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Debut vol.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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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Editor in Chief 김영

‘프루스트 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냄새를 통해 과거를 기억해 내 는 것을 의미한다. 후각은 뇌를 거치지 않는 감각이기에, 시각이나 청각보다 더 본능적이고 직관적이다. 그래서 특정 냄새로 돌이키는 기억은 가장 정확하다. 떠나는 시점이기에,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 을 향기로 되새기고자 한다. 패션 디렉터 이경근은 말을 잘 한다. 그의 말을 듣다 보면 불가 능이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보면 아이 같은 구석이 있어서, 서툰 소년의 향기가 난다. 겉은 다 큰 남자인 척 하지만 속은 풋풋 하고 어린 그는 ‘페라리 블랙’을 떠올리게 한다. 매트한 검정색 외관 을 보면 이게 무슨 소년의 향수냐고 묻겠지만, 막상 느껴지는 플로 럴과 베르가못 향은 순수하기 그지 없다 예전에 시퍼런 조명 밑에서 스킨을 샤워하듯 끼얹으며 “남자라 면!”을 외치던 광고가 있었다. 패션 에디터 정다운에게서는 얼굴이 따끔거릴 듯한, ‘남자’의 스킨 냄새가 꼭 난다. 향수로 말하자면 캘 빈 클라인의 ‘인카운터’. 페퍼 베이스에 머스크와 우디, 꼬냑이 절 묘하게 섞인 마초의 향수다. 내가 아는 남자 중 가장 남성미 넘치는 그는 외모뿐 아니라 내면도 요즘 말하는 ‘상남자’다. 이번 호를 진행하면서 가장 대립한 사람은 화보 디렉터 조형운 이다. 그녀는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하고, 목표를 위해서는 궂은 일도 감수한다. 그녀의 당참이 좋기도 했고, 그 때문에 많이 부딪치기도 했다. 이런 그녀에게는 장 아떼의 ‘러블리 스윗 식스틴’처럼 꿈을 향 해 달려가는 싱그러움과 청춘의 달콤함이 서려있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길.. 화보팀은 어떻게 당찬 여성들만 모여있는지, 화보팀 소속 뷰티 에디터인 최샛별도 참 당차다. 호불호 확실하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하고, 뒤끝은 없다. 항상 깔끔하고 정돈된 이미지에, 흐트러진 모습 한 번을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자기 관리 확실한 그녀에게는 ‘코코 마드모아젤’이 잘 어울린다. 그녀에게서 이 향기가 난다면 마치 원 래 그녀의 체취 같을 것만 같다. 이런 화보팀의 청일점이 이상훈 에디터다. 힘든 어시스턴트 일 도 마다하지 않고, 3개월을 묵묵히 일했다. 마음 고생도 많았을 텐 데 티도 안내고 웃는 얼굴로 버텼다. 그래서 그의 이번 첫 번째 화보 에 누구보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온화한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난 화 보에서는 뿌리가 견고한 나무 내음이 풍긴다.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아쿠아 디 콜로니아’처럼 그는 깨끗하고, 싱그럽다. 피처 에디터 김연수에게 세르주 루텐의 향기가 난다고 하면 코 웃음 칠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스무 살을 갓 넘긴 그녀에게는 향 이 너무 귀족적이고 우아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엉 브와 바닐’ 에서는 누구보다도 그녀가 느껴진다. 느끼하지 않은 바닐라와 캬라 멜 향은 다정하고 애교 넘치는 그녀의 성격에, 잔향의 도서관 책 냄 새는 중학교 때부터 시를 썼다는 그녀에게 딱이다. 이번 호는 단 두 명이 피처 기사를 전부 책임지고 진행했다. 힘 들 법도 한데 글 쓸 거리가 늘어서 좋다던 이진수 에디터는 르데뷰 에디터들 중 가장 긍정적이다. 글 쓰는 사람이 이렇게 수더분하기 쉽지 않다. 그는 크리드의 ‘버진 아일랜드 워터’에서 느껴지는 깊은 코코넛 향처럼 달다. 폭발하는 듯한 격렬함은 없지만, 그의 기운은 오랫동안 부드럽게, 은은하게 퍼져나간다. 아트팀 이보배에게서는 꽃 향기가 나지 않는다. 그녀는 ‘여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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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남성적’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당장 내일 이름도 모르는 나 라로 떠날 것만 같은 자유로운 영혼이기도 하다. 부드러운 나무 향 과 인도의 어느 사원에서 날 것 같은 향 내음이 어우러진 딥티크의 ‘탐다오’는 이런 그녀의 중성적이고, 자유로운 매력을 잘 표현한다. 르데뷰에서 가장 술을 좋아하고, 잘 마시는 팀이 바로 아트팀인 데, 아이러니하게도 아트팀에게선 소녀의 향기가 난다. 따뜻하고 풋풋한 과일향이 대부분을 이루는 조 말론이 연상된다. 아트 디렉 터 김희망에게선 ‘넥타린 블라썸 앤 허니’, 왕한슬에게선 ‘라임 바 질 앤 만다린’, 이서진에게선 ‘화이트 자스민 앤 민트’가 느껴진다. 함께 어우러지며 매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다는 점에서도 그녀들 은 레이어링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 말론 의 향수들을 닮았다. 홍보 디렉터 김영환은 고마운 사람이다. 홍보팀의 임무에도 최 선을 다해줬지만, 항상 나를 다독이던 말들이 더 큰 도움이 됐었 다. 사람을 차분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그는 아쿠아 디 파르 마의 ‘블루 미르토’를 닮았다. 짙은 블랙 커런트의 남자다움에 부 드러운 자스민이 더해져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아로마 향을 간직 한 이 향수처럼 앞으로도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사람 이 되길 바란다. 홍보팀 이상훈은 옷을 사랑한다. 요즘 말하는 ‘패피’다운 그에게 선 패션 작업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펜할리곤스 ‘사토리얼’의 향 기가 날 것 같다.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초크, 천 가위 등 패션 작업 실의 분위기와 향을 담아냈다는 사토리얼은 항상 잘 재단된 클래 식한 옷을 즐겨 입는 그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홍보팀의 공식 ‘귀요미’를 맡고 있는 홍다영과 이혜연은 자매처 럼 많이 닮았다. 성격부터 취미, 어이없는 웃음 코드와 취향까지 닮 은 구석이 많은 둘은 느껴지는 향도 비슷하다. 항상 개그와 애교로 르데뷰의 활력소 역할을 하는 둘에게서는 시트러스와 과일향이 어 우러진 프레쉬의 ‘슈가 레몬’과 ‘슈가 리치’ 향이 난다. 누가 레몬이 고 누가 리치인지는 가위바위보로 정해보길. 3개월 전 신입으로 들어와 정말 열심히 해 준 10.5기 박준희, 김 정은, 이지인, 박민정. 신입만이 가질 수 있는 패기와 열정으로 고 생도 하고 많이 도전해 본 것 같아 기특하다.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해 나간다면 정말 누구보다도 멋진 르데뷰이가 될 것 같다. 아직 무색무취인 이들의 창창한 앞날엔 어떤 향이 불어올 지 궁금하다. 마지막은 계절이 두 번 바뀔 동안 나와 함께 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수형이다. 그녀에게선 은방울꽃 향기가 난다. 그녀는 아 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만큼 은방울꽃을 닮았다. 눈물이 많 은 그녀는 보드랍고 청순한, 여리고 가냘픈 은방울꽃의 모습과 향 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르르 떨리는 생화의 향 기를 그대로 담아낸 아닉구딸의 ‘르 뮤게’는 두말할 것 없이 그녀와 가장 잘 어울리는 향수다. 단일한 향으로 이루어지는 향수는 없다. 다양한 향의 에센스가 모여 향수가 되고, 그 향들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좋은 향수가 된다. 르데뷰도 그렇다. 다양한 개성과 성격의 청춘들이 모여 하나 를 이룬다. 거기서는 ‘청춘 특유의 날 것의 냄새’가 난다. 앞으로 멤 버가 바뀌고 또 조금씩은 특색이 달라지겠지만 변함없이 가공되지 않고 싱싱할 르데뷰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MEMBERLIST PUBLISHER_ 장은하

FEATURE

FASHION

PICTORIAL

ART

PUBLIC RELATIONS

EDITOR IN CHIEF 김영

CREATIVE DIRECTOR 한수형

FEATURE EDITOR 이진수

FEATURE DIRECTOR 김연수

FASHION DIRECTOR 이경근

CATALOG DIRECTOR 조형운

ASSIST 박준희

ASSIST 이지인

ASSIST 김정은

FASHION EDITOR 정다운

CATALOG EDITOR 최샛별

CATALOG EDITOR 이상훈

ART DESIGNER 왕한슬

ART DIRECTOR 김희망

ART DESIGNER 이보배

ART DESIGNER 이서진

ADVERTISING DIRECTOR

PUBLIC RELATION

PUBLIC RELATION

PUBLIC RELATION

김영환

이상훈

홍다영

이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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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IST 박민정


CONTENTS

-CITRUSItem Anatomy 화이트 셔츠 . 맛있고 달콤한 색채의 향연 Eat Color . Celebrity Interview_모델 김진경 초여름의 기록 . Fashion Pictorial Follow Your Eyes . 향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 개인의 취향 . 페티시, 취향과 금기의 모호한 경계 인정받지 못한 자 . ‘그늘’ 속 눈동자는 당신을 좇고 있다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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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Y일하는 남자가 아름답고 그 ‘옷’은 더욱 아름답다 남자의 향을 입다 . 소녀는 늙지 않는다 take4 보여줘도 괜찮아? . CSI 뺨치는, 과학적인 냄새연구보고서 냄새의 고찰 . Designer Interview_‘비욘드클로젯’의 고태용 Go BEYOND . Fashion Pictorial Rolling Toward . 위기의 연속인 우리네 인생, ‘이승탈출 넘버원’ 너는 이미 죽어있다 . 장례문화 문외한인 당신을 위한 5분 매뉴얼 조문의 법칙

-BLOSSOM남자들이여, 이제는 꽃을 피워라 화비화(花非花) .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하이힐의 아찔한 매력 하늘로 향하다 . 한층 더 향기로워지기 위해서 향기로운 당신이 알아야할 것들 . Artist Interview_ 조향사 정미순 모두를 머금은 향 . Beauty Pictorial 기억의 잔향 . 하자는 없지만 실속도 없어 억울한 그녀들 향기 없는 장미 . Street Not Incense, But In 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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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BUTOR GO BEYOND_ 디자이너 고태용 신사동의 쇼룸에 도착하자 마자 고태용 디자이너의 향이 느껴졌다. 그만의 대표적인 디자인으로 도배가 되어있던 쇼룸에서부터 여기저기 놓여있던 강아지 아이템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그는 디자인만큼 성격도 쿨했다. Hot 한 디자이너였음에도 우리의 계속되는 문의에도 하 나하나 친절하게 대답해줬고, 계속 되는 인터뷰 질문에도 정말 Cool하게 답해줬다. 디자이너 유명인 고태용이 아니라 인간 고태용을 만난 것 같았다. 인간적인 그를 알게 되어 너무 영광이다. 앞으로도 그의 시그니처 대로 독특한 디자인 보여줬으면 좋겠고, 뉴욕 진출 역시 탄탄 대로로 성공하시길 기원한다! - 에디터 김정은 GO BEYOND_ 포토그래퍼 정다희 가로수길에서 처음 만난 정다희 포토그래퍼. 작지만 다부지게 생긴 예쁜 외모에서 풍기는 첫 느낌은 그렇게 강해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촬 영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에디터가 생각한 구도와 자신이 생각하는 구도를 잘 조화시켜 최고의 구도를 잡아내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 여주었다. 디자이너에게 거리낌 없이 원하는 포즈를 지시하는 강한 카리스마는 에디터와 디자이너를 놀라게 했다. 마음에 드는 단 한 장 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그녀는 수백 번의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까다로운 에디터 2명의 욕심을 만족시키는 사진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 락 끝에서 탄생했다. 이름이 비슷해서 처음부터 정이 가기도 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포토그래퍼의 자질은 가히 매력적이었다. 다시 한 번 좋 은 작업으로 만날 수 있길. - 에디터 정다운 모두를 머금은 향_ 조향사 정미순 기획회의에서 주제가 정해졌을 때, 데스크는 나에게 ‘향기가 느껴지는 사람’을 인터뷰하길 바랐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조향사. 그리고 단 박에 떠오른 인물이 바로 정미순 원장님이다. 어느 매체에선가 그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향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이 있었다. 두 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스튜디오를 방문했고 인터뷰는 부드럽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은 향기로웠다. 그녀를 담은 글 까지도 향 기가 느껴져야 하겠지만 아직 에디터의 필력이 부족하여 부끄럽다. 그녀가 가진 향기의 단 1%의 향기라도 전달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 다. 더불어 향기를 나눠준 그녀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에디터 이진수 NOT INCENSE, BUT IN SENSE_ 지렁이꾼, 정영록 이번 Vol.20 Street 을 영록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캠퍼스타일아이콘 활동을 인연으로 르데뷰까지 함께하게 된 영록이. 정영록이 라는 이름보다 페이스북 페이지 지렁이꾼의 운영자로 더 익숙한 그는 매주 주말 지방에서 가로수길까지 스트릿 촬영을 위해 올라오는 열 정적인 남자다. 영록이와 대화를 하면 함께 패션이라는 공통 관심사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어서 자극적이다.무엇보다 같은 대학생으로 써 대학생의 시작에서 바라보는 스트릿 사진들이 마음에 들었고 그런 그와 함께 르데뷰에 참여할 수 있어 기뻤다. 에디터가 그 동안 꽤 귀 찮게 했는데 좋은 색감의 좋은 사진을 찍어줘서 정말 고맙다. 항상 주말마다 밥 한번 먹기로 해놓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함께하지 못하 였다. 이제 잡지도 나왔으니까 우리 이제 좀 더 친해지자. 그 동안의 대화로 미루어 볼 때 우리는 꽤 잘 맞으니까. - 에디터 박준희, 이경근 FOLLOW YOUR EYES_ 포토그래퍼 공상웅 일단 화해해요, 우리. 그리고 감사합니다. 사실 오빠가 마지막 화보는 함께 하자고 했을 때부터 오빠의 컨트리뷰터 사진은 싸이월드 ‘쎈척 사진’으로 올리려 했으나 감동 대신 분노를 유발할 것 같아 오빠의 트레이드 마크로 대신합니다. 처음에는 편집장으로 만나 좀 어려웠으나 ‘편집장이기 전에 화보팀, 화보팀이기 전에 ‘패션’이라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아는 오빠’라는 느낌이 들어 금방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끔 틱틱대기도 했지만 다 이해해준 것 같아 고맙고 로케 촬영이라 쉽지 않았지만 끝까지 수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막상 내가 확신이 없 어 촬영 전 날까지 불안해하자 할 수 있다고 오빠가 격려해준 게 촬영을 끝까지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다음에는 정식 포 토그래퍼로서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항상 응원할게요! - 에디터 조형운 FOLLOW YOUR EYES 작년 이맘 때쯤 나의 첫 화보 ‘그렇고 그런 사이(게이코드)’를 끝내고 썼던 컨트리뷰터가 생각난다. 감동을 주려 쓴 글에 오히려 내가 감동 받았었다. 어느덧 르데뷰에서의 마지막 컨트리뷰터를 쓰고 있자니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하지만 꾹 참고 감사를 전해야겠다. 우선 나보 다 어리지만 오히려 언니 같았던 우리 은진이! 은진이와는 첫 촬영이었지만 친동생마냥 너무 편해서 좋았고 추웠을텐데도 내색없이 열심 히 해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처음과 끝을 같이 해준 학수! 저번 촬영 때보다 더 잘해서 놀랐고 일년이 지난 지금도 착한 마음은 한결 같아 서 보기 좋았다. 그 때 쓴 컨트리뷰터 보고 너가 감동 받았다고 했던 게 아직도 기억나. 학수, 은진 둘 다 앞으로 더욱 성장하는 모델이 되길. 앞으로 수많은 촬영을 하겠지만 나랑 했던 촬영이 제일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르데뷰! 일년을 함께 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 을 배운 것 같아 정말 고맙다. 가끔 르데뷰 때문에 너무 힘들기도 했지만 덕분에 나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후회는 없다. ‘일년 에 화보 5개’라는 최고기록을 세웠으니 말이다. 마지막이라 말이 많았지만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은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수고했어 요.” 다음에는 더 좋은 기획이 아닌, 더 좋은, 더 편한 사람으로 만나요! - 에디터 조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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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기록_ 모델 김진경 이번 20호의 셀렙은 언제나 핫(hot)모델 김진경 씨입니다. 에디터로서 마지막 셀렙이라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며 욕심을 좀 부렸던 게 사실 입니다. 셀렙이 모델인 만큼 의상 준비에도 많이 신경 썼고요. 신경이 너무 예민해졌던 탓인지 인터뷰 5일 전부터 김진경 씨가 안 오거나, 의 상이 어울리지 않는 꿈을 세 번이나 꾸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꿈은 다행히 괜한 기우로 끝났습니다. 김진경 씨는 약속시각에 알맞게 도착하 셨고, 주위의 우려에도 과감히 준비한 의상 역시 완벽하게 소화해주셨습니다. 프로 모델과의 촬영이라 그런지 화보 촬영시간도 예상보다 무려 1시간이나 단축됐네요. 촬영과 인터뷰 내내 밝게 응해주신 진경 씨께 깊은 감사 전합니다. 또한, 인터뷰 진행 내내 친절히 응해주셨던 에스팀 김지영 과장님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사진 찍어준 상웅오빠, 고마워요! - 에디터 김연수 기억의 잔향_ 장봉영 실장님 촬영 전날이면 걱정반 설렘반으로 잠 못 들곤 했는데, 그런 날이 벌써 세 번째. 사실 이번 화보, 기획안을 쓰면서부터 저는 실장님께 연락 드리기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화보팀 안에서 이미 능력자라 불리우시는 실장님을 제가 찜한거죠! 즐거웠던 촬영 분위기, 촬영 뒷풀이로 함께했던 식사와 대화, 그 날 나눈 촬영 이외의 이야기들. 단 하루 일을 하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배운 날이었어요. 또 실장님과의 작업으 로 수많았던 걱정이 사라지던 기분좋은 날이었습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기분이 좋았던 탓인지 전날 못 잔 잠을 그 날 너무 편하게 잤어 요. 유쾌했던 실장님과의 이번 화보작업이 그리워 질 것 같아요. 꼭 다시 한 번 함께 촬영해요. 더 좋은 기획안들고 찾아뵐께요. 그리고 그 땐 꼭 막걸리 마셔요! - 에디터 최샛별 기억의 잔향_ 모델 선아 선아야, 내 화보에 딱 어울리던 널 찾아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해! 다른 촬영보다 분량도 많고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 탓에 조금 힘이 들 었을지라도 이번 촬영이 너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주길 바라. 컷마다 바뀌는 메이크업에 자극받아 피부가 부어올랐던 너를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야. 다음엔 꼭 밥 한 끼하자. 그 날 뒷풀이 함께 못한게 많이 아쉬워. 다시 한 번 르데뷰 촬영이 하고 싶다고 말하던 네 가 생각이 나 미소가 지어진다. 르데뷰로 맺은 하나의 소중한 인연으로 언젠가는 더 잘하는 모델과 더 잘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만나 자. 꼭! - 에디터 최샛별 ROLLING TOWARD_ 포토그래퍼 박창현 실장님 나에겐 팀장님이라는 호칭이 익숙하다. 작년 월디페 인턴으로 일하며 공식포토그래퍼 박팀장님께 구박도 많이 받았는데, 거의 1년여만에 다시 만난 팀장님. 서울, 부산을 오가시며 피곤하셨을텐데 저때문에 힘들게 시간 내주시고 촬영도 열정적으로 해주시고 반납도 도와주셔 서 정말 감사해요. 다음에 따로 만나러 갈게요! - 에디터 이상훈 ROLLING TOWARD_ 모델 이의수 어렵사리 진행된 촬영, 누구보다 제일 먼저 촬영장에 도착한 모델 의수! (30분이나 일찍 오다니) 불편하고 위험했던 롤러스케이트를 신 고 반복되는 촬영에 힘들었을텐데, 특유의 살인미소와 애교(?)로 촬영장에 행복바이러스를 퍼뜨려준 의수! 지금처럼 예쁜 웃는 모습, 앞 으로도 계속 보여줬으면 좋겠어. 힘들어도 누나들 녹여버리는 살인 미소 지으며 잘 이겨내길 바라고, 더 멋진 모델, 멋진 남자로 성장하 길! - 에디터 이상훈 EAT COLOR_ 포토그래퍼 정택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 했던 5월에 무거운 짐을 들고 오는 그의 큰 어깨가 왠지 다부져보였다. 그의 어깨에는 책임감과 성실함, 그리고 무 엇보다도 그의 사진세계가 담겨있었다. 그의 집요함과 실력이 합쳐져서 사진 한 장이 나오게 된다. 완성물만 본 사람은 이 사진이 한 장 나 오기까지 정택 포토그래퍼가 지나쳐온 과정과 그의 많은고민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는 프로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가차없고, 사 소한 작업 하나하나까지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의 엄격함에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에게 많은 걸 배운다. 이 공간에 그에 대해서 내가 받은 인상과 감동을 모두 나열하기에 그는 너무 크다.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로 그의 무궁무진한 발전이 기대된다. - 에디터 정다운 FLOWER IS NOT A FLOWER 언제나 처음은 설레고 그래서 값진 순간입니다. 미숙한 에디터와 함께해준 분들 정말 고생하셨어요! 가장 먼저 포토그래퍼 형원이 형. 정 말 사람 좋은 형 덕분에 촬영 내내 즐거웠어요. 에디터와 함께 옷과 소품들을 정리해주는 세심한 포토그래퍼를 제가 언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모델 백석 형, 같은 학교라는 이유로, 친구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다짜고짜 들이댓음에도 불구하고 흔 쾌히 촬영에 응해주셔서 감동했어요.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에디터를 멍하게 만들었던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잊지 못할 거에요. 커피 들고 강의실로 찾아갈게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지연이, 늦게 끝나서 밥도 못 사줬네! 우린 부천역에서 만나자. 그리고 나는 그 날처럼 산만한 사 람이 아니야! 마지막으로 일일 어시스턴트 성진아, 너 아니였으면 난 정말 힘들뻔 했어. 우리 늘 그래왔듯이 함께 성장하는 좋은 친구가 되 자.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한 마디만 할게요. 늦은 시간, 오랜 촬영에도 웃는 얼굴로 즐겁게 촬영해줘서 고마워요. 에디터의 첫 경험 정말 ‘ 찐’ 했어요. 고마워요. - 에디터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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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DEBUT VOL.20 SCENT

CITRUS

Celebrity Interview_모델 김진경 초여름의 기록

향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 개인의 취향

Celebrity Interview_모델 김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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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Color

맛있고 달콤한 색채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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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셔츠

Item Anatomy

페티시, 취향과 금기의 모호한 경계 인정받지 못한 자 ‘그늘’ 속 눈동자는 당신을 좇고 있다 시선 Fashion Pictorial Follow Your Eyes

Item Anatomy 화이트 셔츠

맛있고 달콤한 색채의 향연 Eat Color

시선

‘그늘’ 속 눈동자는 당신을 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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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지 못한 자

페티시, 취향과 금기의 모호한 경계

.

개인의 취향

향에 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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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low Your Eyes

Fashion Pic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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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기록

CITRUS ‘조문의 법칙’


ITEM ANATOMY_ WHITE SHIRTS ‘화이트 셔츠’

Editor 이경근, 정다운, 박준희,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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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정택

Art 이보배, 김희망


Chapter 1. APPEAL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멋스럽고, 가장 섹시하다. 최고의 수식어만 따라붙을 수 있는 화이트셔츠의 무궁무진한 매력은 모든 자리에서 통한다. 캐쥬얼한 반바지에도 잘 어울리며, 격식을 차려야만 하는 다소 딱딱한 자리에서도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사계절 내내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또한 순백색의 셔츠는 깔끔하고 단정하면서도 성 적 매력을 가장 잘 어필해준다. 남자가 입으면 비치는 셔츠 사이로 보이는 탄탄한 몸 매를 부각시킬 수 있고, 여자가 입으면 청순함과 섹시함을 동시에 뽐낼 수 있다. 여자 들은 가끔 화이트 셔츠의 소매를 걷어올린 남자의 팔뚝에 두근거리지 않는가? 남자 들은 가끔 자신의 여자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달랑 화이트 셔츠 하나만 입고 침 대에서 일어나는 그런 영화같은 모습을 상상하지 않는가?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고 검지손가락이 하나가 들어갈 정도(1cm)의 여유를 두어야 한다. 그리고 칼라와 소 매 모두 재킷을 입었을 때 밖으로 1~1.5cm 정도 보이는 것이 좋다. 셔츠는 목둘레와 소매기장만 잘 맞아도 훌륭하다. 화이트셔츠에서 봐야 할 디테일은 많지만 수트 착용시 보이는 부분인 칼라와 커프 스, 프래킷을 보는 것이 기본이다. 얼굴 형과 목적에 따라 셔츠의 칼라나 커프스를 잘 선택해야한다. 얼굴이 둥글고 넓은 편이라면 양끝이 좁고 뾰족한 칼라가 어울린다. 그리고 마른 체형이라면 양끝이 넓고 퍼져 보이는 칼라가 좋다. 화이트셔츠 관리의 관건은 색이 바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드라이크리닝을 하 고 오랜기간 두면 누렇게 변하는 현상이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셔츠는 꼭 물세탁 후 보관해야 한다. 혹 누런 때가 생긴 경우에는 베이비 파우더를 뿌려 다림질하거나 클 렌징 폼을 이용하여 세탁을 하면 보다 쉽게 제거할 수 있다.

Chapter 2. FABRIC 화이트 셔츠는 신사복 속에 넥타이와 함께 착용하는 와이셔츠에서 시작되었다. 그 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종류와 원단 측면에서 화이트 셔츠가 다양해질 수 있었던 시기 는 화이트 셔츠가 남녀 공용의 아이템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때였다. 남성의 전유물 로 여겨지던 당시의 화이트 셔츠의 소재는 면이었다. 하지만 패션 산업이 크게 발전 하면서 남성복과 여성복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무의미해졌다. 여성을 타겟으로 한 화이트 셔츠들이 출시하면서 화이트 셔츠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박시한 디 자인에서 벗어나 여성의 곡선을 부각시켜줄 수 있는 디자인에는 스판 소재가 적합했 다. 이후 남성용 셔츠에도 스판 소재가 애용되어 뭇 남성들의 실루엣을 강조해주었다. 최근 스키니진이 유행을 선도하면서 여성들의 수요 역시 또 다시 바뀌었다. 하의가 과감해진 대신 상의는 보다 편안한 것을 찾게 된 것이다. 이에 인기를 끌게 된 것이 쉬 폰 소재이다. 타이트한 하의에 전체적인 루즈핏을 자랑하는 쉬폰 상의의 만남은 통통 한 여성들도 쉽게 도전할 만 했다. 쉬폰이 각광을 받으면서 면과 폴리 혼방이나 실크 소재의 화이트 셔츠 역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화려한 프릴이나 레이스가 가미되면 순수한 여성의 대명사가 되었다.

Chapter 4. DETAIL 셔츠의 사전적 의미는 ‘칼라와 커프스가 달려있는 상의’ 이다. 셔츠의 시작과 끝을 알아보자. · 칼라 Collar 셔츠의 깃을 의미한다. 얼굴에 가장 가까운 부분이면서 이미지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칼라의 높이는 3㎝가 일반적이다. · 레귤러 칼라 Regular Collar 40~60도의 가장 기본적인 칼라로 깃의 벌어진 각도나 길이가 가장 표준적인 타입. 수트의 모양에 구애받지 않는 가장 베이직한 디자인이다. · 와이드 칼라 Wide Collar 칼라의 각도가 180도에 가까운 칼라. 가슴 주위의 볼륨 감이 전해지는 칼라로 드레시한 느낌을 준다. 영국 윈저공이 애용한 것에서 일명 ‘윈 저 칼라’ 라고도 한다. · 버튼다운 칼라 Button-down Collar 영국에서 폴로 선수들이 카라가 날리는 것 을 방지하기 위해 입기 시작하면서 보편화 된 칼라로 끝을 버튼으로 몸 판에 채우는 스포티한 모의 칼라를 말한다. 1920년 즈음에 미국에서 탄생했다.

여름철에 입을 수 있도록 린넨 소재의 화이트 셔츠도 있다. 통풍이 잘 되는 린넨 은 일명 ‘마”로 불려진다. 린넨 셔츠는 오피스룩을 고집 해야 하는 남성들에게서 가 장 인기 있는 여름 셔츠이다. 일반적으로 면 보다 무게감이 있어 고전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자아낸다.

· 라운드 칼라 Round Collar 둥근 칼라 끝이 부드러운 인상을 주며, 원래는 특별한 자 리에 예의를 갖추어 차려입었다.

화이트 셔츠는 디자인이 단순한 만큼 원단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원단의 특징을 잘 고려한 셔츠의 선택은 전체적인 스타일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 커프스 Cuffs 셔츠의 소매 끝 여밈을 의미한다.

Chapter 3. TIP 드레스 셔츠는 남성의 체형을 두드러지게 해주며 남성다운 골격에 가장 잘 어울리 는 옷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지 않는 드레스 셔츠는 신체를 왜곡시켜 오히려 바보같 은 남자로 만들어 버린다. 맞는 사이즈의 셔츠를 주의깊게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목 둘레는 단추를 다 잠그고 새끼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6~7mm)가 적당하다. 특 히 목둘레는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이기 때문에 자신의 사이즈를 기 억해 두도록 하자. 암홀은 셔츠의 앞판과 뒤판. 소매를 이어주는 부분으로, 셔츠의 몸 통과 소매의 이음새 부분이 정확히 어깨뼈에 맞아야 한다. 단추는 칼라 윗단추까지 포함해 7~8개 사이가 적당하다. 소매길이는 손목뼈를 완전히 가리는 것이 좋다. 그리

· 싱글 커프스 Single Cuffs 기본적인 셔츠 소맷부리. 한 겹이기 때문에 젖혀져 있는 부분이 없고, 단추가 두 개 있어 폭을 조절할 수 있다. · 더블 커프스 Double Cuffs 소맷부리가 젖혀져 두 겹이 된 디자인으로, 양쪽에 단추 구멍이 있어 커프스 버튼으로 잠근다. 무척 세련된 디자인이다. · 컨버터블 커프스 Convertible Cuffs 사각 커프스와 함께 가장 일반적인 커프스로 활용된다. 버튼과 커프스 링크를 겸할 수 있어 비즈니스 웨어의 클래식한 스타일에 약간 변화를 줄 수 있다. · 스퀘어 커프스 Square Cuffs 셔츠에 기본적으로 쓰이는 무난한 형태의 커프스 로 한 개 또는 두 개의 단추를 다는 형식이다. 모든 드레스 셔츠에 잘 어울리는 스 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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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HIRTS_ UNIQLO PANTS_ HARE SHOES_ EDITOR’S COLLECTION BAG_ THISISNEVERTHAT TIE_ EDITOR’S COLLECTION

2. SHIRTS_ PARKLAND PANTS_ BELLIEF SHOES_ PARTRON SAINT BAG_ FILSON BELT_ EDITOR’S COLLECTION TIE_ EDITOR’S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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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HIRTS_ EDITOR’S COLLECTION PANTS_ A LAND SHOES_ EIGHT SECONDS BAG_ EIGHT SECONDS

4. SHIRTS_ OBEY PANTS_ CARHARTT SHOES_ REDWING HERITAGE BEANIES_ OBEY SUNGLASS_ RAYBAN ACC_ EDITOR’S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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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casual / Graphic art / Unique outdoor www.abroadstory.com www.abroadstory.co.kr


EAT COLOR 과일보다 탐스러운 색.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아니 먹을 수 밖에 없을 정도의 강한 끌림. Editor 정다운

Photo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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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김희망


힐_ SYNN 에프터쉐이브_ NIVEA

(시 힐 모 보 니 파 스


시계방향으로) 힐_ SYNN 모자_ LACOSTE 보우타이_ EDITOR’S COLLECTION 니트가디건_ UNIQLO 파우치백_ LIFUL 스키니한 면소재의 바지_ UNIQLO


(시계방향으로) 힐_ SYNN 후드가 달린 자켓_ THIS IS NEVER THAT 도톰한 소재의 티_ UNIQLO 스니커즈_ CONVERSE 시원한 소재의 반바지_ UNIQLO 양말_ SPAO

모 힐 파


모자_ LACOSTE 힐_ SYNN 파우치가 달린 백팩_ LIFUL


DIARY IN EARLY SUMMER ‘초여름의 기록’ 요즘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모델은 97년생 소녀 김진경이다. 17살, 그녀는 지금 인생의 봄 내음이 채 가시지 않은 초여름을 지나는 중이다. 또래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그녀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Editor 김연수

Photo 공상웅

Make-up&Hair 최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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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김희망


5월의 어느 날 오후 다섯 시를 갓 넘길 무렵. 강남의 한 지하 스튜디오에 그녀가 나 타났다. 간밤에 그녀가 인터뷰 현장에 오지 않는 이상한 악몽에 시달린 터라 그녀의 등장은 신선한 반가움이었다. 평소에 스트릿 패션으로도 유명한 그녀라 사복 패션을 기대했는데, 대동하는 이 없이 혼자 교복을 입고 메이크업을 받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 는 고등학생이었다. ‘97년생’이라는 파릇한 그녀의 나이가 새삼 상기되는 순간이었다. 김진경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 3(이하 도수코3)’얘 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방송이 끝나고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벌써 새로 운 시즌이 제작 중이다. 1년 동안 그녀는 대중의 시선으로 보기에도 참 많이 성장 했다. 활동 경력으로만 봐도 작년 서울패션위크에서 4개의 쇼에 올라 ‘12개의 쇼 를 선 최소라 언니를 부러워했던’ 그녀가 올해 F/W에서는 11개의 쇼에 섰다. 임선 옥의 쇼에서 에디터가 직접 목격했던 그녀는 엄연한 프로였다. 무대 아래의 그녀 의 모습도 예전과는 다르다. “확실히 처음 했던 인터뷰랑 지금이랑은 달라요. 예 전엔 단답형이었다면 이제는 말도 길게 하려고 노력해요. 전에는 말을 되게 못 했 는데, 저희 고모가 스피치 강사라 많이 교육 받았어요. 예전 인터뷰는 지금 잘 못 보겠어요. 제가 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웃음) 이상한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진짜 숫기가 없었는데, 많이 활발해진 것 같아요. 스스로를 맘껏 드 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는 중이에요.” 작년 ‘도수코3’에서 보여준 김진경의 캐릭터는 참 신선했다. 말도 어눌하고 얼굴도 뽀얀 처자가 그 기센 언니들 사이를 헤치고 준우승을 했다. 언니들의 시기와 질투 를 이겨내고 성장하는 그녀의 모습은 흡사 일반인 출신을 대변하는 ‘도수코3’의 신데렐라였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소녀다움과 어른스러움의 ‘엄청난 간극’이라고 했다. 방송에서는 참가자들 간의 갈등이 상당해 보였는데, 친한 모델로 ‘도수코3’ 언니들을 뽑으니 의아했다. “그때는 한 달 반 동안이나 숙소에 갇혀있으니까 갈 등이 많았던 것 같아요. 막상 끝나고 보니까 그런 것들이 다 추억이 됐어요. 특히 탑3끼리는 방송 이후 촬영도 많았기 때문에 자주 보니까 친해졌어요.” 그녀의 결 과를 두고 사람들은 ‘일반인이 3위에 오르는 기염’이라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그 녀는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나 보다. “’도수코3’ 결과가 막상 나왔을 때는 아쉬웠어요. 너무 아쉬워서 며칠 동안 집밖에도 안 나가고. 이건 아무도 모르지만 요. (웃음) 끝나니까 너무 허탈한 거예요. 이제는 괜찮아요. 그런데 이제 새 시즌 시작하니까, 그런 생각이 다시 들긴 해요. ” ‘도수코’의 ‘선배’로서 앞으로 이에 지원할 후배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부탁했다. “ 이번에는 일반인 참가자가 전보다 더 많겠죠. 나이 어린 친구들도 많이 나올 거 고요. 함께 할 언니들이 나이가 많다고, 경력이 많다고 해서 기가 눌려 생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진경은 올해 한림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모델과가 있는 학교에 다니 기 위해 그녀는 무려 집에서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거리를 통학한다고 했다. 대단한 열정이다. 매일 다섯 시 반에 일어나야 하는 통학만으로 지칠 법도 한데 그녀는 학교 생활을 정말 즐기는 듯했다. “촬영 때문에 학교 가기 힘들어도 나갈 수 있으면 30분이 라도 나가려고 해요. 오전에 스케줄 있어도 찍고 학교 가고요. 모델과는 공부를 안 한 다고 많이들 생각하시는데(웃음) 공부도 많이 해요. 일반 수업도 듣고 워킹이나 모델 이론도 함께 배워요. 제가 아카데미를 나오지도 않았고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기 때 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많이 도움이 돼요. 에스팀 전문반에서 배우는 거랑은 또 달라요. 전문반은 활동을 많이 한 언니들이랑 배우니까, 중간부터 가르친다고 하면, 학교는 기초부터 가르쳐주거든요.” 식단을 챙겨야 하는 모델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친구들과 먹거리를 나누는 소소 한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그녀는 모델 친구들과 더 가깝게 지낸다고 했다. “케이플러스의 (박)선하언니랑 친해요. (고)소현언니랑도 친하고. 방 송에도 보여졌듯이 (강)초원언니랑도 친한데 요즘 많이 못 보네요. 같은 소속사 언니 들이 아무래도 자주 봐서 친해지는 것 같아요. “친한 남자 모델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또래 남자 모델인 모델 이의수와 김기범 얘기가 나왔다. 김진경을 검색하면 연관검색 어에 ‘김진경 김기범’이 뜬다. 혹시 스캔들일까 싶어 짓궂게 묻자 그녀는 크게 웃었다. “아, 그게 뭐냐면 만우절 날 저랑 기범오빠랑 페이스북에 커플 설정을 했어요. 근데 그 걸 까먹고 안 푼 거에요. 기범오빠랑 저는 정말 친한 사이에요. 형, 동생 사이? (웃음)” 방송이 끝나고 그녀를 덮쳤던 허탈감이 차차 가라앉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인 기가 반짝 인기몰이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델 아카데미가 있는 줄도 몰랐던 중학생은 서바이벌 방송으로 갑작스러운 모델 데뷔를 치렀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 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도수코3’의 여느 참가자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방송에 서 그녀의 선방에 언니들은 ‘운’이라며 눈을 흘기기도 했다. 하지만 얘기를 나누다 보 니 그녀는 어쩌면 이미 준비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그 저 엄마들이 가져오는 (가끔은 당혹스러운)옷들을 받아 입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그녀는 혼자 쇼핑하러 다녔다. “가족이 다 예체능 쪽이에요. 엄마도 패션계에서 일해 서 어릴 때부터 패션을 접하는 계기가 많았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혼자 옷 사 러 돌아 다녔어요.” 그 시절의 그녀는 예쁜 옷을 찾기 위해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나 광장시장을 돌아다 녔지만, 이제는 디자이너의 옷을 입게 됐다. 간혹 인생의 급격한 변화는 사람에게 혼 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새롭게 변한 인생에 매우 긍정적으로 적응한 듯 보 였다. “좋아요. 중학교 때는 공부 쪽으로 나갈 것도 아닌데 공부를 하고 있자니 시간 이 아깝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더 하루빨리 시작한 것도 있고. 이미 중학교 때부터 제 진로는 예체능 쪽으로 기울었어요.” 언니의 권유로, 어떻게 보면 수동적으로 시작하게 된 모델 일이었지만 이제는 욕심 과 열정이 생겼다. 그녀에게 모델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식의 대답이 나오겠거니 했는데 생각과 조금 다른 대답이 나왔다.

모델을 하면서 느꼈던 게 있잖아요. “그런제가모든처음에 걸 잃지 않고 끝까지 가고 싶어요. ” 그녀는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기보다, 그녀 스스로 앞으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당찼다. 디자인 쪽으로도 관심이 많아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다는 말에 ‘차세대 아이콘’에 대한 그녀의 욕심이 엿보였다. 그리 먼 미래는 아닌 듯하다. 그녀가 이번 룩북을 찍은 브랜드 ‘마소영(mahsoyoung)’의 디자이너 마소영은 그녀를 떠올 리며 작업을 한다고 했다. 벌써 디자이너의 뮤즈(muse)가 된 그녀는 이미 사전적인 의미로서의 ‘모델’,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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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고 등장한 모습의 그녀가 소탈한 이웃집 소녀의 느낌 이었다면 촬영이 시작된 후,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친근한 분 위기의 소녀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뽐내며 다른 세계로 한 발 짝 넘어갔다. 주위의 우려에도 준비한 과감한 의상들을 김진경은 너무나 멋지게 소화했다. 확실히 방송 때보다도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녀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김 진경 다이어트’가 나온다. 이 사실을 알려주자 그녀는 “아이고”라 며 쑥스러워했다. 그녀는 방송 출연 이후 1년째 체중 감량을 계속 하고 있다. 처음 3개월은 살이 빠지지 않아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처음엔 너무 급하니까 굶으면서 살을 뺐어요. 그 런데 그렇게 빼니까 ‘불쌍하게’ 살이 빠지더라고요. ‘도수코3’ 끝나 고 나서는 전문적으로 빼기 시작했어요. PT 수업을 받고, 헬스클 럽도 끊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이랑 요가를 같 “이 요즘은 하고 있어요. 확실히 식이요법이랑 운 동을 같이하면 빠지는 것 같아요. ” 매일 하루에 한 시간 반씩 꾸준하게 운동한다는 그녀에게 르데 뷰 독자들을 대표하여 정확한 식단을 공개해달라 요구했다. “아침 을 꼭 챙겨 먹어요. 저는 탄수화물을 줄이려고 쌀은 아예 안 먹어 요. 그 대신 탄수화물은 섭취는 해야 하니까 단호박을 1/4개씩 싸 가지고 다니면서 아침, 점심을 일반식과 함께 밥 대신 먹어요. 일 반식을 먹더라도 최대한 염분을 줄여서 먹고 물을 많이 마셔요. 저 녁은 샐러드 종류를 먹어요. 다양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되 최대한 ‘ 원푸드 다이어트’는 피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디톡스 다이어트를 하는데, 어우, 좋더라고요.” 그녀는 다이어트 팁으로 ‘꾸준히’를 거 듭 강조했다. 고민하던 젖살도 많이 빠지고, 선크림만 바르고 다녀도 완벽한 새하얀 피부에 인조 속눈썹으로 오해받곤 하는 속눈썹을 가진 그 녀는 아직도 신체 콤플렉스가 있다. “제가 골반이 체격이랑 나이 에 비해 있는 편이에요. 가족들이 다 있는 편이라서. 여자로선 장 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조금 스트레스였어요.” 화보를 진행하는 데 그녀의 교정기가 새삼 보였다. 나이를 의심케 하는 포징(posing)에 감탄하다가 문득 소녀다운 모습이 엿보이는 순간 이었다. “원래는 안 하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치아가 예쁜 게 웃 을 때 예쁘잖아요. 회사에서도 권하고. 어릴 때 하는 게 좋다고 하 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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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은 ‘도수코3’에서도 막내였고, 집안에서도 막내다. 이젠 언니들이 오히려 더 편하다는 그녀에게 ‘어리다’라는 수식어는 참 끈질기게도 붙어 다닌다. 소녀 콘셉트 의 화보가 지겹다는 인터뷰를 본적이 있어 ‘어리다’는 타이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어리다’는 게 싫지는 않아요. 다만 하고 싶은 게 되게 많은데 소녀 콘셉트 위주의 일 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은 정말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때 밖에 못 즐기는 거니까요. 여러 가지를 되게 많이 해보고 싶긴 해요.” 올해 나이 17살, 법적으로 엄연히 청소년이지만 커리어는 성인 못지 않다. 이러한 간극은 그녀의 모델 활동에 발목을 잡기도 한다. 포토그래퍼 홍장현과 작업한 이탈 리아 잡지 화보의 세미누드가 ‘아청법’ 심의에 걸리기도 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모 르겠는데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소녀는 뭔가 풋풋 하고, 뭘 해도 예쁠 때인 것 같아요. 어른은 책임질 것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그래도 어른이 되고 싶다는 건……. 제 나이 또래 애들이 말하는 게, 하고 싶은 게 많은 데 나 이 때문에 걸리는 게 많이 아쉽대요. 물론 제가 일을 일찍 시작해서 또래들보단 할 수 있는 게 많지만, 예를 들어 일할 때도 클럽에서 파티 하는 건 못 가니까요. 10년 후의 그녀는 바라던 어른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녀는 10년 뒤 자신이 겉만 자 라지 않았기를 바랐다. 이날, 27살의 김진경은 나이의 성장이 아니라 머리도, 마음도 꽉 찬 성숙한 여자로 그려졌다. 뭘 하든지 패션 쪽에 계속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 인 진로를 묻자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등 각종 패션 업계의 직업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이제 17살인 소녀가 당장에 대답하기에는 조금 이른 질문이었나 보다. 어른이 되기를 조바심내는 그녀에게 어른 김진경이 지금의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 지 물었다. ‘어림’을 벗은 것에 미련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녀는 의외로 슬픈 표정을 지었다. “많이 그리워할 것 같아요. (슬프네요.) 맞아요. 제가 지금 뜬 것도 좋은 기회 인데 앞으로 더 그런 기회가 없을 수도 있잖아요.”

제 인생 최고의 순간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요.지금이 앞으로 더 잘 되더라도 지금은 인생의 전환점이 된 시기니까, 지금을 못 잊을 것 같아요. ” 잠시 10년 후로 건너간 그녀는 진심으로 지금의 자기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행복한 10대의 시절을 회고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녀 는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이런 맘에 자기가 나온 영상이나 화보, 인터뷰를 모두 모아둔다고 했다.

미래에 대해 얘기를 하다 보니 결혼 얘기가 빠질 수 없었다. “제가 일을 일찍 시작 해서 그런지 결혼을 일찍 하고 싶어요. 제 인생의 목표가 있는데, 일찍 결혼해서 가족 과 함께 세계여행을 하는 거에요. 그다음에 가장 좋은 나라에서 같이 살고 싶어요.” 이상적인 결혼관을 듣자 남자가 돈이 많아야겠다는 우스갯소리가 절로 나왔다. 무심 코 나온 에디터의 말에 그녀는 답했다. “돈이 많이 필요하긴 할 거에요. 근데 저는 남 자가 돈이 많은 것보다 제가 많은 게 더 좋아요. 그래서 일을 열심히 하려고요. 지금 차곡차곡 잘 모으고 있어요.” 우문현답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중에 르데뷰 20호를 펼쳤을 때 볼 수 있도록 지금 꼭 기록하고 싶은 것을 물었다. “글쎄요, 나중에 이걸 보고 초심을 잃고 힘들 때 마음을 다잡았으면 좋겠 어요.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게 이렇게 고스란히 남아있으니까.” 문득 그녀에게 지금 행복한지 물었다. 그리고 그녀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네”라고 답하며 활짝 웃었다. 현재의 하루하루가 매일 새롭고 신기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텔레비전 쇼에서의 김진경은 한없이 어린 느낌이었는데, 실제의 그 녀는 조금 달랐다. 성숙의 과정을 지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딱 신록이 우거져 가는, 초여름이었다. 2013년, 17살의 초여름을 나고 있는 그녀는 생각보다 조금 더 말을 잘 했고, 조금 더 단단했으며, 조금 더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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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low your eyes

Editor CHO HYUNG WOON Photo KONG SANG UNG Model KIM HAK SU, CHO EUN JIN Make-up CHOI SAET BYEOL Assistant LEE JI IN Art KIM HEE MANG


WOMEN TOP_ TOE BYWCONCEPT BOTTOM_ WAROROBE BYWCONCEPT SHOES_ DIVA LOUNGE BYWCONCEPT BRACELET_ MONDAY EDITION BYWCONCEPT MEN TOP_ AVECE BYWCONCEPT BOTTOM_ GROSS INVENTORY BYWCONCEPT


LEFT DRESS_ WNDERKAMMER BYWCONCEPT BANGLE_ GRAMBEE BYWCONCEPT

RIGHT WOMEN TOP_ WOCHENENDER BYWCONCEPT BRACELET_ GRAMBEE BYWCONCEPT MEN TOP_ ORDINARY PEOPLE BYWCONCEPT BOTTOM_ SEESAW BYWCONCEPT



WOMEN TOP_ COMEANDGET BYWCONCEPT BOTTOM_ TOE BYWCONCEPT SHOES_ DIVA LOUNGE BYWCONCEPT BANGLE_ GRAMBEE BYWCONCEPT MEN TOP_GROSS INVENTORY BYWCONCEPT BOTTOM SEESAW BYWCONCEPT SHOES_ NATURAL WORLD BYWCONCEPT SUNGLASS_ CHEAP MONDAY BYWCONCEPT


WOMEN TOP_ ENVELOPE BYWCONCEPT SUNGLASS_ CHEAP MONDAY BYWCONCEPT

MEN TOP_ &WSTUDIO BYWCONCEPT BOTTOM_SEESAY BYWCONCEPT SUNGLASS_ CHEAP MONDAY BYWCONCEPT


LEFT TOP_ LIFUL BYWCONCEPT BOTTOM_ SEESAW BYWCONCEPT



PERSONAL SCENTS ‘개인의 취香’ 어느날 문득 마주친 향이 기억의 파노라마를 자극할 때가 있다. 무슨 향인지 깨닫기도 전에 흩어져버리지만 오랜만에 기지개를 켠 추억의 잔상은 꽤 선명하다. 누구에게나 추억은 있다. 하지만 각자의 추억에 베어 있는 향은 화장품 가게의 시향지의 그것처럼 제각각이다. ‘향기’던지, ‘냄새’던지. 지금 당신의 코를 자극하는 추억은 무엇입니까? Editor 김연수

Art 이보배, 김희망

르데뷰(LE DEBUT) 아트 디자이너 / 왕한슬 / 22 어렸을 적 수영장에 다닌 적이 있다. 동생과 아는 언니들과 함께 일 주일에 세 번 강습을 받으러 갔던 그곳은 나에게 매우 즐거운 추억 으로 남아있다. 수영이 끝나면 수영장의 소독냄새가 밴 뻑뻑한 머 리를 감으러 샤워실을 갔는데 거기서 나는 동생과 작은 통에 들어 있는 망고 향 샴푸를 썼다. 즐거운 시간을 마무리 하고 뻑뻑해진 머 리카락을 씻어주던 달콤한 샴푸 향은 이따금씩 지나가는 행인에게 서, 어떤 공간에서 마주치곤 한다. 그 때 마다 망고 향은 나를 반가 운 향수에 젖게 한다.

모델 / 김진경 / 17 우리 엄마는 평소 꾸미고 치장하는 걸 좋아하신다. 그래서 엄마한 테서는 화장품냄새가 많이 났는데 그 진한 파우더향같은 화장품냄 새가 어릴 적부터 정말 좋았다. 엄마한테서는 항상 그 냄새가 나니 까 그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안정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엄마가 화장을 지워도 그 냄새는 없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평 소 냄새에 민감한 편 인데, 실제로 내가 느끼기로는 사람들마다 다 다른 화장품 냄새가 난다. 그러니까, 같은 화장품 냄새가 나더라도 그 냄새가 어느사람의 냄새와 어우러져서 각기 다른 새로운 냄새 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당연히 우리 엄마의 화장품냄 새가 제일 좋다. 그 냄새가나면 엄마생각도 나게 되니 말이다!

루엘(Luel) 패션 에디터 / 임건 / 29 매일 밤 빨래를 한다. 울라이트 블랙(Woolite Black) 세제를 산 후 엔 매일 같은 수순의 밤을 보낸다. 방 한 켠에 널면 잠자리까지 은연 하게 밀려오는 순결의 향을 사랑한다. 일본에서 구입한 콩가루 세 제는 이 향에 밀려 아직 박스도 안 뜯었다. 후각은 은밀하다. 지독히 개인적이다. 기억과 시간은 그렇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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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 이재서 / 21 사람마다 각자 그 사람의 향기가 있듯 그 친구의 향기를 잊을 수 없 다. 그 친구와 만나고 돌아가는 길엔 손에 배인 그 친구의 향기가 가 득했고, 잠들기 전엔 내 머리카락에 배인 그 친구의 향기로 옆에 같 이 있는 느낌 이였다. 일년 반의 연애 끝에 헤어진 후 그 다음날. 그 친구를 만날 때 입었던 외투를 다시 입었는데 그 친구가 안아주는 느낌이 들어 그 자리에 앉아 펑펑 울었다. 시간이 좀 흐르고 우연히 올리브 영에 들어갔다가 그 친구가 항상 쓰던 핸드크림을 발견하 고, 그 친구 생각에 손에 발라봤는데 그 친구 손에서 나던 향이 아 닌 전혀 다른 쓴 향이 났다. 그 로션에서 그 친구의 향이 나기를, 그 친구가 옆에 있는 듯 느낄 수 있기를 잠시나마 기대했던 내 모습이 참… ...꼭 그 쓴 향과 너무 잘 어울렸달까. 이젠 지나간 일 이지만 가 끔 그 친구와 비슷한 향을 맡을 때면 그 친구를 만나고 혼자 돌아가 는 버스 안이 생각난다.

포토그래퍼 / 박시열 / 28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냄새는 여자친구의 살내음보다 가끔은 친근 하고 더 푸근하다. 하지만 런던에서의 생활은 항상 어딘가 눅눅했었 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생활에는 고스란히 싼 제품들이 녹아 있었 는데 세제 역시 그랬다. 그래도 그 향만은 특이하게 녹아 들어 있어 되려 오래 남아 있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 봄이 사라진 요즘 꺼내 입은 여름 옷에 아직도 그대로다. 이주 전 오만 출장에 기념품을 딱 하나 샀다. 200g짜리가 있어서 참 고맙더라.

르데뷰(LE DEBUT)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한수형 / 23 후각은 아주 예민해서 한 냄새에 일정 시간 노출되면 마비가 되어 더 이상 그 냄새를 맡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느끼지 못하게 된 냄 새들을 다시금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여행에서 돌아와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 이어지던 더위 중 간만에 비가 내렸을 때, 일년 만에 핀 꽃들을 볼 때, 오랜만에 남자친구를 만나 손을 잡을 때. 단 순히 ‘좋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냄새들을 마주한다. 이것은 ‘익숙 함’이다. 너무 가깝게 생각해서, 항상 내 곁에 머물러서 어느새 당 연하게 여기고 만 것들. 이것들을 생경하게 느끼는 그 순간과 그 냄 새를 아끼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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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RECEIVED ‘인정받지 못한 자’ 검은색 망사스타킹을 보면 두근거리는 남자. 그는 변태일까? 제복을 입은 여성을 보면 성적흥분을 느끼는 ‘그’는 변태인가? 이 세상, 개인의 취향을 인정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페티시 보고서. Editor 이진수

Art 이보배, 김희망

2009년 봄날의 이야기다. 나는 훈련병이었고 당연히 TV 시청은 꿈 도 꾸지 못했다. 따사로운 5월의 어느 날, 훈련병 이진수는 열심히 쓰레기 정리를 하고 있었고 넓은 쓰레기장 구석에서는 일병이 가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소원을 말해봐!” 신나는 비트에 맞춰 9명의 소녀가 예쁜 제복을 입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일병은 선심 쓰듯 다들 모여서 텔레비전이나 보라며 불렀고 나는 브라운관 앞에서 넋을 잃고 그녀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털썩 다리 가 풀리며 그대로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분명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소녀시대는 2009년 제복을 입고 짧은 미니스커트에 늘씬한 다리 를 흔들며 당당한 여성이라는 컨셉으로 등장했다. 그리고 경상도 구석의 어느 ‘찌질한 훈련병’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많은 남성의 마 음을 설레게 했다. 이어 2011년에는 일본까지 진출했다. 같은 노래 와 컨셉으로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들이 주목한 소녀시대의 매력 역시 제복과 다리였다. 많은 대중평론가들은 소녀 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남성의 페티시즘을 제대로 공략한 사 례로 꼽았다. 제복과 다리는 가장 흔한 남성의 페티시이고 이를 노 린 멋진 9명의 여성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들은 일종의 버튼을 눌 렀다. 형광등의 스위치를 켜듯, 남성들의 판타지에 ‘반짝!’하고 스위 치를 눌러준 거다. 페티시란 단어에 불쾌감을 느꼈을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소녀 시대의 페티시에 분노에 찬 얼굴로 일장연설을 한 친구가 바로 필 자 옆에 앉아있기 때문에 그런 반응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분 명한 건 페티시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거다. 그러므로 나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녀시대에 페티시란 단어를 붙일 수 있지 않 았겠나. 하지만 실제로 많은 이들은 ‘페티시’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낀다. 다음 백과사전에는 페티시즘을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 심 리학에서 생명이 없는 물건 또는 성적 부위가 아닌 인체부위에 접 촉함으로써 성적 감정을 느끼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성적 도착증 의 일종, 정신병. 하지만 현대의 모든 인간은 정신분석학에서의 신 경증을 가지고 있다. 정상 혹은 비정상의 이분법적 구분 자체가 이 미 고리타분하다. 당신이 ‘보통의’ 인간이라면 페티시즘에서 자유로 울 수 없다. 당신은 무엇에서 성적 호감을 느끼나? 눈? 코? 입? 혹

은 머리카락? 혹시 눈에서 성적 호감을 느끼는 당신이라면 이는 페 티시가 아니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소녀시대의 다리와 제복에 대한 페티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당신이 눈에서 성적 호감을 느끼 듯 누군가는 제복과 다리에서 성적 호감을 느끼는 거다. 그저 취향 의 문제일 뿐이다. 이쯤에서 남성 독자들에게 묻겠다. 당신의 페티시는 무엇인가? 예 상하건데 다리와 발에 관한 페티시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할 것 이다. 배우 잭 블랙은 자신이 발 페티시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 다양한 신발을 신은 여성을 보면 멋져 보인다.”고 했다. 물론 그 중 맨발이 최고라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영화 <은교>에서 시인 이적 요는 은교의 발목을 보고 흐릿하던 욕망이 다시금 타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미 페티시의 대명사가 된 스타킹도 결국은 다리와 발에 관한 페티시의 일종이다. 왜 많은 남자들은 여성의 다리에 집착하 는가. 이에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하체 페 티시가 있는 남성은 복종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 포르노라는 놀라운 컨텐츠를 통해 이 상관관계가 인정 되었 다. 포르노 사이트의 검색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발과 다리에 성애 를 느끼는 검색 내용은 복종적인 성관계를 하는 포르노와 높은 상 관도를 나타냈다. 남성은 사회적으로 지배적인 경향이 강하다. 이 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인데 공격적인 성향이 남성 들이 사회적 지배층으로 올라가는 악전고투를 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런 힘든 과정 속에서 내면적으로는 안식과 더불어 복종이라는 다른 역할을 꿈꾸게 하고 이 역할 바꾸기에 대한 잠재 적 열망이 하체에 관계된 페티시로 발현 된다. 물론 모두 똑같은 이 유로 페티시가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학계에서도 다양한 이 론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페티시라는 건 어떤 결핍에서 비롯된다는 거다. 많은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하체 페티 시도 결국 의지할 대상이 없는 상태의 보상이라 할 수 있다. 무언가 의 결핍은 그것을 채워 줄 수 있는 다른 대체물을 찾게 하는데 그것 이 페티시이다. 결국 페티시는 현대인의 결핍이 만들어낸 판타지인 셈이다. 고로 여성의 하체에 페티시를 느끼는 남자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현대의 남성들이 의지할 대상을 찾는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는 거다. 혹시 이런 종류의 페티시를 가진 남성을 안다면 한 번 쓰 다듬어 주자. 내면적으로 외로운 남자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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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살의 한 여성은 나에게 말했다. “페티시는 남자한테만 있지. 여 자들한테 그런 게 어딨어. 쓰레기통에서 찾은 스타킹 냄새나 맡으 면서 흥분하는 건 남자들이잖아, 안 그래?” 남자로서 치밀어오르 는 분노는 눌러삼키고 객관적으로 접근해보자. 정말 여성들은 페티 시에서 자유로운 걸까? 답은 ‘아니다’다. 1942년 정신분석학자 클 레람보의 저서 <여성의 에로틱한 열정과 페티시즘>은 직물에 관 한 여성들의 페티시즘 사례를 분석하면서 여성에게도 페티시가 존 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또 심리학자 딜런 에반스는 자신이 편 찬한 사전에서 페티시즘의 근원을 거세된 여성에 대한 아이가 느 끼는 공포라고 말했다. 즉 어머니가 음경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된 아이는 사실을 부인하며 부재하는 음경의 대체물을 찾게 되는데, 그 대상이 페티시이고 대상을 인격화 하는 것이 페 티시즘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페티시는 근본적으로 남성과 여성 을 따로 따지지 않는다. 남성과 더불어 여성도 여성 나름의 페티 시가 존재한다. 그럼 여성에게 나타나는 가장 대중적인 페티시를 이야기해 보자. 운전하는 남성의 목선, 굵게 튀어나온 팔뚝의 핏줄, 청바지 위로 봉 긋 솟은 남성의 엉덩이, 널찍한 등판, 끝도 없다. 심지어 유명한 로 맨스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남자와 섹스를 할 때 상대의 허리벨트 는 자신이 풀어야 흥분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여성의 페티시도 남 성 못지않게 다양하고 충격적이다. 단, 여성의 페티시가 남성과 다 른 것이 있다면 성적 흥분을 단지 시각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분위 기가 크게 좌우한다는 거다. 가령 남성이 여성의 스타킹 그 자체에 집중한다면 여성의 경우 남성의 목선과 더불어 그가 입은 옷, 그의 체취, 주변의 환경등도 그녀의 페티시에 영향을 준다. 어떻게 보면 여성의 페티시는 남성보다 휠씬 복잡 미묘하다.

언제나 이런 섹스칼럼을 쓸 때면 항상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역시나 이번에도 친구들을 모아 술자리를 가졌다. 슬쩍 옆자 리 친구에게 페티시에 관해 물었다. 한껏 술에 취한 그 녀석은 자신 의 페티시는 검은색 스타킹이라고 했다. 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여성 의 다리만 보면 야릇한 호기심이 발동한다는 거다. “난 그 스타킹을 찢는 게 좋아. 검은색 스타킹뿐만 아니라 스타킹을 찢는 게 진짜라 고 할 수 있어!” 순간 말문이 막혔다. 개인의 취향이라고 치부해 버 리기에는 좀 변태적인 게 아닌가 싶었다. 어떤 물신을 보고 그것으 로 성적 호감을 느끼는 것이 페티시라면 섹스에서 페티시는 어떤가. SM과 스팽킹(상대의 엉덩이를 때림으로써 성적 쾌감을 얻는 행위), 스와핑 같은 행위들도 결국 페티시의 일종이다. 페티시의 세계는 넓고 다양하다. 어디까지 개인의 취향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 걸까? 답은 뜻밖에 쉽게 풀렸다. 1995년 출간된 <변태 : 미국인들의 숨 겨진 성생활>이란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30년 전만 해도 구강성 교는 많은 사람이 변태적인 행위로 여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요즘 이성애자들끼리 항문성교를 하는 일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 히 많은 사람은 그것을 끔찍하게 여긴다. 하지만 앞으로 30년 후에 는…….” 이에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나의 의문에 말끔하게 답하 는 평을 내놓는다. “지구 위의 50억 명이라면 성적 취향도 50억 개 다. 변태와 정상행동을 구분하는 기준은 철저히 성인 사이의 평화 로운 합의가 있었느냐 여부가 되어야 한다.” 사전의 평화로운 합의 가 전제한다면 SM이나 스팽킹 같은 행위들도 그 정당성을 인정받 을 수 있지 않을까? 그저 각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취향이 다를 뿐. 남들이 뭐라 하든 어쨌든 둘이 좋으면 그만이다. 분명 페티시는 다양한 성적 호기심의 발동이다. 여성의 스타킹을 보고 호감을 느끼고 남성의 팔뚝을 보며 흥분을 느끼는 것, 게다가 침대 위에서 즐기는 일련의 행위까지 모두 포함한다. 그렇다고 이들 모두를 변태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단지 50억 명의 인구가 가지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50억 개의 취향일 뿐이다. 커피숍에서 모두 아메리카노를 시키지만 단 한 사람이 라떼를 주문한다고 해서 한 사람이 이상한 건 아니다. 대체 누가 이 사람에게 이상하다 할 수 있는가? 지극히 개인적인 개인의 취향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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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EYES FIXED ON YOU ‘시선’ 여름이면 전성기를 맞는 패션 아이템 선글라스. 옷차림을 돋보이게 해줄 뿐 아니라 우리의 눈이 향하는 곳을 철저히 비밀로 지켜준다. 전방 전천후 살피느라 바쁜 선글라스 속 시선 끝에는 또다른 당신의 선글라스가 있다. Editor 이경근

Photo 최석훈, 정택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Rayban, Richmond, Rayban, forever21, gentle monster, Ksubi, Karen walker, gentle monster 모두 개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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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이보배, 김희망


LE DEBUT VOL.20 SCENT

WOODY

조문의 법칙

장례문화 문외한인 당신을 위한 5분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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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미 죽어있다

위기의 연속인 우리네 인생, ‘이승탈출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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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ing Toward

Fashion Pic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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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BEYOND

Designer Interview_‘비욘드클로젯’의 고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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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고찰

CSI 뺨치는, 과학적인 냄새연구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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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줘도 괜찮아?

소녀는 늙지 않는다 tak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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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향을 입다

일하는 남자가 아름답고 그 ‘옷’은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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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WEAR, WEARING A MEN SCENT ‘워크웨어, 남자의 향을 입다’ 몇 년간 스키니진, 스키니한 남성, 하이엔드 패션이 한국을 휩쓸었다. 하지만 요즘 거리에 나 가보면 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 전과는 다르게 좀 더 굵어진 남성들의 실루엣 이다. 남성성을 강조하는 패션이 사랑을 받고있다. 바로 워크웨어다. Edior 이경근

Photo 김선후(festina lente)

*워크웨어 [ work wear look ] : 워크 룩 또는 워킹 웨어 룩이라고 도 한다. 작업복, 사무복에서 힌트를 얻은 디자인의 옷들인데 청바 지 룩(jeans look), 점퍼 룩, 커버올즈 룩, 스목 룩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스포티브 룩의 일종이라 할수 있다. 최근 남성복의 중요한 흐름인 미국식 빈티지가 세분화하면서 워크 웨어가 대중화되고 점차 심지어 유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세다. 남자는 일할 때 가장 멋지다는 말이 있다. 물론 책상에 앉아서 서류 를 검토하고 정리하는 신식 남성도 멋지지만 좀 더 원초적인 남자, 굴곡진 팔뚝과 조금은 거친 손 거친 숨소리 목덜미와 이마에 맺힌 땀을 가진 남자가 더욱 멋진 법이다. 작업복에서 유래된 워크웨어 가 이제는 이성에게 작업을 걸 때 쓰이는 작업복으로 손색이 없다. 워크웨어가 유행하면서 국내에서는 많은 워크웨어 브랜드가 나오 고, 브랜드들은 워크웨어의 기본을 유지하면서 좀 더 캐쥬얼하게 입 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옷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실 전반적으로 미 국 클래식 패션이 강세다. 그렇다보니 워크웨어와 아메리칸 클래식 의 중간 쯤 되는 옷들이 나오고 있다. 좀 더 캐주얼하게 입을 때는 워크웨어에 가까운 옷을, 차려입을 때에는 아메리칸 클래식에 가깝 게 입는다. 유행일 뿐만 아니라 워크웨어가 패션의 현 시점에서 의 미하는 바는 크다. 워크웨어는 실용성에 그 기본을 두고 있다. 옷은 가장 원초적으로는 몸을 가리기 위한 도구이다. 도구로써의 옷에 가장 가까운 영역이 워크웨어다. 물론, 밀리터리와 스포츠웨어도 큰 줄기이지만 좀 더 일상적인, 폭넓은 것이 워크웨어다. 최근 SPA브랜드가 많이 생겨나고 패션 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 라서, 어느 순간부터 옷은 미적인 기능만에 집중하게 되었다. 국내 주력산업이었던 섬유 분야 산업이 뒤쳐지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 다. 옷이 미적인 부분만을 추구하다 보니 원단이나 실용성, 내구성 에 대한 지향들이 사라지고 있다. 무엇이든 그것을 관통하는 핵심 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전제되어야 꾸준히 유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테일러링이나 수제구두제작 등의 기술은 이미 젊은이들에게는 사양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워크웨어의 유행을 긍정적으로 본다. 디테일이나 소재 등 실용성이라는 가치에 조금이 나마 집중이되기 때문이다. 워크웨어는 유니폼이라는 큰 뿌리의 한 줄기이다. 워크웨어가 기본 이지만 여러 유니폼들의 디테일이 많이 섞여서 나타난다. 셔츠와 바 지의 디테일이 특히 그렇다. 바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워크웨 어의 특징은 일할 때 입는 옷 답게 조금 여유 있는 실루엣과 여분의 수납공간이 많이 존재하고 실용성이 강조된다. 카고팬츠, 카팬터팬

Model 구진명

Art 김희망

츠, 유틸리티 팬츠, 커버올, 오버롤 등으로 불리는 옷에서 찾아볼 수 있다. 셔츠에서는 주로 앞면 포켓에 디테일이 많이 살아있고, 소매 나 옆솔기에 더블 스티치로 내구성을 강조하거나, 카라칸(올 풀림 을 방지하기 위해 마감을 하지 않고 길게 뽑아낸 디테일)등의 디테 일을 넣는 방법이 있다. 워크웨어는 소재면에서도 그 특징이 두드러지는데 섬세한 소재보 다는 두꺼운 모직이나 데님처럼 질기고 튼튼한 소재가 많이 사용 된다. 이 외에도 해병의 근무복 옷감인 샴브레이, 철도 노동자가 사 용한대서부터 유래된 히코리 등 주로 직종과 관련된 특징이 많이 반영된다. 또 워크웨어에는 주로 버펄로체크라는 패턴이 자주 사용 되는데 이는 북미지역 벌목공들이 주로 착용하던 패턴이다. 이 외 에도 북미지역 벌목공들이 워크웨어와 연관이 깊다. 두줄의 단추와 짧은 털이 달린 둥근 깃의 옷이라던지, 미국 5대 부츠 브랜드의 대 부분은 벌목공들에게 애용되다가 남북전쟁 당시 군사용 워커의 보 급을 담당했던 곳들이 많다, 최근 국내에서 ABC마트가 대너의 공식 수입을, 그리고 Redwing 은 압구정에 공식 매장이 생겼으며, 요즘 눈에 굉장히 많이 띄는 써 로굿을 수입하는 하이킥즈에서는 웨스코 등의 부츠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멀티샵 티피에서는 화이트부츠를 만나볼 수 있고 버즈릭슨 등의 하이엔드 급 워크웨어도 접할 수 있다. 치폐와를 제 와한 미국 5대 부츠를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고, 홍대 맨하 탄즈에서는 울버린 1000마일 부츠도 접할 수 있다. 의류는 니들워 크, 스펙테이터, 스웰맙, 커버낫, W.A.C, MNW 등에서 워크웨어에 기반한 많은 옷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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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EASE DON’T WEAR CLOTHING THAT IS TOO REVEALING 소녀는 늙지 않는다 TAKE 4 ‘보여줘도 괜찮아? 여자들의 속살에 관한 늑대들의 이야기.’

- ‘핫’ 팬츠를 입어주신 ‘핫’한 그녀들 반전남 노출한 사람들 보면 기분은 어때? 화끈남 멋있잖아. 자기 계발 잘하는 여자의 상징이 몸매인데. 특권이지. 그런 거 욕하는 사람 이해가 안돼. 은근남 정도껏 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몸매 잘 빠지고 좋은 사람이 하면 좋지. 눈이 호강하잖아. 근데 그게 아니다 싶으면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포도남 솔직히 말하자면 몸매 좋은 사람한테 눈이 힐끗힐끗 가긴해도 그게 ‘좋다’는 아니지 않아? 그냥 “좀 벗었네.” 정도지. ‘좋다’는 건 ‘하고 싶다’는 생각이 포함되어 있는 거 아니야? 식욕남 그건 그 날 욕구에 따라 다른 거 아닌가? 내가 욕구가 다 풀린 날이면 ‘오, 빵 빵하네’ 이러고 마는 거고, 욕구가 좀 충만할 때 보면 생각 달라지는 거고. 한 여자 근데 학교에 보면 노출을 즐겨하는 여자들 있잖아. 그런 여자들을 보면 남자들은 예쁘단 생각해? 포도남 난 예쁘단 생각은 안 들던데. 반전남 얼굴이 예쁘면 예쁘겠지. 포도남 굳이 담아두고 ‘예쁘다’ 생각하지는 않지. 식욕남 담아두면 전자발찌 차야 돼. 반전남 외국 보면 여자가 다 벗고 시위도 하고 그러잖아. 캠퍼스에서 그런 여자를 본다면? 한 여자 행위예술인 줄 알려나? 식욕남 난 다 구경하고 신고할거야! 화끈남 야동 보는 거랑 다른 느낌이긴 하겠다. 포도남 뭐, 엄청 좋을 것 같진 않은데. 뭔가 찜찜할 것 같아. 소변보다 만 느낌? 화끈남 다 같이 보면 별로지 않나. 반전남 역시 은근한 노출이 더 좋은 걸까? 식욕남 은근함 끝에 마침표는 내가 찍어줄 수 있잖아! 내가 궁금한 걸 내가 채울 수 있으니까. 한 여자 옷고름은 내가 풀게 해줘라! 식욕남 완전 명대사네. 반전남 그럼 아는 사람이 노출을 한 옷을 입고 왔을 땐 어때? 남자들은 그게 누구든 우선 시선이 가잖아. 본능적으로 보고나서도 난 되게 미안하던데. 화끈남 최대한 안 보려고 노력은 하지. 반전남 근데 보이잖아. 한 여자 남자들 노력하는 거 다 보여요. 포도남 안 보려고 노력하지. 한 여자 근데 그게 다 보인다니까. 눈이 확 내려가! 포도남 그게 어쩔수가 없어. 우린 노력해, 정말로. 알아주길 바라. 화끈남 맞아, 나도 노력하니까 약간의 죄책감 정도만 느껴. 근데 쳐다보는 건 정말 어쩔 수가 없어. 여자친구가 있어도 시선이 가더라. 식욕남 양심은 있고 가책은 없는 사람들. 쯧.

- 여친의 노출 반전남 화끈남 식욕남 은근남

남의 여자와 내 여자친구의 허용 가능한 노출 수위는 다르지. 당연히 다르지. 남의 여자는 상관없지 않아? 난 오히려 고마운데. 다른 여자가 노출해주면. 근데 내 여자친구에 대해서도 다른 남자들이 너처럼 볼 수 있다는 게 문제야. 내 여자친구 가지고 이상한 생각 할 수도 있잖아. 식욕남 나는 상관없어. 이미 내 소유잖아. 내 손을 잡고 있으면 상관없어.

고대 앞 치킨집에 모인 다섯 남자와 한 여자. 술은 얼마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들의 이 야기는 한 여름 더위만큼이나 끈적했다. 여성의 다리, 건포도와 가슴, 그리고 남성의 심볼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왔다. 지극히 진솔했던 여자의 노출에 대한 수다. 자. 준비하시라. 이제부터 옷장 안, 당신의 여름옷을 확인할 때다. Edior 김연수, 이진수

Art 왕한슬, 김희망

반전남 “내 여자의 노출은 결사반대, 하지만 다른 여자라면 땡큐.” 은근남 “은근한 게 좋아. 더 감칠맛 난다니까.” 식욕남 “굶으면 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냐?” 화끈남 “벗으려면 화끈하게 벗는 게 좋지. 안 그래?” 포도남 “노브라는 패션도 아냐. 그건 자기 건포도 자랑하려고 그러는 거지.” + 한 여자

상관없다가 바람난 적도 있지만. 은근남 만약에 네 여자친구가 노출을 즐겨. 근데 어느 날 네 친구가 너한테 ‘와, 너 여자친구 가슴 크더라.’ 이런 얘기 해도 괜찮아? 식욕남 그런 적 실제로 있어. 싫지. 그래도 내 여자친구가 그렇게 입는다는데 어쩌겠어. 포도남 가슴이 크면 굳이 말로 안 해도 다 알잖아. 그걸 남한테 까지 듣고 싶지는 않지 않나. 반전남 근데 왜 다른 남자들이 내 여자를 보는 게 싫지? 자랑스러울 수도 있잖아. 포도남 남자는 소유욕이 있으니까. 식욕남 내 밥에 남이 침 발라놓은 기분이야. 굳이 표현을 하자면 내 옷을 돌려 입는 기분? 반전남 여자친구가 실제로 노출을 한 경험담 한번 말해봐. 식욕남 많지. 걔는 가슴이 커서 뭘 입어도 노출이었어. 화끈남 어제 여자친구가 치마가 약간 시스루인거야. 자기가 더 불편해보이던데. 그래도 뭐 패션이니까. 반전남 그래도 너넨 패션에 깨어있는 경우라 인정해주는 거 아닌가. 나는 너무 파지면 좀 그런데. 화끈남 뭐, “예쁘다” 하고 넘어갈 정도면 괜찮아. 한 여자 그럼 그 “예쁘다”의 기준을 연예인으로 따져보자면? 식욕남 난 현아. 반전남 그럼 만약 여자친구가 현아 정도의 노출을 한다면? 화끈남 완전 안돼, 절대 안 되지. 뭐. 다른 여자면 상관없고. 포도남 차라리 얼굴 예뻐서 남들이 보는 게 낫지. 노출 때문에 보면 싫을 것 같아. 화끈남 남자는 다른 남자들이 그런 걸 볼 때 어떤 생각을 하고 보는지 아니까. 그래서 싫어하는 거지. 반전남 솔직히 남자들은 여자가 노출을 심하게 하고 나오면, 뭔가 그 여자가 개방적 으로 보이고 ‘쉽게 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원나잇하려고 접근할 수 있잖아. 그래서 내 여자가 노출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먹을까봐 내 여자의 노출에 더 보수적일 수 밖에 없는 거야. 한 여자 그러면 스스로 죄책감을 느껴본 적은 없어? 다른 여자와 내 여자친구에 대해 이중잣대를 들이미는 거잖아. 포도남 당연히 이중적일 수밖에 없지. 내 여자친구는 소중하니까. 남의 여자를 대할 땐 본능적으로 대하고, 내 여자친구를 대할 땐 이성적으로 대하는 법이지. 화끈남 노출에 대해 구속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보호받는 기분이라고. 짧은 치마 입은 여자친구를 좀 가려주고 챙겨줘야지 오히려 그런 거 안해주면 여자가 섭섭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내 여자의 노출 수위 은근남 살짝 숙였을 때 속옷 보이면 안돼. 식욕남 거듭 말하지만 난 상관없어. 나랑 둘이 있으면 노출 심해도 괜찮아. 이미 내 거니까. 화끈남 길가다 만나면? 식욕남 그건 좀 화나지. 다른 남자들이 추근덕 댈 수 있잖아. 은근남 나도 그래. 함께 있을 때는 괜찮아. 화끈남 나는 완전 자랑스러울 거 같은데. 반전남 ‘완전’까지야? 포도남 나는 ‘완전’까지는 아니고. 신경쓰일 것 같은데. 반전남 아무리 남자친구가 옆에 있어도 다른 남자들이 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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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남 난 패션이라고 보는데. 그 사람이 입은 것보다 행실이 중요하지. 그런 옷 입은 채로도 조신하고 그러면 상관없다고 봐. 반전남 그런 걸 입고 조신할 수 있나? 은근남 조신해야지. 화끈남 그런데 여자가 자신의 신체에 자부심이 너무 크면 어차피 드러내려고 하는 거 같아. 친구 옛 여친이 진짜 ‘초’글래머였는데, 걔랑 노출 때문에 아무리 싸워도 안 고치더라. 자기는 자기 신체부위 중에 자기 바스트가 제일 좋다고 하더래. 포도남 마음에 들어서 보여주고 싶대? 화끈남 응. 자기는 자랑스럽대. 포도남 그건 좀 그렇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사람들은 가슴 노출에는 보수적이잖아. 화끈남 맞아. 내 여자친구라면 차라리 하체를 드러내는 게 낫지. 식욕남 가슴은 일단 상징성이 있잖아. 그리고 첫인상에서 허벅지보다는 가슴부터 보고. 반전남 맞아. 남자는 가슴부터 봐. 은근남 얼굴이 예쁘다 싶으면 가슴을 보고, 얼굴이 별로면 가슴도 안보고. 화끈남 난 얼굴은 상관없는데. 반전남 그럼 빈약한 여친의 노출은 어때. 식욕남 안쓰러워. 공감하지 않아? 은근남 난 아직은 모르겠는데. 반전남 그럼 다리가 철사 같은데 핫팬츠 입고 뚱뚱한 여자가 미니스커트 입으면? 일동 아……. 포도남 다 좋은데 자기 장단점을 커버할 줄 알아야 돼. 식욕남 하체비만인 여자 은근 있잖아. 긴바지는 상관없는데 짧은바지를 입으면……. 한 여자 근데 비욘세는 뚱뚱한 거야 퉁퉁한 거야? 반전남 에이, 그건 글래머러스! 골져스! 은근남 남자들은 마른 거 별로 안좋아해. 한 여자 비욘세가 가슴이 없다면? 반전남 그럼 하체비만이다. 비율이 중요해. 식욕남 문제가 안돼, 조금 통통해도 가슴이 있으면.

- 그녀의 다리를 볼 수 없다 반전남 여자들이 야하게 입고 오면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그건 어쩔수 없는 건데 쳐다보본다고 뭐라 그러면 안 되는거 아니야? 한 여자 또래 남자들은 괜찮을 것 같은데 아저씨들이 흘깃흘깃 보면 소름끼쳐. 반전남 여자는 보여주려고 입는 거잖아! 한 여자 남자들도 멋지게 입고나왔는데 할머니가 그렇게 쳐다보면 기분 좋진 않잖아? 식욕남 나는 여자들이 행실을 똑바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 자기가 가슴이 보이는지도 모르고 건포도가 노출된지도 모르고 그렇게 돌아다니는건 아니지. 지하철에서 짧은 치마입고 그냥 앉으면 속이 보여. 그걸 가리라는거야! 애티튜드를 지켜야지. 한 여자 근데 노출에 둔감한 여자들이 있어. 식욕남 자기가 둔감할거면, 쳐다본다고 뭐라 하면 안 되는거야. 자기가 잘 행동해야지. 은근남 근데 내 여자는 절대 안돼. 왜냐면 아무리 잘 처신한다하더라도 불안하니까. 반전남 그럼 ‘철벽녀’야! 완전 온몸을 가리고 다니는 여자. 노출에 거리낌 없는 여자와 ‘철벽녀’ 중 누가 더 성범죄에 위험할 걸까? 한 여자 그건 남자들 비하하는 거 아냐? 성 범죄자들은 성 범죄자니까 그러는 거지. 남자들 전체를 잠재적 성범죄자로 보는 거잖아. 반전남 여자들이 야하게 입어서 성범죄자들한테 발동을 거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는거야. 식욕남 근데 노출 때문에 흥분하는 건 아니라던데. 사소한 부분에 흥분하는 경우도 있잖아. 한 여자 어떤 여자가 머리를 한쪽으로 넘겼는데 남자가 와서 자기 페티시니까 하지말라고 했대. 포도남 미친놈이네, 뭐야 그건. 성범죄자들을 변호해줄 거리는 없어. 식욕남 모두가 본능도 맘도 똑같은데 지키냐 안 지키냐의 차이지. 한 여자 그럼 일단은 하고 싶은 마음은 다 있는 거구나? 포도남 그건 한창 불끈불끈할 중학교 때나 그렇지. 지나가는 여자랑 다 하고 싶은 건 아니야. 남자들은 다 알거야. 반전남 물론이지. 노출한 여자 보면 “아, 좋다!” 이정도? 그냥 아름다움의 문제랄까. 참된 의미로 사회에 기여하시는 분들이야. 난 장려하고 싶어, 물론 내 여자친구는 제외하고. - 제발 이런 노출만은 피해줘! 식욕남 셀룰라이트 보이게 노출하는 건 진짜 아닌 것 같아. 포도남 난 딱히 눈살이 찌푸려지는 노출은 없어. 근데 시스루는 여자친구 못 입게 할 거 같아. 차라리 핫팬츠가 낫지. 반전남 핫팬츠보다 시스루가 더 야한 느낌이 있지. 그럼 노브라는 어때? 포도남 그건 안돼! 미국드라마에서 외국 여자가 탱크탑을 입었는데 건포도가……. 그건 진짜 영 아니던데.

은근남 집에 단둘이 있을 때는 괜찮아. 포도남 실루엣이 다 들어나는 건 절대 안 되지! 패드라도 했으면 좋겠어. 그건 패션도 아니야. 건포도 자랑하는 거지. 반전남 오, 과감한 표현인데. 근데 다른 여자의 건포도가 보이면 좋지 않을까? 포도남 제정신 박힌 여자로 안 보일 것 같은데. 식욕남 일차적으로는 좋지 않을까? 한 여자 그런 여자 본 적 없잖아? 식욕남 난 있어. 여자가 노브라고 남자가 그 여자 가슴에 손을 얹고 가더라. 반전남 건드리면서 간다고? 진짜 깬다, 방을 잡고 말지. 한 여자 여자들 치마레깅스는 어때? 엉덩이 라인을 너무 강조하지 않아? 식욕남 그건 여자들 편해서 입는 것 아닌가. 은근남 나는 트레이닝복 핫팬츠. 엉덩이에 핑크는 뭐야. 난 그거 싫어. 식욕남 난 좋은데. 대놓고 보여주는 것보다 은근해서 좋아. 한 여자 브래지어 라인도 별론가? 식욕남 그건 행실에 포함되는 거지. 화끈남 응, 안 보이는 게 좋아. 한 여자 나시 입으면? 어쩔 수 없잖아. 반전남 그럼 캡을 해! 식욕남 이 사람 은근 보수적이네. 화끈남 나는 끈 정도는 뭐. 친하면 조절도 해주고 바로잡아주기도 하는데. 반전남 너 그거 잘못하면 성추행이다. 한 여자 한참 돌아다니다가 자기가 발견하는 것보다야 낫지, 뭐. 포도남 바로잡아 줄 수는 있지. 대신 끝마무리를 잘해야 돼. 어색하지 않게. 반전남 그럼 뽕브라는 어때? 일동 그건 괜찮지. 식욕남 그것마저 뭐라 그러면 가슴 작은 여자더러 죽으라는 거잖아. 남자들이 그렇게 가혹하진 않아. 은근남 맞아, 남자가 깔창 끼는 거랑 뭐가 달라. 한 여자 그럼 벗겼는데 엄청 작으면. 배신감 느끼지 않아? 식욕남 음, 속상하긴 하겠다. 포도남 배신까진 아니고 많이, 아주 많이 실망하겠지. 어쩔 수 없잖아. 은근남 관대하네, 들.

- 의외로 가슴은 중요하지 않다 반전남 그럼 여자의 신체부위 중에서 뭐가 제일 중요해? 은근남 손. 화끈남 아킬레스건. 반전남 근데 의외로 가슴을 안보네. 식욕남 말도 안돼, 다들 솔직하지 못한 거야. 은근남 내 전 여친중에 E컵도 있었고 A컵도 있었어, 그만큼 난 가슴은 잘 안 봐. 일동 E컵?! 화끈남 내 전 여친은 가슴이 아예 없었어. 나보다도 작았지. 반전남 뭐? 너보다? 남자보다 작은 가슴이 있어? 화끈남 난 운동을 하니까! 여자친구가 농담 삼아 나보다 “너가 나보다 크다” 그러곤 했는데. 그래도 난 좋았어. 다른 게 예뻤거든. 반전남 근데 밤이 찾아왔어. 분위기가 좋아서 야릇해졌어. 이제 만리장성을 쌓아야 돼. 그래서 누워있는 여자친구한테 손을 뻗었는데 손에 닿는 게 아무것도 없 고 남자 같으면 어떡해. 은근남 그냥 잡히기만 하면 괜찮아. 별로 상관없어. 내가 극과극의 체험을 해봤잖아. 포도남 맞아 그런 것보다 분위기랑 서로의 호흡이 중요해. 서로 살이 맞닿는 게 더 좋지. 식욕남 난 가슴의 중요성을 마냥 그렇게 무시 못하겠어. 훑을 때 뭐가 없으면 문제가 생기지 않아? 촉감이 분위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던데. 포도남 물론 가슴이 영향을 주지만 1순위가 될 수는 없는 것 같아. 반전남 생각보다 가슴이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 안하는구나. 한 여자 누구는 작은 가슴 좋아한대. 포도남 그건 뻥이야. 좋아할 것 까지는 없지. 식욕남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은 이 때 쓰라고 있는거야.

- 마지막 한마디 식욕남 얼마나 벗고 다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행실이 중요하지. 화끈남 적당한 노출은 사회에 기여한다고 생각해. 공공재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외부효과를 창출하니까. 적당하면 좋고 너무 나가면 범죄와 연결되는거야. 은근남 노출을 하되 자기 주제를 알고 하는 게 제일 중요해. 대신 내 여자는 안돼. 포도남 진짜 아름답게 보이려면 때에 맞는 적절한 노출이 필요해. 애매한 얘기지만 그건 어쩔 수 없어. 여자들이 남자의 시선을 즐기려고 하는데 그게 좋은 시선 은 아니니까 굳이 즐길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반전남 사실 남이 어떻게 하고 다니든 상관할 이유는 없지. 그래도 내 옆 사람을 위해서 스스로 과도한 노출은 자제하는 센스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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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ABOUT THE SMELL ‘냄새의 고찰’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냄새들과 만난다. 그 중에는 분명 익숙하지만 정체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무시하기엔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냄새들. “대체 이 냄새들은 왜날까?” 지극히 개인적인 호기심에 시작한 냄새의 고찰. 냄새의 근원지를 샅샅이 파헤쳐본다. Editor 이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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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홀아비 냄새 매일 아침 엄마가 방에 들어오면 항상 하는 잔소리 고정 레퍼토리가 있다. “아이고, 냄새! 환기 좀 시켜라. 원 냄새가 나서 못살겠네.” 정 작 자신은 잘 모르지만 20살 이상의 남자 방이라면 누구나 난다는 홀아비 냄새.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때 문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안드로스테놀과 안드로스테논이라는 두 가지 화합물을 만들어 내는데, 이게 땀으로 배출되면서 냄새가 난다. 그 중 안드로스테논은 사향 냄새와 비슷해서 여성들이 좋아하지만 안드로스테놀은 오줌냄새가 난다. 이게 홀아비들에게서 나는 냄새, 바로 홀아비 냄새다. 이 냄새는 사실 잘 관리 하면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일단 스트레스를 줄이고 술도 줄이고, 밥도 일찍 먹고 잠도 일찍 자야 한다. 즉 새 나라의 어린이가 되라는 말씀. 그게 싫다면 방 청소를 열심히 하자. 페브리즈를 열심히 뿌리는 건 필수! 여자들이 싫어하는 냄 새 1위가 바로 홀아비 냄새다. 여자친구 없다고 ASKY(안생겨요)나 외치지 말고 방 청소부터 하자.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부터 글러 먹은 거 같으니 이런 노력이라도 하는 수밖에.

_ 병원 냄새 병원에 들어서면 뭔가 알 수 없는 ‘쎄-’한 냄새가 난다. 병원마다 꼭 나는 냄새다. 범인은 바로 크레졸이란 소독약이었다. 크레졸은 페놀 에 메틸기가 하나 더 붙은 화합물인데 그다지 유쾌한 향은 아니라고. 많이 맡으면 건강에도 좋지 않아 일부 병원에서는 일부러 업체를 불 러 크레졸 냄새를 제거한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 냄새의 원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환자 냄새다. 소독약과 은근히 뒤섞여 나는 시큼한 향기, 사람냄새인지 병 냄새인지 알 수 없는 냄새와 건조한 입원실 안에서 나는 묘한 냄새는 소독약 냄새와는 또 다른 냄새이다. 병에 따라서 독 특한 체취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당뇨의 경우 시큼한 냄새, 트림할 때는 달콤한 냄새, 장티푸스의 경우 빵이 탄 것 같은 냄새가 난다. 항생 제를 복용하면 곰팡이와 비슷한 향이 나고 폐 질환은 비릿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냄새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친 구가 정말 크게 다쳐서 중환자실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그 때 친구가 죽는 줄 알고 어찌나 울었던지 그게 트라우마가 돼서 병원냄새를 맡 으면 그때의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다. 다쳤던 친구는 나보다 더 심하게 이 냄새를 싫어하는데 친구 말을 들어보면 병원에 가면 죽는 게 연 상된단다. 그 친구한테는 병원냄새는 정말 죽음의 향기라고.

_ 비 냄새 비가 내리기 전이면 진한 흙냄새를 맡을 수 있다. 향긋하면서 약간 비리기도 한 이 비 냄새는 뭘까. 비는 일반적으로 무색무취로 알려졌 지만 일단 내리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냄새 분자와 결합한다. 주변의 다양한 냄새가 이 빗속에 담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로 비가 일반적으로 닿는 곳은 흙이다. 흙 안에 있던 다양한 곰팡이와 토양 균들이 비가 내릴 때 순간적으로 증발하는데 그 순간 우리는 평 소 느끼지 못한 진한 흙냄새를 맡게 되는 것이다. 또 비가 내리기 전 습도가 높아지면 공기 중 냄새분자들이 콧속에 잘 달라붙으므로 후각 이 훨씬 예민해진다. 그 때문에 비가 오면 항상 비 냄새를 맡게 되는 것이다. 비오는 날 습도와 관련된 재미난 속설이 하나 있는데, ‘비오는 날은 회를 먹지 말라’이다. 실제로 비오는 날에는 횟집의 매출이 떨어진다. 사람들은 습도가 높은 날엔 세균 번식이 활발해진다고 생각하는 데 이는 잘못된 이야기다. 비가 오면 후각이 민감해져 안 나던 비린내가 날 경우는 있어도 세균의 번식은 습도와는 연관성이 없다. 사단법 인 한국생선회협회에서 생선의 페브리오 패혈균을 번식하는 실험을 한 결과, 다른 날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물론 비오는 날 왠지 회보다는 부침개가 더 끌리기는 하지만 회를 먹으면 안 되는 건 아니니 참고해 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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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세탁소 냄새 머릿속으로 이 냄새를 떠올리면 항상 비슷한 풍경이 그려진다. 꼭 세탁소에만 있는 칙칙거리며 증기를 뿜는 스팀다리미, 무지막지하게 큰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천장 긴 옷걸이에 빽빽히 걸려있는 옷들. 그 사이로 미처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 햇살. 그래서인지 항상 침침한 세탁 소 안. 그러면서 나는 묘한 석유냄새. 개인적으로 참 낭만적인 향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암과 생식장애를 유발하는 무시무시한 냄새 였다. ‘제길…….’ 솔벤트라는 세제를 사용해 세탁한 뒤 건조하면 VOC라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이 발생하는데 이 속에는 흔히 알려진 발암 물질인 벤젠과 톨루엔 등이 포함되어있다. 꽤 위험한 물질이라고. 흔하게 알고 있던 이 세탁소 냄새는 절대로 좋지 않으니 피하는 게 좋다. 세탁소 냄새 하면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기생충이다. 석유 냄새를 좋아하면 뱃속에 기생충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석유 냄새를 맡으면 기생충이 죽기 때문에 몸에서 반응하는 거라는 꽤 그럴듯한 보충설명도 곁들인다. 일축하자면 이 이야기는 넌센스다. 이런 논리라면 암에 걸리면 항암제 냄새가 좋아져야 하는 건가 싶다. 기생충이 걱정이라면 약국 가서 천 원짜리 구충제를 사 먹어라. 괜히 석유 냄새 맡다 암 걸 리지 말라는 말이다. 암에 걸리면 정말 항생제 냄새가 좋아질지 또 모르긴 하지만.

_밤꽃 냄새 이 맘 때쯤 혹시 산책을 하다 비릿한 냄새를 맡아본 적 있는가? 이는 밤꽃 향기다. 참, 향기라고 하기엔 좀 역한 게 사실이다. 아시는 분들 은 다 아실 테지만 밤꽃냄새는 남성의 정액냄새와 비슷하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에는 이 밤꽃 필 무렵이면 부녀자들이 바깥출입을 삼가 고, 과부들은 잠을 설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로부터 백 년도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이 냄새를 맡으면 얼굴이 붉어진다. 왜 꽃에서 이런 부끄러운 냄새가 날까? 이유는 실제로 밤꽃 냄새의 주성분이 정액 성분과 대체로 같기 때문이다. 정액 속에는 스퍼미딘과 스퍼민이라 는 성분이 있다. 이것들이 밤꽃 냄새 성분에도 들어 있는데 이 두 물질은 질소가 포함되어 있는 화합물이기 때문에 비린 냄새가 난다. 스퍼 미딘과 스퍼민은 염기성으로 정자를 보호해 여성의 몸 속 산성이 가득한 통로를 거치는 동안의 생존률을 높여준다. 그런데 밤꽃에는 이런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 아직 학계에서도 왜 밤꽃에 두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밝히지 못했지만 이 비릿한 냄새는 꿀벌들이 싫어한다는 것은 밝혀졌다. 그러나 최근 밤꽃 냄새가 면역세포의 수명을 연장시켜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뭐 전혀 쓸 데 없는 냄새는 아니란 게 밝 혀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 비릿한 냄새를 맡자고 코를 킁킁거리기엔 아직까지도 역한 건 사실이다. 장수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한 번 시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다만 남들 안보는 곳에서 하자. 자칫 변태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_군인 냄새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냄새다. 필자는 한 번도 맡아보지 못했다. 군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인 냄새는 도저히 모르겠다. 인터넷을 열 심히 뒤져보고 도서관 책도 뒤져봤지만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화학공학과 교수님에게도 찾아가보았지만, 모든 인간에게서 똑같은 냄 새가 날 수는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군인냄새의 원인은 먼저 발 냄새. 군화가 통풍이 잘 안 된다. 보급 받는 양 말도 일반 양말의 두 배쯤은 되고 그러다보니 오래 신고 있으면 당연히 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두 번째로 생각해본 원인은 땀 냄새다. 일 반인보다 활동이 많지만 군복이 땀을 효과적으로 배출해주지는 못한다. 이번에 바뀐 신형전투복은 특히 더 그렇다고. 땀이 나면서 밖으로 배출되지 못해 나는 일종의 암모니아 냄새이다. 세 번째는 사람들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재하는 냄새는 없지만 군인에 대한 안 좋은 시선이 군인냄새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앞서 말한 두 가지 이유보다 훨씬 그럴 듯하다. 사실 군인은 휴가 날짜를 받으면 휴가 나오기 일주일 전부터 준비한다. 옷도 가장 깨끗한 옷으로 입고 나온다. 휴가 나와서 향기가 나면 났지 냄새는 안 난다. 나라를 지켜주는 군인들, 냄 새난다고 피하지 말자. 냄새 안 나는 거 당신도 알지 않나. 진짜 냄새는 군인냄새 난다고 얼굴을 찡그리는 당신에게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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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BEYOND ‘디자이너 고태용’ 비욘드 클로젯의 고태용은 자신의 패션 모토가 ‘네버랜드의 구현’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21세기 재림한 ‘피터팬’은 우리의 상상 그 너머의 것을 향하고 있었다. Editor 김정은, 정다운

Photo 정다희

약 다 끝마치지 못했을 때에도 늦게까지 힘들지 않고 정말 일상처 럼 열심히 할 수 있는게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은 내가 즐기 면서할 수 있는 일이다. 또 내가 가진 재능을 가지고 그 현실을 어 떻게 즐기면서 하느냐도 중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기회가 오고 기회가 왔을 때 잡는 사람과 잡지 못하는 사람에 의해서 판가름 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한다. 남성복브랜드 비욘드클로젯을 이끌고 있는 6년차 디자이너다. 디자이너면 옷 입는 센스도 남다를 것 같은데 자신만의 스타일링이 있나? 여러가지 옷을 많이 입는다. 옷이 정말 많아서 그들을 섞는 믹스 매치, 또는 여러 가지 스타일을 많이 시도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하나? 기본에 충실하면서 시크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예를 들자면 심플한 셔츠나 깔끔한 느낌의 보이프렌드룩. 무엇보다도 여성이 가진 당당 함을 어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글라스를 즐겨 쓰시는데 이유가 있나? 고등학교 때부터 안경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선 글라스를 많이 모았고, 개인적으로도 선글라스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선글라스는 사람들과의 어색한 아이컨택에서 좀 더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또한 이번에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는데 내가 직접 쓰고 다니는 게 가장 큰 홍보효과라고 생각해서 더 즐 겨 쓰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디자이너는? 알렉산더 왕. 작년에 미국에서 만났는데 얽매이지 않고 패션을 놀 면서 재미있게 하는 것이 나와 모토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한국 에서는 최범석, 강동준 디자이너. 나이는 내가 가장 어리지만 만나 서 자주 친목도 다지고 편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패션과 관련 없는 공부를 했다고 들었다. 도중에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편입하게 된 계기가 있나? 좀 활발하고 생기 있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의상학과에 들 어갔을 때까지만 해도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공 부하다보니 호감을 가지게 됐다. 결정적으로는 서울컬렉션을 보면 서 디자이너들의 옷을 보고 내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패션을 공부하기 전의 장래희망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평범하게 직장인으로서 돈 벌며 안정된 삶을 사는 것. 현실적인 꿈 이었다. 미래나 꿈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성과를 거둔 디자이너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지금까지 달려왔나. ‘패션을 즐긴다.’는 생각으로 일한다. 디자이너는 자유로운 직업이 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가고 싶을 때 나가서 할일 할 수도 있고, 만

Art 왕한슬, 김희망

디자인을 할 때 영감을 받는 곳이 있는지. 과거의 추억, 혹은 현재에 내가 가장 몰두하고 빠져있는 것. 그것을 표현하는 것으로부터 내 컬렉션은 시작한다. 예를 들면 이번 F/W 컨셉은 ‘원 테이블’인데 이 구상은 내가 많은 일들을 하면서 사람들 을 만나는 장소인 카페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일상에서 뽑아낸 컨셉을 바탕으로 컬렉션을 꾸몄다. 실제로 까페처럼 변한 무대에서 모델들이 워킹을 하고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서 셀카도 찍고 신문도 보는, 매우 자연스러운 쇼를 진행했다. 25명의 모델과 25벌의 옷들 이 평소의 고태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일을 하다가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한 자신만의 해결 방법이 있나? 첫 번째 해결책은 대화다. 힘든 시기를 함께 했던 지인들과 이야 기를 나누다보면 동기부여가 다시 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해 결책은 혼자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는 것. 집에서 편안히 누 워서 많은 생각들을 하다가 잠들고, 다음날 일어나서 새롭게 하 루를 시작한다. 비욘드클로젯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패션위크에서 여태까지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색과 매치. 비욘드 클로젯이 풀어내는 다양한 컬러와 위트 있는 그래픽은 오늘날의 젊 은 층이 어떤 패션을 원하는지에 대한 답을 반영한다. 이번 컬렉션에 여자 모델을 한 명 세웠다. 그 의도가 궁금하다. 남성복으로 만들어놓고 이 옷을 여성이 입었으면 하는 바람인가? 보통의 남성들이 여자 모델을 보면서 “아, 저 옷은 내가 입어도 잘 어울리겠구나!”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전체적인 컬렉션의 분위기를 위해 여자 모델이 한 명 있으면 남자들만 있는 컬렉션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번이 열 번째 컬렉션이다. 컬렉션을 진행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나. 컬렉션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컬렉션을 하 면서 자금, 작업환경 등 현실적인 문제들은 개선이 되었으나 컬렉 션 자체는 계속해서 부담이 된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 는 게 눈에 보이니까. 그래서 준비할 때마다 힘이 든다. 이런 고생은 아마 계속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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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하는 한 명으로서 좀 미안하기도 하다. 이제껏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컬렉션은 무엇인지. 아무래도 첫 컬렉션과 최근의 컬렉션이다. 27살, 첫 번째 컬렉션 을 통해 패션위크 데뷔를 하고 ‘스타 디자이너’라는 타이틀 아래 스 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다. 그 당시에는 내가 열 번이나 컬렉션을 진행할 지는 상상을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컬렉션도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10이라는 숫자의 느낌을 좋아하기도 하고. 디자이너로서 지금까지 달려오는 동안 힘들게 한 사람이 있었나? 당황시킨다거나, 아니면 못살게 군다거나. 딱히.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 편이다. 누군가 내 욕을 했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전에 그 사람의 위치를 먼저 생각해 본다. 나보다 높은 위치의 사람의 발언이라면 분명 내 자신 을 돌아보고 한계나 문제점을 인정한다. 반면 나와 비슷하거나 혹 은 나보다 낮은 사람이면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는게 속 편하고 현명하다.

그럼 앞으로는 따로 휴식 없이 바로 뉴욕에 진출하는 계획인가? 사실 요즘은 휴식이라는 걸 가져본 적이 없다. 쉴 시간이 없다. 원래 쇼 끝난 다음날도 바로 나가서 일을 하곤 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진 행 중인 콜라보레이션이 너무나 많다. 콜라보가 마무리 되는 대로 바로 뉴욕 진출에 올인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욕심나는 콜라보! 가장 하고 싶었던 콜라보는 자동차였는데, 현재 진행 중이라서 즐 겁게 일을 하고 있다. 다른 것을 생각해 보자면 핸드폰 케이스나 쥬 얼리 같은 아이템들을 시도해보고 싶다. 뉴욕컬렉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 다음 목표는? 정말 좋은 하우스 브랜드. 이번 알렉산더 왕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하우스 브랜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아직은 목표라 기보다는 꿈에 가깝다.

비욘드클로젯은 어떤 사람들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체형이나 성격 측면으로. 누구에게 잘 어울리겠냐는 질문의 답은 사실 잘 모르겠다. 특히 특 정 체형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입어주었으면 하는 사람들 은 있다. 컬렉션 레이블을 즐길 수 있는 사람. 비욘드클로젯의 비싼 자켓에 저렴한 것들이어도 어울리게 믹스매치 할 수 있는 사람. 옷 을 즐기면서 입을 줄 아는 남자들이 입어줬으면 좋겠다. 패션위크가 해를 거듭할수록 대중의 관심을 많이 끌고 있다. 부담이 될 듯도 한데. 사실 처음에는 부담이 됐다. 점점 커져가는 기대치에 요즘도 부담 이 되는 게 사실이고. 그렇지만 부담감에 억눌리기 보다는 자신감 을 가지고 하던 대로 하려고 노력한다. 결과물을 눈으로 사람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있으니까. 사실 모델들이 굉장히 인기를 끄는 추세다. 마치 아이돌처럼. 어떻게 생각하나? 좋다. 사실 서너 시즌 전만 해도 백스테이지를 가면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다 나에게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모델들은 소외를 받고. 모 델이라는 직업이 굉장히 힘들다. 컬렉션을 하는 순간 이외에는 정 말 벌이도 없고, 또 스스로 자기관리도 철저히 해야 하고. 그 친구 들이 조명을 받으면서 좀 더 여유로워지고, 나아가 모델로서 디자 이너인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건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아쉬 운 점이 있다면, 최근 모델을 보러 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내가 어릴 적 컬렉션을 보면서 디자이너 꿈을 키운 것처럼, 컬렉션은 디자이너 꿈을 키우기 위한 동기부여가 되 는 장소가 될 수 있는데 그런 점이 좀 안타깝다. 뉴욕과 한국의 패션시장은 분명 다르다. 뉴욕에 가는 각오가 궁금하다. 뉴욕은 하이엔드의 고장이니까 한국과는 정말 다르다. 예를 들면 한국은 내가 처음에 100을 보여줘서 열광을 했다면 그 후에는 80 만 보여줘도 열광한다. 그냥 내가 만든다는 자체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뉴욕 같은 경우는 디자이너가 아무리 스타고 아무리 멋있 어도 옷이 좋지 않으면 비즈니스가 안된다.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다른 어 떤 것보다도 옷에 더 많은 집중을 해야 한다. 디자인이 기본이 되 어야 한다는 생각과 나의 서울에서의 첫 데뷔 때의 열정을 가지고 정진하고자 한다.

스스로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있나? 혹은 라이벌로 생각하는 디자이너라거나. 없다. 물론 다른 디자이너들의 옷도 좋아하고 그들의 디자인을 많 이 보긴 본다. 그렇지만, 그들의 컨셉과 나의 컨셉이 겹친다고 내가 피해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컨셉이라도 자신감을 가지 고 다르게 접근해보고 싶달까. 비욘드클로젯을 다른 라인으로 확장하려는 생각도 있나? 제일 먼저하고 싶은 건 여성복이다. 여성적이지 않은, 비욘드클로젯 의 소신을 담은 여성복 라인을 열고 싶다. 박시한 셔츠나 보이프렌 드 데님자켓, 시크한 디자인의 가방 등이 될 것 같다. 지금 비욘드클로젯 옷들도 여성들이 입기엔 무리가 없을 듯 한데. 뭔가 아쉬운 점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사이즈는 좀 조절해야 하겠지. 비욘드클로젯과 디자이너 고태용에 대해 듣고 싶은 평가가 있나. 항상 컬렉션에서 남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네버랜드’ 라는 개념을 표현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남자들의 네버랜 드와 소년! 그런 브랜드 이미지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디자이너가 아닌 인간적인 고태용으로서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꿈이 있다면? 건강하게 사는 것. 계속 밤을 새고 고생을 하다 보니 사실 건강이 정말 많이 안 좋아졌다. 담배는 안피지만 술은 많이 먹는 편이다. (웃음) 술을 많이 먹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다 보니 ‘몸이 망가진다’ 는 게 뭔지 알겠더라. 건강을 좀 챙겨야 할 필요가 있다. 건강만 하 다면 디자인을 계속해서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패션으로의 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주길 바란다. 지금 대학생들이 나를 좋아하는 이유가 자기들하고 가장 동질적이 고 나이차가 얼마 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디자이너가 되 고 싶다는 생각을 26살에서야 했던 사람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20살 초반에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사는 것 같아 부럽다. 미 래에 대한 설계를 이른 나이에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패션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즐기면 된다. 패션은 심오한 것이 아 니라 눈으로 즐기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백날 디자인에 심오한 생 각을 담아도 사람들은 ‘와, 이쁘다!’ 하나로 옷을 산다. 그러니까 패 션에 대해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즐겁게 접근했으 면 좋겠다. 단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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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ING TOWARD

EDITOR SANG-HOON LEE PHOTO CHAD PARK MODEL EUI-SOO LEE MAKE-UP SAET-BYEOL CHOI ART HEE-MANG KIM



LEFT CAP_ EDITOR’S COLLECTION TOP_ AMERICAN APPAREL BOTTOM_ AMERICAN APPAREL SOCKS_ AMERICAN APPAREL

RIGHT CAP_ LIFUL TOP_ LIFUL BOTTOM_ LIFUL


LEFT CAP_ EDITOR’S COLLECTION TOP_ AMERICAN APPAREL SHIRTS_ VIVA STUDIO BOTTOM_ AMERICAN APPAREL SOCKS_ AMERICAN APPAREL

RIGHT CAP_ EDITOR’S COLLECTION TOP_ LIFUL TIE_ LIFUL


LEFT TOP_ LIFUL SHIRTS_ LIFUL BOTTOM_ LIFUL SOCKS_ AMERICAN APPAREL RIGHT JACKET_ AMERICAN APPAREL BOTTOM_ LIFUL SOCKS_ AMERICAN APPAREL




DEPART THIS LIFE ‘너는 이미 죽어있다!’ 여기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 A양이 있다. 그녀의 하루 속에는 기상천외하게 죽을 수 있는 수없는 위험이 도사린다. 비단 그녀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데스티네이션급 급사정보! 더운 여름, 천천히 두려움에 몸서리쳐보시길. Editor 이진수

Art 왕한슬, 김희망

Q1.

Q3.

am 08 : 00 / 월요일 1교시 전공수업이라는 지옥의 시간표를 견뎌 온 A양은 그 날 학교에 가지 못했다. 지옥의 수업시간을 앞두고 진 짜 황천행 티켓을 끊었기 때문! 그녀는 그날 자신의 자취방 침대에 서 질식한 채 변사체로 발견되는데…….

pm 12 : 00 / A양은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하고 기분 좋게 수업 을 마친다. 시간은 벌써 12시, 밥은 먹지 않는 그녀. 비키니를 입기 위해 하던 단식 때문에 다이어트 콜라와 바나나로 점심을 때운다. 5주 째 이를 악물고 한 다이어트라 그런지 살이 어마어마하게 빠졌 다. 바나나를 씹던 그녀는 한 여름 비키니를 입고 해운대를 거니는 자신의 우아한 모습을 상상하는데, 결국 ‘A’양은 병원에서 환자복 을 입고 이번 여름을 보내게 된다. 이유는 그녀가 ‘이것’을 과도하게 섭취했기 때문. 이건 뭘까?

A1. A양은 전날 과 선배들과 오랜만에 술자리로 폭음했다. 한껏 취해 들어온 그녀는 씻지 못했다. 바로 침대에 엎어져 잠이 든 것. 수면 중에는 기도가 항상 열려있다. 특히 엎드려 자면 몸 속 분비물이 열린 기도에 막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음주 후에는 위 속 에 있던 토사물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황천길로 가는 급 행열차! 그녀는 수면 중 열려있는 기도에 토사물이 걸려 사망에 이 르게 되었다.

A3. 다이어트 콜라로 하루를 버티던 A양은 바로 이 콜라 때문에 뇌 손 상으로 쓰러졌다. 다이어트 음료에 다량 포함되어 있는 아스파탐 은 체내에서 메탄올과 메탄알로 변하는데 이는 비만이나 고지혈 증 환자가 다량 섭취 할 경우 뇌 손상은 물론 망막세포 손상까지 올 수 있다.

Q2. am 08 : 40 / A양은 지옥의 1교시 수업에 늦었다. 젠장! 출석이 굉 장히 중요한 수업이므로 절대 무단결석은 있을 수 없기에 A양은 부 랴부랴 씻기 위해 욕실로 향한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걸 좋아하 는 그녀는 그 날도 최대한 온수로 틀어놓고 씻고 있었다. 그리고 곧 무단결석을 하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깰 수 밖에 없었다. 구급차 에 실려 학교 대신 병원을 가게 됐기 때문이다. 그녀가 엠뷸런스 신 세를 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A2. 그녀가 구한 자취방은 월 100의 30만 원, 좋지 못한 형편 때문에 그 다지 깔끔하지 못한 자취방에 들어간 것. 방도 작지만, 욕실에는 그 흔한 환풍구조차 없다. 게다가 천장에 달린 백열등에는 덮개도 씌 어있지 않은 상황. 아침에 급히 들어간 욕실에서 샤워 중 수증기가 백열등에 닿았다. 순간 파직하는 소리와 함께 등이 폭발했다. 머리 위에서 터진 백열등은 그녀의 두피와 망막에 손상을 줬다. 백열등 은 불이 들어오는 순간 10분 안에 140도까지 치솟는데 달궈진 표 면에 수증기나 물이 닿으면 그대로 폭발한다. 실제로 2010년 백열 등이 폭발해 실명한 여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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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Q6.

pm12 : 30 / A양은 친구들과 수업이 끝나자마자 점심을 먹으러 강 의실을 나온다. 날씨는 여름답지 않게 선선하고 햇살도 따사롭다. 이런 날 학교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없었던 그녀는 친구들과 같이 학교 잔디밭에서 소풍을 즐기기로 하는데, 넓은 잔디밭에 앉아 여 기가 천국이라며 깔깔대던 그녀는 진짜 천국을 구경한다. 그녀를 천국으로 보내준 ‘이것’은 무엇일까?

pm06 : 00 / A양은 무사히 공강 시간을 보냈다. 수업이 끝나고 집 으로 가는 길 평소 변비가 있던 그녀는 급히 건물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화장실문이 잠겨있다. 절대절명의 위기가 찾아온 그녀는 신 박한 괄약근 조절 능력으로 겨우겨우 옆 건물 화장실까지 도달한 다. 한계점까지 이른 대장의 외침을 들으며 변기에 앉은 그녀. 그러 나 오래 참아서일까. 생각보다 쿨하게 A양을 놔주지 않는 그 녀석.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그 녀석과 헤어지기위해 노력하던 와중 그 녀는 결국 변기 위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다. 이별을 아직 준비하지 못한 그 녀석이 저지른 소행일까? 범인, 이 안에 있다!

A4. 근처 김밥 천국에서 김밥을 샀지만 바쁜 아주머니 덕분에 나무젓 가락이 하나 부족했다. A양은 기지를 발휘해 근처 나뭇가지를 꺾 어 김밥을 집어 먹는데 하필 그 나뭇가지가 협죽도였던 것. 협죽도 는 정원용 나무로 많이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독성이 강하다. 아 마존에서는 독화살을 만들고 조선 시대에는 사약을 만들던 식물이 라고. 협죽도 줄기는 작은 대나무처럼 쭉 뻗어있어 젓가락 대용으 로 쓰기 적당하지만, 독초이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제주 도로 수학여행을 온 한 학생이 협죽도 줄기로 김밥을 집어 먹다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A6. 화장실 변기에서 과도하게 힘을 주면 몸의 혈압이 급격히 올라간 다. 특히 변비 환자인 A양은 장기간 아랫배에 힘을 주게 되었고 상 승한 혈압으로 뇌출혈이 왔다. 그대로 변기에서 고꾸라지게 된 것 이다.

Q7. Q5. pm15 : 20 / A양은 공강 시간을 동아리 방에서 보낸다. 방에 들어 서자 평소 친한 선배들이 있었고 그날도 어김없이 선배들과 장난 을 쳤다. 짓궂은 그들은 그녀에게 어떤 장난을 치는데 동아리방에 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우리 비운의 A양은 곧 곡소리를 들 어야 했다. 왜일까?

A5. 우리 몸은 일반적으로 99%의 산소 포화도를 유지하는 것이 정상 이다. 이러한 산소 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저산소혈 증이라고 하며 이러한 증상이 오래되면 우리 몸에 있는 장기에 산 소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이상을 일으키게 된다. 선배들은 A양에게 간지러움을 태웠고 이런 간지럼이 오래 지속되어 숨을 못 쉬고 웃 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결국, 저산소혈증이 발생한 그녀는 몸에 산 소가 부족해 사망에까지 이르렀다

pm06 : 10 / 깔끔하게 볼일을 해결한 A양. 변비 때문에 오랫동안 볼일을 보지 못했지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시원하게 해결했다. 신 나는 기분으로 집에 가던 그녀는 학교 앞 분식집에서 맛깔스럽게 튀겨진 핫도그를 발견한다. 오래도록 자신을 놓아주지 않던 그 녀 석과 이별 탓인가. 그녀는 허기가 졌다. 게다가 노릇노릇 튀겨진 큼 직한 핫도그에 하얀 설탕가루와 케첩이 뿌려져 있는 비주얼을 보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A양. 결국 가장 큰 놈을 골랐다. 집으로 가는 길 핫도그와 함께 라서 외롭지 않았던 그녀. 그러나 몇 분 뒤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지고 만다. 그녀는 이렇게 만든 건 무엇일까?

A7. 미국 통계에 따르면 한 해 약 80명 정도가 핫도그를 먹다 기도가 막혀 사망한다. 게다가 핫도그는 세계 8대 위험 식품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유는 바로 핫도그 안에 있는 소시지. 이 소시지가 생각보다 기도에 쉽게 막힌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핫도그에 의 한 사고가 보고되기도 한다고. 핫도그, 생각보다 무서운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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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AW AT FUNERAL ‘조문의 법칙’ 선배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빈소를 찾았다. 하지만 순수한 조의를 표하기까지는 문상객이 거쳐야 할 수많은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심하여 깔 맞춤한 검은 옷으로 참가 자격을 얻은 게 전부가 아니다. 장례식장은 우리가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한국식 예의범절의 집합소다. 어리숙하게 행동했다간 고인을 욕보임은 물론이요 내 체면을 돌려 깎게 될 것이다. ‘향’ 앞에서 망신살 뻗치지 않으려면 똑똑히 알아두어야 할 조문 예절을 소개한다 Editor 김연수

Art 김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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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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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⑤. 법칙①. 조객록 장례식장에 도착하면 빈소 앞에 마련된 조객록에 서명한다. 조객록 옆의 조의금함을 보고 헐레벌떡 지갑을 꺼냈다면 다시 넣어둔다. 조의금은 맨 나중이다. 일단 신발부터 벗고 빈소에 들어간다. 법칙②. 향 피우기 먼저 향을 피운다. 하지만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처음 보는 향과 씨름하지 않으려면 그냥 생략하는 것이 좋다. 피워야할 상황이 온다면 먼 저 향로 앞에 가 무릎을 꿇는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받친 후 옆에 놓인 도구(성냥이든 라이터든)로 불을 붙인다. 다음은 불을 끄고 향로에 꽂는다. 단, 불을 끌 때는 이제껏 불을 대해왔던 본능대로 입으로 불어선 절대 안 된다. 법칙③. 공수법 두 번 절하고 반 배 한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공수법이다. 까딱하면 성 정체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남자는 ‘오른’손을 위로 두고 ‘왼’ 발을 오른발 위에 포갠다. 여자는 반대다. 여자는 ‘왼’손이 위로 가게 하고 역시 ‘오른’발을 ‘왼’발 위에 포개 놓으면 된다. 종교에 따라 절을 하지 않는 경우는 꽃을 놓은 후 정중히 고개 숙여 묵념한다. 법칙④. 위로의 말 다음으로 상주와 맞절을 하거나 고개를 숙여 짧은 묵념을 한다. 미리 생각해두지 않으면 가장 당혹스러울 순간이다. 평소 통제 불가능 한 입방정이 여기라고 적절한 단어선택을 할 리가 없다. 임기응변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아무 말 말자. 어떤 말로도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수 없다는 뜻을 전할 수 있으니 눈빛으로 애도의 뜻만 전한다. 끝나고 물러 나올 때에는 사극의 상궁처럼 뒷걸음질로 두세 걸음 뒤로 물러난 뒤, 몸을 돌려 나온다. 법칙⑤. 조의금 이제 마지막, 조의금 낼 시간이다. 조의금은 우리나라 민간신앙에 따라 홀수로 낸다. 가난한 대학생이라지만 한 장을 내밀기에는 손이 조금 부끄럽다. 삼만 원 정도면 괜찮다고 주위 어른들과 지식인이 그랬다. 봉투는 미리 준비되어 있을 테니, 뒷면에 이름 적는 것이나 잊지 말자. 조문 예법은 종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위 내용은 보건복지부에서 제시한 FM이다. 보건복지부 장사운용센터에 찾아가면 친절한 동영상 강의(!)까지 제공되어있다. 장례 예법도 인터넷 강의로 듣는 시대다. 우리 세금의 놀라운 활용성을 보고 싶다면 꼭 한번 둘러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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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DEBUT VOL.20 SCENT

BLOSSOM 남자들이여, 이제는 꽃을 피워라 화비화(花非花) .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하이힐의 아찔한 매력 하늘로 향하다 . 한층 더 향기로워지기 위해서 향기로운 당신이 알아야할 것들 . Artist Interview_ 조향사 정미순 모두를 머금은 향 . Beauty Pictorial 기억의 잔향 . 하자는 없지만 실속도 없어 억울한 그녀들 향기 없는 장미 . Street Not Incense, But In Sense


A FLOWER IS NOT A FLOWER ‘화비화(花非花)’ 패션에 있어 꽃은 영원한 뮤즈다. 작년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플라워 패턴은 이제 화려하게 남성복을 물들이고 있다. 플라워 패턴의 페미닌함은 오히려 남자에게 우아함을 더해준다. 도전하라, 남자도 충분히 우아하고 향기로워질 수 있으니. Editor 박준희

Photo 김형원

Model 백석

Art 이서진, 김희망


LEFT T-SHIRTS_ THIS IS NEVER THAT PANTS_ LIFUL SHOES_ GRAM BAG_ BEYOND CLOSET

RIGHT T-SHIRT_ LIFUL DENIM OVERALLS_ LIFUL BAG_ THISISNEVERTHAT SHOES_ GRAM SOCKS_ 8 SECONDS


LEFT SHIRTS – BELLIEF PANTS – MODEL’S COLLECTION BELT - MODEL’S COLLECTION TIE – EDITOR’S COLLECTION

RIGHT T-SHIRTS_ LIFUL PANTS_ THISISNEVERTHAT SHOES_ GRAM BAG_ EDITOR’S COLLECTION HAT_ MODEL’S COLLECTION SOCKS_ 8 SECONDS



ON THE HEEL ‘하늘로 향하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바닥에서 하늘로 당신을 한층 높은 존재로 만들어 줄 하이힐을 위하여! 하이힐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타입 별 솔루션을 마련했으니 혹 당신이 하이힐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문제는 없다. Editor 김정은

Art 이서진, 김희망

1. 힐을 사랑하는 그녀

2. 힐을 좋아하지 않는 그녀

이미 사랑하기 때문에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힐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그말인 즉슨, 힐을 무한히, 더 ‘효과적으로’ 사랑할 방법이 있다는 뜻이다.

시큰거리는 발목, 욱신거리는 뒤꿈치, 땡겨오는 종아리로 힐을 회 피만 해왔다면 미드힐을 신어라. 발이 편한 것은 물론 유행이기도 하니까. 대세를 이끄는 미드힐은 플랫보다 섹시하고 지적인 우아함 까지 부여한다.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미디 스커트에 미드힐을 매 치하는 룩이 복고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당신을 표현하는데 기여 한다. 혹 각선미에 자신이 없다면 발가락 사이의 골이 은근하게 드 러나는 디자인을 고르는 것이 팁이다. 또한 옷의 프린트와 미드힐의 프린트를 맞춰서 포인트를 준다면 전체적으로 무거워질 수 있는 미 드힐의 스타일링이 보다 가벼워지는 동시에 올해의 트렌드인 ‘too much’에도 부합하는 스타일링이 된다. 낮에는 일에 미치고, 밤에 는 유흥에 미칠 커리어 우먼들에게도 미드힐은 일석이조의 역할을 하는 셈이니 눈여겨 보자.

뾰족구두에는 보이프렌드 진과 함께 살짝의 롤업을 더해라. 전체 적으로 루즈한 라인 아래, 뾰족하면서 타이트하게 발등을 잡아주 는 것이 차별화된 당신만의 섹시를 자아낼 것이다. 당신이 ‘통통이’ 였을 때 즐겨 입던 바지를 얼른 찾아보자. 거울 삼아 요요현상을 피 하기 위한 목적으로 버리지 않고 쟁여둔 그것이 바로 포인트 아이템 이다. 또한 앞코에 배색이 들어가거나 임팩트 있는 굽이 더해진 힐 을 고른다면 귀여운 매력까지 꾀할 수 있으니 섹시에 질렸다면 하 루쯤은 다른 길로 뛰어들어라. 뚱뚱한 굽이 매력적인 구멍 숭숭 뚫린 웨지를 신기 전에는 먼저 양말부터 신어라. 짧은 원피스에 컬러풀한 니삭스를 매치하는 것은 처음에는 꺼려질지 모르나 생각지도 못했던 웨지의 라인과 발의 라 인 두 가지를 잡아내는 독특한 스타일링이다. 더불어 날씬해 보이는 효과까지 겸비했으니 이 정도면 말 다했다. 또한 툭 떨어지는 라인 의 원피스에 발목까지 오는 하얀색레이스 양말은 당신을 금세 순정 만화 여주인공으로 둔갑시켜줄 수 있다. 꽉 막힌 오픈 토 웨지를 가 졌다면, 루즈한 야상점퍼에 핫팬츠, 그리고 발목을 가뿐히 넘어서 는 양말을 매치해라. 시크하면서도 독특해질 수 있다. 어울리는 양 말의 색깔 정도는 직접 시행착오를 통해 정답을 알아내길 바란다. 이미 모든 스타일링을 시도해보았다면 힐의 새로운 추세를 빠르 게 받아들이는 얼리어답터가 되자. 힐의 굽이 투명해지더니 이제 는 아예 굽을 잘라내기에 이르렀다. 이 디자인의 하이힐은 앞에 서 봤을 때는 평범해 보이지만 반전의 뒷태를 가지고 있다. S라인 으로 섹시하게 잘라낸 듯한 굽이 포인트인 굽 없는 하이힐은 각선 미를 강조해주기 때문에 다리를 드러내는 의상이 적합하다. 팬츠 보다는 원피스나 A라인 스커트와 매치하는 편이 좋다. 시선을 아 래로 향하게 하여 ‘신상’을 눈에 띄게 해주는 것이 ‘신상’에 대한 예 의이기도 하니까.

준비운동이 끝났다면 이제 좀 더 하늘로 뛰어들 차례다. 아찔한 하이힐의 흔들림에 불안했다면 가보시가 빵빵하고 나무토막 같이 두툼한 굽을 자랑하는 힐에 먼저 도전해라. 가보시의 등장은 힐을 두려워 할 당신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하늘을 찌르는 굽과의 높이를 앞코에서 맞춰주니 체감 굽 높이가 낮아져 발이 훨씬 편하다. 또한 발바닥 부분에도 굽이 이어져 있다면 여름 샌달과 같은 편안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힐의 스타일링은 여성스러운 스커트와의 매 치에서 가장 빛난다. 가보시는 가장 여성스러운 각선미를 부여하는 데 그 중에서도 청순한 여성을 표현하는데 탁월하다. 머리는 풀어 내리고 하늘거리는 블라우스와 H라인의 스커트를 매치한다면 한 층 더 여성스러워진 당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오픈토를 택한다면 스키니 진이나 레깅스와 매치해야 허리부터 내려오는 타 이트한 라인이 발가락에서 숨쉴 수 있다. 하이힐이라도 다 같은 하이힐이 아니다. 두려워할 것 없다. 발의 편안함은 어떤 굽을 택하느냐에 달려있다. 힐? 아직도 장만하지 않 았다면 늦지는 않았다. 다만,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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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힐을 좋아하지 않는 그 백이면 백. 키가 작은 남자들은 힐을 신은 여자를 증오한다. 아름 다운 그녀가 나보다 높은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 어느새 소외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스스로에게 솔직히 물어보라. 혹시 내 키가 부끄러워 힐을 밟고 나보다 더 깨끗한 공기를 마시게 된 그 녀를 질투한 것은 아닌지. 그래, 당신은 힐을 싫어하는게 아니다. 단 지 키가 커진 여성을 질투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여성이 힐을 선택 한 데에는 당신의 존재가 한 가지 이유로 작용했다는 것을 당신은 잊고 있다. 여자들이 하이힐을 신는 것은 스스로의 각선미를 감상 하는 것은 잠깐이요, 결국 그 각선미를 남에게, 남자에게, 당신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결국 섹시한 각선미를 부각해 당신을 향해 유 혹의 자태를 뽐내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그러니 그 소모적인 자격 지심과 질투는 내려놓자. 그녀들의 라인을 보는 것은 바로 늑대 같 은 당신의 눈빛일테니. 지금도 당신을 포함한 뭇 남성들에게 어필 하기 위해 그녀는 발꿈치의 물집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힐에 대한 밑도끝도 없는 미움은 걷고 혹 힐을 신고 엉덩이를 흔드는 그녀가 있다면 잡아라. 마릴린 먼로 효과를 노려 100% 당신을 유혹하는 중일테니까.

4. 힐을 사랑하는 그 제목에서 뭔가 콕하고 찔렸다면? 당신의 얘기다. 하이탑 운동화 를 고집하는 당신에게는 이유가 있다. 바로 10cm에 임박하는 깔창 을 숨기기 위해서다. 그럼 숨긴다고 여성들이 그것을 모를 줄 아는 가? 당신의 터질듯한 신발의 발등에서 이미 여성들은 비웃고 있다. ‘키 180 이하는 루저’라는 말이 이슈가 될 정도로 남자들은 키에 민 감하다. 안다. “작으면 어때, 나는 깔창 같은 거 필요 없어.” 글쎄, 그 런 말을 하기엔 당신의 발 밑에서 꿈틀대며 애쓰는 깔창 보기 미안 하지도 않은가. 비겁하게 숨기지 마라! 차라리 굽이 드러난 것을 당 당하게 신어라! 조권처럼 파격적인 킬 힐을 시도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걸 바라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남자답게 대놓고 신자 는 이야기다. 통굽이 들어간 운동화나, 독특한 디자인의 로퍼와 클 리퍼 등 ‘상승 효과’를 갖추고 있는 신발을 당신의 매력에 맞게 골라 신어라. 여성들은 당신의 굽에는 관심 없다. 당신이 어떤 스타일을 가진 사람인지, 그게 어떻게 어울리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남자라 면 남자답게 당당해져라. 생각보다 보통의 여자는 남자의 키에 관 대하며 남자는 키가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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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TO KNOW WHEN YOU WANT TO BE SWEET ‘향기로운 당신이 알아야할 것들’ Editor Editor 김연수 김연수, Art Art 이서진, 이서진, 김희망 김희망

/ 랑방 에끌라드 아르페쥬 플로랄 FloralECLAT 한 가지, D’ 혹은ARPEGE 여러 가지의 꽃에서 추출한 향이다. LANVIN 모든 향수는 플로랄계열의 향을 포함하고 있다.흔히 향수의 향을 ·떠올릴 플로랄 때 Floral 떠올리는 향이 이향이며, 장미향이 대표적이다. 플로랄 한 가지,고전으로 혹은 여러랑방의 가지의 대표적 꽃에서 향수인 추출한 향이다. 모든 향수는 플로 노트의 랑방 에끌라드 아르페쥬 랄계열의 가 꼽힌다.향을 포함하고 있다.흔히 향수의 향을 떠올릴 때 떠올리 는 향이 이향이며, 장미향이 대표적이다. 플로랄 노트의 고전으로 시트러스 Citrus 레몬,랑방 오렌지, 감귤향 등 상큼하고 가벼운 향을 랑방의 대표적 향수인 에끌라드 아르페쥬가 꼽힌다. 일컫는다. 휘발성이 강하다. 남녀노소에게 사랑받아 유니섹스 향 ·수에 시트러스 Citrus 적격이다. 레몬, 오렌지, 감귤향 등 상큼하고 가벼운 향을 일컫는다. 휘발성이 스파이시 Spicy 자극적이고 매운 향이다. 생강, 시나몬 등을 연 강하다. 남녀노소에게 사랑받아 유니섹스 향수에 적격이다. 상시킨다. ·프루티 스파이시 Spicy Fruity 감귤류 이외의 모든 복숭아, 포도 등 과일 향을 포함 자극적이고 매운과일 향이다. 등을 연상시킨다. 한다. 최근 열대 향이생강, 각광시나몬 받고 있다. 자라는 이끼 오크모스를 주원료로 한 ·시프레 프루티Cypre Fruity 떡갈나무에서 감귤류 이외의 모든 복숭아, 포도 등 과일 향을 포 향으로서, 동명의 함한다. 최근 열대인기 과일향수에서 향이 각광유래되었다. 받고 있다. 우디 Woody 신선한 나무 향이다. 고상하고 고급스러운 향으로서 · 시프레 Cypre 떡갈나무에서 자라는 이끼 오크모스를 주원료로 특히 향나무, 참나무향이 남성용 향수에 많이 쓰인다. 한 향으로서, 동명의 인기 향수에서 유래되었다. 오리엔탈 Oriental 동양의 신비적인 느낌을 반영한 향수다. ·동물성 우디 Woody 나무 향이다. 고상하고 향으로서 향료를 신선한 베이스로 바닐라 향이 조화를 고급스러운 이룬다. 특히 향나무, 참나무향이 남성용 향수에 많이 쓰인다. 그린 Green 풋내. 초록색을 연상시키는 싱그러운 풀의 냄새다. · 오리엔탈 Oriental 동양의 신비적인 느낌을 반영한 향수다. 동물성 향료를 베이스로 바닐라 향이 조화를 이룬다. · 그린 Green 풋내. 초록색을 연상시키는 싱그러운 풀의 냄새다.

/ 불가리 뿌르 옴므 익스트림 뿌르(pour)는 영어로 ‘for’, 옴므는 ‘men’을 의미한다. 고로 뿌르옴 므는 ‘for men’,POUR 즉 남성용HOMME 향수를 가리키는 용어다. 이 외에도 맨 BVLGARI EXTREME (men, man), 우모(ummo), 힘(him) 메일(male)이 쓰인다. 여자의 뿌르(pour)는 영어로 ‘for’, 옴므는 ‘men’을 의미한다. 고로 뿌르옴 경우 팜므(femme) 우먼(women, woman) 돈나(donna) 엘르(elle) 므는 ‘for men’, 즉 남성용 향수를 가리키는 용어다. 이 외에도 맨 허(her)가 쓰인다. (men, man), 우모(ummo), 힘(him) 메일(male)이 쓰인다. 여자의 경우 팜므(femme) 우먼(women, woman) 돈나(donna) 엘르(elle) 허(her)가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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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EL No.5 당신이 이 글의 제목에서부터 여기까지 읽어 내려오는 동안 지구 편에서는 이 향수 한 병이 막 팔려나갔다. ‘샤넬 No.5’, 전 세계에서 55초당 한 개꼴로 팔려나가고 있는 향수계의 대명사다. 이 향수가 이토록 유명한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이 알 듯 금발의 섹시 여배우 가 잘 때 팬티도 안 입고 잔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잠버릇을 폭로해 서가 아니다. 샤넬 No.5는 존재 자체로도 당대 향수계의 혁신이었 다. 비록 당대의 기준으로 엄청나게 촌스러웠을 지라도(우리나라로 치면 ‘김철수 5호’정도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최초의 향수이며, 향이 종류별로 날아가는 시간이 다른 것을 이용하여(노 트) 디자이너 향수로는 최초로 합성 향신료를 사용했다. · 트레일 향수를 뿌린 후 지속하는 여운을 일컫는 말이다. ‘음, 이 향수는 트레일이 꽤 긴 편이구나?’ 한 문장만 연습해보자. 꽤나 유 식해 보일 수 있다.

FLOWER BY KENJO _EAU DE TOILETTE · 탑 노트(Top Note) 공기 중의 흩뿌려진 향수는 발향단계에 따라 세 가지 향으로 나뉜다. 탑 노트는 뿌리자마자 나는 냄새로, 10분 에서 30분간 지속한다. 보통 시트러스 타입의 냄새가 많으며 금방 휘발된다. 이 냄새만 맡고 향수를 샀다간 시간에 변해버린 녀석의 모습에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 미들 노트(Middle Note) 탑 노트 다음으로 나는 냄새로 2-3시 간 정도 지속한다. 미들 노트 기준으로 향수를 사는 게 현명하다. · 베이스 노트(Bass Note) 미들 노트 냄새가 사라진 후 남은 잔향이다.

DAISY MARC JACOBS _EAU DE TOILETTE · 퍼퓸 (parfum) 설마 아직도 향수는 그저 모두 퍼퓸이라고 알고 있는 건 아닌지. 향수는 알코올부향률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먼저 우리가 흔히 아는 퍼퓸(perfume)은 향수 중 농도가 가장 진한 것 을 일컫는다. 6~7시간의 향 지속성을 보인다. · 오드 퍼퓸 (eau de parfum) ‘Eau de’는 프랑스 어로 ‘~의 물’이 란 뜻이다. 퍼퓸의 물, 그러니까 퍼퓸에 물을 탄 좀 더 묽은 향수다. 약 5시간 정도 향이 지속한다. · 오드 뚜왈렛 (eau de toilette) 화장실 방향제라는 뜻이 아니라 화장실 다녀올 때마다 정도의 시간 (3~4시간) 뿌리는 것이 좋다고 하여 저런 이름이 붙었다. · 오드 코오롱 (eau de cologne) 향의 지속시간이 1~2시간 정도 로 매우 짧다. 보통 샤워를 마치고 잠들기 전에 뿌리는 향수이기에 ‘샤워코롱’이라고도 불린단다. 굳이 자기 전에 향수를 왜 뿌려야하 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그녀와의 특별한 날 밤에는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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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ENT THAT KEPT EVERYTHING ‘모두를 머금은 향, 조향사 정미순’ 첫 만남의 대상을 예단하는 일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향사 정미순을 만나러 가기 전 그녀가 어떤 사람일지 대충 짐작해 보았다. 우리나라 최초 프리랜서 조향사, 국내 유일의 조향 스쿨을 설립자, 국내 최대의 조향 스튜디오의 운영자. 굵직굵직한 이력만으로도 이번 인터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깐깐하고 독단적인 사람일 수 있겠다.” 내심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전까지 바짝 긴장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나 혼자만을 위한 향보다는 나와 연결되어있는 타인을 위해 향을 만드는 거에요. 스스로 기분이 좋아서 만들기는 하지만 같이 공유하는 것이 향이잖아요. 결국 향수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만드는 겁니다.” 말 끝머리에 수줍게 웃는 그녀의 향은 그렇게 모두를 머금고 있었다.

Editor 이진수

Photo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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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이서진, 김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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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샤넬 NO.5와 에스티로더

_ 첫사랑의 향수

정미순의 ‘향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그 최초의 지점에 는 샤넬NO.5가 존재한다. “그때 당시만 해도 향수라던 게 흔하지 않았는데 그때 어머니 향수화장대에 샤넬NO.5가 있었어요. 샤넬 로고가 특히 해서 샤넬 로고를 따라 그리고 향수를 맡고 놀다가 향 수를 엎었어요. 그때 향수 향이 나니까 엄마가 엎은 걸 알았죠. 혼 나면서 맡은 향이라 그런지 아직도 기억이 나요.” 어렸을 적 어머니 의 화장대에서 맡았던 그 향수의 기억은 향에 대한 정미순의 ‘첫 느 낌’ 이였다. 그 뒤 중학교에 진학한 그녀는 에스티로더 접했다. 에 스티 로더는 곧 그녀의 롤모델이 되었고 그녀를 조향의 길로 이끌 었다. 아직도 정미순의 서재에는 빨간 에스티로더의 전기가 소중 하게 꽂혀있다. 에스티 로더여사는 그녀를 일본으로 유학까지 가게 한다. 당시 한 국에는 이렇다 할 조향교육기관이 전무했던 시절이다. 일본은 오히 려 프랑스보다 향료를 만드는 기술적인 면이 뛰어났다. 또 같은 문 화권의 나라로 향에 대한 공감대가 한국과 비슷했다고 한다. 3년간 의 유학생활 동안 그녀는 생각했다. “한국에도 체계적인 조향기술 이 필요하겠구나 했어요. 또 한국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향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갈 거라고 생각했죠.”

향기는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럼 수 만 가지의 향기를 다루는 조향사에게도 열쇠가 되는 향기가 있을 까? 그녀는 잠시 추억에 잠긴 듯 허공을 바라보더니 곧 프랑스의 추 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바이올렛 향과 파리라는 향수의 향이에 요. 바이올렛 향은 프랑스에서 묵었던 호텔에서 나던 향기인데 참 프랑스답다고 생각했었어요. 또 하나는 파리라는 향수인데 프랑스 거리 곳곳에서 나길래 프랑스 거리의 향기인 줄 알았죠. 알고 보니 당시 유행하던 향수의 향기였어요. 아직도 그 향기들을 맡으면 당 시 프랑스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그녀는 향에 대해 해박하므로 향기를 찾아 추억을 떠올리는 일이 굉장히 쉽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향기가 어떤 향인지 몰라 답답할 때가 있다. 첫사랑 그녀에게서 나는 향기를 잘 모르겠 다. 그 묘한 향기를 다시 찾을 수 있다면 그녀를 다시 만나는 기분 일까? 어느 날 첫사랑을 찾는 노신사가 스튜디오에 찾아왔다며 그 녀는 입을 떼었다. “의외로 남자분들이 첫사랑의 향기를 찾기 위해 와요. 그 향이 뭔지는 모르지만, 첫사랑을 잊지 못해 오시는 분들이 많죠. 한번은 나이가 지긋하시고 지위도 있으신 신사분이 첫사랑의 향기를 찾고 싶다고 오셨어요.” 향으로 위안을 얻기 위해 스튜디오를 찾는 분도 많다고 한다. “ 어떤 분은 세상에 안 계신 분을 추억하며 향수를 만드셨고, 어머니 나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서 가족 생각을 하면서 만드시는 분도 있 었어요.” “한 볼링선수는 시합 전에 안정감과 자신감을 찾기 위해 오시기도 했고요.”

_ 조향은 열정이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정미순은 역삼동의 조향 교육 기관 겸 맞 춤향수를 제작할 수 있는 조향 스튜디오를 마련한다. 오로지 향 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한국 최초였다. 그러나 최초에 는 항상 난관이 뒤따르는 법이다. 곧 그녀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찾 아왔다. “조향사라는 직업이 생소했고, 조향사가 밖으로 크게 드러 나는 직업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초창기 스튜디오를 차릴 때 유지 가 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좀 힘들었죠. 또 향수 시장이 작다 보 니까 그 안에서 아무래도 뭔가를 해 낼 수 있는 기반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런 어려움이 조향 교육에 대한 열정을 꺽지는 못했다. 고 진감래라 했다. 긴 어려움 끝에 지금은 조향을 꿈꾸는 학생들과 그 런 인재를 찾는 기업을 이어주는 대한민국 유일의 조향교육기관으 로 성장하게 된다. “관심 있는 친구들과 관심 있는 회사들이 저희 학원을 찾아와요. 하나의 브릿지 역할을 하는 거죠.” 그녀에게 좋은 조향사에게는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 물었다. 그녀 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열정이라고 말한다. “향에 대한 열정이 필요해요. 후각만 뛰어나다고 해서 더 좋은 조향사가 되는 건 아니 에요. 향에 대한 열정 그리고 뒤따르는 노력이 훨씬 더 필요합니다.” 선천적 후각보다는 노력에 의해서 길러지는 인지능력이 더 중요하 다고 말하는 그녀. 좋은 조향사의 조건이 열정이라면 그녀는 정말 ‘TOP’ 조향사이지 않을까.

_ 과학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술 사람들은 왕왕 조향사가 과학자인지 예술가인지 헷갈려한다. 대 중에 소개되는 조향사의 이미지가 하얀 가운을 입고 매스실린더 같 은 과학기구들을 다뤄서일까? 확실히 조향사는 그 경계가 불분명 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정미순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조향 사는 과학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에요. 조향사의 영역은 기술 이 반이고 감성이 반이죠. 감성과 기술은 둘 다 중요해요. 감성적인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예술이 필요하고 마음을 열고 예술을 받아 들여서 그걸 기술로 표현하는 것이 조향입니다.” 그럼 향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물었다. “향수가 나오기까지 길게는 1년, 짧게는 3개월이 걸리는데요. 하나의 향수에는 적게는 20개 많게는 50개 정도의 원료가 조합돼요. 어떤 방향으로 향수를 만들지 기획단계가 필요하고 원하는 부자재로 향을 만들지 디자인 한 후 그 디자인에 따라 원료를 수급하고 제조공장을 컨펌한 뒤 제 품을 출시하게 되죠.”

_ 그녀의 향은 모두를 머금고 있다 향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도, 누군가에게 자신감을 주기도 한다. 그녀는 이런 향에 속성을 주파수라고 표현했다. “향기는 한자어를 보면 향기 향에 기운 기에요. 기는 에너지를 의미하죠. 에너지는 파 장을 가지고 있고 그 파장에는 고유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어요. 향 기의 주파수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파수와 잘 맞아 공명을 하고 그럼 시너지 효과를 불러오게 되는 거죠.” 우리는 보통 코드가 잘 맞는다는 표현을 한다. 코드가 잘 맞는 사람과는 무슨 일을 하든 즐 겁다. 그녀는 향기도 이와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사람과 향기의 주 파수가 잘 맞으면 그것만으로도 즐거워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서 그녀는 모든 향기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바로 공의 개념이다. “불교에서 공이라는 의미를 말하는데 공은 모든 보 이는 걸 쪼개고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면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말 이에요. 실제로 형체가 보이는 모든 것이 형체가 있는 게 아니라 사 실은 아무것도 없는 거죠. 마찬가지로 향기도 향이 분명 존재하지 만 그걸 쪼개고 보면 빈 거에요. 모든 빈 것은 결국 연결되어있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이야기에요. 그렇게 말 하면 모든 향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말이 되죠. 공의 개념은 결 국 타인을 항상 고려하는 겁니다. 나 혼자 만을 위한 향보다는 나와 연결되어있는 타인을 위해 향을 만드는 거죠. 스스로 기분이 좋아 서 만들기는 하지만 같이 공유하는 것이 향이잖아요. 그게 공이라 는 개념이 되는 겁니다.” 그녀는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어려운 개 념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했다. 향은 혼자만의 것 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 정말로 그녀는 모두를 위한 향을 꿈꾸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죽을 때 까지 향수 일을 하면서 제자들 양성하고, 교육기관으로써 완전히 자리 잡고, 올해는 연구소 준비 를 하고 있어요. 향에 대한 연구를 깊이 있게 마련하는 거에요”. 최 종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자 ‘행복’이라고 답했다. “향이라는 게 소 재와 수단이 될 수 있는데 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거고 그 향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로 인해 행복해지고, 결국 향의 최종 목 적은 행복인 거죠.” 그녀의 꿈은 원대하지 않다. 자신과 타인 그리고 그걸 이어주는 향기, 이 세 가지는 결국 행복이라는 하나의 꿈으로 귀결된다. “자 신이 행복해 지기 위해서 그리고 나와 포함한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이 일을 합니다.” 모두의 행복이라는 작지만 작지 않은 꿈, 정미순의 그런 바람은 생각만으로도 입가의 미소를 짓게 한다. 그렇기에 행복을 바라는 그녀의 꿈은 그녀가 생각하는 향기처럼 우리와 맞닿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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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LOWER IN FULL BLOOM Editor, Make-up, Hair 최샛별

Photo 장봉영

Model 양선아

Art 김희망


‘기억의 잔향’






A SCENTLESS FLOWER ‘향기없는 장미’ 왜 애인이 없느냐는 물음이 지겨운 여자들이 있다. 겉모습은 멀쩡한데 연애 빈도가 참으로 궁핍하다. 어린 왕자의 장미처럼 가시 돋은 도도함이 있는 것도 아니건만. 가시는커녕 향기도 없는 듯한 ‘장미’들의 속사정을 분석한다. Editor 김연수

Art 이서진, 김희망

a양은 ‘모태 철갑녀’다. 그녀의 등짝 어딘가 붙어있는 성분 분석표 에는 건오징어, 건멸치, 북어 등 각종 건어물이 빽빽하다. 수분 없고 딱딱한 것들은 다 어울린다. 선천적인 연애세포 상의 문제인가 싶 지만 그렇다고 전 세계에 1%만 존재한다는 무성애자는 아니다. 이 여자도 동종의 흔한 XX 염색체가 그러하듯 ‘벚꽃엔딩’에 설레고 훈 훈한 남자에 열광한다. 단지 ‘자기 연애’에는 현실감을 부여하지 않 는다. 가끔 ‘외롭다’를 연발, 자신도 연애분자가 있다는 걸 주위에 환 기하곤 하지만 그녀의 연애의지는 심해 말미잘의 흐느적거림 수준 이다. 지금까지 연애를 거의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외로움과 현실적 연애의 연관성을 별로 인식하지 못한다. 지독한 케미스트리의 부족 이다. 연애에 엉덩이가 무거워도 너무 무겁다. 남들이 과, 동아리 활 동 한 번을 해도 실한 선배 하나 꿰어차고 빠질 동안에 자신은 우직 하게 실무에 주력한다. 놀기는 잘 놀아서 친구들끼리 먹는 술자리에 는 꼬박 페이스북에 태그 되지만 이성을 만나는 자리는 영 귀찮다. 의외로 소개팅에 인색하지는 않다. 보다못한 주위 사람들이 시켜주 면 군말 없이 치마를 둘러 입지만 끝나고 별말도 없다. 딱히 애프터 를 받아들일 만한 자극을 느낀 적이 없다. 연애에 대한 인지는 있지 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아니, 신경 써 본 적이 없다. b양은 모태 철갑녀와 연애 횟수가 거의 비슷(전무하거나, 한 번쯤 은 남자 사람을 만났거나)하다. 하지만 그녀는 ‘바늘구멍녀’다. 이성 보는 눈이 바늘 구멍만 하다. 단순히 ‘높은’ 게 아니라, 원하는 이상 형이 너무 세세하고 까다롭다. 그녀가 술 먹고 읊는 이상형리스트 로 A4 반 페이지는 거뜬히 채울 수 있다. 간략하게 줄여달라 해도 ‘ 그냥 옷 좀 잘입는 김영광’이란다. 이 여자가 남자를 만나는 경우의 수는 딱 두 가지다. 첫 번째, 99%의 확률로 이상형에 못 미치는 남 자를 만난다. 딱히 끌리지도 않고 버리기도 아까운 불쌍한 남자를 성의 없는 밀당으로 떠나 보낸다. 두 번째, 1%의 확률로 이상형의 남자를 만난다. 김영광까지는 아니어도, 못생긴 김영광 정도? 그녀 는 오랜만에 만난 자신의 이상형에게 간, 쓸개, 매일매일 그의 현재 안위를 묻는 카카오톡 메시지, 거기다가 씹혀도 굴하지 않는 꺼져 가는 자존심을 바친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겨운 헌신에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절대 불변의 연애의 진리가 효력을 발휘한다. 오랜 만에 만난 물고기를 놓칠 수 없다며 완급 조절 없이 당기기만 하는 그녀의 입질에 물고기는 흥이 떨어진다.

다리는 것이다. 물론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여자는 알고 있다. 남자는 진즉 마음이 떠났거나, 다른 여자친구가 있다. 보통 이 런 경우는 과거, 헌신적인 남자에게 콧바람 풍풍 불며 도도하게 굴 었다가 인내심 폭발한 남자에게 차이고 나서야 뒤늦게 반성한 스토 리다. 사랑받을 때는 여왕님처럼 행동하다가 남자가 떠나간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눈물 콧물 쏙 빼고도 재결합에 실패했다. 세월이 흘 렀지만 여자의 대뇌 전두엽 어딘가에 그가 준 설렘과 사랑의 헌신 이 만리장성을 쌓았다. 물론 그녀는 아직도 못 잊었느냐는 주위 친 구들의 질책에 넌덜머리를 내며 부정한다. 심지어 자신은 눈도 높 지 않은데 뭐가 문제냐며 투덜거린다. 하지만 아무리 괜찮은 남자 를 만나더라도 새 남자와의 연애는 옛사랑이 준 자극에 미치지 못 한다. 충분한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특별한 이끌림을 느끼지 못하 고 이번 연애도 밍밍하게 끝나버리고 만다. 원래 이 글은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말고 조금만 기다리면 언젠 간 생기겠지’라는 진부해서 섭섭한 위로의 말씀으로 끝날 예정이었 다. 그런데 완고를 마친 어느 날, b양에게 연락이 왔다. 그녀는 잔뜩 들뜬 마음을 뒤로 감추고,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담담하게 말(하려 고 노력)했다. b양의 목소리에서는 흡사 핑크빛 용기에 담긴 섬유유 연제 같은 향기가 물씬 풍겨 나왔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b양의 연 애 과정을 요약하자면, 술자리에서 기분 좋게 취한 b양이 무슨 용기 인지 맞은 편 테이블에 앉은 남자의 번호를 대차게 물었고, (이하 생 략) 마침내 남자가 b양에게 고백했다. 심지어 그는 옷 잘 입는 김영 광도, 못생긴 김영광도 아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운명의 신께서 심 봉사 개안하듯 b양의 남자 보는 눈에 앞트임과 뒷트임을 시전했다. 거기다가 알코올이라는 무모의 기름마저 장전되자, 그녀의 연애 욕 구는 흡사 무수단 미사일의 형상으로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직격탄 이 되어 꽂히고 말았다. 남자 또한 마찬가지로 생면부지 여자의 당 돌한 대시를 받고 그 향기에 홀려 장미를 냉큼 꺾어 들었다. b양 인 생에 투하된 케미스트리의 생화학 폭탄 같은 이 일화는 글의 결론 마저 바꾸었다. 바야흐로 2013년, 솔로들의 세렝게티 초원에서 연 애를 하려면 여자도 수컷공작새 마냥 꼬리를 파르르 펼쳐야 한다. 황량한 이 세상에 홀로 선 향기 없는 장미들이여, 맨날 페이스북에 ‘연애 못하는 여자 공감 목록’에 좋아요 누르기 따위는 그만두고 당 장 거리로 나가자. 남자 번호 따러!

c양은 ‘비석녀’다. 어감으로는 모태 철갑녀와 비슷하지만, 이 여자 는 연애도 적당히 해봤다. 하지만 흔히 전 남자친구, 혹은 전전 남자 친구로 표상되는 옛사랑을 비석처럼 마음속에 깊게 새겨두고 있는 타입이다. 그녀의 마음 구석에 똬리를 튼 그의 육중한 존재감에 새 로운 인연이 낄 틈이 없다. 모든 일의 원흉은 지금까지 생애 최고였 던, 그러나 지금 자신의 곁에 없는 그를 잊지 못하는 주책 맞을 기 억력이다. 겉으로 보기엔 다가오는 남자를 마다하는 것이 까다로운 b양과 비슷하다. 하지만 b양이 기다리는 것이 (준)비현실적 남자와 의 미래라면 c양은 과거의 옛사랑이 과거의 추억과 돌아오기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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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INCENSE, BUT IN SENSE ‘summer madness’, 미칠듯한 더위에 옷차림은 가벼워지고 걸칠 것은 없어진다. 하지만 오히려 드러나는 신체에서 그들의 센스는 더욱 짙어진다. 패션피플이 뿌리는 것은 향수가 아닌 센스, 짙게 퍼지는 그들의 향 Editor 이경근, 박준희

Photo 정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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