DUTIES:Cook&plan,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 1 P/R or 1 Canadia n/email:jangmojib@hotmail.com|Hansem Food/T:604-872-07121647 E Pender St.Van.BC
*Korean Food Cooks Edu:G-9 up,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18-$20/hr.Korean,No English or Bas icEnglish DUTIES:Cook&plan,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 1 P/R or 1 Canadia n/email:jangmojib@hotmail.com|Metro Jangmojib/T:604-439-0712 |5075 Kingsway Burn.BC
*Korean Food Cooks Edu:G-9 up,No need Certif.Exp:3yrs,40HR/W,Wage:$18-$20/hr,Korean,NoEnglishorBasicEngli sh DUTIES:Cook&plan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 1 P/R or1 Canadian/email:jangm ojib@hotmail.com|Aberdeen Jangmojib/T:604-273-0712 |#3200 Averdeen Way Richmond.
*Food & beverage servers Edu:G-12 Exp:6m-1yr(be train )No certif. 40hr/W,Wage:$12/hr+tip,Korean & Englis h . Duties:greetpatrons,present menus,order & serve food,bill & accept payment, re commend foods and beverages | Robson Jangmojib/T:604-687-0712 | 1719 Robson Van.BC| Email:jangmojib.@hotmail.com
*Korean Food Cooks Edu:G-12 up,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e:$18-$20/hr,Korean, No English orBas icEnglish DUTIES:Cook& plan 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 1 P/R or 1 Canadi an/email:jangmojib@hotmail.com | Robson DaebakbongaRest./F:604-602-4949 #201-132 3 Robson St.Van / email:daebakbonga@gmail.com
*Korean Food Cooks Edu:G-12 up,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e:$18-$20/hr,Korean, No English orBasicE nglish DUTIES:Cook&plan 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 1P/R or 1 Canadian/Daeb akbonga BBQ Rest. F:604-602-4949/1949 W.4th Ave.Van.BC/email:daebakbonga@gmail.com
*Food & beverage servers Edu:G-12 Exp:6m-1yr(betrain)No certif.40hr/W,Wage:$12/hr+tip, Korean, English. Dut ies:greetpatrons,present menus,order & serve food,bill & accept payment, recomm end foods and beverages 1)Robson Daebakbonga Rest./T:604-683-9298 #201-1323Robson St.Van|daebakbonga@gmail.com 2)4 t h A v e d a e b a k b o n g a R e s t./F:604-602-4949 | 1949 W.4th Ave.Van.BC
*Korean Food Cooks Edu:G-12,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18-$20/hr.Korean, NoEnglish orBasicEnglish DUTIES:Cook&plan 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 1 P/ R or 1 Canadian:T:604-987-311 Kyungbog Palace Rest 143W3rdSt,N.Van.BC/kyungbok@hotmail.com
*Food & Beverage Servers
직원모집
Edu:G-12 Exp:6m-1yr(be train )No certif. 40hr/W,Wage:$12/hr+tip,Korean, English. Duties:greet patrons,present menus,order & serve food,bill & accept payment, recomm end foods and beverages/T:604-987-3112 |KyungBok Palace:143 W 3rd St.,N.Van.BC
*Japanese food or Korean food Cooks
Wanted F/T sign graphic designer
Edu:G-12,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e:$18-$20/hr.Korean,NoEnglish orBasic English DUTIES:Cook&plan 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1 P/Ror 1 Canadian/F: 604-850-1264/Sehmi Rest: 2443 Mccallum Rd.Abbotsford B.C.
We are a design focused sign shop of Burnaby looking for a talented sign graphic designer to develop on site marketing solutions for local businesses. working condition: F/T 35 hrs/ week wage: $44226/year ($24.3/hr) with 2 weeks paid vacation. Must Canadian Permanent resident or Citizen Requirement: -University Degree or Diploma In Graphic Design/ Industrial Design w/ 2 Yrs or more working Experience in an Electric Sign Company. -Above average communication skills; Must fluent in English and Korean, Oral and Written -Knowledge or office procedures and Equipment and Ability To work Unsupervised/and Work Under deadlines in a team Environment. -Understanding of Permit Procedures For signs and Drawing Requirements of Same. Demonstrated Understanding of Sign Components and Materials/Substrates -Superior Understanding of software programs Vectorization/Digitizing of artwork for output to various Electronic and print devices which Include the use Of:, Flexi-sign, Sign lab Adobe Illustrator, Auto cad, Photoshop, 3d studio, Corel Draw and Others. main duties: Meet directly with customers to solve their on site marketing needs through effective -Consulting with clients to establish the overall look, design concept, manufacturing method of sign, installation method of sign, graphics elements and contents of sign materials in order to meet their needs. -Consult with clients to determine the nature and content of sign to meet their needs. -preparing and conducting presentation (including estimation, construction work, and design concept) to clients -Develop the graphic elements (logo, brand Identity, fonts, colors, and material) that meet the client's objectives in eye catching signs and graphics and storefront design, interior signs and graphics and all collateral material. -Estimate cost of materials and time to complete the graphics design side of sign manufacturing. -Design Electric Signs and Other sign projects based on Customer Needs and Budgets. -Take Idea's and Design information and convey them to Customers of varied tastes/Through paper and Digital Formats -Apply Various Digital and Vinyls to Substrates and Materials From the Design Process
*Japanese food or Korean food Cooks Edu:G-12,No need Cert.,Exp:3yrs,40HR/W, Wage:$18-$20/hr.,Korean, No.English or b asic English DUTIES:Check & order materials,Train 1 P/R or 1 Canadian, Plan &Devel oping menus/T:604-854-6205/Little Japan Sushi/#105-33643 Marshall Rd.Abbotsford BC/www.littlejapan.com
매매 / 렌트 / 홈스테이
King’s sign & graphic Ltd 101-6833 Seller Ave., Burnaby, BC V5J 4R2, kingssign@gmail.com FAX: (604) 431-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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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758 물류 정리 직원 (Stock Person) 급여: 경험자 우대 장소: 밴쿠버 지원자격: 무경험자 가능 영어: 중급 근무조건: Part Time
# V757 캐쉬어 (Cashier) 급여: 경험자 우대 장소: 밴쿠버 지원자격: 고등학교 졸업자 영어: 중급 근무조건: Part Time
# V756 창고 직원 (Warehouse Assistant) 급여: $10-$12 장소: 버나비 지원자격: 25Kg 이상 드실 수 있는분 영어: 중급 근무조건: Part Time, Seasonal
# V755 선임 생산 직원 (Production Lead Hand) 급여: $12-$15 장소: 버나비 지원자격: 10명의 직원 관리 가능자 영어: 중상급 근무조건: Full Time
비씨 이민자봉사회(ISS) 제공 구직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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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 이민자봉사회(ISS) 제공 구직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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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604-595-4021(한인 담당자 조이스 리) #201 - 7337 137th Street, Surrey TEL: 604-684-2504(한인 담당자 소피아) #501 - 333 Terminal Ave, Vancouver
TEL: 604-595-4021(한인 담당자 조이스 리) #201 - 7337 137th Street, Surrey TEL: 604-684-2504(한인 담당자 소피아) #501 - 333 Terminal Ave, Vancou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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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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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주인/22스카이트레인역에서 2분거리 Brand new basement suite-3 bedrooms, kitchen, bathroom, living room, nice backyard and separate entrance. The basement is fully furnished, include hydro, cable, high speed internet, 5 minutes to the 22nd skytrain station, in New Westminster. Ideally for 3 Korean students $490 CAD/ student. Call Michael or Aurelia at: (604)526-5108 or email at mihairo00@yahoo.com
버나비 하이게이트 지역 방2, 화장실2 월 $1400 즉시입주가능 문의: 604-468-0780
<비지니스 세일> Facial, massage, hair, North Road Area. Five rooms and two showers. Busy location. Lots of parking. Steady clientele. Price negotiable. Good for setting up your own business or expansion. Asking $38K. Call 525-8506 in the afternoon.
2010년 9월 18일 토요일
만화
비즈니스 새 소식 ◆APEX 부동산 투자 박람회 Dominion Lending Centres, Casa Mortgage Inc. 부스에서 하다현 모기지 전문가를 만나보세요. 금융기관, 투자기관, 부동산 등, 전분야 의 사업체가 참가하는 무료 종합 박람회 입니다. 일시: 9월 18일 토요일, 10am - 6pm 장소: 힐튼호텔. 버나비 메트로 타운, 크리스탈 볼 륨 6083 Mckay Ave. Burnaby, BC V5H 2W7 문의: Cell : 604. 505. 7738 Fax : 604. 564. 2448 ◆Price Smart Foods - <폐 건강 클리닉> *저희 폐 건강 클리닉에 참여하시면 아래와 같은 사 항을 제공합니다. -폐 질환 위험이 있는지 검사 -흡 연 전력으로 인한 폐의 손상 진단 -폐의 상태를 점 검하기 위한 호흡 검사 -당신의 약으로 부터 최대 한의 이득을 얻고 있는지 확인 오늘 예약을 신청 하세요. 시간: 9월 21일(화요일), 오후 2시 - 오후 6시 주소: 102-3433 North Road Burnaby 전화: 604-415-9992 ◆남미이주 - <캐나다 * 미국 이민 설명회 > 일정: 2010년 9월 21일( 화) 28(화) 오전 10시 장소: 코퀴틀람 지사 회의실 내용: 미국 E2비자, 투자 이민 오전 11시: 캐나다 이민과 워킹비자 이번 설명 회는 미래 자녀들의 진로에 맞춘 미국 사업투자 비 자 (E2)와 미국 투자이민 (EB5) 캐나다 이민 (주정 부 사업이민, 기술이민,순수투자)와 워킹 비자를 통 한 영주권 취득 절차 방법에 대한 설명회입니다. 참석 예약: 604-939-4588 ㈜클럽이민(구)남미이주공사 CLUB2MIN CANDANAMMI IMMIGRATION CORP Tel 604-939-
B15
새 소식 게재문의: 중앙일보 광고국 604-420-6033~4 ad@joongang.ca
4588 / Fax 604-939-0373 Toll Free: 1-800-9217907 #260-341 North Rd. Coquitlam, BC, V3K 3V8 ◆장방길 보석 다이아몬드 도매, 모든 귀금곡을 저렴하게 고쳐드립 니다. (9월 15일부터) 에약, 문의: Mrs.장방길-604-681-5915 ◆쿠쿠밥솥 추석맞이 고객사은행사 쿠쿠무역에서 추석 명절을 맞아 고객사은 행사를 실 시합니다. 2010년 9월 10일부터 30일 사이에 쿠쿠 압 력밥솥을 구입하시는 고객께는 인기리에 판매중인 60불 상당의 쿠쿠 주스믹서기를 무료로 증정합니다. 쿠쿠무역, 동서전자, 한아름마트, 한남슈퍼 등 유면 판매점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판매서비스센터 T (604)540-1004 F.604-525-0007 945 Lougheed Hwy. Coquitlam BC (IKEA건너편) www.cuckoocanada.com 쿠쿠밥솥 A/S센터 동서전자 (604)415-9858 버나 비 한남수퍼 옆 (코리아플라자 내 명동칼국수 맞 은편) 판매처: 한아름마트, 한남수퍼, 주노&주니, 현대 수퍼, 아씨마켓 ◆조이풀 화장품 - <가을 기프트 프로모션> *바이오 퍼포먼스 리바이탈라이징 크림을 사시는 분 께 스킨케어 하이드로 나리싱 소프트너 75ml와 나이 트 모이스쳐 리차지 15ml와 쥬얼리 박스 *바이오 퍼 포먼스 수퍼레스토닝 크림을 사시는 분께는 베네피 안스 인리치드 밸런싱 소프트너 75ml와 베네피앙스 리바이탈라이징 이멀젼과 쥬얼리박스 그 밖의 다른 아이크림과 세안용 제품을 사시는 분께 다양한 기프 트를 드립니다. 이번기회를 놓치지마십시요. 주소: #104-15357 104th Ave. Surrey BC (써리 한남 마켓 내) 전화:604-588-1224 Cell 604-838-0614 ◆PCU한의과대학
<저녁반개강안내> Eminata 교육재단의 한 의대학인 PCU 한의과 대학에서 직장인을 위한 저녁반을 개강한다. 개강일: 2010년 10월 12일 (화) 요일 : 매주 월~금 시간: 오후 6시 30분 ~ 10시 30분 과정: 침구사 2년 6개월 한약사 3년 한의학전문 의 4년 문의: 최인아 778-968-1810 장소: 2nd floor 5021 Kingsway Burnaby www.pcu-chm.co.kr ◆보스톤에듀케이션 <노스/웨스트밴쿠버분원오픈> 아이비 리그 전문교 육학원 보스톤에듀 케이션에서 그간 그 지역 학생과 학부모 님들의 성원에 힘입어 노스밴쿠버에 분원을 오픈한 다. 노스 웨스트 밴쿠버 지역에서도 원장과 부원 장이 직접 가르치며 최상의 교육을 제공해 드릴 것 을 약속드린다. 명문대 준비 과목: SAT I/II, AP (Calculus, Physics, Chemistry, Economics, Psychology, World History), 경시 수학 학교 과목: English, Math, Science, Physics, Chemistry 본원: #209 - 2773 Barnet Hwy Coquitlam 노스밴분원: (노스밴호돌이옆건물 이얼싼중국어학 원자리) #203 - 814 W. 15th St. North Vancouver 전화: 604- 945 3036/ 604- 375 8282 ◆파고다어학원 - <조용배 원장의 34차~35차 한 국대학입학 / 편입학 설명회> 이번 설명회는 총 3부로 나누 어서 진행되며 1부 : 2011학년도 한국대학 수시모집 최종요강을 토
대로한 올바른 한국대학입학준비방법 2부 : 캐나 다 대학 재학생들을 위한 한국대학 편입학 준비방 법 3부 : 외국대학 학생들에게도 문호가 개방된 한 국 약대 본과 1학년 입학전형 (35개대 1,602명모집) 준비방법등에 대해서 알기쉽고 정확하게 설명해 드 립니다. 34차 설명회 : 랭리, 써리, 화이트락, 아보츠포드, 메이플리지 지역 학생, 학부모를 위한 설명회 시간 : 2010년 9월 18일(토) 오전 10시 ~ 오후 1시 (120분 선착순 마감) 장소 : Hampton Inn & Suites by Hilton (19500 Langley Bypass, Surrey, BC V3S 7R2) 35차 설명회 : 웨스트/노스밴쿠버, 밴쿠버웨스트, 버나비, 코퀴틀람, 포트무디 지역 학생, 학부모를 위 한 설명회 시간 : 2010년 9월 25일(토) 오전 10시 ~ 오후 1시 (150분 선착순 마감) 장소 : Hyatt Regency Vancouver (655 Burrard Street, Vancouver, BC V6C 2R7) 예약 : 604-568-8005 ◆종근당 - <EZ Body Slim 60> 가장 빠르게 안전하게 자신있게 다이어트를 할 수있는 이지 바디 슬림60(EZ Body Slim 60)을 수 입 판매하고 있다. 주소: #103-4501 North Rd, Burnaby(한남수퍼옆 코리아 플 라자 내 명동칼국수 맞은편) 전화: 604-444-4184 Cell 604767-9407 ◆주태근회계사무실 - <오픈 안내> 회계 감사 세무 및 사업계획 및 상담을 주 업무로 주태근회계사무실이 새로 오픈했다. 주소 #207 - 508 CLARKE RD COQUITLAM ( 원조칼국수 2층) 전화 604 936 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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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18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