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t_Octo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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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lution designed by Human & Robot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정보지

2015

10

Vol.83

,

Focus on모 든 길 은 로 봇 으 로 통 한 다

모든 길은 로봇으로 통한다

10

2015 vol.83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정보지 월간로봇

“로봇은 문화다”

권병필

권병필

곽대원

정진영

남이준, 이현종, 한재권

나유권, 신병철, 양지원, 황인선

고 편 편

월간로봇은 국내 유일의 로봇전문지로서 로봇 , 사람, 문화, 교육 등 로봇 관련 종합 정보를 제공한다. 이제는 로봇이다. 로봇의 시대가 온다.

집 집

기 디

서승희

이종훈 변호사

우리 일상에 로봇이 자리매김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특 허 자 문 위 원

류지언, 전승준

로봇과 인간이 함께 소통하고 교감하는 미래에는

로봇전략연구소 소장

정신량

인간과 로봇이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춤추고, 사랑할 것이다.

수 석 연 구 원

사승환

로봇은 바로 문화인 것이다.

마 케 팅 본 부 장

이성수

조기호

2015년 10월호 통권 제 83호

2008년 11월 3일 등록 호

서울 라12097

(주)유캔맥스

서울시 서초구 방배4동 854-5 미래빌딩 201호

www.robon.co.kr

02-583-3482, 3483, 3486

02-583-3484

우인미디어 02-507-0109

월간로봇 정기구독 신청 1년 70,000원 문의 전화신청 : 02-583-3486 이메일 : robot@roboticus.kr

입금계좌 국민은행 088237-04-003292 (주)유캔맥스

2 월간로봇

(주)성운도서 031-915-6900

값 7,000원 ISSN 2005-4394


I

� ---오직 ·로봇 밖에 모르던 엔지니어가 사회변화에 눈뜨며 시작된 치열한 로봇과 인간의 촌재 탐구.

홀끓톨불 훌훌擊흘활좋옳매l 없[t. 미래사회에 대해 우리 모두가 감이 고민해봐야할 내용이 듬뿐 담겨 있어서 로봇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콕 읽히고 싶은 책이다.

필훌훌흔를힘 --빼廠빼할

때빼

| 청지훈〈거의모든인터넷의 역사〉저자/정희사이버대학교교수 주제가 로봇이지만그 어떤 이론서보다 쉽게 쓰여있으며 어떤 명사의 자서전보다 진솔하고 깊온성촬이 담격 있다. | 손재권 〈파괴자들〉저자/ 매일경제 기자 미래에 다가몰로봇 혁명을춘비해야 할 아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나는 이 책을 내 제자들에게 아낌없이 선물하고 내용을알려줄것이다. | 장민희/로봇교사

저자 한재권 박사는 지난 6월 세계 최대 재난구조 로봇대회 ‘DARPA ’ 로보틱스 첼린지 어| 국가대표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 지난 2011 년 로보컵에서는 직접 설계하고 져|작한 로봇 ‘찰리 -2 로 우승컵을 쥐었으며 찰리-2는 압도적인 표차로 ‘올해의 휴머노이드 ’ 로봇 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정가 14,000월


CONTENTS

Focus On

06 이 가을은 이 가을대로

모든 길은 로봇으로 통한다

발행인 권병필이 포착한, 로봇시대를

향한 소리없는 걸음!

Evolution designed by Human & Robot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정보지

2015

10

Vol.83

,

10

2015 vol.83

Focus on모 든 길 은 로 봇 으 로 통 한 다

모든 길은 로봇으로 통한다

| October 2015

Robohemian Rhapsody

Roboplaza 로보보드

들어가기

10 모든 길은 로봇으로 통한다‌

기계공학자와 기술자를 넘어 기업가와

철학가, 윤리학자가 ‘로봇’에 주목하다

07 이달의 행사‌

2015 국제 로봇 컨테스트, 한국지능로봇

경진대회, 국제 협업로봇 워크샵 外

12 로봇으로 통한 현장 이모저모‌

스포트라이트

‌지난 9월 기업 및 IT와 문화와 예술 분야

나의 첫 번째 로봇에 대한 기억은 어린 시절 만화로 봤던 거대 탑승로봇이다. 그때는 내가 어른이 되면 과학이 발전돼서 저런 로봇이 만 들어질 것이고, 난 그 로봇을 타고 다닐 수 있 을 거라고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조 금 자란 후에 그런 로봇이 개발되려면 아주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현실을 깨달으 며 로봇에 대한 흥미를 점차 잃어갔다. 그런 나에게 지금은 참 신나는 시기다. 여기 저기서 새로운 로봇에 대한 소식이 들리고 있 다. 기술, 의학, 예술, 철학, 교육, 산업, 생활 전반에 걸쳐 로봇이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이번 표지는 "오즈의 마법사"를 모 티브로 했다. 각자 자신의 희망을 이뤄줄 것 을 믿으며,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여행을 떠 났던 그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 뤄줄 로봇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기분 좋게 작업했다. 개인 적으로는 요즘 잃어버린 줄 알았던 로봇의 꿈 을 다시 꾸고 있다. 사람들이 자동차가 아닌 로봇을 타고 다니게 되는 그날을 꿈꾼다. 그 날이 되면 난 그 로봇에 어린 시절 내가 타고 싶었던 그 로봇의 이름을 붙여줄 거다. (웃음) Rick.K(릭킴 / 팝아티스트+프로젝트디자이너)

4 월간로봇

국내외 간추린뉴스

08 지난달 하이라이트 ‌ ‌호텔에 사는 공룡로봇, 쓰레기에서 환경

을 품은 그린 로봇, 로봇장난감 BB-8 外

에서 로봇관련 행사 多 개최되다

플러스 원

20 예술이 첨단과학기술을 만난다면? ‌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다빈치 크리

에이티브>의 생생한 현장을 공개한다

플러스원 인터뷰

24 로봇이 인간에게 기생(寄生)한다?‌

로보틱 아티스트 루이-필립 데메르에게

전해 듣는 ‘인간과 로봇, 우리의 미래’


Tech&Biz 로봇人덱스

26 Slow and Steady‌

Culture&Ethics 인문산책

46 로봇은 ‘그 녀석’일까, ‘그것’일까? ‌

한국 웨어러블 로봇의 뿌리, 한창수 한양

고인석 ‌ 인하대 철학과 교수와 책 <묵자·

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인터뷰

양주, 로봇이 되다>를 나눠 읽다

DRC 복기하기

30 기술 이슈로 돌아보는 DRC (下)‌

엄윤설의 영화 다시보기

52 로봇의 ‘위로’는 진짜일까?

한재권 ‌ 로봇공학자가 전하는 DRC 이야기.

키네틱아티스트 엄윤설 작가의 시선으로

해외팀에서 활약한 자랑스런 한국인 소개

다시 보는 영화 <빅히어로6>

인간과 ‌ 로봇의 교감을 위한 연결고리, 감성인식기술전문가

태남매의 로봇하우스

68 “일어나라!” 북 치는 원숭이‌ <로봇박사테오> ‌ 그림책시리즈 작가 김호남과 자녀들의 창작로봇입문기②

로빛의 로봇레시피

72 소프트웨어로 영혼 불어넣기 광운대 로봇게임단 로빛과 함께하는 ‘변신하는 오디오’ 플레이노이드 만들기③

아두이노 라운지

JOB學사전

36 로봇과 인간의 연결고리‌

DIY

변순용의 로봇윤리 이야기

54 부모님께 어떤 케어로봇을? 변순용 ‌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에게

76 아두이노에 눈을 달자! 캄캄한 동굴을 자유롭게 나는 박쥐처럼, 아두이노에 초음파센서를 달아보자.

전해 듣는 로봇윤리 이야기 네 번째 시간 DRONE RACING

특별한 만남

40 로봇영재, 멘토를 만나다 ‘휴보 아빠’ 오준호 KAIST 교수와 ‘로봇 영재’ 중학생 소년이 함께한 시간

10,000 로봇

58 인공지능은 미래의 위협인가? ‌ 인류에게 반기를 든 인공지능.

80 첫 비행의 정석 영상 전송기기 연결, 주파수 운용과 첫 비 행을 위한 파일럿의 자세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의 미래인가? 허무맹랑한 상상인가? DIY 플라자 문화책갈피

62 지금 드론이어야 하는 이유 책 <왜 지금 드론인가>를 통해 읽은 드론

84 드론을 처음 맛 본 사람들 인문계와 이공계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또 하나의 움직임, 드론톤!

의 흥행 법칙 및 향후 전망 DIY 플라자 현장스케치

64 형만 한 아우의 등장 페이스북 그룹 ‘로봇공학을 위한 열린모임’

86 “몰라도 괜찮아! 꿈을 향해 달려” 공학의 ‘공’자도 모르는 인문계 고교생들의 생애 첫 로봇 도전기, 드림 라이너!

의 대학생 버전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Photo Essay 66 게임의 법칙

Robo Cafe 88 로봇으로 대동단결

로봇이 ‌ 개발되면서 점점 게임의 규칙이

정진영 편집장이 10월호를 마감하며,

변하고 있다. 이번에는 가위바위보다.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

5


Robohemian Rhapsody 이 가을은 이 가을대로 벌써 가을이다. 모내기가 엊그제 같은데, 때는 가을걷이를 목전에 두고 있다. 결실을 앞두고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풍요로운 들판은 농사하는 모든 이의 소망이다. 한 시즌의 노력이 모두 거기에 담겨 있기 때문 이다. 가을이 농부에게 풍요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인간의 지구개발로 인한 이상기후가 절기와 같은 수백년 쌓아온 농사지식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고, 매년 때가 되면 닥쳐오는 태풍에 눈뜨고 속절없이 당할 수 도 있다. 거기다 농산물 수급불균형은 땀의 결과를 갈아엎고 싶게 만든다. 사람들은 늘 결실을 마주한다. 한 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한 계절, 일 년,.....사람들은 대개 결실이 기대에 못 미치면, 미처 알지 못해 적절히 대응 못한 변수에 가장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결실의 가장 큰 전제는 노력이다. 그래서 아쉬움의 대상도 노력이어야 한다. 준비와 실행에 온힘을 기울였다면 여한 은 없을 것이다. 내년 봄엔 뭘 심을까?

6 월간로봇

편집부


R oboplaza

Robo Board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2015.10 October

제16회 세계지식포럼(WKF)

2015 국제 로봇 컨테스트 (IRC 2015)

일 시 : 10월 20일 ~ 22일

일 시 : 10월 29일 ~ 11월 1일

장 소 : 장충동 신라호텔

장 소 : 일산 킨텍스

내 용 : ‌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급변하는

내 용 : [로보월드]기간에 ‌ 개최하는 국내 최대의 정부 주

세계 환경 속에서의 도전과 기회 창출에 있어

도 경진대회.

지식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

기타 10월의 주요로봇행사 제17회 한국지능로봇경진대회 (17th Korea Intelligent Robot Contest)

일 시 : 10월 23일 ~ 25일

2015 드론 비행 전국대회 10월 08일 ~ 09일 /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장 소 : 포항 만인당 내 용 : 차세대 ‌ 성장동력 산업인 로봇의 핵심기술(센서,

제어로봇시스템학회(ICCAS2015) 10월 13일 ~ 16일 / 부산 벡스코

제어기술, 인공지능 등) 개발을 촉진시키는 자리 이자 로봇창의인재들이 실력을 펼치는 페스티벌 ▒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 10월 19일 ~ 23일 / 대전 컨벤션센터(DCC)

2015 로보월드(Robot World 2015) 일 시 : 10월 28일 ~ 31일

장 소 : 일산 킨텍스

2015 대한민국 과학기술 창작대전 10월 20일 ~ 22일 / 카이스트 스포츠 콤플렉스

내 용 : 국가 ‌ 로봇산업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 모든 로봇 전시회, 경진대회, 컨퍼런스를 통합한 국제 적인 규모의 로봇전시회.

SF 2015 Science & Future 10월 27일 ~ 11월 01일 / 국립과천과학관

7


R oboplaza 논란의 중심,

미래 해양개척을 위한

드론이 뜬다고?

킬러 로봇

수중건설로봇 복합실증센터 착공

우리가 먼저한다

킬러 로봇

로봇이 지상에

하늘에는 새와

(Killer Robot)

만 있는 것은 아

비행기만 날아

에 대한 찬반

니 다. 깊 은 바

다니지 않는다.

의견이 팽팽하

다 속에서 작업

당신의 택배

다. 킬러 로봇은 인공지능과 자율 능력

을 수행하는 수중건설로봇도 있다. 해양

도 하늘 높이 날아다닌다. 드론으로 말

을 갖춘 로봇 무기다. 일론 머스크나 스

개발 및 미래 해양 개척을 위해 ‘수중건

이 많은 요즘, 핀란드 우정국(Finnish

티븐 호킹 등 세계 IT 리더와 과학계 리

설로봇 복합 실증센터’가 경북 포항에 건

Post)은 드론을 이용한 전자상거래 시

더들은 킬러 로봇의 개발과 확산 금지를

설된다. 9월 2일, 경북 포항시 영일만 제

험 배송을 실시했다. 핀란드 우정 서비

촉구하는 서한에 공개적으로 서명하였

3일반산업단지 내 센터에서 착공식을 가

스 고객들이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구매

다. 킬러 로봇이 전쟁 무기의 제3차 시대

졌다. 수중건설로봇 의존도가 높아지고

하면 드론을 활용해 물건을 배송하는 것

를 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대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 기술과 장

이다. 테스트는 총 4일간 진행되었다.

중들에게 킬러 로봇에 대한 관심을 촉발

비가 부족해 수입이나 임대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 환경에서 비행

시켰다. 한편 찬성론자들은 컴퓨터의 신

게 현실이다. 해양수산부는 수중건설로

이 이루어진 것은 유럽에서 핀란드가 처

속한 판단으로 궁극적으로 민간의 피해

봇 개발로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기술을

음이다. 드론은 헬싱키에서 출발해 인근

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확보하게 될 것이라 기대했다.

섬으로 물건을 나르는 일을 맡았다.

내 연습 파트너는

스파이더맨 말고

이번에는 정말?

로봇 쿼터백

‘스파이더 봇’

마산로봇랜드 사업 재개

미국 다트머스대

인텔 개발자 포럼

마산로봇랜드

미식 축구팀에게

인 ‘IDF’가 8월 18

조성사업이 재

MVP는 우리가 알

일 미국 샌프란시

개된다. 경남도

던 뜻과는 다르다.

스코에서 열렸다.

와 창원시의 마

MVP(Mobile Virtual Player)의 약자

IDF는 인텔의 IT시장 전망과 미래 비전

찰로 인해 중단될 위기까지 처했던 이

로 움직이는 가상 선수를 의미한다. 다

등을 엿볼수 있는 자리로 특히 이번에는

사업은 창원시가 한 달여 만에 대체사업

트머스대 미식 축구 팀은 MVP와 함께

웨어러블, 로봇,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자로 유력했던 ㈜대우건설과 사업협상

훈련을 한다. MVP는 다트머스대 엔지

비전을 제시했다. 이중 참가자들의 관

을 재개키로 했다. 윤한홍 경남도 행정

니어링 스쿨이 버디 티븐스 코치와 2년

심을 끄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스파

부지사는 로봇랜드사업이 조속히 재개

간 연구 개발한 끝에 나왔다. 미식 축

이더 봇(Spider Bot) ‘이다. 거미의 모

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에게 지시했다.

구 선수들이 태클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습을 한 이 로봇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

협약이 원활하게 마무리되면 10월부터

머리나 목에 부상을 입는 경우를 줄이

큐리‘와 연동되어 사람의 동작을 인식한

사업을 재개해 2018년쯤 완공을 기대할

기 위해 만들었다. 로봇 한 대당 가격은

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간단한 손가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마산로봇랜드 사업

3500달러다. 향후 미식축구단과 학교에

락 동작만으로 로봇을 제어하는 것이 가

재개에 창원시는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능하다.

졌다.

8 월간로봇


간추린 뉴스 국내·국외

3D프린터로 만든

귀여워도 너무 귀여워

떨어지는 드론에게

이순신 장군 황금 동상

로봇 장난감 ‘BB-8’

프로펠러가 아닌 날개를

조선 시대 이순신이

앙증맞은 크기를

프 로 펠 러 가 4개

다시 태어났다. 긴 칼

한 로봇의 이름

달린 것만 드론이

옆에 차고 황금색 갑

은 ‘BB-8’ 이 다.

라고 생각하면 오

옷을 입혔다. 3D프린

12월 에 개 봉 할

산이다. 날개 동력식 조류형 비행체를

터 업체 이조(대표 조

‘스타워즈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에

제작해온 프랑스 기업 ‘XTIM’에서 만든

성진)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이순신

등장하는 로봇이 실제 장난감 로봇으로

드론 ‘바이오닉 버드’는 프로펠러가 아

장군 동상을 3D프린터로 제작했다고 밝

개발된 것이다. 미국의 로봇 기업인 ‘스

닌 날개를 이용해 비행한다. 새의 비행

혔다. 185cm의 높이에 지금껏 국내 3D

페로(Sphero)’가 디즈니의 라이센스를

원리를 그대로 가져왔다. 최대 속도는

프린터 시장에서는 한번도 시도된 적없

받아 만들었다. 당시 디즈니 CEO인 밥

19km/h이고 12분 정도 비행이 가능하

는 독창적인 3D 프린팅 출력물이다. 기

아이거가 스페로 측에 BB-8 로봇 제작

다. 작동은 모션컨트롤과 터치패드 컨

획에서 3D 프린팅, 후가공까지 모두 자

을 요청했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앱을

트롤 총 2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알 모

체적으로 진행했다고 업체는 말했다. 필

설치해 조작할 수 있다. 음성으로 로봇

양의 전용 충전 거치대에서 본체를 충전

라멘트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실처럼 가

을 조작할 수 있으며 영화에서처럼 홀로

한다. 바이오닉 버드는 IT 편집샵 ‘더 가

늘게 뽑아져 나오는 소재를 한줄한줄 쌓

그램 기능도 제공한다. 가격은 149.99

젯’ 매장인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판

아 제작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달러다.

교점에서 체험 및 구매할 수 있다.

환경을 품은 그린 로봇

못하는게 없는 드론

호텔에

쓰레기에서 로봇으로

울산시, 적조 예찰에 도입

공룡이 산다

부천로보파크

드론은 못하는

호텔에 들어서면

가 의미있는 전

게 없다. 울산시

섬뜩한 모습의 공

시를 열었다. 불

에서 적조 예찰

룡이 손님을 반긴

어나는 쓰레기

에 드론이 도입

다. 다 행 히 진 짜

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폐기

된다. 전국에서 울산시가 최초다. 드론

공룡은 아니니 겁먹지 않아도 된다. 일

물이 작가들에 의해 로봇으로 재탄생했

에 고화질(Full HD) 카메라를 장착했다.

본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의 리조트 ‘하우

다. 재활용품을 소재로 예술작품을 제작

적조 발생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하

스 텐보스’에 로봇이 접객과 안내를 담

하는 것을 정크 아트(Junk Art)라고 부

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운영할 드론

당하는 ‘이상한 호텔’이 문을 열었다. 프

르는데 이번 전시에 제작된 것은 정크

은 총 2대다. 바닷물을 채수하고 이를 운

런트에는 여성의 모습을 한 로봇 ‘유메

로봇(Junk Robot)이다. 작가들이 만든

반하는 작업까지 수행한다. 울산시는 드

코’와 쥬라기공원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

‘리사이클링 로봇’과 ‘와글와글 내 손에

론과 제작한 장비에 대한 테스트를 모두

한 공룡 로봇이 서있다. 개업 후 지금까

서 탄생하는 친환경 그린로봇’으로 나누

마치고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았다. 시연

지 만실을 이루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

어 전시한다. 특히 이번 전시로 인해 어

회를 거쳐 실전에 배치할 예정이다. 드

다. 호텔 자동화로 효율을 높여 저렴한

린이들이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

론은 선박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큰

비용으로 운영이 가능했고 숙박료는 다

는 계기가 되었다는 반응이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른 호텔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9


F  ocus on

모든 길은 로봇으로 통한다 <로봇윤리>, <로봇의 미래> 관련 행사 多 열려 글_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나유권 기자(yookwon@roboticus.kr)

10 월간로봇


들어가기

로봇은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하는 ‘가상의 존재’가 아니다. 최근 국내 로봇업계의 자존심을 회복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 오준호 KAIST 교수가 이끄는 팀이 세계재난로봇경진대회 다르파 로 보틱스챌린지(DRC)에서 우승의 영예를 차지한 것. 이 사건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 ‘로봇’에 대한 각종 포럼과 강연 및 학술대회 등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발제자로 나선 사람들이다. 실제 로봇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기계공 학자와 기술자는 물론,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가 및 철학과 윤리 적 사고를 하는 인문학자, 예술가 등까지 마이크를 잡았다.

11


F  ocus on

로보틱스와 모빌리티 핫 키워드로 부상 네이버 주최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 2015> 9월 14일과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네이버의 개발자 컨퍼런 스 <데뷰>가 개최됐다. 송창현 네이버 CTO(최고기술책임자)는 기조연설에서 프로젝트 ‘BLUE’를 공개하고 ‘로보틱스’ , ‘모빌리티’ , ‘스마트홈’ 등 분야에 대한 국내외 대학 등과의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1,000 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이날 네이버랩스는 현재 로보틱스, 모빌리티와 관련해 해외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국내외 주요 대학 또는 해당 분야의 석학들을 물색 중임을 전했다. 덧붙여, 해외 유수 대학들과의 산학협력을 계기로 한인 기술 석학 뿐 아니라 현지 연구원들과의 각종 테크(Tech) 트랜드, 채용 등의 기술 관련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구축하기로 했다. 한편, 올해로 8회째를 맞는 DEVIEW 2015 컨퍼런스는 국내외 개 발자 2000여명이 참석한 참여한 가운데 로봇, 빅데이터, 검색, 테 크 스타트업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10개 분야, 총 48개 세션으 로 진행됐다.

12 월간로봇

로봇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향해 도전한다!


스포트라이트

미래 산업의 기대주 로봇과 클라우드 미래부 <스마트클라우드쇼2015> 9월 16일과 17일 서울 종로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스마

트클라우드쇼2015>가 개최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조선비즈가 주관한다. 오준호 카이스트 박사이자 휴보랩 소장이 ‘로봇 기술과 미래’를 주 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인간이 사는 세상에 로봇이 들어오려면, 인간과 같은 모습이어야 한다”며 “계단이나 문손잡이 등처럼 사회 의 환경이 인간의 신체에 맞게 제작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인간은 인간다워야 하고, 로봇은 로봇다워야 한다.”라 고 했다. 이어서 데니스홍 UCLA 교수가 로봇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로보틱스 자동차를 만들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며 “로봇공학자들은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이 아닌, 인간을 도와주려는 로봇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했다. 오준호 박사와 데니스홍 교수 외에도 다니엘라 러스 MIT 교수, 신 경철 유진로봇 사장, 홍성진 한화테크윈 상무가 ‘로봇토론’에 참여

로봇이 미래 산업을 점령하게 될 것!

해 저마다의 뜻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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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ocus on

로봇 셰프가 가져올 미래의 주방 미래부 <차세대융합 신기술 인사이트 콘퍼런스 2015> 9월 10일 상암 누리꿈스퀘어에서 <차세대융합 신기술 인사이트 콘 퍼런스 2015>가 개최됐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 업진흥원에서 주관한 콘퍼런스다. 차세대 융합 콘텐츠의 이슈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안을 논의 하는 자리였다. ‘실감 콘텐츠, 그리고 미래’와 ‘융합 콘텐츠, 그리고 비전’ 총 두 개의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예술과 접목된 홀로그 래픽, 헬스IT 컨버전스, 드론 등 다양한 신기술이 소개됐다. 마지막 순서에 소개된 마크 올리니크(몰리 로보틱스 대표)의 로봇 셰프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로봇 셰프는 사람의 팔 을 그대로 재현한 요리사 로봇이다. 사용자가 레시피를 선택하고 재료를 올려 놓은 뒤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기만 하면 요리를 완성 한다. 올리니크는 “10년 전 친구가 커피머신을 사용해 커피를 내리면 품 질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이제 난 커피머신을 이용해 커피를 마신 다. 우리 로봇 요리사도 그럴 것이다”라고 했다. 한편, 로봇 셰프는 2년 뒤 본격적으로 출시 될 예정이다.

14 월간로봇

로봇이 만든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스포트라이트

로봇과 인공지능 그리고 오픈 플랫폼 SKT 제33회 개발자 포럼 <Robotics & Intelligence> 9월 16일 서울 을지로 SKT 본사에서 개발자 포럼 <로보틱스와 인 공지능>이 개최됐다. 국내외 저명한 로봇 및 인공지능 전문가와 함 께 기술의 발전상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 데 니스홍 UCLA 교수,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이강윤 IBM Korea 상 무 등이 발제자로 참석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강연은 데니스홍 UCLA 교수다. 그는 ‘기계 지 능(Mechanical Intelligence)’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한 영상 을 공개했다. 로봇이 움직이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는 “프로그램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다. 박명순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은 “개인비서 서비스를 스마트홈 자 율주행차 등 미래형 스마트 기기와 연계하면 활용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T는 올해 말에 개인비서 앱(응용프로그램) 에고(EGGO) 를 출시 예정이다. 오픈 플랫폼으로 비미(BeMe)를 사용한다. 이 프 로그램은 사용자의 행동 패턴 데이터를 분석해 상황별 솔루션을 제

인공지능 그리고 기계지능에 주목하라!

공하는 것으로 ‘제2의 Siri’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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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ocus on

준-인격체로서 로봇의 가능성에 대한 고찰 제5회 동아시아-태평양 과학철학자 대회 <21세기 과학기술 문명과 과학철학> 8월 25일부터 26일 서울대학교 두산인문관에서 제5회 동아시아태평양 과학철학자 대회 <21세기 과학기술 문명과 과학철학>이 개 최됐다. 한국과학철학회가 주관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 원과 인제대학교 인간환경미래연구원이 주최했다. 로봇의 존재에 대한 주제강연으로 김홍기 서울대학교 교수와 정덕 환 서울시립대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그들은 각자 ‘인공물의 진화 와 그 함축’ , ‘준-인격체로서 로봇의 가능성에 대한 고찰’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김대식 카이스트 뇌과학 교수의 ‘인공지능과 마지막 과학철학’에 대 한 담론’과 김효은 인제대 교수의 ‘인공지능 도덕성의 두 측면’에 대 한 철학적 재고 역시 눈길을 끈다. 김대식 교수는 “인공지능의 발전은 산업혁명 이상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노동의 정의가 바뀔 수도 있고, 시장경제와 민주 주의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인제대 인간환경미래연구원은 과학기술 사회를 위한 윤리학 을 연구한다. 이대 이화인문과학원은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의 과학 철학과 기술철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16 월간로봇

로봇은 과연 준-인격체로서 볼 수 있을까?


스포트라이트

로봇과 인간의 ‘동반’을 위한 고민 서울대 포럼 <인기론, 인문과 기술의 만남> 9월 3일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포럼 <인기론(人技論), 인문과 기 술의 만남>이 개최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주최한 제2 차 열린 포럼이다. 現 인지로봇인공지능센터 센터장이자 인지과학 연구소 소장인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 다. 이번 포럼은 SF영화나 만화에서 즐겨왔던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상 상의 세계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가까운 미래의 현실적인 이야기, 예를 들어 자율적 의사결정과 관련한 윤리적 문제나 인간 지적 노 동의 자동화에 따른 실업문제까지 다뤄 눈길을 끈다. 자유토론의 첫 주자를 맡은, 진화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장대익 서 울대 교수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을 이야기하다보면 점점 인간을 닮아가는 기술에서 ‘공존’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덧붙여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으 로, 인간을 위협하는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이 나오기엔 아직 기술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까?

적으로 멀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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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ocus on

로보틱스 발전이 가져올 ‘인간의 변화’ 제7차 국제학술대회 <휴머니즘을 넘어서> 9월 15일부터 18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제7차 국제학술대회 <휴머 니즘을 넘어서>가 개최됐다. 세계 22개국에서 모인 60여명의 학자 들이 4일 동안 증강 기술의 미래, 철학적 재검토, 예술적 전망에 관 해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이 국제학술대회는 과학 기술의 급격한 발전, 현대 철학과 예술의 전환이라는 환경 안에서 인간의 위상과 모습에 대해 새로운 관점들 을 제안하는 자리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혜숙 이화여대 교수는 “인간의 미래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현 실적인 프로젝트가 되었다.”며 “지성은 뇌 사진으로 분석되고, 신체 는 제작 가능하고, 노동을 로봇이 대신한다.”라며 인간에 대한 새로 운 이해와 비젼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덧붙여, ‘로보틱스 퍼포먼스’ 분야의 거장인 호주 출신 미술가 스텔 락(Stelarc) 공연도 눈길을 끈다. 그는 1970년대부터 자신의 신체 와 기계장치를 이용해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 아티스트 다. 대표작으로는 <외골격>, <확장된 팔>, <팔 위의 귀> 등이 있다.

18 월간로봇

인간은 여전히 만물의 영장으로 남을 것인가?


스포트라이트

로봇, 미래 그리고 예술 서울예대 강연 <과학과 예술의 융합> 9월 16일 서울예술대학교에서 강연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 개최 됐다. 휴머노이드 로봇 ‘똘망’의 아버지인 로봇공학자 한재권과 그 의 아내이자 키네틱 아티스트 엄윤설이 ‘로봇, 미래 그리고 예술’을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들은 로봇과 공존하게 될 미래에 대해 설명하며 로봇이 진정 인 류에 이롭게 쓰이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들을 제시했다. 또한, 기계와 인간을 구분짓는 것들, 오직 인간만이 가능한 일들에 대해 함께 토론하며, 인간성 넘치는 기술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 라고 말했다. 한재권 로봇공학자는 "예술이야말로 로봇이 대신 하기에 가장 어려 운 영역"이라고 했다. 이어서 엄윤설 키네틱 아티스트는 "Artisan(예술을 뜻하는 art를 바탕으로 an-사람을 뜻하는 접미어를 붙인 단어로 숙련공, 기술자 등을 뜻함)이란 단어를 아느냐"며 "이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술 과 기술은 원래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기술과 예술 우리는 원래부터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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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ocus on

예술이 첨단과학기술을 만난다면?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글_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새로운 발상의 원동력은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호기심이다.” 최두은 예술감독이 말했다. 그는 “또 하나의 새로 운 시작을 위해, 기본에 충실한 안으로부터의 호기심에서 출발점을 찾으려 했다”라고 소개했다. 문득 다빈치, 보 티첼리 등 르네상스기 화가 중심의 평론집 <르네상스사의 연구>을 집필한 영국의 비평가 월터 페이터(Walter Horatio Pater)가 남긴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생각을 시험해보고 새로운 인상을 받는 것이다.”

‘센스 오브 원더’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페스티 벌은 개막행사(오프닝 퍼포먼스, 빈지노 힙합콘서 트)와 렉쳐, 해외제작기술 워크숍, 체험전시(국내 10팀, 해외5팀)로 구성됐다. 9월 3일(목)부터 30일 (수)까지 계속됐다.

20 월간로봇


플러스 원

‘가마 기술의 발전은 좋은 도자기를 만드는데 한몫 했다. 그러

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뇌파

나 도자기의 예술적 가치를 가마의 기술력과 결부해 말하는

(EEG), 로봇(robotics) 등의 신기술을 사용했다.

건 어폐(語弊)이지 않을까?’

관객들은 무방비한 상태로 미래의 기술문명에 빨려 들어가듯,

금천예술공장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지하철 역에

시종일관 놀람을 경험한다. 마치 실재(實在)가 아닌 가상의

서 나오자 마자 “많이 시끄러우셨죠? 죄송합니다.”라는 현수

경험을 하는 것처럼 혹은 알고 싶지 않았던 실체(實體)를 마주

막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시끄러웠길래..’라는 의문보다는

한 것처럼 말이다.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가 최우선인 축제구나’라는 인상을 받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가상현실에서의 죽음>이다. 5평 남짓

았다.

한 방안, 한 벽을 가득 메운 스크린. 그 앞에는 환자전용 침대

이 공장이 위치한 금천구 독산동 일대는 1980년 섬유·봉제

가 놓여있다. “그대로 누워서 이것을 쓰세요.” 가상현실 헤드

산업을 이끌던 ‘구로공단’ 지역이다. 2000년 이후 ‘서울디지

셋(VR, Virtual Reality Headset)이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털산업단지’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소프트웨어 분야 벤처기업,

당하고 죽음을 선고 받는 캐릭터가 되는 설정이다.

패션디자인, 정밀기기 중심의 첨단정보산업단지로 정체성이

죽음에 대한 호기심과 VR 장치의 호흡은 환상적이었다. 이충

바뀌었다.

웅이 펴낸 책 <문명의 관객>의 첫 구절이 상기된다. ‘감성은

9월 한 달간 서울시 금천구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린 <다빈치

이성을 정교하게 하고 이성은 감성을 견고하게 한다.’ 가상현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오브 원더>는 이런 지역의 정체성

실의 3차원 이미지 영상은 철저하게 현실의 몸을 불구(不具)

을 바탕으로 설계된 행사다. 궁극적인 목표는 예술가의 아이

로 만들었다.

디어와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보유한 기술력이 결합하는 것

루이-필립 데메르(Louis-Philippe Demers) 캐나다 작가의

이다.

작품 <블라인드 로봇(The lind Robot, 로봇 장님)>에서 걸음 이 멈췄다. 날 것 그대로의 로봇팔 앞에 나무 의자 한 개가 덩

예술과 과학이 호기심으로 결합하다

그러니 놓여있다. 관객 중의 한 명이 용기 내어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로봇팔

올해 전시·공연하는 국내외 참여작은 총 15점이다. 주제는

이 상대방의 얼굴을 읽으려는 듯, 장님처럼 더듬는다. 두 개

호기심이다. 이에 예술가들은 호기심을 구현하기 위해 가상

체는 조심스럽게 서로를 탐색한다. 문득 금번 페스티벌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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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ocus on

제가 상기됐다. 호기심(A sense of wonder). 서로의 시선에

티브 2015’가 초청한 해외작가다. 그는 빅데이터를 기반으

깃들어있는 첫 번째 마음, 그것이다.

로 한 비디오 프로젝트 작품 <이모션 윈즈(Emotion Winds,

마지막으로 김은솔·안성석·양종석의 작품 <겁에 질린 표정

2015)>를 전시하고 있다. 세계 3,200여 도시의 인터넷 이용

>을 찾았다. 먼저 뇌파를 읽는 장치를 착용했다. 작품이 설치

자들의 감정을 마치 바람의 확산 모습으로 구현했다.

된 긴 암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순간 ‘번쩍’ , ‘위이잉’ . 어

이 외에도 그의 작품들은 도시와 도시 혹은 인간과 인간을 연

둠을 뚫고, 번개와 같은 빛과 각종 팬이 돌아가는 기계음이

결하는 ‘신경망’을 거대한 기술로써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

들린다. 뇌파로 기계들이 일제히 작동을 시작한 것. 본인도

다. 대표작은 홍콩의 어느 백화점에 설치했던 <코스모폴리스

모르게 “으악!”이란 탄성이 나왔다.

(Cosmopolis, 2005)>다. 원형으로 설치된 스크린은 각 나라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유

마다의 현재를 실시간 방영하고 있다. 동시에 홍콩의 현재도

토피아적 이상과 디스토피아의 역설을 뇌파(EEG)를 통한 풍

실시간으로 출력한다.

경의 재현으로 보여주고자 했다”며 “뇌파 기술이 실행될 때

‘열린 예술을 위한 키워드’라는 주제 강연을 펼친 그는, 실제

생성하는 장면은 우리들의 불신과 두려움을 대변하는 은유적

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었다. 사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람과 사람(H2H, Human to Human), 가상성(Virtuality), 대 화(Dialogue), 실 시 간(Realtime), 공 동 망 막 의 기 억

미래가 예술가의 호기심으로 시간을 역행하다

(Collective retinular memory) 등이 지목됐다. 다음 차례는 루이-필립 데메르다. 방금 전 인상 깊게 본 작품

건물의 지하로 내려갔다. 개막식 당일 이 곳에서는 ‘호기심은

<블라인드 로봇>의 작가다. 그는 ‘로보틱아트의 맥락에서 어

어떻게 미래의 가치를 만드는가’를 주제로 렉쳐(강연)가 진행

떻게 컴퓨팅을 재고할 것인가?’라는 주제 강연을 했다.

됐다.

그가 영상을 틀었다.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의 그림들이다.

프랑스에서 온 작가이자 홍콩시립대 교수 모리스 베나윤

이 그림들은 상자 안에서 부지런하게 이동하는 듯 보였다. 그

(Maurice Benayun)이 마이크를 잡았다. ‘다빈치 크리에이

런데 마치 동그라미가 세모를 쫓아다니고 네모가 세모를 도와

22 월간로봇


플러스 원

탈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어느새 2시간 동안 열린 렉쳐가 종료됐다. 최두은 예술감독이

그는 “인간은 이런 식으로 동작을 보고 감정 이입을 한다”며

나섰다. 그는 “모리스 베나윤과 루이-필립 데메르의 작품에

또 다른 영상을 틀었다. 12개의 작은 로봇들이 보인다. 한 눈

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이 있다”며 “특이성은 인간과

에 봐도 알파벳 글자 ‘T’ 형태의 막대기들이다. 마치 양팔과

기계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리를 벌리고 뒤뚱뒤뚱 걷는듯한 동작들이다. 그는 “이 작품명은 <The Tiller Girls(2010)>”이라며 “한 눈

이 축제의 이름은 왜 ‘다빈치’ 인가

에 봐도 기계의 모형이지만, 동작을 하거나 그룹으로 동시에 작동을 하면 관객으로부터 마치 무용수들이 군무를 한다는 인

금천예술공장을 뒤로하고 귀가하는 길. 이번 행사의 이름인

상을 주는 것에 의의가 있다”라고 했다.

‘다빈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명작 <최후의 만찬>

금번에 공개한 작품 <블라인드 로봇> 역시 로봇의 움직임을

과 <모나리자>를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 말이다.

고민해,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냈다고. 그는 “실제 눈

그가 미술을 넘어 오늘날에 자연과학으로 분류되는 해부학·

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을 주목했다”며 “그들과 닮은

기체역학·동물학 등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모르

행동을 기계가 하는 것을 보니, 그것과 마주하는 관객 역시

는 이는 없을 것. 실제로 인물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두산백

실제 시각장애인을 대하듯이 조심하게 행동한다는 사실에 주

과>와 <위키피디아>는 그의 이름 앞에 미술가, 과학자, 기술

목하라”라고 했다.

자, 사상가, 음악가 등의 다양한 수식어를 붙여 설명한다.

마지막은 프랑스에서 온 아티스트 그룹 ‘1024 아키텍쳐’가 맡

얼마 전 ‘예술이 기술과 만나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한, 장영

았다. 그들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디지털 프로젝션과 동

승 꿈이룸학교 대표가 떠오른다. 그는 “과학과 예술은 원래

역학 광을 이용한 작품들을 공개했다.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하나였다”라며 “다시 또 그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라고 했다.

오래된 건축물에 프로젝션을 쏴서, 착시효과를 내는 것이다.

오늘날의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이 시대의 다빈치’가 아닐까.

멀쩡하던 건물이 더운 여름날에 녹아 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그가 그러했던 것처럼, 예술가이자 과학자 또는 건축가, 물리

물컹하게 무너져 내렸다.

학자 등의 경계가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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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ocus on

로봇이 인간에게 기생(寄生)한다고? 루이-필립 데메르 (Louis-Philippe Demers) 인터뷰 글_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루이-필립 데메르 로보틱 아트계의 거장이다. 싱가포르 난 양기술대학교(NTU) 미디어아트 부교수 로 재직 중이다. 1988년부터 70개 이상 의 예술무대 제작에 참여했으며, 지금까 지 300개 이상의 로봇 및 기계를 설치 했다. 그의 로보틱 작품은 연극, 오페라, 지하철 역, 축제, 기업 등에서도 활발하 게 선보이고 있다.

‘로봇을 입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다빈치 크리에이티브>에서 만난, 루이-필립 데메르가 최근 선보인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과 무용을 접목시킨 로보틱 퍼포먼스 <지옥(INFERNO, 2015)>을 설명하며 ‘기생(寄生)’이란 단어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 기생이란 서로 다른 종류의 생물이 함께 생활하며, 한쪽이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이 해를 입고 있는 일을 뜻한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더부살이’가 있다. “도대체 인간과 로봇 중에 누가, 기생의 주체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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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원 인터뷰

사람들이 로봇을 착용한 것일까? 로봇에 사람들이 묶인 것일까?

2015년 봄, 프랑스의 어느 공연장에 로보틱 슈트들이 설치됐

또는 오작동의 이유로 슈트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장면이

다. 전문 무용수가 아닌 사람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들

등장한다. 인간을 이롭게 할 줄 알았던 신기술이, 인간을 ‘꿀

은 놀이공원의 안전장치를 착용하는 듯, 혹은 깁스를 끼우는

꺽’ 삼켜버린 것이다.

듯이 그것을 입었다. 그리고 음악이 틀어졌다.

“사람들이 로봇을 착용한 것일까요? 사람들이 로봇에 묶인 것

사이키델릭한 조명과 리듬에 맞춰, 오차 없는 완벽한 군무가

일까요?” 이어서 그는 “로봇이 인간의 삶을 단순하게 모방하

눈 앞에 펼쳐졌다. 객석에선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는 것인지, 그 자체로 새로운 삶을 가지려고 기생충처럼 행동

기계에 몸을 맡긴 사람들의 표정은 어땠을까? 놀라움, 신기함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자.”라고 했다.

등의 감정 밑바닥으로 날이 선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바로 루이-필립 데메르와 빌 본(Bill Vorn)이 합작해 만든 로

로봇을 작품에 끌어오게 된 이유

보틱 퍼포먼스 <지옥(INFERNO, 2015)>의 현장이다. 1990 년대에 기획하여, 약 15년 간 연구·제작한 결과라고.

로봇이 소재가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타 종류의 미디어아트 분야와는 달리, 물리적으로 공간을 나

우리가 로봇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

눌 수 있고 인간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로봇은 의료·군사·공업 등의 분야에서 실제로

“이 작품의 이름은 ‘지옥’입니다. 단테의 지옥에서 영감을 받

쓰이거나 혹은 쓰이려고 개발 중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아 진행한 프로젝트였죠.”

그가 자리를 고쳐 앉았다. “로봇은 실제로 인간을 죽일 수 있

루이-필립 데메르가 말했다. “주목적은 관객들의 경험이었습

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반대로 로봇은 친구처럼 도움을 줄

니다.” 그는 “실제의 경험이 중요하다”라며 “의료나 군사 등의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로봇과 더불어 살아 갈

목적으로 로봇이 쓰인다는 소식을 무방비 상태로 접하는 것과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로봇을 경험한 이후에 소식을 듣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라고

마지막으로 그가 가진 로보틱 아트의 철학을 물었다. 3가

덧붙였다.

지의 키워드로 압축했다. 몸(Body), 동작(Motion), 맥락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기생(寄生)’이란 단어가 입 밖으로 나

(Context)이란다.

왔다. “로봇을 입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신이 나 보였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움직임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해 관심이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몇 명은 저것을 착용함으로 인해 코가

있습니다. 1997년에 선보인 작품 <Robot Misery>는 발작

간지러워도 멋대로 긁을 수 없음을 깨달았지요.” 기생의 주체

일으키는 동작을 로봇에게 구현하게 했는데요. 그것을 본 사

가 인간에서 로봇으로 바뀐 것이다.

람들이 ‘고통’을 호소하더라고요. 로봇은 인간의 거울인가 봅

문득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3>가 생각났다. 그 영화에는 로

니다.(웃음)”

보틱 슈트를 입고 초인간적인 능력을 발휘하던 인간이, 해킹

인터뷰는 미국 UCLA 대학에서 뉴미디어아트를 공부한, 팀보이드 멤버 배재혁 작가의 해설을 받으며 진행했다. 송준봉 작가 역시 사진을 찍어주는 수고를 해줬다. 이 자리를 빌어, 팀보이드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25


T  ech & Biz

Slow and Steady 한창수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로봇공학과 교수 글_신병철 기자(byongchol@roboticus.kr) 사진_나유권 기자(yookwon@roboticus.kr)

한국 웨어러블 로봇의 뿌리. 국내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한창수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로봇공학과 교수다. 한국 웨어러 블 로봇의 태동기부터 함께한 한창수 교 수는 (주)헥사시스템즈를 설립하고 웨어 러블 로봇 상품화에도 성공했다. 교수이 자 사업가이기도 한 한창수 교수는 ‘무 언의 롤모델’이 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교수실 한 곳에만 있지 않 고, 여러 연구실과 캠퍼스 곳곳을 오고 간다. 로봇과 창업, 롤모델 셋을 연결하 는 고리는 바로 웨어러블 로봇이다.

26 월간로봇


로봇人덱스

한창수 교수는 사실 쌍둥이다?

“사람들은 로봇이라고 하면, 대부분 휴머노이드만을 떠올리 게 마련입니다. 인간 형태의 로봇만이 로봇이라는 선입견은

한때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의 공학관에는 괴소문(?)이 돌

버려야 합니다. 자동차, 비행기라고 해서 왜 로봇이 아닐까

았다. ‘한창수 교수는 사실 쌍둥이다.’ 자정을 넘겨 퇴근하고

요? 달리고 나는 모바일 로봇이지요. 움직이는 모든 것이 로

도 아침 이슬이 채 마르기도 전에 학교에 출근해 있기 때문이

봇이고, 모두 제 연구 분야입니다.”

다. “사실 한창수 교수님은 쌍둥이라서 번갈아가며 학교에 출

그래서일까? 과거 한창수 교수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로봇을

근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럴 수는 없다.” 한창수 교수의 지

연구ㆍ개발했다. 제조용로봇, 반도체장비, 자동차까지도 그

도를 받았던 제자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이다.

의 연구 분야였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국내 자율주행자

쌍둥이로 오해받을 정도로 한창수 교수는 바쁘다. 그의 달력

동차 연구 초창기에 모 회사에서 발표한 자율주행차도 그의

에는 이미 한 달 뒤까지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한창수

작품이었다.

교수의 직함을 모두 말하려면, 열 손가락으로도 부족할 정도

“단순하게 말하자면, 로봇은 메커니즘과 액츄에이터가 기본

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로봇공학과의 교수이자 벤처기업 (주)

이 되어 움직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로봇이라고 불

헥사시스템즈를 운영하는 사업가이면서 동시에 여러 로봇

리지 않았지만, 이 개념이 적용된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습니

관련 학회와 기관을 이끌고 있다. 몇 해 전에는 한양대학교

다. 자동차의 서스펜션, 스티어링 등도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ERICA캠퍼스에 로봇공학과도 신설했다. 캠퍼스 내 그의 연

합니다. 모두 로봇공학 기술이 응용된 분야이지요.”

구실만도 서너 개에 이르고, 업무를 위해 하루에도 몇 번이고

당시 생산라인자동화로 불렸던 분야는 이제 제조용로봇이 되

이 건물 저 건물을 옮겨 다니는 일은 예사다.

었고 자율주행자동차, 드론도 로봇기술이라고 불리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로봇공학과의 교수로서 석ㆍ박사 과정을 포함

한창수 교수가 연구 초창기부터 품었던 로봇철학이 몇 십 년

해 많은 학생을 지도하는 데 시간을 보냅니다. 이 밖에도 한

이 지나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된 셈이다.

국로봇학회, 한국정밀공학회, 제어자동화시스템공학회 등 여 러 학회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로봇공학과가

한국 웨어러블 로봇의 뿌리

신설된 탓에 학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네요.(웃음)”

1980년대 초반, 한국에 ‘로봇’은 없었다. 단지 공장의 자동화

하루 단 몇 시간의 여유도 없이 일 년 열두 달 빽빽한 일정.

기계로 불렸을 뿐이었다. 그 당시 로봇의 인식이 그랬다. 로

옆에서 한창수 교수를 지켜보는 지인들도 “저렇게 바쁜 분은

봇은 이제 막 미래 학문으로서 조명받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처음 봤다.”라며 혀를 내두른다. 한창수 교수에게 그토록 열

“로봇이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던 시기였습니다. 기계공학과

정적으로 활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을 물었다. “글쎄요..”라며

관련된 서적의 제일 마지막 챕터에서나 다루던, 말 그대로 미

한참을 고민하던 한창수 교수가 이내 웃으며 답했다.

래 학문이었지요. 대중들의 인식은 낮았지만, 로봇이야말로

“로봇이 좋으니까요”

미래를 여는 학문이자 기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파고들 어야 할 분야라고 느꼈어요.”

움직이는 모든 것이 연구 분야

한양대학교 졸업 후, 한창수 교수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텍사스 오스틴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이

학창시절 한창수 교수는 움직이는 모든 물건에 호기심을 갖던

듬해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기업들의 수많은 제의에도 한

학생이었다. 물리반에 들어가 광속라디오, 와이어리스 마이

창수 교수는 한양대학교를 선택했다. 대학 교단에 선 지 6년

크 등을 직접 만들며, 작동원리나 구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

이 지나 미국 버클리대학에 교환교수로 가게 됐을 때, 마치

했다. 움직이는 것이라면 그에게는 어떤 물건보다 매력적이었

운명같이 ‘파트너’를 만났다. 바로 웨어러블 로봇이다.

다. 이는 한창수 교수의 로봇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는 누구

“교환교수로 미국에 갈 당시, 개인적으로 연구에 환기가 필요

보다 로봇을 ‘넓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 시점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분야를 연구할지 새로운 아

27


T  ech & Biz

헥사시스템즈의 상지근력증강로봇 HEXAR-HL35(좌), 하지보행보조기기 HEXAR-WA20(우)

이템을 찾겠다는 계획이었어요. 그러던 중 버클리대학의 연구

이 되는 것이지요. 헥사시스템즈의 헥사는 숫자 ‘6’을 의미하

소에서 개발할 예정인 로봇에 10년 동안 매년 백만 달러의 연

기도 합니다. 재활, 실버, 산업, 건설,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

구비가 투자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도대체 어떤 로봇이길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직은 기술수준이 완벽하지 못

래 그렇게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지 개인적으로 관심이

한 인공지능을 대신해 사람의 지능과 로봇이 결합한 웨어러블

생겼어요. 그게 바로 버클리대학에서 선보인 세계 최초의 웨

로봇은 어느 로봇보다 파급효과가 큰 분야입니다.”

어러블 로봇, 블릭스 프로젝트였습니다.” 교환교수직을 마지고 한국으로 돌아온 한창수 교수는 곧바로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연구팀을 꾸려 웨어러블 로봇 연구에 들어갔다. 그러나 연구 초창기엔 어려움도 많았다. 관련 기술은 철저히 공개되지 않

한창수 교수는 로봇을 ‘동반자’라고 설명했다. 과거 자동차가

았고 국내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이라는 개념조차도 없던 때였

그랬던 것처럼, 미래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라는 것

다. 연구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질 리 없었다. 점점 연구가 뒤

이다.

로 밀리던 그때, 한창수 교수는 교환교수직으로 다시 한 번

“이제 로봇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됐

버클리대학으로 향했다.

습니다. 앞으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로 로봇과 함께

“이전과는 다르게 웨어러블 로봇 연구에 많은 진전이 있었던

생활하는 것이죠.”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습니다. ‘나도 더는 미적거릴 수만은 없

이어 한창수 교수는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자로서 쓴소리도 잊

겠다’ 싶었죠. 한국으로 돌아와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연구에

지 않았다. 로봇이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더욱 장기적인 안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목으로 집중적인 투자와 후속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꼬집

그렇게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한 결과, 2006년 최초의 ‘헥사’

었다.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의 웨어러블 로봇의 탄생이

“특히, 로봇분야는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었다.

Slow and Steady, 헥사 탄생의 비결도 바로 이것이었습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의 최종 진화점이 바로 웨

다. 길어야 5년인 연구기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물과 상품화를

어러블 로봇입니다. 현재는 시계, 밴드, 안경 등 각각의 일부

닦달하는 현실에 답답할 때도 많습니다. 이 밖에도 중복성을

분인 웨어러블 기기가 하나로 뭉쳐지면 완벽한 웨어러블 로봇

이유로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니 연구가 탄력을 받

28 월간로봇


로봇人덱스

지 못합니다. 100년이 넘는 자동차의 역사 동안 꾸준한 연구

는 것을 보고 새로운 변화라고 인식했다. 한창수 교수에게 있

끝에 지금까지 다양한 엔진이 나왔습니다. 중복성을 이유로

어 (주)헥사시스템즈는 직접 운영하는 벤처기업 그 이상의 의

연구가 중단된다면, 초기에 개발된 엔진에서 어떤 발전이 더

미다.

있을까요?”

“창업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한창수 교수는 버클리대학에서의 교환교수 재직 시절, 옆에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 ‘대기

직접 지켜봤던 블릭스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웨어러블 로

업에 가기 위한 스펙 쌓기가 전부는 아니다. 창업이 어려운

봇의 개발을 위한 10년 동안의 투자는 버클리대학의 연구소

것은 아니니 도전하라’고 제 모습을 통해 말해주고 싶었습니

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소에도 함께 투자됐다. 장기적인 안목

다. 그런 의미에서 남은 기간 교수로서 해야 할 역할도 중요

의 투자를 바탕으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좋은 로봇이

하지만, 헥사시스템즈를 성공시키는 것도 저의 임무라고 생각

개발됐다는 것이다.

합니다.” 한창수 교수는 학생들에게 무언의 롤모델로 남는 것이 자신의

무언의 롤모델

목표이자 꿈이라고 설명했다. 그제야 한창수 교수가 왜 그렇 게 쉴 틈도 없이 열정적인지 이해가 됐다. 그저 로봇이 좋아

한창수 교수를 설명하는 다양한 직함 중 하나는 바로 사업가

서라고만 말했지만 그 뒤에 하지 않았던, 숨기고 있던 말이

다. 한창수 교수는 헥사의 연구ㆍ개발과 동시에 지난 2011년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벤처기업 (주)헥사시스템즈를 설립했다. 한양대학교 창업보

옛말이 있다. 그러나 한창수 교수는 직접 행동하는 무언의 멘

육센터의 초대 소장을 맡은 것이 인연이 됐다. 한창수 교수는

토로서 학생들이 자신의 그림자를 밟고 더 높은 곳으로 성장

학생들의 창업 교육을 위해 카네기멜론대학 등 해외 곳곳을

하길 바란다. 그래서 한창수 교수는 직접 앞서 걸으며, 오늘

탐방하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교수가 교내에서

도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다.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학생들 역시 적극적으로 창업에 도전하

한창수 교수 1983년 한양대학교 기계공학 학사 1985년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기계공학 석사 1989년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기계공학 박사 2007년~ 한국로봇교육컨텐츠협회 회장 2008년~ 안산지역로봇기업협의회(IICC) 자문위원 2010년~ 고층 구조물 외벽 유지관리용 지능형 로봇시스템 개발센터 연구단장 2010년~2012년 범부처 로봇정책협의회 위원 2010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다부처 공동기획 로봇분야 평가위원 2012년~2013년 한국생산제조시스템학회 IT-BT융합시스템 부문 부문이사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직할 출연 연구기관 평가위원 2015년~ 한국로봇학회 회장단자문 협동 부회장 2015년~ 한국공학교육학회 사업 부회장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직할 출연 임무중심형 기관평가위원 한국로봇산업협회 대한민국 로봇대상 국무총리상 ISARC 2015 Tucker-Hasegawa Award 수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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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ech & Biz

해외팀에서 활약한 한국인 기술 이슈로 돌아보는 DRC 下 글_한재권 (한양대학교 융합시스템학과 산학협력중점교수, 전 로보티즈 수석 연구원)

다르파로보틱스챌린지(이하 DRC)가 끝난 후 대 회가 남긴 것을 하나씩 되짚어 보고 있다. 세 번 째 글이다. 이번에는 사람을 보려고 한다. 로봇 기술이 아무 리 중요해도 로봇 또한 사람이 만든다. 그래서 결 국 사람이 답이고 희망이지 않을까 싶다. DRC 해외팀의 멤버로 참여한 한국의 젊은 로봇 공학 자들을 조명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팀에서 핵심 역 할을 했던 보석 같은 존재들이다. 아마도 DRC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값진 선물이 이들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나이로는 30대이고 이제 자신의 역량을 막 펼쳐 보이려고 준비하는 이들에게 많 은 응원과 관심이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소개해 보려 한다. 이탈리아의 이진오 박사, 미국의 이승 준 박사, 국민대의 조백규 교수가 그들이다.

30 월간로봇


한재권의 DRC 복기하기 ③

과 UCLA의 데니스 홍(Dennis Hong) 교수님의 연합팀인 팀 토르(Team THOR) 에 속해서 DRC 대회에 참가했습니 다. 저는 소프트웨어 전반을 담당 했었고 특히 Locomotion, Balancing, Manipulation, Behavior control 등의 임무 를 수행했습니다. 조백규 : 안녕하세요. 국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에서 조 교수로 재직중인 조백규입니다. 이번에는 미국의 DRCHUBO@UNLV팀에 속해서 DRC 대회에 참가했고요. 저 희 연구실의 대학원생 2명도 함께 참가 했습니다. DRCHUBO@UNLV팀은 라스베가스 네바다주립대학(UNLV)의 폴 오 교수님께서 팀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국민대는 로봇 의 locomotion 및 balancing, 즉 보행, 계단, 자세안정화 등 의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한재권 : 그렇군요. 어떻게 해외의 팀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IIT 의 이진오 박사와 WALK-MAN 로봇 .

이진오 : 2012년에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직후, IIT 의 휴머노이드 연구실에 합류하였습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 지 않았지만 국가 연구소인 IIT는 이탈리아 전역의 10개 연구

한재권 : 안녕하세요. 조백규 교수님은 로보컵 기사로 월간로

소에서 1300명 이상이 연구를 수행하는 큰 기관입니다. 제가

봇 독자 분들께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만 다른 두 분은 월간로

속한 연구실은 IIT의 본부 소속으로서 제노바에 있습니다. 그

봇이 처음일 텐데 독자 분들께 소개 좀 부탁 드리겠습니다.

리고 저희 연구실이 DRC 결선에 진출하게 되었죠. 처음 연구실에 합류했던 당시에 저희 연구소는 CoMan

이진오 : 안녕하세요. 저는 이탈리아 공학 연구소(IIT)의 휴머

(Compliant huManoid), iCub 등 다양한 휴머노이드를 보

노이드 연구실에서 시니어 포스트닥터로 재직 중인 이진오입

유하고 있었는데요. 로봇의 상반신과 전신 제어를 하는 인력

니다. 제가 참가했던 팀은 TEAM WALK-MAN 입니다. 저

을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양팔 로봇의 제어'라는 주제로 박

희 팀은 IIT와 피사 대학교의 E.Piaggio Research Center

사 학위를 마치던 시점이었고 때마침 미국 애틀란타에서 열

가 협력한 이탈리아 대표팀입니다. 저는 밸브 잠그기, 문 열

린 학회(ICRA2012)에서 저희 연구실의 슈퍼바이저인 Dr.

기, 운전 등의 상반신을 주로 활용하는 매니퓰레이션과 로봇

Nikolaos Tsagarakis(니코스 사가라키스)를 만나 연구실

의 하위 제어기(Low-level controller) 개발을 담당했습니

을 소개 받았습니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에서 제안 받은 자

다. 로봇이 균형을 잡으며 걷기 위한 전신 제어 역시 일부를

리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최종적으로 IIT를 선택했

담당했습니다.

던 것이 제가 지금까지 한 결정 중 제 아내를 선택한(?) 것 다 음으로 가장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아! 그리고

이승준 : 안녕하세요. 저는 펜실베니아 대학교(University

간혹 언어 문제를 물어보시고는 하는데, IIT는 영어를 공용어

of Pennsylvania, 이하 유펜)의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

로 쓰는 덕분에 이탈리아어를 새로 배워야 하는 어려움은 없

고 있습니다. 이번에 유펜의 다니엘 리(Daniel Lee)교수님

었습니다. 물론 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회화들은 익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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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ech & Biz 만요. 한재권 : 저는 이진오 박사님이 아내 분을 선택하신 것이 아 니라 아내 분께서 이박사님을 간택하신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 다만 (웃음). 이승준 박사는 어떻게 유펜에 들어갔나요? 이승준 : 저도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당시 학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회에서 유펜의 다니엘 리 교수님을 만나 뵙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유펜에 교환 연구원 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부터 다니엘 리 교수님 과 데니스 홍 교수님께서 연합해 추진하신 로보컵 대회에 참 가하였습니다. 로보컵 대회에서는 팀 다윈의 소프트웨어 메인 개발자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로봇컵 대회를 통해서 자율 이족 보행 로봇의 제어에 관한 실전 경험을 수년간 쌓았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DRC 대회에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 보 면 팀 토르의 코드는 로보컵의 로봇축구 코드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말할 수 도 있습니다. 한재권 : 이승준 박사와 저는 로보컵에서는 팀 동료였습니다. DRC 에서는 다른 팀으로 만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팀 이 아닌 같은 팀 느낌이 나더라고요. (웃음) 조백규 교수님은 한국이 주 활동 영역인데 어떻게 라스베가스까지 가셨나요?

펜실베니아대학의 이승준 박사(왼쪽)가 로보컵에서 THOR-OP와 찍은 기념사진.

조백규 : 저는 KAIST 휴보랩 졸업생입니다. 2004년부터 2009년 8월 졸업할 때까지 다양한 휴보개발에 참여했습니다.

로 넘어가서요. 각 팀의 로봇들 소개 좀 해 주십시오.

당시 폴 오 교수님(당시에는 Drexel Univ.)이 휴보를 미국에 가져가지 위해 휴보랩에 방문을 하셨고, 그때부터 교류가 있

이진오 : 저희 팀이 사용한 로봇은 팀명이기도 한 WALK-

었습니다.

MAN 입니다. 이 로봇은 2013년 말에 시작된 유럽연합 프

DRC 예선 때는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많아 관심을 가질 수

로 젝 트 워 크-맨 (WALK-MAN, Whole-body Adaptive

없었습니다. DRC 예선에서 한국팀이 고전했던 결과를 접하

Locomotion and Manipulation)의 일환으로 개발되었습니

고 ‘나도 뭔가 해봐야겠다’ 란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가, 폴 오

다. 짐작하셨겠지만 WALK-MAN 로봇은 DRC에 참가하기

교수님께서 UNLV로 학교를 옮겨서 DRC 결선을 위해 새로

위해 만들어진 로봇은 아니었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운 팀을 구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침 UNLV에서

사고를 기점으로 로봇에 대한 요구, 특히 사람이 만들어 놓은

도 보행을 담당할 사람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쉽게

환경에서 익숙하게 움직일 수 있는 휴머노이드에 대한 요구

풀렸습니다. 그렇게 국민대가 DRC-HUBO@UNLV에 참여

가 높아졌습니다. DRC도 그래서 추진됐죠. 저희는 같은 시기

하게 되었습니다.

에 유럽연합에 제안을 했습니다. DRC와 WALK-MAN은 서 로 다른 성격이지만 그 동기와 본연의 목적이 정확히 일치했

한재권 : 개인 스토리가 꽤 재미있네요. 그럼 이제 로봇 얘기 32 월간로봇

기 때문에 DRC 결선에 참가하는 것을 과제의 중간 목표로 설


한재권의 DRC 복기하기 ③

정하게 되었습니다.

똘망을 구매한 뒤에 튜닝을 좀 했습니다. 하체에 가해지는 부

DRC 결선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팀들이 제한된 준비 기간 동

하를 가능한 줄이기 위해 상체를 최대한 경량화하고, 작업공

안 시간에 쫓겼죠. 저희 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본격적인

간을 늘리기 위해 팔 길이를 변경하고 저희가 직접 제작한 손

설계가 시작된 시점부터 제어기를 포함한 모든 하드웨어 제

을 다는 등 하드웨어를 상당 부분 변경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작을 10개월 만에 완료해야만 하는 스케줄이었고, 로봇의 하

이 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표준화된 모터와 프레임으로 구성

드웨어가 준비된 것은 대회가 시작되기 약 한 달 전이었으니.

된 모듈 구조이기 때문에 마치 레고처럼 하드웨어의 변경과

대회 기간에 작동했던 로봇들 중에 WALK-MAN이 생후 1

파손 부위의 수리가 쉽다는 점입니다. 단점이라면 전용 모터

개월로 가장 어린(?) 로봇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WALK-

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체 관절의 힘이 타 로봇들에 비

MAN의 성능만큼은 어린아이 같지 않습니다. 185cm의 키,

해 부족하고, 부품들이 다수의 작은 볼트들로 고정되기 때문

33개의 제어 가능한 관절, 배터리와 보호 장비를 포함해

에 나사가 풀리거나 정렬이 흐트러지는 등의 문제가 있었습니

118Kg의 체중을 지녔고, 각 관절은 최대 속도 12rad/s (초

다.

당 약 2회전), 250Nm의 토크를 낼 수 있는 강력한 로봇입니 다. 저희 팀은 액츄에이터(actuator, 구동기)와 하위 제어기

조백규 : 우리 팀이 사용한 로봇은 DRC-HUBO입니다. 저

를 포함해 모든 부품을 직접 설계 제작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는 오랫동안 휴보를 개발하고 사용해왔던 사람이라 DRC-

가지고 있습니다. Made in Italy 입니다. (웃음)

HUBO를 사용하는 것은 반가웠죠. 팀 카이스트와 우리 팀의

WALK-MAN의 한 가지 특징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로봇 핸

접근 방법이 달랐기 때문에 대회 중반부터는 하드웨어를 약간

드를 꼽고 싶습니다. 그리퍼 형태를 사용한 다른 로봇들과는

수정해 사용했습니다.

달리 WALK-MAN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구조의 PISA-IIT

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하드웨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어

소프트 핸드(Soft Hand)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이 핸드는 피

떤 문제가 발생하는 지를 깨달았습니다. 로봇 고장 등의 문제

사대학과 IIT가 공동으로 개발하였는데, 19개의 손가락 관절

가 생기면 많은 부분을 카이스트를 통해 해결해야 했습니다.

과 유연한 인대가 구현되어 다양한 형태의 물체를 효과적으로

로봇의 손에 사용되는 부품이 망가지면 망가진 부품을 새로

파지할 수 있습니다. DRC에서는 이 핸드로 운전을 하고, 문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도면이 없어서 카이스트에 새 부품을

을 여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요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생겼습니다. 그래서 알고리

WALK-MAN의 또 다른 특징은 각 관절들이 특별히 설계-

즘을 개발하거나 로봇으로 실험할 때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해

제작된 유연 구동기(compliant actuator)로 이루어져 있다

야 했습니다. 한번의 실수로 로봇을 1-2주동안 사용하지 못

는 것입니다. 각 관절의 토크를 쉽게 센싱 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조심을 했음에도 로봇이 크게

로봇 전신의 토크 제어가 쉽고, 또 관절의 유연한 특성을 이

몇 번 고장이 났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직접 고장 난 부품을

용해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거나 에너지를 저장했

들고 날아가서 수리해 온 적도 있었습니다. 국제 공동연구가

다가 폭발적인 힘을 낼 수도 있습니다. DRC에서는 로봇의 하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드웨어가 완성된 후의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WALK-MAN 이 지닌 이러한 가능성들을 활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쉬움

한재권 : DRC 대회가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죠? 저희 팀 로

이 남습니다. 그리고 제어 관점에서 볼 때, 로봇의 관절이 유

보티즈도 에피소드라고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요. 각 팀의

연할 수록 난이도가 크게 높아집니다. WALK-MAN이 지닌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을 소개해 주세요.

가능성이자 저희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진오 :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단연 휴머노이드들이 넘어지는 이승준 : 저희팀에서 사용한 로봇은 토르-오피(THOR­OP,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넘어지기 이전에 로봇들이 보

한국명 똘망) 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로봇은 로보티즈에

조하는 크레인이나 전력/통신 와이어에 의지 않고 일어나 걸

서 제작했고, 한재권 박사님이 설계하셨죠 (웃음). 저희 팀은

었다는 것에 고무되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로봇이 용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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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ech & Biz

국민대 조백규 교수 ( 오른쪽 ) 와 DRC 휴보 .

걷다 넘어지는 장면을 다시 보게 될까요?

의 챌린지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총점은 3점. 아쉬웠습니다.

WALK-MAN은 첫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중 전원이 셧다운 되면서 넘어졌습니다. 운전하는 첫 번째 미션에서 1등으로 문

이승준 : 복수 플랫폼으로 병렬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내부

앞에 도착을 했는데, 장 내의 통신 문제로 움직이지 못하고

조율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타 팀 대비 개발인력이 너무 적고

문 앞에 30분 이상을 서있어야 했습니다. 반면 운전을 마치지

준비가 부족해 저희 팀의 실력을 최대한 보여주지 못한 점이

못했던 옆 트랙의 로봇들은 자동차에 앉아 있는 상태였습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저희 팀의 DRC 개발 전반을 도맡

다. 로봇의 무게가 상당한 만큼 자중을 지탱하며 서있는 것을

아 진행하면서 굉장히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유지하는 것 만으로도 배터리 소모가 큰데, 캘리포니아의 뜨

기뻤을 때는 예선 때, 한번도 테스트해보지 않은 운전 미션을

거운 태양 아래에서 버티지를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중

무사히 완수하고 점수를 얻었을 때입니다.

에 점검해보니 배터리의 잔량이 남아 있더군요. 결국 셧다운 의 정확한 이유는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공교롭게도 바로 옆

조백규 :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은 계단을 성공적으로 올라간

트랙의 일본 팀 HRP로봇의 비상 전원 차단 버튼이 눌려진 것

것입니다. 팀에서 국민대의 역할은 로봇의 보행 알고리즘 개

과 동시에 셧다운이 일어났습니다. DARPA에서 제공하는 비

발이었습니다. 대회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평지보행, 계단보

상 전원 차단 버튼은 WiFi로 동작되기 때문에 신호 간섭 등의

행, 험지보행, 차에서 내릴 때 균형잡기, 미션 수행 시 균형잡

가능성을 의심을 해보았는데 대회장에서 증명을 할 방법은 없

기 등 보행 및 균형잡기 알고리즘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었죠. 다만 DARPA 측에서 저희 팀의 상황에 대한 설명과 의

본 대회를 위해, 보행 및 자세안정화 알고리즘 개발에 많은

혹 제기를 일부 수용해서 그날 저녁 재도전의 기회를 주었습

노력을 쏟아 넣었습니다. 그렇지만 DRC-HUBO는 바퀴 모

니다. 아쉽게도 문을 열고 들어간 후 다시 넘어지면서 첫 날

드로 변신하여 안정적인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행 알고리

34 월간로봇


한재권의 DRC 복기하기 ③

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었

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연구를 꾸준히

죠. 하지만, 8개의 미션 중 계단미션은 바퀴 모드로는 절대 해

수행한다면 우리 로봇이 세계 최고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결할 수 없는 미션입니다. 즉, 우리 팀이 마지막 계단미션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DARPA와 같은 정부의 장기

성공함으로써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논문들을 보면 한국의 로

있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팀이 전반적으로 높은 성적을 거두

봇기술, 특히 휴머노이드 분야 기술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조

는 것도 좋았지만, 우리 국민대의 노력과 실력을 보여주기 위

금씩 뒤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서 계단미션을 꼭 수행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계단미션은 위험 부담이 매우 큽니다. 계단 미션 중

한재권 : 저는 여러분들의 경험과 여러분들의 존재 자체가 가

로봇이 균형을 잃어 넘어지면 로봇이 크게 고장 나서 대회참

장 값진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연구 부탁 드립

가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됩니다. 대회 당일 팀

니다. 저도 열심히 할게요. 끝으로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 주

내부에서는 계단미션을 포기하자는 의견이 나타나기 시작했

세요.

습니다. 저는 계단미션을 100%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팀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팀원들은 제 뜻에 동의를 해줬

이진오 : DRC 이후 로봇 학계, 특히 휴머노이드 학계가 눈에

습니다. 이렇게 하여 대회 첫날 우리는 안정적으로 계단미션

띄게 활발해 진 것을 느낍니다. 저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의

을 수행했습니다. 팀이 6점을 획득한 순간이어서 기쁘기도 했

전신 제어에 관한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DRC를 계기

지만, 저와 국민대 학생들이 노력한 결과에 결실을 얻는 순간

로 '넘어지지 않는 로봇'보다는 '넘어질 수 있는 로봇 기술'을

이어서 더욱 뜻 깊었습니다.

개발하는 것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새로운 기술들을 갓 태어난 WALK-MAN에 적용하는 것이 현재의 계획입니

한재권 : 말씀을 들어보니 DRC 대회를 치르면서 정말 많은

다.

것을 얻으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유럽의 로보틱스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 다. 기회가 된다면 WALK-MAN에 대한 것을 포함해, 이곳

이진오 : 연구자에게는 동기 부여가 중요합니다. 가끔씩 '연구

에서 경험한 것들을 한국에 알리고 싶습니다.

를 위한 연구'라는 부정적인 시각에 고민을 한 적이 있었습니 다. 하지만 DRC에서 만난 열정적인 휴머노이드 연구자 분들

이승준 : 전 이제 박사 후 과정을 끝내고 직업을 가질 계획인

을 통해 큰 에너지를 얻었고, DRC를 보기 위해 모인 많은 사

데요. 제 전공을 잘 살리면서 연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직

람들을 통해 휴머노이드에 대한 관심과 필요를 간접적으로나

업을 얻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그리고 대회 준비하느라 소

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연구실의 좁은 철책 안에서 조심스레

홀했던 가정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움직이던 로봇들이 이제는 주렁주렁 달려있던 와이어들을 떼 어내고 걷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휴머노이드 연

조백규 : DRC를 통해서 미국의 UNLV와 국제공동연구를 수

구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행한 결과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국제 적인 교류연구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이승준 : 저는 뭐니뭐니해도 DRC 개발 전반을 맡아 진행한

연구도 지속할 생각입니다. 국민대학교에 부임하면서 다양한

경험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습니다. DRC 대회를 통해서 로

연구주제를 접하게 되었고, 그것들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것

보틱스 대부분의 분야에 대해 직접 공부하고 구현해 보는 매

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DRC를 통해 휴머노이드를 연구

우 귀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국내 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를 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국민

조백규 : 세계적인 로봇연구의 현황과 수준을 알 수 있었습니

대학교를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의 중심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

다. 아직 못 따라 갈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회

니다.

35


T  ech & Biz

로봇과 인간의 연결고리 감성인식기술전문가 글_신병철 기자(byongchol@roboticus.kr) 도움_한국고용정보원

감성 (感性,Sensibility). 인간이 자극이나 자극의 변 화를 느끼는 성질을 감성이라 부른다. 이러한 감성을 인식하는 기술 이 최근 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 다. 로봇계에서도 서비스로봇 분야를 중심으로 ‘소 셜로봇’이라 불리는 ‘감성로봇’이 가장 ‘핫’하다. 연일 매진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페퍼’ 역시 인간의 표정과 목소리를 분석해 감정을 판단하고, 대화를 나누는 ‘감성로봇’이 다. 감성인식기술은 점점 고도화되어 이제는 인간과 교감까지 가능한 기술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인간과 로 봇의 교감을 위한 연결고리를 만드는 감성인식기술전문가. 그들이 미래의 주요 직업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36 월간로봇


JOB學사전

미래를 여는 차세대 융합기술 감성인식기술의 근간은 인공지능이다. 1920년대 컴퓨터의 발 전으로 인공지능기술이 태동한 이래 영상, 음성, 생체 뇌파 및 신체의 정보를 감지하고, 감성을 추출하여 감성응용서비스 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최근 들어 여러 방면에서 이뤄지고 있 다. 감성인식기술은 우리 생활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품 개발 라이브러리나 웹 형태로도 이미 서비스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과 기업에서는 감성인식기술의 중요성을 인식 하고 다양한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미국, 일본, 유럽의 일 부 국가에서는 감성인식 기술을 차세대 융합기술로 간주하고 기술개발 및 정부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MIT, 마이

당하고 시뮬레이션, 시험 및 검증 등을 통해 제품의 완성도를

크로소프트, NTT Docomo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는 감성

높인다. 감성인식기술 분야에는 감성인지, 처리, 서비스 제공

융합 기술을 차세대 프로젝트로 선정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과 관련된 연구ㆍ개발 인력을 비롯해 엔지니어, 컨설팅 인력

있다. MIT 미디어랩의 감성 컴퓨팅 연구팀에서는 자폐증 환

등 다양한 직업이 관여한다. 특히, 기술개발 분야는 감성인식

자의 생체신호를 분석해 치료에 도움을 주는 ‘청각 둔감 게임

기술, 감성교감기술, 감성지능 플랫폼 기술, 감성융합 서비스

(Auditory Desensitization Games)’ 프로젝트를 비롯해 평

기술 등으로 세분화되어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소의 미소 패턴과 감성을 분석해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프로젝 트 등 다양한 감성인식기술을 연구ㆍ개발하고 있다.

감성인식기술전문가는?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도 감성기술의 접목을 미래 자동

• ‌ 인간의 감성을 인지하여 반응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

차 시장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들은 미래 시장을 선점

하는 일에 종사하는 전문가. 주로 감성인식기술을 연구ㆍ개

하기 위해 감성인식기술 확보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 예로 도요타에서는 운전자의 얼굴에서 286개의 특 징점을 추출하여 운전자의 감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발ㆍ응용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 인간의 ‌ 여러 감성을 컴퓨터가 인지할 수 있는 유무선 센서기 술 개발 • 감성 ‌ 신호의 피드백에 따라 상항에 맞는 적절한 처리 능력을 부여하는 기술 개발

다양한 인간의 감성을 인지 창의적 아이디어와 다방면에 관심 필요 감성인식기술전문가는 인간의 감성을 인지하고, 인지된 감성 을 이용해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연구ㆍ개발

감성인식기술은 시각, 청각, 촉각 센서를 통한 감성인식, 감

한다. 인간의 여러 감성을 컴퓨터가 인지하는 유무선 센서기

성처리 및 피드백을 통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의 효율적

술과 감성 신호의 피드백에 따라 상황에 맞는 적절한 처리 능

인 상호작용을 이끄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관련 분야의 심도

력을 부여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또한, 로봇뿐만 아니라 최근

있는 지식이 요구된다. 감성인식기술전문가는 직무 특성상 스

주목받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 등의 IT 제품에 사용자의 감성

스로 업무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

을 인지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한다.

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매번 창의적으로 새로운 발상을 하는

이를 위해 감성인식기술전문가는 먼저 프로젝트에 대한 요구

것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유리하다.

사항을 수집하고 필요한 기능과 규격을 정하는 일을 한다. 이

- 요구되는 자격증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심도 있는 지식

밖에도 제품의 구조 설계(H/W, S/W, System) 및 제작을 담

을 요구하므로 대학원 석사 이상의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37


T  ech & Biz - 관련 전공으로는 센서를 인지하는 기술과 관련된 전기전자

커질 전망이다.

공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등이 있다. 인지된 감성신호를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감성인식기술을 다양한 비즈니스 창출

처리하고 피드백하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해 정보통신공

이 가능하고 산업 간 파급효과가 큰 기술로 간주하고 적극적

학, 전산학 등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이 밖에도 인간공학,

으로 육성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국내 감성인식기술은 아직

감성공학, 의공학 등도 관련이 높은 전공이다.

초기 단계로 선진국과는 격차가 있으며, 기반기술과 원천기술

- 감성인식기술 분야에 깊이 파고들기 위해 감성이 풍부해야

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하며 인문, 철학, 예술 등 다방면에 관심과 흥미가 있어야 한 다.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기 위해 생체공학, 심리학 등의 학

연구 촉진을 위한 산학연 참여 지원

문을 함께 공부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감성인식기술은 시장성 및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어 연 구ㆍ개발의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인간 중심의 미래 주요 직업군

정보통신 및 자동차 산업 등의 일부 기업이나 연구소 등을 중 심으로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전문인력 양성이 활발

감성인식기술은 로봇산업 및 기존 IT산업은 물론이고 비(非)

히 논의되고 있다.

IT산업에도 융합ㆍ적용될 수 있다. 특히, 미래에 인간 중심

미래창조과학부는 향후 감성공학 분야의 연구 촉진을 위해 대

사회를 이끌 제품, 서비스, 직업 및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

학, 연구소, 기업 등이 참여하는 감성인식기술 개발 연구과제

이 매우 크다. 감성인식기술은 기존의 기능 중심에서 인간 중

를 선정ㆍ지원하는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심으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기술로 미래 주요 직업군이 될 것

따라 향후 감성인식 기술이 응용되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등 발전 가능성이 큰

일자리 창출이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만큼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감성인식기술전문가의 역할도 더욱 참고 사이트 미래창조과학부 www.msip.go.kr 감성ICT산업협회 www.eict.or.kr 한국전자통신연구원 www.etri.re.kr

▶ 적합한 사람은? 인문, 철학, 예술 등 다방면에 관심과 흥미 가 있고, 감성적이며 창의적인 사람 ▶ 필요한 자격은? 생체공학, 의공학, 전자공학, 컴퓨터과학 등 관련 전공자.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과 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인체, 뇌, 심리에 대한 지식을 함께 갖춘다면 금상첨화. ▶ 어디서 준비하지? 대학의 전자공학, 정보통신, 컴퓨터공학, 컴 퓨터과학, 신호처리, 의공학, 인공지능, 기계 학습 등의 인지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마 이닝 등의 관련 학과에서 준비할 수 있다. ▶ 진출하는 곳은? 연구원, 교수 등으로 활동하거나 로봇, 스마 트폰, 가전, 자동차, 무인 기계 등 관련 기업 전반에 진출할 수 있다.

38 월간로봇


JOB學사전

INTERVIEW

감성인식, 로봇과의 거리를 좁히는 기술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요? 크게 HCI(Human-Computer Interaction)와 HRI(Human-Robot Interaction)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기술과 로봇기술이 같은 뿌 리라는 점에서는 HCI가 HRI를 포괄하는 상위개념이지만, 두 가지 주 제 모두 소통을 통한 상호작용을 연구합니다. 로봇이 음성, 표정, 감정 등을 파악해서 사용자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 요. 최근에는 요양원 등에서 노약자들을 위한 소셜로봇의 연구에 큰 관 심을 두고 있습니다.

로봇에게 감성인식기술은 왜 필요한가요? 앞으로 로봇과 공존하는 사회가 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문제로 떠오르겠지요. 감성인식기술은 서로의 교감을 통 해 로봇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는 기술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 유가 뭘까요? 말은 통하지 않지만, 행동으로 친근감을 표시하면서 우리 와 교감을 이루기 때문이지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반려동물과의 소통 을 통한 교감이 로봇과도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로봇을 받아들이는데 조금은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감성인식기술을 연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고령화, 저출산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 세대의 미래를 위한 로봇을 연 구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의 노년층은 컴퓨터, 로봇 등의 기계와는 친숙하지 않은 세대입니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고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현재 세대가 노년층이 된다면, 수요 는 훨씬 늘어날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30년 후 우리가 요양원에 있 을 때 옆에서 친구같이 말동무가 되어주고, 개개인에 맞춤 정보를 제공 해주는 로봇이지요.

미래의 감성인식기술전문가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지형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 대학교 교수 HCI & Robotics 전공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로봇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로봇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서 출발해야 합니다. 책 속에 있는 글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은 죽은 지 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기능을 로봇이 수행하기 위해 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 고민하는 ‘살아있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내가 이것을 왜 배우는지, 어디에 쓰이기 때문에 배우는 것인지를 자신 에게 묻고 파악했으면 합니다.

39


T  ech & Biz

'로봇영재', 멘토를 만나다 로봇올림피아드 수상자 김찬중 학생의 KAIST 휴보랩 방문기 글_이진주 객원기자(lady.robota@gmail.com) 사진_양지원 기자(jiwon@roboticus.kr)

김찬중 학생이 오준호 교수, DRC휴보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40 월간로봇


특별한 만남

연구실 문이 열렸다. 서류 더미와 공작기계, 그리고 로봇들이 복잡하게 섞여있는 공간에서 소년은 압도돼 보였다. 채 웃지도 못했다. 휴보의 몸체를 살며시 만져보는 순간에야 보일 듯 말 듯 진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소년이 로봇을 사랑하는 건 분명했다. 중학생 소년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멘토를 찾아온 건 그래서였다. 이제 대가의 대답을 들을 차례였다.

"중학생 수준에서 아무리 1등을 해봐야 큰 발전이 없을 겁니

그런데 그의 일상은 변화가 없다. 여전히 대전 KAIST의 '

다. 아마도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혔겠죠. 남들이 만들어 놓은

휴보랩'으로 출근하고, 인터뷰 시간은 단 십 분도 허투루 쓰

부품을 이리저리 변형해봤자 어느 순간 맴도는 느낌이 들 거

지 않을 정도로 빡빡하다. 연구원들의 흐름을 깨는 것이 아까

에요." 소년은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학생은 지금

워 밥도 학생식당에서 따로 먹는다. 다르파 우승으로 세계적

껏 충분히 했단 말이야. 당분간 로봇을 접어놔도 아무 문제가

인 주목을 얻고 백악관과 청와대에도 초청받았으면 이제 허

없어요. 아니 더 해봐야 발전이 없어요. 이대로는 로봇을 가

리띠를 풀고 흐트러질 법도 한데, 다른 지역에서 열린 학회나

지고 놀 줄 아는 사람이나 아이디어맨에 그칠 뿐, 진짜 로봇

행사에 참여한 뒤에도 칼 같이 대전의 연구실로 되돌아오는

공학자가 되기는 어려워요. 아이디어맨도 로봇을 즐기는 한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십일 년 동안 지속한 무서운 자기관

방법일 수는 있지만, 학생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뭐에요?"

리다. 오 교수는 말했다. "아홉 시 출근해 다섯 시 퇴근하면서, 가정

예상외의 조언이다. 말투는 조곤조곤 했지만, 듣는 사람은 간

도 최대한 돌보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성공하기란 어렵다. 로

담이 서늘해졌다. 휴머노이드 꿈나무 김찬중 학생과 휴머노

봇공학자만이 아니라 기자나 작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

이드 대부 오준호 교수의 만남은 이처럼 진지하고도 현실적이

국은 자기희생이다. 자기가 몸을 던지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었다.

없다." 그래서 그의 랩에는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가는 전형 적인 회식조차 없다. 오준호 교수가 설립한 실험실 벤처 '레인

휴보 아빠 오준호 교수

보우'의 이정호 대표는 "연구하다 지쳐 새벽 1시쯤 야식을 사 먹으러 나가는 게 거의 유일한 도락이었다."고 회상했다.

오준호 교수(KAIST 기계공학과 특훈교수.KAIST 휴머노 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는 얼마 전까지 국내 휴머노이드 로

십일 년만의 세계정복

봇의 대부, 전문가, '휴보 아빠'로만 불렸다. 그런데 지난 봄, 'DRC-휴보'가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하자 시대가

어떤 이는 '다르파 이펙트'라고도 말한다. 다르파 우승 이후

그를 호출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로봇이나 휴머노이드 외의

세상이 요란하게 그를 불러대는 걸 말이다. 오준호 교수 스스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심지어 학창시절 공부법부터 영재교

로도 "우승 이후 사람들이 예전보다 내 말을 좀 더 귀담아 듣

육 실태, 공학교육의 설계, KAIST의 발전방향, 청년 실업 문

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다. 이를테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

제, 실험실 창업 성공비결까지... 오준호 교수 개인에게는 11

았던 시골 수험생이 카이스트에 들어간 뒤에야 말할 자격을

년 전 '휴보'를 만든 이후 모처럼 찾아온 '제2의 전성기'일지 모

얻은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말할 자

른다.

격'에 집착한다. 마치 다르파 우승이 오 교수에게 '멘토의 자

41


T  ech & Biz 격'이라도 부과한 것

최근 한국 상황에서 '영재'라는 말은 묘한 함의를 지닌다. 마

같은 모양새다.

치 '멘토'라는 말이 시대의 유행어가 되자 양가감정(兩價感情)

다르파에 도전한

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부모가 학원이나 과외교습을 통해

쟁쟁한 실력자

자녀를 필요 이상, 능력 이상 억지로 잡아 끄는 경우가 많아

들 가운데 단

서다. 이제 영재는 선행학습으로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세 팀만이 만

스펙처럼 변했다. 고등학교 과정 '수학의 정석'을 푸는 초등학

점 을 받 았 다.

교 3학년 수학영재들은 대치동과 목동의 학원가에서 어렵지

오 교수가 이끄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치원 시절부터 개구리를 해부하는 과

는 팀 카이스트

학영재들도 기업화된 과학실험 전문학원에서 흔하게 만날 수

는 그 중에서도 가

있다. 로봇 역시 마찬가지다. 레고 만들기로 시작된 로봇영재

장 빠르게 과제를 수

의 길은, 각 로봇 회사의 플랫폼을 섭렵하며 점점 심화한다.

행하며 1등을 차지했

그런데 그 과정에서 로봇대회 수상실적은 명문고, 명문대에

다. 자동차 운전부터 계단

진학하는 수단, 즉 스펙으로 변질되기 쉽다.

오르기까지 모두 8개의 과

휴보랩의 문을 두드렸던 김찬중 학생(용인 보라중 3학년) 역

제를 44분 28초에 돌파한 것. 2위인 미국

시 어쩌면 그런 루트를 밟고 있었다. 로봇 올림피아드를 비롯

IHMC로보틱스(인간기계연구소)의 '런닝맨(아틀라스 플랫폼)'

해 50여 회를 웃도는 국내외 로봇대회에서 이미 최상위권의

은 50분 26초, 3위인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타르탄 레스큐의 '

수상실적을 거뒀다. 그를 추천한 로봇교육 전문가는 "중학교

침프'는 55분 15초. 우승이 곧 세계 최고란 뜻은 아니겠지만,

레벨에서는 대적할 상대를 찾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

수십 년 앞서 출발한 미국과 일본 등 로봇 선진국과 대등하게

런데도 이 소년은 스스로 의문을 품고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겨룰 플랫폼을 가졌다고 인정 받은 것만은 분명하다.

걸었다. "취미 수준을 벗어나 정말로 로봇을 평생의 업으로 삼

2013년 예선에서 9위를 거둘 당시만 해도 팀 카이스트는 우

을 수 있을까?" "이렇게 계속 대회에 나가고 상을 타다 보면

승후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대회가 치러지기 전에 했던 인터

언젠가 진짜 로봇공학자가 될 수 있을까?" "로봇을 만드는 데

뷰를 보면, 오 교수에게는 우승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 같

열중하느라 수학도 과학도 영어 공부도 부족한 것 같은데, 내

다. "100.000%로 완벽을 기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기 때

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문"이다. 그는 말했다. "경쟁은 98점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건 이른바 로봇영재의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들도 공통적으

100점에 가까워지려면 철저하게 완벽해지는 수밖에 없다. 독

로 품고 있는 은밀한 의문이기도 했다. "로봇 공부는 언제 시

재자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말이다." 그는 좋게는 '뚝심'이나 '

작하고 언제 멈춰야 하나?" "로봇 공부라는 것에 실체가 있

카리스마', 나쁘게는 '독재'라고 표현될 만큼 강력한 리더십으

나?" "대회에 출전하고 수상하는 것 말고는 로봇공학자가 되

로 팀을 이끌었다. 그리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는 길이 없는 건가?" "로봇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오준호

소년의 십 년 오 교수의 십 년이 숨 가쁘게 흘러오는 동안, '로봇영재' 소년 의 십 년도 그 나름대로 바쁘게 흘러왔다. 대가의 시간과 소 년의 시간이 같은 밀도는 아니겠지만, 각자의 시간은 소중하 다. 소년의 작은 고민은 앞으로의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질문일 수 있었다. 김찬중 42 월간로봇


특별한 만남

휴보랩 연구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배효인(박사과정), 김성우(석사과정), 김찬중(중3 학생), 이강규(박사과정)

능력은 무엇인가?" "대학교에 가면 무엇을 배우나?" "로봇으

보였던 것이다. 방문을 닫아 걸고 정석을 풀기 시작했다. 야

로 밥은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자 시간에는 암기과목을 돌아가며 외우고, 영어도 문법책부터 들입다 팠다. 6개월이 지난 뒤 그는 전교에서 수위를 다투는

영재, 영재교육, 진짜 교육

학생으로 변해 있었다. 자신이 창조해 낸 휴보가 그랬듯이 말 이다. 그가 몰입의 힘을 그토록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아마도 오 교수는 찬중 학생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을지

오준호 교수는 꿈이나 목표를 묻는 이에게 "나는 골을 따라가

모른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반에서 58등을 했던 자신의

지 않았다. 움직이는 타깃을 따라왔다. 목표는 방향이지 고정

모습을 말이다. 그의 뒤에는 불과 대여섯 명이 있을 뿐이었

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단순히 전교 1등을 하는

다. '꼬마박사'란 별명을 들었을 만큼 남다른 호기심과 과학적

것이 공부의 목표가 아니었던 것처럼, 서울대도 그의 목표는

인 재능을 보였던 어린 시절과 달리 학창 시절에는 그다지 주

아니었다. 그는 집에서 가까운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선

목 받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공부는 재미가 없었다. 국사, 사

택했다. 학과 수석입학이었다. 대학 공부는 너무나 재미있었

회, 윤리 같은 암기과목이 싫었고, 영어는 벽처럼 느껴졌다.

다. 그 동안 알고 싶던 세상 모든 이치를 설명해주는 것 같았

그 시절 멘토 같은 것이 있었을 리 없다. 시험 결과에 일희일

단다. 내친 김에 석사까지 마치고 잠시 원자력연구원에서 외

비하지 않고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려 주는 부모를 만나

도를 한 뒤, UC 버클리에서 박사를 받았다. 영어를 그토록 무

는 것만이 그나마 그 시대 학생들에게 유일한 행운이었다고

서워하던 소년이 말이다. 전문분야가 있으니 영어는 문제가

할 수 있을까.

아니었다. 휴보랩 모든 식구들이 마찬가지였다. 영어는 수단

그랬던 그가 미분 적분을 배우면서 수학에 눈을 떴다. 수학이

이니까. 그리고 1985년, 마침내 KAIST 교수가 돼 여기까지

라는 언어가, 평생소원이던 과학자의 길을 열어줄 열쇠처럼

왔다.

43


T  ech & Biz 그래서인지 오 교수는 부모가 목표를 제시하고 족집게 선생 들이 밀고 끄는 오늘날의 영재교육에 회의적이다. "교육이라 는 틀 안에 가두면 영재성은 사라진다. 영재는 내버려두는 게 답."이란다. 세상이 지금보다 느리고 고요하던 시절, 많은 부 모들은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지금은 세상의 속도만 큼 부모들이 조급해졌다. 아이의 성장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재촉한다. 다른 아이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게 하려고 싹을 잡 아서 뽑아 늘인다. 조장(助長)의 비극이 이 나라 곳곳에서 비 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오준호 교수가 생각하는 영재란 ‘좋아 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문 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누가 뜯어말리더라도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영재다. 영재학교나 영재학원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실제로 그의 랩에 이른바 '영재코스'를 밟은 학생이 있는지, 있다면 그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세상의 엄마들이 궁 금해할 법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랩 지도교수인 그도, 레인보 우 대표도, 소속 학생들도 알지 못했다. "알지도 못하고 알 필 요도 없다."고 했다. 누가 영재고를 나왔는지 일반고를 나왔

김찬중 학생이 휴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꿈 꾸는 소년의 진지함이 느껴진다.

는지, 카이스트 순혈인지 다른 대학 출신인지, 월반을 했는지 유급을 했는지, 전과를 했는지 편입을 했는지, 휴보랩에서는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온 마음을 다해 로봇을 만들

극복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차갑게 들릴 수도 있지만 현

자세와 돌파력만 있으면.

실이었다. "그걸 넘으려면 아이디어 수준이 아니라 수많은 연 구와 논문에 기반한 진짜 실력이 있어야 해요." 높은 건물을

로봇공학자 이전에 과학자

지으려면 기반이 있어야 하고, 공부는 바닥을 다지는 일에 해 당한다는 거다. 그는 "세상 이치가 머릿속에서 저절로 풀리는

오준호 박사는 "로봇공학자 이전에 과학자가 돼야 한다."고 말

뉴턴급 천재가 아니라면 성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실성

했다. 어릴 때부터 로봇만 파고 들어가는 건 오히려 바람직하

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없으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

지 않다고 했다. 로봇에서 출발해 자동차, 비행기, 천체, 우

는다는 뜻이다. "저라고 교수 일이 전부 재미있고 좋기만 했겠

주, 생물, 고고학에 이르기까지, 세상 만물을 궁금해하는 호

어요? 로봇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6:4,

기심이 먼저라는 거다. 지금 할 수 없는 분야를 탐구하기 위

7:3 정도로 잡아두고 기다렸습니다. 꾹 참고 역량을 키우다

해서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하는

보면 하고 싶은 일이 보상으로 돌아오거든요."

것이 순서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암기과목을 외우고 영문

찬중 학생은 답을 찾았을까? 휴보랩에서의 만남 뒤, 일부러

법을 파고 미적분을 푸는 일들 말이다. "집안의 경제적 사정

시간을 두었다가 물었다. 소년은 우선 멘토의 뜻을 따르기로

이나 본인의 능력, 로봇에 대한 열정까지 냉정하게 살펴봐요.

한 것 같다. 당장 로봇을 더 만질 수 있는 특성화고 대신, 더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대학, 대학원에도 진학해 더 깊은 공

많은 학문의 기초를 닦을 수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

부를 하도록 해요."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로 했다니 말이다. 당분간 좀이 쑤시는 시간을 보내야겠지

로봇공학은 융합학문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오 교수

만, 어쩌면 몇 년 뒤에는 오 교수의 제자 목록에서 소년의 이

는 "장난감 수준에서 한 단계 올라가려면, 엄청난 높이 차이를

름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44 월간로봇


특별한 만남

다르파 제패, 그리고 오준호 문파(門派) 애초부터 학맥이나 라인 같은 것에 속하지 않았고, 외국

을 파고 보란 듯 성공을 거둔 '휴보랩'의 존재는 매우 이례

잡지를 뒤지며 혼자 실력을 키울지언정 유력자를 찾아 다

적이다. '휴머노이드'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된 지원 한 번

니며 줄을 서는 일 따위에는 무심했다. 그러던 오 교수에

받지 못했다. 그래도 처음 휴보를 세상에 내보낸 2004년

게도 자연스럽게 제자 집단이 생겼다. 이른바 '오준호 문

이후 7년 동안 어떻게든 연평균 5억원의 연구비를 모아

파'의 탄생이다.

서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로봇 연구자가 엉뚱한 사

창립기인 휴보I 시절부터 도약기인 2세대 휴보II 시기까

업에 뛰어든다는 질시와 견제도 많이 받았단다. 남의 속

지 배출한 교수만 네 명이다. 김정훈 연세대 토목환경시

도 모르고. 정부의 공식적인 후원을 받지 못한 공백기에

스템공학부 교수, 박일우 광운대학교 로봇학부 교수, 김

는 실험실 벤처 창업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2011년 설립

정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

된 레인보우는 5년 만에 한 해 매출 20억 원이라는 성과

등 1세대 휴보 3인방을 비롯해 휴보의 보행과 주행 기술

를 내고 있다. 다르파 상금 22억원이 더 들어오는 올해는

향상에 몰두해 2세대 휴보의 산파 구실을 했던 조백규 국

수익 규모가 더 커질 전망. 상금은 고스란히 연구에 재투

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가 그들. 성숙기인 3세

자할 계획이다. 이정호 대표는 "매출이나 수익을 목표로

대에는 이정호 대표를 비롯해 김인혁 이사, 허정우 수석

삼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현재의 구성원이 행복하고,

등 레인보우의 이사진이 모두 제자들이다. 이들은 국내

미래의 구성원도 만족할 만한 로봇 회사를 만드는 것이

대기업 연봉을 훨씬 상회하는 대우에, 10% 내외의 스톡

목표"라고 전했다. 앤디 루빈 구글 전 부사장이 로봇 회사

옵션까지 갖고 있다. 요즘 같은 취업대란의 와중에도 휴

들을 수집하던 시절, 인수 제안을 한 귀로 흘려 들었던 것

보랩 졸업생들은 원하는 곳은 어디든 골라갈 수 있다고

도 그래서다.

한다. "그런 친구들을 사로잡으려면 '특급대우'가 필요하

오준호 교수의 사촌인 폴 오 미국 네바다대학교 라스베가

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김인혁 이사는 최근

스캠퍼스(UNLV) 교수는 해외에서 범 오준호 문파를 키

총 4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네이버 블루프로젝트에 합

우는 역할을 했다. 폴 오 교수는 미국 드렉셀대학 시절부

류해 화제를 모았다.

터 연구용 휴보를 미국에 도입하도록 애썼다. 휴보의 수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가 발표한 '아시모(2000년)'에 자

출길을 연 주인공인 셈. 휴보는 대당 5억원에 이르는 비

극 받아, 11년 전 홀로 휴머노이드에 도전했던 그의 노력

싼 몸값에도 불구하고, 구글을 비롯해 해외에 10여대나

은 헛되지 않았다. 한국의 상위 1% 수재들이 모이는 카

팔렸다. 폴 오 교수는 이번 다르파 결선에 오 교수의 애제

이스트에서도 날고 기는 학생들이 휴보랩에 지원한다. 오

자인 조백규 국민대 교수와 DRC-휴보 UNLV 팀을 이

교수는 그 중에 한두 명을 고르고 골라 받아들인다. 그나

뤄 참가해 전체 8위의 성적을 거뒀다. 사촌 지간인 두 교

마 석사 학생들은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다.

수의 신뢰관계가 워낙 두터웠던 데다, 두 팀 안에서 한국

석사까지는 이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연구실 방침이

인 제자들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뤄져 마치 한 팀

다. 그 사이 그도 변했다.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는 천재

이나 다름 없는 팀워크를 보였다고 한다.

급 제자들의 고집을 꺾으려고, 자존심 버리고 제자들 앞 에서 무릎까지 꿇어봤다."고 고백할 만큼. 해외의 연구 유행에 따라, 정부 지원금의 향방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곤 하는 국내 로봇계에서 꾸준히 한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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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로봇은 ‘그 녀석’일까, ‘그것’일까? 고인석 인하대 철학 교수와 책 <묵자·양주, 로봇이 되다> 나눠보기 글_황인선 기자 (insun@roboticus.kr)

‘Back to the Basic.’ 2009년 토요타가 리콜 문제로 흔들릴 때 앞세운 캐치프레 이즈다. 고인석 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와 로봇윤리에 대 한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 문장이 떠올랐다. 그는 약 7년 전, 정부에서 <로봇윤리헌장> 작업의 초석을 다질 때, 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와 함께 ‘로봇윤리’ 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나눈 주요인물이다. “한국이 로봇윤리헌장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국내를 너머 해외 언론에 보도 될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만약, 계 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전세계 최초’란 수식어를 확보하는 것은 자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잠정적 중단”이 됐다. 이에 대해 고인석 교수는 “로봇윤리헌장 초안의 검토 단계 에서 로봇이라는 개념의 규정이 문제로 인식되었다”며 “위 원회에 모인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은 철학적인 문제가 어 느 정도 풀리지 않으면 그럴 듯한 헌장을 내놓기 어렵다는 생각에 공감했다”고. 당시에 그가 제기한 철학적 물음은 간단했다. “로봇이 뭐 냐?” 이 기본적인 물음이 결국 먼저 풀려야만 할 문제였던 것이다. 10월호 인문산책은 인천에 위치한 인하대학교 그의 연구 실에서 시작한다. 우리의 손에는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철 학자들의 사상을 교양소설로 풀어낸 ‘탐철학소설시리즈’의 신간도서 <묵자·양주, 로봇이 되다>가 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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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석 교수 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다. 독일 콘스탄츠대에서 철 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저로는 <로봇의 정체성 이라는 관점에서 로봇윤리 다시보기(2008)>, <아시 모프의 로봇 3법칙 다시 보기: 윤리적인 로봇 만들 기(2011)>, <로봇이 책임과 권한의 주체일 수 있는가 (2012)> 등이 있다. 과학기술 개발과 연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고민한다. 최근 에는 로보틱스 분야의 ‘인공 의수학’에 관심을 갖고 있 다.


인문산책

드디어 그가 연구년을 마치고 돌아왔다. 문을 열자, 고인석 교수가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엊그제 귀국해, 아직 정리 중”이라는 그의 연구실을 둘러봤다. 양쪽 벽면에 자리한 책꽂이들은, ‘철학 서적’과 ‘로봇관련 서적’ 으로 분리된 채,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고 ‌ 1년 만에 다시 한국에 왔네요. 그 사이에 로봇업계는 빠르게 성장했더군요. 드론

시장이 눈에 띄게 부상했고, 무인자동차는 거의 실용화 단계에 온 것으로 보여집 니다. 귀국 직전에 미국에선 무인자동차 해킹 소식이 보도되더군요. 실제 시연 영 상에서는 해커가 그것을 마음대로 조종하더군요. 황 ‌ 지난 5월에는 워싱턴대학의 연구팀이 원격수술로봇의 보안 취약점을 밝히고자,

실제로 해킹에 성공한 사례가 공개되어 화제였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가 살인병기가 되는 건 한 순간이더군요. ‘모든 과학기술은 양날의 검’이란 말 이 떠오릅니다. 고 ‌ 최근에 개최된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도 눈길을 끕니다. 일본 원전사고를 계

기로,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위험한 공간에 투입할 수 있는 우리와 유사한 형태 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하는 대회였죠. 그 로봇들은 사람이 일일이 명령하지 않아도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행동)하도록 프로그램 됐습니다. 여기서 잠 깐 고민해봅시다. 그 로봇들을 ‘그 녀석’ 또는 ‘그것’ 중에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요? 황 ‌ 흥미로운 질문이군요. 제아무리 지능을 갖고 스스로 행동할 줄 안다고 해도 금속

덩어리인데.. 그러고 보니 지난 봄에 네티즌 사이에서 ‘로봇 개를 발로 차는 것은 잔인한가?’와 관련된 로봇윤리논쟁이 떠오릅니다. 고 ‌ 로봇에게 행위라는 개념을 쓸 수 있을까요? 지난 몇 년간 제가 고민해온 문제이기

도 합니다. 저의 잠정적 대답은 로봇은 인간 정신의 연장물이라는 것입니다. 인지 과학에 대한 철학 이론 가운데 하나인 연장된 마음(Extended mind, 확장된 마 음) 관점이, 로봇윤리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적절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 니다.

구글의 로봇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스팟 (SPOT) 이라 불리는 73kg 로봇의 무게중심 테스트 영상을 공 개했다 . 로봇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수시로 직원들이 발로 로봇을 차는데 , 네 다리에 움직 이는 형태가 마치 ‘개’ 를 연상시켜 네티즌들 사이에서 ‘잔인하다’ , ‘잘못된 행동’ 이라는 비난 여론이 형성됐 다 . 동시에 ‘금속 덩어리에 불과하다’ ,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잘못된 행동 아니다’ 라는 반대 여론도 뜨거 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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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황 ‌ ‘확장된 마음’은 인간의 몸과 상호작용하는 환경의 중요성

해져 있지 않기에,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에

을 강조하는 이론이지요? 홍성욱과 장대익이 펴낸 책 <뇌

다양한 SF 영화나 소설들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잃지 말

과학 경계를 넘다>에서는 휴대전화를 예로 들며 “더 이상

라고 충고하는 듯 합니다. 오늘 함께 읽을 책 <묵자·양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인지적 부담은 두뇌가 아니라 이것

주, 로봇이 되다> 역시 대비되는 로봇 캐릭터 ‘블랙’과 ‘레

이 지고 있다”며 “이는 도구가 아닌 인간의 일부가 됐다”

드’를 통해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고 ‌ 그 다음에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누구 정신의 연장

이냐’입니다. 이는 책임 소재를 밝힐 때 필요하죠. 하지만

로봇 블랙과 레드의 사이에서

로봇은 한 사람의 연장물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로봇 블랙과 레드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대표적

여러 정신들이 얽혀있기 때문이지요. 크게 기획자, 설계

인 사상가 묵자와 양주의 사상을 승계한 로봇이다. 묵자는 사랑과

자, 제작자, 관리자, 사용자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

평화를 외치는 이타주의(利他主義)의 대표주자이고, 양주는 삶의 자

다.

유와 행복을 주장하는 이기주의(利己主義) 또는 위아설(爲我說)을

황 ‌ 올해 개봉한 로봇 영화만 봐도 그러합니다. 영화 <채피>

대표한다. 위아설은 ‘그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의 경우에는 경찰 로봇으로 만들어 졌지만, 예상 밖의 경 로로 범죄를 학습하며 위험한 로봇이 되죠. 영화 <엑스마 키나>에서는 비정상적인 위해가 없도록 설계·관리되지

황 ‌ 개인적으로는 레드를 만든 로봇공학자 김씨가 이해됩니

않은 탓에, 결국 로봇이 창조자를 살인하죠. 로봇이 저지

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모델은 양주 같은 사람”이라

른 짓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며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보다, 자신의 행 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많을 때 오히려 사회가

고 ‌ 로봇은 아직 다 만들어지지 않은 기술입니다. 결과가 정

바람직한 방향으로 간다.”고 하지요.

오늘의 인문산책 “어떤 로봇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가” 중국 춘추전국시대 대표적인 사상가 묵자와 양주가 인공지능 로봇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도로 발달 한 과학기술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한 미래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주 의가 필요할까? 개인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개인주의가 필요할까? 과연 미래 사회 에 필요한 사상은 무엇인가. 덧붙여 로봇 기획자와 공학자들은 ‘어떤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골드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 한뜻(1996) 아이,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 김옥수 옮김 | 우리교육(2008) 제목 | 묵자·양주, 로봇이 되다 철학으로 과학하라 김시천, 최종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2008) 지음 | 김경윤 히치하이커의 철학여행 이진경 지음 | 뮤너니스트(2013) 옮김 | 탐 로봇윤리란 무엇인가? 변순용, 송선영 지음 | 어문학사(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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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산책

고 ‌ 블랙을 만든 로봇공학자 강씨의 설명에 공감합니다. “전

국시대 묵자는 ‘서로 사랑하고 서로 나누라’는 정신에 입

줄 알아야 한다’는 자기애(自己愛)적 사고를 허하는 것입 니다.

각해 활동했다. 전쟁에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로, 약한 자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나는 미래의 로봇이 바로 그러한 묵자의 정신을 이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 ‌ 예전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타심의 전제조건

에는 이기심이 있다.’ 하지만 로봇은 반대인가 봅니다. 그 러고 보니, 책은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3법칙에 의문을 던

황 ‌ 이 책은 상반된 사상을 지닌 로봇을 통해 로봇공학자는

지지 않습니까? “이는 지극히 인간중심적이지 않은가?

‘어떤 로봇을 만들어야 하느냐’ 잣대를 세우려는 듯 합니

로봇은 인간의 테두리 안에서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다. 만약에 교수님에게 로봇공학자가 와서 “블랙과 레드

움직여야 하는가?”

중에 어떤 로봇을 만들어야 할까요?”라고 물어온다면 어 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와 같은 질문인가요?(웃음)

고 ‌ 저는 지각, 계산 그리고 계산 결과에 따른 운동 출력의 기

능을 장착한 지능형 로봇을 ‘외화된 정신’ (externalized mind)이라는 존재론적 범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고 ‌ 둘 다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고 봅니다. 그럼에도 로봇 그 자체를 우주에 새로이 탄생

3법칙처럼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어떨까요? ‘로봇은 인간

한 고유한 의미의 도덕 주체로 인정해야 할지는 여전히

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 ,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 않는다’라는 원칙 다음으로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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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황 ‌ 질문을 변경하겠습니다. 로봇이란 글자를 지우고, 다시

바라봤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로 수많은 문제를

로봇윤리 기본원칙에 필요한 것

해결한 미래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자신을 희

고인석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구실 서가(書架)에서 자료들을

생하는 이타주의가 필요할까요? 개인의 행복을 소중히

꺼냈다. 로봇윤리와 관련된 각종 논문 및 발표집들이다. 마지막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개인주의가 필요할까요?

그가 노란 책자 한 권을 건넸다. 그가 작년에 발표한 논문이다. <로 봇윤리의 기본원칙: 로봇 존재론으로부터>이다.

고 ‌ 철학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이타와 이기에는 공통된 글자

가 있습니다. 바로 이(利)입니다. 이득을 뜻하는 것이죠. 즉, 계산을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이기적인 사람에게 “계

황 ‌ 오늘날의 로봇윤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이 문제의 답을

산적이다”라고 표현을 하지요? 그러나 “나보단 남을 위해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속이 시원한 답

야지!”라고 말하는 것 역시 어떤 것이 더 이득이 되는지

을 얻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로봇윤리에 대해 알려고 할

계산을 한 것 아닌가요?

수록 두루뭉실한 느낌을 받는 이유가 혹시 이 때문일까 요?

황 ‌ 묵자의 <비공> 상편 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지금 작은

불의를 저지르면 이를 비난하다가, 남의 나라를 공격하

고 ‌ 문제를 알면, 답을 찾을 수 있지요. 철학이 묻는 전형적인

는 큰 불의를 두고 비난할 줄 모르고, 오히려 칭송하면서

물음이 “What is X?”입니다. 마찬가지의 형식을 빌려 다

의(義)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어찌 ‘의’와 ‘불의’를 분별할

시 묻겠습니다. “로봇이란 무엇인가요?”흥미롭게도, 로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봇윤리와 로봇에 대해 토론하다 보면 그 본질적 물음에 되돌아 오곤 합니다.

고 ‌ 도덕적인 문제에 답을 하는 방식 가운데는 ‘계산하지 않는

법’도 있습니다. 철학자 칸트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

황 ‌ ‘로봇을 다루는 일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윤리 원칙을 확인

는 죽었다 깨어나도 옳은 것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그

하는 일은 로봇의 존재 특성을 바라 보는 데서 시작된다.’

른 일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예를 들어, ‘생명은 소중하다’

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2007년 초, 우리나라에서

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옳은 명제이겠습니다.

지식경제부(당시 명칭)의 주도로 <로봇윤리헌장제정> 작 업 당시에 이중원 서울시립대 교수는 로봇에게 ‘준인격체’

황 ‌ 문득 책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네요. 악당이 파괴되고,

란 개념을 제안하지 않았나요?

한숨을 돌리려는데.. 블랙이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악당을 고쳐주려고 합니다. 그 장면에서는 그가 “도덕적

고 ‌ 이것은 로봇의 도덕적 지위가 긍정 아니면 부정의 문제라

인 로봇”이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단순한 이타주의를

기보다 그 정도와 양상에 관한 세밀한 토론을 필요로 하

넘어서,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는 문제임을 암시하는 합리적 제안이지만, 동시에 문제의 ‘준(quasi-)’이라는 지위의 구체적인 성격에 대한 논의가

고 ‌ 가까운 미래에 어쩌면 우리는 로봇에게 “사람보다 낫군!”

보완되어야 할 미완의 제안이기도 하지요.

이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로봇윤리의 정 립을 위해서는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차원을 넘어

황 ‌ 로봇과 로봇윤리의 기본 원칙에 대해서 이 논문은 “로봇

그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에 관한 규정이 필요합니다. 이

은 생명 없는 사물이고 인간의 도구지만, 그 자체로 지각

는 과거에 “로봇윤리의 정립을 위한 선결 문제로 로봇 존

과 판단과 행위의 능력을 지닌 주체처럼 행동할 수 있다.

재론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던 저의 주장과 맞물리는

로봇을 설계, 제작, 관리하고 사용하는 우리(인간)는 이런

이야기 입니다.

특수한 인공물을 다룸에 있어서 어떤 원칙을 적용해야 하

50 월간로봇


인문산책

는가?”라고 말합니다. 고 ‌ 국내외를 막론하고 로봇윤리는 이제 막 토론이 시작됐습

니다. 한계가 뚜렷하지요. 다만, 상상 속 세계의 윤리가 아닌 현실 세계의 윤리로서 멀리 내다보며 바라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와 예측 가능한 근미래(近未來)의 과학기술 수준을 논의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로봇공학자는 로봇이 ‘인공물’이라는 사실을 철두철미하게 기억해야 해

황 ‌ 사실 로봇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공상과학 영화 혹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생각합니다. 30년 혹은 50 년, 100년 뒤에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것들이지요. 그러나 로봇 혹은 로봇시스템은 무인자동차나 스마트빌딩, IOT 홈서비스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이미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우리의 삶과 접촉하기 시작했습니다. 고 ‌ 인간의 정체성, 인간 정신의 본성, 인간과 인공물의 관계,

연장된 정신(확장된 마음)과 결부된 주체의 범위와 책임 의 한계 등 수많은 철학적 물음들에 대한 실질적 고민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충분히 숙고할 기회마 저 갖지 못한 채 로보틱스의 시대로 빨려 들어가게 될지 도 모르는 일이지요. 황 ‌ 이 논문의 마지막 문장에 시선이 갑니다. ‘로봇윤리의 핵

심은 로봇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을 유지하는 일과 로봇공 학의 발달 및 그 산물의 활용이 지속가능성의 원칙과 충 돌하지 않도록 하는 일에 있다.’ 고 ‌ 저는 로봇공학자가 로봇을 만들 때 그것이 ‘인공물’이라는

사실을 철두철미하게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봇 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인간이 만들어가고 있고, 인간이 만들 것이지요. 혹은 전혀 만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리고 오늘날의 우리는 그것을 결정하는 존재이지요. 만약 터미네이터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 이유는 인간이 통제력을 상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로보틱스는 중대하고 가치 있는 동시에 위험한 일이란 것을 명심하면 서 우리 손 안에 잘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인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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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로봇의 ‘위로’는 진짜일까? 엄윤설 다시보기 애니 <빅히어로6> 글_엄윤설 키네틱아티스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히어로6>. 필자는 로봇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꼭 이 영화를 권한다. 왜냐하면 로봇이 가야할 길, 온갖 어려운 수식어가 붙어 듣기만 해도 어지러운 그 철학적 사유를 너무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이름 ‘샌프란도쿄’만 봐도 그렇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구글, 애플 등 최고의 기업들이 몰려있는 ‘샌프란시스코’와 로봇의 메카라고도 할 수 있는 나라 ‘도쿄’ . 그 둘을 합친 것만으로도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52 월간로봇


엄윤설의 다시보기

“안녕? 난 베이맥스야. 건강도우미 로봇이지. “ 자그마한 상처에도 항균 스프레이를 뿌려대며 온갖 주의사항 을 말하는 잔소리쟁이 로봇 베이맥스. 주인공인 14살 천재소 년 히로에게 그것은 로봇(혹은 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 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형을 잃고 삶의 의욕마저 사라지려 할 때, 그를 꼬옥 안아준 것은 바로 로봇 베이맥스다. 그 순간 부터, 히로에게 그 존재는 더이상 로봇이 아니다. 형을 대신 할 소중한 친구가 된다. 오늘 다시 보기 할 장면은 바로 이 부

토닥여준다. Input과 Output이 똑같아 보인다. 자 그렇다면

분이다.

과연 로봇은 감정을 느낀다고 할 수 있는가? 사람의 행동은 공감에 의한 거고, 로봇의 행동은 반응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로봇이 인간을 위로 할 수 있을까?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냔 말이다. 감정의 본질로 파고들어갈 수록 사람의 행동도 뇌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봇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강연을 다니다 보면 이 질문 을 꼭 받는다. 어려운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

그러나 인간이 로봇에게 위로 받을 수 있는 이유

는 보통 되묻곤 한다. 그럼 과연 감정이란 무엇이냐고 말이 다. 필자는 감정이란 ‘주변의 모든 정보를 받아들인 후, 여기

필자는 인간의 감정은 진짜 감정이지만, 로봇의 감정(?)은 그

에 자신의 경험을 덧대어 판단한 결과’라고 정의한다.

저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로봇의 반응은 프로그램

예를 들어 당신이 슬퍼하고 있는 친구를 위로하고 있다고 가

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서 쉽게 달라질 수 있지만, 인간의 반

정해보자. 당신은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 순간의 상황,

응(?)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표정의 변화, 목소리의 흔들림과 몸의 떨림 등의 다양한 정보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렇기에 로봇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느냐

를 시각과 청각 등을 통해 받아들인다. 여기에 당신이 슬펐던

없느냐에 대한 논쟁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것처럼

순간의 경험을 더해, 친구의 슬픔의 정도를 가늠한다. 그리고

끝없는 논쟁이 될 것 같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고, 눈물을 흘리며, 위

다만 저 끝없는 논쟁에 가려져서는 안될 정말 중요한 것이 있

로의 말을 건넨다. 즉, 당신의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다.

다. 그것은 로봇이 감정을 느끼건 말건, 인간은 자신의 감정

로봇은 어떠한가? 당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로봇은 당신이 들

을 로봇에게 투영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려주는 이야기 속 단어들의 의미를 해석한다. 여기에 여러 센

영화 속에서 히로는 베이맥스의 푹신하고 포근한 품 안에서

서들을 이용해 당신의 표정 변화, 목소리의 흔들림이나 몸의

형을 잃은 슬픔에 대해 위로받는다. 주인공의 이름이 아무리

떨림, 체온의 변화 등과 같은 정보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히로(영웅)이어도, 영웅도 사람인지라 살면서 위로가 필요한

이에 대한 종합적 반응으로 당신을 안아주거나, 위로의 말을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후로 베이맥스와의 모든 시간은 소중

건넬 수 있다. 로봇이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것이다.

한 추억이 되기 시작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사람이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외부의 여

아무리 ‘로봇은 기계일 뿐’이라며 논리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러 자극들을 신경을 통해 받아들이고, 이를 뇌로 보내 정보를

결국은 내 곁을 지키고 앉아 나의 얘기를 들어주고, 내가 듣고

처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이 너무 순식간에

싶었던(혹은 내게 꼭 필요했던) 위로의 말을 건네오는 로봇.

일어나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로봇 역시 외부의 자

인간은 그 로봇에게 결국은 동요하고, 의지하며, 자신의 감정

극들을 여러 센서(신경)를 통해 받아들이고, 이를 컴퓨터(뇌)

을 투영하게 될 것이다.

로 보내 연산 처리한다. 그리고 사람도 로봇도 처리 과정을 거

왜냐하면 인간의 감정은 로봇과 달라서 프로그램에 의해서 반

쳐 나온 결론대로 행동을 한다.

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로봇과 달리 ‘인간’이기

상대에게 필요한 위로를 주기 위해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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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부모님께 어떤 케어로봇을 사드릴까? 변순용 교수의 로봇윤리이야기④ 글_변순용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어린이철학교육센터 센터장

케어(care, 돌봄) 로봇은 환자와 가족에게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줄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편리함의 이면에는 케어의 대 상인 인간이 다른 인간과 면대면 접촉을 하 는 횟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 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로봇의 기능이 수동적인 신체 보조수단에서 점차 인간(환 자)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넘어가기 때문 이다. 또한, 케어의 범위가 점차 인간의 정 신적인 측면으로 까지 확장된다면, 그 케어 를 조정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인간 의 존엄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영화 < 로봇앤프랭크 > 의 한 장면이다 . 치매를 앓는 노인 프랭크와 가족을 대신하여 그를 돌보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

54 월간로봇


변순용의 로봇윤리이야기 ④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케어 로봇은 환자를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곧 실현될 것 같은 낙관적인 모습이 과연 바람직한가?

로봇기술의 발달은 건강/의료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 근에 이 분야에 적용되는 과학기술은 매우 다양하다. 이미 수 술로봇은 병원에서 활용되고 있고, 그 부작용에 대한 문제점 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나노기술이 로봇공학과 결합하면서 우리 신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사각지대가 사라질 수 있다는 희망도 갖게 되었다. 또한 환자가 의사를 직접 방 문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도 곧 구축될 전망이다. 네트워크를 통한 의사의 원격진료 서비스가 화두가 되고 있고, 안전한 사 회복지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지에 관한 논의가 한창 진 행 중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삶의 환경들이 변화하면서, 실생활에서 로봇공학이 필요한 이 유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특히 노인 케어 분야에서 로봇의 중요성은 점차 확대될 것이 다. 그 속도도 매우 빠르다. 과거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가스 보일러가 대중화되었을 때, 땔감을 사용하는 고향의 부모님 을 위해 보일러를 놔드리자던 기업 광고 문구가 생각난다. 농 촌 지역에서 부모님들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시게끔 하 자는 광고였다. 이제 농촌지역에서 가스든 석유든 산업구조 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연료 체계가 완전히 변화되었기에, 땔 감을 사용하는 난방체계를 찾기는 어렵다. 그리고 대다수 고 령의 노인들이 거주하는 농촌 지역에서 생활의 개선은 복지와 건강, 관리차원에서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당장은 농촌이 아니더라도, 도시에 거주하는 고령의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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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보스턴 어린이 병원에서 암 확정을 받은 소녀가 블루 테디베어를 바라보고 있다 . 이 블루 테디베어는 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들의 고통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된 로봇이다 . 카네기멜론대학 및 MIT 미디어 공대에서 함께 연구 중이다 .

인들도 걱정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불치병을 갖고 있거나 심

도 있다. 하지만 이제 케어 분야에서 이러한 장치는 수동적인

각한 장애를 갖고 있어서 누군가 계속 집에서 상황을 체크해

신체 기능의 보조수단에서 점차 인간(환자)과의 적극적인 소

야 하는 환자들도 걱정이다. 가족이나 전문 간병인들이 이들

통으로 넘어간다.

을 모두 실시간으로 보살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과연 이

케어 로봇은 어딘가 불편해서 의사의 진료를 자신이 편한 장

들을 집에서나 어디서든 보호할 수 없을까? 직접적으로 시술

소에서 원격으로 받고자 하는 환자의 각종 건강상태를 확인한

을 하는 의료용 로봇보다 생활지원의 차원에서 다양한 케어

후, 문제가 있을 때 의사와 가족에게 즉각 연락한다. 예를 들

로봇을 도입하는게 우리 삶의 환경과 질을 바꾸는데 있어 당

면, 케어 로봇은 치매환자와 충분한 소통을 한다. 노래와 오

장 절실한 과제이다.

락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런 소통과정에서 치매환자의

이미 우리는 일상에서 케어에 대한 관심이 삶의 환경과 질

정서 상태도 확인한다. 치매환자는 대화의 상대방이 로봇이라

을 바꾸고 있는 모습을 경험하고 있다. 이른바 웨어러블

고 인식하더라도 케어 로봇의 반응에 재반응함으로써 마치 주

(wearable) 시장이 헬스와 케어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변 사람, 가족 및 의사와 대화를 하는 것처럼 생활하며 지낼

있다. ‘핏빗 Fitbit’과 같은 대표적인 웨어러블 밴드 제품은 착

수 있는 것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케어 로봇은 환자를

용자의 기본적인 건강과 다이어트 관리 기능을 갖는다. 영화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곧 실현될 것 같은 낙관

‘아이언맨’에서 볼 수 있었던 웨어러블 로봇 관련 제품은 인

적인 모습이 과연 바람직한가의 문제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

간의 신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고안된 보조 장치이다. 다리

다.

기능을 상실한 장애인도 이 장치를 이용해서 충분히 걸을 수

무엇보다 케어 로봇 자체가 인간에 의해 인격화되는 경우가

56 월간로봇


변순용의 로봇윤리이야기 ④

가장 심각할 것 같다. 특히 노약자나 어린 아이, 치매나 우 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케어 로봇은 말 그대로 안전한 케어 기능을 하는 도구일 수도 있지만, 의료진이나 가족 또 는 간병인 못지않은 인격체로 간주될 수도 있다. 케어 로봇 이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반응을 하더라도, 이 반응으로 인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존재감이 사용자 에 의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케어 로봇이 판단하는 ‘케어’의 결정권을 누가 가져야 하는 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케어의 범위가 점 차 인간의 정신적인 측면으로 까지 확장된다면, 그 케어를 조정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인간의 존엄 자체가 위협

케어 로봇은 환자 및 가족에게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줄 것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편리함의 이면에는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간 대 인간의 관계 단절을 더 심각하게 부추 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네트워크망을 기반으로 하는 케어 로봇은 환자와 가족에게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줄 것임 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편리함의 이면에는 케어의 대상 인 인간이 다른 인간과 면대면 접촉을 하는 횟수가 줄어드 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만나는 횟수의 많고 적음이 인간 간의 관계 단절에 절대적

케어의 대상인 인간이 다른 인간과 대면 접촉을 하는 횟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삶의 가족 거주 형태만 보더라도, 가족 간의 거주 거리 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경제적 환경이나 교육의 여건 등의 변화에 따라 가족의 가치와 틀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 다. "시골 집에 보일러 하나 놓아드려야겠어”라는 말이 곧 " 시골집에 케어로봇 하나 사드려야겠어"라는 말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럴 때 우리가 ‘부모님께 어떤 케어 로봇을 사 드릴 까?’라고 고민하는 것이 과연 어떤 배경에서 나올지 자못 궁 금하다.

변순용 윤리와 철학을 기반으로 ‘로봇윤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석사를 수 료했으며, 독일 칼스루헤 (Karlsruhe)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교육대학 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서울교대 어린이철학교육센터의 센터장을 맡고있다. 또한, 매년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관으로 <로봇윤리 토론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주요 저서 및 역서 <로봇윤리란 무엇인가? (2015, 어문학사)>, <삶의 실천윤리적 물음들 (2014, 울력)>, <로봇윤 리 (2013, 어문학사)>, <책임의 윤리학 (2007, 철학과 현실사)>, <생명 윤리학 2 (2006, 인간사 랑)>, <생명 윤리학 1 (2005, 인간사랑)>, <레비나스 (2004, 인간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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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인공지능은 미래의 위협인가? 글_신병철 기자 (byongchol@roboticus.kr)

로봇이 등장하는 SF소설과 영화 등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 인공지능. 인간의 신체를 뛰어넘는 강철 몸에 인간의 인지를 초월하는 인공지능이 더해졌을 때, 로봇은 경계의 대상으로 바뀐다. 인간을 넘어선 초월체가 된 로봇들, 그리고 오히려 로봇들에게 지배당하는 인류. ‘체스대결, 퀴즈대결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다는데, 이러다 정 말 먼 미래에 인공지능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지는 않을까?’ 암울한 미래를 그린 문화 콘텐츠 속 모습이지만, 누 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상상일 듯하다. 그렇다면 정말 인공지능이 우리를 지배하게 될까? 아니면 지나치게 비약된 허무맹랑한 상상일까?

58 월간로봇


10,000 ROBOTS

인공지능에 대한 경계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의 반란으로 몰락해버린 인류. 로봇이 등장하고, 암울한 미래를 그리는 디스토피아(Dystopia)적인 문화 콘텐츠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다. 이들 작품에 등장하는 로봇은 자아와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갖고 자 신들의 창조주, 인류에게 반기를 든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생각하는 기계들은 인류를 지배한다. 심 지어 인간들은 기계의 생체전지로 전락해버리고, 그들에게 사 육당하기까지 한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도 인류는 인공지 능 컴퓨터 ‘스카이넷’에게 핵 공격을 받아 존폐의 위기를 맞는 다. <아이로봇> 역시 ‘로봇의 3원칙’을 스스로 깨버린 인공지 능 로봇과 인간의 생존 대결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들의 공 통점은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등장, 그리고 인공지능의 반란이다. “인공지능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것과 다름없다.” 테슬라 모터스의 CEO 엘론 머스크가 지난해 말 열렸던 심포지엄에 서 한 발언이다. 그동안 엘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인공지능이 핵무기보다 위험하다.”라고 주장하는 등 줄기차 게 인공지능의 발전에 우려를 나타냈다. 빌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기술고문도 엘론 머스크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빌 게이츠는 올해 초, 한 행사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물 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 악 역시 인공지능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했다.

기술 진보에 대한 지나친 우려 유명 인사들의 발언처럼 인공지능 연구는 인류의 종말을 초래 할 정도로 위험한 걸까? 각종 문화 콘텐츠에서 그리는 디스토

영화 <매트릭스>와 <터미네이터>처럼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반기를 들까?

피아적 상상이 현실에서도 정말 일어날 수 있을까? 박명수 한 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이 같은 우려는 지나

뿐, 이를 과장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라고 전했다.

친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박명수 선임연구원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배신하고 반

박명수 선임연구원은 “실용적 측면에서도 자율성이 부여된

란을 일으킨다는 상상은 일종의 기술 공포 프로파간다

인공지능은 아직 개발된 것이 없다. 영화나 소설에서 그리는

(Propaganda)라 고 설 명 했 다. 19세 기 초 산 업 혁 명 시

인공지능이 등장할 시기는 현재로써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기에 일어났던 기계파괴운동 즉, 러다이트운동(Luddite

너무나 먼 미래다.”라며, “인공지능을 경계하는 발언들은 인

Movement)처럼 기술적 진보의 반작용에 대한 지나친 우려

공지능 분야에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역설적 의미의 표현일

라는 것이다. 문화 콘텐츠 속의 디스토피아적 상상은 인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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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능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환상을 자극적으로 이용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인공지능에 그 정도의 자율성을 부 여하는 기술은 실제로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한 수준이다. 여 기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행동원칙 까지 결정한다? 지금으로써는 언제가 될지, 그 기술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조차도 미지수다.

딥 블루와 왓슨이 다른 일도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은 사례는 현실에서도 종종 있었다.

인간과의 체스대결에서 승리한 딥 블루. 정말 인간의 사고능력을 뛰어 넘은 걸까?

1997년 딥 블루는 체스 세계 챔피언인 게리 카스파로프와의 대결에서 승리했고, 2011년 왓슨은 퀴즈쇼에서 압도적인 점

이 때문에 높은 수준의 지능이 필요하지 않고 형태 역시 팔

수 차이로 챔피언에 올랐다. 이렇게 뛰어난 인공지능을 경계

등 인간의 일부만을 모방했다. 그러나 로봇이 인간이 하는 일

하는 것이 왜 기우에 지나지 않은 걸까?

을 모두 물려받으려면, 형태나 구조 역시 인간처럼 복잡해져

딥 블루와 왓슨의 승리 비결은 정답을 찾아내기 위한 빠른 연

야 한다.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제어해야

산 처리 속도에 있다. 주어진 지식을 인간보다 많이 저장하고

할 요소들도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봇의 형태와 구조

미리 프로그래밍이 된 대로 동작했을 뿐, 이 지식을 다른 방

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지금처럼 사람이 직접 로봇의 동작

식으로 사용하도록 자율성이 부여된 것은 아니다. 결국, 자율

을 하나하나 통제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간

성을 갖고 스스로 판단해 정답을 추론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단한 명령만으로도 사람이 원하는 바를 로봇이 자율적으로 처

시킨 대로 동작한 것이다. 딥 블루가 가진 지식은 미리 입력

리하는 것, 바로 로봇에 인공지능이 필요한 이유다.

된 방대한 양의 체스 기보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딥 블루

박명수 연구원은 “복잡해 보이는 인간형 로봇도 사실은 인간

는 체스밖에 두지 못한다. 딥 블루가 장애물을 스스로 인식하

을 굉장히 단순화시킨 것에 불과하다.”라며, “현재는 인공지

고 체스판까지의 경로를 설정해 팔을 움직여 말을 두는 것은

능이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 검색 정도에 쓰이고 있지만, 궁

불가능한 일이다.

극적인 지향점은 사람과 같은 로봇을 작동시키는 것이다.”라

“어느 날 인공지능이 탑재된 제조로봇이 팔을 휘둘러 옆에 있

고 설명했다. 사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일상에 많이 스며들

던 작업자를 다치게 했다고 가정해 볼까요? 이런 일이 발생하

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이폰에 탑재된 시리다. 세탁

는 경우는 로봇의 단순 오작동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인공

기, 밥솥, 식기세척기 등 과거 전자제품에 유행처럼 탑재됐던

지능이 스스로 판단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였다기보다

퍼지기술도 인공지능기술 중 하나다. “인공지능의 탄생은 컴

미리 입력된 대로 작업을 하지 못해서입니다.” 박명수 선임연

퓨터의 탄생과 맞물려 있습니다. 컴퓨터에서 저장된 파일을

구원의 설명이다.

찾는 알고리즘도 인공지능기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에서 파생된 기술들과 컴퓨터기술은 서로 같다고 봐

로봇에 인공지능이 필요한 이유

도 무방합니다.”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로봇들을 한번 떠올려보자. 저마다

인공지능의 반란을 우려하기보다

형태의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 공지능을 가졌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렇다면 왜 로봇에 인

“여자친구가 생기게 해줘” . 휴대전화를 켜서 시리에게 한번

공지능이 필요한 걸까?

음성명령을 해보자. 무리한 명령이라며 시리가 싫다고 거부할

산업현장에서의 로봇들은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반복한다.

까? 이해하지 못했다며 몇 번이고 되묻기는 해도 명령을 거부

60 월간로봇


10,000 ROBOTS

하는 작은 ‘반란’은 일으키지 않는다. 물론, 그렇게 프로그래

기우(杞憂). 옛날 중국 기(杞)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면 어

밍이 되어 있지 않은 탓이겠지만, 원치 않는 동작은 하지 않

디로 피해야 좋을까?'하고 걱정했던 데서 유래된 말이다. 인

도록 시리의 판단 범위는 제한되어 있다.

공지능은 기술 진화의 최종 단계라고 전문가들은 입 모아 말

미래의 인공지능이 ‘로봇의 3원칙’을 스스로 깰 가능성이 희박

한다. 사람을 대신 할, 사람을 그대로 만드는 기술인 셈이다.

한 이유다. 박명수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특정한

지금까지 여러 분야가 그래 왔듯, 인공지능 역시 혁신적으

목적을 갖고 실제로 사람을 해칠 정도의 기술 수준에 도달했

로 발전해 머지않아 우리는 <스타워즈>의 3PO와 같은 로봇

을 때는 이미 어떤 식으로든 인공지능 내에 안전장치를 확보

과 함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옆의 3PO가 <터미네이터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주어

>의 스카이넷처럼 변한다는 것은 ‘기우’다. 자문을 얻기 위해

진 지식을 바탕으로 추론할 때, 항상 ‘사람을 해치면 안 된다’

박명수 선임연구원을 만난 뒤, 며칠이 지나도 그의 마지막 말

라는 대전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구조다. 시리의 판

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단 범위를 제한하는 것처럼 잠재적 위험요소를 충분히 제한하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해 목적성을 가지고 인간을 해친다?

면서도 다음 단계의 추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설정한 범위를 스스로 벗어나지 못할 것입

인공지능이 반란을 일으켜 인류를 지배할 확률보다 인간 사이

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사람을 해칠 확률보다 사람이 로봇

에 핵전쟁이 일어나거나 소행성 충돌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류

을 시켜서 해치게 할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오히려 경

가 멸망할 확률이 더 높고, 더 가까운 일이라고 박명수 연구

계해야 하는 것은 인공지능보다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 되겠지

원은 설명했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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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지금 드론이어야 하는 이유 드론에 관한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와 고민 글_나유권 기자(yookwon@roboticus.kr)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드론을 어디에 쓸지 상상해보는 것’이다. 이것은 누가 상상해도 상관없는 일이고, 경력 있는 업계보다는 상상력과 열정이 충만한 개인에게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상상력을 실현하려면 많은 제약이 따른다.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일이라 내가 귀찮고, 다른 사람도 귀찮게 한다. 하지만 창조란 전에 없던 것을 아주 오랫동안 있었 던 것처럼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신이 일주일 만에 세계를 창조했다고 하지만 그전에 700번의 실패가 있었을 지, 7000번의 실패가 있었을지는 창조가 이루어진 후에는 알 수 없는 법이다. - <왜 지금 드론인가> 본문 中

제목 | 왜 지금 드론인가 저자 | 편석준, 최기영, 이정용 출판 | 미래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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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갈피

당신 머리 위로 드론이 떨어진다. 떨어진 새똥은 잠깐 기분 나빠

인기를 끌었다. CES 2014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것은 덤이다.

하고 잘 닦아 내면 그만이지만 드론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드

한 소년이 있었다. 어릴 적 우연히 만화책에서 본 빨간 헬리콥터

론이 집 앞까지 택배를 가져다주고, 드론으로 인한 항공 사고 소

가 자신을 계속 따라오면서 사진을 찍어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식을 뉴스로 접할 때면 당신은 이미 늦은 것이다. 우물쭈물 할

16살이 되던 해 원격조종 헬리콥터를 선물로 받고 좋아하던 그

때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스피드와 시원한 물 한잔. 지

는 커서 헬리콥터와 닮은 드론을 만드는 회사를 차리게 된다. 그

금 드론이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면 정신 차리고 얼른 따라오길

는 바로 드론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세계 1위의 상업용 드론 제

바란다.

조사 DJI의 창업자 프랭크 왕이다. 미국의 3D 로보틱스, 프랑스

사물인터넷이라는 단어를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생활 속

의 패럿도 있으나 전체 매출과 판매량에서 DJI가 단연 앞선다.

사물들에 지능을 부여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지난 2015년 1월 26일 드론 한 대가 미국 백악관 건물에 부딪힌

환경을 말한다. 3D 프린터와 헬스케어도 관련 산업 중 하나이

뒤 추락하는 사고, 그리고 중국의 배우 장쯔이가 그녀의 남자친

다. 요즘에는 그 중심에 드론이 늠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렇

구로부터 받은 ‘드론 프러포즈’에는 모두 DJI의 드론이 있었다.

게 드론이 뜨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드론을 얘기할 때 DJI를 빼놓고 설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드론의 흥행은 기본적으로 사물인터넷의 흥행 이유와 같다.

모르는 사이 드론 업계는 이만큼이나 성장했고 생각보다 드론은

첫 번째 이유는 센서 가격의 하락과 MEMS(Micro Electro

우리 가까이 있었다.

Mechanical Syst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 기술의 발전이다.

현재 기술의 발전으로 드론이 흥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바로 정보 수집인데 센서에 그 역할이 주

아직 드론을 사용해서 뚜렷한 이익을 발생시키는 비즈니스가

어져 있다. 그만큼 센서는 드론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1인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드론의 목적이 다양

1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금은 비로소 누구나 드론을 조종하거

해질수록 기술력은 현재 시점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국제무인

나 통제할 디바이스와 디스플레이를 늘 곁에 두고 있다. 최근에

기협회(AUVSI:Association for Unmanned Vehicle Systems

야 드론이 전장에서 우리 일상으로 찾아온 셈이다.

International)는 상업용 드론이 활성화되면 드론 산업이

두 번째 이유로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있다. 미니멀리즘

2015~2025년까지 미국에서만 820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이란 단순하고 간결함을 추구하는 컨셉이다. 드론의 기능을 줄

1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고 활용 목적을 세분화해 가격을 낮췄다. 기능이 줄었다는 것

누구나 힘껏 드론을 하늘로 날릴 수 있고, 누구나 마음껏 하늘을

은 항공법 규제로부터 그만큼 자유롭다는 뜻과 같다. 개인 차원

상상할 수 있는 시대. 저자는 말한다. “미래의 비즈니스는 단지

에서 모든 규제에 대응하기 힘든데 진입 문턱도 낮아진 것이다.

기다린다고 해서 결코 오지 않는다. 현재 고민의 총량만큼 미래

자연스럽게 개인의 구매도 더 쉬워졌다. 프랑스의 드론 업체인

의 비즈니스는 더 빠른 속도로 현실화될 것이다. 이것이 막연한

‘패럿(Parrot)’이 지난해 출시한 ‘롤링 스파이더’는 100달러대의

전망보다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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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형만 한 아우의 등장 로봇공학을 위한 열린 모임의 두 번째 오프라인 모임 글_사진_양지원 기자(jiwon@roboticus.kr)

옛 속담에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발견되기도 한다. 9월 19일 열린 ‘로봇공학을 위한 열린 모임(로열모) 전국학생연합’ 행사가 그랬다. 지난 7월 로열모 소속 대학원생들이 주축을 이뤄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개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학생들이 열정을 뽐냈다. ‘아우들’의 풋풋함이 빛난 자리였다.

다시 모이다

능을 연구 중인 그는 1기 운영진 중 한 명이다. 축하 영상 편지에서 그는 “로열모는 다른 사람 기준에 맞춰 살아

로열모는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젊은 로봇공학자들의

야만 했던 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곳”이라며 “의미 있

그룹이다. 지난 7월에는 박사과정 학생들을 구심점으로 1기 운

는 보상이 돌아오도록 잉여력을 발산해 보라.”고 격려했다.

영진이 구성돼 첫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로봇전공자와 비전

모임은 크게 두 개 테마로 진행됐다. 현직 로봇공학자들에게 각

공자들의 한바탕 어우러짐은 페이스북과 TV등 각종 매체를 통

분야의 로봇 이야기를 듣는 ‘전문가 특강’과 선배와 후배가 고민

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첫 모임 이후 2개월. 역삼동 소재 ‘네이

과 해답을 나누는 ‘어른, 더 어른을 만나다.’ 라는 코너였다.

버D2 스타트업 팩토리(D2SF)’에서 로열모의 두 번째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전문가를 만나다

새롭게 구성된 2기 운영진은 전부 학부생들이었다. 첫 모임에 참가해 한껏 의욕이 충만해진 광운대학교 박동호 학생이 페이스

연사 특강에는 4명의 로봇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김광진 매쓰온

북 담벼락에 게시글을 올렸고 이를 본 전국의 대학 로봇동아리

프리 대표가 ‘로봇공학의 넥스트 이노베이터’라는 주제로 매트랩

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동아리에 속하지 않은 학생들도 속속 개

(MATLAB, Matrix Laboratory)과 로봇기술을 이용한 스타트업

인자격으로 참가했다.

사례를 들려줬다. 어려운 내용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끊임없는

“아, 아, 아. 안녕하세요오~”

질문을 통해 그간의 고민에 답을 찾았다.

행사의 시작, 서로 데면데면한 150여 참석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김종욱 동아대학교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모션의 이론과 실습’

사로잡은 것은 스크린 속 커다란 입이었다. 주인공은 워털루 대

이라는 주제로 휴머노이드의 자세제어 이론에 관해 심도 있게

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엄태웅 학생. 캐나다에서 인공지

강연했다. 이 날 강의 중 유일하게 화면 가득 수식과 그래프를

64 월간로봇


현장스케치

학원 생활’이라는 주제로 학생들의 관심 사 중 하나인 대학원 진학에 관한 이야기 를 나눴다. 이용덕 엔비디아 한국지사장은 ‘기술로 꿈을 꾸다’라는 주제로 로봇기술이 바꿀 미래의 모습과 그에 대비한 우리의 자세 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열정적으로 전달 했다. 이지석 현대로템 선임연구원은 ‘군사적 로봇기술’이라는 주제로 지게부터 외골격 로봇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서 우리나 라 국방로봇을 조명했다. 월간로봇 객원

MIT 치타로봇(I)의 개발자인 네이버랩스 석상옥 박사 / 엄태웅 박사과정과 박동호 학생

기자이기도 한 이진주 작가는 ‘제주 아즈 채워 참석자들 사이에 ‘하드코어’ 시간으로 불렸다.

망, 로봇이 무사 좋수꽈?(제주 아줌마, 로봇이 왜 좋아요?)’라는

조백규 국민대학교 교수는 ‘나의 휴머노이드 로봇연구’라는 주제

주제로 제주에서 두 아들을 키우는 이야기와 로봇에 관심을 갖

로 카이스트 휴보의 달리기 연구 이야기를 들려줬다. 네바다주

게된 이유, 그리고 로봇공학이 얼마큼 ‘섹시한’ 학문인지를 학생

립대학의 폴 오 교수와 함께 참가했던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들에게 설파했다.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이동욱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박사는 ‘안드로이드 로봇’이라는 주

로열모는 ‘To be Continued’

제로 우리나라 대표 안드로이드 에바의 파란만장한 개발담을 들 려줬다. 정권에 따라 주무부처가 변경되면서, 자금 마련을 위해

2기 운영진들은 학부생들로 구성됐음에도 그 어렵다는 ‘전편만

생계형 미션을 수행해야 했던 에바의 비화나 우리나라 최초의

한 속편’을 만들어냈다. 단순한 강연 프로그램을 탈피해 공통의

로봇 가수로 활동했던 에바의 목소리가 지금의 걸그룹 EXID의

관심사를 테마로 함께 어우러지는 분위기를 또 다시 만들어냈

솔지였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풀어놨다.

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뒤풀이 시간, 연사를 비롯한 100여 명의 참석자들이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세 번째 행사의 운영

어른들을 만나다

진을 하겠노라 자처하는 인물들도 등장했다. 로열모x비전공 개 발자, 로열모x인문학도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흘러나왔다. 다른

‘어른, 더 어른을 만나다’ 코너에는 6명의 연사가 초청됐다. 선배

지역에서 개최해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로서는 다음 모임에

들의 조언이 ‘꼰대’의 잔소리가 아닌 소통으로 이해된 코너다.

로열모x여성 테마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뜨거운 관심은 단연 MIT 치타로봇 개발자인 석상옥 박사

로열모에 주목하는 것이 단순 오프라인의 재미 때문만은 아니

였다. ‘치타아빠의 비하인드 스토리’라는 주제로 어린 시절 진학

다. 비전문가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분위기다. 로열모는

기를 통해 참가 학생들의 학습욕구와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석

기본적으로 페이스북이라는 온라인 세상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박사는 로봇 프로젝트 ‘블루’를 위해 최근 네이버랩스로 자리를

그곳에서 로봇전문가들과 로봇을 공부하는 학생 또는 비전문가

옮기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들이 학술적으로 교류하고, 때로는 일상의 소식 등을 나누며 벽

발명왕으로 유명한 황성재 퓨쳐플레이 대표는 ‘인벤트업, 기술

을 허문다. ‘로’로 시작하는 단어는 없다는 단순한 도발에 몇 시

자들의 창업’이라는 주제로 IT, 인공지능 기술과 이를 이용한 국

간 만에 180여 개의 덧글이 달리는 이유다. 어느 참석자의 표현

내외 스타트업들의 활약상을 들려줬다.

처럼 ‘불씨를 기다리는 불나방’처럼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

노현철 카이스트 박사과정은 ‘잉여력 넘치고 초절정 즐거운 대

이 만들어 낼 저변에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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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hoto Essay

게임의 법칙 글_사진_양지원 기자(jiwon@roboticus.kr)

지금까지 가위바위보는 '눈치'와 '균형'의 게임이었다. 그렇기에 힘든 계단을 오를 때 우리는 정겹게 가위바위보를 외쳤고 서로 다른 것을 원할 때도 솔로몬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가위바위보 로봇이 등장했다. 이 녀석에게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1/1,000초의 속도로 사람의 움직임을 미리 간파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규칙이 변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66 월간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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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 DIY

“오늘은 어떤 로봇을 만들까?” 지난 달 태남매 로봇하우스에선 첫번째 로봇이 탄생했다. 태호의 고민에서 출발한 ‘사탕지킴이’ 악어 로봇이다. 선물 받은 사탕을 동생 태연의 손에서 지키고 싶었던 태호는 누군가 다가오면 커다란 입을 닫아 물어버리는 악어 로봇의 특성을 이용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블록 장난감으로부터 시작해서 프로그래밍을 통해 직접 원하는 형태로 움직임을 만들다보니, 어린 아이들도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끼던 로봇 만들기에 관심이 훨씬 더 깊어지는 듯 하다. 오늘 공개할 두 번째 로봇은 동생 태연이와 아빠의 합작품이다. 여름방학은 다 끝났는데, 여전히 아침잠이 많은 태호를 위해 준비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

“일어나라!” 북 치는 원숭이 ‘태남매’ 태호·태연의 로봇하우스 ② 글_김호남 그림책시리즈 <로봇박사테오> 작가 협찬_퓨너스 ’레고 위두’ 공식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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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남매의 로봇하우스 ②

북 치는 원숭이, “오빠를 깨워라!” 한 달여의 (부모에게는 너무 길고, 아이들에게는 짧게 느껴졌을) 여름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은 다시 아침마다 등교길을 서두른다. 오래간만에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시킬 때까지 신나게 뛰어놀다 보니 바쁜 아침 태호를 깨우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다행히도 딸은 엄마를 닮아 아침형 인간인지 일찍 일어나 오빠 깨우기에 동참하는데, 한참을 깨우다가 대뜸 얘기한다. “나는 놀고 싶고, 엄마 아빠는 바쁜데, 우리 로봇한테 오빠를 깨우라고 하면 안 될까?” 들어보니 그럴 듯한 생각이다. 로봇이 깨워주면 태호도 잘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북 치는 원숭이’가 눈에 들어온다. 북을 좀 시끄럽게만 만들어주면 태호를 깨우는 임무를 훌륭히 완수할 수 있을 것 같다.

1단계

긴팔 원숭이 로봇 만들기 뚝딱뚝딱 원숭이 로봇을 만든다. 먼저 원 숭이 로봇 작동을 위한 모터를 배치하고, 톱니바퀴에 연결된 전동축에 원숭이의 긴 팔을 연결하면 북 치는 동작을 위한 조립 은 끝이 난다. 일곱살 태연이도 차근차근 어렵지 않게 원숭이 로봇을 만들었다. 여기서 잠깐! 아빠와 엄마를 위한 교육 팁 이 있다. 원숭이의 양팔이 위 아래로 번갈

긴팔 원숭이 로봇을 만드는 초기 사진 . 컴퓨터 화면의 매뉴얼대로 일곱살 태연이가 뚝딱뚝딱 만들어 간다 . 초반부터 원숭이의 팔을 위아래로 움직여 북을 치도록 하기 위한 모터가 위치한다 .

아가며 움직이는 원리를 이용해 기계공학 에서의 캠(Cam)이라는 기계요소를 아이 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할 수 있다. 원숭이 의 어깨에 들어간 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캠은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또는 그 반 대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아이와 함께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움직임을 위한 장치의 구성은 어떠한지'를 살펴보자. 북치는 원숭이의 긴 팔이 완성되었다 . 모터가 구동하여 가운데 표시된 부품이 돌아 가면 부품의 높낮이 차에 따라 원숭이의 긴 팔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한다 .

레고 위두(Lego We Do)란? 일곱살 이상의 어린 아이들이 동작모델 디자인 및 조립,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활용을 배울 수 있도록 레고 에듀케이션 에서 개발한 학습 교재. 로봇 공학을 배우기엔 아직 이른 어린이들에게 스스로 조립할 수 있도록 흥미를 유발하고 쉽게 프 로그래밍을 접함으로써 기본적인 기계 동작 및 로직 설계에 대한 자연스러운 학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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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 DIY

2단계

프로그래밍과 함께 북 치기 원숭이를 완성한 후 컴퓨터 상의 매뉴얼을 다음 페 이지로 넘기면 곧바로 원숭이를 동작시키기 위한 프 로그래밍 화면이 나타난다. 원숭이가 북을 치도록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단순히 원숭이의 양 팔이 위-아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방향 모터 가동 아이콘 하나만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다. 기본 프로그램에 아이콘을 추가하여 좀 더 다양한 동작을 연출할 수 있다. 모래시계 아이콘을 통해 북 을 치는 양 팔의 템포를 빠르게 또는 느리게 조절한

북치는 원숭이 로봇이 완성되었다 . 북은 제공되지 않는다 . 원숭이 의 긴 팔이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위치를 잘 보고 알맞은 북 소재 를 구해 잘 배치시켜 줘야 한다 .

다던가, 음표 아이콘을 통해 북을 치면서 컴퓨터를 통해 소리가 나도록 조합하여 원숭이의 작은 연주회 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음표 아이콘의 아래 번호는 각 번호별로 독특한 소리가 나도록 구성되어 있어 북 소리와 함께 여러가지 효과음을 낼 수 있다.

북 치는 원숭이를 위해 기본으로 정의되어 있는 프로그램 . 한방향 으로 모터만 구동시키는 매우 단순한 프로그램이다 .

프로그래밍이라면 아직 그 단어조차 생소한 태연이 지만 숫자를 바꿔가며 이런 저런 소리를 만들면서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깔깔대면서 웃는다. 아 무래도 곤히 자고 있는 오빠의 귓가에서 요상한 소 리를 내며 북을 치는 원숭이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

기본 프로그램에서 모래시계나 음표 아이콘 등을 첨가하여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다 .

로 나오나 보다.

3단계

실전응용! 박력있게 북을 울려라!

오빠를 벌떡 일어나게 하기 위해 원숭이 로봇에 이것 저것 손을 대 보기로 한다.

원숭이 로봇의 북은 따로 구해줘야만 한다. 일단 태연이 손에 잡힌 것은 아이들이 마시는 플

어떤 북을 칠까?

라스틱 물컵! 탁 탁 소리를 내며 원숭이가 뒤집어진 물컵을 북 삼아 쳐 보긴 하지만 이런 소 리로 태호를 깨우기엔 역부족이다. “태연아, 이 걸로 한번 쳐 보게 하자”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급식을 먹을 때 썼던 스테인레스 식판을 원숭이 팔 밑에 깔아줬다. 깡 깡 경쾌한 소리를 내며 원숭이가 북을 친다. 원숭이 팔 끝에 숟가락, 포크 등을 달아주니 그 소리는 배가 된다.

70 월간로봇


태남매의 로봇하우스 ②

원숭이 팔의 동력축 부품을 약간 손 봐서 양 쪽 팔이 서로 엇박자가 나도록 했다. 앞 서 손 봤

두 팔의 움직임을 다르게!

던 프로그램을 구동시키니 엇박자로 스테인레스 북을 치며 컴퓨터에서는 효과음까지 난다.

자, 드디어 완성! “내일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기만 해 봐라!” 만반의 준비를 마친 태연이가 원숭이 로봇을 출동 대기시켜 놓고 손을 털며 일어난다. 동력축의 팔을 들어올리는 부품의 형태를 바꿔주면 양 팔이 서로 다른 박자로 북을 치도록 할 수 있다 .

아침 일곱시 반.

“태호야 일어나라-" 아빠 엄마의 외침에 아들은 꿈쩍도 않는다. 이제 태연이의 원숭이 로봇이 출동할 때가 되었다. 태연이는 오빠의 머리 맡에 원숭이와 스테인레스 북을 위치시키고는 (컴퓨터의 볼륨도 최대로 높이고) 로봇을 구동시킨다.

Epilogue

원숭이의 스테인레스 북 연주가 시작되자 “벌떡!” 안 일어날 수가 없지!

깡 깡 삑삑 깡- 깡 깡 삑삑 깡귀를 찌르는 소리에 잠에서 깬 태호의 눈 앞에는 요상하게 생긴 원숭이가 말도 안 되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벌떡- 일어나 이 원숭이를 말릴 방도를 찾느라 분주한 태호. 아침 기상 미션은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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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 로ː빛의 로봇레시피

소프트웨어로 영혼 불어넣기 ‘변신하는 오디오’ 플레이노이드 만들기 ③ 글_광운대 로봇게임단 로ː빛

아무리 멋진 외형을 갖고 있다 한들, 움직이지 않으면 로봇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전 화에서 기구적인 구성과 동작을 위한 설계와 조립을 마무리 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때다. 로봇에게 영혼을 불어 넣듯, 제작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실제 로봇이 작동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과정을 공개한다. 자, 드디어 플레이노이드가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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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노이드 ③

소프트웨어와 펌웨어 소프트웨어 이전에 펌웨어라는 단계가 있다. 이러한 펌웨어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기 전 밑바탕이 되어주는 역할을 한다. 플레이노이 드 같은 경우, 모터를 부드럽고 유연하게 구 동시켜주는 펌웨어가 있다.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 설계에 들어가기 전 에, 우선 점검할 것이 있다. 우선 내가 어떠 한 언어를 사용할 것인지, 개발 환경은 어떻 게 하고 싶은지 생각하여야 한다. 개발 언어 에는 C언어, C++, Visual Basic, Python, Java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흔히 언급되는 아두이노는 C++을 사용하고, 라즈베리파이 는 보통 Python을, 안드로이드는 Java를 사용한다. 이러한 많은 언어 중 우리 플레이노이드에 사용된 언어는 Visual Basic 이다.

플레이노이드의 소프트웨어 부분 중 사용자에게 보여지는 부

우리가 선택한 Visual Basic 이란?

분 인 GUI(Graphic User Interface)는 비 주 얼 베 이 직(Visual Basic)을 사용하여 제작하였다. 비주얼 베이직은 마이크로소프 트에서 만든 베이직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으로 시각적인 개 발 환경을 간편하게 제공해 준다. 폼(Form)이라는 바탕 위에 버 튼 등 여러 가지 유용한 그래픽 도구를 마우스로 끌어 놓는 것 만으로 편하고 간단하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플레이노이드의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동영상을

임베디드 컴퓨터 IEC266Lite-43

재생하고 사용자와 교감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필요했다. 그 러한 이유로 여러 임베디드 컴퓨터를 찾아보던 도중 크기, 무 게, 성능이 적당한 컴퓨터를 찾았다. 보통 성능이 올라가면 무 게도 덩달아 무거워지기 때문에 적절한 중간을 찾는 것이 중 요하다. 이렇게 찾은 컴퓨터가 현재 플레이노이드 머리 부분에 장착되어 있는 이 제품이다. 크기는 4.3인치로 약 11cm의 작 은 크기를 갖고 있으며 터치가 가능하고 Windows CE 5.0과 Visual Basic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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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 로ː빛의 로봇레시피

Think & Write 엔지니어링 노트 만들기 저번 편에서는 설계 후 실제로 제작하는 과정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이번에는 제작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실제 로봇이 작동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과정에 대하여 알아볼 것 이다. 만약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 하지 않는다면 로봇은 깨어날 수 없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역 시 수많은 정교한 작업을 거쳐 제작된다.

7단계 : 기존의 회로와 임베디드 컴퓨터의 연결 기존의 펌웨어만 사용하던 로봇에 임베디드 컴퓨터를 연결해야 한다. 그러 기 위해서 가장 간단한 방법은 리모컨으로부터 수신 받는 통신포트를 임베 디드 컴퓨터에 연결하여 리모컨 대신 임베디드 컴퓨터가 명령을 내릴 수 있 도록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임베디드 컴퓨터가 로봇에 내려줄 명령이 무엇 인지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펌웨어를 알맞게 수정하여야 한다. 이렇게 펌 웨어까지 변경이 되면 기존의 회로와 임베디드 컴퓨터는 연결이 되어 상호 작용 하게 된다. 플레이노이드에서는 회로 쪽으로 모터를 어떻게 구동할 것 임베디드 컴퓨터 연결

인가에 대한 정보를 주로 보내주고 스피커, 화면 등으로 사용자에게 콘텐트 를 보여준다.

8단계 :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 만들기 이렇게 임베디드 컴퓨터와 기존의 회로가 잘 연결되었다면 소프트웨어를 개 발할 준비가 반 이상은 된 것이다. 하지만 회로 연결만큼 중요한 기본 환경 이 있다. 그것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 플레이노이드 를 제작하는 데에 사용된 언어는 Visual Basic (.NET Framework) 이므로 Visual Studio 2008을 설치하여 사용하였다. 플레이노이드에 사용되었던 임베디드 컴퓨터는 현 시점에는 사용이 드물고 최신버전에서는 지원하지 않 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임베디드 컴퓨터 개발환경 설치 화면

개발 환경 설치가 완료되었다면 플레이노이드의 작동을 책임질 프로그램을 개발할 준비가 된 것이다! 개발사의 도움말을 통해 프로젝트를 생성하고 프 로그램 제작을 시작할 수 있다.

74 월간로봇


플레이노이드 ③

9단계 :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하기 프로그램을 만들 프로젝트를 생성하여 나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로봇에 적용해야 한다.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임베디드 컴퓨터에 옮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 이 바로 다운로드 과정이다. 하지만 한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기능을 하나 하나 천천히 조심스럽게 테스트 해보자. 플레이노이드는 여러 가지 기능이 똘똘 뭉쳐있는 로봇이기 때문에 더더욱 기능 하나 하나를 조심 스레 다루어야 한다. 만약 잘못된 프로그램이 로봇에 쓰여지면 로봇이 오작 동하여 로봇이 고장 나거나 심하면 손가락이 끼이는 등 원치 않은 결과가 나 올 수 있다.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라고 하듯이 수많은 디버깅 과정 속에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게 되어있다. 이렇게 완성된 임베디드 컴퓨터 연결

프로그램은 마지막으로 로봇에 다운로드 되어 제 기능을 하게 된다.

MAKE Tip from 로ː빛

소프트웨어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법 – 디버거 C언어, C++, JAVA 등의 언어는 디버깅이라는 과정이 있다.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 자에게는 익숙한 존재이겠지만 이 분야에 처음 접하거나 초심자는 약간 생소한 단 어일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작동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어디서 작동이 잘못됐는지 파악하는 것 조차 굉장히 어렵게 느 껴질 것이다. 프로그램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 대부분이 흔히 “삽질 했다”라고 말하 듯이 여러 번 시행착오 및 반복 수행으로 어디서 고장 났는지 찾아낸다. 사실 이러 한 과정도 디버깅의 일종이다. 하지만 더욱 간편하고 쉽게 프로그램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디버거(디버깅 도구)가 지원되는 개발 환경에서는 한 줄씩 실행 디버거가 지원되는 Windows 임베디드 컴퓨터

해 보거나 반복 실행 중 어느 한 부분에서 멈추어 그 부분을 살펴 보는 등 다양한 기 능이 제공된다.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변수, 함수 등을 만들어 사용하는데 디버거를 사용하면 어느 시점에 변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함수가 불러와지고 그 함수에 어떤 값들이 들어가는지 모두 볼 수 있다. 심지어 좋은 디버깅 도구에서는 어디서 함수를 불러왔는지 까지 볼 수 있다. 이러한 좋은 기능은 초심자에게 다가가기 조금 어렵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지만 이 기능에 대해서 찾아본다면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75


DIY

░ 아두이노야 학교에서 놀자

아두이노에 눈을 달자! 초음파 센서① 글_서 울_경기도 중등 물리교과 연구회

박쥐는 어떻게 캄캄한 동굴 속을 안전하게 날 수 있을까요? 동굴 속 박쥐는 빛이 아닌 초음파를 사용해 앞에 놓인 벽들을 감지해요. 초음파는 아주 높은 주파수로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입니다. 박쥐는 초음파를 입이나 코를 통해 발사하고, 벽에 닿아 반사되어 돌아오는 초음파를 귀로 들어요. 되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통해 벽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지요. 아두이노를 활용한 많은 로봇도 초음파센서를 활용하면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인식할 수 있어요. 초음파센서는 앞에 놓인 장애물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게 해줘요. 이번 호에서는 초음파센서를 사용해 거리를 측정해 보도록 합시다.

76 월간로봇


초음파 센서①

로봇에 눈 달기 지난 시간에 배웠던 시리얼 통신과 구구단 예제는 잘 따라서

for문을 두 번 반복해서 2단부터 8단까지 구구단을 출력하는

해봤나요? 기본적인 시리얼 통신 방법은 아두이노 간의 통

스케치도 꼭 작성해 보세요.

신, 블루투스 통신 등 많은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잘

이번 시간에는 로봇에 눈을 달아 보겠어요. 눈으로 사용할 수

기억해두면 좋아요. 구구단 예제를 통해 익힌 for문은 정해진

있는 센서는 다양하지만, 이번 호에서는 초음파센서를 사용해

횟수만큼 반복해야 하는 명령을 실행할 때 아주 간편합니다.

서 만들어 봅시다.

이번 시간 준비물 •아두이노 우노(UNO) •초음파센서(HC-SR04) •피에조

초음파센서 HC-SR04 을 수 있어요. 가장 먼저 초음파센서를 사용해 거리를 측정해보도록 할게요. 회로는 그림 1과 같이 만들어주세요.

초음파센서 중 HC-SR04는 가장 저렴한 모델로, 오픈마켓에 서 2,000원 안팎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요. HC-SR04 센서는 40kHz의 초음파를 사용하며, 최소 2cm에서 최대 400cm까지 거리에 있는 물체를 감지할 수 있답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2cm에서 200cm 정도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얻

그림 1. 초음파센서를 사용해 회로를 만들어보자

77


DIY

░ 아두이노야 학교에서 놀자

3

아두이노

-

초음파센서

5V

-

vcc

5

Serial.begin (9600);

디지털 13번핀

-

Trig

6

pinMode(trigPin, OUTPUT);

디지털 12번핀

-

Echo

7

pinMode(echoPin, INPUT);

GND

-

GND

4

8

void setup() {

}

9 10

void loop() {

11

int duration, distance;

12 13

digitalWrite(trigPin, HIGH);

14

digitalWrite(trigPin, HIGH);

15

digitalWrite(trigPin, LOW);

16 17

duration = pulseIn(echoPin, HIGH);

18 19

distance = duration / 58;

20 21

if (distance > 200 || distance < 0)

22

Serial.println("Out of range");

23 그림 2. 초음파센서가 보드 바깥쪽을 향하게!

실제로 회로를 만들 때는 그림 2처럼 초음파센서가 보드 바깥 쪽을 향하게 해주세요. 초음파센서는 앞에 놓인 물체를 감지 하므로 보드 쪽을 향해서 꽂으면, 보드 때문에 거리가 제대로

else {

24

Serial.print(distance);

25

Serial.println(" cm");

26

}

27

delay(1000);

28

}

표 1. 아두이노 IDE에 스케치 작성

감지되지 않겠지요? 초음파센서 4개 핀을 보드와 직접 연결 해도 됩니다. 먼저 setup() 안에서 초기 설정을 해야 해요. 6, 7행을 살펴

스케치 작성 아두이노 스케치는 표 1처럼 코딩해주세요. 1

const int trigPin = 13;

2

const int echoPin = 12;

78 월간로봇

볼까요? 6행에서는 trigPin을 OUTPUT으로, echoPin을 INPUT으 로 코딩했어요. trigPin을 통해 초음파를 발생시켜야 하므로 OUTPUT, echoPin을 통해 반사되어 돌아오는 초음파를 감 지해야 하므로 INPUT으로 설정한 것이지요. 그럼 이제 loop() 안에서 초음파로 거리를 측정하는 프로그램 을 넣어보도록 합시다.


초음파 센서①

11행에서 duration과 distance 두 변수를 선언했어요. 지금

나타내지요.

까지 보통은 setup() 이전에 변수를 선언했는데, 왜 loop() 안 에서 선언했을까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setup() 이전에

19행 에 서 는 duration에 저 장 된 시 간 을 58로 나 눠 서

스케치 첫 부분에서 선언한 변수들은 setup(), loop()을 가리

distance에 물체까지의 거리가 cm 단위로 저장됩니다. 초음

지 않고 모든 곳에서 다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러나 loop() 안에

파는 음파이기 때문에 소리의 속력(340m/s)으로 진행해요.

서 선언된 변수는 loop()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요. 여기서

거리는 속력과 시간의 곱이므로 반사되어 돌아오는 데 걸린

스케치(코드) 전체에서 사용되는 변수를 전역변수라고 하고,

시간에 초음파 속력을 곱하면 초음파 센서에서 물체까지의 왕

하나의 함수 안에서만 사용되는 변수를 지역변수라고 해요.

복 거리가 되지요. 그래서 다시 2로 나눠줘야 물체까지의 정 확한 거리를 구할 수 있어요.

13~15

delayMicroseconds(㎲)

행에서

21~26행 에 서 는 물 체 의 거 리 를 출 력 하 거 나, 거 리 값

는 trigPin을 통해 초음파를 발생시켜요. delay() 함수는 지

(distance)이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out of range’를 출력

금까지 많이 사용했지만, 이번에 delayMicroseconds()란

해요. 이때 if()문 안의 조건을 잘 살펴보세요. ‘distance >

함수를 처음으로 사용했어요. delay()는 밀리초(ms, 0.001

200’ , ‘distance < 0’ 두 개의 조건이 OR(||)로 함께 사용됐

초) 동안 대기하도록 하는데, delayMicroseconds()는 마

어요. OR 연산자는 두 조건 중 하나라도 만족하면 ‘참’을 돌려

이크로초(㎲, 0.000001초) 동안 대기하도록 하는 함수에요.

주는 연산자입니다. 거리가 200보다 크거나 0보다 작은 경우

trigPin을 10㎲ 동안 켜서 초음파 신호를 발사해요.

에 ‘참’을 돌려줘 if()문 안의 22행이 실행돼요. 두 조건을 만 족하지 않는 경우 즉, 200보다 작고 0보다 큰 경우에는 else

17행 에 서 는

문 안의 24, 25행이 실행되는 것이지요.

pulseIn() 함

여기서 작은 팁 하나! if, else if, else문 중괄호 안에 들어가

수를 사용해서 시간을 duration 변수에 저장했어요. 여기서

는 문장이 한 문장이면, 중괄호를 생략할 수 있어요. 22행을

시간은 반사되어 돌아온 초음파를 감지해 마이크로초(㎲)로

보세요!

pulseIn(pin, value)

Step By Step 그럼 오늘 배운 내용을 더 연습해봐야겠죠? 지난 6월호에서 피에조를 사용해 버튼 피아노를 만들었던 예제가 기억나나요? 조금 응용해서 초음파센서로 거리를 구하고, 거리에 따라 도 레미 각 음이 나도록 만들어보세요. 피에조를 11번 핀에 연결하고, 이번 호에서 작성한 스케치 코드 중에 if문과 else문 사이에 else if()를 사용해 10cm보다 작은 경우, 20cm보다 작은 경우 등 조건들을 만들어 넣어 보 세요. tone() 함수를 사용해 10cm보다 작으면 ‘도’ , 20cm보다 작으면 ‘레’ 이런 식으로 코 드를 작성해 나가면 되겠죠? 이번 호와 관련된 스케치 코드, 회로도, 작동 영상, 부품 구입처 등은 제 블로그(http://wool.pe.kr) 아두이노야 학교 에서 놀자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또는 QR코드를 스캔해보세요.

79


DIY

░ DRONE

첫 비행의 정석 FPV 레이싱드론 비행 5분 전 글_박건우 멀콥 기술팀장 정리_양지원 기자(jiwon@roboticus.kr)

80 월간로봇


도전 FPV드론레이싱 ❸

영상송수신기 배선연결 위 사진은 영상송수신기를 기체에 설치할 때의 배선도이 다. 꼭 사진 속 제품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제품이 위와 같 은 구조로 연결한다.

영상송수신기 사용 및 주파수 운용법 레이싱드론에 사용하는 영상송수신기는 5.8Ghz 주파수 대역 을 사용한다. GHz대의 높은 주파수는 라디오주파수(Mhz 대 역)보다 직진성이 강하다. 라디오주파수의 경우 전파가 벽을 만나면 타고 흐르는 반면 영상주파수는 그대로 반사되어 튕겨 진다. 즉 영상송신기와 수신기 안테나 사이에 장애물이 있으

지난 시간 드디어 나만의 FPV(First Person

면 수신감도가 떨어진다.

View) 레이싱드론을 완성했다. 이제 비행에 대

안테나의 종류와 세팅각도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재 영상송

한 욕심이 생긴다. 비행장에 나가니 장애물 사이

수신기에 사용하는 안테나는 크게 3가지가 있다. 클로버 안테

를 붕붕 거리며 날아다니는 드론들을 보면 왠지

나, 다이폴 안테나, 지향성 안테나다. 클로버 안테나는 모양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동경의 마음까지 샘솟

이 버섯 같다고 해서 버섯안테나, 머쉬룸 안테나라고도 부른

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FPV 레이싱의 묘미를 짜

다. 다이폴 안테나는 일반적으로 인터넷공유에서 사용하는 1

릿하게 느끼긴 어렵다. 자칫하다간 내 소중한 드

자형 안테나다. 지향성 안테나는 형태가 다양하다.

론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질 수도 있고 파일럿

클로버안테나는 수신이 가능한 각도가 굉장히 넓지만 수신감도

이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는 지향성안테나에 비해 떨어진다. 지향성 안테나는 수신이 가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멋진 퍼포먼스

능한 각도는 매우 좁지만 수신감도가 뛰어나다. 다이폴안테나

도 나올 터. 옆 사람보다 비행이 서툴다고 해서

는 클로버안테나와 지향성안테나의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된다.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다. 잘 보이기 위해 드론

위 내용을 참고해 비행장 및 비행패턴에 따라 다른 안테나를

을 날리는 것은 아니니까!

선택하는 것이 좋다. 멀리 나가야 할 경우 지향성 안테나다.

오늘은 영상 전송기기 연결, 주파수 운용과 첫

대신 안테나가 항상 기체방향으로 향해야 하므로 파일럿이 계

비행을 위한 파일럿의 자세에 대해 알아본다.

속 움직여야 한다. 근거리에서는 클로버안테나를 사용하면 편 하게 수신할 수 있다.

81


DIY

░ DRONE

비행을 위한 파일럿의 자세 ❶ 비스듬한 자세 FPV방식으로 드론을 조종하는 경우, 모 니터를 통해 보거나 고글을 쓴다. 모니터 로 보면 현장감이 떨어지므로 대부분 고글 을 선호하는데 사진처럼 목을 비스듬히 누 운 채로 조종하게 된다. 심한 경우 허리를 비튼 채로 조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 의 주변 사람들 모두가 ‘나는 그렇지 않다.’ 고 했지만 실제 고글을 장착한 후 조종하는 모습을 보면 한결 같이 비스듬한 자세가 됐 다. 비행이 계속되면 베개를 잘못 베고 잔 것처럼 근육통을 앓거나 심한 경우 목이나 반투 명 고글

허리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 한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영상모니터링 장비의 종류 및 장단점

가급적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거나 비행 도중 자주 휴식시간을 갖고 스트레칭 하자.

모니터와 고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모니터는 7인치 정도 사이즈에 영상 수 신기를 연결하는 것이 초보자의 경우 적합하다. 영상을 보면서 급히 육안으로 기체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 고개만 들면 되기 때문이다. 고글은 안경 안에 모

❹ 기타 – 전원인가 후 잠깐의 여유 가지기

니터가 부착된 개념이다. 착용 시 기체에 탑승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대

기체 전원인가 후 FC(비행컨트롤러)와 센

부분 레이싱드론 파일럿들이 선호한다. 고글 유리가 반투명으로 되어 정면과

서가 초기화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기체영상을 같이 볼 수 있는 반투명 고글도 있으나 가격이 비싸다.

무시한 채전원인가 후 바로 시동을 걸고 비 행하면 센싱에 문제가 생겨 추락할 수 있

기초 조종법

다. 이 경우 기체 제어가 완전히 불가능 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원인가 후 최

다음 7단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기본적인 조종법을 모두 익힌 것이다.

소 15초 정도 기다린 후 비행해야 한다.

1단계부터 차례대로 도전 해보자.

아울러 센서도 정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1단계 : ‌ 호버링 연습. 기체의 뒷부분을 보고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기체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만약 파일럿과

이륙시킨 후 제자리에서 가만히 유지하는 것.

기체와 거리가 가까운 상태에서 기체의 자

2단계 : 호버링 상태에서 전후좌우로 조금씩 움직이며 감각을 익힌다.

이로, 가속도센서에 문제가 있을 경우 파일

3단계 : 기체를 왼쪽 90도 회전 후 호버링, 오른쪽 90도 회전 후 호버링한다.

럿 방향으로 기체가 돌진해 충돌사고가 발

4단계 : 기체의 앞부분이 파일럿을 보게끔 180도 회전한 후 호버링한다.

생할 수 있다. 기체 이륙 시 영상에만 집중

5단계 : 4단계에서 전후좌우로 움직인다.

하거나 바로 고글을 장착하기 보다는 낮게

6단계 : 드론이 8자를 그리도록 비행한다.

살짝 띄워 기체 이상유무를 육안으로 확인

7단계 : 위치를 지정하고 착륙한다.

후 비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82 월간로봇


도전 FPV드론레이싱 ❸

Q. 다음 사진에서 잘못된 점은?

❷ 불안정한 조종기 파지 조종기를 안정적으로 쥐는 것은 매 우 중요하다. 드론레이싱 중에는 대 부분 모니터만을 응시하거나 고글을 착용한 채 조종한다. 이때 주변에 구 경하던 사람이 건드리거나 조종기가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기라도 하면 빠른 속도로 날던 드론은 미사일이 되고 만다. 조종기를 쥐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양 엄지만을 사용해 스틱 끝

부분을 밀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쥐 는 방법과 엄지와 검지로 스틱을 잡 고 나머지 손가락으로 쥐는 방법이 다. 전자의 경우 비교적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낮지만 후자는 조종기의 옆을 잡은 형태가 되어 취약하다. 이 경우 반드시 넥스트랩을 장착해 사 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❸ 복장 복장에 관한 사항은 필수라기 보단 추천 사항이다. 드론레이싱 장소는 대부분 넓은 풀밭이나 운동장이다.

연습 중 기체는 추락하기 마련인데 기체를 회수하러 갈 때 반바지를 입 고 슬리퍼를 신게 되면 풀밭 등에서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러므로 다리 토시 또는 긴 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는 것이 피부손상을 막을 수 있다. 또 기체와 파일럿간의 충돌 시에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83


DIY

░ DIY Plaza

드론을 처음 맛본 사람들 구글캠퍼스 서울에서 펼쳐진 드론톤 현장 글_양지원 기자(jiwon@roboticus.kr)

❶ 현장에서 3인 1팀을 구성해 직접 드론을 조립했다. / ❷ 드론톤 취지를 전달 중인 최수리 엔피프틴 이사 / ❸ 드론의 전원을 켜자 기뻐하는 크리스티아나 씨 ❹❺ 참가자들은 제작한 드론을 지정된 장소에 정확히 전달하는 과제를 전달받았다

인문계와 이공계의 장점을 융합하라!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것이 세계적인 화두다. 시대에 발맞춘 또 하나의 움직임이 있다.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 엔피프틴(N15)이 주최한 ‘드론톤(Dronethone)’이다. 드론톤의 근간은 ‘해커톤(Hackerthon)’이다. 해커톤은 개발자들이 마라톤 하듯 일정 시간 동안 집중하며 즉석에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결과물을 만드는 개발자 문화다. 드론톤은 해커톤의 드론 버전인 셈이다. 지난 8월 26일, 서울시 대치동 소재 ‘구글 캠퍼스 서울’에 드론톤 참가자들이 모였다. 그들은 경력자도 개발자도 아니란다. 심지어 전공도 연관 없는 생초보들이다. 이 이상한 ‘드론톤’이 궁금하다.

84 월간로봇


드론톤 현장

어떤 시도

이번 행사에서는 드론 제작과 체험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대표의 창업 이야기도 진행됐다. 문창근 ‘울티메이트 드론

“우와아아아아!”

(Ultimate Drone)’ 대표는 설립 뒷얘기와 함께 드론 비즈니

프로펠러가 회전하고 강한 바람이 일자 주변을 둘러싼 30여

스와 트렌드를 이야기 했다. 문 대표는 “현재 세계 상업드론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빠르게 솟은 드론이 이내 천

시장의 60%를 중국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면서 “아직 중국이

장 그물에 걸렸다. 환호는 금새 ‘어오~’ 하는 낮은 음으로 바

영향을 미치지 못한 산업드론은 우리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뀌었다. TV 속 방청객들이 흔히 내는 그 소리다. 그만큼 모두

전망했다.

이 작은 물체의 움직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직 접 만든 드론의 첫 비행이었다.

대중화로 가는 첫걸음

조서경 학생은 경영학과를 수료했지만 평소 IT와 드론에 관심 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드론을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앞섰다.

행사 말미, 사회자가 오늘의 소감을 물었다. 누군가 “드론 만

비용도 문제지만 관련 지식이 부족한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

드는 게 생각 보다 어렵지 않아요!”라고 소리쳐 답했다. “다음

이다. 각종 매체에서는 떠들썩하지만 실제 접할 기회가 드물

단계가 있으면 계속 도전해 보겠습니다.” 또 다른 목소리가

었다. 때마침 인터넷에서 드론톤 참가자 모집 공고를 만났다.

들렸다. 참가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뒤따랐다. 대체로 드론톤

행사장에 와보니 모든 참가자가 같은 생각이었다. 전공과 다

의 프로그램에 만족한 듯 했다.

른 분야를 경험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끝난 후 몇몇 아쉬움을 전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조금이나마

이번 행사는 MK 스마트 테크쇼 드론톤의 앙코르 행사다. 당

전공과 관련있거나 실질적인 고민을 해본 인원들이었다.

시 DIY용 드론을 무료로 나눠주고 프로그래머들이 팀을 구성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이임환 학생은 “학부에서 동기들

해 2박 3일 동안 시제품을 개발했다. 지난 6월 MK 스마트 테

과 한 달 가량 드론을 조립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겨서 이번

크쇼 가 끝난 후 드론톤 주관사인 엔피프틴(N15)으로 이메일

드론톤을 통해 도움받을 것을 기대했다.”면서 “예상과 달리

과 각종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내용

멘토들이 상당 부분 알아서 해결해줘서 지식 보다는 즐거움을

중에는 전공자는 아니지만 추후 개최 시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얻었다.”고 전했다.

알리는 내용도 상당했다. 이에 드론톤을 기획했던 최수리 엔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의 김인후 참가자도 허전

피프틴(N15) 이사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바꿔서 이어 가기로

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네팔 산간지역에 의약품을 공급하

결정했다.

는 의료 프로젝트를 기획하려는 기술정보 수집 차원에서 참석

진행시간을 4시간으로 대폭 줄였다. 대신 타깃을 기존 개발자

했다. 그러나 “사업성이나 실질적인 기술영역까지 건드리기엔

그룹이 아니라 ‘창업’에 관심 있는 일반인으로 변경했다. 시제

시간이나 구성원들의 역량이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달래는

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계 창업지망생들에게 ‘드론의

모습이었다.

맛’을 보여주려는 시도였다.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 크리스티아나 타베라스 씨도 적극적으

참가자는 인터넷 사전신청을 통해 선발됐다. 24명의 참가자

로 의견을 보탰다. 그녀는 우리나라 ‘김천 사랑의 집’에서 봉

들을 모집해 8개 팀으로 나눴다. 각 팀들은 드론을 제작하고

사하며 창업을 준비 중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드론을 가르치

목표지점으로 정확하게 이동시키는 과제를 받았다.

면 수학이나 과학 공부의 필요성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되

최 이사는 “드론 같은 하드웨어는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스타

겠다.”며 반겼다.

트업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번 드론톤은 드론에 대한 비전공자들의 거부감을 덜어내는

막연한 거부감을 갖는다”면서 “이번 드론톤은 문과와 이과의

자리였다. 드론이라는 뜨거운 아이콘을 각자 전공과 관심 분

접점을 찾고 드론 분야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라고

야에 따라 다르게 자리매김 시키는데도 성공한 듯 보였다.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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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 DIY Plaza

“몰라도 괜찮아!” 생애 첫 로봇 도전기 고려대-이화여대 프로젝트 <제2회 드림라이너> 글_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코딩 할 줄 몰라서... 못.했.습.니.다.” 로봇대회 참가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더 놀라운 것은 심사위원들의 반응. 인상을 찌푸리기보다는, 기특하다며 박수를 건넨다. 창작로봇지원프로젝트 ‘드림라이너(DRIMLInER)’다. 공학의 ‘공’자도 모르는 인문계 고교생들에게 로봇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저마다 꿈의 로봇을 구현하도록 지지하는 장기프로젝트다. 고려대학교 지능로봇동아리 카시모프(KAsimov)와 이화여자대학교 전자공학동아리 이이아이(E.E.I)가 손을 잡았다. 그 결과 인문계 학생들의 가슴에 ‘공학’이란 새로운 싹이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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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나비 해카톤 드림라이너 현장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프로젝트 <드림라이너>의 마지막 순

어를 높게 산다”고 했다.

서인, ‘제2회 드림라이너 콘테스트’가 9월 5일 고려대학교 과 학도서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8월 15일과 16일 양일간 열린

웨어러블 로봇팔 ‘BE 아이언맨’ 우승해

‘대회 참가자 교육’의 결과를 직접 확인하는 자리다. 장만수 ㈜로보티즈 차장은 “순수하게 이공계 대학생들과 인

최고상의 영예는 이준규(남강고등학교, 2학년)에게 돌아갔다.

문계 고교생들이 만나 이런 행사를 연다는데 의의가 크다”며

작품명은 ‘BE 아이언맨’이다.

“상을 주는 대회라기 보다는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현장으로

군인, 노동자, 여성, 노약자, 재활치료 환자를 위해 근력 증강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과 자동발광 기능성의 팔 토시 로봇을 만들었다. 착용법 역시 간단하다. 긴 장갑을 끼듯이 팔에 착용하면 된다.

누군가의 꿈을 위한 로봇 구현해

지창현 이화여자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는 “제한된 환경에서 각종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해낸 아이디어가 참신하

17개의 작품들은 그야말로 ‘좋은 세상을 위한 로봇들’이었다.

다”며 박수를 보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현재의 날씨를 알려주는 서비스로봇부터

도락주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만약 모터가 오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주택 등까지도 포기한 세대라는 신

동작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최우선으로 염두 해야 할 것

조어 N포세대를 위해 움직이는 로보틱 하우스까지. 나보다는

은 안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는 애정 깊은 충고를

타인을 위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보냈다.

또한, 고교생답게 수험생의 잠을 깨워주는 로봇과 오랫동안

한편, 드림라이너(DRIMLInER)는 ‘꿈의 밑그림을 그리는 도

안 읽은 책을 자동으로 선별해주는 책꽂이 로봇, 청소당번을

구’라는 뜻이다. 로보티즈의 개발용보드(OpenCM-9.04)를

위해 자동으로 지울 수 있는 전자식 칠판 역시 높은 공감을

기반으로, 고려대 지능로봇동아리와 이화여대 전자공학과동

모아내며 눈길을 끌었다.

아리의 이공계 대학생동아리연합 드림(DRIM)에서 개발한 오

이 프로젝트의 초대 기획자인 안지호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

픈 소스 플랫폼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 참가한 고교생들은 이

학부 학생은 “이번 대회의 주제는 ‘누군가의 꿈을 위한 로봇’”

틀 동안 이 장비에 대한 교육을 받고 2주 만에 작품을 선보였

이라며 “얼마나 잘 구현했느냐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아이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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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 Cafe

Editor's Note

로봇으로 대동단결 글_정진영 편집장(chief.editor@roboticus.kr)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대개 기대감과 두려움이 함께 온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늘 존재했다.

적어도 9월은 로봇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충만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약속이라도 한 듯 곳곳에서 로봇이 가져올 밝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넘쳐났다. 특히 IT와 소프트웨어, 인문, 철학, 예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 가들이 로봇과 우리의 미래를 언급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로보틱스, 모빌리티, 스마트홈 등 생활 하드웨어 분야에 5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로보틱스에만 400억원이다. SK텔레콤의 개발자 포럼 주제도 ‘로보 틱스와 인공지능’ 이었다.

요리 로봇을 개발한 마크 올리니크 대표는 <차세대융합 신기술 인사이트 콘퍼런스>에서 “로봇은 인간의 삶을 윤 택하게 해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스마트클라우드쇼>에는 오준호 KAIST 교수, 데니스 홍 UCLA 교수, 다니엘 라 러스 MIT 교수 등 로봇계 대표 인물이 총출동했다.

<동아시아-태평양 과학철학자 대회>에서는 ‘준-인격체로서 로봇의 가능성’이 대두됐고, <인문과 기술의 만남> 포럼은 ‘로봇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했다. 로보틱 아트 대가 스텔락과 루이-필립 데메르는 ‘휴머니즘을 넘어서’ 와 ‘다빈치크리에이티브’ 행사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로봇공학자-키네틱아티스트 커플인 한재권 박사와 엄윤설 작가도 함께 서울예대 강연장에 섰다.

이쯤 되면, 마치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 ‘로봇으로 대동단결’ 하는 모양새다. 매우 바람직하다. 원래 로봇은 기술 만으로 완성할 수 없다. 다양한 시각과 철학은 물론 예술성과 사회적 합의까지 골고루 담길 때 우리가 기대하는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관건은 이러한 로봇과 다른 영역의 융합 분위기가 강연장이나 책상 앞에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 지도록 하는 것이다. 공학자, 철학자,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진짜 선수들이 일상적으로 로봇을 주제로 얘기하 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분위기가 지속돼야 한다. 로봇은 이미 우리의 미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 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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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lution designed by Human & Robot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정보지

2015

10

Vol.83

,

Focus on모 든 길 은 로 봇 으 로 통 한 다

모든 길은 로봇으로 통한다

10

2015 vol.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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