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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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날씨/소설/시

캐나다

금등지사(金縢之事)란 ‘오해가 없 도록 고이 보관된 문서’라는 의미 로 사용된다. 주나라 성왕이 숙부 주공에 대한 의심을 푸는 데 한 장의 문건이 큰 역할을 했다는 ‘서경(書經)’의 고 사에서 비롯됐다. 이인화의 소설 ‘영원한 제국’에 서 금등지사는 ‘영조가 사도세자 살해를 후회하는 심경을 기록한 글’을 가리킨다. 정조는 사라진 금등지사를 비밀 리에 찾아내 노론 벽파를 처단하 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 때문에 정조의 개혁 정치는 미완 으로 끝난다는 내용이다. 최근 종 영된 KBS-2TV 드라마 ‘성균관 스 캔들’도 이 설정을 그대로 사용했 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이 금등 지사는 비밀 문서가 아니었다. 정 조 17년(1793년) 5월 28일, 남인 출 신의 영의정 채제공은 사도세자의 죽음을 재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단 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렸다. 이는 ‘사도세자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 하는 자는 역적’이라는 영조의 공 식 입장과 반대되는 것이었으므로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채제공을 처벌하라는 여론이 들끓었고, 정 조는 8월 8일 조정 백관을 모아놓 고 공식 해명을 했다. 내용인즉 채제공은 선왕 영조로 부터 밀지를 받아 몰래 보관해 왔 으며, 그 밀지는 영조의 후회와 함

께 ‘사도세자의 죽음에 책임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를 적시하고 있 다는 것이었다. 정조는 조정의 의심을 풀기 위해 ‘피 묻은 적삼이여 피 묻은 적삼이 여, 동(桐)이여 동이여, 누가 영원 토록 금등으로 간수하겠는가. 나 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바 란다(血衫血衫, 桐兮桐兮, 誰是金 藏千秋, 予懷歸來望思)’는 금등지 사의 한 대목을 이 자리에서 공개 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설이나 드라마와는 달 리 정조는 이 금등지사로 피바람 을 일으키지 않았다. 대신 ‘지나간 일을 다시 거론할 생각이 없으니 대신 국정에 협조하라’며 반대파 를 설득하는 데 이용했다. 이렇게 얻어낸 협조는 각종 민생 안정책 을 실현시키는 데 사용됐다. 대동 법과 균역법 등은 영조를 거쳐 정 조 시대에 와서 빛을 발했다. 그는 새로운 정책의 효과가 드러나지 않으면 ‘고민하다 날이 새는 줄 몰 랐다(靜夜思惟 自不覺其明發也)’ 고 털어놓을 정도로 정성을 다했 다. 명분에 치우쳐 민생 안정에 실패 한 정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는 최근 미국 중간선거에서 오 바마 정부의 참패가 다시 보여주 기도 했다. 정조가 위대한 군주로 기억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송원섭 JES 선임기자

2010년 11월 6일 토요일

날씨

오늘

흐리고 비

최고 10

일요일

최저 7

월요일

10/8

9/6

이슬비 이용법 -강형철(1955~ )

남대문시장 쌓여진 택배 물건 사이 일회용 면도기로 영감님 면도를 하네 비누도 없이 이슬비 맞으며 잇몸 쪽에 힘을 주며 얼굴에 길을 만드네 오토바이 백미러가 환해지도록

리어카의 물건들 비 젖어 기다리네 영감님 꽃미남 될 때까지 가로수는 누가 볼까 팔을 벌리고 사람들은 우산 쓰고 찰박찰박 걸어가는데 불탄 남대문 오랜만에 크게 웃고

---------------------------------------------------재래시장에 비가 내리면 을씨년스럽다. 비설거지를 하는 상인들의 표정도 흐리고, 그런 상인들을 보며 지나치는 행인들도 우울하긴 마찬가지. 그런데 이 낙천적인 노인을 보라. 일당 노동자로 보이는 노인은 오늘 장사 망쳤다고 하늘을 원망하는 대신 이슬비 거품으로 면도를 하고 있다. 비누도 없이 하는 면도라 상처가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데 더 잘 보이라고 오토바이 백미러가 환해지고, 이왕 젖었으 니 어쩌겠느냐며 리어카의 물건들도 말없이 기다리고 있다. 고된 노역에 지친 영 감님을 꽃미남으로 만든 이슬비이니 불타버린 남대문이라고 어찌 웃지 않을까. 이슬비에 까만 그을음이 조금은 씻겨나갔겠다.

<손택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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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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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서울 정상회의 닷새 앞으로

 2010년 11월 6일 토요일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 의를 계기로 한국은 선진국과 개 발도상국을 잇는 다리가 될 것 이 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4일(현 지시간) G20 회의 참석차 한국 방 문을 앞두고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네 차례의 G20 회의 는 주로 세계적 금융위기 극복을 논의하다 보니 개발도상국 문제는 소홀히 다뤄졌다”며 “한국이 서울 G20 회의에서 개도국 개발 문제 를 공식 의제로 채택함으로써 한 국의 국가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 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세계적 경제위기 로 전 세계의 관심이 G20에 집중 되고 있으나 여기에 참여하지 못 하는 유엔 회원국 사이에선 소외 감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서울 G20 회의가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 벽을 허무는 장이 되기를 바란

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 령이 개도국 개발을 위한 100대 행동계획을 직접 발표한 것을 적 극 환영한다”며 “서울회의에서 개 발 문제에 관한 구체적 행동계획 을 이끌어낸다면 유엔이 빈곤퇴치 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새천년개 발목표(MDGs)’의 달성에도 도움 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 총장은 이번 방한 때 한나라 당 이주영 의원 주도로 구성된 국 회 MDGs 포럼에 참석해 개도국 개발 이슈를 적극 부각할 계획이 다. 이 자리에는 유엔 MDGs 자 문그룹위원장인 호세 사파테로 스 페인 총리와 제프리 삭스 미국 컬 럼비아대 교수도 참석해 2015년이 시한인 MDGs의 목표 달성을 위 해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는 G20의 출현으로 유엔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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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비해 6일부터 ‘갑호비상’ 체제를 가동한다. 갑호 비상은 가장 높은 수준의 비상근무령으로 정상회의 폐 막 다음 날인 13일까지 8일간 지속된다.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외곽에서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기마대원들이 순찰을 돌고 있다. [AP=연합뉴스]

냐는 계가 엔이 되는

우려와 관련, 그는 “G20과 유엔은 경쟁 관 아니라 상호 협력과 보완 관계”라며 “유 추진하는 주요 어젠다가 G20에서도 논의 것이 유엔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강

조했다. 미국 민주당의 중간선거 패배로 미 의회에 계 류 중인 기후변화 관련 법안의 처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반 총장은

“내년에 미국에 새 의회가 구성되면 직접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 기후변화협약의 중요성을 설 명하겠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jkmoo@joongang.co.kr


A12 의원 11명 동시다발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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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11명 동시다발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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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자 B섹션 B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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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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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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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광고 A19


A20 전면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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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섹션  제이

2010년 11월 6일 토요일

‘69억 명의 콘서트 위한 앱’ 인간 상상력 한계를 두드리다 <애플리케이션>

Story 스마트폰 앱 ‘오카리나’ 개발자, 스탠퍼드대 컴퓨터음악연구소장 거 왕

하늘에서 본 한국 사진작가 베르트랑

>>

12,13

“크지도 않은 땅에 참 많은 표정  단시간에 많은 걸 이룬 역동성 보여”

구의원 된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완

>>

>>

2,3

영화 ‘젓가락’으로 돌아온 이 남자

>>

6

“서세원 씹기 위해서라도 볼 사람은 보겠죠”

4, 5

“낮은 곳으로 임했다고요? 구의원은 높은 곳이죠” 40판 제142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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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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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왕 교수는

세계 첫 랩톱·폰 오케스트라 창안자 거 왕

거 왕 교수는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까지 그곳에서 조부 모와 함께 살았다. 수학교사 출신인 조부는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늘 뭔 가 만들거나 집 여기저기를 수선했다. 덕분에 그도 만들고 조립하는 일

“변화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사람이다”

에 푹 빠졌다. 그는 “그때의 산교육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가 음악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해 준 것도 할아버지였다. 일곱 살 때 아코디언을 사줬다. 아들이 음악에 흥미를 나타내자 부모도

나도 내가 뭘 하는지 잘 몰라  흥미가 이끄는 대로 할 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열세 살 생일 때 전자기타를 선물했다. “돌이켜보 면 그건 꽤 용감한 선택이었다. 10대 자녀에게 ‘반항의 상징(전자기타)’ 을 안기다니! 하지만 선물은 제대로 먹혔다. 강력한 음악의 힘과 연주의 재미에 눈을 뜰 수 있게 됐으니.”

세계를 휩쓸고 있는 스마트폰 열풍, 그 중심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이하 ‘앱’)이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음악·음향학연구소(CCRMA) 소장 거 왕(Ge Wang·32) 교

하지만 그는 베짱이로만 살 수는 없었다. 조부모와 부모가 개미의 근면

수는 이 ‘멋진 신세계’의 맹주 중 한 사람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음악 앱 ‘오카리나’의 개발자, 세계 최초의 랩톱 오케스트라, 모바일폰 오케스트라의 창안자, 실리콘

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중학교 시절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해

밸리 대표 앱 개발사 ‘스뮬’의 공동 창업자. 또한 공학박사 출신의 음대 교수, 중국계 이민 1.5세대인 그는 학문·직업·인종·국가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전형적인 ‘통섭 천재’다. 넘치는

서 용돈을 벌었다. 고교와 대학 시절에는 레스토랑 웨이터로 일했다. 그 기

창의력, 남다른 도전정신으로 새 영역을 개척해 온 그와 여러 차례 e-메일을 주고받았다.

억은 그의 삶에서 가장 멋진 추억의 하나가 됐다. 그는 “근면 또한 조부모

이나리 기자 windy@joongang.co.kr

께 물려받은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From

문과이과, 정치부경제부  이런 나눔 언제까지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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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의 화제가 온통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

중국의 세계적 피아니스트 랑랑. 막 오케스트 라 협연을 끝낸 그에게 앙코르 요청이 쏟아진 다. 스타인웨이 피아노 앞에 앉는 대신, 그가 돌연 꺼내 든 건 태블릿PC ‘아이패드’다. 손가 락으로 화면을 두드리자 거짓말처럼 청아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온다. 림스키 코르사코 프의 ‘벌들의 비행’이다. 놀란 청중은 박수와 환호를 쏟아낸다. 흥이 난 랑랑은 아예 두 손 으로 아이패드를 ‘연주한다’. 지휘자까지 손 을 뻗어 한몫 거든다. 지난 4월 미국 샌프란시 스코 데이비스 심포니홀에서 실제 일어난 일 이다. 이 장면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은 1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랑랑이 연주한 것은 애플 온라인 장터 ‘앱스토어’에 올라 있는 ‘매직 피아노’다. 이 를 만든 이가 바로 거 왕 교수다. ● 하지만 최대 히트작은 역시 ‘오카리나’ 아닌가? “그렇다. 지금까지 250여만 명의 아이폰 사 용자가 내려받았다. 아이폰 마이크에 숨을 불 어넣으면서 터치패드에 나타난 ‘가상 숨구멍’ 을 막았다 열었다 하면 진짜 오카리나(도자기 재질의 입으로 부는 악기) 같은 소리가 난다. 소셜 네트워크 기능도 있어 자신의 연주를 세 계인에게 들려줄 수도 있다. 이 앱 연주 동영 상이 유튜브에만 1200개가량 올라 있다.” ● ‘아이 앰 티페인(I am T-pain)’ ‘소닉 라이터’ 같은 앱들도 히트를 쳤다. ‘앞의 것은 미국 힙합계에서 기계음 효과 를 가장 잘 쓴다는 래퍼 티페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앱을 구동한 뒤 아이폰 마이크에 대고 노래하면 스피커로 기계음 효과가 입혀 진 목소리가 나온다. 소닉 라이터는 시각 효 과를 노린 앱이다. 아이폰 화면을 손으로 살 짝 긁으면 촛불이 켜진다. 마이크에 숨을 불어 넣는 강도에 따라 촛불이 흔들리거나 꺼지기 도 한다. 이 앱을 내려받은 아이폰을 다른 아 이폰에 가까이 대면 상대편에도 불이 켜진다. 이 역시 오카리나처럼 세계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 가 상 촛불이 켜진 상태에서 불꽃을 두 번 터치하면 세 계지도가 나타난다. 거기 떠오른 노란 점들은 각지 에서 이 앱을 실행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오카리나도 그렇지 만 소닉 라이터는 특 히 세계 네티즌들로부 터 ‘인간 상상력의 지평 을 넓혔다’는 찬사를 듣 는다. 왕 교수가 지금껏 개 발한 아이폰 앱은 모두 8 개다. 총 600만여 다운로

션인 시대입니다. 스마트폰이 악기가 되고 전 세계에서 함께 오케스트라처럼 연주할 수 있 고…. 도대체 이 앱 상상력은 어디까지 확장될 지 정말 궁금한 신세계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호 프런트 페이지는 ‘오카리나’ ‘소 닉 라이터’ 같은 앱을 개발해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넓혔다는 평을 듣는 스탠퍼드대 거 왕 교수의 창의성 이야기입니다. 중국에서 태어 나 미국에서 자랐고, 음악과 컴퓨터공학을 결 합시킨 거 왕 교수에게서 한국 사회는 두 가 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갈수록 커 져가는 통섭(統攝)과 하이브리드(hybrid, 이 종교배)의 중요성입니다. 고교 2학년부터 문 과와 이과를 선택해야 하고, 성적 맞춰 들어 간 대학 4년 동안 전공 필수라는 굴레 속에서 자신의 적성·재능 찾을 기회를 제대로 못 가 지는 우리들에게 거 왕 교수의 한마디가 아 주 신선했습니다. “도대체 이 둘을 결합하지 못할 이유가 뭡니까.” 그러고 보니 우리 언론 사도 언제까지 정치·경제·사회·문화부로 나 뉘어 가야 할지 잘 모를 일입니다. 기술의 발 전으로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아 고단한 시대 입니다. 거 왕 교수의 한마디가 다소 위안이 됩니다. “변화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컴퓨터 가 주인이 아니라 결국은 사람이 변화의 주인 입니다.” 하긴 그는 오늘날 성공의 이유를 아 코디언과 기타를 사 준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애정’으로 돌렸습니다. #G20 정상회의 준비로 분주합니다. 우연 히 이어령 본지 고문의 방에 들렀다 ‘하늘에 서 본 한국’이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사 진집을 보게 됐습니다. 아, 우리나라가 이렇 게 아름다웠는지…. 마침 프랑스의 베르트 랑 작가가 홍콩에 들른다는 얘길 듣고 홍콩 특파원이 달려갔습니다. G20 정상에게 줄 선물론 제격인 것 같습니다. 최훈 중앙일보 에디터

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섹션 제이 24호 에디터 : 최훈 취재 : 이훈범 부장  김창규  김준술  성시윤  박현영 기자

Story

사진 : 박종근 기자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아이폰에 촛불 켜는 앱’ 세계의 ‘촛불’ 연결할 수도

드를 기록해 앱스토어에서만 700만여 달러(약 78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그가 앱 개 발을 위해 창업한 ‘스뮬’은 미국 경제가 어렵 던 지난해 말 800만 달러(약 89억원) 투자 유 치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 ‘스뮬(Smule)’은 무슨 뜻인가. “소리를 의미하는 ‘소닉(Sonic)’이란 단어 와 아이작 아시모프 소설 파운데이션에 등 장하는 돌연변이 초능력자 ‘뮬(Mule)’의 이름 을 합성한 것이다. 창업 당시 우리에겐 음악과 컴퓨터과학을 자유자재로 융합할 수 있는 초 능력이 필요했다(웃음).” ● 프린스턴대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중 노트북 PC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랩톱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컴퓨터 과학의 엄청난 잠재력과 전통적 오 케스트라 음악 작업을 융합해 보고 싶었다. 이를 바탕으로 스탠퍼드에 오자마자 ‘모바일 폰 오케스트라(MoPhO)’를 만들었다. 지난해 말 첫 콘서트를 열었는데 세계 언론과 네티즌 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오카리나 앱이 누구나 쉽게 연주할 수 있는 것이라면, ‘MoPhO’는 휴대전화 악기로서의 역량을 시험해 보고 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작업이다. 무엇보다 이 런 일들은 내 세 가지 열정, 즉 음악, 컴퓨터 공 학, 그리고 ‘뭔가를 만드는 재미’의 완벽한 결 합을 의미한다.” 이런 일련의 실험과 성과들로 인해 그는 미 국 유명 잡지 ‘크리에이티비티’가 뽑은 ‘세계 에서 가장 창의적인 50인’에 2008년, 2009년 연

버렸다. 인류 역사에 이렇게 골치 아픈 시대가 있었던가. 변화 가능성을 수용하고 세상에서 벌어지는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만이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 학계나 산업계에 ‘통섭’이 자리 잡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는 CCRMA와 스뮬이 항상 시도해 온 것이다. 우리는 ‘인간’과 ‘기술’이란 매우 이 질적인 것들을 융합해 사람들이 놀고 일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려 한다. 이를 위해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앱스토어(Appstore)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즉 응용 프로그램의 줄임말

2008년 7월 문을 연 미국 애플사의 온라인 애플리

이다. 흔히 ‘앱(App)’이라고 부른다. 워드 프로세서부

케이션 장터다. 세계 각국의 개발자 누구나 자신이

터 게임, 길 안내 등 PC나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쓸 수

만든 앱을 이곳에 올려 팔 수 있다. 앱 가격은 무료

있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통칭한다. 요즘은 네이버·트

부터 수백만 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사용자가 앱

위터 등 각종 인터넷 서비스업체뿐 아니라 스타벅스

을 내려받으면 판매가의 70%는 개발자가, 30%는

같은 오프라인 기업들까지 전용 앱을 만드는 추세다.

애플이 갖는다.

이들은 게임을 내놓기 전 앱스토어와 인터넷 상의 모든 게임을 분석했다. 그리고 앱스토어 를 결전의 장소로 택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 한 앱스토어에서 성공하면 다른 곳에서도 성 공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두들 점프 ‘두들 점프’라는 게임을 만든 푸센잭 형제도 ‘아이디어 하나만 있으면 1인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지난해 99센 트 가격으로 선보인 이 게임은 500만 회의 다운 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네 발

달린 생명체가 구름막대기를 발판 삼아 점프를 하면서 위로 올라가는 단순한 내용의 게임이다. 이고르 푸센잭, 마르코 푸센잭 형제는 거실에서 게임을 스케치한 지 1년 만에 이 게임을 앱스토 어에 내놨다. 이고르 푸센잭은 미국 잡지 ‘패스 트 컴퍼니’가 올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창의 적인 사람’ 14위에 오를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부부, 친구, 장인과 사위 등 다양한 사람이 팀을 이룬 소규모 게임 개발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teenteen@joongang.co.kr

전혀 다른 학문과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 중이 다.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하,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내가 뭘 하고 있 는지 모른다. 그저 내 관심과 흥미가 이끄는 대로 열심히 할 뿐이다.”

준비하고 있는 거 왕 교수.

9살에 미국으로 이민한 게 도움이 되나. “내가 중국과 미국의 문화·언어·사고방식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건 대단한 행운이다. 이건 마치 컴퓨터와 음악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것과 유사하다. 어떤 분야끼리든 경계 간 교차 영역과 상호작용의 크기는 광대하다. ‘통섭’ 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 IT 발달로 인간의 일과 소통, 놀이 방식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그 핵심엔 뭐가 있을까. “사람’이다. 보다 정확히 말해,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가 커졌다고 할까. 발달한 기술을 통 해 사고방식과 삶을 영위하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게 됐다. 기술 그 자체 는 결코 변화의 핵심이 될 수 없다.” ● 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알아야 할 것도 너 무 많다. “우리는 정말 특이한 시대에 살고 있다. 매 일 엄청난 변화가 휘몰아친다. 기존 정보, 삶 의 방식은 물론 우리 자신마저 끊임없이 ‘낡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세상이다. 그 속에서 삶의 질 혹은 가치는 너무나 사소한 것이 돼 ●

 소닉 라이터 앱의 아이콘.

 입으로 불면 불꽃이 커지거나 꺼진다.  세계의 소닉 라이터 사용자들 은 지도에 노란 점으로 표시된다.

아이폰·아이패드는 신기술 이정표  스마트폰으로 ‘오카리나’ 연주

하지만 오늘날의 컴퓨팅은

세계인이 함께 듣고 즐길 수 있죠

 오카리나 앱의 아이콘.

난 공학박사 출신의 음대 교수

 거 왕 교수가 오카리나 앱을

학문·직업·인종의 ‘통섭’ 꿈꿉니다

 오카리나 앱을 쉽게 연주할 수

시연하고 있다. 있게 만든 모드.

속 이름을 올렸다. 최 근 1년 새, 세계 정 보 기술 (IT)업계의 이목이 집 중되는 애플 신제품 발표 무대에 네 차례나 오른 이유 이기도 하다. ● 음악과 컴퓨터공학의 접목이란 주제를 파고들게 된 계기는. “음악은 강력하다. 논리 같은 건 필요 없 이 인간 감각을 파고들며 아름다움을 느 끼게 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도 강력하다. 우리 안의 생각·관념을 구체화·현실화하 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를 깨달은 뒤 대 학에 진학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둘을 결합하지 못할 이유가 뭔가?’”

‘애플리케이션’의 경제학

평균 개발비 3800만원, 수입은 75만원 ‘앱 대박’은 결코 쉽지 않다

제14245호 40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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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과 함께 랩톱 오케스트라를

선 기존의 것을 개선하려는 욕망, 옛것의 폐기 를 겁내지 않는 심도 깊은 실험, 사람에 대한 이해 추구, 이 셋의 결합이 중요하다.” ● 머릿속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게 그것은 수많은 실험과 조사, 연구를 의 미한다. 또 하나는 내 박사논문을 지도한 프린 스턴대의 페리 쿡(Perry Cook) 교수가 해준 말 인데 ‘무엇을 하든 미적 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모든 작업은 바로 이 양자(실 험과 미학)의 결합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작곡 이든 비즈니스든 소프트웨어 개발이든.” ● 융합과 통섭이란 관점에서 볼 때 아이폰 또는 스티브 잡스의 뛰어난 점이라면.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신기술의 이정표가 된 작품들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된 것이다. 애플은 ‘컴퓨터가 뭘 하길 원하는가’가 아 닌 ‘사람들이 (컴퓨터로) 뭘 하길 원하는가’ 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컴퓨터공학의 선구자 벤 슈나이더맨(Ben Shneiderman)이 한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전의 컴퓨팅은 ‘컴퓨터가 뭘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 다. 새로운 컴퓨팅은 ‘사람이 컴퓨터로 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 당신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작업 을 통해 세계가 좀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말 했다. 또 “음악 만드는 과정을 민주화하고 싶다” 는 희망도 밝혔다. “나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창조적’이란 철 학을 갖고 있다. 전문 아티스트뿐 아니라 누 구나 음악을 쉽게 만들고 연주하며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 또 모바일 기기는 물리적 거 리와 상관없이 합주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언젠가 세계 각지의 프로 음악가들과 아마추 어 음악인들이 지구를 가로질러 아이폰으로 앙상블을 만들고 콘서트를 여는 날이 올 것 을 믿는다.” ● 지금처럼 복잡하고 압박이 심한 사회에서 그 런 이상과 가치관을 지키는 게 가능할까. “장기적 비전을 단순하게, 훼손 없이 유지하 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순간순간 단기적이고 전술적인 생각과 판단을 하며 살 아간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장기적 목표와 비 전을 염두에 둔 것이어야 한다. 목표와 이상에 다다르는 길은 수없이 많다. 뭘 어떻게 하게 될 진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다.”

아름다운 음악, 강력한 컴퓨터 이 둘을 결합하지 못할 이유가 

 매직 피아노 앱의 아이콘.

 유명 피아니스트 랑랑이 아이 패드의 매직 피아노 앱으로 앙코 르 연주를 하고 있다.  매직 피아노 앱을 쉽게 연주할 수 있게 만든 모드.

현재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 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28만6366건이다. 전 세계 수많은 개발자가 나서 ‘앱 골드 러시’가 벌어지고 있다고 할 정도다. 하지 만 성공한 개발자보다 본전도 건지지 못한 개발자가 수백 배 많다. 오히려 성공한 앱 개발자를 손에 꼽을 정도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컨설팅 전문가 토미 에이호넌이 최근 발표한 ‘아이폰 경제학’에 따르면 유료 앱 평균 수입은 682달러(약 75

만원)인 반면에 앱 평균 개발비는 3만5000 달러(약 3800만원)에 달한다. 에이호넌은 개 발자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51년이 걸 릴 것으로 추산했다. 2008년부터 올 상반기 까지 앱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50억 회에 달 하고 이로 인한 누적 매출은 14억3000만 달 러다. 앱스토어가 개발자에게 성공의 달콤 함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좌절의 쓴맛을 안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앵그리 버즈 앱스토어에서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사람은 핀란드 회사인 로비오 모바일의 세 젊은이다. 2003년 니클라스 헤드, 자르노 바 켄바이넨, 킴 디케르트 등 헬싱키대 학생 3명은 노키아 후원으로 열린 모바일게임개발대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여기서 여러 사람이 실시간 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게임 ‘양배추 세계의 왕’ 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를 계기로 이들은 모 바일 게임회사를 만들었고 지난해 12월 아이폰 용 게임인 앵그리 버즈(Angry birds)를 선보였 다. 이 게임은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누적

다운로드 건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700만 개나 팔렸으며 무료 체험 버전도 1100만 개나 다운로드됐다. 애플과의 계약에 따라 앱 가격 99센트 가운데 30%는 애 플이 가져간다. 앵그리 버즈는 단순 한 게임이다. 배고픈 돼 지들이 새 알을 훔쳐가면 이에 분노한 새들이 이를 되 찾아 오는 내용이다. 이 게임 앵그리 버즈

은 불과 4명이 6개월(다른 두 개의 작업을 하 는 중이어서 실제 제작기간은 3개월) 동안 만 들었다. 그런데도 큰 성공을 할 수 있었던 비 결은 바로 친숙함이다. 게 임이 쉬울 뿐만 아니라 화면도 만화로 처리했다.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효과음은 제작자가 모여 돼지나 새 소리를 내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두들 점프

이런 혁신적 기기들로 사람이 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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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6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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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6일 토요일

Special

이병완

이병완의 청와대 시절

출입기자서 홍보비서관홍보수석 거쳐 비서실장까지 전 청와대 비서실장, 광주광역시 서구 구의원 해보니 

이병완 구의원은 KBS 기자를 거쳐 1994 년 서울경제신문에 입사한 뒤 청와대 출 입기자를 했다. 김대중 대통령 때엔 홍 보비서관(99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엔 기획조정·정무기획비서관, 홍보수석(차 관 급·20 03~20 05년)과 비서실장(장관 급·2005~2007년)까지 거쳤다. 청와대에서 출입기자→홍보 비서관→홍보수석→비서 실장까지 거친 것은 그가 유일하다.   지난 삶을 얘기하던 그는 ‘인생을 바꾼 선 택’을 얘기했다. “중고교 때 꿈은 논설위원이 었죠. 중학교 1학년 때 글쓰기 대회에서 담임 선생님이 품평하면서 ‘병완이 너는 글 쓰는 직업이 좋겠다. 논설위원이 돼라’고 하셨죠.” 꿈은 현실이 됐다. 고교 때 문예반에 들어가 고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서울경제신 문을 거쳐 한국일보 논설위원을 했다. “그 뒤 로 삶이 바뀌는데 그게 참 이상합디다.” 그는 “한국일보가 어려울 때 이규성 당시 재무부 장관과 점심을 먹는데 ‘외환위기 구조조정도

‘구(區)의원’이 된 청와대 비서실장. 극과 극의 변신이다. 대통령 옆에 찰싹 붙어 300조원 나라 살림을 걱정하던 남자, 이젠 ‘구청 주부 합 창단’의 간식비 문제로 머리를 쥐어짠다. 명색이 의원이지만 자기 방 하나 없다. 정권이 바뀌었다지만 대통령 비서실장 경력이면 ‘오라는 곳’도 있었을 터다. 그는 왜 ‘0.5평’짜리 칸막이 공간에 둥지를 틀었을까. 의원 배지를 달았던 지난 4개월이 그는 “충격 그 자체였다”고 했 다. “대한민국 정치와 행정의 모세혈관 같은 구의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야 생생히 목격했어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옆에서 일한 뒤, 지난 6월 지방선거의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어렵게(?) 당선된 이병완(56)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봤다. 글=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주부 합창단 간식비 200만원 올립시다  “안 됩니다”  그런 걸로 머리 쥐어짜죠

필요하고 예금보험공사에서 일해 보지 않겠 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고민이 많을 때라 승낙했죠.” 그러던 어느 날 묘한 청와대와의 인연(因緣)이 다가왔다. “98년 말인가 청와대 인사로부터 DJ가 홍보 기획 컨셉트가 없다 며 짜증내는데 이형(兄)이 보고서를 하나 만 들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보름 뒤 홍보비서 관을 뽑는데 그를 쓰겠다는 통첩이 왔다. 그 때부터 청와대 인생이 시작됐고 홍보라인 요 직을 거쳤다. 2000년 가을엔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 노무현에게 직 접 만남을 청했다. 다음 대통령이 돼야 한다 는 믿음에서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론계 선배 박무(전 머니투데이 대표, 2005년 작고)씨와 인사동에서 노 후보를 만 났었다. “노 후보는 한번 주목해 볼 만한 사 람”이라는 게 ‘박 선배’의 판단이었다. 이번 엔 스스로 택한 인연이 삶을 바꾸었고, 노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을 읽는 자리인 비서실 장에까지 올랐다.

2005년 2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홍보문화특보 임명장을 받는 이병완씨. [중앙포토]

대통령 비서실장과 구의원 비 서실장 300조원 (국가 예산)

항목

광주광역시 서구 의원

다루는 예산 2200억원

약 20평

집무실

0.5평, 책상만 배정. 5~6명 의원이 한 사무실 공동 이용

장관급

위상

서구 다선거구 유권자 5만 4000명의 대표

약 9600만원 (2010년 기준)

연봉

약 3000만원 (별도 월급 없는 의정수당 개념)

에쿠스 제공

차량

자가운전

광주광역시 서구의회 소속 이병완 의원. 대 통령 비서실장 시절에는 20평가량의 집무실 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책상 하나가 전부다.

요즘 의정활동에 고민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2015년 광주에서 하계 유니버시아드를 열 어요. 제 ‘지역구’인 화정동 아파트를 헐고 선 수촌을 짓기로 했어요. 그런데 제가 4월에 경제 효과가 떨어지고 나중에 시설 관리도 힘들다고 반대했거든요. 주민투표로 개최권을 반납하자 고 했죠. 그런데 두 달 뒤 거기서 구의원 출마를 한 겁니다. 하하. 나중에 결과를 보니 그 동네에 서 표가 많이 안 나왔어요. 거주 주민이 2만 명, 4000가구인데…. 이런 문제에서 주민들 얘기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려고 합니다.” ●  의견은 어떻게 듣습니까.   “주민들이 ‘비서실장까지 했으니 시와 구 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빅 마우스 역할을 해달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슈가 생기면 토 론회 같은데 저를 초청해 얘기를 듣고자 해요. 또 주민자치위원회라는 게 있죠. 동네마다 20 여 명씩 모여 매달 현안을 토론하고 그래요. 기자님도 이런 게 있는 줄 모르셨죠? 대개 그 럽디다, 하하. 10월 초에 지역구인 풍암동 회의 에 참석했죠. 동네 축제가 화두였어요. 단풍 축제에서 노래·장기 자랑을 어떻게 하고, 후원 은 어떻게 마련하고….” ●  주민들 요구사항도 많을 텐데요.   “구 예산이 2200억원 정도인데, 재정자립도 가 30% 안팎이에요. 돈 쓰는 문제가 참 열악 합디다. 지난 9월에 ‘추경예산’ 80억원을 심의 할 때였어요. 나누다 보면 몇백만원 단위로 쪼 개집니다. 서구청 산하에 청원경찰이 몇십 명 있어요. 이분들이 체육대회를 하는데 운동복 지원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어요. ‘지난해에도 지급했는데 그거 쓰면 되지 뭘 또 주냐’ 이런 주장과 ‘그래도 1년에 한 번인데 해주자’는 쪽 이 맞서는 거죠. ●  어떻게 해결합니까.   “그런데 정말 진짜 판단이 안 됩니다. 이게 뭐가 문제일까. 어떤 잣대로 판단해야 할까. 청 원경찰 체육복만 해도 격려 차원에서 필요하 지 않냐는 ‘정(情)’ 차원의 접근법이 있겠죠. 그러나 구청장이 음료수 지원 같은 것을 하면 되지, 뭘 또 체육복을 지급하냐는 시각이 있을 겁니다. 둘 사이에서 판단 하기가 쉽지 않고, 너무 낯설어요.” ●  그런 데서 뭘 배웠습니까.   “다짐했죠. 한번 제대로 들여다보자. 인턴 구의원이라는 생각으로, 초보 의원이라는 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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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으로요. 아, 이런 문제도 있구나. 정말 모세 혈관에서 이렇게 얽혀 있구나 생각해요. 구의 회는 큰 국정(國政)에서 ‘마지막 모세혈관’이 죠. 300조원 국가 예산이 강을 타고 실개천을 타고 이렇게 흘러 오고, 제가 인생을 살아오면 서 큰 고민 없이 여겼던 문제를 새삼스럽게 들 여다보게 된 겁니다.” ●  체육복 논란 같은 일이 많나 보죠.   “여기에 주부 합창단이 있어요. 그분들이 일 주일에 한 번씩 연습하고 그러는데 간식비로 지 금까지 연간 200만원을 줬는데, 400만원으로 올리자는 안건이 있었어요. 이때도 ‘밥 먹는데 비싼 거 먹을 필요 있냐, 절반으로 깎자’ 이런 얘기가 나왔죠. 물론 다른쪽에선 TV프로 남자 의 자격에서 박칼린 음악감독이 히트치면서 합 창단이 인기인데 지원해 줘야 되는 것 아니냐 며 찬성 목소리를 높였지요. 결국 100만원 삭감 해 300만원으로 하는 걸로 결론이 났습니다.” ●  청와대에선 그런 대립되는 ‘국정 현안’을 어떻 게 풀어갑니까.   “사실 액수로 보면 청원경찰 체육복 지원액 은 모두 80만원이에요. 웬만한 삽겹살 회식만 해도 돈이 꽤 나오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렇게 적은 돈이라도 마지막 세포에 전달되는 모세 혈관의 성격이 있다면, 더 성의 있게 따져봐야 겠구나 생각했죠. 원래 청와대에선 ‘큰 원칙 과 대의, 그리고 여론’이란 세 가지 방향에서 일을 해왔죠. 그런데 구 의회 안건은 누구라도 쉽게 판단하기 힘들어요. 현장의 사람들 목소 리를 듣는 데 주력해야 하는 이유죠.” ●  주민 기대처럼 ‘빅 마우스’ 역할은 잘 합니까.   “만나는 분들마다 ‘자주 좀 돌아다니라’고 해요. 전화하는 분도 많고요. 얼마 전엔 북구 사 시는 개인택시 기사가 ‘왜 가로등이 그렇게 높 냐, 낮추면 조도가 밝아지고, 돈도 덜 들고, 범 죄도 막을 텐데’ 하더라고요. ‘이런 건 실장님 이 시에 얘기해야 한다’면서요. 얘기 된다 싶어 서 법이 어떻게 돼 있나 알아보고 있습니다. 때 로는 ‘시장 만나서 호통 좀 쳐달라’는 주민도 있 어요. 저는 “구의원이 그렇게 못 한다”며 정중 히 얘기합니다.” ●  구의원 출마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어려운 결심은 아니었죠. 청와대 있을 때부 터 참모, 수석들과 ‘물러나면 뭘 할까’ 이런 고 민을 많이 했습니다. 모두 저더러 ‘국회의원 출 마하셔야죠’ 했지요. 그때마다 저는 우스갯소

리가 아니라 진지하게 ‘기초의원 나가보면 어 떨까’ 답했죠. 2008년 5월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간 뒤 찾아뵈었죠. 대 통령이 그러더라고요. ‘이거 농반 진반인데, 내 가 김해시의원 나오면 어떨까, 이 실장.’ 저는 ‘떨어지면 어떡하느냐’고 반대했죠. 사실 김해 전체로 보면 노 전 대통령은 인기가 없었어요. 대통령을 배출했는데 별로 시혜 입은 게 없다 는 불만 때문이었죠. 땅값만 올랐다고들 하고. 아무튼 노 전 대통령이 제 고향도 묻더니 ‘이 실장도 (기초의원 출마를) 한번 생각해 보시 오’ 했어요. 그 뒤로 ‘참여’라는 가치를 실천해 보고 싶어 결국 이번 출마를 결심했죠.” ●  일종의 ‘생활정치’ 같은 겁니까.   “국민참여당 강령에 ‘노무현 정신을 정치적 으로 구현한다’는 게 있어요. 참여정치는 생활 정치고, 기본은 주민자치 아니겠어요. 미국에 서 1930년대에 공화당 전당대회부터 ‘풀뿌리 민주주의’란 용어가 나왔어요. 정작 자기 동네, 마을 일을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 이런 틀이 안 갖춰졌다는 반성이 있었지요. 우리도 똑같다고 봅니다. 자기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 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죠. 제가 구의 원으로 나선 이유이기도 하고요.” ●  서구 구의원에 한나라당 소속이 없는데 ‘견제 와 균형’의 톱니바퀴가 작동합니까.   “13명 의원의 소속이 대개 민주당·민주노 동당이고 제가 국민참여당이죠. 여기선 민주 당이 여당으로 통해요. 한나라당은 아예 출마 자체를 안 하는 분위기죠. 그러나 동네 일을 하는데 사실 당이 무슨 상관이 있겠어요. 구 의원 뽑는 것은 정당을 통하지 않은 시민공천 제 같은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디다.” ●  월급도 없는데 생활은 어떻게 합니까.   “의정비가 나옵니다. 월 250만원, 연 3000만 원 정도 돼요. 서구는 작년, 재작년 모두 동결 됐죠. 이번에 올리자고 하는데 행정안전부 고 시를 적용하면 10% 올라가게 돼요. 너무 높다 는 생각이에요. 하지만 이제 젊은 친구들, 전 문직 인사들도 구의원에 많이 뛰어들어야 해 요. 그러려면 어느 정도 의정비가 필요한데 무 작정 올릴 수도 없고 저도 고민이 많습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 뭡니까.   “동네 목욕탕 자주 갑니다. 언론사 근무 때 마 감 끝나고 가던 습관이 있어서…. 아무튼 목욕 탕에서 주민들 만나면 ‘앞으로 시의원 하고, 구

“내가 시의원 하면”

“대통령님 그건 좀”

“그럼 이 실장이 해봐요”

그 뒤 ‘참여정치’ 실현을 위해 출마 결심했습니다 국정의 모세혈관에선 ‘청원경찰 체육복 지원’ 같은 게 현안   나라살림 300조원 걱정하던 사람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청와대 시절 그립지 않아요, 전 지금 행복합니다

구의회 의사당에 앉은 이 병완 의원. 연장자 예우 로 맨 뒷자리를 배정받았 다며 환하게 웃었다.

청장 하고, 시장도 도전해 보시고’ 이럽니다. 계 산해 보니 한 16년은 걸리겠더라고요, 제 나이도 있는데, 하하. 제가 국민참여당 창당준비위원장 을 맡았고 지금 참여정책연구원 이사장인데, 구 의원 외에 2012년 대선을 위한 전략적 검토를 해 보고 싶어요. 저는 대선과 관련해 우리 선거 구 도가 ‘물리적 변화’에서 ‘화학적 변화’의 시대로 가고 있다는 나름의 신념을 갖고 있어요.” ●  화학적 변화가 뭡니까.   “물리적 변화란 지역적 연대, 지역구도를 만드는 것이죠. 계보정치 같은 것도 포함되 고요. 옛날 DJT 연대나, 3당 합당이 돼 탄생 한 민자당 같은. 그러나 이젠 새로운 정보 인 프라의 발달, 대중지식의 공유로 환경이 바 뀌었어요. 또 지역 간 문제가 아닌 세대 간, 계층 간 문제가 등장했고요. 그걸 어떻게 ‘가 치와 비전’으로 엮어내느냐가 관건일 것 같 습니다. 2007년 대선에선 한나라당이 그걸 해냈습니다. 그 전엔 민주당이 해냈지만 제 대로 발전시키지 못해 패배한 거고.” ●  김황식 신임 국무총리와 이웃에 살았다면서요.   “저도 그런 인연이 될 줄 몰랐어요. 장성 시 골에서 태어나 읍내로 나와서 살았는데, 저희 집이 읍내 언덕 위였고, 김 총리 댁이 언덕 아 래 맨 끝에 있었어요. 아마 김황식 총리가 서 울대 법대 다닐 때였나, 어머니가 굉장히 부러 워했죠. 그 쪽 아이들이 공부 잘한다고. 마침 우리도 7남매, 거기도 7남매였어요, 하하.” ●  솔직히 청와대 시절이 그립진 않습니까.   “이건 비밀이라며 제가 친구들에게 가끔 속 삭이는 얘기가 있어요. ‘나 지금 정말 행복해!’ 이렇게 말입니다. 청와대가 지금쯤 어떻게 돌 아갈지 훤히 보여요. 공무원들은 어떻게 해외 한번 나갈까 궁리하고, 정권 임기가 끝나면 무 슨 일을 해야 되나 자리 고민하고….”   ※‘구의원 이병완’은 청와대가 그립진 않 다고 했다. 그러나 조금은 외로워 보였고, 사 람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서울로 올라가는 KTX 출발시각을 50분 앞둔 취재진이 부담스 러워하는데도, “내가 기자 선배 아니냐”며 손 을 잡아 끌고 근처 맥줏집으로 향했다.   ‘낮은 곳’을 무대로 벌어지는 그의 정치실험 은 과연 어떻게 매듭을 지을까. 그러고 보니, 인 터뷰 서두의 의미심장한 대답 하나를 빠뜨렸다. ●  낮은 곳으로 임하셨는데요.   “그게 아닙니다. 구의원은 ‘높은 곳’이에요.”

칵테일 >> “이 실장 저게 무슨 나무지?”   노 대통령 질문에 ‘식물 박사’ 돼 취미가 ‘식물 이름 외우기’라고 들었습니다. “그거 배우지 마세요. 힘듭니다.” ● 언제부터 그런 독특한 취미를. “청와대 가면 나무를 비롯해 식물들이 많아 요. 그런데 이름을 안 붙여 놨어요. 노무현 전 대 통령과 가끔 산책하면 경호실장도 따라오죠. 대 통령도 그런데 관심이 많았는데 어느 날 ‘저거 화살나무 아냐’ 하는 겁니다. 당연히 저는 잘 모 르죠. 경호실장은 제꺼덕 답해요. 청와대 주변의 사물은 모두 다 외운 거죠. 경호라는 게 그런 데 까지 신경을 써야.” ● 일인자가 뭘 물어 보면 ‘식은 땀’이 흐르죠. “그러다 2007년 3월에 비서실장을 그만뒀는 데 집에서 가까운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산책 가 니 나무에 이름이 다 붙은 거예요. 오가피 나무 며, 그런 거 하나 하나 배우면서 너무 즐거웠죠. 그러다 광주로 와 보니 나주 쪽에 임업시험장이 있더라고요. 200여 종 식물 명칭이 다 붙어 있어 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 부인과 함께 산책 간다면서요. 나무만 찾으면 좋아합니까. “당연히 싫어하죠. 사찰이나 이런 데 방문하거 나, 어디 가면 숲으로 가서 나무만 찾아 다니고 그러니.” ※이때 이병완 의원이 “광주 동명동 예술의 거 리를 아냐고 역(逆)으로 질문을 해왔다. 거기 가면 ‘먼나무’(위 사진 참고)가 서너 그루 심어져 있다면 서. “친구들 데려가 가끔 농담합니다. 이 나무가 뭔 (무슨) 나무지? 하고요.” 친구들은 “뭔 나문지 나 도 몰라” 답한다. 다시 이 의원이 말한다. “이 나무 가 뭔나무라니까.” 어리둥절해 하는 친구들에게 원래 나무 이름이 ‘먼나무’라고 일러준다. 재밌는 발음의 나무 덕에 이렇게 유쾌한 순간도 누릴 수 있다고 그는 즐거워했다. 그가 기자에게 한마디 더 거든다. “이름 중에 ‘이나무’도 있어요. 재밌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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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6일 토요일

Focus 영화 ‘젓가락’으로 세 번째 메가폰 서세원 1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건물에서 서세원(54)을 만났다. 그가 감독을 맡은 영화 ‘젓가락’이 지난달 28일 개봉한 것이 계기였다. ‘납자 루떼’(1986년)·‘도마 안중근’(2004년)에 이어 그가 메가폰을 잡은 세 번째 영화다. 인터뷰에서 서 감독은 영화보다는 ‘인간 서세원’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했다. “거만하다”며 그를 비판했던 사람들에 대한 불쾌감도 간간이 드러냈다. 하지만 “이젠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 다”는 말도 했다.

글=성시윤 기자 copipi@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아버지 찾으러 대폿집 많이 다녔죠” 호리호리한 몸매는 TV에서 ‘서세원쇼’를 진행하던 2002 년 당시 그대로였다. ‘영화감독’보다는 ‘연예인’의 스타 일에 가까웠다. 첫 질문으로 ‘젓가락’을 꺼냈다. “흥행할 영화는 아니에요. 훗날 재평가를 받을 영화지. 대폿집 구전가요라는 게 우리 문화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도심개발 하면서 다 없어졌잖아요. 보실 분은 보고, 안 볼 분은 안 보면 그만인 영화죠. 솔직히 개봉도 못 할 줄 알았 어요.” ‘젓가락’은 1970년대 ‘영춘옥’이라는 대폿집을 배경 으로 한 ‘휴먼 코미디’다. “술을 마셔야 술을 팔고, 술을 팔 아야 돈을 번다”며 손님과 흥청흥청 어울리는 대폿집 여주 인과, 전교 1등 여고생 딸과의 소통과 화해를 담은 영화다. ●  젓가락을 볼 만한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50대, 60대인데 이 양반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저예산 영화로 만들다 보니 마케팅 예산을 쓰는 것도 문제고요. 100만원 들여서 포스터 1만 장 찍은 게 전부예요. ‘더 이상 실패는 싫다’는 게 요즘 내 지론이거든요.” ●  그간 실패를 많이 맛보셨지요. “실패 반, 성공 반의 인생이었죠. 누구는 ‘실패는 성공 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내가 보니까 실패는, 실패를 불러 요. 소작이라도 계속 영화 하려면 자금·생각·행동을 아껴 야 한다는 게 이번 영화 제작 전략이었어요. 서세원을 씹 기 위해서라도 (영화) 볼 사람은 보겠죠.” ●  ‘납자루떼’ 등 이전에 감독한 영화도 흥행엔 성공 못 했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실패는 실패를 불러요   계속 영화 하려면 돈·생각·행동 아껴야죠   난 ‘영화계 고향 돌아온 연어’인데   영화계선 ‘어디서 놀다온 붕어’쯤    제가 많이 겸손해졌지만 이제 와서 ‘겸손해졌어요, 미안해요’ 할 순 없죠

칵테일 >> 이 오빠는 장교가 아니란다 영자도 여대생이 아니랍니다  영화 ‘젓가락’(아래 사진)은 1970년대에 서민들이 고된 일과를

도성장 등으로 압축되는 당시의 시대상과 풍자가 녹아 있다.

마치고 막걸리로 회포를 풀던 대폿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향을 떠난 청춘은 “영자야, 내 동생아 / 몸 성히 성히 성히

대폿집에선 여주인과, 그 밑의 ‘아가씨’ 두셋이 손님들 술

잘 있느냐”고 노래하며 고향을 그리워했다. “인천에 성냥공

상에 함께 앉아 술을 마셨다. 분위기가 달아오르면, 주객(主

장, 성냥공장 아가씨”가 됐으나 저임금 때문에 “하루에도 한

客) 구분 없이 젓가락으로 장단 맞추며 노래를 불렀다. 대폿집

갑 두 갑 합쳐서 열두 갑 / 치마 속에 감추고서 정문을 나오는”

에서 불리던 노래는, 제도권의 대중가요이기보다는 가사를 패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 민초들은 “술집에서 술에 취해 동무

러디한 구전가요가 많았다. ‘젓가락’엔 서른 곡 정도의 구전

동무 하는 자 / 이른 아침 산 위에서 배낭 메고 내려오는 자/

가요가 등장한다. 70년대에 서민들이 실제 불렀던 구전가요

모두 다 신고해서 백만원씩 타봅시다”라고 노래 부르며 ‘간

다. 이들 노래에는 탈(脫)농촌·군사문화·반공이데올로기·고

첩 의심자의 유형’을 외우기도 했다. “이 오빠는 장교가 아니 란다 / 훈련소에서 뺑뺑이 도는 쫄병이란다” “영자도 여대생 이 아니랍니다 / 장터에서 술 따르는 아가씨란다” “대령·중령· 소령은 호텔방에서…”라며 군사정권 시대의 신분사회에 대한 불만을 털어냈다.   KBS 가요무대 자문위원 이준희(38)씨는 “당시 제도권 가 요들은 사전심의제도에 따라 엄격한 검열을 받았다”면서 “이 렇다 보니 사회적 불만을 풀 수 있는 배설구 역할로 구전가요 가 애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월북 작가들의 노래가 1965년 에 공식적으로 방송 금지되면서, 이들 노래의 멜로디가 구전 가요에 쓰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제14245호 40판

“제가 감독을 한 영화는 모두 빛깔이 똑같아요. 스토 리 자체가 흥행과는 관계 없는 것들이죠. 그리고 카메라 움직임이 거의 없어요. 정지된 화면이 많죠. 내가 감독하 는 영화는 흥행은 배제하고, 나만의 색깔을 갖고 싶었어 요. 하지만 내가 제작을 맡고, 여러 사람과 컨소시엄을 이 루어서 하는 영화는 흥행을 봐야죠. 제가 제작한 ‘조폭 마누라’ ‘긴급조치 19호’ ‘4발가락’ 같은 영화들은 흥행 코드를 갖고 있었죠.” ●  왜 영화를 만들죠. “제가 개그맨 데뷔보다 영화를 먼저 했어요. 영화 연출 부 겸 배우를 했죠. 개그맨 데뷔 하기 전에 ‘머저리들의 긴 겨울’(1980년)이라는 영화에서 주연을 했어요. 당시는 미국에서도 더스틴 호프먼처럼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외모의 배우들이 쏟아져 나오던 때예요. 그래서 우리나 라도 대학생을 갖다가 영화로 만들자는 붐이 있었어요. 명동에서 길 가다 픽업이 됐죠. 그러다가 라디오 얘기 손 님으로 출연하면서 방송 데뷔를 했죠.” ●  영화계에서 서 감독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떤가요. “영화계 1세대, 2세대랑은 모두 친해요. 안창복 촬영감 독이라고 연세가 여든 넘은 분이 있는데, 이분이랑 제가 영화를 찍어요. 그런데 요즘 영화계 사람들은 내 과거를 모르니까 ‘서세원이 ‘조폭마누라’ 제작하면서 로또를 맞 았다’고 생각하죠. 영화계에서 저는 ‘고향으로 돌아온 연 어’인데, 영화계 사람들은 저를 ‘어디서 놀다가 온 붕어’ 쯤으로 생각해요. ●  ‘젓가락’이 대폿집 얘기인데, 대폿집 추억이 많은가요. “제20대 초반까지는 대폿집이 많았어요. 박철수 감독 따 라 다니며 영화 하던 때죠. 그런데 도심재개발 하면서 다 사라졌어요. 청계천도 막고 하던 때니까. 대전, 부산 살 때 어머니가 ‘아버지 모시고 와라. 저녁 먹게’ 하시면 대폿집 으로 아버지 찾으러 갔죠. 아버지가 술집에서 여자들과 함 께 술 드시면서 놀고 계실 때요. 요새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 요즘 어머니들 같으면 난리 칠 일이니까.” ●  영화 포스터에 ‘구전가요 완전복원’이라고 쓰여 있네요. “예전에 대폿집 경영했거나, 그런 데서 일했던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과거를 부끄럽게 생각해서 잘 안 나오려 고 하시는데…. 개인적으로 추적해서 전남 영광, 부산, 대

구, 포항 이런 데 다니면서 사람들 만나고 채록을 했죠.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들은 것을 통합해서 만들어보기도 하고요. 지방마다 구전가요도 스타일이 다르니까요.” ●  개그맨 중 정선희·남희석·이수근씨가 젓가락에 출연했죠. “데뷔 때부터 저랑 친한 후배들이에요. 이 친구들로서 는 나랑 친하다는 이유로 인터넷에서 공격을 받을 수도 있죠. 출연 제의할 때도 제가 많이 망설였어요. 그런데, 이 친구들 중 망설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도 내 가 인생을 잘 살았나 보다 했지요.” ●  술을 좋아하시나요. “못 먹어요. 입에도 못 대요. 그런데 연예계에서는 술 을 무지하게 잘 먹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요. 골프도 120개 치는데, 내기 골프를 되게 좋아하는 사람으로 돼 있고. 하여튼 이상하게 소문이 나 있어요.” ‘개그맨 서세원’은 2002년 이후 최근까지 TV 연예프로 그램보다는 시사뉴스에 주로 등장했다. 영화 홍보 목적으 로 방송국 PD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혐의, 법인세를 포탈 했다는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다. 그는 2006년 대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 ●  한 시대를 풍미한 개그맨인데, 대중의 심리를 잘 알지 않나요. “돌아보니까, 내가 감각이 앞선 게 아니라, 등 떠밀려서 온 것 같아요. 주변에서 ‘잘 한다’ 하니까…. 요즘에야 나 를 돌아봐요. 그래서 이제는 무리한 짓을 안 하죠. 옛날부 터 이랬어야 했는데….” ●  세상과 왜 불편해졌다고 생각하나요. “보통 연예인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면 눈물 흘리 며 “죄송하다” 하고, 봉사활동 하면서 손을 내밀잖아요? 그런데, 나는 손을 안 내밀었어요. 이전의 내 인터뷰를 보 면 내가 ‘죄송하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죄송할 일을 한 게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혹자는 저더러 ‘다시 방송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방송을 해도 서세원이고, 안 해도 서세원이에요.” ●  최근 연예인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뉴스가 많은데. “유명인이라는 것이 대접을 받는 대신에 의무도 커졌 죠. 그러니 행동을 잘 해야지요. 우리나라는 워낙 좁은 나라니까, 연예인들이 의무에 대해 더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교인이니까, 저도 더 겸손해야지. 지금 은 많이 겸손해졌어요. 그렇다고 이제 와서 ‘나 겸손해졌 어요. 미안해요’ 할 수는 없잖아요.” 서세원 감독의 사무실 벽면에는 대형 사진이 두 개 걸 려 있다. 그가 다섯 살 때 찍은 흑백 가족사진 하나와 풍 상(風霜)을 거의 타지 않은 듯한 아내 서정희(50)씨의 2년 전 독사진이다. 반대편 벽면에는 성경 구절을 손글씨로 쓴 족자가 서너 장 붙어 있었다. ●  가족사진을 보니 여유 있는 가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자로 살았어요. 아버지가 청주·부산· 동대구역장 이런 것을 하셨어요. 늘 유복하게 컸어요. 철 이 들 만하니까, 연예인으로 유명해졌어요. 먹고사는 것 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불편이 없었죠.” ●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가족들이 힘들어 했겠습니다. “아내는 엄청난 교인이라 찬송가 두 방이면 모든 곤란 을 이겨내요. 우리 딸 동주(27)는 그때 MIT 공대 수학과 에 들어갔고, 우리 아들 동천(25)이도 와세다 대학에 들 어갔어요. 오히려 잘 풀렸죠.” ●  연예인이라 바빠서 자녀들과 시간을 많이 못 보내셨죠. “ 아니에요. 저녁은 꼭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먹었어요. 그래서 어떤 날은 저녁을 세 번 먹기도 했죠. 집에서 나가 서 또 먹었으니.” ●  자녀들은 지금 무엇을 하나요. “딸은 최근 시집을 갔고, 아들은 일본에서 들어와 성 균관대를 다녀요. 아들 놈은 아빠 때문에 아주 괴로워했 죠. 와세다 대학에서 인디밴드를 했고, 국내에 들어와 홍 대 클럽에서 연주도 했어요. 그런데 ‘서세원 아들’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인터넷에서 총공격을 받았지. 그래서 음 악을 못하는 아픔이 있었어요. 걔가 하고자 하는 건, 연 예인이 아니라 인디밴드였죠.” ●  부부 사이는 어떠신가요. “친해요. 부부 싸움은 거의 안 해 본 것 같아요. 보통 어 려움이 오면 부부 간에 ‘네 탓 내 탓’ 하잖아요. 이 시대 젊 은 부부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부부 간에는 절 대로 원인을 추적하지 말라’고요. 현실의 어려움이 오면 ‘우리 부부가 이 어려움 때문에 더욱 연합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뭉치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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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6일 토요일

Patrick Th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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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6일 토요일

173년 전 말안장서 시작한 에르메스

명품 산업계를 피라미드로 그리면, 프랑스 브랜드 에르메스는 단연 그 정점에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으로만 제품을 만드는 장인 정신, 그에 따른 희소성은 초고가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를 매료시킨다. 최근엔

파트릭 토마 CEO가 밝힌 ‘명품 위의 명품’

세계 최대 명품업체인 LVMH(루이뷔통 모에 헤네시)가 에르메스 지분 17.1%를 사들이면서 에르메스의 ‘매력’이 공인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 19억 유로(약 3조원)의 에르메스가 ‘명품 위의 명품’으로 자리 잡은 이 야기를 최근 방한한 파트릭 토마(60)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들었다. 에르메스 성공의 비결을 쫓아갔더니, 뜻밖에도 그 원동력은 위기였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에르메스가 럭셔리? 난 동의하지 않는다” 칵테일 >>   켈리가 임신한 배를 가렸던 백 “넉넉한 가방을  ” 버킨이 제안한 백   최근 불황의 영향을 받았는가. “전혀 받지 않았다.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뛰었고, 이익은 55% 증가 했다. 주가 가치는 올 초 대비 60% 증가했다.” ●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는가. “누구나 위기에는 돈을 쓰려하지 않는다. 부 자건 아니건 비슷하다. 하지만 투자라면 얘기 가 달라진다. 에르메스 제품이 잘 팔린 건 소 비가 아니라 투자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상 품은 가장 안전한 투자다.” ●  소비재에 투자라는 말은 과하지 않나. “에르메스 제품이 경매에 부쳐지면 거의 대 부분 원래 구매 가격보다 비싸게 낙찰된다. 누 군가가 쓰던 중고품임에도 말이다. 더구나 내구 성이 좋아 대대로 물려줄 수도 있다. 다른 투자 상품과 달리 추억까지 담을 수 있지 않은가.” 에르메스의 모든 가방에는 장인의 데스크 번호와 제작연도가 찍힌다. 수년, 혹은 수십 년 후에 수선이 필요하면 가방을 만든 장인이 직접 고친다. 가죽은 연도별, 색상별, 종류별 로 보관해 제작연도와 가장 가까운 때의 가죽 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제품이 ‘반영구적’이 라는 게 토마 CEO의 설명이다. ●  그런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은 뭔가.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가치는 장인 정신과 창의성이다. 장인 정신은 완벽에 가까운 품질 을 말한다. 에르메스는 분업을 하지 않고 장인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을 다 한다. 이렇게 가방 하나를 만드는 데 18시간쯤 걸린 다. 반면 경쟁사는 생산라인을 자동화해 4~5 분에 한 개씩 완성품이 나온다. 결국 사람의 힘이다. 창의성의 모토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기 위해서 모든 걸 바꾼다’이다. 173년의 전 통과 스타일을 이어가기 위해 우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실제로 에르메스 대표 상품인 켈리백은 1935년 출시됐다. 그 모양 그대로, 75년째 절찬 판매 중이다.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버킨백은 나온 지 26년 됐다. 버킨백은 주문 후 2년이 지 나야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대기 명단’으로 유 명하다. 켈리백과 버킨백은 최소 1000만원대 부터 시작해 크기, 가죽, 색깔에 따라 최고 수 억원대까지 간다. ●   긴 대기자 명단이 마케팅 수법이란 의혹도 있다. “내가 1989년 에르메스에 입사했을 때 장 인이 300명이었는데, 그때도 2년을 기다려야 했다. 지금은 장인이 2000명인데도 역시 2년 을 기다려야 한다. 장인이 되기 위해선 가죽 학교 2년, 수련 생활 2년을 거쳐야 한다. 연간 150~200명의 장인을 배출하고 있는데, 더 이 상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원재료 조달 문제도 있다. 매우 특출한 품질의 가죽만 쓰 는데, 이런 걸 찾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생산 량을 맞추기 위해 품질과 타협할 수는 없다.” ●   173년의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때는 언제였나. “1918년 자동차가 나오면서 위기가 찾아왔 다. 에르메스는 말안장과 마구(馬具) 용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세계 왕실과 귀족들에게 최 고의 마구를 공급해왔는데,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하면서 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다. 회사의 존폐를 고민한 시기였다.” ●  어떻게 위기를 타개했나. “당시 회사를 맡고 있던 창업주의 3대손인 에밀 에르메스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찾 아야 했다. 그는 자동차 덕에 사람들이 더 멀 리, 더 많이 여행을 다니게 될 것이라고 내다 보고 가방, 실크 스카프, 벨트, 장신구 등 여

1956년 그레이스 켈리(위 사진)가 임신한 배

를 커다란 빨간색 에르메스 가방으로 감춘 사진이 미국 잡지 ‘라이프’ 표지에 실렸다. 에르메스는 모나코 왕실의 허가를 얻어 이 가방을 켈리백으로 명명했다. 영화배우에서 왕비가 된 켈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 덕분에 켈리백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켈리백은 1935년 출시됐지만, 그 원형은 1837년 에르메스 창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 다. 기수들이 사냥을 나갈 때 마구(馬具)를 넣 던 큰 주머니를 ‘새들 캐리어(saddle carrier)’ 라고 불렀다. 이것을 여성들이 사용할 수 있도 록 작은 크기로 만든 게 ‘프티 삭 오(Petit Sac Haut)’, 즉 켈리백이다. 이 가방은 또 다른 베 스트셀러인 버킨백의 원형이 됐다. 버킨백은 프랑스 샹송 가수 제인 버킨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버킨은 1984년 파리 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에르메스 5 대 회장인 장루이 뒤마와 옆자리에 앉게 됐 다. 늘 들고 다니는 커다란 밀짚 가방을 짐칸 에 얹어놓았는데, 가방이 떨어지면서 내용물 이 쏟아지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수납을 넉넉히 할 수 있는 가죽 가방이 없 다’는 불평을 듣고 뒤마 회장은 버킨을 위해

Insight

특별히 가방을 제작했다.

제14245호 40판

행 수요에 맞춘 상품을 새로 내놓았다. 말안장 을 만들 때 쓰던 독특한 박음질법(saddle stit ching)과 고급 가죽은 그대로 써서 전통을 이 어갔다.” ●  위기를 기회로 삼은 셈인데. “당시 안장을 만들던 장인들은 우리 외에도 많았다. 그들은 모두 파산했다. 에르메스가 살 아남은 건 에밀 에르메스가 미래를 내다보고 창 의성에 기반해 상품을 다양화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는 이후 사업 분야를 더욱 넓혀 맞 춤복, 기성복, 타이, 향수, 시계, 문구류, 자기 류, 은식기류까지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말 안장도 여전히 판다. ●  다른 브랜드에 비해 상품 구성이 폭넓다. “에르메스는 SKU(상품 및 재고 관리를 위 한 최소한의 분류 단위)가 5만 개 이상이다 (※대형마트 이마트 매장이 평균 3만~5만 개 의 SKU를 보유하고 있다). 나를 포함해 어떤

10만원대서 1억원까지 다양한 상품 럭셔리가 아닌 ‘장인 브랜드’입니다 경제 위기서도 매출 꾸준히 증가  저희 제품 구입은 ‘소비 아닌 투자’죠 최근 루이뷔통 측이 지분 17% 매입 인수 의도라면 철회하길 바랍니다 직원도 에르메스의 상품을 다 알지 못한다. 한 매장은 평균 전체 SKU의 8%를 판매한다. 본 점인 생토노레가 가장 많은데도 17%밖에 구 비하지 못했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놀라움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서울 신사동 에르메스 도산파크를 찾은 이날, 매장에서 중국 여배우 장쯔이를 우연히 만났다. 토마 CEO는 “새로운 상품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하는 도시마다, 매 장마다 들르는 고객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  명품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는 뭔가. “요즘 소비자는 소유하고 과시하는 것보다 스스로 즐기기 위해 소비한다. ‘to have’에서 ‘to be’로 바뀌고 있다. 그러다 보니 품질을 더 따지게 된다. 자기에게는 최고를 해 주고 싶은 심리가 인간에게는 있다. ‘난 소중하니까’란 광고 카피처럼.” ●  사업을 키우기 위해 대중화할 생각은 없는가. “아니, 전혀 없다. 더 낮은 범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에르메스에 세컨드 라인(가격을 낮춘 자매 브랜드)은 없을 것이다. 나는 에르메스는 현재도 상당히 범접하기 쉽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 물론 1000만원, 1억원짜리 가방도 있지만, 10만원으로 선물을 살 수 있는 곳이 에르메스 다. 스카프와 넥타이는 20만원대부터 있다. 이 익의 절반 이상은 이런,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 은 상품에서 나온다. 그래서 에르메스를 ‘럭셔 리’라고 부르는 데 난 동의하지 않는다. 굳이 말 하면 ‘장인 브랜드’가 적합한 분류일 것이다.” ●  마케팅 정책에 독특한 게 있나. “우리는 마케팅적 관점에서 경영하지 않는 다. ‘1000달러대 백을 만들자’고 정하고 시작 하지 않는다. 물건을 최상급으로 만든 뒤 고 객에게 제안하는 ‘오퍼링(offering) 전략이다. 가격도 사후에 결정한다. 안 팔리면? 접고 다 른 가방을 만든다. 좀 오만하다고 할 수 있겠

지만 고객의 필요를 충족하려 하지 않는다. 에 르메스가 추구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상품을 만들려는 노력을 할 뿐이다.” ●  경제 위기는 지났다고 보는가. “아직 지나지 않았다. 지진 후의 여진처럼 다시 찾아올 것이다. 이에 대비해 은행 빚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충 성스러운 고객을 만드는 게 과제다. 명품 산업 최고의 보호 장치는 매력적인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고객을 꿈꾸게 해야만 우리가 위기로 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  비용 절감도 염두에 두나. “비용 절감은 에르메스에선 금기어다. 대신 (더 비싸더라도) 가치를 더하는 전략을 쓴다. 그래서 우리 상품이 비싼 거다. 좋은 재료, 충분 한 시간, 장인의 솜씨 등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 이다. 상품의 85%가 프랑스에서 생산된다. 시 계와 남성복만 각각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 만 든다. 노하우와 장인들이 프랑스에 있기 때문 에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건 불가능하다.” ●  앞으로 진출할 새로운 분야는. “인테리어와 디자인 분야에 점점 더 관여하 고 있다. 최근 요트와 헬리콥터, 자동차를 디자 인하고 인테리어를 꾸미는 프로젝트를 여러 건 했다. 중국에선 개인 주택의 인테리어도 맡았 다. 일본에선 고객의 스페셜 오더로 ‘사과를 담 는 목걸이’를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는 한 사람 을 위한 제품도 많이 만들게 될 것 같다.” 토마 CEO는 6대째 내려오는 가족기업 에르 메스에서 처음으로 선임된 가족이 아닌 경영인 이다. 그는 명문인 파리고등상업학교(ESCP)를 졸업한 뒤 주류업체 페르노리카를 거쳐 89년 에르메스에 합류했다. 8년간 일하고 7년간 다른 회사로 떠났다가 2003년 복귀했다. 에르메스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자 고(故) 장 루이 뒤마 회장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  에르메스의 경영권은 어떻게 구성돼 있는가. “5대손 16명을 포함해 모두 60명의 창업주 가족이 회사에 있다. 이들이 모두 합쳐 73% 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가족들은 경영권을 직접 행사할 수도 있고 대리인을 위임할 수도 있다. 나는 가족을 대표해서 경영을 맡는 것이므로, 여전히 가족 경영 회사로 보는 게 맞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인 지난달 23일 LVMH가 에르메스 지분 17.1%를 보유하 게 됐다고 발표했다. 가족의 지분이 아닌 공개된 주식을 여러 경로로 매입해 에르메스 측은 전 혀 몰랐다고 한다. 에르메스 가족이 보유한 지분 73%에는 변함이 없다. LVMH는 주식 공개 매수 나 이사회 대표권 요구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우호적인 인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트릭 토마 CEO는 3일(현지시간) 르 피가로 와의 인터뷰에서 “LVMH는 회사를 인수하 려는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진정 으로 우호적인 참여라면 지분 매 입을 철회해야 한 다”고 말했다.)

파리 근교에 위치한 에르메스

SERICEO의 성공분석 최고 명품의 비결

의 가죽 공방에선 전통적인 수 공예 공정으로 가방이 만들어 진다.  가죽 바이어가 세계를 돌며 사온 소악어도마뱀타 조 등의 다양한 가죽은 품질검

철저한 장인 정신으로 소량 생산 주문 뒤 2년 이상 기다리기도

사를 거쳐 등급과 용도가 결정 

된다.  재단 과정에서 가장 먼 저 하는 일은 정확한 재단선을 찾는 일이다.  재단이 끝나면 도구로 가죽에 박음질 가이드 라인을 그린다.  모두 손으로 박음질하고, 장식을 위한 박음 질일 경우에만 기계를 이용한 다.  제작 마지막 단계에서 가

방에 장인, 공방, 제조 연도를 표시하는 고유번호가 새겨진 다. 완성된 제품은 공방의 매니 저가 점검한다. 보수할 수 있는 불합격 제품은 장인에게 돌려 보내지고, 돌이킬 수 없는 불량 제품은 폐기처분된다. 끝이 아 니다. 장인의 눈이 아닌, 손님의

눈으로 검사하는 검사관이 마 지막 단계. 공방을 통과한 제품 도 그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 면 돌려보내진다.

에르메스는, 특히 켈리백과 버킨백은 세계 각국의 부호와 할리우 드 스타의 애장품이다. 주문 후 2년 이상을 기다려야 이 백을 손 에 쥘 수 있는데도 주문이 밀려든다. 켈리백과 버킨백은 최저 가 격이 1000만원대일 정도로 ‘지나치게’ 비싼데도 불구하고 먹고 살 만한 계층에선 다른 소비를 줄여서라도 갖고 싶은 명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르메스는 지난 20여 년간 한 번도 매출이 감소 한 적이 없다. 2008년 전 세계에 금융위기가 닥쳤어도 에르메스 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다. 올 상반기 에르메 스의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다. 에르메스가 단순한 제품을 넘어 영혼을 가진 존재로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 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희소성이다. 에르메스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 는 프랑스 파리에서 1837년 말안장과 마구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 했다. 1918년 창업자의 손자 에밀 에르메스는 교통수단의 변화를 예측하고 고품질의 가죽제품과 여행용 가방을 선보였다. 이때 사 용한 방법이 안장을 만들 때 사용하는 독특한 박음질법인 ‘새들 스티칭(Saddle stitching)’이다. 이후 이는 에르메스의 스타일과 기준이 됐다. 에르메스는 똑같은 제품을 대량생산하기보다는 고객에게 ‘나만 의 제품’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철저하게 소량생산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고객이 주문 후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에르메스는 ‘비싸서가 아니라 없어서 못 사는 상 품’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에르메스의 켈리백과 버킨백의 최고 급 제품은 한 명의 장인이 수공으로 20시간 이상을 들여 하나의 가 방을 만들 정도로 장인의 혼이 배어 있다. 원자재도 최상급만 사용 한다. 에르메스의 가죽제품에 사용되는 가죽은 철저하게 검수를 거 쳐서 구매한 후 화학공정을 배제한 채 참나무 껍질과 함께 구덩이에 넣고 8개월 이상 무두질을 한 후 갈라지지 않는 가죽만 사용한다. 그런 다음 타조나 악어 등의 가죽을 일일이 손으로 꿰매 만든다. 두 번째 이유는 철저한 장인 존중 정신이다. 에르메스에서 장 인은 단순한 기술자를 넘어 에르메스라는 기업 자체의 상징이다. 파리 직업학교의 학생은 에르메스의 로고(H)를 책상에 붙여놓 고 공부할 정도로 에르메스의 가죽장인이 되는 것이 평생의 꿈 이라고 한다. 하지만 천재적인 장인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에르메스는 자체 장인학교(3년 과정)와 특화된 실 습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장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장인은 이 학교 졸업 후에도 2년간의 실습 수련 과정을 마친 후에야 가방 제 작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철저한 교육과정이 곧 장인을 존중 하는 문화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렇다고 명품이 장인 한 명의 예술혼만 가지고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과 끊임없이 호흡하기 때문에 명품이 만들어진다. 에 르메스의 전 제품에는 그 제품을 만든 장인의 고유 ID가 부여되 며 수선 요청이 들어오면 수십 년이 지나더라도 그 장인이 직접 수 선한다고 한다. 또한 에르메스는 잠재 고객을 발굴하고 고객과 호 흡하기 위해 플래그십 스토어(대형 브랜드 매장)를 활용하고 있 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제품을 제작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노하 우가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다. 실제 버킨백도 에르메스 회장 과 프랑스의 유명한 샹송가수 제인 버킨의 우연한 만남에서 아이 디어를 얻고 제품으로 연결됐다. 이처럼 에르메스의 명품은 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대량생산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최고의 기술과 품질을 고집한 결과의 산물이다. 내부 전문가를 별 도로 육성하고 이 ‘사람’들을 명품으로 대우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자신의 예술 혼에 함몰돼 버린다면 그것은 상품이 아닌 박물 관에 전시돼야 할 예술작품에 머물렀을 것이다. 국제 규모의 그룹이지만 끊임없이 고객과 호흡하 며 인간의 손길이 살아 숨쉬는 명품을 추구해 온 게 바로 에르메스의 성공 비결이었다. 윤영수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1837 말안장부터 2010 툴박스까지

1892 삭 오타쿠루아(Sac haut à Courroies)

1923 볼리드(Bolide)

1935 켈리(Kelly)

1984 버킨(Birkin)

2004 파리 봄베이 (Paris Bombay)

2007 린디(Lindy)

2010 툴박스(Tool Box)

에르메스의 첫 번째 가방으로

프랑스어로 아주 빠른 자동차라는 뜻. 자

삭 오타쿠루아를 여성용으로 작게

샹송 가수 제인 버킨을 위해 만들어진

의사 왕진 가방에서 영감을

가방 끈이 흔히 볼 수 있는 위

보물상자와 왕진 가방에서 영

에르메스는 1837년 창업주 티에리 에르메스가 말 안장과 마구(馬具)를 만들어 팔면서 시

켈리백, 버킨백의 원형이 됐다.

동차가 보급되면서 차에 싣기 쉬운 모양

만들었다. 원래 이름은 ‘프티 삭 오

가방. 크기가 넉넉해 소지품을 최대한

얻은 디자인. 가방 크기에

치와 다르게 붙어 있다. 가방

감을 얻은 디자인. 버클·스트

작했다. 가방과 의류를 만드는 패션업체로 탈바꿈할 때도 말과 마구로 시작된 전통과 스

기수들이 마구를 넣던 주머니에

으로 만들었다.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지

(Petit Sac Haut)’였으나 20년 후

넣고도 뚜껑을 닫을 수 있는 게 특징.

비해 입구가 넓어 사용하기

이 비면 부피가 작아지고, 차

랩·자물쇠 등은 켈리·버킨백

타일은 지키면서 혁신을 추구했다.

서 착안했다.

퍼를 단 가방.

켈리백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편리하다.

면 커진다.

에서 따왔다 40판 제14245호


10 Novel

2010년 11월 6일 토요일

여인

이문열 연재소설

스 트 :백 두리 bae kduri@ naver.com

리투아니아

일러

3-3 “아저씨는 비타우타스 선생님 맞죠?” “이모들이 떠나올 때까지도 리투아니아에 남아 있었다는, 거, 왜 엘레나 이모와 동갑내기 아가 씨….” 그제야 나도 소냐가 누구인지 짐작할 것 같았다. 혜련의 모계가 겪은 이산(離散)과 유랑의 역사 한 모퉁이를 조연으로 언뜻 스쳐간 아가씨라 얼른 기억해 내지 못했을 뿐이었다. “이제 누군지 알 것 같은데, 그 아가씨가 왜?” “이모들과 함께 외할머니 집으로 찾아왔더래요.” “이모들은 두 번 다시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찾아오지 않았다며?” “그런데 이번 겨울에 집에 가니 소냐를 앞세우고 다시 왔다 갔다고 하네요.” “그럼 외할머니가 한국에 와 계셔?” “아뇨, 미국에 있는 외할머니 집요. 요즘은 어머니아버지 모두 거기 계세요. 나이가 드시니 까 젊은 시절을 보낸 그곳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시는가 봐요. 지난번 ‘크루서블’ 공연 때 우리 리투아니아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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련 공산당 특유의 관료주의 행태에 치여 귀향을 허락 받고도 그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데는 다시 한 해가 더 걸려야 했다. 비타우타스가 빌뉴스를 거쳐 서북 산악지대에 있는 자신의 옛 영지(領地)로 돌아간 것은 한밤 중에 개 끌려가듯 끌려가 소련으로 가는 화물열차에 실린 지 18년, 둘째 딸과 먼저 떠난 아내에 이어 남은 두 딸마저 리투아니아를 떠난 지 12년 뒤였다. 빌뉴스에서 머무른 며칠 사이에 이미 아내와 딸들의 소식을 들어 알았던 것인지, 옛 영지로 돌아간 그는 아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찾아가는 대신 탑문(塔門) 부근과 마구간 같은 부속시설 몇 군데만 겨우 성한 고성(古城)에 틀어 박혔다. 그가 리투아니아를 떠날 때만 해도 소유권 일부는 인정되던 영지는 그사이 모두 국가 소 유로 귀속되었고, 그 고성도 지역 인민위원회의 관리 아래 있었으나 워낙 건물들이 헐어 아무도 쓰지 않아서인지 그가 마구간 일부와 헛간 하나를 치워 사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로부터 한 해 가까이 비타우타스는 마을의 어느 누구와도 오가는 법 없이 홀로 살았다. 그 때 그의 나이는 아직 쉰이 차지 않았으나, 그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예순도 훨씬 넘은 늙은이 로 비쳤다. 그래도 이따금씩 식료품인 듯한 물자가 가득한 커다란 륙색을 메고 탑문으로 이어 지는 마을 뒷길을 걷고 있는 그를 본 마을 사람들은 그가 점차 누군가 자신들이 잘 아는 얼굴 을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에 의아해 했다. 그런데 가장 먼저 그를 알아본 소녀가 있었다. 옛 고성지기의 손녀 소냐였다. 12년 전 어린 올 가를 데리고 리투아니아를 떠나던 날 엘레나는 열다섯 소녀 같지 않게 깊숙한 눈길로 소냐를 보고 말했다. “소냐. 엄마는 나더러 여기 남아 올가와 함께 아버지를 기다리라고 하셨어. 하지만 벌써 6년이야. 더는 안 되겠어. 나도 올가와 함께 엄마를 찾아 미국으로 갈 거야. 지금 가지 않으면 영영 못 갈 것 같아. 우리가 떠난 뒤에 아버지가 돌아오시거든 네가 좀 전해줘. 우리가 어떻게 모두 미국으로 가 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네가 그럴 수 있거든, 우리를 대신해 아버지를 돌봐줘. 아버지가 돌아오실 수 있게 된다면 우리도 돌아와 함께 살 수 있을 거야. 그때 돌아와 옛이야기를 하며 살자.” 소냐 또한 열다섯의 감성 풍부한 소녀였고, 엘레나와는 6년이나 한집에서 친자매처럼 지낸 사이였다. 그녀는 그런 엘레나의 당부를 가슴 깊이 새기는 한편 그때는 이미 희미해져 가던 비 타우타스의 모습을 기억 속에서 다잡았다. 비타우타스가 돌아온 지 1년이 다 되어갈 무렵, 한번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고, 두 번은 일 부러 길목을 지키다 만나 그 모습을 확인한 뒤에 소냐가 불쑥 물었다. “저, 아저씨는 비타우타스 선생님 맞죠?” “글쎄… 그런데 아가씨는 누구요?” “소냐예요. 고성지기 카레이닌 영감의 딸 루드밀라가 제 어머니고요.” 전혀 움직일 것 같지 않던 비타우타스의 얼굴 주름 몇 개가 움직이고 이어 사람의 표정 같은 게 살아났다. 그가 우물거리듯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소냐는 먼저 엘레나가 전해 달라고 한 말 부터 전했다. 빌뉴스에서 며칠 아는 사람에게서 들어서인지, 짐작으로 아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리투아니아 여인

가족 모두 관람 왔죠? 그러고 얼마 안 돼 미국에 있는 외할머니 댁으로 옮겨 가셨어요. 두 분 다 좀 이른 은퇴를 하고…. 어쩌면 그때의 연극 단체관람이 한국에서 우리 가족이 모두 참석한 마 지막 단합대회였는지도 모르죠.” “너희 아버지 젊을 때는 한국사람으로 살려고 아주 애쓰시는 거 같았는데. 너희들도 여느 한 국아이들처럼 키우려고 공깨나 들이셨지. 그런데 늘그막에 다시 그리로 돌아가셨다니, 통 모르 겠네. 얼른 접수가 안 된다고. 근래 너희 집에 무슨 일 있었어?” “그런 건 없고요. 그저 두 분 생각이 그렇게 바뀌었는가 봐요. 하기야 전혀 이해 못할 일도 아 니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저도 가끔씩은 그리로 돌아가고 싶어지는걸요.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는 곳이라는 느낌 같 은 것, 대학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말예요. 그런데 선생님. 리투아니아 에서 온 소냐 얘기는 별로 흥미 없으세요?” “아, 참 우리 그 얘기 했었지. 맞아, 소냐란 아가씨 말인데, 그 아가씨가 어떻게 그 오랜 세월 뒤에 멀리 미국까지 찾아올 수가 있었지?” “소냐 그분, 이젠 아가씨가 아니라 할머니였대요. 그리고 미국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르세 요? 작년에 리투아니아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했잖아요? 이젠 비행기 티켓만 살 수 있으면 아무 나 나올 수 있는 모양이던데요.” “그렇다 해도, 어째서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떠날 수 있게 되자마자 미국으로 달려갈 생각을 하게 됐지? 너희 이모들이야 어머니와 형제를 찾는 일이니 삼십 년이 걸려도 미국으로 가야 했지만, 소냐는 아니잖아? 너희들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 사십 년이 지나, 다 늙 어서 미국까지 달려간단 말이야?” “그게 그럴 일이 있었어요. 제가 선생님께 소냐 얘기를 꺼낸 것도 실은 그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서였고….” “그게 뭔데?” “우리 외할아버지 얘기요. 거 왜 45년도에 시베리아로 끌려갔다던 비타우타스 구(舊) 백작가 (家) 후손…. 글쎄, 그분이 리투아니아에 돌아왔었다는 거예요. 그것도 이미 60년대에 돌아와 그곳에서 20년이나 더 살다가 돌아가셨다는 거예요.” 혜련은 그렇게 내 주의를 끌어놓고 무슨 긴한 보고를 하듯 외가 쪽의 스산한 이산의 역사를 이어 나갔다. 스탈린 철권통치 시절 폴란드의 일부로 간주된 리투아니아의 지식인으로서 ‘카틴 학살’의 몽마(夢魔)에 가위눌려 지내다 끝내는 소련으로 끌려가 소식이 끊겼던 혜련의 외할아버지 비 타우타스가 다시 리투아니아로 돌아온 것은 60년대 초반이었다. 이르쿠츠크 동북쪽의 벌목장 에서 스탈린의 죽음을 맞은 비타우타스는 흐루쇼프의 개혁 후기에 이르러서야 스탈린 격하운 동의 부산물로 기약 없는 강제노역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복잡한 행정체제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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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45호 40판

아내와 딸들이 모두 떠난 것은 그도 알고 있는 듯했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지만 표정은 한층 더 인간적으로 돌아갔다. 비타우타스를 아는 동네 사람들에게 그가 돌아온 걸 알린 소냐는 다음날부터 엘레나에게 한 또 다른 약속을 지켜 나갔다. 상처투성이로 돌아와 홀로 남게 된 비타우타스를 돌보는 일이 었다. 마침 소냐는 몇 년 함께 살던 떠돌이 전기공이 돌아오지 않아 기혼도 미혼도 아닌 어정쩡 한 처지로 서른을 바라보고 있던 처지였다. 생계를 위한 농사일 말고 남는 시간은 모두 고성 깊 숙이 틀어박혀 사는 비타우타스를 돌보는 데 쏟을 수 있었다. 소냐가 고성을 드나들며 돌보게 되면서 비타우타스는 급속하게 나이와 젊음을 되찾아 갔다. 그 로부터 삼 년 그가 마침내 고성의 헛간 생활을 청산하고 마을 농가의 아래채로 내려왔을 때 그는 여전히 초췌한 구석이 남아 있는 대로 오십대 중반의 나이와 체력을 되찾아 있었다. 그리고 끝내 사람들 사이로 돌아가지는 못했지만 그 뒤 20년을 더 살다가 1982년 소냐의 보살핌 아래 죽었다. “그래도 소냐가 그 일을 너희 가족들에게 알려주려고 리투아니아에서 미국까지 그 먼 길을 갔다는 건 어째 좀 그러네.” 혜련의 애기를 다 듣고 난 내가 까닭 모르게 가슴 저려오는 감동을 감추면서 말했다. “외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몇 번이나 말했대요. 미국 가는 길이 열리면 언제든 꼭 한번 우리들 을 찾아보라고. 소련으로 끌려간 그날 밤이 자신의 최후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주라고요. 거 기다가 소냐, 뭐라고 해야 되나, 그래, 소냐 할머니의 허영도 있고.” “소냐 할머니의 허영이라니?” “말했잖아요. 외할아버지와 그 소냐 할머니는 이십 년 가까이 부부처럼 살았고, 외할아버지 는 그녀 품속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고. 거기서 비롯된 어떤 특이한 심리가 소냐 할머니에 게 그 먼 길을 가 어머니와 이모들을 찾아보게 한지도 모르죠. 그들에게 자기 존재를 꼭 알리고 싶은 마음….” “별난 심리도 있네. 그런데 네 이모들은 다시 오지 않겠다며 가 놓고 왜 소냐를 외할머니께 데리고 갔을까?” “변형된 복수심 같은 게 아닐까요? 외할머니에게는 배신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귀환 이후 외 할아버지의 삶을 소냐를 내세워 외할머니에게 생생하게 되살려 보일 수 있다는 것….” “알 수 없구나. 그게 정말이라면, 어떤 극본보다 더 극적인 결말 같네. 그런데 너는 왜 그리 축 처져 있냐?” “축 처질 것까지는 없지만 그 얘기를 들으니 왠지 섬뜩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추억 속에만 아련히 남아 있던 리투아니아가 갑자기 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기 도 하고.” 나야말로 혜련의 그 말에 가슴 서늘해지는 데가 있었으나, 이미 말했듯 그 의미는 그 무렵의 알 수 없는 내 둔감과 무의식의 벽에 가로막혀 의식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 그날 우리 대화가 어떻게 끝맺었는지 더는 기억나지 않는 것도 그날의 내 산만한 심리상태를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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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6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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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6일 토요일

칵테일 >> 육상에선 경고포  초긴장 DMZ 촬영

“이렇게 긴 인공적인 경계선은 보지 못했습니 다. DMZ에서 신기했던 것은 (전쟁의 긴장 같은 게 아니라) 사람이든 동물이든 어떤 움직임도 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얀 아르튀스 베르트 랑).”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 르는 얀의 횡단비행은 대한민국 국군 창군 이래 첫 비행이었다. 동서 248㎞에 걸친 DMZ의 남 방한계선을 따라 이뤄진 촬영은 수많은 군사적 제약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며 이뤄졌다. 군의 선도헬기를 따라 비행하는 촬영헬기는 일정 고 도 이상 상승할 수 없었고, 기수도 북한 쪽으로 향할 수 없어 조종사들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 에서 비행해야 했다. 자유비행이 안 돼 답답해 하던 얀의 거듭된 요청으로 헬기가 약간 북쪽으 로 향할라치면 지상에서 경고포가 터지는 등 손 에 땀을 쥐는 일정이었다고 한다. 위 사진은 강 원도 철원군의 옛 노동당사.

해마다 6월이 되면 다도해 한복판에 위치한 전라남도 완도군 평일도·생일도·청산도 일대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시마 건조에 매달 린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해가 지나면 ‘다시는 안 하마’라고 한다고 해서 ‘다시마’라고 부를 정도로 고된 일 이다. 고된 노동의 현장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 촬영 3개월 뒤에 불탄 숭례문

동서를 가로지르는 DMZ의 남방한계선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가 십자가 모양으로 교차하고 있다. 마치 남북으로 달리고 싶은 염

얀이 감탄을 연발했던 전남 완도군 평일도는

원과 동서를 가르는 힘이, 미래의 통일과 분단의 현실이 팽팽한 긴장 상태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다시마 양식지로 유명한 곳이다. 촬영 당시 어

급속도로 고령화·저출산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죽음은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됐다. 도시 인근의 화장장 건립을 둘러싸고

민들은 다시마를 말리기 위해 땅바닥에 굵은

벌어지는 격렬한 논쟁은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 포천 인근의 농지 가운데 자리잡은 무덤이 저

그물을 깔고 그 위에 가는 그물을 까는데 이 그

녁 햇살을 받아 웃는 얼굴처럼 보인다.

물들과 다시마가 연출하는 빛깔의 조화가 칸딘

초가지붕을 새끼줄로 바둑판처럼 옭아 맨 모습이 정겨운 제주도의 표선민속촌. 바람 많은 제주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구불

스키의 작품이 연상될 정도로 다채로운 그래

구불한 올레길도, 어른 키 높이의 돌담도 모두 바람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진 제공=새물결 출판사

픽으로 나타난 것이다. 2007년 11월 촬영한 숭 례문 사진은 먼 길을 떠나기에 앞서 찍은 작별 사진 같다. 숭례문은 얀의 카메라에 담기고 나 서 3개월 뒤 불타 사라졌다. ‘숭례문이 저렇게 늠름했었나’. 보는 이들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가질 만한 항공 사진이다. 숭례문이 그립다.

Yann Arthus Bertrand

프랑스 사진가 베르트랑의 하늘에서 본 한국 G20 정상회의 기념 선물로도 검토

Global

“해낸다는 의지, 그게 한국 땅 표정이죠”

제14245호 40판

그의 사진을 본 유럽의 지식인들은 ‘신의 시선’ 이 느껴진다고 했다. 1999년 출간된 이래 지금 까지 400만 부 가까이 판매된 사진집 하늘에 서 본 지구의 사진들에는 영적 분위기가 감돈 다고 이렇게 헌사를 바친 것이다. 항공사진 작 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64)의 사진들로 엮은 이 책은 지구촌 160여 국가의 하늘에서 바라본 지구의 초상을 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의 형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환경 보호의 가 치를 역설한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프 랑스 최고 영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 고, 사진작가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예술아카데 미에 입성했다. 얀은 한국의 산천과도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2004~2008년 10여 차례 한국을 오가며 찍은 2만 장의 사진 가운데 160장을 선 별해 하늘에서 본 지구의 한국판인 하늘에 서 본 한국(2008, 새물결 출판사)을 펴냈다. 그의 시선에 들어온 우리의 산하는 어떤 모 습이었을까.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은 이 책의 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얀이 찍은 숭례문을 보면 눈물이 난다. 그 것이 불타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그 600년 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주었기 때문이 아니 다. 자동차 물결 사이에 외로운 섬처럼 남아 있던 숭례문도 고공의 카메라 시점에 잡히면 갑자기 어깨를 펴고 거인처럼 일어선다…. 얀의 가슴을 통해 하늘 위에서 보면 불탄 숭례문이 보인다. 판문점을 찍고 금강산도 찍 었으니 생텍쥐페리가 지상의 별이라고 부르던 도시의 불빛조차 없는 칠흑 같은 북한 땅도 찍

었으면…. 군사용 인공위성에서는 못 찍는 영 혼의 렌즈로 감춰진 사랑과 자유와 평등을 볼 수 있도록.” 이 사진집은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의 기 념선물로 검토되고 있다. ‘하늘에서 본 지구 홍콩 사진전’ 행사로 홍콩을 찾은 얀을 지난 달 19일 단독 인터뷰했다. ●  사진집이 한국을 찾는 G20 정상 선물로도 검 토되고 있다. “영광이다. 세 차례 비무장지대(DMZ) 일대 를 비행하며 촬영했는데 출판사(새물결)와 유

‘천의 얼굴’ 가진 한국 땅은 특별하죠 그 표정들 꿰뚫는 건 역동성입니다 사람들도 땅에 대한 자긍심 넘쳐요 DMZ는 ‘잘 보존된 생태계’ 의미 있죠 엔군사정전위원회, 한국 국방부·산림청·해양 경찰청, 일선 부대 병사들까지 많은 분이 진심 으로 도와주셨다. 내가 DMZ 위를 날았던 첫 사진작가라고 한다. 이 일이 얼마나 어렵다는 걸 잘 안다.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스스로 최고를 원했고 최선을 다해 찍었다. 사진집이 서울 G20 정상회의 선 물로 채택된다면 그분들이 작은 보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G20 정상들이 책을 통해 한국의 표정을 만나길 기대한다.” ●  한국의 표정은 어떤가.

“한국은 특별하다. 크지 않은 땅에 너무 많 은 표정을 담고 있다. 천(千)의 얼굴 같다. 이 많은 표정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동성이다. 60년 전에 큰 전쟁이 있었던 땅이다. 사진집을 한번 보라. 그런 흔적이 어디에 있나.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해냈다. 한국 사람들의 표정이 땅 위의 건축물, 산등성이, 섬, 강변에 그대로 투영된다. 정말 해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보인다. 그게 한국의 표정이다. 하늘에 서 보면 그런 게 눈에 확 들어온다.” ●  G20 정상들에게 각별히 선보이고 싶은 사진 이 있다면. “나는 지구를 찍는다. 지금까지 160개가 넘 는 나라를 찍었는데 사람들은 자기 나라의 아 름다움에 대해 말한다. 촬영을 마치고 내려오 면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구를 찍는 게 내 일이고 아름다움 자체는 주관적이라 일일이 답변하지 않는다. 정상들마다 좋아하는 사진 이 다를 것이다. 다만 이 사진집 표지 사진으 로 쓴 전남 평일도의 다시마 말리는 어부들 모 습은 좀 독특하니까 눈길을 끌 것 같다. 그 사 진 찍을 때 정말 놀랐다.” ●  뜻밖이었다는 말인가. “아주 그래픽적이었고 놀라운 장면이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너무 놀라 열 번도 넘게 헬 기를 돌렸다. 헬기 조종사도 내가 왜 그런 주 문을 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을 것이다. 색 채나 구도감이 한눈에 사람을 빨아들이는 강 렬함 그 자체였다. 항공사진을 찍을 땐 항상

그래픽 감각을 살려야 한다. 평일도 사진은 화 가가 붓질한 것처럼 느껴졌고 색감이 독특해 흠뻑 빠졌었다.” ●  색색의 그물들 사진이 칸딘스키의 그림 같던데. “바로 그거다. 그런 장면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놀랐었고 기뻤다. 한 시간 넘게 돌면서 수백 장도 넘게 찍었다. 내 일은 땅 위에서 그래픽적인 감성이 와 닿는 그런 곳 을 찾아 카메라에 담는 일인데 허탕치는 때가 훨씬 더 많다. 바람, 햇빛, 사진을 찍을 때의 고 도 등 많은 요소가 한 장의 사진을 위해 한 줄 로 정렬한다고 할까. 그럴 때 메시지를 송출하 는 사진이 나온다.” ●  DMZ 사진에선 메시지가 많았을 것 같은데. “아, DMZ. 한국사람들 참 DMZ에 집착한다. 한국사람들은 내가 거기를 가보고 찍기를 원 한다. 이해할 수 있다. 분단국인 한국을 상징하 는 곳이니까. 한국사람들 참 민족성이 강하다. 국수주의적이랄까. 자기 나라의 산천이 최고라 고 생각한다. 이렇게 글로벌해진 세상에서 내겐 그게 감동적이었다. 나라가 분단되다 보니 자기 나라에 대한 애착, 사랑이 더 큰 거 아닌가. 산 천에 대한 무지막지한 자긍심 같은 게 있었다. 그게 나를 움직였다.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나는 스틸 사진은 접고 영상에 집중하고 있었 다. 나는 환경운동가다. 지구의 모습을 찍어 사 람들에게 보여주며 그들 삶을 변화시키는 운동 가다. DMZ는 나에게 잘 보존된 자연생태계라 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  DMZ 상공에서 북한을 본 첫 번째 민간인이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사진=Erwan Sourget

“기회가 되면 북한도 찍어야겠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곳도 지구의 일부분이고 우리가 지 키고 가꿔야 할 생태공간 아닌가.” ●  항공사진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어떤 나라에서 항공사진을 찍어보면 사람 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뭘 먹고 사는지 주요 산업은 어떤지 다 드러난다. 항공사진은 일상적인 시선에서는 보지 못하 는 것들을 드러낸다. 이 사진집을 통해 그 나라 사람들이 자기의 산천을 사랑하고 감사하게 되 기를 바란다. 내가 볼 땐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 각하지 않지만 그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행 복할 것 같은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사전 작업 때 많은 분으로부터 조언을 듣는다.” ●  사진이 추상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던데 촬 영할 때 어디에 초점을 두나. “내 사진에선 강렬한 색채, 그래픽적 감성 을 강조하기 때문에 추상적으로 보여질 뿐 절대 추상적이지는 않다. 내 작업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  예술적 감성보다 현실적 메시지를 추구한다는 말씀인가. “논문을 쓰기 위해 케냐의 사자 생태를 관 찰하다 이 길로 들어섰다. 내 사진은 과학적인 성격이 강하다. 뭔가 설명해야 한다. 나는 절 대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진을 통해 뭔가를 말하려는 사람에 가깝다. 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사진은 한다. 사진은 나 의 언어일 뿐이다.” ●  그 언어로 어떤 말을 하나.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은 양심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지금과 같이 인류가 살면 안 된다. 이런 생활방식은 계속될 수 없다. 대중의 양심 에 자극을 줘 그들의 양심을 움직이는 게 내 가 사진을 찍는 이유다. 요즘은 더 강도 높게 자극을 주기 위해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 영 화 ‘홈(Home)’ 이후 지구의 생태를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 이 50개국에서 전파를 타고 있다.” ●  어떻게 환경운동가가 됐나. “젊었을 때 프랑스 중부의 자연보호구역에서 책임자로 일했다. 자연생태에 관심이 커지면서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 케냐로 건너가 3년 동안 사자 가족을 찍으면서 사자에 관한 학위논문 을 준비했다. 이 경험이 나의 인생을 바꿨다. 사 자를 관찰하다 보니 생명이 그냥 지나칠 수 있 는 가벼운 게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됐다. 1983 년 프랑스에 돌아와 완성한 ‘사자’ 책은 학위논 문이 아니라 사진집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 게 사진의 길에 들어선 뒤 1995년 ‘하늘에서 본 지구’를 찍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 전엔 환 경문제에 관심은 있었지만 환경운동가가 될 정 도는 아니었다. 이 작업이 내 삶을 바꿨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지구의 자연이 훨씬 아름다웠고 인간이 지구에 저지른 일들의 결과를 봤기 때 문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20억 명 정도 였던 인구가 내년엔 70억 명이 된다고 한다. 아 버지 때와 다른 생활방식으로 살고 있고 우리 의 일상은 지구의 생명에 영향을 끼친다. ●  환경운동을 하면서 어떤 영감을 받았나.

“NGO에서 활동하는 운동가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작은 급료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타인을 돕는 인생을 살고 있다. ‘참여(앙가주망)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구 나’하고 뭔가 깨달음이 생겼다. 지금도 지구 상의 15억 인구가 먹고사는 그 문제만을 해결 하기 위해 흙을 파서 일한다. 가장 원초적인 도구인 손을 써서 일하는데 이들에게 단 하 나의 꿈이 있다면 그저 먹고사는 일이다. 기 후변화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이 15억 명이다. 중요한 건 이 사실에 대해 죄의식까지는 아니

‘하늘에서 본 지구’ 작업 15년째 아름다운 지구에 인간들이 한 일은 내가 찍은 사진으로 ‘양심’ 움직이길 지구의 상태에 책임 느껴야 합니다 지만 우리 모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참여를 위해 하늘로 올라갔나. “헬기를 타고 올라가서 내 인생이 덜 바보 가 된 것이다. 나의 일은 여론을 설득하는 것 이다. 정치인을 설득하려는 게 아니다. 시민이 세상을 바꾼다.” ●  하늘에서 보면 누구나 문명비판론자가 되나. “바보가 아니라면…(웃음). 항공사진은 세 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여주는 도구다. 설명의 방식이 다른 것이다. 뒤로 물러서서 보게 해 준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양

심의 자각을 일깨우는 게 내 작업의 목표다. 그런 게 환경운동의 사상이다. 그런 흐름에 동 참하고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각자 의 영역에서 우리에게 생명을 제공하고 있는 자연을 위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게 중 요하다. 환경운동에서 영웅은 없다. 인류는 엄 청난 지적 능력으로 자연을 정복해 왔다. ‘집 단 부인’이라는 말이 있다. 대중은 자연이 신 음하고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믿 고 싶어 하지 않는다. 슬픈 일이다. 영적 혁명 이 필요하다. 각자가 우리의 삶이 바뀌어야 한 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각자가 지금의 지구 상태에 대해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 그게 혁명이다. 그 래서 ‘홈’ 영화도 누구나 쉽게 보고 느꼈으면 해서 무료로 배포했다.” ●  영화의 피드백은 어떤가. “지난해 중국에서 중국중앙방송(CC-TV)을 통해 2억 명이 시청했다. 중국 영화배우 저우쉰 (周迅)이 한국에서 이 영화를 본 뒤 DVD를 사 가지고 돌아가 자비로 더빙하고 CC-TV에 접촉 했다. 지난해 7월 중국 전역에 방영됐다. 기적 같은 일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 이다. 나눔을 통한 나의 환경운동이 이렇게 각 본 없는 드라마가 됐다. 이 일은 내가 한 게 아 니다. 저우쉰이 했다. 또 한국의 초·중·고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며 토론 교재로 쓰기도 한다. 영화가 촉매가 된다. 굳어 있는 우리의 양심이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narrative@joongang.co.kr 40판 제14245호


14 View 정명훈의 음식 교향곡

2010년 11월 6일 토요일

“으음~” 여유가 맛이다 내 단골 레스토랑은 유명 식당이 아니다. 가 까운 식당이다. 아무리 음식이 좋아도 멀리 있으면 갈 여유가 없었다. 로마의 ‘타베르나 줄리아(Taverna Giulia)’라는 곳은 내가 일 하던 산타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콘서트홀 에서 가까웠다. 자주 갔다. 이곳은 메뉴가 적 고 규모도 작다. 잘하는 요리를 알아야 제대 로 주문할 수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의 단골 식당 이 식당의 페스토를 좋아했다. 신선한 바 질 잎사귀가 있다면 별다른 것이 필요 없다. 잣 한 주먹과 마늘 조금, 올리브유와 치즈만 으로 되는 소스다. 기계로 갈아 입맛에 맞게 간하면 된다. ‘타베르나 줄리아’는 이 간단한 맛의 매력을 살릴 줄 알았다. 이 페스토를 이 용해 제노베제 스타일의 파스타를 잘 만들었 다. 이탈리아 제노바 지역의 요리다. 페스토 를 기본으로 파스타를 삶아 섞고, 삶은 감자 와 길쭉한 콩인 스트링 빈을 넣었다. 또 이탈 리아식 만두인 라비올리, 그중에서도 큼직한 모양으로 만드는 판조티를 잘했다. 시금치와 리코타 치즈를 속에 넣고 호두 소스를 뿌렸 는데, 그 조화가 좋았다.

로마에서도 관광객이 몰려오는 식당은 따로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은 이처 럼 내가 생활하는 곳 가까이에 있고 소박했다. ‘아이 피아니(Ai Piani)’는 새로 지은 콘서트 홀 근처였다. 이 집은 해산물 요리가 훌륭하다. 날것과 익힌 해산물 모두 잘 만들어낸다. 이처럼 나는 날마다 새로운 메뉴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 상황이 정한 음식을 그대로 먹 는 편에 가깝다. 옛날에 태어났다면 밥 한 공 기에 생선 하나 매달아 놓고 먹으며 살았을 수 도 있다. 요즘도 그렇다. 일주일분 메뉴 일곱 개가 있다면, 일주일 단위로 반복하며 1년 내 내 먹을 수 있다. 뭐 하나를 좋아하면 그것만 파고드는 성격이 여기에서도 나온다. 처음으로 지휘 경력을 시작했던 피렌체에 서 바로 이렇게 먹었다. 5년간 일하며 오페라· 오케스트라 지휘를 참 많이 해 경력을 쌓았 던 도시다. 피렌체에서 단골 레스토랑은 ‘트 라토리아 발디니(Trattoria Baldini)’였다. 이 또한 내가 일했던 피렌체 오케스트라의 공연 장에서 불과 100m 떨어져 있었다. 25년 전쯤 지휘를 막 시작한 내 모습이 스 며 있는 장소다. 일주일 중 평일에 매일 두 번 씩 가서 끼니를 해결했다. 이렇게 한 달이면

40번은 갔다. 일단은 샐러드를 굉장히 많이 먹었고 매운 파스타도 자주 먹었다. 이때부 터 좋아하게 된 게 아라비아타 파스타다. 야 채 몇 가지와 토마토 소스, 이탈리아의 매운 고추인 페페론치노가 들어간다. 마늘·양파와 당근을 넣고 볶다 토마토 소스와 페페론치 노를 넣으면 된다. 여기에 베이컨이 들어가면 아마트리치아나다. 이런 스파게티만 있으면 나는 군말 없이 식사를 하고, 빼곡한 일정으 로 지휘봉을 잡았다. 음식 빨리 먹기 경연대 회에 나가면 상 하나는 탈 법했다.

#단원들과의 ‘맛 나눔’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여유가 곧 맛이다. 지휘 초창기 시절엔 가 까운 레스토랑의 간편한 메뉴가 최고였다. 열다섯 뉴욕에서의 맛은 더 각박했다. 시애 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음악 공부를 위 해 뉴욕에 도착했더니 다른 아이들이 피아노 를 정말 잘 쳤다. 그 전까지 신나게 놀기만 했 던 나는 피아니스트로서의 훈련이 돼 있지 않았다. 앞이 깜깜했다. 스물한 살까지 6년 동안은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죽어라 피아노만 쳤다. 학교 커피숍 같은 데 가서 빨 리 먹고 연습실로 향했다. 집에서 먹은 것들

맛은 시간의 축복인데 말이죠  은 아예 생각도 안 난다.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어야 맛을 즐긴다. 그래서 맛은 시간의 축복이다. 이제는 나에 게도 여유가 조금 생겨 음식을 제대로 즐기 려 한다. 또 이 점을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나누는 데 진심을 다한다. 몇 년 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함께 베토벤의 마지막 교 향곡 ‘합창’을 연주할 때의 일이다. 단원들

과 나는 서로 ‘천사’라고 부르는 사이다. 서 로 사랑하고 잘해 준다. 하지만 독일 정통의 베토벤 음악을 프랑스 사람들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도저히 원하는 소리가 안 나 왔다. 아무리 그래도 “당신들에게는 희망이 없다”는 내 말은 그들에게 상처가 됐을 법하 다. 단원들이 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아, 내가 또 바보같이 굴었구나’ 싶었다. 센강에 배를 띄우고 파티를 열었다. 요리를 직접 하 진 않았지만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게 얼었 던 마음들을 녹였다. 긴장 속에서 숨 쉴 틈 을 만들어줬던 것이 ‘맛’이었다. 이 오케스트라와 스페인 투어를 했을 때 도 단원들에게 맛과 마음을 선물했다. 9년 전 일이다. 스페인의 여러 도시를 돌고 나서 모 두가 지쳤다. 바르셀로나의 공항에서 파는 프로슈토 햄을 통째로 샀다. 말하자면 박스 에 들어 있는 돼지 다리 하나를 산 셈이다. 투 어의 마지막 연주가 끝나고 그 다리를 모두 함께 잘라 먹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처럼 이제 내겐 음악을 둘러싼 ‘맛’이 인 생의 하이라이트다. 연주 직전까지 나를 설레 게 하고 연주 후에는 나를 위안하는 것이 음 식이다. 바로 맛과 여유다.

년 섀클턴은 스물일곱 명의 탐험대원과 함 께 세계 최초로 남극 대륙 횡단 여행이라는 야망을 가지고 탐험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거친 파도와 눈보라로 배가 난파당하게 되 어 그의 대원은 무려 2년 동안 남극의 얼음 에 갇힌 채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 게 됩니다. 하지만 섀클턴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불가능한 탈출을 시도하며 마침내 탐험대 전원을 무사히 귀환시키는 놀라운 기적을 이루어냅니다. 이 책은 리더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줍니다. 섀클턴은 그가 처음 목표로 했던 남극 대륙 횡단은 끝내 달

성하지 못했지만 그 누구도 섀클턴을 실패한 모험가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 은 그를 혹독한 시련을 극복한 성공한 리더 이자 조직의 화합을 위해 솔선수범으로 대원 을 이끈 탐험시대의 진정한 영웅으로 기억하 고 있지요. 섀클턴은 리더의 특권을 포기한 채 대원 들 가운데 가장 추운 곳에서 잠을 잤으며, 짐을 줄여야 할 때 가장 먼저 자신의 소중 한 소지품을 버렸습니다. 뒤처진 대원을 구 출할 때도 늘 앞장섰습니다. 불가능을 뚫고 미래를 여는 것, 그것이 바로 리더의 책임이 자 사명이라는 점을 섀클턴은 우리에게 분

명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기업경영을 하면서 직면하는 가장 큰 문 제 중 하나는 미래의 불확실성입니다. 불확 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화 합과 소통이 무엇보다도 우선돼야 할 것입 니다.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섀클 턴의 리더십은 가장 모범적인 해답이라고 믿습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 상황에서 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감동의 리더십을 섀클턴이 보여주었기 때 문입니다.

제노베제 파스타

학생 땐 빨리 먹고 연습실로

100년 전의 ‘칠레 광부 우르수아’ 리더의 서가 섀클턴의 위대한 항해

김종인 대림산업 대표

제14245호 40판

최근 세계인을 감동시킨 뉴스가 있었습니다. 산호세 광산 지하 700m 아래에 69일간 매몰 되었다가 기적적으로 구조된 칠레 광부의 이 야기입니다. 칠레 광부의 기적은 큰 감동만큼 이나 다양한 뒷이야기를 남겼지요. 특히 32명 의 광부를 이끌어 온 루이스 우르수아 작업 반장의 리더십은 세계인에게 신선한 충격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약 100년 전 칠레의 기적과 비슷한 일이 남극 대륙에서 일어났습니다. 섀클턴의 위 대한 항해는 어니스트 섀클턴이라는 모험 가가 희망과 감동의 리더십으로 남극의 기 적을 만들어 낸 실화를 다룬 책입니다.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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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6일 토요일

View 파워스타일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대표 해외 칼럼 제프리 프란켈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이 남자, 군복마저 맞춰 입었다

한국, G20 의장국 이상의 리더십 보여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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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11,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의장국이 되는 역 사적인 기회를 갖게 됐다. G20이 세계 경제의 방향타를 조율하는 기구로 나선 뒤 G7 소속 이 아닌 나라가 회의를 주재하고 이끄는 것 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는 마음 먹은 대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연히 한국은 의장국으로서의 역할을 세 계 무대로의 도약을 위한 또 다른 기회로 삼 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실질적인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G20이라는 왕국에서 한국이 마주한 기회는 2009년 유 럽연합(EU)에서 의장국을 맡은 체코가 겪었 던 혼란으로 뒤바뀌고 말 것이다. 당시 덩치 큰 일부 EU 회원국들은 작은 나라에 EU의 운전대를 맡기는 것이 실수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한국이 직면한 도전은 ‘정당성 확보’와 ‘실행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상충하는 목표 에서 시작된다. G7 체제는 어떤 결과를 도출 하기에 충분할 만큼 규모가 알맞다. 그러나 정당성을 주장하기엔 너무 작은 게 문제다. 유엔이라는 조직은 세계 각 나라가 모인 만 큼 정당성을 얘기할 때 좋지만, 반대로 효율 적으로 작동하기엔 덩치가 너무 크다. G20은 그 존립 목적에 비춰볼 때 정당성 을 갖추기에 알맞은 숫자로 이루어져 있다. 유엔이나 국제통화기금(IMF)·세계무역기구 (WTO)보다는 회원국이 적지만, 세계 경제 생산(GDP)의 85%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 렇다. 그러나 방향타를 쥔 조직으로서 뭔가 일을 도모하기엔 덩치가 너무 크다는 점도 사실이다. 다자간 회의를 할 때 한 방에 10명 이상의 대표가 모이면 대화하기가 힘들다는 원칙이 있다. 20명의 대표가 모이면 각자 준 비한 원고를 읽을 뿐이다. ‘주고 받기식’ 토 론은 기대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공동으로 발표하는 성명서 또한 물을 탄 채로 최소한 의 공통 분모(least common denominator) 만 밝히는 보도자료가 되기 십상이다. 말하자면 G20 정상회의에 앞서 작은 규 모의 비공식 그룹의 활동이 필요하다. 예 컨대 G6 혹은 G9 같은 모임 말이다. 이들 이 G20 회의 전날 모여 본회의에서 공식 토 론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미리 논의할 수 있

방일석(47) 올림푸스한국 대표는 국내에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연 주역이다. 2001년 올림푸스의 ‘뮤’라는 디카를 국내에 처음 출시한 뒤 스타 마케팅 전략으로 ‘디카 문화’를 빠르게 확산시켰다. 그 후 8년 만인 지난해 그는 또 새로운 혁신을 꾀했다. DSLR과 콤팩트 카메라의 장점을 결합한 하 이브리드 디카를 국내 처음 출시한 것. 1년여 동안 모두 6만 대를 팔았다. 누적 판매량 1위다. 광학기 업인 올림푸스의 또 다른 축은 의료기기 사업이다. 특히 의료 내시경은 종합·대형병원에서 점유율 90%로 1위다. 2000년 설립 당시 그는 일본 본사를 설득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은 한국에 재투 자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는 한국법인이 지난 10년간 벌어서 국내에 재투자한 금액은 1000억 원대라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액은 2000억원으로, 2001년(40억원)보다 50배로 키웠다.

교복부터 군복·양복까지 패션에 대한 관심이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중·고교 시절 교복을 줄여 입는 건 기본. 육군 장교로 복무할 때는 군복도 맞춰 입었다. 용산 미군부대 앞 맞춤집에 가서 좋은 옷감을 골라 몸에 꼭 맞게 유니폼을 지었다. “군복이 깨끗하고 절도가 있으면 자기 절제도 되고, 심지어 부하들도 더 잘 따르더군요.” 패션이 유용한 커뮤니 케이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여학교와 남학교에 강연을 갈 때, 직원들을 독려할 때와 격려할 때 옷차림이 다르다. “말을 하지 않고도 이성과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게 패션이에요. 말로 하면 리스크가 있잖아요.” 소비재업체 경영자로선 패션 트렌드나 디 자인, 컬러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그는 옷이 몸에 좀 붙어야 긴장감도 있고 자신감도 생긴 다. 그래서 양복과 셔츠는 서울 삼성동에 있는 단골 양복점 ‘비스포크 더 리젠트’에서 맞춘다. 특이한 건 일일이 치수 를 재지 않고 가봉도 하지 않는다. 미리 재놓은 수치대로 제작해 보내오는 걸 입는다. 사이즈를 늘리지 않으려고 낸 꾀다. 2년 전 치수가 그대로이니, 아직까지는 성공한 셈이다. 드럼은 최고의 운동 옷에 몸을 맞추다 보니, 일주일에 서너 차례 운동을 한다. 그 러나 체력 단련의 으뜸으로 꼽는 건 바로 드럼이다. 2년 전 배우기 시작했는데, 스트레스 해소와 체력 단련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 바쁜 CEO들에겐 가장 적합한 취미라며 권 했다. “정신과 육체가 일치해서 푹 빠져들 수 있다는 게 드 럼의 매력이에요.” 드럼 스틱을 들고 촬영에 응했다. 주말엔 흰색 벨트 넥타이 1 는 에르메스를 맨다. 10년간 수십 개를 모았다. 고급 스러운 색상, 싫증나지 않는 패턴, 부드러운 촉감에 무게도 가 벼워서 좋단다. 롤렉스 금장 시계 2 는 기쿠가와 쓰요시 올 림푸스 본사 사장의 선물이라 아낀다. 올봄, 시계 뒷면에 감 사하다는 글귀를 새겨서 줬다. 푸른 빛이 도는 벨그라비아 벨트 3 는 양복의 지루함을 덜고 싶을 때 종종 활용하고, 흰색 고무 재질의 ‘tie-ups’ 벨트는 주말 나들이 때 흰색 진 이나 청바지에 매면 멋있다고 소개했다. 신사복의 화룡점 정인 갈색 구두는 루이뷔통 계열의 스테파노비.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11,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알 리는 간판 옆을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을 것이다. 그 작은 그룹을 어떻게 구성할 지 이 시점에서 얘기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자 나라 쪽에는 미국 과 일본·EU국가, 신흥국엔 중국과 인도·브 라질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보다 수를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번 서 울 회담에서 한국은 주최자로서 포함돼야 한다. 이들의 토론을 거쳐 본회의에서 다룰 만한 주제는 은행 규제 같은 금융제도 개혁 에 대한 회원국 간 조율, 경상수지 불균형과 ‘환율 전쟁’ 화두, 경기부양책에 대한 출구 전략 등을 꼽을 수 있다. 서울 G20 정상회의 성과를 미디어에 보도 된 내용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언론 해설 은 대개 어떤 정상회담이건 평가절하할 때가 많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종종 나중에야 그 성과가 드러나곤 한다. 2009년 런던에서 열렸 던 G20 회담을 떠올려 보자. 실질적인 정책 으로 판단하자면 분명히 성공적인 회의는 아 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과거 대공황 이후 교훈을 찾지 못해 불명예스럽다는 평가 를 받은 런던 경제정상회담(1933)에 빗대 비 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2009년의 G20 모임 의 성과는 훨씬 더 긍정적이었다. 이후 사람 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대규모로 경제 부양 책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또 G20 국가들이 IMF의 대출 재원을 세 배로 늘리기로 한 것 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무역 쪽에서도 보호주의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과거 경 험에 비춰볼 때 1930년대 미국의 악명 높았 던 스무트 홀리 관세법처럼 특별히 우려할 만한 조치는 없었다. 전반적으로 지구적 금 융 위기에 대한 응급처치에서 2009년의 대 응책은 1930년대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 다는 소리다. 다만 지금 선진국들은 1937년 미국의 프 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저지른 실수를 답습할 위험에 놓여 있는 게 문제다. 루스벨 트는 경기부양책을 조기에 축소해 미 경제 를 다시 후퇴시키고 말았다. 이번 G20 정상 회의는 거대 신흥국들이 미국과 영국에 그 들이 잊고 있는 걸 상기시키는 자리가 될 것 이다. 경기를 거슬러 가는 경제정책을 폈을 때 어떤 결과가 도래하는지를 말이다. ⓒProject Syndicate

이훈범 의 세상사 편력 미래 세대를 위한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며,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옛날 중국 북주(北周)에 하돈이라는 대장군 이 있었습니다. 큰 공을 세웠는데 받은 상이 작다고 불만이었지요. 그래서 조정을 원망하 는 말을 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권 신 우문호의 미움을 사 자살을 강요받는 상 황에 몰렸습니다. 후회했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지요. 목숨을 끊기 전 그는 아들 하약 필을 불러 말합니다. “나는 혀 때문에 죽는 것이다. 잘 기억해 두어라.” 말을 마친 하돈은 송곳으로 아들의 혀를 찔렀습니다. 그 아픔 과 상처를 간직해 평생 혀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권계를 준 것이지요. 약필은 “군주가 신중하지 못하면 신하를 잃고, 신하가 신중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 다”는 아버지의 유훈을 가슴에 새겨 늘 말을 삼갔습니다. 그런데 수 왕조로 바뀌고 벼슬 이 날로 높아지면서 교만해졌습니다. 수 문 제로부터 “너는 세 가지 지나침이 있다. 질투 가 지나치고 자만이 지나치며 군주를 무시하

는 게 지나치다”고 경고까지 받았지만 깨닫 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더욱 중용하지 않는다 고 불평을 늘어놓다가 결국 수 양제의 손에 처형을 당하지요. 끝내 아버지의 전철을 밟고 만 겁니다. 송곳으로 찔러 경계해도 허사였을 만큼 혀는 함부로 놀려지기 쉬운 구조로 돼 있습 니다. 만져보면 생각보다 크고 두껍고 근육 이 발달한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옛사람들이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며,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고 경계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이번에 퍼스트레이디의 로비 의혹을 발설 한 야당 의원의 경우도 달라 보이지 않습니 다. 세간에서 그런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도 아니고, 별다른 증거도 없이, 예전에 증권 가에서 나돌던 얘기를, 상관없는 대정부질 문 자리를 빌려 끄집어내는 건 경우 없고 저 열한 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의혹이 어디 까지 사실이냐를 떠나 다른 노림수가 없었다

면 나올 수 없는 행동입니다. 그걸 ‘아니면 말 고’ 두둔하는 그 당 원내대표라는 분이야 우 리네 정치 현실이 그 수준일 때부터 정치하 던 사람이니 그렇다 쳐도, 그런 거 바꿔보겠 다고 나선 386 정치인이 선배들의 낡은 매뉴 얼이나 베끼고 있는 건 유권자를 우습게 여 기고 속여 넘기려는 짓거리가 아니고 뭐겠습 니까. 면책특권이라는 갑옷이 얼마나 튼튼할 지 몰라도 제 스스로 깨무는 혀까지 보호할 수는 없는 겁니다. 이런 장면을 잘 기억해 두시면 역사책을 따 로 뒤질 필요가 없습니다. 엽기적인 하씨 부 자가 아니더라도 세 치 혀를 잘못 놀려 화를 자초한 사람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무수하게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함에 신중을 기해 야 한다는 격언이 없는 나라가 없을 정도입 니다. 찾아봤더니 다 좋은 말들 중에서 페르 시아의 금언이 가장 겁이 납니다. “입이 가벼 울수록 수명은 줄어든다.”

오늘날 얼굴을 맞댄 대화보다 문자나 블 로그, 트위터 같은 원거리 디지털 대화가 더 많아진 시대에는 이런 금언도 하나 보태 져야 할 겁니다. “손가락이 과속할수록 수 명은 줄어든다.” 사실 손가락은 혀보다 훨 씬 더 위험합니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입 으론 못할 말도 쉬이 할 수 있고, 익명의 그 늘에 숨으면 과격한 욕설이나 거짓도 거리 낄 게 없습니다. 게다가 말은 사라지지만 글 은 영원히 남습니다. ‘엔터’ 키를 떠난 글 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지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아무 생각 없이 또는 장난으로 놀린 손가락이 언제 어디서 부메랑이 돼 날 아와 내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는 얘깁니다. 언젠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어느 졸업식 에 가서 그런 경계를 축사로 대신한 적이 있지요. 그만큼 중요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 라는 겁니다. 유대인들의 가르침 중에 참으로 울림이

있는 말이 있습니다. “네 입 안에 있는 말은 너의 노예지만, 그것이 입 밖에 나오면 곧 너 의 주인이 된다.” 말이건 글이건 다를 게 없 습니다. 홧김에 던진 말이, 기분 상해 두드린 글이 내 발목을 잡고, 나를 구렁텅이에 빠뜨 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한마디 말 잘못으 로 평생 쌓은 선(善)을 무너뜨린다”는 공자 님 말씀이 바로 그 얘기지요. 얼마나 억울하 고 분한 일입니까. 그렇다고 입을 봉할 수도, 손가락을 묶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지요? 오랜 박해 를 겪으며 지혜를 터득한 유대인들이 해답 까지 줍니다. 주문처럼 외우면 호신부적이 따로 없을 말입니다. “내 말을 내가 건너는 다리라고 생각하라. 단단한 다리가 아니라 면 너는 건너려 하지 않을 테니까.” 기왕이 면 하돈의 송곳으로 두드려보고 건너면 더 욱 좋을 겁니다. 중앙일보   부장 40판 제14245호


10월 6일 16일토요일 토요일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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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많은 ‘여우’ 이지연 <Courageous a boy> 소년이여 깊이를 알 수 없는 물 속으로 뛰어들 듯이 네 앞 에 펼쳐진 삶으로 용기 있게 뛰어들어야만 인생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이명옥 <Be for the sun> 숲의 새벽은 신이 걸어나오는 길목이다. 그러나 태양이 머리 위로 올라오면 신은 우리 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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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결 마술사들 홀린 마술사

최윤종 <Free composition> 끝없고 드높은 하늘과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바다에는 무한한 자유가 있다. 그 무한의 사이, 자로 잰 듯한 순백의 사각 조형물이 낯선 이미지 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2003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TV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에 머리를 쭈볏 세운 청년 한 명이 등장했 다. 1m87㎝의 훤칠한 키, 하얀 피부, 능숙한 말솜씨 는 객석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엽서를 꺼내 들고 한 남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던 그는, 읽고 있던 엽 서를 갑자기 장미 한 다발로 바꾸어버렸다. 임재광 <The sushing> 7월의 도시축제는 태양보다 더 뜨겁다. 검은 선글래스“그녀에 안으로 들 이 꽃을외치고 선물하세요.” 객석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 어온 세상을 향해 그는 무슨게노랫말을 있는 것일까. 져 나왔다. 애틋한 음악, 부드러운 동작, 의표를 찌르 는 반전이 한데 어우러진 멋진 쇼였다. 마술사 이은 결(29)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는 달랐다. 야바위꾼의 눈속임, 누군가를 칼로 마구 찔러대는 자극성 등 마술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을 판판히 깨뜨렸다. 그의 마술엔 로맨스가 있었고, 드라 마가 있었다. 그의 등장과 함께 마술 동호인 인구는 제12회 밴쿠버한인사진동호회 정기 전시회 100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는 2006년 세계마술사연 장소: 에버그린 문화센터(Evergreen 맹(FISM)이 주최한 ‘세계 챔피언십 2006’ 대회에서 cultural centre, 1250 Pinetree way, Co1위를 차지하며 실력도 국제 공인을 받았다. quitlam, BC)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07년 이은결의 군 입대와 함  기간 : 2010년 10월18일부터 11월26일까 께 국내 마술 시장은 급속히 위축됐다. 대체제는 없 지(오프닝 리셉션 10월16일 오후 4시-7시) 었다. 그래서 그가 제대를 하고, 1년6개월의 준비 기  문의 : 604-803-8646 간을 거쳐 다시 쇼를 한다는 소식에 가장 기뻐했던 imseene@hanmail.net 이들은 다름아닌 동료 마술사들 이었다. 이은결은 다 시금 우리에게 판타지를 선사할까. 인터뷰 내내 그의 ◀이광윤<freedom restriction> ▶B4면에between 계속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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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할 만한 것들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 밴쿠버한인사진동호회 제12회 정기 전시회 밴쿠버한인사진동호회(회장 임재광)가 오 는 18일부터 11월26일까지 제12회 정기 사 진전시회를 연다. 올해 주제는 작년에 이 ‘The things we need to Love II’ 로 정했다. 이들은 지난해 같은 주제로 전시회를 열어 한인은 물론 캐나다 사회로부터 호평을 이 끌어낸 바 있다. 우리 주변에 그저 스쳐 지나 치는 것 중 ‘우리가 사랑할 만한 것들’을 찾 아내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1993년 처음 설립된 동호회 회원들은 지금 중견작가라 불릴 만큼 수준 높은 작품사진 을 찍는 아마추어 프로급에서부터 뒤늦게 사진에 입문한 초보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

양하다. 그러나 사진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 정만큼은 같다. 임재광 회장은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누 구나 컴팩트 카메라 한 대씩은 가지고 있고 휴대폰, 컴퓨터 등 모든 현대적 기기에 카메 라 기능이 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 여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사진 한 장을 찍는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매 일 반복되며 스쳐 지나가는 일상이지만 결 코 놓치고 싶은 않은 순간들을 사진으로 담 아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musicbloom@joongang.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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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신의 버린 인간들은 벗어날 글=최민우 기자지침을 minwoo@joongang.co.kr 수 없는 슬픔과 행복의 엇박자를 타고 고 사진=(주)이은결 프로젝트 제공 뇌한다.

밴쿠버 (콜하버)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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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 운세/말의 달인

그림=김회룡

오려서 모아 두면 훌륭한 언어 교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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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문화 알고 즐기기  Remembrance Day

캐나다에도 현충일이 있나? <In Flanders Fields> (개양귀비 들판에 서) 라는 시를 알고 있다면, 11월 11일이 무 슨 날인지 알지도 모른다. 빠알간 꽃잎을 가진 개양귀비(Poppy) 가 생각나는 이 날 은 영령 기념일, 종전 기념일, Poppy Day, Armistice Day, Veterans Day 등 여러 이 름으로 불린다.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여 러 유럽 국가에서 지켜지는 현충일이기도 하다. 특이하게 퀘백, 온타리오, 매니토바 주는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홍콩과같 이 이 날을 특별히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 지는 않았지만, 연방 정부와 관련 있는 기 관들은 이 날을 휴일로 지정했다. 캐나다의 현충일(Remembrance Day) 운 세계 제 1차대전이 공식적으로 끝난 1918년 11월 11일 오전 11시를 회상하기 위 해 매년 11월 11일에 지켜진다. 이날 오전 11시, 캐나다의 국민들은 묵념을 함으로 써 제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희생 된 숭고한 영혼들의 넋을 기린다. 묵념을 하는 2분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나타내 는 것으로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1분 간만 묵념을 올렸다. 학교에서는 오전 수업을 하거나 전사자들을 기념하는 프리 젠테이션을 하며. 2분의 묵념 뒤에는 방송 으로 캐나다 참전 용사인 존 맥크레 (John McCrae)의 시 <In Flanders Fields>를 낭 송힌다. 이 날 오타와에 있는 국립전쟁기 념관에 수천 명이 모이는데, 그 중에는 휠 체어를 탄 참전용사도 있다. 캐나다 국민 들은 이렇게 전사한 해군, 육군, 공군 용사 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캐나다 현충일에는 개양귀비 조화를 달 거나 이것을 전사자들의 무덤에 바친다. 조화는 은행, 학교 등에서 무료로 가져올 수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약간씩의 기부를

하기도 한다 (보통 1달러 정도). 몇몇 사람 들은 군사 행위를 평화롭게 대체하자는 의 미가 담긴 흰 개양귀비를 단다. 개양귀비 의 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양귀 비보다 작고 열매는 아편 성분을 포함하지 않아 엄연히 양귀비와 다른 꽃이다. 곡식을 관장하는 대지의 여신인 케레스(Kerres) 가 자신의 딸 프로세르비나(Proserpina) 가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Hades)에게 납 치를 당하여 반 년 동안 자신의 딸을 보지 못하게 되어 슬퍼하자, 신들이 그녀를 위 로하고자 준 한 송이 꽃이 개양귀비였다고 한다. 또한 옛 중국에서 항우가 유방의 군 대에게 포위되었을 때 항우가 자신 때문에 나아가길 망설이자, 그의 부인인 우미인 은 그의 탈출에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자결 하였다. 그녀의 무덤가에서 한 송이 가련 한 분홍색 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이것 이 필시 그녀의 넋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우 미인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지 이 꽃의 꽃말은 덧없는 사랑, 위로다. 글 = 이항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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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새 소식 ◆코치료전문 코코아이 한방클리닉 개원 ▶축농증▶만성비염▶코감기▶알러지성비염 전문 코만 치료하는 한방클리닉이 생겼습니다. 이제 코로 숨쉴수 있습니다. 재발율이 높고 완치가 어려웠던 비염과 축농 증. 비염과 축농증이 오래되면 집중력이 저하돼 공부에 지장을 줍니다. 만성적인 비염과 축농증은 성장장애. 성 격장애. 안면 발육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중요한 성장기 에는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코코아이는 일반적인 한방치료가 아닙니다. 현재의 여러 치료기법중 그 장점 만을 모아 만든 최선의 코치료 시스템입니다. 이미 한국 의 30여개의 한의원에서 임상경험을 통해 그 탁월한 치 료결과가 입증되었고 한의과대학병원장이 그 이론적 근 거를 제시한 14가지의 치료기기 및 처방을 사용하여, 완 치를 목표로 하는 코치료전문 한방클리닉입니다. 주소 844 WEST 15TH ST. NORTH VANCOUVER 연락처 (778)338-4383 , (778)889-7760 ◆장미보석(ROSE JEWELRY) - <2011년 뉴 - 디자인 Coming!!> 노스로드 한남수퍼 위층에 위치한 28년간의 신용과 정 직의 장미보석에서는 2011년 새로운 디자인의 웨딩반 지, 목걸이, 귀걸이를 전시판매하고 있으며, 올 12월 말까 지 산지에서 직송한 진주 귀걸이, 목걸이를 저렴한 가격 으로 판매합니다.결혼 예물 전문 상담 환영 (예약 바람), 돌반지, 시계밧데리 즉석수리 ,귀걸이 일부품목을 40% OFF 세일하고 있습니다.당신의 “숨은 돈” 찾아드립니다. - 잡금(1,000여종), 보관중인 순금,18K, 14K - 매입 & 교환 주소: #209 - 4501 NORTH RD (한남수퍼 2층) 전화: (604)420-9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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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mmar & Vocab

법률/회계사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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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C 자동차 사고 / 상해보상 / 음주운전 또는 범죄행위 부당해고 / 성희롱 / 보험청구 / 그외 민사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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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CBC & 본점(01420) T: 604-668-2258 버나비 본점(40410) T: 604-668-3939(ext. 5006) 프레져 하이츠 빌리지(82040) T: 604-586-3102 노스로드 & 어스틴(41160) T: 604-933-3301 코퀴틀람 센터(51490) T: 604-927-7080 윌로브록 파크(22640) T: 604-514-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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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학당 .... 6042618984 오퍼스아카데미 .... 6042673749 오픈마인드아카데미 .... 6044333376 왕수학영어교실 .... 6049221900 웰러닝센터 .... 7783406654 유학사관 .... 6045818972 이근녕뮤직스튜디오 .... 6045853733 임페리얼호텔매니지먼트컬리지 .... 6046883115 정혜승무용원 .... 6049368099 제이아이재능교육 .... 6044366284 지엘아이학원 .... 6045417580 청담이머젼스쿨 .... 6049291544 캐나다한국가야금예술단 .... 6047820396 컴플리트러닝센터 .... 6049163133 코스탈사운드뮤직아카데미 .... 6044695973 코어아카데미 .... 7782298104 코퀴틀람교육청공자클라스 .... 6047165118 코퀴틀람뮤직 .... 6049429312 코퀴틀람한국어학교 .... 6047601265 키즈빌리지 .... 6049348138 키즈빌리지프리스쿨 .... 6049318138 킴스아카데미 .... 6045525467 탑학원 .... 6045836180 투게더놀이방 .... 7789906459 트리니티웨스턴대학교 .... 6048971105 트리니티학원 .... 6045829910 파고다테스트프렙센터 .... 6049288180 파노라마교육센터 .... 6044648426 파닉스리딩스쿨 .... 6047156669 패티슨하이스쿨 .... 6046088788 퍼시픽신학대학대학원 .... 6047193913 푸드세이프교육 .... 6044227272 프레이저밸리한국어학교 .... 6045045420 프리마학원 .... 6049048558 해법수학 .... 6049048630 허정우하키스쿨 .... 6048284349 헬로우키즈차일드케어 .... 7783556060 이레아카데미 .... 6049421025 이레아카데미밴쿠버웨스트 .... 6049097323 이지리딩아카데미 .... 6045387323 이지외국어학원 .... 6045386231

www.agathaha.com (한국어) 강병규모기지 .... 6048259579 글로벌씨큐리티스 .... 6044435434 데이빗유모게지 .... 6049106325 로얄은행코퀴틀람타운센터 .... 6049335335 로얄은행코퀴틀람한인타운 .... 6049335432 몬트리얼은행밴쿠버다운타운본점 6046657303 몬트리얼은행코퀴틀람타운센터 .... 6049274605 문한나보험 .... 6043066960 박도희생명보험 .... 6047640639 박종찬모게지 .... 6043096550 서상빈보험 .... 6046470630 서희삼모게지스페셜리스트 .... 6043511528 소피아박보험 .... 6048099090 손태현모게지 .... 6048898982 스코샤은행밴쿠버본점 .... 6046683454 스코샤은행버나비본점 .... 6046683939 신용조합종합보험 .... 6049311132 씨앤씨보험 .... 6044150653 아르고벤처 .... 6046020878

에이치에스비씨은행 .... 에이치에스비씨증권 .... 오이코스파이낸셜 .... 외한은행코퀴틀람 .... 외한은행한인타운 .... 외환은행다운타운 .... 외환은행버나비 .... 이병상보험 .... 이상엽보험 .... 이윤도모게지 .... 임재진모게지 .... 자스퍼인베스트코퍼레이션 .... 정근택모게지 .... 정은국보험 .... 최보광모게지 .... 티디은행버나비한인금융센터 .... 티디은행한인빌리지금융센터 .... 파라곤모게지 .... 프리덤오십오파이낸셜 .... 한상훈모게지 .... 한인신용조합밴쿠버본점 .... 한인신용조합버나비 .... 한인신용조합써리 .... 한인신용조합코퀴틀람 .... 허중구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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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포츠/꽃집 150 김송철태권도 .... 김인식사진관 .... 김종설태권도 .... 내츄럴플러스 .... 노스쇼어태권도 .... 랍슨꽃집 .... 록키포인트골프아카데미 .... 리버사이드골프센타코퀴틀람 .... 링컨가축병원 .... 마샬플라워가든 .... 무스킴골프 .... 밴쿠버골프아카데미 .... 밴쿠버교육서점 .... 밴쿠버동물원 .... 밴피싱 .... 베리푸스튜디오 .... 상무태권도 .... 새생명말씀사 .... 세계무술문화원원무도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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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피부관리/화장품 160 #104-15357 104th Ave. Surrey BC (써리 한남 마켓 내)

T/F. 604.588.1224 C. 604.83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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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한공증사 .... 6044444566 정원섭 .... 6044351150 정해민회계사 .... 6044317775 조영제강우진합동회계사무소 .... 7782179957 주태근회계사 .... 6049365222 킨만합동법률 .... 6045261805 티알엘로코퍼레이션 .... 6046371758 필립와이즈만변호사 .... 6048738446 황영원회계사 .... 6049427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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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70:4<08666 Hilltop Restoration Inc. #520-329 North Road Coquitlam www.hilltoprestoration.com • info@hilltoprestoration.com 㢧⫃ェ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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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UKI Sushi Japanese Restaurant. Position Sushi-man. Qualification - 3~5 years sushi / sashimi exp. & completion of sec. sch. req. Wage - $18.50/hour (40 hours a week) Duties - Prepare and cook full sushi/sashimi. Ensure quality of food to meet standard. Inspect & clean kitchens and food service area etc. Resume - (email) tanukisushi@gmail.com Working Loc. - Langley, BC

Sashimi Sushi in Coquitlam seeks Japanese / Korean Cuisine Cook. - Completion of Secondary school or Trade Certificate - 3 years or more exp. in cooking Korean Food. $17~$19/hr, 40 hrs/wk, Fluent in Korean& Read English E-mail : sashimisushi@hotmail.co.kr Fax: 604-777-0499

직원모집 Wanted F/T sign graphic designer We are a design focused sign shop of Burnaby looking for a talented sign graphic designer to develop on site marketing solutions for local businesses. working condition: F/T 35 hrs/ week wage: $44226/year ($24.3/hr) with 2 weeks paid vacation. Must Canadian Permanent resident or Citizen Requirement: -University Degree or Diploma In Graphic Design/ Industrial Design w/ 2 Yrs or more working Experience in an Electric Sign Company. -Above average communication skills; Must fluent in English and Korean, Oral and Written -Knowledge or office procedures and Equipment and Ability To work Unsupervised/and Work Under deadlines in a team Environment. -Understanding of Permit Procedures For signs and Drawing Requirements of Same. Demonstrated Understanding of Sign Components and Materials/Substrates -Superior Understanding of software programs Vectorization/Digitizing of artwork for output to various Electronic and print devices which Include the use Of:, Flexi-sign, Sign lab Adobe Illustrator, Auto cad, Photoshop, 3d studio, Corel Draw and Others. main duties: Meet directly with customers to solve their on site marketing needs through effective -Consulting with clients to establish the overall look, design concept, manufacturing method of sign, installation method of sign, graphics elements and contents of sign materials in order to meet their needs. -Consult with clients to determine the nature and content of sign to meet their needs. -preparing and conducting presentation (including estimation, construction work, and design concept) to clients -Develop the graphic elements (logo, brand Identity, fonts, colors, and material) that meet the client's objectives in eye catching signs and graphics and storefront design, interior signs and graphics and all collateral material. -Estimate cost of materials and time to complete the graphics design side of sign manufacturing. -Design Electric Signs and Other sign projects based on Customer Needs and Budgets. -Take Idea's and Design information and convey them to Customers of varied tastes/Through paper and Digital Formats -Apply Various Digital and Vinyls to Substrates and Materials From the Design Process

직원모집 Position: Food Counter Attendant Permanent, Wage: $10.31/hr Full Time 35hrs/week (5 am to 12 pm) Oral & written English skills required Oral Korean skill required Please submit applications by mail: Brenz Coffee Shop 1201 Robson Street Vancouver, BC V6E 1C2

Accountant Rep/Sales Manager Accountant Rep/Sales Manager position available at established Construction Management/real estate development firm. Flexible 30 hour Monday thru Friday work week. An excellent opportunity for advancement for the right person. Please

WE ARE SEEKING DYNAMIC CUSTOMER SERVICE ORIENTED INDIVIDUALS WITH GREAT COMMUNICATIONS AND TYPING SKILLS NEEDED TO WORK ON BEHALF OF COMPANY THIS SERVICE REPRESENTATIVE WILL EARN UP TO $1,500 MONTLY ANY JOB EXPERIENCE NEEDED. EMAIL AT devlinclark30@hotmail.com IF INTERESTED

Sushi Mart at D/T Vancouver seeks a full-time permanent cook who can start immediately. $17/h, 37.5h/wk. Job duties include: Sushi and Japanese food preparation, planning special menus, and cleaning kitchen area. Education requirement: Completion of secondary. Must be fluent in English, and basic Japanese language is an asset. 3~5 years of experience is preferred. Email: sushimart1668@gmail.com

FT Perm Korean Food Cook $18/hr. Sec & min 3 yrs exp OR cook certificate OR any 3 yrs program for cooks. Cook, prep & order ingredients. Basic English req’d. Korean lang asset. CV: email: chamnamoo153@gmail.com Fax: 604-513-2060 Tel: 604-897-1105 Chamnamoo

Miraku Japanese Restaurant is looking for a Japanese cook.

SUSHI TOGO(WHISTLER) Position: Chef. Main Duties: -Plan and direct food preparation and cooking activities -Estimate food requirements and plan menus Requirements:-Completion of high school. -3~5 years of experience. Wage: $18.75 Hourly for 40 hours per week Working Condition: Fast-paced Environment Tel. 604-905-1138 Address: 4230 Gateway Drive, Suite A, Whistler, 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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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mum 1 year experience in Japanese Cooking. Prepare and cook complete Japanese hot and cold meals or side dishes in our menus. Prepare Sushi and Sashimi. Prepare and make all the sauces being used for cooking. Help chef for main dishes. Full Time position, 40 hrs per week, $15-17 per hour. Job requirement: completion of secondary school, Korean speaking is an asset. 2 weeks paid holidays will be given. Work location: #4-19950 Willowbrook Dr., Langley, BC If you are interested, please send your resume to ericeugenecho@yahoo.ca or fax (604)909-5151. No apply in person or no phone calls please.

Hamada Japanese Restaurant -Position: Full-time Cook; 3~5 years Japanese cooking exp. and completion of high school req. Ability to speak Korean is an asset. Duties: Mainly prepare and cook complete Japanese food with ensure qualify of food and etc. Performas other duties as req. -Position: Full-time Sushi/Sashimi: 3~5 years sushi/sashimi exp. and completion of high school req. Ability to speak Korean is an asset. Duties: Mainly prepare and make sushi & handle sashimi with clean sushi-bar and etc. -Both Positions- Salary: $18.75 per hour and benefits will be discussed at a later date. Working hour: usually 40 hours a week but may require overtime work. Working Location: Maple Ridge We expect to have your resume by e-mail "hamada@hotmai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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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Junction Sushi Janpanese Restaurant Seeks a Fusion Style Cook. Completion of Secondary school. 3yrs or more exp. in cooking, $17~$19/hr, 40hrs/wk,Fluency in Korean& read English E-mail: pwhtpsc@hanmail.net / missionjunctionsushi@hotmail.com Tel: 604-814-0908

The Korean Senior Mission Church, 10787–128th Street, Surrey, B.C, V3T3A2, seeks Religious Worker. $15.40/hr. Provide spiritual counseling. Assist with Bible studies, church services; Assist with missions; Req: Experience as Religious Worker with Senior’s Ministry, Speaks Korean. Email: ksmchurchs@hanmail.net or fax: 604-582-0864. 써리에 위치한 한국노인선교교회에서 교역자를 구합니다 시간당 15.40불 하는 일: 정신적 상담, 성경공부, 교회일, 선교활동 조건: 교역자로 일한 경험, 한국말가능 이력서를 이메일:ksmchurchs@hanmail.net 혹은 팩스: 604-582-0864로 보내주세요

Seeks a F/T Japanese Cook. Hanaya Japanese Restaurant(759584 B C Ltd.) in Surrey is hiring a full-time Japanese cook. Job Requirement -Certificate of Cook is required. Must be reliable -Completion of high school -Min. 3 years of experience in cooking is required -Fluency in Korean is required. Job Duties -Prepare and cook Japanese dishes -Plan menus, ensure quality of food and determine size of food proportions -Train staffs in preparation, cooking and handling of food -Clean kitchen and work area. The job is full time for 40 hours/week. The wage will be $17.31/hour. 14 days of paid vacation after 1 year To apply send your resume to zoni4u@hotmail.com 일식 요리사 구합니다. 써리에 위치한 Hanaya Japanese Restaurant에서 풀타임 요리사를 구합니다. <자격요건>-관련 자격증 소지자, 고등 학교 졸업 이상, 최소 3년이상 경력자, 한국어 능통자 <직무>-음식 준비, 음식 품질 관리, 키친스텝 교육, 식기 관리 및 청결 유지. 주 40시간 (풀타임), 시급 $17.31 근무 1년 후 14일의 휴가. 이력서를 zoni4u@hot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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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kura Sushi & Grill in Cranbrook is hiring sushi-man position (2). Req.: 3+yrs sushi/sashimi exp. with knowledge of food & completion of high sch. Salary: $13.50/hour (40 hours a week) Duties: make sushi/sashimi, ensure quality of food, modify menu items time to time etc. sakurasushigrill@gmail.com for resume.

New World Consulting Company in Downtown requires F/T Marketing Manager. 5+ yrs. exp. & completion of univ. Albe to handle web & Korean speaker is an asset. Wage will be $27.00/hr. Main duty is to market for Korean target. Fax Resume to: 604-681-3549 E-mail: newworld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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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gent) Sashimi Sushi in Burnaby is hiring F/T Sushi-man; 3+yrs. sushi/sashimi exp. & sec. sch. diploma req. Salary- $38,000/year. Main duty is to make sushi and handle sashimi & etc. Resume via e-mail at sashimi-sushi2005@hotmail.com

Eurecanada Education Inc. seeks F/T Office Administrator - College Diploma required - 1~2 yrs of work exp. in a related field - Fluency in Korean and English - $21~$23/hr, 37.5 hrs/wk - F: 604-684-3857/ E: eurecanada@hanmail.net

직원모집 Good Morning Academy Ltd. 공장 기술개발 부장 및 강사 구함 직업학교 2년이상 이수한 자, 제과/제빵 산업경력 최소 10년이상, 해외 지역(특히 북미) 경력자 우대, 제과/제빵사 자격증 소지자 우대 직무: 제과/제빵 가게 운영 컨설팅, 제과/제빵 생산 담당 제과/제빵 해외 우수 기술자 영입

Master Baker Wanted (in Coquitlam) (Career Opportunity, Certificate Required) Vocational College Certificate or Diploma Required Min. 10 years of experience in Bakery&Bakery Academy Field/Prefer to have experience in Overseas Market, especially Korea, Japan Duties: Baking Korean, Japanese Style Breads&Buns as well as western style/Planning the course schedule and counseling for students/Helping a Bakery Shop Launching/Recruiting Korean students

Salary:$3,200~3,500/Month (Full Time, 40hrs/week) email:gmavancouver@hotmail.com

King’s sign & graphic Ltd 101-6833 Seller Ave., Burnaby, BC V5J 4R2, kingssign@gmail.com FAX: (604) 431-0054

COOK Wanted. Permanent, Full-time Salary: $17/hour + gratuity Location: Coquitlam BC Experience and Skills Requirements: * Minimum of 3 years of experience in Japanese cuisine. * High standard of cleanliness * Ability to work quickly and safely under pressure * Good supervisory skills are essential. Duties included: * Prepare & cook meals, * Plan menus, ensure quality of food & determine size of food proportions, * Estimate food requirements and costs, * Order supplies and equipment. * Maintain inventory & records of food, supplies and equipment. Korean language is required. Employer: Tenkai Japanese Restaurant Address: 1147 Austin Avenue Coquitlam BC V3K 3P4 Email: ndm9014@ymail.com Fax: (604) 931-6179 일식 주방 요리사 구합니다. 풀타임, 시급: $17 + 팁. 근무지역: 코퀴틀람, 비씨주 자격요건: * 최소 3년 이상 일식 요리 경력자 * 주방 청결상태 유지 * 신속하고 안전하게 요리할 수 있는 분 * 주방 관리 감독 가능자 직무: 음식 준비 및 요리, 메뉴 작성, 신규메뉴 작성, 음식 질적 및 양적 관리 및 예상비용 측정, 식재료 관리및 부족한 식재료 주문, 식기관리 및 청결상태 유지. 한국어 구사 가능자 고용주: 덴까이 일식 레스토랑 이력서 제출: 팩스 (604) 931-6179 이메일 ndm9014@ymail.com

*Korean Food Cooks Edu:G-9 up,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e:$18-$20/hr.,Korean,No/ Basic Englis h DUTIES :Cook& plan menus,Check & order materials, Train 1 P/R or 1 Canadian, Robson Jangmojib/T:604-687-0712/ 1719 Robson Van.BC /jangmojib@hotmail.com

*Korean Food Cooks Edu:G-9 up,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e:$18-$20/hr.,Korean,No/ Basic Englis h DUTIES :Cook& planmenus,Check & order materials, Train 1 P/R or 1 Canadian, Richmond Jangmojib/T:604-233-0712/8320 Alexandra Rd.Rich.BC /jangmojib@hotmail.com

*Korean Food Cooks Edu:G-9 up,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e:$18-$20/hr,Korean, NoEnglish or Bas ic English DUTIES:Cook&plan,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 1 P/R or 1 Canadia n/email:jangmojib@hotmail.com|Hansem Food/T:604-872-07121647 E Pender St.Van.BC

*Korean Food Cooks Edu:G-9 up,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18-$20/hr.Korean,No English or Bas icEnglish DUTIES:Cook&plan,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 1 P/R or 1 Canadia n/email:jangmojib@hotmail.com|Metro Jangmojib/T:604-439-0712 |5075 Kingsway Burn.BC

*Korean Food Cooks Edu:G-9 up,No need Certif.Exp:3yrs,40HR/W,Wage:$18-$20/hr,Korean,NoEnglishorBasicEngli sh DUTIES:Cook&plan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 1 P/R or1 Canadian/email:jangm ojib@hotmail.com|Aberdeen Jangmojib/T:604-273-0712 |#3200 Averdeen Way Richmond.

*Food & beverage servers Edu:G-12 Exp:6m-1yr(be train )No certif. 40hr/W,Wage:$12/hr+tip,Korean & Englis h . Duties:greetpatrons,present menus,order & serve food,bill & accept payment, re commend foods and beverages | Robson Jangmojib/T:604-687-0712 | 1719 Robson Van.BC| Email:jangmojib.@hotmail.com

*Korean Food Cooks Edu:G-12 up,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e:$18-$20/hr,Korean, No English orBas icEnglish DUTIES:Cook& plan 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 1 P/R or 1 Canadi an/email:jangmojib@hotmail.com | Robson DaebakbongaRest./F:604-602-4949 #201-132 3 Robson St.Van / email:daebakbonga@gmail.com

*Korean Food Cooks Edu:G-12 up,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e:$18-$20/hr,Korean, No English orBasicE nglish DUTIES:Cook&plan 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 1P/R or 1 Canadian/Daeb akbonga BBQ Rest. F:604-602-4949/1949 W.4th Ave.Van.BC/email:daebakbonga@gmail.com

*Food & beverage servers Edu:G-12 Exp:6m-1yr(betrain)No certif.40hr/W,Wage:$12/hr+tip, Korean, English. Dut ies:greetpatrons,present menus,order & serve food,bill & accept payment, recomm end foods and beverages 1)Robson Daebakbonga Rest./T:604-683-9298 #201-1323Robson St.Van|daebakbonga@gmail.com 2)4 t h A v e d a e b a k b o n g a R e s t./F:604-602-4949 | 1949 W.4th Ave.Van.BC

*Korean Food Cooks Edu:G-12,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18-$20/hr.Korean, NoEnglish orBasicEnglish DUTIES:Cook&plan 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 1 P/ R or 1 Canadian:T:604-987-311 Kyungbog Palace Rest 143W3rdSt,N.Van.BC/kyungbok@hotmail.com

*Food & Beverage Servers Edu:G-12 Exp:6m-1yr(be train )No certif. 40hr/W,Wage:$12/hr+tip,Korean, English. Duties:greet patrons,present menus,order & serve food,bill & accept payment, recomm end foods and beverages/T:604-987-3112 |KyungBok Palace:143 W 3rd St.,N.Van.BC

*Japanese food or Korean food Cooks Edu:G-12,No need Certif.Exp:3yrs, 40HR/W,Wage:$18-$20/hr.Korean,NoEnglish orBasic English DUTIES:Cook&plan menus, Check & order materials,Train1 P/Ror 1 Canadian/F: 604-850-1264/Sehmi Rest: 2443 Mccallum Rd.Abbotsford B.C.

*Japanese food or Korean food Cooks Edu:G-12,No need Cert.,Exp:3yrs,40HR/W, Wage:$18-$20/hr.,Korean, No.English or b asic English DUTIES:Check & order materials,Train 1 P/R or 1 Canadian, Plan &Devel oping menus/T:604-854-6205/Little Japan Sushi/#105-33643 Marshall Rd.Abbotsford BC/www.littlejap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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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857 기계 유지 관리 직원 (Mechanical Maintenance Technician) 급여: $16.00 장소: 리치몬드 지원자격: 2년이상 경력자 영어: 중급 근무조건: Full Time

# V855 식품 연구소 직원 (Lab Technician - Food) 급여: 경험자 우대 장소: 버나비 지원자격: 대학 졸업자 또는 경험자 영어: 상급 근무조건: Full Time

# V854 운영 보조 직원 (Operation Support Representative) 급여: 경험자 우대 장소: 밴쿠버 지원자격: 2년이상 고객관리 경험자 영어: 상급 근무조건: Full Time

# V853 계좌 담당 이사 (Account Executive) 급여: 커미션 장소: 광역 밴쿠버 지원자격: 대졸자 또는 세일스 경험자 영어: 상급 근무조건: Full Time

# V852 기계 조작 직원 (Machine Operator) 2) 급여: $10.50 - $11 3) 장소: 리치몬드 4) 지원자격: 무경험자 가능 5) 영어: 중급 6) 근무조건: Full Time

비씨 이민자봉사회(ISS) 제공 구직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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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604-595-4021(한인 담당자 조이스 리) #201 - 7337 137th Street, Surrey TEL: 604-684-2504(한인 담당자 소피아) #501 - 333 Terminal Ave, Vancouver

TEL: 604-595-4021(한인 담당자 조이스 리) #201 - 7337 137th Street, Surrey TEL: 604-684-2504(한인 담당자 소피아) #501 - 333 Terminal Ave, Vancouver

TEL: 604-595-4021(한인 담당자 조이스 리) #201 - 7337 137th Street, Surrey TEL: 604-684-2504(한인 담당자 소피아) #501 - 333 Terminal Ave, Vancouver

TEL: 604-595-4021(한인 담당자 조이스 리) #201 - 7337 137th Street, Surrey TEL: 604-684-2504(한인 담당자 소피아) #501 - 333 Terminal Ave, Vancouver

TEL: 604-595-4021(한인 담당자 조이스 리) #201 - 7337 137th Street, Surrey TEL: 604-684-2504(한인 담당자 소피아) #501 - 333 Terminal Ave, Vancouver


 2010년 11월 6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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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6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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