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EBUT vol.40

Page 1

1


2


3


CONTENTS [1ㅣlI|)

8

패션잡지에서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14

Bowie Studios

15

GR BOY

84

뒤돌아보지 마

90

Propose for hitchhiker

91 93

Groovyroom in everywhere

20

Salad Kiz: 넌 미친게 맞고 그래서 다행

Judge on caucasus

26

STILL GOING ON

101

A new or return to trend

34

Anti fashion

104

Aesthetics of black, free fantasy and punk

36

Information Overload

106

권태,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110

It is not a new, it is the new

38 40

Caution about skin care in summer

111

Hide And Seek Caution for UV

46

노콘돔

113

How are we ever going to survive July?

48

홍대에서 공연을 보기 위한 지침서

114

계간 독립영화

116

누구나 무엇이든 가능하게, 로벡틴

56 Shh.....

117

Legato

58

Artificially Natural

66

Pputique

67

You need to throw caution to the wind

71

Orange on the magazine

72

Beyond 40

78

Bright! Your waterful life!

82

4


EDITOR'S LETTER

CAUTION 2016년 8월부터 지난 2년 간, LEDEBUT는 20대를 맞은 저에게 수많은 경고들을 주 었습니다. 더 나은 기획안을 내라, 더 나은 인터뷰를 해라, 나태해지지 마라, 더 재밌는 글을 써라… 어떨 때는 마음을 옥죌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더욱이 그간 수십 명의 르데뷰이들을 지켜 보며 스스로에게도 끊임 없이 경고를 내렸습니다. ‘누구보다도 더 치열하자, 그리고 반짝이자’ 타인으로부터였든, 저로부터였든, 주어진 경고들을 제가 제대로 받아들였는지는 아직 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면에서든 분명 발전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스트레스 로 마음의 병도 얻고, 머리가 빠질 것처럼 힘든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2년을 보내서일 까요? 이제는 ‘경고 없는 삶’이 그토록 재미 없게 느껴집니다. 2018년도 어느덧 반절이 흘러갔습니다. 이제 저 장마가 그치면 푹푹 찌는 더위가 시 작될 겁니다. 르데뷰 독자 여러분, 지금 당신에게 주어진 ‘경고’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지금 가고 있는 그 길은 어떠한가요? 나름 괜찮은 정도인가요? 우리 두려워하지도 흔 들리지도 맙시다. 정신 똑바로 차려서 그 경고, 잘 받아들이자고요.

LDEDBUT Editor In Chief 김서경

5


MEMBER LIST

DESK

FASHION

PHOTO

Editor In Chief

Director

Photographer

김서경 / Kim Seo kyung

김은영 / Kim Eun Young

황현철 / Hwang Hyeon Cheol

tjrud0135@naver.com

itnoj28@naver.com

Hwangtoe.c@gmail.com

Creative Director

Editor

양한흠 / Yang Han Heum

김현정 / Kim Hyun Jung

김보미 / Kim Bo Mi

hanheumyang@gmail.com

wokwoklove42@daum.net

bomi49@naver.com

Business Manager

지선영 / Ji Seon Yeong

유지인 / Yoo Ji Yin

dowobsy@naver.com Director

jiyinyoo97@hotmail.com

BUSINESS Marketer

문재연 / Moon Jae Yeon

이상민 / Lee Sang Min

1008wodus@gmail.com

Sangmin1303@naver.com

윤상아 / Yoon Sang Ah yoonsangah1006@gmail.com

Editor 노신가 / No Sin Ga tomaroh@naver.com

임영직 / ImYeong Jik limyz0117@gmail.com

ART

차은향 / Cha Eun Hyang c.eun@icloud.com

FILM

이지숙 / Lee Ji Suk jisuk8423@naver.com 정서윤 / Jeong Seo Yoon

EDITORIAL DESIGN

katejeong98@naver.com

Director 박다은 / Park Da Eun daxunnn@gmail.com

Director 김하연 / Kim Ha Yeon

Videographer 남다현 / Nam Da Hyon

FEATURE

hhay9511@naver.com

Director

Designer

이연수 / Lee Yeon Su

이다인 / Lee Da In

roi1234@naver.com

gangs2da@hanmail.net

Editor

이자희 / Lee Ja Hee

서용원 / Seo Yong Won

uuuuaaaa0@naver.com

MAKE UP

차상민 / Cha Sang Min

Head Artist

chakoon94@gmail.com

장서이 / Jang Seo Yi

yesmacaron@naver.com

wkddjekt12@naver.com 신현지 / Shin Hyun Ji

민상명 / Min Sang Myeong sangm0@naver.com

mua.seoyi@gmail.com

atmosphereshiiiiin@gmail.com 류은빈 / Ryu Eun been ebryou@naver.com

Artist 주서영 / Joo Seo Young

심제희 / Shim Je Hee jehee.psd@gmail.com

6

shjoo9898@naver.com


DESK

안녕하세요, 르데뷰 암모나이트입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글을 보이는건 쑥스러운 일이지만 어쩌다 보니 벌써 6번째 글을 올리 게 되었네요. 마르지엘라의 로고가 뭔지 셀린느의 수장이 누군지도 몰랐던 촌스러운 단 발머리, 구제 옷을 좋아하는 제가 한 패션잡지의 CD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니. 웃기지도 않은 일입니다. 저는 패션이 어렵고, 무서웠습니다. 매거진 커버에 등장하는 모델과의 눈맞춤, 그위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저마다의 로고는 선망이자 로망이었지만 일부러 외 면하고 피한 기억이 있습니다. 패션에 대한 무지함에서 오는 경계심 때문에. 어쩌면 스 스로를 그 필드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 어울리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자처해왔는지도 모 릅니다. 형식적인 말이지만 2년동안의 르데뷰 생활은 그런 겁쟁이인 저를 바꿔주었습 니다. 정말로!! 시나리오가 있으면 옷은 멋진 미쟝센이 되어줍니다. 반대로 옷이 극적인 서사를 만들 수도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도 실재했습니다. 전부 르데뷰가 알려준 것입니다. 영화해서 부천,부산, 르카르노, 칸에 갈거라는 허풍을 입에 달고 살던 제가 이제는 감히 밀라노, 파리 컬렉션의 프런트로를 ‘혼자’ 꿈꿔봅니다. 남은 르데뷰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르데 뷰이, 그리고 또래의 독자분들도 거창하고 말도 안되는 공상을 펼쳤으면 좋겠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좋아하는 것을 마구 좋아하고, 시련을 이겨내다보면 어쨌든 긍정적 인 결말이 오는 것이 드라마의 가장 기본적인 감동코드니까요. 후회와 미련 없는 2년이었습니다. 앞으로 올 셀 수 없는 토요일엔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까요? 아마 넷플릭스, 술 둘 중에 하나겠지만. 마침 편집장한테 전화가 와서 같이 눈물 을 흘리는 중입니다. 구질구질한 옛 애인처럼 몰래 멀리서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나만 몰래 보고싶은 40호입니다. 길고 영양가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페 이지를 넘겨 눈정화, 생각 정화하시면 됩니다. 유x브구독과 x스타그램 팔로우도 잊지 말아주세요! 오래오래 사랑받는 LEDEBUT가 되기를, 정말 정말 안녕 : )

LDEDBUT Creative Director 김현정

7


CONTRIBUTORS FEATURE_이연수 일 년 동안 글을 쓰면서 느낀 감정들을 여기에 다 풀어내면 말이 너무 길어질 것 같습니다. 대신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아 뒀다가 또 다른 글을 쓸 때 조금씩 풀어낼게요. 가-장 사랑하는 우리 피쳐팀, 생각하면 왜 이렇게 애틋해지는지. 티는 안 냈지만 저도 모르게 많이 의지하고 있던 용원 오빠, 이미 잘해서 더 잘하라고 할 것도 없던 유일한 동갑내기 현지. 팀원들 덕분에 시끌적벅적하게 굴지 않았어도 늘 행복했습니다. 든든한 팀장이 돼주지 못해 미안하고 또 고마워요!

ART_이상민

FASHION_김은영

매 호를 마감하면서 드디어 끝났구나와 벌써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교차하는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저에게 표지판이 되어준 LEDEBUT.

것 같습니다. 준비하는 동안 개인적인 시간은 포기하고 온전히 거기에만

돌고 돌아 어디에 다다를지는 모르겠지만, 도착한 목적지에서 잊지 않고

집중하고 예민해져있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항상 원하는대로만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풀리지만은 않아서 스트레스 받고 다 그만둘까 싶다가도 상상했던 이미지가

Life is an ice cream! Enjoy before it melts.

현장에서 모델과 포토를 통해 구현되는 그 순간 상상이상의 짜릿함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낍니다. 그래 이 맛에 하는거지라고 하며 즐거워하는 스스로를 보며 많은 생각들이 교차합니다.

BUSINESS_유지인

아마 이 감정은 르데뷰이들 모두가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팀장이 되어 데스크로서 활동을 했던 호인만큼 최선을

그만하고 싶어라고 이야기하다가도 근데 난 르데뷰가 좋아라고 말하는

다했던 호입니다. 르데뷰를 하는 1년동안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우리들. 아마도 그런감정은 더 좋은 결과물을 내고싶고 보여주고 싶은

배우면서 얻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기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욕심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 첫 화보가 실린 40호는 잊지 못할 것

다른 대외활동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현존하는 광고주들와의 컨택, 아무나

같습니다. 모두들 즐겁게 봐주세요!!

경험 할 수 없는 패션위크 취재 등의 값진 추억을 만들게 해준 르데뷰

마지막으로 일을 통해 만났지만 인생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언니오빠들!

감사합니다. 또, 마케팅 뿐만이 아닌 인간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볼

항상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해요ㅠ그럼 모두 안뇽!!

수 있었던 시간을 준 르데뷰 언니들 친구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르데뷰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이 오래 오래 지속 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애증의 관계가 되어버린 르데뷰 앞으로도 화이팅!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승승장구하길

FASHION_지선영

바랄게요.

옆보단 앞을, 남보다는 나를 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이번

다음에 또 만나요~~ <3

호였습니다. 의리 하나로 도와준 혜란이, 흔쾌히 함께 해 주신 민석님, 리어카보다는 스튜디오가 영원하실 것 같은 명포토 태진님(ㅋㅋ), 그리고 항상 고마운 은영언니! 레이아웃 같이 고민해 준 편집팀 짝꿍 다인언니,

MAKE UP_장서이

자희언니도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40호를 끝으로 떠나는 패션팀 보미언니,

올해는 일복이 아주 많습니다. 휴식이 간절해 삿포로에 훌쩍. 3시 24분의

은영언니 정말 보내기 싫지만 쿨하게 보내주겠어… 다들 건강하게 아프지

일출을 보고 있으니 아침 해를 보며 퇴근한 모든 촬영이 떠오릅니다. 귀찮게

말고 여름이니까 수박도 챙겨먹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

굴어도 흔쾌히 받아주며 이 지독한 레이스를 이끌어 준 항상 고맙고 든든한 동호. 자기 일처럼 도왔지만 초짜와 일하느라 힘들었을 규형 너무 고마워. 나의 뮤즈이자 페르소나 최고의 모델 란마. 감각적인 필름메이커 비타민 상명. 센스 넘치는 정언이, 잘 해낸 진주. 멋진 헤어 보여주신 유동선 실장님, 노가다로 고생한 은지, 소울메이트 정은, 진형씨, 준구, 지후씨, 평생의 파트너 jangpers. 함께 한 르데뷰이! 모두에게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오직 아름다움을 찾고자 우리의 생각과 취향을 담았습니다. 두려워하는 일은 언젠간 일어나기 마련이죠. 숨어 있으면 따분한 인생이 될 거에요. 밖으로 나와요. 저는 지금 아름다운 것에서 아름다움의 의미를 찾으려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인생에서, 무엇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나요?

8


CAUTION!

9


Editor

er Photograph Model Hair Make up& Styling Assistant esign Editorial D

10

M JP) 노신가 (TEA 양한흠 노승화 가영 안형규&진 H RS C IEF) (TEAM OU 김서윤 노희제 심제희


11


12


13


14


15


패션잡지에서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외모가 최고입니다. 비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죠. 어떤 중견 배우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짜릿해, 늘 새로워, 잘생긴 게 최고야!”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예쁘고 잘생긴 게 최고입니다. 심지어 외모의 역사는 인간 문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우리의 먼 조상님들은 보관의 기능만 하면 될 토기에 빗살무늬를 그려 넣었고, 귀한 청동으로 장신구를 만들어 권력을 뽐냈습니다. 인간이 눈에 보이는 것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인간에게 외모란 최고(最高)이자 최고(最古)의 가치인 셈이죠. 르네상스 이후 인간은 스스로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오래지 않아 자신의 아름다움을 깨달은 인간은 ‘아름다움’에 더욱 천착하게 되죠. 지금의 이른바 ‘외모지상주의’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700년 천착의 대가는 달콤한 듯 보입니다. 예쁘고 잘생긴 것들이 차고 넘쳐, 그것만 보기에도 벅찰 정도지 않습니까. 파리, 밀라노, 런던, 뉴욕의 4대 패션쇼에서 매해 쏟아져 나오는 신상과 그 옷을 입고 등장한 모델들. 눈이 즐겁습니다. TV 속 연예인도 웬만큼 뛰어난 외모가 아니고선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반면 어느 걸그룹 미모의 구성원처럼 뛰어나게 아름답다면 그만큼 인기를 얻기도쉽죠. 인간은 원하던 바를 이루었고 그걸로 부와 명예까지 얻었으니 금상첨화,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행복한가요? 8년 전 프랑스 출신의 한 모델이 거식증으로 고통받다 스스로 삶을 포기했습니다. 그로부터 십 년이 조금 안 되는 세월이 지났지만, 4주간의 패션위크 동안 물만 마신다고 말하는 어느 모델의 표정은 여전히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입은 옷이 촌스러워서, 화장이 너무 진해서 힙스터처럼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우리 모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트레스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죠. 공황장애가 ‘연예인 병’이라고 불리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아름다운 그들을 극도의 불안감과 죽음으로 내몬 고뇌와 사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누군가의 눈에 아름답게 보이려고 하면 할수록 자신의 가치는 그들에게 종속되어버립니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 달린 현실과 아름답지 않으면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마는 현실에서 도망치는 방법은 죽음뿐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 예뻐야 해!” 르누아르가 말했습니다. 19세기 말 벨 에포크 파리 시민의 아름다움을 그리기 좋아하던 그였죠. 하지만 르누아르는 저 말에 앞서 “내게 그림이란 것은 소중하고 즐겁고 예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에게 예뻐야 하는 것은 파리 시민이 아니라 그림이었던 것입니다.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우리에게 해주는 조언 같습니다. 인간은 아름다울 수 있지만 아름답기만 한 인간은 그림에 불과합니다. 아름다움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볼 때입니다. 조명이 꺼지면 차가운 공허함만 남는 그림이 될 것인지, 행복을 위해 아름다움을 이용하는 인간이 될 것인지는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외모는 그저 최고(最古)의 가치일 뿐입니다.

16

Editor

서용원

Editorial Designer

김하연


Editor Artist Photographer r Editorial Designe

김은영 정주영 이수인 김하연

17


비디오 프로덕션 ‘Bowie Studios’에 대해 소 개 부탁한다. 보위 스튜디오는 영상, 미술, 비주 얼 디렉을 하는 팀입니다. 주어진 영상이 제작되 기까지 각자가 잘하는 것이 있으면 모두 모여서 하고요. 또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서로 도와 주는 그런 팀입니다. 추억이 많으면 부자. 추만 부. 추억을 쌓아가며 작업합니다. ‘Bowie Studios’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가 담 겨있나 저는 독일에 잘 놀러 가는데요. 베를린 장벽을 걷다가 문득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가 떠 올랐어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게 된 계기의 큰 씨앗이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때문이라고 하잖 아요. 작은 문화가 평화를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 멋있었어요. 그래서 ‘Bowie Studios’라는 이름 을 짓게 됐어요.

비디오 프로덕션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 간단하게 말하면 영상을 찍어요 농담 으로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라고 하죠. 처음부터 영상을 하신 건 아니라고 들었다. 영상 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제가 공부를 되게 열심히 했어요. 대학생 때 아버지가 예체능을 하 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1등을 하면 미술 하는 것 을 허락해주신다고 하셔서 공부만 했었죠. 그러 다 보니 교수님들 눈에 띄어서 인테리어 잡일을 하게 됐어요. 제가 힘이 센 편이고, 어렸을 때 아 버지가 전기를 다루셨거든요. 그걸 어깨너머로 배워서 공구도 다룰 줄 알았어요. 다른 신입생들 과는 조금 달리 빠르기도하고 꾸미는 걸 좋아하 다 보니 미술 감독님이 눈여겨 보셨나 봐요. 그래 서 우연한 기회에 광고 미술팀을 하게 됐고, 그 후에 몇 년이 지나고 독립해서 미술 감독을 하게 됐어요. 제 부전공이 영상이었는데 그 덕분에 지 금은 영상 연출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혼자 보다는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람들 의 에너지도 좋아서 이 팀을 만들게 됐죠.

18


윤종신 <라푸마 X 좋니>, 멜로망스 <욕심> 등 최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나이키 패션 필름도 인상

근에 사랑을 많이 받았던 노래들의 영상을 담당했

깊었다. 기존의 나이키 광고와는 조금 다른 느낌

다. 하나의 영상을 만드는 과정은 어떠한가 우선

도 들었다. 뒷이야기가 있나 나이키 패션 필름에

클라이언트에게 일을 받아요. 주로 가사가 없는

서는 비주얼 디렉을 맡았어요. 패션 필름이라고

데모노래가 와요. 몇 개의 데모곡들이 오고 나면

해서 기존의 뮤직비디오와 크게 차이가 있는 건

어떤 느낌이 좋을지 회사와 협의 후에 미팅을 진

아니에요. 객체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뮤직비디

행해요. 그쪽에서 원하는 컨셉이 있을 때도 있고

오와는 다르게 패션 필름은 패션이 주체잖아요.

없을 때도 있어요. 컨셉이 없으면 컨셉을 만들고

나이키 코르테즈는 연출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실현하는 일을 먼저 해요. 그다음 작업을 함께할

했는데요. 코르테즈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동양

감독님들을 섭외하고 촬영하죠. AD(Assistant

의 감성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

Director)가 자료를 검색하면 제가 선별을 하고

이키가 원하는 건 치카노의 감성이었거든요. 치

편집, 색 보정을 해요.

카노는 멕시코 갱인데,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에 더 익숙한 도쿄 트리프트나 90년대 투스카니 개 조해서 타던 감성을 보여주는 것이 동양을 나타 내기에 더 좋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LA가 아니기 때문에 날이 막 쨍해서 그런 감성 도 나오지 않거든요. 대신 밤에 아름다운 네온사 인이 많아요. 24시간이 열려있는 나라라서. 그런 것들을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여러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려울 것 같다. 가끔은 내가 옳다고 생 각하는 것이나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 을 것 같은데. 우선 끝까지 얘기해요. 이거 해야 한다고. 그랬는데도 싫다고 하면 포기해요. 포기 하기까지 되게 어려운데 포기하는 법을 1년 전에 배웠어요. 포기해도 내가 그걸 다시 좋게 만들면 되잖아요. 자신 없으니까 포기 못 하는 거 같아 요. 그래도 포기하는 건 저도 아직 어려워요. 영상 제작이나 비주얼·아트 디렉팅은 상상을 현 실로 옮기는 일과 비슷한 거 같다. 상상만 하는 건 뜬구름 잡는 거죠. 차이는 상상을 현실로 쉽게 옮기느냐 옮기지 못하느냐에 달린 거 같아요. 그 러려면 실생활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해요. 상 상을 현실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공부는 안 하고 상상만 해요. 지금 젠틀몬스터에 미사일이 있더라고요. 학생들이 젠틀몬스터를 되게 좋아 하던데. 예를 들어 그 미사일을 봤어요. 그걸 보 고 거기에 있는 메테리얼이나 도구들이 일상생활 에서 어디에서 왔을지 찾아내는 관찰력이 좋아야 해요. 나에게 미래 컨셉이 주어지면, 미래에 쓰일 못이 어디에 파는지 알아야 표현할 수 있어요. 누 구나 상상은 할 수 있잖아요. 평상시에 상상을 많 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실현하려고 노력 하고 일상생활과 결합하려고 하는 것이 중요해 요. 웨스 앤더스 감독의 영화를 보더라도 단순히 예쁘다고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왜 예쁠까? 왜

19


색감이 뛰어나지? 어떤 문화일까? 이런 걸 생각하

가장 애착이 가는 영상은 무엇인가 임태경의

고 고민하고 직접 손으로 해보는 거에요. 다 손으

<한 사람> 뮤직비디오요. 사랑이라는 게 폭이

로 해야 해요. 실존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잖아요.

되게 넓더라고요. 이 뮤직비디오에는 우리 가족, 친구들을 다 출연시켰어요. 그래서 더 뜻깊었죠.

영감을 얻고 그걸 활용하는 것도 비슷할 것 같다.

직접 소설을 쓰지 않고 실화를 찾아서 담았거든

제 연출, 미술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영화의 영

요. 우정, 사랑, 가족, 떠나간 남편에 대한 그리

감을 많이 받았어요. 영상을 보면 어느 영화, 감

움, 부자의 사랑 이야기 등 직접 담았어요. 한 번

독의 풍이라고 딱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피를 할 때 정확하게 그 감독을 오마주해야 한다 고 생각해요. 카피는 껍데기만 가지고 오는 건데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추천

저는 오마주를 했어요. 멜로망스의 <질투가 좋아

하는 영화가 궁금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쿠엔틴

>가 그래요. 웨스 앤더슨 감독을 오마주 했죠. 어

타란티노의 영화 추천해요. 구린 것도 다 좋더라

떤 감독을 좋아하고 존경한다면 딱 보고 아 어떤

고요 파격적인 상상력을 보실 수 있으실 거에요.

감독을 오마주 했구나 알 수 있게 해야 해요. 영 상의 색감이나 카메라 기법이나 앵글 이런 것들

최근에 와서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가수들

을 정확하게 따라주는 거죠. 물론 창조할 수도 있

이 음반이나 음원을 냈을 때 노래와 가수에만 관

었지만 그 때 당시에는 헌정하고 싶었어요. 멜로

심이 있고 뮤직비디오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

망스 <질투가 좋아>를 만들면서 제가 느낀 웨스

들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 사람들

앤더슨과 대화하는 방법은 그 작품을 그대로 오

이 노래도 안 찾아 듣는데 뭘 바라요. 안 바라요.

마주 하는 거에요. 그러면 대화할 수 있더라고요.

나만 잘 만들면 되고 그러면 언젠가는 보겠죠. 오

그래서 그때 웨스 앤더슨 감독을 많이 공부할 수

히려 클라이언트들에게 바라는 점은 있어요. 지

있었어요.

식의 폭이 넓어져서 우리를 대하는 클라이언트들 의 자세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문화가 한 통로

특별히 영감을 받는 곳이 있나 저는 영감을 주로

로만 가지 않거든요. 기획할 때부터도 영상을 생

영화에서 받고요. 이제는 그것을 현대 스타일로

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바꾸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요즘에는 예술 보다 더 빠른 게 생겼는데 그게 바로 패션이에요.

영상은 이미 트렌드를 넘어서 우리의 생활이 되

런웨이 위가 훨씬 더 센세이션하거든요. 저는 영

어버렸다. 영상 제작자나 비주얼 디렉터, 아트 디

화에 기반이 있지만 런웨이 컬렉션을 다 봐요. 런

렉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

웨이를 보면 이번 해에 유행할 색감도 알게 돼요.

다면 내가 되어야 해요. 영상 제작자는 예술을

또 런웨이 뿐만 아니라 룩북과 영상도 보면서 공

하는 막노동자에요. 작가랑 또 달라요. 겉멋이 들

부해요. 거기에 모든 메테리얼이나 색감이 다 있

면 안 되고 내실을 다져야 해요. 상상만 하지 말고

거든요.

창피한 수준이라도 일상생활에서 상상한 것을 직 접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저는 레퍼런스를 수도 없이 봐요. 그러다 보면 구별하는 눈이 생겨요. 보위스튜디오의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신경 써서 봐주면 좋을 것 같다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 ‘공감’이요. 보면서 공감했으면 좋 겠어요. 내가 느꼈던 것을 그 사람도 느끼고 공감 했으면 좋겠는 거죠.

20


예술을 하는 막노동자. 그는 자신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와 대화하며 내가 가졌던 환상과 편견을 깨준 말이기도 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지만 나는 그를 처음부터 잘하고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David Bowie 의 Heroes 에 이런 가사가 있다.

And guns shot above our heads. And we kissed, as though nothing could fall 우리 머리 위로 총알이 날아다녀 그리고 우린 키스했지, 마치 그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그는 보이는 것을 쫓으려고 하는 빨리만 가려고 하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실을 다지고 내가 되라고.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도전하는 열정을 가지라고. 지금 우리 머리 위에는 수많은 총알이 날아다니고 있다. 진로, 인간관계, 돈, 사랑, 우정 등.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한다. 이 총알들을 뚫고 견뎌 진정한 ‘나’가 되어야 한다. 총알받이가 될 것인지 그것들을 뚫고 지나갈 것인지, 그것을 정하는 건 나의 몫이다. 노래 하나로 큰 장벽을 무너뜨린 보위처럼, 하나의 영상으로 많은 사람에게 영감이 되기를 바라는 보위스튜디오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또 진심은 통한다는 그 뻔한 진리의 힘을 믿는다. 그들의 진심으로 만든 영상에 당신이 공감으로 답해주길 바란다. 21


22


23


24


25


26


27


레드 색상의 팬츠는 XYZ

28


화이트 색상 마블 패턴의 상의는 over-delicate

29


30


블랙 컬러의 코듀로이 후디 코트와 오버와이드 팬츠는 baroque shop

31


화이트 색상 마블 패턴의 상의와 하의 모두 over-delicate

32


33


블랙 컬러의 상의와 하의 모두 OTHER_worldly 하의에 레이어드한 가디건은 baroque shop

34


Editor

지선영

Photographer

김태진

Model

최민석

Hair & Makeup

정혜란

Assistant

김은영

Editorial design

이자희

35


Editor

윤상아

Editorial Designer

류은빈

여름 시즌에는 가을 겨울의 아우터만큼이나 팬츠가 큰 역할을 한다. 올여름의 2018 s/s 하의 트렌드가 무엇인지 알고 여름 옷을 준비하자.

Tibi

Sportmax

Y/project

Miu miu

Off-white

버뮤다 팬츠 (쇼츠) 여름이면 누구나 꺼내 입는 데님 쇼츠 대신, 새로운 시즌에 맞는 특별한 쇼츠를 찾고 있다면, ‘버뮤다 팬츠’를 입자. 버뮤다 팬츠는 이번 파리 패션 위크에서 트렌드의 전선에 오르게 되었다. 무릎 위까지 오는 적당한 길이의 팬츠로 실용성은 물론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 세련된 분위기를 주며 좀 더 날카롭고 매니시한 느낌을 연출하기에 좋은 아이템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스타일링하기 까다로운 아이템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와이 프로젝트와 미우 미우에서 이 팬츠를 동시에 내놓았다. 비록 센세이셔널 하지는 않지만, 포멀과 캐주얼을 넘나드는 트렌디한 아이템이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 나는 파리의 어느 빈티지 숍에서 입생로랑의 버뮤다팬츠를 봤었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나왔던 게 아직까지 아른거린다. 이번 여름에는 꼭 하나 장만 해야겠다. 처음 봤을 때 한눈에 딱 들어오는 버뮤다팬츠를.

Ellery

Off-white

Jacquemus

Sacai

Toga

슬릿 스커트 90년대에 트임 패션이 인기를 끌었고, 다시 트임의 시대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남자친구, 아빠의 옷장에서 꺼내 입어라” 라고 제안하는 오버사이즈 패션 시대와 남성과 여성의 성의 경계가 무너진 중립지대의 룩이 트렌드라고들 하지만, 여성성을 상징하는 스커트의 영역은 그 아무도 넘을 수 없다. 이번 시즌에 스커트는 무릎을 덮는 기장과 폭이 좁고 웨이스트를 드러내는 실루엣이 자주 등장한다. 거기에다 트임을 적용한 슬릿 스커트가 이번 시즌 강세를 보인다. 페미닌한 아이템의 강자인 플리츠스커트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트임을 적용하기도 하며, 캐주얼한 데님 소재 스커트에 트임을 주어 섹시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성숙하게만 보이는 미디스커트가 트임으로 과감하면서 아슬아슬한 매력으로 지루함을 깰 수 있을 것이다. 36


Marc Jacobs

Fentey x Puma

Public school

Fentey x Puma

Monse

스포츠 웨어 팬츠 패션계는 성의 구별이 없어지고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더욱 이번 시즌에는 중성적인 모습을 보인 컬렉션이 많았다. 또 하이 패션계의 스포티한 룩이 대거 등장하여 실용성과 편리함을 갖춘 스트리트 아이템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후줄근하다고 말하는 ‘츄리닝’과 촌스럽다고 말하는 ‘등산복 패션’ 이 이제는 여러 가지 스타일링으로 트렌디하게 보일 수 있는 아이템이 되었다. 이것을 이른바 ‘에스 레저 룩’이라고도 한다. 대다수 브랜드에서 허리를 고무줄로 졸라매는 웨이스트 팬츠에 나일론, 폴리에스테르부터 가죽 소재까지 활용하여 당장이라도 등산을 하고 스키를 타야 할 것만 같은 스포츠 웨어를 선보였다. 이번 시즌 중 마크제이콥스는 바스락거리는 윈드브레이커와 트랙 팬츠를 보여주어 다른 브랜드보다 스포티즘이 더 강렬해졌다고 볼 수 있다. 또 펜티 x 푸마 컬렉션을 살펴보면 리한나의 ‘힙’한 이미지 그 자체를 보여주어 액티비티 웨어를 통해 자신의 스타일처럼 쿨 한 느낌을 그대로 전했다. 몬세가 셔츠에 트랙 팬츠를 입은 것처럼 팬츠와 상반된 분위기의 상의를 함께 입는다면 스타일링에 반전을 줄 뿐 아니라 이 시대의 트렌드 세터가 될 수 있다.

JW Anderson

Isabel Marant

Stella McCartney

Sacai

Jil sander 사진출처 VOGUE

배기팬츠 가을에 어울리는 아이템이라고 했던 배기팬츠가 어느새 여름 시즌 트렌드로 돌아왔다. 몇 해 동안 트렌드 아이템이었던 와이드 팬츠가 여전히 나오고 있지만, 올여름에는 거리에서 와이드 팬츠 보다 배기 실루엣을 더 많이 보게 될 거다. 배기팬츠는 허리부터 발목까지 내려오는 밑단이 확연하게 좁아지면서 일명 ‘항아리 바지’ 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웨이스트 라인이 올라간 것이 특징이다. 또 밑단을 고무줄로 조이기도 하지만, 신발 끈으로 조여주는 스타일링도 함께 보여준다. 구두를 다 덮을 정도로 통이 넓고 기장이 긴 와이드 팬츠와는 다르게 배기 팬츠는 완벽하지 않은 기장감과 구두와 함께 입을 때 발등이 살짝 보이는 어색하면서 쿨 한 느낌을 보여준다. 와이드 팬츠로 보여주었던 매니시함은 배기팬츠를 통해 좀 더 세련된 실루엣을 함께 보여줄 수 있겠다. 이제 와이드 팬츠에서 배기팬츠로 넘어올 때가 되었다. 37


Editor

윤상아

Editorial Designer

류은빈

애프터 홈 워크 파리(Afterhomeworkparis)의 피에르 가츠마렉은 블랙을 사랑한다.

검정의 미학을 보여 주는 건 오랜

역사를 지닌 요지 야마모토 뿐 만이 아니다. 지금 젊은 ‘애프터 홈 워크 파리’가 직접 보여주고 있다. 애프터 홈 워크 파리의 ‘피에르 가츠마렉’ 은 2015년 그의 나이 16살 (한국나이로) 에 브랜드를 론칭하였다. 최연소 디자이너로 나타나 언론과 패션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은 강력했다. 2016년, 지금의 여자친구인 스타일리스트 엘레나 모튤라와 이만을 만났고 인연으로 지금까지 애프터 홈 워크 파리를 이끌고 있다.

Afterhomeworkparis

그들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예술과 패션을 현대에 도입하면서 그의 세대, 젊음을 잘 보여 주고있다. 애프터 홈 워크 파리는 기하학적인 형상과 해체적인 접근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특징이며, 옷의 폭과 길이는 비대칭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애프터 홈 워크 파리에게 있어서 블랙은 브랜드 자체라고 말한다. 그의16fw 컬렉션을 보면 단색의 블랙과 얇은 흰색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의 색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계속 무채색을 사용하며, 블랙으로 만들어진 옷이 대거 등장하므로 검정의 미학을 45년째 보여주고 있는 디자이너 ‘요지야마모토’ 를 떠올리게 된다, 패션에 관심 있는 자라면 반드시 생각나겠다.

요지야마모토(Yohji yamamoto)는 ‘검은색은 겸손하면서 거만하고, 게으르면서 편안한 동시에 신비롭다’고 말한다. 그는 불필요한 의미나 감정을 담고 있지 않은 검은색의 단순함을 사랑한다. 지금도 그의 컬렉션에서 변함없이 등장하는 것은 검은색이다. 더하자면 볼륨 있는 주름과 겹겹이 쌓아 올린 옷감들, 미완성적인 형태도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위에 애프터 홈 워크 파리의 컬렉션 사진을 보면 피에르 가츠마렉은 어렸을 적 요지 야마모토

패션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다. 애프터 홈 워크 파리의 옷은 요지야마모토의 블랙 컬러, 밑단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찢어진 듯한 디자인, 어지러울 정도로 과한 셔링과 드레이핑, 그리고 풍선 같은 실루엣이 보인다. 애프터 홈 워크 파리는 역사가 깊은 요지야마모토의 행보를 이어 갈 것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지만 그가 요지의 영향력을 받은 건 분명하다. 시간이 지나도 지금처럼 요지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또 영원히 검은색이 그들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정체성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역사적인 브랜드에 영감을 받아 성장한 피에르 가츠마렉의 천재성을 믿는다. 또 앞으로 그들의 성장이 얼마나 대단할지 기대된다. 이제는 작은 아틀리에가 아닌 파리의 어느 웅장하고 화려한 장소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는 날이 조만간 올 거라고 확신한다. 아니면 애프터 홈 워크 파리 그들만의 Yohji yamamoto

38

작고 고즈넉한 분위기의 공간에서 컬렉션을 여는 게 더 멋있을지도 모른다.


Charles Jeffrey Lover boy

Charles Jeffrey Lover boy

Vivienne westwood

Vivienne westwood 사진출처 VOGUE

지금 영국 패션계는 찰스 제프리의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Charles Jeffrey Lover boy)’ 에 주목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신진 디자이너 찰스 제프리가 새로운 시도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고 있다. 그의 컬렉션에서 펑크의 대명사 ‘비비안 웨스트 우드(Vivienne westwood)’가 보인다.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의 찰스 제프리는 현재 런던 패션 위크에서 가장 핫 한 신진 디자이너로 꼽힌다. 그는 영국 패션 협회가 선정한 뉴 젠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를 지원하기 위한 영국 의상협회의 패션 포워드) 디자이너로 컬트 클럽 신에서 영감을 받아 펑크 패션을 과감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패션 이스트의 설립자이자 디렉터, ‘러브’매거진의 에디터인 룰루 케네디의 제안을 받고 졸업 작품 ‘러버 보이’를 브랜드로 전개하게 되었다. 러버 보이 컬렉션은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무는 로맨틱한 무드와 개성 넘치는 감성을 보여주고, 최근 그의 18ss 컬렉션은 다양하고 유동적인 젠더를 표현하고, 자유, 사랑, 우정, 무질서 등 모두 함축한 쇼였다. 찰스 제프리 러버 보이를 이루는 필수 요소는 모델의 메이크업, 테일러링, 니트 웨어, 스코틀랜드 전통, 사랑 그리고 유머감각이다. 그의 첫 컬렉션부터 현재 18fw 까지 펑크 분위기는 계속해서 더 극대화 되었고 그의 옷 뿐만 아니라 쇼 퍼포먼스나 메이크업, 분위기 모두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모습이 보인다. 수 십년 동안 펑크의 자리를 지켜온 비비안 웨스트 우드를 견주어 볼 만한 디자이너가 드디어 나타난 거다.

영국 패션계 여왕으로 불리는 비비안 웨스트 우드는 자신만의 파격적인 개성을 표출하고 ‘펑크’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혁신의 상징이자 영국의 펑크 패션의 대모로 기억된다. 그녀 또한 컬렉션을 통해 트렌스젠더의 권위와 패션의 젠더의 유동성에 대해 얘기한다. 위 컬렉션 사진을 보면 18ss찰스 제프리 러버보이와 18ss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매우 비슷한 분위기를 보인다. 런던 18ss 컬렉션에서 비비안 웨스트 우드는 ‘반항적인 런웨이’ 라고 부를 정도로 런웨이의 규칙을 깬 듯한 파격적인 쇼를 보여주었다. 모델들은 광대 같은 화려한 메이크업과 우스꽝스러운 헤어, 역동적인 움직임과 포즈로 등장했다. 역시 매번 런던 컬렉션에서 그녀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개성을 확연하게 드러냈고 완벽한 펑크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찰스 제프리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꼼데가르송 등 하우스 디자인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놀라운 감각과 재능을 갖고 있어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비롯하여 ‘펑크’라는 확고한 자리를 채워줄 디자이너로 분명하다. 어느 인터뷰에서 찰스 제프리는 말했다. ‘우리는 깨어있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아 있어야 합니다.’, ‘꿈으로 만든 옷을 입도록 제안하기’ 그가 말했듯 계속해서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 컬렉션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꿈으로 만든 옷이 등장하기를 소망한다. 앞으로 찰스 제프리는 비비안 웨스트 우드의 행보를 이어가겠지만,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줬던 ‘펑크’와는 다른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만의 것을 보여 줄 거라고 확신한다. 그는 젊다. 그의 젊음은 또 다른 펑크 세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39


최근 패션계를 강타한 눈에 띄는 소재를 묻는다면, 고민하지 않고 ‘비닐’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비 오는 날 급하게 사는 일회용 투명 우산. 맞다, 바로 그 소재다. 패션을 즐겨보는 사람들은 이미 많이 봤을 테다. 셀린(Celine) 로고가 크게 적힌 PVC 백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해외 스트릿 사진을. 사실 이 가방은 판매용이 아니다. 작년 2월, 셀린에서 출시된 가죽 파우치와 지갑을 구입하면 담아주는 쇼 핑백 개념으로 한정 생산 한 것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를 시작으로 샤넬, 버 버리, 에르메스,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의 PVC 소재 사용으로 지금 패션계는 그야 말로 PVC 열풍이다. 런웨이에서 PVC 소재의 첫 시작은 매 시즌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 샤넬(Chanel)이 었다. 2018 S/S 시즌에서 비닐 아이템을 주 소재로 런웨이를 뒤덮었다. 샤넬의 아 트디렉터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는 “플라스틱이, 오래 되고 뻔한 프랑스산 옷감보다 훨씬 낫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PVC 소재 선택에 대 한 자부심을 보였다. 특히 이 시즌에 선보인 PVC 소재의 비치 백은 매장에 출시되 자마자 다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였다. PVC는 폴리염화비닐의 약자로 플라스틱의 한 종류다. 시트, 파이프, 필름에 주로 사용되며 식품을 투명하게 포장할 때, 또는 비닐랩을 만들 때도 사용된다. 쉽게 젖거 나 더러워지지 않고 무게가 가벼워 실용성이 높은 반면에 큰 단점도 가지고 있다. 바 로 PVC 소재가 환경오염의 원인 중 하나로 독성 화학물질을 내보낸다는 점이다. 이 러한 이유로 일각에서는 ‘패션은 자연보호를 외면한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 지만 이 열풍은 꽤나 쉽게 식지 않을 듯하다.

#1

안이 다 보이는 PVC 소재. 컬러풀한 파

우치, 지갑 등의 소품을 패션 아이템으로 활 용하라.

40


2년 전, 그물 백(Net Bag)을 처음 접했을 때 ’이게 뭐야?’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많이 당황스러웠다. 언뜻 보면 양파망 같기도 하고, 그물망 사이로 혹시 나 넣은 내용물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다. 그때는 상상도 못했다. 여름철 해변에서만 간혹 보이던 그물 백이 이 정도로 신분상승을 하게 될지. 그렇다면 그물 백을 명품화 시킨 브랜드는 어디일까? 바로 베트멍(Vetements)이다. 물론 PVC 열풍의 시작인 셀린(Celine)도 큰 영향을 주었지만, 베 트멍의 그물 백은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점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그물 백이 아닌, 로고가 적힌 똑딱이 지갑(Purse Bag) 밑에 위치한 지퍼 안에 그 물 백이 내장되어 있는 디자인이다. 따라서 하나의 가방을 구입했지만 다른 두 가지 소재의 가방을 레이어드 한 것처럼 보여 더욱 색다르게 다가온다. 그물 백의 주 소재인 피쉬 넷(Fish net)은 어망, 즉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뜻한다. 이 소재는 스타킹만 생각해도 알 수 있듯 신축성이 굉장히 좋 다는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이 점은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피쉬 넷 소재뿐만 아니라 밧줄 등 더 단단하고 특 이한 소재의 그물 백이 등장하고 있다.

#1

큰 파우치나 다른 소재의 가

방을 넣어 레이어드하라.

우븐 백(Woven Bag)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바로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이다. 최근 유니클로와 콜라보레이션을 발표해 한국에서도 꽤 알려진 디자이너, 토마스 마이어(Tomas Maier)가 우븐 소재로 보테가 베네타를 발전시켰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니다. 보테가 베네타만의 전유물일 것만 같던 우 븐 백이 최근 급격하게 유행하게 된 데는 구찌, 생로랑 등의 패션 브랜드의 합류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우븐 백의 유행은 이미 예견된 것일 수도 있다. 60년대 스타일의 아이콘이자 에 르메스 버킨백의 뮤즈인 제인 버킨(Jane Birkin)이 가장 사랑했던 가방이 바로 우븐 백의 한 종류인 바스켓 백(Basket Bag)이니 말이다. 그 당시 사진 속의 제인 버킨은 캐주 얼한 룩에서부터 드레스업 한 룩까지 바스켓 백 으로 스타일링을 마무리했는데 그 어떤 룩에도 어색하 지 않다. 이게 바로 그녀가 바스켓 백을 사랑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우븐 백의 대표적인 소재인 라탄(Rattan)은 줄기가 매우 길고 단단해 공예가구, 매트와 바구니의 재료로 도 많이 사용된다. 친환경 제품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

#1

으며 나무 소재다 보니 가볍고 튼튼해 여름 아이템으

혹은 손잡이에 컬러풀한 스카프로 스타일링하라.

로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이 소재가 패션계에서

#2

둔탁한 느낌의 바스켓 백이 어색하다면 가방 안에 롱 테슬로 에스닉한 느낌을 한층 더하라.

더욱 기대되는 또 다른 이유는, 멋을 내지 않은 듯 자 연스러운 연출이 가능하고 다른 직물, 재질과도 잘 어 울리며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Editor

차은향

Editorial Design

이자희

41








Editor's Pick

01 W.P.C 양산 03

시원하고 달콤한 나만의 셀프 그늘,

HAZZYS 선글라스

에디터만의 핫템! 백화점 1층에서 양

RefNo. HZ7307 C04

산 전용 브랜드나 명품 라이센스 제품 을 저렴한 가격에서 구매할 수 있다.

눈으로 자외선을 많이 받을 경우 스트

일본 여행을 간다면 우리나라에서보

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인체에 미치

다 원단과 디자인이 다양한 양산을 찾

는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렌즈의 차

을 수 있다. 양산에도 자외선 차단율이

외선 차단 지수를 확인하고 구매하자.

있으니 반드시 확인하고 구입할 것! 휴 대가 간편하게 컴팩트형으로 나온 것 도 있으니 취향대로 골라보자 (http:// worldpartykorea.co.kr/)

모래, 땀 등으로 범벅 된 렌즈를 그대로 천으로 닦을 경우 흠집이나 UV 차단

02

코팅을 벗겨낼 수 있으니 외출 후에는

오휘 데이쉴드

흐르는 맑은 물로 씻어낸 후 천으로 닦

퍼펙트선 프로 블랙

아야 한다. 2-3년에 한번씩은 주기적

SPF 50+ / PA +++

으로 렌즈를 점검하고 교체하는 것이

피부 자극이 적은 무기자차 중에서 특

좋다.

히 추천할만한 제품. 가볍고 순해서 무 난하게 잘 바를 수 있다. 백탁현상이

04

없고 미백 기능이 있어서 메이크업베

조르지오 아르마니

이스로 같이 사용할 수도 있다. 광이

UV 마스터 프라이머 SPF40 / PA +++

나는 피부 표현을 하고 싶을 때 써도 된다.

사춘기 시절의 여드름 흉터로 인해 얼 굴에 홍조가 많은 에디터가 즐겨 쓰는 제품이다. 제형이 몹시 부드럽고 새틴 같은 질감이 메이크업베이스와 프라이 머 겸용으로 사용하기에 매우 좋다. 복 잡한 메이크업 단계를 줄여주고 파운 데이션의 지속력을 높인다.

05 AHC 내츄럴 퍼펙션 프레쉬 선스틱 SPF 50- / PA++++ 전성분에 표기 된 600여가지의 온갖

06 샤넬 UV 에쌍씨엘 젤-크림 멀티 프로텍션 데일리 디펜더

추출물로 인해 지구를 담은 자외선 차 단제라는 별명을 가졌다. 기존의 AHC 선스틱의 미끈하고 기름진 질감이 아 니다. 에디터의 수분부족형 악지성 피 부에게 딱 맞는 보송보송함을 장착하 고 새로 찾아왔다. 귀찮을 때 쓱쓱 바르 기에 딱 좋다.

SPF 50+ / PA+++ 다른 화장품은 다 잘 받는데 선크림만 바르면 눈물이 줄줄 나고 따가워서 견 디질 못하는 에디터가 가장 사랑하는 제품이다. 가격대가 부담스럽긴 하지

07

만 전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 불편

케어존 닥터솔루션

해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못하는

마일드 핑크 톤업 선

사람들에게 추천.

SPF 40 / PA+++ 피부에 대한 자극이 거의 없어서 민 감한 피부도 손 쉽게 사용이 가능한 100% 무기자차. 전성분을 살펴보면 보습에 좋은 비타민 판테놀과 펩타이 드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발림성이 매 우 좋아 균일한 피부톤을 완성시켜 자 연스럽고 맑은 얼굴을 유지할 수 있다.

48


Caution for UV Editor's UV ALL PASS TIP

무기자차

유기자차

물리적차단

화학적차단

피부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하여 자외선을 반사시킴

자외선을 흡수하여 화학적 작용으로 분해

저자극 / 즉각적인 자외선 차단 /

산뜻한 사용감 / 발림성이 좋음 /

넓은 자외선 차단 범위 / 우수한 피부 밀착력

백탁현상, 끈적임이 없음

백탁이 있고 발림성 떨어짐

외출 30분 전 미리 도포하는 것이 중요 / 화학 성분에 의한 피부 자극이 있음

아보벤존, 징크옥사이트, 티타늄다이옥사이드

벤조페논유도체, 벤존펜논, 벤존피놀유도체, 파바, 옥시벤존, 옥틸메고신나메이트

SPF와 PA는 무엇인가?

자외선 차단제는 무엇을 어떻게 발라야 하는가?

SPF 홍반과 화상의 원인이 되는 UVB의 차단 지수를 뜻한다. 숫자가 높을수

피부 노화의 원인 중 90% 는 자외선이다. 자외선 A는 5,6월에 가장 높아 노

록 차단 효과는 매우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외선 B는 피부를 통과

화를 촉진시키는 시기이기도 하며, 자외선 B는 7,8월에 가장 높아 살갗이 가

할 수는 없지만 화상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자외선 B에 노출되면 피부가 붉게

장 잘 타는 시기다. 자외선 차단제는 사시사철 바르는 것이 가장 좋으나 5-8

타거나 혹은 염증이 일어난다. 사람에 따라 까맣게 타는 경우도 있다.

월은 가장 자외선이 강력한 때로 반드시 발라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를 어떻

PA 주름과 색소 침착의 원인이 되는 UVA의 차단 지수를 뜻한다. 자외선 A 는 실내에도 침투할 수 있는 정도의 긴 파장을 갖고 있다. 피부를 매우 깊게 뚫고 들어가 기미, 주근깨, 주름 등을 유발한다. 표시가 많을수록 차단 효과는 매우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백인들은 자외선 A를 차단할 필요성으로 많이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외국 브랜드의 자외선 차단제를 구입할 때는 PA 지수를 반드시 체크 해야만 한다. 비타민 D 가 부족할 경우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되는가? 많은 한국인들에게는, 특히 피부보호를 위해 햇빛 기피 현상을 보이는 젊은 여성들에게 비타민 D 부족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면역력 증진과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D는 오전 10시-14시 사이에 30분 이상 야외에 서 햇빛을 충분히 흡수한다는 전제 하에 UVB에 의해 생성된다. 그러나 UVB

게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것이 없다. 에디터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당한 시간 동안 적당량의 햇빛에 노출되는 것이라면 굳이 바르 지 않아도 되지만, 피부가 민감하여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을 경우 실제 도움 이 되었던 사람들에게는 필요할 것이다. 다만 자외선 차단제도, 세안제도 모 두 화학 제품이기 때문에 과도한 사용 보다는 양산이나 선글라스, 모자, 마스 크, 팔이 긴 옷 등을 함께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눈이 강한 햇빛을 오래 받으 면 백내장, 결막염 등의 여러 가지 질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선글라스 착용 을 추천한다. 바람에 의한 건조 현상도 가볍게 방지할 수 있다. 만약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을 때 눈이 따가운 자외선 차단제라면, 아마도 유기자차일 것이 다. 자외선을 흡수하여 열 에너지로 바꾸는 아보벤존과 멕소릴 같은 화학성분 이 땀이나 물에 녹거나 흘러내려 눈가를 자극한다. 따라서 얼굴을 덮어서 빛 을 반사하도록 만들어주는 티타늄옥사이드가 주성분으로 들어간 무기자차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는 옷, 유리창, 자외선 차단제 등을 통과하지 못한다. 물론 두꺼운 옷을 금물! 팔과 다리까지 노출해야 한다. 그러나 뜨거운 볕에 자외선차단제 없이 노출했 다가 피부가 상할 수 있으니 보건소에서 간단한 혈액 검사를 통해 비타민 D 수치를 알아보자. 정상 수치인 사람들은 연어나 고등어 등의 음식 섭취로도 충분하지만 결핍인 사람들은 영양제 복용을 권한다. 비타민 D는 지용성이라 알약 보다는 액상형이 체내 흡수가 잘 되고, 식후에 먹는 것이 좋다. 이유 없 이 우울해지거나 쉽게 피로해진다면, 특히나 다이어터라면 비타민 D 영양제 는 필수!

Editor

장서이

Photographer

방규형

Retoucher

조준구

Editorial Design

이다인

49


Editor Photographer Model

양한흠 혜다, 송설희

Hair & Makeup

장서이

Film

김유진

Editorial Design Assistant Location

50

문재연

류은빈 이상민, 윤현민 라무 풀빌라 리조트


51

설희_팬츠 ZARA 에이프런 FRECKLESEOUL

혜다_바디수트 ZARA 드레스 FRECKLESEOUL 우산 DUCKY UMBRELLA


52


53


54

선글라스 GENTLE MONSTER 부츠 HUNTER

우산 DUCKY UMBRELLA 카라 FRECKLESEOUL


55

선글라스 GENTLE MONSTER 스커트 FRECKLESEOUL


56

설희_수영복 DAZE DAYZ

혜다_아우터 ZARA MEN


57

혜다, 설희 수영복 둘 다 DAZE DAYZ


r o v e c t i n . c o . k r

로벡틴 스킨 이센셜즈 배리어 리페어 아쿠아 컨센트레이트 45ml 36,000원

로벡틴 스킨 이센셜즈 액티베이팅 트리트먼트 로션 180ml 29,000원

58


최근 들어 화장품 구매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효소추출물 프로테아제, 천연 유래 유화 안정제

것은 무엇보다도 ‘성분’이다. 소비자들은 한

등으로 자극 성분을 제거한 안전한 제품이기도

번에 외우기 어려운 화학성분의 이름을 꿰기

하다. 다음으로는 <시카 케어 슬리핑 팩>을

시작했으며, 입소문이 난 유명 제품일지라도

생각해보자. 바쁜 일정으로 소홀해지기 쉬운

문제가 있는 성분이 포함이 되었다면

현대인의 피부 관리에 단비 같은 제품이다.

장바구니에서 꺼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아침이 기다려지는 피부를 갖는다는 것 역시

‘착한’ 화장품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쁨이라는 것을, 우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화장품을 고를 때

다시 한 번 인지하게 된다.

성분을 깐깐하게 고려하는 것은 더 이상 유난스러운 일로 치부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로벡틴의 등장은 ‘나비 효과’의 서막과도 같다. 암 환우를 위한 제품에서

여기서, 우리는 한 번 더 까다로워지고,

시작되어 이제는 현대인들을 위한 수준 높은

눈을 높일 차례가 되었다. ‘성분 끝판왕’

데일리 케어까지, 로벡틴의 날갯짓이 차후

화장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얼마나 큰 바람이 되어 일어날지는 쉽게

‘로벡틴(ROVECTIN)’.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가늠하지 않으려 한다. 단지 더 많은 이들이

피부 트러블을 겪고 있는 암 환우와 완치자의 피부 건강 회복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였으며, 이들이 다양한 제형과 기능의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로벡틴의 모든 제품에는

누구나 무엇이든 가능하게, 로벡틴 Editor

장서이

Photographer

방규형

로벡틴을 통해 피부 건강은 물론 정서적

Columnist

이정은

건강까지 회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뿐이다.

Retoucher

김지후

Editorial design

심제희

Assistant

문재연

공통적으로 전혀 사용되지 않는 성분들이 몇 가지 있다. 프롬알데하이드를 배출하는 방부제, 내분비계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 호르몬, 광우병 유발 가능한 동물성 원료, 각종 광물성 및 석유화학 오일, 그리고 접촉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또는 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들 모두를 찾아볼 수 없다. 그 대담한 자신감이 깐깐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문제적 성분이 없는 순한 화장품은 결국 우리 모두가 순하고 좋은 제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화학 성분과의 전쟁을 매일 같이 치루는 요즘, 아침저녁으로 화장품이 필요한 나와 우리 모두에게 건강에 치명적이지 않은 브랜드를 일상에서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축복이자 행운이다. 우리 곁에서 오랫동안 기꺼이 친구가 되어 함께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은 바로 로벡틴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시카 케어 CICA CARE> 라인은 문제성 피부를 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카 케어 퓨리파잉 토너>를 통해 스킨케어 첫 단계부터 건강한 피부 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 피부 진정 효과가 있는 병풀 추출물과 어성초 추출물은 미세먼지 등으로 상처 받은 피부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고농축 마데카소사이드와 칼라민이 피부에 진정과 재생 효과를 주는 <시카 케어 밤>은 손상된 피부를 개선하고 울긋불긋한 피부 트러블을 완화시키는데 매우 탁월하다. 식물성 오일에서 유래된 천연지질 성문인 카프릴릭, 59


화이트 원 숄더 블라우스는 GUILTFREE 화이트 롱 스커트는 GUILTFREE 골드 이어 드롭은 에디터 소장

60


Editor

김보미

Photographer

황현철

Hair & Makeup

장서이

Film

민상명

Film Assistant

오세아

Model

김지호

Assistant

이상민

Editorial Designer

김하연

61


블루 실크 탑은 MASSIMO DUTTI 화이트 롱 스커트는 GUILTFREE 블루 아이보리 스카프는 SAINT LUXURE 실버 모빌 이어링은 1064 STUDIO 실버 링, agate 링은 1064 STUDIO

62


63


64


시스루 하이넥 탑은 MAISONMARAIS 옐로우 플리츠 스커트는 MAISONMARAIS 아크릴 바 링크 이어링은 MONDAY EDITION 실버 링, agate 링은 1064 STUDIO

65


화이트 레이스 점프수트는 ZARA 아크릴 바 링크 이어링은 MONDAY EDITION 글라스 와이어 링은 MONDAY EDITION 화병은 ZARA HOME

66


67


‘무첨가’, ‘자연의’, ‘천연의’ 요즘 어디를 가나 굳이 찾지 않아도 눈에 띄는 단어들이다. 총만 겨누지 않았을 뿐 세계적으로 끔직한 재난과 자연재해, 인간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고, 이러한 불안감이 고조됨에 따라 인간은 자연에게서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지각한 것이다. 이에따라 인간은 삶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패션 소재계에서도 클린 테크, 리사이클 소재가 부각되고 천연 에너지원인 물과 태양, 식물과 광물 등 태초의 자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무첨가 시대의 바람이 불었다.

반면 이러한 면, 마, 견 등의 천연 소재가 데일리 아이템이라면, 합성 소재는 어제 산 새로운 신상 가방과 같은 존재다. 자연을 생각하자며 한 때 모두의 ootd 속 필수 아이템이었던 면 소재의 에코백 대신 비닐 소재의 pvc 백이 등장한 것처럼. 18ss celine 이 선보인 60 만원짜리 비닐 가방은 사고싶어도 살 수 없는 가방이 되었고, 발렌시아가의 100 만원짜리 비닐 셔츠도 패션 피플이라면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아이템이 되었다. 소비자들은 인위적인 것 보다는 자연스러운 것, 과도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 번잡함 보다는 여유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그들의 지갑이 열리는 곳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패션에서 소재는 음악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면이나, 마 같은 소재가 인기차트에 있는 음악이라면 견은 클래식, pvc 는 힙합, 그리고 자카드는 재즈같다. 음악은 각자의 취향이 다를 뿐 어떤 것이 더 좋은 음악이다 라고 평가할 수 없다. 소재도 그렇다. 혹자는 인공 소재나 합성소재가 환경에 좋지 않다고, 인공 소재의 발달과 인기를 염려한다. 반대로 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새롭고 다양한 합성 소재가 개발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 더 좋다 나쁘다 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패션에서 패턴이나 색만큼 어쩌면 그보다 중요해진 소재를 잘 이해하고 나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68

Editor

김은영

Editorial Designer

류은빈


Editor

김은영

Artist

안태원

Photographer

유래혁

Graphic Artist

김한설

Editorial Designer

김하연

69


제 이름은 안태원입니다. 나이는 26살이고 전공은 서양화입니다. 제 별명이 뿌리인 이유는요. 제가 미술을 늦게 시작해서 삼수했거든요. 그때 만난 엉뚱하고 4차원적인 친구가 갑자기 “넌 이제 뿌리야”라고 해서 어쩌다가 뿌리가 되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뜻을 물어보니 인도어로 ‘궁전’이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미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그걸 전공으로 대학을 가게 될지는 몰랐죠. 그림은 그냥 일기 쓰는 것처럼 개인적인 취미, 놀이 같은 거였는데 그게 저의 주된 생활을 이루리라고는 정말 생각 못했어요. 고등학교도 일반계를 들어갔고 진로를 결정해야 되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 예요.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3 수능을 마치고 재수를 하게 됐는데 생각해보니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더라고요. 그래서 미술 학원 에 다니기 시작했고 선생님께서 제가 낙서하는 걸 보고 너는 서양화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추천해주셔서 서양화를 시작하게 됐어요. 커스터마이징은 올해 초부터 시작했어요. 친구가 마카로 본인 등판에다가 뭘 그려놨 더라고요. 처음에 보고 재밌겠다 나도 한번 해봐야지 했는데, 옷에 그림을 그려본 적 도 없고 뭐로 어디에 하지? 싶었어요. 어느 날 집에 가는 버스에서 제가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취해서 그림을 그리고 싶더라고요. 가방에 있는 재료로 가죽 재킷에 그림을 그렸는데 생각보다 잘 나온 거예요. 참고로 포스카 수성 페인트 마카로 그렸 는데 섬유 전용 재료는 아니에요.

작업 과정은 일단 만나서 재킷을 받고 이야기를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뽑아내요. 그리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분위기를 보고 그 분위기와 어울리는 걸 꺼내려고 노력하죠. 쉽게 말해서 아우라랑 느낌 같은 걸 기억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스케치 도 안 하고 바로바로 작업에 들어갔는데 그렇게 되다 보니까 한 번 잘못하면 타격이 크더라고요. 또 제가 기존에 있던 이미지를 옮기는 게 아니라 매번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거 다 보니까 제 그림을 그리는 만큼의 고민이랑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 요. 그래서 처음 세 벌까지는 비슷한 도안들을 돌려서 했는데 이거는 안 되겠다 싶어 서 의뢰인과 만나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어요. 미리 이미지를 그려놓고 어떻게 넣을지 고민을 하니까 좀 더 편하더라고요. 원래는 중구난방으로 쑤셔 넣는 게 좋은 방법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들어가는 도안을 줄이더라도 감각적으로 덜 비어 보이게 하는, 유연한 방법이 좋은 것 같아요. 과정은 일단 인터뷰를 통해서 대략적인 이미지를 뽑고요. 이미지에 대한 구상이 어느 정도 되었다고 판단이 서면 재킷을 보고 도안의 크기와 위치를 고민해요. 그 이후에 흰색 마카로 스케치와 배경칠을 해두지요. 이후에 올리는 색을 위해서요. 다음에 채 색에 들어간답니다. 두세 번 색을 올린 후에 하루 정도 건조를 시키고 나서 마감재를 발라요. 마감재는 물을 타서 농도를 낮추어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말리고 바르기를 반 복해요. 지금은 가죽 재킷 작업이나 귀걸이 제작,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어 요. 제가 하는 작업들 가운데에 그림이 있고 그림을 중점으로 파생된 것들이 나오는 거라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가지 않을까요? 좀 더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가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예술가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 말은 저에게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묻는 것처럼 들려요. 저는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정답 이 이것입니다라는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보는 이의 마음속에 작은 의문, 생각의 씨앗 이 될만한 크고 작은 충격파를 전하는 작업을 하고 싶네요.

70


71


미팅 장소는 시청역 근처의 피자 가게였다. 왠지 그와 잘 어울리는 자연스러 운 그 공간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혹시 뭐 좋아하는 거 있으세요? 뻔한 걸 수도 있는데 꼭 대상이 아니어도 되고요. 햇빛 좋은 날 마루 위에 누워있는 상 태라던가 어떤 분위기라던가. 물리적인 것도 되고 그게 아닌 것도 상관없고” 내 이름을 물어본 뒤 던진 그의 첫 질문이었다. 나는 나에 대해서 잘 알 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민망하게도 이 질문에 답을 하는 게 몇 분 은 걸린 것 같다. 내가 몇 분을 고민하고 답한 건 고작 “여행하는 거” 이후로도 어쩌면 꽤 의미 없는 질문과 대답들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저는 과일을 좋아해요” “무슨 과일 좋아하세요?” "귤이요” 등과 같은. 내가 답한 것들이 그가 커스텀 작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일까 의구심을 품고 답 을 이어갔다. 한 한 시간 정도 떠들었을까. 그는 나를 ‘환기가 필요한 사람’이 라고 정리해주었다. 그리고 내 재킷에는 ‘변할 환’이라는 한자가 들어갔다. 이번 패션팀 고정 콘텐츠는 옷장에 숨어있던 옷들에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해주자는 어쩌면 뻔한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와 작업을 하면서 숨어 있던 옷이 재탄생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는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고 또 나를 찾게 되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다 보면 정작 나를 되돌아 볼 시간은 사라진다. 그와 작업한 시간은 옷장 속의 옷과 더불어 내 스스로를 숨 쉬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르데뷰 독자들 중 단순히 옷을 커스텀 하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들 또한 그를 찾길 바란다. 그와의 작업 전체를 통해 새로운 나만의 재킷은 물론이고 자신도 미처 몰랐던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에.

72


You need to throw caution to the wind. * be throw caution to the wind(s): 우려하는 마음을 던져 버리다

2주 뒤면 출국이다. ‘때가 되면 갈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했던 유럽에 가기까지 꼬박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남들은 몇 년 동안 돈을 모아서 혹은 졸업이나 퇴사를 하고 간다고 한다. 나는 그럴 성격이 못 된다. 올해 1월, 유럽에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는 스카이스캐너를 뒤지고 뒤져 왕복 75만 원짜리 항공권을 결제했다. 그리고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1시까지, 하루 열 두시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두 개씩 했다. 몇 년에 걸쳐 여행 경비를 꾸준히 모을 인내도 없었거니와 졸업은 아직 일 년이나 남은 머나먼 이야기였다. 이제 와서야 하는 말이지만 세상의 모든 ‘때가 되면…’은 일종의 자기 위로이지 않나 싶다. 우리의 인생은 그다지 버라이어티하지 않다. 살던 대로 사는 와중에 유럽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그것도 아주 딱 알맞은 시기에 제 발로 찾아온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낭만주의자일 확률이 높다. 적어도 내가 겪어온 인생에 비출 때는 말이다. 재작년 편입에 도전할까 고민하던 때에도, 르데뷰에 지원서를 제출하기 직전까지도 그랬다. 나중에 학력이 더 아쉬워지면 그때 하게 되지 않을까? 잡지에 글을 써 볼 기회는 다음에도 있지 않을까? 물론 나는 잠깐의 내적 갈등을 뒤로하고 에라 모르겠다, 시원하게 질러버렸다. 일 년간 준비한 편입은 실패했고, 르데뷰에서는 피쳐 에디터가 되어 마지막 기사를 쓰고 있다. 시원하게 질러버린 결과가 늘 좋았던 건 아닌 셈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무언가 도전했던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왜, 해보고 싶었던 거잖아’ 이 문장 하나면 모든 게 충분했다. 많은 사람이 새로운 도전 앞에 주춤거리는 건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만 다니라고 해도 죽을 맛인데 이것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럼 돈은 언제 벌어? 언제 쉬어? 조금 재수 없게 단언하자면,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편입을 준비할 때, 아침에는 학원에 갔고 저녁에는 학원비를 벌러 아르바이트에 갔다. 르데뷰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틈틈이 기사를 완성했다. 밤을 새워가며 기사 쓰는 건 고생 축에 끼지도 않았다. ‘주말에는 일하지 않는다’라는 인생 수칙을 세우고 사는 나지만, 때때로 그 주말은 내 것이 아니기도 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나’ 같은 회의가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나는 여전히 해보고 하는 후회가 안 해보고 하는 후회보다 훨-씬 낫다고 믿는다. 아주 보통의 사람인 나는 이십 대 후반이 되면 밥벌이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삼십 대가 되면 여전히 밥벌이를 하는 와중에 조금 더 안정적인 삶을 위해 결혼을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적어도 지금은 나처럼 아주 보통의 사람인 당신이 개미가 아닌 배짱이었으면 한다. 다소 진부하지만, 하루라도 어릴 때, 하고 싶은 걸 하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배짱이 두둑했으면. 그런 배짱으로 맞선다면 조금 바빠지고, 조금 가난해지고, 조금 피곤해지는 건 아무래도 괜찮지 않을까.

Editor

이연수

Editorial Design

심제희

73


Orange on the magazine

사양 산업. 잡지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폐간, 휴간은 기본이고, 제 살을 절반 가까이 도려내며 버티고 있다. ‘이러다 진짜 망하는 거 아닌가…’ 고민만 하고 있을 때 행동으로 옮긴 이들이 있었다. 독립 잡지라는 이름으로 전쟁터에 뛰어든 사람들. 제정신일까. 궁금해서 무작정 그들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주황색 신호등 앞에서 액셀을 밟은, 그들의 이야기. Editor

서용원

Editorial Design

심제희

Alone

74

무슨 일 하는 누구인가.

잡지가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적인 생각이고 좀 우스운 표현이긴 하지만 잡지

혼자를 위한 문예지 ≪Alone≫을 제작하는 최은

과거보다는 종이 잡지의 점유율이 떨어졌다고 생

는 두꺼워야 읽는 맛도 있고 쥐는 맛도 있습니다.

경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써서 독립출판물

각합니다. 사실은 많이. 이걸 위기라고 해야겠죠.

팔락팔락 넘기면서 봐야 하니까요. 모든 부분을

을 만들고 있습니다.

잡지의 독자는 누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정독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부분에서 멈출

매체 소개를 부탁한다.

결국은 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취향을 가진 사

수 있을 만큼만 두꺼워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혼자’에 주목합니다. ‘혼자’의 의미는 ‘개

람이라면 누구든 잡지의 독자가 될 수 있습니다.

10년 후 잡지는 어떤 모습일까.

인’을 의미하며, ‘개인’은 ‘나 자신’을 의미합니다.

저희 문예지를 예로 들면 ‘혼자’에 대해 생각하고

어떤 방법이든 시대를 반영하고 취향을 분석하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외부에서 ‘혼자’의 정체

거기에서 파생하는 취향을 지닌 사람이 되겠죠.

‘잡지’라는 매체는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

문학을 좋아한다면 더더욱 딱 맞고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니다. 3~4명이 한 팀으로 4가지 주제를 정해 작품

잡지가 담아야 할 이야기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한

을 만듭니다. 장르는 제한을 두지 않으며, 결과적

다고 생각하는지.

으로 한 명의 팀원이 4편 이상의 작품을 창작하게

정확한 정보와 시의성 있는 주제입니다. 저희는

됩니다. 창간호는 <Alone, not lonely> 라는 제목

문예지기 때문에 정보전달의 기능은 많이 떨어지

으로 발행되었고 현재 2호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만, 현대 흐름을 분석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왜 하필 잡지를 선택했나.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주제 역시 시의성에 맞는

잡지는 ‘집중성’과 ‘다양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주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잡지는 결국 시대를 담

고 생각합니다. 큰 주제를 벗어나지 않되, 그 안

고 있는 매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서는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형식이 무척 매력 있

잡지는 그래도 '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

었고, 저희가 담고 싶은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다면?

있다는 점에서 문예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잡지는 그래도 두꺼워야 합니다. 이건 저의 개인


favorite

무슨 일 하는 누구인가.

아직도 서점에는 사람이 많고, 주변에 책을 좋아

예전에 한 행위예술가가 도서관에서 종이책과 아

≪favorite≫ 편집장 김남우, 김정현입니다.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또 제 주변에는 e-book

이패드를 떨어뜨린 행위를 했다고 합니다. 책은

매체 소개를 부탁한다.

보다 종이로 만들어진 책을 보는 사람이 훨씬 많

멀쩡했고 아이패드는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종이

≪favorite≫은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좋아하는

으며, 잡지 또한 제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더 그

는 쉽게 없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종이에 담기는

일을 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분들의 이

럴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의 잡지

콘텐츠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잡지입니다. 올해

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잡지의 위기라고 말하

꽤 많은 사람이 독립서점을 찾아 읽고 싶은 책을

창간하여, ‘guest house in Jeju’와 ‘1人 work’

는 것은 수익 구조가 광고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라

소장합니다. 읽고 싶고, 소장 하고 싶은 나만의

를 담은 2권의 잡지를 발행했습니다. 두 명의 편

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너무도 많은 광

책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니 콘텐츠도 더

집장이 직접 기획 및 제작, 유통까지 진행하고 있

고성 비주얼과 자극적인 소재에 사람들은 지쳐있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는 소규모 독립 잡지입니다.

습니다. 그리고 한 권의 잡지를 만드는 데 너무 과

10년 후 잡지는 어떤 모습일까.

왜 하필 잡지를 선택했나.

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

잡지스럽지 않은 새롭고 다양한 모습이 생겨날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소비되는 디자인이 아닌 조

합니다.

것 같습니다. 이미 그런 잡지들이 생기고 있습니

금은 의미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잡지의 독자는 누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다. 잡지는 이름을 갖고 정기 또는 비정기로 간행

만든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조금은 긍정적인 영향

제가 만드는 잡지는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

하는 출판물이기에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중요합

과 공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잡지를

하고 고민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령과

니다. 이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

창간하게 되었습니다.

남녀의 구분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의미 있

라서 10년 후에도 있을 잡지와 없을 잡지가 나눠

잡지가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는 삶’을 살고 싶은 분들이 ≪favorite≫을 읽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 하지 않는데, 많은 이들이 잡지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10년 후 자신의 모습은?

뿐만 아니라 종이 책이 위기라고 합니다.

종이 매체 전체가 위기라는 인식이 있다. 종이의

10년 후에도 ≪favorite≫의 편집장 명함이 계속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미래는 어떨까.

지갑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75


FILO 무슨 일 하는 누구인가.

잡지가 담아야 할 이야기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한

공동 편집장 이경민, 이후경이라고 한다.

다고 생각하는지.

매체 소개를 부탁한다.

≪filo≫는 영화에 대한 필진의 진심을 담으려고

≪filo≫는 동시대 영화 비평 전문 격월간지다. 올

한다.

해 3월에 창간호를 냈고, 현재 3호를 준비 중이다.

잡지는 그래도 '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

영화평론가 5인(남다은, 이후경, 정성일, 정한석,

다면?

허문영)이 고정 필진으로 참여해 각자 영화를 고르

지면 영화 비평의 지속을 절실히 바란다.

고, 그에 관한 심도 있는 비평을 제출한다. 해외 감 독이나 영화평론가를 초청하고, 신인 평론가를 소 개하기도 한다. 왜 하필 잡지를 선택했나. 지면 영화 비평의 지속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잡지가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위기’라는 말 자체가 수사학적으로 남용되기 쉬 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매거진’이라는 단어가 다 양한 매체에서 사용되면서 오히려 ‘잡지’의 영역 은 넓어지고 있다.

GUT 무슨 일 하는 누구인가.

잡지가 담아야 할 이야기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한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4월부터 ≪gut≫ 창간호

다고 생각하는지.

를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이 관심 있는 주제를 다양하게 담아낼 수 있

매체 소개를 부탁한다.

기 때문에 어떤 주제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고 생

잡지 이름은 <우리가 애정하는 ‘것’들>이라는 문

각합니다.

장에서 착안했습니다. 매회 선정한 주제에 맞게

잡지는 그래도 '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

사진을 담아냅니다.

다면?

왜 하필 잡지를 선택했나.

잡지는 그래도 ‘종이’여야 한다.

정기적으로 잡지를 만들면서 우리만의 지속가능

종이 매체 전체가 위기라는 인식이 있다. 종이의

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미래는 어떨까.

잡지가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종이 특유의 아날

기성 잡지가 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독립 잡지

로그적인 감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의 목적은 상대적으로 이익이 아니기 때문에 자

앞으로는 종이 매체와 디지털 매체가 공존할 것

유롭고 제약이 적어, 독립 잡지를 제작하는 사람

같습니다.

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10년 후 자신의 모습은?

잡지의 독자는 누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잡지를 계속 발전시키면서 발행하고 있었으면 좋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이 대상이 될 수

겠습니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76


facade

무슨 일 하는 누구인가.

잡지가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종이 매체 전체가 위기라는 인식이 있다. 종이의

독립출판 레이블 아무나하나(amunahana)의 오

그렇다. ≪VOGUE≫ 이탈리아는 자매지 4개를

미래는 어떨까.

지수, 이지현이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폐간했다고 들었다.

위기는 맞다. 그러나 종이 매체가 사라질 일은 없

할 수 없는 일을 지향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고 본다. 실물로 존재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나가려 한다.

잡지는(특히 패션지의 경우) 정보성 글이 많다.

미가 있다. 손에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 한 장 한

매체 소개를 부탁한다.

그러나 요즘은 터치 몇 번이면 최신 트렌드를 알

장 넘길 때의 기분, 책장을 채워나가는 나만의 컬

‘facade’는 건축용어로 ‘정면’을 뜻하지만, 비유

수 있고, 유행하는 물건을 최저가로 살 수 있지

렉션 같은 것들. 책 속에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

적으로는 ‘허울’의 뜻을 갖는다. 정면은 어쩌면

않나. 이런 세상에서 잡지를 ‘읽으려고’ 구매하는

야기의 흡수를 돕고, 이야기 이상의 감동을 만들

허울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정면에 가려진 이면

사람이 몇이나 될까. 칼럼을 읽기 위해 잡지를 구

어내는 디자인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책은 하나

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facade≫는 이러한 이

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에는 글을 쓰고 자기

의 완성된 예술작품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 위기

면을 다룬다. 편의상 잡지지만, 5부작 시리즈물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는 플랫폼이 너무나 잘 갖

를 모면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가며 변화할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1호 주제는 ‘공포’

추어져 있다.

뿐이다.

이며 3월에 발간됐다. 2호는 9월 발간 예정이다.

잡지는 그래도 '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

10년 후 잡지는 어떤 모습일까.

왜 하필 잡지를 선택했나.

다면?

‘디지털 콘텐츠 제작 툴을 배우는 것이 곧 경쟁력

어떤 주제를 풀어가기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해당 매체만의 독특한 시선이 존재해야 한다. 새

이 된다’ 잡지계에 종사하는 지인에게 이런 이야

생각했다. ≪facade≫가 말하고자 하는 게 진지

로 생겨나는 독립잡지만 보아도 그렇다. 점점 더

기를 들었다. 오랜 역사와 명성을 가진 몇몇 잡지

하고 무겁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지루함을 느끼

세분화되고, 아주 정교한 시선을 갖는다. 말하고

만 살아남고 디지털 콘텐츠가 확장될 것 같다.

지 않으려면 최대한 다양한 방식으로 주제를 다

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뤄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보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시작한다면 고유한 시선을

니 잡지의 형태를 취하게 됐다.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77


IDOLE

무슨 일 하는 누구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잡지는 그래도 '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

편집장 정종혁이다. 디자인을 담당한다.

얼마 전 문화역 서울 284에서 열린 ‘퍼블리셔스

다면?

매체 소개를 부탁한다.

테이블’에 다녀온 적이 있다. 240개의 독립 출판

창작자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수단이길 바란다.

≪IDOLE≫는 아이돌 문화를 주제로 한 독립 출

팀이 참여한 마켓인데, 사람이 많아 발 디딜 틈이

잡지 소비자 대부분은 잡지에 담긴 글을 꼼꼼히

판 잡지로, 아이돌 그룹의 기획부터 팬덤에 이르

없더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

새겨가며 읽지 않지만, 이것이 창작자에게 기분

기까지 아이돌이란 키워드를 공유하고 있는 총체

다’는 말이 꼭 맞다. 더 많은 사람이 잡지의 맛을

나쁜 일이 되거나, 소비자에게 불만족스러운 경

적인 문화에 대해 다룬 잡지다. 올해 3월에 창간

알게 된다면 지금의 잠재력은 가능성이 될 수도

험이 되진 않는다. 잡지는 창작자가 자신의 표현

호를 발간했고 현재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2호를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낙관을 더해본다.

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작 중이다. 6월엔 웹진을 오픈할 예정이다.

잡지의 독자는 누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창작자가 느끼는 만족감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

잡지가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지금처럼 20~30대 여성층 중심으로 유지되겠지

각한다. 그리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소비자는 이

상업 잡지의 하락세가 독립 잡지의 위기로 이어

만, 잡지가 다루는 소재가 다양해진다면 남성도 충

같은 프로세스를 상당히 애정한다.

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상업 잡지와 독립 잡

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축구

10년 후 자신의 모습은?

지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 생각하는데, 사람들

나 게임을 소재로 한 독립 출판물이라면 말이다.

글이나 디자인처럼 독립 출판에서 파생되는 다채

은 ‘잡지’ 산업이 망했다고 말한다.

로운 일을 했으면 좋겠다. 10년 후 아이돌 잡지 의 편집장 일을 계속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 약 그렇다면 상당히 매력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 는 자부심은 클 것이다.

78


BREAK 무슨 일 하는 누구인가.

그 잡지만의 특색 있고 분명한 정체성도 필요하

편집장 박소은, 부편집장 황진아입니다.

고요.

매체 소개를 부탁한다.

잡지는 그래도 '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

≪break≫는 “브레이크 패션 & 라이프스타일 매

다면?

거진”으로, 패션과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향

‘소장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

유하는 20대 대학생을 독자로 합니다. 편집장부

로 모바일 콘텐츠는 소유한다는 느낌이 안 들거

터 팀원까지 모두 대학생으로 이루어져 있고, 현

든요. 카페에서 한 번 보고 지나칠 잡지가 아닌,

재 20호 ‘Anecdote’ 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책장에 꽂아 두기만 해도 기분 좋은 잡지가 돼야

잡지가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한다고 생각해요.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퍼

종이 매체 전체가 위기라는 인식이 있다. 종이의

블리셔스 테이블’에 다녀왔거든요. 참가한 셀러

미래는 어떨까.

도, 방문한 사람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잡지의

종이가 주는 매력이 있어요. 따듯함을 전달하고,

위기에 수긍하는 편이었는데, 다양한 독립 출판

생각할 여유와 감탄할 시간을 주는. 그렇기에 종

물이 제작되고 소비되는 현장에 가보니 생각이

이는 존재할 겁니다. 그렇게 스스로 믿고 싶은 걸

조금 바뀌었어요.

지도 모르지만.

잡지가 담아야 할 이야기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한

10년 후 자신의 모습은?

다고 생각하는지.

결혼했을 수도 있고, 아이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사실 잡지는 새롭고 빠른 이야기를 전하기 어렵

이렇게 종이 매체에 대한 인터뷰 열심히 해놓고,

잖아요. 그렇다면 고유한 이야기를 어떤 방식과

제 자식은 e-book으로 공부시키고 있을지도 모

시선으로 담아낼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르고요. (웃음)

MIRROR 무슨 일 하는 누구인가.

잡지가 위기라고 생각하는지.

편집장 이지은입니다. 24년째 배우는 일을 하고

위기이기도, 기회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있고, 읽거나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매체 소개를 부탁한다.

지면 잡지를 사서 읽는 사람은 많이 줄었습니다.

≪mirror≫는 대학생 라이프스타일 잡지입니다.

하지만 최근 소비 트렌드는 독립 잡지에 어울리게

매일 몇 번이고 마주치는 거울처럼 우리의 모습을

변화하고 있습니다. 소확행이며, 가심비며 개인의

비추고, 독자에게 친근한 존재가 되고 싶은 의미

취향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입니다. 곧 독자의

를 담았습니다.

마음에만 든다면 성공이라는 뜻이 아닐까요?

왜 하필 잡지를 선택했나.

잡지의 독자는 누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지.

잡지의 가장 큰 매력은 함께 만든다는 것입니다.

읽고자 하는 그 누구도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처럼 1인 콘텐츠가 극도로 발달한 시대에, 잡

잡지는 그래도 '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

지처럼 타인과 부딪혀가며 만드는 게 또 있을까

다면?

싶습니다. 저희는 협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입니

유익해야 합니다. 잡지는 다양한 구성요소를 가진

다. 각자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글을 못 쓰고 사

만큼, 어떤 방향으로든 독자에게 유익함을 남길

진을 못 찍으니까 옆 사람의 재능에 기댑니다. 서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질의 정보만을

로 기대면서 만든 게 세상에 나오면 뿌듯하고 벅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글이 좋거나, 아트워크가

차오르는 게 있습니다. 인류애 비슷한, 감사와 사

아름답거나, 혹은 불편하거나, 생각을 남기거나,

랑 같은 거요.

신선함을 주거나.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겠지요.

79


르데뷰가 40호를 맞았다.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든 셈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자 했 던 지난날과 탄탄한 입지를 다져야 할 앞날이 마흔 번째 발행과 나란히 놓여있다.

Editor

이연수

Model

이선희 남혜원 송혜경

이렇게 ‘어중간한’ 위치에 서서 고민하는 누군가를 위해 ‘어중간한’ 나이의 어른 셋이 모였다. OO이

Stylist

김보미

엄마 그리고 누군가의 아내로 살아온 시간이 그들을 갉아먹지는 않았느냐고? 아니, 내가 만난 그들은

Hair & Makeup

주서영

Photographer

김윤우

여전히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있는 제2의 청춘 같았다. 메이크업을 받고 옷을 갈아입고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이루어지는 내내, 어색해하면서도 즐거워하던 그들은 자신의 꿈을 말하면서 눈을 반짝였다.

80

Studio Editorial Design

하루 이자희


오늘 화보 촬영 소감은? 사실 걱정뿐이었어요. 외모가 되나, 몸매가 되나… 그런데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까 싶었죠. ‘내가 몰랐 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었고. 일종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생각이 들 어요.

내 인생에서 ‘중년’이란? '나도 이제 중년이구나'를 실감하지 못하고 살아왔어 요. 젊은 학생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면서 젊은 기운 을 받는 탓인지,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 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나이가 든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욕심을 내는 중이에요. 비슷한 나잇대의 다른 선생님들은 이제 슬금슬금 학생들을 놓기 시작하는 데, 저는 앞으로도 수업을 계속 하고 싶어요. 백세시 대인데, 아직 반도 안 살았잖아요?

‘이선희’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매번 읽기만 하던 책을 제 이름으로 써보고 싶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예전부터 이탈리아에 가서 집을 사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언젠가 일을 그만두게 되겠죠. 그때가 되면 이탈리아에 가서 허름 한 집이라도 구해 살고 싶어요. 대단히 큰 집 말고 소 박하게. 지렁이가 무서워서 전원생활은 꿈도 못 꾸지 만요. (웃음) 이선희 ( 51 / 독서논술교사 )

스트레이트 라인의 화이트 원피스는 Massimo Dutti 볼드한 골드 이어링은 ZARA

81


오늘 화보 촬영 소감은? 촬영하겠다고 하고 나서부터 오늘까지 생소한 도전에 대한 약간의 기분 좋은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촬영 전 에는 설레면서도 긴장이 됐다면, 하는 중에는 기분이 좋으면서 흥분이 되더라고요. 사실 헤어스타일이 걱 정돼서 얼마 전에는 파마도 했어요. 결과물에는 제 모 습이 그대로 나올 테니 잘 나오고 못 나오고를 떠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야죠. (웃음)

내 인생에서 ‘중년’이란? 젊어서부터 직장 생활을 10년 넘게 했어요. 결혼하고 도 8, 9년 일을 했는데, 일과 육아의 병행은 너무 힘들 더라고요. 엄마라는 책임은 피할 수 있는 것도 미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 부로 지내다가, 애들이 대학에 가면서부터 '나도 내 인 생 살아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종의 보상심리 같기도 해요. (웃음) 너무 오래 쉬어서 ‘내가 뭔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요즘은 관심 분 야였던 상담을 공부하고 있어요. 중년은 이렇게 자신 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게 아닐까요?

‘남혜원’으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여러 나라에서 한 달씩 살아보기요. (미우나 고우나 남편이랑)

남혜원 ( 55 / 주부 )

슬림한 핏의 화이트 자켓은 Massimo Dutti

82


오늘 화보 촬영 소감은? 드레스 입을 거라곤 상상을 못 했어요. 그런데 하얀 드레스를 보는 순간… 2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 결 혼할 때 생각이 났어요. 아무 준비도 없이 왔는데 드 레스를 입혀주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웃음) 촬영하 는 동안에는 내 나이가 51인 걸 잠깐 잊었던 것 같아 요. 앞으로는 이런 경험 다시 못 하겠죠?

내 인생에서 ‘중년’이란? 인생을 '산'에 비유한다면 지금은 정상에 올랐다가 내 려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25년 동안 유치원 원장으 로 살면서 산을 올랐다면, 내려갈 때는 다른 길로 가보 고 싶어요. 산에서 내려갈 때는 올라올 때와 다르게 하 늘도 보고 꽃도 보면서, 힘들면 그루터기에 앉아 쉬기 도 하면서. 그러려면 이제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매고 하산 준비를 해야겠죠? 대학 졸업하자마자 일을 시작 했지만, 지금도 온전히 쉬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일을 그만둬버리면 나이가 60이 됐을 때 너무 허전하지 않 을까요?

‘송혜경’으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이건 정말 어려서부터 꿈이에요. 피아노. 안 그래도 요즘 일을 쉬면서 레슨을 받고 있어요. 나중에 제가 부르고 싶 은 노래를 피아노 치면서 부르고, 누군가의 앞에서 한 곡 정도 멋지게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싶어요. 송혜경 ( 51 / 주부 )

레이어드 스타일의 화이트 롱 원피스는 Massimo Dutti 실버 링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 개인 소장

83


84


85


86

DONTSAVEONSEHTOLCEHT!


87


그런데 ‘이런 걸 좀 줄여보자’는 생각을 했고, ‘그럼 옷을 사지 말고 만들어 입 자’란 생각이 들어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무언가를 하고 싶으니 팔아보 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브랜드 런칭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제대로 딱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예요. 의상 디자인 과정에도 참여를 하시나요. 네. 조금 조금씩 참여하고, 그게 또 재밌는 게, 디자인 하시는 형이 있어요. 그 형이 어느 날 회의를 하면서 ‘이렇게 나왔다’며 만든 일러스트 파일을 보여줬 어요. 그리고 제가 ‘아 이거 알려달라고, 내가 한번 바꿔본다고’ 해서 디자인 두 개가 탄생했거든요. 그 자리에서 그냥 했는데 재밌더라고요 쉽고. 음악 하 는 것과 비슷하더라고요. 음악을 만드는 프로그램들 있잖아요. 그것과 단축 키 같은 거나 방식이 얼추 비슷해서, 앞으로도 계속 해보려고 연습하고 있어 요. 형도 저에게 한번 해보라며 이것저것 알려주고요. 이번에 나온 티셔츠 디자인이 3종류인데, 기리보이님의 생각이 담긴 티셔츠 가 무엇인가요. DONTSAVEONSEHTOLCEHT!가 적힌 slogan 티셔츠와, mathematics,% 등이 적힌 I4P stitch 티셔츠요. DONTSAVEONSEHTOLCEHT!는 무슨 뜻인가요. 음, 저는 평소에 음악을 할 때나 무엇을 하든지, 진짜 아무생각 없이 ‘그냥 하 ‘3곡’ 발매 이후, 어떻게 지냈나요. 다른 앨범을 계속 만들고 있었어요. 만들어 둔 곡들이 많아서 빨리 발매하고 싶어요. 작업을 앉아서 막 하는 편인데, 그렇게 해둔 것들을 정리하는 시간 을 가졌어요. 피처링도 새로운 사람들과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서 여기저기서 받고 있어요.

고 싶다!’하고 해요. 그런데 그 형이 브랜드를 만들려면 어떤 상징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평소에 그렇게 살지 않았는데, 만들 어야 한다니 이것저것 생각해보다가, ‘그냥 내가 하는 행동을 써보자’란 생각 을 했어요. 그리고 그게 ‘옷을 아껴 입지 말자’는 것이에요. 저는 옛날부터 신 발이 비싸더라도 너무 조심스러워 하기보다는 그냥 신고, 옷 같은 것도 그냥 입고해서, 그런 저의 행동을 넣었어요.

패션 브랜드 ‘I4P’를 런칭했는데, ‘I4P'란 이름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I4P'는 148로, 제 꿈에 나온 숫자예요. 잠을 잘 때 꾸는 그 꿈이요. 예전에 꿈 을 평소에 잘 안 꿨다가 갑자기 꿨어요. 원피스 만화책 148권이 물에 떨어지 고 있는데, 제가 잡으려다가 못 잡고 깼어요. 뭔가 꿈에 번호가 나오면 심상

DONTSAVEONSEHTOLCEHT!를 어떻게 읽어야할까요? DON‘T SAVE ON까지는 그대로고, THE CLOTHES를 거꾸로 뒤집어 둔 거예요.

치 않잖아요. (웃음) 그래서 매니저에게도 꼭 기억해두라고 했어요. 그리고 어 느 날 DJ SQ 형과 같이 간 어느 세미나에서 악기를 추첨했는데, 당첨 번호가 148번이었어요. 저는 아니고 다른 사람이 되기는 했는데, 당첨 번호가 그래

스펠링을 섞어두신 이유가 있나요? 그냥요. 그냥 멋있어 보이려고. (웃음)

서 소름이 돋아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 숫자로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 요. 제 기리보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이름 지은 것들

DONTSAVEONSEHTOLCEHT!는 18 S/S의 슬로건인가요, 앞으로 I4P가

이 많은데, 의미 있는 것이 생겨서 이걸 써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여기

쭉 가지고 나갈 슬로건인가요.

브랜드에 쓰게 되었어요. 148인데, 이걸 멋있게 이것저것 바꾸어보다가, i가

계속 가지고 갈 거예요. 너무 맘에 들어가지고. 그리고 이런 식으로 슬로건을

일 (1, ill), p가 팔 (8, pal)의 p를 해서, 이렇게 해도 148로 보여서 신기해서

뭔가 계속 만들려고요. 약간 가사 쓰듯이 만들려고 생각 중이에요. 시즌 별로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풀어쓰면, i4444pppppppp로,i가 1개,4가 4개,p가

옷이 나올 때마다 함께 갈 새로운 슬로건이 있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8개예요. 그럼 mathematics와 % 등이 적힌 I4P Stitch 티셔츠에 대해서도 설명해

88

패션 브랜드를 런칭한 계기가 있나요.

주세요.

원래부터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문구, 학용품을 만들까란 생각도 있었고.

티셔츠에 어떤 단어를 쓰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148이 숫자니까, 숫자와

그 당시 제가 검소하게 지내고 있었어요. 원래 쇼핑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연관된 단어들을 쓰고, 그걸 그냥 멋있어 보이게 만들었어요. (웃음)


이번 18 S/S의 컨셉은 무엇인가요? 컨셉이라기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어요. 그 당시에 제가 입고 싶은 거. 저랑 함께 디자인 하시는 형이 커스텀 하시는 형 이에요. 가방이랑 바지를 합쳐서 만들고, 이런 형인데. 이런 점을 잘 살려서 하나 밖에 없는 옷들도 앞으로 많이 만들고 싶고 그래요. 평소 선호하시는 패션 스타일은 어떤가요. 일단 멋있어 보이는 걸 많이 입긴 하는데. 요즘 자주 입는 건 제 브랜드(I4P) 옷이나 ACRONYM에서 많이 입어요. 그리고 등산복 같은 것도 멋있더라고 요. ‘이건 진짜 내가 늙어서도 계속 입겠다.’ 싶은 옷을 입는 편이에요. 옷을 크게 입는 편인데, 그게 더 멋있어 보이고 편하고 그래요. 살이 쪄도 입을 수 있고 해서. (웃음) 모자나 안경, 선글라스 등 패션 액세서리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좋아하 는 패션 아이템이 있나요? 옷장에 제일 많은 것이 바지랑 안경이에요. 안경이랑 선글라스 그런 거요. 어렸을 때부터 눈이 나빠서 안경을 계속 썼어요. 안경이 두 세 개 밖에 없으니 까, 음악을 하고 방송을 할 때, 화면상에 이미지가 똑같이 나오더라고요. 그래 서 고 3때부터인가, 안경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이게 사고 사다보니 많아지더 라고요. 지금까지도 안경이랑 선글라스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89


90

Editor

김보미

Photographer

한동호

Photo Assistant

양한흠

Hair & Makeup

장서이

Film

민상명

Film Assistant

오세아

Assistant

김현정

Editorial Design

이다인


바지도 좋아 하시는군요. 네! 저 바지가 진짜 많아요. 티셔츠보다 바지가 더 많아요. 좋아하는 브랜드에 서 쇼핑을 하거나 신상품이 나오면, 제일 먼저 보는 게 바지에요. 바지를 너무 좋아해서, 해외 나갈 때나 쇼핑할 때, 안경, 선글라스, 바지는 착용하지 않더 라도 예쁜 것을 사요. (웃음) 타투도 하나의 패션이라고 생각해요. 신중하게 각자에게 의미 있는 것을 새기며, ‘나’를 잘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좋아하거나 소개해 주고 싶은 타투가 있나요? 일단 목에 148로 타투가 있고요. 음. 이 타투를 가장 최근에 했는데, 만화 캐 릭터예요. 근데 얘가 안 죽어요, 진짜 안 죽어요. 악당 보스인데 죽을랑 말랑 하다 안 죽고 해서, 이걸 클리어했다는 의미에서 캐릭터 위에 엑스(X) 표시를 했어요. 근데 이걸 얼마 전에 하고 알았는데, 이 만화가 완결이 됐다고 하더라 고요. 아직 완결을 못 보긴 했지만, 결말에 상관없이, 브랜드를 런칭해서 무언 가 하나를 클리어했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의상 작업을 하실 때나 음악 작업을 하실 때, 즉흥적으로 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평소 메모해둔 것을 꺼내 쓰시나요. 100% 즉흥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평소에도 인터뷰에서 ‘이 음악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란 질문을 받으면, ‘그냥 만들었어요.’라고 답해요. 그냥 생 각나는 대로 만들어요. 멋있어 보일 수 있게, 그냥 하는 것 같아요. 집중이 잘 되고, 작업이 잘 되는 나만의 시간이 있나요? 조금 웃긴데, 작업실에서 작업이 잘 안되고 집에 돌아올 때 잘 되요. (웃음) 집 에 돌아오면 다시 작업실에 가고 싶고 그런 게 있어요. 그럴 땐 그냥 핸드폰으 로 해 두거나 그래요.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으세요? 자유롭게요. 그냥 하고 싶은 거는 다 해보고 싶고. 예전에는 예술적인 사람으로 남고 싶다 는 생각이 있었는데, 사실 요즘엔 그런 것도 별로 없어요. 그냥 제 음악을 들 어주는 팬들 있잖아요. 뭐 좀 오글거리겠지만. 절 좋아해주시는 사람들이 계 속 절 좋아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게 다인 것 같아요. 제가 만들고 싶은 것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DJ, 패션 브랜드 런칭까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을 하며, 서로 주고받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나요? 아까도 잠깐 말했던 것처럼, 일러스트 작업 툴과 음악 작업 툴을 만지는 게 정 말 비슷하더라고요. 음악 만드는 프로그램을 먼저 다루어봐서 일러스트를 배 울 때 조금 더 빨리 배웠어요. 그리고 I4P lookbook 영상에 필요한 노래도 제가 직접 만들었고요, 알게 모르게 영향 주는 것이 많을 것 같기는 해요. 기리보이님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나요. 아 일단 제일 중요한 건 재밌어 보여야 해요. 제가 음악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도 ‘이거 재밌어 보인다. 나도 해볼까’하고 도전한 거고. DJ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어요. 재밌어 보이는 것. 딱 그것 같아요.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을 계속 만들고 이렇게 지금까지 오래할 수 있었던 게, 그렇게 절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 사람들을 위해서, 그 사람들이 너무 고맙고 해서, 그 사람들이 ‘이제 너 안 좋아해’ 이런 말을 안 하게 하고 싶어요. 그 사람들이 계 속 제 음악을 듣고, 제가 하는 모든 걸 다 이해하고 흡수하며, 그들의 취향이 완전히 저로 변할 수 있게 열심히 할 거예요. 이번 르데뷰 40호 주제가 'caution'이예요. 기리보이님께서는 'caution' 단어 를 생각하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어떤 것을 하면서, ‘위험’과 ‘조심’에 지나치게는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해요. 생각이 오히려 너무 많으면 아무 것도 못 하는 것 같고, 이게 될지 안 될지를 걱정하기 전에 재미있다면 움직이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나 자신을 믿고, 위 험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용기 있는 도전을 했으면 좋겠어요. caution의 위험 과 조심이란 의미를 생각할 때, 드는 생각이에요. 91


뒤돌아보지 마 01

날이 더워지니 슬슬 책장 구석에 꽂혀있던 공포 소설을 꺼내들고 싶어진다. 책에 집중하다 문득 목덜미에 서늘함이 느껴지더라도 뒤를 돌아봐선 안 된다. 더위를 한순간에 잊게 할 무시무시한 상상력과의 조우. 01_ 스티븐 킹 <옥수수 밭의 아이들> 공포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의 단편집. 사랑을 기다리는 쇠망치 살인마, 인간과 전쟁을 하는 미니어처 장난감, 목숨을 담보로 금연을 돕는 회사, 들쥐 떼와 압착기와 트럭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람들. 스티븐 킹의 기가 막힌 상상력과 잔혹하고 실감나는 묘사는 짧은 호흡의 단편에서 더 빛을 발한다. 가령 주인공이 맨몸으로 고층 외벽을 넘을 때는 그 긴장감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며, 등장 인물의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뜯기면 활자를 넘어서 그 고통이 전해져올 만큼 생생하다.

02

- 지미의 아내가 손을 내밀자 모리슨은 악수를 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연극의 2막을 보다가 갑자기 이유가 생각났다. 그녀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잘려 나가고 없었던 것이다.

02_ 편혜영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안녕 시체들’. 이토록 책의 전체를 정확히 관통하는 문장이 또 있을까. 책 첫머리에 적힌 이 강렬한 다섯 글자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뇌리에 맴돌 것이다. 이야기는 온통 참혹한 시체로 가득 하다. 편혜영의 첫 단편집 <아오이가든>은 ‘하드고어 원더랜드’라는 별명에 걸맞게 축축하고, 비릿하고, 살덩어리 썩는 내가 진동한다. 두 번째 단편집 <사육장 쪽으로>는 인간의 고독, 소외감, 고립감으로부터 오는 공포와 불안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하나같이 무언가 잘못된 <아오이가든>의 세계에서 벗어나, 세상 어딘가에서 정말로 일어나고 있을 법한 사건들로 채워졌지만 여전히 불편하다. 같은 단편집이지만 짐짓 두 책의 색깔이 전혀 달라 보인다. 그렇지만 모두 사회의 밑바닥에 방치된, 절망밖에 남지않은 소외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같다. 소설보다 더 질척한 현실을 투영해 바라본다면 편혜영의 그로테스크한 세계가 마냥 이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 셋째는 쥐의 배를 가르는 일을 계속했다. 셋째가 던져준 과자 부스러기를 받아먹고 자란 쥐는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셋째는 녹이 슨 칼로 쥐의 배를 갈랐다. 가른 배에서는 붉은 피와 내장에 휩쓸려 새끼 쥐 몇 마리가 튀어나왔다. 03

03_ 조이스 캐럴 오츠 <좀비> 성도착증을 가진 싸이코패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범죄 스릴러다. 소년들을 납치, 직접 뇌엽 절제술을 진행해 그에게 복종하고 성노리개가 될 좀비로 만드는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좀비>는 제프리 다머라는 동성애자 싸이코패스의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싸이코패스의 심리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는 데에서 오는 오싹함을 느껴보자. - 나는 ‘큰 남자’를 부엌 싱크대에 던져넣고 칼로 찌르고 잘라서 쓰레기 분쇄기 속으로 밀어넣고 분쇄기를 작동시켰다. 큰 소리를 내며 기계가 돌아갔다. 포름알데히드를 부었다.

04_ 교고쿠 나츠히코 <있어 없어?>

04

할머니 댁에서 살게 된 어린 아이가 자꾸만 이상한 것을 본다. “할머니, 천장에 누가 있어.” 할머니는 위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한다. “봤니? 그럼 있나 보구나.” 할머니는 안 보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하지만 자꾸 보게 된다. 보면, 보게 되면...........<있어 없어?>는 <우부메의 여름>의 저자 교고쿠 나츠히코의 괴담으로, 놀랍게도 소설이 아닌 그림책이다. 얇은 볼륨, 귀여운 화풍의 그림책이지만 얕보지마라.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도 마라. - 아래가 밝다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자꾸만 위가 신경 쓰여서 걸핏하면 올려다봤다. “할머니는 저 위에 올라가 본 적 있어?” “아니. 어떻게 올라가겠어. 저렇게 높으니 말이다.”

92

Editor

신현지

Editorial Design

이다인


1 2

5

3 4

6

7 9 8

1. 리코스(RICOS) 라운드 나초칩. 2. 리코스(RICOS) 나초 치즈 소스. 3. 클린켄틴(KLEANKANTEEN) 클래식 리플렉트 싱글 월 800ml K27SSLRF-MS Mirrored Stainless 3만원대. 4. <Outdoor> 잡지 5월호 에디터 소장품. 5. 노르딕 아일랜드(NORDIC ISLAND) 롤매트 다이 어그램 8만원대. 6. 와일드 브릭스(WLDE BRICKS) 롤-탑 백팩 카키 10만원대. 7. 후지(FUJI) 일회용 카메라 심플에이스 에디터 소장품. 8. 커 버낫(COVERNAT) C 로고 스트링 파우치 블랙 1만원대. 9. 시디즈콤마(SHETHISCOMMA) STCA 사이드 라인 티 3만원대.

93


1

2

4

5

3

7

6

1. 프라이탁(FREITAG) F511 SKIPPER 백팩 25L 30만원대. 2. 카부(KAVU)스낵색 마리타임 7만원대. 3. 시디스콤마(SHETHISCOMMA) 할 렘 레인 코트 화이트 9만원대. 4. 와일드 브릭스(WLDE BRICKS) SQ 반다나 블랙 2만원대. 5. 러쉬(LUSH) 대드스 가든 레몬 트리 바디 스프레 이 200ml 4만원대. 6. 어반이어즈(URBANEARS) Plattan 2 다크 그레이 6만원대(USD 59). 7. 챔피온(CHAMPION) 3-pairs 풀-레그 삭스 스크립트 화이트 2만원대.

Editor

94

차은향

Photographer

김윤우

Editorial Design

이자희


95


96


97


98


97 99


98

100


101


99 102


Still going on DAZED KOREA 편집장 이현범

아직 한여름도 아닌 6월 초이건만, 이현범 데이즈드 코리아 편집장을 만난 그 날은 유난히도 더웠다. 이태원 우사단로 한 가운데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짐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그 곳에서는 신나는 재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위 요즘 잘 나가는(?) 데이즈드 코리아의 편집장 정도면 차를 끌고 어느

정도의 허세와 함께 등장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의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약속 시간이 되자 카페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와 함께 하는 그날의 인터뷰가 왠지 더욱 기대되었다.

Editor

김서경

Photographer

유래혁

Assistant 김현정 신현지 이상민 Editorial Designer Location

류은빈 음레코드

103


104


인터뷰 몇 주 전, 데이즈드에서는 10주년을 맞아 엄선한 영화 여러

나와 다른 것도 억지로라도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는 그.

편을 상영하는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 모든 브랜드의 패션 필름을 도맡아 제작하는 등

좀 안 어울리는 걸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제 패션은 누가 봐도 보수적인

데이즈드는 끊임없이 타 잡지에서 해보지 않은 시도들을 해오고 있다.

것과는 거리가 멀죠. 하지만 그런 제가 보수적인 브랜드들과 작업을 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오히려 그런 관계자 분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려 하는 과정에서

제가 데이즈드에 왔을 때, 시사회를 가려 그랬더니 ‘우리는

어떤 위치에 올랐을 때 던지는 질문이 다르듯, 지금 상황에서는

시사회를 못 간다’ 이러는 거예요. 초대를 못 받으니까요. ‘아니 8년 동안 뭐

더 큰 기회가 오기도 하고요. 우리에게는 그런 시간이 필요해요. 딱히

했지?’ 싶었어요.

한국이라서 그러는 건 아니고, 일본, 미국, 파리 다 마찬가지에요. 오히려 겉으로 쿨한 척 ‘그래 네 마음대로 해봐’하는 사람들이 뒤에서 더 칼같이

이현범 편집장이 처음 데이즈드에 왔을 때는 그와 기자 한 명, 그렇게 둘이

잘라왔거든요.

전부였다. 당시 그는 빅뱅의 TOP과 함께한 작업에 ‘Because I’m different’ 라는 문구를 함께 실었는데, 마치 스스로에게 외는 주문 같았다고. 그렇게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그에게도

그는 스스로 용기를 얻었다.

마찬가지였다.

전 많은 걸 얻었고, 그것들에 감사하며 살아요. 하지만 저는 정말

인스타로 그의 일상과 함께 스타일 또한 엿보아왔는데, 인터뷰 당일 그의

많은 걸 잃기도 했어요. 여기서 울라고 하면 대성통곡할 수도 있을 만큼.

패션은 그간 우리가 지켜봐왔던 ‘이현범’ 그 자체였다.

그런데 잃었기 때문에 얻는 거예요. 얻었기 때문에 잃는 거고. 제가 모든 것을

제가 원하는 대로만 하려고 욕심 부렸으면 이런 인터뷰 자리도 없었을 거라

미안한 말이지만 저는 서브컬쳐(subculture)를 되게 싫어해요.

이유는 단지 그게 뭔지를 몰라서. 저는 어떤 사람이 어디서 뭘 하냐, 누가 뭘

생각해요.

하냐를 생각하지, 원래 뭘 나누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예를 들면, 천 원짜리 셔츠랑 육십 만원 짜리 민소매를 같이 입을 수 있는 거고,나이키를 신으면서

이제 잡지의 시대는 갔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런데도 데이즈드 코리아는

루이비통을 들 수 있는 거죠. 본인의 가치관과 개념일 뿐이지, 딱히 상관

우리 잡지 시장에서 꿋꿋이 살아남고 있다. 오히려 그것만의 독특한 향취를

없는 거 아닌가요? 제가 딱 그래요. 저는 비싼 걸 좋아하고 패션을 사랑해요.

유지하며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잡지’ 데이즈드, 그만의

그런데 동시에 스트릿적이죠.

이야기가 분명 있을 거였다.

매거진을 넘길 때는 드라마가 있어야 해요. 저는 ‘넘기는 때’를

살다 보면 우리는 우리의 가치관과는 다른 취향, 규칙 등과 자주 마주한다.

굉장히 신경 쓰느라 배열을 중요시 해요. 그래서 그런지 한국 잡지들은

보통 그런 경우 우리는 ‘싫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어’ 라는

배열이 비슷하지만 우리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첫번째 화보가

심리로 나의 ‘다른 면’에 대한 요구에 거부 반응을 보인다. 오래 전, 그도 같은

언제는 맨 앞에 있다가 언제는 한참 뒤에 있다가 해요. 언제는 첫 번째 화보가

상황을 마주했었다.

앞에서 30페이지 뒤에서야 나오는 경우도 있었어요.(웃음) 저는 앞,뒷부분을

좀 비슷하게 가는 것 빼고는 가운데는 흐름을 만들고, 넘기는 재미가

저는 에스콰이어에서 디렉터 생활을 하는 게 그닥 잘 맞지

않았어요. 들어갈 때부터 편집장한테 그랬어요. 나는 에스콰이어처럼 입고

있게끔 하려 해요. 종이도 재미있게 쓰고. 판형으로도 장난을 좀 했었어요.

다니지도 않고, 그렇게 입을 자신도 없다고요. 그런데도 다른 건 배워야 한다

조그맣게도 만들어 보고 크게도 해보고.

생각해서 그냥 다녔어요. 여러분들이 잘못 생각하는 게 뭐냐 하면 젊었을 때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 한다는 거예요. 사실 본인이 원하는 건 50-60%면 충분해요.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 나랑 다른 것도 꼭 해봐야 해요. 그 안에서 시너지가 굉장히 많이 나거든요. 그리고 우리는 사회 속에 살고 있어요. 그 말인즉슨 남의 이목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그 정돈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마약을 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그 정도는 지키자는 거예요.

105


데이즈드를 맡기 이전까지 그는 라멘집, 마사지샵에서의 아르바이트,

어릴 때는 청담동에서 성공하고 싶었다는 그였다.

캐주얼 브랜드 VMD, PRADA 세일즈업, 일본 라이센스지, 에스콰이어

등을 거쳐왔다. 그런데 막상 인스타 프로필에는 본인을 ‘student’라고

청담동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청담동에는 자기들만의 리그가

소개해놨다.

있어요. 그게 뭘까? 궁금했죠. 나도 그곳에 들어가서 모두가 날 알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했고 그런 루트로 살아왔죠. 월급의 모든 것을 그들이

그건 파리에서 바꾼 건데, 유학원과 영어학원을 다녔을 때예요.

매거진 일은 정말 꿈이었던 것 같아요. 쉽게 말해서 저는

제가 보기에 저는 학생이에요.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아서요.

나를 인정할 수 있게 하는 것들에 소비 했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가지고

제가 '스쿨'을 굉장히 좋아해요. 자기가 꽂혀있는 것에 대해 배운다는 걸

있는 힘이 그거예요 . 스트릿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 저는 진짜 패션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왔어요. 특히 패션계에서는 일을 하면서 따로 뭘 못

즐겨요. 하이패션을. 동대문에서도 저한테 제의가 엄청 왔었어요 어릴 때.

배우니깐 5-60대에 퇴임을 한 후 다시 배우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우리가

그래도 저는 ‘150만원을 벌더라도 패션 할 겁니다. 청담동의 패션을 할

배우는 건 보통 10대 아니면 스물 서너살 때 끝나요. 그때부터 50대 까지

겁니다’ 라고 하고 다녔죠. 온갖 쇼를 다 보고 외우고 익히고 공부했어요.

아무것도 안 배우면 25년 동안 아무것도 안 배우는 거거든요. 그렇게 불행한

누구를 만나더라도 그 때 무슨 일이 있었고, 그 쇼가 어땠고, 말할 수 있어야

삶이 어디 있나요? 저는 정말 짧게라도 어디를 가면 뭘 배우려고 항상 학원을

했어요, 스스로.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야망은 웃기게 컸지만, 당연한

다녀요. 지금도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부끄러워서 무슨 학원인지 말은 못

거였어요.

하겠지만.(웃음) 아무튼 항상 공부를 해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상향이 있기에 치열하고 악착같이 공부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여기까지 듣고 보니 무엇을 배우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는

패션에 발을 들였고, 에디터를 거쳐 지금은 편집장이 된 이현범. 그가

웃으며 한사코 말해주기를 거부했다.

생각하는 ‘에디터’란 어떤 사람일까.

저는 차도 없고, 옷 외에는 많은 소비를 안 해요. 누구들처럼

이상한 술집에서 술을 먹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항상 공부를 해요.

에디터는 어디서 어떻게 찍을지 방향성을 결정하는 사람이죠.

편집장은 무엇을 찍어오라고만 말하는 사람이고요. 어떤 것을 어떻게 촬영할지는 전적으로 에디터가 해야 되는 역할이에요. 에디터는 의견과

5시간의 인터뷰동안 이현범 편집장으로부터 받은 인상은 ‘정말 패션을

생각이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없어요. 무엇이 좋고 나쁜지 스스로 에디팅을

사랑하며, 지금도 여전히 꿈꾸며 사는 소년’ 이었다. 많은 것을 이뤄왔지만,

해야 하고, 다른 데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이유를 정확히 가지고 말해야

그가 여기서 멈출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는 여전히 욕심이 많다.

데이즈드를 하면서, 지금도 저는 편집장임에도 직접 촬영을

하고 스타일링을 하려고 해요. 그런데 갈수록 못 하게 되는 게 힘들어요. 저는 매니징을 하고 싶지 않아요. 누구를 교육하고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거든요. 편집장으로서는 우리 기자들이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진 않아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기분이 썩 좋지도 않아요. 제 몫을 뺏기는 거니까요. 이번 달에도 제가 너무 좋아하는 ‘류이치 사카모토’ 선생님이 저희하고만 인터뷰를 응해주셨어요. 그런데 너무 가고 싶었는데도 제가 갈 수가 없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저는 그런 게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나고 질투가 나요. 이런 말 하면 웃기겠지만 저는 사실 데이즈드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에요.(웃음)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사실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거잖아요?(웃음)

해요. 그리고 한국에서는 크리틱이 어려운데, 비난과 비평은 엄연히 다른 거예요. 비평을 할 때 주의할 점은 존경은 안해도 존중은 해야한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비평을 하려면 도서관에 앉아서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취재를 해야 해요. 한국의 문제는 ‘칼럼니스트’를 키우지 않는다는 거예요. 글 잘 쓰는 패션 기자처럼 매력적인 것은 없어요. 패션 기자, 피처 기자, 뷰티 기자를 나누는 것은 너무 옛날의 사고방식이라 저는 그렇게 나누지 않아요. 피처 기자도 패션위크에 가야 해요. 패션 잡지에 글을 싣는다면, 누구나 패션적으로 봐야하죠. 지금도 여전히 무언가를 배우고, 꿈꾸며 사는 편집장 이현범. 문득 그의 30년 후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이렇게 늘 하루하루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그라면, 먼 훗날에 대한 생각도 남다를 것 같았다.

‘소년의 몸을 가진 작가’요. 그리고 음…개인적으로는 그 때

아이가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렇듯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사랑하는 그이기에 패션, 잡지, 그리고 데이즈드에 대한 그의 사랑도 오랜 시간 변치 않은 게 아닐까.

청담동을 바라보던 그는 잘나가는 패션지 편집장이 되었고, 이제는 ‘소년의 몸을 가진 작가’를 꿈꾸며 산다. 무언가를 너무 사랑하게 되면 그걸 생각만해도 가슴이 저릿할 때가 있다. 그에겐 패션이 그렇다. 그는 오늘도 패션에 울고 웃는다.

106


107


108


정과 반, 주류와 비주류는 항상 충돌하며 존재해

정형화에 반항했던 그들의 ‘탈(脫)사회적’ 외침은

물론 과거 의미와 철학을 담은 안티 패션과 현

왔다. 또한 패션계를 막론한다고 해도 어느 분야

가히 파급적이었다. 그 예시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대의 안티 패션은 차이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

에서나 정해져 있는 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니,

시작한 히피(hippie) 운동은 뉴욕, 버클리, 워싱

고 해서 현재의 안티 패션을 완전히 틀린 개념이

끊임없이 방해받았단 편이 더 적합한 말일 수도

턴 등으로 퍼져나가며 사람들의 억압과 고정관념

라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적 시선 과 타인

있겠다. 규제되어 있는 것은 항상 따분하고 고리

을 단번에 깨 부쉈다. 이처럼 기성적이고 자본주

의 관심이라는 정형화된 틀에서 자유와 해방을

타분한 대접을 받는다. 더 이상 ‘유행’은 ‘유행’

의적인 것들은 항상 타파와 개선의 목표가 됐다.

외치는건 현재의 안티 패션 역시 가지고 있는

이 아니다. 이제 누구나,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건

이후 이러한 자유와 개성의 의식에 의거한 가치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제 알맹이는 그리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

관들은,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패션계의 거대한

중요한 메시지가 아니다. 현재의 안티 패션은

이 되어버렸다.

아이콘인 ‘안티 패션(Anti-fashion)’이 되었다.

그 자체로 발설(發說)하고 있다. 그 사회를 제대

진위적이고 급진적인 아방가르드 패션을 주도했

로 들여다보기 위해선 그들의 하위 문화를 먼저

이는 역사적 사실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던 ‘요지 야마모토’나 해체주의의 ‘비비안 웨스트

살펴봐야한다는 말이 있듯이, 안티 패션이 지금

미의 개념 자체를 파괴하는 해체주의적 패션 개념

우드’, 혹은 전통적 방식의 쇼를 중지하겠다고

우리 패션의 현 주소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 ‘안티 패션’은 1990년 대 처음 그 모습을

선언한 ‘베트멍’,‘장 폴 고티에’ 등이 이러한

드러냈다. 이는 하위문화와 스트리트 패션으로까

안티 패션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선 두 패션 문화와 안티 패션은 아주 오랜 시절 부터 존재해

한편, 과거 안티 패션이 하나의 사상이나 정치에

온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의 충돌이 주된

대해 반대의견을 표현하기 위함의 목적이였다면

원인으로 작용된 결과다. 피지배층과 하위 계층

지금은 좀 더 그 범위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들은 스타일과 패션을 통해 저항성과 반항 형식

‘정형화된 틀을 깨 부시는 것’, ‘남의 시선을 신경

을 형성했으며 그들만의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쓰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에 집중하는 것’과 같은

반전(反戰) 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입었던 밀리터

‘개성화’가 이제는 현대사회 속 넓은 범위로서의

리룩과, 반 부르주아적 태도로 사랑과 이해.

안티 패션이 된 것이다. 안티 패션을 바라보는

그리고 평화를 주장했던 히피룩, 70년대 이후에는

대중들의 시선 역시 변화가 생겼다. 특이하고 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스킨헤드족 (Skinheads

는 것은 항상 대중들 사이에서 입방아에 오르내

Against Racial Prejudice)과 저항·파괴적인 펑

크 패션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안티 패션은 일종의 유행 아닌 유행이 되었다.

리기 바빴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그들만의 개 성을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경향이 더욱 많아졌다.

Editor

지선영

Editorial Design

이다인

109


Information Overload 2018 F/W 서울 패션위크 마지막 날인 3월 24일, DDP 한가운데 괴상한 옷을 입은 세 사람이 나타나 보그런웨이, 퍼스트룩 등 국내외 패션지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 프로젝트의 배후에 있는 사람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 이수현이다. 그의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팬으로서 그를 만나 그의 프로젝트가 시사하는 바, 퍼포먼스 예술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 권위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뉴욕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외국

도 ‘가상의 나'를 구축해요. 본질을 보기 전에 그

겠다고 생각해서 패션 디자인과 관련된 사람들과

에서 공부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의 복제를 먼저 접할 때도 있고 그 사람을 아

좀 더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제작하게 되었습니

런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예 접하지도 않고 복제만으로 판단할 때도 있어

다. 처음부터 ‘내가 옷을 만들어야지’ 하고 ‘그 옷

미국을 한 번도 안 가보고 유학을 간 케이스인데,

요. 개인적으로 하는 소셜네트워크 말고도, 뉴스

의 컨셉을 인터넷으로 하자’ 그런 방식은 아니었

여유가 된다면 유학을 가기 전에 그 지역을 한번

나 잡지 기사 같은 것도 어떤 실재에 대한 복제를

습니다.

가보는 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인터넷으로 보

만들어서 쓴 것이잖아요. 실제로 보지 못한 것에

는 거나 구글 맵스로 보는 거랑은 달라서, 직접

대해 단순히 뉴스로만 접한 후 판단하는 경우도

2016년 가을 서울 패션위크에서 처음 작품을 선

가서 그 분위기랑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보는 게

있고. 소셜네트워크로만 판단했는데 그것만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진행했는지, 그때와 올해

중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교통이라든지, 주

옳지 못한 판단을 하고 선택을 할 때가 있고. 저

에 차이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설명 부탁한다.

변 분위기라든지, 사람들도 생각했던 것보다 좀

도 그런 오류를 범해봤고 남들이 범하는 것도 봐

프로젝트를 처음 진행한 날에 종로 쪽에 미술 행

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저는 브루클린 쪽에

왔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사가 열렸습니다. 거기에 갔다가 제 작업을 거기

학교가 있는데, 뉴욕이라고 해서 다 묶여 있는 줄

110

계신 분들께 보여드렸는데, 그중에 한 분이 ‘이

알았는데 분리된 지역일 때도 있고, 가까울 줄 알

그런 감정을 왜 패션으로 표현했나.

런 작업을 퍼포먼스까지 다 해야 하지 않느냐’ 이

았는데 먼 데도 있어요.

원래는 패션으로 표현할 생각 자체가 없었습니

런 식으로 말씀해주셨어요. 그 당시에 저는 옷을

다. 인간한테 소셜네트워크가 개인에 대한 기록

창고에 박아 놓았는데. (에디터-그게 누구예요?)

2018년 서울 패션위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이나 개인이 만들어가는 가상 세계잖아요. (그것

제 지인이 아니라 어쩌다 같이 얘기하다가 그냥

‘information overload’ 작품 설명 부탁한다.

이) 인간 본질을 뒤덮는다면? 하는 생각에서 아

얘기가 나온 거여서 누군지는 기억이 잘 안 나요.

살면서 느낀 건데, 요즘 인터넷뿐만 아니라 여러

이디어가 시작됐습니다. 그걸로 예술 작품으로

지금은 연락이 안 돼요. (웃음) 지인의 지인의 지

가지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

만들면 어떤 작업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던 중 몸

인이 한마디 던진 거였어요. 지하철 타고 가면서

른 작업도 흐려지는 경계선이나, 보이는데 안 보

위를 투명하게 덮는 재료를 추천을 받아 한번 써

‘퍼포먼스도 괜찮을 것 같다’ 생각하다가 지하철

이는 것을 주제로 여러 가지 작업을 했었는데, 그

보게 됐는데 느낌이 좋았어요. 처음엔 인간 얼굴

에서 잘못 내렸거든요. 그날 DDP에 내렸는데 그

중 하나가 'information overload'입니다. 사람

을 덮는 인터넷 창으로 콜라주로 시작했는데, 그

날이 서울 패션위크 마지막 날이었어요. 갔는데

들이 온라인에 ‘가상의 나’를 구축해 놓고, 남들

걸 계속 디벨롭 하다 보니까 옷의 형태가 적합하

별의별 옷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예요. 그


Editor

문재연

Editorial design

심제희

분 말이랑 갑자기 겹치면서 퍼포먼스를 한다면 오늘 여기서 해야겠다. (에디터-그게 같은 날이 었어요?) 네, 같은 날이었어요. 바로 택시 타고 집 가서 옷 가져온 다음에 바로 진행했어요. 그 날 정말 아무 의도 없었는데 스트릿 패션 좋아하 는 분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그때 패션 정말 아무 지식도 없고 패션위크가 뭔지도 사실 잘 몰 랐는데 그렇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느 분야나 마 찬가지이지만 특히 패션 디자인하시는 분들은 시 리즈가 있다는 걸 중요하게 여기더라고요. 옷을 단벌로 제작하는 게 아니라 그분들은 한 시즌에 서 시리즈를 제작하잖아요. 하나의 주제를 갖고 모델들 여러 명 입게. 저도 이번에 ‘information overload’ 말고 ‘body camouflage’라는 새 로운 옷을 만들었는데, 둘 다 주제가 비슷하고 ‘information overload’ 드레스 버전도 만들었 거든요. 이번에는 시리즈를 제작해서 좀 더 제대 로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패션 디자인뿐만 아니 라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아티스트들 찾아보면서 어떻게 진행했는지 2년 동안 공부했어요. 그중에서도 참고를 가장 많이 한 사례가 있나. 제일 유명하신 분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입니다. 이분이 한 퍼포먼스 중 제일 유명한 것은 탁자에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1974년, 세르비아의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 브라모비치는 색다른 퍼포먼스로 세계를 사 로잡았다. '리듬 0(Rhythm 0)'이라고 명명 된 본 프로젝트에서 그녀는 여섯 시간 동안 무방비 상태로 대중 앞에 섰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안내문"이 다음과 같 이 쓰여있었다. "테이블 위의 72가지 물체를 원하는 대로 제게 쓰십시오. 퍼포먼스. 난 객체입니다. 프로젝트 중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 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소요시간: 6시간 (저녁 8시 - 새벽 2시)"

가시 박힌 장미, 권총, 칼, 깃털, 종이 랜덤한 물 품을 놓고 자기 몸에다가 이것을 갖고 무엇을 해 도 허용한다는 작업을 했거든요. 정말로 그 사람 에서 칼로 그어버린 사람도 있고. 그 작업이 제일 임팩트 있어서 유명한 건데, 사실 그 퍼포먼스와

놓인 물체는 "쾌락의 도구"와 "파괴의 도구," 이렇게 2가지로 나누어졌다. 쾌락으로 분류 된 물체로는 깃털, 꽃, 향수, 포도알, 와인, 빵 한 조각 등이 있었고, 파괴 쪽엔 칼, 가 위, 금속 막대기, 면도날, 총알이 장전된 권 총 등이 있었다.

제 퍼포먼스가 비슷하다고 할 수는 없죠. 제가 한 퍼포먼스는 좀 더 게릴라스럽게 어딘가 갑자기 나타나서 하는 퍼포먼스에 가깝죠. 이분은 개념 을 참고한 것이고, 퍼포먼스 방식을 참고하지는 않았어요.

"본 프로젝트는 우리 내부에 숨어있는 잔혹 한 인간성을 폭로했습니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한 사람이 얼마나 빨리 공격하고 공격 당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죠. 자신을 지켜 내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사람을 욕보이기가 얼마나 쉬운지도 말이죠. 기회만 주어지면 대부분의 '정상적'인 관중은 폭도로 변하고 맙니다." (출처-격)

111


프로젝트 진행방식이 궁금하다. 당시 뉴욕에 있 었는데 서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무래도 서울에 더 친구가 많고 (웃음) 확실히 좀 더 익숙한 것도 있고. 가장 중요하게는 2016 년에 했던 선례가 있었죠. DDP라는 공간 자체가 뉴욕 패션위크보다 퍼포먼스 하기에 훨씬 더 적 합해요. 뉴욕 패션위크는 빌딩 하나에서 진행해 셀럽들이 와도 차 타고 문으로 들어가면 끝이거 든요. DDP는 허브(hub) 같은 개념으로 사람들이 모이잖아요. 옷을 일단 다 제작한 다음에 서울에 계신 분들께 연락을 드려서 촬영, 모델, 영상 등 섭외를 위해 최대한 제가 아는 열정 있고 열심히 하시는 분들을 모았죠. 학교 때문에 현장에 참여 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나중에 결과물을 보았 을 때 반응도 좋았고 만족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본인이 옷을 입었다. 그때는 제가 입고 친구가 사진 찍어줬죠. 그때 도 뉴욕 패션위크에 대해 정말 아는 게 없어서 2016년처럼 게릴라식으로 갔던 것 같아요. 그 공간도 모르고 사람들도 안 익숙하니까 뉴욕 패 션위크 빌딩으로 가서 게릴라를 했어요. 그때도 반응은 되게 괜찮았고 사진도 많이 찍혔는데 제 가 크레딧을 안 받아서 (사진을) 올렸다면 어디에 "<남극의 대표 Delegate Antarctic>(최병수, 2002)는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 스버그에서 열린 ‘리우+10 세계정상회의’ 행사장 앞에 설치한 작품으로 사진이 찍히며 사람들에게 공개된 작업인데, 얼음으로 만들 어진 펭귄이니까 그 자체로 녹잖아요. 아이 디어는 일차원적이긴 한데, 그때 그 장소에 갖다 놨다는 것과 '남극 대표'라는 작품 제목 으로 인해 환경 문제를 들춰낸 작업입니다." (출처-세상을 바꾼 예술 작품들, 임승수 외) 1966년 쿠사마 야요이는 제33회 베니스 비 엔날레에서 거울공 설치작 ‘자아도취 정원 (Narcissus Garden)’을 소개한다. 황금 기 모노차림의 쿠사마는 관람객에게 거울공을 2달러에 팔다 비엔날레 측에 의해 중단됐다. 쿠사마는 자신의 작품을 머천다이징한 최 초의 아티스트로 평가된다. 여기서 눈에 띄 인 그는 1968년 베니스에 초청받는다. (출 처-nyculturebeat) <수난유감: 당신은 내가 소풍 나온 강아지 새 끼인 줄 알아?> 이불, 1990 이불은 이 기괴한 옷을 뒤집어쓰고 서울과 도쿄 거리를 무려 12일 동안 활보했다고 한 다. (중략) 작가의 퍼포먼스가 재밌고도 사랑 스러운 건, 자신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사람 들을 향해 “내 몸의 주인은 나야. 그니까 내 가 내 몸 가지고 뭘 하든 관심 좀 꺼줄래?”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다. 생각해보면 20 년이 지난 지금도 사회는 여성들의 몸에 자 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출처-magazine notefolio, ‘제가 바로 그 ‘요즘 것’들의 작품 입니다. <X:1990년대 한국미술>展)

112

올렸는지 모르겠네요. (웃음) 하는데 침투한 아티스트도 있었고, 왜 작품에서 사진 찍히고 주목받는 게 중요한 요

아트페어나 아트 바젤에 침투한 아티스

소인가.

트도 있어서. 인터넷으로 만들어진 그 옷 자체가

사진 자체가 실재를 복제해서 만든 산물이잖아

실제 패션쇼장에 침투하는 것 자체로 되게 흥미

요. ‘information overload’ 같은 경우는 사진이

로운 작업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패션쇼장

찍히고 거기서 다시 읽히고, 누군가의 인스타그

안까지 들어갔습니다.

램에 올라와서 다시 한번 복제되면서 재생산되는 프로세스 자체까지가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방금 말한 아트 바젤, 비엔날레, 유엔 그리고 어

현실을 복제해서 인터넷에 놓은 것이고, 인터넷

떻게 보면 패션쇼장 또한 굉장히 권위적인 장소

에 있는 것들을 제가 복제해서 다시 현실로 가지

다. 이 장소들의 공통점은 그 장소에 들어가기 위

고 나왔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그걸 찍어 다시 인

해 특정한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

터넷에 복제하면 복제가 4단계, 5단계씩 이뤄지

곳에서 게릴라 퍼포먼스를 할 때 반응이 갈린다

는 과정이 개념적으로도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는 것이다. ‘information overload’가 쇼장 안까 지 들어간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줬

2016년 서울 패션위크, 그리고 뉴욕 패션위크에

을 때, 그 장소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

서와는 다르게 올해 서울에서는 패션쇼장 안에

보이는 장소인데 거기서 주목을 받는 퍼포먼스를

들어갔다. 왜 패션쇼장 안에까지 들어갔는가?

진행한다면 좀 위험하지 않으냐. 등의 반응이 있

2016년 때 약간 부족하다고 느꼈던 건 제가 옷

었는데, 본인의 작품과 다른 아티스트 사례에 대

을 입고 돌아다니기만 하니까 이 퍼포먼스의 궁

한 비슷한 반응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극적 목적, 방향성이 뭔지 헷갈렸어요. 그런데 세

저도 쇼장 안에 들어가는 부분에 있어서 쇼를 하

명의 모델에게 작품을 시리즈로 만들어 입히고,

는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해본 적

퍼포먼스 아트로서 좀 더 디벨롭 된 만큼 하나의

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예술에 있어서 그런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게릴라스러운

것까지 다 신경 쓰면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

맛에서 한 것도 있어요.

건 예술로 따지면 굉장히 여러 가지 예를 들 수 있

유엔 본부에서 회의


나 반달리즘으로 여기는데 그 사람이 유명한 경우 에는 예술이라고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약간 모순 이지 않나. 예술가들에게 묻기 전에 자신의 권위 에 대해 먼저 더 생각해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예술이나 패션에 있어서 권위가 방해 요소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이 어떤 형태를 취할 때 어떤 방 해 요소인가. 방해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티, 코딩 분야에 서는 정말 대학교를 아예 다니지 않았어도 그 자 체로 수학적이나 과학적 실력이 입증된다면 바로 위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미 술의 경우에는 매우 주관적이고 내가 미술을 아 무리 잘한다고 생각해도 이미 주류인 컬렉터나 크리틱들이 높다고 평가를 해줘야만 높아지는 거 잖아요. 크리틱이나 컬렉터들이 젊은 작가를 발 굴하려고 하고 새로운 분들을 영입할 생각이 있 다면 모르겠는데 그분들의 마인드에 따라 좌지우 지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이미 인맥으로 형성된 집단이 상위에 분포하고 그들끼 리 사고팔면서 다른 사람들을 배제할 때가 있기 때문에 한국 순수미술에 대해 반감을 느끼는 분 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개방적 태도를 취하면 훨씬 더 많은 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데도 그들이 폐쇄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는 사실 하나 지만, 오히려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무역 회

존재하고 많은 사람이 그 루트로만 간다는 이유

만으로 너무 많은 작가가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사를 하는 분이 있어요. 그분이 배를 소유하셔서

로 자기도 그 루트로 가려고 하거든요. 저도 만약

생각합니다.

북유럽에서 한국으로 무역항을 경유해서 수입수

에 그런 루트를 따르는 주류였으면 이런 퍼포먼

출을 하는 분인데, 무역할 때 계약 오류를 범해서

스는 하지 않았을 텐데, 저 같은 경우는 좀 더 비

그런 점에서 뉴욕이 다른 점이 있나.

정말 큰 배에 컨테이너 몇백 개를 싣고 갔는데, 알

주류적인 루트를 하고 싶은 마음이 많고 그런 루

뉴욕은 훨씬 더 많은 갤러리와 컬렉터들이 모이

고 보니까 계약이 잘못돼서 항구에 배가 도착을

트로 훨씬 더 재미있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

기 때문에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려는 노력 자체

못 하게 된 거예요. 무역항에 들어가면 그 배와 그

아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는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경쟁이 심하 고 훨씬 더 많은 경쟁자가 몰리는 것은 사실이지

물건이 다 불법이 되는 거예요. 유통기한이 있는 물품들이라서 다 버리게 되면 몇십 억 수준의 손

방금 비유적으로 설명해줬는데, 목적을 달성하기

만, 언제나 노력하는 태도가 보이기 때문에 계속

해를 볼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그 대표분이 한 행

위해 예술가들에게 어떻게 보면 무모한 시도를

미술로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베를린이나 런

동이 뭐였냐면, 자기 배에 불을 질렀어요. 해양관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던 같은 도시에 훨씬 좋은 갤러리나 컬렉터들이

련법상, 화재 같은 사고가 난 배는 어떤 경우이든

권리라는 말은 좀 무거운 것 같고, 예술가는, 예술

많다고 생각해요.

간에 구조해야 하는 법이 무역법 위에 있어서 이

가뿐만 아니라 누가 해도 상관은 없는데 그런 시

게 아무리 불법이더라도 어쩔 수 없이 구해야 하

도 정도는 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피티 아

한국에서 또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는 거였어요. 스스로 배에 불을 질러서 컨테이너

티스트 같은 경우에도 그냥 그림을 그려버리면 벽

아직 완성한 것은 아니지만 도시와 인간이 연결

몇 개는 손실되었지만 결국 그 항구에 들어가서

에 있는 걸 지워버리고 고소하려고 하는데 뱅크시

되는 주제에요. 도시의 서너 가지 스트릿에서 사

원래는 바다에 다 버렸어야 하는 물건들은 유통

가 그림을 그려주면 벽 떼어서 옥션에 내놓는 사

람들의 사진을 계속 찍는 작업입니다. 얼굴만 찍

기한 안에 다 처분을 하게 된 거예요. 저는 미술도

람들이 있잖아요. 결국에는 사람들 인식의 차이

는 게 아니라 신발, 손, 눈, 티셔츠를 찍을 수 있

똑같다고 생각해요. 정말 정식루트로만 생각하면

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비주

고 그 도시, 그 스트릿의 사람들을 계속 모아서

당연히 대학 졸업하고 졸업 쇼에서 만난 사람들

류인 사람이 갑자기 오니까 위협적이라고 느끼는

하나의 콜라주를 해서 또 패션으로 디벨롭 될 것

에게 연락하고 레지던시 연락해서 커리어를 쌓는

것뿐이지, 만약 그 아티스트가 진짜 주류였으면

으로 예상합니다.

거죠. 하지만 저는 정식적인 루트를 공무원처럼

사실 법이고 불법이고 허용할 거잖아요. 아티스

밟아가는 데에 있어서 반발하는 입장이거든요.

트들이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 아직 정식 작가

꼭 이 방법만 있는 게 아닌데 사람들이 그 루트가

가 아니라든가, 유명하지 않다든가 하면 불법이 113


권태,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싫어.” _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우주의 만물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던 연애 초가 지났다. 이제 우리 앞에는 더 이상구불거리지 않으며 아주 평탄하고 또 아주 긴 길이 하나 나타난다. 재미가 없다. 몇 번의 연애에도 끝은 늘 이런 식이다.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정적을 깨고 싶어 시답잖은 말들을 꺼낸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오직 대화를 위한 대화, 우리에게는 다른 방법이 필요한 것만 같다. ‘권태기’는 사람마다, 커플마다 각기 다 다른 시기에 다른 방식으로 찾아온다. 미리 알아챌 재간이 없는 당신이라면, 그 길을 먼저 걸어간 ‘권태기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Symptoms

Advices

“그냥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 당시 일에 치여 힘든 것도, 피곤한 것도

“이건 정말 중요하다. 권태기가 오면 대부분은 스스로 그걸 느낀다. 이때

아니었다. 그런 것과는 아무 상관 없이 정말 ‘그냥’ 만나고 싶지가

반드시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 ‘나 권태기인 것 같아’라고. 관계가 악화될까

않더라.”_MH

두려워서 말하지 못한다면, 그 관계야말로 더 악화된다.”_HJ

“하루는 정말 오랜만에 데이트에 나갔다. 권태기였지만 오래간만에

“권태기인 연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연인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대화를 해야

설레었는데, 저 멀리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남자친구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 하나 틀린 것

갑자기 짜증이 확 나더라. 그 날 입고 나온 옷이 마음에 안 들어서도, 이에

없다.”_JY

고춧가루가 껴서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유 없이 꼴 보기 싫다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_HJ “손잡는 것조차 무거운 의무감에서 비롯된다.”_HE “흔히들 권태기라고 하면 내내 짜증만 날 거라 생각한다. 그건 아니다. 좋을 때도 있다. 단지, 그 기복이 매우 심할 뿐이다.”_JW “이게 진짜 신기한 게, 생전 눈에 안 들어오던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눈에 들어온다는 건 비교하게 된다는 말이다. 어느새 다른 남자, 다른 커플과 내 남자친구를, 우리를 비교하고 있더라.”_TH

“굳이 따지자면 권태기가 찾아온 사람이 악역이지만, 노력은 상대방이 해야 한다. 상대방이 노력하는 모습에 마음이 풀리거나, 그럼에도 여전히 싫증 나거나 둘 중 하나다. 이 두 가지 시나리오에서 전자는 그나마 희망이 보이지만 후자는 이미 마음이 떠난 거겠지.”_EU “오랜 연인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있다. 권태기와 익숙해진 것을 착각하는 것. ‘익숙해지니까 권태기가 오는 거 아니야?’라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생각이 권태기를 유도하기도 한다. 익숙해져도 여전히 깨 볶으며 연애하는 연인들도 많다는 것. 우리 스스로를 종용하지 말자.”_JS “애초에 권태기 같은 건 없다. 단지 상대가 지겹고 싫어졌을 뿐. 권태기라는 규정 자체가 ‘널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라는 말의 변명처럼 들린다.”_HW “권태기를 왜 꼭 극복해야 해? 세상에 여자가,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_YS

사실 에디터는 이 세상에 ‘연애 상담’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편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권태기가 찾아왔다면 마음 가는 대로 하기를 바란다. 권태기를 앓았던 선배들의 말은 ‘참고’정도면 충분하니까!

114

Editor

이연수

Editorial Designer

김하연

Illustrator

서예은


CAUTION ABOUT SKIN CARE IN SUMMER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피부 온도는 높아지고, 땀과 피지로 뒤엉키고, 사막처 럼 푸석푸석하다. 더운 여름철 건강한 피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 요한 것은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 유지와 수분 지속력, 그리고 ‘진정’ 이다. 수 분 부족형 지성 피부의 에디터의 여름철 리얼 스킨케어법을 공개한다.

01

02

03

로벡틴 컨디셔닝 클렌저

로벡틴 아쿠아 수딩 UV 프로텍터

로벡틴 배리어 리페어 아쿠아 컨센트레이트

로벡틴 제품에는 피부에 자극을 줄 수도 있는 파라벤, 미네랄오일을

한국피부과학연구원 테스트를 통해 미세먼지 모사체 흡착량이 대조

얼굴에 발랐을 때 수분감이 좋고 가벼워서 여름에 사용하기 좋은 제

비롯해 발암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나 향료, 색소를 전혀 포함하고 있

제품 대비 70% 감소하는 효과를 증명한 바 있는, 에디터가 최근 가

품. 메이크업 전 단계에 써도 되고, 나이트 케어에 써도 된다. 쿨링

지 않기 때문에 믿고 쓸 수 있다. 거품이 아주 부드럽고 풍부하게 나

장 즐겨쓰는 데일리 아이템! 핵심성분인 ‘폴루스탑(POLLUSTOP)’

효과가 있어 파부 진정에 도움이 된다.

서 자극 없이 노폐물과 외부의 유해물질을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

이 인체에 무해한 얇은 보호막을 형성해 미세먼지의 흡착을 방지시

다. 피부의 pH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시키고, 유수분 밸런스를 유지

켜주고 피부를 보호하는 100% 무기자차.

하기 위해서도 약산성 클렌저는 필수! 04

05

로벡틴 액티베이팅 트리트먼트 로션

로벡틴 배리어 리페어 페이스 오일

Editor

장서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이른바 “콧물 같은 제형” 이지만 얼굴에 발랐

요즘 여자들의 필수 앱인 화해와 글로우픽을 통해 에디터가 찾아 낸

Photographer

방규형

을 때의 그 산뜻한 마무리에 반할 수 밖에 없다. 속부터 차오르는 수

제품. 스킨케어의 마지막 단계에서 쓰기도 하고, 파운데이션에 한

Retoucher

김지후

분감과 속당김 없는 촉촉한 피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방울 떨어뜨려 믹스해서 바르기도 하고, 수분크림에 섞을 때도 있는

Editorial Design

이다인

올 여름 아이템.

아주 유용한 멀티 아이템! 더운 여름철 외출 시 가볍게 메이크업을 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4

1

2

3

115


06 더마리프트 마일덤 히알루로닉 젤 크림 6

에디터는 나이트케어를 위해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지친 피부에 생기를 더하면서 복잡한 스킨 단계를 한결 덜어준다. 초미세먼지로 잔뜩 예민해진 피부에게는 과도한 영양을 공급하거나, 과한 각질제 거는 금물인데, 자극 없이 순하게 수분을 공급하는 데에 아주 좋다.

07 차앤박 프로폴리스 에너지 앰플 용량 대비 가격이 비싸고, 사용감은 무겁고 냄새는 취향이 아니지만 피부가 매끄럽고 쫀쫀해지는 것을 보면 계속 손이 가게 된다. 다만 피부에 끈적함이 남기 때문에 나이트케어로 주로 이용하고 있다. 바 르고 자면 다음날 피부가 한결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08 케어존 닥터솔루션 노르데나우 워터 젤 크림 가끔은 잘 때 수면팩으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아침에 사용해도 전혀 밀리지 않고 흡수가 잘 된다. 수분부족형 지성 피부에게 아주 적합 한 수분크림이다. 또한 극도로 건조한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매우 산뜻해서 여름에 사용하기에도 좋다.

09

10

잇츠스킨 파워10 엘아이 이펙터

더바디샵 티트리오일

진정 효과가 매우 큰 앰플 제품이다. 피부톤 완화와 트러블 진정, 홍

용량 대비 가격이 정말 말도 안된다. 그렇지만 가끔씩 얼굴에 나는

조 개선에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미세먼지로 인해 얼굴에 늘어나는

화농성 여드름이나, 뾰루지를 짠 자리에 바르고 패치를 붙여주면 정

좁쌀 여드름에 매우 효과적이다. 홍조가 심한 에디터에게는 균일하 고 맑은 느낌의 피부톤을 만들어 준다. 에디터의 나이트케어 필수품.

Editor

장서이

Photographer

방규형

말 싹 사라진다. 면봉에 묻혀서 따로 발라도 되고, 크림을 포함한 스

Retoucher

조준구

킨케어 제품에 한방울씩 떨어뜨려 섞어서 사용해도 된다.

Editorial Design

이다인

9 7

10 8

116


노콘돔 H씨의 이야기 H에게는 닥칠 위험보다 당장의 쾌락이 먼저다. 섹스의 만족도는 순간의 분위기로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한번 기류가 생기면 그 텐션을 최대한 이어가고 싶다. 그 묘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나면 서로를 탐하기만 도 바쁜데 주머니 뒤적이며 콘돔까지 찾을 시간이 어디 있나. 경구피임약을 꾸준히 복용해온 H는 콘돔의 중요성에 대해 딱히 골똘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 사실 콘돔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성감의 차이는 잘 모르 겠지만, 남자친구도 없는 게 더 좋다고 하니까 뭐. 가임기가 아니라면 질 내 사정도 흔쾌히 수락한다. 원 치 않는 임신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 같다. 성병 역시 마찬가지다. 여태까지 잘 피해왔으니 앞으 로도 그럴 거라 믿는다. D씨의 이야기 세상에 100% 확실한 피임법은 없다고 믿는 D는 콘돔이 없으면 섹스를 하지 않는다. 사정을 하지 않더 라도 쿠퍼액만으로도 임신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로는 더욱더. 노 콘돔 노 섹스, 그게 그렇게 어려 운가? 콘돔으로 피임을 해도 안전하지 않은 마당에 질 내 사정이라니, 말로만 들어도 까무러칠 지경이다. D는 인터넷에서 임신 가능성을 고민하는 여성들을 접하면 답답함과 안타까움에 몸서리친다. 이것 봐요. 남자들은 여자가 섹스 한 번으로 얼마나 두려움에 떠는지, 혼자 얼마나 큰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지 신경 도 안 쓴다니까. 남자친구가 넌지시 딱 한 번쯤은 콘돔 없이 해보고 싶은데...라고 징징대는 게 아주 가끔 신경 쓰이지만 그뿐이다. 하고 나서 후회할 자신의 모습이 훤하니까. K씨의 이야기 K는 반드시 콘돔이 있어야 하는 여자도, 있든 없든 개의치 않는 여자도 만나봤다. 그래도 남자니까. 이 왕 섹스하는 거 ‘노 콘'을 선호한다. 싫다는 사람에게 콘돔을 쓰지 않을 것을 강요해본 적도 없고, 관계 후 여자친구가 생리가 늦어진다며 울 때는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노 콘돔이 좋은 이유는 ‘정복감’ 때문이라나. 아무리 얇은 초박형 콘돔이라도 장막은 장막이며, 아무런 방해 없이 삽입을 하고 흔적을 남 겨야만 ‘내가 진짜 이 여자를 차지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단다. 술자리에서 자랑할 무용담이 하나 생기는 건 덤이고. 그렇다면 K는 여자친구를 자신의 전리품쯤으로 여기며, 질 안에 남긴 소량의 정액이 자신의 훈장이자 징표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물음에 K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고작 11퍼센트에 밖에 달하지 않는 한국의 남성의 콘돔 사용률이 조금 걱정되기는 하나, 관계 중에 콘돔 을 사용하고 말고는 온전히 개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각자가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을 전 제로 한다. 이후에 따를 위험 부담이 무섭다면 콘돔을 쓰는 게 맞고, 자기 나름의 대처 방안이 있다면 쓰지 않아도 할 말은 없다. 아,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상대에게 콘돔 없이 섹스할 것을 강요하는 건 엄연한 폭 력이다. “자기야, 콘돔 없이 생으로 하면 성감이 더 좋대”라는 무책임한 회유에 넘어가 두고두고 후회할 일 과 마주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 고통을 홀로 감내해야 한다면 세상에 그런 비극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나 좋 자고 하는 섹스지 남 좋으라고 하는 섹스 아니다. 우리 모두 건강한 관계와 소신있는 콘돔 사용을.

Editor

Editorial Design

신현지 이자희

117


홍대에서 공연을 보기 위한 지침서 [편히 앉아 음료와 함께 공연을 즐기고 싶다면]

공연장 ‘어디’에서 공연을 봐야 할지부터 막막한 자들,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자.

#카페 언플러그드

[ 아티스트와 가까이서 소통하고 싶다면 ]

#언플러그드 그 이름부터 정직한 카페 언플러그드는 카페와 어쿠스틱 공연장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잔잔한 음악을 만끽할 수 있으며,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이 주인공이 되는 오픈 마이크 또한 색다른 볼거리다.

#고고스2 홍대의 공연장이 대개 그렇지만 FF와 고고스2는 유독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FF는 무대 단이 상당히 낮아서 아티스트와 거의 같은 높이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일부 아티스트는 객석으로 뛰어드는 것을 즐기거나 역으로 관객의 무대 난입을 적극 장려하기도. #어쿠스틱 홀릭 어쿠스틱 홀릭에서는 휴무일인 월요일을 뺀 매일 다양한 어쿠스틱 공연이 펼쳐진다. 입장료 오천 원을 받는 금요일과 토요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는 칵테일 한 잔만 주문하면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FF 둘은 상수역 인근에 나란히 위치하고 있다. 주로 만 원에서부터 시작하는 저렴한 입장료, 그리고 한 공연에서 다양한 밴드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공연 입문자의 방문을 적극 추천한다. 주말 공연이 끝나면 #제비다방

새벽 6시까지 칵테일 해피 아워, 그리고 디제이와 함께 하는 댄스 파티가 이어진다. 티켓 한 장으로 두 곳 모두 왕래할 수 있는 <위대한 락데이>도 별미다.

제비다방에서는 술과 커피, 공연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보다 정확한 명칭을 설명하자면 낮에는 커피를 팔기 때문에 ‘제비다방’, 밤에는 술과 라이브 공연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취한제비’라 불린다. 주기적으로 SNS를 통해 한 달간의 공연 일정을 한 번에 공개하니 보고 싶은 뮤지션의 출연 일자를 미리 알아두고 방문하기에 용이하다.

118


홍대에서 공연 볼만큼 본 에디터가 알려주는, 홍대 앞 공연 문화 대정복에 한걸음 다가가기 위한 가이드.

[ 빵빵한 사운드와 넓은 공간을 찾는다면 ]

공연 홍대의 수많은 공연장에서는 매일같이 무수한 공연이 이어진다. 그 중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공연 몇 가지를 소개한다.

#웨스트브릿지

/잔다리 페스타

브로콜리너마저, 좋아서하는밴드 등이 속해있는 웨스트브릿지 엔터테인먼트가 설립한 공연장이다. 홍대 인근에서 가장 최근에

뮤지션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한국의 SXSW(South by

지어진 신설 공연장으로 보다 깔끔한 사운드와 시설을 자랑한다.

Southwest, 미국 텍사스 주의 음악 페스티벌)를 지향하는 쇼케이스 형

여타 공연장에서 볼 수 없는 이동형 객석은 웨스트브릿지만의

타운 페스티벌이다. 재야의 은둔 고수부터 홍대 아이돌까지 아우르는

특징으로, 스탠딩과 좌석 공연을 모두 경험할 수 있게 한다. 같은 건물

다양한 무대가 특징이며, 모든 아티스트가 노 개런티로 참여하는 만큼

내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카페와 레코드샵이 있어 공연 전 시간을

의미가 크다. 해외 각국의 페스티벌과도 파트너십을 맺어, 국내에서 보기

활용하기에 좋다.

힘든 각양각색 해외 뮤지션의 내한 공연 또한 즐길 수 있음이 큰 장점.

/라이브 클럽 데이

주로 ‘라클데‘로 줄여 불린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열리는 공연으로, 티켓 한 장으로 십여 군데 스팟의 공연을 자유롭게 볼 수 있어 마치 축제를 방불케 한다. 워낙 많은 공연장에 많은 아티스트가 출연하기 때문에 보고 싶은 공연을 최대한 보기 위해선 사전에 치밀하게 동선을 짜 두어야 한다. 홍대의 인디밴드를 비롯, 해외 각국의 아티스트와 힙합 #롤링홀

공연 등 다양한 장르를 한번에 만나볼 수 있다.

홍대에서 비교적 큰 규모에 속하는 공연장 중 하나로, 약 500명의 관객 수용이 가능하며 굵직한 밴드의 단독 공연이나 해외 아티스트 내한 공연이 자주 열린다. 롤링홀의 묘미 중 하나는 매년 1월부터

/먼데이 프로젝트

장장 4개월간 이어지는 n주년 기념 공연이다. 기념 기간 내 수십 회의 다채로운 무대가 준비되니 공개되는 일정을 참고해 롤링홀의 생일을

주말에 대부분의 공연이 몰려있는 홍대에서 평일 공연을 활성화하겠다는

함께 축하하자.

포부로 당차게 시작한 월요일 정기 공연. 지친 월요일의 끝을 산뜻한 공연으로 매김 하는 데에서 오는 만족감은 생각보다 크다. 센스 있는 기획과 라인업이 매력인 먼데이 프로젝트는 어느새 홍대의 명실상부 대표적인 평일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먼데이 프로젝트의 서포터즈, 일명 ‘먼프 요원’들이 관리하는 SNS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ditor

신현지

Editorial Designer

류은빈

119


Editor

이연수

Editorial design

이자희

단편에는 기나긴 서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장편에 비하면 등장인물도 훨씬 적다. 이 단순한 알고리즘은 소규모, 소자본으로 이루어 지는 독립영화계에서 단편이 가지는 이점이 된다. 삼사십 분 남짓의 짧은 서사 안에 녹여낸 감동과 로맨스, 스릴과 반전은 결코 러닝 타임에 비례하지 않는 듯하다. 짧게 말해야 더 와 닿는 말이 있듯 여기 아주 잘 치고 빠지는, 짧아서 좋은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4학년 보경이 ㅣ 영화의 배경은 여름. 해도

9월이 지나면 ㅣ 단편이라 더 좋은 영화들

타이레놀 ㅣ 의외로 독립영화 필모가 탄탄

몸도 마음도 늘어지는 계절의 한 가운데 사

이 있다. 여운을 남기되 개운한 여운을 남기

한 변요한 주연의 영화. 영화는 한 제약회사

년째 연애 중인 보경이와 덕우가 우리의 주인

는 영화들이 주로 그런 것 같다. 이 영화가

의 입사 면접 장면으로 시작된다. 땀을 삐질

공들이다. 어느 날 보경이 덕우에게 묻는다.

주는 여운도 꽤나 개운했던 것으로 기억한

삐질 흘리는 종수에게 이 면접은 n번째다. 화

“내가 결혼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거야?”

다. 개운하다는 의미는 착한 결말이라는 의

학을 전공했는데 왜 연구직이 아닌 영업직을

영화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생긴 보경으로

미일 수도, 위로가 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지원했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종수는 잠시 생

인해 끝나가는 연애의 모습을 그린다. 맞다.

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

간단히 말해 보경은 썅년이다. 덕우는 갑작

한다. 종수는 낚시터 김 사장에게 빌린 사채

스레 이별을 고하는 보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를 갚기 위해 타이레놀로 일명 ‘히로뽕’이라

보경 또한 그런 자신의 모습을 낯설어한다.

고 하는 약을 제조한다. 그리고 그걸 판다. 몰 래. 어두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생태계를 몸소 익힌 종수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어려운 말을 써가며 면접관의 질문에 답한다. 건축학과인 지연은 자신의 작업 공간에만 모 기장을 칠 정도로 학과생들과 어울리지 못하 고 겉돈다. 건축 공모전을 앞둔 어느 날, 지연

120

‘감정선을 따라가기 힘들었다’는 평이 있을

은 유력한 입상 후보인 선배의 설계도를 훔친

만큼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그로 인한 주인공

다. 이내 다른 선배인 승조에게 사실을 들키지

들의 감정 변화가 다채롭다. 그래서일까 분명

만, 그는 지연의 잘못을 눈감아준다. 영화를 보

이별 영화인데 슬프지가 않다. 영화의 마지막

고 나면 더욱 와 닿는 말이겠만, 순수하지 못한

우리 사회가 원하는 그놈의 ‘인재’는 어떻게

장면, 보경에게 화가 난 덕우가 자신만의 방

의도를 순수한 의도로 덮어 치유하는 영화다.

알아볼 수 있는 걸까. 또 약봉지에 담긴 이 약

식으로 감정을 쏟아내는 모습은 정말이지 안

한 가지 더,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위로는 승

이 타이레놀인지, 히로뽕인지는 어떻게 알아

타깝고 귀엽다. 그냥 이런 게 난무하는 영화

조의 통기타 연주와 어리숙한 노래가 아닐까.

낼 수 있는 걸까. 영화가 끝나고 나면 재기발

다. 난데없이 찾아온 이별이 어색하고 어려운

살아가다 갑작스레 힘든 시기를 맞닥뜨리는 순

랄한 소재와 변요한의 약 빤(?) 연기가 던지는

우리들이 나오는 영화.

간마다 왠지 그 노랫소리가 떠오를 것 같다.

몇몇 개의 질문들이 허공을 둥둥 떠다닌다.


Editor

김은영

Visual Director

조정우

Photographer

김현재

Model

요한 엘라 리사

Hair & Makeup

김정현

Table Setting

김현정

Editorial Design

이다인

121


요한이가 입은 민트색 상의와 흰색 바지는 ZARA 엘라가 입은 보라색 원피스는 JELLY MELLOW 꽃무늬 식탁보와 엘라가 한 앞치마는 JAMMER

122


123


요한이가 입은 스트라이프 상하의는 BIEN N BIEN 리사가 입은 흰색 드레스는 JAMMER

124


125


126


127


128


129


STOCK LIST

OTHER-WORLDLY

070 4335 0802

MONDAY EDITION

BAROQUESHOP

010 7143 1565

ZARA HOME

XYZ OVERDELICATE

02 2231 0825 070 4210 3929

02 794 5922 080 500 6445

MOOYUL

070 7799 3913

URBANSTOFF

070 7516 0625 1588 8241

DUCKY UMBRELLA

02 775 7880

ADIDAS ORIGINALS

FRECKLESEOUL

02 795 8503

FRIZMWORKS

070 4623 4692

ZARA

02 512 0728

DARKBROTHERHOOD

010 9981 2164 070 7720 2995

HUNTER

070 8680 3376

HALB_KREIS

GENTLE MONSTER

070 4771 7591

FILA

02 3470 9879

ZARA

02 512 0728

DAZEDAYZ

02 546 4403

JAMMER

02 2256 7720

REEBOK CLASSIC

02 2638 2091

JELLY MALLOW

02 2236 8482

LEVI'S

02 3789 0501

FREITAG KOREA

010 4124 4837

CARAVAN CAMP

02 956 2895

WILD BRICKS

010 4410 6344

SHETHISCOMMA

02 6348 0089

NORDIC ISLAND

02 909 5318

MAISONMARAIS

070 4223 2288

MASSIMO DUTTI

02 1375 6312

GUILTFREE

02 514 2014

ZARA

080 479 0880

SAINT LUXURE

02 6959 0039

1064 STUDIO

070 7740 1064

ADD

070 4138 0817 02 512 1578

VANS

1688 8328

ROVECTIN W.P.C

070 7457 4951

O HUI / A.H.C / DERMALIFT / CARE ZONE

02 549 3130


131


132


133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