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ebut vo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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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US FASHION MAGAZINE 2013 AUTUMN VOL.21 J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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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일본 교토 거리에는 세련된 현대 건물,

들이 아닌 잡지라는 이름으로 묶인 책을

패션 만큼이나 전통 가옥, 전통 옷차림을 한

만들 수 있다. 지금은 메이저 잡지들도 불황

사람들, 그리고 전통 음식점을 쉽게 만날

이다. 그래서 르데뷰도 당연히 불황이다.

수 있다. 교토와 역사를 같이하는 천년 된

한국 최초, 최대의 캠퍼스 매거진이라는 타이

인절미 집 이치와, 800년 된 화과자점

틀도 어느새 5년째다. 이 진부한 타이틀

토라야 구로카와, 600년 된 메밀 국숫집 오와

만으로 자본을 끌어온다는 것은 넌센스다.

리야, 400년 된 요리집 효테이, 그리고 일본 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오사카 상인의

매년 수많은 잡지가 폐간되고 또 개간된다.

세력을 견제하려 1603년에 세운 교토의

그 사이에서 5년 동안 자기 나름의 방식

부엌이라고 하는 니시키시장에 400년 된 초밥

으로 살아남은 르데뷰이기에 놓아버리기에

집 이요마타 등이 그것이다.

는 아쉽다. 희미하기는 하지만 르데뷰가 가진 고유함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시대의

그중 이요마타는 아마 세상에서 제일

흐름에 맞춰가는 것이 르데뷰가 가져야 할

오래된 초밥집이 아닐까 싶다. 1617년 생선

센스다. 르데뷰가 갖고 있는 고유함은, 정제

장수 이요마타의 이름을 따서 문을 연

되지 않은 모습이다. 가장 트랜디한 것은

이요마타는 400여 년간, 20대 째 가업을

창의, 새로운 것이다. 다만 왜? 라는 질문에

이어오고 있다. 니시키 시장과 그 역사를

충분히 설명을 할 수 있는, 논리가 뒷받침

같이 하는 초밥집이다. 400년이라는 세월을

되어 있는 새로움이다. 완전히 익어버린, 그리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이 가진 장인정신

고 탄탄하고 견고한 이야기가 아닌, 조금

을 바탕으로, 시대에 부합하는 센스를 갖고

은 느슨하면서 풋풋한 것이 르데뷰다. 상업성

있기 때문이다. 400년간 그 오리지널리티

에서 벗어난 정서와 진정성을 갖고 있다.

를 이어가는 사바스시(고등어 초밥)에서 부터 외국인을 위한 메뉴판과 일하시는 분들

내 생애 두 페이지만 주어질 수도 있는

대부분이 수준급으로 영어를 구사하신다는

편집장의 글이다. 그리고 아주 어색하게 그 첫

점. 시장 골목에 작은 초밥집이 보여주는

페이지를 채우고 있다. 편집장을 시작하고

나아가야 할 노선의 선택과 집중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나와 같은 직함으로 페이지를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글을 관심 있게 봐

일본 여행을 계획했었다. 주변의 만류와

왔다. 글의 주제나 형식은 없다. 자판에 올려

SNS를 타고 다니는 일본에 대한 우려 섞인

진 내 손은 자유롭다기보다는 막막함이

말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자료들, 살면

먼저였다. 편집장으로서 발행하는 첫 잡지다.

서 더 이상 밟아보지 못 할 곳으로 남기기에

많은 것들을 시도했고, 새롭고 멋지기 위해

충분했다.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밀려오는

노력했다. 읽는 사람에게는 가벼워야 하고,

정어리 떼 사진이 결정적이었다. 일본 패션을

또 가볍게 읽는 책이지만, 만드는 사람들

좋아한다. 음식도 좋아한다. 어렸을 적

에게는 그 어떤 책보다 무거운 것이 잡지다.

부터 나에게 많은 영향과 영감을 준 나라

21호,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정말 무겁게

라서, 그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일본의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다. 가볍게

상황은 확실히 핀치다. 어쩌면 일본이 살아

잘 읽혀지길 바란다.

가는 방식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의 방증 이다. 다만 장인정신이라는 것, 각자의 분야

끝으로 이번 호가 마지막인 9.5기, 항상

에서 고유함과 진정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디자이너 소울을 기반으로 일해주는 아트 팀장

는 것은 인류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희망이, 믿고 맡기는 만큼 잘해주고 가끔 은 정말 맞는 말을 똑부러지게 해주는 에디터

르데뷰를 시작한 것도 어느새 9개월째다.

샛별이, 숙대 여신 홍보 팀 다영이, 그리고

편집장으로서 종이 한 장 한 장을 더

르데뷰의 기둥이자 항상, 특히 이번 호에 고생

가치있게 만들고 싶다. 많은 잡지들을 봤고,

많았던 홍보 팀장 상훈이형 모두 끝까지

많이 느끼고 성장했다. 지금, 잡지는 말

잘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대로 불황이다. 완전하게 대체될 거라 생각 했던 전자책에 맞서 잘 나아가고는 있다. 하지만 잡지, 특히 패션잡지는 상업성에 기인 한다. 광고를 받아야 그저 각각의 콘텐츠

Editor in chief / Lee gyung geun


Member List

Publisher / JANG EUN HA -----------------------------------Editor in chief / Lee gyung geun Creative director / kim yeon s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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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ature

Feature director / lee jin 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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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shion

Fashion director / jung da woon . Fashion editor / kim jung eun Fashion editor / park jun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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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ctorial

Catalog director / choi saet byeol . Catalog editor / lee sang hoon Catalog editor / lee ji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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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c Relation

Advertising director / lee sang hun . Public Relation / hong da young Public Relation / lee hye yeon Public Relation / park mi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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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

Art director / kim hee mang . Art designer / lee seo jin Art designer / wang han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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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sistant

kim moo sun Hong Jun hyeong shin eun jEOng um jung min park won jung jang eun jin kim sung gon kim pu reum kim so yeon park mi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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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bu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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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강산에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불구하고 망설임없이 승낙해주신 가수 강산에 형님(형님이라고 부르기로!) 과 스케줄과 의견조율에 크게 도움을 주신 홍원근 이사님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무더운 날 진행된 야외촬영에 아무 내색없이 촬영내내 웃으시며 촬영에 임해주셔서 감동이었습니 다. 늘 음악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강산에 형님을 직접 뵙고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진심으로 영광이었습니다.

포토그래퍼, 박지성 무더운 한 여름 날, 땀 흘리며 한 컷 한 컷 정성을 다해 셔터를 누르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좋은 결과물에 고맙다는 말에 부족하다며 오히려 자신이 감사하다는 겸손한 태도에 깊게 감명받았습니다. 적극적으로 촬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만족스러운 장면들을 많이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성장하는 사진작가로서의 모습 기대할게요. - Editor 이상훈

----------------------------------------------------------------------------------------------------------------------------------------------‘봄날은 간다’의 포토그래퍼와 모델에게 내 마지막 감사인사를 짤막하게 전하려 한다.

0452!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아무것도 잘 모르는 내게 많은 조언을 해주어서, 헤매지 않고 화보를 진행 할 수 있었어. 오히려 나는 너무 많은 생각을 했나 하면서도 모르고 지나쳤으면 끝까지 바보 같았을거라 생각하니, 그 조언과, 우리의 대화가 참으로 고맙다네. 문득 내가 오빠에게 의지만 한것 같아 미안해지려해. 시안없이 진행하는 막무가내 에디터와 작업해줘서 고마워.

모델, 박수진 그녀에게 감사하다.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모습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그 날 참 아릅답고 예뻤다는 말과 함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오목조목한 눈코입과 도화지 같은 얼굴이 주는 매력을 알고 나니, ‘모델 박수진’ 참으로 멋이 있다. 너무도 의미깊은 일년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촬영날이 가까워 질때면, 불안에 떨며 잠 못 이루던 나는 여전히 마지막 촬영까지 잠을 설쳤다. 그럼에도 촬영날이면 너스레를 떨며 웃고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즐거운 일로 느낄 수 있게 해준 르데뷰. 어느날 문득 떠올리면 그리울 시간일 것 같아, 괜스레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차오른다. - Editor 최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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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박창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도 부족한 에디터 의견 잘 들어주시면서 촬영에 임해주신 박창현 포토님. 최대한 저한테 많이 맞춰주시려고 마지막 컷까지 최선을 다해주신 것 정말 감사합니다. 첫 화보 촬영이라 미숙한게 많이 보였을 텐데도 믿고 함께 작업해주셔서 또 감사하고요!

모델, 태은씨 그 덥고 습한 날씨에 f/W 옷을 입고서도 괜찮다며 끝까지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열심히 촬영해준 모델 태은씨. 마지막 촬영 컷에선 연이어 줄담배를 피워야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도 인상 하나 안 찌푸리고 촬영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더욱 많이 성장하는 모델이 되길 항상 응원할게요!! 화이팅! - Editor 이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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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신새벽 초보 에디터와 아마추어 포토그래퍼의 만남, 사람들은 우리들의 결과에 큰 기대 하지 않았지만 우린 엄청난 일을 해냈다 새벽아. 조금 오글거리는 말이긴 하지만 내 첫 발걸음을 너라는 좋은사람 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다음 호에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오빠가 잘되면 너 오토바이는 아니라도 하이바 정도는 사줄게. 다음 호에도 계속 좋은 인연 이어가고 싶어. 참고로 오빠는 네가 미국 갈 때까지 끝까지 매달려서 신세 질 예정이야. 모든 스케줄 제쳐놓고 내 촬영 도와 줄 새벽이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와 박수를! - Editor 김성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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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정혜린 엄청난 폭우와 함께했던 그날의 촬영.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먼저 촬영장에 도착한 모델 정혜린! 신인 모델임에도 그녀가 가진 끼와 표현력은 프로 못지 않았다. 혜린아 내가 원하는 느낌 그대로 온몸으로 표현해내느라 수고했어. 앞으로 펼쳐질 많은 쇼와 촬영에서 도 니가 가진 그 매력과 함께 더 성장하길 바랄게! - Editor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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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진행된 5번의 인터뷰, 스태프만 8명이 넘었고 촬영스튜디오도 3번이나 옮겨 다녔다. 처음과 달리 판이 커져 버린 지면 때문에 에디터는 차라리 아프고 싶었을 정도. 처음 진행하는 인터뷰에도 열심히 해준 피쳐팀 에디터들과 5번이나 무거운 메이크업 박스 를 들고 와준 화보팀 그녀들, 디스보이즈 헤어메이크업을 담당해준 멋진 남자 승준열 씨한테 먼저 수고했다고 전한다. 또 같이하면 일단 마음이 놓이는 포토그래퍼 정택씨와 박창현씨, 안효주씨는 사랑합니다. 더운 여름날 가을 옷을 입혔음에도 단 한 번 찡그린 적 없던 여섯 가을남자들! 샘&조원석씨, 정기고씨, 제이켠씨, 이동탁씨, 노영학씨. 훈훈한 가을 남자를 6명이나 만나니 마음까지 정화된 기분이었다. 끝으로 대단한 팀워크로 대단한 인터뷰를 만들어 준 모든 이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 Editor 이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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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김세진 패션팀 단체 기사 때 처음 뵙고서, 급하게 촬영이 잡혀버린 개인기사 때문에 염치없이 불쑥 촬영을 부탁드려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촬영에 응해주신 너무너 무 감사한 스튜디오 만두의 김세진 실장님. 촬영 현장에서도 내 의견을 먼저 물어봐 주시고, 배려해 주시면서도 내가 미쳐 알아채지 못한 디테일한 부분을 먼저 지적 해주시는 섬세한 모습에 ‘역시 프로이시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세진 실장님! 촬영 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고 왔어요. 제 첫 기사의 첫 촬영 날, 그리고 첫 포토그래퍼 김세진 실장님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 Editor 김푸름

포토그래퍼, 양동민

언니를 뵙기 전, ‘동민’이라는 다소 중성적인

이름 그리고 그녀의 포트폴리오로 미리 감상한

개성 강한 사진들이 내가 가진 그녀의 정보

전부였다. 언니와 함께 디자이너 인터뷰 촬영

을 진행하고 난 뒤인 지금은, 언니가 아담한 키에,

귀여운 이목구비의 소유자라는 점과 너그러운

마음을 지닌 분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디자

이너 인터뷰가 예정보다 빨리 진행되는 바람에

인터뷰 하루 전날 촬영을 부탁드렸는데, 우리

의 사정을 이해해주시고 흔쾌히 촬영 맡아

주셨으니 너무 고마우신 대인배이시지 않은가.

야물딱진 손으로 필름 카메라의 필름을 감던

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잡지 나오면 잡지 들고

다시 만나자던 그 약속, 얼른 지키고 싶다.

- Editor 김푸름

디자이너, 곽호빈

신사, 두 글자의 실체가 내 눈앞에 나타난 듯

디자이너 곽호빈 대표님은 진정한 ‘신사’셨다.

인터뷰 내내 친절한 말투, 손짓과 목소리. 질문

하나하나에 진심과 성의를 담는 모습들하며.

슈트를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우리들의 우문

(愚問)에 “질문을 조금 바꾸어서” 라고 운을

떼며 “저렴한 슈트를 입었더라도 그 사람의 행동

이 예의 바르고 친절하면 그는 신사이고, 고급

슈트를 입었음에도 그 사람의 행동이 신사답지

못하면 그는 신사가 아니죠” 하던 그의 현답(賢答)

이 기억에 남는다. 곽호빈 디자이너님!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국식,

이태리식으로 정의되는 슈트가 아닌 테일러블만의

슈트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하셨던 그

바램, 멋지게 이뤄내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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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ature 돼지다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이다. 치열했던 여름의 다이어트는 그만 두고 이제 자연의 순리대로 살은 쪄나가야 한다. 에디터가 몸소 시식한 폭탄 칼로리 음식 다섯가지.

아이랑 놀아주기 시끄럽고 말안듣는 아이들이 싫은 건 어쩔 수 없는 개인의 취향이다. 그러나 있는대로 티를 냈다간 모성애도 없는 매정한 X되기 쉽상. 아기가 싫은 베이비 헤이터를 위한 가식 FM을 준비했다.

흑과 백 세상의 온갖 화려한 것들에 우리의 눈은 지쳤다. 흑과백, 이 비현실적인 이분적 세상에 관한 짧은 고찰.

야경을 내려다보다 멋진 야경은 고층빌딩의 스카이 라운지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어디서든 해는 진다. 우리가 외면했던 야경들을 내려다 봤다.

루저의 섹스 “섹스는 게임이다”라고 누가 말했다면, 누군가는 이 게임에서 처절하게 패배했다. 인생에서 꽤나 큰 게임에서 ‘루저’가 된 남녀의 눈물 겨운 패배 극복기.

대담, 여자가 까는 여자 여자는 어렵다. 여자를 아는 건 여자밖에 없다. 남자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여자의 흠을 네 여자가 신랄하게 까발려버렸다.

해가지지 않는 밤 핫 플레이스 이태원, 이 불야성의 동네에 일반인 들에게 사뭇 거리감이 느껴지는 언덕이 있다. 바로 게이힐. 철저한 이성애자 남성이 그 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역시 다 사람 사는 곳이었다.

Interview 가을, 커피 타는 남자 가을과 커피, 그리고 남자는 꽤나 잘어울리는 조합이다. 각기 다른 매력의 여섯 남자에게 각각 어울리는 커피를 쥐어줬다. 가을도 타고 커피도 타는 여섯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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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shion 말랑말랑 클래식 영원히 지지않는 클래식의 미학. 수십년을 이어져온 클래식의 힘은 무엇인가. 딱딱해보였던 클래식은 꽤나 말랑말랑했다.

시건방진 패션 거리에 넘쳐나는 복제된듯 한 ‘3초’ 패션들. 하지만 패션은 절대 단순한 복제로 기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모든 것에 그만의 개성이 깃들길 바라는 에디터의 속풀이.

짐을 지다 지는 행위 자체로 아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클러치는 참 놀라운 발명품이다. 지금 당신의 옆구리에, 손바닥위에 올려져있을 클러치의 매력에 대해 얘기한다.

TOO MUCH 패션에서 투머치 스타일링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지금껏 터부시 되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얘기가 다르다. ‘너무 많이’지고도 당신은 아름다울 수 있다.

Item Anatomy, 스카프 인간에겐 꼬리가 없다. 그러나 인간은 꼬리칠 수 있다. 가을날, 팔색조의 매력을 뽐내는 스카프를 바람에 휘날리며.

패턴에 지다 가을, 낙엽이 내려와 발걸음이 닿는 곳곳을 물들이듯 우리의 옷에도 패턴(pattern)이란 이름의 얼룩이 졌다.

Designer Interview, 곽호빈 남자와 슈트는 불가분의 관계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의 우리에게 슈트는 어렵다. 르데뷰가 묻고 테일러블의 디자이너 곽호빈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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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ctorial Main pictorial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옛 기억을 더듬는 그의 손끝에 담배 향 대신 멋이 뱄다.

Mini pictorial 해가 지고 밤이 왔다. 어둠이 점령하고 모두가 떠났다. 정적이 내려앉은 거리에 한 남자가 남겨졌다.

Beauty pictorial 피고 지고, 봄날은 간다. 꽃잎이 지고난 자리에 그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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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가 나타났다 “우리아이 성적이 왜 이렇게 나온 거죠? 담당자 좀 바꿔주세요!” 대학교 시험기간이 끝나고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하던 사무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잔뜩 흥분한 어느 학생 어머니는 엄한 아르바이트생에게 생때를 썼다. “성적표가 왔는데 아이도 그렇고 저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성적이에요. 도대체 이게 ……” 김슬기 뺨치는 찰떡같은 욕을 듣고 있자니 정신이 혼미했다. “네 어머니 알겠습니다. 담당자분 전화 알려드릴게요.” 전화를 끊고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화가 번쩍 났다. Editor LEE JIN SU / Art UM JUNG MIN

어느 대학 교무과에는 한 학기 수백 통

그들은 다 큰 자식을 내버려 두지 못한다.

이상의 학부모 문의 전화가 온다. 성적에서

내 새끼에게 자신의 미래를 걸기 때문이다.

부터 기숙사, 학교생활, 담당 교수님 문의

격동의 IMF 이후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다시 대선으로 돌아가 20대들의 투표율을 보 자. 세대 최하위다. “꼬부랑 할머니가 지팡이 집고 투표하러 갈 때. 당신들은 무얼 했느냐?”고 묻는 어느 정치

등 죄다 초등학교 교무실에서나 받을 법한

변화했고, 부모들은 적응하지 못했다. 앞집

전화다. 어머니가 유치원 갓 졸업한 아들 책

아빠는 마포대교를 오르고 옆집 가족은

드라마 주인공에게 그 당신인 20대는 뭐라고

가방 챙기듯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거리로 내 앉았다. 이 거지 같은 상황 속에서

대답할 건가. 투표하지 않는 20대에게는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교에 이런 전화가

부모세대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거지

힘이 없다. 침묵하는 그들은 주머니 속에서

걸려오는 사실 자체가 넌센스아닌가.

같지 않은’것은 자식이었다. 그들에게는 일종

안락하게 엄마 캥거루의 말을 끄덕이고만 있다.

참! 요즘은 직장에도 전화가 온단다. 따르릉-

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못했지만

“우리 아이가 아파서 출근하지 못합니다.”

내 새끼 하나 잘 키워보자. 이러한 절박한 감정이 인류를 캥거루로 변이하게 했다.

부모님의 주머니는 언제까지나 몸집이 커지는 나를 위해 늘어나지 않는다. 다 큰

지금 전국 캠퍼스를 캉캉 뛰어다니는 아기

어른아이를 담기 위해 그들의 주머니는

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이도 아니다.

캥거루 들은 이런 출생의 비밀을 숨기고

이미 헤질 대로 헤져 있을지도 모른다. 먼 훗날

스무살, 그 언저리에 있는 불명확한 인류에

다닌다. 해맑게.

갑자기 찢어져 버린 주머니에서 내동댕이쳐

살아온 햇수가 20년을 넘었다고 모두 어른

진 이들이 무얼 할 수 있을까. 이 사실을

게 필요한 건 책임과 자립이다. 20대엔 독립이 명제이고 곧 진리이다. ‘나’를 보호해

언제 이들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깨닫고

많은 아기 캥거루들이 깨달았으면 한다. 이제 주머니를 뛰쳐나올 때다. 땅에 몸을 똑바로

주던 부모에게서 떨어지는 순간. 그때를

입에서 오렌지 주스를 내뿜게 될까. 개인적

위해 적어도 20살부터는 그런 준비를 해나

으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다. 다음 대선에

세우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가야 한다. 그런데 요즘 신인류가 출연했다.

서는 20대가 힘을 발휘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등록금을 반값으로 깎아 준다더니 학생 뒤통수나 깎게 만든 뻔뻔한 누구들에게

신 캥거루족. 엄밀히 말해 이미 한국에 정착

갑툭튀! 캥거루 이야기하다가 왜 대선이야기

한 원조 캥거루족의 변이 형태다. 신 캥거루

가 나오느냐고 의아한 독자들이 있을 수 있겠

호통이라도 칠 수 있지 않겠나.

들은 아예 부모가 먼저 자식을 눌러 앉힌다.

다. 그래서 가슴 아프지만 지난 대선을 돌이

단언컨대! 당신의 독립은 세상에서 가장

자신의 품에서 자식을 완전히 케어 하는

켜 보고자 한다. 50대의 투표율은 세대 중

아름다운 이별일 테다.

거다. 대한민국 최고의 밀착케어를 구사하는

최고를 기록했다. 그 중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SM매니저들의 뺨따귀는 너끈히 후려갈길

표가 절반이 넘는다. 지금의 대통령을 만든

정도로 말이다.

건 50대 이상의 부모세대들이라 볼 수 있다. 많 은 사람들은 열악한 노후대책과 다음 세대 에 대한 불안감 등이 그들의 표심을 결정했다 분석한다. IMF를 온몸으로 지나온 부모세대 에게 변화는 또 다른 두려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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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 지다

휴가와 비키니 걱정에 무칼로리, 무지방, 무트랜스 지방을 고집해온 어느 여름날, 지쳐버렸다! 뻗어버렸다! 단 며칠만이라도 마음 놓고 먹고 사는 돼지가 돼 보고 싶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자연의 순리대로 우리는 살을 찌워나가야만 한다. 다이어트 따위 집어 던지고 5일 간의 칼로리 폭탄‘돼지다’휴가를 선언한 에디터가 소개하는 살찌우기 좋은 음식 5가지. Editor PARK MIN Jeong / Art KIM HEE MANG

1. 방배동 밤스버거 ‘핵폭탄버거’ 이왕 먹기로 한 거, 야무지게 찌워보자는

2. 누텔라 ‘이걸 왜 악마의 잼이라고 할까?’ 대형마트

결심으로 폭풍검색을 거듭하던 중 방배동

의 수입식품 코너에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핵폭탄 버거를 만났다. 햄버거 번 대신 3단에

일반 딸기잼 2개 가격에 놀라 멈칫했지만 마음

걸쳐 올라간다는 두툼한 글레이즈드 도넛.

을 가다듬었다. 이번 주 목표는 제대로 칼로리

돼지가 되는 바른 길로 걸어가고 있음을 실감 하며 지도 어플을 따라 방배역 언저리로

폭탄을 맞아보는 것이었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향했다. 뉴스에서 북녘의 소식을 들을 때나

초콜렛 헤이즐넛 잼이 악마의 잼이라고 불리는

만날 수 있었던 ‘핵폭탄’이라 는 단어와

이유는 한 입 먹자마자 이런 질문이 머릿속에

방배동에서 마주한 심정은 사뭇 특별했다.

맴돌기 때문이다. ‘이 잼만 퍼 먹으면 어떻게 될까?’

핵폭탄 버거의 비주얼은 어제까지 닭가슴 살과 채소만 먹던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심적 충격을 선사했다. 그래, 글레이즈드 도넛 네가 비주얼 담당이구나. 맛은?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100% 순살 소고기 패티가 대답 했다. “저요!” 육즙과 함께 매콤함이 느껴지는 게, 평소에 맛보지 못한 고급스러움이었다. 그래, 이게 고기지! 선풍기사이즈의 어마어마한 소고기 패티와

어떻게 되긴, 그만 정신줄을 놓아 버리고 만다. 기사를 준비하며 이미 체중계와 벽을 쌓기로 결심한 다음이어서 였을까. 입에 넣을 수록 더 깊고 아득한 심연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거의 환각상태 속에서 아빠 숟갈을 들고 누텔라 한 통을 다 퍼먹어 버렸다. 본래의 정신상태와 상관없이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초콜렛이 유발하는 환각 ……. 그 때문에 이걸 혼자 다 먹은 거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그만 먹겠다는 후회는

신선한 야채, 겹겹이 올라간 치즈, 단

작심30초, 한 병 다 먹었으니 또 사러 가야겠다

향기가 코끝을 치는 글레이즈드 도넛에 홀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초콜릿으로 만든

게 눈 감추듯 햄버거를 정복했다. 집에

요단강을 건너고 말았다.

돌아오니 몸무게는 정확히2kg 늘어있었다. 여름 내내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3kg을 감량하고, 돼지다 휴가 첫날 2kg이 불어난 에디터의 멘탈은 방배동 핵폭탄 버거와 함께 바람처럼 사라졌다. 펑.


3. 삼겹살퐁듀 돼지는 높은 콧대로 불판 위에 자랑스럽게

4. 오레오 튀김 대체 뭘 먹어야 살이 찔까 고민하던 중

5. 스타벅스 악마의 음료 “언니, 악마의 음료 하나요”. 직원언니와

오른다. 삼겹살의 자존감은 와인, 녹차에 버무

심야의 간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보게됐다.

비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제대로 살쪄보기로 한 일주일의 마지막 관문에 선 나는 이것을

려져도 높디 높으며 연탄불에, 짚불에, 솥뚜

한 연예인이 오레오를 통째로 튀겨내고

껑에 구워져도 빛난다. 디즈니 동화의 공주님처럼

있었고, 난 무릎을 쳤다. 당장 폭풍검색에

꼭 먹어야만 할 것 같았다. 내 인생, 첫 번째

삼겹살은 어떤 상황에서도 찬란히 아름다운

돌입했다. 이미 블로그를 타고 유명세를

악마의 음료. 주문과 함께 매장의 공기엔 싸

진리의 맛 그 자체다. 치즈 또한 어디에 함께해도

탄 몇 식당이 ‘오레오 튀김’을 판매하고 있었다.

늘한 긴장감이 흐르고, 내 뒤에서 주문을 기

빛을 발하는 유럽풍 진리다. 감자, 치킨, 떡

버선발로 달려나가 먹어 본 ‘오레오 튀김’.

다리던 다른 손님조차 손에 땀을 쥐며

볶이 등 치즈가 어울리지 않은 곳은

그 비장한 이름과 달리 어쩐지 소박한 비주얼

내 주문에 귀를 기울였다. 긴 말은 필요치 않았

일찍이 아무데도 없었다.

에 약간 실망했다.그러나 한 입 베어 무는

다. 직원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즉시 악

순간, 이름모를 전율이 척수를 타고 뇌까지

마같다는 그 음료를 만들어 냈다. 그린티 프

이렇게 온갖 찬양을 해대도 어쩐 일인지 사람 들은 삼겹살 퐁듀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느끼 해서 어디 먹겠냐는 것이다. 같이 먹으러 가자 는 말에 고개를 내젓기 일쑤였다. 힘들게 삼겹살 퐁듀를 함께 맛 볼 이를 찾았다. 하지만 ‘니가 사라’는 조건을 붙였다. 통장 잔고의 눈물을 뒤로 하고 종로의 모 삼겹살 퐁듀집으로 향했다. 사람들의 편견 속에서 힘겹게 맛을 본 삼겹살 치즈 퐁듀. 치즈가 늘어나는 것을 바라보는 것 빼곤 큰 비주얼 쇼크는 찾기 어려웠다. 하지 만 결국 이들의 만남도 해피엔딩으로 혀끝에 남 았다. 삼겹살과 치즈의 결합은 내 예상대로 환상적 이었다. 쭉 늘어날 준비를 마친 고소한 치즈에 삼겹살이 닿는 순간, 보는 이의 눈에 눈물이 맺 혔다. 이것이 바로 유노윤호가 음악으로 말 하고자 했던 인생의 진리가 아닐까. 삼겹살 치즈 퐁듀를 맛본 뒤, 두 가지 후회가 남았다. 진작 에 입 속에서 이들을 만나지 못하게 한 것이 첫 번

올라왔다. 이건 딱 지금까지 원하던, 에디터

라푸치노 벤티사이즈에, 에스프레소

취향의 음식이었다. 오레오는 튀김 옷 안에서

두 샷 추가, 자바칩 추가, 휘핑크림 추가,

‘쫄깃’한 식감을 자랑했다. ‘오레오를 튀긴 맛’

드리즐 추가, 카라멜드리즐 추가.

이라고 밖에 표현 할 수 밖에 없는 독특함이 지만 맛은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튀김 옷 하나로 이다지도 쫄깃한 식감을 주다니? 한 입. 아, 정확히 어떤 맛인지 잘 모르겠다, 또 한 입. 단맛과 느끼한 맛도 어울릴 수 있구나, 한 입 더. 그런데 갑자기 횡경막에 기름때가 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가슴은 오레오 튀김을 뜨겁게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그 느끼함에 세 입에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아, 오레오 튀김을 포장해 오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식은 오레오 튀김 오징어를 씹는 질겅한 식감을 준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이 올라간 휘핑 크림과 반짝이는 초코 드리즐, 자바칩 조각의 장식에 한여름에 크리스마트 트리를 보는 듯 생소하고도 설렜다. 혀 안에서 녹차와 단맛 이 한 판 실갱이를 한다. 결국 단맛을 이겨 내지 못하고 ‘그린티’라는 본질은 스러지지만, 끝까지 버티고는 희미하게나마 쌉쌀한 흔 적을 남겼다. 빨대를 타고 올라오는 음료를 따라 내 혈압의 텐션도 높아지는 듯 하다. 이건 그냥 단맛의 천국이다. 엄청난 음료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잔인하게 빨아먹자 천국을 정복한 내 안의 악마가 승리감에 젖은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곧 수일 내로 다시 한 번 이 비싼 음료를 먹으러 오게 될 것을 예감

째 후회, 내가 계산하겠다고 한 것이 두 번째 후

했다. 색다른 ‘돼지다’ 식단은 어느덧

회다.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은

에디터 의 라이프 스타일이 됐다.

가격도 하나같이 쎄다.

네버엔딩 돼지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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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헤이터를 위한 가식 가이드

베이비 헤이터들은‘아이와 잘 노는 척’하고 싶어 한다. 그래야 지독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 헤이터들이 사회적 동물로서 온전히 살아남으려면, 약간의 가식이 필요하다. Editor PARK MIN Jeong / Art KIM HEE MANG

아기와 놀아주기

#1 쪼그려 앉을 것 베이비 헤이터들 스스로는 모른다. 아기와 잘 놀 수 없는 사람들은 말로는 ‘예쁘다’ 고 하지만 아기와 눈을 마주치진 않는다. 남들 눈에는 뻔히 보이는 ‘함정’이다. ‘아기를 좋아한다’고 어필하기 위해선 우선 쪼그려 앉아야만 한다. 아기에게 눈빛 으로 ‘의사소통하고 싶어요’를 전달하는 것이 이 연기의 본질이다. 만면에 웃음 을 띄우고 쪼그려 앉아 아기를 바라보자. 기괴하게 일그러지는 내 얼굴에 아기들은 까르르 웃는다. 아기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수준이라고 하겠다. ‘나는 아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어필했다. 이것이 우리가 원한 전부다. 그걸로 됐다.

#2 아기목소리로, 아기 단어로 말할 것 가끔 대의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베이비 헤이터들의 가장 큰 딜레마인 ‘아기식 대화’는 그런 것의 일부다. 단언컨대, 아기의 말투를 따라하는 것은 베이비 헤이터임을 숨길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위장술이다. 이 위장술은 본인의 발음에서 경음과 유음을 적절히 이용해 완성한다. [ 사랑해요 → 짜랑해요, 밥 먹을까? → 맘마 먹을까? ] 심장이 쪼그라드는 오글거림과 꼬리뼈부터 올라오는 자기혐오에도 부끄러워 말자. 당신은 지금 ‘나는 아기들을 사랑해요’를 온 혓바닥으로 표현하는 중이다. 미드나 외국 야동을 볼 때 들을 수 있는 ‘Awww……’라는 감탄사와 함께 스윗(sweet)한 표정으로 아기의 엉덩이를 쳐다보는 것으로 깔끔히 연기를 마무리하면 된다.

#3 뽀뽀를 요구할 것 어느 트로트 가사처럼 뽀뽀는 ‘가슴의 이름표요, 확실한 사랑의 도장’이다. 뽀뽀를 한 뒤 부끄럽다고 까르르 웃는 아기의 만족스런 웃음에 주변인들은 물개손뼉을 치며 좋아할 것이다. 이 순간이 바로 광대뼈가 연기를 선보일 타이밍이다. 양 쪽 광대에 힘을 주고 밀어내고, 들여보내고, 밀어내고, 들여 보내고를 2세트 반복한다. 뽀뽀를 받아 행복한 표정을 연기할 수 있다.

#4 아기를 안아볼 것 제대로 아기를 못 받아들면 아기를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이 들통나고 마는 바, 이미지엔 치명타다. 마지막까지 섬세하게 연기에 임해보자. 이렇게 하면 안정적으로 아기를 안을 수 있다. 1. 엉덩이를 팔에 받친다. 2. 아기의 가슴과 내 가슴을 붙인다. 3. 입술을 내 어깨에 붙인다는 느낌으로 머리를 감싸 안는다. 아기를 안고 나서 킁킁 냄새를 맡으면 곁들이면 퍼펙트. 누가 감히 당신을 베이비 헤이터라고 생각할까.

#5 아기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줄 것 비장의 카드를 추천한다. 노력 대비 효과 甲, 스마트폰이다. 물론 핸드폰을 손에 쥐어주기만 하면 ‘전 얘가 너무 귀찮아요’라고 소개하는 격이다. 요즘 잘나가는 ‘라바’, ‘코코몽’, ‘로보카폴리’ 관련 어플을 재빨리 다운 받아 아기의 시선을 화면에 잡아두자. 아, 우리들의 뽀통령을 잊어선 안된다. 잠시도 쉬지않고 칭얼대던 아기가 뽀통령을 만나면, 스마트 폰 화면을 보며 혼자 노래부르고 춤추고 웃는 경이로운 광경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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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인간의 눈은 대략 150개의 색상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눈은 너무 지쳐버렸다. 잠깐만이라도 색에 지쳐있는 눈을 쉬게 해주자. 그리고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흑과 백에 대해 생각해보자. Editor KIM SO YEON / Photo YUP SEUNG E / Art UM JUNG MIN

첫 번째.

흑백모빌

두 번째.

웨딩드레스 &턱시도

1 2 생후 삼 개월 전의 아기는 흑백의 세상에서

결혼식의 신랑, 신부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산다. 시력이 완전히 발달되기 전이여서

아마 신랑은 검은색 턱시도를, 신부는

색을 구분하지 못하고 명암의 짙은 정도만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을 것이다.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생아들은

수많은 색들 가운데, 왜 신랑과 신부는 흑과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내게 되는데,

백의 옷을 입는 것일까. 웨딩드레스와

그 때 첫 번째 장난감을 접하게 된다. 엄마

턱시도에도 나름의 역사가 있다. 고대 유럽

들이 천장에 달아주는 모빌이 그것이다.

에서는 다양한 색의 옷을 혼례복으로 사용

모빌은 신생아의 시력을 자극하여 인지 감각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15세기~16세기 경부터

을 발달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귀족 사회에서는 신부는 흰색 드레스,

이 생후 삼 개월 전 아기의 시야에는 흑백만

신랑은 검은색 턱시도를 애용하기 시작했다.

이 보이기 때문에 알록달록한 모빌들은 아무

신랑은 모든 색을 다 섞으면 검은색이 되듯,

런 소용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들은 흑

모든 것을 포용하는 가장이 되라는 뜻으로

백으로 된 모빌을 걸어준다. 아기는 침대에

검은색 턱시도를 입었다. 그리고 신부는

누워서 말똥말똥한 눈으로 그 흑백의 모빌을

흰색이 여성의 순결을 상징했기 때문에, 결혼

바라본다.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는지 배

식장에서 그녀의 순결함을 보여주기 위해 흰

시시 웃기까지 한다. 아기의 시야는 점점 밝

색 드레스를 입었다. 이것은 성차별과 가부장

고 선명해지고, 엄마는 아기를 위해 더

적 가치관이 투영된 기분 나쁜 흑과 백이다.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모빌을 걸어준다. 알록

그래서 미국 드라마 <도시에 사는 멋진 여성들>

달록한 색상의 모빌에 익숙해지면 흑백

의 미란다는 흰색 드레스를 거부하고 색이

모빌은 재미없고 시시하기만 하다. 시간이

들어간 드레스를 입기도 하였다. 이렇게

지날수록 아이는 눈도 깜빡이고 말도 하는

드라마 제목처럼 ‘멋진 여성’이 되기 위해서

인형, 순식간에 자동차로 변신하는 로봇처럼

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거부해야 하는 것일까.

더 재밌고 신기한 장난감을 원한다. 더 밝고

그러기엔 새하얀 드레스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선명한 세상에 살면 더욱 행복해지는 것일까?

다행히도 세상은 변했다. 사람들은 흰색

어쩌면 흑백 모빌 하나에도 즐거웠던 흐릿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당신이 몇 명의 남자를

칙칙한 그때의 세상이 조금은 그립기도 하다.

만났는지, 얼마나 순결한 처녀인지 생각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들의 눈엔 그날 가장 아름다운 당신의 모습만이 비칠 것이다.


세 번째.

회색머리

네 번째.

영정사진

3 4 앤디워홀에게는 몇 가지 시그니처들이 있다.

흑백의 내 모습이 담긴 영정사진을 마주한다.

성형을 한 높은 코, 창백한 얼굴, 회색 머리, 선글

이것은 중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봤을 듯한

라스. 이 시그니처들 중에서 앤디워홀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한 구절이나

‘회색 머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앤디

판타지 드라마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실제로

워홀은 이십 대 초반의 나이에 머리를 회색

체험할 수 있는 일이다. 일명 임종 체험!

으로 염색했다. <앤디워홀의 철학>이라는 책에서

이 체험의 프로그램 순서는 첫 번째 영정사진

그의 말을 인용해보도록 하자.

나는 머리를 회색으로 염색을 함으로써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첫 번째, 내가 너무 젊어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놀랄 것이다. 두 번째, 나는 젊게 행동을 해야 한다는 책임에서 해방될 것이다. 나는 이따금 별난 행동을 하거나 노망을 떨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모든 행동은 그저 일상적인 행동으로 보이는 대신 ‘젊고 민첩하게’ 보일 것이다.

촬영, 두 번째 유서 작성 및 유언장 낭독, 세 번째 수의 착용 및 입관 준비, 네 번째 입관 이다. ‘효원 힐링센터’에서는 이러한 임종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과 학교들이 센터를 방문하여 임종을 체험했다고 한다.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이 프로 그램이 몹시 무섭고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관 뚜껑을 덮는 체험이라니!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본능적인 공포를 가지 고 있다. 드라마에 유난히 죽음과 삶 사이에서

이렇듯 그는 시간의 의미를 부정했다. 나이가

갈등하는 시한부 인생의 주인공이 많은 것도,

들면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되는 그러한 시간

사람들이 ‘사후세계’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바로

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역행한 것이다. 거울을 보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공포스럽기

다가 문득 머리에서 하얀 새치 한 가닥만 봐도

만 한 죽음을 체험함으로써 지금까지 내가 살아

오싹해지면서 ‘나 늙었나 봐’하고 슬퍼지는 우리

온 날들에 대한 반성과 더 나아가 앞으로

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목표 설정을 할 계기를 준다

단순히 ‘앤디워홀은 이상한 사람이다’ 치부하기엔

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이다. 실제로 이

그의 말이 가지고 있는 설득력에 절로 고개가

프로그램을 체험한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기

끄덕여진다. 세월이 흘러간다는 것은 우리 생각

도 하면서 삶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처럼 두렵고 슬픈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다시금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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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을 보다

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남산타워의 야경만 아름다운 것일까? 어디에서든 해는 진다. 그동안 우리가 외면했던 밤의 경치들에 대하여 Editor KIM SO YEON / Photo SONG JONG WON / Art WANG HANSEUL

첫 번째 ; 강남의 판자촌 ‘강남의 외딴 섬’, ‘강남의 판자촌’으로 불리는 이곳은 구룡마을이다. 빛 바래고 납작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해가 지면 멀리 보이는 고층 아파트에 화려하고 밝은 불빛이 켜진다. 이곳 구룡마을에도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온다. 화려하진 않지만 낡은 가로 등에도 불빛이 들어오고 집집마다 옅은 불빛이 켜진다. 똑같이 애정 어린 말들이 오가고, 꿈을 꾼다.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다.

두 번째 ;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타워는 123층으로, 완공될 경우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초고층 건물이 될 것이다. 아직 공사 중이지만 한눈에 봐도 매우 화려하다. 하지만 얼마 전에 이 아름다운 외관의 그늘에 가려진 사고가 발생했다. 건축자재 추락으로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6명 이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공사는 계속 된다. 사람들은 건물이 얼마나 지어 졌는지에만 관심을 가질 뿐, 근로자 들은 외면하고 만다. 근로자들의 노력 이 빚어낸 야경을 보자.


세 번째 ; 노량진의 고시촌 고시 공부를 위해 학생들과 학원들이 하나둘 모여 이제 고시촌이라고도 불리는 노량진 학원가. 행정고시, 외무 고시, 기술고시, 임용고시……. 각자 목표는 달라도 젊음과 노력을 쏟아붓 는 것은 같다. 노량진 고시생의 하루 는 남들보다 길다. 늦은 밤이 되어도 학원과 독서실 창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들은 꺼질 줄을 모른다. 화려한 불빛은 아니지만 왠지 멋진 열정의 빛이다.

네 번째 ; 응급실 수많은 사고들 중에서 교통사고만 하 더라도 하루 평균 507건이 일어난다. 엄청나지 않은가. 사고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조용하던 응급실에 앰뷸런스 소리와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뒤덮인다. 사람들은 몇 분 사이에도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간다. 이런 ‘응급’환자들 때문에 병원의 응급실은 잠들지 못한 다. 사람들을 살리는 붉은빛이 밝히는 밤의 경치.

다섯 번째 ; 강남역 밤늦은 시간에도 강남역에는 어둠이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낮보다 더 화려한 불빛들로 알록달록 거리가 물 든다. 술과 밤에 취한 사람들이 조금 은 위태로운 걸음으로 거리를 오간다. 사람들의 시선은 술집 간판과 클럽의 네온사인에만 향해있다. 시선을 조금만 돌려서 강남역의 불빛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야경을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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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의 섹스

여기 게임에 진 두 남녀가 있다. 패배자들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요인을 분석해 훈련해야한 다. 이들도 그렇다. 자. 그럼 그들의 눈물 없이 듣기 힘든 훈련기를 들어보자. 이건 당신의 게임을 위한 참고서가 될 수 있다. 물론 패배의 참고서 따위 필요없길 바라지만 말이다. Editor LEE JIN SU / Art KIM HEE MANG

손가락 한마디 섹스파트너 A양과의 섹스는 2년 넘게

결국, 남자는 인터넷에서 요상한 물건을

사귄 애인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그러나

구매했다. 긴 파이프와 흡착기로 이루어진

그의 메인 디쉬는 이 은밀한 에피타이져

확대기였다. 우선 흡착기에 음모가 많이

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

걸리지 않도록 정리하면 좋다는 의견에 과감히

는 야멸찬 복수를 선택했다. 헤어지기로

음모도 정리했다. 고등학생 머리처럼 바짝

작정한 날, 그녀는 검지 손가락 한 마디를

선 그것이 낯설었지만 녀석의 키만 자랄 수

치켜들었다. “까불지마 새끼야! 니꺼 존X

있다면야. 미관상으로도 짧아진 음모 덕에

작아!” 경멸에 찬 눈초리로 그에게 치켜든

더 길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흡착기는 발기

손가락 한 마디는 남자를 위축시키기 충분

시킨 페니스를 파이프에 끼워 안에 공기를

했다. 그리고 보니 그랬다. 여자는 가끔 그의

흡착해 강제로 길이를 늘이는 기구였다. 하루

것을 보고 귀엽다는 말을 하곤 했다. 상황

에 몇 번 운동하듯이 꾸준히 하면 효과가

이 이쯤 되니 귀엽다는 단어는 ‘너 존X 작아’

있다고 했다. 아팠다. 강제로 살덩이를 잡아

쯤으로 해석되어 버렸다. 남자는

당기는 건데 아픈 건 당연하다 생각하며

‘멘붕’에 빠졌다.

참았다. 그렇게 한 달 뒤 남자는 결국 비뇨 기과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소변을 볼 때

남자는 혼자 남았다. 더불어 그의 아랫

마다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도리는 심심해하기 시작했다. 메인디쉬와 에피 타이져를 오가며 자극적인 맛을 탐하던 그에게 자위는 싱겁기 그지없었다. 결국 새로

“상담한 번 받아보실래요?” 남자가 어정쩡한 자세로 바지 지퍼를 미처 추스르지도 못한

운 섹스파트너를 찾았다. 그녀와의 섹스로

채 굳었다. “무슨 상담을?” 남자는 당황스러

자신감 넘치던 그때의 자신을 되찾을 생각이

웠다. 의사는 성형외과 실장님처럼 조목

었다. 전위는 좋았다. 지금까지 느꼈던

조목 그의 길이 고민에 대한 여러 해결책을

패배감의 반발로 더 거칠게 몰아붙였다. 흥분

제시해주었다. 삽입물로 보정할 수도 있고,

이 최고조를 향해 치달았다. 교성과 탄성이

자신의 피부를 이식해 굵기와 길이를 한 번

교차되는 하이라이트의 언저리쯤에서, 남자는

에 해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성형의 힘은

갑자기 멈춰 버렸다. ‘이 여자도 분명 작다

실로 놀랍다. 여자들이 성형을 꿈꾸는 이유가

고 생각했겠지.’ 남자는 결국 예전처럼 만족

단박에 이해됐다. 그러나 남자는 망설였다.

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이기기는 했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도 문제였지만 이렇게까지

결정타 없이 끝난 야구경기처럼 아쉬웠다.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그에게 손가락 한 마디는 역시나

치료 스케쥴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병원문

받아들이기 힘든 선고였다.

을 나섰다. 왠지모를 씁쓸함이 몰아쳤다. 그는 이제 음경확대 상담까지 받은

남자는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인터넷을

고개숙인 남자다.

뒤져보니 이런 말이 있었다. “우선 본인의 위치를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한민국 남자의 평균 길이는 11Cm 정도란다. 자신

집에 도착한 남자는 거울 앞에 섰다. 바지와 팬티를 내리자 까글한 음모사이로

의 길이는 어느 정도인가. 뿌리를 눌러 재면

자신의 ‘아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얼굴과

11cm는 넘었다. 답변에는 이런 말도 있었다.

녀석을 번갈아 보다가 문득 한달 동안 흡입

발기 시 5cm만 넘으면 작은 건 아니다. 남자는

기로 이 녀석을 잡아당기던 자신의 모습이

일단 자신이 5cm는 훨씬 웃돈다는 사실에

오버랩 됐다. 그 순간 남자는 지금까지의 인생

안심했다. 그러나 그는 짧다는 소리를 면전에

에서 가장 긴 한숨을 터트렸다. 참으로

서 들은 사람이다. 사실 섹스에서 중요한

복잡 미묘한 한숨이었다. 하아-

건 굵기나 길이가 아니라 테크닉이라는 걸 남자도 알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남자의 페 니스는 작다. 이건 그의 문제였다.


느끼지 못하는 여자 그와 100일이 지나고 남자의 자취방에서

감이 엄습했다.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아 느끼

그녀는 첫 경험을 했다. 아프고 불쾌했지만,

지 못하는 걸까. 아님 정말 이게 불감증이라는

그와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첫 경험의

걸까?’ 이게 뭐든 간에 앞으로 지낼 그와의

아픔은 중요하지 않다 생각했다. “좋았어?”

밤들이 두려워지기 까지 하자 여자는 도움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좋았냐고 묻는 남자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녀에게 손길을 내민 건

에게 어느 모진 여자가 “아니” 라고 할 수

어느 병원의 산부인과 여의사였다. “불감증

있을까. 여자는 “응” 하고 웃어 버렸다. 계속되는

이란 용어는 생리학적 치료를 요구할 때에 쓰여

그와의 잠자리에서 여자는 하나도 즐겁지

요.” 의사는 얼굴을 붉히며 의자에 다소곳이

않았다. 그러나 매번 끝나고 묻는 그의 물음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말했다. “음핵이 표피로 덮여

여자는 긍정의 답변만 쏟아냈다. 자기가 최고

있어 여성이 절정기를 느끼지 못하는 것을

라느니 오늘은 죽는 줄 알았다느니. 거짓말도

불감증이라고 하지만 그건 소수의 이야기죠.

하다 보니 늘었다. 그럴수록 남자는 점점 자신감

여성이 느끼지 못하는 대부분의 원인은 심리

이 붙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자신감만큼 성의

상태에 있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여자는 그나마

도 사라졌다. 첫날밤 그렇게 공들이던 전위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불감증이라는 병명에서

3분짜리 컵라면 먹듯 후루룩 해치워 버리곤

우선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의사는 강박

곧 바로 삽입. 혼자 열심히 하더니 “좋았어?”

에서 벗어나 보는 게 어떻겠냐고 충고했다.

여자는 미칠 노릇이었다. 아픈 건 둘째치고

섹스는 오르가즘이 다가 아니다. 남자와의 충분

남자의 섹스가 너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너 사실

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즐거운 마음, 오르가즘

못해” 라고 말도 꺼내기 힘들어 졌다. 이 남자

은 그 뒤에 저절로 따라오는 결과라는 게 요지

가 받을 영혼의 상처를 여자는 너무 잘 알고 있

였다. 그녀의 충고는 여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었다. 전전긍긍하는 여자에게 남자는 눈치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그에게 고백해야겠다.’

없이 계속 물었다. “오늘은 어땠어? 좋았어?”

여자의 다짐은 바로 다음날 그의 낡은 침대에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해맑게 말하는 주둥

서 실현되었다. 그가 언제나처럼 그녀에게 다가

이를 확 꿰매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응.”

서자 여자는 그를 밀쳐냈다. 당황한 남자에게 여자는 말했다. “실은 나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

그녀는 오르가즘을 느껴보고 싶었다. 여자는

본 적이 없어.” 남자는 확실히 충격을 받은

상대를 사랑해야만 비로소 마음을 열어 섹스할

듯 얼어붙었다. 지금까지 연기를 했다. 이제 나도

수 있고, 남자는 섹스를 해야만 사랑할 수 있다

너와 제대로 된 섹스를 하고 싶다. 서로 즐거워

는 어느 잡지 섹스칼럼이 떠올랐다. ‘나는 이 남자

보자. 여자는 당당했다. 놀란 남자에게 여자는

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순간 여자는 자신이

먼저 다가섰다. 가끔은 여자가 먼저 리드하는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것도 좋은 방법이란 의사의 마지막 충고에 여자

마음의 문제인가, 그의 성의 없는 섹스도 결국

는 힘을 얻었다. 그가 밑에 눕고 그녀가 위에

내가 느끼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 아닐까. 온갖

있었다. 항상 남자가 끄던 형광등 스위치에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 쯤 그녀에게 한 가지

오늘은 여자의 손이 올랐다. 탁-

단어가 떠올랐다. 불감증. 자신의 고민이 의학적 용어로 명명되자 여자에게는 알 수 없는 불안

27


여자가 까는 여자

불쾌지수가 치솟던 어느 오후, 홍대의 카페에 분노에 찬 네 여자가 들어섰다. 방금 전까지 누군가의 조신한 딸, 누군가의 착한 여자친구였던 네 여자. 더웠던 날씨 탓인지, 그들을 짜증나게 하던 ‘그 X’들을 향한 공감 뒷담이 시작되자, 찰진 육두문자를 뱉어낸다. 확실히, 여자의 적은 여자다. 그녀들의 뒷담華가 피어나던 그 시간을 포착했다. Editor KIM SO YEON, PARK MIN Jeong / Art KIM HEE MANG

<인물소개>

물어보고 다니는 게 취미야. 못된 녀 : 그래 왜 아니겠어,

터는 녀 : 여중, 여고를 거쳐 여초과를 다니는 그녀의 에피소드는 네버엔딩이다. 카페에서 마신 냉수만 여섯 잔.

뭐라고 물어보는데? 까는 녀 : ‘나 진짜 못생긴 것 같지 않아? 눈 다시 할까?’, ‘나 완전 돼지 같지, 살 좀 빼야겠다. 그렇지?’

까는 녀 : 고3 때의 그 ‘X년’을 시작으로 쌓인 것도, 겪은 것도 많은 그녀.

일동 : ……. 까는 녀 : 어이없지? 처음엔 다들 무슨 소리

동기가 표정을 싹 굳히면서 말하 더라. ‘네 언니, 진짜 가슴 껌딱지 같아요. 상담 좀 받아보세요.’ 못된 녀 : 패기 보소! 속이 다 시원하다 진짜. 씹는 녀 : 잘했네, 잘했어. 까는 녀 : 웃기지? 언니가 그 말을 듣더니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 동

하지만 과거엔 누군가의 ‘X년’

냐고, 살 뺄 데가 어디 있느냐면

기한테 ‘나한테 화났어? 나는 왜

이었던 경력도 있다. 하지만 남자

서, 그 언니가 본인이 얼마나 예쁜지

네가 화내면서 말하는지 모르겠

친구에겐 누구보다 착한 girl.

잘 모르는 거라고 얘기해줬지.

어.’ 이러더라. 난 아는데. 사실 언

근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만나

니 빼고 남들 다 아는데. 말로 표

기만 하면 그러는데 누가 그 언니

현할 방법이 없네.

여자. 하지만 여자들 앞에서 입은

를 좋아해. 친구들이 그 언니 질

씹는 녀 : 그 언니가 불쌍해서 슬픈데,

꽤 걸다. 육두문자와 함께 뱉어

문에 질려서 떨어져 나가서,

내는 그녀의 ‘X년’ 이야기.

이젠 후배들이랑만 다녀.

못된 녀 : 평소엔 입 가리고 웃는 조신한

못된 녀 : 그거 그냥 예쁘다는 소리가 듣고 씹는 녀 : 마음도 넓고 웬만하면 이해하려는 여자 중의 여자. 하지만 눈치가 없는 애들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단다.

싶은 거지? 까는 녀 : 맞아. 그 언니는 자기가 예쁘고 말랐다는 걸 남의 입으로 듣고 싶 은 거지. 터는 녀 : 물론 어느 정도 이해해, 여자면

@답정너

누구나 예쁘다는 소리, 나 잘났다 는 소리 듣고 싶잖아.

못된 녀 : 답정너는 너무 유명하다, 그치? 씹는 녀 : 맞아,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지. 답은 정해져있고 넌 말만 하면 돼! 까는 녀 : 나는 답정너 얘기하면 꼭 떠오르는 언니가 한 명 있어.

씹는 녀 : 친구들까지 다 떨어져 나갔다면서,

신병 걸릴 것 같아. 그래서 가끔 밥이나 먹는데 그것도 힘들다. 못된 녀 : 어마어마한 여자네. 터는 녀 : 아까 그 동기의 패기가 더 어마 어마해. 얼마나 짜증 나면 그랬을까? 까는 녀 : 그 동기 같은 멘탈, 난 안 될 거야 아마.

각 안 든대? @노출증녀

들이 왜 자길 싫어하는지 몰라. 점점 사소한 일 때문에 다투고 멀 어지는 일이 많아지니까 ‘왜 나한

여리한 몸에, 가슴은 또 크지. 눈,

테만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몰

코, 입도 선이 뚜렷하니 예쁘고

라……’하면서 또 새로운 친구를

집도 잘 살아.

찾아.

까는 녀 : 사진? 있지. 이 언니야 봐.

그 언니랑 자주 다니다간 정말 정

까는 녀 : 바로 그게 문제야. 이 언니는 사람

까는 녀 : 모델 학원 출신, 키가 170, 여리

씹는 녀 : 사진 없어?

까는 녀 : 같은 과니까 어쩔 수 없지 뭐.

본인은 그 성격 고쳐야겠다는 생

터는 녀 : 누군데?

못된 녀 : 아 부러워.

너무 웃겨. 터는 녀 : 넌 그런 언니랑 어떻게 만나?

터는 녀 : 걔 진짜 답 없다. 그런 애들은 평생 그러고 살걸? 까는 녀 : 어느 날은, 이 언니를 오지게도

못된 녀 : 완전 말랐네. 근데 얘 코에 필러

싫어하는 동기랑 나랑 언니, 셋이

맞았어? 코가 왜 이래?

서 밥을 먹었어. 이 언니는 평소대

못된 녀 : 아! 그리고 그런 애들 꼭 있잖아. 노출 심한 애들. 터는 녀 : 맞아. 내 친구 중에도 노출 심한 애가 있어. 까는 녀 : 노출도 부위마다 다르잖아. 터는 녀 : 가슴! 씹는 녀 : 가슴이 큰가 보지? 터는 녀 : 응. D컵이야. 못된 녀 : D컵? 그걸 가슴이라고 할 수 있어? 수박이네 수박.

까는 녀 : 코는 원래 그렇고, 눈 했어 눈.

로 행동했지. ‘얘들아, 나 가슴이

터는 녀 : 근데 걔가 처음부터 가슴 노출을

터는 녀 : 예쁘다. 딱 남자들이 좋아하게

너무 빈약한 것 같아. 가슴 확대

하고 그런 건 아니었어. 고등학교

수술 받아볼까?’이러면서. 참고로

때는 가슴이 큰 게 콤플렉스였거

생겼네. 씹는 녀 : 이 언니 답정너 맞아? 전생에 나라 구한 사람 아냐? 까는 녀 : 신은 그녀에게 모든 걸 허락했지만,

이 언니 C컵이야. 터는 녀 : 지금 너한테 전해 듣는데도 완전 재수 없어. 네가 싫어지려고 해.

답정너라는 성격을 주셨지. 이 언니

못된 녀 : 그래서, 그래서?

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 예쁜지

까는 녀 : (웃음) 근데 이 언니를 싫어하는

든. 씹는 녀 : 아, 그런 애들 체육시간에 달리기나 줄넘기하면 아프다고 핑계 대고 보건실 가고 그러잖아. 터는 녀 : 맞아 걔도 그랬어. 와이셔츠도 가슴


안 드러나게 큰 사이즈 입고.

으로 찌르는 포즈 있잖아. 일명 ‘예

근데 걔가 20대가 되면서 남자들한테

쁜 짓’ 포즈.

‘큰 가슴’이 얼마나 어필되는지 깨달

터는 녀 : 야 그건 아기들이 해야 ‘예쁜’ 짓이지.

은 거야. 그러더니 갑자기 가슴 노출을

씹는 녀 : 그니까. 내 말이. 걔는 일단 셀카를

하기 시작하더라고.

@왜 이런 병들이 생겨나는 걸까? 터는 녀 : 관심 받고 싶어서 일수도 있을 것 같아. 사람들은 다 관심 받고 싶어

한 번에 몇 십 장 찍고 고심을 해서

하잖아. 관심 받고 싶다는 것의 표현

못된 녀 : 어떤 식으로?

골라. 애들이 뒤에서 부르는 걔 별명

의 한 방식일 수도 있어. 예를 들어

터는 녀 : 자기 SNS에 가슴골이 드러나는

이 ‘백중일’이야.

서 아까 얘기한 노출증녀 같은 경우

사진을 올리기도 하고.

못된 녀 : 백 장중에 한 장 건진다고?

에는 자기가 가슴을 노출을 하면 남

씹는 녀 : 정답! 그렇게 힘들게 사진을 고르면

자들이 관심을 가져주잖아. 결국 관

까는 녀 : 어우. 댓글은 뭐라고 달리디? 터는 녀 : 남자들이 엄청 달더라고. 섹시하다, 예쁘다, 요즘 뭐하고 지내냐, 오랜만 이다 막 이런 식으로. 못된 녀 : 신 났겠네. 터는 녀 : 응. 저번에는 같이 쇼핑을 갔는데 얘가 옷을 고르는 기준은 오직 하나야. 못된 녀 : 자기 큰 가슴이 돋보이는 옷? 터는 녀 : 맞아. 심지어 옷가게 언니한테

바로 사진 보정 어플을 켜서 사진을 보정해.

심을 위해서 노출을 하는 거지. 씹는 녀 : 아니면 어릴 때 트라우마 때문에 그런

까는 녀 : 포토 XX?

걸 수도 있어. 내가 말한 그 언니는

씹는 녀 : 응. 일단 세심한 손길로 볼을 줄이고,

얼굴이 진짜 예뻐. 근데 어릴 때 그

눈을 세 번이나 키워.

아빠가 맨날 언니한테 못생겼다고 한

터는 녀 : 세 번 씩이나? 그거 엄청 부자연

거야. 그래서 외모에 대한 트라우마

스럽지 않아? 씹는 녀 : 당연하지. 누가 봐도 ‘아 얘 보정했

“언니! 이거 얼마나 파여요?” 이렇게

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

묻더라니까.

고 그 사진들을 페북에 올려. 누가

가 생겨서 계속 자기가 예쁘다는 것 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거지. 그게 우리한테는 답정너로 비쳐지는 거고. 못된 녀 :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걸 수도 있어.

까는 녀 : 진짜 아니다.

봐도 자기 실물이랑 다른 그런 사진

자존감이 높으면 자기를 있는 그대

씹는 녀 : 원래 있는 것들이 더하다고. 그런

들을. 그럼 친구들이 누구냐고 댓글

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텐데, 그렇지

은 달아.

못하니까 포토샵을 해서 자기 얼굴

애들이 뽕 들어있는 속옷 입는다? 터는 녀 : 맞아. 걔도 속옷 쇼핑가서도 무조건 ‘가슴 모아주는 속옷’ 아니면 ‘뽕 들 어간 속옷’만 사더라고. 못된 녀 : 대박. 터는 녀 : 그러니까. 근데 그게 다가 아니야. 심지어 얼마 전에 뷰티 방송에서 ‘가 슴골 쉐딩’ 나왔잖아. 그거 보고 가 슴에 쉐딩까지 하더라니까. 못된 녀 : 헐. 진짜 미쳤네, 미쳤어. 터는 녀 : 얘랑 같이 다니면 남자들의 그 노골

터는 녀 : 어우 민망하겠다. 씹는 녀 : 아니 전혀? 걔는 그런 댓글 개의치 않고 계속 올려.

그게 우리 주변에 그 X들이 짜증 나

사진 당장 지울 것 같은데. 민망해

긴 하지만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는

서.

이유인 것 같아. 또 누군가한테는 내

씹는 녀 : 그걸로 그치는 게 아냐. 보정 많이 한

가 ‘그 X’가 될 수도 있는 거고.

사진을 나한테 보여주면서 ‘야. 이 사진이 그렇게 나랑 달라? 똑같지?’ 하면서 물어본다? 터는 녀 : 뭔 대답을 바라는 거야?

머릿속에 ‘가슴’이라는 단어만 가득

씹는 녀 : 처음엔 나도 “보정을 많이 했으니까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라고 했었

씹는 녀 : 으으 진짜 싫다.

는데 걔가 진심으로 삐지면서 정색

못된 녀 : 근데 우리 좀 열등감 폭발하는 것

을 하는 거야. 장난치지 말라고. 싱

같다?

아닐까? 까는 녀 : 그렇게 생각해보면 진짜 불쌍하다.

못된 녀 : 용감하네. 난 누가 그런 댓글 달면

적인 시선에 나까지 민망해져. 진짜 찬 애 같다니까.

을 예쁘게 보이게 만들고. 그런 거

크로율이 얼마나 되냐고 정확한 숫

터는 녀 : 아냐. 우리나라 평균 가슴 사이즈가 75A라잖아.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의 가슴이라니까? 씹는 녀 : 맞아. 가슴은 한낱 지방 덩어리에 불과하잖아! 안 그래? 까는 녀 : 맞아!

자를 알려달라고. 못된 녀 : 정확한 숫자? 대박이다 진짜. 소수점 까지 물어볼 기세네. 씹는 녀 : 그니까. 결국엔 나도 지쳐서, 이제는 물어보면 똑같다고 대답을 해. 까는 녀 : 결국엔 똑같다는 대답이 듣고 싶었던 거네. 씹는 녀 : 사진 속 포토샵한 자기 모습이 진짜

@물아일체병녀

자기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 는 거지.

씹는 녀 : 내 친구 중에 셀카를 엄청 많이 찍는 애가 있어. 못된 녀 : 다들 많이 찍지 않나? 씹는 녀 : 아니. 걔는 진짜 어마어마하다니까? 저번에 걔 앨범을 본 적 있는데 자기

못된 녀 : 불쌍한 애네, 근데 집에 거울이 없나? 씹는 녀 : 너 이걸 뭐라 하는지 알아? 포토샵 한 사진이 실제 자기 얼굴이라고 믿 는 병. 물아일체병. 터는 녀 : 물아일체? 진짜 웃긴다.

셀카가 1000장이나 있는 거야. 터는 녀 : 앨범을 눌렀는데 셀카가 1000장이나 뜨면 무섭긴 하겠다. 씹는 녀 : 맞아. 내려도, 내려도 똑같은 얼굴들만 있으니까. 공포 그 자체지. 하여튼 걔는 포즈도 엄청 과감해. 까는 녀 : 볼에 바람 넣고 그러는 거? 씹는 녀 : 그건 예사고. 양 볼을 엄지손가락

29


해가지지 않는 밤

이태원에 특별한 언덕 하나가 있다. 그곳은 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다. 오히려 화려한 불빛과 끈적한 흥분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이태원 게이힐. 이곳은 게이, 레즈비언, 트렌스 젠더, 바이섹슈얼, 통칭 LGBT 로 불리는 성적 소수자들의 공간이다. 해가지지 않는 특별한 밤, 평범한 에디터들이 그 백야의 틈바구니 속에 흠뻑 빠져들어 봤다. 아! 그곳은 정말 신세계였다. Editor LEE JIN SU / Art KIM HEE MANG

이태원 게이힐 탐방기

DATE 23. PM11:30~AM2:00

DATE 24. AM1:00~AM04:00

이럴 리가 없었다. 게이바의 문을 여는

트랜스젠더바 취재는 그리 내키지는 않았다.

순간 발이 절로 뒷걸음질쳐졌다. 다시 한 번

덜컥 두려움이 앞섰다. 트랜스젠더라고

여기가 ‘바’라는걸 확인하고서 다시 안을

불리는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데다가(게이

들여다봤다. 내가 아는 바는 이런 곳이 아니

는 주변에 몇 명 있다.) 룸싸롱과 비슷한

었다. 조용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화이트

술집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친한 지인 몇에

셔츠에 검은 베스트를 한 콧수염의 바텐더가 와인잔을 닦고 있어야 했다. 앞을 지키고 있는 보안요원에게 여기가 게이바가 맞느냐고 물었다.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맞아요.” 맞다. 여기는 게이바다. 5000원에 입장 팔찌를 받고 무료 음료권을 손에 쥔 채 바의 문을 열었다. 현란한 사 이키 조명과 앞을 가리는 스모크, 이미 한계 음량을 넘은 듯 둥둥 울려대는 스피커. 그리고 춤을 추고 있는 그들, 정신이 아득 해졌다. 묘한 담배냄새와 스모크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남자들 사이를 지나치는 팔뚝에 는 또 다른 촉감이 전해져 왔다. 그야 말로 오감의 충격이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바텐더에게 무료 음료권을 내밀었다. 미지 근한 맥주 하나가 손에 들어왔다. 다행히 맥주 맛만은 밖에 세계와 다르지 않았다. 시선에 들어오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신난 표정이었다. 같이 온 남자를 껴안고 부비부비를 한다거나. 서로 둥글게 모여 막춤 비슷한 걸 췄다. 신나는 음악과 조명 한가운데 나만 뚝- 떨어져 나온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손 하나가 불쑥 내 팔을 잡아챘다. “여기 자리 있는데 같이 앉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자는 자신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나를 이끌 었다. 뭐라 할 세도 없이 자리에 앉은 나는 그제야 나를 이끈 남자 얼굴을 봤다. 30대 후반의 정장 차림을 한 남자였다. ‘당연히 남자겠지 여기는 게이바인데.’ 혼자 생각하곤 웃어버렸다.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여기 처음 오냐?” “같이 놀자.” “맥주 한잔 더 하겠 느냐?” 내가 나이트에서 여자들에게 했던 멘트 같아 혼자 또 웃었다. 그가 웃는 게 귀엽 다며 같이 춤이나 추자고 했다. 거부감은 딱히 없었다. 내 어깨를 잡고 박자를 맞추는 그가 그냥 친구 같아서였을까? 이 상황이

새벽 1시. 검은색 간이 스테이지 위에 두 남자가 올라섰다. 몸이 좋은 외국인 둘이었 는데 아예 웃통도 벗어 재끼고 춤을 췄다. 붉은 조명 사이로 씰룩이는 근육들이 적나라 에 드러났다. 어느 남자가 그의 엉덩이를 덥석 잡았다. 보통 같았으면 주먹이 날아왔겠 지만, 여기가 어딘가. 게이바다. 가슴부터 그의 심볼까지 낯선 남자의 손이 훑어 내려 갔다. 한쪽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참을 넉 놓고 구경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스테이지 가까이 밀려버렸다. 돌아보니 아까 춤추던 남자가 웃고 있었다. 밀린 나와 눈이 마주친 외국인이 손을 뻗었고 스테이지 위에 엉겁결에 올라섰다. 그가 아주 능숙하게 내 허리에 손을 올렸다. 그의 근육이 배에 닿았다. 그사이 뒤에 남자가 나를 껴안았다. 당혹해하는 나를 사람들은 아주 깔깔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목석 같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나를 금방 밑으로 내려 보내주었다. 내려 오고 나니 날 밀었단 남자가 어땠냐고 물어 왔다. “재미는 있어요!” 26년간 이성애자 로 살면 남자와 춤을 춰볼 기회가 별로 없다. 끝까지 취해 친구와 노래방에 갈 때 정도? 친구와의 춤은 흥겹다. 잘 춰야 하고 멋있어 보여야 하고 이 여자를 꼬셔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그 자체가 흥겹다. 여기 게이바도 그러했다. 그들이 게이이건 아니건 결국엔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그것도 나와 노래 방에서 막춤을 춰대던 친구와 같은 남자들. 괴물이 아닌데 같이 춤을 춰서 불쾌할게 뭔가. 게이바에서 내가 느꼈던 흥겨움은 그러했지 않나 싶다. 신기한 경험과 신나는 음악 사이 에 남자가 있었을 뿐 게이는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전화를 걸었다. 같이 가줄 수 있느냐는 요청에 한 명이 흔쾌히 같이 가자고 했다. 외국에서 길을 헤맬 때 만난 한국인 같은 반가움이었다. 이태원을 가보면 알겠지만, 이태원 소방서 뒤쪽에선 트랜스젠더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예쁘장한 얼굴을 하고 조금 야한 옷을 걸 친 그녀들이 골목에 나란히 앉아있기 때문이다. 그곳엔 외국인들이 모여있고 원색의 조명 들이 골목을 비추고 있었다. 남자들이 지나 가면 다리를 휙-하고 벌린다던 말은 조금 과장된 말이고 그녀들은 그냥 자기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같이 간 지인은 저 들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은 별로 없다고 했다. 완전한 여성으로 수술한 그녀들은 많지 않아 그런 이들은 더 고급 바로 간다고. 내가 들어선 바에 여성들은 게이(아예 가 슴수술도 하지 않은)이거나 가슴수술만 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비좁은 지하공간에 들어 서자 스테이지 하나가 있고 주위로 화려한 옷을 입은 여성들이 휙휙 지나다녔다. 스테이 지가 보이는 작은 룸에 앉아 주위를 둘러 보고 있자니 언니라고 부르는 몇 명의 그녀 들이 자리에 앉았다. 예쁜 언니 한 명이 내 옆으로 왔다. 짙은 화장의 그녀는 익히 듣던 여성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술을 한잔 들이켰다. “안주가 생각했던 거 보다 훨씬 좋네요.”(평범한 과일 안주였 지만.) “주량이 어떻게 되세요?” 등등 일상적 이지 않은 공간에서 굉장히 일상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조금 취기가 오를 때쯤 갑자기 그녀가 자리 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몸매는 어떠냐는 질문이었다. 솔직히 말해 대단했다. 170이 넘는 큰 키에 한 손으로는 도저히 잡힐

재미있을 뿐 그가 게이이거나 아니거나 상관

것 같지 않은 가슴. 잘록한 허리에 바짝 달

없었다. 같이 춤을 췄다. 걸 그룹 노래가

라붙은 드레스까지. 만화에나 나올 법한

간간이 흘러나오면 하나같이 동작이 비슷해

비현실적인 몸이었다. 아찔한 시선을 거두고

졌다. 이번에는 둘이서 낄낄거렸다.

그녀에게 연신 엄지만 치켜들었다. 그녀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리에 앉아 이번엔 가슴이 야기를 한다. “이 가슴, 좀 그래. 부자연스럽 지 않아?” 그녀는 수술한 가슴이 불만족이라며 다시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더니 내 한쪽 손 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 “봐봐 좀 딱딱 하지?” 솔직히 여자 가슴이랑은 조금 다르기는 했다. 그러나 이상하다는 말은 도저히 안 나왔다. 잘 모르겠다고 대충 웅얼거렸다. 그녀가 나를 한번 생끗 쳐다보더니 이윽고 내 가슴에 손을 올 렸다. 운동 좀 하라며 그녀가 물렁한 내 가슴 을 꾹- 찔렀다. 킥킥거리는 그녀가 별로 밉진 않았다. 나도 너스레를 떨며 술 한잔을 홀짝였다. 시간이 흐르자 무대에서 몇 명의 언니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익숙한 음악이 흐르고 씨스 타의 나 혼자가 흘러나왔다. 립싱크하는 무대 였는데. 춤까지 완벽하게 따라 했다. 아니 더 멋졌던 거 같기도 하다. 어떻게 저렇게 잘

추냐고 옆에 앉은 언니에게 물었다. “밥 먹고 저것만 하는데 잘 추지 그럼”. 무대가 끝나 고 한 시간 조금 넘게 더 마셨다. 재미있는 수다 였고 가끔 들어오는 과감한 스킨쉽은 아직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리 불쾌하진 않았다. 그녀는 재미있었다고 또 오라며 전화번호 하나를 남겨줬다. 번호를 받아들고 유쾌하게 가게를 나왔다. 같이 간 지인과 근처에서 커피 한잔을 더 마셨다. 가만히 카페에 앉아 이것저것 원고에 대해 생각하던 중 그녀의 전화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메시지를 보낼까 말까 하다가 재미있 었다는 요지의 문자를 남겼다. 답장은 오지

한밤의 이태원을 빠져나왔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은 조명 사이로 사람들로 넘쳐났다. 그 속엔 한국인도. 외국인도, 이성애자, 동성 애자들도 다 같이 흥청거리고 있을 테다. 게이힐 은 물론이고 이태원은 밤이 더 화려했다. 해가 지지 않는 밤. 화려한 조명 아래 백야의 공간에는 구분이 없었다. 다 같이 즐거운 얼굴을 하고 거리를 채우고 있을 뿐. “아! 이곳은 정말 신세계 구나.” 달리는 택시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않았다. 아쉽지는 않았다.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에 대한 기억은 꽤 유쾌하게 기록됐다. 더불어 트랜스젠더들이 그리 거북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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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방송 디스보이즈에서 성폭력발언으로 화제가 됐지 않나. 근데 그거 진짜 리얼이였나? 샘 : 리얼이였다. 진짜 몰랐다. 근데 한국 사람들도 그거 잘 모르던데? 샘 해밍턴씨 소문 중에 욕을 기가 막히게 구사한다고 하던데. 인터넷 방송만 욕 잘하 시더라. 도대체 누구한테 배운 건가. 혹시 옆에 계신 분? 조 : 아. 억울하다. 샘 : 아니다. 원래 말 배울 때 욕부터 배우 지않나. 그리고 호주 있을 때 교환학생 으로 온 형한테 좀 배운 거다. 달샤벳 아영씨가 피쳐링을 맡았던데. 무슨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 샘 : 저번에 뮤직비디오 찍었는데. 거기서 인연이 돼서 찍었다. 그때 재미 있게 촬영했고 이번에 좋은 기회가 와 서 같이 촬영한 거다. 달샤벳 아영씨가 피쳐링을 맡았던데. 무슨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 샘 : 저번에 뮤직비디오 찍었는데. 거기서 인연이 돼서 찍었다. 그때 재미 있게 촬영했고 이번에 좋은 기회가 와서 같이 촬영한 거다. 아영씨는 실제로도 예쁘시던가. 노래도 역시 잘하더라. 가까이서 보기에는 어떤 사람이던 가? 미안하다. 난 아영씨 팬이다. 조 : 아니 우리 인터뷰에 왜 아영이 얘기를 하나. (웃음) 예쁘다. 친절하고, 더웠는 데도 짜증한번 안내더라. 이번 앨범을 내면서 어떤 반응을 기대했나. 샘 : 그냥 해보고 싶은 거 하는 거라 어떤 반응일지 생각해 본 적 없다. 조 : 큰 기대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개그맨 이나 개그우먼들이 음반을 내는 걸 좀 경시하는 것 같다. 엄청난 반응을 바 라지는 않았다. 그냥 둘이 같이 뭔가를 샘 해밍턴 이하 샘 조원석 이하 조

샘 : (조원석에게) 봐~괜찮다니까. 처음에

하면 큰 재산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디스보이즈란 이름으로 음반을 냈다. 사무

서로 한참 고민 했었다. 근데 디스보이

실에서 어깨까지 들썩이며 들었다.

즈가 입에 잘 붙으니까 그대로 가자고

그런데 왜 개그맨들이 음반을 내는걸 않 좋

엄청 신나던데 공들인 티가 팍팍 나더라.

한 거다. 그리고 둘이 인터넷방송을

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조 : 일단 돈을 좀 썼다. 또 오래 준비했다.

하면서 디스보이즈로 활동했기 때문

조 : 옛날에는 희극인들이 할 수 있는 영역

샘 : 맞다. 한참 전부터 준비했다. 무한도전

에 사람들이 다른 이름으로 하면 사

에 나오는 작곡가 섭외도 하고 작곡가

람들이 헷갈려 할 수도 있잖나.

랑 같이 작업실에서 소주도 한잔 해가

조 : 하나 더 덧붙이자면. 우린 서로 디스

면서 작업했다. 작사를 우리가 했는데

하지 말자는 의미도 있다.

조 : 이게 다 샘 때문이다.

서로 디스 잘하시던데? 조 : 에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서로 죽자고 덤비면. 뭐.(웃음)

굉장히 재미있으신 분들이라 분명 위트있는 팀 명일꺼라 생각했다. ‘디스보이즈’ ‘백스트 릿보이즈’도 생각나고 뭔가 쿨한 이름이다.

해야 개그맨인 줄 안다. 샘 : 개그맨이 앨범 내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은 이상하게 개그맨이면 무조건 개그만 해야 한다고

중간에 스케줄도 바쁘고 그래서 좀 오 래 걸린 감이 있다.

이 넓었다. 근데 요즘은 개그콘서트를

샘 : 친하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다. 웃기려고 하는 거도 있고.

생각하더라. 조 : 아마 사람들이 개그맨들을 친근하게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원래 친근하면 더 막대하잖나.


조원석과 샘 해밍턴 역시 조금 독특한 조합이

결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조원석씨는

조원석씨는 공백기가 좀 있었다. 샘 해밍턴씨도

아닐까 싶다.

결혼 생각 없나?

처음부터 잘 풀린 스타일은 아니었고.

어떻게 하다가 서로 친해진 건가?

조 : 나는 30살 되면 그냥 결혼 하는 건 줄

공백기에는 서로 뭐했었나?

샘 : <복불복 쇼>에서 친해졌다.

알았다. 근데 완전 어렵다. 주변에 잘 봐

조 : 경인방송에서 라디오 했었다.

조 : 거기 출연한 샘을 보고 굉장히 재미있다

라 갔다 오는 사람 맞다. 샘은 이혼 안

샘 : 난 같은 시기에 교통방송 예능프로

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화번호를 받았다. 샘 : 근데 연락처 받아놓고 3년뒤에 연락했다. 조 : 내가 원래 연락을 잘 안 하는 편이다.

할 거지? 죽을 때도 같이 죽을 거지? 한 낮 한시에? 샘 : 같이 안 죽지. 조 : 하하하. 샘을 보면 뭔가 안정돼 보이는

그램을 했었는데 청취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조 : 같은 시기에 비슷한 걸 하니까 샘과 좀 통했을 수도 있다. 근데 라디오는 안정적

샘 해밍턴씨가 지금의 소속사인 델미디어에

거는 부럽더라. 근데 혼자라는 건

이라서 그걸 깨보자는 생각이 들더라.

합류한 것도 둘이 함께하고 싶어서라고.

그렇다. 슬플 때는 상관없다. 그런데 정말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라디오를 그만뒀다.

서로 6년간 우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

힘들 때는 기쁨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게

그 뒤로 공연을 시작한 거고.

뭐라고 생각하나.

힘든 거다.

조: 친해졌을 때 둘 다 일이 없었다. 그래서 공연을 만들었다. 제주도에서 성인코미디

샘 : 맞다. 진짜 결혼생활이 좋은 건 그거 때문이다.

는 동료 그 이상인 것 같다. 그럼 질문. “샘 해밍턴씨의 컵케이크 가게의 빵

를 했는데 매주 술을 먹었다. 샘 : 3개월 동안 캬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샘 해밍턴씨에게 조원석씨

서로 군대 이야기는 안하나. 남자들이 술자리

을 조원석씨는 공짜로 먹을 수 있나요?”

에 모이면 하는 단골 수다메뉴 아닌가.

조 : 컵 케이크 안 좋아한다. 근처 고깃집에서

호주인과 한국인. 요즘 트랜드인 글로벌그룹이

샘 해밍턴씨도 매달 군대에 다녀오기도 하고.

다. 그런데 아무래도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보

조 : 나는 사실 면제인데 샘은 자기가 진짜

전화하지 가게 근처도 안 간다. 샘 : 진짜 전통 한국 스타일인 친구다.

니 부딪히는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사나이 하면서 나보다 군대에 대해서 많

조 : 하하하. 맞다. 다문화 그룹이다.

이 안다고 생각한다. 나는 면제기 때문에

그리고 보면 두 분 다 참 다재다능한 것 같다.

샘 : 많이 싸운다.

휴가 나오는 3군 친구들 다 만났다.

이번 음반 뿐 아니라.

샘. 너 RIB 훈련 알아?

샘 해밍턴씨는 컵케이크 가게 성공하고 있고 조

근데 몸싸움은 피하는 편이다. 조 : 내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둘 다 A형이다. 샘 : 요즘 술을 안 마시니까. 잘 안 싸우게 된다. 술 먹으면 싸우니까. 조 : 나는 샘과 있으면서 국제결혼을 생각해 볼 정도로 외국인도 괜찮구나 싶었다.

샘 : 몰라. 난 육군만 알아.

원석 씨는 자격증이 10개나 된다고 앞으로도 다른 계획 같은 건 없나? 조 : 이른 얘기가 될지 모르지만, 일본이랑 스페인에서 러브콜이 왔다. 스페인은 공영 방송에서 방송과 공연을 할지도 모른다. (스페인에서 어떻게 러브콜이 왔지?)참 신

그런데 아주 밑바탕은 다르더라.

기하다. 스페인 에이전시에서 음악 하시는

예를 들면 샘은 휴식을 중요시하고 나는

분이 녹음실에서 우리 음악을

열심히 일하려고 하고.

우연히 들었단다. 완전 얻어 걸린 거다.

샘 : 한국 사람들은 일하기 위해 살고 외국사 람들은 살기 위해 일한다고 하더라. 조 : 이래서 다른 거다.

그럼 스페인에서 활동할 생각이 있는 건가? 샘 : 근데 우리 스페인어 못하니까. 우선 활동해보고……. 조 : 샘! 거기 여자들이 그렇게 예쁘데.(웃음) 평소에 커피 좋아하는 것 있나? 샘 : 난 라떼. 조 : 난 에소프레소. 아! 아니다, 에소프레소 하니까 뭔가 허세스럽다. 그냥 아메리카노로. 참고로 난 바리스타 자격증도 있다. 올가을은 특히 바쁘겠다. 특별히 가을에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샘 : 호주가서 책 읽으면서 따뜻한 커피 마시 면서 쉬고 싶다. 조 : 가을은 행사의 계절이다. 열심히 뛰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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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규 앨범을 작업하는 중이라고 들었다. 앨범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나? 이번 정규 앨범은 처음으로 음악을 시작했 을 때 나왔던 음악들의 연장선상이 될 것 같다. 처음 해왔던 음악들과 변화를 줬던 미 니앨범 사이에서 간극을 느끼신 분들이 있 으셨을 것 같다. 그런 간극을 줄이기 위해 처음에 했던 음악과 가까운 곡들을 작 업하고 있다. 가사도 직접 쓴다고 들었는데, 가사에는 자기 경험을 담는 건가? 내 이야기만을 담으면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내 경험에서 나온 곡도 있지만, 상황을 설정 해서 감정을 이입해서 쓰는 경우도 많다. 그럼 자기 이야기가 아예 안 담긴 곡도 있다고? 미니앨범에 <Don't leave me now>라는 곡이 있다. 가사가 여자친구한테 거짓말을 하고 안절부절못하는 내용이다. 이건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나는 안 그렇다. 저는 안 그래요(웃음). 이건 정말 잘 썼다 하는 곡이 있나? 나는 멜로디는 금방 쓰는 편이다. 20분 이면 다 쓰는데, 가사가 진짜 오래 걸린다. 지금까지 대충 쓴 곡은 없다. 후렴같이 사람들에게 임팩트가 되는 부분에만 신경을 쓰고 verse 같은 부분은 대충 쓰는 친구들도 있지만 나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 다. 그래서 모든 곡이 다 애착이 가지만 그 중에서 굳이 뽑자면 <blind>이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두루두루 팬이 많은 것 같다. 실제로 팬클럽 회장도 남자고. 자 신이 남자와 여자 각각에게 어필되는 점이 뭘까? 우선 여자분들에게 어필되는 점은 포토샵이 다(웃음). 많은 분들이 못 알아보신다. 아닌데! 실물이 더 잘 생겼는데. 내 앞에서는 다들 그렇게 말한다. 그럼 남자들에게 어필되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를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들은 내가 목소 리나 노래만큼 조신하거나 부드럽지 못하다 는 걸 안다. 내가 입도 험한 편이고 착한 이 미지가 아니다. 그리고 이미지 관리도 잘 못 한다. 그래서 남자 팬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성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묻겠다. 얼마 전에 트위터에서 박시진씨가 정기고씨 성격을 망나니라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성격이 망나니인가? 일단 망나니는 아니다. 걔가 좀 이상한 거다 (웃음). 장난이고 워낙 친한 동생이다. 내가 조용하고 부드럽고 이런 사람은 아니다. 딱히 성격이 모난 것도 아니고, 그냥 보통 남자 인 것 같다. PC방 좋아하고, 애들이랑 축구 나 농구하는 거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하는 보통 남자. 본킴이 정기고씨를 ‘러브 머신’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무슨 의미지? 일단 주변에 쓸 만한 애들이 없다. 자기는 무슨 여의도 프린스라 그러던데, 그러니까 이게 설득력 없는 이야기다. 내 노래가 과격 한 노래가 아니다 보니까, 사랑을 만들어낸 다는 의미로 ‘러브 머신’이라고 자기 맘대로 부르는 거다. 그럼 지인들이 부르는 다른 별명은 없나? 내가 많이 기분파다. 보통 때에는 엄청 느리고 게으르다. 그래서 집 밖에도 잘 안 나가고, 청소도 2~3주에 한 번 씩 청소 아줌마 불러 서 한다. 이렇게 평소에는 게으른데 기분파다 보니까 어떤 때에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서 만약에 뭘 갖고 싶으면 오늘 안에 꼭 받아야 된다. 전화해서 퀵으로 보내달라고, 택배 못 기다린다고. 그리고 동생들이나 친구들하 고 술 마실 때 갑자기 어디 가자고 추진할 때 도 있고. 이러다 보니까 애들이 대(大)남자,

대학 전공이 애니메이션이라고 들었다. 조금의

20대 때는 예쁘고 키 큰 사람을 좋아했다.

상남자 그런 식으로 부르기도 한다.

외인데, 어떻게 애니과에 가게 된 건가?

근데 서른이 넘어서라기보다는 사람들도 만나

“제 점수로 어딜 갈 수 있을까요.”했을 때

보고 겪어보고 그러다 보니까 마음을 주고

나온 학교다. 미술을 따로 했던 건 아니다.

진지하게 만날 사람은 착한 사람을 찾게 된다.

그럼 사람들이 정기고씨를 뭐라고 불러주면 좋겠는데?

어렸을 때 한 달 미술학원 다닌 게 전부다.

내가 성격이 그렇게 착하지 못 해서 그렇지

정기고.

학업에 큰 뜻은 없었는데, 대학은 가야겠고

못한 사람하고는 같이 못 있는다. 이상형이라

그냥 내 이름 불러줬으면 좋겠는데? (웃음)

해서 갔다.

고 하면 딱 하나 있는 것 같은데 잘 웃고, 웃는 게 예쁜 사람. 그러니까 상냥한 사람,

트위터, 블로그, 인스타그램을 보면 사람들과

대학교 다니면서 재밌는 에피소드 하나만

그게 이상형인 것 같다. 물론 외모를 아예

어울려서 술 마시는 걸 좋아하는 것 같더라.

이야기해 달라.

안 보는 건 아니다. 처음 볼 때 외모 말고는

사람 많은 술자리를 좋아하진 않는다.

처음에 입학했을 때 학교에서 이젤을 가져오

술친구들이 많진 않은데 그 술친구들하고 마

라고 했었다. 이젤이 뭔지 몰라서, 미술을

시거나 혼자 마신다. 홍대요정이라는 내 친구

하는 누나가 있는 친구한테 물어봤었다.

가 있는데 둘이 이자카야 같은 데 가서 자주

종이를 대고 그리는 나무 판이라고 하더라.

마신다. 자주 봐서 별로 할 이야기가 없어서

그래서 내가 친구한테 “그게 말이 되냐. 그걸

앨범이 나올 것 같다. 계획대로면 가을에는

아무 말없이 마실 때도 있고. 물론 뒤풀이나

어떻게 짊어지고 가냐? 네가 잘못 알고 있는

앨범이 나와야 되는데, 계획대로 안 되는 일도

파티 같은 데서 마실 때도 있다.

거다.”라고 했었다. 생각해보면 인터넷에

있으니까. 사실 나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다.

볼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눈이 엄청 높고 그렇진 않다. 이제 가을이다. 이번 가을에는 무얼 할 건가?

검색 한 번 해보면 되었을 것을. 내가 그렇게 그럼 술 버릇은?

신경을 안 썼다. 그리고 나름대로 생각한 게

‘가을 남자’와 부합되는 자신의

내가 술을 많이 마시면 잘 웃는다.

이젤이 어감 상 지우개가 아니까 싶었다.

모습이 있다면?

그리고 “누구야 사랑해”하면서 포옹을 한다.

그래서 지우개를 몇 개 사서 학교를 갔다.

남자들은 가을을 탄다고 하는데, 나는 계절을

근데 역에 도착하니까 한, 두 명씩 나무판을

탄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내가 무뎌서

여자한테도?

짊어지고 가는 거다. 그래서 “큰일 났다.

그런 걸 잘 모른다. 그래도 가을 남자와 부합

에이, 남자한테. 오해하지 마라. 음악 하는

복도에 누워서 그려야 되나.”했었다.

하는 모습을 찾자면 공연할 때가 아닐까. 아무래도 내 노래들이 가을이라는 계절감과

동생들을 자주 보게 되는데, 내가 하도 자주 그러니까 이제 동생들도 안다. 그래서 내가

대부분 30대에 들어서면 20대 때와 이상형이

포옹하면 “정기형 술 취했다! 정기형이

바뀐다고 하던데. 20대의 정기고와 30대의

술 사준다!”이런다.

정기고, 이상형의 차이가 있나?

어울리는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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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적인 면에서 ‘제이켠만 할 수 있는 스타

힙합퍼는 머리 빡빡 밀고, 문신하고, 으아악

일’이 있다고 했다. 그게 어떤 스타일인가.

소리 질러야 되고, 이럴 것 같지 않나.

비유하자면 양갱 같은 느낌? 말랑말랑하

근데 나는 야들야들하고 히히히 이런 성격

기도 하고 색깔이 약간 야시시하기도 하고.

이니까. 그래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위트 있는 걸 좋아해서 코믹한 요소 가 있는 음악이 좋다. 그렇다고 우스꽝스러

여자 팬이 많아도,

운 건 아니고 적당한 느낌의 위트. 그게

남자 팬들을 무시할 수 없을 텐데.

내 스타일 것 같다.

나는 남자 팬들을 고추튀김이라고 부른다. 무시하는 건 아닌데 관심이 없다. 응원해주

달달한 가사도 제이켠의 스타일 중 하나라

면 고맙고. 나를 욕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빈지노도 달달한

때문에. 남자 팬들은 친구 같다. 욕도 하고,

가사를 쓰는 걸로 유명하지 않나.

‘예전에는 너 진짜 싫어했는데 요번에는

제이켠과 빈지노를 비교한다면?

멋졌다.’ 이런 칭찬하기도 하는 점이.

빈지노랑 나랑 비교하면 안 되지(웃음). 빈지노가 편의점 마끼아또면 나는 가로수길 에 휘핑크림 엄청 얹어준 말도 안 되게 느끼하고 살 엄청 찌는 마끼아또다. 빈지노 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만큼 자극 적이고, 오글거림의 끝이라는 거다. 음악 말고 인간적인 달달함은? 빈지노 씨를 잘 모르긴 하지만 내가 더 역할걸? <키세스 해줘>나 <영화 봐요 우리> 같은 노래를 들어보면 유난히 내레이션이 있는 곡들이 많은데, 내레이션 녹음할 때 민망하지 않나? ‘초’ 민망하다. 근데 나는 그 민망함이 좋다. ‘사람들이 들으면 날 죽여 버리고 싶겠지.’ 이런 상상하는 게 재밌다. 제이켠씨 팬들을 살펴보면 여자의 비율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여자들은 왜 제이 켠을 좋아하는 걸까? 이건 솔직해야 될 것 같다. 힙합 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멀쩡한 외모가 아닐까.


<쇼미더머니>에 대해 이야기 안 할 수가

아줌마들이 우리 엄마한테 “승기는 티브이에

그럼 스스로가 누구 닮은 것 같은데?

없을 것 같다. <쇼미더머니>가 악마의 편집이

나오는데 당신 아들은 티브이 안 나와?”

나 그런 이야기 들은 적 있다.

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했나 보다. 그래서 엄마가 한 번은 술에 취해

제이켠 광수 닮았다고(웃음). 근데 좀 닮은 것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서 “이승기보다 우리 아들이 못난 게 뭐야.”

같은 거야.

전적으로 맞는 이야기이다. 악마의 편집을

그랬었다.

당한 입장에서 나는 정말 재밌었다.

이제 가을이다.

나를 이렇게 가지고 노는구나 싶어서. 근데

<요즘 그냥> 뮤직비디오나 <쇼미더머니> 공연

시청자들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더라.

을 보면 유난히 여자들에게 번호를 물어보는

그래서 그게 좀 섬뜩하긴 했지만, 제작진들이

멘트를 많이 한다.

나를 매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재미를

실제로도 여자들한테 그러나?

위해서 그런 거니까 나는 괜찮다.

아니, 나는 그런 걸 못한다. 스스로 ‘나는

(에디터 웃음) 다들 내가 취미가 독서라고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어’하는 열등감이 있다.

하면 이런 반응인데, 말 그대로 취미가 독서라

그래서 환상을 음악에서 충족하는 거지.

는 말이지 자주 읽는다는 뜻은 아니다. 아무튼

그럼 쇼미더머니를 보면서 억울했던 장면도 있었을 것 같다.

‘가을’하면 떠오르는 단편적인 기억이 있나? <너만 있으면 돼>라는 곡의 가사에 나오는 ‘홍 대가 잘 내려다보이는 벤치’가 있다. 거기가 경치가 정말 좋다. 내가 취미가 독서다.

가을에 낙엽 지는 그 벤치에서 레모네이드랑

아마추어 분하고 일대일로 대결하는 구도가

의외인데? 그럼 바람둥이고 여자 많을 것 같

타코 먹으면서 눕기도 하고 책도 읽었던 적이

있었다. 아마추어 분하고, 나하고 인터뷰를

다는 생각은 말 그대로 ‘오해’인가?

있었는데 그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각자 딴다. 제작진이 “제이켠 씨는 경력도

그렇다. 나는 집에서 베게 끌어안고 자고. 아침

내가 읽는 책은 심오한 책이 아니라 거의 연애

있고 최고라는 소리도 있잖아요. 내가 최곤데

에 일어나서 고양이들 밥 주고, 방 닦고, 설거

소설 같은 거다.

어떻게 저따위 애랑 붙어? 내 경쟁상대가 되긴

지하고 그런다. 고양이들 밥 주고 팬티만 입고

해? 하는 생각해본 적 없어요?”라고 묻더라.

춤추고 그게 낙이다.

그래서 내가 “내가 최곤데 저따위 애랑? 이런 생각해본 적 없는데.”라고 했다. 그랬더니

‘3초 송중기’라고 불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최곤데 저따위 애랑?’만 딱 잘라서 나가

송중기 씨한테 죄송하다. 어디 감히 오징어가.

더라. 그 장면 보면서 억울했다.

잠깐 닮게 나온 사진을 가지고 그러니까.

시청자들이 제이켠에 대해서 편견을 가질 수 있었을 것 같다. 자신에 대한 편견을 깨자면? 어떤 편견을 말하는 거지? 장난스러운 태도 같은 것에서 오는 편견. 편견이 아닌데? 장난스럽고, 코를 자주 파고, 여자한테 관심이 많고, 싸가지 없고, 귀여운 척하고, 이게 다 진짜 내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음악 하는 피에로다. 그걸 보고 무서워하는 사람, 즐거워하는 사람. 다 사람마 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다. 보이는 대로 보고 그 자체로 즐겨줬으면 좋겠다. 악플 같은 것도 많았을 것 같은데, 악플에 상 처를 받진 않나? 아니! 나는 악플이 재밌다. 나를 욕해도 상관없다. 그게 그 사람 마음이지 않나. 나도 싫어하는 게 있는데 남이라고 싫어하게 당연히 있겠지. 그럼 제일 재밌던 악플을 얘기해 달라. 게이 같다고 해서 ‘게이켠’. 내 사진에다 머리 를 길게 합성해 놓은 사진도 있더라. 그리고 ‘감성 팔이’. 난 그런 것 상관없다. 나는 내 진짜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감성 팔이’, 어머니에 대한 노래를 공연해서 나온 이야기이지 않나. 이야기 나온 김에 어머 니에 대한 질문을 하나 하겠다. 어머니에게 어떤 아들이 되고 싶은가? 이승기보다 유명한 아들. 왜냐면 내가 이승기 랑 같은 학교를 나왔다. 이승기가 나보다 2학년 후배다. 근데 같은 동네 살다 보니까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서 비교가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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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기’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연기스타일 을 찾고 싶은데 그러기엔 내공이 부족하다. 내 색깔을 찾아야 되는데, 밋밋한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게 아쉽다. 참 맘대로 되질 않는다. 본인이 연기하는 습관은 어떤지? 보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 데, 연기할 때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한다. 하면서도 발음 발성 생각하고 안 무너지게 계산해가면서, 날 다잡으면서 연기한다. 힘들게 연기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 나도 편하게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사실 이렇게 계산하면서 연기하는 게 좋은 것도 아니다. 그래도 연습을 한 연기랑, 안 한 연기 사이의 갭이 너무 커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 놀 땐 뭐하고 노나?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이랑은 새벽에라도 달려 나가서 그냥 논다. 남자애들 다 똑같 아서, 롤하고, 놀러 다니고 그런다. 술, 담배 하는 친구들이 없으니 맛있는 걸 주로 먹으 러 다닌다. 커피를 주제로 화보를 진행 할 텐데,

를 많이 받았다. 근데 뭐 안 크니까 어쩔

우선 커피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수 없다. 살이 잘 찌는 스타일이니까 살은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자주 보는 것 같다.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자주 마시는지.

빼려고 노력하겠지만, 외모에 대해서 불만

고등학교 친구들과 있으면 제일 편하다.

우선 촬영장과 커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안가지고 주어진 대로 살려고 한다.

아마 날 배우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한 명

관계 인 것 같다. 그래서 자주 마신다. 커피

그래서 100점이라고 하고 싶다.

도 없을 것 같다. 가끔 내가 TV에서 내가 연기하는 걸 같이 보면, 친구들은 손발이

를 느끼려고 마시는 것 보다는, 살기 위해 먹는 느낌? 카페인기운으로 피곤을 쫓으려

기사 리드에 ‘노영학, 본인 외모는 100점’이

는 이유에서 아메리카노랑 캔 커피를 자주

라고 써도 되나.

마시는 편이다. 또 다이어트 할 때는 운동

제발, 그건 안 된다.(웃음)

전에 커피를 꼭 먹는다.

오그라든다면서 놀린다. 친구들이 이제 다 군대 갈 나이이지 않나 맞다. 친구들이 다 군대로 끌려가서 너무

아주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으니 반평생

안타깝다. 친구들이 한 명 씩 없어지니까 너

다이어트 안 해도 정말 잘생겼다.

동안 연기를 했다.

무 심심하다. 그래서 다들 군대를 20살이나

본인은 자기 외모에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

반평생이라고 하니까 이상하다.(웃음) 하긴

21살 쯤 가는 것 같다. 같이 놀 친구들이

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21살이고 12년을 연기했으니까

다 가버리니까. (웃음) 친구들 보면서 나도

사실 배우가 외모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 그런데 연기는 정말

너무 늦지 않게 군대를 가야겠단 생각을 한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주어진 대로 만족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할수록 내가

다. 계속 연기를 하다가 대학 입학하고 22살

하면서 산다. 옛날엔 키가 작아서 스트레스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나, 23살 쯤 가고 싶다.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연기생활을

고 생각해왔는데, 나보다 훨씬 연기에

잘 부르진 않고, 기회도 닿지 않았다.

계속 할 수 있을 텐데,

신경 많이 쓰고 현장에 와서 응원까지 해주시

또 ‘제가 연극을 하겠어요!’한다고 해서 할 수

대학에 꼭 가고 싶은 이유가 있나?

는 모습 보면서 놀랐다. 가식이 아니라 진심으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하지만 언젠가는 꼭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기는 현장에서 부딪혀

로, 성실하게 연기에 임하시는 모습이 정말

무대에도 서보고 싶다. 물론 화면 연기부터

가면서 배운 연기다.

예뻤다. 아, 누나니까 예쁘다는 표현은 좀 그런

잘 해야겠지만(웃음)

현장에서 배우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이렇

가? 멋있었다고 해야겠다. 가을은 노영학에게 어떤 계절인가?

게 배운 걸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다 연 기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체계적으로 연

그럼 그런 여자친구가 생기면 해주고

기를 배우면 더 섬세하게 연기하는 좋은 배우

싶은 게 있다면.

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중에 여자친구한테 프로포즈 할 때 꼭

여름이나 겨울에 하드(hard)한 촬영을 많이 했

해주려고 계획한 게 있다. 여자친구를 혼자

다. 스텝들이 ‘영학이랑 촬영하면 고생한다’는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면 해보고 싶은 건?

여행 보내면서 미리 루트를 짜 주려고 한다. 내

말을 하기도 했다.

사실 12년 동안 연기를 해온 과정이 전부

가 짜놓은 루트에 맞춰 여자친구가 어딘가에

가을에는 촬영 없이 쉬곤 했다. 그래서 가을은

연기과에 들어가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

있을 때, 거기서 깜짝 프로포즈를 할 거다. 꼭

쉬는 계절이란 느낌이 많이 든다.

다. 그래서 더 좋은 수업을 듣고, 더 좋은 선생

하고 싶다. 난 배우니까 그 때 플래시 몹을 하

님을 만나고 싶다. 날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면서 등장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생각해 둔 게 하나 더 있다. 소극장에서의

나도 대학생인데, 이런 학구적인 대답이 당황

프로포즈. 얼마 전에 연극을 보다가 배우분이

스럽다. 보통 캠퍼스 로망에 대해서 말 할 때

소극장에서 여자친구에게 그렇게 프로포즈를

연애나 유흥에 대해서 말하는데.

하는 걸 봤다. 나도 꼭 그렇게 해보고 싶다.

물론 그런 것도 생각한다.(웃음) 근데 인터뷰 를 하면서 내 또래를 만나본건 처음이다. 나랑 동갑인 사람도 있나? (있다.)

그런 프로포즈를 준비하는 걸 보니 연극도

사실 촬영아니면 학교생활을 반복해와서 가을이라고 하면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이번 가을엔 뭘 하면서 쉴 예정인가. 드라마 끝날 때마다 여행을 다니는 편인데, 항상 해외로 갔었다. 이번에는 국내 여행을 가려고 한다. 단풍구경을 간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이번엔 고등학교 친구랑 산을 타면서 국내로 단풍 구경을 다닐 예정이다.

하고 싶은 모양이다.

이렇게 대학생들끼리 뭘 한다는 게 정말 재미

연극도 그렇고, 뮤지컬도 하고 싶다.

있을 것 같다. 대학에서 또래들이랑 할 수 있

누구 앞에서 노래하는걸 보여 줄 만큼 노래를

는 걸 많이 해보고 싶다. 요즘 인터뷰 스케줄이 많다고 들었다. 인터뷰 할 때 유난히 많은 질문이 있나? ‘누구랑 친해요?’ 이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기자들이 왜 그런 질문을 한다고 생각하나? 지빈이, 현우, 세영이 누나처럼 아역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있다. 그래서 그 얘기를 많이 듣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친구들 얘기를 편하 게 하면서 ‘현우, 지빈이 부러울 때도 있죠’ 이렇게 대답을 하면 다음날 기사에 ‘노영학, 현우에게 질투심 느껴’ 이런 제목으로 기사가 나간다. 그럴 때마다 민망해서 현우 어떻게 보나 싶다. 고등학교 친구, 아역배우 친구들……. 친구는 정말 많은 것 같다. 연애는 안하나? 여자친구는 없다. 정말 잘생겼는데 왜 없는지 의문이다. 그럼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가? 자기 일 열심히 하고, 귀여운 여자. 이번에 불의여신 정이 찍으면서 느꼈다. 문근영 누나가 그렇게 예쁘고 멋있다. 자기 일 열심히 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또 귀 여운 이미지시지 않나. (웃음) 문근영 누나한테 반하게 된 계기가 있나? ‘아 정말 반하겠다’고 느낀 적이 있다. ‘불의 여 신 정이’는 도자기를 빚는 씬이 많았다. 이런 장면들을 그냥 도자기 빚는 척하면서 넘길 수 있는데, 정말 열심히 배우시는 모습을 봤다. 나는 나 스스로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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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번 수석무용수로 승급하신 것 축하 한다. 입단 2년 만에 수석무용수가 되셨다 고 들었는데 자신도 좀 놀랐을 것 같다. 좀 얼떨떨했다, 오네긴 공연 끝나고 백룸에 있는데 단장님이 다가오시더니 너 수석무용 수 됐다고 하더라. 그때는 그냥 아무 생각도 못했다 어떤 드라마에서 2년 만에 수석무용수가 된 잘나가는 발레리

아버지가 1급 축구심판이시고 어릴 때 축구선수 홍명보 황선홍에게도 인정받았다고. 아버지가 쉽게 발레를 허락 하셨을 거 같진 않다. 처음엔 저러다 말겠지 하셨다. 그러다 대회 에 입상도 하고 재능도 있다는 얘기를 들이 시더니 적극 밀어주셨다. 서울까지 태워도 주시고 금전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어머니는 워낙 개방적인 분이라 처음부터 도와주셨다.

나 토슈즈엔 압정이나 유리조각이 들어있던 데 물론 그런 적은 없겠지? 없었다. 수석무용수가 되었을 때 다들 기뻐 해 줬다. 물론 뒤에서 시기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아마 우리 발레단엔 없을 거다. 다들 착하니까.(웃음)

선화예고, 한예종을 거쳐 재작년 유니버셜 발레단에 꼬르 드 발레(군무 무용수)로 입단하게 된다. 가장 처음 맡은 역할을 어떤 거였나? 라바야데르 작품인데 솔라르라는 전사의 네 번째 창병이였다. 창 들고 나와서

마이클 잭슨이 되고 싶어 발레를 선택했다

창 한번 찌르고 들어가고. 이 막에서는

고 하더라.

칼을 차고 나와서 왕이 들어가 하면 들어가

춤이 정말 멋있었다. 마이클 잭슨이 워낙 유연하니까 다리만 찢으면 마이클잭슨처럼 될 줄 알았다. 그러다 반에서 발레를 하는 여학생 둘이 다리를 찢고 있더라. Ⲳ나도 다

고 나와 하면 나오는. 불과 2년 전 얘기다.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어떤가?

리 찢게 해달라” 했더니 나를 발레학원에

2년간의 발레단 생활이 결코 짧게 느낀 적

데리고 갔다. 그게 시작이었다.

은 없다. 2년 동안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또 군무무용수에서 차근차근 수석무용수로


가수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무용수는 자신의 춤을 무대에서 직접 볼 수 없지 않나. 관객석에서 바라보는 자 신의 발레는 어떨 거 같나. 그리고 어떠했으면 하나. 남성스럽고 파워풀하지만 섬세한 손끝, 발끝이 살아있는 정확하고 섬세한 무용수가 되길 바란다. 관객들도 그렇게 봐주길 원하고. 발레는 갖춰진 동작들이 있다. 그런 틀 안에서 춤을 춘다는 건 한편으로는 답 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마다 손과 다리의 모양,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모습이 나올 수 없다. 각자의 개성이 살아난다. 틀 안에서 응용은 개인의 몫으로 남는다. 올라간 일은 잘된 일 같다. 그렇게 무용수들의

취미가 마블캐릭터 피규어를 모으는 거라고

30살, 앞으로 5년 남았는데 30살에 자신은 무

노고도 알고 보조 역할들이 어떻게 흘러가는

하던데 가장 애착 가는 캐릭터는 무엇이고

얼 하고 있을까? 고민해 본적 있나?

지 알면 주역이 더 매끄럽게 무대를 이끌어

그 이유는?

우리나라 안에 있는 남자 무용수 중에 우리나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발레를 하면서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있었다면 언제였나.

아이언맨이 제일 좋다. 아이언맨은 상상 속에 로봇이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질 것 같아서다. 결혼할 때도 아이언맨 슈트를 입고 결혼할 거다. 진짜로. 실제로 미국 스튜디오에 문의해

오네긴때다. 정말 힘들었다. 드라마 발레가 처

봤는데 우리나라에는 저작권이 없어 수입이

음이라 발레를 처음 하는 기분이었다. 처음엔

안 된다고 하더라.

지도 선생님께 찾아가 “도저히 못 하겠다” 했

그래도 꼭 슈트 입고 결혼할거다.

라를 대표하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외국으로 나가기보다는 국내에서 좋은 무용수가 될 거다. 좋은 무용수가 모두 외국에 나가면 어린 친구들이 보고 배울 사람 이 없지 않나. 어렸을 때 꿈을 주셨던 선생님들이 한국에 남아있었으니까.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는데 선생님께서 다른 생각하지 말고 네가 제 일 먹고 싶은 거만 먹어라하시더라. 예전부터

다른 에디터들에게 이동탁 씨가 피규어를

오네긴을 정말 해보고 싶었었다. 다른 생각 안

모은다고 하니 커피프린스 공유 같다고

하고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게 뭘까. 생각하니

난리더라.

부딪힐 힘이 생기더라. 계속하다 보니 힘든 게 적응이 되던가.

아이고 감사하다.(웃음) 마블 캐릭터에도 각자 특색이 있듯이 여러

힘들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좋은 쾌감이

나라 발레단에도 각자의 색깔이 있다던데.

있다. 죽어라 연습하면 무대에 서서 춤을 출

한국 유니버설 발레단의 색깔 혹은 강점은

수 있다는 것. 진짜 춤에 미치지 않고서는

뭐라고 생각하나.

할 수 없는 일이긴 하다. 근데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어본다. 타이즈 안에 뭐 입나? 언더 팬티 입고 한다. 걱정하지 마시라.

다른 발레단에 비해 예술성이 뛰어나고 정확

몸으로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건 참 담백한 일 인 것 같다. 어떤 수사도 붙지 않는 정직함. 그래서 이번 인터뷰에 이동탁 씨를 아메리카노 에 비유해 봤다. 어떤가. 실제로도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나? 실제로 아메리카노만 먹는다. 원래 커피를 안 먹는 촌놈이였는데 어느 날 후배가 준 에스 프레소에 빠져 버렸다. 그런데 에스프레소는 여유롭게 먹는 거지 않나. 직업상 바쁘니까 아메리카노가 빨리 먹고 좋더라. 그래서 아메리카노만 먹게 되었다.

성도 뛰어나다. 앞사람과 줄 맞출 때 앞사람의 뒤꿈치를 기준으로 내 발의 위치까지 계산한

마지막 질문.

다. 많은 연습시간도 한몫한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기억 같은 게 있나.

또 우리 발레단은 모두 가족 같은 분위기다. 서로 굉장히 가깝고 친하다.

다른 매체 인터뷰를 보니 공연이 있는 날이면 옷을 배역에 맞게 입고 출근한다고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무용수로 살아간다는 건

맞다. 아침에 혼자 거울을 보면서 옷을 입고

어떤가?

역할에 빠져드는 거다. 오네긴 때는 정장바지

아직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많다. 대한민국

에 희색 브이넥을 입고 도트무늬 스카프를 했

발레리노라면 자기 춤만 출게 하니라 후배들

다. 진짜 오네긴도 스카프를 하니까. 더웠지만

을 생각해야 한다. 또 대중화가 중요하다.

스카프를 맸다.

사람들이 발레를 좋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갈대밭? 포항집 뒤에 갈대밭이 있었다. 거기에 갈대 만지면서 어머니랑 산보 다녔던 기억이 난다. 인터뷰 감사하다. 앞으로 더 멋진 발레 보여주길 바란다. 노력하겠다. 인터뷰 즐거웠다. 이제 사진 찍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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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C 501 CHINO PANTS

CHINO PANTS

LVC 501

치노는 청바지처럼 근사한 워싱도 할 수 없고,

청바지에도 영혼이 있다면 시대를 두려워

슬랙스처럼 멋진 핏이 들어가 있지도 않다.

않고 뛰어드는 용기와 어떤 유행에도 상처받지

그저 넉넉한 바지통과 베이직이라고 말 하기

않는 강인함. 강하지만 약한 자를 감싸 안는

엔 다소 조촐하고 간단한 구성으로 이루어져

부드러움을 가졌을 것이다.

있다. 하지만 치노는 이러한 시골 밥상과 같은

단언컨대 LVC501은 가장 완벽한 청바지다.

매력으로 유행 속에서 생존하고 승리하였다. 10년 뒤, 아니 20년 뒤에도 당신이 입을 수 있는 바지는 워싱이 들어간 바지도, 슬림핏 슬랙스도 아닌 치노다. 이것이 치노의 진득한 매력이다.


LACOSTE POLO SHIRT OXFORD SHIRT ALPHA INDUSTRIES : M-65 JACKET BARBOUR : BEAUFORT AMERICAN APPAREL : HOODIE ZIP UP

LACOSTE POLO SHIRT

ALPHA INDUSTRIES : M-65 JACKET

AMERICAN APPAREL : HOODIE ZIP UP

전설적인 프랑스 테니스 스타 ‘르네 라코

인류에게 전쟁은 백해무익하다. 하지만

“유니클로, 자라, H&M 발 ‘MAIDE IN

스테’에 의해 탄생 된 귀여운 악어는 좁은

패션계에선 예외다. 전쟁이 없었으면 탄생

CHINA’ 공습발령”. 이 무분별한 공습

테니스장을 벗어나 일상으로 침투하였다.

하지 못할뻔한 녀석들이 넘쳐나기 때문이

속에서 우직하게 MADE IN USA를 고집하

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러면서도 꾸준하게

다. 그 중 하나가 바로 M-65자켓이다.

는 이 미제의 힘은 생각보다 엄청나다.

우리들의 일상영역을 씹어먹었다. 라코스

베트남 전쟁부터 본격적으로 보급 된 M-65

단순히 옷을 생산하는 것에서 벗어나 옷으

테의 대표적인 아이템은 단연 폴로셔츠다.

자켓은 현재까지도 이를 모티브로하여

로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키고 미국의

정갈한 하얀 폴로셔츠 위에 박힌 악어자수

재해석한 제품이 나올 정도로 꾸준한 사랑

가치를 전파한다. 실제로 AA의 노동환경과

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숟갈 위 스팸

을 받고 있다. 놀라운 점은 그렇게 나온

수많은 광고, 캠페인들은 패션계에 큰 파장

처럼,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먹을……

제품 중에서 M-65의 기본적인 디자인을

을 주었다. 게다가 기본에서 벗어나지

아니 입을 가치가 있다

벗어난 제품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않는 AA의 옷은 어떠한 스타일에도 잘 스

OXFORD SHIRT

BARBOUR : BEAUFORT

남자의 옷장에서 셔츠가 차지하는 영향력

영국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마네킹처럼

은 앙꼬 없는 찐빵, 크리스탈 없는 F(X)다.

꿈쩍 않는 근위병?, 멘체스터 유나이티드?,

그 중에서 제일을 뽑으라면 에디터는 옥스

아니다!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퍼드 셔츠를 뽑겠다. 영국 옥스퍼드에서

바버가 생각나야 한다. 영국 왕실의 인증을

처음 생산 된 이 녀석은 세탁이 편리하고

받은 바버는 오랫동안 영국인들의 사랑을

실용적이라 따로 관리 할 필요가 없으며

받아왔다. 그 중 대표작인 왁스코팅

아들, 손자까지 입을 수 있는 강력한 내구

된 뷰포트자켓은 사냥을 목적으로 제작된

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옥스퍼

자켓답게 악천후에서 진가를 보이는 매력적

드 셔츠의 카라는 ‘버튼다운’이다.

인 녀석이다. 뷰포트를 가진 남자에겐

버튼다운셔츠가 주는 깔끔하고 세련된

영국 사냥꾼의 마초냄새를 선물하고, 여자

인상은 아무리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을

에겐 귀여운 까칠함을 선사한다. 비 오는

영원한 매력이다.

날을 기다리게 하는 묘한 설렘은 덤!

며들고, 언제 꺼내 입어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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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BAN : WAYFARER

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강렬한 느낌의

서비스 정신은 “구매 후 1년 초과시 유상 A/

선글라스의 역사는 웨이퍼러 이후와 이전으

모스콧은 빈티지와 패션을 사랑하는 20~30대

S”를 자랑이라고 하듯 떠벌리는 요즘 것들이

로 나뉜다. 1952년 출시 된 이 녀석은 서클,

젊은 층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벽이다.

스퀘어로만 나누어져 있던 일률적인 선글라스

사람이나 사물이나 96살의 할아버지 20~30

봉건사회에 대한 뜨거운 혁명이었다. 이 후

대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일은 절대로 흔치

CK UNDERWEAR

선글라스의 형태는 웨이퍼러의 탄생과 함께

않은 일이다.

캘빈클라인의 언더웨어를 입는 순간, 첫 번 째로 부드러운 감촉에 놀랐다. 그리고 남자들

뒤엎어졌다. 에이비에이터 모델과 함께 레이 벤의 살아있는 역사인 웨이퍼러는 출시 된지

TIMEX : WEEKENDER

은 바지를 살짝 내리고 다니고, 부끄럽게만

6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심장이 쿵쾅쿵쾅

앞에서 소개한 녀석들이 긴 시간 동안 자신

느껴졌던 팬티노출을 멋으로 알기 시작했다.

힘차게 뛰고 있다.

의 색을 간직하고 우직하게 지켜낸 정통파라

브랜드 네이밍을 넣은 밴드는 켈빈클라인이

면 타이맥스는 변화되는 흐름에 맞춰 진화하

처음으로 유행시킨 것이었다. 캘빈클라인

EBBETS FIELD FLANNELS

고 변화하는 기교파다. 시계가 아닌 스트랩

언더웨어의 등장은 수많은 트렁크족을 세련된

요즘 유행하는 스냅백이 촐랑거리며 말썽만

에 집중한 위캔더 시리즈는 카멜레온처럼

밴드족으로 탈바꿈시킨 언더웨어의 메시아적

부리는, 길들지 않은 당나귀라면 이벳필드

자신을 변신 시키며 1951년 탄생한 이래,

존재다. 아멘.

볼캡은 국사책 한 켠에 자리잡은 독립군 투사

아직도 수많은 이들의 손목을 차지하고 있다.

의 경건함과 숙연함을 닮았다. 역사 속으로

요즘 것들과 다르게 우렁찬 초침소리는

사라진 마이너, 메이저리그 팀들의 모자를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은 가고 있다”는 의미심

BULLETTO

복원하여 당시에 사용되었던 소재와 부자재로

장한 메시지를 선물한다.

'악동’혹은‘꼬마깡패’블레또. 녀석은 원석, 가죽끈, 스컬, 등을 사용해서 세련되고 아름

핸드메이드 공정을 거친 이벳필드 볼캡. 이 녀석의 진정한 매력은 잊혀진 것을 기억하

FILSON

다운 액세서리를 만든다. 기발하고 참신한

고 추억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100살이 넘은 초고령 필슨 할아버지의 주된

이 녀석이 등장하자 많은 사람들은 짝꿍으로

고객은 광부, 목수 등의 거친 직업을 가진

캐주얼한 브랜드를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상

MOSCOT : LEMTOSH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옷은 선택이 아닌

을 펴보니 짝꿍은 바로 아닌 테일러 슈트였다.

올해 96살이 된 모스콧은 노장 황충처럼

생존의 문제였다. 이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슈트에 위트를 감아

현재까지도 무시무시한 힘을 자랑한다. 모스

하듯 필슨은 편안하고 튼튼한 제품을 생산하

주는 블레또의 조합은 환상의 조합이었고 클

콧은 레트로 빈티지 스타일을 주도하는 브랜

였고, 이 살아있는 전설은 지금까지도 이어

래식은 블레또와 함께 좀 더 말랑말랑해졌다.

드다. 트렌드를 반영하여 폭넓은 스타일링이

져 내려오고 있다. 몇 십 년이 지난 제품도

가능한 매력적인 디자인의 아이웨어를 선보인

다시 수리해서 고객의 품에 안겨주는 필슨의

TIMEX : WEEKENDER FILSON CK UNDERWEAR BULLETTO RAYBAN : WAYFARER EBBETS FIELD FLANNELS MOSCOT : LEMTOSH


CONVERSE : CHUCK TAYLOR

ADIDAS : SUPER STAR

CLARKS : DESERT BOOT SPERRY TOP-SIDER : BOAT SHOES

ADIDAS : SUPER STAR

CLARKS : DESERT BOOT

우리들의 영원한 슈퍼스타. 의미심장한

M-65 자켓과 함께 전쟁이 가져다준 또

1969년에 탄생한 슈퍼스타는 뺄 수도,

하나의 선물, 데저트 부츠. 2차 세계대전

더할 수도 없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우리를

시기 영국군이 사막 행군 목적으로 생산되

놀라게 했다. 하지만 슈퍼스타는 거기서

었던 이 녀석이 지금은 사막을 벗어나 도심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슈퍼스타를 신은

에서, 런웨이에서 자랑스럽게 행군하고

농구스타를 따라하기 시작했고, 슈퍼스타

있다. 데저트 부츠의 장점을 뽑자면 바로,

는 단순한 농구화에서 벗어나 사회 대통합

미친듯한 실용성! 옷 이길 포기한 바지가

의 장을 만들었다. 슈퍼스타가 만들어낸

아닌 이상 치노, 진 등 모든 바지에 잘 어울

수많은 스트릿문화와 그 창조물은 그가

리는 녀석이다.

만들어낸 또 하나의 불멸의 히트작이다. SPERRY TOP-SIDER : BOAT SHOES CONVERSE : CHUCK TAYLOR

유사품이 난무하는 보트슈즈 해협 속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운동화, 180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보트슈즈는 오직

여 개국에서 10억 켤레 이상 팔린 히트작,

스페리 뿐이다. 1950년대 전미 세일링 협

그리고 영원한 스테디셀러. 컨버스를 설명

회는 스페리의 보트슈즈를 공식 신발로

하고자 하면 끝이 없다. 1917년 농구스타

지정하였고 이는 곧 스페리 열풍의 시작이

척 테일러가 처음 신고 나오면서 명성을

었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얻게 된 척테일러는 놀랍게도 농구화다.

브랜드와 협업하여 새로운 보트 슈즈를

쿠션이 없는 밑창이라 의아해 할 수도 있으

출시하는 스페리의 행보는 도시의 딱딱

나 엄연한 농구화로 출시되었다. 내구성이

한 보도블록 마저 지중해 한 가운에 떠 있

약해 잘 찢어지는 흠이 있지만 저렴한 가격

는 요트 갑판 위 선원이 되어있는 듯한

으로 언제든지 부담 없이 살 수 있다.

색다른 경험을 느끼게 해준다.

저글링 블러드처럼 찢어져도 바로 뽑아 쓸 수 있어 항상 신발장 자리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묘한 화수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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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건방진 패션 줄무늬를 그려 넣는다고 해서 애완용 고양이가 동물의 왕 호랑이가 될 수 없고, 숲 속의 호랑이에게서 줄무늬를 지운다고 해서 온순한 고양이가 될 수는 없다. 패션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것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다. 패션은 자신만의 감성과 철학을 담는 그릇이다. 당신의 옷장에는 개성이 담겨 있기를 바란다. Editor PARK JUN HEE / Art UM JUNG MIN

볼록한 이마와 광대, 쌍커풀 있는 동그란 눈,

하듯 옷을 입는 사람들을 일컫는 은어가 되었다.

하는 하나의 방법이며, 어떤 옷을 입느냐의

뾰족하고 높은 코, 두툼한 입술, 날카로운 턱 선은

그들은 유행하는 한 두가지 브랜드의 제품들을

문제가 아닌,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대한

우리가 흔히 미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얼굴이

즐겨 입으며 그것들의 이름값에 집착한다.

문제이다. 무지 티셔츠 하나를 사더라도 많은

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미의 기준들이 강남녀,

그렇기에 옷의 실루엣과 개성보다는 브랜드 로고

것을 고려해야 한다. 모두 제각각인 체형부터,

인조인간 등으로 불리며 풍자되고 있다. 도플갱어

나 특정 디자인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을 선호

옷 자체의 핏, 색깔, 심지어 스타일링까지. 훌륭한

처럼 똑같은 여자들의 외모를 풍자하는 한 웹툰

한다. 좀비들은 자신이 추종하는 브랜드 이외의

디자이너의 옷 일지라도 입는 사람의 방법에

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개인의 개성을

옷들은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 가치는 제값에 반절도, 곱절도 될 수 있다. 패션은 맹목적인 추종의 대상이 아니다.

무시한 미의 기준은 이제 풍자의 대상이 되었다. 패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대학생들의 나른

이들은 자신들이 트렌드에 민감할 뿐이라고

한 공강시간, 동기 녀석이 티셔츠와 청바지를 추

주장한다. 하지만 트렌드는 그들이 하는 패션

천해달라고 했다. 친구들이 저마다 선호하는

복사와는 엄연히 다르다. 트렌드는 단지 큰

두 짝이 똑같아요’라는 노래 구절을 누구나 한 번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얘기하던 도중, 한 친구

흐름으로써, 이를 수용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노랫말처럼 젓가락

어린 시절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젓가락

가 “야, 요즘 누가 그런 거 입냐. A사 후드티

맞게 변화시킨다. 좀비들의 클라이맥스는 이제

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양이 똑같다. 요즘 길거리

사 그리고 T사랑 R사 청바지 그게 간지야.”라며

시작이다. 그들은 시건방지게도 ‘요즘, 누가, 그런,

가 그렇다. 방금 전에 지나간 사람과 지금 지나

길거리에 차고 넘치는 고가의 청바지와 특정

옷을 입냐’ 라는 말을 입에 담는다. 요즘처럼

간 사람의 얼굴부터 티, 바지가 똑같다.

브랜드의 티셔츠를 아는 체하는 것이 아닌가.

개인의 취향이 다양하고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에

나는 적어도 당신이 젓가락처럼 살지 않기를 바란다. 길거리에 넘쳐나는 젓가락들을 따라하

순간 길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천편일률

어떻게 한 두개의 브랜드만이 ‘옳다’고 여겨질 수

적인 패션들이 떠올랐다. 친구의 개성을 무시하고

있을까. 이들의 생각이 다소 시건방지게

지는 말자. 설사 젓가락이 유행 일지라도 당신

복사·붙여 넣기 (ctrl+c, ctrl+v)한듯 한

느껴지지는 않는가?

에게는 숟가락이 더 어울릴 수도 있다.

특정 브랜드를 추천해 주는 그의 생각이 위험 하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톰 포드는 “패션은 옷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당신이 앉아있는

우리나라 문화 특유의 대중심리 때문일까? 우리는 흔히 ‘남들이 즐겨 입는 것이 좋은 것’이

유행을 좇아 ‘나 다움’을 잃어선 안된다. 자신의 잣대와 줏대를 가지고 패션을 접하기를 바란다.

의자이고, 당신이 물을 마시는 잔이며, 당신

패션은 절대 복사될 수 없는 영역이다. 진정으로

이 알고 있는 것, 당신의 삶에 대한 철학, 당신의

멋있어지고 싶다면, 남들이 보는 눈보다는 내가

라고 생각한다. 길거리를 둘러보면 3분에

기호이다.”라고 말했다. 패션은 작게는 옷에

원하는 것에 귀 기울여야 한다. 당신의 옷장을

한 번씩은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은 사람들을

서부터 크게는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큰 의미

한번 열어보기를 권한다. 옷장에 당신의 ‘색깔’이

만날 수 있다.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를 가지고 있다. 개인의 기호와 철학이 담기

아닌 ‘유행’이 담겨있지는 않은지. 당신은 어느 쪽

특정 브랜드의 옷을 즐겨 입는 사람들을 비꼬는

지 않은 패션은 재미없다. 패션은 절대 ‘요즘 누가

인가? 젓가락은 취향이 없다. 나는 당신의 취향이

말로 ‘A 좀비’라고 말한다. 이 단어는 특정

그런 옷을 입냐’라는 말로 가치 평가될 수 없는

확실한 ‘사람’이기를 바란다.

브랜드에서 시작되었지만, 개성보다는 남 따라

영역이다. 패션은 인간을 개성 있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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짊어지다

가을이 왔다. 애써 꾸민 스타일이 단조롭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어서 가방을 짊어지자. 기왕이면 큼직하고 화려하니 포인트가 될 만한 걸로다가. Editor KIM JUNG EUN, KIM SUNG GON / Photo IM HYUNG GIN / Art WANG HANSEUL


Seoul Street Photo

'The Ba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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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Street Photo

'The Bags'


Seoul Street fashion

'The Ba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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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Style in London!

런던 스트릿은 단연 최고였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개성을 중시하는 당당한 그들의 에티튜드 자체가 또 하나의 스타일이었으니까. 미니멀룩에서 펑크스타일까지, 다른 이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그들의 자유로운 리얼웨이 룩을 그대로 담았다. Editor KIM JUNG EUN, KIM SUNG GON / Photo HONG JUNE HYUNG / Art WANG HANSEUL


London Street fashion

'Real way 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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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Street fashion

'Real way look'


London Street fashion

'Real way 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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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하나의 백이 있 는가? 가방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어쭙잖다. 그렇다고 파우치라고 하기엔 책임감이 크다. 2011년 우리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클러치 백을 두고 하는 말이다. 패션계에서 는 하나의 아이템이 유행하기 시작하여 2년 이상 건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2013 년 상반기를 지난 지금, 클러치 백은 여전히 건재해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소재 와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처음의 임팩트는 사라진 느낌이다. 클러치 백, 그들은 언제 까지 우리의 겨드랑이 혹은 손바닥 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백을 처음 개발한 인류는 아마 짐으로부

드는 행위 자체’에서 클러치 백만의 멋이

터 양 손이 자유롭고 싶었을 것이다. 양 손

탄생한다. 클러치 백을 든 모습은 그저 심플

의 자유는 행동의 자유를 선사했고, 덕분에

하다. 때때로 겨드랑이 사이에 낀 모습은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옮기면서 동시에 효

무심한 듯 시크하다. 가슴 앞 쪽에 위치해

또한 백을 드는 행위로부터 멋을 풍겨

율적인 신체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 백은

시켜 껴안은 모습은 온화하며, 클러치

줌은 물론, 특유의 다양성으로 골라드는

태어난 순간부터, 물건을 싣고 나르는 도구

백을 가볍게 쥐어든 그대의 꺾인 손목의

재미까지 보너스로 제공하는 패션 아이템이

적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곡선은 우아하다.

다. 바로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완벽한

하지만 비단 옷뿐만 아니라 신체에 착용

클러치 백이 훌륭한 패션 아이템 일 수

백일 것이다.

하고 닿는 것, 심지어 바르는 것까지 패션이

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필수 아이템만

라고 말하는 시대에 도래하였다. 이른바

을 간단하게 담는 클러치 백은 비교적 특별

스키니 진의 지나친 밀착감이 다리에 혈액

‘패션 종국’의 시대에, 백이 패션 아이템이

한 포켓이나 수납공간이 필요 없다. 때문에

순환을 방해한다는 기사가 떠들썩한 적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에디터는

클러치 백에는 조잡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스키니 진은 남녀를

이러한 점에 주목하고 싶었다. 세상에는

없는 단순함과 여백의 미가 있다. 단순함은

불문하고 사랑받는 아이템이 되었다. 패션

다양한 백이 존재한다. 하지만 클러치 백

‘변신하기에 큰 제약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

은, 멋은, 유행은 우리로 하여금 ‘신체의

만큼 백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지 않고,

하기도 하기도 했다. 다양한 크기와 소재,

약간의 제약과 불편쯤은 기꺼이 감수할 수

훌륭한 패션 아이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그리고 모양에 이르기까지, 클러치 백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백이 짐이

백이 세상에 또 있을까?

천차만별 다양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였

되었을지 언정, 클러치 백을 든 당신은 백을

다. pvc 소재로 만든 향수병 모양의 클러치

드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다.

지거나 어깨에 매지 않는다. 우리는 클러치

백을 본 적이 있다. 참 위트 있는 디자인이

(하지만, 짐이 너무 많을 때는 다른 백을 사

백을 든다고 말하며, 그 모양새는 겨드랑이

다. 동일한 디자인의 백팩이나 도트 백을

용해줘라. 뚱뚱한 클러치 백은 매력 없다.)

사이에 끼거나 손바닥 위에 올려 쥐는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오직 단순함의 미덕을

형태이다. 우리는 짐을 간편하게 나르기 위

아는 클러치 백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옷쟁

는 단어 대신 스테디셀러라는 말을 놓아두

해, 가방에 짐을 넣고 등이나 어깨에 맨다.

이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패션 아이

고 싶다. 감히 ‘유행을 초월한 아이템’이라는

하지만 클러치 백은 짐을 넣은 백을 다시

템이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표현을 써도 좋을 것이다. 꾸민 듯 꾸미지

클러치 백은 여느 백들과 달리 등에 짊어

스키니 진이 처음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이제는 클러치 백과 나란히 베스트셀러라

손에 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한다.

클러치 백의 운송 시스템적 아이러니야

클러치 백에게 양 손에 자유를 선사하는

어찌 되었든 간에, 클러치 백은 당신의 소중

꾸민 듯 특별해 보이고 싶은 날도, 다양하고

친절함 따위는 없다. 다소 역설적이지만,

한 아이템이 바지 주머니 속에 처박히도록

개성 넘치는 클러치 백이 언제나 당신의

혁명적이지 않은가! 결국 손에 또 다른 짐이

내버려 두지 않았다. 즉, 클러치 백은 백의

패션 한편에, 은근하고도 결정적인 센스

되지만, 다른 백과 달리 ‘이 독보적인 백을

태초 도구적 역할을 외면하지 않았다.

한 방울을 떨구어 줄 것이다.

않은 듯 자연스럽고 싶은 날도, 작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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ӫ୾‫ڛ‬ ೂఎ੭#ࣱ૶#଀ૢ‫ކ‬$#೵ࠍృ(too much)৊ಸ ૹ߯૱#܎ଏ૤#߳૤#૶‫܉‬૱#‫٭‬ी૥#௔൦ߨԞ# ߲‫܉‬੨‫ڛ‬1#උ୾߲#਴୿‫ە‬#տ‫܉‬૱#ՄӲඐ૥#೗ ‫ݱދ‬#ੵ֌‫ࠣڛ‬/#૶#ൂ૶୾੭#୞ࠫඋ଄1# տ‫ލ‬#ಫ#ઌा૤#ࢎ‫੍ޝ‬#ඎ#‫ܥ‬ӫ#ઠૢ‫ڑ‬1 Editor KIM JUNG EUN / Photo KIM SAE JIN Model JUNG HAE RIN / Makeup JANG EUN JIN Art KIM MOO SUN


투머치란 글자 그대로 ‘엄청나게 많은 것’

매 컬렉션마다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지는

유용한 방법이다. 여름에야 티 하나에

을 의미한다. 패션시장에서 투머치는 패션

못했기 때문에 한 두 번 선보이는 정도로

바지 하나, 혹은 나시 레이어드로 만족해야

의 정도를 지킬줄 모르는 이들을 비웃는 언

마무리 되곤 했다.

할 테지만, 이제는 ‘겹겹이’의 계절인 가을 이다. 이제 고작 한 두 가지 스타일 포인트

어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더 이상 투머치 는 비웃음거리가 아니다. 이제는 많으면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레이디 가가를 비롯

로는 주목 받기 어렵다. 더 과감하게,

많을수록 빛나는 아이템들의 조화, 그것을

한 용기, 혹은 똘끼를 가진 셀럽들은 독특

더 화려하게 미친 듯이 아이템을 더하고

투머치라 정의할 때다. 이번2013 F/W패션

하다 못해 신기한 스타일을 세상에 선보였

또 더해라. 그래도 투머치를 사랑하는 패피

위크는 쇼와 더불어 참석한 패션 피플들의

다. 이들의 등장은 기존 스타일링에 지루해

들 사이에서 아직 당신은 부족할지 모른다.

스타일링이 화제를 모았다. 스트릿 잡지들

하고 있던 여성들을 파격적인 스타일에

을 장식했던 패피들은 저마다 자신의

뛰어들도록 선동했다. 그들의 도전은 남들

센스를 뽐낼만한 무기로 그들만의 투머치를

과는 차별화 된 개성을 비웃기보다 우러러

택했다. 과거의 패션 위크에서는 상상도

보는 사회로 이끌었고, 일반인들의 패션세

할 수 없던 그 ‘존재’의 등장은 많은 포토

계에도 그들과 같은 모험이 시작됐다.

그래퍼들의 셔터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제 진부함을 벗어 던진 진보한 패션시장

그렇게 투머치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에서 현란한 패턴과 갖가지 색의 매치는

크게 자리했다. 이제 평범한 스타일링으로

간단한 레이어드가 된지 오래다. 거동도

는 투머치의 자극에 매료된 사람들을 만족

불편해 보이는 슈트 위에 자켓, 유치 찬란

시킬 수 없을 정도다.

해 보일 수 있는 형형색색의 신호등 조합. 이들이 ‘유니크’란 이름으로 개성의 한 표현

사실 이들이 이렇게 자리매김 하기까지는

이 될 지 상상이나 해봤을까? 이제는 누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니멀리즘을 따라

봐도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할 정도로 과감

패션계에도 미니멀한 룩이 대세로 자리잡았

하고 난해한 패션이 독특한 개인의 스타일

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동안 투머치는

로 인정된다. 이제 ‘투머치는 패션테러’라는

연예인들 조차 섣불리 시도하기를 꺼렸고,

공식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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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는 더욱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런 흐름을 따라 과도한 아이

투머치는 여러 요소를 조화롭게 매치 해야

템들의 매치는 우스꽝스럽게만 여겨졌다.

하기 때문에 자칫 어려운 스타일링이라

사실 패션을 이끄는 디자이너들은 과거부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잘만 활용한다면,

터 은밀하게 이들을 지향해왔다. 하지만

당신이 가진 패션 센스를 증명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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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m Anatomy 이제 제법 가을 냄새가 난다. 길거리에서 스카프를 두른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일교차가 큰 계절에 스카프 하나만으로도 보온성이 뛰어나고, 매력적인 스타일링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의 패션 포인트 역할을 하는 스카프는 사실, 단단한 남성미를 뿜어내는 군인들의 손수건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초가 존재했다고 말하기도 무색하다. 딱딱 떨어지는 라인과 여러 가지 원단의 활용으로 이제는 단순한 면 원단의 손수건 만이 아니라 실크, 쉬폰, 마, 레 이스 등등 여러 소재로 재탄생 되기 시작했다. 밋밋한 패션에 다양한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스카프 한 장의 힘이다. Editor PARK JUN HEE, KIM PU REUM, KIM JUNG EUN, JUNG DA WOON, KIM SUNG GON / Photo KIM SE JIN / Art UM JUNG MIN

손 사진 : BEANPOLE LADIES 뒤 에 배경 스카프 모두 BEANPOLE LADIES


스카프 매는 법

_클럽 노트

_프렌치 노트

_롤 노트

_롤 트위스 노트

_에스프리

매력

원단 면 : 실크 스카프의 페미닌함이 부담스럽다면

실크 : 실크 스카프는 소재의 특성상 남성 보다는 여성적인 매력을 더 부각시킬 수 있다.

실용적인 면 스카프를 추천한다. 우아한 느낌의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스카프는 가을날의

자연스럽게 흐르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실크 스카프와는 반대로 면 스카프는 수수하고

아름다운 단풍처럼 매력적이다. 이제 걷기 시작

풍기기 때문에 실크는 여성들에게 우아함을

부드러운 느낌이다. 스카프의 역사는 군인들의

한 아이가 노년의 신사가 되듯이, 여름날의

가미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흐르는

손수건으로부터 시작했다. 따라서 스카프의 가장

푸른 잎이 빨갛고 노랗게 물들듯이 스카프는

느낌을 강조하는 것이 스카프 착용의 필수적인

기본적인 소재는 면이다. 우리에게 면처럼 친숙

우리에게 멋스럽게 다가왔다. 인간은 가지고

팁이다. 실크 소재의 스카프 관리법 중 가장

한 소재도 없다. 보온성이 뛰어나며, 흡습성

‘스카프’라는 짧은 세 글자에서 가을냄새가 난다. 조금 차가워진 가을의 거리를 스카프가

있지 않은 것을 항상 간절히 소망하고 상상한다.

기본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팁은 실크 소재에

또한 좋다. 또한 면 스카프는 4계절 모두 사용

인간에겐 꼬리가 없다. 하지만 꼬리 칠 수는

주름이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스카프를

이 가능하다. 면 소재의 반다나를 머리에 묶거나

있다. 스카프가 바람에 휘날린다. 바람에 휘날

사이즈에 맞춰 행거, 옷걸이에 걸어두거나, 깔끔

손목에 묶어서 포인트를 줄 수 있으며, 길이가 긴

리는 스카프는 유혹의 꼬리가 되어 바람을

하게 접어서 형태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스카프를 목에 두르는 것 또한 면 스카프의

타고 흘러 매혹으로 다가온다. 스카프의 매력은

또한 실크는 온도에 약하다. 장시간 빛에 노출

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 때

다른 것들이 주는 매력과는 사뭇 다르다.

되면 변색이 되기도 하고, 습한 날에는 습기

구김을 살려 무심한 듯 목에 걸치는 것이 포인트

넥타이보다 자유롭고 머플러보다 가볍다.

를 머금는 성질이 있다. 날씨에 따라 보관 장소를

다. 면 스카프의 가장 큰 장점은 관리가 간편 하다는 점이다. 실크 스카프와 달리 열이 나

때론 스카프는 맡을 수 없는 향기를 주고 때론

달리하는 것도 오랫동안 좋은 질의 실크 스카프

발칙한 상상을 선물한다. 그것은 글로 쓸 수도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다. 보관을 할 때에는 빛

세제에 강해 간편하게 물 세탁이 가능하며, 통풍

그림으로 그릴 수도 없다. 오직 느낄 수만 있다.

과 습기를 피할 서늘한 곳이 적합하고 스카프

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해 두면 된다.

스카프는 첫 사랑의 향기를 닮았다. 그녀의

에 땀이 나, 여러 액체가 묻게 되면 그늘에 말려

목소리 가냘픈 목소리를 닮았다. 그녀의 부드

습기를 제거하고 보관해 두어야 한다.

러운 내음과 닮았다. 스카프를 두른다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감성을 만들어 낸다. 패션의 공감각은 스카프다. 이것이 바로 ‘스카프’ 라는 짧은 3음절의 단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마법 같은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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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상단 : BEANPOLE LADIES 그 외 3가지 : EDITOR COLLECTION

좌측 상단 : EDITOR COLLECTION 우측 상단 : BEANPOLE LADIES 좌측 하단 : BEANPOLE LADIES 우측 하단 : EDITOR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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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에 지다 9월의 가을에 한 낙엽이 떨어지며 땅바닥을 물들이다. 패턴도 옷에 떨어지며 자신의 자태를 물들이다. Editor JUNG DA WOON / Photo HONG JUNE HYUNG / Art WANG HANSEUL

패턴(Pattern)은 참 매력적인 놈이다. 미묘 하게 기울이기만 해도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옷이 탄생한다. 순백색의 티셔츠를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가진 아이템 으로 만들어준다. 흔히 볼 수있는 스트라이프 패턴에서부터 화려하고 복잡한 기하학적 패턴까지……. 쓸쓸한 가을, 나무에서 형형 색색의 나뭇잎들이 그 자태를 뽐내며 살포시 땅에 가라앉는 것처럼 철조망에 걸린 가을의 패턴들이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과 매력을 뽐내기 바쁘다.

페이즐리패턴(Paisley)

체크패턴(Check)

소용돌이 무늬를 말하는 페이즐리. 관광명소

바둑판처럼 간격이 넓든 방충망같이 촘촘한

에서 구입한 손수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크기의 체크든 다 멋지다. 타탄체크나 글랜

패턴이라 친숙하다. 자세히 보면 활발하게

체크같이 큰 패턴에서는 활동적이고 편안

움직이는 작은 생물같아 귀엽기도 하다.

함을, 깅엄체크같이 큰 패턴에서는 단정함과

상대적으로 복잡한 패턴이라 포인트가 되는

완벽함을 느낄 수 있다. 다른 패턴과 함께

아이템에 들어가면 좋다. 심심할 수 있는

입기보다는 체크만을 포인트로 사용하는 것

슈트에 페이즐리 넥타이를 맨다면 페이즐리

이 좋다. 특히 가늘고 길이가 짧은 체크

로서 역할을 가장 충실히 했다고 생각한다.

넥타이는 수트를 개성있고 날렵하게 만들어 준다. 용기가 있다면 상하의 모두 체크패턴 으로 입어도 좋다.


도트패턴(Dot)

스트라이프패턴(Stripe)

기하학적패턴(Geometry)

소위 ‘땡땡이’라 불리는 패턴이다. 하얀 바탕에

올 여름 거리를 점령했던 스트라이프. 세로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패턴

파란 물방울이 떨어진 듯한 청초한 분위기

방향인지 가로방향인지에 따라 느낌이 크게

이다. 점, 직선, 곡선 등이 얽혀있기 때문에

부터 보색 조합으로 만들어진 자극적인 분위기

다르다. 그리고 줄 사이 간격에 따라서도

‘어떤 디자인’이라고 한정할 수 없다. 다른 패턴

까지 다양하게 연출 가능하다. 남자의 추억

매력이 달라진다. 변화무쌍한 매력을 가지고

보다 비교적 복잡하여 이목을 집중시킬

속에 있는 첫사랑의 소녀는 반드시(!) 단아한

있는 이 녀석 때문에 매년 조금씩 다른

수 있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오버 스타일링이

도트패턴의 스커트를 두르고 있을 것 만

디자인의 아이템을 구입해도 끝이 없다. 어떻게

될 수도 있어 적당히 포인트로 사용해야 한다.

같다. 비오는 날의 도트패턴은 날씨에 가장 잘

보면 활발한 개구쟁이같고 어떻게 보면

여성이라면 몸매를 드러내는 타이트한

어울린다. 가을비가 오고 난 뒤 나무에서

완벽주의자일 것 같은 스트라이프! 상의 혹은

원피스로, 남성이라면 무지의 검은색 팬츠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치마로 스며들어서

하의 중 하나라도 스트라이프 패턴이

기하학적패턴이 들어간 셔츠로 스타일링을

도트가 완성된 듯한 착각이 든다. 큰 도트가

있다면 다른 하나는 단순한 디자인이 좋다.

살릴 수 있다.

활발하고 귀여운 스타일링에 어울린다면, 작은

반드시 상, 하의 모두 스트라이프를

도트는 보다 좀 더 신중해보인다.

입어야한다면 동일한 패턴으로 통일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자칫 가로와 세로방향 모두 섞어쓰다가는 몸에 바둑판을 두르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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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클래식, 곽호빈을 만나다.

따분하고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클래식에 센스와 위트를 넣은 젊은 남자가 있다. 클래식이 점점 회춘하고 있는 이 시점에 대한민국 클래식은 이 남자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Editor PARK JUN HEE, KIM PU REUM, JUNG DA WOON Photo YANG DONG MIN / Art UM JUNG MIN

86생인걸로 알고 있는데, 비스포크를

특히 세컨드 라벨 테일러블 블루라벨은

맞춤복이 가진 고유의 성질은 다른 디자

시작하기에는 젊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가격도 착하고, 더 위트 있는 디자인을

이너 시장과는 달리 1:1의 커뮤니케이션이 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더하기도 한다. 상위 라벨인 테일러블 와인

요하다는 점이다. 고객과의 상담을

원래 어릴 적부터 슈트에 관심이 많았다.

라벨에서는 최고의 슈트를 다 손바느질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옷에 전부 반영해야 한

그걸 더 발전시켜서 생각을 하다보니까 당시에

로 완성하고 있다는 점도 있다.

다는 점이 어렵다면 어려운 점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목 받지 못했던 맞춤복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알게 되었고 잘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이루었는데,

고객들이랑 1:1로 소통을 하면서 가장

만든 슈트가 뭔지 생각하다 보니 비스

주위에서 존경이나 시기질투가 들릴 때도 있나?

생각나는 고객님이나 고객과 관련된 에피소드

포크 슈트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 관심 그대로

유명해질수록 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수록

가 있나? 가장 기억에 남는 수트 한 벌과

이것에 뛰어들게 되었다.

더 조심하게 행동하게 된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 한 분을

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 언급이

굳이 꼽자면?

2006년 정도에 데뷔했다고 들었다.

된다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어떤 방향이든 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기 때문에 정말 많다.

지금까지 계속 성장해오고 있는데, 이렇게 브

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는 건 좋은 것

딱 한 명을 꼽는다기보다, 사람들의 예복을 만

랜드를 잘 이끌어온 테일러블만의

같다.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나를 더 열심히 하

들어 줄 때 제일 부담감을 느낀다.

경쟁력이 있다면?

게하는 계기가 된다.

결혼식을 위해 만드는 옷은 좀 더 마음이

어떻게 보면 테일러블은 대중을 위한 옷이라

다해서 하려는 마음가짐도 가지게 된다.

우리 브랜드만의 경쟁력이라고 한다면, 모든 연령이 즐길 수 있는 맞춤복이라는 것이

가고 신경이 쓰인다. 그럴 때면 최선을

다. 테일러블이라는 브랜드 안에서 소비

기보다는 소수를 위한 옷이다.

할 수 있는 타켓을 다양하게 열어두었다. 실제로

그런 점에서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것에

도 샵을 방문하는 연령이 다양하다.

가장 어려운 점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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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슈트란?

디자이너로서, 또는 비즈니스에 대한

자기만의 색깔이나 가치관을 갖는데 슈트가

욕심이나 계획이 있는지?

많이 도움이 된다. 좋은 슈트가 그 사람을

항상 고민 중이다. 확정 된 것은 없지만.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사업을 크게 하고 싶다기보다는 좀 더 다양한 타겟,

때문이다. 아니면 마음가짐이라던가 그런

다양한 남자들한테 테일러블을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다시 한 번 잡아줄 수 있는 역할도 한다.

생각이 있다. 남자들끼리 모여서 놀 곳이 사실

아무리 좋은 맞춤 슈트를 입어도 길거리에

많이 없다. 때문에 좀 더 완벽한 공간을

침 뱉고 매너가 없다면 그건 신사가 아니다. 또한

만들고 싶다. 남자들이 놀며 즐길 수 있는 곳.

저렴한 슈트를 입었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그게 어떻게 보면 테일러블이 제안하는

잘하고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신사로서 항상 깨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끗이 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그 사람이 신사라고 생각한다.

쇼룸을 보니 되게 인상이 깊다.

슈트가 서양에서 시작된 옷인데,

따로 영감을 받는 부분이 있나?

한국사람에 맞춰서 테일러링이 진행된다.

장소나 뭐 인물이나.

그 중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

굉장히 많다. 공간이나, 맛있는 음식.

스타일링을 할 때에 개성이랑 정석적인 것 중에

그 부분은 서양 옷과 굉장히 차이가 난다.

그 중에서도 사람이 만들 수 없는 완벽한 비율,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조명이라던가 배치되어 있는 아이템들도. 슈트가 보통 약간 정형화 되어있는데

개개인마다 다른 체형에 맞게 제도를 해서 옷을

또 자연이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되게 완벽한

우리나라에서 슈트는 아직 개성을 논할 수 있는

만드니 사람마다 다르게 하는게 당연하다.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비율에서 가장 큰 영감을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나가도 될지

그런데 서울만의 슈트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싶은

얻는다.

부분은 있다. 그러니까 밀라노 스타일,

모르겠지만, 기성복 브랜드들에서 전통성이 없는 디자인들을 시장에 너무 많이 흐트려 놨다.

나폴리 스타일 같은 거 말고, 물론 시간이 많이

이태원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걸로

그것이 이제 아름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걸리는 일이긴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알고 있는데, 굳이 쇼룸까지 이태원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에 깊이 박혀 있다.

테일러블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자리한 가장 큰 이유는?

때문에 아직은 그냥 기본적인 슈트 룰을 지켜

처음에는 집하고 가까워서 일을 나의 생활 반경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영국식 테일러링은 무엇이고 어디서

안에 넣고 싶었다. 그러다 점점 이 동네가

배운건가? 독자들에게 영국식 테일러링

가지고 있는 정서 같은 것들이 서울의 공간하고

그렇다면 사회 초년생인 대학생들이

이라고 하면 좀 생소할 수 있으니까.

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주 커머셜하지

슈트를 입는것에 있어서, 어떤 기본적인

모든 남성복은 다 영국의 맞춤복에서 유래가

도 않고, 외국인들도 많고, 여유 있게 혹은 느리게

룰을 제시해줄 수 있나?

된다. 그래서 영국의 맞춤복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는 분위기가 좋다.

아마 많은 대학생들이 면접을 위해서 슈트를

이탈리안 테일러링에 더 기반해 있다. 테일러블

슈트를 입지 않은 대표님은

경험을 하게 될 때는 기본적으로 신뢰감을

이라는 브랜드 안에서도 상위 라벨이랑 세컨

상상이 안된다. 그래도 평소에 슈트 외에

줄 수 있는 색상 조합을 선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벨의 블루라벨이랑은 만드는 패턴, 메이킹

즐겨 입는 스타일이 있나?

예를들면 전체적으로 블루 톤. 네이비 슈트에

이런것들이 다 다르니까.

일을 할때는 예의를 지켜야 하니까 슈트를

옅은 블루 셔츠, 네이비 타이, 검정색 구두, 이 룩

맞지만, 우리는 영국식이라기 보다는 사실

처음 사는 경우가 되게 많을 거다. 그렇게 처음

항상 입지만 아침에 운동할때나 저녁에

이 가장 기본적인 룰이 되었으면 한다. 멋을 위

테일러링 디자인 할 때

친구들이랑 클럽갈 때는 입지 않는다. 혹은

해서 많은 남자들이 면접을 볼 때 포켓스퀘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약간 디테일적인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도 가끔 사서 입는다.

부분은 어디에 있나?

많이 할텐데, 사실 포켓스퀘어를 한다고 멋있어 지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고지식한

그것에 대한 밸런스는 항상 3:4:4로 놓고 본다.

패션에 관련된 일을 하니 여자가 옷을

어른들이 보기에는 더 마이너스가 될 수도

바느질에 대한 부분이 30이면, 원단이 30,

어떻게 입는지 이런 부분에도 민감할 거 같다.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40은 입는 고객. 맞춤을 하는

이상형, 뮤즈, “내 여자친구는 이렇게

고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 새 옷이라는

입었으면 좋겠다” 라는 점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슈트를 처음 만나게 될

느낌이 아니라 원래 있던 옷처럼 자연스럽게

여자, 이상형 같은 경우는, 두 가지인 것 같다.

르데뷰 독자를 위해서 한마디 한다면?

적용되도록 가장 많이 노력한다. 더불어

그냥 예쁘고 안 예쁘고는 별로 중요하지

어떻게 보면 나랑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을 텐데,

고객이 그 옷을 입고 취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나,

않다. 자기 만의 정확한 색채가 있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향으로 경험해 보는게 가장 중요

행동들에 대해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에게는 대개 매력적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내

한거 같다. 정답이라는 건 없으니까 실패를 경험

가 만든 수트들을 입히면 각자 다르게 소화를

하는 것도 경험이고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할 테니까. 그 부분이 정말 재미있다.

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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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꽃이이

진다 진다고고 대를 그 그대를 잊 잊은은적적 없다 없다 Model Kang Sane / Editor LEE SANG HOON / Photo Park Ji seong / Make Up & Hair Choi Saet byeol / Art KIM HEE MANG, Hong Jun hyeong


셔츠_렁디 / 바지_렁디 / 신발_그램 (Shirt_LUNDI / Pants_LUNDI / Shoes_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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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_소장품 / 셔츠_커버낫 / 바지_렁디 / 신발_그램 (Cap_소장품 / Shirt_COVERNAT / Pants_LUNDI / Shoes_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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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_렁디 / 바지_렁디 / 신발_그램 (Shirt_LUNDI / Pants_LUNDI / Shoes_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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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_커버낫 / 바지_렁디 (Shirt_COVERNAT / Pants_LU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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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ing in Darkness Editor. LEE JI IN / Photo. PARK CHAD / Model. TAE EUN Make up & hair. JANG EUN JIN Art. WANG HANSEUL Sponsored by Club Mon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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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어느 사 이에 소 나 기 와 땡 볕 도 가고 전 갈 자 리 도 가고 파 도 소 리 도 가 고

-

어느 사 이 에 우 리 도 가 을 이 겠 지 홍- 영 철 ・ 푸 른 한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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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 • Alee 메이크업 헤-어 최•샛별 모델 박 • 수진 아트 왕 • 한슬 포토 공 • 상웅 에디터 최 • 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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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us fashion magazine 2013 autumn vol. 21 jida


CAMPUS FASHION MAGAZINE 2013 AUTUMN VOL.21 JIDA

CAMPUS FASHION MAGAZINE 2013 AUTUMN VOL.21 JIDA

CAMPUS FASHION MAGAZINE 2013 AUTUMN VOL.21 J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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