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T_Mar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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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lution designed by Human & Robot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전문대중지 : 월간로봇

vol.88 / 2016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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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명체/물고기), 기계숲을 거닐다. 보통은 자연이라는 큰 공간에 미비한 인간과 사물들이 존재한다. 이와 반대로 자연을 포함한 우주 같은 큰 존재가 작은 기계 속을 거닐며 서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티스트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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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inu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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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 03 / vol.88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전문대중지 월간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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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권병필

편집인

권병필

고문

곽대원

편집장

정진영

편집위원

남이준, 이현종, 한재권

기자

나유권, 신병철, 황인선

디자인

디자인하다

디자인 자문

이철민, 황준필

디자이너

서승희

법률고문

이종훈 변호사

특허자문위원

류지언, 전승준

로봇전략연구소 소장

정신량

수석연구원

사승환

마케팅본부장

이성수

관리이사

조기호

월간로봇

2016년 3월호 통권 제 88호

2008년 11월 3일 등록

등록번호

서울 라12097

발행

(주)유캔맥스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방배4동 854-5

미래빌딩 201호

웹사이트

www.roboticus.kr

전화

02-583-3482, 3483, 3486

월간로봇 정기구독 신청 1년 80,000원

팩스

02-583-3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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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우인미디어 02-50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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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운도서 031-915-6900

전화신청 : 02-583-3486 이메일 : robot@roboticus.kr

값 8,000원

입금계좌

ISSN 2005-4394

국민은행 088237-04-003292 (주)유캔맥스

ROBOT Magazine


포커스

운전기사 없는 택시 상상해보셨나요? 04

로봇택시 시대엔 사라질 사건사고들

06

로봇택시가 가져올 공유경제 패러다임

10

로봇人덱스

14

초보처럼 생각하고 프로처럼 행동하라

테크

20

이런 특허 로봇 특허

현장

24

‘코리아로봇챔피언십’ 이라 쓰고

‘로봇 페스티벌’ 이라 읽는다

현장

28

소통과 화합, 이곳이 로봇공학 카니발!

오픈로보틱스월드

32

오픈 소스로 저 하늘 높이 비상하라

인물

40

장애인을 위한 작고 부드러운 로봇, 어쩌면 신인류의 시작

현장

46

실리콘밸리 로보잡페어(Robo Job Fair) 참관기

순간포착

48

승패 뒤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라!

인문산책

52

김진우 키네틱 아티스트 작품 <신인류의 초상> 나눠보기

포럼

58

로봇을 다시 철학한다

문화책갈피

60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로봇역사

64

로봇 오디세이

간추린 소식

68

주요 뉴스

렛츠메이크

72

4족 거미로봇 만들기(상)

아두이노야 놀자

80

미니카에 아두이노 달기

이달의 부품 정보

84

서보모터

캘린더

86

3월의 주요 로봇 행사

로보헤미안 랩소디

88

로봇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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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운전기사가 없는 택시를 타면 기분이 어떨

객석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19세기

“청동기 시대가 지나고 철기 시대가 온 것

까요?” 한재권 로봇공학자 겸 한양대학교 융합

중반 마차(馬車)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자동차(

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변화는 누구도 막

시스템학과 교수가 지난해 11월 서울 장충동 타

自動車)가 공개된 날처럼. 새로운 문명에 대한

을 수 없다.”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의 말이

작마당에서 개최한 제5회 기술미학포럼 <인간,

호기심은 곧 변화에 대한 공포심과 적대감으로

다. 그녀는 “소멸하는 산업 쪽에서 파괴적 기술

기계>에서 건넨 물음이다. 그는 ‘로봇과 미래 그

옷을 갈아 입었다. 대다수는 제아무리 기술이 발

(Disruptive technology, 급속한 변화를 가져올

리고 우리사회’를 주제로 발표하며, 로봇 기술로

전한다고 해도 “인간만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

거대한 신기술)의 새로운 시장진입을 막으려는

변화하게 될 미래사회의 단편적 사례 중에 하나

신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움직임은 역사적으로 늘 반복됐던 현상”이라고

로 ‘로봇택시’를 들었다. 실제로 일본 벤처기업

로봇 택시에 탑재될 기술들은 이미 시판 차량에

전한다.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

ZMP와 전자상거래 전문 업체 DeNA는 ‘2020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자동주행 속도유지

동차공장이 지어졌을 때를 상기해보라. 마차협

년 도쿄 올림픽 로봇 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3월

장치인 크루즈 컨트롤, 2008년 폴크스바겐 티

회와 마부협회, 말똥 수거협회 등. 위기의식을

시범운전계획을 공식적으로 보도했다. 우리나라

구안이 선보인 자동주차 시스템, 기아 K9에 탑

느낀 관련 업종 종사자들은 적극적으로 공장을

국토부 역시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자율

재된 차선 이탈 경보 시스템, 볼보의 추돌 방지

습격했다. 마부들 역시 합심하여 반대의 의사를

주행차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시범운

와 보행자 감지 자동 정지 기능인 시티세이프티

전하는 붉은 깃발을 쳐들었다. 이런 물살에 휩

행하고 2020년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등이 예다. 최근 현대차 EQ900 제네시스 신형과

싸여 시카고 주(主)는 ‘자동차 도로주행금지법’

테슬라 모델S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버전은

을 내놓기도 했다. 자동차로 인해 말이 놀라 마

부분자율주행을 포함했다. 또한, 로봇택시의 등

차가 뒤집어지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자

장은 곧 수만 명의 택시기사들의 밥벌이와 직결

동차의 도로주행을 금지한다는 법안이다. 자못

된다. 이는 관련된 다양한 업종 종사자들의 일자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이 법안은 약 1년 반 동

리 및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다.

안 시행됐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을까? 마

과연, 우리는 이 기술의 진보를 막을 수 있을까?

차는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자동차 시대가 열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 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이다.

글_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Robot TAXI is coming

Believe me or not It will be Safe more than any dri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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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얼마나 편할까요?” 한재권 박사가 어수선

‘과연 로봇택시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기

문득 지난 설 연휴 마지막 날에 보도된 서해

해진 객석 분위기를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저

꺼이 상상해보기로 했다. 1980년대 국내에 방영

고속도로 17중 연쇄 추돌사고가 상기됐다. 짙은

는 종종 택시를 타면서 긴장을 하거든요. 왜인

된 드라마 <전격 제트작전>에서 주인공이 손목시

안개로 인해 1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가

지는 모르겠지만 기사님에게 친절하게 보이려

계에 대고 “가자, 키트”하고 음성 명령을 내리면

발생했다. 만약, 그날의 차들이 로봇택시처럼 자

고 애를 쓰곤 해요.(웃음) 잠시 눈 붙이고 쉬고

로봇카 키트가 나타나 주인공을 목적지에 데려

율주행자동차였으면 어땠을까? 주변 사물과의

싶은 상황에도, 일부러 대화를 주고받는 다거나.

다 주는 것처럼,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폰과 연동

거리와 장애물 이동을 감지하는 ‘전파탐지기’나

혹은 대화가 끊기면 뭐라도 말을 건네야 할 것 같

된 액세서리를 이용해 로봇택시를 부른다. “탑

‘광선레이더’, 타 차량의 운동 상태를 감지하며

아 고민도 하죠.”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본 익

승과 동시에 본인 취향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기

스스로의 위치 신호를 보내는 ‘위치파악기 등의

숙한 상황이지 않은가. 바로 얼마 전의 기자 역

호에 맞게 방향제나 온습도가 조절될지 몰라요.

복합적인 기술들이 하나로 모여 이 사고를 막을

시 그랬다. 늦게까지 술을 마신 터라 몸이 말이

만약, 당신이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로봇택시에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었지만, 택시 관련 납치범죄나 미터기 조작

게 개인의 취향 정보를 공개한다면 말이죠.” 이

등과 관련된 뉴스를 떠올리며 정신이 말짱한 듯

번 특집 취재차 만나게 된, 차두원 한국과학기술

괜히 더 적극적으로 운전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의 말이다. “아무도 없으니

심지어 낯선 장소임에도 자주 다니는 길인 것처

코를 파거나, 헤비메탈을 틀어놓고 고래고래 소

럼 아는 척도 했다. 유명한 어느 노래가사처럼 ‘

리를 질러도 괜찮겠네요?(웃음)” 기자의 엉뚱한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였다. 불현듯이 “

상상에 차 박사도 덩달아 웃었다.

얼마나 편할까요?”라던 한박사의 목소리가 메 아리가 되어 달팽이관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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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휴지통에 들어갈 뉴스

2045 로봇택시 시대엔 사라질 사건사고들

글_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무단횡단’ 80대 노인, 택시에 치여 숨져 폐지수집으로 생활을 영위하던 80대 할머니

편의점으로 돌진한 택시…승객 2명 부상

가 도로를 건너다 택시에 치여 사망하는 사

승용차와 충돌한 택시가 편의점으로 돌진해 승객 2명이 다치는 사고가

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50대 택시기

발생했다. 30일 오전 1시 20분 서울 오류동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직

사 이모씨는 아파트 인근 왕복4차선 도로에

진하던 택시와 좌회전하려던 승용차가 충돌했다. 이 사고로 튕겨져 나

서 운행 중이었는데, 반대 차선에서 무단횡단

간 택시가 인근 편의점을 덮쳤고 택시 승객 2명이 경상을 입었다. 경찰

을 하던 할머니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정지

은 운전자와 블랙박스 등을 통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할 때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할머 니는 머리를 크게 다쳐 그 자리에서 숨졌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다. 하지만 ‘승

객 2명 부상’이라는 말에 의구심이 생긴다. 그 순간, 인명피해를 더 줄일 수 있었던 다른 경우의 수는 없 었을까? 하지만 과연 우리는 로봇에게서 피해를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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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의 과오를 탓하기 전에 생각해보자. 제아무리 시

소화할 수 있는 정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 만약 우

력과 순발력이 좋은 사람이었어도 로봇이 아닌 이상, 이와 같은 충돌사고

리가 그 어떤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도 적용 할 수

를 100% 예방할 수 있었을까? 도대체 로봇은 인간보다 얼마나 정확하냐

있는 ‘최적의 충돌 알고리즘’을 설계할 수 있다면 가

고? 구글의 자율주행시범운행 때 일어난 일이다. 멀쩡하던 차가 갑자기

능할지도 모르겠다. 덧붙여, 로봇 택시와 함께한다

정지와 운행을 반복하더라는 것. 당황한 엔지니어가 차 밖으로 나오자 좌

면 교통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석에 앉았을 때는 안보였던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도로와 인접한 곳에서

있을 것. 도로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즉각적

페달에 발을 떼지 않고 자전거 앞 바퀴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앞뒤로 미

으로 자동 데이터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혹, 미래에

세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균형 잡는 묘기를 연습 중이었다고. 이 녀석! 자

는 오늘날에 법원까지 가야 할 일들이 경범죄 딱지

전거가 달려들 것까지 유추하는 치명적인 계산력을 갖고 있다.

를 떼듯이 간단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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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택시가 반가운 이유 중에 하나가 앞으로는 도로에

서 ‘불법 대기 주정차 차량 택시’를 보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승객의 호출에 따라 효율적으로 자동 배치를 받게 될 터이며, 주행 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는 자동적으로 대기시설로 이동하게 설계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길에서 택시를 잡는 승객 역시 사라질 것. 이 외에도 함께 사라져 반가울 현상들로는 평소보다 택시 이용객이 늘어나서 생기는 ‘연말・연초 승차난’, 승객의 목적지나 상태(음주 가 과한 경우)에 따른 ‘승차거부 사태’,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고 기 존 요금보다 더 높은 요금을 받는 ‘요금뻥튀기’ 등이 대표적이다.

승차대기 택시, 시내 교통체증 유발한다고?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길게 늘어서서 도 로 한 차선을 점거하다시피, 장시간 불법 주 정차를 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나라 어느 도시

택시 승객, 뒷문 열다 오토바이 ‘쿵’

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는 도로 한 차

오토바이를 몰다 택시 승객이 연 뒷문에 충돌해 다친 40대 남성이 1억

선을 차지하며 교통체증을 심각하게 야기하

2천만 원을 배상 받게 됐다. 법원은 택시 뒷문에 부딪혀 만성 통증이 생

며, 자칫 교통사고 위험의 원인이 된다. 이에

긴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정부는 택시의 불법 대기 주・정차 근절을 위

손해배상소송에서, 택시 운행 중에 일어난 사고이며 기사는 승객 급하

한 단속 및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차 가능성을 유의했어야 한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승객이 택시에서 내리려

는 순간 오토바이와 부딪히다니.. ‘승 객 안전보호’ 알고리즘이 제대로 적용 된 로봇 택시라면, 이와 같은 일은 결

‘길 잃은’ 택시 안심서비스, 번거로워

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단, 이쯤에서 알

안전한 택시 문화를 위한 ‘택시 안심귀가서비

고리즘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보자. 구

스’가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이 서비스는 택시에

본권의 책 <로봇 시대, 인간의 일>에서

부착된 NFC태그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현재

흥미로운 문제를 발견했다. ‘마주 오는 오토바이와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헬멧을 쓰지 않은 운전자 대신 헬멧을

의 위치, 차량번호, 연락처가 이용자가 지정한 지인의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서비스다. 이는 택

착용한 운전자를 골라서 충돌하게 함

시를 이용한 범죄 예방, 바가지요금 근절 등의

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알고리즘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지만, 이용절차가 복잡

허용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다. 저

해 외면 당하고 있다.

자는 극단적인 예로 “헬멧을 쓰지 않 으면 충돌을 피하고 헬멧을 쓰면 충돌 대상이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지 않겠느 냐”라고 반문했다. 오 마이 갓!

택시 안심서비스는 이용의 불

편함과 대중성 결여,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오늘날 방향을 잃었지만, 훗날 로봇택시의 최신 IOT 기술과 접목하면 날개 돋친 듯 현 대인들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다. 여기에 ‘취향 정보 등록’ 서비스가 추가된다 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취향 정보 등록 서비 스는 개인이 선호하는 음악리스트, 방향제 향기, 차 안의 온・습도, 길 설정 방법(무조 건 시간 단축 또는 드라이브 코스 위주 등) 등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동으 로 탑승한 차량에 정보를 공유하게 하는 서 비스를 말한다. 또한, 만취한 상태에서 깨어 나지 못할 때에는 미리 입력해둔 비상연락 망에 로봇이 접촉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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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65세 이상’ 택시기사 고령화 자격제한 논란 고령 운전자의 운전 제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시력 및 인지

‘묻지마 보복운전’ 택시 기사,

능력 등 신체 능력이 저하된 고령 택시기사들이 늘어나면서 대형 교통

실형 선고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따른 조치라고 전했다. 사실, 종사

늦은 밤 고급 외제차가 음악을 크게 틀고 가

자 대비 사고 건수를 따져봤을 때 60대 이상의 사고 비율은 7.1%이다.

는 것에 격분해 보복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이는 20대 23.7%, 30대 11.2%, 40대 9.4%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고 폭행까지 저지른 택시기사가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이 운전자는 외제차를 앞지른 뒤 약 2km 구간에서 급제동을 하면서 보복운전 을 했고, 이 와중에 신호 대기를 위해 서 있던 모범택시를 들이받으며, 피해자를 주먹으로

로봇과 공존하게 될 미래사회에 ‘고령화’ 보다 더 큰

때리는 등의 폭력까지 행사했다.

이슈거리는 2~30대 신체 건강한 젊은이들 역시 ‘자격제한 논란’에 휩싸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설립자는 지난 해 3월 미국의 한 기술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사람이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는 것은 불법화 될 것”이라며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전 해 눈길을 끌었다. 상상해보자. 게다가 로봇 택시는 24시간 불이 꺼

지지 않는 공장처럼, 24시간 언제 어디든지 부르면 달려오는데다가

유엔미래포럼 대표가 “방어운전이라는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월급 인상해달라!” 요구하지 않으니 승객의 입장에서나 택시 운영

했던 말이 기억나는구나. 그러나 최근에 읽은 구본권의 책 <로봇

기업의 입장에서 환영해 마땅할 일이 아닌가! 한편, 오늘날의 택시

시대, 인간의 일>에는 신종 보복운전에 대한 언급이들어있다. 사

업계는 경영악화로 인한 요금 상승이 필요한 원인으로 ‘인건비 급등

람을 감지하면 동작을 정지하는 센서의 특징을 악용하여 일부러

(9.5%)’ 다음으로 물가 상승(3.5%)를 예로 꼽고 있으며, 로봇의 경

도로에 발을 넣었다 빼는 식의 장난으로 자율주행자동차의 진입

우 ‘무인건비’라는 사실!

을 방해하는 등. 오늘날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생길 수 있다

지난해 자율주행자동차 취재차 만나게 된 박영숙

는 내용이었다.

“내려서 뽀뽀해” 택시기사 폭행

만취승객들 폭행・욕설

20대男 실형

택시기사 ‘수난시대’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수차례 폭행해 사고를 낸

택시기사가 취객들에게 갖가지 이유로 폭행을 당

혐의로 박모씨(21)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

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보호장치가 미흡한

았다. 눈이 내리는 한밤중의 크리스마스에 여자친

택시의 실정상 운전자에 대한 폭행은 대형 사고로

구와 택시를 타게 된 박모씨. 그는 분위기에 취해

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스킨십을 하게 됐고, 택시기사는 “내려서 하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국토부는

며 훈계를 했고, 이에 격분한 이모씨는 운전중인

2006년부터 운전기사 폭행 방지를 위해 시내버

기사의 귀를 수차례 때려 결국 전복사고가 났다.

스를 대상으로 운전석 격벽 설치를 의무화했다.

승객들의 폭행과 욕설 등의 민

폐행각, 과연 로봇택시 시대에는 완전히 자 취를 감출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승객의 민 폐는 여전할 것이란 추측이다. 예를 들어, 운 행 중인 차 안에 쓰레기를 두고 내린다거나, 만취한 승객의 토사물이나 배설물, 낙서 및 기물손괴 행위 등. 상상을 초월할 것. 이로 인 해 로봇택시의 ‘위생 관리’는 새로운 숙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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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달라” 승객 재촉에 난폭운전 기사 실형 “빨리 가달라”라고 재촉하는 승객에게 화가 나 차량의 속도를 올리고 앞차와 간격을 부당 하게 좁히거나 급격하게 차로를 변경하는 등 의 난폭운전을 한 택시기사가 실형을 선고 받 았다. 그의 난폭한 운전에 승객이 겁을 먹고

택시, 성폭력 범죄 수단으로 이용 증가해

“천천히 가달라”라고 번복하자, 그는 도로에

지난해 뉴욕에서는 한 해에 발생한 범죄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지만, 택

서 급정거를 하는 등 승객이 생명과 신체에 위

시 내 성추행을 포함한 성폭력 범죄는 1천439건으로 작년 1천354건

협을 느꼈기에 법원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보다 85건(6%)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뉴욕경찰은 원인으로 “여성들이 밤늦은 시간에 안전하기 위해 택시를 이용한다는 상황”과 “우버와 리 프트 등 차량공유서비스가 증가하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라고 보았다.

‘공포의 살인 택시’ 사건을 기억

한다. 택시 운전을 하던 연쇄살인마가 살인 대

‘가방 속 돈뭉치’ 주인 찾아준 친절한 택시기사

상을 고르는 수단으로 택시를 이용했다는 것. 이 외에도 택시와 관련된 성추행, 성폭력, 납 치 및 살인 등의 사건은 종종 접하게 되는 뉴

택시 기사들의 선행 후일담이 우리 사회를 훈훈하

스다. 단순하게 보면 ‘범죄자일지도 모르는’

게 만들고 있다. 광주시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운전자가 없기에 이와 같은 사건은 더 이상

조씨는 광주에서 하남까지 이동하던 승객이 지갑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을 놓고 내린 사실을 기억해, 다시 하남시까지 지

지만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신종 범죄가 생겨

감정적인 택시 기사를 더 이상 만나지 않아

갑을 건네주기 위해 차를 돌렸다. 진주의 어느 택

도 되는 세상은 반갑지 아니한가. 또한, 로 봇택시 시대에는 차량의 이동 경로를 선택 하는 주체가 승객 스스로가 될 것이란 점에

시 기사는 승객이 두고 내린 3천만 원의 돈뭉치를 그대로 인근 지구대에 신고해 주인을 찾아줬다.

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해킹에 뛰어난 연쇄살인마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컴퓨 터 앞에 앉은 채로 탑승자의 목적지를 자신 의 집으로 유인할지도 모른다.

주목하고 싶다. 이는 곧 탑승자의 입장을 배 려한 ‘테마가 있는’ 코스 추천 서비스의 도 입이 시급하다는 것. 예를 들어, 자연풍경이 좋은 도로 중심으로 간다던가, 번화가를 거 쳐서 간다든가. 또는 13분짜리 웹 드라마 1 편이 끝나자마자 ‘딱’ 도착할 수 있게 설정

하는 등이 되지 않을까?

돌려받는 이야기는 더 이상 우리사회의 훈훈한 인

택시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승객이

심을 대변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명대사를 빌려 ‘승객에 의한, 승객을 위한, 승객의 택시’가 될 로봇 택시에게 이 와 같은 일은 수고스럽지 않은 당연한 할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는, 승객이 하차하기 전에 두 고 내리는 물건이 없는지 차량내의 센서가 알아서 감지해 챙겨줄 수도 있다. 단, 더 이상 택시 기사 의 인심을 볼 수 없는 세상은 아쉽다. 만일 지갑을 깜박 잊고 안 가져왔다면, 이 융통성 없는 로봇은 가차없이 경찰서로 직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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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택시 업계,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야 글_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doowoncha@kis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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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로봇택시가 가져올 공유경제 패러다임


로봇은 무엇일까? 필자는 로봇을 ‘인간의 기능을 대신하는 모

대한 질의에 답변을 공개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미국에도

든 것’으로 정의한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

운전자와 운전석 주변의 조작장치 등에 대한 표준 내용을 담고 있는

어가 결합되어 인간의 기능을 대신하는 모든 것들을 포함하는 의

미연방자동차안전표준(Federal Motor Vehicle Safety Standards)

미이다.

이 있다. 그러나 운전자가 필요 없고, 스티어링 휠, 브레이크, 가속

최근 기업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로봇에 대한 관심과 열

페달 등 주요 조작장치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는 현재 표준을 기

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간 주로 생산현장의 안전지역 내에서

준으로는 평가를 할 수도 인증을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작동하던 로봇들이 인간의 생활과 역할 속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

교통안전국답변에는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도 법적으로 운전자로

기 때문이다. 천만 원 수준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소프트뱅크

볼 수 있다고 해석했고, 금번 구글과 고속도로교통안전국 간의 논

의 페퍼, 보스톤다이나믹스의 사족 로봇, 재난 현장의 로봇, 장애인

의는 그 간 캘리포니아 등 주정부 단위를 넘어 연방정부 차원에서

을 위한 보조기구와 어린이를 위한 스마트 토이까지 그 용도와 기

진행되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능도 다양해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사고 발생 시 책임 및 보험문제, 개인정보 보호,

이동수단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도 단순한 물리적 이동수단

해킹 등의 대응과 핵심 부품인 내비게이션이나 라이더 등의 고장 시

이 아닌 로봇의 한 유형인 이동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반적으

대처 문제, 상용화된 차량의 정비 문제 등 풀어야할 문제들이 산적

로 인간 운전자가 주행 중 수행하는 ‘상황인지 ⇒ 판단 ⇒ 의사 결

해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의 차량과 같이 많은 개인들이 소유하

정 ⇒ 차량 조작‘ 등의 기능을 대신하는 자율주행차가 등장했기 때

기에는 가격 부담도 높고, 시스템 신뢰성에 대한 개인과 사회와 수

문이다. 자율주행차의 장점은 교통시스템 운영의 효율화를 통한 사

용성에 대한 부담도 남아 있다.

고감소와 환경문제 해결이 전부가 아니다. 사물인터넷의 새로운 플

먼저 가격을 살펴보자. 자율주행차의 핵심부품 중 하나는 주행

랫폼이자, 이동 중 활용 가능한 새로운 시간과 공간이 제공할 수 있

도로 주변의 3D 지형지물 정보를 수집하는 라이더(LiDAR)다. 현재

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은 기업들에겐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할 수 있

구글 자율주행차에 사용하는 64채널 라이더 가격은 50,000달러 수

는 새로운 비즈니스 대상이기 때문이다.

준이다. 작년부터 구글이 자율주행차 베이스 모델로 운용하고 있는 렉서스 RX 450h의 가격과 맘먹는 수준으로 카메라 등 다른 시스템

로봇택시 사물인터넷의 새로운 지평 열 것

까지 추가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이 예상

구글은 내년 2017년에 자율주행차를 상용화 한다는 발표를 하

한 가격은 기존 차량에 부분자율주행 기능은 5,000달러, 자동주차

기도 했고, 올해 라스베가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많은 관

기능은 7,000달러, 완전자울주행차는 10,000달러 정도가 추가될 것

심을 모았던 패러데이 퓨처와 테슬라도 2년 후 자율주행차 공개를

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대부분 고급차량에 자율주행기능이 포함될

선언했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는 2020년, 현대차도 2030년에는

것으로 예상되며, 대량생산 시스템을 운영할 정도의 구매가 이루어

자율주행차를 양산할 예정이다.

지지 않는다면 가격대는 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을 허가한 미국에서는 최근

혁신적 시스템의 시장 성공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개인과 사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한 단계 진전도 있었다. 미국 고속도로

회의 수용성을 살펴보자. 지난 2013년 시스코(CISCO)는 10개국

교통안전국(NHTSA)은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책임자인 크리

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는 설문을 실시

스 엄슨(Chris Urmson)이 2015년 11월에 보낸 운전자 정의 등에

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신뢰한다’는 응답이 브라질이 95%로 가장 높았고 중국은 70%, 미국은 60% 등으로 긍정적이었던 반면 독일 은 37%, 일본은 28%로 낮았다. 전체 평균은 신뢰한다는 응답이 약 57% 수준으로 크게 신뢰한다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2016년 1월 캘리포니아 주당국은 현재 시험운행 중인 7개 업체가 14개월 간 시 험 운행한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업체들 가운데 가장 많은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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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필요 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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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원은 현재 한국과학기술기획형가원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아주대학교에서 산업 공학 학사, 자동차와 자동주행시스템 분야로 인간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에서 기술경영 Executive Course 과정을 수료했다. 인간공학 기술사 로 대우통신 인턴, 현대모비스 Human-Machine Interface 팀장, 일본자동차연구소 방 문연구원 등을 통해 산업계 실무 경험을 쌓았다. 공저로는 <초연결시대, 공유경제와 사 물인터넷의미래(2015)>, <창조경제(2013)> 등이 있고 최근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 스가 되는가(2016)> 감수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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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관점에서는 차량공유 비즈니스 모델에 자신들의 차량을 공급하면 서 안정적인 판매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차량공유 업체는 사업 확 장을 위한 일종의 윈-윈 전략이다. 이뿐만 아니라 패러데이 퓨처도 차기 모델은 자율주행기능과 차량공유를 고려한 모델을 발표할 예 정으로 2년내 양산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도 이미 차량공유 시장에 진출해 있다. 다임러그룹은 ‘카투고(Car2Go)’ 폭스바겐그룹 은 ‘퀵카(Quickcar)’ 포드는 ‘피어 투 피어 카쉐어링(Peer-to-Peer Car-Sharing)’ BMW는 ‘드라이브 나우(DriveNow)’, 오펠의 ‘오 펠 카유니티’(Opel CarUnity)‘ 등의 차량 공유서비스를 운영 중이 인 68만km를 시험주행한 구글이 운행 도중 자율주행기능을 해

다. 이들 기업 역시 자율주행차 개발이 완성되면 기존 차량만 자율

제한 횟수는 총 341회로 2천km에 한번 정도로 발생했다. 그런데 341

주행차량으로 교체하고, 그간 운영되어 온 공유차량 네트워크를 활

회 가운데 272회는 차가 스스로 자율주행 실패 신호를 알려 주행권

용하면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택시 영업이 가능해진다.

한을 운전자에게 수동으로 전환시켰지만, 나머지 69회는 사람이 판

현재 공유차량 활용을 위해서는 앱으로 호출하거나 정해진 장

단해 수동모드로 전환한 상황이며 그 가운데 13회는 사람이 차량 조

소에 가서 차량을 픽업하고 사용 후에는 다시 원위치에 가져다 놓

작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외부 물체와의 사고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아야 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공유차량 시장에 투입되기 시작하

이렇듯 높은 가격,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아직까지 자율주행

면 그럴 필요가 없다. 사전 예약을 통해 원하는 위치와 시간에 대기

차량이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량을 개발 중인 기업들

가 가능하며, 수요와 공급이 원활한 시점에 도달하면 대기 시간도

간에는 이미 비즈니스 모델 선점을 위한 업체들간의 연합전선이 구

짧아질 수밖에 없다. 굳이 차량 소유를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지출

축되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높은 가격, 아직은 완벽하

할 필요도, 차량을 주차하기 위한 공간 확보의 부담도 무엇보다 적

지 않은 신뢰성, 그럼에도 개인과 사회가 자율주행시스템을 보다 더

지 않은 유지비용 등이 사라진다. 교통약자인 노인과 장애인, 어린

포용하기 위해 개발업체들의 선점전쟁이 시작된 시장은 바로 택시

이들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기존 택배와 배달 등 O2O 시장의 활용

같은 공공운송수단이다.

도도 무궁무진하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 택시가 모두 자율주행차로 교체

로봇택시와 카 쉐어링 시장의 만남

될 수는 없다. 시장조사기관 IHS 오토모티브는 자율주행차 판매가

창업 초기 구글의 투자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던 차량공유 대

2025년 세계 신차 시장의 0.2%인 23만 대에서 2035년에는 9.2% 수

표 기업인 우버는 구글과 함께 자율주행차 쉐어링 시장에 뛰어들 것

준인 1,180만 대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2035

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구글 역시 우버와 유사한 차량공유 앱을 만

년 판매되는 무인자동차 가운데 700만 대는 자동주행과 수동주행이

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미 70조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우

모두 가능하며 나머지 480만 대는 자동주행만 가능한 차량 시스템

버는 자신들의 카쉐어링 네트워크를 이용한 자율주행차 활용을 목

일 것으로 분석하고, 2035년에는 전 세계에 걸쳐 5,400만 대의 무

적으로 2015년 2월 카네기멜론 대학과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전

인자동차가 운행되고 2050년 이후에는 모든 신차들이 자동주행 기

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구글 역시 올해 자율주행차 택시 기업

능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을 설립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현재 공유경제와 차량공유에 익숙한 1980년대 이후 출생

완성차 업체인 GM도 리프트(Lyft)에 5억 달러(5,933억원)을

한 밀레니엄 세대가 주요 경제주체로 성장하고 자율주행 택시의 출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리프트의 모바일 앱으로 자율주행차를 호출

시와 맞물려 급속히 확산된다면, 생활방식뿐만 아니라 현재 완성차

할 수 있는 콜택시 네트워크를 함께 구축하기로 했다. 완성차 업체

와 택시업계도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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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人덱스

초보처럼 생각하고 프로처럼 행동하라 글_신병철 기자(byongchol@roboticus.kr)

주간 미팅이 한창인 카이스트의 한 실험실 안. “내 욕을 해도 좋다. 툭 터놓고 무엇이든 마음 놓고 말해봐” 권인소 교수는 로봇계의 발전을 위해 벽을 허문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해 자신부터 부드러운 ‘스펀지’가 됐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운명과도 같았던 로봇비전과의 만남에서부터 사람 냄새 나는 소통의 장으로 변신을 계획 중인 한국로봇학회 이야기까지. 초보처럼 생각하고 프로처럼 실천해 온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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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모든 사물은 정해진 운명의 쇠사슬에 매여 있다. - 루크레티우스

운명은 우연이 아닌 선택이다.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성취하 는 것이다.

-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운명(運命). 받아들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이토록 다양하게 해석되는 단어가 또 있을까? 혹자는 운명은 이미 정해진 수순대로 흘러가는 것이라 말하고, 혹자는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 말 한다.

권인소

“비전 분야를 연구하게 된 것은 운명과도 같았어요.”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비전 (vision) 분야에서 많은 연구성과를 남긴 독보적인 로봇비전 전문 가다. 박사과정 당시의 청년 권인소를 회상하던 그는 마치 운명처 럼 비전 분야를 연구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그 ‘운명’을 받아들였을까? 시계태엽을 30여 년 전으로 되감았다.

제 발로 내딛은 첫 스텝

권인소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모두 기계 설계를 전공으로 공부했다. 30여년 전,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기 계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까지도 그는 비전을 평생에 걸 쳐 연구하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당시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일본의 화낙과 협력을 맺고 로봇 매니퓰레이터 국산화를 시작했는데, 바로 그 프로젝트에 연구원으 로 참여하게 됐어요. 직접 산업용 로봇팔을 설계하면서 로봇이 상 당히 새로운 분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컴퓨터를 이용해 로봇팔

1981 서울대학교 기계설계 학사 1983 서울대학교 대학원 기계설계 석사 1990 카네기멜론대학교 대학원 로봇공학 박사 1983 – 1984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원 1991 – 1992 일본 도시바 R&D센터 연구원 1998 – 1999 캠브리지대학 초빙교수 1992 – 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2015 – 한국전력공사 석좌교수 2015 – 한국로봇학회 회장

을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는데 큰 매력을 느꼈어요.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온 기존의 분야보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로봇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 길로 권인소 교수는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으로 유학에 나 섰다. 당시 한국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대학이었지만, 로봇 잘 하는 대학을 찾던 그의 귀에 지능연구는 카네기멜론대학이 세계 최고라는 이야기가 흘러들어왔다. 석사과정까지 기계설계를 전공 했으니 박사과정 역시 동일 분야의 프로그램으로 입학허가를 받았 지만, 새로운 연구분야를 찾던 그에게 기계공학은 더는 성에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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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人덱스

DRC 우승 직후 실험실

ⓒ권인소

학생들과

않았다.

인생을 바꾼 사건

“카네기멜론대학의 연구 활동들을 쭉

첫 시작은 로봇에 들어가는 모터 컨트롤러 연구였다. 어렵게

살펴봤더니 기계공학은 미래지향적인 느

가나데 교수 밑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지만, 사건이 터졌다. 연구

낌이 들지 않았어요. 반면에 전자ㆍ전산

도중 고가의 파워보드가 그만 불에 타버린 것. 원인을 조사해보니

분야는 왕성하게 연구가 진행되는 것을 보

권인소 교수가 디자인한 어셈블리 언어에 버그가 있었던 것으로

고 컴퓨터 사이언스의 가나데 다케오 교수

결론이 났다. 잔뜩 화가 난 교수는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님을 찾아갔죠.”

건넸다.

자신에게 지도를 받고 싶다며 직접

“용납할 수 없는 실수라며 랩을 떠나라고까지 말씀하셨어요.

찾아온 이 용감한 학생을 제자로 받아들이

눈앞이 캄캄했지만, 오로지 여기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는 조건으로 가나데 교수는 한가지 미션을

는 생각뿐이었죠. 당시 제가 속해있던 연구그룹 이외에 교수님의

내건다. 텍사스 인스투르먼트에서 새로 내

다른 연구그룹이었던 비전 그룹으로 옮겨서라도 꼭 지도를 계속

놓은 DSP 칩을 이용해 로봇팔 제어기를

받고 싶다고 청했어요.”

만들어오라는 것. 주어진 기간은 단 3개월 뿐이었다. “로봇팔의 제어기를 만든다는 게 말 처럼 쉽지 않았어요. DSP 칩에 들어가는

의지를 꺾지 않는 제자가 기특해서였을까. 뜻밖에 그의 요청 은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권인소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비전 분야 연구는 그렇게 운명처럼 시작됐다. 그러나 운명 같았던 연구도 시 작은 순탄치 않았다.

어셈블리 언어를가지고 알고리즘 로직을

“기계설계를 공부해온 터라 소프트웨어는 까막눈이나 다름

다 만들어야 하는데 그때까지 마이크로프

없어서 초기에는 고생도 많았어요. 똑똑한 데다가 프로그래밍 능

로세서의 어셈블리를 배운 적도 없었고,

력까지 좋은 다른 학생들과 비교되는 것 같아 스트레스도 많았지

심지어 한국에서는 교과과정에도 없었으

요. 파워보드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절대 포기는 없다는 정신으로

니까요. 밤을 낮 삼아 고생에 고생을 해서

버텼어요. 한국으로 돌아올 때 가나데 교수님은 제가 가장 자랑스

결국에는 미션을 통과하고 가나데 교수님

러운 제자 중 하나라며 격려해줬어요. 처음 자신을 찾아왔을 때를

의 제자로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지요.”

생각하면 이만큼 발전한 제 모습에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요.” 권인소 교수는 카네기멜론대학에서의 박사과정 당시를 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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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오키나와에서 열렸던 Frontiers of Computer

ⓒ권인소

Vision 2014 참가자들과

서 유를 만들어낸 시기라고 회상했다. 지

로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도를 받고 싶다며 직접 교수를 찾아가 제

가치 있는 연구결과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초보처럼 상상하

자가 되기 위해서 배운 적도 없는 어셈블

되, 프로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 권인소 교수의 지론이다. 비전

리 언어와 밤새 씨름했던 3개월, 포기는 없

분야에서는 신출내기 초보였지만, 7년의 박사과정 동안 그는 누구

다는 각오로 새롭게 시작한 비전 분야 연

보다 프로였다. 그는 다시 30여 년 전의 유학 시절을 회상했다.

구. 불의의(?) 사고로 연구 기회는 운명처

“유학 생활 중에 때때로 교수님들이 얼큰하게 술에 취해 테

럼 다가왔지만, 그 운명의 기회를 잡은 것

이블 위에 올라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스승과 제자가 격의

은 권인소 교수 스스로였다.

없는 모습으로 하나가 되는 문화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한편으로는 그런 자연스러운 문화가 부럽기도 했고요.”

소통을 가로막는 벽 허물기

그에게 있어 자신의 지도를 받는 학생들은 새로운 아이디어

인터뷰 중 문득 권인소 교수가 책상

를 함께 만들어내는 연구 파트너, 동반자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한 쪽에 놓여있던 백지 위에 글귀를 하나

의 출발점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초보처럼 생각하기, 그리고

써내려갔다. ‘초보처럼 생각하고 프로처럼

그것을 받아들이는 지도교수의 자세라고 설명했다. 그 시작은 스

행동하라’. 가나데 교수가 지은 책의 제목

승과 제자 사이의 벽 허물기. 문득 한국컴퓨터비전학술대회에서

과도 똑같은 이 말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

권인소 교수를 처음 만났던 때가 생각났다. 그는 부드럽게, 청중의

었다고 권인소 교수는 설명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도록 유머러스하게 강연을 이어나갔다. 로봇

“저의 연구철학이자 학생들에게 늘

공학자는 조금 ‘딱딱하다’라는 인식과는 다른 첫인상이었다. 인터

강조하는 말입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뷰가 진행되면서 그 인상은 틀리지 않은 기억임이 확실해졌다. 그

아무리 황당한 의견이라도 마음껏 펼칠 기

랬다, 그는 언제든 어떤 이야기든 열린 마음으로 흡수할 준비가 된

회를 주고 서로 소통하는 분위기 속에서

‘스펀지’같이 부드러운 로봇공학자였다.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발한 아이

“우리 사회에서는 교수 혹은 윗사람의 의견에 반기를 드는

디어라 할지라도 상상에 그치면 그저 소설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로봇계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

에 불과하지요. 목표가 정해지고 실천할

서는 젊은 사람들의 과감한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때가 되면 시간 관리 하나부터 진정한 프

서는 먼저 스승과 제자 사이의 벽을 허물고 공동의 학문적 성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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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人덱스

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mputer Vision 포스터발표

ⓒ권인소

(좌: 전해곤 학생)

위해서 스스럼없이 자기의 의견을 내고 소통하는 분위기가 형성되

았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이미지인식기

어야 하겠죠.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함께 이야기하고 때로는 본인

술대회(ILSVRC)에 머신러닝 스타트업 루

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받아들이는 교수들의 전향적인 자세가 첫

닛(Lunit)과 권인소 교수의 연합팀이 참가

단추입니다. 로봇처럼 발전 속도가 빠른 분야에서는 탐구 정신이

해 5위에 오르며 선전했다. 그렇다면 한국

가득한 젊은 학생들과 해당 분야에 통찰력을 가진 지도교수가 서

의 비전 분야 기술력은 어느 정도 일까?

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은 사 회나 학계 전반에 걸쳐 그런 문화가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워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최근 긍 정적인 성과들이 있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특정 부분에서는

독립적인 원천기술 개발 아쉬워

초보처럼 생각하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조금 용기가 생겼다. 그 래서 초보적인 질문, 그러나 결코 빼놓을 수 없었던 질문을 던졌다.

세계 수준에 근접한 원천기술이 있지만, 그 기술로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서비 스모델이 부족합니다. 구글이 무서운 이유

“로봇에 있어 비전은 얼마나 중요한 건가요?”

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유사한 기술은 다

“우리의 뇌는 대략 70% 정도가 시각신호를 처리하는 일을

른 연구소에서도 만들 수 있지만, 포토서

맡고 있다고 합니다. 시각신호를 처리하는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비스 등 자신들만의 상업화시스템으로 기

소비하는 거지요. 앞이 안 보인다고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생활이

술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울까요?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지능형로봇이 사람들

그동안 로봇은 소프트웨어보다 하드

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유사한 시각

웨어에 무게중심이 많이 치우쳐져 있었다.

인식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그 치우침은 더 심하다.

지난해 다르파 로보틱스챌린지에서 휴보가 마지막 미션인 계

지능형로봇이라 하면 흔히 그 핵심으로

단 오르기에 성공하고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권인소 교수도 그 자

‘뇌’를 많이 떠올리지만, 바로 그 뇌가 가장

리에 있었다. 휴보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비전 부분을 바로 권인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것이 바로 시각신호처

소 교수와 지도대학원생들이 맡아서 작업했다. 특히, 휴보의 우승

리다. 그만큼 로봇에 있어 비전 분야는 중

요인으로 휴보만의 독특한 모빌리티, 오준호 교수가 자체적으로

요하지만,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개발한 하드웨어와 함께 안정적인 시각인식기술이 많은 주목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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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비전 분야는 통상적으로 로봇과제


NVIDIA GTC에서 기조강연 중인

ⓒ권인소

권인소 교수

에 하나의 요소기술로 들어가다 보니 독립적이고 원천적인 기술을

경연(Competition)도 계획 중입니다. 국

개발할 기회가 적습니다. 로봇비전은 최근 인공지능 특히, 기계학

내 각 로봇 분야의 대표 랩을 중심으로 강

습 분야에서 가장 핫한 토픽 중 하나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소

사진을 구성하고 실제 로봇 개발 프로그램

프트웨어 기반의 IT기업들의 투자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지요.

을 만들어 융합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려 합

한국의 기존 기계산업, 제조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업들이 이러한

니다.”

최근 변화에 대처가 느려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나마 최근 일부 대

두 번째 계획은 회원들에게 양질의

기업이 전담팀을 만드는 등 비전 분야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점은

정보제공을 위한 학회 전용 애플리케이션

긍정적입니다. 앞으로 비전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 기회가 더 많아

개발이다.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각지의

지고, 기업들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지부를 활용해 최근의 연구와 시장의 변화

미래를 대비한다면, 우리도 충분히 세계 수준에 오를 경쟁력이 있

등을 담은 학술정보를 휴대전화로 회원들

습니다.”

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학회는 전문 학술연구를 하는

로봇학회를 소통의 장으로

집단입니다. 학술적 발전이라는 근본적 목

새해로 접어들면서 권인소 교수에게 공식적인 직함이 하나

표를 잊지 않으면서도 가치를 창출하는 다

더 생겼다. 권인소 회장은 올 한 해 동안 한국로봇학회를 이끌 13

양한 서비스 기능을 만들려고 합니다. 학

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가 그리는 학회는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

회가 연구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연구에 실

한 소통의 장이다.

제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본연의 역할에 더

“올해 학회의 가장 큰 주안점은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분야

충실하겠다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로봇의 다양한 세부 분야를 이해하도록 돕는 데 있습 니다. “ 그 첫째로 ‘로봇 섬머 캠프’를 준비 중이다. 학회가 주도적으

이러한 시도들은 결국 그의 연구철학 과 맞닿아있다. 격의 없는 소통을 통한 발 전이다.

로 나서 연구자에게 최근의 핫트렌드 기술을 교육하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학회 차원에서 우승팀에게 실제로 시상을 하는 등 일종의

“학술교류뿐만 아니라 사람 냄새 나 는 학회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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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이런 특허 로봇 특허 로봇을 더 로봇답게 만드는 로봇 특허

글_나유권 기자(yookwon@roboti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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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특허는 로봇 기술의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기준이다. 기업은 특허 출원을 통해 기술력과 기업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고 있다. 로봇 기술의 혁신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특허의 역할은 크다. 역할의 중요성을 알기에 특허 기술을 만든 사람에 대한 보호를 기본으로 기술 공유를 통해 더 나은 기술 발전이라는 과제도 우리가 놓쳐선 안 될 목표가 되어야 한다. 사실 로봇 특허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편의상 ‘로봇 특허’라 부르는 것이지 일반특허와 명확히 분류되진 않는다. 확실한 건 특허 기술이 로봇에게 어떻게 쓰일지는 한번 생각해볼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자고로 쓸모없는 아이디어란 없다.

아마존의 ‘프라임 에어’ 드론 배송 시스템

아마존은 누구보다 먼저 드론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 했다. 사람이 직접 택배를 가져다주는 수고는 드론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다. 속도는 물론 비용 문제까지 해결되 기에 드론이 물류 혁명을 불러일으킨다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아마존은 기민 하게 움직이며 드론 물류 산업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지난해 미국 특허상표청은 아마 존의 드론을 이용한 자율 배송 특허출원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런 아마존에서 ‘아마존 프라임 에어’ 특허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아마존 프 라임 에어는 주문 상품이 30분 이내에 바로 배송이 시작되고 2.3kg의 물건을 실어 약 1.6km 거리를 날아 드론이 자율적으로 GPS를 통해 위치를 파악하고 정해진 장소로 물건을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2013년 드론으로 물건을 배송하겠다고 발표한 뒤 테스 트를 진행했을 때만 해도 세부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세부 내용 공개는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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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공개한 특허의 내용을 보면 드론은 주문자 모바

고 밝혔다.

일 기기의 GPS 정보를 받아와 위치를 파악하고 배송 을 진행하게 된다. 정해진 장소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주문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찾아가 더 신속하고 정확 한 배송이 실현된다는 내용이다.

세계 정복을 꿈꾸는 구글. 구글은 로봇 관련 업체 들을 활발하게 인수하면서 로봇으로 사업을 확장시키

드론은 현재 기상정보와 장애물, 트래픽 등과 관

고 새로운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3월 구글

련된 배송 정보를 매번 업데이트하고 공유한다. 정보

이 승인받은 특허는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클라우

를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배송 경로를 설정하고 드론

드 서버에 두고 필요에 따라 로봇에게 내려받는 기술

에 결합한 카메라와 감지 센서를 통해 생명체를 인식

이다. 마치 손쉽게 스마트폰에 앱을 내려받는 것처럼

하고 장애물이 없는 경로를 찾아 주문된 제품을 안전

로봇의 성격을 내려받는 것이다. 내용대로라면 인간

하게 배송하게 된다. 드론은 조종사의 도움 없이 철저

의 행동을 로봇이 따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히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배송지에 착륙한 정보를 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친구의 성격과 행동을 따라 하는

해 다음 배송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로봇이 나타난다니 섬뜩하기도 하다. 보고 싶지만 이

미국 연방항공청(FAA) 등 각국 규제 당국으로부 터 아마존은 드론 비행에 대한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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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성격을 이식한 로봇

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을 닮고 행동하는 로봇이 나타 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드론 시험 비행은 FAA의 규제

내려받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격을 편

때문에 캐나다에서 이루어졌었고 앞으로는 영국 런던

집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성격을 가진 로봇을

에 드론 연구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최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 것. 로봇에게 부여된 성격을 다

FAA가 아마존의 시험 비행을 허락했지만 아직은 그

른 로봇에게 이식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글은 획기적

절차가 복잡하고 조건이 까다로우며 드론의 상업적 비

인 기술임을 강조했다. 사람의 성격과 기억 데이터를

행은 승인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배송에 있어서 안전

시스템에 어떻게 업데이트하는지 불분명하지만, 사람

은 생명이다. 그 때문에 아마존은 드론 배송의 안전성

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나 음성 기록 등의 데이터를

이 확보될 때까지는 좀 더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

분석해서 한 인물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클라우드

ROBOT Magazine


에 두고 내려받는 방식으로 추정할 수 있다. 클라우드

이 구현된 로봇은 스스로 쌓여있는 먼지들을 털어내며

에서 내려받은 데이터를 이식한 로봇은 고인과 닮은

몸단장을 할 수 있다.

로봇이 되어 친족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그림을 살펴보면 로봇이 카메라 부분을 닦는 모 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사람이 세수하는 모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방

습과 많이 닮아있다. 해당 기술은 지금까지 상용화된

식을 사용하기에, 이동한 장소에 있는 로봇에게 필요한

로봇 청소기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먼지 인식 문제를

성격 데이터를 내려받아 이식하기만 하면 되고 장소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내장 카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때에 따라 새

메라로 다양한 물체를 인식하는 것이 핵심기능인 홈

로운 로봇으로 교체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예전 로봇의

로봇은 카메라 렌즈가 더러워지면 인식 기능이 크게

성격을 그대로 가져오면 된다. 로봇이 서비스업에서 쓰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기술이 적용된 로봇은 더러워

인다면 호텔이나 음식점에서 고객의 취향에 맞게 성격

진 손이 오히려 쓰레기나 먼지를 흩뿌리게 되는 것을

을 편집해 서비스하는 모습도 그려볼 수 있다.

미리 방지하기 위해 각각 다른 각도로 로봇의 손을 볼 수 있다. 또한, 만약 카메라 위에 먼지가 앉는다면 이

소니, 로봇이 직접 자신을 청소한다

것을 스스로 인식해 닦아낼 수도 있다.

‘로봇 스스로 자신을 청결하게 하는 로봇기술’이

특허가 나온 배경은 로봇이 집 안을 청소할 때 시

특허로 인정돼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로봇 소프트웨어

야에서 먼지나 이물질을 인식하는 데서 생기는 문제를

다출원 기업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소니가 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로봇이 먼지를 털어냄으로 인해

그 주인공이다. 소니 측은 일찍이 로봇산업의 중요성

사물을 정확히 인지하고 청소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을 인식하여, 특허 선점을 통해 향후 시장 지배력을 강

것으로 기대된다. 비단 로봇 청소기뿐 아니라 다른 분

화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해왔다. 이번에는

야로의 확장 역시 기대해볼 만하다. 예를 들자면 가까

로봇이 직접 몸체를 씻는 기술 관련 특허를 미국특허

운 시일 내에 상용화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이는 자율

청에 출원했다. 소니의 이번 특허는 홈 로봇처럼 일반

주행 자동차에 자동 세척기능을 더해줄 수 있을 것이

가정에서 가사 일을 돕는 로봇에 관한 것이다. 이 기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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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15-2016 KRC에 가다

‘코리아로봇챔피언십’ 이라 쓰고 ‘로봇 페스티벌’ 이라 읽는다 글_사진_한종진 블루커뮤니케이션 팀장(belljin@blue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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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ROBOT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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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라도 일어났던 걸까? 바닥에

된 이번 행사에는 Jr.FLL 67개팀 350명,

객이나 다른 팀의 구성원들이 전시된 모형

는 산에서 굴러 내려온 바위들과 건물의

FLL 92개팀 800명, FTC 29개팀 250명의

물과 그에 더한 아이들의 발표를 듣는 형

부서진 잔해가 무수히 널려 있다. 산 속에

학생들과 학부모 및 참관객 등 약 2,500여

태로 대회가 진행됐다. 어린 친구들의 열

서는 재난상황에서 아직 피신하지 못한 사

명이 참여했다.

띤 토론과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

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그때 저 멀리

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서 커다란 진동음이 들려온다. 2차 재해라

학생들, 로봇을 이용한 환경보호를 고민

도 시작되려는 걸까? 요란한 기계음과 함

하다

께 미묘한 땅의 움직임을 감지한 사람들

매년 환경, 사회, 자연, 인간, 공존 등

의 눈에 긴장한 빛이 역력하다. 그때 누군

인류가 생각해야 하는 글로벌 이슈를 주제

가 벌떡 일어선다. “구조대다!” 환호의 외

로 교육적으로 설계된 경기 미션을 해결

침이 향한 곳에 은빛 프레임 번쩍이는 로

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코리아로봇챔

봇들이 등장한다. 저마다 다른 형태를 하

피언십은 학생들 스스로 창의적 문제 해결

고 있는 로봇들은 무너져 내린 바윗덩이를

능력을 기르고, 팀워크와 지식의 공유 및

밀어 내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조난자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들이 얼싸안고 안도하고 있는 것도 잠시,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된 대회다. 한국뿐 아

바위를 밀쳐내며 기세 좋게 산을 오르던

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대규모 대회가 진행

로봇 한대가 가파른 능선을 따라 미끄러

되고 있으며, 각국에서 선발된 몇몇 팀들

져 내린다. 헛도는 바퀴와 함께 미끄러져

은 매년 5~6월 중에 미국에서 열리는 월

내리는 로봇처럼, 사람들의 등에 한 줄기

드로봇페스티벌에 참가해 서로의 경험을

서늘한 식은땀이 흐른다. 2016년 1월 30

공유하고 있다. 올해 국내 대회에는 작년

일 일산 킨텍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30cm

에 비해 2배가 넘는 인원이 참가했을 뿐 아

높이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약 3.7m ×

니라 Jr.FLL 경기가 신설돼 더욱 많은 아

레고 마인드스톰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아

3.7m 사이즈의 사각형 경기장에서 가상

이들과 학생들이 대회에 참여해 즐기는 자

이디어를 현실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펼쳐진 경기의 한 장

리가 됐다.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각 부스에 팀별로 고민한 흔적들을 포스터로 남겨뒀다.

초•중•고등학생(글로벌 대회에서

우리나라 나이 기준으로 7세에서 10

는 만 14세 미만이 FLL에 참가)이 참가하

1월 30일 일산 킨텍스에서 <2015-

세(초등3학년) 정도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는 FLL은 지정된 하나의 미션에 대해 생

2016 코리아로봇챔피언십(K R C,

Jr.FLL은 ‘Waste wise’라는 주제로 어린

각하고 발표하는 것은 Jr.FLL과 동일하

Korea Robot Championship)>이 열

아이들이 ‘쓰레기’를 단순히 더러운 어떤

지만, 이에 더해 레고 마인드스톰(LEGO

렸다. 이 행사는 레고(LEGO)를 기반

것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새롭게 바

MINDSTORMS)을 이용해 로봇을 제작

으로 로봇을 제작하고 다양한 도전과

라 볼 수 있는 장을 제시했다. 적게는 3명

하고 경기를 벌인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제를 해결하는 융합로봇대회다. 국내

에서 많게는 6명까지 팀을 구성한 아이들

올해에는 Jr.FLL과 유사하게 FLL 경기

에서는 2010-2011 시즌부터 시작돼 올

은 쓰레기 문제에 대한 서로의 의견을 나

주제로도 ‘Trash Trek’ 미션이 주어졌다.

해 벌써 6회째 열렸다. Jr.FLL(Junior

누고, 문제의 해결책이나 아이디어들을 모

전 세계에서 매일 배출되고 있는 쓰레기를

FIRST LEGO LEAGUE), FLL(FIRST

형이나 포스터 형태로 구체화 시키는 방식

어떤 방식으로 모으고, 분류하고, 저장하

LEGO LEAGUE), FTC(FIRST Tech

이다. 이렇게 구체화된 모형이나 포스터는

고, 재처리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지 학생

Challenge) 등 총 3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

각 팀별로 마련된 부스에 전시되고, 참관

들을 통해 쏟아진 다양한 의견들로 행사장

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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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무엇보다 FLL의 경우 로봇을 이용한 경기를 진행해 재미요소까지 더했다는 점 이 참가자나 참관객 모두에게 흥미롭게 다 가왔다. 공사장, 해변, 도시 등이 그려져 있 는 테이블 위에 레고 블록과 장애물을 이 용한 미션을 설정하고, 각 팀이 만든 레고 마인드스톰 로봇으로 미션을 클리어하면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의 경기였다. 숨겨져

심사위원에게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는 아이들

있지만 숨은 가치를 지닌 쓰레기의 세계를 가상으로 설정하고, 그곳을 탐험하며 쓰 레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등의 행동을 통

아이들만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가득했던

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

볼거리

2분 30초, 긴급했던 구조의 시간

Jr.FLL과 FLL이 즐거운 놀이의 장

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에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띈 모습이

이었다면, 주로 중•고등학생들이 참가하

서는 재활용, 메탄, 분류, 폐차, 청소, 퇴비,

있었다면, 행사의 이름은 코리아로봇챔피

는 FTC에서는 좀더 진지한 모습들을 만나

고물 처리, 철거 등 쓰레기 처리와 관련된

언십이지만 ‘경기 대회’라기 보다는 ‘페스

볼 수 있었다. First ResQ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미션들이 부여돼 각 상황마다 배점

티벌’과 같은 느낌이 강했다는 점이다. 그

가상의 재난 상황을 설정해 경기를 펼치는

이 됐으며, 정해진 시간 내에 미션을 수행

만큼 경기장 안은 아이들의 웃음 소리와

모습이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던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눈빛 또

활기로 넘쳐났다. 각 팀 별로 옷을 맞춰 입

것.

한 예사롭지 않았다. 경기에 참가한 아이

기도 하고, 동물 또는 영화 캐릭터와 같은

레고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프로그램

들 외에도 경기장 밖에는 각 팀을 응원하

다양한 모습의 코스프레로 대회장 안을 활

으로 로봇을 제어해 미션을 클리어할 수

는 친구들이 로봇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

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신나 보였

있는 형태로 진행되는 FLL과 달리 FTC

호했으며, 미션에 실패하더라도 연신 ‘괜

다. 서로의 팀 마크가 새겨진 배지를 제작

는 안드로이드 휴대폰에 자바프로그래밍

찮아’라는 구호를 외치며 힘을 북돋워 주

해 교환하고, 교환한 배지는 자신의 옷에

을 해서 매트릭스 로봇을 제어하며 주어진

는 장면들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착용해 자랑스럽게 활보하던 아이들은 행

미션을 2분 30초 안에 해결하는 로봇대회

사장이 놀이터가 된 것 마냥, 새롭게 만난

이다.

FLL 경기 중 의견을 나누고 있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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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뛰어놀면

경사진 산악 지형이 마련되고, 도로

서 모든 참관객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선사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해 바닥에는

했다.

바위와 돌을 형상화한 여러 장애물들이 흩

특히 Jr.FLL의 경우 비경쟁의 원칙

뿌려지면서 경기가 시작된다. 특히 산꼭

에 따라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는 점은 이

대기에는 사람들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대회의 독특한 특징이기도 하다. 85명의

이에 로봇을 조종하는 아이들은 선택의 기

심사위원들이 각각의 팀 부스를 돌며 아이

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복잡한 재난 환

들을 만나고 심사를 진행하지만, 이는 경

경을 모두 정리하고 조난객들까지 구하기

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칭찬’을 위한 것이

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급

었다.

박한 상황 속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


행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흡사 실

FTC의 팀은 3~15명의 중고등학생, 1~3

을 얻은 LARES, GMS Robotics, Elite

제 재난 상황 속에 처한 이들을 구하고 있

명의 코치 또는 멘토(성인)로 구성되며 각

Engineers 등 10개 팀이 좋은 순위로 각

다는 긴박감마저 감돈다. 그 순간만큼은

각의 학생들은 리더(leader), 프로그래머

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각각 대회 출

아이들도 인명 구조를 위해 로봇을 개발한

(programmer), 디자이너(deginer), 빌더

전권을 얻게 됐다. FLL에서는 챔피언상

구조대원 한 사람으로서 어려움에 처한 사

(builder), 마케터(marketer), 커뮤니케이

을 수상한 BEST비상팀을 비롯해 25개 팀

람들을 구해야겠다는 강한 의무감과 책임

터(communicator) 등 다양한 역할을 경

이 수상했다. BEST비상 팀은 월드페스티

감을 갖고 임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가상

험하게 된다. 미션에 실패한 한 참가자는

벌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Jr.FLL은 현장

으로 구현된 재난 상황은 험지 탐험을 위

실제 경기를 해보니 부족한 부분들이 확실

에서 10개 팀이 랜덤으로 추첨됐다. 추후

한 등반지역, 로봇에 의해 수리가 필요한

하게 확인됐다며 어떤 부분을 더 강화해

세계적으로 진출 가능 팀수가 확정되면 그

비콘지역, 14개의 등산객 모형, 그리고 블

야 할지, 또 보완해야 할지 알게 된 만큼 다

중에서 추첨 순서에 따라 월드페스티벌 참

록과 공 형태의 80개 파편 등이 점수를 획

음 번에 보다 정교한 로봇을 제작해 다시

가팀이 결정될 예정이다.

득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재난

도전해 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행사를 총괄한 퓨

상황에서 로봇의 활용도를 가늠하게 된다.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던 그 친구를 다음

너스 남이준 대표는 “KRC는 청소년들이

번 행사에서 다시 만나 볼 수 있길 바란다.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성공도, 실수도 숨죽인 응원으로 하나가

있도록 자극을 주고 동기부여 하는 대회이

되다

자, 다양한 방면에서 미래에 함께 협력할 아차 실수했다. 로봇이 움직이지 않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네트워킹의 장소

는다. 어떤 로봇은 바위를 들다 말고 바닥

이기도 하다”며 “대회에서 수상에만 관심

에 떨어트린다. 또 다른 로봇은 산에 올라

을 가지지 말고 더 큰 가치를 얻기 위해 노

가다 경로를 이탈하고 만다. 이처럼 모든

력하시기 바란다”고 이번 대회 참가자들과

상황이 기대했던 것만큼 완벽하게 처리되

미래의 참가자들에게 애정어린 조언을 건

지는 않았다. 그런 실수 상황은 여러 팀에

냈다.

서 비일비재 발생했고, 어떤 아이들은 탄

시상식에서 아이들 모두가 챔피언으

식을 내뱉었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로

로 서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볼

봇의 구조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아쉬

수 있었다. 이처럼 대회의 명칭은 챔피언

운 탄성도 경기에 산재했다. 어쩌면 다들

십, 그리고 ‘대회’라고 지칭하고 있지만 실

한 마음으로, 구조를 진정 응원하고 있기

제로 행사는 ‘축제’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었다. 청소년들이 꿈을 갖게 하고, 꿈을 실

노력을 진정 응원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현하는 자리로서 마련됐기 때문이다. 주최

경기가 종료되면 각 팀별로 마련된 부스에서는 심각한 토론이 이어졌다. 보

측에서는 행사 전체도 재능기부와 후원으 FTC 경기 중 직접 로봇을 콘트롤 하고 있는 참가자들

다 나은 성과를 얻기 위한 자유 토론 속에

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행사장에 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회에 참가했던

서 프로그래밍, 조립, 보완 등 아이들 각자

“로봇과 함께하는 아이들의 미래는 월드

어린 학생들이 자라서 자원봉사자로 다시

가 맡은 전문 분야에 맞춰 의견을 제시하

페스티벌까지 이어질 것”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꿈에 대

고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 이뤄졌다. 진정

대회 결과 FTC에서는 로봇 디자

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 심사뿐 아니라 경기에서도 좋은 득점

한 열정과 발걸음이 대물림되는 과정이 자 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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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11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

소통과 화합 이곳이 로봇공학 카니발! 글_신병철 기자(byongchol@roboticus.kr) 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사진제공_한국로봇학회

새로운 축제의 현장이었다. 영하의 날씨임에도 실내는 새로운 인연의 설렘과 학구열로 후끈 달아올랐다. 차창 밖으로는 스키장의 새하얀 설원이 함박눈과 함께 장관을 이뤘다. 바로 1월 25일부터 3일간 계속된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사단법인 한국로봇학회가 주최한 제11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KRoC2016, The 11th Korea Robotics Society Annual Conference2016)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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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하고 지루한 학술대회는 그만! 이제 학술대회는 소통과 화합으로 어우러지는 즐거운 축제다.

트워크를 구축하고 공동연구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마련됐다. 새롭게 추가된 로봇디자인대회는 제품과 사용자 사이의 문제를

사단법인 한국로봇학회가 주최하는 제11회 한국로봇종합학

‘디자인’으로 해결한다는 취지로 공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로봇

술대회가 지난 1월 25일부터 27일까지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열

디자인을 발굴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시도됐다. 특히, 모두에게

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로봇과 함께 건강한 삶을 즐기자!(Enjoy

열린 대회를 모토로 대학생과 대학원생, 교수를 비롯한 로봇 관계

Your Healthy Life with Robots)’를 주제로 Girls in Robotics, 수

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참가대상을 확대했다.

중로봇, 생체모사로봇, 재활의료로봇 등의 특별세션과 초청강연,

학술대회의 본격적인 일정은 첫째 날의 특별세션 ‘걸스인로

포스터세션 등 특색있는 세션들로 구성해 기존 학술대회와 차별성

보틱스(Girls in Robotics)’와 ‘수중로봇’으로 시작됐다. 이어 개회

을 뒀다. 특히, 지금까지 학술교류에만 집중되었던 분위기에서 탈

식과 함께 ‘재활치료 로봇에 대한 재활의학적 관점의 고찰’을 주제

피해 약 4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소통하고 화합하는

로 장성호 영남대학교 재활의학과 교수의 초청강연과 한국산업기

축제와도 같은 분위기였다. 장소를 스키 리조트로 선정한 것 역시

술평가관리원 과제진도점검 등이 진행됐다. 첫째 날 세션 중 많은

학술대회는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즐겁고 사람 냄

관심을 끌었던 특별세션 ‘걸스인로보틱스’에서는 국내 로봇공학을

새 나는 학술대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올해 학술대회부

대표하는 4명의 ‘우먼파워’ 곽소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김현진

터는 일방적인 구두발표는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서로 얼굴을 맞

서울대학교 교수, 김계령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 삼성전자 김

대고 연구결과를 교류하는 포스터세션을 더욱 강조해 분위기에 역

윤경 박사가 발표자로 나서 각각의 연구성과를 공유했다.

동성을 살렸다.

이번 학술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조영조 한국전자통신

올해 학술대회는 다양한 테마의 세션들과 함께 제1회 로봇디

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학술대회는 로봇 연구

자인대회와 젊은 과학자들을 위한 특별세션이 마련되어 눈길을 끌

자들의 저변을 더욱 넓힌다는 의미에서 처음으로 스키 리조트에

었다. ‘젊은 과학자 세션’은 학부생 및 박사학위 4년 차 이하의 새

서 개최했다.”라며, “참여한 모든 분들이 다양한 특징의 진수성찬

내기 박사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젊은 로봇공학자들이 연구 네

을 맛있게 즐기고 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올해 한국로봇학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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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끌어나갈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셋째 날은 로봇공학을 위한 딥러닝(Deep Learning for

“이번 학술대회의 슬로건은 로봇과 즐겁게 놀자는 의미”라며, “학

Robotics) 튜토리얼, 미래로봇 과학자 세션, 인간과 더 가까워진

술대회를 즐기며 그동안 연구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

휴머노이드 로봇 워크숍이 마지막 일정으로 진행됐다. 로봇공학을

고 돌아가길 바란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위한 딥러닝 튜토리얼은 최근 딥러닝이 핫한 트렌드임을 보여주듯

둘째 날 일정은 최혁렬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의 초

이 강연시간 내내 많은 참석자들이 가득 찬 객석 뒤쪽에 서서 들을

청강연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생체모사로봇, 융합클러스터사업

정도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강연에 나선 김준모 한국과학기술원

심포지엄, 로봇의 미래학이 진행됐다. 오후 일정은 권동수 한국과

교수는 “음성인식, 영상인식 분야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딥러

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의 초청강연으로 시작되어 재활의료로

닝이 강력한 기계학습의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라며 딥러닝에

봇, 로봇보급사업, 젊은 과학자 세션이 저녁까지 이어졌다. 특히,

관심 있는 연구자들을 위해 딥러닝이 무엇인지부터 최근의 기술동

‘젊은 과학자 세션’은 객석이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차 높은 관심

향을 설명했다.

을 받았다. 세션에서는 삼성전자 김윤경 박사, 송철 대구경북과학

제11회 한국로봇종합학술대회는 어느 때보다 많은 연구자들

기술원 교수, 광운대학교 이기백 교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지

의 참여 속에 보통의 학술대회와는 달리 역동적이고 즐거운 분위

형 박사가 한국 로봇공학을 이끌 ‘젊은 피’로 선정되어 연구성과를

기였다. 보고 있기만 해도 설레는 새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한 탓만

발표했다. ‘인간과 로봇간의 사회적 거리’를 주제로 한 실험 결과

은 아니었다. 한국로봇학회의 회장이자 이번 학술대회의 명예조직

를 발표한 삼성전자 김윤경 박사는 로봇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독

위원장을 맡은 권인소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는 등록자가 400명을

특하게 풀어낸 로봇 이야기로 많은 호응을 얻었다. 둘째 날 공식

훌쩍 넘길 정도로 질적, 양적으로 모두 성장했다.”라며 자평했다.

일정을 마치고 이어진 만찬에서는 학술대회 수상자에 대한 시상과

이어 “올해의 성공에 힘입어 앞으로 학술대회 개최는 항상 스키 리

함께 이현종 로보링크 대표의 마술쇼, 로봇공학자들로 구성된 밴

조트에서 하도록 의견을 모았다.”라며,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드 ‘B4U’의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

즐거운 학술대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

나갔다.

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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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조 KroC2016 조직위원장 미니 인터뷰

“로봇 전문가와의 만남과 정보공유의 기회 마련해”

Q. 한국로봇학회 및 한국종합학술대회 소개

한국로봇학회에서는 국내 로봇 관계자 여러분들께 알차고 유 익한 정보를 드리고자 매년 한국지능로봇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로봇’을 전문 주제로 하는 국제 학술행사는 많이 있습니다만, ‘로봇’을 전문 주제로 하여 매년 개최되는 국내 학술 대회는 <한국종합학술대회>가 유일합니다. 짧은 기간 동안에 국내 최다 로봇 전문가들의 만남과 정보공유의 축제로 발전한 본 학술 대회야 말로 국내 로봇 산업의 근간을 다지는 든든한 초석이라 자 부하고 있습니다.

Q. 예년 학술대회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

올해로 11번째를 맞는 이번 학술대회는 로봇 연구자들의 저 변을 더욱 넓혀보자는 뜻에서 처음으로 겨울 스키시즌에 맞추어 스키리조트에서 개최했습니다. 아울러 가까운 미래에 가장 각광 받는 로봇 응용분야가 될 헬스케어 로봇에 초점을 맞추어 “로봇과 함께 건강한 삶을 즐기자!”라는 주제로 열렸죠. 제일 달라진 점은 모든 발표의 형식이 기존의 딱딱한 연설위주에서 탈피하여 발표 자와 참석자가 자유롭게 질의응답과 토론을 하며 어우러지는 장 이 됐다는 것이지요.

Q. 본 학술대회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세션

요즘 머신 러닝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김준모 KAIST 교수 의 <튜토리얼(로봇비전을 위한 딥러닝, Deep learning for robot vision)>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공학은 아니었지만 인문예술학으로 로봇을 새롭게 접근한 특별세 션 <로봇의 미래학>과 <로봇디자인대회>를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덧붙여 여성공학자들을 한자리에 모은 <걸스 인 로보틱스>와 신진 공학자와 청소년을 내세운 <젊은과학자세션>과 <미래로봇 과학자 세션>도 주목해볼 만 합니다.

Q. 내년 학술대회에서 기대하면 좋을 것

스키장에서 열렸기 때문이었을까요?(웃음) 매년 학술대회가 한국로봇학회(KroC2016) 조직위원장이자 수석 부회장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인 지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

개최될 때마다 유료등록자의 평균은 약 300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약 400명으로 전년에 비교해 100명이나 더 늘어나 조직

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전기전

위원장의 입장으로써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이 좋은 기운을 이어

자공학 박사를 수료했다. ETRI 지능형로봇연구단

받아 내년에도 역시 성공적인 대회를 개최하고 싶군요. 예정된 일

을 만들던 2004년 초대 단장을 역임하며, 이 기관 을 국내 대표적인 로봇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 게 했다.

정은 2월 5일부터 8일까지, 올해와 마찬가지로 스키장에서 열립 니다. 후년에는 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초청 강연으로 풍 성한 행사가 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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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로보틱스월드

오픈 소스로 저 하늘 높이 비상하라

글_일본 JSPS 연구원 표윤석 (pyo@irvs.ait.kyushu-u.ac.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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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소스 기반의 드론 프로젝트는 그 종류만 해도 수십 개에 달한다. 손바닥에 올려놓을 만큼 작 은 드론에서부터 중/대형급 드론까지 다양한 드론을 제작할 수 있으며, 드론의 형태 또한 고정익 (날개가 고정된 비행기 형태), 출력 모터의 개수가 2개인 바이콥터(Bicopter), 3개인 트라이콥 터(Tricopter), 4개인 쿼드콥터(Quadcopter), 6개인 헥사콥터(Hexacopter), 8개 옥토콥터 (Octocopter)등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쿼드콥터뿐만이 아니라 모터 수가 6, 8개인 멀 티콥터라고 부르는 드론들까지 모두 포함된다. 더불어, 드론뿐만이 아니라 흔히 자동차 형태의 이동 로봇, 헬리콥터까지 지원하기도 하고 드론 자체를 띄우기 위한 소프트 웨어 이외에도 그라운드 컨트롤이라는 제어관련 소프트웨어까지 따로 프로젝트 가 있다. 우선 이들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 최근 오픈 소스 기반의 프로 젝트들이 협업 및 통합되어 개편된 오픈 소스 드론 시장에 대해서 알아 보도록 하자.

한 해의 가전제품의 트렌드를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국제 가전 전시회 CES가 매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이번 CES 2016에도 다양한 가전제품을 선보였는데 가전제품 이상으로 드론 섹션이 주목을 모았다. 로봇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가전 기업들이 중심이던 CES에서도 로봇 기업들의 부스 참여가 증가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그 전시 면적만 약 2천 제곱미터(㎡)로 전년 대비 2배나 늘어났다. 이제는 CES를 통해서 가전제품만이 아니라 로봇 기술의 확대 및 미래 청사진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다른 서비스 로봇들도 나왔지만,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무인비행기 ‘드론’이었는데 최근 드론과 관련하여 기술 경쟁 역시 날로 뜨거워지는 분위기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싶다. 이런 드론 시장은 중국의 DJI, 프랑스의 패럿, 미국의 3D로보틱스 등 상업용 시장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유콘시스템, 엑스드론, 한국드론, 헬셀, 바이로봇 등 많은 전문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규제를 놓고 시기를 보며 드론 사업 진출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업용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달의 ‘오픈로보틱스월드’에서는 드론 자체를 자작(DIY)하고 싶은 일반인, 전문가를 위한 오픈 소스 기반의 솔루션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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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로보틱스월드

멀티위(MultiWii)

멀티위(MultiWii)는 쿼드콥터뿐만 아니라 트라이콥터(그림 1) 등 다양한 무선조종 비행체를 제어할 수 있는 무선비행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알렉산드라(Alexandre Dubus) 라는 개인이 만들고 있으며 아두이노(Arduino)기반의 프로 미니(Pro mini) 및 메가 (Mega) 계열의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사용하고 있다. 특징은 프로젝트 이름에서 살짝 언 급되어 있듯이 닌텐도(Nintendo) 위모트(WiiMote)인 위 모션 플러스(Wii Motion Plus) 와 위 눈차크(Wii Nunchuk)를 드론 조종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사용자들이 드론의 상태를 상시 확인할 수 있는 GUI 기반 ‘Multiwii Configuration’이라는 프로그램 (그림2)을 제공하고 있는 것 또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DIY 드론을 할 때 아두이노 기반인 경우 이를 채택하는 사례가 빈번해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고 있다.

홈페이지 http://www.multiwii.com/ 그림 1. 대상 기종 중 하나인 트라이콥터 그림2. MultiWii Configuration (출처: http://www.multiwii.com/)

소스코드 https://code.google.com/p/multiwii/ 대상기종 바이콥터, 트라이콥터, 쿼드콥터, 헥사콥터, 옥토콥터 라이선스 GNU GPL v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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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드론 제어기 APM(ArduPilot Mega) 2.6의 모습

홈페이지 http://ardupilot.com/ 소스코드 https://github.com/diydrones/ardupilot 대상기종 트라이콥터, 쿼드콥터, 헥사콥터, 옥토콥터, 헬리콥터,

그림 4. 그라운드 스테이션에 웨이포인트를 지정 후 GPS를 이용하여 비행하는 기능

고정익 비행기, 로버 라이선스 GNU GPL v3

그림 5. 다양한 기종을 아우르는 아두파일럿과 APM 호환성 (출처: http://ardupilot.com/)

아두파일럿(ArduPilot/APM)

개발/제공하고 있다. 이를 사용하면 지정된 위치를 선회하여 비행

아두파일럿(ArduPilot)은 세계 최대 아마추어 자작 드론 커

할 수 있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두파일럿은 그림 5와 같이 드

뮤니티 ‘DIY Drones’(http://diydrones.com/)에서 2007년부

론 외에도 일반적인 헬리콥터, 고정익 비행기, 자동차 형태의 로버

터 시작된 오픈 소스 드론 프로젝트이다. 하드웨어로는 그림 3

도 제어할 수 있게 제작되었다. 이 아두파일럿과 APM은 3DR사

의 APM(ArduPilot Mega)이라 하여 아두이노 기반의 하드웨어

와 수많은 커뮤니티 지지 회원들의 후원을 받으며 고속 성장하고

를 자체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특정인이 아닌 다수의 커뮤니

있으며 최근 드론계의 큰 이슈인 드론코드(Dronecode)를 지원할

티 소속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더불어, 미국

예정에 있다. 드론코드에 대해서는 뒤에 이어서 설명하겠다. 우리

의 드론 제조업체 3DR(3D Robotics)과는 자작 드론 커뮤니티 설

나라에서는 아두파일럿과 관련해서 멀티로터 연구소(http://cafe.

립부터 함께 해왔기 때문에 3DR 제품에 아두파일럿 기술이 포함

naver.com/wookongm), 드론플레이(http://cafe.naver.com/

되어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아두파일럿은 드론용 제어

dronplay), 아두파일럿(http://cafe.naver.com/ardupix) 의 커뮤

펌웨어는 물론 그림 4와 같이 APM 미션 플래너(APM Mission

니티도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Planner)라고 하는 그라운드 스테이션용 프로그램도 오픈 소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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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로보틱스월드

에어로쿼드(AeroQuad)

에어로쿼드 역시 드론 제작을 위한 오픈 소스 프로젝트이다. 다 양한 형태의 쿼드콥터를 대상 기종으로 삼고 있으며 아두이노 하드웨 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림 6은 에어로쿼드의 대표적인 비행체인 싸이 클론이며, 그림 7과 같이 AeroQuad Configurator라고 하여 비행상 태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발되었다. 이는 사용자들의 요구로 LabVIEW 및 Python으로도 구현할 수 있다. 최신 버전은 2013년 1월 이후 개발이 중지된 상태이다.

홈페이지 http://aeroquad.com/ 소스코드 https://github.com/AeroQuad/AeroQuad/ 대상기종 트라이콥터, 쿼드콥터, 헥사콥터, 옥토콥터 라이선스 GNU GPLv3

그림 6. AeroQuad Cyclone 그림 7. AeroQuad Configurator (출처: http://aeroqua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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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Pixhawk(출처: https://pixhawk.org)

홈페이지 https://pixhawk.org 소스코드 https://github.com/PX4/Firmware 대상기종 트라이콥터, 쿼드콥터, 헥사콥터, 옥토콥터, 헬리콥터, 고정익 비행기, 로버, VTOL 라이선스 BSD 3-clause

그림 9. Snapdragon Flight Controller

그림 10. AR. Drone용 보조 PX4

그림 11. 3DR Solo drone

PX4 오토파일럿(PX4 Autopilot)

의 경우 스마트폰용 스냅드래곤 칩을 내장한 스냅드래곤 플라이트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 Zurich) 출신의 로렌츠 마이

(Snapdragon Flight, 그림9)를 내놓았으며, 강아지 목줄과 비슷

어(Lorenz Meier)가 중심이 되어 진행 중인 자동항법 시스템으

한 형태의 Fotokite(그림 12), 3DR사의 신제품 Solo drone (그림

로 학계와 마니아 커뮤니티에 표준화된 자동 조종 장치를 제공

11), 액션 스포츠 촬영용 무인 항공기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하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7년부터 DIY Drones(http://

늘을 나는 개 에어도그(Airdog), 연구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AR.

diydrones.com/)에서 오픈 소스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 앞서 설

Drone 등의 보조 제어기(그림 10)로 사용되는 등 유명 제품들에

명한 아두파일럿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라고

많이 사용된 시스템이 바로 PX4 autopilot이다.

볼 수 있다. 대표적인 하드웨어로는 Pixhawk(그림8)와 같은 제 어기가 있으며 거의 모든 종류의 비행기뿐만 아니라 고급 기술 이라고도 할 수 있는 수직이착륙형(VTOL) 기체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다른 오픈 소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BSD 3-clause라는 라이선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GNU GPL 류의 라이선스와는 달리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수정하여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러한 라이선스 정책을 펼쳐서인지 많은 기 관, 기업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퀄컴(Qualcomm)

그림 12. Foto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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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로보틱스월드

크레이지 플라이(Crazyflie)

크레이지플라이는 여느 다른 드론 오픈 소스 프로젝트와는 차이 점이 있다. 다른 프로젝트는 대부분 30cm 이상의 중/대형을 타깃으로 되어 있으나 크레이지플라이의 경우 그림 13과 같은 9.2cm의 손바닥 보다 작은 소형 기체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도심 지역 의 비행을 제한받는 경우나 취미로 드론을 제작해보는 이들이 주로 안 전한 실내에서 비행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더불어 실내용이기에 Kinect 및 적외선카메라를 이용한 실내 트래킹 및 군집 비행들의 소스 도 많이 공개되고 있고 그림 14와 같은 클라이언트 GUI 프로그램도 개 발/제공하고 있다. 3명의 개발자가 중심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개

그림 13. Crazyflie 2.0(출처: https://www.bitcraze.io)

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로카(oroca.org)에서 크레이지플 라이를 기반으로 한 자작 드론 Sky-Rover를 협업 개발 중이다.

홈페이지 https://www.bitcraze.io 소스코드 https://github.com/bitcraze 대상기종 쿼드콥터 라이선스 GNU GPLv3

그림 14. Crazyflie PC Python client(출처: https://www.bitcraze.io)

드론 시장에서 알아보는 소스코드의 보이지 않는 전쟁

다툰다. 카피캣 전략이나 가격 경쟁력이 아닌 기술로 승부하고 있

여기서 다루었던 프로젝트 이외에도 Flexbot, Phenox2,

다. 더욱이 최근에는 드론 오픈 소스 진영과의 경쟁을 위해 DJI

foxpilot, Keadrone, Droid-copter, Paparazzi UAV 등 크고 작은

Matrice 100이라는 개발자용 드론을 오픈 소스로 내놓기까지 했다.

프로젝트들이 상당히 많다. 그야말로 드론 오픈 소스 프로젝트의

이를 경계하듯 일반인이나 촬영이 아닌 군사 또는 보안용으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케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오픈 소스 프로

로 타깃을 잡은 에어웨어(Airware)가 있다. 이들은 2010년 미국

젝트들이 연합 형태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UAV 전문업체로 소스 비공개 형태로

현재까지는 전 세계 드론 시장을 중국의 DJI가 60~70%정도

독자 OS를 개발 중이고, 제너럴 일렉트릭(GE)에서 투자를 받는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제품이니 가격 경쟁력으로 밀어 붙이

등 산업용 UAV OS와 소프트웨어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반 오

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어느 기업보다 완벽한 비행 기

픈 소스 진영으로 독자 UAV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체에 전문 영상 촬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

또 다른 그룹으로 2014년 드론 업계의 최대 이슈였던 거

며 중국뿐만이 아니라 각국에 등록된 특허의 수는 세계 1위를 앞

대 연합 드론코드(Dronecode) 프로젝트가 있다. 이는 리눅스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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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5. 드론 시장과 오픈소스 프로젝트 (출처: DJI, Dronecode, Openpilot, Airware 각 웹페이지)

단(Linux Foundation) 협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무인 항공기

은 시장의 수요와 맞물려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DJI의 대

의 운영을 위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

항마로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리눅스 재단과 관련 기업 수십 곳이

다. 드론코드 프로젝트에는 3D로보틱스(3D Robotics), 퀄컴

모인 드론코드가 출연하기도 하고, 기업들이 아닌 개발자 및 취미

(Qualcomm), 유닉(Yuneec), 바이두(Baidu), 인텔(Intel), 박

로 드론을 개발하고자 하는 그룹도 등장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스(Box), 드론디플로이(DroneDeploy), j드론스(jDrones), 레이

드라마(PC 또는 스마트폰 시장 형성기)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

저 내비게이션(Laser Navigation), 스카이워드(SkyWard), 스

지만 오픈 소스가 로봇(드론) 시장 속에서 어떻게 녹아 들어가고

콰드론 시스템(Squadrone System), 월케라(Walkera) 등이 창

있는지 잘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립멤버로 참여했으며 ROS를 개발/관리하고 있는 OSRF도 스폰

초창기 자사 기술만을 가지고 시장을 선점한 DJI와 같은 기

서로 참여하고 있다. 드론코드는 앞서 언급된 아두파일럿 메가

업이 있는가 하면, 커뮤니티 기반에서 성장한 ARM 아두파일럿

(ArdupilotMega, APM) APM과 더불어, PX4 프로젝트도 통합할

(GNU GPLv3 라이선스) 및 PX4 오토파일럿 플랫폼(BSD 라이

예정이고 이들의 라이선스로 APM에서는 GNU GPL v3, PX4에

선스)을 매개로 수 많은 이해관계가 맞물린 기업들의 연합전선 드

서는 BSD를 취하고 있다. 50여 개의 기업, 단체가 오픈 소스를 무

론코드와 같은 DJI 대항마 그룹이 있고, 다른 한 편은 오픈 소스에

기로 연합 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서 많이 취약한 보안 중점이나 군사와 같은 특정 서비스 쪽에 힘을

이러한 기업 연합들의 이익을 위한 연합에 반기를 든 오픈 소

쏟고 있는 에어웨어, 오로지 개발 자체에 순수함을 놓지 않으려는

스 프로젝트도 있다. 바로 오픈파일럿(OpenPilot)인데, 오픈파일

오픈파일럿 등 오픈 소스 / 비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이 어떻게 상

럿은 관련 기업들 중심인 드론코드와 달리 개발자 중심의 UAV

업화된 시장에서 각기 역할을 하는지 드론 시장을 통해 알아볼 수

OS 프로젝트다. 개발자들 중심으로 운영돼 커뮤니티 성격이 강하

있었다. 드론은 로봇의 한 부분이다. 로봇 전체 시장이 좀 더 성장

며, OS뿐 아니라 UAV 개방형 하드웨어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라

하고 이익 관계가 나온다면 드론 시장에서 볼 수 있었던 독자, 상

이선스로는 GNU GPL v3를 취하고 있다.

업 오픈, 순수 오픈, 특정 서비스 등으로 나누어질 것이고 그룹 간

드론 업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DJI의 경우 2006년 설립하여

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 속해야 할

2009년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전체 드론 시장의 급

까?”는 이번 ‘오픈로보틱스월드’의 가장 큰 질문 거리가 될 것이

성장세와 더불어 1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만큼 드론 시장

다.

2016/03

39


인물

AAAS 연례회의에서 “엑소 글러브 폴리” 첫 소개한 서울대 조규진 교수

장애인을 위한 작고 부드러운 로봇, 어쩌면 신인류의 시작 글_사진_이진주 기자(lady.robot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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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또봇의 아버지’ 차도운 박사는 엑소 스켈레톤 슈트를 입고 일어설 수 있었다.

사례연구

1

형 의족을 사용해 직접 걸어보려고 노력한

기능 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다. 그것은 어쩌면, 아이들의 아버지나 로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될수록, 대다수의 고

봇 엔지니어로서만이 아니라 남자로서의

령 인구가 보행, 인지, 학습 등 여러 측면에

늘 아이들을 돌보고 세상에 좋은 일

삶을 다시 살아보려는 의지였던 것. 그러

서 한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

하느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나 이 썸의 결론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소

게 됐다. 장애를 가진 개인만이 아니라 가

할 시간이 없지?! 이건 그런 도운을 위한

라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도운은 다시 휠

족이나 동료, 이웃으로 범위를 확장해보

내 선물이야~ 다음에는 하나랑 두리하고

체어에 앉아버리고 만다.

면, 이것은 ‘일부’ 장애인의 문제가 아니라

‘또봇의 아버지’ 차도운 박사 “도운,

같이 축구하자! –소라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도

가히 전인류의 문제다. 장애와 비장애의

운의 에피소드에서 장애인을 위한 로봇 연

구분은 어쩌면 무의미하다. 당연히 정상과

구의 몇 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비정상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이것은

‘또봇의 아버지’ 차도운 박사는 하반

첫째, 선천적인 장애를 안고 태어나

신 마비 장애인이다. 의문의 연구실 폭발

지 않은 비장애인이라도 언제든 후천적인

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신도 큰 부상을 입

장애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불의의 사고가

둘째,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과 똑

었다. 휠체어에 의지해 두 아들 하나와 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오늘날의 고위험사

같이 걷고, 뛰고, 달리고, 축구하고, 사랑

리를 홀로 키우고 있다. 팜므파탈형 악당

회에서는 비장애인을 가리켜 잠재적인 장

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휠체어나 보호

이자 나쁜 로봇들의 ‘어머니’ 아크니(왕소

애인이라 부르는 것이 차라리 맞을 것이

자, 간병인의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의 힘

라)는 마침 도운과 같은 고등학교 ‘로봇영

다. 눈에 보이는 신체적인 장애뿐 아니라

으로 말이다. 물론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재’ 출신. 자신의 악행을 번번이 저지하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정신적이고 감

타고 농구를 하거나 달리기 경주를 할 수

또봇을 무력화시키려고 싱글대디인 도운

정적인 장애에 주목하면, 장애인구의 범

도 있다. 패럴림픽이 바로 그러한 활동을

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아이들에게 엄

위는 훨씬 넓어진다. MIT 미디어랩 교수

장려하는 무대다. 그러나 많은 장애인들

마의 자장가를 불러주고, 또봇을 손수 닦

이자, 등반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바이오

은 선택할 수만 있다면, 휠체어를 타고 운

아주며, 어느덧 또봇랩을 접수한다. 알 듯

닉 로봇 연구의 선구자가 된 휴 허(Hugh

동을 하는 대신에 거기서 일어나 직접 공

말 듯 ‘썸’을 타던 두 사람. 도운은 휠체어

Herr) 교수는, TED 토크를 통해 “전체 인

을 차고 스스로 달리고 싶어한다. 스스로

에서 일어나 소라의 선물인 엑소 스켈레톤

류의 절반 가량이 정신적, 감정적, 육체적

밥을 먹고, 옷을 입고, 글씨를 쓰고, 화장을

인간이라면 누구든 가지고 있는 한계와 그 것을 극복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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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하고, 춤을 추며, 사랑을 나누고 싶어한다.

달고 등장해 파트너와 춤을 추는 장면은,

교수다. 눈 밝은 독자라면 그의 이름을 알

‘스스로 하는 것’은 자존의 문제다. 장애인

절로 기립박수를 치게 만드는 클라이맥스

아볼 수도 있겠다. 맞다, <사이언스> 논문

의 신체에서 분리된 별도의 커다랗고 근사

였다.

으로 지난해 여름 국내외 미디어를 장식했

한 로봇이 아니라, 신체에 결합돼 자신의

넷째, 장애인을 위한 연구에는 정작

던 ‘소금쟁이 로봇의 아버지’다. 손톱만큼

의지로 제어할 수 있는 작고 소박한 로봇

장애인이 배제되거나 나쁜 의도가 섞여들

작은 로봇이 발레리나처럼 긴 다리로 우아

형 장치들이 오히려 장애인들의 자존감을

어가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지옥으로 가

하게 점프하는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

끌어올리고 지켜줄 수 있다.

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던가. 생명공

며 감탄했었다.

셋째, 장애인은 장애를 입은 부위와

학 분야의 어느 저명한 교수가 하반신 마

그런데 그는 동시에 ‘엑소 글러브 폴

관련해 ‘일부’ 기능 제한을 겪을 뿐, 결코

비 환자에게 “줄기세포 연구로 당신을 걷

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장갑이라니, 그

총체적으로 무능하지 않다. 도운은 하반신

게 하겠다”고 약속하는 장면을 우리는 지

것도 장애인을 위한 폴리머 장갑이라니.

을 사용하지 못하는 척수손상장애인(SCI)

켜본 일이 있었다. ‘장애인을 위한’이라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젊은 학

이지만, 뇌와 심장, 손의 기능은 그대로다.

타이틀을 달고 있는 많은 연구와 제도와

자가, 알고 보니 십 년 가까이 장애인 보조

‘대도시’ 최고의 로봇 공학자로서 또봇의

메시아들이 그런 식으로 화려하게 등장했

로봇에 매달려 왔다는 게 생경하게 느껴

친구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아이들을 변함

다 추락하곤 했다. 이것은 어쩌면 마귀를

질 수도 있겠다. 그는 왜 그런 일을 하는 걸

없이 사랑한다. 잠깐이었지만 아내가 죽은

쫓고 병자를 일으켜 세운 예수의 영역일지

까. 별로 폼도 나지 않고, 주목도 받지 못하

뒤 닫혔던 마음을 열고 여자와 감정적인

도 모른다. 그래서 연구자들로 하여금 ‘예

는 일을. 거창한 ‘풀 메탈 바디’를 자랑하는

교류도 나눴다. 심지어 또봇랩의 쌍두마차

수님 코스프레’를 하고자 하는 충동을 불

하이테크 로봇이 아니라, 잘해야 적정기술

이며, 부잣집 귀공자 출신에, 나쁜 남자 스

러일으킨다. 또봇의 경우는 심지어 사랑으

정도로 보이는 소박한 로봇을. 우리는 장

타일 미남이기까지 한, 권리모 박사보다

로 위장한 악의가 끼어들었다. 그런 거짓

갑을 로봇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요리도 잘한다. 싱글대디들에게 요리실력

사랑, 거짓 자비, 거짓 구원은 가뜩이나 위

무엇이 로봇인가.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

이란 생존능력이나 마찬가지. 도운은 자

축된 장애인을 더욱 좌절시킨다. 올바른

인간을 위한 로봇은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

신의 쌍둥이 아들인 하나와 두리뿐만 아니

비전, 올바른 이해,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

것일까.

라, 비장애인 동료인 권리모 박사와 그의

면, 연구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왜, 무

양아들 세모까지도 종종 먹여 살린다. 앞

엇을 위해, 장애인을 위한 로봇을 만드는

하이테크와 로우테크 사이, 라이트테크

서 언급한 휴 허 교수도 자신의 사고를 계

가. 장애인을 돕는 것은 우리와 우리의 선

(right/light-tech)

기로 “기술은 넘어지더라도 인간은 무너지

의인가, 아니면 그들이 우리에게 알지 못

엑소 글러브 프로젝트는 2008년 9월,

지 않으며(technology is broken, human

하는 경험을 나눠주어 미래의 우리를 돕는

그가 서울대 교수로 부임하고 처음으로 맡

is not broken), 인간의 모든 장애를 제거

것인가.

은 과제였다. 이 물건 하나가 나오기 위해 여러 겹의 인연이 작용했다.

하고 극복하는 기술을 가져야겠다.”고 선 언하고 MIT 미디어랩에 ‘익스트림 바이

2

오닉 연구센터’를 설치했다. 그는 사고 후

사례연구

에도 전과 같이 똑똑하고, 여전히 미남이

서울대 바이오 로보틱스랩 조규진 교수

먼저 ‘경암학술상’을 받은 이건우 당 시 융합기술원장(현 서울공대 학장)과 ‘서 울대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해양학과 교 수와의 만남. 이건우 원장은 통이 컸다. 당

며, 유머를 즐기고, 암벽등반을 한다. 그리 고 결정적으로, 다른 이들을 돕고, 지식과

여기 장애인을 위한 연구의 또 다른

신이 받은 상금 1억원을, 이상묵 교수에게

감동을 전파한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서

사례가 있다. 국내 소프트로봇 분야의 대

쾌척했다. 이상묵 교수는 제자들을 데리고

한쪽 다리를 잃은 댄서가 바이오닉 의족을

표주자인 서울대 기계항공공학과 조규진

미국에 답사여행을 갔다가 불의의 교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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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엑소 글러브 폴리의 개발과정

고를 당했던 인물이다. 같은 차를 탄 제자

송원경 박사, 실용화를 담당한 네오팩트의

스트 교수) 같은 해외 저명학자들도 이 컨

는 사망하고, 운전석의 본인은 목 아래로

반호영 대표, 최용근 박사 등이 없었으면

셉트를 지지한다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정

전신마비가 된 큰 사고였다. 다들 그를 죽

살아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광훈 선생님, 송치현 선생님 등 실제 장애

은 사람으로 취급했을 때, 그는 6개월 만에

이쯤에서 한 가지 고백을 해야겠다.

재기했다. 중증 장애인 교수로서 전보다

필자는 풀 메탈 바디의 신봉자다. 소금쟁

더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고 새 인생을 개

이 로봇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연

위생과 착용성, 제작편의 등을 고려

척했던 것. 그의 스토리를 발굴하고 <0.1그

구실에서 처음 엑소 글러브 폴리를 보고서

해 폴리머 버전으로 전면 재수정한 모델을

램의 희망>이란 책을 함께 쓴 중앙일보 강

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이

개발한 강병현, 이해민 박사과정 학생들

인식 기자는 마침 필자의 사회부 시절, 존

것이 로봇인가. 천하의 서울공대 로봇연구

도 마찬가지로 속앓이를 했다. 초기 버전

경하는 사수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이

실에서 만들만한 물건인가. 분명 그것은

의 개발과 제품 상용화는 전혀 다른 문제

야기를 아주 잘 들어 알고 있었다.

선량하고 아름답고 부드럽기는 했다. 하지

였던 것. 애초에 하고 싶던 생체모사 로봇

만 납득하기는 힘들었다. 조규진 교수의

에 대한 고민과 장애인에 대한 무지 때문

확신이나 비전을 말이다.

에도 고민이 깊었다. 하지만 강병현 학생

경암학술재단도 만만치 않았다. 다시 똑같은 금액을 이건우 원장에게 수여했다.

인들이 실험에 참여하면서 가속도가 붙었 죠.”

이건우 원장 역시 지지 않고 그 돈으로 기

개발자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은 곧 장애인들과의 깊이 있는 의사소통을

금을 만들었다. 서울공대 교수들이 장애인

폴리머 이전 패브릭으로 만든 최초 버전의

통해 이 분야의 보람과 가능성을 알게 됐

을 위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

개발자인 인현기 박사는 이렇게 고백했다.

다고 한다. 또한 디자인 개선 전후 ‘소프트

금이었다. 새내기였던 조규진 교수는 옆

“처음에는 제가 만드는 것이 과연 로봇인

로보틱스’라는 용어가 대세로 자리잡으면

방을 쓰던 차석원 교수가 모임 간사를 맡

가 회의도 들었고, 재봉틀을 돌리고 바느

서, 소프트 로봇은 지금까지의 풀 메탈 바

았던 덕분에 거기 불려 들어갔다고 한다.

질을 하면서 기계공학도가 뭐하는 짓인가

디를 대신하는 하나의 패션이, 유행이 됐

거기서 “지금의 3억원보다 소중한” 첫 연

고민도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소프트로봇

다. ‘조인트리스/프레임리스 엑소 스켈레

구비 3000만원을 받았다. 그리로부터 8년

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패브릭 시제품을

톤’ 등으로 불리던 장갑은 ‘소프트 웨어러

동안 폴리머처럼 질긴 인연이 이어져 온

외주 맡기기도 어려웠거든요. 더구나 인

블 로봇’이라는 좀 더 자연스럽고 입에 붙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첫사랑에 대한

체에 적용되는 것이라 계속 모양이 바뀌고

는 단어들로 재정의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야기다. 모든 첫사랑이 그러하듯 서툴렀

실험 데이터 재연성이 떨어지기도 했습니

연구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기 시

고, 실수를 저질렀고, 여러 번 엎어지고 되

다. 개발이 지지부진할 때마다 지도교수님

작했다.

돌리기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여기까지

은 MIT의 아사다 교수(조규진 교수 지도

2016년 2월, 조 교수는 전세계의 과

왔다. 당시 국립재활원 재활공학연구소장

교수), 스탠포드의 컷코스키 교수(김상배

학기자 수백여 명이 모이는 AAAS(미국과

으로 부임한 김종배 과장과 이범석 부장,

교수 지도교수), NIH 박형순 박사(현 카이

학진흥협회) 연례회의에, 소금쟁이 로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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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아니라 엑소 글러브 폴리를 들고 갔다. 오는

글러브 폴리를 활용한 탁구나 야구 경기를

10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1회 ‘사이배슬

하면 좋겠다”며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발

론’ 경기 홍보세션의 기조연사로서 말이다.

표가 끝나고도 단상에 몰려와 서로 당기고

사이배슬론의 주창자인 스위스 취리히 공

끼어보고 만져보는 통에 작동이 한 때 중

과대학(ETH)의 로버트 리너 교수, 사이보

지되기도 했다.

그 사이클을 개발한 미국 케이스웨스턴리 사이배슬론은 장애인들이 로봇 보조기구를 착용하거나 이용해 기량을 겨루는 국제 대회다.

저브대 로널드 트리오로 교수도 함께였다.

내 판단이 틀렸던 것이다. 이 투명하 고 보드랍고 착한 장갑은 명백한 로봇이었

‘사이보그 올림픽’이나 ‘아이언맨 올

고, 그것도 장애인들의 일상에 꼭 필요한

림픽’이라고도 불리는 사이배슬론은 장애

성공적인 로봇이었다. 거부감 없이 쉽게

인 올림픽과 달리 장애인 선수들이 동력

받아들여질 수 있는 소프트 웨어러블 로봇

보조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첫 대

은, 장애인만이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적

회는 로봇의족과 엑소스켈레톤, 파워 휠체

용되어 신체능력을 증강시킬 수 있을만한

어, 사이보그 바이크, 로봇의수 등을 활용

물건이었다. 내가 그걸 몰라본 것은, 지나

한 레이스와 브레인 컴퓨터를 이용해 아바

치게 단순하고 쉬워서였다. 도가에서 말하

타를 조종하는 마인드 게임 형태의 경기로

는 ‘무위의 도’ 처럼 이 요술장갑은 아무렇

구성됐다. 장애인들이 직접 로봇 파일럿이

지도 않게, 쓱, 거기 있었다. 모터 하나로

되는 셈이다. 처음 이 계획이 공개되었을

손가락 여러 개를 움직이고, 그 손가락들

때, 네티즌들은 “마침내 일본만화 <총몽>

이 병이든 컵이든 통조림이든 손잡이든 물

이나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아이디어가

체의 모양에 맞게 자연스럽게 위치를 바꾸

실현되는 거냐”며 격하게 환영하기도 했

는 ‘디퍼렌셜 메커니즘’ 같은 용어는, 아예

다. “비장애인 올림픽보다 역동적이며 감

알 필요도 없었다.

동적인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 다. “장애인 올림픽의 승자는 인간승리를

2월 미국에서 열린 AAAS 연례회의에서 조규진 교수의 연구는 큰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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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울보’ 로봇공학자

거둔 장애인 한 사람이지만, 사이배슬론의

엑소 글러브 개발 이전, 조규진 교수

승자는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수천 수

는 식사보조 로봇을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만의 장애인들이 될 겁니다.” 대회 기술이

받았다. 조언을 얻기 위해 MIT 시절 지도

사인 조규진 교수의 해석이다.

교수인 해리 아사다 교수를 찾아갔다. 아

AAAS는 <사이언스>를 발간하는 세

사다 교수는 남들이 한 연구는 절대로 따

계 최대의 과학 소사이어티다. 과학기자로

라 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일본에

서 평생에 한 번은 서고 싶은 자리였다. 기

서 장애인에게 밥을 먹여주는 로봇이 이미

꺼이 조 교수의 초대를 받아들이기는 했지

개발된 상황이라며, 새로운 도전을 해보라

만, 여전히 의아했다. 하지만, 필자의 의심

고 권했다. 더구나 일본에서 개발된 로봇

과 달리 현지 미디어의 관심은 엑소 글러

은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아무리 잘 설계

브 폴리에 쏠렸다. 조 교수가 컵을 쥐고 야

된 로봇이라고 해도, 스스로 손을 움직여

구공을 던지는 시연을 직접 선보이자, 현

밥을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

지 기자들은 “다음 사이배슬론에선 엑소

이다. 그 로봇은 장애인들의 진짜 니즈를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장애인들은 번쩍거

미 있는 일을, 기왕이면 선한 일을 하고 싶

흘렸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젖은 목소리

리는 금속과 전선으로 연결된 보조로봇의

다고 했다. 거대하고 근사한 로봇을 만들

로, “캐치가 언젠가 다시 명맥을 잇기를 희

시중을 받는 것보다 고무줄로 얼기설기 묶

고, 유명해지고 싶은 건 아니었다. 작고 사

망한다”고 말했다.

은 보조장치를 끼우고서라도 혼자 숟가락

소하더라도 사람의 삶에 실제적인 변화를

을 드는 쪽을 택한다.

가져오는 일을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20여 개 나라 60여 개 팀이 참여하기로 한 사이배슬론의 운영비는, 스

이 아이디어를 서울대 연구팀에 처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 교수에겐 박

위스 정부와 기업이 전액 부담한다. IBM

음 준 것 역시 장애인이었다. “척수장애 환

사 후 과정을 선택할 당시, 휴 허 교수가

은 2014년 발표한 로봇시장 보고서에서 전

자인 김진호 선생님을 인터뷰할 때였어요.

설립한 바이오닉 로봇회사 BiOM에 면

세계 재활로봇 시장이 2020년에는 18억

간병인들이 환자들에게 밥을 먹여주다가

접까지 통과한 이력이 있었다. 운명론자

달러(약 2조 115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밥 한 번, 찌개 한 번 하는 순서가 엉킬 때

인 필자가 보기에, 언젠가는 장애인 관련

전망했다. 지금은 시장이 작은 것이 이 분

가 있었답니다. 자기들끼리 대화하느라 집

연구를 할 팔자였던 게다. 결국 이런 관

야의 한계로 지적되지만, 조만간 모두가

중하질 않아서요. 그럴 때 비애감이 느껴

심사는 엑소 글러브의 개발과 진화로, 캐

몸의 제약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대가 오면

진다고 하셨어요. 본인이 먹고 싶은 걸 스

치(CATCH: Course based Assistive

시장이 폭발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스로 떠 먹어야지, 누가 먹여주면 맛도 없

TeCH development) 프로그램 제안으로

인류학자 유발 하라리나 물리학자 겸

고 먹은 것 같지도 않고 불편하시다고요.

이어졌다. 서울대-중앙대-숭실대, 이른바

미래학자 미치오 카쿠는, 먼 미래에는 인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다면 숟가락을 쥐고

‘관악라인’ 3개 대학에서 3년 동안 200명

간이 몸을 벗어나 자유롭게 존재하게 될 거

직접 먹고 싶다고 하실 때 큰 깨달음을 얻

의 학생들이 거쳐 간 이 프로그램은, 공대

라고 예측한다. 원자나 분자나 전자의 형

었어요.” 인현기 박사의 회고다. 학생들에

생들이 장애인들과 인터뷰를 하고, 아주

태로 우주를 떠돌거나 <써로게이트>나 <아

게 장애인은 시혜를 베푸는 대상이 아니

작은 것이라도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기술

바타> 같은 대리 몸이 등장하기 전 단계에,

라, 연구를 도와주는 멘토이자 선생님이

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단발머

사이보그는 가까운 미래 인류의 모습이 될

된 것이다. 조 교수는 말했다. “수업을 마

리 여학생이 스스로 머리를 묶지 못해 기

것이다. 당신이 그것을 좋아하든 싫어하

치고 학생들이 복도까지 달려나가 구십도

르지 못한다는 걸 알고 혼자서 머리를 묶

든, 그것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말이다.

인사를 하더라고요. 이런 위상의 변화가

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스스로 글씨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장애를 극복

중요해요. 장애인들이 시혜의 대상에서 연

쓰고 싶어하는 학생을 위해 연필을 쥐게

하려는 노력은 부인할 수 없는, 돌이킬 수

구의 조언자로, 로봇의 파일럿으로 변화한

하는 보조도구를 만들었다. 책상머리에서

없는 흐름이 되었다. 이 흐름 속에서 장애

거죠. 20대에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한 학생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인들은 가장 가까운 미래 인류의 모습을

들의 인생도 달라질 거고요.”

는 물론, 어려움이 있었다. 배정된 자원에

몸소 실험하고 실현하는 첨단의 인간이다.

이런 얘기들을 할 때 조 교수의 목소

는 한계가 있었고, 학생들은 더 눈에 띄는

그야말로 파일럿이다. 성경에는 “가장 나

리는 자주 떨렸다. 울음을 삼키느라 종종

일을 하고 싶어했고, 지원기관과 학교, 장

중 된 자가 가장 먼저 될 것”이라는 구절이

말이 끊기기도 했다. 그는 한창인 사십대

애인과 학생들의 다자간 커뮤니케이션에

나온다. 현실에서 가장 좌절하고 무시당하

남자치고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주 울

는 크고 작은 오해들이 있었다. 그러나 과

고 고통스러웠던 자가, 멀지 않은 미래 가

었다. 같은 학과 서갑양 교수가 몇 년 전 학

정이 끝날 무렵에는 질적인 변화가 느껴졌

장 멋진 몸을 가진 최신의 인류가 될 것이

회에서 돌연사 했을 때부터였다고 했다.

다. 로버트 리너 교수와 ETH 총장 등이 방

다. 이 흐름 속에서 장애인을 위한 로봇 연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 절차를 밟으면서부

문해 교감을 나눈 것도 이 무렵이다. 2014

구는 어쩌면, 당신이 지금까지 생각하지도

터 그는 울보가 됐다. 공부만 하다 쓰러지

년 6월, 그렇게 공들였던 프로그램이 지원

못했던 가장 팬시한 분야일지도 모른다.

는 삶이 두렵다고 했다. 무언가 사회에 의

이 끊겨 중단됐을 때, 조 교수는 또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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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실리콘밸리 로보잡페어 (Robo Job Fair) 참관기 글_사진_송승화(sshtel@gmail.com)

지난달 11일, 나는 실리콘밸리의 이

함처럼 생겼다. 바닥을 부드럽게 이동하며

은 사용자가 컨트롤러로 조종을 하는데,

노베이터 센터 해커도조(Hacker Dojo)에

섹시한 은색 자태를 뽐낸다. 스크린에는

이건 그냥 공중에 던지면 스스로 알아서 일

서 열린 로보잡페어(Robo Job Fair)에 참

자기 소개와 함께 “뭐 필요 한거 있어?” 라

정 거리로 날아간 다음 셀카를 찍고 곧바로

가했다. 대학원 시절 나는 임베디드 소프

는 인사말이 뜬다. 로봇의 뚜껑을 열면 물

사용자에게 돌아온다. 셀카 부메랑 이라고

트웨어와 멀티미디어 공학을 전공했다. 드

건 담기 좋은 공간이 보인다. 타월 이나 음

나 할까? 창업자는 구글 글래스를 쓰고 사

론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무인 비행

료수를 담으면 딱 좋을 것 같다. 바닥을 들

진을 찍다가 문득 ‘구글 글래스가 드론처

체 제어를 위한 임베디드 시스템과 실시간

어내니 더 큰 공간이 있었고, 뚜껑에는 잠

럼 날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제어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고 개발했으

금 장치가 있어서 고객이 아는 비밀번호로

그래서 실제로 안경 드론을 만들었다가 후

니 로봇 산업과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고,

만 열 수 있다. 누군가 강제로 열려고 하면

에 닉시로 이어졌다. 공학적 완성도나 실

또 그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실

관리자가 즉시 알 수 있도록 보안 장치가

용성을 떠나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보는

리콘밸리 여행 중에 어떤 로봇 기업들이 있

꼼꼼하며 엘리베이터 시스템과 연동이 되

실행력이 중요했다.

고 어떻게 산업들이 돌아가는지 구경하고

어서 스스로 층을 넘나들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드론 스타트업, 밴티지로보

싶어서 참여한 이 잡페어에서 내가 본 주요

바로 옆에는 스타트업 닉시(Nixie)가

틱스(Vantage Robotics). 닉시 에 비해서

로봇 업체의 특성과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

보였다. 닉시는 인텔에서 투자를 받은 스

는 꽤 큰 크기의 드론이고 역시 주 목적은

다.

타트업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현장에

셀카 찍기다. 드론 연구에 가장 중요한 이

로보잡페어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

진열된 오렌지색 드론을 집어서 살펴보니

슈는 사용자의 안전 문제인데 수천 RPM

에 띄었던건 크고 아름다운, 움직이는 서

3D 프린터로 만든 시제품이었다. 아직 제

으로 빠르게 회전하는 로터(rotor)가 항상

비스 로봇 릴레이(Relay)이었다. 사비오

대로 된 완성품도 없지만, 이렇게 시제품

골칫거리다. 그래서 스티로폼, 종이, 카본

크(Savioke) 라는 회사의 서비스 로봇 릴

을 만들어 빠르게 움직이고 투자를 받을 수

소재 등의 비싼 재료까지 동원해서 로터와

레이(Relay)는 주로 호텔에서 고객의 물건

있다는게 스타트업만이 갖는 장점이었다.

유저를 보호하는 프레임을 설계하는 것도

을 대신 배달해 준다. 고급스런 개인 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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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주된 용도는 역시 셀카다. 보통 드론

항공 공학도들의 중요한 연구 과제 중 하나


❶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참가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❷ 물건을 운반하는 서비스로봇 릴레이 ❸ 셀카 드론 닉시는 평상시에 손목에 감겨있다 ❹ 기술과 문화가 조화를 이룬 대표 제품 BB8 ❺ 안전성을 강화한 밴티지로보틱스의 드론

❷ ❶ ❹

였다.

초창기 공 모양으로 출시한 제품은

이런 허름한 창고에서 처음 만나 인

보통은 옆면만 많이 신경을 쓰는 데,

시간 당 수십 개 정도를 팔았다고 한다. 가

사를 하고 자기소개를 하는 순간부터 스타

밴티지로보틱스의 드론은 로터의 위 아래

격은 100달러가 조금 넘는 정도. 하지만,

트업의 인터뷰는 시작된다. 로보잡페어에

에 메탈 스트링 여러 개를 이어서 가볍고

스타워즈가 개봉된 후 BB8을 만들어서 팔

서 실리콘밸리에 있는 로봇 스타트업들의

안전하고 세련된 프레임을 만들었다. 이러

때는 150달러 수준의 가격으로 시간 당 수

제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창업자들과 엔

한 부분도 상용화 드론에 굉장히 중요한 부

천 개를 팔았다고 한다. 이것이 진정한 기

지니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굉

분을 차지한다. 헤드 부분의 카메라는 스

술과 문화의 조화가 아닐까. 기술력을 갖

장히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실리콘밸리의

테빌라이저(Stabilizer)에 연결돼 계속 수

고 꾸준히 기회를 엿보던 이 스타트업은 스

로봇 스타트업들은 기계공학, 항공공학,

평을 유지하며 제어를 했다. 배터리는 손

타워즈라는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잡을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으로 쉽게 탈착할 수 있고, 기체를 접을 수

수 있었다.

엔지니어들과 디자이너를 비롯해 혁신을

있어 휴대성과 편의성을 많이 신경 쓴 듯한

보쉬(Bosch) 같은 후원사도 와서 한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인재들을 기다리고

쪽 구석에 회사 설명과 함께 구인공고를 펴

있다. 과거부터 쌓아온 실리콘밸리의 튼튼

한쪽 구석에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서

놓고 있었다. 나에게 보쉬는 공구 세트 만

한 기업문화, 기술, 인프라, 유능한 인재들

덕후들의 심장을 마사지하는 스타워즈 에

드는 독일 회사로만 기억되는데 역시 기술

이 몰려드는 환경은 실리콘 밸리에 수많은

피소드 7의 마스코트 BB8이 보였다. 유튜

력 있는 공룡 기업으로서 자동차, 제조, 전

로봇 스타트업들이 마음껏 도전을 할 수 있

브에서 난리가 났던 그 제품! 2010년에 오

자기기 산업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

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실리콘밸리 로봇

르보틱스(Orbotix) 라는 이름으로 설립했

는 듯 했다. 이외에도 유명 로봇청소기 업

산업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아울러

던 이 회사는 스피로(Sphero)로 사명을 바

체인 니토(Neato)로보틱스와 로봇 팔 기

우리나라에서 로봇 스타트업이 많이 생기

꾸었다. 원래 공 모양의 원격 제어 장난감

업인 페치(Fetch)로보틱스 등 다양한 로봇

고 성공하기 위해 실리콘 밸리에서 배워야

을 만들어 팔다가 스타워즈에 등장한 귀여

기업들이 인재를 만나려고 잡페어에 자리

할 것 들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운 BB 8 장난감을 출시했다.

를 마련했다.

었다.

프레임 설계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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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포착

알파고 VS 이세돌 9단

승패 뒤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라! 글_신병철 기자(byongchol@roboticus.kr)

오대영 감독이 그렸던 큰 그림

한국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희열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순간. 전국을 붉은 물결로 뒤덮었던 2002 한일월드컵에 서의 4강 진출이다. 이제는 추억의 저편에 자리 잡은 그날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려 한다 98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전의 0-5 완패, 월드컵 본선 도중 유례없는 감독 경 질 등 여러모로 한국 축구에 충격을 선사 한 장본인 거스 히딩크 감독. 한국을 처참 하게 무너뜨리며 시크하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던 감독은 운명의 장난처럼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월드컵 본선을 일 년여 앞두고 출항한 히등크호의 출발은 그리 좋지 못했 다. 프랑스, 체코에 연이어 0-5로 대패하면 서 ‘오대영’이라는 별명까지 생겨났다. 조롱 섞인 별명과 팬들의 비난 등 언

지만, 히딩크 감독은 강팀과의 경기를 고 집했다. 실력 차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 라는 평가 속에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 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에도 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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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 http://hiddinkfoundation.org

제 경질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태했


인공지능이 인간을 상대로 신의 한수를 뒀다. 지난해 10월 알파고는 판 후이 2단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딩크 감독은 만만한 상대들은 제쳐놓고 나이지리아, 미국 등 강호

피언에도 올랐던 판 후이 2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비

들을 상대로 팀을 다져나갔다.

공개 대국이 치러졌다. 결과는 알파고의 5전 전승. 인공지능이 프

“모든 것은 월드컵이 열리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다.” 연전연패

로기사를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이 넘는 바둑 역사상

에도 히딩크 감독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계적 수준에 오르려면

인간이 인공지능에 처음으로 패배한 순간이자, 1956년 다트머스

우리보다 더 강한 팀과 싸워야 한다는 계산이었다. 결과적으로 히

회의에서 인공지능이 학술적 개념으로 등장한 지 60여 년 만이다.

딩크 감독의 계산은 적중했다. 강팀과의 경기는 쓴 약이 됐다. 스피

그동안 인공지능이 체스와 퀴즈쇼에서 인간을 뛰어넘었지만,

드가 빠르고, 체격적으로 우월한 팀들과 직접 맞부딪히며 그들을

바둑에서만큼은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에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승리 DNA가 쌓이고 있었다. 비록 승리는

벽’이 존재한다고 여겨졌다. 바둑에는 무한대에 가깝다고 할 정도

가져올 수 있지만, 약팀에게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로 계산해야 할 경우의 수가 많은 까닭이다. 바둑과 달리 체스는 말

히딩크 감독의 호언장담처럼 한국 대표팀은 서서히 변해갔

이 이동하는 경우의 수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 탓에 성능

다. 월드컵을 바로 앞두고 벌어진 유럽 강호들과의 평가전에서는

좋은 컴퓨터를 학습시켜 사람보다 빠르게 경우의 수를 검토하고 결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경기력을 선보였다. 잉글랜드와 프랑스를 맞아

론을 내게하는 것은 바둑에 비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바

비록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경기력만큼은 대등했다. 그동안 실패를

둑은 다르다. 바둑은 빠른 계산 외에도 직관력과 통찰력 여기에 창

거듭하면서도 강호들을 상대로 약점을 찾아 보완하고 새로운 전술

의력까지 요구된다. 이러한 능력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인공지능

을 시도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전까지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

은 사람의 직관력과 통찰력을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이 그동안 대다

지 못했던 우물 안 개구리는 그렇게 강팀의 모습을 갖춰나갔다. 팬

수의 의견이었다.

들은 당장의 승패에 연연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이득을 내 다봤던 히딩크 감독의 큰 그림 덕분이었다.

인간계 최강 ‘센돌’에 도전

지난 1월 들려온 소식에 바둑계와 로봇계가 발칵 뒤집혔다. ‘신의 한수’를 넘보는 인공지능

구글은 3월 9일부터 알파고가 100만 달러의 상금을 놓고 다시 한

인공지능이 다시 한 번 인간을 뛰어넘었다. 그동안 종목 불문,

번 인간과 바둑 대결을 벌인다고 밝혔다. 상대는 다름 아닌 이세돌

여러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꺾은 사례가 종종 있어 이제는

9단. 다섯 번의 대국 중 세 차례 이상 승리하는 쪽이 상금을 가져

새삼스럽기까지 한 이야기지만, 이번엔 다르다. 인간을 넘지 못할

가게 되며, 구글은 “알파고가 이기면 상금은 자선단체에 기부하겠

것으로 여겨졌던 ‘최후의 보루’ 바둑이었다. 지난해 10월, 유럽 챔

다.”라고 밝혔다. 대결이 확정된 후 이세돌 9단은 “결과와 관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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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포착

인간계 최강에 도전장을 낸 알파고. 과연 승자는 어느 쪽일까?

이 바둑계 역사에 의미 있는 대결이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의 실

번 대결이 가지는 의미에 우리는 집중할 필요가 있다.

력이 지속해서 향상되고 있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이길 자신이 있

그동안 과학자들은 너무나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바둑

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데미

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려면 적어도 10년에서 20년은 걸릴

스 하사비스는 “우리도 자신은 있지만, 대국의 승률은 50대 50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학자들의 예측보다도 빠르게

로 보고 있다.”라고 답했다.

진화해왔다.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처럼 당장 이번 대결에서 알파

특히 이번 대결은 상대가 세계 최정상급의 프로기사인 이세

고가 승리할 확률은 낮다. 앞서 승률이 50%라고 밝힌 것처럼 구글

돌 9단인지라 더욱 관심이 쏠린다. 국내 프로기사들은 판 후이 2단

역시 알파고의 승리에 많은 기대를 걸지 않는 눈치다. 그럼에도 이

과 이세돌 9단의 기량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한다. 판 후

번 대결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해보면, 알파고가 패하더라도 진정

이는 프로 2단이지만, 국내의 다른 기사들과 비교해도 한참 뒤떨어

한 승리를 가져가는 쪽은 구글이다.

지는 수준이라는 것. 실제로 판 후이는 그동안 유럽에서 바둑 보급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친 많은 전문가들 역시 시간이 지나

에 주력해오며, 바둑계를 주름잡고 있는 동아시아 프로기사들과의

면 딥블루처럼 결국엔 바둑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설 것이

실전경험이 거의 없다. 유럽바둑연맹의 세계 순위도 600위 수준이

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딥블루도 첫 대결에서부터 인간을 뛰어넘

다.

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첫 대결 이후 딥블루는 더 진화해 1997 판 후이의 이러한 경력 탓에 바둑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지난

년의 재대결에서 결국 인간을 뛰어넘었다. 이번 대결에 걸린 100

승리가 인간을 완벽하게 이겼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만 달러는 상금으로 포장된 구글의 인공지능 투자금이다. 당장의

대부분의 인공지능 전문가들 역시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쳤다. 알

대결에서는 지더라도 최고수와의 대국을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를

파고가 기존의 바둑 전용 인공지능보다 우수한 것은 분명하지만,

생각하면, 구글로서는 오히려 이득인 셈이다. 어디서도 얻을 수 없

아직은 최고수 프로기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이세돌 9단과 대등

는 최고급의 데이터를 확보한 알파고가 인간을 꺾는 것은 결국 시

한 실력을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간의 문제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그 너머에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인공지능, 과연 우리는?

100만 달러의 상금을 놓고 벌이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상

구글은 자신들의 인공지능 발전을 위해 이번 대결에 잘 포장

유례없는 대결. 알파고와 이세돌 9단간의 대결이 성사된 뒤, 관심

된 1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100만 달러에는 인공지능 자체의

은 오로지 그 승패에 쏠리고 있다. 알파고가 최고수 프로기사를 꺾

발전뿐만 아니라 마케팅 효과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구글을 비롯

을 수 있을까? 정말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에 패할까? 물론 이번

한 글로벌 IT 기업들은 인공지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IBM의

대결의 승패 역시 무엇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이

왓슨, 마이크로소프트의 코르타나, 페이스북의 M, 애플의 시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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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애플 시리, 페이스북 M 등 IT 공룡들이 자신들의 인공지능 육성에 한창인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이 세계적인 IT ‘공룡’들은 자신들의 인공지능 육성에 엄청난 투자 를 쏟아붓고 있다.

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지난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2023년까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 로봇

지 107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

등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은 이제 당장 눈앞의 먹거리가

간과 퀴즈대결을 벌이고, 법률ㆍ금융 등 전문가들에게 조언할 수

됐다. 벤처캐피털 시장 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있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투자규모만 놓고 보면

2010년 1490만 달러였던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지

미국과 일본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의 투자와는 별개로

난해에는 3억 달러로 약 20배가 증가했다. 또한, 최근 2년간 인공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을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아쉽기만 하

지능 스타트업에 투자된 액수는 총 7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

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국의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사 ‘비카리

타났다. 그동안 인공지능에 비판적이었던 테슬라의 CEO 엘론 머

우스(Vicarious)’에 약 2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는 했지만, 국내 대

스크도 최근 비영리 인공지능 재단 ‘오픈 AI’를 설립하고, 연구에

기업의 인공지능 투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뒤늦게 인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치열한 선점경쟁 속에서

공지능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자본과 인력 모두 세계 수준에는 미

구글은 이번 대결을 통해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선도기업의 이미지

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를 구축한다는 속내다.

어쩌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대결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기업의 차원에서만 그치지

거 없이 끝나버릴 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아직 인간의 상대가 되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 역시 정부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산업 육성에

못할지, 인간은 이제 인공지능을 상대로 더는 우월함을 지키지 못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 분야에 앞으로 10년 동안

할지 승자가 어느 쪽이 됐든 그 나름의 의미는 있다. 그러나 이번

3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버트 셀먼 코넬대학교 교수에 따

대결의 승패도 흥미롭지만, 그 이후의 흐름을 더 눈여겨봐야 하지

르면 지난해 미국 내 인공지능 투자금 규모는 인공지능의 개념이

않을까?

탄생한 이래 최고치에 달한다. 일본 역시도 2020년까지 1000억엔 규모의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내민 도전장 그 뒷면에는 우리에게 던지는 어떤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프로

선도국가,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 전 세계가 인공지능에 앞다

기사 ‘이세돌’을 키워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 이세돌’을 키워야

퉈 뛰어들고 있지만, 우리의 인공지능 수준은 기술과 투자 모두 선

할 때라고 말이다. 인공지능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화했고, 그런 인

진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에서 지

공지능에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이제 머지않아 그 산업과 시장이

난해 발표한 ‘2014년 ICT 기술수준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모두가 군침 흘리는 먹거리를

인공지능 기술은 미국의 75% 수준으로 2년의 격차가 있다. 또한,

언제까지고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이 되면

인공지능 응용 소프트웨어도 미국의 74% 수준으로 2.3년의 격차

뛰더라도 잡지 못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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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산책

김진우 키네틱 아티스트 작품 <신인류의 초상> 나눠보기

기계와 인간 그리고 자연의 끊임없는 합(合)의 과정 글_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사진제공_김진우

3월호 인문산책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갤러리에서 시작된다. “아티스트이자 엔지니어라고 불러달라”라는 김진우 작가의 3인전이 개최된 현장이다. 그와의 첫 인연은 지난해 연말에 아트센터나비에서 열린 전시 <로봇파티>에서다. 칠판에 ‘쓱쓱’ 그림을 그려나가는 뒷모습에서 소년다운 순수함과 호기심, 상상력이 고스란했다. 문득 1층 전시실에서 본 그의 그림이 생각났다. 성인 크기의 로봇이 쭈그린 채 앉아 똥(기계 부속물)을 싸는 모습이었다. 손에는 신문지가 들려있었다. 도대체 그는 ‘어떤 눈’으로 로봇을 그려내는 걸까?

김진우 아티스트 김진우는 설치미술 작가이다. 현재는 키네틱아트 작업과 ‘신인류의 초 상’을 모티브로 한 로봇/기계 작업을 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전업작가로서 7번의 개인전을 했고 국립현대 미술관외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2005-2008에 는 삼성교통박물관에서 프로젝트 아트디렉터로 활동을 했고, 한국한 공우주주식회사(KAI)와도 작업을 했다. 그리고 2012-2013 Harvard University Nieman Fellow Affiliate 로서 하버드대학교 건축대학과 MIT 미디어랩에서 공부를 했다. 그는 1999년 이후로 Jeep 및 4WD 자동차 커스텀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브릴리언트 메모리 즈’ 전시와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포항시립미술관)’ 전시에 참여했 ⓒ김진우

다. 2016년 3월 15일부터 5월 29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신인 류, 숲을 거닐다’ 라는 제목으로 입체, 회화, 드로잉 등 70여 점의 작품 을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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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인간의 심장은 기계의 엔진과 같고, 음식은 연료, 뇌는 컴퓨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물질은 끝없이 진화를 한다. 먼 미래에는 인간과 동, 식물 등 생물도 기계를 구성하는 금속, 엔진, 모터 등의 무생물과 유전자를 소통하며 얽혀 진화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 김진우 작가의 <작업노트> 中

김진우 작가 우담바라를 아시나요? 천 년

가지로 아쿠아리움 형태로 물고기들이 심장처

에 한번 피어나는 꽃으로 돌 같은 식물이 전혀

럼 뛰어다니는 모양으로 그렸습니다. 이 로봇

자라날 수 없는 장소에서 태어나는 전설의 꽃

의 팔과 다리 일부는 썩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입니다. 불교경전에서 나와있는 이야기입니다.

그 사이로 푸르고 싱싱한 이파리들이 새로 자

흥미롭지 않습니까. 이 꽃 이야기를 들었을 때,

라나는 것이 보일 거에요. 우담바라처럼!

만감이 교차했어요. 주로 쇠를 이용해서 로봇 황인선 기자 하지만 동시에 로봇의 옆구리

나요? 철광석, 돌(石)이잖아요. 돌 역시 나무처

에서는 미사일이 터지고, 날개 끝에는 자물쇠

럼 흙에서 나오는, 결국은 다 지구 땅 속에 있 는 거잖아요.

황인선 기자 그러고 보니 김진우 작가님의

ⓒ김진우

작업을 하는데요. 쇠(철)이라는 게 어디에서 왔

가 달려있고, 우측 가슴부위에는 여러 가지 시 Portarit of New Human Beings

계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네요. 그 주변으로 잿

/ 162x132cm / Oil on canvas

빛 도시와 공장을 상징하는 요소들도 군데 군

/ 2009

데 보여요. 이 로봇의 출처는 아무래도 오늘날

작품 시리즈 <신인류의 초상>에는 공통적으로

의 우리사회가 담겨있지 않을까요? 전쟁과 산

로봇과 식물이 계속해서 조우하는 것 같아요.

업혁명을 거쳐 새로운 기계 시대에 접어든 우

이번 그룹전이 열린 갤러리세인에서의 가장 대

리, 말입니다.

표적인 작품인 ‘신인류의 초상-플라잉맨’ 역시 등뒤로 보리수나무와 같은 형태가 로봇과 이

김진우 작가 저는 종종 이런 상상을 합니

어져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그 옆에 있는 작은

다. 현재 제가 앉아있는 이 나무 의자 안에는

조각의 경우 타 전시회에서는 머리 부위에 화

저의 똥이 들어 있을 수 있다고요. 아주 옛날

분 심듯이 실제 식물을 집어 넣어, 머리카락처

에 싼 똥이 비료가 되어 한 그루의 나무를 자라

럼 연출했었다고요?

나게 했고, 그 나무가 다시 의자가 되어 돌아온 것이지요. 영화 <쥬라기 공원> 역시 비슷한 상

김진우 작가 2009년도에 그린 신인류 초

상에서 출발하잖아요. 비생명체인 오래된 진공

상의 대표작 2번의 그림을 보세요. 머리가 있

화석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생명체인 공룡을 꺼

어야 할 부위에 나무를 심었죠. 대신 머리통은

냈잖아요. 이는 결국 만물에 대한 기원을 다시

떼어내서 수족관처럼 만들었어요. 그 안에 물

생각하게 하죠.

고기들이 돌아다니죠. 왼쪽 심장부위에도 마찬

2016/03

53


인문산책

보통 사람들은 기계는 단지 기계일 뿐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나는 기계에도 생명과 미학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 로봇에게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주면 사람에게 그대로 반응 하지 않는가? 내 눈에는 기계도 생물로 보인다. 기계나 인간이나 애정과 진심을 담아서 대하면 그만큼 반응을 하는 것 같다. 이런 것이 미학이 아닐까? - 김진우 작가 개인 블로그에서 발췌

황인선 기자 <신인류의 초상> 시리즈 작업

생명체에게 자리를 내어주려 할지도 몰라요.

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그리셨던, 말 그

그 아득한 미래가 작가님을 만나 유쾌한 새 옷

림들이 생각납니다. 작품명은 천마도(Flying

을 입었네요. 문득 작년에 현대자동차와 함께

Horses)였죠. ‘천마도-도심기행’과 ‘신인류의

했던 프로젝트 <브릴리언트 메모리즈>가 생각

초상-도심기행’ 두 작품을 나란히 두고 보겠습

나는군요.

니다. 도심을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노란 말(천 마도)과 도심에 서있는 초록 말 위에 탄 노란

김진우 작가 폐차하는 자동차를 재활용하

갑옷을 입은 신인류의 인간. 마치, 데칼코마니

는 작업이었죠. 제가 맡은 자동차는 산타페였

기법을 보는 듯 서로 대칭을 이룹니다. 도대체

는데요. 밴드활동을 하던 친구들이 공연을 위

왜 ‘말(馬)’을 선택하신거죠?

해 짐을 싣고 다니던 차였죠. 그들에게 그것은

Portarit of New Human

기계가 아닌 ‘멤버’였을 겁니다. 그 추억을 위

Beings / 100x80cm / Oil on canvas / 2009

김진우 작가 말을 개인적으로 좋아했습니

해 엔진을 꺼냈어요. 엔진이 작동된다는 것은,

다.(웃음) 제 기억 속의 말은 강하고 멋있는 것

숨을 쉬고 있다는 이야기거든요. 무생물인 엔

이었어요. 그런데 말의 꼬리에 우산이나 붓, 전

진, 생명체인 나무, 두 개가 서로 합쳐져서 아

구를 달고 주둥이 부분에는 종을 매달아 주는

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작품 <소리 나무>, <슈퍼

등. 근엄하고 진지한 것에 해학적 요소를 담아

카 쥬크박스>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죠.

본 것이죠. 사실 대학시절에 만평을 그리면서 이런 연습을 많이 했어요. <신인류의 초상> 그

황인선 기자 <신인류의 초상> 작품 시리즈

림이나 스케치 작품 속에도 은근히 이와 같은

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요소는 ‘날개’ 라

유머 코드를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고 생각합니다. 새의 날개, 곤충의 날개 또는 프로펠러 등. 어느 작품에서든 날개를 찾아 볼

황인선 기자 자동차도 좋아하시잖아요. 저

수 있지요. 심지어 로봇이 신은 신발이나 안경

는 이 말 그림들 속에서 말과 자동차의 교차점

에도 날개가 달려있네요. 단순한 장식 같아 보

을 본 듯 합니다. 무생물인 자동차의 기원에 생

이지는 않는데요. 심지어 작품명 역시 ‘플라잉

명체인 말이 있지 않았습니까? 과거 대표적인

맨(Flying man)’이지 않습니까?

ⓒ김진우

이동 수단인 말이 자동차에게 바통을 넘겼던 것처럼, 훗날 미래의 이동 수단은 또 다시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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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김진우 작가 회화에서 비대칭을 이루는 이


인터뷰를 진행한 첫 번째 장소 서울 청담동 갤러리세인에서의

ⓒ황인선

전시 전경

날개들은, 입체 조각으로 넘어가며 신발이나

계 4대문명지인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

안경 또는 가슴팍 등으로 변하죠. 그러나 이 모

명, 인더스 문명, 황하 문명이 발생한 지역으로

든 날개들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자

떠났죠. 그때부터 인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

동차의 경우는 도로와 차선, 신호 등 인간이 정

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인간 그리고 미래의 인

한 노선이 있지 않습니까? 반면에 배나 비행기

류상은 어떨까. 예측할 순 있지만 정확하게 답

의 경우는 (정해진 룰은 있겠지만) 무제한일 것

을 낼 수 없단 말이에요. 그래서 나름대로 상상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즉, 날개를 달아주

을 한거죠. 미래의 인류상은 이럴 것이다.

면 좀 더 자유롭게 길을 만들어 나갈 것 같다고 황인선 기자 작가님 개인 블로그에서 찾

생각했지요.

은 문장입니다. ‘분명 신인류는 지금보다는 문 황인선 기자 즉, 작품 속의 날개 이미지들

명의 이기를 더 누릴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은 실제로 하늘을 날기 위한 도구로써의 날개

정서가 메말라가고 삭막해지기보다는 그런 가 운데서도 태고부터 인류가 갈망해온 친환경적

라기보다는 미지의 세계를 개척(또는 탐방)하

Flying Man-4 / Stainless

게 될 신인류의 운명에 대한 상징으로 해석하

Steel, Aluminum, Motor, LED

는 편이 바람직하겠군요. 또한, 입체로 표현된

/ 135x70x50cm / 2011

자연과 생명이 그들의 모습 안에 접목될 것이 라는 게 내가 꿈꾸는 신인류의 초상이다.’

플라잉맨의 형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등장 하는 날개 달린 모자와 신발을 신은 헤르메스

김진우 작가 새로운 환경이 도래하면 인류

신을 떠오르게 합니다. 헤르메스는 신화 속에

역시 그에 발맞춰 변화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

서 늘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호기심, 여행, 유

를 일으킬 것입니다. 또한 신인류는 우리가 ‘인

랑, 지식의 상징으로 그려지고 있지요. 청년 시

간’ 이라고 부르는 종족의 보편적의 삶의 양식

절의 작가님의 모습도 겹쳐지네요. 좋아하는

을 거부하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창조하겠지요.

거북선을 찾아, 남해로 20번 넘게 순례하던 그

기계문명이 만들어낸 로봇, 자동차, 비행기, 탱

열정이요!

크 등이나 인간과 동물의 근육과 내장 등의 몸 속 구조(해부학)는 어릴 적부터 무척 호기심을 자극했던 부분입니다. 이런 관심사를 바탕으로

으신가요? 어느 날 문득 인류의 가장 근원에 대

과학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사회에 대한 무한

해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결국 배낭을 메고, 세

ⓒ김진우

김진우 작가 인류의 기원이 궁금했던 적 없

한 가능성, 그 속에 파생될 새로운 인류의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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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인문산책

A Paradigm Shift / Steel, Motor, Gearbox, Sensor/ 1000x350x350cm / 2015

지를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접근한 것이 바로

럼 보여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시리즈 <신인류의 초상>인 것 이죠.

황인선 기자 지난 6년간 <신인류의 초상> 이라는 큰 제목 아래에 시작한 입체작업들 ‘플

황인선 기자 가장 최근에 선보인 작품은 기

라잉맨 시리즈’, ‘드라곤플라이’, ‘숨쉬는 자동

존의 작품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지

차’ 등이 정교하면서도 규칙적이고 구체적인

난해 여름에 아트스페이스H 에서 선보인 10미

형상이 보이는, 한마디로 직선(直線)을 위주로

터가 넘는 대작 <패러다임 시프트(A Pradigm

한 육면체 작업이었다면 최근작은 불규칙적이

Shift, 사고틀의 변화(2015))> 말입니다. 직역

고 형이상학적인 자유로운 곡선(曲線) 위주의

하면 ‘패러다임의 전환’이군요. 정말로 전환점

곡면작업이라는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을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제가 ‘처음 으로 돌아가다(Back to the beginning)’ 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김진우 작가 제 안에는 직선과 곡선이 공존 합니다. 지금까지 직선에 흥미를 찾았다면, 앞 으로의 작업은 곡선에서 찾거나 직선과 곡선

김진우 작가 바람에 휘날리는 실타래 같은

을 적절하게 혼용해서 사용할 것 같습니다. 이

움직임을 진회색의 흑연 같은 철(鐵)의 질감과

와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는 갑자기 찾아온 것

양감을 이용해 표현한 작품입니다. ‘먼 미래에

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습관처럼 반복된 드로

는 인간과 동식물 등 생물도 기계를 구성하는

잉작업에서 출발합니다. 지난 드로잉 작업 노

금속, 엔진, 모터 등의 무생물과 유전자를 소통

트를 자세히 관찰하다 보니, 선끼리 서로 연결

하며 얽혀 진화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라

되고 그 사이의 공간에 묘한 매력을 찾을 수 있

는 상상을 했습니다.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었습니다. 이런 관계는 자연과학적이고 철학적

허무는 이런 유기적 관계는 시간, 장소, 바람,

인 상상과 만나 흥미롭게 풀어졌고요. 예를 들

속도, 방향, 공간, 물 등의 환경적인 변화에 따

면, 혈관이나 섬유조직 그리고 기계 속의 전선

라서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무한하게 진화가

과 위성에서 보는 도로 같은 것들. 혹은 사람의

거듭될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를 시각적으로

인연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표현하자면 풀어 헝클어진 실타래나 종이 위의 낙서처럼 불규칙적인 복잡한 선(線)의 뭉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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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황인선 기자 90년대 후반에 선보였던 회화


기계의 몸과 인간의 뇌를 가진 종족, 또는 인간과 동물, 기계의 교배종, 동-식물과 기계의 교배종 등 여러 모습의 진화를 상상해본다. 자연 및 기계까지도 융합하고 통합해 새로 태어난 인류를 “신인류” 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아무도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긍정적인 진화를 거듭 시켜 볼 것이다. -김진우 작가의 <작업노트> 中

작품들이 상기됩니다. 정형적인 인물화 작업을 하다가 아프리카 여행 이후, 인체의 껍데기를

오늘의 인문산책

벗겨내는 식의 그림으로 ‘확’ 변화하기 시작했

작품 | 신인류의 초상

죠. 사람의 내면을 그린다기 보다는 피부 속을

작가 | 김진우

훤히 들여다 보는 듯이 근육이나 내장기관 등

일시 | 2004년 ~ 현재

에 대해 묘사했습니다. 작품명은 <영과 육의 여 행(The soule-The Flesh, 1999)>. 최근작에 서도 이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요. 신인류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그 안의 섬유조직(또는 전

기계와 인간, 동물과 식물 등 자연과학 및 공 학은 김진우 작가의 주된 관심사였다. 로봇이 나 컴퓨터, 자동차, 비행기 등의 기계와 인간 은 서로 다르지만, 그들을 구성하는 각각의 구

선)에 돋보기를 들이댄 듯한 인상입니다. 또는

성 요소는 비슷하다고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기계와 인간의 몸

서 인간의 심장은 기계의 엔진과 같고, 음식은

안에 흐르고 있는 전류의 단편을 밖으로 꺼냈

연료, 뇌 는 컴퓨터와 같다고 본다. 그리고 지

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구상의 모든 물질은 끝없이 진화를 한다. 먼 미래에는 인간과 동, 식물 등 생물도 기계를

김진우 작가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 들은 어렸을 때부터 제가 호기심을 갖고 품었

구성하는 금속, 엔진, 모터 등의 무생물과 유 전자를 소통하며 얽혀 진화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유전자를 나누며, 아주 복잡 미묘한 진화를 할

수많은 그림들로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물

것이라 생각한다. 기계의 몸과 인간의 뇌를 가

론, 가만히 있어도 내일은 옵니다. 하지만 자

진 종족, 또는 인간과 동물, 기계의 교배종, 동-식물과 기계의 교배종 등 여러 모습의 진화를 상상한

신이 원하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끊

다. 마침내 작가는 자연 및 기계까지도 융합하고 통합해 새로 태어난 인류를 “신인류” 라는 이름으로

임없이 공부하고, 꿈꾸고, 그려내고 행동으로

ⓒ김진우

던 질문들,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그렸던

부르며 아무도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긍정적인 진화를 거듭 시켜 볼 심산이다.

옮겨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제가 꿈꾸는 미

함께 보면 좋은 영화 & 책

래를 그려나갈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 기계가

지울 수 없는 흔적 | 제리 코인 지음 | 을유문화사(2011)

함께하는 세상. 이것이 제가 그리는 미래입니

인간 없는 세상 | 앨런 와이즈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2007)

다.

종의 기원 | 찰스 다윈 지음 | 한길사(2014) 창조적 진화 | 앙리 베르그손 | 아카넷(2005) 다윈&페일리: 진화론도 진화한다 | 장대익 지음 | 김영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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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로봇을 다시 철학한다

지난 2월 13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에서도 인간의 뇌에서와 유사한 자아 형성이 어

영원홀에서 ‘신경과학과 로봇의 철학적 쟁점’

떻게 일어나는지를 정당화하는 좋은 근거가 되

을 주제로 발표회가 열렸다. 한국과학철학회가

리라는 것이 발표자의 결론이었다.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한 본 행사

한편 동양 철학적 고찰에서는 성리학의 이

는 신경과학과 로봇에 관한 철학적 쟁점을 중

기론을 도입하여 로봇의 존재론적 지위를 설명

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와 학술적 만남을 위해

해보고자 하는 참신한 시도가 돋보였다. 전반

마련된 자리였다.

적으로 자아를 가진 실체로서의 로봇에 대한

첫 번째 발표자로 서울시립대 이중원 교

글_나유권 기자(yookwon@roboti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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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긍정적인 시각을 느낄 수 있는 발표였다.

수가 ‘로봇의 존재론적 지위에 관한 동•서 철

이어진 발표는 ‘로보틱스의 활용이 가져

학적 고찰’을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본 발표에

올 어떤 당혹감의 연원에 관하여’로 인하대 고

서는 서양철학의 큰 두 가지 흐름인 합리론적,

인석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발표 전체 내용

경험론적 차원의 논의와 더불어 ‘확장된 마음

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의식은 한 마디로 ‘어디

(Extended Mind)’ 모형을 비중 있게 다뤘다.

까지가 ‘나’인가?’였다. 일찍이 다니엘 데닛은

인간의 인지 과정을 설명하는 이 모형은 마음의

“나는 내가 통제하는 부분들의 총합이다.”라고

형성이 비단 내재적인 요인만으로 이루어지는

말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를 통제 가능한 부

것이 아니라 외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

분으로 봐야 하는가? 가령 내가 직접 통제하는

능하다고 본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물리적 도구와 내 손발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경우, 그

있는가? 발표는 ‘주체의 구조’라는 관점에서

런 로봇의 마음 형성에 대해서 보다 긍정적으로

감수자-행위자 체계를 소개했다. 이러한 체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

를 통해 단일 개체로서의 인간을 분석해 보는

겠다. 나아가 머신러닝 프로그램처럼 일종의 자

방식으로 의문을 설명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돋

기 주도 학습능력을 갖춘 로봇에 이 모형을 적

보였다. 정리하자면 ‘어떤 당혹감’이란 아마도

용해보면, 마치 인간이 성장하며 주변 환경과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어디까지로 봐야

끊임없는 경험적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 자아

하는가 하는 기준의 모호함에서 오는 당혹감을

를 형성해 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자아를 형

말하는 것이 아닐까? 발표는 의문을 제시하는

성해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볼 수 있다. 마

수준에서 마무리되어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으

음의 작용 혹은 의식 현상이 뇌에서 어떻게 일

나, 이와 같은 질문을 자아와 도덕 주체성의 개

어나는지 그 기제가 밝혀질수록, 이는 인공지능

념으로 확장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한편 발표자는 ‘지금까지 도덕적 딜레마 상

는지가 중요하다.”며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의

‘자아는 두뇌가 만들어낸 환상인가?’라는

황만 연구했지, 행동을 연구하지는 않았다.’는

다소 흥미로운 내용을 강원대 이영의 교수가

점을 지적하며, 판단과 행동 간의 불일치를 고

반면 청중에서는 “철학적 고민도 좋지만,

전달해주었다. 발표에서 제시한 관점을 한마디

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문제는 도

너무 많은 걱정과 우려를 하는 것이 아닐까 생

로 정리하자면 ‘구성적 실재론’이라고 칭할 수

덕 균형 모형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할

각한다.”, “사변적이지 않은, 실제적인 이야기

있다. 자아는 실체가 없는 일종의 환상이라는

것이다. 도덕 균형 모형은 도덕 판단만을 다루

였으면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러한 의견에

기존 신경과학계의 의견과 달리 그는 ‘독립적

는 도덕성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고 실제 도덕

대해 고인석 교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철학

실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환상인 것은 아니

행위와 판단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가능하게

자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이상하고 불필요해 보

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자아란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인다는 의견이 있으나, 이와 같은 논의들은 분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뇌를 통해 형성되는 내러티브의 총체’이다.

전반적으로 다소 원론적인 주제를 다룬 발

다시 말해 자아가 두뇌의 활동으로서 실재한다

표였다. 이러한 담론들을 로보틱스 분야에 어

이중원 교수 역시 로봇과의 공존 관계에서

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외부요인과의 상호

떤 식으로 접목하여 사고를 확장할지는 개개인

윤리 도덕적인 규범이 반드시 요청될 것이라

작용을 강조한다는 점에 있어 앞선 발표들과

의 몫일 것이다.

며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 이루

일부분 일맥상통한다고 보여졌다.

명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마지막 라운드 테이블 시간에는 오가는 질

어진 논의들에 대해 “당장 현실에서 시급히 다

마지막 발표자인 서울대 장대익 교수는 ‘도

문으로 현장의 분위기가 뜨거웠다. 서울대 장

뤄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훨씬 나아간 미래에서

덕 심리학의 개념적 쟁점과 윤리학적 함의’에

대익 교수가 사회자로 인하대 고인석 교수, 이

논의할 법한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고 언

대해 이야기했다. 본 발표는 도덕성의 심리, 진

화여대 신상규 교수, 강원대 이영의 교수, 서울

급했다.

화, 발달에 관한 최근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정

시립대 이중원 교수, 강원대 최훈 교수가 토론

한국과학철학회 이영의 회장은 “신경과학

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발표자에 따르면

자가 참여했다. 토론 주제는 ‘로봇 및 신경과학

과 로봇과학은 기존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 ‘자

그린의 연구는 규범 윤리학적 도덕 원리가 이

의 관점에서 본 인간의 본성’이었다. 사회자는

유’나 ‘자아’를 비롯한 존재론적 주제들에 대해

성과 감정의 심리 메커니즘을 통해 설명될 가

“꼭 앞서 나온 발표자의 내용에 기반을 둔 내용

새로운 관점을 제기하고 있다. 인류는 가까운

능성을 보여주었다. 반면 하이트의 사회적 직

일 필요는 없다. 로봇공학부터 신경과학까지,

미래에 인간 두뇌에 대해 보다 더 많은 것을 알

관 모형은 도덕 판단에서 이성의 역할을 판단

앞으로 사회를 이끌 첨단 과학기술이 어떤 인

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자신을 보는 관점에서

이후의 합리화 과정으로 축소했다.

문적 함의와 쟁점을 가졌는지 토론을 했으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인류는

하지만 도덕 판단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

한다.”며 토론의 시작을 알렸다. 신상규 교수는

점점 더 인간다운 로봇들과 공존할 것이며 그

는 실험의 설계는 아직 도덕 심리학의 과제로

“낮은 수준의 가벼운 인공지능 기술만 해도 우

에 따라 인류와 로봇이 공진화(共進化)가 예상

남아있으며, 그 과정에서 도덕성의 진화도 함

리 삶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존재론적으로 어

된다.”며 로봇이 가져올 철학적 생각과 미래에

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떻게 분석하고 이해하며 도덕적 결론을 끌어내

대해 더 많이 이야기되기를 독려했다.

20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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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갈피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글_나유권 기자(yookwon@roboticus.kr)

독이 든 성배인가, 혹은 양날의 검인가? 인공지능을 떠올릴 때 흔히 드는 생각들이다. 대다수의 과학자는 이러한 우려들을 쓸데없는 걱정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 일종의 미덕인 우리 사회에서 인공지능이란 어쩌면 ‘지나친’ 존재일 수도 있지 않을까. 특히 인공지능 하면 CG로 점철된 SF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대다수 사람에게는 말이다. 사실 수많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이란 그 개념조차도 모호하다. 낯선 대상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심에 가까운 심리상태일 수도 있겠다.

60

ROBOT Magazine


『인공지능과 딥러닝』은 인공지능의 정의란

지능이 나올 수 있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발전해왔으며 앞으

리를 빼앗지는 않을까? 인류는 초지능 인공지

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알고 싶은 평범한 대

능을 두려워해야 하나?

다수를 위한 책이다. 더불어 저자는 인공지능

이에 대한 논의가 가능해지려면 먼저 인간

과 딥러닝이 바꿀 산업 구조와 사회의 변화, 인

의 지능이 컴퓨터로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근

류가 풀어야 할 과제와 방향성을 제시한다. 가

원적인 의문부터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과연

까운 미래에 사라지는 직업과 남는 직업에 대한

인공지능은 실현 가능한 실체인가?

분석 정보와 인공지능이 낳은 신규 사업, 개인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론적으로는 가능

의 업무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소개하는 것도

하다. 뇌 활동이란 쉽게 말하자면 뇌 내부에 존

그 맥락이다.

재하는 다수의 신경 세포를 통해 수많은 전기신 호가 오가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뇌는 전기

인공지능은 가능한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에 관한 격렬한 논쟁은 어쩌면 인공지능 탄생의 순간부

회로와 비슷한 구조로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은 인간 뇌의 작동 방식을 구체적으로 알아내야 가능한 것이다.

터 항상 함께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인공 지능 전 문가들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로봇과는 구별되

인공지능이 지나온 길과 나아갈 길

는 개념이다. 엄밀히 말하면 인공지능은 로봇

이 책은 인공지능 연구의 과거와 현재, 그

의 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존재하는 것

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

자체가 논의의 대상이라는 것은 일견 매력적이

의 표현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역사는 두 번의

다. 이와 관련한 수많은 연구 성과가 이미 나온

암흑기를 거쳐 드디어 세 번째 봄을 맞이하였

상태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의 지능을 능

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세 번째 봄을 맞이하여

가하는 인공지능이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은 계

과거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을

속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의 대대적인 혁신이

당부한다. 대책 없이 핑크빛 미래를 꿈꾸는 것

가능해진 딥러닝(Deep Learning)의 등장으로

은 지양함과 동시에 현재 인공지능 분야의 상황

기계학습과 초지능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과 그 가능성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인지

있다. 과연 영화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정복하

한 상태에서 미래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는 일이 가능한 것일까? 인간보다 똑똑한 인공

책의 구성은 크게 다음과 같다. 1, 2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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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갈피

인공지능과 딥러닝 마쓰오 유타카 지음, 박기원 옮김 동아엠앤비 인공지능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 그리고 인공지능과 딥러닝이 바꿀 산업 구조와 사회의 변화,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와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미 우리 곁에 있는 인공지능

는 인공지능 연구의 화제나 주요 뉴스들을 소개

인공지능은 레벨3에 해당한다. 이때 인공지능

한다. 뒤이어 3장과 4장에서는 장기나 체스, 왓

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규칙이나 지식 등을 스스

역설적이게도, 인간을 넘어서는 인공지능

슨 등 지식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인공지능에 대

로 학습하는 것이 가능한 존재이다. 즉 투입된

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면서도 이미 인공

해 논의한다. 5장에서는 기계학습과 인공지능

자료를 바탕으로 규칙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지능은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숨어있다. 무인

의 역사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6장에서는 인

최종적인 형태로 볼 수 있는 레벨4의 인공

자동차, 청소 로봇, 기계 번역, 드론 등 넓은 범

공지능이 극복할 수 없었던 한계와 함께 현재

지능은 자료의 특징 자체를 스스로 학습하는 형

주에서의 AI는 이미 일상화되었으며, 딱히 놀랄

일어나고 있는 인공지능의 변화 양상을 다루고

태로, 딥러닝을 받아들인 상태일 것이라 예측되

일도 아니다.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더욱

있다. 7장에서는 가까운 미래 산업과 기술의 변

고 있다.

강력한 AI의 존재이다. 인간의 지성, 이성, 감성

화에 대한 예측과 함께 인간지능의 위험성에 대

현재 상태에서 인공지능이란 레벨3 수준을

을 받아들이고 자의식을 가진 초지능 인공지능

하여, 마지막으로 8장에서는 미래의 개인 업무

가리키며, 딥러닝이 도입된 인공지능의 개념은

은 정말로 실현 가능한 것일까? 최근 빅데이터

가 어떤 모습일지, 또 새로운 사업의 기회는 무

논의단계에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를 위시한 딥러닝 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에 힘입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이 나오

어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폭발적인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어떠한 단계를 거쳐

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관심과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구글의 고양이

왔으며, 앞으로 기대되는 모습은 어떤 것일까?

분명 인공지능은 미약하게나마 끊임없이 진화

인식, 퀴즈대회에서 인간을 이긴 왓슨, 인공지

책에서는 현재 인공지능의 레벨을 총 4단계로

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

능이 탑재된 로봇 페퍼, 애플사의 시리 등 우리

구분하여 소개한다.

구하고 인공지능은 비약적인 발전과 성과를 이

주변에서도 인공지능의 진화를 감지할 수 있다.

엇인지에 대해 소개한다.

레벨1은 단순한 제어프로그램의 수준이다.

룰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인공지능 기술

에어컨, 세탁기 등에 쓰이는 바로 그것들이다.

은 만인을 위한 인공지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

이것은 마케팅 차원의 명칭에 가까울 뿐, 엄밀

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이 사회적 인프라가

앞서 말했듯 이미 인공지능은 우리 생활 영

히 말하자면 인공지능이라 할 수는 없다.

되는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그로 인한 다양한

역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우

레벨2는 고전적인 개념의 인공지능이다.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논의해야 할 필요가

리 생활의 각 분야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이때 인공지능이란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전문가의 역할 역시

있는 인공지능을 만날 수 있다.

주입된 자료로부터 추론, 탐색하거나 기존에 보

중요하게 보고 있다. 결국, 인공지능의 윤리적

이 책은 한 장의 분량을 할애하여 향후 인

유한 지식 베이스를 기반으로 판단하기도 하여

문제, 사회적 문제, 책임감에 관한 문제가 중요

공지능이 바꿀 산업 경제와 미래 경쟁력에 대해

최적의 결과를 산출한다.

한 쟁점으로 다뤄져야 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가까운 미래에 사

여기에서 더 나아가 기계학습을 받아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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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인공지능이 무엇을 바꿀까?

라지는 직업과 남는 직업에 대한 분석 정보와


인공지능이 낳 은 신규 사업, 개 인의 업무가 어떻 게 변할지에 대해서 도 소개한다. 인공지능 을 통해 바뀌게 될 미래를 예측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책 에 따르면 인터넷 기업, 빅데이터 활용 기업의 발전이 가속화될 것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광

©popsci

고, 마케팅, 의료, 금융, 법률, 교육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펼쳐질 인공지능의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는 꽤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이다.

는 것은 분명한, 바로 이러한 시점의 우리에게

물론 인공지능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도 있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나름의 의미를

다는 언급도 분명하다. 저자는 인공지능 연구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다루는 내용은 국

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편의성을 제공하지

내 인공지능 연구 분야를 되돌아보고, 미래 과

만, 반면에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 역시 많은

제를 생각해 보는 ‘생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역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점에 의의가 있다.

우리의 인공지능은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는 나라들에 비해 아직 국내 연구진이 나아갈 길은 멀고도 험하 다. 하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국가 차원의 대규 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인공지능의 크고

AI

작은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조금씩 내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미 약하고 혼란스럽지만, 긍정적인 미래가 예상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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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역사

Robot Odyssey 로봇 오디세이 글_나유권 기자(yookwon@roboticus.kr)

수많은 SF소설 작가들이 사람을 대신하여 불쾌하고 위험하며 지루한 업무를 수행할 미래형 기계의 존재를 등장시켰다. 그리고 발명가와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상상 속 존재를 현실로 만들고자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유니메이트는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1950년대 후반 미국의 엔지니어인 조지 데볼과 조셉 엥겔버거가 고안했다. 유니메이트 개발은 엥겔버거의 회사인 유니메이션에서 진행하였다. 이후 산업용 로봇의 산업 규모는 급속도로 성장하였으며 곧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평범한 작업, 지루한 작업,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러한 로봇들은 초기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물건을 옮기는 데 사용되었으며 또한 프로그램을 교체할 수도 있었다. 1961년 시제품 테스트 후 로봇 유니메이트가 제너럴 모터스의 생산 라인에 사용되면서 새로운 시대가 개막되었다. 고정식 산업용 로봇인 유니메이트는 제품을 옮기고 차량의 몸체를 용접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무게가 대략 2톤 정도인 유니메이트 팔은 자기 드럼에 저장된 연속된 명령대로 작동하였으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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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1967년 일본 가와사키 중공업이 유니

모습으로 갑작스레 넘어가는 이 상징은 수

메이션의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를 일본

만 년 동안 이루어진 인류 진화를 강렬하

에서 생산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획득하였

게 함축함과 동시에 인류에 내재한 폭력성

다. 이것은 일본 로봇산업의 서막을 알리

까지 폭로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는 신호탄이었다.

영화에서 인류는 초월적인 존재가 만

로봇들은 유압 구동기를 사용하여 다

들어낸 모노리스를 만날 때마다 진화를 거

양한 관절의 각도를 잡아 기록하는 방식으

듭한다. 모노리스와의 만남은 총 세 번인

로 프로그램되었다. 그 후에 요구되는 작

데, 첫 번째 모노리스와의 만남을 통해 인

업을 위해 기록된 순서를 반복하면 되었

류는 폭력과 도구를 얻어 우주로 나아갈

다. 과업을 척척 수행해내는 미지의 존재

수 있게 되었다. 달에서 발견된 두 번째 모

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항상 낯

노리스는 그때까지만 해도 달에만 묶여있

선 존재는 호기심과 불안함을 동시에 불러

던 인류는 목성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오는 법이다. 스스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

우주관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이 기계에 대해 점차 사람들은 의심

그 과정에서 인류는 인공지능과의 싸움에

을 품기 시작했다. 이들이 언젠가는 우리

서 승리하고 목성의 모노리스를 만나 세

와 같아지지 않을까?

번째 진화를 한다. 그곳에서 데이브는 새

이러한 로봇에 대한 모종의 공포는 1968년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

로운 인류인 스타차일드가 되어 지구로 돌 아온다.

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스탠리 큐브릭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영

(Stanley Kubrick) 감독의 <2001 : 스페이

화 내의 악역 인공지능 HAL 9000의 존재

스 오디세이(2001 : A Space Odyssey)>

이다.

에서 잘 나타난다. 인류의 조상이 모노리

HAL 9000은 기종 명으로, 특정 한

스와 접촉한 후 집어 던지는 뼈다귀가 우

개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작중 HAL

주선으로 바뀌는,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

9000은 보통 HAL(할)이라고 불리는데,

한 이 오프닝은 단순히 미학적 의의만 가

이 영화에서 가장 대사가 많은 등장인물이

진 것은 아니다. 인류 최초의 폭력을 위한

며 시종일관 극을 이끌어가는 존재이다.

도구인 뼈가 허공에 던져진 후 지구 궤도

1992년 1월 12일 처음 가동된 이 인공지능

에 떠 있는 궤도 핵 폭격 플랫폼(FOBS)의

은 사람과 자연어로 대화할 수 있으며 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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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e

로봇역사

tbo

Ro

yOd s

숙하게 체스를 둘 수 있다. 또한, 사람의 입

이라는 존재에 느끼고 있는 생경함과 공포

를 장려한다. 하지만 인간의 편의를 위해

술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심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보급한 안드로이드가 점차 인간과 구별이

것은 HAL과 인간 간 모종의 의사소통이

같은 해 발표된 필립 K.딕(Philip K.

되지 않을 정도에 이르자, 이들 안드로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작중 시종일관

Dick)의 기념비적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

드 중 일부가 화성을 탈출해 지구의 인간

무미건조함을 유지하는 HAL 9000의 목

기양의 꿈을 꾸는가?>도 마찬가지로 당시

속에 섞이며 인간을 위협하는 상황에 다다

소리는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아질 수

막 대두한 로봇과의 불안한 공존을 그리

른다.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 있다. 필립 K.딕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

주인공 릭 데커드는 안드로이드 사

이때 HAL, 즉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

지로 이 작품 역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냥꾼이다. 진짜 동물들이 대부분 멸종하여

살해는 흔히 알려진 로봇의 3원칙 - 로봇

배경으로 한다. 작중 지구는 ‘최종세계전

희귀해진 세상에서 많은 사람이 진짜 동물

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한다, 로봇은 인간

쟁’의 방사능 낙진으로 모든 동물이 멸종

을 구입하는 꿈을 갖는다. 데커드 역시 마

을 해치지 않는다, 로봇은 앞선 두 원칙을

하고 인간의 유전자까지도 위협받는 암울

찬가지로 동물 카탈로그를 보며 그것을 기

지키는 범위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

한 상황이다. 정부는 인간형 로봇인 안드

를 수 있기를 꿈꾸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

을 철저히 위배한 행위이다. 인류에 대한

로이드를 제공하며 지구인들의 화성 이주

않다. 그의 선임자가 안드로이드에게 공격

일종의 도전인 셈이다.

을 당하는 바람에 데커드는 좋은 조건으로

HAL 9000은 원래 방대한 자료를 소

안드로이드 사냥을 할 수 있게 되어 현상

유하고 인간을 돕도록 프로그래밍이 된 기

금으로 진짜 동물을 사고자 한다. 하지만

계이나 인간을 끝없이 감시하며 급기야는

데커드는 안드로이드 사냥에서 ‘인간’과

우주공간에서 우주선을 수리하는 인간을

‘안드로이드’, 즉 ‘진짜’와 ‘가짜’를 끊임없

살해하기에 이른다. 종국에는 강박증으로

이 구별해야 하는 혼란의 과정을 겪게 된

미쳐가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되

다. 또한, 인간에게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

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기계가 감정을 획

을 안드로이드에게도 느끼게 되면서 점점

득하게 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들을 사냥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영화 말미에 HAL 9000이 겁에 질려 목숨 을 구걸하는 상황에서도 무미건조한 목소

작품을 관통하는 대 주제는 결국 ‘인 간다움이란 무엇인가?’로 정리할 수 있다.

리를 유지하는 섬뜩한 장면은 인공지능이

물론 안드로이드 역시 더 나은 삶에

란 결국 인류와 다른 존재임과 동시에 새

대한 꿈을 가지고 화성을 탈출하기도 한

로운 경쟁자에 그친다는 것을 역설한다.

다. 하지만 꿈꾸는 것 그 이상의 사고가 존

한편으로는 인간이 무의식중에 인공지능

재하지 않기에 인간과 구별된다는 것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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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품의 결론이다. 작가는 동물을 기르는 인

체 능력을 갖췄으나 인간과 격리된 채 전

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감정이입’

투원 등 인류의 노예로서만 이용당하는 존

을 말하고 있는데, 결정적으로 작중 설정

재이다. 완벽해 보이는 이들의 치명적 단

상 안드로이드는 타인을 이해하는 ‘감정이

점은 수명이 4년으로 매우 짧다는 것이다.

입’을 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불행하게도 이 레플리칸트는 인류와 동일

매하는 회사인 타이렐사에 잠입하다 제거

이 작품 역시 인공 지능과 인간 간의 결정

한 사고를 하는 탓에 자신들의 처지에 자

되었고 남아 있는 넷은 수배 상태이다. 처

적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연히 불만을 품게 된다. 당연한 수순으로

음에 데커드는 임무를 거부했지만 결국 받

한편 이 작품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

식민지 행성에서 레플리칸트 전투팀이 폭

아들이고, 그가 레플리칸트 추격에 나서면

의 원작으로 유명하다. 리들리 스콧이 감

동을 일으키는데, 이 사건 이후 레플리칸

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독한 이 영화는 1982년에 처음 개봉하였으

트가 지구에서 거주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나 흥행에는 참패한다. 2001 스페이스 오

된다.

이 영화에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분명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호하다. 주

디세이와 함께 손꼽히는 SF 영화의 명작

이렇게 지구에 불법적으로 들어온

인공 데커드는 이 경계 선상에 서 있는 인

으로, 이후에 나온 수많은 SF 작품들에 지

레플리칸트를 찾아내고 처형하기 위해

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비인간성’과 대조

대한 영향을 끼친다.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라 불리

되는 레플리칸트의 ‘인간다움’에 의해 이

그러나 원작 소설과 영화는 다른 부

는 특수 경찰 팀이 만들어진다. 이들은 인

모호함은 증폭되고, 마침내 데커드가 인조

분이 상당히 많다. 기본적인 설정과 등장

간과 레플리칸트를 구별해 내고 레플리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암시에 이르러 절정

인물의 이름 외에는 거의 모든 면이 다르

칸트를 사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

에 달한다. 결국, 영화는 인간 구분기준에

다고 봐도 무방하다. 소설 원작이 워낙 SF

데 이 사살은 처형이라고 하지 않고 폐기

대한 모호성, 미래나 혹은 현재의 자신이

임에도 불구하고 형이상학적, 종교적인 요

(retirement)라고 명명된다. 이 단어의 사

과연 인간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기준

소가 강한 탓도 있다. 큰 사건 흐름도 다르

용은 레플리칸트를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

이 무엇인가에 대해 반문한다. 그러는 한

며 일부 장면과 대사만이 원작의 흔적을

는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다.

편 인간을 향한 경고 또한 잊지 않는다. ‘인

느낄 수 있는 정도이다.

다시 시간은 2019년, 은퇴한 블레이

간다움’이란 어떻게 정의되는 것인가? 또

영화는 인간과 거의 유사한 레플리

드 러너 데커드가 옛 상사 브라이언 반장

칸트(Replicant)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성

에게 호출을 받는다. LA 주변으로 잠입한

인간을 닮은 인공의 존재를 통해 역

의 정의를 묻고 있다. 21세기 초 인류는 유

신형 레플리칸트 ‘넥서스(Nexus) 6’들을

설적으로 ‘인간’에 대해 정의하고자 하는

전학적으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인 ‘레플리

찾아내 제거하라는 것이 그가 맡을 임무였

이러한 시도들은 도리어 아직 로봇이 철저

칸트’를 만들어낸다. 레플리칸트는 인간

다. 레플리칸트 여섯이 지구에 잠입했는

히 인간의 창조물이자 타자에 그친다는 인

과 동등한 지적 능력에 인간을 앞서는 신

데, 이들 중 둘은 레플리칸트를 제작해 판

식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유지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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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소식

n-e-w----------------s 경기경찰청, 드론으로 실종자∙치매노인 수색

프랑스, ‘노인 케어 로봇’ 콤뻬2 개발

경기지방경찰청은 2월 18일 치매노인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케어 서비스 로

등의 미귀가 상황이 발생시 조기발견 체계를

봇 콤뻬2(Kompai2)가 올해 2분기 출시된다.

구축하기 위해 ‘경기경찰청-팬텀프로(네이

꼼뻬는 로봇소프트, 아그파 헬스케어, 래디우

버 카페 드론 동호회)간 드론 지원 협약’을

스 등 3개의 기업이 합작해서 개발한 서비스

개최했다. 이번 협약식을 통해 도내 치매노

로봇이다. 상반신이 360도 회전하며 몸체에는

인, 자살 의심자 등 미귀가 발생시 경찰의 요

수납공간이 마련됐다. 레이저 센서를 활용해서

청이 있으면 팬텀프로에서는 드론 및 운용인

주변 환경을 인색해 자율주행을 하며 얼굴인

력을 상시 지원하여 인력이 수색하기 어려운

식, 동작 인식기능을 갖추고 있다. 보호대상자

산악지형, 해안절벽 등 수색에 투입하게 된

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다. 또한, 초기 골든타임 확보가 자살의심자,

위기상황 발생시 비상벨을 울린다.

응급사고 등의 상황 보고에도 큰 효과가 있 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최근 경기도내 실 종아동 등의 발생 건수는 2013년 9573건, 2014년 9127건, 2015년 9029건으로 꾸준 히 감소하고 있으나 아직도 많은 수의 실종 아동 등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봇 공급받을 중소기업 모집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3월 2일부터 11일까 지 국내 중소제조 기업의 품질 경쟁력 제고, 생산성 향상,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로봇 도입을 지원하는 ‘2016년 로봇활용 중소제조 공정혁신 지원사업’에 로봇을 공급할 기업을 모집한다. 모집 대상은 제조 업용 로봇 플랫폼 및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고, 보유 스토니아, ‘트랜스포머 무인탱크’ THeMIS 개발

제품 및 기술에 로봇을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3월 2일부터 11일까지 국내 중소제조 기업의 품질 경쟁력 제고,

번 사업과 관련된 설명회는 2월 17일 오후 2시 반

생산성 향상,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로봇 도입을 지원하는 ‘2016년 로봇활용 중소제조 공정혁

에 대구기계부품연구원과 22일 오후 5시에 서울역

신 지원사업’에 로봇을 공급할 기업을 모집한다. 모집 대상은 제조업용 로봇 플랫폼 및 시스템

KTX대회의실(4층)에서 두 차례 나누어 진행될 예

을 보유하고 있고, 보유 제품 및 기술에 로봇을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업과 관련된 설

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공식 홈

명회는 2월 17일 오후 2시 반에 대구기계부품연구원과 22일 오후 5시에 서울역 KTX대회의

페이지(www.kiria.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

실(4층)에서 두 차례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공식 홈페

편, 제조업용 로봇으로는 수직다관절형 로봇, 수평

이지(www.kiria.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제조업용 로봇으로는 수직다관절형 로봇,

다관절형 로봇, 직교좌표형 로봇, 원통좌표형 로봇,

수평 다관절형 로봇, 직교좌표형 로봇, 원통좌표형 로봇, 극좌표형 로봇, 데스크탑형 및 특수

극좌표형 로봇, 데스크탑형 및 특수용도 로봇 등이

용도 로봇 등이 있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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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삼성전자, 기술 잠재력 인정받아 올해 로봇기업 기대주 TOP 50 선정

2016년 세계 로봇 산업계에 가장 영향 력 있는 로봇기업’으로 11개국 50개의 기 업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의 기업 으로는 삼성전자를 유일하게 선정돼 눈길 을 끈다. 삼성전자는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 드 기술과 관련된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획 득했다. RBR 관계자는 “혁신성, 획기적인 어플리케이션, 사업의 성공과 잠재력 등의 요소를 반영된 결과”라고 전했다. 함께 선 정된 국가별 기업의 수는 미국은 32개, 일 본은 4개, 캐나다는 3개, 스위스, 영국, 중

국내 첫 휴머노이드 로봇 축구대회 열려

국은 각기 2개씩, 한국, 대만, 인도, 덴마크,

국제로보컵연맹(RCF:Robo Cup Federation)의 승인을 받은 공식 지역 국제오픈대회 ‘한국 로보

독일은 각기 1개씩이다. 한편, 작년 우리나

컵 오픈대회’가 2월 26일부터 27일까지 2일간 대구 엑스코에서 개최됐다. 한국로보컵협회가 주최하

라의 로봇 기대주로는 스마트홈 케어 로봇

고, 로봇신문이 주관한다. 초중고생이 참여하는 로보컵 주니어부문에는 축구, 레스큐, 코스페이스, 로

으로 CES 2015에서 주목 받은 서비스 로

봇댄스 등 4개 종목이 펼쳐지고, 대학(원)생이 참가하는 로보컵 축구 휴머노이드 리그에는 국민대, 광

봇기업 퓨처로봇이 선정된 바 있다.

운대, 동아대, 목포대, 한양대 등 5개 대학이 참가한다.

인도, ‘미니 산업용 로봇’ 타타브라보 개발

인도가 가반 중량(pay load) 2kg과 10kg 대의 소형 산업용 로봇 타타브라보(Tata Brabo)를 선보인다. 이 로 봇은 인도의 로봇기업 타타그룹의 6명 엔지니어가 공동 개발했다. 세계적 산업용 로봇 전문 기업 화낙, ABB, 쿠카 등의 로봇들과 달리 소형 제품으로 가격 역시 35~45%까 지 저렴하게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타타브라보는 최근 뭄바이에서 열린 <메이크 인 인디아>에서 프로토타입의 쇼케이스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미국, 동작을 그대로 모사하는 ‘로봇 손’ 개발

미국 워싱턴대학의 로봇 과학자인 ‘제 슈(Zhe Xu)’와 ’엠마뉴엘 토도로브(Emanuel Todorov)’가 사람의 손 골격과 근육을 똑 같이 모사하고, 손가락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로봇 손 기술을 개발했다. 이들 연구자들은 사람의 손은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에 서 출발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엄지 손가락은 서로 마주 보는 위치에 있는데, 영장류 가 운데 이런 동물은 사람이 유일하다고 한다. 사람의 엄지 손가락 동작은 손가락 아래 부분 의 관절인 ‘CMC(수근 중수관절)’ 부위의 움직임에 의존하는데 이 관절은 사다리꼴 모양 의 뼈에 위치해 있다. 사다리꼴 모양의 뼈에 위치한 CMC의 정확한 위치는 고정되어 있 지 않다고 한다. 이번에 연구팀은 손가락 관절의 모습을 정확히 레이저로 스캔해 3D 프 린터로 제작했다. 인대와 힘줄도 ‘스펙트라’라는 강력한 소재를 사용했다. 손목의 근육은 10개의 ‘다이나믹셀‘을 활용해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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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소식

n-e-w----------------s ISO, 협업 로봇 안전 규격 발표

마산로봇랜드, 1천 억원 민간사업비 확보

국제표준화기구인 ISO는 산업용 로봇 안전요건에 관한 표준인 ‘ISO 10218’를 보완하는 ‘ISO/

경남도가 마산로봇랜드 조성 사업을 맡은

TS 15066’ 규격을 공식 발표했다. ISO/TS 15066은 협업 로봇 설치 시 로봇 셀의 위험 평가에 관

㈜대우건설컨소시엄이 대출 확약으로 950억

해 규정한 포괄적인 문서다. ISO 10218 규격이 주로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의 안전에 관해 규정하

원을 마련했고, 기존출자금 50억 원과 합쳐 1

고 있는데 반해 ISO/TS 15066은 협업 로봇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번에 공표된 ISO/TS 15066

단계 민간사업비 1천억 원을 확보했다고 2월

은 협업 로봇의 서로 다른 개념과 상세 요구사항을 다루고 있으며 설계 및 위험 평가 요구 사항도

18일 공개했다. 19일에는 이 사업 중 공공부문

추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로봇의 속도와 통증에 관한 역치, 신체에 주는 압력 및 충격 등에

도급계약을 체결한다. 한편, 로봇랜드 사업은

관한 연구 결과도 담고 있다. 이

2018년까지 공공부문으로 로봇 테마파크와 유

번 규격 제정에는 ISO 회원사 가운

스호스텔을 건설하고 2019년까지 호텔 및 콘

데 24개국이 참여했다. 지난 2010

도 등을 준공할 예정이다.

년 처음으로 규격 제정에 관한 논 의가 시작됐다. 지난 2011년 발 표된 산업용 로봇 안전표준인 ISO 10218-1과 ISO 10218-2를 보충 및 지원하는 ‘기술 규격(Technical Specification)’의 특징을 갖고 있다.

유콘시스템, 필리핀에 국방용 드론 공급

러시아, ISS에 로봇 우주인 보내

국내 무인항공기 및 시스템 전문업체 유콘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휴머노이드 로봇 형태의 로봇 우주인을 보낸다. 우주인이 하

시스템은 세계 3대 에어쇼 중 하나인 ‘싱가포르

기 힘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할 예정이다. 표도르(Fyodor)라고 이름이 붙은 이 휴머노이드 로봇은

에어쇼 2016’에서 필리핀 방산장비 무역회사인

두 개의 팔을 갖추고 있으며, 현재 두 대의 프로토타입이 개발되어 있는 상태다. ISS에 아바타 로봇

에센스(ACSENS)와 필리핀 국방부 소형정찰

을 보내면 우주선 용접 등 작업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주인을 ISS에 보낼 경우 장기

용 무인항공기 전력화 사업 수주 및 협력을 위한

간 머무를 수 없지만 우주 로봇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랜시간 체류할수 있는게 장점이다. 한편,

MOU를 체결했다. 전용유 유콘시스템 대표는

ISS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낸 것은 러시아가 처음은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2011

“필리핀 군의 소형 무인항공기 구매 사업에 성

년 사상 처음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로보넛-2(Robonaut-2)를 개발해 ISS에 보낸 바 있다. 중국은

공해 향후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로 삼겠다”라고

아직 ISS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내지 않았지만, 샤오티엔(Xiaotian)‘이라는 로봇을 작년에 공개한

했다.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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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국 ‘수중 로봇키트’ 오픈 ROV 판매

‘최초의 혜성 탐사 로봇’ 필레 영면

일본 드론 유통전문 업체인 ‘세키도(SEKIDO)’가 미국의 수중 로봇 제작업체인 ‘오픈

인류 최초의 혜성 탐사로봇 ‘필레(Philae)’가 영

ROV’의 수중 로봇을 수입해 일본 시장에 공급한다. 오픈ROV의 수중 로봇은 드론을 조종하

원히 동면에 들어갔다. 독일항공우주센터(DLR)는

는 것 처럼 물 밖에서 원격 조종기를 사용해 수중에 있는 로봇을 조정할 수 있는 제품이다. 내

“필레에게 더 이상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상태에 접

부에 카메라를 탑재해 수중 영상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외부에 전송해 준다. 세키도가 이번

어들었다”며 “이제 필레에게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

에 공급키로 한 제품은 ‘오픈ROV’ 사의 v2.8 수중 로봇 키트로, 사용자가 직접 조립해 수중

고 밝혔다. 필레의 혜성 탐사를 총괄한 유럽우주국

테스트와 원격 조종을 해볼 수 있다. 보통 조립하는 데 7일 정도 걸린다. 일반 아마추어도 조

(ESA)도 필레 운영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한편, 필

립에 도전해볼 수 있다. 수심

레는 2004년 3월 ESA의 혜성 탐사선 ‘로제타’호에

100미터에 들어가 작업을 수

실려 2014년 11월 12일 혜성 ‘67P/추류모프-게라

행할 수 있기 때문에 스쿠버 다

시멘코’에 착륙했다.

이버들이 직접 들어가기 힘든 곳에 투입해 영상 촬영을 할 수 있다. 배터리 지속시간은 최대 2시간 이다. 게임 패드에서도 구동 가능하다. 이 로봇은 해저 조사, 수족관 수조 점검, 교각 상태 확인 등에 사용 가능하다. 가격은 37만8천엔이다. 아마존, 음성 서비스로 드론 원격 조종 성공

국립재활원, 의료재활로봇산업 활성화 심포지엄 개최

아마존의 음성비서 시스템인 에코(Echo)

재활원(이성재 원장)

를 통해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원격지에 있

이 의료재활 로봇 상용화

는 3D 로보틱스사의 드론 아이리스 플러스

에 필요한 정보와 재활 로

(IRIS+)를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을 소개했다. 음

봇 보급사업 성과를 공유

성 명령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시스템인 ‘AWS’

하는 심포지엄을 2월 19

를 통해 드론에 전달된다. AWS를 통해 음성 명

일 서울 쉐라톤 디큐브시

령이 라스베리파이 컴퓨터로 만들어진 지상국

티 호텔에서 개최했다. 이

장비에 전달되고, 지상국에서 아이리스 플러스

번 심포지엄은 산업통상

의 무선 주파수인 915MHz 대역을 활용해 통

자원부와 보건복지부 협

신을 하는 방식이다.

력 사업으로 2012년부터 추진된 재활 로봇 보급사업 일환으로 개최된다. 재활 로봇 보급사업은 개 발이 완료된 국산 재활 로봇을 병원 및 재활 관련 시설 등에 시범 보급하여 재활 로봇의 의료시장 진입을 위한 임상데이터 확보 및 상품성 제고를 위한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재활 로봇의 신시장 창 출 및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했다. 이와 관련하여 심포지엄에서는 재활 로봇 보급사업의 지 난 성과 공개와 더불어 의료 및 재활 로봇 산업 활성화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했다. 이성재 국립재활 원 원장은 “재활 로봇뿐만 아니라 병원 등에서 활용되는 의료로봇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학•연 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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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메이크

4족 거미로봇 만들기(상) 글_사진_어둠의 공학자 심프 issugroup@gmail.com

3D프린터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집에서 원하는 것을 대부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미국에서는 DIY가 일상입니다. 없으면 집에서 만들고 수리가 필요한 것들 또는 취미로 제작을 많이 합니다. 작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DIY를 이야기할 정도로 미국인들에겐 일상과도 같죠. 한국에서도 DIY 문화가 점점 퍼지고 있습니다. 4족 거미로봇이라 하면 4개의 발로 움직이는 거미처럼 생긴 로봇을 말합니다. 실제로 4족 보행 로봇이 구조용이나 군사용으로 연구개발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만들 것은 장난감이지요(웃음). 그래도 차근차근 만들어보면서 4족 로봇의 동작 방법을 이해해보는건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호에서는 4족 거미로봇의 하드웨어를 만들어보고 다음 달호에선 프로그래밍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가이드를 따라오시면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자 이제 출발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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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1. 재료 준비

1-3. SG-90 서보모터(8개)

4족 거미로봇의 하드웨어 구조는 간단하다. 관절과 다리, 몸체를 3D

서보모터는 일반 모터에 가변저항이 달린 것이다. 저항의 변화에 따라

프린터로 출력하고, 전선과 나사를 이용하여 서보모터 등과 연결하면

회전수를 파악할 수 있다. 즉 모터가 몇도 기울기에 위치했는지를 알

끝난다.

수 있다. 또한 서보모터는 기어 즉 감속기가 들어가 있어 일반 모터에 비해 힘이 좋다. 서보모터랑 비슷한 기능을 하는 부품으로는 스텝모터

1-1. 3D프린터 출력 부품

가 있다. 스텝모터의 경우는 펄스로 각도를 제어한다.

3D프린터로 몸체 1개와 다리 8개를 뽑는다. 이 거미로봇은 다리가 4 개이며 각 다리 별로 2개의 관절을 움직이며 이동한다. 거미로봇의 경 우 다리가 많을수록 움직임이 부드러워 지지만 기본적인 동작은 4개 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음 설계도면을 참고로 하고 심프팀 홈페이지 에서 파일을 내려받아 3D프린터로 출력하면 된다. 다운 받는 곳 : http://simpteam.com/220634257335

1-4. 브레드 보드(하프사이즈 1개) 브레드 보드는 여러 부품들을 자유롭게 꽂을 수 있는 기판이다. 없어 도 제작할수 있지만 활용하면 부품을 좀 더 쉽게 장착할 수 있다. 우측 관절(2개)

좌측 관절(2개)

베이스 몸체(1개)

다리(4개)

1-5. 기타 1-2. 아두이노나노3.0

부품 연결용 판(1개), 수핀(24개), 암핀(10개)

아두이노 나노는 우노의 소형화 버전이다. 간단한 제품을 만들 때 매

부품 결합용 나사(24개, 서보모터에 포함), 10cm 이하의 점퍼선(8

우 유용한 프로세서다. 전기를 비교적 적게 소비하며 5V와 3.3V가 있

개), 글루건, 9V 건전지(1개), 건전지 연결선(1개)

어 여러 부품들을 제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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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메이크

2. 조립

서보모터 선이 밖으로 향하게 몸체에 넣고 나사로 조인다.

다리 파트에 서보모터를 결합하고 나사로 조인다. 선이 밖으로 향하게 결합한다.

2

서보모터 선이 밖으로 향하게 몸체에 넣고 나사로 조인다.(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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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

4개를 완성한다.

4

서보모터에 동봉된 날개를 몸과 다리를 연결하는 관절의 위와 아래에 삽입한다.(총 8개)


5

6

4번에서 만들었던 날개를 서보모터와 결합한다. 결합하기 전에 위와 같이 약 120도 각

다리를 몸체와 결합한다. 결합하기 전에 모터가 가운데 중심으로 각각 90도 정도 돌 수

도로 맞추고 밖으로 굽어지게 한다. 서보모터는 190도~200도 사이에서만 회전하기 때

있게 세팅하고 결합하여 나사로 조인다. 즉 몸체 기준으로 보면 180도 움직여야 한다.(4

문에 초기 위치를 잡아줘야 정상 작동한다. 각도를 맞추고 나사로 결합한다. (4개)

개) 그리고 아무 곳이나 앞을 지정하고 표시를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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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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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에서 앞쪽으로 지정한 부분을 기준으로 몸체에 붙어있는 서보모터가 왼쪽부터 1번이다. 다리까지 반복하여 8번을 표시를 해준 후 위에 납땜한 부분에 꽂아준다. 갈색이 –이고 빨간색이 +, 주황색은 데이터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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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모듈에 점프선을 꽂아준다. 아두이노에 연결할 데이터 선들이다.

연결모듈 부분에 전원선을 연결한다. 갈색이 –이고 빨간색이 +선이다.

케이블 타이로 선을 정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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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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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보드에 아두이노나노를 결합하고 아두이노의 VIN과 GND를 브레드 보드에 점퍼로 결합한다.

서보모터 1번부터 8번까지를 아두이노 D2~D9 까지 각각 결합하고 연결모듈과 9V전원선의 +와-를 브레드보드의 +와 –선에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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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지금까지 4족 거미로봇의 하드웨어 부분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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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봤습니다. 4족 거미로봇은 서보모터로 동 작합니다.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로봇입니다.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여기에 다양한 센서를 적용한다면 여러 가지로 응용이 가능합니다. 가령 초음파 센서를 달면 장애물을 만났을 때 피해서 갈 수도 있습니다. 완성된 장난감을 갖 고 노는 것 보다는 이처럼 직접 만들어보면 보 람도 있고 재미도 있습니다. 어린 친구들에겐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놀이수단이 되고 어른 들에겐 다양한 놀이 거리와 취미를 만들어줍니 다. 다음 시간에는 프로그래밍 부분을 완성하 고 실제로 거미로봇을 움직여보겠습니다.

심프팀 소개 저희 심프팀은 다양한 제품의 DIY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생활의 정보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심프팀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만 나실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심 프팀‘을 검색해보세요. 심프팀은 조수인 유라 와 프로그래머인 류교수가 함께 합니다.

4족 보행 거미로봇의 하드웨어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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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이노야 놀자

미니카에 아두이노 달기

달려라 부메랑! 글_서 울(경기도 중등 물리교과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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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카 •아두이노 UNO •트랜지스터(MPS2222A) •220Ω 저항 •인두와 납

응답하라 미니카 열풍

지난 호까지 서보모터를 사용해 간단한 온도계와 소음계를 만들어봤어요. 서보모터는 원하는 각도로 제어할 수 있지만 180도까지만 회전할 수 있다는 아주 큰 단점이 있어요. 그럼 어떡해야 할 까요? 이번 호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DC모터를 사용해보려고 해요. DC모터는 깡 통모터라고도 해요. 그냥 은색의 깡통처럼 생겼죠. DC모터는 여러분들도 한 번씩 만져본 적이 있 을 거에요. 언제 만져봤을까요? 혹시 독자 여러분들은 미니카를 아시나요? 선생님이 어렸을 때 미 니카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어요. ‘달려라 부메랑’이라는 만화가 인기를 끌면서 학교 앞 문방구마다 미니카 트랙이 설치되고 전국대회까지도 열렸었지요. 미니카는 인터넷쇼핑몰이나 문구점 등에서 1만 원 이내로 구입할 수 있어요. 비교적 간단한 구 조의 미니카를 구입하도록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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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이노야 놀자

지고 있어요. 이 핀들의 명칭과 연결 방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어요. 이번 호에서는 MPS2222A NPN 트랜지스터를 기준으로 설명할게 요. E는 이미터(Emitter), B는 베이스(Base), C는 컬렉터(Collector)라 고 불러요. 베이스에서 이미터로 전류가 흐르게 되면, 컬렉터에서 이미터 로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이것이 앞서 말한 트랜지스터의 스위치 작용이 에요. 베이스에서 이미터로 전류가 흐르지 않으면 컬렉터와 이미터로도 전류가 흐르지 않게 돼요. 베이스 전류로 컬렉터와 이미터 사이의 전류를 제어할 수 있는 거예요. 전자공학의 혁명, 트랜지스터

트랜지스터는 1947년 미국 물리학자들이 개발한 전자 부품으로, 기

미니카 조립

존의 진공관 부품을 대체하면서 전자공학의 혁명을 이끌었다고 해요. 트 랜지스터의 등장으로 더 작고 값싼 라디오, 계산기, 컴퓨터 등이 개발되 었지요. 실제로 트랜지스터 개발자들은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어요. 트랜지스터는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거의 모든 전자 기기 에 사용이 되었고, 지금도 일부 사용되고 있어요. 최근에는 직접회로 형 태로 반도체가 더 작아져서 이용되고 있어요. 트랜지스터가 하는 역할은 크게 증폭작용과 스위치작용이 있어요. 증폭작용이란 작은 신호를 큰 신호로 증폭시켜주는 것이고, 스위치 작용 이란 낮은 전류나 전압으로 높은 전류나 전압의 회로를 작동시키는 거예 요. 스위치 작용은 간단히 집에서 조명 스위치를 켜고 끄는 걸 생각하면 돼요. 이번 호에서는 이 스위치 작용을 활용해서 아두이노로 미니카의 회 로를 켜고 끄기를 해볼 거예요.

트랜지스터의 역할을 살펴봤으니 이제 회로를 만들어 볼까요? 가장 먼저 여러분들이 해야 할 것은 미니카를 조립하는 거예요. 미니카를 조립하고 나서 미니카 바닥에 있는 스위치를 조작해보고

트랜지스터는 아주 종류가 많아요. 그중에서 우리가 사용할 트랜지 스터는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트랜지스터이지만, 트랜지스터를 구입하고 사용할 때에는 꼭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시트를 확인해서 용도(전 류나 전압 등)에 맞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잘 작동하는지 꼭 확인해보세요. 확인이 끝났으면 다시 뚜껑을 열어주 세요. 뚜껑을 열고 뒷바퀴 부품들을 제거하면 그림 1과 같이 돼요. 점퍼선 을 사용해서 건전지의 두 단자를 연결해보세요. 그럼 모터가 작동될 거예 요. 혹시 모터가 움직이지 않으면 반대쪽 단자를 연결해보세요.

접합형 트랜지스터

우리가 이번 호에서 사용하는 트랜지스터는 접합형 트랜지스터 (Bipolar Junction Transistor:BJTs) 로 NPN형 트랜지스터예요. 기본적으 로 접합형 트랜지스터는 반도체 3개 를 붙여서(접합) 만드는데, 반도체마 다 핀이 하나씩 있어서 3개의 핀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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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뒷바퀴 부품들을 제거하고 점퍼선을 사용해 건전지의 두 단자를 연결하자


가 이미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위에서 건전지 단자에 납땜한 두 점퍼선을 트랜지스터의 컬렉터와 이미터핀에 연결해주면 돼요.

스케치코드 작성

스케치코드는 어떨까요? 아주 간단해요. 아두이노 디지털 8번핀을 출력모드(OUTPUT)로 놓고 ‘HIGH’를 출력하면 모터가 켜지고, ‘LOW’ 점퍼선 두 가닥을 준비한 다음 미니카의 건전지 단자에 연결해요. 가 장 좋은 방법은 납땜이에요. 납땜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점퍼선 끝부분

출력하면 모터가 꺼지게 하면 돼요. 그럼, 스케치코드를 한번 작성해볼까 요?

을 휘게 한 다음 건전지 단자 가운데 구멍에 걸어 놓아도 돼요. 1

void setup() {

2

pinMode(8, OUTPUT);

3

digitalWrite(8, HIGH);

4

delay(500);

5

digitalWrite(8, LOW);

요. 미니카 회로가 아닌 일반적인 3V 건전지와 DC모터를 사용하는 거예

6

}

요.(그림 2) 트랜지스터는 핀이 3개인데 그중에 가운데 핀은 베이스핀이

7

점퍼선을 건전지 단자와 연결을 했으면 다시 미니카를 원래대로 조 립해요. 아두이노를 위에 올려야 하니 뚜껑은 씌우지 않도록 해요.

아두이노와 연결

그럼 이제 아두이노와 연결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뭔가 예전과 많이 달라 보이죠? 복잡해 보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아

였죠? 베이스핀으로 모터 회로를 제어해야 해요. 즉, 이 베이스핀이 아두 이노와 연결되는 거예요. 베이스핀과 아두이노 8번 핀을 연결해요. 가운 데에 220Ω 저항을 뒀어요. 건전지의 (-)극은 아두이노의 GND와 트랜지스터의 이미터핀과 연 결해요. 건전지의 (+)극은 모터의 한 단자와 연결하고 모터 다른 단자는 트랜지스터 콜렉터핀과 연결이 돼요. 그럼 끝이에요! 실제로 미니카와 보드를 연결하는 것은 더 단순해요. 모터와 건전지

8

void loop() {

9

} 스케치코드가 아주 짧죠? 8번핀을 ‘OUTPUT’모드로 설정하고, 8번

핀에 ‘HIGH’를 출력한 다음 0.5초 동안 지속시켰어요. 그리고 ‘LOW’로 8번핀 상태를 변경했어요. 그러면 모터가 0.5초 동안 동작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0.5초 이후에도 관성 때문에 바퀴가 조금 더 돌아가는 것도 관 찰할 수 있을 거예요. 지난 호에서 서보모터로부터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커패시터를 연결했던 것처럼 DC모터도 커패시터나 다이오드를 달아서 트랜지스터와 보드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Step by Step

이제 여러분들은 무엇을 해봐야 할까요? 아두이노로 단순히 미니카 모터만 제어하면 될까요? 센서를 붙여봐야죠. 초음파센서를 붙여서 장애 물이나 벽을 만나면 정지하는 미니카를 만들어보세요. 또는 여러분들이 원하는 센서를 붙여 미니카를 만들어도 되겠죠? 꼭 미니카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온도센서와 모터를 사용해서 온도가 낮아지면 자동으로 돌아 가는 선풍기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이번 호와 관련된 작동영상, 스케치 코드, 회로도, 작동 영상, 부품 구입처 등은 제 블로그 (http://wool.pe.kr) ‘월간로봇 아두이노야 놀자’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또는 옆에 QR코드를 스캔해보세요. 그림 2. 3V 건전지와 DC모터를 사용해 아두이노와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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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부품 정보

위시 리스트(Wish List) 서보모터 정리_신병철 기자(byongchol@roboticus.kr)

서보모터 선택 가이드

SG-90 미니서보 토크 토크가 강할수록 모터의 힘이 강해지므로 모터의 동작에 영향을 주게

장점 : 가볍고 작은 사이즈의 플라스틱 기어 서보모터. 전

된다. 반대로 토크가 약할수록 모터 동작에 제한을 주거나 동작을 방

압범위도 4~7V대로 아두이노 같은 MCU 제품에 쉽게

해하므로 구매 전 토크를 확인해야 한다.

사용 가능하다. 소형화된 제품을 만들기에 적합하다.

동작범위

단점 : 소형화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에 내구성과 토크가

종류에 따라 최대 동작범위 180도보다 적게 동작하거나 그 이상으로

표준 서보모터보다 낮다.

동작하는 모터도 있다. 꼭 동작범위를 확인하고, 만들려는 제품에 필 요한 동작범위를 가진 모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동작속도 서보모터는 보통 60도를 기준으로 동작속도를 표시한다. 동작속도는 무부하 상태를 기준으로 잡기 때문에 무게 인가 시에 동작이 다를 수 있으며 90도, 180도와 같이 기준각도 이상의 동작에는 시간이 더 소 요된다. 구매할 때 이점을 꼭 고려하자.

동작전압 모터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 지정한 전압범위에 맞지 않으면 내 부의 서보회로에 오동작이 일어나 모터의 실제 동작이 정상적이지 못 할 수 있다. 또한, 인가한 전압에 따라 소모전류나 동작속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동작 전압을 확인해야 한다.

기어 재질 서보모터는 내부 기어의 재질에 따라 플라스틱과 메탈로 구분된다. 플라스틱 기어는 메탈 기어보다 내구성이 약하기 때문에 마모되기 쉽 다. 그러나 가격은 동일 스펙의 메탈 기어보다 저렴하므로 사용하는 환경을 반영해서 적합한 모터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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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HES-288 장점 : 표준 사이즈에 2.5kg/cm 토크로 사용이 무난하 다. SG-90 다음으로 아두이노 같은 MCU 개발보드에 자 주 사용되는 모터.

단점 : 고속 RC카나 2족 보행 같은 하이 스피드, 하이 토 크 계열의 제품을 만드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MG-996R

RB-1188

장점 : 메탈 기어 서보모터 중에서 가장 무난하게 사용되

장점 : 일반적인 서보모터와는 다르게 동작부분이 양쪽

는 모터. HES-288보다 높은 토크를 원하는 메이커들이

으로 되어 있어서 관절형 로봇에 적합하다.

많이 사용한다. 단점 : 가격이 비싸고, 구조상 일반 서보모터와 다르기 때 단점 : 가격이 비싸고 무게가 플라스틱 기어 모터보다 무

문에 적용분야가 적다.

겁다.

HBS 760 BB

DRS-0101 스마트서보

장점 : 9.4kg대의 높은 토크와 0.09sec대의 빠른 동작속

장점 : PWM 신호를 사용하는 일반 서보모터와 다르

도로 고속 RC 카나 RC 비행기 같이 빠르고 강한 동작을

게 시리얼 통신을 사용한다. 무한회전이 가능하고, 같은

원하는 메이커들에게 추천하는 모터.

DRS-0101을 직렬로 연결해서 동시에 제어할 수 있어 편리하게 동작을 제어할 수 있다.

단점 : 상당히 비싼 가격과 고전압(6V~7V)으로 5VPWM을 출력하는 MCU(아두이노, 128)에는 바로 사

단점 : 7.4V의 높은 전압을 사용하며 동작속도가

용이 어렵다. 모터 드라이버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구

0.16sec로 느린 편이다. 기존의 일반 서보모터와 제어방

성이 복잡해진다.

식이 달라서 호환이 어렵다. 이 코너는 전자부품 전문 쇼핑몰 엘레파츠와 함께 합니다. 보다 자세한 제품정보는 홈페이지 http://www.elepart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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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린더

3월 주요 로봇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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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제어로봇시스템학회 (ICROS 2016) 제5회 중국 국제 산업 로봇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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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유러피언 로보틱스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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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제어로봇시스템학회 (ICROS 2016)

기타 3월의 주요 로봇행사

일 시 : 2016년 3월 10일 ~ 11일

제5회 중국 국제 산업 로봇 전시회

장 소 : 코엑스

(The 5th China International Industrial Robot

내 용 : (사)제어로봇시스템학회에서 매년 주관하는 국내학술

Exhibition)

대회로 코엑스에서 국제 스마트공장자동화 전시회인 ‘오토메

2016년 3월 9일 ~ 12일 / 중국 톈진

이션 월드 2016’과 함께 개최된다. 각 분야의 교수들이 직접 발표하는 ‘나를 감동시킨 논문들’을 비롯한 신진연구자 초청

2016 유러피언 로보틱스 포럼

세션, 산업체 및 벤처 세션 등이 개최되며, 여성과학자를 위한

(ERF 2016 : European Robotics Forum 2016)

자리가 마련되고 학부생들을 위한 학부생 논문 경진대회를 진

2016년 3월 21일 ~ 23일 /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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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헤미안 랩소디

로봇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 글_정진영 편집장 chief.editor@roboticus.kr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https://youtu.be/rVlhMGQgDkY)이 화제를 모았다.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공개한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의 작동 영상이다. 신형 아틀라스는 신장이 180cm, 몸무게는 81kg. 지난해 6월 다 르파로보틱스챌린지 현장에서 만났던 선배 아틀라스가 2m에 육박하는 키에 몸무게는 156kg이나 나갔던 것을 떠 올려보면 훨씬 더 날렵해졌다.

평지는 물론 눈길에서도 균형을 잡으며 걸어가고 상자를 척척 집어서 선반 위에 올려놓는다. 예전에도 했지 만 이제는 훨씬 더 빠르게, 또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일년도 안돼 사람과 더욱 비슷해졌다. 동영상을 보는 내내 기술의 놀라운 발전 속도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신형 아틀라스가 실력을 발휘할 때 보다 더 큰 반응을 보인 장면이 있었다. 아틀라스 가 상자를 들면 어떤 남자가 하키 스틱으로 쳐서 떨어뜨리고, 가까이 가서 집으려고 하면 상자를 멀리 밀어버린다. 여전히 아틀라스는 묵묵히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유튜브 영상에는 남자를 비난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아예 큰 막대기로 아틀라스를 밀어 서 넘어뜨리고 다시 일어나게 하는 장면보다 하키 스틱으로 방해하는 장면에 더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아틀라스에 가해진 충격은 당연히 넘어뜨릴 때가 더 크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약 올리듯 방해하는 장면에 더 분노 했을까?

장면을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입해보자. 사람이 넘어질 정도로 세게 미는 행동은 폭행죄에 해당한다. 그래서 인지 우리 주변에서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만나는게 흔한 일은 아니다. 반면에 힘 없는 사람들을 교묘 히 괴롭히는 경우는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아무 말도 못하는 아틀라스를 괴롭히는(물론 영상 속 남자는 그 런 의도가 아니겠지만) 모습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당했거나 주변에서 목격했던 부조리를 떠올렸는지 모르겠 다.

로봇이 실제로 감정을 가질 수 있을지 여부를 떠나서 사람들은 이미 로봇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있다. 그리 고 점점 더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에 빠지면서 로봇을 진심으로 대하게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로 봇의 관계, 나아가 로봇과 로봇의 관계까지. 다양한 논의를 시작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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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T Magazine


자연(생명체/물고기), 기계숲을 거닐다. 보통은 자연이라는 큰 공간에 미비한 인간과 사물들이 존재한다. 이와 반대로 자연을 포함한 우주 같은 큰 존재가 작은 기계 속을 거닐며 서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티스트 김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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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lution designed by Human & Robot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전문대중지 : 월간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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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3 오후 5: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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