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t_November_pre

Page 1

지능형 소셜 로봇이 몰려온다…

International Robot Experts Forum 2015 “소셜 로봇, 비즈니스 기회와 향후 전망 세미나”

Evolution designed by Human & Robot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정보지

조망 소셜 로봇?트렌드 ‘ 템 이 아 운 거 뜨 봇 분야의 가장 2015년 서비스 로 테가, T1 등 소셜로봇 분석 페퍼, 지보, 지미, 로보혼, 키로보, 큐빅, 색 비즈니스 기회 모 외 내 국 및 례 성공사 시대, 소셜 로봇 인간-로봇 공존 소셜로봇이 몰고 올 우리 삶의 변화는?

2015

11

Vol.84

,

Focus on섹 스 로 봇 어 떻 게 생 각 하 시 나 요

International Robot Experts Forum 2015

■ 행사 개요 ·행사명 : International Robot Experts Forum 2015 - 소셜 로봇, 비즈니스 기회와 향후 전망 세미나 ·일시 / 장소 : 2015. 11. 26 (목) 10:00~17:00 / 대구 EXCO 211호 국제회의실 ·행사컨셉 : 소셜 로봇의 의미, 현재와 미래, 다양한 분야에서의 소셜 로봇 개발 및 활용 사례 소개 ·주최 : ·주관 : ·온라인 등록 : www.ireforum.org ·등록비 : 사전등록 (11월 24일 18:00까지) - 77,000원, 현장등록 99,000원 - 교재 및 중식 포함 ·행사문의 : 박진미 대리 053-746-9005

■ Forum 및 패널토론 참가자

?

한양대 서일홍 교수

일본 스마트 BS 사와하타 미치노부 대표

KIST 김문상 박사

세종대 이상헌 교수

산업부 박현섭 로봇PD

퓨처로봇 송세경 대표

이노플레이랩 김경욱 대표

IPnomics 주상돈 대표

KAIST 배일한 교수

■ 프로그램 시간

09:00 - 10:00

10:00 - 10:40

Keynote Speech

[ Keynote Speech 1 ] 우리가 꿈꾸는 로봇 시대 - 한양대 서일홍 교수 -

10:40 - 11:20

Keynote Speech

[ Keynote Speech 2 ] 왜 소셜 로봇인가? 소셜 로봇의 현재와 미래 - 일본 SMART BS 사와하타 미치노부(Michinobu Sawahata) 대표 -

11:20 - 11:30

Opening Ceremony

11:30 - 12:20

Panel Discussion

13:30 - 14:00 소셜로봇 사업화 사례

14:30 - 15:00

LTE기반 스마트홈 IoT로봇

아이피엘 김경욱 대표

스마트 홈 시스템과 결합된 소셜 로봇

퓨처로봇 송세경 대표

소셜 로봇과 실버케어 비즈니스

KIST 김문상 단장

15:00 - 15:20

Coffee Break

15:20 - 15:50 15:50 - 16:20 16:20 - 16:50 16:50 - 17:00

Lunch Break

12:20 - 13:30

14:00 - 14:30

[ Panel Discussion ] 주제 : 소셜 로봇이 가져올 미래 변화 - 좌장 : 한양대 서일홍 교수 - 김문상 단장, 사와하타 미치노부 대표, 김경욱 대표, 박현섭 로봇PD -

소셜로봇 미래 & 윤리문제

특허로 살펴보는 소셜 로봇 동향

IPnomics 주상돈 대표

또 하나의 가족, 소셜 로봇

KAIST 미래대학원 배일한 교수

소셜 로봇과 사회적 윤리문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상헌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

회 * 본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에 의해 사전공지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섹스로봇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1

2015 vol.84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정보지 월간로봇

“로봇은 문화다”

권병필

권병필

곽대원

정진영

남이준, 이현종, 한재권

나유권, 신병철, 양지원, 황인선

고 편 편

월간로봇은 국내 유일의 로봇전문지로서 로봇 , 사람, 문화, 교육 등 로봇 관련 종합 정보를 제공한다. 이제는 로봇이다. 로봇의 시대가 온다.

집 집

기 디

서승희

이종훈 변호사

우리 일상에 로봇이 자리매김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특 허 자 문 위 원

류지언, 전승준

로봇과 인간이 함께 소통하고 교감하는 미래에는

로봇전략연구소 소장

정신량

인간과 로봇이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춤추고, 사랑할 것이다.

수 석 연 구 원

사승환

로봇은 바로 문화인 것이다.

마 케 팅 본 부 장

이성수

조기호

2015년 11월호 통권 제 84호

2008년 11월 3일 등록 호

서울 라12097

(주)유캔맥스

서울시 서초구 방배4동 854-5 미래빌딩 201호

www.robon.co.kr

02-583-3482, 3483, 3486

02-583-3484

우인미디어 02-507-0109

월간로봇 정기구독 신청 1년 70,000원 문의 전화신청 : 02-583-3486 이메일 : robot@roboticus.kr

입금계좌 국민은행 088237-04-003292 (주)유캔맥스

2 월간로봇

(주)성운도서 031-915-6900

값 7,000원 ISSN 2005-4394


월간로봇 최신호( 11월호)지면은 일부 기사만 선별해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 *직전 2개월( 9월, 10월)잡지는 전체 지면을 보실수 있습니다 *

정기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 r obot @r obot i cus . k r또는 전화 025833486으로 문의해주세요. 웹사이트에서 ‘정기구독’ 버튼을

누르셔도 바로 결제 및 신청할 수 있습니다.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 ^ *


CONTENTS

Focus On

06 로봇 윤리와 인간 윤리

발행인 권병필이 포착한, 로봇시대를

섹스로봇,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향한 소리없는 걸음!

Evolution designed by Human & Robot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정보지

11

2015 vol.84

| November 2015

Robohemian Rhapsody

2015

11

Vol.84

,

Focus on섹 스 로 봇 어 떻 게 생 각 하 시 나 요

?

섹스로봇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Rick.K(릭킴 / 팝아티스트+프로젝트디자이너)

4 월간로봇

들어가기

12 섹스로봇,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로보보드

출시를 앞두고 윤리적 찬반논쟁에 부딪힌

07 이달의 행사‌

섹스로봇에 주목하다

2015 국제 휴머노이드 로봇 컨퍼런스,

제4회 대구국제 로봇산업전 外

스포트라이트

14 논란의 중심에서 로봇을 말하다

“섹스로봇” 이라는 이번 주제를 받아들고 많 은 고민을 했다. 이걸 어떻게 표지로 표현한 다.. 주제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잡기 위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도 나오는 것들은 모두 민망 하거나 언캐니 벨리(uncanny valley)적인 것들 뿐이니. 그러다 문득 1927년작 영화 <메트로폴리스> 의 인조인간 ‘마리아’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도시 최고의 과학자이자 공학자인 '로트방'이 창조한 여성형 로봇. 얼마나 매력적인지 그녀 를 한 번 본 인간 남성들은 모두 꼼짝없이 그 녀의 포로가 되고 만다. 아마 남성형 로봇이 었다면 그 대상이 여자들이 되었으리라. 찬성하건 반대하건 섹스로봇은 바로 그런 모 습으로 점차 우리 사회 속으로 들어올 것이 다. 비록 인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이상형의 이성의 모습 으로. 그런 이성과 평생 같이 할 수 있는 미래. 그런 미래는 천국인가, 아니면 지옥인가? 육체적인 욕망을 투영할 수 없다면 인간 이성끼리의 관 계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그 로봇에 대해 내가 품는 감정은 사랑인가, 아닌가? 섹스로봇을 단순한 기계로 바라볼 수 없게 하 는 수많은 질문 중에 일부일 것이다.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

Roboplaza

국내외 간추린뉴스

08 지난달 하이라이트 ‌

‌국내 전문가 10人에게 묻는 섹스로봇

출시 소식에 대한 동상이몽

굴삭기 무인시스템 ‘아바탄’, 2015년도

로봇보급사업, 미래세대 열린광장 2045

20 같은 목표, 다른 접근

플러스 원

섹스로봇 출시 또는 제작을 앞둔 세계

곳곳의 회사들 살펴보기

미래상상 2045

24 섹스로봇 헬프 데스크‌

2045년, 섹스로봇 회사로 날아오는 각종

고객의 소리 미리보기

시선너머

28 섹스로봇은 무엇인가? ‌

고인석 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섹스

로봇에 대한 철학적 고찰기


Tech&Biz 로봇人덱스

Culture&Ethics 인문산책

32 본연의 의미를 잃지 마라‌

48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에 인류는? ‌

김홍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청정생산

‌천현득 이화여자대학교 인문과학원

시스템연구소 소장과 함께한 시간

ROSCon 2015

36 로봇 운영 체제(ROS), 미래를 열다‌

교수와 책 <휴먼 3.0>을 나눠 읽다

엄윤설의 영화 다시보기

54 우리는 왜 ‘파이터’에 열광하는가

‌표윤석 일본 JSPS 연구원이 전하는

키네틱아티스트 엄윤설 작가의 시선으로

다시 보는 영화 <리얼스틸>

변순용의 로봇윤리 이야기

ROSCon 2015의 세 가지 핵심 키워드

순간포착

42 시장을 움직이는 이름 '스타'‌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는 페퍼. 페퍼의

등장과 성공은 어떤 의미인가?

한국 서비스로봇 활성화를 위해 모였다 로봇융합포럼 3차 세미나 현장

DIY 태남매의 로봇하우스

66 “힘내라 힘!” 응원단 로봇 ‌<로봇박사테오> 그림책시리즈 작가

김호남과 자녀들의 창작로봇입문기③

로빛의 로봇레시피

72 Shall We Dance?

광운대 로봇게임단 로빛과 함께하는

‘변신하는 오디오’ 플레이노이드 만들기完

아두이노야 학교에서 놀자

76 Arduino Guitar Hero!

56 수술로봇 안전성 여부를 넘어서.. ‌

서울 선생님과 함께 초음파센서와

‌변순용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에게

피에조를 활용해 아두이노 악기 만들기

전해 듣는 로봇윤리 이야기 다섯 번째

시간

현장스케치

46 한국 서비스로봇, 어디로? 어떻게?

메이커 페어 서울

80 손수제작자들의 도깨비 시장

문화책갈피

만드는 즐거움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곳,

60 태권브이의 귀환

신비한 물건 가득했던 메이커 페어

브이센터 더 라이브 뮤지엄,

서울 이야기

용감하고 씩씩한 태권브이가 돌아왔다

월드메이커 페어 뉴욕

84 개인 창작을 넘어 스타트업으로

Photo Essay

강준환 오픈크리에이터즈 U.S 대표가

전하는 생생한 월드메이커 페어 뉴욕

참가기

Robo Cafe

64 오냐 똥강아지

88 변신과 실험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만난 할머니 로봇

정진영 편집장이 11월호를 마감하며,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

덕분에 떠오른 옛 추억

5


F  ocus on

논란의 중심에서 로봇을 말하다 국내 전문가 10人에게 묻는 ‘섹스로봇 출시소식’

글_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섹스로봇의 윤리적 찬반논쟁이 뜨거운 요즘. 월간로 봇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이 로봇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변순용 서울교육대학교 윤리학과 교수, 백혜 경 강동우S의원 부원장, 한재권 한양대학교 융합시 스템학과 산학협력중점 교수, 이재용 삼성아이테크 대표이사, 배일한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 구조교수, 윤가현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김중 진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센터장, 배정원 행 복한성문화센터 대표, 조백규 국민대학교 기계시스 템공학부 교수, 진달래 청년녹색당 운영위원회 공동 위원장이 참여했다. 공통적으로 그들은 “섹스로봇의 윤리적 찬반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사 용하느냐” 라면서 “장밋빛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14 월간로봇


스포트라이트

우리는 로봇과의 섹스를 선호하게 될까 ?

인터넷 발달 초기였던 8·90년대에 사이버섹스가 리얼섹스를 대체할 것이며, 섹스의 의미 나 성격까지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리얼섹스는 그 의 미를 상실하지 않았지요. 전통적으로 윤리학에서는 실천하는 행위(praxis)와 무언가를 만들 고 생산해내는 행위(poiesis)를 구분하고, 윤리학은 전자에 관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그러 나 현대사회에서 기술이 인간의 행위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윤리의 고려 대상을 ‘praxis’에서 ‘poiesis’로 까지 확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령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자유 롭게 사용하는 현대인의 생활 변화를 이야기할 때,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의 기술 발전을 배 제할 수 없는 것처럼요. 이런 맥락에서 섹스봇의 출현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 만 섹스봇은 사람과의 섹스를 대체하기 보다는 보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섹스트러블 을 겪는 사람들의 치료용으로 제한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성교육용이나 정상적으로 성 적인 욕구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해결 수단으로 기여할 수 있으리라 봅니 다. 파로(paro)라는 로봇을 아십니까? 일본에서 개발된 물개인형 모형의 로봇입니다. 이 로 봇은 치매환자나 자폐증환자의 심리치료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정서에 도움을 주는 로봇을 생각해본다면

변순용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학과 교수

파트너가 있는 경우 로봇과의 섹스는 외도일까 ?

섹스봇의 발전가능성은 매우 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과연 인류가 사람과의 교감보다 로봇과의 교감을 더 원하게 될지는 의문입니다.

섹스로봇을 윤리적으로 찬성 혹은 반대하기 전에 생각해봅시다. ‘연인 혹은 부부의 경우 섹 스 로봇을 사용하는 것은 외도일까요? 혹은 단순한 도구이므로 외도가 아닐까요?’ 이와 같 은 입장차이가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성의학자 입장에서는 배우자가 있는 경 우에 섹스로봇을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외도라 할 수 있으며, 부부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도 배우자와의 성관계를 기피하고 자위를 하거나 야동을 보며 혼자 만족하는 남성들이 있고,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습니다. 또한, 섹스로봇 이용자에 의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성관계가 학습되고 더 강화된다면, 실 제 성관계나 인간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섹스로봇을 치료용으로 활용한다면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습니다. 섹스리스를 극복하기 위해 진료를 받으러 오는 부부 중에는, 파트너와의 성관계에서 오는 긴장과 불안이 발기부전이나 조루, 성 기피와 같 은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이런 경우 섹스로봇은 치료방법의 하나 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 행동치료 기법 중 노출 요법이 있는데, 긴장과 불안을 일으키 는 자극 중 가장 약한 것부터 시작하며 점차 강한 자극에 반복 노출하여 불안 및 긴장 반응 을 점차 줄여가는 기법입니다. 최근에는 가상현실기술을 이용한 가상 노출 기법도 시도되

백혜경

는데요. 이처럼 로봇이 치료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강동우성의학클리닉 연구소 부원장

15


F  ocus on

음지보다 양지로 나와 건강하게 사용되길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예가 많습니다. 비디오를 비롯한 멀 티미디어 산업 발전에 포르노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현상 입니다. 컴퓨터 산업 발전에 게임이 큰 역할을 한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찬가 지로 로봇 산업 발전에 섹스로봇이 기여하는 바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 까 싶습니다. 저는 로봇을 만드는 개발자 입장에서 섹스 로봇의 탄생을 확신합니다. 또한 그 쓰임이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섹스 로봇이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성생활은 인간 삶에 원동력이 될 수 있기에 섹스 로봇이 음지에 있기보다는 양지로 나와 건 강하게 사용되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섹스만을 위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집안일 을 돕는 가사 로봇에 섹스 기능을 옵션으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바람직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자동차를 살 때 옵션 품목이 많아지면 자동차 가격이 올라 가듯이 가사 로 봇에 섹스 기능이 추가 옵션으로 장착된다면 그만큼 가사로봇의 가격이 올라가는 방향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로봇과의 섹스를 인간과의 섹스와 혼동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서 섹스 로봇에게 자신이 로봇이라는 것을 사람에게 명확히 알리는 기능이 의무적으로 설

변순용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학과 교수

기술 발전으로 더 나은 로봇시장 개척될 것

치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섹스 로봇이 특정 사람과 특정 집단에게만 소유되어 권력과 부를 독차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반대할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로봇과의 섹스를 실제 사람과 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까요 ?” 재작년 봄에 앱 < 인공지능 써니 > 를 만들었습니다 . 사용자와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 졌으며 , 현재도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과연 써니와의 대화가 실제 친 구와의 대화처럼 느낄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 세계적인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 소 (Pablo Picasso) 역시 컴퓨터를 두고 “하지만 쓸모가 없어 . 대답만 할 수 있을 뿐이잖아 .” 라며 불평을 토로했다더군요 .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컴퓨터는 오늘날까지 사람들에게 쓸 모 있는 도구라는 것이죠 . 물론 아직까지는 ( 아는 한에서 ) 대답만 할 뿐이지만요 . 섹스로 봇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이런 한계점을 인정하고 , 다른 기술과 접목을 한 다면 새로운 방향을 찾을 수 있겠죠 . 최근 프랑스에서 포르노제작업체 마크도르셀 (MARC DORCEL) 이 가상현실 (VR) 기술을 이용한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 만약 , 이 가상현실 헤드 셋과 섹스로봇을 기술적으로 잘 접목시킨다면 어떨까요 ? 기존의 섹스산업에 새로운 혁신이 되지 않을까요 ? 더 나아가 이와 관련된 시장이 제대로 형성된다면 로봇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 대중은 더 자극적인 컨텐츠를 원할 테고 , 이를 충족시키기 위 한 연구가 계속될 테니까요 . 그 결과 현재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로보틱 기술들이 등장할 것

이재용 삼성아이테크 대표이사

16 월간로봇

입니다 . 이는 섹스로봇뿐 만이 아니라 재난구조로봇 , 의료용로봇 , 서비스로봇 등에도 적극 적으로 적용되어 더 나은 로봇을 양산해 낼 것입니다 .


스포트라이트

로봇 의인화 조심하면 혼란도 없을 것

통일신라시대에 나무로 만든 성기모형이 있었단 사실을 아시나요? 인간이 기구를 이용해 성적 만족을 추구한 역사는 유구합니다. 유교사상이 지배하기 전, 한민족은 성에 개방적이 었고 딜도 사용에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21세기 일부 현대인이 자동화 기술을 이용해 성적 만족을 추구하면서 관련한 성인용품 시장이 생기는 것이 매우 새롭거나 가족 제도를 심각하게 위협할 트렌드는 아니라는 말이죠. 인터넷 초창기를 돌아보세요. 성인영 상물이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서 청소년층까지 퍼질 때에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 지만 오늘날 우리사회의 성규범, 가족제도 등이 포르노 시장 때문에 무너지거나 크게 바뀐 것은 아니죠. 기능면에서 섹스로봇은 침실 어딘가에 숨겨둔 성기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인형 모양의 성인용품을 쓸데없이 의인화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형태의 성기구 출시가 커 다란 사회적 파장이나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이유도 없지요. 섹스로봇을 둘러싼 논란 의 근원은 로봇의 기능이 아니라 사람을 닮은 외양입니다. 기계인형을 이용한 자위행위가 마치 누군가와 바람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우리 두뇌는 생각보다 멍청합니다. 평범 한 기계장치라도 외형상 사람을 닮으면 뭔가 주체적인 존재라고 믿으려 합니다. 섹스로봇 에 대한 세간의 우려와 오해는 관련 제품이 실제로 출시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사라질

배일한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 대학원 연구조교수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히 이용돼야 긍정적

것으로 예측합니다. 섹스로봇은 성에 대한 암묵적 금기(taboo)에 기반한 가족제도를 위협할 만한 킬러앱이 아닙니다.

비아그라를 아시죠 ? 성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약품입니다 . 이 약을 잘 사용하면 평소 생물학적 발기부진으로 성행위에 어려움을 겪은 남녀에게 서로 도움이 되 지요 . 하지만 이 약은 ‘성 기능 증진’ 이 목적이 아닙니다 . 즉 , 몸에 이상이 없음에도 오용을 한다는 것은 파트너에게 오해를 일으킬 수 있지요 . 실제로 많은 남성들은 “여자를 위해서” 라며 성기를 확대하거나 지속력을 높이려고 합니다 . 그러나 여성 10 명에게 물어보세요 . 여 성들은 그런 관계를 원하지 않습니다 . ‘상대방이 나를 어떤 식으로 바라보느냐’ 에 집중하며 단순 노동을 위한 관계가 아닌 , 교감을 위한 관계를 원하지요 . 따라서 섹스로봇 출시 소식을 듣고 , 남녀가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흥미로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더 나아가 과연 이 기계가 얼마나 정서적으로 사람과의 교감을 형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군요 . 예전에 애완동물이 혼자 사는 노인에게 정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 결과는 일부 도움은 되지만 , 인간과의 관계만큼은 아니라고 나왔습니다 . 어린 시절을 살펴 볼까요 ? 아이가 부모에게 느끼는 정이 끈끈해지기 위해서는 사랑과 독려 , 칭찬 등의 감정 뿐만이 아니라 꾸지람과 슬픔 등의 감정도 필요합니다 . 실제로 아이들은 ‘혼나기도 하는’ 부 모나 선생에게서 강한 애착을 느끼지요 . 그런데 애완동물은 그런 관계까지 형성하긴 힘듭니

윤가현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다 . 로봇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입니다 . 그러나 이런 로봇을 성기능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 에게 보조의 목적으로 잘 활용하고 , 오용을 방지한다면 도움되지 않을까요 ?

17


F  ocus on

각종 산업 및 일자리의 변화 예상 돼

20년 전만해도 개는 소나 돼지처럼 가축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산업의 발달로 생활 이 윤택해지고 고령화 및 1인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로 탈바꿈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애 완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나는 계기가 됐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섹스로봇의 출시는 초기엔 각종 논란의 원인이 되겠지만, 수요가 있으면 시장에서 통용되는 것처럼 결 국엔 사용자가 증가하고 각종 직업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미혼자들이 늘 고 장애인, 이혼자, 기타 일반인 등 성생활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유희로봇을 사용할 테니 까요. 가장 큰 변화는 윤락산업이겠지요. 불법이었던 매춘 시장이 어떻게 될 지 모를 일입니 다. 또한 섹스로봇 시장이 커진다면 섹스로봇을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가게가 생겨나고, 이 를 활용하여 어떻게 유희를 즐기면 좋은지 가이드나 컨설턴트가 생겨날 것입니다. 덧붙여 섹스로봇디자이너, 섹스로봇 전문 광고마케터, 섹스로봇엔지니어, 섹스로봇정비원 등도 생 겨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섹스로봇 사용에 따른 부작용 해결을 위한 직업도 생겨나겠 죠. 예를 들어 섹스로봇과의 관계에 따른 정신적 부작용 해소를 위한 심리상담사처럼요. 하 지만 이 로봇의 사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사회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섹스로봇을 보게 된다 면, 동시에 위기에 처하게 될 직업들도 있습니다. 각종 피임용품을 파는 회사와 임신과 출산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센터장

사랑이란 소통이 점점 어려운 일 될것

및 성적인 질병을 치료에 관련된 산부인과, 산후조리원, 비뇨기과 등이 대표적입니다. 더 나 아가 국가는 출산률 저하에 따른 깊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처음에 벽돌 크기의 휴대전화를 든 사람들에 대한 낯설음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가지게 됨으로써 일종의 사회 규범이 만들어졌듯이 , 연인이라며 로봇을 대동하 고 다니는 삶이 또 하나의 사회문화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 레비는 “섹스 로봇과의 사랑이 사회에 큰 기여를 할 것” 이라며 , “이런저런 이유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사람 이 세상에는 아주 많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지만 이 말은 틀리지 않았죠 . 실제로 마음에 드 는 이성에게 거절당할까 봐 마음고생하는 내성적인 사람들이 많은데요 . 컴퓨터와 온종일 함 께 하면서 정작 사람과의 소통에는 서툴고 두려워서 사람들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 또 한 이미 많아지고 있습니다 . 그의 말처럼 사랑과 섹스를 대신할 로봇들이 상용화되는 것이 이 세상 , 인류들에게 어떤 부분에서 정말 실용적인 도움이 될지는 모를 일이나 , 개인 취향 맞춤형 로봇들이 종국에는 인간성이라 대변되는 친밀감 , 애착 , 신뢰 , 존경 , 연민 등 사랑에 따라오는 많은 인격적 , 정서적 부분을 말살하고 어떤 융통성이나 창조도 할 수 없는 로봇 맞 춤형 인간들이 되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 인간학자이며 , 성 전문가로서 걱정이 안 될 수 없습니다 . 게다가 사랑의 부정적인 속성인 질투와 이별 또한 끼어들 틈이 없 으니 그보다 더 이상적인 파트너가 있겠는가 말입니다 . 누구나 자신의 전용 섹스 로봇을 장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18 월간로봇

만하게 되는 세상이 온다면 , 아마도 인류는 시간과 생각의 품이 많이 드는 사람과의 사랑이 라는 소통은 사라지고 , 점점 어려운 일이 되고 말 것으로 우려합니다 .


스포트라이트

인간의 관심사가 로봇으로 나온 건 당연해

섹스는 본디 인간의 관심사에 있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제라고 생각되며, 기 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 기술과 연계된 산물의 탄생은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또한 그로 인해 찬반양론은 다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섹스로봇 출시 소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 합니다. 섹스로봇의 대두는 불가피한 것이지요. 영국에서 섹스로봇 출시 금지 운동이 벌어 지고,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라는 이유로 섹스로봇과 관련된 토론 자체를 규제하는 것 등과 같은 반대 의견이 있는 것처럼, “지나친 우려”라며 또는 “기존 성 인용품과 무엇이 다르냐”며 논쟁의 무의미함을 제기하는 입장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 니 얼마 전에도 SNS를 중심으로 로봇윤리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죠. 보스턴 다이내믹스 가 빅독(BIG DOG)보다 작고 가벼워진 네발이 달린 소형 견마로봇 스팟(SPOT)을 공개하며, 얼마나 안정적으로 중심잡기에 성공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발로 차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들이 “잔인하다”라는 평을 하며, ‘로봇 개를 발로 차는 것은 잔인 한가?’라는 윤리적 논쟁으로 뜨거웠죠. 그때에 “이런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로봇을 개발하는 공학자로써 윤리적인 관점에서 한발 물러나 기술 공학 및 개발자의 관점에서 로봇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덧붙여 ‘섹스로봇 상용화로 인해 인

조백규 국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

섹스로봇 인간의 그릇된 욕망 숨어있어

간의 가치가 상승하느냐 하락하느냐’라는 식의 문제는 로봇에게서 원인을 찾기 보다는, 그 로봇의 사용자. 더 나아가 인류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기존의 모터가 들어간 자위기구 , 이른바 성인용품이 있음에도 이번에 출시되는 기기를 굳이 ‘섹스로봇’ 이라고 부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 오직 인간의 생생함만이 ‘성욕’ 을 만족시 켜 줄 수 있으며 , 그런 인간이 부족하다면 혹은 비싸진다면 그걸 대체할 ‘다른 인간’ 을 만들 수 있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살펴야 할 것입니다 . 결국 그 무의식에는 인간 자체 를 성욕 해소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 , 그러한 인간을 또 다른 인간 혹은 유사한 대상으로 대체 해야 한다는 생각 , 더 나아가 하나의 ‘인격체’ 를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욕망이 들어있는 것 으로 보입니다 . 현재의 어떤 사람들을 ‘섹스를 위해 돈을 내야 하는 장사치’ 로 만든 것은 이 사회입니다. 섹스와 젠더를 사회 내 사람들을 분별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만들고 서열화· 위계화를 통해 젠더 정치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 따라서 지금처럼 성매매 산업이 번창하고 공 공연히 여성 인신매매가 이뤄지는 사회가 온 것으로 보입니다 . 이에 강제로 섹스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지요 . 하지만 만약 , 섹스로봇이 잘 팔려서 그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 저는 무조건 찬성하겠습니다 . 덧붙여 , 이 로봇의 출현 덕분 에 고정적인 성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긍정적인 전망을 합니다 . 사람들로 하여금 이성애자 중심의 로봇 설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

진달래 청년녹색당 운영위원회 공동위원장

로봇에게조차 성별의 이분법적인 구분을 적용할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열리지 않을까요 ?

19


F  ocus on

섹스로봇 헬프 데스크

이혜숙 나이 | 37세 성별 | 여성 혼인 | 기혼 직업 | 직장인

미래상상 2045 부부관계 회복에 도움이 됐어요. 섹스리스 부부로 산지 3년차에 접어들었을 무렵이네요. 처음에는 미친 짓이라 글_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그림_양지원 기자(jiwon@roboticus.kr)

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보름 정도 사용해보니, 우리에 게 다시 신혼 같은 밤이 돌아오더군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혹시 스피커를 부분적으로 끄는 방법은 없 나요? 신음소리 같은 효과음이야 상관없는데, 사실 대

어서오시게나. 2045년 공채 신입사원으로

화기능이 방해가 되네요. 이건 너무 솔로남성을 위한 것 같아요. 혹시, 부부를 위한 모델도 있나요?

첫출근을 축하한다네. 여기는 세계 최대의 섹스로봇회사 드림인터내셔널 고객지원팀일세. 우리 팀의 업무는 간단해.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돼. 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문제 발견이

구동희

자네의 몫이야. 이게 무슨 말이냐고?

나이 | 41세

우리 회사의 사훈을 상기해 보시게나.

성별 | 남성

“문제를 알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혼인 | 기혼

자, 지난 주말 동안 누적된

직업 | 자영업자

고객의 소리들을 부탁하네! 회수 신청합니다. 저는 구매자의 남편입니다. 섹스로봇 을 버릴 때는 회사측에 요청도 해야 하고, 대리인 동의 서까지 작성해야 하다니.. 이와 반대로 그 로봇을 구입 하는 단계는 너무 간단했던 거 아닌가요? 적어도 기혼 자에게 판매할 때에는 상대방의 동의서 정도는 챙겨주 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부관계 소홀의 원인이 이것 때문 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너무 화가 나네요. 되 도록 빠르게 처리를 요청합니다.

24 월간로봇


미래상상2045

강순규

김귀남

나이 | 56세

나이 | 23세

성별 | 남성

성별 | 남성

혼인 | 미혼

혼인 | 미혼

직업 | 자원봉사단체운영

직업 | 대학생

장애인의 성(性) 자유를 지향하는 섹스자원봉사단체 ‘자

보험처리가 안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사람이 다쳤다

유사랑누림’ 운영진입니다. 지난 겨울에 드림인터내셔

고요! 솔직히 구매비용이 적은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널의 후원으로 총 36대의 섹스봇들을 대여해 관리하고

섹스로봇을 만든 것 자체가 ‘재미 삼아’ 아니십니까? 우

있습니다. 장밋빛 예상과는 달리, 사용자 및 보호자들의

리도 ‘재미 삼아’서 포르노를 따라 했을 뿐입니다. 사용

항의가 빗발칩니다. 심지어 운반비용도 난관입니다. 아

자 준수사항에 ‘포르노를 따라하면 안 된다’는 조항도

무래도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은데요. 그렇다

없지 않습니까? 세계 최대의 섹스로봇 회사의 제품이

고 자원자가 희박한, 이 시대에 로봇을 버릴 순 없는 노

이렇게 쉽게 망가지고, 심지어 인명피해를 입힐 줄은 몰

릇입니다. 도와주세요!

랐습니다. 보상해주시죠.

강혜경

조하리

나이 | 29세

나이 | 31세

성별 | 여성

성별 | 여성

혼인 | 미혼

혼인 | 미혼

직업 | 직장인

직업 | 예술가

친구의 생일선물로 이 로봇을 선택했어요. 제 친구는 9

저의 준을 다시 돌려주세요. 지난 금요일 자율업데이

년 전에 교통사고로 두 다리와 팔을 잃고, 웨어러블 로

트를 하고 난 뒤로, 그가 달라졌어요. 우리는 그 동안

봇에 기대어 생활을 합니다. 겉보기에는 문제없는 성격

1,800여 편의 신라노래(향가)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연

이지만, 연애를 하지 않아요.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합니

구했어요. 그런데 지금의 그는 아무것도 기억을 못해요.

다. 벗은 몸을 이성에게 보여줄 자신이 없다고 하더군

계속해서 제가 묻고, 묻고, 묻자. 결국엔 1900년에 발표

요. 그런데 레이디섹스봇을 만나고는 자신감을 회복한

한 클래식 가요 ‘신라의 달밤’을 부르더군요. 어이가 없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호감 간다는 이성과 저녁식사를

고, 그를 잃은 것 같아 속상해요. 다시 업데이트 전으로

했대요! 무슨 마법이죠?

복원해주실 수 있나요?

25


F  ocus on

강희수

장지은

나이 | 42세

나이 | 38세

성별 | 남성

성별 | 여성

혼인 | 기혼

혼인 | 미혼

직업 | 보안경찰

직업 | 자영업자

국가보안팀입니다. 최근 섹스봇을 통해 촬영된 영상들

신촌오거리에서 세계최초 섹스로봇 이미지클럽 ‘도어’

이 불법 유출되고 있습니다. 신고 건수가 상당합니다.

를 운영중인 장마담입니다. 귀사의 제품에 좀더 다양한

현재 판매되는 상품 가운데는 카메라를 내장한 모델 정

기능을 추가하고자 합니다. VIP 손님들이 요청한 내용

보 및 구매자에 대한 정보 공개가 필요합니다. 또한, 원

들을 모아보니, 생각보다도 많은 개선점들이 보입니다.

인이 해킹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하지만 귀사의 모든 섹스로봇에 이 정보들이 반영되는

해당 사건과 관련된 주의를 요청해야 하며, 즉각 바이러

걸 원하지 않습니다. 신촌점을 포함해 전국 29개소에

스를 체크할 수 있는 보안 프로그램 및 백신을 사용하

설치된 저희 클럽의 로봇들에게만 관련 정보에 해당하

여 2차적 피해를 막아야 합니다.

는 업데이트 요청 가능합니까?

은희찬

송재영

나이 | 31세

나이 | 24세

성별 | 남성

성별 | 여성

혼인 | 미혼

혼인 | 미혼

직업 | 프로그래머

직업 | 직장인

전체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한 자율 업데이트 기능을

너무 놀랍고 화가 나네요. 주변에서 저와 생김새가 판

거부하고 싶습니다. 물론 고객을 위한 서비스라는 건 압

박이인 로봇이 음란영상을 찍었다고 하더군요. 설마 하

니다. 하지만 저와의 기록이 누적되는걸 원하지 않습니

면서 봤는데, 얼굴 점의 위치까지 똑같더군요. 사진 첨

다. 물론 이 시스템이 얼마나 똑똑한 기계를 만드는지

부합니다. 혹시 이 로봇, 이 회사에서 만든건가요? 만약

압니다. 잘 이용하면 고갯짓만으로도 제가 원하는 동작

에 이 회사에서 만들었다면 구매자의 정보를 알 수 있

을 구현하겠죠. 마치 맞춤옷처럼. 하지만 제가 원하는

지요? 그걸 떠나서.. 섹스로봇 회사에서 이런 일반인의

건 멍청해도 상관없는 ‘그냥 도구’거든요. 그러니 저의

외형을 그대로 본 따서 만드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제품만큼은 자율 업데이트를 중지해주세요.

많은 것 같은데요. 그렇게 생각 안 하세요?

26 월간로봇


미래상상2045

강혜성 나이 | 18세

※ ‌ 해당 기사는 2045년 미래에 섹스로봇 산업화 시대를 가정한 픽션입니다. 섹스로봇 회사로 날아오는 각종 고객의 소리를 통해, 섹스로봇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유추해보기 위해 작 성됐습니다.

성별 | 남성 혼인 | 미혼 직업 | 고등학생

저는 고등학생입니다. 최근 로봇윤리 관련 과제로 ‘섹 스로봇’을 다루려고 준비 중입니다. 흥미롭게도 청소년 이라는 이유만으로 로봇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이 금지 되어 있더라고요. 이 회사 역시 성인인증을 요구하던데 요? 참으로 이상하네요. 도대체 왜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없나요? 게다가 구매가 금지라고 하던데.. 부모의 동 의서를 받아도 구매가 금지인 것입니까? 이 로봇은 정 말 청소년 유해물이 맞습니까?

수고가 많네. 업무는 소질에 맞는가? 고객의 소리를 살펴 본 소감은 어떠하신가. 로봇은 언제나 같은 조건일세. 하지만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문제는 달라지지. 자네도 로봇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가?

이승은 나이 | 33세

본인은 어떤 유형의 사용자인지 생각해보시게. 자, 그럼 이만 자리를 정리하고 칼퇴근하시게!

성별 | 여성 혼인 | 미혼 직업 | 프리랜서

아무래도 해킹을 당한 것 같습니다. 도와주세요. 지난밤 에 잠을 자고 있는데, 얘가 불쑥 침대로 들어왔어요. 충 전 어댑터에 꽂아만 두고 있었거든요. 심지어 제가 “자 리로 돌아가”라고 명령을 해도 듣지 않고, 막무가내로 행위를 시작하려고 했어요. 별일은 없었는데, 무섭네요. 현재는 로봇이 있는 침실 문을 잠궜어요. 특수한 로봇이 다 보니, 경찰을 부를 순 없어서 일단 회사측에 문의 글 남깁니다. 얼른 조치해주세요.

27


T  ech & Biz

본연의 의미를 잃지 마라 김홍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 소장 글_나유권 기자(yookwon@roboticus.kr) 사진_신병철 기자(byongchol@roboticus.kr)

한국 로봇산업의 정책전문가 김홍 석 소장.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로봇 관련 정책을 기획하는 일을 해 왔다. 로봇산업의 최전선에서 일하 던 그가 말했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라고. 지금 이 순간 본연의 의미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2 월간로봇


로봇人덱스

꽤나 의미 있는 모임이었다. 지난 7월 4일 ‘로봇공학’에 관심

지 했을 정도였다고. 그러나 그는 결국 졸업 후 동 대학원에

있는 사람들의 모임, ‘제1회 로봇공학을 위한 열린 모임(이하

진학했다. 공학의 참맛을 비로소 느끼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로열모)’이 열렸다. 모임은 성공적이었다. 어른이나 아이 할

때부터였다.

것 없이 모두 모여 오직 ‘로봇’에 대해 이야기했다. 북적북적

문득 그와 로봇의 첫 만남이 궁금해졌다. 뜻밖에도 박사과정

새까만 인파 사이에 눈에 띄는 백발의 어른. 한국생산기술연

의 끝자락이었다.

구원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 김홍석 소장이다. 김홍석 소장에

“석·박사과정 전공이 계측제어공학이었습니다. 박사 논문에

게 ‘로봇’이라는 주제는 낯설 것이 없지만, 과연 어떻게 이 자

해당 연구에서 고안한 제어이론을 아주 간단한 형태의 로봇에

리에 오게 되었을까.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적용한 사례를 함께 실었었죠. 말하자면 종이 위에서 이루어

어떻게 로열모에 참여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김홍석 소장은 서

진 만남이었습니다.”

두르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 기자의 욕심이 앞섰다. 김홍석 소장이 지금까지 로봇을 그리며 떠올린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요즘 로봇 산업 얘기

다 보면 답이 나올 것을. 질문을 수정해 되물었고 그는 천천 히 입을 떼었다.

2000년대 들어 등장한 아이보, 다빈치는 ‘서비스 로봇’을 향

김홍석 소장은 전기·전자공학이 재미있었다. 어려서부터 그

해 나아가는 로봇 연구 분야의 흐름을 상징했다. 이에 자극받

랬다.

아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서비스로봇의 기술개발과 그 지원에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전자쇼를 한다는 거에요. 관심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2001년 10월 ‘퍼스널로봇기반 기

도 없어 하는 친구들을 끌고 호기심에 간 전자쇼는 저에게 신

술개발사업’을 기점으로 서비스로봇을 주제로 하는 연구과제

세계였죠. 그곳에서 컬러텔레비전을 처음 봤는데 입체감이 대

들이 기획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대적 특성을 생각해 본다

단했어요. 그래서 전자쇼를 보러 몇 년을 다녔어요.”

면, 당시 해당 분야 국가연구기관에 적을 두고 있었던 그가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가족을 데리고 전자쇼에 참가할 만큼 열

로봇 분야에 들어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

정적이었다. 전시회에서 본 것이 너무나 신기해서 구로동에

다. 1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거시적인 로봇정책을 다뤘던 그

있는 회사에 직접 찾아가 트랜지스터 라디오 키트를 사와서

답게 로봇산업을 바라보는 시야는 역시 남달랐다. 그는 우선

집에서 납땜하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고 했다.

로봇 산업이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DIY가 요즘 생겨난 것이 아니에요. 전부터 뚝딱뚝딱 만들어

에 따라오지 못하는 기업의 인식을 지적했다.

왔던걸 지금 와서 그렇게 이름 지어 부르는 것뿐이죠.”

“로봇 분야는 남들이 하는 것을 쫓아서 하는 분야가 아닙니

작은 호기심은 전기·전자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과

다. 분명히 모험과 호기심이 필요하죠. 모방으로 성공할 수

학이라면 다 좋았지만 특히 전기·전자관련 지식은 특히 재밌

없는 분야가 바로 로봇 분야죠. 그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합

었고 머리에도 쏙쏙 들어왔다고 했다. 수학과 물리에 유달리

니다. 대기업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미래 가치에 투자하기보

뛰어난 여느 과학소년들이 그렇듯, 그 역시 자연스럽게 ‘공대

다는 현재의 즉각적인 수익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

생’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공과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잠시 학

다. 로봇에 대해서만큼은 투자가 아닌 ‘버리는 돈’으로 생각해

과공부에 흥미를 잃었던 때도 있었다는 의외의 이야기도 들을

야 해요.”

수 있었다.

구글이나 소프트뱅크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였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밀할

봇 산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뉴스들을 쏟아내는 것과 대조적으

줄로만 알았던 전기회로를 실제로 수업에서 접해보니 생각보

로 우리나라 대기업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다 허술하게 계산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런 부분에 실망

팽배한 요즘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까. 마치 콩나물시루

했던 것 같습니다. 허용오차를 ‘허용’하지 못했던 거죠.”

에 물을 주는 마음으로 당장의 성장을 기대하지 말고 기다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른바 ‘공학의 실체’를 목도한 것. 학

야 한다.

부 마지막 해에는 급기야 수학과로 적을 옮길까 잠시 고민까

하지만 김홍석 소장은 마냥 기업을 탓할 수만은 없다며 이야

33


T  ech & Biz 기를 이어갔다.

인 거죠. 그렇다고 마냥 노는 것도 아니에요.”

“우리나라의 실정상 결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할 수밖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사람의 머리는 경직되게 마련이

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지표를 요구하고,

다. 자유로운 단합대회와도 같은 모임에서 튀어나오는 아이디

짧은 시간 안에 유의미한 결과물이 나오기를 바라죠. 사실 연

어는 신선하고 재밌었다고 한다. 김홍석 소장이 말한 ‘로봇산

구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10년 정도는 동일한 주제로 꾸준히

업의 토양’이란 바로 이런 모임을 이걸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연구 개발을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디서부터 문제라고 꼬집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

나는 로봇 서포터다

부는 성과에 급급하고 기업은 자립심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결국, 지속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여 정

정확히 말하면 3년 전부터다. 김홍석 소장은 이미 젊은 공학

부와 기업 간의 선순환 구조를 찾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

자들을 만나왔다. 거창한 이름이 붙은 모임은 아니었다. 단

다. 김홍석 소장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언뜻 보기에 터무니

지 한두 명에서 많게는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과 함께 만나서

없는 주제를 가지고 20년씩이나 연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저녁을 먹는 것이 전부였다.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

아무리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도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마

다. 그저 일상의 얘기가 듣고 싶었다. 밥값도 만만치 않았을

련돼야 함을 강조했다.

텐데 그런 일이 좋았다고 한다. 다만 지속적으로 모임을 조직 하는 것이 다소 어려워 아쉬웠던 차에 때마침 생각이 젊은 사

모두 여기로 모여라

람들의 모임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마치 짐을 덜어낸 듯 마음이 한결 가볍고 기뻤다고.

그런 그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제1회 ‘로열모’였다.

모임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하거나 훈수를 둘 법도 한데,

「로봇공학자를 위한 열린 모임」 , 줄여서 ‘로열모’는 로봇 전문

그는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가는 물론 로봇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까지 로봇 공학을 매개

“로열모처럼 자발적인 모임은 그냥 그렇게 놔두는 것이 맞아

로 하여 연결해주는 자리다. 로봇기술을 교류함과 동시에 격

요. 난 그들의 ‘아마추어리즘’을 지지합니다. 계속 모여서 서

의 없는 네트워킹을 지향하는, 일종의 지식공유 공동체라 할

로 토론하고 그래야 오래가거든요.”

수 있다. 그는 로열모의 이러한 개방성에 주목하였다.

모임의 순수함을 잃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 그 이유였다. 덧

“소위 로봇 하는 사람들의 문제점 중 하나는 빅데이터(Big

붙여 다른 건 몰라도 ‘도와주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고 그는

Data)나 SNS와 같은 ‘네트워크적 개념’이 로봇과 하등의 관

말했다.

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대부분이 오픈소스에 익숙지

“내가 앞장서서 끌고 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함께 뛰

않죠. 로열모는 이러한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

며 도와주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또 그것을 잘하기도 하고

입니다.”

요. 일을 할 때나 사람을 대할 때에나 늘 그렇게 함께 해왔어

지금껏 서로 다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로봇이라는 한 가

요.”

지 주제에 대해 와글와글 떠들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로 열모가 그러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김홍석 소장은 확

결국엔 로봇이더라

신했다. 한편 로열모 주최 측에서 그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으나 순

“로봇으로 끝장을 봐야겠죠.”

수함이 훼손될까 싶어서 되도록 조언을 아꼈다는 말에서는 조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그가 내

심스럽지만 진심 어린 애정이 느껴졌다.

린 결론은 역시 로봇이다. 그러나 그것은 로봇에서 큰 일가를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느낌 점이 있다면, 끼가 많다는

이루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실현 불가

것이었습니다. 학회나 세미나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부분들을

능한 과욕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2000년부터 16년간 로

다루며 그런 장을 만들어 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좋은 기운

봇과 함께했다. 쉽지 않은 자리에 올라가 있는 그지만, 보람

34 월간로봇


로봇人덱스

제1회 로봇공학을 위한 모임에서 축사를 하는 김홍석 소장(좌) , 참가자들의 단체사진(우)

만큼이나 아쉬움 역시 많다고 한다.

이 확실하다. 그런 만큼 로봇 분야의 저력은 결국 소프트웨어

“연구원 생활을 충분히 하지 못해 아쉽긴 해요. 바쁜 일들이

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다 끝나고 기회가 허락된다면 묵묵히 더 공부해보고 싶어요. 관심이 가는 분야를 잡고 되도록 깊게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청강’이라는 표현을 쓰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틈에서 이야기 를 듣고 싶다고 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연구자 그 자체로

김홍석 소장과의 만남은 로봇에 대한 고민과 함께 애정을 느

느껴졌다.

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로봇 공학 본연의 의

“어떠한 개념을 이해할 때, 구체적인 문제를 풀어봐야 감이

미를 잃지 말라고 했다.

잡히잖아요. 큰 얘기만 하면 그 깊은 속은 알 수가 없어요. 숙

“지금의 로봇 산업은 본연의 의미가 흐릿해진 것 같아요. 평

제를 받을 때는 언제 다하나 고민하게 되지만 다 풀고 나면

가받기 위해 본질보다 치장하게 되고 결국에는 로봇 기술에

어느새 개념이 이해되는 법이거든요.”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죠. 본질에서 벗어나면 공허하고

그에게 로봇 연구는 숙제와도 같다. 다만 자발적으로 풀고 싶

허전해지거든요. 본질에 충실해야 해요. 복잡한 문제일 수도

은 숙제다.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관련된 개념을 이해하

있지만 그게 가장 중요한 데 말이죠. 그래서 로봇 공학을 위

고 그 깊은 속을 알 수 있다는 그의 말에서 로봇 연구에 대한

해 모이는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거는지도 모르겠어요. 새

식지 않은 갈망이 느껴졌다.

로운 기업, 새로운 개념의 젊은 공학자들이 앞으로 나왔으면

조언을 하는 데에 조심스러운 그지만, 후배 공학자들에게 소

해요.”

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엔 힘주어 말하기도 하였다.

로봇이 미래 산업이라면 미래의 주역은 바로 다음 세대다. 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행해진 로봇 연구를 돌아보면, 결국

홍석 소장은 순수한 열정을 가진 젊은 모임에서 답을 찾았다.

로봇 제작 그 자체를 목표로 두는 데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있

“철저히 제도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지금의 길을 따라 앞으로

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제작을 넘어 지능 쪽으로 가는 것이 바

나아갔으면 합니다. 그 자체를 즐기면서요.”

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로봇의 재구성이 필요한

인터뷰 끝에 그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써온 차곡차곡 적어

시점이죠. 젊은 학자들이 빅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로봇을 생

온 일기를 보여주었다. 언제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

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었는지 빼곡히 적어 엑셀 파일 하나에 저장해 두었다. 미뤄두

하드웨어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소

었다가 쓰더라도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왔다고 했다. 일기에

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간과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시대의 흐름

어떤 얘기가 적힐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또 다른 이름으

을 비추어보았을 때 앞으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

로 채워질 그의 하루가 기대된다.

35


T  ech & Biz

로봇 운영 체제(ROS), 미래를 열다 ROSCon2015 현장을 가다 글_일본 JSPS 연구원 표윤석 pyo@irvs.ait.kyushu-u.ac.jp

로봇 운영 체제 (ROS, Robot Operating System)는 로봇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필요한 하드웨어 추상화, 하위 디바이 스 제어, 로보틱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능의 구현, 프로세스간의 메시지 패싱, 패키지 관리, 개발 환경에 필요한 라 이브러리와 다양한 개발 및 디버깅 도구를 제공한다. ROS는 로봇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을 위한 운영체제와 같은 로봇 소프 트웨어 플랫폼이다.

36 월간로봇


ROSCon2015 현장을 가다

로봇 운영 체제 (ROS) 개발자 컨퍼런스인 ROSCon이 지난 2015년 10월 3일과 4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진행되었다. ROS 개발자 및 유저를 포함하여 약 400명이 참여하는 컨퍼런스로 ROS관련 행사 중 가장 큰 행사이다. 개발자 컨퍼런스라면 대중에게 인지도가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Build', 애플사의 'WWDC', 삼성사 의 'SDC' 를 떠오르시는 분들이 있을 법도 하다. 'ROSCon'도 이와 비슷한데, 회 사에서 주최하는 비즈니스 성격보다는 ROS 유저와 개발자를 더욱 중시한다는 게 차이점일 듯싶다. 이번 ROSCon2015은 이틀간 21개의 발표와 약 40여명의 5분 발표, 전시 부스 와 각 관심 분야로 토론을 하는 BoF(Birds Of a Feather) 형태로 구성되었다. 이 번 컨퍼런스의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들의 핵심 키워드인 ‘ROS 2.0’, ‘사용자’, ‘협 력’ 이렇게 3가지 부분으로 정리해 보았다.

컨퍼런스 회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

37


T  ech & Biz 막힌 곳을 한 방에 뚫어줄 ROS 2.0

차세대 ROS 2.0은 크게 세가지 변화가 있다. 그 첫째는 OMG(Object Management Group)에서 국제 표준으로 정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단연 ROS의 다음 차세대 버전인

한 실시간 데이터 분배 미들웨어 DDS(Data Distribution

'ROS 2.0' 이야기였다. 2010년 1월 22일 ROS 1.0이 릴리즈

Service)를 채용하여 데이터의 실시간 전송과 처리를 지원한

되고 지금까지 10번의 버전업을 거쳐서 ROS Jade Turtle

다는 것, 둘째는 그 동안 많은 사용자들이 요구하였던 실시간

버전까지 왔지만 API를 기준으로는 아직 1.xx 버전에 머물

계산을 지원한다는 것, 셋째는 임베디드 시스템을 지원한다는

고 있었다. 그사이 ROS의 기능을 보완하거나 교체할 만한 새

것이다.

로운 기술이 많이 등장했다. Zeroconf, Protocol Buffers,

DDS는 분산 환경에서 이기종 간의 데이터를 출판/구독

ZeroMQ, Redis, WebSockets, DDS (Data Distribution

(Publish-Subscribe) 형태로 주고 받게 한다. 국제 표준

Service)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동시에 사용자로부터 멀티

에 가깝고 실시간성(real-time), 규모 가변성(scalable), 유

로봇, 리얼타임, 적은 리소스 등 요구가 늘어나게 되자 ROS

연성(flexibility), 안전성(dependable) 면에서 더 뛰어나

개 발 과 운 영 을 담 당 하 는 OSRF(Open Source Robotics

다. 기존 ROS 시스템에서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 있었지만

Foundation)는 흐름을 따라잡기로 결정했다.

ROS2.0에서는 DDS를 최대한 수용하면서 데이터의 실시간 전송과 처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임베디드 시스템이나 열악한 네트워킹 환경에서도 ROS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시간 계산’ 역시 오랫동안 기다려온 기능이다. 그동안 ROS는 CS(Computer Science)쪽 에 서 접 근 한 로 봇 공 학 (Robotics)이라는 느낌이 강할 정도로 센싱, 인식, 알고리 즘, 시스템 적인 측면은 강하나 제어 면에서 중요한 실시간 (Real-Time)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매우 많았다. ROS와 비슷한 미들웨어 계열의 OROCOS (Open Robot Control

(https://github.com/ros2)

Software), OpenRTM (Open Robotics Technology Middle-ware), OPRoS (Open Platform for Robotic Services) 에서 실시간 계산을 중시 여기는 것과는 대조적이 었다. 이 와 관 련, ROS는 유 럽 의 리 얼 타 임 툴 키 트(RTT)인 OROCOS나 지난 ROSCon2014에서 발표한 부분적 리얼 타 임 시스템 ros_control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ROS2.0은 유 저가 선호하는 RTOS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방 식으로 근본적인 개선을 이뤄냈다. 실제로, RTOS에서 많이 사용되는 RT PREEMPT의 경우10^1 us ~ 10^2 us의 최대 대기 시간을 보장하고 Xenomai 역시 최대 대기 시간이 10^1 us이기 때문에 실시간 시스템에 적합하다. 이를 위해 실시간 스레드의 우선순위 설정 프로그램과 사용자가 작성하는 사용 자 코드(user code) 부분에 있어서도 실시간 안전성을 보장 하는 API가 새로 추가된다.

ROS 2.0의 실시간성을 보장하는 real-time safe 부분

38 월간로봇


ROSCon2015 현장을 가다

robot_localization 컨셉(http://wiki.ros.org/robot_localization)

ROS2.0의 마지막 큰 변화는 임베디드 시스템을 전면 지원

사용자가 주도하는 개방형 혁신

한다는 것이다. 이는 DIY 로봇이나 하드웨어 개발 연구자 와 개발자 분들이 가장 반가워할 소식이다. ROS는 일반적

ROS의 주요 개발과 운영은 오픈 소스 로보틱스 비영리재단

인 PC 즉 인텔칩을 사용하는 데스크톱 PC, 랩톱이나 ARM

인OSRF가 진행한다. 그러나 20여명 남짓한 재단에서 이 모

A-Class, 예 를 들 어 ARM Cortex-A9 CPU(Samsung

든 것을 개발하고 운영하기에는 매우 벅찬 상황이다. OSRF

Exynos) 등을 사용하는 ODROID 또는 ARM Cortex-A7

가 지속적으로 ROS를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힘은 사용자

CPU (BCM2836) 등을 사용하는 라즈베리 파이 등 PC에 준

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하는 하드웨어를 지원해왔다. 임베디드 시스템을 위한 하드웨

이번 ROSCon에서도 OSRF 개발진 이외에도 개인, 학교, 연

어를 일컫는 MCU(Micro Controller Unit)에 대한 지원은

구소, 회사 등이 개선 사항에 대해 다양한 발표를 했다. 이러

ros bridge 등 시리얼 통신을 이용한 메시지 교환이 전부였

한 사용자 혹은 협력 개발자들의 발표에서는 ROS 사용자들

지만 ROS 2.0부터는 전면적으로 임베디드 시스템을 지원하

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패키지들의 업데이트, 사용자를 위한

기로 선언한 것이다. 일단 대상이 되는 MCU는 32-bit MCU

툴 공개, 새로운 패키지 공개 등이 주를 이루었다.

중에서 ARM Cortex-M7 시리즈이다. ARM Cortex-M7

특히, 통신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패키지인 내비

시리즈는 디지털 신호 제어까지 사용 가능하여 고성능 모터

게 이 션(http://wiki.ros.org/navigation)과 로 봇 암 매 니

제어 등에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이더넷(Ethernet)을 기본

퓰레이션툴인 MoveIt(http://moveit.ros.org) 영역은 지

지원하기 때문에 ROS 메시지 통신에 매우 적합하다. ROS는

난 1년간 상당한 개선을 이뤄냈다. 대표적으로 캐나다의

향후 지원 범위를 저가격 라인인 ARM Cortex-M0 및 아두

Clearpath Robotics는 robot_localization를 소개했다. 기

이노 등에 많이 사용되는 AVR 라인으로 넓혀나갈 예정이다.

존 Navigation 패키지가 2D 상태만을 추정했다면 robot_

39


T  ech & Biz

로보티즈는 이번 행사에서 골드 스폰서로 참여했다.

localization에서는 Odometry, IMU, Camera, GPS, 3D

및 이번 여름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였던 DARPA 로보틱스

Sensing 등의 데이터를 받아 센서 퓨젼하여 로봇의 3차원 상

챌린지에 참여했던Team ViGIR의 모든 관련 패키지 공개 등

태를 추정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관심을 모았다.

매우 유용한 툴로는 모델링 관련 Phobos가 소개됐다. 이는 오픈 소스 3D 모델링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Blender의 애드

ROS를 향한 러브콜과 협력

온 소프트웨어다. 그동안 수동으로 많이 했던 ROS의 로봇 모 델 작성의 자동화를 지원한다. 아직 개발단계이기는 하지만

ROS는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공헌으로 급성장을 하면서 사

완성되면 많은 이들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외에도

실상 로봇 미들웨어의 표준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에 따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지원하기 위한Android NDK 패키지

라 ROS를 지지하는 로봇 관련 기업들의 참여도도 점점 늘어

40 월간로봇


ROSCon2015 현장을 가다

나는 모습이다. 이번 ROSCon에서는 플래티넘 스폰서가 둘

머노이드 로봇 OP2가 ROS 패키지로 제공되고 있다는 것과

이었는데, 그중 하나는 캐노니컬(Canonical)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ROBOTIS 매니퓰레이터 및 스마트 액추에이터 관련

영국에 기반을 두고 리눅스 배포판 중 하나인 우분투를 개발/

패키지를 ROS 커뮤니티에 공개함으로써 ROS 컨트리뷰터로

운영한다. 로봇 시대를 위한 상업 모델을 발표하고 ROS 패키

활동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동안 ROS 커뮤니티에

지 배포에 사용할 수 있는 Snappy를 공개했다.

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유진로봇과 함께 앞으로의 활약이 기

또 다른 플래티넘 스폰서인 미국의 Fetch Robotics는 최근

대된다.

물류 자동화에 사용되는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를 시장에 내면 서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230억 정도를 펀딩 받아 유명세를

Korea 그리고 ROSCon2016

떨쳤다. Fetch Robotics는 로봇분야 스타트업계에서는 7전8 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은 회사다. 이번 발표에

ROSCon2015는 협업을 통한 로봇공학의 발전을 생생하게

서는 ROS를 사용해 창업할 때 겪은 이야기와 공개 프로그램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딱딱한 학술 학회가 아니라 유용한

의 장점, 그리고 회사로서 공개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주의사

발표와 전시 부스, Lightning Talk, 토론 등의 충실한 행

항을 전했다. 인디고고 소셜펀딩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스

사 구성과 적절한 네트워킹이 어우러졌기 때문에 더욱 알찬

페인의Erle Robotics, 물류 자동화 솔루션을 내세운 독일의

행사였다. 내년 ROSCon2016 개최장소는 아직 미정이지만

Magazino 등 크고 작은 로봇계의 신생 스타트업들 역시 돋

IROS2016이 열리는 우리나라에서 함께 개최되는 방안이 유

보였다.

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ROSCon2016이 한국에서 열린다면

이외에 인텔의 새로운 3D 센서 RealSense 의 ROS 지원,

아시아에서는 최초이며 개최국만 따져봐도 미국, 독일에 이어

BMW의 자동 운전 시스템을 위한 ROS 플랫폼 소개, 전세계

세번째다.

드론의 40%를 차지하고 있는DJI 및 PX4, Crazyfile 등 드

이 글이 ROSCon 행사의 내용은 일부 전했지만 로봇에 대한

론관련 ROS 패키지, Mathworks에서는 Robotics System

열정으로 전세계 개발자가 하나가 돼서 로보틱스 발전에 기여

Toolbox 소개 등 ROS와 협력을 강조한 기업 발표가 줄을 이

하 는 ROS 커 뮤 니 티 의 생 생 함 은 전 달 못 할 것 이 다.

었다.

ROSCon2016이 한국에서 개최돼 많은 분들과 이 느낌을 공

우리 나라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로보티즈의 발표도 있었다.

유할 수 있도록 국내 기업과 기관 등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

로보티즈는 이번 ROSCon2015의 골드 스폰서를 맡아 ROS

으면 한다.

커뮤니티의 플레이어가 되었음을 알렸다. 로보티즈의 소형 휴

ROSCon2016 in Korea! 41


T  ech & Biz

시장을 움직이는 이름 ‘스타’ 페퍼의 등장과 성공의 의미 글_신병철 기자(byongchol@roboticus.kr)

마이클 조던과 에어조던 시리즈 농구를 잘 몰라도, 스포츠를 잘 몰라도 누 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바로 마이 클 조던이다. 농구라는 종목보다 유명하다 고 평가받는 이 전설적인 선수의 위엄을 이 제 와 하나하나 다시 나열하는 것은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을 정도다. 조던이 농구 계에 남긴 불멸의 기록과 활약을 차치하더 라도, 그의 등장은 프로 스포츠와 스포츠화 (靴) 산업계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마이클 조던의 등장으로 NBA는 전 지구적 인 인기 스포츠로 부상했다. 조던의 활약은 NBA를 넘어 종목 자체에까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조던으로 인해 세계 프로 스포츠 의 중심이 NBA, 그리고 농구가 됐다고 해 도 과장은 아니다. 1985년 신인이었던 조 던이 NBA 올스타전 슬램덩크 콘테스트에 참가했을 당시의 사진이다. 금목걸이를 목 에 두른 깡마른 근육질 몸매 ‘애송이’ 조던 의 모습이 이채롭다. 이 사진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한 가지는 바로 그가 신고 있는 신발이다. 중ㆍ고등학생 독자들에게는 농 구선수 조던보다도 패션 아이콘으로 더 친 숙한 ‘에어조던’의 시작이다. 마이클 조던이 NBA에 막 데뷔했던 80년 42 월간로봇


순간포착

대, 농구화 시장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시장이었다. 디자 인 역시 단색의 단조로운 농구화가 당연시되던 시대였다. 스 포츠 시장에서 스타 마케팅이나 특정 선수의 이름을 딴 시그 니처(signature) 신발의 개념조차도 없던 시절이다. 당시 나 이키는 경쟁사에 밀려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 고 있었다. 돌파구를 찾던 나이키는 조던이라는 스타를 전면 에 내세워 농구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실 초창기 에어조던 시리즈는 기능성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농구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조던이라는 스타를 앞세워 에어조던 시리즈는 대성공을 거뒀다. 에어조던 시리즈는 스포츠화 산업계 전체에 새로운 변화를 불 러일으켰다. 에어조던 시리즈의 성공에 자극받은 경쟁사들은 농구화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 다. 이후, 90년대 들어 리복의 샤크 시리즈 등 다양한 시그니

에어조던의 상징 점프맨 포즈. 에어조던의 성공으로 농구화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했다.

처 농구화가 등장하면서 농구화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에어조던의 성공 이후, 스포츠화 산업계에서 시그니처 신발은 비즈니스 모델의 하나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마이클 조던

일반판매에서도 준비된 수량 1000대가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

이라는 스타의 등장으로 관련 시장과 산업 전체가 맞이한 변

다. 이어, 7월과 8월에도 판매분 1000대가 1분도 채 안 되어

화였다.

모두 팔려나갔다. 이에 힘입어 소프트뱅크는 제품 소개 기능 등을 추가해 임대 형식으로 기업용 모델도 판매에 나설 예정

완판행진 이어가는 페퍼

이다.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서비스 로봇은 로봇청소 기뿐이었다.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토록

지난해 6월 서비스로봇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바로 페퍼

주목받았던 것은 페퍼가 처음이다.

의 등장이다. 소프트뱅크가 페퍼를 선보이자 로봇계는 술렁거 렸다. 사람과 소통하는 ‘감성로봇’의 상용화. 특히, 기능에 더

페퍼 판매에 숨겨진 함정

해 저렴한 판매가격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소프트뱅크가 발표 한 페퍼의 가격은 19만8천엔, 한화 약 200만원이었다.

일반 판매가 시작된 뒤, 뚜껑을 열고 본 페퍼의 판매에는 몇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바탕으로

가지 함정이 숨겨져 있다. 먼저 페퍼의 가격이다. 본체 가격

스스로 학습하는 로봇이 200만원에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은 당초 발표와 같은 약 200만원이지만, 실제 사용을 위해서

도 판매된다니. 페퍼는 발표와 동시에 출시도 되기 전부터 로

는 3년간 기본료와 보험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본체 가격에

봇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로

더해 3년 동안 매월 기본료 4800엔(약 5만원)과 보험료 9800

봇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소프트뱅크는 페퍼의 마케팅에 열

엔(약 1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하며, 여기에 별도의 수속 수수

을 올렸다. 페퍼는 정식 출시를 앞두고 공항, 은행, 커피전문

료 9800엔(약 10만원)도 필요하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배

점, 가라오케 등에서 고객 응대는 물론이고 결혼식 사회, 심

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지어 TV 프로그램 진행까지 맡으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페퍼의 가격이 절대 비싸지 않

몇 차례 연기 끝에 올해 2월부터 드디어 페퍼의 정식 판매가

다고 입을 모았다. 박지형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작됐다. 일반판매에 앞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정판매

“스마트폰의 출고가만 하더라도 100만원 수준이며, 200만원

에서 페퍼는 1분 만에 300대가 완판됐다. 6월에 처음 시작된

은 사양이 높은 컴퓨터 한 대 가격에 불과하다.”라며, “사람과

43


T  ech & Biz 소통하는 기능 하나만으로도 페퍼는 저렴한 가격이다.”라고

현재의 판매 현황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애플리케이션 등 부가

설명했다. 소프트뱅크가 페퍼를 장기적인 새 비즈니스 모델로

적인 콘텐츠 개발을 위한 개발자들의 구매가 대부분일 것으로

인식하고 손해까지 감수한 가격이라는 것이다. 이동욱 한국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생산기술연구원 인간지원로봇연구단 단장 역시 “페퍼와 같은 운영체계, 개발환경을 가진 나오의 출시 가격이 약 3000만원

페퍼 등장의 의미

이었다.”라며, “페퍼가 나오보다 기능적으로 향상됐음에도 이 정도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은 당장의 판매 마진보다는 미래를

비록 몇 가지 함정이 존재하지만, 전문가들은 페퍼의 등장 그

내다본 결정으로 풀이된다.”라고 설명했다.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페퍼로 인

페퍼의 가격에는 또 하나의 함정이 숨겨져 있다. 바로 소비자

해 서비스로봇에 대한 관심이 다시 환기되고, 시장에서의 성

들이 느끼는 페퍼의 가치다. 200만원이라는 본체 가격이 개

공은 서비스로봇의 발전을 불러오는 선순환구조로 이어진다

발자 혹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분명 저렴하겠지만, 과연 일반

는 것이다. 실제로 페퍼의 등장 이후 개인용 서비스로봇이 연

소비자들도 똑같이 받아들일까? 결국, 소비자가 ‘로봇’에게 기

이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일본 내에서는 통신사업자

대하는 것, 기존 전자제품들은 할 수 없었던 그 무언가를 페

간의 서비스로봇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일본 NTT그룹과 계열

퍼가 대신하지 못한다면, 일반 소비자들에게 있어 페퍼의 가

사인 NTT도코모는 각각 내년 3월과 올해 10월부터 사람과

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대화하며 교감하는 로봇, ‘소타’와 ‘오하나스’의 판매를 시작

이에 대해 김홍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청정생산시스템연구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대만의 아수스 역시 이들과 비슷한

소 소장은 페퍼가 가정으로 들어오기에는 아직은 경쟁 상대가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김홍석 소장은 “사람과 교감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기능과 큰 차 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들이 페퍼의 가치를 200만원으로 여길지 의문이 든다.”라 며, “그동안 로봇청소기를 제외한 수많은 개인 서비스로봇이 실패했던 이유도 그 정도의 가격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 를 느끼지 못해서였다.”라고 말 했다. 이동욱 단장은 “현재 제조 사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만으로는 페퍼의 활용 가치가 높지 않아 출 시 초창기에는 일 반 소비자 입장 에서 200만원이 비싼 가격일 수 도 있 다.” 라 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맥락에서 페퍼는 사람과 교감하는 기능에 더해 저렴한 가격으로 첫 등장부터 많은 주목받았다.

44 월간로봇


순간포착

로봇을 곧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동욱 단장은 “페퍼는 애플리케이션을

박지형 책임연구원은 “페퍼의 성공은 서비스로봇의 관심에서

통한 소프트웨어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앱스토어와 같은 새로

비롯된 적극적인 투자, 그로부터 이어지는 로봇기술의 발전,

운 유통채널 등 다양한 파생 산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기업의 참여로 인한 소비자의 선택폭 증가, 장기적으

라고 설명했다. 이전 세대의 개인용 서비스로봇 ‘아이보’는 결

로 봤을 때 가격하락으로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로봇 산업의 선

국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아이보는 제조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순환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페퍼의 성공이 기업들의 적

제공하는 제한된 콘텐츠만으로는 개인용 서비스로봇이 성공

극적인 투자와 진출을 이끌어내 소비자 시장을 여는 서비스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페퍼의 등장은 아이보를 넘어서

봇의 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동욱 단장 역시 페퍼의 등장

는 새로운 세대의 서비스로봇 탄생을 의미한다.

이 서비스로봇계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설

페퍼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기능과 싼 가격으로 주목받으

명했다. 이동욱 단장은 “페퍼의 등장으로 정부나 기업을 비롯

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마치 조던의 등장처럼 페퍼는 서비스

해 대중들까지 서비스로봇에 다시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로봇계에 다시 한 번 활기를 가져왔다. 페퍼의 성공으로 이어

라며, “서비스로봇에 다시 관심이 쏠리면서 2000년대 후반

지게 될 서비스로봇의 선순환구조는 에어조던 시리즈가 스포

경제위기 이후 침체됐던 국내 서비스로봇 연구도 다시 활기를

츠화 산업계에 불러일으켰던 변화,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아

띠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직은 페퍼의 성공을 판가름하기에는 이르다. 군데군데 함정이

이동욱 단장은 페퍼를 아이폰의 등장과 같은 의미로 해석했

있고 넘어야 할 허들도 있다. 과연 페퍼는 로봇계의 스타, ‘마

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의 콘텐츠 산업

이클 조던’이 될 수 있을까? 앞으로 페퍼의 성공에 귀추가 주

이 파생된 것처럼 페퍼 역시 단순한 로봇 플랫폼 이상의 의미

목되는 이유다.

45


C  ulture & Ethics

우리는 왜 ‘파이터’에 열광하는가 엄윤설 다시보기 영화 <리얼스틸> 글_엄윤설 키네틱아티스트

수많은 관중들이 운집한 경기장. 링 위에 올라 3연속 잽을 날리는 선수는 다름 아닌 로봇이다. 역시 쇠와 쇠가 부딪히고, 똑같이 불꽃이 튀기고 연기가 나며, 과열된 모터와 합선된 전선들로 인해 불길에 휩싸이는 장면을 연출하며, 어느 한쪽이 더 이상 운행이 불가능 해져야 끝이 난다. 그리고 사람들은 똑같이 이 모든 광경에 흥분하고 환호한다. 오늘 ‘다시 보기’하고 싶은 이 장면은 바로 영화 <리얼스틸>의 경기 장면이다.

하늘을 가르는 어지러운 모터 소리, 플

가 부딪히며 불꽃이 튀고, 절정은 화염

면이었다. 작고 네모난 아이패드 화면

라스틱이 서로 부딪히며 깨지는 소리,

방사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벼락, 어

밖으로 처절함과 환호성이 전해져 왔

충격을 받은 배터리가 터지면서 내뿜는

느 한쪽이 운행이 불가능 해져야만 끝

다. 이것도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매캐한 연기, 사방팔방으로 튀는 파편

나는 경기와 그리고 이 모든 장면에 열

칼과 창이 부딪히고, 살과 피가 튀기고,

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에 열광하는 관

광하는 관중들. 이 날은 필자가 행사

맹수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중들. 2015년 10월 11일 서울. 비는 간

<로보게임즈>의 하이라이트인 ‘로봇컴

비명,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

헐적으로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고, 기

배트’를 처음 보던 날이다. 그 이후로

는 살육의 매치, 그리고 이 모든 장면에

온은 뚝 떨어졌다. 야외활동하기에 최

몇 년 동안 이 행사에서 관객동원 1위

열광하는 관중들. 로마의 원형경기장

악인 날씨에도 불구하고, 드론파이터들

의 코너는 ‘로봇컴배트’였다. 필자는 왜

콜로세움은 지금은 옛 영광을 뒤로하고

의 결전장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

저토록 광폭한 경기에 많은 사람들이

반쯤 부서진 채 서있지만, 그 언젠가 저

었다. 이 드론파이트 경기는 <메이커

열광하는지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곳은 로마에서 가장 인기 높은 경기장

페어 서울 2015>의 여러 행사들 중에

그렇지만 이 비슷한 장면은 또 어디선

이었고, 또 그곳에서 수많은 글레디에

관객동원면에서 확실하게 월등해 보였

가 본 것 같았다.

이터들이 쓰러져갔다. 우리가 영화 속

다. ‘부딪히고, 깨지고, 터지고..’ 어느

좁은 우리 안에 갇힌 채 서로를 향해 곧

에서 흔하게 만나는 이런 장면들은 그

한쪽이 더 이상 비행이 불가능해질 때

추세운 목, 푸드덕 거리는 날갯짓 소리

시절의 실제 역사이다.

까지 싸우는 데스매치. 사람들은 왜 이

와 꾸엑 거리는 비명, 상대의 빈틈을 찾

시대가 변하면서, 파이터들의 형태는

런 경기에 환호하는 것일까? 그보다 이

는 살기등등한 눈빛과 상대의 살 깊숙

변했다. 사람에서 동물로, 로봇으로 그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한 곳을 노리는 발톱과 부리, 어느 한쪽

리고 드론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

2007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포트

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경기와 이 모

하지 않은 것이 있다. 어느 한쪽이 죽어

메이슨. 천정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굉

든 장면에 열광하는 관중들. 어느 다큐

야만 끝나는 경기의 형식과, 그에 열광

음과 상대방을 난자하는 톱날, 쇠와 쇠

멘터리에 소개된 투계(닭싸움)의 한 장

하는 관중들이다. 과연 무엇이 사람들

54 월간로봇


엄윤설의 다시보기

을 이렇게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

는 것이다.

공격이다. 따라서 인간은 누구나 내면

에 이토록 열광하게 하는지 그것을 곰

영화 <리얼스틸>은 사이가 소원해진 아

의 깊숙한 곳에 공격적 성향이 내재되

곰이 생각해 보고 싶었다.

버지와 아들이 로봇복싱을 통해 관계를

어 있다. 그렇게 진화한 것이다. 이 공

개선해 나간다는 진부할 정도로 단순한

격 성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스리

우리에게 대신 싸워줄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느냐 하는 것이 문명인과 사이코패스를

‘파이터’가 필요한 이유

하고 흥미진진하게 빠져 들어 즐길 수

구분 짓는다.

있었던 이유는 영화 내내 시종일관 이

리얼스틸을, 아니 정확히는 로봇들의

단서는 볼링경기에서 찾을 수 있다. 볼

어지는 로봇들의 경기 장면 때문이다.

격투 장면을 다시 보기 할 때마다, 똑

링은 레인의 한쪽 끝에 나란히 세워진

로봇이 얼마나 화려하게 생겼는지, 어

같은 장면이라 할지라도 늘 새롭고 흥

핀들을 다른 한쪽 끝에서부터 묵직한

떤 방식으로 휴 잭맨의 동작을 잘 인식

미진진하게 느끼는 이유는 나의 내면에

공을 굴려서 맞춰 쓰러뜨리는 경기이

하고 그것을 완벽하게 모방해 싸우는

그만큼의 공격성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

다. 그런데 본디 이 볼링이란 경기는 인

지, 로봇이 주인공과 함께 춤추며 감정

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래디에이터들

간의 파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

의 교류가 생기는지 아닌지는 그저 이

이, 투계들이, 로봇들이, 또 드론들이

안된 경기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공

영화의 맛을 더욱 살리기 위한 조미료

처절히 싸우고 부서지는 모습에 사람들

이 핀에 맞는 순간 들리는 ‘팍’하며 깨지

적인 장치들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핵

이 열광하는 것도 이제는 이해 가능하

는 소리, 그리고 핀들이 사방으로 튕겨

심은 관객이 로봇의 격투 장면을 보면

다.

날아가는 장면 등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서 느끼는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경기들을 통해 우

준다. 이 장면과 소리들이 인간의 내면

아주 오래전 인류가 발생했을 때부터

리 스스로를 제어하는 방법을 찾고 있

에 잠재되어 있는 파괴 욕구를 만족시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모든 외부의 위

는 것인지도 모른다.

켜 줌으로서, 평소에 엄한 곳에서 자신

협에 맞서야 했다. 그리고 그 위협에 맞

의 폭력성을 표출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에 하나가

55


C  ulture & Ethics

태권브이의 귀환 브이센터 THE LIVE MUSEUM 글_나유권 기자(yookwon@roboticus.kr)

태권브이가 돌아왔다. 보다 용감하고 더 씩씩한 모습으로. 이제는 힘들게 무거운 국회의사당 돔을 열고 확인 할 필요는 없다. 그곳에 없으니까. 2015년형 최첨단 태권브이 기지가 강동구 고덕동에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60 월간로봇


문화책갈피

로보트 태권브이의 주제곡이 흘러나온다. 아직도 여러 사람의

로 명령하는 뇌파 조종, 적을 타격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무기

가슴을 뛰게 한다. 한때는 태권브이에 열광하던, 그 많은 아재들

제어시스템과 같은 기술이 모여 태권브이를 움직이게 한다. 사

은 다 어디 갔을까.

이언스 랩은 태권브이를 실제 로봇으로 만들 수 있게 하는 주요

태권브이를 추억하는 이들을 위해 지난 10월 15일, 강동구 고덕

10대 기술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게임형식으로 풀어나갈 수

동에 ‘브이센터 더 라이브 뮤지엄(V Center The Live Museum)’

있는 공간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로봇공학 분야의 흥미와 미

이 문을 열었다. 총 10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마치 화

래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면 속에서만 존재하던 태권브이 기지에 실제로 와 있는 듯한 느

THE RIDE-4D는 가로 21m, 세로 13m의 아시아 최대 규모를

낌을 준다.

자랑하는 입체스크린 영화관이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안전 바

이제 로보트 태권브이의 기지를 하나씩 둘러보자.

를 내리는 순간, 관람객들은 태권브이와 함께 출동하게 된다. 화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1976년 여름, 태권브이가 처음 상영

면 속 태권브이의 움직임을 따라 영화관은 진동한다. 이단옆차

한 대한극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한 공간이다. 첫 상영 당시

기로 적을 쓰러뜨리면 온몸으로 느끼는 영화 상영은 끝난다.

2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하는데, 이는 지금의 600만 명의 관객 동원과 비슷한 수준의 수치라는 진행요원이 설명이 이어졌

그 존재만으로도 벅찬 감동

다. 만화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박을 친 셈이다.

태권브이 격납고에는 13m의 거대한 태권브이가 출격을 앞

이어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사이언스 랩이 눈에 들어온다. 태

두고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 김청기 감독이 공식 인정한 태

권브이를 만화영화 속에서 현실로 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없

권브이의 크기는 56m이지만 격납고 안의 태권브이 역시 그

는 것은 아니다. 단, 10대 기술이 실현된다면 말이다. 1,400t 무

에 못지않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오히려 실제 크기라면

게의 태권브이를 날게 하는 비행 능력, 긴급한 상황에서는 뇌파

태권브이 얼굴도 구경 못 하고 집에 가야 했을 것이다. 사진

61


C  ulture & Ethics

브이센터 개관식에 참석한 김청기 감독

1976년 개봉 당시 로보트태권브이의 영화 포스터

보다 실물이 더 낫다는 칭찬이 절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물 론 한껏 멋을 부리기도 했다. 이번 개관을 위해 태권브이가 ‘마스터 태권브이’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새롭게 디자인된 마스터 태권브이는 기존의 태권브이가 지녔던 고유한 느낌 은 그대로 유지했다. 단, 2015년 현대 감각의 메카닉 디자인 을 가미해 훨씬 진보한 태권브이로 재탄생했다. 앞으로 만나 게 될 마스터 태권브이는 기존의 태권브이보다 더 화려한 태 권 동작을 선보인다니 기대해도 좋을 법 하다. 브이센터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게 될 아이들도 놓치지 않 을 모양이다. 실제 공학박사를 초청해 과학 교실을 열고 미 래 로봇산업 꿈나무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권브이의 아버지, 김청기 감독은 “꿈은 꿈꾸는 자에게 있 습니다. 다락방에서 꿈을 키워 온 만화가의 꿈. 애니메이션 을 꿈꾸며 한 발 한 발 걸어와 지금의 태권브이가 탄생했습 니다”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브이센터가 다락방이 될 지 도 모를 일이다. 태권브이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묵 직하게 우리 곁에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추억을 따라 찾아왔지만 돌아갈 때는 새로운 꿈을 챙겨갈 수도 있지 않을 까?

62 월간로봇


문화책갈피

INTERVIEW

박/종/호 브이센터 대표를 만나다 어릴 적부터 태권브이와 하나가 되어 악의 무리를 물리치는 상상을 했다. 캐릭터 완구 (인형) 업계에 10년 동안 종사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태권브이를 잊지 못해 지금의 자리 까지 있게 되었다.

브이센터 개관이 가지는 의미

미를 끌기 위해 다양한 컨텐츠를 준비했습니다. 태권브이

내년이면 로보트 태권브이가 세상에 나온 지 만 40년이 됩

가 등장하는 4D 영상을 통해 태권브이의 웅장함과 재미를

니다. 태권브이는 지금의 40~50대의 어른 세대에게 놀이

선사해 흥미와 관심을 끌게 합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

나 컨텐츠가 부족하던 그 시절의 영웅이며 꿈과 희망이었

지만, 장기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

습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다.

준비한 브이센터는 어른에게는 오래전 꿈꾸었던 추억을 떠 올릴 수 있고 아이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꿈을 꾸는 곳이 되 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기초과학교육과 아버지 세대를 배우 는 교육의 장? 태권브이가 40~50대 이상의 아버지 세대의 캐릭터이기

기지를 그대로 재현하는데 어려웠던 점

때문에 자연스레 아버지와 자녀들이 함께 방문할 것입니

애니메이션에는 태권브이 기지의 모습이 상세히 나오지 않

다. 아버지는 지난날 추억을 비롯한 교훈을 말해줄 수도 있

습니다. 그래서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 최대한 재현하려고

고 자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교감을 하는 연결고리 역

애썼습니다. 13m 높이의 태권브이 조형물에 맞는 기지 재

할을 태권브이가 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부모

현에 인적, 물적인 투자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와 자녀들이 같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 관련(과학 분야 등) 프로그램을 접목해 가족들과의 화합 및 나아가서 자녀의

태권브이 마니아라고..

교육적인 부분도 보강해 나갈 계획입니다.

태권브이가 좋아서 관련 물품과 장난감, 피규어를 수집한 지 10여 년이 넘었습니다. 지금도 태권브이에 관련된 물품 이나 장난감이 있다고 하면 수소문을 해서 찾아다닙니다.

마지막으로 어른과 아이들에게 한 말씀 로봇은 과거에 아이였던 어른들이나 현재의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입니다. 미래를 향한 꿈을

태권브이가 생소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고민을 한 부분인데요.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태

키우는 것은 물론, 기대할 수 있는 존재이고요. 로봇은 세 대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생각합니다.

권브이가 생소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로봇에 대한 흥

63


P  hoto Essay

오냐 똥강아지 감성을 어루만지는 할머니 로봇 글_사진_양지원 기자(jiwon@roboticus.kr)

어렸을 적 할머니는 나를 똥강아지라고 부르셨다. 그러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못들은 척 했다. 그 말이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커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옛 어른들은 아기를 좋게 부르면 귀신들이 시샘해서 해코지한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우연히 할머니 모습을 한 로봇을 만났다. ‘할머니’하고 부르면 ‘오냐 똥강아지’하고 답했다. 문득 ‘우리 똥강아지’하고 부르며 활짝 웃으시던 할머니 모습이 그리워졌다.

64 월간로봇


65


DIY

░ DIY

지난 달에는 태남매 로봇하우스의 첫번째 로봇 ‘사탕지킴이’ 악어 로봇에 이어 ‘아침잠을 깨워주는 북치는 원숭이 로봇이 탄생했다. 북치는 원숭이의 활약 덕분에 여름방학 후유증으로 아침잠이 많아진 태호는 이제 어느새 아침형 인간이 되어가는 눈치다. 조그마한 로봇이 어떻게 쓰이는가에 따라 그 힘들던 등교 준비도 여유로워질 수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 어떤 로봇들이 일상 생활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가장 어려워했던 톱니바퀴의 맞물려 돌아가기에 대한 이해와 프로그래밍은 로봇을 만들면서 계속 반복한 덕분에 이제야 좀 감을 잡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직도 작은 고사리손으로 톱니바퀴의 이를 맞물려 조립하는 것에 애를 먹긴 하지만 어떻게 조립하면 제대로 구동되는지는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슬슬 좀 더 난이도 있는 로봇에도 도전해 볼까 하는 욕심도 생긴다. 오늘은 태남매 로봇하우스에서 세번째 로봇이 탄생한다. 태연이가 오빠를 위한 응원단장으로 임명되었다. 하지만 오빠에게 힘을 북돋워 주는 응원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로봇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자, 그럼 오늘은 무슨 사연으로 어떤 로봇이 탄생되었는지 시작해 보자.

“힘내라 힘!” 응원단 로봇 ‘태남매’ 태호·태연의 로봇하우스 ③ 글_김호남 그림책시리즈 <로봇박사테오> 작가

66 월간로봇


태남매의 로봇하우스 ③

응원단 로봇, “오빠에게 힘을!” 태호의 태권도 승단심사 일정이 확정되었다. 국기원을 거치는 정식 승단심사는 아니고 태권도장 자체에서 진행하는 승단심사지만 이 곳 태권 도장은 무척 까다롭기로 (동네에서) 유명하다. 태호도 바짝 긴장을 했는데, 이번에는 송판 여러장 을 격파해야 하는 어려운 심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오빠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응원단장으로 동생 태연이가 임명되었다. 열심히 응원 동작을 연습 하던 태연이가 혼자 응원하자니 쓸쓸하고 흥도 안 난다고 한다. “그럼 응원단 로봇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태연이 동작에 맞춰서 응원할 수 있도록 말야” 아빠의 말에 태연이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로봇 블록 상자를 들고와 당장 제작에 들어간다.

1단계

응원단 로봇 만들기

먼저 뚝딱뚝딱 매뉴얼대로 응원단 로봇을 만들어 본 다. 레고 위두에서 제공하는 매뉴얼을 컴퓨터 화면에 서 확인해가며 기초를 잡아 나간다. 레고 위두는 기본 적으로 하나의 모터가 구동하면서 다양한 동작을 구현 하다 보니 톱니바퀴를 많이 활용하게 되는데 톱니바퀴 의 이를 잘 맞물리게 조립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가

응원단 로봇을 만드는 초기 사진 . 컴퓨터 화면의 매뉴얼대로 일곱살 태연이가 뚝딱 뚝딱 만들어 간다 . 모터가 축을 이루고 톱니바퀴가 맞물리면서 두 캐릭터가 위 아 래로 움직이며 응원을 하게 된다 .

장 까다로운 듯 하다. 레고라는 장난감이 대부분 브릭 형태이기 때문에 톱니바퀴가 나오면 좀 생소해 하기 때문이지만, 벌써 세번째 비슷한 형태로 로봇을 만들 다 보니 어떻게 하면 로봇이 안 움직이고 어떻게 하면 잘 움직이는지는 대충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번 에는 저번 원숭이 로봇보다 좀 더 복잡한 톱니바퀴 조 립을 아빠 도움 없이 해 냈다. 하단의 구동 부분이 완성되면 응원단원 캐릭터를 조립 한다. 장난감 레고와 동일한 형태다 보니 일곱살 태연

응원단원 두 캐릭터의 동작 구현을 위한 톱니바퀴 응용 . 하나하나 확실하게 이를 맞물려 동작하는 데 이상이 없도록 꼼꼼히 조립했다 .

이도 물을 만난 듯 신나게 조립한다. 다 만들고 나니 캐릭터가 좀 못 생겼다고 손을 봐 줘야겠다고 하는 것 을 간신히 말리고 계속 진도를 나가게 독려해 줬다. 캐릭터를 미리 완성해 놓은 구동부분과 연결한다. 긴 브릭으로 연결 부위를 견고하게 이어 주면 드디어 응 원단 로봇 조립은 완성이다.

완성된 캐릭터 . 캐릭터를 더 예쁘게 만들고 싶은 아이의 마음은 이해하나 , 나중을 기약하도록 하자 .

67


DIY

░ DIY

2단계

프로그래밍과 함께 응원하기

응원단 로봇을 완성한 후 컴퓨터 상의 매뉴얼을 다음 페이지로 넘기면 곧바로 응원단 로봇을 동작시키기 위한 프로그래밍 화면 이 나타난다. 기본 프로그래밍은 시작과 동시에 두 캐릭터가 빙 글빙글 돌면서 위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반복을 하며 휘파람 소 리를 낸다. 기본 프로그램에 아이콘을 추가하여 좀 더 다양한 동작을 연출 할 수 있다. 속도계가 달린 모터에 숫자를 줄이거나 늘리면 응 원단원이 움직이는 속도를 느리게 또는 빠르게 할 수 있다. 음표

응원단 로봇이 완성되었다 . 레고 위두 패키지가 다섯개 정도 있어 서 열명의 제각각 캐릭터를 만들어 응원단을 꾸미면 꽤 그럴 듯 해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아이콘 밑의 숫자도 기본으로 제공되는 소리를 나타내는데 숫 자를 다양하게 사용함으로써 다양한 응원소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마이크를 통해 응원단 함성 소리를 녹음하여 소리를 출력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프로그래밍이 워낙 생소하여 관심을 많이 갖지 않던

응원단 로봇을 위해 기본으로 정의되어 있는 프로그램 . 한방향으 로 모터가 돌고 중간 중간 흥겨운 휘파람 소리를 낸다 .

아이들이지만, 이제는 아이콘을 다루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 다고 생각되는지 이것 저것 많이 시도를 해 보면서 원하는 모습 을 찾아간다. 태연이도 응원단장으로서 마음에 드는 응원단원을 탄생시키기 위해 예전보다도 훨씬 더 프로그래밍에 공을 들이는

응원단 로봇을 위해 기본으로 정의되어 있는 프로그램 . 한방향으 로 모터가 돌고 중간 중간 흥겨운 휘파람 소리를 낸다 .

모습이다.

3단계

실전응용! 손 동작에 맞춰 응원을 시작하라!

긴장감이 감도는 승단심사장. 무턱대고 시끄러운 응원은 금물이다. 어떤 방법으로 이 응원단원들을 제어해야 할까?

응원 시작 알리기!

태연이가 응원 시작을 알려주면 응원단원들이 응원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응원 시작 시점에 컴퓨터 앞에 달려가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하는 것은 참 볼품없어 보인다. 어떻게 하 면 태연이의 응원 시작 명령에 맞춰 응원단원들이 응원을 시작할 수 있을까?

레고 위두(Lego We Do)란? 일곱살 이상의 어린 아이들이 동작모델 디자인 및 조립,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활용을 배울 수 있도록 레고 에듀케이션 에서 개발한 학습 교재. 로봇 공학을 배우기엔 아직 이른 어린이들에게 스스로 조립할 수 있도록 흥미를 유발하고 쉽게 프 로그래밍을 접함으로써 기본적인 기계 동작 및 로직 설계에 대한 자연스러운 학습이 가능하다.

68 월간로봇


태남매의 로봇하우스 ③

모션 센서를 통한 응원 지시!

기본 프로그램에서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응원단 로봇을 만들 때 이미 모션센서가 구동 부 분에 포함되어 있었다. 모션 센서 아이콘을 기본 프로그램에만 추가해 주면 태연이의 손동 작 지시에 따라 응원을 시작할 수 있다.

자, 드디어 완성! “응원 준비 완료! 오빠는 나만 믿고 힘 내!” 응원단장 태연이 말에 태호도 힘을 내어 연 습에 박차를 가한다. 과연 태호는 태연이 응 원에 기를 받아 멋지게 송판을 격파할까? 모션센서가 장착된 구동 부분 . 프로그래밍에 모션 센서 아 이콘을 맨 앞에 추가하면 모션센서 앞에 손을 갖다 대는 것 으로 응원 시작을 지시할 수 있다 .

드디어 결전의 시간. 태호의 송판 격파 시간이 다가왔다. 이미 한차례 품새 심사는 태연 응원단의 함성과 함께 순조롭게 통과. 긴장되는 순간. 태호가 호흡을 고른다. 태연 응원단장은 응원단원 로봇들을 제어하고, 응원단원 로봇들은 천천히 숨죽여 움직이기만 한다. 드디어 격파의 순간! 파삭! 송판 다섯장이 한순간에 부서졌다.

Epilogue

태연 응원단의 응원에 힘입은 태호의 송판 격파!

“짝짝짝! 야야야! 태호오빠 최고!” “삑삑삑! 휘리릭! 삑삑삑! 휘리릭!” 응원단장 태연이 손짓에 응원단 로봇도 응원을 시작하고 가족들 모두가 기뻐 소리친다. 태호의 송판 격파 성공! 태연이의 응원 미션도 대성공이다!

69


DIY

░ DIY PLAZA

개인 창작을 넘어 스타트업으로 New York Maker Faire 2015 참가기 글_강준환 오픈크리에이터즈 U.S 대표 Paul.jh.kang@opencreators.com 사진_최종언, Laura Kolbe Dotterer

뉴욕 메이커 페어는 올해로 6회를 맞이했다. 메이커 페어와 메이커위크라는 굵직한 두 행사를 중심으로 대중적 규모를 가지게 된 것은 4회부터다. 그때부터 뉴욕 메이커 페어는 이름에 세계(World)라는 단어를 붙였다. 뉴욕 패션위크가 그 랬듯 메이커위크를 만들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나의 독자적인 방향을 이끌어가겠다는 뉴욕 특유의 움직임을 보이 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뉴욕 메이커 페어는 단순히 아티스트와 엔지니어, 혹은 일반인의 창작 활동을 넘어 비즈니스 스타트업으로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84 월간로봇


특별기고 New York Maker Faire

2013년 시작된 뉴욕 메이커 페어와의 인연, 흥미에서 치열함으로 필자와 메이커 페어의 인연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2년 8월 오하이오 주 영스타운에 3D 프린팅을 이용한 새 제조 기법을 연구하는 민관합동연구소 ‘국가첨가제조협회 (NAMII)’를 세우고, 2013년 신년 연설에서는 “이제 제조업의 혁명을 가져다 줄 잠재력을 지닌 3D 프린팅 기술을 모든 노동 자들이 습득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미국 전역에 메이커 열풍 이 불어오던 그 시기부터 시작됐다. 어쩌면 지금 내가 참여하고 있는 3D 프린팅 회사, 오픈크리에 이터즈와의 인연도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때 이미 시작됐을

메이커 페어에서 오픈크리에이터즈 멤버들과 함께

지도 모른다. 2013년 뉴욕 메이커 페어에 기자로 참여한 것 을 계기로 한국의 미디어와 컨퍼런스에서도 메이커 관련 에반 젤리스트 활동을 하면서 3D프린팅의 미래 가치를 느끼게 되

에 따라 ‘만드는 정신과 재미’에서 성공적인 상업적 반응을 도

었고 그 과정에서 만난 파트너들과의 굳건한 관계도 형성되기

출하는 치열하고 당연한 밸런스의 격전장으로 바뀌었음을 의

시작했다.

미한다. 게다가 우리 부스 바로 옆에는 2014년 1만 1855명의

2년이 지난 올해 오픈크리에이터즈는 뉴욕 메이커 페어에 스

후원자가 340만 달러를 투자할 정도로 성공적인 킥스타터 캠

타트업 스폰서로 참여했다. 과거 참관객으로 참여했던 것과

페인을 진행했던 M3D 프린터 개발 기업 부스가, 그리고 뒤에

비교할 때 이번에 직접 참가한 팀으로써의 경험은 전세계에서

는 우리와 거의 유사한 컨셉의 시제품을 들고 나온 ReDe Tec

몰려든 초기 기업들과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되는 긍정적 성과

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긴장은 더해갔다. 이처럼 필자의

도 안겨줬지만 반면에 한국에서는 기술 중심회사로 어느정도

세 번째 뉴욕 메이커 페어는 이전과는 색다른 느낌으로 시작

경쟁력이 있다고 이야기하던 우리 현재 상태를 적나라하게 드

했다.

러내는 계기가 됐다. 올해 월드 메이커 페어는 행사 기간이 한국의 추석 연휴 기간

메이커 페어의 키워드

인 9월 26일과 27일과 겹쳤다. 그래서 한국에서 방문하려던

‘Technology’ , ‘Education’ , ‘Experience’

분들이 안타깝게 포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또 작년에는 한 국의 대기업이 규모 있는 스폰서십을 제공하며 참가했던 것도

메이커 페어는 기본적으로 하이테크의 향연이 아니다. 라스베

올해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 방문을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가스에서 열리는 IT쇼 CES같이 기업들이 최첨단 기술과 제품

만들었던 단체가 월드 메이커 페어 직전에 돌아가야 하는 경

을 앞세워 경연하는 경우를 상상할 경우 실망을 안고 돌아갈

우도 발생했다.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우리는 행사 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메이커와 메이커 페어가 왜 세상에

주일전부터 치열하게 준비를 시작했다.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이번에 출시하는 제품의 특별가를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에 대

기존에 세상에 없는 무엇인가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한 격렬한 토론과 함께 단순 관객에 대한 세일즈 활동, 그리고

메이커라 할지라도 그들이 그 원리와 기술 자체를 세상에 내

우리와 유사한 관심을 가지고 모여든 미국과 전세계의 스타트

놓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양한 오픈소스 기술, 혹은 기

업과 어떻게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제휴 전략까지

존에 저평가되었던 기술들을 활용해 사람들의 손에 잡히는 경

총체적으로 검토를 했다.

험과 물건을 내놓는 패턴이 훨씬 더 많이 발견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치열한 고민은 메이커 페어의 분위기가 해를 거듭함

시장에 어필하고 비즈니스까지 연결되는 다양한 기회로 이어

85


DIY

Plaza ░ DIY PLAZA

지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이다.

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즉, 메이커 페어는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경험과 교육의 기회

관심사가 장치 중심이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장치의 다양화

를 대중에게 주는 것이다. 또 스타트업의 경우 자신들의 아이

와 소재의 종류 및 소재 활용에 대한 다양한 방법이 소개됐기

디어와 프로토타입이 어떻게 제품화 될 것인가에 대한 기회를

때문이다. 스타트업들도 그동안의 학습효과를 증명하듯 자체

제공받고 대중적인 반응을 확인 받을 수 있는 장이 된다는 것

아이디어의 제품화 과정에서 3D프린팅 기술을 보다 세련되게

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다.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현상은 오히려 거품이 빠

뉴욕 메이커 페어에서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용 키트가 인기를 끌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메이커 페어에서 가장 많이 선보

진 상태에서 적합한 쓰임새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

인 전시 아이템인 로봇, 3D 프린팅, 드론의 경우에도 멋진 신

다. 불과 몇 년 전 우리가 실체를 모르고 상상적 시각으로 떠

기술의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철저하게 가족 단위로 이루어진

들었던 그 시기가 수면 밑에서는 다가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

관람객들의 자녀들에게 미래 교육적 관점에서 어필하는 키트

을만 하다.

형태가 많았다. 사실 전세계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그중에서도 미

메이커 페어, 스타트업, 그리고 크라우드펀딩 캠페인

래 지향적인 도시인 뉴욕을 상상하면 그곳에서의 메이커 페 어에서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리얼로봇같은 것들이 여기저

초기 기업이 메이커 페어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주 현실적으로

기 있으리라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뉴욕 메이커 페

변했다. 그 목표 역시 구체적이라는 사실을 이번 년도에는 더

어는 기술의 교육적, 체험적 키워드에 기초하여 온 가족들간

욱 실감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과 결합해 작동하는 휴대형 3D

의 페스티벌로서의 분위기 조성에 집중한다. 이와 달리 한국

스캐너 Eora를 개발한 호주 회사는 제품을 미리 킥스타터 캠

과 가까운 도쿄 메이커 페어에 가면 실물 사이즈의 건담 로봇

페인에 올릴 것을 공지하고 나서 메이커 페어 기간을 크라우

이나 실제로 움직이는 전투형 로봇까지 다양한 로봇들에 대한

드 펀딩을 위한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잠재적 후원자를 모집하

경험과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는 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 Eora 3D Scanner는 펀딩 시작 3시간만에 목표액을 달성하였다.

3D프린터가 아니라 3D프린터 산업으로 분화

여기서 잠깐, 한국에 있는 스타트업이 바라보는 크라우드펀딩 과 미국이나 영어권 회사들이 바라보는 것의 차이를 살펴 보

2013년만 하더라도 3D프린터 자체가 다양한 화제를 불러일

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한국의 있는 스타트업은 기본적으

으켰다. 미디어는 3D프린터가 세상을 금새 바꿀 것 같은 판타

로 크라우드펀딩을 실제 펀딩 보다는 마케팅의 수단으로 생각

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오랜 출력 시간, 한정된 소재와 부

하는 경향이 짙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불과 2~3년 전부터

족한 정교함 등 실체가 드러나면서 대중의 관심은 급속히 냉

미국 내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준비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이미

각됐으며 몇몇은 조롱섞인 평가들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그로

관련 미디어 활동 및 로컬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자체적인 마

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메이커 페어에서는 3D프린터의 활용성

케팅은 진행하고 크라우드펀팅을 통해서는 실제 세일즈를 위

86 월간로봇


특별기고 New 2015York 나비Maker 해카톤Faire 현장

한 활동과 투자자를 찾기 위한 흐름을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하

메이커 페어가 끝나고 ObliLab의 철학과 방향을 듣기 위해 다

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시 뉴욕의 웨스트빌리지 인근의 카페에서 만났다. 공동설립자

이렇다 보니 프로토타입부터 상용화까지의 긴 여정을 메이커

인 캐롤린에게 던진 질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테크놀로

페어와 함께 하는 기업도 눈에 띄었다. DI Wire Machine은

지의 적정 수위와 그 활용에 있어서의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2013년 메이커 페어 때 멋진 디자인의 프로토타입을 들고 나

“많은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하이테크놀로지에 집중하고 있는

왔지만 ‘과연 이 제품이 상용화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데 왜 너희는 전기를 쓰지 않는 카드보드 드럼키트를 고집하 나?” 라는 질문에 그녀는 “우리가 만드는 드럼이 시중에 판매 되는 드럼 키트 보다 가격이 낮고 충분히 훌륭한 소리가 난다 면 굳이 왜 전기를 써야 하는가?” 라고 반문했다. 만약 그처럼 과도한 테크놀로지가 필요하다면 이 제품으로 아프리카의 오 지나 저개발 국가에서는 드럼 연주를 하기 위해 또다른 디바 이스와 전기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이었 다. 이는 어쩌면 뉴욕 메이커 페어를 3년째 참관하면서 기술

DI Wire Machine으로 제작할 수 있는 물품들

유발했다. 마침내 올해 메이커 페어에서는 실제 판매되는 제

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최고로 소중했던 시간인지도 모른다.

마치며

품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다. Pensa의 Engineering Director인 Marco로부터 한국에도 이미 한대가 판매되었다

한국의 메이커 페어는 기술을 특별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었

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우리도 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회사로

다. 그리고 흔히 메이커를 만들어내고 그들을 특별한 울타리

써 더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안에 가두어 메이커 페어 혹은 메이커커뮤니티라고 규정하는

또 하나 반가운 상대는 Circuit Scribe 였다. 2014년 약 1만

경향이 짙다고 생각한다. 그들 또한 그 안에서만 존재하며 한

2000명의 후원자들에게 67만달러 정도의 크라우드펀딩을 성

정된 활동으로 제한되어 가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그런 경

공했던 그들을 올해 메이커 페어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향과 프레임이 없어지는 상황에서만이 진짜 메이커들이 지향

올해 새롭게 만났지만 3년 뒤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스타트업

하는 운동(movement)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ObliLab도 있다. 이 회사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프

모른다. 무브먼트는 그 이름이 사라질때 진짜를 달성하게 된

랑스의 제품 디자이너 패트릭과 프랑스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

다.

동하는 캐롤린이 창업한 회사로 카드보드 형태의 드럼 키트를

좀더 흥미로운 비유를 하며 글을 마친다. 필자는 이번 메이커

개발했다.

페어에서 인어 복장을 한 메이커 한 명을 만났다. 그녀는 그 안에서 너무나 특별해 보였다. 만약 내가 이곳에 거주하지 않 는다면 남들과 비슷한 시선 안에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그녀의 용감한 퍼포먼스와 기술이라는 것 그 자체에는 가치 없음을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올해 6월 여름이 시작하는 코니 아일랜드의 인어 퍼레이드에서 그녀와 같은 모 습을 한 몇 천명의 인어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들을 뉴욕의 게이 퍼레이드에서도, 여름의 끝을 알리는 브룩클린의 카라비안 퍼레이드에서도 발견했다. 이들에게는 이미 무언가 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페어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생활 곳곳

ObliLab의 드럼키트는 첨단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에서 발견되는 평범한 그것이었다.

87


Robo Cafe

Editor's Note

변신과 실험 글_정진영 편집장(chief.editor@roboticus.kr)

월간로봇은 7살이다. 2008년 12월 창간 해서 줄곧 로봇만을 바라보며 걸어왔다. 지난 3월 편집장으로 합류하면서 과감하 게 ‘변신과 실험’을 제안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7년간의 세월이 든든하게 지탱해준 덕분이다. 앞서간 여러 선배들의 노력에 감사하고 있다. 2015년도 이제 2개월 남았다. 올 한해 로 봇전문대중지로 색깔을 분명히 했다. 철 학, 예술, 게임,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을 로봇과 연결해 지면으로 끌어왔다. 널리 알려진 유명인 외에도 로봇을 꿈꾸고 사 랑하는 모든 이의 이야기를 발굴하려 노 력했다. 웹사이트 http://roboticus.kr 에서 디지털지면 서비스도 실험적으로 시작했다. 꽤 많이 한 것 같지만 늘 아쉽다. 시간도 부족하다. 지난 8개월 동안의 변신과 실험 강도보다 남은 기간의 실험 강도가 더 셀 것 같은 이유다. 양적 시도의 측면 보다는 질적 완성의 측면이다. 올 해 실험 결과를 토대로 2016년 부터는 본격적으로 달려가야 하니까. 물론 행복한 일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일상에 끌려 다니느라 실험조차 못하 는 상황이 허다하다. 남은 2개월 동안 디자인 측면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모습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도 개편 중이다. 열심 히 발굴한 내용을 좀더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깊이 있는 내용도 다시금 챙기고 있다. 주제 의식 역시 조금은 더 다듬어야 한다. 월간로봇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데 있어 남은 2개월이 의미 있는 기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설사 지금 안정적으로 잘 나가고 있다 할지라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하면 만드는 사람도 재미 없고 보는 사 람도 재미 없다. 월간로봇은 앞으로도 끊임 없이 실험하는 역동적인 매체로써 로봇을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문화 를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이제 시작이다.

88 월간로봇


월간로봇 최신호( 11월호)지면은 일부 기사만 선별해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 *직전 2개월( 9월, 10월)잡지는 전체 지면을 보실수 있습니다 *

정기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 r obot @r obot i cus . k r또는 전화 025833486으로 문의해주세요. 웹사이트에서 ‘정기구독’ 버튼을

누르셔도 바로 결제 및 신청할 수 있습니다.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 ^ *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