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통제 카드로 대러 압박 “가장
정부가 정한 레드라인에 인접 판단
합성수지 등 243개 추가 수출통제
“러, 제재 옵션 알면 흥미진진할 것”
비살상무기만 우크라 지원서 선회
정부가 20일 북한과 러시아의 ‘조(북)·
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러
시아에 대한 추가 독자 제재와 함께 우
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
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안보
상황과 한·러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
나에 비살상무기만 지원해 왔던 정부 방
침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가안
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뒤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정부 성명을
직접 발표했다. 정부는 성명에서 북·러
조약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하며 이
를 규탄한다”고 밝히고 “6·25전쟁과 우
크라이나 전쟁 등 먼저 침략 전쟁을 일으
킨 전력이 있는 쌍방이 일어나지도 않을
국제사회의 선제공격을 가정해 군사협
력을 약속한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
과 규범을 저버린 당사자들의 궤변이요
어불성설”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대북제재 결의안을 주도한 러시아가 스
스로 결의안을 어기고 북한을 지원함으
로써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한 것은 한·
러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
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
해서도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무
력화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확장억제력
과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 성명에
따른 추가 조치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살상무기 지원 원칙을 재검토하고, 대
러 독자 제재를 추가한다고 밝혔다. “무
기 지원 재검토가 어떤 뜻이냐”는 질문
에는 “여태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었는데, 그 방침을 재검토하겠다는 것”
이라며 “무기 지원은 여러 옵션이 있고, 살상이나 비살상에 따라 다르게 분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어떻게 할지는 러
시아 쪽도 차차 아는 게 흥미진진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가 가장 아파할
부분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대러 독자 제재와 관련해선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 운송과 유류 환적에 관여한
러시아 기관 2곳과 북한 미사일총국, 제3
국의 선박 4척과 기관 5곳, 북한인 8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와 관련해 합
성수지 분야 등에서 243개 품목을 신규
로 지정해 1402개 품목을 제재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된 사안”이라고 했다.
정부의 이 같은 강경 대응은 북·러 조
약이 정부가 설정한 레드라인에 인접했
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정부
성명 발표로 남북과 한·러 관계가 신냉
전에 가까운 뉴노멀에 돌입했다는 평가
가 나온다. 전직 안보당국 고위 관계자
는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고, 우크라이나가 이를 러시아에
사용할 경우, 또한 북한 급변 사태 시 우
리가 북한으로 올라갈 경우 이를 침략
으로 규정해 북·러 조약이 발동할 여지
가 있다”며 “북·러 정상회담의 결과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면
밀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북·러 밀착 등을 경계하는 중국을 끌어
당기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함께 나온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북한과 러시아의 동맹 강화를 놓고 서
방 언론에서 중국이 북·러 관계 강화를 떨떠름해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BBC는 20일 ‘푸틴과 김정은의 우정을
판가름하는 진짜 실세는 중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
석이 북·러 간 동맹 강화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포착됐
다”고 전했다.
매체가 언급한 사례는 지난달 푸틴 대통령의 방중이었다. 매
체에 따르면 중국 측은 러
시아에 푸틴 대통령의 중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국 방문 뒤 곧이어 북한을 방문하지 말 라고 요구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왕 따’인 북한과 한 부류로 여겨져선 안 된 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BBC의 설 명이다. 중국이 북·러 관계 강화에 예민한 건 미국과 유럽의 압박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러시아에 부품 판매 등 지원을 중단하라는 상당 한 압력을 받고 있는데, 시 주석은 이런 경고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 였다”고 BBC는 분석했다. BBC는 “중국은 성장 둔화를 극 복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외 국인 관광객과 투자 유치 가 필요하다”면서 “시 주석은 국제사회
7·23
윤 vs 한동훈 판 커진 여당 전대, 결선투표
패를 우려했던 당초 분위기가 바뀌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원희룡 전 국
토교통부 장관이다. 그는 이날 오전 입
장문을 통해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
음 한뜻으로, 지난 4·10 총선을 통해 나
타난 민심을 온전히 받드는 변화와 개
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며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
다. 여권에선 전날까지도 원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나왔을
정도로 전격적인 등판이었다. 원 전 장
관 측 인사는 “고심 끝에 전날 밤 출마
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원희룡 “민심 받드는 변화·개혁 이뤄야”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저는 이 당의
적통”이라며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데 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지금은 총선
에서 패배한 분들의 자숙 시간”이라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 전 장
관을 겨냥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21일
지역구(인천 동-미추홀을) 전통시장에
서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23일 출마 선언’
일정을 공지했다. 정광재 캠프 대변인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이번엔 내가 잘
할 수 있다. 잘해서 보수 정당의 정권 재
창출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먼
저 전화도 걸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이기
는 정당을 만들어 보겠다”며 대표 출마
결심을 알렸고, 이에 윤 대통령은 격려
의 말을 했다. 지난 총선 직후 윤 대통령
의 오찬 초청을 건강이 안 좋다며 거절
했던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결정의 때는 차오르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한층 키운 나경원 의원은 21 일 대구·경북을 찾아 이철우 경북지사, 홍준표 대구시장과 차례로 회동할 예정
이다. 나 의원 측은 “후보등록(24~25일)
전에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전당대회 대표 경선은 나경
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가나다순)
등의 다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
졌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
란 표현이 나왔을 정도로 한산했던 주
초 상황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출
마설이 돌던 김재섭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아직 입장
을 밝히지 않았다.
여권에선 “잠재적 대권 주자가 대부
분 출전하면서 결선투표 가능성이 커졌
다”는 말도 나왔다. 대표 경선은 1차 투
표(7월 23일)에서 과반 득표자가 안 나
오면 1·2위만 따로 결선투표(7월 28일)
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후보가 많으면
표가 분산되기 마련이라 결선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는 게 여권
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계파색이 옅은
영남권 의원은 “일정한 민심의 지지를
빅샷 잇단 출전, 4파전 양상
원희룡·윤상현·한동훈 출마 공식화 나경원은 시기 고심, 유승민은 침묵
1차 투표서 결론 안날 듯 한, 1위 가능성
기 힘들다”며 “결선은 결국 1위 한동훈 과 나머지 후보의 표를 대부분 흡수한 2 위 후보 간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반면에 친한계 인사는 “한 전 위원 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자의 정치적 색 깔, 지지층이 달라 한쪽이 결선에 올라 간다고 다른 쪽의 표가 옮겨가진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얻는 유 전 의원까지 출마하면 결선투표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에선 결선투표를 가든 가지 않든
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
하지만 과반 득표에 실패해 1·2위 결 선으로 갈 경우 3위 이하 표의 향방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 한 전 위원 장을 견제하는 측 인사는 “전당대회가 ‘한동훈 대 비(非)한동훈’ 구도로 치러 져 결선투표로 갈 경우 승부를 예측하
한동훈, 대통령에 전화 “이기는 당 만들 것” 영남권 현역을 중심으로 한 ‘한동훈 포위망’ 형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박 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대 구 달서갑)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 에 “나갈 때보다 물러날 때를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썼다. “실패를 모르고 자란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받아 들이기가 어렵다”며 한 전 위원장의 총 선 패배 책임론도 부각했다. 여권에선 “정통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 당 원에게 ‘한 전 위원장은 안 된다’는 신 호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기 현(울산 남을) 전 대표도 “실패한 리더 십이 아니라 새롭고 참신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13일)고 밝히는 등 한 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예상 뛰어넘은 북·러 군사동맹 글로벌
북·러 ‘포괄적전략동반자 협정’
푸틴 “안보리 대북제재 뜯어고쳐야”
김정은에 ‘모스크바 회담’제안도
김 “러시아 모든 정책 무조건 지지”
푸틴 대통령은 새 협정을 토대로 러시아
와 북한이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
며, 군사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북·러 군사 밀착을
심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북·
러 관계는 선린 우호 관계에서 포괄적 전
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것으로 분석된
다. 앞으로 북·러는 더욱 폭넓은 분야에
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로는 베트남·이집트·
몽골·남아공 등이 있다. 중국과는 ‘신시
대 전면적·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협정에 대해 “북
한과 ‘획기적’ 협정으로 양국 관계가 ‘새
로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는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 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새 협정 내에서 군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양국이 “(외
국의) 협박의 말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정치적 동기에 따른 제재에 맞설 것”이
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미·일 군사훈련 확
대는 (세계) 평화를 약화시키고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반
도 충돌 위협 제거와 장기적 평화 구축
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 주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는 뜯
어 고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다음 회담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
리길 바란다”며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재답방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지역과 세계 평화와 안
전 환경을 굳게 수호하면서 강력한 국
가를 건설하려는 두 나라 지도부의 원
대한 구상과 인민들의 세기적 염원을 실
현시킬 수 있는 법적 기틀이 마련됐다”
고 말했다. 이어 “새 협정은 역사적인 일
로 군사 분야를 포함해 협력을 촉진할
것”이라며 “조로 간 새로운 협정은 평화
적·방어적”이라고 했다. 또 “조로 간 협
정이 새로운 다극화 세계 구축을 가속
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진행된 푸틴
동지와의 상봉에서 새 국가 간 조약 문
제를 토의한 후 불과 9개월 만에 변화된
국제 정세와 새 시대의 조로 관계의 전
략적 성격에 걸맞은 위대한 국가 간 조
약을 체결하게 된 것을 대단히 만족하
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 두 나라 관계는 과
거 조·소 관계 시절과도 대비할 수 없는
최고조기”라며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서 강력한 러시아 연
방이 맡고 있는 중요한 사명과 역할을
평가한다. 우리는 러시아의 모든 정책을
변함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것”이라
고 밝혔다.
확대 정상회담에는 북한 측 6명, 러시
아 측 13명이 참석했다. 북한 쪽에선 김
덕훈 내각 총리, 최선희 외무상,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조용
원 노동당 조직비서, 김성남 노동당 국
제부장, 임천일 러시아 담당 외무성 부
상이 배석했다. 러시아는 데니스 만투
로프 제1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
지 부문 부총리,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
렘린궁 대변인,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궁 보좌관,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
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알
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 등
이 주요 참석자였다.
중국 “북·러는 우호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에 대해 중국은 19일 북·러 양국이 “정
상적인 교류·협력과 관계를 발전시킬 필
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전날 서
울에서 열린 첫 차관급 한·중 외교안보
대화(2+2)와 북·러 정상회담은 “특별한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한국
외교부가 중국 측 발언으로 소개한 ‘북· 러 간 교류가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 하기를 바란다’는 대목은 언급하지 않 았다.
이날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외교
부의 발표 내용에 대한 질문에 “중국은 북·러가 우호적인 가까운 이웃으로 교 류·협력하고 관계를 발전시킬 정상적인 필요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북·러 정 상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한 취지 의 발언이다. 이어 린 대변인은 “(러시아와 북한의) 관련 고위층 교류는 두 주권국가 협의 한 것”이라며 “중·한이 처음으로 차관 급 외교안보 대화를 한 것은 양국 관계 발전의 필요에 착안해 일찍이 합의한 것 으로 다른 나라 사이의 교류와 특별한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가 중국 측 발언으로 발표자료에 포함했던 내용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보도자료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중국 측의 이런
이례적 생중계 회
<정상회담 공동회견>
행렬을
백악관“북·러밀착, 한반도 평화 우려”
일본 “안보 환경 엄중, 한미일 협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방문과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
장관은 북한의 러시아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18일(현지시간) 워싱
턴DC에서 가진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
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
은 상당한 양의 군수품과 무기를, 이란
은 드론을 포함한 무기를 (러시아에) 제
공하고 있다. 이들은 우려되는 국가들”
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을 두고 “만약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
쟁 종식에 강한 관심이 있다면 러시아의
‘전쟁 기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
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러시아
가 북한·중국·이란 같은 권위주의 국가
들과 매우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심
화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글로벌 비확산 체제 수호, 유엔 안보리 결의 준수 및 우크라이나 국민 지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게
우려할 트렌드”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
력 심화에 우려를 표했다. 하야시 요시
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19일 기자회견
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 한과 러시아가 급격히 가까워진 데 대해
“북·러 간 군사적 제휴와 협력 강화 등 일본을 둘러싼 지역 안보 환경이 더욱 엄
중해졌다”면서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정보를 수
집·분석하는 동시에, 미국·한국을 비롯 한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서유진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광장선 “푸틴” 환호
김정은, 푸틴에 극진 예우 새벽 2시 지각 도착, 당일치기 결례
공항 마중 김정은, 숙소까지 안내
낮엔 시민 수만명 동원해 환영식
‘지각 대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 통령의 24년 만의 평양 방문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새벽 2시45분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예정시간인
18일 밤을 수 시간여 훌쩍 넘긴 후였다.
전례를 찾기 힘든 외교적 결례일 수 있
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항에서 수
행단 없이 홀로 환한 미소와 포옹으로
푸틴 대통령을 맞이했다. 의전을 담당
하는 현송월 노동당 부부장만이 김 위
원장 곁을 지켰다. 푸틴 대통령의 새벽 도착으로 환영
행사는 약 5분 동안 간소하게 진행됐다.
2019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 년 만에 방북할 당시 예포와 카퍼레이
드 등 공항에서부터 시 주석을 성대하 게 맞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두 정
상은 러시아산 최고급 리무진 아우르스 에 푸틴 대통령이 오른쪽, 김 위원장이 왼쪽에 탄 채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으 로 이동했다. 평양 시내에는 푸틴 대통 령의 얼굴이 그려진 깃발이 휘날렸고, 고층 건물 대부분은 화려하게 불을 켜 놓았다. ‘당일치기’ 방북 일정은 낮 12시쯤 김 일성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을 시작 으로 숨가쁘게 진행됐다. 광장에는 의 장대가 도열했고, 수만 명의 평양 시민 은 함성을 지르며 꽃과 국기를 흔들었 다. 시민들은 러시아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 빨간색, 흰색 옷을 입고 있었다. 중앙 주석단 건물에는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형 초상화가 나 란히 걸려 있었다. 환영식에 김 위원장
의 부인 이설주 여사와 딸 김주애의 모 습은 보이지 않았다. 환영식에 이어 두 정상은 평양 시내 거리를 가득 메운 주민들의 열렬할 환 영 속에 금수산 영빈관으로 이동해 확 대 및 1대1 정상회담에
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확 대 정상회담에는 북한 6명, 러시아 13명 의 배석자가 각각 참석했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북한 측에 서는 김덕훈 내각 총리, 최선희 외무상,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 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성남 당 국제 비서, 임천일 러시아 담당 외무성 부상이 참석했다. 러시아 측에서 국방장관이 배 석했는데도 강순남 국방상이 참석하지 않았고, 리병철 부위원장의
이날 5·1경기장에서 갈라쇼 공연을 관람한 뒤 김 위원장이 주최하는 만찬을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24시간도 채 안 된 속전속결 평양 방문을 마친 푸틴 대통령은 19일 밤 다음 순방지 인 베트남으로 떠났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식당서 밤샘 구상한 게임칩, 31년만에 ‘AI 황제’ 만들었다
4609조원 시총 세계 1위 엔비디아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대
중 레스토랑 ‘데니스’에 AMD 출신 엔
지니어 젠슨 황과 IBM 출신 커티스 프
리엠, 휼렛패커드(HP) 출신 크리스 말
라코스키가 모였다. 24시간 문을 여는
이 식당에서 이들은 커피를 열 번이나
리필하며 PC에 사실적인 3차원(3D) 그
래픽을 구현해 줄 칩 사업을 구상했다.
‘인공지능(AI) 황태자’ 엔비디아의 시
작이다. 그로부터 꼬박 31년 뒤 2024년 6
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라는 타
이틀을 거머쥐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뉴
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3조3350억 달러 (약 4600조원)를 기록했다. 전날까지 시
총 3위였던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 (MS·3조3173억달러)와 애플(3조2859억
달러)을 제치고 단숨에 시총 1위 자리에
올랐다. 회사가 시총 10위권 내에 진입한
게 불과 2년 전이었다. AI 열풍을 타고 미
국 증시 역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진격했
다. 시총 2위 MS 주가가 올해 20% 오르
는 동안 엔비디아는 174% 올랐다.
블룸버그 “누구도 대체 불가한 상황”
창업 당시 황을 포함한 3명의 공동창
업자는 이미 인텔 같은 강자가 꽉 잡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그래픽
처리장치(GPU)로 눈을 돌렸다. 초기에
는 3D 비디오 게임을 구동하는 GPU를
제조해 파는 엔비디아를 주목하는 곳
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황 CEO는 대량
의 데이터 처리 속도가 중요한 시대가
올 것으로 예견하고 GPU 성능을 꾸준
히 높이며 뚝심 있게 사업을 이어나갔
다. 2017년 코인 열풍이 불고, 암호화폐
채굴에 GPU가 사용되면서부터 시장은
엔비디아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2022년 챗GPT를 비롯한 생성AI 열
1993년 젠슨황 등 3명 공동창업
커피 10번씩 리필하며 사업 구상
GPU 뚝심, 코인·AI 열풍 타고 빛 봐
올 주가 174% 급등, 애플·MS 추월 월가 “엔비디아 주가 47% 더 뛸 것”
풍이 시작되면서 엔비디아의 폭발적 성
장이 시작됐다.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시키는 데에 GPU가 핵심 역할을
하며 엔비디아가 ‘AI의 황태자’로 거듭
난 것이다. AI 모델을 훈련시키려는 빅
테크 기업들은 GPU를 구하기 위해 지
금도 ‘돈 싸들고 기다리는’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시장 장악력이 커질수록
반(反)엔비디아 연합 움직임도 일어나
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가도 엔비디아 의 승자독식 생태계는 더 공고해지고 있
다.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AMD가 꾸
준히 가성비 좋은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 만 고객들은 여전히 엔비디아 제품을 택
한다. 웰스파고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에서 매출 기준
엔비디아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엔비
디아 스스로 자신들이 “AI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경
쟁사인 AMD와 브로드컴은 엔비디아
보다 성능이 15~20% 정도 뒤처져 있다”
며 “엔비디아는 매출총이익이 80%에 달해 성장성도 다른 빅테크에 비해 독보
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월 공개한 초고성능 신형 AI 칩 블랙웰을 통해 회사는 더 큰 수익을 창 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 CEO는 지난 달 실적 발표에서 향후 블랙웰의 수요 가 여전히 공급을 크게 앞지를 거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웨이프 자산 매니지먼트 전략가인 라이스 윌리엄스 를 인용해 “현재 누구도 이를 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엔비디아에도 고민은 있다. AI 붐을 타고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나가 고 있지만, 언젠가는 수요 둔화에 직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IT 전문지 디 인포에미션은 황 CEO가 지난해 크리스 마스 무렵 “고객들이 AI 칩을 설치할 데 이터센터 공간이 부족해지면 향후 회사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또 MS나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은 현재 수익이 확실치 않 은 상태에서 미래 투자의
한스 모세만은
목표
를 종전 140달러에서 200달러로 올렸다. 엔비디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 문가들은 ‘기술력’과
주목한 다. 대니얼 아이브스는 “4차 산업혁명이 벌어진 가운데 엔비디아의 GPU는 본 질적으로 기술 분야의 새로운 금 또는 석유”라고 평가했다. 박해리·김연주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대왕고래 프로젝트,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슨모빌이
탐사데이터 열람, 투자도 검토 중
페트로나스 등 4곳도 관심 표현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연내 시추”
동해의 대규모 유전·가스전(이하 ‘대왕고
래’) 개발 사업을 세계 최대 석유·가스 기
업인 엑슨모빌이 검증한 것으로 나타났
다. 19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컨설팅 업체 액트지오가 지난해 12월
정부에 제출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분석
결과에 대해 엑슨모빌이 검증 작업에
참여했다. 엑슨모빌은 한국석유공사가
축적해 놓은 대왕고래 물리탐사 데이터
등을 열람하며 투자 여부도 저울질 중
인 것으로 전해졌다. 엑슨모빌은 액트
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대표가 부사장
급 임원까지 지낸 곳이기도 하다.
프로젝트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 있게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데 엑슨모빌의 검증이 큰 역할
을 했다”고 전했다. 엑슨모빌 외에 말레
이시아 국영 석유·가스 기업인 페트로나
스 등 메이저 업체 4곳도 윤 대통령이 개
발 계획을 발표한 지난 3일 이후 투자 여
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19일
“글로벌 메이저 석유회사 5곳이 (사업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사는 순차적으로 사업설명
회(로드쇼)를 열어 참여 기업을 늘릴 계
획이다. 김 사장은 “(투자 기업 선정엔)
심해 경험·경력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
용할 것”이라며 “국내 투자에도 항상 오
픈돼 있지만, 심해 경험이 많은 업체가
필요하기에 (국내 업체가) 메이저가 되
긴 어렵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조광료 요율이 최대 12%에
그쳐 해외 기업 투자를 받으면 국부가
유출 우려가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김
사장은 “예전엔 (자원 투자에) 아무도
안 들어오니 상대방에게 아주 좋은 조
건을 만들어줬어야 했는데, 지금은 유 망구조에 관심 있는 회사들이 있다 보
니 이젠 국익을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 광권, 국부 유출 등 다양한 면으로 고려
해야 되기 때문에 정부와 긴밀히 소통 해서 어떤 시기에, 어떤 시점에 들어갈 까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개발 일정과 관련해 김 사장은
“2024년 심해 지역 1차 탐사시추를 개시
하고, 2025년부터는 순차적으로 잔여 유
망구조에 대한 탐사시추를 추진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절차상으로 제도 정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해외 투자 유치 협상 단 계로 가려면 빨라도 내년 중반이 될 공산 이 크다. 올해 들어갈 첫 탐사시추는 해외
투자 없이 석유공사 단독으로 진행될 가 능성이 있다. 세종=나상현·김민중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공공기관 87곳
양대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경영 성적표가
엇갈렸다. 한전은 전년보다 2단계 올라
B등급을 받았고, 가스공사는 1단계 낮
아져 D등급이 됐다. 최근 ‘대왕고래(동
해 대규모 유전·가스전 후보지)’ 사냥에
나선 한국석유공사의 등급은 1단계 떨
어진 C등급이었다.
기획재정부는 19일 공공기관운영위
원회를 열고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
없음
(우수) 15곳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지역난방공사 �한전KPS 등
B (양호) 30곳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동서발전 한국부동산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기술 한국조폐공사 한국중부발전 해양환경공단 등
C (보통) 29곳 강원랜드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한석탄공사 �에스알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마사회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서부발전 한국석유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DN 등
D (미흡) 11곳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곳과 준정부기관 55곳 등 87곳이 평가 대상이다. 평가 항목은 사업성과 제 고 경영혁신 재무개선 노력 사회 적 책임 이행 등이다. 평가 등급은 6단 계로 S(탁월)·A(우수)·B(양호)·C(보 통)·D(미흡)·E(아주 미흡) 순이다.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S등급을 받은
기관이 하나도 없다. A등급은 15곳, B 등급 30곳, C등급 29곳, D등급 11곳, E
등급 2곳이다. C등급 이상이어야 임직
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 D·E
등급 기관들은 내년도 경상경비가
0.5~1% 깎인다. E등급을 받거나 2년 연
속 D등급을 받는 기관은 원칙적으로 기 관장 해임 건의 대상이다.
본잠식 상태인 가스공사는 D등급으로 내려가면서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장기간 원가보다 싼 값에 가스를 공급하는 ‘밑지는 장사’를 해온 탓이다. 누적적자 약 43조원, 연간 이자비용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원전수주 한수원 A, 적자
E (아주미흡) 2곳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고용정보원 흡)
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공기업 32
미수금이 13조원을 돌파해 사실상 자
이 약 4조5000억원에 달하는 한전은 B 등급으로 뛰어오르면서 위기의 늪에 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 부터 당기순이익이 흑자 전환하면서 연 결 기준 연간 당기순손실(4조7161억원) 이 전년(24조4291억원) 대비 20% 수준 으로 줄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6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한 덕분이 다. 다만 한전과 발전 자회사 기관장·감 사·상임이사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은
경산, 비공식 집계로 39도까지 올라
서울도 35.8도 66년 만에 최고기온
남부 오늘, 중부 내일쯤 더위 꺾일 듯
폭염주의보가 사흘째 이어진 19일 전국
곳곳에서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 기
온 기록이 쏟아졌다. 대전, 광주, 경주, 원주, 세종 등을 포함해 기상청 전국 기
후관측 지점의 세 곳 중 한 곳 이상에서
역대 6월 일 최고기온 1위를 기록했다.
광주광역시는 37.2도로 이전 기록(36.7 도, 1958년 6월 25일)을 64년 만에 경신
했다. 광주와 함께 경주도 37.7도로 관측
이래 37도를 처음 넘어섰다. 대전(36.6), 전주(36.5도)도 관측 이래 처음 36도를
웃돌았다.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자동
기상관측장비(AWS) 관측 기록을 보면
경북 경산시 하양 지점은 이날 낮 한때
기온이 39도까지 올랐다.
기상청의 기후관측 지점은 전국 97곳
에 있다. 이 가운데 36%인 35개소가 이
날 6월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
기도와 강원도, 충청남·북도, 경상남·북 도, 전라남·북도 등 8도의 시군이 골고
루 포함됐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해당
지역의 6월 기온 상위 5위 안에 든 곳은
67개소로 전체의 69%에 달했다.
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35.8도로 역대
최고 기록은 아니지만, 1949년 이후 66 년 만에 가장 더운 6월 날씨였다. 서울 지점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로는 역대 4위다. 서울에는 이날 올해 첫 폭염 주의보가 발효됐고 전국의 내륙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추가됐다.
기상청은 이날 폭염에 대해 “이동성 고기압에 의한 일사 효과가 이어진 가 운데, 따뜻한 남서풍까지 유입되면서 낮 기온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 우리나라에 더위를 몰고 온 이동성 고기압은 서해 남부 해상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전국에 나흘 가까이 맑은
날씨를 선사했다. 이날 밤 제주를 시작으로 20일 남부 지역까지 비가 내리고, 21일부터는 중부 지방도 구름이 끼기 시작하면서 낮 최 고 기온은 다소 꺾일 전망이다. 장마가
“헤즈볼라 로켓·미사일 최소 13만기”
전면전 벌이면 양측 피해 막대할 듯
바이든, 중동 확전 막을 특사 급파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에 대한 공격 계획을 승인하면서 양측
간 전면전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미
국 정부가 이를 진화하기 위해 나섰지만,
역내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는 모습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작
전 계획 승인이 북부 사령관 오리 고딘
소장과 작전참모 오데드 바시우크 소장
이 전황 평가 회의를 진행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밝히면서, 최고 사령관들은
지상군 준비 태세도 서두르기로 했다고
알렸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키리야티
예비군 기갑여단, 226 예비군 공수여단
이 레바논 내 전투를 가정해 2주간 훈련
을 마쳤다고 발표했었다.
친(親)이란 세력인 헤즈볼라는 지난
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이스라엘 북부
를 지속해서 공격해왔는데, 최근 들어
교전이 한층 격렬해졌다. 특히 11일 이 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헤즈볼라의 고위
사령관 탈렙 압둘라가 사망하면서, 헤
즈볼라가 로켓을 수백 발 쏘는 등 대대
적인 보복에 나섰다. 이로 인해 “양측의
전면전은 시간 문제”(뉴욕타임스)라는
관측이 쏟아졌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이 벌
어질 시 양측의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보 인다. 헤즈볼라의 병력과 화력은 하마스
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하기 때문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헤
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정교한 방공 시스 템을 빠르게 무력화하고 대도시를 타격 할 수 있는 로켓·미사일을 최소 13만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군 기지는 물론 필수 인프라를 모두 무너 뜨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병력 규모는 최대 1만 명으로 파악되며, 시리아 내전 에 이란과 함께 참전해 상당한 실전 경 험이 있다. FP는 “헤즈볼라 역시 하마스처럼 민 간인 거주지역 깊숙이 자리 잡은 탓에 ‘민간인 사상자 발생’이 이스라엘에 부 담이 될 것”이라 짚었다. 지리적으로 고
립된 가자지구와 달리 헤즈볼라는 이 란·이라크·시리아를 통해 얼마든지 무 기와 보급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 도 이스라엘에겐 불리한 면이다. 조 바이든 미국
옛날의 경전을 읽어보면 맹자(孟子)
처럼 부끄러움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던 사람은 찾기 어렵다. 사단칠정
(四端七情)의 성리철학을 수립한
맹자는 의(義)의 단(端)이라는 수
오지심(羞惡之心)을 거론하여 인간
내면의 수치스러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부끄러울 치(恥)라
는 글자를 설명하면서, “사람에게
부끄러워함은 중대한 일이다(恥之
於人大矣)”라고 선언하여 수치심이
인간의 삶에서 지닌 의미가 대단하
다고 했다. 주자(朱子)도 이에 대해
부연 설명을 했다. “부끄러움이란
나의 마음속에 지닌 고유한 수오지
심이다.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면 성
현의 지위에 나아갈 수 있으나 부끄
러운 마음을 잃어버리면 짐승의 세
계로 돌아가 버리니 매우 중대한 일
이다”라고 말했다.
맹자 “부끄러워함은 중대한 일”
다산 정약용은 그의 경학연구서
인 맹자요의(孟子要義)에서 “그
남만 같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않
는다면 어떻게 남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不恥不若人 何若人
有)”라고 해석하여 착한 일을 하는
사람과 같은 일을 하지 못함을 부끄
러워할 때만 남과 같이 착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없
다면 주자의 설명처럼 짐승의 세계
로 추락하고 말 것이라는 의미로 해
석하였다. 맹자·주자·다산의 부끄
러움에 대한 의미를 종합해보면, 인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
간은 자신의 잘못에 부끄러움을 느
끼고 반성하고 후회할 때 진보할 수
있지만,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
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짐승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는 뜻으로 받아들
일 수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 말해지는 이야
기에 ‘후안무치(厚顔無恥)’니 ‘철면
피’니 하는 말들이 있다. 얼굴이 두
꺼워 어떤 잘못한 일에도 수치스럽
다는 태도가 없고, 얼굴에 철판을
깐 듯 부끄러운 표정조차 짓지 않는
경우를 뜻하고 있다. 인간이 본래부
터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을
하고 나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면
바로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부끄러
운 마음을 지니지 않고서야 반성이
라는 덕목은 나올 수 없다. 짐승들
이야 자각하는 양심도 없고, 양심이
없는 한 어떤 경우에도 부끄러운 마
음, 즉 수치심을 느낄 수 없다.
회갑 맞은 다산의 반성
그런 이유로 공자 같은 성인도
부끄러움 느끼고 반성할 때 진보
양심·수치심 잃어버린 이 많아
성현 아닌 한 잘못 저지르지만
반성할 줄 모르면 죄인으로 추락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죄악을 범했
다고 여기지 않지만, 자신의 기록을 보면 ‘착함을 즐기고 옛것을 좋아함 (樂善好古)’이야 좋았지만, 행동에
너무 과감했고 포용력도 부족하고, 반대파를 너무 혹독하게 비판했고, 선현의 학설에 가혹한 지적을 했던
점에 대하여는 후회하고 반성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성인이 아니고서야 잘못을 저지
르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저지른 잘못도 반성하고 후회한다면
잘못에서 벗어나지만, 후회하고 반
성할 줄도 모르고 부끄러운 생각조
차 지니지 않는다면 그때는 큰 죄인
이나 악인이 되어버리고 짐승으로
추락해버린다는 성현의 말씀이다.
오늘의 세상을 보자. 국민 누가 보
더라도 저런 일은 분명히 잘못한 일
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국가 최고 지
도자나 지도급 권력자 누구 하나 잘
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후회하는
표정이라도 짓는 경우를 본 적이라
시조가 있는 아침 232
유월을 풀다 김민정(1959∼ )
비에 젖자 하나둘씩
자서전 격인 글에서 생애 동안의 잘
못에 대해서 반성하고 후회하면서,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인생의 목표인 ‘현인(賢人)’ 수준에 이르겠노라는 각오를 표현한 바 있
다. “1762년에 태어나 1822년을 맞았
으니 갑(甲)이 돌아온 60년의 회갑
이다. 모든 해가 죄를 짓고 후회하면 서 보낸 세월이다. 모든 잘못을 거두
어 매듭짓고, 생을 돌이켜 올해부터 는 정일하게 몸을 닦고 실천하면서 하늘이 내린 밝은 천명을 돌아보며
여생을 마치겠다.”(자찬묘지명) 우 리 같은 범인의 입장에서는 다산이
논어의 곳곳에서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저지른 잘못에 대하여 반 성하고 후회하면서 옳은 일로 고치 기만 하면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 정약용도 회갑을 맞는 해에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며 지은
도 있는가. 만인이 인정하면서 저런
일에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주기를 기대하는 일에도
일체의 잘못은 없고 사과나 반성한
빛도 없다는 데에야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국민 21%의 지지층을 제
외한 대다수 국민이 어떻게 더 참으 며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인간에 게는 절대로 속이거나 감출 수 없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다. 아무도 모르 는 자신의 양심, 오직 자신만은 자신 의 양심을 알 수가 있고 하늘만은 인 간의 양심을 들여다보고 있다. 광명 천지의 하늘이 내려다보는 양심, 잘 못하고 느끼는 부끄러움, 죄를 짓고
느끼는 수치심, 그런 것을 어떻게 송
두리째 감출 수 있는가. 이제는 부끄
러움을 아는 세상으로 돌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