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ot_October_p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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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olution designed by Human & Robot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정보지

2015

10

Vol.83

,

Focus on모 든 길 은 로 봇 으 로 통 한 다

모든 길은 로봇으로 통한다

10

2015 vol.83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정보지 월간로봇

“로봇은 문화다”

권병필

권병필

곽대원

정진영

남이준, 이현종, 한재권

나유권, 신병철, 양지원, 황인선

고 편 편

월간로봇은 국내 유일의 로봇전문지로서 로봇 , 사람, 문화, 교육 등 로봇 관련 종합 정보를 제공한다. 이제는 로봇이다. 로봇의 시대가 온다.

집 집

기 디

서승희

이종훈 변호사

우리 일상에 로봇이 자리매김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특 허 자 문 위 원

류지언, 전승준

로봇과 인간이 함께 소통하고 교감하는 미래에는

로봇전략연구소 소장

정신량

인간과 로봇이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춤추고, 사랑할 것이다.

수 석 연 구 원

사승환

로봇은 바로 문화인 것이다.

마 케 팅 본 부 장

이성수

조기호

2015년 10월호 통권 제 83호

2008년 11월 3일 등록 호

서울 라12097

(주)유캔맥스

서울시 서초구 방배4동 854-5 미래빌딩 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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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7,000원 ISSN 2005-4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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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Focus On

06 이 가을은 이 가을대로

모든 길은 로봇으로 통한다

발행인 권병필이 포착한, 로봇시대를

향한 소리없는 걸음!

Evolution designed by Human & Robot 로봇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로봇정보지

2015

10

Vol.83

,

10

2015 vol.83

Focus on모 든 길 은 로 봇 으 로 통 한 다

모든 길은 로봇으로 통한다

| October 2015

Robohemian Rhapsody

Roboplaza 로보보드

들어가기

10 모든 길은 로봇으로 통한다‌

기계공학자와 기술자를 넘어 기업가와

철학가, 윤리학자가 ‘로봇’에 주목하다

07 이달의 행사‌

2015 국제 로봇 컨테스트, 한국지능로봇

경진대회, 국제 협업로봇 워크샵 外

12 로봇으로 통한 현장 이모저모‌

스포트라이트

‌지난 9월 기업 및 IT와 문화와 예술 분야

나의 첫 번째 로봇에 대한 기억은 어린 시절 만화로 봤던 거대 탑승로봇이다. 그때는 내가 어른이 되면 과학이 발전돼서 저런 로봇이 만 들어질 것이고, 난 그 로봇을 타고 다닐 수 있 을 거라고 진지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조 금 자란 후에 그런 로봇이 개발되려면 아주 먼 미래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현실을 깨달으 며 로봇에 대한 흥미를 점차 잃어갔다. 그런 나에게 지금은 참 신나는 시기다. 여기 저기서 새로운 로봇에 대한 소식이 들리고 있 다. 기술, 의학, 예술, 철학, 교육, 산업, 생활 전반에 걸쳐 로봇이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이번 표지는 "오즈의 마법사"를 모 티브로 했다. 각자 자신의 희망을 이뤄줄 것 을 믿으며,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 여행을 떠 났던 그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 뤄줄 로봇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기분 좋게 작업했다. 개인 적으로는 요즘 잃어버린 줄 알았던 로봇의 꿈 을 다시 꾸고 있다. 사람들이 자동차가 아닌 로봇을 타고 다니게 되는 그날을 꿈꾼다. 그 날이 되면 난 그 로봇에 어린 시절 내가 타고 싶었던 그 로봇의 이름을 붙여줄 거다. (웃음) Rick.K(릭킴 / 팝아티스트+프로젝트디자이너)

4 월간로봇

국내외 간추린뉴스

08 지난달 하이라이트 ‌ ‌호텔에 사는 공룡로봇, 쓰레기에서 환경

을 품은 그린 로봇, 로봇장난감 BB-8 外

에서 로봇관련 행사 多 개최되다

플러스 원

20 예술이 첨단과학기술을 만난다면? ‌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다빈치 크리

에이티브>의 생생한 현장을 공개한다

플러스원 인터뷰

24 로봇이 인간에게 기생(寄生)한다?‌

로보틱 아티스트 루이-필립 데메르에게

전해 듣는 ‘인간과 로봇, 우리의 미래’


Tech&Biz 로봇人덱스

26 Slow and Steady‌

Culture&Ethics 인문산책

46 로봇은 ‘그 녀석’일까, ‘그것’일까? ‌

한국 웨어러블 로봇의 뿌리, 한창수 한양

고인석 ‌ 인하대 철학과 교수와 책 <묵자·

대학교 로봇공학과 교수 인터뷰

양주, 로봇이 되다>를 나눠 읽다

DRC 복기하기

30 기술 이슈로 돌아보는 DRC (下)‌

엄윤설의 영화 다시보기

52 로봇의 ‘위로’는 진짜일까?

한재권 ‌ 로봇공학자가 전하는 DRC 이야기.

키네틱아티스트 엄윤설 작가의 시선으로

해외팀에서 활약한 자랑스런 한국인 소개

다시 보는 영화 <빅히어로6>

인간과 ‌ 로봇의 교감을 위한 연결고리, 감성인식기술전문가

태남매의 로봇하우스

68 “일어나라!” 북 치는 원숭이‌ <로봇박사테오> ‌ 그림책시리즈 작가 김호남과 자녀들의 창작로봇입문기②

로빛의 로봇레시피

72 소프트웨어로 영혼 불어넣기 광운대 로봇게임단 로빛과 함께하는 ‘변신하는 오디오’ 플레이노이드 만들기③

아두이노 라운지

JOB學사전

36 로봇과 인간의 연결고리‌

DIY

변순용의 로봇윤리 이야기

54 부모님께 어떤 케어로봇을? 변순용 ‌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에게

76 아두이노에 눈을 달자! 캄캄한 동굴을 자유롭게 나는 박쥐처럼, 아두이노에 초음파센서를 달아보자.

전해 듣는 로봇윤리 이야기 네 번째 시간 DRONE RACING

특별한 만남

40 로봇영재, 멘토를 만나다 ‘휴보 아빠’ 오준호 KAIST 교수와 ‘로봇 영재’ 중학생 소년이 함께한 시간

10,000 로봇

58 인공지능은 미래의 위협인가? ‌ 인류에게 반기를 든 인공지능.

80 첫 비행의 정석 영상 전송기기 연결, 주파수 운용과 첫 비 행을 위한 파일럿의 자세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의 미래인가? 허무맹랑한 상상인가? DIY 플라자 문화책갈피

62 지금 드론이어야 하는 이유 책 <왜 지금 드론인가>를 통해 읽은 드론

84 드론을 처음 맛 본 사람들 인문계와 이공계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또 하나의 움직임, 드론톤!

의 흥행 법칙 및 향후 전망 DIY 플라자 현장스케치

64 형만 한 아우의 등장 페이스북 그룹 ‘로봇공학을 위한 열린모임’

86 “몰라도 괜찮아! 꿈을 향해 달려” 공학의 ‘공’자도 모르는 인문계 고교생들의 생애 첫 로봇 도전기, 드림 라이너!

의 대학생 버전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

Photo Essay 66 게임의 법칙

Robo Cafe 88 로봇으로 대동단결

로봇이 ‌ 개발되면서 점점 게임의 규칙이

정진영 편집장이 10월호를 마감하며,

변하고 있다. 이번에는 가위바위보다.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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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ocus on

모든 길은 로봇으로 통한다 <로봇윤리>, <로봇의 미래> 관련 행사 多 열려 글_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나유권 기자(yookwon@roboticus.kr)

10 월간로봇


들어가기

로봇은 더 이상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하는 ‘가상의 존재’가 아니다. 최근 국내 로봇업계의 자존심을 회복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 오준호 KAIST 교수가 이끄는 팀이 세계재난로봇경진대회 다르파 로 보틱스챌린지(DRC)에서 우승의 영예를 차지한 것. 이 사건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 ‘로봇’에 대한 각종 포럼과 강연 및 학술대회 등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발제자로 나선 사람들이다. 실제 로봇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기계공 학자와 기술자는 물론,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가 및 철학과 윤리 적 사고를 하는 인문학자, 예술가 등까지 마이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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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ocus on

예술이 첨단과학기술을 만난다면?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5> 글_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새로운 발상의 원동력은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호기심이다.” 최두은 예술감독이 말했다. 그는 “또 하나의 새로 운 시작을 위해, 기본에 충실한 안으로부터의 호기심에서 출발점을 찾으려 했다”라고 소개했다. 문득 다빈치, 보 티첼리 등 르네상스기 화가 중심의 평론집 <르네상스사의 연구>을 집필한 영국의 비평가 월터 페이터(Walter Horatio Pater)가 남긴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생각을 시험해보고 새로운 인상을 받는 것이다.”

‘센스 오브 원더’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페스티 벌은 개막행사(오프닝 퍼포먼스, 빈지노 힙합콘서 트)와 렉쳐, 해외제작기술 워크숍, 체험전시(국내 10팀, 해외5팀)로 구성됐다. 9월 3일(목)부터 30일 (수)까지 계속됐다.

20 월간로봇


플러스 원

‘가마 기술의 발전은 좋은 도자기를 만드는데 한몫 했다. 그러

현실(virtual reality),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뇌파

나 도자기의 예술적 가치를 가마의 기술력과 결부해 말하는

(EEG), 로봇(robotics) 등의 신기술을 사용했다.

건 어폐(語弊)이지 않을까?’

관객들은 무방비한 상태로 미래의 기술문명에 빨려 들어가듯,

금천예술공장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지하철 역에

시종일관 놀람을 경험한다. 마치 실재(實在)가 아닌 가상의

서 나오자 마자 “많이 시끄러우셨죠? 죄송합니다.”라는 현수

경험을 하는 것처럼 혹은 알고 싶지 않았던 실체(實體)를 마주

막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시끄러웠길래..’라는 의문보다는

한 것처럼 말이다.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가 최우선인 축제구나’라는 인상을 받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가상현실에서의 죽음>이다. 5평 남짓

았다.

한 방안, 한 벽을 가득 메운 스크린. 그 앞에는 환자전용 침대

이 공장이 위치한 금천구 독산동 일대는 1980년 섬유·봉제

가 놓여있다. “그대로 누워서 이것을 쓰세요.” 가상현실 헤드

산업을 이끌던 ‘구로공단’ 지역이다. 2000년 이후 ‘서울디지

셋(VR, Virtual Reality Headset)이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털산업단지’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소프트웨어 분야 벤처기업,

당하고 죽음을 선고 받는 캐릭터가 되는 설정이다.

패션디자인, 정밀기기 중심의 첨단정보산업단지로 정체성이

죽음에 대한 호기심과 VR 장치의 호흡은 환상적이었다. 이충

바뀌었다.

웅이 펴낸 책 <문명의 관객>의 첫 구절이 상기된다. ‘감성은

9월 한 달간 서울시 금천구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린 <다빈치

이성을 정교하게 하고 이성은 감성을 견고하게 한다.’ 가상현

크리에이티브 2015: 센스 오브 원더>는 이런 지역의 정체성

실의 3차원 이미지 영상은 철저하게 현실의 몸을 불구(不具)

을 바탕으로 설계된 행사다. 궁극적인 목표는 예술가의 아이

로 만들었다.

디어와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보유한 기술력이 결합하는 것

루이-필립 데메르(Louis-Philippe Demers) 캐나다 작가의

이다.

작품 <블라인드 로봇(The lind Robot, 로봇 장님)>에서 걸음 이 멈췄다. 날 것 그대로의 로봇팔 앞에 나무 의자 한 개가 덩

예술과 과학이 호기심으로 결합하다

그러니 놓여있다. 관객 중의 한 명이 용기 내어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로봇팔

올해 전시·공연하는 국내외 참여작은 총 15점이다. 주제는

이 상대방의 얼굴을 읽으려는 듯, 장님처럼 더듬는다. 두 개

호기심이다. 이에 예술가들은 호기심을 구현하기 위해 가상

체는 조심스럽게 서로를 탐색한다. 문득 금번 페스티벌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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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ocus on

제가 상기됐다. 호기심(A sense of wonder). 서로의 시선에

티브 2015’가 초청한 해외작가다. 그는 빅데이터를 기반으

깃들어있는 첫 번째 마음, 그것이다.

로 한 비디오 프로젝트 작품 <이모션 윈즈(Emotion Winds,

마지막으로 김은솔·안성석·양종석의 작품 <겁에 질린 표정

2015)>를 전시하고 있다. 세계 3,200여 도시의 인터넷 이용

>을 찾았다. 먼저 뇌파를 읽는 장치를 착용했다. 작품이 설치

자들의 감정을 마치 바람의 확산 모습으로 구현했다.

된 긴 암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순간 ‘번쩍’ , ‘위이잉’ . 어

이 외에도 그의 작품들은 도시와 도시 혹은 인간과 인간을 연

둠을 뚫고, 번개와 같은 빛과 각종 팬이 돌아가는 기계음이

결하는 ‘신경망’을 거대한 기술로써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

들린다. 뇌파로 기계들이 일제히 작동을 시작한 것. 본인도

다. 대표작은 홍콩의 어느 백화점에 설치했던 <코스모폴리스

모르게 “으악!”이란 탄성이 나왔다.

(Cosmopolis, 2005)>다. 원형으로 설치된 스크린은 각 나라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유

마다의 현재를 실시간 방영하고 있다. 동시에 홍콩의 현재도

토피아적 이상과 디스토피아의 역설을 뇌파(EEG)를 통한 풍

실시간으로 출력한다.

경의 재현으로 보여주고자 했다”며 “뇌파 기술이 실행될 때

‘열린 예술을 위한 키워드’라는 주제 강연을 펼친 그는, 실제

생성하는 장면은 우리들의 불신과 두려움을 대변하는 은유적

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었다. 사

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람과 사람(H2H, Human to Human), 가상성(Virtuality), 대 화(Dialogue), 실 시 간(Realtime), 공 동 망 막 의 기 억

미래가 예술가의 호기심으로 시간을 역행하다

(Collective retinular memory) 등이 지목됐다. 다음 차례는 루이-필립 데메르다. 방금 전 인상 깊게 본 작품

건물의 지하로 내려갔다. 개막식 당일 이 곳에서는 ‘호기심은

<블라인드 로봇>의 작가다. 그는 ‘로보틱아트의 맥락에서 어

어떻게 미래의 가치를 만드는가’를 주제로 렉쳐(강연)가 진행

떻게 컴퓨팅을 재고할 것인가?’라는 주제 강연을 했다.

됐다.

그가 영상을 틀었다. 동그라미와 세모, 네모의 그림들이다.

프랑스에서 온 작가이자 홍콩시립대 교수 모리스 베나윤

이 그림들은 상자 안에서 부지런하게 이동하는 듯 보였다. 그

(Maurice Benayun)이 마이크를 잡았다. ‘다빈치 크리에이

런데 마치 동그라미가 세모를 쫓아다니고 네모가 세모를 도와

22 월간로봇


플러스 원

탈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어느새 2시간 동안 열린 렉쳐가 종료됐다. 최두은 예술감독이

그는 “인간은 이런 식으로 동작을 보고 감정 이입을 한다”며

나섰다. 그는 “모리스 베나윤과 루이-필립 데메르의 작품에

또 다른 영상을 틀었다. 12개의 작은 로봇들이 보인다. 한 눈

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이 있다”며 “특이성은 인간과

에 봐도 알파벳 글자 ‘T’ 형태의 막대기들이다. 마치 양팔과

기계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리를 벌리고 뒤뚱뒤뚱 걷는듯한 동작들이다. 그는 “이 작품명은 <The Tiller Girls(2010)>”이라며 “한 눈

이 축제의 이름은 왜 ‘다빈치’ 인가

에 봐도 기계의 모형이지만, 동작을 하거나 그룹으로 동시에 작동을 하면 관객으로부터 마치 무용수들이 군무를 한다는 인

금천예술공장을 뒤로하고 귀가하는 길. 이번 행사의 이름인

상을 주는 것에 의의가 있다”라고 했다.

‘다빈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명작 <최후의 만찬>

금번에 공개한 작품 <블라인드 로봇> 역시 로봇의 움직임을

과 <모나리자>를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 말이다.

고민해,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냈다고. 그는 “실제 눈

그가 미술을 넘어 오늘날에 자연과학으로 분류되는 해부학·

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을 주목했다”며 “그들과 닮은

기체역학·동물학 등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을 모르

행동을 기계가 하는 것을 보니, 그것과 마주하는 관객 역시

는 이는 없을 것. 실제로 인물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두산백

실제 시각장애인을 대하듯이 조심하게 행동한다는 사실에 주

과>와 <위키피디아>는 그의 이름 앞에 미술가, 과학자, 기술

목하라”라고 했다.

자, 사상가, 음악가 등의 다양한 수식어를 붙여 설명한다.

마지막은 프랑스에서 온 아티스트 그룹 ‘1024 아키텍쳐’가 맡

얼마 전 ‘예술이 기술과 만나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한, 장영

았다. 그들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디지털 프로젝션과 동

승 꿈이룸학교 대표가 떠오른다. 그는 “과학과 예술은 원래

역학 광을 이용한 작품들을 공개했다.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하나였다”라며 “다시 또 그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라고 했다.

오래된 건축물에 프로젝션을 쏴서, 착시효과를 내는 것이다.

오늘날의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이 시대의 다빈치’가 아닐까.

멀쩡하던 건물이 더운 여름날에 녹아 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그가 그러했던 것처럼, 예술가이자 과학자 또는 건축가, 물리

물컹하게 무너져 내렸다.

학자 등의 경계가 없이 말이다.

23


F  ocus on

로봇이 인간에게 기생(寄生)한다고? 루이-필립 데메르 (Louis-Philippe Demers) 인터뷰 글_황인선 기자(insun@roboticus.kr)

루이-필립 데메르 로보틱 아트계의 거장이다. 싱가포르 난 양기술대학교(NTU) 미디어아트 부교수 로 재직 중이다. 1988년부터 70개 이상 의 예술무대 제작에 참여했으며, 지금까 지 300개 이상의 로봇 및 기계를 설치 했다. 그의 로보틱 작품은 연극, 오페라, 지하철 역, 축제, 기업 등에서도 활발하 게 선보이고 있다.

‘로봇을 입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다빈치 크리에이티브>에서 만난, 루이-필립 데메르가 최근 선보인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과 무용을 접목시킨 로보틱 퍼포먼스 <지옥(INFERNO, 2015)>을 설명하며 ‘기생(寄生)’이란 단어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 기생이란 서로 다른 종류의 생물이 함께 생활하며, 한쪽이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이 해를 입고 있는 일을 뜻한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더부살이’가 있다. “도대체 인간과 로봇 중에 누가, 기생의 주체라는 말인가?”

24 월간로봇


플러스원 인터뷰

사람들이 로봇을 착용한 것일까? 로봇에 사람들이 묶인 것일까?

2015년 봄, 프랑스의 어느 공연장에 로보틱 슈트들이 설치됐

또는 오작동의 이유로 슈트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장면이

다. 전문 무용수가 아닌 사람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들

등장한다. 인간을 이롭게 할 줄 알았던 신기술이, 인간을 ‘꿀

은 놀이공원의 안전장치를 착용하는 듯, 혹은 깁스를 끼우는

꺽’ 삼켜버린 것이다.

듯이 그것을 입었다. 그리고 음악이 틀어졌다.

“사람들이 로봇을 착용한 것일까요? 사람들이 로봇에 묶인 것

사이키델릭한 조명과 리듬에 맞춰, 오차 없는 완벽한 군무가

일까요?” 이어서 그는 “로봇이 인간의 삶을 단순하게 모방하

눈 앞에 펼쳐졌다. 객석에선 일제히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는 것인지, 그 자체로 새로운 삶을 가지려고 기생충처럼 행동

기계에 몸을 맡긴 사람들의 표정은 어땠을까? 놀라움, 신기함

하는 것인지 생각해보자.”라고 했다.

등의 감정 밑바닥으로 날이 선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바로 루이-필립 데메르와 빌 본(Bill Vorn)이 합작해 만든 로

로봇을 작품에 끌어오게 된 이유

보틱 퍼포먼스 <지옥(INFERNO, 2015)>의 현장이다. 1990 년대에 기획하여, 약 15년 간 연구·제작한 결과라고.

로봇이 소재가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타 종류의 미디어아트 분야와는 달리, 물리적으로 공간을 나

우리가 로봇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

눌 수 있고 인간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로봇은 의료·군사·공업 등의 분야에서 실제로

“이 작품의 이름은 ‘지옥’입니다. 단테의 지옥에서 영감을 받

쓰이거나 혹은 쓰이려고 개발 중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아 진행한 프로젝트였죠.”

그가 자리를 고쳐 앉았다. “로봇은 실제로 인간을 죽일 수 있

루이-필립 데메르가 말했다. “주목적은 관객들의 경험이었습

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반대로 로봇은 친구처럼 도움을 줄

니다.” 그는 “실제의 경험이 중요하다”라며 “의료나 군사 등의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는 결국, 로봇과 더불어 살아 갈

목적으로 로봇이 쓰인다는 소식을 무방비 상태로 접하는 것과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로봇을 경험한 이후에 소식을 듣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라고

마지막으로 그가 가진 로보틱 아트의 철학을 물었다. 3가

덧붙였다.

지의 키워드로 압축했다. 몸(Body), 동작(Motion), 맥락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기생(寄生)’이란 단어가 입 밖으로 나

(Context)이란다.

왔다. “로봇을 입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신이 나 보였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움직임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해 관심이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몇 명은 저것을 착용함으로 인해 코가

있습니다. 1997년에 선보인 작품 <Robot Misery>는 발작

간지러워도 멋대로 긁을 수 없음을 깨달았지요.” 기생의 주체

일으키는 동작을 로봇에게 구현하게 했는데요. 그것을 본 사

가 인간에서 로봇으로 바뀐 것이다.

람들이 ‘고통’을 호소하더라고요. 로봇은 인간의 거울인가 봅

문득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3>가 생각났다. 그 영화에는 로

니다.(웃음)”

보틱 슈트를 입고 초인간적인 능력을 발휘하던 인간이, 해킹

인터뷰는 미국 UCLA 대학에서 뉴미디어아트를 공부한, 팀보이드 멤버 배재혁 작가의 해설을 받으며 진행했다. 송준봉 작가 역시 사진을 찍어주는 수고를 해줬다. 이 자리를 빌어, 팀보이드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25


T  ech & Biz

Slow and Steady 한창수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로봇공학과 교수 글_신병철 기자(byongchol@roboticus.kr) 사진_나유권 기자(yookwon@roboticus.kr)

한국 웨어러블 로봇의 뿌리. 국내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한창수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로봇공학과 교수다. 한국 웨어러 블 로봇의 태동기부터 함께한 한창수 교 수는 (주)헥사시스템즈를 설립하고 웨어 러블 로봇 상품화에도 성공했다. 교수이 자 사업가이기도 한 한창수 교수는 ‘무 언의 롤모델’이 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교수실 한 곳에만 있지 않 고, 여러 연구실과 캠퍼스 곳곳을 오고 간다. 로봇과 창업, 롤모델 셋을 연결하 는 고리는 바로 웨어러블 로봇이다.

26 월간로봇


로봇人덱스

한창수 교수는 사실 쌍둥이다?

“사람들은 로봇이라고 하면, 대부분 휴머노이드만을 떠올리 게 마련입니다. 인간 형태의 로봇만이 로봇이라는 선입견은

한때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의 공학관에는 괴소문(?)이 돌

버려야 합니다. 자동차, 비행기라고 해서 왜 로봇이 아닐까

았다. ‘한창수 교수는 사실 쌍둥이다.’ 자정을 넘겨 퇴근하고

요? 달리고 나는 모바일 로봇이지요. 움직이는 모든 것이 로

도 아침 이슬이 채 마르기도 전에 학교에 출근해 있기 때문이

봇이고, 모두 제 연구 분야입니다.”

다. “사실 한창수 교수님은 쌍둥이라서 번갈아가며 학교에 출

그래서일까? 과거 한창수 교수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로봇을

근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럴 수는 없다.” 한창수 교수의 지

연구ㆍ개발했다. 제조용로봇, 반도체장비, 자동차까지도 그

도를 받았던 제자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이다.

의 연구 분야였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국내 자율주행자

쌍둥이로 오해받을 정도로 한창수 교수는 바쁘다. 그의 달력

동차 연구 초창기에 모 회사에서 발표한 자율주행차도 그의

에는 이미 한 달 뒤까지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한창수

작품이었다.

교수의 직함을 모두 말하려면, 열 손가락으로도 부족할 정도

“단순하게 말하자면, 로봇은 메커니즘과 액츄에이터가 기본

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로봇공학과의 교수이자 벤처기업 (주)

이 되어 움직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로봇이라고 불

헥사시스템즈를 운영하는 사업가이면서 동시에 여러 로봇

리지 않았지만, 이 개념이 적용된 다양한 분야를 연구했습니

관련 학회와 기관을 이끌고 있다. 몇 해 전에는 한양대학교

다. 자동차의 서스펜션, 스티어링 등도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ERICA캠퍼스에 로봇공학과도 신설했다. 캠퍼스 내 그의 연

합니다. 모두 로봇공학 기술이 응용된 분야이지요.”

구실만도 서너 개에 이르고, 업무를 위해 하루에도 몇 번이고

당시 생산라인자동화로 불렸던 분야는 이제 제조용로봇이 되

이 건물 저 건물을 옮겨 다니는 일은 예사다.

었고 자율주행자동차, 드론도 로봇기술이라고 불리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로봇공학과의 교수로서 석ㆍ박사 과정을 포함

한창수 교수가 연구 초창기부터 품었던 로봇철학이 몇 십 년

해 많은 학생을 지도하는 데 시간을 보냅니다. 이 밖에도 한

이 지나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된 셈이다.

국로봇학회, 한국정밀공학회, 제어자동화시스템공학회 등 여 러 학회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로봇공학과가

한국 웨어러블 로봇의 뿌리

신설된 탓에 학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네요.(웃음)”

1980년대 초반, 한국에 ‘로봇’은 없었다. 단지 공장의 자동화

하루 단 몇 시간의 여유도 없이 일 년 열두 달 빽빽한 일정.

기계로 불렸을 뿐이었다. 그 당시 로봇의 인식이 그랬다. 로

옆에서 한창수 교수를 지켜보는 지인들도 “저렇게 바쁜 분은

봇은 이제 막 미래 학문으로서 조명받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처음 봤다.”라며 혀를 내두른다. 한창수 교수에게 그토록 열

“로봇이라는 개념조차 낯설었던 시기였습니다. 기계공학과

정적으로 활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을 물었다. “글쎄요..”라며

관련된 서적의 제일 마지막 챕터에서나 다루던, 말 그대로 미

한참을 고민하던 한창수 교수가 이내 웃으며 답했다.

래 학문이었지요. 대중들의 인식은 낮았지만, 로봇이야말로

“로봇이 좋으니까요”

미래를 여는 학문이자 기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파고들 어야 할 분야라고 느꼈어요.”

움직이는 모든 것이 연구 분야

한양대학교 졸업 후, 한창수 교수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텍사스 오스틴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이

학창시절 한창수 교수는 움직이는 모든 물건에 호기심을 갖던

듬해 그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기업들의 수많은 제의에도 한

학생이었다. 물리반에 들어가 광속라디오, 와이어리스 마이

창수 교수는 한양대학교를 선택했다. 대학 교단에 선 지 6년

크 등을 직접 만들며, 작동원리나 구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

이 지나 미국 버클리대학에 교환교수로 가게 됐을 때, 마치

했다. 움직이는 것이라면 그에게는 어떤 물건보다 매력적이었

운명같이 ‘파트너’를 만났다. 바로 웨어러블 로봇이다.

다. 이는 한창수 교수의 로봇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는 누구

“교환교수로 미국에 갈 당시, 개인적으로 연구에 환기가 필요

보다 로봇을 ‘넓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 시점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분야를 연구할지 새로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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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사시스템즈의 상지근력증강로봇 HEXAR-HL35(좌), 하지보행보조기기 HEXAR-WA20(우)

이템을 찾겠다는 계획이었어요. 그러던 중 버클리대학의 연구

이 되는 것이지요. 헥사시스템즈의 헥사는 숫자 ‘6’을 의미하

소에서 개발할 예정인 로봇에 10년 동안 매년 백만 달러의 연

기도 합니다. 재활, 실버, 산업, 건설,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

구비가 투자된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도대체 어떤 로봇이길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직은 기술수준이 완벽하지 못

래 그렇게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지 개인적으로 관심이

한 인공지능을 대신해 사람의 지능과 로봇이 결합한 웨어러블

생겼어요. 그게 바로 버클리대학에서 선보인 세계 최초의 웨

로봇은 어느 로봇보다 파급효과가 큰 분야입니다.”

어러블 로봇, 블릭스 프로젝트였습니다.” 교환교수직을 마지고 한국으로 돌아온 한창수 교수는 곧바로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연구팀을 꾸려 웨어러블 로봇 연구에 들어갔다. 그러나 연구 초창기엔 어려움도 많았다. 관련 기술은 철저히 공개되지 않

한창수 교수는 로봇을 ‘동반자’라고 설명했다. 과거 자동차가

았고 국내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이라는 개념조차도 없던 때였

그랬던 것처럼, 미래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라는 것

다. 연구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질 리 없었다. 점점 연구가 뒤

이다.

로 밀리던 그때, 한창수 교수는 교환교수직으로 다시 한 번

“이제 로봇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됐

버클리대학으로 향했다.

습니다. 앞으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로 로봇과 함께

“이전과는 다르게 웨어러블 로봇 연구에 많은 진전이 있었던

생활하는 것이죠.”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습니다. ‘나도 더는 미적거릴 수만은 없

이어 한창수 교수는 로봇을 개발하는 연구자로서 쓴소리도 잊

겠다’ 싶었죠. 한국으로 돌아와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연구에

지 않았다. 로봇이 동반자가 되기 위해서는 더욱 장기적인 안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목으로 집중적인 투자와 후속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꼬집

그렇게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한 결과, 2006년 최초의 ‘헥사’

었다.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의 웨어러블 로봇의 탄생이

“특히, 로봇분야는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었다.

Slow and Steady, 헥사 탄생의 비결도 바로 이것이었습니

“최근 주목받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의 최종 진화점이 바로 웨

다. 길어야 5년인 연구기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물과 상품화를

어러블 로봇입니다. 현재는 시계, 밴드, 안경 등 각각의 일부

닦달하는 현실에 답답할 때도 많습니다. 이 밖에도 중복성을

분인 웨어러블 기기가 하나로 뭉쳐지면 완벽한 웨어러블 로봇

이유로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니 연구가 탄력을 받

28 월간로봇


로봇人덱스

지 못합니다. 100년이 넘는 자동차의 역사 동안 꾸준한 연구

는 것을 보고 새로운 변화라고 인식했다. 한창수 교수에게 있

끝에 지금까지 다양한 엔진이 나왔습니다. 중복성을 이유로

어 (주)헥사시스템즈는 직접 운영하는 벤처기업 그 이상의 의

연구가 중단된다면, 초기에 개발된 엔진에서 어떤 발전이 더

미다.

있을까요?”

“창업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한창수 교수는 버클리대학에서의 교환교수 재직 시절, 옆에서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 ‘대기

직접 지켜봤던 블릭스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웨어러블 로

업에 가기 위한 스펙 쌓기가 전부는 아니다. 창업이 어려운

봇의 개발을 위한 10년 동안의 투자는 버클리대학의 연구소

것은 아니니 도전하라’고 제 모습을 통해 말해주고 싶었습니

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소에도 함께 투자됐다. 장기적인 안목

다. 그런 의미에서 남은 기간 교수로서 해야 할 역할도 중요

의 투자를 바탕으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통해 더 좋은 로봇이

하지만, 헥사시스템즈를 성공시키는 것도 저의 임무라고 생각

개발됐다는 것이다.

합니다.” 한창수 교수는 학생들에게 무언의 롤모델로 남는 것이 자신의

무언의 롤모델

목표이자 꿈이라고 설명했다. 그제야 한창수 교수가 왜 그렇 게 쉴 틈도 없이 열정적인지 이해가 됐다. 그저 로봇이 좋아

한창수 교수를 설명하는 다양한 직함 중 하나는 바로 사업가

서라고만 말했지만 그 뒤에 하지 않았던, 숨기고 있던 말이

다. 한창수 교수는 헥사의 연구ㆍ개발과 동시에 지난 2011년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벤처기업 (주)헥사시스템즈를 설립했다. 한양대학교 창업보

옛말이 있다. 그러나 한창수 교수는 직접 행동하는 무언의 멘

육센터의 초대 소장을 맡은 것이 인연이 됐다. 한창수 교수는

토로서 학생들이 자신의 그림자를 밟고 더 높은 곳으로 성장

학생들의 창업 교육을 위해 카네기멜론대학 등 해외 곳곳을

하길 바란다. 그래서 한창수 교수는 직접 앞서 걸으며, 오늘

탐방하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교수가 교내에서

도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다.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학생들 역시 적극적으로 창업에 도전하

한창수 교수 1983년 한양대학교 기계공학 학사 1985년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기계공학 석사 1989년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기계공학 박사 2007년~ 한국로봇교육컨텐츠협회 회장 2008년~ 안산지역로봇기업협의회(IICC) 자문위원 2010년~ 고층 구조물 외벽 유지관리용 지능형 로봇시스템 개발센터 연구단장 2010년~2012년 범부처 로봇정책협의회 위원 2010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다부처 공동기획 로봇분야 평가위원 2012년~2013년 한국생산제조시스템학회 IT-BT융합시스템 부문 부문이사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직할 출연 연구기관 평가위원 2015년~ 한국로봇학회 회장단자문 협동 부회장 2015년~ 한국공학교육학회 사업 부회장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직할 출연 임무중심형 기관평가위원 한국로봇산업협회 대한민국 로봇대상 국무총리상 ISARC 2015 Tucker-Hasegawa Award 수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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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영재', 멘토를 만나다 로봇올림피아드 수상자 김찬중 학생의 KAIST 휴보랩 방문기 글_이진주 객원기자(lady.robota@gmail.com) 사진_양지원 기자(jiwon@roboticus.kr)

김찬중 학생이 오준호 교수, DRC휴보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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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만남

연구실 문이 열렸다. 서류 더미와 공작기계, 그리고 로봇들이 복잡하게 섞여있는 공간에서 소년은 압도돼 보였다. 채 웃지도 못했다. 휴보의 몸체를 살며시 만져보는 순간에야 보일 듯 말 듯 진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소년이 로봇을 사랑하는 건 분명했다. 중학생 소년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멘토를 찾아온 건 그래서였다. 이제 대가의 대답을 들을 차례였다.

"중학생 수준에서 아무리 1등을 해봐야 큰 발전이 없을 겁니

그런데 그의 일상은 변화가 없다. 여전히 대전 KAIST의 '

다. 아마도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혔겠죠. 남들이 만들어 놓은

휴보랩'으로 출근하고, 인터뷰 시간은 단 십 분도 허투루 쓰

부품을 이리저리 변형해봤자 어느 순간 맴도는 느낌이 들 거

지 않을 정도로 빡빡하다. 연구원들의 흐름을 깨는 것이 아까

에요." 소년은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학생은 지금

워 밥도 학생식당에서 따로 먹는다. 다르파 우승으로 세계적

껏 충분히 했단 말이야. 당분간 로봇을 접어놔도 아무 문제가

인 주목을 얻고 백악관과 청와대에도 초청받았으면 이제 허

없어요. 아니 더 해봐야 발전이 없어요. 이대로는 로봇을 가

리띠를 풀고 흐트러질 법도 한데, 다른 지역에서 열린 학회나

지고 놀 줄 아는 사람이나 아이디어맨에 그칠 뿐, 진짜 로봇

행사에 참여한 뒤에도 칼 같이 대전의 연구실로 되돌아오는

공학자가 되기는 어려워요. 아이디어맨도 로봇을 즐기는 한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십일 년 동안 지속한 무서운 자기관

방법일 수는 있지만, 학생이 정말 하고 싶은 게 뭐에요?"

리다. 오 교수는 말했다. "아홉 시 출근해 다섯 시 퇴근하면서, 가정

예상외의 조언이다. 말투는 조곤조곤 했지만, 듣는 사람은 간

도 최대한 돌보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성공하기란 어렵다. 로

담이 서늘해졌다. 휴머노이드 꿈나무 김찬중 학생과 휴머노

봇공학자만이 아니라 기자나 작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

이드 대부 오준호 교수의 만남은 이처럼 진지하고도 현실적이

국은 자기희생이다. 자기가 몸을 던지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었다.

없다." 그래서 그의 랩에는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가는 전형 적인 회식조차 없다. 오준호 교수가 설립한 실험실 벤처 '레인

휴보 아빠 오준호 교수

보우'의 이정호 대표는 "연구하다 지쳐 새벽 1시쯤 야식을 사 먹으러 나가는 게 거의 유일한 도락이었다."고 회상했다.

오준호 교수(KAIST 기계공학과 특훈교수.KAIST 휴머노 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는 얼마 전까지 국내 휴머노이드 로

십일 년만의 세계정복

봇의 대부, 전문가, '휴보 아빠'로만 불렸다. 그런데 지난 봄, 'DRC-휴보'가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하자 시대가

어떤 이는 '다르파 이펙트'라고도 말한다. 다르파 우승 이후

그를 호출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로봇이나 휴머노이드 외의

세상이 요란하게 그를 불러대는 걸 말이다. 오준호 교수 스스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심지어 학창시절 공부법부터 영재교

로도 "우승 이후 사람들이 예전보다 내 말을 좀 더 귀담아 듣

육 실태, 공학교육의 설계, KAIST의 발전방향, 청년 실업 문

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다. 이를테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

제, 실험실 창업 성공비결까지... 오준호 교수 개인에게는 11

았던 시골 수험생이 카이스트에 들어간 뒤에야 말할 자격을

년 전 '휴보'를 만든 이후 모처럼 찾아온 '제2의 전성기'일지 모

얻은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말할 자

른다.

격'에 집착한다. 마치 다르파 우승이 오 교수에게 '멘토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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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ech & Biz 격'이라도 부과한 것

최근 한국 상황에서 '영재'라는 말은 묘한 함의를 지닌다. 마

같은 모양새다.

치 '멘토'라는 말이 시대의 유행어가 되자 양가감정(兩價感情)

다르파에 도전한

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부모가 학원이나 과외교습을 통해

쟁쟁한 실력자

자녀를 필요 이상, 능력 이상 억지로 잡아 끄는 경우가 많아

들 가운데 단

서다. 이제 영재는 선행학습으로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세 팀만이 만

스펙처럼 변했다. 고등학교 과정 '수학의 정석'을 푸는 초등학

점 을 받 았 다.

교 3학년 수학영재들은 대치동과 목동의 학원가에서 어렵지

오 교수가 이끄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치원 시절부터 개구리를 해부하는 과

는 팀 카이스트

학영재들도 기업화된 과학실험 전문학원에서 흔하게 만날 수

는 그 중에서도 가

있다. 로봇 역시 마찬가지다. 레고 만들기로 시작된 로봇영재

장 빠르게 과제를 수

의 길은, 각 로봇 회사의 플랫폼을 섭렵하며 점점 심화한다.

행하며 1등을 차지했

그런데 그 과정에서 로봇대회 수상실적은 명문고, 명문대에

다. 자동차 운전부터 계단

진학하는 수단, 즉 스펙으로 변질되기 쉽다.

오르기까지 모두 8개의 과

휴보랩의 문을 두드렸던 김찬중 학생(용인 보라중 3학년) 역

제를 44분 28초에 돌파한 것. 2위인 미국

시 어쩌면 그런 루트를 밟고 있었다. 로봇 올림피아드를 비롯

IHMC로보틱스(인간기계연구소)의 '런닝맨(아틀라스 플랫폼)'

해 50여 회를 웃도는 국내외 로봇대회에서 이미 최상위권의

은 50분 26초, 3위인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타르탄 레스큐의 '

수상실적을 거뒀다. 그를 추천한 로봇교육 전문가는 "중학교

침프'는 55분 15초. 우승이 곧 세계 최고란 뜻은 아니겠지만,

레벨에서는 대적할 상대를 찾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

수십 년 앞서 출발한 미국과 일본 등 로봇 선진국과 대등하게

런데도 이 소년은 스스로 의문을 품고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겨룰 플랫폼을 가졌다고 인정 받은 것만은 분명하다.

걸었다. "취미 수준을 벗어나 정말로 로봇을 평생의 업으로 삼

2013년 예선에서 9위를 거둘 당시만 해도 팀 카이스트는 우

을 수 있을까?" "이렇게 계속 대회에 나가고 상을 타다 보면

승후보가 아니었다. 하지만 대회가 치러지기 전에 했던 인터

언젠가 진짜 로봇공학자가 될 수 있을까?" "로봇을 만드는 데

뷰를 보면, 오 교수에게는 우승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 같

열중하느라 수학도 과학도 영어 공부도 부족한 것 같은데, 내

다. "100.000%로 완벽을 기하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기 때

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문"이다. 그는 말했다. "경쟁은 98점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이건 이른바 로봇영재의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들도 공통적으

100점에 가까워지려면 철저하게 완벽해지는 수밖에 없다. 독

로 품고 있는 은밀한 의문이기도 했다. "로봇 공부는 언제 시

재자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말이다." 그는 좋게는 '뚝심'이나 '

작하고 언제 멈춰야 하나?" "로봇 공부라는 것에 실체가 있

카리스마', 나쁘게는 '독재'라고 표현될 만큼 강력한 리더십으

나?" "대회에 출전하고 수상하는 것 말고는 로봇공학자가 되

로 팀을 이끌었다. 그리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는 길이 없는 건가?" "로봇을 전공하는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오준호

소년의 십 년 오 교수의 십 년이 숨 가쁘게 흘러오는 동안, '로봇영재' 소년 의 십 년도 그 나름대로 바쁘게 흘러왔다. 대가의 시간과 소 년의 시간이 같은 밀도는 아니겠지만, 각자의 시간은 소중하 다. 소년의 작은 고민은 앞으로의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질문일 수 있었다. 김찬중 42 월간로봇


특별한 만남

휴보랩 연구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배효인(박사과정), 김성우(석사과정), 김찬중(중3 학생), 이강규(박사과정)

능력은 무엇인가?" "대학교에 가면 무엇을 배우나?" "로봇으

보였던 것이다. 방문을 닫아 걸고 정석을 풀기 시작했다. 야

로 밥은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

자 시간에는 암기과목을 돌아가며 외우고, 영어도 문법책부터 들입다 팠다. 6개월이 지난 뒤 그는 전교에서 수위를 다투는

영재, 영재교육, 진짜 교육

학생으로 변해 있었다. 자신이 창조해 낸 휴보가 그랬듯이 말 이다. 그가 몰입의 힘을 그토록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아마도 오 교수는 찬중 학생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을지

오준호 교수는 꿈이나 목표를 묻는 이에게 "나는 골을 따라가

모른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반에서 58등을 했던 자신의

지 않았다. 움직이는 타깃을 따라왔다. 목표는 방향이지 고정

모습을 말이다. 그의 뒤에는 불과 대여섯 명이 있을 뿐이었

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단순히 전교 1등을 하는

다. '꼬마박사'란 별명을 들었을 만큼 남다른 호기심과 과학적

것이 공부의 목표가 아니었던 것처럼, 서울대도 그의 목표는

인 재능을 보였던 어린 시절과 달리 학창 시절에는 그다지 주

아니었다. 그는 집에서 가까운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선

목 받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공부는 재미가 없었다. 국사, 사

택했다. 학과 수석입학이었다. 대학 공부는 너무나 재미있었

회, 윤리 같은 암기과목이 싫었고, 영어는 벽처럼 느껴졌다.

다. 그 동안 알고 싶던 세상 모든 이치를 설명해주는 것 같았

그 시절 멘토 같은 것이 있었을 리 없다. 시험 결과에 일희일

단다. 내친 김에 석사까지 마치고 잠시 원자력연구원에서 외

비하지 않고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려 주는 부모를 만나

도를 한 뒤, UC 버클리에서 박사를 받았다. 영어를 그토록 무

는 것만이 그나마 그 시대 학생들에게 유일한 행운이었다고

서워하던 소년이 말이다. 전문분야가 있으니 영어는 문제가

할 수 있을까.

아니었다. 휴보랩 모든 식구들이 마찬가지였다. 영어는 수단

그랬던 그가 미분 적분을 배우면서 수학에 눈을 떴다. 수학이

이니까. 그리고 1985년, 마침내 KAIST 교수가 돼 여기까지

라는 언어가, 평생소원이던 과학자의 길을 열어줄 열쇠처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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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ech & Biz 그래서인지 오 교수는 부모가 목표를 제시하고 족집게 선생 들이 밀고 끄는 오늘날의 영재교육에 회의적이다. "교육이라 는 틀 안에 가두면 영재성은 사라진다. 영재는 내버려두는 게 답."이란다. 세상이 지금보다 느리고 고요하던 시절, 많은 부 모들은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지금은 세상의 속도만 큼 부모들이 조급해졌다. 아이의 성장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재촉한다. 다른 아이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게 하려고 싹을 잡 아서 뽑아 늘인다. 조장(助長)의 비극이 이 나라 곳곳에서 비 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오준호 교수가 생각하는 영재란 ‘좋아 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문 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누가 뜯어말리더라도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영재다. 영재학교나 영재학원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실제로 그의 랩에 이른바 '영재코스'를 밟은 학생이 있는지, 있다면 그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세상의 엄마들이 궁 금해할 법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랩 지도교수인 그도, 레인보 우 대표도, 소속 학생들도 알지 못했다. "알지도 못하고 알 필 요도 없다."고 했다. 누가 영재고를 나왔는지 일반고를 나왔

김찬중 학생이 휴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꿈 꾸는 소년의 진지함이 느껴진다.

는지, 카이스트 순혈인지 다른 대학 출신인지, 월반을 했는지 유급을 했는지, 전과를 했는지 편입을 했는지, 휴보랩에서는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온 마음을 다해 로봇을 만들

극복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차갑게 들릴 수도 있지만 현

자세와 돌파력만 있으면.

실이었다. "그걸 넘으려면 아이디어 수준이 아니라 수많은 연 구와 논문에 기반한 진짜 실력이 있어야 해요." 높은 건물을

로봇공학자 이전에 과학자

지으려면 기반이 있어야 하고, 공부는 바닥을 다지는 일에 해 당한다는 거다. 그는 "세상 이치가 머릿속에서 저절로 풀리는

오준호 박사는 "로봇공학자 이전에 과학자가 돼야 한다."고 말

뉴턴급 천재가 아니라면 성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실성

했다. 어릴 때부터 로봇만 파고 들어가는 건 오히려 바람직하

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없으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

지 않다고 했다. 로봇에서 출발해 자동차, 비행기, 천체, 우

는다는 뜻이다. "저라고 교수 일이 전부 재미있고 좋기만 했겠

주, 생물, 고고학에 이르기까지, 세상 만물을 궁금해하는 호

어요? 로봇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6:4,

기심이 먼저라는 거다. 지금 할 수 없는 분야를 탐구하기 위

7:3 정도로 잡아두고 기다렸습니다. 꾹 참고 역량을 키우다

해서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하는

보면 하고 싶은 일이 보상으로 돌아오거든요."

것이 순서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암기과목을 외우고 영문

찬중 학생은 답을 찾았을까? 휴보랩에서의 만남 뒤, 일부러

법을 파고 미적분을 푸는 일들 말이다. "집안의 경제적 사정

시간을 두었다가 물었다. 소년은 우선 멘토의 뜻을 따르기로

이나 본인의 능력, 로봇에 대한 열정까지 냉정하게 살펴봐요.

한 것 같다. 당장 로봇을 더 만질 수 있는 특성화고 대신, 더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대학, 대학원에도 진학해 더 깊은 공

많은 학문의 기초를 닦을 수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

부를 하도록 해요."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로 했다니 말이다. 당분간 좀이 쑤시는 시간을 보내야겠지

로봇공학은 융합학문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오 교수

만, 어쩌면 몇 년 뒤에는 오 교수의 제자 목록에서 소년의 이

는 "장난감 수준에서 한 단계 올라가려면, 엄청난 높이 차이를

름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44 월간로봇


특별한 만남

다르파 제패, 그리고 오준호 문파(門派) 애초부터 학맥이나 라인 같은 것에 속하지 않았고, 외국

을 파고 보란 듯 성공을 거둔 '휴보랩'의 존재는 매우 이례

잡지를 뒤지며 혼자 실력을 키울지언정 유력자를 찾아 다

적이다. '휴머노이드'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된 지원 한 번

니며 줄을 서는 일 따위에는 무심했다. 그러던 오 교수에

받지 못했다. 그래도 처음 휴보를 세상에 내보낸 2004년

게도 자연스럽게 제자 집단이 생겼다. 이른바 '오준호 문

이후 7년 동안 어떻게든 연평균 5억원의 연구비를 모아

파'의 탄생이다.

서 여기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로봇 연구자가 엉뚱한 사

창립기인 휴보I 시절부터 도약기인 2세대 휴보II 시기까

업에 뛰어든다는 질시와 견제도 많이 받았단다. 남의 속

지 배출한 교수만 네 명이다. 김정훈 연세대 토목환경시

도 모르고. 정부의 공식적인 후원을 받지 못한 공백기에

스템공학부 교수, 박일우 광운대학교 로봇학부 교수, 김

는 실험실 벤처 창업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2011년 설립

정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

된 레인보우는 5년 만에 한 해 매출 20억 원이라는 성과

등 1세대 휴보 3인방을 비롯해 휴보의 보행과 주행 기술

를 내고 있다. 다르파 상금 22억원이 더 들어오는 올해는

향상에 몰두해 2세대 휴보의 산파 구실을 했던 조백규 국

수익 규모가 더 커질 전망. 상금은 고스란히 연구에 재투

민대학교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가 그들. 성숙기인 3세

자할 계획이다. 이정호 대표는 "매출이나 수익을 목표로

대에는 이정호 대표를 비롯해 김인혁 이사, 허정우 수석

삼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현재의 구성원이 행복하고,

등 레인보우의 이사진이 모두 제자들이다. 이들은 국내

미래의 구성원도 만족할 만한 로봇 회사를 만드는 것이

대기업 연봉을 훨씬 상회하는 대우에, 10% 내외의 스톡

목표"라고 전했다. 앤디 루빈 구글 전 부사장이 로봇 회사

옵션까지 갖고 있다. 요즘 같은 취업대란의 와중에도 휴

들을 수집하던 시절, 인수 제안을 한 귀로 흘려 들었던 것

보랩 졸업생들은 원하는 곳은 어디든 골라갈 수 있다고

도 그래서다.

한다. "그런 친구들을 사로잡으려면 '특급대우'가 필요하

오준호 교수의 사촌인 폴 오 미국 네바다대학교 라스베가

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한편, 김인혁 이사는 최근

스캠퍼스(UNLV) 교수는 해외에서 범 오준호 문파를 키

총 4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네이버 블루프로젝트에 합

우는 역할을 했다. 폴 오 교수는 미국 드렉셀대학 시절부

류해 화제를 모았다.

터 연구용 휴보를 미국에 도입하도록 애썼다. 휴보의 수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가 발표한 '아시모(2000년)'에 자

출길을 연 주인공인 셈. 휴보는 대당 5억원에 이르는 비

극 받아, 11년 전 홀로 휴머노이드에 도전했던 그의 노력

싼 몸값에도 불구하고, 구글을 비롯해 해외에 10여대나

은 헛되지 않았다. 한국의 상위 1% 수재들이 모이는 카

팔렸다. 폴 오 교수는 이번 다르파 결선에 오 교수의 애제

이스트에서도 날고 기는 학생들이 휴보랩에 지원한다. 오

자인 조백규 국민대 교수와 DRC-휴보 UNLV 팀을 이

교수는 그 중에 한두 명을 고르고 골라 받아들인다. 그나

뤄 참가해 전체 8위의 성적을 거뒀다. 사촌 지간인 두 교

마 석사 학생들은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한다.

수의 신뢰관계가 워낙 두터웠던 데다, 두 팀 안에서 한국

석사까지는 이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연구실 방침이

인 제자들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뤄져 마치 한 팀

다. 그 사이 그도 변했다.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는 천재

이나 다름 없는 팀워크를 보였다고 한다.

급 제자들의 고집을 꺾으려고, 자존심 버리고 제자들 앞 에서 무릎까지 꿇어봤다."고 고백할 만큼. 해외의 연구 유행에 따라, 정부 지원금의 향방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곤 하는 국내 로봇계에서 꾸준히 한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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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로봇은 ‘그 녀석’일까, ‘그것’일까? 고인석 인하대 철학 교수와 책 <묵자·양주, 로봇이 되다> 나눠보기 글_황인선 기자 (insun@roboticus.kr)

‘Back to the Basic.’ 2009년 토요타가 리콜 문제로 흔들릴 때 앞세운 캐치프레 이즈다. 고인석 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와 로봇윤리에 대 한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 문장이 떠올랐다. 그는 약 7년 전, 정부에서 <로봇윤리헌장> 작업의 초석을 다질 때, 이중원 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와 함께 ‘로봇윤리’ 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나눈 주요인물이다. “한국이 로봇윤리헌장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국내를 너머 해외 언론에 보도 될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만약, 계 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전세계 최초’란 수식어를 확보하는 것은 자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잠정적 중단”이 됐다. 이에 대해 고인석 교수는 “로봇윤리헌장 초안의 검토 단계 에서 로봇이라는 개념의 규정이 문제로 인식되었다”며 “위 원회에 모인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은 철학적인 문제가 어 느 정도 풀리지 않으면 그럴 듯한 헌장을 내놓기 어렵다는 생각에 공감했다”고. 당시에 그가 제기한 철학적 물음은 간단했다. “로봇이 뭐 냐?” 이 기본적인 물음이 결국 먼저 풀려야만 할 문제였던 것이다. 10월호 인문산책은 인천에 위치한 인하대학교 그의 연구 실에서 시작한다. 우리의 손에는 청소년을 위한 동서양 철 학자들의 사상을 교양소설로 풀어낸 ‘탐철학소설시리즈’의 신간도서 <묵자·양주, 로봇이 되다>가 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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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석 교수 인하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다. 독일 콘스탄츠대에서 철 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저로는 <로봇의 정체성 이라는 관점에서 로봇윤리 다시보기(2008)>, <아시 모프의 로봇 3법칙 다시 보기: 윤리적인 로봇 만들 기(2011)>, <로봇이 책임과 권한의 주체일 수 있는가 (2012)> 등이 있다. 과학기술 개발과 연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윤리적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을 고민한다. 최근 에는 로보틱스 분야의 ‘인공 의수학’에 관심을 갖고 있 다.


인문산책

드디어 그가 연구년을 마치고 돌아왔다. 문을 열자, 고인석 교수가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엊그제 귀국해, 아직 정리 중”이라는 그의 연구실을 둘러봤다. 양쪽 벽면에 자리한 책꽂이들은, ‘철학 서적’과 ‘로봇관련 서적’ 으로 분리된 채,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고 ‌ 1년 만에 다시 한국에 왔네요. 그 사이에 로봇업계는 빠르게 성장했더군요. 드론

시장이 눈에 띄게 부상했고, 무인자동차는 거의 실용화 단계에 온 것으로 보여집 니다. 귀국 직전에 미국에선 무인자동차 해킹 소식이 보도되더군요. 실제 시연 영 상에서는 해커가 그것을 마음대로 조종하더군요. 황 ‌ 지난 5월에는 워싱턴대학의 연구팀이 원격수술로봇의 보안 취약점을 밝히고자,

실제로 해킹에 성공한 사례가 공개되어 화제였죠.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가 살인병기가 되는 건 한 순간이더군요. ‘모든 과학기술은 양날의 검’이란 말 이 떠오릅니다. 고 ‌ 최근에 개최된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도 눈길을 끕니다. 일본 원전사고를 계

기로,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위험한 공간에 투입할 수 있는 우리와 유사한 형태 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하는 대회였죠. 그 로봇들은 사람이 일일이 명령하지 않아도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행동)하도록 프로그램 됐습니다. 여기서 잠 깐 고민해봅시다. 그 로봇들을 ‘그 녀석’ 또는 ‘그것’ 중에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요? 황 ‌ 흥미로운 질문이군요. 제아무리 지능을 갖고 스스로 행동할 줄 안다고 해도 금속

덩어리인데.. 그러고 보니 지난 봄에 네티즌 사이에서 ‘로봇 개를 발로 차는 것은 잔인한가?’와 관련된 로봇윤리논쟁이 떠오릅니다. 고 ‌ 로봇에게 행위라는 개념을 쓸 수 있을까요? 지난 몇 년간 제가 고민해온 문제이기

도 합니다. 저의 잠정적 대답은 로봇은 인간 정신의 연장물이라는 것입니다. 인지 과학에 대한 철학 이론 가운데 하나인 연장된 마음(Extended mind, 확장된 마 음) 관점이, 로봇윤리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적절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 니다.

구글의 로봇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스팟 (SPOT) 이라 불리는 73kg 로봇의 무게중심 테스트 영상을 공 개했다 . 로봇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증명하기 위해 수시로 직원들이 발로 로봇을 차는데 , 네 다리에 움직 이는 형태가 마치 ‘개’ 를 연상시켜 네티즌들 사이에서 ‘잔인하다’ , ‘잘못된 행동’ 이라는 비난 여론이 형성됐 다 . 동시에 ‘금속 덩어리에 불과하다’ , ‘고통을 느끼지 못하니 잘못된 행동 아니다’ 라는 반대 여론도 뜨거 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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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황 ‌ ‘확장된 마음’은 인간의 몸과 상호작용하는 환경의 중요성

해져 있지 않기에,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에

을 강조하는 이론이지요? 홍성욱과 장대익이 펴낸 책 <뇌

다양한 SF 영화나 소설들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잃지 말

과학 경계를 넘다>에서는 휴대전화를 예로 들며 “더 이상

라고 충고하는 듯 합니다. 오늘 함께 읽을 책 <묵자·양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인지적 부담은 두뇌가 아니라 이것

주, 로봇이 되다> 역시 대비되는 로봇 캐릭터 ‘블랙’과 ‘레

이 지고 있다”며 “이는 도구가 아닌 인간의 일부가 됐다”

드’를 통해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고 ‌ 그 다음에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누구 정신의 연장

이냐’입니다. 이는 책임 소재를 밝힐 때 필요하죠. 하지만

로봇 블랙과 레드의 사이에서

로봇은 한 사람의 연장물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로봇 블랙과 레드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대표적

여러 정신들이 얽혀있기 때문이지요. 크게 기획자, 설계

인 사상가 묵자와 양주의 사상을 승계한 로봇이다. 묵자는 사랑과

자, 제작자, 관리자, 사용자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

평화를 외치는 이타주의(利他主義)의 대표주자이고, 양주는 삶의 자

다.

유와 행복을 주장하는 이기주의(利己主義) 또는 위아설(爲我說)을

황 ‌ 올해 개봉한 로봇 영화만 봐도 그러합니다. 영화 <채피>

대표한다. 위아설은 ‘그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의 경우에는 경찰 로봇으로 만들어 졌지만, 예상 밖의 경 로로 범죄를 학습하며 위험한 로봇이 되죠. 영화 <엑스마 키나>에서는 비정상적인 위해가 없도록 설계·관리되지

황 ‌ 개인적으로는 레드를 만든 로봇공학자 김씨가 이해됩니

않은 탓에, 결국 로봇이 창조자를 살인하죠. 로봇이 저지

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모델은 양주 같은 사람”이라

른 짓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며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보다, 자신의 행 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많을 때 오히려 사회가

고 ‌ 로봇은 아직 다 만들어지지 않은 기술입니다. 결과가 정

바람직한 방향으로 간다.”고 하지요.

오늘의 인문산책 “어떤 로봇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가” 중국 춘추전국시대 대표적인 사상가 묵자와 양주가 인공지능 로봇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도로 발달 한 과학기술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한 미래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타주 의가 필요할까? 개인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개인주의가 필요할까? 과연 미래 사회 에 필요한 사상은 무엇인가. 덧붙여 로봇 기획자와 공학자들은 ‘어떤 로봇’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골드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 한뜻(1996) 아이,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 김옥수 옮김 | 우리교육(2008) 제목 | 묵자·양주, 로봇이 되다 철학으로 과학하라 김시천, 최종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2008) 지음 | 김경윤 히치하이커의 철학여행 이진경 지음 | 뮤너니스트(2013) 옮김 | 탐 로봇윤리란 무엇인가? 변순용, 송선영 지음 | 어문학사(2015)

48 월간로봇


인문산책

고 ‌ 블랙을 만든 로봇공학자 강씨의 설명에 공감합니다. “전

국시대 묵자는 ‘서로 사랑하고 서로 나누라’는 정신에 입

줄 알아야 한다’는 자기애(自己愛)적 사고를 허하는 것입 니다.

각해 활동했다. 전쟁에도 반대하는 평화주의자로, 약한 자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나는 미래의 로봇이 바로 그러한 묵자의 정신을 이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 ‌ 예전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타심의 전제조건

에는 이기심이 있다.’ 하지만 로봇은 반대인가 봅니다. 그 러고 보니, 책은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3법칙에 의문을 던

황 ‌ 이 책은 상반된 사상을 지닌 로봇을 통해 로봇공학자는

지지 않습니까? “이는 지극히 인간중심적이지 않은가?

‘어떤 로봇을 만들어야 하느냐’ 잣대를 세우려는 듯 합니

로봇은 인간의 테두리 안에서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다. 만약에 교수님에게 로봇공학자가 와서 “블랙과 레드

움직여야 하는가?”

중에 어떤 로봇을 만들어야 할까요?”라고 물어온다면 어 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와 같은 질문인가요?(웃음)

고 ‌ 저는 지각, 계산 그리고 계산 결과에 따른 운동 출력의 기

능을 장착한 지능형 로봇을 ‘외화된 정신’ (externalized mind)이라는 존재론적 범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고 ‌ 둘 다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고 봅니다. 그럼에도 로봇 그 자체를 우주에 새로이 탄생

3법칙처럼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어떨까요? ‘로봇은 인간

한 고유한 의미의 도덕 주체로 인정해야 할지는 여전히

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 ,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 않는다’라는 원칙 다음으로 ‘로봇은 스스로를 보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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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황 ‌ 질문을 변경하겠습니다. 로봇이란 글자를 지우고, 다시

바라봤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로 수많은 문제를

로봇윤리 기본원칙에 필요한 것

해결한 미래 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자신을 희

고인석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구실 서가(書架)에서 자료들을

생하는 이타주의가 필요할까요? 개인의 행복을 소중히

꺼냈다. 로봇윤리와 관련된 각종 논문 및 발표집들이다. 마지막으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개인주의가 필요할까요?

그가 노란 책자 한 권을 건넸다. 그가 작년에 발표한 논문이다. <로 봇윤리의 기본원칙: 로봇 존재론으로부터>이다.

고 ‌ 철학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이타와 이기에는 공통된 글자

가 있습니다. 바로 이(利)입니다. 이득을 뜻하는 것이죠. 즉, 계산을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이기적인 사람에게 “계

황 ‌ 오늘날의 로봇윤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이 문제의 답을

산적이다”라고 표현을 하지요? 그러나 “나보단 남을 위해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속이 시원한 답

야지!”라고 말하는 것 역시 어떤 것이 더 이득이 되는지

을 얻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로봇윤리에 대해 알려고 할

계산을 한 것 아닌가요?

수록 두루뭉실한 느낌을 받는 이유가 혹시 이 때문일까 요?

황 ‌ 묵자의 <비공> 상편 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지금 작은

불의를 저지르면 이를 비난하다가, 남의 나라를 공격하

고 ‌ 문제를 알면, 답을 찾을 수 있지요. 철학이 묻는 전형적인

는 큰 불의를 두고 비난할 줄 모르고, 오히려 칭송하면서

물음이 “What is X?”입니다. 마찬가지의 형식을 빌려 다

의(義)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어찌 ‘의’와 ‘불의’를 분별할

시 묻겠습니다. “로봇이란 무엇인가요?”흥미롭게도, 로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봇윤리와 로봇에 대해 토론하다 보면 그 본질적 물음에 되돌아 오곤 합니다.

고 ‌ 도덕적인 문제에 답을 하는 방식 가운데는 ‘계산하지 않는

법’도 있습니다. 철학자 칸트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

황 ‌ ‘로봇을 다루는 일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윤리 원칙을 확인

는 죽었다 깨어나도 옳은 것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그

하는 일은 로봇의 존재 특성을 바라 보는 데서 시작된다.’

른 일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예를 들어, ‘생명은 소중하다’

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2007년 초, 우리나라에서

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옳은 명제이겠습니다.

지식경제부(당시 명칭)의 주도로 <로봇윤리헌장제정> 작 업 당시에 이중원 서울시립대 교수는 로봇에게 ‘준인격체’

황 ‌ 문득 책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네요. 악당이 파괴되고,

란 개념을 제안하지 않았나요?

한숨을 돌리려는데.. 블랙이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악당을 고쳐주려고 합니다. 그 장면에서는 그가 “도덕적

고 ‌ 이것은 로봇의 도덕적 지위가 긍정 아니면 부정의 문제라

인 로봇”이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단순한 이타주의를

기보다 그 정도와 양상에 관한 세밀한 토론을 필요로 하

넘어서,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는 문제임을 암시하는 합리적 제안이지만, 동시에 문제의 ‘준(quasi-)’이라는 지위의 구체적인 성격에 대한 논의가

고 ‌ 가까운 미래에 어쩌면 우리는 로봇에게 “사람보다 낫군!”

보완되어야 할 미완의 제안이기도 하지요.

이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로봇윤리의 정 립을 위해서는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차원을 넘어

황 ‌ 로봇과 로봇윤리의 기본 원칙에 대해서 이 논문은 “로봇

그것이 진정으로 무엇인지에 관한 규정이 필요합니다. 이

은 생명 없는 사물이고 인간의 도구지만, 그 자체로 지각

는 과거에 “로봇윤리의 정립을 위한 선결 문제로 로봇 존

과 판단과 행위의 능력을 지닌 주체처럼 행동할 수 있다.

재론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던 저의 주장과 맞물리는

로봇을 설계, 제작, 관리하고 사용하는 우리(인간)는 이런

이야기 입니다.

특수한 인공물을 다룸에 있어서 어떤 원칙을 적용해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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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산책

는가?”라고 말합니다. 고 ‌ 국내외를 막론하고 로봇윤리는 이제 막 토론이 시작됐습

니다. 한계가 뚜렷하지요. 다만, 상상 속 세계의 윤리가 아닌 현실 세계의 윤리로서 멀리 내다보며 바라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와 예측 가능한 근미래(近未來)의 과학기술 수준을 논의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로봇공학자는 로봇이 ‘인공물’이라는 사실을 철두철미하게 기억해야 해

황 ‌ 사실 로봇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공상과학 영화 혹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생각합니다. 30년 혹은 50 년, 100년 뒤에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것들이지요. 그러나 로봇 혹은 로봇시스템은 무인자동차나 스마트빌딩, IOT 홈서비스 등의 다양한 형태로 이미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우리의 삶과 접촉하기 시작했습니다. 고 ‌ 인간의 정체성, 인간 정신의 본성, 인간과 인공물의 관계,

연장된 정신(확장된 마음)과 결부된 주체의 범위와 책임 의 한계 등 수많은 철학적 물음들에 대한 실질적 고민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충분히 숙고할 기회마 저 갖지 못한 채 로보틱스의 시대로 빨려 들어가게 될지 도 모르는 일이지요. 황 ‌ 이 논문의 마지막 문장에 시선이 갑니다. ‘로봇윤리의 핵

심은 로봇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을 유지하는 일과 로봇공 학의 발달 및 그 산물의 활용이 지속가능성의 원칙과 충 돌하지 않도록 하는 일에 있다.’ 고 ‌ 저는 로봇공학자가 로봇을 만들 때 그것이 ‘인공물’이라는

사실을 철두철미하게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봇 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인간이 만들어가고 있고, 인간이 만들 것이지요. 혹은 전혀 만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리고 오늘날의 우리는 그것을 결정하는 존재이지요. 만약 터미네이터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그 이유는 인간이 통제력을 상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로보틱스는 중대하고 가치 있는 동시에 위험한 일이란 것을 명심하면 서 우리 손 안에 잘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인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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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로봇의 ‘위로’는 진짜일까? 엄윤설 다시보기 애니 <빅히어로6> 글_엄윤설 키네틱아티스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히어로6>. 필자는 로봇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꼭 이 영화를 권한다. 왜냐하면 로봇이 가야할 길, 온갖 어려운 수식어가 붙어 듣기만 해도 어지러운 그 철학적 사유를 너무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이름 ‘샌프란도쿄’만 봐도 그렇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구글, 애플 등 최고의 기업들이 몰려있는 ‘샌프란시스코’와 로봇의 메카라고도 할 수 있는 나라 ‘도쿄’ . 그 둘을 합친 것만으로도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52 월간로봇


엄윤설의 다시보기

“안녕? 난 베이맥스야. 건강도우미 로봇이지. “ 자그마한 상처에도 항균 스프레이를 뿌려대며 온갖 주의사항 을 말하는 잔소리쟁이 로봇 베이맥스. 주인공인 14살 천재소 년 히로에게 그것은 로봇(혹은 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 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형을 잃고 삶의 의욕마저 사라지려 할 때, 그를 꼬옥 안아준 것은 바로 로봇 베이맥스다. 그 순간 부터, 히로에게 그 존재는 더이상 로봇이 아니다. 형을 대신 할 소중한 친구가 된다. 오늘 다시 보기 할 장면은 바로 이 부

토닥여준다. Input과 Output이 똑같아 보인다. 자 그렇다면

분이다.

과연 로봇은 감정을 느낀다고 할 수 있는가? 사람의 행동은 공감에 의한 거고, 로봇의 행동은 반응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로봇이 인간을 위로 할 수 있을까?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냔 말이다. 감정의 본질로 파고들어갈 수록 사람의 행동도 뇌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봇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강연을 다니다 보면 이 질문 을 꼭 받는다. 어려운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

그러나 인간이 로봇에게 위로 받을 수 있는 이유

는 보통 되묻곤 한다. 그럼 과연 감정이란 무엇이냐고 말이 다. 필자는 감정이란 ‘주변의 모든 정보를 받아들인 후, 여기

필자는 인간의 감정은 진짜 감정이지만, 로봇의 감정(?)은 그

에 자신의 경험을 덧대어 판단한 결과’라고 정의한다.

저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로봇의 반응은 프로그램

예를 들어 당신이 슬퍼하고 있는 친구를 위로하고 있다고 가

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서 쉽게 달라질 수 있지만, 인간의 반

정해보자. 당신은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 순간의 상황,

응(?)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표정의 변화, 목소리의 흔들림과 몸의 떨림 등의 다양한 정보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렇기에 로봇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느냐

를 시각과 청각 등을 통해 받아들인다. 여기에 당신이 슬펐던

없느냐에 대한 논쟁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것처럼

순간의 경험을 더해, 친구의 슬픔의 정도를 가늠한다. 그리고

끝없는 논쟁이 될 것 같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고, 눈물을 흘리며, 위

다만 저 끝없는 논쟁에 가려져서는 안될 정말 중요한 것이 있

로의 말을 건넨다. 즉, 당신의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다.

다. 그것은 로봇이 감정을 느끼건 말건, 인간은 자신의 감정

로봇은 어떠한가? 당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로봇은 당신이 들

을 로봇에게 투영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려주는 이야기 속 단어들의 의미를 해석한다. 여기에 여러 센

영화 속에서 히로는 베이맥스의 푹신하고 포근한 품 안에서

서들을 이용해 당신의 표정 변화, 목소리의 흔들림이나 몸의

형을 잃은 슬픔에 대해 위로받는다. 주인공의 이름이 아무리

떨림, 체온의 변화 등과 같은 정보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히로(영웅)이어도, 영웅도 사람인지라 살면서 위로가 필요한

이에 대한 종합적 반응으로 당신을 안아주거나, 위로의 말을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후로 베이맥스와의 모든 시간은 소중

건넬 수 있다. 로봇이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것이다.

한 추억이 되기 시작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사람이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외부의 여

아무리 ‘로봇은 기계일 뿐’이라며 논리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러 자극들을 신경을 통해 받아들이고, 이를 뇌로 보내 정보를

결국은 내 곁을 지키고 앉아 나의 얘기를 들어주고, 내가 듣고

처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이 너무 순식간에

싶었던(혹은 내게 꼭 필요했던) 위로의 말을 건네오는 로봇.

일어나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로봇 역시 외부의 자

인간은 그 로봇에게 결국은 동요하고, 의지하며, 자신의 감정

극들을 여러 센서(신경)를 통해 받아들이고, 이를 컴퓨터(뇌)

을 투영하게 될 것이다.

로 보내 연산 처리한다. 그리고 사람도 로봇도 처리 과정을 거

왜냐하면 인간의 감정은 로봇과 달라서 프로그램에 의해서 반

쳐 나온 결론대로 행동을 한다.

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로봇과 달리 ‘인간’이기

상대에게 필요한 위로를 주기 위해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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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ure & Ethics

지금 드론이어야 하는 이유 드론에 관한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와 고민 글_나유권 기자(yookwon@roboticus.kr)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드론을 어디에 쓸지 상상해보는 것’이다. 이것은 누가 상상해도 상관없는 일이고, 경력 있는 업계보다는 상상력과 열정이 충만한 개인에게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상상력을 실현하려면 많은 제약이 따른다.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일이라 내가 귀찮고, 다른 사람도 귀찮게 한다. 하지만 창조란 전에 없던 것을 아주 오랫동안 있었 던 것처럼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신이 일주일 만에 세계를 창조했다고 하지만 그전에 700번의 실패가 있었을 지, 7000번의 실패가 있었을지는 창조가 이루어진 후에는 알 수 없는 법이다. - <왜 지금 드론인가> 본문 中

제목 | 왜 지금 드론인가 저자 | 편석준, 최기영, 이정용 출판 | 미래의 창

62 월간로봇


문화책갈피

당신 머리 위로 드론이 떨어진다. 떨어진 새똥은 잠깐 기분 나빠

인기를 끌었다. CES 2014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것은 덤이다.

하고 잘 닦아 내면 그만이지만 드론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드

한 소년이 있었다. 어릴 적 우연히 만화책에서 본 빨간 헬리콥터

론이 집 앞까지 택배를 가져다주고, 드론으로 인한 항공 사고 소

가 자신을 계속 따라오면서 사진을 찍어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식을 뉴스로 접할 때면 당신은 이미 늦은 것이다. 우물쭈물 할

16살이 되던 해 원격조종 헬리콥터를 선물로 받고 좋아하던 그

때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스피드와 시원한 물 한잔. 지

는 커서 헬리콥터와 닮은 드론을 만드는 회사를 차리게 된다. 그

금 드론이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면 정신 차리고 얼른 따라오길

는 바로 드론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세계 1위의 상업용 드론 제

바란다.

조사 DJI의 창업자 프랭크 왕이다. 미국의 3D 로보틱스, 프랑스

사물인터넷이라는 단어를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생활 속

의 패럿도 있으나 전체 매출과 판매량에서 DJI가 단연 앞선다.

사물들에 지능을 부여하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지난 2015년 1월 26일 드론 한 대가 미국 백악관 건물에 부딪힌

환경을 말한다. 3D 프린터와 헬스케어도 관련 산업 중 하나이

뒤 추락하는 사고, 그리고 중국의 배우 장쯔이가 그녀의 남자친

다. 요즘에는 그 중심에 드론이 늠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렇

구로부터 받은 ‘드론 프러포즈’에는 모두 DJI의 드론이 있었다.

게 드론이 뜨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드론을 얘기할 때 DJI를 빼놓고 설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드론의 흥행은 기본적으로 사물인터넷의 흥행 이유와 같다.

모르는 사이 드론 업계는 이만큼이나 성장했고 생각보다 드론은

첫 번째 이유는 센서 가격의 하락과 MEMS(Micro Electro

우리 가까이 있었다.

Mechanical Syst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 기술의 발전이다.

현재 기술의 발전으로 드론이 흥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바로 정보 수집인데 센서에 그 역할이 주

아직 드론을 사용해서 뚜렷한 이익을 발생시키는 비즈니스가

어져 있다. 그만큼 센서는 드론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1인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드론의 목적이 다양

1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금은 비로소 누구나 드론을 조종하거

해질수록 기술력은 현재 시점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국제무인

나 통제할 디바이스와 디스플레이를 늘 곁에 두고 있다. 최근에

기협회(AUVSI:Association for Unmanned Vehicle Systems

야 드론이 전장에서 우리 일상으로 찾아온 셈이다.

International)는 상업용 드론이 활성화되면 드론 산업이

두 번째 이유로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있다. 미니멀리즘

2015~2025년까지 미국에서만 820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이란 단순하고 간결함을 추구하는 컨셉이다. 드론의 기능을 줄

1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고 활용 목적을 세분화해 가격을 낮췄다. 기능이 줄었다는 것

누구나 힘껏 드론을 하늘로 날릴 수 있고, 누구나 마음껏 하늘을

은 항공법 규제로부터 그만큼 자유롭다는 뜻과 같다. 개인 차원

상상할 수 있는 시대. 저자는 말한다. “미래의 비즈니스는 단지

에서 모든 규제에 대응하기 힘든데 진입 문턱도 낮아진 것이다.

기다린다고 해서 결코 오지 않는다. 현재 고민의 총량만큼 미래

자연스럽게 개인의 구매도 더 쉬워졌다. 프랑스의 드론 업체인

의 비즈니스는 더 빠른 속도로 현실화될 것이다. 이것이 막연한

‘패럿(Parrot)’이 지난해 출시한 ‘롤링 스파이더’는 100달러대의

전망보다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이유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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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 DIY

“오늘은 어떤 로봇을 만들까?” 지난 달 태남매 로봇하우스에선 첫번째 로봇이 탄생했다. 태호의 고민에서 출발한 ‘사탕지킴이’ 악어 로봇이다. 선물 받은 사탕을 동생 태연의 손에서 지키고 싶었던 태호는 누군가 다가오면 커다란 입을 닫아 물어버리는 악어 로봇의 특성을 이용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블록 장난감으로부터 시작해서 프로그래밍을 통해 직접 원하는 형태로 움직임을 만들다보니, 어린 아이들도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끼던 로봇 만들기에 관심이 훨씬 더 깊어지는 듯 하다. 오늘 공개할 두 번째 로봇은 동생 태연이와 아빠의 합작품이다. 여름방학은 다 끝났는데, 여전히 아침잠이 많은 태호를 위해 준비했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

“일어나라!” 북 치는 원숭이 ‘태남매’ 태호·태연의 로봇하우스 ② 글_김호남 그림책시리즈 <로봇박사테오> 작가 협찬_퓨너스 ’레고 위두’ 공식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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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남매의 로봇하우스 ②

북 치는 원숭이, “오빠를 깨워라!” 한 달여의 (부모에게는 너무 길고, 아이들에게는 짧게 느껴졌을) 여름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은 다시 아침마다 등교길을 서두른다. 오래간만에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시킬 때까지 신나게 뛰어놀다 보니 바쁜 아침 태호를 깨우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다행히도 딸은 엄마를 닮아 아침형 인간인지 일찍 일어나 오빠 깨우기에 동참하는데, 한참을 깨우다가 대뜸 얘기한다. “나는 놀고 싶고, 엄마 아빠는 바쁜데, 우리 로봇한테 오빠를 깨우라고 하면 안 될까?” 들어보니 그럴 듯한 생각이다. 로봇이 깨워주면 태호도 잘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마침 ‘북 치는 원숭이’가 눈에 들어온다. 북을 좀 시끄럽게만 만들어주면 태호를 깨우는 임무를 훌륭히 완수할 수 있을 것 같다.

1단계

긴팔 원숭이 로봇 만들기 뚝딱뚝딱 원숭이 로봇을 만든다. 먼저 원 숭이 로봇 작동을 위한 모터를 배치하고, 톱니바퀴에 연결된 전동축에 원숭이의 긴 팔을 연결하면 북 치는 동작을 위한 조립 은 끝이 난다. 일곱살 태연이도 차근차근 어렵지 않게 원숭이 로봇을 만들었다. 여기서 잠깐! 아빠와 엄마를 위한 교육 팁 이 있다. 원숭이의 양팔이 위 아래로 번갈

긴팔 원숭이 로봇을 만드는 초기 사진 . 컴퓨터 화면의 매뉴얼대로 일곱살 태연이가 뚝딱뚝딱 만들어 간다 . 초반부터 원숭이의 팔을 위아래로 움직여 북을 치도록 하기 위한 모터가 위치한다 .

아가며 움직이는 원리를 이용해 기계공학 에서의 캠(Cam)이라는 기계요소를 아이 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할 수 있다. 원숭이 의 어깨에 들어간 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캠은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또는 그 반 대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아이와 함께 '왜 이렇게 움직이는지?', '움직임을 위한 장치의 구성은 어떠한지'를 살펴보자. 북치는 원숭이의 긴 팔이 완성되었다 . 모터가 구동하여 가운데 표시된 부품이 돌아 가면 부품의 높낮이 차에 따라 원숭이의 긴 팔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한다 .

레고 위두(Lego We Do)란? 일곱살 이상의 어린 아이들이 동작모델 디자인 및 조립,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활용을 배울 수 있도록 레고 에듀케이션 에서 개발한 학습 교재. 로봇 공학을 배우기엔 아직 이른 어린이들에게 스스로 조립할 수 있도록 흥미를 유발하고 쉽게 프 로그래밍을 접함으로써 기본적인 기계 동작 및 로직 설계에 대한 자연스러운 학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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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 DIY

2단계

프로그래밍과 함께 북 치기 원숭이를 완성한 후 컴퓨터 상의 매뉴얼을 다음 페 이지로 넘기면 곧바로 원숭이를 동작시키기 위한 프 로그래밍 화면이 나타난다. 원숭이가 북을 치도록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단순히 원숭이의 양 팔이 위-아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방향 모터 가동 아이콘 하나만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다. 기본 프로그램에 아이콘을 추가하여 좀 더 다양한 동작을 연출할 수 있다. 모래시계 아이콘을 통해 북 을 치는 양 팔의 템포를 빠르게 또는 느리게 조절한

북치는 원숭이 로봇이 완성되었다 . 북은 제공되지 않는다 . 원숭이 의 긴 팔이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위치를 잘 보고 알맞은 북 소재 를 구해 잘 배치시켜 줘야 한다 .

다던가, 음표 아이콘을 통해 북을 치면서 컴퓨터를 통해 소리가 나도록 조합하여 원숭이의 작은 연주회 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음표 아이콘의 아래 번호는 각 번호별로 독특한 소리가 나도록 구성되어 있어 북 소리와 함께 여러가지 효과음을 낼 수 있다.

북 치는 원숭이를 위해 기본으로 정의되어 있는 프로그램 . 한방향 으로 모터만 구동시키는 매우 단순한 프로그램이다 .

프로그래밍이라면 아직 그 단어조차 생소한 태연이 지만 숫자를 바꿔가며 이런 저런 소리를 만들면서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연신 깔깔대면서 웃는다. 아 무래도 곤히 자고 있는 오빠의 귓가에서 요상한 소 리를 내며 북을 치는 원숭이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

기본 프로그램에서 모래시계나 음표 아이콘 등을 첨가하여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다 .

로 나오나 보다.

3단계

실전응용! 박력있게 북을 울려라!

오빠를 벌떡 일어나게 하기 위해 원숭이 로봇에 이것 저것 손을 대 보기로 한다.

원숭이 로봇의 북은 따로 구해줘야만 한다. 일단 태연이 손에 잡힌 것은 아이들이 마시는 플

어떤 북을 칠까?

라스틱 물컵! 탁 탁 소리를 내며 원숭이가 뒤집어진 물컵을 북 삼아 쳐 보긴 하지만 이런 소 리로 태호를 깨우기엔 역부족이다. “태연아, 이 걸로 한번 쳐 보게 하자”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급식을 먹을 때 썼던 스테인레스 식판을 원숭이 팔 밑에 깔아줬다. 깡 깡 경쾌한 소리를 내며 원숭이가 북을 친다. 원숭이 팔 끝에 숟가락, 포크 등을 달아주니 그 소리는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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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남매의 로봇하우스 ②

원숭이 팔의 동력축 부품을 약간 손 봐서 양 쪽 팔이 서로 엇박자가 나도록 했다. 앞 서 손 봤

두 팔의 움직임을 다르게!

던 프로그램을 구동시키니 엇박자로 스테인레스 북을 치며 컴퓨터에서는 효과음까지 난다.

자, 드디어 완성! “내일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기만 해 봐라!” 만반의 준비를 마친 태연이가 원숭이 로봇을 출동 대기시켜 놓고 손을 털며 일어난다. 동력축의 팔을 들어올리는 부품의 형태를 바꿔주면 양 팔이 서로 다른 박자로 북을 치도록 할 수 있다 .

아침 일곱시 반.

“태호야 일어나라-" 아빠 엄마의 외침에 아들은 꿈쩍도 않는다. 이제 태연이의 원숭이 로봇이 출동할 때가 되었다. 태연이는 오빠의 머리 맡에 원숭이와 스테인레스 북을 위치시키고는 (컴퓨터의 볼륨도 최대로 높이고) 로봇을 구동시킨다.

Epilogue

원숭이의 스테인레스 북 연주가 시작되자 “벌떡!” 안 일어날 수가 없지!

깡 깡 삑삑 깡- 깡 깡 삑삑 깡귀를 찌르는 소리에 잠에서 깬 태호의 눈 앞에는 요상하게 생긴 원숭이가 말도 안 되는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벌떡- 일어나 이 원숭이를 말릴 방도를 찾느라 분주한 태호. 아침 기상 미션은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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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o Cafe

Editor's Note

로봇으로 대동단결 글_정진영 편집장(chief.editor@roboticus.kr)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대개 기대감과 두려움이 함께 온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늘 존재했다.

적어도 9월은 로봇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충만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약속이라도 한 듯 곳곳에서 로봇이 가져올 밝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넘쳐났다. 특히 IT와 소프트웨어, 인문, 철학, 예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 가들이 로봇과 우리의 미래를 언급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로보틱스, 모빌리티, 스마트홈 등 생활 하드웨어 분야에 5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로보틱스에만 400억원이다. SK텔레콤의 개발자 포럼 주제도 ‘로보 틱스와 인공지능’ 이었다.

요리 로봇을 개발한 마크 올리니크 대표는 <차세대융합 신기술 인사이트 콘퍼런스>에서 “로봇은 인간의 삶을 윤 택하게 해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스마트클라우드쇼>에는 오준호 KAIST 교수, 데니스 홍 UCLA 교수, 다니엘 라 러스 MIT 교수 등 로봇계 대표 인물이 총출동했다.

<동아시아-태평양 과학철학자 대회>에서는 ‘준-인격체로서 로봇의 가능성’이 대두됐고, <인문과 기술의 만남> 포럼은 ‘로봇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했다. 로보틱 아트 대가 스텔락과 루이-필립 데메르는 ‘휴머니즘을 넘어서’ 와 ‘다빈치크리에이티브’ 행사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로봇공학자-키네틱아티스트 커플인 한재권 박사와 엄윤설 작가도 함께 서울예대 강연장에 섰다.

이쯤 되면, 마치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 ‘로봇으로 대동단결’ 하는 모양새다. 매우 바람직하다. 원래 로봇은 기술 만으로 완성할 수 없다. 다양한 시각과 철학은 물론 예술성과 사회적 합의까지 골고루 담길 때 우리가 기대하는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관건은 이러한 로봇과 다른 영역의 융합 분위기가 강연장이나 책상 앞에서 끝나지 않고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 지도록 하는 것이다. 공학자, 철학자,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진짜 선수들이 일상적으로 로봇을 주제로 얘기하 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분위기가 지속돼야 한다. 로봇은 이미 우리의 미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 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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