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No.11 / FALL 2013 ISSN 2287-5980
SOMETHING COOL
Editor’s Letter 모니터의 시계는 새벽 네 시 반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오래된 소니 라디오는 새벽 특유의 정적을 감싸는 이름 모를 오페라 한 구절을 들려줍니다. 예열豫熱 의 느낌으로 다른 잡지들의 기사를 들춰 보다가, ‘문득’이라고 해야 좋을 시점에 스펙트럼 열한 번째 호 편집자의 글을 씁니다. 잡지들, 아니 무언가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브랜드를 둘러싼 세계가 트렌드를 보여주는 방식은 해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누구도 결코 손가락으로 삿대질하며 반드시 이 물건을 사라고 재촉하지 않습니다. 세련된 포장과 설득력 있는 말투는 종종 탄탄한 기본기를 지닌 발레리노의 발끝을 보는 듯하지요. 새로이 드러나는 것들이 속속 변하고 또 사그라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선택한 것들을 취합하여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생각한 취향들도, 엄밀히 따지면 이미 누군가 시도한 길 위에 깔린 양탄자를 밟고 편히 지나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스펙트럼의 주제는 ‘썸딩 쿨Something Cool ’입니다. 외국 친구들이 대화할 때 관용어처럼 사용하는 표현이면서, 미국 재즈가수 준 크리스티June Christy가 1954년에 발표한 동명의 앨범 제목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번 스펙트럼을 만들면서, 자못 입에 달라붙지 않고 생소할 수 있는 이 단어를 ‘무언가 (숨겨진) 멋진 것을 발견하는 행위이자 움직임 그 자체’로 해석했습니다. 스트리트 패션을 다루는 잡지 편집장을 맡은 친구와 함께하는 어느 프로젝트 미팅으로 어제 오후 만났습니다. 우리는 어느 서적 판매대 앞에 옹기종기 모인 책들을 보며 수년 전보다 다양해진 콘텐츠의 양적 성장에 감탄했습니다. 어떠한 것들은 ‘옹기종기’라는 표현이 썩 어울릴 만큼 비슷비슷해 보이는 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역설적으로 아직 드러나지 않았거나,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멋진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객체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발견하고 손에 쥘 때, 스펙트럼을 만드는 면에서나 그저 시대를 사는 한 명의 남자로서 종종 희열을 느끼고는 합니다. 생물학적인 나이를 떠나서, 젊고 에너지 있는 흐름과 움직임의 목격이라고나 할까요. 그들은 아직 작지만, 무척 소중한 과정일 것입니다. 잠시 나간 작업실 바깥은 벌써 가을 정취를 담은 산들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새로운 무언가에 관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시선’이 이번 호의 주제입니다. 함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Editor 홍 석 우 4
SPECTRUM
Contents ISSUE No.11 / FALL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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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anks to KOMONO for this issue's cover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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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ARTICLES FASHION - 홍석우 DESIGN - 오준식 ART - 김지영 BOOK - 이로 STREET - 성창원 MUSIC - JNS TECH - THINK, TALK, WRITE. TRAVEL - 류진
RECOMMENDATION FOR FALL 2013
08 ARCHIVE KOMONO
16 PEOPLE TOKIMONSTA JAMES LIM
134 GALLERY BASTIEN VIVÈS vs OKEH KEUNNAM
154 PRODUCT
70 PICTORIAL _ANYWHERE CAMPAIGN
186
SHARES
117
188
화가 양철민, 뉴 미디어 아티스트 빅터 장, 포토그래퍼 리사쿠 스즈키, 버발과 윤의 앰부시 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에스더 킴
SPACE
INCASE STORE
STORE NEWS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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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1zmsto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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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facebook.com/Polerstuffkorea
instagram.com/Polerstuffkorea
blog.naver.com/polerstuff
미국 미 국 포틀 틀랜드에 랜드에 랜 기반 기반을 반을 둔 POLeR POLeR e STU ST STUFF는 T FF는 스케이트 케 보드를 즐 보드를 즐기던 기 사람이 람 하이킹을 을 즐기거 기거 거나 서 서핑, 핑, 스 스노우 노우 보드를 보드를 즐기던 즐기던 사람이 사람이 캠핑을 캠핑을 을 함께 께 즐기는 확률이 이 높아 아진 진 현재 아웃도어와 아웃 웃도어와 와 액션 션 스포 포츠 시장의 이러한 이러한 큰변 변화들 들에 에 맞추어 설립되었습 립되 립 되었습니다 니다. 니 다 POLe OLe LeR eR STUFF는 ST TUFF는 F는 는 문 밖의 탐험과 탐험과 새로운 것을 을즐 즐기는 기는 이들에게 이들에게 에게 게 가치를 를 제공하 하고 청바 청 지와 티셔츠, 티셔츠, 셔 스니커즈 스 커즈 커 즈를 즐 즐겨 신는 신는 세계 세계 각지 모험 험가들을 들을 을 지지합니 지 지지 다. 다. POLe OLeR R STUFF는 STUFF는 F 새로운 새로 로 라이프 프 스타 스타일 스 타일을 즐기는 이들 들에게 에게 새롭고 새롭 롭 멋진 경험을 경험을 을 선사하기 기위 위한 브랜드입니 드입니 니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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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Wizard Print Series Bora B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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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MONO는 2009년 두 명의 벨기에 디자이너 Raf Maes와 Anton Janssens 가 설립한 벨기에 액세서리 브랜드 입니다. 일본어로 ‘작은 것들’을 뜻하는 코모노는, 복고와 현대적 요소를 결합한 코모노 스타일의 액세서리를 통해 지적이지만 너무 어렵지 않게, 간단/명확하고 일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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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Wizard Print Series Stripy Jeans / Black Panamerica Burgertime / Rose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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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gnus Print Series Acid Denim / Paravent / Woodland Camo 2. Magnus Silver Burgandy / Black Cognac / Balck Bal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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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ower Grid Black Gold / Green Army / Pitch Black / After Eight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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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Black Rubber Series Raf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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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lack Rubber Series
3. Benicio
2. Dreyfuss
4. Cl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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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1zm.com/monsterchild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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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키몬스타
TOKI MONSTA interview & text 성창원 Sung Changwon &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고윤성 Go Yunsung © all works courtesy of TOKiMONSTA
2013 안산밸리록페스티벌에서 토키몬스타TOKiMONSTA 의 첫 한국 공연이 있었다. 영락없는 한국인의 모습이지만, 실은 미국 로스엔젤레스Los Angeles, 이하 LA
에서 태어난 교포로 원래 이름은 제니퍼 리Jennifer Lee이다. 피아노를
배우다 레코딩에 관심을 두게 된 그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플루티룹스 Fruityloops 로 직접 노래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이후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본명은 스티븐 엘리슨(Steven Ellison)로 브레인피더(Brainfeeder)의 실질적 리더. - 편집자 주
를 만나게
되어 그의 크루이자 레이블인 브레인피더와 여성 최초로 계약하게 된다. 이는 전자음악 신scene 에서 상당히 큰 화제였다. 2010년 일본 레이블인 아트 유니언Art Union 에서 첫 앨범을 발매한 후, 브레인피더에서 EPExtended Play; 앨범과 싱글의 중간 정도 규모와 길이를 가진 음반
앨범을 발매했다. 이후 울트라 뮤직Ultra
Music 과 계약하며 2013년 4월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한다. 비디오와 사진으로
이미 접했지만, 너무나도 친근한 얼굴에 긴장감마저 사라졌다. 공연에 가지 못해 아쉽다는 인사를 건네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18
SPECTRUM
WEIRDER IS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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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PECTRUM: 공연에 가지 못해 너무 아쉽다. TOKiMONSTA이하 TOKi: 이런, 괜찮다.
한국말을 얼마나 할 줄 아나?
TOKi: 조금 할 줄 안다. 한국말로 질문해도 된다. 알아들을 수는 있는데, 대답은 어렵다. 영어로는 답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첫 공연인데, 감회가 크겠다.
TOKi: 서울에서 공연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매우 좋았고 기다려
말만으로도 조금 편안해졌다.
TOKi: (웃음)
왔던 경험이다. 또한, 안산과 케이크샵 Cakeshop, 압구정 라운지 바 등 크고 작은
음악을 처음 시작한 때로 돌아가 보자.
다양한 곳에서 공연할 수 있어 좋았다.
처음에는 피아노를 배운 것으로 알고 있다. 방향의 전환점이 궁금하다. 자연스럽게
‘TOKiMONSTA’의 ‘TOKi’가 우리말
관심이 옮겨간 것인가? 아니면 부모님이
토끼인 것으로 안다. 왜 토키몬스타인가?
시켜서 울며 겨자 먹기로 했기 때문에
TOKi: 어렸을 때 ‘산토끼 토끼야~’로 시작하던 동요를 자주 불렀다. 유일하게
처음부터 하고 싶은 것이 달랐나?
한국어로 할 줄 아는 노래였다. 또
TOKi: 맞다. 엄마가 시켰다. 넌 해야 한다고. 피아노, 바이올린…. 뭐 그런
어릴 때 볼이 정말 커서 사람들이 토끼
것들 있지 않나. 아무튼, 연습도 잘 하지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이가 들어
않았고, 성실하게 배우지 않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쯤 온라인상의 별명chat name
음악을 좋아하게 되는 데에 피아노가 큰
으로 토키몬스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역할을 했다. 어릴 적 피아노를 칠 때에는
아름답지만 추하고, 조용하지만 시끄럽고,
좋아하는 부분만 연주하고는 했다. 그
평화롭지만 지저분하고…. 음양처럼
부분만 좋아하는데 왜 굳이 좋아하지 않는
상반되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런 것들이
부분도 연주해야 하나 하는 심정이었다.
함께하는 이름이라 좋았다.
나는 이걸 고전적인 샘플링classical sampling 이라 불렀다. 가족들은 곡을 완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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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에서 시작한 건가?
못한다고 불만이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TOKi: 처음에는 단순히 별명에서 시작한 것이 맞다. 음악을 만들게 되면서,
하지 못한 게 아니라 하기 싫었던 거다. 그
프로듀서로서 자신을 어떻게 드러낼지
년쯤 뒤 힙합을 접했다. 처음 힙합을 들었을
고민하다가 조금은 쉽게 결정했다. 음악에
때 뭐랄까, 굉장했다. 새로웠고, 리듬도
점점 깊게 빠져드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름이
독특했다. 피아노로 할 수 있는 음악에 비해
더 중요해졌고, 더 많은 의미를 지니게 됐다.
무척 도시적이었다. 그 뒤에 에이펙스 트윈
어릴 때 쉽게 정했지만, 지금은 이 이름이
Aphex Twin; IDM(intelligent dance music) 장르의
굉장히 좋다는 걸 깨닫고 있다. 내 음악과 나
유명한 뮤지션으로 본명은 리처드 데이비드 제임스(Richard
자신을 잘 묘사해준다.
David James). - 편집자 주이나 오테커Autechre;
SPECTRUM
뒤로도 원하는 방식으로만 연주하다가 일
Half Shadows (2013) by TOKiMONSTA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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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night Menu (2010) by TOKiMONSTA
“Minor Damage” Analogue Monsta ‘Boom’ 10” 2LP (2012) by Analogue Monsta(Suzi Analogue x TOKiMONSTA) 22
SPECTRUM
1990년대 활발히 활동했던 2인조 IDM 그룹. - 편집자 주
영향을 받았다.
같은 음악도 듣게 됐다. 전자음악도 많이 들었다. 드럼앤베이스drum & bass, 테크노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Red Bull Music Academy;
techno, 시카고 하우스Chicago house ….
세계를 돌면서 개최되는 음악 워크숍으로 스포츠 에너지 음료 브랜드
’에 있었던 것으로
그러다 대학에 다니던 어느 날 ‘한 번 음악을
‘레드불’이 후원한다. - 편집자 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고,
안다. 그곳에서는 무얼 했나?
그렇게 시작했다.
TOKi: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는 여름캠프 같다.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음악을 만들고,
당신의 음악은 매우 많은 것을 담고 있지만,
스튜디오에서 원하는 작업을 대부분 할 수
뿌리는 힙합인 것 같다. 어떤 노래들에
있다. 만약 원하는 악기가 있으면 찾아서
영향받았나.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무그
TOKi: 프로듀서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우탱클랜Wu-Tang Clan 을 좋아했다.
moog; 전자회로를 이용한 건반악기라거나 다른 신기한
그리고 르자RZA; 우탱클랜의 프로듀서로 영화 <킬빌(Kill
준다. 그걸로 또 새로운 소리를 만든다.
Bill)>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 편집자 주 를 좋아하게
또한, 믹싱과 마스터링에 관한 전반적인
됐고. 내 초기 음악들은 르자의 영향을
과정도 알려줬다. 사람들과도 많이
많이 받았다. 또 DJ 크러시DJ Krush, DJ
얘기했다. 음악을 만드는 방법이라든지,
섀도DJ Shadow, DJ 캠DJ Cam, 제이딜라
음악계의 전반적인 이야기라든지…. 플라잉
J Dilla 같은 90년대 힙합이 있다. 그 뒤로는
로터스 같은 사람들과도 이야기하고.
악기들을 요청하면 어디선가 구해서 갖다
전자음악들에 영향받기 시작했다. 느낌이나 리듬은 힙합에서, 소리는 전자음악에서
그럼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에서 플라잉
취하게 됐다.
로터스를 처음 만났나?
그 밖에도 영향받은 것이 있나? LA 특유의
TOKi: 그건 아니었다. 그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브레인피더의 다른 사람들도 이
문화라든지 분위기, 가령 바다라든가?
나라 저 나라의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에서
TOKi: 아마 LA에 살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음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만나 크루에 합류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LA에 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음악을
플라잉 로터스로 유명한 브레인피더 크루에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브레인피더,
들어간 것은 LA뿐만 아니라 전자음악
프로젝트 블로우드Project Blowed; LA를 기반에
신에서 세계적인 화제였다. 어떻게 그들과
, 로우엔드띠어리Low End
둔 오픈 마이크 힙합 워크숍
함께하게 됐나?
Theory; LA 지역에서 매주 개최하는 실험적인 힙합과 전자음악
TOKi: 정말 그랬나? 플라잉 로터스는 앞서 말한 프로젝트 블로우드라는 오픈마이크
, 프리스타일 펠로십Freestyle Fellowship; 90
행사
년대 초반 LA와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랩 그룹
등 다양한
음악적인 움직임이 활발한 환경에 많은
힙합 워크숍에서 만나 친구가 됐다. 꽤 오래전 일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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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그가 브레인피더에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뒤 컴퓨터로 넣는 식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제안했고, 그러겠다고 했다. 모두 채팅으로
새로운 소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이루어진 일이었다. (웃음) 토키몬스타의 노래에는 층layer 혹은 질감 크루의 일원이 되기 전과 후의 변화가 있나?
texture 이 느껴진다.
TOKi: 브레인피더가 무얼 하든지 들어주는 열성 팬이 있다.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도
TOKi: 맞다. 그런 게 내가 말한 따뜻함이다. 소리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이다. 내가
많아졌다. 가족이라는 느낌으로, 아늑하고
느끼기에 좋은 음악은, 말하자면 기름진
안정된 기분이다. 많은 도움이 된다.
고기를 먹을 때 김치가 필요하듯, 부드러운 소리와 센소리가 맞물려 조화를 이루는
곡을 만드는 방식도 궁금하다.
것이다.
TOKi: 에이블톤 라이브 Ableton Live; 음악 프로그램 제작 회사 에이블톤이 만든 작곡 및 공연 프로그램 를 쓴다. 신시사이저나 무그, 마이크로 코르그 microKorg; 일본의 전자건반악기 회사 코르그에서 발매하는 작은
, 롤랜드Roland SP-808 샘플러; 외부 음원을
전자건반악기
, 로즈 피아노Rhodes
집어넣어 임의로 재생할 수 있는 장치
Piano; 1970~80년대 인기 있던 독특한 음색의 전자피아노
등,
공연할 때는 어떤 장비들을 사용하나?
TOKi: 기본적으로 에이블톤 라이브를 쓴다. 음악을 만들 때도 사용하지만, 공연을 위해서도 좋은 도구다. 내게 에이블톤 라이브는 실시간으로 작곡하게 도와주는 도구다. 작곡이라기보다는 지휘랄까?
모든 소리를 녹음한 후 에이블톤에 넣어
에이블톤 안에서 만든 베이스와 드럼과
작업한다. 또한, 녹음기로 종이가 구겨지는
멜로디가 있다면, 그것들을 실시간으로
소리를 직접 녹음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섞는다. 가끔 다른 악기를 더 사용하기도 하지만, 거의 에이블톤으로 공연한다.
소리의 조각이랄까, 하나하나의 소리가
기존 곡의 소스들을 실시간으로 지휘하는
신선하다. 어떻게 ‘새로운 소리’를 찾나?
개념이어서, 앨범과는 다른 재밌는
TOKi: 고맙다. 모든 소리를 컴퓨터로만 만들면, 아무래도 소리의 층이 조금
음악들이 나온다.
얇다는 생각이 든다. 힙합이 많은 소리를
지금까지 어느 나라들을 다녀왔나?
레코드판에서 얻는 것처럼, 컴퓨터 안에서 소리를 조율하지 않고 실제로 채취할 때
TOKi: 정말 많다. 미국 각 지역부터 캐나다, 멕시코, 영국, 스페인, 그리스, 벨기에,
조금 더 따뜻한 소리가 나온다. 그 소리를
아일랜드, 스위스, 네덜란드, 이스라엘,
배열하는 작업은 아무래도 컴퓨터가 편하니
러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호주….
그렇게 작업하고. 예를 들어 실제 소리를 녹음하면 샘플러인 롤랜드 SP-404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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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 알겠다. 정말 많은 나라를 다니고,
넣고, 그것을 다시 컴퓨터에 넣는다. 혹은
결국 한국에 온 건가.
신시사이저의 소리를 SP-404로 녹음한
TOKi: 그렇다. (웃음)
SPECTRUM
그중 기억에 남는 공연은?
단체의 구성원이 나 하나뿐이라는 건데….
TOKi: LA에서의 공연이 언제나 기억에 남는다. 정말 좋아하는 곳인데, 정작 많이
(웃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냥
하지 못했다. 그래서 LA에서 공연하려고
나타내고 싶었다. 굳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항상 노력한다. 공연할 때면 언제나
물론, 김치만 먹으면 ‘Intergalatic 김치
관객들이 가족을 맞듯 대해주는 기분이
Squad’의 일원이 될 수 있다.
한국인의 정체성이라든가, 그런 걸 재미있게
든다. 그래서 정말 작은 곳에서 공연해도 기분이 좋다.
나도 가입할 수 있나? 지원서를 써야 하나?
처음 LA 밖에서 공연했을 때의 기분은
TOKi: 아니다. 김치만 먹을 줄 알면 된다. (웃음)
어땠나?
TOKi: 굉장히 긴장했다. 공연을 제대로 못 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고. 하지만
첫 앨범 <미드나이트 메뉴Midnight Menu, 2010>에 ‘사모정SA MO JUNG’이라는 곡이
관객들을 보고 나서 기분이 나아졌다. 언제
있다. 무슨 뜻인가?
긴장했는지도 모르게.
TOKi: 강원도 강릉에 있는 정자(亭子) 이름이다. 삼촌이 5년쯤 전에 지은 곳이다.
어디였는지 기억하나?
나이가 많은 삼촌이 어머니를 그리며 정자를
TOKi: 아마도 뉴욕?
지은 것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
당신의 트위터에서 ‘나는 한국에 가고
한국 악기가 쓰였다.
싶은데 한국은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글을 봤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에서
TOKi: 가야금이다. 그런데 샘플링이 쉽지 않았다. 한국음악은 박자가 계속 변해서
공연하게 됐다.
4/4 박자에 맞게 잘라내는 일이 굉장히
TOKi: 행복하지(한국말로).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새벽 2시였고…. 사람들이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지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다.
피곤할 시간이니까. 그래도 즐거웠다. 다른 나라에서 공연할 때에 비해서 뭔가 더
잠깐 트위터 글 얘기를 했는데, 한국에
밀착된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한순간도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놓치고 있지 않다는 기분.
TOKi: 난 이 나라를 좋아한다. 보통 한국을 방문할 때 한두 달 정도 머무는
트위터 소개 글을 보면 ‘Intergalactic
편인데, 놀러 온다기보다는 산다는
김치 Squad’라는 말이 있다. 이게 도대체
느낌으로 지낸다. 그런데 변화가 너무
뭔가?
빨라서, 이번에 왔을 때에는 정말 모든 게
TOKi: 김치를 먹는 군대 같은…. 아무튼 그런 단체고, 나는 리더다. 문제는 이
변해있었다. 하지만 재미있다. 한국이 좋다. 우리나라니까. 연세어학당도 다녔다.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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Š photograph by Erik Voake/Red Bull Content 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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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Š photograph by Go Yunsung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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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얼마 만에 온 건가?
TOKi: 약 6년 만이다.
TOKi: 안산에서 발견한 것은 모기였다. 모기가 정말 많았다. (웃음) 내 공연을 제외하고는 거의 실내에 있었다. 그래서
정말 많은 것이 변했겠다. 서울에 사는 나도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다. 그 뒤로도
가끔 놀라는데.
일정이 바빠서 아직 별로 사람들을 만나지
TOKi: 그렇다. 정말로 모든 게 변한 것 같다.
못했다. 남은 시간 동안 많이 만나봐야지.
이름에도 토끼가 들어 있고, 한국계
음악 얘기를 좀 더 해보자. LA 음악, 특히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자신의 활동에
언더그라운드의 큰 흐름은 어떤가?
어떠한 영향을 -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TOKi: 비트 신이 정말 크다. 거기서 영향받은 사람들이 세계적으로 퍼져있다.
-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나?
TOKi: 미국에서는 외모도 그렇고 나를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지금은 소리의 지향점이 각각 달라서, 어떤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미국적이기
각각의 뮤지션을 따라가는 것 같다.
스타일이 하나의 큰 흐름이라기보다는
때문에 동화되지 못한다.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완벽하게 동화하지 못하는
사실 브레인피더는 LA에 있지만,
상황인데, 이런 정체성이 음악으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집단이다. 몇몇
표현되는 것 같다.
유명한 레이블처럼, 브레인피더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이번 방문 후, 한국 뮤지션과의 작업 계획은
싶어하나?
없나?
TOKi: 브레인피더는 뮤지션이 가진 고유의 소리를 존중해준다. 브레인피더에서는
TOKi: 한국에 오기 전, 시모 앤 무드 슐라 Simo & Mood Schula 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누구도 소리가 이상하다고 하지 않는다.
굉장히 독특한 색의 음악을 하고, 아직
혹은, 이상하다는 말이 굉장히 좋다는
한국에서 그들과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을
의미와 다르지 않다. 자신만의 것을 갖고,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또 진보Jinbo 도
더 독특한 것을 좋게 본다. 플라잉 로터스를
좋아한다. 요즘은 한국 뮤지션들의 노래를
비롯하여 썬더캣Thundercat, 오스틴 페랄타
들은 지 조금 오래되었는데, 그간 움직임이
Austin Peralta, 사미얌Samiyam
커진 만큼 비트메이커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정체성이 있고, 한 장르만 고집하지 않는다.
안다. 새로운 뮤지션과 새로운 노래를
새로운 여러 소리들을 실험한다.
등 모두 독특한
접하는 순간은 언제나 기대한다. 한국에서 남은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첫 앨범과 두 번째 앨범도 모두 힙합에 기반을 두지만, 2집이 더 전자음악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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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공연에서도 새로운 뮤지션과의 새로운
많이 묻어나는 듯하다. 두 앨범 사이에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나?
어떤 변화가 있었나? 혹시 레이블의 변화가
SPECTRUM
영향을 주었나?
TOKi: 많은 사람이 레이블의 변화로 음악도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TOKi: 동의한다. 만드는 사람에게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 장르만 파면 지겹지 않나? 가끔 평소 하던 것과 정말 다른
생각하지 않는다. 플라잉 로터스도 두
음악을 하는 것도 좋다. 제시 보이킨즈도
번째 앨범이 팝pop 같다고 얘기했는데,
한때는 네오 솔만 하지 않았나. 그 장르에
보컬이 많아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질렸든, 그저 새로운 음악을 찾았든 간에
팝은 아니다. 첫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이
그는 새로운 음악을 한다. 물론 팬들에게는
다르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라고
어려울 수 있다. 자꾸 새로운 것만 하면
생각한다. 단지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는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으니까. 설명하기는
것 아닐까.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에
어렵지만, 자신을 위해 뭔가 다른 걸 해야
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교에
할 때가 있다.
진학하는 것처럼. 첫 앨범은 말 그대로 첫 작업이었고, 중간의 EP 앨범은 좀 더
의류업체와도 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브레인피더의 느낌으로 작업했고, 이번
어떤 작업이었나?
앨범은 첫 앨범보다 조금 더 나아갔다.
TOKi: 옷을 만드는 작업은 아니었고, 파티에 초대되어 같이 공연한 적이 있다.
앞부분은 전자음악적인 측면이 많지만, 후반부는 또 첫 앨범과 비슷하기도 하다.
오베이Obey;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
다음 앨범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힙합으로
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되돌아갈 수도 있다.
작업하지 않나. 그들과 함께하는 건 좋다.
는 많은 아티스트와 같이
꼭 옷을 만드는 일이 아니어도, 패션과 개인적으로 제시 보이킨즈 3세Jesse Boykins
음악은 자주 함께 존재한다. 카니예 웨스트
III; 네오 솔neo soul 뮤지션으로 최근 전자음악 뮤지션과의 합작을
Kanye West 처럼. (웃음)
다수 진행했다. - 편집자 주
의 팬이다. 그와의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또 다른 협업이 있나?
TOKi: 그도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를 거쳤다. 그렇게 서로 음악을 알았고, 그에게
TOKi: 바이스Vice 매거진과 짧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적이 있고,
요청했을 때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내가
크리에이터 프로젝트The Creators Project
음악을 보내주고 그가 목소리를 입혀 다시
에서는 다른 영상작가들과 협업할 수 있도록
보냈다. 당시 그는 유럽 투어 중이었는데,
해주었다. 잡지나 매체가 당신에게 흥미를
굉장히 취해있었다고 들었다.
느끼고, 당신 또한 호의가 있다면 즐겁게 작업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의 일부가
그는 장르를 잘 넘나든다. 골드 판다Gold Panda
되는 협업에 관해서는 글쎄, 잘 모르겠다.
와의 작업이라든지, 줄루구루Zulu Guru
협업이 언제나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처럼 여러 가지가 뭉쳐있는 토키
결과물에서 서로에게 없는 무엇을 볼 수
몬스타의 음악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있어야 하지 않을까. FALL . 2013
29
PEOPLE
음악을 만들면서 수많은 것을 보고, 접하지
올해도 훌쩍 지났다. 2013년, 남은
않나? 기존에 존재하는 수많은 음악
계획들이 궁금하다.
사이에서,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이유라고 할까, 방법이 있나?
TOKi: 한국 일정이 끝나면 대만에 있는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아마 더 엑스엑스The
TOKi: 내가 어떤 음악을 만들든지, 힙합은 나에게 태도soul 나 느낌을 전해준다.
그 뒤엔 유럽으로, 투어를 계속할 것이다.
전자음악을 하면서도 흑인음악의 그런
내년 초에는 새 EP 앨범이 나온다. 새로운
부분들이 반영된다. 만약 내가 케이팝K-pop
음악이 실릴 텐데, 어쩌면 다른 이름을 내건
을 만들거나, 재즈를 만든다고 - 아마 잘은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 가 될 수도 있다.
XX 와 노서지띵Nosaj Thing 도 함께할 것 같다.
못하겠지만 - 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기쁨이나 슬픔, 혹은 잠자고 싶다거나 하는
당신이 수많은 뮤지션에게 영감 혹은
이런저런 감정들,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을
영향받은 것처럼, 이제 당신의 음악을 듣고
때 어떠한 ‘감정’을 느끼도록 하고 싶다는
영향받는 팬과 뮤지션이 많을 것이다.
목표는 변함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좀 당돌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음악’은
TOKi: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나 같다.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고, 독특해지라는
당신에게 무엇인가?
것. 만약 당신이 플라잉 로터스같은
TOKi: 나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음악이나 그림으로 기분을 표현할 수
노래를 만들었다고 치자. 사람들은 그냥
있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가 왜 노래를
노래를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듣는지에 대한 답일 수도 있다. 노래를 끊고
사람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할까 봐, 새로운
살아가기는 힘들지 않나. 음악이 삶 일부고,
음악을 만드는 일을 주저한다. 그래도
소리가 우리 삶 일부를 이루고 있는 것과
이상한 게 낫다Weirder is better. 한 번 새로운
같다. 평생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이 있나?
스타일을 만들면 많은 사람이 따라오고,
아마도 있다면 사람이 아니지 않을까.
또 많은 사람이 그러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플라잉 로터스의 노래를 듣지, 당신의
노력한다. 물론 독특한 것을 하는 일이 이어서 질문하자면, 음악 외에 당신 삶을
쉽지는 않다.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은 무엇인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TOKi: 음식? 요리? 먹고 요리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정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소리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많이 본다. 영화, 예능, 애니메이션…. 이러한 휴식과 취미가 새로운 것들을 만드는
팬에게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취미가 많은 것은
TOKi: (웃음) 노래를 들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좋은 거다.
30
SPECTRUM
인터뷰가 끝나고 머릿속을 맴돈 것은 ‘이상한 게 낫다’는 말이었다. 또한 ‘새로운 것’을 ‘새로운 것 그 자체’로 받아들여 주는 동료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그녀의 말처럼, 계속 이상하고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LA에서 살았기에 여태껏 더 새로운 것들을 해올 수 있지 않았나’ 잠시 생각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자신이 좋아하고, 스스로 새로운 것들을 어떻게 지켜내고 얼마나 이어나갈지가 더 중요할 테니까 말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토키몬스타가 다시 한국에서 공연하기를 바란다. 다음에는 나 또한 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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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RES
YANG CHUL-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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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KTOR JAN
42
PAINTER
NEW MEDIA ARTIST
AMBUSH®DESIGN 112 DESIGN COMPANY
ESTHER KIM ILLUSTRATOR
RISAKU SUZUKI PHOTOGRAPHER
130 62
‘Shares’는, 재능 넘치는 다섯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스펙트럼 안에서 무작위 페이지로 보여줍니다. 이번 호에서는 화가 양철민Yang Chul-min 과 뉴 미디어 아티스트 빅터 장 Viktor Jan, 포토그래퍼 리사쿠 스즈키Risaku Suzuki, 鈴木理策, 버발 Verbal 과 윤Yoon 의 앰부시 디자인 AMBUSH® DESIGN, 일러스트레이터 에스더 킴Esther Kim 의 작품을 골랐습니다.
32
SPECTRUM
1
A Titled Lady(귀족부인), Oil on Canvas, 60.6 x 72.7cm, 2012 by 양철민(Yang Chul-min) www.gallerya-cube.co.kr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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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JAMES LIM 임준원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edited 성창원 Sung Changwon,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고윤성 Go Yunsung © all images courtesy of NaleBe/ Cubbying
2000년대 중반, 블로그blog 라는 단어가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다. 마이스페이스MySpace 열풍이 불어닥치는가 싶더니 페이스북Facebook 과 트위터Twitter 를 선두로 사회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 라는 단어가 블로그를 넘어섰다. 이제 SNS는 수억 명이 사용하는 인터넷 서비스로 성장했다. 사람들은 이들을 모아 ‘스타트업 회사 Startup Company, 이하 스타트업’이라 부른다.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고 어디서든 정보를 볼 수 있는 장점 탓에 사람들은 점점 인터넷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일기장을 블로그에 옮기고, SNS에 일상을 기록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1세대 SNS 서비스가 득세하면서 틈새를 파고들어 SNS와 블로그 등을 결합한 서비스들이 다시 대세에 합류했다. 하지만 종종 사람들은 ‘SNS’의 역기능에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나면서 그 안의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고 누구에게는 스트레스였던 이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됐다. 바로 (주)내일비의 임준원 대표다.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들에게 ‘작년 오늘’ 무얼 했느냐고 물을 때, 그 방대한 기록물 안에서 과거의 기억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연구원 생활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창업한 청년 벤처 사업가가 된 계기였다. 수많은 SNS와 웹 커뮤니티 서비스에 남긴 흔적을 자동으로 모으고, 5년 전의 오늘을 기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바로 (주)내일비가 만든 ‘커빙 Cubbying’이다.
물론 그는 아직 수많은 스타트업 개발자 중 한 명뿐일 수 있다. 이제 막 문 연
지 한 달 남짓 지난 ‘커빙’이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사회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안정되고 시간도 여유롭던 대기업 생활보다 지금이 즐겁다고 했다.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34
SPECTRUM
THE STARTUP TAKING OVER THE FUTURE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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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PECTRUM: 당신을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그때부터 창업을 준비한 건가?
임준원 이하 Lim: 이름은 임준원이고, 현재
만들고 싶었다. 공동창업자 두 명최현욱・(주)
스타트업 회사Startup Company; ‘스타트업(Startup)’
내일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성효인・(주)내일비 기획/마케팅
이라고도 하며,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작은 그룹이나 프로젝트성 회사. - 편집자 주
(주)내일비NaleBe 의
대표로 웹・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커빙 Cubbying
서비스를 운영한다. 대학에서
Lim: 창업이라기보다는 서비스 산업을
이 더 있는데, 각각 마케팅과 디자인
디렉터
작업하는 분이다. 초반에는 카페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기획회의를 했다. 그러다 정부에서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에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 졸업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지원했는데,
후 SK와 LG전자 두 직장에서 개발자로
운 좋게 갈 수 있게 되어 제대로 기획을
연구원 생활을 했다. 퇴사 후 2011년
시작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말부터 창업을 준비했다. 지금 회사는 2012년 2월 법인을 설립하고 이제 1년 반
공동창업자 셋은 원래 친분이 있었나?
정도 됐다.
Lim: 한 명은 고등학교, 한 명은 대학교에서 알게 됐다. 최현욱은 디자인 회사에 있었고,
전 직장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건축이나 편집디자인 등 여러 분야를
Lim: SK에서는 통신망 관련 연구를 했고, LG전자에서는 스마트 TV의 소셜 기능social
경험했다. 성효인은 소프트웨어 전공인데,
service 을 개발하고 시험했다.
맞겠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이런 것을
뉴욕에서 마케팅 일을 했다. 서로 잘 하자’고 얘기했을 때 반대하지 않고 별말 없이
회사를 계속 다니지 않고 창업해야겠다고
하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 (웃음)
결심한 계기가 있나?
Lim: 회사생활에 만족했다. 싫어서 나온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좀 더 재미있는 것을
공동창업자에게 제안하게 된 건가?
하고 싶었다. SK에서는 동료들도 좋고 다 좋았는데 재미가 없었다. 그렇게 옮긴 LG
Lim: 씨앗seed이라고 할까? 가공하지 않은 아이디어만 내 머릿속에 있었고, 초기
전자에서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아이디어부터 거의 함께 만들었다.
다른 일들을 조금씩 해보게 됐다. 다니던 회사 생활을 그만둔 후, 어떻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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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라면 왠지 야근이 많고 업무에 치이는
내일비를 설립하게 됐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Lim: 야근이 많은 부서도 있는데, 나는
Lim: 앞서 말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실리콘밸리에 갈 때, 열 팀 정도가 같이 갔다.
‘와이플러스스리Y+3’이라고 해서 3년 후
그런데 사업자등록증도 없고 사무실도 없는
회사가 먹고 살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에
것은 나뿐이었다. 다들 어느 정도 사업이
있었다. 그렇게 바쁘지는 않았다.
진행되었거나 제품 출시 직전이었다. 어떤
SPECTRUM
User Experience(UX) of Cubbying.com Š image courtesy of NaleBe/ Cubbying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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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곳은 구글Google 과 계약하기 직전이었고,
Android 용 앱과 공식 웹사이트www.cubbying.
어떤 곳은 KT에 기업 인수 합병M&A한 뒤 두
com 로 이용할 수 있다. 커빙의 표어는 ‘SNS
번째 사업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분들에게
수집 큐레이션 서비스’다. 임준원 대표 트위터
많이 배웠다. 두 달간 현지에서 배운 것보다,
twitter@f777771에 들어가니 ‘삶의 미술관
창업에 관해 단기 속성으로 많이 배우고
gallery ’이라는 구호를 쓰더라. 커빙은 어떤
귀국했다. 그때가 2011년 11월에서 2012
서비스인가?
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겨울이었고 준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인에게
Lim: ‘한 사람의 삶을 기록하는 서비스’ 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에는 소중한 추억이나
인천에 있는 빌라 지하방을 얻고, 셋이 모여
기록을 대부분 디지털로 기록하고 퍼지지
석 달 정도 창업 준비하면서 계속 시제품을
않나. 그런 것들을 한데 모으고, 다시 퍼트릴
만들었다.
수도 있고, 한마디로 삶의 허브 같은 곳이다. 쉽게 말하자면 페이스북, 트위터, 싸이월드에
(주)내일비 웹사이트www.nalebe.com 에
게재했던 것들을 클릭 한 번으로 다 모으고
들어가서 회사 발자취를 봤다. 신생
다시 내보내는 서비스다.
기업이지만 2011년 이후 말 그대로 숨 가쁘게 달려온 느낌이다.
다양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Lim: 회사 설립 후, 사업자 법인을 내려 는데 마침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CJ의
사람들은 각자 목적에 맞게 이용한다.
신규 프로젝트와 맞물려있다는 것을 알게
커빙은 여러 SNS상의 콘텐츠를 한데 모으는
됐다. 아는 분이 CJ에 소개해줘서 1억
서비스인 셈인데, 착안한 계기가 있나?
Service, 이하 SNS 가 일상에 자리 잡았고,
원가량 첫 매출을 올릴 수 있었고 그때부터
Lim: 요즘 페이스북에 하루 올라오는 포스트
확장해나갔다. 법인 설립하고, 사무실
개수가 약 2억 개라고 한다. 빅데이터big
구하고, 사람 채우고…. 모르는 사람보다는
data;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그 규모가 방대하고, 생성
검증된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개발
주기도 짧고, 형태도 수치 데이터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데이터를
팀장으로 LG전자 연구소 동기를 데려왔고,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말한다. - 편집자 주
기획팀장으로는 SK 동기를 데려왔다.
기관, 기업뿐만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오는
가 정부나
(웃음) 물론 지금은 면접 등의 방법으로
시대다. 요즘에는 ‘소셜 자살social suecide’
채용한다. 2012년은 제품 개발에 매진한
웹사이트도 있다. 자신의 SNS를 입력하면
시기였다. 그래도 마케팅하지 않을 수
모든 기록을 삭제해주는 서비스다. SNS
없으니 각종 대회에 나갔다. 수상해서 이름
로 인한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알리고,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그런데 거꾸로 보면 이것이 기회일 수도
MS 와 제휴도 맺으면서 시간이 흘렀다.
있지 않나. 처음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장례식장이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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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빙Cubbying’이라는 서비스를 2013년
때였는데, 3일 동안 자리 지키면서 세상을
8월 12일 공식출범하고, 현재 안드로이드
일찍 떠난 젊은 친구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SPECTRUM
알게 됐다. 할아버지의 유품을 받는데,
새로 나온 장비나 서비스를 먼저 사용해보고
‘아, 젊은 친구들의 유품은 물리적인 것보다
알려주고는 했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것이 훨씬 많겠구나’ 생각했다. 나 역시 친구 중 한 명이 일찍
비석세스beSUCCESS.com 인터뷰를 보니,
세상을 떠났는데, 그 친구 어머니께서
회사 설립 전 창업진흥원의 실리콘 밸리 진출
지금도 친구들이 오면 댓글 달아 주시고,
사업에 선정되어서 현지 연수를 다녀오고,
싸이월드를 관리하신다. 그런데 그 친구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와 MS가
싸이월드만 쓰지는 않았을 거다. 만일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의 세계화를 지원하는
커빙 같은 서비스가 있어서 그런 것을 다
‘KOTRA-MS 스마트 그로스Smart Growth ’
모아준다면, 기록을 잘 간직할 수 있겠다고
의 최종선정기업 20개사에 포함되었다고
생각했다. 꼭 세상을 떠난 사람들뿐만이
하더라. 커빙 서비스 출시와 맞물려서 다양한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도
방면으로 준비해왔을 것 같은데.
필요하겠다 싶었다. 그때가 2011년
Lim: KOTRA와 MS는 좋은 선례를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을 많이 지원하는데
초쯤이었다.
거기 선정됐다. 6개월에서 8개월 정도 질문을 바꿔서 개인적인 질문 몇 가지를
지원받으면서 멘토링도 받고, 미국에서
하겠다. 청소년기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IRInvestor Relations; 투자를 목적으로 기업을 알리는 행사. -
Lim: 컴퓨터를 좋아했다. 계속. 대학교에 간 것도 프로그래밍이 좋아서였다. 우리
모아야 하니 많은 저장 공간이 필요한데,
회사에서도 대학생 서포터즈를 운영하는데,
MS가 비용과 기술을 지원해줬다. KOTRA
그 친구들이 자기 진로에 관해 많이 묻는다.
는 실리콘밸리에 자리를 하나 만들어주고 IR
특히 취업이나 창업에 관해 많이 물어보는데,
행사도 열어줬다.
편집자 주
발표도 해봤다. 사람들의 기록을 다
그런 친구들에게 꼭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나는 살면서 반장, 부반장 한 번 해본 적
투자 행사나 관련 대회가 실제로 많은 도움이
없고 리더의 자질도 없던 사람인데 닥치니까
되나?
하게 되고, 하게 되면 결국 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말하자면 그만큼 학창시절에는
Lim: 그렇다. KOTRA-MS 지원 사업은 서버처럼 고정비용을 지원해주고, 대회는
조용했다. 컴퓨터 공부하고, 게임도
서비스를 널리 알릴 수 있으니 도움된다. 어떻게
만들고…. 고등학교에서 전산동아리 활동을
보면 스타트업은 인디 밴드와 닮았다. 커빙
했다. 축제 때 다른 동아리는 재미있는 파티를
서비스 안에서 인디 밴드 인터뷰를 많이 한다.
여는데, 우리는 게임 만들고 그랬다. (웃음)
밴드도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알려야 하지
그쪽으로 계속 관심 있어서 수업시간에도
않나. 그래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컴퓨터 책 펴놓고 공부했다. 얼리 어답터early
할 텐데, 우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것을
adopter; 제품이 출시될 때 가장 먼저 사서 평가 내린 뒤 주위에 제품
만들어도 알려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
정보를 알려주는 성향을 가진 사람. - 편집자 주
는 아니어도,
그래서 국내 두 곳, 외국 한 곳 정도 나갔다.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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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 Experience(UX) of Cubbying.com Š image courtesy of NaleBe/ Cubb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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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본격적인 커빙 서비스를 시작하기 1년 전,
가 존재한 후에 기능을 발휘하는, 말하자면 2
제2회 ‘슈퍼앱 코리아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고
차 서비스로 보인다. 기존 서비스에 만족하며 ’
앱센터운동본부가 주최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경진대회. - 편집자 주
사용하는 이들이 굳이 커빙을 쓸 이유가
에서 최우수상을 타고 우승했다는 기사를
있을까?
봤다. 이 기사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미국
Lim: 사람은 모두 간직하고 싶은 욕구가
실리콘밸리처럼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설명할
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신이
때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IT 분야
오늘이 9월 1일이라면, ‘5년 전 9월 1일에
스타트업 현황은 어떤가?
뭐하셨는지 기억나세요? 1분 안에 보여주실
Lim: 요즘을 두고 스타트업 붐, 제2의 벤처 붐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시작할 때는
수 있을까요?’ 이런 식이다. 사실 1분 안에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반년쯤 지나고부터
대학원 어딘가에 있었을 텐데, 누군가와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있었다면 사진을 찍었을 테고, 찍었다면
초반에 한 번 벤처 붐이 있었다가 사그라지고,
휴대전화나 하드디스크, SNS에 자료가
2012년에 다시 생긴 후 지금은 꼭대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사라지고는
올라온 것 같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하지 않나. 서비스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
risk high return, 고위험 고수익’이다. 그래서 1~2년
그런 것들을 해결하겠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내에 청년 신용불량자가 대량으로 생산될
페이스북, 트위터를 많이 사용하시라고 한다.
수도 있을 것이다. 조건 없는 융자나 대출이
그러면 우리 서비스가 필요할 수 있으니까.
너무 많이 이루어지고, 대부분 연대보증을
모두 소중한 기억을 모아두는 곳이 있다.
선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성공하는
컴퓨터가 될 수도 있고, 외장 하드디스크가
비율은 낮지 않나. 아직 연대보증제가
될 수도 있고,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될 수도
폐지되지 않았고, 그런 부분을 잘 모르는
있다. 그런데 이걸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대학생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대출을
좀 귀찮지 않나. 커빙은 클릭 한 번으로 담아둘
받는다든가 하는 부분을 조심했으면 좋겠다.
수 있다. 우리는 10년의 세월을 10분 안에
새로운 것들도 많이 생겨나겠지만, 그만큼
모아준다.
보여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 또한 그 당시
실패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테니까 말이다. 정식으로 커빙을 열고서 한 달 남짓 흘렀다. 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SNS들을 나열하면
베타-클로즈2012년 가을와 베타 오픈2013년 초
대체로 사람들의 생활에 밀접하고, 그들이
이후 지금까지 회사 내부에서 느끼는
일상에서 손쉽게 활용하고, 마음만 먹으면
반응들은 어떤가?
네트워크를 무한대로 이어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또한, 손쉽고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User
Lim: (정식 출범하면서) 언론에서 많이 다뤄주신 시점부터 가입자가 많이 늘었고,
Experience, 이하 UX 을 지녔다. 이러한 SNS를
유지되고 있다. 좋은 서비스라고, 기다려왔던
1차 서비스로 규정한다면 커빙은 1차 SNS
서비스라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빨리 FALL . 2013
41
PEOPLE
다른 서비스(현재는 트위터, 페이스북,
합병되어 서비스를 내린 것으로 안다. 그만큼
싸이월드만 지원)도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수요가 있는 서비스이다. 커빙과 그 두
요청하시는 분들도 많다. 아무래도 사생활이
서비스는 차이점이 있다. 우리는 자료를 모두
담긴 콘텐츠다 보니 보안 관련 부분을
가져와서 저장한다. 그들은 링크만 가져오는
문의하는 분들도 많다. 비공개로 남아있는 옛
방식이어서 원본이 삭제되면 링크 역시
애인의 사진이라든가, 그런 것들은 비공개로
사라진다. 우리는 모아놓은 다음 새 콘텐츠를
가져와서 커빙에서도 비공개로 남는다.
다시 생산할 수 있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어 자서전을 만들거나 사진집, 영상집
보통 SNS의 ‘친구 맺기’ 같은 네트워크
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부분은 어떻게 지원하나?
Lim: 친구 기능이 있긴 한데, 기존 SNS
직접 사용해보니 실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만큼 초점 맞추고 있진 않다. 텀블러Tumblr의
많은 자료가 빨리 모였는데, 그런 방대한
친구 정도로 얕은 관계다. 친구의 콘텐츠를
자료를 취합하고 재가공하기 위해서는
보러 갈 수는 있지만, 더 개인에 맞춘
쉽게 열람하고 다룰 수 있도록 시각적・
서비스로 보면 된다.
디자인적으로 다듬는 작업도 중요할 것이다. 어떻게 신경 쓰고 있는가?
지금 (주)내일비는 몇 명의 구성원과 팀으로
Lim: UX에 항상 신경 쓴다. 기본적으로
이뤄졌나?
사용자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날짜별,
Lim: 현재 총 열두 명에서 열다섯 명으로
서비스별, 콘텐츠별, 태그별로 분류하고
이뤄져 있고, 마케팅・개발・기획・디자인까지
쉽게 검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것을 UX
네 팀이 있다. 공동창업자 두 명은 마케팅팀과
로 풀어내는 것은, 사실 정답은 없다. 최대한
디자인 팀 이사로, 나머지 두 팀의 이사는
사용하기 쉬운 디자인에 대상층의 취향을
이전 회사, SK와 LG전자 시절 동료다. (웃음)
조금 얹는 정도…? 그리고 반응을 보며 계속 고쳐나가는 작업의 연속이다.
팀 간의 작업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인가?
Lim: 물론 기획팀이 기획하지만, 다 함께
개발에서의 난관은 없었나?
참여하는 편이다. 그리고 디자인과 개발
Lim: 스타트업은 보통 반년 안에 론칭한다.
작업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우리는 베타-클로즈에서 정식 출시까지
그 뒤에 수정, 보완하면서 돌아가는 형태다.
거의 1년이 걸렸다. 아무래도 개인 콘텐츠를 다루는 성격상 보안과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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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빙과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우리나라
구축한다. 얼마 전 야후에 인수된 텀블러나
기업이 있나?
페이스북에 인수된 인스타그램 직원들은 20
Lim: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고, 실리콘밸리에 두 개 정도 있었다. 하나는
명 남짓인데, 몇천만 명의 콘텐츠를 무리 없이
아직 하고, 다른 하나는 얼마 전 인수
처리하는 알고리즘으로 사용자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 전반
SPECTRUM
구동해왔다. 백엔드back-end; 서버 문제나 자료를 구조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술도 텀블러나
네트워크, 즉 인맥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
인스타그램과 유사하다. 그런 쪽에 신경
실리콘밸리도 자세히 보면 스탠퍼드대학과
쓰다 보니 오래 걸렸다.
버클리대학의 인맥, 한마디로 학연이다. 서로 엮어주고 밀어주고 당겨주고…. 그들이
앞서 보안에 관해 얘기했는데, 실제로
우리의 일원이 되지 않는 이상 힘들겠다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스라엘로 출장
Lim: 안 그래도 사용자에게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하고 있다. 항상
갈 일이 생겼다. 몰랐는데, 이스라엘은
듣는 질문인데, 좀 거칠지만 ‘스타트업인데
모이는 곳이 미국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회사가 망하면 그 자료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이스라엘이고, 하다못해 애슈턴 커처Ashton
한다. 일단 사용자들의 자료는 MS 클라우드
Kutcher, 미국 배우 도 이스라엘에 투자하고 있다.
서버에 안전하게 저장된다. 만약 우리가
또한, 실리콘밸리보다 더 많은 기업 인수
망하더라도 언제든지 그쪽을 통해 내려받을
합병에 성공한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나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려고 한다. (웃음)
구글 같은 대기업이 이스라엘 기업들과
물론 MS 자체의 보안체계도 있고 말이다.
인수 합병하는 거다. 그들은 100퍼센트
창업 강국이었다. 전 세계 돈이 가장 많이
북미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만든다. 미국과의 이번 인터뷰를 위해 접촉한 계기 중 하나는,
거리도 우리나라만큼 떨어져 있는데,
웹서핑 중 발견한 (주)내일비의 해외
북미 진입 성공률이 높다. 생각해보면
소셜 마케팅 담당 사원, 유채원 매니저의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은 공통점이 참 많다.
이스라엘 방문기였다. 그녀는 중소기업청과
군대 문화도 비슷하고, 소수민족이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이스라엘
자원도 많이 없다. 그런데 ‘왜 그들은 하고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합격한 후 6개월간
우리는 못할까?’ 생각하다가 그들을 통해
체류하며 연수과정을 거친다고 들었다.
우회해서 북미에 진입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에 관한 일화도 궁금하다.
떠올리게 됐다. 그러던 중 세종대학교에
Lim: 많은 스타트업이 세계적global 서비스를 표방하며 시작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교수님 요청으로 창업 특강을 했는데,
알기에는 한국에서 시작해서 북미 시장으로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고 싶은데, 외국이면
들어가 성공한 서비스는 아직 없다. 우리도
좋겠다고 했다. 마침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근 1년간의 베타 기간 끊임없이 노력했다.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걸 따내면
마케팅 이사가 실리콘밸리에 석 달 정도
보내주겠다고 했다. 결국, 멋지게 따냈고
거주하면서 정말 여러 가지를 해봤는데도
마케팅 지원과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잘되지 않았고, 결국 북미 진입은 쉽지
덕분에 이스라엘 트래픽이 늘어나고 있다.
강의가 끝나고 여학생이 한 명 찾아왔다. 우리
않다고 결론 내렸다. 콘텐츠나 서비스가 알려지려면 한국과 북미가 선호하는 취향
그곳에서 주로 어떤 일을 하나?
같은 문제들도 있겠지만, 결국 사람이 가진
Lim: 일단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고, 현지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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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 Experience(UX) of Cubbying.com Š image courtesy of NaleBe/ Cubbying
44
SPECTRUM
창업가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에게 실제로
생기면 공유하기도 한다.
커빙을 사용해보게 하고, 그들이 다른 SNS 를 이용하듯이 자연스럽게 사용함으로써
지난 10여 년간 ‘불황’이나 ‘청년실업’ 같은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입소문 마케팅하고
단어가 화두에 오르지 않은 해가 단 한 번도
있다. 동아일보와도 제휴를 맺고 10회 정도
없었다.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좋은 대학과
칼럼을 진행하고, 앞서 말했듯이 이스라엘을
좋은 직장 - 명문대, 대기업 사원, 공무원 등 -
통한 북미로 진출도 계획 중이다.
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젊은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스타트업’은 엄밀히 말하면 신생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인가?
기업을 창업하는 것이고, 그만큼 위험요소가
Lim: 이스라엘 기업과 연구개발Research & Development, R&D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많지 않을까.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어떻게 인재를 끌어모으는지 궁금하다.
그걸 통해서 홍보도 하고, 그들의 채널로
Lim: 일단 스타트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북미 쪽에 들어가려고 한다. 아직 초기
이야기한다. 스타트업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단계라서 같이 할 회사를 선정하고, 예산
딱히 없는데, 위키피디아에 보면 ‘와이
할당 작업 등을 한다.
컴비네이터Y Combinator’라는 유명한
이런 식으로 다양한 국내외 스타트업 간의
가장 와 닿았다. ‘스타트업은 초기 IT 회사를
서비스 혹은 관련자들과의 교류도 잦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처음부터 고속 성장에
것 같다. 그들과는 어떤 식으로 접촉하고,
초점 맞춘 회사를 일컫는 말’이라는 얘기였다.
교류하나? 커빙과 직접 제휴 맺거나 함께
업계 사람들 말로는 ‘대기업이 40년 걸릴 일을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기업들도 있나?
4년 만에 하는 회사’라고 우스갯소리도 한다.
Lim: 이쪽이 굉장히 좁다. 뭔가 하면 자주 마주친다. 그래서 대부분 알고, 포럼도 많다.
그래서 더 좋은 인재가 필요하고 더 많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려는 분이라면, 자신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성공한다면) 부와
가진 것과 행동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명예도 부차적으로 따라오겠고.
투자회사의 최고경영자 CEO가 정의한 말이
시간을 할당해서 일하게 된다. 결국 ‘하이
어디에서 무얼 했는지가 빨리 퍼지니까. 그래도 기본적으로 서로 잘 돕는다.
스타트업 기업에 관한 우리나라 사회인식은 어떻게 체감하나? 유리 장벽도 많을 것 같다.
인적 교류도 진행하나?
Lim: 아직 스타트업이라는 단어 자체를
Lim: 예를 들어 대기업 프로젝트를 받아냈을 때, 우리만으로 힘든 때는 몇몇이 함께 하기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면접자에게 자주
한다. 아직 그렇게 한 적은 없지만, 서로 재능
충분히 남을만한 사람이 모여있다’는 말이다.
기부 형식으로 한쪽은 디자인해주고 다른
미국에서는 스탠퍼드대학의 컴퓨터공학
한쪽은 개발 지원을 한다든지 하면서 품앗이로
전공자의 절반 정도가 스타트업을 만들거나
도움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홍보채널이
합류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하는 이야기는 ‘우리는 대기업에 가고도
FALL . 2013
45
PEOPLE
서울대와 카이스트 컴퓨터공학 전공자
페이스북, 트위터, 싸이월드와는 제휴 관계를
절반이 (전공을 바꿔서) 의사가 될 것이다.
맺은 건가?
그런 상황들이 미국과 너무 다르고, 그래서
Lim: 싸이월드와는 제휴한 상태고,
이쪽 분야에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오픈 APIApplication
악순환이 생기는 듯하다. 스타트업을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라고 해서 그들의 규칙만 따르면
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해서 꺼리는 경우가
인터페이스
많은데,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마음대로 갖다 쓸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특별히 제휴 맺을 필요는 없다. 국내와 국외의
제도 측면은 어떤가?
규칙이 다르다고 보면 된다. 다국적 기업들은
Lim: 연대보증 같은 경우 요즘 폐지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런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많이 열어두는 편이고, 한국 기업은 대부분 제휴해야 한다.
있고, 일자리를 계속 생성해내는 작업이니 국가적인 혜택이나 지원도 많이 있었으면
스타트업 기업으로서, 불특정 다수에 신규
한다. 또한, 대기업의 기업 인수 합병 문화도
서비스를 알리는 마케팅 역할도 중요할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구글이나 야후 같은
것이다.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있나?
기업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Lim: 점점 넓혀나가겠지만, 일단 중점적인
것들이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대상층부터 시작하고 있다. 페이스북처럼 전
정부에서도 플랫폼을 만들어준다든지 하는
세계가 쓰는 서비스가 되지는 않더라도, 다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쪽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 기존 SNS만큼 단시간에 크게 퍼져 나가는 서비스는 아닐
다시 커빙 얘기로 돌아가 보자. 현재 커빙은
것으로 생각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싸이월드’의 콘텐츠를 커빙 안에 모으고수집, 각 서비스와 콘텐츠를
다른 쪽이라 함은?
분석하고 한 곳에서 관리 및 관람할 수
Lim: 커빙에서 수집한 자료로 새로운 콘텐츠를
있으며큐레이션, 그것을 다시 다른 SNS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도구 같은 것들이다.
로 배포하는 서비스배포를 주요 기능으로 삼고 있다. 다만, 종종 사람들은 SNS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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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한 마케팅 측면의 활동은?
스트레스받기도 한다. 이제 더는 새 서비스가
Lim: 온라인 마케팅을 꾸준히 하고, 폰부스,
필요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결국,
안녕바다, 야광토끼 등의 인디 밴드들이
커빙은 꽤 능동적인 SNS 사용자들이 주요
커빙을 사용하도록 한다. CJ와는 동남아
대상인 건가?
쪽 진출을 고려하고, MS와도 제휴 맺어서
Lim: SNS 사용자들이 주요 타겟이기는 하지만 더 나아가 디지털 기기로 많이
이스라엘과 북미 쪽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기록하는 사람들이 주 타겟이다. 기록하고,
스타트업의 고민 중 하나는 ‘수익 모델 창출’
기록을 소중히 여기는 모든 사람.
아닐까 싶은데.
SPECTRUM
2012 실천창업리그 ‘Super Star V’ 최우수상 수상 © image courtesy of NaleBe/ Cubbying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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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Lim: B2BBusiness-to-business, 기업 간 전자상거래
많게는 여섯 개까지 SNS 연동을 추가할
분야를 구축하려고 한다. 당장 개인
예정이다. 또한 마케터들이 유용하게 쓸 수
사용자가 돈을 내지 않게 하고 싶어서이다.
있는 멀티 포스팅, 통계 등의 기능이 커빙에
일단은 가치를 주고 싶고, 수익은 사진집
있다. 그들을 위한 B2B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나 자서전, 전자책e-book 처럼 부가적인
제공하려고 한다.
부분으로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일정용량 이상을 사용할 경우 유료가입자를
커빙의 표어 중 하나는 ‘10년 전 오늘 무엇을
받는 수익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하셨나요?’이다. 반대로 내년 9월에는 무얼 하고 있을 것 같나?
당신이 롤모델로 삼은 사람 혹은 회사가
Lim: 3분의 1 이상이 외국 사용자였으면
있나?
좋겠다. 또한, 국내에서는 커빙을 사용
Lim: 롤모델까지는 아니더라도 팬택Pantech 의 박병엽 부회장님이 참 멋지다. 그 길을
하지는 않더라도 커빙이 무엇인지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따라가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국외에는 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저스Jeff Bezos,
마지막으로 커빙처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테슬라 자동차Tesla; 전기차 생산 회사와 스페이스
그리고 스타트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엑스Space X; 민간 로켓업체 창업자인 엘런 머스크
한마디 부탁한다.
Elon Musk;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사이트 페이팔(Paypal) 창립자이기도 하다. - 편집자 주
가 있다. 특히 엘런
Lim: 꼭 스타트업이나 창업만이 새로운 도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머스크의 ‘인류에 이바지한다’는 비전이
스타트업은 회사에서든, 학교에서든
멋지다. 현존하는 1조 가치 기업 두 개를
어디서든지 이루어질 수 있다. 나는 ‘간절함’
동시에 경영하는 분은 그분밖에 없다고
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사람들에게 자주
한다. 로켓과 전기 자동차처럼 불가능할 것
하는 말이, 고등학교 한 반의 마흔다섯
같은 아이템을 가능하게 만들지 않았나.
명 중에 43등을 한 적이 있는 나도
커빙도 어떻게 보면 쉽지 않고 활성화하기
이렇게 하는데, 나보다는 더 잘해야 하지
어려운 분야일 수 있는데, 우리의 비전도
않겠느냐는 말이다. 간절하면 안 되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없다. 이십 대에는 자신에게 간절한 일이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방향성을 따라가고
무엇인지를 찾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일
싶다.
아닐까. 첫 직장을 다닐 때, 선배가 이런 질문을 했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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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안에
잘하는 거야? 아니면 좋아하는 거야?’
커빙의 점진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둘 다 아니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Lim: 연말까지 크게 두 가지 계획이 있다. 현재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만
곳으로 옮겼다. 청년 시절에 잘하는 일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는데, 적게는 두 개에서
만들었으면 좋겠다.
SPECTRUM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자신만의 스타트업을
그래서 당신은 찾았나?
대표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크게 와 닿지
Lim: (끄덕이며) 지금 무척 재밌게 하고 있다.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화의 끝에 든
_
거창한 무게감으로 짓누르는 것이 결코
생각은 스타트업이니 창업이니 하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뷰를 처음 접한 독자들이 스펙트럼이
지금껏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지금껏 만난 인터뷰이들과 조금 다른
결국 무언가 드러나지 않은 새로움을
인물이라는 점에 거부감을 지니지 않을까,
준비하고 그 안에 열정을 쏟은 이들은
사실 조금 걱정했다. 어느 정도 사회적인
어느 정도 닮아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업적을 이룬 이들의 작업에 비하면, 이제
깨달았다. 내년 가을이 오면 이 인터뷰가
갓 시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의
무척 생각날 것이다.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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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2
As Water, As Nature, 3D Projection Mapping at Goethe-Institut Seoul, 2013 by 빅터 장(Viktor Jan) www.viktography.me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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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MBUSH® DESIGN ‘NOMAD’, 2013, Photography by Hiroshi Manaka(tiimu), Art Direction by YOSHIROTTEN(Ralph), Hair & Makeup by Sachiko Omori(Shima), Models: Takeshi Uematsu(Donna) & Saki Asamiya(Image), Creative Direction & Styling by YOON(AMBUSH® DESIGN) www.ambushdesign.com
ARTICLES
Fashion 홍석우 / Design 홍석우 / Art 김지영 / Book 이로 / Street 성창원 / Music JNS / Tech Think, Talk, Write / Travel 류진
‘아티클’은 매 호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인물이 얘기합니다. 때로는 잡지 기사처럼, 일기처럼, 혹은 보고서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경계는 없고 주관은 있는 글의 집합이 이 챕터의 정체성이 되길 바랍니다. 열한 번째 호의 주제는 ‘썸딩 쿨Something Cool ’입니다. 무언가 멋진 것을 뜻하는 이 영어 표현을 주제로 잡은 것은, 사실 스펙트럼 기획회의 중 나온 우연한 단어이자 이 작은 책에서 슬쩍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를 함축한 표현이었습니다. 수십억의 사람들이 사는 세상, 넘쳐나는 새로운 것들 사이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것은 결국 무언가를 만들고, 또 그 안에 치열한 고민을 담은 이들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그게 무척 개인적이든, 아니든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각 분야의 필자들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멋진 것들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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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FASHION
당연한 것들의 당연함에 관하여
한 분야에서 줄곧 일하다 보면 그 분야의
Juun.J 와 우영미・우장희 자매의 우영미
소식을 접하는 것도 수월해진다. 취재와
Wooyoungmi
기사 쓰는 것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선배들 덕분에 지금 우리나라 패션이
요즘은 여러 홍보대행사에서 여러 초대장이
존재한다고, 혼자 벅차기도 한다. 그뿐인가.
우편으로, 이메일로 날라온다. 새로운
종종 세계구급의 일들이 능수능란하게
컬렉션과 프레젠테이션, 유동인구가
진행되는 것도 본다. 아찔하도록 멋진 유명
많은 거리의 새로운 매장 개점, 브랜드와
패션잡지의 화보를 보면, 이 작업을 위해
아티스트의 협업 이벤트, 연말의 성대한
수없이 밤새고 고민했을 스태프들의 노고가
패션 파티 같은 것들. 직업이 패션
서린 이면을 보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편집매장의 바이어였던 시절, 그러한 종류의
아니, 착각이 아니리라. 당연한 순서로
행사들을 직접 혹은 이해 타산자들과 함께
드러난 무척 공들인 결과물일 테다.
컬렉션을 보면서 이러한
기획하기도 했다. 밀려드는 사람 중 일부는 항상 그곳에서만 만났고, 이야기했고, 다시
나이를 논하기에는 몹시 어리지만,
시간 내서 보자고 약속 아닌 약속을 잡고는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갈 때와 완연한
그대로 사라지기도 했다.
삼십 대에 접어든 후의 기분은 이제 와서 느끼기에 꽤 다른 감정이다. 청춘, 이십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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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이번 호에서 팀원들과 함께 정한
그 단어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두근거리던
‘썸딩 쿨Something Cool ’이라는 주제를 패션에
생각들. 그 마음을 유지한 사람들이
접목하여 글쓰기까지 어떤 이야기를
옹기종기 서울 구석구석에서 자신의 작업을
풀어낼까 고민했다. 다양하고 새로운
했다. 그 작업이 모이고, 충돌하고, 서로
볼거리들은 한 손으로 모래를 움켜쥐는
지탱하면서 몇 문장으로는 도저히 묘사할
것만큼 많이 잡히고 다시 손가락 사이로
수 없는 2013년의 패션이 됐다. 여전히
빠져나간다. 새로운 컬렉션, 새로운 사진들,
어떠한 새로움이 자꾸 나타나고 드러난다.
새로운 트렌드와 접목한 테크놀러지, 그
그 새로움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사라진
안에 있는 많은 화려한 모습들. 더 진지한
잔재 위에 꿈틀대는 새싹이 핀다. 2000
이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새 시즌의
년대 초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상품들을 접할 때, 어떤 것들은 화폐를 내고
작업과 브랜딩에 기반을 둔 새로운 패션
사야 한다는 느낌 이상으로 경외감이 들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지금도 이 땅 곳곳에서
때도 있다. 패션 디자이너 정욱준의 준지
선보일 채비를 한다.
SPECTRUM
홍석우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 편집장 twitter@yourboyhood www.yourboyhood.com
자본주의 사회의 순리일 테지만 - 도 본다. 거대한 것들은 언제나 뿌리를 소홀히 했다. 고급 샴페인처럼 흘러넘치는 유리잔에도 전부 담지 못한 움직임들은 ‘도태한다’는 이름 아래 화석처럼 사라져갔다. 사실 올해 하고 싶었던 몇 가지 일이 있다. 아주 친한 몇 명과 만난 늦은 밤 술자리에서
투박한 행동과 우연한 일치가 모인 어느 멋진 순간을 홀로 상상한다.
그 이야기들을 꺼낼 때, 커다랗고 거대하고 엄숙하기까지 한 사무실에서 ‘이제 이런 식으로 작업할 것입니다’하고 설득하는 것과는 다른 언어였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비즈니스’로 귀결되는 세계에서, 이삼십 년 전의 혁명가들과 길거리
패션에서 에서 무언 무언가 멋진 작업, 멋진
음악가처럼 더 먼 미래를 보지 않고 지금
결과물이란 란 것은 개인적으로 뜻이 맞은
무언가 지를 수 있는 행동이 내게 부족한
궁리를 함께할 수 있는 ‘대화’에서 나오지
용기이고 행동력이었다. 말하자면, 이 글은
않나 싶다. 모든 작업이 결국 사람의 머리와
부끄러운 고해성사에 가깝다.
손에서 나온다고 하면, 비단 패션뿐만이 아닐 것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아무도
세상의 패션이 치밀한 예측과 수요에 기반을
없는 새벽을 걷고 싶을 만큼 두근거리는
두고 돌아간다고 해도, 종종 아주 멋지다고
일면이 있는 이 작고도 넓은 세계. 하지만
생각한 것들은 그보다 더 자연스러운
종종 조건 없는 긍정만으로는 학을 떼는
의사소통에서 항상 태어났던 것 아닐까,
시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거대한 브랜드가
하는 기대가 있다. 더 나이 먹고 이 글을 보면
그 거대한 몸집만큼 모든 것을 쓸어담아서
‘치기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치부할지도
작은 움직임들을 고사枯死하게 하는 장면들은
모른다. 순응이라는 단어로 규정하는 미래는
빛과 그림자처럼 항상 존재했다. 창조 경제를
멋지지 않다. 투박한 행동과 우연한 일치가
운운하면서도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가차
모인 어느 멋진 순간을 홀로 상상한다.
없이 자르고 마는 불편부당한 상황들 - 기실
©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FALL . 2013
55
02 DESIGN
SOMETHING GOOD, DESIGN
디터 람스Dieter Rams. 산업 디자인계의
아래는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에 대한 열
살아 있는 전설이자 20세기 산업 디자인에
가지 원칙으로, 원문은 디터 람스를 소개한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인물 중 한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왔다.
명. 가전제품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독일 브라운 Braun사의 디자이너와 수석
Good design is innovative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디자이너를 거쳐, 1988년 전무이사로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seful 좋은 디자인은 쓸모가 있다.
은퇴할 때까지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쳤다. 그의 유명한 디자인 철학인 ‘ 작지만 낫게Less but Better’는 실용적이고 기능적이면서도 심미적으로 아름다웠던, 그의 손을 거친 제품들에 모두 녹아 있다. 이 거장의 작품들은 은퇴하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빛을 발하며 현재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맥 등을 만든 애플Apple 사의 조너선 아이브Jonathan
Good design is aesthetic 좋은 디자인은 심미적이다(아름답다). Good design helps us to understand a product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이해를 돕는다. Good design is unobtrusive 좋은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Good design is honest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Good design is durable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
Ive 가 디터 람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Good design is consequent to the last detail 좋은 디자인은 꼼꼼한 마무리에서 나온 필연적인 결과이다.
유명한 얘기다. 무인양품의 대표적인
Good design is concerned
제품인 벽걸이형 CD 플레이어를 만든
with the environment
나오토 후쿠사와 Naoto Fukusawa 또한
좋은 디자인은 주위 환경과 조화된다
2007년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Wallpaper*>
Good design is as little
에서 진행한 디터 람스와의 대담에서 밝혔을
design as possible
정도로, 그의 디자인 철학에서 커다란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한 조금
영향을 받았다. 일선에서는 은퇴했지만
.
.
디자인한 것이다
그는 현재까지도 끊임없는 조명을 받으며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서울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Braun Electric Shaver ‘Sixtant SM2’ by Dieter Rams
<레스 앤드 모어Less and More> 전시로 수많은 사람을 불러모았다. 56
SPECTRUM
© image courtesy of Braun, Dieter Rams
홍석우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 편집장 twitter@yourboyhood www.yourboyhood.com
디터 람스의 디자인 원칙은 그것을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분야의 디자인들 - 가령 그래픽
‘슈퍼 노멀Super Normal ’이라는 디자인계의
디자인이나 패션 디자인 같은 분야, 혹은
흐름처럼, 시대와 지역성을 담아 주위에
디자인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 적용해도
존재하는 보통의 제품 속에서 디터 람스의
잘 들어맞을 것이다. 나는 디자인을 하는
철학을 발견할 때가 더 잦아지고 있지 않은가
사람은 아니지만, 그의 디자인 원칙에 맞는
싶다.
제품들은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고 시대를 초월하는 어떤 신비로운 영역이 느껴진다.
영원한 것은 하나도 없다지만 적어도 좋은
단순하고 간결하며 실용적이고, 주위와
디자인이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때때로
조화롭게 융화된다. 그러한 것들이 주는
남들의 취향과 안목에 큰 영향을 받게
단순한 아름다움은 반세기 전의 스위스
되지만, 정말 좋은 디자인이란 결국 개인의
디자인 책이 지금도 구식으로 보이지 않는
의사와 선택을 주입한 결과로 결정된다.
것과 비슷하다.
예전 <미스터 하이패션MR. HIGH FASHION> 이라는 잡지에서 ‘퍼머넌트 아이템permanent
요즘 우리 주위에서도, 이 혁혁한 공을
items’이라는 주제로, 유행에 휩쓸리지
세운 디자이너가 주창한 내용을 건실하게
않을 ‘영속적인’ 옷과 액세서리들을 선정해
실천하는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다.
화보로 보여준 적이 있다. 그것들은 단순히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master piece’이 값비싼
제품들의 광고성 사진이 아니라, 그 옷과
돈을 들여 만든 수제품이나 그에 준하는
액세서리들의 철학을 담은 포트레이트처럼
고급품에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제법
보였다. 디자인 또한 마찬가지다. 수십 년
합리적인 가격에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는
전에 만든 의자와 계산기의 요소들이 21세기 최첨단 스마트폰과 사용자 경험에 녹아든다. 우리가 아직 명확하게 발견하고
언젠가 더 성숙한 안목을 얻게 된다면, 나 또한 자신만의 퍼머넌트 아이템들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정의하지 못했을지언정, 시류를 넘어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제품과 서비스 안에 녹이는 시도들이 우리 삶 이곳저곳에 늘어간다고 믿는다. 언젠가 지금보다 더 성숙한 안목을 얻게 된다면, 나 또한 자신만의 퍼머넌트 아이템들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FALL . 2013
57
03 ART
인식과 비인식
좋은 것을 발견했을 때 흔히 ‘그거 괜찮아’
먼저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낀 참가자는
라고 말한다.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는
광주에서 온 젊은 작가들이었다. 매 회 한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괜찮은
지방을 선정해 그 지역 작가들을 초청하기로
것 또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사는
했는데, 마침 파트너가 광주에 인연이 닿은
것은 이를 향한 끝없는 ‘헌팅’ 아닌가 싶다.
큐레이터가 있어서 가능했다.
아직 알려지지 않았거나, 나만 모르고
광주 작가들은 서울에서 작품을 전시할 수
있거나. 세상에 괜찮은 존재들은 무수히
있다는 사실 자체로 매우 기뻐했다. 실제로
많을 것이다. 나는 이들을 찾아다니는 일이
그들의 작품은 좋은 반응을 얻어 판매까지
언제나 재미있고 보람차다.
이뤄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 좋은 작품 세계를 구축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 5월 첫 회를 연 팝업 페어pop-up fair
58
플랫FLAT 을 기획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
도하 프로젝트project DOHA; facebook.com/
중 하나가 바로 괜찮은 것을 소개하는
projectdoha / twitter@projectdoha 로 참가했던
일이었다. ‘플랫’에 관해 좀 더 설명하자면,
가수 하림 씨도 인상 깊다. 그는 이미
도심의 빈 장소를 무료로 사용해 운영비를
유명인이지만, 그가 운영하는 도하
줄인 저예산 페어다. 크게 갤러리, 전시,
프로젝트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팝업 매장 세 부분으로 구성했고, 영리와
않다. 그와 미팅을 하기 위해 독산동 도하
비영리, 인지도 있는 작가부터 미술학도까지
부대 안에 숨어있는 목욕탕을 찾느라 헤맨
참가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플랫은 운영
기억이 난다. 이처럼 하림 씨는 비어있는
방식이 기존 아트 페어와 다른 점이 많다.
공간(목욕탕)을 일시 점거하고 전시
그래서 아트 페어라는 표현보다 팝업
공간으로 개조했다. 그곳에서 알려지지
페어라는 개념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않은 작가들의 전시를 하며 작년부터 도하
이 글에서는 플랫 첫 회에서 개인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기억에 남은 몇몇 참가자들 이야기를 하고자
순전히 본인이 좋아서 음악 활동 외에 따로
한다.
하는 일이었다. 그는 플랫에서 ‘아트 폐허’
SPECTRUM
사는 것은 이를 향한 끝없는 ‘헌팅’ 아닌가 싶다.
김지영
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열었다. 폐허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싶어했다.
시작한 도하 프로젝트와 아트 페어의 만남을
매장을 열거나 대리점 수수료를 내는 것은
결합한 의미였다. 열정적인 그의 참여와
영세업자들에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플랫(FLAT) 디렉터 facebook.com/FLATSEOUL
퍼포먼스로 플랫은 활기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참가자는 이은열, 가장 높은 판매율을 보인 참가자는 팝업
조규성 작가다. 두 명 다 훌륭한 개인
매장을 연 디자이너들이었다. 여성의 감성을
전시를 보여줬다. 이은열 작가는 반짝이는
자극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가방, 향초,
조명으로 한 전시장 전체를 동굴처럼 꾸민
장신구 등을 선보였는데, 항상 사람들
설치installation 작업을 선보였다. 그곳에서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불티나게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과 VJ 김토일이
팔렸다. 이들은 평상시 개인 스튜디오에서만
개막날 함께 퍼포먼스를 했고, 여담이지만
작업하거나 지인을 통해 주문을 받는
스태프끼리 조촐하게 맥주 파티를 한 뜻깊은
형식으로 판매해온지라 더 폭넓은 대중에게
(?) 장소로 쓰이기도 했다. 조규성 작가는 그의 비눗방울 시리즈를 설치 작업 속에서 재현하고, 그 안에서 작품과 소통하는 관객의 사진을 찍어 줬다. 사람들은 나중에 추억할 수 있는, 그것도 작가가 직접 찍어준 사진을 갖게 됐다. 이은열, 조규성 작가가 보여준 흥미로운 전시로 플랫이 한층 더 빛날 수 있었다. ‘플랫’은 이렇게 참 괜찮은 사람들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다음 플랫을 기획하면서 또 어떤 사람들과 작품 세계를 만나게 될까. 벌써 기대에 부푼다.
FLAT TAKE I, May 16~19, 2013
© image courtesy of Kim Gigi
FALL . 2013
59
04 BOOK
뾰족하고 발랄한
시간이 오래 쌓인 문화 속에는 역사, 과학,
이 작고 사랑스러운 책들은 점차 사람들 사이에서 호명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통계가 들어 있다. 산업적으로 쌓여온 방향들. 그것은 ‘합리’의 이름이기도 하고 때로는 ‘고집’의 이름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 중 하나인 책의 크기, 즉 판형도 마찬가지다. 인류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도 있을 우리는 긴 시간에 걸쳐 실패하면서 잘 읽을 수 있는 크기, 잘 팔릴 수
책이 종종 과시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있는 크기의 한계선을 알아냈다. 출판 역시
모습까지. 실제로 제작비가 그 셈만큼
공고한 산업을 기초로 하므로 대형서점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독자가 ‘무게’와
(세로) 300mm가 넘는 책을 찾아보기
‘두께’를 기준으로 값을 매기기 시작한다면,
힘들고, 역으로 150mm보다 작은 책을
제작자의 선택은 늘 한결같을 것이다.
찾아보기 어렵다. 150mm에서 300mm
무겁게, 두껍게, 크게.
사이가 독서라는 행위를 위한 평균값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합리가 오래 쌓이면
현상과는 무관하게 독립출판 군에서는 얼마
예민한 독자에게는 그마저 답답함의
전부터 극단적으로 작은 책들이 조금씩
일종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왜 더 작을 수
모이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작은 책의
없는가. 왜 더 클 수 없는가.
의미에 대해 설파한 적 없고, 서로 모의를 한 적도 없는데도 이상하리만큼 비슷한 크기의
60
그 갈증은 문고본을 향한 열망 내지는
책들이 발간되었다. 모두 일반적인 단행본의
원망으로 이어진다. 문고본 내지는
한계점보다 훨씬 더 작은 150mm 이하의
페이퍼백이 확산하지 못하는 문화에 대한
책들이다<13 Balls>, 스노우맨 북스, <나와 너 우리가 미워하는
아쉬움. 하지만 그 현상을 단순히 ‘제작자의
모두>, 반얀, <31days 807.3km>, 딴짓의 세상, <Des Grands
욕심’ 탓으로 몰아가기엔 그보다 복합적인
Sphinx>, 타입페이지, <Snow Banana Bird Balloon Girl>,
원인을 가지고 있다. 유통의 구조에서부터
fnt press 등.
SPECTRUM
이로 무명의 쓰는 사람, 서점 유어마인드운영 twitter@whoisiro www.your-mind.com
이들은 특별히 문고본의 부활을 꿈꾸거나
이 움직임을 이어가기 위해 얼마 전
크고 두꺼운 책을 비난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
<손바닥만한 책들의 모임>을 기획했다. 25
아니다. 어떤 창작물이 반대 지점을 염두에
개 팀이 참가하여 각각 A6105mm*148mm
둘 수는 있어도 ‘네거티브로부터 출발’하기란
크기의 책 20부를 만들어 짧은 기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작은 책들은 각기
판매했다. 주석 : http://yourmind-bookshop.
조금씩 다른 이유로 이렇게 모였다. 소형에
com/archives/3676
어울리는 내용을 지녔거나, 제작비/재고를
판매되면서, 작은 공간에 모인 작은
보관할 공간이 부족했거나, 굳이 거대할
책들의 뾰족하고 발랄한 재미를 느끼면서
필요가 없었거나. 재밌게도 이 원고가
제작자와 독자와 유통자는 한 가지 인식할
수록되는 <스펙트럼> 역시 아주 작은 크기의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방식이 우리에게
잡지다. “잡지라면 으레 이 정도 크기여야”
주어져 있었다는 것. 그것은 한계가 주는
한다는 인식을 부수는 잡지 속에서 소형의
선물과 같다. 2,000부로 시작하는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우연의 낭만.
시스템에서는 선택 항일 수 없는 크기가
사흘간 총 350여 권이
20부로 시작하는 판에서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판형이 된다. 이것은 아직 거창한 구호를 지닌 ‘운동’이 아니다. 일정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숫자도 확보되지 못했다. 지금 독립출판 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소한 움직임이라고 해두고 싶다. 하지만 모든 운동과 현상과 사회는 미세한 목소리와 사소한 움직임에서 시작되었다. 이 작고 사랑스러운 책들은 점차 사람들 사이에서 호명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손바닥만한 책들의 모임> 포스터
© image courtesy of Iro, Your-Mind FALL . 2013
61
05 STREET
로니 피그라는 남자
어릴 적, 아버지는 스포츠 의류 회사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에는 신발에 크게
다니셨다. 시즌마다 카탈로그가 나왔고,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가 다른 회사로
나는 그것을 들여다보는 것이 좋았다.
옮기셨기 때문이기도 했고, 관심은 음악과
그중에서도 농구화들. 이 신발에는 이런
노래에 쏠려있었다.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기술이 들어갔고, 저 신발에는 저런 기술이
다시 옷에 관심 두게 되었지만, 신발에는
들어갔고, 어떤 신발에서는 그 회사가
여전히 관심이 없었다. 판매하는 신발 중에
가진 모든 기술이 집약되어 있었고….
좋은 것을 찾으면 됐고, 웃돈을 주고 신발을
그런 것들부터 시작해서 이 신발은 어떤
구매하는 사람들을 솔직히 이해하지 못했다.
색상으로 몇 가지가 발매되는지, 어떤 유명한 농구선수가 신었는지, 꼼꼼하게 읽으며 하나씩 알아갔다. 시즌이 시작되면 시제품으로 제작한 제품들을 직원에게 저렴하게 판매했는데, 남자 신발 시제품은 270mm로 치수가 정해져 있어 어린 나는 많이 억울했던 기억도 있다. 그래도 미국 농구선수가 인쇄된 티셔츠를 원 없이 입었고, 저렴한 가격으로 학교 남자아이들이 부러워하는 운동화를 많이 신었다.
62
SPECTRUM
운동화로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단순히 멋진 일 그 이상일 것이다.
성창원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 어시스턴트 에디터 단편집 <1,095> 저자 www.oodllboo.com
서른이 넘어 로니 피그Ronnie Fieg 라는 사람을
산술적으로 보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알게 되었다. 뉴욕 퀸스Queens 출신인 그는
아니다. 뉴욕의 조그마한 신발가게 두
열다섯 살 때부터 운동화 관련 일을 해오기
곳(키스는 맨해튼과 브루클린 두 곳에
시작했다. 2007년에는 처음으로 자신의
매장이 있다)이 있고, 그 신발가게를
이름을 걸고 협업collaboration 을 진행했는데,
운영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몇몇 신발
그 모델이 아식스 젤라이트3Asics Gel Lyte III
브랜드와 협업하여 그만의 색상을 가진
였다. 첫 합작부터 굉장한 반응을 일으켰고,
제품을 출시하는데, 수량은 대부분 300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 일면을
켤레 내외다. 하지만 전 세계의 운동화
장식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키스Kith
애호가들이 키스와 로니 피그를 주목하고,
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가게를 열었고, 이후
그가 참여한 신발은 대부분 당일에 모두
진행한 여러 브랜드와의 합작품이 그의
팔려나간다. 심지어 인터넷으로 발매되는
가게에서 판매되었다. 판매일 하루 전부터
수량은 10분이 채 지나기 전에 동난다.
줄을 서는 풍경, 발매 당일에 제품이 동나는 일은 익숙하다.
운동화로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단순히 멋진 일 그 이상일
로니 피그 덕분에 아식스를 알게 되었고,
것이다. 어릴 적부터 운동화에 뛰어들어 좋은
신발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리셀러re-seller;
소재를 찾고, 어울리는 배색을 고민하고,
재판매자
라는 용어도 알게 되었고, 이베이
남들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eBay로 결제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두
찾는다. 결론적으로 ‘좋은 신발’을 만드는
가지의 아쉬움이 있는데, 하나는 그를 왜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지금의 그가 있다.
이제야 알았을까 하는 아쉬움이고, 다른
유행과 관심은 오히려 꾸준함과 정직함,
하나는 그냥 쭉 몰랐으면 좋았을걸, 하는
그리고 자신을 확신하는 사람들에게서
아쉬움이다.
시작되는지 모른다.
www.ronniefieg.com / www.kithnyc.com © images courtesy of Ronnie Fieg, Asics FALL . 2013
63
06 MUSIC
BASS MUSIC
2011년 1월, 런던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썹트랙SBTRKT 처럼 보컬을 앞세워 조금 더
다프트 펑크Daft Punk, 케미컬 브라더스
대중적으로 다가간 음악들이었다. 나는
Chemical Brothers, 그리고 저스티스 Justice 를
자연스레 음반가게를 드나들며 이러한
필두로 한 ‘에드 뱅어 레코드Ed Banger Record ’
음악을 파고들기digging 시작했고, 핫 플러쉬
뮤지션들의 음악에 빠진 뒤, 일렉트로닉 electronic
음악을 제대로 접하고, 배우고, 또
Hot Flush, 럭키미Lucky Me, 하이퍼덥Hyperdub
등 정체성이 뚜렷한 레코드 회사record label 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열정 때문이었다.
중심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유럽과 런던 현지에서
그러던 중 함께 작업하던 친구 녀석이 마운트
접한 음악 신scene 은 한국과 상당한
킴비Mount Kimbie 의 <스케치 온 글라스
차이가 있었다. 국제 시장과 국내 시장
Sketch On Glass> EP 음반을 빌려주었는데,
사이의 간극은 늘 존재하지만, 일렉트로닉
그 소리가 대단히 놀라웠다. 다양한
음악의 본고장인 유럽, 그리고 상대적으로
필드 레코딩Field Recording; 마이크를 들고 밖에
미국과 일본 팝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가 직접 소리를 채집하는 일
우리나라 일렉트로닉 음악 간의 차이는
공간을 꽉 메우는 베이스 음향, 고음역의
소스와 부드럽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무엇보다도 두드러진
세밀한 퍼커션, 그리고 보컬 샘플까지.
차이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신의 크기
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웠던 것은 중첩되고
차이였다.
키워진 소리들로 음량 높이기에만 급급한 기존의 일로트로닉 음악보다
2009년부터, 런던 언더그라운드 신에서는
더 분위기 있고atmospheric 정교함을
소위 퓨처 개러지future garage 또는 포스트
놓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실험적이라는
덥스텝post dubstep이라 부르는 음악이 한참
점이었다. 소리에서나 음악적인
유행이었다.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새로운
면에서나, 그야말로 ‘쿨하지 않을 수 없는’
음악이었고, 내가 알고 있었던 일렉트로닉
뮤지션이었다. 이후 나에게 ‘쿨cool ’한 음악을
음악에 새로운 정의를 내려야 할 정도로
만드는 기준은 단순히 리듬을 조밀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긴장감 있게 만드는 것에서, 음악적 공간
사실 영국에서 처음 접한 음악들은 제이미
채우느냐를 추가하게 되었다.
sound scape 을 얼마나 멋진 소리와 멜로디로
XXJamie XX,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64
SPECTRUM
남이 걷지 않을 길을 찾고, 그 길을 묵묵히 걷는 것만큼 ‘쿨’한 것이 또 있을까.
JNS 음악 프로듀서 사운드 디자이너 www.jnswrks.com
2013년의 반이 훌쩍 지난 지금, 몇 년 전 나에게 신선함을 가져다준 뮤지션들은 이미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했고, 사람들은 이제 퓨처 개러지나 포스트 덥스텝의 정의로 논쟁하지 않는다. 장르의 정의와 구분이 얼마나 중요하겠느냐마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은 드럼 앤드 베이스drum and bass, 개러지garage, 투스텝2-step
그리고
이러한 음악에 영향을 받은 영국의 음악을 ‘베이스 뮤직bass music’이라고 정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미 디스클로저 Disclosure
같은 뮤지션은 이러한 음악을 조금
더 대중적으로 포장해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베이스 뮤직이 인터넷과 언더그라운드 일렉트로닉 음악 신을 뜨겁게 달구던 몇 년 전보다 재미가 없어진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퓨처 개러지, 포스트 덥스텝에 열광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분명 ‘새로움’ 때문이었을 것이고, 그 새로움 때문에 멋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뮤지션들은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음악 역시 계속 나온다. 남이 걷지 않을 길을 찾고, 그 길을 묵묵히 걷는 것만큼 ‘쿨’한 것이 또 있을까. 01. <Sketch On Glass> EP by Mount Kimbie, Hotflush Recordings 02. <Beneath The Surface> by JNS, personal release
© images courtesy of JNS, Hotflush Recordings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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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TECH
오래된 소니 라디오
배부른 저녁을 먹고 불쾌한 포만감을 지닌
직사각형에 검정과 은색이 섞인 플라스틱
채, 물병 가득 ‘냉커피’를 담아 작업실에
(인지 합성수지인지) 소니 라디오는 2
왔다. 치워도 치워도 제자리걸음인 짐을
년 전 동묘 벼룩시장에서 산 ICF-F10
정리하고, 잠시 밖에 나와 커피를 마시고,
이라는 모델이다. 버스에서 내려 건널목을
작업실에 돌아와서 라디오를 켰다. 하나
건너자마자 수많은 길거리 벼룩시장이
좋아하면 바꾸지 않고 쭉 가는 성격이라
열리는 곳인데, 오래된, 아니 한물갔다는
최근에는 KBS1 FM 라디오를 틀어놓는다.
표현이 더 정확한 전자기기를 팔던
새벽에는 주로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는데,
할아버지에게 샀다. 왼쪽 위에 은색
프로그램을 외울 정도는 아니지만
대문자 소니 로고가 붙어 있고, AM과 FM
대체로 국영방송 채널이라는 걸 끄덕일
주파수를 돌리는 조정 tunning, 튜닝과
정도로 비슷한 면이 있다. 어딘지 모르게
음량 volume, 볼륨 다이얼이 있다. 오른쪽
반듯하다고나 할까.
옆에 전원 단추와 이어폰 단자 구멍이 있고, 오래된 라디오라는 것을 은연중에 말하듯이
조금 전 마친 프로그램은 1시간 정도
어린이 팔 길이 정도로 뻗는 안테나가 달려
가곡만 나왔다. 전혀 모르고 사실 관심도
있다. 중고 제품답지 않게 먼지 하나 묻어
없는 분야이지만 소나기가 오락가락하고
있지 않았고, 외관은 새것처럼 깨끗했다.
귀뚜라미가 막 울기 시작한 여름밤에
‘정말 잘 들린다’면서 판매를 열망하는
제법 어울리는 조합이다. 지난주 알게 된
할아버지 옆에서 전원을 켜 보니, 몸통 반
친구에게 이 블로그 글을 모아 올해 초
이상을 차지하는 스피커에서 제법 깨끗한
자비로 만들었던 수필집(이라고 하기에는
음색이 울렸다. 이건 사야겠어. 5천 원
뭐하지만)을 주었는데, 그 안의 <조제,
깎아서 4만 원에 샀던 것 같다.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얘기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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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캡처 장면 하나를 카카오톡으로
라디오가 생기고서 새벽 작업실의 음악
보내왔다. 그러다 라디오 이야기가 나왔다.
패턴이 조금 변했다. 보통 아이패드로 받은
당연하다고 할까. 요새는 새벽에 깨어 있는
노래를 듣다가 가끔 사람 목소리가 그리울
사람들이라도 십여 년 전처럼 라디오 듣는
때, 남들의 잘 모르는 대화가 방 안에 퍼지길
일은 거의 없으니까 ‘이런 라디오로 듣고
바랄 때 라디오를 켠다. 오전부터 저녁
있어’라면서 오래된 소니 Sony 라디오를
라디오는 시끄러운 세상 얘기나 아무래도
찍어 한 장 보냈다.
좋을 신변잡기가 주를 이루니까, 습관처럼
SPECTRUM
Think, Talk, Write Creative Agency Based in Seoul twitter@thinktalkwrite
소니의 전성기였을 시절, 대량 생산한 것이 분명한 오래된 라디오에서 오묘한 과거와 지금의 접점을 본다.
라디오를 켜는 것은 새벽일 때가 잦다. 가끔
너무 많은 기능과 단추로 점철되어 있었다.
지지직거리는 주파수 잡음도 무조건 명료한
과연 쓸까 싶은 기능이 죄다 들어간 외양은
음질만을 들려주는 디지털 기기들이 되려
당시 전자업계의 경향이었는지도 모른다.
할 수 없는 점이라 마음에 든다. 그 소리를
필요한 기능만 단출하게 갖춘 이 오래된
어떻게든 맞춰보려고 조정 다이얼을 돌리는
소니 라디오는 기능과 외양 면에서 완벽을
것도, 잡음마저 하나의 음으로 느껴질
자랑한다. 수십 년 전 첨단을 달리던 것들이
때에는 중단하고는 한다.
모두 아날로그의 이름 아래 귀속되는 요즘, 전자기기들의 모습과 기능도 다시 복잡함
언제 라디오인지는 모르지만, 90년대
보다 단순함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본다.
라디오에서도 흔했던 조그만 빨간 불 하나
오래된 것들에 왕왕 정답이 있는 셈이다.
들어오지 않는 걸 보면 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 제품이 아닐까 싶다. 절제한 느낌의
요즘의 복잡다단함이 그만큼의 행복을
디자인에 고작 세 가지 색 - 검정과 은색
불러왔나 자문하면, 자신 있게 아니라고
그리고 짙은 겨자색 - 만으로 이뤄졌다.
말할 수 있다. 편리와 필요라는 마케팅의
고급 소재는 아니지만 만듦새가 단단하며,
부속이 사람들의 여백을 앗아간다. 소니의
거치와 이동을 함께 고려한 얇은 끈도
전성기였을 시절, 대량 생산한 것이 분명한
달렸다. 점점 커지는 동그라미로 표현한 음량
오래된 라디오에서 오묘한 과거와 지금의
다이얼도 좋다. 용돈을 모아 전자기기를
접점을 본다.
사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의 소니는 이미
© image courtesy of Think, Talk, Write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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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TRAVEL
뉴욕의 초심
브루클린Brooklyn 은 더는 미지의 지구가 아니다. 신선한 힙스터hipster 들이 배회했던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 는 이제 보트 택시를 타고 허드슨 강을 건너는 월 스트리트 금융맨들의 새 둥지가 됐다. 맨해튼을 안내하는 안내 책자 역시 윌리엄스버그의 최신 정보를 빠르게 업데이트하고 있다. 주말에 찾은 윌리엄스버그의 중심가 베드퍼드 애비뉴Bedford Ave.는 서울의 청담동, 신사동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윌리엄스버그의 초기 정착자들은 어디로 쫓겨났을까? 상업화에 물든 브루클린을 보기 위해 허드슨 강을 건넌 게 아닌데.
계단에서부터 괜히 긴장됐다. 흑인,
뉴욕의 벗이 그린 포인트Green Point, 부시윅
히스패닉 빈민층의 주거지. 맨해튼에 사는
Bushwick
같은 낯선 이름들을 건넸다.
친구 열다섯 명 중 열두 명이 “처음 듣는
“윌리엄스버그에서 더 먼 동네가 어디야?”
지역이야.” “안 가봤어.”, “웬만하면 가지
뉴욕에서의 주말, 우리는 뉴요커도 혼자
마.”와 같은 반응으로 걸음을 만류한 동네.
가기는 꺼린다는 부시윅으로 향하고 있었다.
역전의 피자집 ‘로버타스Roberta’s, www. robertaspizza.com’ 앞에서 얼어붙은 승모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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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에서 지하철 엘L 라인을 타고 모건
풀렸다. 브런치를 기다리는 길고 부산한
애비뉴Morgan Ave.역에서 내리면 곧장
행렬. 지금 뉴욕의 미식가들 사이에서 ‘뉴욕
부시윅의 초입에 든다. 밖으로 향하는
최고의 피자’로 소문난 맛집 로버타스는
SPECTRUM
류진 <더 트래블러 (the Traveller)> 에디터 flyryu.tumblr.com
부시윅의 주말 인구밀도를 급상승시킨
작업들이 키스 해링, 바스키아의 성취보다
공신이다. 빌&힐러리 클린턴 부부가 딸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키 두 배를 훌쩍
첼시의 생일 파티를 위해 통째로 빌린 이후
뛰어넘는 대담한 그림들에 정신이 팔려 시간
유명세가 더 높아졌다. 자동차 수리소를
가는 줄 모르고 걸었다.
개조한 식당엔 주말 늦잠을 포기한 인파들로 득시글했다. 브루클린 양봉장에서 공수한
발바닥이 더 전진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꿀을 듬뿍 얹은 비 스팅The Bee Sting 피자와
나서야 카페를 찾았다. 볕 잘 드는 마당을
쇠비름 샐러드, 구운 감자와 깔조네Calzone;
가진 케이브 에스프레소 바Kave Espresso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이탈리아 전통요리. - 편집자 주
에
bar, facebook.com/kavebrooklyn 는 부시윅
크래프트 맥주를 곁들여 낮술 한 잔 걸쳤다.
거주자들의 사랑방이다. 아류 대신 순도 높은
맨정신도 아니겠다, 호기롭게 식당 문을
힙스터들을 이곳에서 만난다. 안에 들어서니
나섰다. 볕도 좋았고, 거리 위의 사람들도
함께 온 이보다 혼자 온 이들이 많았다.
순전해 보였다.
대부분 책을 읽거나, 넋을 놓고 사색하거나, 공책을 펼치고 글과 그림을 끼적이고 있었다.
부시윅의 중심가, 플러싱 애비뉴Flushing
말소리를 내기가 미안할 정도로 고요한
Ave.에 진입하는 순간 몽롱했던 정신이
분위기가 좋았다. 주문한 커피를 들고
확 깼다. 거리를 가득 메운 압도적인
마당으로 나가니 히피처럼 보이는 청년이
그래피티들. 골목 구석구석, 공장과
반도네온을 연주하며 노래를 하고 있다. 앞에
창고들의 높고 넓은 외벽엔 빈 곳을 찾아볼
앉은 떡이 진 머리의 애인을 보면서. 모르는
수가 없었다. “이 작업 중에 뱅크시Banksy;
남자의 러브송에 한껏 달콤해진 일요일 오후.
영국 태생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 편집자 주
의 그래피티가
누가 이곳을 ‘봉변당하기 십상’인 동네라고
있다는 풍문이 있어요.” 동행한 이가
했지? 용기를 조금 냈고, 뉴욕에서 가장 쿨한
슬며시 귀띔했다. 굳이 그 풍문이 없어도 이
동네를 찾았다.
대부분 책을 읽거나, 넋을 놓고 사색하거나, 공책을 펼치고 글과 그림을 끼적이고 있었다. © image courtesy of Ryu Jin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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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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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Mixed Media, 2013 by 에스더 킴(Esther Kim) www.estherlovesyou.com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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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ORIAL
INCASE ME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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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열다섯 팀의 공간에 스펙트럼이 찾아갔다. 그들의 공간, 그들 자신, 그리고 인케이스 text 김지혜 Kim Ji hye, 성창원 Sung Changwon edited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고윤성 Go Yun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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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디자인과 손쉽게 활용이 가능한 기능으로 모든 취향과 직업, 열정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인케이스 제품은, 특화된 디바이스 보호, 최소한의 디자인 및 혁신적인 기능화 함께 다양한 소재와 실루엣을 자랑하며 개인 물품과 기기를 서로 연결, 보호 및 정리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모든 인케이스 제품은 자연스러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완벽한 휴대성을 경험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케이스와 함께 어디에 있나요?
_Anywhere 캠페인에 자세히 알고 싶다면 캠페인 페이지에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인케이스 코리아의 Facebook과 Twitter, Me2day 그리고 Instagram을 통해 다양한 _Anywhere 캠페인에 참여해 보세요. _Anywhere 캠페인을 통하여 친숙한 환경에서부터 장엄한 광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의 인케이스를 만나보실수 있습니다. Incase Korea Campaign Page goincase.kr/anywhere Facebook facebook.com/incasekorea Twitter twitter.com/incasekorea Instagram #_Anywh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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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감과 창의성은 Express _Anywhere라는 타이틀로 여러분께 선보여 집니다. EO 트래블 컬렉션은 여행에 대한 접근을 심플함과 연계성으로 정의하는 새로운 세대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 졌습니다. 각각의 EO 트래블 백은 똑똑한 수납기능과 믿음직한 보호기능을 결합하여 여행을 좀 더 쉽고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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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Choi 제이슨 최/ 레드불, 케이덴스 디스트리뷰션 소속 스케이트 보더 Redbull, Kadence distribution sponsored skateboarder
서울 기온 33도를 웃도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삐질삐질 나는 날씨. 프로 스케이트 보더 제이슨 최(Jason Choi)는 만나자마자 ‘몸풀기’에 들어가며 공원 이곳저곳을 가로질렀다. 몇 번의 왕복 후 그는 당연히 많은 땀을 흘렸지만 조금도 지쳐 보이지 않았다. 표정이나 몸짓, 우리의 요구에 응하는 태도를 보아 그가 자기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해 재미 삼아 보드에 입문했다. 그랬던 그의 일상은 8년간 스케이트보드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자신 안의 두려움을 없애고 스트레스 를 공격해 ‘이긴다’는 표현을 쓰며 스케이트보드의 매력을 말하는 제이슨 최. 타 본 사람은 알겠지만, 마음처럼 쭉쭉 나아가지 않은 보드를 붙들고 그가 얼마나 많은 두려움을 이겼을지는 짐작해볼 수 있다. 매일매일 보드를 타면서 자신의 두려움을 정복해 나가는 쾌감. 제이슨은 이 즐거움을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다. www.kadencedist.com, facebook.com/jay.choi.148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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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Cosmos Capsule Compact Backpack [C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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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ade Shop & Scout 데케이드숍 앤 스카우트/ 편집매장, 카페 겸 선술집 menswear select shop, cafe & pub 제레미 코바칙 Jeremy Kovacik 에릭 모니한 Erik Moynihan 티파니 니덤 Tiffany Needham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우리말이 있는데, 이 10년이라는 시간은 외국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나 보다. 영 어에서는 10년을 데케이드(decade)라고 아예 단어로 만들어 놓았다. ‘클래식한 아메리칸 캐주얼’. 얼핏 모순 된 듯하지만 ‘데케이드숍(Decade Shop)’의 지향점이다. 그들은 좋은 옷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은 소위 말 하는 ‘명품(luxury brand)’과는 또 다른 의미의 좋은 옷이다. 입는 사람을 고려해서 디자인한, 세월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좋은 원단으로 정성스럽게 만든 옷. 그런 옷을 데케이드숍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 상반 기 신사동에서 한남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데케이드숍 옆에 카페 겸 선술집(pub)인 ‘스카우트(Scout)’를 함 께 열었다. 데케이드숍이 단순한 옷가게가 아닌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람들이 목을 축이고 허기를 달래며 이야기할 장소를 마련한 것이다. 데케이드숍과 스카우트는 다른 이름이지만, 실제로 두 가게를 연결하는 작은 통로가 있다. 올가을, 그들은 스카우트의 요리를 위해 새로운 동료를 맞이할 계획이다. www.decadeshop.co.kr, www.scoutseoul.com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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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Chaser 테이스트체이서/ 프라이빗 다이닝, 쿠킹 클래스 private dining, cooking classes 재닛 킴 Janet Kim
‘테이스트체이서(Taste Chaser)’는 간판 없는 공간이다. 때로는 강좌(class)를 위한 공간이 되고, 때로는 식당이 되기도 한다. 식사하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이고, 한 번에 한 팀만 받는다. 공간을 운영하는 재닛 킴 (Janet Kim)은 미국 출생의 한국 교포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문화와 음식을 경험했다. 요리를 전 공하지는 않았지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망설임 없이 테이스트체이서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요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요리를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그녀는 한국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에 굉장히 열정적이다. 교포라는 태생적 특성 때문일까. 한국을 많이 사랑하는 동시에 한국의 상황을 객관적으 로 보고 이야기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경험을 바탕에 둔 국제적 시각으로서의 한국 이야기를 들으며, 오 히려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온 내가 더 배울 것이 많다고 느꼈다. 연말에 한 달 정도 페루에 머물며 문화와 노래, 음식을 접할 예정이라는 그녀의 공간을 하루빨리 다시 방문하고 싶다. 맛있는 음식, 그리고 좋은 대화를 위해. facebook.com/TasteChaser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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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 Jacket for iPad mini [Cream/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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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로운 마라호프만 컬렉션은 강렬한 컬러와 이국적인 패턴이 어우러져 독특하고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 들어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과 강력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또한 여전한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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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 Edward 루이스 앤 에드워드/ 퓨전 요리 바 fusion cuisine restaurant & bar
루이스 박 Louis Park 에드워드 리 Edward Lee
서촌 주택가 골목을 기웃거리다 보면 뜬금없이 발견하게 되는 간판 하나. 두 남자의 얼굴을 담은 삽화가 한쪽 벽 면을 차지하는 이곳은 ‘루이스 앤 애드워드’라는 이름의 퓨전 요리 바이다. 각기 런던에서 생활하던 두 사람이 만 나 의기투합해 올여름 서촌에 자리 잡았고 이제는 물어물어 찾아오는 손님도 더러 있다. 지극히 자신들의 공간 을 만들고 싶었기에 실내장식부터 접시 하나까지 모두 루이스의 감각이 담겼고, 손님상에 나오는 요리들은 에드 워드의 정갈한 손길이 더해진다. 실상 성격이나 취미 모두 판이한데 각자의 몫이 퍼즐처럼 끼워져, 루이스 앤 에 드워드만의 정취를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개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에 늘 열려있는 있는 루이스와 사랑하 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에 의미를 담은 에드워드. 음식을 만들어 파는 것만이 아닌, 좋은 이야기가 오가고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이곳은 서촌에서 보기 드물게 늦은 밤까지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온다. 이미 서촌에서 는 ‘사랑방’ 같은 장소가 되어가는 루이스 앤 에드워드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facebook.com/louisnedward 86
SPECTRUM
HUF Snap Case [Tiger Stripe Ca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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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Up Gallery
픽업 갤러리/ 온라인 갤러리 online gallery
이아름 Alicia Lee
누구나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지만, 예술작품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부담감을 가진다. 가격에 대한 편견 때 문에 구매는 더더욱 부담스럽다. 하지만 모든 작품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모든 작품이 비싸기만 한 것도 아니 다. ‘픽업 갤러리(Pick Up Gallery)’는 젊고 새로운 작가들의 작업을 더욱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합리적인 가 격으로 구매하고 소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2012년 5월 1일 온라인에 문을 열었다. 실재하는 장소가 아 니므로 어디서든 접속하여 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만, 온라인 특성상 작품의 분위기를 온전하게 전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 한 자주 오프라인 전시를 열어왔고, 현재 진행 중인 연희동 더콤마에이 (THE,A)의 전시(2013년 8월 6일~2013년 9월 22일)까지 약 1년간 벌써 다섯 번의 전시를 열었다. 픽업 갤러 리의 주인인 이아름은 이곳이 구매자만을 위한 갤러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작품을 통해 소통하고 싶은 작가와 구매자 모두에게 열려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또한, 구매자 역시 작품과 자신에게 맞는 프레임을 고르고 작품을 놓을 공간을 생각하며, 직접 연출하는 시간과 과정을 즐겁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면 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한다. 좋은 작가와 좋은 구매자가 만나 작품과 취향을 편안하게 공유하는 부담 없는 곳, 그런 픽업 갤 러리가 되길 바란다. www.pickupgallery.kr, facebook.com/pickupgallery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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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a Hoffman Snap Case for iPhone5 [Pow Wow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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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ners 코우너스/ 그래픽 디자인, 프린팅, 출반 스튜디오 graphic design, printing, publishing studio
김대웅 Daiwoong Kim 조효준 Hyojoon Jo 김은혜 Eunhye Kim
‘모퉁이들’을 뜻하는 코우너스(corners). 옛 영어단어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음기호에 힌트를 얻어 ‘코너스’ 는 이내 ‘코우너스’가 되었고 더욱 친숙하고 정감 가는 이름이 되었다. 코우너스는 리소 스텐실을 기반으로 인쇄 와 출판,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하는 소규모 스튜디오이다. 그들이 일하는 소공동 스튜디오를 찾아가니, 좋은 친 구로 보이는 세 명의 구성원들의 존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여분의 자리에는 함께 작업하여 인쇄를 거친 결과물 이 색채를 더하고 있었다. 공통의 관심사 ‘책’을 통해 결성된 코우너스는 작지만 셋의 힘으로 셋이 원하는 책을 만 들어 보자는 다짐에서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이 시대와 친숙한, 지금 꼭 필요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든 사 람의 관점과 생활이 포함된 그들의 결과물들은 소소하지만 힘이 있고, 보는 이에게 기분 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가을에 열릴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에서도 코우너스의 작업을 볼 수 있을 듯하며,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집중 후 얻은 달콤한 휴가 뒤에는 더욱 가뿐해진 그들의 행보를 이곳저곳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 이다. www.corners.kr, twitter@cornersinfo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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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Case for iPhone5 [Lemon Gl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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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진 Campus Collection은 가벼운 활동성과 편안함으로 Explore_Anywhere 의 슬로건을 더욱 자유롭게 합니다. 360도 부착된 내부 패딩은 내부수납의 모든면을 보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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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uthside Parlor 사우스사이드 팔러/ 크래프트 칵테일 바 craft cocktail bar
로비 윈 Robbie Nguyen 필립 어바웃 Philip Abowd 오스틴 빈야 Austin Vinas 조니 유 Johnny Yu
텍사스 출신의 네 친구가 미국 남부식 칵테일과 주류문화를 서울에 알리기 위해 2011년 뭉쳤다. 어릴 적에는 몰 랐는데 만나고 보니 넷 다 텍사스 출신이었다. 팀의 이름은 서던 선즈(Southern Sons). 그들은 여러 곳에 출 장급식(catering)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름을 알리고 실력을 쌓았다.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했고, 많은 준비 끝에 2013년 6월 말 ‘사우스사이드 팔러(The Southside Parlor)’를 열었다. 그들이 내세운 단어 는 크래프트 칵테일(craft cocktail)이다. 장인(craftsman)이 좋은 재료를 골라 정성을 들여 무언가를 만들어 내듯이, 사우스사이드 팔러의 칵테일에는 장인정신(craftsmanship)이 깃들어있다. 진과 럼 등 칵테일의 기 본이 되는 술을 비롯해 각종 과실주(liqueur)도 직접 고르며, 조리에 들어가는 시럽도 모두 직접 제조한다. 또 한, 서던 선즈는 출장급식을 하며 크래프트 칵테일만 제공했지만, 사우스사이드 팔러가 생긴 지금은 간단한 안 주도 제공한다. 바비큐(BBQ) 기반의 요리들로 미국 남부식 양념과 훈제 향이 인상적이다. 특별한 간판 없이 4 층에 있어 처음 찾기에 쉽지 않지만, 한 번 들어서면 칵테일 맛과 그들의 즐거운 기운에 도로 나서기 힘들 것이다. facebook.com/SouthsideParlor, facebook.com/southernsonskorea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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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us Compact Backpack [Orange/Storm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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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Joe 로버트 조/ 영상작가, TV쇼 호스트 film maker, TV host
로버트 조(RJ)는 두부와 함께 사는 남자다. 두부는 커다랗고 하얀 개다.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등 각종 영상 작업을 해오던 그는, 최근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에서 방영하기 시작한 <거긴 들어가고 싶지 않아(I Wouldn’t Go In There)>의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유명한 흉가를 방문하여 각종 소문과 미신에 관한 진실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으로 8월 하순 첫 방송이 시작되었다. 그는 여가에 모터사이클을 타는데, 사이드카를 달아 두부와 함께한다. 처음에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보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결 국 머릿속에서 생각이 떠나지 않아 장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두부와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는 일은 쉽지 않다. 빨 리 달릴 수도 없고, 두부가 걱정되기도 하고, 사이드카도 낡은 것이라 관리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두부와 함 께 달리는 일이 아주 좋은 차를 타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말한다. 쓸모없어 보이지만 나에게만큼은 정말 소중하 고 즐거운 것. 그것이 정말 무언가 쿨한 것(somthing cool) 아닐까. www.vimeo.com/durumungsuri, www.iwgit.com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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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ther Mod Case for iPhone5 [B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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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duck Seo 서경덕/ 커머스 에이전시 소속 모델 겸 오쿠스 숍 매니저 Curmas agency model, Ohkoos shop manager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 광고에서 본 서경덕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외국인 같은 느낌이 강했 다. 그 한 장의 사진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우연히 전문 모델로 발탁되면서 그가 사는 오늘이 갑자 기 그의 삶으로 들어왔다. 어릴 적부터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자기가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을 찾아왔다 는 그는, 디자인도 해보았고 매장의 직원으로도 일 해봤지만 정작 모델에 대한 꿈은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고 했다. 막상 뛰어든 이 길이 그에게는 낯설지만 설레고, 어렵지만 재미있다. 자라면서 주변 어른들에게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정답이라 들어왔지만, 지금 그는 모델과 편집매장 매니저를 겸하고 있다. 그리고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그 두 가지 일이 모두 그에게 중요하다. 다가올 10월의 서울패션위크를 준비하면서 매장 관 리도 충실하게 하고 싶다는 그는, 아주 먼 미래를 바라보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그가 하고, 걷는 길 위에 주어질 또 다른 기회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다. www.curmas.com, www.ohkoos.com, facebook.com/skd089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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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ther Mod Case for iPhone5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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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똑같은 지루한 일상을 떠나 꿈꾸는 자유. Escape_Anywhere가 필요합니다. 특별한 프리미엄 레더 소재의 케이스는 후면의 소프트 폼으로 향상된 촉감과 그립감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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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ha Kim 김자하/ 더자스 클라이밍 짐 디렉터 겸 코치 The Ja’s Climbing Gym director & coach
서울 시내에 많은 클라이밍 센터가 있지만, 그곳에서 재미를 찾기는 힘들어 ‘더자스 클라이밍 짐(The Ja’s Climbing Gym)’을 열게 되었다는 김자하 코치. 현역 선수로 활동하다 은퇴한 뒤, 동생 김자인 선수와 함께 이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산악인의 등반이라는 것은 어쩐지 무겁고 구식 같지만, 근래 들어 스트리트 문화와 클라이밍이 접목되면서 많은 젊은이가 그 매력에 동참하고 있다. 중력을 거느리는 운동인 클라이밍은 몸의 균형 을 맞춰주는 동시에 유연성을 길러준다. 그래서 짐 안에는 어린아이부터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이 모여 한 자리에서 땀 흘리며 운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나만이 좋아하는 문화가 아닌, 남들도 좋아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 다는 김자하는 클라이밍의 대중화를 위해 일반인도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 도 신 나는 음악과 열기로 가득한 축제와도 같을 것이다. www.thejas.co.kr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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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 Travel Backpack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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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ol Han 한예롤/ 칠드런 아티스트 children artist
한예롤은 ‘아뜰롤리에(ATELOLIER de Yelol Han)’라는 공간을 운영하는 칠드런 아티스트다. 칠드런 아트 (children art)는 아이들의 그림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 잠재력을 끌어올려 그림을 그리게끔 하는 것으로, 마땅 한 단어가 없어 그녀가 직접 만든 단어라고 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아이들과의 소통이 필수적인데, 그 과정 이 묻어난 결과물을 보며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한다. 때 묻지 않은 상상력을 비롯하여 어른이 되며 잃어버린 것들을 아이들에게서 다시 배워나가는 모양이다. 옛날 피아노학원이었던 공간을 거의 고치지 않 고 사용하는 아뜰롤리에는 많은 식물과 함께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로 가득 차있다. 또한, 전국을 넘어 세계 각지 에서 채집한 나뭇가지, 소라, 돌멩이, 솔방울, 바닷물에 뭉툭해진 유리조각 등 자연의 손을 거친 조각들이 곳곳 에 놓여있다. 그녀는 채집물을 이리저리 배열하여 작업하기도, 여가를 보내기도, 아이들과 함께 놀기도 한다고 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아이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녀의 계획을 들으며, 자신의 것 만 고집하지 않고 서로의 좋은 점이 맞물려 더 좋은 결과를 내는 작업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제대로 된 협업이 란 이런 것이 아닐까. www.yelolhan.com, facebook.com/iamyelol 104
SPECTRUM
Campus Mini Backpack [Hot Pink/Washed Charc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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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in Kim 김혜인/ 맵스 매거진 에디터 Maps magazine editor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좋은 태도가 필요하며, 특히 에디터의 태도는 결과물을 위해 모인 사 람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김혜인과의 대화 후 느낀 점은, 그녀가 일에 대해 진중한 태도를 갖추고 있는 사람 이라는 것이었다. 패션 에디터로 일하고 있지만, 맵스의 특성상 분야를 넘나드는 작업이 많기에 다양한 분야에 관 심을 두는 그녀에게 ‘에디터’라는 직업은 그녀에게 잘 맞고도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이다. 4년 동안 맵스에서 일하면 서 아주 많은 사람을 만났고 여러 분야를 접했지만, 그녀는 늘 하위문화(subculture)에 시선을 모은다. 특히 요즈 음에는 음악과 패션의 협업을 관심 있게 보고 있으며 그런 관점에서 ‘미스치프(Mischief)’와 ‘삼육공 사운즈(360 Sounds)’의 ‘썸시리어스(Som Serious)’ , 아티스트 ‘윤협(Yoonhyup)’이 함께 한 작업은 그녀에게 있어 참 반가운 소식이다. 서로 견제하기보다는 더 단단하게 묶여 함께 만들어내는 좋은 결과물을 자주 보고 싶다는 그녀는, 내부 적으로 탄탄해야 더 큰 무대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그런 협업과 조화의 중심에 있고 싶다고 말한다. 이 런 그녀의 태도가 그녀를 더욱 좋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facebook.com/kimegn, twitter@kimegan 106
SPECTRUM
Odd Future Snap Case for iphone4 [All Over 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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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당신의 놀이터 멈추지 말고 즐기세요. 블리치 컬러의 Cosmos Capsule Compact Backpack은 우주를 모티브 영감을 받아 탄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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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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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wall 조월/ 뮤지션 musician
조월(Jowall)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다. 조월의 이름으로 두 장의 음반을 만들었고,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 자도 늘었다네(이하 속옷밴드)’와 ‘모임 별(Byul.org)’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속옷밴드와 모임 별은 2000년대 초반 시작했고 조월 개인의 작업은 2009년 첫 선을 보였는데, 그 시작은 두 밴드를 위해 써두었던 곡들을 다시 만지게 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그는 공연하지 않는다. 일단 속옷밴드와 모임 별이 라이브 공연을 하기 때문이 기도 하고, 음반에서만 낼 수 있는 소리에 조금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조월의 노래에는 물론 좋은 멜로디도 있지 만, 다양한 질감과 공간감이 있다.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지만, 그의 노래만이 가질 수 있는 음색이기에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좋은 장비가 갖추어진 스튜디오에서 깔끔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좋은 소리라고 말하지 만, 저는 그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공연장에서만 들리는 소리도 있고, 그 소리를 공연장 화장 실에 들어가서 들으면 또 달라지고… 그런 데에서 오는 재미도 있죠.” 흐름과 유행을 좇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 하는 것들을 조합하고 변형하는 작업이 즐겁다는 그의 말에서, 그 방향과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www.jowall.kr 110
SPECTRUM
Point and Shoot Field Bag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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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 2013
Taekyu Lee 이태규/ 펄 스케이트보드 디렉터 PUL Skateboards director
국내 크루져보드 전문 브랜드 ‘펄(PUL)’은 ‘피스(peace)’ , ‘러브(love)’ , ‘유니티(unity)’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합 성어이다. 모두 디렉터 이태규가 좋아하는 단어로, 이것이 한데 모여 브랜드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국내에 서는 익숙하지 않은 보드 전문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 살면서 우연히 접한 스케이트보드가 삶 전반에 건강하고 활기찬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스 케이트보드는 마니아들만이 열광하는 소외된 문화였고 대중에게 그것을 이해하게 하는 매개체가 필요한 듯했 다. 그래서 그는 그 매개체를 일로 자처하게 되었다. 요즈음 이태규는 얼마 전 문 연 목동 매장에서 시간 대부분 을 보낸다. 스케이트 보더들과 만남을 갖고 소통하면서 서로의 목마름을 채우고, 한 단계 더 앞으로 나갈 계획들 을 세운다. 확률 싸움이 아닌 도전정신 그리고 최선을 다한 결과로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는 그. 펄 스케이트보드 의 미래를 통해 이태규, 그가 증명되기를 바라본다. www.pulskateboards.com, facebook.com/pulskateboards, twitter@pulskateboards 112
SPECTRUM
Campus Compact Backpack [Purple/Warm G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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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 2013
Sejin Park 박세진/ 프로듀서 producer
대학교에서 영상을 전공한 박세진은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영상을 만들어왔다. 그러던 중 직접 만드는 일보다 제 작(producing)에 더 관심 두게 되었다. 제작에는 더 큰 세계가 있었다. 각 분야의 사람을 조합하고, 투자를 받고, 생각했던 일을 실현하는 것. 결국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라이브 모션 픽처(Live Motion Picture, LMP)’라 는 프로덕션 회사를 차렸고,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각종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많은 시장이 그렇겠지만, 국내 프로덕션 시장 역시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야 하는 구조이기에 그는 눈을 외국으로 돌렸다. 시도는 성공적 이었고, 영상에 대한 거의 모든 작업과 함께 공연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는 회사에서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경영자)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자신은 그저 프로듀서로 불리고 싶다고 말한다. “직함이야 대표할 사람이 필요하여 붙여놓은 것이고,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결국 돌아가면서 맡을 일입니다.” 프로덕션이기에 회사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수평적인 구조는 어떻게 보면 팀이나 크루(crew)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부인과 고양이 두 마리와 삼청동 한옥에서 지내는 그는 언제나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다. 어릴 때부터 새로운 것이라면 먼저 보고, 듣고, 만져보는 것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선천적인 프로듀서가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www.lmp.co.kr 114
SPECTRUM
Ace Hotel Protective Sleeve [Olive Dr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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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 2013
Milky Way, 2010 by 최다함(Choi Dahahm)
www.dahah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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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risakusuzuki.com © Risaku Suzuki / Courtesy of Gallery Koyanagi
Between the Sea and the Mountain-Kumano E-34, 2006 by 리사쿠 스즈키(Risaku Suzuki, 鈴木理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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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SPACE
text 김지혜 Kim Ji hye edited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고윤성 Go Yunsung
‘Space’는, 스펙트럼이 고른 서울 안의 공간 세 곳을 보여주고 그곳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코너입니다. ‘지금 가장 뜨고 있는’ 공간 대신, ‘지금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공간들을 엄선하여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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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경복궁의 서쪽에 있다 하여 이름 붙은 ‘서촌(西村)’. 크게 사직동과 청운동, 효자동 일대를 가리키지만, 사실 총 아홉 개의 법정동이 포함되어 있어 골목 하나를 돌 때마다 마을 이름이 달라진다. 청와대와 가까워 개발 혜택에서 멀어졌지만, 그렇기에 예스러움이 잘 보존된 이곳에는 60년 이상 살아온 토박이 주민들과 새로 보금자리를 튼 젊은이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대오서점과 대림미술관, 가가린과 갤러리 팩토리를 잇는 넓은 길이 서촌 하면 떠오르는 곳이지만, 옥인동과 누하동을 따라 작은 카페, 공방과 술집이 마치 오래전부터 있었던 마냥 하나둘 늘고 있다. 무엇이 하나 생기면 기존의 분위기를 없애고 크고 화려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만드는 지금 서울의 모습과 서촌의 분위기는 판이하다. 편의보다는 조화를 택한 소박한 거리, 이정표 하나 없고 밤 11시만 되면 불빛이 꺼지는 이 불친절한 곳에 하나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있는 이유는, 골목 어딘가에 자리 잡고 앉아 있노라면 구름이 흐르는 모습과 바람의 방향을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 아닐까.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화가 이중섭과 시인 윤동주, 이상 또한 이곳의 이런 소박한 풍경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120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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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 덕수궁 담을 따라 광화문 방면으로 걸어가다 보면, 낯선 첨탑이 보인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성공회 신자들은 줄여서 ‘서울대성당’이라고 부른다)은 꽤 오랜 시간 그곳에 있었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뜻밖의 발견이다. 붉은 벽돌과 회색 화강암의 조화가 아름다운 이 근대식 건물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로마네스크 중세기 초반 유럽의 건축 기법으로 알려졌다. 절단면이 반원 아치를 이루는 것이 특징적인 양식으로, 서울특별시 유형 문화재 35호이기도 하다. 주변의 건축물과 판이하게 달라 뒷길을 수줍게 자처한 느낌이지만 성당 입구에 들어서면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놀란다. 압도당할 만큼의 힘을 가진 건물은 아니나 아름답고 따뜻하며, 철저한 유럽식이면서도 지붕에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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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를 올린 점이나 창에도 우리나라 전통 창살 느낌을 가미해 정감이 간다. 1890년, 우리나라에 온 초대 주교가 지금 자리에 있던 낡은 한옥에 십자가를 세우고 미사를 드리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고, 1922년 착공하여 1926년 자금 문제로 부분 준공되었다. 3・1 운동 당시에는 그리스도계 학생들의 만세운동 중심지였으며, 1987년 민주화 항쟁 때에는 6・10 국민대회가 시작된 국민운동의 상징적인 장소로 역할을 했다. 그렇게 약 70년간 미완공인 채로 역사에 몸을 맡긴 이 건물은 1996년 비로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 자리에 서서 서울의 변화를 목도한 곳에 서니, 흑백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그것은 아마도 지난 시간을 머금은 건축물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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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 문화의 흐름 중심에는 언제나 공연예술이 있었다. 직접 무대를 찾고, 배우들과 한 공간에서 호흡하며 느끼는 생동감은 다른 것과 비교가 불가하며, 그것이 시대가 변해도 공연 예술이 지속하는 커다란 이유일 것이다. 지난 2009년, 약 30년간 폐쇄되었던 명동예술극장이 복원되었다. 국립극장이 장충동으로 옮겨간 뒤, 옛 명성의 그늘을 머금고 쓸쓸히 퇴색해가던 본래의 국립극장 공간은 그렇게 다시금 활기를 찾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출범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한 ‘명동국립극장’의 역사는 꽤 오랜 시간 이어졌다. 국립극장 개관 후 첫 작품은 역사극 <원술랑(유치진 작, 허석 연출, 1950년)>이었는데 당시 국민 여덟 명 중 한 명이 이 작품을 본 셈이라고 하니 그 인기를 알 만하다. 그 이후로도 이곳은 수많은 사람의 추억이 서린 곳이 됐을 것이다. 젊은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을 것이며, 연극인들이 땀방울이 수도 없이 떨어졌을 것이다. 6・25전쟁의 발발과 휴전 그리고 복구를 거치면서도 끈질기게 자리를 지킨 우리나라 연극의 역사는 사실 지금의 ‘명동예술극장’만이 오롯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다. 복구된 명동예술극장은 외관을 제외하고는 많이 달라졌다. 지난 시간이 부러워할 정도의 좋은 장비들을 갖췄고, 안팎에는 공연을 기다리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생겼다. 연극문화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명동국립극장을 문화유산으로 인정하고 그 가치를 보존하는 것. 공표된 복원의 이유 또한 멋지지만, 여러 세대가 각각의 기억을 가지고 이곳을 계속 찾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명동예술극장은 서울 안에서 꽤 의미 있는 곳으로 전해질 것이다.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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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ATION
RE COMMEN DATIONS FOR FALL 2013 ‘Recommendation’은, 스펙트럼이 다루는 여덟 가지 분야 - 패션, 디자인, 아트, 북, 스트리트, 음악, 테크, 여행 안에서 스펙트럼 스태프들이 ‘2013년 가을’에 추천한 내용을 소개하는 일종의 안내서입니다.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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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ADDICTED 성창원 Sung Changwon
예전 애딕티드 ADDICTED 홈페이지에서 ‘스트리트 쿠튀르street couture’라는 단어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스트리트 쿠튀르’가 애딕티드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와 거리 문화를 담은 스트리트 브랜드 사이에서,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길거리의 감성을 놓치지 않은 옷들. 애딕티드에는 언제나 그런 옷들이 가득하다. 애딕티드는 2004년 신사동에 문을 연 편집매장으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디자이너의 옷과 액세서리를 취급하며 알리고 있다. 2013년 8월 30일, 애딕티드는 다시 한 번 매장을 옮긴다(지난 2010년 7월에 이미 한 번 확장 이전했다). 지하층은 갤러리와 애딕티드 언더그라운드 ADDICTED underground, 1층은 애딕티드, 2층은 탑맨TOPMAN 이라는 세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수많은 편집매장 가운데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디자이너를 발견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는 애딕티드의 새로운 시작에 격려를 보낸다. 하나 더하자면, 지하의 갤러리는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작업을 선보이고자 하는 젊은 아티스트에게 열린 공간이다. ‘아이디어’와 ‘작업’은 있지만 ‘공간’이 요원한 당신이라면, 직접 애딕티드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www.addicted.kr © image courtesy of ADDICTED 128
SPECTRUM
DESIGN
MUUTO: THE DOTS COAT HOOKS 이윤희 Lee Yunhee
아무것도 걸지 않았을 때는 그저 느낌 있는 장식물로 보이지만, 이것은 무엇이든 걸 수 있는 ‘걸이’ 이다. 흰 벽에 다섯 개의 검은 점이 박힌 사진 한 장을 단서로 찾아낸, 덴마크 디자인그룹 무토 MUUTO 의
‘도트 코트 훅The Dots Coat Hooks’. 그들의 작업은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되었고, 이
제품 외에도 감각적인 가구와 소품, 조명들로 가득하다. 내 집이 갖고 싶은 순간이다. 아, 타이포그래피로 가득한 그들의 홈페이지도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그중에서도 귀여운 브랜드 소개 영상은 꼭 보기를 추천한다.
www.muuto.com image courtesy of MUUTO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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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VERYTHINGS 김지혜 Kim Ji hye
부커진bookazine 을 표방하는 <베리띵즈Verythings> 창간호는 종이 콘텐츠와 공간 콘텐츠를 모두 활용해 ‘어반 유토피안 리빙(urban utopian living)’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단어를 곱씹을수록 묘한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전시 공간을 보고 나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도시에서 살면서 그 누군가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 있으며 주로 자연과 음식이 주를 이룬다. 화분을 벗어던지고 흙덩어리를 드러낸 채 공중에 매달려 있는 식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이것이 우리의 삶에 쉽게 재현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꽤 멋지고 신선하다. 도심 생활에 지친, 그리고 삶의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또는 잃어가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www.verythings.org © image courtesy of VERYTHINGS 130
SPECTRUM
BOOK
천재 아라키의 괴짜 사진론 홍석우 Hong Sukwoo
일본 출신 사진가 ‘노부요시 아라키(Nobuyoshi Araki, 荒木 経惟)’는 지금까지 낸 수백 권의 사진집 으로 현대 일본 사진의 ‘논쟁적인 인물’로 우뚝 서 있다. 스스로 ‘천재’라고 거리낌 없이 부르며, 피사체와 마주하는 치열한 과정을 쉴 새 없이 얘기하는 그의 사진 철학은 이 작은 책, <천재 아라키의 괴짜 사진론아라키 노부요시 저/백창흠 역/포토넷 펴냄> 안에 오롯이 들어 있다. 흔히 인터넷 속 사진가들을 접할 때, 그릇된 학습(?)에서 비롯한 ‘장비병’과 남들과 다를 것 없는 비슷한 주제와 구도에 실망할 때가 있다. 사진과 삶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써내려간 사진 수필집은 그래서 더 반갑다. 어떤 구도로 어떻게 찍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사진을 찍으면서 그가 확립한 사진론을 능청스러운 말투 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아라키 노부요시의 작품 세계를 잘 모르더라도, 역자가 꼼꼼히 단 주석 덕분에 책을 읽는 데 무리가 없는 점도 좋다. 그가 수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하고서 느낀 점을 풀어낸 부분 또한 무척 흥미롭다.
image courtesy of PHOTONET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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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BEDWIN & THE HEARTBREAKERS X ADIDAS ORIGINALS 홍석우 Hong Sukwoo
스포츠와 패션의 만남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둘의 만남을 탁월하게 풀어낸 작업들로 시장 선두주자 위치를 차지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가 이번 가을/ 겨울 시즌, 새로운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일본 패션 디자이너 마사후미 와타나베Masafumi Watanabe 의
남성복 브랜드 ‘베드윈 앤 더 하트브레이커즈Bedwin
& The Heartbreakers’와
함께
선보인 캡슐 컬렉션은 스포츠웨어의 기능성과 어반 스트리트웨어 감성을 결합한 똑 부러지는 컬렉션이 됐다. 개인적으로 룩북 사진 속 빨강색 블루종을 추천하는데, 도쿄 출신 디자이너의 경쾌한 색감으로 아메리칸 스포츠웨어를 풀어냈다.
© image courtesy of Bedwin & The Heartbreakers, adidas Originals 132
SPECTRUM
MUSIC
FRANK OCEAN - NOSTALGIA, ULTRA. 김래현 Kim Rae hyun
일반적인 가수들은 데뷔 앨범으로 대중에게 첫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흑인음악 - 그 안에서도 특히 힙합이나 알앤비R&B - 같은 경우에는 ‘믹스테이프mix tape’라는 방식으로 먼저 목소리를 알리고는 한다. 믹스테이프는 기존에 있던 곡들을 복제하고 리믹스하여 자신만의 색을 표현하는 것으로, 데뷔앨범으로 대중과 여러 시상식에서 호평받은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의 2011년도 믹스테이프 <노스탤지어,울트라.nostalgia,ULTRA.>를 추천한다. 본인의 곡이 아닌 다른 곡을 노래함으로써,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의 색을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www.frankocean.com, www.oddfuture.com © image courtesy of Frank Ocean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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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UP BY JAWBONE 홍석우 Hong Sukwoo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면 꿀 같은 주말이 오지만,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사라진 시간 뒤에 다시 일과 술자리가 반복되는 나날. 바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를 느낄 때, ‘정말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가?’ 생각하게 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시tablet PC 의 시대를 넘어 ‘입는 컴퓨터wearable PC’가 도래한다는 요즘, ‘조본 업UP by JAWBONE ’은
퍽 흥미로운 물건이다. 단순한 디자인에 무게는 고작 22그램밖에 되지 않는
자기 관리형 팔찌를 표방하는 이 제품은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애플리케이션 업UP 을 내려받고 종일 차고 다니면 된다. 이 작은 녀석을 매일 착용하면, 하루 운동량과 열량 소모량은 물론 잠잘 때의 수면 패턴까지 분석해준다. 자신의 생활 방식을 분석하고 건강 관리의 목표를 응원해주는 팔찌형 컴퓨터인 셈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185,000원으로, 애플 코리아 온라인 스토어와 컨시어지Concierge 매장에서 살 수 있다.
www.jawbone.com/up © image courtesy of JAWBONE 134
SPECTRUM
TRAVEL
DAIKANYAMA T-SITE 김세일 Kim Seil
작년 <모노클Monocle> 편집장인 타일러 브륄레Tyler Brûlé 와 만났을 때 처음 듣게 된 후, 올봄 출장길에 일부러 방문해본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代官山의 츠타야 서점蔦屋書店, Tsutaya Bookstore, 일명 ‘티-사이트T-SITE’. 바쁜 일정에 저녁 아홉 시가 넘어 도착한 이유로 건물 외관이나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소문대로 어마어마한 양의 각종 도서와 음반 및 영화 DVD가 세 동에 펼쳐져 있었고,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많은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관심사였던 화집과 잡지 판매대는 시간만 허락한다면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책들로 가득했다. 건물 안팎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산책길 옆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고, 갤러리를 비롯한 각종 상품 매장과 편의점까지 있다. 새로이 도쿄에 자리 잡은 완벽한 소비공간임이 분명하다.
www.tsite.jp/daikanyama/
© image courtesy of T-SITE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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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BASTIEN VIVÈS 바스티앙 비베스 bastienvives.blogspot.com / ateliermanjari.blogspot.com / twitter@BastienV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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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OKEH KEUNNAM 옥근남 www.buriedxalive.com / twitter@OKEHHH / instagram@OKEHH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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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스펙트럼 매거진의 여덟 번째 챕터 ‘갤러리’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재능 넘치는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그 열한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바스티앙 비베스Bastien Vivès’와 ‘옥근남Okeh Keunnam’입니다. 1984년생의 프랑스 출신 만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바스티앙 비베스는 스물두 살에 친구들과 함께 ‘아틀리에 망자리L’atelier Manjari ’를 설립하여 꾸준히 작품 활동에 매진했습니다. 2007년 고블랭 영상학교Les Gobelins, L’Ecole de L’image 애니메이션 학과를 졸업한 후 발표한 작품들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젊은 만화가이자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만화책의 한 종류로, 주로 단행본 형태를 띠며 인쇄 도서와 같은 재료와 방법으로 만든다. - 편집자 주
작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2010년부터 국내 예술 전문 출판사 미매시스Mimesis 가 그의 작품 <염소의 맛Le Goût du chlore, 2008>, <사랑은 혈투La Boucherie, 2008>, <폴리나Polina, 2011>, <내 눈 안의 너Dans mes yeux, 2009>,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Bastien Vivès Blog, 2013>를 연달아 출간하면서
국내에도 그의 열성 팬이 많아졌습니다. 그의 작품은 동시대와 동년배 청춘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한 번 손에 쥐면 빨려 들어가는 듯한 흡입력과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1983년생의 한국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옥근남은 스트리트 컬쳐 브랜드 ‘베리드얼라이브Buried Alive’의 아트 디렉터로 알려졌습니다. 십 대 시절 만화가를 꿈꾸며 프로 만화가의 문하생 시절을 경험하기도 한 옥근남은, 자신의 청소년기를 뒤흔든 ‘그림’과 ‘음악’ 사이에서 1970~80년대 펑크록punk rock 과 스케이트보드 신의 하위문화 subculture 를 꾸준히 작업 안에 담고 있습니다. 현재 그는 베리드얼라이브의 아트워크와
디자인 작업은 물론, 다수의 기업과 패션 브랜드, 동료들과 함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뚝심 있는 작업을 선보입니다. 소위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라고 해도 세계적인 트렌드에 큰 영향 받기에 십상인 요즘, 묵묵히 한 길을 걷는 그의 작업은 웬만한 순수 예술가의 작업과 비견될 만합니다. 서로 다른 환경과 나라, 도시에서 자란 그들을 한자리에 소개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과거’로부터 영향 받으면서도 ‘현재’ 비교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작업을 선보인다는 공통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림이라는 매개체로 각기 다른 작업을 이어가는 둘의 대화는 따로 이루어졌습니다만, 스펙트럼의 큐레이팅으로 함께 선보입니다.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성창원 Sung Changwon photography 고윤성 Go Yunsung edited by 김지혜 Kim Ji hye, 홍석우 Hong Sukwoo translate by 정효진 Jung Hyojin special thanks to 열린책들/미메시스(www.openbooks.co.kr/html/mimesis/main.html) © all works courtesy of Bastien Vivès/ Mimesis, Okeh Keunnam/ Human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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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01 Introducing
언제부터 그림을 그렸나? 정식 데뷔는 2007년으로 알고 있다.
소개
바스티앙 비베스이하 BV: 맞다. <그녀들Elle(s)>이 정식 데뷔작이긴 하지만, 그 전에 재미있는 삽화집을 두 권 출간했었다. 집안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나? 아버지가 화가, 사진작가, 영화 세트 디자이너라고 들었다. BV: 아버지의 영향으로 풍족한 시각적 환경에서 자랐다. 좋은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진지한 그림을 그렸고, 또 실력을 많이 기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러한 환경이 미래와 꿈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아버지는 나와 형의 첫 번째 그림 선생님이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옥근남이하 OKEH: 1983년생 옥근남이다. 현재 소위 말하는 스트리트 브랜드, 베리드얼라이브Buried Alive, 이하 BA 의 디렉터이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다. ‘안 멋있는 것을 멋있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안 멋있는 것을 멋있게 만든다’는 의미는? OKEH: 다듬어지지 않은 것들이나 보기 흉한 것들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다. 보통 어릴 때 학교에서는 만화를 잘 그리는 아이가 한 명씩은 있었다. 당신도 그런 아이 중 한 명이었나? 나는 <드래곤볼>과 비디오 게임 캐릭터 ‘소닉Sonic’을 많이 그렸다. BV: 하하, 맞다. 나 역시 학교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중 하나였다. 대부분 닌자 그림을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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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똑같이 따라 그리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여성 누드를 빠른 속도로 그리기도 했다. 이런 그림들은 학교생활에 맞지 않을 수도 있었다. 만화가가 되기로 한 순간이 있나? 아니면 어릴 적부터 그려오다 자연스럽게 직업이 된 건가? BV: 만화가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림은 그리고 싶었는데, 처음에는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그림 그리는 직업은 조금 천천히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있는 방향의 작업을 많이 하게 되면서 결국 지금으로부터 6~7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만화가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 OKEH: 옷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그렇듯이 바쁜
<염소의 맛(Le Goût du chlore), 2008> by 바스티앙 비베스(Bastien Vivès)
시기다. 더군다나 우리는 2013년도 가을/겨울 컬렉션 제품을 지금 제작하고 있다. 조그만 신scene 에서는 움직임이 빨라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여러 외주 작업과 개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앞의 대답처럼 BA 작업과 개인 작업을 병행하는데, 각자 작업 구조가 궁금하다. OKEH: BA는 의류 브랜드이므로 물론 옷 만드는 것에 집중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고 또 속한 문화를 보여주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상징하는 아트워크, 일러스트 작업을 포함한다. 같은 신에 있는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한 작업을 진행할 때가 많고, 실제 그 작업을 BA 안에서 표현한다. 이와 완전히 분리된 상태로 개인 작업 및 기업들과 협업 베리드얼라이브(Buried Alive) 2013년도 봄/여름 시즌 ‘배드투스(BADTOOTH)’ 컬렉션; 레이먼드 페티본(Raymond Pettibon)이 디자인한 펑크 밴드 블랙 플래그(Black Flag)의 로고 패러디 by 옥근남(Okeh Keunnam) 140
SPECTRUM
collaboration 을 진행하는데, 보통 내 작업을 보고
그것을 반영하고 싶어 연락 오는 경우가 잦다. 클라이언트와 만남 후, 그들이 내 포트폴리오를 확인하고, 논의를 거쳐 작업을 진행한다.
02 Past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미국의 만화보다는
과거
만화들도 많이 봤나?
우리나라와 일본 만화를 많이 읽으며 자랐다. 어릴 때 동양
BV: 어릴 때는 일본을 비롯한 동양 만화들이 못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TV 에서 <드래곤볼>을 처음 봤을 때도 등장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나는 동양보다는 미국 만화, 그중에서도 디즈니Disney 스타일에 조금 더 가까웠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미야자키 하야오宮崎 駿; <미래 소년 코난>, <원령공주>,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을 연출한 일본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 편집자 주
와 일본 비디오게임을 접하고, 내가 다닌 애니메이션 학교의 경험으로 일본 만화에
관심 두게 됐다. 유럽의 ‘코믹 키즈comic kids’들이 어릴 때 가장 영향받고 자란 만화가들은 누구인가? 어떤 작품들을 보면서 ‘충격’받았나? BV: 빌 와트슨Bill Watterson; 미국 태생 만화작가로 대표작 <캘빈과 홉스 (Calvin and Hobbes)>가 유명하다. - 편집자 주
이지 않을까 싶다.
그의 만화를 보면서 처음 충격을 경험했다. 당시 나는 열세 살인가 열네 살이었다. 그가 구사하는 만화 속 어조의 자유로움에 큰 인상을 받았다. 만약 그의 만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내 작품 또한 그와 비슷한 자유로움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작업 혹은 직업을 처음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
<사랑은 혈투(La Boucherie), 2008> by 바스티앙 비베스(Bastien Vivès)
OKEH: 어릴 적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우리 세대라면 모두 공감할 텐데,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를 보면서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방학 때는 만화가 박무직의 문하생 생활도 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밴드 음악에 관심이 생겼다. 당시 나를 움직인 건 메탈리카 Metallica였다.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 몇 명이 함께 친구네 집 지하실에서 합주하다가 밴드를
결성해서 홍대 클럽 공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 문화의 일종인 메탈metal 과 펑크록punk rock 에 빠져 살면서 자연스레 아트워크를 접하게 됐다. 1980~90년대의 이미지는 뉴웨이브 New Wave
조류의 영향으로 자극적인 시각 작업이 많았다. 그렇게 만화가의 꿈과 학업도
자연스레 멀어지고…. (웃음) 밴드 포스터들을 보면서 직접 그리게 되고, 더 많은 정보를 접하기 위해 공부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의 일이다.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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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수작업으로 그렸나? OKEH: 그땐 다 그랬다. 연필로 스케치한 뒤 펜이나 사인펜, 매직으로 펜 터치를 했다. 스캐너도 쓰지 않고, 문구점에 가서 그림을 복사하는 게 전부였다. 스케이트보드, 펑크록 등을 줄곧 작업 정체성으로 삼았다. 이것들이 당신에게 지닌 의미는 무엇인가. OKEH: 엄청나다. 내가 즐기고 좋아하는 것들은 모두 같은 맥락에서 뻗어 나왔다. 펑크라는 게 미국의 하위문화에서 발전했고, 동시에 스케이트보드, 언더그라운드 만화 comics 와 아티스트들, 스트리트
브랜드가 존재했다. 모두 하위문화를 즐기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펑크라는 문화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 그림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호러 펑크록 밴드 미스핏츠The Misfits 의 해골과 1970 년대 미국 펑크록 밴드 블랙 플래그 Black Flag 의 로고 같은 것들이다. 레이먼드 페티본Raymond Pettibon 이 작업한 것들인데,
이전에는 사실 (하위문화에서) 아트 디렉터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도 밴드 기타리스트의 동생이었는데, 밴드를 만들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블랙 플래그의 모든 시각 작품을 만들었다. 후에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거의 미친 사람이었다. 소닉유스Sonic Youth
앨범 재킷을 장식한 젊은 연인 그림도 그의 작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과도 협업했다. 그의 원화는 지금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린다. 스케이트보드 아트의 대부 짐 필립스Jim Phillips 도 마찬가지다. 만화적이고 괴기스러운 그의 작품이 좋다.
<폴리나(Polina), 2011> by 바스티앙 비베스(Bastien Vivès) 142
SPECTRUM
당신의 블로그http://bastienvives.blogspot. com 에서 <닌자 거북이Teenage Mutant Ninja Turtles, TMNT>등의 미국만화를 비롯해
일본 만화 <드래곤볼>, <세인트 세이야> 와 일본 대전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Street Fighter> 등 일본 만화와 대중문화 속
캐릭터를 그린 것도 자주 봤다. BV: 열네 살 때까지 그림을 따라 그리는 일을 꽤 많이 했다. 지금도 계속해서 팬아트특정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오마주 하는 작업나 눈이 가는 캐릭터를 그리는 작업을 한다. 이런 작업들은 일종의 휴식 같은 것인데, 작품
편집매장 쿤 위드 어 뷰(Koon With a View)에서 일본 아티스트 초코무와 함께 한 라이브 페인팅 (Live painting with Japanese artist Chocomoo), 2013 by 옥근남(Okeh Keunnam)
활동과는 다른 뜻밖의 여유를 준다. 미국과 동양, 유럽의 만화는 어떻게 다른가? 표현 방법, 이야기의 전개 방식, 독자 연령층 등 많은 것이 다를 것 같은데. BV: 실질적인 차이는 크게 없는 듯하다. 분량과 형식, 스타일 같은 것들은 외형적으로 다를 뿐이다. 결국, 좋은 만화라는 것은 다양한 나라에서 같은 열정과 같은 에너지로 읽게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과 동료들의 작업 공방인 ‘아틀리에 망자리L’atelier Manjari ’는 어떤 곳인가? BV: 아틀리에 망자리는 파리에 있는 작업 공간이다. 2007년에 열었고, 대부분 만화 작업을 한다. 다섯 명이 처음 만들었는데 지금은 열다섯 명이 넘게 소속되어 있다. 작가로서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서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중요한 점이다. 나 또한 집에서 혼자 몇 달 동안 작업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 뒤로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열 명이 넘는 공간의 구성원이 모두 만화만 그리는 것은 흔치 않은 광경일 텐데, 소규모 공방 구조인가? BV: 그곳은 예전에 아버지의 작업실이었다. 각자 작은 작업대가 있을 정도로 꽤 넓은 공간이다.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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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안의 너(Dans mes yeux), 2009> by 바스티앙 비베스(Bastien Vivès)
그 안에서 당신은 대표chief director의 역할을 하나? 아니면 서로 수평적으로 작업하는 구조인가? BV: 물론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나는 대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외에는 각자 독립적인 프로젝트에 맞는 작업을 한다. 작업실 분위기는 무척 자유롭고 거리낌이 없다.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농담도 주고받는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용하는 보통 작업실 분위기를 생각하면 된다. 얘기 들어보니 패션보다 음악에 더 영향받았다. 그렇다면, 지금의 일을 하게 된 전환점이 있었나? OKEH: 이십 대 초반이었을 때 ‘스니커즈sneakers’ 열풍이 불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니커즈 브랜드의 호황기였다. 펑크punk 도 하위문화의 일종으로 지금 스트리트 문화의 맥락이다 보니, 펑크를 좋아하면서 패션에도 관심이 갔다. 마침 스니커즈를 좋아하면서 한국 스트리트 문화를 좋아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친해지게 되었고, 휴먼트리Human Tree 에 입사하면서 지금의 브랜드를 만들게 된 것이다. ‘휴먼트리’는 멀티숍으로 시작해서, 외국 브랜드를 수입해서 판매와 유통을 하고, ‘더 스토리 The Stori ’를 시작으로 지금의 ‘베리드얼라이브’가 생긴 것으로 안다. BA는 어떻게 처음
만들어진 건가? 144
SPECTRUM
OKEH: 딱히 과정이라는 게 없었다. ‘더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의류 제작 공정을 조금씩 익힌 상태였다. ‘생매장burried alive’이라는 콘셉트의 브랜드를 만들기까지는 내가 보고 좋아하던 펑크록과 스케이트보드의 영향이 컸다. 사실 이름도 멋있게 짓지 말자, 가볍게 짓자고 해서 지금 이름이 나왔다. 처음으로 만든 제품도 기억하나? OKEH: 물론이다. 당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나를 도와준 사람이 있다. ‘백스VAGX ’의 디렉터 이기정이다. 형이 당시 ‘아트매틱Artmatic’이라는 일본 브랜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잠깐 우리 회사에도 있었다. ‘더 스토리’ 때 어깨너머로 배웠다면, 그와 일하면서 브랜드를 함께 만드는 과정에 서게 된 거다. 일반적인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은 그림과 더불어 많은 글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당신 작품은 글보다는 그림, 즉 시각적인 부분이 앞서있고, 그림이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스타일을 위해서 특별히 추구하는 작업방식이 있나? BV: 내게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다를 게 없다. 그리고 만화는 그림과 내용의 조화로 이뤄진다. 만약 만화가 너무 문학의 성격을 띠게 된다면 아마도 흥미를 잃지 않을까? 순수 문학 소설과 다름없는 것이 될 테니 말이다.
스케이트보드 데크 레이저 작업(Laser work on skateboard deck), 2012 by 옥근남 (Okeh Keunnam)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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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The Other Works
바스티앙 비베스의 작품을 본 적이 있나? 어떤 느낌이었나?
다른 작업들
OKEH: 친구가 책을 소개해줬다. 나보다도 어린데 반응이 아주 좋다는 얘기도 더해서. 그림체와 연출력이 상당하고, 적막한 느낌이 잘 표현되어 좋았다. 특히 요즈음에는
출판만화를 자주 접할 수 없으니까, 책장을 넘기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일본이나 미국 만화에 익숙한 나에게는 새롭고 독특한 느낌이었다. 만화가cartoonist 와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 는 서로 다른 분야이지만, 결국 자신의 손에서 나온 결과물로 완성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당신 주변 만화가 외에도, ‘그림’ 에 기반을 둔 아티스트들과의 교류도 하나? 그렇다면, 어떤 이들이 있으며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 편인가? BV: 삽화illustration 작업을 하는 친구들도 많이 알고 있다. 한국에서 호수HOSU Kim, http:// thehosu.blogspot.com 라는 화가 친구와 함께 일주일을 보내면서, 예술에 관한 교집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알렉시 드 파페리Alexis de Paphelis, www.nousysommes.com 라는 친구와 항상 영화나 그림 분야의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와의 대화는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작업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는 언제나 즐겁고, 그런 식으로 다리를 잇는 것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다. BA는 그간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다. 특히 지역에서 비슷한 가치관을 추구하는 친구들과의 협업이 인상적이었다. 2013년 8월 선보인 ‘하이라이트 레코즈 HI-LITE Records’와 BA의 협업
프로젝트 ‘배드투스BADTOOTH, 충치
’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호랑이의 해’ 디지털 프린트 아트워크 (Digital print artwork for The Year of Tiger), 2010 by 옥근남(Okeh Keunnam) 146
SPECTRUM
OKEH: ‘배드투스’ 캠페인 자체를 BA의 기존 과정과 다르게 진행했다. 룩북도 없고 매체 홍보도 없이, 그냥 우리 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로 조금씩 비추기 시작했다. 배드투스라는 것이 사회의 ‘썩은 이’ 같은 존재들을 다룬 것인데, 꼭 나쁜 쪽으로만 해석한 게 아니라 치료해서 금니로도 변할 수 블러프(VLUF) X 투데이 스팟(Today Spot) X 베리드얼라이브 (Buried Alive) ‘배드투스(BADTOOTH)’ 뮤직비디오(P/V), 2013 by 옥근남(Okeh Keunnam)
있다는 의미였다. 메시지에 맞게 조금 더 언더그라운드 느낌으로 진행하고 싶었고, 친구들과 얘기하는 과정에서 협업으로
발전했다. 비프리B-Free 는 작곡하고, 팔로알토Paloalto, 비프리B-Free, 오케시안Okasian, 레디Reddy가 함께 노래와 랩을 했다. 그리고 BA는 옷을 만들었다. 앨범이 나오면서 표지 아트워크 작업도 하고, 뮤직비디오도 나왔다. 뮤직비디오 콘셉트는 1990년대 액션스릴러 영화 느낌을 내고 싶었는데, 마침 음악도 올드스쿨 풍의 힙합곡이라 잘 맞았다. 서로 요구하는 것 없이 재미있게 진행했다. 옥근남 개인으로서 혹은 BA 작업으로 외국 작가들과 협업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OKEH: 일본의 초코무Chocomoo YUKA 와 얼마 전 라이브 페인팅을 함께했다. 초코무는 라이브 페인팅과 일러스트로 자신을 아이콘화한 공연 작업을 많이 한다. 인기도 많다. 나는 평소 라이브 페인팅을 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라이브 페인팅 작업하는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고 초코무와 친분도 있어서 어렵지 않게 같이 했다. 하지만 작업 자체는 무척 어려웠다. 신사동의 편집매장 ‘쿤 위드 어 뷰Koon With a View’와 일본 편집매장 ‘캔디Candy’의 협업으로 현장에서 나눠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었는데, 시간 내에 채우지 못한 부분을 그녀가 많이 도와줘서 마칠 수 있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바스티앙 비베스는 스타일이 굉장히 뚜렷한 작가다. 기본적인 작풍이 있긴 하지만, 작품에 따라서 형식 실험을 많이 한다. 이러한 변화를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가령 주제 의식과 연관되었다거나, 단순한 형식의 탐구인가? BV: 알다시피 나는 주로 ‘출판’에 기반을 두고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또한,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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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독자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실용적인 기술들을 사용한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되면서, 한정된 공간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넣는 기술은 서서히 사용하지 않게 됐다. 아트디렉팅과 패션 브랜드 실무, 일러스트 작업을 함께한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일이기도 하다. 어떤 식으로 구상 단계부터 과정을 밟아가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 제38회 <앙굴렘 국제만화축제(Angoulême Festival International de la Bande Dessinée)>를 위한 작업, 2011 by 바스티앙 비베스(Bastien Vivès)
OKEH: 일단 전체적으로 큰 방향이 있다. 앞서 내가 말한 펑크록과 스케이트보드라는 기반이 그것이다.
큰 방향이 있으니 BA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보통 참고로 두는 것도 기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어서 작업 흐름 또한 생각해둔 스타일대로 이뤄진다. BA 작업과 개인 작업할 때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OKEH: BA 작업은 옷에 어울려야 한다. 그림만 그린다고 티셔츠가 멋있어지는 게 아니다. 처음에는 꽤 힘들었다. 그냥 그림을 티셔츠 위에 얹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림으로 존재할 때와는 차이가 있다. 실제 만든 티셔츠가 판매되고 남들이 입은 것을 보며 느낀 게 많았다. 외주 작업은 더 심하다. 마음대로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인데, 클라이언트의 요구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개인 작업이 제일 편하다. 개인 작업은 대게 친구들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도와줄 때 진행하는데, 그들은 기본적으로 내 작업 자체를 좋아하고 지지해주기 때문에 제약이 없다. 148
SPECTRUM
04 Present
2013년, 옥근남이 생각하는 서울의 하위문화와 동시대 문화는 어떠한가?
현재
OKEH: 여전히 한쪽으로만 쏠리는 성향이 있다. 다양함이 공존하는 문화가 아닌 기형적으로 하나만 발전하는 것 같달까? 그나마 요즘은 각기 발전하는 부분들의 덩치가 커져서 다행이다. 사실 예전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는데, 요즘은 별생각을 하지 않는다. 너무 빠르게 변하고, 달라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예를 들어 어제는 일렉트로닉을 듣던 친구가 오늘은 힙합에 빠진다. 이런 예시로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취향과 기호가 금세 변하니까 거기에 내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내 작업들은 어차피 내가 가는 방향이다. 외부 요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나와 다를 뿐이니, 옳다 그르다의 판단에 의미가 없다. 시대의 트렌드는 엄연히 있지 않나. 그들과 ‘다르게 가는 것’에 조급함은 없나? OKEH: 전혀. 트렌드에 집착하는 게 더 촌스럽다. 2013년 8월, <부천국제만화축제Bucheon International Comics Festival, BICOF>의 초대 작가로 전시를 열었다.
짧은 기간의 한국 방문이었겠지만, 직접 겪어보니 어땠나? BV: 일단, 매우 기뻤다. 부천은 유쾌한 도시였지만, 그보다 축제 기간 만난 사람들로 그곳에 있는 시간이 행복했다. 한국 만화가들도 만났는가? 술자리도 가졌다고 들었다.
‘앱솔루트 보드카’ 디지털 프린트 아트워크 (Digital print artwork for ABSOLUT VODKA), 2011 by 옥근남 (Okeh Keunnam)
BV: 전시에 참가한 많은 만화가를 만났다. 그들과 즐겁게 지냈고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이는 작가로서도, 프랑스와 한국의 작가들에게도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드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있었나?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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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V: 한국에는 웹툰webtoon 작가이든 출판만화 작가이든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작가들이 많다. 이 두 영역이 서로 얽혀 축제를 더 풍성하게 했다. 부천국제만화축제가 한국의 대표적인 만화 축제가 되길 바란다. 프랑스 작가들이 대중과 만나고 그들끼리 만날 수 있는 앙굴렘 국제만화축제Angoulême Festival International de la Bande Dessinée; 1974년 시작한 세계 최대의 출판만화축제로, 2013 년 1월 40회를 맞이했다. - 편집자 주
처럼. 옥근남의 작업은 펑크 문화에서 영향받으면서도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낸다. ‘한국적인 것’ 혹은 ‘서울이라는 거리, 사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모티브로 삼은 작업들처럼 말이다. 이러한 것들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OKEH: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꽤 많이 생각했는데, 내 작업은 100 퍼센트 창작이 아닌, 원류 작가들의 그림을 인용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 친구들이 봤을 때는 재미있게 보이지겠지만, 외국에서는 옛날 것을 리메이크하는 관점에서 이해할 것이고 과연 얼마나 공감을 불러일으킬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서울에서 한국의 요소를 적용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스케이트보드를 탄 김정일’ 같은 작업이 탄생했다. ‘전두환 초상화의 스케이트보드 그래픽 작업’은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의 싱글 앨범 <갓 세이브
‘킴 이즈 낫 데드’ 디지털 프린트 아트워크(Digital print artwork for KIM IS NOT DEAD), 2012 by 옥근남(Okeh Keunnam)
더 퀸God Save the Queen, 1977> 표지를 응용했는데, 기묘하게 시대가 맞은 게 1977년 영국에서 섹스 피스톨즈의 첫 정규 앨범이 발매되고 시대 저항의 개념으로
펑크록이 울려 퍼질 때, 우리나라에서도 신군부 세력이 등장했다. 시대적으로 맞물리는 느낌으로 영국 여왕을 당시 우리나라 신군부 세력의 중심인물로 교체했다. 아트워크의 이야기 표현 방법storytelling 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우리가 스트리트 브랜드로서 우리만이 다룰 수 있는 것들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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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적인 요소를 결합한 작업을 선보일 때, 사람들의 피드백도 실제로 오고 가나? OKEH: 재미있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작업으로 역사를 인식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스케이트보드를 탄 김정일 작업은 외국에서 특히 좋아했다. 그들의 시각에서는 우리 상황이 전쟁 직전으로 심각하게 보여서 더 흥미를 보인 것 같다. 한국 만화산업과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온라인 포털 사이트의 웹툰처럼 한국만의 독특한 구조라든가…? BV: 우리가 원할 때, 언제 어디서든 만화를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은 웹툰의 장점이다. 물론 그것이 강제적이지 않을 경우에만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종이로 만들어진 진짜 책의 가치를 사람들이 느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책은 인터넷이 결코 줄 수 없는 또 다른 편안함을 제공하지 않나. 개인 작업만으로 먹고 사는 아티스트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러 환경 요인들로 작업이 어려웠던 적은 없었나? 만일 있었다면, 그걸 극복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OKEH: 스스로 직업을 정의하기 모호하다. 아티스트라 불리는 것도 싫고, 아티스트라기에는 상업 작업을 한다. 디렉터라는 명칭이 그나마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도 썩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사실 아티스트의 환경이라는 것 자체가 애매하다. 지금은 누가 아티스트고 아니고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온갖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환경의 중심에 ‘비평’이 있어야
‘아메바 컬처’ 아트 워크 (Artwork for
Amoeba Culture Lenticular), 2013 by 옥근남 (Okeh Keunnam)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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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는 것이다. 비평이 있어야 서로 경쟁도 하고 발전도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에는 ‘매체’들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새로운 사람과 재미있는 작업을 해 보고, 잘하는 사람들도 찾아봐야 하는데, 대부분 지인을 통해 소개받고 일하다 보니 하는 사람들만 하는 흐름이 생긴다. 이런 혜택을 잘 받고 있는 나로서는 위선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매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좋겠다. 외국에서는 패션의 하이프비스트 Hypebeast.com 처럼 지속해서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비평가, 저널리스트, 에디터들이 모여 그들의 작업을 다루고 소개하는 것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있던 것도 없어지는 실정 아닌가. 우리가 속해 있는 곳이 작다는 핑계로 조금 무책임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스펙트럼>은 주로 ‘서울’이라는 도시와 서울의 창작자들을 이야기한다. 이번 방한 기간 중 서울에 와 봤나? 당신이 느낀 서울 혹은 한국은 어떤 도시이자 나라였나? BV: 서울에서 하루를 보냈다. 경복궁을 시작으로 홍대 클럽에서 마무리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나는 ‘북새통(홍대 지하철역 근처의 국내 최대 규모 만화책 도・소매 전문점)’이라고 하는 굉장한 만화서점을 방문했다. 서울에서 굉장한 에너지를 느꼈지만, 조금은 불필요한 것들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록 음악이 나오는 바에서 한국 작가들과 보낸 시간이 무척 감명 깊었다. 이번 내한 즈음, 당신의 단행본 두 권인 <내 눈 안의 너(Dans mes yeux)>와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Bastien Vivès Blog)>가 출간됐다. 자국프랑스 독자들을 만날 때와 다른 나라 독자들을 만나 작품에 관한 피드백을 받을 때의 기분은 전혀 다르지 않을까?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Bastien Vivès Blog), 2013> by 바스티앙 비베스(Bastien Vivès) 152
SPECTRUM
BV: 나를 보러온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몇몇 사람들은 서울에서 무척 먼 곳에서 왔고, 그들은 작가를 진정으로 존경하는 느낌이었다. 많은 소녀와 미래의 만화 작가들이 나를 만나러 왔다. 내 작업이 이 정도로 독자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과 다른 작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뻤다. 한 마디로 감동했다. 앞서 잠깐 얘기했지만, 블로그에 일러스트를 비롯한 짧은 만화를 자주 올렸다. 이것들을 모아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로 출간했을 정도로 말이다. 이러한 작업들은 당신의 중・장편 작업과 어떻게 다른 작업 과정을 지니나?
서인영 <Anymore>앨범 표지 디자인, 2012 by 옥근남(Okeh Keunnam)
BV: 블로그에는 되는대로 가장 장난스럽고, 어찌 보면 바보 같고, 아니면 쓸데없는 것들까지 많은 그림을 그려서 올렸다. 말하자면, 나만의 운동장 같은 곳이다. 하지만 그런 작업들이 요즘엔 좀 뜸해졌다. 다른 작업들로 바빠졌나? BV: 사실 맞다. 최근에는 미카엘 상라빌Michaël Sanlaville, 바락Balak 과 함께 일본 만화 형태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일에 거의 모든 시간을 쏟고 있어서 최근에는 자주 포스팅하지 못하고 있다.
05 Future
새로운 작품 계획이 궁금하다. 혹은 만화책 형식을 벗어난 작업을 계획하고 있는지도.
미래
BV: 영화를 위해 조금 작업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작업에는 만화만큼의 자유로움이 덜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내 작업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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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예전에 다른 일로 우리가 만났을 때, 올해 개인 작업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OKEH: 내년쯤으로 생각 중이다. 독립은 아니고, 혼자 조용히 작업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조각도 해보고 싶고, 유화 작업도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지금 휴먼트리 작업실에서는 무리니까. 내키면 옷 벗고 그림 그릴 수도 있는, 그런 개인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혹시 아틀리에 망자리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나? BV: 전혀 없다. 우리는 철저히 개인 작업을 하는 그룹이다. 때로는 함께 바닐라 유니티 <Vanilla Unity>앨범 표지 디자인, 2011 by 옥근남(Okeh Keunnam)
작업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각자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지 아틀리에의 이름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처럼 ‘그림 그리는 행위’로 작업을 표현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을 것이다.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그러한 친구들에게 짧게 조언해줄 수 있나? BV: 그림 그릴 때, 나는 종종 조지 루커스George Lucas; 영화 <스타 워즈(Star Wars)>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감독, 각본가, 제작자
와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등을 만든 미국의 영화감독, 각본가, 제작자
가 캘리포니아에 세운 영화학교에 적힌 문장을
생각한다. ‘REALITY STOPS HERE여기에서 현실은 멈춘다’. 당신은 당신의 주인이며, 당신 없이는 그 누구도 없다. 따라서 ‘당신이 원하는 그것’을 그리길 바란다.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는 인물들과 세계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옥근남은 하위문화에 애정을 지닌 스트리트 브랜드를 만들고, 개인 작업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것을 서울에서 한다. 당신의 목표가 궁금하다. OKEH: 일단 우리나라 친구들에게 우리가 즐기는 하위문화에 관한 인식, 정보를 주는 작업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 아트워크의 메시지 전달에도 책임감이 있다. 그런 작업을 154
SPECTRUM
훌륭하게 하는 브랜드가 국내에는 별로 없다. 사람들의 인식이나 취향이 빨리 흘러가는 마당에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우리 고유 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사람들이 우리 작업에 흥미를 느끼다 보면, 작업 배경이나 동기에 관한 호기심도 생기지 않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그림체가 100퍼센트 내 것이 아니다. 사실 내 그림체라는 게 있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고. 그러다 보니 대부분 작업은 외부의 것을 재조명하는 것인데, 나는 항상 직접 보고, 느끼고, 참고한 것을 이야기한다. 패러디 영화도 감독이 의도한 바를 알아야 더 재미있지 않나. BA의 행보, 그리고 내 작업도 마찬가지다. _ 이 인터뷰는 2013년 8월과 9월, 바스티앙 비베스의 이메일 서면 인터뷰와 옥근남의 인터뷰를 편집하여 재구성했습니다.
bastienvives.blogspot.com / www.buriedxalive.com FALL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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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INCASE PRODUCT GUIDE
Leather and Canvas 클래식한 스타일에 엄선된 고급 소재를 적용한 Leather and Canvas 컬렉션은 고급스러운 외관과 느낌을 자랑합니다. 기능성 디자인으로 인케이스의 특화된 기기보호와 편리한 이동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편안한 착용감과 특별한 스타일을 선사합니다.
Campus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Mini Messenger for Macbook Pro 13”, iP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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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Leather and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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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Cosmos Capsule 염색제를 600D 폴리 재질에 우주느낌의 룩으로 승화시킨 오리지날 블리치 디자인입니다.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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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Cosmos Caps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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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City Collection 절제된 디자인의 City Collection은 수납성과 디바이스 보호를 향상시킴과 동시에 공간 활용을 최대화한 컬렉션입니다. 360도의 패딩은 높은 수준의 기기보호를, 사려깊은 구성과 디자인의 포켓은 더욱 효율적인 수납과 접근성을 제공합니다.
Backpack for Macbook Pro 17”, iPad
Field Bag for Macbook Pro 15”, iPad
Compact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Brief for Macbook Pro 13” / 15”, iPad
Sling Pack for Macbook Pro 15”, iPad 160
SPECTRUM
City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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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Campus Collection 새로워진 Campus Collection은 대비되는 색상과 소재의 사용으로 더욱 산뜻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고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개성표현이 가능합니다. 더욱 다채로운 스타일과 사이즈로 개개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잘 반영하였습니다.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Compact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Mini Backpack for Macbook Pro 13”, iPad 162
SPECTRUM
Brief for Macbook Pro 13”, iPad
Campus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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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Eo Travel Collection EO 트래블 컬렉션은 여행에 대한 접근을 심플함과 연계성으로 정의하는 새로운 세대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습니다. 비지니스, 영감 혹은 재미를 위한 기기 사용에 의존하며 변모하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기내용 컬렉션입니다. 각각의 EO 트래블 백은 똑똑한 수납기능과 믿음직한 보호기능을 결합하여 여행을 좀 더 쉽고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만들어줍니다.
Hardshell Roller for Macbook Pro 17”, iPad
Backpack for Macbook Pro 17”, iPad
Roller for Macbook Pro 17”, iPad
Duffel Macbook Pro 115”, iPad
Rolling Brief for Macbook Pro 15”, iPad 164
SPECTRUM
EO Travel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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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Black Pathway Collection 인케이스만의 시그니쳐 기능인 지능적 수납과 디바이스 보호를 바탕으로, 마그네틱 여밈과 심플한 기하학 구조를 더한 패스웨이 컬렉션 Pathway collection이 블랙 컬러로 새롭게 출시됩니다. 레더 트리밍과 최상급 코튼 트윌 소재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감각을 더하는 세련된 실루엣의 블랙 패스웨이 컬렉션 Black Pathway collection 은 Field Bag, Folio, Slip Sleeve 구성으로 오는 2013 가을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Pathway Field Bag for Macbook Pro 13”, iPad Pathway Folio for Macbook Pro 13” / 15” Pathway Slip Sleeve for Macbook Air 11” / 13”
166
SPECTRUM
Pathway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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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Range Collection 사이클링의 자유로움에서 영감을 받은 Range Collection은 매일의 여행을 위해 디자인 되었습니다. 튼튼한 소재와 반사면 등의 디테일은 낮이건 밤이건, 비가오나 눈이오나, 안전함을 제공합니다. 액세스가 용이한 넉넉한 수납공간과 인케이스의 특화된 기기보호, 그리고 사이클링 맞춤형 기능까지 갖춘 이상적인 캐링 솔루션으로서 다양한 사이즈와 스타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Range Large Backpack for Macbook Pro 17”, iPad Range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Range Large Messenger for Macbook Pro 15”, iPad 168
SPECTRUM
Range Messenger for Macbook Pro 13”, iPad
Range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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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Stussy Collection 2013년 3월에 전세계 동시 출시된 Incase x Stussy Series 001 collection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웹매거진 hypebeast, highsnobiety등에 소개되면서 출시 이전부터 두 iconic 브랜드의 만남에 주목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carry bag, backpack, iPhone case, ear buds 그리고 Incase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중 이례적으로 어패럴 제품 카테고리가 더해 구성되었습니다. Incase x Stussy Series 001 collection은 실용적인 디자인과 이동성 증진을 위한 뛰어난 보호기술이 결합되어있습니다. 밀리터리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가방과 액세서리는 짧은 여정 뿐 아니라 긴 탐험에도 용이한 사용을 위해 세분화된 케링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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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Backpack for MacBook 17”
Camera Sling for large point and shoot camera
Duffle for MacBook 15”
Utility Pouches for iPad
Slider Case for iPhone 5
Capsule Headphones for MacBook 17”
Stussy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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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Camo Collection 인케이스 첫 캐모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캐모 컬랙션은 인케이스의 레인지 컬렉션과 카메라 컬렉션 중 가장 인기있는 제품에 인케이스 디자이너가 직접 고안하여 탄생된 커스텀 케모 패턴을 가미해 재 탄생시킨 컬렉션입니다. 견고한 외관과 얼반 스타일의 감성을 잘 풀어낸 디자인에 실용적인 기능과 똑똑한 수납공간, 그리고 기기보호까지 갖춘 제품들로서 개개인의 다양한 활동과 취향에 걸맞는 제품들로 구성되었습니다.
DSLR Pro Pack for Macbook Pro 15”, DSLR, iPad Large Backpack for Macbook Pro 17”, iPad Campus Pack for Macbook Pro 15”, iPad 172
SPECTRUM
DSLR Sling Pack for Macbook Air 11”, iPad
Camo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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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Terra Collection 테라컬렉션을 구성하는 천연 소재는 간단한 수납과 가벼운 여정을 위한 캐쥬얼한 백을 만드는 목적과도 잘 어울립니다. 새로운 재질과 컬러로 제작된 테라컬렉션은 볼드한 악센트와 풍부한 질감, 천연 소재가 어우러져 독특한 스타일과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과 강력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또한 여전한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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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Terra Convertible pack for MacBook 13”
Terra Tote Bag for MacBook 13”
Terra Sleeve for MacBook 11” / 13” / 15”
Terra Campus Pack for MacBook 15”
Terr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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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Camera Collection 인케이스의 카메라 컬렉션은 사진가들의 요구사항을 채워주기 위한 넓은 범위의 가방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혼색 모직으로된 내구성있는 외부는 독특한 세련미를 자랑합니다. 내부의 탈부착 가능한 패드형 파티션는 다용도 DSLR와 렌즈의 배열 및 정돈을 가능케합니다. 외부 파티션으로의 접근은, 촛점을 맞추고 아이폰과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것에 이상적이며 또한 아이패드, 맥북과 같은 특별한 디바이스의 수납에 탁월한 컬렉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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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DSLR Pro Sling Pack / Sling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DSLR Case for DSLR, iPhone
DSLR Pro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Point and Shoot Pouch for Compact Camera, iPhone
Point and Shoot Field Bag for Compact Camera, iPad, iPhone
Point and Shoot Pouch Case for Compact Camera, iPhone
Camer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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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Audio Collection Incase Audio의 헤드폰 제품군 출시는 기능성과 무결점 사운드, 그리고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무장한 헤드폰으로 사용자들에게 보다 감동적인 체혐을 선사하고자 하는 당사의 의지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런 당사의 의지는 Soundesign이라고 명칭한 당사의 독특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통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Incase Soundesign는 정밀 사운드 엔지니어링과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접목하여 당사의 헤드폰은 세련된 외관처럼 멋진 느낌과 완벽한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헤드폰 개발에 대한 당사의 전체론 접근 방식은 맞춤형 디자인, 최첨단 오디오 엔지니어링과 생명 기계학을 하나로 통합하여 성능이 극대화된 헤드폰 출시가 가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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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Pivot On Ear Heaphones
Capsule In Ear Heaphones
Sonic Over Ear Headphones
Reflex On Ear Heaphones
Audio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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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1
2
3
iPhone 5 인케이스의 정밀한 핏은 향상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뿐만 아니라 인케이스의 미니멀한 디자인 원칙을 지킴과 동시에 사용자의 편리함까지 생각합니다. 새로운 iPhone 5용 제품은 이 전통을 지키면서 가장 얇고 가장 가벼운 iPhone의 디자인과 상호 보완하여 새로운 기술을 완벽히 보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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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1. Snap Case for iPhone 5 2. Chrome Slider Case for iPhone 5 3. Leather Mod Case for iPhone 5
iPhon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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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1
2
iPhone 4S & 4 인케이스의 정밀 공학으로 이루어진 iPhone 4용 제품은 시각적 효과와 질감 효과를 동시에 이용하여 지속적인 보호 옵션의 범위 를 넓히고 있습니다. 각 제품은 향상된 내구성과 다양한 개개인의 취향을 위해 진취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이고 다양한 재료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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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1. Suede Pull Sleeve for iPhone 4S & 4 2. Tortoise Snap Case for iPhone 4S & 4
iPhone 4S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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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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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4 인케이스의 New iPad 용 제품은 혁신적인 기기에 걸맞은 기능과 보호기능을 제공하며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사용자의 요구조건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1. Snap Case for iPad 4, iPad 3 & iPad 2 2. Leather Book Jacket Select for iPad 4, iPad 3 & iPad 2 3. Origami Workstation for iPad 4, iPad 3 & iPa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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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iPad mini
1
2
iPad mini 커버를 말아 다양한 각도로 iPad mini를 거치 할 수 있는 Canvas Maki Jacket, 페블 텍스쳐의 고급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Book Jacket까지 iPad mini를 위한
1. Canvas Maki Jacket for iPad mini 2. Book Jacket for iPad mini
새로운 케이스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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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Book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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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Book 인케이스의 MacBook용 제품은 정밀한 기술을 이용한 보호와 현대적인 디자인의 미학, 개개인의 다양한 선택을 위해서 제작 되었습니다. 각각의 케이스와 슬리브는 안목 높은 MacBook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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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1. Neoprene Sleeve for MB Pro 13”, 15” 2. Perforated Hardshell Case for MB Pro 13”
Slider Case for iPhon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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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E NEWS
LIFESTYLE
Apple Premium Reseller
CONCIERGE
컨시어지는 애플 제품을 더욱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애플 공인 프리미엄 전문매장으로서 수년간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의 1:1 상담과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애플을 가장 알뜰하게 구매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제공한다.또한, 컨시어지 모바일은 디지털 디바이스 전문매장으로서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컴퓨터, 카메라는 물론 헤드폰 등의 주변 상품들을 전문적인 직원들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다. 컨시어지 대치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1021-9 / Tel.02 564 3599 http://www.concier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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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STORE NEWS
TECH
LOTTE
YOUNG PLAZA STORE
롯데 영플라자 스토어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명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위치하여 인케이스의 다양한 컬렉션을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게 하는 허브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영플라자 스토어는 인케이스의 슬로건인 ‘훌륭한 디자인을 통한 탁월한 경험’에 걸맞게 컬렉션들을 배치하였으며, 신제품을 포함한 여러 컬렉션들의 리드미컬한 구성을 통한 동선 설정으로 고객들로 하여금 제품들을 능동적이며 효과적으로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 영플라자 스토어 서울시 중구 소공동 영플라자 명동점 / Tel.02 771 2500 http://store.lotteshopp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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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에이샵 현대백화점 신촌점 02-3145-2943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33 현대백화점 신촌점 9F
컨시어지 명동 02-6361-8399 서울 중구 명동1가 59-5 SK건설 명동빌딩 1층
에이샵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02-3449-5474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지하 1F
컨시어지 종각 02-737-3599 서울 종로구 관철동 13-13 종로코아빌딩 내 1층
에이샵 현대백화점 천호점 02-2225-7094 서울 강동구 천호동 455-85 현대백화점 천호점 11F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본점 02-772-3806 서울 중구 소공동 1 롯데백화점 8층
프리스비 강남점 02-536-1050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03-35 강남 태영 데시앙루브
에이샵 신세계 영등포점 02-2639-1464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34-5 신세계영등포 B관 6F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잠실점 02-2143-1756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관 지하 1층
프리스비 강남스퀘어 02-501-6652 서울 강남구 역삼동 809 금화(월드메르디앙)B/D 1F
윌리스 신사 070-7732-7001 서울 강남구 논현동 5 페이토 빌딩
서울 프리스비 명동본점 02-318-7120 서울 중구 명동 2가 33-6 프리스비 홍대점 02-323-1765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12 프리스비 건대점 02-2218-3195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1호
프리스비 신촌점 02-335-0471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3 랜드로바 2층 프리스비 여의도 IFC몰 02-6137-5685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번지 IFC몰 지하2층 218호 에이샵 코엑스 1호점 02-6002-1620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1 에이샵 코엑스 2호점 02-6002-1640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T21호 에이샵 타임스퀘어점 02-2638-2730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42 타임스퀘어 2F
윌리스 잠실 02-2143-1500 서울 송파구 잠실동 40-1 롯데마트 잠실점 디지털파크 내 1층 윌리스 김포 02-2664-6021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번지 김포 국제공항 앞 롯데 몰 지하 1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02-2164-6014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618-496 롯데백화점 9층 레스모아 연신내점 02-389-2856 서울 은평구 대조동198-1 레스모아 왕십리점 02-2200-1595 서울 성동구 행당동 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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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팜 신세계 본점 02-310-1472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52-5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신관 9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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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팜 신세계 의정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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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샵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02-3467-8373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7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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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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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샵 현대백화점 미아점 02-2117-1863 서울 성북구 길음동 20-1 현대백화점 미아점 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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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스 종로 070-7732-7361 서울 종로구 종로2가 9 YMCA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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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082-0637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168-54 신세계 백화점 6층 KMUG 가산점 02-2026-3080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28 우림라이온스밸리 A동 118호 핫트랙스 광화문점 02-732-9961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핫트랙스 강남점 02-534-9961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03-22 교보타워 지하 2층 10corso Como 청담 02-3018-1010 서울 강남구 청담동 79 로닌 홍대점 070-8282-5311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7 아트빌딩 5층
인케이스(Incase) 전국 스토어
로닌 논현점 070-8282-3502 서울 강남구 논현동 216-14 한일빌딩 2층 아이샵 구의 02-3424-6228 서울 광진구 구의동 546-4 테크노마트 판매동 6층 에이랜드 명동 1호점
070-7820-7530 서울 중구 명동 2가 53-6번지 에이랜드 명동 2호점
070-7820-7551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9번지 에이랜드 신사점 02-542-7639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5-2 에이랜드 홍대점 070-7820-7476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7-4 에이랜드 신촌점 070-7820-7487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33번지 현대백화점 신촌점 U-PLEX B2 에이랜드 이대점 070-7820-7489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40-44 웨얼하우스 압구정점 02-544-1793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1-14 2층 인터스포츠 문정점 02-431-7082 서울 송파구 가락동 708-5 인터스포츠 양재점 02-2155-1770 서울 서초구 양재동 215번지 1층 플랫폼 플레이스 압구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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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11 / FALL 2013 ISSN 2287-5980
PUBLISHER 양준무 Joon Yang
EDITOR 홍석우 Sukwoo Hong yourboyhood@gmail.com
CONTENTS MANAGER 임지윤 Karen Lim limji@pr1zm.com
김지혜 Ji hye Kim thekey13@gmail.com
Asst.권도경 DoKyung Kwon dk.kwon@pr1zm.com
성창원 Changwon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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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SUPERVISOR 리치 림 Rich Lim rich@pr1zm.com CONTRIBUTING EDITORS 김지영 Gigi Kim 이로 Iro 준수 JNS 띵크, 토크, 라이트. Think, Talk, Write. 류진 Jin Ryu
CONTRIBUTOR 정효진 Hyojin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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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GRAPHER 김래현 Rae hyun Kim Studio BONE rapbong.k@gmail.com 고윤성 Yunsung Go Studio B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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