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 Cover Story 4 미스터 아웃사이더 조영남 6 남희석의 작가납치 프로젝트 16 OLD MEMORY 22 내 직업은 산타클로스만큼 멋지다 28 떴다 써니 32 -신은경 예사롭지 않아 33 -강소라 제가 정말 뜬건가요? 37 배우 안성기를 오래 바라보았지 42 Drama Special ‘최고의 사랑’ 48 me2day Talk-가수 싸이 56 요즘대세 김범수 매력관찰기 60 나는 가수다, 어디까지 왔니 64 눈물의 희극지왕, 김병만 68 TV보는 락 74 TELEVISION 78 입양 고백한 이아연 90 다시 세상밖으로 94 산사로 떠난 리처드기어의 휴가길 102
이혼소송 막전막후 112 프랑스발 K-pop열풍 현지 중게 118 문화도 기술이다 124 도시 농부들의 여름나기 126 삼삼오오 바늘질하는 여자들 136 NLCS,제주에 상륙하다 140 영어공부의 왕도 144 손열음이라는 새로운 클래식 한류 166 아빠, 딸이랑 레슬링 하세요 174 잘하는 말 을 키워주세요 178 단순하게, 어울리게 염정아의 ...182 시간조차 쉬어 가는 다도해에서 194 남편의 여름 출근복 204 취향따라 맞춤형 손목시계 210 맥시 스커트 활용 백서 211 아침 뉴스 앵커의 모닝 & 나이트뷰티 212 바캉스 뷰티 224 바캉스 뷰티 머스트 팩 232 무결점 피부 만들기 234 머리 묶기, 달인에게 묻다 240 훌쩍 떠나고 싶으실걸료? 244 -울룰루 사막 야생 투어 245 -베를린 디자인 로드 249 -일본 시골집에서 살다 오다 252 -클로즈 업 싱가포르 256 -보리카이 260 -스타일리시 바캉스 홍콩 262 -제주 올레 & 커피로드 264 -패밀리 캠핑 268 -한국내 리조트 투어 270 -전국 팔도 미각 여행 272
-부산 국제시장 맛 투어 274 사계절 보양식 276 이혜원의 중식 보양 요리 278 향긋하게 들깨요리 286 선 드라이 토마토 292 지친 아이들을 위한 여름 별미 냉요리 296 해외 동포를 위한 특별 경제구역 300 한젬마의 크리에이티브 홈 308 소재 따라 카펫을 쓰는 취향 318 공간을 위트있게, 조명 한 점 324 평창 드림팀의 비공개 파일 326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 현지 인터뷰 327 -평창 P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329 -자크 로케 IOC위원장 도쿄 인터뷰 332 -평창 젊은피 3인 3색 스토리 336 -평창의 17년 감동 도전기 339 연재만화 <분노의 바다> 342
Program August 2011 2011년 8월 첫째주 제1호 발행처 발행인 발행일 창간일 발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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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미디어 김균석 매주 월요일 2011년 8월1일 2011년 8월1일
사진/기사 JmNT TV J-on(중앙일보) J Golf QTV 무비위크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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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무사 백동수
SBS (월, 화) 오후 09:55~ 방송중 (총 24부작)
제작사 : 케이팍스, 소프트라인 제작진 : 연출 이현직, 김홍선 | 극본 권순규
조선 최고의 협객이자 풍운의 삶을 살았던 남자, 백동수의 절제된 활극 액션. 1700년대의 조선,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에 영웅이 될 자는, 가진 것 없이 맨몸으로 세상에 부딪혀 정의를 외쳐야 하고, 힘 있는 자들의 폭력에 고통 받는 백성들의 편 에 우뚝 서야 하며, 손이 아닌 가슴에 정의의 검 한 자루를 품어야 한다. 그가 바로 조선의 백성들이 염원한 영웅이며, 드라마 <무사 백동수>가 주목하는 바로 영웅 이 걸어가는 풍운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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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백동수 (지창욱) 팔다리가 뒤틀려 태어난 판자촌의 외톨이에서 정조대왕의 호위 무관으로 동양3국의 무예를 총망라한 무예서 [무예도보통지] 를 만든 최고 의 무인
여운 (유승호)
유지선 (신현빈)
광택과 천 술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두 사람은 웃으며 대화를 나누지만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천은 술잔을 들고 있는 광택의 오른손을 보곤 미소를 머금고 불현듯 발도를 하는데 거의 동시 광택의 눈빛이 번득인다. 광택의 목을 향해 날아드는 천의 검. 들고 있던 잔을 떨어트리고 허리춤에서 칼을 반쯤 뽑는 광택. 광택의 검과 천의 검이 탁자 가운데서 부딪히고 뒤늦게 떨어진 술 잔은 탁자 위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멈춰 선다. 두사람에게 긴장감 이 흐른다. <7월 25일 방송>
김광택 (정광렬)
천 (최민수)
황진주(윤소이)
흑사모 (박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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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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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Mr. 아웃사이더,
조영남 “이게 내 생애 마지막 인터뷰인지도 몰라.” 참석한 멤버중 그 말의 무게를 감지하지 못 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기회 에 MBC 라디오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 디오시대’ 에 나오는 ‘헐렁한 푼수’ 조영남에 대한 고정 관념은 잠시 뒤로하길 바란다. 대 신 비싼땅 서울 청담동에 있는 그의 빌라 서 재에서영원한 아웃사이더 조영남의 숨겨왔 던 DNA와 민얼굴부터 만나는 게 핵심이리 라.
기획_강승민 기자 글_조우석(문화 평론가) 사진_문덕관(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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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제도권 밖에서만 진정 값있는 행동을 한 다는 것이 그 책의 지론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 해. 사회에 극소수에 불과한 아웃사이더는 결국 DNA, 즉 천성의 문제가 아닐까?
우리 대화에서는 요즘 떴다는 세시봉의 ‘세’ 자나, 통기타의 ‘통’ 자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 다. 가수 송창식,윤형주,김세환이나 이장희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이미 죄다 아는 걸 우리 가 반복할 이유는 없었다. 가수 조영남과 함께 한 ‘행복한 나의 서재’ 인터뷰에서는 가슴에 묻 어뒀던 그의 속깊은 철학인 아웃사이더론(論) 이 중심 테마였다. 그게 어떤 삶과 독서 경험 을 통해서 만들어졌는지를 그는 털어놓았고, 우리는 기꺼이 귀 기울였다. 결과는 만만치 않 았다. 괜히 무겁고 지루한 우리 사회 고정 관념 부터도마 위에 올렸다.
Mr. Playboy 시작부터 ‘닫힌 사회’의 위선과 굿바이하며 출 발한 인터뷰는 이내 뭔가를공모하는 듯, 비밀 결사의 은밀함마저 감돌았다. 7월 17일 조영 남의 서재와 거실에서 이뤄진 인터뷰 끝에 그 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내 생애 마지막 인터뷰인지도 몰라.” 참석한 멤버 중 그 말의 무게를 감지하지 못 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MBC 라디오‘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에 나오는 ‘헐렁한 푼수’ 조영남에 대한 고정 관념은 잠시 뒤로하길 바란다. 대신 비싼 땅 서울 청담동에 있는 그의 빌라 서재에서 영 원한 아웃사이더 조영남의 숨겨왔던 DNA와 민얼굴부터 만나는 게 핵심이리라. 미리 밝혀둘 게 있다. 인터뷰는 조영남의 친구 6명이 함께했다. 여성 작곡가 류원아, 비즈니 스맨 고은선 박사, 가정의학과 의사 윤대웅, 이 비인후과의사 장근호, 최정혜(사진작가),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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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포토넷출판사 대표) 부부가 그들인데, 이 번 인터뷰의 패널 자격이다. 인터뷰어는 조우 석으로, 그는 조영남과 20년 동안 형님 아우 해오는 사이다. 그렇다고 어물쩡하진 않았다. 정확하게 묻고, 성실하게 답했다. 진솔할 수 있 다면 상대를 안다는 건 인터뷰에 좋은 밑천이 라는 걸 새삼 알았다. 지면이지만 현장 분위기 그대로다. 형에게『 플레이보이』발행인 휴 헤프너를 다룬 평전『 미스터 플레이보이』(나무이야기 펴냄)를 선물하겠다고 저번에 말했지? 여기 한 권 들고 왔는데, 어쩌면 그렇게 조영남은 한국의 헤프너 인지 흥미로워. 천하의 바람둥이 헤프너는 실은 미국 사회의 문화적 전복자이자 문제적 인간으 로 평가받거든 좋아.
이 책 얘기로 시작하자고. 나는 실은 휴 헤프너
Program 보다『 허슬러』 발행인 래리 플린트에게 더 끌려『. 플레이보이』를 본떴지만 더 노골적 인 포르노 잡지를 만들어낸 괘씸죄로 외설과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당했잖아. 그리고 래리 플린트는 분노한 대중의 권총에 맞아 평생을 반신불수로 살지만,법정 투쟁을 이끄는 멋진 투사로 변신했지. 미국 헌법 수정 조항 제1조 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이야. 그 래서 내 눈에는 래리 플린트야 말로 우리 시대 의 체 게바라이자 진정한 영웅이야. 『허슬러』나『 펜트하우스』는 결국『 플레이보이』 아류 잡지인데 뭘? 그리고 휴 헤프너도 같은 이 유로 여러 차례 법정 투쟁을 벌였어 그래?
어쨌거나『허슬러』가 훨씬 적나라했지. 세 잡지는 여성 누드 사진을 실으면서 음모(陰 毛)를 노출하느냐 마느냐 하는 편집 전쟁을
벌였을 정도였고. 그중 래리 플린트는 하버드 대 출신의 젊은 변호사와 함께 정부와 시민을 상대로 투쟁하는 게 내게는 실로 멋져. (그 이 야기는 래리 플린트 일대기를 그린 1997년 베 를린국제영화제 수상작인 영화 ‘피플 대 래리 플린트’에 나온다. 당시 영화감독 밀로스 포먼은 인터뷰에서 “법 이 도덕적 판단을 개입시켜 개인 권리를 구속 하는 데 단연코반대한다”고 밝혔다.) 사실 학창 시절에 몰래 두 잡지를 보면『 허슬 러』가 더 재미있었어
대신『 플레이보이』는 고급 인터뷰와 단편 소설 등을 게재해 문학성이 짙었지. 나는지금 도 배우 말런 브랜도나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 터 등과 함께했던 그잡지의 명인터뷰를 잘 기 억하고 있어.
아, 비가 참 X나게 오네요 왜, 옛날부터 형은 한 미국 라디오 MC의 파격 을 높이 샀잖아. 미국적 풍토를 부러워하기도 했고. 스튜디오 안에서 적나라하게 섹스하고, 그 소리를 방송에내보내는 미친 짓을 말이야. 이런 얘기는 우리 사회에서는 좀 쇼킹하고 비도덕적 인 얘기일까
그 라디오는 별도의 청취료를 받는 채널이야. 그런데 그런 웃기는 진행자가 일약 미국 사회 의 스타로 떠올랐어. 사람들이 사회적 구속을 잠시 벗어나 뭔가 짜릿한 해방감을 느꼈다는 거지. 그게 중요해. 한국 사회였다면 그런 라 디오 진행자는 돌 맞아 죽었겠지 내가 ‘조영 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를 진행하잖 아. 그런데 마이크 앞에 서면 돌변한다니까. 조신한 조영남, 얌전한 조영남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거야. 그래서 평소에 말하고 싶은 것 의 60% 정도만을 유지하는 것이고. 그래서 최 유라와 나는 진행하는 중간 중간에 ‘말하는 토 끼’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풀곤 해.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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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능청맞은 충청도 사투리로 “아, 비가 참 X나게 오네요. X부랄거!” 하고 외치는 유튜 브 동영상을 말한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패 널 중 한 명이 스마트폰으로 토끼 소리를 즉 석에서 두 번이나 들려줬다. 모두가 뒤집어졌 고 배꼽을 쥐었다.) 그런데 공석의 대화와 사석의 내밀한 말은 언제 나 좀 다른 법이 아닐까
그게 쌓여 위선으로 발전하는 게 안타깝다는 거지. 걸러진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 청 취율을 올리면 뭘 해? 그런 현실이나 고정 관 념을 와장창 깨버린 우리의 진정한 체 게바라 가 휴 헤프너이고, 래리 플린트가 아닐까? 나는 이 사회의 말과 글이란 게 너무 뻔한 궤 도로만 움직이고 있고, 그게 ‘에헴’ 하는 위선 덩어리는 아닌지를 묻는 거지. 그걸 나는 매일 같이 체감하고 있고, 그때마다 종종 비감한 느 낌이야. 비감하시다? 너무 무거운 어휘 아닌가
아니야. 그럴 때마다 나는 성경에 나오는 단어 인 ‘긍휼’을 떠올리기도 해. 그렇게 사는 너와 나,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안쓰 럽다는 뜻인가
오해하지 말자고. 내 말은 누가 누구를 비난하 고 손가락질하자는 게 아냐. 우리 모두가 그렇 게 산다는 발견이 중요한 것이지. 사실 조영남처럼 말하기와 글쓰기에 대해 남 다른 철학을 가진 이는 드물다. 그는 스무 권 가까운 책을 펴냈지만, 끝없는 수정 작업을 반 복해 완성되는 글쓰기란 진짜배기 진실, 생동 감 있는 그 무엇을 감추거나 가리는 개칠 작업 일 수도 있다고 본다. 기자는 20년 전 그 말을 처음 듣고 쇼킹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그게 맞 다. 그가 젊을 적에 푹 빠졌던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매클루언식으로 말하면, 글이란 핫하고 말은 쿨하다. 참고로 기자가 아는 그는 진짜배 기 토크쇼의 등장을 목말라한다. 가식으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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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된 대화 말고 가슴을 열고 나누는 TV 프로 그램 말이다. 형은 시인 이상의 시를 해설한『 이상은 이상 이 상이었다』까지 펴냈어. 대중 가수가 그 나라 당 대의 시인을 다룬 책을 펴낸 건 아마 형이 유일 할걸? 말하는 법이야 연예계 생활에서 익혔다 지만, 글쓰기 훈련은 어떻게 한 거죠
그건 나 혼자 혹독하게 훈련을 한 거지. 그럼 독학이네? 음대에서 성악을 공부했지만 대 중 가수로 돌아선 것도 음악적 전향이자 독학에 해당하지. 그림 그리기도 독학이야. 미국 신학대 를 졸업한 뒤 목사 안수를 팽개치고 단군을 모 시는 민족 종교인 대종교(大倧敎)에 끌리는 것 도 배교(背敎)이자 독학의 결과로 봐야 하고…
내 삶 전체가 사실상의 독학자이자 아웃사이 더야. 글쓰기의 경우 연극연출가 오태석의 수 필집『 북이 울릴 때』를 발견했던 게 결정적 이야. 그걸 모방하며 글쓰기 스타일을 조금 익 혔고, 미국 유학 직후 소설가 조정래가 만들어 준 책『 한국 청년이 본 예수』를 쓸 수 있는 힘을 얻었지. 옆자리의 고은선 박사가 “독학 이라는 말은 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 했다. 그게 맞다. ‘사실상의 독학’이라고 하는 게 정확하다.
조영남 양심학 실은 조영남이 쓴 가장 그다운 책은『 조영남 양심학』(1983년, 평민사 펴냄)인데, 거기에 『 북이 울릴 때』를 읽었던 충격을 소상히 밝혀놓았다. 신학대 리포트 주제가 ‘한국 청년 이 본 예수’. 그걸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할 때 벼락처럼 발견한 게 오태석의 산문이었다. 판 소리체 문장에 뻑 갔다. “우리말을 우리말답 게 구사하는 능력, 새끼를 꼬듯 단어와 단어가 칭칭 감겨 돌아가는 틈새에 숨어 있는 적당한 음정, 리듬, 흥취”『( 조영남 양심학』 26쪽) 의 맛을 익혔다. 아예 달달 외웠다. 그렇게 베 끼고 훔치면서 조영남식 구어체 문장을 혼자
Program 서 개발했다.
물론 어떤 약간의 조짐, 즉 잠재적 관심 같은 건 있었지.
체, 문학가 톨스토이, 토스토옙스키, 헤세, 버 너드 쇼,카프카에서 화가 고흐, 철학자 사르트 르, 러시아 무용가 니진스키까지를 아웃사이 더라는 카테고리로 해석하는데 거의 예언서 같아. 총기가 살아있던 1980년대에 일찌감치 읽어뒀지. 기자는 그 책을 빌려와 조금씩 읽고 있는데, 조 영남이 친 밑줄이 곳곳에 보였다. 옛날에 해놓 은 메모, 그 곁에 최근 쓴 듯한 메모까지.
그럼 시인 마종기나 황동규, 이제하 등은 어떻 게 만났던 거지
인터뷰 처음에 나왔던 아웃사이더론과 일맥상 통하는구만
미국유학 때야. 신학대 다닐 때 종종 교포를 상 대로 한 콘서트를 열었는데, 청중 중에 유난히 까르르 소리를 내며 잘 웃던 유학생 마종기와 첫 인사를 나눴어. 나보다 두 살 위였는데, 이 후 그와 문학을 논하는 한편으로 나 혼자 시를 열심히 공부했지. 시인 T S 엘리엇 등의 작품 도 그때 공부했고…. 시인 이상에 대한 형의 지독한 짝사랑은 그때 부터 아니지. 그 이전부터 필이 꽂혀 있었지. 하지만 그때는 그게 전부였어. 그를 더 잘 알 게 되고, 책도 써야 하겠다는 생각은 순전히 마 종기의 영향이야. 그때 문학 공부의 작은 밑천 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즉, 문학과 글쓰기란 30대 이후 계발된 영역이야. 그래서 나는 내 문학 수업의 성서이자 내 인생의 책 5권 중 첫 권으로 불문학자 이붕구 선생이 번역한 보들 레르의 시집『 악의 꽃』(민음사 펴냄)을 꼽 지. 평소에 틈만 나면 붙잡고 읽어.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한번 보라고. 영국군 장교 로렌스가 왜 아랍 초기 민족주의 운동에 참여했지?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에도 나오 지만, 1918년 수에즈 운하를 둘러싸고 시끄러 울 때 그가 기득권을 모두 버린 채 분열된 아 랍군을 통합하는 역할을 기꺼이 맡잖아. 이후 그는 아랍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데, 그런 로렌 스도『 아웃사이더』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의 한 명이야. 결국 인간은 제도권 밖에서만 진정 값있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 그 책의 지론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사회에 극소수에 불과한 아웃사이더는 결국 DNA, 즉 천성의 문 제가 아닐까?
형의 성장기인 1950년대, 1960년대는『 학원』 전성기인데, 그 잡지에 시나 소설 등을 투고하 진 않았나? 문학청년은 아니였느냐고 내가 서울 강문고 시절에 교지 편집장을 했어. 만 화도 그리고 글도 쓰고 편집도 하는 전방위 작업 을 해야 했지. 그러나 그림이나 음악에 관심 있었 지 시나 소설과는 좀 거리가 멀었어.
아웃사이더 그럼 형 인생의 두 번째 책은 뭐가 될까
콜린 윌슨이란 사람이 쓴『 아웃사이더』.
이렇게 말하니까 남들은 형이 엄청 책 많이 읽 는 줄 알겠다
실은 책 신간 소식은 새 개봉 영화와 함께 내 가 가장 열심히 찾아다니는 두 개의 영역이야. 형은 인터넷으로 책 구입할 줄 알기는 알아
모르지. 컴퓨터를 하지 않으니까. 집 근처의 반디앤루니스나 강남교보문고 등을 찾아가 새 책을 찾지. 요즘은 내눈에 들어오는 책이 좀 드 물어.
뭔 책이래? 난 읽어보지 못했어
저런, 그 책을 놓쳤구나. 윌슨은 영국 태생인 데 그 사람도 독학을 했지. 1956년에 발표한『 아웃사이더』는 그의 데뷔작이고. 철학자 니
딴짓 예찬. 실은 조영남의 삶은 단순하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게 살고, ‘인간 복덕방’이라서 정운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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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등 거물급 정치인 친구들도 수두룩하지 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화투 그림을 그리니 자칭 전화련(전국화투그림연합회) 회장이라 고 하지만 화투도 칠 줄 모르고 카드놀이도 할 줄 모른다. 담배 연기라면 질색부터 한다. 젊은 시절에 좀 마셨던 술은 2년 전 완전히 끊 었다. 골프는 종종 한다. 그러면 그는 어떻게 일상을 살까? 방송 출연이 아니면 그는 친구 와의 대화, 그림 그리기와 책 읽기에 묻혀 사 는 고독한 아웃사이더로 산다. 아는 이들은 모 두 아는 얘기다. 혹시 그렇다면 나이 들어 지적 관심의 폭이 줄 었거나, 아니면 눈이 높아졌거나 해서가 아닐 까? 며칠 전 만났을 때 “글 쓴다는 것이야말로 정말 뭣 같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거든. 어 쨌거나 형 인생의 책, 세 권째를 꼽아보자고
그건 톰 울프의 『현대 미술의 상실』(열화당 펴냄)이야. 그 책? 저자가 미국 기자 출신인데, 눈에 보이 는 대상이나 신화 속 이야기를 재현했던 근대 이전 미술과 전혀 달라진 현대 미술을 꿰뚫어 봤지
그 책을 읽고 나서 나도 언젠가는 현대 미술에 관한 재미있는 책을 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을 하게 됐지. 그래서『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 미술』을 썼고.” 『( 현대 미술의 상실』 은 1975년 파문을 던졌던 문제작인데, 왜 현대 미술은 이론이 먼저이며, 여기에 부합되는 그 림만이 성공하는지를 지적했다. 즉, 현대 미술 은 문학도 버리고 눈에 보이는 대상물도 버린 채 ‘캔버스 위의 독립 정부’로 변해 버린 새로 운 대륙이 됐다는 얘기다. 이 밖에 조영남의 ‘ 내 인생의 책’은 미술작가 만 레이의 자서전『 나는 Dada다』, 평론가이자 시인인 이승훈의 『 이상 전집』, 소설가 움베르트 에코의 탁월 한 산문집『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 내는 방법』,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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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물리학자 파인만의 평전『 파인만』 등 으로 이어진다.) 지금 광주시립미술관에서 형의 그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며
그동안 썼던 내 책 전시도 함께 하는데, 모두 18권이더라고. 신기하게도 그중 음악 관련 책 은 한 권도 없어. 내 삶은 딴짓 예찬으로 채워 졌던 셈이지.
목수의 아들
Program 이번 기회에 청담동 그의 집 서재 얘기. 33 ㎡(10평)가 조금 넘는 꽤 큰 서재는 세 면이 온통 책장으로 둘러 있다. 기자가 본 많은 서재 중 가장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공간이다. 5000 권이 족히 넘는 장서인데, 1960년대 이후 책 에서 신간까지 수두룩하며 종류 역시 다양하 다. 천장까지 꽉 채운 꽤 높은 책장도 그가 직 접 짰다. 실은 그는 목수의 아들이니까. 거실 의 다탁도 손수 짰는데, 투박하면 서도 심플한
맛이 책장과 똑같은 분위기다. 책장의 포인트 는 책장 속이 너무 깊지 않도록 디자인한 점이 다. 그게 깊으면 괜히 먼지만 쌓인단다. 그러 나 그가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과 노닥거리는 공간은 대부분 거실이다. 철학책을 한 권 쓸 생각은 없나
지금으로서는 생각이 별로 없어. 이유는 신이 있는지 없는지를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야. 불 가지론자이거든. 또 어떤 게 잘 사는지도 우리 가 잘 모르고 있잖아. 진실에 근접한『만들어 진 신』을 쓴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나 『 시간의 역사』를 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에게 그걸 한 번 다짜고짜 물어보라고. 아마 그들도 우물쭈물할 거야. 철학자들은 귀신 씨 나락 까먹는 공허한 소리를 그냥 반복하고 있 고…. 이런 상황에서 내게 대안이 딱 마련돼 있는 건 아니잖아. 나는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기독교가 싫어. 그러나 감히 종교 개혁에 나설 생각이 없어. 왜? 순복음교회의 정문에 마르 틴 루터처럼 개혁 선언문을 붙여놓고 싶지만, 그걸 때려 부순 뒤 대안이 걱정이잖아.
그리스인 조르바 이 대목은 아웃사이더 조영남의 노회하고 탄 력적인 균형 잡기, 즉 독자적인 인생 경영론 쪽 으로 슬며시 유턴하는 지점이다. 역시 조영남 은 혁명가인 듯하지만, 너무 머리가 좋아 문제 다. 아무래도 나이도 걱정이다. 기자가 그의 나 이 듦을 약간 슬퍼하는 이유다. 내가 놀란 건 미국 신학대 유학 중 형이 내내 힘들어했다는 점이야
트리니티 신학대는 극보수주의 신학교의 대 명사였어. 목사 양성 사관학교이었으니까 뭐. 머리카락은 짧게 깎아 귀가 보여야 했고, 여성 이랑 나란히 앉을때면 중간에 의자 하나를 더 놓아 떨어져 앉는 걸 교칙으로 정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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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했어. 신학도 그쪽이야. 그러니 자유주의 신학자로 유명한 루돌프 불트만, 폴 틸리히 등 은 나 혼자서 책으로 공부해야 했지. 학교 목사 가 내게 ‘예수를 믿느냐?’ ‘구원을 믿느냐?’고 물으면 ‘전 잘 모르겠습니다’고 삐딱하게 대답 했으면서도 학점만은 받으려고 버둥댔어. 한 마디로 5년 내내 위장을 해야 했고, 그래서 위 선으로 똘똘 뭉쳤던 거지. 조영남답지 않아. 천하의 조영남이라면 퇴학을 당하든지 스스로 나왔어야 했지. 빌 케이츠가 어디 하버드대 졸업장이 있어서 빌 게이츠인가
(뻘쭘한 표정) … 미안해. 내가 한양대 음대 2 년 중퇴, 서울대 음대 중퇴를 했잖아. 이번에는 졸업장만은 받고 싶었던 거야. 어쨌 거나 그렇게 위장을 떨면서 매일 밤 잠자리에 서 내일 아침에 일어나 저 신학 교수를 과연 어 떻게 죽여버릴까를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 가 지쳐서 잠이 들곤 했을 정도야. 위선 5년을 통해 얻은 게 있다고 봐야겠네. 끔 찍하게 아파봤기 때문에 지금 라디오 방송에서 청취자의 눈높이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겠고
어쩌면 그게맞아. 인간의 삶이란 위선 절반 순 수 절반이거든. 행복 절반 불행 절반,기쁨 절반 절망 절반이고….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지. 공자 말씀대로 중용을 지키는 거야. 단, 내 경우 판단 기준은 하나야. 재미가 있느 냐 없느냐, 그것이지. 사회 통념상으로 좋은 일 이라고 하지만 내게 재미없다면 난 절대로 손 대지 않아. 아내랑 자식이랑 잘 살고 있다가도 젊고 예쁜 여자가 새로 나타났다면 그게 나에 게는 전보다 더 재미있는 일일 수도 있지. 점점 멋진 답이 나오고 있네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 재미있는 길은 지도에 나오 지 않는다는 거야. 물론 책에도 안 나와.
아리비아의 로렌스 “네 본능이 시키는 대로 무소의 뿔처럼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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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그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조르바 정신일 텐데, 기자는 조영남의 말을 그 렇게 새겨들었다. 조르바 정신은 지난해 이맘 때 작고한 이윤기와 조영남, 그리고 기자 세 명이 평소에 의기투합했던 철학이기도 하다. 조영남은 그렇다고 치고, 이혼한 부인 윤여정 씨는 그럼 뭐야? 그분에게 피해를 준 것 아니 냐고
그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얻고 싶으면 평창 동에 사는 윤여정에게 물어봐야 하겠지? 어쩌 면 모든 인간은 때론 극단적이고 이기적이야. 내 경우 이혼 때문에, 즉 가정을 내쳤다는 이유 로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회적 벌을 충분히 받 고 있잖아. 그동안 내가 그 문제로 얼마나 미움 을 받았는데. 지금까지도 말이야. 사실 그런 용기를 보였기 때문에 형을 좋아하 는 팬들이 있기도 하잖아. 그렇다면 뭐 주고받 은 셈이지. 주위의 친구들을 보면 가정을 유지 하기 위해 위선을 떨잖아. 밖에서는 요상한 짓 을 하고 집에 들어와선 입을 닫고…
내가 아는 친구들도 다 그래. 여자 친구 따로 아내 따로, 밖에서 재미 따로 안에서 조신하게 또 따로…. 내 경우는 ‘나는 도저히 그렇게 위 선을 떨면서는 못 살겠다’는 것이지. 휴 헤프너 이야기로 돌아가보자고『. 플레이보 이』는 1953년 창간되자마자, 첫호에 대박을 칩 니다. ‘우리는 이른바 미국식의 따듯한 가정주 의, 홈 스위트주의와는 결별한다’고 감히 선언 을 했지
좋아. 헤프너는 강 대 강(强 對 强)이지만, 나 는 또 달라. 가족주의를 결코 멸시하는 게 아 니야. 역사상 오래 유지돼 온 것이라면 뭔가 의 미가 있겠지. 안 그래? 그렇다면 일단 존중을 해야 할 거야. 다만 내가 싫고 재미가 없으니 굿바이를 선언한 것일 뿐이야. 나는 그렇게 뭔가를 털어가면서, 정리를 해가
Program 면서 살아왔어. 남의 이름을 밝혀서 미안하지 만 서태지·이지아처럼 이혼을 둘러싸고 요란 한 법정 소송을 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야. 그때 그때 잘 털고 가면 돼. ‘털고 가는 인생론’, 쉽게 말하기 힘든 담론인 데, 인터뷰는 그렇게 극도로 쿨한 조영남 인생 론으로 마무리됐다. 이어지는 커튼콜, 그 말이 조금 미진했는지 그가 한마디를 더했다. “삶 도 경영인데, 100%짜리 자유란 없을거야. 누 구나 자기만의 100%짜리 평범한 최상의 삶 에 대한 모델을 만들며 살아. 나는 좀 괴상한 100%짜리 최상의 삶을 사는 것이고 말이야. 오늘 참 진지하고 좋았어. 그날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원고 마감을 하면 서 기자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말이 생각났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모두 같은 건 아니다. 밤 에 꿈을 꾸는 사람은 아침에 그 꿈이 헛된 것 이라는 걸 깨닫는다. 반면 낮에 꿈을 꾸는 사 람은 위험하다. 눈을 뜬 채 자신의 꿈을 실현 시키려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대 낮에 꿈을 꾸었다.” 아직도 백일몽을 꾸고 있 는 행복한 아웃사이더 조영남, 그는 실로 위험 한 남자다. 그걸 새삼 확인한 인터뷰인데, 기분 은 왜 이리 개운할까?니 굿바이를 선언한 것 일 뿐이야. 나는 그렇게 뭔가를 털어가면서, 정리를 해가 면서 살아왔어. 남의 이름을 밝혀서 미안하지 만 서태지·이지아처럼 이혼을 둘러싸고 요란 한 법정 소송을 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야. 그때 그때 잘 털고 가면 돼. ‘털고 가는 인생론’, 쉽게 말하기 힘든 담론인 데, 인터뷰는 그렇게 극도로 쿨한 조영남 인생 론으로 마무리됐다. 이어지는 커튼콜, 그 말이 조금 미진했는지 그가 한마디를 더했다. “삶 도 경영인데, 100%짜리 자유란 없을거야. 누 구나 자기만의 100%짜리 평범한 최상의 삶
에 대한 모델을 만들며 살아. 나는 좀 괴상한 100%짜리 최상의 삶을 사는 것이고 말이야. 오늘 참 진지하고 좋았어. 그날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원고 마감을 하면 서 기자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말이 생각났다. “누구나 꿈을 꾸지만 모두 같은 건 아니다. 밤 에 꿈을 꾸는 사람은 아침에 그 꿈이 헛된 것이 라는 걸 깨닫는다. 반면 낮에 꿈을 꾸는 사람 은 위험하다. 눈을 뜬 채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 려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대낮에 꿈을 꾸었다.” 아직도 백일몽을 꾸고 있는 행 복한 아웃사이더 조영남, 그는 실로 위험한 남 자다. 그걸 새삼 확인한 인터뷰인데, 기분은 왜 이리 개운할까?
조우석은… 저널리스트 겸 문화 평론가. 문화일보 문화부 장, 중앙일보 문화 전문 기자로 일했으며, 중앙일보에 ‘조 우석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난해에 서울언론인클럽이 주는 신문칼럼상을 수상했다. 펴낸 책으로『 굿바이 클래식『』박정희, 한국의 탄생』 『,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번역서) 등이 있고, 최근 한국 사회의 ‘리버럴 강박증’에 딴지를 건『 나는 보수다 』 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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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석의 ‘작가 납치 프로젝트’ 제1탄 _소설가 김탁환의『방각본 살인사건』
이 즐거운 ‘범행’에 동참하시렵니까?
지난 5월 말, 트위터에 모종의 범행 계획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다. ‘작가 납치!’. 공개적 으로 자신의 ‘납치’ 계획을 올린 이는 다름 아닌 개그맨 남희석이다. 하회탈 같은 미소, 시원시원하고 재치 있는 입담, 연예인이라는 허세 없이 트위터로 대중과 친근하게 소통 해 자타공인 ‘남본좌’로 통하는 그가 일을 벌였다. 납치 계획을 트위터에 올리자마자 순 식간에 범행에 동조하겠다는 참가자가 늘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도무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어 그 납치 현장에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이름하여 ‘남본좌의 작가 납치 프로젝 트’. 그 첫 번째 범행(?) 현장을 찾아갔다. 기획_강승민 기자 취재_엄수진(프리랜서) 사진_이진하(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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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남희석은 소문난 트위터리언이다. 하루 종일 트위터만 하나 싶을 정도로 그의 트위터에는 날마다 수십 개의 글이 올라온다. 실없어 보이 는 농담부터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 긴박한 메 모, 사람들과의 진솔한 소통과 일상적인 이야 기까지. 그를 팔로잉하는 사람들만 5만 명이 넘는다. 남희석은 방송에 출연하지 않아도 트 위터를 통해 적어도 5만 명 이상의 사람들과 매일 소통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남희석의 인 터넷을 통한 소통은 트위터 이전부터 유명했 다. 1990년 PC 통신 시절부터 온라인을 통해 팬들과 소통해 온 그는 ‘급만남’을 가지는 ‘번 개’만 200번 이상, MT도 40번 이상을 다녀왔 단다. “저는 희한한 놈이라 일단 생각을 하면 엉뚱 한 일이라도 실천에 옮겨요. 인터넷은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최적의 공간 이죠.” 인터넷상에서 만난 마음 맞는 사람들과 돈을 모아 난치병 환자들을 위해 기부를 하기도 했 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경매에 부치기도 했 던 그가 이번에 벌인 ‘말도 안 되는 일’은 ‘작가 납치’다. 첫 납치 대상은『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등으로 유명한 시대의 이야기꾼, 소설가 김탁환. 트위터에 납치할 작가와 납치 날짜가 올라오자 그와 소통하던 ‘트친’(트위터 친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진상 파악을 위해 사전에 약속도 잡지 않고 무작정, 비밀스럽게 공개된 납치 장소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거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나마도 다 일본 소설이니 안 되겠다 싶었죠. 기왕이면 우리 작 가들을 좀 알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작가 납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 는지 물어보니 좀 더 우리 작가들을 알고 싶어 서란다. 사실 그는 연예계의 유명한 독서광이 다. 정말 재밌게 읽은 소설의 작가를 직접 찾 아가 만날 정도다. “소설가 한차현의 책을 읽고 반해서 무작정 제 가 만나러 가기도 했어요. 굉장히 외계인 같은 작가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을 저만 알기 는 아깝잖아요. 앞으로 이 모임을 좀 더 지속 하면서 그분들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싶네요.” 작가와 작품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진 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일 부러 규모도 작게 계획했다. 하고자 했다면 얼 마든지 많은 인원을 모아 자리를 크게 만들 수 있었겠지만 그것보다는 몇몇이 모여 도란 도란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원했 던 것. 그래서 일부러 거창하게 알리지 않고 트 위터에서 번개 형식으로 일을 추진했고 선착 순 15명으로 인원을 제한했다. “작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오만하게 납치를 해보자고 했고 그 첫 희생양으로 김탁환 형님 을 모셨습니다. 탁환이 형은 제가 존경하는 정 신적 지주예요.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면 제 일 먼저 부르고 싶었던 분이죠.”
남본좌의 작가 납치는 어떻게 시 작되었나?
섹시한 남자(?) 김탁환과 웃기는 남자 남희석의 인연
“서점에 갔더니 일본 소설이 너무 많더라고요. 문제는 다 제가 좋아하는 재미있는 소설이라 는 거였어요. 사실 한 달에 책 1~2권 읽기도 버
첫 번째 납치 대상자는 남희석이 형님이라 부 르는 소설가 김탁환.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두 사람의 인연은 사실 깊고도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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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되었다. 지난 2005년 아이 유치원의 아빠 모임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우정을 나누는 형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다고. “희석이를 만나고 제 인생이 많이 바뀌었죠. 소설가들 만나는 것보다 희석이를 만나는 게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순발력이 뛰어나고 워 낙 재치 있는 사람이라 제가 배우는 것도 많지 요. 희석이랑 같이 있으면 상상으로만 가능하 던 일들을 실제로 겪게 돼요.” 남희석과의 만남을 통해 소설 구상에도 아이 디어를 얻는다는 김탁환 작가의 말이다. 실제 로 그는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와 함께 쓴 SF 소설『눈먼 시계공』에 남희석을 모델로 한 사이보그 ‘MC남’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등 장시키기도 했다. 남희석은 김탁환 덕분에 소 설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소설 습작에 도 마음을 두고 있다. 이번 납치의 대가로 남희 석에게 올해 안에『그리스인 조르바』를 완 독할 것을 요구했다니, 김탁환 덕분에 읽을 소 설이 한 권 더 늘어난 셈이다. 두 사람은 2009 년에 국회도서관 홍보대사를 맡아 도서관 이 용과 독서를 장려하기도 하고, 2010년에는 호랑이를 소재로 한 김탁환의 소설『밀림무 정』출간과 더불어 호랑이 보호 운동에 앞장 서기도 했다. 분야가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이렇게 시너지 효과를 낸다. 함께한 시간이 깊 어지면서 두 사람이 겪은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 호스트 바 사건. “같이 일본 여행을 갔을 때, 희석이가 저를 한 국인들이 일하는 호스트 바로 안내하더군요. 15명쯤 되는 호스트들 앞에서 이 사람이『불 멸의 이순신』작가라며 갑자기 이순신 장군 에 대해 이야기해 주라는 겁니다. 한 시간쯤 이야기하니까 그분들이 울기 시작하더라고요.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자신들의 상황이 이순 신이나 원균과 오버랩되었나 봐요. 소설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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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나 가능할 법한 이런 일들을 희석이와 함께 하면서 1년에 한두 번씩 겪고 있습니다.” 남희석은 엉뚱한 짓도 이해하고 안아주셔서 감 사하다며 김탁환 작가야말로 자기가 아는 가 장 섹시한 남자라고 너스레다. “배도 좀 나오고 달리기도 잘 안 하지만 굉장 히 섹시해요. 차승원보다 수염이 더 잘 어울리 는 남자 같아요. 한번은 어느 카페에 앉아 한 인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대가 배경인데 세 시간 동안 휴전선 을 넘고 상하이도 갔다 오고 러시아도 갔다 왔 어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인데 그 주인공의 영 혼이 계속 마음에 남아서 다 듣고 난 뒤에는 심 지어 긴 여행을 한 것 같은 피로감을 느낄 정도 였죠. 진짜 이야기꾼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은 게, 그때 정말로 형님이 그렇게 섹시하고 멋지 게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작가와 함께 늙어가는 한국형 셜 록 홈즈, 『방각본 살인사건』 작가 납치 현장에는 따스한 온기가 맴돌았다. 남희석의 범행에 가담한 참가자는 15명 남짓. 오늘 처음 만난, 직업도 성별도 나이도 다른 사 람들이 김탁환 작가와 그의 글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되고 마음을 나눈다. 금요 일 저녁이어서 야근을 빼먹고 왔다는 회사원 부터 충북 제천에서 기차를 타고 달려왔다는 교사, 공무원, 시인 등등 직업도 다르고 30대 부터 60대까지 나이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 였지만 기대에 찬 그들의 마음과 눈빛만은 모 두 같다.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픈 마음이 통했 는지 한 참가자는 전남 강진에서 어머니가 직
Program 접 만들어 오셨다는 맛있는 떡 한 시루를 가 지고 오기도 했다. 김탁환 작가가 작품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하자 참가자들의 눈빛이 첫사 랑에 빠진 10대 소녀처럼 반짝인다. 오늘 이야 기 나눌 책은 2003년에 출간된『방각본 살인 사건』. 왜 다른 소설이나 신작 말고 10년 전 작품을 주제로 택했느냐고 남희석에게 물어보 니 김 작가의 책 중에서 그래도 기절하지 않고 30장 이상 넘길 수 있는 책이라며 우스갯소리 를 던진다. 농담인 듯 말하지만 아닌 게 아니 라『방각본 살인사건』은 정말 재밌기로 소문 난 책이다. 처음으로 역사 소설에 추리, 판타지 를 접목한 소설이자 많은 팬들을 거느린 한국 역사 추리 소설의 대표작. 이런 책을 두고 저자 와 직접 얘기를 나눌 수 있다니 참가자들의 기 대가 컸음은 더 말할 나위 없다.『방각본 살인
사건』은 조선 정조 시대 연쇄 살인 사건을 다 루고 있다. 셜록 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는 의 금부도사 이명방과 그의 벗 김진이 주인공. 더 불어 당시의 젊은 실학자인 박지원, 홍대용, 박 제가, 이덕무, 김홍도 등 실존했던 조선시대 백 탑파를 추리 소설에 녹여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열녀문의 비밀』『열하광인』으로 이 어지는 백탑파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열녀문의 비밀』은 올해 초 김명민, 한지민 주 연의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로 영화 화되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출판된 지 10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판 ‘셜록 홈즈 시리 즈’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작품을 작가인 김탁환은 어떻게 쓰게 되었으며 또 어 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어렸을 적에 추리 소설이나 탐정물을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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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어요. 언젠가 꼭 탐정 소설을 써보고 싶었죠. 그러던 중 연암 박지원과 그의 친구들이 속한 백탑파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일찍이 과학을 신봉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그들이라면 추리 소설에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죠.” 처음『방각본 살인사건』이 출간되었을 때만 해도 팩션(faction)이라는 말도 없고 역사물에 추리, 판타지 등 하위 장르를 접목하는 시도도 없던 시대였다. 김탁환은 고리타분하다고 여 겨지던 역사물에 추리라는 또 다른 장르를 부 여해 재미뿐만 아니라 역사적 지식과 교양을 함께 선사하며 대중과의 소통에 성공했다. “제 꿈 중의 하나가 평생 함께할 탐정 캐릭터 를 만드는 거였지요. 마치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와 함께 늙어갔듯이 저도 한 30년 정도를 쭉 함께할 탐정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백 탑파와 이명방, 김진과 함께 늙어가면서 앞으 로도 계속 이 이야기를 쓸 생각이에요. 지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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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까지 나왔으니 앞으로 한 10탄까지는 쓸 수 있지 않을까요?『방각본 살인사건』은 앞으 로 저와 같이 늙어갈 인물들을 만들어낸 시발 점이니 저에게는 그 의미가 더욱 큽니다.” 디지털 시대, 진솔한 소통의 모범 답안 - ‘남본좌 작가 납치 프로젝트’ 는 앞으로… 남희석은 앞으로도 한 달 정도의 간격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작 가를 납치할 예정이란다. 어떤 사람을 마음속에 두고 있느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파격적인 문장으로 유명한 김민정 시인도 만 나보고 싶다 하고, 독특한 상상력의 소설가 한차현도 소개하고 싶다고 한다. “장르를 가리지 않을 생각이에요. 다음 달은 시인이나 만화가를 납치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한 1년 정도는 해보고 싶네요. 초대 멤버들이 많이 도와주실 거라 믿습니다.” 잘 성사될 수 있을까 조금 걱정했던 것도 사실인데 첫 모임이 딱 자신이 상상했던 분위기였다며 남희석은 첫 번째 납치에 만족 스러운 표정이다. 하지만 이번 작가 납치에 만족하는 이는 그뿐 만이 아니다. 한 참가자는 트위터에 지난밤의 모임을 자랑하며 이렇게 적었다. “어제, 참 좋았습니다. 살아 있다는 느낌, 그거였습니다.”
Program
김탁환에게 궁금한 이야기들 김탁환 작가의 이야기가 끝난 뒤 편안하고 다정한 분위기 속에서 가벼운 뒤풀이 자리 가 이어졌다.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부딪치며 두런두런 주고받은 뒷이야기를 살짝 공개 한다. Q 소설 주제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나요 방구석에 앉아서 고민만 한다고 영감이 떠오르지는 않아요. 어떤 자료나 상황을 계속 공부하고 찾는 과정에서 뜬금없이 이야기 소재가 튀어나오곤 하죠. 가령『리심, 파리의 조선 궁녀』를 쓰기 위해 황현의『매천야록』을 읽고 있는데 그 안에 ‘노서아가비’ 이 야기가 등장하더라고요. 커피에 아편을 몰래 넣어 고종을 독살하려 했다는 매력적인 소 재인데 이번 이야기에 쓸 수는 없으니 잘 주워다가 호주머니에 넣어두고는 나중에 다시 꺼내 새 작품으로 썼습니다. 영감은 그렇게 다양한 자료를 계속 읽다가 전혀 생각지 못 한 인물이나 사건을 만나면서 얻게 되더라고요. Q 주제를 하나 정하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상해 나가는지도 궁금합니다 평소에 늘 주제에 대해 과잉 상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 주제에 대해서 항상 넘칠 정 도로 생각하고 있는 거죠. 그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생각과 아이디 어들이 불현듯 떠오르곤 합니다. 그런 생각을 그때그때 노트에 적어두죠. 어느 정도 소 재가 모이고 나면 새로운 노트에 ‘공든 탑을 무너뜨려라’라고 씁니다. 그 노트에 생각해 둔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호러, 추리, 멜로 등 10가지의 다른 장르로 줄거리를 써봅니 다. 그다음엔 썼던 줄거리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작업을 해요. 그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 로는 가장 괜찮다 싶은 것으로 구성을 하죠. Q 소설가만이 누릴 수 있는 순간이나 기쁨 같은 게 있나요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인천을 갑니다. 인천은 개화기의 현장이죠. 개화기 지도를 하 나 들고 혼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인천을 돌아다닙니다. 그때는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진 것들을 체크하고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 보죠. 그러다 보면 문득 지금 시간이 낯설고, 나 만 다른 시・공간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소설가니까 누릴 수 있는 기쁨이죠. 그렇게 공간을 장악해 나가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고 참 기쁘고 좋습니다. Q 요즘 읽고 있는 책, 가장 많이 읽은 책은 뭔가요 요즘은 존 스타인벡이 좋더라고요. 존 스타인벡의『에덴의 동쪽』과『분노의 포도』를 다시 보고 있습니다.『밀림무정』을 쓰고『분노의 포도』를 다시 읽으니 작가의 의도 와 욕망이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가장 많이 본 책은 아니 에르노의『단순한 열정』같네 요. 문장이 정말 뛰어나서 필사를 한 적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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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MEMORY 백영수 화백과 김명애의 프랑스 친구들_다섯 번째
컬렉터와 그림을 통해 첫 연을 맺다 1980년, 그림으로 시작된 마틴,앙드레 부부와의 인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작품을 통한 교감을 넘어 인간적인 정을 나눈 지 30여 년, 가족과도 같 은 마틴 부부와의 다정한 추억이 다섯 번째 이야기다. 기획_강민경 기자 글&사진_김명애
1988년 봄, 앙드레와 세 아이들.
1981년, 마틴과 앙드레가 결혼 소식을 알리러 파리에 왔을 때.
1993년, 부쩍 자란 세 아이들. 왼쪽부 터 막내딸 마리쥴리, 큰아들 올리비에, 둘째아들 마류.
김환기, 이중섭, 유영국, 장욱진, 이규상과 함께 한국 근현대 미술을 평정했던 백영수 화백은 ‘ 신사실파’ 화가 중 유일한 생존 화가다. 우연히 백 화백의 작품을 보고 그 가능성을 알아본 파 리 요미우리 화랑의 초청으로 1977년 파리로 건너간 그는 초대전을 성공리에 마치고 이후 한 국과 파리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프랑스 대표 화가 10여 명과 모임을 결성해 매년 전람회를 열고, 1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을 만큼 그가 프랑스 땅에 남긴 역사는 짙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프랑스에서 살아온 백영수 화백과 그의 아내 김명애씨.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전설 인 백영수 화백의 개인사를 지면에서 처음으로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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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1978년, 샹젤리제 거리에는 오래전부터 내려 오는 살롱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특 히 ‘그랑파레’(GRAND PALAIS)에서는 일 년 에 적어도 5~6번의 전시가 열리는데 그 때마 다 커다란 그림들을 자동차에 싣고 오는 1000 여 명의 화가들과 전시를 보려는 사람들의 물 결이 한꺼번에 거리를 메우며 묘한 흥분으로 번지곤 했다. 그곳엔 설렘이랄까, 기대랄까,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들뜬 공기가 가득하 였다. 1980년 살롱 도론느(Salon d’Automne) 에 남편도 작품을 출품하였고, 전시회가 거의 끝날 즈음에 그곳 사무실에서 전화가 걸려왔 다. 남편의 50호 작품이 판매되었는데 구입자 는 벨기에 사람으로 전시 마지막 날에 올 수가 없으니 전시가 끝나는 날 작품을 반출하여 집 에 보관하고 다른 곳에 인도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같은 내용의 편지도 우리 집으로 보내 왔다. 1000여 점이 넘는 작품들 중에 남편의 작품이 판매되었다는 믿기지 않 는 이 소식을 관계하고 있던 요미우리 화랑에 전하였다. 화랑에서는 크게 기뻐하며 ‘교통사 고’에 비할 만큼 흔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우 리도 기쁜 마음으로 전시가 끝나는 날 그 그림 을 찾아와 집에 보관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고 두 달이 가까워도 소식이 없었다. 살롱 도론 느 사무실에 전화해 뚱한 목소리로 “이젠 보 관하지 않겠다. 그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 같 다”고 했더니 사무실 직원은 급한 목소리로 “ 그 사람들이 예탁금을 많이 맡겨놨고 틀림없 이 찾으러 올 테니 꼭 보관해 달라”고 했다. 그 후 해가 바뀌어서야 사무실에서 전화를 해 “그 벨기에 사람들이 사무실이 문을 닫는 주말밖 에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당신 집에서 사무를 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어차피 작품은 우 리 집에 있으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약속한 날, 살롱 사무실의 여직원이 그림을 구
입했다는 벨기에의 젊은 여의사와 동료라는 더 젊어 보이는 청년 의사와 함께 왔다. 여직원 은 곧장 서류를 작성하고 돈을 받고 그림을 확 인하는 등의 일을 정말 사무적으로 처리하고 집을 떠났다. 그런데 두 젊은 의사는 도무지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들의 이야기를 늘어놓 았다. 그들은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X선과 의 사였다. 지난가을에 두 사람이 파리로 여행을 왔는데 샹젤리제를 산책하던 중 소나기를 만 나 비를 피하려고 옆에 있던 그랑파레로 뛰어 들어가 전시회를 보았다고 했다. 계획하지 않 은 살롱전을 보던 중 여의사인 마틴(matine) 이 남편의 그림에 반해 버렸다고 했다. 나이가 위인 마틴은 꽤 오래 의사로 근무하고 있어 그 림을 살 경제적 여유가 있었지만 이제 갓 의사 가 된 앙드레(Andre)는 모아둔 돈이 많지 않 아 판화 몇 점을 샀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작 품을 가져가려고 큰 자동차가 있는 앙드레와 동행했다는 말도 했다. 그날 그들은 우리 집 에서 저녁까지 먹고 돌아갔다. 마틴은 잘 도 착했다며 저녁이 맛있었고 남편의 작품을 방 에 걸어 놓으니 함께 있는 듯해 더 마음에 든 다며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 왔다. 우리도 간단 한 답장을 보냈다. 그 후에도 마틴은 안부 편 지를 보내 왔고 우리도 그때마다 간단한 답장 을 보냈다. 일 년쯤 지났을까. 마틴이 전화를 걸어왔다. 주말에 파리에 가려고 하는데 우리가 만나 줄 시간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그날 집에 온 두 사 람은 전보다 아주 친숙한 모습이었고 싱글벙 글 상기된 표정이었다. 앙드레는 “어제 마틴 아버지께 ‘마틴의 손을 잡게 허락해 주세요’라 고 했고 ‘잡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고 했 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데 이번에는 마틴이 “어제 앙드레 부모님께 ‘ 앙드레가 내 손을 잡아도 될까요?’라고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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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여름, 니스 뒤쪽에 위치한 별장에서 앙드레 가족의 모습.
1994년, 앙드레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시골집을 방문했을 때.
고 ‘잡게 해라’라는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 어제 부모님들께 말하고 허락을 받은 뒤 우리 의 약혼 소식을 처음으로 전한다”며 이 소식 을 전화로는 도저히 말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될 것 같아 직접 파리까지 왔다는 것이었다. ‘ 아, 그 말이…!’ 속으로 생각하며 축하해 주었 다. 그러자 두 사람은 서로 겨루듯 말문을 막 으며 자기들이 결혼하게 된 것은 남편의 그림 으로 맺어진 것이므로 모두 남편 덕분이라 했 다. 그동안 두 사람은 우리와 편지를 주고받으 면서 자주 만났으며 공통의 화제로 항상 대화 하고 전시회에 함께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우 리에게 자신들의 약혼식에 꼭 참석해 달라고 부탁했다. 약혼식은 어느 토요일에 앙드레의 집에서 열 렸다. 우리 세 식구는 ‘미니 오스틴’이라는 아 주 작은 차를 타고 브뤼셀로 떠났다. 앙드레의 남동생이 마중을 나왔다. 앞장선 그의 차를 따 라 들어간 곳, 분명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의 번화한 거리, 집들이 줄지어 밀집돼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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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마틴의 청첩장 에 들어가도록 그려준 남편의 스케치
어느 순간 갑자기 우리는 작은 성 안에 들어와 있었다. 웅장한 건물 뒤편으로 펼쳐진 넓은 정 원의 잘 가꾼 잔디밭, 정원 가장자리에 울창하 게 뻗어 있는 큰 나무들… 이미 어둠이 어스름 하게 내리고 있는 그곳에는 영화의 한 장면같 이 옷을 잘 입은 남녀들이 손에 술잔을 들고 조 명을 받으며 정원을 활보하고 있었고, 그 옆에 는 열 명 남짓한 젊은 남녀들이 실내악을 연주 하고 있었다. 조금 후 안내를 받아 들어간 넓 은 방엔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앉을 수 있는, 눈부신 하얀 천이 씌워진 식탁들이 즐비했다. 모두 자리에 앉자 흰 셔츠에 검은 나비넥타이 를 맨 여러 명의 웨이터가 줄줄이 음식을 날 라다 주고 접시를 바꾸고 하는 일들이 끝없이 되풀이되었다. 완전히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
Program 았다. 그 와중에 앙드레는 우리에게 자신과 마 틴의 부모님을 소개하고 이어 형제, 친구들을 소개했다. 앙드레의 부모는 두 분 다 의사였 다. 내과 의사인 아버지는 키가 작고 동글동글 했으며, 안경 속의 눈이 선하고 불그스레한 두 뺨과 입가엔 장난스런 미소가 번져 있었다. 반 면 소아과 의사인 어머니는 체격이 크고 뚱뚱 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는데, 우리를 바라보는 눈길에 약간의 원망스러움이 엿보였 다. 앙드레는 아주 잘생긴 젊은 의사로 6남매 가 있는 집의 장남이었다. 그리고 마틴은 그보 다 세 살 위로 별 매력이 없는, 평균보다 못생 긴 얼굴에 키가 큰 말라깽이였다. 약혼 파티는 밤새껏 계속될 예정이었지만 아이를 데리고 온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하기가 어려웠다. 이 미 자정이 넘은 시간에 앙드레는 우리를 자신 의 아파트로 데려다주며 잘 자라는 말을 남기 고 다시 파티장으로 돌아갔다. 크지 않은 그의 아파트는 아주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여장 을 풀고 몸을 씻으러 목욕탕에 들어가 포장된 새 비누를 뜯었다. 그러고 보니 침대 시트, 베 개 커버도 새것이고 부엌의 냉장고를 열어보 니 우유, 버터, 잼도 새것, 거실에 준비되어 있 는 여러 병의 술-위스키, 보드카, 마티니, 리 칼… 모든 것이 새것이었다. 잠자기 전 술을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술병은 하나도 따지 않 고 다음날 아침 우유와 잼, 버터의 포장만 뜯어 빵과 과일만을 먹었다. 앙드레가 우리를 맞이 하기 위해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충분히 알 수 있어 기분이 좋았지만 모든 것이 새것인 그 아 파트가 그리 편치는 않았다. 다음 날 한낮이 되 어서야 피곤해 보이는 그들이 돌아왔다. 그리 고 약혼식에 참석해 주어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이것이 그들의 약혼식이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들은 다시 파리에 와서 직
접 결혼식 날짜를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청첩 장에 남편의 스케치를 넣을 수 있겠느냐고 물 었다. 남편은 쾌히 승낙하고 한 점의 스케치를 선물해 주었다. 그들은 결혼식에 꼭 참석해 달 라고 여러 번 이야기하고 돌아갔다. 얼마 후 앞 면에 남편의 스케치가 담겨 있는, 결혼식 날짜 와 장소를 알리는 초대장이 도착했다. 그런데 결혼식이 네델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남 편의 전시회 오픈과 겹쳐 버렸다. 다행히 결혼 식은 낮이었고 로테르담을 가기 위해 지나가 는 길이라 저녁에 열리는 파티에는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결혼식장에는 갈 수 있었다. 결혼 식이 열리는 성당에 들어섰는데, 온 성당 안이 남편의 스케치로 가득해 움찔 놀라 뒤로 물러 섰다. 청첩장에 인쇄되었던 데생이 더 큰 사이 즈인 A4 용지에 카피되어 모든 의자 위에 놓 여 있는 것이었다. 그 광경이 너무 이상해 ‘지 금 꿈인가?’ 하는 생각이 언뜻 스쳤다. 우선 자 리를 잡으며 남편의 스케치가 있는 A4 용지 묶음을 넘겨 보니 혼배 순서지였다. 이 순서지 는 성가와 성경 말씀을 일일이 다 기록한 것으 로 여러 장으로 되어 있었다. 오르간이 연주되 고 체격이 떡 벌어진 앙드레가 싱글벙글하며 입장하였다. 과연 잘생긴 신랑이었다. 뒤이어 전직 군인이었다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 하는 마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화장기도 하나 없고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도 후줄근한 것이 누르스름하고, 손에 든 부케도 빛바랜 것이었 다. 그렇지 않아도 볼품없는 키 큰 말라깽이인 데 정말 초라해 보였다. 너무나 이상해 보였던 그 웨딩드레스와 부케 는 그녀의 어머니가 결혼할 때 입었던 것이란 다. 나이 차이가 많은 오빠와 언니가 있는 집 의 막내인 마틴이 30세가 되었으니 적어도 50 년은 훨씬 넘은 것이었다. 그렇게 미운 신부는 처음 봤고 앞으로도 못 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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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앙드레와 마틴, 마리쥴리가 우리 를 보러 한국에 왔을 때 경남 통영에서 지 인들과 함께.
1998년, 니스 별장에서 세 아이와 함께.
2001년, 앙드레가 어머니의 집을 수리하는 모습..
그 후 마틴보다 앙드레가 더욱 살갑게 다가왔 는데 많은 가족들 속의 장남인 그는 어느새 우 리에게도 장남답게 이것저것을 챙겨주고 있었 다. 1981년 결혼한 그들은 첫아들 올리비에를 낳았고 둘째 아들 마류와 막내딸 마리쥴리를 두었다. 때마다 편지와 함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와 우리 집에는 이 가족 의 앨범이 두툼할 정도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 주 놀러 오라 했지만, 생각처럼 자주 가질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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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그들의 집에 간 것은 결혼하고 한참 후에 집을 새로 지은 직후로, 막내가 8세쯤 되었을 때다. 그들이 파리에 올 때마다 봐왔기에 서먹 하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그날 마리쥴리는 며 칠 동안 청소와 음식 준비를 하느라 아빠가 얼 마나 바빴는가를 이야기해 앙드레와 마틴이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날 앙드레 아버지가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전 원주택을 방문했다. 앙드레의 아버지는 여전 히 발그스레한 두 뺨과 장난스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넓은 정원에서 손수레를 끌며 즐거워 했고, 앙드레의 어머니는 조금 더 살이 쪄 거 동이 쉽지 않았지만 집 안에서 우리에게 맛있 는 간식과 차를 마련해 주었다. 두 사람은 의 사 일을 접고 유럽의 여러 미술관을 구경하고 이집트 문화 탐방을 하는 등 주로 여행을 즐기 고 있다고 했다. 마리쥴리는 정원 어디에서 따 왔는지 산딸기를 아무도 모르게 남편의 손에 꼭 쥐어주었단다. 남편은 오래도록 마리쥴리 의 귀여움에 대해 이야기했다(그때 앙드레 어 머니를 마지막으로 보았다). 그 후 아이들이
Program 모두 컸을 때쯤에는 마틴의 어머니가 생전에 살던 집을 방문했다. 아버지가 먼저 세상을 떠 나고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며 여러 자식에 게 돌아가게 된 집을 마틴이 대표로 수리한 것 인데, 이미 편지를 통해 집수리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종종 들어왔다. 몇 년 만에 그 집의 지붕 밑 100m²(30평쯤)을 아주 잘 수리했는 데 우리가 와서 첫 번째로 자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기차를 타고 브뤼셀에 갔고 기차역에 서 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그맣고 한가한 시골 동네에 자리한 집은 규모가 꽤 컸 다. 그 집에서 처음 자는 사람이 굳이 우리여 야 한다는 앙드레를 보며 그들의 약혼식 날 하 룻밤을 보냈던 자그만 아파트, 모든 것이 새것 이었던 그곳이 생각나 슬그머니 웃었다. 우리 는 앙드레 집안의 바닷가 별장에서도 며칠을 함께 보냈다. 그들 가족와 함께했던 시간 중 유독 기억에 남 는 일이 있다. 세 아이가 어렸을 때 프랑스 중 부에 있는 친구의 집에서 15일간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는데 가는 길에 파리에 들러 우리 를 보고 호텔에서 하루 묵겠다고 했다. 그래서 점심을 함께 먹기로 하고 호텔도 잡아두었다. 그런데 막상 오후 4시가 넘어 도착한 그들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녹초가 되어 있었다. 호 텔로 안내하기 위해 그들의 차로 간 우리는 입 이 떡 벌어졌다. 밴에 가까운 커다란 차 속에 는 짐이 꽉 차 있었는데 세 아이의 기저귀와 장 난감, 우유 등이 높게 쌓여 있었고 15일간 다 섯 명이 매일 갈아입을 옷가지가 커다란 가방 에 가득 담겨 있었다. 부부와 아이 셋이 앉을 어린이용 보조 의자까지…. 이건 완전히 이삿 짐 수준이었다. 그들에게 물었더니 전에 둘이 서 친구 집에 갔는데 아무것도 사지 못하게 해 서 이번엔 필요한 것을 모두 가져왔다고 했다.
아무렴 두 사람이 갔을 때와 아이 셋을 데리고 갈 때가 같지 않을 것이고 슬쩍 나가 사오면 될 것들을 아침부터 자동차 안에 가득 싣느라 얼 마나 고생을 했을지…. 그때 우리는 “과연 벨 기에 사람이야!”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프랑스인들은 벨기에 사람들을 풍자하는 우스 갯소리를 많이 만들어 책자로도 나올 정도인 데, 주로 바보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고 순박한 사람들로 표현된다. 그들은 우리가 이사할 때마다 제일 먼저 와 주었고 우리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에도 여러 번 파리에 와 내 두 다리를 X-레이로 검사하 고 남편의 간 파열로 인한 내출혈의 경과 역시 체크하며 걱정해 주었다. 그리고 남편의 위암 수술 때는 여러 차례 파리에 와 X-레이와 내 시경 검사 자료, 수술 경과를 일일이 체크하며 수술이 잘됐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도 전 했다. 딸 혜원이가 약혼을 했다고 하니 앙드레 는 곧 우리 사위 ‘루까’를 만나러 와 하룻밤을 함께 지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를 만나 “어 떤 청년인지 봤더니 아주 괜찮다. 안심이다”라 며 동생 신랑감을 심사하듯 챙겨주었고 혜원 이의 결혼식엔 부부는 물론 마리쥴리까지 데 리고 와 결혼식뿐 아니라 밤에 열린 피로연에 도 참석해 혜원이와 춤을 추고 다음 날 뒷정 리까지 말끔하게 도와주었다. 1980년 불바드 네에서 맺은 인연, 그들이 소나기를 피하려고 들어간 그랑파레에서부터 시작된 인연의 끈은 아마도 전생에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 겠다. 피가 섞인 가족보다도 더 끈끈하게 이어 진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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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산타클로스만큼 멋지다
멀츠 에스테틱스 애런 킴 대표 독일계 글로벌 메디컬 에스테틱 전문 기업 ‘멀 츠 에스테틱스’ 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 괄하고 있는 애런 킴. 멀츠는 한국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약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동종 업계 3위의 대기업이다. 멀츠가 최근 애런 킴 대표의 노력에 힘입어 서 울에 자리를 잡고 이미 경쟁이 치열한 에스테 틱 분야에 출사표를 던졌다. 취재_엄수진(프리랜서) 사진_김진희(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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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용 성형 산업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 라 할 만하다. 실제로 매년 수백 명의 해외 의 사들이 찾아와 시술법과 병원 시스템 등을 벤 치마킹할 정도로 우리나라는미용 성형 산업 의 강대국이다. 세계의 미용 성형 제품 제조사 들도 한국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는 상태. 어 쩌면 이미 포화 상태인 이 시장에 조금은 뒤 늦게 독일계 메디컬 에스테틱 전문 기업이 뛰 어들었다. 바로 미용 성형 의약품 시장에 진출 한 ‘멀츠 에스테틱스’(이하 멀츠) 그것. 멀츠 가 한국 시장을 노크하게 된 데는 미국 지역 마케팅 이사였던 애런 킴의 노력이 컸다. 지난 2007년 우연히 국내 미용 성형 학회에 참석했 던 애런 킴 대표는 한국 미용 성형의 놀라운 기
Program 술과 사람들의 높은 관심에 깜짝 놀랐다. 한국 이 이미 세계 미용 성형의 중심이 되었다고 생 각한 그는 이 분야의 허브인 한국 시장에 자리 를 잡는다면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못 이루어 낼 일이 없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것이 작년 10월의 일로 현 재는 서울에 둥지를 틀고 내성의 가능성을 최 소화한 순수 톡신 ‘제오민’과 칼슘 미네랄 필러 ‘래디어스’를 판매하고 있는 중이다.
미에 대한 앞선 감각에 매료당하다 인터뷰는 그의 자택에서 진행되었다. 아·태 지 역을 총괄하는 대표라는 말에 조금은 고리타 분하고 딱딱한 정장을 입은 중년 신사를 떠올 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을 열고 반갑 게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은 우리가 흔히 상상 하는 기업의 대표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 어 보인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때 느껴지 는 조금은 어색한 한국말. 5세 때 미국으로 이 민 간 한국계인 애런 킴 대표는 한 회사의 CEO 라기보다는 인터뷰를 기대하고 들뜬 쾌활하고 순수한 청년 같은 이미지다.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발을 내딛기는 시작했 지만 사실 한국 시장은 치열한 각축장이나 다 름없다. 멀츠가 판매하고 있는 톡신과 필러 분 야에도 이미 10여 개의 제약 사들이 진출해 경 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한국의 미용 성형 분야가 발달했다지만 결코 벽이 낮은 분 야가 아닌데 서울에 굳이 둥지를 튼 이유가 궁 금했다. “사실 한국 시장에 진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여성들의 미에 대한 앞선 감각과 사고 때문이었어요. 저는 자신의 외모 를 꾸미는 한국 여성들의 노력에 정말 긍정적
인 인상을 받았어요. 패션 감각과 스타일 연출 이 뛰어나고 스스로 아름다워지기 위해 부지 런히 노력하죠. 단순히 외모의 아름다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에서 한국 여성들 의 평균 교육률이 가장 높은 것처럼 교육, 일, 패션 등 삶의 전반적인 측면에서 좀 더 아름다 워지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감탄했던거죠. 또 한국 여성들은 미용 성형이 본래의 아름다움 을 더 돋보이게 해주고 이미지 개선의 수단으 로 활용된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어요. 한국 은 상당한 수준의 에스테틱 정보력을 지니고 이를 끊임없이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피드백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원들 개개인을 존중하는 ‘수평 경영’, 기업의 자신감이 되다 “늦었지만 가장 알맞은 때에 들어왔다고 생 각해요. 패션 업계에서는 매 시즌마다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잖아요. 새 시즌 컬렉션에서 이미 지난 시즌의 제품들은 경쟁상대가 아니 죠. 에스테틱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 니다.” 아직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지도 않고 제품도 생소한 편이지만 애런 킴 대표는 자신감이 가 득했다. 이제 겨우 6개월. 그는 멀리 보겠다고 말한다. 현재 멀츠는 아시아 평균 12%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2014년까지는 각 대 륙별 점유율을 25%까지 높이는 게 목표다. 이런 자신감은 CEO로서 그가 가진 경영 철학 에서 비롯된다. 젊은 CEO인 그는 무엇보다 가 장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자신감과 사기라고 생각했다. 직원 개개인이 자신감과 책임감이 가득할 때 기업 전체도 당연히 잘 굴러가리라 생각했던 것. 그는 모든 직원들에게 책임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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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수평 경영 리더십’을 발휘한다. 자신이 대표라고 해서 어깨에 힘을 주고 직원들을 감독하기보다는 모든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믿고 맡기는 것이다. 일단 일이 주어진 후에는 그 일을 맡은 담당 직원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보고받고 개입하는 것을 지양한다. 격식을 차린 보고나 딱딱하게 정리된 문서보 다는 미팅과 대화 위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 시한다. 또한 나이나 근무 연수보다는 업무 성 과로 직원들을 평가한다. 여기서 성과란 단순 히 매출 실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성과는 다른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 션 능력, 리더십 등 인성적인 측면을 아우르는 것이다. 대표가 먼저 직원들을 존중하며 믿음 으로 대하자 직원들의 자신감과 사기는 자연 스레 높아졌다. 그리고 직원들의 자신감은 당 연히 애런 킴 대표와 기업 전체의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애런 킴 대표의 수평 경영 철학이 기 업을 단시간 내에 빠르게 성장시켜준 원동력 이 되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김연아와 산타클로스 다음으로 멋진 직업 에스테틱 시장을 패션 컬렉션에 비유할 정도 로 그는 패션과 디자인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 으며 독서와 여행, 와인을 통해 인생을 즐기려 는 감각적인 CEO다. 디자인과 패션에 대한 관 심이 미용 성형 업계로 자신을 이끌어 왔다고 말할 정도. CEO임에도 언제나 밝은 색상의 옷 을 좋아하며 센스 있는 패션을 선보여 사내에 서도 그의 패션은 화제다. 밝은 색상의 옷은 자 신뿐 아니라 보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준다 는 게 그의 생각. 업무상 단정한 정장을 입어 야 할 때가 많지만 어두운 계열의 정장을 입을 때는 안감을 화려한 색상으로 한 옷을 선택해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패션 스타일을 고수하 고 있다. 보이지 않는 옷의 안감까지 배려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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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로, 폴 스미스 등이 그가 좋아하는 브랜드. 외적으로는 진지한 비즈니스맨이면서 내적으 로는 다방면에 호기심 많은 아이와 같은 그의 모습이 패션에서도 드러나는 셈이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지만 그는 경영학을 전공하 고 오랜 기간 제약과 의료 기기 관련 사업에 종 사해 왔다. 그런 그가 에스테틱 분야에 정착하 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김연아와 산타클로스 다음으로 세상에 서 가장 멋진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 각해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 을 다해 일하면서 월급을 받는다고 생각하죠. 에스테틱 분야의 경우 무엇보다 환자에게 기 쁨을 준다는 점이 좋았어요. 제품 시술 후 거울 을 보고 환하게 웃는 고객의 모습을 볼 때 가 장 보람 있죠. 이만하면 꽤 멋진 직업 아닐까 요?” 최근에 그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피아노를 배 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피아노 앞에 앉더니 아 직 초보 단계라며 조금은 어색한 미소로 젓가 락행진곡을 치기 시작한다. 어쩌면 커다란 그 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현재 그의 상황과 마음을 한마디로 말해 주는 것은 아닐 까. 크고 좋은 그랜드 피아노를 앞에 두고 이 제 그는 막 걸음마를 내딛기 시작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지금 젓가락행진곡을 연주하고 있는 그는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좀 더 멋지고 어려운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 나 혹 젓가락행진곡보다 더 뛰어난 곡이 아니 면 어떠랴.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말대로 지 금 이 순간 피아노 앞에 앉아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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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안전성은 자신감의 가장 큰 원천 제품의 기술력이 발달할수록 요즘의 미용 성형 의약품 시장의 화두는 단연 안전성이다. 애런 킴 사장 역시 더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 울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 노력의 결과 중 하나가 바로 순수 톡신 ‘제오민’. 흔히 보톡스 라고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인 ‘제오민’은 불필요한 이종 단백질의 함량을 최소화하고 내 성을 크게 줄인 최초의 ‘순수 톡신’ 제품이다. 애런 킴 대표는 ‘제오민’과 멀츠의 또 다른 제품인 필러 ‘래디어스’는 미국에서 이미 200만시린지 이상이 판매된 제품으로 안정성 이 입증됐다면서, 멀츠의 자신감 역시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수많은 임상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안전성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에스테틱 시장을 패션 컬렉션에 비유 할 정도로 패션과 디자인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으며 독서와 여행, 와인을 통해 인생을 즐기려는 감각적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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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써니 일곱 명의 여고 동창생이 친구의 시한부 선고를 계기로 25년 만에 재회, 찬란히 빛났던 1980년 대의 학창 시절을 떠올린다는 내용의 경쾌한 영화 ‘써니’가 관객 500만 명을 돌파하며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꿈과 아픔이 교차했던 10대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써니’의 칠공 주파 ‘멤바’ 중 벌교 전학생 나미(심은경 분)과 리더 춘화(강소라 분)를 차례로 만나 마음껏 수 다를 떨었다.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문덕관, 하지영(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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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벌교읍 출신의 순수한 모범생 나미
심은경, 예사롭지 않아 7년간의 아역 배우 생활 동안 지쳐버린 감성 을 되찾기 위해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오른 심 은경은 비틀스 음반을 사 모으고, 록밴드 이 야기만 나오면 눈빛을 반짝이는 소녀이지만 18세 여고생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며 감 정의 폭이 예사롭지 않아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서울 애들은 다 나이키 가방 든단 말이여!” 라며 엄마에게 떼를 쓰던 벌교 전학생 나미는 친구들과의 우정에 감격하고 첫사랑의 아픔에 눈물 지으며 영화 ‘써니’에 풋풋하고도 순수한 색채를 그려 넣었다. “가끔은 또래들처럼 철없 이 굴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어른스러워서 재 미없어요.” 인터뷰에 동행한 심은경의 어머니 는 딸의 ‘모범적 태도’가 불만이라 말했지만, 자신만의 원칙으로 반듯하게 살고 있는 이 소 녀의 ‘바람직한 성장기’를 응원하고 싶은 이유 는 무엇일까.
“ ‘써니’에 출연 안하면 우울증에 걸 릴 것 같았어요” 방학이라 한국에 머물고 있는데, 오랜만에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니까 좋죠 네. 근데 미국에서도 한국 가정에서 홈스테이 를 하고 있어서 한식은 자주 먹었어요. 또 지 난 4월에도 ‘써니’ 홍보를 위해 한국에 있으 면서 많이 먹었고요. 홈스테이 생활이 불편하진 않나요 예전부터 저랑 친했던 동갑내기 남자 친구의
집에서 사는데, 그 아이의 형도 2명이나 더 있 고, 또래 여자애들도 있어서 북적거리고 재밌 어요. 작년 9월에 미국으로 유학(피츠버그, 빈센션 고등학교)을 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했던 건 아니고요(웃 음). 숫기 없는 성격을 고치려고 연기 학원에 갔다가 11세부터 연기자로 살았거든요. 7년 동 안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많이 무뎌지는 것도 느끼고, 항상 쫓기기도 했고. 한국에 머물 게 아니라 더 큰 세상에 가서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싶었고, 문 화적으로 독특한 체험을 하면 좋을 것 같았어 요. 혼자 생각할 시간도 좀 필요했고요. 내적으 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아직 영어가 완벽하진 않아서 수업이 벅찰 것 같은데
물론 제 선택으로 간 거긴 했는데, 유학 초기엔 스트레스를 진짜 많이 받았어요. 한국 학생도 거의 없고, 수업에 프로젝트까지 할 게 너무 많 은 거예요. 가톨릭 학교라서 교칙이 좀 엄격하 거든요. 그래도 종교, 역사 선생님이 무척 예뻐 하며 챙겨주셔서 지금은 많이 적응했어요.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걸 미국 친구들 이 아나요 제가 출연했던 영화 ‘헨젤과 그레텔’(2007)의 미국판 DVD가 나왔는데 선생님이 그걸 사 와 서 전교생이 다 본 것 같아요. 전보다는 다르 게 생각하는 것 같고 말도 많이 걸어줘서 고 마워요. 생활 방식이나 문화적으로 다름을 좀 느꼈 나요 일단 자동차가 없으면 아무 데도 갈 수 없다는 것.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먹으려고 해도 차를 타고 15분은 나가야 하니까 좀 불편한 건 있어 요. 그리고 미국인들의 프로 정신에 놀랐어요. 미국 학교는 방과 후 활동이 활발한데, 얼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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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다른 학교의 뮤지컬 클럽이 만든 공연을 보 러 갔었거든요. 학생들이 만든 거라니까 별 기 대 없이 갔는데, 프로 무대 못지않게 완벽한 노 래와 연기를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정말 자극 이 많이 되더라고요. ‘써니’의 흥행 열풍이 대단한데 관객들의 뜨 거운 반응을 느끼나요 피부로 와 닿진 않아요. 제가 아니라 마치 또 다른 심은경이 있는 것만 같아요. 인터넷에 이 름을 치면 기사로 뜨는 그 심은경요. 그래도 트위터에선 팬들에게 댓글도 많이 달던데요 사실 처음엔 잘난 척하는 것 같아서 자중하려 고 했는데, 팬들이 좋아해 주시고 하니까 보답 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그것뿐이니까요. 500만 명이 보셨다는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 짐작은 잘 안 되네요. ‘써니’의 성공을 예상했나요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정말 재밌어서 “ 엄마 나 이거 안 하면 우울증 걸릴 것 같아”라 면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항상 모든 선택은 제 가 하거든요. 그때 사실 드라마 ‘나쁜 남자’를 끝내고 바로 유학을 갈 생각이었는데, 감독님 이 절 생각하고 나미 캐릭터를 쓰셨다는 말에 완전히 마음을 바꿨죠. 출연 안 했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어요. 아마도 ‘써니’에서 관객들이 가장 많이 웃 었던 장면은 ‘나미 빙의 신’일 거예요. 극장 안이 뒤집어졌죠 그 장면을 위해 정말 준비를 많이 했어요. 처 음 시나리오를 읽을 땐 막막했어요. ‘갑자기 눈이 뒤집어지고, 거친 욕을 한다. 미친 아이 그 자체다’라고만 적혀 있었거든요. 대사가 정 말 압권이었어요. 랩을 하는 식으로 리듬을 타 볼까 하다가, 제가 출연했던 영화 ‘불신지옥’ 을 다시 보면서 참고했어요. ‘불신지옥’ 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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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더 광기 있게 해보자고 생각해서 다음 날 감독님에게 보여드렸더니 “이걸로 하자!”라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그게 그렇게 웃겼나요? 그럼 스스로 가장 재밌다고 생각하는 ‘써 니’의 명장면은 뭔가요 막장 드라마 신이요. 정말 빵 터졌어요. 그리 고 어른 나미인 유호정 선생님이 고등학생 시 절 써니파가 녹화한 비디오를 보면서 우는 장 면에선 많이 뭉클했어요. 원래 영화 보면서 잘 안 우는데, 마음이 먹먹하더라고요. 그 장면 을 영화 초반에 찍은 걸로 알고 있거든요. 상상 만으로 그 정도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걸 보면 서 유호정 선생님의 연기에 감탄했어요. 고창에서 ‘써니’ 멤버들이랑 목욕도 하고 친하게 지냈다면서요 거기 물이 엄청 좋은 목욕탕이 있거든요. 촬 영이 없는 날이면 스태프랑 배우랑 다 모였어 요. 좀 쑥스럽더라고요. 언니들이랑 나이 차이 가 많이 나는데, 절 많이 예뻐해 주셔서 감개 무량했어요. 막내라 더 예쁨을 받았을 것 같은데요 네, 언니들이 한번씩은 다 제 엉덩이를 두드리 신 것 같아요. 특히 소라 언니는 제가 무슨 말 을 할 때마다 “아이고~ 그랬어요?” 이러면서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주셔서 부끄러워 피하 기도 하고 그랬어요. 싫은 건 아니었는데 저도 고등학생인데 민망하잖아요. 반말은 안 했나 봐요 원래 말을 잘 못 놓아요. 일단 언니들은 다 성인이고, 아무리 친하다고 해서 말을 놓으면 버릇 없어 보이잖아요.
“서태지 딸 루머로 정말 속상했어요. 엄마에게 특히” 폴 매카트니, 핑크 플로이드, 드뷔시, 류이 치 사카모토 등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또래 와는 달리 원숙하고 방대하던데요
Program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음반 사 모으는 것이 제 유일한 취미라서 너무 많이 산다고 엄마한 테 혼나곤 해요. 그중에서도 록 음악을 좋아한다죠? 미국에 가면 밴드를 결성하고 싶다더니 만들었나요 멤버들을 물색하는 중이에요. 학교 친구들은 좀 순수해서 강한 록 음악은 잘 안 듣는 것 같 아요. 음악에 대해선 누구랑 주로 이야기를 나누 는 편인가요 ‘써니’의 강형철 감독님, 영화 ‘악마를 보았다’ 의 음악감독인 모그(mowg) 선생님한테 기타 랑 디제잉을 배웠어요. ‘써니’에서도 ‘Time After Time’이나 보니 엠의 ‘Sunny’ 등 추억의 올드 팝이 많이 나 와서 좋았겠네요 감독님께서 영화에 나오는 팝송에 익숙해지라 며 촬영 내내 많이 틀어주셨어요. 전 특히 짝 사랑하던 오빠 준호가 음악다방에서 나미의 귀에 헤드폰을 씌워줄 때 나온 리처드 샌더슨 의 ‘리얼리티’(Reality)가 정말 좋았어요. 서태지의 음악도 좋아해서 ‘나의 영웅’이라 고 말했죠. 한동안 심은경이 서태지-이지아 의 딸이라는 루머 때문에 시끄러웠는데, 맘 이 어땠어요 원래 소문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성격인데, 이 번 일은 꽤 힘들었어요. 저 때문에 괜히 구설수 에 오른 부모님께도 죄송했고요.
“어른들은 도대체 소주를 왜 마셔요?” 강소라씨 말로는 ‘써니’에서 입었던 상,하의 ‘청청 패션’을 좋아했다던데요 촌스러워 보이지만 그 옷이 엄청 편했거든요. 품도 넉넉해서 아무 데나 누워도 되고 신경도 별로 안 쓰이고요. 평소에도 편한 옷을 선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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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오늘 옷차림(베이지색 면바지에 흰 티셔츠 를 입고 왔다)처럼 수수한 차림을 즐겨 입 나요 학교에서는 교복을 입으니까 옷에 신경을 안 쓰고 평소엔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다녀요. 패션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요. ‘써니’에서 수지(민효린 분)와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는 장면을 찍을 때 진짜 소주를 마 셨다던데, 맛이 어떻던가요 정말 먹을 게 못 되던데요. 어른들은 그렇게 쓴 걸 왜 마셔요? 반항이나 탈선 경험도 없을 것 같은데요 제가 사춘기라서, 유일하게 엄마한테 짜증을 많이 내요. 딸이랑 엄마는 원래 그런 존재잖 아요. 오빠는 연예계 쪽에 관심이 있나요 전혀요. 호텔경영학과에 다니는데, 엄마가 늘 저한테만 신경 써서 오빠는 모든 걸 알아서 해 야 했죠. 그래서 많이 미안해요. 다섯 살 터울 인데 엄청 친해요. 지금은 가평 쪽에서 군 복무 중인데 휴가를 자주 나와서 엄마가 “그만 좀 나와~” 그러시던데요(웃음). 사랑 경험이 전혀 없다던데, 나중에 연애할 때 어떤 데이트를 해보고 싶은가요 사랑을 좀 해봐야 하는 나이 같은데, 전 음악이 나 연기 쪽에 관심사가 쏠려서 누굴 좋아해 본 적이 없어요. 남자 친구가 생기면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근데요, 연애에 대해 생각을 잘 안 해서, 이 질문이 제일 어려워요. 언젠가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죠. 현 장에서 감독님들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 건 가요 막연한 동경이 있어요. 저도 ‘레디 액션!’ 좀 외 쳐보고 싶어요. 매번 당하기만 하니까(웃음). 나중에 꿈이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은 조심스 레 꿈을 키우고 있어요. 벌써 시나리오도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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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써뒀어요. 장진 감독한테도 보여줬다고요 엄마가 반강제적으로요(웃음). 구스 반 산트 의 ‘엘리펀트’란 영화를 감명 깊게 봐서 그걸 모티브로 쓴 시나리오가 있는데 처음엔 영화 스태프 언니한테 보여줬다가 감독님이 보신 거예요. 저는 숨기려고 했는데 엄마가 계속 보 여주라고 하셔서 쑥스러웠어요. 이순재 선생 님도 한 번 보셨는데, “너에게 도움이 많이 될 테니 계속 써라”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어 요. 별로라곤 안 하셨으니까 용기를 얻었죠. 8월까지 한국에 있을 예정이라던데 뭘 하면 서 보낼 건가요 CF도 찍고 ‘써니’ 감독판 녹음도 하고, 영어 학 원도 알아보고 있어요. 근데 당분간은 좀 푹 쉬 다가 미국으로 가고 싶어요. 여유를 느끼고 싶 거든요. 혹시 미국에서 대학을 갈 생각인가요 실력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근데 지금 은 ‘대학을 꼭 가야 하나 대학이 그렇게 중요한 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 부분도 스스로 더 고민하고 결정하려고요
강소라, 제가 정말 뜬 건가요? 영화 ‘써니’를 보고 나온 관객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어린 춘화를 연기한 배우 는 도대체 누구야?” 바로 올해 나이 22세. ‘2011년 충무로의 발견’이라는 수식어를 얻 은 배우 강소라다. 그녀는 아직도 지하철이 편하고, 토요일 저녁이면 홍대 거리로 달려
Program 칠공주의 싸움짱 리더 춘화
강소라, 제가 정말 뜬 건가요? 저희끼리 모여서 수다도 엄청 떨어서 촬영장이 진짜 시끄러웠어요. 매일 야식 먹고 와서는 촬영 들어가기 전에 급하게 부기 뺀다고 입 운동 하고, 아유, 정신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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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친구와 맥주잔을 부딪치는 왈가닥 청춘 그 자체였다. “한 명을 건드리는 건 우리 모두를 건드리는 거야!”라며 의협심 강한 써니의 리더 하춘화 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강소라. 커다란 리 본이 달린 원피스 차림으로 사뿐히 걸어오는 그녀에게 “영화 잘 봤다”고 첫인사를 건네자, “에이, 쑥스럽게 왜 그러세요!”라며 털털한 웃 음을 내보인다. “오늘은 특별히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입고 왔다”며 넉살 좋게 웃는 그녀에 게선 교실을 주름잡던 리더 춘화의 화끈한 성 격이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연기를 너무 못해서 손가락이 오그라들 었어요” 요즘 여기저기서 많이들 알아보시죠 아직 잘 모르겠어요. ‘써니’ 덕에 인터뷰도 많 이 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 사할 따름이에요. 아직은 얼떨떨해요. 근데 지 하철이랑 버스를 타고 다녀도 절 못 알아보시 던데요? 이게 뜬 건가요(웃음)? 극 중 이미지 때문에 학창 시절에 싸움 잘 했을 거란 소리를 많이 듣겠어요 그거 정말 오해예요. 제가 봐도 영화에서 발차 기랑 뺨 때리기 동작이 예사롭지 않긴 했는데, 액션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 거예요. 원래 성 격이 털털한 편이긴 한데, 학교 다닐 땐 조용 했어요. 소수 정예로 친한 애들끼리 몰려다니 긴 했지만. 사실 데뷔하자마자 국민 남동생 유승호와 ‘4교시 추리영역’(2009)의 주연을 맡았잖 아요 화려한 시작이었죠. 제가 동국대 연극학과에 다니는데 그냥 영화를 좀 배워볼까 하는 마음 으로 오디션에 갔다가 덜컥 주연이 됐어요. 영 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서 스스로에게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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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끄러웠어요. 감독님이랑 (유)승호씨한테 도 미안했고. 흥행 저조가 본인 때문인가 해서요 아무래도요. 촬영장에서 모니터링에 집중하 던 승호씨의 프로다운 태도와는 달리 전 모든 것에 어색해했던 것 같아요. 그럼 ‘써니’를 시사회에서 봤을 땐 만족했 나요 연기를 너무 못해서 손가락이 오그라들었어 요. 이번에도 감독님에게 죄송하더라고요. 근 데 요즘엔 여러 번 보다 보니까 익숙해져서 그 런 지 좀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14명 여배우 들의 조합이 잘 녹아들어서 관객분들이 좋아 해 주시는 것 같아요. ‘써니’를 찍을 때 여자들만 잔뜩 모였는데 도 기 싸움 같은 건 별로 없었다죠 전혀요. 다들 신인이기도 하고, 성격이 좋았거 든요. 저희끼리 모여서 수다도 엄청 떨어서 촬 영장이 진짜 시끄러웠어요. 매일 야식 먹고 와 서는 촬영 들어가기 전에 급하게 부기 뺀다고 입 운동 하고, 아유, 정신없었어요. 지방 로케이션 촬영을 하면서 더 돈독해졌 겠어요 학교 장면을 전북 고창에 있는 폐교(옛 대성 고등학교)에서 다 찍었거든요. 그때 근처 관광 호텔에서 2인 1실로 방을 썼는데, 그러면서 완 전 친해졌어요. 룸메이트는 누구였나요 도도한 얼음공주 수지 역할의 (민)효린 언니요. 처음 봤을 때 까다로 울 것 같은 인상이었는데, 그 반대예요. 털털하 고 수다도 잘 떨어요. 같이 지내면서 서로에 대 해 다 알게 됐어요. 몸도 다 봤어요(웃음). 어 디 가서 서로의 비밀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약 속했어요. 서로 득 될 거 없다며(웃음). 여고생들끼리 수학여행 간 기분으로 지냈겠 어요 맞아요. 촬영 끝나면 밤마다 모여서 수다 떨
Program 고, 야식 먹고, 같이 목욕탕 가서 알몸 보고 그 랬어요. 영광 시내에 P 빵집이 딱 하나 있었거 든요. 거기에서라도 도시 냄새 맡겠다면서 다 들 샌드위치에 아메리카노 마시고, 그러다 보 니 갈수록 살이 엄청 쪘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촬영 초반이랑 후반에 배우들 몸이 달라졌다 며 은근 구박도 하셨어요.
“다른 여배우들처럼 적게 먹는 건 못하겠 어요, 체질상” 원래 빵 마니아라면서요 완전 사랑해요. 아까도 미용실에서 케이크 한 조각을 빨리 먹고 나왔어요. 일주일에 한 번 은 ‘빵 데이’로 정해서 계속 먹어요. 어제도 ‘ 한 빵’ 했어요(웃음). 나중엔 파티시에를 해볼 까 봐요. 연기자 되려고 20kg이나 살을 빼는 죽음의
다이어트도 했다죠? 어떤 방법으로 뺐나요 식이 요법이랑 조깅, 자전거 타기요. 근데 무조 건 굶어서 빼면 초췌해 보여서 별로예요. 원래 먹는 걸 좋아하나 봐요 엄청 좋아하죠. 위장이 비어 있는 순간이 없을 정도로 계속 먹었어요. 집에선 엄마가 감시하 니까, 밖에서 최대한 많이 먹고 들어가고. 지난번에 드라마 ‘우리집 여자들’ 제작 발 표회 때 ‘저혈당 발언’을 해서 기자들을 다 웃게 만들었죠 아, 그거 진짜예요. 제가 저혈당이라 밥을 꼭 먹어야 하거든요. 홍삼을 먹어도 별 효과를 못 봐요. 다른 여배우들처럼 적게 먹는 건 못 하 겠어요, 체질상. 술은 좀 하나요? 주량이 얼마예요 아빠랑 집에서도 자주 한잔하고, 친구들하고 밖에서도 잘 마셔요. 특히 맥주나 와인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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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요. 소주는 마시고 나면 다음 날 머리가 많 이 아파서 피하는 편이고요. 취기가 살짝 올라 올 정도로만 마셔요. 최근엔 누구랑 마셨나요 지난 토요일에 홍대 앞에서 ‘써니’의 강형철 감 독님이랑 새벽까지 달렸어요(웃음). ‘써니’ 멤 버 언니들이랑은 주로 영등포 랑 강남에서 자 주 마셔요. (남)보라(금옥 역할)네가 영등포 에서 고깃집을 하거든요. 거기서 뭉치기도 하 고, 별다른 약속 없어도 갑자기 ‘번개팅’으로 압구정동에서 만나기도 하고(웃음). 여기저기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는데, 누 구랑 가나요 엄마랑 신문 광고를 보다가 당일치기로 관광 버스 타고 아줌마들이랑 같이 가요. 3만원만 내면 점심도 주는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요 영월에 섭다리 마을도 좋았고, 평창도 재밌었 어요. 충청도에 낚시도 하러 갔어요. 외삼촌이 낚시 마니아거든요. 엄마랑 저는 그물 낚시를 하고.
“요즘은 스케줄이 바빠서 연애가 간절하 진 않아요” 가족들이랑 참 친하게 지내네요. 딸이 하나 라 곱게 자랐을 것 같은데요 그 반대예요. 사실 초등학생 땐 엄마가 공주처 럼 대해 줬는데, 지금은 거의 아들 취급을 해 요. 아빠도 제가 뭘 잘못하면 거실에 방석을 딱 깔고 ‘여기 앉아봐라’ 하고선 한마디 하시 고, 저는 무릎 꿇고 빌고. 사실 고등학교 때부 터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이쪽으로 정 하니까, ‘이제부턴 네가 알아서 해!’라며 풀어 주셨어요. 집에서 거의 내놓은 거죠(웃음). 사촌 언니가 영화 제작사(‘미녀는 괴로워’ ‘ 국가대표’ 등을 만든 KM컬쳐)의 마케터라 데뷔 초엔 언니의 도움이 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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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랑은 17세 터울이라 예전엔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근데 제가 연기자를 하고 싶다 고 했더니 언니가 인터뷰도 잡아주고, 연예 관 계자들이랑 미팅 기회도 만들어줬죠. 무슨 조언을 제일 많이 해주나요 힘들 때 절대 숨어 지내지 말고 밖으로 나오 고, 사람들이 나쁜 말 하는 것을 마음에 담아 두지 말라고요. 주로 심리적인 부분에 도움을 많이 줘요. 인터넷 댓글을 보다 보면 강소라에 대해 참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텐데요 그냥 지금은 이런 관심이 다 신기해요. 악플을 봐도 의연하게 넘기려고 하는데 사실 마음대 로 안 되긴 해요. 얼마 전엔 ‘강소라, 민낯 미인’이란 검색어 가 인터넷을 달궜죠. 기분 좋았겠어요 깜짝 놀랐어요. 홍대 앞에서 술 마신 다음 날이 라 혹시라도 누가 ‘직찍’을 올렸나 걱정을 했어 요. 예전에 미니홈피에 올린 사진인데 예쁘다 고 해주셔서 기분 좋았어요. 요즘 제일 재밌었던 팬들 반응은 뭐예요 어떤 여고생이 “언니를 정말 좋아해서 성 정 체성에 혼란이 온다”며 미니홈피에 쪽지를 보 냈더라고요. 그래서 “네가 아직 연애를 안 해 봐서 그렇다. 남자 다섯 명만 사귀어보고 그때 도 내가 좋으면 연락을 해라”라고 답장을 보냈 죠(웃음). 그런 본인은 연애 중인가요 작년 여름에 남자 친구랑 헤어지고 나선 사귀 는 사람이 없어요. 다른 과 선배였는데, 조별 과제 하다가 눈이 맞았죠. 명동 가서 데이트도 하고 참 좋았어요. 지금은 스케줄 때문에 바빠 서 그런지 연애가 간절하진 않아요. 전 누굴 사 귀게 되면 거의 매일 만나는 스타일이라서 지 금 연애를 하면 이도저도 아닐 것 같아요. 요즘 가장 기대되는 일은 뭐예요 독립이요. 이번 주말부터 혼자 살기로 했거든
Program 요. 이제부턴 제 세상이에요. 친한 언니들 불러 서 술 한잔할 생각이에요. 밤늦게까지 TV 보 고 놀다가 자려고요. 엄마랑 아빠는 부부 싸움 하시면 한 분씩 찾아오실 것 같은데요(웃음)? 혼자서도 잘 살 자신 있나요 그럼요. 엄마는 나가 살면서 고생을 좀 해보라
고 하시던데, 지금은 밥도 빨래도 아무것도 못 하지만, 닥치면 하겠죠 뭐. 미리 신부 수업 한 다고 생각할래요(웃음). 연기할 때 다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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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성기를
오래 바라보았지 배우 안성기가 충북 보은에서 마라톤 영화를 찍는대서 찾아갔다. 웬걸, 그는 달리지 않고 트랙 밖에서 초시계만 꾹꾹 눌렀다. 이젠 조연 타이틀이 익숙했다. “로버트 드 니로인 줄 알았는데 결국 해리슨 포드였어.” 이렇게 말하는 국민배우 곁을 오래 서성거렸다. 취재_성재경(객원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그는 한결같은 배우인가, 한결같은 사람인가? 지난 5월 24일, 영화 ‘페이스 메이커’의 촬영 이 한창인 충북 보은으로 향하는 내내 머릿속 에 든 생각이다. “한결같다.” 이 말은 보통 사 람에게는 칭찬일지 몰라도, 직업 배우를 대변 하는 말로는 2퍼센트 부족해 보인다. 배우라 면 누구나 연기 욕심을 내고 다양한 배역으로 변신을 꿈꿔야 하지 않을까? 연기를 그만둘 때까지. 봄볕이 뜨거웠다. 그 더운 날, 김명민 은 달리고 또 달렸고 안성기는 초시계로 기록 을 재고 또 쟀다. 영화의 스토리는 이렇다. 평 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30km까 지만 뛰던 마라토너(페이스 메이커) 주만호 가 생애 처음 자신만을 위해 42.195km 완주 에 도전한다. 이날 주목을 받은 이는 단연 주연 을 맡은 김명민이다. 틀니를 하고 대사를 하는 김명민은 그 자체로 주만호였다. 검은 때가 오 른 운동화와 달릴 때 종아리에 잡히는 잔근육 은 배역의 몰입도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취 재진의 카메라가 주연 배우에게 쏠린 동안 기 자는 박성일 감독 역을 맡은 안성기를 오래 바 라보았다. 어쩌면 그가 눈치채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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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운 말들에서 ‘격’을 느끼다 메인 트랙에 선 김명민은 발목 돌리기, 앉았다 일어서기를 하며 한시도 몸을 쉬지 않았다. ‘ 액션’ 소리에 스타트를 했고 ‘컷’ 소리 후에도 카메라 앵글 밖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며 긴장 감을 유지했다. 벤치 앞에 서서 그 모습을 바 라보는 안성기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두 선수 의 기록을 재던 그는 ‘컷’ 소리가 떨어지기 무 섭게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이 인스턴 트 커피 광고의 한 장면처럼 낯익었다. “실제 선수들이 이래요. 계속 몸을 움직여줘야 해요. 아니면 경련이 올 수 있거든요.” 김명민 의 말에 안성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성기는 이번 영화에 주만호를 페이스 메이커로 기용 하는 냉철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나온다. 차 가운 카리스마와 속 깊은 내면 연기로 극 중 만호와 의리와 애증을 넘나드는 역이다. “촬영 첫날부터 대사가 너무 많았어요. 무려 한 페이지나 되는데, 제가 하기 힘들어하는 냉 정한 역이라 대사를 소화하기가 무척 힘들었 어요.” 냉정한 역이라 소화하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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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귀를 의심했다. 국민배우 안성기의 필 모그래피가 머릿속에 영사되었다. 다섯 살 때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데뷔해 아역으로 만 70여 편에 출연한 배우의 입에서 나올 말 이 아니었다. 기자는 ‘바람 불어 좋은 날’에 등 장한 철가방 덕배의 어눌함과 ‘고래사냥’에 나 오는 거지 왕초의 능청을 기억하고 있었다. 안 성기는 1980년대 최고의 배우였고, 1990년대 도 화려한 이력에는 변함이 없었다. ‘투캅스’에 서 비리 형사로 코미디를 선보였고, 이명세 감 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첫 조연을 맡 으면서 킬러 역을 멋들어지게 소화했다. 2000 년대 들어 주연보다 조연을 많이 맡기는 했지 만, ‘킬리만자로’의 번개나 ‘무사’의 진립, ‘실 미도’의 최 준위는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되는 비 중 있는 역이었다. 이번 영화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누구나 인정하듯, 평소 안성기의 마음은 ‘냉 정’보다 ‘온정’에 닿아 있었다. 배우 안성기가 아니라, 인간 안성기의 타고난 성정이 그러했다. 누구보다 가정적이었던 아 버지 안화영 선생(영화 기획자였던 아버지가 “영화에 쓸 애가 필요한데 네 아들 좀 데려다 쓰자”는 김기영 감독의 부탁에 응하면서 안성 기는 데뷔했다)과 늘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었 던 어머니 김남현여사에게 심리적인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 타고난 ‘온정’을 무표정 속에 감추는 일은 쉬워 보였다. 그러나 무표정 안에 냉정을 담아내는 일은 연기 인생 55년인 베테랑 배우에게 아직은 버거운 듯했다. 카메라 위치를 바꾸어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 다. 김명민은 마라토너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 고, 안성기는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지루한 반 복이었다. ‘컷’ 소리와 함께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번에도 안성기는 눈가에 주름을 잡으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배우들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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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주고 받는지 궁금해서 다가가 귀를 열었다. 지극히 일상적인 얘기가 오갔다. 안성기는 김명민의 입을 가리키며 “여기가 이 상한 것 같아”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솔직히 전 폼만 잡고 있어요. 아무래도 열심히 뛰면서 촬영하는 배 우들한테 미안하죠. 저만 편하니까요(웃음).” 또 이런 말도 했다. “며칠 전에 제주도 촬영을 다녀와서 살이 많이 탔어요. 주변 분들이 그래 요. 요즘 골프 좀 치셨나 봐요…(웃음).” 그런 데 이상했다. 그 싱거운 말들에서 격(格)이 느 껴지는 건 왜일까. 얼마 전 ‘명작 스캔들’을 진 행하는 김정운 교수가 ‘승승장구’에 출연해 이 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김 교수는 안성기와의 친분을 공개하며 “안성기를 보면 자꾸 열등 감이 생긴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이유를 두 고 “외모 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기분 좋게 하 는 미소 때문이다. 나이 든 중년 남자가 입꼬 리를 올리고 웃는 건 드문 일”이라고 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안성기의 웃음에는 심성이 묻 어났다. 주름이 곧 인격(人格)이었다. 그 주름 이 말보다 앞서서 이성을 무장 해제했다.
죽을 때까지 배우는 불안할 거야 배우 안성기는 아내 오소영씨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다. 얼굴이 널리 알려진 배우를 아 버지로 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남다른 관심 을 받고 자랄 것을 염려해 사생활 노출에 늘 조 심스러웠다. 유학을 보낸 데는 그런 이유도 들 어 있었다. 수첩과 초시계를 만지작거리며 혼 자 서성이는 배우에게 다가가 두 아들의 근황 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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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충돌해서 생기는 느낌만이 배우 감정의 모든 것은 아니지. 세상을 바르게 지킬 때 얻게 되는 그 느낌을 난 어느 것 못지않게 소중하게 생각해. 알 파치노나 로버트 드 니로도 좋은 배우지만, 해리슨 포드도 참 좋은 배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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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은 미술 공부를 하고 있는데, 대학 2학 년을 마치고 귀국해서 군(공군)에 가 있어요. 이제 한참 돼서 짠한 마음은 별로 안 들어요( 웃음). 둘째는 올가을부터 미국에서 사진을 공부하게 됐고….” 아내 얘기도 했다. 안성기는 1981년에 우연히 문병을 간 자리에서 오소영씨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첫눈에 좋은 인상을 받았고, 1주일 후 다시 만날 때까지 호감의 끈을 놓지 않았다. 기자는 부부가 그 첫 만남과 결혼식만큼은 기 념일로 정해 꼭 챙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5월 9일, 결혼기념일을 어떻게 보 냈는지 물었다. “촬영이 있거나 외국에 나가 있을 때를 빼고는 결혼기념일을 꼭 챙겨요. 촛불을 켜놓고 와인 한잔하면서 분위기를 내 는 정도로. 그런데 올해는 두 사람이 모두 깜박 했네요. 우리 집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이사를 했거든요. 그때 저는 지방 촬영으로 많이 바빴 고, 아내는 아내대로 이사에 신경을 쓰느라 깜 박한 거죠.” 안성기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삶을 담은 다큐 멘터리 영화 ‘바보야’에서 내레이션을 맡았다. 목소리로 출연한 이 영화를 빼면 올해 그의 영 화 세 편이 개봉될 예정이다. 가을 개봉을 목표 로 하는 ‘페이스 메이커’는 한창 촬영 중이고, 작년에 촬영을 마친 ‘7광구’는 올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7광구’는 심해에 사는 괴생명체 와 인간의 사투를 그린 3D 괴수 영화로 후반 작업을 남겨두고 있었다. 또 ‘남부군’ ‘하얀 전 쟁’에서 호흡을 맞춘 바있는 정지영 감독의 영 화에도 출연한다. 영화 ‘정직의 대가’는 지난 2007년에 일어난 한 대학교수의 석궁 테러 사 건을 소재로 했다. 카메라 레일과 조명이 자리를 잡느라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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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렸다. 촬영 개시를 알리는 스태프의 목소리 에 취재진이 뒤로 빠졌다. 감독 뒤로 가서 모 니터를 주시했다. 트랙을 뛰는 두 선수를 좇던 카메라 앵글에 박성일 감독이 들어왔다. 몇 분 전에 대화하던 털털한 배우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배우 정보석은 작년에 한 신문과의 인 터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선배로 이순재 와 안성기를 꼽았다. 그는 안성기를 두고 이렇 게 말했다. “영화 ‘꿈’(1990년)을 찍을 때였어 요. 배우로서 불안하던 시절, 제 눈에 비친 안 성기 선배는 성실함과 완벽함 그 자체였죠. 촬 영 중에 한방을 쓸 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어 요. ‘저는 불안한데 형은 어떠세요?’ 그때 선배 가 한 말이 잊히지 않아요. ‘죽을 때까지 배우 는 불안할 거야.’ 그때 알았어요. 배우란게 자 기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누 군가의 선택과 봐주시는 분들의 환호가 합쳐 져야 한다는 걸.” 영화배우는 흥행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산다. 안성기가 잘나가는 후배들에게 “될 수 있으면 빨리 실패를 겪어보라”고 조언하는 까닭이 여 기 있다. 그는 복서로 치면 무하마드 알리나 조지 포먼 보다 에반더 홀리필드에 가깝다. 42승 10패 2 무의 통산 전적. 10패가 있었기에 42승이 가능 했을 성실한 복서. ‘칠수와 만수’ ‘투캅스’ ‘라 디오 스타’를 함께한 후배 박중훈의 증언도 이 와 맥락이 닿는다. 박중훈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맥주 몇 잔 을 들이켜고 안성기에게 속마음을 여과 없이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는 감히 이렇게 말했 다. “형님은 술에 푹 젖어 노는 것도 싫어하고, 일 없으면 댁에 일찍 들어가고, 남한테 화도 안 내고, 가정이 최우선이고….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좀 뭐하지만, 형님은 너무 사리고 지키기만 하니까 세상과 거칠게 부딪치며 얻게 되는 느
Program 낌의 연기는 좀 힘들 것 같아요. 알 파치노나 로버트 드 니로 같은 악마적 연기와는 좀 거리 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자 안성기는 이렇게 답했다. “세상과 충 돌해서 생기는 느낌만이 배우 감정의 모든 것 은 아니지. 세상을 바르게 지킬 때만 얻게 되 는 그 느낌을 난 어느 것 못지않게 소중하게 생각해. 세상엔 여러 종류의 배우가 있지 않겠 니? 네 말대로 알 파치노나 로버트 드 니로도 좋은 배우지만, 해리슨 포드도 참 좋은 배우라 고 생각해.”
현장의 모닥불을 꺼뜨리지 않는 배우 “로버트 드 니로인 줄 알았는데 결국은 해리슨 포드였어.” 배우 안성기는 자신의 깜냥을 안 다. 해리슨 포드처럼 위험한 모험을 해도 대중 은 유머가 있고 푸근한 이미지로 배우 안성기 를 받아들인다는 걸 그는 알고 있다. 하지만 필모그래피의 캐릭터를 돌아보면 그 선택에 어떤 기준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부정적인 인물을 통해서 어떤 얘기를 하기보 다는 긍정적인 사람을 통해서 더 긍정적인 이 야기를 하는 쪽을 선호한다. 배역의 폭이 좁 아지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그는 그렇게 실천 해 왔다. 그동안 맡은 악역이라고 해봐야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킬러, 영화 ‘구멍’에서 연기한 냉소 적인 외과 의사 정도다. 안성기는 관객에게 어 떤 동정이나 이해를 구하기 힘든 ‘절대악’ 캐 릭터에 끌리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양면성이 있어서 세상에 절대로 악한 사람은 없다는 것, 악인도 그런 속내를 들여다볼 수 없는 캐릭터
라면 연기에 몰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현장에서 안성기를 보고 그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의 가닥이 잡힌다. 단언컨대 그는 한결같은 사람이자 한결같은 배우다. 김기덕 감독은 안성기가 ‘사마리아’ 출연을 고사하자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러 번 서운함을 표명한 적이 있다. 그런 제의가 어디 ‘사마리아’뿐이었을까. 필모그래피의 캐릭터 에서 어떤 일관성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몸을 사린 선택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서 비롯된 신념에 근거한다. 안성기는 이 원칙을 잊은 적 이 없다. 여기에 하나 덧붙여야 할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관객이 배우로서 그의 연기를 신뢰 하는 만큼, 현장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그를 선 배로서 신뢰한다는 점이다. 김성수 감독의 ‘무 사’ 촬영이 한창일 때 일이다. 안성기는 중국 현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자신의 가장 큰 임무 는 추위를 막기 위해피워놓은 모닥불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모닥불에 굽 는 고구마가 탈까 싶어 노심초사하는 배우, 여 기에 안성기의 진가가 있다. 이런 방식으로 현장에 불어넣는 활력은 이해 와 계산을 넘어선다. 공설 운동장에서 촬영을 마친 배우들이 기자 간담회를 위해 바로 옆 보은군청으로 이동했 다. 정장으로 갈아입은 안성기는 기자 회견장 앞 복도에서 잠시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신 기하게도 그의 얼굴에는 표정이 남아 있지 않 았다. 흰 도화지 같았다. 설명하기 힘든 표정, 설명하기 힘든 주름…. 그는 군 청사 2층 복도 에 누구보다 일찍 도착해 주연 배우들이 도착 하기를 기다렸다. 계단을 오르는 이는 없었고, 창가로 번지는 햇살은 눈부셨다. 그곳에 배우 안성기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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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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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 독고진에 ‘빙의’ 되다 ‘독고진’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현장을 찾았다. 차승원은 독고진 그 자체, 아니 독고진보다 더 강한 기운으로 현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드라마 ‘최고 의 사랑’ 현장에서 만난, 슈퍼 독고진의 거침없는 토크.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이민희 (studio lamp)
이걸 받아줘, 말아? 현장에서도, 극 중에서도 베리 머치 왕싸가지 독고진 이런 싸가지 캐릭터가 또 있을까. 까칠하고 도도한 이 남자는 “나, 독고진이야”를 수시 로 외치며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서 차승원이 연기하는 독고진은 유아독존, 안하무인의 최고봉이다. “알짱거리지 말고 비 켜!” “난 네가 그렇게 부탁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라며 특유의 느릿하고 건방진 말 투로 다른 사람의 기를 팍팍 누르는 ‘왕싸가지’가 안방극장을 제대로 접수했다. 인공 심 장을 단 톱스타 독고진은 ‘37세의 초딩’ 그 자체다. 자기중심적이고 유치한 이 남자의 단순하고도 귀여운 행동은 수많은 ‘독고앓이’를 양산했다. 독고진은 아이돌 출신의 한물 간 연예인 구애정(공효진 분)이 자꾸만 좋아지자 “널 좋아하는 내가 너무 수치스러워” 라며 ‘똥꼬진’답게 마음을 고백했다. 말은 이렇게 해도 데뷔 10주년에 변두리 나이트클 럽 행사를 뛰기로 한 구애정에게 독고진은 놀이공원을 통째로 빌려주고, 구애정을 괴 롭히는 전 매니저에게 과감히 주먹을 날려준다. 사포처럼 거친 신개념 왕자님의 등장이 다! 구애정을 짝사랑했던 게, 과거 심장 수술을 할 때 들었던 노래 ‘두근두근’ 때문이라 고 착각한 독고진은 두 팔을 벌리며 행복에 겨워 “나는 극복했어!!”라고 외쳤다. 우울해 하다가도 갑자기 ‘극복!’ 주문을 걸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독고진의 코믹하고도 깜찍 한 행동은 그를 ‘귀요미’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할리우드 진출은 접어두고 내 여자나 지 키겠다는 슈퍼 히어로 독고진. 죽을지도 모르는 수술을 앞두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자신 을 이용하라는 남자. 그런 그이기에 김밥에 오이가 들어갔다고 반찬 투정을 하고, “머리 부터 발끝까지 다 예쁘니까 몇십억씩 받고 CF를 찍지”라며 재수 없는 말을 날려도 결 코 밉지 않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독고진’ 같은 안하무인을 만난다면, 구애정처럼 “베 리 머치 왕싸가지야!”라며 침을 퉤퉤, 뱉기도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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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세 시간씩밖에 못 자는 촬영 스케줄에 지칠 대로 지 친 ‘최고의 사랑’ 현장을 방문한다는 것이 기자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영 내내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최 고의 사랑’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 마지막 촬영 을 나흘 앞둔 일요일 오후, 신촌 봉원사 근처의 주택가에서 주말도 잊은 채 촬영 중인 ‘최고의 사랑’ 현장을 찾았다. 그 곳에서 만난 차승원은 ‘까칠 싸가지’ 독고진에게 완전히 ‘빙 의’된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안녕 못해!” 라며 예의 까칠함을 발사했고, 사진을 좀 찍어도 되느냐 는 기자의 말에 “사진 싫어!”라며 응수했다. 이쯤 되면 독 고진이 차승원인지, 차승원이 독고진인지 분간이 안 갈 정 도. 심지어 기자에게 “집에 가요!”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그 의 매니저 또한 현장에서는 ‘리틀 독고진’으로 불리고 있을 만큼, ‘최고의 사랑’ 현장은 말 그대로 진짜 독고진들이 판 을 치는 ‘퍼펙트한 독고진 월드’였다. 흥행했으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증권가 ‘찌라시’에 나오 는 ‘왕싸가지 톱스타 A씨’로 소문이 날 수도 있을 정도. 특 별히 독고진의 말투로 소개하는 현장 다이어리, ‘정복’
할 준비 되셨는지?
진짜 독고진’이 사는 세상,‘최고의 사랑’ 현장 다이어리! 나 독고진이야, 내가 우리 드라마 소개할게. 난 특별한 사람이라 원래 이런 거 안 하는데, 딱 한 번만 할 거니까 잘 들어. 내 말투가 거슬린다고? 나 원래 이런 사람이야. 너희들이 익숙해지면 되는 거 아 니야? 보다시피 여긴 우리 드라마 현장이야. 구애정네 집이지. 진짜 집주인이 외국인이라 그런지 집이 아주 이국적이야. 드라마에서 봤지? 여긴 비탈길에 있어서 오르내리기 아주 힘들어. 산이라 벌레도 아주 많 아서 성가셔. 동네 주민들이 구경을 와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통에 좀 귀찮긴 한데, 그래도 어린 애들을 보면 귀여워서 ‘급 방긋’ 해줘. ‘공블리’ 구애정이가 여기 있네. 우리더러 환상의 커플이라고 하던데, 요즘은 둘 다 지쳐서 그런지 말 을 많이 하진 못했어. 시간 나면 각자 대본 외우고 쉬느라 바쁘거든. 인기가 많다 보니 MBC에서 연 장 방송을 하자 그랬는데, “연장 방송 없음. 잠을 못 자서 죽을 것 같아요”라고 미투데이에 구애정이 가 썼더라고. 아주 훌륭해. 스태프들도 3개월 동안 너무 지쳐서 얼른 쉬고 싶대. 오늘 스태프들은 저 녁 식사 시간에 밥도 안 먹고 근처 목욕탕에 가서 급하게 씻고 나오더라고. 밥보단 샤워, 잠이 더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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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절한 우리야. 윤필주 선생도 왔군. 저 녀석은 수줍음이 많아서 현장에서 항상 조용해. 나 독고진이가 선배라 그런 지 나한테도 깍듯하지. 비슷한 연배인 구애정이하고는 그래도 꽤 말을 하던데, 나랑은 그렇게 친해지 진 않은 것 같아. 내가 너무 강해서 그런 걸까? ‘최고의 사랑’으로 뜬 띵똥 형규(양한열)야. 할아버지, 할머니랑 촬영장에 오는데, 촬영장에서 많이 사 랑받는 녀석이야. 내 말 안 들었으면 저 몸매 그대로 자라라고 기도했을 텐데, 녀석이 아주 착한 게 내 맘에 쏙 들어. 어디 가서 우리가 친하다고 해도, 난 고소 안 할 거야. 오늘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장면 을 찍었는데, 계단이 높아서 그런지 걷다가 발톱에 살짝 피가 나서 어리광을 부리더라고. 어린 ‘띵똥’ 이 이래저래 고생이 많았어. 학교에서도 인기 스타래. 촬영장 소개는 이쯤에서 마칠게 내가 아주 피곤 하거든. 드라마가 인기가 좋아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취재 오겠다는 데도 아주 많았는데, 내가 다 거절 했어. 그러니 내가 소개해 주는 이 다이어리로 만족해! 안 그러면 나, 복수할 거야!
우윳빛깔 공효진, 당신은 진정한 ‘공블리’예요
공효진에게 ‘최사앓이’ 기자가 보내는 팬레터 ‘최고의 사랑’에서 뭘 해도 ‘더티 싼티’인 비호감 연예인 구애정을 연기했지만, 공효진 당신은 정 말 ‘러블리’했어요. ‘파스타’의 유경이로 ‘로코’(로 맨틱 코미디)의 정점을 찍은 줄 알았더니, 당신은 당신 스스로를 뛰어넘었어요! 나는 당신의 등장을 잊을 수가 없어요. 지금은 없 어진『신디더퍼키』『키키』 같은 하이틴 걸 잡 지에서 김민희, 신민아, 전지현이 표지를 휩쓸던 그 시절에 호주에서 유학을 하다 돌아왔다며 개 성 강한 얼굴로 모습을 보이던 그때 말이에요. 교 정기를 낀 채 도서관에서 침을 흘리며 자던 휴 대폰 CF를 찍은 후, 자기 얼굴이 너무 추하게 나 와서 울었다던 당신의 첫 인터뷰도 기억나요. 그 거 알아요? 당신이 비현실적으로 커다란 눈, 찌 를 듯이 높은 코가 아니라서 더욱 매력적이었다 는 걸요. 당신의 연기가 남다른 내공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느낀 건 ‘고맙습니다’부터였어요. 치매에 걸린 할 아버지, 에이즈 환자인 딸을 홀로 부양하는 미혼 모 영신으로 촌스러운 치마를 입고 나왔을 때, 당 신은 틀에 박힌 신파의 주인공이길 거부했어요. 남들 보기엔 가엽고 처량한 인생도, 당신이 맡으 면 ‘살아봄직한’ 희망으로 옷을 갈아입으니 대체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호감 가는 연기파 배우에서 당신을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만든 건 ‘파스타’였어요. “내 주방에 여 자는 없어!”라는 모태 마초 최현욱 셰프(이선균) 와 달달하다 못해 녹아내릴 정도로 로맨틱한 ‘연 애질’을 선보이며 당신은 눈부시게 빛났죠. 당신 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에요. ‘ 파스타’의 서유경이, ‘최고의 사랑’의 구애정이, 사 실은 공효진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니었나 싶을 정 도로 당신은 일상의 인물을 그려내요. ‘연기한다 는 생각이 들지 않게 연기한다’는 게 당신의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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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장점이죠. 특히 나는 인위적이지 않은 당신의 목소리 톤이 마음에 들어요. 만들어낸 발성이 아 니라, 지극히 평범한 목소리 말예요. ‘최고의 사랑’에서 당신이 최고의 ‘로코퀸’이 된 건 그간 당신이 보여준 장점이 다 녹아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개구리 옷을 입고 땅을 굴러도, 당신은 참 사랑스러웠어요. 사람들이 ‘발목녀’니 ‘ 난동녀’니 온갖 욕을 퍼부어도, 구애정은 금방 털 고 일어나 ‘찌질한’ 방송에 최선을 다했죠. 백마 탄 왕자님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명랑 캔디랑 은 ‘급’이 다른 거예요.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또 한 번 공효진을 구애정으로 변신시킨 그 재주 가 놀라웠어요. 친구처럼 편안한 당신의 로맨스 는 평범한 여자들에게 핑크빛 기대감을 안겨주 죠. ‘공블리’의 다음 ‘로코’가 벌써부터 기다려지 는 건 과연 저뿐일까요?
특종 전문 K기자의 가상 인터뷰 구애정과 결혼 선언한 톱스타 독고진 직격 인터뷰!
“이제 내 심장은 그녀를 위해 뛴다” “구애정의 음주 폭행설, 야쿠자 스폰 서설은 사실무근” 톱스타 독고진이 아이돌 출신의 예능인 구애정 과 사귈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두 사람의 결혼 발표는 제대로 쇼킹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K기자에게 독고진이 직접 밝히는 구애정과의 연애 풀 스토리.
구애정씨와의 결혼 발표에 팬들은 충격에 빠 졌죠. 다소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는데요 뭐, 이해합니다. 제 인기 정도라면, 한예슬씨나 신 민아씨 정도와의 톱스타와 사귀어야 하니까요. 저도 제가 구애정씨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엔 수 치스러웠어요. 하지만 나는 ‘극복!’했어요. 전 독 고진이니까요. 두 사람 중에 누가 먼저 고백을 했나요?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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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애정씨가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쳤다는 소 문이 많았어요 여러분의 예상과는 반대로 슈퍼스타인 제가 했습 니다. 구애정씨만 생각하면 자꾸 심장이 빨리 뛰 어서 처음엔 이상하다 싶었죠. 안 보면 궁금하고 자꾸 보고 싶고. 그러다가 심장 박동수가 60~90 안전 수치(*독고진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아 평 소 심박기를 차고 다닌다)를 훨씬 넘어서 130까 지 가니까, 내가 진짜 구애정을 좋아하나 싶어서 자백 같은 고백을 했죠. 그랬더니 거절을 하는 거 예요 이 여자가. 그래서 마음을 돌리려고 ‘이건 꿈같은 일이다. 내 마음은 아무나 들어올 수가 없 는 곳이다’라고까지 했는데도, 자긴 꿈꾸기 싫다 며, 두 눈 번쩍 뜨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면서 저 를 밀어냈어요. 그땐 너무 ‘쪽팔려서’ 눈코입이 다 사라질 뻔했어요. 마음 안 받아준 게 괘씸해서 좀 괴롭히기도 했어요. 제가 제 키만큼 뒤끝이 길어 서, 쿨하지 못하거든요(웃음).
의 노래를 들었던 걸 알게 됐고, 그 노래의 효과 때문에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뛴다고 생각 해서 ‘회복! 극복!’한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닌 거예 요. 눈앞에 구애정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 렸고, 또 내가 자길 좋아해서 마음속에 벚꽃, 동 백꽃, 진달래꽃이 피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어차 피 꽃은 시들고 떨어지니까 괜찮다고 말하는데 제가 갑자기 키스를 해버렸죠. 마인드 컨트롤이 ‘ 퍼펙트’한 나지만, 그날은 달랐어요
특히 어떤 점이 끌린 건가요 구애정씨는 아주 강한 사람이에요. 국보소녀 시 절부터 음주 폭행설에 야쿠자 스폰서설까지 말 도 안 되는 소문에 휩싸이면서도 씩씩하게 버텨 온 여자죠. 루머 때문에 만날 욕을 바가지로 퍼 먹었으면서도, 나쁜 마음 안 먹고 가족들 부양하 면서 열심히 살아왔어요. 나 독고진이도 대단하 다고 인정했어요.
그나저나, 열애 사실을 인정하는 데 두려움 은 없었나요 최악의 스캔들이 될 거라고 왜 예상 못했겠어요. 만약 살아서 구애정을 좋아한다고 발표하면 내 이미지가 추락할 거였지만, 죽어서 좋다고 하면 미화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살 확률이 높 지 않은 심장 수술을 앞두고 있었는데, 구애정을 ‘톱스타 독고진이 사랑한 그녀’로 만들어놓고 떠 나고 싶었어요. 비장했네요 약한 내 하트가 뽀개져서 다신 회복 이 안 될 줄 알았거든요. 구애정이가 ‘두근두근’ 을 부르면서 기도를 한 덕에 난 더 특별한 슈퍼 히어로가 됐어요. 평소에 애정 표현은 자주 하시나요 띵똥! 구애정
두 사람이 마음을 확인한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요. 그럼요. 사실 난 내가 37살이나 먹고선 ‘찌질하게’ 짝사랑이나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러다 예전 에 심장 수술을 할 때 구애정씨가 속한 국보소녀
근데 독고진씨, 약간 자기중심적인 성격 같 네요. 그간 방송에서 보던 이미지와 다르네 요 연예인이 다 그런 거 아닌가요. 특히 나 같은 A 급이 이 정도 자신감도 못 가지나요? 난 원래 까 칠해요. 뭐 그래도 난 톱스타고, 내가 찍는 드라 마는 다 잘되니까 좀 건방져도 스태프랑 다참더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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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내 충전기예요. 매일, 독고진 배터리가 꽉 찰 때까지 키스로 충전을 해주죠. 우린 아주 행복해 요. 이 독고진과 독고진이 선택한 여자 구애정 은 특별하니까요! 우리가 바로 ‘최고의 사랑’ 아 닐까요? 할 말 다 했으니까 이제 인터뷰는 그만 하죠. 나 돈 되는 CF 찍으러 가야 해요. 사진은 찍지 않 겠어요. 다른 데서 사든지 하세요.
최고의 사랑’종합선물세트
‘최사앓이’기자의 현장 탐방기! “뭐 찍는 거야?” “아, 저기 공효진인가 하는 그 탤 런트구먼.” 지난 6월 18일, 서울 제기동에 위치한 경동시장에 인파가 몰렸다. 이곳에서는 ‘최고의 사랑’ 15회 촬영이 한창이었는데, 근처 약재 시장 을 들른 어르신들, 토요일이라 일찍 학교를 마친 여중생들이 드라마 촬영에 호기심을 느끼며 가던 길을 멈추고 구경 삼매경에 빠져 북새통을 이뤘 다. 이날 촬영에는 공효진, 윤계상이 함께했는데 두 사람은 멀리서 서로를 발견하자마자 크게 손 을 흔들고 밝게 웃으며 반가워했다. 이날은 극 중 구애정이 ‘맛따라 길따라’라는 프로그램에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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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 되어 한방 감자탕의 비밀을 알아보기 위 해 시장을 누비며 촬영하는 장면을 찍었다. ‘장금이’라는 설정 때문에 공효진은 평소의 스타 일리시한 모습 대신 한복에 5대5로 쪽진 머리로 나타났고, 공효진의 매니저는 “더 예쁜 모습을 찍 어야 하는데 어쩌죠?”라며 아쉬워했다. 드라마가 후반부로 넘어가면서부터 하루 2시간 씩밖에 못자는 강행군으로 배우와 스태프들은 다 소 지쳐 보였지만, 시원한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Program 다시 ‘극복’을 외치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촬영을 이어갔다. 한 조명 스태프는 “잠을 못 자서 힘은 들지만, 드라마가 반응이 좋아서 그 힘으로 기분 좋게 일하고 있어요. 마지막 회가 나가는 목요일 오전까지 촬영을 하게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공효진은 이날 대본상으로는 시장 바닥에서 덤 블링을 하는 연기를 선보여야 했으나, 완벽한 장 면 연출을 위해 대역 연기자가 왔다. 어떤 방송이 든 최선을 다하는 구애정답게 보다 강한 걸 원하 는 PD에게 “오나라~ 오나라’를 부르면서 덤블링 을 하며 들어오는 장금이는 어때요?”라고 자기가 먼저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촬영을 쉴 때, 공효진은 차로 들어가거나 쉬지 않 고, 근처 한약방 한쪽 구석에 앉아 대본에 줄을 그어가며 연기 연습에 매진했다. 촬영하기 하루 전날 대본이 나왔는데 어제도 새벽까지 감자탕 집에서 촬영을 하느라 대본 외울 시간이 마땅치 않았다고 매니저는 귀띔했다. 너무 바빠 공효진 과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허락되지 않았지만, 씩 씩하게 촬영에 임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최고의 사랑’의 성공 에너지가 느껴졌다.
최고의 사랑’이건 몰랐지? 사소한 네 가지 비밀 승기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_지난 1일에 방송된 ‘최고의 사 랑’ 9회에는 톱스타 이승기가 ‘리틀 독고진’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날 카메오는 이승기만 있었던 게 아니다. 박홍 균 감독과 ‘선덕여왕’에서 호흡을 맞춘 적 있는 ‘문노’ 정호빈도 우정 출연을 했던 것. ‘몽땅 내사랑’의 촬영을 위해 일산 MBC 에 온 정호빈은 방송국 로비에서 ‘최고의 사랑’ 팀을 발견하고 는, 반가운 마음에 출연을 자처했다. 이승기에 묻힌 그의 카메 오 출연에, 방송 이후 블로그에는 “승기 말고 김 집사(정호빈의 애칭)도 기억해 달라!”라는 귀여운 항의성 포스팅이 올라오기 도 했다. 개소리, 닭소리 ‘센스 돋는’ 음향 효과_‘최고의 사랑’의 팬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으는 말. “음향감독에게 상 줘야 합니다!” 직접 만난 ‘최고의 사랑’의 음향 담당 이광희씨는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피프린스 1호점’ ‘베토벤 바이러스’ ‘뉴하트’ ‘선덕여왕’ 등을 담당한 실력파 스태프인데 이번 작품에선 ‘작정하고 과감하게 가려’고 의도했단다. 재기발랄한 음향 효과와는 달리 실제로는 매우 차분하고 수줍음 많은 청년이라 의외였다. 독고진이 헛소 리를 할 땐 ‘개소리’를 BGM으로 깔고, 축구공을 차는 장면에선 챔피언스 리그 주제가를 트는 이 센스쟁이에게 박수를. 평범치 않은 두 감독님_‘최고의 사랑’은 박홍균, 이동윤 PD가 만든다. 박홍균 감독의 전작은 ‘선덕여왕’이기에 ‘최고의 사랑’ 에선 유독 미실의 OST나 대사 등 ‘선덕여왕’ 패러디가 자주 등 장했다. 박 감독은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라 될 때까지 한 장 면, 한 장면을 공들여 반복 촬영하는 것으로 유명. 또한 공동 연 출인 이동윤 감독은 ‘다행이다’를 부른 감성 보컬 이적의 친동 생. 온순한 성품 때문에 배우들에게 인기 만점. 차승원의 실제 매니저 이름도 석이, 독고진과 판박이!_ 독고진의 매니저를 맡은 임지규의 극 중 이름은 김재석. 그런데 이는 차승원의 진짜 매니저 이름이다.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실 제 매니저의 이름을 똑같이 사용한 것. 독고진의 영향을 많이 받 은 탓일까. 매니저의 말투와 태도 또한 완전 독고진이라 분간이 안 간다. 다른 매니저, 스타일리스트들도 그의 곁엔 쉽게 가지 못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차승원이 매니저를 보고 독고진 캐릭 터를 잡은 건 아닌지 의심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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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
‘미투데이 톡’의 이번주 주인공은 ‘겨땀의 아이콘’이란 새 애칭을 얻은 가수 싸이(34)다. 데뷔 11년차로 어느덧 가요계의 든든한 허리로 성장한 싱어송라이터 싸이는 자기만의 무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공연계의 흥행 아이콘’, ‘예능계의 웃음 아이콘’으로 제 영역을 다지고 있다. 수많은 신인들이 등장하지만 누구 도 감히 ‘제2의 싸이’란 호칭을 쉽게 탐낼 수 없을 만큼 싸이만의 ‘정체성’은 진하다. ‘겨땀’이란 다소 부담스러 운 이미지도 웃음의 코드로 승화시킬 만큼 싸이의 요즘 이미지는 ‘호감형’. 2001년 데뷔 당시 공격적인 노래와 튀는 외모로 얻은 ‘엽기가수’란 별명도 어느새 ‘공연둥 이’란 귀여운 별명으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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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2day ‘무한도전’ 정말 재 밌게 봤습니다. 싸이씨의 열정 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무한 도전’을 끝낸 후 근황이 궁금합 니다. 싸이 ’겨싸의 충격에서 벗어나 기 위한 시간을 가진 후... 바로 썸머스탠드 콘서트 연습에 돌입 했습니다...신곡 작업도 병행 중 이고요^^ me2day 아마 팬분들이 가 장 궁금해 하는 이랴기 일 것 같습니다. 노홍철씨와의 작업이 많이 힘드셨죠? 특히 발음 문제 도 있으시고...재미있는 뒷이야 기들 들려주세요 싸이 일단 홍철이 특유의 발음 과 음색톤...그리고 무대 에너지 가 마음에 들어서 처음 참여 당 시부터 마음속으로 점쳐두었습 니다. 다만 그친구가 워낙 본인 만의 리듬이 있다보니 ‘흔들어 주세요’춤 가르칠 때 애를 먹었 습니다. me2day 싸이씨 광팬이 직접 직접 질문해 오신 건데요, 싸이 씨를 11년간 알아왔지만 철싸 의 ‘흔들어 주세요’는 가히 명곡 이라 할 만합니다. 노홍철과 ‘무 한도전’에서만 부르기 아깝지 않았나요? 싸이 ‘흔들어 주세요’라는 키워
Program 드와 엘비스 오마주 느낌의 ‘로큰롤’스러운 비 트까지 구상하던 차에 ‘무도 가요제’ 섭외를 받고 ‘여름-무도-노찌롱-흔들어 주세요’가 바로 묶이더라고요...^^ 아깝지만..어찌보면 오히려 홍철이한테 정말 자 어울렸던 곡~. me2day ‘겨싸’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혹시 ‘무한도전’이후 데오드란트 광고가 들어 오지는 않았나요? 원래 땀이 많은 체질인가 요? 상대적으로 땀이 덜 나는 곳은. 싸이 이 질문은...정말 저를 두 번 죽이는 일 인데... 데오드란트 광고는 아쉽지만 아직 안 들어왔다는...땀이 원래 많습니다. 34세 사회 구성원으로서 참으로 ‘얼굴팔린’일이었지만 연에인으로서 는 아주 예능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땀은 원래 많습니다. 노홍철과 작업 뒷얘기는? 춤 가르칠 때 애 먹었죠.
me2day 렉시,아이비,서인영등 여자 가수들 과 작업을 많이 하셨지요. 그만큼 섹시한 곡 을 잘 쓰는 작곡가로도 명성이 자자하신데요, 꼭 같이 작업해 보고 싶은 여자 가수는 누가 있을까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싸이 얼마 전 인순이 선배님께서 친히 전화 를 주셔서 곡 의뢰를 하셨습니다....이 곡을 아 주 열심히 써 볼 참입니다. 거미 곡도 작업중 이고요. 제가 곡을 드리는 이유 혹은 기준은 아주 명료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팬이라서 ^^ me2day 싸이씨는 대한민국 행사계의 ‘넘 사벽’인데요. 요즘 후배들의 역습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굳이 꼽자면 행사계의 라
이벌은 누가 있을까요. 싸이 행사계,공연계,무림계,,통틀어서 저의 롤 모델이자 라이벌은 김장훈 형이죠...서로 두려 훠해서 같이 ‘완타치’콘서트를 한다는 소문 도... me2day 2007년 딸을 얻으면서 ‘내 딸은나 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하셨죠. 4년 이 지난 지금 따님은 누굴 닮았나요? 싸이 1000% 엄마를 닮았습니다....다행이 도... me2day 아직도 엽기가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어떤 가장일지 궁금합니다. 항간에는 아기 기저귀 한 장 안 가는 남편이라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싸이 공적인 대화이므로....서적인 얘기는 사 적으로 해드리겠습니다...^^ me2day ‘무한도전’에서 미남 순위 4위를 하셨어요. 조그 아쉬운 순위인데 현장에 계셨 다면 뭔가 순위에 변동이 있었을까요? 싸이 씨가 생각하는 순위는 몇위쯤. 싸이 지용이는 ‘빅뱅’이므로 열외! 바다는 ‘여 성’이므로 논외! 재형이 형은 ‘대세’이므로 번 외! 그렇다면... 결국 제가 1위였던 것입니다.!! me2day 싸이씨의 공연이나 음악에는 ‘19 금’ 아이템들이 빠지지 않죠 아이디는 어디서 어떻게 얻는지 궁금합니다. 따님은 누굴 닮았나요? 1000% 엄마 닮아 다행
싸이 이슈를 위한 ‘19금’을 한적은 없는 것 같아요. 흐름상 꼭 필요한 경우에 하는 편이 고요. 건전하지 않지만 건강하게 하려고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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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답니다. me2day 공연계의 ‘미친 존재감’으로 통하 시는데요. 반대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받았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싸이 한 공간 안에 모인 나를 포함한 전원이 뛸때는 정말 눈물나도록 감동적입니다. me2day 김장훈씨와 많은 공연을 함께 하 시는데요. 점점 싸이씨의 노래분량이 김장훈 씨를 압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익은 똑같이 나누시나요? 싸이 저의 완타치 형제들은 모든 협업에 있 어서 아름다운 ‘반띵’을 실천중입니다. me2day 싸이씨에게 공연은 어떤 존재인가 요? 군사정권 시절로 돌아가 싸이씨의 공연이 금지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싸이 저에게 공연은 제 작업이자 의무이자 권리인 듯하고요. 군정시절로 간다면 각잡힌 공연을 해야겠죠...?^^ ‘나는 가수다’프로그램을 평가하면? 무림의 숨은 고수들을 찾아준 프로그램.
me2day 올해 계획하신 공연들 대놓고 홍 보할 기회를 드립니다. 싸이 ‘썸머스탠드 흠뻑쑈’ 8월6일 토요일이 고요. 티켓 절찬리 판매중입니다. me2day 요즘 가수들에게 나는 가수다 만 큼 뜨거운 감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싸이씨 가 생각하시는 ‘나는 가수다’ 정말 궁금합니 다. 싸이 무림의 숨은 고수들을 수면 위로 올 려준 아주 소중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 다. 특히 관객이 평가해 주시는 부분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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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듭니다. me2day 싸이씨는 가수들과 공동작업도 여러차례 하셨는데,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 는 누가 있을까요. 물론 싸이씨 포함입니다. 싸이 잘하시는 분들은 너무 많고요. 정말 노 래를 맛있게 하는 건 이재훈 형인 듯 합니다. me2day 히트곡 제조기 이십니다. 저작권 료도 엄청날텐데요. 혹 모 가수처럼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벌어들이고 계신가요? 싸이 저는 주체할 수 있을 정도고요...’낙원’ 과 ‘내 여자라니까’ 두곡이 가장 효자곡입니 다. me2day 마지막 질문입니다. ‘라인나우’이 후 개인 음반활동계획이 궁금합니다. 이 여름 이 끝나기 전에 뭔가 없을까요? 그리고 데뷔
Program
이후 줄곧 유지한 헤어 스타일을 바꿔볼 생 각은 없으신가요. 싸이 여름공연 마치고 신곡 발표할 예정이 고요. 헤어스타일은 그대로일 듯 합니다. 저 의 비주얼의 유일한 강점이 ‘변함 없음’이라 서요...^^ 정리=이경란,김진석기자 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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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 김범수 매력 관찰기 얼굴 없는 가수에서 대세가 된 가수 김범수에 대한 프렌즈 4인의 증언이 여기 있다. 대체 이 어메이징한 남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MBC,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MBC ‘나는 가수다’ (이하 ‘나가수’)의 최대 수혜 자는 김범수다. ‘보고싶다’ ‘하루’ ‘약속’까지 히트곡들을 내놓았지만 그의 얼 굴을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대중가수’이지만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 ‘대중’ 앞에 당당히 설 수 없었던 김범수에겐 ‘얼굴 없는 가수’라는 칭찬도 욕도 아닌 별명이 따라붙었다. 그런데 이제 상황 이 완전 역전됐다. 그에게 ‘비주얼 종결자’라며 외 모에 대한 칭찬이 따라붙고 ‘김범수는 비주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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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노래 연습을 안 한다’는 식의 역설적 개그가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데뷔 13년 차 가수 김범수는 스스로를 ‘데뷔 4개월 차 연예인’이라 말하고, ‘요즘엔 내가 대세!’라며 호시절을 만끽하 고 있다. 김범수의 이러한 과정을 지켜본 그의 지 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착한 범수가 드디 어 떴다!”라며 만세를 불렀다. 대세라 더욱 궁금 한 가수 김범수의 진짜 얼굴을, 지인들의 입을 통 해 생생히 들어보았다.
Program
김범수, 나는 너의 과거를 알고 있다
돈 스파이크(작곡가)
황종현(MBC 라디오 PD) 관계? 범수와는 ‘김범수의 꿈꾸는 라디오’ 를 함께 한 형님.
관계? ‘나가수’에서 김범수가 부른 ‘제발’ ‘ 늪’ ‘님과 함께’등의 편곡을 담당한 실력파 작곡가.
프로그램에서 매주 ‘더 뮤지션즈’라는 코너를 평 론가 임진모, 가수 알리와 함께했다. 매주 한 명 의 아티스트를 선정해서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 고, 대표곡을 범수가 직접 부르는 식이었다. 범수 는 발라드라는 본인의 주종목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새롭게 잘 불러서 스태프 들과 매번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범수와 알고 지낸 지는 벌써 14년이 넘었다. 범 수가 처음 연습생으로 회사에 들어 왔을 때 나도 그 회사의 전속 작곡가라서 알게 되었다. 연습생 이었지만 스무살의 범수는 지금과 똑같은 실력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훌륭했다. 사실 당시엔 외모 때문에 본인도 회사도 자신이 없었 는데, 비주얼에 대한 고민을 무시할 정도로 소름 돋는 가창력을 갖고 있어서 기대를 많이 받는 연 습생이었다.
원래 방송가에서는 김범수가 노래 잘하는 가수 라는 건 아주 유명했다. 이제라도 대중이 범수의 진가를 알아주기 시작해서 정말 좋다. 몇 년 동안 얼굴 없는 가수로 음반만 낼 때는 본인 스스로도 벽을 쌓고 앞에 나서는 것을 약간 두려워했는데, 요즘은 그 부분이 깨진 게 참 다행이다. 요즘 무 대 위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 벽 을 허무니까 그간 쌓아두었던 장점만 대중이 보 게 되는 것이다. 범수가 너무나 착한 심성인 건 두 말하면 잔소리. 범수의 친동생이 매니저인데 동생은 형보다 잘생기고 역시 착하다. 형제가 둘 다 ‘훈내 진동’이다. 넘치는 스케줄 때 문에 요즘 많이 바쁘다고 하더라. 원래 신월동 쪽 에서 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 회식 끝나고 집에 도 같이 가고 동네에서 놀기도 했는데, 최근에 다 른 데로 독립을 했다고 들었다. 가끔 놀러 와라!
범수는 원래부터 굉장한 노력파다. 타고난 실력 에 만족하지 않고 노래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았 다. 또 예의 바른 청년이라 아무리 오래 만났어 도 형님들에게 깍듯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심도 깊다. 어이없이 생떼를 쓰는 스타일도 전혀 아니다. 가끔 ‘어디서 도를 닦나’ 싶을 정도로 심 성이 정말 곱다. 그런데 요즘 초심을 좀 잃은 것 같다. 외모에 있어선 늘 겸손했는데 요즘 들어 스 스로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웃음). 당당 해서 보기 좋다. 얼마 전 ‘나가수’에서 화제를 모았던 ‘님과 함께’ 의 경우엔 본인이 아이디어를 다 낸 것이다. 박 명수와 한무대에 서는 것, 서로 밀치는 것 같은 작은 행동까지도 다 계산을 해서 연출된 장면이 었다. 중간의 애드리브 같은 ‘핫!’ ‘겟 올라잇!’도 범수의 아이디어였다. ‘님과 함께’는 범수가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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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놓은 구상에 맞춰서 편곡 작업을 했다. 가수로 서, 퍼포머로서 아직도 보여줄 게 무척 많은 친 구라 더 기대된다. 송명석(MBC 라디오 PD) 관계? 범수와는 ‘김범수의 꿈꾸는 라디오’ 를 함께 시작한 멤버. 범수가 DJ였지만 워낙 뛰어난 보컬리스트다 보 니 직접 노래를 부르는 날이 많았다. 청취자들도 많이 원했고. 그런데 일단 라이브가 흠잡을 데 없 이 완벽했다.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엔지니어들이 정말 ‘후보정’ 작업이 전혀 필요 없는 가수라며 그냥 ‘생목소리’로 내보내도 되겠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계를 만지지 않아도 되는 가수라 환영을 많이 받았다. 범수가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광팬인데, 정말 좋 아하기에 그가 내한을 했을 당시에 우리 라디오 프로그램에 섭외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범수가 한국 악기를 선물하고 싶다면서 직접 악기 상가 에 가서 태평소를 사와서 선물로 준적도 있을 정 도로 세심한 스타일이다. 범수는 고집이 있는 뮤지션이다. 내가 보기엔 타 협하지 않고 자기 길만 걷는 스타일이다. 하기 싫은 음악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대중 이 알아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맞는 것 아닌 가라고 생각을 하더라. 일단 노래야 대한민국 보 컬리스트 중에선 1위 아닌가? 근데 사실 되게 재 미있는 캐릭터다. 슬픈 발라드를 주로 불러서 잘 몰랐겠지만 은근 예능감이 있는 사람인데, 쉽게 이슈가 될 수 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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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는 철칙을 갖고 있더라. 사실 프로그램을 만 드는 입장에선 ‘놀러와’나 ‘세바퀴’ 같은 데 나가 주면 입소문도 나고 좋은 건데, 그런 건 안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나가수’도 예능이지만 음악을 주 제로 하기 때문에 출연한 것이고, 자기 소신이 있 으니까 결국 이렇게 잘되는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제 옛사랑은 잊고 멋진 여자 친구를 만나길!
윤일상(작곡가) 관계? ‘하루’ ‘보고싶다’ ‘시크릿가든’ 주 제곡인 ‘나타나’까지 범수와 함께 터트린 히트곡이 많은 인기 작곡가 범수와 안 지 꽤 오래됐는데 아직도 나를 만나면 어려워하는 것 같다. 신인 시절부터 만나서 그런 건지, 나랑 있으면 밥을 많이 먹고 노래를 굉장 히 열심히 한다. 음악적으로는 자주 이야기를 나 눴지만 난 범수가 그렇게 웃기는 사람이라는 걸 ‘나가수’를 통해 알았다. 예전엔 범수를 ‘제2의 김 건모’로 키워보고 싶어서 빠른 비트의 노래도 만 들어 주곤 했는데, 당시엔 숫기도 없고 예능감도 없어서 쉽지 않았다. 요즘 범수가 정말 대세인 건 맞다. 얼마 전에 범 수가 노래를 부르는 한 행사를 갔더니 관객을 쥐 고 흔들더라. 예전에 가수에게 필요한 건 자신감 이라며 무대 위에서 마음껏 하라고 조언을 한 적 이 있는데, 지금 날개를 단 것 같다. 싱어로서 범수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았 는데 여기에 인지도까지 올라가니 얼마나 기쁜 지 모른다. 기본적으로 겸손하고 음악도 진지하
Program 게 대한다. 그런 게 표정에서 느껴지니까 사람들 이 좋아해 주는 것 같다. 얼마 전에 나랑 작업했던 ‘끝사랑’을 녹음하면서 범수가 참 많이 울었다. 이건 범수의 진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12년 동 안 만났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계속 힘들 어했는데 얼마 전에 그녀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너무 짠하다기에 그 이야기를 ‘끝사 랑’ 가사에 담았다. 범수가 부르는 사랑 노래는 아마 올해부터가 진짜 감정일 것이다. 13년을 기다려 이제야 빛을 본 범수가 대견하다. 지금의 인기를 잘 유지하려면 평상심을 유지해 야 할 것이다. 범수에게 ‘하루’나 ‘약속’ 같은 곡들 이 없었더라면, ‘나가수’엔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 다. 이 점을 기억하고 가수 본연의 모습으로 중심 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 얼굴 없는 가수라 불리면 서 자기 끼를 발산하지 못했던 순간을 떠올려본 다면, 범수에겐 지금이 봄날이다.
프렌즈들이 김범수에게 궁금한 것들, 범수에게 물어봐 요즘 대세 김범수에게 인터뷰를 청했다가 정중히 까였다. 그래서 기자도 머리를 굴렸다. 김범수의 프 렌즈에게 당신에게 궁금한 것들을 받아 질문을 던 지겠다고. 하지만 연말까진 스케줄이 꽉 차 있으니 내년 1월에나 하자는 친절한(매니저의 착한 목소리 에 넘어갔다) 답변이 돌아왔다. ‘옛 정’까지 운운하 며 설득해 봤지만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며 또 다시 거절. 하루에도 인터뷰 요청만 40건이 넘게 들어온다니 더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2012년까지 기다릴쏘냐. 김범수의 지인들을 ‘털었더니’ 나온 질 문들이 여기에 있다. 김범수의 요즘 인생이 담긴 질 문들이다. 범수씨, 답 언제 줄 거요?
신월동 토박이라 같은 동네 주민이었던 범수, 얼마 전에 독립했다던데, ‘나가수’ 이후에 대 체 얼마를 번 거니? (황종현 PD) 12년 동안 한 여자와 연애를 했던 순애보 범 수, 헤어지고 힘들어 했는데, 요즘 새로운 여 자 친구는 없니? (송명석 PD) 너 안 지 14년이 넘었어도 한 번도 화내는 걸 본 적이 없어. 진짜 착한 거니? 아님 착한 척 하는 거니? (돈스파이크) 요즘 대세라서 눈빛만 줘도 여자들이 따른다 는 소문이 있더라.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윤일상) 무릎이 탈 때까지 오르자며 산악회 ‘버닝니 즈’ 만들어놓고 완전 바쁘신 회장님, 요즘 연 예인 전문 산 도우미 김제동씨랑 산 타던데 우리 버닝니즈는 버린 건가요? (익명의 산악 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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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어디까지 왔니
‘나가수’의 인기가 방송 초반처럼 폭발적이진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가수’는 할 말이 많은 화제의 프로그램이다. ‘나가수’를 잘 안다는 대중음악 평론가 세 명에게 물었다. ‘나가수, 어디까지 왔니?’ 취재_김민주 기자 일러스트_김재민
TAKE 1 ‘나가수’이 대로 괜찮은가 ‘나가수’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식상하 다는 평도 많은데 김봉현_재해석 혹은 편곡의 문제다. 흘러간 노 래를 TV로 다시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가수들 은 ‘신선함’을 위해 ‘파격’을 내세운다. 시청자 역 시 자연스럽게 원곡과는 다른 무언가를 기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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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나 그것이 반복되면서 파격 자체가 지루 해진 경향이 있다. 처음에는 댄스와 발라드를 재 즈와 뮤지컬 풍으로 다시 부르는 일이 신선했지 만 회가 거듭할수록 시청자는 ‘파격’을 ‘기본’이 자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가수들의 무대를 대한 다. 이렇게, ‘높아진 기대치’와 ‘파격에 익숙한 감
Program 성’을 가지게 된 시청자의 욕구를 가수들의 시도 와 노력이 채워주지 못하는 현상이 슬슬 발생하 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수’에 여전히 관심 을 갖는 이유는 최민우_이래저래 말은 많지만 TV에서 보기 어 려웠던 가수들을 주말 예능 황금 시간대에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MBC가 그 전에 ‘수요 예술무대’나 ‘음악여행 라라라’를 모두 폐지시킨 뒤라 ‘나가수’ 말고는 실력파 가수들이 나올 곳 도 없지 않나. 김봉현_여전히 순기능이 있다. 프로 뮤지션을 데려다놓고 순위를 정하는 구조에는 원천적으로 반대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영영 볼 수 없 을 것 같았던 모습, 즉 장혜진이나 임재범, 조관 우가 일요일 저녁에 공중파 TV에 나오는 광경을 실제로 만들어내고 있다. 프로그램이 롱런하려면 뭘 개선해야 하나 위근우_초반처럼 월요일마다 모든 포털 연예면 을 초토화하지 않고 있는 게 오히려 긍정적이라 고 본다. 프로그램 외부의 사건들로 지나치게 떠 들썩했고, 이제 좀 더 차분하게 쇼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최고의 세션을 이용한 무대는 MR 위주의 순위 프로그램에선 즐길 수 없는 사운드 를 선사한다. 롱런을 위해서라면 글쎄, 오히려 딱 지금만큼의 관심이면 족할 듯. 최민우_프로그램의 콥셉트 자체가 롱런이 어렵 다. 프로그램이 처음에 보여줬던 충격과그로 인 한 기대를 만족시키기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더군다나 몇몇 ‘특화된’ 출연자들은 앞으로도 무 대에서 내려올 것처럼 보이질 않으니, 그로 인한 부담도 프로그램이 짊어져야 할 숙제다.
TAKE 2‘ 나가수’의 무대 매너는 어떤가 ‘나가수’는 매번 편곡이 화제를 모은다. 무 대가 끝나면 ‘파격적’이다 혹은 ‘무리수’였 다며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가 보기 엔 편곡, 마음에 드나 위근우_어느 순간부터 너무 파격을 추구하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 가수 본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 리는 나이브한 편곡이 오히려 필요할 때도 있어 보인다. 1회 방송 때 가수들이 자기 노래만 불러 도 ‘감동적’이라고 난리가 났던 순간을 떠올려본 다면. 최민우_일종의 암묵적인 ‘공식’이 있다. 청중 평 가단을 ‘앉은자리’에서 사로잡을 수 있는 드라마 틱한 전개와 커다란 볼륨에 집중하는 것. 다양한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편곡이 획일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때문이다. ‘나가수’는 한 장르에 치중하지 않으려고 선곡에 신경을 많이 쓴다. 잘 고르고 있나 김봉현_때때로 다르다. 가장 실패한 선곡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BMK의 ‘편지’(김광진)였다. 가 장 인상적이었던 재해석은 이소라의 ‘넘버원’. 최민우_가끔 해당 가수의 색깔과 전혀 맞지 않 는 곡들을 주거나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 ‘의외성’이 곧 ‘파격’을 의미하지는 않는데. 보기 안쓰럽다. 그렇다면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다 양한 변신은 어떻게 보고 있나 김봉현_옥주현은 이제 뮤지컬을 연상시키지 않 는 무대를 고민해 봐야 할 듯. 김범수가 가장 다 양하고 다재다능한 무대를 보여주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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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_매주 뭔가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이 눈에 보인다. 장혜 진의 ‘미스터’나 박정현의 ‘이브의 경고’ 같은 무 리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와중 에 ‘감동’까지 줘야 하고, 거기에 ‘탈락’이라는 부 담도 안고 있다. ‘과감한 도전’보다는 해당 뮤지션에 대한 ‘혹사’로 보이는 까닭이다. 뮤지션들과 조를 이루는 매니저들은 제 역할 을 잘하고 있나 위근우_사실 쇼 안에서 매니저가 하는 일은 경 연 순서를 정하는 것 외에 크게 부각되지 않지 만 피를 말리는 경연에 내몰린 가수들에게 개그 맨 매니저의 다독거림은 상당한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최민우_방송을 통해서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무대 뒤에서는 여 러 가지 를 하겠지만 방송으로는 잘 안 나오다 보니 ‘진 짜’ 매니저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김봉현_뭔가 프로그램의 ‘계륵’ 같은 느낌. 딱 히 존재감은 없는데 그렇다고 없어지면 또 허전 할 것 같은.
TAKE 3 탈락은 냉정하게? 평가단을 평가해 보자 ‘나가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만큼 청중 평가단이 베스트 3인을 적는 중복 투표를 하 고, 가장 적은표를 받은 가수가 탈락하는 형 식이다. 현재 방식에 불만은 없나 위근우_신정수 PD의 투입 이후 시작된 중복 투 표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생방 송 문자 투표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도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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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직접 투표하면 탈락자에 대한 알리바이 는 확보하겠지만 그것이 더 정확하고 공정한 결 과로 이어질 거라 믿지는 않는다. 김봉현_방식보다는 청중에게 무대의 어떠한 요 소가 어필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연우의 조기 탈락이 상징적 인데, 크고 화려하고 여러 장치가 동원되고 보컬 에 기교가 들어간 무대가 유리할 수밖에는 없을 듯.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혹시 방송의 순위와 실제 본인이 매겼던 순 위와 차이가 많았던 적은 없나? 최민우_매번 다르다. 아마 누구든 평가단 자리 에 있다면 비슷한 평가를 내리지 않을까. TV로 걸러 보는 것과 라이브를 가까이에서 듣는 건 차 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립 박수가 나오고 눈물 을 흘리는 데는 이유가 있을 듯. 새로운 투표 방식을 제안해 본다면 최민우_애초에 청중이 가수를 살리고 죽이는 ‘ 글래디에이터 콘셉트’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다 른 방식을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근우_이것은 순위가 무의미한 무대라 말하면 서도 누군가를 공정하게 떨어뜨릴 방법을 고민해 야 하는 이율배반적 포맷이라 정답이 없는 듯.
TAKE 4 ‘나가수’ 이 사람이 나온다면 올킬? 위근우_윤상. 물론 뮤지션으로서의 명성에 비해 보컬리스트 윤상의 실력이 탁월하다고 보기는 어 렵다. 하지만 때론 감성적이고 때론 냉소적인 목 소리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들려주는 그가 들어온 다면 마치 전투력처럼 가창력을 평가하는 분위기 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Program 김봉현_그룹 빛과 소금의 멤버인 한경훈. 비록 세련된 장기호의 보컬에 가려진 감이 있지만 나 약함의 수렁에서 뒹구는 듯한 그의 보컬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전설 아닌 레전드로 남아 있다. 마침 장기호가 프로그램의핵심 인물로 활약하고 있으니 순위 조작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또한 지금은 목사가 된, 그룹 이오공감의 반쪽이자 탁 월한 작곡가인 오태호. 이승환과 함께 불러 더욱 부각된 그의 음정에는 불안한 예술가의 심리 상 태가 반영되어 있다. 3옥타브 올라가는 게 무슨 소용? 모든 절창은 그의 앞에 무릎 꿇을 것.
‘나가수’를 평가한 3人은... 김봉현은 대중음악 평론가로 특히 흑인 음악 애 호가이며 알앤비를 즐겨 듣는다. 최민우는 대중음악 웹진『웨이브』의 편집장으로 대중음악 비평에 조예가 깊고, 위근우는 TV 전문 웹진인『10아시아』의 기자로 인디 신(scene)에 관심이 많다.
‘나가수’ 내 멋대로 랭킹(별 다섯 개 만점) 옥주현 ‘U-Go-Girl’만 봐도 뮤지컬 스타로서 하나의 쇼를 완벽하게 기 획한다는 느낌이다. 항상 잘 부르고 잘만든다. 그런데 감동은 잘 모르겠다. (★★★ 위근우) ‘U-Go-Girl’에서도 자꾸 뮤지컬을 연상하게 되는 건 내 편견 탓일까? 감동까지는 아니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김봉현)
김범수 노래를 잘하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심지어 흥미 롭게 소화할 수 있는 가수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된 듯하다. ‘늪’은 정형돈의 그것과 함께 올해의리메이크. (★★★ 위근우) ‘외톨이야’는 굿! 발라드에 갇혀 있던 이미지를 확실히 깼다. (★★★★ 김봉현)
YB 로큰롤 베이비임을 절대 잊지 않는 YB의 무대는 언제나 시원하 다. 예측 불가능한 편곡은 없지만 어느새 방방 뜨고 있는 스스로 를 발견한다. (★★★ 위근우) ‘빙글빙글’에서 진가를 확인. 프로그램 초기에는 혼자만 록 밴드라고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약이 된 듯하다. 물론 무대 자체도 잘해 왔다. ★★★★ 김봉현)
박정현 그녀의 테크닉을 거론하는 건 새삼스럽다. 중요한 건 ‘이젠 그랬 으면 좋겠네’ 같은 곡에서 확인할 수 있듯 가슴을 건드리는 목소 리라는 것. (★★★★ 위근우) 아, 이렇게 너무 만인의 사랑받는 거 싫은데. 별점에는 사심 포함.(★★★★★김봉현)
조관우 이승철과 이은미가 합류하지 않는 이상, 조관우는 이 프로그램 이 섭외할 수 있는 마지막 거물이라는 생각. 다들 ‘달리는’ 중에 도 자신의 페이스로 ‘남행열차’를 부른 것도 긍정적으로 느껴진 다. (★★★★ 위근우) 현재 출연자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노래를 ‘지르지’ 않는 존재. ‘ 글루미선데이’ 같은 ‘남행열차’는 또 처음. 좋은 의미다. (★★★★김봉현)
김조한 솔직히 김조한의 첫 무대인 ‘I believe’는 브라스 편곡과 기타의 리듬 커팅이 더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리듬을 이끌어간 것이 김조한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지르는 것보다도 리듬 진행 능력에 점수를 주고 싶다. (★★★ 위근우) ‘I Believe’가 1위를 할 정도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역시 짬밥 무시 못한다. 솔리드의 앨범을 모두 테이프로 샀던 나에게는 조금 찡한 등장이기도. (★★★김봉현)
장혜진 뭔가 아쉽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은 좋았지만 ‘슬픈 인 연’은 조금 나이브한 느낌이었고 ‘미스터’는 무리수였다. 좋은 편곡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 (★★★위근우) 이소라의 ‘넘버원’만큼의 파격적 선곡이라 기대했던 ‘미스터’는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그래도 관록은 엿보인다. (★★★김봉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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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희극지왕, 김병만 연미복에 콧수염, 모자, 지팡이로 완벽히 변신을 마친 김병만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데 그의 표정에, 희로애락을 품은 광대 채플린의 모습이 서려 있었다. 취재_김민주 기자 사진_하지영(studio lamp), SBS 제공 스타일리스트_지현 의상협찬_쁘리에웨딩, 제이미앤벨, 소다
김병만은 키스&크라이에서 발목 부상도 참아가며 찰리 채플린 연기를 선보였고, 김연아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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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달인’은 사전적 의미와 별개로 이제 개그맨 김병 만을 지칭하는 고유 명사가 됐다. 행정안전부 공 무원들이 그에게 특강을 듣고, 피겨 퀸 김연아는 아이스링크 위에서 굵은 땀을 쏟아내는 그의 몸 짓에 울었다. 그가 ‘웃겨서’ 좋기도 하지만 그 진 지한 노력이 ‘존경스러워서’ 그의 개그를 사랑한 다는 사람들도 많다. ‘달인’은 어떻게 ‘대세’가 됐 을까. 쏟아지는 찬사를 뒤로한 채 매일 연습실에 만 틀어박혀 있다는 이 남자의 생각이 궁금해 인 터뷰를 청했다. 늦은 밤 10시, 달인도 지친다...
김병만을 만난 것은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 었다. ‘개그콘서트’의 아이디어 회의를 끝내고 오 는 길이라고 했다. 아이스링크가 있는 일산 탄현 SBS 방송센터의 계단에 운동복 차림으로 걸터앉 은 그는 조금 지쳐 있었다. 원래도 그리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라고 들었지만 어딘가 편치 않은 모습이라 걱정이 되었다. 앞으로 총 3번의 경쟁(‘김연아의 키스&크라이’는 피겨 스케이팅 공연 후 투표로 탈락 팀을 결정하 는 서바이벌 방식의 프로그램이다)이 남은 상황, 그는 매번 새로운 기술로 지난번 무대보다 발전 된 공연을 선보여야 한다는 중압감에 잠도 잘 안 온다고 했다. 공연 직후 쏟아지는 평가 기사들도 그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요인들. 뭐든 ‘적당히’가 통하지 않는 자신의 철칙 때문에 그의 표정은 여 유로울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대회에 나 가는 사람처럼 그는 초조해했다. 조금이라도 더 연습을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평발이라 통증을 자주 느끼는 그는 얼음 위에서 더 자유롭게 움직 이기 위해 사비로 300만원을 들여 스케이트 신발
2켤레를 사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연습만이 걱정을 없애주니까요. 그래도 요즘은 초반보단 기술이 늘어서 더 어려운 걸 연습하는 재미도 생겼어요.” 김병만이 요즘 고정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개그 콘서트’의 ‘달인’ 코너와 ‘키스&크라이’ 딱 두 개 다. 하지만 매번 엄청난 연습을 해야지만 방송을 할 수 있기에, 그가 느끼는 체력적・정신적 부담 감은 상당했다. 이미 4년 가까이 해온 ‘달인’의 새 아이디어를 짠 후 줄타기며 외발자전거 등의 기 술을 익혀야만 했고, 점프나 리프팅, 스핀, 스파 이럴 등 피겨 스케이팅의 난이도 있는 동작을 매 회 마스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요즘은 정말 밤 낮 가리지 않고 연습에만 매달려도 시간이 모자 란다며 굳이 늦은 시간에 이런 곳으로 기자를 불 러 미안하다고 했다. 아이스링크가 정리되는 동안 그에게 ‘키스&크라 이’에서 보여줬던 찰리 채플린 공연 이야기를 꺼 내며 그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않는다는 채플린 의상으로 갈아입고 카메라 앞에 서 줄 것을 제 안하자 그때서야 김병만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찰리 채플린의 어제
전라북도 완주군의 가난한 농촌에서 자란 저는 집에 빚이 많아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취업 전 선에 뛰어들었어요. 그러다 학교 다닐 때 저와 라 이벌인 친구가 TV에 나오는 걸 봤죠. 대학교를 찾아다니며 끼 있는 학생을 발굴하는 프로그램 이었는데 저보다 실력이 못하다고 생각했던 친 구가 TV에 나오는 걸 보니 갑자기 승부욕이 솟 아서 그날로 직장을 관두고 저도 제 꿈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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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사실 집에 빚이 워낙 많아 서, 매달 벌어도 갚을 수 없는 돈이라 차라리 ‘모 험을 걸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 생 각했거든요. 개그맨이 되고 싶어 연기 학원의 전화번호가 적 힌 쪽지만 들고 스무 살에 서울로 상경한 저는 월세 낼 돈이 없어 건물 철거, 폐기물 수거, 신문 배달, 인테리어 시공, 연기자 매니저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 어요. 위험한 공사 현장에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고, 사는 게 팍팍해서 좌절도 많이 했지만, 개그맨에 대한 꿈 을 접지 않았고 7번 떨어진 끝에 2002년에 KBS 공채 개그맨이 되었어요. 웃기는 건 워낙에 자신이 있었기에 방송국에 들 어가면 바로 성공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제게 기 회는 오지 않았죠. 무술 유단자라는 이유로 유독 몸을 쓰는 역할만 줬어요. PD들은 제가 말을 하 면 재미가 없다면서 대사가 없는 코너만 짜 오라 고 했어요. 그래서 무술과 관련된 개그만 계속 했 고 차력사나 스턴트맨 출신이라는 오해를 받으 면서 8년 동안 무명 시절을 보냈어요. 당시 저는 끼 있는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어요. 동기인 정형 돈, 이정수, 김다래가 떴고, 유세윤처럼 실력 있 는 후배들도 방송국에 들어오자마자 스타가 되었 죠. 연말에 ‘개그콘서트’의 주역들을 부르는 자리 에선 늘 제외되었고, 지나가던 PD에게 인사를 해 도 무시당하기 일쑤였어요. 남들이 보기에 전, 그 저 왜소하고 할 줄 아는 건 무술밖에 없는 무명 개그맨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그때부터 제 좌우 명은 단순하게 ‘열심히 잘하자’였어요. 지금은 동 료들이 잘되지만, 나중에라도 제 진심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버텼어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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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까지 절대 쉬지 말자고 다짐했고, 작은 코너라 도 어떻게든 끼어서 하려고 했어요. 무대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격하게 텀블링을 하거나 무리한 동작들을 연속으로 하다 발목 부 상을 당하기도 했어요. 단순히 삐었다고 생각하 고 참았는데 갈수록 무척 아파 병원에 가보니 조 각난 뼛조각이 돌아다닌다는 걸 알게 됐죠. 의사 가 당장 수술을 하자고 했지만 3개월 동안 움직 일 수 없다는 말에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 요. 제가 쉬면 먹고살 길이 막막했으니까요. 뼛조 각 때문에 요즘도 하체에 충격이 가는 축구 같은 건 하지 않아요. 무명 시절이 길어질수록 가족들에게 아무런 도 움도 줄 수 없다는 죄책감에, 저는 부모님의 전 화를 더 퉁명스레 받았어요. 혹시라도 돈이 필요 하다고 할까 봐 일부러 화를 냈고, 제가 개그맨이 되는 걸 반대했던 아버지와는 무뚝뚝한 부자지 간으로 지내왔어요.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고 방 송으로 번 돈을 악착같이 모아 고향에 땅을 샀 을 무렵, 아버지가 대장암 판정을 받았고 심한 치 매 증상까지 겹쳐서 지금은 아들인 저를 알아보 지도 못해요. 안타까운 건, 아버지는 개그맨으로 성공한 제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거예 요. 요즘처럼 상도 받고 사랑도 많이 받을 때, 아 버지 생각이 더 많이 나요. 효도에도 때가 있다 는 것을 저는 왜 지금에서야 알았을까요. 한 번 만이라도, 다시 아버지와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 누고 싶어요. 찰리 채플린의 오늘
‘개그콘서트’의 ‘달인’은 원래 다른 코너 사이를 이어주는 브리지(Bridge)로 하던 개그였어요. PD
Program
찰리 채플린이 출연했던 영화 테이프는 다 샀어요. 그의 표정이나 연기를 따라 하 며 얼마나 돌려 봤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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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도 이 프로그램이 오래갈 수 있겠냐며 별다른 기대를 갖지 않았죠. 단 1분을 하더라도 게으름을 피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일반인이 성공하기 힘든 장기들로 포커스를 맞춰갔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운동이나 무술, 약간은 몸이 고달픈 쪽으로 개그를 만들었어요. 그러다 16년간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했다는 ‘설 태 김병만’으로 출연해 양파, 태국 고추, 고추냉 이 등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괴로우면서도 “아무 렇지도 않다”고 하던 ‘미각의 달인’ 편부터 붐업 이 되어 ‘달인’에 대한 반응이 오기 시작했어요. 무대 위에서 땀을 흘린 만큼 사람들이 제게 찬사 를 보내니 점점 더 어렵고 강한 미션을 찾게 되 었지만 이 모든 게 감사해요. 4년간 달인을 해오면서 보유한 레퍼토리만 230 개가 넘어요.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무조건 도 전을 했거든요. 전 호기심이 강한 편이고 무엇을 대하든 개그의 소개로 열어둬요. 직접 해보지 않 으면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궁금한 건 일단 하고 봐요. 수박에 빨대를 꽂아 빨아 먹는 개그도 그렇 게 탄생한 거예요. 외줄타기의 경우도 마찬가지 였죠. 후배인 류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이디 어가 떠오른 김에 직접 과천 연습장을 찾아가 한 달간 총 4번의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올랐죠. 열심 히 하면 가능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도 남들보 단 운동 신경이 좋으니 따라 할 수 있다는 생각 에 집중을 해서 훈련했더니 연습한 지 2시간 만 에 외줄타기에 성공했어요. 요즘에 제가 ‘달인’과 함께 열중하고 있는 것은 ‘ 키스&크라이’예요. 파트너보다 키가 작아서 리프 팅(머리 위로 드는 동작)을 할 때 상대가 불안해 할까 봐 그녀보다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가는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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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모래주머니를 이용해 연습을 했더니 담당 PD 가 “방송도 좋지만 제발 자기 몸을 더 신경 써 달 라”고 당부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 지 않으면 스케이팅을 제대로 할 수 없기에 저만 의 훈련법으로 근력을 키울 계획이에요. 지난 경쟁 때 보여준 찰리 채플린 쇼에 대해 호 평이 쏟아져 기분이 좋았어요. 특히 세계 최고인 김연아씨가 제 연기에 감동해 눈물까지 흘린 것 을 보고 어찌 할 바를 모를 정도로 기뻤어요. “내 가 본 피겨 공연 중에 최고였다”는 말에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은 기분이었죠. 사실 요즘엔 2~3시간밖엔 못 자는 강행군이지만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지금 아무리 스케줄이 많고 힘들더라도, 정말 힘들었던 건 아 무도 알아주지 않던 무명 시절이었죠. 요즘은 하 루하루가 너무 설레요. 제가 흘린 땀을 알아주기 에 감사하죠. 매주 ‘개그콘서트’든 ‘키스&크라이’ 든 저를 기다리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생각에 또 다시 땀을 흘리게 돼요. 제가 스턴트 슬랩스틱 코미디를 고집하는 것을 보고 무식하게 몸으로만 웃긴다고 조롱하던 사람 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찰리 채플린도 말이 필요 없는 연기를 했어요.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 그 를 존경해요. 몸의 세계는 편법이 통하지 않아요. 저 역시 무대 위에서 평생을 희극 배우로 웃음과 감동이 섞인 연기를 선보이고 싶어요.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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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rt COLUMN
TV 보는 樂
뷰티 프로그램 전성시대
미인은 만들어진다 사상가 시몬 드 보부아르는 말했다. “여성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TV 뷰티 프로그램들도 소리 높여 외친다. 미인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라고. 자기 계발 열풍 속에서 외모 관리가 중요한 항목으로 떠오른 요즘, 시대 흐름에 맞춰 뷰티 프로그램도 전성기를 맞고 있다. 기획_김민주 기자 글_김선영(TV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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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뷰티 프로그램에는 유진의 ‘겟 잇 뷰티’(온스타일), 오승현의 ‘뷰티 아일랜드 미인도’(Trend E), 나르샤의 ‘스타일 쇼 필’(엠넷),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스토리 온) 등이 있다. 웬 만한 드라마나 버라이어티보다 재미있는 뷰티 프로그램의 매력은 뭘까. 뷰티 프로그램은 여자들을 위한 오락 쇼!
2006년은 국내 뷰티 프로그램 역사의 원년이다. 이 분야의 원조이자 양대 산맥 ‘겟 잇 뷰티’와 ‘트렌 드 리포트 필’(엠넷)이 방영을 시작한 해이기 때문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뷰티계의 다양한 소식과 트 렌드를 분석하고 셀레브리티들의 스타일 연출법을 소개하면서 큰 인기를 모아 현대 여성들의 스타일 관리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둘의 성공 이후 유사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뷰티 프로 그램은 확실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5년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정보 전달 위주의 매거진식 프 로그램에서 다양한 포맷의 버라이어티로 발전했다. 가령 ‘트렌드 리포트 필’은 최근 그 후속편인 ‘스타일 쇼 필’로 개편되며 초대형 스케일의 스타일 쇼 버라이어티로 변신했다. 런웨이를 재연한 대형 스튜디오와 100명에 달하는 방청객으로 규모가 커졌 고, 내용 면에서도 즉석 스타일링 배틀, 몰래 카메라, 스타일 실험 등 다양해진 구성으로 쇼의 성격 을 강화했다. ‘겟 잇 뷰티’는 3대 MC인 유진의 ‘겟 잇 뷰티’에 이르러서 완전한 뷰티 전문 버라이어티 로 거듭났다. 두 프로그램의 변신을 필두로 한 최근의 뷰티 버라이어티들은 방청객과 함께 호흡하는 토크쇼 포맷 을 결합하여 쌍방향 방송을 지향하며,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파격적인 연출을 자주 선보 인다. ‘겟 잇 뷰티’에서는 헤어스타일 연출을 위해 한 방청객의 긴 생머리를 즉석에서 가위로 잘라 충 격을 주었고,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는 첫 회에서 이승연과 주부 방청객들이 입고 있던 브래지어를 벗어 무대로 던지는 도발적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으며, ‘스타일 쇼 필’은 ‘스타일 랩’ 코너에서 튜브 톱을 입은 여성들이 단체 줄넘기를 하거나 뙤약볕에서 춤을 추는 등 매회 발칙한 의상 실험으로 주 목받고 있다. 메이크오버, 영원 불멸의 신데렐라 판타지
뷰티 프로그램은 저마다 내세우는 슬로건이 있다. ‘겟 잇 뷰티’는 ‘모든 여자는 아름답다’를, 결혼한 여 자들의 ‘겟 잇 뷰티’인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는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는 고전적 슬로건을 재확 인시킨다. 뷰티 프로그램의 핵심은 그 ‘미(美)’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과거의 프로그 램이 주로 연예인 따라잡기에 가까웠다면, 최근 프로그램은 개인이 지닌 숨은 아름다움과 개성에 초 점을 맞추며 내면의 자신감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뷰티 프로그램의 내러티브는 개인이 자신의 아름다 움을 찾는 회복기다. 그 안에 내재된 판타지는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는 순간, 즉 신데렐라 변신 판타지다. 모든 뷰티 프로그램이 메이크오버 코너를 필수로 삽입하고 강조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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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아일랜드 미인도’가 의뢰녀의 고민을 해결해 스타일을 변신시켜 주는 모습은 그러한 메이크오버 의 가장 고전적 형태에 속하고, ‘스타일 쇼 필’의 셀프 메이크오버 코너인 ‘누구세요?’는 ‘Before&After’ 를 통해 드라마틱한 변화를 더 극적으로 보여준다. 더 특별한 메이크오버도 있다. 가령 ‘겟 잇 뷰티’ 시즌 2 첫 에피소드에서 ‘대인기피 오덕후녀’로 등장했던 출연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스타일 변 신과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을 통해 내면이 치유되고 성장하는 넓은 의미의 메이크오버를 보여주었다.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에서도 절벽 가슴으로 좀비라 놀림 받던 주부와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절제한 주부가 제작진의 도움으로 가슴 성형 수술을 받는 모습을 통해 아름다움의 회복이 치 유의 문제와 연결되는 메이크오버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결국 최근의 뷰티 프로그램들은 메이크오버 코너를 통해 기존 변신 판타지의 쾌감을 한층 강화하거나 더 넓은 의미로 확장하면서 공감을 얻어낸 다. 요즘처럼 팍팍한 세상에서 뷰티 프로그램은 드라마 속 성공기와 더불어 우리 시대 여성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바로 그 판타지를 선물로 준다.
TV 평론가 김선영은…
어릴 때부터 TV 중독 증세를 보였으며, 직업 덕에 온종일 TV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10아시아』 『월간 에세이』『한겨레21』등에 글을 기고하며 가끔 TV에도 얼굴을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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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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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VISION
Drama
계백
MBC (월, 화) 오후 09:55~ 방송중 (총 36부작)
제작사 : 계백문전사, 크리에이티브 프로덕션, 커튼콜미디어 제작진 : 연출 김근홍, 정대윤 | 극본 정형수 지난줄거리 ( 7월 25일 -1회 / 7월26일-2회) 1회 황산벌에서 벌어진 김유신의 나당 연합군의 공격을 철통같은 방어로 막으며 승리로 이끈 계백은
백제군을 향해 큰절을 하고는 “나는 그대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승리의 공을 병사들에게 돌린다. 선화왕후와 그의 아들인 의자왕이 자객으로 부터 습격을 받게 되고 이에 화가난 무왕은 호위자아군 을 칼로 베어버린다. 신라출신인 선화왕후는 무왕과 결혼해 아들 의자왕을 낳았지만 의자왕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들로 인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무왕은 사랑하는 여인 선화황후를 지키기 위해 속내를 숨기고 허수아비가 된 자신을 감추며 대신들 과 사택비에게 아들 의자의 세자책봉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다. 2회 무진의 아들 계백이 출생하며 무왕의 아들 의자가 왕권을 이어받기위한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충직한 무진은 선화황후와 어린 의자를 목숨걸고 호위하며 무왕의 신임을 받는다. 하지만 백제의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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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혈주의자 사택비는 신라출신인 선화왕후와 대를 이을 의자가 못마땅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다 마침 내 세작(신라의 첩자)의 누명을 씌운다. 무왕은 무진을 통해 선화황후를 지키려 하지만 사택비의 명을 받은 위제단의 우두머리 귀운은 선화 황후를 시해하려 한다. 3회 14년 후, 형 문근과 함께 주점에서 일을 하는 계백은 가끔씩 주점을 찾는 은고에게 보이차를 선
물하지만 창피만 당하고 만다. 선화와 의자를 구하려다 오른팔을 잃게 된 무진은 술로 세월을 보내고 계백은 그런 무진을 정성껏 챙긴다. 한편 사택비의 탄신일을 앞두고 의자와 사냥에 나선 교기는 갑자기 의자에게 화살을 들이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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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VISION
Drama
무사 백동수
SBS (월, 화) 오후 09:55~ 방송중 (총 24부작)
제작사 : 케이팍스, 소프트라인 제작진 : 연출 이현직, 김홍선 | 극본 권순규 지난줄거리 ( 7월 25일 -5회 / 7월26일-6회) 5회 무예연습으로 바다를 건너던 백동수는 친구인 양초립이 물에 빠지자 같이 건너오고... 하지만 장
대표에게 한소리를 듣자 자신은 친구를 버리고 자신만 살면 살수 보다 못한 것 아니냐며 나가버리 려 하지만 흑사모의 얼굴과 자신에게 나약하게 이대로 포기할 거냐는 여운의 말에 오기가 발동해서 장용위에서 버티게 되는데,, 세자가 장용위로 출사한다는 소식에 홍대주는 천에게 사도세자를 없애달라고 하고... 청암사에서 북벌지계를 가지고 온 유소강은 다음날 세자를 기다리지만 흑사초롱 지 와 인 이 쳐들 어오자 크게 부상을 입게 되고 청암사로 몸을피하게 되고, 유소강은 유지선을 기절하게 해서 등에 북벌지계의 내용을 세기고 책은 태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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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천(최민식)이 장용위로 쳐들어오자 흑사모(박준규) 백동수는 여운이 보이지 않자 다시 산채로 가지만 천의 칼에 찔린 스승 장대포의 칼을 받아 천의 허 리를 찌르지만 천은 백동수를 죽이지 않고 옆구리만 찌른후 여운에게 니가 넘어서야 하는 아이라며 잘지켜보라 말한다. 죽은 장대포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산골로 들어간 흑사모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무예를 가르친다. 어느덧 성인이 된 아이들, 무예가 늘었지만 장난기 가득한 백동수와 언제나 진지한 여운, 동무인 양 초립은 먼저 하산하여 유지선(신현빈)을 수행하는 첫 임무를 맡게 된다. 어릴적 자신이 결혼하자고 했던 백동수를 알아보지 못하고 이들을 습격하는 의적단 두목 황진주가 나타나면서 다시 만나게 된다. 6회 북벌지계를 펼치려는 사도세자는 북방에 병력을 많이 배치해서 천국의 눈밖에 나고 이틈을 타
서 사도세자를 몰아내려하는 홍대주는 일부러 흑사초롱을 시켜서 도둑이 든 것처럼 청국 사신을 털 게하면서 새로 천국 사신관을 호위하게 좋게 도성에 더 가깝게 건립하자고 하면서 사도세자의 심기 를 더욱 불편하게 한다. 유지선을 호위하던 백동수와 여운은 의적 부두목인 황진주의 습격을 당하지만 맞선 백동수의 모습 에서 어릴적 백동수의 모습을 떠올린다. 백동수는 유지선을 피신시키지만 호위를 제대로 못했다고 흑사모에게 꾸지람을 듣게 된다. 다시 한양으로 돌아온 검선 감광택(전광렬)은 아이를 잃어버린 곳을 찾게 되는데, 우연히 김광택의 무술솜씨를 본 백동수는 결투를 신청한다. 흑사초롱의 여전사인 지 를 좋아했던 천(최민수)는 검선 김광택을 좋아하는 지(윤지민)때문에 마음 의 상처를 입은 과거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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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VISION
Drama
스파이 명월
KBS2 (월, 화) 오후 09:55~ 방송중 (총 16부작)
제작사 : 이김프로덕션 제작진 : 연출 황인혁, 김영균 | 극본 전현진 지난줄거리 ( 7월 25일 -5회 / 7월26일-6회) 5회 강우는 명월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나타나 보디가드를 하겠다는 것도 이상하고 스터트장
에서 봤던 눈빛이 예전에 본 눈 빛인 것 같다는 느낌에 혼란스러워 한다. 메니저에게 명월의 뒷조사 를 시키지만 명월은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된 답변만 반복한다. 자신이 직접 확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강우는 명월의 집으로 찾가가지만 그 집은 한희복과 리옥순 이 살고 있는 스파이들의 아지트. 마침 그들은 강우를 북으로 데리고 가기위한 회의, 교육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때 들이닥친 강우를 본 이들은 명월의 부모역활을 하면서 혹시 강우에게 정체를 들 킬까 걱정하며 강우에 대한 자료를 치우다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가짜 부부싸움까지 한다. 강우와 합방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명월은 작전을 시도하지만.. 붉은 조명하래 춤추는 명월의 유혹 에 강우는 차갑기만 하다. 다급한 명월은 강우를 덮치라는 옥순의 지시대로 몸을 날리지만 명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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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헤딩으로 강우는 코피를 흘린다. 생일을 이용해 보려는 명월, 케익을 들고 노래도 불러주는데, 강우는 화를내며 케익을 던저버리고 나간다. 열받은 명월은 손에 든 술을 마시고 취해서 강우에게 따져대는데, 강우는 자신의 생일날 아 버지가 돌아가셔서 생일이 없다고 말한다. 결국 술에 취해 쓰러진 명월은 강우의 등에 업히게 된다. 6회 리조트에서 황당하게 강우와 하루밤을 지내게된 명월, 강우는 폭우가 내리는지도 모르고 등반
을 간다. 그런 강우를 찾으러 명월이 산에 오르고 강우는 사고로 발목을 다치게 된다. 고립된 명월이 불도 지피고 새알도 구하고 SOS신호도 보내자 강우는 신기해 한다. 강우는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지만 명월은 그냥 아버지에게 배웠다고 둘러댄다. 우연한 사고로 가까워지게된 두사람, 이 사실을 알게된 최류와 주아인은 속상하기만 하다. 최류에게 감정에 흔들리지 말라는 주의를 받은 명월은 마음아파한다. 북에서는 강우가 명월을 안고가는 모습이 기사화 되어나온 신문을 보고 작전이 잘 수행중이라며 좋 아하고 강우의 기획사 사장은 연애설을 해결하기위해 명월을 해고하려고 한다. 주아인이 명월에게 상처를 주는 심한 말을하며 실강이를 벌이다가 주아인이 넘어지자 그녀의 팬들 은 명월에게 야유와 달걀을 던진다. 이때 강우가 명월에게 다가와 뺨을 때려 버린다. 사실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함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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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VISION
Drama
공주의 남자
KBS2 (수, 목) 오후 09:55~ 방송중 (총 24부작)
제작사 : 공주의 남자 문화산업 전문회사, 어치브그룹디엔, KBS 미디어 제작진 : 연출 김정민, 박현석 | 극본 조정주, 김욱
왕이 되고자 김종서를 살해한 계유정난의 주역인 수양대군, 그의 딸인 세령(문체원)과 원수가 되어 버린 김종서의 막내아들 김승유(박시후)의 슬픈 사랑을 그린 조선시대 최대 불운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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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1회 왕권을 노리는 수양대군은 김종서와의 정치적 야합을 위해 자신의 딸 세령과 김종서의 아들 승
유를 맺어 주려 은밀히 혼담을 건넨다. 승유가 경혜공주의 강론스승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세령 은 장래의 낭군감을 보고자 경혜공주인 척 강론방에 들어가 승유를 미리 본다. 한편 수양으로부터 단종을 지키기 위해 문종 역시 김종서와 손을 잡으려 하고, 세령을 경혜공주로 착각한 승유와 세령 의 만남은 궐 밖에서도 이어진다. 2회 김종서는 본의 아니게 아들 승유가 부마로 낙점되면서 수양되군과 갈등이 시작된다. 혼담을 거
절당했다고 생각한 수양대군은 승유를 직접 대면하게 되면서 더욱 아까운 생각에 자신의 책사인 한 명회의 모략을 수락하고 승유를 제거하려고 한다. 양가의 아버지들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칼날을 세워가는 사이 아무것도 모르는 승유와 세령은 서로 에게 호감을 가지며 사랑을 싹티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운명은 이들의 사랑을 그대로 두지 않고 승유는 수양대군의 부하들이 쏜 화살을 맞고 쓰러 진다. 한편 아버지 문종이 승유를 부마로 택하려 한다는 말을 전해들은 경혜공주는 강론에 궁녀의 복색으 로 변복하고 들어가 승유를 살표보던중 세령과 승유의 대화를 듣고는 질투심이 솟는다. 3회 경혜공주는 세령에게 승유가 부마로 내정된 사실을 폭고하며 더이상 만나지 말라 경고한다.
세령과 승유는 궐밖에서 만나 바깥세상을 돌아보며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데이트를 즐기며 은밀한 사랑을 싹틔우게 되고 이를 전혀 모르는 수양은 김종서를 대항하기위한 세로운 세력으로 신숙주를 청하고 그의 아들인 신면을 세령의 베필로 정하려고 한다. 수양의 초대를 받은 신면은 세령이 수양의 여식임을 알게 되고 혼인의 제의까지 받는다. 한편 또다시 승유와 세령이 궐 밖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 경혜공주는 두사람을 동시에 잣니의 처소로 불러들인다. 4회 승유는 세령이 진짜 공주가 아님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승유는 마지막으로 세령에게 왜 거짓
말을 했나 알고 싶어하지만 만나지 못한다. 공주의 부마를 최종 간택하는 날, 승유는 수양대군의 일파가 만들어놓은 함정에 빠져 포박당하게 된 다. 이유는 왕실을 농락한죄, 몰래 공주를 꾀어내어 음흉한 짓을 했다는 죄명으로 국문을 받게 된다. 이를 알게된 세령은 경혜공주에게 승유를 구해야 한다고 간청하지만, 경혜공주는 승유를 구해도 자 신이 구한다며 국문장으로 뛰어든다. 경혜공주와 세령이 서로 바꾸어 꾸민짓인지 모르는 수양대군 측은 승유의 죄가 적지 않다며 승유 를 참수할 것을 요구하지만 왕은 승유의 최종간택자 후보자에서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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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VISION
Drama
너에게 반했어
MBC (수, 목) 오후 09:55~ 방송중 (총 16부작)
제작사 : 제이에스픽쳐스 제작진 : 연출 표민수 | 극본 이명숙 1회 국악과 교수님 병원비 모금 일일찻집을 준비하던 규원, 보운은 학교 내 인기 밴드인 더 스투피드
공연 계약을 성사시킨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금의황향한 석현은 개교 100주년 기 념 공연 연출제의를 받고 오래전 헤어진 연인 윤수와 마주치는데... 2회 홧김에 규원과 신은 국악vs실용음악 배틀을 붙기로 하고 진 사람은 한달간 노예가 되기로 한다. 이를 안 규원의 할아버지 동진은 국악의 혼을 전하기 위해 규원에게 지 옥훈련을 선포하고... 개교 100주년 공연 연출을 맡게 된 석현은 캠퍼스에서 우연히 만난 규원을 찜하는 데... 3회 개교 100주년 기념 공연를 맡은 석현은 태준이 준비해둔 기획을 전면 수정하고, 배틀 에서 이긴 신이는 약속대로 규원을 노예처럼 부려먹는다. 한편 규원은 100주년 기념 공연의 오디션을 보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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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자리에서 전설의 기영 선배를 만 나게 되는데... 4회 연주로 오디션에 합격한 규원, 하지만 연기팀으로 배정받고 연극과 학생들에게 왕따 를 당한다. 함께 연기팀에 있게 된 희주는 규원을 의식하며 신이 근처에 있지말라고 경고한다. 한편, 신이는 윤 수가 공연에 함께 하는 것을 알고 공연 연습에 합류하기로 결정하는 데... 5회 신이는 윤수의 생일을 축하하며 목걸이를 걸어주고, 갑작스런 신이의 입맞춤에 윤수 는 당황한 다. 석현은 다친 기영을 기어이 극단의 무대에 데려가지만, 태준은 그런 기 영이 못마땅하기만 하다. 한편, 석현은 공연 연습을 위해 기영 대신 신이에게 노래를 시키는데... 6회 석현의 품에 안긴 윤수를 본 신이는 상처를 받고, 현수의 병원을 찾는다. 규원은 방 황하는 신이 가 안타까워 위로 해 주려고 하지만 신이는 차갑기만하다. 한편, 신이의 가족은 규원의 옆집으로 이 사를 하게 되고 지영은 규원의 할아버지를 보고 당황하는데... 7회 신이는 마음을 추스리고, 신이를 뒤쫓던 규원은 몸살이 난다. 이신은 개교 100주년 공연 엔딩곡 으로 국악과 밴드 합주의 편곡을 맡게 된다. 한편, 석현은 공연의 여주인공으로 규원을 염두해 두고 오디션 제의를 하는데... 8회 공연 여주인공을 뽑는 오디션에서 규원과 희주는 경합을 벌이고, 규원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 석 현과 희주의 노력을 칭찬하는 윤수 사이에는 냉전의 기운이 흐른다. 한편 복지관 공연을 가게된 규 원은 뒷풀이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이신에게 주사를 부리게 되는데... 9회 남녀 주인공도 다 정해지고 공연팀 단합대회 겸 엠티를 준비하는 석현은 윤수에게 함께 가자고 이야기 한다. 퇴원한 규원도 함게 엠티를 떠나고 신난 아이들 속에서 나란히 않은 규원과 신은 어색 하기만 하다. 한편 함께 수박을 사러간 시장에서 규원이가 없어지고 놀란 신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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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VISION
Drama
보스를 지켜라
SBS (수, 목) 오후 09:55~ (2011년 8월 3일 방송예정)
제작사 : 에이스토리 제작진 : 연출 손정현 | 극본 권기영
취업난을 겪고있던 대표 청년 실업자 노은설(최강희분)이 우 여곡절끝에 재벌 기업의 불량 상사인 차지헌(지성)을 모시는 파견직 비서로 취업하면서 벌어 지는 달콤,살벌,쾌할,명랑한 로 맨틱 코미디!~ 지성.김재중.왕지혜가 출연.시티 헌터 후속으로 8월 3일날 첫 방 송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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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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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도 입양’ 고백한 이아현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아현은 한 번도 아이를 낳은 적이 없지만 사람들은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라 말한다. 둘째처럼 큰딸 유주도 입양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힌 이아현의 삶은, 상처를 안고 있어 더욱 빛난다.
공개 입양을 하는 연예인들의 소식이 간간이 들 려오지만 입양을 하는 것을 공개하는 것은 여전 히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배우 이아현이 한 방송을 통해 5년간 숨겨 왔던 비밀을 털어놓았다. “전 한 번도 아이를 낳 아 본적이 없어요. 세상에 완벽하게 감출 수 있는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둘째처럼, 첫째도 가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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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았어요.” 둘째 유라의 입양 소식은 이미 방송과 잡지 등을 통해 소개됐으나, 다섯 살배기 큰딸 유 주도 같은 방법으로 이아현의 품에 안겼다는 것 을 뒤늦게 밝힌 것이다. 그간 둘째의 공개 입양, ‘엄마, 영어에 미치다’ 등 의 교육,육아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엄마라는 자 리에 유달리 애정을 쏟아온 그녀이기에, 첫째 유
Program 주와 관련된 가슴 뭉클한 고백은 더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유주는 얼마 전 ‘키스 앤 크라이’ 에서 엄마와 함께 귀여운 피겨 스케이팅을 선보 여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방송이 끝난 후 네티즌들은 “입양 사실을 밝히기 힘들었을 텐데 두 번씩이나, 대단한 용기다!” “아 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보면 정말 대단한 일이 다” “두 딸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그녀 의 고백에 박수를 보냈다. 이아현을 인터뷰했던 작가는 그녀의 고백은 제 작진도 예상치 못했던 내용이라 사전 인터뷰 당 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의외였죠. 최근 들려 온 두 번째 이혼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만났는데,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큰딸 유주 의 입양 사실을 방송에서 다 털어놓고 싶다고 먼 저 말을 꺼내더라고요.” 평소 이아현과 친분이 있 었던 리포터 조영구도 이날 유주의 입양 소식을 처음 접하고 많이 놀랐지만, 이내 이아현을 다독 이며 응원했다고 한다. 지난해, 둘째 딸의 입양 소식을 지인에게 알렸을 때 축하보단 우려를 더 많이 들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이아현. 하지 만 이제는 입양을 했을 때보다 더 큰 용기로, 세 모녀의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엄마가 되고 싶었던 이아현의 간절한 시간
5년 전 재혼을 했던 이아현은 아이를 갖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사실 첫 번째 결혼에서도 엄 마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으나, 아이가 생기지 않 아 힘들어했기에 재혼을 하자마자 이아현은 시험 관 아기 시술, 약물 치료 등 임신을 위해 갖가지 노력을 쏟았다. 하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패였다. “그게 여자에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몰라요. 시 험관 아기 시술의 결과를 들을 때까진 매번 초주
검이 됐어요. 이걸 여러 번 반복하니까 몸도 마음 도 힘들어서 더는 못하겠더라고요.” 아무리 노력 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자 이아현은 입양 쪽으로 마음을 돌리게 되었고, 그때 큰딸 유주와 운명적 으로 만나게 되었다. “당시에는 제가 활동을 쉬고 있었고, 한 명만 입양을 할 생각이어서 굳이 유주 의 입양 사실을 공개하고 싶지 않았어요. 결정적 으로 결혼 생활을 제대로 못 이어갔기 때문에 더 욱 말하기 힘들었죠.” 이아현은 얼마 전 두 번째 이혼을 하며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큰딸의 입양 사실을 공개한다는 것은 큰 두려움이었다. “저 때문에 손가락질받을 수도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파 요. 아이들이 화목하고 사랑이 많은 집안에 갔으 면 안 겪어도 될 일을 제 욕심때문에 겪고 있다 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미안했죠.” 이혼으로 다시 혼자가 된 이아현은 유주가 자신이 입양되었다 는 사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동생 유라와 함 께 서로 의지하면서 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 어 거듭 고민하다 지난 5년간 숨겨온 이야기를 마침내 세상 밖으로 꺼내게 되었다. “내 딸이 되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이아현이 입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3년 전, 동진이란 아이를 만나면서부터였다. 당시 이혼으 로 우울해하던 이아현은 친언니의 권유로 한 병 원에 봉사 활동을 다니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탯 줄도 채 떼지 않은 동진이를 만나게 되었다. 매 번 동진이가 생각나 고아원에 있는 아이를 며칠 씩 데려와 보살피고 지극 정성을 쏟았던 이아현 은 아이를 입양하려 했으나 당시 이혼 후 혼자 살 고 있었기에 자격 조건 미달로 입양을 할 수 없었 다. 가족 중 부모님도 연로하시고 언니도 미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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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아무도 입양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이후 동진 이는 세 살이 되던 해에 한국에 있던 한 미군 가 정에 입양되면서 미국으로 떠났고, 이아현은 동 진이의 가족과 수시로 연락하며 ‘한국 엄마’ 노릇 을 톡톡히 해왔다. 동진이와 같은 고아원 출신으 로 같은 집에 입양된 또 다른 아이까지, 이아현은 가슴으로 낳은 4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고 했 다. 얼마 전 다시 한국으로 거처를 옮긴 동진이의 가족을 자주 만나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한 아 침 방송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어느새 변성기 가 온 13세 소년이 된 동진이는 이아현에겐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아들이다. 사실 이아현이 입양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던 건 동진이의 양부모처럼, 실제로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이들과 자주 만나면서부터였다. “백 인인 동진이의 부모가 동양인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고 한 가족이 되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무 척 좋아 보였고,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입양이 란 게 꼭 굉장히 큰 결심이나 대단한 사명이 있 어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아 현은 남매를 입양할 경우, 혹시라도 발생할 수도 있을 문제를 걱정해 딸 두 명을 입양했다. 두딸과 함께 손을 잡고 거니는 모습은 이아현이 예전부 터 기대해 온 이상적인 가족의 이미지이기도 했 다. 나중에 자기가 없더라도 자매가 서로 의지해 서 예쁘게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도 생겼다. 이아현은 아이들이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요즘은 유치원생만 돼도, 입양한 아이에 게 ‘너네 엄마 가짜 엄마래’라면서 놀린대요. 아 직 유주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혈액형 때문에라 도 초등학교에 갈 때쯤엔 알게 될 거예요.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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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은 몰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이아현은 그럼에도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상상하고 있었 다. “만약 사춘기 때 입양 사실을 알게 되어서 혹 시라도 방황을 한다면 저는 믿고 기다릴 거예요. 참고 기다려주고 항상 똑같은 마음으로 있어야 제 품으로 돌아올 거니까요. 우리 아이들은 착해 서, 꼭 그럴 거예요.” 만약 친부모를 만나고 싶다 면 기꺼이 도와줄 것이라는 결심도 해본다는 이 아현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엄마, 나를 키워줘서 고맙습니다”라는 한마디다. 큰딸 유주의 입양을 공개하면서 이아현은 “유주 야, 엄마한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유주가 없었으 면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이 자리에 없었을 거 야”며 “유주, 유라가 있어서 엄마에겐 오늘도 내 일도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아현에게 아이들 이 삶의 희망이듯, 아이들에게도 위대한 엄마 이 아현은 희망일 것이다. 이아현, 이혼 소송 정리돼야 마음 편해질 듯
지난 2006년, 연예기획사 대표 이모씨와 재혼했 던 이아현이 올 3월 서울가정법원에 남편을 상 대로 이혼과 위자료 3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 을 제기했다. 이아현의 소속사 관계자는 아직 이 혼 판결이 난 상황은 아니며, 3년 전부터 별거를 해왔고 현재 두 사람은 전혀 연락을 하지 않는 다고 전했다. 이아현은 지난해 10월 한 아침 방송을 통해 남편 의 늦은 귀가와 흡연 문제로 많이 다퉈 이혼 결 심만 만 번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아현씨의 남편 이모씨는 톱스타 비의 영상 화보집과 월드 투어 콘서트를 주관하며 업계에서 인정을 받는 듯했으나 지난 2007년에 하와이와 LA 공연이 취 소되면서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 한 매체
Program 와의 인터뷰에서 이아현은 “남편이 사업 실패 이후 집에 들어오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떠돌이 생 활을 했고 가끔 전화로만 안부를 물었다. 정신적,경제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어 이혼을 결심했다”라 고 이혼 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최근 이모씨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었다는 소문이 돌자 이아현은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미 안해서라도 남편을 용서할 수 없다”며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모씨의 행방을 아는 이 는 거의 없는 상태다. 과거 그와 일했던 연예 관계자들도 그의 근황을 알지 못했고, 사용하던 휴대폰 의 전화번호도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 최근 이아현은 이혼의 상처를 잊기 위해 ‘키스 앤 크라이’에 직접 출연 의사를 밝히며 방송에 매진 하고 있으며, 매일 강도 높은 운동과 피겨 스케이팅 연습 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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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
장 루이 쿠르조 부부 다시 세상 밖으로 아이 둘을 냉동실에 버렸던 엄마가 4년 만에 석방됐다. 남편은 ‘나는 그녀를 버릴 수 없었다’며 아내 곁을 지켰다. 남편은 아내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을까. 일부 프랑스 사회는 그들 가족이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는 게 과연 가능한지를 묻고 있다. 석방된 아내와 다시 만난 지 1년, 서래마을 영아 유기 사건의 당사자 장 루이 쿠르조를 직접 인터뷰했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중앙포토
임신 거부증이란… 임신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그에 관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세다. 지난해 10월,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도 임신 거부증을 다뤘는데, 베로니크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여자들이 소개됐다. 부산의 한 20대 여성이 아이 를 가위로 찔러 죽이려 했고, 경남 김해에서는 엄마가 갓난아기를 비닐봉지에 담아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경찰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거나 “내가 낳았지만 내 아이가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가끔 ‘여고 생이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뉴스가 보도되면 사람들은 ‘어떻게 가족들이 모를 수 있느냐’고 의아해하는데 이런 케이스도 임신 거부증일 가능성이 있다. 프랑스 사회에 임신거부증을 알린 건 장 루이 쿠르조가 펴낸 책(왼쪽 사진)이었다. 그는 지면의 1/3 정도를 아내의 병을 알리는 데 할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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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지난 2006년, 서울 반포 서래마을에서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프랑스 여성 베로니크 쿠르조 가 영아 2명을 살해해 냉동실에 유기했는데 피 해자는 놀랍게도 그녀의 아이들이었다. 부부는 프랑스로 송환돼 조사를 받았고 남편 장 루이 쿠르조도 공범으로 의심받았지만 그는 무죄가 인정되고 아내의 단독 범행으로 밝혀졌다. 프랑 스 투르중범재판소는 베로니크 쿠르조에게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프랑스 형법에 따르면 고의로 사람을 죽이면 최 대 30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는다. 하지만 그녀 는 비교적 낮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 왜냐하면 ‘ 중증 임신 거부증’에 걸렸다는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임신 거부증은 임신부가 아기를 가졌 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정신 질환이다. 실제 로 그녀는 경찰 조사에서 “내가 죽였지만 아기 가 아니다. 그냥 내 배 안에서 나온 뭔가를 없앴 다”고 진술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그녀의 증세 를 인정해 감형됐고, 베로니크는 복역 기간 중 꾸준히 정신과 치료를 받아 상태가 호전됐다. 감 옥에서도 모범수로 지낸 덕분에 작년 5월, 4년 만에 가석방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남편 장 루이 쿠르조는 아내가 수감 생활을 하 는 동안 (유기당한 아이들 말고 또 다른) 두 아 이를 홀로 키우며 옥바라지를 했다. 지난해 10 월, 그는『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미셸라퐁 출판사)라는 책을 통해 그 과정을 공개했다. 쿠 르조는 이 책에서 아내를 끝까지 믿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적고 ‘임신 거부 증’을 경고했다.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돼 7월 중 출간 예정이다. 쿠르조 가족의 근황이 궁금해 남편 장 루이에게 질문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
냈다. 이 책을 한국에서 출간할 ‘스크린셀러’ 출 판사 대표가 프랑스로 건너가 편지를 전했다. 장 루이 쿠르조는 처음에는 “한국은 사건이 일어났 던 곳이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고사했지만 사 건의 내막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며 취재에 응하 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근황을 밝히는 게 아무래도 조심스러웠던지 인터뷰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두 달이 지나서야 소식을 전해 왔다. 다만 아내의 치료 경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의 아내 베로니크는 언론과 일절 접촉 하지 않는 조건으로 가석방됐다고 한다.
아내는 아이를 가졌다는 걸 인식하 지 못했어요 베로니크 쿠르조가 지난해 5월에 석방됐으니 벌 써 1년 하고도 2개월여가 지났다. 요즘 쿠르조 가족은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아내는 작은 회사에 계약직으로 취직해 일을 시 작했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비교적 원만하게 유 지되고 있다. 아내가 석방된 지 1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 습니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요즘은 잘 견디고
있습니다. 아내는 조건부로 석방됐어요. 의무적 으로 직업을 가져야 하고, 정신과 치료도 병행 해야 합니다. 출소한 사람들의 재사회화를 위해 법적으로 꼭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 그 사건’이 프랑스에서도 유명했기 때문에 일자 리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 히 일을 찾았습니다. 아내 같은 사람들을 사회 에 다시 적응시키는 건 고용주들의 의무기도 하 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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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까 머릿속에 의문들과 죄책감은 여전히 남아 고통스러운 기억을 책으로 되살렸습니다. 책 첫 장에는 ‘당분간 아내가 읽지 못하게 하겠다’고 적혀 있어요. 그 런데도 굳이 글을 쓴 이유가 궁금해요 사람들에게
이 사건의 내막을 제대로 알리고 싶었어요. 처음 사건이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끔찍한 사건이라 면서 다들 놀라기만 하고 그 뒤에 숨은 진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죠. 아내는 괴물이 아니라 환자였거든요. 임신 사실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 해서 생긴 일이었으니까요. 그걸 밝히는 건 아이 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어요. 아이들 이 커서 어른이 됐을 때, 그들의 시각으로 다시 이 문제를 꼼꼼하게 짚어볼 수도 있으니까 우리 얘기를 잘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을 다치게 한 경험이 있는데 엄마 역할을 잘 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있어요. 엄마로서 그녀는 어떤 가요 요즘 아내는 아이들과 전보다 오히려 가까
워졌어요. 저하고도 사이가 좋고요. 앞으로도 이 렇게 잘 지낼 거라고 믿어요. 그녀는 아이들에게 일부러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절대로 아니거든요. 아이들도 그걸 알 거고요.
있죠. 물론 이제는 과거로부터 해방됐으면 좋겠 는데, 제 손으로 아이를 다치게 한 그 죄책감을 금방 잊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정신과 전문의 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누구도 과정을 대신 해 줄 수는 없죠. 아내를 믿고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 겠죠. 그 상황에서 아내와 헤어진다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는데 끝까지 아내를 선택했어요 저는 아내
를 잘 알아요. 20년 가까이 같이 살면서 항상 지 켜봤으니까요. 아내는 일부러 아이에게 해를 끼 칠 사람이 아니에요. 그녀는 괴물이 아니라 환 자였을 뿐이죠. 그런 믿음이 있으니까 끝까지 아 내를 지지할 수 있었어요. 수감 중인 아내와 항 상 떨어져 지냈는데, 저도 힘들지만 감옥에서 혼 자 싸우는 아내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제가 해 줄 수 있는 건 나는 여전히 당신을 믿는다고 말 해 주는 것뿐이었어요. 그녀를 사랑하기로 한 것 은 내 선택이니까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당연히 내가 해야 할 몫이죠. 아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언제부터 믿을 수 있었나요 사건 후 면회실에서 아내와 처음 만
아내는 자신이 처했던 상황(임신 거부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나요 머리로는 인정하고 받아들였지만,
사실 스스로 그 증세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해요. 자기 아이를 죽였다는데 그걸 깊이 이해 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단지 적극적으로 치료 하려고 애쓰고 있죠. 그래야 다시 태어날 수 있 으니까요. 스스로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아내가 죄책감 을 느꼈을 텐데요. 지금은 그 감정에서 충분히 해방됐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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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날이 지금도 기억나요. 아내는 말없이 울었고 저는 애써 담담하게 그녀를 봤어요. 그때 아내가 저한테 처음 했던 말이 “나에게는 아이들이 아 니었어”라는 울부짖음이었어요. 정신과 의사에 게도 “임신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 서 배 속의 태아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고 말 했고요. 우리는 이미 아들 둘을 두었는데, 그 아 이들을 임신했을 때와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라 고 했대요. 그때 아내의 눈빛을 봤는데, 그때부 터 진심이라고 믿었어요.
Program 여전히 믿지 못해요. 한 번 더 설명해 주세요. 남편이 아
그녀가 침묵하면 나는 그것을 존중 했죠
내의 임신을 몰랐다는 걸 어떻게 이해하면 되나요
말 그대로 저는 도저히 그녀를 버릴 수 없었어 요. 당신도 아내가 있나요? 그렇다면 내 말에 공 감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두 사람의 역사, 둘 이서 함께했던 시간이 그냥 잊혀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어요. 그건 아내를 위한 노력이기 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기도 했어요.
임신 거부증은 임신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 하거나 그에 관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 종의 정신병이에요. 의사들에게 물어보니까 중 증 환자 중에는 정말로 배가 불러오지 않는 사 람도 있고, 심지어 생리를 하는 경우도 있대요. 스스로 임신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니까 그 정서 가 태아에 전달된다고 하더라고요. 아내는 임신 7개월 때까지 수영을 했는데 수영장에 같이 다 니던 분들도 그녀의 임신 사실을 몰랐어요. 그런 데도 ‘정말로 의심해 본 적이 없느냐’고 물어보 는 사람들이 있어요. 나는 20년 동안 아내와 정 상적인 부부로 살아온 평범한 남자입니다. 아들 이 둘 있고요. 애정과 관심으로 두 아들을 돌봐 온 아내가 나 몰래 아이를 둘씩이나 낳았다고 의심할 수 있었을까요. 당신이라면 그럴 수 있을 까요?
아내가 감옥에 있을 때 일주일에 한 번, 45분씩 면회했
한편으로는 당신에게도 죄책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다고 들었어요. 짧고 아쉬운 시간이었겠네요. 그때 무슨
맞아요. ‘오랫동안 한집에 살면서 아내의 일부분 밖에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고 괴로웠죠. 스스로 ‘왜?’라고 자문해 봤어요. 아내가 가끔 우울해 보 일 때도 있었지만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늘 괜 찮다고 했거든요. 금방 기분이 풀리기도 했고요. 하지만 나한테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그녀가 무 슨 생각을 했던 건지 지금도 궁금해요.
장 루이 쿠르조는 ‘나는 그녀를 버릴 수 없었다’ 라고 말했다. 아내를 향한 그의 감정은 용서였을 까 아니면 이해였을까. 쿠르조는 ‘믿음’이라고 귀 띔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생기 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를 버릴 수 없었다’라는 제목이 인상적이에요
얘기들을 나눴나요 사랑을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
간은 아니었어요. 나는 아내와 좀 더 가까이 앉 아서 간수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대화하고 싶었 어요. 그게 늘 아쉬웠죠. 하지만 면회를 다녀오 면 항상 기분이 좋아졌어요. 아내를 만나러 갈 때는 정성껏 면도하고 멋을 낸 다음에 과자나 사탕, 젤리를 싸가지고 갔죠. 가끔 장미 한 송이 를 들고 가기도 했고요. 면회실에서 보낸 그 시 간들 덕분에 힘든 상황을 버틸 수 있었어요. “아내의 상태를 정말로 몰랐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 죠. 임신 거부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당신 얘기를
세상을 떠난 아이들에 대해서는 아빠로서 어떤 마음인 지 궁금해요 복잡한 기분이 들죠. 저는 그 아이들
에게 완전한 아빠가 될 수 없어요. 왜냐하면 분 명히 이 세상에 태어나고 존재했지만 저는 아이 들의 존재를 느낄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아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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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서 커가는 모습을 보지도 못했고, 남들처 럼 이름을 지어서 불러보지도 못했거든요. 아이 가 생기면 아내의 배를 쓰다듬고 뽀뽀해 주거나, 함께 아기의 건강을 걱정하면서 정서적으로 교 감을 하잖아요. 저에게는 그게 없었어요. 말하자 면 생물학적인 관계일 뿐, 정서적인 연결 고리가 없는 거죠. 머리로만 아버지의 감정이 있는. 그 런 안타까움에 죄책감까지 겹친 기분이죠. 아내가 했던 행동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요. 용서했나요 아니면 이해입니까, 또 다른 감정일 수 도 있겠고 아내가 냉동고 서랍을 열 때마다(거
기에 죽은 아이가 들어 있는데도) 아무 일도 없 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은 여전히 믿어지지 않 아요. 하지만 궁금하다고 해서 그녀를 닦달하지 는 않았어요. 그녀가 침묵하면 나는 그것을 존중 했죠.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은 믿음이겠죠. 하지 만 눈먼 사랑의 순진함은 아니고, 그녀를 사랑하 기로 선택했으니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감정일 뿐이에요. 앞으로 아내와 어떤 삶을 꿈꾸고 있나요 아내는 지금
약해진 상태예요. 원래는 강한 사람이었지만, 여 러모로 머릿속이 어지럽거든요. 두 아들은 점점 자라면서 사춘기가 되고, 특히 우리는 다른 가 정의 아이들보다 두 아들의 사춘기가 더 심각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엄마가 동생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앞으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달걀 위를 걷고 있는 기분이 에요. 그저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기만 할 뿐이 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하기는 힘들겠지 만, 이제 그녀가 돌아왔으니 우리는 죽은 아이들
에게 평생 죄의식을 갖고 열심히 살아야죠. 사실 거창한 계획을 세워두지는 못했어요. 누가 물어 보면 그냥 “어디서 뭘 하든 감옥보다야 낫겠죠” 하면서 농담으로 대답해요.
두 아들은 꾸준히 엄마와 교류했어 요 아내를 향한 쿠르조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 았지만 문제는 두 아들이었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큰아들 쥘과 둘째 니콜라에게 엄마의 부재는 큰 위기였다. 쿠르조는 엄마의 상태를 숨기지 않 고 아이들과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을 선택했다. 학교와 시민단체의 관심으로 아이들은 엄마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했고 지금은 여전히 엄마 를 잘 따른다. 엄마가 체포될 때 아이들이 11세, 10세였어요. 그 상황 을 잘 받아들이던가요 아이들도 엄마의 행동을 제
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죠. 하지만 엄마가 얼마나 자기들을 사랑하는지는 알고 있었어요. 그 덕분 에 엄마에 대한 애정은 지속될 수 있었죠. 죽은 아이들이 동생이라는 것에 충격을 크게 받지는 않았어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존재여서 그런지 비교적 잘 견뎠어요. 두 아이에게 아내의 상태를 정확하게 얘기해 줬나요
말은 해줬지만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몰랐어 요. 아이들이 엄마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지 알고 싶어서 가끔 조심스레 질문을 던져 봤지만 늘 얼버무리더라고요. 자기들끼리는 얘 기를 하는 눈치인데 저한테는 말하고 싶지 않아 하더라고요. 아이들과 대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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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환자라는 믿음으로 버텨, 아이들은 감옥에 있던 엄마와 꾸준히 교류 두 아들이 커서 어른 됐을 때, 그들의 시각으로 엄마 문제 짚어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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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 시절에 엄마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서 말을 꺼냈어요. 큰애가 8개월쯤 됐을 때 꽃밭 에서 찍은 사진, 둘째가 생후 6개월 때 안락의자 에 앉아 있는 사진 등을 함께 봤죠. 그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어린 시절 얘기를 들려줬어요. 아내 의 학창 시절 사진이나 우리가 연애할 때 찍었 던 사진도 보여주면서 엄마 아빠가 얼마나 너희 를 사랑하는지 얘기해 줬고요. 그랬더니 한결 진 정이 되는 모양이더라고요. 주위 친구들이 엄마 얘기를 꺼내면서 아이들을 괴롭히
가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나요 아니요. 아내가 감옥
에 있을 때 아이들은 꾸준히 엄마와 교류했어요. 판사의 배려로 보름에 한 번씩 만났거든요. 프랑 스에는 ‘부모-자녀징검다리협회’라는 단체가 있 어요. 부모가 감옥에 있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단 체죠. 그곳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꾸준히 엄마를 만났어요. 침대랑 게임기가 있는 어린이용 면회 실이 따로 있는데, 거기서 엄마랑 게임도 하고 수다도 떨었죠. 그렇게 꾸준히 교감한 덕분인지 늘 “엄마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 고 살았어요. 지금은 충분히 행복합니다.
기도 했겠죠 너희 엄마가 아기를 죽였다면서?’
하며 못되게 구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또래 아이들이 흔히 할 수 있는 경솔한 행동일 뿐, 악의가 있는 행동은 아니잖아요.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아이들을 달래줬죠. 대신 그런 일이 또 있으면 아빠나 선생님한테 숨기지 말고 얘기하라고 조언해 줬어요.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적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던가 요 프랑스 학교에는 ‘생활담당실’이 있어요. 그
곳에 있는 전문 교육 상담사들이 많이 도와줬어 요. 아이들 앞에서 아내 얘기를 꺼내는 친구들 이 있으면 교사들이 그 아이들을 불러서 차근차 근 상황을 설명해 줘요. 담임 선생님이나 다른 교사들도 관심을 많이 쏟아줬고 수시로 대화하 면서 아이들을 달래줬어요. 그 덕분에 사건 직후 에는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거의 최하위권이었 는데 금방 중위권으로 올라가고 학교에서도 밝 게 지냈어요. 지금 아이들은 어떤가요. 혹시 엄마를 무서워하거나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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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거부증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 책 을 썼다고 했잖아요. 요즘 그곳 분위기는 어떤가요. 당 신의 기대만큼 많이 달라졌나요 처음에는 언론에서
아내를 괴물로, 저를 공범자로 몰아갔어요. 하지 만 이 사건 덕분에 임신 거부증의 실체가 알려 지고 요즘은 주위에서도 많이 응원을 해줘요. 한 편으로는 이런 일이 생긴 게 다행일 수도 있죠. 법원에서는 이 재판이 자꾸 언론에 공개되는 것 을 원치 않았지만 의료계에서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어요. 덕분에 아내의 행동도 중범죄가 아니라 병에 의한 비극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 어요. 당신 책이 한국에서도 출간돼요. 당시 한국 엄마들은 충 격을 많이 받았는데요, 그들에게 어떤 얘기를 남기고 싶 나요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법적인 혹은 정신
분석학적인 측면이 아니라 그저 제 안의 이야기 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이 병의 정신적 공 포가 우리에게 더 잘 알려졌더라면 그 갓난아이 들은 목숨을 구했을 것이고, 우리 가족의 비극도 피할 수 있었겠죠. 다른 분들도 누구나 이런 상 황이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Program
이 사건은 프랑스에서도 큰 이슈가 됐다. 현지 언론에서도 연일 대 서특필했고 한국으로 수사관을 파견해 적극적으로 조사했다. 남편 장 루이는 무죄, 아내 베로니크는 8년 형을 선고 받았지만 임신 거 부증을 인정받아 4년으로 감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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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해 스님이 아들 호머와 사진을 찍으려 하자 기어 부부까지 합세했다.
아내 & 아들과 첫 한국행
산사로 떠난 리처드 기어의 여름휴가길 ‘오빠가 돌아왔다’고 하기엔 늦은 감이 있었다. 언제 적 리처드 기어인가. 그래도 그의 매력은 여전했다. 떠들썩한 공식 행사보다 비 오는 날에 남몰래 방문한 산사에서 맺은 인연이 더 소중하다는 남자. 백발의 ‘오빠’가 남긴 행적을 좇으며 생각했다. ‘미스터 기어, 여전히 멋지시네요.’ 취재_성재경(객원기자) 사진_강민구(studio lamp), 중앙포토, 씨디아이, 진관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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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영화 ‘귀여운 여인’의 매력남 리처드 기어가 6월 20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순례의 길’ 사진전 기간에 맞춰 방한했지 만, 부인과 아들을 대동한 것은 뜻밖이었다. 가족 이 함께 해외여행길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 라는 소리가 들렸다. 기어는 열한 살짜리 아들 호 머의 방학을 맞아 단란한 가족 여행을 꿈꾼 듯했 다. 사진전을 알리는 공식 행사와는 별도로 한국 의 문화를 배우고 산사에 조용히 머물며 한국 불 교를 깊이 느끼고 싶어 했다. 그 바람은 이틀 만에 깨졌다. 그는 자신의 인기 를 너무 평가 절하했다. 한국의 취재 열기가 이 토록 뜨거울 줄 몰랐던 것. 6월 21일 조계사에 들
른 기어 가족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이동하 던 중 갑자기 몰려든 팬과 취재진에게 떠밀렸다. 누구보다 가족을 세심히 챙기는 기어는 크게 당 황했다. 부부는 놀란 외아들이 걱정이었다. 호머 는 아버지가 이렇게 유명한 배우인지 몰랐고, 티 베트와 인도를 드나들며 사진을 찍은 사실도 모 르고 있었다. 부부는 아들을 지극히 평범하게 길 렀다. 기어는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힌 공식 일정 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진관사에서 한국 불교를 만나다
기어는 아들이 너무 놀라서 아프다는 이유로 6 월 22일 오전에 잡힌 진관사 방문 일정을 취소 했다. 또 다음 날로 예정돼 있던 대구 동화사와 양산 통도사 방문도 취소했다. 6월 23일, 기어의 스케줄은 오리무중이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 던 그날, 기어 가족이 진관사를 깜짝 방문한 것 을 나중에야 알았다. 이번에 사진전을 주관한 씨 디아이의 지명문 대표를 다시 만나 당시 일을 전 해 들었다. “리처드 기어가 공식적인 행사보다는 자연스러운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더군요. 제 가 부암동에 살아서 북한산을 자주 탑니다. 진 관사는 제가 가는 코스에 있는 절이라서 자신 있 게 추천을 했습니다. 바로 당신이 가보고 싶어 하 는 그런 곳이라고, 분명히 후회하지 않을 거라 고. 그래서 오전에 진관사를 찾았고, 거기서 정 말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본인도 아주 만족 해했고요.” 리처드 기어는 진관사에서 행복한 한때를 보냈 다. 이번 방한 기간 중에기어 가족이 가장 인상적 인 시간을 보낸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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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가 법해 스님으로부터 나한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보현다실에서 매실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다들 화기애애했다.
홍제루에서 열린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기어가 선뜻 나서서 졸업생들에게 축사를 하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감리교인이셨다. 두 분은 내게 예수님의 사랑에 대해 자주 말했다. 실제로 두 분은 그런 사랑을 지향했고, 늘 열려있고 포용하는 삶 을 살았다. 덕분에 나는 불교의 자비 사상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시간을 줄곧 함께한 진관사의 법해 총무 스님 을 만나 그날 얘기를 전해 들었다. 법해 스님은 “전날 오기로 한 약속을 취소한 터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스님에게도 기어 가족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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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뜻밖이었다. “갑자기 찾아오셨어요. 주지 스님이 안 계셔서 제가 그분들을 모셨죠. 같이 법당에서 부처님을 참배하고 나한전에서 참선을 하면서 서먹한 분
Program 위기가 풀렸죠. 진관사는 천년 고찰이에요. 고 려 현종 2년(1011년)에 오백나한재를 성대하게 치른 적이 있는데, 그때 일을 계기로 긴요한 일 이 있을 때마다 찾는 곳이죠. 기어는 20분이 넘 도록 꼼짝 않고 앉아서 참선에 들었어요. 기운이 좋은 곳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새벽이나 해질 녘 에 왔으면 더 고즈넉한 풍경을 볼 수 있을 거라 고 했어요.” 스님은 아들 호머와 깊은 교감을 나누었다. 두 사 람은 키도 비슷했다. 나한전에 들었을 때 호머는 주뼛주뼛하면서 마지못해 향을 피웠다. 대충 불 을 붙여 아무렇게나 향을 꽂았다. 호머는 바닥 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지겨웠는지 5분 만에 일 어났고, 어머니 캐리 로웰이 아들을 따라 일어 섰다. 스님이 기자의 허리를 툭 치며 말했다. “제가 허 리를 똑바로 펴고, 머리카락도 위로 넘겨서 이마 를 훤히 내놓고 다니라고 했어요. 그래야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했죠. 제 말을 듣고 호머가 그러더군요. 아빠랑 똑같은 소리를 한다고. 기어 가 그 말을 듣고 웃더군요.” 같은 말도 부모가 하면 잔소리요, 스님이 하면 똑 소리였다. 참선을 마친 기어 가족은 바로 옆 칠성 각으로 향했다. 법해 스님은 재작년 5월에 칠성 각 해체 보수 과정에서 나온 태극기의 사연을 들 려줬다. 진관사는 일제 강점기 때 초월 스님이 머 물며 비밀결사대를 조직해 독립운동을 한 곳으 로 알려져 있었다. 그 일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1919년 3.1운동 몇 달 후에 발간된 신문들이 태 극기와 함께 내부 불단과 벽체 사이에서 나왔다. 리처드 기어가 다음 날 KBS TV ‘아침마당’에 출 연해 “티베트는 중국으로부터 50년간 정치적 억
압을 받고 있다. 영적으로 이미 억압돼 있다. 한 국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어 티베트인들의 고충 을 잘 이해하지 않을까 싶다”는 말을 한 배경에 는 이날의 경험이 녹아 있었다. 된장국과 밥으로 점심 공양을 하다 칠성각에는 칠성신을 모신다. 민간에서 칠성신은 재물과 건 강을 주며 비를 내려 풍년이 들게 하는 신이다. 법해 스님은 그 뜻을 전하며 기어 가족에게 축 원을 전했다. “칠성각에서 호머와 제가 교감을 한 것 같아요. 호머는 별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아버지가 하는 대로 향불을 붙여서 바른 자세로 꽂더군요. 그리 고 그날은 불교대학 졸업식이 홍제루에서 열렸 는데, 기어가 선뜻 나서서 축사를 하기도 했어요. 티베트 불교 경전에 실린 얘기였어요. ‘한 수행자 가 아주 낮은 곳에 있는 동굴로 들어가면서 흰 돌과 검은 돌을 가져갔다. 어두운 마음이 들면 검 은 돌로 동굴 벽을 칠하고 마음이 깨끗해지면 흰 돌로 칠하기로 했다. 나중에 보니 벽이 온통 새카 맸다. 그래서 본래 하얀 마음이 들때까지 수행을 했다.’ 우리 마음은 본래 깨끗한데 후에 잘못 익 힌 습관으로 때가 묻었다. 그래서 수행이 필요한 거라고 말하더군요.” 마침 점심때가 되어 공양간에서 밥도 같이 먹었 다. 예정에 없던 방문이라 음식을 따로 차려내지 않고 평소 먹던 대로 냈다. 기어는 젓가락질에 능 숙했고, 밥맛이 아주 좋다며 밥을 많이 먹었다. 반찬 중에는 부각을 좋아해서 스님이 가족이 숙 소에서 먹을 수 있도록 담양 대바구니에 따로 가 죽부각, 감자부각, 김부각을 챙겨주기도 했다. “반찬이라 봐야 부각과 된장국, 청포묵 정도였어 요. 의외로 된장국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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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시더군요. 공양간 앞 장독대에 담근 된장 이야 기를 했어요. 궁에 진상을 하던 곳이라 장맛이 아 주 좋다고 설명을 드렸죠. 그 말에 아, 그러냐고 하면서 감탄을 하더군요. 또 이런 말도 나눴어요. 미국에 방문한 적이 있느냐고 묻기에 제가 없다 고 하자, 언제 시간이 되면 꼭 놀러 오시라고, 그 러면 본인이 대접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된장을 좀 싸서 드렸으면 했는데, 그걸 못한 게 조금 아 쉽네요.” 점심을 먹은 후에는 보현다실로 자리를 옮겨 차 를 마셨다. 매실차에 송화다식, 호두튀김 등을 냈 다. 스님 옆에는 아들 호머가, 그 앞에는 부인 캐 리로웰이 앉았다. 스님이 호머를 보며 “아들이 엄 마를 참 많이 닮았다”고 하자 기어는 “그것 때문 에 어머니가 조금 섭섭해한다”고 했다. 물론 농 담이었다. 법해 스님은 “한국에서는 아들이 엄마 를 닮으면 잘산다는 말이 있다”고 했고, 그 말에 모두가 활짝 웃은 기억이 있다. 스님은 캐리 로 웰을 두고 참 지혜롭고 맑은 여자라는 인상을 받 았다고 했다. 기어는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멋진 산 과 절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또 격의 없는 대화와 따뜻한 환대, 정성이 담긴 소박한 음식에 깊이 감동했다. “언제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좋은 인상을 받은 듯싶었다. 진정한 종교는 따뜻한 온기를 지닌다 리처드 기어는 독실한 불자다. 30년 넘게 매일 한 시간 이상 불교 명상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명 상을 빠트린 날은 ‘딱 사흘’로, 그날 무슨 일로 좌선을 못했는지 기억할 정도였다. 그만큼 내 안 을 들여다보고, 자만을멀리하며, 마음을 비우는 일에 충실했다. 특히 티베트의 영적인 지도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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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는 그의 스승이자 친구이다. 기어는 오래전부터 티베트인들의 인권 보호와 문 화 복원을 위해 당당히 목소리를 내왔고, 해마다 몇 차례씩 티베트 망명 정부가 있는 인도의 다 람살라를 찾아 달라이 라마와 친구들을 만났다. 7월 24일에 막을 내리는 ‘순례의 길’ 사진전에 실 린 64점의 흑백 사진들은 그가 1980년부터 인도, 네팔, 부탄, 몽골 등지를 돌며 직접 찍은 것들로,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내밀한 느낌을 담고 있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내게 작은 박스 모양의 카메 라를 선물로 주셨어요. 코닥 브라우니라는 카메 라죠. 별다른 기능이 없는 단순한 카메라인데, 사 진을 찍으면 네모난 이미지가 나와요. 그 사각형 사진에 세상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늘 신기했죠. 동시에 그 사각형 안에 세상을 집어넣는 일이 얼 마나 어려운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를, 무엇 을 찍고, 어떻게 편집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성적 사고가 아니라 감성과 감정에서 나온다 는 것도 그때 깨달았습니다. 피사체를 내 감정으 로 판단하는 겁니다.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하면 예 술은 탄생하지 않아요.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서 로 느끼지 않으면 관계가 이뤄지지 않으니까요.” 기어는 티베트인들에게 무언가를 느꼈고, 그 느 낌들이 쌓여 관계로 발전했다. 그렇게 맺은 인연 으로 고통받는 그들을 위해 꾸준히 힘을 보태고 있었다. 기어가 불교에 심취한 데는 부모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그의 부모가 독실한 감리교 신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기어는 2007년에 불교TV의 주선으로 뉴욕 맨해튼에 있는 사무실 에서 현각 스님과 대담할 때 그 이야기를 했다.
Program 그는 “아버지가 농부셨다. 농부는 우주를 아주 직접적인 방식으로 이해한다. 또 우주 안에 자기 자리를 알고,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안다”고 했다. 또 감리교 신자였 던 아버지가 월트 휘트먼의 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순수하고 목가적인 일상에서 힘을 얻었고, 본인 또한 그 신심의 영향을 받아 내면의 세계 와 실존, 우주의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불교 에 강하게 이끌렸다고 고백한 바 있다. 기어는 6월 22일 예술의전당 VIP룸에서 있은 혜 민 스님(미국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과의 인터 뷰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독실한 감리교인이셨다. 두 분은 내게 예수님의 사랑에 대해 자주 말했다. 모든 것을 안을 수 있 는 사랑 말이다. 실제로 두 분은 그런 사랑을 지 향했고, 늘 열려 있고 포용하는 삶을 살았다. 나 는 거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덕분에 불교의 자 비 사상을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기어는 ‘친절’이라는 말로 불교를 이해하고 있었 다. 특별히 개념화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온기’가 불교의 진정한 가르침이라 고 했다. 그는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보살의 원(願)을 늘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모두가 행복하려면 ‘나’가 없으면 됩니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무슨 일을 할 때 가능한 한 나 없이 하려고 합니다. 무아(無我)의 바탕 위에서 하려 고 합니다. 그런 보살심이 없다면 우리가 수행을 통해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진다고 해도 전혀 도 움이 되지 않죠. 그건 결국 자신의 에고만 성장 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말을 들려주려고 한국을 찾은 것 같았 다.
‘사관과 신사’(위 사진) ‘브레드리스’시절의 기어는 한마디로 끝내 주는 남자였다.
미스터 기어, 여전히 멋지시네요 리처드 기어는 6월 24일 ‘아침마당’에 출연했다. 그때 패널로 나온 엄앵란이 그의 팬을 자처하며 “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 떨린다. 자신이 멋있을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기어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한 아이의 아빠이고, 주택담보 대출이 있는 보통 사 람일 뿐입니다.” 그러나 기자는 그 질문을 곧이곧대로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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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마다 가슴 떨린다”는 고백은 아마도 진심이었을 것이다. 한때 리처드 기어는 할리우드의 섹시 아이콘이 었다. 영화 ‘귀여운 여인’(1990년)에서 순진무구 한 거리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매력적인 백만 장자이기 이전에 그는 몸으로 승부하는 밤의 남 자였다.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1977년)가 시작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기어는 ‘아메리칸 지골 로’(1980년)에서 블론디의 유명한 댄스곡 ‘콜 미’ 에 맞춰 거리낌 없이 여자들에게 접근하는 지골 로(남창)였다. 제목이 너무 화끈했는지 국내에서 는 ‘아메리칸 플레이보이’로 개봉했다. 그 시절 영화를 보면 그가 얼마나 ‘핫’했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의 브래드 피트나 애시튼 커처는 감 히 넘보지 못할 오라가 그에겐 있었다. 몸 파는 남자 역을 맡아도 뭔가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묘 한 기품이 그에겐 있었다. 머리를 짧게 깎고 흰 제복을 입은 ‘사관’이었을 때도 그는 여전히 ‘신 사’였다. 경찰에게 쫓기는 싸구려 시골 건달로 나 온 ‘브레드리스’(1983년)는 또 어떤가. 영화를 보 다 숨이 막혀 헉헉댄 여성 팬들 많았다. 기자는 6월 2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공동 기자 회견 때 그를 처음 보았다. 올해 나이 예순둘. 왕 년의 섹시한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옷차림은 수 수했고, 눈가에 잡히는 주름은 이웃집 아저씨처 럼 편했다. 안경다리를 손으로 잡았다 내리며 자 신이 찍은 티베트 사진에 대해 말할 때는 누구보 다 진지했다. 그러나 간간이 유머를 보태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국의 여성 팬들에게 인사를 해달 라고 하자 “사실 제 나이가 아흔셋입니다(웃음). 이 자리에 내 변호사도 있지만, 한국 여성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 다”며 재치 있게 넘어가는 모습에서 꽃미남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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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제니퍼 로페즈가 리처드 기어를 두고 한 말이 있 다. “그는 가장 적절한 때에 가장 적절한 말을 하 는 능력이 있다.” 그 말이 맞았다. ‘아침마당’에서 기어는 평소 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느냐는 질문에는 “오로지 야구 얘기만 한다. 이제 슬슬 농구를 할 때가 됐다”고 답했고, 아내 캐리 로웰 을 두고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똑똑한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답했다. 얼굴도 잘생긴 남자 가 말도 잘했다. 그런 양반이 평범하다는 말을 입 에 올리고 다니다니. 기자가 지켜본 기어는 멋졌 다. 세상 참 불공평하게도.
pilgrim 리처드 기어의 순례길에서
Program
리처드 기어는 배우로서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
붙어 있더군요. 중국군들이 티베트 승려들을 고문하는 모습이 그
진가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그는 겸손했다. 한번도 프
려져 있었어요. 당시 티베트에 있는 중국 감옥에서탈출한 세 명
로 사진가란 말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이번에 전시된 64점의
의 여승을 만났는데, 그분들이 벽에 붙은 그림에 대해 설명을 해
사진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작업이 아니었다. 여행을 하면서
주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세 여승과그림이 붙어 있는 벽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 대한 단순한 기록, 기억을 온전히 남기고
을 한 프레임에 담아서 촬영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며칠 후에 비
싶은 바람을 담은 사적인 사진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오랜 노출
가 내렸고, 벽에 있던 드로잉은 다 지워졌죠. 제 사진이 아마 그
에 잡힌 피사체는 화선지에 그린 수묵화처럼 번져 있었고, 때로
그림을 담은 유일한 기록일 겁니다.”
는 형태가 무너져 뿌연 안개에 잠긴 듯 보이기도 했다. 기어는 흔
기어는 신인 배우 시절인 1978년에 네팔 등지를 여행하며 티베
들림의 순간에 대상의 본질을 포착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트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긴 세월을 두고 그는 시간이 날 때마
그러나 백금 인화로 상을 얻은 흑백 사진에는 정적이면서도 따
다 티베트를 찾았다. 그곳에서 중국 정부로부터 억압받는 사람
뜻한 명상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서서 달
들을 목격했고, 그 아픔을 외면할 수 없어 1987년에 망명한 티베
라이 라마의 도착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고대의 석상처럼 경건했
트인들을 위한 보금자리인 ‘티베트 하우스’를 마련했다. 또 운영
다. 기어는 정치적인 발언으로 비칠까 싶어 말을 아꼈지만, 유독
자금을 위해 헬무트 뉴튼, 세바스티앙 살가도 등 24명의 세계적
한 사진에 대해서는 오래 이야기했다. ‘학대의 방법’이란 제목의
인 사진가들을 설득해 작품을 기증받았고, 자신이 찍은 사진 64
사진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 있었다. ‘인도 다람살라의 벽에 있는
점을 보태어 ‘티베트 포트폴리오’ 컬렉션을 마련했다. 지금껏 11
드로잉과 중국군의 고문에서 탈출한 세 명의 여승’.
개 나라 20여 개 도시에서 순회전을 했고, 이번에 한국전이 열린
“인도 서북쪽에 다람살라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티베트 망명 정
것이다. 예술의전당 V-갤러리에서 한 달 넘게 이어진 전시는 7
부가 있는 곳이죠. 그곳의 한 수도원 흙벽에 여러 장의 그림이
월 24일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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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기어는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오래되었다”고 했다. 달라이 라마는 한국인 제자들의 총명함을 칭 찬했고, 기어 자신도 그들을 만나서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 몽골에 갈 때마다 한국을 거쳤어요. 그런데 인연이 되려고 했나봅 니다. 마지막으로 몽골을 방문할 때마침 서울에서 사진 전시회를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마치 마술처럼.” 그 마술이 그를 한국 으로 불러들였다.
야구보다 치어리더 리처드 기어는 6월 21일 저녁에 잠실 야구장을 찾아 LG와 넥센의 경기를 관전했다. 평소 야구 를 즐기는 데다 아들이 한국 야구에 관심이 많아 따로 구장을 찾았다는 후문이다. 기어 가족은 3 회부터 5회까지 자리를 지켰다. 기어는 그날의 추억을 이렇게 말했다. “한국 야구장에 가서 경 기를 봤는데, 치어리더들이 앞에서 열심히 춤추 는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다. 경기보다 치어리 더들을 유심히봤다.” 그의 유머 감각을 알 수 있 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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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리처드 기어의 5박 6일
Program
사진을 찍어야 할 때 기어는 “한국 불교를 카메라 앵글에 담을 생각이 있느 냐”는 질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여러 번 방문해서 인연의 고리를 찾은 후에 마음이 차면 사진 을 찍고 싶다”고 했다. “사랑에 빠지려면 찰나가 필요 합니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고, 다음에 또 오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그 찰나를 느껴볼 참입 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야기가 쌓이겠죠. 그러는 동 안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알게 됩니다.”
눈높이를 맞추는 법 6월 22일 메리어트호텔에서 있은 리셉션에서 한복 디 자이너 김혜순은 손수 만든 한복 다섯 벌을 기어 가족 에게 선물했다. 기어는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한복을 입어보기도 했다. . 그는 허리를 숙여 김혜순의 두 손 을 꼭 잡고 천진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 혔다.
배우 윤정희와의 인연 ‘순례의 길’ 사진전 기자회견 후에 테이프 커팅식이 있 었다. 그런데 뜻밖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배우 윤정희, 피아니스트 백건우 부부가 그 주인공. 작년 말 윤정희는 카이로 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았 는데 그날 공동 수상자가 바로 리처드 기어였다. 기어 는 한국에서 열리는 사진전에 대해 말했고, 방한하면 꼭 다시 보자는 약속을 지켰다.
이런 대화라면 언제나 환영 예술의전당 VIP룸에서 있은 일이다. 기어는 먹을 듬뿍 찍은 붓으로 화선지에 사인을 했다. 혜민스님과의 인 터뷰 도중에 주위에서 “빡빡한 일정 때문에 리처드 기 어가 피곤해 보인다. 대담을 그만하자”는 말이 나왔을 때 “이런 진실한 말을 주고받는 인터뷰는 아무리 오래 해도 힘들지 않다”며 대담을 계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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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신데렐라 이수영과 장애인 판사 정범진
이혼 소송 막전막후 감동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인 줄만 알았던 두 사 람이 이혼 소송을 벌였다. 서울가정법원은 이씨 가 정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 다. ‘장애인 남편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거짓 순애보’ 논란에 휩싸인 이수영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이메일로 본지에 심경을 밝혔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중앙포토
VS “양측은 첨예한 진실 다툼 중, ‘순애보’는 새드 엔딩으로 끝맺나 이수영 본지에 직접 심경 고백… 행복한 미래 꿈꿨지만 상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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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수백억 자산가로 알려진 여성 벤처 사업가 이수 영씨와 전신 마비 장애를 극복한 뉴욕 형사법원 판사 정범진씨의 순애보가 7년 만에 파국을 맞 았다. 게임 회사 사장으로 승승장구하며 ‘벤처 신 데렐라’라는 별명을 얻은 미녀 CEO와 불의의 교 통사고로 전신 마비가 됐는데도 법조인이 된 인 간 승리 판사와의 결혼은 당시 숱한 화제를 뿌 린 바 있다. 시작은 드라마틱했다. 지난 2002년, 이수영씨가 방송에 출연한 정범진씨를 보고 호감을 표현했 고, 그 소식을 들은 정씨의 아버지가 언론사를 통 해 연락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시작됐다. 국경 과 장애를 넘어선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되면서 많은 이들을 감동케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9일, 돌연 두 사람의 파경 소식 이 전해졌다. 정씨가 이씨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 료 청구 소송과 재산 분할 소송을 제기했고, 서 울가정법원에서 이씨에게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며 “위자료 3억원을 정씨에게 지 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것.
국에 들렀을 때도 집 대신 호텔에 머물렀다는 주 장)이다. 이혼 내막에서 여론의 가장 따가운 시 선을 받은 것은 “장애인 남편을 방치했다”는 주 장이었다. 정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씨가 장애인 인 자신을 거리에 방치해 위험한 상황에 처한 적 이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가 확산되면서 이씨는 “장애인 남편을 방치한 여자”라는 비난을 받았 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입장은 나온 게 거의 없 었다. “정씨가 내 재산을 노리고 결혼했으며 재 산 획득에 실패하자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했 다”는 정도였다. 이때까지 밝혀진 이혼 소송 내용을 정리하면 이 렇다. 한때 순애보로 감동을 줬던 결혼은 거짓임 이 들통났다. 사랑이 아닌 필요에 의해 진행된 결 혼인데, 그 필요는 정씨의 법적 영향력vs이수영 의 재력이란 얘기다. 그리고 서로의 필요가 맞지 않은 뒤부터 결혼 생활은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장애인 남편을 방치했느냐”에 대한 부분은 사실 관계를 떠나 온정주의로 쏠릴 수 있는 민감한 대목이다.
‘순애보’는 연기된 사랑이었다?
“편견으로 생긴 비난을 감수하는 게 억울하다”
1심 판결 후 언론을 통해 소송 과정에서 오간 내 용들이 일부 공개됐다. 그런데 대부분 정씨 측이 주장한 내용이었다. 언론에 노출된 이혼 사유로 정씨 측이 주장한 내용은 크게 4가지로 정리된 다. 첫째, 상대가 필요에 따라 의도적으로 접근한 결혼이라는 것(결혼 전 이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 문제로 소송이 걸려 있었는데, 법적 도움과 영향력을 받기 위해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주장), 둘째, 이씨가 결혼 생활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것 (결혼 후 이씨가 미국으로 거의 오지 않았고, 미
기자는 당사자들의 얘기를 직접 듣기 위해 두 사 람과 접촉을 시도했다. 수소문 끝에 6월 19일 오 전 이수영씨와 전화가 연결됐다. 만나서 얘기를 나누자고 했더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하 루가 지난 뒤, 이씨는 인터뷰 대신 기자에게 긴 이메일 두 통을 보냈다. 한 통은 현재 자신의 심 경을 밝히는 내용이고, 나머지 한 통은 정씨의 주 장을 반박하면서 ‘정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이혼 소송이 정씨가 재산을 요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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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터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온정주의가 여론을 호도하고,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았다”며 억울해했다. 다음은 그녀의 심경을 담은 이메일 의 일부다. “끝없는 이기심 앞에서 제 노력과 결혼 서약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마 음이 상처를 받아 힘든데, 거기에 돈까지 요구하 니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을 수용하 면 저의 진심도 그들의 논리에 맞춰 변질될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요구 사항을 이뤄내지 못한 그들에게 남은 건 저를 비난하는 작전이고, 이번 소송은 바로 그 도구입니다. 이런 현실이 정말 마 음 아프지만 저는 돈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제 신념을 지키고 싶습니다.” 이씨는 자신이 생각하는 파경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녀는 정씨가 자신에 대해서 ‘도대체 왜 (장애를 가진) 나와 결혼했을까?’하는 의심을 갖고 있었다면서 그 원초적인 의심이 조금씩 커 지면서 둘 사이에 믿음이 사라졌고 결국 파경을 맞게 됐다고 했다. 그 와중에도 정씨가 돈을 계속 요구해 왔고, 자신이 들어주지 않자 소송을 통해 이슈화를 노린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었다. 그녀 는 거듭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녀가 심경을 전해 온 후, 이씨의 법률 대리인 박모 변호사가 그녀의 근황을 추가로 전했다. 박 변호사는 “이수영씨가 주위의 편견 때문에 비난 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억울해하고 있으며, 어 떻게 해야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파국 맞은 두 사람의 진실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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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통해 알려진 정씨의 주장과 이씨가 이메 일을 통해 직접 반박한 내용을 쟁점별로 정리했 다. 두 사람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굉장히 큰 시 각차를 드러냈고, 서로에 대한 분노도 깊어 보 였다. 순애보 스토리는 거짓이었나
정범진_이씨가 내 도움으로 결혼 전 걸려 있던 소송 문제를 해결했고, 소송이 끝난 뒤에는 소홀 했다. 법조인으로서 나의 영향력을 노렸다. 이씨 는 교제 당시 회사 자금 횡령 및 사기 혐의로 불 구속 기소돼 소송 진행 중이었다. 이수영_수십억, 심지어 수억원도 아닌 7000만원 횡령 혐의 때문에 미국에 있는 중증 장애인 (결 혼 전 시절에는) 검사와 결혼했다는 건 억지스러 운 주장이다. 사랑했고 좋아서 결혼했다. 이건 실 제 내 손으로 일일이 수발을 받았던 정 판사도 잘 알고 있다. 부인하지 못할 거다. 누가 결혼 생활에 소홀했나
정범진_이씨가 결혼 후 미국에 오면 집 대신 호 텔에만 머물렀다. 그 와중에 남편을 제대로 돌보 지 않는 등 결혼 생활에 소홀했다. 이수영_결혼 후 정씨는 ‘집이 좁으니까 새 아파트 로 이사 가자’고 요구하면서 아파트를 마련하자 고 권했다. 내게는 새로 보금자리를 꾸미기 전까 지 호텔에서 묵으라고 권했다. 비싼 호텔비를 생 각하면 그 돈으로 빨리 집을 구하는 게 좋겠다는 말도 했다. 정 판사는 부모님 상견례를 위해 한 국에 오면서 체류 비용을 모두 내게 요구했고 결 혼식을 하자마자 비싼 집을 요구했다. 재산을 미 국으로 옮기라는 요구도 했다. 이메일과 송금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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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관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됐고, 결혼 후 이씨는 유명세를 얻어 책까지 냈다. 하지만 이들의 러브 스토리는 결국 7년 만에 파국으로 끝났다.
료등을 갖고 있다. 장애인 남편을 충분히 배려했나 정범진_겨울에 이씨가 나를 길에 그냥 방치하고 혼자 숙소로 돌아가는 등 소홀히 대했다. 적극적 으로 돌봐주지 않아 도뇨관을 삽입해 소변을 배 출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 이수영_척추 장애인은 소변을 보려면 하루 세 번 간병인이 도움을 줘야 하는데 내가 내내 옆에서 도와줬다. 정씨는 아내인 나를 마치 고용된 간호 사처럼 대했다. 같이 호텔로 귀가하던 중 다리가 아프니 커피 한 잔 마시고 가면 안 되느냐고 말 했는데. ‘어떻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느냐’면서 화
를 냈던 날이 있다. 내가 간병했을 때는 한 번도 열이 나거나 아픈 적이 없었다. 이씨는 미국을 방문하지 않았나 정범진_결혼 전과 달리 이씨가 결혼 후엔 미국에 자주 오지 않았다. 나는 이씨가 재판을 받을 때마 다 휴가를 내고 한국에 와서 재판을 방청하거나 사건 처리를 도와줬는데, 이씨는 미국에 있는 자 신에게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 이수영_정씨는 상견례 하러 한 번, 치료차 줄기 세포 채취하러 한 번 한국에 온 것을 마치 소송 도와주러 온 것처럼 말했다. 나는 약혼 기간 9개 월 동안 3번, 결혼 후 1년 5개월 동안 5번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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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결혼 후 갑자기 미국에 덜 갔다고 볼 수 없 다. 일하면서 왕복 25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수년 간 결혼 생활 유지를 위해 노력한 점은 철저하 게 무시당했다. 돈을 요구한 건 누군가 정범진_이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더니 그녀가 ‘이 혼을 2~3년 정도 미루고 영주권 발급에 협조하 면 10억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그마 저도 1억8000여만 원만 주고 연락을 끊었다. 이수영_이혼 요구를 받고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 는지 생각해 봤지만 짚이는 부분이 없었다. 정 판 사에게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려달라고 하자 변 호사를 보내서 10억을 안 주면 소송을 걸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소송 당하면 내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계산한 행동이었다. 양측의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이 씨의 항소로 두 사람의 법정 다툼은 2라운드로 접어든다. 이씨는 이메일 말미에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게 싫어서 대응하지 않았지만 항소심에서 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뉴 욕에 거주하는 관계로 1심처럼 법정 대리인을 통 해서만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진실게임 속, 뉴욕의 정범진씨 주변에서는…
정씨 측 입장을 듣기 위해 뉴욕으로 연락을 시도 했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정 씨 가족과 친분이 있는 안모씨에게서 얘기를 전 해 들었다. 안씨는 정범진씨와 여러 번 만났고 그 의 부친 정모씨와도 가끔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 다. 기자는 안씨를 통해 정씨에게 접촉을 해달라 고 부탁했지만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다. 휴대전 화는 받지 않았고, 사무실에 메시지를 남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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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없다고 했다. 정씨는 평소 뉴욕 한인 커뮤니티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가급적 말을 아끼는 스타일이라 고 했다. 특히 아내에 관한 질문에는 예전에도 조금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씨에 대한 얘기는 안씨도 자주 물어보지 못했다고 한 다. 안씨는 예전에 브루클린의 한 레스토랑에서 정씨와 이씨를 같이 만났는데, 화기애애하고 좋 은 모습이어서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며 칠 후 정씨 아버지가 ‘시댁에 자주 오지 않아서 섭섭하다’고 하소연을 했다는 얘기가 있다. 얼마 후에는 한 교민이 공항에서 정씨와 이씨를 보고 목격담을 전했는데, 두 사람이 한참 떨어져서 걷 는 등 사이가 안 좋아 보인다는 얘기도 돌았다. 두 사람의 불화는 그렇게 몇 년간 이어져 온 것 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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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한 파리지앵들이 소녀시대에 푹 빠졌다고?
프랑스발 K -pop 열풍 현지 중계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에 1000여 명의 인파가 모였다. 푸른 눈의 청년들은 기자를 보더니 “지지지지 베이베 베이베~” 하면서 춤을 췄다. 한류가 정말 유럽으로 갔나 보다. 기획_이한 기자 취재_이가영(중앙일보 기자) 사진_중앙포토
유럽에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소문은 예 전부터 돌았다. 아이돌 그룹의 춤이나 노래를 따 라 하는 푸른 눈 청년들의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조금씩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유럽 한 류’가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진 건 지난 5월 초순, SBS ‘한밤의 TV연예’를 통해 프랑스 파리 루브 르 박물관 앞에서 한류 팬들이 이색 시위를 벌 였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부터다. 내용은 이랬 다. 6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가수들의 콘 서트가 열리는데 티켓이 모두 매진됐고, 표를 구 하지 못한 사람들이 공연을 한 번 더 열라고 요 구하면서 퍼포먼스를 벌였다는 것. 한때 일본 음 악이 외국 시장에서 ‘J-pop’이라는 브랜드로 인기 를 끌었는데, 최근에는 한국 가요도 ‘K-pop’ 열풍 을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방영된 화 면에서는 광장에 모인 젊은이들이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춤을 똑같이 흉내 내고 있었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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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가수들이 외국에서 인기가 좋다는 소문은 종 종 들렸지만, 수백 명의 유럽 젊은이들이 국내 그 룹의 노래와 춤을 따라 하는 모습은 굉장히 인 상적이었다. 6월 10일에 열린다던 공연은 SM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하고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한국관광공사 파 리 지사가 지원한 ‘SM타운 라이브 투어 인 파리’ 콘서트다. 소녀시대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SM 주력 가수들의 합동 공연이었다. 보도된 대 로 일찌감치 티켓이 매진돼 유럽 팬들이 공연장 7000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성공적으로 열렸다. 그날 분위기는 굉장히 뜨거웠다고 전한다. 배우 출신 사업가 손지창이 트위터를 통해 공연 관람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유럽 여 행 중 파리에서 SM타운 콘서트에 갔는데, 외국 관객들이 한국어 가사를 다 외워서 열광적으로 따라 불렀다”고 말했다. 현지 유력 일간지 『르
Program 몽드』와 『르 피가로』도 “유럽을 덮친 한류” “ 한류가 프랑스를 강타하다”라는 헤드라인으로 이 날 공연을 비중 있게 다뤘다. 유러피언들을 열광 케 했던 그날 콘서트의 모습은 과연 어땠을까. 동방신기 보려고 비 오는 광장에서 5시간을 기 다리다 5월 10일 오후 2시 프랑스 파리 르제니트 공연장 앞. 올 들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파리에 모 처럼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연장 앞에 모인 수백 명의 관객들은 별다른 동요 없이 하 나둘 우산을 펼쳐 들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 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삼삼오오 짝 지어 노래를 부르거나 커다란 비옷을 걸치고 이리저리 춤을 추면서 흥에 겨워했다. 동양인과 서양인, 흑인과 백인, 남녀가 자연스레 섞여 있었 다. 이들의 입에서는 한국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 어의 히트곡 ‘쏘리 쏘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내 사랑 이특(슈퍼주니어 리더)’ ‘엠버(여성 아이 돌 그룹 에프 엑스 멤버), 나랑 결혼해 줄래’라고 적힌 옷을 입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이날 파리에서는 K-pop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 룹의 공연이 열렸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인 기 그룹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샤이니 등이 ‘SM 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공 연이다. 공연 시작까지 5시간 이상 남았지만 유 럽 한류 팬들은 그깟 몇 시간쯤 아무것도 아니 라는 듯 기다림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의 표정에 서 피곤함이나 짜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태극 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파리 여고생 나디아 (19)도 그랬다. “저는 꼭 기자가 돼서 한국에 갈 거예요. 한국에
서 일하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슈퍼주니어와 샤 이니를 꼭 만나서 취재하고 싶어요.” 기자의 손을 꼭 붙잡고 얘기하는 그녀의 눈은 진 지했다. 티셔츠의 태극기 문양에는 몇 번이나 지 우고 덧칠한 흔적이 보였다. 아무래도 외국인들 에게는 그리기 힘든 모양이어서 그런 듯했다. “ 태극기 문양이 뭘 의미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더 니 “잘은 모르지만 우주의 원리가 녹아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대 단했다. 유럽에서는 한류 팬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 었다. 독일에서 유학 중이라는 싱가포르 출신의 여대생 캐롤린(22)은 “요즘 한국말을 배우고 있 다”면서 기자에게 “너도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 었다. 문득 장난기가 동해서 “한국에서는 나이 많 은 사람한테 ‘너’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더니 “배우는 중이라 잘 몰랐다”며 웃었다. 공연을 보 기 위해 친구와 파리로 왔다는 캐롤린은 “K-pop 가수들의 춤은 정말 대단하다. 정말 좋아서 가슴 이 터질 것 같다”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이날 공연에는 프랑스 외에도 스페인과 영국, 독 일, 이탈리아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관객이 모 였다. 국기에 ‘고마워’라고 쓴 사람도 있고 좋아 하는 멤버의 이름을 옷 여기저기 새긴 사람도 많 았다. 프랑스에 오기 전, “현지 한류 열풍은 주류 층보다는 주로 이민자들 사이에만 퍼져 있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직접 와서 보니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영국 소녀, 인터넷으로 슈퍼주니어에 열광하다
오후 7시 30분 공연 막이 올랐다. 7000명이 꽉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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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7000명 모인 SM 파리 공연 생생 후기… 유러피언들은 왜 한국 아이돌에 열광하나”
7000명이 모인 파리 르제니트 공연장의 열기는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한국어 가사는 물론이고 어려운 랩도 똑같 이 따라 부르는 모습이 놀라웠다.
어찬 공연장에는 그야말로 ‘한국’이 그득했다. 가 수들이 바로 코앞에 보일 정도로 무대와 관객의 거리가 가까운 공연장이었는데, 팬들은 누가 먼 저랄 것도 없이 플로어를 내려가 무대를 에워쌌 다. 이들은 가사를 그대로 따라 불렀다. 인기는 국적에 관계없었다.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해야만 소화할 수 있을 법한 다양한 춤 동작도 굉장히 정확하게 흉내 내는 사람이 많았다. 금발 에 초록색 눈을 가진 독일 팬 셰런(17)도 그중 하 나였다. 학생인 그는 여자 친구와 함께 이날 오 후 파리에 도착했다고 했다. 이날 공연이 3시간 30분이었는데 그는 한 손에 비디오카메라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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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공연 내내 서 있었다. 한국 사람들도 따라 하 기 힘든 빠른 비트의 랩도 능숙하게 소화했다. 셰 런은 “내 친구들이 모두 K-pop을 좋아하는 건 아 니지만 앞으로 팬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고 말했다. 영국에서 공연을 보려고 건너온 제시 카(18)는 친구 둘과 공연 내내 가수들의 춤을 그 대로 따라 췄다. “어디서 배웠느냐”고 묻자 “인터 넷으로 뮤직비디오를 봤다”고 답했다. 이들은 왜 K-pop에 열광할까. 셰런은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선 한국 노래를 들으면 행복해진다”고 했다. 제시카는 “그냥 전부 다 좋 다”고 답했다. 공연장 안에서 팬들의 모습을 지켜
Program 보기만 할 뿐, 리듬을 타는 데는 어색했던 기자 가 오히려 무색해질 정도로 이들은 한국 음악에 빠져 있었다. 이날 공연은 규모가 크고 스펙터클 했다. ‘와이어’를 쓰는 연출 장면도 많았고 멤버 들은 격렬한 춤과 라이브로 무대를 소화했다. 아 이돌 가수라고 가창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 은 버리는 게 좋다. 요즘은 노래와 춤이 전부 되 는 멤버들도 많다. 관객들의 반응을 더욱 돋운 건 철저히 ‘현지화’하 려는 이들의 노력이었다. 출연진 모두가 짧은 실 력이었지만 프랑스어로 인사말을 했고, 슈퍼주니 어의 리더인 이특은 유럽의 각 나라를 연호하며 그 나라 말로 감사 인사를 외쳐 환호를 받았다. 아티스트들과 친밀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유럽 팬들을 위해 공연 중간 중간 가수들이 직접 객석 으로 뛰어드는 장면도 많이 연출했다. 슈퍼주니 어의 ‘몸짱’ 시원은 웃통을 벗어젖히는 이벤트로 몸을 던져 흥을 돋웠고, 신동·희철·은혁 등은 레이 디 가가와 비욘세로 분장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줬다. 샤이니의 온유는 ‘4번의 레슨과 4시간의 연 습’ 끝에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 루고’를 멋지게 소화했다. “노래와 춤, 그리고 외 국어 실력이 중요하다”고 한 이수만 SM 회장의 지론이 묻어나는 무대였다. 가수들도 공연과 관객들의 반응이 만족스러운 듯 했다. 각 그룹 리더들은 공연이 끝나고 기자 회 견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었 다. 정말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랜만에 해 외 무대에 선 동방신기 유노윤호는 “신인으로 돌 아간 기분”이라고 말하면서 “오늘 공연에는 80점 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은 K-pop 가수들의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좋은 음악과 춤으로 드러나는 퍼포먼 스, 거기에 더해진 매력적인 외모”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10년 전 쯤, 프랑스의 어린이 가수 조 르디에 열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가 반 대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아이돌은 왜 프랑스에서 먹힐까
아이돌이 이끄는 K-pop의 인기가 앞으로도 계속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현 지에서 한국 가수들이 왜 인기를 끌고 있는지 먼 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상언 『중앙일보』 파리 특파원은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그는 “프랑스에는 젊은 층이 열광할 만한 젊고 매력적인 가수가 드물다”고 진단했다. 쉽게 말하 면 우리 같은 ‘아이돌’ 문화가 없다. 국내 아이돌 그룹들은 수년간의 연습생 과정을 거쳐 멤버들 이 각자의 역할을 정해 이미지를 만들고 노래와 춤, 다양한 장치로 여러 가지 퍼포먼스를 보여준 다. 이런 무대 자체가 이들에게는 ‘첫 경험’이라는 얘기다. 거기서 호감을 느꼈던 젊은 세대들이 동 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뒤져 한국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를 검색하고 SNS로 서로 돌려보기 시작했 다. 그때부터 관심이 확 늘었다. 현지 일간지 『 르몽드』도 “소셜 네트워크 덕분에 별다른 광고 없이도 먼 외국에서 온 노래들을 즐기게 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상언 특파원은 “한국 영화 팬이 많아진 것도 K-pop 열풍의 하나다”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문 화계에서는 영화감독 박찬욱과 김기덕의 인지도 가 굉장히 높고 그들의 고정 팬도 많다. 현지 지 상파 방송 M6채널에서는 수시로 한국 영화를 방 송하기도 한다. 영화를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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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팬들 중 일부가 K-pop을 접하고 팬이 되는 경우도 많다. 유럽으로 수출된 한국 드라마를 통 해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람도 있다. 그 와중에 유독 프랑스에서 한류 바람이 강한 것 은 공식적으로 한류 팬클럽이 결성돼 있는 덕분 이다. 2세 때 한국에서 입양된 막심 파케(30)가 운영하는 ‘코리안 커넥션’이다. 파케는 “현재 회 원이 3000명 정도인데 한국인은 1/4 정도고 나머 지는 모두 현지인”이라고 밝혔다. 가요와 드라마 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국 문화원 등을 중심으 로 뭉친 게 팬클럽의 시작이었는데 체계적인 활 동으로 규모가 커졌다. 이번 SM 공연도 팬클럽 회원들이 현지 섭외와 홍보에 많은 도움을 준 것 으로 알려졌다. 『르 몽드』가 본 유럽 한류 열풍
프랑스 『르 몽드』는 6월 10일자 기사에서 ‘아 시아를 평정한 K-pop이 유럽 시장을 공략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르 몽드』는 한국으로 기자 를 보내 연습생이 가수로 데뷔하는 과정을 취재 하는 등 비교적 자세하게 한류 열풍을 다뤘다. 유럽 팬들이 “일본 팝 문화를 접한 다음 한국 팝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한 다음, “SNS 덕분에 현지 광고 없이도 유럽 팬들이 한 국 팝을 접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기사 말미 에는 “K-pop이 (지리적으로) 일본과 중국 사이 에 갇혀 있는 한국을 세계에 가장 잘 알릴 수 있 는 방법”이라고 규정하면서 “자동차나 전자제품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이 이제는 문화 상품 수출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르 몽드』는 해당 기사에서 가수 지망생 들은 수년간 춤과 노래, 외국어 등을 교육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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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소개하고 일부는 성형수술 등을 하기도 한다 고 언급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국내 일부 언론에 서는 ‘현지 언론이 한류를 비판했다’는 취지로 보 도했지만 해당 기사는 팩트를 전달했을 뿐 편향 된 뉘앙스는 없었다.
슈퍼주니어의 팬이라는 한 소녀는 태극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있었 다. 그녀는 요즘 한국 배우기에도 열심이다.
Program
지난 5월, K-pop 공연 티켓을 구 하지 못한 팬들이 루브르 박물관 앞 광장에서 모여 퍼포먼스를 벌이 는 사진. 이들은 아이돌 그룹 슈퍼 주니어의 춤을 똑같이 따라 해 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프랑스에 입국하던 날, 공항에는 1000명 가까운 팬이 모여 경찰까지 제가 됐다. 투입됐다. 가장 많이 보인 피켓은 ‘사랑해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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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이수만 회장의 한류 성공학
문화도 기술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6월 11일 오후 1시에 프랑스 파리 시내의 한 호텔에서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 날 이수만 회장은 70여 명의 유럽 작곡가와 프 로듀서들 앞에서 1997년 SM 설립 후 지금까지 의 행보와 한류 성공 과정을 공개했다. 그는 IT( 정보 기술) 이후 CT(문화 기술)의 시대가 올 것 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돌 한 명 키우려면 CT로 7년?
“14년 전의 저는 꿈이 있었습니다. 제가 프로듀 싱한 음악, 아티스트와 함께 세계로 나가는 꿈이 었습니다. 지난 2000년 H.O.T.의 베이징 공연을 시작으로 바로 어제(6월 10일) 프랑스 파리 공 연도 전회 매진되는 성공을 거뒀습니다. 아시아 의 조그만 나라 한국에서 시작된 대중가요의 붐 이 어떻게 한류라는 고유명사를 가지면서 발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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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의 자기 고백에 장내가 숙연해졌다. 이날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수만은 한류가 성공한 이유 를 문화 기술(CT, Culture Technology) 이론으로 설명했다. 미국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전공했 던 그는, “문화 콘텐트를 가지고 아시아로 진출하 기 시작할 때 IT와 구별하기 위해 CT라는 용어 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수만은 “SM 소속 그룹 들은 왜 홀수로 멤버가 구성되는지, 왜 댄스 장르 를 고집하는지, 동방신기 같은 팀 이름을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하겠지만, 그 모든 질문의 답이 바 로 CT다”라고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 차트를 분석해 남보다 빨리 유행을 찾아내는 것도 CT 다. 캐스팅을 위해 전국 초등학교와 외국까지 찾 아다니는 것도 그 범위에 든다. 세계 여러 나라 의 음악 차트를 분석하면서 남모르는 트렌드를 개발하는 것도 마찬가지. 적게는 3년, 많게는 7
Program 년 동안 노래와 춤, 연기, 외국어를 익혀야 가수 로 데뷔하는 하드 트레이닝 시스템도 결국은 그 런 취지다. “연습생을 뽑아서 몇 년 동안 훈련시켜 보석으로 만드는 모든 과정이 CT예요. 음악이나 댄스, 뮤 직비디오, 메이크업 노하우가 전부 여기 포함되 죠. IT는 3개월이면 배울 수 있지만 CT는 배우 기 어렵습니다. 감각이나 센스만으로 쉽게 대체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는 두 편의 영상을 소개해 줬다. 인기 그룹 동 방신기의 뮤직비디오였다. 같은 노래, 똑같은 안 무 장면이 녹음됐다. 하지만 두 번째 영상이 첫 번째 영상보다 소리가 더 좋았다. 이수만은 “첫 번째 영상에는 특수 음향이 빠져 있다”고 설명 했다. 그 음향은 영화에서 스턴트맨들의 무술 장 면에 자주 나오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였다. 그 소리 하나의 차이가 영상 자체의 깊이를 달라지 게 했다. 한류 열풍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세계 각국의 음악 차트를 면밀히 분석하며 반보 앞선 트렌드를 개발해 내는 일도 CT의 범주에 든 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소녀시대의 멤버 윤아가 초등학교 6학년 재학 시절 “내 꿈은 가수”라고 말 하며 춤을 추는 오디션 장면이 흘러나왔다. 그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만들고 싶으면 우선 투박한 원석부터 찾는 게 순서다”라고 말했다. SM의 한 직원에 의하면 “캐스팅 부서 직원은 초 등학교 교문은 물론 해외 곳곳으로 출장을 간다” 고 했다.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7년간 춤, 노래, 연기, 외국어 등을 익힌 뒤에야 가수로 데뷔할 수 있게 하는 트레이닝 시스템도 문화 기술이다. 기
획사가 오랫동안 축척해 온 과학적인 노하우. 이날 이수만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한류 3단 계 발전론’을 내놨다. 첫 번째는 음반 등 한류 상 품을 직접 만들어 수출하고, 2단계는 현지 회사 또는 연예인과의 합작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단계 다. 이어 3단계는 현지 회사와 합작 회사를 만들 어 연예인에게 CT를 전수하는 단계다. 말하자면 원조 아이돌 그룹 H.O.T.가 중국 시장에서 인기 를 끌던 때가 1단계고, 2006년 강타가 대만 인기 스타 바네스와 함께 결성한 ‘KANGTA & VANNESS’가 2단계 한류에 해당한다. 3단계는 최근 그 들이 준비하고 있는 해외 현지 사업이다. 실제로 SM은 중국에서만 활동하는 슈퍼주니어M을 만들 었고, 여성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에도 중국인 멤 버를 영입했다. 이것도 3단계 사업의 발판이다. “CT의 마지막 단계는 현지에서 얻어지는 부가가 치를 함께 나누는 것이고, 이게 한류의 궁극적인 목표죠. 3차 한류 스타가 중국인 아티스트나 중 국 회사가 될 수도 있겠죠. 그 사람이 바로 CT 로 만들어질 거예요. 이제 시장에서는 ‘made in’보 다 ‘made by’가 중요해요. 어디서 태어난 사람이 냐 보다 어디서 훈련받고 만들어진 사람이냐가 중 요하죠.” 이날 콘퍼런스에는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 서 출신으로 ‘뉴 잭 스윙’을 만든 ‘세계 3대 프로 듀서’ 테디 라일리와, 유럽의 대표적 음반 발매자 인 윌리 모리슨도 참석했다. 라일리는 K-pop에 대 해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닌 일종의 현상이자 무 브먼트”라고 말했고, 모리슨은 “어제(10일) 공연을 보면서 과거 영국 비틀스에 열광하던 팬들 생각이 났다”는 소감을 밝혔다.SM 이수만 회장의 한류 성 공학문화도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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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life
도시 농부들의 여름 나기 텃밭 농사는 ‘장마’라는 불청객이 찾아오는 여름이 가장 고비라고 한다. 꽃대가 올라와 뻣뻣해진 상추는 솎아내야 하고 가을에 수확할 작물의 씨를 뿌리기 위해 지력도 회복해야 한다. 손과 마음 모 두 바빠지는 여름, 옥상 텃밭을 일구고 있는 시티 파머들을 찾아갔다. 기획_조유미 기자, 석현지(프리랜서) 사진_이진하(studio lamp) 참고 도서_『도시 농부 올빼미의 텃밭 가이드』(유다경 저, 시골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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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공부하며 농사짓는 사람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옥상 텃밭을 찾았을 땐, 마침 소나기가 지나간 뒤였다. 축축해진 땅 위로 쑥쑥 자란 채소밭을 정리하고 있는 시티 파
머들은 농사짓는 일이 마냥 즐거워 보였다. 한국 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최정심 원장에게 건물 옥 상을 연방 오르내리며 목초액을 뿌리고 거름을 주고 그늘을 만들어주는 일은 빼놓을 수 없는 일 상이 되었다. 같은 건물 3층에서 카페를 운영하 고 있는 요리연구가 박희지씨 역시 매일 아침 옥 상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들로 샌드위치와 샐러드 를 만든다. 더운 여름에 목마른 단골손님에게는 텃밭에서 키우는 허브를 따다 얼음물에 띄워준 다. 함께 가꾸고 수확한 뒤 나눠 먹는 것을 원칙 으로 세운 이곳은 베테랑 도시 농부부터 이제 막 텃밭 문화에 적응하기 시작한 초보 시티 파머까 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간이다. 오랜만 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도 시 텃밭 디자인’ 강좌 강사들과 수강생들이 옥상 텃밭으로 모였다. 초보 농사꾼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여름 농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 다. 장마에 대처하는 전문 농사꾼의 비법
‘도시 텃밭 디자인’ 작물 관리 강사로 초빙된 권 춘희씨는 텃밭에 심을 모종 고르기, 농기구와 비 료 사용법 등 회원들의 궁금증에 답해 주는 해결 사다. 충청남도 당진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경영 하고 있는 그녀는 “초보 시티 파머들은 주로 장 마철에 농사에 대한 흥미를 잃는다”고 이야기한 다. 봄에 들뜬 마음으로 파종을 하고 모종을 심 은 것들이 먹을 만큼 커가는 5월부터 6월까지는 즐겁게 농사를 짓게 되지만 장마를 기준으로 텃 밭 농사는 고비를 맞기 때문이다. 장마철엔 일조 량이 줄어 채소가 시들해지고, 바람도 불지 않는 데 습도까지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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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 작물이 썩는다. 그래서 권춘희씨는 초보 시티 파머들에게 “농부는 날씨에 민감해야 한다”고 누 누이 강조한다. 비가 오기 전에 배수로를 확보하 고 흙을 고르게 메우고 비와 바람에 작물이 쓰러 지지 않도록 지주를 대주어야 한다. 초봄에 땅에 얕게 박아둔 지주는 땅속 깊이 박거나 삼각형 모 양으로 세워주면 날아가지 않는다. 상추처럼 흙물에 물러진 연한 채소는 친환경 소 재나 물에 녹아 없어지는 멀칭용 비닐로 살짝 덮 어 장마용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마가 지나가고 난 뒤에는 가을 농사 를 위해 쓰러지거나 썩은 작물과 수확이 끝난 작 물들은 모두 뽑아내고 흙을 뒤집어 햇빛을 쐬면 토양 속에 생성된 불필요한 미생물이 사라진다. 이는 다음 농사를 위한 지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곤 가을에 수확할 수 있는 양배추 나 브로콜리, 당근 등을 심고 8월 하순쯤 무나 배 추 등 김장 채소를 심으면 된다. 농부의 실력에 따라 달라지는 작물 선택
채소를 재배하는 데도 초급, 중급, 고급 단계가 있다. 초급자는 성장이 빠르며 생육 기간도 짧은 쌈 채소나 뿌리채소인 당근이나 무를 기르는 것 이 좋다. 중급에 들어서면 결구 식물, 즉 잎이 여 러 겹으로 겹쳐서 둥글게 속이 드는 양배추나 양 상추를 길러보고 고급 단계에서는 꽃봉오리가 맺 히는 브로콜리나 열매가 달리는 토마토, 가지, 멜 론 등을 키우도록 한다. 손이 덜 가고 재배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하여 꽃이 피거나 열매를 맺음 으로써 당도를 높여야 하는 까다로운 식물 순으 로 차근차근 재배해 나가야 농사가 쉬워지기 때 문이다. 권춘희씨는 처음 텃밭을 시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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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게 여건이 된다면 베란다보다는 옥상을 권 하고 있다. 일조량이 많고 바람이 잘 통하는 옥 상이 베란다보다 병충해 피해가 적기 때문이다. 베란다 텃밭을 가꿀 때는 일조량이 적어도 잘 크 는 생강, 쑥갓, 미나리 등을 키워야 실패할 확률 이 적다.
Program 비가 그치고 햇빛이 들면 농기구와 장화들을 늘어놓고 햇빛 소독을 해준다.
직접 재배한 허브를 띄운 얼음물.
박희지씨가 옥상 텃밭에서 재배하는 허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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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비가 지나간 후 물러진 상추를 뽑고 있는 권춘희씨. (옆)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곰취와 케일, 방울토마토.
(아래) 유기농 비료(퇴비)와 흙을 섞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숙성시켰다가 사용하면 물만 주고 키워도 작물이 잘 자란다. 흙에 영양분을 보충하는 유기농 영양제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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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뚝섬 적축면’은 가장 흔한 잎 상추다. 부드럽고 잎이 넓은 종 류로 봄과 9월에 파종할 수 있다. 로메인 상추는 쌈용이나 샐 러드, 샌드위치 재료로 흔히 쓰이며 다른 종보다 병충해 피해 가 적어 키우기 쉽다.
지금 키워 먹어야 할 채소들… 7월 중순부터 8월 초에 콩과 당근을 심 으면 가을에 수확하여 먹을 수 있다. 또 한 수확이 끝난 봄 채소들은 뽑아낸 다 음 흙을 헤집어 햇빛 소독을 해준 뒤, 8 월 중순에 김장 채소인 무와 배추를 심 어준다. 햇빛 소독은 장맛비로 엉망이 된 지력을 회복하기 위한 것. 본격적으 로 가을에 접어드는 9~10월은 관리가 쉬워 초보자들도 많이 시도하는 새싹 채소 등을 키우기 좋다.
갈퀴, 삽, 호미, 낫, 모종삽 등 텃밭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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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피해 입은 채소들을 손질하는 이묘숙씨와 허 브에 물을 주고 있는 최원자씨. 뒤에 보이는 나무 로 만든 집은 비료 통이다. 텃밭에서 나오는 썩은 채소들을 모아 넣어 1년간 발효를 시킨 뒤, 다음 농사 때 비료로 사용한다.
봄 채소 정리하고, 김장 배추 파종을 준비해야 할 시기 인사동 나눔 공예갤러리 이묘숙 관장은 세 미 채식을 실천하면서 유기농 채소에 관심을 갖 게 됐다. ‘도시 텃밭 디자인’ 1기 수강생으로 올해 처음으로 집 앞마당에 텃밭을 일구기 시작한 초 보 시티 파머이기도 하다. 그녀는 첫 농사의 실 패율을 줄이기 위해 3~4평 정도 작은 텃밭을 개 간했다. 또 씨를 뿌리는 대신 재배가 수월한 모 종을 심었다. 4~5월쯤 심어 늦여름에수확해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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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상추 등의 쌈 채소, 쑥갓, 셀러리, 들깨 잎 등 을 잘 키워서 먹었다. 봄 농사를 성공적으로 마 친 이묘숙씨의 가을농사 목표는 잘 가꾼 무와 배 추로 김장을 담그는 일. 도시 텃밭 만들기 강좌 를 들을 때 메모해 둔 배추 심는 법을 실습해 볼 계획이다. 이론만큼은 확실히 통달했다는 이묘숙 씨는 배추 심고 거두는 법에 대한 자신의 메모들 을 보여준다. 배추를 심을 때는 모종 사이 간격을 45~50cm 정도 띄워야 흙 속 영양분이 골고루 분 배돼 속이 꽉 찬 배추를 수확할 수 있고, 배추는 90% 이상 수분이라 물을 듬뿍 주어야 한다는 팁 이 빼곡히 적혀 있다. 수확할 때도 알아두어야 할
Program 지식이 있단다. 김장 배추는 비교적 추위에 강하 지만 영하 3℃ 정도면 얼어붙을 수 있으니 그 전 에 수확해야 하고, 무는 추위에 약하므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기 전에 수확해야 한다는 것. 이묘 숙씨는 가을이 오기 전에 배추, 무 농사를 준비 하기 위해 8월 초쯤 빗물에 무른 쌈 채소를 뽑아 낼 계획이다. 그러고나서 흙을 헤집어 햇빛 소독 을 하고 지력이 회복될 수 있도록 유기농 퇴비를 뿌릴 계획이다. 쌈 채소는 장마가 지나면 뽑아버려야 … 장마로 인해 밭 두둑에 물이 고이면 물이 닿은 쌈 채소 의 잎이 썩거나 녹아버린다. 빗물에 흙이 튀어 올라 채소가 상할 뿐만 아니라 습기가 차 뿌리 역시 썩기 쉽다. 그래서 대부분의 쌈 채소는 장마 전에 수확을 마쳐야 한다. 좋은 모종 고르려면… 모종은 웃자라지 않은 것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4층에 위치한 옥상 텃밭 도면도.
을 선택한다. 텃밭에 모종을 심고 키울 때 일조량 이 부족하면 줄기만 길어 지고 잎은 몇 개 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모 종은 뿌리가 잘 내린 것을 골라야 한다. 뿌리가 잘 발달되어 있어야 영양분 섭취가 용이하기 때문. 트레이에서 뽑았을 때 뿌 리가 흙을 옭아매서 흙까지 통째로 뽑혀야 잘 자 란 모종이라고 볼 수 있다
깨진 항아리 조각을 모아두었다가 화분에 허브를 심을 때 구멍을 막는 용도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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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와 배열의 기술이 필요한 텃밭 디자인 정원 디자이너 최원자씨는 ‘도시 텃밭 디자인’ 수 업에서 텃밭 디자인 과정을 진행했던 전문 코디 네이터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옥상 텃밭 의 디자인도 맡았던 최원자씨는 “초보 도시 농부 들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가 텃밭의 식물 배치를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흙부터 파는 것”이라고 지 적한다. 작물의 수확 시기에 따라 차례대로 심어 배열해야 관리하기 간편하고 보기에도 예쁘다. 특히 온도가 높아 해충이 극성을 부리는 여름에 는 아침저녁 잡초를 뽑아내고 새순 중에 몇 개 는 뽑아내는 김매기 작업을 해야 어엿한 모양의 수확물을 얻을 수 있다. 여름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잘 통하도록 텃밭 정리를 하는 것이 중요한 관리 중 하나. 봄에 씨를 뿌릴 때 양 조절에 실패해 작물이 빽빽하게 올라왔다면 틈날 때마다 솎아주고 가지치기도 여러 번 해야 한다. 또 자주 비가 내리는 여름에는 배수로를 정리해 물이 고이지 않도록 신경 써야 채소가 썩지 않는 다. 쓰러지기 쉬운 토마토 줄기는 나뭇가지로 버 팀목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베란다 텃밭을 만들 때는…
좁은 공간에 텃밭을 만들 때는 모양이 예쁘고 자 리를 차지하지 않는 쌈 채소, 토마토, 딸기, 허브 등을 심고 작물마다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통하 도록 배열한다. 또 수평보다 수직 공간을 활용하 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선반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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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한 컨테이너에 쌈 채소를 심으면 층마다 다른 채소를 키울 수 있게 되는 것.
함께 심으면 해충이 줄어드는 채소…
상추는 당근과 무, 딸기 등과 같이 심으면 해충 이 줄어든다. 양배추는 셀러리와, 토마토는 파와 함께 심으면 해충을 방지할 수 있다. 이는 식물들이 뿌리나 잎, 줄기에서 독특한 화학 물질을 발산하여 다른 식물들의 생장을 촉진하거나 특유의 냄새 등이 병충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 이는 식물 간의 궁합을 응용한 혼작 방법으로 친환경 농법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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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LIFE 재미있게 사는 옆집 여자 이야기 바느질의 매력에 푹 빠진 여자들. (왼쪽부터) 구경아, 이지은, 이상순, 조은태, 김윤주, 김혜성씨.
삼삼오오 바느질하는 여자들 한 땀 한 땀 바느질에 집중하다 보면 시끄러웠던 머릿속이 말끔히 정리된다. 공부하란 잔소리와 쥐꼬리만 한 월급에 대한 바가지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획_이미주(프리랜서) 사진_이민희(studio lamp) 문의_네모의꿈(02-6339-5677)
바느질, 아줌마들의 소통 수단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가 어느 순간 정적이 흐르고, 커다란 웃음소리에 교실이 떠나갈 듯하다가 사뭇 진지한 분위기로 바뀐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바느질 공방의 풍경으로 몇몇 주부들이 모여 오늘의 주제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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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모양 핀쿠션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이곳에 서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윤주씨는 “바느 질은 적당한 수다와 결과물을 통한 성취감이 적 절하게 버무려진, 여성에게 매우 잘 맞는 취미 생 활”이라고 정의한다.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 김윤주씨와 주부 이지은씨는 문화센터에서 바느
Program 질을 배우며 처음 인연을 맺었고, 바느질이 좋아 진 그녀들은 내친 김에 전문가 과정까지 수료했 다. 시작은 퀼트였지만 자연스레 바느질 쪽으로 관심이 옮아갔다. “퀼트는 작품성은 높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일상생활에서 훨씬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바느질이에요. 퀼 트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면 바느질은 소통 이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아이디어를 얻고, 칭찬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김윤주씨의 이런 생각은 이지은씨와 잘 맞았고, 공동 작업실을 두고 완제품을 판매하다가 사람들 에게 자신의 재주도 나눠주고 정보도 공유할 욕 심에 5년 전, 지금의 공방을 차렸다. 이들은 현재 화요일・목요일・토요일은 수강생들을 위해, 월요 일・수요일・금요일은 자신들의 작업 시간으로 사 용하며 선의의 경쟁자이자 최고의 동료로 같은
1_바느질 기초 과정인 사과 모양 핀쿠션을 만들고 있다. 2_김윤주씨와 이지은씨가 만든 개성 만 점 인형. 3_이 공방에서는 판매하는 키트를 활용하 면 누구나 쉽게 면 생리대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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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어가고 있다. 여자들이 몰려다니는 곳에는 항상 재미난 일들 이 생기기 마련. 수강생들의 사기도 북돋아주고 다른 사람의 작품을 통해 자극도 받을 겸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는 공방 앞에서 벼룩시장을 연 다. 꼭 이곳 수강생이 아니더라도 참가비1만원만 내면 본인이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제품을 선보 일 수 있다. 바느질 관련 제품뿐만 아니라 비누 와 액세서리, 밑반찬까지 손으로 만든 것이라면 없는 게 없다. 또 6월 22일부터 일주일간 김윤주 씨와 이지은씨를 포함한 10명의 핸드메이드 작 가가 참여한 합동 전시회가 인사동에서 열린다. ‘ 프리마켓 수’라는 이름의 이번 전시에는 퀼트 작 품과 인형, 소품 등 바느질 아이템을 비롯해 비 즈와 목조 등의 다양한 핸드메이드 제품을 선보 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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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선생님과 수강생이 함께 만든 생활 소품. 욕심 나는 것 천지다.
바느질 효과 톡톡히 누린 여자들
바느질은 여자들의 필수 과목처럼 생각되지만 의 외로 바느질에 능한 여자는 드물다. 특히 학창 시 절 이후 처음으로 바늘과 실을 잡는 사람이라면 바느질하기가 망설여진다. 초등학교 이후 처음 바느질을 해본다는 안진현씨는 태교를 목적으로 바느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바느질 배운 지는 한 달 남짓 되었는데, 태어날 아이에게 선물 할 배냇저고리와 인형을 만들었어요. 어렵지 않 을까 걱정했는데 웬만한 제품은 키트로 구성되어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초보자도 어렵게 않게 도 전할 수 있어요.” 본과 천, 단추 등 완제품을 만들 수 있게 구성된 키트는 바느질 공방이나 관련 온 라인 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또 천과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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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틀을 비롯해 기타 부자재까지 구입하려면 상 당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하자 네일 아 트와 요리 등 웬만한 취미 생활은 섭렵했다는 이 상순씨는 “바느질이 가장 돈 안 드는 취미 생활” 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나중에 더 예쁘게 만들 고 싶은 욕심에 부자재 값이 들어서 그렇지, 바 느질 비용 자체가 많이 드는 것은 아니에요. 리폼 도 가능하고, 아이들 옷 수선비만 아껴도 그 돈 이 어디예요.” 반면 바느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상당하 다. 외아들을 둔 이지은씨는 과거 전업주부 시절 에는 애한테 얽매여 서로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아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눈에 보이면 자꾸 지적하게 되고, 작은 일에도 크게 반응했기
Program 때문. 하지만 바느질을 배우면서 안정을 찾아갔 다. 관련 책도 2권이나 내면서 성격도 외향적으 로 바뀌고, 엄마의 꼼꼼한 바느질 솜씨에 아들은 감탄하고 어느새 과거의 갈등이 눈 녹듯 사라졌 다고. 지난해 9월에 처음 이곳 자수반에 참여한 김혜성씨도 아이와 싸운 후에는 바느질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고 한다. “한 곳에 집중하고 있으면 자연스레 마음이 가라앉고, 두 딸이 이것저것 다 만들어주라며 요구해도 밉지 않고 오히려 어깨 가 으쓱해져요.” 한편 조은태씨는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 취미로 배운 바느질의 매력에 빠져 회사를 정리하고 바느질 공방까지 차린 케이스. “수강생 중에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있는데, 어 른만큼 바느질 실력도 금세 늘고 즐거워하는 모 습을 보고 있으면 보람을 느껴요. 다른 아이들은 영어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겠지만 이 아이만 3
큼 행복하진 않을 거예요. 처음에는 말렸던 아이 엄마도 아이의 집중력이 좋아졌다면서 만족하시 더라고요.” 경제적인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딸 생일 선물은 물론 담임 선생님에게 성의 표시 할 선물도 이상순씨의 손끝에서 비롯된다. “선물 로 필통을 만들어주면 시중에서 못 보는 것이니 까 아이들이 신기해하나 봐요. 왠지 특별한 존재 가 된 것 같다고 좋아하더라고요. 또 가끔씩 아이 들 학교 갈 때 뭘 사가야 할지 망설여지잖아요. 책을 사도 북커버를 만들어서 함께 주면 선생님 께서 그렇게 고마워하세요.” 천과 바늘, 실만 있으면 뭐든지 만들어내는 당찬 그녀들을 보면서 바느질이 따분한 취미라고 여겼 던 선입견 대신 버킷 리스트을 채우게 되었다.
1_공방에서 판매하고 있는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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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_바느질이 맺어준 특별한인연, 이 지은씨와 김윤주씨. 3. 수강생 안진현씨가 만든 귀여운 곰돌이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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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년 전통의 영국 명문사학
NLCS, 제주에 상륙하다
160년 전통을 가진 영국 노스런던컬러지잇스쿨(NLCS)의 첫 해외 캠퍼스가 오는 9월 26일, 제주도에 서 개교한다. NLCS-London은 매년 졸업생의 40%가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 하는 세계적인 명문 사립학교. 해외 거주 경험이 없는 내국인도 입학이 가능하고, 영국과 국내 학력이 동시에 인정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가지고 제주도에 상륙한 NLCS-Jeju를 한발 먼저 만났다. 취재_지희진 기자 사진_NLCS 제공
국제학교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국제학교는 AP(Advanced Placement, 미국의 대 학 과목 선이수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미국식 국제학교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 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스위스 제네바 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세계 3000개의 학교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국제 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A-level(영국 수능)과 더불어 오랫동안 IB 교육이 정착하여 온 영국식 국제학 교가 각광을 받고 있다. IB 프로그램이란 세계 교육의 장점을 고루 뽑아 만든 커리큘럼으로 고등학교 11학년, 12학년이 국제 학위를 얻을 수 있는 수업 과정이다. 이 과 정을 마치고 테스트에 통과한 사람은 국제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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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자격증인 ‘IB 디플로마’를 받을 수 있 다. IB 디플로마는 아이비리그 8개 대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호주 시드니대 등 세 계 2000여 개의 대학에서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 서도 서울대를 비롯한 7개 명문대에서 IB를 받 아들이고 있다. IB 프로그램은 주제에 접근하는 과정을 중요시하 는 ‘프로젝트 수업’을 주로 하고, 국제적 안목으 로 폭넓은 체험 활동을 하는 생활 방식을 지향한 다. 때문에 학생들은 다양한 액티비티와 클럽 활 동을 경험할 수 있다. IB 프로그램 말고도 영국 국제학교가 인기 높은 이유는 또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하는 미 국 국제학교에 비해 규범과 예의를 중시하는 영
Program 국식 교육이 우리나라와 정서적으로 잘 맞기 때 문. 또한 영국 교육을 체험한 학부모들에 따르면 “주제별 학습으로 선행 학습이나 진도 관리 등에 부모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미주권 교 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국식 교과 과정은 체계 적으로 진행되는데, 이것은 특히 동양계 부모들 에게 매우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라 고 한다. 현재 국내에 개교를 앞두고 있는 영국 국제학교는 두 곳. 그중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자 리 잡은 국제학교로, 착공 전부터 학부모들의 뜨 거운 관심을 받았던 ‘NLCS-Jeju’를 찾았다. 조기 유학생&강남 8학군 학생들, 제주로 유학 가다
제주도 서귀포시에 조성 중인 제주영어교육도시 내에 위치해 있는 NLCS-Jeju는 제주 공항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다. 지난해 여름에 착공 해 현재는 골조 공사를 끝내고 마무리 작업 중 이다. 학교 부지는 약 104,385m²로 영어교육도 시에 들어올 국제학교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NLCS-Jeju의 본 설계는 NLCS-London의 건축가 동문이 맡아 그 의미를 더했으며 세계적인 건축 가 이타미 준이 제주영어교육도시의 마스터 설계 자로서 최종 감수를 담당했다. 모든 건물은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졌다. 일반 교실과 소그룹 실 등을 갖춘 학습관, 도서관, 스포츠센터, 예술 관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액티비티를 중요 시하는 학교인 만큼 예술관의 규모는 대단했다. 예술관에는 1200석 규모의 오디토리엄과 콘서트 홀을 비롯해 음악실과 연극실, 녹음실 등이 마련 돼 있다. NLCS-Jeju는 지난 4월, 첫 합격자를 발표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지원자 845명(모집 정원 634 명) 중 30.7%가 강남 지역의 학생들이고, 100여 명은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호주 등에서 유학 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교육열 높은 강남 8학 군 학부모들을 만족시키고, 유학생들이 유학을 중도 포기하고 제주행을 선택하게 한 NLCS-Jeju 의 매력은 뭘까. 영국과 국내 학력, 동시 취득이 가능하다
NLCS는 영국 런던에 본교를 두고 있다. 1850년 에 설립된 유서 깊은 학교로, 영국 내에서도 가장 성공한 명문 사립학교로 손꼽힌다. 2007년에는 A-Level 랭킹 1위를 차지했고, 5년 연속으로 전 세계 IB 학교 중 최고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매 년 졸업생의 40%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미 국 아이비리그에 들어간다. NLCS-London이 처음으로 만든 해외 캠퍼스, NLCS-Jeju는 본교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옮겨 운 영한다. 교과서도 한국어와 국사 과목을 제외하 고는 런던 학교의 것을 똑같이 활 용한다. 학제는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영국식 학제와 동일하다. 크게 유치원~10학년의 초・중・고 과정과 11학년 에 해당하는 ‘Six Form Foundation Class(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IB 디플 로마 준비 집중 과정), 12~13학년의 ‘IB Diploma’ 가 있다. IGCSE(국제 중등 교육 자격 시험으로 영어권 학교 진학 시 그들과 동일한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도 준비하게 된다. 이렇듯 NLCS-Jeju에서는 모든 학생 IB 디플로마 를 이수하기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전 세계 대학 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영국 학력과 국내 학력을 동시에 취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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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장점도 있다. 많은 국제학교가 국내 학력을 인 정받지 못해 불안했던 학부모들에게 반가운 소 식. 졸업 후 검정고시를 따로 볼 필요가 없고, 국 내 학교로의 전학이나 편입도 자유롭다. NLCSJeju는 2012년부터 영국 본교와 교환 학생 프로 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영국 본교에서 직접 뽑은 글로벌한 교사진
NLCS-Jeju는 학급별 최대 수용 인원이 24명을 넘지 않도록 하였으며 교사진과 1:1 식의 집중 학 습이 필요한 고학년의 경우(12, 13학년) 학급별 최대 인원을 14명으로 했다. 초등학교 교육 과정 에서는 영어와 한국어 실력을 같이 높이는 데 주 력하고, 7~9학년 학생들은 과학 과목 세 개와 수 학, 영어, 지리 등을 듣고, 예체능 수업을 받는다. 9학년까지 매 수업은 35분씩 진행되며, 토요일에 는 한국어와 사회 과목의 보충 수업이 이뤄진다. 12학년부터 시작되는 식스 폼 과정의 경우 영어, 경제학, 물리학, 수학, 중국어 등의 필수 과목과 세계문학, 제2외국어, 고전어, 시각예술 등 선택 과목으로 구성된다. NLCS-Jeju의 수업은 대부분 토론과 프로젝트 연 구로 이뤄진다. 주제와 관련 있는 다른 과목을 연 계해 융합적 사고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역사 시간에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승 리’라는 주제에 대해 다룰 경우 정치, 경제, 문화 적 관점에서 주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는 연구를 하고, 결과물로 에세이를 제출한다. 한국어, 사회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든 수업이 영 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녀가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염려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저 학년 학생들의 경우 단어나 어휘 숫자와 같이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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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적인 평가가 아닌 사회성이나 인지 능력 그리 고 언어적인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 문에 지나친 걱정은 금물. 오히려 저학년 학생들 에게는 영어 실력의 장벽 없이 NLCS-Jeju에 입 학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넓게 열려 있다. 체계적 인 ESL(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영 어 연수 과정)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기 때문. 또 풀타임 ESL 교사들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학 교와 기숙사에 상주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므로 영어를 빨리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국제학교에서 중요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 중에 하나는 교사진의 역량. NLCS-Jeju의 경우 모든 교사를 본교에서 뽑는다. 심층 면접과 시범 수업 평가를 통해 채용하는데, 시범 수업 평가는 다른 국제학교에서는 거의 없는 드문 일이라고 한다. 첫 학기에 NLCS-Jeju에 부임하는 교사진은 모두 65명으로 이 중 96% 이상이 영국인이며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국제학교 교사로서 활동한 다양 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어, 국사, 사회 과 목은 한국어로 진행되므로 한국인 교사로 구성된 다. NLCS-Jeju에 채용된 모든 교사는 영국 본교 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을 예정이다. 취미 활동까지 함께하는 선후배 간 멘토링 시스템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NLCS의 교풍은 전통을 유지하면서 학습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것.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 들의 적성과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과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는 게 NLCS의 생각이 다. 초등학생들은 공연예술센터와 드라마 스튜디 오에서 음악, 미술, 드라마 수업을 들으며 창의 력과 상상력을 발전시킨다. 또 도서 주간 행사와
Program 콘서트, 정원 가꾸기, 견학 여행 등을 하는 방과 후・주말 활동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키운다. 제 주도의 이점을 활용해 세일링, 승마, 골프 및 스 쿠버 다이빙과 같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는 게 NLCS-Jeju만의 특징이다. 고학년들은 리더십을 키울 기회가 많은데, 식스 폼 과정의 학생들은 초등학교 수업에서 조교 활 동을 할 수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클럽을 운 영하며 후배들과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기도 한 다. 학생들은 기숙사에서도 즐겁게 생활한다. 고 학년 기숙사의 경우 7~11학년이 고루 섞인 환경 에서 지내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은 선배들의 멘 토링을 받을 수 있고, 주말이면 다양한 문화 체험 을 함께한다. 아카데믹 클럽에서 토론, 체스 등을
배우고 테니스, 스쿼시 등의 스포츠 활동도 즐길 수 있다. 사감 선생님이 기숙사에 같이 살면서 학 생들을 지도한다니 영어 공부도 공부지만, 부모 와 떨어져 지내는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에도 도 움이 될 듯하다.
(옆) NLCS 영국 본교의 캠퍼스. 스포츠 활동과 예술 교육을 중시하는 NL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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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AT 도입으로 실용 영어가 중요해진 시점
영어 공부의 왕도 기획_강민경, 지희진 기자, 엄수진, 박해나(프리랜서) 사진_이재희, 하지영, 김진희(studio lamp) 모델_정채원 일러스트_박현주 어시스트_고윤지 촬영 협조_보드 114(1688-7719), 빈폴 키즈(02-540-4720)
내년부터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능력을 종합적 으로 평가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이 도입된다. 이르면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치 르는 2016학년도 대입부터 수능 영어 시험으로 대체할 가능성도 크다. 수능 시험에 맞춰 읽기, 듣기 위주로 치중해 학습하다 보니 제대로 된 영 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 시험도입의 배 경. 사교육의 의존도를 낮추고 공교육과 실용영 어를 강화하기 위해 개발된 시험이지만, 사교육 시장은 벌써부터 뜨겁다. 반면 시험이 바뀌면 공 교육도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높다. 문법은 지고 실용 영어가 떠오르고 있는 현 시점 에서 영어 공부의 방법론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 가 있다. 영어가 국가 경쟁력인 시대, 소신을 갖 고 균형 있게 공부하는 ‘영어 달인’들을 만나 영어 공부의 청사진을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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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기자들의 취재 후기 ‘흥미’를 갖는 일이 영어 저력을 키우는 길
도 될 수 있는 한 자주 가면 좋을 듯하다. 영어 공부의 기초는 단어 암기나 문법이 아니라 동기 부여와 끝없는 호기심이었다.
- 강민경 기자
전문가를 만나 영어 교육의 핵심 포인트를 들 었다. 핵심은 의외로 간단했다. 영어교육에서 가 장 중요한 건 지속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일 이라는 것. 거창하게 시작해도 막상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끝까지 추진하는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그 추진력의 바탕이 되 는 것이 흥미라는 게 전문가의 얘기다. 모국어 역시 동화책 내용이 재미있어야 그 책을 끝까지 읽게 되는 것처럼, 초등학교 시기에는 아 이가 지치지 않고 영어 공부를 지속할 수 있도 록 오로지 영어에 ‘흥미’를 심어주기만 해도 성 공한 셈이라는 것. 그렇다면 힘을 빼고 교육 목 표를 재설정하는 것이 좋겠다. 영어 공부를 꾸준하게 하는 힘, 동기 부여의 중요성 - 지희진 기자
영어 잘하는 아이들… 정말 많다. 그러나 그 아 이들이 모두 영어 공부를 즐기는 건 아니었다. 즐기면서 영어 공부를 하려면 어쨌거나 어릴 때 동기 부여가 제대로 돼야 한다. 100% 영어 말하 기 환경을 자랑하는 몰입 영어 유치원 대신, 놀 멘놀멘 배우는 유치원이라도 동기 부여만 제대 로 된다면 훌륭한 학습터인 셈. 일단 목표를 작 게 잡는 게 좋겠다. 유치원 졸업할 때쯤 원어민 과 유창하게 대화하는 아이를 상상하지 말고, 짧 은 단어라도 툭툭 내뱉는 영어에 당당한 아이를 그려보는 건 어떨까. 여기에 아이들의 영어 감성 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이, 여행, 문화 공연들
강요하기보다는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 - 엄수진 기자
취재 후 내린 결론은 결국 무엇이든 즐기면서 해야 한다는 것. 기자가 취재했던 채림양의 경 우, 영어를 꼭 해야만 하는 부담스러운 공부로 느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채림 양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영어를 즐기면서 학 습한 것이 실력의 밑바탕이 됐다. 채림 양의 엄 마도 영어가 아이에게 스트레스로 다가가는 것 을 가장 경계했다. ‘제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영어도 스스로 얼마나 주체적으로 즐기며 공부하느냐가 관건인 것. 엄마의 몫은 아이에게 맞는 교육법을 찾아주는 것 - 박해나 기자
이번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2학년 유진 양과 중 학교 2학년 연주 양을 만났다. 에디터가 찾은 이들의 키워드는 엄마가 아이에 게 꼭 맞는 교육법을 찾아주었다는 점. 남들이 좋다고 하는 교육법에 흔들리지 않고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엄마가 아이에게 맞는 교육법을 찾아 소신껏 밀고 나간 것이 둘의 공통분모다. 정답은 여기에 있다. 어느 동네 영어 유치원이 좋다하더 라, 하는 식의 정보 수집보다 중요한 건 우리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를 먼저 파악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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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교육의 핵심을 짚다 영어는 모국어가 아닌 만큼, 그 성공의 당락은 ‘지속력’에 달렸다. 영어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초등학교 시기에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때 영어에 제대로 흥미를 붙이느냐 그 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이후 아이의 학습 능력이 결정되기 때문. 영어 교육 전문가 홍현주씨는 이 시 기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유창한 영어 실력이 아닌 노련한 ‘관리 능력’이라고 말한다.
홍현주 박사는… 한국외대 영어교육학 박사이자 ‘엄마표 영어’ 전문가로 통하는 영어 교육 컨설턴트. 영어 학습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주는 자 녀지도서『부모를 위한 초등 6년 영어 관리법』『엄마는 친절 한 영어 유치원 선생님』등의 책을 펴냈다.『문화일보』『조선 일보』『한겨레신문』 등에 영어 교육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 며, 영어 교육 전문 커뮤니티 쑥쑥닷컴의 영어 교육연구소 소장 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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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교육의 목표 설정이 첫 번째
“미국에서 남미 출신 이민자 가정 아이들의 영어 를 지도한 적이 있어요. 학교의 본 수업을 따라 갈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보조 수업 개념이었는 데, 커리큘럼은 영어 동화책을 읽고 어휘를 기억 하게 한 뒤 그 어휘를 이용한 문장을 만들어 써 보고 또 이를 말로도 표현해 보는 것이었죠. 이를 일 년 내내 반복했어요. 당장 영어가 생존과 직 결되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기본을 다지는 공부 를 시킨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검증된 커리큘럼 이 이렇다는 것은, 이 방법이 겉보기엔 조금 돌 아가는 것 같아도 가장 핵심적이자 효과적인 방 법이라는 거겠죠.” ‘엄마표 영어’를 시작할 때 목표를 설정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보통 ‘기본기’보다는 ‘진 도’에 치중하는 것이 엄마들이 가장 쉽게 범하는 오류. 아이가 어느정도 이해한다 싶으면 재빨리 학습지로 넘어가 문제 푸는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하거나 ‘어느 영문법 책을 몇 번 봤다’ ‘지금 중학 교 교과서를 보는 수준이다’는 등 속도 에 대한 강박관념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몰아치 기만 하면, 아이는 지치기 쉽다. 아이에게 영어는 모국어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자, 언어가 되어야 한다. 즉, 중요한 것은 문제 하나를 더 맞히는 것 에서 자유로워져 영어를 편안하고 재미있게 받아
Program 들일 수 있도록 하는 일. 엄마의 욕심 때문에 수 준에 맞지 않는 것을 가르치려 들면, 아이는 흥미 를 잃고 의무적으로 방어하게 된다. 시간이 걸리 더라도 영어가 억지로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주변과 비교해 조바 심 내지 말고 자신의 방침을 소신 있게 밀고 나 가는 것이 포인트. 아이의 성향에 맞는 맞춤 교육법은 따로 있다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듯, 나무를 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숲을 보는 아이도 있다. 성 격과 성향이 다를 뿐 아니라 집중력, 관찰력 등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영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이를 제대 로 파악하는 것. 아이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흥미 있어 하는 것에 얼마나 집중하는지를 관찰 해 이러한 특성이 잘 발휘되도록 영어에 노출시 켜야 하는 것이다. 이때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엄 마가 가르치는 교육법은 수십 명의 아이들에게 같은 방법을 적용시키는 학교 혹은 학원 교육보 다 몇 배는 더 강하고 효율적이다. “유아기나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라고 했을 때, 영 어가 아닌 다른 과목이라면 골고루 잘하도록 해 줘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영어 는, 아이가 좋아하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시켜줘 도 되는 시기예요. 즉 편독을 해도 되는 시기라 는 의미죠. 이때는 아이에게 오랫동안 집중할 거 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어 자체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의 성향에 맞는 교육법을 적용해야 하는 것. 활발해서 말은 잘하지만 산만해 집중력 이 짧은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일목요연하게 정리
된 지식은 잘 받아들이지만 수줍어서 말을 잘 못 하는 아이도 있다. 전자의 경우 게임과 몸동작이 많은 방식으로 영어에 접근하는 것이 적합하 다. 따라서 독서나 학습은 짧게 자주, 대신 체험을 통 한 학습은 늘리는 것이 알맞다. 후자의 경우 책을 통한 공부법이 적합한 케이스. 이럴 땐 스스로 독서 기록장을 채우면서 체계적 으로 독서를 하게끔 하고, 책에 나온 어휘를 외우 거나 연계된 CD를 듣고 따라 말하도록 하는 것 이 좋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관심을 보이 고 나머지는 전혀 거들떠보지 않는 성향의 아이 라면, 편독이어도 무방하니 좋아하는 분야의 책 을 다양하게 사주고 읽은 후에는 짧게나마 감상 문을 써보도록 하는 것이 좋은 방법. 매사 몽상 에만 빠진 듯 보이지만 뛰어난 창의성을 가진 아 이에겐 공작, 미술, 팝송 등의 활동을 동반한 교 육 방법을 적용해 영어 자체를 목적이 아니라 수 단으로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적합하다. 이렇 듯 성향에 맞는 방법을 찾아서 교육시키는 이유 는 영어 공부란 지속적으로 오래 해야 하기 때문. 이 시기에는 아이가 평생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튼튼한 다리 힘을 길러주고 폐활량을 늘 려주는 시기, 즉 ‘영어 도움닫기’를 하는 시기라 고 생각하면 된다. 단계별 최적의 방법에 주목하라
영어 교육을 시작하려는 부모들이 가장 먼저 하 는 질문은 시기에 관한 문제. 학습지를 풀고 단어 를 외우는 것을 영어 공부라고 한다면, 이는 초등 학교 고학년이 적합할 것이다. 그러나 영어가 문 제를 하나 더 풀고 단어를 하나 더 외워야 실력 이 느는 것 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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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즉 최대한 모국어를 습득하는 환경처럼, 아 이의 관심과 흥미를 고려해 영어에 노출시켜야 한다는 인식은 이미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이는 특정 시기를 꼬집어 생각할 필요 가 없다. 아이를 잘 관찰한 뒤 아이의 발달 단계 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제시하면 되는 것이다. 1단계_문자를 전혀 모르거나 알파벳의 몇 글자는 알아도 정확한 음소는 알지 못하는 유아를 대상 으로 할 때는 ‘소리’에 노출시켜야 한다. 동요를 들려주거나 재미있는 비디오를 보게 하는 과정 은 아이들로 하여금 구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렇게 소리로 듣고 입으로 말 하면서 익숙해진 어휘와 표현들은 몇 년 후 문자 를 익히고 책을 읽을 시기에 배경 지식이 돼 언 어 습득을 수월하게 한다. 2단계_알파벳은 알지만 문자와 소리의 연결이 정 확하지 않고 개별 문자의 음가는 알지만 아직 어 휘 속에 들어 있는 패턴을 보지 못한다면 파닉스 에 집중하는 것이 정답이다. 파닉스란 힘들이지 않고 어휘를 척척 소리 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하 는데, 어휘를 힘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어야 이 야기의 내용에 집중해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 문. 이를 위해서는 줄거리가 있는 동화책을 읽으 면서 특정 어휘를 골라 비슷한 패턴이 있는 다른 단어와 연관 지어 학습하거나(예 train, tree, trick, try 또는 train, pain, rain, again 등), 파닉스를 전 문으로 다룬 교재를 택해 계획을 짜서 학습하는 것이 좋다. 이 시기에는 어느 정도 파닉스에 집중 한 후, 곧바로 파닉스에서 다룬 어휘가 실제 텍스 트에서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도록 가벼운 독서를 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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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_파닉스 원리에 따라 소리를 낼 수 있으나 문장을 더듬거리며 읽고, 읽은 후에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유창성 훈련을 시작할 때. 유창성이란 텍스트를 정확하고 빠르게 읽되 의 미를 잘 전달하면서 표현력 있게 낭독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유창하게 큰 소리로 읽을 수 있으 면 말하기에도 자신감이 생기고 독해력도 향상 된다. 이를 위해서는 책을 큰 소리로 반복해 읽 는 것이 좋은데, 어려운 문장은 짧게 끊어서 4회 반복하고, 어느 정도 유창해지면 전체 텍스트를 4회 반복해서 읽는것. 더 좋은 방법은 녹음 소리 를 들으면서 책을 보며 큰 소리로 따라 읽는 것 인데, 이러한 청독은 억양과 강세 습득에 도움이 돼 발음이 좋아지고 독해력도 향상된다. 유창성 의 핵심은 반복 읽기다. 자칫 지루할 수 있으므 로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책을 선택하고 읽은 횟 수만큼 스티커를 붙여주거나 스스로 재미를 느 끼도록 매번 다른 목소리를 흉내 내며 읽도록 하 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단계_그림이 없어도 텍스트만으로 내용을 이해 하는 단계가 되면 독해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 독 해란 일부 내용을 보고 다음 내용을 예측하거나 지문을 보고 작가의 의도나 중요한 내용을 파악 하는 것. 이때부터 어휘에 집중해야 하는데, 책을 읽더라도 목표한 수만큼 어휘를 골라 예문과 함 께 학습하며 모르는 어휘가 나오면 문맥에서 힌 트를 얻어 추측해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why, how’ 등 생각을 요하는 질문에 답을 써보는 것도 중요한 과정. 이를 위해 책을 읽고 내용이나 느낌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 답을 쓰거 나 다양한 독해 전략을 연습하도록 고안된 그래 픽 오거나이저를 사용해 작문을 하는 것이 좋은
Program 데, 챕터가 짧게 나뉜 챕터북과 감동적인 아동 소 설 뉴베리북 등을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새롭게 도입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에 대해 묻다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 가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ational English Ability Test-NEAT)이 내년부터 도입된다. 이르 면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치르는 2016년도 대입부터 수능 영어 시험을 대체할 가능성도 크 다. 당장 내년부터 일부 대학 수시 모집에서 부분 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수능 대체 여부는 내년 말 결정된다. NEAT는 공교육 및 실용영어, 영어 의사소통 능력의 강화를 위해 개발된 시험으로 절대 평가 방식이다.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영 역별로 A(우수), B(보통), C(기본) 등급으로 나뉘 기 때문에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매달릴 필요가 없다. 시험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말하기 와 쓰기가 대두된다는 점과 온 라인 테스트라는 점. “중, 고등학교에 비해 초등 영어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적다고 봅니다. 어차 피 언어는 통합적이기 때문에 시험에서 말하기, 쓰기를 강조해도 학생이 이미 듣기와 읽기가 단 단하게 다져져 있다면 기초 체력을 닦은 격 이기 때문이죠. 유, 초등 시기에 체계적인 말하기, 쓰 기 지도는 어려울지라도 이를 돕는 활동을 꾸준 히 해나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화책을 눈으 로 보면서 CD를 듣고 이를 따라 큰 소리로 읽는 것이죠. 이를 반복한 뒤 책을 덮고 기억나는 대로 써보라고 하는 겁니다. 초등 영어의 경우 쓰기와 말하기의 간극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훈련
이 어렵지 않죠.” 컴퓨터를 활용한 시험이기 때문에 전자책(ebooks)을 활용해 익숙해지는 것도 좋은 방법. 초 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자판에 익숙해지도록 타 자로 영문을 써보는 것도 좋은 대비책이다. 문법 문제가 출제되지 않는다 고 해서 문법이나 어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높은등급을 받으려면 말하기와 쓰기에 문법 오류 가 거의 없어야 하기 때문. 다만 그 방법이 문법 적으로 틀린 것 을 찾아내는 훈련이 아닌 문법에 맞게 이야기하고 쓰는 훈련이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특정 상황에 필요한표현만 단편적으로 외워 서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에 영어로 된 책 을 많이 읽으면서 어휘와 표현을 풍부하게 익히 는 것이 중요하다.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비 교적 어려운 어휘도 적절히 사용해야 하므로 다 양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의 ‘어휘 사전’을 풍부하 게 해놓는 일이 시험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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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01 감성을 자극해 영어 호기심과 동기를 키우다 엄마 신민자씨와 아들 박중현(12) 군·딸 박지현(11) 양
신민자씨는 자칭타칭 극성 엄마다. 적어도 영어교육만큼은 엄마와 아 이가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실력이 는다는 걸 일찌감치 알고 실천 중이 다. 피아니스트인 그녀는 학창 시절 조기 유학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 로 자신만의 철학을 세웠다. “조기 유학은 영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는 좋지만, 영어 실력이 무조 건 향상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외국 에서 수준 낮은 스트리트 영어를 배 워 오는 것보다 국내에서 고급 영어를 배우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죠. 유학을 다녀온 터라 집에서 영어로 말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었지 만, 간단한 단어나 인사 이외에는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어요. 영어 공 부에서 중요한 것이 ‘지속성’인데 아 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집에서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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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로만 대화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잖아요.” 신민자씨의 영어 교육 키워드 중 첫 번째는 ‘동 기 유발’이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의 성향을 고 려해 책, 음악, 공연, 전시 체험 등 다양한 소스를 활용해 영어에 노출시켰고, 영어에 자신감이 붙 을 즈음에는 독해와 문법위주로 가르쳤다. 많은 엄마들이 피하는 ‘한국식 영어교육’도 필요할 때 는 적절하게 활용했다. 가끔 어학연수를 다녀와 발음이 훌륭한 아이들을 보면 걱정도 들 지만, 뚝심있게 실천한 결과 중현 군과 지현 양 은 경기초등학교 내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남 매로 통하게 됐다. 특히 수학과 과학 등에 관심이 많은 중현 군은 다른 과목과 영어를 접목해 평가 하는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MOEMS 국제수학대회’에 한국 대표로 올해 3년 째 출전하고 있고, 최근에는 LG-카이스트 캠프 최종 선발을 앞두고 학교 대표로 뽑혀 경합을 기 다리고 있다. 가곡을 통해 영어의 리듬감을 익히다
신민자씨는 중현 군이 태어나자마자 집 안을 온 통 영어 환경으로 만들었다. 영어에 대한 낯설음 을 없애고, ‘감’을 익히는 시기로 삼은 것. 갓난아 기 때는 음악을 통해 아이가 영어를 다른 언어가 아닌, 자연스러운 소리로 인식하도록 했다. “모차르트 음악이 아이들에게 좋다고 하지만 전 영어 가사가 있는 슈만의 노래를 주로 틀었어요. 슈만의 가곡 ‘시인의 노래’ ‘헌정’ 등은 아이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가사도 아름다워서 초등 학생 아이들에게 자주 들려주기 좋아요.” 옹알이를 할 즈음에는 내내 영어 방송과 동요를 틀어줬다. 시간을 정확하게 정해서 들려주기보다
는 아이들이 쉽게 질려하지 않도록 번갈아 가면 서 듣도록 했다. 특히 잠자기 전에는 영어 노출 강도를 높였다. “아기 때 중현이는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다가 아 무 데서나 자는 경우가 많아서 거실과 각 방마다 카세트 플레이어를 한대씩 두고, 가는 곳마다 영 어가 들리도록 했어요. 한두 개의 문장이 반복되 는 동요와 동화를 틀어주고 잠들기 직전에는 분 량이 적은 책 한 권을 읽어줬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던 게 효과가 컸던 것 같아요.” 자장가 삼아 들려준 영어는 무의식적으로 아이들 기억에 남았다. 3~4년 꾸준히 하다 보니 중현 군 은 잠잘 때 들은 영어 동요 가사가 꿈속에서 나 왔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 쉬운 수준의 영어라 도 생각 자체를 영어로 한다는 것은 놀라 운 변화였다. 영어 전문 극장 나들이로 흥미를 지속시키다
신민자씨는 중현 군이 36개월이 됐을 때부터는 두 아이를 데리고 매일같이 문화 나들이를 다녔 다. 연주회 때문에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국내에 서 오픈하는 전시나 공연 등은 모두 챙겨 볼 정 도로 열심이었다. 특히 도곡동에 위치한 국내 유 일의 어린이 영어 연극 전문 극장 ‘라트 어린이 극장’을 자주 찾았다. 실력 있는 외국 배우들이 연극을 하기 때문에 원어민 영어 발음을 들려줄 수 있고, 무엇보다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는 아 이들의 흥미를 끌었다. 그녀는 좋은 영어 연극으 로 ‘Twelve singing animals(노래하는 열두 동물)’ 을 추천했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들이 나와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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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 때 아이들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 를 좋아하기 때문에 영어로 된 공연을 본다는 두 려움이 없어요. 그 점 을 활용했죠. 집에서 디즈 니 시리즈를 보는 것보다, 월트 디즈니 영화가 개 봉할 때마다 영화관을 찾아가는 게 좋아요.”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와 줄리엣’ 등 유 명 라이선스 작품은 일일이 챙겨 봤다. 스케일이 큰 공연에 압도된 아이들은 ‘영어를 배우고 싶다’ 는 생각을 갖게 되고, 그런 경험이 자주 반복되 면, 영어를 잘하고 싶은 욕심에 스스로 공부 하게 된단다. 영어 유치원과 한국어 유치원을 골고루 경험하게 하다
중현 군은 4세 때부터 영어 유치원을 다니기 시 작했다. 여러 곳을 알아본 끝에 결정한 곳은 압구 정동에 있는 ‘필립 스쿨’. 원어민 교사가 모든 수 업을 영어로 진행하면서도 한국어 보조 교사가 수업에 참여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4~5세 아이들에게 영어 사용 100% 환경은 오히 려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어도 완성되 지 못한 시기에 영어만 듣다 보면, 논리력이 떨어 지기 때문에 나중에 긴 문장의 영어는 소화하지 못하거든요. 한국어와 영어의 균형을 깨 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실컷 놀 수 있는 곳인지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어요.” 신민자씨가 영어 유치원을 보낼 때 가졌던 목표 는 단 두 가지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쉬운 단어라도 머릿속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입에 서 튀어나올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 일 년 이 지나자 그 목표를 달성하게 됐고, 두 아이는 우리말 유치원으로 옮겼다. 정서 발달을 돕고 한 국어도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오후에는 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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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필립 스쿨 애프터 반을 다니면서 영어 표현 의 수준을 높여갔다. 애프터 스쿨이 끝나면 근처에 있는 사직동 어린 이 도서관을 찾아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을 빌렸다. 한 번에 6권씩 대출 받았는데, 이 중 한 글 동화책 2~3권을 꼭 빌렸다. “영어와 한글 책을 3대 7 비율로 읽혔어요. 영어 회화나 에세이에서 실력을 판가름 내는 건 모국 어 실력이거든요. 모국어로 생각의 틀을 잘 갖춰 야만 영어로 다양한 표현을 하는 게 가능해지죠. 또 다른 분야의 책을 읽히는 게 중요한데, 그래 야 배경 지식이 늘어나서 나중에 영어 토론도 가 능해져요.”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자, 신민자씨는 아이들을 원서가 있는 열람실에 데려갔다. 아이 들은 학교에서 배운 과학 원리, 덧셈 뺄셈의 개념 을 알 수 있는 책을 읽었다. 주말 나들이 때 다녀 온 박물관, 식물원에서 본 것과 관련된 책까 지 읽으면서 독서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요즘 중현 군과 지현 양은 에세이 공부에 한창이다. 글 쓰기 주제는 다양한 데 과학, 수학에 관심이 많은 중현 군은 최근 IT 분야에도 관심을 늘려가고 있 다. 의학을 좋아하는 지현 양은 암, 방사 능 등에 대한 글쓰기를 하기도 한다. 남매가 통합 적인 주제로 영어를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은 다 양한 문화 체험과 독서로 초석을 다져놨기 때문. 신민자씨는 “우리와 달리 평생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동기 부여’를 꾸준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중현 군과 지현 양의 영어 공부 리얼 팁 1 재즈 감상으로 영어 억양 익히기... 신민자씨는 “아
Program 이들이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계속 틀어놓 다 보면 정작 엄마들이 지겨워서 끄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음악이 싫증 날 때는 재즈를 간 간이 틀어주면 효과적”이라고 했다. 재즈의 비 트는 영어의 리듬과 비슷하기 때문에 영어 억양 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준다. 실제로 재즈를 많이 듣고 자란 두 아이는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 온 아이 들에 비해 발음은 뛰어나지 않지만, 억양이나 리 듬감은 좋은 편이다. 2 아이의 성향에 맞게 동기 부여를 시키자... 중현군과 지현 양의 가장 큰 동기 부여 방법은 대회와 시 험을 자주 치르게 하는 것. 매주 치르는 학원 시 험부터 교내 말하기 대회, 크게는 세계 대회까지 다양한 대회 스케줄을 잡아주는 게 엄마의 일이 다. “처음에는 작은 대회부터 참여하게 하세요. 거기서 상을 받은 아이는 성취감을 느끼고 더 큰 대회를 준비하게 되죠. 영어 실력이 중간 정 도 올라가면 어른들이 주로 치르는 시험을 보게 하는 것 도 도움이 돼요. 중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토플 시험을 보러 갔는데 어른들이랑 같이 시험 을 치니까 으쓱해졌는지 다음번에는 더 높은 점 수에 도전하더라고요.”
일취월장했다. 회화에 자신감이 붙은 아이들은 요즘 토플과 ‘쓰기’ 공부를 하기 위해 대치동에 있는 KNS 어학원을 다니고 있다. “사춘기가 가까워지는 시기인 만큼 아이들이 스 트레스를 받지 않고 다닐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의 학원을 선택했어요. 솔직히 ‘쓰기’는 어 른이 하기에도 어려운 부분인데, 스파르타식 학 원을 보내면 아이들은 겁을 내고 손을 놓아 버 리기쉽죠.”
중현 군은 관심 분야인 과학과 수학을 영어로 공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흥미를 유지하면서 깊이 있게 영어 공부를 한 결과 국제 수학대회에서 수상할 수 있었다. 신민자씨는 아이들과 함께 매주 영어 전문 극장을 찾고, 라이선 스 공연을 관람했다. 팸플릿에 적힌 영어 설명을 꼼꼼하게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3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목적에 따라 학원을 옮길 것...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문법과 독해를 중 점적으로 가르치는 서초동의 이지어학원 으로 옮겼다. 중요하게 여긴 것은 과제물의 정도. 신민자씨는 고학년이 되면 학원 과제를 얼마나 성실하게 하느냐에 따라 영어 실력이 좌우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과제를 통해 암기한 영어 단 어와 문장이 많아지자 중현 군의 말하기 실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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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02 책과 회화를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다 엄마 박수혜씨와 딸 김채림(13) 양
13세의 김채림 양은 어린 나이가 무색하게 3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모국어인 한국어뿐 아니라 중국어와 영어에도 막힘이 없다. 대부분 외국에서 태어나거나 오래 살다 왔겠거니 생각 하지만 놀랍게도 채림 양은 단기 여행을 빼고는 중국도, 미국도 오래 머물러본 적이 없는 순수 국 내파다. 채림 양의 부모가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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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도 아니다. 방법이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 게 공부했기에? “채림이는 모든 걸 다 잘하는 영 재는 아니에요. 오히려 평범한 축에 속하죠. 다만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일찍 찾아주려고 했어요. 스케이트, 발레 등 다양한 것들을 가르쳐봤는데 채림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책을 읽고 말을 하는 언어 쪽이
Program 더라고요. 하나라도 잘할 줄 알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초등학교를 화교 학교로 보냈 죠.” 부모가 화교도 아니고 중국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중 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주자는 생각으로 채림 양을 화교 학교에 입학시켰다는 게 엄마 박수혜 씨의 설명이다. 그럼 중국어는 그렇다 치고 영어 는 어떻게 공부한 걸까?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통해, 강요하기보다는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도 록 도와준 정도예요.” 채림 양은 이번 9월 개교하 는 ‘KIS 제주 국제 학교’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 했을 정도로 이미 그 실력을 검증받았다. 혹시 유 명 학원에서 매일같이 공부했던 걸까. 오히려 엄 마 박수혜씨는 아이를 학원에 보냈더라면 지금보 다 영어 실력이 덜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영어 원서와 시청각 자료를 단계별로 활용
채림 양이 영어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요즘 아이들이 대부분 영어 유치원이다 뭐 다 하며 더 어린 나이부터 영어를 공부하는 것 에 비하면 어쩌면 조금은 늦은 나이인 셈. “무조 건 빨리 시작하는 게 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어 요. 한국어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데 영어까 지 시키는 건 아이에게도 그다지 좋지 않다고 봤 거든요.” 잠이 와도 졸린 눈을 비벼가며 책을 몇 권씩 읽 어야 잠을 잘 정도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채 림 양을 보며 엄마는 영어도 책을 통해 접근했다. 첫 시작은 쉽고 간단한 단어와 문장으로 이루어 진 영어 동화책을 읽는 ‘리딩 클럽’이었다. 이곳 에서 채림 양은 1년 동안 가장 기초적인 단계의 영어 그림책을 따라 읽고 문장을 외우며 영어에
접근했다. 2학년 때 부터는 학원을 그만두고 채 림 양이 읽을 책을 엄마가 직접 고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엄마가 아이의 실력에 맞는 영어 그림책 을 골라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쑥쑥닷 컴’ 등 엄마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의 추 천을 받아 수준별로 읽을 만한 그림책 원서를 읽 혀나갔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책을 읽도록 강요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 아들일 수 있도록 오디오북과 DVD 등 시청각 자 료를 최대한 활용했다는 점. “엄마나 아빠가 원어 민이 아니기 때문에 CD가 포함되어 있는 오디오 북을 활용했어요. 아이가 자주 듣고 발음을 익힐 수 있도록 하루도 빼지 않고 틀어주었죠. 쉽고 간단한 단계의 책은 CD에서 나오는 노래나 챈트, 재밌는 대사등을 따라하며 거의 외울 정도 였죠. 또 아이가 좋아하는 디즈니 비디오도 다 이 해하지 못하더라도 처음부터 자막 없이 틀어줬어 요. ‘나니아 연대기’처럼 아이가 재밌게 본 외화가 있으면 DVD를 구매해 자막 없이 다 시 보여주었고요. 아이가 줄거리를 어느 정도 알 고 있기에 지속적으로 보여주면 어느 순간부터 는 어느 상황에 어떤 표현이 쓰이는 건지 점차 알아가더라고요.” 더불어 엄마 박수혜씨가 택한 방법은 주변 지인 의 도움을 받는 것이었다. 같은 아파트에 외국에 서 생활하다 온 지인이 있어 학원 대신 일주일 에 두 시간 정도씩 만나 영어로 이야기하는 시간 을 만들어 준 것. 회화 과외 선생님을 붙여 준 것 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엄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보다 아이의 흥미였다. 무엇이 든 강요해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영어에 거 부감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엄마의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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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었던 것. 그런 맥락에서 박수혜씨는 책을 읽 은 뒤에도 독후 활동을 강요하지 않았다. 억지로 독후감을 쓰게 하기보다 그저 읽은 책이 재밌었 는지, 어떤 점이 좋았는지 가볍게 얘기를 나누는 정도다. 채림 양은 단어를 써가면서 달달 외우거 나 문법을 익힌 적도 없다. 영어를 처음 시작했 을 때는 쉬운 단계의 그림책을 보며 전체적인 내 용을 파악했고 단계가 올라가 단어가 많은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때도 일단 문맥상 의미를 파악하 고,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데도 도무지 의미를 유 추하기 어려울 때만 사전을 찾아보았다. 마치 우 리가 한국 소설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앞뒤 문맥으로 의미를 파악하고 넘어가듯이 말 이다. “아이가 4학년이 됐을 때는 단어를 외우게 하는 학원에 보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동안 자 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던 아이라 거부감을 느끼더 라고요. 그래서 더 이상 억지로 외워가며 공부하 는 방식의 영어는 시키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금 방 학원을 그만두었죠.” 아이의 흥미와 더불어 박 수혜씨가 잊지 않았던 한 가지는 ‘꾸준함’이다. 매 일매일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일정하게 영어 환경 에 노출시킨다는 원칙을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굳이 시간을 정해 책을 읽고 DVD를 시청했다기 보다 차에도 휴대용 DVD를 설치해 이동할 때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디즈니 외화를 틀어주 었다. 그야말로 채림 양에게 영어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BGM이었던 셈. 자신감은 영어 실력의 가장 큰 원천
책을 읽고 회화를 하며 영어 실력을 차근차근 키 워나가던 채림 양이 실력을 일정 수준 이상 향상 시키게 된 계기는 화상 영어 채팅이었다.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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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싫어하는 아이가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재 미있게 영어에 접근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좋 은 화상 채팅 사이트를 소개받았어요. 캐나다의 퇴직 교사들이 온라인상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 누는 방식이죠.” 채림 양은 4학년 때부터 ‘onlineesl.ca’라는 사이트 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접속해 캐서린이라는 할 머니 선생님과 웹서핑을 하기도 하며 최근의 이 슈들을 얘기했다. 지금도 화상 영어를 통해 각종 시사, 상식 등을 넓혀나가며 영어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직접 외국인과 대 화를 하며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붙자 실력은 더 욱 향상되었다. 그 결과 가족끼리 떠난 외국 여행 에서도 채림 양은 스스로 가이드를 자청하며 두 려움 없이 현지인과 대화를 시도 했을 정도다. “ 언어는 다른 공부보다 더더욱 자신감이 중요하다 고 생각해요. 만약 채림이가 학원을 다녔더라면 오히려 지금보다 영어를 못했을 것 같아요. 워낙 잘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지금처럼 자신감이 많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요. 채림이는 일대일로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고 비교 대상 없이 혼자 영 어를 익혀왔기 때문에 스스로 영어가 재밌고 또 잘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자신감이 붙으니 영어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고 요.” 하지만 걱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조한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제 방식이 맞는 걸까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많았죠. 하지만 학년 이 올라갈수록 영어에 더 흥미를 느끼고 실력이 늘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제 교육법에 확신이 생 겼고, 아이에게도 ‘네가 영어를 가장 잘한다’ 며 친구처럼 응원해 줬어요.” 다가오는 9월이면 국제 학교에 입학하는 채림 양
Program 은 중학교에 가면 스페인어도 공부하고 싶다고 말한다. 영어 실력과 화교 학교에서 익힌 중국어 실력을 통해 언어라는 것 자체에 자신감이 생겨 다른 외국어를 익히는 것도 겁내지 않고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이다. “학원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채림이의 방법이 정답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방법을 택하든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엄마의 주관대로 꾸준히 밀고 나가는 자세 가 필요하다고 봐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아이가 언어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 아닐까요?” 결국 영어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영 어 공부의 왕도라는, 채림 양의 엄마 박수혜씨의 조언이다.
한 작가들의 글과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3단계 Read it yourself 시리즈(3~4학년)_디즈니 시리즈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유명한 이야기 가 많아 흥미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읽는 데 도 움이 된다. 4단계 Magic tree house 시리즈(4~5학년)_초등 학생이 읽을 수 있는 간단한 영어 소설책. 그림의 비중이 줄어들고 문장의 비중이 많지만 아이들 이 흥미로워하는 주제가 많아 줄거리 자체에 몰 입하 도록 만들어준다. 5단계 로알드 달, 잭클린 윌슨 등 동화 작가 시 리즈(5~6학년)_본격적인 소설 읽기로 넘어가 기 시작하는 단계. 채림 양은『찰리와 초콜릿 공 장』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로알드 달을 좋아 해 같은 작가의 책을 모두 찾아 읽었다.
단계별로 읽은 영어 동화책 처음에는 큰 그림과 함께 기본적인 단어들 위주 로 구성되어 있는 시리즈를 구입해 외우다시피 할 정도로 반복해서 읽었다. 오디오 북과 함께 구 성되어 있는 것을 선택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 동화책을 어느 정도 읽게 되고,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같은 작가의 책을 찾아 함께 읽기 시작했 는데, 이 역시 좋은 방법. 1단계 Learn to read 시리즈(1~2학년)_유치원 및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언 어, 수리, 사회 영역으로 나누어 재밌게 구성한 그림책이다.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이 노래와 챈 트로 구성된 오디오 CD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 에접근할 수 있다. 2단계 I can read 시리즈(2~3학년)_미스터리, 모 험담, 시, 역사 등을 큰 그림과 함께 다루고 있는 초등학생용 시리즈. 미국 각종 단체로부터 수상
박수혜씨는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를 프린트해 책을 만들어주기 도 했다. www.readinga-z.com이라는 사이트는 시사, 동물, 환경 등 주제별로 아이들이 읽을 거리가 다양해 단어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되고 상식도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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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03 아이 성향에 맞춘 ‘맞춤형’ 교육이 정답 엄마 양정희씨와 딸 전연주(15) 양
천안 백석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전연주 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영어 스피치 대회에서 큰 상을 휩쓸었다. 헤럴드 스피치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어린이 스피치 대회 에서 은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뽐내고 2, 3학 년 때 PELT 1등급을 받기도 했다. 중학교에 진학 해서는 매년 교내 영어스피치 대회에 출전해 1~2 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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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부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어 요. 글짓기도 좋아해서 독후감이나 일기도 잘 썼 죠. 영어도 말하기와 쓰기를 좋아했어요.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에 조금 더 신경 썼죠.” 엄마 양정희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부분을 강조 한 영어 교육으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조절을 했 다. 일기, 에세이 쓰기 등의 글쓰기와 관련된 커 리큘럼을 챙기고 매일 영어 책과 신문을 소리 내
Program 어 읽도록 했다. 잘하는 것 위주로 영어를 가르 치니 아이의 자신감과 흥미가 늘어 훨씬 수월하 게 공부했다. 처음부터 영어를 잘 들어야 한다며 시간을 정해 놓고 듣기 공부를 강요했다면 부담 을 느꼈을 테지만 소리 내어 읽기에 재미를 붙 이자 굳이 시키지 않아도 외국인 발음을 따라 하 려고 귀 기울여 듣다 보니 듣기 실력도 함께 자 랄 수 있었다. 아이의 성향에 따른 적절한 학원 선택
연주 양은 5세 때 영어 유치원을 다니며 영어 공 부를 시작했다. 학원보다는 쉽고 재미있게 영어 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고 3년간 영어 유 치원을 다닌 뒤 초등학교를 들어가서도 영어 유 치원의 애프터 스쿨 과정을 등록했다. “유치원 과정부터 함께 다닌 아이들과 함께 수 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안정적일 것 같더라고요. 또 선생님이 아이의 수준을 잘 파악 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죠. 헤럴드 유치원을 다녔는데 신문사와 연관되어 있다 보니 초등 과 정에서는 읽기, 쓰기 수업이 특화되어 있었어요. 책을 읽고 쓰는 북 리포트, NIE 수업, 일기 쓰기 등 라이팅 수업이 많았는데, 책 읽는 것과 글 쓰 는 것을 좋아하는 연주의 취향과 잘 맞는 수업 이었죠.” 애프터 스쿨이 초등 과정까지 진행되고 있어 고 학년이 되자 수업 난이도 조절이 필요했다. 양정 희씨는 주 2회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을 하면서 팀별 프로젝트 수업과 발표 수업도 충분하게 포 함돼 있는 청담어학원에 아이를 맡겼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연주 양에게 발표 수 업은 학원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줬다. 일기를 쓰
거나 에세이를 쓰는 숙제들이 많았는데,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의 성격과도 잘 맞아 학원의 효과를 배로 볼 수 있었다. 이 시기부터 영어 일 기도 쓰기 시작했다.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 중 하 나였는데, 처음에는 한 문장을 써내려가는 것도 어려워했고, 특히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해 한 문장 을 완성하려면 몇 번씩이고 반복해서 사전을 찾 아봐야 했다. 하지만 양정희씨는 아이가 잘못된 단어를 쓰거나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써도 틀 린 부분을 고쳐주거나 지적하지 않았다. 학원에 서도 학부모에게 당부한 내용이었고,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일기를 검사하며 단어나 문법을 수정 하는 일이 없었다. 양정희씨는 “아이가 일기를 쓸 때 틀린 부분을 고쳐주지 않은 것이 아이가 영어 를 쓰는 데 자신감을 많이 심어준 것 같다”고 말 한다. 처음 시작하는 단계이니 실수가 있을 수 있 고, 그것은 엄마나 선생님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 니라 아이 스스로 느끼고 고쳐나가게끔 해야 하 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영어 일기로 자신감 이 생기자 에세이 쓰기, 편지 쓰기 등으로 쓰기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다. 소리 내어 읽는 훈련으로 문법까지 잡다
연주 양의 꿈은 아나운서다. 아나운서라는 꿈은 영어 유치원에서 내주는 ‘소리 내어 읽기’ 과제를 하게 되면서 생겼다. 영어 유치원에서는 매일 영 어책을 5번씩 읽도록 숙제를 내주었는데 아이가 잘할 수 있도록 ‘연주 영어 발음이 정말 멋지다’ ‘목소리가 예쁘다’ 같은 칭찬을 끊임없이 해주었 다. 칭찬을 받자 자신감도 생기고 적극적으로 임 하다 보니 소리 내어 책을 읽는 데 흥미를 붙이 게 되었다. 그렇게 매일 CD로 한 번 듣고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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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를 5번씩 반복했는데 습관이 되면서 우리말 책도 소리 내어 읽게 되었다. “소리를 내서 읽으면 그냥 읽는 것보다 조금 더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훨씬 더 재미있어요. 어릴 때는 동화책도 1인 2역으로 목소리까지 바꿔가 며 읽었거든요. 지금은 역사책이나 소설책도 소 리 내어 읽어요. 그렇게 하면 훨씬 이해가 잘되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거든요.” 초등학교 때 구독한 영어 신문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소리 내어 읽었다. 저널지와 틴타임즈를 구독했는데 동화책보다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어휘력도 풍부해지고 배경 지식도 많이 쌓 을 수 있었다. 영자 신문은 온라인으로 1주일에 한 번씩 받아보았는데 회원에 한해 홈페이지에서 원어민 발음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수 있다. 연주 양은 먼저 기사를 한 번 읽 고 나서 듣기 서비스를 이용해 전체 기사를 원어 민 발음으로 다시 들었다. 생각했던 발음과 다르 게 소리가 나는 부분은 체크하고 다시 한 문장씩 끊어서 듣는 훈련을 했다. 속도가 빨라서 잘 들 리지 않는 발음은 따로 사전에서 찾아 발음 듣기 를 통해 입에 익혔다. 이렇게 소리 내어 읽기 훈 련을 하다 보니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특별한 공 부 없이도 문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것. 중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따로 문법 공부를 한 적 이 없지만, 문법 문제는 거의 틀리지 않는다. 어 릴 적부터 영어를 소리 내어 읽어 자연스럽게 영 어의 문장 구조가 입에 붙었기 때문에 따로 문법 책을 보지 않아도 어색한 부분을 골라내는 능력 이 생긴 것이다.
아빠와 함께하는 융합형 교육
연주 양의 영어 공부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아 빠다. 저녁 식사 시간엔 늘 함께 밥을 먹으며 ‘영 어로만 대화하기’ 내기를 한다. 영어를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기 위해 아빠가 생 각해 낸 방법이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식탁 에서의 영어 대화 외에도 연주 양은 아빠와 함 께 좋은 영어 문제집을 골라 함께 공부한다. 요 즘 풀고 있는 문제집은 읽기 문제집. 그러나 이 들은 읽기뿐 아니라 듣기, 말하기도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문제집을 구매하면 무료 로 mp3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는데 지문을 보 기 전에 아빠와 먼저 음원 파일을 들으면서 내용 을 파악한다. 한 번 듣고 난 뒤 들은 내용을 요약해서 말하고 아빠가 잘못 들은 부분을 고쳐주면 다시 한 번 들 었다. 그런 후 아빠와 지문에 대한 이야기를 영어 로 나눈 뒤 지문을 보면서 문제를 푸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읽기와 듣기, 말하기까지 한 번에 잡 을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 단기적 으로 학교에서 영어 성적이 우수한 몇몇 학생들 을 모아 원어민 선생님과 디베이트 수업을 진행 했는데, 아빠와 했던 토론 수업이 도움이 돼 연주 양은 다른 친구들보다도 능숙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었다. 스스로 자신감이 붙자 실력은 더욱 향상됐다. 이제는 아빠와의 토론에서도 연 주 양이 주체가 되어 리드할 만큼의 실력을 갖춰 오히려 아빠의 영어 공부를 도울 정도다.
읽기& 쓰기 실력 업그레이드 팁 1 원어민 선생님과 이메일로 친해지기
연주 양은 영어 학원에서 잘 따르던 원어민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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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님이 학원을 그만두자 이메일로 편지를 주고받으 면서 쓰기 실력에 도움이 되었고 편지 쓰기에 흥 미도 갖게 되었다. 편지 쓰기는 일기보다는 다양 한 주제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에세이보다는 편하 게 쓸 수 있어 부담 없이 쓰기 실력을 키울 수 있 는 좋은 방법. 대회에 출전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선생님께 첨삭을 부탁했다. 원어민 선생님 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렵다면 이메일을 통해 친 분을 쌓는 것부터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능률출판사의 ‘리딩튜터’로 공부하는데 과학, 교 양, 문화, 가십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다루 고 있어 지문을 읽고 토론하기에 적합하다. 영자 신문을 구독할 경우 초등학생 수준에서는 일주 일에 신문 하나를 다 읽는 것이 벅찰 수 있다. 연 주 양도 다 읽으려고 부담을 갖기보다는 본인이 관심이 있는 분야, 즉 읽고 싶은 것만 골라서 읽 어 흥미를 잃지 않도록 했다.
2 다양한 지문의 교재와 신문으로 읽기 훈련
리딩 문제집을 구입할 때는 다양한 분야의 지문 이 들어 있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연주 양은
방학 때 따로 공부하는 문법은 인터넷 강의를 활용한다. 맛보기 강의를 통해 선생님의 수업 스타일이 아이에게 맞는지 미리 확 인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분야의 지문이 섞여 있어 문제 푸는 데 지루함이 덜한 ‘ 리딩튜터’. 책에 설명된 방법대로 음원도 쉽게 다운받을 수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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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04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다 엄마 김해영씨와 딸 오유진(9) 양
“유진이는 강요하면 더 안 하려는 성격이에요. 그 래서 영어를 공부로 여기지 않도록 어려서부터 놀이처럼 접하게 했어요. 다른 또래 아이들이 유 명한 어학원에서 수준 있는 영어 수업을 하는 것 을 보면서도 유진이에게는 맞지 않는 학습이라고 판단했거든요. 미국에서도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흥미 위주로 공부한다고 해서 적어도 3학년까지 는 부담을 주지 말자 생각했죠.” 홍대부속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유진 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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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하나의 놀이처럼 생각하며 즐기고 있다. 회화책을 보고 공부하기보다는 또래 외국인 친 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말문이 트였고 단어를 써가면서 암기하기보다 엄마가 읽어주는 영어책을 통해 눈에 익혔다. 아직 아이에게 부담 을 주고 싶지 않아 일부러 대회나 시험에 참가한 적은 없지만 아이의 영어를 지도하는 선생님들 은 아이에게 최고점을 준다. 지난해 학교에서 치
Program 렀던 TOSEL에서는 2등급을 받았다. 심지어 잠꼬 대도 영어로 할 정도. 유진 양이 외동딸이다 보니 아이에 대한 욕심이 많을 법도 하지만 김해영씨 는 영어 교육에 관해서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기 로 했다. 기초를 잘 잡아두고 영어에 대한 흥미만 잃지 않으면 된다는 소신이 있기 때문이다. 놀이처럼, 흥미 위주의 영어 교육
유진 양이 영어를 시작한 것은 만 3세 때. 아이 가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영어 학원에 처 음 등록을 했다. 캐나다 문화원에 속해 있는 영 어 수업이었는데 일반 영어 유치원은 매일 가야 하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 을 것 같아 수업 횟수가 적은 학원을 찾게 된 것. 주 2회라 부담이 적고 레벨별로 반이 나누어 있 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유진 양이 듣기에도 적합 할 것 같았다. 게임과 노래, 율동 등의 활동으로 만 구성된 커리큘럼도 마음에 들었다. 또한 인증 을 받은 원어민 교사만 채용해 믿고 맡길 수 있 다는 것도 장점. 1년 동안 캐나다 문화원을 다니 면서 파닉스를 익히고 5세부터는 캐나다 문화원 에서 운영하는 영어 유치원으로 옮겼다. 다른 영 어 유치원에 비해 하루 3시간이라는 짧은 수업 시간이 아이의 수준에 적합했고, 무엇보다 다니 던 영어 학원에서 아이가 잘 따르던 선생님이 다 시 담임을 맡아 아이가 좋아했다. 같은 캐나다 문 화원에서 진행하다 보니 아이에게 익숙한 환경 이라 거부감도 적었다. 6세가 되면서부터는 유진 양이 큰 놀이터가 있는 일반 유치원을 가고 싶어 해 아이의 뜻대로 해줬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대신 영어는 과외로 대체했다. 영어 유치원 선생
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몇몇 과외 선생님을 추 천받았다. 원어민 선생님들도 있었지만 미국인과 결혼해 원어민 못지않은 영어를 구사하는 한국인 선생님을 선택했다. 김해영씨와 그날 그날 학습 한 내용에 관해 대화를 나눌 정도의 우리말이 가 능했기 때문. 특히 유진 양과 같은 또래의 자녀가 4명이나 있어 선생님의 집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를 익히기에 좋았다. 처음에는 파란 눈의 외국인 이 거실에 가득한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고. 그래 서 한두 번 정도는 선생님이 초대한 것처럼 해서 자연스럽게 방문해 밥도 먹고 얼굴을 익히니 곧 나아졌다. 회화 위주로 50분 정도 수업을 했는데 그 이후에도 선생님의 아이들과 게임도 하고 쿠 키도 만들면서 4~5시간씩 놀며 영어를 자연스럽 게 익히게 됐다. 이렇게 1년 반 동안 과외를 했는 데, 이 기간에 듣기와 말하기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상적인 회화가 가능한 수준이 되자 김해영씨는 조금 욕심을 부려 아이를 영어 학원 단과 수업에 보냈다. 말하기는 되지만 쓰기 가 부족해 쓰기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운영하는 학원을 선택했는데 놀이처럼 하는 공부에 익숙 했던 아이의 성향과 맞지 않았다. 아이가 학원을 다니면서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고 아이에게 맞 지 않는 교육법으로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것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 그래서 3개월 만에 학원을 그만두고 초등학교 입학 후 6개월 동안은 학원이 나 과외 등을 따로 하지 않았다. 집에서 엄마가 잠들기 전에 영어책을 한두 권 읽어주는 정도로 영어에 관한 감을 잃지 않는 선에서만 유지했다. 그렇게 잠시 영어에 대한 악몽을 잊게 한 뒤 아 이에게 맞을 만한 영어 학원을 찾기 시작했다.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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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기서 정보를 구하던 중 자주 방문하는 영어 온라인 카페 ‘영어교육알파맘프로젝트’(cafe.naver. com/englishalphamom)에서 학부모들이 만든 버 나비 잉글리쉬를 알게 되었고 먼저 보내본 친구 엄마도 커리큘럼이 만족스럽다며 추천해 아이를 보내기 시작했다. 다른 일반 영어 학원과 달리 분 위기도 한결 편안하고 수업도 주입식,암기식 교 육이 아닌 게임과 다양한 액티비티 위주로 진행 되는 것이 특징. 숙제를 내주거나 영어를 말하는 것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 유진 양은 잃어버렸 던 영어에 대한 흥미를 되찾아갔다. 단계별 책을 이용해 실력 쌓기
다른 부모들이 영어 교육의 도구로 DVD를 많이 활용하는 것에 비해 김해영씨는 DVD를 활용한 적이 없다. “DVD를 보면 듣기는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가 어 떤 내용을 보고 듣는 것이 너무 순간적으로 지나 가버리는 것 같아요. 저는 그것보다 아이의 속도 에 맞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을 많 이 보는 편이에요.” 김해영씨가 선호하는 책은 단계별로 나누어진 챕 터 북. 1단계는 그림으로만 되어 있고 2단계는 단 어, 3단계는 한 문장, 4단계는 두세 문장이 나오 는 식이다. 책은 스콜라스틱과 옥스퍼드리딩트리 를 선호했다. 영어 과외를 할 때 선생님의 아이들 이 미군 부대에 있는 미국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그곳의 주 교재여서 눈여겨보았던 것. 단계별 파 닉스의 구성이 좋으면서 형용사도 많이 들어 있 고 반댓말도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 어 만족스러웠다. 또 인기 있는 학습 만화인『 매 직스쿨버스』도 시리즈별로 구입해 보여줬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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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아이와 직접 서점에 가서 낱권씩 구입하는 편 이다. 주로 광화문 교보문고를 가는데 영어 원서 를 판매하는 곳이 규모가 커서 책이 다양하고 따 로 분리가 되어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한 번 갈 때마다 3권 정도씩 구입하는데 2권은 엄마가 고르고 한 권은 유진 양이 고르도록 한 다. 아이가 직접 책을 고르면 읽고 싶은 책을 사 기 때문에 흥미를 붙이기에는 좋지만 동화책 위 주로만 선택해 분야의 다양성을 위해 엄마가 과 학이나 역사 같은 주제의 책을 함께 고르는 것이 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부터 하루에 한 권씩 읽 어주었고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자 기 전에 2~3권씩 책 읽어주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엄마가 읽어주면 따라 하고 나 중에 아이가 혼자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됐을 때 는 역할을 나눠 함께 읽었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는 그에 따른 감상을 한두 문장이라도 이야기하 도록 했다. 독후감을 쓰게 하면 거부감을 가질 수 있고, 또 오래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말로 표 현하게 한 것. 그다음에는 메모나 낙서 형식으로 조금이라도 써서 냉장고에 붙여놓도록 했다. 문 장을 쓸 때도 스펠링이나 문법에 관해서는 전혀 터치를 하지 않았다. 대신 시간 간격을 두고 예전 에 쓴 것을 다시 보여주면서 아이가 스스로 자신 이 틀린 부분을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인 트.“항상 아이가 부담을 갖지 않는 선에서 끌고가 려고 노력 중이에요. 3학년 때부터는 조금 더 학 습적인 요소를 넣겠지만 영어에 대해 흥미를 갖 고 있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잘 따라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쓰기를 정말 싫어했는데 영 어를 좋아하게 되니 이제 쓰는 것에 대한 부담도 훨씬 줄어들었거든요.”
Program
엄마표 영어 교육 노하우 1 외출할 때는 영자 신문이나 잡지 챙기기
유진 양은 6세 때부터 어린이 영자 신문 ‘키즈타 임스’를 구독했다. 시사와 간단한 이슈로 구성되 어 있고 무엇보다 외출할 때 들고 다니기 편하기 때문. 아이의 실력이 좀 더 늘면 신문에서 잡지로 레벨 업시켜 주는 것이 좋다. 잡지는 신문보다 기 사의 내용이 길어지고 내용 면에서 더 심도 있어 단어의 수준도 높아진다. 유진 양은 ‘헬로프랜드’ 를 구독했는데 숨은그림찾기나 만들기, 요리 등 기사 외에도 아이가 흥미를 가질 만한 것들이 다 양해 지루함이 덜했다.
야기를 잘 하지 않는데, 자기 전에 동화책도 읽 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슬쩍 물어보면 아 이가 편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확인할 때도 “와, 정말 재밌었겠다. 그럼 이 발음이 나는 건 뭐가 있지?” 등으로 대화를나 누면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배운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 스펠링도 따로 영어 노트에 써가면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잠자 리에 누워 ‘캣(cat)의 스펠링은 뭐지?’ ‘애 소리가 나려면 어떤 모음이 필요할까?’처럼 단어게임 식 으로 확인했다.
2 베갯머리 영어 공부법
김해영씨는 아이가 잠들기 전 시간을 많이 활용 했다. 학원을 다녀온 뒤에 “오늘 뭐 배웠어?”라 고 물어보면 아이가 짜증도 내고 피곤하다며 이
외출할 때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보기 좋은 어린이 영자 신문과 잡지.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그림과 글이 적절히 섞여 있어 지루 하지 않다.
『매직스쿨버스』는 DVD로도 인기 있지만 연령대가 낮은 아이 들이라면 책을 보면서 먼저 천천히 이해하는 것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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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수상
손열음이라는 새로운 ‘클래식 한류’ 얼마 전 열린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무려 5명 의 우리나라 젊은이가 수상했다. 이제껏 세계적인 콩쿠 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음악인들은 대부분 이른 나 이에 영재성을 발견해 조기 유학을 간 경우가 많았고, 그것이 엘리트 코스로 통용됐던 것이 사실. 이번 수상 자들에게서 눈에 띄는 점은 모두 ‘국내파’ 음악인이라 는 것. 그 중 새로운 클래식 세대의 주인공, 손열음을 만났다. 취재_지희진 기자 사진_이민희(studio lamp)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 르에 속하는 명성 있는 대회.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성악 네 부분으로 나뉘어 치러지며예선과 본선 1, 2 라운드, 파 이널을 통해 우승자를 가린다. 음악인들에게는 ‘꿈의 무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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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카레야, 카레야, 카레야, 카레야, 카레야’. 지난 6월 30일 밤, 러시아 모스크바의 차이코프 스키 콘서트홀. 제14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시상식에는 한국이 다섯 번이나 불렸다. 남자 성 악 부문 1위는 박종민(25), 여자 성악 부문 1위 는 서선영(27), 바이올린 부문 3위는 이지혜(25) 가 차지했다. ‘콩쿠르의 꽃’이라 불리는 피아노 부 문에서는 손열음(25)이 2위를, 조성진(17)이 3위 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손열음의 연주는 주목을 받았다. 최 종 결선에서 그녀가 선택한 곡은 차이코프스키 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차이코프스키가 자신 의 예술혼을 불태운 대곡으로 난이도가 높아 피 아니스트의 자질을 평가하는 잣대로 쓰이는 곡 이기도 하다. 1악장이 끝나자 청중석에서 저절로 박수가 나왔 고 3악장이 끝나자 몇몇 관객은 사인을 받으러 무대로 걸어 나오기까지 했다. 연주 시 악장과 악 장 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은 클래식 감상의 불문율, 더군다나 콩쿠르 대회에서 사인을 요청 하는 일은 드물다. 연주가 끝난 뒤에는 기립 박 수가 터져 나왔다. 우승자를 가리는 경쟁의 장에서 연주회처럼 청 중과 자유로운 소통이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갈라쇼를 마치고 잠시 귀국해 고향인 강원 도 원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녀를 금호아 시아나재단의 금호아트홀에서 만났다. 청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손열음의 모습은 여느 스물다섯 또래들처럼 생기 있어 보였다. 여기에 손에 쥔 아이폰까지. “소셜 네트워크를 제대로 하려면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 스북을 동시에 해야 한다”며 웃었다.
“팔로어 수는 3000명 정도로 많지 않은데, 이번 에 트위터로 축하 인사가 많이 들어왔어요. 사실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거든요. 한국에 왔더니 다들 생중계로 봤다고 하더라고요. 강원 도 원주에 계신 부모님께도 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좋았죠. 독일 하노버 대학 스승님도(그 녀는 자신을 가르쳤던 사람은 모두 스승님이라 부른다) 방송을 보고 모니터링을 해줘서 컨디션 조절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번 대회 결과를 두고 쏟아지는 세간의 관심에 도 그녀는 들뜬 기색 없이 담담한 편이었다. “사실 한국 음악가들의 실력이 출중해진 건 최근 일이 아니에요.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음악가들 의 명성이 높은데 성악, 바이올린, 피아노 부문을 모두 휩쓸기로 유명하죠. 더 많은 연주자들이 도전해서 정말 ‘클래식 한류’가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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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는 나를 키우는 무대였다
사실 손열음에게 이번 콩쿠르는 많은 부담이 따 르는, 커다란 도전이었다. 그녀는 이미 주니어 차 이코프스키 콩쿠르와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 콩쿠 르, 2년 전 치러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 르 등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미 유명 콩쿠르 타이틀을 가진 프로 피아니스 트가 또다시 실력을 검증받는 콩쿠르 무대에 서 는 것은 드물다. 잘해 봤자 본전이고, 못하면 그 동안 쌓아왔 던 것을 다 잃기 십상. 부모님과 교 수님 모두 참가를 말렸지만 손열음은 강행했다. “여섯 살에 처음 나간 콩쿠르부터 2년 전에 나간 콩쿠르까지 살아온 인생의 절반을 콩쿠르와 보 냈지만, 원래 전 콩쿠르를 싫어해요. 음악은 예 술인데 1, 2등을 가린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 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콩쿠르에서 나를 키우 는 방법을 발견했고 그것을 활용하기로 했죠. 어 린 시절엔 콩쿠르 수상을 앞으로 나아갈 수 있 는 목표점으로 삼곤 했어요. 다른 참가자들의 다 양한 연주를 접할 수 있는 ‘수용의 장’으로 생각 하기도 했고요.” 이번 콩쿠르에서 그녀가 얻고자 했던 것은 자신 을 되돌아보는 것. 지난 2년간 미국과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많게는 일주일에 다섯 번씩 연주회를 하느라 미처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청중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건 좋지 만, 연주회만 하다 보면 제가 가진 것을 보여주 기만 해서 타성에 젖게 되거든요. 이번 콩쿠르 준 비를 하면서 오랜만에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 었죠. 콩쿠르 무대에서는 ‘잘 들어주세요’라는 마 음으로 연주했어요. 연주를 마치고 나서는 ‘잘했 다’ ‘할 만큼 했다’고 느꼈고요. 공연 자체에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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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했다기보단 그동안 제 나름대로 연구해온 것 이 녹아든, 현재 제 상태나 경지가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요.” 손열음은 앞으로 콩쿠르에는 더 이상 나가지 않 을 예정이라고 했다. 콩쿠르 참가 나이 제한이 28~32세이기도 하지만 무대 위 즐거움이야말로 훌륭한 연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 문이다. 손열음 뒤에 엄마의 그림자 교육이 있다
손열음의 엄마 최현숙(고등학교 국어 교사)씨에 게는 ‘치맛바람’식 교육은 없었다. 집에는 피아노 가 있었지만 연습 시간을 정해 놓고 시킨 적이 없었고 다섯 살 때 동네 교습소를 보낸 이후부 터 지금까지 한 번도 레슨을 강요한 적이 없었다. 진로를 정할 때도 선생님과 딸의 의견대로 따랐 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 영재’라는 말을 듣고 자 란 딸이 섣부른 자만심이나 부담감을 갖지 않도 록 한 것. 곁에서 응원해 주되, 유난스럽지 않게 키우는 ‘그림자 교육법’을 택했다. 처음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사람은 첫 피아노 교 습소의 선생님이다. 모르는 노래도 악보만 보면 척척 부르고, 복잡한 화음을 쳐도 모든 음을 동 시에 인지하는 손열음에게 절대 음감이 있다는 것을 안 선생님은 서울에 있는 다른 선생님을 추 천했다. 그때부터 엄마는 딸을 차에 태우고 일주 일에 한 번씩 원주와 서울을 왔다 갔다 했다. 여 섯 살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들어가 기 전까지 원주와 서울을 오가는 왕복 네 시간은 엄마의 레슨 시간이 됐다.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서 서울로 올라가 는 차 안에서 항상 책을 읽었어요. 특히 역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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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을 기립 박수 치게 만든 스물 다섯 피아니스트의 힘, 경쟁보다 음악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낙천성, 역사책과 프로 농구를 아우 르는 다양한 관심사, 엄마의 그림자 교육까지”
을 좋아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는 ‘국사대사 전’을 정독하기도 했죠. 엄마는 제가 책을 읽을 때는 묵묵히 운전만 하시면서 그 시간에 집중하 도록 해줬어요.” 풍부한 역사적 지식이 뒷받침
최현숙씨는 역사 선생님의 조언을 얻어 딸이 좋 아할 만한 역사책을 구해 줬고, 음악의 역사에 대 한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역사를 공
부하면서부터는 단순히 악보만 보는 음악 공부 가 아니라, 곡이 쓰인 시대 배경과 작곡가의 일생 까지 아우르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생각의 갈 래가 많아지니 하루에 7~8시간씩 피아노 연습을 해도 지치지 않았고, 몇 년 지나자 곡을 해석하는 능력이 달라졌다. ‘같은 곡을 단 한 번도 같은 느 낌으로 치지 않는’ 손열음의 연주 스타일은 풍부 한 역사적 지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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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딸이 레슨을 받는 동안에도 쉬지 않았다. 딸이 레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말하 는 내용을 일일이 노트에 받아 적고 녹음을 했 다. 녹음한 내용은 원주로 돌아오는 길에 활용됐 다. 선생님에게 지적을 들은 날에는 딸에게 화를 내는 대신 녹음한 내용을 틀어주며 같이 들었고, 칭찬을 들은 날에는 라디오를 틀어 클래식을 같 이 감상했다. “엄마와 클래식을 듣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어요. 엄 마는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음악을 듣는 귀 가 좋았고 취향이 까다로우셨거든요. 유명한 거장 의 곡을 엄마와 함께 들을 때면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별로라며 비평을 하곤 했죠(웃음).” 클래식 애호가인 엄마 덕분에 집 안에는 늘 클래 식 음악이 흘렀고, 피아노와 리코더를 연주하면 엄 마는 곁에서 노래를 불러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몸으로 먼저 익힌 음악은 자연스럽게 체화돼 손열음은 자연스럽게 피아니스트를 꿈꾸게 됐다. “엄마가 제게 하신 말씀 중에 ‘사람에겐 그 사람만 의 달란트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달리 키우려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요. 제가 가진 능력을 믿 고 실컷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거죠.” 조기 유학?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뚜렷할 때 선택해도 된다
손열음이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 리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꿈꾸게 된 것은 금 호 영재 프로그램을 받으면서부터다. 명성 있는 국제 콩쿠르를 휩쓴 그녀지만, 당시에는 국내 콩 쿠르에 나가는 족족 떨어졌다. 피아노를 계속 해 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찰나, 초등학교 5학년 때 처 음으로 나간 국제 콩쿠르 ‘주니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은상을 수상했고 이것이 ‘금호 영재’ 에 발탁되는 계기가 됐다. 금호 영재는 금호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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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문화재단이 음악 예술 분야의 영재를 발굴하 고 지원하기 위해 꾸린 메세나 프로그램. 손열음 은 금호 영재에서 주기적으로 여는 영재 콘서트 를 통해 많은 무대 경험을 쌓았고, 세계적인 음악 가들을 만나면서 목표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금호 영재 활동을 했지만, 손열음은 조기 유학을 두고 고민하기도 했다. 더 넓은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클래식의 본토에서 음악적 영감을 받고 싶 기도 했다.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까지 외국에서 음 악을 배우고 싶진 않았어요. 실제로 어릴 때 유학 한 친구들 중에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거나 언 어 때문에 힘들어서 오히려 재능을 발휘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국내에서 기초를 닦고 나중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뚜렷하게 알게 됐을 때 가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자신의 개성을 알아주는 멘토를 찾다
국내에서 탄탄하게 실력을 다지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학교는 한예종이다. 한예종은 예비학교와 영재교육원, 예술종합학교 등의 체계적인 시스템 에서 음악, 무용, 전통 예술 등을 가르치고 맞춤 교수법을 실천하는 국내 유일의 예술 전문 국립 대학.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실력파 예술 인들이 교수로 대거 채용하면서 클래식 음악계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손열음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수원 시향)인 김대진 교수를 만났다. 이번 차이코프스 키 콩쿠르의 숨은 공로자인 김대진 교수의 명성 은 일본에까지 자자해 자녀의 피아노 교습을 맡 기고 싶다고 청하는 일본인 학부모들도 많다. 손 열음은 김대진 교수에게 자유롭기만 했던 개성 을 다듬고, 음악의 전체를 보는 법을 배웠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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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결선에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는 서선영(성악), 조성진(피아노), 손열음(피아노). 이들은 ‘국 내파’ 음악인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들과 다르게 과감한 곡 해석을 하는 손열음의 장 점을 알아본 김대진 교수는 음악의 틀 속에서 감 성을 표현하고, 균형을 잡게 하는 ‘여섯 가지 틀’ 레슨을 혹독하게 시켰다. 레슨 시간 때마다 어떤 ‘소리’를 내는지, ‘박자’를 잘 맞추는지, ‘리듬감’이 있는지, ‘악구’(프레이징;음악 주제가 비교적 완성 된 두 소절에서 네 소절 정도를 뜻함)에 대한 느 낌이 몸에 배어 있는지, ‘페달’을 깨끗하게 쓰는 지, ‘끼’가 있는지를 살폈다. 눈물을 쏙 뺄 만큼 엄 격한 레슨을 받으면서도 손열음은 한 번도 짜증 을 내거나 힘들어하지 않았다. 김대진 교수는 피 할 수 없으면 즐기는 낙천성을 손열음의 큰 장점 으로 꼽기도 했다. “겪어보니 실력과 열정만 있다면 국내에서 대학까 지 음악 교육을 받는 것도 메리트인 것 같아요. 전 영어를 공부한 뒤, 만 스무 살에 독일의 하노버 대 학 대학원으로 유학을 갔는데, 학사 과정을 졸업하 고 가니까 기본적인 공부를 하느라 바쁘게 지내지 않아서 좋았어요. 대신 유럽의 음악적 감성을 느끼 면서 자유롭게 곡을 연구할 수 있었죠.” 음악적 영감, 일상에서 얻다
콩쿠르에 출전하는 국내 중・고등학생들의 연주
기능은 유럽의 대학생 수준에 맞먹지만 해석과 표현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비 해 손열음의 연주는 학창 시절부터 항상 변화무 쌍했다. “본능적으로 음악을 표현한다”는 것이 그 녀의 음악에 대한 음악 평론가들의 공통적인 의 견. 손열음이 악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연 주할 수 있게 된 까닭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 심과 통합적인 사고 덕분이다. “피아니스트라고 일상 속에서까지 피아노만 고 집하지 않았어요. 미술이 좋아서 미술학원을 한 참 동안 다녔고, 피아노보다 비이성적이고 자유 로운 바이올린 곡을 많이 듣기도 했어요. 한 가지 를 고집하기보단 다양한 걸 좋아해서 피아노 레 퍼토리와 롤 모델도 일 년 단위로 바뀌죠(웃음). 정말 좋아하는 음악가 한 사람을 꼽으라면 모차 르트지만, 19세기 초에 당대 음악을 섭렵했던 프 랑스의 마르셀 마이어처럼 폭넓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손열음은 풍부한 역사적 사고를 바탕으로 최근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했다. 재즈의 매력에 빠져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번 차이코프스 키 콩쿠르 예선에서 재즈풍의 곡을 연주하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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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하는 ‘포용력’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은 악보가 아니라 ‘소통’에서 나오는 것이라 믿는 그녀는 음악적 영감을 일상에서 얻는다. 역 사책을 읽고, 그림을 사조에 따라 감상하고, 프로 농구를 보는 등의 다양한 취미 활동이 음악적 소 재가 되는 것. “사람들은 모두 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일종의 ‘필터’를 갖고 있잖 아요. 제 필터는 모두 음악과 연관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릴 때, 왼손과 오 른손의 밸런스를 관찰하다
세계 무대에서‘통’한 국내 영재 프로그램
지 했다. 독주곡을 60분 동안 연주하는 무대에서 슈만의 곡을 마친 후, 우크라이나 출신 작곡가인 카푸스틴의 곡을 연주한 것. 지금까지 누구도 콩 쿠르에서 시도하지 않은 일이었다. “연주가 끝난 후에 관객들이 제게 찾아와서 ‘지금 연주한 미국 작곡가의 곡이 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이 콩쿠르가 열리고 있는 모스크바 콘서 바토리를 졸업한 카푸스틴의 작품’이라고 대답했 더니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어요. 알고 보니 자신 들의 음악이었던 거죠.” 손열음의 재즈풍 클래식이 모스크바에서 통했던 이유는 그녀의 연주에는 다른 음악을 인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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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4회째인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역사상 주최 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5명의 수상자를 낸 경우는 처음이다. 국내 음악 교육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국내 클래식 영재 프로그램인 ‘금호 영재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 이다. 수상자 5명 중 4명이 금호 영재 출신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3년 전부터 클래식 영 재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금호 영재 프로그 램을 운영해 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클 래식 영재는 1000여 명. ‘클래식 불모지’였던 한 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영재들이 풍부한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가장 중요시한다. 클래 식 연주자들에게는 레슨을 통해서는 더 이상 배 울 게 없어지는 시기가 오는데 그 후부터는 무대 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며 실력을 키워야 한다. 하 지만 어린 연주자들이 연주할 수 있는 무대는 거 의 없는 게 사실. 그러나 금호 영재들은 재단의
Program 후원으로 예술의전당 등의 큰 무대에서 첫 독주 회를 열거나 교향악단과 협연을 할 수 있다. 금 호 영재들끼리 모여 ‘금호 영재 콘서트’도 주기 적으로 열기 때문에 풍부한 무대 경험을 하게 된 다. 게다가 세계적인 명품 악기를 무료로 대여해 주는 ‘악기은행 제도’가 있어 마음껏 악기를 연 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음악가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자주 마련되기 때문에 금호 영 재 프로그램은 ‘클래식 등용문’으로 통한다. 손열 음은 그녀의 열렬한 팬이었던 고 박성용 명예회 장의 배려로 뉴욕 필하모닉의 지휘자 로린 마젤 등을 만났고, 그 계기로 오디션을 통해 뉴욕 필하 모닉과 협연을 하기도 했다. 피아노 부문 3위를 차지한 17세 조성진 군 역시 11세에 금호 영재로 뽑혀 클래식계에 데뷔한 후 쇼팽 주니어 콩쿠르와 일본 하마마쓰 국제 콩쿠 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이뤘다. 그 역시 금호 영재 프로그램을 1~2년 더 받은 뒤 해외 유학을 갈 계획이라고 하니 ‘순수 국내파’ 클래식 음악인들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해도 좋겠 다. 보면 음악적으로 미묘한 감정들이 생겨나고 그것과 관련된 음이 떠오르는 식이죠. 아티스트 는 다양한 경험을 해야만 그것을 음악적으로 끄 집어낼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앞으로 연애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나 실패도 남들만큼 해 보려고요(웃음).” 영재라 불리던 소녀는 이제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았고, 앞으로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될 가 능성이 많다.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은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품기 마련. “불안하 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녀는 깜짝 놀라는 모습
이었다. “네! 너무나 불안하죠. 그런데 여태까지 아무도 제게 불안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없었어요. 늘 앞 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만 했죠. 하지만 음 악계는 현상 유지라는 게 없어요. 올라가든지, 내 려가든지 둘 중 하나죠. 그래도 이젠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어요. 평생 음악을 할 거니까 멀리 내다 보자고요. 그래서 나잇대별로 어떤 레코딩을 하 고,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구체적으로 계획해 뒀 어요. 아직 공개할 순 없지만요(웃음).” 그 프로젝트 속에는 ‘음악이 있는 식당’을 여는 꿈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 식을 즐기면서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단다. 묻혀 있는 음악가들에게도 연주의 기회를 줄 생 각이다. 우선 지금, 손열음의 연주회 스케줄은 다음 해까 지 꽉 차 있다. 7월 22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금난새 예술감독과의 협연을 시작 으로 8월 13일부터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 등 에 참여하고, 미국과 유럽 연주회도 계속할 예정 이다. 바쁜 일정 때문에 당분간 서울에 머물러야 한다며 작은 캐리어를 끌고 온 그녀는 “그래도 오늘 저녁 스케줄은 모처럼 친구들과 수다를 떨 려고 비워뒀다”며 시원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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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딸이랑 레슬링 하세요 아이들과 놀아줄 때는 몸을 과격하게 쓰면서 노는 게 좋다. 그래야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도 높아진다. 무슨 까닭일까. 취재_이한 기자 사진_강민구(studio lamp) 최근 호주 뉴캐슬 대학교의 ‘아빠와 가족 연구 프 로그램’ 연구팀에서 재밌는 실험을 진행했다. 5 세 미만 아이를 둔 30가구를 대상으로 아빠와 함 께하는 ‘레슬링’이나 ‘양말 빨리 벗기기’ 같은 과 격한 놀이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 사했다. 수개월간 매일 아빠와 과격하게 놀게 한 다음 심 리 상담을 해봤다. 그랬더니 남자 여자 구분 없이 대부분의 아이들이 성취감이나 자아 존중감 지수 가 일반 아이들에 비해 높았다. 연구팀에서는 “아 이들은 아빠를 이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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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과정을 거치며 아빠를 이기면 ‘거대한 상대’ 를 물리쳤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정서에 좋은 영 향을 끼쳤다”고 발표했다. 이 내용은 지난 6월 17 일자 미국 ABC뉴스에도 보도돼 화제가 됐다. 소리를 질러야 아이가 즐겁다_
기자는 과격한 놀이가 정말 그런 영향을 미치는 지 확인해 보려고 국내 전문가를 찾아갔다. 지난 7월 16일 경기도 안산의 한 공동육아 어린이집. ‘ 아빠 놀이학교’를 운영하는 놀이 치유 연구가 권 오진씨가 그곳 아빠들에게 ‘제대로 노는 법’을 가
Program 르치는 자리였다. 아빠 20여 명이 3세부터 7세 사 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강사는 우선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뒤에서 살 짝 안아보라고 했다. 그게 아이와 잘 놀아주는 1 단계라고 했다. 2단계는 좀 더 꽉 껴안고 아빠가 소리를 지르는 거다. 3단계는 더 세게 그리고 목 소리도 더 크게, 마지막 4단계는 있는 힘껏 껴안 고 아이와 같이 소리를 크게 질러야 한다. 그랬 더니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자지러졌다. 강사 는 아이랑 놀아줄 때 세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고 했다. 우선 목소리를 크게 낸다. 그다음 추임 새를 활용하는 게 좋다. 놀라움을 표현하는 감탄 사, 혹은 잘했다는 칭찬이 좋다. 마지막으로 과감 한 할리우드 액션이 필요하다. 정리하면, 아빠는 ‘오버’하면서 놀아야 된다. 바로 실습을 해봤다. 아빠들에게 아이 눈을 보고 큰 소리로 ‘잘했어’ ‘멋있어’ ‘최고야’라고 소리를 지르라는 미션을 줬다. 처음엔 좀 민망한 듯 머뭇 대던 아빠들이 왁왁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 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아빠 얼 굴만 보고도 빵빵 터진다. 그다음은 하이파이브. 손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발바닥을 마주치고, 일 어서서 엉덩이를 부딪히면서 ‘파이팅! 잘했어!’라 고 외친다. 서른 명이 넘는 아이들 중에는 성격이 내성적인 아이도 있을 터. 그런데 다들 방방 뛰면 서 몰입한다. 뭐가 아이들을 즐겁게 한 걸까. 제일 좋은 장난감은 아빠 ‘몸’이다_
권오진씨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아 빠의 몸”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과 씨름을 해보 자고 했다. 첫 판은 아빠가 이기고, 두 번째 판에 는 강약을 조절하면서 적당한 타이밍에 져주라고
조언했다. 시범을 보이려고 강사가 한 아빠와 씨 름 자세를 취했다. 그는 아빠를 살짝 넘어뜨린 다 음. ‘이겼다’ 하고 소리를 지르며 만세를 불렀다. 그런데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넘어진 사람의 아 들이 그 모습을 보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다음 판 에서 자기 아빠가 이기고, 강사가 잔뜩 과장된 몸 짓으로 ‘내가 아빠한테 졌다’고 하자 그제야 울음 을 그친다. 사람들은 아이의 눈물이 그저 귀여운 듯 깔깔댔다. 하지만 이 장면이 오늘 강의의 핵심 이었다. 어린아이에게 아빠는 그런 존재다. 크고 강한, 그래서 누구한테도 지면 안 되는 사람. 그 런데 만일 아이가 아빠와 직접 몸을 부대끼고 경 쟁해서 이기면 어떨까. 이때 아이는 성취감을 느 낀다. 권씨는 “그 또래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가장 높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레슬링 10판 하면 6번은 져줘라_
이날 아빠들이 배운 놀이에도 그런 게 많았다. 아 빠와 직접 겨루거나, 몸으로 뭔가를 극복하고 성 취하게 만드는 놀이다. 예를 들어 아빠가 앉아 서 다리로 아이를 붙잡고 아이에게 탈출해 보라 고 하거나, 어깨로 서로 밀면서 선 밖으로 밀어 내기, 신문지를 들고 아이가 그걸 ‘격파’하는 놀 이도 있었다. 강사는 “뭘 하고 놀든, 가장 중요한 건 아빠의 오 버스러운 리액션”이라고 강조했다. 동작이 작거 나 소리가 크지 않으면 아이의 감흥은 그만큼 덜 해진다. 그러니 아이가 신문지를 찢으면 ‘우와’ 하 면서 잔뜩 놀라고, 아이가 밀어내면 나뒹굴듯 넘 어지는 게 좋다. 물론 적당한 강약 조절이 필요하 다. 아빠와 아이의 승패(?)는 대략 4:6 정도가 좋 다. 처음에는 아빠가 이기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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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이기는 게 좋다. 쉽게 져주지 말고 아이 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이기도록 하는 게 포인 트다. 아빠와 딸의 단체 레슬링이 벌어졌다. 다리 를 걸어 아빠를 넘어뜨린 아이들은 입이 찢어져 라 웃으며 좋아한다. 이날 6세 된 딸을 데려온 이 호상씨는 “원래 아이들과 몸을 쓰면서 많이 놀아 줬는데, 스킨십이 좋을 거라는 생각만 했지, 아이 에게 이렇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몰 랐다”며 신기해했다. 아빠의 몸이 절실한 이유는 또 있다. 아이들이 네 살쯤 돼서 ‘기운이 뻗치기’ 시작하면 엄마 힘으 로는 혼자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 이럴 때 아빠 의 체력이 필요하다. 또 엄마들은 항상 교육적인 마인드로 접근하다 보니 놀아주면서도 자꾸 뭘 가르치려고 한다. 하지만 아빠들은 그냥 ‘막’ 노 는 경향이 있는데, 놀 때는 오히려 그런 식의 접 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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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아이랑 ‘싸우는’ 놀이 스타킹 줄다리기_ 올 풀린 스타킹을 구해 양쪽 끝에 매듭을 만든 다음 줄다리기를 한다. 서서 당기면 넘어질 수 있으니 앉아서 하는 게 좋다. 신문지 눈싸움_신문지를 길게 잘라 뭉치고 바닥에 금을 그어둔 채 서로 던진다. 냄비 뚜껑을 방패로 쓰라고 알려주면 더 재밌어 한다. 적당한 타이밍에 아빠가 항복하면 된다.
오뚝이 씨름_ 쪼그리고 앉아 양팔로 무릎을 감싼다. 오리걸음으로 걸어가서 상대방을 밀어 쓰러뜨리는 놀이다. 마음껏 넘어지며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기 쉬워 효과가 크다.
파테르(일명 빠떼루) 놀이_ 아이가 바닥에 엎드리면 아빠가 아이 몸 위에 살짝 엎드린다. 시 간 내 아이가 탈출하면 성공. 적절한 연기로 강약을 조절한다.
Program
IN
VANCOU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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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리더로 키우는 키즈 스피치
아이 성향 따라
잘하는 ‘말’을 키워주세요 기획_강승민 기자 글_김미경 사진_중앙M&B
김미경 원장은… 18년간의 스피치 노하우를 담은 베스트셀러『아트 스피치』저자. 방송에서 솔직한 입담을 펼치며 잘 알려진 스타 강사로 다수의 팬을 거느리고 있다. 최근 ‘키즈 스피치 리더십’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 션 콘텐트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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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아이들의 말하기는 그 유형에 따라 보통 4가지 유형, 리더형, 유머형, 신중형, 소심형으로 나뉩 니다. 리더형은 발표와 말에 대한 두려움이 없 는 유형이에요. 선생님께서 “누가 발표해 볼래?” “발표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면 어느새 손을 번쩍 들고 있는 모습에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 도 하지만 동시에 잘난 척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어른들과도 스스럼없이 말을 잘 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발표를 잘하는 아이 로 인정받은 후에는 자기 주장이 더욱더 강해져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형 일 수 있다는 거죠. 유머형은 말하기를 좋아하는 유형이에요. 리더 형과 조금 다른 점은 ‘싯다운 스피치’에 강한 스 타일이죠. 하지만 수다스러운 게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말이 많으면 말실수를 하 게 되죠. ‘내가 오늘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 말에 친구가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까?’라는 고 민을 할 때가 종종 있죠. 신중형은 정답이라고 생각할 때에만 말을 하는 유형이에요. 그런 차가운 모습에 아이 주변에 친 구가 많지 않을 수도 있어요. 신중형은 자기 주 장만 하는 리더형이나 말이 많은 유머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친구를 주변에 두려고 하죠. 하지만 리더형과 유머형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사교성을 조금 키울 필요가 있어요. 조별 활동을 하게 되면 리 더형이나 유머형이 발표를 도와줄 수 있고, 신중 형은 아주 정확한 관점으로 과제의 밑그림을 그 려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소심형은 말하는 데 두려움이 있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유형이에요. 하지만 워낙
말을 하지 않다 보니까 말에 대해 자신감은 점 점 없어지고 말끝이 흐려진다거나 목소리가 작 게 나오죠. 리더형이나 유머형이 이야기하는 모 습에 주눅이 들기만 하고 언제 어떻게 끼어들어 야 하는지 타이밍을 잘 모른다는 거죠. 소심형이 이야기에 낄 수 있는 방법은 맞장구인데, 친구들 의 말을 경청하면서 적극적으로 추임새를 주며 맞장구쳐주는 거예요. 맞장구와 함께 눈빛을 강 하게 보내면, 친구가 먼저 물어볼 거예요. “할 말 있어?” 라고요. 부모님은 우리 아이가 리더형이나 유머형이길 바라는 분들이 많아요. 일반적으로 말을 잘하는 유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서로 다른 유형의 아이들이 각자 잘할 수 있는 것을 키워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죠. 리더형의 아이들은 나서서 발표하는 것에 자신 감과 동기 부여를 받아요. 하지만 학교에서 발 표를 혼자 도맡아 할 수는 없죠. 여러 명이 같이 작업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해요. 예를 들어 뮤지컬이나 연극 같은 거죠. 연극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들을 배려 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대사 를 들으며 경청을 배우게 됩니다. 유머형의 아 이들에게도 말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주어야 해 요. 조금 수다스럽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말을 많 이 하며 성장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말을 잘하죠. 때로는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해 핀잔을 듣기는 하지만 부모님만큼은 철저히 아이의 편 이 되어주세요. 신중형의 아이들은 말하기 전에 할 말을 원고로 작성해 보면 좋아요. 생각이 많은 유형이기 때문 에 글솜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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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나죠. 발표뿐 아니라 평소에도 글을 써서 자 신의 생각을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하면 어느새 생각을 말로 전 달하는 게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소심형 의 아이들은 스스로 말을 하지 않아요. 무작정 말을 하라고 하 기보다는 부모님이 먼저 질문을 던져 대답을 하 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어요. 또한 단답형의 대 답을 하지 않 도록 부모님들께서도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져 길게 말할 기회를 만들어주세요.
지 말자” 라고 말해 주세요. 3 신중형_
정답을 고민하고 정답이라고 생각될 때에만 이 야기를 하죠. 혼자 생각을 하는 듯한 표정 때문 에 친구들은 멀리 떠나가게 된답니다. 정답이 아 이어도 좋으니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세요. “생각만 하지 말고, 지 금까지 생각한 내용이라도 한번 이야기해볼래? 틀려도 상관없어”라고 권유해 보세요. 혹은 발 표의 기회가 있다면 사전에 원고 작업을 하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4 소심형_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 1 리더형_
자기의 생각을 정확하게 주장하는 리더형을 보 면서 똑똑한 아이라고 착각하면 위험합니다. 스 피치는 절대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함께 이루어져야 하니까요. 자기의 주장만 옳다고 생 각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무시한다면 경고해 주 어야 합니다. “친구의 의견도 소중해. 일단, 끝까 지 들어보자” 라고 말해 주세요. 2 유머형_
재잘재잘 말을 잘하는 우리 아이가 마냥 천진하 고 귀엽죠. 하지만 너무 말이 많으면 말실수를 하게 되고, 산만한 아이로 비춰질 수 있어요. 말하는 데 두 려움이 없어 연습 없이 발표를 하다 큰 실수를 하게 되기도 하죠. 가장 큰 실수는 주제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경우죠. “지금 이야기 하고 싶은 주 제에 대해서 서두에 먼저 말해 주고 끝까지 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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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말 을 할지 그 틈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성격이 소 심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는 생각에 소심형은 늘 배려만 하고 있는 거예 요. “어떻게 생각해?” “한번 이야기해 볼래?” 라고 의견을 묻는 질문을 해주세요. 리더 형이나 유머형처럼 질문에 대해서 즉각적인 답 이 나오지도 않아요. 답이 나올 수 있도록 2~3초 정도 기다려주세요.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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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코트 DVF, 크리스털 볼 장식 네크 리스 미네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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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단순하게, 어울리게 염정아의 매력이란…
멋대로, 염정아와 어울릴 촬영지들을 준비했더랬다. 드라마 촬영을 마칠 즈음 해외로 떠나 좋은 그림을 만들어보자고, 친절하게 제안을 하고 싶었다. 상냥한 프러포즈에 매니저는 무뚝뚝한 답을 전해 왔다. 해외에 가는 걸 한사코 거절하니 서울에서 찍자는 것. 결국 장대비 쏟아지던 날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나름의 준비물은 표지 사진과는 다른 이미지의 화보 컷을 얻기 위한 소품, ‘가발’이었다.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그녀는 머리에 색색 헤어롤을 만 채 메이크업실에 앉아 있었다. 휴대폰이 안 터진다며 종종걸음 치다가, 촬영 끝나는 대로 서둘러 가야 하니 메이크업 받는 동안 (헤어드라이어 돌아가는 그 북새통의 공간에서) 인터뷰를 하잔다. 당황스러운 제안이다. 조심스럽고 우아하기보단 격의 없이 털털한 쪽이다. 겸양 떠는 염정아는 기대하지 말자고, ‘무릎 팍 도사’에 나온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나 예쁘잖아’라는 말도 밉지 않게 내뱉고는 개구쟁이 소년처럼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면 그만. 직설 화법으로, 반복적으로 자랑을 해대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행복을 숨기지 않았고 까칠함도 자신 있게 드러내는데, 그걸 보는 시청자들은 다 알 것만 같았다. 염정아가 의외로 수더분한 여자라는 걸. 만나고 나서 알게 된 염정아의 매력이란, 단순하게 하지만 어울리게 사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 그걸 터득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를 그녀는 보여주었다. 기획_안지선 기자 사진_조세현(icon studio) 스타일리스트_이 윤경 헤어_이혜영(프리랜서) 메이크업_이현아(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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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의 니트 톱은 문영희, 턱시도 재킷 스 텔라 맥카트니,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의 배기팬츠는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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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클래식한 더블 브레스티드 화 이트 재킷 끌로에, 네크리스 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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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슬리브리스 톱과 튜브 톱 드레스 는 구호, 화이트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 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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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파워 숄더 시폰 블라우스는 자라, 벌룬 실루엣의 팬츠는 구호, 네크리스는 미네 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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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언밸런스드 스커트는 nohke j, 재 킷은 끌로에, 슈즈는 개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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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풍성한 실루엣의 화이트 원피스는 구호,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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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의 제안은 해외로 촬영을 한번 가자는 것이 었다. 이렇게 서울에서 쉽게 찍는 게 우리로서는 조금 아쉽기도 하고 딱 한 번 해외 화보 촬영 가 봤는데 일로 가면 재미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메 이크업하는 것도 귀찮고. 난 서울에서 찍어야 좋 다. (해외 나가면) 좋은 걸 봐도 이거 우리 남편 좋아하겠다, 우리 애들 정말 잘 먹겠다, 그럴 게 뻔하다. 자주 등장하는 배우가 아니어서 우리는 잘 대접 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인터뷰는 영화 홍보할 때 만 한다. 그것도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어떻게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나 소속사에서 이건 꼭 해줬으면 해서. 드라 마나 영화 홍보할 때 인터뷰 가끔 하니까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사생활 얘기 많이 나오는 것도 별로고. 회사(소속사)에서 내 스타일을 너 무 잘 아는데 하라고 하는 걸 보면 이유가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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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 싶었다. 이유가 뭔지 알겠나 여성중앙이 되게 잘나간다고 (웃음). 그런 거 아닌가? 맞다(웃음). 3년 만에 나왔는데 ‘로열 패밀리’ 보 니 연기가 녹슬지 않았다. 드라마 마치면서 ‘무릎 팍 도사’나 ‘1박 2일’에 나온 이미지 보니, 또 아줌 마 염정아를 아낌없이 드러내더라 내 일상이 그 렇다. 동탄에서 아줌마로 산다. 아이 유치원 엄마 들만 만나고, 모이면 무조건 애들 얘기 하고. 애들 스케줄대로 움직인다. 다른 연기자들과는 종종 만나지 않나? 심은하랑도 친한 사이였던 걸로 아는데 심은하씨와는 그냥 가 끔 연락하고. 그 집 아이들보다 우리 애가 좀 어리 다. 다른 배우들하고도 어울리며 지내고 그러지는 않는다. 요즘은 주로 유치원 엄마들과 어울린다. 동탄 엄마들은 염정아랑 놀아서 재밌겠다. 배우여 서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나 그건 모르지, 그 입장
Program
이 안 돼봐서. 재밌어들 한다. 언니로 대접도 잘 해 주고. (올해로 40세인 그녀는 큰딸이 4세, 둘 째 아들이 2세. 또래 엄마들 사이에서는 제일 고 참이란다.) 극성 엄마로 포지셔닝 되는 것에도 부담이 없는 것 같다. 애들이 아직 어리지만 엄마로서 아이를 관리하고 교육시키는 철학이 뭔가 내가 안절부절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아이들 보호나 안전 에 대해서다. 혹시 방심해서 애가 다칠까, 그런 염 려가 크다. 우리 아이는 유치원 버스도 안 태운다. 직접 해야 마음이 편하다. 만날 데려다주고 데려 오고. 버스를 못 믿는다기보다는 내가 해야 마음 이 편한 타입이다. 사교육도 사실 이것저것 시킨 다. 네 살인 큰애는 영어 한글 발레 미술 배우고 단과로 공부하는 게 더 있다. 근데 그게 일주일에 한 번씩 텔레비전 볼 시간에 하는 차원이다. 그것 도 다 내가 데리고 다닌다.
네 살 아이에게 그 정도면 극성 엄마 맞다 난 그 런 염려가 있다. 혹시 아이가 나에게 뭔가를 보여 줬는데 내가 그걸 캐치 못하고 방치하게 될까 봐. 그런 불안감 때문에 이것저것 시켜본다.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크지 않나. 더구 나 여배우의 입장에서 그런 생활이 잘 적응이 되 는지 궁금하다 애 엄마가 되고 나니 너무 바빠졌 다. 결혼 전엔 촬영 스케줄 외에는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 없었다. 쉬고 있을 땐 심심할 정도였으 니까. 지금은 심심할 틈이 없다. 근데 바쁜 게 아 주 좋다. 하루 종일 내가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는 게. 체력도 좋은 것 같고 몸 움직이는 걸 워낙 좋 아해서 하루 종일 즐겁게 돌아다니고 있다. 또 저 녁 시간은 퇴근한 남편과 함께 보낸다. 어느 자리에서든 부부애도, 행복도 숨기지 않는 것 같다. 보기 좋다 숨기지 않는다. 남편이 무척 가정적으로 잘해 주고 요즘은 더 잘해 준다. 내 가 활동을 안 하다가 요즘 좀 했더니 아이들이 엄 마의 빈자리를 혹시 느낄까 봐 애들을 살뜰하게 챙기더라. 겉으론 무뚝뚝한 사람인데 애들에게는 참 잘한다. 당신도 일반 엄마들에 비해 디테일하게 아이를 케어하고 자신보다는 아이에게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 그런가 행복 하게 해주고 싶다. 좋은 걸 사주고 좋은 데 데려 가주고 그런 차원이 아니다. 아이들이 많은 걸 경 험하고 느끼게 해고 싶다. 배우로서 가기 불편한, 가령 마트 같은 데서 카트 태워 쇼핑하고 롯데월 드에서 뒹굴게 하고 싶다. 내가 배우지만 그것 때 문에 애들이 손해 보게 하고 싶지 않다. 안 그래 도 자꾸 다른 시선으로들 아이를 보니까. 그걸 최 대한 못 느끼게 해주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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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에 비해 일반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지닌 것 같다. 4형제가 뒹굴며 자란 분위기도 한몫했을 것 같고. 자랄 때 집안 분위기는 어땠나 주말마다 엄 마 아빠가 많이 데리고 다녔다. 그리고 4남매여서 우리끼리 재밌게 살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살아서 정서적으로 풍족하고 안정돼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애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랑 자주 만나 고 고모들, 이모들 자주 보고 그렇게 정겹게 지내 게 하고 싶다. 실제로 동탄에 친정 동생 두 가족 이 살고 있고 올케네 아이랑 우리 아이가 동갑이 어서 우루루 몰려다니며 산다. (퍼펙트한 가족상 이라고 거드니) 이미 우린 그렇다(웃음). 아무나 그러긴 쉽지 않은데, 특히 겸손이 미덕인 공인으로서는 조금 특이하다 싶게 늘 자신감이 충만한 모습이다. 여유로움이 드러나는 것도 같 고 남 부러워할 시간에 내가 그렇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어떤 이들은 날더러 어려움 을 너무 모르는 사람 같다고 그러던데, 사실 나라 고 늘 좋기만 했겠나. 어려움들이 나에게 큰 타격 이 되진 않았다는 말이 더 맞겠지. 늘 솟아날 구 멍이 있는 느낌이랄까.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정 말로 금방 회복이 된다. 어려움이라니까 생각나는데, 영화 ‘장화 홍련’ 이 전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배우였던 걸로 ‘무 릎 팍 도사’에서 묘사되었더라. 사람들에게 염정 아는 주연 배우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을 것 같은 데 조연을 한 작품이 몇 개 있지. 엄밀히 조연이 라기보다는 두 번째 주인공이었다. 뛰어난 외모 때문에 조연은 못했고(웃음). 예쁜 외모가 무기인 배우라고는 생각 안 했다. 타 고나길 크고 날씬한 것 같아서, 관리를 열심히 하 는 것 같지도 않았고. 뛰어난 외모에 대한 발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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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하는데, 진심인가 아니다. 뛰어난 외모를 가 진 사람이 그러면 재수 없지 않나. 내가 내 빈틈을 아니까 그런 말이 부담 없이 나오는 거겠지. 남편도 그 빈틈을 아나 남편은 나의 외모를 마음 에 들어 한다. 평소에 칭찬하는 스타일은 아니어 도 할 얘기는 하는 남자다(웃음). 다행이다. 성격이 좋다는 말보다 남편이 해주는 예쁘다는 말은, 나 같아도 좋겠다 성격도 좋단다. 귀엽다고 한다(웃음). ‘장화 홍련’ ‘워킹맘’ ‘로열 패밀리’ 같은 출연작들 을 보면 어떤 역할을 해도 염정아의 외모에 기댄 분위기가 있다. 일상적인 역할은 안 어울릴 것 같 기도 하고. 외모의 이미지 때문에 역할의 한계가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 내 외모가… 느낌이 좀 평 범친 않다. 순해 보이고 그런 스타일이 아니어서. 근데 뭐, 괜찮다. 아무리 불쌍해 보이려고 한들 내 얼굴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이래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의 한계가 있을 거다. 그걸 거스르려고 하면 또 재미가 없다. 난 내 색깔대로 가는 거다. 다작을 했지만 그래도 못해 본 역할들이 많을 텐 데, 하고 싶은 것들을 다 못해 보고 나이 들어가 는 게 서글플 수도 있을 것 같다. 여배우여서 많 이 못해 봤다. 이미 그 나이를 지나쳤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역할들이 생기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실은 별로 연연해하는 타입이 아니다. 물으니 지어서라도 대답을 해야 하는데, 난 정말로 주어진 대로 만족하고 산다. 나 이 드는 것…, 당연히 나이 들고 있다. 늙는 것도 그런가보다 한다. 매사에 그렇다. 크게 욕심이 없 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뜻대로 안 된다거나 연 기가 내 맘대로 안 될 때 예민해지기도 하고 작 품 욕심, 흥행 욕심은 물론 있지만 크게 예민해지
Program 지 않는다는 얘기다. 본인도 큰 욕심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활동을 할 이유는 없고. 남편은 어떤 입장인가, 아내의 직업 에 대해서 내가 활동하는 것 자체를 썩 좋아하지 는 않는다. 그냥 주부로 살았으면 하는 것 같다. 결혼 전 그런 얘기를 서로 했었나 결혼하면서 연 기를 하겠다, 안 하겠다 서로 합의한 건 없지만 마 음속으로 안 했으면 좋겠다고 서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나도 그랬고. 그만두는 걸 고려했던 건 몰랐다. 사라진 배우로 남는 건 슬프지 않나 아니다. 그것도 괜찮다. 내가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건데 뭐가 슬픈가. 내가 다른 생활이 더 즐거워서 이 직업을 관두겠다는데. 그럼에도 결과적으론 결혼 후에도 굵직하게 몇 작품을 했고 반응이 좋았다 해보니, 아주 가끔 하나씩 하는 게 나한테도 에너지가 되더라. 이번 에 ‘로열 패밀리’ 하면서 느꼈다. 3년 동안 쉬면 서 나 나름대로는 행복하고 재밌고 그렇다고 생 각했는데 일은 또 다른 성취감을 준다. 남편도 내 가 더 밝아졌다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중이 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활동을 많이 하는 건 원 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도 나도 아이들에게 집중 하고 싶어서다. 부업으로 하는 것치곤 굉장히 성공적인 셈이다( 웃음). 가끔 한 작품씩만 해도 할 때마다 정말 집 중력이 좋은 배우 같다. 마지막으로, 배우의 끈을 놓지 않고 간다면 성공은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나 성공…, 딱히 그런 건 없고 다만 지금 배우라서 행 복하다는 걸 깨달았다. 애 엄마가 되고 평범한 주 부의 삶을 살다 보니 배우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 인지를 알았다. 나는 20년을 그렇게 (배우로) 살 았지만 평범한 아줌마로 살다가도 여기 오면 또
이렇게 배우가 된다. 그게 정말 재밌고 감사하다. 촬영장에 나오면 내가 중심이고, 날 위해 꾸며줄 이 많은 스태프들도 있고. 나이 많은 대선배들 봐 도 평소엔 그냥 할머니일 텐데 밖에 나와서 일하 실 땐 다들 얼마나 멋있는지. 무척 좋아 보인다. 그래서 여배우는 참 좋은 직업인 것 같다. 그녀는 ‘아직 갈 길이 멀죠’라는 겸손 대신 이대로 만족한다며 일관되게 웃는다. 배우가 천직이라고 죽자 살자 매달리는 사람보다 쿨해 보인다. 복잡 하지 않게 어렵지 않게 사는 법, 그래서 점수도 얻 고 궁극에는 행복에 다다르는 법까지, 제대로 알 고 있는 명민함이 보인다. 쉽게 가도 결코 설렁설 렁 갈 것 같지는 않은 프로 근성은 이미 한 페이 지를 꽉 채우는 필모그래피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김혜수가 영화 ‘타짜’ 촬영을 마치고 한 영화 잡지 와의 인터뷰에서 염정아에 대해 한마디를 했다. ‘ 타짜’ 최동훈 감독의 전작이 염정아가 출연한 ‘범 죄의 재구성’이었기 때문에 기자는 김혜수에게 염 정아의 연기력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염정아씨 는 정말 잘하는 연기자죠. 사람들이 그걸 잘 몰랐 어요. 1996년에 같이 드라마를 했는데 보태지도 덜하지도 않는 세련된 연기를 한다는 걸 느꼈어 요. 대개는 괜히 힘써서 열연하지 않으면 어색하 거나 부실하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다 타이밍이 있는 것 같아요. 보석이 세공을 해야 보석이지 그 냥은 원석이잖아요. 좋은 배우는 역시 시간을 두 고 볼 일이에요. 염정아씨, 박찬욱 감독님 ‘쓰리, 몬스터’의 프롤로그에서도 멋지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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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지춘희와 윤해영
시간조차 쉬어 가는 다도해에서 지춘희와 윤해영이 사이좋은 친구 같은 모습으로 여행을 떠났다. 비록 날씨는흐 렸지만 두 여자의 가슴에는 추억할 수 있는 에피소드 하나가 더 생겼다. 기획_이미정 기자 사진_이건호(studio dhal) 메이크업_고원혜(고원) 헤어_보나(고원) 스타일리스트_신수희 의상_미스지컬렉션 장소 협조_엘도라도 리조트(061-260-3300)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인 태평염전에서는 연간 국내 천 일염 소비량의 6%에 해당하는 1만5000톤의 소금이 생산 된다. 소설가 김훈이 ‘속수무책의 평야’라고 했던 드넓은 염전에 두 여자가 손을 잡고 섰다. 하늘거리는 시폰 소재의 롱 원피스·블랙&화이트로 컬러 믹스된 튜브 톱 점프슈트·비즈 장식된 캔버스 슈즈 모두 미스지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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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마음이 건강한 배우구나.’ 화보 촬영을 하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보면 반갑게 웃어주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최악의 촬영 현장에서도 불평 한마디가 없다. 스팽글 소재를 이용한 상의가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는 슬리브리스 원피스,화이트 컬러의 캔버스 슈즈 모두 미스지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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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에 위치한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길이 4km, 너비 10m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우전해수욕장을 마주할 수 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수려한 장관을 선사한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스킨 컬러의 롱 원피스,나무 소재를 이용한 뱅글 모두 미스지컬렉션, 여름 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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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초에 채염한 이 소금들은 10월까지 이곳에 머무릅니다. 소금을 살짝 찍어 혀끝에 대보세요. 단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퇴근 무렵에 찾은 촬영팀을 거절하지 않고 소금 창고를 내준 염부의 설명이 이어진다. 그의 너그러운 마음이 고맙다. 울 소재를 이용한 여름 재킷,시크한 튜브 톱 점프슈트,몸매가 드러나는 시스루 팬츠,화이트 캔버스슈즈,볼드한 목걸이 모두 미스지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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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30년 가까이 된 이 소금 창고는 그나마 ‘신식’에 속한다고 한다. 나무 벽 사이에 배어 있는 진한 소금 향이 느껴지는 것 같다. 브라운 컬러의 재킷,시폰 소재의 롱 원피스,가죽 소재의 낮은 굽샌들,레드 컬러의 목걸이 모두 미스지컬렉션, 레드 컬러의 반다나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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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군의 우전해수욕장은 7월 중순부터 한 달간 ‘신안 게르마늄 갯벌축제’를 열어 갯벌 자연 탐험과 머드 마사지 등을 즐길 수 있다. 면 소재의 롱 카디건,상의는 피케 셔츠를 하의는 와이드형 팬츠 스타일로 구성된 점프슈트 모두 미스지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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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찍은 첫 번째 컷. 대지의 90% 이상이 아름다운 자연으로 어우러진 이곳은 마치 푸른 자연 속 테마 공원을 연상시킨다. 뉴트럴 컬러의 슬리브리스 드레스, 가벼운 트렌치 코트,옥스퍼드 슈즈,목걸이 모두 미스지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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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 장대비가 쏟아지는 서울을 피해 전라남도 신안으로 향하는 길. 연일 비 소식이 들려와 촬영 을 떠나는 에디터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촬 영 장소로 정한 신안만큼은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 는데 행여나 일기 예보가 어긋나지는 않을까, 현장 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꼽아봅 니다. 그렇게 쉬지 않고 다섯 시간을 달려 증도대교 를 지나니 눈앞에 몇 년 전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 정되었다는 태평염전이 보이더군요. 새하얀 소금밭 을 기대했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 탓에 소금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행동 은 조금 더 재빨라집니다. 빗방울이 굵어지기 전에 촬영을 끝내야겠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부랴부랴 짐 을 풀고 이번 달 주인공인 윤해영씨의 헤어와 메이 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왕이면 화보를 통해 색다 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촬영 전 전해 온 그녀 의 요청이 반가운 터라 이번에는 좀 더 메이크업에 힘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그사이 에디터는 포토그래 퍼와 함께 아시아 최초로 슬로 시티로 선정된 증도 면을 둘러보았습니다. 새삼 마을의 고요를 자연이 선물한 것 같아 급하게 서두르던 마음을 진정시킵 니다. 화보를 찍을 때 모델만큼 똑같은 비중으로 중 요한 것은 바로 촬영 장소입니다. 시간조차 쉬어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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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하는 이곳에서 비를 피해 가며 담아낼 수 있는 장소들을 꼽아보았습니다. 이윽고 모델의 모든 세팅 이 끝나자 이번에는 거센 비가 멈출 줄 모릅니다. 그럴 땐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차 안에서 비가 잠 잠해지길 기다렸다가 한 컷씩, 한 컷씩 평소보다 한 템포 느리게 화보를 완성해 나가는 수밖에요. 새삼 이 먼 곳까지, 여성중앙의 제안에 흔쾌히 오케이 사 인을 보내고 따라와준 윤해영씨가 고마워집니다. 아 마도 그 배경에는 지춘희 디자이너와의 오래된 우 정도 포함되어 있었겠지만요. “신인 시절에 최명길, 황신혜 선배와 같이 드라마를 할 때였어요. 선생님이 두 선배와 친하다 보니 저 도 덩달아 그 자리에 있다가 인사를 드렸죠. 그때는 그것뿐이었어요. 어린 저는 그저 ‘아, 이 분이 디자 이너 지춘희 선생님이구나’라는 생각만 했죠. 그러 다 5~6년전, 선생님을 다시 뵙게 되었는데 옛날 생 각이 나더라고요. 그때 이야기를 드리며 ‘선생님, 나 중에 같이 점심 먹어요!’라고 데이트 신청을 했어요. 며칠이 지났을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선생님을 옆 자리에 태우고 양수리로 향했죠. 제가 어디 가 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바로 자동차에 시동 걸고 출 발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때 차 안에서 제가 직접 준 비해온 매실 주스와 과일을 드시며 선생님이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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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하셨어요. ‘이런 일에 익숙해지지 말아라. 나 를 위해 챙겨 온 것은 너무 고맙지만 너는 배우니 까 좀 더 도도해져도 좋아. 그래야 대접을 받을 수 있거든’이라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실 주스도 타 오고, 과일도 깎 아 오던 그 윤해영은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웬만한 일들은 매니저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 혼자 씩씩하게 해결합니다. 매니저 입장에서 보면 편하겠다 싶었는데 매니저는 오히려 조금이라도 배 우답게 까탈을 부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촬영 이 순조로웠던 이유 중 8할은 어쩌면 성격좋은 윤해 영씨 덕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촬영할 때 보니까 꾸준히 몸매 관리를 한 것 같더 라고요.” “평상시에도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 각하기 때문에 어딜 가도 동선을 짜서 계획성 있게 움직이는 편이에요. 그래서 수영이나 요가, 골프 등 운동도 꾸준히 하고요. 아마도 살이 찌지 않는 것은 그 덕분이겠죠? 이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 느 순간에나 열심히 살려고 노력해요. 엄마로서도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요. 그래 서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 이의 등하교를 함께해요. 자주 갖는 모임도 역시 학 부형 모임이고요. 아무래도 아이를 키운다는 공통점
이 있다 보니 교육이나 학교생활 등 여러 가지 나 눠야 할 이야기가 끝이 없더라고요.” 그렇게 모델의 역할을 끝낸 배우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딸을 둔 엄 마로 돌아옵니다. 다음 날, 촬영팀은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광주 로 이동했습니다. 촬영 전 이미 약속되어 있던 남도 여행을 시작한 것이죠. 우리는 무등산의 자연 속에 파묻힌 의제미술관을 들러 20세기 우리나라 남종화 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 선생의 작품을 감상했습니 다. 물론, 그 유명하다는 광주의 육전도 맛보았고요. 홀가분하게 촬영을 끝낸 터라 밥은 꿀맛 같았습니 다. 그러고 나서 조금 더 달려 도착한 곳은 땅끝 마 을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입니다. 미황사에 들어서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 이 느껴졌습니다. 그 뒤편에 병풍처럼펼쳐진 달마산 은 한 폭의 그림과 같았습니다. 그렇게 1박 2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 속에는 여러 그림이 담겨 있었습니다. “촬영하는 내 내 가족여행을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선생 님이 일일이 스태프들을 챙겨주시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비 오는데도 모두들 즐겁게 촬영했잖 아요. 저에게는 선생님과의 좋은 추억 하나가 더 쌓 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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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s FASHION
해마다 고민
남편의 여름 출근복 스타일이 곧 경쟁력이 되는 요즘, 연일 계속해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출근복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걱정이다. 직업과 직장의 특성에 따라 패션 스타일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남성들의 출근복 스타일링을 캐주얼, 비즈니스 캐주얼, 클래식 스타일로 나누어 제안한다. 기획_김지선 기자, 김혜진(프리랜서) 사진_김황직(studio il) 헤어&메이크업_애브뉴 준오(02-3448-0605) 순수 청담(02-515-5575), 라이크어유키(02-540-6266)
캐주얼, 긴소매 리넨 셔츠는 필수 정승원(엔씨소프트 브랜드전략실) 결혼 2개월 차에 들어선 새신랑 정승원씨는 온라인 게임 개발 회사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창의력을 요하는 업무적 특성상 전 직원에게 자유로운 복장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기업 브랜드 디자인 업무를 담당 하는 정승원씨는 자신의 센스가 옷으로 표현되는 듯하여 스타 일링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그래서 스타 일리스트 박세연씨에게 평소 스타일링에 관해 궁금했던 몇 가 지를 물었다.
질문: 주위 사람들은 캐주얼 의상으로 출근해도 된다고 하면 부럽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정장보다 캐주 얼 스타일링이 어렵거든요. 캐주얼하면서도 센스를 발휘 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일까요 답 : 리넨 소재 재킷을 장만하세요. 여름이라고
티셔츠만 덜렁 입기보다 재킷을 적절하게 활용 하면 센스를 확실하게 높일 수 있어요. 여름 옷 은 스타일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액세서리를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얇은 가죽 스트 링 팔찌나 가방, 신발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 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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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주얼한 디자인의 코튼 소재 화이트 셔츠 6만9000원,자라맨, 카키색 면 팬츠 39만5000원,C.P. 컴퍼니, 카키 브라운 컬러 스웨이드 스트랩 워치 27만9000원,마시모두띠, 가죽 스트랩 장식 캔버스 백팩 28만원,본호 앤 파트너 by 피플 오브 테이스트
Program 외근이 많은날 재킷 착용 질문: 청바지나 면바지에 티셔츠를 많이 매치하는데요, 티셔츠 선택 팁이 궁금해요 답 : 프린트가 있는 티셔츠는 자칫 너무 어려 보
이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이미지 를 줄 수 있으니 피하세요. 그 대신 피케 셔츠나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는 스 트라이프 티셔츠를 선택하면 돼요. 피케 셔츠도 단색으로 된 것보다 칼라에 다른 컬 러의 스트라이프가 있는 것을 선택하면 훨씬 단 정하고 멋스러운 캐주얼 룩을 완성 할 수 있어요. 질문: 출퇴근 때에는 덥지만 사무실은 에어컨 때문에 추 워서 옷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요 답 : 이럴 땐 긴팔 리넨 셔츠가 정답이죠. 여름이
라고 꼭 반팔을 입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 을 버리라고 권하고 싶어요. 출퇴근 시에는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면 되거든요. 그리 고 약간 헐렁한 디자인을 선택하면 오히려 반팔 티셔츠보다 시원해요.
카키색 면 소재 반팔 티셔츠 2만6000원,자라맨, 화이트 팬츠 19만원,닥스, 체크무늬 스포츠 재킷 129만5000원,C.P. 컴퍼니, 브라운 위빙 벨트 15만9000원,니나리찌, 그레이 가죽 스니커즈 19만5000원,프레드 페리, 캔버스 소재 포트폴리오 케이스 19만원,본호 앤 파트너 by 피플 오브 테이스트, 브라운 가죽 스트랩 워치 20만8000원, 타이맥스 워치 by 갤러리어클락
아내와의 데이트 베이지와 카키 컬러 체크무늬 반팔 셔츠 20만원대,APC, 생지 데님 팬츠 20만원대,APC, 캐멀 레이스업 슈즈 25만8000원,소다, 캔버스 소재 숄더백 15만9000원,밴드 오브 플레이어스, 브라운 사각 프레임 안경 12만9000원,알로, 브라운 가죽 스트랩 워치 50만8000원,폴스미스 워치 by 갤러리어클락
비즈니스 미팅이 있는날 블랙 스트라이프 반팔 티셔츠 15만8000원,APC, 블랙 라인이 트리밍된 화이트 클럽 재킷 20만원,해지스, 생지 데님 팬츠 4만9900원,유니클로, 시원한 느낌의 화이트 보트 슈즈 27만8000원,소다
유쾌한 분위기의 회의 경쾌한 깅엄 체크 셔츠 10만원대, 라코스테, 잉크블루 컬러 진 6만9000원,자라맨, 스트라이프 니트 타이15만9000원ㆍ 버그앤버그 by 피플 오브 테이스트, 블루 위빙 벨트 가격미정,마에스트 로,가죽 라인 장식의 캔버스 소재 백팩 23만5000원,생크비스트 by 플랫폼 플레이스, 브라운 모카신 13만9000원,스페리, 블랙스틸 프레임 안경 13만9000원,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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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캐주얼, 슬림 피트 재킷으로 승부 이영주(코이누르 주얼리)
주얼리 브랜드 코이누르의 이사 이영주씨는 마케 팅과 홍보, 영업을 책임지고 있어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패션 스타일링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 코이 누르 주얼리를 대표 하여 고객을 상대하다 보니 패션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고 말한다. 편안하면서 도 멋스러운 스타일을 즐겨 입고 최근에는 피트 감 있는 스타일을 즐긴다는 이영주씨가 스타일리 스트 박만현씨에게 패션 쇼핑과 스타일링에 관해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질문: 최근에는 피트감 있는 정장을 구매해요. 그러나 자 칫 너무 어려 보이거나 점잖지 못한 이미지를 줄 수 있을 거 같아 조심스럽기도 한데요. 구입 시 주의 할 점을 알 려주세요 강직한 남성 이미지를 낼 수 있는 스트라이프 재킷 13만2000원,스타일옴므, 그레이와 네이비 재킷과 잘 어울리는 파스텔 블루 셔츠 4만9000원,더 셔츠 스튜디오, 슬림 피트의 정석인 네이비 팬츠 11만8000원, 지이크파렌하이트, 클래식한 정장에도 잘 어울리는 브라운 컬러 슈즈 22만원,더문스
답 : 피트감 있는 남성 정장은 섹시하게 보일 수 있
는 아이템이에요. 그러나 슬림 피트와 스키니 피트 를 구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사람들이 가 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이 부분이죠. 스키니 피트 는 보디에 완전히 타이트하게 붙는 것을 말하지만 슬림피트는 약간의 여유가 있는 거예요. 질문: 여름에는 네이비 컬러의 재킷을 주로 입어요. 셔츠 는 어떤 컬러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답 : 보통 네이비 컬러 재킷에 화이트 셔츠를 선택
하곤 하죠. 가장 무난하고 안전한 스타일링이기 때 문이에요. 화이트도 좋지만 연한 파스텔 블루 셔츠 를 선택하고 여기에 톤 다운된 와인빛 행커치프를 매치하면 세련되게 보이면서 자신감 있는 남성으 로 연출 할 수 있죠. 질문: 와이셔츠 단추는 몇 개 정도 푸는 것이 좋을까요 답 : 많은 남성들이 와이셔츠의 맨 위 단추 하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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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비즈니스 캐주얼, 슬림 피트 재킷으로 승부 이영주(코이누르 주얼리)
주얼리 브랜드 코이누르의 이사 이영주씨는 마 케팅과 홍보, 영업을 책임지고 있어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패션 스타일링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 직원들과 회의가 있는날 퇴근후 친구와 약속 각각 다른 아이템과 연출해도 좋은 얇은 면 소재 재킷과 팬츠 각 11만3000원, 5만9000원,스타일옴므, 경쾌한 느낌을 주는 퍼플 스트라이프 셔츠 7만9000원,트루젠, 화이트와 딥 그린 컬러가 어우러진 컴포트화 10만2000원, 더문스,
재킷과 팬츠 세트는 각 19만8000원 , 13만8000원,지이크, 칼라와 소매 부분에 체크무늬 천을 덧대어 패션 센스를 더한 연한 블루 셔츠 9만8000원, 편하면서 격식 있는 옷차림에도 그만인 슈즈 18만9000원,더문스 타이와 시계, 벨트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클라이언트와의 미팅 편안하고 시원한 느낌이 나는 리넨 소재 네이비 체크 재킷 27만8000원, 지이크파렌하이트, 어느 재킷에나 잘 어울리는 깔끔한 무지 화이트 셔츠 3만9000원,더 셔츠 스튜디오, 짙은 네이비 면 팬츠 4만2000원,스타일옴므, 다크 브라운의 클래식한 슈즈 28만8000원,소다 옴므
면 소재 네이비 컬러 재킷 18만8000원・ TNGT, 화사하면서 따뜻한 남성의 이미지를 살려주는 핑크 셔츠 4만9000원,더 셔츠 스튜디오, 경쾌하면서도 점잖은 이미지를 낼 수 있는 체크무늬 팬츠 13만8000원, 지이크파렌하이트, 젊고 세련된 느낌의 화이트 가죽 슈즈 17만원,더문스, 시계와 포켓 스퀘워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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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슈트, 정석에 충실할 것 백인재(하나대투증권 법인영업본부)
평소 클래식 슈트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은 백인 재씨는 정석에서 벗어나지 않는 슈트 스타일링을 좋아한다. 다른 기업의 법인 담당자들을 상대하는 업무적 특성상 업무 시간 내에는 슈트 상의까지 갖추어 입는데 오랜 내공을 쌓은 그도 클래식 슈 트는 알면 알수록 어렵다고. 요즘에는 체크 슈트 나 다크 브라운 계열의 슈트 스타일링에 도 관심 이 많아졌다는 백인재씨가 스타일리스트 김미현 씨에게 클래식 슈트 스타일링에 대해 물었다. 질문: 체크 슈트, 브라운 컬러 계열의 슈트를 자연스럽게 스타일링하고 싶은데 쉽지 않아요. 회사에 출근할 때 튀 지 않게 스타일링할 수 있을까요 답 : 은은한 그레이 체크 패턴의 슈트를 선택하세
요. 여기에 블루 계열의 타이나 화이트컬러가 섞 인 포켓 스퀘어를 매치하면 세련되고 유니크한 스 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어요. 브라운 슈트를 매치할 때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이 피부 톤이에요. 백인재 씨는 피부 톤이 까만 편이니까 다크 브라운 계열 의 슈트에 깔끔한 화이트 셔츠를 매치하 세요. 타이는 슈트보다 두 톤 밝은 컬러를 선택하 면 되고요. 질문: 셔츠를 구매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답 : 셔츠를 선물로 주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
데 셔츠는 적절한 소매길이와 가슴 부분의 피팅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꼭 입어보고 구입을 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어요. 꼭 포켓이 없는 셔츠를 구 매하고, 입다 보면 셔츠가 늘어나기 때문에 구입 할때 셔츠의 목 부분에 손가락 1개가 들어가는 정 도로 여유 있는 사이즈를 선택하세요. 그리고 가 장 기본적인 셔츠의 소매길이는 슈트의 소매로부 터 1.5cm 정도 나와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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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버튼 네이비 슈트 브레스트 27만8000원 팬츠 14만8000원,지이크, 와이드 칼라의 화이트 셔츠 10만원대,닥스, 갈색 윙팁 슈즈 37만8000원,소다 옴므, 레지멘털 타이 가격 미정,닥스, 네이비 가죽 스트랩이 은은한 시계 가격 미정,네이비 아미, 포켓 스퀘어 가격 미정,비노, 안경 21만원대,슈퍼
Program 질문: 슈트를 입을 때 체형이 가장 고민되는데요. 저처 럼 키가 크지 않은 체형은 어떤 슈트를 어떻게 입는 것 이 잘 어울릴까요 투 버튼 슈트 스타일링 답 : “백인재씨와 같은 경우는 어깨선이 자연스러
운 원 버튼 재킷을 입어 실루엣이 길어 보이게 하 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깊이 파인 브이 라인 존을 만들면 상체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죠. 또 가운데 버튼만 잠그는 것이 정석인 더블 브레 스트는 입었을 때 브이 라인 존이 깊어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어요. 질문: 최근에 포켓 스퀘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 떤 소재와 컬러로 매치하는 것이 좋을까요 답 : “포켓 스퀘어를 시도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초보자의 경우 타이와 포켓 스퀘어의 소 재와 컬러를 맞추는 것이 가장 쉬워요. 좀 더 세 련되게 연출하고 싶다면 네이비 블루 와 와인, 그레이 컬러의 포켓 스퀘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전체적인 색상의 보색 컬러로 포인트를 주거나 화려한 컬러의 포 켓 스퀘어를 매치하는 것도 감각적 인 슈트 룩을 완성할 수 있기는 하지만 내공과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통해 감각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에요.” 그레이 체크 스리피스 슈트 스타일링 화이트 셔츠12만원,지오송지오, 그레이 체크 슈트재킷 12만9000원 베스트 팬츠 모두 가격미정,모두 스 타일옴므, 체크 타이 가격미정, 닥터타이, 브라운윙팁 옥스퍼드 슈즈31만8000원,미소페, 남색 포켓 스퀘어 가격 미정,비노, 블랙 뿔테 안경 7만원대,캘빈 클라인, 다크 브라운 벨트 가격 미정,에르메네질도 제냐, 부토니에가격 미정,비노
투 버튼 네이비 슈트 가격 미정ㆍ지오송지오,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 7만9000원,트루젠, 브라운 윙팁 구두 37만8000원ㆍ소다 옴므, 네이비와 블루 레지멘털 타이 가격 미정ㆍ닥스, 갈색 프레임 안경 8만원대,, 캘빈클라인, 브라운 가죽 스트랩 벨트 가격 미정,에르메네질도 제냐, 시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더블 브레스트 슈트 스타일링 더블 브레스트 네이비 슈트 가격 미정,닥스, 화이트 셔츠 가격 미정,캘빈클라인, 블랙 브리프케이스 39만원대,니나리치, 타이 가격 미정,비노, 안경 21만원대,슈퍼, 버클 장식 윙팁 슈즈 가격 미정,더문스, 실버 메탈 워치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브라운 컬러 스리피스 스타일링 브라운 슈트 브레스트 31만8000원 베스트 15만8000원 팬츠17만8000원, 모두지이크, 화이트 셔츠 7만9000원,트루젠, 레이스업된 블랙 윙팁 슈즈 24만8000원,알도, 레지멘털 타이 가격미정, 닥스, 브라운가죽 스트랩 시계 가격미정,이끼, 블랙 스트랩 벨트 가격 미정, 에르메네질도 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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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따라, 맞춤형 손목 시계 소매 짧은 상의를 주로 입는 여름철 패션에서는 시계의 주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다. 다양한 소재의 스트랩을 선보이고 있는 올여름 시계는 블레이슬릿과 레이어링해도 좋고 하나만 착용해도 예쁘다.
1 프레 임 안 도형들이 귀여운 느 낌을 준다. 30만원대,토이 와치 2 베젤 위 블랙 주얼리 장식이 고급스럽다. 42만원,마크바이마 크제이콥스 3 스트랩 교체가 가능해 시계와 팔찌로 스타일링 이 가능하다. 29만원,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4 우레탄과 알루미늄 등의 소재로 만들어 가볍게 착용할 수 있다. 14만원,아디다스 by 파슬코 리아 5 로즈 골드 베젤 위 주얼리 장식이 화려하다. 19만8000원,파슬 by 파 슬코리아 6 레오퍼드 패턴의 스트랩과 프레임 속 주얼리 장식이 돋보인다. 47만원,마이클코어스 7 스위스 쿼츠 무브먼트를 장착한 시계. 가격 미정,모 바도 8 스포티한 디자인에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9만2000원,타이맥스 9 룩에 포인트를 주는 화려한 컬러의 시계. 29만원,AX by 파슬코리아 10 스트랩 교체가 가능해 실용적이다. 4만8000원, o clock 11 자개 장 식이 고급스러운 실버 메탈 시계. 32만8000원,Gc워치 12 클리어 플라스틱 소재로 시원해 보이는 효과를 준 다. 40만원대,마이클코어스
기획_김혜진(프리랜서) 사진_정애란(studio 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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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 스커트 활용 백서 1970년대 레트로 열풍과 함께 베스트셀러 아이템으로 떠오른 맥시 스커트. 도심 속에서 이국적인 시티 룩으로 스타일리시하게 코디하는 해법을 찾았다. 기획_김혜진(프리랜서) 사진_정애란(studio il)
허리 부분을 넓게 잡아주어 보디 라인을 날씬하게 보이게 해주는 하이 웨이스트 맥시 스커트. 20만 원대.빈폴레이디스
룩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볼드 한 네크리스. 3만 8000원,레스봉봉
레오퍼드 패턴이 화려한 빅 프레 임 선글라스. 37만 5천원, 이브생로랑 by 사필로
칼라 라인의 디테일이 고 급스러운 베스트. 16만 8000원,온앤온 시폰 소재의 셔츠 블라우 스. 가격 미정,I’M 얇고 보드라운 소재로 만들어 걸 을 때 스커트의 움직임이 예쁘다. 8만9000원,자라
오렌지 컬러와 체인 스트 랩의 매치가 시원해 보 이는 숄더백. 19만8000 원,A리스트
소가죽 소재의 심플한 브 레이슬릿. 3만9000원,마 시모두띠
약간의 광택이 있는 소재 라 고급스럽다. 19만9000 원,마시모두띠
발목 스트랩의 탈착이 가능한 스 트랩 샌들 29만8000원, 매긴나 잇브릿지
주얼리 장식으로 포인트 를 준 웨지 힐. 8만8000 원,찰스앤키스 안감의 망사가 볼륨감을 주어 형태의 흐트러짐이 없는 맥시 스커트. 24만 8000원,클럽모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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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뉴스 앵커의 모닝 & 나이트 뷰티 새벽 6시, 뽀얗고 화사한 얼굴과 차분한 목소리로 하루의 첫 뉴스를 전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침 뉴스의 꽃, 여자 앵커다. 어쩌면 그 이른 시각에도 그렇게 완벽한 모습을 할 수 있을까? 철저한 자 기 관리를 통해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완성하는 방송 3사 손정은, 이정민, 최혜림 앵커의 비결을 공개한다. 기획_김지선 기자, 조한별(프리랜서) 사진_김황직(studio 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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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매일 2ℓ 생수 한 병은 피부 보약이에요” ‘MBC 뉴스투데이’ 손정은 아나운서 저녁 9시가 되면 취침을 하고 새벽 3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난다는 손정은 아나운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뉴스의 신뢰도가 좌우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고. 일주일에 3~4번 꾸준히 피 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지인과의 약속은 주말로 미루는 등 스케줄 관 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건강 관리 외에 피부 관리는 기본이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최근에 새로운 피 부 관리 비법을 찾았단다. 하루에 생수 2ℓ를 꼭 마시는 것. “하루에 물을 한 잔도 안 마셨을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한 달 전부터 생수를 즐겨 마셔요. ‘물을 마시는 것이 정말 피부에 영향을 미칠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3~4일이 지났을까요. 피부가 정말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항상 건조했는데 지금은 메 이크업을 한 후 몇 시간이 지나도 피부가 촉촉하고 화장도 들뜨지 않아요. 확 실한 효과를 본 이후로 생수병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마실 정도로 생수 애호 가가 되었죠.” 물을 컵으로 마시면 얼만큼 마셨는지 가늠할 수 없어 아예 책 상 위에 2ℓ짜리 생수병을 놓고 계속 물을 마신다고.
AM 03:00
보습은 피부의 힘
“새벽 3시 30분까지 방송국으로 출근해서 그날의 뉴스를 살펴보고 4시 30분부터 메이크업을 시작해 요. 집에서 출발한 후 메이크업을 하기까지 한 시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 사이 피부가 건조해지 지 않게 집에서는 피부를 위해 두터운 수분층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요. 수분 스킨과 세럼으로 스킨케 어를 마무리하고 수분 크림을 듬뿍 사용해요. 꼼꼼하게 바를수록 피부가 촉촉해져 메이크업 아티스 트가 화장이 잘된다며 좋아하더라고요. 피부에 수분을 공급한 후에는 매일 플레인 요구르트와 호두, 아몬드, 푸룬, 라즈베리, 사과를 섞어 믹서에 갈아서 마셔요. 포만감은 물론이고 맛도 좋아 꼭 챙겨 먹 죠. 열량이 높지 않아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변비에도 좋아요. 뉴스가 끝나고 오전 8시에는 스태 프와 다 같이 아침을 먹기 때문에 자칫하면 하루에 4끼를 먹게 되는 셈이 돼서 새벽에는 열량이 낮 고 영양가가 높은 것을 선호해요.” 1_아침에는 화장이 잘 받을 수 있도 록 수분 크림을 충분히 발라준다. 울 트라 훼이셜 크림,키엘 2_각종 견과 류와 과일을 갈아 만든 주스는 영양 과 비타민 보충을 위한 그녀만의 건 강 음료다. 3_매일 생수 2ℓ를 마 시기 시작하면서 피부 건강을 되찾 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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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21:00
부기를 최소화 하는 소식
오후 5시 이후에는 일체 음식물을 먹지 않아요. 물은 조금씩 마시지만 자기 직전 수분을 섭취하면 새 벽에 일어났을 때 부기가 생길 수 있어서 자제하는 편이죠. 얼굴이 별로 붓지 않는 체질이긴 하지만 생수를 2ℓ이상 마시고 난 후부터는 새벽에 얼굴이 조금 붓던 증상도 사라진 거 같아요. 저녁은 절대 소식을 원칙으로 해요. 또 취침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오후 5시 이전에는 저녁 식사를 마치죠. 밥을 먹기도 하지만 우유와 선식을 섞어 마시거나 삶거나 구운 고구마와 유기농 토마토로 대신하기도 해 요. 자는 동안 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죠. 피부 관리를 위한 스페셜 케어는 주로 보습 마스크를 이 용해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얼굴에 붙이면 하루 동안 높아진 피부 열도 낮출 수 있고 모공 수축 효과도 있어요. 팩을 뗀 후에는 영양 크림으로 피부에 영양을 공급해요.”
1_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녁에 는 유기농 토마토와 고구마를 주로 먹는다. 2_팩을 한 후에는 영양 크 림을 발라준다. 슈퍼바이탈 엑스트라 모이스트 세럼,아이오페 3_차가운 수 분 마스크 팩은 수분 공급과 열 노 화 방지 효과가 있다. 영지 보습 마 스크,수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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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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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수면 시간 조절과 식습관 관리가 중요해요” ‘‘SBS 출발 모닝와이드’ 최혜림 아나운서 올해로 아침 뉴스를 진행한 지 4년 차인 최혜림 아나운서. 아침 뉴스를 통해 시청자와 아침을 연다는 것은 항상 그녀를 가슴 뛰게 만든다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뉴스 진행을 하기 위해서 새벽 3시에 일과를 시작하는 평범하지 않 은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꾸준한 관리와 페이스 조 절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 시간 조절이다. “방송 초기에는 긴장 한 탓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어요. 요즘은 몸도 새벽 생활에 익숙해졌는지 예전보다는 조금 늦게 자는 편이에요. 대신 퇴근 후 약 1시간 동안 낮잠을 자 죠. 유독 몸이 피곤하거나 피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오후 7시부터 잠 을 자는데, 다음 날 일어나면 몸이 가벼워져요. 식사는 이른 새벽이라 입맛이 없을 때가 많아 제철 과일로 허기만 달래고 방송국에 도착해서 함께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편상욱 아나운서와 따뜻한 오미자차를 나눠 마시죠. 오미자차 는 피부를 위한 비타민 보충은 물론, 밤새 잠긴 목을 풀어주는 데도 좋아요.” 목이 잘 잠기고, 말을 많이 하면 목소리가 쉽게 갈라지는 그녀는 수시로 배즙 과 목 캔디를 먹으며 지친 목을 보호한다고 한다.
AM 03:00
새벽에도 선크림은 필수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얼굴의 부기를 빼는 거예요. 얼굴이 쉽게 붓는 편이라서 부은 얼굴을 빠른 시간 내에 가라앉힐 수 있는 제 나름대로의 몇 가지 방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어요. 아침에 볼이나 눈이 심하게 부었을 때는 수건을 찬물에 적셔서 사용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적 신 수건을 냉장고에 넣어 차게 한 다음 얼굴에 덮고 가볍게 손으로 눌러줘요. 찬 기운은 혈관을 수축 시켜 부기를 가라앉히고, 손으로 누르면 마사지 효과도 얻을 수 있죠. 메이크업을 할 때 아이섀도 색 깔 선택도 중요해요. 핑크, 피치 계열은 얼굴이 부어 보이는 색이라 자제하고, 음영 효과를 살려 부은 눈을 감출 수 있는 골드 브라운 계열을 주로 사용하죠. 새벽 4시에 집에서 출발하는데, 해가 뜨기 전 이지만 선크림을 잊지 않고 꼭 챙겨 발라요. 스튜디오에 설치된 조명이 햇빛 못지않게 강렬해서 조 명 빛에 피부를 그대로 방치해 두면 기미나 열 노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아침 뉴 스 시간은 다른 시간대의 뉴스보다 40분 정도 길어서 다른 방송 때보다 더 신경이 쓰여요. 쉽게 푸석 푸석해지는 피부를 위해 아침 메이크업 전에는 수분이 많은 스킨을 바르고, 수시로 미스트를 뿌려주 면서 수분을 잃지 않게 해줘요.” 1_차갑게 적신 타월을 이용해 부은 얼굴을 가라앉힐 수 있다. 2_오미자 차는 비타민을 공급하고 목을 보호 해 준다. 3_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방 송국 어디서든 파우치를 휴대하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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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21:00
피부를 위한 체계적인 팩관리
“피부가 건성 타입이라 쉽게 건조해지고 거칠어지기 때문에 꾸준히 마스크 팩을 하면서 피부에 수분 을 공급하려고 노력해요. 얼굴에 팩을 할 때는 피부 상태가 잘 정돈되어 있어야 팩의 효과를 최대화 할 수 있기 때문에 팩을 하기 전 준비 단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저만의 노하우를 이용하 죠. 우선, 세안을 한 후 스크럽 제품으로 각질을 제거하고 영양 크림을 발라요. 이때 손가락을 이용해 마사지하면서 바르는 것이 포인트예요. 그런 다음 스팀 타월을 얼굴에 올려놓아요. 스팀 타월은 피부 를 안정시키고 모공을 열어 다음 단계의 제품 흡수를 높일 수 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팩을 붙 이죠. 다음 날이면 피부가 훨씬 촉촉해지고 탄력이 생기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여기에 좀 더 매끈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우유로 세안을 해요. 폼 클렌징으로 메이크업을 깨 끗이 닦아낸 후, 우유를 얼굴에 충분히 적셔주면 돼요. 우유를 이용하면 피부가 촉촉해지고 각질 제 거 효과도 뛰어나요. 그리고 저는 저녁에 고기나 짠 음식을 먹은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뾰루지가 생 기고 화장이 들떠요. 그래서 트러블 방지를 위해서라도 저녁 식사는 되도록 저염식에 채식 위주로 하 려고 노력해요.”
1_각질 제거와 영양 공급을 위 해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우유 세안 을 한다. 2_트러블 방지를 위해 저녁 식사는 저염식으로 한다. 3_딥 클렌징은 블랙헤드를 방지해 준다. 제로오일 딥 포어 클렌저・오 리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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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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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규칙적인 생활이 건강과 피부 관리 비결이죠” ‘KBS 뉴스광장’ 이정민 아나운서 아침 뉴스를 진행한 지 회수로 4년 차인 이정민 아나운서는 이제는 아침 뉴스 베테랑이다. 처음에는 이른 아침 시간인 데다가 처음 맡는 뉴스 진행이라 어 색하기까지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앵커의 역할에 몸이 맞춰져 지금은 잘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편안하다고. “아침 뉴스를 오랫동안 진행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관리 노하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관리 비결을 많 이 물어봐요. 방송 때문에 장시간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것에 반해 피부가 좋 다는 말을 자주 듣거든요. 비결은 규칙적인 생활인 것 같아요. 저녁 약속은 물 론 술을 일절 금하고 매일 9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어서 새벽 3시에 일어나니 까요. 이제 이 생활이 익숙해져서 아침 뉴스가 없는 주말에도 새벽 3시면 어 김없이 눈이 떠져요.” 또 방송이 끝나자마자 클렌징 오일과 클렌징 폼으로 2 중 세안을 한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1~2시간 낮잠을 자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아침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에게 건강은 필수다. 이정민 아나운 서는 평소 자주 걷고 피트니스 센터에서 일주일에 1~2회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는 것을 건강 비결로 꼽는다.
AM 03:00
아침식사는 보약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세수를 해요. 이때 비누나 클렌징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가볍게 헹 구는 정도예요. 스케줄이 많은 날에는 하루 종일 메이크업을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피부 자극을 최 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하거든요. 물 세안을 한 후에는 세타필 ‘데일리 어드밴스 울트라 하이드레이팅 로션’만으로 피부 보습을 마무리해요. 아기들이 사용해도 무방한 제품이라 민감한 제 피부에도 자극 적이지 않아서 좋아요. 공복에 녹즙을 마셔요. 녹즙 속에 들어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간을 해독하고 세포 재생 작용을 한대요. 그리고 아침밥은 꼭 챙겨 먹어요. 아침 에너지의 근원은 밥 힘이거든요. 가 리는 것 없이 배불리 먹어야 그날 방송도 잘되더라고요. 또 제가 씩씩하고 힘 있게 멘트를 해야 아침 에 방송을 통해 저를 보시는 많은 분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1_냉장고에 보관해 둔 아이 쿨링은 부은 눈을 빠르게 가라앉힌다. 2_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제철 과일이야말로 최고의 보양식이다. 3_녹즙은 맑고 건강한 피부를 위한 그녀의 뷰티 푸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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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21:00
우유로 부기를 최소화 하다.
저녁에는 절대 소식을 원칙으로 하고 소금 간이 거의 안 된 음식을 저녁 메뉴로 정해요. 불가피하게 짠 음식을 먹었을 경우에는 우유를 한 컵 마시고 자요. 나트륨이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다음 날 얼굴을 붓게 하는 반면, 우유에 들어 있는 칼슘과 칼륨은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해 붓는 것을 최소화시켜 주거든요. 잠들기 전에는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죠. 오일 앰풀을 바르는 것을 잊지 않아요. 오일 타입으로 손에 떨어뜨려 마사지하듯 얼굴에 원을 그리듯 바르면 자고 일어났을 때 피부가 한결 탱탱해진 것 같은 느낌을 줘요. 저는 한 가지 제품만 사용하는 편은 아니에 요. 여러 가지 제품을 사용해 보고 제 피부에 가장 잘 맞는 것을 선택해요. 그리고 똑같은 제품을 사 용하지 않고 매일 바꿔가며 사용해요.”
1_바쁜 스케줄로 지친 몸에 활력 을 주기 위해 비타민 C 알약을 챙 겨 먹는다. 2_우유는 몸속 나트륨을 잡아줘 얼 굴이 붓는 것을 방지한다. 3_운동으로 땀을 충분히 흘리면 노 폐물을 배출하여 피부 트러블을 예방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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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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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LIST
비키니 입는 사람들을 위하여
바캉스 뷰티
휴가지에서 비키니를 입을 때는 삐져나온 살을 감추고 예쁘게 몸매를 드러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관리와 스타일링, 비키니 입기 전에 꼼꼼하게 알아둬야 할 체크 리스트.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_김황직(studio il) 모델_스테파니 리 헤어&메이크업_장혜정, 다호(제니하우스) 의상 스타일링_홍은화 장소 협조_워커힐 야외 수영장 리버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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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얼굴에 색을 입히기 전, 피부 청소 콧등에 박혀 있는 블랙헤드와 피지를 제거하는 피지 클리어 제품을 소개하는 홈쇼핑 방송을 보 면서 누구나 한번쯤 사볼까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다. 동남아의 날씨처럼 습하고 더운 여름철, 야 외에서 피부를 오래 노출시키면 모공이 늘어나 고 피부 노폐물이 쌓인다. 피부 속이 깨끗하지 않 으면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를 때 뭉치기 쉽고 파 운데이션 역시 들뜨기 마련. 또 태닝 메이크업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펄 제품은 인중에 돋아난 솜털이나 정리가 덜 된 눈썹에 끼면 지저분해 보 일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거뭇한 털은 페이스 왁 싱 제품을 이용해 제거할 것. 휴가지에서만큼은 화이트나 블랙 비키니를 입고 평소 시도해 보지 않은 과감한 컬러 메이크업에 도전한다 해도 과해 보이지 않을 듯하다. 올여름 엔 혼자서 그리기 쉬운 컬러 아이라이너와 브러 시 없이도 부드럽게 잘 발리는 오렌지와 핑크 립 스틱이 많이 나왔다. 아이 메이크업의 경우, 아이 라인은 평소보다 조금 두껍게 블루 계열로 포인 트를 잡았다면 두 가지 컬러를 선택해 아이섀도 와 아이라인을 투 톤으로 바르면 밋밋한 눈매에 입체감을 줄 수 있다. 입술은 선글라스를 썼을 때 잘 어울리는 컬러를 고르면 좋은데, 맥 프로팀 메 이크업 아티스트 김은지씨는 “선글라스를 쓸 때 는 피부는 하얗게, 볼 터치는 생략하고 입술 색을 선글라스 색에 맞추어 포인트를 주라”고 이야기 한다. 선글라스 테가 검정 혹은 브라운 계열이라 면 오렌지 계열을, 선글라스 테가 화이트 혹은 파 스텔 계열이라면 핑크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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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크림 속에 들어 있 는 쌀 전분 성분이 묵은 각질 을 제거해 주는 천연 박피 효 과 스크럽. 모던 프릭션TM 네이쳐스 젠틀 더마브레이션 125ml 6만3000원,오리진스
눈가에 여러 가지 비비드한 컬러 중 한 가지를 선택해 넓게 바르 거나 두 가지 색을 섞어서 바르면 섹시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아쿠 아 크림 6g 3만1000원,메이크업 포에버, 스타일러 포 아이즈 4.6g 3만8000원,비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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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제모를 받을 수 있 는 베네피트 브라우 바 (1544-4059)에 가면 눈썹 주 위뿐 아니라 입과 턱, 헤어라 인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왁싱을 받아보았거 나 혼자 해본 경험을 위한 셀 프 제모제도 나왔다. 페이셜 왁스 알로에 베라 15ml 1만 3900원,veet
남국의 뜨거운 태양 아래 있는 리조트에 놀러 갈 계획이라면 워터프루프 기능이 있는 컬러 아이라이 너를 챙겨 가면 좋을 듯. 스파클 워터 프루프 리퀴 드 아이라이너 1.7ml 2만8000원대,스틸라
Program
블랙이나 브라운 선글라스에 는 오렌지를, 화이트 선글라 스엔 핑크를 바르면 잘 어울 린다. 쉰 수프림 립스틱 3.6g 2만9000원,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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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전, 관리 잘된 몸 만드는 법
일 년에 한 번 과감하게 노출할 때 태닝이나 보 디 펄 메이크업처럼 연출법도 중요하지만 일부 러라도 시간을 내어 꼼꼼하게 몸 구석구석을 관 리받거나 홈 케어를 해두어야 한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다 친구들과 갑작스레 떠난 여행에서 제모를 하지 않은 비 키니 라인 때문에 사만다에게 지적받았던 미란 다를 떠올려보자. 삐져나온 살을 감춰주는 수영 복을 선택하고 허벅지와 허리 뒷부분의 울퉁불 퉁한 셀룰라이트, 거뭇한 겨드랑이 등의 꼼꼼한 관리는 필수다.
셀프 케어할 때 필요한 제품들 셀룰라이트 제거하는 슬리 밍 로션
은근히 반짝거리는 보디 펄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여배우의 보디 메이크업을 할 때 꼭 ‘펄’ 제 품을 사용하는데, 많이 바르 면 번들거리기 때문에 강조하 고 싶은 부위 위주로 쓸어주듯 이 바르는 것이 팁이다. 쇄골이 나 어깨 라인, 종아리 앞쪽 정 도만 바르면 된다. 라이팅 리 퀴드 일루미네이터 3만2000원, 크리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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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뒷부분과 허벅지에 지방 이 울퉁불퉁하게 자리 잡은 것 을 셀룰라이트라고 하는데, 이는 다이어트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 는다. 슬리밍 제품으로 케어할 것. 퍼펙트쉐이프 다이어트 코치 200ml 2만4000원,로레알파리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는 태 닝 스프레이 하는 여자들이 많아지면서 네 일숍이나 스파에서 태닝 섹션 을 운영하고 있는데, 스프레이 형태로 온몸에 도포하는 수분 태닝은 1회에 2만원 정도다. 급 할 때는 태닝 스프레이나 파우 더를 이용해 피부 톤을 정리할 것. 드 솔레일 브론징 페이스& 보디 스프레이 12호 미디움 태 닝 3만8000원,부르조아
집에서 제모하는 왁싱 키트 겨드랑이나 비키니 라인처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곳은 왁싱 전 문 숍을 찾으면 말끔히 정리할 수 있지만, 아직까진 좀 민망하다 면 왁싱 젤을 사용해 보자. 포에틱 왁싱 키트 7만8000원,bliss
넓은 면적에 유용한 셀프 제모기 왁싱 젤이나 크림을 바르고 몸의 털을 부드럽게 제거하면 좋겠지 만 시간이 없을 때는 전기면도기와 비슷한 기능이 있는 여성용 제 모기도 도움이 된다. 가정용 레이저 제모기 50만원대,트리아 뷰티, 여성용 제모기 샤인 퍼펙트 26만9000원・필립스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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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휴가지에서 꼭 필요한 응급 처치 파우치 잘 준비하고 과감히 노출했더라도 뜨거운 태양 아 래 오랜 시간 있다 보면 자외선 차단제를 덧발라야 하고, 땀을 씻어내고 덧바를 데오도런트도 필요하 다. 바캉스 떠날 때 챙겨 가면 유용하게 쓸 만한 제 품들을 골랐다.
펄이 섞인 보디 메이크업 을 하고 물놀이를 하고 나 면 끈적이고 찝찝한 느낌이 든다. 이럴 때 몸을 깨끗이 씻어내야 하는데, 긴장된 근 육을 풀어주고 활력을 주는 민트 성분 클렌저를 사용하 면 릴랙싱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까띠에 스포츠 샤워젤 200ml 2만1000원,온뜨레
덥고 습한 날씨에 하루 종 일 노출되어 있다 보면 특 히 겨드랑이 부분은 땀과 냄새로 얼룩지기 십상. 축 축한 땀 분비를 억제하고 거뭇하게 색소가 침착된 겨드랑이 부분을 케어하 는 전용 에센스. 프러블매 틱 암피트 리뉴잉 에센스 30ml 1만7000원,쏘내추럴
장시간 비행 후, 혹은 여행지에 서 오래 걷고 난 뒤 수영장에 서 쉴 때 사용하면 좋을 만한 종아리 전용 로션. 제품 속에 든 허브 성분이 피부를 시원하 게 만들고 신진대사를 촉진시 켜 부기를 빼고 날씬한 종아리 를 만들어 준다. 비타 바디 스 키니 레그 80g 2만5000원,오휘
자극이 적은 딥 클렌징이 필요할 때 사용하기 좋은 제품. 자 외선 차단제와 메이크업 제품을 깨끗이 씻어내야 하는 데, 살짝 그을린 피부 때문에 쓰라릴 때는 진정 작용이 있는 클 렌저를 사용하면 자극이 덜하다. 디펜스 아쿠아 산소 클렌징 무스 3만3000원,비오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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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갈때 이것만은 챙기자
바캉스 뷰티 머스트 팩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에 돌입하면서 여성들의 고민 은 하나 더 늘었다. 휴가지에서 남보다 더 돋보이고 싶은 욕심에 이것저것 챙겨보지만 미어터질 듯한 가 방을 보고도 여전히 뭔가 부족한 느낌. 페이스에서 보디까지 총망라해 휴양지에서 자체 발광할 수 있는,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아이템만 모았다. 기획_이미주(프리랜서) 사진_김황직, 정애란(studio il) 모델_김현희 헤어&메이크업_에이치 샵(02-547-1521) 제품 문의_080-080-4512
Must pack 1 뽀송뽀송 향긋하게, 휴고내츄럴 듀얼 액션 데오도란트 화학 성분이 함유된 데오도란트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 피 부에 자극을 줄 뿐 아니라 땀 냄새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All natural 재료로 만든 휴고내츄럴에서 새롭 게 출시한 듀얼 액션 데오도란트는 세균으로 인한 땀 냄 새를 잡아주는 천연 안티마이크로바이알 성분이 함유되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또 라이스 파우더 성분이 효과 적으로 땀을 흡수해 끈적임과 밀리는 감 없이 장시간 상쾌함을 유지할 수 있다. 42.5g 1만6000원
Must pack 2
Must pack 3
Must pack 4
지친 피부에 특효약, 쌍빠 어반 익스프레스 마스크 휴가 기간 동안 뜨거운 햇볕에 달아오른 피부를 진정시켜 줄 애프터 바캉스 제품도 하나쯤 챙겨 가자. 프리미엄 해 초 성분이 지친 피부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30시간 수분이 지속되는 쌍빠 어반 익스프레스 마스크는 바캉스 필수 아 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외부 환경으로 인해 손상된 피부 표면을 회복시키고, 피부 안 진피층에까지 수분을 탄탄하 게 채워주는 원리. 1매 1만2000원
아찔한 비키니 라인 만들기, 리포존 마사지 롤러 적절한 운동과 식이 요법을 병행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슬 리밍 제품을 사용한다면 보다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리포존 마사지 롤러는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고 탄력 있는 보디라인을 관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아이템 으로 별도의 기구 없이 간편하게 셀룰라이트를 관리할 수 있다. 특히 근육이 단단하게 뭉친 부위에 사용하면 더욱 효과적. 100ml 4만5000원
상쾌함과 촉촉함을 동시에, 쌍빠 어반랩 미스트 날씨가 뜨거워질수록 피부는 지치고 건조해지기 때문에 수시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극이 없 는 무알코올 플로럴 미스트인 쌍빠 어반랩 미스트는 로즈 워터와 라벤더 워터 성분이 지치고 민감해진 피부를 생기 있게 깨워준다. 또 피부 재생 및 회복에 탁월한 나이아신 아미드(비타민 B3) 성분이 장시간 외부 활동으로 인한 안 면 홍조와 트러블을 완화시킨다. 100ml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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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Must pack 6 이것 하나면 OK, 휴고내츄럴 트래블 키트 부피가 큰 가방은 여행길에서 짐이 되기 마련이다. 따라 서 최대한 간편하게 짐을 꾸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 All natural 재료로 만든 휴고내츄럴의 베스트 아이템만 모아 놓은 트래블 키트는 에센셜 미스트와 올오버 로션, 샤워 젤, 샴푸, 컨디셔너, 립밤 등 총 6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키 트의 모든 제품에는 천연 보습 성분인 시어 버터, 식물성 글리세린, 피부 재생 및 진정 효과가 뛰어난 토코 페롤, 호호바 오일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여행 시에도 트 러블 없이 건강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6종 (각 60ml, 립밤 4.5g) 1만8000원
Must pack 5 고통 없이 말끔하게, 에필레뜨 헤어 리무버 바캉스 시즌을 맞아 다양한 방법으로 셀프 제모를 도와주 는 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자신과 맞는 제품을 선택하 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에필레뜨 헤어 리무버 레이 디는 통증과 냄새, 피부 트러블 없이 간편하게 매끈한 피 부로 관리할 수 있는 아이템. 미세한 사포 재질 성분의 제 모 패드가 털과 함께 묵은 각질을 제거해 제모 한 번으 로 한결 말끔해진 피부를 경험할 수 있다. 본품+리필 5 개 1만8000원
Must pack 7 한 듯 안 한 듯 내추럴 피부 표현, 쌍빠 글래머 샷 흐르는 땀과 물놀이로 ‘화장발’ 제대로 받기 어려운 휴가 지에서는 메이크업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피지, 주름, 모공 등의 피부 결점을 커버해 안색을 개선해 주는 글래 머 샷은 기초 케어와 메이크업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코스 메이크업 라인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최신 기술인 어드밴스드 옵티컬 마이크로렌즈 테크놀로지가 피부를 진 정시켜 즉각적으로 가는 주름과 잔주름을 커버하고 장기 적으로 사용하면 주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매일 아침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 얼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균일 하게 발라준다. 30ml 6만8000원 블루 계열의 비치 타월은 마리메꼬(02-515-4757), 챙이 넓은 모자는 메트로시티(1588-1234), 블랙 비키니 는 망고(02-2638-2400), 비치백 안에 든 옐로 토이 카 메라는 포토트리(www.pototree.co.kr), 실버 스트랩 샌들 은 스티브매든 (www.stevemaddend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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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 포트먼처럼
무결점 피부 만들기 블랙 스완’의 헤로인 나탈리 포트먼이 영화 촬 영 중 애용했다고 입소문 나면서 화제가 된 화 장품이 있다. 피부 결점을 즉각적으로 커버해 일 명 포토샵 세럼으로 불리는 글래머 샷이 그 주 인공. 세계적인 여배우를 홀린, 글래머 샷의 매력 을 파헤친다. 기획_이미주(프리랜서) 사진_정애란(studio il), 중앙포토 제품 문의_쌍 빠(080-080-4512)
나탈리 포트먼의 시크릿 아이템, 글래머 샷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에 나오는 여배우들의 피 부는 한결같이 곱다. 빡빡한 일정으로 바쁠 때 는 수면 시간이 2~3시간밖에 안 되고 화보 촬 영 등 강한 조명에 피부가 노출될 일도 빈번한 데 그녀들의 피부는 언제나 화사하다. 많은 여성 들이 연예인이 쓰는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렇다면 아름답기로 소문 난 여배우들은 어떤 화장품을 쓸까? 주름, 피지, 잡티 등 피부의 결점을 커버해 주는 쌍빠 글래머 샷은 영화 ‘블랙 스완’으로 제6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나 탈리 포트먼이 즐겨 사용한다고 알려지면서 집 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근 아들을 순산하 면서 엄친딸에서 슈퍼맘으로 변신한 나탈리 포 트먼이 프랑스 잡지 ‘Voici’와의 인터뷰에서 영 화 촬영 중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모습을 연출하 기 위해 즐겨 사용한 뷰티 제품으로 글래머 샷 을 소개한 것. 영화 속에서 나탈리 포트먼은 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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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맥스인 ‘백조의 호수’ 무대에 오르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생얼’에 가까운 투명 메이크업을 고 수했다. 하지만 신경질적인 연기를 펼칠 때조차 그녀의 피부는 반짝반짝 빛났으니, 인터뷰 이후 글래머 샷의 인기가 얼마나 치솟았을지 짐작하 고도 남는다. 나탈리 포트먼도 반했다, 글래머 샷이어야 하는 이유 피부 결점을 즉각적으로 커버해 주니까
메이크업의 기본은 결점 없는 피부다. 스모키, 누드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색조 메이크업 트렌드 에도 변하지 않는 기본은 완벽한 베이스 메이크 업. 또 땀과 피지가 활발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자주 수정 메이크업을 해야 하는 여름에는 즉 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일수록 활용도 가 높다. 글래머 샷은 쌍빠의 최신 기술인 어드 밴스드 옵티컬 마이크로렌즈 테크놀로지를 적용 해 피부를 긴장시켜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 는 결점 커버 아이템이다. 제품 사용 후 1분 안 에 주름이 사라지고 넓은 모공을 채워 울퉁불퉁 한 피부 결이 매끈하게 정리되는 것이 특징. 특 히 ‘HQA 마이크로렌즈’ 성분은 모공 크기를 즉 각적으로 타이트하게 잡아주고, 피지 조절 기능 과 주름 개선 효과가 있다. 장기적으로 주름 개선 효과가 있으니까
최근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성 분 중 하나가 바로 히알루론산이다. 히알루론산 은 피부와 관절, 태반 등에 분포하는 복합 다당 류 성분으로 콜라겐, 엘라스틴과 함께 진피층에 서 수분을 머금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 수분을 끌어들이는 함수성이 높아 보습 제품의 주요 성 분으로 이용된다.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기초 케
Program 어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쌍빠 글래머 샷 에도 역시 히알루론산 성분이 함유되어 장기적 으로 사용했을 때 주름 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기초 케어와 메이크업을 한번에 해 간편하니까
여름날 두꺼운 메이크업은 하는 사람도 보는 사 람도 부담스럽다. 또 기온이 높을수록 많은 여성 들이 가벼운 메이크업과 자연스러운 피부 톤을 선호하는데, 잘 고른 제품 하나로 언제 어디서 나 쉽게 피부 톤 보정이 가능하다. 쌍빠 글래머 샷은 기초 케어와 메이크업의 중간 단계인 코스 메이크업 라인으로 기초 케어 후 메이크업 전에 사용하면 별도의 메이크업 없이도 피부 고민과 결점을 자연스럽게 커버해 준다. 사용 방법은 손 등에 글래머 샷을 소량 덜어 얼굴 안쪽에서 바 깥쪽으로 균일하게 펴 바른다. 이때 제대로 된 효과를 보고 싶다면 피부에 흡수될 수 있도록 1 분간 기다리는 미덕은 필수. 1,3_세포라 매장 내 쌍빠 코너. 한 편에 글래머 샷이 진열되어 있다. 2_세포라 뷰티 스튜디오 외관.
세포라 점유율 2위, 글래머 샷의 진가 나탈리 포트먼도 인정한 글래머 샷의 진가는 프랑스 세포라 전 지점에서 스킨케어 부문 2를 차지하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세포라는 루이비통 모엣 헤네시(LVMH) 그룹의 세계적인 화장품 유통 체인점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뿐 아니라 중국, 미주 지역까지 전 세계 14개국에 약 52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쌍빠는 프랑스 내 163개 스토어 와 10개의 세포라 뷰티 스튜디오에서 단독 판매하고 있으며 미국, 이탈 리아, 일본 등 22개국의 전문 매장과 백화점에 입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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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러움을 자아냈다. 한예슬과 똑같은 헤어스타일 을 하고 싶은 마음에 파마를 했지만 그녀처럼 자 연스럽고 촉촉한 웨이브가 좀처럼 완성되지 않 아 속상했다면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팁에 귀 기 울여보자.
그녀의 웨이브 단발을 엿보다
결국 무혐의로 밝혀졌지만, 얼마 전 뺑소니 여부 조사차 경찰에 출두했던 한예슬이 여자들의 입에 오르내린 이유는 다름 아닌 헤어스타일 때문이었 다. 굵고 자연스럽게 웨이브 잡힌 단발머리가 이 목을 끈 것. 웨이브 단발로 바꿨을 뿐인데 러블 리하면서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여성들의 부
“한예슬의 헤어스타일은 세팅 펌으로 기본 웨이 브를 만들었어요. 파마를 했어도 샴푸 후 어떻게 말리느냐에 따라 웨이브 모양이 달라지므로 샴푸 이후 케어가 가장 중요해요. 샴푸 후 머리카락에 에센스를 먼저 바르고 드라이어로 두피를 말리 죠. 모발에 수분이 70~80% 남았을 때 적당량의 머리카락을 잡은 뒤 찬바람을 이용해 뒤쪽 방향 으로 돌리며 말려요. 말린 상태에서 적당량의 에 센스를 손바닥에 묻혀 머리끝을 위로 올리며 바 르면 여성스러운 웨이브가 완성돼요.” 한예슬의 웨이브 헤어를 완성시킨 서언미씨의 말이다. 한예슬이 아주 굵은 웨이브 단발의 정석을 보여 주었다면 공효진은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통해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한 웨이브 단발을 선보였 다. “웨이브 단발을 연출하고 싶다면 파마를 하 는 것이 쉬워요. 단, 열 파마를 하면 부스스하고 둥글게 말리는 느낌이 강하므로 일반 클리닉 펌 을 하여 가늘고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만드는 것 도 좋아요. 공효진의 경우에는 컬 그대로의 느낌 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그 러려면 샴푸 후 두피 쪽만 충분히 말리고 모발 은 자연 건조해야 해요” 헤어 스타일리스트 김선 미씨는 공효진의 부스스한 웨이브는 오히려 지저 분한 인상을 줄 수 있으므로 에센스 등을 이용해 촉촉하고 차분한 웨이브 단발을 완성하라고 덧붙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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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건강해서 어떤 파마를 해도 예쁘고 자연스러운 웨이브가 나오는 사람도 있지만, 머리카 락이 얇고 건조한 타입이라면 어떠한 파마를 해도 부스스한 웨이브가 연출되어 속상하기만 하다. 이 렇게 웨이브가 잘 안 나오거나 부스스한 머릿결이 문제라면 파마를 하기보다 차라리 스타일링기나 헤어롤을 이용해 웨이브 헤어를 연출하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자칫 아줌마 머리처럼 보일 수도 있으므로 적당한 노하우를 숙지할 것. 스타일링기를 이용한 셀프 내추럴 웨이브
How to 1_샴푸 후 머리가 젖은 상태에서 헤어 에센스 제품을 바 른다. 2_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까지 완벽하게 말린다. 3_스타일링기를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빗질을 해야 한다. 빗질을 하지 않은 채 스타일링기를 사용하면 엉키기 쉬워 열에 의한 손상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4_전체 머리카락을 가닥가닥 블록을 나눈 다음 스타일링 기를 앞머리는 바깥쪽 방향으로 말아주고 뒷머리는 방향 을 섞어가면서 말아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만든다. 5_스타일링기로 컬을 살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다시 한 번 말아서 지그시 감고 있으면 더욱 찰랑이는 웨이브
스타일링기로 두피에서 2~3cm 전 지점까지 만 말아준다. 스타일링기 온도는 건강한 모발은 150℃, 가늘고 건조한 모발은 130~150℃, 굵고 뻣뻣한 모발은 150~160℃ 정도가 적당하다.
를 만들 수 있다.
헤어 스타일링기를 다루는 사람의 기술과 방법에 따라 웨이브의 완성도가 달라질 수 있다. 관건은 스타일링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최대한 자연 스럽게 웨이브를 마는 것. 헤어 스타일링기를 비 스듬히 잡고 머리카락을 스타일링기에 감을 때 여러 번 돌리지 말고 한 번만 감은 후 그대로 끝 을 향해 자연스럽게 빼야 한다. 이때 머리끝으로 갈수록 속도를 빨리하는 게 포인트다. 좀 더 세련되고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원한다 면 스타일링기에 모발을 사선으로 넣은 뒤 스 타일링기를 세로로 세워 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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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How to
헤어롤을 이용한 셀프 글램 웨이브
롤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롤클립이 두피 가까운 곳의 머리까지 웨 나 메칼핀을 가능한 한 두피 쪽으 이브를 만들고 싶다면 롤을 만 후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을 로 가까이 고정하는 것이 좋다. 쐬어준다. 많은 양의 머리카락 을 말면 두피 가까운 부분까지 헤어롤의 열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부분에 10~15초 정도면 충분하다.
1_샴푸 후 머리카락을 완전히 말린 후 헤어 에센스를 꼭 바른다. 2_머리카락 전체를 6~7등분한다. 윗머리 한 등분, 오른쪽 머리 한 등분, 왼쪽 머리 한 등 분, 뒷머리 한 등분, 나머지 머리를 2~3등분 하면 된다. 3_모발의 끝을 롤에 대고 팽팽히 잡으면서 롤을 두피 쪽으로 말아서 감는다. 롤 하나에 마는 머리카락 양이 많을수록 자연스러운 웨 이브가 완성된다. 4_두피가 예민해 뜨거움을 잘 느낀다면 롤 과 두피 사이에 화장지를 말아 살짝 끼워 넣 는다. 5_롤을 고정한 후 5분 정도 지나면 롤을 풀 어준다.
헤어롤이나 스타일링기를 이용해 만든 웨이브는 오후가 되면 풀려버리는 단 점이 있다. 헤어롤로 탱글탱글한 웨이 브를 완성한 후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소프트한 왁스를 헤어 전체에 발라 자 연스럽게 고정시키자. 마지막으로 스 프레이 왁스를 살짝 뿌려 마무리하면 웨이브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헤어 스타일링 제품 Best 5
모발에 윤기를 제공하면서 동 시에 원하는 스타일링 연출 이 가능하다. 크리미한 질감 이라 바르기도 쉽다. 크리에 이티브 크림 왁스 50ml 2만 6000원-키엘
음이온을 발생시켜 모발을 보 호하고 정전기를 방지해 주 는 효과가 있는 헤어롤. 20개 의 롤이 들어 있어서 머리숱 이 많은 사람도 한 번에 스타 일링할 수 있다. 유닉스 PW204 10만원-유닉스
하나의 제품으로 4가지 헤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다 기능 헤어 스타일링기. 작은 사이즈라 휴대가 간편해 여행 할 때 필수 아이템이다. 이매 진 8만2000원-로벤타
가늘고 힘없는 모발을 위한 샴푸. 모발의 주성분인 단백 질을 채워 건강하고 풍성한 헤어로 가꿔준다. 틴투틱 엑 스트라 볼륨 샴푸 237ml 3만 2000원-제이슨
건조하고 부스스한 모발에 영 양을 공급해 촉촉하고 부드러 운 머릿결로 가꿔주는 세럼. 모발의 보습력을 강화시킨다. 스무스 인텐스 세럼 100ml 1 만2000원-로레알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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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r Idea
머리 묶기, 달인에게 묻다
“유행하는 업 두 스타일, 실핀만 있 으면 간단해요” 차홍(차홍 아르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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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타킹’에 출연해 간단하게 완성할 수 있 는 동안 헤어 스타일링법을 소개해 유명해진 차 홍 원장. 365일 중 헤어숍에서 머리 손질을 받 는 날은 20일도 채 되지 않는데, 손님들이 집에 서 혼자 머리 손질을 하더라도 헤어숍에 다녀 온 듯한 스타일링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에서 다양한 셀프 스타일링 방법을 연구하기 시 작했다고. 차홍 원장의 동안 헤어 스타일링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업 두 헤어. 어려운 기술이나 도구도 필요 없고 손을 이용해서 대강 말아 올 리면 완성되는데, 몇 시간 공들여 연출한 스타일 보다 더 멋스럽다. 매력적인 업 두 스타일을 예 쁘게 완성하는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헤어 라인과 굴곡 연출. 빈틈없이 팽팽하게 머 리를 당겨 묶기보다는 양쪽 귀 옆과, 이마 라인 의 잔머리를 최대한 살리고 뒷머리와 앞머리 부 분에 자연스럽게 볼륨을 주어 납작한 두상을 입 체감 있게 만들어야 어려 보인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려원과 손예진은 동안 업 두 헤어를 즐 기는 스타일 아이콘. 조금만 연습하면 몇 분 만 에 완성할 정도로 방법은 간단하지만 드레시한 원피스나 캐주얼한 복장에도 두루 잘 어울리기 때문에 알아두면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1_세팅이 잘되는 강력 스프레이_업 두 스타일이 가능 한 길이는 어깨 약간 아래 정도부터. 길이가 아슬아슬 하게 짧아 돌돌 말아놓은 머리가 불안하다면 스프레이 로 고정하자. 실루엣하드홀드스프레이 295ml 2만원・슈 바프코프 듀서베일 2_U핀과 실핀_업 스타일 중에서도 업 두 헤어 스타일링을 하기 위해서 실핀은 필수. 플라 스틱 통에 실핀과 U핀을 종류별로 정리해 두면 찾아 쓰기 편하다. 3_페이스 라인 섀도_이마 모양이 예쁘지 않을 때 페이스 라인을 예쁘게 잡아주는 제품. 꾸어셀 셰도우 30g 1만2600원-플랜비
Program 업 두 스타일 3_땋은 머리 끝부분을 잡고 머리를 동그랗게 뭉치며 돌린다.
1_머리를 손으로 빗질 해서 정수리 높이 정 도까지 최대한 높게 올려 묶는다.
2_기본 땋기 방법으로 머리를 땋는다. 느슨하 지 않도록 팽팽하게 땋 고, 끝 부분을 고무줄로 묶는다.
4_머리가 고정되도록 U 핀이나 실핀을 동그랗 게 뭉친 머리 둘레에 꽂 는다.
5_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만 든 뒤 양쪽 귀 옆과 이마 쪽 잔 머리를 빼 준다. 뒤통수의 잔머 리도 집게 모양 손가락을 이용 해서 조금씩 뽑아 입체감 있는 뒤통수 라인을 만든다.
6_이마 라인이 너무 높거나 M자형이라 예쁘지 않다면 커버할 수 있는 섀도 제품을 이용해 예쁜 이마 라인을 만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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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돌돌 말아 묶는 올림머리, 멋스러운 포니테일 스타일 등 여름에는 시원하게 묶어 올린 스타일이 대세다. 스타들의 헤어스타일에서 찾은 스타일링 포인트, 머리 묶기의 달인에게 직접 배웠다.
이요원, 이범수 등 많은 연예인들의 헤어 스타일 링을 담당하고 있는 유로 원장. 현재 방영 중인 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봉우리 역 할로 출연 중인 황정음의 독특한 헤어스타일도 유로 원장의 작품이다. 그가 제시하는 헤어 트렌 드는 내추럴 볼륨. 드라이어나 파마의 힘을 빌려 서 인위적으로 볼륨을 주는 시절도 있었지만 이 렇게 만들어낸 볼륨은 오히려 사람을 나이 들어 보이게 하는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요즘에는 머 리 자체가 가진 볼륨감이 그대로 살아날 수 있 도록 스타일링한다. 물론 가장 쉬운 헤어스타일 이라고 생각하는 포니테일 스타일도 자연스러운 모발 자체의 볼륨감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 가르 마 없이 손가락을 빗 삼아 머릿결을 정리해 느 슨하게 묶고 꼬리빗의 끝부분을 사용해 잔머리 를 톡톡 건드려 흘러내리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스타일리시한 포니테일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 다. 기억해야 할 점은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헤 어 스타일링을 위해서는 가르마를 타면 안 된다 는 것. 구획 정리를 확실하게 해주는 가르마는 나이보다 5살 이상 더 올드한 이미지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1모로칸 오일_ 모든 헤어 스타일링의 기본은 머릿결. 머리가 젖은 상태일 때 모 로칸 오일을 발라주면 머리가 건강해져서 모발 자체의 볼륨감이 살아난다. 오일트리트먼트 100ml 6만8000원-모로칸오일
2 굳지 않는 스프레이_
“꼬리빗으로 결을 살리면 포니테일 도 스타일리시해져요” 유로(애브뉴준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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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팅력도 좋고 여러 번 뿌려도 굳지 않기 때문에 연예인들도 즐 겨 찾는 마법의 스프레이. 에르네뜨 헤어 스프레이 500ml 가격 미정-로레알 프로페셔널
3 꼬리빗_ 저렴하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빗이기도 하다. 머리 를 빗을 때 내추럴 볼륨을 살리고, 잔머리 정리에 도 움이 되는 필수품.
Program 포니테일 스타일 3_꼬리빗 끝 부분을 이용해서 머리 사이사 이에 볼륨감을 주고 머릿결을 살린다.
1_손가락을 빗처럼 사 용해서 머릿결을 정리 한다. 빗으로 빗은 듯 너무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다.
2_정면에서 봤을 때 1.5cm 정도 포니테일 윗부분이 보일 정도의 높이에서 머리를 묶는 것이 적당하다. 처음에 머리 묶는 높이는 더 높아도 상관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아래로 처지기 때문에 그 점 을 감안하면 조금 더 높이 묶 는 것이 좋다.
4_앞머리, 옆머리에 있는 잔머리가 자연스 럽게 떨어지도록 꼬리 빗 끝부분으로 쓸어내 려 정리한다.
5_ 끝 부분에 컬을 살 짝 넣은 스타일의 귀 여운 포니테일을 원한 다면 머리를 묶기 전 에 턱 아랫부분에만 컬링기를 이용해서 웨 이브를 만든다.
6_포니테일 스타일은 높이 가 중요한데 앞머리를 한쪽 만 늘어뜨리고, 목 가까이 에서 묶으면 성숙한 이미지 를, 평소보다 살짝만 옆으 로 묶으면 귀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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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떠나고 싶으실걸요? 여행도 자주 가본 사람이 제대로 아는 법. 바캉스 잘 보낸다고 소문난 여행 마니아들과 기자들의 리얼 여행기를 준비했다. 기획_강승민, 지희진 기자 취재_안지선, 이미정, 조유미, 김민주 기자, 최은초롱(객원기자) 표지 & 뒤표지 사진_강미승(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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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vacance + Australia 원시의 자연을 느끼는 서호주판 1박 2일
울룰루 사막 야생 투어 원시 시대 동식물이 사는 자연과 인간의 발자국 이 확연히 드러나는, 서로 상반된 매력이 공존하 는 호주. 여행자의 발걸음에 따라 다양한 인상을 남기는 나라다. 글·사진_강미승(여행작가)빠(080-080-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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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매끌매끌한 퇴적층으로 구성된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울룰루 지역. 2_버스 뒤에 취사가 가능한 스낵 카를 매달고 다닌다. 3_막간을 이용해 휴식을 취하는 여행자들. 울룰루 사막 투어에서는 다른 나라 여행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4_100km마다 위치해 있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상점에서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최근 시드니, 멜버른과 같이 잘 알려진 관광 도시 대신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를 체 험하는 서호주 사막 투어를 하는 이들이 꽤 많다. KBS ‘남자의 자격’팀이 도전했던 배낭여행을 상 상하면 조금 더 쉽게 이해 될 듯싶다. 필자가 여행을 떠났던 시기는 지난해 8월 말 즈 음으로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우리나라와는 정 반대의 계절 변화를 보인다. 우리나라는 여름인 7~8월이 호주에서는 한겨울이고, 울룰루와 같은 사막 지역은 초가을 정도의 날씨로 밤낮의 기온 차이가 크다. 흔히 울룰루를 여행할 때는 현지 여행사 캠핑 투 어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가이드가 예약 하는 사람의 수에 맞춰 간단한 취사 시설이 가능 한 장비가 들어 있는 차량으로 3~5일가량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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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돕는다. 보통은 시드니에서 연결되는 코스로 방문하면 5일가량 소요된다. 필자는 호주의 양면 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고 싶었던 터라 멜버른을 통해 경비행기를 타고 울룰루로 가는 3일 코스 를 예약했다. 멜버른에 큰 짐을 맡기고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 서 경비행기에 올라 울룰루 공항에 도착했다. 공 항은 시골 카페를 연상시키는 푸근한 분위기였 다. 가이드와 미팅을 마치고 독일인 부자와 영국 청년 2명과 일행이 되어 여행을 시작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 한가운데로 접어드니 도로 에서 부터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았다. 편의 시설 이 잘 갖춰져 있고 한국에서의 평소 생활과 무엇 하나 다를 것 없는 여행에서 탈피하고 싶었던 터 라 극성맞은 일상 대신자연이 주는 감동이 더욱
Program 특별하게 다가왔다.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 고 기념품을 사는 여행을 즐긴다면 다소 심심할 수도 있는 일정이다. 사막에서 불 지피고 불침번 서는 유목민 체험
울룰루 여행은 캠핑과 비슷한데, 가이드가 준비 해 주는 식재료를 가지고 스낵 카에 있는 취사도 구를 이용해 직접 음식을 해 먹어야 한다. 또 한 밤의 추위를 막기 위해 다 함께 나뭇가지를 모 아온 다음 불을 지피고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야 한다. 이를테면 유목민의 공동 생활을 체험해 보 는 셈이다. 특별한 관광지는 없지만 워타르카 국립공원에 속 해 있는 협곡인 킹스 캐니언과 붉은 흙산으로 이 루어진 울룰루는 차에서 내려 걷는 것이 대표적 인 일정이다. 킹스 캐니언 입구에서 간이 물병 에 물을 채워 넣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그 주변 을 돌아보는 형태로 구성된 투어는 2시간가량이 걸린다. 이곳에는 휴지통이 아예 없다. 쓰레기를 버려서 도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가이드가 주지시켜 주 는데, 신기할 정도로 그 원칙을 어기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또 한 가지는 누구 하나 나뭇가지를
꺾거나 벌레를 잡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 어느 구간에서는 사진도 찍을 수 없다. 매끌 매끌한 퇴적층으로 구성된 바위산으로 이루어진 울룰루 지역은 현지 부족들이 매우 신성시하는 ‘ 신의 영역’으로 불린다고 한다. Enjoy tip 예약 방법_인터넷으로 현지 호주 여행사(www. adventuretours.com.au/)에 접속해 예약하면 된다. 여러 가지 패키지가 있고 준비물도 나와 있다. 필자가 선택한 코스는 ‘Just the Centre 2 Night Safari tour’. 가이드 팁은 따로 없고 가격은 호주 달러로 350달러다. 울룰루에는 멜버른이나 시드니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들어가는데, 큰 트 렁크를 가져가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가벼운 복장에 등산화, 배낭에 넣어 다니는 튜브형 물통 정도만 준비해 갈 것. Profile 강미승씨는… 잡지 에디터로 활동하다 눈앞의 안락함을 버리고 거칠지만 인간미 넘치는 여행 속으로 뛰어들었다.『여행, 색에 물들다』(눈과 마음)를 펴낸 여행작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이며 잡지에 패 션 및 피처 칼럼 등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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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ance +Germany
건축가 양진석의 독일 인테리어 여행
베를린 디자인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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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다. 처음 가본 유럽의 도시이고, 처음 해외 인턴십을 한 곳이기도 하다. 동독과 서독의 흔적이 남아 있고 오래된 과거와 트렌디한 현재가 공존해 있는, 묘한 매력에 반해 자주 찾곤 한다. 여름휴가처럼 시간이 많을 때에는 인테리어 공부도 할 겸 베를린으로 향한다. 기후까지 서늘하니 여름에는 베를린이 최고다. 글·사진_강미승(여행작가)빠(080-080-4512)
Program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 등 많은 나라를 가봤지 만 독일만큼 인테리어 소품 매장이 다양한 곳은 없었다. 독일은 어디를 가도 빈티지 소품을 파는 숍이 많다. 지역마다 빈티지 숍들이 늘어선 거리 가 조성돼 있기 때문에딱히 거리 이름을 알 필요 가 없을 정도다. 역사적 사건이 많았던 나라인 만큼 자기네 과거 를 접목해 만든 소품들이 많다. 또 베를린은 예 술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로 많은 아티스트 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어번 크래프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품처럼 보이는 인테리어 소품 들은 도시적이고 현대적이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디자인을 자랑한다. 베를린에 갈 때마다 내가 가장 많이 사오는 것은 에코백이다. 베를린은 친환경적인 도시라 슈퍼마 켓마다 에코 백을 파는데 디자인이 무척 귀엽기 때문. 가격도 3~5유로로 저렴해서 선물용으로도 좋다. 집 안에 걸어두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 용할 수 있다. 손수건도 디자인이 예쁜 게 많다. 여러 장 사와서 액자 안에 넣어 걸어두면 집 안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20세기 예술 전반에 걸쳐 일어난 디자인 혁신 운 동인 바우하우스가 시작된 나라인 만큼 우아하지 만 소박하고 심플한 스타일의 램프를 저렴한 가 격에 살 수 있다. 꼭 디자이너의 제품을 살 필요 없이 바우하우스 풍의 법랑으로 만들어진 램프를 사오면 되는데, 우리와 같은 220볼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하 기도 편하다. 이처럼 베를린에는 사고 싶은 게 넘치므로 인테 리어 소품을 살 때 과소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쇼핑할 때 항상 노트와 펜을
가지고 다니면서 위시 리스트를 작성한다. 숙소 에 돌아와서는 집 어느 곳에 놓을 것인지를 생각 한 뒤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다음 날 구 입한다. 숨겨진 부티크 호텔과 에너지 충전소 베를린에서 특히 소개할 만한 것은 ‘부티크 호텔’이다. 인테리어가 예쁘기도 하거니와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해결할 수 있다. 유럽에는 부티크 호텔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독일의 베를린은 숙 박료가 다른 도시에 비해 더 싸다는 장점이 있 다. 파리 부티크 호텔의 하루 숙박료가 250유로 인 반면 베를린에서는 150유로면 괜찮은 호텔에 묵을 수 있다. 베를린은 지역마다 분위기가 완전 히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좋은 부티크 호텔이 있고 주변 볼거리가 많은 지 역 몇 곳을 소개한다. ‘미테’라는 지역은 우리네 서울역 근처처럼 볼거 리가 많은 곳이다. 특히 밤늦게까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과 바가 문을 열기 때문에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며 나이트 문화를 즐길 수 있다. 미테 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티크 호텔은 ‘캠퍼’라 는 글로벌 신발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캠퍼 호텔’ 이다. 실용적이고 위트 있는 인테리어는 물론 다 른 유럽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세심한 서비 스를 받을 수 있다. 저녁 8시 정도에 들어가면 침대 옆에 매트가 곱 게 깔려있고, 그 위에 핫핑크색의 캠퍼 슬리퍼가 놓여 있다. 마치 일본의 료칸에서 저녁에 이부자 리를 곱게 깔아주듯 극진한 대접을 해주는 것. 창 가의 블라인드도 내려놓고, 조명도 아늑하게 바 꿔놓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기에아주 적합한 공 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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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 ‘프란츠 아우어 버거’에서는 유모차를 끄는 아빠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만큼 아기를 위한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다. 아이들 장난감부터 아동용 가구도 팔기 때 문에 베를린에 가면 꼭 들르는 편이다. ‘크로츠 버그’라는 지역도 재밌다. 독일에서 터키 이주민 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베를린인데, 특히 이 지 역에서 이국적인 문화를 많이 경험할 수 있다. 터 키식 물담배와 소품, 카펫, 쿠션 커버 등 ‘터키+독 일’의 디자인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테나 프란츠 아우어 버거의 부티크 호텔에 묵 으면서 약 3일 정도 느긋하게 주변 인테리어 숍 을 둘러보는 게 좋다. 관광 명소, 박물관 등도 인 테리어가 잘 되어 있으니 하루 정도는 건축물 투 어를 하는 것도 추천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의 하나는 모던 아트 뮤지엄인데, 베를린에 갈 때마다 꼭 들러서 오랜 시간을 머문다. 대가들의 작품부터 미디어 아트, 신진 작가의 실 험적인 작품까지 한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에 항 상 디자이너로서 에너지를 충천받는 곳이다.
도 든다. 베를린의 핫 스폿_요즘 베를린에서 뜨는 곳은 프 란츠 라울 버거에 위치한 한국 식당 ‘순이’. 김밥, 비빔밥 등 분식과 한식류를 판다. 베를린에서는 이탈리아 음식이 싸기 때문에 자 주 먹는데, 이탈리아와 독일 음식이 지겨워질 때 는 ‘순이’를 찾는다. 베를린 트렌드 세터들이 모 이기 때문에 그들의 세련된 패션 스타일을 구경 하는 재미도 있다. Profile 양진석씨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르셀 반더스 밑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9년 동 안의 외국 생활을 하면서 수시로 짐을 꾸린 경험을 바탕으로 책 『이 사하는 날』을 펴냈고, 현재 서울 평창동에 디자인 스튜디오 ‘MouRi’ 를 운영 중이다.
1_예술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답게 베를린에서는 감각적인 벽화들을 많이 볼 수 있다.
Enjoy tip 여행 정보_베를린 여행 일정은 최소 4박 5일은 돼야 보고 즐길수 있다. 서울-베를린 간 직항편 이 없기 때문에 프랑크푸르트나 뮌헨등 다른 도 시를 거쳐서 가야 한다. 서울-프랑크푸르트 직항편의 소요 시간은 11시 간 35분 정도.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까지는 열차 편을 이용 하면 된다. 항공료는 편도 100만원 정도. 부티크 호텔 일반 룸의 가격은 하루에 15만~20만원 선 인데, 가족 여행을 갔을 경우 25만~30만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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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2_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있는 베를린의 건물. 3_세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캠퍼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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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ance +Japan
여행작가 천소현의 기타히로시마초 민숙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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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골집’에서 살다 오다 바꾸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서도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숙소와 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식당만 찾아다니는 여행 말이다. 일본어 초급 수준도 안 되는 나에게 그것은 매우 편리한 선택이었지만, 뭔가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는 것이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도전한 기타히로시마초에서의 ‘민숙’ 경험은 그야말로 ‘완전한’ 일본 여행이었다. 불과 2박 3일이었지만 우리는 일본에서 ‘살아봤던’ 것이다. 글·사진_천소현(여행작가)
오전에 한국의 집을 떠나 저녁에 일본의 ‘집’으로 향했다. 여행 가방의 무게에 이동의 피로가 더해 져 어깨가 무거웠지만 현관 앞까지 나와 있는 오 토상(아버지), 오카상(어머니)의 환한 미소에 피 로가 사르르 녹아들었다. 밝혀두지만 우리 중 누구도 재일 교포가 아니다. 그저 일본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여행자들일 뿐 이다. 그러나 기타히로시마초(北廣島町)에서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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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민숙(民宿)은 첫 순간부터 바로 ‘집’으로 여 겨졌다. 지명이 익숙하게 들렸다면 제2차 세계대전의 원 폭지였던 히로시마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타 히로시마초는 일본 혼슈 히로시마현에 있는 인구 2만 명의 작은 마을이다. 히로시마시에서 북쪽으 로 40km 떨어져 있다. 해발 800~1200m의 산지 에 둘러싸여 있는 고원의 농촌마을로 여름에는
Program 등산과 트레킹, 겨울에는 스키가 유명하다. 그리 고 일본 내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농촌 체험장소 로 인기가 높다. 중요 무형민속문화재로 지정된 하나타우에(모내기) 축제는 2009년 유네스코 세 계무형문화유산에 추천되었을 정도로 일본 농경 문화의 상징적인 이벤트다. 모내기가 시작되는 6 월 초가 되면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 가 몰려오는데, 그들이 숙소로 선택하는 곳이 바 로 민숙이다. 민숙은 호텔이나 료칸처럼 쾌적한 잠자리를 제 공하지 않는다. 보통 2층 구조의 큰 집에 3~5명 이 잘 수 있는 여러 개의 방이 있는데, 일본인의 생활 방식 그대로라 침대가 있을 리 없다. 욕실과 화장실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며 아침과 저녁, 두 끼의 식사가 제공된다. 그렇다면 ‘민박’ 과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민박 이 그저 저렴한 숙소라면, 민숙은 마치 일본의 가 정에 사적인 손님으로 초대받은 느낌이다. 소박 하지만 집주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인테리어와 가 구는 물론이고 테이블 위에 얌전히 놓여 있는 차 와 간단한 스낵, 깨끗하게 빨아서 다림질까지 해 놓은 이불 시트까지, 단순 소박하지만 모든 것에 서 정성이 느껴진다. 실제로 민숙은 주인의 자녀들이 사용하던 방을 그대로 내어주는 경우도 있고, 가족들이 여행객 들과 함께 식사 를 하기도 한다. 하루 종일 돌아 다녀도 일본 사람들과 말 한마디 나누기 쉽지 않 은 보통의 일본 여행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 이다. 조금이라도 일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 훌륭한 ‘원어민 학습’이 없고, 아이들 에게는 일본 가정의 내밀한 속살을 경험할 수 있 는 귀한 기회가 된다.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만 계신 집의 주인들은 아이들을 더욱 귀여워해 준다. 그 야말로 일본에 ‘시골집’이 생긴 느낌이다. 까다로 운 일본 사람들이 아이들의 수학여행이나 농촌 체험 여행지로 기타히로시마초의 민숙을 안심하 고 선택하는 이유도 그들의 보살핌이 든든하기 때문이다. 기타히로시마초에는 이런 민숙들이 40 여 곳이나 있다. 이틀을 묵었던 아르펜야(あるぺん屋, www.alpenya.jp)도 그렇게 사람 냄새가 짙은 곳이었다. 조 금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과 마룻바닥이 정겹고, 거실 벽난로 옆으로 폭신한 소파가 자리 잡고 있 었다. 벽면을 장식한 가족 사진, 각종 상장과 상 패, 미처 먼지를 털어내지 못한 낡은 소품들은 말로는 다 설명하지 못할 이 가족 의 역사를 들려주고 있었다. 안주인 수기하라 케 이코는 일본 100대 부녀회장으로 꼽혔을 정도로 살뜰한 살림의 여왕이었다. 젊은 시절 스키 선수였던 남편에게 반해 일찍 결 혼한 그녀는 스키장이 많은 기타히로시마초에서 남편과 함께 민숙을 운영하면서 이제는 십여 명 손님들의 식사를 뚝딱 만들어내는 ‘억척 여사’가 되었다. 그녀가 만든 수제 치즈는 마치 크림처럼 입안에서 살살 녹았고 집에서 누룩을 띄워 직접 담근 탁주는 탁 쏘는 탄산의 알싸한 느낌과 밥 알 갱이가 씹히는 독특한 식감을 지니고 있었다. 여 러 가지 장아찌와 반찬을 예쁘게 차려내는 아침 식사는 웬만한 료칸이 부럽지 않았고 어묵전골, 오리전골, 대게찜 등을 주메뉴로 한 저녁 식사는 매번 너무나 훌륭한 만찬이었다. 이런 민숙의 요 금이 보통 1박 2식에 1인당 6500엔부터라니, 일 본의 물가를 고려하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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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 후한 인심이었다. 난생처음 경험한 일본인의 일상 기타히로시마초 에서 할 수 있는 자연 활동은 다양하다. 물이 맑기로 유명한 청정 지역이라 아이들은 집 앞의 계곡으로 바로 뛰어들어 물놀이를 즐기기 도 하고, 밤이되면 반딧불이의 뒤꽁무니를 쫓느 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수려한 너도밤나무 숲 과 희귀 동식물이 살고 있는 초원, 잘 보존된 습 지까지, 생태 답사 지역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런 농촌 체험 프로그램과 생태 체험 프로그램은 지 역의 민간 비영리 단체의 협조 아래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례로 우리가 아르펜야에서 맛있게 먹은 만두는 안주인이 제공한 조리법에 따라 인근의 공장에서 지역의 농축산물만을 이용해 만든 것이라고 했 다. 대량으로 생산하지 않고 지역 내의 일부 민숙 이나 온천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제한해 지역 경제를 보호하면서도 활성화 시키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기타히로시마초가 일본의 스키 남방 한계선을 이룬다는 점이다. 부 산보다 위도가 낮지만 겨울이면 보통 150cm가 훌쩍 넘는 눈이 쌓인다. 40년 전에 오픈한 오사 스키장을 포함해 게이호쿠분 카랜드, 파인릿지리 조트게이호쿠국제, 야와타코겐191등 6개의 스키 장이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고, 이 지역 아이들 은 학교의 정규 수업 과정으로 스키를 배울 정도 다. 하지만 최신 시설의 스키장이 차츰 늘어나면 서 기타 히로시마초의 스키장은 예전에 비해 활 기를 조금 잃었다고 했다. 한국의 스키 리조트와 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넓은 자연설 스키장이 텅 텅 비어 있으니 겨울에 다시 한번 찾아오라는 말 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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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기타히로시마초의 시 간은 ‘정’으로 채워졌다. 산더미 같은 설거지거리 를 보면 자발적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떠 나는 버스 안에서 오랫동안 손을 흔들며 자꾸 되 돌아보게 되었다. 기간에 상관없이 민숙에 묵었 던 사람들이 떠날 때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이별 의 장면’을 연출했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그것 은 난생처음 여행을 통해 보통의 일본인이 살아 가는 내밀한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일이었 고, 귀한 대접을 받고 감사의 마음을 주고 오는 ‘ 공감여행’이었다. Enjoy tip 찾아가는 길_기타히로시마에서 가장 가까운 국 제 공항은 히로시마 공항이다. 공항에서 기타히 로시마초까지는 버스로 1시간 소요. 일본 철도를 이용해 히로시마역에 하차할 경우는 버스로 1시 간 30분 정도 걸린다. 여행 문의_기타히로시마초 관광협회(0826-726908 www.kitahiro.jp), 기타히로시마초 개발과 (0826-72-2111),헬로재팬투어(02-734-7142, 민 숙 예약, 교통편 예약 가능)추천 먹을거리_기타히 로시마초에는 메밀국수의 급수를 결정하는 ‘메밀 국수 도장’이 있을 정도로 메밀국수가 유명하다. 드넓게 펼쳐진 메밀밭을 배경으로 다카하시 명 인이 만드는 메밀국수를 맛볼 수 있다면 횡재가 따로 없다. 추천 명소_1000m급 산들이 이어지는 니시주고 쿠 산지의 고원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게이 호쿠 온천에서는 상쾌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객실, 레스토랑, 특산물 판매점을 갖추고 있으며 노천 온천의 정취도 만끽할 수 있다. 입욕료
Program 성인 500엔, 소인 300엔. 문의_0826-35-1230 Profile 천소현씨는… 11년 동안 ‘우연한 여행작가’가 되어 펜 하나를 매단 채 세상을 유 람해 왔다.『금요일에 떠나는 방콕』(랜덤하우스),『베이징』 (안그라픽스)의 저자이며 현재 여행 매 거진『트래비』의 팀장으로 여행과 삶 사이의 행간을 채우고 있다.
안주인의 취향이 드러나는 가구와 소품들이 놓여 있는 거실.
저녁 식사 메뉴로 나온 오리 전골. 민숙에서는 아침, 저녁 식사 때마다 훌륭한 음식을 대접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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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ance +Singapore
한준호 아나운서의 가족 여행
클로즈 업 싱가포르 추억은 사람이 만들어가지만, 그 사람이 기억하는 장소는 추억이 만든다. 내게 싱가포르가 그렇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추억을 만들었기에 다시 찾고 싶은 장소가 된 것이다. 글·사진_한준호(MBC 아나운서)
16년 전 군대를 다녀와 잠시 여행사에서 일했던 나는 해외여행 인솔자가 되어 팔자에도 없던 해 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와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싱가포르는 내 첫 여행지이 자 아마도 마지막 여행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작 년에는 휴직을 하고 싱가포르로 유학까지 다녀왔 을 정도로 나는 이곳에 애착이 많다. 사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여행지로 그리 각광받는 곳은 아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싱가포르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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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법이 너무 엄격해서 겁이 난다’ ‘도시 국가 라 돌아볼 곳이 별로 없을 것이다’ ‘동남아 국가 라 아이들 데리고 가기에는 꺼려진다’ 등등. 하 지만 나는 가족 여행이라면, 특히 가족의 첫번째 해외 나들이라면 반드시 싱가포르로 가라고 권 하고 싶다. 싱가포르의 법이 엄격한 것은 사실이 다. 하지만 그 법은 마약, 폭력 등의 범죄와 도시 를 더럽히는 것 에 국한되어 있어 여행자들이 특 별히 주의해야 할 만큼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 다. 오히려 치안이 안전해 더욱 편하게 여행을 즐
Program 길 수 있다. 또한 깨끗한 도시를 추구하는 싱가포르에서는 모 기를 없애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한여름에도 창문을 활짝열고 잘 수 있다. 거기에 도심 곳곳으 로 깨끗하게 뻗은 지하철인 MRT는 싱가포르 전 역을 편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싱가포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문화의 다양성이다. 개항 초기 각 인종별로 모여 살도록 한 인종 정책으로 인도계를 중심으로 하는 리틀 인디아 거리, 말레이계와 아랍계의 문화를 볼 수 있는 캄퐁 글람 지역과 그 중심에 있는 아랍 스 트리트, 중국계의 터전인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한 나라에서 다양한 인종의 삶을 체험하고 돌아올 수 있다.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호커센터 인 종이 이렇게 다양하다 보니 싱가포르에는 먹을 거리가 많아 음식의 천국으로도 불린다. 특히 여 러 가지 음식을 파는 일종의 푸드 코트인 호커센 터에는 각 나라별 음식이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 되는데, 흔히 관광객들에게 소개되는 음식은 10 가지다. 여행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칠리크랩을 비롯해 우 리의 꼬치구이 격인 사테, 치킨라이스, 로티 프라 타, 생선머리 커리, 개구리탕 등이 있다. 사테나 치킨라이스 등은 뉴튼 서커스에 위치한 푸드 센 터가 유명하고, 칠리크랩은 싱가포르 제일의 해 변인 이스트 코스트에 위치한 점보와 레드하우 스가 유명하다. 또한 야밤에 리틀 인디아 거리 근 처 무스타파 쇼핑몰 주변에서 즐기는 로티 프라 타는 싱가포르 여행 중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 이 되어 줄 것이다. 식물원 보타닉 가든에서 초원을 느끼다
싱가포르의 면적은 서울의 1.15배 정도다. 이런 크기에 뭐 돌아볼 곳이 있을까 싶겠지만, 이들 이 사는 모든 장소가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특 히 싱가포르는 1960년대 이후 녹색 정책을 펴 국 가 전체를 녹지로 만들고 있는데, 보타닉 가든 과 그 안에 있는 오키드 가든, 차이니스&제패니 스 가든, 포트캐닝 파크 등은 세계적으로도 이름 난 곳이다. 특히 싱가포르 최대 식물원인 보타닉 가든은 그 규모만 52만㎡로 걸어서 돌아보는 데만 3~4시간 이 걸릴 정도로 넓다. 본래 식물원의 기능보다 레 저를 위한 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라 도심 속에서 넓은 초원을 거니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대자 연을 만나고 싶다면 동물원을 추천한다. 싱가포 르에는 서부에 위치한 주롱 새공원, 북부에 위치 한 싱가포르 동물원, 그리고 그 옆에 위치한 나이 트 사파리까지 총 세 개의 큰 동물원이 있다. 여행 일정이 짧으면 이 세 곳을 모두 돌아보기에 는 무리가 있으므로 아이들과 간다면 싱가포르 동물원을, 연인과 함께라면 나이트 사파리를 권 하고 싶다. 싱가포르 동물원의 가장 큰 특징은 개 방형이라는 점인데, 만다이 호수를 옆에 두고 있 어 시원한 대자연을 볼 수 있다. 울타리가 쳐져 있지 않아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도 매력적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핫 스폿, 센토사 섬
2010년 문을 연 테마 파크인 유니버셜 스튜디오 가 자리하고 있는 센토사 섬의 특별함은 짧은 글 에서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하철 하버프론 트역에 위치한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사방이 유 리로 만들어진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넘어 이 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즐거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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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된다. 본래 영국 해군의 전초 기지 역할을 하던 곳이었 는데, 싱가포르 정부에 의해 현재는 섬 전체가 휴 양 시설로 바뀌었다. 카지노와 페스티브 호텔 등 세계적인 호텔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기도 하다. 해변과 각종 놀이 기구, 공연과 볼거리들이 가득 해 이곳에서만 일주일을 보내도 지겹지 않을 것. 싱가포르 여행을 간다면 센토사 섬은 절대 빼놓 지 말아야 할 멋진 장소다. 세 개의 부두에서 맞는 낭만의 밤 싱가포르를 가 로질러 바다로 이어지는 강에는 이색 볼거리들 이 있다. 옛 부두로 사용되던 곳에 멋진 카페가 들어서면서 각 부두는 나름의 색을 띠게 되었기 때문. 강 상류부터 로버슨 키, 클라크 키, 보트 키가 순 서대로 자리 잡고 있다. 로버슨 키는 고급 주택가 에 위치해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유럽의 분위기 를 연출하고, 바와 클럽이 들어서 있는 클라크 키 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들이 많다. 마지 막으로 보트 키는 해산물과 함께 조용히 맥주 한 잔하기에 좋은 장소로, 이곳에서 싱가포르의 상 징인 멀라이언 파크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 세 곳을 한번에 둘러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싱가포르 강을 따라 움직이는 보트 를 타는 것. 멋진 야경과 보트! 싱가포르 여행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Enjoy tip 싱가포르 그레이트 세일_매년 7월에서 8월 사이 싱가포르 쇼핑의 중심지 오처드거리에서는 그레 이트싱가포르 세일을 한다. 세일 하면홍콩이 유 명하다지만, 싱가포르 세일의 장점은 너무 늦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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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물건이 없는 건 아닌가 싶은 순간 새로운 물건들이 새로 풀린다는 것. 이는 정부가 행사 기간 내내 여행객을 유치하려고 내놓은 새 로운 판매 기법이다. 2011년 세일 기간은 6월 27 일부터 8월24일까지. 행사 기간은 매년 변동이 있으므로 홈페이지를 꼭 확인할 것. www.greatsingaporesale.com.sg 싱가포르에서 빠트리면 안 될 4+1[꼭 먹어봐야 할 음식 4+1]치킨라이스, 칠리크랩, 로티 프라타 + 아이들에게는 망고 슬러시, 어른들에게는 타이 거 맥주 [낮에 꼭 가봐야 할 곳 4+1] 오처드, 센 토사, 동물원, 디스커버리센터 + 멀라이언 파크 [밤에 꼭 가봐야 할 곳 4+1]클락 키, 무스타파, 나이트 사파리, 이스트코스트 + 뉴톤 서커스 호 커센터 Profile 한준호씨는… ‘쇼바이벌’ ‘닥터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MBC 아나운서. 한국 외국어 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싱가포르 국가 연구를 할 정도로 싱 가포르에 빠졌다. 유학 생활과 가족 여행 경험을 토대로 한 싱가포 르 여행기를 곧 출간할 예정이다.
Program
싱가포르의 대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동물원을 추천한다. 북부에 위치한 싱가포르 동물원이 제격. [사진 위, 옆]
보트를 타면서 부두 세 곳의 야경을 즐기는 ‘낭만 여행’도 싱가포르에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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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ance +Boracay&Hongkong
05
리얼 버라이어티
보라카이 세계 각국 사람들이 잠시 휴양차 방문했다가 떠나지 못하고 발이 묶여버리는 곳, 새하얀 모래사장과 그보다 더 눈부신 해변을 여행 기간 내내 마음껏 소유할 수 있는 곳. 보라카이는 열대의 아름다움을 넘어선 그 무엇을 가지고 있는 섬이다. 글·사진_백주희『( 인조이 보라카이』 저자)
1day, 여장을 풀고 해변으로 가자
필리핀 보라카이에는 럭셔리한 리조트부터 에어 컨조차 준비되지 않은 저렴한 숙소까지 다양한 종류의 숙소가 마련되어 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 에게 추전하고 싶은 리조트는 화이트 비치의 정 중앙에 위치해 이동이 편리하고 예쁜 어린이 풀 장까지 갖춰져 있는 보라카이 가든 리조트다. 여 장을 풀었다면, D몰에 있는 버짓 마켓에서 여행 지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도록 하자. 간단한 스 낵류부터 치약, 칫솔까지 없는 게 없어 보라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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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찾는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들르는 곳이 바로 버짓 마켓이다. 그 밖에도 D몰에는 론 리 플래닛, 파울로 컬렉션 등 비치웨어를 구비하 고 있는 숍이 많기 때문에 미처 수영복을 준비 하지못한 경우나 국내에서는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구입하지 못했던 다양한 비치웨어를 구입 할 수 있다. 쇼핑을 마치면 해변가를 산책하거나 리조트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보라카이에 왔다면 일단 바다는 실컷 체험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동안 어른들은 해변에
Program 서 마사지를 받는 것도 좋다. 해변 어느 곳에나 마사지사들이 있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하는지 지켜보면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마사지 요금은 통상적으로 350페 소 정도 하며팁은 50페소 정도 주면 된다. 2day, 바다 한가운데서 누리는 호사, 선셋 세일링 둘째날 에는 스킨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해 보자.
오전 일찍부터 시작하면 점심 전에 마칠 수 있는 스킨 스쿠버 다이빙 체험은 투명할 정도로 맑은 보라카이 바닷속을 두 눈으로 직접 감상할 수 있 는 기회다.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어렵지 않게 다이버 강사들과 함께 체험 할 수 있다. 강사들이 1:1로 체험자들을 인솔하므 로 교육 내용만 사전에 잘 인지하고 있다면 얼마 든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저녁 시간에는 일 몰을 감상할 수 있는 선셋 세일링을 해보는 것도 좋다. 바다 한가운데서 해가 지는 풍경을 감상하 는 선셋 세일링은 그 어떤 체험보다 보라카이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3day, 시푸드 런치를 제대로 즐기는 호핑 투어
셋째 날에는 호핑 투어를 추천한다. 호핑 투어는 작은 배를 타고 나가 바다 한 가운데서 낚시와 스 노클링을 즐긴 후 인근의 섬으로 가 시푸드로 런 치를 하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호핑 투어만큼은 국내 여행사를 통한 코스를 추천한다. 이유는 푸 짐한 시푸드 런치에 있다. 현지인들과 흥정해 호 핑 투어를 떠나게 되면 비용은 절감할 수 있어도 푸짐한 시푸드는 포기해야 하기 때문. 필리핀에 왔다면 반드시 게 요리를 먹어볼 것을 추천한다. 속이 꽉찬 ‘알리망고 크랩’은 육질이 쫀득하고 살
이 많아 평상시 먹기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게 요 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안성맞춤이다. 호핑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면 루호산 전망대와 나비 농장을 방문하자. 루호산 전망대는 보라카 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로, 먼저 나비 농 장에서나비를 감상한 후 버그 카 혹은 ATV를 직 접 타고 전망대로 방문하는 코스가 있다. 작은섬 인 보라카이에서 나비 농장과 루호산 전망대는 소박하긴 하지만 중요한 여행 코스다. Enjoy tip 보라카이 섬에 가는 방법_마닐라를 경유하는 방 법과 칼리보 공항에 내려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 이 있다. 마닐라를 경유하게 되면 국제선 공항에 서 다시 국내선 공항으로 이동, 카티클란 공항까 지 가는 경비행기를 타야 한다. 마닐라에서 카티클란 공항까지는 총 50여 분이 소요된다. 카티클란 공항에 내리면 대기하고 있 는 트라이시클을 타고 제티 포트로 향한다. 제티 포트에 내리면 다시 작은 배를 타고 보라카이 섬 의 포트인 각반으로 가게 된다. 각반 포트에서 다 시 트라이시클을 타고 보라카이 섬의 메카인 화 이트 비치로 가는 것이 마닐라를 경유해 보라카 이 섬에 닿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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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ance +Boracay&Hongkong
06
스타일리시 바캉스
홍콩 내가 여행, 휴가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곳은 홍콩이다. 좋아하는 쇼핑도 마음껏 즐길 수 있고 먹을거리, 볼거리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풍성하니 여름휴가 만큼은 조용한 곳으로 가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해마다 홍콩을 찾게 된다. 글·사진_심연수(브랜드 폴리시 대표이사)
하루 종일 쇼핑 삼매경에 빠지다
내가 홍콩을 찾는 시기는 7월 중순에서 8월 말 무렵. 7월과 12월, 일 년에 두 번있는 세일 중에 서 여름 세일이 볼거리가 많기 때문에 주로 7월 에 시작되는 세일 시기에 맞춰 가는 편이다.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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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의 세일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30% 정도의 할 인으로 시작해서 세일 기간 끝으로 갈수록 가격 의 90%까지 할인된다. 세일 시작 무렵에 방문했 다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로운 제품을 할인 가격에 구입하는 기쁨을, 세일 막바지 무렵
Program 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에 명품을 쇼핑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홍콩의 쇼핑 플레이스는 백화점부터 시내 곳곳에 있는 브랜드 로드 숍까지 무척 다양하다. 때문에 다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하루 종일 쇼핑 삼매경 에 빠지기 십상. 특히 캐주얼 브랜드부터 명품까 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ifc몰’과, 코즈웨이 베 이 지역의 ‘이자벨 마랑 숍’은 강력 추천하고 싶 은 쇼핑 스폿이다. 세일 기간에는 아웃렛도 더 큰 폭으로 할인을 시작하니 떠나기 전에 새로 생긴 아웃렛정보를 체크하는 것도 잊지 말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웃렛은 압 레이 차우의 ‘호 라이즌 플라자’라는 곳으로 지미추, 아르마니 그 룹, 레인 크로포드가 있는 아주 큰 아웃렛이다. 27층 건물이 모두 아웃렛인 호라이즌 플라자는 가구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한국에 배달 서비스까 지 하고 있으니 직접 가지고 오지 못해 아쉬움 이 남은 제품은 배송 신청을 하면 된다. 공항에 서 택시로 5분거리에 있는 ‘시티 게이트 아웃렛’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쇼핑 명소. 나이키부터 랑 방, 버버리, 홍콩의 액세서리 멀티숍 ‘온페더’까지 입점해 있다.
도 근사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이솔라’는 홍콩에 갈 때마다 즐겨 찾는 곳이다. 근사한 레스토랑의 경우 슬리퍼 차림이나 너무 캐주얼한 차림으로 가면 입장을 할 수 없는 곳도 있기 때문에 쇼핑을 하면서 사전 답사를 하고 예약까지 마친 뒤 다시 호텔로 돌아가 멋지게 차려입고 저녁 시간을 즐기러 오는 사람도 많다.
홍콩에서 뜨는 곳만 골라서 찾아가자
Profile
홍콩에서의 바캉스는 쇼핑이 메인이기는 하지만,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맛있는 음식이 많기 때 문에 시간을 내서라도 꼭 찾아가 먹어보는 편이 다. 큰 건물이나 쇼핑센터 안에 유명 레스토랑이 나 바가 같이 있어 쇼핑과 음식을 같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홍콩의 장점. ifc몰에 있는 차 이니스 레스토랑 ‘레이가든’, 뷰도 좋고 인테리어
심연수씨는…
Enjoy tip 홍콩 투어는 플랫 슈즈 신고, 하이힐은 필수품_보 통 홍콩 여행은 3박 4일이나 4박 5일 일정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바캉스라고 하지만 워낙 볼 거리가 많기때문에 시간을 잘 활용해야 후회 없 는 여행을 할 수 있다. 홍콩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한 신발. 택시와 지하철 등 교통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쇼핑몰간의 연결 통로 가 길고 서울에서보다 걸어 다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복장은 최대한 가볍고 편하게, 신발은 슬 리퍼에 가까운 플랫 슈즈를 신는 것이 좋다. 근 사한 레스토랑에 가게 되거나 갑자기 약속이 생 길 경우를 대비해서 디너 앤 나이트 룩으로도 연 출이 가능한 원피스와 예쁜 하이힐 한 켤레 정도 를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수제화 브랜드 나무하나, 액세서리 브랜드 폴리폴리 등 많은 브랜 드의 홍보와론칭 행사를 담당하는 브랜드 폴리시의 대표이사. 최근 에는 케이블 TV FashionN의 프로그램 ‘스위트룸2’의 게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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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ance +Jeju
그 길 위에서 행복하기
제주 올레&커피로드 어쨌거나, 요즘 제주에서는 올레를 빼고 나면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을 판이다. 끊어졌다 복원된 길을 걷고 사라졌다 다시 불러낸 그 길을 걸으며 여행자들은 제주의 진짜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글_고선영(여행작가) 사진_김형호(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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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하는 올레 여행이라면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한 다. 23개의 올레길은 저마다의 개성과 특징을 가졌다. 10-1 코스의 가파도 올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5km 내외라 긴 시간을 걸어야 하며, 일부 코스는 험한 계곡과 자갈밭, 경 사도가 꽤 있는 숲길 등을 지나게 되기 때문에 가족 도보 여행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아이와 함께라면 1-1코스(우도, 15.9km, 4~5시간), 6코스(쇠소깍~외돌개, 14.4km, 4~5시 간), 10-1코스(가파도,5km, 1~2시간) 등이 괜찮다. 꼭 올레를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주에는 올레길이 아니더라도 더없이 멋진 도보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애월의 한담마을 해변에서 시작해 곽 지해변까지 이어진 1.2km의 바닷길 산책로인 한담해변산책 로도 그중 하나. 걷기 싫어하는 귀차니스트에게도 이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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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주는 짧고 강한 인상은 대단히 강렬하다. 제주시 가 꼽은 ‘제주시 숨은 비경 31’ 중의 하나이며 천 천히 걸어도 왕복 40분이면 충분하니 걷는 이에 게 행복한 길이다. 중산간의 거문오름은 만장굴과 함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다. 거문오름 탐방 을 위해서는 2일 전까지 거문오름 탐방안내소 (jejuwnh.jeju.go.kr)로 신청을 해야 한다. 전문 해 설사가 동행해 거문오름을 오르며 이곳의 자연과 식생, 곶자왈 숲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초등학생 이상의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매 우 유익하다. 삼나무 숲길로 유명한 교래리 1112 번 도로 중간에 사려니숲길 입구가 있다. ‘산의안 (內)’이라는 뜻의 제주 말인 ‘솔아니’가 변해 지 금의 ‘사려니’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길은 마음으로 걷는 치유와 명상의 숲길이다. 숲길은 물찻오름 을 지나 서귀포 남원읍 한남리의 사려니오름까지 약 15km가 이어진다. 현재는 물찻오름 아래쪽에 서 사려니오름까지의 길이 막혀 있기 때문에 월 든을 지나 붉은오름의 동쪽 출구까지의 길만 걸 을 수 있는데, 갈 수 없는 길이 많지만 걸을 수 있 는 길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길게 우는 까마 귀 소리, 명랑한 삼나무 숲에 이는 바람 소리, 댓 잎 서걱대는 소리에 붉은 화산송이 흙을 밟는 뽀 드득 소리까지 더해져 심심할 틈이 없다. 숲길은 각각 주제를 달리하는 10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 고 온통 초록의 숲을 이루는 여름이면 청량함으 로 가득하다. 맑은 날에도 좋지만 부슬부슬 비가 오거나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이면 이 숲길은 더 할 나위 없이 신비롭고 낭만 있는 길로 변신 한다. 비자림도 마찬가지. 숲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비
자림에 는 500~800년생 비자나무 2500여 그루 가 밀집해 군락을 이루었는데 단순림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숲 한 가운데에는 수령 800년 이상 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크기의 비자나무가 있는 데, 그 길까지 걷는 동안 어떤 늙은 나무가 말을 걸어올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숲이 뿜어내 는 위엄과 생명력은 대단하게 느껴진다. 제주의 바람을 넣고 커피를 내리는 카페들 얼마 전부터 제주의 바람에도 솔솔 커피 콩 볶는 냄새 가 실리기 시작했다. 여행자들은 제주가 품은 끝 내주게 멋진 바다를 눈앞에 두고 기차게 맛 좋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고, 내비게이션에도 나타나 지 않은 한적한 바닷가 혹은 중산간 자락의 어 느 후미진 길가에 숨은 카페를 물어물어 찾아 나 서기 시작했으며, ‘관광’을 마다 하고는 하루 종 일 카페에서 뒹굴거리며 세계 커피 여행을 떠나 기 시작했다. 제주에서 커피 맛으로 유명한 카페들은 대부분 로스팅 또는 핸드 드립을 전문으로 한다. 로스터 와 바리스타들은 제주의 바람을 조금 넣어 콩을 볶고 커피를 내린다. 그중 제주시의 ‘신비의 사랑’ ‘이레하우스’, 산천 단의 ‘바람’ 카페는 이 섬을 대표하는 커피 맛을 자랑한다. 그들은 거의 매일 정성 들여 콩을 고 르고 볶고 내린다. 로스터 박상국씨가 운영하는 ‘ 스테이위드커피’는 최근 제주의 하늘과 바다에서 영감을 얻어 블렌딩한 ‘그 커피 탐라도다’를 선 보였는데, 상큼하고 달콤한 맛과 향이 이섬의 여 름과 썩 잘 어울린다. ‘신비의 사랑’은 섬세한 드 립으로, ‘이레하우스’는 커피의 신선도와 함께 운 영하는베이커리로 이름 높다. 곰솔 숲 우거진 산 천단 구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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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듯 들어앉은, 기자 출신의 이담씨가 운영하 는 ‘바람’의 커피에는 이름 그대로 제주의 바람과 나무와 바다의 향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커피 맛만큼이나 깊은 사연을 지닌 주인장들 제 주도 카페 주인장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물고 기’ 카페의 장선우 감독이다. 장 감독이 아내와 함께 제주에 정착한 것은 지난 2005년. 영화 ‘성 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후 ‘귀양살이하듯’ 내려온 제주에서 카페를 열었는데, 이후 카페 앞으로 올 레길 8코스가 열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 다. 카페 건물은 서귀포 대평리의 작은 마을에 야 트막한 돌담집의 외형을 그대로 살렸다. 덕분에 처음 찾는 여행자들은 물고기 카페의 간판을 보 고도 카페 건물을 찾아 두리번거리곤 한다. 이 밖 에도 전직 잡지 기자가 정착해 문을 연 ‘바람카 페’, 두 아들 쿠쿠와 노마를 데리고 생전 먹지도 않던 커피를 배워 고내포구앞 제주 전통 돌담집 에 문을 연 ‘쿠쿠노마’ 등도 커피 맛 만큼이나 깊 은 사연을 간직한 카페들이다. 제주 카페가 커피 맛과 주인장의 사연으로만 유 명한 것 은 아니다. 올레길이 생기고 제주를 찾는 개별 여행자들이 많아지면서 독특한 스타일의 카 페가 선을 보였다. 이른바 ‘무인 카페’가 그것이다.
가장 먼저 제주에 선을 보이면서 가장 유명한 무 인 카페가 된 곳은 서쪽 해안의 ‘오월의꽃’이다. 이곳이 자리를 잡고 유명해지면서 고내포구의 ‘ 산책’이나 용담해안 도로의 ‘노을언덕’ 등의 무인 카페들이 생겨났다. 무인카페는 손님들이 손수 커피를 마시고 설거지까지 하는방식이다. 물론 차 값도 알아서 내야 한다. 무인 카페 중에는 정 해진 가격이 있는 곳도, 그냥 내고 싶은 만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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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되는 곳도 있다. 아쉬운 점은 차 값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도 차를 마시고 그냥 가는 사람이 생 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Enjoy tip 여행 문의_
(사)제주올레 064-762-2190 www.jejuolle.org 거 문오름 위치_조천읍 방향 97번 번영로를 이용해 선흘 입구 사거리에서 좌회전. 문의_064-7840456 사려니숲길 위치_절물휴양림 삼거리에서 1112번 도로를 타고 1131 도로 방면으로 우회전 후 3분거리. 문의_064-730-7272 비자림 위치_제주시에서 1132번 일주도로를 이용
해 함덕과 김녕, 평대리를 거쳐 비자림에 닿는 다. 문의_064-783-3857 그 밖에 가볼 만한 제주 카페 닐모리동동_지난 5월 새로 오픈한,카페의 수익금
을 올레재단과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단체에 기부하는 착한 카페다. 제주시 용담3동 2396번 지. 문의_064-745-5008 아일랜드 조르바_‘유랑 노점 카페’라는 독특한 콘 셉트를 가진 카페다. 월정리 앞바다의 멋진 풍광 을 감상하며 카푸치노 한잔 마시면 더없이 행복 한 여행이 될 터.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7길 52 번지. 문의_010-7513-2595 카페 메이비_서귀포의 트렌드가 시작되는 이중섭 거리에 문을 연 카페. 이국적인 분위기에 서귀포 의 외국인들은 죄다 이곳으로 모여든다. 서귀포 시 서귀동 416-2번지. 문의_070-4143-0639 스테이위드커피_제주도 최고의커피를 맛볼 수 있
Program 는 곳. 하루 종일 카페에서 뒹굴거리며 모든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스테이 커피 홀릭(3만원) 메뉴도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8-1 사이게스트하우스 2층. 문의_070-4400-5730 Profile 고선영씨는… 하루, 이틀 짧은 시간을 내어 작은 도시를 둘러보는 낭만적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작가. 소도시에서 발견한 뭉클한 재미와 행복을 담은 책『소도시 여행의 로망』을 펴내기도 했다.
제주도의 유명한 카페들 은 대부분 핸드 드립을 전문으로 한다.
카페 로드의 메카인 장선 우 감독의 ‘물고기카페’. 야트막한 담장이 정겹다.
제주도로 커피 로드를 떠 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무인 카페 등 독특한 스타 일을 가진 카페들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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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좋으면 생각나는 들살이,
패밀리 캠핑 말하자면 나는 캠핑을 즐기지는 않는 캠핑족이다. 1박 2일 여행길에 한 끼 끼니거리 챙기는 것도 싫어하는 타고난 귀차니즘에, 여행은 오직 쉬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캠핑은 안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순전히 야생 기질충만한 남편 덕에 둘째 아 이가 첫돌이 되기도 전부터 캠핑을 ‘따라가보기’시작했다. 글·사진_심연수(브랜드 폴리시 대표이사)
서너 번은 남편 친구 가족들에게 얹혀서 ‘더부살 이형’ 캠핑을 했다. 캠핑을 하려면 유독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은데, 우린 눈치껏 바비큐도 굽고 설 거지도 도와가며 비교적 쉽게 캠핑의 맛을 본 것 이다. 두세 가족이 함께 캠핑을 가면 혼자서 모든 캠핑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돼 첫 캠핑의 두 려움이 없어진다. 2~3년 캠핑 적응 기간을 보내며(지금도 즐기기 보다는 적응기에 가깝지만!) 든 생각은 캠핑이야 말로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경험이자 어른이 돼서 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라는 것이다. “가족만의 의 미 있는 리추얼이 있어야 한다”는 모 교수의 글을 읽으며 ‘그래, 우리 패밀리에겐 캠핑이 있지’ 하고 안도했으니까. 캠핑장에선 자연이 아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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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잇감이기 때문에 나이 차 있는 아이들끼리 어 울려 풀숲으로 개울로 뛰어다니며 시간을 보낸 다. 수줍음 많은 큰아이에게도 캠핑이 적절한 놀 이가 되었고, 체력이 약한 편인 둘째 아이에게도 ‘바깥 놀이’ 시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장 난감이나 텔레비전이 없어도 아이들은 땅에 물 을 부어 진흙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개울에서 송 사리를 잡으며 한나절을 보낸다. 또 캠핑은 여러모로 ‘남자의 놀이’다. 캠핑을 오면 남 자들이 부지런해지는 것도 아내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일. 뚝딱뚝딱 못을 박아 집(텐트)을 짓고, 장 작을 피워 먹을 것을 준비하는 모든 일이 밖에선 남편의 몫이 되는 셈이다. 같은 1박 2일의 시간이라도 캠핑을 하고 나면 그
1_2~3년의 적응 기간을 거쳐 여름 캠핑은 우리 가족만의 리추얼이 됐다. 2_춘천 중도. 자고 일어나 내복 바람으로 잔디밭을 누비던 둘째 채원이. 3_망상 캠핑장에서 캠핑 메이트였던 스웨덴 아이 아만다와 외국 아이와 놀러온 게 마냥 좋은 지원이.
시간의 질량이 풍성해진 느낌이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네 식구가 온전히 그 시간들을 공유한 것처럼. 어스름 해질 녘, 캠핑장에선 집집마다 장 작불을 지피느라 분주해진다. 이 불 냄새 의 중독성을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약속이 라도 한 듯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고 뛰어노느라 피곤에 지친 아이들이 텐트 안으로 기어들면 어 른들은 장작불에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인다. 찬 기운 스며드는 저녁, 군불을 쬐며 플라스틱 잔에 와인을 마시는, 이런 ‘은근한 낭만’이야말로 캠핑의 묘미다. 즐기는 캠핑족이 되기엔,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 다. 샤워하지 않은 채로 잠자는 것, 찬물에 설거 지하는 일은 괴롭기만 하다. 그래도 남편이 캠핑 스케줄을 잡으면 군말 없이 따라나선다. 집에서 빈둥대다 마트 한 바퀴 돌고 오는 주말을 보내는 것보다는 가족들 서로에게 ‘이로운 일’임이 분명 하니까.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곯아 떨어진 두 아이를 보며 우리 부부는 어김없이 이런 농담 을 나눈다. “그래, 집이 진짜 좋다. 우리 집이 이렇 게 좋은 걸 알려고 우리가 만날 캠핑을 가나 봐.” 번번이 내 집의 안락함을 일깨워주는 것도 캠핑 의 매력이라면 매력이 아닌가.
Program
가부터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 오토캠핑 예약 자 체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단점이다. 캠핑카에서 하룻밤, 동해 망상 캠핑카_캠핑카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망상해수욕장 해변가에 주욱 늘어선 ‘상설 캠핑카’를 이용해 볼 것. 동해 바다 가 바로 앞에 있어 경치도 좋고, 차 안에서 자는 재미에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가는, 용문사 유원지 내 캠 핑장_캠퍼들이 즐겨 찾는 곳은 아니지만 유원지 뒤편으로 텐트족들이 꽤 모이는 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예약 없이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 고, 자리 경쟁 치열하지 않고, 서울에서 매우 가 깝다는 것이 장점. 아침에 일어나 트레이닝복 차 림으로 천년 넘은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로 유명한 용문사에 등산을 다녀오는 재미도 좋다. 물놀이와 캠핑을 한 번에, 가평 패밀리아 캠핑 장_우리 가족의 첫 캠핑장이었던 곳이자 낚시 마 니아인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곳. 물가에 있어서 고기잡이 놀이가 가능하고 더운 날씨엔 물놀이도 할 수 있다. 시골 유원지 같은 분위기.
Enjoy tip 고즈넉함 그 자체, 춘천 중도오토캠핑장_춘천에 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강위의 섬. 일단 그 안에 들어가면 딴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고즈넉한 분 위기에 반해 버린다. 넓게 펼쳐진 잔디와 자작나 무들도 예쁘고, 토끼풀을 주거나 모터바이크, 자 전거 타기 등 소소한 즐길 거리도 있는 편. 언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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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통영 ES 리조트. 아기자기한 인테리 휴양지를 연상시킨다. 2_짜릿한 물놀이 시설을 갖춘 비발디파 3_대명리조트에서는 도자기 빚기 체험
반짝 바캉스,
국내 리조트 투어 서로 바쁘게 생활하느라 주중에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서로에게 추억을 남겨줄 수 있도록 선택한 국내 리조 트 여행. 간단히 짐을 싼 뒤, 지금이라도 당장 떠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글·사진_심연수(브랜드 폴리시 대표이사)
그동안 가족들이 함께 다녔던 여행 중에서 아이 들이 좋아했던 곳은 충북 단양에 있는 대명리조 트. 이곳은 리조트 내에서 가족과 함께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수 있는 여러 가지 이벤트가 많 아서 인상적이었다. 전통 혼례 체험은 아이들에 게 우리 선조들의 결혼 풍습을 직접적으로 보여 주면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무형문 화재 서동규 명장과 함께하는 도자기 빚기 체험 도 재밌었다. 아이들은 직접 물레를 돌려 도자기 를 빚어보는 물레 체험을 했고, 실제로 장작 가 마에서 도자기를 굽기도 했다. 흙 만질 일이 없 는 도시에만 살던 아이들에게 색다른 추억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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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초에 1박 2일로 다녀온 전북의 변산리 조트는 변산 앞바다가 둘러싸고 있어 파도 소리 를 자장가 삼아 머물 수 있는 곳이었다. 변산반 도의 아기자기한 해안을 따라 이어진 바닷길, 숲 길, 들길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물길이 열릴 때면 개펄에 놓인 바위를 온통 뒤덮은 따 개비를 구경하기도 하고, 숨구멍만 내놓고 모래 속에 숨어 있는 조개도 들춰 봤다. 아이들은 게 를 잡느라 하루 종일 바다와 함께 뒹굴며 놀았 다. 바닷길을 따라 나 있는 들길과 숲길에서는 가족 모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삼림욕을 즐기기 도 하고 풀꽃 향내를 맡으면서 걷기도 했다. 리조트 여행을 할 때 귀찮다는 이유로 식사나
리어가 이탈리아
Program
파크 오션월드. 험도 가능하다.
간식까지 모두 리조트 안에서 판매하는 음식으 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주변의 맛집 을 찾아다니면서 그 지방의 음식을 맛보는 것이 여행을 좀 더 즐겁게 해준다. 그런 면에서 추천 하는 리조트는 비발디파크 오션월드다. 주변에 특색 있는 강원도 지방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맛집들이 많고 피라미드, 스핑크스, 파라오등 마 치 이집트를 옮겨놓은 듯한 이국적인 풍경과 짜 릿한 스릴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이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아이들과 꼭 다녀오는 곳이다. 국내 리조트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 한 것은 이동 거리. 특히 아이들이 어리다면 너 무 먼 곳보다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3시간 이내 의 거리에 위치한 리조트가 적당하다는 것을 기 억하자. Enjoy tip 유럽에 온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통영 ES리조 트경상남도 통영 최남단,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 리는 산양면 바닷가에 가면 마치 동화책 속 풍 경처럼 알록달록 예쁜 집들이 들어서 있다. 이탈 리아 휴양지 샤르데나풍으로 멋을 낸 ‘통영 ES 리조트’다. 경치좋은 언덕에 아기자기한 인테리 어로 꾸며진 외관이 인상적이고, 바다와 마주한 커다란 통창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거실 소파 에 앉아 한려수도 섬들을 구경하고 발코니에서 는 일출과 일몰을 한꺼번에 볼수 있다. 야외 수 영장과 공연장, 이탈리아 레스토랑 시설이 괜찮 고 리조트 주변으로 난 산책로와 바닷가 요트장 도 추천할 만하다. 문의_055-644-0087 제주도 골프 여행을 꿈꾼다면, 샤인빌리조트 표선면 바
닷가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끼고 들어선 럭셔리 리조트다. 연못과 야생화로 꾸며진 홀이 가족단위 골퍼들에게 인기가 많다. 표선 지방은 원래 제주도 내에서도 공기가 좋고 유독 물이 맑기로 유명한 곳. 리조트를 둘러싸고 있는 짙 푸른 잔디 광장과 클럽하우스 주변 경치는 골프 애호가가 아니어도 한눈에 반할 만큼 매혹적이 다. 객실은 호텔형과 빌라형으로 나뉘는데 클래 식한 느낌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방문객들에 게 인기가 높다. 빌라형 객실인 ‘로얄빌’이 바다와 제일 가까우니 바캉스 시즌에는 이곳을 예약하는 게 좋다. 올 해초 영화배우 전지현이 브랜드 화보를 촬영했고 최 근에는 SBS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에서 류승수와 홍수현이 수영장 장면을 촬영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제주 관광객들 사이에서 부쩍 입소문이 늘고 있는 곳이니 예약을 서두르 는 게 좋다. 문의_064-780-7000 Profile 이경선씨는… CJ미디어에서 패션, 뷰티 프로그램의 PD로 활약했고 현재 서울예술종합학교 공연예술제작학부 겸임교수이자 위드컬쳐의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휴가 때는 리조트를 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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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팔도 미각 여행 농촌 전문 리포터로 십 년 넘게 활동하면서 건강한 먹을거리와 식재료들을 만났다. 직접 보고 만지고 먹고 이야기를 듣는 등 오감으로 느끼면서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됐다. 싱싱한 자연과 착한 농부들의 인심이 넘치는 두 곳을 소개한다. 글_안은금주(빅팜컴퍼니 대표·식생활 소통 연구가) 사진_정성환, 김병호
spot 1 힐링 여행과 건강한 진미를 맛보는 장흥 편백나무 숲에서의 힐링과 토요시장에서 먹는 장 흥 삼합, 자연 농법으로 정직하게 토종 쌀을 재 배하는 착한 농부들이 있는 곳 전남 장흥! ‘열심 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수년 전 광고의 카피와 아주 잘 어울 리는 곳으로 장흥을 들 수 있다. 장흥은 서울에서 꼬박 6시간을 넘게 차로 달려가야 닿는 곳이다. 하지만 장흥에 도착한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 맞은 듯 멍해졌다. 장흥군 안양면 억불산 자락에 자리 잡은 표고버섯 농장 때문이다. 하늘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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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럽게 쭉쭉 뻗어 있는 편백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며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숲으로 들어 서자 피톤치드가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는 듯 상 쾌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어 봤다. 공기가 참 달다. 숲 속 깊이 들어가자 가슴 높이의 수만 개의 표고목들이 편백나무와 나무 사이로 횡대로 열 맞춰 또 다른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편백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추자 대지의 수 분이 증발하면서 살랑살랑 춤이라도 추듯 아지 랑이가 피어오르던 풍경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다. 릴랙스한 여름휴가를 알차게 마무리하고 싶
Program 1_피톤치드 가득한 편백나무 숲을 거닐다. 2_김포 초지대교에 위치한 대명항 어시장을 둘러봐도 좋다. 3_향긋한 표고버섯과 고기의 조합은 환상적이다.
은 사람은 장흥 노력항에서 배를 타고 1시간 40 분이면 가볍게 가는 제주 성산포항을 찾자. 한반 도 끝을 제대로 구경하고 올 수 있는 매력 만점 휴양지다. spot 2 김포에서 즐기는 삼색(蔘色) 여행 여기 인삼 맥주 한 잔이요! 경기도 김포는 개성인 삼 생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 개성인삼의 참맛을 맥주로 즐길 수 있다고? 애주가들과 색다른 맛을 즐기려는 미식가들에게 는 참 반가운 소식이다. 2년 전 김포 농업인의 날에 초청되어 이곳을 찾 았다. 이때 나의 호기심을 끈 것 이 바로 인삼쌀맥주였다. 알싸한 첫맛에 진하고 진한 맛. 끝으로 쌉싸래한 인삼 의 향과 맛이 느 껴졌다. 김포에서는 5~6년근 인삼을 생산하고 있 다. 게다가 인삼쌀맥주 갤러리도 있다. 1층에는 삼을 살 수 있는 공간, 2층은 갤러리로 꾸며 져 있다. 맥주를 만드는 양조 시설도 볼 수 있게 만들어놨다. 더 재밌는 건 인삼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도 개발되어 수준 높은 인삼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 맥주도 인삼쌀맥주, 인삼밀맥주, 인삼흑맥주 세 가지가 있어 내 입맛대로 골라먹는 재미와 인삼 으로 만든 개성 만점 안주도 맛볼 수 있다.
Enjoy tip 김포의 또 다른 여행지, 함상공원_인삼으로 기력 을 충전했다면 인삼갤러리에서 5분 거리인 대명 항에 위치한 함상공원으로 가보자. 이곳에는 52 년간 바다를 지킨 상륙함인 운봉함을 활용하여 꾸민 함상 체험 공간이 있다. 2010년 가을에 개장한 따끈따끈한 관광지다. 안 으로 들어가자 첨단 기술로 꾸며진 체험관이 인 상적이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 배안을 둘 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0여 분 정도. 그 시 간이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입장 료가 아깝지 않다. 문의_031-987-4097 Profile 안은금주씨는…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 MBC ‘화제집중’ 등을 주무대로 활동 해 온 농촌 전문 리포터. 현재 빅팜컴퍼니의 대표다. 최근에는 전국 의 농산어촌을 찾아다니며 만난 사람들, 먹을거리 등을 담은 책『싱 싱한 것이 좋아』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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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국제시장 맛 투어 서로 바쁘게 생활하느라 주중에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시 간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서로에게 추억을 남겨줄 수 있도록 선택한 국내 리조트 여행. 간단히 짐을 싼 뒤, 지금이라도 당장 떠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 력적이다. 글·사진_심연수(브랜드 폴리시 대표이사)
국제시장은 영화의 거리, 아리랑거리, 만물거리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맛 투어는 바로 ‘아리랑거리’ 에서만 할 수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하는 이곳은 시장 초입부터 길이 끝나는 곳까 지 다양한 음식이 현지인과 여행객의 발길을 잡는다. 길거리 음식이란 자고로 조금은 불편하게 먹 어야 제맛! 서서 먹는 사람들부터 구석에 삼삼오오 웅크리고 앉아 먹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진짜 길거리 음식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면 그들 틈에 끼어야 한다. 초입에서부터 사람들을 붙잡는 메뉴는 바로 비빔당면. 삶은 당면에 갖가지 삶은 채소를 넣고 초고추 장 양념에 비벼 먹는데 쫄면보다 부드럽고, 라면보다 쫄깃한 당면 면발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 는 메뉴다. 그 면발의 유혹에 못 이겨 3000원을 지불하고 한 그릇 뚝딱 비빔당면을 해치우고 나니 바로 뒤에 충무김밥이 기다리고 있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김밥에 양념에 절인 빨간 무와 어묵 무침, 부추무침이 함께 세팅되어 나오는데 손 빠른 아주머니들이 즉석에서 따뜻한 밥을 김에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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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주는 모습이 재미있어 마치 자석에 이끌리 듯 좌판 앞에 앉게 된다. 충무김밥을 먹고 나니 이번엔 식사 후 갈증을 풀어줄 시원한 식혜가 눈에 들어오는데 한 사발에 단돈 1000원! 이때쯤 되면 슬슬 배가 불러오기 시작한다. ‘이제 그만 먹고 시 장 구경 좀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1박 2일’에서 이승기가 들렀다는 분식집이 나온다. 어묵 국 물에 촉촉하게 불린 가래떡 꼬치는 간장 양념을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 먹다보면 한쪽 구석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미니 바가지가 눈길을 끄는데, 바빠서 챙겨줄 수 없으니 손님이 알아서 어묵 국물을 떠 먹으라는 의미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포만감을 느낄 때쯤, 국제시장의 명물인 씨앗호떡을 마 주하게 된다. 900원으로 맛볼 수 있는 이 씨앗호떡은 찹쌀 반죽에 해바라기씨가 주인공인 속 재료를 듬뿍 넣고 기름과 마가린이 섞여 있는 통 안에서 튀긴 것으로 더운 여름에도 이를 맛보려는 사람들 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어디 그뿐이랴? 여름에는 팥빙수, 겨울에는 팥죽으로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 입는 단팥 디저트, 당 면과 기타 재료를 넣은 유부를 구수한 국물에 끓여 먹는 유부 전골까지. 한번 국제시장 맛 골목 이 야기를 시작하면 끝을 내기가 힘들다. 부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해운대 앞바다도 좋고, 헌책을 잔뜩 만날 수 있는 보수동 책 골목이나 부산 국제 영화제 기간이 되면 발디딜 틈없는 PIFF 거리도 꼭 추 천하고 싶은 재미있는 거리이지만 또 다른 ‘부산’을 만나고 싶다면 아이 손잡고 소소한 먹을거리의 유혹을 느낄 수 있는 국제시장을 추천한다. 주머니에 단돈 1만원만 넣고 가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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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보양식 오리고기 밴쿠버에 납시오!” 고기살이 연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 더운 여름철 지진 기력을 회복하고 자외선에 그 을린 피부를 더욱 건강하게 해주는 보양식이 있 다. 단백질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다이어트에도 좋은 음식, 바로 오리고기다. 남녀노소 누가 먹어도 건강에 좋은 오리고기를 생고기 그대로 대접해 손님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토담. 건강한 오리 고기를 선보여 밴쿠버 교민들의 건 강을 지켜주고 있는 토담의 성 사장은 “오리고기 는 닭하고 육질부터 달라 퍽퍽한 맛은 전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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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살이 연하고 부드럽다”며 “오리는 미용에도 좋고 기력을 찾아주는 음식이라 남녀노소 모두에 게 좋은 음식”이라고 소개했다. 손님들에게 보다 신선하고 맛있는 오리 고기를 대접하기 위해 냉동이 아닌 생고기만을 취급한 다는 성 사장은 “냉동 고기와 생고기는 육즙부 터 다르다”며 “우리는 생고기만을 취급해 진정한 오리 고기의 맛을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 였다. 토담의 오리 고기 메뉴는 로스구이와 전골로 나 뉜다.
Program 뼈를 발라 살코기는 로스구이로 뼈는 곰탕 끓이 듯 푹 고아 푸짐한 전골로 대접한다고.
내 집에서 먹는 것처럼 정성을 다해 준비한다는 성 사장은 “발효 음식으로 최고인 충청도식 청국 장과 뼈까지 곱게 갈아 만든 추어탕, 그리고 위 장이 안 좋으신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양우탕 등 건강식 탕 요리도 좋다”고 권했다. 또한, 여름에 별미인 비빔, 물 냉면과 콩국수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리 로스구이는 고기의 참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해 특별한 양념을 준비하지 않는다. 전골 또한 오리 뼈 육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이 진하고 구수해 어르신들이 좋아한다” 집에서 자주 해먹지 못하는 번거로운 음식이지만
내 앞의 이익을 생각하기 보다 내 가족을 대접 하는 마음으로 손님을 대한다는 성 사장은 “쉽 게 일하면 쉽게 실패하고 힘들지만 열심히 일하 면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건강한 음식을 행복하 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모토아래 4년째 토담 을 운영하고 있다. 밴쿠버 중앙일보-조현주 기자 sophy228@joongang.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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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다롄에서 배운 솜씨로
이혜원의 중식 보양 요리 축구 선수의 아내, 뷰티 사업가, 두 남매의 엄마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고 있는 이혜원이 얼마 전 올리브tv 요리 프로그램 ‘푸드 에세이’를 통해 중국 요리를 선보였다. 남편 따라 머물게 된 나라의 대표 음식은 꼭 먹어보고 직접 만들어본 뒤 ‘완전 정복’하고 돌아온다는 결혼 10년 차 이혜원의 중국 요리 레시피.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 스타일링_문인영(101 studio) 중국 현지 사진 제공_올리브tv ‘푸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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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중국 다롄 사람들은 거의 매일 토마토달걀수프를 먹는다. 남편과 아이들도 곧잘 먹는 음식이라 일주일에 한두 번 저녁 메뉴로 준비한다.
새벽 시장에서 장 보는 축구 선수의 아내 이탈리아, 독일, 일본, 중국에서 축구 선수로 활약해 온 남편(안정환 선수)을 따라 머물렀던 나라마다 현지 요리 장인들과 친분을 맺으며 솜씨를 쌓아왔다는 이혜원은 “내 요리는 퓨전이 특징”이라고 이야 기한다. 그래서 외국에 머물 때면 남편과 함께 현지에서 유명한 요리들을 다먹어본다. “입맛에 맞는 현 지 전통 요리는 종종 만들어보는데, 정확한 레시피가 궁금할 때가 많아요. 아무리 해봐도 음식점에서 먹던 맛이 안 나면 저만의 방법을 쓰죠. 우선 호박떡 같은 전통 한국 간식을 만들어 포장한 뒤에 요리 장인들을 찾아가요. 떡을 선물하면서 한국에선 이사 떡을 돌리면서 새로운 이웃들과 인사하는 풍습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재밌어들 해요. 그렇게 요리 장인들과 친해지다 보면 재료 들여오는 루트며 레시 피는 저절로 알게 되죠.” 이렇게부지런한 그녀가 재료를 구하는 루트는 대부분 야시장이다. 해산물이 풍부한 중국 다롄에서는 새벽 어시장에 가서 해물을 사다 조개찜, 전가복 등의 중국 요리를 해 먹는 다. 이때 중국 본토 레시피에 한국 고춧가루를 뿌려서 칼칼함을 더하는 게 그녀만의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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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모인 저녁 식탁 메인 요리, 전가복(오른쪽) 재료_전복 4마리, 오징어 1마리, 새우 12마리, 해삼 2마리, 죽순 1개, 당
근 1/4개, 청-홍피망 1/2개씩, 양파 1/4개, 청경채 8개, 굴소스 4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생강 1/2작은술, 고추기름 2큰술, 간장-청주 1큰술씩, 닭 육수 2컵, 후춧가루-참기름 약간씩, 전분물(전분-물 2큰술 씩) 만들기
1_해산물은 모두 깨끗이 씻어 전복은 편 썰고, 해삼은 0.3cm 두께로, 오 징어는 안쪽에 칼집을 X자로 내어 손가락 굵기로 썬다. 2_죽순은 모양 을 살려서, 청-홍피망은 0.7cm 폭으로 썬다. 당근은 0.3cm 두께로 썰 어 꽃모양 틀로 모양을 낸다. 청경채는 끓는 물에 데쳐 준비한다. 3_달 군 팬에 고추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생강을 넣고 볶다가 향이 나면 해산물과 채소를 넣고 골고루 볶는다. 4_3에 간장, 굴소스, 청주를 넣고 볶다가 닭 육수와 후춧가루를 넣어 한소끔 끓으면 전분물을 풀어 농도
중국 현지식으로, 토마토달걀수프(왼쪽) 재료_토마토 3개, 달걀 4개, 치킨 스톡 1개, 물 4컵,
다진 마늘 -다진 파 1작은술씩, 올리브 오일 1큰술 만들기
1_토마토는 8등분하고, 달걀은 곱게 푼다. 2_달군 냄 비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파를 넣어 중간 불에서 볶는다. 3_2에 푼 달걀을 붓고 볶다 물을 넣고 불을 줄인다. 4_3에 1의 토마토를 넣고 5분 정도 끓이다 치킨 스톡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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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소 재료 따라 다른 맛, 완자탕(위쪽) 재료_다진 돼지고기 600g, 다진 오징어 50g씩, 다진 호두 5개 분량, 달걀 2개, 파 1/4 대, 식용유 적당량, 소
금-후춧가루 약간씩 맛국물(파 1대, 배춧잎 3장, 당근 1/6개, 표고버섯 2개, 생강 1쪽, 마늘 2쪽, 청주 1큰술, 굴 소스 2큰술, 간장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물 4컵) 만들기
1_맛국물용 채소 중 파, 당근, 표고버섯은 어슷하게 썰고 배추 잎은 도톰하게 폭으로 썬다. 생강과 마늘은 편 썬다. 2_1에 물을 붓고 끓기 시작하면 은근한 불에서 끓이다가 청주, 굴소스, 간장, 후춧가루, 소금으로 간을 한 다. 3_다진 돼지고기는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하여 골고루 치댄 후 3등분하여 다진 오징어-김치와 호두-모차 렐라 치즈를 각각 가운데 넣어 동그랗게 완자를 빚는다. 파는 채 썬 후 찬물에 담가 준비한다. 4_달걀을 곱게 풀어 완자에 옷을 입힌 후 170℃ 식용유에 넣어 반쯤 익도록 가볍게 튀긴다. 5_2의 맛국물에 4를 넣고 끓인다. 6_3의 채 썬 파를 건져 물기를 제거한 후 5에 올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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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손맛을 이어받은 이혜원의 요리 유전자
“얼마 전까지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친정엄마가 만들던 요리를 어깨너머로 보다가 시집간 뒤에 하나둘 도전해 봤어요. 이제는 내가 만든 요리가 더 맛있는 것 같아요”라며 슬쩍 우쭐해한다. 결혼을 하고 보 니 케첩, 마요네즈까지 만들어 먹였던 친정엄마의 모습을 점점 닮아가더란다. 아이들 먹일 음식이라면 밥은 물론이고 빵, 음료수까지 어지간하면 대부분 직접 만든다. 이렇듯 정성스레 음식을 만드는 그녀는 새로운 요리를 배우는 일에도 열심이다. 한국에 머물 때는 고소영도 속해 있다는 결혼한 여자들끼리 만 나는 요리 모임을 가진다. 한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요리의 기본기는 이 요리 모임에서 배웠다고.
중국 재료로 만든 한국 음식, 채소무침과 항정살구이 (오른쪽) 재료_항정살 200g, 우유 1/2컵, 생강 1쪽, 간장 2큰술, 부추 50g, 치커리 20g, 채소 양념(식초 2큰술, 간장 2작
은술, 설탕 1작은술, 고춧가루 1/4작은술), 마늘 소스(다진 마늘-올리고당 2큰술씩, 식초 4큰술, , 소금 약간) 만들기
1_생강은 편으로 썬 후 분량의 우유와 간장과 함께 항정살을 골고루 버무려 30분간 재운다. 2_마늘 소스 재 료는 골고루 섞어 준비한다. 3_부추와 치커리는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썬 후 물기를 뺀다. 4_1의 고 기를 팬에서 노릇하게 굽는다. 5_먹기 직전에 3의 채소를 양념에 버무려 4의 항정살구이에 곁들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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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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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이혜원과 안정환.
기름에 볶고 소스를 넣고 끓이는 레시피를 주로 사용 하는 중국 요리에는 느끼한 식감을 중화시켜 주는 각종 차를 곁들인다. 중국 사람들이 보이차를 많이 마시는 걸 보고 이혜원도 한동안 보이차를 먹었다. 그러다 현지 요 리 장인이 권해 준 흰국화차를 맛본 후 요즘은 약재시 장에서 말린 국화를 사다 끓여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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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남편과 아이 따로, 끼니마다 두 가지로 밥 짓는 아내
축구 선수들은 한 경기만 뛰어도 엄청나게 체력이 소진되기 때문에 이혜원은 남편을 위해 매끼 고기 반찬을 만든다. 삼겹살, 항 정살 등 부위마다 마늘, 간장, 고추장 등으 로 소스를 달리해 구워 먹는 레시 피를 사용한다. 주식으로 먹는 밥은 더 정성스럽 게 만든다. 남편용, 아이용 따로 짓는데, 몸 에 열이 많은 남편을 위해서는 찬 성질이 있다는 율무를 넣은 흑미밥을, 아이들에게 는 먹기 좋게 흰쌀밥을 따로 담아낸다. 밥 에 곁들이는 현미, 콩 등의 잡곡은 한국에 나올 때마다 구입해 진공 포장을 한 뒤 중 국으로 가져온다. 후식도 어른과 아이용을 따로 만든다. 찹쌀 옹심이를 띄운 국화차는 남편과 그녀 가 마시고, 시원한 오미자차는 아이들용으 로 준비한다.
국화차 & 오미자차(위쪽) 재료_말린 국화 4개 분, 따뜻한 물 2컵, 찹쌀가루 1/4컵,
물 적당량, 소금 약간, 전분물(전분 2큰술, 물 2큰술), 오미자 2큰술, 생수 2컵, 시럽(설탕: 물=1:1) 적당량 만들기
1_따뜻한 물에 말린 국화를 넣어 우린다. 2_찹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약간 단단하게 반죽 한 후 손톱만 한 크기로 동그랗게 만들어 끓는 물에 넣 고 약간 투명해지면서 떠오를 때까지 데친다. 3_1에 전 분물을 풀어 점성이 생길 때까지 저어가면서 끓이다 2의 찹쌀 반죽을 넣는다. 4_오미자는 깨끗이 씻어 생수 2컵에 담가 하룻밤 동안 냉장고에서 우린다. 5_4를 면 보자기에 국물만 걸러낸 뒤 취향에 따라 시럽을 가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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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김치볶음 미역석이들깨무침
들깨머위나물
통들깨깻잎순볶음
들깨우거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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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이정화의 ‘살 수 없는 맛’_
향긋하게, 들깨요리 들깨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 공급원의 보고라 고 불린다. 어떤 요리라도 들깨를 넣으면 감칠맛이 난다. 기획_강민경 기자 글&요리_이정화 사진_우창원(WNP studio) 캘리그래피_양영희
서로 바쁘다 보니 웬만한 수다는 생략하고 사는 막내 여동생과 어쩌다 통화할 일이 생기면 본론 은 뒷전이고 음식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섯 자매 중 막내인 동생의 주장에 따르면 본인 이 엄마와 겸상을 가장 많이 했고, 속 깊고 말 잘 듣는 성격이라 엄마의 식성과 음식에 대한 이해 가 누구보다 높단다. 2월에는 굴 넣은 쑥국 세 번 만 먹으면 굴의 영양이 좋아 살이 통통하게 올라 문지방을 뛰어넘는다느니, 가을 전어에는 깨가 서 말 들었다느니 하는 등의 엄마가 해줬던 음식 이야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동 생은 그때는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었던 머위 잎을 이제는 2000원어치 사서 혼자 거뜬히 먹고, 이른 봄에 쑥국을 먹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 은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얼마 전에도 동생과 음 식 이야기를 했는데, 그날의 주제는 ‘깨’였다. 나 는 깨를 정말 좋아해 냉면 집에 가서도 냉면 사 리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깨만 잔뜩 넣어 먹는다 고 했더니, 본인은 TV를 보면서도 컵에 깨를 담 아 야금야금 먹는다며 임신 중에는 깨를 너무 많 이 먹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담당 의사에게 말했 다가 깨에는 엽산이 많이 들어 있어 오히려 임신 부에게 좋다고 하는 바람에 머쓱해진 적도 있다 고 맞불을 놓는다. 일 년 내내 곰솥에 불이 꺼지
지 않고 마당엔 늘 표고버섯이 펼쳐져 있던 어 린 시절의 풍경. 칠남매 도시락 준비에 아침 일찍 한 축씩 구워내던 고소한 김 냄새에 잠이 깨고, “ 국수가 밥이가” 하시며 세끼를 따뜻한 밥으로만 챙기셨던 어머니 덕에 여섯 자매가 결혼해 각자 의 길을 가면서도 먹을거리에 대한 열의가 하나 같이 대단한 걸 보면, 음식에 있어 부모의 역할 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어릴 때 부모가 정성껏 만들어준 음식을 먹고 자랐어 도,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밖에서 식사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자극적인 음식들 로 기호도 바뀌고 또 몸에 좋은 음식만 골라 먹 을 수는 없겠지만, 건강을 챙겨야 할 나이에 다시 기억될 입맛을 어릴 때 알게 해야 할 사명이 엄 마에게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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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오메가 3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존의 인디오들은 힘을 내야 할 때 오메가 3가 다량 함유된 식품을 먹는다는 내용이었다. 아시아권에서는 들깨, 유럽에서는 아 마씨가 오메가 3가 다량 함유되어 있는 대표적인 식품이라고 한다. 깨를 정말 좋아하는 나는 들깨 요리에 유난히 극성을 부린다. 냉장고에는 물에 불린 후 갈아놓은 것, 볶아놓은 것, 겉피가 있는 것과 겉피를 제거한 것 등 종류별로 들깨가 준 비되어 있다. 대부분의 요리에는 볶은 들깨를 사 용하지만 부드러운 맛을 살리고 싶을 땐 겉피를 제거한 들깨를 사용한다. 반면 해장국 등에는 겉 피가 있는 들깨를 넣는데, 맛도 더 좋을 뿐 아니 라 몸에도 좋아 즐겨 먹는다. 겨울에는 신김치를 들기름으로 볶다가 물을 조금 넣고 끓인 후 들깨 가루를 듬뿍 넣고 자작하게 조려 상에 자주 올리 곤 하는데, 들깨 가루 하나로 인해 소박한 김치 볶음이 품이 가득한 김치찜 요리로 업그레이드 된다. 들깨는 우거짓국의 마술사이기도 하다. 아 무리 맛이 없는 된장이라도 삶은 우거지에 된장 을 넣고 조물조물해서 쌀뜨물과 멸치를 넣고 오 래도록 푹 끓인 후 마지막에 들깨 가루를 한 숟 가락 푹 떠 넣으면 놀라운 맛으로 변신한다. 들깨 는 쉽게 상하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생들깨를 사다가 참깨 볶듯이 볶아 냉동실에 넣어두고 사 용하면 좋다. 통들깨는 씹히는 맛이 좋아 깻잎볶 음이나 취나물 등을 무칠 때 깨소금 대용으로 사 용하기도 한다.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머위 줄기 도 들깨 소스를 만나면 최고의 반찬이 된다. 머위 를 삶아 껍질을 벗긴 후 들기름에 볶다가 조선간 장으로 간을 하고 물을 조금 넣어 끓인 후 생들 깨에 물을 조금 붓고 믹서에 갈아 만든 들깨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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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로 살살 버무리면 머위의 쌉싸래하고 설겅설겅 씹히는 맛과 들깨의 고소한 향이 어우러져 그 맛 이 일품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깨를 볶거나 빻 으실 때 옆에 앉아 집어 먹던 기억이 지금도 아 련하다. 그 때문인지 들깨는 어릴 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특별하고 소중한 식재료다.
들깨우거짓국 재료_쌀뜨물 2컵, 우거지 100g, 된장 2큰술, 들깨 가루
2큰술, 국물용 멸치-풋고추 또는 청양 고추 약간씩 만들기
1_쌀뜨물을 준비하고 우거지는 삶아 적당한 크기로 썬 다. 2_우거지에 된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3_쌀뜨물 에 멸치를 넣고 끓이다가 2의 우거지를 넣고 푹 끓인 후 들깨 가루를 넣는다. 4_기호에 따라 잘게 썬 풋고추나 청 양 고추를 넣어 먹는다. 들깨김치볶음 재료_김치100g, 물 적당량, 들기름-들깨 가루-설탕 약
간씩 만들기
1_김치를 적당한 크기로 썬 후 오목한 팬에 들기름을 두 르고 볶는다. 2_기호에 따라 설탕을 조금 넣고 김치 국 물이나 물을 붓고 자작하게 끓이다가 들깨 가루를 넣고 볶아준다. 이정화씨는… 굵직굵직한 인테리어 작업을 해오고 있는 디자이너 이정화씨는 타 고난 미각의 소유자다. 식재료 하나도 까다롭게 선택하고 양념을 많이 넣은 음식엔 손도 대지 않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조리법을 즐 긴다. 디자이너로서의 미적 감각은 식탁에서도 발휘된다. 요리를 전 문으로 하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건강하고 맛있고 세련되게 한 상 차려 먹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그녀로부터 식당에서는 살 수 없는 맛의 비법을 전수받는다.
Program
들깨소스깻잎채소말이 재료_깻잎 20장, 쇠고기(차돌박이) 200g, 파프리카-양
파-오이 적당량씩, 소스 (마시는 홍초 2큰술, 간장-볶 은 들깨 가루 1큰술씩, 레몬 한 조각) 만들기
1_깻잎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2_파프리카, 오이, 양파는 씻은 후가늘게 채 썬다. 3_쇠고기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4_볼에 소스 재료를 넣고 잘 섞는다. 5_깻잎 두 장을 깐 다음 데친 쇠고기를 올리고 채 썬 채소들을 얹어 돌돌 말아준다(깻잎 대신 양상추 를 큼직하게 뜯어 재료를 올려 먹어도 아삭한 식감이 살 아 맛있다). 가운데를 잘랐을 때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꼬치를 이용해 양쪽을 고정시키거나 채소 줄기를 이용해 보기 좋게 묶는다. 6_그릇에 채소 말이를 담고 소스와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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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들깨깻잎순볶음 재료_나물용 깻잎 100g, 볶은 통들깨-
들기름-다진 마늘 적당량씩 만들기
1_깻잎은 깨끗이 손질해 씻은 후 끓는 물에 약간의 소금을 넣어 데친 뒤 물 기를 짜낸다. 2_팬에 들기름을 두른 후 다진 마늘과 깻잎을 넣어 볶다가 통들 깨를 넣어 버무려준다.
들깨머위나물 재료_머위 줄기 100g, 생들깨 또는 들깨 가루-들기
름-조선간장(국간장)-물 적당량씩 만들기
생들깨는 씻어 건진 후 물을 넣고 믹서에 간다. 2_머 위 줄기는 삶아 껍질을 벗긴 후 3~4cm 길이로 자른 다. 3_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머위를 볶다가 조선간 장으로 간을 한 후 약간의 물을 붓고 한소끔 끓인다. 갈아놓은 들깨즙을 넣고 버무려가며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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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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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드라이 토마토 요리를 함께 만든 국 내 1호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씨. 선 드 라이 토마토 메뉴를 공유하며 요리의 전 과정을 함께했다.
홈메이드로 도전해 본
선 드라이 토마토
여름 채소인 토마토를 이용해 이탈리아의 저장 식재료로 유명한 선 드라이 토마토 만들기에 도전해 보 았다. 선 드라이 토마토는 만드는 데 시간은 걸리지만 오래 보관할 수 있을뿐더러 다양한 메뉴에 활용 할 수 있고 영양가도 높은, 알면 알수록 훌륭한 식재료다. 기획_이미정 기자 사진_이재희(studio lamp) 요리_이미정 기자, 김은경(쿠킹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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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차이윈’이라는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정호정씨 를 만나게 되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알고 보 면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식재료는 100% 홈메이드가 가능하지요. 이탈리아의 기본 식재료인 선 드라이 토마토 역시 국내에서는 수 입산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사실 집에서도 충 분히 만들 수 있거든요. 선 드라이 토마토를 만 들어 올리브 오일과 허브 잎을 넣어 상온 보관하 면 여러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요.” 채소 소믈리 에 수업을 들었을 때 가장 처음 사용되었던 재료 가 바로 토마토다. 다양한 종류의 토마토 와 함 께 맛을 비교하며 ‘베지프루트 커뮤니케이션’ 시 간을 가진 것. 마침 토마토가 제철 재료이기도 했 고, 식재료 하나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에도 호기심이 생겨 직접 선 드라 이 토마토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선 드라이 토마 토는 이탈리아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저장 식 재료다. 토마토를 말리면 쫀득한 식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생토마토와는 다르게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데, 올리브 오일에 절인 선 드라이 토마토 는 샐러드에 넣어 먹거나 샌드위치 속 재료로 이 용할 수 있고, 또 파스타나 전채 요리에 활용하기 좋다. 그 밖에도 선 드라이 토마토를 믹서에 갈아 소스로 이용해도 좋다. 만약 국물이 있는 요리에 토마토 특유의 향미를 더하고 싶다면 1/2컵 정도 넣고 끓여도 좋다. 식재료 면에서뿐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선 드라이 토마토는 뛰어나다. 그 이유 는 토마토의 주성분 중 하나인 리코펜이 암을 일 으키는 주원인인 활성 산소를 막아주는데, 바로 이 리코펜은 열을 가할수록 우리 몸에 잘 흡수되 기 때문. 익힌 토마토는 리코펜의 체내 흡수율이
생토마토에 비해 4배가량 높으며, 익힌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을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9배까지 높 아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암 환자들은 토 마토를 삶아 껍질을 벗겨내고 믹서에 갈아 토마 토 주스로 즐겨 먹기도 한다. 올여름엔 깊이 있는 단맛과 새콤한 맛이 살짝 곁들여진 선 드라이 토 마토를 직접 만들어보자.
슈퍼푸드, 토마토 서양에는 ‘토마토가 빨갛게 익을수록 의사 얼굴은 파랗게 변한다’ 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토마토의 효능이 다양하다는 의미다. 토마토 는 항암 효과뿐 아니라 비타민 C가 풍부해 매일 2개만 먹어도 하루 비타민 C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비타민과 미네 랄이 듬뿍 들어 있으며 신맛을 내는 사과산과 단맛을 내는 과당, 포 도당 등도 들어 있는 천연 피로 해소제다. 『자연이 만든 음식 재료 의 비밀』이라는 책에서는 튀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토 마토주스를 마시라고 권하고 있다. 토마토의 카로틴이 지용성 비타 민이기 때문에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체내에서 빨리 흡수되게 해 위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 또한 변비가 있을 때는 섬유소가 더 욱 풍부해질 수 있도록 삶아서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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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드라이 토마토 피자
국내 최초 채소 소믈리에
재료_모차렐라 치즈 200g, 방울토마토10개, 올리브 5개, 버터 약간, 피자
에디터 이미정은…
도우(강력분 200g, 박력분 50g, 우유 180cc, 설탕-올리브 오일 1/2큰술 씩, 드라이 이스트 1작은술, 소금 1/2작은술), 피자 소스(선 드라이 토마 토 1/2컵, 올리브 오일-파르메산 치즈 3큰술씩, 드라이 바질-칠리 고추 1큰술씩, 마늘 3쪽,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2009년 채소 소믈리에 교육 과정이 국내에
만들기
1_볼에 피자 도우 재료 중 강력분, 박력분, 드라이 이스트, 설탕, 소금을 넣 고 잘 섞는다. 여기에 우유와 올리브 오일을 넣고 나무 주걱으로 고루 섞 어 반죽을 만든다. 2_버터를 바른 볼에 1의 반죽을 넣은 다음 랩을 씌워 상온에서 30분간 1차 발효한다. 3_발효가 끝난 반죽을 4등분해 각각 둥글 게 만든 다음 10~15분 동안 상온 보관한다. 4_피자 소스 재료는 믹서에 넣 어 곱게 간다. 5_3의 반죽을 팬 크기에 맞춰 밀대로 밀어 피자 도우를 만 든 뒤 그 위에 4의 소스를 얇게 펴 바른다. 6_5에 모차렐라 치즈를 넉넉히 올린 후 방울토마토는 반으로, 올리브는 슬라이스해서 올린다. 7_200℃로 예열한 오븐에 6을 넣고 치즈가 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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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어왔을 때 시범 테스트반을 수강했 다. 이달부터 건강하게 채소를 섭취하는 방 법을 찾아내 직접 요리도 해볼 예정.
Program How to make 선 드라이 토마토
발사믹 닭가슴살 오븐구이 재료_닭가슴살 3쪽, 치킨 스톡 1컵, 선 드라이 토마토-
발사믹 식초 1/2컵씩, 양파 1개, 올리브 오일 3큰술, 설 탕 1큰술, 마늘 5쪽, 레드 와인 1/4컵, 화이트 와인-소 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_양파는 채 썰고, 마늘은 편으로 썬다. 2_닭가슴살은 반 으로 저민 후 화이트 와인과 소금, 후춧가루를 뿌려 밑간 한다. 3_달군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닭가슴살을 올 려 앞뒤가 노릇해지도록 센 불에서 굽는다. 4_올리브 오 일을 두른 팬에 양파를 넣고 약한 불에서 노릇해질 때까 지 볶은 다음 마지막에 마늘을 넣고 향이 배도록 볶아 따로 덜어 놓는다. 5_4의 팬에 치킨 스톡과 발사믹 식초, 레드 와인과 설탕, 약간의 소금을 넣어 신맛이 날아가게 10분 정도 끓인다. 6_오븐용 용기에 3의 구운 닭가슴살 을 담고 4, 5와 선 드라이 토마토를 얹어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40분간 굽는다.
우선 두 가지 토마토로 시도를 했다. 첫 번째는 근 처 마트에서 판매하는 다홍색 컬러에 단단한 ‘유럽 형 토마토’라는 품종이었고, 두 번째는 유기농 가 게에서 구입한 일반 토마토였다. 토마토를 얇게 썰 어 90℃로 예열한 오븐에 세 시간 정도 가열한 뒤, 볕이 좋은 야외에서 하루 정도 말리면 되는데, 결 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선 드라이 토마토를 만드는 데는 다홍색의 단단한 토마토가 좋다. 과즙이 적게 나오면서 원래 모양 그대로 잘 건조되기 때문. 너 무 익어 무른 토마토를 사용하면 모양도 예쁘지 않 고 과즙이 너무 많이 나와 오븐에 굽는 과정에서 지저분해지기 쉽다. 다 말린 토마토는 곶감처럼 꾸 덕해지는데 저장해 두고 요리에 이용할 거라면 깨 끗이 닦은 유리병에 선 드라이 토마토, 올리브 오 일, 허브 잎을 넣어 냉장 보관하면 된다. 선 드라이 토마토를 이용해 국내 채소 소믈리에 1호인 김은경 씨는 홈메이드 토마토 피자를, 기자는 앞서 소개한 정호정씨에게서 배운 발사믹 닭가슴살 오븐구이에 도전했다. 토마토 피자의 경우 선 드라이 토마토를 갈아서 소스에 이용하기 때문에 토마토를 싫어하 는 아이들도 즐길 수 있고, 발사믹 닭가슴살 오븐 구이의 경우 토마토 향이 더해져 닭고기 특유의 비 린내가 나지 않으면서도 풍미가 깊어졌다.
1_오븐에서 세 시간 구웠을 때의 모습. 이 상태에서 햇볕에 하루는 족히 건조시켜야 선 드라이 토마토가 완성된다. 2_허브와 칠리 고추, 선 드라이 토마토 등을 갈아 피자 소스 를 만드는 방법은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법에서 착안한 것. 3_오븐에 넣기 직전의 발사믹 닭가슴살 오븐구이. 처음에는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포일로 윗부분을 덮어 굽다가 20분 후 걷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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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아이를 위해
여름 별미 냉요리
대학생이 된 민경이는 여름이면 속까지 시린 차가운 음식만 찾는다. 찬 음식이라고 영양을 포기할 순 없는 일. 지친 입맛은 살리고 여름 더위에 축 처진 기운을 북돋울 수 있는 별미 냉요리를 소개한다. 기획_배수은(프리랜서) 사진_이재희(studio lamp) 요리_김수연
영양 만점, 차게 먹는 일품요리
덥고 지치기 쉬운 여름철에는 아이들이 입맛을 잃 거나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어 느 때보다도 먹을거리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냉요리로 입맛을 돋워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름철에 흔히 해 먹는 냉채나 냉국 외에 우리 집 여름철 단골 메뉴로는 파스타 를 이용한 샐러드를 꼽을 수 있다. 갖가지 채소를 듬뿍 먹을 수 있는 데다 감자나 고구마 등을 곁들 이면 한 끼 식사로도 든든하기 때문이다. 발사믹 식초와 씨겨자, 꿀을 넣어 만든 소스의 새콤달콤한 맛이 더위로 잃었던 입맛을 당긴다. 미리 만들어둘 때는 익힌 재료를 올리브 오일에 한 번 버무리면 파스타가 붙거나 재료가 마르지 않아 좋다. 특별한 날이나 손님 상차림에 잘 어울리는 샤브샤 브도 여름철에 먹기 좋은 냉요리 중 하나다. 뜨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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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먹어도 맛있지만 익힌 재료를 차게 식혀 먹어 도 별미다. 돼지고기 샤브샤브의 경우 우리나라에 서는 그리 친숙하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돼지고기 고유의 고소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 꽤 인 기가 높다. 단,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데칠 때 청주, 대파의 푸른 잎 부분 등 향신 재료를 넣 는다. 물론 쇠고기를 이용해 냉샤브샤브를 만들어 도 좋은데, 데친 고기는 재빨리 건져 얼음물에 넣 어 열기를 식힌다. 재료들을 접시에 따로 담아 소 스를 찍어 먹기도 하고, 먹기 좋게 소스로 버무려 내기도 한다. 소스는 참깨를 넉넉히 넣고 두반장 과 참기름으로 맛과 향을 낸 중국풍 소스가 돼지 고기와 잘 어울린다. 가슴속까지 시원한 여름 음료
여름철에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뭐니
Program 뭐니 해도 음료와 아이스류가 아닐까 싶다. 엄마 입장에서는 안 먹는 게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영양도 맛도 꼼꼼히 챙기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민 경이가 여름마다 달고 살다시피 하는 아이요테는 우유와 요구르트, 과일을 넣어 만드는 것으로 맛도 영양도 그만인데, 망고 외에 냉동 베리류를 넣어도 좋고 만든 후 살짝 얼려 아이스캔디로 만들어 먹어 도 맛있다. 오렌지,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등의 과 일에 얼음을 넉넉히 넣어 갈아 만드는 스무디 역시
우리 집 인기 음료다. 우유나 요구르트, 연유 등을 더하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난다. 다양한 과일을 얼려 두었다가 즉석에서 갈아 주거나 과일을 큼직 하게 썰어 넣고 젤리를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해 두 어도 여름철 아이들 간식으로 유용하다. 또 단팥을 넉넉히 만들어 보관해 두면 요모조모 쓸모가 많은 데, 얼린 우유를 곱게 갈아 팥빙수를 만들어 먹어 도 맛있고, 우유와 연유를 함께 넣어 얼려서 팥아 이스캔디를 만들어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김수연씨는…
여성지 기자로 일하다가 남편 직장 때문에 일본으로 떠나 전업주부로 지냈다. 사교육이 없는 일본에 서 그녀는 딸 민경이를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 께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바로 먹을거리. 집에서 제대로 지은 밥을 먹고 자란 민경이는 사교육 없이도 공부 잘하고, 사회성 좋은 따뜻한 아이로 자랐다. 한국으로 돌아와 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민 경이는 올해 연세대학교 국제학부에 입학했다. 비싸고 좋은 음식보다 엄마가 정성으로 만든 음식이 무엇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김수연씨는 자신의 경험을 담아『기적의 공부 밥상』(F.book) 이라는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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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버섯샤브냉채 재료_모샤브샤브용 돼지고기 200g, 무 150g, 백만송이버섯 100g, 새송이버섯 2개, 물 4컵, 청주 3큰술, 대파 푸른 잎
부분-쪽파-소금 약간씩, 소스(간장-참깨-물 2큰술씩, 식초 1큰술, 참기름 2작은술, 설탕-두반장 1작은술씩) 만들기
1_무는 감자 깎는 필러로 가능하면 얇고 길게 벗겨내 듯이 썰고, 새송이버섯은 길게 반으로 잘라 저며 썬다. 길이가 긴 것은 반으로 자른다. 백만송이버섯은 작게 나눠 두고, 쪽파는 송송 썬다. 2_냄비에 물을 넣고 끓으면 대파 푸른 잎 부분, 소금, 청주를 넣은 후 버섯과 무를 넣어 살짝 익혀 건져서 식히고, 샤브샤브용 돼지고기를 한 장씩 넣어 익힌 후 건져 얼음물에 차게 식힌 후 물기를 뺀다. 3_참깨를 분마기에 곱게 간 후 나머지 소스 재료들을 넣고 골고루 섞어서 샤브샤브 소스를 만든다. 4_차게 식힌 돼지고기와 무, 버섯을 접시에 담고 소스를 따로 담아내거나, 재료들을 한데 담 아 소스로 버무려 내도 좋다. 버무려 먹는 용도로 소스를 만들 때는 두반장을 넉넉히 넣은 후 물은 섞지 말고 간장으 로 부족한 간만 맞추도록 한다. cooking tip 돼지고기는 물에 데친 후 재빨리 얼음물에 넣고 식 혀서 물기를 빼면 여분의 기름기와 잡내가 없어지 고 쫄깃한 식감도 살릴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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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파스타채소냉샐러드 재료_파스타 1½컵, 알감자 6개, 방울토마토 4개, 양상추 3
장, 브로콜리 1/3개, 어린잎 채소 30g, 소금-올리브 오일 약간씩, 소스(올리브 오일 3큰술, 꿀 1/2큰술, 다진 양파발사믹 식초 1큰술씩, 씨겨자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 간씩)
으로 자르고, 양상추는 적당한 크기로 손으로 찢는다. 어린 잎 채소는 씻어 물기를 뺀다. 5_소스 재료를 모두 볼에 담 아 골고루 섞어서 샐러드 소스를 만든다. 6_볼에 어린잎 채소와 양상추를 제외한 재료들을 넣고 소 스를 뿌려 골고루 섞은 후 마지막에 어린잎 채소와 양상 추를 넣어 살짝만 버무린다.
만들기
브로콜리는 깨끗이 씻어 적당한 크기로 나누고, 알감자는 솔로 껍질을 문질러 닦고 반으로 자른다. 2_끓는 물에 소금 을 넣고 파스타와 손질한 알감자를 넣어 파스타 봉지 표면 에 표시되어 있는 시간대로 익힌다(알감자와 파스타가 익 는 시간이 거의 비슷하므로 함께 익혀도 무관하다). 3_2의 냄비를 불에서 내리기 직전에 브로콜리를 넣어 50초 정도 데친다. 익힌 재료들을 한데 담아 올리브 오일로 살짝 버 무린 후 충분히 식힌다. 4_방울토마토는 꼭지를 뗀 후 반
아이요테망고 재료_망고 1개, 플레인 요구르트 2팩, 저지방 우유 1컵, 생
크림 1/3컵, 꿀 2큰술, 레몬즙 1큰술, 얼음 2개 만들기
1_우유는 얼리고, 망고는 작게 썰어 둔다. 2_믹서에 1과 나머지 재료들을 전부 넣어 곱게 간다. 작게 썬 망고를 조금 남겨 두었다가 장식용으로 사용하거나 음 료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cooking tip 알감자, 브로콜리, 파스타 등 익 힌 재료들은 생채소와 버무리기 전 충분히 식혀야 하기 때문에 표면이 마르거나 파스타가 붙지 않도록 올리브 오일에 살짝 버 무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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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해외동포국제무역타운단지조감도
Housing Point
해외동포를 위한 특별 경제구역
대학생이 된 민경이는 여름이면 속까지 시린 차가운 음식만 찾는다. 찬 음식이라고 영양을 포기할 순 없는 일. 지친 입맛은 살리고 여름 더위에 축 처진 기운을 북돋울 수 있는 별미 냉요리를 소개한다. 기획_배수은(프리랜서) 사진_이재희(studio lamp) 요리_김수연
한국에 최초”해외동포 특별경제구역(WWW.OKTOWN.CO.KR)”이 추진되어 해외동포들의 관심 이 특별하다. 누구나 살고 싶은곳에 주변시세 절 반값에 제공하므로서 입주자체가 엄청난 혜택이 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토지를 파격적 조건으로 제공하며 해외 동포들이 거주 및 비즈니스를 진행하기에 적합한 테마형 단지를 구성하므로 해외동포들은 물론 한 국내 주거 및 테마주택에 관심있는 수요자들의 관심으로 가치가 상승될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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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76개국 750만 동포와 함께하는 해외동 포국제무역타운은 한국토지신탁, SBS컨텐츠허브 등의 공신력 있는 6개 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 하고, 경기도 의왕시 및 안성시의 파격적인 지원 을 통해 해외동포들의 쾌적한 주거와 안정적인 비즈니스도 가능하도록 조성되는 재외동포들을 위한 특별구역이다. 특히 의왕시는 백운호수 주변 0.955㎢(약 30여만 평)에 지식정보교류센터와 문화시설,수변공원 등 을 갖춘 ‘백운지식문화밸리’를 조성하고 그 중 해
Program 외동포국제 무역타운 조성을 첫번째 역점사업으 로 추진하고 있는 곳으로써, 서울 강남 서초역 에서 10여분 거리인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에는 300세대 규모의 타운하우스와 국제무역센터를 조성하고, 서울 강남에서 50분 거리에 위치한 안 성 해외동포국제 무역타운에는 600세대 가량의 고급전원주택과 국제무역센터가 추진되고 있다. 의왕시 해외동포국제무역타운은 “백운지식문화 밸리 도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 4월에 의왕시가 경기도를 거쳐 국토해양부로부터 도시 개발지역지구로 공식지정을 받은 곳으로써 의왕 시가 동 추진위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토지를 제 공하고, 안성시는 1400억을 투자하여 기반시설 을 지원함으로써 누구나 살고 싶은 집을 주변
시세의 절반값 수준에 드리는 파격적인 혜택 뿐 만 아니라, 분양금액의 60%까지 대출 (년이율 4.2~4.5%)도 가능해 구입시 부담이 없다. 또한 비즈니스에도 전념할 수 있도록 사무실을 1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혜택까 지 제공한다. 이번 테마형 주거 및 비즈니스 단지는 한국과 의 비즈니스로 잦은 한국방문이 필요하거나, 한 국내 주택을 모두 처분해 한국방문시 주거의 불 편을 겪던 해외 한인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 으로 보인다. 특히 쾌적한 주거환경에 익숙한 캐나다 및 밴쿠 버 한인들에게는 해외동포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 분양에 큰 관심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의향서 및 신청서 확인 = www.oktown.co.kr
아시아타운 동양의 품격이 느껴지는 전통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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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타운 나의 명예를 드높이는 곳
아메리카타운 나의 성공을 말해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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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의왕시 강남 생활권과 연결된 의왕시 백운호수
안성시 사통팔달의 교통요지에 자리안 한성시 사업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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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운 주택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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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유럽타운 주택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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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타운 주택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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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아메리카타운 주택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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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 space 한젬마의
크리에이티브 홈
만나자마자 집에 대한 철학을 쉼 없이 풀어놓는다. 아트 하우스, 갤러리 하우스라는 말이 난무하는 것에 대해 그녀는 할 말이 많다. 단순히 작품이 놓인 공간이 아닌 온 가족이 참여하고 창작할 수 있는 공간, 한젬마가 추구하는 아틀리에 하우스다. 기획_강민경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 헤어&메이크업_끌로에(02-512-5400)
한젬마의 집은 작은 갤러리 같다. 꼭 있어야 할 가구만 배치하고 나머지 공간은 자신의 작품으로 채웠다. 못 시리즈를 모티브로 제작한 의자, 조명은 물론 쿠션 커 버,작은 오브제까지도 그녀의 디자 인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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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한젬마는 화가다. 그러나 화가라는 말만으로는 그녀를 설명하기 어렵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했고 한국 과 미국, 일본 등지에서 아홉 차례의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트페어, 비엔날레 등 다양한 행사에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다. 여기까지는 ‘보통’ 화가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일반 대 중에게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더 유명하다. 다양한 TV 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국내 최초 미술 전문 MC 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그녀가 낸 미술 관련 서적만도 벌써 다섯 권이다. 전문가, 예술가의 영역이던 미술을 대중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작가라는 수식어가 그녀만의 차별 지점. 미술계에서는 이례적이고 독특한 행보다. 그만큼 한젬마는 영역의 넘나듦에 편견이 없고, 자유롭다. 한젬마의 작품 세계는 ‘관계와 소통’으로 함축된다. 미술과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상관관계 속에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1995년, 서로와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오브제인 못, 지퍼, 똑딱단 추 등을 주제로 한 작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 날 못 더미 안에서 사람의 형상을 발견한 한젬마는, 이후 그녀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못과 못을 연결해 사람의 모양을 본뜬 ‘못 사람’을 탄생시켰고 의자, 가로등, 정자 등 ‘못사람’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차례로 세상에 나왔다. 엄 마가 된 이후엔 새로운 영역으로 또 한 번 눈을 돌렸다. 남편의 업무차 2년 남짓 독일에 머물면서 창의적인 영-유아 교육에 큰 자극을 받은 한젬마는 일상 속에서 미술로 창의력을 깨우는 방법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녀답게, 또 한 번의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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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위치한 게스트 룸. 단순히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곳곳에 작품을 배치해 두니 집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한참 동안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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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그녀의 대표작이기도 한 못 시리즈 작업은 1995년에 시작됐다. 못과 못을 연결해 사람의 형상을 만든 ‘못사람’은 그 후 몇 년이 지나 탄생했다. 집 안에 있는 가구와 소품은 모두 못 시리즈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한 것.
감성을 자극하는 작은 갤러리 한젬마에게 집은 편안하게 쉬는 휴식처가 아니다. 그곳은 일터이자, 끊임없이 그녀를 자극하 고 창작하게끔 하는 곳이다. 작년, 이태원 주택가에 자리한 이곳으로 이사를 온 것도 집에 대 한 오랜 고민의 결과다. 40년도 더 된 낡은 집이라 공사를 하는 데만 5개월 이 걸렸다. 그녀가 공사를 진행하면서 세운 원칙은 두 가지. 본인을 위해 집 안에서 미술 작업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 그리고 남편과 딸을 위해 가족의 용도와 편이성에 맞춰 가장 편리한 동선을 만드 는 것. 2층 규모의 집은 군더더기가 없다. 집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클래식 모던으로 잡고 꼭 있어야 할 가구만을 배치하고 그 외의 공간은 자신의 작품으로 채웠다. 창밖으로 넓은 마당이 펼쳐지는 거실엔 소파와 테이블만 놓여 있지만 그녀의 작품 덕에 시선 둘 곳이 많다. 회의가 많은 남편을 위해, 사람들을 불러 집에서도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1층에는 게스트 룸을 만들 었다. 즉 남편을 위한 공간이다. 2층은 부부의 침실과 아이 방. 그러나 부부 침실을 제외한 다 른 공간은 아이를 위해더 신경 썼다. “독일에서 지내던 시절, 휴식의 개념을 넘어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아트 룸 호텔이 성행하는 것을 보며 영감을 받아 공간을 꾸몄어요. 그러나 그림 몇 점 걸린 ‘갤러리 하우스’ 를 지향하지는 않아요. 소파에 멀리 앉아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코앞으로 다 가오게 하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쳐다보게 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싶게 하는 공간으로 꾸 미고 싶었죠.” 만지고 싶고 들여다보고 싶고 열어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들은 한젬마의 집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의 집에 발을 들인 손님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이곳저곳 을 분주하게 움직인다.
Program
2_게스트 룸에 있는 금빛 조명은 고가 의 프랑스 제품인데 브랜드 창고 세일에 서 저렴하게 건져 온 것. 게스트 룸인 만 큼 화려함을 살리기 위해 과감한 컬러의 조명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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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모티브로 한 소품 취향 한젬마의 집에서는 ‘집이 곧 작품’이란 공식이 성립한다. 지하 공간에서 지상 2층에 이르기까지, 책상과 의자는 물론 조명, 난간, 컵, 심지어 쿠션 커버에 이르기까지 못 시리즈를 모티 브로 한 다양한 가구와 소품들이 통일감을 주며 곳곳에서 이 야기를 풀어간다. 침실과 게스트 룸에 있는 침구 역시 못 시 리즈 패턴을 넣어 제작한 것인데, 마음에 들지 않아 세 번이 나 다시 제작할 만큼 공을 들였다. 침실 사이드 테이블에 놓 여 있는 조명은 시장에서 만원짜리 조명을 사다가 ‘못사람’의 형태로 레이저 커팅한 금속을 달아 완성한 것. 집 안에서 고 가의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모두 저렴한 것을 구입해 아티 스트의 감각을 입혀 완성한 것들이라 더 흥미롭다. 거실의 소 파는 신혼 때부터 사용한 것인데, 쿠션과 등받이 부분만 에메 랄드빛 녹색으로 리폼해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신시켰다. 게 스트 룸의 포인트 아이템인 골드 조명 역시 창고 세일을 할 때 매우 저렴하게 건져 온 것. 발품 파는 쇼핑을 즐기는 그녀 는 시간이 날 때마다 청계천, 황학동, 방산시장 일대를 돌며 싼값에 ‘물건’을 건져 온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있는 조 명은 당장 전시장으로 가도 손색없는 ‘작품’이다. 청계천 일대 를 돌며 여러 개의 각기 다른 디자인의 조명을 저렴하게 구 입해 파이프, 집게 등을 이용해 모빌 형식으로 직접 디자인한 것인데, 딸 혜연이가 무척이나 좋아한단다. 모빌 형식으로 제 작하고 트럼펫 등의 악기를 걸어놓은 건 아이의 감수성을 키 워주기 위한 엄마의 친절한 배려다.
(위)2층으로 올라가는 천장에 설치된 조 명은 2 3 한젬마가 직접 디자인한 것. 청 계천, 황학동 일대를 돌며 저렴한 조명 을 사다가 아이디어를 입혀 모빌 형태로 제작했다. 조명을 악기로 연결한 아이디 어가 기발하다. 2_집 곳곳에는 ‘못사람’이 놓여 있다. 그녀는 못 시리즈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 는 모든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3_입구에 있는 벽 조명 역시 작품을 모티브로 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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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2층에 위치한 부부의 침실. 침대 헤드 자리에 커튼을 달고 가운데 십자가 오 브제를 배치하니 성스러운 느낌이 든 다. 침구는 못 시리즈를 모티브로 제작 한 것인데, 마음에 들지 않아 세 번이 나 다시 제작할 만큼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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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아이를 위한 공간. 아기때부터 쓰던 침대를 소파처럼 리폼하고, 작품 을 하고 남은 자투리 조각들을 모아 쿠션 커버를 만들었다. 카펫 위에 있 는 인형은 한젬마가 딸을 위해 직접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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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집은 창의력을 깨우는 아이의 놀이터 그녀가 최근 출간한『 그림 엄마』는 미술로 창의력을 깨우는 방법을 소개한 책. 한젬마는 아이 교육, 특히 창 의력 교육에 관심이 많다. 2층에는 딸 혜연이의 그림으 로 갤러리 월을 만들었고, 지하 차고를 개조해 만든 아 틀리에 한쪽의 작업 책상 옆에는 축소된 사이즈이긴 하 지만 아이의 작업 공간이 어엿하게 마련돼 있다. 벽면에 는 자신의 작품은 물론 최두수, 노상균 등 좋아하는 작 가의 작품을 걸어두고 한쪽에는 혜연이의 그림을 나란 히 붙여 놓았다. “작업실 한쪽에 수납장을 들여놓고 혜연이 그림을 모으 고 있어요. 전 이사를 많이 다녀서 어릴 때 그린 그림이 거의 없어졌거든요. 그게 얼마나 아쉬운지요. 그래서 32 칸짜리 수납장을 주제별로 나누고 아이 그림을 하나둘 모으고 있는데, 나중에 혼수로 줄 생각이에요.” 방은 혜연이의 놀이터다. 미끄럼틀 등 다양한 놀이 기 구를 들여놓아 아이는 이곳에서 쉴 새 없이 뛰놀며 상 상력을 키운다. “아이들은 노는 게 곧 일이고 공부잖아요. 조금이라도 더 활기차게 놀 수 있는 공간, 상상력이 샘솟는 공간으로 만 들려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혜연이는 또래 아이보다 감 성이 풍부하고 예술적인 감각도 뛰어난 편이에요.” 꽃과 나무가 있는 마당도 혜연이의 또 다른 ‘작업실’이다. 마당 한쪽에 미니모래 놀이터를 만들어 아이가 흙을 밟 을 수 있게 했고, 그 옆에는 안이 들여다보이는 비닐 아 틀리에를 설치해 놓았다. “마당을 꾸밀 때도 어떻게 쉴까가 아니라 마당에선 무 슨 작업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비닐 아틀리에 를 만드는 건 돈이 많이 들지 않아요. 원하는 사이즈대 로 PVC 비닐을 입히고 볼트와 너트로 조여주면 그만이 에요. 아이가 그림을 그리겠다고 할 때마다 신문지를 깔 아주고 물감을 꺼내고 다 그린 후에는 다시 정리하고 치
워야 한다면, 그건 엄마에게도 부담이고 아이 역시 자유 롭게 ‘작업’을 할 수가 없거든요. 아이도 나름의 영감이 떠올랐을 때 뭔가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언제라도 원 하는 것을 할 수 있도 록 준비된 환경을 만들어줘야죠.” 혜연이는 볕이 좋은 날이면 마당의 비닐 아틀리에로 뛰 어나가 햇빛을 받으며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한다. 마당 의 꽃 역시 아이를 위해 최대한 다채로운 색으로 다양 하게 심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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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2층은 아이를 위한 공간. 아기때 부터 쓰던 침대를 소파처럼 리폼하고, 작품을 하고 남은 자투리 조각들을 모 아 쿠션 커버를 만들었다. 카펫 위에 있 는 인형은 한젬마가 딸을 위해 직접 만 든 것.
마당은 혜연이의 놀이터다. 마당 한쪽에 미니 모래 놀이터를 만들 고, 아이가 자연을 보며 자랄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꽃을 심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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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아틀리에 벽면에는 자신의 작품과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그리고 혜연이의 그림을 걸어놓았다. 창의력이 샘솟는 공간이다.
(우측)지하 차고를 개 조해 만든 가족만의 아틀리에. 엄마와 딸 은 나란히 앉아 자유 롭게 작업을 한다.
‘엄마’ 한젬마의 일상 아티스트가 아닌 ‘엄마’ 한젬마는 철저하게 가족 중심주의다. 웬만해선 아이와 늘 함께하려고 애쓴다. 한젬마는 아이와 자주 화방 나들이를 가고 미술관을 찾는다. 같은 소재를 주제로 한 다 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한 소재를 두고 화가마다 얼마나 다양하게 그렸는지를 느끼게 한다. 아이와 함께 보았던 명화들을 벽에 붙이거나 액자에 넣어 걸어두면 아이는 그 앞에서 한 참 동안 시간을 보낸다. “우리나라는 아이가 가는 곳,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잖아요. 전 어디든 최 대한 혜연이와 함께 가려고 해요. 심지어 전시 오픈 때도 아이 손을 잡고 갈 정도죠(웃음).” 업무와 관련된 곳이라도 여건이 된다면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그녀의 원칙이다. 한창 엄마 손 이 필요한 아이를 일 때문에 소홀히 하고 싶지 않고, 또 그렇게까지 하며 자신의 욕심만 챙기고 싶지 도 않다. 남편과는 마당을 가꾸며 취미를 공유한다. 그녀에게 마당 속 자연은 기쁨과 위로를 안겨 주는 작은 갤러리다. 관리하는 데 손도 많이 가고 시간과 정성도 만만치 않게 들지만, 이 시간은 부부에게 명상의 시간이고 온전하게 소통하는 시간이며 휴식의 시간이다. 그녀의 가드닝 스승은 다름 아닌 시부모님. 은퇴 후 강원도 산골로 거처를 옮기신 시부모님은 된장, 고추장은 물론 콩, 감자, 고구마, 채소 등을 수시로 보내오신다. 마당의 꽃들 중 상당수는 시부모님이 키우던 것들이 이사 온 것. 한젬마는 요즘 마당 가드닝을 통해 인생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아 이를 키우는 일과 꽃이나 화초를 키우는 일, 그리고 자신이 성장하는 일은 다르지 않다. “사실 어른과 아이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림 엄마』가 영・유아를 위한 책이라면, 지금 준비하 고 있는 건 기성세대의 창의력 계발을 위한 책이에요. 미술은 창의력을 깨우는 가장 좋은 도구 거든요.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일을 계속 해나갈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나와 아이 를 동시에 성장시키며 오랜 꿈인 미술로 봉사하는 삶을 실천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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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따라 카펫을 쓰는 취향 카펫은 겨울에 잠깐 쓰는 소품이라 여름엔 말아서 보관할 공간이 없다며 사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을 바꿔보자.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신소재 카펫이 등장했고 여름에 쓸 수 있도록 가공한 울 소재 카펫도 있다. 기획_조유미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 스타일링_이정화(시에스타) 제품 협찬_인엔(02-3446-5102), 산타모아(02-512-3831) 카우라(02-423-5586), 프라임카펫(02-535-2734), 한일카페트(1566-5900)
친환경 페이퍼 카펫은 화문석과 비슷한 느낌이 나 여름에 사용하기 좋다. 나무와 종이를 이용한 친환경 신소재로 만들어진 핀란드 브랜드의 미니 카펫. 900×1500cm 가격 미정·우드노트 by 인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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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나무와 비닐, 카펫의 소재가 되다
핀란드 브랜드 우드노트는 나무와 종이를 이용 해 ‘종이 실’이라는 기능성 친환경 섬유를 만들었 다. 이 새로운 섬유는 카펫, 매트, 침구 등에 사용 되는데 먼지나 오염 물질을 끌어들이지 않기 때 문에 합성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들 이 사용하기 좋다. 또 기존 직물의 염색 과정에서 나오는 염소 가스가 발생할 일이 없고 중금속과 합성물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처럼 카펫에 사용 하는 소재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 특 히 청소하기 용이한 실용적인 소재가 대거 등장 했다. PVC라 불리는 인조 가죽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비닐 소재나 종이 소재의 하나인 사이잘 카 펫은 물걸레로 닦을 수 있어 편리하다.
멀리서 보면 잔잔한 무늬지만 가까이 보면 얇은 줄을 촘촘히 엮어 만든 PVC 소재 카펫. 6.6㎡ 기준 45만원·프라임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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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냉기 잡아주는 천연 울 카펫 카펫 전문 브랜드에서는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도 록 섬유 자체에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들어 있는 천연 울 소재로 카펫을 만들고 있다. 타일로 바 닥을 깐 집에서는 여름에도 바닥의 냉기를 막아줄 러 그나 카펫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럴 때 천연 울 소재 카펫이 안성맞춤이다.
천연 울 소재 디자인 카펫. 170×230cm 가격 미정·한일카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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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공간별로 만들어 쓰는 폴리에스테르 카펫 물빨래하기 좋고 털이 잘 빠지지 않는 폴리에스테르 카펫은 사 이즈별로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고급 스러운 분위기와 포인트를 주는 인테리어 요소로 카펫이 주목을 받으면서 욕실과 주 방 등 여자들의 활동 공간을 중심으로 카펫의 응용 영역이 넓어 지고 있다. 공간별로 잘라 쓰는 폴리에스테르 카펫은 이러한 스 타일링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아이템이다. 컬러도 여러 가지라 비 슷한 채도의 투톤 폴리에스테르 카펫을 여러 개 이용하면 한결 스타일리시하게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폴리에스테르로 제작된 투톤 카펫. 섀기 파일로 만들어져 강아지 털처럼 복슬복슬한 느낌이 난다. 100×150cm 각 23만원·카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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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대로 디자인하는 맞춤 카펫 주문 제작 카펫은 보통 수입 브랜드에서만 가능한 얘기였는데 이 제는 국산 브랜드도 주문 제작이 가능해졌다. 한일카페트 등 카 펫을 취급하는 모든 브랜드에서는 기본적으로 주문, 맞춤 제작 이 가능하지만 그들의 디자인 샘플 안에서 골라야 하는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 오더메이드 전문 국내 카펫 브랜드 카우라에서 는 사이즈, 디자인, 소재, 털 길이, 직조의 방식까지 디테일하게 100%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이정화씨는 “지금 사서 사계절 내내 쓰 려면 까슬까슬한 아크릴 소재를 이용한 오더 메이드 맞춤 카펫 을 사용해 보라”고 일러준다. 맞춤 카펫은 거실용부터 현관 매트 까지 취향에 따라 제작할 수 있다. 프린트할 패턴을 선택한 뒤 원형, 타원형, 꽃 모양 등으로 형태를 결정하면 소재는 물론이고 파일 높이까지도 원하는 대로 만들어준다.
핸드메이드로 판화를 찍듯 꽃 모양을 넣은 와인색 카펫은 천연 울과 실크가 섞여 있는 제품. 160×230cm 150만원·프라임카펫
천연 울 소재로 제작된 원형 카펫. 200×300cm 130만원·카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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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전선 조명은 디자이너 박진우의 작품, 화이트 체어는 140만원·산타모아, 패브릭 쿠션은 가격 미정·한일카페트
내구성이 우수한 BCF와 아크릴을 혼방한 화이트 카펫. 160×230cm 140만원·카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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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위트있게, 조명 한 점 ‘공간의 숨은 조력자’ 조명 하나가 집 안 표정을 바꾼다. 기획_강민경 기자 사진_강민구(studio lamp) 촬영 협조_몰테니&C(02-543-5093), 루밍(02-6408-6700) 디사모빌리(02-512-9162), 와츠(02-517-3082), 필립스(080-600-6600), 코시스홀딩스(1588-9820)
조희선씨는…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은 물론 스타의 집까지 개조 해 주는 요즘 가장 ‘몸값’ 높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업계에서 그녀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잡지와 방송을 통해 ‘인테리어 멘토’로 활약하고 있는 그 녀는 최근 자신만의 개조 노하우를 담은 『홈 디자 인 스토리』(중앙m&b)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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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조형미가 돋보이는 테이블 램프 는 이탈리아 브랜드 다네제 밀라 노 제품. 화이트와 레드의 컬러 조화가 감각적이다. 41만원-루밍 면이 없이 선으로만 만들어 진 독특한 디자인. 리네로제 제품으로 스몰, 라지 사이즈 중 선택할 수 있다. 가격 미정-디사모빌리 현대적인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대명사로 꼽히 는 베르너 팬톤의 판텔라 램프. 화이트 컬러는 오늘 날 유일하게 생산되는 에 디션 제품. 137만원-몰테니&C
조형미가 뛰어나 기능성을 넘어 오브제 역 할을 톡톡히 하는 플로어 램프. 소리와 빛 을 투과하는 특수 개발된 PVC 시트를 이 용해 만들었다. 디자이너 성병권의 제품. 가격 미정-코시스홀딩스
조명 디자인의 아이콘, 이탈리아 브랜드 아르테미데 의 테이블 램프. 눈사람을 형상화한 사랑스러운 디 자인으로 헤드를 움직여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29 만원-루밍
실제 나뭇가지로 스탠드의 기둥 을 세운 기발한 제품. 심플하면서 도 멋스러운 디자인으로 환경 친 화적인 분위기가 난다. 블루 네이 처 제품. 가격 미정-와츠
은은한 빛을 내는 LED 캔들 라이 트. 낱개로 두어도 예쁘고 받침대 에 여러 개를 함께 올려 놓아도 색 다른 분위기를 낸다. 6개 세트 12 만원-필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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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감동 도전
‘평창 드림팀’의 비공개 파일 삼수에 성공했다. 김연아가 울었고, ‘평창의 여인’이라는 톱스타가 생겼다. 일본에서 만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입양아 스타 토비 도슨의 연설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감동 PT’에 얽힌 뒷얘기와 남아공 더반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평창 드림팀’의 열흘을 취재했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중앙포토, 연합포토, 권철(재일 사진작가) 제공
개최지 투표 당일, 프레젠테이션을 끝낸 한국 유치위원 단 멤버들이 청중에게 박수를 받고 있는 사진. 이날 평 창은 3개의 후보 도시 중 마지막 순서로 PT를 진행해 인상적인 마무리로 좋은 점수를 얻었다.
①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 남아공 현지 인터뷰
을 알렸다.
② 더반 감동은 어디서 왔나, 평창 PT 비하인드
개최 도시 투표를 앞두고 남아공 더반에서 최종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는
③ 자크 로게 IOC 위원장 도쿄 인터뷰
데, 김연아는 한 달 내내 PT를 연습하느라 원고를 죄다 외웠다고 했다.
④ 유치 확정되던 ‘더반의 그날’ 풍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까지 재미있는 사연이 많다. 한국의 프레젠테이
⑤ 김연아, 문대성, 토비 도슨… 드림팀 젊은 피
션을 감수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 테렌스 번스는, 8년 전 캐나다 밴쿠
⑥ 눈물의 삼수생, 평창의 17년 감동 도전기
버, 4년 전 러시아 소치의 유치 활동을 도와 평창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 던 인물이다. 유치위 관계자들이 ‘그 사람은 정말 꼴도 보기 싫다’고 손 사레를 치던 사람이지만 올해는 “우리 약점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평창 열풍이다. 10년 동안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 도전 만에 거둔 감동
며 스카우트해 직접 PT를 맡겼다.
적인 성공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유치전 막바지, ‘힘을 더 보태달
광고 대행사 제일기획은 프레젠테이션 영상 제작 전반을 맡아 120억(내
라’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의 요청에 이명박 대통령
부 추정)짜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평창 자원봉사자 중에는 유치 활동
이 일정을 이틀 앞당겨 남아공으로 날아갔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을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남아공으로 날아온 아들도 있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한 명을 만나려고 2시간씩 기다리며 평창
그들의 사연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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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평창의 여인 나승연 유치위 대변인
남아공 현지 인터뷰
“불가능해 보여도, 원하고 노력하면 되더라”
글_전수진(중앙 SUNDAY 기자)
그녀는 평창이 낳은 최고의 스타다. ‘더반의 여신’ 으로 불리는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이하 유 치위) 나승연 대변인의 얘기다. 유창한 영어와 세 련된 외모, 화려한 언변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이 끈 그녀를 개최 확정 후 남아공 호텔에서 인터뷰 했다. 그녀의 방에는 여전히 평창에 관한 각종 자 료와 현지 영어 신문들이 가득 차 있었다. “엄마 TV에서 봤어, 집에는 언제 와?” 하며 울먹이던 아들…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그녀가 제
일 먼저 한 일은 한국의 아들 나일 군에게 전화 를 거는 일이었다. 올해 다섯 살 난 아들은 “엄 마 텔레비전에 나온 거 봤어, 그런데 집에는 언 제 와?” 하면서 울먹였다. 나승연 대변인은 지난 1년 반 동안 지구를 열 바 퀴 넘게 도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어린 아들은 엄마를 평창에 완전히 뺏겼던 셈이다. 하 지만 나 대변인은 “2018년쯤 되면 나일이도 ‘그때 우리 엄마가 굉장했었구나’ 하면서 조금은 자랑 스러워해 주지 않겠느냐”라면서 웃었다. 평창의 승리가 확정된 후, 기자와 만나 뒤늦게 털어놓 은 얘기다. 공식 일정을 대부분 끝내놓고 편하게 얘기를 나 누는 자리. 대화는 그녀가 가장 편하게 구사하는 영어로 진행됐다. 나 대변인은 외교관인 아버지 를따라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자랐다. 영어와 프 랑스어에 능통하고 서구적인 스타일의 매너가 몸 에 밴 것은 그래서다. 그 언변과 세련됨에서 풍기
는 포스 덕일까. PT 후 인터넷에 접속해 보니 이 미 난리였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전부 그 녀 차지였고, 호텔 방에서 기자와 얘기를 나누는 순간에도 여기저기서 축하 전화와 안부를 묻는 연락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나 대변인은 “한국에서의 분위기는 들었는데 (인기가) 며칠이나 가겠느냐”고 하면서 조심스러워했다. 이미 현지에서도 여러 건의 인 터뷰 요청이 있었지만 가급적 사양했다. “모두가 힘을 합쳐서 이룬 성과인데 몇 명한테만 관심이 쏠리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고 말하며 갑작스 러운 관심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수개 월 동안 IOC를 취재해 본 바, 이런 차분함과 겸 손한 인성은 사실 나 대변인의 오랜 강점이다. 유 치활동을 위한 오랜 여정에서 나 대변인은 거의 매달 세계 각지를 돌며 여러건의 프레젠테이션 과 기자 회견을 담당했다. 그때마다 기자 회견 분 위기를 부드럽게 이끌며 세련된 카리스마를 보 여왔다. 눈물 꾹 참고 끝낸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숨 가쁘게 달 려온 끝에 ‘평창’이 호명되던 순간, 과연 어떤 기 분이었을까. 나 대변인은 여러 수식어를 동원해 가면서 그때의 감정을 표현했다. “모든 것이 정 지하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꿈같은 순간이었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이랑 마구 부둥켜 안 고 눈물을 흘렸죠. 순식간에 정말 온갖 감정이 복받쳤어요. 아마 그 순간은 앞으로도 평생 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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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할 것 같아요.” 이번 유치 활동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프레젠테이션 시간. 그녀 는 연설 직전에 조금 긴 장해 입이 마르고 순간적으로 ‘단어가 꼬여서’ 당 황했지만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첫 마디를 시작 했다고 한다. “IOC 실사단을 맞이하던 평창분들의 모습이 갑 자기 생각났어요. 비인기 종목 국가 대표들이 저 변 확대를 위해서라도 꼭 유치해 달라고 당부하 던 기억도 났고요. 그래서 마음이 동해 잠깐 눈물 이 날 뻔했어요. 그런데 제 앞에서 도지사 출신인 김진선 특임대사가 강원도 얘기를 하면서 한 번 눈물을 보였거든요. 저까지 울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꾹 참았죠.” ‘평창 프레젠테이션’은 모두 8명의 ‘드림팀’으로 구성됐다. 김연아와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출신 스포츠 스타 토비 도슨, 태권도 국가 대표 출신 문대성 IOC 위원 등 젊은 피와, 이명박 대통령, 조양호 유치위원장, 이건희 IOC 위원 등 정-재계 인사로 구성된 화려한 라인업이다. 이 쟁쟁한 멤 버들 사이에서 나 대변인이 맡은 역할은 IOC 위 원들이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평창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대변인은 “오랫동안 IOC 위원들의 몸짓과 그들 이 미소 짓는 법, 그리고 대화법까지 익혔다”고 말했다. “위원들의 마음을 사려면 그들의 언어로 말을 해야 하는데 이건 ‘어휘력’과는 다른 문제” 라는 설명이다. 8명 중 마지막 주자로 나선 그녀는 감동을 주는 메시지로 프레젠테이션의 대미를 장식해야 할 필 요도 있었다. 인위적이지 않게 그들의 마음을 움 직여야 했고, 최선을 다해 메시지를 전달해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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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스스로도 눈물이 고일 만큼 최선을 다해 연 설했다. 그녀는 참았던 눈물을 평창이 개최지로 발표된 이후에 한꺼번에 터뜨렸다. 총회에 참석했던 세 계 각국의 IOC 위원들이 다가와 한국 스태프들 을 축하했는데 가장 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사람 이 나 대변인이었다. “진정으로 원하면 꿈은 이뤄진다는 걸 실감했어 요. 불가능해 보이는 꿈도 내가 진심으로 원하고, 거기에 올라서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실제로 된다는 걸 직접 체험했죠. 평창의 꿈을 이룬 것 도 행복하지만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귀국 후 밝힌 프레젠테이션 비하인드 스토리 나승연 대변인은 지난 7월 15일, 귀국 후 서울 광 화문 프레스센터의 유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들 과 한 번 더 만났다. 이 자리에서 프레젠테이션 당 일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다. “솔직히, 나도 떨렸다” 행사장은 크고 어두운데 조명은 오직 무대의 연사 에게만 집중됐다. 청중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거라 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가보니 IOC 위원들의 얼굴이 보였다. 순간 떨렸지만 친한 위원들의 얼굴을 보고 시선을 맞추면서 긴장을 풀어갔다. “김연아 PT, 소리가 영상보다 3초 늦게 나왔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발표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 됐다. 이때 기술적인 실수로 소리가 영상보다 조금 늦게 나왔다. 그 순간 너무 괴롭고 마음고생이 심했 었노라고 털어놨다. “조양호 위원장 PT, 갑자기 노래가 흘러나왔다” 조양호 위원장이 발표할 때는 갑자기 IOC 노래가 나왔다. 조 위원장은 당황한 내색 없이 멘트를 계속했다. 다행히 IOC 리더십에 관한 부분 이어서 참가자들은 효과음으로 착각했다.
Program
더반의 감동은 어디서 나왔나
평창 PT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투표 당일, 한국의 프레젠테이션이 남아공을 흔들었다. 잔잔함 속에서도 깊은 감동을 줬다는 평가다. 한국의 슬 로건은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이었다. 올림픽 전문 사이트 ‘어라운더링스’는 이번 PT에 대해 평창 9점, 뮌 헨 7점, 안시 5점을 줬다. AFP 등 외신은 “대통령의 진심 어린 지지 호소와 피겨 챔피언 김연아의 매끄러운 연설, 입양아 출신인 미국 스키 스타 토비 도슨의 스토리텔링 으로 이어진 평창 프레젠테이션은 한 편 의 잘 짜인 드라마 같았다”고 평했다. 역발상 신의 한 수, ‘원수’를 영입해 ‘전권’을 맡기다 PT를 준비하기 전, 유치위원회는 두 가지 ‘개혁안’을 내놨다. 우선 스포츠 국제 대회 유치전의 대가인 미국인 전문가 테렌스 번스를 프레젠테이션 총감독으로 영입했다. 그는 미국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올림픽 전문 컨설팅 회
김연아는 더반의 톱스타였다. 현지 피겨 꿈나무들은 김연아와의 짧은 만남에 크게 감동했다. 오른쪽 페이지 사진은 김연아가 공 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현지 사진들.
사 헬리오 스파트너스의 대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등 굵직한세계 대회를 유치해 스 포츠 마케팅 업계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확정된 후에도 2015년 러시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를 성공시켰다. 재미있는 것은, 테렌스 번스가 지난 10년 동안 밴쿠버와 소치의 유치활동을 진두지휘하면서 평창에 두 번이나 패배를 안겼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다. 아무래도 유치위 관계자들에게는 껄끄러운 인물이 었다. 유치위에서 오래 활동했던 한 간부는 “경쟁을 하 다 보면 우리의 장점을 부각시키는것도 중요하지만 경 우에 따라서는 상대 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흘려 야 할 때도 있는데, 헬리오스는 우리를 두 번이나 ‘물 먹 인’ 회사여서 감정이 안 좋았던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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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또 다른 스태프는 “발음이 비슷한 헬리콥터도 타기 싫었다”고 했다. 하지만 조양호(한진그룹 회장) 유치위 위원장은 위원장 에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테렌스 번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물론 반대가 만만찮았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우리의 약점을 냉정하게 알고 있 는 능력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반대파들 을 일일이 만나 설득했다. 결국 테렌스 번스는 이번 프 레젠테이션 전략을 전체적으로 감수하면서 평창 승리에 적잖은 공을 세웠다. 최근에는 그의 아버지가 한국전 참 전 용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말하자면 왕년의 원수 와의 완벽한 ‘관계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전부 대단히 노력했고 열린 사고로 자신을 대해 결국 원 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영리한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게 뭔지 알고, 또 그걸 아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줄 안다. 프레젠테이션에 나 선 모두가 그랬다. 그들은 정말 열심히노력했다. 김연아 는 스마트하고 멋졌으며, 나승연 대변인은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서 가장 프로페셔널했다. 조국에 대한 애정과 신념도 대단했다.” PT로 홈런 친, 제일기획의 ‘삼 세 번’ 또 하나의 개혁은 PT 영상을 제작하는 ‘제일기획’으로 향했다. 지난 두 번 의 유치 활동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담당했던 제일기획도 칼을 갈며 ‘삼 세 번’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식 홍
감동 PT 1등 공신 테렌스 번스, “평창은 변했고, 한국은 스마트했다” 테렌스 번스는 투표가 끝나고 미국으로 돌 아가『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그가 공개한 평창의 홍보 포인트는 곧 유치위의 전략과 완벽 하게 일치했다. “올림픽 유치 활동의 트렌드도 변했다. 이제는 ‘올림픽 때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가 아니라 ‘우리는 왜 올림픽 을 원하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예전의 평창에는 이게 없 었다. 평창은 늘 ‘남북한의 평화’에 대해서만 말해 왔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올림픽 유치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지평’이라는 브랜드를 입혔고 이것은 한 국뿐 아니라 올림픽 운동 전체를 관통하는 힘 있는 메 시지가 됐다.” 그는 ‘평창 드림팀’ 멤버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들은
보 일정을 앞두고 유치위는 평창 프로젝트에 경쟁을 붙 였다. 제일기획을 포함한 또 다른 대형 광고사들이 PT 를 겨뤄 유치위의 마음을 움직이는 곳에 영상 제작을 맡 기기로 한 것. 그동안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많이 쏟 았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제일기획의 관계를 염두 에 둔다면 쉽지 않은 결정일 수도 있었다. 경쟁은 제일기획 입장에서도 좋은 자극제가 됐다. 제일 기획 관계자들은 “어쨌든 우리도 두 번이나 실패했기 때 문에 제대로 명예 회복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최선 을 다해 준비했다”고 밝혔다. PT 제작을 진두지휘한 영 상디자인팀 임종성 팀장과 이홍석 PD는 지난 10개월 동 안 쉬었던 날은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고 한다. 사 람들이 중계로 본 PT는 딱 4편 이지만 유치 활동을 위 해 제일기획에서 제작한 영상은 40편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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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제일기획은 경쟁사와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에 ‘마스터’ 3명이 총출동해 직접 PT에 나섰다. 마스터는 본부장급 임원이다. 일반적으로 팀장 선에서 진행될 일이었지만, 그만큼 회사의 명예를 걸고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얘기 다. 제일기획은 결국 유치 활동에 공식 참여했고 감동적 인 영상을 연출해냈다. PT가 끝난 후 경쟁 도시였던 프 랑스 안시의 관계자가 유치위를 찾아와 “정말 감동적이 었다”는 인사를 건넸고, AP통신 등 외신 기자들은 “평창 이 PT로 홈런을 쳤다”고 했다. 영상을 본 사람들 중 일 부는 “평창의 최종 PT가 최근 몇 년간 국제 대회 유치 경쟁 PT 중 최고”라고 칭찬했다. 여기서 여담 하나. 나 승연 대변인은 프레젠테이션 첫 연습 도중 혼자 마음이 동해 울었다고 했다. 멤버들의 마음가짐과 영상의 완성 도가 그 정도였다. 평창 드림팀의 PT 전략, ‘발음도 억양도 전부 외워라’ 평 창 프레젠테이션은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짰다. 제일 기획이 기획의 틀을 잡았고 테렌스 번스의 조언을 더 해 큰 그림을 그린 다음, 영상 제작은 영국 업체와 협력 했다. 대신 김연아가 발표한 주력 영상은 한국에서 제 작했다. 유치위 이병남 평가준비처장은 “최근 국제 대회 관련 PT는 전부 감성에 호소해 투표인단의 마음을 움직이려 고 애쓴다”고 설명하면서, “그동안 한국은 평화나 분단 같은 주제로 묵직한 감동을 주는 전략을 세웠지만, 이 번에는 순수하게 스포츠 얘기로만 감동을 주려고 했다” 고 말했다. “또 다 른 김연아가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 것들이 그런 부분이다. 담백하고 진솔한 멘트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스 피치 전문가가 필요했다.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할 정, 재 계 인사들은 연설 준비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조양호 위원장은 영국의 스피치 트레이닝 전문가를 찾
아가 섭외해서 일주일에 3번, 한 번에 2시간씩 연습했다. 발표자들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동영상은 물론이고 처칠 수상과 케네디, 링컨 전 대통령의 연설 음성을 구 해 달달 외울 만큼 들었다. 유치위위원들과 함께 남아공에 다녀온 제일기획의 한 관계자는 “투표 전날에 는 발표자 8명 모두 연설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완벽하 게 외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몇 번 을 연습해도 억양과 발음이 똑같은 수준까지 올라가 있 었다고 한다. 드림팀의 프레젠테이션에 힘을 실어준 사람이 바로 테 렌스 번스 대표였다. 영상이 완성되면 테렌스 번스가 내 용에 맞게 발표자를 배당하고 전략 을 짰다. 그는 연설 내용은 물론이고 손짓 하나까지 일일 이 체크하면서 그림을 만드는 스피치 전문가이기도 했 다. 그가 “대통령도 예외 없이 1시 간 연설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해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이 조심스레 이명박 대통령에게 의향을 물었다는 뒷얘기도 있다. 그날 대 통령은 ‘당연히 해야지’라고 대답했다.
평창 프레젠테이션은 120억원? 유치위가 본격적으로 PT를 준비한 건 작년 여름부 터다. 후보 도시가 발표된 게 작년 7월이었고 공식 적인 홍보 활동은 그 이후부터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일기획이 만들어 IOC 위원들 앞에서 소개 된 크고 작은 영상만 40편 정도다. 국내 굴지의 광 고사인 제일기획입장에서도 굉장히 큰 프로젝트다. 이런 대형 프로젝트의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 광 고업계 관계자들은 “PT 제작비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1년 반 동안의 활동을 전 부 따지면 100억~120억원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 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제일기획 관계자들은 “아 직 그동안 진행됐던 제작 활동에 대한 결산이 끝나 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규모가 크기는 할 것”이라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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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성공에 대해 물었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 도쿄 인터뷰 지난 7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자크 로게 국제올 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났다. 그가 전임자 인 고(故)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의 뒤를 이어 임기를 시작한 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그는 “나도 솔직히 많이 놀랐다”고 전했다. 포커 페이스로 유명한 자크 로게 위원장은 “평창과 뮌 헨의 표차가 커서 놀라는 바람에 표정관리를 못 했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글_전수진(중앙 SUNDAY 기자)
평창의 프레젠테이션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봤나
이명박 대통령이 영어로 직접 국가의 지원을 보증한 측 면도 작용했겠지만, 스포츠맨으로서 본인의 경험을 부 각시킨 것이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이전 국제스포츠연맹을 통해 처음 만났으며 ‘스포츠맨’으로서 이 대통령을 잘 기억한 다. 김연아 선수의 프레젠테이션도 좋았지만 개인적으 로는 한국 입양아 출신인 미국인 스키 메달리스트 토비 도슨의 프레젠테이션이 매우 인상 깊었다. 아직 평창을 방문한 적이 없다
조직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유치 성공 후 평창측에서 3개월 안에 조직위를 구성하겠다고 약속 했다. 지금껏 유치전에서 멋진 날씨의 평창을 근사하게 묘사해 놓은 비디오를 정말 많이 봤다. 앞으로도 같은 장면을 보게 되길 바란다(웃음). IOC 위원장으로서 지난 10년을 돌아본다면
청소년 올림픽인 ‘유스 올림픽’을 만들어 지난해 7월 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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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포르에서 1회가 개최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엄격히 금지해 공정성을 높인 것을 들고 싶 다. 그리고 평창이 성공을 거둬 내 재임 기간 중에 유치 한 것이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올림픽을 성 공적으로 치러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은 어떤 사람이 되는 게 좋을까
남자든 여자든 첫 번째로 팀을 잘 이끌 수 있는 리더십 을 갖춰야 한다. 둘째로는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경기 운 영을 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정계와 재계 모두와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이
Program 길 바란다. 또 중요한 건 소통 능력이다. IOC와의 소통을 얘기하는 건가
IOC와의 소통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올림픽에 대한 메시 지를 앞으로도 계속 한국 국민의 가슴에 불어넣을 수 있 는 소통 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조직위가 운영될 7년 동안 선거 등 많은 변수가 있고 조직위 구성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으나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것 도 짚어두고 싶다. 국제스포츠계의 1인자이자 경제 전문지『포브스』가 최 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가운데 67위로 꼽 은 로게 위원장은 벨기에 요트 선수출신이다. 스스로를 ‘ 침착하고, 점잖고, 조금은 지루하고, 효율적인 사람’ 이라고 농담 삼아 표현한다. 특히 효율성은 그가 아주 중시하는 가치다. 그가 눈썹 하나만 치켜세워도 그의 비서들이 척척 알아 서 움직일 정도라고 한다. 한 IOC 직원은 “농담을 좋아 하는 따뜻한 성품이지만 일을 할 땐 효율적으로 하는 걸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그런 그에게 최근 국내에서 논의 된 남북 공동 개최나 분산 개최는 ‘효율성’ 차원에서 위 배되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컵이 성공하기까지 매우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 문화와 환경이 다른 두 국가가 한 경기를 치러내 는 건 쉽지 않다. 물론 남북 단일 팀, 개막식 공동 입장 같은 상징적 조치들은 환영할 만하다. 지금 까지 두 번(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공동 입장이 있었고, 다시 그 장면을 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단일 팀 구성과 공동 입장을 위해 남북 올림픽위원회 와 폭넓은 협의를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만일 단일 팀이 구성되면 선수들의 출전권이 줄어들 수 도 있는데, 추가 배정은 가능한가
남북이 단일 팀 구성을 원한다는 강력한 신호도 없는데 벌써 그런 문제를 논하는 건 너무 이르다. 또 거의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얘기다. 다른 두 팀이 한 팀을 구성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해결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다. 먼저 남북 양측 파 트너들의 협의가 우선이다. 공동 훈련 캠프를 만 드는 것도 IOC의 결정사항은 아니지만 환영할 만 한 방법이다.
공동 개최나 분산 개최가 안 된다지만 IOC와 협의하면
평창의 승리가 확정된 뒤 열린 IOC 집행위원회에서
이미 제출한 계획을 변경하거나 평창에 가까운 북한 도
2020년 하계 올림픽에 가라테나 우슈 같은 무술 종목
시에서 몇 경기를 치를 수도 있지 않은가
추가를 고려하기로 결정했다. 혹시 태권도가 위험해지
평창은 이미 IOC에 제출한 계획을 실현하는 것만 으로도 2018년 2월 개최까지 밤낮 없이 일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개최와 합리적인 경기 운영 을 위해서는 지금도 할 일이 산더미 같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 분산 개최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건 우리가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는 건 아닌가
보나
개인적으로는 태권도에 비관적이지 않다. 물론 태권도가 완벽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떤 종목 이든, 협회에서는 자신의 종목을 더 육성하기 위 해 노력해야 한다. 솔직히 태권도가 유도나 가라 테 같은 다른 무술 스포츠종목과 경쟁을 해야 하 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태권도 자체에 특정한 문 제점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2002년 한·일 월드
도쿄가 2020년 하계올림픽에 도전할 텐데, 평창이 2018
단일 팀 구성이나 개막식 공동 입장 가능성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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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다면 2020년에는 아시아가 아 닌 다른 곳에서 개최되는건가
대륙별로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는 인식은 없다. 도쿄는 2016년 올림픽 유치에서 그저 런던에 졌 을 뿐이다. 평창처럼 더 강력한 유치 후보 도시가 돼서 나타날지가 관건일 뿐, 평창과 같은 아시아 도시라는 건 문제가 안된다. IOC가 추구하는 건 경기의 질적 수준이지 도시 위치가 아니다.”
평창 유치 확정되던‘더반의 그날’은… “힐튼호텔 유니폼에 태극기가 꽃혔다 ” 승리를 확인하기 직전까지는 숨 막히는 긴장의 연속이었 다. 현지시각 7월 6일오후 3시 35분. 자크 로게 IOC 위 원장의 표정도 살짝 굳어 있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 최지를 결정하는 IOC 총회에서 무기명 비밀 전자 투표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다. 투표 결과가 처음으로 뜨는 곳 은 로게 위원장의 모니터다. 로게 위원장은 소문난 포커페이스로 여간해선 얼굴에 감 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스마트한 유머와 세련된 매 너로 여유 있게 바로 받아넘긴다. 그런 그도 투표 결과 를 보고 놀란 속내를 잠깐 드러낸 것이다. “평창 63, 뮌 헨(독일) 25, 안시(프랑스) 7”이라는 결과가 떠 있었을 모 니터를 들여다본 로게 위원장은 잠깐 입술을 다물었다가 말문을 열었다. “IOC 동료 여러분, 2차 투표는 필요 없겠습니다. 투표를 1차로 마감하겠습니다.” 총회가 진행된 더반 국제컨벤션센터(ICC) 바로 옆 방인 프레스센터에서 실시간 중계를 지켜보던 외신 기자들은 그 순간 “평창이네(It’s Pyeongchang)”라고 이구동성으 로 중얼거렸다. 기자와 함께 지난 1년간 유치전을 취재해 왔던 독일 dpa통신의 스벤 부시 기자는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축하한다. 평창이 확실하다. 우리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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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아직은 모르지 않느냐”라고 대답하면서도 손으 로는 나승연 대변인에게 “축하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 냈다. 하지만 나 대변인은 “고맙다. 하지만 아직 축하하 고 있지는 않다(Thanks, but I ain’t celebrating yet)” 라는 답장을 보냈다. 나 대변인은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나서야 털어놨다. “대 기실에서 프레젠이션 팀과 함께 초조하게 기다렸어요. 로 게 위원장이 1차 투표로 마감한다고 말하는 순간 조용히 ‘됐구나’ 하는 눈빛을 교환했죠. 하지만 최종 공식 발표 까지 마음을 놓지는 못했어요.” ‘한국의 얼굴’ 김연아는 사진 촬영 1000장 오후 5시, 로게 위원장이 단상에 올라 봉투를 뜯고 “평창 2018”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외신 기자들은 이미 써놓았 던 ‘평창 유치 확정’ 기사 송고 버튼을 눌렀다. 한국 기자들과 평창 유치위 관계자들은 짧은 탄성을 터 뜨리며 기쁨을 감추지못했다. 승리가 확정된 날 밤, IOC 리셉션은 ‘평창의 잔치’가 됐 다. IOC 본부 숙소인 힐튼호텔 바에는 밤늦도록 IOC 위 원들과 관계자들이 찾아와 스태프들에게 축하 악수를 건 넸다. IOC의 사전 승인을 받은 관계자와 기자들만 출입 이 가능한 비공개 파티였다. 평소 외부와의 접촉을 조심 스러워하던 IOC 위원들도 이날만큼은 자유롭게 샴페인 을 터뜨렸다. 파티에 참석한 위원들은 기자에게 “평창이 그간 정말 열심히 해왔다. 나도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 다. 그날 밤 힐튼호텔의 바 웨이터들은 유니폼 앞섶에 미 니 태극기를 꽂고 샴페인을 날랐다. 파티는 새벽 늦은 시간까지 계속됐고, 다음 날도 어딜 가 든 현지인들이 “헤이, 평창!”이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 켜세웠다. 이날 파티장의 또 하나의 주인공은 김연아였다. 여전히 눈물이 맺힌 얼굴로 등장한 김연아는 주위로부터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기자를 보고서는 “저는 유치전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돼서 울 자격이 없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하고 농담을 하면서도 “잘 끝나서 정말 다행이고 기쁘 다”고 강조했다.
Program 김연아는 올해 5월 18일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에서 열 렸던 유치 활동에 처음 등장했다. 피겨퀸의 인기는 여기 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콧대 높기로 유명한 IOC 위원들 도 그녀에게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하고 사진촬영을 요 청하곤했다. 그럴 때마다 김연아는 환한 미소로 IOC 위 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후문. 유치위의 한 관계자 는 “김연아가 사진을 1000장은 넘게 찍은 것 같다”고 귀 띔했다. 그 인기가 남아공 더반으로도 이어져 유치 활동
에 큰 힘을 보탰다. 동계올림픽 유치의 의미는 상상 외로 크다는 것이 국제 스포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일간지『데일리 텔레 그래프』의 재클린 맥네이 기자는 “통계를 볼 때 하계올림 픽과는 달리 동계올림픽은 3만 달러가량의 국민 소득이 있는 국가들이 유치해 왔다”며 “한국이 동계올림픽을 성 공적으로 개최하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계 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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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퀸과 입양아 스타의 활약기
평창 드림팀 젊은 피 3인 3색 스토리
지난 7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자크 로게 국제올 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났다. 그가 전임자 인 고(故)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의 뒤를 이어 임기를 시작한 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그는 “나도 솔직히 많이 놀랐다”고 전했다. 포커 페이스로 유명한 자크 로게 위원장은 “평창과 뮌 헨의 표차가 커서 놀라는 바람에 표정관리를 못 했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김연아 평창 원피스+자크로게 가방 = 203만원 김연아가 프레젠테이션에 입고 나왔던 블랙 재킷과 원피스가 화제 다. 디자이너 정구호가 김연아만을 위해 제작했다는 이 의상은 방 송 후 사람들의 관심에 결국 올해 F/W 시즌 신상으로 출시될 계획. 가격은 재킷과 원피스를 합쳐 약 130만원대로 예상된다. ‘김연아 의상’이 관심을 끌면서 그녀가 공식 석상에 입고 나왔던 옷이 매 장에서 ‘완판’되는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맞춤 의상까지 출시되는 걸 보면 평창과 김연아에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 다. 그녀가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악수할 때 들고 있던 가방도 화제가 됐다. 브랜드와 가격이 알려지면서 상품 문의가 부쩍 늘었
글_전수진(중앙 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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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후문.
Program ‘히든카드’ 피겨퀸의 스위스 재림기
지난봄, 평창이 경쟁 도시에 비해 비교우위를 점 하며 부쩍 힘을 내게 된 계기가 있다. 그건 바로 ‘평창 드림팀’의깜짝 카드 김연아였다. 당시 경쟁 국 독일은 유명 스케이터 출신 영화배우 카트리 나 비트를 내세워 전방위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 고 있었다. 피겨퀸출신 여류 스타의 등장에 뮌헨 은 줄곧 이슈 몰이를 했다. 그 카드를 뒤집을 한 국의 대항마가 바로 지금의 여왕 김연아였다. PT 영상 제작 실무를 담당했던 제일기획 이홍석 PD는 “한국은 김연아를 꼭꼭 숨겨오다 올해 5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유럽 PT 때 깜짝 카드로 출전시켰다”고 말했다. 피겨에 대한 인기가 높은 유럽의 표심을 자극하고 6월 아프리카 PT, 7월 메인 PT에서 뒷심을 노린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스위스에서 발표된 영상은 ‘테크니컬 PT’였다. 감성을 자극하 는 홍보 영상이 아니라 경기장 부대시설이나 교 통, 기술적인 면을 어필하는 자리였다. 자연히 비 교적 딱딱하고 건조하게 진행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김연아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르 IOC 위원 들을 설득하며 성공적으로 발표를 마쳤다. 김연아의 진짜 영향력은 발표 이후에 드러났다. 해외 언론들이 앞다퉈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취 재했고 IOC 위원들은 체면을 내던지고 평창 부스 에 찾아와 기념 촬영을 제안했다. 유치위 관계자 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김연아 효과로 평창이 확실한 탄력을 받았다”고 했다. 현지 언론들은 뮌 헨 유치위원장을 맡은 카트리나 비트와 김연아 를 비교하면서 ‘신구 피겨 여왕의 전쟁’이라는 기 사를 싣기도 했다. 유치위 홍보대사로 활동한 김연아는 남아공에서 피겨 꿈나무 20여 명을 만나 스케이트를 가르쳐
줬고 현지 일간지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소외 지역에 올림픽의 가치가 전파되었으면 한 다”는 내용의 글도 기고했다. 유치위 관계자는 “3 번째 도전이라는 절박함 때문에 무거웠던 분위기 가 김연아의 합류로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우먼 파워’ 속 태권도 스타 문대성 위원의 존재감
나승연 대변인과 김연아의 ‘영 우먼 파워’가 스포 트라이트를 독점하고 있지만, 문대성 IOC 선수위 원도 빼놓을 수 없는 공로자다. 그는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태권도 국가대표로 참가해 금 메달을 목에 건 스타 선수 출신이다. 2008년 베이 징올림픽 때 IOC 선수위원에 뽑힌 문대성은 남아 공과 아프리카를 돌며 전 방위적인 ‘태권도 외교’ 를 펼쳐 물밑에서부터 표심을 끌어 모았다. 문 위원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을 두루 돌며 어린 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한국을 알렸다. 지 난 5월 스위스에서 일정이 모두 끝났을 때도 귀 국 하지 않고 세계 각국을 돌면서 IOC 위원들 을 만나왔다. IOC 위원끼리는 아무리 자주 만나 도 윤리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장점을 십분 살렸다. 이제 태어난 지 6개월 된 아들이 아직 아빠에게 낯을 가릴 정도다. 평소 쾌활한 성격으로 유명한 문대성 위원은 큰 아버지뻘인 IOC 위원들의 어깨를 스스럼없이 주 무르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표심을 샀다. 남아공 현지에 다녀왔다는 한 자원봉사자는 “IOC 위원 들 중에서 문 위원을 꼭 아들처렴 여기는 사람들 이 많다더”라고 귀띔해 줬다. 문대성과 김연아의 활약에 힘입어 프레젠테이션 분위기가 훨씬 젊고 밝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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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출신 스타 토비 도슨이 IOC를 울렸다
문대성과 김연아는 ‘예상할 수 있는 조합’이었다. 동계스포츠의 꽃인 피겨에서 절대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현역 스타와, 국내 유일의 IOC 선수 위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받쳐줄 젊은 피가 한 명 더 필요했다. 유치위는 고민 끝 에 입양아 출신 미국 스키 스타 토비 도슨을 불 러들였다. 토비 도슨은 부산 출신으로 세 살 때 시장에서 길 을 잃고 고아원에서 지내다 미국으로 입양됐다. 그는 인종 차별과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스키 에 입문해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그의 양부모는 아들이 안정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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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한국계 형을 한 명 더 입양하는 등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고 알려졌 다. 메달리스트가 된 후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돼 화제를 모았고 지 난 2007년에 아버지와 상봉한 바 있다. 그는 스키를 통해 아픔을 극복하고 메달리스트 가 된 경험을 들려주며 투표단을 사로잡았다. 남 아공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연습이 덜 됐다 는 지적을 받았지만, 평창 홍보대사인 영화배우 정준호에게 제스처와 억양, 표정 등을 집중적으 로 배우고 무대에 섰다. 그의 사연에 마지막까지 투표지를 결정하지 못했던 ‘부동표’가 많이 흡수 됐다는 평가다.
Program 두번의 눈물을 딛고 섰다.
눈물의 삼수생, 평창의 17년 감동 도전기 평창이 처음 동계올림픽 유치 의사를 내비친 게 지난 1994년, 벌써 17년 전이다. 이미 두 번 실패했고, 이번에도 고배를 마시면 다음에는 유치 도전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었기 에 이번 성공은 더욱 인상적이다. 강원도의 힘,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1994년 올림픽 유치를 구상하기 시작했고, 1998년에 당시 강원도지사로 재임하던 김진선 현 특임대사가 2010년 대회 유치 도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캐나다 밴쿠 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함께 공식 후보 도시로 선정됐지만 실제 준비가 진행된 것은 많지 않았다. 계획서만 제출해 놓고 경기장 건 설 예정지인 맨땅에서 IOC 조사단의 실사를 받았다. 남들은 경기장을 보여주는데 ‘여기에 다 멋지게 짓겠습니다’ 한들 경쟁이 될 리 없 었다. 하지만 의외로 선전했다. 1차 투표에서 1 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개최지로 선정되려면 과반수의 지지가 필요했다. 평창은 밴쿠버와 함께 2차 투표에 나섰는데 아깝게 패했다. 평창은 재도전에 나섰다. 예산 문제 등을 들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사람들도 우호적 인 시각으로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경쟁 상 대는 잘츠부르크와 러시아 휴양 도시 소치. 경
쟁이 굉장히 치열한 가운데 평창의 유치 가능성 을 점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1차 투표에 서 1위를 해놓고 2차 투표에서 뒤집 혔다. 평창이 두 번째로 고배를 마시던 날, 제일 기획 임종성 팀장은 그때도 PT 영상을 담당했 었다. 당시 과테말라에서 열린 최종 투표 현장에 갔었던 임팀장은 “아침까지만 해도 된다는 분위 기였는데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서로 인사 도 제대로 안 하고 그냥 뿔뿔이 흩어져 숙소로 돌아갔다”고 회상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단다.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소치와 평창의 운명 은 딱 4표 차이로 갈렸다. 세 번째 도전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평창은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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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있게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배수의 진을 치 고 최선을 다했다. 결국 역대 최다 득표를 얻으 며 유치에 성공했다. 유치위의 한 관계자는 기 자에게 그 사연을 들려주면서 갑자기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 제목이 생각났다며 웃었다.
텔 광장에 모여 맥주파티를 열었다. 프레젠테이 션 영상 제작 스태프로 현지에 다녀 온 한 PD는 “월드컵 거리 응원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중에 스태프들은 물론이고 대통령도 그 자리 에 왔었다”며 현지의 흥분을 전해 줬다.
“이번에도 안 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IOC를 움직인 정-재계 거물 4인방
남아공에서 투표를 지켜본 사람들중 상당수가 적어도 한 번, 대부분 두 번의 실패를 현지에서 직접 겪었던 사람들이다. 유치위 주요 스태프는 물론이고 현지까지 날아간 강원도민 자원봉사자 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유치위 멤버 중에는 실사를 며칠 앞두고 병세가 악화돼 눈을 감은 사람도 있고, 홍보처 멤버 중 에는 부친상을 당했는데도 맡은 일이 끝나지 않 아 늦게서야 비행기를 탄 멤버도 있다. 평창에 서 온 한 자원봉사자는 “아버지가 유치위 자원 봉사를 하시다가 2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이 자 리에 같이 오지 못해 아쉽다”며 눈물을 흘리기 도 했다. 그래서일까. 남아공에 다녀온 제일기획 관계자 는 현지에서의 긴장감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그 는 “처음 다녀온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한 번 경 험이 있는 사람들은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하면서 “이번에도 안 되면 전세기 추락시켜서 다 같이 죽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전했다. 물론 농담 섞인 멘트겠지만 평창이 얼마나 절박하게 마지막 도전을 준비했는지 알 수 있다. 개최지가 결정된 날, IOC 위원을 포함한 공식 스태프 100 명을 대상으로 호텔에서 공식 만찬이 있었다. 평 창을 축하하는 파티다. 하지만 현지에는 100명 말고도 굉장히 많은 인원이 있었다. 이들은 호
드림팀의 대중적인 인기와 관심은 나승연 대변 인을 포함한 ‘젊은 피’에게 쏠렸지만 IOC위원들 의 실질적인 지지를 가져온 건 정-재계 거물 4 인방의 노력 덕분이었다. 조양호 유치위원장과 이건희 IOC 위원, 박용성 대한체육회장과 김진 선 특임대사가 그들이다. 특히 조양호 위원장은 한동안 그룹(한진)을 전 혀 돌보지 못한 채 유치 활동에 전념했다. 대한항공 오너의 이점을 활용해 비즈니스 전세 기 한 대를 활용해 이곳저곳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IOC 위원 신분을 적극 활용해 유치전을 벌였다. 한 위원이 저녁 약속을 취소하자고 하는데도 2시간을 기다려 기어이 만 날 만큼 열정적으로 임했다. 김특임대사는 대사 로 부임한 후 비행기 마일리지만 87만 km가 쌓 였다는 후문. 지구를 스물 두바퀴 도는 거리다. 거물 4인방의 활발한 외교 활동이 유치위의 중 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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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총리도 영어 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영어 프레젠테이션도 화제였 다. 사실 대통령은 외교 관례상 국제 회의에서도 자국어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큰 규모의 회의장 등에서는 어차피 동시통역기가 제공되기 때문이
Program 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애초부터 영어 프 레젠테이션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직접 IOC 위 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 문이다. 여기에 숨은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4년 전, 러 시아 푸틴 총리의 일화다. 푸틴은 UN 총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 회의에서 영어를 쓰지 않 는 것으로 유명하다. 늘 러시아어만 쓰면서 나름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그랬던 그가 공식
석상에서 처음 영어로 발표한 게 바로 4년 전 소치와 평창이 경쟁하던 최종 프레젠테이션이 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특유의 달변으로 IOC 위원들을 설득했지만 영어로 직접 메시지를 전 달한 푸틴의 연설에 비해 표를 많이 얻지 못했 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 은 전력을 기울이는 유치위 멤버들에게 힘을 실 어줄 겸 영어 PT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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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8월 둘째주 여성중앙 Program 2011년 8월 8일 이어집니다.
August 2011 2011년 8월 첫째주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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