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Editor 홍 석 우
온난화의 영향일까요? 나이 들수록 여름이 오는 시기가 빨라집니다. 싱그러운 초여름의 녹읍은 옛 문학작품에서 찾을 만한 고전古典이 되어갑니다. 마른 장마의 와중에 편집자의 글을 씁니다. 열 번째 스펙트럼입니다. ‘고작 열 권’이라고 해도, 3개월에 한 번씩 나오는 계간지이므로 2년하고도 반이 흘렀습니다. 그간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들의 작업실에 방문해 찍은 ‘픽토리얼’ 사진만으로 족히 수백 명이 넘습니다. 처음 스펙트럼을 만들 때, 그러니까 ‘이런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구상만 있었을 때를 여전히 기억합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는데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고, 매달 나오는 잡지와 다른 계간지의 성격을 살려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또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 완성되어 눈앞에 드러날 때의 뿌듯함은 그 어떤 보람찬 일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스펙트럼’이라는 이름처럼, 다양한 직업과 작업을 이어 가는 인물들이 열 권을 만드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 싣지 못한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은 이 작은 책을 만들며 느낀 ‘서울의 관찰자’로서의 행복이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기록할 수 있도록 여전히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걷는 모든 창작자에게 무한한 마음의 빚이 있습니다. 이번 스펙트럼의 주제는 ‘탐험EXPLORATION’입니다. 이 영어 단어는 탐험 외에도 ‘탐구’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혹은 자신의 분야를 두고 그 바깥 영역에서 다양한 실험과 탐구를 이어가는 창작자들의 이야기가 이번 스펙트럼 곳곳에 녹았습니다. 다소 긴 이야기는 이 글 뒤에 펼쳐질 결과물들로 대신하겠습니다. 매번 얘기하지만, 함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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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Contents ISSUE No.10 / SUMME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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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anks to Mara Hoffman for this issue's cover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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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ARTICLES FASHION - 홍석우 DESIGN - SWBK ART - THINK, TALK, WRITE. BOOK - 이로 STREET - 홍석우 MUSIC - 성창원 TECH - 채용준 TRAVEL - 신성현
RECOMMENDATION FOR SUMMER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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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ORIAL _ANYWHERE CAMPAIGN
STORE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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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토시유키 히라노와 오정택, 포토그래퍼 표기식과 최다함, 아티스트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GFX 신동진
SPACE
INCASE STORE
06 ARCHIVE MARA HOFFMAN
12 PEOPLE KIM PAIK SUN ARIK LEVY
142 GALLERY MFBTY
162 PRODUCT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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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of Incase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디자인 브랜드 인케이스 Incase는 단순 캘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을 뛰어넘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인케이스는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한 도전정신과 서브컬쳐를 절묘하게 접목해, 디바이스 사용자뿐만이 아닌 Fashion과 Art, Design, Music, Street, Tech 분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소비자층에게 사랑 받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포토그래퍼와 스케이트 보더, 그래피티 아티스트,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등 다양한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요구가 반영되어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탄생한다. 인케이스의 다양한 시각과 시도들은 그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강한 만족감과 제품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내며, 국내외 두터운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의 하이테크 액세서리 시장은 블랙과 그레이 등 다소 어둡고 차분한 컬러의 무채색 일변도로 컬러풀한 색상과 디자인, 새로운 소재의 시도가 다소 부족한 상황이었고, 소비자들 또한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시장에서 인케이스는 새로운 컬러, 제품의 기능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혁신적이고 완벽한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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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Incase Today A better experience, through good design훌륭한 디자인을 통한 탁월한 경험’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Incase의 가방, 오디오, 다양한 길이와 호환성을 가진 케이블Cable과 충전기Charger를 포함한 모든 디바이스들과는 물론, 다양한 연령층과 직종,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연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기존 애플Apple 디바이스를 위한 제품을 생산해오던 인케이스는 디바이스 유저들에게 더욱 확장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5월, 삼성Samsung의 갤럭시Galaxy S4의 출시와 함께 갤럭시 S4를 위한 케이스를 기존 카테고리에 추가해, SMAPP: Samsung Mobile Application Partnership Program 의 지정 파트너로서 인케이스 고유의 디자인과 보호 성능을 그대로 유지한 인케이스 갤럭시 S4 케이스를 선보였다. 인케이스는 ‘큐레이티드 바이 아키팁Curated by Arkitip’ 을 통해 Parra, Andre, Krink, Evan Hecox, Rostarr 등 유명한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왔으며 Ace Hotel, Paul Rodriguez, Andy Warhol, Marc by Marc Jacobs 등 전 세계 다양한 카테고리의 아티스트, 브랜드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초에 선보인 스투시Stussy와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은 Hypebeast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웹진 등에 소개되면서 출시 이전부터 두 아이코닉 브랜드의 만남으로 이목을 집중 시켰다. 이처럼 인케이스는 다양한 브랜드들과 함께 디자인, 기능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까지도 포함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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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Mara Hoffman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마라 호프만과의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소개합니다. 2000년 첫 선을 보인 이후 그녀의 컬렉션들을 통해 보여진 과감한 그래픽들은 세계여행, 자연, 신화, 그리고 마술에 대한 애착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하였습니다. 가장 사랑 받고 있는 스윔웨어swinwear 컬렉션 부터 미국의 히피, 보헤미안 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랜드 Free People, 에스파듀 슈즈 브랜드 Soludos 등과의 협업을 통해 매니아 층을 더해가고 있는 마라 호프만은, 그 동안 선보인 수많은 프린트 중 그녀의 개성과 독창성이 완전하게 표현된 시그니쳐 패턴과 컬러를 엄선하여 인케이스와 함께 아이폰5를 위한 악세사리를 디자인 하였습니다. 8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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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ra Hoffman Pow Wow for iPhone 5 2. Mara Hoffman King Tut for iPhone 5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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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Mara Hoffman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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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ra Hoffman Hunter for iPhone 5 2. Mara Hoffman 3rd Eye for iPhone 5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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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김백선
KIM PAIK SUN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성창원 Sung Changwon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 (JDZ) © all works courtesy of Paiksun Design Studio
김백선은 건축가다. 한남동 유엔UN 빌리지, 삼성건설 래미안갤러리, 하나은행 프라이빗 뱅크, 대안공간 루프, 청담동 티라운드T-Lound 등이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중국 베이징의 문리버타운하우스 빌라단지, 북경 전통주거단지와 당산호텔 인테리어 설계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김백선의 작업은 공간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빼어난 아트디렉터art director,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2008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아트디렉터였고, 인천국제공항의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2012년에는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예술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뿌리는 건축가와 예술감독이라는 직함보다 더 오랜 시간 함께 한 ‘수묵화’에 있다. 국민학생 시절, ‘김훈’이라는 본명으로 있을 때부터 그의 꿈은 수묵화가였다. ‘한국 고유의 여백과 마감을 충실히 살려 현대 건축에 접목하는 건축가’라는 평 뒤에는, 이처럼 오랜 시간 ‘수묵화’를 품은 고찰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월 하순부터 3 월 중순까지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學古齋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그는 단지 직업적인 아카이브를 나열하지 않았다. 건축과 인테리어라는 상업 작업 근간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그것을 한 권의 두꺼운 책으로 엮었다. 직접 찍은 흑백 대나무 사진이 책의 표지가 되고, 친우親友인 예술가 이용백의 인터뷰 뒤에 바로 직접 붓을 놀린 수묵화가 실린 것은 그 방증傍證이다. 그의 작업 안에는 고요에서 오는 떨림과 균형이 있다. 공간과 건축, 한국의 전통 소재와 재료, 선과 여백, 쓰임과 아름다움. 고도성장의 산업화시대를 지나, 무수히 유입된 온갖 것만큼 사라지는 것들이 많은 한국에서 삶을 보낸 창작가들이라면 누구든 생각했을 주제들이다. 그는 작업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논할 때 동양 미학에서 온 ‘사의성寫意性; 사물의 외형보다 내재한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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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을 얘기했다. 평생 자문自問한 ‘수묵화’를 이야기할 때는 무척 들떠 보였다.
PAINTER, ARCHITECT, PHOTOGRAPHER AND ART DIRECTOR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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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PECTRUM: 종종 ‘이름’이 그 사람을 대변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본명은 ‘김훈’
그림 그리면서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으로 알고 있다(그의 이름은 ‘일백 백伯’,
PS: 처음에는 동경이었다. 작가가 아니고
베풀 선宣’을 쓴다).
화가에 대한….
Kim Paik sun이하 PS: 15년 전쯤 아는 분이 불현듯 갖고 오셨다. 별다른 이유는
그림에 흥미를 지니게 된 다른 환경 요인도
없었다. 김훈이라는 이름이 많기도
있었나?
했고. 소설가, 농구선수, 가수…. 본명에
PS: 당시(1970년대 후반) 목포에는
불만은 없었는데, 나에게 맞을 것 같다며
미술관이 많지 않았고, 지방은 다방에서
생각해보라고 하시기에 괜찮은 것 같아서
전시를 많이 했다. 그러니 표구사에서 보는
쓰기 시작했다.
것이 유일했다고 보면 된다. 또 목포에
궁금하다.
남도화가의 대가 남농南農 허건許楗 1908~1987 건축과 인테리어를 비롯한 디자인 스튜디오를
선생이 계셨는데, 그분을 필두로 제자들이
운영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림’에 재능이
있었다. 그걸 통해 도제식 시스템 등을 알게
있었다고 들었다. 어떤 유년기를 보냈나?
되었다. 이런저런 것을 접하면서 그림을
PS: 아버님께서 중학교 때 돌아가셔서
차차 볼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님이 키우셨다. 나는 사실 국민학교 (지금의 초등학교) 시절 그림을 시작했다.
학고재學古齋의 개인전 인터뷰를 보니, 12
그림 그리는 게 그저 좋았다. 화가들이
살, 그러니까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표현하는 감성도 동경했다. 자연스럽게
가져오신 달력 속 수묵화를 보고 동양화의
꿈이 되고, 그 꿈이 바뀌지 않았다. 그리는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사실 그림 종류는
일 자체가 즐거웠다. 온전한 나만의
무수히 많지 않나. 그 나이 때면 만화부터
시간이었다. 관심이 점점 깊어지면서 그림
다른 그림도 많았을 텐데, 왜 ‘수묵화’였나?
그리는 분들을 찾아다녔다.
PS: 초등학교 6학년 어느 날, 아버님께서
시골그는 전남 목포 출신이다. - 편집자 주에 보면
달력을 갖고 오셨다. 달력 전체가 동양화로
표구사에서 생계로 그림 내놓고 하시는 분들
채워져 있었는데 한눈에 매료되었다.
있지 않나. 어린 눈에는 멋있어 보였다.
‘그림으로 사계절이 다 표현이 되는구나’
좋은 작가에 대한 구분은 없었을 때니까.
생각했다. 그때부터 동양화에 심취하게
그분들도 어린아이가 물어보니 신기했던 것
됐다. 그러면서 사군자에 대해서도 알게
같다. 그림으로 삶을 연명하는 분들이었기
되고, 당시 학교 서예 교육으로 모필毛筆; 붓으로
때문인지, 작가적인 관점보다는 표현력과
그림
을 자연스럽게 손에 잡았다.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중고등학교 때의 그림들도 기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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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달리 어릴 때에는 더 직관적이고
PS: 물론이다. 매화, 산, 자연, 산수화.
순수하게 사물을 대하지 않나. 어린 나이에
동양화 같은 것들.
SPECTRUM
드로잉, 2009 by Kim Paik sun
묵형상, Ink Painting, 2003 by Kim Paik sun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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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중고교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미술대학 동양학과). 고교 시절과 달리
사춘기도 오고, 보통 대학 진학이라든지,
학문으로써 그림 그리면서 느낀 차이점도
여러 고민에 휩싸이지 않나.
있었나.
PS: 대학에 생각이 없었다. 사회적으로
PS: 대학 진학 후 즐거웠다. 아니,
굳어진 진로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반반이었다. 즐거움 반, 작가가 무엇인가에
그림이 좋아 오로지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고민 반. 어렸을 때 마주했던 작가와는
열중했다. 미대를 가야겠다는 생각도
달리, 제도화制度化한 사회에 존재하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대를 동경하게
작가에 대해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되었는데, 같이 그림 그리던 중학교 동창을
미술 관련 책을 구할 수 있었던 것도
만났을 때였다. 고등학교 2학년쯤
좋았다. 역사나 미학뿐만 아니라, 미술의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미대 진학을
사회적 역할과 참여, 작가론에 대한 고민,
준비한다고 했다. 그때야 생각했다. 아,
현대미술에서 가져야 하는 작가의 고민
미술을 하려면 미술대학에 가야겠구나.
등 많은 생각이 책을 통해 커졌다. 다시
원래는 고등학교만 졸업할 생각이었다.
말해, 예전에는 그저 좋아서 그렸던 그림을
그 친구를 만나기 전의 꿈은 은행원이었다.
사회적인 시각으로 고민하고, 참여하고,
먹고 살기는 해야 하니까. 그 후 고등학교
숙제를 푸는 끊임없는 과정이었다.
3학년 때 전국미술대학실기대회가 있었다.
표현력을 고민하기보다는 그림 그리는
홍익대학교 실기대회는 그중 나름대로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많이 던졌다.
권위 있는 대회 중 하나였다. 목포에서
당위성이나 소명의식 같은…. 그래도
기차 타고 갔다. 그때 미술대학장상, 다시
좋았다. 그때 이야기를 많이 했던 친구 중
말해 1등 상을 받았다. 그제야 홍대 미대를
하나가 이용백1966년 김포 출생으로 2011년 제54회 베니스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전까지는 홍대가
비엔날레 한국 대표 작가 선정. - 편집자 주
작가다.
미술로 유명한 줄도 몰랐다. 아마도 목표를 갖고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접하고 나서
1980년대 분위기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관심이 유발되었을 때 비로소 목적을 지니고
PS: 1986년에 입학했는데, 민중운동이
행동하는 성격인 것 같다. 어릴 적에도 그림
막바지로 치달을 시기였다. 민주화에
그리다 표구사에 찾아가게 되었듯이.
대한 작업도 많이 있었다. 친구들도 모두 민중운동과 관련된 것을 해야 하는지,
취향을 공유하는 친구는 있었나?
아니면 순수하게 자신의 작가론을 펼쳐야
PS: 없었던 것 같다. 친한 친구들은
하는지 고민했다. 미술은 정치가 되어서는
있었지만, 그림은 아주 사적인 문제였다.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시대를
상고商高생이니까, 미술부에 나밖에 없었다.
외면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기
인문계는 이삼십 명 있었어도.
때문이다. 물론 한쪽에 치우친 친구들도 많았고, 대립도 많았다. 그런 고민과 토론이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홍익대학교 18
SPECTRUM
일상이었다.
대학에서 미술사조美術思潮 를 공부하면서
끼기도 했다. 기성 화단에서 활동하는
특별히 관심 둔 작가도 있었나?
국내 유명한 작가들의 환경을 빨리 접할 수
PS: 당시에 가장 관심이 있었던 작가는
있어서 좋았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 독일의
작품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예술가로서 조각, 드로잉, 설치 미술, 행위 예술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되었다. 표현하고 그리는 것이 과연 중요한
였다. 또한,
하였고 교육가, 정치가로도 활동. - 편집자 주
문제일까. 그전까지는 그것이 작가의
백남준 선생님의 행보도. 현대미술에 대한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물여섯에 상 받고
논조라든지, 퍼포먼스, 미디어 문화에의
나서 졸업하자마자 세 번의 개인전과 약 서른
관심 등, 작품보다는 그의 행보에 관심이
번의 기획전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 30>, 1993년
컸다. 미술의 범주를 새롭게 제시했다고
예술의전당 <전환시대의 모색>전(展) 등. - 편집자 주
생각했다. 물론 동양화에 관한 관심도
그리기 전 작가의 생각, 표현 이전의 문제가
있었다. 예컨대 김홍도金弘道; 조선 후기 정조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작가로서 지녀야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 편집자 주
그림을 보면 그는
을 거치며
할 자질이라기보다는 진정성이 있어야
그때부터 이미 사회에 관심이 있었고,
한다고 생각했다. 보통 작가가 하나의
그것이 그림에 반영되었다. 당시 나의
스타일을 만들면 그것에 안주하는데, 나는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회의적이었다. 작가는 생각하고, 사고하고, 참여하고, 더 열려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이십 대 초반까지 김백선의 궤적을 돌아보면,
거꾸로 그렇지 못한 환경을 봤던 것 같다.
‘건축가’ 혹은 ‘공간 디자이너’가 아닌 ‘화가’ 의 모습이 그려진다. 실제로 1989년 대학교
어린 나이에 화단에 들어가서 다른 시각으로
4학년 때는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받았다고 들었다. 권위 있는 수상이니 소위
PS: 그런 것 같다. 진지하게 바라봐야
러브콜도 제법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기성
한다고 생각했다. 인기 있는 작가가 중요한
예술계에 들어가지 않았다. ‘등단 작가’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삶을 거부한 것이지 않나. PS: 중앙미술대전은 기성작가들이
역설적으로 당시 경험했던 화단이 생각과는
공모하는 자리였다. 대학생으로서는 최초
많이 달랐다는 말로 들린다.
수상이었고, 나도 놀랐다. 높은 벽에도
PS: 조금 지엽적이었다. 너무
공모했던 이유는, 작가가 되기 위한 가장
그룹화되어있고, 서로가 소통하지
빠른 길이라는 방법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못하고…. 같은 그룹은 아주 돈독하지만,
수상은 많은 변화를 주었다.
너무 그들끼리만 뭉쳐있어서 아쉬웠다. 당시
5월에 받았는데, 졸업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머리를 밀고 진행했던 작업이 있다. 승복,
상황이었다. 그 후 각종 화랑에서 개인전과
군복, 양복 세 벌을 구했다. 그 옷들을 입고
초대전이 있었고, 호암아트홀에서 매년
각각 사진을 찍었다. 나는 같은 사람인데,
한국인 작가 50명을 선정하는데 그중에
관념화된 옷이 주는 자아상의 차이를 보고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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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싶었다. 그런 것들이 당시의 작업이었다.
것이다. 앞서 말했던 밤섬도 나에게는
화단에 대한 고민만큼 자신의 정체성 고민도
하나의 캔버스였던 셈이다.
컸다. 미술은 개인 작업인데 반해 건축은 전업 작가의 길을 접고 공간 디자이너
클라이언트가 있다. 지금은 둘의 접점이 꽤
마영범의 소 갤러리So Gallery에 취직했다.
있는 편이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않았을
일종의 ‘직업 전환’이다. 그림을 그리던
듯하다.
삶에서 180도 다른 사회였을 것이다.
PS: 미술은 순수히 내가 표현하는 것인데,
PS: 첫째로 내가 좋은 작가가 되지 못할
건축은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소통하며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당시 작업 열망이
진행하는 것이다. 그 부분이 좋았다. 예술은
대단히 컸다. 규모라든지 사회참여 같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사회환경적인 순수예술에의 관심이
것이고, 건축은 목적을 가진 사람을 만나
극대화한 때였다. 경제적인 문제로
소통하는 것이니 조금 다르긴 하지만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밤섬에 1미터
말이다.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면서 배움이
간격으로 백열등을 켜놓은 작업을
있었다. 가게든 주거든 그들과 그들의
스케치한다든지…. 그리는 것보다는
생활을 들여다보고, 목적과 생각을 보고,
설치나 퍼포먼스에 욕심이 더 컸다. 아직
그것을 함께 풀어가는 과정, 즉 ‘소통’에
부족하다는 마음에 유학 생각도 했는데
매력을 느꼈다.
경제적으로 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할 수 있었던 건데…. 당시만 해도 (마음을)
여러 인터뷰에서 누차 ‘수묵화란 무엇인가?’
열고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작업에
가 모든 작업의 근간이라고 했다. 공간을
대한 회의감이 있었다. 그러한 시기 즈음에
만들면서 어떠한 부분에 이러한 관점이
인테리어 디자인 등을 보게 됐다. 그 분야
녹아들기 시작했나?
일을 하려고 했다기보다, 처음에는 임시직
PS: 사람도 가까이 있을 때보다 떨어져
형태로 시작했다.
있으면 더 그립듯이, 건축을 통해 붓을 놓게 되면서 그 소중함을 알게 됐다. 다시 그림을
전공 분야에서, 노선이 변경되었다기보다는
그리며 지금껏 해왔던 나만의 시간을 다시
확장된 듯하다.
찾았다. 발표나 전시를 위해서가 아닌, 내게
PS: ‘소재’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있어 소중한 시간과 명상으로 작용했다.
탈脫 장르나 장르의 결합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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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있었고. 정신은 똑같은
자신의 이름을 딴 ‘백선 디자인 연구소’ 설립
맥락이지만, 소재나 장르에 대한 구분에 큰
초창기, 인상적이었던 작업 일화가 있다면
의미를 두지 않았다. 돼지를 보고 생각이
들려달라.
떠오르면 돼지가 좋은 소재인 거고, 돌을
PS: 당시 31살, 32살 때쯤이었다.
봤을 때 작업이 떠오르면 좋은 재료가 되는
사무소를 열기에는 상당히 어린 나이였다.
SPECTRUM
하나은행 강남 프라이빗뱅크 센터(HANA Bank Gangnam PB Center), 2011 Designed by Kim Paik sun_Photographed by Park Chan woo
묵향(墨香), 천년전주명품‘온’ (Millenary Jeonju Premium ‘ONN’), 리빙디자인페어(Living Design Fair), 2010 Designed by Kim Paik sun_Photographed by Namgung Sun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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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Bamboo), 섬진강(Seomjingang), 2012 photographed by Kim Paik sun 22
SPECTRUM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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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백 갤러리(Lee Yong baek Gallery), 2009 Designed by Kim Paik sun _Photographed by Namgung Sun 24
SPECTRUM
딱히 무얼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일
사군자의 매난국죽梅蘭菊竹; 매화, 난초, 국화,
의뢰가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사무소를 열게
대나무
되었다.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한)
하나다. 어려서부터 생각해온 본질이었다.
사회의 인식론이나 시각에 대한 아쉬움
대상을 오늘 볼 때와 내일 볼 때가 다르고,
때문에 그때도 일에 회의가 들던 시점이긴
내가 볼 때와 네가 볼 때가 다른 것이다.
했다. 결국, 사회와 함께 맞물려갈 수밖에
어떻게 보면 열린 마음일 수도 있고, 내가
없었으니까.
깨어있을 수 있는 기본이라고도 생각한다.
을 군자의 덕목이라고 보는 것도 그중
사물, 사람과의 교감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인식론에 대한 아쉬움이라면? PS: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디자인에 대한
건축의 결과는 유형의 ‘공간’이지만, 결국
사회의 인식이 좁았다. 또한, 나는
그것을 사용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것은
‘디자이너’와 ‘디자인 회사’가 다르다고
‘사람’이다. 김백선이 만드는 공간은 어떤
생각했다. 작가를 꿈꿨기 때문에 ‘작가냐,
식으로 사람의 삶을 고려하는지, 직접
회사냐’의 고민이 있었다. 인테리어
듣고 싶다.
디자이너에 대한 인식 또한 부족해서,
PS: 건축이나 공간 디자인이 총체적인
회사에서 당연히 디자인을 새롭게 해주고,
것 같지만, 삶에 대한 지원을 생각해보면
공사와 마무리까지 해주는 것이 사회적인
기능적인 측면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통념이었던 것 같다. 내가 디자이너인지,
그 부분에 총체적인 문화를 넣는 일이
단순한 기술자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만만치 않다. 어쨌든, 공간이 가진
당시 미술가나 큐레이터들과 만나면서 많이
질서가 중요하다. 공간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했는데, 시대 상황과 호칭 -
논한다기보다는, 공간에 대한 충실함을
‘디자이너’인지 ‘업자’인지 - 등의 언쟁을
포괄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나누기도 했다.
말하자면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인데, 예컨대 재래시장과 세련된 대형마켓 중
김백선의 건축을 상징하는 여러 표현 중
우위를 논하기는 어렵지 않나. 각각의
특히 주목한 것은 ‘사의성寫意性; 사물의 외형보다
가치가 다르므로 그 가치를 바라보고,
내재한 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이란 단어이다.
수용하고, 조금 더 부각해주는 일이 나의
근현대 서양 건축에서 얻은 모티브는 아니지
역할이다. 예전에 어떤 스님과 대화한 적이
않나?
있다. 복지학을 전공하신 분인데, 스님이
PS: ‘사의성’이라는 것은 동양미학에서
생각하는 복지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심상을 의미한다. 자신이
‘못사는 사람을 잘살게 하는 것이 복지가
물성物性; 물건의 성질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아니라, 사람들이 총체적인 시각을 갖게
기준인데, 대상에 접근할 때 나를 통해
하고 자신을 즐기게 하는 것이 복지’
해석하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디자인에 대한
동양에서는 사물을 의인화하기도 한다.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조금 SUMMER . 2013
25
PEOPLE
더 단단해졌다. 결국 ‘자생적인 환경을
사라졌기 때문에, 당시 문화가 ‘형태적인
도와주는 것’이 길이지 않나 생각한다.
보존’으로서만 남게 되었다. 문화는 ‘보존, 활용, 확산’의 과정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또한, 김백선의 작업 곳곳에 한국
불균형이 온 것이다. 나는 당시에 보존에
전통요소들이 녹아 있다. 단지 차용하는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금 장인, 옹기 장인처럼
관점으로 접근했다. 그런 작업들이 오늘날
전통 예술 및 공예 장인들과 협업하여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낸다. 이러한 협업을 처음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을 듯하다.
전통 예술과 공예가 - 가령 오래된 건물이나
PS: 무형문화재 분들과 협업해온 지 8년
양식을 슬기롭게 활용하거나 잘 보존하는
정도 됐다. 지금도 같이 일하는, 당시
외국 사례와 비교해서 - 단절되었다고
전주시 공무원이었던 분이 있는데,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소통’할 창구의
무형문화재가 가진 ‘전통’과 ‘원형’을 현재와
부재가 가장 큰 이유 아닌가 싶다.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계셨다. 그즈음
PS: 맞다. 가치에 대한 이해가 바뀌면서
내가 아트디렉터를 맡게 된 것이 계기였다.
단절이 시작된 것이다. 서양문물이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가구나 악기 등을
급속도로 들어오면서, 일반적인 시각이
통해 작업했는데, 원형을 새롭게 바라볼
너무 서양으로 편향됐다. 그릇 같은
기회였다. 그러면서 현대사회에서 그들의
생활소품도 서양 쪽이 더 편리했다. 항상
문제점, 서양과의 차이점 등을 함께
하는 이야기지만, 동양화도, 한옥도,
생각하고 고민하게 됐다. 쉽게 말하자면
한지도, 한복도 상대적이다. 근대화
서양 쪽은 장인의 작업들이 산업과 잘
이전에는 모두 그림이고, 집이고, 종이고,
만나서 럭셔리 브랜드 가방이 되기도
옷이었는데 근대화 이후 변한 것이다.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식으로는 안
사실 그 종이는 지금도 종이인데. 편리함
풀리지 않았나. 일제강점기가 있었고, 미국
때문에 생활상이 만들어지고, 유지되면서
자본주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시절도
한국 전통의 것들이 통속通俗되지 않는 문화
있었다. 우리의 원형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속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오늘날에는
없었다. 그래서 정신적인 전통에 관심 두기
한식을 비롯해 문화의 전통 원형과
어려웠는데,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온 것
생활방식의 가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무형문화재를
같다는 느낌이다. 당시에도 이런 이해가
현재와 단절된 존재로 보는 것이다.
있었다면, 조금 더 품격있는 삶을 살 수 있지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작업은, 거슬러
않았을까.
올라가면 주문제 작업이었다. 선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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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했던 가구나 주택의 주문 제작
이러한 것을 보전하고 이어가는 데 있어서,
방식이 자생적으로 존재했다. 자본주의가
일종의 책임감도 느끼나?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주문제작이 많이
PS: 나 자체도 수묵화가 중심을 잡아주고
SPECTRUM
화풍 (花風), 경복궁으로의 초대(한국음식문화 관광상품개발 발표회), 2009 Designed by Kim Paik sun_Photographed by Namgung sun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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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다이닝 ‘국수’(Korean Dining ‘Noodles’), 서울디자인페스티벌(Seoul Design Festival), 2009 Designed by Kim Paik sun_Photographed by Namgung Sun 28
SPECTRUM
SUMMER . 2013
29
PEOPLE
있고, 전통 원형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수 있으니까.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는
생각한다. 주거문화만 해도 사랑채, 안채,
것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일종의 기준을
마당에 대한 문화가 모두 있었다. 하지만
정리해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나를 다시
오늘날은 없다. 일종의 퇴보다. 너비보다는
바라보고, 내가 본 것들을 사람들과
목적의 문화적인 이해인데, 그런 의미들을
소통하고 싶었다. 마침 학고재 대표님과
더욱더 교감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만남을 통해 전시와 출판에 큰 도움을 받을
본다. 어떻게 보면 전통이라기보다는 더
수 있었다.
현대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한옥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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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樣態; 놓인 모양로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으로 작업을 담아낸 것은 실재實在
사용했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
작업과는 또 다른 경험일 것이다.
것들이 짧다 보니 ‘한옥은 불편하다’고
PS: 일단 과거 작업들을 쭉 훑어보면서
잘못 전달된 것이다. 아쉬운 부분은 그것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첫째로는 조금
굳어지면서 (전통 양식을) 박물관에 있는
더 좋은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것처럼 바라보고, 또 아름답다고는 하는데
둘째는 작업의 의미를 더 들여다봐야겠다는
그 아름다움이 형식이 아닌 목적에서
것이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보다는
나옴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 말이다.
‘미美’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내가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들고 있지는
‘인케이스’도 앤디 워홀 작품이 인케이스
않은가’ 하는 부분과 ‘문화적인 언어’에 대한
제품에 묻어나는데, 그렇다고 팝아트가
고민이었다. 과거를 돌아본 것 같지만, 실은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앞으로 해야 할 것에 대한 요구와 질문을
방식으로 쓰임새가 늘어나는 것이 활용이고
끊임없이 했다.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확산이다. 그렇다고 원형이 퇴색되는 것은
바라보았다기보다는, 건축디자인을 하는
아닌데, 자칫 잘못 이해하는 분들은 보존과
사람으로서의 나를 봤다. ‘개인’의 내가 꼭
관리에만 치우친다. 옛것을 오늘날에도
건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당장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작업에 대한 노력도
내일 시골에 가서 농사지어도 되는 것이고.
필요하다고 본다. 새로움이 과거의
그러나 건축가나 디자이너로서의 나는
맥락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면, 굉장히
다르고, 그에 대한 요구를 조금 더 진정성
중요한 부분이다.
있게 봐야 할 것이다.
조금 질문을 바꿔보자. 2013년 2월의
‘문화적인 언어’를 얘기했는데, 건축가에게
개인전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문화적인 언어란?
PS: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돌아보고
PS: 건축을 하는 행위가 무엇인가. 왜
싶었다. 한 번쯤은 정리하고 싶었다. 책을
만들고 왜 공간을 꾸미는가. 나는 사람들의
통해서 정리하고, 그것을 전시로 보여주고
이야기가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적인
싶었다. 자신의 작업을 정리하지 못할
언어는 결국 시대에 관한 이야기겠지만, 그
SPECTRUM
안에 개인적인 것도 있고, 사회적인 것도
소통, 사람들의 삶을 많이 들여다봤으면
있고, 소통도 있다. 들어가고 나가는 것이
좋겠다.
있어야 한다. 건축가로서 소재나 형태에 너무 천착穿鑿하는 것은 맞지 않다. 공간의
지난 학고재 전시의 소회에서, ‘건축주가
표현은 형식주의가 아닌 목적에 대한
아닌 대중과의 소통’을 언급했다. 워낙
근원적인 질문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저명한 화랑이어서 그야말로 다양한
본다. 그렇게 되었을 때, 공간이 특질을
연령대의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지니고 소통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지
젊은이들로부터의 반응도 있었는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업들이 만들어낸
궁금하다.
문화, 예를 들면 카페 같은 것들을 꼭
PS: 전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시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것들이 주는
감독을 하기도 했고. 건축이나 디자인은 한
순기능도 있지 않나. 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클라이언트와 일을 진행하고 그 반응을 보게
대화를 좋아하는 줄 몰랐다. 커피숍이
되지만, 전시는 다양한 사람들이 와서 본다.
지금도 부족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대상이 명확하다면 쉬웠겠지만, 전체를 다
한국사람들이 소통을 갈구하고 있었구나,
내보이는 전시였기 때문에 두려웠던 부분도
생각이 든다. 물론 커피숍의 악영향도
사실 있었다. 그러면서도 해온 작업들을
있을 것이고, 기업의 목표보다는 고객의
이야기해줄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삶을 이해하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낯설어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전통적인
하는 바람도 있다. 대형 커피숍은 몇백
화랑에서 디자인이나 공간 전시를 여는 것을
개의 점포가 있을 텐데, 어느 지역이나
의아해했기 때문인 것 같다. 디자인이나
공간은 비슷하다. 아무리 프랜차이즈라도
건축, 그래픽전展 도 활성화되어 소통할 수
아프리카에 가면 조금 달라지지 않겠는가.
있었으면 하는데 대중에게는 아직 낯설지도
지역성에 따른 소통도 필요한데,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건축이나
디자인에서 보면 역逆 문화를 만들어내고
디자인 분야의 분들이 더 나와서 이러한
있을 수도 있다. 인간이 가진 본연의
작업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문화인 소통에는 도움을 주지만, 표본화된 인테리어들은 디자인적인 역기능을
사진, 설치 등 개인 작업을 하는 김백선과
주는 것이다. 양태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공간, 인테리어 등 디자인을 하는 김백선
디자인이 확산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나 반작용은 없는가?
마케팅이 물량을 방출한 것이다. 디자인의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자신이 하는
발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커피숍이나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위
아파트 같은 (생활과 밀접한) 디자인이
젊은이들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환경과 소통하는 것이 기업의 윤리이며
PS: 가장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사업 확산에만
이 모든 것들은 ‘사람이 하는 작업’이라는
전력을 다하는 것 보다는 환경과의 만남,
점이다. 건축, 디자인, 디렉팅은 다 사람이 SUMMER . 2013
31
PEOPLE
하는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사람들과의
있다. 아마 내년쯤이면 나올 것 같은데….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자체를
텐트 역시 하나의 건축으로 볼 수 있고,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영역에 대한 생각은
아웃도어 용품들이 주는 재미도 있다.
따로 해보지 않았다. 각각의 언어대로
기능과 디자인의 조율이라든가. 놀이문화에
즐거움이 있다. 건축할 때도 즐겁고, 글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접근하는 느낌이다.
쓸 때도 즐겁고…. 즐겁다는 표현은 웃음이
공간디자인에도 이러한 생각과 작업이
나와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지만, 나를 보는
반영된다. ‘주어진 공간 안에서 어떻게
즐거움을 말하는 것이다. 참여하는 나를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식이다. 또한, 지금
바라보고 있는 상태가, 꼭 웃음이 나오진
사무실을 논현동으로 옮기는 작업 중이다.
않더라도 즐겁지 않은가. 장단점도 발견하게
디자인 스튜디오 외에도 갤러리와 디자인
되고. 그런 즐거움을 가진다면 여러 분야를
카페가 생긴다. 건물 위층에는 요가센터를
신경 쓰기보다는 결국 나에 대해 집중하지
열어 우리도 참여하려고 한다. 요가도
않을까.
즐겁고, 디자인 카페 메뉴구성도 하고, 커피 공부도 하고 있다. 공간은 7월 초순쯤
조금 사적인 질문 몇 가지 드리겠다.
열 예정이다. ‘주는 것’에 관한 공부랄까.
여가 때에는 무엇을 하나?
요리책도 항상 본다. 가끔 가까운 사람들을
PS: 휴가와 여가에 대한 구분이 많이
불러서 요리해 먹기도 한다.
사라졌다. 캠핑하러 다닌 지 오륙 년쯤 됐다. 아이들도 데리고 다닌다. 텐트만
스펙트럼은 항상 ‘서울’의 창작자들에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 좋지 않나.
초점을 맞추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하려고
사실 가장 큰 여가는 ‘놓아두는’ 상태다.
한다. 최근 ‘한류’라든지 ‘정보기술IT ’
나를 놓아두고 바라보는 것이다. 생각하지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문화, 기술
않는 상태가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등이 퍼져 나가고 있다. 김백선의 기반도
생각하기 시작하면 여가가 일이 되지
서울이다. 당신에게 한국과 서울이 지니는
않나. 그냥 흘러가는, 계획 없이 있는 것.
의미가 궁금하다.
예전에는 여행을 가기 전에 모든 것을
PS: 서울은 항상 변한다. 어떻게 보면 좋고,
다 준비하고 예약하고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나쁘다. 사용자 관점과 창의자
반반이다. 다 사람 사는 곳인데 아무것도
관점이 완벽히 다른데, 즐기고 놀 때는
없을 리가 있나. (웃음) 요즘엔 생각 없이
즐겁고, 문화를 입히려고 보면 안타까운
그냥 갈 때도 잦다.
점이 많다. 하지만 여러 가지가 새롭게 나타나면서 안타까운 점들이 치유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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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당신이 호기심을 지닌 분야, 혹은
한다. 서울이 역사로는 오래되었지만,
취미는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PS: 캠핑 열풍이라는데, 직접 즐기는
다문화적인 것들이 서로 맞물려 새롭게
분야이기도 해서 텐트 디자인을 하고
변해가는 것은 여느 도시 못지않은데,
SPECTRUM
2011 설화문화전(2011 Sulhwa Cultural Exhibition) 전시 설치, 2011 Designed & Art Directed by Kim Paik sun SUMMER . 2013
33
34
SPECTRUM
도시의 전통에 대한 부분은 조금 아쉬운
근간이다.”
것이 사실이다. 고즈넉하지는 못하지만,
것’은 무엇인가.
. 결국, 당신이 ‘지금 가장 짓고 싶은
굉장히 열정적이다. 물론 그런 것들이
PS: 급하게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다. 가장
소외계층을 만들어내는 것도 현실이지만,
큰 것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새로 옮기는
균형을 맞추어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곳의 갤러리와 숍이 될 것이다. 요즘 ‘책’
보인다. 이런 여러 부분을 볼 때, 완성된
이 주는 것이 하나의 대단한 건축이라는
도시라기보다는 이제 막 시작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짓고 싶은 마음도
느낌이다. 서울만의 정체성도 좀 더
있다. 건축은 계획과 완성 사이에 시간의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은 어떤 곳이냐는
틈이 크다. 사람들이 과거의 작업을 보고
질문에 아직 쉽게 대답하기 어렵지 않나.
일을 의뢰하는 때도 있는데, 예전 건축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불가피하게 괴리가
이번 스펙트럼의 주제는 ‘탐험EXPLORATION ’
있다. 결과물은 어찌 보면 사용자에 의해
이다. 당신이 해온 영역을 보면 그야말로
변하는 생태를 만나게 되지만, 디자이너는
다재다능,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영역에서
또 다른 것을 짓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작업하고 그것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생각한다. 결국, 짓는 것보다는 짓기 위한
작업이었다. 김백선에게 탐험, 혹은
소통이 중요하지 않을까.
모험이란 어떤 의미인가? PS: 요즘에는 ‘사용하면서 목적을 잃은
-
것들에 다시 가치를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싶다. 이미 목적을 잃은 물성에 새로운
인터뷰를 한 날은 매서운 무더위가 막
언어를 주는 일이랄까. 또한, 올해 9월
올라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여름이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300평 정도의
다가오는 계절이 지나면, 그가 한껏 기대에
주제관을 맡았다. 이어령 교수의
차 말하던 새로운 디자인 스튜디오와
<우리문화 박물지>라는 책에 담긴 이야기를
디자인 카페, 갤러리 또한 완성될
미학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결국은
것이다. 인터뷰 끝자락에 그가 언급한 ‘
하고 싶은 작업과 해야 할 작업들이 모두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작업이 궁금해졌다.
원형을 새롭게 풀어내는 작업인 셈이다.
‘설치에 드는 시간도 보통이 아닐 것’이라며 너털 웃음 짓는 김백선의 모습은 그의
마지막 질문이다. 학고재 갤러리의
작업을 대할 때 드는 일종의 숭고한 기분을
인터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짓는다’는
조금 무장해제하게 했다. 2013년 9월의
말에 관한 당신의 해석이었다학고재 발행 <김백선>
광주에 꼭 방문해볼 생각이다.
작품집 발췌: “본디 ‘짓는다’는 밥을 짓고, 집을 짓고, 옷을 짓고, 시를 짓고, 노래를 짓는 등 인간의 본질적 삶과 창의적 행위에 가장 밀접히 맞닿아 있는 표현이다. 이러한 창의적인 행위를 통해 형태를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게 있어 ‘짓는다’는 것은 소유하는 것이 아닌 소통의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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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HIYUKI HIRANO 27 ILLUSTRATOR
PYOKISIX
42
GRAFFLEX
62
PHOTOGRAPHER ARTIST + GRAPHIC DESIGNER
CHOI DAHAHM
112
OH JUNG-TAEK
130
PHOTOGRAPHER ILLUSTRATOR
‘Shares’는, 재능 넘치는 다섯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스펙트럼 안에서 무작위 페이지로 보여줍니다. 이번 호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토시유키 히라노Toshiyuki Hirano 와 오정택Oh Jungtaek, 포토그래퍼 표기식Pyokisix 과 최다함Choi Dahahm, 아티스트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GFX
신동진Grafflex 의 작품을 골랐습니다. 38
SPECTRUM
1
Native American, Acrylic Gouache, 2011 by 토시유키 히라노(Toshiyuki Hirano, ヒラノトシユキ) www.hiranotoshiyuki.jp www.visiontrack.jp/artist_vt/tohiyuki_hirano/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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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릭 레비
ARIK LEVY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 (JDZ) translate by 김주혜 Helena M. Kim special thanks to Cecilia Lee from The Leigh Bureau(www.leighbureau.com) © all works courtesy of Arik Levy, Arik Levy Art & Design Studio
몸소 체감하는 일은 드물지만, 산업 디자인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은 물론 의식주 전반에 그 영향이 지대하다. 이스라엘 출신 산업 디자이너 아릭 레비Arik Levy 는 흔히 필립 스탁, 카림 라시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작업은 무척 다양한 영역을 넘나든다. 일상에서 접하는 가구나 소품, 부엌에서 사용하는 식기와 컵은 물론 패션 디자인과 갤러리에서의 개인전과 인스톨레이션까지 다양하다. 종종 그의 작품을 볼 때, 실용성을 바탕에 둔 디자인의 산물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는 예술 작품을 보는 기분도 들었다. 비평가들은 그에게 ‘테크노 포엣Techno-Poet ’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신기술과 신소재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활용하여 시적으로 구현한다는 뜻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개인전을 선보이고 국내 기업들과도 몇 차례의 협업collaboration 을 진행한 아릭 레비가 다시 서울을 찾았다. ‘2013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의 연설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지금껏 선보였던, 혹은 새로 계획하는 작업에 관한 궁금증보다는 ‘그가 왜, 어떻게 디자인해나가는지’ 가 궁금했다. 컨퍼런스를 마치고 온 아릭 레비는 두꺼운 손과 주름살 잡힌 선한 웃음을 지닌 남자였다. 40
SPECTRUM
DESIGNER, SCIENTIST, POET & FREEDOM MIND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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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PECTRUM: 여러 차례 한국에 방문한 것으로 안다. 이번에는 어떤 일로 방문한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요즘에야 아이들이
것인가?
병원에 가서 시력 체크도 해보고, 어떤
아릭 레비Arik Levy, 이하 AL: 2013 세계
문제가 있나 검사도 해보지만 내가 학교에
경제・금융 컨퍼런스에 강연자로 초대되어
다녔던 40년 전에는 독해능력에 문제가 있던
방문하게 되었다. ‘창조경제’에 관한
내게 우리 부모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은
특별강연을 했는데, 경제・금융 분야에서
“게을러서 그래!”였다. (웃음) 예술・디자인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에게 관심을 두고
분야로 학교를 가기 전까지는 내가 다닌 모든
강연을 의뢰하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은
학교에서 최악의 학생이 아니었나 싶다.
바람직하다. 창의성과 경제・상업성의
물론, 예술학교에 다니기 시작하고 나를
조화는 나의 평소 작업철학이나 방식과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부터는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학생이 되었다. 서프 숍은 순전히
학교에서 독해능력에 어려움을 느끼면
내가 해변과 서핑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방문한 서울은 어떤가? 당신이
운영했다. 서핑은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거주하는 파리와 비교해서, 무언가 다른
방법이다. 제일 먼저 했던 일은 서프보드에
점이 느껴지나?
그림 그리는 일이었다. 에어브러시
AL: 극도로 다르다. 파리가 좀 더 오밀조밀한 느낌이라면, 서울은 사방으로
작업했다. 과장없이 정말 2,000개 또는
퍼져가는 느낌이랄까? 파리에서는 처음
그 이상이었다! 별명이 ‘에어브러시 마스터
가보는 장소를 찾아가더라도 단순히 ‘감’
airbrush master’였을 정도였다. 그 당시의
으로 걸어갈 수 있다면, 서울은 그와 비슷한
나는 에어브러시만 있으면 뭐든지 만들 수
정도의 ‘감’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과
있다고 믿었다. 서핑은 아름답다. 서핑할
airbrush 로 2,000개 정도의 서프보드에
노력을 들여야 한다. 예를 들면, 평면도
때는 자신과 자연의 원소element 만이 존재할
구조를 모르는 슈퍼마켓에 가서 음식을 찾을
뿐이다. 화려함이나 과시, 그에 따라오는
때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러한 서울만의
거품이나 거짓된 이미지가 아닌 진실, 정직,
특성authenticity과 느낌을 좋아한다.
소박함에 매료되어 지금도 여전히 서핑을 즐긴다. 매번 휴가 때마다 서핑하러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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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스물네 살까지
한국은 강에서 카야킹kayaking 을 즐긴다고
‘서프 숍surf shop’을 운영했다고 하던데?
들었다. 한 번 꼭 해보고 싶다.
AL: 지독하게, 그야말로 지독하게 끔찍한 참사 수준의 학생이었다. (웃음) 심한
한국에서도 그간 전시라든지, 브랜드와의
난독증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는 나에게
협업‘에릭 라비 바이 행남 도자기’ 컬렉션, 코오롱스포츠와 ‘트랜지션
악몽 같은 곳이었다. 손이 움직이는 것보다
(Transition)’ 컬렉션 론칭 등
두뇌가 빨리 움직인다고나 할까? 내가
분야의 다양한 대상과의 협업인데, 특히
하는 일이나 사고를 눈으로 볼 수 없는
흥미로웠던 일화가 있나?
SPECTRUM
도 활발했다. 각기 다른
Rock Cell, Arik Levy <Experimental Growth> exhibition, Fondazione Bisazza, 2012 Š images courtesy of Arik Levy, Fondazione Bisazza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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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tion’ Collection for Kolon Sport, 2007 © images courtesy of Arik Levy, Kolon Sport
Torch 4-light Mobile Chandelier for Baccarat Designed by Arik Levy _Photographed by Yves Duronsoy © image courtesy of Arik Levy, Baccarat High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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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AL: 지금 입고 있는 셔츠가 코오롱 스포츠와의 협업 때 만든 작품이다. 엄청나게
단순한 의자나 유리잔을 디자인하는 것과
자주 입고 200번 넘게 세탁했는데도 새
걸쳐 영향을 주는데, 그 일부분에 내가 만든
것 같다. (웃음) 코오롱스포츠와의 협업은
장난감이 포함되는 것이다! (스펙트럼을
환상적이었다.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
집으며) 잡지를 발행하는 것도 교육의
패션 업계와 일한 적은 있지만 그다지 많은
일부분이다.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경험이 있지 않은 나에게 왜 의뢰했는지
대상자의 관점과 사고에 영향을 미치기
궁금했다. 재능 있는 패션 디자이너들과
때문에, 이러한 작업에는 책임이 따른다.
다르다. 어릴적 받은 교육은 여러 세대에
얼마든지 일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에
같은 맥락에서, 인케이스Incase 에서 단순한
대한 그들의 답변은 ‘패션에 관한 우리의
카탈로그나 룩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으로
질문을 패션디자이너에게서 들으려는 게
스펙트럼 매거진을 발행하는 것이 매우
아니기 때문’이었다. 코오롱스포츠는 기존
바람직하다. 우리가 왜 잡지를 만드는지,
기능성 제품과는 또 다른, 새로운 혁신을
우리가 어떤 글을 쓸 것인지, 누가 우리의
원했다. 추상적인 콘셉트를 담으면서도
글을 읽을 것인지…. 잡지를 발행할 때,
확연한 실체가 있는 결과물을 만들자는
브랜드에서 담당자와 그의 결정을 신뢰하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협업 과정 전체가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협업 대상을
상당히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내가 함께
결정할 때도 같은 것을 본다. 다양성과
일한 한국의 여러 회사처럼 코오롱스포츠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역시 자유롭게 의견과 결정을 피력할 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브랜드를 위해
있게 해주었다. 내가 했던 모든 프로젝트
디자인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중 트랜지션 프로젝트가 특별했던 부분은, 하이테크놀러지와 기계공학이 가장 많이
‘기술과 시의 결합테크노-포엣, Techno-Poet ’
수반되었다는 점이다. 실제 결과물을
이라는 표현으로 당신 작업을 정의 내린
만들어내는 과정의 90퍼센트 이상이
이들이 있다. 당신에게 ‘디자인’의 최고
정교한 기계, 예를 들면 레이저 커팅
가치는 무엇인가?
같은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래서 트랜지션 라인을 론칭하기 위해 신규 공장을
AL: ‘품질quality’이다. 전체에 속하는 단계별 모든 품질이 중요하다. 우수한 아이디어,
만들어야 했다. 코오롱스포츠와의 작업은
함께 일하는 사람 관계의 친밀도, 우수한
독일에서 발행되는 디자인 잡지에 ‘최첨단
프로세스, 뛰어난 제조공정…. 그리고
테크놀러지와 패션의 결합’에 대한 예로
당연히 최종 결과물의 수준도 중요하다.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는 한솔교육과 어린이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시간을
장난감 개발 작업을 하고 있다. 6개월~
초월하여 고난을 이겨낸 열쇠는 모두 우수한
36개월의 유아 교육에 쓰일 예정인데,
수준의 품질에 있었다. 장인들을 보면
유아 교육과 관련된 일을 맡게 된 것은
그들이 하는 일 한 가지를 하되, 최고의
재미를 넘어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건
결과물을 낸다. 뛰어난 건축가를 평가하는 SUMMER . 2013
45
PEOPLE
기준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사람들의
설탕, 소금, 후추의 양이 다른 것과 비슷한
흥미만 이끌어낼 수 있는 희한한 겉모양의
맥락이다. 내가 원래부터 엔지니어라고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생각될 정도로 테크놀러지에 집중하고
공간을 얼마나 준수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1퍼센트 정도만 예술적으로 구미가 당기는
중요하다. 그래서 어떤 작업을 하든지 품질에
부분을 추가하는 프로젝트도 있지만,
대한 높은 기준을 잃지 않기 위해 늘 자기
초반부터 미쳤다 싶을 정도로 온갖 예술적인
비판적인 자세를 지닌다. 내 중요한 업무
아이디어를 부어대고 그걸 구현할 수 있는
중 한 가지는 제조 담당자들에게 그들이
기술을 마지막에 찾는 식으로 작업하는
수행했던 역대 제조공정 중 최고의 결과물이
프로젝트도 있다. 지금 입고 있는 코오롱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스포츠의 트랜지션 라인이 좋은 예다.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매번 비용이
패션을 생각할 때 아까 언급했던 공장과
많이 들고 최종 결과물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테크놀러지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비싸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않았지만, 결과물이 얼마나 훌륭히
수준 있는 제품의 진가를 알아본다. 자동차,
나왔는지는 눈으로 직접 보고 있지 않나.
자전거, 의류, 신발, 무엇이 됐든 간에 높은
(웃음) 또 다른 재밌는 부분은 사람들과 함께
품질에 돈을 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요즘
일하는 ‘과정’이다. 단순히 내 아이디어로
유행하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이런 것들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용이 없다. 결국, 품질이 제일 중요하다.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작업 방식이나 콘셉트에 관해 본인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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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작업을 통합하는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24시간, 또는
디자인을 말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사실
그 이상이라도 사람들에게 내 아이디어를
그러한 작업을 실행하기에는 제약도
설명할 에너지와 열의가 있지만, 받아들이는
많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장벽이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강제적으로 느낀다면
주는 제약들은 없었나? 있었다면 어떻게
맞는 방식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아이디어에
극복했나?
본인 나름의 방식대로 접근할 기회를
AL: 크든 작든 어려움이 없는 작업은 하나도 없다. 나는 긍정론자이기 때문에, 어떠한
모두에게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약이 있더라도 넘어야 할 도전과제로
외부인으로서, 수년간 서울에 관한 특별한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 과제는
일화가 있는지, 지금 서울의 인상은 어떤지
지성으로나 감정으로나 현명하게 문제를
궁금하다. 뭔가 변한 것도 있나?
풀어나갈 수 있는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질문에 답변하자면, 통합하는 과정 자체는
AL: 2008년 한국에서 처음 <러브 카운트 Love Counts> 전시하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려운 부분은
위험이 따르는 작업이었다. 내 이름이
기술과 예술 사이의 정확한 ‘조리법recipe’
알려지지 않은 외국에서 첫 전시를 한다는
를 구현하는 것이다. 요리를 만들 때마다
것은 내 정체성identity 을 알리는 시작점과
SPECTRUM
같기 때문이다. 이때의 나는 한국 특유의
‘Handshake’의 기획 의도는 우리가 악수할
사회적 문화에 관해 당시 내가 자신했던
때 사실 두 손이 맞닿는 감촉보다는 서로
만큼 잘 알지 못했다. 예전에 4개월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일본에서 살았고 꽤 오랜 시간 일본인이나
생각에서 출발했다. 눈을 감고 악수를
일본 회사와 작업한 경험이 있어서 한국도
해보면 상대방의 손과 내 손이 맞닿는 감촉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느껴진다. ‘Handshake’는
그건 완전히 착각이었다. ‘로마에 있으면
관객들이 작품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서로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처럼, 한국에서
악수한다. 악수하는 손과 대상이 보이지
직접 생활하면서 겪지 않았다면 절대
않기 때문에, 단순한 악수가 아니라 친밀한
몰랐을 것이다. 예를 들면, 다른 아시아
물리적 접촉이 된다. 손을 잡는 악력,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인들은 직설적이고
따뜻함, 자잘한 느낌들까지. 섹시하다는
정직하게 본인 의사를 표현한다고 느꼈다.
느낌이 들 수도 있고, 역겹게 느껴질 수도
샐러드를 먹고 나서 채소 조각이 이빨 사이에
있고…. (웃음) 어쨌든, 물리적인 느낌 자체에
낀 걸 모르는 채로 내가 실실 웃고 있으면
집중하는 것이 기획 의도의 전부이다. 서울이
일본에서는 아무도 나에게 그걸 말해주는
브라질처럼 타인과 열정적으로 신체 접촉을
사람이 없을 텐데, 한국에서는 “이봐요,
나누는 문화가 아니어서 이러한 시도 자체가
이빨에 뭐 꼈어요!”라고 말해준다든가
상당히 색다른 것이었을 텐데, 사람들이 그
“어머, 헤어스타일 특이하네요. 머리 어디서
순간을 즐기는 반응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했어요?” 라든지…. (웃음) 그런 부분이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그 순간 한국과 서울이
마음에 든다. 근데, 우리 지금 무슨 얘기
고향처럼 느껴졌다. 길고 긴 비행시간과 시차
하다가 여기까지 흘러온 건가? (웃음)
적응을 감내해야 하는 머나먼 곳이 아니라, 내가 언제든 돌아오고 싶은 곳. 한국과
서울에서 특별한 일화를 물었다.
이스라엘은 많은 면에서 닮았다. 아마 전쟁과
AL: <Love Counts>는 무엇보다도 감정적인 느낌에 초점을 맞춘 전시였다.
관련된 위협을 끊임없이 받는 정국이 어느
아시아에서 처음 <Love Counts> 전시를
오늘 아침 어머니에게 스카이프로 전화가
진행할 때 사람들이 내 의도에 어떻게
와서 “거기 정말 아무 일 없니?” 하며 무척
반응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감정을
걱정하시더라. (웃음) 뉴스는 원래 실상보다
건드리는 것 자체가 개인적인 영역을
훨씬 심각하게 보도하니까. 외국에서 뉴스만
침범한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보고 있으면 당장 북한에서 “나 지금 버튼에
서울에서의 반응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전혀
손대고 있다! 쏠 거야! 쏠 거라고! 에잇,
다르게 폭발적이었다. 특히 ‘악수Handshake’
모르겠다, 발사! 빵!” 이럴 것처럼 느껴진다.
라는 조각 작품 반응이 좋았는데, 사람들이
(웃음) 어쨌든, 역사를 거치며 끊임없이
전시가 끝날 때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고 계속
외세의 침략을 받았고, 많은 자원을 빼앗긴
그 작품 주위에서 맴돌고 있을 정도였다!
것도 이스라엘과 비슷하다. 동양 문화에 관심
정도 영향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안 그래도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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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d, The three-dimensional Lighting of Vibia Designed by Arik Levy, 2012 Š images courtesy of Arik Levy, Vi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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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Rock Fusion, Stainless Steel, 165 x 73 x 35cm by Arik Levy, 2007
Ax Concret, 36 x 22 x 35cm by Arik Levy, 2010
Arik Levy <Natural Disorder> exhibition, Alon Segev Gallery, 2010 Š images courtesy of Arik Levy, Alon Segev Gallery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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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있는 서양 사람들도 일본 도자기 문화만 알지
하더라가비아의 판교 신사옥은 가수 아이유가 주연으로 출연한
일본 도자기 문화가 한국의 영향을 받아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주요 촬영장소로 쓰였다. - 번역자 주
발전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내 디자인을 알아보는
이런 여러 독창성originality 을 한국에서 직접
사람도 많아졌다고 한다. 아무튼, 여러
발견할 때마다 놀라곤 한다. 그런 면에서
분야를 섭렵하고 있다. 사실 일이 많으면
내가 느끼는 이스라엘과 한국의 유사성은
많을수록 결과물도 더 좋게 나오는 것 같다.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다. 또 놀라운
서로 다른 분야의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것이 있다면 한국의 발전 속도이다. 30년 전
얻은 통찰력을 적용하며 발전한 결과를
한국산 휴대용 카세트 리코더를 사용했다면,
만들어 내는 순간은 흥미진진 그 자체다.
열흘이나 제대로 작동할까 싶을 정도로
딱 한 가지의 전문성을 갖지 않는 것의
엉망이었다. 그런데 단 30년 만에 한국은
전문가라고나 할까. (웃음) 하나만 붙잡고
기술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단순히 휴대용
오래 작업을 하면 지루해지기 쉬운데, 이렇게
가전기기 수준이 아닌 통신공학, 우주공학,
여러 일을 하면 절대로 심심해지지 않는다.
항공학, 자동차 등…. 이제 ‘메이드 인
나는 변화가 좋다.
코리아(그는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이라고 한 번 더 강조했다)’를 달고 나오는 모든
그 모든 걸 동시에 하는 게 가능한가?
것은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석유 한 방울
AL: 지금 내가 하고 있으니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웃음) 정확히 말하자면 모든 걸 동시에
나지 않고 천연자원이 거의 없지만, 사람이 자원인 국가라는 부분도 이스라엘과 매우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층layer으로 나누고
비슷하다. 한때 완벽히 다르다고 생각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 방식이
문화와 친밀감을 나누고 교류할 수 있다는
가능해지려면 뛰어난 팀과 함께 일하는 게
사실이 서울을 특별하게 하지 않나 싶다.
매우 중요한데, 그래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존재, 에너지, 그리고 자발적인 노력에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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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하는 작업은 뭔가?
감사한다. 여러 종류의 프로젝트를 층으로
AL: 앞서 언급한 한솔교육과의 장난감 제작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이고, 바로
표현한 이유는 지구과학에서 말하는 지층과
얼마 전에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주얼리
시대별로 퇴적된 여러 다른 지층을 관찰할 수
컬렉션을 끝냈다. 다음 주에 있을 밀라노
있고, 땅의 시대별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지
디자인 박람회에서 조명, 가구 등 다수의
않나. 작업할 때도 비슷한 시각으로 여러
신규 제품 발매가 예정되어 있다. 조각,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편이다. 지구과학이
회화 등 예술 전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나와서 말인데, 요즘 제일 관심 있는 것은
한국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작업도 했다. IT
지구라는 행성 자체다. (웃음) 요즘 구상하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산을 잘라 측면에서 보면
서비스 기업 가비아Gabia 의 신사옥 인테리어
작품은 ‘더 월드The World ’라는 조각인데, 물이
디자인을 맡았는데, 방송국 PD가 어떻게
존재하지 않는 지구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알고 찾았는지 드라마 촬영장소로 쓰였다고
것이 목표다. 그래서 요즘 미항공우주국
SPECTRUM
NASA, 지구과학자, 해양학자들이 가지고
여행을 하는 편은 아니다. 만약 부산에 놀러
있는 지구의 3D 이미지를 모으고 있다.
가게 될 때 ‘해수욕을 가야겠다’는 식으로
자연을 재해석하는 작업은 개인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 친구가 전화해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
“나 부산으로 이사 왔는데 놀러 와!” 라고
자연이 이뤄낼 수 있지만 우리가 기존에
하면 친구 보러 가는 김에 바다도 들르는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식이다. 아니면 어떤 지역의 파도와 바람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휴대전화를
서핑하기 딱 좋은 때라면, 그 지역 학교에
땅에 심으면 휴대전화 나무가 자랄 수도
직접 연락을 해서 워크숍 일정을 잡고 일과
있지 않을까? 당장은 정신 나간 소리로
동시에 그곳으로 놀러 간다.
들리겠지만,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건 지극히 일반적이고 정상인데
28세가 될 때까지 외국 여행 경험 한 번 없이
휴대전화 심고 물 주고 가꾸면 휴대전화가
이스라엘에서 거주했다고 들었는데, 영어를
열린다는 게 이상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자유롭게 구사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실제 실현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LG나 삼성이 이런 나무가 필요할지도
AL: 대부분의 이스라엘 사람이 어느 수준의 영어는 구사하는 편이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다. 이 아이디어가 실현된다면
전혀 그러지 못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모바일 제조업체들은 중국에 공장설비를
난독증 때문에 뭔가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가동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 농장을
환경이 아니었고, 부모님도 전혀 영어를
운영하게 될 것이다. 업계 자체의 판도가
하실 줄 몰랐다. 미국 패서디나 아트센터Art
바뀔 수도 있는 일이다. 실리콘 자체가
Center College of Design, Pasadena 의 유럽 분교에
생물학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물질이니
진학하게 되어 스위스 제네바에서 처음 유럽
완전히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니라고
생활을 시작했을 때 대부분 재학생이 최소
생각한다.
둘에서 네 가지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걸 보고 엄청나게 충격받았다. 그런 학생들
여가 때는 무얼 하며 보내나?
사이에 히브리어 하나 달랑할 줄 아는 내가
AL: 사무실에 스케이트보드 세 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35년 동안 갖고
있었다. (웃음) 외국어 준비가 전혀 되지
있었다. 바람 쐴 수 있는 짬이 나면
이민이나 유학을 가면 비슷한 기분을 느낄
스케이트보드 타며 노는 걸 좋아하고,
수 있을 것이다. 내 옆자리 여학생은 불어,
아까 말했듯이 물에서 노는 모든 활동
독어, 영어, 이탈리아어를 할 줄 알았는데,
- 수영, 서핑, 다이빙 등 - 을 즐긴다.
다른 남학생이 영어 하는 것을 듣고 “저건
사무실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스위스계 네덜란드인 억양이잖아.” 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식으로 중얼거리곤 했다. 나는 거기서 정신
멀리 한국까지 날아왔는데 아직 한국 해변에
놓은 채 ‘대체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야’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나는 관광을 위해
하며 앉아 있었고. 두 번째 충격은 미술사
않은 채로 통역도 없이 한국에서 스위스에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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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시간이었다. 역시 아까 언급했듯이 나는
그럴 때마다 일행들은 “무슨 소리를
바다에서 노는 것만 좋아했으니 예술에
하는거야, 그 주제 지나친 지가 언젠데!”
관해 아는 게 없었다. 당연히 역사에 대한
하고 면박을 줬지만 난 크게 개의치 않고
지식은 더더욱 없었다. (웃음)
내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다 보니 차츰
첫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는 개의
어학실력이 늘었고, 지금은 히브리어, 영어,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보여주셨는데,
불어, 이탈리아어의 4개국어를 구사한다.
우리는 슬라이드에 나온 작품을 보고
제일 자신 없는 언어는 이탈리아어인데,
작품명, 작가명, 작품의 시기를 맞춰야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다음 주면 밀라노
했다. 내가 알아본 작품은 백 개 중 세
박람회에 가서 엄청난 일정을 소화하며 25
개였고, 그나마 대답한 것들도 제대로 된
개의 신규제품을 선보여야 하니까. 괜찮다.
정답은 아니었다. 반 평균은 65점에서 70점
Forza Levy! (이탈리아어로 ‘레비 화이팅!’)
사이라는 교수님의 말을 들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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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나’
주위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유지하는
생각했다. 현실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어린 시절
간단했다. 내 앞에 벌어진 이 엄청난 세상을
부모님의 기대와 압력으로 즐거움을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했고, 그 후 3년을
포기해야 했던 적은 없었나?
수면부족 상태로 보냈다. 언어, 역사, 예술…. 이스라엘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AL: 아까도 말했지만 그다지 뛰어난 학생이 아니어서…. (웃음) 부모님께서 특별히
살았기 때문에 받을 수 없었던 교육을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따라잡아야만 했다. 내 아들과
부모님께서는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셨고,
딸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불가리아에서의 생활을 뒤로 한 채 빈손으로
내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을
이스라엘로 이주해야만 했다. 아버지께서는
데리고 루브르 박물관에 견학 간다. 나는
올해 77세이신데, 그 세대의 어르신들은
서른다섯이 되어서야 모나리자를 실제로
지금도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
처음 봤는데, 내 딸은 이제 겨우 29
계신다. 게다가 우리 집안에는 예술가 출신이
개월인데도 모나리자를 벌써 세 번이나
한 명도 없었으니 처음 부모님께 아티스트를
봤다! (웃음) 어쨌든,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직업으로 삼겠다고 말씀드렸을 때의 반응은
내 영어 실력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예상하리라 생각한다.
엄청나게 고생해서 된 거다. (웃음) 불어도
“얘가 돌았구나. 어떻게 먹고 살 거니? 대체
마찬가지다. 파리로 처음 이사 왔을 때
무슨 일을 하는 거니?” 등의 얘기를 들었던
불어를 단 한마디도 할 줄 몰랐다. 프랑스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을
사람들은 불어를 정말 빨리 말해서 내가
통해 가장 자랑스럽고 기쁜 것은 우리
생각을 끝내고 입 밖으로 뭔가 말을 꺼내면
부모님께 내 직관을 믿고 원하는 일을 해서도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보다 사고가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 드렸다는
4년 정도 뒤처진 것 같다. (웃음)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부모가 되어서도
SPECTRUM
Alchemy Table Lamp by Arik Levy for Kundalini, 2013
Jar RGB by Arik Levy for Lasvit, 2013 © image courtesy of Arik Levy, Lasvit
© image courtesy of Arik Levy, Kundalini
Geta by Arik Levy for modus, 2013 © image courtesy of Arik Levy, Modus Furniture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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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k Levy <Absent Nature> Book (Book designed by Rick Valicenti, Bud Rodecker), 2008 © image courtesy of Arik Levy, Santa Monica’s Museum of Art, Bud Rodecker
Hennessy X.O. Mathusalem Designed by Arik Levy, 2012 © image courtesy of Arik Levy, Henne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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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아이들의 직관을 존중하고 그들이 가고
지능적인 일이긴 하지만…. (웃음)
싶은 길을 가도록 자신 있게 응원해줄 수
이 소프트웨어는 내 몸동작을 읽고 그
있어서 기쁘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화제가
움직임을 대상 사물에 반영한다. 가비아
있다는 걸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부모가
신사옥의 인테리어를 디자인할 때도
자녀에게 큰 기대가 있고 그만큼 부담과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예를 들면,
압력을 주는데, 꼭 그런 부담이 늘 좋은
처음 시작은 지정된 와이어 프레임wire frame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어찌해서 대학교
속에 3D 다이아몬드 그래픽을 띄워놓고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고 치자. 하지만
내가 움직이는 대로 다이아몬드의 형태를
그 자녀가 진정한 성장을 통한 유년기를
변화시켜 완벽히 새로운 나만의 조각 작품을
졸업하고 본인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성인이 되었다고 보장할 수 있는가? 앞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를 넓힌 것이라고
20년에서 50년 안에는 변화가 오리라고
이해하면 쉽다. 결과물은 언제든 3D 입체
믿는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누릴 수
프린트로 출력해낼 수 있다(사실 현재의
있는 자유의 수준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결과물을 스크린 밖에서 실현할 방법은
도구도 달라지고 있다. 사회와 가치가
이것뿐이다). 내가 똑같은 동작의 춤을
변화하기 때문에 업계는 자연히 적응하게
반복해서 추더라도 결과물은 절대로 같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우리의 삶 전반에
나올 수 없는데, 매번 미묘하게라도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결론은 한 가지로
방향과 다른 속도, 다른 강도로 몸이 움직일
귀결된다. 당신은 당신의 꿈을 실현했는지,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는
아니면 그러지 못했는지로.
절대로 지능적으로 접근해서 만들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결과물을 보고
당신의 작업에서의 ‘탐험exploration이란
‘좋아, 오늘은 저 형태를 만들어보겠어’
어떤 것인가?
라고 할 수 없다. 이 결과물을 얻기까지의
AL: 나는 직관적으로 작업하려고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머리 써서 작품을
과정을 묘사할 수 없고, 공간에 퍼져 나간
만들어내지 않으려는 것인데, 이 시도
이렇게 당사자의 몸과 움직임, 속도, 그리고
자체가 꽤 어려운 과제이다. 두뇌와의 연결을
표현력으로 만든 최종 결과물은 누구도
끊어버린 채로 작업하는 것을 시도하는
복제할 수 없고, 당사자의 몸과 영혼을
것이다. 우리가 머리를 써서 뭔가를 만들면
고스란히 담게 된다. 가끔 결과가 의도치
그건 두뇌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는
않게 나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꿔버리기도
것이지, 온전한 내가 만들어내는 결과가
해서 두려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정말
아니다. 그래서 이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매력적인 작업이다. 어찌 보면 비주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물론 이런
그래픽계의 핵폭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도구를 만들겠다고 사고하는 것과
비주얼 그래픽계의 북한인가? (웃음)
그 전반적인 과정은 머리를 써야 하는
북한이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이 아닌,
모양에 대해 정확히 정의 내릴 수도 없다.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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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SPECTRUM
한국에서 인정하는 자유의 정신이 아닐까
나에게 좋아 보이는 것을 거절하기는 결코
싶다. 만약 북한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의
쉽지 않고, 그만큼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생활을 지켜볼 기회가 온다면, 남한 사람들이
‘아니오’라는 대답은 일과의 친밀감, 인생,
자유롭게 온갖 것들을 창조해낼 때 왜 이렇게
가족과의 시간을 지켜주는 원동력이 된다.
우린 짓눌려 있는 거냐고 반문하기 시작할
나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고, 아이들과
것이고, 이것을 불씨로 독재자는 힘을 잃게
시간을 보내야 할 책임이 있다. 아이들의
될 것이다. 권력을 가진 독재자는 이러한
양육에 관여하고, 아들과 딸이 성장하는
상황을 막고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비참함을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균형과 리듬을
잊게 하려고 끊임없이 정치적인 상황을
유지하는 것, 중요하지 않은 것에 현혹되지
만든다. 이스라엘과 너무나도 비슷하다.
않는 것, 나 자신다움을 유지하는 것….
종교와 독재가 사회를 제어하는 세상.
모두 ‘거절’을 통해 더 많이 배우는 과정이다.
그들이 세상을 조종할 수 없게 되면 권력과 재물, 모든 것을 잃게 되기 때문에 절대로
-
사람들을 자유롭게 놔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신의 자유freedom of mind 는 가치를 매길 수
‘개인적인 감정을 하나의 창을 거쳐
없을 만큼 중요하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 ‘인터뷰’ 의 장점 아닐까 싶다. 인터뷰이와 대면한
올해의 중요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지
내용을 글로 옮기기 전 그 ‘시선’을 직접 느낄
궁금하다.
수 있다는 것은 이러한 인터뷰이, 그러니까
AL: 나는 미래를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의 계획은 거의 마무리 되었다고
에릭 라비 같은 인물을 만났을 때 더 느낄
보면 된다. 생존을 위해 끝내야만 하는
- 홀로 고고히 빛나는 듯한 - 그의 디자인
일들은 모두 제대로 굴러가고 있으니까.
작업에의 편견 아닌 편견은 인터뷰 이후
(웃음)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데는
대부분 사라졌다.
수 있다. 인터뷰 이전 은연중에 지니고 있던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 임신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일 년 내내
좋은 작업과 작품을 만드는 것은, 훌륭한
제품을 낳고 있으니…. 여왕벌인가? (웃음)
재능을 지녔거나 타고난 사람, 그러니까
무엇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하는
개인 한 사람만으로 있을 수 없다. 하루 24
일에 집중하고 자아 비판적 정신을 유지하는
시간도 모자랄 것 같은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것’이다. 특히 손대는 일마다 성공적일
나니, 끊임없이 다양한 작업을 하는 천재
때는 자신의 삶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디자이너라기보다는 세상과 관계하는 방법을
어려워진다. 나를 찾는 사람들은 많아질 때
잘 알고 있는 성숙한 남자로 보였다. 예정
그 성공에 도취해 계속 ‘예’라고만 말하다
시간을 훨씬 넘겨 끝난 인터뷰를 마치고서
보면 자제력을 잃게 되고, 나라는 존재는
그는 유쾌하게 웃고, 다시 악수하고,
세상에 소비되어 버리는 존재로 전락한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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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pr1zmstore.com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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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낙동강, November 2012 by 표기식(Pyokisix) pyokisik.tumblr.com
ARTICLES
Fashion 홍석우 / Design SWBK / Art Think, Talk, Write / Book 이로 / Street 홍석우 / Music 성창원 / Tech 채용준 / Travel 신성현
‘아티클’은 매 호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인물이 얘기합니다. 때로는 잡지 기사처럼, 일기처럼, 혹은 보고서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경계는 없고 주관은 있는 글의 집합이 이 챕터의 정체성이 되길 바랍니다. 열 번째 호의 주제는 ‘탐험EXPLORATION ’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무언가에 도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것은 개인적인 목표일 수도 있고, 속한 조직 안에서 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으며, 더 긴 안목으로 바라보는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보통은 눈에 보이는 분명한 목표를 향해 걸어간다고 믿고는 하지만, 종종 우연한 경험과 깨달음이 새로운 탐험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각 분야의 필자들에게 ‘당신이 각자의 분야에서 행하는 탐험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탐험’이라는 단어가 두근거리는 것은, 어느 산의 고지에 도달하기까지의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현재진행형의 단어’이기 때문 아닐까요.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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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FASHION
EXPLORATION and FASHION
초중고교를 다녔던 십수 년 전의 압구정동은
않게 선택한 것은 ‘패션’이었다. 그렇다고
지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어린
다른 친구들처럼 미국이라든지 일본에
마음에 서울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은 모두
들락날락할 집안은 아니어서, 당시 성지聖地
이 동네에 모여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와 다름없던 동대문 거평프레야타운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중고교 또래
구제시장과 멀티숍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문화란 것은 몇 가지 패션과 스포츠 브랜드로
좁다면 좁고 넓다면 넓던 옷가게들은
점철된 규격화한 유행일 뿐이었다. 아무
열아홉 살 고등학생에게는 신세계였다.
의심 없이 개성이라는 이름의 몰개성 속에
무엇보다도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
있었다고나 할까. 고등학교 3학년 봄,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이들,
어느 날인가 불현듯이 그것이 ‘이상하다’
아르바이트해서 새로운 옷과 신발을 사는
고 느꼈다. 나를 포함한 주위 모든 이가
데 (조금 과장해서) 목숨 건 이들이 그렇게
비슷한 브랜드의 옷으로 몸을 도배하고
많다는 것이 즐거웠다. 작은 멀티숍의 스태프
있었다. 어떻게 이 난국(?)을 극복할 수
형, 누나와 얘기하는 순간이 좋았다.
있을까 고민했다. 다음Daum.net 카페에서
헌 옷더미에서 어떻게든 남보다 조금이라도
이 잡듯이 정보를 뒤지다가, 난생처음 일본
튀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근래
패션잡지를 샀다. 동대문 원단시장 쪽
어떤 훌륭한 옷이나 액세서리를 살 때보다도
헌책방 골목이었다. 프리챌도 싸이월드도
더 순수한 기쁨을 안겼다. 수능 보기 전날
태동하기 전이었다.
들른 곳이 당시 친하게 지내던 갓 스물을 넘은 아르바이트생 누나가 있던 옷가게였을
잡지 안에는 듣도 보도 못한 패션이
정도로 패션은 내게 하얀 캔버스였다.
넘실댔다.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돈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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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살 수 있는 것들은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택한 첫 아르바이트는
눈 돌아가는 패션 아이템들을 어디서
‘스트리트 패션’을 찍는 일이었다. ‘패션
접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고등학교
디자이너’ 외에 ‘패션 에디터, 머천다이저
마지막 여름방학이 오고, 진지하게 두 가지
merchandiser, 마케터marketer’ 같은 직업도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자고 다짐했다.
알게 됐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패션’을 파고들어 볼까, 아니면 공부해서
것들을 하나둘 알아가는 것이 좋았다.
‘대학’에 갈까. 치기 어렸지만, 별로 어렵지
하이패션high fashion이란 개념도 처음 알았다.
SPECTRUM
홍석우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 편집장 twitter@yourboyhood www.yourboyhood.com
무작정 국내 디자이너들의 매장에 찾아가고,
‘패션’이라는 투시경으로 걸러낸 결과를
스태프와 디자이너 선생님들과 대화하고,
공유하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학교를 휴학한 후 잡지사 어시스턴트 일을
지났고 지금에 이르게 됐다.
하고, 친구들이 만드는 웹 커뮤니티에서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칼럼을
소위 로컬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태동하던 시기를 거쳐, 이제 클릭 몇 번으로 세계 패션 동향을 접하는 시대가 왔다. 주위 사람들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돌이키면 철 든 이후 나의 가장 큰 탐험은 패션이었다.
보며 자랑스러운 기분도 든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대화하고 정리해서 작업으로 남기고, 그것이 모여 하나의 흐름이 된다. 어릴 때 내가 그랬던 것처럼, 혹은 어릴 때의 나보다 훨씬 영리하고 패기 넘치는 후배들을 보기도 한다. 과정의 어려움과 갈등도 물론
연재하기도 했다. 개척시대의 탐험가처럼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다’
무작정 돌진 그리고 전진이었다. 나이 먹고
고 느낀 것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데서
생기기 시작한 막연한 불안감은, 그때 큰
왔다. 좌충우돌하며 겪은 긍정적이거나
고민거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부정적인 면 모두 내 안에 남았다.
그 후 이십 대 중반에서 서른에 접어들기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했다. 태생적으로
격동(?)의 이십 대를 거쳐 삼십 대를
외국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이 땅에서
시작하는 요즘,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만들어가는 패션에 작은 보탬이 되고
생각이 늘어간다. 돌이키면 철 든 이후 나의
싶었다. 사람들이 문화라고 부를 수 있을
가장 큰 탐험은 패션이었다. 패션만이 아닌
만한 다양성에 일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다른 요소들이 삶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싶었다. 아이돌 그룹의 스타일리스트,
느끼는 요즘도 그것만큼은 변치 않았다.
지역성을 띤 패션에 관한 강의, 여전히 딱
패션과 옷을 삶의 다른 조각들과 엮고, 잇는
떨어지게 설명하기 어려운 ‘서울’이라는
작업이 앞으로 해야 할 가장 두근거릴 일이
도시를 기록하는 작업을 했다. 오롯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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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DESIGN
비비탄과 최루탄 사이 / 탐험, 엄격함과 자유로움
비비탄과 최루탄 사이
문화 활동이기에 클라이언트가 있고,
-SWBK 이석우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더 나은 모습으로 이바지하도록 바라본다. 조금은 다른 방법과
어렸을 때 단독주택 마당의 모든 것은 놀이의
과정을 탐험하거나,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일부분이었다. 마당을 파서 강아지 수영장을
과제를 탐험, 일탈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만들고(어머니에게 엄청 혼난다), 라일락
다른 장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나무와 감나무를 연결해서 케이블카를
깨작깨작 접목해 보기도 한다. ‘냉면집에서
만들고(감 떨어진다고 혼난다), 영플레이
물만두 하는 순간 망한다’고, ‘냉면이나
모빌을 강아지 등에 붙여 BB탄 총을 쏘아
잘하자’ 생각하다가도 일탈의 짜릿함덕에
댔다(강아지 불쌍하다고 맞는다). 하루는
자꾸 물만두로 눈이 간다.
집 뒤쪽 담에 붙은 길을 발견했다. 그사이를
탐험은 다른 사람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완주하는 데 5분도 안 걸렸지만, 그때는
하면서, 짜릿한 심리상태가 가슴을
‘아, 이제 탐험이야’ 하면서 복잡한 심경으로
두근두근하게 하는 것 아닐까. 여전히
강아지들에게 BB탄 총을 쏘아댔다.
무언가를 만들면서 나오는 새로운
기본적으로 탐험을 좋아했다. 주판학원
프로세스나 생각의 일탈은 ‘아, 이제
땡땡이치고 연세대 앞에서 데모 행렬을
탐험이야’라고 깨닫게 한다. 가끔
따라다니며 최루탄 날아가는 것을 구경하고,
클라이언트가 시키지도 않은 일탈로 모두
도망 다니면서 엄청나게 두근거렸다. 탐험은
화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모든 게 다 좋을
삶의 일탈이자 어머니에게 들키면 ‘싸대기가
수는 없으니까, 하면서.
날아오는’ 일이었다. 약간은 일그러진 호기심 같은 것들은 그림 비슷한 것을 하면서 직업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탐험은 남들이 하지
탐험, 엄격함과 자유로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하는 경험이었다.
-SWBK 송봉규
동네로 뛰쳐나가 BB탄도 마음대로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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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는 성인(당연히 경찰에 신고 당한다)이
탐험 1. 호기심, 꿈. 탐험이라는 단어는
되고서는, 일탈의 탐험이 작업에 깃든 걸 참
철들기 이전, 정확히는 사춘기가 시작되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작업이라 함은
이전 소년들의 꿈romance 과도 같은 단어다.
‘디자인 업무’이다. 상업을 기본으로 하는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에 심취한
SPECTRUM
그 정신에는 엄격함과 자유로움이 공존해야 할 것이다.
이석우, 송봉규
소년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자신만의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비밀기지를 구축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최근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시작한 야나기
SWBK, Matter & Matter 공동대표 www.swbk.com www.matterandmatter.com
모험담을 나누던 경험은 당시를 경험한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 일본에서 민예 운동을 일으킨
어른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사상가이자 연구가, 미술평론가
전시에 각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독도 문제 등으로 민감한 시기에 탐험 2. 욕망, 오해 아메리카 대륙은
일제 강점기 활동 작가의 전시가 가당키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아닌 동양계(신대륙
하냐는 의견이 있지만, 현재 한국 생활용품
개척자들이 ‘인디언’이라고 부르던) 인류가
디자인공예 을 바라보기 위한 척도로써
이미 살고 있었지만, 우리는 신대륙 ‘발견’
시의적절한 전시라는 생각이다. 비록
이라는 단어를 쓰게 된다. 콜럼버스에게
일본인에 의해 재조명되긴 했지만, 우리
거룩한 목표가 있었다기보다는 각종
생활용품이 민예라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향신료와 금처럼 부富 를 위한 탐험이었을
정의되어 ‘한국의 미’를 심도 있게 분석하여
것이다. 실제로 콜럼버스는 죽을 때까지
한국과 일본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자신이 ‘도착’한 땅을 인도라고 믿었다.
사실이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한국의 생활 양식을 통해
탐험 3. 비장감 요즘 한참 인기 있는
새로운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탐험’한
이사야마 하지메諫山創 원작의 일본
동기가 앞서 이야기한 일련의 주장이었는지는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進撃の巨人>은 단어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선택과 표현이 아주 거국적이다. ‘인류를
개척되지 않은 영역을 자신의 관점으로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 ‘인류를 위해
바라보고, 정의 내리고, 체계화하는
도움이 되었습니까’ 등의 대화는 나를
것은 결국 끊임없는 영감과 노력, 일종의
위해, 아니 나만을 위해 살기 급급한 21
비장감이 없는 한 일생에 걸쳐서 이뤄내기는
세기 현대인에게 이데올로기적 감성까지
어려울 것이다.
불러일으킨다. 인류가 쌓은 세 겹의 성벽
요즘 들어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쭙잖은
안에 안주하려는 인류와 ‘월 로제(<진격의
크리에이티브에 입바른 소리로는 도저히
거인>에 나오는 성벽)’ 바깥 거인 세상으로
만들 수 없는, ‘일생에 걸쳐 지치지 않고
나가려는 인류의 대립. 자신보다 몇십 배나
즐겁게 할 수 있는 정신에 있지 않나’
거대한 거인들에게 입체 기동 장치를 달고
생각하게 된다. 그 정신에는 엄격함과
뛰어올라, 커터 칼날 같은 무기로 대항하는
자유로움이 공존해야 할 것이다.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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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ART
인식과 비인식
직업적으로 종종 예술 관련 분야 사람들을
현대 미술modern art, 아니 당대 미술
마주할 때가 있다. 특정한 프로젝트에
contemporary art 의 범주는 한 세기 이전까지
관해서일 수도, 아티스트의 삶과 작업에
갈 것도 없이 작금 수많은 아티스트의
관한 자리를 글로 옮기는 자리일 때도
작업만 놓고 봐도 무척 다양해졌다. 카셀
있다. 이처럼 미리 준비하고 만날 때에는,
도큐멘타Kassel Documenta 의 전위적인
당연하게도 그들의 삶과 작업 궤적을
작업들, 영국을 넘어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파악하게 된다. 현대 문화와 사회를
프리즈 아트 페어Frieze Art Fair의 전시들,
구성하는 커다란 틀 안에서 말 그대로
패션에 비유하자면 파리 패션위크Paris
다양한 이가 각자의 사상을 집어넣어
Fashion Week 에 견줄만한 베니스 비엔날레
형태를 지닌 예술art 로 만들어낸 모습을
Venice Biennale 의 결과물들…. 미시적으로는
간접 체험한다. 결과로 나온 모습은 모두
갤러리와 아티스트를 둘러싼 시장market
다를지언정, 그들이 속한 사회 요소들을
의 흐름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행하는
수집하고 새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들과
일련의 작업은 패션과 음악처럼 ‘대중문화’
동떨어진 나와 놀랄 만큼이나 비슷하다는
를 구성하는 장르를 넘어 거시적인 사회에
것을, 이야기 도중 깨달을 때가 생긴다.
관한 이야기를 속속들이 내포한다. 2008년 초반, 아이웨이웨이艾未未, Ai Weiwei; 중화인민공화국 출신 건축가 겸 예술가 겸 독립 큐레이터. - 편집자 주
는 2008
년 하계 올림픽의 주 경기장인 베이징 국립 경기장의 설계자로 그 존재를 대중에게 알렸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어떠한가? 중국의 인권 탄압에 맞서 싸우는 ‘반체제 인사’의 대표격이 된 그는, 실제 그가 겪은 여러 탄압을 다양한 행위 예술과 설치 및 영상 작업으로 선보인다. 만일 그가 이러한 작업을 남은 평생 지속한다면 노벨평화상을 타지 않을까 하는 섣부른 추측마저
66
SPECTRUM
다만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잣대는, 그것을 ‘의식’ 하고 행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에 있을 것이다.
Think, Talk, Write.
가능하다. 후대인들은 그를 일개 ‘예술가’가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같이 누구나
아니라 간디나 마틴 루서 킹 같은 범세계적인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도구들은 물론,
인권 운동가로 기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펜과 공책처럼 일상에 공기처럼 녹아든
Creative Agency Based in Seoul twitter@thinktalkwrite
습관마저도 사람들 각자 꾸려가는 삶을 이처럼 예술은 사람들의 삶에, 우리가
기록하는 도구이자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이 연관되어
작업물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예술과
있다. 이전에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럴
예술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잣대는, 그것을
것이다. ‘예술가의 작업’을 단순한 영리
‘의식’하고 행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목적으로 (서로의 합의로) 사용되는 경우를
차이에 있을 것이다.
목격하면서도, 그들의 작업이 그들 각자가 바라본 ‘사회’에 대한 시선이자 반응이며,
극적인 삶을 사는(혹은 살다 간) 이들은
통로이자 출구가 되는 셈이다. 화려한
불멸의 작업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개인전을 열거나 작품을 만들기만 해도
새겨넣었다. 당대에 그것이 가치 있는 결과로
컬렉터가 줄을 선 아티스트들만이 이에
인정받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그것을 예술의
속하는 것은 아니다. 혼자서 묵묵히, 판도를
한 단면으로, 시대의 한 조각으로 인식한다.
뒤흔들지 않더라도 삶의 내면에서 조금씩
우리가 태어나지 않은 시대, 궁중 문물처럼
꺼낸 이야기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넓게는
소수 특권층이 누리던 것만을 예술로
커다란 이야기로 만드는 작업을 예술가들은
단정하던 시대는 오랜 옛날 얘기가 됐다.
평생에 걸쳐서 한다. 그게 예술이 행하는
주어진 틀 안에서 무언가를 최고로 행하는
가장 위대하고 흥미로운 탐험이 된다.
것만으로도 크게 주목받을 수 있겠지만,
인생을 걸고 행하는, 척박하고 구불구불한
흔히 존재하는 관념들을 비틀고 재해석하는
길을 걸어가는 묵언 수행자들처럼 말이다.
이들의 ‘과정’과 ‘삶’ 또한 그에 못지않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위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의식하지
생각하는 예술의 가장 의미 있는 탐험 요소
않을 뿐 꼭 예술 분야 직업이 아닌 사람들
중 하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되
또한 충분히 여느 훌륭한 예술가처럼 살고
내어본다.
© Ai Weiwei installation shows <S.A.C.R.E.D.> at Venice Biennale 2013, image courtesy of The New York Times and Ai Weiw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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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BOOK
도색의 꿈
중학생인 나에게 아파트 지하실은 신비한
다음 날 신문 묶음 사이에서 붉게 빛나는
공간이었다. 아무도 마주치지 않지만, 늘
책 몇 권을 보았다. 누군가 보다 버린
조금씩 변화하는 공간. 지하실행은 대부분
성인잡지 두 권이었다. 인디아나 존스가
성과가 없었지만 종종 누군가 신문, 편지,
누루하치 유골을 찾았을 때, <구니스The
만화책, 비디오, 장난감, 학습지를 버리기도
Goonies, 1985>의 미키가 보물 지도를
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쓰레기가 되었지만
찾았을 때, <엑설런트 어드벤쳐Bill &
나에게는 아닐 수 있는 물건들의 정글
Ted’s Excellent Adventure, 1989>의 테드가
같았다. 정글에는 수호자(경비원 아저씨)
시간여행을 할 때의 기분이 그랬을까. 나는
가 있었지만 나는 그의 눈을 피해 지하실에
공상과학보다 더 큰 판타지를 입을 벌린 채
자주 내려가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어둡고
바라볼 뿐이었다. 정확히 어떤 잡지였는지
눅눅한 공기가 좋았다. 잔뜩 긴장하고
기억나지 않지만 표지 모델의 표정과 모습
있다가 작은 소리라도 들리면 바로 집까지
모두 몽타주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내달렸다.
외우고 있다.
어떤 겨울이었다. <라면맨 4권>을 발견한 후 한 달 동안이나 버려진 물건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낭패다. 사람들이 물건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어, 나는 중얼거렸다. 어둑어둑한 지하실은 점점 깔끔해져 갔다. 말끔한 지하실이라니, 웰빙 라면처럼 우스꽝스러운 말이다. 정글 계단에 걸터앉아 한숨을 쉬었다. 나의 취미가 말살되고 있어.
*영화 <구니스>(1985) 포스터. 68
SPECTRUM
이로 무명의 쓰는 사람, 서점 유어마인드운영 twitter@whoisiro www.your-mind.com
나의 정글에서 나의 <구니스>는 그때부터
단언하건대 그것이 내 인생 최고의
시작되었다. 우선 지하실 구석에 (이유를
탐험이었다. 편도 적도 없이 그저 노골적인
알 수 없지만 더는 치워지지 않던) 신문 더미
화보를 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사투를
사이에 잡지를 숨겨둔다. 집으로 올라가 가장
벌였던 우스운 기억. 공부하듯 열독했던
두툼한 점퍼를 입고 다시 내려온다. 오자마자
성인잡지 두 권은 유년의 어느 순간 기억에서
다시 어디에 가느냐는 어머니의 물음에는 “
사라져 버렸다. 이사 중에 버려졌을까.
생각보다 추워서”라고 둘러댄다. 지하실로
발각될까 겁이 나, 혹은 똑같은 자극에
내려가기 전에 경비실로 가 경비원 아저씨가
질려 치웠을까. 아니라면 혹시 그 잡지는 전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다. 다행히 아저씨는
세계를 순회하며 사춘기의 소년들을 홀리는
꾸벅꾸벅 졸고 있고, 끓여놓은 주전자 따위는
‘도색의 꿈’이 아니었을까. 어두컴컴한
없어서 놀라 깰 이유도 없다. 다시 조심조심
지하실에서부터 내 방에 오기까지 소심한
계단을 걸어 지하실로 내려간다. 허리춤에
남학생의 담대한 모험을 가능케 하는
잡지 두 권을 복대처럼 방패처럼 말아 넣고
판타지. 종종 어떤 건물의 지하로 내려갈 때,
점퍼로 숨긴다. 뒤뚱뒤뚱 걸어 집으로
나는 그토록 단순하고 멍청한 한편 귀엽고
돌아간다. 책등이 자꾸 허리에 걸려 특히
솔직한 욕망으로 가득했던 유년기 꼬마의 숨
계단을 오를 때 잘 걸어지지 않는다. 모든
막히는 모험을 떠올린다.
신경을 동원해 극도의 긴장으로 내 방으로 들어갈 때 어머니가 “곧 저녁 먹을 거다”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허리춤에 감춘 성인잡지를 썩 내놓지 못해?” 로 들려 바로 주저앉을 뻔 한다. 그리고 끝내 나의 사각 공간에 도착했다. 무사히 안착.
아니라면 혹시 그 잡지는 전 세계를 순회하며 사춘기의 소년들을 홀리는 ‘도색의 꿈’이 아니었을까.
© image courtesy of Warner Bros. Pictures SUMMER . 2013
69
05 STREET
세련된 시대
‘스트리트 패션street fashion’이라는 말이 있다. ‘길거리’라는, 기성세대의 결과물과는 왠지 다를 것만 같은 기대가 이 단어를 십여 년째 보는 마음속에 있다. 규격화한 틀을 거부하고, 새로운 세대가 만드는 새 시대에
당시에도 이미 그 울타리 안에서 무언가
관한 꿈 같은 감정이 ‘스트리트’라는 단어
작업하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내게 다가온
안에 오롯이 내포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 일련의 꿈틀거림을 회상하면 - 학교와
‘스트리트 패션의 역사’를 떠올릴 때, 학교
집을 넘어서 - 바깥세상을 향한 일종의 ‘창’
잘 가고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모여 시작한
이 아니었나 싶다. 분명히 같은 시대를 살고
것이 아니라 옛날 어느 길에서 할 수 있는
같은 땅에 발 딛고 있는데도, 그들은 내가
모든 놀이 문화가 흔히 말하는 ‘거리 문화
모르는 -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어 보이는 -
street culture’를 만들어왔다는 것을 의심치
무언가를 한다. 나이키Nike 의 표어 ‘저스트
않는다. 그러므로 스트리트 패션이라는
두 잇Just Do It’처럼, 달걀로 바위 치는 것만큼
단어에도 이처럼 자유로운 정신과 움직임이
쉽지 않아 보이는 길을 이미 걷고, 또 즐기고
깃들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있었다. 잡지와 공연장에서 느낀 완벽한 타인으로서의 감정은 머지않아 나도 ‘이
처음 스트리트 패션이라는 단어를 의식한
씬에 발 디디고 싶다, 속하고 싶다’는 일종의
것은 십 대 후반이다. 스케이트보드 타는
부러움과 시샘 아니었나 싶다.
친구들, 이태원에도 몇 곳 없던 보석 같은
70
멀티숍들, 동대문이라든지 압구정동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도 참, 이 땅은
흘러내리는 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던
문화적으로 척박하구나 싶었다. 수입한
이들, 지금은 사라진 패션과 문화, 음악을
문화에 열광하던 이들은 동경해 마지않던
다루던 무가지들, 그리고 막 꿈틀거리던 인디
외국 문화들을 보며 ‘나도’ 혹은 ‘우리도’
힙합 뮤지션들의 편집 음반들…. 꼬깃꼬깃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발버둥쳤다.
손에 쥔 돈으로 나스Nas 와 투팍2Pac 음반을
지금이야 넘치고 흐를 정도로 다양한
사고, 부클릿이 닳아 없어질 만큼 사진과
파티가 존재하지만, 하루 꼬박 놀고 끝나는
활자를 탐독하고, <1999 대한민국>에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파생한 힙합 뮤지션들 공연을 보러 신촌
이들이 만든, 그들이 놀 수 있는 터전과
마스터플랜Master Plan 에 찾아 갔다. 물론
환경을 꿋꿋이 개척한 이들이 눈에 보이기
SPECTRUM
이렇게 세련된 시대에 사는데도, 어딘지 모르게 속이 부대끼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홍석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내가 태어나기
느껴지던 작업들도 매끈하게 닦였다.
이전부터 끊임없이 생기고 사라짐을
말하자면, 작업의 ‘질’적인 면에서 은연중에
반복했을 것이다. 다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느끼던 사대주의 같은 것을 버려도 되는
내가 그 안에 속했다고 느끼지 않았으니까,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기반을 둔
멀찍이서 대중문화를 그저 소비하는
세계화 또한 한몫했을 것이다. 교류는 더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또 받아들였을 뿐이다.
쉬워졌고, 늘어난 한류 팬들만큼 한국의
나이를 먹으면서 소위 ‘거리 문화’를 만드는
거리 문화와 패션 또한 (소수이더라도) 관심
이들과 하나둘 안면을 트게 됐다. 그들이
두는 이들이 늘었다. 반가운 현상이고, 더
만든 음악과 패션, 예술을 열성적으로
발전해야 하는 과정이자 기쁨이라고 본다.
소비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연히 알게
어릴 때부터 이 문화를 좋아한 단순한 팬과
된 ‘만들어가는 이들’과 대화하면서 느리고
관찰자의 측면에서 보면, 더 그러하다.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 편집장 twitter@yourboyhood www.yourboyhood.com
쉽지 않은 길임에도 세상을 조금씩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지도
이렇게 세련된 시대에 사는데도, 어딘지
모른다는 꿈을 꾸게 됐다. 항상 달콤한
모르게 속이 부대끼는 기분이 드는 것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토록 추상적인
왜일까.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가 내가 이십 대를 보내며 생각한
패션과 문화, 예술 작업들의 ‘질’이 그렇게
‘거리 문화’의 표상이었다.
오르는데도 말이다. 과거 어느 시점, 이 문화 안에서 벌어지던 ‘열정’의 부재를
2007년에서 2008년으로 넘어갈
- 거르지 않고는 죄다 집어넣을 수 없을
즈음일까…? 그들만의 리그처럼
만큼 - 문화의 포화 상태에서 느끼기
단절되었다고 느꼈던 ‘거리 문화’에 관심 두는
때문은 아닐까. ‘웰메이드well made’ 문화가
기업의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는
범람하는 만큼 그들 각자를 분별하기가 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지만,
어려워진다는 역설이 과거 ‘꼭 이것이어야만
보시는 대로 표면적인 문화 스펙트럼은
해’라고 주장하던 기준을 흐리게 하는 것
넓어졌다. 체감할 정도로 서울의 창작자들이
아닐까. 그래서 여전히 궁리하고, 답습하지
늘고, 그들과 협업하여 더 거대한 대중을
않고 무언가를 하기 위해 과거를 보고, 또
상대하는 상업 작업도 (언젠가 부럽게만
아직 빛을 보지 않은 무언가를 위해 힘쓰는
바라보던) 외국 사례들만큼 부쩍 늘었다.
이들이, 지금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
거리 문화 특유의 거칠고 아마추어리즘이
© image courtesy of Hypebeast.com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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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MUSIC
탐험 대 탐험
네오 솔Neo Soul 은 음악의 한 장르로, 미국의
성공을 거둠으로써 하나의 큰 흐름이
음악 프로듀서이자 음반회사 사장인 케다
되었다. 이후 로린 힐Lauryn Hill 과 뮤지끄
메센버그Kedar Massenburg 가 고안해냈다고
솔차일드Musiq Soulchild, 인디아 아리India
알려졌다. 메센버그는 유명한 흑인음악
Arie
레이블인 모타운Motown 의 회장이었으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디즈
현재는 자신의 이름을 딴 케다 엔터테인먼트
Deez 가 한국적인 네오 솔을 선보이고 있다.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그 흐름은
Kedar Entertainment 의 최고경영자 CEO 다.
그는 네오 솔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네오 솔은 장르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두 아티스트인 디앤젤로D’Angelo 와 에리카
가수마다 저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지니고
바두Erykah Badu 의 첫 번째 앨범을 제작한
있어서 장르의 특성이 가끔 헷갈리기도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그는 새로운
한다. 이는 네오 솔이 음악적으로 흑인의 솔
장르를 시작하고 싶어했는데, 힙합Hip-
음악Soul Music 과 알앤비가 합쳐진 형태를
Hop 과 알앤비R&B
등 흑인음악뿐만 아니라
지니지만, 형식보다는 정신을 더 많이
다른 여러 가지 음악 스타일을 예전 음악의
공유하기 때문이다. 당시는 엠티비MTV
형식으로 만들어내는 데에 관심이 있었다.
의 영향으로 외모나 의상, 뮤직비디오 등
당시 그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터뷰에는
대중음악이 시각적인 부분에 많이 치우치던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나는 직접 곡을
시절이었고, 흑인음악도 크게 다르지
쓰고, 실제 악기를 연주하며 공연할 수 있는
않았다. 네오 솔 아티스트는 기본적으로
아티스트와 계약했다.” 또한, 장르의 이름도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 였고, 실제
고안했는데, 처음에는 ‘네오-클래식 솔Neo-
악기 연주와 공연을 더욱 중요시했다.
classic Soul ’로 불렸다.
가창력보다는 개개인의 스타일이 존중받았고, 따라서 가수들이 들려주는
72
1990년대 초반 태동한 네오 솔의 움직임은,
음악 간의 차이도 클 수밖에 없었다.
90년대 중후반 디앤젤로, 에리카 바두,
제대로 된 네오 솔을 위해서는 일단
맥스웰Maxwell 등의 데뷔앨범이 상업적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솔 음악은
SPECTRUM
성창원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 어시스턴트 에디터 단편집 <1,095> 저자 www.oodllboo.com
1950~1960년대에 태동하였으며,
원류에 관한 공부를 통해 형식과 기본을 단단히 하고, 자신과 현재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음악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얻는다.
음악적으로는 가스펠Gospel 과 훵크Funk 를, 정신적으로는 흑인 삶의 애환은 담은 블루스 Blues 에 기반을 둔다. 현재를 살며 노래를
만드는 흑인들은,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자신의 경험과 자신을 둘러싼 동시대의 음악을 솔과 결합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취향이 음악에 반영되고, ‘자신만의’ 노래가 완성된다. 여기에서 두 가지 깊이가 생긴다. 하나는 원류에 대한 깊이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과 현재에 대한 깊이다. 원류에 관한 공부를 통해 형식과 기본을 단단히 하고, 자신과 현재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음악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얻는다. 두 방향의 균형으로 비로소 새로운 하나의 길을 개척할 수 있게 된다. 네오 펑크Neo Punk 도, 누디스코Nu Disco 도 네오 솔처럼 두 가지의 탐험이 함께한다. 비단 이 장르뿐만이 아니고, 또 음악이라는 분야에만 한정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분야와 자신만이 가진 것이 잘 어우러질 때, 그 결과물은 타인에게도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 images courtesy of EMI Music, Kedar Records/Universal Records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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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TECH
사람을 향하는 테크놀러지, 그리고 광고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이 전 세계적인
‘내 삶이 영원히 바뀌었다my life changed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forever’. 기술의 목표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어떤 블로그의 포스팅에서 그 힌트를 발견할
만들어 주는 것이어야 하듯이 광고의 목표도
수 있었다. 비하인드 더 커튼Behind the Curtain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 광고인의 삶은
이라는 블로그의 “아이폰과 함께 한 나의
나날이 빡빡해지고 광고주님께서 이런저런
첫 주My First Week with the iPhone”이라는
이유로 날 괴롭혀도 이런 생각을 가슴 한편에
포스팅이 바로 그것이다. 블로그 주인장의
품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부터
이름은 오스틴 세라핀Austin Seraphin. 그는
살펴볼 사례는 그런 생각을 멋지게 구현해 낸
시각장애인으로서 아이폰을 구매한 후 겪은
스웨덴 광고인들의 프로젝트이다.
경이로운 경험을 아주 상세하게 들려주었다.
펩시: 더 사운드 오브 풋볼PEPSI: The Sound
포스팅은 이렇게 시작한다. “Last
refresh project 이다. 워낙에 유명한 광고
Wednesday, my life changed
캠페인이었기 때문에 알고 있는 사람들이
forever. I got an iPhone.” 아이폰의
많을 것이다. 세상을 더 상쾌하게refresh
보이스오버Voice Over 기능으로 엄마가 보낸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개해 사람들의
메시지를 읽었을 때의 감동, 터치패드
많은 지지를 받으면, 펩시로부터 기금(5
인터페이스로 경험한 친숙한 기계 조작,
백만 원부터 2억 5천만 원까지)을 받는
카메라와 컬러 아이덴티파이어Color Identifier
프로젝트로 펩시가 23년간이나 지속해온
앱으로 주위의 다양한 색을 인지했을 때의
슈퍼볼 광고를 과감하게 중단하고 시작한
감동 등을 담고 있다.
프로젝트로 당시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of Football 은 펩시의 리프레시 프로젝트
74
SPECTRUM
기술의 목표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어야 하듯이 광고의 목표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
채용준 SK플래닛 M&C부문 크리에이티브 리드 twitter@CHAEcopy chaecopy.wordpress.com
스웨덴의 ‘더 사운드 오브 풋볼The Sound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 ‘출발’을 하는
of Football ’은 펩시의 리프레시 프로젝트의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필자가 좋아하는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영어 표현 중 “This is only beginning”
바로 시각장애인에게도 축구를 즐길 기회를
이라는 문장이 있다.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 첫 번째 기회를 잡은
것. 더 커다란 진보를 이뤄내리라는 것. ‘
주인공은 대니얼 고란손Daniel Goransson
더 사운드 오브 풋볼’ 역시 소개 영상을
이라는 스물셋의 청년이다. 그는 후천적
통해 시작에 불과한 것이라는 걸 명확히
시각장애인으로 4~5년 전부터 시력을 잃기
하고 있다. “In the future, we want to
시작했다고 한다. 시력을 잃기 전에는 축구를
create new aides that enable visually
자주 즐기곤 했는데, 전처럼 스포츠를
impaired people to “see” with
즐길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sound.” 프로젝트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이런 그에게 3D
문장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더 나은
음향3D sound 기술을 이용해 다시 축구를
아이디어와 기술을 얻고 발전시켜가겠다는
하는 즐거움을 주자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약속을 담고 있다.
진행한 곳은 아케스탐 홀스트 Åkestam Holst 과 소사이어티 46Society 46 이라는 스웨덴
‘더 사운드 오브 풋볼’은 기존의 - 전통의,
광고대행사로 3D 음향은 더 라인The Line
낡은, 고루한 - 관점에서 보자면 광고라고
이라는 곳에서 담당했다고 한다. 이들은
할 수 없다. 잘해봐야 이벤트 정도? 그렇지만
협업을 통해 전혀 새로운 방식인 음향으로
이 프로젝트를 과연 광고라고 하지 않을 수
공간을 지각하는 방법을 개발해 낸 것이다.
있을까? 브랜드와 커다란 아이디어big idea
그 구체적인 방법은 여러 대의 카메라를 통해
가 만나 세상을 상쾌하게refresh 만들자는
공간을 인식한 후 그것을 입체 음향surround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인데 말이다. 어떤
sound 으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경기에
일을 하더라도,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참가한 사람들은 전・현직 프로 축구 선수와
조금이라도 세상을 좋게 바꾸는 것일까’란
코치들로, 눈을 가리고 소리로 공간을
고민을 늘 가슴에 품고 있다면 그만큼 세상이
인식하는 동일한 조건이었다. 같은 조건을
달라 보이고, 또 달라질 것이다.
갖추게 되자 우리의 주인공인 대니얼은 멋지게 골을 넣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당연하게도 완성형은 아니다.
* ‘The Sound of Football’에 관한 자세한 소개와 영상은 http://thesoundoffootball.com에서 확인해볼수 있다.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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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TRAVEL
FINDING HARUKI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오랜 팬이기도 한
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교토京都, <해변의
신카이 마코토 新海誠 감독의 출세작 <초속
카프카>의 시코쿠四国, 하루키의 와세다 대학
5센티미터秒速5センチメートル, 2007>의 남자
시절부터 근작 <1Q84>까지 많은 작품과
주인공은 극의 마지막에 사랑의 상처와
에세이의 배경이 되는 도쿄東京, 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무료한 일상에 불현듯 회사를
‘양사나이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존재. -
그만두게 된다. 나도 똑같았다. 사랑의 상처
편집자 주
같은 로맨틱한 요소는 없었지만 7년 가까이
24일간의 일정이었다.
’를 찾아 떠난 홋카이도北海道까지
유지한 직장 생활을 이젠 ‘더 못하겠다’ 란 생각이 든 순간 사직서를 내고 여행을
‘파인딩 하루키’ 여정에서 가장 좋았던
떠났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주제를 정해서
장소 베스트 5를 꼽아 보자면, 첫째, 고베
떠나고 싶었고, 십년지기 하루키 팬으로서
산노미야역三宮駅의 재즈바 ‘하프타임half time’,
일단 하루키의 자택을 답사하자는 현실적인
둘째, 하루키가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던
목표를 잡았다. 그 상태에서 하루키 작품
‘메이지 진구 구장明治神宮野球場’, 셋째, <1Q84>
속 모든 장소를 가보기로 점점 일을 크게
의 주인공 아오마메가 들어간 시부야
벌였다. 여행의 제목은 ‘파인딩 하루키Finding
비상계단, 넷째. 오모테산도의 커피집
Haruki ’로 정했다.
‘다이보’ 그리고 시코쿠 다카마쓰高松의 ‘야마시타 우동’이다. 주어진 지면 한계상
약 한 달의 여행 준비 과정이 걸렸다. 그도
이중 최고의 장소였던 하프타임을
그럴 것이, 하루키의 장편소설 열두 편과
소개하려고 한다. 하프타임은 고베
수많은 단편, 에세이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산노미야에 있는 재즈바로, 여러 가지
정리하는 작업만으로도 그 정도의 시간이
이유로 ‘파인딩 하루키’ 여정에서 가장
필요했고, 꼼꼼한 성격상 모든 작품을 다시
완벽하고 환상적인 장소였다.
한 번씩 읽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방문할 장소들을 나열해서 날짜별로 일정을
산노미야역은 하루키의 여행기 <하루키의
짜고 간사이関西 공항행 비행기에 올랐다.
여행법>에서 고베 도보 여행의 최종
여정의 순서는 하루키의 어린 시절과
목적지이기도 하다. 역 북쪽으로부터 도보
그의 초기 작품의 근원인 간사이 지역 효고현兵庫県의 니시노미야西宮-아시야
3분 거리에 있는 하프타임은 1978년부터 屋
고베神戸시영화 <노르웨이의 숲> 촬영지와 하루키가 76
SPECTRUM
-
영업하고 있다. 하프타임은 하루키의 1979 년 데뷔작이자, 그의 중학교 후배인 오모리
신성현 ‘파인딩 하루키’ 여행가 (소설 <정다방> 집필 중 twitter@coolcider coolcider.tistory.com
가즈키大森一樹 감독이 1981년 제작한 동명의
대 후반이었다는 그는 60세 정도였는데,
영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쥐와 내가
건강하고 유쾌한 분이었다. 한국에서 온
땅콩껍질을 그득하게 쌓아가며 맥주를 마신
하루키 팬이라고 소개하니 막걸리와 소주를
제이스 바J’s Bar’로 등장한다. 사실 원작에
좋아한다며 얘기를 시작하셨다. 한국은
따르면 산노미야가 아니라 효고현에 인접한
지진 걱정이 없어서 부럽고, 지진은 정말
아시야시에 있는 게 맞지만, 영화 속에서
무서운 재앙이라는 안타까운 얘기도 하셨다.
이곳을 제이스 바로 등장시킨 상태라 ‘파인딩
그래도 이야기는 시종일관 영화 촬영
하루키’ 여정에서도 은연중에 제이스 바로
당시의 재미난 일화와 재즈바에 대한 애정이
삼고 방문하게 되었다.
중심이었다. 귀한 손님이 왔다며 보드카토닉 한 잔을 내어주시기도 했다.
하프타임을 찾아간 날은, 하루키의 도보 여행을 따라 한큐阪急 아시야가와역 駅
屋川
에서 약 8킬로미터 정도 걸어 하루키의
하프타임을 방문했던 날은 여정의 셋째 날이었다. 하루키 초기 작품의 중요한
모교 고베 고등학교까지 보고 난 이후라
배경인 ‘제이스 바’를 찾은 즐거움도 컸지만,
정말 피곤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 만나게 된
하루키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과 - 물론
하프타임은 그야말로 오아시스였다. 7시가
시원하게 말이 통하지는 않았지만 - 공통의
조금 넘은 시간 1층의 문을 열고 두근거리는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나가는 인간관계의
마음으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니,
보편적인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멋진
수건으로 컵을 닦던 아르바이트 청년이
시간이었음은 틀림없다.
맞이해줬다. 일단 맥주를 한 병 주문해 컵에 따라 벌컥벌컥 마셨다. 청년은 하프타임에서 일한 지 3년째인 대학생이자,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읽은 팬이었다. 조금 숨을 돌리고 바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1973년의 핀볼> 에 등장한 핀볼 기계도 있었고, 영화 촬영
하프타임은 고베 산노미야에 있는 재즈바로, 여러 가지 이유로 ‘파인딩 하루키’ 여정에서 가장 완벽하고 환상적인 장소였다.
당시 썼던 소품도 남아 있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촬영 사진집도 있었다. 한창 구경하고 있는데, 주인아저씨의 부인인 마스터가 오셨다. 영화 촬영 당시 이십
* ‘파인딩 하루키’ 여행기는 블로그 (http://coolcider.tistory.com)를 통해 계속 연재 중이다. ©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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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1zm.com/mute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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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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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m Shadow, Digital Print, 2013 by GFX 신동진(Grafflex) for G.I. JOE Art Exhibition blog.naver.com/grafflex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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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ORIAL
INCASE ME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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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열다섯 팀의 공간에 스펙트럼이 찾아갔다. 그들의 공간, 그들 자신, 그리고 인케이스 text 김지혜 Kim Jihye, 성창원 Sung Changwon, 홍석우 Hong Sukwoo edited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고윤성 Go Yun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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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디자인과 손쉽게 활용이 가능한 기능으로 모든 취향과 직업, 열정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인케이스 제품은, 특화된 디바이스 보호, 최소한의 디자인 및 혁신적인 기능화 함께 다양한 소재와 실루엣을 자랑하며 개인 물품과 기기를 서로 연결, 보호 및 정리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모든 인케이스 제품은 자연스러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완벽한 휴대성을 경험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케이스와 함께 어디에 있나요?
_Anywhere 캠페인에 자세히 알고 싶다면 캠페인 페이지에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인케이스 코리아의 Facebook과 Twitter, Me2day 그리고 Instagram을 통해 다양한 _Anywhere 캠페인에 참여해 보세요. _Anywhere 캠페인을 통하여 친숙한 환경에서부터 장엄한 광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의 인케이스를 만나보실수 있습니다. Incase Korea Campaign Page goincase.kr/anywhere Facebook facebook.com/incasekorea Twitter twitter.com/incasekorea Instagram #_Anywh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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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감과 창의성은 Express _Anywhere라는 타이틀로 여러분 께 선보여 집니다. 우리의 새로운 마라호프만 컬렉션은 강렬한 컬러와 이국적인 패턴이 어우러져 독특한스타 일과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과 강력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또한 여전한 제 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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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us Boy Band 서커스 보이 밴드/ 디자인 스튜디오 design studio 이준용 Junyong Lee director & designer 오현석 Hyunsuk O director & designer 조시형 Sihyung Jo product manager 안성원 Songwon Ahn general manager
일러스트나 팬시한 문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보았을법한 서커스보이밴드(Circus Boy Band, CBB)의 작품은 달력, 포스터, 가방 등등으로 만들어져 우리의 생활에 꽤 깊숙이 들어와 있다. 서커스의 다채로 운 느낌과 음악을 하는 밴드의 건강한 영향력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팀 이름답게, 그들의 작업에는 밝고 활기찬 기운이 가득하다. 종로구 원남동 52번지의 건물은 서커스보이밴드만의 느낌이 충만한 공간이다. 네 사람이 옹 기종기 마주 앉아 작업을 이어가는 사무실이 반, 나머지 반은 아기자기한 상품들이 가득 들어선 숍으로 운영하고 있다. 숍이 주말에만 열리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궁합이 잘 맞는 파트너를 만난다면 어떤 모습으로든 변할 수 있 는 작업의 특성 덕에 서울 곳곳에서 ‘서커스보이밴드’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www.circusboyband.com, facebook.com/circusboyband, twitter@circusboyband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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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hol Snap Case for iPhone5 [kiss], Warhol Snap Case for iPhone5 [Electric Yellow Tele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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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aic 모자이크/ 영상 웹진 media webzine
김예찬 Yeachan Kim 김예신 Yeshin Kim 김영신 Youngshin Kim 양윤모 Yoonmo Yang 이주호 Juho Lee 최인석 Inseok Choi 박형진 Hyungjin Park 김수아 Sua Kim 박나래 Narae Park 정시진 Sijin Jung 정민제 Minjae Jung
스펙트럼 매거진과 무척 닮은 일을 하는 청년들을 만났다. 그들은 ‘모자이크(Mosaic)’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 며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영상으로 풀어나가는 일을 한다. 2010년, 김예찬과 김예신 형제가 의기투합해 일을 시작하면서 하나 둘 구성원이 모이게 되었고, 지금은 북적거릴 정도의 인원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각 자의 장기를 펼친다. 지역 인디밴드들을 찾아가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주는 ‘팔도 어쿠스틱’ 프로젝트와 2010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인터뷰, 다양한 브랜드들과 함께 진행하는 영상 작업까지. 모자이크는 그들의 관 심사와 생각이 어디에 어떻게 머물고 있는지 진중하게 드러낸다. 인터뷰이의 손짓과 말투, 여백까지도 담아내고 자 하는 그들의 애정 어린 시선은 분명 모자이크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힘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작업으로 더 넓어질 그들의 스펙트럼만으로도, 올 한 해 기대할 만하다. www.mosaicist.net, facebook.com/mosaicist.net, twitter@mosaicist_net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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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n Lee 이현식/ 아웃랩 디렉터 Outlab director
‘유나이티드 콘셉트 스토어(United Concept Store)’를 표방하는 ‘아웃랩(Outlab)’. 시선 끌 만한 곳이 넘치 는 신사동 가로수길 중심부에서 슬쩍 빗겨선 곳에 있지만, 그들이 지금껏 행한 작업만으로도 단연 돋보이는 공 간이다. 정원을 지나 계단 반 층 아래 지하 공간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아트북이 가득한 라북(LABook)이 있고, 1층 ‘로즈 베이커리(Rose Bakery)’에는 맛있는 음식과 한 잔의 휴식이 있다. 한 층 더 올라간 공간엔 디렉터 션 리(Sean Lee)가 구성한 동명의 편집매장, 아웃랩(Outlab)이 들어서 있다. 하나의 공간 안에 다양하게 구성된 아웃랩은 기본적으로 팝업 매장이 아님에도 공간 변형이 가능하다. 전시나 프로젝트 또한, 기획 의도에 맞춰 새 롭게 구성할 수 있다. 이처럼 ‘열린 공간’의 콘셉트는 ‘패션’의 장점과 맞닿아 있다. 때에 따라 매력적인 아이템을 볼 수 있고, 패셔너블한 작품부터 패션을 넘어선 작업까지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기획 전시가 끊이지 않는 것이 아웃랩이 표현하는 ‘패션’이다. 그들의 올해 목표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다양한 목적으로 이곳을 찾을 사람들을 모두 만족하게 하는 것. 폭넓은 경험으로 쌓은 그의 감각과 감성으로, 앞서 보여준 것들 이상의 다채로운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facebook.com/pages/OUT-LAB/401703993217114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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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ome Slider Case for iPhone5 [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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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눈부시게 빠른 기술로 전 세계 사람들과 바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Incase 제품은 중요한 보 호성, 유연한 이동성 및 분명한 연결성을 제공해 어디에 있든지 쉽게 함께 작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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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P Studio
키티버니포니 스튜디오/패브릭 디자인 스튜디오 Fabric Design Studio 김진진 Jinjin Kim art director & Designer 이홍안 Hongahn Lee marketing manager 박은미 Eunmi Park designer 이온유 Onyu Lee designer
예상하지 못했던 미래를 현재로 살고 있다는 ‘키티버니포니(Kitty Bunny Pony, KBP)’ 구성원들을 만났다. 그저 좋아서 패브릭을 선택했고, 6년간 작업을 이어가며 작업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두 명의 디자이 너를 더 영입했다. 그리고 마침내 첫 쇼룸 겸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 되었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 만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생활 속에서 기쁨을 만들어 준다는 ‘패브릭’의 매력. 사람의 공간에 들어가 자연스럽 게 빛내주는 패브릭의 특성처럼 키니버니포니의 현재도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하다. 자신이 가고 있는 길에서 더 좋은 것을 발견하고, 내면을 가꿔가며 더욱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 키티버니포니는 이 것을 탐험이라고 말한다. 언제나처럼 예상하지 못한 제법 괜찮은 미래가 - 그들과 키티버니포니의 작업을 좋아 하는 이들 앞에 - ‘현재’로 다가올 것이다. www.kittybunnypony.com, blog.naver.com/maisondekbp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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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Collection Field Bag [Na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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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kto Jan 빅터 장/ 뉴미디어 아티스트 new media artist
처음 본 빅터 장의 작품은 클럽 옥타곤(Club OCTAGON)의 1주년 기념 파티 때 만든 ‘프로젝트 어나더 어스 (Project Another Earth)’였다. 디렉팅부터 라이브 매핑, 건축과 음악까지 모두 직접 담당했다는 이 영상은 2 차원 도형이 마치 3차원 입체로 보여, 영상을 보는 순간 우주 한가운데 와 있는 느낌이 들게 했다. 소재를 가리지 않고 과학과 아트를 접목하는 작업을 주로 해온 그는 대학에서 전자공학과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그래서 그는 현장에서 더 빛을 발하는 ‘진짜 디렉터’가 될 수 있었다. 음악과 영화,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접하고 다큐멘터리를 통해 평소 잘 볼 수 없는 정보를 터득한다는 빅터 장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준비 중이다. 왜 자신을 뉴미 디어 아티스트로 소개하는지, 그의 작품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www.viktography.me, facebook.com/viktography, twitter@viktography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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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Jacket for iPad mini [Quicksl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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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eon Won 원조연/ 메이크업 아티스트 makeup artist
처음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접했을 때에는 ‘온전한 개인 작업은 불가능하겠구나’ 생각했다. 일단 메이크업을 받 을 사람이 필요하고, 또 작업을 보존하려면 사진 찍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업실을 방문하고 인터뷰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꼭 사람 얼굴 위에만 작업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었 다. 스케치 자체가 작업이 될 수 있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실제로 원조연은 일할 때 자신이 직접 그린 스 케치를 많이 가져가는 편이다. 클라이언트의 이해를 쉽게 돕기 위해서는 완성된 남의 시안을 제시하는 것이 편하 지만, 불편하더라도 자신의 스케치를 보여준다. 시안을 보게 되면 그 안에 갇힐 확률이 높으므로 자신이 그린 것 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더 좋다고 그녀는 말한다. 당연한 말임에도 순간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또한, 그녀는 정기적으로 개인 작업을 기획하고 있다. 패션잡지의 주기가 보통 한 달이기 때문에, 마감이 끝나고 난 뒤 의 짧은 여가를 이용해서 한 달에 한 번 마음이 맞는 사진가와 함께 개인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꼭 패션분야가 아니더라도 실천하기 쉽지 않다. 그녀의 열정은 시간에 따라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나 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www.wonjoyeon.com, twitter@wonjoy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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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e Hoffman Snap Case [King Tut 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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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진 Campus Collection은 가벼운 활동성과 편안함으로 Explore_Anywhere 의 슬로건을 더욱 자유롭게 합니다. 360도 부착된 내부 패딩은 내부수납의 모든면을 보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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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hee Kim 김도희/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 motion graphic designer
김도희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학생 때부터 타이포그래피, 드로잉 등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 미국 유학 도중 모션 그래픽을 접했고, 그것이 지금 그녀의 길이 되었다. 모션 그래픽은 기본적 으로 시간을 많이 요구하는 작업이다. 사진이 순간을 포착하는 작업이고 동영상이 시간을 포착하는 작업이라 면, 모션 그래픽은 한 프레임 한 프레임(동영상의 단위로 보통 1초는 24프레임으로 이루어진다)을 사진처럼 매 만져 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작업이 즐겁다고, 자기가 그려낸 이미지 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 기쁘다고 말한다. 그녀는 여러 클라이언트를 통해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지만, 자신의 의견을 많이 반영할 수 있는 일은 주로 픽셀 애니메이션(pixel animation; 1980~1990년대 VGA 화질을 연 상하게 하는, 큰 도트의 집합으로 이뤄진 애니메이션의 한 종류) 형태로 풀어내고 있다. 다른 작업에 비해 더 꼼 꼼한 노력이 필요한 픽셀 애니메이션은 김도희의 취향이자 지향점 중 하나다.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편은 아니 지만, 그래도 마음이 답답할 때에는 종종 운동을 한다는 그녀. 운동하는 시간 동안 막힌 작업의 해결책을 찾거 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는 그녀를 보면서, 지금 모션 그래픽을 무척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이 들었다. www.doheekim.com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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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M by Incase Chisel for iPhone5 [White/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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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scotch 합스카치/ 가스트로 펍 gastro pub 데이빗 조 David Cho 브라이언 도 Bryan Do 최부장 Mark Choi 안태성 Rick Ahn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미닫이 철문, 몇 개의 네모가 합쳐진 붉은 네온사인. 위치마저 친절하지 못한 합스카치 (Hopscotch)는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기 어려워 보였다. 안으로 들어서면 나타나는 공간은, 펍에 어울리게 약 간은 낮은 조도와 아늑한 질감으로 가득했다. 약간 투박하면서도 따뜻해 보이는 인테리어는 그들이 직접 작업 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부자재나 내용보다는 공간 너비에 따라 견적을 내는 한국 인테리어 방식에 염증을 느껴, 큰 인테리어부터 자잘한 식기까지 모두 직접 결정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전에 일단 자신들이 만족 해야 다른 사람들도 만족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합스카치의 모든 것에 직접 참여했다. 합스카치는 ‘가스트로 펍 (gastro pub)’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맥주집(펍)과 수준 높은 요리가 결합하여 좋은 술과 좋은 요리를 함께 접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앞서 말했듯 먼저 자신들이 만족해야 하므로, 합스카치의 구성원은 모두 맥주를 굉장히 좋아한다. 국내외 양조장에서 제조한 생맥주부터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맥주를 취급하며, (역 시나 자신들이 좋아하는) 싱글몰트 위스키도 종류별로 구비되어 있다. 맥주의 재료인 홉(hop)과 스코틀랜드 위 스키를 의미하는 스카치(scotch)를 결합해 만든 가게 이름을 넘어, 술뿐만 아니라 음식에서도 만족을 줄 수 있 는 장소다. facebook.com/Hopscotch.kr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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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pard Fairey Snap Case [Street Scene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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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Product 우프로덕트/ 창작집단 creators group 조남혁 Namhyuck Cho(Argasm) photographer 김혜란 Cell Kim artist 이웅호 Ungho Lee(Uno) sound designer 이빈 Bin Lee(Paradog) DJ 최나랑 Narang Choi(HEIMA) accessory designer 주유진 Yujin Ju(Monster Nature) artist 박선우 Pak Sunwoo(Woo) WooProduct director
우프로덕트(WooProduct)는 총 7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창작집단이다. 전시를 진행하고 제품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우프로덕트 구성원들의 작업 과정과 인터뷰를 저장하는 아카이브 역할도 한다. 각각의 구성원은 그래 픽 디자인, 패션, 음악, 사진 등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며,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을 담당하는 박선우(Woo)가 전체 디렉팅을 맡는다. 그는 주변의 재능있는 친구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지만, 기존 홍보수단과는 다 른 방법을 사용한다. 만화, 그중에서도 웹툰 형식을 빌어 구성원들을 캐릭터화하고 사실과 허구를 뒤섞어 그들 의 성향과 배경을 녹여낸다. 각각의 작업은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집단으로서는 아직 시작인 우프로덕트가 어떠 한 방식으로 정체성을 가시화하고 모여나갈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www.wooproduct.com, facebook.com/Wooproduct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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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hol Snap Case for iPhone5 [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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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똑같은 지루한 일상을 떠나 꿈꾸는 자유. Escape_Anywhere가 필요합니다. 뛰어나 스트릿 아티스트 쉐퍼드 페어리의 컬렉션은 문화혁명가이자 예술가로서의 다양하고 실험적인 이미지 와 메세지를 담아 표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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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S 워크스/ 위탁 판매 가게 consignment store 이연정 Yeonjeong Lee 이하림 Harim Lee 박지성 Jisung Park
2012년 개인적으로 찾은 뒤 근 반년 만에 들른 워크스는 전보다 북적함이 더했다. 가게에서 취급하는 상품도 늘 어났고, 행사들도 제법 자리잡혔다. 워크스는 위탁 판매 가게다. 물품을 들이는 심사가 없어서 많은 사람이 부 담 없이 창작물을 위탁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했다. 직업이 따로 있으면서, 취미 혹은 여가로 이어진 작업들이 어느 정도 이상 수준을 갖게 된 사람들이 워크스에 제품을 위탁한 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위탁을 위해 워크스를 찾은 사람들의 마음처럼 공간의 풍경도 포근했다. 워크스에게는 가게 운영이 소꿉놀이 같다고 했다. 회원가입비와 수수료를 받는 과정에서, 금액과 비율을 정하는 것은 온전히 워크스의 몫이었다. 자신이 말하는 것이 곧 기준이 되는 상황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계속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워크스를 이어나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그들. 3회째 <과자전>을 진행한 워크스는 또 새로운 행사 를 기획하고 있다. 하나는 ‘보부상 프로젝트’로, 워크스에 입고된 제품을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일이다. 첫 도 시는 9월경 광주가 될 예정이다. 또 하나는 ‘포르노 크로키’로, 누드모델 대신에 포르노 필름에 등장하는 나신을 크로키하는 행사다. 포르노 크로키는 여러 제약과 문제가 있어 실행 가능한 방향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한다. 어 느새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거리가 된 이태원 이슬람 사원 골목의 선발주자 중 하나로서, 워크스는 차분하면서도 꾸준히 걷고 있다. worksblog.egloos.com, twitter@worksmarket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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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us Collection Mini Backpack [Hot Pink/Washed Charc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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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IN 기린/ 뉴잭스윙 가수, 화가 new jack swing singer, fine art painter
가수와 화가.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기에 기린은 두 직업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두 가지가 크 게 다른 것 같지 않다고 했다. 그에게는 그림도 노래도 어릴 적부터 좋아해서 해온 일의 연장일 뿐이었다. 트위 터 소개말인 ‘뉴잭스윙 가수’를 보면서 가수의 비중이 더 높지 않은지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답변은 같았다. 기 린은 과거를 재연하는 동시에 현재를 담아낸다. 보는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예 컨대 기린과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과거를 더욱 많이 볼 것이고, 그 시기를 겪지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새로 움을 느낄 것이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부분이 크다 보니 사람들은 그의 옷차림에서 낯섦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 역시 콘셉트라기보다는 생활에 가깝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듯, 기린은 자신이 좋아 했던 것을 꾸준히 좋아하고, 그러한 옷을 입고 그러한 그림을 그리고 그러한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전시와 인 터뷰 등으로 바쁜 그는 이번 가을을 목표로 두 번째 앨범을 준비 중이다. 1집이 아직 덜 여문 소년이었다면, 2집 은 조금 더 자신감이 붙은 청년의 모습일 것이라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 나올 음반의 모습을 떠올렸다.
facebook.com/kirinism, twitter@salonkirin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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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 Capsule Compact Backpack [C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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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door Kitchen Hongdae branch 아웃도어 키친 홍대점/ outdoor concept restaurant
평일과 주말을 나눌 것도 없이 인파가 끊이지 않은 홍대는 과거 독립 문화의 정취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되면서 그 안에 꿈틀대던 움직임들은 이미 대기업이 점령한 상권 일부가 됐다. 하지만 아직 대형 클럽 과 커피숍들이 점령한 큰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작지만 소중한 가게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것은 홍대 특유의 ‘음식 문화’만 놓고 봐도 다르지 않다. ‘바비큐, 굿 비어, 캠핑 기어(barbecue, good beer, camping gear)이라는 콘셉트의 아웃도어 키친(Outdoor Kitchen) 청계 본점을 이은 ‘아웃도어 키친 홍대점’은 그래서 더 재미있는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오는 테이블과 의자는 모두 실제 캠핑 용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릴 에 구워 바로 먹을 수 있는 고기와 맥주는 그들의 전매특허이자 자랑이다. 디제이 부스와 연결된 작은 풀장 또한 홍 대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징이다. 그들의 캐치프레이즈인 ‘도심 속의 캠핑’을 살려 비정기적으로 아웃도어 브랜드 및 전문 잡지와 캠핑 음식 클래스를 진행하는 점도 재미있다. 뻔한 음식과 뻔한 음식점에 질렸다면, 야외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좋은 대안일 것이다. 웹사이트(www.outdoorkitchen.co.kr/hongdae)에서 방문 시간 을 예약할 수도 있다. www.outdoorkitchen.co.kr, facebook.com/outdoorkitchen.kr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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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 Pro Sling Pack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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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당신의 놀이터 멈추지 말고 즐기세요. 블리치 컬러의 Cosmos Capsule Compact Backpack은 우주를 모티브 영감을 받아 탄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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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ho Kim 김선호/ 그라운드웨이브 디자이너 Groundwave designer
남성복 브랜드 ‘그라운드웨이브(Groundwave)’의 디자이너 김선호는 길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남성복과 는 다른 옷을 만든다. 흔히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시기 혹은 시대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그의 남성복 은 입는 사람에게 자칫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라운드웨이브를 접하면 ‘왜 그가 이런 옷을 만드는가’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도 모른다.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그는 2013년도 가을/겨울 시즌 룩북을 위한 사진을 고르느라 분주했다. 서울패션위크를 마치고서도 별다른 휴식 없이 바로 작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작은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나라 패션 디자이너들의 특징이자, 자발적으로 외국 시장을 ‘뚫을’ 수밖에 없는 현 실의 반영일 것이다. 흐르는 듯한 실루엣과 한국 전통 소재를 영리하게 접목한 그라운드웨이브 컬렉션은 다가올 가을/겨울 시즌을 맞이하여 외형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코트와 재킷을 비롯한 외투는 한층 더 오버사이즈 로 변했고, 주로 사용하던 무채색 대신 카키색이나 감색(navy)처럼 평소 사용하지 않던 색감도 많아졌다. 평균 남성복 치수를 바탕으로 확대한 오버사이즈 외투들은 안감과 겉감의 디테일을 치환해서, 보는 것보다 입었을 때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무더위가 지나고 어서 외투 자락을 움켜쥘 계절을 기다린다. 그라운드웨이브의 매력 적인 감색 코트 하나를, 이미 점찍어뒀다. www.groundwave.kr, twitter@groundwavesun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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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Collection Backpack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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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Newjiq 브랜뉴직/ 뮤지션, 프로듀서, 모델 musician, producer, model
다른 장르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게 되면, 때로 그들의 작업은 물론 삶 자체가 다를지언정 교감 비슷한 것을 (일방적이라 해도) 느낄 때가 있다. 강남구 삼성동 한적한 주택가 지하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브 랜뉴직(Brand Newjiq)과 만난 것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던 6월의 어느 주말이었다. 정식 으로 음악을 배우지 않았다는 그는 미국 유학 시절, 음악이 아닌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에 필수인 음악을 떠올 릴 때, 머릿속에는 있지만 실제로 구현할 수 없는 답답한 기분이 ‘듣는’ 음악이 아니라 ‘만드는’ 음악으로 이끌었 다. 음악과 오디오 마니아인 아버지와 피아니트스트 어머니를 시작으로 가족 모두가 음악을 아끼는 환경 또한 일조했다고 했다. 어반 재즈와 알앤비, 힙합이 섞인 브랜뉴직의 음악은 그래서 ‘무정형’이고 ‘현재진행형’이다. 2009년 정식 데뷔 이후 네 장의 싱글. 적다면 적을 수 있는 시간 동안,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 대신 다른 이의 음악 - 그 안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아이돌 그룹들도 있다 - 을 만들고, 자신의 음악은 공개하지 않 고 차곡차곡 쌓은 브랜뉴직. 원티드(Wanted)의 김재석이 출시한 싱글 음반 ‘레인드롭(Rain Drop)’ 피쳐링 작 업(전공을 살려 ‘뮤직비디오’ 감독까지 맡았다!)을 시작으로, 올해는 여태껏 숨 고르기 중이던 브랜뉴직의 작업 을 하나씩 공개할 예정이다. 인터뷰라기보다는 ‘잡담’에 가깝던 이야기를 마친 후, 마무리 촬영과 함께 그 신곡 들의 일부를 들었다. 기존 곡들과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듯한 비트와 가사가 마음을 때렸다. twitter@groovyhoody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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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 Case for iPad4/iPad3/iPad4 [Raspberry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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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2013
Weekend Boys 위켄드보이즈/ 아마추어 축구 클럽 sunday soccer club
‘패션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축구클럽’이라는 위켄드보이즈(Weekend Boys)는 축구라면 ‘환장’하 는 패션계 남자들이 모인 주말 축구 클럽이다. 거리문화와 패션을 다루는 패션 잡지, 맵스(Maps)의 발행인 겸 편집장 유도연이 구단주(?)로 있는 그들은 패션을 중심으로 음악, 마케팅,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구성원이 모 여 일요일마다 축구 경기를 펼친다. 미리 예약한 경기장에서 매번 다른 축구팀과 친선 경기를 펼치는 그들이 경 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골을 넣느냐 먹히느냐를 떠나서 이 한 경기에 집중한 열한 명의 남자들, 그리고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에 오묘한 경외심마저 든다. 경기는 서울 곳곳은 물론 경기도권 외곽 지역에서도 벌어지는데, 촬 영하러 방문했을 때는 마침 푸마(Puma)와 아디다스(Adidas)를 주축으로 한 팀과 교대로 경기 중이었다. 뉘 엿뉘엿 지는 노을, 선선하게 부는 바람, 각자의 위치에서 공을 차고 뛰고, 간간이 들리는 함성을 빼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널따란 경기장. 유행처럼 번진 ‘힐링’ 비슷한 것이, 사실 이처럼 꾸준한 주말 축구팀들은 이 미 진작에 하고 있던 것 아닌가 싶었다. facebook.com/pages/Weekend-Boys-위켄드보이즈/352781334837003 122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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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ky Way, 2010 by 최다함(Choi Dahahm)
www.dahah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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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Space’는, 스펙트럼이 고른 서울 안의 공간 세 곳을 보여주고 그곳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코너입니다. ‘지금 가장 뜨고 있는’ 공간 대신, ‘지금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공간들을 엄선하여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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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text 김지혜 Kim Jihye,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고윤성 Go Yun 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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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창신동 문구・완구 시장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 중 하나는, 어린이는 장난감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창신동 문구・완구 시장이 어린이날이나 방학 즈음 인산인해를 이루고 1년 내내 엄마 손을 잡은 어린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1년 서울시로부터 문구 완구 특화거리로 지정된 이곳은 현재 백여 곳이 넘는 문구・완구점이 빽빽이 들어서 거리를 이룬다. 서울시에서 특수구역으로 인식되는 동대문에서도 특유의 풍경을 유지하는 거리로, 장난감을 실은 중형 트럭, 상자를 가득 들은 상인들의 모습이 거리를 수놓는다. 오를 대로 오른 서울의 물가가 무색하게도 옛날 가격 그대로 파는 장난감에 흐뭇한 사람은 비단 엄마 아빠만은 아닐 듯. 어린 시절 우정을 나눈 건담, 긴 생머리가 짧은 커트가 될 때까지 이리저리 요리할 수 있었던 미미 인형을 보고 있노라니 추억이 새록새록 하다. 가끔 미키 마우스 귀가 달린 야구모자나 귀여운 캔버스 배낭을 단돈 일이천 원에 ‘득템’ 할 수 있는 건 아직 동심이 그리워 이 거리를 왕래하는 장난감 마니아들에게 주어진 특혜라고 할 수 있겠다.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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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상가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극명하게 대립했다가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종로에서 낙원상가는 유물 같은 존재다. 1960년대 세워진 이 건물은 당시엔 무척 파격적이었을 주상복합구조로 지어졌고 건물의 1층이 자동차 도로로 사용되었다. 흔히 우리가 낙원상가의 상징으로 여기는 악기들이 터전을 잡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당시 문화를 선도했던 젊은이들이 종로와 명동, 광화문 일대로 모이면서 낙원상가는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아지트였고, 80년대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유흥업소들의 성황으로 상가 또한 호황을 이루었다. 낮에는 마치 전쟁에 지고 돌아온 패잔병처럼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밤이 되면 낙원상가 주변은 여전히 삼삼오오 무리를 이루어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 다시금 낙원 상가를 찾는 어른들과 이제 막 인생의 맛을 알게 된 청춘까지. 낙원상가가 품은 옛날 그 풍경으로, 모두가 돌아가는 시간이다. 130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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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서울성곽길 사적 제10호 ‘서울성곽’은 조선 시대 초기, 정도전鄭道傳이 수립한 도성 축조 계획에 따라 축조된 것을 시초로 본다. 조선시대에 십만여 명 이상을 동원해 오랜 시간 공사했던 서울성곽은 일제강점기, 서대문과 혜화문동소문이 헐리며 평지에 있던 성곽이 모두 철거되었다. 지금 남은 것은 산지 성곽 부분으로, 2006년 4월,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 구간1.1km 을 부분개방하고, 2007년 5월 와룡공원-숙정문-청운대-백악마루-창의문 구간4.3km 을 전면 개방하면서 서울의 산과 길, 문화와 역사를 아우르는 대표 산책로가 됐다. 서울성곽을 걷는 것은 땀 흘리며 걸으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만큼 ‘우리가 흔히 돌아보지 않는’ 과거와의 소통이기도 하다. 와룡공원에서 숙정문까지 걷는 길은 성인 청년의 보통 걸음으로 한 시간 남짓인데, 그보다 더 천천히 걷길 권한다. 빼어난 경관은 물론, 평소 보지 못했던 서울의 속살을 지긋이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북악산 서울성곽 소개: 공식 웹사이트(www.bukak.or.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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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RECOMMENDATION
RE COMMEN DATIONS FOR SUMMER 2013 ‘Recommendation’은, 스펙트럼이 다루는 여덟 가지 분야 - 패션, 디자인, 아트, 북, 스트리트, 음악, 테크, 여행 안에서 스펙트럼 스태프들이 ‘2013년 여름’에 추천한 내용을 소개하는 일종의 안내서입니다.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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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NORSE PROJECTS ‘POLKA DOT SERIES’ CAMP CAP 김지혜 Kim Jihye
페스티벌 및 각종 야외활동에 어울리는 캠프캡. 여름엔 여기저기 활용할 수 있는 만능 아이템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제품은 코펜하겐에 기반을 둔 브랜드인 노스 프로젝트North Projects 의 2013년도 봄/여름 시즌 ‘폴카도트 시리즈Polka Dot Series 제품이다. 여름에 어울리는 시원한 색감과 귀여운 도트 무늬가 여성에게도 잘 어울린다. 플랫캡과 버킷햇 중 굳이 고르라면, 좀 더 간편히 매치할 수 있는 플랫캡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www.norseprojects.com © image courtesy of Hypebeast.com 136
SPECTRUM
DESIGN
DÜLLER METAL PEN + CASE SET 성창원 Sung Changwon
둘러Düller 는 일본 디자인 회사 아이디어 인터내셔널IDEA International 이 만든 사무용품 브랜드로, 미야자키 나오리宮崎直理가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독일의 미니멀리즘과 일본의 품질이 결합한 둘러는 시각적 형태뿐만 아니라 기능에도 충실하다. 절묘한 배색과 알루미늄 재질의 샤프와 볼펜은 통일된 디자인으로, 같은 외형에서 다른 기능이 파생되는 것이 재미있다. 회사 로고가 음각된 철제 보관함은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브라운Braun 사의 전 디자이너였던 디트리히 룹스Dietrich Lubs 와 합작도 진행하였으며, 한국에서는 맨메이드 우영미MANMADE WOOYOUNGMI 에서 만나볼 수 있다.
www.idea-in.com/en/ image courtesy of IDEA International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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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FLAT SEOUL 홍석우 Hong Sukwoo
2013년 5월 16일부터 19일까지 강남역 아이파크 I 상가층B2 – 2L에서 첫 번째 ‘플랫 테이크 원FLAT Take I’ 행사가 열렸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 밀집 지역의 빈 상가 건물에서 열린 일종의 ‘아트페어’ 행사인데, 공동 주최자 중 한 명인 김지영 대표는 이 행사를 기존 아트페어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개념은 ‘팝업 페어pop-up fair’로, 두 단어의 뜻처럼 불현듯이 열었다가 종료하는 반짝 가게 개념에 예술을 위시한 아트 갤러리뿐만 아닌 작은 공방과 레스토랑, 사진 전문 잡지 등 다양한 주체가 각기 다른 하나의 공간을 꾸민 개념의 행사였다. 이 행사가 기존 아트페어와 다른 독특한 점 중 하나는 - 그들의 보도자료에 나온 것처럼 - ‘도심 속에 비어있는 공간들을 찾아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채움으로써 팝업 페어의 장소로 활용하는 운영방식’에 있다. 보통 도심 주요 지역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상업’ 혹은 ‘상업 예술’처럼 각 구역의 특징이 정해지기 마련인데, 이러한 암묵의 규칙을 깨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그것을 만드는 이들이 한데 모여 새로운 움직임을 도모하는 것이 이 소중한 행사의 귀중한 첫걸음 아닐까. 첫 행사를 순조롭게 마무리한 플랫은 올 하반기 모처에서 두 번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전시 소개 및 더 자세한 정보는 플랫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facebook.com/flatseoul / flatseoul@gmail.com © image courtesy of FLAT(Find Link At Temporary) 138
SPECTRUM
BOOK
NEW YORK DRAWINGS 홍석우 Hong Sukwoo
에이드리언 토미네Adrian Tomine 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이다. 간결한 선과 정제된 색으로 완성한 그의 대표작들은 미국의 대표적인 잡지 중 하나인 <더 뉴요커The
New Yorker>
표지 작업으로 익히 알려졌다. 2004년, 토미네가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으로 거점을 옮긴 후 근 10년여의 작업을 모은 삽화집 <뉴욕 드로잉즈 New York Drawings>는
일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결과물이다. 흔히 보고
넘길 수 있는 다양한 삶의 파편을 그림으로 집대성한 이 책은 개인이 바라본 한 도시에 관한 사적인 다큐멘터리의 최상위층에 있다. 빼어난 그림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작업을 한 권의 멋진 책으로 만들어내게 한 출판사와 작가의 역량에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참고로 국내에 정식 수입되진 않았지만, 아마존닷컴Amazon.com이나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의 외국서적 구매대행 서비스로 쉽게 살 수 있다. www.adrian-tomine.com images courtesy of Adrian Tomine & Drawn & Quarterly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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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SNEEZE NO.19 양준무 Joon Yang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출판물이자 동명의 잡지, 스니즈SNEEZE 는 매호 다양한 아티스트와 포토그래퍼, 뮤지션 및 브랜드의 작업을 소개한다. 그 19번째이자 가장 최신호는 “the cease & desist issue”라는 부제로 발행되었는데, 특유의 대형 포스터 판형에 걸맞은 다양한 포토그래퍼의 작업을 싣고 있다. 특히 이번 호에는 벤 콜렌Ben Colen, 케네스 카펠로Kenneth
Cappello,
피터 서덜랜드Peter
Sutherland
등 스니즈와 친밀한 관계인
사진가들의 독점 사진 작업들은 물론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스투시Stussy의 스티커가 함께 동봉되어 있다.
www.sneezemag.com © image courtesy of Sneeze magazine & Michael Knapp 140
SPECTRUM
MUSIC
LENKA - SHADOWS 이윤희 Lee Yunhee
윈도우 8Microsoft Windows 8 TV 광고의 중독성 강한 광고 음악bgm 을 기억하는가? 화면의 전환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비트와 왠지 빠져드는 춤사위가 가득한 무채색 영상을 따라 절로 흥얼거려지는 후렴구. 매력적인 얼굴과 달콤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호주의 싱어송라이터, 렌카Lenka 의 새 음반 <섀도우즈 Shadows>가
나왔다. 게을러져도 좋은 나른한 휴일 오후, 일어나고 싶을 때까지
마냥 늘어지면서 듣기에 제격이다.
www.lenkamusic.com © image courtesy of Skipalong Records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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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ABLETON PUSH 김래현 Kim Rae hyun
에이블톤Ableton 은 베를린에 기반을 둔 소프트웨어 회사로, 다른 컴퓨터 음악 프로그램과는 달리 공연에 최적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이름도 ‘라이브live’다. 라이브의 가장 큰 특징은 세션 뷰session view 라는 보기 방식으로, 기존의 선형적으로 배치된 트랙 형태를 세로로 배치하여 공연 시 편리성을 극대화했다(이런 특성은 회사의 로고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에이블톤 라이브 역시 시간이 지나며 많은 발전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작곡을 위한 여러 기능이 추가되어 현재는 많은 이가 작곡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작곡 기능이 추가되자 이러한 기능을 손가락으로 제어할 수 있는 많은 미디 컨트롤러MIDI controller 가 각종 회사에서 출시되었고, 이에 맞서 에이블톤은 하드웨어 회사 아카이AKAI 와 손잡고 ‘라이브 버전 9’ 출시에 맞춰 ‘푸시Push ’라는 미디 컨트롤러를 출시했다. ‘푸시’는 기존 라이브 위주 컨트롤러보다 작곡 부분에서 많은 개선을 하였으며, 아날로그 피아노처럼 버튼을 누르는 세기를 감지할 수 있는 벨로시티velocity 기능을 탑재했다. 아름다운 외관 역시 푸시를 갖고 싶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드웨어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노리기 시작한 에이블톤의 시도가 디지털 작곡 및 공연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 기대해본다. www.ableton.com © image courtesy of Ableton 142
SPECTRUM
TRAVEL
BOB’S YOUR UNCLE 임지윤 Karen Lim
‘와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정되어 있다. 천편일률적인 미려한 병에 고전적인 와인의 레이블, 그리고 왠지 모르게 약간은 격식 차려야 할 듯한 그런 이미지 말이다. 처음 <밥스유어엉클>을 보면 주위에서 종종 마주치는 유머러스한 맥주병과 비슷하지만, 실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담은 캐쥬얼 와인 레이블이다. 친구들과 떠나는 캠핑이나 한강 등지에서 즐기는 주말 소풍에서, 와인 따개 없이 병째로 격식 없이 마시는 와인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한두 번쯤 있었다. 그 소망을 말 그대로 ‘병째로 충족하게 하는’ <밥스유어엉클>은 특유의 재치 있는 갈색 병에 고스란히 두 종류의 와인을 담아놨다. ‘식은 죽 먹기지!’라는 뜻을 담았다는 ‘밥스유어엉클Bob’s Your Uncle’ 의 이름처럼, 자유분방하면서도 깊이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와인 특유의 풍부한 맛 또한 고스란히 살아있다.
www.drinkbob.com image courtesy of The Boer & Brit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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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twitter@Yoonmirae
TASHA ‘T’ 윤미래
twitter@DrunkenTigerjk
DRUNKEN TIGER a.k.a. TIGER JK 서정권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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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BTY
twitter@Bizzionary
BIZZY 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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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2013
GALLERY
스펙트럼 매거진의 여덟 번째 챕터 ‘갤러리’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재능 넘치는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그 열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MFBTY’입니다. 타이거 제이케이Tiger JK, 윤미래T, 비지Bizzy가 모여 만든 3인조 프로젝트 힙합 그룹으로, ‘My Fans Better
Than Yours’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 힙합 음악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그들은 각자가 힙합씬에서 보여준 작업들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작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 자체가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모험’입니다.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소개했지만, 사실 셋이 함께 만들어가는 행보를 보면 그 구성은 무척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밤새 함께 비트를 구상하고, 가사를 쓰고, 음악을 만들어내는 셋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새로운 종류의 힙합 음악을 선보였습니다. 그들 각자의 음반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입니다. 대중음악계의 한류 열풍을 위시한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은 공식처럼 ‘래퍼’가 들어갑니다. 힙합은 얼핏 주류 음악계의 일원이 된 듯하지만, 여전히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힙합’을 ‘문화’로 부르기 이전부터 힙합이 ‘생활’이었던 MFBTY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흥미로움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여전한 고민과 아직 보여주지 않은 두근거림 또한 담겨 있었습니다.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 (JDZ) edited by 김지혜 Kim Jihye & 홍석우 Hong Sukwoo © all images courtesy of MFB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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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01 About MFBTY
셋은 말할 것도 없이 가까운 사이로 안다. 윤미래의 앨범
‘My Fans Better Than Yours’ 에 대하여
각자 활동과는 어떤 식으로 ‘다른’ 팀인지 듣고 싶다.
작업까지 접어가면서 MFBTY를 결성했다고 하는데,
타이거 JK이하 JK: 사실 MFBTY로 활동을 거의 안 했다. 프랑스 미뎀 페스티벌Midem Festival; 프랑스 칸Cannes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중음악 관련 트레이드 쇼. - 편집자 주
에 초청되어 좋은 성과를 이루기도 했지만, 사실 팀으로
뭉치자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공연을 같이 하다 보니까 우리가 만드는 시너지가 좋고, 팬들도 이 조합을 좋아하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팀이 되었다. 사실 우리 팀의 중심은 (윤)미래다. 미래가 멜로디 라인을 만든다. 비지는 요즘 음악들을 들으며 시대에 맞는 조언을 주고. 모두 각자 역할이 있다. 본격적으로 MFBTY 활동이 구체화한 것은 룸펜스Lumpens, 최용석
감독과의 작업이다. 장편이나 단편영화, 혹은 광고가 됐든 룸펜스 스타일의 영상을
만들어 그것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다가 거기 우리가 참여하면 어떻겠냐 하면서 영상과 음악이 나왔고, 그것이 <스윗 드림Sweet Dream>이었다. 작업하면서 재미있고 즐거웠고, 결과물이 무척 만족스러워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칭찬받겠다 싶었는데…. 한국에서의 반응이란, 참 이상하게도 조용했다. 활동에 아쉬움이 있는가? JK: 영국, 프랑스 다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자국에서 흐름을 못 타니, 뭔가 한이 맺힌다. 사실 이런 말 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한류 열풍이라고 외국에서 주목받는 게 그렇게 대단한 시대는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미뎀에서 제일 큰 주목을 받았다. 처음엔 케이팝K-pop 부스에 파리가 날렸다. 그런데 우리 공연을 보고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몰렸다. 빌보드 진출도 우리에게는 가문의 영광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희한하게 (한국에서는) 기사가 별로 없더라. 결국, YTN 뉴스 인터뷰 하나 하고 활동을 접었다. 이러다 해체될지도 모르겠다. (웃음) 기존 세 분 각자의 작업들과는 비트와 멜로디에서부터 차이가 느껴진다. 어떤 식으로 큰 틀을 잡았나? 윤미래이하 T: 아무 콘셉트도 없고 일부러 준비한 것도 없었다. 룸펜스와 함께 작업하는 작곡가 스멜스Smells 에게서 곡을 몇 개 받았다. 그 중 <스윗 드림>이 있었다. 기존에 우리가 하던 힙합이랑 달랐지만, 듣자마자 어떤 느낌이 왔다. 그래서 바로 멜로디를 잡았다. 그랬더니 오빠들도 바로 랩을 해보는 게 아닌가. 그렇게 <스윗 드림>이 완성되었다. 지난 싱글 작업은 모두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느낌을 충실히 따르면서.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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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 미래는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힙합 앨범이었다. 그 와중에 비지와 나도 각자 앨범을 준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가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무인도에 갇힌 느낌이었다. 가끔 티브이를 틀면 우리가 하는 것과 너무 다른 스타일의 음악들이 넘치고, 인기도 있다. 예전부터 순위나 인기에 연연하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에는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되더라. 혼란기였다. 그러다 마치 탈출구를 만들 듯 쉬는 시간의 장난처럼 녹음하기 시작했다. 쉬엄쉬엄 하니까 재미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우리가 잘 안 쓰는 단어들로 무장한 유치한 가사들이 쏟아질 때 정말 즐거웠다. 열정적으로 한다고 한 것이, 너무 심각한 모습만을 낳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작업을 하니 하루에 네 곡씩 나오더라. 하지만 막상 완성하고 나니 각자 앨범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미래, 나, 비지 그 누구의 스타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MFBTY’라는 가면을 쓰기로 했다. 이런 식의 열정은 우리가 MFBTY일 때에 가능한 것임을 깨달았다. 기존의 우리가 아닌, 새로운 것. 그러다 보니 친구들한테 욕도 많이 먹었다. (웃음) 하지만 우리는 꽤 즐거웠다.
MFBTY <스윗 드림(Sweet Dream)>, 2013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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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른 장르도 선보일 예정인가. JK: 그게 좀 걱정이다. 또 다른 가면을 써야 하니까. 그렇지만 우리도 우리의 모습이 궁금하고 기대된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어떤 스타일이 생기곤 한다. 음악 또한 비슷하지 않나. 하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하다 보면 언젠가 다시 깨부수기도 한다. MFBTY에게도 이러한 ‘파괴 본능’이 있나? Bizzy이하 BZ: 혼자 작업할 때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단어 선택 하나도 여러 번 찾아볼 정도다. 그런데 이번 작업은 앞서 얘기했듯 이 정말 즉흥적이어서 창피한 것이 없었다. 가령 음 이탈을 해도 나름대로 매력적(?)으로 보여서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웃음) 그간 나를 얽매던 것을 풀고 열정을 되찾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T: 편안하고 재미있게 작업했다. 물론 음악이 제일 중요하지만, 솔로 작업할 때는 신경 쓰는 부분이 많다. 어떤 스타일을 해야 사람들이 좋아할까, 어떻게 해야 음반이 더 잘 나갈까 고민해야 해서 ‘하고 싶은 것’과 ‘대중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줄다리기한다. MFBTY 는 과정부터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진행했기 때문에 그 결과물을 사람들이 사랑해주면 고맙지만, 하고 싶은 것을 했다는 것에 만족하자는 데에 의의를 두었다. 지금은 솔로 무대가 걱정될 정도로 MFBTY 활동은 참 많이 다르다.
02 Past 과거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라임 노트’를 지닌 90년대 ‘힙합 키드’ 였다. 처음 산 외국 CD가 NAS 1집이었고, 드렁큰타이거 데뷔에 충격받고, 마스터플랜Master Plan 의 마지막 공연을 보고…. 숱하게 했던 얘기일 수도 있지만, 처음 힙합에 ‘꽂힌’ 순간을 기억하나.
T: 아주 자연스러웠다. 아버지가 취미로 디제잉을 하셔서 장르가 뭔지도 모를 나이 때 이것저것 접하며 좋아하게 됐다. 아티스트를 꼽아야 한다면, 슬릭 릭Slick Rick 을 정말 좋아했다. 아빠와 함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그 스토리텔링에 푹 빠졌었다. 힙합을 잘 몰랐던 어린 나이였지만 정말 좋았다. 캐릭터도 있었고, 재미있었다. SUMMER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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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내 이야기를 공책 뒤편에 적고는 했는데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데에 가치를 느꼈다. 힙합은 나에게 있어서 출구였다. 집에 안 좋은 일이 있거나 친구들과 사이가 틀어졌을 때, 가사 쓰고 라임 맞추면서 다 잊고는 했다. 그때가 제일 열심이었다. JK: 연예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사연이 있다. 너무 외로웠던 시절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난 항상 행복했다. 집안이 무척 어려워서, 부엌이 내 침대였고 두 동생과 할머니와 한방에서 살았어도 말이다. 또래 무리 중 오로지 나만 동양인이었다. 프리 스타일이 유행했고, 힙합을 들으면 ‘쿨키드cool kid ’였다. 언더그라운드의 흐름이 있었다. 모두 힙합 문화에 빠져 살았다. 웨이크업 쇼The Wake Up Show 라고 미국에서 유명한 프리스타일 랩 배틀 쇼가 있었는데, 학교 끝나면 그거 들으려고 부리나케 달렸다. 힙합 신보가 나오면 지금 애플 Apple
신제품 기다리는 것처럼 음반가게 앞에 긴 줄이 생겼다. 그러면 시디CD 를 두 개 사고,
녹음하고 난 뒤에 하나는 불량이라고 다른 아티스트 것으로 바꾸고 했다. (웃음) 그렇게 음악을 들었다. 우상 같은 래퍼들을 만날 기회도 잦았다. 어떤 파티든 그들 주변엔 동그라미가 있었다. 스눕독Snoop Dogg a.k.a. Snoop Lion이 프리스타일 랩을 하고는 했다. 한국에 와서는 블루몽키스, 마스터플랜에서 살다시피 했다. 거기엔 당시 허니패밀리, 리오Leo Kekoa a.k.a. L.E.O.
등 모두가 있었다. 지금 사람들은 잘 모르는 어떤 식의 낭만이 그 시대에 있었다.
지금 친구들은 모두 다 랩을 잘한다. 하지만 오히려 ‘힙합다운 것’은 그때 더 충만했다. 어딜 가든 동그라미가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마이크 한번 잡으려고 두 시간씩 기다렸다. 프리스타일 랩 배틀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당시 그런 얘기들이 담긴 곡도 썼다. <매일 밤> 이라는 곡이다. BZ: 인터넷의 활성화가 변화를 만들었다. JK: 너무 쉽게 찾아보니까. 유튜브에 들어가면 무궁무진하니까. 그때는 찾아가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티브이나 라디오에 (힙합이) 나오지 않으니까. 팬이나 아티스트나 다 같은 위치였다. 공연 후 다 같은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고는 했다. 그래서 음악을 듣고, 공감하고, 즐기는 것이 더 소중한 시대였다. 지금은 너무 많은 정보가 나오니까 우리가 하는 레퍼토리도 물린 것이 된다. 쉽게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 1990년대, 힙합이 대중에게 처음 소개되었을 때와 지금은 많은 변화가 생겼다. ‘랩’ 이란 것을 더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보이, 그래피티 등 힙합과 관련된 문화도 다양하게 퍼져 있다. 1990년대~2000년대 초반과 2013년인 지금을 비교할 때, 힙합 음악과 문화에 관한 다른 두 분의 생각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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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Z: 형들의 과거에 늘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동생들한테 말한다. 지금 (힙합을) 하는 동생들은 전에 했던 형님들에 비해 목소리 톤이나 패턴 등을 쉽게 접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데, 아무것도 없었을 때는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도 어려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체적인 실력은 다 늘었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정신적으로 끈끈하게 묶여있고, 서로 존중했던 모습은 조금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나도 전前 세대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지금 세대 친구들은 시대가 변했으니 그 변한 모습을 받아들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T: 나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어린 친구들도 나중에 나이 먹으면 이런 얘기하지 않을까. 일종의 사이클인 거 같다. 우리가 나이 들어서 이렇게 느낄 수도 있는 것 같고. JK: ‘90년대가 우리의 황금기고 그 시대는 갔다’는 게 아니다. 지금 시대의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다만 그때는 힙합이 곧 ‘목소리voice’였다. 지금 젊은 친구들이 하는 것은 그때 그 사람들의 보이스다. 열심히 해도 인정받기 어려운 세상에서 그들이 일군 것들의 상당 부분을 지금의 케이팝이 응용한다. 후크송hook song 이라든가 말장난 같은 가사들, 음악 외적인 의상마저도 힙합에서 시작한 것이 참 많다. 꾸준히 한길만 가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때로는 악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드렁큰타이거의 음악을 듣거나 지난 시간을 떠올리면, 마치 ‘저항 혹은 투쟁의 역사’처럼 느껴진다. 무엇이 당신의 주먹을 그리 쥐게 했나. JK: 미래처럼 나도 스토리텔링에 빠져 있었다. 이야기를 해주는 것. 그래서 원래 영화감독이 꿈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내가 무대에서 하는 행동들, 또는 나의 타이틀곡만을 보는데 앨범 하나를 만들 때 죽을 정도로 고생한다. 처음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저항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힙합에 관한 나의 에너지,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오해를 낳은 것 같다. 난 한 번도 시대를 주름 잡는, 문화를 바꾸는 근현대 최고의 아티스트였던 적이 없다. 활동이 금지된 적도 있고, 내게 과일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 순전히 내 옷차림과 가사 때문에. 그땐 트위터도 없었으니까 사람들의 오해에 대응하며 해명할 수가 없었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음악이 전부였다. (드렁큰타이거) 3집 때, 인기가요 1위를 했는데도 숙소가 없었다. 이웃이 버린 프라이드 자동차로 방송국을 왔다갔다했다. 대중이 본 내 모습은 만들어놓은 이미지였다. 5집을 내면서 조금 해방되는가 싶더니 7집 때 척수염에 걸렸다. 그때 들었던 지팡이는 패션이 아니라, 진짜 못 걸었기 때문에 든 것이었다. 굉장한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있었다. 억압받고 인정 못 받는 것이 나도 모르게 어떤 어조로 내 음악에 비쳤다. 그렇기에 내 음악은 저항이라기보다는 내가 살아온 모습이 그대로 담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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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Present
드렁큰타이거의 7집과 8집을 들으면, 그 두 앨범 사이에
현재
군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다. 가정을 꾸리고 가장이 된
어떤 단절이랄까, 차이가 느껴진다. 아무래도 아들 ‘조단’ 이후, 음악을 만들거나 일상에서 생긴 변화들이 궁금하다.
JK: 다들 겪어보면 안다고 하는데,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가 성장하는 시기마다 들려줘야 하는 음악, 반응하는 만화가 정말 있다. 어쩔 수 없이 모든 게 아이에게 맞춰진다. 아이는 원하는 것을 직접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반응하는 색깔이라든가 단어에 같이 빠져있는 지금의 생활과 다른 음악을 한다면, 결국 나는 ‘연기’하는 것이다. 힙합 문화를 잘 아는 사람들은 기존 내 모습을 이해해 주지만, 아빠가 되어서 (음악 안에서) 욕을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빠라는 존재는 그런 거니까. 예전에는 음악 들으면서 따라 부르고 껄렁거리고 했는데, 실제로 조단에게 영향받으면서 많이 ‘유아’스러워 졌다. (웃음) T: 요즘 들어 부쩍 그런 생각을 한다. 처음에는 조단이 내 음악에 영향을 주는 부분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조단이 나이를 조금 먹더니, 말도 잘하고 춤도 추기 시작했다. 혼자 유튜브에 들어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기도 한다. 그 음악을 틀어놓고 춤추는 조단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나중에 조단이 내 노래에 맞춰 행복하게 춤출 수 있도록, 그런 노래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윤미래의 다음 앨범에 실릴 수 있을까?
MFBTY ‘Sweet Dream’ 뮤직비디오 Directed by 룸펜스(Lumpens), 2013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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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유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단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이 곡을 듣고 ‘미래가 미쳤구나!’할지라도 말이다. (웃음) ‘음악’에는 ‘힘’이 있다. 단지 사람들을 흔들고 따라 부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시대의 ‘기억’이 되는, 좀 더 거대하고 사람들이 공유하는 그런 힘 말이다. 세 분은 음악을 듣기도 하지만, 스스로 만든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음악의 힘이란 무엇인가. BZ: 앞서 말한 것처럼, 나에게는 음악이 현실로부터의 탈출구였다. 작은 일상일 수도 있는데, 친형한테 두들겨 맞거나 아무도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 때, 나도 모르게 방에서 음악을 들으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그래서 내가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것을 알았다. 일종의 치료였고, 친구를 사귀게 해주는 매개체였다. 침묵을 뚫고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좋다. 음악은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한다.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 비로소 그것의 소중함을 더 깊이 알 수 있듯이, 음악이 우리 주변에 가득해서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음악은 우리 생각보다 더 위대하다. T: 다 비슷할 것 같다. ‘냄새’랑 똑같이 기억을 더듬게 한다. 나무 타는 냄새를 맡으면 어릴 때 할머니 집 놀러 갔던 추억이 떠오르듯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세상에 나만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걸?’ 나 또한 어딜 가도 음악이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어떤 기분이든 누구와 함께 있든 간에, 음악이 있어야 하기에 나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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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라고 할 수 있다. 슬플 때는 위로가 되고, 화날 때는 화풀이 대상이 된다. 하나의 정의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JK: 기억에 없어도, 음악은 과거의 어떤 상황이나 현장으로 데려간다. 그만큼 파워풀하다. 음악으로 가보지 못한 곳을 가기도 하고, 느끼지 못한 것을 느끼기도 한다. 지하실에서 밤새 건반을 치고 녹음하는 삶이 어쩌면 지루한 일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좋다. 우리는 좋아서 한 건데, 가끔 팬들이 ‘이 음악 때문에 살아간다’고 하면 소름이 돋는다. 내가 쓴 음악 때문에 누군가는 삶을 살 수 있다. 그들을 구한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이 아니라, 책임을 느낀다. 자라면서 그랬던 것처럼 누구 하나라도 나의, 우리의 음악이 좋다고 하면 계속해서 음악을 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이 바닥에 있으면 자칫 세속적으로 변하기 쉬운데, 이런 경험이 나를 다시 되돌려 놓는다. 옛날 흑인 노예들은 문자를 배우면 안 되니까 서로 음악으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했다. 그래서 음악을 더 제재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만큼의 힘이 있으니까. 2013년 5월 현재, 세 분이 가장 ‘열중’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작업에 관한 것, 사적인 것 모두. BZ: 엄마.
MFBTY ‘Sweet Dream’ 뮤직비디오 Directed by 룸펜스(Lumpens), 2013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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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집에서는 아기 보고, 새벽에는 녹음한다. 녹음 엔지니어가 사촌오빠인데, 오빠가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다. (웃음) 우리는 밤을 새우는 게 익숙하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JK: 어떻게 보면 되게 지루하다. 낮에는 육아, 밤에는 녹음에 열중한다. 스튜디오에서 셋이 밤새는 날이 허다하다. 작업에 열중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뭔가 새로 태어난 느낌이었다. 참 이상한 일이 많았다. 어떤 일이 있었나. JK: 가령 <아이언맨> 사건이라든지…. 어느 행사나 2주에서 한 달 전에 준비과정이 있고, 협의를 통해 확정하는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 스타가 오면, 어마어마한 차들이 신호 다 무시하고 들어오곤 한다. 그런 분위기를 뻔히 알면서 우리가 어떻게 연예인이라는 걸 내세우며 아이를 데리고 가겠는가. 나와 조단이 아이언맨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날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 의 생일이라 어린 아이언맨이 같이 참석하기를 부탁해서 조단을 데려간 거다. 현장은 분위기가 워낙 살벌해 공연 전에 대기실도 없었고, 배우 근처에는 가지 말라는 지시도 받았다.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순서에 온 힘을 다했다. 그런데 공연 도중 기분이 이상했다. 연예인이란 명분으로 초대받지 않은 곳에 우리가 쳐들어간 것처럼 되어 있었고, 주객 전도된 행사를 만들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도 않은 말이 머리기사로 걸렸고, 다섯 살인 조단에게도 비난이 쏟아졌다. 대응을 안 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아무도 안 도와주니까 트위터에라도 해명해야만 했다. 그때 그렇게 안 했으면 정말 많은 팬이 오해하고 돌아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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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 모두 트위터를 활발히 한다. 특히 타이거 JK는 단지 일상을 올리고 팬들과 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팬으로 남을 수 있었던’ 외국 힙합 뮤지션들과 교류의 물꼬를 텄다다고도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의 장단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T: 그냥 느끼는 대로 말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일부러 기사를 만들려고 마치 팬처럼 팔로우follow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말조심하게 된다. 그게 처음 SNS를 시작했을 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원래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건 마음에 든다, 안 든다’ 솔직히 표현했던 것을 이제는 자제한다.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이해할 것이라 말해주지만, 아닌 사람들도 너무 많기 때문에. 사소한 표현도 바꿔서 기사를 만드니까, 좋은 마음으로 했던 게 나쁘게 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나한테는 스트레스가 되어 점차 멀리하게 되었다. JK: 마치 유행처럼 번지다 보니 오히려 조금 멀어지게 됐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면서 내 말투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해의 소지도 많다. 생각해보면 나는 되게 관심에 배고팠었나 보다. 그냥 생각들을 가볍게 올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중에 보면 ‘타이거 JK 그래미에 쓴소리!’ 식으로 기사화된다. 그래서 그냥 반은 포기하고 가는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BZ: 이런저런 일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홍보에도 좋고, 서로 생각을 솔직히 교류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얼굴 보고 말하는 게 아니니까 사람들이 더 가식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양날의 검이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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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힙합을 좋아하는 이유는, ‘가사가 마음을 때리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힙합만큼 가사 안에 뮤지션의 삶을 닮은 음악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가사가 당신들에게 어느 정도의 의미가 있는지’ , 좀 바보 같은 질문일 수도 있지만 묻고 싶다. BZ: 랩하는 사람이나 싱어송라이터들, 가사 쓰는 사람들을 존중한다. 가사 쓰는 사람들은 자기 얘기를 담기 때문에 음악에 책임감이 있다. 그런 점을 나도 항상 배우려고 노력한다. 내가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이 함께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가사를 쓰지 않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호소력 있고 설득력 있는 음악으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싶다. JK: 가사 쓰기 시작했다가 이야기가 완성될 때의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편의점 >이란 곡이 있는데, 그 곡을 듣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이 힘이 난다고 했을 때 진짜 느낌이 장난 아니었다. ‘전기’가 흐른다. 물론 가수라고 꼭 직접 가사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에 익숙하다. 고민하고, 그 결과로 음악을 만든다. 가끔 어떤 사람이 이번 앨범엔 직접 작사에 참여했다는 뉴스를 보면, 그게 보도자료로서의 가치가 있는 일인가 의아할 때도 있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거니까. T: 가사를 쓴다는 것은 내게 ‘힐링’이다. 내가 쓰는 이야기가 실화가 아니어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런 거다. 있었던 일이 아님에도, 그런 이야기를 쓰면서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다. 소설 쓰는 작가와 비슷하다. 단 한 명이라도 내가 쓴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아, 나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지’한다면 의미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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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Works and Collaboration 작업과 협업
음악적인 동료만큼 이제 후배의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지 않나. 같은 소속사정글 엔터테인먼트의 4인조 힙합그룹 M.I.B(엠아이비; 강남 (KangNam), 영크림(Young Cream), 오직(5ZIC), 심스(SIMS)
의 앨범에
MFBTY가 피처링한 것은 물론, 타이거 JK는 프로듀서로 나섰다. 그들에 관한 이야기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헬로 굿바이Hello Goodbye’란 곡이 무척 좋았다.
JK: 내 음악을 할 때는 고집대로 하면서 망하든 흥하든 하는데, 프로듀스하는 건 너무 부담돼서 거절을 많이 했었다. 그랬더니 소문이 ‘타이거 JK는 잘난 척한다’고 나더라. (웃음) 이번에는 소속사에서 부탁이 왔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런 부담이 싫어서. 그러다가 내가 사는 의정부에 와서 같이 지내면서 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함께 지내면 서로 알아가면서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정말 힘들었다. 석 달 이상 걸렸다. 밤새고, 의견도 나누고. 젊은 친구들이다 보니 나와는 생각이 많이 다르더라. 미래가 많이 도와줬다. 그렇게 공을 들이고 보니, 우리 앨범에 넣고 싶을 정도로 욕심나는 곡들이 생기더라. 그런데 반응이 좀 시원치 않아 걱정이다. 그런가? JK: 오히려 외국에서 좀 반응이 있다. 문제는 M.I.B 앨범이 나온 날 싸이PSY 와 박재범 앨범이 같이 나왔다. (웃음) 그런데 M.I.B 친구들이 다행히 순위나 차트에 신경 쓰지 않고 열심이다. ‘헬로 굿바이’가 좋은 반응을 얻지 않을까. 미래가 모든 소울soul 을 담아 만든 곡이다. 무브먼트 크루Movement Crew 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무브먼트 크루 인물들은 각자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데, 비지의 EP<Bizzionary>, 2008년 6월 발매에 수록한 ‘Movement 4 feat. 타이거 JK, 다이나믹 듀오, 양동근, 리쌍, 비지, 셔니슬로, TBNY, 에픽하이, 은지원, 더블 케이, 도끼, 부가킹즈, 바비 킴, 윤미래, 인세인 디지
처럼 ‘단체곡’이나 새로운 합동 프로젝트를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JK: 사람들을 만나면 비슷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런데 전에 우리가 공연하면 우리 팬들과 함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이제 모두가 잘돼서 사장이 되고 많은 아티스트들을 양육하다 보니 너무 바빠졌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책임질 사람과 맡아서 해야 할 일이 생기니 서로 존중하고 축하해줄 수 있어서 좋다. 꾸준히 얘기가 나오고 있으니, 각자 자리 잡히면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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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Future
바로 어제, 타이거 JK는 트위터에 ‘영원한 청춘의 심장을
미래
앨범이 나오는 건가…?
하나 더 심는 앨범이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새
JK: 머지 않은 시점에 발매 예정이다. 따뜻한 음악이라 많이 반가워하실 듯하다. 트렁큰 타이거 앨범은 몰래 작업 중인데, 내 본 모습으로 돌아가 기존 드렁큰타이거 팬들이 좋아할 것이다. MFBTY 싱글도 있고, 각자 앨범도 있다. 누가 먼저 출격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BZ: 내가 몇천 번을 들었어도 질리지 않을 음악을 같이 작업해서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다. 예전에는 잘 되어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좋은 음악으로 그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T: 나 또한 준비는 끝났다. 순서를 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함께 하면 음악은 정말 빨리빨리, 즐겁게 진행된다. 우리는 워낙 팀워크가 좋으니까. (웃음) 이 인터뷰는 2013년 5월, 논현동의 가스트로 펍gastro pub, 합스카치Hopscotch 에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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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틀랜드에 기반을 둔 POLeR STUFF는 여행가, 서퍼, 스케이트 보더, 스노우보더, 사이클리스트, 어른과 아이들을 포함한 특별한 것을 원하는 모든 이들이 즐거운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가치있는 제품을 만듭니다. POLeR STUFF는 청바지와 티셔츠, 스니커즈를 즐겨신는 세계 각지 모험가들을 지지합니다. 또한 알프스 산맥 정상에 오르는 것 만이 진정한 모험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모든 이들을 위한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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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INCASE PRODUCT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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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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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us Collection 새로워진 Campus Collection은 대비되는 색상과 소재의 사용으로 더욱 산뜻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고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개성표현이 가능합니다. 더욱 다채로운 스타일과 사이즈로 개개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잘 반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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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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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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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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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e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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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Eo Travel Collection EO 트래블 컬렉션은 여행에 대한 접근을 심플함과 연계성으로 정의하는 새로운 세대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습니다. 비지니스, 영감 혹은 재미를 위한 기기 사용에 의존하며 변모하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기내용 컬렉션입니다. 각각의 EO 트래블 백은 똑똑한 수납기능과 믿음직한 보호기능을 결합하여 여행을 좀 더 쉽고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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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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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lon Collection 최상의 휴대성, 보호 기능과 편안함을 제공하며 가장 큰 호응을 얻고있는 Nylon Collection은 몸에 딱맞는 생체공학적 착용감을 경험하게 해주며, 맞춤형 방습방한 나일론 소재 컬렉션으로 현대인들의 가벼운 여행에 귀중품을 휴대할 수 있는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그중 나일론 프리미엄 백팩은 더욱 세분화되고 강화된 수납공간과 뛰어난 착용감을 더해 진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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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Nylon Campus Pack for MacBook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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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mium Backpack for MacBook 17”
Nylon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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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Stussy Collection 2013년 3월에 전세계 동시 출시된 Incase x Stussy Series 001 collection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웹매거진 hypebeast, highsnobiety등에 소개되면서 출시 이전부터 두 iconic 브랜드의 만남에 주목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carry bag, backpack, iPhone case, ear buds 그리고 Incase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중 이례적으로 어패럴 제품 카테고리가 더해 구성되었습니다. Incase x Stussy Series 001 colletion은 실용적인 디자인과 이동성 증진을 위한 뛰어난 보호기술이 결합되어있습니다. 밀리터리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가방과 액세서리는 짧은 여정 뿐 아니라 긴 탐험에도 용이한 사용을 위해 세분화된 케링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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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Backpack for MacBook 17”
Camera Sling for large point and shoot camera
Duffle for MacBook 15”
Utility Pouches for iPad
Slider Case for iPhone 5
Capsule Headphones for MacBook 17”
Stussy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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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Collection 테라컬렉션을 구성하는 천연 소재는 간단한 수납과 가벼운 여정을 위한 캐쥬얼한 백을 만드는 목적과도 잘 어울립니다. 새로운 재질과 컬러로 제작된 테라컬렉션은 볼드한 악센트와 풍부한 질감, 천연 소재가 어우러져 독특한 스타일과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과 강력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또한 여전한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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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Convertible pack for MacBook 13”
Terra Tote Bag for MacBook 13”
Terra Sleeve for MacBook 11” / 13” / 15”
Terra Campus Pack for MacBook 15”
Terr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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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Camera Collection 인케이스의 카메라 컬렉션은 사진가들의 요구사항을 채워주기 위한 넓은 범위의 가방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혼색 모직으로된 내구성있는 외부는 독특한 세련미를 자랑합니다. 내부의 탈부착 가능한 패드형 파티션는 다용도 DSLR와 렌즈의 배열 및 정돈을 가능케합니다. 외부 파티션으로의 접근은, 촛점을 맞추고 아이폰과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것에 이상적이며 또한 아이패드, 맥북과 같은 특별한 디바이스의 수납에 탁월한 컬렉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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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DSLR Pro Sling Pack / Sling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DSLR Case for DSLR, iPhone
DSLR Pro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Point and Shoot Pouch for Compact Camera, iPhone
Point and Shoot Field Bag for Compact Camera, iPad, iPhone
Point and Shoot Pouch Case for Compact Camera, iPhone
Camer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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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Audio Collection Incase Audio의 헤드폰 제품군 출시는 기능성과 무결점 사운드, 그리고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무장한 헤드폰으로 사용자들에게 보다 감동적인 체혐을 선사하고자 하는 당사의 의지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런 당사의 의지는 Soundesign이라고 명칭한 당사의 독특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통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Incase Soundesign는 정밀 사운드 엔지니어링과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접목하여 당사의 헤드폰은 세련된 외관처럼 멋진 느낌과 완벽한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헤드폰 개발에 대한 당사의 전체론 접근 방식은 맞춤형 디자인, 최첨단 오디오 엔지니어링과 생명 기계학을 하나로 통합하여 성능이 극대화된 헤드폰 출시가 가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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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Pivot On Ear Heaphones
Capsule In Ear Heaphones
Sonic Over Ear Headphones
Reflex On Ear Heaphones
Audio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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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1
2
3
4
iPhone 5 인케이스의 정밀한 핏은 향상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뿐만 아니라 인케이스의 미니멀한 디자인 원칙을 지킴과 동시에 사용자의 편리함까지 생각합니다. 새로운 iPhone 5 용 제품은 이 전통을 지키면서 가장 얇고 가장 가벼운
iPhone 의 디자인과 상호 보완하여 새로운 기술을 완벽히 보호합니다. 182
SPECTRUM
1. Tinted Snap Case for iPhone 5 2. Stripes Snap Case for iPhone 5 3. Hearts Snap Case for iPhone 5 4. Shock Slider for iPhone 5
iPhon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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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1
2
iPhone 4S & 4 인케이스의 정밀 공학으로 이루어진 iPhone 4 용 제품은 시각적 효과와 질감 효과를 동시에 이용하여 지속적인 보호 옵션의 범위 를 넓히고 있습니다. 각 제품은 향상된 내구성과 다양한 개개인의 취향을 위해 진취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이고 다양한 재료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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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1. Monochrome Slider Case for iPhone 4S & 4 2. Leather Snapshot Clutch for iPhone 4S & 4
iPhone 4S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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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Odd Future Collection Odd Future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유명 힙합그룹으로 16-23 살의 멤버들로 구성되었으며, 스케이트보드를 기반으로 음악, 패션, 아트워크 등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창조하는 스트리트 컬처 문화를 이끌어가는 선두주자입니다. 블루, 핑크, 옐로우 등 팝컬러를 믹스한 오드 퓨처의 도넛 로고가 프린팅 된 아이폰 슬라이더 케이스가 출시되어 국내에서 한정수량으로 판매됩니다.
1. Odd Future Slider Case for iPhon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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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Odd Future Collectio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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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HUF Collection HUF는 2002년 프로 스케이트보더 Keith Hufnagel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시작이래 HUF는 반문화를 구현하는 프리미엄 의류, 신발, 그리고 스케이트 보드 제품의 독립적인 제조 업체로 발전했습니다. 스케이트 보더에 의해, 스케이트 보더를 위해 만들어진 HUF는, 보다 세련되고 미래 지향적인 스케이트 보드 브랜드일 뿐만 아니라, 스케이트보드 정신과 유사한 광범위한 반문화에 영감을 받은 개개인들을 대변합니다.
1. HUF Tiger Stripe Camo Snap Case for iPhone 5 2. HUF Hawaiian Snap Case for iPhon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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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HUF Collectio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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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Samsung Galaxy S IV Collection 새로운 갤럭시 S4의 사용자들은 다양한 색상과 마감의 인케이스 제품 중에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완하는 제품을 선택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인케이스는 삼성 모바일 악세서리 파트너십 프로그램의 SMAPP 지정 파트너로서 고퀄리티의 선두적인 보호 솔루션을 만드는 전문성을 인정 받았습니다. 갤럭시 S4용 인케이스 제품들은 Designed for Samsung Mobile (삼성 모바일을 위한 디자인) 이라는 문구를 패키지에 표시해 인케이스의 제품이 삼성의 성능 기준을 충족했음을 나타냅니다.
1. Galaxy S IV Snap Case for iPhone 5 2. Galaxy S IV Slider Case for iPhon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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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Samsung Galaxy S IV Collectio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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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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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4 인케이스의 New iPad 용 제품은 혁신적인 기기에 걸맞은 다양한 기능과 보호기능을 제공합니다. 새롭게 선보인 북자켓 레볼루션과 마키슬리브는 보호와 기능을 동시에 갖추였으며, 다양한 소개와 다양한 기능들로 사용자의 요구조건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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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1. Canvas Maki Jacket for iPad 4, iPad 3 & iPad 2 2. Book Jacket Select for iPad 4, iPad 3 & iPad 2 3. Magazine Jacket for iPad 4, iPad 3 & iPad 2
iPad mini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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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mini 페블 텍스쳐의 고급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Book
Jacket, 지퍼로 여닫으며 메모장을 수납할 수 있는 Portfolio, 커버를 뒤로 접어 편안한 독서를 할 수 있는 Notebook 까지 iPad mini 를 위한 새로운 케이스를 만나보세요.
1. Book Jacket for iPad mini 2. Portfolio for iPad mini 3. Notebook for iPad 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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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ger
1
Charger 인케이스의 충전기는 iPod, iPhone 그리고 iPad 를 충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자동차에 사용하기 위해서 12V 전원공급 장치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전압 용량 및 DC 와 AC 에 호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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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1. Mini Car Charger for iPhone, iPod, iPad
MacBook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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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Book 인케이스의 MacBook 용 제품은 정밀한 기술을 이용한 보호와 현대적인 디자인의 미학, 개개인의 다양한 선택을 위해서 제작 되었습니다. 각각의 케이스와 슬리브는 안목
1. Hammered Hardshell Case for MB Pro 13”, 15” 2. Striped Canvas Sleeve for MB Pro 13”, 15”
높은 MacBook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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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E NEWS
TECH
LOOK#SHOP
국내 최초 태블릿PC 전문 체험 전문 매장인 룩샵Look#shop 1호점이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문을 열었다. 룩샵에서는 현재 출시된 거의 모든 태블릿PC를 비교 체험하고, 자신에게 딱 맞는 태블릿을 구매하고, 원하는 통신사 개통까지도 한자리에서 가능하다. 국내 유통되지 않는 외국 유명 브랜드 태블릿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태블릿PC 전문 매장이기도 하다. 국내에 정식 유통되지 않는 아마존닷컴 ‘킨들Kindle’을 비롯해 반즈앤노블 ‘눅NOOK’,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RTSurface RT’와 ‘서피스 프로Surface PRO’ 등의 제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향후 고객의 요청에 따라 추후 발매되는 외국 출시 태블릿PC도 전시할 계획이다. 다만 국내 미출시 제품들은 전시 전용이며 판매하지는 않는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1호점을 시범 운영 중인 룩샵은 점차 전국으로 매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룩샵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2번지 타임스퀘어 2층 / Tel.02 2638 2733 www.facebook.com/lookshop.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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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STORE NEWS
LIFESTYLE
INCASE FLAGSHIP STORE
인케이스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가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문을 열었다. 인케이스의 슬로건인 ‘훌륭한 디자인을 통한 탁월한 경험’에 걸맞도록 향후 신제품 출시 및 고객 프로모션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해 인케이스의 모든 것을 체험하는 허브가 될 것이다. 첫 플래그십 스토어의 디자인은 인케이스만의 Composition, Well fitted, 그리고 Anywhere 캠페인을 잘 짜인 플랫폼 안에 배치했다. 정돈되어 있지만, 리듬감 있는 구성으로 변화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문화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인케이스 브랜드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공간이다. 인케이스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55-8번지 1층 102호 / Tel.02 542 1017 www.goincase.kr/dea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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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서울 프리스비 명동본점 02-318-7120 서울 중구 명동 2가 33-6 프리스비 홍대점 02-323-1765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12 프리스비 건대점 02-2218-3195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1호
컨시어지 신천 02-422-3599 서울 송파구 잠실동 184-21 서경빌딩 1층
에이샵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02-3449-5474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지하 1F
컨시어지 신촌점 02-363-3599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18-20
에이샵 현대백화점 천호점 02-2225-7094 서울 강동구 천호동 455-85 현대백화점 천호점 11F
프리스비 강남점 02-536-1050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03-35 강남 태영 데시앙루브
에이샵 신세계 영등포점 02-2639-1464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34-5 신세계영등포 B관 6F
프리스비 강남스퀘어 02-501-6652 서울 강남구 역삼동 809 금화(월드메르디앙)B/D 1F
윌리스 신사 070-7732-7001 서울 강남구 논현동 5 페이토 빌딩
프리스비 신촌점 02-335-0471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3 랜드로바 2층 프리스비 여의도 IFC몰 02-6137-5685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번지 IFC몰 지하2층 218호 에이샵 코엑스 1호점 02-6002-1620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1 에이샵 코엑스 2호점 02-6002-1640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T21호 에이샵 타임스퀘어점 02-2638-2730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42 타임스퀘어 2F 에이샵 신세계 센트럴시티점 02-3479-6187 서울 서초구 반포동 19-3 신세계 센트럴시티 신관 5F 에이샵 현대백화점 목동점 02-2163-2635 서울 양천구 목1동 916번지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1F 에이샵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02-2211-1064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지하 1F 에이샵 갤러리아 압구정점 02-548-6177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94 갤러리아 명품관 West 5F 에이샵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02-3467-8373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7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미아점 02-2117-1863 서울 성북구 길음동 20-1 현대백화점 미아점 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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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샵 현대백화점 신촌점 02-3145-2943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33 현대백화점 신촌점 9F
SPECTRUM
컨시어지 명동 02-6361-8399 서울 중구 명동1가 59-5 SK건설 명동빌딩 1층 컨시어지 종각 02-737-3599 서울 종로구 관철동 13-13 종로코아빌딩 내 1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본점 02-772-3806 서울 중구 소공동 1 롯데백화점 8층
윌리스 종로 070-7732-7361 서울 종로구 종로2가 9 YMCA빌딩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잠실점 02-2143-1756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관 지하 1층
윌리스 잠실 02-2143-1500 서울 송파구 잠실동 40-1 롯데마트 잠실점 디지털파크 내 1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분당점 031-738-2850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14번지 롯데백화점 2층
윌리스 김포 02-2664-6021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번지 김포 국제공항 앞 롯데 몰 지하 1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강남점 02-531-2808 서울 강남구 대치동 937 롯데백화점 8층
컨시어지 압구정점 02-543-3599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8-11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02-2164-6014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618-496 롯데백화점 9층
컨시어지 노원 02-938-2773 서울 노원구 상계2동 606-14 컨시어지 건대 02-497-3599 서울 광진구 화양동 6-1 외 필지 동서빌딩 1층 컨시어지 대치점 02-564-3599 서울 강남구 대치동 1021-9 컨시어지 역삼 02-3453-3599 서울 강남구 역삼동 649-14 컨시어지 이태원 02-796-3599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18-27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노원점 02-950-2769 서울 노원구 상계동 713롯데백화점 7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관악점 02-3289-8690 서울 관악구 봉천동 729-22번지 롯데백화점 6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미아점 02-944-2304 서울 강북구 미아동 70-6 롯데백화점 8층 컨시어지 대학로 02-747-3599 서울 종로구 명륜4가 58번지
컨시어지 일산 031-909-3033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784 롯데백화점 8층 컨시어지 코엑스점 02-3452-3599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8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아케이드 F-11B 컨시어지 목동점 02-2642-3599 서울 양천구 목동 917-1 CBS건물 1층 에이팜 신세계 본점 02-310-1472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52-5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신관 9층 에이팜 신세계 의정부점
031-8082-0637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168-54 신세계 백화점 6층 KMUG 가산점 02-2026-3080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28 우림라이온스밸리 A동 118호 핫트랙스 광화문점 02-732-9961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인케이스(Incase) 전국 스토어
Koon With a View 가로수점 02-556-9828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핫트랙스 강남점 02-534-9961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03-22 교보타워 지하 2층
640 모마빌딩
10corso Como 청담 02-3018-1010 서울 강남구
Beaker 청담점 02-543-1270 서울 강남구 청담동 78-6
청담동 79 로닌 홍대점 070-8282-5311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7 아트빌딩 5층 로닌 논현점 070-8282-3502 서울 강남구 논현동 216-14 한일빌딩 2층 아이샵 구의 02-3424-6228 서울 광진구 구의동 546-4 테크노마트 판매동 6층 에이랜드 명동 1호점
Beaker 한남점 070-4118-5216 서울 용산구 한남동 738-36 Folder 신촌점 02-332-6737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22 Folder 명동점 02-318-0962 서울 중구 명동2가 Mag/Mag 압구정점 02-511-9370 서울 강남구 신사동 536-9번지 마이분 02-6947-1270 서울 강남구 청담동 4-1 SSG 1F
070-7820-7530 서울 중구 명동 2가 53-6번지
Designerimage 청담점 서울 강남구 삼성로 731(청담동)
에이랜드 명동 2호점
Designerimage 한남점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13번지
070-7820-7551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9번지 에이랜드 신사점 02-542-7639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5-2 에이랜드 홍대점 070-7820-7476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7-4 에이랜드 신촌점 070-7820-7487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33번지 현대백화점 신촌점 U-PLEX B2 에이랜드 이대점 070-7820-7489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40-44 웨얼하우스 압구정점 02-544-1793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1-14 2층 인터스포츠 문정점 02-431-7082 서울 송파구 가락동 708-5 인터스포츠 양재점 02-2155-1770 서울 서초구 양재동 215번지 1층 GVG 서초점 070-4143-0855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37-22 대우디오빌프라임 B115호 플랫폼 플레이스 압구정점
02-742-4628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5-27 플랫폼 플레이스 홍대점
02-323-2319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8-36 1층 플랫폼 플레이스 명동점
02-3789-7230 서울 중구 충무로2가 66-14
경기 프리스비 분당점 031-709-1745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68-3 정인빌딩 1층 에이샵 갤러리아 수원점 031-898-8761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25-1 갤러리아수원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중동점 032-623-2719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64 현대백화점 중동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일산점 031-822-3737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2611 현대백화점 일산점 7F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중동점 032-320-7775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40번지 롯데스퀘어 1층 컨시어지 일산 웨스턴돔점 031-906-3599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867 웨스턴돔 A동 I-102 컨시어지 평촌 031-383-3799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1046-6,7번지 아트타워빌딩 1층 컨시어지 안산 031-405-3599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41-2 제1층 2120호
컨시어지 수원 영통점 031-205-3598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995-5 1층 제 118-1호 컨시어지 구리점 031-240-1002 경기 구리시 인창동 676-6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안양점 031-463-2637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 88-1 롯데백화점 6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구리점 031-550-7960 경기 구리시 인창동 677 롯데스퀘어 6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평촌점 031-8086-9540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1039 롯데백화점 평촌점 5층 에이팜 경기점 031-695-1972 경기 용신시 수지구 죽전동 1285번지 신세계백화점 4층 KMUG 안양점 031-447-4325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145 KMUG 판교점 031-696-7877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681-0 H스퀘어 N동 118호 웨얼하우스 안양점 031-466-1793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66 1층 에즈샵 수원 031-250-9909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2가 40-1 동인트루빌 110
충북 컨시어지 영플라자 청주점 043-219-9149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2가 1-2 롯데영플라자 청주점 4층
충남 프리스비 대전점 042-221-7041 대전시 중구 은행동 45-6 에이샵 갤러리아 센터시티점 041-412-9729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521-3 갤러리아 센터시티 7F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대전점 042-601-2013 대전 서구 괴정동 423-1 롯데백화점 지하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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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에이팜 충청점 041-640-5117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354-1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B관 3층
에이샵 갤러리아 진주점 055-791-1793 경남 진주시 평안동 195번지 갤러리아 진주점 6F
빼빠 천안 041-563-3740 충남 천안시 동남구 문화동 136-2
에이샵 디큐브시티 거제점 055-680-0158 경남 거제시 장평동 1211디큐브시티 거제점 1F
경북 프리스비 대구점
053-428-7050 대구 중구 동성로 2가 152-5번지 에이샵 현대백화점 대구점 053-245-3413 대구 중구 계산동2가 200 현대백화점 대구점 지하 2F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봉무점 053-945-2629 대구 동구 봉무동 1545 롯데몰 이시아폴리스점 2층 컨시어지 롯데 백화점 대구점 053-660-3731 대구 북구 칠성동 2가 롯데백화점 지하 2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상인점 053-258-3646 대구 달서구 상인동 1502 롯데백화점 6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포항점 054-230-1829 포항시 북구 학산동 127-9 롯데백화점 8층 인터스포츠 대구 053-986-9116 대구 동구 봉무동 1548-2 아시아폴리스 내
경남
컨시어지 부산서면 051-819-3599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190-1 컨시어지 부산대 051-515-8599 부산 금정구 장전동 309-17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창원점 055-279-3032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79 롯데백화점 지하 1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광복점 051-678-3933 부산 중구 중앙동 7기 20-1 롯데백화점 신관 4층 컨시어지 부산본점 051-810-4675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503-15 롯데백화점 6층 컨시어지 센텀시티 051-730-3338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96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7층 컨시어지 롯데백화점 울산점 051-960-4749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지하1층 인터스포츠 창원 055-600-5701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 121 시티세븐 1층
프리스비 서면점 051-808-0947 부산시 진구 부전동 242-19
인터스포츠 광복 051-257-3020 부산 중구 광복동 1가 10
프리스비 부산점 051-245-1035 부산시 중구 광복동 2가 8-2
gosouth 부산점 051-244-4676 부산 중구 대청동 2가 30-13
에이샵 경성대점 051-625-2940 부산 남구 대연동 73-29 1F
에이샵 현대백화점 울산점 052-228-0756 울산 남구 삼산동 1521-1 현대백화점 울산점 1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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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2013
201
ISSUE No.10 / SUMMER 2013 ISSN 2287-5980
PUBLISHER 양준무 Joon Yang joon@pr1zm.com
EDITOR 홍석우 Sukwoo Hong yourboyhood@gmail.com 김지혜 Ji hye Kim
thekey13@gmail.com 성창원 Changwon Sung
oodllboo@empas.com DESIGNER 유영아 YoungA Yoo yoooada@gmail.com
CONTENTS MANAGER 임지윤 Karen Lim
limji@pr1zm.com Asst.권도경 DoKyung Kwon dk.kwon@pr1zm.com
CONTENTS SUPERVISOR 리치 림 Rich Lim rich@pr1zm.com
이윤희 Yun Hee Lee
ooo@pr1zm.com PHOTOGRAPHER 정재환 Jae Chung Studio BONE jdzcity@gmail.com VIDEOGRAPHER 김래현 Rae hyun Kim Studio BONE rapbong.k@gmail.com
CONTRIBUTING EDITORS 이석우, 송봉규 SWBK 띵크, 토크, 라이트. Think, Talk, Write. 이로 Iro 채용준 Yongjune Chae 신성현 Sung hyun Shin
CONTRIBUTOR
고윤성 Yun sung Go Studio BONE
김주혜 Helena-Marie Kim
htmnike@gmail.com
j.helena.kim@gmail.com
프리즘디스트리뷰션(주) www.pr1zm.com / 스펙트럼 www.spectrumprojects.com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24 ICT타워 10 층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36 길 55 ICT타워 10 층) 02-3442-1014 ©2013 Spectru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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