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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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년 전통의 대한민국 최장수 월간지 SINCE 1910 - 제1,170호

시대를 읽고 삶에 희망을 주는

2017 서울미래유산 등재 (Seoul Future Heritage)

월간

11 2017

sijosa.com

권두언 기계의 예측

시론 참된 평안과 청렴한 길

마음 산책 도시락

시대의 징조 스스로 할 수 없는 일

기행 수필 경복궁 단풍

과학 이야기 대륙 이동설과 판 구조론


권두언

기계의 예측 비록 기계가 정확한 예측을 해내지 못하더라도 인간의 예측보다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다면 인간의 기계에 대한 신뢰도와 의존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곁에 온 미래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 나는 스마트폰의 위치 기능을 켜 두는 편이다. 얼마 전에는 자동차로 퇴근하던 중 패스트푸드 매장 앞 을 지나게 되었다. 스마트폰에서 ‘띵동’ 소리가 나기에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집에 도착한 후 스마트폰 을 열어 보니 아까 지나왔던 패스트푸드점에서 내가 매장 앞을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하고는 ‘햄버거 할인 쿠폰’을 보내온 것이 었다. 며칠 후에는 커피 전문점 앞을 지나는데 아니나 다를까 스마트폰에 ‘커피 할인 쿠폰’을 보냈다는 알림 메시지가 떴다. 처 음에는 이런 일들이 신기하더니, 생활 전반에 걸쳐 빈번하게 일어나니 이제는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또 한번은 지금 신고 있는 등산화가 낡아 인터넷으로 ‘등산화 하나를 구입할까?’ 하고 인터넷 쇼핑 검색창에 ‘등산화’를 입력했다. 10여 분 남짓 물건 을 살펴보았다. 그 후로 며칠 동안 인터넷 창을 열었다 하면, 여러 브랜드의 등산화를 소개하는 팝업 창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잠시 살펴보기만 했을 뿐인데 말이다. 누군가 가까이서 나를 끊임없이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  Signs of the  Times


얼마 전에는 북한강변을 따라 시원한 바람을 만끽

더해 준다고 한다.

하며 자전거 하이킹을 즐겼다. 잠시 벤치에 걸터앉아

미국의 MIT 공대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때마

에서도 캠퍼스를

침 어떤 젊은 청년이 자전거를 타고 우리 앞을 ‘쌩’ 하

안내하 는 드론인

고 지나갔다. 그런데 그 청년의 10미터쯤 머리 위로 드

‘스카이 콜(Sky call)’

론이 지나갔다. 누군가 근처에서 드론을 지켜보며, 드

을 개발했다. 이 드

론을 날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론은 빠

론은 스마트폰 앱

른 속도로 저만치 날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

을 설치하고 ‘콜(Call)’ 버튼을 누르면, 드론이 스마트폰

다. 순간 ‘누군가 시야에서 드론을 놓쳤으니 자신의 드

의 위치를 찾아 날아온다. 그리고 이용자가 앱을 이용

론을 잃어버린 게 틀림없다.’라고 생각했다. 며칠 후, 드

해 찾아가려는 강의실 번호를 입력하면 천천히 머리

론에 관심이 있는 한 청년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

위를 날며 길을 안내해 준다. 그 외에도 국내의 기술진

더니, “그 드론은 잃어버린 게 아니고, 자전거를 탄 청

이 개발한 통역기 헤드셋을 착용하면 스마트폰을 조작

년이 자신의 머리 위 10미터쯤 머물도록 설정해 놓고,

하지 않고도, 시끄러운 장소에서도 주변의 잡음이 들

자전거를 타는 자신의 모습을 공중에서 찍었을 거예

어간다 할지라도 크게 방해받지 않고서 외국인과 직접

요. 드론에 동영상 카메라를 설치했기 때문에 아마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상

드론은 자전거를 탄 라이더와 함께 날아갔을 것”이라

대방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시선을 주고받

고 설명해 주었다. 예전에는 전문 기술진들이나 가능

으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의사소통할 수 있을

했던 <항공 촬영>을 이제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조금

정도로 <자동 통역 기술>이 발달했다. 또한 무인 자동

만 노력을 기울이면 배우고 익힐 수 있다는 생각에 약

차 기술과 의료용 로봇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

간의 두려움마저 생겼다. 도대체 세상의 기술과 정보는

고 있다. 이처럼 똑똑한 기계들은 점점 인간의 영역을

어디까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변화할 것인가? 이처럼

침범해 오고 있다. 기계의 기능은 날로 발전하고, 기계

급변하는 세상에서 나만 홀로 뒤처지는 것은 아닌가

의 지능 역시 빅데이터를 수집해 매우 합리적인 판단

하는 염려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으로 인간의 신뢰를 얻고 있다. 미래의 기술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보다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비록 기계가

기계의 지능

정확한 예측을 해내지 못하더라도 인간의 예측보다 조

이런 일들이 있고 난 후,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책

금이라도 더 정확하다면 인간의 기계에 대한 신뢰도와

과 자료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이미 2012년에 호 주의 로열 멜버른공대(Royal

의존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는 혼자 조깅하는 사람 앞에서 날아다

기계의 역습

니는 드론인 조거봇(Joggobot) 을 개발했다. 조거봇은

인류는 18세기에 증기 기관과 기계의 발달로 혁신적

달리는 사람의 3미터 앞에서 날아다니며 마치 조깅 트

인 생산 효율을 가져왔고, 19세기 2차 산업 혁명으로

레이너처럼 길을 안내하고, 달리는 속도를 조절해 주

전기와 조립 라인을 통한 분업에 의해 대량 생산을 이

는 역할을 해 주어 조깅하는 사람에게 달리는 의욕을

루었다. 그러다 3차 산업 혁명을 통해 전자 공학과 IT 2017. 11.  3


기술을 이용한 자동화 공정으로 인간이 다루기 어려

있다. 그러나 기억하자! 인간은 단지 지능만 가진 존재

운 복잡한 작업을 1대의 기계가 수천 명의 노동자를

가 아니다.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

대체함으로 생산성의 극대화를 이루었다. 이제 우리 는 제4차 산업 혁명을 통해 지능형 기계와 정교한 네

우는 체할 수는 있어도 울 수는 없다

트워크를 가진 스마트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세상에

미래에 뛰어난 인공 지능을 가진 로봇은 “우는 체할

살고 있다. 제4차 산업 혁명은 인공 지능(AI

: Artificial

수는 있어도 울 수 없는 존재이다.” “꿈을 가진 척은 할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산업

수 있어도 인간처럼 꿈을 꾸며, 꿈을 향해 정진할 수

환경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기계화와 대량 생산

없는 존재이다.” 한발 더 나아가 “생명이 있는 척할 수

능력에 관해서는 더 이상 사람이 기계와 경쟁이 되지

는 있어도 생명이 없는 존재이다.” 로봇은 사랑할 줄 모

않는 세상이다. 어떤 미래학자들은 생산과 소비의 혁신

르며, 꿈꿀 줄 모르고, 절망할 줄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적인 변화를 내다보면서, 생산은 로봇이 하고, 소비는

그것들은 <영생에 대한 소망>이 없다. 지혜자 솔로몬

인간이 하며 더 이상 <생산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은 인간이 가진 가장 큰 축복과 특권을 이렇게 말한다.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우스갯소리로 “현대식 직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

물 공장은 사람 1명과 개 1마리만 고용하면 된다.”라고

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

말한다. 즉 개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과 사람들이 기계

느니라”(전도서 3장 11절). 인간은 감정이 있고, 생명이

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짖을 수 있는 개만 있으면 된다

있다. 그리고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구를 갖고 있다. 로

는 말이다(출처 : <4차 산업 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 타일러

봇은 감정이 있는 척, 생명이 있는 척할 수 있을지 몰라

코웬 저).

도 인간의 존재 가치는 아무리 뛰어난 인공 지능을 가

Intelligence)으로

기계가 우리의 행동과 의도를 분석하는 일이 잦아

진 로봇이 대체할 수 없으므로 미래 사회에 대한 불안

졌고, 이제 우리는 <기계와의 경쟁>을 불가피하게 받

감이나 두려운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하나님은 “하

아들여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음성 분석을 바탕으로

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창세기 1장 27절)하셨

거짓말을 탐지하는 소프트웨어의 활용 기술 역시 점

다. 인간은 하나님께서 친히 창조하신 <최고의 걸작품>

점 발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계는 사람보

이다. 일견 기계화와 자동화 그리고 인공 지능(AI)의 혁

다 훨씬 빠르게 거짓말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

신적인 발전으로 인간이 자리할 영역이 점차 줄어드는

들은 점차로 사람보다 기계의 예측력을 더 신뢰하게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 가운데서

다. 때로는 <나도 모르는 나의 성향을 기계가 예측>하

도 생명을 간직한 인간은 인간 그 자체로, 인간으로서

기 때문에 더욱 깜짝 놀랄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 축적

의 탁월한 존엄과 뛰어난 가치를 잃지 않는다.

되는 기계의 학습, 그에 따른 기계의 예측 그리고 <기 계의 역습>이 인류의 미래를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몰 아가는 듯하다.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 일 역시 <특이점이 온다 : The Singularity Is Near>라 는 책에서 놀라운 기술의 발전으로 머잖아 인공 지능 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이 온다고 예측한 바 4  Signs of the  Times

박재만 editor@sijosa.com  본사 편집국장


시대를 읽고 삶의 희망을 주는

시조

월간

2017. November. Vol. 1170 Perspectives

세상을 보는 시조의 눈

Cover Feature

커버 특집

02  권두언

기계의 예측 _박재만

06  시대의 징조

스스로 할 수 없는 일 _주민호

10  시론

참된 평안과 청렴한 길

13  책 사잇길

관찰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_설혜경

_도현석

의로운 자의 속성 17  여덟 가지 속성 _김관수 20  진정한 순종 _아놀드 휠러

People, Faith, Life Story

24  時兆가 만난 사람

첫 시집 <사라지는 것들> 펴낸 시인 조영민 _김범태

사람, 신앙, 삶 이야기

27  기행 수필

경복궁 단풍

30  마음 산책

도시락 _연규인

32  영혼의 양식

의학적으로 밝혀진 봉사의 가치 _이종열

34  자녀 교육

어릴 때 심어진 경제관념이 부자 만든다 _채로미

37  과학 이야기

대륙 이동설과 판 구조론 _최준태

Sharing Hope

40  Q & A

질의응답  _ 편집실

나누는 희망

41  독자의 글

예순한 살이 된 친구들에게

_최선경

42

희망의 시조 보내기 운동

43

신조어로 본 세상 / 퀴즈 (틀린 그림 찾기)

44

말씀이 생각나는 풍경

_이미숙

인쇄  2017.  10. 24.   발행  2017. 10. 26. 등록 - 1960.  7.  1.   등록번호 (제동대문 라 00045호) 월간 교양지  발행인 황춘광  편집인 박재만  인쇄인 엄길수  편집장 김해성(sijo@sijosa.com)  취재·교열 박정은   디자인 이혜연  발행·인쇄처 시조사 :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로1길 11  대표전화 (02)3299-5300  주소변경·독자문의 (02)3299-5317~9  구독신청 (02)32995311~3  내용·투고 문의 (02)3299-5322  팩스 (02)960-0848  ISBN 2233-7490  1년 정기 구독료 39,000원  본지는 한국 간행물 윤리 위원회의 윤리 강령 및  실천 요강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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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시조의 눈 시대의 징조

스스로 할 수 없는 일 얼마 전 어느 도시에 있는 한 교회로부터 주말 부흥회 요청을 받고 말씀의 은혜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에 한 여집사님이 반가이 인사를 건넸다. 예전에 선교사로 봉사하던 중 그곳 교회에서 만났던 분이었다. 너무 반가워서 남편 되신 분의 이름을 언급하며 안부를 묻자 요즘 교회 출석이 뜸해졌다며 다소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집사님의 남편이 컴퓨터 게임 중독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6  Signs of the  Times


중독이란

제랄드 메이(Gerald

G. May) 는

의 저서 <중독과 은혜(Addiction Grace)>에서

and

중독을 “사람의 의지와

욕구를 사로잡는 강박과 강압 혹은 몰 입의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는 중독을 심리적 악성 종양으로 비유하 면서 그것은 우리 삶의 에너지를 특정 한 것에 집착하도록 빨아들여, 다른 대상이나 다른 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에너지와 욕구를 빼앗아 소진시켜 버리는 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 들은 스스로의 욕구와 선택에 의해 중 독의 사슬에 자신을 옭아매지만 역설 적이게도 후에는 이 사슬이 사람을 옭 아매어 스스로는 벗어날 수 없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이것을 중독이라 부른다.

중독 사회

흔히 중독을 말할 때 알코올, 도박, 게임, 마약 중독을 4대 중독이라 일컫는다. 최근 발간된 ‘중독, 100가지 오해와 진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700여 만 명이 4대 중독으로 고 통을 겪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는 225만, 마약 중독자는 12만, 도박 중독자는 206만, 인터넷 (게임)

중독자는 268만으로, 이는 국민 7명 중 1명꼴로 사회가 이미 중독에 물들어 있으며, 해

마다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 심각성이 있다. 특히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알코올 과 인터넷의 경우 청소년들의 중독과도 연관되어 있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알코올 소비의 경우 꾸준히 늘어나 2014년 연간 통계에 따르면 성인 1인당 소주 소 비량은 63병, 맥주는 149병이었다. 청소년 음주율은 약 16퍼센트로 6명 중 1명이 음주자였으 며 다행히도 지난 몇 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경우 청소년 75만 명이 인터넷 중독으로 장애를 겪고 있는데, 이는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인터넷에 중독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가정마다 인터넷 보급은 물론 개인의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되면서 인터넷 중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통계에 의하면 가구당 인터넷 보급률은 한국이 85.7퍼센 트로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해 있다. 또한 한국인 10명 중 9명이 스마트폰 보유자라고 한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 만원임에도 조용한 이유는 대부분 스마트폰에 열중하기 때문이 다. 실제 스마트폰 사용자에서 인터넷 중독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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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과 뇌 신경 질환

의료 전문가들은 중독을 뇌 기능과 구조를 손상시키는 뇌 신경 질환이라고 진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극복 가능한 증상이 결코 아니다. ‘이번 한 번만’ 이라는 수없는 다짐에도 불구하고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쾌락 중추 및 이 를 조절하는 전두엽 등 뇌 부위에 이상이 발생한 결과 자유 의지를 발휘하는 회로가 차 단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의지의 한 부분은 진정으로 해방되기를 원하며, 또 언제 든지 원하는 때에 그만둘 수 있다고 스스로 자만한다. 그러나 의지의 다른 한편에서는 강력하게 그 중독 습관을 계속하기를 원한다. 후자의 의지가 훨씬 더 강하기 때문에 언 제나 결심은 패배해 버린다. 그래서 충동과 욕구를 스스로 억제할 수 없다는 것에 절망 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자기혐오에 빠져 자살로 마감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중독은 개 인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은 물론 가정 결속의 붕괴와 사회 안전에까지 심각한 폐해를 유발하는 문제이다. 게임에 빠져 자기의 아이를 굶겨 죽인 젊은 부부의 얘기는 중독의 파괴성에 대한 대표적인 예이다. 사회는 빠르게 중독되고 있으며, 중독으로 인한 자살과 살인, 강도, 절도, 폭력과 성범죄는 날로 늘어 가고 있다.

중독의 원인과 치유 방법

영국의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Johann Hari) 는

중독 유발 요인과 중독자들을 도

울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자 48,000킬로미 터 이상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 났다. 마침내 캐나다 심리학 교수 브루스 알렉산더(Bruce

Alxander)의

실험을 만나

면서 그는 중독 요인과 해결에 대한 실마 리를 찾았다. 우리에 쥐 한 마리를 넣고 한 병에는 물을, 또 다른 한 병에는 헤로 인이나 코카인이 섞인 물을 놓았을 때 쥐 는 100퍼센트 마약이 든 물을 찾는다. 그 런데 ‘쥐 공원’을 만들어 주고 같은 실험을 했을 때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쥐 공 원’이란 충분한 양의 치즈와 각종 놀이 기 구와 공간, 많은 친구가 있는 우리를 말한 다. ‘쥐 공원’에서는 한 마리도 마약이 든 물을 마시지 않았다. 혼자 고립되어 있을 때는 100퍼센트 마약이 든 물을 마셨지만, 다른 쥐와 함께 행복하고 교류하는 삶이 있는 곳에서는 마약이 든 물을 남용하는 쥐는 없었다. 따라서 요한 하리는 중독을 관계적인 요인이라고 제시한다. 즉 정신적 충격을 받 8  Signs of the  Times


거나 고립되거나 삶의 무게와 스트레스에 억눌려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어려워질 때 사 람들은 안도감을 찾고자 그 어떤 것을 갈구하게 되는데, 그것이 술이나 도박, 성인물, 마 약, 게임 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서로 교류하는 ‘쥐 공원’보다 홀로 고립 된 ‘쥐 우리’에 가깝다. 친구와 교류하고,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보다 개인이 홀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공간을 친구와 맞바꾸고 물질을 교류와 맞바꾼 외로운 사회에서 중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중독을 치유하는 길은 중독자에게 가 정과 이웃, 친구와의 교류를 회복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독으로부터의 자유

정신과 의사인 제랄드 메이는 최상의 정신 의학 방법론들이 중독 치료에 효과가 없었 음을 시인하면서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되었다가 회복된 몇몇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에게 이른 근본적인 치유는 영적인 힘, 즉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었음을 발견하였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중독은 통제 불능 상태이다. 중독의 노예 상태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할 때 사람은 전능자의 손을 붙잡게 된다. “예수께서 그들을 보시며 이르 시되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하실 수 있느니라”(마태복음 19장 26 절). 중독의 사슬은 오직 전능자 하나님에 의해서만 끊어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기자 찰스 두히그(Charles Power of Habit)>에서

Duhigg)

역시 그의 저서 <습관의 힘(The

유사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습관 교체 기법

을 훈련받은 후에 잠시 술을 끊고 지내다가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당수가 다시 술 을 마시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심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술의 유혹을 이기는 이들이 있었는데 두히그는 그들이 공통적으로 초월적인 존재, 즉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 는 이들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고 있다. 사람이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나님은 능히 이루신다. 430년간 애굽의 노예로 살 았던 이스라엘을 죄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키신 분은 야훼 하나님이셨다. 홍해를 건널 때 애굽의 군대들이 뒤를 쫓았지만 하나님은 하나의 군대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제거해 버리셨다(출애굽기 14장 28절). 그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우리 개개인을 얽매고 있는 중독의 사슬도 남김없이 제거할 수 있으시다. 스스로는 물론이요 아무도 제어할 수 없었 던 거라사의 광인을 온전히 회복시키신 분은 말씀이신 하나님, 즉 예수 그리스도이셨다 (마가복음 5장 1~8절). 하나님을 찾고 부르며 도움을 간구하는 자들에게 하나님은 당장 중독으로부터의 자유를 제공하는 분이시다. 결론적으로 모든 중독자가 하나님을 사랑 하고 이웃과 사랑의 교제를 회복할 수만 있다면 치유는 신속할 것이다.

주민호 mhjoo@nsdadventist.org 북아시아태평양지회 종교자유부장 및 선교학 박사로서 시대의 예언적 흐름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예언 연구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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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시조의 눈 시론(時論)

참된 평안과 청렴한 길 세월호 사고로부터 시작하여 국정 농단까지 모든 국민이 함께 괴로워하며 흘려보낸 시간이 마치 인제와 양양을 잇는 긴 터널처럼 구부러져 갔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자중하던 북한은 잊을 만하면 미사일을 쏘아 대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내각 구성을 위한 청문회는 자격 미달이라는 날카로운 공격 속에서 외줄 타기처럼 힘겹게 진행되었다.

미사일 또 미사일

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작전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그

미국에 대한 도발이라고 인식될 만한 미사일 시험

러나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을 뿐 전쟁을 일으

발사는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

키려는 생각은 없다고 본다. 유럽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기를 건드려서 한반도 전쟁설까지 난무하였다. 정치 상

김정은이 세상 물정을 모르겠는가? 우리를 건들지 말

황에 문외한인 나의 개인적인 느낌은 김정은과 트럼프

라는 강한 신호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김정은은 어쩔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 없는 한민족의 혈통을 가졌다.

김정은은 국가 내부 장악을 위하여 임진왜란을 일으켰

10  Signs of the  Times


우리는 큰소리치는 사람이 힘센 것으로 인식하는 경

남한 사람들은 설마 쏘지 않겠지 하고 스스로 위로

향이 있다. 시장통에서 늘 멱살을 잡고 싸우던 사람들

하고 있지만, 또 미사일을 쏘았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

의 모습이 그려진다. “너 죽인다.”고 하면서 큰소리치고

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금값은 올라가고 달러화

싸웠지만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이제 시장통이 대형

도 올라가고 불안도 함께 상승한다. 방송사는 앞다투

마트로 바뀐 세상에서 그런 무질서는 보이지 않는다.

어 가상 시나리오를 전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가중

목소리만 큰 한국인의 모습을 떠올리면 김정은의 발사

시킬 뿐이다. 참으로 난감한 시간이다. 우리는 도대체

시험은 그저 큰소리치는 것으로 보면 되리라. 그러나

무슨 생각을 하며, 무슨 대비를 하며 이런 순간들을 넘

계속되는 미국의 제재에 북한은 그야말로 위협을 느끼

겨야 하는가? 그럼에도 국민들은 태평이다. 비상식량

고 미국을 쳐서라도 삶의 자리를 보전해야겠다는 생각

이나 물을 사재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성경에 “평안하다, 안전하다”라고 생각하는 중에 갑

이제는 한국인의 성질이 많이 바뀌어서 주차 시비

자기 망한다는 말씀이 있다(데살로니가전서 5장 3절).

로, 층간 소음 시비로, 사소한 일로 서로 죽이는 시대

이 세상에 평안이란 없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는 언

가 되었다. 김정은은 그 옛날의 한국인인가? 아니면 심

제든지 싸울 태세가 되어 있다. 하지만 예수님은 “나의

성이 변한 한국인인가? 심성이 변했다면, 정말 미사일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고 하셨다(요한복음 14장 27

을 쏠 만도 하다. 그러나 미국이 얼마나 무서운 나라인

절). 불안한 이 순간 예수님 안에서 얻을 수 있는 평안

지 그가 모르겠는가? 그가 까불고 장난을 쳐서 미국

을 추구하자. 그 평안은 나의 이익을 위하여 당장에라

을 열 받게 하더라도 미국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할 것

도 싸울 수 있는 평안이 아니라 나의 모든 것을 내어

을 알기 때문에 저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줄 수 있는 마음의 넉넉함을 보장하는 평안일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중 북한은 또 수소 폭탄 실험에 성공했 다고 국영 방송을 통하여 큰소리로 뉴스를 내보낸다.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리스도의 평안을 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를 깔보지 말라는 말이다. 미국은 마치 덩치 큰 장 사 앞에서 까불어 대는 애송이 꼬마를 보는 듯하지만,

청문회

그 꼬마를 우습게 볼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미

언제부터인지 이 나라는 청문회에 재미를 붙였다. 낙

국의 고민이 날로 더 깊어 가는 한국의 가을이다. 한

마시키려는 사람은 시시콜콜 사생활을 다 뒤지고 다니

국 정부는 응징이니 제재니 하는 강한 어조로 북한을

며, 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외줄 타기를 하면서라도, 거

누르려고 하지만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듯

짓말로 얼버무려서라도 그 자리를 꿰차려고 한다. 예

싶다. 참으로 딱한 대한민국이다. 강대국의 등쌀 속에

전 같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들도 높은 수준

서 맥을 추지 못하는 형편이 얼마나 더 오래 지속될 것

의 도덕성을 요구하며 삶을 검증해야 한다는 야당의

인가?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했다지만 지정학적인 이

목소리를 따라 강도 높은 심사를 받고 있다. 가장 중요

유 탓에 나라의 운명이 강대국의 손에 달려 있으니, 자

하게 고려되는 것이 준법정신인데, 이 나라는 준법정신

주국방을 외치던 그 구호는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하단

이 땅에 떨어진 것 같다. 소위 지도급 인사들이 그러니,

말인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옛말이 뼈저리게 느

2017. 11.  11


껴진다. 걸리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수준의 준법정신은

독의 원칙을 강하게 자기 삶에 적용하고, 그의 교육 철

청문회 앞에서 난도질을 당하고, 후보자들은 낙마하

학 속에서 강조한 것은 20세기 초의 한국인의 실상이

여 수치를 안고 숨게 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오히려

어떠함을 넉넉히 보여 준다. 그때는 정직이란 덕목을

떳떳하다는 듯이 앞으로 질주한다.

찾기 어려웠던 것 같다.

옛 성현들의 가르침은 겉치레만 하는 도덕성이 아니 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도덕성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의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놀이터가 되는 형국이

그러나 명예와 재물에 눈이 멀고, 권세와 욕망에 사로

아니라 야당의 인사들이 후보자들의 뒤를 캐다가 그들

잡히면 눈가림만 하는 저질스런 도덕성에 머물게 된다.

의 아름다운 삶을 발견하고 오히려 입장을 바꾸어 청

사방에서 블랙박스와 폐쇄 회로가 감시하는 세상, 어

문회에서 검증받는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하는 청문회

디 숨으려 해도 숨을 수도 없는 세상, 감추려 해도 감

로 승화시킬 날이 올 것인가? 성경의 가르침과 통하는

추어지지 않는 세상, 정직하고 순결하게 사는 길밖에

도산의 정신이 다시 한민족의 정서 속에 녹아들 때, 그

다른 길이 없다.

런 아름다운 모습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 대

성경은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숨을 수 없다는 사실

한민국! 이 나라는 세계 역사에서 그 흐름을 바꿀 무

을 이미 오래전에 설파하였다. “주께서 나의 앉고 일어

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약소국을 수탈하거나, 군사

섬을 아시며 멀리서도 나의 생각을 통촉하시오며 나의

강국이 되어 으름장을 놓으며 세계의 질서를 확립하려

길과 눕는 것을 감찰하시며 나의 모든 행위를 익히 아

는 이익 공동체가 아니라 모든 나라가 잘살고, 모든 부

시오니…”(시편 139편 2~4절). “주에게서는 흑암이 숨

족함이 채워지게 하며 새로운 질서를 시작하는 원천이

기지 못하며 밤이 낮과 같이 비취나니 주에게는 흑암

될 수 있을까? 정직과 순결을 온 세상에 퍼뜨리는 나

과 빛이 일반이니이다”(시편 139편 12절).

라가 될 수 있을까? 핵 실험으로 온 세계를 긴장 속에 빠뜨리는 나라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 전혀 해를 끼치

도산 안창호가 강조한 신독(愼獨)이라는 삶의 원칙은

지 않고,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지도 않고, 서로 돕는

사서삼경 중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에서 배운 것으로

국제 관계를 창조해 내는 나라가 되라고 주문하는 것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고

은 너무 이상적인 부탁일까? 그런 일이 일어나려면, 하

삼간다는 뜻이다. 이것은 눈가림만 하지 않겠다는 것

나님이 늘 보시는 것으로 생각하고 살아야 하며, 특히

이며 신실하게 살겠다는 의미이다. 남이 보든 말든 정

공직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삶이 백일하에 드러난다는

직한 길을 따라 나는 곧게 나가겠다는 각오이다. 이 자

사실을 염두에 두고 청렴한 길을 가야 할 것이다.

세는 바울의 가르침과 통한다. “종들아 모든 일에 육신 의 상전들에게 순종하되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자와 같 이 눈가림만 하지 말고 오직 주를 두려워하여 성실한 마음으로 하라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 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로새서 3장 22~23절). 여기서 동서양이 잘 통하고 있다. 도산이 신

12  Signs of the  Times

도현석 hyunsokdoh1010@hotmail.com 미국 앤드루스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성서신학 PhD)를 마 친 후 러시아, 필리핀에서 가르쳤고 미주 시조사 편집국장 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삼육대학교 신학과 교수이다.


세상을 보는 시조의 눈 책 사잇길

관찰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에이미 E. 허먼, <우아한 관찰주의자>

대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나는 방학 동안 70여 권의 책 을 읽었다. 매일 한 권씩 읽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처음 부터 그럴 계획이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방학에는 책 좀 읽어 보자는 생각에 도서관을 들락거렸고, 빌린 책을 재미있게 보 다 보니 매일 한 권씩 읽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렇 게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었던 데에 작은 도움을 준 사람이 한 명 있다. 학교 도서관 사서였다. 독서에 탄력이 붙어 매일 한 권 씩 읽기 시작하던 방학 초기, 그날도 나는 도서관 인문 과학실 에서 읽고 싶은 책을 들고 대출대 앞에 섰다. 그런데 그런 나를 보고 담당 사서가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책 열심히 읽는 학생이네. 3일마다 한 번씩 빌려 가잖아요.” 말 한번 해 본 적 없는 나를,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당시 도서 관은 하루 3권까지만 대출이 됐다. 그 때문에 나는 매일 한 권 씩 3일 동안 책을 읽고 다시 대출하는 식으로 3일 간격으로 도 서관을 드나들었던 것이다. 항상 그녀가 대출 처리를 해 주었 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녀는 수많은 이가 오가는 도서관에서 3 일마다 3권의 책을 빌려 가고 두꺼운 안경을 쓴 여학생을 용케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내 기분은 어땠을까? 학부 제로 들어와 학과도, 지도 교수도 없었던 나에게 그녀는 유일 하게 학교에서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정 말 ‘책 열심히 읽는 학생’이 되기로 했고 그 뒤로 ‘3일의 약속’ 은 깨지지 않고 지켜졌다.

2017. 11.  13


미술 작품으로 관찰 훈련하기

수 있다. 이제 다시 한번 세부 장면을 살펴보라고 저자

단 몇 마디의 말이었지만 그 사서의 관찰력과 관심

는 권한다.

은 나에게 큰 격려가 되었다. 이러한 관찰의 힘을 역설

앉아 있는 여자의 뒷목에서 진주 목걸이를 묶은 흰

하는 책이 <우아한 관찰주의자>이다. 일단 저자의 이

색 리본이나 테이블에 놓인 종이에 중간까지 글씨가

력이 매우 독특하다. 그녀는 변호사일 뿐 아니라 미술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면 충분히 본 셈이다. 더 꼼꼼히

사가이며, 뉴욕 프릭 컬렉션(The Frick Colletion)의 교육

보면 빛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오는지도 말할 수 있고,

담당자이다. 또한 그녀는 의대생들의 관찰 기술을 위

앉아 있는 여자의 왼쪽 소매 끝에 깊은 주름이 잡힌

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의사들에게 환자 기록이 아니

것, 잉크통과 컵에 비친 창문도 볼 수 있다.

라 환자를 직접 관찰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뿐 아니라

이 정보들을 가지고 두 인물에 대해 생각해 보자. 서

FBI, 미 국무부, 군인, 기업체의 전문가들에게 더 명확

있는 여자는 하녀일까, 친구일까, 어머니일까? 서 있는

히 지각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흥미로

여자는 얼굴의 살결이 앉아 있는 여자와 비슷하게 매

운 것은 관찰 기술을 가르치는 도구가 다름 아닌 ‘미술’

끄러운 것으로 보아 둘은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을 것

이라는 사실이다. 미술에는 인간을 둘러싼 시공간과

이다. 또 서 있는 여자의 무늬도 장식도 없는 옷차림과

인간의 행동과 정서가 모두 담겨 있다. 저자는 관찰과

머리를 그냥 말아 뒤로 넘겨 묶은 모습으로 보아 두 사

지각과 소통 기술을 연마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미

람이 친척이나 같은 계급이 아니라고 추론할 수 있다.

술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럼 대체 어떻게 미술을 통해

더 자세히 보면 서 있는 여자의 오른손 손목 아래 일하

관찰력을 훈련할 수 있을까?

는 손의 붉은색 피부와 평소에는 덮여 있는 팔뚝의 옅 은 색 피부가 나뉘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앉아 있는 여 자의 팔은 일정하게 흰색이다. 또 둘의 자세를 보면 서 있는 여자가 앉아 있는 여자에게 편지를 건네주고 있 는 것 같다.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둘의 관계는 하녀와 안주인일 거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 이 그림은 얀 페이메이르의 ‘여주인과 하녀’다. 이처럼 저자는 그림을 통해 세세한 정보를 포착해 냄으로써 우리의 지각력과 관찰력은 훈련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보기는 해도 관찰하지 않는다 그럼 의사나 경찰, 군인,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배 워야 할 만큼 관찰이 중요한가? 저자는 추리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의 스승이었으며 그의 소설 속 인물인 위의 그림을 관찰해 보자. 앉아 있는 여자의 무릎 위

명탐정 ‘셜록 홈스’의 실제 모델인 ‘조지프 벨’ 박사를 언

에 있는 주황색 장식 띠가 보이는가? 오른손에 쥔 깃

급한다. 1877년 에든버러 대학교 의과 대학에서의 전

펜, 왼쪽 끝에 파란색 테이블보가 접혀 있는 것도 볼

설적인 강연에서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환자들의 병

14  Signs of the  Times


과 직업 등을 정확히 파악했다. 예컨대 그는 아랫입술 의 작은 궤양과 뺨의 반질거리는 흉터를 보고 환자가 뺨에 가까이 붙여서 쓰는 짧은 담배 파이프를 자주 사 용한다는 것을 알아냈고, 검지의 한쪽 면이 약간 딱딱 하고 엄지의 바깥쪽이 두꺼워진 것을 보고 환자가 코 르크 직공이거나 지붕 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고 한다. 그는 짐작만으로 잘못된 진단을 내리는 학생 들을 꾸짖으며 마치 예수님처럼 이렇게 말했다. “자네 는 귀가 있어도 듣지 않고, 눈이 있어도 보지 않는군.” 이 책에는 주의 깊은 관찰력을 통해 테러 공격에서 살아남거나 긴급한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 수많은 사례 가 등장한다. 그러나 관찰력은 모든 분야에서 다 요구 된다. 사회복지사가 아동이 멍이 든 것을 제대로 관찰

수와 김밥이 나왔는데 평소에 나오던 것과 달랐다. 원

하여 보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몸에 멍이 있다고

래 양념간장이 올라가 있는 잔치국수는 국수와 양념

모두 아동 학대의 증거는 아니다. 다리에 든 멍은 정강

장이 따로 나왔고, 김밥은 평소보다 두세 배는 얇게 썰

이를 자주 부딪치는 활동적인 아이라는 뜻일 수 있다.

어져 있었다. 매운 음식과 큰 김밥을 아이가 먹기 힘들

또 동그란 멍은 주로 뭔가에 부딪혀서 생긴다. 그러나

까 봐 사장님이 해 주신 배려였다. 사람이 붐볐던 그 식

길거나 직사각형이거나 손바닥 모양인 멍은 그렇지 않

당에서 사장님은 어른과 함께 어린아이가 들어왔다는

다. 또 노란색 멍은 처음 충격을 받은 뒤 적어도 열여덟

것을 잊지 않고 계셨다. 관찰은 관심이고, 관심은 배려

시간이 지났다는 뜻이다. 똑같은 멍이라도 어떻게 관

로 이어진다. 신경 써서 볼수록 상황은 더 잘 보이게 마

찰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맥락으로 파악될 수 있는

련이다. 반대로 세심하게 보지 않으면 눈앞의 것조차

것이다.

보지 못할 수가 있고, 이것은 무관심과 방관으로 이어 지기도 쉽다.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수다스러운 그녀는

관찰은 관심이다

가정불화를 감추고 있는 건 아닐까? 집에만 오면 방에

하지만 우리가 주의 깊게 보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

틀어박히는 아이는 어떤 고민에 휩싸여 있는 건 아닐

얼마나 많은가? 홀로 사는 노인이 죽은 지 몇 달 만에

까? 누군가의 옷차림과 행동을 보면서도 우리는 그의

발견되기도 하고, 어린아이들이 아무도 모르게 학대

궁핍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은 우리

속에 방치되기도 하며, 학교 폭력에 노출된 청소년들

에게 말한다. 관찰하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은 학교와 사회에 호소하다 자살의 길을 택하기도 한 다. 그들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갈 때 우리는 과연 그들 의 모습 속에서 무언가 이상한 징후를 읽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점심 때 아이와 함께 국숫집에 갔다. 주문한 잔치국

설혜경 literature1@naver.com 한양대학교에서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현 대 소설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삼육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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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특집

FEATURE

의로운 자의 속성 · 여덟 가지 속성 · 진정한 순종 의롭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죄를 짓지 않으면 의로운 것일까? 죄를 이겨야 하나님께서 받아 주실 것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지만, 은혜와 믿음으로 구원이 주어지고 은혜와 믿음은 순종을 낳는다. 또한 순종하는 자에게는 영원한 생명이 약속되는데 그들의 속성이 성경에 잘 묘사되어 있다. 두 편의 글을 통해 의로움과 구원에 대해 생각해 보자. - 편집장 김해성(sijo@sijosa.com)

16  Signs of the  Times


1특집Ⅰ의로운 자의 속성

여덟 가지 속성 하나님 나라의 헌장으로 알려진 예수님의 산상 보훈

(산상보훈, 7)을 가리킨다.

의 서두는 여덟 번 복이 있다는 말씀으로 시작한다. 일

그리스도인 곧 천국 백성이 되는 길은 영적인 가난,

명 ‘팔복’은 “누가 그의 하늘 왕국의 신민이 될 것인가”

곧 자기가 죄인임을 깨닫고 스스로 그 죄로부터 벗어

를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하늘 왕국의 왕족이 될 특

날 수 없음을 깨닫는 데서 시작된다. 이 깨달음은 우리

별한 백성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품성의 모든 특질”,

를 사랑하셔서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진리의 영, 곧 하

곧 “영생의 상급을 함께 누릴 사람들의 속성들”을 묘

나님의 영인 성령의 큰 사역의 결과로 온다(참고 에베

사한 것이다(화잇 주석, 마태복음 5장 1~12절).

소서 1장 19절). “죄”란 무엇인가? 죄는 “의”의 반대말로 “의는 거룩하

팔복에 의하면 영생을 누릴 자들의

고 하나님과 같이 되는 것이다.” “의는 하나님의 율법과

첫 번째 속성은 “심령의 가난”이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

일치되는 것이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로마서 13장

임이요”(마태복음 5장 3절).

10절)이므로 “의”는 “사랑”이다. 사랑은 하나님의 빛과 생명이다(참고 산상보훈, 18).

여기서 가난한 자란 “스스로 구원받을 수 없고 스스

그럼 “죄”란 하나님의 율법과 일치하지 않는 것(불법),

로 어떤 의로운 행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들”

하나님의 품성의 본질인 사랑과 일치하지 않는 것(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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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특집Ⅰ의로운 자의 속성 의), 곧 하나님과 같이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도인의 첫 번째 단계는 성령의 역사에 의한 죄를 깨달음이다.

유할 수 있도록 하시기 위함이다”(산상보훈, 10). 죄 많고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는 무능에서 하나님 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의 죽음을 통해 이루신 ‘하나님의 의, 곧 그리스도의 의’를 믿음으로 의

두 번째 속성은 “애통”이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 임이요”(마태복음 5장 4절).

로워진다. “하나님의 의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실현된다. 그러 므로 우리는 그분을 받아들임으로써 의를 얻게 된다.

“애통”은 심령의 가난에서 온 애통이다. 자신이 얼마

…의는 고통스런 투쟁이나 지치게 만드는 수고 그리고

나 죄인인지, 죄로부터 자신을 구원하기에 자신이 얼마

선물이나 희생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얻고

나 무능한지를 깨달은 상태에서 오는 애통이다. 사도

자 주리고 목말라 하는 모든 영혼에게 거저 주어지는

바울은 이 애통을 “하나님의 뜻대로 근심하”(고후 7:9)

것이다”(산상보훈, 18).

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스도인의 두 번째 단계는 죄를 슬퍼함이다.

세 번째 속성은 “온유”이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 을 것임이요”(마태복음 5장 5절). “온유”란 자신의 영적 가난, 곧 자신의 죄와 그 죄에 서 자신을 구원할 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의로워지 려 하고 자기의 의를 자랑하던 교만한 마음을 버리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세 번째 단계는 더 이상 자기를 의지하 지 않고 하나님 앞에 겸손히 굴복하는 것이다.

네 번째 속성은 “의에 주리고 목마름”이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 를 것임이요”(마태복음 5장 6절) 자신에게는 죄만 있을 뿐 의가 없음을 알기에 울며 하나님께 굴복하고 구원해 주시기를 바라며 하나님의 의를 갈망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우리 죄를 드러내시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께로 피하여 그분을 통해 죄의 속박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자유를 향 18  Signs of the  Times


그리스도인의 네 번째 단계는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우리 대신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 로 믿음으로 의로워지는 것이다.

의 의를 채워 자기 마음을 깨끗이 한다. “마음이 청결하다는 말은 마음의 은밀한 목적과 동 기가 진실하며 교만과 자아 본위에서 벗어나서 겸손하 고 사심이 없고 어린애같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산상

다섯 번째 속성은 “긍휼히 여기는 것”이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 김을 받을 것임이요”(마태복음 5장 7절). 다음에 나오는 복들은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를 얻은 자에게서 나타나는 적극적인 선(善)을 행하는 자,

보훈, 25). 그리스도인의 여섯 번째 단계는 우리를 사랑하신 예 수님의 자비하심을 따라 자비를 베풀되 그것을 자기의 의나 자랑으로 삼지 않고 순결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즉 성령에 의해 하나님을 닮은 품성을 가진 자가 누리 의로우신 하나님과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일곱 번째 속성은 “화평하게 하는 것”이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죽음과 부활하심을 믿음으로 의로워진 자에게서 나타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태복음 5장 9절).

나는 첫 번째 현상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처럼 의가

그리스도인의 일곱 번째 단계는 자기를 향해서는 예

없고 스스로 의를 이룰 수 없는 영적으로 가난한 사람

수님 안에서 자기 마음을 깨끗이 하지만, 세상을 향해

을 불쌍히 여겨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서는 하나님과 세상이 평화를 이루도록 십자가 자기희

는 복에 대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날 때부터 냉랭하고 어둡고 사랑이

생의 삶을 사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아들 예수

없다. 그러므로 사람이 자비와 용서의 정신을 나타낼

그리스도의 자기희생의 삶으로 우리가 하나님과 평화

때는, 언제나 자기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그

를 누리기 때문이다.

의 마음에 역사하는 성령의 감화를 통해서 하게 된다.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여덟 번째 속성은 “의(義)를 위하여

(요한일서 4장 19절)”(산상보훈, 21~22).

박해를 받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다섯 번째 단계는 죄 많고 자신을 구 원할 수 없는 우리를 은혜로 구원하셔서 의롭다고 하 시니 받은 은혜를 따라 죄인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 이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태복음 5장 10절). 마지막 그리스도의 여덟 번째 단계는 평화를 위해 예수 이름으로 자기희생의 삶을 사는 데도 불구하고, 욕먹고 박해받고 거짓된 고소가 있을 때에도 예수님께

여섯 번째 속성은 “마음의 청결”이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가신 십자가 의(義)의 길을 기쁨 으로 가는 것이다(참고 베드로전서 4장 13~14절).

볼 것임이요”(마태복음 5장 8절). 은혜로 의롭게 된 사람이 자비를 베풀었을 때 그 자 비가 자신의 의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날마다 예수

김관수 kinwon01@naver.com

님의 죽으심과 함께 죽음으로 자기를 버리고 그리스도

센텀교회 목사로서 신실하고 이웃과 격이 없는 삶을 추구 하며 행복한 목회를 하고 있다.

2017. 11.  19


2특집Ⅰ의로운 자의 속성

진정한 순종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죄를 이겨 내야 비로소 우리를 받아들이실 수 있다고 생각하 는 사람들이 있다. 아놀드 휠러가 이것이 사실이 아닌 이유를 설명한다.

아마도 그리스도인들이 구원은 행위가 아니라 은혜로 얻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의미하는 것은 구원의 조건은 순종이 아니라 믿 음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믿어 왔고, 여전히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나는 순종으로 구원받는다는 사실 또한 믿는다. 모순이라고 생각되겠지만 분명한 사실이 다. 이제 이에 대해 살펴보자.

구원이란 무엇인가? 구원이라는 단어의 정의부터 살펴보자.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 림 이후에 실제로 하나님의 영원한 왕국에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구원을 얻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오늘날 그러한 의미의 구원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나는 구원받 았습니다.”라고 말할 때 일반적으로 그들은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있으 며 그 순간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분과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자라면서 믿어 온, 믿음을 통해 오직 은혜 로 얻는 구원이다. 사도 바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로마서 3 장 20절). 그러면서 그는 28절에서 더욱 명확하게 말했다. “사람이 의롭다 하심 을 얻는 것은 율법의 행위에 있지 않고 믿음으로 되는 줄 우리가 인정하노라.”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만약 우리가 하나님께 받아들여지거나 그분의 나 라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면 훌륭한 행동도, 율법의 준수도, 순 종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면 앞서 순종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내 주장은 모순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20  Signs of the  Times


하나님의 기준은 순종이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

하나님께서 모든 이에게 완전한 순종을 요구하신다

그렇다면 나는 순종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을 어떻

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우리는

게 주장할 수 있을까? 여기서 질문 하나, 내가 이야기

불순종해 왔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구원이 필요하다.

하고 있는 순종은 누구의 순종일까? 그대와 나의 순종

아주 작은 죄, 이를테면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고 하신

일까? 아니다. 그리스도의 순종이다.

열매를 먹은 것만으로도 우리는 영원한 생명에 이르지

그리스도께서는 이 땅에 계시는 동안 순종의 삶을

못하게 된다. 작은 죄 하나가 우리의 갈 바를 잃게 한다

사셨다. 그리고 그분의 순종의 삶 덕택에 나와 그대들

면, 이제 하나님께서는 순종을 요구하신다고 분명하게

이 구원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늘에 있는 우리의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담과 하와가 지은 죄 하나

기념책에 적용되어 있는 그분의 실적, 그분의 선행, 그

로 영원한 생명을 잃었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심지어 영

분의 순종으로 우리가 영원한 삶에 이르게 될 것이다.

원한 생명의 조건으로 순종을 요구하신다고 말할 수도

이러한 견해는 철저히 성서적이다. 고린도전서 1장

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때 이후로 그분의 요구

30절에서 사도 바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희는

사항을 바꾸지 않으셨다.

하나님께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는

이렇게 되면 순종을 떠나 믿음을 통해 오직 은혜로

하나님께로서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

얻는 구원은 마치 아무 쓸모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

함과 구속함이 되셨으니.” 다소 긴 이 문장을 더욱 간

나 그렇지 않다!

결하게 말하자면, 바울은 ‘그리스도는 우리의 의로움

이쯤에서 이따금 그리스도인들이 언급하는 ‘공로’라

이 되셨’다라고 말한 것이다.

는 단어를 소개해 볼까 한다. 신학적인 관점에서 ‘공로’

나는 다음의 엘렌 화잇의 글을 좋아한다. “그는 죄

는 우리의 선행들이 구원을 위한 ‘점수’로 하늘에 있는

없는 생애를 사셨다. 그는 우리를 위하여 죽으셨고 지

장부에 기입된다는 개념이다. 말라기 3장 16절의 말씀

금 그는 우리 죄를 벗기시고 당신의 의를 우리에게 주

처럼 우리의 선행들이 하늘의 기념책에 기록되는 것은

시려고 하신다. 그대가 자신을 그에게 바치고 그를 그

사실이나, 어떤 사람들은 이 내용을 왜곡하여 자신들

대의 구주로 받아들이면 그대의 생애가 아무리 악하

의 나쁜 행실들을 상쇄하기 위해 착한 행실을 해야 한

였을지라도 그의 공로로 인하여 그대는 의롭다 하심을

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성경에서 비난하고 있는

얻는다. 그리스도의 품성이 그대의 품성을 대신하게

순종으로 얻는 구원인 것이다!

되고 그대는 죄를 도무지 범하지 않은 것처럼 하나님의

어떤 사람들은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의 선행이 그들

앞에 받아들이는 바 된다”(정로의 계단, 62).

의 삶 속에서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통해 이루

이 글을 읽고 있는 일부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죄

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 행실들은 구원을 위한 실적

가 너무 많아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할

으로 간주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가 아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내게 오는 자는 내가

무리 선행을 한다고 해도, 심지어 성령의 능력을 통해

결코 내어 쫓지 아니하리라”고 말씀하셨다. 그대는 그

착한 행실을 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구원을 얻는 것은

대를 용서하시려는 하나님의 뜻과 그대의 기념책에 기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록된 하나님의 의로우심을 넘을 만큼의 나쁜 죄를 지

2017. 11.  21


을 수 없다. 하나님께서 용서하시고 그분의 의로움을

여기서 문제는 그 독자가 생각하는 방식에서 약간의

그대에게 허락하실 때, 그대는 마치 죄를 짓지 않은 것

차이점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건’이라는

처럼 그분 앞에 서게 된다. 그대는 완전해진다!

단어의 정의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웹스터 새 사전

이 모든 것을 순종이 가능하게 했다. 그대와 나의 순 종이 아닌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말이다!

에서는 ‘조건’이라는 단어를 “어떤 일을 마치거나 수행 하기 전에 요구되는 사항, 전제 조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A는 B를 완수하기 위해 충족되어야

그렇다면 우리의 순종은?

하는 필요조건이다.

몇 해 전, <시조>에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해 보자. 순종은 하나님께서 우

었다. 한 독자가 내 주장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는 편지

리를 구원하시기 전에 우리가 충족시켜야 하는 필요

를 보내왔다. 그는 믿음과 순종은 샴쌍둥이와 같아서

요건인가? 하늘 보좌에 앉아 계시는 하나님께서 “아놀

그 둘을 분리하면 둘 다 무효가 된다고 주장했다. 인간

드 휠러가 내게 순종하자마자, (혹은 내게 순종하기 시

의 순종은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는 나의 주장은 순종

작하면) 내가 구원을 허락하겠노라.”고 말씀하실까? 당

과 믿음이 분리되어 둘 다 무효가 된다고 생각했던 것

연히 아니다. 우리가 구원을 받기 위해 순종하는 것이

이다.

아니라, 우리가 구원을 받은 후에 그분께 순종하는 것

진정한 순종은 우리의 외적인 행실이 수반되는 것이지, 외적인 행실 그 자체가 순종이 아니다. 진정한 순종은 외적인 행실과 순종을 하게 하는 내적인 동기 둘 다 포함한다.

22  Signs of the  Times


이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진정한 순종에 우리의

샤워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외적인 행실이 수반되는 것이지, 외적인 행실 그 자체가

나는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가 구원을 받기 위해서

순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순종은 외적인 행실과

는 회심해야 하며, 구원에 이르게 하는 마음의 변화가

순종을 하게 하는 내적인 동기 둘 다를 포함한다.

바로 진정한 순종을 하게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리라

바람을 피우기를 거부했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겉

믿는다.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은 하나님께 마음에서

으로는 하나님께 순종했다. 그러나 만약 그가 마음속

우러나는 순종을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으로 다른 사람과의 성욕을 품었다면 하나님께서 요구

는 사람들이 구원을 받은 이후에야 할 수 있는 진정한

하신 방법대로 순종하지 않은 것이다. 예수께서 “여자

순종을 구원의 조건으로 요구하실 수가 없는 것이다.

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

우리의 구원의 조건이자 기본은 믿음이며 구원의 결

니라” (마태복음 5장 28절)고 말씀하신 의미가 바로 이

과가 순종이다. 구원받지 못한 사람들은 순종할 수 없

것이다. 진정한 순종은 우리가 배우자와 다른 사람들

다. 구원받은 사람들도 완벽하게 순종할 수는 없을지

을 충분히 고려하여 바람을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들지

모르나, 적어도 그들은 순종하기를 원하며, 혹시라도

않게 하는 것이다.

불순종했을 때 하나님께 용서를 구한다. 여기에 반가운 소식은 그리스도의 의가 우리가 지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순종

모든 죄를 덮을 것이며, 우리는 마치 죄를 짓지 않은 사

회심하지 않은 사람들도 간음, 거짓말, 절도와 같은

람들처럼 하나님 앞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외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니 앞으로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는 죄 앞에

이 일에 기뻐한다. 이러한 종류의 자기 통제로 사회의

굴복하더라도,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책망하며 하나님

질서가 잡힌다. 그러나 우리가 ‘회심’ 혹은 ‘거듭남’이라

께서는 나만큼 나쁜 사람은 구원하실 수 없다고 생각

고 말하는 내적 변화를 경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성

하지 말고, 이렇게 기도해 보자. “하나님, 제가 죄를 지

서적 관점에서 볼 때 순종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님께

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의 의로 제 죄를 덮어 주

서는 우리의 변화된 마음과 정신에서 우러나오는 순종

시고 지금 바로 주님 앞에 당당히 서게 하심에 감사드

만을 받아 주신다.

립니다.” 물론 여전히 죄를 이겨 내고 싶을 것이다. 그러

요점은 이렇다. 구원이 먼저 일어나고, 그때서야 이러 한 순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비유를 들어 설명해 보자. 내가 어느 뜨거운 여름날

므로 하나님께 그대가 유혹을 이겨 낼 수 있도록 인도 해 달라고 간구하라. 더불어 그리스도의 의가 매 순간 그대를 보호해 주신다는 확신을 가지라.

마당에서 하루 종일 일을 했다고 생각하자. 하루가 끝 날 때가 되자 내 몸은 땀과 먼지로 뒤덮였다. 그래서 안

진정한 순종은 우리의 외적인 행실이 수반되는 것이

으로 들어가서 샤워를 했고 몸이 깨끗해졌다. 그런데

지, 외적인 행실 그 자체가 순종이 아니다. 진정한 순종

이때 샤워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먼저 내가 깨끗한 상태

은 외적인 행실과 순종을 하게 하는 내적인 동기 둘 다

여야 한다고 가정해 보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 몸을

포함한다.

깨끗하게 씻기 위한 것이 샤워이므로, 깨끗한 상태가

아놀드 휠러 영문 <시조> 필자로 활약하고 있다.

2017. 11.  23


時兆가 만난 사람

첫 시집 <사라지는 것들> 펴낸 시인 조영민 퇴색한 은행잎보다 더 노란 표지가 시선을 잡아끈다. 옥수수 낱알 같기도 하고, 여름내 시들지 않는 해바라기 잎사귀 같기도 하다. 굳이 들추지 않아도 디자인만으로 작가의 성품이 엿보인다. 오뉴월 보리처럼 저 잘났다 고개 빳빳이 세우며 화려함을 뽐내야 성공한 줄 아는 세상에서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아니 심심하기까지 한 그의 책은 그래서 더 오랫동안 눈길이 머문다.

시인 조영민이 첫 시집 <사라지는 것들>(현대시학)을 발표했다. 지난 2010년 제1회 백교문학상에서 대상을

원천이다. 상처를 치유하는 처방전이고, 마음의 찌꺼기 를 정화하는 솔루션이다.

수상한 ‘종신형’을 비롯해 시간과 감정의 편린을 엮은

‘슬픔을 깁는다.’는 시인의 말마따나 작품을 관통하

62편의 구슬이 제본으로 엮여 보배가 되었다. 때론 농

는 정서는 슬픔이다. 슬픔의 부스러기가 수북이 쌓여

부처럼 투박하고, 때론 화장기 없는 시골 누이의 민낯

있다. 행간마다 묵직한 외로움이 흐른다. 이따금씩 동

같은 수수한 시의 세계에 빠져 단숨에 139페이지에 다

시 같은 천진함이 스며 있지만, 그나마도 취사한 단어

다랐다. 모름지기 시란 곱씹고 또 곱씹어 음미해야 맛

는 쓸쓸하고 어둡다. 그런데 불편하지 않다. 외려 따뜻

을 알 수 있다건만, 경박한 조급증은 시인이 고심하며

하다. 그 안에는 이젠 수몰되어 더 이상 갈 수 없는 장

차렸을 밥상을 단숨에 게걸스럽게 해치워 버렸다.

흥군 유치면 덕산리 고향 마을이 낯익은 풍경을 펼쳐

2012년 <영남일보> 문학상과 <현대시학>으로 작품

내고, 주름 깊은 어머니가 낡은 수건을 머리에 두른 채

활동을 시작한 조영민은 은유와 환유의 시가지를 배

마당에서 참깨를 타작하며 앉아 있다. 무의식 속에 서

회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정서적 당뇨(糖尿)가 심했단

서히 사라져 간 유년의 망각이 유유히 떠다닌다.

다. 다행히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내, 세 자녀가 날마다

책장을 넘길수록 시인의 감정은 독자에게 투영되고

고향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슬픔을 처리하는

전이된다. 그것은 시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독자 자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가족과 시는 그의 존재 이유고

신의 내면이고, 과거이고, 질곡이다. 가난한 나의 삶이

24  Signs of the  Times


나 당신의 그것이나 그리 다를 바 없다는 위로다. 나의

껴진다.”는 ‘가을史’가 그렇고, “요즘은 가짜들이 너무

어린 시절도 당신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기록이

판을 친다지.”라며 꼬집는 ‘수상한 달’이 그렇다. “빗줄

다. 살다 보면 어설픈 연민보다 이런 공감이 더 나은 때

기가 몇 차례 성냥불을 그어 댄다.”는 ‘세상이 어둡다

가 있다. 조영민의 요즘 시가 그렇다.

고’가 그렇고, “나는 태양을 서둘러 껐지.”라고 읊는 ‘해 거름’이 그렇다.

문학평론가 전해수는 조영민을 일컬어 ‘소리의 시학’

“그동안 내가 너무 많았어요.”라는 구절로 끝내는

을 지닌 시인이라고 칭했다. 그의 작품 세계를 바람 소

‘타인의 방’은 마치 1인 다역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

리에 빗대어 “그 소리는 바람의 연대기로 가닿는 바람

해 내고, 완벽한 슈퍼맨이 되어야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의 계보학을 펼쳐 보이지만, (바람처럼) 또한 우리 가까

현대인의 피곤한 일상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와닿는다.

이에서 귀를 어루만져 주는 선선한 기운으로 다가온

“나뭇잎은 떨어진 곳에 돌아갈 수 없어도 사람은 언젠

다.”고 했다.

가 돌아올 곳이 있는 것”이라는 ‘달 이사 가다’의 한 대

그러면서 “소리에 대한 시인의 관심과 절대성은 ‘소

목은 시를 넘어 차라리 격언이다.

리’야말로 ‘망각’을 일깨우는 중요한 소재이며, 때로는 이 소리가 강박으로 작용하기에 좀처럼 편안하거나 유

시인에게 “지금까지 쓴 작품 중 제일 애착 가는 시가

희적이지는 못한 시인의 내면을 (그대로) 표출하게 하

무엇이냐?”며 어리석은 질문을 던졌다. 그리 오래 뜸들

는 매개가 되어 준다. 특히 이 소리에 대한 시인의 관심

이지 않고 ‘달콤한 추억’을 말한다. 그에게는 앞으로 다

은 ‘바람’이라는 비가시적인 대상과 연결되면서 (더욱

가올 날과 영원히 있게 될 앞날에 대한 서시(序詩) 같은

깊은) 내면의 공간을 쉽게 이끌어 내는 요소가 된다.”

존재다. 아이스크림이 녹듯 무심하게 흘러 버린 세월과

고 평했다.

이제는 추억이 된 옛일을 덤덤하게 회상한 작품이다.

그러고 보니 만약 시에도 소리가 있다면 조영민의 작

‘보자기 풀기’에서는 “풀어야 할 보자기”가 많았던 20

품은 나른한 오후 산사에 울리는 풍경 소리를 닮아 있

대를 회고한다. 심지어 보자기를 풀다 이십 대를 다 보

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바람의 근육에서 향수가 느

냈다며 회한하고, 삼십부터는 보자기 열기가 두려웠다

2017. 11.  25


고 말끝을 흐린다. ‘보자기’는 프레임이다. 시인이 백교 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밝혔듯 실의의 연속에 대한 고

사라지는 것들

뇌이기도 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이기도 하다. 어느덧 그도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50

잎사귀가 구부러지는 줄도 모르고

대의 빈 보자기에는 무엇을 담고 싶은가?”를 물었다.

나는 여름을 보냈네

그는 “느낌을 마음에 담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한 번 구겨지면 철근처럼 휘는 잎사귀

했다. 느끼는 것은 보는 것보다 더 깊기 때문이라고 부

양푼에 남은 밥처럼 햇볕을 싹싹 긁어먹은 것 같은 손으로

연했다. 어떤 것을 본다는 것은 시각적 한계를 지니고

웅덩이 속 별들이 구더기처럼 꿈틀대는 밤에

있거니와 편견이 작용하기에 그렇다. 주관적 판단으로

천천히 별을 말아 쥐고 구부러졌을 잎사귀

재단(裁斷)한 편견이 자칫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마

낙엽이 온몸으로 잡으려 하는 것은

저 흐리게 할까 경계한다. 느끼는 것을 끊임없이 마음

깡통같이 텅 빈 석양이었을까

에 담아내고 해갈하는 일이야말로 어쩌면 시인의 숙명

지금은 창밖의 소나기도 구겨지고

일 것이다.

단단히 다렸던 달도 구겨진 가을 모퉁이

그는 요즘 동시 작업에 열중이다. 내년 상반기 출간

벌써 가을은 폐가의 문처럼 삐거덕거리네

이 목표다. 아이의 마음만큼이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잎사귀가 구부러지는 줄도 모르고

시정(詩情)을 지닌 사람이니 또 얼마나 좋은 구슬을 엮

나는 여름을 보냈네

어 보배로 만들어 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자리를 털기 전 문인으로서 앞으로의 꿈과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거창한 무언가가 나올 줄 알았 더니 역시나 소탈하다. 앞으로 자주 책을 내는 것이란 다. 한 가지 더 욕심을 내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유감스럽게도 시를 읽지 않는 시대다. 읽지 않으니

책을 쓰고 싶은 것이란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감춰

쓰지도 않는다. 시는 그저 교과서에 매몰되어 있고, 옛

둔 소원은 따로 있었다. 가족이 오랫동안 읽을 수 있는

기억의 창고에 저장되어 있다. 시가 귀하니 창작자인 시

책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인은 더 귀하다. 그의 손끝이 참말 소중하게 여겨지는

서울로 올라오는 길, 잠시 휴게소에 들러 그의 노란 시집을 다시 한번 들췄다. 이미 그 소원의 절반은 이룬 것 같아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까닭이다. 바야흐로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시나브로 시 읊기 좋은 때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가을, 우리 문학계도 근사한 시집 한 권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반갑고 기

어느덧 11월이다. 조영민은 작품 ‘11월’에서 이맘때를

쁘다.

“진실을 하나도 갖지 못해 더 진실해 보이는 계절”이라 고 노래했다.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는 어둠이 내려앉아 야 비로소 제빛을 발하듯, 역설적이게도 그의 시는 시 가 침묵하고 말라 버린 세상에서 오롯하게 더 빛난다.

26  Signs of the  Times

김범태 본지 객원 기자


기행 수필

경복궁 단풍 스치는 바람에도 한기가 느껴지며 쓸쓸함이 발끝에 와 앉는다. 이 계절은 봄과 여름에 만나지 못했던 마음속에 감춰져 있던 의미들이 고개 드는 것 같다. 자연은 조용히 피어났다가 떠나는 것뿐인데 인간이 의미를 붙이려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자신은 시들어 가며 사람에게는 아련한 정서를 선사하는 단풍과 낙엽, 그 자연 빛깔의 조화가 이 가을 여러 생각을 전해 준다.

단풍은 녹색의 엽록소가 파괴되고

름다움을 전해 주는 것이다.

잎 속에 들어 있던 색소가 드러나는

우리나라의 단풍은 대개 설악산 산머리에서부터 시

현상으로, 실상은 나무가 본연의 녹

작되는데, 그것은 강원도 고랭지에 가장 먼저 찬 기온

색 모습을 잃어버리고 스러져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

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단풍은 산 위에서부터 산 아래

다. 노란 색소인 카로틴이 드러나면 노란 단풍이 들고,

로 하루 40미터씩 내려가며 물들고, 또 북쪽에서 남쪽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드러나면 빨간 단풍이 들어

으로는 하루 25킬로미터씩 단풍이 든다고 한다.

서 마치 계절을 채색하는 듯 원색으로 물들어 가며 아

원래 단풍은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나타나기

2017. 11.  27


시작하는데, 나무의 20퍼센트가 물들게 되면 단풍의

가을날엔 은행나무 주위로 경복궁 관람객이 모여들곤

시작일로 보고, 나무가 물들어 가는 것이 80퍼센트에

한다.

달하면 단풍 절정일로 간주하는데 그 시기가 단풍 빛 깔이 가장 아름다운 까닭이다.

광화문을 지나 경복궁 안으로 들어가면 경복궁의 중심인 근정전을 만난다. 근정전 뒤에는 임금님 사무

찬 기온이 확산되는 대로 단풍이 들기 때문에 단풍

실 사정전, 침실인 강녕전, 왕비가 거처했던 교태전이

시기도 이맘때인가 하고 찾아가면 너무 빠르거나 며칠

있는데, 근정전 옆길로 들어가면 바로 왕은행나무가

늦게 가면 단풍이 지고 없을 때도 있는데 이는 단풍 절

노란 빛깔로 물든 채 우뚝 서 있다.

정일이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는 까닭이다.

오래된 나무의 몸집은 우직한 모습이지만, 나뭇가지 에 다닥다닥 붙어서 이파리 끄트머리까지 노랗게 물든

경복궁은 조선 왕조를 대표하는 제일의 궁궐이다. 역

은행잎이 가을에 피어나는 꽃같이 예쁘다. 땅바닥에는

사가 가장 오래되었고 이름도 “큰 복을 누리라”는 뜻을

기운을 다한 듯한 잎들이 떨어져 쭉 깔려 있는 게 노란

가졌을 만큼 규모가 크고 격식이 엄중하게 지어졌다.

양탄자 같은 모습을 연출해서 이 가을의 운치를 더해

파란 가을 아래서 보는 경복궁 단청의 화려한 빛깔 이 유난히 선명하다.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 다섯

주고 있다. 단아한 돌담 기와 위에도 바람에 날리다 앉 은 노란 은행잎이 쌓여 가고 있다.

가지를 기본으로 해서 오색 빛깔 처마라고도 부르는 데 기와지붕을 받쳐 주는 서까래에 채색된 원색의 문

근정전을 바라보고 좌측으로 나가면 경회루가 보인

양이 건축물의 미학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경복궁은

다. 경회루는 나라의 공식적인 연회장으로 사용되었던

도심지 안에 있고 접근성도 편해 찾아가기에 적합한

인공 연못 위에 지어진 2층 누각 건물인데, 2층으로 올

곳이다.

라가면 인왕산과 궁내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경

가을날 단풍 시기를 맞춰 경복궁을 찾아가면 샛노

치가 뛰어난 곳이다.

랗게 물들어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오래된 은행나무를

경회루를 지나서 북악산을 바라보며 향원정을 향해

보며 깊어 가는 가을을 더욱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붉

발걸음을 옮겼다. 향원정은 육각형 모양으로 만들어진

은 단풍도 곱지만 은행잎 단풍은 노란 빛깔 속에 내제

2층 정자인데, 인근에 나무가 많아서 그 나뭇잎이 물

된 쓸쓸하고 처연한 가을 분위기와 닮아 있어서 깊은

들면 경복궁 안에서 가을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

28  Signs of the  Times


꼽히는 곳이다.

도시권에 고궁이 있어 한가롭게 계절을 만나고 돌아

나무와 정자가 거울에 비치듯 물속에 드러나는 풍경

가는 길, 경복궁 담 길가에 은행나무 잎들이 툭툭 떨어

에는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가는 단풍 풍경도 물속에

지며 인도 위를 종이비행기같이 날고 있어서 경복궁을

빠져 있어서 땅 위의 나무에서 또 물속에 빠져 있는 나

중심으로 그 주변이 마치 거대한 사색의 땅으로 변한

무에서 울긋불긋 다양한 색깔로 단풍이 든 경치를 두

것 같다.

배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을 위로하는 방식 중에 가장 손쉬운

도시 안의 궁궐 안에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버티

것을 여행으로 꼽았을 만큼, 일상을 떠나 다른 장소에

고 있고, 키 큰 단풍나무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어서 새

서 새로운 풍경을 접하는 것은 마음의 치유를 가져오

벽같이 밀리는 길을 떠나 지방에 있는 단풍 명소를 찾

는 일임에 분명하다. 권태로울 만큼 비슷한 일상조차

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인접 지역에서 편하

중압감이 느껴지며 내 안에서 답을 구하지 못할 때, 고

게 아름다운 가을을 만날 수 있으니 그 여유로움에 아

운 빛깔로 아름다움을 전하고 이윽고 시들어 가는 이

름다운 자연의 감동이 배가되는 것 같다.

파리에서도 생각의 전환을 체험할 수 있으니 많은 의

단풍 그늘 아래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쉬는 시간 을 가질 수 있는 것도 돌아갈 길이 멀지 않아 조급하지 않은 까닭인 듯하다.

미를 담고 있는 자연의 신비함이다.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아도, 집중력을 행사하지 않 아도 저절로 눈으로 들어와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경 복궁의 가을 단풍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스러져 가는 것들의 애틋함 때문인 지 일상생활에 무력해져 있던 감성의 흔들림을 느끼게 된다.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마른 잎에 비춰 지나온 길 을 챙겨 보며 삶의 여정을 돌아보게 되는 계절이 된 것 이다.

최선경 csk319@naver.com 수필가. <대한문학세계> 수필 등단, 2013 부천예술대상, <문예지> 사보 월간지 집필 활동 중이며, 여행 사진을 담아 블로그 운용을 하고 있다.

2017. 11.  29


마음 산책

도시락 “어허~ 내일은 또 도시락 반찬으로 무엇을 싸서 보내야 하지?”

얼마 전 초등학교 1, 2, 3학년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신나는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방학 중에 는 희망 학생들에 한하여 돌봄 교실이라는 시스템을 운영한다기에 우리 아이들도 신청했다. 아침에 스쿨버스를 타고 등교했다가 열두 시가 되면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평소 학기 중에는 학교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가 제공되어 괜찮았는데 방학 기간인 돌봄 교실에서 는 오후까지 공부를 하려면 도시락을 준비하여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내와 논의하여 도 시락을 싸서 보내기로 하였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 세 아이 도시락을 싸서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30  Signs of the  Times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같이 세 녀석의 도시락을 싸

창 밖의 경치를 감상할 때 버스는 읍내를 향하여 한참

서 보낸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허~

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 선반 위에 올려놓은 내

내일은 또 도시락 반찬으로 무엇을 싸서 보내야 하지?”

책가방 밑부분에서 김칫국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

적지 않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문득 학창 시

하는 게 아닌가! 이 일을 어쩌나! 그런데 하필이면 바

절 어머님이 싸 주시던 도시락이 떠올랐다.

로 밑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 머리 위로 국물이 떨어질 게 뭐람, 순간 당황한 나는 버스 선반 위에 있는 책가 방을 얼른 내려서 손에 들고는 아주

당시 가난했던 우리 집에서는 점 심 도시락 반찬에 대해 선택의 여지

“어머님

머니에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가 없었다. 주야장천 소금과 고춧가

그때 그 어려운 시절에

라고 연신 인사를 하고는 너무나 미

루에 절어 버린 묵은지가 영원한 도 시락 반찬이었다. 좀 잘산다는 아이 들이 책가방 속에서 끄집어낸 도시

저희 도시락 싸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

안하여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해 다 른 곳으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그 아주머니는 윗마을에 사는 선배

락에서 계란 반찬을 꺼내 놓으면 그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어머니셨는데 그 이후로는 그 아주

녀석이 어찌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고맙습니다.”

머니만 보면 그 생각이 나서 한동안 슬슬 피해 다니기도 했다. 부모님은

어머님인들 매일같이 싸 보내는 묵 은지 도시락 반찬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그렇

슬하에 아들 셋, 딸 셋 삼남 삼녀를 두셨고 어머님은

게 수개월이 지나면 가방 속에 교과서와 함께 한쪽 구

그 많은 아이의 도시락을 매일같이 싸셨으니 얼마나

석에 간신히 자리 잡고 있던 도시락 통에서 시뻘건 묵

힘드셨을까? 그때는 왜 단 한 번도 그 생각을 해 보지

은지 국물이 반찬 뚜껑을 슬그머니 넘어 밖으로 흘러

못했을까?

나와서는 교과서와 공책 모서리의 여기저기를 빨갛게 물들여 놓곤 했다. 찝찔한 냄새에다 오렌지색으로 곱

세 아이의 도시락을 싸면서 오늘따라 그때 그 시절

게 물들여진 교과서와 공책을 책상 위에 꺼내 놓을 때

어머님이 싸 주시던 도시락이 그리워진다. 이제야 나

면 얼마나 창피하고 속이 상했는지….

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나오는 고백 “어머님 그때 그 어려운 시절에 저희 도시락 싸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그러던 어느 날 등굣길 버스 안에서 그만 끔찍한 사

많으셨어요.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고맙습니다.” 그나

고가 나고 말았다. 당시에 필자의 집은 초등학교 4학

저나 내일은 아이들 도시락 반찬으로 또 무엇을 싸야

년 때까지 등잔불을 켜고 살 정도로 외진 산골 시골이

하나?

었다. 시골집에서 읍내 학교까지는 삼십 리 길이었는데 다행히도 완행버스가 다니고 있었다. 그날도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는 어머님이 싸 주신 도시 락을 챙겨서 가방 속에 쑤셔 넣고는 초만원 버스에 올 라탔다. 물론 반찬은 당연히 묵은지였다. 책가방을 버 스 선반 위에다 간신히 올려놓고는 스쳐 지나가는 차

연규인 yeonin63@hanmail.net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서충주재림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2017. 11.  31


영혼의 양식

의학적으로 밝혀진 봉사의 가치 정부에서는 12월 5일을 무역의 날과 자원봉사자의 날로 지정하고 해마다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고 있다. 사실 현대 사 회는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없으면 국가 사회 전반을 운영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남을 위해 봉사하기를 즐기는 가운 데 자신의 병을 잊어버리는 것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병들어 고통 당하는 사람, 정신적 고통으 로 불행을 겪는 사람들을 향하여 연민과 동정의 행동으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구제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건강이나 행복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이런 사례

담을 무시하며 식음을

가 있었다. 명문대를

거부하고 지내던 여선

졸업하고 학교에서 교

생이 세 여성의 진심

사로 봉직하던 미모의

어린 관심과 애정으로

여교사가 어느 날 신

함께 울고 웃으며 교감

성시해 온 정조를 성

하더니 어느 날부터인

폭행으로 짓밟히자 정

가 눈동자가 바로잡히

신적인 문제가 왔다.

고 말도 하고 밥도 먹

시설에 들어왔지만 상

고 마음 문을 열고 대

담도 거부하고 식사도

화를 하게 되었다. 성

안 했다. 희망과 꿈이 있던 자리에 절망과 허무가 차지

령의 감동으로 분노, 미움, 적개심, 복수심 같은 것이

하고 앉은 것이다. 키르케고르의 말처럼 “절망은 죽음

자기 생명을 앗아 간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다시 인생

에 이르는 병”이 된 것이다. 그가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

상담에 응하게 된 것이다. 실은 여교사의 내면에는 자

거릴 때 각기 다른 암에 걸린 세 여성이 시한부 인생으

기와 함께 울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로 시설에 들어와서 여러 환우와 요양 생활을 하던 중

여선생은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되고 잘 먹고 잘 자더

새로 들어온 여선생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지게

니 과거의 건강과 미모를 되찾게 되었다. 그런데 더 놀

되었다. 20대, 꽃도 피우기 전에 시들어 가는 여교사를

라운 것은 세 암 환자가 완전히 자신들을 잊은 채 여선

볼 때에 너무나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이를 위로하며

생을 딸같이 사랑하며 함께 울고 웃는 동안 기분이 상

돕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은 자기들 병에 대해서는

쾌해지고 몸도 가벼워져서 호기심으로 각각 병원을 찾

아예 잊은 채 그 선생에게 온갖 애정을 쏟아부었다. 아,

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선고를 내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건강 강좌와 상

렸던 의사로부터 호전되었다는 축하 인사를 받은 다음

32  Signs of the  Times


“희망이 있을 때 그리고 사랑하고 봉사할 때 참된 행복을 맛볼 수 있다.”

기뻐하며 시설로 돌아왔다. 위에서 보듯 봉사 활동은

거의 모든 사람이 심리적으로 만족감에 젖게 된다. 그

우울증, 자살을 해결할 뿐 아니라 봉사자 자신들 또한

런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만족감이 최고조에 올라 ‘하

치유의 경험을 맛보게 된 사례이다.

이 상태’가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지속된다. 이렇게 심 리적, 정신적으로 ‘하이 상태’가 되면 의학적으로 혈압

과학적 실험으로 얻은 긍정적인 효과 : 1998년

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현저히 낮아지고 엔돌핀이 정상

하버드대 의대에서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흥미

치의 3배 이상 분비되어 몸과 마음에 활력이 넘치게 된

롭다. 학생들을 봉사 활동에 참여시킨 후 체내 면역 기

다고 한다. 그러므로 남을 위해 봉사와 사랑을 베푸는

능을 체크했는데, 측정 결과 면역 기능이 크게 증가했

삶은 부메랑처럼 다시 나에게 좋은 것으로 돌아오게

다. 이번에는 마더 테레사의 전기를 읽게 한 다음 인체

되는 것이다. 봉사하는 쪽이나 봉사를 받는 쪽 쌍방 모

변화를 조사했더니 역시 면역 기능이 크게 향상하는

두가 심신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의학적으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봉사 활동을 하거나 봉사

속속 규명하고 있다. 일찍이 칸트는 “희망이 있을 때 그

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면역 기능이 높아지는 것에

리고 사랑하고 봉사할 때 참된 행복을 맛볼 수 있다.”

‘마더 테레사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번에는 연구

라고 설파했다. ‘삶의 만족도는 봉사의 크기만큼 커지

를 주관하는 교수가 실험 전에 학생들의 침에 있는 면

고, 행복 지수는 감사의 크기와 정비례한다고 한다.’

역 항체 ‘IgA’ 수치를 조사하여 기록한 뒤 마더 테레사 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여 주고 ‘IgA’ 수치가 어떻

자원봉사자의 숨결은 향연과 같아서 사회를 향기로 가득 채울 것이다.

게 변하였는지를 비교해 보았다. 결과는 영화를 보기 전보다 ‘IgA’ 수치가 일제히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서 느끼게 되는 최고조의 좋은 기분이 있는데 이것을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이종열 jam2511@naver.com

라고 한다. 다른 사람을 돕거나 봉사를 하고 난 뒤에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졸업, 한국보건정책연구원, 한국건강복 지회장, 삼육수양원장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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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 자녀 교육 길잡이 ⓰ - 행복한 인재로 키우는 방법 (7)

어릴 때 심어진 경제관념이

부자 만든다 유대인을 통해 배우는 경제 교육(2)

우리 아버진 목수다. 난 어릴 때 아버지께서 무슨 일을 하

답했다. 목수라는 직업이 왠지 부끄럽고 격 떨어져 보였기 때

시는지도 잘 몰랐다. 새벽에 출근하셔서 술에 취해 밤늦게 들

문이다. 고등학교 때 어쩌다 친구에게 아버지 직업을 말하게

어오시곤 하셨다. 아버지는 일관성 있게 늘 공부를 강조하셨

되었다. 난 부끄러워하며 작은 목소리로 “사실, 우리 아버진

다. “니들은 공부 열심히 해라. 안 그러면 나처럼 인생이 고달

목수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더 난감해하며 “우리

프다.” 초등학교 때 가정환경 조사지에 아버지 직업을 기록하

아버진…실은…쓰레기 청소부야. …”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

는 빈칸이 있었다. 어머니는 건축 일을 하신다고 두리뭉실하

친구 말에 얼마나 위로가 되었던지…우리 어머니는 쓰레기 청

게 말씀해 주셨다. 아버지가 목수라는 걸 좀 더 커서야 알았

소부도 공무원이라며 오히려 부러워하셨지만 말이다. 아버지

다. 난 그 뒤로도 쭉 아버지의 직업을 말할 때면 건축업자라고

도 어머니도 목수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신 적이 없으셨

34  Signs of the  Times


다. 가난해서 공부를 계속하실 수 없었던 아버지는 고등학교

바로 장사꾼이었다. 유대인 중 가장 고상하고 대우받는 사람

를 중퇴하시고 그 당시 기술직으로는 가장 돈을 많이 벌었던

도 역시 토라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랍비들이다. 그러나 손끝

목수 일을 선택하셨다고 한다. 솜씨가 좋으셨던 아버지는 목

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아온 우리나라 선비들과는 달리,

수로 수상 경력도 있으시고, 여기저기서 일을 부탁받는 곳도

그토록 유명하고 고상한 랍비들도 천한 직업으로 생계를 유

많으셨다. 그러나 몸이 고된 탓에 일이 끝나면 늘 동료들과 함

지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탈무드에 등장하는 랍비 중 가

께 술로 신세 한탄을 하며 밤늦게 귀가하셨고, 숙취로 그다음

장 존경받는 사람이었던 아키바는 양치기로 생활비를 벌었고,

날 출근을 못 하시는 날도 많으셨다. 아버지에게 목수라는 직

랍비 요세 벤 하라타는 가죽 제품을 만드는 장인이었으며, 랍

업은 천하고 힘든, 자식들에겐 결코 물려주고 싶지 않은, 그저

비 유다 바 일라이는 제빵사였다고 한다. 빈부귀천을 막론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하찮은 직업이었다.

고 그들은 모세 오경과 탈무드를 공부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노동이나 기술을 배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모든 노동

3D 업종도 가치 있게 여기는 자가 성공한다

을 천박하게 취급하여 하층민들이나 하는 것이라 여겼던 우 리 정서와 얼마나 다른가? 유대인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직업

우리 사회는 소위 3D 업종(Difficult-힘들고, Dirty-지저분하

이 3D 업종일지라도 자랑스러워하며 당당하게 홍보하고 다

고, Dangerous-위험한 업종) 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

닌다. 미국 쉐마교육연구원장 현용수 박사는 3D 업종에 성실

이는 가난함과 무능함, 무지함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

하고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건강하고

다. 공장에서 일하는 남녀를 공돌이, 공순이로 비하하는 말도

따뜻한 사회이며 3D 업종을 천시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라고

육체노동을 비하하는 사회적 편견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부

단언한다.

모들이 아이들의 공부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변변치 않은 직 업이나 육체노동이 아닌 소위 화이트칼라 직장을 갖게 하기

아버지의 직업을 전수받는 유대인

위함이 아니었던가? 물론 자식들이 출세하여 편안하고 안락 한 삶을 살고, 번듯한 직업으로 남들에게 기죽지 않고 살길 기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은 나라 없이 유랑민으로 떠돌아다니

대하는 부모 마음이 잘못됐다 할 순 없어도, 올바른 직업관이

며 살았기 때문에 정착한 나라에서조차 재산을 몰수당하거나

라고 보긴 어렵다. 유대인들에게 공부나 일하는 목적을 묻는

추방당하기 일쑤였다. 따라서 어느 나라에서고 정착해 먹고

다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유익을 주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살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고, 어떤 기술이든 한 가지는 반드

따라서 유대인의 교육 목적은 하나님과 인류 사회에 공헌할

시 가르치는 것을 아버지의 신성한 의무로 여겼다. 그들이 타

수 있는 인재 양성에 있다. 그런 유대인들에게 직업의 귀천이

국에 살면서 모진 역경 속에서도 살아남아 세계 경제를 장악

란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을 신성하게 여기고 기술직이나 장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3D 업종을 도맡

사를 가치 있고 보람된 직업으로 여기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

아 하면서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

게 해를 끼치는 일이 아니면 무슨 직업이든 자랑스럽게 여기

는 일이라는 생각에 늘 당당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기 때

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한다.

문이다. 그러니 일을 하면서도 창의력이 더해질 것이고 발전 된 노하우를 자녀에게 전수하고, 물려받은 자녀도 사명감을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사농공 상 (士農工商)이라 하여 직업 에 따라 백성의 계급을 나누었다. 글을 읽고 연구하는 선비를

가지고 그 일을 더욱 계발해 가니, 그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지 않고 배길 수 있었겠는가?

최고로 여기고, 그다음으로 농민을 중요시했다. 기술을 가진 수공업자가 그다음 서열을 차지했고, 가장 천하게 여긴 것이

현용수 박사의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가 40년 전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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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있는 일에 먼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녀에게도 물려줄 수 있지 않겠는가?

국으로 이민 가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한 백인계

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도 자행하며 돈을 긁어모은다는

청년이 그의 사무실에 들어와 청소를 하고, 화장실 청소며, 직

의미가 아니다. 이 뜻은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말고 열심히 벌

원들의 온갖 잔심부름까지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

어 선하고 보람된 일에 돈을 쓰라는 의미다. 직업의 귀천! 나

는 조금 안타까운 마음에 그 청년에게 질문을 했다고 한다.

부터 내 직업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내 일에 당당하고 자부심

“왜 이곳에서 이런 일을 합니까? 공부를 좀 더 하면 더 나은

을 갖는 것이 뿌리 깊게 박힌 직업에 대한 그릇된 사회의식을

직업도 찾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그러자 그 청년은 “이 회

바꿀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 이제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버려

사 사장님이 제 아버지입니다. 저는 시애틀에서 법학을 전공

야 할 때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먼저 가치를 부여할 수 있

하고 있어요. 아버지에게 다음 학기 등록금을 타기 위해 방학

어야 한다. 그래야 자녀에게도 물려줄 수 있지 않겠는가? 노

기간 동안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청년은 유대인이

동이나 기술직, 장사 등이 천하게 여겨지는 것은 육체적 고통

었는데 자신의 분야를 공부하면서 틈틈이 아버지의 사업을

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고통 뒤엔 인내심과 불굴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청소부라고 하는 완전히 밑바

의 의지, 노련함과 독창성, 전문성 등도 뒤따르게 됨을 알자.

닥부터 말이다. 현 박사는 우리나라 부모라면 과연 아들을 회

“노동에는 권태와 고통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노동을 저

사 청소부로 일을 시켰겠으며, 설령 청소부 일을 시켰더라도

주라고 생각하는 자는 과오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들은

아이가 순종했겠냐며 철저하게 밑바닥부터 자신의 일을 전수

흔히 근로 계급을 멸시하는 태도로 낮추어 보지만, 이것은 사

시키는 유대 부모와 그 일 배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유대

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목적에 전적으로 배치된다.”(부조와

청년의 사고에 감탄한다. 물론 자녀의 관심 분야가 다를 수도

선지자, 50)고 종교 저술가 화잇 여사는 말한다. 하찮다고 생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아버지의 기술을 배우고

각하는 내 일에 먼저 자부심을 갖자. 그리고 내 아이에게 내

익히면서, 자신의 관심 분야에도 매진한다. 그렇게 되면 두 분

기술을 전수해 주자. 이것이 가치 있고 보람된 인생의 첫걸음

야를 섭렵하게 되어, 어느 한쪽 분야의 일에 어려움이 생겨도

이요, 성공으로 가는 변화의 시작이다.

다른 쪽의 일로 생계를 유지해 갈 수 있으니 또 다른 성공의 기회가 마련되는 셈이다.

옛말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쓴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개처럼’이라는 표현에 종종 오해를 하는데 사실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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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로미 rolyer@naver.com AIIAS 교육학 박사, 자녀 교육 관련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알기 쉬운 과학 이야기 - 지질학

대륙 이동설과 판 구조론(예측 가능성) 계속하여 대규모 지진이나 화산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고 예보가 된다면 이런 사건들 때문에 엄청난 재산과 인명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화산 폭발에 대한 예보는 비교적 정확하여 경고만 잘 따른다면 생명은 보존할 수 있다. 그리고 지진이 발생할 장소에 대한 예측도 할 수 있다. 그 장소는 ‘불의 고리’라고 알려진 환태평양 조산대 지역을 따라 지금도 크고 작은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땅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하지는 않지만 미리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판 구조론이라는 이 론 때문이다. 판 구조론(plate tectonics)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도 대륙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지질학 이론이 다. 판 구조론에 의하면 지구 내부는 여러 층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가장 바깥 부분은 암석권과 연약권의 두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석권은 지각과 식은 맨틀로 구성되고 연약권은 점성이 있는 맨틀로 구성되는데 이 위를 암석권이 10개의 조각난 판으로 구성되어 떠 있다. 이 때문에 대륙이 움직이면서 지진과 화산 활동을 발 생시킨다는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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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륙 이동설의 시작

3. 대륙 이동의 원인을 찾지 못한 베게너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지질학자들은 대

위에서 많은 증거를 제시했지만 어떤 과학자도 믿어

륙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구의 지

주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의 가족들도 그의 터무니없

각은 고체이기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

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딱딱한 고체가

적이었다. 많은 학자와 심지어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 힘의 근원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

1620년 남아메리카 동해안과 아프리카 대륙의 서해안

이다. 그는 어떻게든 그 힘의 근원을 찾으려고 했지만

이 비슷한 것에 의문을 품고 대륙의 이동을 주장했지

억지스런 주장일 뿐이었다. 베게너는 드러난 현상에 대

만 과학적 증거들이 없어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그

하여는 위대한 발견을 하였다. 그러나 원인을 밝히지

러던 중 독일의 지질학자 베게너는 1910년쯤 북극 탐험

못하고 대륙 이동설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에서 돌아와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해안선이 너무도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그 무렵 도서관에서 남아메리

4. 대륙 이동설의 원인을 밝히는 판 구조론

카와 아프리카 사이에 육교 역할을 하는 이어진 땅이

베게너 뒤로 많은 과학자의 연구가 이어졌다.

있었을 것이라는 논문을 읽고 본격적인 대륙의 이동에 대하여 연구하기 시작했다.

1) 1928년 영국의 지질학자 홈즈는 지구 내부의 맨틀

이 대류하고 그 힘으로 대륙이 이동할 수 있다고 하 였다. 다시 한번 대륙 이동설이 주목받는가 했지만

2. 베게너가 제시한 증거

그도 충분한 증거를 대지 못했다.

베게너는 몇 년간 대륙이 이동했다는 가정하에 증거

2) 해양저 확장설 : 2차 대전 이후 잠수함의 기술과 음

를 찾기 시작하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몇 가지 중

파 탐지기인 쏘나(sonar)와 지자기를 연구할 수 있는

요한 증거를 얻어 냈다.

장비의 발명으로 전 세계 해저 지질을 연구하기 시

1) 지형학적 증거 : 아프리카 대륙 서해안과 남아메리카

작했고, 그 결과로 바다 지형이 상세하게 밝혀졌는

대륙의 동해안 해안선의 일치 2) 지질학적 증거 : 북아메리카 애팔래치아 산맥과 바다

데, 바닷속에 지형들은 맨틀이 대류 하기 때문에 형 성된다는 여러 학자의 일치된 주장이 나왔다.

멀리 영국의 스코틀랜드에 있는 칼레도니아산맥의

3) 판 구조론 : 전 세계적으로 지진 관측망이 설치되고

지층 구조가 연속적이라는 것과 두 대륙의 일부 해

고지자기의 측정으로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는데

안선의 지층이 닮음.

이런 정보들을 분석한 결과 해저가 확장된다는 주

3) 화석학적 증거 : ‘글로솝테리스’라는 식물 화석, ‘메소

장이 받아들여졌다. 판 구조론은 삶은 달걀의 껍질

사우루스’와 ‘리스트로사우루스’ 그리고 ‘시노그나

이 깨져서 금이 간 것처럼 지구의 지각이 여러 개의

투스’ 동물 화석 등이 양쪽 대륙에서 모두 발견됨.

조각으로 되어 있고 이 조각들이 움직이면서 지진

또한 남극 대륙에서 석탄층이 발견되는데 이것은

과 화산 활동과 같은 자연재해의 원인이 된다는 학

과거에 적도 부근에 있었던 대륙이 현재 위치로 이

설인데 이렇게 믿고 있던 베게너의 생각은 그의 사

동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

후에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4) 기후학적 증거 : 오늘날 열대 지방에 해당하는 곳에

도 과거에 빙하가 있었던 흔적이 발견됨.

5.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이 지질학에 끼친 영향 대륙이 이동한다는 주장은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

38  Signs of the  Times


켰다. 특히 그것에 뿌리를 두고 있는 판 구조론으로 오 늘날 보지 못하는 땅속의 일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지각이 수직 이동만 한다고 믿고 있었는데 이 이론을 통하여 수평 이동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 었고 지진과 화산, 조산 운동을 예측 가능하게 하였다.

6. 판 구조론과 예측 가능한 지구의 움직임 현재 대륙 이동설과 판 구조론으로 예측 가능한 지 구의 움직임이 있는데 해저 산맥에서 생성되는 판은 1 년에 몇 센티미터씩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개의 대륙판이 충돌하는 판들의 경계에서는 알프스나 히

자신의 반세기 경험을 믿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국

말라야 같은 거대한 산맥을 만들게 된다. 평행한 운동

화산 폭발 후 그를 다시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을 하는 곳에서는 단층이 일어나며, 이 단층을 따라서

성경과 선지자의 글을 보면 말세의 증거로 거대한 천

지진이 발생하는데 캘리포니아의 샌앤드레이어스 단

재지변을 경고하고 있다. “처처에 기근과 지진이 있으

층과 아시아의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주에

리니 이 모든 것이 재난의 시작이니라”(마태복음 24장

서 일어난 양산 단층 지진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운

7~8절).

동으로 먼 미래를 상상해 본다면 홍해는 점차 넓어질

“인자가 구름 가운데 나타나시기 전에 자연계의 만

것이며 반대로 지중해는 좁아질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물이 진동할 것이다. 하늘의 번개와 땅의 불이 서로 연

인도 판이 계속 유라시아 판을 밀어붙이면서 히말라

합하여 산을 용광로와 같이 타게 할 것이며 마을과 도

야산맥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 세계의 지붕으로서의

시로 용암이 홍수처럼 흘러넘치게 할 것이다. 땅속에

위치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이 이론을 근거로 추

숨겨진 물질들의 대변동으로 용암들이 물속으로 던져

측해 볼 수 있다.

질 것이며 이로 인해 부글부글 끓을 것이며 바위와 흙 을 토해 낼 것이다.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것이며 수많

7. 예보에도 불구하고

은 사람이 생명을 잃게 될 것이다”(사건, 26).

20세기 가장 큰 화산 활동이 일어난 미국 워싱턴주

성경의 경고가 요즘 빅데이터 연구나 인공 지능 등의

의 세인트 헬렌스산은 지극히 아름다운 산이었다. 그

연구로 과거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러

러나 1980년 5월 18일, 엄청난 화산 폭발로 과학자를

나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믿고 경고를 무시한다면 그

포함하여 50여 명이 사망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결과는 예측할 수 있다.

화산이 폭발하기 전 두 명의 지질학자가 화산 폭발의 징후를 알아채고 예보를 하였다. 그 소식을 듣고 워싱 턴 주지사인 딜시 리 레이는 곧바로 산꼭대기를 중심 으로 반경 8킬로미터 내를 출입 금지 구역으로 정하고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그러나 그곳에 거처를 두고 53년 동안이나 살아온 83세의 해리 트루먼은 이 경고에도

최준태 hjj1819@naver.com 별새꽃돌과학관 운영본부장(15년 근무), 과학교육학 박사 수료, 천체 전문 강사

2017. 11.  39


Q&A 질의응답

01

장 1~5절). 구전에 따르면 충실한 유대인들은 바벨론

바울은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예수를 주 (主)

에 의해 예루살렘이 멸망하기 전에 성전에서 궤를 가

시라 할 수 없느니라”(고린도전서 12장 3절)고 말했습니

지고 나와 비밀 장소에 숨겨 두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 그렇다면 일상 대화에서 예수님의 이름을 경박하게

일부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곳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입에 올리거나 예수님을 저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주장합니다. 여러 소문이 난무한 가운데 그 궤는 예

어떻게 생각합니까?

루살렘의 바위 사원 아래에 있다고도 하며 에티오피

- 탄자니아 미숭귀에서 베다스타스 뮬레레미

아, 짐바브웨, 이집트 심지어는 영국이나 아일랜드에 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언젠가 이 궤가 발견될 것이

성경절의 뒷부분만 인용하셨군요. 질문에 대한 대답 은 성경절의 첫 부분, “하나님의 영으로 말하는 자는 누구든지 예수를 저주할 자라 하지 않고”에 나와 있 습니다. 바울은 예수님을 저주하는 사람들은 성령으

라는 추측도 합니다. 어떤 유대인들은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그 궤가 여전 히 온전한 상태로 존재한다면 십계명이 그 안에 있으 리라 추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 습니다.

03 그리스도인들이 결혼반지를 껴도 된다는 말씀은 성경 어디에 나와 있습니까?

02 하나님께서 십계명을 기록하셨던 두 개의 돌판이 아직

- 나이지리아 조스에서 마이클 아베드네고

도 존재합니까? - 탄자니아 음베야에서 이왈디 무쉬

성경에는 그리스도인들이 결혼반지를 끼는 것에 대 한 어떠한 내용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모세는 이 두 돌판을 언약궤에 넣었습니다(신명기 10

40  Signs of the  Times


독자의 글

예순한 살이 된 친구들에게 이미숙

12월, 어느새 결코 올 것 같지 않았던 예순 번째의 해가 가고 있다. 예쁜 꽃과 함께 희망이 피어나던 봄과 푸르름에 눈부시던 여름, 울긋불긋 고운 단풍으로 아름답던 가을도 갔다. 친구들…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 하얀 목련 같던 친구들, 고등학교, 그 빛나던 시절의 개구쟁이들이 이제 예순한 살, 60번의 짧지 않은 해를 살았다. 어느덧 예쁜 꽃을 보아도 두근거리지 않고 대지를 적시며 내리는 비에도 우울해지지 않는다. 떨어지는 낙엽과 첫눈을 보 아도 설레지 않는다. 그 뜨겁던 심장이 잿빛으로 식어 가고 있을 즈음에 우리는 또다시 친구라는 이름으로 모여 설레어 뛰는 심장을 갖게 되었다. 실수하고 힘들었던 일들, 나의 삶에 지워 버리고 싶은 부끄러웠던 순 간 모두 내려놓고 두 팔 벌려 넓은 가슴으로 모두를 끌어안는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 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많은 고비를 견디고 이렇게 고운 모습으로 돌아온 서로에게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수고했다. 애썼다. 나의 동무들…. 우리가 어떤 훌륭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어서가 아니고 그때 그 아름답던 시절을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마음을 나누기에 충분하다. 고맙다. 친구들! 거기 그렇게 친구의 자리에 있어 줘서. 나 또한 그곳에 있게 해 줘서…너무 고맙다. 이제 인생 2막을 시작하려 한다. 한낮의 뜨거움은 사라졌지만, 너무나 멋지고 찬란히 빛나는 저녁노을처 럼 함께 우리의 나머지 삶을 아름답게 만들자꾸나! 나의 사랑! 나의 동무여! ● 성경과 기독교 신앙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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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1.  41


보내기 운동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0부=1구좌)

금영미(10부)

김상휘(10부)

김순호(10부)

김주화(10부)

김현민(10부)

경기도 남양주시

경북 상주시

(유)대신세무법인 대표 충남 당진시

서울시 동대문구

성신비앤지 경기도 파주시

배순호(10부)

윤명선(10부)

이효일(10부)

임진숙(10부)

조두연(10부)

Uncle sam’s 학원 경기도 남양주시

윤명선헤어 원장 경기도 구리시

경기도 남양주시

경기도 남양주시

서울시 노원구

최은희(10부)

허원회(10부)

허휘(10부)

홍승안(10부)

정선식품 대표 경기도 남양주시

경기도 남양주시

세무법인 새한 대표 인천시 강화군

경기도 남양주시

오혁수(30부)

김문호(20부)

이근희(10부)

최성진(10부)

황태국(10부)

더블유성형외과 서울시 서초구

삼육수산 대표 충남 서천군

㈜퍼스트에셋북문지점 대표 ㈜금성기계 대표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 고양시

경기도시공사 광교사업단 단장 경기도 수원시

삼광의료재단 이사장 서울시 서초구

강석순(10부)

강윤태(10부)

사재충(10부)

송재현(10부)

신민식(10부)

유맹진(10부)

경기도 남양주시

경남 사천시

경기도 구리시

서울시 강남구

충남 금산군

경기도 평택시

42  Signs of the  Times

정점기(10부)


신조어로 본 세상

>>> 틀린 그림 찾기 - 4개를 찾아 응모하세요

야근각

2015년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될 당시 금요일 저 녁에는 토요일 근무를 하지 않는 대신 주간 마무 리를 앞당겨서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이런 주간 마 무리를 빨리 마치면 금요일 저녁부터는 하고자 하

지난 호 정답, 당첨자 및 응모 요령

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여도 된다고 하여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말이 생겼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빠른 마무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고 주 중에 도 근무 시간이 밤까지 계속되는 현상이 생기면 서 2016년 인터넷의 각종 포털 사이트를 통해 ‘야 근각(夜勤角)’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는 야근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나 모양을 일컫는 말로서 근 로자들의 애환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조명신(mscho@sijosa.com)

■  당 첨 자 : 김 나 엘 , 김 선 준, 서명 숙, 조 순 원 , 최 준 원 정답과 함께 주소, 이름, 전화번호를 당월 10일까지 sijo@sijosa.com으로 보내 주세요. 당첨되신 분에게는 추첨을 통해 시조사 신간 서적을 상품으로 보내 드립니다(구독 소감을 함께 보내 주시면 채택 가능성이 더욱 높습니다.).


말씀이 생각나는 풍경 “어릴 적 나에겐 정말 많은 꿈이 있었고, 그 꿈의 대부분은 책을 읽을 기회가 많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빌 게이츠)

“I really had a lot of dreams when I was a kid, (Bill Gates)

│통권 106권 11호 제1,170호│의로운 자의 속성│ 2017년 10월 26일 발행 │1960년 7월 1일 등록(제동대문 라 00045호)│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107년 전통의 대한민국 최장수 월간지 SINCE 1910

and I think a great deal of that grew out of the fact that I had a chance to read a 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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