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lon] 더 드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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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비디오 속 모습도 매력적이지만, 진짜 드럼스에 푹 빠지게 되는 건 라이브 공연을 보고 나서부터가 아닐까. 그들은 앞으로 내한할 뮤지션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폭발적인 드럼스의 라이브 공연을 보고 난 후라 한동안 웬만한 뮤지션의 공연을 보고는 어깨를 들썩이기 힘들지도 모른다. 공연이 끝나고 유체 이탈 직전인 제이콥과 조나단을 만나 인터뷰를 하자니 질문에 대답할

(왼 쪽 부 터) 코너 한 윅 (드럼), 조나 단 피어스 (보컬 ), 제이 콥 그 레이엄(기타, 키 보 드).

기운이 남아 있을까 싶었는데, 제이콥은 나긋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시원한 음료수가 잔뜩 있으니 좀 마셔요.” 한 달 가까이 투어 중이라고 들었는데(이들은 캔버라, 시드니, 싱가포르, 도쿄, 나고야 등을 거쳐 서울에 왔고 방콕, 자카르타, 홍콩에서의 공연 후 미국, 유럽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매번 이렇게 열정적으로 공연하면 기운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요. 제이콥 공연이 끝나면 그냥 기절해서 자버려요. 조나단 이번 투어를 시작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돼가는데, 하루도 쉴 날이

없었어요. 하나하나의 공연에 많은 노력을 들이죠. 우리는 티켓을 사고 공연을 보러 갔는데 나올 때는 뭔가 허전한 그런 공연을 많이 봤어요. 밴드가 그냥 노래하는 시늉만 하는 그런 공연 말이에요. 그래서 드럼스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좋아했던 공연을 생각해봤는데, 그건 무대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는 공연이었어요. 우리도 꼭 그러고 싶었죠. 제이콥 만약 어렸을 때 만날 반복해서 듣던 밴드의 음악이 있다고 쳐요. 그런데

막상 그 밴드의 공연을 보러 갔을 때 실망하거나 시시하다고 느끼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그 밴드가 생생하고 입체감 있는 노래를 들려주길 바라지 않겠어요? 비행기 타고 오면서 혹시 공연장에 사람이 꽉 차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진 않았어요? 조나단 오히려 반대예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향할 때가 더욱

흥미롭거든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스릴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럴 때 공연에 더 많은 걸 쏟아붓고 싶어지고, 그게 공연을 더 신나게 만들죠. 제이콥 정말 결과를 예상할 순 없어요. 나라마다, 문화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관객들이 좀 내성적으로 보인다고 우리를 싫어하거나 신나지 않았단 뜻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같이 관객들이 흥분하고 신나 보일 때는 그만큼 우리도 신나요. 한국에 꼭 다시 오고 싶어요. 제이콥이 탬버린을 치는 게 굉장히 인상적인데, 언제부터 무대에서 탬버린을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뜨거운

것이 좋아

굉장히 심플하고 요소가 많지 않아요. 드럼, 베이스 라인, 기타가 다죠. 어떨 때는 전혀 할 일이 없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뭔가 하기 위해서 그냥 탬버린을 치기 시작했어요. 스스로 정말 탬버린을 그렇게 잘 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뉴욕에서 가장 핫한 밴드인 드럼스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그들의 라이브 공연을 보고 나면 열광적인 팬이 되고 말 거다. 투어 중 서울을 빼놓지 않고 들른 그들은 예외 없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C O N T RI BU T I N G E D I TO R

제이콥 이 밴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탬버린을 치기 시작했어요. 우리 노래가

가끔은 박자를 놓쳐서 민망하기도 하고…. 하지만 마치 탬버린 전문 연주가처럼 보일 때도 있는 걸요. 조나단 하하. 정말 그렇게 보여요. 제이콥이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탬버린을

가장 잘 치는 것 같아요.

망설이지 않았다. 첫 곡 ‘What You Were’의 시작과 함께 보컬 조나단은

그럼 조나단의 춤은 어디서 기원하는 거예요?

관객들이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겨를도 주지 않고 춤추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연에서 서서히 분위기가 달아올라 고조되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가속 거리 없이 바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해, 모든 노래를 마지막 곡인 것처럼 K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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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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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조나단 춤을 잘 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춤추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 같아요. 우리는 분명한 콘셉트를 가지고 이 밴드를 시작했어요. 정말 사랑하는 음악이 ‘좋은 팝송’이기 때문에 팝 밴드로 알려지길 원했어요.

온 힘을 다해 연주하기 때문이다. 잠깐 숨 돌릴 틈도 주지 않아 숨이 조금

그래서 라이브 공연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이젠 음악 세계에서 잊힌

가쁠 때쯤 제이콥의 현란한 탬버린 연주도 볼 수 있었다(그는 원래 기타를

밴드의 쇼맨십을 보여주고 싶었죠. 무대 위에서 그냥 노래만 하는 게 아니라

쳤지만 요즘은 무대에서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다). 어릴 적, 여름 캠프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밴드의 프론트 맨을 본 지 10~15년은 된 것 같아요. 요즘은

만난 제이콥과 조나단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 밴드가 어떻게 ‘영국의 음악

오히려 그런 걸 꺼리는 추세예요. 밴드는 음악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잡지 <NME>가 극찬한 공식적으로 뉴욕에서 가장 쿨한 신인 밴드’라는 명칭을

우리를 보면서 ‘왜 저렇게 산만하고 우스꽝스럽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얻었는지 충분히 알 만했다. 정신없이 밤바다를 뛰어다니는 ‘Let’s Go Surfing’

하지만 우리에겐 그게 팝 음악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그런 콘셉트가 정말

이나 방구석에서 요란을 떨며 노래를 부르는 ‘Forever and Ever, Amen’의

재미있어요. 그렇게 믿기 때문에 우스꽝스러워 보여도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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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IM HYUN JE

5월 22일, 홍대 브이홀, 무대에 조명이 켜지자 밴드 드럼스의 멤버들은

드럼스가 서울에 온다는 인터넷 게시물에 사람들이 ‘바짓단을 두 번 접어 입는 사람들’이란 댓글이 달렸는데, 그 말에 동의하나요? 제이콥, 조나단 하하.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얘기했나요? 뭐, 매일 접어 입으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80년대 인디 밴드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패션 스타일에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혹시 스타일 아이콘이 있나요? 제이콥 2명 있는데,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이죠. 30년대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클라라 로크모어(Clara Rockmore)와 60년대 일렉트로닉 뮤지션인 딜리아 더비샤이어(Delia Derbyshire)예요. 둘 다 패션 센스가 독특하고 화려해서 좋아해요. 조나단 전 특별한 스타일 아이콘이 없어요. 그냥 제가 입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이 드럼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요? 제이콥 팝송은 인간적이고 감성적이라서 누구나 들으면 공감할 수 있어요.

우리가 지구 반대편에서 왔지만 사람의 감정에 대해 노래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때 느끼는 감정, 예를 들면 어떤 사람과 교감할 수 없다든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다든가 하는 것들이오. 멜로디가 너무 경쾌해서 비 오거나 우중충한 날 곡을 쓰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제이콥 그렇지 않아요. 우린 기분 좋은 날이 많지 않고, 노래 주제의 대부분

우울함과 슬픔이에요. 하지만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슬픈 노래를 부르는 그런 밴드가 지겨워서 경쾌한 음악을 하는 거예요. 조나단 리듬이 촉박하고 바쁜 걸 좋아하지만 가사를 들어보면 좀 절망적이고

슬퍼요. 그래서 명랑한 멜로디와 절망적인 가사, 2가지 감정이 노래에서 충돌해요. 어렸을 때 좋아하고 감동을 받은 노래를 생각해보면 우울한 노래들이었죠. 흥겹지만 이면을 보면 슬픔밖에 없는 곡이오. 마지막으로 아직도 드럼스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당신의 음악을 꼭 들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면요? 조나단 밴드를 시작한 이유는 미국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너무

지겨워서였어요. 제이콥 그런 조악한 음악은 팝 음악이 정말 어떤 건지 전혀 보여주지 못해요. 조나단 그래서 그냥 우리 방식대로 하고 싶었어요. 아직도 스스로 확실히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뭘 하고 싶은지는 알아요. 제이콥 우리를 좋아할 만한 사람이라면 꼭 들어보면 좋겠어요. 그리고 좋으면

좋아하고 싫으면 싫은 거죠.

people 2011.6.24 4:36:4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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