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REC 다니엘

시리즈 서문

어느 세대나 교회 안에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신실한 강해 의 필요성이 늘 존재한다. 동시에 교회는 성경의 가르침을 숙고

하고, 기독교 신앙의 교리들을 고백하며, 당대의 문화에 그것을

적용하는 신학 작업을 끊임없이 행해야 한다. 우리는 강해와 신

학 작업이라는 두 가지 과업이 서로 의존하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교리는 성경 본문에서 이끌어 내야 하며, 성경의 어떤

특정 본문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성경 전체가 가르치는 교리에

기초해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를 내놓는 것은 기쁜 일이다. 목회자와

교사, 성경공부 인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이 시리즈가 하나

님의 정확무오한 말씀을 연구하는 데 충실하며 영감을 주는 유

용한 자원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는 네 가지 근본 방침을

갖고 있다. 첫째로 이 시리즈는 성경적인 주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즉 본문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면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

을 특징으로 하는 포괄적인 강해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단어나 구절을 낱낱이 해설하는 주해 주석이라기보다

성경 전체 단락에 대한 종합적인 강해다. 따라서 각각의 주석은

성경의 모든 책을 한 단락씩 차례대로 체계 있게 다루어 나갈

것이다. 둘째로 이 시리즈는 손색이 없는 교리 주석이다. 우리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및 교리문답이 신구약 성경이 가르

치는 교리의 체계를 담고 있다고 인정한다. 따라서 각각의 책은

성경에서 발견된 개혁주의 신앙의 교리를 가르치고 장려하며

변호할 것이다. 셋째로 이 시리즈는 구속사적 관점의 주석을 지

향한다. 우리는 성경의 통일성을 믿으며, 또한 그 중심 메시지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구약에

대해 그리스도 중심적 견해를 취한다. 즉 구약의 인물과 사건, 규례 및 제도가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을 가리키고 있을 뿐 아

니라 우리가 믿음으로 살아갈 때 따라야 할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고 바르게 이해한다. 넷째로 이 시리즈는 실용적 주석이다.

적절한 예화를 곁들여 성경 본문을 삶(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모두 ) 의 현

대적 도전에 적용하고

즈가 실제로 교회의 사람들에게 성경을 가르친 것에 근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학구적인 주석을 목표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강해 주석 시리즈는 학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효과적인

강단 사역이라면 어떤 것이든 그래야 하듯이, 우리는 성경 및

신학 훈련 수준이 천차만별인 그리스도인들을 대상으로 한 충

실하고 명료하며 도움이 되는 주석을 의도하고 있다. 이는 학문

적 관심사에 그치는 일부 이슈는 부득이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뢰할 만한 수준의

학문성을 갖추려고 노력하며, 교회 안의 목회자와 그 밖의 교사

들에게도 이를 장려하며 본을 보이고자 애쓸 것이다. 해석 및

신학상의 중요한 난제들은 본문과 관련이 있는 역사 및 문화 배

경과 더불어 세심하게 다룰 것이다.

우리는 높은 수준의 지속적인 탁월함을 갖추려고 애쓰고

있다. 이 일은 하나님 말씀의 뛰어난 전달자로 입증된 저자들

을 선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런 탁월함의 추구는

또한 엄격한 편집 과정에도 반영되어 있다. 각 권의 편집은 시

리즈 편집자와 구약이나 신약 편집자가 함께 담당한다. 구약 편

집자인 이언 두기드( Ian Duguid ) 와 신약 편집자인 대니얼 도리아

니( Daniel Doriani ) 는 신학교에서 지금까지 가르치고 있는 존경받

는 학자이자 숙련된 목회자다. 이 분들이 하는 일은 각 권이 반

드시 최신 학문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추며 본문 강해에 충실

하고 정확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시리즈 편집자인 우리는 각

권이 글쓰기의 탁월성과 교훈의 건전성, 적용의 유용성을 포함

하여 전반적인 질을 반드시 유지하도록 감독한다. 편집진으로

함께 일하면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가 목표하고 기도하는 바는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

리즈”가 성경의 명료성과 힘에 대한 확신을 새롭게 하고 개혁

주의 신앙의 위대한 교리적 유산을 옹호함으로써 교회를 섬기

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강해 설교가 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최상의 성경적 방법이라고 믿는다. 이 주석을 읽는 목

회자들이 자신의 강해 설교 사역에 용기를 얻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평신도 교사들에게 이 주석이 성경 본문을 이해하고 가르

치기 위해 의지할 만한 가장 유용한 자료가 되기를 소원한다.

동시에 이 성경 연구의 경건한 특징이 이 주석을 읽는 그리스도

인 각자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즐거이 순종하는 제자도를 가르

치며 북돋기를 기대한다.

주님이 “개혁주의 성경 강해 주석 시리즈”를 읽는 모든 분에

게 복 주시기를 바란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

하는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는 일에 끊임없는 신실

함을 베푸심에 감사를 드리고, 성령이 이 주석들을 교회를 교훈

하고 교육하는 데 사용하시기를 기도하면서 이 책들을 주 예수

그리스도께 의탁한다.

시리즈 편집자

리처드 필립스( Richard D. Phillips )

필립 그레이엄 라이큰( Philip Graham Ryken )

서문 | 9

저자 서문

다니엘서는 대다수 그리스도인에게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다. 그러기에 설교자에게 독특한 도전을 주는 책이다. 맹렬히

타는 풀무불 속에 던져진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 이야기와

사자 굴에 던져진 다니엘 이야기는 어린이용 이야기 성경책이

나 주일학교 수업의 단골 메뉴로, 갈수록 성경을 잘 모르는 시

대에도 유명하다. 대부분은 다니엘서의 내용을 적대적인 세상

에서 그리스도를 위해 살도록 “담대하게 다니엘이 되라”라고

권고하려는 의도가 담긴 이야기책으로 읽도록 배웠다. 이것이

다니엘서의 목적 가운데 하나인 것은 확실히 맞다. 말하자면 다

니엘서 이야기는 적대적인 세상에서 사는 신자에게 자기가 사

는 문화를 섬기면서 동시에 그 문화와 구별되는 삶을 살 방법에 대해

수 있는 사람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것도 진실이다. 우리는 다

주변 환경의 압력에 많은 면에서 타협한다. 그러므로 동시에 다

니엘보다 더 크신 분 곧 우리를 위해 섬기고 구별된 포로 생활

을 완벽하게 거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다수 신자는 다니엘서 후반부에 나오는 다니엘의 환상 내

용에 익숙하지 않고 이해하기도 어려워한다. 이 환상으로 인해

다니엘서 본문을 성경 다른 곳에 나온 다른 본문과 합성해서 구

성하여 종말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낳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묵시 본문이 세상 역사의 마지막 시대에 살든 그러지 않든 모든

신자에게 권고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고찰한 경우가

별로 없었다. 다니엘서에서도 이 환상의 중심 요소를 예수 그리

스도의 인격 속에서 우리 가운데 육신을 입고 오신 높아지신 거

룩한 인자로 보게 되면 종종 이 난해한 환상이 우리의 일상생활

에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

책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어떻게 다니엘서 중심에 놓여 있

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기도한다.

이 책에 담긴 설교는 원래 펜실베이니아로 오기 직전에 캘

리포니아 주 폴브룩에 있는 그레이스 장로교회에서 전했던 것

이다. 변함없는 사랑과 격려를 베풀어 준 것에 대해 그레이스

장로교회 장로와 교인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다. 우리 모두

여러분이 정말 보고 싶고, 이전에 동역했던 켄 한 목사의 사역

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 계속 여러분에게 쏟아지는 것을 보니

감격스럽다. 복음 사역에 적절한 은사와 성품을 구비한 켄 목사

를 우리 교회에 보내 주신 것에 하나님에게 감사하며

서문 |

기 마음을 드러내고 복음에 담긴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한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아내의 능력은 내게 끊임없

이 자극을 준다. 나는 주 안에서 자라면서 아내의 겸손과 사랑

과 연민을 공유하는 법을 조금씩 배울 수 있도록 기도한다. 아

이들은 목사 가족의 일원으로 감당할 시련과 기쁨을 감내했다.

제이미, 샘, 해나, 롭, 로지. 우리를 늘 더 좋은 부모가 되게 만들

어 준 것에 너희에게 정말 감사하다. 우리는 주님이 너희 각자

의 마음속에 계속 역사하시는 것에 감사하고, 너희가 너희 자신

의 죄의 깊이와 너희 구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위대하심에 대 한 지식이 날마다 자라기를 기도한다.

역경을 견디는 믿음

Faith Enduring Through Adversity

세상이 가장 악할 때

1:1-21

다니엘은 뜻을 정하여 왕의 음식과 그가 마시는 포도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리라 하고 자기를 더럽히지

아니하도록 환관장에게 구하니( 단 1:8 )

‘대체 역사’로 불리는 흥미로운 문학 장르가 있다. 대체 역사

소설은 역사가 실제로 일어난 것과 다르게 펼쳐진다면 삶이 어

떻게 되었을 것인지를 상상한다. 대체 역사 소설 『나치, 영국

을 점령하다』( SS-GB ) 1) 에서 렌 데이턴( Len Deighton ) 은 이렇게 상

상한다. “아돌프 히틀러가 1940년에 총력을 기울여 영국을 침

공하고 러시아에 제2 전선을 구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

까?” 그랬다면 거의 틀림없이 히틀러는 영국을 공격하는 데 성

1) Len Deighton, SS-GB: Nazi Occupied Britain, 1941 (New York: Knopf, 1979).

물론 일부 유럽인에게는 이런 현실이 대체 역사가 아니다. 나

는 정기적으로 라트비아의 한 작은 신학교에서 가르친다. 라트

비아의 젊은이는 독재 정권 아래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이 작은 나라는 두 차례 세계 대전 사이에 잠시 독립

을 얻었으나 1940년에 러시아에 합병되었고 1991년에 자유를

되찾을 때까지 거의 50년 동안 외세의 탄압에 시달렸다. 모든

라트비아 사람, 특히 교회에 당시는 극렬한 공포와 고통의 시대

였다. 그들의 세계가 그들의 문화, 언어, 정체성, 종교를 말살하

기로 결심한 원수에게 점령당했기 때문이다. 잠재적인 라트비

아 지도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처형되거나 소비에트 제국 어느

먼 지역으로 추방되었다.

여러분은 고국에서 외국의 어느 한 도시로 추방당해 완전히

생소한 환경 속에서 외로움과 무서움에 사로잡히는 것이 어떤

상태일지 상상할 수 있겠는가? 여러분은 이런 적대적인 상황

에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거기서 어떤 진리를 고수할 수 있겠는

가? 과거의 정체성을 충실하게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는가, 아니

면 단순히 새로운 환경에 동화되겠는가?

포로의 경험

그러나 우리에게도 이런 경험이 완전히 상상 속의 일만은 아

니다. 우리가 사는 서구에서 이 세상의 적대감을

백성에 대해 분명히 반감을 드러낼 때가 생긴다. 세상의 적대감

은 세상이 종종 우리 그리스도인을 세상의 틀 속에 밀어 넣으

려고 획책할 때 확인된다. 세상은 우리가 세상의 가치와 기준에

맞추고 일반 대중에게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학교와

직장에서 입는 옷이나 사용하는 말에서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

이 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어떤 인물에 대해 어떤 식으로 농담

과 험담을 들으면 장단을 맞추고 웃어 주어야 한다. 사업을 계

속 번창하고 싶을 때는 우리의 가치와 종교적 신념을 버리고 업

계에 완전히 동화된 삶의 방식을 따라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압

력도 받는다. 우리는 주변 문화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가치 있

게 여기고, 주변 문화의 화려한 목표를 열정적으로 추구하며, 전

체적으로 주변 문화의 우상에 순종하며 살 것을 요구받는다. 따

라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일부가 될지, 아니면 이 세상을 거

역하며 사는 힘든 길을 갈지 날마다 선택해야 한다.

여러분은 여기 이 땅에서 사는 삶의 특징인 파괴와 단절의 한

복판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가? 실존의 날카로운 칼날이 여러분

을 겨냥해 날아들고 여러분의 살을 잘라 낼 때 어떤 진리를 고

수할 수 있겠는가? 험악한 세상, 곧 잦은 질병과 고통, 깨진 관

계와 쓰라린 눈물, 슬픔과 사망으로 얼룩진 세상 속에서 믿음으

로 살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이상은 다니엘서가 우

리에게 답변을 제공해

심판에 대한 하나님의 신실하심

다니엘이 직접 전하는 포로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유다 왕 여호야김이 다스린 지 삼 년이 되는 해에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성을 에워쌌더니 주께서

유다 왕 여호야김과 하나님의 전 그릇 얼마를 그의 손에 넘기

시매 그가 그것을 가지고 시날 땅 자기 신들의 신전에 가져다

가 그 신들의 보물 창고에 두었더라 왕이 환관장 아스부나스에게 말하여 이스라엘 자손 중에

서 왕족과 귀족 몇 사람 곧 흠이 없고 용모가 아름다우며 모

든 지혜를 통찰하며 지식에 통달하며 학문에 익숙하여 왕궁

에 설 만한 소년을 데려오게 하였고 그들에게 갈대아 사람의

학문과 언어를 가르치게 하였고 또 왕이 지정하여 그들에게

왕의 음식과 그가 마시는 포도주에서 날마다 쓸 것을 주어 삼

년을 기르게 하였으니 그 후에 그들은 왕 앞에 서게 될 것이

첫 번째 국면이 심판에 대한 하나님의 신실하

심이기 때문이다. 다니엘 당시 유다 백성이 고국에서 타국으로

포로로

문이다.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그들의 원수의 손에 넘겨주셨다.

레위기를 보면 여호와가 이스라엘에게 그들의 죄의 확실한

결과에 대해 경고하셨다. 하나님과 함께 하는 민족 이스라엘

의 역사가 시작되었을 때 하나님은 순종에 대해서는 복이, 불순

종에 대해서는 저주가 임하는 언약을 이스라엘과 맺으셨다( 레

26장 ). 이스라엘은 여호와를 신실하게 섬기고 언약의 조건을 지

키면 하나님의 은혜와 복을 누릴 것이다( 레 26:3-13 ). 그러나 여호

와를 저버리고 언약을 어기면 하나님의 진노와 저주를 받을

( 레 26:19-25

것이다( 레

39 )

정확히 펼쳐진 그대로 이스라엘의 운

명이었다. 많은 세대에 걸쳐 이스라엘이 하나님에 대해 보여 준

완고한 불순종과 거역으로 말미암아 여호와는 결국 이스라엘을

그들의 원수의 권력에 넘겨주었고, 그리하여 그들은 포로로 잡

혀갔다.

그렇더라도 포로로 잡혀간 다니엘과 세 친구의 운명은 레

위기 26장에 나온 언약 저주의 일반적 성취로 그친 것이 아니

었다. 아울러 열왕기하 20장 18절에 나온 이사야 예언의 특별

한 성취이기도 했다. 유다 왕 히스기야는 바벨론 왕 므로닥발라

단이 보낸 사절을 영접하고 선물을 받았다. 이때 히스기야는 이

사절에게 창고와 보물고에 있는 소중한 것을 다 보여 주었다( 왕

하 20:13 ). 이런 행동 때문에 히스기야는 이사야

는 것에 있다. 므로닥발라단이 히스기야에게 사절을 파견하고

선물을 보냈을 때 그것은 단순히 히스기야가 병에서 회복된 것

을 친절하게 위로하는 호의의 표시가 아니었다. 오히려 므로닥

발라단은 앗수르와의 계속된 전쟁에서 히스기야에게 도움과 지

원을 요구하고 있었다.2) 따라서 히스기야가 므로닥발라단의 사

절에게 자신의 보물고를 보여 주었을 때 므로닥발라단의 동맹

제안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자신이 앗수르에 대적할 유용한

동맹자가 될 자원을 가졌음을 보여 주고자 애쓴 꼴이 되고 말

았다. 바로 앞의 열왕기상 19장에서 여호와가 예루살렘을 산헤

립 군대와 앗수르 사람의 공격에서 기적적으로 구원하셨음에도

불구하고 히스기야는 지금 바벨론과의 동맹을 통해 앗수르 문

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을 찾았던 것이다. 여호와를 믿

는 믿음을 정치로 대체했다.

이런 시험은 고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현대인도 온 마음

을 다해 여호와를 신뢰하지 않고 정치적 결탁에 희망을 두는 시

험을 받을 수 있다. 교회가 단순히 하나의 정치 활동 위원회가

되어 버리면 교회 고유의 영적 음성을 잃어버리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또는 우리는 세상의 성공 방법을 취함으로써 성공에

대한 희망을 높일 수 있으나 다만

전략에 대해 이사야가 전하는 심판의 말은 구체

적이고 엄중했다. 히스기야는 바벨론을 의지해 자기 보물을 지

키려고 했기 때문에 바벨론 사람이 히스기야의 왕궁에 들어와

모든 것을 약탈해 갔다( 왕하 20:17 ). 히스기야의 미련한 영적 결탁

2) T. R. Hobbs, 2 Kings, Word Biblical Commentary (Waco, TX: Word, 1985), 294.

으로 왕조의 안전이 보장되기는커녕 히스기야의 후손 일부가

바벨론으로 끌려가 바벨론 왕의 궁정에서 환관이 되는 일이 벌

어질 것이다( 왕하 20:18 ). 바로 이 특별한 심판에 대한 예언이 다니

엘서 처음 몇 구절에서 이루어진다.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은 예

루살렘에 쳐들어와 하나님의 성전에서 보물을 약탈해서 자기가

섬기는 신의 창고에 두었다( 단 1:2 ). 느부갓네살은 히스기야의 후

손인 왕족과 귀족을 잡아가 그들을 자기 궁정 관리의 우두머리

인 환관장 아스부나스의 관할 아래 두었다( 1:4 ). 3) 하나님이 히스

기야 왕가에 대해 선포한 심판은 이사야가 말한 그대로 충실하

게 이루어졌다.

심판과 소망

그렇더라도 자기들의 파멸이 하나님의 손에서 나온 하나님

의 신실한 심판 행위였다는 인식은 자체로 포로에게 격려가 되

었다. 포로의 미래를 바벨론이나 바벨론의 신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하나님 여호와가 주관하셨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단 2:19 ).

그들을 포로로 보내신 분은 또 거기서 그들과 함께 계시며 결 국은 심판이 끝난 후에 그들을 포로에서 회복하겠다고 약속하

셨다. 느부갓네살이 성전에서 훔쳐간 성전 그릇과

자로 묘사되고, 이 말은 희생제사에서

3) “관리”와 “환관”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단어는 똑같다. 다니엘과 세

흔하게 사용되었다( 1:4 ). 4) 여호와가 느부갓네살에게 성전 그릇

을 가져가도록 허용하신 것처럼 매우 특출한 하나님의 백성을

붙잡아가는 것도 허용하셨다. 이 평행 관계는 귀환할 때 부득불

성전 그릇을 다시 가지고 갈 것처럼( 스 1:7을 보라 ) 포로로 잡혀간

하나님의 백성도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함축한다.5) 하나님은

자신에게 속한 것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실 것이다.

이것은 중요한 요점이다. 극히 힘든 순간에 삶은 종종 통제

를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운명은 때때로 적대자의 손이

나 이런저런 비인격적 세력의 힘에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한쪽 극단의 우발적 사건에서 다른 한쪽 극단의

악인의 결정된 행동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에서 우리가 겪는 모 든 경험이 주권적인 우리 하나님의 통제 아래 놓여 있다는 것

이 진실이다. 참새는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으시면 한 마리도 땅

에 떨어지지 않는다( 마 10:29 ). 이것은 아주 사소한 일도 하나님의

눈 안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 극단에 놓인

행위로 모든 시대 가운데 가장 악한 행위인 예수의 십자가 죽음

역시 하나님이 미리 정하신 목적의 결과였다( 행 4:28 ). 어떤 악한

행위도 지금까지 하나님을 놀라게 하거나 하나님의 주권적인

뜻을 좌절시키거나 한 적이 없다. 우리가 삶속에서 경험하는 모

든 일은, 아무리 힘들거나 아무리 무의미한

모든

4) Tremper Longman III, Daniel, New International Version Application Commentary (Grand Rapids: Zondervan, 1999), 49. 5) 성전 그릇 주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P. R. Ackroyd, “The Temple Vessels—A Continuity Theme,” in Studies in the Religion of Ancient Israel (Leiden: E. J. Brill, 1972), 166–179를 보라.

으셨다. 오히려 하나님은 우리가 이런 시련을 겪도록 역사하고

자신의 은혜로 이 과정을 통과하도록 우리를 지키신다.

재프로그래밍을 거부함

따라서 다니엘과 세 친구는 자기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간 것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일어난 일로 알았다. “그들 가운데

는 유다 자손 곧 다니엘과 하나냐와 미사엘과 아사랴가 있었더

니 환관장이 그들의 이름을 고쳐 다니엘은 벨드사살이라 하고

하나냐는 사드락이라 하고 미사엘은 메삭이라 하고 아사랴는

아벳느고라 하였더라”( 단 1:6-7 ).

다니엘과 세 친구는 아마 당시 십대 소년이었을 것이다. 다니

엘과 세 친구는 바벨론에서 재교육 프로그램을 거쳐야 할 심각

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첫째, 다니엘과 세 친구의 본래 이

름이 바뀌었다. 여호와 신앙에 입각해 지은 친숙한 히브리 이

름 다니엘( “하나님은 나의 심판자이시다” ), 하나냐( “여호와는 은혜로우시다” ), 미

사엘 ( “누가 하나님과 같으랴” ) , 아사랴 ( “여호와는 돕는 자이시다” ) 대신에 그

들은 벨드사살,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라는 바벨론 이름을 받

았다( 1:7 ). 이런 바벨론 이름은 이스라엘의 여호와가 아니라 마르

둑과 벨과 느보와 같은 바벨론 신의 도움을 환기시켰다.6) 둘째, 다니엘과 세 친구는 또 성경 대신 바벨론 신화와 전설을

대해서는 John Goldingay, Daniel, Word Biblical Commentary (Dallas: Word, 1989), 5를 보라. 개명의

B. T. Arnold, “Word Play and Characterization in the Hebrew Bible,” in S. B. Noegel, ed., Puns and Pundits: Word Play in the Hebrew Bible and the Ancient Near East (Bethesda, MD: CDL Press, 2000), 243–247을 보라.

이 이름들의 기원에

헌을 배워야 했다( 1:4 ). 셋째, 다니엘과 세 친구는 그들의 새로운

주인에게 의존하는 삶에 익숙해지도록 바벨론 왕의 식탁에서

날마다 왕의 음식을 먹고 포도주를 마셔야 했다( 1:5 ). 이렇게 처

음 삼 년 과정을 마치게 되면 다니엘과 세 친구는 그들의 과거

정체성이 완전히 지워지고 느부갓네살을 섬기는 일에 익숙해질

터였다( 1:5 )

이것은 세상의 영적 재프로그래밍 전략에 대한 그림을 우리

에게 보여 준다. 세상의 이런 재프로그래밍 전략은 가장 큰 효

력을 얻기 위해 위협과 약속, 강제와 격려를 교묘하게 결합한다.

이 전략에 거세게 반항하는 자는 경우에 따라 감옥이나 수용소

로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잘 먹고 잘 살 경우 대다수는 세상에

아주 쉽게 동화되기 마련이다. 어쨌든 파리는 식초보다 꿀로 더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전략 전체의 근본 목표는 어떻

게든 다니엘과 세 친구의 입술과 마음에서 이스라엘과 이스라

엘의 하나님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고 그들에게 삶의 모

든 좋은 것은 느부갓네살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의식을 심

어 주는 것에 있었다.

이것은 사탄이 오늘날에도 계속 사용하는 방식이 아닌가? 사

탄은 세상의 어느 지역에서 신자들을 가혹하게 박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탄은 종종 우리를 부추기거나 속여서 하나님을 잊게

하고 우리의 복이 하나님이 아닌 다른 어떤 곳에서 온다고 생각

하게 만들어 더 효과적으로 역사한다. 사탄은 우리가 다니엘과

세 친구의 히브리 이름에 표현된 진리 곧 하나님은 우리의

생활 철학에 빠져 자라기를 바란다. 사탄은 우리의 생활 방식을

구성하는 물질적 안락이나 우리가 점차 사랑하게 된 이 세상의

어떤 쾌락에 대한 의존 의식을 우리 속에 더 깊이 심을 수 있다

면 우리를 훨씬 효과적으로 주님에게서 멀어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탄의 근본 목표는 항상 우리에게서 여호와에 대한 기

억을 지우고, 우리 마음을 자신의 사고방식으로 재교육하며, 우

리 안에 삶의 온갖 좋은 것은 우리 주변 세상에서, 그리고 우리

육체의 욕심을 만족시키는 것에서 나온다는 의식을 심는 것에

있다.

바벨론의 이런 재프로그래밍 전략을 파악하게 되면 다니엘

과 세 친구가 명확히 보여 준 저항 전략을 파악하고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확실히 말해 다니엘과 세 친구는 바벨론 체제

를 외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 다니엘과 세 친구가 바벨론을 위

해 일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 그들이 그들의 상황

이 하나님의 손에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니엘과 세

친구는 바벨론에 포로로 사로잡혀간 자는 자기들이 사는 곳의

복을 위해 수고해야 한다고 여호와가 예레미야를 통해 주신 말

씀을 바로 이해했다( 렘 29:4-7 ). 다니엘과 세 친구는 가능한 한 자 기들이 들어 있는 체제 안에서 천국과 바벨론의 좋은 시민이 되

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이중의 정체성을 유지함

다니엘과 세 친구는 자기들의 삶에 대해 하나님이 갖고 계신

뜻을 받아들이고 바벨론 국가를 섬겼지만 동시에 다양하고 특

수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바벨론 제국의 동화 전략을 내적으

로 거부했다. 다니엘과 세 친구는 무엇보다 먼저 바벨론의 전면

개명 정책에 저항했다. 확실히 말하면 바벨론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으나 유대 이름( 과 정체성 ) 도 계속 유지했다.

다니엘은 바벨론 이름으로 불리면 대답하기는 했어도 벨드사살

이 되지는 않았다. 하나냐, 미사엘, 아사랴도 사드락, 메삭, 아벳

느고가 되지는 않았다. 다니엘과 세 친구는 자기들이 진정으로

누구인지에 대한 표지로 그들 사이에 히브리 이름을 계속 사용

했다( 1:11, 19; 2:17 ). 곧 그들은 이중 이름을 갖고 살았고, 이것은 그

들의 이중 정체성을 환기시켰다. 더 근본적으로 말해 그들이 섬

기는 하나님의 참된 본성을 환기시켰다.

우리는 다니엘과 세 친구에게서 두 나라 시민으로서 우리의

이중 정체성을 어떻게 배우고, 또 유지할 수 있을까? 확실히 한

가지 방법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기회를 활용해 다른 신자와 함

께 우리의 천국 시민권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포로들이 조

국을 떠난 적 없는 자보다 애국심이 훨씬 깊다는 것은 충분히

확인된 현상이다. 성패트릭 기념일은 확실히 지금까지 더블린

보다 보스턴에서 더 성황리에 치렀고, 7월 4일은 미국 본토 국

민보다 해외 미국인에게 더 의미가 깊다. 바벨론 포로는 자기들

의 참된 정체성을

자신에게

에 대한 기억을 강하게 유지하는 데 서로 도울 수 있다.

우리는 매주 가정과 교회에서 함께 모일 때 우리의 참된 시민

권을 서로에게 상기시킨다.

여기 이 땅에서 효과적인 삶을 살도록 준비하는 것으

로 그치지 않고 아울러, 아니 사실은 무엇보다, 우리의 정체성을

진실로 규정하는 하늘의 실재를 상기하는 것에 있다. 우리는 남

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고용인과 피고용인으로 어떻게 더 효과

적으로 살지 실제 단계를 배우기 위해 함께 모이는 것으로 그치

지 않고, 아울러 우리의 참된 본향을 향해 나아가도록 지시받기

위해 함께 모여야 한다. 확실히 말해 우리의 천국 정체성이 강

하면 그만큼 우리의 혼인 관계, 가정 교육, 사업 관계도 변화될

것이다( 엡 5:22-6:9를 보라 ). 우리가 속한 하늘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우리가 이 세상에 있을 때와 다르게 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교회로 함께 모이는 것의 주된 초점은 참된 본향인 하늘

나라에 우리의 눈을 고정시키는 것에 있다.

이것은 천국의 표지가

세상의 지혜와 반대되는 천국의 지혜가 선포된다. 세례가 시 행될 때 천국 시민권의 표지가 우리와 우리 자녀에게 주어지 고, 이때 우리는 우리의 참된 시민권이 어디에 있는지 상기하게

된다. 우리는 성찬에서 본향의

또한 다니엘과 세 친구는 철저히 이교 교육이 시행되는 땅 한

복판에서 성경 지식과 관점을 보존했다. 이것은 오늘날 기독교

공동체 가족도 점차 빈번하게 직면하는 도전이다. 다양한 [기독

교] 가정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 도전에 대처하려고 굳게 결심

한다. 어떤 가정은 자녀에게 홈스쿨링을 하거나 자녀를 경건한

기독교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로 보내거나 할 것이다. 다른 가정

은 공립 학교 배경에 따라 자녀와 함께 걸으며 자녀가 세상 한

복판에서 믿는 자로 견고하게 서도록 도울 것이다. 이런 선택은

각자 특정 배경 속에서 특정 가정의 특정 자녀에게 올바른 선택

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각 가정이 자녀를 단순히 기독교 도덕

에 외적으로 순응하도록 가르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이 땅에

서 참된 천국 시민으로 살도록 반문화적 기독교 정체성에 확실

히 순응하는 길을 가르칠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어디서 교육

을 받든 우리 자녀는 현대 ‘바벨론의 언어와 학문’을 알고 이해

함으로써 현대 바벨론의 언어와 학문의 어리석음과 결함을 식

별하는 성경적 분별력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을 계속 의존함

다니엘과 세 친구가 바벨론 체제에 동화하는 것을 거부한 두

번째 방법은 왕의 식탁에

은혜와 긍휼을 얻게 하신지라 환관장이 다니엘에게 이르되

내가 내 주 왕을 두려워하노라 그가 너희 먹을 것과 너희 마

실 것을 지정하셨거늘 너희의 얼굴이 초췌하여 같은 또래의

소년들만 못한 것을 그가 보게 할 것이 무엇이냐 그렇게 되면

너희 때문에 내 머리가 왕 앞에서 위태롭게 되리라 하니라

환관장이 다니엘과 하나냐와 미사엘과 아사랴를 감독하게

한 자에게 다니엘이 말하되 청하오니 당신의 종들을 열흘 동

안 시험하여 채식을 주어 먹게 하고 물을 주어 마시게 한 후

에 당신 앞에서 우리의 얼굴과 왕의 음식을 먹는 소년들의 얼

굴을 비교하여 보아서 당신이 보는 대로 종들에게 행하소서

하매 그가 그들의 말을 따라 열흘 동안 시험하더니

열흘 후에 그들의 얼굴이 더욱 아름답고 살이 더욱 윤택하

여 왕의 음식을 먹는 다른 소년들보다 더 좋아 보인지라 그리

하여 감독하는 자가 그들에게 지정된 음식과 마실 포도주를

제하고 채식을 주니라( 단 1:8-16 )

여기서 문제는 바벨론 음식이 단순히 ‘코셔’가 아니었다는 것

에 있지 않았다. 즉 유대 음식 법 규정에 따라 준비된 음식이 아

니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먹어야 했던 고기

와 포도주가 바벨론 우상에 먼저 바쳐진 것에 문제가 있었던 것

도 아니다. 채소도 그렇게 바쳐졌기 때문이다.7) 바벨론 음식에

본질적으로 나쁜 것이 있었다면 다니엘은 왕의 음식과 포도주

를 영원히 먹지

라는 것들 곧 곡식과 채소만 먹고 자연적으로 나온 물만 마시기

로 선택했음을 주목하는 것에 있다( 1:12 ). 이것은 채소만 먹는 단

순한 삶의 방식의 목표가 그들이 음식을 위해 느부갓네살왕이

아니라 그들의 창조자 하나님을 의존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상

기시키는 데 있었음을 암시한다.8) 느부갓네살의 기름진 음식에

의존하는 것이 하나님을 모독하는 일이었던 것은 그것이 처음

에 하나님의 백성에게 이런 심판을 가져온 히스기야왕의 죄를

다니엘과 세 친구가 자기들의 삶 속에서 반복하는 것이 되고 말

기 때문이다( 왕하 20:17을 보라 ).

따라서 우리는 삶속에서 주어지는 온갖 좋은 것에 대해 우리

가 하나님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하는 것을 일상

적 습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사실은 음식에 대해 감사하는

일과 같은 단순한 행위도 우리에게 음식을 제공하신 분이 누구

인지를 우리 스스로 깊이 환기할 수 있다. 사소한 것과 중요한

것을 막론하고 여호와가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을 매일 기억하

는 것이 우리의 눈을 창조주에게 고정시키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금식의 실천 곧 이 세상에서 얻는 어떤 합법적인 즐

거움과 만족을 금하는 일을 일부러 선택하는 것 역시 우리가 이

세상은 우리의 본향이 아니고 이 세상이 주는 선물은 우리의 진

정한 보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음식을 먹는 일을 생략하고

8) Jacques Doukhan, Daniel: The Vision of the End (Berrien Springs, MI: Andrews University Press, 1989), 74.

가지로 바벨론 체제를 거부했을

잠재적 파장을

려워했다( 1:10 ). 그러나 동시에 환관장은 다니엘과 세 친구의 요

청을 단번에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니엘은 명령에 따라 자

기들을 감독하던 자에게 열흘 동안 자기들을 시험해 볼 것을 제

안했다. 이 시험이 끝날 때 감독자는 다니엘과 세 친구의 식사

를 평가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시험 기간이 끝나자 다니엘과

세 친구는 높은 칼로리를 섭취한 다른 젊은이보다 더 좋은 모

습( 이 문맥에서 이 말은 살이 더 찐 것을 의미했다. 1:15를 보라 ) 을 보여 주었다. 따

라서 감독자는 다니엘과 세 친구가 그들의 다른 삶의 방식을 계

속하는 데 동의했다. 이에 따라 다니엘과 세 친구는 유일하신

참 하나님을 계속 의식할 수 있었다.

긍휼에 대한 하나님의 신실하심

그렇지만 다니엘 1장 전체는 다니엘과 세 친구가 하나님에게

보여 주는 신실함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에 대해 하나님이 보여 주는 신실하심에도 초점을 맞춘다.

하나님은 자신이 다니엘과 세 친구에게 긍휼( ‘라하밈’ ) 을 베푸신

것을 그들을 포로로 붙잡아간 자들이 보게 하셨다( 단 1:9 ). 이것은

명백히 솔로몬왕이 성전을 봉헌할 때 드린 기도의 응답이었다. 그때 솔로몬은 이스라엘 백성이 범죄로 말미암아 결국 포로로

잡혀갈 때 그들을 불쌍히 여겨달라고( ‘라하밈’, 왕상 8:50 ) 여호와에 게 기도했다. 환관장은 정확히 이 긍휼을 다니엘과 세 친구에게

서 보았다. 나아가 다니엘과 세 친구의 음식에 대한 시험 결과

는 분명히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것이 아니었다. 통상적으로 사

람은 과일과 채소 같은 간단한 음식만으로는 살이 찌지 않는다.

이 결과는 또 다니엘과 세 친구에 대해 하나님이 보여 주신 신

실하심의 표지였고, 이때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자기들의 서약

을 존중했다.

게다가 하나님은 다니엘과 세 친구에게 바벨론 문헌과 학문

에 대해 특별한 지식과 총명을 주셨고, 다니엘에게는 온갖 환상

과 꿈을 분별할 독보적인 능력을 주셨다.

하나님이 이 네 소년에게 학문을 주시고 모든 서적을 깨닫

게 하시고 지혜를 주셨으니 다니엘은 또 모든 환상과 꿈을 깨

달아 알더라

왕이 말한 대로 그들을 불러들일 기한이 찼으므로 환관장

이 그들을 느부갓네살 앞으로 데리고 가니 왕이 그들과 말하

여 보매 무리 중에 왕이 그들에게 모든 일을 묻는 중에 그 지

혜와 총명이 온 나라 박수와 술객보다 십 배나 나은 줄을 아

니라

다니엘은 고레스왕 원년까지 있으니라( 단 1:17-21 )

다니엘과 세 친구는 하나님의 은혜로 느부갓네살이 묻는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느부갓네살은 다니엘과 세 친

구가 자신의 다른 조언자보다 열 배나 나음을 확인했다( 1:20 ). 하

나님은 이렇게 다니엘과 세 친구를

온전히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다니엘과 세 친구 이야기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어

쩌면 다니엘과 세 친구가 얼마나 놀랍게 여호와의 신실하신 사

역을 증명했는지 깨닫지 못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다

니엘과 세 친구의 삶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위로와 격려를 놓치

게 된다. 여호와가 다니엘과 세 친구가 그들의 상황 속에서 자

기에게 신실하도록 지켜 주실 수 있었다면 확실히 다니엘과 세

친구와 비교하면 훨씬 작은 우리의 시련과 난관 속에서도 자기

에게 신실하도록 우리를 지켜 주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상

황이 아무리 견디기 힘들어 보일지라도 하나님은 이 상황을 통

과하도록 우리를 지켜 주실 수 있다. 이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일이고, 하나님은 이 일을 행하실 것이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이라는 주제는 다니엘 1장 마지막

절 ( 21절 ) 의 간략한 언급에 다시 나온다. 이 절은 직역하면 이

렇다. “다니엘은 고레스왕 원년까지 있으니라”( 단 1:21 ). 고레스왕

원년은 고레스가 유대인이 고국으로 귀환할 수 있도록 조서를

내린 해였다( 대하 36:22-23을 보라 ). 이때는 다니엘과 세 친구가 포로

로 잡혀가고 대략 7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

님의 신실하심이 포로 기간 내내 다니엘에게 충분히 주어졌음

을 상기하게 된다. 바벨론 왕들은 왔다가 갔다. 사실 세상의 패 권은 고레스라는 인물을 통해 메대-바사가 바벨론을 대체했으

나 하나님은 이 시대 내내 자신의 신실한 종을 보존하셨다. 마

찬가지로 하나님은 우리가 직면하는 시련과 환난이 아무리 격

심하고 아무리 길게 지속되더라도 우리를 철저히 보존하실 수

있다. 세상이 아무리 악한 일을 행하더라도 하나님의 신실하심

은 충분하다.

우리의 구원에 나타난 하나님의 신실하심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되는 마지막 한 가지 요점이 있다. 우리

대다수가 사실상 우리의 삶이 다니엘과 세 친구의 삶과 같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다. 우리는 다니엘과 세 친구보다는 다니엘

과 함께 국외로 붙잡혀간 이름 없는 이스라엘 백성과 훨씬 비

슷하다. 이들은 외국 이름을 취하고 왕의 음식을 먹으며 완전히

바벨론 사람처럼 되었다. 우리는 많은 면에서 우리가 사는 세

상의 체제에 동화되었고 우리의 미래는 세상 체제에 저당 잡혀

있다. 따라서 이 책의 메시지가 단순히 “다니엘처럼 되라. 그러

면 모든 것이 잘 되리라”라는 것이라면 여기서 당장 읽기를 멈

추는 것이 좋겠다. 다니엘을 알면 알수록 그만큼 우리는 다니엘

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복음의 좋은 소식은 단순히 하나님이 자기에게 신실

한 자에게 신실하시다는 것이 아니다. 복음의 좋은 소식은 우

리같이 신실하지 못하고 타협하는 성도를 구원하러 구주가 오

셨다는 것이다. 우리의 구원은 세상에 더럽혀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구원은

예수가 우리 대신 베푸신 순전하고 더러움이 없는 제물에 달려

있다. 예수는 스스로 이 세상에 오셔서 세상의 온갖 고통과 시

련을 겪으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다니엘이 겪은 것보다 또는 우 리가 겪을 것보다 훨씬 큰 시험과 고난을 겪으셨다

미 하늘에 계시는 것은 언젠가 우리가 그분의 백성으로서 그분

과 함께 하늘에 있게 될 것을 보증한다. 십자가는 신실하신 하

나님이 신실하지 못한 자를 구속하는 수단이다. 부활과 승천은

하늘에 있는 우리 기업의 담보물이다.

그러므로 이 복음을 자주 묵상하라. 십자가에 달려 죽고 부활

하고 높아지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여러분의 눈을 고정하라. 그

리스도는 본향으로 가는 길을 개척하셨을 뿐만 아니라 본향으

로 가는 길이시다.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에게 여러분 속에 참된

신실함을 일으켜 달라고 구하라. 그리스도에게 여러분을 여러

분의 공동체에 복이 될 수 있는 곳에 두어 달라고 구하라. 여러

분의 가정, 학교, 일터에서 하늘의 지혜의 바람을 일으켜라. ‘다

니엘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기보다는 계속 신실한 자로

살기 위해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거룩하게 하시는 그리스도의

사역에 끊임없이 의존하라.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의 거룩한 나

라가 이 땅에 침투해 여러분의 충만한 기업을 가져오실 날을 갈

망하라.

흥미로운 시대

이에 다니엘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그 친구 하나냐와

미사엘과 아사랴에게 그 일을 알리고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이 은밀한 일에 대하여 불쌍히 여기사 다니엘과 친구들이

바벨론의 다른 지혜자들과 함께 죽임을 당하지 않게 하시기를 그들로 하여금 구하게 하니라( 단 2:17-18 )

“흥미로운 시대에 살기를 바라네”라는 오래된 중국말이 있다.

이 말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 보면 젊은

이는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싶은 꿈을 꾸는 경향이 있다. 우리

는 역사 속에서 우리 자신이 세상 역사의 흐름에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위치를 갖기를 바란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늙어 갈수록

대체로 우리가 사는 시대가 ‘흥미로운’ 것이 별로 없기를 바라

기도 한다.

몇 도전적인 상황을 상술하는 성경책( 다니엘서 ) 에서 우리가 받는

인상이다. 물론 그렇다고 상황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어쨌든 다

니엘은 장수했고 그의 일생은 유다에서 포로로 붙잡혀 살게 된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왕 시대에서 포로 기간이 끝나게 된 바사

의 고레스왕 시대까지 이어졌다. 따라서 다니엘이 성인으로 산

인생은 대략 70년에 달했다. 70년 가운데 많은 기간이 아마 전

혀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당시 많은 기

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다니엘은 머나먼 땅에서

신실하게 자신의 두 주인 곧 바벨론과 여호와의 요구 사이에 균

형을 이루기 위해 애쓰며 힘든 일정을 감당했다.

흥미로운 시대의 복

그러나 당시의 평범한 시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록이 없다.

성경이 우리를 위해 기록해 놓은 다니엘 시대는 ‘흥미로운 시

대’다. 곧 그때는 다니엘의 두 충성이 서로 날카롭게 충돌하거

나 다니엘의 인생이 어떤 식으로든 위협받았던 시기였다. 하나

님은 흥미롭지 않은 다른 시기에 포로 다니엘과 함께 하신 것처

럼 흥미로운 시대인 그때도 다니엘과 함께 하셨다. 그러나 압박

과 시련의 이 특별한

이 우리에게 만들어 내는 차이가 매우 자주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하나님이 비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에게도 암을 보내시는 이유는 사람들이 암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차이를 세상이 볼 수 있게 하려는 데 있다고 했다.

확실히 이런 시련의 때는 우리의 믿음이 삶 속에서 가시적 차이

를 만들어 낼 기회를 갖는다. 세상이 우리가 삶의 상황 속에서

누리는 평안에 대해 완벽하게 좋은 설명을 찾아낼 수 있는 한

우리는 당황할 필요가 없다. 세상은 분명히 우리가 편안한 상황

에 있을 때 나온 결과가 아닌 평안 곧 세상이 주는 평안을 명백

히 능가하는 다른 평안을 가질 때만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주

목할 것이다.

베드로 사도가 말한 것과 같다. “[이렇게 시험이 있었던 것은]

너희 믿음의 확실함은 불로 연단하여도 없어질 금보다 더 귀하

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에 칭찬과 영광과 존귀를 얻

게 할 것이니라”( 벧전 1:7 ). 바로 이런 인생의 “흥미로운 시대”에

세상은 하나님을 믿는 우리 믿음의 진정성이 공개적으로 드러

나는 것을 본다. 그때 우리의 믿음과 우리의 평안이 주변 사람

에게 소망의 횃불로 분명히 빛날 수 있을 것이다.

다니엘 2장은 하나님이 다니엘과 주변 사람 사이의 차이를 확

실히 드러내신 이런 “흥미로운 시대” 가운데 하나를 묘사했다.

사실 다니엘 2장의 내용은 다니엘의 지혜가 바벨론 사람의 지

혜를 물리치고 승리를 거둔 것이 주요 요점이다. 우리가 다음

해설에서 살펴볼 느부갓네살의 꿈 자체는

사실로 보아 분명하다.1)

느부갓네살왕이 꿈을 꾸었을 때 충돌이 시작되었다( 단 2:1 ). 고

대 세계에 이런 꿈은 미래를 미리 보여 주는 그림자로 생각되었

기 때문에 당연히 꿈을 통해 앞에 놓인 일이 무엇인지 알아보려

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므로 해몽 곧 꿈의 해석이 중요했다. 이

때문에 왕은 자신의 꿈에 예견된 사건에 대응하거나 최소한 대

비하기 위해 어떤 조치든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대 근동의

많은 왕이 이런 사태에 대비해 꿈을 해석하는 전문가를 고용했

고 느부갓네살도 예외가 아니었다. 느부갓네살은 이런 꿈의 의

미를 해석하고 다른 어떤 징조가 일어날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

을 직무로 하는 술사 집단을 수하에 두었다.

느부갓네살과 술사들

이야기 첫 부분은 느부갓네살왕이 꾼 꿈을 충분히 예상대로 제시한다.

느부갓네살이 다스린 지 이 년이 되는 해에 느부갓네살이

꿈을 꾸고 그로 말미암아 마음이 번민하여 잠을 이루지 못한

지라 왕이 그의 꿈을 자기에게 알려 주도록 박수와 술객과 점

쟁이와 갈대아 술사를 부르라 말하매 그들이 들어가서 왕의

1) Tremper Longman III, Daniel, New International Version Application

Commentary (Grand Rapids: Zondervan, 1999), 73–74. 물론 사건이 대체로 표

준 방식에 맞추어 기록된다는 사실은 사건 자체의 역사성이나 다른 요소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우리 시대에 신문의 부고 기사는 정확히

앞에 선지라 왕이 그들에게 이르되 내가 꿈을 꾸고 그 꿈을

알고자 하여 마음이 번민하도다 하니 갈대아 술사들이 아람 말로 왕에게 말하되 왕이여 만수무

강하옵소서 왕께서 그 꿈을 종들에게 이르시면 우리가 해석

하여 드리겠나이다 하는지라

왕이 갈대아인들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내가 명령을 내렸나

니 너희가 만일 꿈과 그 해석을 내게 알게 하지 아니하면 너

희 몸을 쪼갤 것이며 너희의 집을 거름더미로 만들 것이요 너

희가 만일 꿈과 그 해석을 보이면 너희가 선물과 상과 큰 영

광을 내게서 얻으리라 그런즉 꿈과 그 해석을 내게 보이라 하

니( 단 2:1-6 )

느부갓네살은

꿈에서

깬 후에 전문 해석자 곧 “박수와 술객과

점쟁이와 갈대아 술사”( 단 2:2 ) 를 불러 그들의 해석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이 전문 해석자는 이전에 으레 그랬던 것처럼 “왕이

여 만수무강하옵소서 왕께서 그 꿈을 종들에게 이르시면 우리

가 해석하여 드리겠나이다”( 2:4 ) 라고 말했다.2) 그런데 여기서 느

부갓네살이 매우 골치 아픈 문제를 들고 나왔다. 느부갓네살은

꿈 해석을 다룬 책이나 다른 자료를 참조해 꿈을 해석할 수 있

2) 여기서부터 7장 끝까지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본문이 히브리어에서 아람어로 바뀐 다. 확실히 이것은 다니엘이 생소한 배경 가운데 있음을 뒷받침한다. 그렇지만 이것 이 목적이라면 왜 앞에서 (예컨대 1:10에서) 바뀌지 않았을까, 또는 아예 전체 기사 를 아람어로 기록하지 않았을까? 아마 이 변화는 이 장들이 이스라엘의 특수한 관 심사가 아니라 보편적 의미를 가진 문제를 다룬다는 사실을 암시할 것이다

(Jacques Doukhan, Daniel: The Vision of the End [Berrien Springs, MI: Andrews University Press, 1989], 33 n.66). 다른 견해로는

Arnold, “The Use of Aramaic in the Hebrew Bible: Another Look at Bilingualism in Ezra and Daniel,” Journal of Northwest Semitic Languages 22 (1996:1–16).

었던 전문 해석자에게 꿈을 해석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꿈

의 내용 자체도 알아내라는 명령을 내렸다.3) 그들이 성공했다

면 큰 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꿈의 내용과 해석을 왕에게

말하지 못하면 처참하게 처형당하고 멸문당할 것이다( 2:5-6 ). 여

기서 “잡석 더미로 변할 것이요”로 번역된 말은 의미가 확실하

지 않다. 다른 번역은 그 말이 그들의 집이 “거름더미로 변할 것

이요” 또는 왕이 다른 어떤 사람에 주어 버림으로써 그들의 집

이 “몰수되어 왕의 하사품으로 변할 것이요”를 의미하는 것으

로 보는 것이다( 개역개정, “거름더미로 만들 것이요” ). 하지만 어떻게 보든

술사의 전망은 암울했다. 그것은 느부갓네살이 미래를 예언하

는 술사의 능력을 완전히 헛되다고 의심하고 그들을 시험해 보 기로 결정한 것과 같다.

바벨론 현자는 느부갓네살의 이 불합리한 요구에 벌벌 떨

었다. 그들이 느부갓네살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던 것은 그

들이 선지자가 아니라 점쟁이였기 때문이다.4) 즉 그들은 술사

로서 미래를 예시하는 사건과 꿈의 패턴을 찾아내려고 애썼으

나 신의 마음을 직접 알아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바벨론 현

자들의 신학에 따르면 느부갓네살의 요구는 너무 어려워 수행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술객에게나 갈대아인들에

게 물은 자가 없었나이다 왕께서 물으신 것은 어려운 일이라 육

3) 일부 주석가는 느부갓네살은 실제로 꿈의 내용을, 최소한 세부 사실은 잊어버렸다

고 주장했다. 하지만 5절의 아람어(개역 개정, “내가 명령을 내렸나니”)는 “일이 내

게서 나갔나니”가 아니라 “일이 확고하니”로 번역하는 것이 더 개연성이 있다

(Stephen R. Miller, Daniel, New American Commentary [Nashville: Broadman, 1994], 81을 보라).

4) Longman, Daniel, 74.

체와 함께 살지 아니하는 신들 외에는 왕 앞에 그것을 보일 자

가 없나이다”( 단 2:10-11 ). 이스라엘의 하나님과 달리 바벨론의 신

은 땅의 대표자를 통해 자기들의 계획을 미리 보여 주는 역사를

행하지 못했다( 암 3:7을 보라 ). 따라서 바벨론 현자의 관점에서 보면

느부갓네살왕이 자기들에게 요구한 일을 사람의 지혜로는 도저

히 이룰 수 없었다. 여기서 우리는 성경 하나님의 독보적인 유

일성을 본다. 성경 하나님은 자기 계획과 목적을 인간에게 계시

하실 수 있고 또 기꺼이 계시하신다.

느부갓네살은 술사의 이런 반응에 격분해 “바벨론의 모든 지

혜자들을 다 죽이라 명령했다”( 단 2:12 ). 느부갓네살은 자기가 약

속한 상과 경고한 처벌의 강도로 이미 명백해진 것처럼, 상황을

대충 넘어가지 않았다. “다 죽이라”라는 유혹을 쉽게 받는 느부

갓네살의 충동적인 과잉 반응 습관에 따라 꿈을 해석하라는 요

구를 받은 술사 외에도 아주 많은 사람이 처형 명령을 받았다.

아마 느부갓네살은 바벨론 현자의 지혜가 이런 위기에 충분하

지 못하다면 다른 어떤 상황에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결

론지었을 것이다. 따라서 느부갓네살은 바벨론 현자들이 자신

의 꿈의 내용과 의미를 알아내지 못하자 다니엘과 세 친구를 포

함해 자신의 모든 현자를

나가매 다니엘이 명철하고 슬기로운 말로 왕의 근위대장 아

리옥에게 물어 이르되 왕의 명령이 어찌 그리 급하냐 하니 아

리옥이 그 일을 다니엘에게 알리매 다니엘이 들어가서 왕께

구하기를 시간을 주시면 왕에게 그 해석을 알려 드리리이다

하니라

이에 다니엘이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그 친구 하나냐와 미

사엘과 아사랴에게 그 일을 알리고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 이

은밀한 일에 대하여 불쌍히 여기사 다니엘과 친구들이 바벨

론의 다른 지혜자들과 함께 죽임을 당하지 않게 하시기를 그 들로 하여금 구하게 하니라 이에 이 은밀한 것이 밤에 환상으

로 다니엘에게 나타나 보이매 다니엘이 하늘에 계신 하나님

을 찬송하니라( 단 2:14-19 )

여기서 잠시 다니엘의 입장이 되어 보라. 얼핏 보면 다 죽이라

는 명령은 인생의 엄청난 무의미를 증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

니엘과 세 친구는 유대인이 대량 학살을 당한 재난에서 보존받

았고, 또 채소만 먹었음에도 왕궁에서 기적적으로 보호받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왕궁의 다른 모든 현자와 함께 죽임을 당할 위

기에 처했다. 단순히 왕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불합리하게

발끈한 것 때문에 그들의 목숨이 지금 위험에 빠졌다. “왕의 명

령이 내리매 지혜자들은 죽게 되었고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도

죽이려고 찾았더라”( 단 2:13 ).

그런데 이런 곤경 앞에서도 다니엘은 당황하지 않았다. 다니

엘은 모든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사이의, 그리고 다니엘의 하나님과 이 현자의 신 사이의 차이를

분명히 증명하는 데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느부갓네살의 꿈

과 현자를 죽이라는 처형 명령은 아무 의미 없는 비극이 아니

었다. 오히려 하나님이 자신의 권능을 공개적으로 보여 주기 위 한 배경을 제공했다.

하나님은 먼저 느부갓네살왕 앞에서 다니엘에게 은혜를 베풀

어 줌으로써 자신의 권능을 증명하셨다. 느부갓네살왕의 현자

들이 왕에게 “원하건대 왕은 꿈을 종들에게 이르소서 그리하시

면 우리가 해석하여 드리겠나이다”라고 아뢰었을 때 느부갓네

살은 그들을 이렇게 질책했다. “너희가 내가 확고하게 결정한

것을 알았으므로( 개역개정, “너희가 나의 명령이 내렸음을 보았으므로” ) 시간을

지연하려 함이로다 너희가 만일 이 꿈을 내게 알게 하지 아니하

면 너희를 처치할 법이 오직 하나이니 이는 너희가 거짓말과 망

령된 말을 내 앞에서 꾸며 말하여 때가 변하기를 기다리려 함이

라 이제 그 꿈을 내게 알게 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그 해석도 보

일 줄을 내가 알리라”( 단 2:7-9 ). 반면에 다니엘은 느부갓네살왕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꿈을 해석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자체는 다니엘과 세 친구 곧 하나냐와 미사엘과 아사랴의 처형

을 잠시 유예할 뿐이었다( 단 2:17 ). 여기서 다니엘의 세 친구는 익

숙한 바벨론 이름 곧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가 아니라 원래

히브리 이름으로 언급된다. 아마 이것은 그들이 그들의 이름이

암시하는 속성들 곧 여호와의 은혜, 유일성,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