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No.06 / SUMMER 2012
Heathered Backpack Sonic Over Ear Headphones Chrome Snap Case for iPhone 4S
Editor’s Letter
‘헌책방에 들렀다. 사람들로 북적였다. 음반도 팔고 만화책도 파는 곳이었다. 책과 음악이 패션 과 다른 점은, 오래되었다고 해서 바로 구식 취급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책 같고 음악 같은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아마도 잡지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생각 한 명제일 것이다. 그저 소비되지 않는 문장은 시간이 지나도 꿈틀거린다. 그런 문장이 모인 글 을, 그런 글이 모인 책과 음악 같은 잡지를 만들고 싶다.’ _ 2012년 5월 18일 저녁 6시 20분경, 페이스북http://facebook.com/yourboyhood 에 남긴 메모. 이번 스펙트럼의 주제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영원한’이란 뜻을 가진 형용사 ‘타임리스 Timeless’입니다. 결코 영원하지 않은데다가 불완전한 모든 것의 집대성인 인간이, 시간이 지나
도 변치 않을 무언가에 대해 - 그것도 트렌드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밖에 없는 ‘잡지’의 형식 을 띤 공간에서 - 논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 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 던가요, 사람이란 항상 자신이 가보지 않은 곳을 꿈꾼다고. 그래서 이번 스펙트럼 ‘편집자의 글’은 (비교적) 짧습니다. 위와 같은 글과 마음을 이번 호 안에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호불호好不好가 갈릴 것입니다. 정답에 가까운 것을 제시할만한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한번, 함께 곱씹어주시길 바랍니다.
Editor 홍 석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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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Contents ISSUE No.6 / SUMMER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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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Article TIMELESS Fashion - 홍석우 Design - 김신 Art - Think,Talk,Write. Book - 이로 Street - 정바울 Music - 김봉현 Tech - 최태형 Travel - 나지언
Gallery BAIK ZONG YEOL VS HONG JANG HYUN
06 Archive Incase ProjectS
16 People Design_Joon oh art_craig costello
70 Pictorial _Anywhere Campaign
146 Product
168 Store NEWS
170 Store
116 Recommendation RECOMMENDATIONS FOR SUMMER 2012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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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History of Incase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인케이스 Incase는 단순한 캘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인케이스는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한 도전 정신과 서브 컬쳐를 절묘하게 접목해, 애플의 사용자뿐만이 아닌 Fashion과 Art, Design, Music, Street, Tech 분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소비자층에게 사랑받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케이스의 제품들은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훌륭한 소재들과 우수한 색감, 그리고 휴대와 수납이 용이한 실용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며, ‘A Better Experience through Good Design 훌륭한 디자인을 통한 탁월한 경험’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충족하는 모든 제품군은 애플의 기기들은 물론, 다양한 연령층과 직종,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포토그래퍼와 스케이트 보더, 그래피티 아티스트,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등 각자의 직종과 근무 환경에도 최적화되는 인케이스의 다양한 시각과 시도들은 그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강한 만족감과 제품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내며, 국내외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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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하이테크 액세서리 시장은 블랙과 그레이 등 다소 어둡고 차분한 컬러의 무채색 일변도로 컬러풀한 색상과 새로운 소재의 시도가 다소 부족한 상황이었고, 소비자들 또한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시장에서 인케이스는 새로운 소재와 컬러, 제품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인케이스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은 완벽히 유지하며,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컬러, 그리고 수준 높은 프로텍트 기능의 제품들과 국내 외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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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카테고리의 아티스트, 브 랜드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Curated by Arkitip’ 을 통해 Parra, André, Krink, Evan Hecox 등 유명한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며 A.P.C., Eley Kishimoto 등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디자인과 기능 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까지 가지도록 제작되고 있습니다.
goincase.kr/proj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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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 Marcopoulos 아리 마르코플로스Ari Marcopoulos 는 사진작가이자 필름 아티스트입니다. 그는 뉴욕시에서 앤 디 워홀Andy Warhol 의 어시스턴트를 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으며 현재 창조적인 삶을 사는 많 은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술가들, 스노 보더, 스케이트 보더와 음악가 들은 그의 25년 예술 인생에서 뮤즈이자 상업적 작품의 주제이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경이로 운 풍경화와 익살스러운 인물 사진기법은 평범한 일상을 극적으로 재해석하고 경탄할만한 모 든 사물을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Ari 는 현재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fed.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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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 Design 프래그먼트 디자인Fragment Design 은 일본의 인기 뮤지션이자 프로듀서, 디자이너로서 트렌드 를 이끌어 가고 있는 히로시 후지와라Hiroshi Fujiwara 의 작품입니다. 1964년에 태어난 그는 하 라주쿠Harajuku 문화를 탄생시킨 주역이자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트리트웨어 디자이 너입니다. fragment.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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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 Hotel 1999년, 시애틀Seattle 에서 개업한 에이스 호텔Ace Hotel 은 꾸밈이 없는 아늑함과 독특하고 다 양한 분위기 등을 조합하여 고객에게 새로운 여행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 지역에서 만나 보실 수 있는 Ace Hotel 은 각 도시의 특색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해당 지역 출신의 예술가와 함께 제휴하여 지역 사회를 위해 이바지하며 중고 제품들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에서 영감을 얻은 Ace Hotel 컬렉션은 클래식한 미국제 왁스 면 캔버스의 성능, 외관 및 느낌을 동경하는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되었 습니다. 내구성이 강한 실용적인 구조는 여행의 혹독함을 견디도록 디자인되었고 기기 수납 전 용칸과 부드러운 태피터 마감처리로 휴대용 기기를 안전하게 수납할 수 있습니다. aceh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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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F
데이브스 퀄리티 미트Dave’s Quality Meat 은 스
탄생시킨 허프HUF 는 2002년 8
케이트보드, BMX 및 사이클링의 뿌리를 지
프로 스케이트 보더인 키스 Hufnagel 이
DQM 허프나겔Keith
월, 텐더로인 디스트릭트Tenderloin
District
키면서 대표적인 스니커즈/의류 매장으로 발
인근의 색다른 지역인 서터 스트리트Sutter
전하겠다는 목표 아래 2003년 11월 1일, 뉴
Street 에 첫 매장을 열었습니다. 풋웨어, 스트
욕 시NYC 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성장을
리트웨어와 스케이트보드 브랜드의 장점을
거듭한 결과 디큐엠DQM 이라는 종합 라이프
두루 갖춘 HUF는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스타일 브랜드가 탄생했습니다.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 았으며, 서부해안 지역에 3개의 매장을 열고 의류 브랜드까지 탄생시켰습니다. huf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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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qmnewyork.com
BEAMS 빔스BEAMS 는 전 세계에서 들여온 진보적인 디자인과 액세서리로 청년 문화를 바꾸고 자 1976년 동경 하라주쿠에서 설립되었습 니다. 일상생활에 적합한 절제된, 그러나 세 련된 스타일로 BEAMS는 현재 패션, 음악, 예술, 음식 등 다수의 브랜드를 100개 이상 의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BEAMS
Packs 는 BEAMS by Incase를 위해 특 별 제작된 한정판입니다. 당사의 특화된 Campus Pack 디자인에 기초한 이 제품 은 자연스러운 면 캔버스 또는 고급스러운 느 낌과 외관을 연출하는 야들야들한 가죽으로 하부를 처리한 블루 데님으로 물질적 만족감 을 초월할 수 있습니다. beams.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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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 디자이너 장 뚜이뚜Jean Touitou 가 창립한 파 리 패션 브랜드인 A.P.C.는 특화된 데님 컬 렉션 등, 섬세하게 만든 옷장 속 기본 아이 템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인케이스는
A.P.C. 와 협력하여 탁월한 기기 위주의 디 자인과 일본 셀비지 데님의 뉘앙스 룩과 느낌 을 접목한 캡슐 컬렉션을 출시하였습니다. 이 액세서리는 세련된 패션과 최신 기술을 즐기 는 Apple 애용자를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깔끔하며 간결한 A.P.C. Book Jacket 및
A.P.C. Sleeve의 디자인은 단순함의 에센 스를 자아내며 데님과 가죽 트림은 독특한 외 양과 느낌을 선사합니다. apc.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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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A Records 2001년 제임스 머피James 시Tim
Goldsworthy 와
이 함께 뉴욕New
Murphy,
팀 골드워
조너선 걸킨Jonathan
York 에서
Galkin
창립한 이래 DFA
Records 사는 The Rapture, Hercules & Love Affair, Holy Ghost!, YACHT, Hot Chip, The Juan Maclean, Murphy’s own breakout group 및 LCD Soundsystem 와 같은 아티스트의 창의적 실험을 돕는 연구소 역할 을 해오고 있습니다. DFA 의 창립 10주년을 맞아 Incase는 DFA 와 협력하여 지난 10년간 음악 업계에 공헌한 공로를 기념하기 위한 iPhone 용
DFA Snap Case 를 출시하였습니다. dfarecor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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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anothermag.com
어나더 매거진AnOther Magazine 은 데이즈드앤컨퓨즈드Dazed & Confused 와 어나 더 맨AnOther Man을 발행하는 제작사가 연 2회 발간하는 패션 문화 잡지입니다.
colette
colette.fr
꼴레뜨colette 는 1997년, 파리 샹또노레Saint-Honoré 가 213번지에 문을 열었습 니다. 놀랄 만큼 창의적인 윈도우 디스플레이와 내부 상품 구색 및 유명한 예술 가와 디자이너들의 작품 전시 등을 통해 패션의 메카로 국제적인 인정을 얻은 colette는 현대적인 이미지와 혁신적인 기술이 독특하게 어우러진 곳입니다.
Gareth pugh
garethpugh.net
가레스 퓨Gareth Pugh 는 자신의 강렬한 디자인 감각을 반영한 새롭고 독특한 그 래픽을 사용합니다. 안감과 의상 컬렉션의 티에 Pugh의 특징인 별 모양 프린 트를 살린 이 새로운 해석은 그래픽 안에 별 패턴을 교묘하게 끼워 넣었습니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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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town Soccer Club 2002년에 설립된 차이나타운 사커 클럽Chinatown Soccer Club 은 예술가, 사진작가, 디자이너, 저술가, 스케이트 보더 등 마음이 맞는 창조적인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회 원들은 멋진 경기를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 일터로 향하기 전 친선 조기 축구를 하기 위해 날 씨와 계절에 상관없이 일 년 내내 뉴욕시 차이나타운에서 만납니다. 인케이스는 Chinatown
Soccer Club의 오랜 친구들과 함께 이들의 매우 특수한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백을 제작했 습니다. 아침마다 축구를 한 뒤 자전거를 타고 맨해튼 다운타운의 일터로 향하는 축구광이자 창조적 전문인인 이들은 축구공, 축구화에서 MacBook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상적인 필수 품을 담을 수 있는 간편한 다목적 백이 필요했습니다. 내구성 있고 가벼운 범포를 사용한 구조 와 세련된 산업 디자인 미학, 기기 중심의 기능성과 인체 공학적 특성을 선보이는 이번 한정판
Soccer Bag이 바로 그 결과물입니다. chinatownsoccer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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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Design
Joon Oh! 오준식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special thanks to Rich Lim © all images courtesy of Hyundai Card design lab
많은 사람이 신용카드를 쓴다. 가로 85mm에 세로 54mm의 직사각형 카드는 수없이 사람들의 지갑 속을 들락거렸지만, 누구도 그 디자인에 주목한 적은 없었 다. 적어도 현대카드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프리미엄 카드인 더 블랙the Black 부터 플래티넘현대카드 H3~M2 Lady 플래티넘 등 시리즈, 그리고 알파벳카드현대카드 C~V 등와 잇 카드it card 까지, 현대카드는 단지 지갑 속에 든 무수한 카드가 아니었다. 그 바탕에는 ‘신용카드를 화폐로 인식하고 그 가치를 느끼게 하는’ 작업이 있었다. 다른 회사들이 신경도 쓰지 않던 부분에서 접근한 현대카드 디자인 랩Hyundai Card design lab이 그 출발이었다. 현대카드의 이름으로 벌인 수많은 공연과 전시 그리고 사회공헌 활동이 함께 이어졌다. 이미 사람들은 현대카드를 단순한 금융회사로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카드는 하 나의 문화적인 표어이자, 디자인을 탐구하고 그 결과물을 담은 그릇이 됐다. 현 대카드·현대캐피탈의 디자인 핵심에는 오준식 이사디자인실장가 있다. 이노디자 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 2009년부터 현대카드의 모든 디자인을 지휘 한 남자다. 그의 작업실인 디자인 랩은 현대캐피탈빌딩 1층에서도 가장 목 좋은 자리에 있다. 들어서는 입구에는 ‘디 오리진 오브 띵스The Origin of Things’라는 단 어가 선명했다. 꾸밈보다 본질을 추구한 오준식의 디자인에 적합한 단어였다. 18
SPECTRUM
Director of Hyundai Card design lab. The Origin of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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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Hong Sukwoo: 현대카드·현대캐피탈본 사에 처음 와 봤다. 디자인 랩Hyundai Card design lab 이 1층에 있는 게 인상적이다.
해소가 됐나?
Oh: 재밌게 노는 법? 친구들과 더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됐다. 옛날 우리나라 미대 교육이
Joon Oh이하 Oh: 중요함의 표시다. 사람들 이 현대카드에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점을
답답했기 때문에 지금 행동으로 꼭 하는 일
인식하고 방문해서 보면 ‘얼마나 중요하길래
비한 포트폴리오를 보지 않는다. 지원자들은
가장 중요한 위치에 디자인실까지 만들었느
꼭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려고 하고 나는 보지
냐’고 해석한다.
않겠다고 한다. 그러면 (디자인 랩의) 부실장
이 있다. 신입 사원을 뽑을 때, 학교에서 준
이 옆에서 말린다. ‘오 실장님은 정말로 포트 어떤 유년기를 보냈는지 궁금하다.
폴리오 안 본다, 보여주게 되면 지엽적인 얘
Oh: 어렸을 때를 ‘먼지’라고 표현한다. 존재 감 없음의 극단적인 표현이다. 결석해도 애들
기로 흐르고 당신이 손해 볼 수도 있다’고 한
이 안 나온 줄 몰랐다. 결석한 동안에는 강아
상 교수의 포트폴리오인 경우가 아주 많다.
지들이랑 놀거나, 뭐 대단한 일도 안 했다.
학교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려면 교수 취향
다. 우리나라 미술대학의 포트폴리오는 사실
에 맞춰야 한다. 그런 학생들의 스트레스에다 어렸을 때에도 지금 작업의 기초가 될만한 것
교수 취향에 맞춘 포트폴리오로 내 앞에 있
들을 좋아했나?
는 누군가를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불공평한
Oh: 내 또래까지도 책은 ‘세트전집, 全集’로 사 는 게 유행이었다. 스무 권짜리 백과사전, 서
unfair 것 아니겠나. 그러니 그걸 접고, ‘당신이
른 권짜리 세계문학 전집 같은 식이었다. 전
묻는 게 내 의도다. 우리나라 학교가 잘 가르
집에는 늘 상당히 많은 분량의 미술책이 있
치는 부분이 있지만, 아직 기준을 넓게 열지
었다. 어렸을 때 약간 외진 곳에 산데다가 집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는 점은 아쉽다.
어떤 생각하는 사람인지 보고 싶습니다’라고
에는 강아지, 새, 물고기만 많아서 혼자 노는 게 익숙했다. 집에선 책만 펴놓고 놀았다. 특
방금 얘기한 부분에 대해서 유학 당시 다르다
히 미술책을 자주 봤다. 어느 순간부턴 당연
고 느낀 부분은 무엇이었나.
하게 박물관 같은 그림을 따라 그렸다. 말馬 그 리는 것도 좋아했고. 이런 기억이 항상 머릿
Oh: 학교에 경제 원칙이 있었다. 내가 졸업 한 아르데코Arts Déco; EnsAD의 별칭는 국가에
속에 있다.
서 지원하는 학교다. 학생이 프로젝트 진행 할 때 작품비를 지원해준다. 프랑스 정부에
미대생으로 한국에서 교육받고 프랑스에서
서 검증된 학생들을 지원하는 대신 돈에 대한
국립 고등장식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
운영권은 학과장에게 있다. 학생들은 프로젝
eure des Arts Décoratifs, EnsAD), 가구디자인과 졸업했
트 진행하고 싶다고 승인받으러 예산 신청서
다. 우리나라 교육이 발전했다고는 하나, 예
를 낸다. 여기서 어떤 상황이 생기냐면, 학과
체능계조차 여전히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것이
장이 능력이 좀 되는 학생들을 파악하는 순
현실이다. 그런 답답함은 유학시절 어느 정도
간 ‘이거저거 더해서 더 멋지게edge 가봐’ 하고
유학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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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예산을 올려준다. 아이디어가 별로인 학생에
대학에서 톡톡 튀는 걸 준비해서 나오는데,
겐 ‘이건 좀 아껴서 해봐’라고 한다. 자신의 능
사회가 요구needs하는 건 그게 아니다. ‘나는
력을 검증할수록 더 많은 예산을 받고, 더 큰
잘하는 디자이너’라고 말하고, 저쪽은 이해
규모scale 로 표현할 수 있다. 학교 안에서 이
가 안 되니까 냉담하고, 또 여기는 ‘우리 사
미 철저하게 실제 사회의 간접경험이 이뤄진
회는 이걸 받아주지 못한다’하고, 다른 쪽에
다. ‘나의 아이디어가 더 큰 예산을 만들고 좋
선 ‘우리가 필요한 디자이너는 우리나라에 없
은 능력이 더 큰 경제력을 만들 수 있구나’ 하
다’고 한다. 이렇게 이해와 해석이 충돌하는
는 경험은 굉장히 중요하다.
상황이 지속하면 굉장히 심각한 것이다. 첫
우리나라 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일 수도 있다.
media 에
Oh: 우리나라 교육에서 가끔 학생들에게 자 금을 지원할 때, 안 하던 걸 하다 보니 버리지
인을 전혀 다루지 않다가 처음 디자인을 다루
못하는 습관 중 하나가 이상한 평등심리와 평
대 초반이다. 요즘 디자인 전문 기자가 있긴
준화다. 그게 중요하고 좋은 건 맞다. 하지만
하지만, 우리나라 신문사는 기본적으로 ‘보
모든 것에 다 그래야 하는지는 생각해봐야 한
직補職; 어떤 직무를 맡다가 새로운 보직이자 장소로 전임하는 것’ 시
다. 평가를 통해서 더 주고 덜 주는 학생도 있
스템이다. 이분들이 처음 보기에 ‘톡톡 튀는’
어야 한다. 덜 받아서 기죽는 게 아니라 두고
디자인이 싣기 좋으니까 그렇게 표현한 거다.
보라고 이 악물게 해야 한다. 요즘 아이돌 그
요즘은 좀 더 세련되게 변했지만 그 범주를 벗
룹에 대한 방송을 보면, 그들이 치열한 경쟁
어나진 못했다. 언론은 밀라노의 큰 디자인
을 통해 올라가는 걸 흥미진진하게 보면서도
페어에 가서 2~3일을 둘러보고서 뭔가 특이
우리가 접한 사회에서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
하고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여전히 젊은이
부분이 있다.
들은 ‘이런 게 굿 디자인 아닌가?’하고 영향받
번째, 여기서 상당히 많은 잘못은 언론대중매체,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언론이 디자
기 시작한 때가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
는다. 그런데 현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진 어느 인터뷰에서 ‘디자인은 반짝이거나 톡톡
정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
튀는 아이디어가 결코 아니다’ 라고 했다. 백
꾸는 데 영향을 주고, 내년의 건축과 가구계
퍼센트 동의한다. 디자인이란 결국 인공적인
의 욕구를 바꾸는 디자이너들은 따로 있다.
행위로서 인간과 삶, 주변 환경을 더 쾌적하
카림 라시드Karim Rashid 가 우리나라에서 가
게 만드는 존재로 본다. 그렇다면 결국 디자
장 인지도 높은 디자이너에 들어가는 것도 그
이너란 어떤 ‘경험’을 통해 사람들에게 ‘무엇’
런 이유가 크다고 본다. 그는 사람의 삶을 그
을 선사하는 사람인가?
렇게 고민해주는 디자이너는 아니다. 점잖게
Oh: 디자인이 반짝이거나 톡톡 튀는 아이 디어가 아니라는 인식은, 특히 스펙트럼
표현하면 ‘깜짝 디자인’이고, 더 나쁘게 말하
Spectrum 처럼
젊은 세대가 읽는 잡지에서 꼭
위를 보면서 즐거워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강조해주셔야 한다. 이게 더 지속하면 우리
보면, 톡톡 튀는 걸 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중
나라 디자인계界는 자멸할 것이다. 학생들은
받는 모습도 어느 정도 병행되어야지 ‘아 저런
면 ‘예술art’도 아닌 영역에서 누구 한 명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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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도 인정받는구나’ 하는 사례가 생기고 젊
다는 걸 아는 사람은 백 명에 한 명도 안 될 거
은이들을 그 길로 이끌 수 있다. 두 번째, 여
다. (웃음) 그 사인은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기 계신 분들도 아실 김영세 사장님(이노 디자인
걷는 것을 도와주고, 자연에 방해하지 않으
(INNODESIGN) 대표, 산업 디자이너
)이 <12억짜리 냅킨
려고 노력한다. 사람들도 그 가치와 철학을
한 장>이라는 책을 쓰셨다. 냅킨 한 장에 남긴
받아들여 준다간세 사인은 환경보호를 위해 땅에 묻으면 썩어
아이디어로 12억 원을 벌 정도였다는 내용이
없어지는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들었으며, 조랑말 모양의 ‘간세 인형’
었고, 사실 그 이상의 아이디어였다. 틀린 말
은 섬유업체에서 기증받은 자투리 옷감으로 제주 여성들이 제작한다.
은 아니지만, 그것(아이디어)만으로 디자인
간세 인형은 올레길 구멍가게와 안내소에서 판매하며, 수익금은 지역사
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왜 그 책을
회를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예로 들었느냐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디자인
스위스, 캐나다, 일본 규슈九州에 꽂혀 있다.
관련 책과 칼럼 중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
외국에도 이미 비슷한 사인이 있었겠지만,
러다. 기존 언론과 디자인계에서 가장 많이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처럼 낮은 시점으
팔린 책에서조차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라’는
로 (자연과 길을) 보게 한 것이다.
. 그 사인이 지금은
부분을 너무나 강조한다. 조금 바뀌어야 한 다.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선사하는 것이고,
당신은 ‘비즈니스 디자인business design’이라
예술 활동이라기보단 경제 활동이 맞다.
는 말로도 알려졌다. 회사를 위한 디자인은 개인의 예술 작업과는 다른 ‘논리적으로 설득
아직도 사람들은 ‘디자인’을 ‘패션fashion’이
하고 풀어낼 수 있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개
라는 말의 어감과 비슷하게 느낀다. 누구나
인 작업하는 디자이너와 회사에 소속된 디자
‘옷’을 입고 생활하지만, ‘패션’은 왠지 다가
이너로서의 작업은 꽤 다른 부분이 많을 것
서기 어렵게 느껴진다. 당신은 생활 전반에
같은데, 당신의 개성과 회사의 정체성을 융
대한 디자인 경험이 있다. 그중 사람들에게
합하는 데에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가?
낯설지 않으면서도 편안하게 다가선 디자인
Oh: 모든 디자인의 출발점이 ‘로직logic, 논리’ 이다. 스타일style 에 기초를 두고 있진 않다.
작업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이 있나?
Oh: 이미 진행된 것들이 있지만 누가 한 줄 도 모르는 것이 오히려 더 완벽하게 된 경우
기업에서 일할 때에는 철저하게 기업의 경
들이다. 현대카드가 재활을 위해서 도와드리
다. 정체성의 혼란도 없다. 그걸 하면서 ‘나
는 지원 활동드림실현 프로젝트 등이 있고, 제주올레
의 개성은 어디로 가는 걸까?’라는 질문 자체
에 사인을 만들어준 것현대카드의
가 나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내 후배들에
2010년 디자인 재능 기부사업으로 ‘간세 사인 이정표’를 세운 것. ‘간세’
게도 ‘그걸로 고민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직
는 제주어로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간세다리’에서 유래한 말로, 여유 있
업이잖아요, 아주 명쾌한 건데 왜 혼란에 빠
도 사실
지나요?’라고 말할 거다. 디자인계통이 아닌
은 누가 했다 같은 얘기보다도 거기 방문한 사
다른 분야 사람들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회
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의의가
사 업무와 나의 개성 간에 고민한다면 그 회
있다. 그걸 현대카드가 했고, 그 뒤에 제가 있
사는 어떻게 될까? 그렇게 생각하면 답은 명
제주도의 도보여행 코스
게 여행과 자연을 즐기자는 철학을 담고 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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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제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上) it Card 팝업스토어, 신사동 가로수길 it Card Pop-up Store, Garosu-gil, 2012. 3. 12~2012. 4. 15 (下) 현대카드 Music 팝업스토어, 홍대 와우산로 삼거리 Hyundai Card Music Pop-up Store, HongDae, 2012. 6. 8~2012. 8. 31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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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확하다. 왜 유독 디자인계만 그런 고민을 할
당신만의 ‘로직’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 아닐까?
까. 왜 선배들은 후배들을 술자리에 앉혀놓 고 아직 경험도 하지 않은 사회를 - 그런 것
Oh: 로직은 아름다움이 된다. 많은 사람이 디터 람스Dieter Rams 를 찬양하지만, 그가 어
이 스트레스라는 것을 미리 인식하게 하면
떻게 위대한 업적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유
서 - 반복하게 할까. 훌륭한 기업에는 명확
까지 봐야 한다. 그의 디자인 근원은 자신의
한 역할이 있다. 다른 이들이 부러워할 만큼
십계명Dieter Rams’ ten principles to good design이
창조적인 측면creative side 으로 회사에 기여하
었다. 모든 게 굉장히 짜임새 있게 정리되어
고, 경제활동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있다. 자기 스타일이 있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도 큰 즐거움이다. 개성까지 고민하는 것은
스스로 질문해봐야 한다. ‘자신이 지향하는
지나친 사치다.
디자인이 무엇인지’, ‘그걸 정리할 수 있는 능 력이 있는지’. 감히 말할 수 있다. 보통은 정리
그래도 많은 사람이 그런 고민에 빠진 것을
자체를 잘 못한다. 지금까지 만난 수많은 사
봐왔다.
람에게 - 특히 면접할 때 - 던지는 첫 번째 질
Oh: 왜 개성과 자기의 직업을 하나에서 해 결하려고 하는 파라다이스까지 꿈꿀까. 구
문은 항상 ‘당신은 누구세요. 어떤 분이십니
별하면 된다. 나는 집에서 그림도 그리고,
하게 표현하는 사람은 백 명에 두 명 정도 있
따로 만드는 여러 아이디어도 있다. 누구도
다. 그 두 명을 안 뽑은 적이 없고, 나이를 불
하지 말라는 사람은 없다. 피에르 폴랑Pierre
문하고 친구 아닌 사람이 없다. 그 정도로 그
Paulin; 1960~70년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 - 편집자
부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
이라는 훌륭한 디자이너가 은퇴한 다음, 바
로 시작한 일이 아티스트로서 제2의 인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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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였다. 정답이 아니라 적어도 자신을 명쾌
현대카드는 중점을 두는 ‘디자인’을 통해 ‘금
사는 것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이해가
융권’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다양한 작업슈퍼콘
간다. 누구도 평생 이걸 하라고 한 적 없고, 이
서트, 모마 팝업 매장(MoMA pop-up store), 더 모던 타임즈(The
것과 저걸 섞으라고 한 적도 없다. 그건 개인
Modern Times) 등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이것은
에게 달린 부분이다. 그걸 섞음으로써 자신을
경영자(혹은 사주)의 결단 없이는 일어날 수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불필요한 인상을 줄 이
없는 작업으로 보인다. 경영자(혹은 사주)와
유도 없고, 발휘할 수 있는 시간과 능력을 혼
디자인 디렉터design director의 관계는 어떻게
탁하게 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모든 선배가
이뤄지고 또 조율해 가는가?
‘나이 먹어봐라, 회사에서 이거 하라 그러지?’ 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말이다. 오히려 ‘나이
Oh: 얼마 전 스펙트럼을 통해서 소개된 어떤 중요한 인터뷰에서, 경영자와 디자이너의 관
든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못 알아들어’의 출발
계를 얘기하는 데 ‘좋은 주인을 만나야 한다
이 어딘지 확인해봤느냐고 묻고 싶다. 그 편견
는 걸로 시작해서 좋은 주인을 만나야지 좋
의 사회를 왜 반복시키나. 그렇지 않은 사회도
은 디자인이 나온다’는 걸로 끝난 걸 봤다. 좀
많다. 그다음, 과연 우리 자신이 충분히 논리
안타까웠다. 내 윗세대가 우리에게 물려준 게
적인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참 각박한 시대에서 아무도 시킨 적은 없지
SPECTRUM
만, 나는 대단히 많은 책임감을 갖고 산다. 적
을) 되도록 상황을 만들어주고, 돼야 하는 이
어도 다음 세대 디자이너들은 더 개선된 환경
유도 같이 찾고, 사람들한테 반응이 나오게
에서 일했으면 좋겠다. 최소한 ‘디자인은 이
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나는 회사에서
런 걸 하는 겁니다’라는 설명이라도 건너뛰면
아주 많은 일이 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이
좋지 않나. 그런데 좋은 주인을 만나야 한다
건 해야 한다’고 떠드는 걸 멈추고 가만히 있
는 논리는 다음 세대에게 무슨 시사점을 주는
으면, 열에 아홉은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걸까 궁금했다. ‘노력해봐야 소용없다, 결국
‘주인론論’에 대해서 강력하게 부정하고 싶다.
운이 좋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것은 후배들을 위해서도 무책임하고 위험 한, 많은 이들에게 무기력증을 줄 수 있는 발
당시 인터뷰를 회상하면, 회사에서 크리에
언이라 생각했다. 이 말들이 마치 권투 경기
이티브 디렉터의 역할과 그에 따른 경영자
하기 전에 다른 수준급 선수를 도발하는 것
의 가치 판단 능력에 관한 얘기였던 걸로 기
으로 보여도, 이런 건전한 토론이 다음 세대
억한다.
에게 메시지를 준다면 나는 할 것이다. 마지
Oh: 그걸 젊은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읽는다 고 봤을 때, 그게 슬펐다. 맞다. 모든 최종결
막으로 정리하면, ‘회사에 끊임없이 영감을
정은, 경영자 한 명만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결
하다. 나에게 끊임없이 그런 영감과 용기를
정이 이뤄지게 하는 수많은 능력 있는 사람
주는 사람들이 주변 디자이너들이다. 그래
들을 통해 이뤄진다. 그게 한 명에게만 집중
서 믿고, 대화 통하고, 활기 있고, 에너지 있
된다고 해도 발전을 꿈꾸기 어려운 회사일 수
는 디자이너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던져주는’ 것은 디자이너 전체의 역할이기도
있다. 식견과 예지력을 가진 경영자까지 만 난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인 것이지, 그게 모
계속 회사에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 디자인의
든 걸 결정짓는 요소로 표현되는 것은 지나친
역할이라면, 현대카드 디자인 랩이 어떤 구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디자인 디렉터의
체적인 역할을 하고 있나?
역할은 무엇인가. 회사에 ‘영감’을 주는 사람
Oh: 디자인 랩 안의 팀team 공식 명칭부터 직 관적이 되게 하려고 노력했다. 브랜드 디자인
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책임이자 의무이다. 영감의 ‘수준’은 누가 결정해줄 것인가? 결정
Brand Design
은 경영자가 한다. 그렇다면 ‘수준level 의 기
Design 팀,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 팀이다. 이
팀, 어드밴드스 디자인Advanced
준’은 누가 만들까. 어떤 일이 어느 정도 수준
것은 업무 형태의 분류이고, 만들어내는 목
에서 진행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디자인 디
적은 다시 세 가지로 표현할 수 있다. 첫째, 돈
렉터의 역할이다. 내가 매일 경험하는 게 무
을 버는 디자인. 제발 디자이너들이 돈을 만
엇인 줄 아는가? 뭔가 새로운 얘길 하면 그
드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졌었으면 좋겠
건 안 된다고 말하는 일이 열에 아홉이다. 디
다. 둘째, 브랜드를 지속해서 만들고, 개척하
자인 디렉터는 안 된다는 아홉 개 중 여섯 개
고, 발전시키는 디자인. 셋째, 사회에 공헌
를 결국 되게 하고, 큰 작전을 만들어서 그걸
하는 디자인. 사회에 공헌하는 디자인이 중
전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안 된다고 하는 것
요하듯이 후배들에게 책임감 있는 역할을 하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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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the Red 리퀴드메탈 플레이트 광고사진 the Red, Liquidmetal Plate. released by Hyundai Card), 2012. Photographed by Yongho Kim
(下) 현대카드만의 Shape Identity 적용. 화폐답고 진지한 카드 플레이트를 위한 현대카드의 도전 A shape identity of credit card. A great challenge of Hyundai Card as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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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는 것과 책임감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도
는 ‘사람’을 디자인해줘야 했다. 어떤 이는 표
무척 중요하다.
현된 서식과 그래픽, 매뉴얼에 대한 것만 정 리해줬다. 그것만 하면 장사가 더 잘 됐다. 어
디자인 랩의 세 가지 역할 중 ‘사회에 공헌하
떤 이는 주방 인테리어와 설비를 개선해줬다.
는 디자인’에 대해 얘기해보자. 현대카드/캐
그게 모두 달랐다. 각각 다른 경우였는데도
피탈의 디자인 스토리 블로그http://design360.
각각 서너 배씩 매출이 올랐다. 그중에는 탈
tistory.com 에서 ‘드림실현 프로젝트현대자동차 미소
북자새터민 아주머니도 계셨는데, 태어나서 처
금융재단이 저소득층에게 연 2퍼센트의 저금리 대출을 진행하며 동시
음으로 공식적으로 돈을 빌려봤다고 했다.
에 경영 컨설팅과 인테리어, 마케팅 기법을 전수하고 기부하는 프로젝
그들에게 우리는 추가적인 도움도 줬다. 결
트. - 편집자 주
’를 봤다. 일종의 디자인 재능 기부
국, 우리가 노력했던 것은 굿 디자인이 아니
인 셈인데, 일상적인 업무 공간을 사람들이
라 ‘적합한 디자인right design’이었다. 앞서 말
좀 더 직관적이고 편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바
한 ‘디자인은 영감을 주는 조직’이라는 점에
꿨다. 단지 ‘인테리어’만 바꾼 게 아니라는 점
서 드림실현 프로젝트를 연결해보겠다. 디
이 인상적이었다.
자인의 수준은 미리 서류상으로 정할 수 없
Oh: 드림실현 프로젝트는 회사 차원에서도 좋은 프로젝트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뱅
다. ‘적합한 디자인’과 ‘사람마다 다 사례가
크Grameen Bank; 1983년에 설립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소액
것은 디자이너의 몫이다. (미소금융재단을
대출 은행. 2006년, 설립자인 무함마드 유누스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통해) 돈을 빌려주고, 추가로 도움 주는 정
처럼 금융회사에서 소액 신용
책까지 이뤄졌다. 사례마다 다른 디자인이
대출microcredit, 마이크로크레디트을 하자는 것이다.
이뤄지고, 매출이 늘고, 디자이너들은 ‘왜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평생 2천만 원만 있으
이런 귀찮은 일을 시켰지’가 아니라 ‘의미 있
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텐데’하는 사람
는 일이구나’ 하는 믿음을 갖고 뛰어나갔다.
에게 그 돈을 쥐여주더라도, 한 번도 목돈을
모두가 돌아가며 만든 아름다운 일이 됐다.
쥐어보지 못한 분들은 그 돈이 관리도 안 되
이건 시킨다고 이뤄지는 영역이 아니다. 막
고 사라져버린다. 그 중요한 돈이 씨앗이 돼
말로 하청업체 줘서 깨끗한 인테리어만 계속
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취지가 사
해도 회사가 시킨 일은 한 거다. 이 두 가지에
라지고, 빚만 더 늘어나는 무서운 상황이 된
는 아주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런 일련의 작업
다. 사실 우리 회사의 사고방식은 굉장히 훌
이 결국 영감의 수준에 영향을 준다. 재밌는
륭한 것이었다. 돈을 많이 빌려주자는 것은
것은, 회사의 한 업무로 시작한 드림실현 프
정부장려이지 않나. 그렇지만 위에 든 예로
로젝트가 지금은 회사에서 굉장히 가치 있
보면 더 위험하게 될 수 있다.
게 보는 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작년 신입
수상했다. - 편집자 주
다른 디자인’이면 좋겠다는 점을 정리하는
사원들에게 ‘현대카드에 입사하게 된 이유 그렇게 접근하면, 이미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 무엇이었나요’ 하고 물었을 때, 드림실현
디자인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프로젝트 같은 일에서 굉장히 큰 인상을 받
Oh: 우리는 성의있는 분석을 했다. 어떤 이
았다고 했다. 무척 기뻤다.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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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국립발레단을 위한 디자인 재능기부, 국립발레단원의 실제 발 사진을 이용한 이미지 브랜딩 적용의 국립발레단 차량 Design Donation for Korean National Ballet, Image Branding on the back of Bus, 2012. (下) 드림실현 프로젝트, 5호점 공덕동 세탁소 ‘Dr.버블’ The Dream Project for Unprivileged / Microcredit + Design, Store 05. Laundry, 20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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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를 위한 디자인 재능기부 Design donation for Jeju Olle, 2010.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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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잇워터it water; 현대카드가 디자인을 기부하고
안타까웠다. 근데 우리가 생수회사가 아니
국내 생수전문 중소기업 (주)로진이 생산한 미네랄 암반수 브랜드. - 편
므로 던져줘야 하는 메시지가 있다. 생수 사
’도 비슷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집자 주
서 한 모금 마시고 버리는 물병이 얼마나 많은
Oh: 현대카드에서 수많은 공연을 주최한다. 몇만 명씩 온다. 우리는 물 같은 기본적인 편
줄 아나. 그게 물이니까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의를 제공해준다. 처음엔 삼다수를 놨다. 사
북극의 물을 뉴욕에서 버리고, 남태평양 물
람들은 대접받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을 파리랑 밀라노에서 버리고, 알프스 물을
에비앙Evian 을 갖다 놓자 대접받았다고 생각
굳이 서울에서 버린다.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했다. 그래서, ‘로컬 워터local water 을 마시는
할 문제다. 그래서 잇워터의 2차 단계로 물
것도 멋진cool 거야’라고 인식을 바꿔주고 싶
에 대한 메시지 담기를 계속 노력하면서, 지
었다. 그래서 우리 생수를 만들었다. 그랬더
금 패키지보다 궁극적인 재활용이 가능한 디
니 호응이 좋아서 이마트E-Mart 에서 판매도
자인으로 손보고 있다. 만일 생수회사 임원
시작했다. 재밌는 것은, 사실 사람이 물의
이 ‘패키지 한 번 더 바꿉시다’ 하면, ‘자네 정
내용물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거다. 삼
말 제대로 맛이 갔군!’ 할 거다. (웃음) 이왕
다수와 에비앙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확인됐
이면 생수회사들이 따라 하고 싶은 표본을
다. 그렇다고 (현대카드가) 튀려고 생수 만드
제시하는 게 목적이다. ‘저렇게 했더니 사람
는 건 아니다. 하나 확인해야 할 의미가 있다.
들이 더 사고, 중소기업도 살고, 젊은이들이
이 물을 만드는 곳경상북도 영주시은 인구가 계속
좋아하네, 저런 메시지로 하는 것도 좋아하
줄고 있다. 여기 남은 유일한 공업이 이거 하
는구나, 우리도 하자’ 같은 거다. 우리가 던
나다. 이걸로 버텨서 젊은이들이 떠나지 않는
진 메시지를 통해 또 다른 사회적 책임social
생각하지 못한다. 게다가 요즘은 세계적으로
도시로 만들고 싶은 것이, 이 회사를 갖고 계
responsibility 을 보여주게 된다. 잇워터는, 이제
신 분의 꿈이다. 그러던 중 현대카드가 나타
하다 하다 물까지 한다는 얘기는 안 들었으면
난 것은 실제로 굉장히 큰 힘이었다. 다 지원
좋겠다. 사람들에게 ‘저들이 이번에는 왜 또
해 드리고, 대신 우리는 한국의 물이 멋지다
뭔가를 했을까, 저들은 늘 어떤 진정성을 찾
는 것만 말하고 싶었다. 이마트 판로도 우리
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갖춰
덕분에 개척할 수 있었다. 근데 잘 팔린다. 수
져 있으면 한 번 찾아볼 것 같다. 근데 이 인식
익도 전부 이 회사(주)로진가 가진다. 또 다른 의
이 아직은 없는 거다. 그래서 아까 튀는 디자
미의 기부인 셈이다.
인은 정답이 아니라고 했는데, 아직도 ‘그 말 을 하는 사람이 튀려고 하는’ 것으로 보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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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업에 재능 기부 이상의 목적도 있을
좀 안타까운 지점이다. 그 충돌을 좀 해결해
까…?
주었으면 좋겠다.
Oh: 로컬 워터를 마시는 건 왜 의미가 있을 까. 공장에서 물을 빼는 데 석유를 쓴다. 그걸
산업 혹은 패션 디자이너들을 만났을 때, 클
가공하는 데도 쓴다. 옮기는 데도 쓴다. 모든
라이언트와의 지향점이 다르거나 다른 이유
과정이 석유다. 사실, 이 물은 석유다. 그게
로 결과물이 산으로 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SPECTRUM
현대카드 ‘잇워터’ 뉴 에디션 ‘it water New Edition’, designed by Hyundai Card, 2012.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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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20세기 화폐로서의 신용카드 20 Century Credit Card as Money (下) YG X Hyundai Card 프로젝트, 브랜드디자인 가이드북 ‘브랜딩 빅뱅 Branding BIGBANG The brand design guidebook, ‘Branding BIGBANG’, The YG X Hyundai Card Projec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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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wnload BIGBANG DESIGN GUIDE: http://design.hyundaicardcapital.com/category/Collaboration
SPECTRUM
회사의 디자인 디렉터로서 다른 부서와의 충
重
돌이 생기진 않나.
사이트에 작은 버튼 하나 들어가는 게 어떤
을 가리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아직도 웹
Oh: 솔직히 별로 느껴본 적이 없다. 그림을 들이밀고 ‘어때요’라고 물어본 적이 없고, 항
의미인지에 대한 회의도 하고, 밖에서 봤을
상 로직으로 대화하기 때문에 저쪽에서 공감
다’ 하는 일도 한다. 어떤 경우에도 경중의 차
을 일으키면 대화가 쉽다. 또한, 로직으로 대
이를 두지 않는다. 작은 일을 성실히 하면 꿈
화를 시작하면 저쪽도 로직으로 답한다. 이
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지금 주변에 있는 사
건 이랬으면 좋겠고 그 이유는 이렇게 생각한
회에서 더 필요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다고 말한다. 그러면 대화할 일이 무척 많아
높아질 것이다.
때 ‘저런 걸 하니까 참 디자이너다워서 좋겠
지고, 퇴근할 때쯤 오늘 하루도 멋진 삶을 살 았다고 생각한 회의가 많았던 거지 싸웠던 기
이번엔 현대카드에 대한 질문이다. 신용카드
억은 없다. 그리고 많은 다른 부서에서 반대
의 기본적인 목적은, 실물화폐를 대신한 결
하는 경우, 고집하지 않는다. 그건 내가 반대
제수단이라는 데 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할만한 상황을 만든 거다.
그 카드의 외양, 패키지, 디자인은 물론 사 용 경험까지 좋게 만들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도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장르 안에 ‘디자인’ 개념을 녹이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무엇인가?
Oh: 세계적으로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credit 너무 생각 없이 쏟아져나오
은 갈 길이 요원해 보인다. 숱한 경험을 한 선
card plate design 은
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해줄 수 있는 부분이
는 디자인이 넘치는 분야다. 정말 이런 공해
있다면?
가 없을 정도다. 처음 현대카드에서 일하면서
Oh: 스스로 좀 자유로워지라는 것이 첫째 다. 디자인 대학을 졸업하면 ‘디자인업계에
다른 걸 떠나서, 나를 위해서 내가 디자인하 는 신용카드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했다. 우
서 디자인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리에게 카드는 ‘화폐貨幣’다. 실제로 대영박물
버렸으면 한다. 유독 디자인 분야는 디자이
관 The British Museum 에 돈만 따로 전시하는 ‘머
너 아니면 실패했거나 할 일 없는 사람이 되는
니 갤러리HSBC Money Gallery’가 있는데, 가서
인식이 있다. 조금은 교수님들 때문인 것 같
보면 지중해 고대 왕국 때부터 돈의 발전과정
다. 모두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라고 한다.
이 다 있다. 그 과정을 자세히 보면 인문학의
나는 좀 바꿔서, ‘행복한 삶을 살라’고 말해
발전과정과 비슷하다. 감동적이다. 작은 귀
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디자이
금속을 주고받다가 쌍방의 가치가 같은지에
너가 나오지 않은 게 그렇게 큰일인가? 거기
대한 의심이 생겼다. 그래서 자와 저울측량, 測 이 발전했다. 복제할 수 없는 정밀기술이 계
‘올인’하고 실패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
量
둘째는 ‘깜짝 디자인’이 정답인 걸로 오해하
속 동원돼야 했다. 사람들 간의 거리와 활동
지 말라는 점이다. 디자이너는 사회에서 원
반경이 넓어지면서부터는 화폐의 개념을 새
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디자인 업
로 바꿔야 하는 요구가 생겼다. 그래서 20세
무를 시작하면 작은 것, 큰 것에 대해 경중輕
기에 신용카드가 탄생했다. 신용카드는 실제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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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화폐의 발전 선상에 있다. 그렇게 바라보
다. 그래서 초기 프로젝트 타이틀도 더 직관
면 이 카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
적인 ‘현대카드 인사이드Hyundai Card Inside’였
이 있다. 그걸 생각하지 않으면 그저 예쁜 카
다. 이 카드로 결제하면, 파리든 서울이든 뉴
드를 만드는 공허한 쳇바퀴일 뿐이다. 그래서
욕이든 반응이 똑같다. 점원이 계산하려고
우리는 카드를 화폐로 바라본다는 철학을 명
받으면, 나를 쳐다보고 말을 한마디 건다. 작
쾌하게 세웠다. 화폐는 그 기원부터 어떤 가
업하기 정말 좋은 카드다. (웃음) 얼마 전에
치를 전달하는 방법이자 표현이었다. 쓰는
제안이 하나 들어왔다. 외국 금융계에서 쓰
사람에게는 ‘나는 누구인가’를 표현한 물건이
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카드 하나당 10달러
기도 했다. 그 기본을 담아주자는 점이 현대
의 로열티를 내겠단다. 서신을 받고 그냥 웃
카드 디자인에 깔려 있다.
기만 했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영향력이 있겠 지만, 또 하나의 놀라운 상황 아닌가.
얼마 전 ‘잇 카드it card ’를 새로 선보이고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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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가로수길에 팝업 매장pop-up store 도 만들
스펙트럼Spectrum이 다루는 주제는 ‘서울
었다. 잇 카드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싶다.
Seoul ’과
Oh: ‘잇 카드’는 근 미래의 진화한 환경을 대 비하는 후반부에서, 사람들에게 인식시키
각하는 2012년의 서울은 어떤 모습인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당신이 생
고자 하는 어떤 철학이 반영된 카드다. 실제
Oh: 최고의 도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 스로 너무 비난하는 사회인 게 싫다. 잘하
로 카드를 통해 돈을 쓰면서도, 너무 남용되
는 것에 대해서도 박하다. 우리는 자신을 가
고 남발되는 디자인으로 이게 나의 ‘돈’이라
혹하게 하는 것에 사회적인 습관이 들어 있
는 인식을 가볍게 만들고 망각한다. 이게 소
다. 스스로 너무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문
중한 화폐고, 이걸 쓸 때마다 내 돈이 사용된
화유산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십 퍼센
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
트 정도의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이런 역사
서 프리미엄 카드에만 쓰던 메탈 소재하이퍼두
배경을 갖고 이 정도로 보존된 것이다. 지금
랄루민(Hyper Duralumin)과 리퀴드메탈(Liquid metal)
소재
부터 나라 전체가 보존을 열심히 하는 방향
를 일반 카드에 개방한 것이다. 지금까지 ‘현
으로 돌아선 것에도 무척 자부심이 있다. 이
대카드 이외의’ 카드는 공장에서 거의 껌 찍
렇게 24시간 동안 활기찬 도시, 다양한 음
듯이 만들었다. 그러나 현대카드의 리퀴드메
식을 모은 곳, 예쁜 여자들이 많은 도시, 찾
탈 시리즈는 금속화폐의 제조 개념으로 만들
기 어렵다. 우리가 더 자부심을 느껴야 한
었다. 고급스럽다기보단 정성스럽게 만들고
다. 그래야지 서울을 좋아하는 외국인들도
싶었다. 그래서 그런 가격이 책정됐다하이퍼두
더 부러워한다. 그리고 서울은 전 세계 대도
랄루민 플레이트는 6만 원, 리퀴드메탈 플레이트는 10만 원의 발급 수수
시metropolitan 중에서 도시 한가운데에 최고
료가 있다. - 편집자 주
. 또한, 예전에는 고객이 어떤
의 공원을 갖고 있다. 남산南山, 엄청나지 않
혜택을 정하면 그 혜택에 맞춘 카드를 우리가
나. 보통 공원은 그걸 둘러싼 사람들 빼곤 보
보내줬다. ‘잇 카드’는 원하는 카드를 고르면,
지 못한다. 남산은 멀리서 보고도 즐길 수 있
그 카드에 쓰던 카드의 혜택을 집어넣는 식이
다. 생각해볼수록 좋은 곳이다.
SPECTRUM
(上) 현대카드 ‘잇 카드’ 제조과정 이미지 it Card, An image of manufacturing process, 2012 (下) 현대카드 ‘잇 카드’ 광고 이미지 An advertisement for it Card, released by Hyundai Card, 2012.
Photographed by Yongh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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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았던 분야와 협
떠드는 건 정말 피곤한 일이다. 근데 여가가
업collaboration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해보
뭐냐고 물었는데 저녁때 술 먹는다는 건 좀
고 싶은가?
그렇지 않나. (웃음) 어딘가 새로운 공간에
Oh: 패션fashion. 한 명의 사람이 다양한 라 이프스타일의 주택과 가구와 인테리어를 소
가면 꼭 자전거를 탄다. 지난 번 바르셀로나
화할 수는 없다. 그런데 패션은 놀라울 정도
전거로 시내를 혼자 돌아다녔다. 살아있음
로, 거의 유일하게 다양한 것을 여러 번에 걸
에 감사했다. 바람을 맞고, 진짜 그걸 느낀
쳐서 평생 경험하고 수용할 수 있다. 나의 이
다. 최고다.
출장 갔다가 서울로 오기 전 몇 시간 동안 자
십 대가, 삼십 대가 됐을 때 다른 식으로 흡수 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제일 유연성을 가
좋아하는 잡지도 궁금하다.
진 것이 패션이다.
Oh: 판타스틱 맨Fantastic Man, 젠틀우먼The Gentlewoman, 스펙트럼. 진짜로. 그리고 위
그렇다면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나 디자이너
기라고 생각하고 뜯어고쳤으면 하는 잡지들
가 있나?
도 있다. 월간 디자인과 월간 미술. 월간 디자
Oh: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패션 안에서 존중 하는 사람을 찾아보라고 할 때가 어렵다. 한
인에도 말했다.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가는
명을 꼽는다면, 톰 포드Tom Ford. ‘진정한 최
겠다. 월간 미술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아티
고Simply the best’다. 잘 생기기까지 했다. 그를
스트들의 발전을 가장 지원해주고, 우리나라
더 좋아하게 된 이유는 영화 <싱글맨A Single
미술 잡지를 외국에서 보고 싶은 잡지로 만들
Man, 2009>이
기점이었다. 내가 모르던 톰 포
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겠다고 돌아서게
것은 책임회피라고. 조금 더 노력했으면 좋
어줘야 한다. 그래야지 외국 진출의 창window 이 될 텐데…. 더 발전했으면 한다.
했다. 처음에는 ‘이제 돈 많이 벌어서 하고 싶 은 것 다 하니까 좋겠다’ 했다가, 영화를 보면
남은 2012년의 프로젝트들이 있다면.
서 ‘이 사람이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었구나’ 생각하게 됐다. 영화 보고 난 다음 그의 책을
Oh: 개인적으로는 사랑을 찾고 싶다. 일로 는, 아까 메탈카드가 외국에서 로열티 제안
한 권 샀다. 그 큰 책을 넘기며 보다가 ‘잘난 사
까지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나. 사실 금융이
람을 잘났다고 쉽게 판단해버리는 것도 역시
란 것은 세계적인 산업이다. 금융은 어떻게
편견인 거야’하고 생각했다.
보면 운 좋게도 아직 시도하지 않은 것들이 많 다. 그래서 디자인할 것도 무척 많다. 하다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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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긴 질문만 해서 간단하게 몇 가지 묻겠
해 금속 플레이트를 만드니까 로열티 10달러
다. 여가를 보내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얘기가 나오듯이, ‘새로운 표준new standard ’을
Oh: 바bar 에서 혼자 서서 술 먹는 시간이 많 다. 유명하다. 서 있으면 일단 좀 더 멋있고.
찾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얘기다. 새로운 표
(웃음) 기분도 더 자유롭다. 낮에 많은 사람
준을 찾은 자가 전 세계를 가진다. 세계적으
만나고 말도 많이 하는데 저녁까지 술 먹고
로 몇 개 기업 정도가 새로운 단계의 지불 수
SPECTRUM
준 찾기 게임은 세계에 개방된 시장이다. 표
단method of payment 에 대한 전쟁터에 들어와
하고 싶진 않다. (웃음)
있다. 거대공룡 구글Google 도 발 담그고 있지
_
만, 아직 누구도 정답은 갖고 있지 않다. 이런
그가 수장을 맡은 디자인 랩에는 제한된 인원
무리한 꿈을 만들고 있는 게 2012년의 계획
이 제한된 목적으로만 들어갈 수 있다. 가령
이다.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사실은 잘하
이 인터뷰 같은 일이다. 디자인 랩 안 그의 방
는 게 많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하고 있는 것도
한가운데를 차지한 책상 위에서 눈에 띈 것은
생각보다 많다. 직접거리고 그다음은 안 하
여러 개의 아이팟iPod이었다. 초창기 모델부
는 것도 많다. 대덕에 가도, 실리콘밸리 간 것
터 최근 모델까지,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인
만큼 정답이 있는 경우도 많다.
식 자체를 바꾼 이 역사적인 엠피스리MP3 플 레이어를 그는 요즘 자주 본다고 했다. 날카
10년 후, 당신은 개인적으로 또 디자이너로
로워 보이지만 기계적이지 않은 모습, 그리고
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사람을 향한 디자인. 오준식이 말하고 그의
Oh: 어렸을 때부터 많은 좋은 분들, 똑똑한 분들과 일하면서 다짐한 게 있다. 디자이너
팀이 행하는 디자인 안에도 그와 비슷한 것
로서 ‘저 나이가 되면 저래야지’ 하는 규칙과
휘한 결과물은 앞으로도 꾸준히 탄생할 것이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규칙이다. 디자이너
다. 그 안에 든 것들 또한, 어떤 형태로든 사람
는 자신이 이끌어 온 것이 명쾌하고 똑똑하
의 마음을 공명共鳴 하게 할 것이다.
이 있다. 하얗고 넓은 디자인 랩에서 그가 지
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놓을 줄 알아야 한 다. 그걸 조금 연장하려고, 그동안 쌓아온 좋은 부분마저 깎아나가는 걸 자주 봤다. 지 금 자신을 볼 때 가장 빠르고, 명쾌하고, 종 합도 빨리 되는 자신감이 있다. 그걸 느끼지 못하는 시점은 앞으로 십 년도 안 남았다. 디 자인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억지로 질질 끄 는 실수는 하지 않겠다는 게 십 년 후의 모습 에 들어가 있다. 그럼 그때 무엇을 할까. 호 텔을 하고 있을 거다. 위대한 브랜드를 만들 것 같다. 왜 하고 싶은 줄 아나. 호텔 꼭대기 에 내 집을 가질 건데, 집이란 건 관리할 게 너무 많다. (호텔은) 서비스를 다 공유할 수 있으니 효율적이지 않나. (웃음) 나이 먹어 서 그런 계획도 세워야지, 화단에 물 주는 게 즐거운 노후라고 절대 상상하지 않는다. ‘저 런 화분이 있는 게 참 좋은 거 같다’고 친구들 과 얘기하고 싶지, ‘저런 걸로 시간을 보낸다’
twitter@HyundaiCard / www.hyundaicard.com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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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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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art
Craig Costello Craig Costello a.k.a. KR or KRINK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translate 김주혜 Helena-Marie Kim Special thanks to Jon Harney & Elise Huston of KRINK® © all images courtesy of KR(Craig Costello) & KRINK®
당신이 현대문화와 거리문화street culture 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크레이 그 코스텔로Craig Costello’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해도, 크레이그의 약자인 케이알KR 이나 아티스트들 을 위한 잉크inks 와 마커markers 를 파는 브랜드 크링크KRINK® 를 들어봤을 것이다. 많은 아티스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발자취를 남기기 위 해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한다. 1980년대 뉴욕, 까만 우체통을 뒤덮은 채 로 줄줄 흘러내리던 은빛 잉크 작업은 크레이그 코스텔로가 생각한 ‘그래 피티 이후post-graffiti ’의 작업이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거리문화 에서 파생된 중요한 현대 아티스트 중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개인 작업과 크링크를 위시한 파리의 편집매장 꼴레뜨Colette 부터 비엠더블유 미니BMW MINI 까지 수많은 외부인他者과 협업collaboration, 콜라보레이션하며 영 역을 넓혀온 그가 대한민국 잡지와는 처음으로 자리를 마주했다. 뉴욕에 서 시드니로, 다시 뉴욕으로 오는 숨 가뿐 여정 속 서면 대화였다. 40
SPECTRUM
홍석우Hong Sukwoo: 당신의 십 대 시절이 궁
도였지만, 동시대에 그래피티를 했던 다른 사
금하다. 어떤 학생이었나?
람들은 훨씬 심각하게 작업을 했다. 본격적
Craig Costello이하 KR: 엄청나게 뛰어나진 않았다. 누구나 그렇듯 적당히 잘하는 것도
으로 그래피티 작업을 하기 시작한 건 샌프
있고 못 하는 것도 있는 학생이었다. 약간 반
에서 처음 그래피티를 접해서인지 내 작업도
항적인 기질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생활은 큰
굉장히 전형적인 뉴욕 그래피티 스타일인 스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당시 관심 있던 것도
로업Throw-up; 그래피티 스타일 중 하나로, 휘갈기듯이 빠르게 그
란시스코로 이사 한 후였다. 아무래도 뉴욕
이나 태그Tag; 스프레이나 마커를 이용해
전형적인 뉴욕 사춘기 십 대 소년 취향이었
리는 이미지. - 역자 주
다. 스케이트보드, 힙합hip hop, 펑크락punk
서 낙서 스타일의 서명을 남기는 것. 뉴욕 지하철 벽 등에서 흔히 볼 수
rock,
뉴웨이브new wave
있다. - 역자 주
가 많았는데,
음악을 좋아하고 친구
샌프란시스코에 있으면
들과 몰려다니면서 자
서 요즘 말하는 스트리
잘한 사고도 치는, 그
트 아트 류의 작품 - 예
런 부류의 학생이었다.
를 들어 만화 캐릭터 을 그리기 시작하는 사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
람들과 점점 어울리게
를 처음 시작했던 초기
됐다. 그때도 거창하게
시절 얘기를 듣고 싶다.
예술의 의미를 부여했
왜 특별히 그래피티를
다기보다는 그냥 돌아
택했는지도 궁금하다.
다니면서 재밌게 노는
KR: 사실 거창하게
수준이었다. 우린 창조
‘예술을 하겠다’며 시작
적인 감성을 주체할 수
한 건 아니다. 단지 주
없던 젊은이들이었다.
위에 그런 작업하는 사 람들이 많았고, 재밌어 보여서 시작한 것뿐이
그걸 그래피티로 표현 Untitled, acrylic on wood, 2010. image courtesy of KRINK
다. 당시는 1980년대였고, 알다시피 스트리
하며 즐긴 것뿐이다.
거리에 있는 우체통mailbox 의 페인트 드립the
트 아트 자체가 그렇게 주목 받던 시기가 아니
drip; 말 그대로 대상에 페인트를 그대로 붓는 작업으로, 이후 KR의
었다. 뉴욕도 지금보다 훨씬 더 지저분하고
대표적인 작업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 편집자 주
폭력적인 분위기였다. 자연스레 당시의 그래
세계의 상징이 되었다. 왜 이러한 작업을 시
피티들도 거칠고 어두우며 자극적인 이미지
작하게 됐나?
가 많았다. 좀 전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그래 피티 자체보다는 친구들과 스케이트보드를
KR: 그래피티에 질렸기 때문이다! 뭔가 다 른 걸 해보고 싶었다. 그래피티를 하면서는
타며 놀러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십 대 소년이
내외부적으로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다. 잘못
었다. 내게 그래피티는 재미로 하는 취미 정
되거나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이유로 사람들이
은 KR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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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at Loft in Space, 2012. © image courtesy of Brandon Shigeta
지나치게 열광하거나 혐오하는 것도 그렇고,
예술작품 감상을 위해 갤러리에 가거나 작품
그래피티 작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
을 보유하는 활동은 특정 계층에 한정된 것이
들만의 리그를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이 너무 많
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그에 비해 스트
았다. 그래서 최대한 단순하게 드립 스타일의
리트 아트는 일상日常의 일부라서 쉽게 가까이
작품만 하기로 했다. 같은 장소, 같은 방식의
할 수 있고, 그만큼 거부감도 덜하다. 공공예
그래피티지만 이름 없는, 단순한 드립 스타일
술public art 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반응도 정말 좋았
KR: 공공예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 고, 그만큼 큰 애착이 있다. 물론 모두의 취
다! 작품 자체가 추상적인 형태가 되었기 때
향을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당연히 어떤 이
문에 기존 그래피티 작품에 따라붙던 부정적
들은 결과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겠
인 이미지를 떨쳐낼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지만, 공공예술 자체는 그 사회를 반영하는
는 좀 더 대중적인 인기로 이어졌다.
데 의미가 크다. 그래서 더 많은 공공예술이 존재해야 한다. 예술은 특정 계층의 특권으
D.I.Y.Do It Yourself, 이하 D.I.Y. 문화에 관해 얘
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뉴욕의 몇몇 박물
기해보자. D.I.Y.를 본인만의 언어로 정의
관이나 갤러리에서 말도 안 되는 액수의 입장
한다면?
료를 받는 것에 대해 무척 부정적인데, 만일
KR: 아주 간단하다. ‘경제권’이다. 돈이 없 으면 직접 만들어야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중산층 4인 가족이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작
원하는 걸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공공예술은 단순히 가시적인
품을 접할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범죄행위 거리 미화美化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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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site-specific sculpture, acrylic paint, plasterboard and wood, 2011. Š image courtesy of Brandon Shigeta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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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창의적 발상을 끌어낼 수 있는 수단이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기도 하다.
생각하는가?
D.I.Y. 문화가 널리 퍼지고 있지만, 아직도
KR: 끊임없이 작업하고, 나 자신에게 솔직 해질 것. 그리고 많은 작품을 접할 것. 최근
많은 사람이 직접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
많은 학생이 예술작품을 거의 접하지 않는 것
해 망설인다.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이 안타깝다. 시간 날 때마다 최대한 더 많은,
KR: 내가 이해한 대로 답하자면 ‘그냥 하던
다양한 작품을 보고 그에 따른 이야기와 역
가, 하지 않던가’, 둘 중 하나다. 다르게 비유
사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창작
하면, 우선은 물에 들어가 보는 게 중요하다.
물을 탐험하고 발견한다는 생각으로 끊임없
거기서 가라앉든, 수영하든 그건 본인의 선
이 많은 예술작품을 접해야 한다. 대다수의
택이다.
젊은 작가들이 동시대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지만 결국, 어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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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NK® K-60 Paint Markers Pink / Blue / Green / purple / Silver / Yellow / Red © image courtesy of KRINK
점에는 아티스트로서 자기 본연의 색깔을 찾
당신을 포함한 여러 아티스트들의 노력과 그
아야 하는 시기가 온다. 본인의 모습과 색깔
결과물에 힘입어 스트리트 아트는 현대예술
을 찾는 것, 말은 쉽지만 실은 절대 그렇지 않
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대한 소회所
다. 젊은 아티스트 중 그 어느 누가 스물한 살
懷
혹은 그보다 어린 나이에, 데뷔와 동시에 떠 오르는 신예로 주목받고 싶지 않겠나. 하지
KR: 사실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그래피티와 스트리트 문화를 이해하고
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결국 시간이 필
함께 자라온 세대가 사회의 주축이 되어가고
요하다.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경
있고, 그만큼 스트리트 아트의 저변도 확대
력도 많은 젊은이가 꿈꾸는 것처럼 한 방에
되어 왔기 때문이다.
를 듣고 싶다.
반짝하는 식으로 풀리지 않는다. 시간이 지 나도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중
당신의 브랜드 크링크KRINK® 는, 직접 사용할
요하다.
잉크와 마커가 필요해서 만들었다는 것은 익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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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acrylic on canvas, 2011. © image courtesy of Brandon Shig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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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 알려졌다.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다.
중에게 알려지고 브랜드화되기 8~9년 전부
KR: 그래피티 작업을 하던 시절, 여러가지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면서 자연스레 ‘크링
터 나는 이미 크링크를 만들고 꾸준히 사용해
크’를 만들게 됐다. 끊임없는 실험과 시도 끝
가게 되었을 때 에이라이프ALIFE NYC; 뉴욕 시내에
에 다른 아티스트들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스
서 시작한 예술 운동이자 라이프스타일 콘셉트 브랜드로, 지금은 뉴욕
타일을 찾게 되었고, 사람들이 나의 스타일
아트 디파트먼트(New York Art Department, NYAD)의 일부가 되
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으로 다시 돌아
사람들을 만났고, 크링크의 상품
을 비슷한 수준까지 모방하기까지는 꽤 오랜
었다. - 역자 주
시간이 걸렸다. 왜냐하면 나는 이러한 스타
화와 마케팅에 큰 도움을 받았다. 크링크의
일을 창조하고 고수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
사업성을 알아본 에이라이프에 비해, 내게는
소 - 엄청나게 많은 양의 잉크와 작업 빈도
그저 또 다른 형태의 협업 정도로 느껴졌을
수 - 를 갖추고 있었고, 짧은 시간에 이렇게
정도였다. 당시에는 누가 이걸 살까 싶었다.
준비하고 실행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에이라이프가 판매해
기 때문이다. 사실 크링크는 그래피티 작업
온 모든 브랜드 중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
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초기 시절
러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뉴욕은 세계 문화
부터 알려졌었지만, 내가 뉴욕이 아닌 샌프
의 교차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뉴
란시스코에 살았기 때문에 대세라고 할 정도
욕에서 뭔가를 만들어 성공했다면, 다른 곳
의 인기는 아니었다. 다시 말하자면, 일반 대
에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크링크도 같은
SPECTRUM
Krink 8-Litre Applicator. © image courtesy of Arron Yoshino
맥락으로 본다. 많은 사람이 뉴욕에 와서 크
은 수학數學이다. 직관적으로 방정식을 만드
링크로 작업한 스트리트 신street scene 을 목격
는 거다. 제품 원가가 엑스X 라면, 여러 요소
하곤 관심 두기 시작했다. 그들은 크링크 브
를 고려하여 판매가인 와이Y 를 구하는 식이
랜드의 이야기와 특유의 자연스러움에 매료
다. 그 나름의 단순함이 좋다. 굳이 더 고민하
되었다. 뉴욕 자체가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
고 생각할 것이 없으니까. 그래서 사업가로
이 된 셈이다.
서는 브랜드의 방향성과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 들이는 노력이 가장 크다. 아티스트로서
아티스트와 사업가의 생활을 동시에 영유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땐 좀 더 감성적이 된다.
고 있다.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처리하는 비결
단순히 예술을 할 때의 감수성을 말하는 것
이 있나?
이 아니라…. 설명하기가 어려우므로 예를 들
KR: 사업을 하는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왔기 때문에 아티스트로서 작업해 온 것
겠다. 크링크 사업을 하면서, 내가 모든 면에
에 비해 결코 적은 정성을 들인 것은 아니다.
이 있다. 그래서 중간마다 잠시 여유를 가질
브랜딩branding 은 작품 작업을 할 때처럼 추상
수 있다. 이에 비해 아티스트로서 만들어 내
적이면서도 콘셉트에 집중하는 느낌이 강하
는 결과물은 좀 더 감정적으로 더 연결되고,
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 역사, 방향성 등….
교감한다고나 할까? 물론 크링크에도 애정이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
있지만, 크링크에서 나오는 마커 한 개 한 개
신경 쓰지 않아도 브랜드 자체로서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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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Past, Present, Future>, Gallery Factory, 2011 SPECTRUM
Untitled, site-specific mural, acrylic on wall, 2011. Š image courtesy of Brandon Shigeta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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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 in progress. © image courtesy of Liz Cow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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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 감정적으로 집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드 유니폼 엑스페리먼트Uniform Experiments 등
내 모든 작품 하나하나에는 비교 불가능한 애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정이 생긴다. 희한한 일이지만 나도 왜 그런
작업을 통해 영향받은 것이 있다면?
지는 모르겠다.
KR: 진행했던 대부분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 해 많은 걸 배웠고, 즐기면서 작업했다. ‘미
많은 사람이 크링크 앱KRINK App for iPhone &
니’부터 ‘유니폼 엑스페리먼트’의 가방과 티
iPad 을 사용한다. 사용자 중에는 어린이들도
셔츠까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새로운 방
있다. 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생각을 했나?
식으로 홍보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기회였으
KR: 크링크 앱은 꽤 성공적이었다. 원래 아 이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니까 많이 놀
니까. 늘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임하 게 된다. 상품과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
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한
process 을 지켜볼 수 있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
다니 기쁘다. 아이패드 자체가 워낙 여러 가
운 일이다. 무엇보다 작업한 모든 프로젝트가
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해서
대부분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도 행운이
앱을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파리의 편집매장 꼴레트Colette, 비엠더블유
인터넷의 등장과 태블릿 피시tablet PC 등 기
미니 쿠퍼BMW MINI Cooper, 일본의 의류 브랜
존에 없던 새로운 장치Device 등, 1990년대
SPECTRUM
와 비교해도 달라진 것이 상당히 많다. 그중
성된 새로운 결과물로 직접 보여주는 걸 선
에서도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
호하는 편이라, 아직 내용은 밝히긴 어렵다.
는가?
KR: 모든 것! 정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변화 자체와 속도를 지켜보고 있으면 놀라움을 금
이번 스펙트럼의 주제는 ‘타임리스timeless’ 다. 시간과 세대를 초월할 수 있는 당신의 ‘타
할 수 없다. 이제 정말 나이가 드는지, 대체 세
임리스’가 있다면.
상 각지에서 또 어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KR: ‘자연’은 시간을 초월한다. 우리가 살면 서 필요한 유일한 것이기도 하다.
지 다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가 원 활한 소통communication 에 기여한 것은 무척 긍정적인 일이다.
_ 미국 태생의 아티스트들을 만날 때, 그들이
조금 일상적인 질문들을 몇 가지 해보겠다.
새하얀 캔버스와 엄격해 보이는 갤러리에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아티스트나 음악, 책,
경력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항상 그들의 ‘시
또는 잡지가 있다면 추천 부탁한다.
작’에 더 관심 두게 된다. 정규 예술 교육을
KR: 존 맥크라컨John McCracken, 레이첼 화 이트리드Rachel Whiteread, 리처드 세라Richard
받지 않은 아티스트들이 수십 년에 걸쳐 만
Serra,
앤 트루잇Anne Truitt, 안드레아 거스키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까. 이
Andreas Gursky, 엘즈워스 켈리Ellsworth Kelly, 커
제 KR의 작업은 거리와 갤러리를 넘어 디지
스Kaws, 웬디 화이트Wendy White, 아덱Adek,
털 세계로 처음 예술을 접한 후대 사람들에까
리복Revok…. 모두 언급하기엔 너무 많다.
지 전파되고 있다. 스스로 무언가를 이룬 이
든 스스로 무언가 하는 문화, ‘D.I.Y.’가 그들
들에게선, 그 울림이 더 깊고 길게 느껴지는 요즘 취미는 무엇인가?
지도 모른다.
KR: 요리, 수영, 그리고 최근엔 서핑하는 법 을 배운다. 와인과 여행도 좋아하고, 자연 속
이번 스펙트럼을 위해 KR과 표지 작업을
에서 시간 보내는 걸 즐긴다.
는 여전히 재미와 의의를 찾는 사람이었다.
함께했다. 워낙 바쁜 일정에 쫓기면서도 그 인터뷰를 마치고서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
무척 바쁘겠지만, 여가는 어떻게 보내나?
았다.
KR: 시간이 나면 서핑 연습을 좀 더 해보려 고 한다. 그 외에도 예술작품을 감상한다든 가, 딸과 조카와 놀아주며 시간을 보낸다. 이제 2012년도 절반이 지나고 있다. 2012 년의 계획이 궁금하다.
KR: 더 많은 프로젝트와 결과물들. 현재 진 행 중인 일들에 대해 미리 언급하기보다는 완
www.krink.com / twitter@KrinkNyc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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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s
TimelesS lesSTIME TimelesS lesSTIME TimelesS lesSTIME TimelesS lesSTIME Fashion 홍석우 Design 김신
‘아티클’은 매 호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인물들이 얘기합니다.
Art Think,Talk,Write.
때로는 잡지 기사처럼, 일기처럼, 혹은 보고서처럼 보일 수도
Book 이로
있습니다만, 경계는 없고 주관은 있는 글의 집합이 이 챕터의
Street 정바울
정체성이 되길 바랍니다.
Music 김봉현 Tech 최태형 Travel
나지언
여섯 번째 호의 주제는 ‘타임리스Timeless’입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지금, 우리는 바로 지난달, 아니 지난주에 생
긴 새로운 것들에도 쫓기듯이 살아갑니다. 디지털 문화가 발 전할수록 사람들이 ‘아날로그’에 향수를 느끼는 것처럼 말입
니다. 꼭 그런 양극의 대비가 아니더라도 우리 삶 속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유행 타지 않는 어떤 것’
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여덟 명의 필자가 여덟 가지 분야의 ‘변치 않는 것’에 대한 글을 보내주었습니
다. 글 안에는 객관적인 통찰과 함께 깊숙한 사견이 들어가겠 지만, 그 또한 ‘아티클’의 주제와 상통할 것입니다. 한 번, 들 여다보겠습니다.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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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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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imeless Fashion
패션만큼 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분야도 없다.
를 좀 더 광범위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독자적
2000년대 중반까지 영원할 것 같던 에디 슬
인 개성을 확립한 디자이너와 브랜드조차 커
리먼Hedi Slimane 의 디올 옴므Dior Homme 도 한
다란 틀에서의 트렌드를 무시할 수 없음을 발
시절의 광풍狂風 으로 빛바랜 지 오래다. 일주
견할 수 있다. 밑위가 짧은 바지가 유행하던
일에 한 번씩 매장을 갈아엎는 SPA 브랜드
시기에는 아무리 전통과 역사에 기반을 둔 브
의 영향인지, 1년에 두 번씩 트렌드를 제시하
랜드라도 그 흐름을 무시하지 못한다. 사소한
던 하이패션도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요즘
부분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트렌드는 변하고
하이패션 디자이너들은 봄/여름과 가을/겨울
‘대가’들의 디자인 또한 시대에 발맞추게 된다
컬렉션 외에도 리조트resort, 홀리데이holiday,
는 점에서 시간이 지나도 영원한 패션이란 말
가을 시즌 전pre-fall 을 위한 캡슐 컬렉션을 선
처럼 쉬운 일은 아닌 셈이다.
보인다.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가는 패션계에서
이처럼 ‘패션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면, 지금
새로운 유행을 제시하고 유지하는 것은 그만
영원할 것 같은 디자인도 시대에 따라 변해 간
큼 더 어려워지고 있다.
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패션을
물론 여전히 패션을 단지 유행으로 삼지 않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이때
디자이너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시즌에 따른
떠오른 것은, 일본 패션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
아이템에 집중하기보단 수십 년에 거쳐 꾸준
보Rei Kawakubo, 川久保玲의 브랜드 ‘꼼 데 가르송
히 커다란 그림을 그린다. 마치 퍼즐 조각을
COMME des GARÇONS ’이다.
맞추는 것처럼 한 시즌 한 시즌이 모여 완성
금이라도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그녀가 파리
된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름만 들어
컬렉션에 데뷔한 1980년대와 2000년대의
도 일괸된 이미지가 떠오르는 패션 디자이너
컬렉션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
와 브랜드들 - 헬무트 랑Helmut Lang, 랄프 로
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흔히 패션에서 기대하
렌Ralph Lauren, 메종 마르탱 마르지엘라Maison
는 트렌드의 친절한 제시라는 관점에서 볼 때
Martin Margiela,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
‘가장 불친절한’ 축에 드는 꼼 데 가르송은, 역
에르메스Hermès, 샤넬Chanel, 랑방Lanvin, 발
설적으로 그래서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했다.
렌시아가Balenciaga 등 - 이 여기 속할 것이다.
꼼 데 가르송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선
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브랜드는
젊은 시절부터 꼼 데 가르송만을 입은 백발 성
물론 과거에서 출발한 영감으로 독자적인 영
성한 할머니와 이제 막 꼼 데 가르송의 마력魔
역을 구축한, ‘대가’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力
동시대 디자이너들이다. 하지만 패션 트렌드
장면만 놓고 보면 위에 나열한 다른 디자이너
SPECTRUM
꼼 데 가르송에 조
에 빠진 어린 소녀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이
여전히 패션을 단지 유행으로 삼지 않는 디자이너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시즌에 따른 아이템에 집중하기보단 수십 년에 거쳐 꾸준히 커다란 그림을 그린다.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 twitter@yourboyhood www.yourboyhood.com
들과 다를 바 없지만, 굳이 꼼 데 가르송을 ‘시
을 만든 디자이너가 여럿 있다. 준야 와타나
간이 지나도 영원할 것만 같은’ 패션으로 생각
베Junya
하게 된 데에는 그들과 다른 단 하나의 지점이
Kurihara, 栗原たお,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꼼 데 가르송의 이
文人
름으로 지속해서 새로운 디자이너를 발굴하
다. 다른 패션 브랜드처럼 디자이너 사후死後
고, 그들 스스로 이름을 걸고 꼼 데 가르송의
이뤄진 일도 아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꼼 데
새로운 모습을 만들도록 한데 있다.
가르송의 게릴라 스토어를 열었던 건축가 디
디자이너 또한 사람이기에 물리적인 생명이
미트리스 파파도폴로스Dimitris Papadopoulos 의
Watanabe, 渡辺淳弥,
타오 쿠리하라Tao
후미토 간류Fumito Ganryu, 丸龍
는 각각 이름을 건 꼼 데 가르송을 선보였
다하면 브랜드가 구축한 것들에 위기가 올 수
말처럼, ‘꼼 데 가르송의 우산 아래서under the
있다(고故 스티브 잡스Steve Jobs 가 떠난 애플
COMME des GARÇONS umbrella’ 각자의 컬렉션을
Apple 에
만든 것이다.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생각해보라).
게다가 보통 패션 디자이너들은 한 번 자신
그들의 꼼 데 가르송은 레이 가와쿠보의 그것
의 이름을 걸고 브랜드를 내보내면 끝까지 움
과 접점이 있으면서도 차이를 보인다. 레이 가
켜쥐려고 한다. 하지만 레이 가와쿠보는 달
와쿠보 이후 처음 자신의 이름을 건 꼼 데 가
랐다. 꼼 데 가르송이라는 브랜드 안에는 이
르송 라인을 선보인 준야 와타나베는 이미 또
미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꼼 데 가르송
다른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러한 구조를 만든 레이 가와쿠보가 지금까지 ‘패션 디 자이너들의 디자이너’로 칭송받는 것은, 움켜쥘 것과 그렇지 않을 것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바탕에 깔렸기 때문 아닐까. 패션에서 ‘영원’을 논할 때 사람들이 기억 하는 특정한 디자인을 얘기할 수도 있다. 그것도 나름대로 훌륭한 답변이 된다. 하 지만 결국 오래도록 이름이 남은 브랜드 에는 새로운 사람이 있었다. 오랜 시간 에 걸쳐 창립자와 브랜드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패션 디자이너가 스스 로 이름을 걸고 존재할 수 있는 브랜드
© images courtesy of COMME des GARÇONS
에서, 나는 ‘영원’의 실마리를 본다.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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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DESIGN
TIMELESS BY DESIGN
나는 감수성 예민하던 시절을 1980년대에 보
과거의 걸작들, 대표적인 예로 코카콜라 콘투
냈지만, 그보다 더 옛날 영화와 음악을 좋아
어 병Coca-Cola contour bottle; 여성 신체의 실루엣 같은 윤
한다. 요즘 나오는 영화와 음악은 완성도가 더
곽선과 코카콜라 양각 로고가 들어간 코카콜라 병의 대표적인 디자인.
높은지 모르겠지만, 과거의 걸작들을 다시 재
– 편집자 주
구성한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디자인에 대해
병은 각각 1915년과 1921년에 나왔다. 어떻
서도 마찬가지다. 매달 잡지마다 새로운 디자
게 이렇게 오랫동안 변함없이 같은 모양의 디
인이 등장하지만, 정말 독창적이고 감동적인
자인이 유지되고 생산될 수 있는지 놀라울 따
디자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나는 그 이유가
름이다.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 음식이 보편
요즘 디자이너들의 문제라기보다 시대적 상
화되면서 익숙해진 타바스코소스 병은 무려
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창조할 여지가 얼마
1868년에 나온 것이다. 이처럼 시대를 초월
남지 않은 것이다.
한 디자인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나 샤넬의 넘버 5Chanel No. 5 향수
이것을 디자인하던 사람들은 당시 다양성이 라는 점에서 요즘 디자이너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축복을 받은 것이다. 요즘 디 자이너는 뭐 새로운 걸 디자인해보려고 해도 누군가가 이미 해놓은 경우가 다반사다. 엄청 난 다양성의 시대에 태어난 것이 죄(?)다.
56
SPECTRUM
김신 대림미술관 부관장 twitter@ghibuldansoo blog.naver.com/de_sign
그러니 디자이너를 탓하지 말고 시대를 탓하
한 아이콘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제너럴 모
자. 무주공산과 같은 시대에 내놓은 새로운
터스General Motors, 이하 GM의 디자인 디렉터 할
디자인은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지금 나온 것
리 얼Harley Earl, 1893~1969 은 자동차가 비행기
처럼 참신하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즉 당
를 흉내 내던 시대의 최고 디자이너였다. 그
시 새롭고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라면, 앞으
는 늘 자신의 살던 시대보다 미래를 염두에 두
로도 변함없이 그 독창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고 디자인했다. 1938년에 디자인한 ‘뷰익 Y
마치 앨프리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의 영화나
좁Buick Y-Job ’은 당시 GM의 새로운 차종에 붙
비틀즈The Beatles 의 음악처럼.
인 엑스X 를 뛰어넘는다는 뜻으로 ‘와이Y ’를 붙
덴마크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였다. 이 차는 오래된 미래 같은 느낌이다. 마
1902~1971이 1955년에 디자인한 ‘7 체어Series
르첼로 니촐리Marcello Nizzoli, 1887~1969; 이탈리아 태
7 chairs’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이 모방된 의자
생의 건축가, 산업 및 그래픽 디자이너. – 편집자 주
중 하나다. 이 의자의 영원성은 그 단순한 구
에 디자인한 올리베티Olivetti 의 타자기 ‘렉시콘
조와 적절한 재료에 있다. 사실 합판과 강철
80Lexikon 80 Typewriter’은 사무공간을 집처럼
파이프로 된 최초의 의자는 찰스Charles Eames,
편안하게 꾸미고자 하던 시대에 태어났다. 니
1907~1978 와
레이 임스Ray Eames, 1912~1988 부
촐리는 그런 공간에 어울리도록 딱딱한 기계
부가 내놓았지만, 아르네 야콥센은 똑같은
같은 모습이 아니라 집 안에서 사랑받는 물건
방식의 의자에 완벽한 개성을 부여해 영원
처럼 타자기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냈다.
가 1947년
이것을 디자인하던 사람들은 당시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요즘 디자이너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축복을 받은 것이다.
© images courtesy of Arne Jacobsen, General Motors and Olivetti.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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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ART
변치 않는 것을 변치 않을 것이라 말하는 것
원고를 처음 맞닥트렸을 때, 주제가 ‘시간이
훌륭한 여러 편의 낭만주의 시와 수십 편의 단
지나도 변치 않는’ 것인데다가 ‘예술’의 범주여
편소설을 남긴 이가 있다. 단편 추리소설의 시
서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에 대해 자신 있
초라 불리는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을 남긴 에
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수많은 공산품과
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년 1월 19일 ~ 1849
훌륭한 작업이 수많은 현대문화 안에서 매일
년 10월 7일
같이 쏟아진다. 이제 새로운 것은 없다고 모두
을 마감하던 시점조차 불행했다. 그의 추종
가 말하면서도 사람들은 무언가 만들고, 선보
자는 당시에도 많았지만, 훌륭한 시인과 문학
이고, 또 그에 대한 감상을 어떤 형태로든 남
가들처럼 응당한 대접을 받기에 그의 작품들
긴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예술가 중에는 당대
은 너무나 시대를 앞섰다. 생전이 아닌 사후
에 뜻을 펼치지 못하고 고독하게 사그라진 이
재발견되는 수많은 예술가들 중 한 명에 속하
들 또한 많다. ‘지금’ 무언가를 훌륭하다고 외
는 그의 시가 당대 세계 문학의 중심지였던 유
쳐도, 많은 주관이 모여 객관적으로 보여도,
럽에서 재평가되었던 것 또한 우연히 그의 작
그에 대해 확신을 하고 말하기에 삶이란 사실
품을 발견한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 샤를
너무 짧지 않은가. 너무 자조적인 생각일 수도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를 통해서였다(뛰어
있지만, 사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난 시인이면서 비평가였던 보들레르는 에드
다.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고 삶
거 앨런 포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유럽 에 소개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근현대 문학의 거대한 산맥이자 후대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러 나 살아서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한 안타까운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에드거 앨런 포를 기 억한다. 그의 작품은 수많은 2차, 3 차 작업으로 재생산되었지 만 안타깝게도 ‘당대’에 그 것을 발견했던 이들은 적었
58
SPECTRUM
많은 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순간에도 조금은 다른 눈으로 의심하자.
Think, Talk, Write.
다. 저명한 인물 혹은 단체 - 그것은 갤러리스
진한 일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다만 좋은 것
트가 될 수도, 기업이나 언론이 될 수도, 인터
과 싫은 것에 대해 이미 남들이 정한 기준만
넷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
을 정답으로 생각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믿지
가 무언가를 발굴하고, 그것이 세상에 전해져
않아 보면 어떨까…? 피라미드형 먹이사슬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고, 그것이 모여 하나의
처럼, 어딘가의 사람들이 ‘이것이 훌륭하다’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었을 때 우리는 알게 모
고 자꾸 이야기하고, ‘그럼 그런가 보다’하고
르게 그 예술과 예술가에게 생명을 불어넣게
받아들이지만 않는 시작점을 만드는 것이다.
된다. 그렇게 그 무기질의 생명은 날개를 달
인류가 쌓아온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몇 가지
고 더 먼 곳까지 퍼진다. 모든 정보를 쉽게 구
기준으로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
할 수 있는 지금, 우리는 훨씬 더 정교하고 다
만 사실 예술이란 것은 그렇게 남의 눈치를 볼
양한 기준을 통해 각자의 예술관을 가질 수 있
일은 아니다. 톱니바퀴처럼 정교한 계산을 거
다. 하지만 선대의 훌륭한 인물들도 놓쳐왔던
친 생산을 유발하지 않는, 인간에게만 허락된
것을 우리 또한 반복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이 개연성 없으나 개성은 가득한 예술이란 행
순 없다. 엄연히 유행과 자본의 흐름이 존재하
위에 대해 우리는 좀 더 자신의 눈을 가질 필요
는 사회에서 개인이 보기에 갸우뚱한 것들이
가 있다. 그 ‘과정’이 어떤 모습을 띠고 있던지,
엄청난 속도로 인정받고 퍼지는 것을 보고 있
마치 우연히 만나 한눈에 반한 이성처럼 이유
기 때문이다. 훌륭하고 좋은 것들은 넘쳐나지
없이 좋아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무엇이 마음
만, 사실 그것들에 대해 왜 좋으냐고 물을 때
에 들 때, 한 번만 더 자신에게 ‘왜 좋은가?’
자신의 의견을 온전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물어보자. 많은 이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
그렇게 많진 않을 것 같다.
우는 순간에도 조금은 다른 눈으로 의심하자.
그렇다고 해서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따
당신이 발견한 무언가가 많은 이들에게 동의
지는 기준이 무어냐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
를 얻는 예술이 아니라고 해도, 그에 대한 이
다. 급격하게 변한 환경과 사회 구조 안에서
유 정도는 생각해보자. 귀는 열되 생각은 조
많은 것들이 탄생하고 그만큼 버려지는데도
금 더 더디게 해보자. 그렇다면 조금 바뀔 수
사람들은 계속 ‘자신의 작업’을 이어가며, 그
도 있다. 영원하지 않은 인간이 영원을 얘기할
에 대해 어떤 이들은 좋아하고 어떤 이들은 싫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어하는 것. 뒤집어 생각하면 그것만큼 흥미진
갈고 닦은 본인만의 시각이 있다면 말이다.
Creative Agency based in Seoul twitter@thinktalkwrite
© images courtesy of The Macmillan Company © illustration by Édouard Manet for a French translation by Stéphane Mallarmé of Edgar Allen Poe’s <The Raven>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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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Book
60
희극과 비극 사이, 정지한 도서관
“책은 언제까지나 계속 나오게 될까요?”라
로 홍보하지 않는다. 그곳은 그저 어두운 방
는 어두운 전망 섞인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구석의 마니아처럼 책을 수집하고, 또 수집하
언젠가 특정 시기를 경계로 책의 멸종이 지금
고, 사람들에게 펼쳐놓는다. “자, 봐봐, 내가
과는 다른 속도로 급격하게 시작될 수 있다고
이만큼 모았어. 분야별 제목별로 정렬도 하고
늘 생각해온 사람이지만, 장난을 보태어 “글
일련번호도 붙여놓았어. 뭘 찾고 싶은지 말만
쎄요, 그런 날이 온다고 해도 우리는 이미 죽
해.” 심지어 그곳에서는 홍보를 위한 띠지도,
은 지 오래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답
두꺼운 양장본을 감싼 종이 표지도 버려진다.
했다. 우스운 답변이다. 먼 미래에 책이 사라
책들의 실버타운처럼, 치장과 장신구를 치우
질 수 있다는 사실이, 혹은 그때 우리가 이미
고 단단한 몸 하나를 남긴다. 세월이 조금 지
죽고 없다는 사실을 어째서 마치 다행인 것처
나면 희대의 망작亡作도, 걸출한 베스트셀러도
럼 말했을까.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나란히 보관된다. 시대
도서관에 대해 생각한다. 도서관은 서점에 비
를 이야기하고 철학을 강론하던 책들도 은퇴
해 방어적인 공간이다. 책 한 권을 몇십만 부
한 거장처럼 시간의 영광을 떠올리며 장기/체
판매할 욕심도 없고, 거창한 발간 이벤트를
스/도미노를 두며 한가롭지만 감정을 담뿍 담
벌이지 않는다. 출판사 역시 도서관을 중심으
아 이야기할 것이다. “지난달에 새빨갛게 볼
SPECTRUM
이로 무명의 쓰는 사람, 서점 유어마인드운영 twitter@whoisiro www.your-mind.com
터치한 신입생 여자애가 빌려 간 상권은 왜 안
누구도 이것이 비극이라 느끼지도 못한 채 옅
돌아오는 거야? 우리는 상-하 함께 읽어야 완
어져 간다. 모든 인쇄물과 서점도 언젠가 자취
전하다고 몇 번을 얘기해!”
를 감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서관
도서관에서는 모두가 차분해진다. 나는 10년
만큼은 최소한의 형태로라도 어떻게든 끝내
전 어느 목요일 오후 다섯 시의 태양과 그 그림
사라지지 않을 거라 예감한다. 왜곡된 믿음.
자가 책들의 공간 전체를 넘치게 안고 있던 순
희망적인 오해. 그들은 숱한 텍스트로 지어진
간을 기억하고 있다. 도통 음악이라곤 틀어주
성벽 안에서 종이로는 마지막으로 발간된 처
지 않는 건조한 그곳에서 모두 전화라도 오면
세서마저 소중하고 지키고서, 아니 ‘지킨다’는
황급히 그리고 멀리 뛰어나갔다. 언어와 문장
단어는 낭만에 스테로이드를 주입한 욕망처
외에는 무엇도 허락하지 않을 듯 견고한 책의
럼 느껴지므로, 차별 없이 ‘보관하고’ 있을 것
성곽. 지독히 배타적이고 방어적이지만 그 이
이다. 그때 우리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각자
기심이 누구도 해치지 않을 때, 나는 책이 주
의 어느 목요일 오후 다섯 시의 태양과 그림자
는 아주 뻔한 낭만에 빠져 생각한다. 비극일지
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언어와 감각의 축
모르지만, 언젠가 책은 사라질 운명에 처할지
복은 시대의 추세와는 관계없이 작은 순간에
모른다. 약해지고 흐릿해져 마지막 순간에는
대한 의지에서부터 시작된다.
먼 미래에 책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혹은 그때 우리가 이미 죽고 없다는 사실을 어째서 마치 다행인 것처럼 말했을까.
© images courtesy of iro SUMMER . 2012
61
05 Street
내 친구, 루이
루이荒木 塁, Lui Araki 를 만난 것은 2001년 여름
습으로 한국 스케이터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
이었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지티엠GTM 스케이
게 되었다. 그 후로도 한국을 다섯 차례 이상
트보드 크루, 이하 GTM
방문하며 현재까지 한국 스케이터들과 우정
을 위해 일하던 시절, 한국
에도 이런 것이 있다고 알리고 싶어서 GTM
62
고유의 스타일이 있는 스케이팅과 함께 조용하면서도 밝은 미소로 서로에 대한 존경과 예절로 한국 스케이터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게 되었다.
을 이어가고 있다.
첫 번째 작품이었던 <비상>의 트레일러와 정
스케이트보딩 커뮤니티 도넛Dooonuts,
보를 일본 스케이트보드 사이트 게시판들에
dooonuts.com 을
www.
무작정 올리곤 했었다. 그 글을 본 쓰리즈필
련원 공원컬트 파크 앞에 스케이트보드 샵 밀원
운영하는 지승욱과 동대문 훈
름웍스Three’s Film Works 의 마사와 연락이 닿게
Meal1, www.meal1.net 을
되어, 그해 여름 ‘어반 오디세이Urban Odyssey’
리아Incase Korea 를 운영하는 양준무 또한 루
란 이름의 스케이트 투어로 당시 제일 두각을
이의 오래된 친구들이다. 최근 밀원 개업식
나타내던 일본의 탑 프로스케이터 다섯 명이
을 축하하러 서울을 방문한 루이와 함께 식사
일주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그 중 한 명이 바
했을 때, 내가 2004년 고베에 갔을 때, 마루
연 류덕린, 인케이스 코
로 루이였다.
야마 공원 정상에서 고베 항港의 야경을 바라
투어 동안 자신이 원하는 트릭들이 제대로 되
보며 칠링했던 순간, 그리고 내가 떠나는 날
지 않아 약간 조급했었다면서 시간이 지난 후
아침 공항까지 배웅해주면서 뜨는 해와 함께
내게 이야기하던 루이. 투어 내내 고유의 스타
‘러브식 파트 투luvsic Pt.2’와 ‘내츄럴 본 덥natu-
일이 있는 스케이팅과 함께 조용하면서도 밝
ral born dub ’을 반복해서 들었던 순간을 이야기
은 미소로 서로에 대한 존경과 예절을 갖춘 모
하며 우리는 즐거워했다.
SPECTRUM
Lui Araki
정바울
Pro skateboarder L.I.F.E Director
People connector, Entrepreneur, Tourist
http://lifeissogood. seesaa.net/
twitter@JBWool jbwool.tumblr.com
1977년생인 루이는 간사이関西 지방 항구도
스케이트파이브투Vans SK8five2, www.8five2.com
시 고베神戸를 대표하는 프로스케이터로서 백
에서 사진전을 연 바 있다.
사이드 노즈슬라이드 투 크룩B/S noseslide to
다들 ‘사진만이 남는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crook, 백사이드 노즈슬라이드 팝 아웃B/S nos-
말하는 순간 이미 지나가 버린 그 순간을 포착
eslide pop out,
백사이드 립슬라이드B/S lib slide
하여, 그후에도 오랫동안 보존하고 공유할 수
와 매뉴얼manual 계의 대표적인 트릭들로 구축
있게 해주는 사진 본연의 역할과 장점을 여실
한 자신만의 스타일로 일본 스케이트보드계
히 드러내면서 말이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고
에서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며 존경받고 있
내가 늙어도, 심지어 그 순간이 기억나지 않게
다. 현재 도쿄에 거주하는 그는 2006년, 오
되더라도 여전히 남을 내 친구 루이의 사진을
래된 친구 나오와 함께 L.I.F.ELive in Fab Earth,
소개하고 싶다. 1996년 이래 변함없이 프로
www.liveinfabearth.com 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홍
스케이터로서, 또한 사진작가로서 여행과 일
콩과 서울을 오가면서 스케이팅과 사진 작업
상을 담아내는 그의 블로그 속 사진들과 페달
을 한다. 서울은 물론 홍콩에도 많은 친구가
마피아와 함께 한 전시, 그리고 그가 한국 방
있는 그는 홍콩 로컬씬에서도 존경받는 인물
문 때 찍었던 사진을 이 글을 읽는 이들과 나누
이다. 스케이팅뿐만 아니라 사진에도 재능을
고 싶다. 이미 잊혀진지도, 그리고 잊힐지도
보이는 루이는, 2011년 도쿄에서 페달 마피
모르는 그 순간들을 말이다.
아Pedal Mafia 와 함께 사진전을 열고, 최근에는
‘Moto Moto Mitaina, Chisu~!’
홍콩 최초의 실내 스케이트보드 공원인 반스
© images courtesy of Lui Araki © Lui Araki’s portrait(Left, Page 54); image courtesy of Shinsaku Arakawa Sponsors: Strush Wheels, Know1edge, NITRAID SB, Murasaki Sports, Thunder Trucks, Dostech Bearings, ARMANI EXCHANGE Watch, Bifuteki no Kawamura, TAIL DEVIL Special Thanks: THE NORTH FACE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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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MUSIC
조금은 사적인 힙합 음악의 고향
아직 ‘또 하루 멀어져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
힙합을 처음 접할 때 알게 된 뮤지션이거나 내
고 있구나’를 읊조릴 나이밖에 되지 않았거늘
가 생각하는 ‘힙합의 가장 멋진 모습’을 음악
가끔 일종의 격세지감을 맛볼 때가 있다. 대략
으로 보여주었던 뮤지션들이다. 그중에는 이
이런 것이다. 내게는 힙합과 동의어로 남아 있
미 주류에서 밀려난 뮤지션도 적지 않지만 그
는 나스Nas 의 <일매틱Illmatic, 1994> 앨범을 지
래도 나는 정기적으로 그들의 근황을 확인하
루해서 잘 못 듣겠다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오
고는 한다. 남들과 다르게 나는 의리를 지키
고, 내 눈에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는
고 있다고 우쭐대면서 말이다. 그런데 차츰
신인들에 리스너들이 열광한다. 또 요즘 최고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에게 도
로 잘 나가는 영 머니Young Money 나 메이백 뮤
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움을 받고
직 그룹Maybach Music Group; 래퍼 릭 로스(Rick Ross)
있다고. 그들을 위해(?) 내가 그들의 음악을
에 대한 어린 리스너들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그렇게 하
가 세운 레코드 레이블 – 편집자 주
의 생각은 확실히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른 듯하
고 있다고.
다. 이쯤 되면 슬슬 불안감이 엄습한다. 자신
얼마 전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의 앨범이
의 꼰대 지수를 의심해보게 되는 것이다. 꼰
나왔다. 범피 너클스Bumpy Knuckles 와의 합작
대의 특징은 자신이 꼰대인 줄 모르는 것이라
이니 마흔을 넘은 큰 형님 둘의 만남이다. 사
는데, 설마 내가?
운드는? 똑같다. 세세하게 따진다면야 변화
이러한 와중에 내가 늘 스토커처럼 지켜보는
를 읽어낼 수도 있겠지만, 기조基調 는 과거와
대상이 몇 있다. 내게는 ‘고향’과도 같은 음악
똑같다. 20여 년째 똑같은 걸 하고 있다. 하지
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어린 시절의 내가
만 싫증 나거나 물리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감
Left: <The Kolexxxion> by DJ Premier and Bumpy Knuckles (a.k.a. Freddie Foxxx) Right: <Married to the Game> by Too $h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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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 Publishing Studio “1984” twitter@kbhman kbhman.tistory.com
비슷한 것이 내 몸을 감쌌다. 다행이라고 생각
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렇듯 뿌리를 놓지 않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는 스눕의 행보에서 나는 변했지만 실은 변하
투 숏Too $hort 역시 마찬가지다. 투 숏은 한술
지 않은 것을 본다.
더 떠 30년 동안 똑같은 걸 하고 있다. 이제
이 고집쟁이 형들에게서 나는 묘한 위안을 얻
소재가 떨어져도 한참 떨어질 때가 되었을 텐
는다. 마치 너는 틀리지 않았다고, 그러니 안
데, 아직도 ‘여자 후리는 랩’을 줄기차게 지속
심하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이에 더해 “그 시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아주 반갑다.
절(90년대 힙합 황금기)로 돌아갈 수만 있다
설령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또는 그
면 나는 백만 달러라도 내겠어”라는 셀프 타이
냥 관성적인 행동의 결과라고 해도, 반가운 건
틀드Celph Titled 의 가사까지 다시 떠올리고 나
반가운 거다.
면, 역시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연
그에 반해 스눕 독Snoop Dogg 은 완전히 다른
스레 든다.
경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여 년
물론 변화에 대처하는 문은 한쪽에 늘 열어두
간 누구보다 유행에 발 빠르게 적응하며 살아
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진짜 꼰대가 된
남은 래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앨범에
다. 하지만 동시에 움켜쥐고 가야 할 것들이
는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웨스트코스트의 고
있다. 오랜 세월을 거쳐 내 안에 정립된 힙합
유한 향기를 머금은 곡들이 늘 한 쪽에 자리한
고유의 매력, 즉 힙합이 왜 가장 멋있느냐는
다는 사실, 또 인기와 위치에 연연하지 않고
질문에 대한 나만의 대답, 그걸 놓치지 말아야
웨스트코스트의 지역앨범과 믹스테이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새삼 변하지 않는 그
그가 꾸준히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
들이 고마워졌다.
이 고집쟁이 형들에게서 나는 묘한 위안을 얻는다. 마치 너는 틀리지 않았다고, 그러니 안심하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 images courtesy of Gracie Productions/Works of Mart, Jive Records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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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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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이 있다면
영원하다고 혹은 영원할 거라고 믿었던 것 중
건 없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아닐까.
과연 만족스러웠던 게 있었나? 영원했으면 하
오래된 것은 영원한가? 오래 남을 것은 그런
고 바랐던 것의 생명력은 오히려 더욱 짧았던
가?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은 것들의 가치는
것 같고….
과연 온전할까 싶다. 인간의 손이 닿은 것 중
불과 30여 년 남짓을 살았고 영원의 개념을 알
에 그럴 수 있을 거라 믿는 건 애초에 틀린 기
게 된 것은 그보다 짧을 텐데, 길지 않은 시간
대일 수도 있다.
임에도 그 사이 불멸한 것은 없다. 감정도 물건
나의 ‘타임리스 테크 아이템timeless tech item’
도 조금씩 변하고 닳았다. 어떤 것은 잊어버렸
을 꼽자면 단연 사진기다. 순간을 기록해 영
고 어떤 것은 잃어버렸다. 사랑한다 노래를 불
원히 남기는 것은 사진만 한 게 없다. 그리고
렀던 그녀는 이제 어색해졌고, 원동기 면허와
정확히는 필름 카메라다. 나는 콘탁스CONTAX
함께 장만해 평생을 탈 거라 자부하던 베스파
티쓰리T3를 쓰지만, 필름 카메라라면 뭐라도
도 순순히 남의 손에 넘겼다. 나이를 떠난 팽팽
상관없다. 쉽고 많이 기록하는 것으로 치자면
한 얼굴은 때로 경망스럽고, 클래식은 ‘올드’
디지털카메라를 따라잡을 수 없겠지만 그래
하고 비합리적으로 보일 때마저 있다. 영원할
도 필름 카메라여야 한다. 굳이 필름인 이유는
거라 믿었던 것들의 단적인 최후다. 지금 생각
언제 찍었는지도 기억도 안 나는 똑같은 사진
해보면 ‘다 때가 있다’는 어른들의 말이 ‘영원한
으로 가득한 폴더를 보고 나서다. 언제부터인
SPECTRUM
최태형 다음 커뮤니케이션 메인페이지 기획 및 편집자
디지털이라면 0.1초 만에 지워질 사진도 필름이라면 가치 있다.
www.taihyoung.com (portfolio) www.cracklerz.com (outdoor lifestyle crew ‘Cracklerz’) twitter@naraedoo
가 셔터는 누르고 보는 것이 되었다. 아무 생
이라면 가치 있다. 눈을 질끈 감은 사진이 영
각 없이 누르고 아니다 싶으면 지워버리는 사
영 아쉽고 재미있는 추억으로 변모하는 것처
진들. 1초를 100으로 나누어 찍어댄 연사 속
럼…. 필름이라야 비로소 사진에 온전한 추억
사진들이 과연 각기 온전한 무게의 추억을 품
이 담긴다. 아니 최소한 디지털 사진보다 더
을 수 있을까?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티브이 프로그램보
24에서부터 숫자를 거꾸로 세어본 경험이 있
다 설레는 현상을 위한 1박 2일은 또 어떻고.
을 것이다. 처음 필름을 넣고 누른 셔터에 사
기다림은 필름 카메라가 주는 또 다른 재미다.
진이 기록되었는지 단순히 필름을 감기 위해
추억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해 가치 있는 재산
서였는지를 따져가며 추억을 기록했던 경험.
이고 좋은 기억들을 쌓으며 살아가는 것이야
한 방 한 방 거꾸로 세어가며 벼르고 벼른 시
말로 의미 있는 삶이다. 그런 면에서 ‘타임리
간을 담았다. 한 번 셔터로 한 장의 사진이 기
스 테크 아이템’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진기다.
록되는 것은 같지만 셔터마다 무게는 달랐다.
어떤 의미에서건 그렇다.
새로 필름을 감아 넣었을 때의 설렘과 마지막
그런데 정말 영원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
한 방을 남겨 놓았을 때의 아쉬움의 무게는 같
까? 영원한 것이 있다면…. 좋을까?
을 수 없다. 디지털이라면 0.1초 만에 지워질 사진도 필름
© images courtesy of Choi Taihyoung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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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Travel
여행자와 투덜거리기
그러니까 2007년 6월 내가 네덜란드 암스테
여행은 비와 사투를 벌인 기록으로만 남아 있
르담에 도착했을 때 기대한 건 어그 부츠와 무
다. 여행 중 뒤집힌 우산만 3개. 물에 빠진 생
스탕 재킷은 아니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쥐 꼴로 숙소에 돌아온 나는 울부짖었다. “신
내렸을 때 겨울 코트를 여미며 걸음을 바삐 재
이시여, 제가 무슨 잘못을 했나이까?”
촉하는 사람이 내가 본 첫 장면이라니, 너무
이보다 더 많은 예를 들지 않아도 내가 하려
초현실적이어서 머리가 다 어질어질했다. 다
는 말이 무엇인지 짐작하리라 생각한다. 도
른 여행자는 위안이랍시고 말했다. “파리는
대체 왜, 여행만 가면 날씨가 안 좋을까? 왜
지금 더 춥대. 지금 유럽 전체가 다 이상 기온
여행만 가면 ‘로마 미술이 신고전주의 미술
이야.” 2001년 8월 내가 파리에 갔을 때도 춥
에 미친 영향’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주어지
고 비가 왔는데 그럼 파리는 6년째 이상 기온
지 않고 ‘춥고 배가 고팠다’는 말만 반복하게
인 건가? 암스테르담에 있던 5일 내내 내가 한
될까? 그곳이 어디든, 계절이 언제든 여행지
일이라곤 겨울 재킷을 구하는 것과 국물 있는
를 떠올리면 춥고 배고팠단 기억이 가장 강하
음식을 찾는 거였다. 2008년 10월, 교토에
게 남아 있다. 좋은 뉴스라면 나만 춥고 배고
갔을 때도 일주일 내내 비가 왔으며 2009년
팠던 건 아니라는 거다. 서울의 끔찍하게 추
10월 북유럽에 갔을 땐 비바람과 우박 돌풍에
운 겨울을 피해 LA로 날아갔다가 며칠 전에
얼어 죽는 줄 알았다. 2010년 11월 포르투갈
귀국한 후배는 말했다. “에휴, 4월까지 추웠
왜 여행만 가면 ‘로마 미술이 신고전주의 미술에 미친 영향’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춥고 배가 고팠다’는 말만 반복하게 될까? 68
SPECTRUM
나지언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코리아> 피처 디렉터 twitter@DazedKorea www.dazeddigital.co.kr
어요. 이상 기온이래요.” 나쁜 뉴스라면, 이
씌우는 건 당신이 아주 재수 없어서가 아니라
상 기온이 아닌 지역을 찾아내는 게 요원한 일
여행자라면 당연히 겪는 문제인 건데, 흥미로
이 됐다는 거다.
운 건 우리가 여행지에서 이런 화제로 투덜거
아까 신에게 울부짖으며 한 질문에 대한 대답
리길 좋아한다는 거다.
을 생각해보면, 여행지에서 춥고 배고픈 건 내
불편은 여행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을 구분
죄가 맞다. 지구는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온다.
하는 지점이니까 말이다. 이탈리아 기차간에
유럽은 여름에도 춥다. 대부분 지역이 밤에
서 만난 미국인 청년은 말했다. “이탈리아 사
쌀쌀하다. 여행자는 날씨가 궂어도 일단 나간
람들은 어떻게든 내 돈을 훔쳐갈지 그 생각뿐
다. 여행자들은 바람막이 점퍼 하나를 챙기는
이야.” 도쿄에서 만난 한국인 여자애들은 말
데도 너무 많은 고민과 씨름한 다음에 결국 놓
했다. “시부야는 명동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고 가기 일쑤다. “추우면 가서 하나 사지 뭐”
볼 게 하나도 없어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라면서. 우산 역시 무겁다며 챙겨가질 않으니
서 만난 헝가리 여자애는 말했다. “이렇게 영
세계 어느 도시에서든 비를 맞고 있는 건 다 여
어가 안 통하는 나라는 처음 봐. 1, 2, 3도 못
행자다. 엄청난 운동량으로 여행자가 배가 고
알아들어.” 세월이 흘러도, 투덜거리는 여행
픈 것 역시 매우 당연하다. 결국 춥고 배고프
자는 지구 곳곳에 있을 거다. 그리고 여전히
고 더러운 숙소를 만나고 사람들이 바가지를
그들은 춥고 배고플 테고.
© images courtesy of Nah ji un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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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orial
INCASE ME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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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열여섯 팀의 공간에 스펙트럼이 찾아갔다. 그들의 공간, 그들 자신, 그리고 인케이스 text 홍석우 Hong Sukwoo(1-10), 김지혜 Kim Ji hye(11-16) edited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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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디자인과 손쉽게 활용이 가능한 기능으로 모든 취향과 직업, 열정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인케이스 제품은, 특화된 디바이스 보호, 최 소한의 디자인 및 혁신적인 기능화 함께 다양한 소재와 실루엣을 자랑하며 개인 물품과 기기를 서로 연결, 보호 및 정리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모든 인케이스 제품은 자연스러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완벽한 휴대성을 경험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케이스와 함께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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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Anywhere 캠페인에 자세히 알고 싶다면 캠페인 페이지에 방문하시길 바 랍니다. 또한 인케이스 코리아의 Facebook과 Twitter, Me2day 그리고 Instagram을 통해 다양한 _Anywhere 캠페인에 참여해 보세요. _Anywhere 캠페인을 통하여 친숙한 환경에서부터 장엄한 광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의 인케이스를 만나보실수 있습니다. Incase Korea Campaign Page goincase.kr /anywhere Facebook .com facebook/incasekorea Twitter twitter.com/incasekorea Instagram #_Anywh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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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출시한 카메라 컬렉션은 우리의 Capture Anywhere의 중심에 있는 제품군입니다. 모든 레벨, 모든 장소 - 필드에서 스튜디오까지 포토그래퍼들의 필요에 맞게 그대로 디자인된 이 카메라 컬렉션은 헤더 패브릭의 세련된 질감과 유니크한 외관과 더불어 멋진 사진을 위한 빠르고 쉬운 카메라 엑세스가 가능하며,
MacBook 과 iPad 등 여러분의 디바이스들을 수납할 수 있어 어디에서든 곧바로 에디팅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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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Jon 다니엘 전/ 패션 필름메이커 fashion filmmaker
영국 런던 출신의 전우진은 영상을 만드는 사람에게 붙는 직책 중에서도 ‘패션 필름메이커’라는 이름을 가장 좋아한다. 단어의 순수한 뜻처럼 영상을 찍고 편집하면서 그 안에 감각을 불어넣는 일을 가장 즐기기 때문이다. 십 대 후반부터 영화와 음향 관련 일을 시작한 그는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수많은 필름과 사진 경력을 쌓더니, 2011년에는 아예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겨버렸다. 귀국 이후 다양한 패션 필름을 선보인 그의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날씨와 음악부터 거리 사람들까지 모든 게 다른 런던과 서울처럼, 생각과 작업도 조금씩 변한다. 그는 여전히 배고프고, 여전히 즐거운 작업을 찾고 있다. www.danieljon.co.uk / www.vimeo.com/danieljon 78
SPECTRUM
Snap Case for iPhone 4S/4 (White Gloss), New DSLR Sling Pack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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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Namkoong 남궁선/ 영화감독 겸 영화 제작자 director & filmmaker
옮긴 지 한 달 남짓 됐다는 남궁선 감독의 작업실은 아직 정리 중이었다. 그녀는 질 샌더(Jil Sander) 코트를 걸쳤고, 좋아하는 감독 우디 앨런(Woody Allen)의 서명이 담긴 <맨해튼(Manhattan, 1979)> 포스터를 책상 옆에 두고 있었다. 요즘은 올해 목표 중 하나인 두 개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했다. 그 후 트위터를 보곤 그중 하나가 <남자들>이라는 가제를 달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 그녀의 작품을 본 것은 단편영화 <최악의 친구들(Worst Friends)>이었다. 3년 전의 일이었다. 그 안에는 나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상처투성이 젊음이 있었다. 어서 두 개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었으면, 어서 영화로 만났으면 하고 생각했다. www.namkoongsun.com / twitter@namkoongsun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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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an McGinness Snap Case for iPhone 4S/4 (Multi/White), Coated Canvas Sleeve for Macbook Pro 15â&#x20AC;?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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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mography Korea 로모그래피 코리아 Lomography Gallery Store Seoul 안효주 Sabina Ahn / online manager 엄선현 Heather Eom / assistant store manager
모두가 스마트폰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로 사진 찍는 지금도 필름 카메라의 생명력은 이어진다. 홍대 놀이터 뒷골목의 ‘로모그래피 갤러리 스토어 서울’에 방문하면, 우리가 흔히 아는 로모 카메라(35mm LOMO LC-A) 외에도 정어리 캔에서 영감 받은 ‘라사르디나(La Sardina)’ , 35mm 필름으로 144프레임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로모키노(LomoKino)’ 등 다양한 로모그래피 카메라를 만날 수 있다. 만약 이 글을 보는 당신이 사진과 영상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로모그래피 커뮤니티(www.lomography.co.kr)에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로모그래피는 당신과 함께할 수도 있다. ‘미래는 아날로그다!(The Future is Analogue!)’라고 외치는 그들의 표어가 마음에 든다면 말이다. www.lomography.co.kr twitter@lomographykorea / facebook.com/Lomokorea (Lomography Korea official) twitter@Sabina_Ahn / facebook.com/sabina.ahn (Sabina Ahn’s) facebook.com/eomsunhyun (Heather Eom’s)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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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and Shoot Field Bag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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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Velvet Underground 스튜디오 벨벳 언더그라운드/ 사진 스튜디오 photography studio
유상은 Sangeun Yu 박상수 Park Sangsu 김애니 Eni Kim 로렌 허친스 Loren S. Hutchins
대한민국 사진계를 대표하는 김중만 작가의 스튜디오, 벨벳 언더그라운드에는 그를 제외한 네 명의 식구가 있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이 젊은 작가들이 소통하는 수단은 다름 아닌 사진. 진정성을 내포한 모든 것에 끌린다는 이들은, 김중만 작가와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며 그의 작품에 완성도를 더한다. 2012년도 하반기, 스튜디오의 전 식구는 멋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바로 올 한 해 독도의 사계절을 앵글 안에 고스란히 담는 것. 진실한 관점으로 자연을 마주하는 그들의 안목에 우리의 독도가 더욱 아름답게 그려질 듯해서 무척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www.facebook.com/sangeun.yu.52, www.facebook.com/enikim, www.facebook.com/loren.hutchins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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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 Pro Sling Pack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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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감과 창의성은 Express Anywhere 라는 타이틀로 여러분께 선보여 집니다. 우리의 새로운 테라컬렉션은 볼드한 악센트와 풍부한 질감, 천연 소재가 어우러져 독특한 스타일과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과 강력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또한 여전한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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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y City 윈디시티 / 뮤지션 musician 김반장 Banjang Kim / 라국산 Guksan Ra 오진우 Jinwoo Oh / 백여사 Junghyun Beck 정원호 Wonho Jung / 신재원 Jaewon Shin
성북구 정릉 북한산 자락에는 파란 대문의 윈디시티 연습실이 있다. 급변하는 서울에서 마치 그곳만의 시간을 만져 정지시킨 것처럼, 그들은 합주하고, 농사짓고, 차를 내려 마신다. 그래서 그들과의 만남은 도심 속 산림욕처럼 신선하고 상쾌했다. 여름, 레게(reggae)가 빛을 발하는 계절. 윈디시티 또한 계획이 많다. 청국장처럼 구수한 레게리듬을 홈 레코딩으로 담은 새 앨범이 발매될 것이고, 강원도 어느 산속에서 멤버들과 캠핑하며 즐길 수 있는, 작지만 알찬 페스티벌 또한 준비 중이다. 작은 일탈을 꿈꾼다면, 또는 도심 속 평화를 느끼고 싶다면, 이 여름을 윈디시티의 레게 리듬에 맡겨보는 것도 좋겠다. www.windycity.co.kr (official) / twitter@drumandsing (Kim Banjang) / facebook.com/ banjangkim (Kim Banjang)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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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Collection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Pro 13â&#x20AC;? (Marilyn Cream) Sonic Over Ear Headphone (Ash/Fluro Orange), Hybrid Cover for iPhone 4S/4 (Blue/Celestial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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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 Song 필 송/ 케이덴스 스케이트보드 디스트리뷰션 대표 Kadence Distribution owner
필 송은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캐나다에서 보냈다. 주위 ‘교포’ 친구들은 학교에서 말썽부리지 않고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공부 잘하느냐에 매달렸지만, 철 들기 전부터 그의 주위에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친구들이 넘쳤다. 나이가 들고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을 무렵, 그는 서울에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스케이트보드 관련 디스트리뷰션 업체 ‘케이덴스’는 자연스럽게 탄생한 셈이다. 햇볕 쨍쨍한 날, 동대문 훈련원 공원(컬트 파크)에 가면 높은 확률로 스케이트보드 타는 데 정신없는 필 송과 그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땀과 진한 웃음도 함께 말이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www.kadencedist.com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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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ate Pack Lite (Cobalt/Red Orange), Reflex On Ear Headphone (Oregano/Fluro Orange), Hybrid Cover for iPhone 4S/4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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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Conan 디제이 코난/ 디제이, 유니언 라운지 공동대표 DJ, Union Lounge co-founder
‘유니언 라운지(Union Lounge)’는 지난 4월 하순, 디제이 코난과 두 명의 친구들이 함께 문 연 공간이다. 음악과 친구들 사이에서 보낸 이십 대가 지나면서 그는 자신이 받는 것보다 앞으로 베풀 수 있는 무언가에 더 관심이 생겼다. 서른한 살이 되고서는 어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했다. 처음에는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곱창 가게’였으면 했지만(농담이 아니다), 어느새 친구들과 의기투합하면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유니언’이 됐다. 5월 말부터는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음악 하는 사람들은 아닌’ 이들이 음악을 트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유니언과 5분 거리에 곧 완성될 작업실에는 그와 동료들이 쓸 장비들로 가득 찰 예정이다. 디제이 코난과 유니언 라운지가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벌일지 벌써 두근거린다. twitter@DJCONAN / facebook.com/unionlounge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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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ic Over Ear Headphone (Black/Fluro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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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공항에서 촬영된 Connect Anywhere 는 완벽한 이동성이 특징입니다. 인케이스의 오디오 컬렉션은 여러분이 듣는 음악을 더욱 깨끗하게 하며, iPhone, iPad, MacBook 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와 리모트가 여러분에게 더욱 쉬운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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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wan 조완/ 서점 포스트 포에틱스 대표 select book shop Post Poetics owner
포스트 포에틱스라는 서점을 알게 된 것은 2007년 여름이 올 무렵이었다. 홍대 끝자락 상수역 근처에서도 혼자만 고요한 서점 안에선 세계 각지에서 모인 책들이 북적였다. 그 후로 두 번의 이사가 있었는데, 한남동 대로변 건물 3층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작년의 일이다. 널찍한 매장 안에는 젊은 예술가의 드로잉 북부터 비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아트북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어떤 일관성이 있다. 변하는 취향과 예술에 대한 눈 사이에서 여러 가지가 드러나고 사라진다.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적인 매장 분위기 때문일까. 이제 그 안에서 어떤 책을 접해도 ‘포스트 포에틱스처럼’ 보인다. 말하지 않아도 정곡을 찌르는 무언가가 조용하고 하얀 서점 안에 있다. www.postpoetics.kr (official) / www.shoppopo.org (online shop) / postpoetics.tumblr.com (blog)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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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vot On Ear Headphone (Dove/Fluro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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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2012
Tae il Park 박태일/ 지큐 코리아 패션 에디터 GQ Korea fashion editor
지큐 코리아의 패션 에디터 박태일은 사시사철 반듯한 옷차림으로 나타난다. 뚝 떨어지는 정장 차림이나 단단하게 만든 것들로 가득 찬 소지품과 닮은 글과 사진이 그가 맡은 지면을 한 장씩 채운다. 그는 지난해 내 강의에 출연자로 참여해준 적도 있다. 당시 나눈 대화를 전부 기억하긴 어렵지만, 마음 깊숙한 곳부터 패션을 좋아한다고 느꼈던 것만은 또렷하게 남았다. 만일 당신에게 ‘패션’이라는 단어가 남들보다 개성을 드러냄으로써 희열을 느끼는 행위로 다가왔다면, 박태일이 풀어내는 패션은 ‘그것만이 패션이 아니라는’ 좋은 반론이 되지 않을까. www.gqkorea.co.kr 98
SPECTRUM
Andy Warhol Collection 13â&#x20AC;? Protective Sleeve (Marilyn Black), Sonic Over Ear Headphone (Primer/Fluro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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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2012
Sang jin Park 박상진 / 라파트먼트 오너 L’APPARTEMENT owner
얼마 전 지인의 작업실에서 멋지고도 튼튼한 맞춤 가구를 보았다. 가구의 출처는 바로 통의동에 있는 ‘라파트먼트 (L’APPARTEMENT)’. 취미였던 가구 만들기가 좋아 전업으로 몰두한, 라파트먼트의 대표 박상진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잘 팔리는 것’이다. 곧 사람의 손이 많이 가고, 사람에게 꼭 필요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그의 철칙. 그래서 라파트먼트의 가구는, 튼튼하고 예쁘고 또 실용적이다. 취미가 직업이 된 후, 그러니까 라파트먼트의 매장을 열고 나서, 그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가구를 통해 만나는 사람과 쌓여가는 경험이 모두 새롭고 좋다는 그에게서, 비어있는 공간을 가득 메우는 가구의 매력이 느껴졌다.
www.lappartement.kr 100
SPECTRUM
Andy Warhol Collection Tote Bag (Marilyn Cream), Shepard Fairey Collection for 15â&#x20AC;? Canvas Sleeve (Red 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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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2012
우리의 새로운 레인지 컬렉션은 외부의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Explore Anywhere 라는 슬로건을 돋보이게 합니다. 강화된 방수 기능과 견고한 재질, 그리고 안전을 위한 스카치까지, 5종의 레인지 컬렉션은 여러분의 기어와 함께 테크놀러지를 완벽하게 보호하며, 로드와 트레일 등 외부에서 완벽한 캐링 솔루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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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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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DOTE 안티도트/ 서핑 및 스트리트 컬쳐 편집매장 surf & street culture select shop 서장현 Jang hyun Seo / ANTIDOTE co-owner 김석관 Suckkwan Kim / ANTIDOTE co-owner
부산 토박이 출신의 서장현과 김석관은 어릴 적부터 알던 친구 사이다. 이십 대를 서핑에 바친 서장현과 그와는 조금 다른 삶을 산 김석환이 의기투합하여 안티도트를 만든 게 벌써 2007년의 일이다. 그들은 부산을 기점으로 ‘서핑’이라는 조금 생소한 문화를 조금씩 넓혀 왔다. 2010년 안티도트 서울(ANTIDOTE SEOUL) 쇼룸을 열고, 지난 3월 말에는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고 사우스(go south)’를 부산 대청동에 열었다. 그곳에서 ‘ 서핑’에 관한 물건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과 그림, 거리문화와 패션처럼 어떤 공통분모를 가진 것들이 모여서 어울린다. 안티도트가 이어질 수 있는 원동력은 어울림의 미학이 주는 힘이 아닐까 싶었다. www.antidote.co.kr / blog.naver.com/antidotekr / twitter@ANTIDOTE_KOR 104
SPECTRUM
Shepard Fairey Collection Campus Pack (Black Yen), Shepard Fairey Collection Snap Case for iPhone 4S/4 (Lo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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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2012
Yonghoon Jeon 전용훈/ 혜원출판사 기획팀장 및 일구팔사(1984) 발행인 Hyewon Publishing Co. planning manager & 1984 Publishing Co. creative director
몇 개의 책상이 들어선 출판사의 실내장식이 짐짓 드러난 개인의 취향과 교묘히 닮아있다 싶더니, 모두 전용훈 기획팀장의 손길이 닿은 것이라 한다. 벌써 삼대째 출판업에 종사한 집안에서 나고 자란 그는 다방면의 관심사를 이용해 남들이 미치지 않았던 접근방식으로 책을 만든다. 그가 만든 출판 브랜드 ‘일구팔사(1984)’가 발행한 <예술가의 인테리어(Creative Space)>와 <더 스트리트 북(The Street Book)>은 그 출발점에 있다. 소수가 열광하는 문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상업적 관점에서 보면 조금 어리석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책이라는 불변의 매체 안에 녹인다’는 그의 소신은 진정성이 담긴 것들에 목마른 청춘에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출간된 두 권의 책과 앞으로 나올 ‘남성복 디자이너들’에 대한 책을 슬쩍 보면, 머지않아 우리 출판계가 조금은 젊어질 것이라고 예감할 수 있을 것이다.
www.hyewonbook.co.kr / www.facebook/typebow 106
SPECTRUM
Birds Nest Snap Case for iPhone 4S/4 (Vermillion), Metallic Slider Case for iPhone 4S/4 (Ultramarine Metal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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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2012
DNDD 디앤디디/ 아티스트 듀오, 디자인 스튜디오 artist duo & design studio 이정헌 Jeongheon Lee / project manager 이고은 Goeun Lee / art director
오랜 시간 ‘두식앤띨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 그룹인 이정헌과 이고은은, 올해부터 ‘디앤디디(DNDD)’라는 새 이름으로 활동한다. 작가적 성향을 위해 상업을 배척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친구 삼아 더 넓게 그리고 다양하게 DNDD의 감각을 선보일 예정으로, 올해는 그들의 예쁜 작품을 곳곳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가치를 지닌 ‘타임리스(timeless)’란, 함께 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라고 말하는 그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 두 사람을 직접 본다면, ‘예쁘다, 잘 어울린다, 부럽다’는 말을 저도 모르게 하게 될 것이다. 애정을 가지고 서로 지지하며, 한 호흡으로 만들어내는 그들의 작품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것만 같다. www.dndd.com 108
SPECTRUM
Terra Collection Campus Pack (Powder Gray), Andy Warhol Collection Snap Case for iPhone 4S/4 (Marilyn C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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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2012
훌륭한 수업은 학교만이 아니라 밖에서도 이루어집니다. Work Anywhere라는 슬로건은 언제 어디서든
Incase의 MacBook용 Hardshell Case, 백팩과 가방 그리고 헤드폰이 있다면 배울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Incase의 Apple 디바이스용 제품은 어디에서든 기술, 서적, 재료를 안전하게 다룰수 있도록 설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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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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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 yong Ko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디자이너 Beyondcloset by tae yong designer
고태용의 유쾌함은 사람들이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군에 대해 가진 몇몇 고정관념을 날려버린다. 폭설이 내렸던 지난 2월, 어느 의상학도가 무턱대고 쇼룸을 찾았을 때 나 또한 쇼룸에 있었다. 당시 불투명하던 서울 패션위크에 대해 고태용과 조금 무거운 대화를 나누던 참이었다. 의상학도 친구는 묘한 자리에 끼어든 셈이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솔직하고 유머 있게 청년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점이 고태용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그는 다양한 작업을 벌이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여러 기업과 잡지와의 작업, 자신의 컬렉션과 세컨드 레이블에 대한 연구까지…. 서울 패션위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남성복 디자이너가 된 그의 다음 행선지가 궁금해진다. www.beyondcloset.com / twitter@beyondcloset 112
SPECTRUM
Reflex On Ear Headphone (Ash/Pink), Animal Snap Case for iPhone 4S/4 (Yellow Cheet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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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2012
Ji won Baek 백지원/ 모델 fashion model
이제 데뷔 3년 차인 백지원은 매달 패션 잡지 속에 여지없이 등장하는, 요즘 가장 잘 나가는 패션모델 중 한 명이다. 화려한 메이크업에 강렬한 의상을 입고 화보 속에 자주 등장하지만, 직접 만나야지 느낄 수 있는 소녀티를 갓 벗은 말간 얼굴이 화보보다 더 인상 깊었다. 이제 스물세 살이 된 그녀 인생의 최종목표는,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미치는 사람이 되는 것. 중학생 때부터 꿈꿔온 모델 일을 하고 있어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는 그녀는 일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늘 감사한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너머의 준비와 수고를 아는 이 예쁜 아가씨는 매일매일 인생의 최종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www.cyworld.com/g_0n3 / twitter@jiwon900 114
SPECTRUM
Nylon Backpack (Dark Gray/Pink 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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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 2012
Takahito Irie 이리에 타카히토 / 아티스트 artist
이리에 타카히토의 작업을 접한 곳은 ‘선인장 스페이스 스웨이즈 오브 시잉(SUNINJANG SPACE Ways of Seeing)’의 전시였고, 그를 직접 만난 곳은 우연한 술자리였다. 그의 작업 중에는 이미 스펙트럼에서 만났던 아티스트 제임스 파우더리(James Powderly)와의 협업도 있었다. 시끌벅적해졌다는 한남동 대로변과 거리를 둔 그의 작업실은 오래된 서울 어딘가를 걷다 발견한 비밀스러운 공간처럼 보였는데, 작업실 안쪽에는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유토피아(utopia)’ 이야기가 어지럽게 적혀 있었다. 최근 몰두한 ‘휴먼 머신 (Human Machine)’ 연작처럼 회화와 사진, 기술과 영상의 결합을 넘어 조각과 패션처럼 아예 다른 분야의 결합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그는 머릿속 생각을 하나씩 구체화하고 그것을 즐겁게 선보인다. 아티스트에게 항상 자극받는 이유다. www.irietakahito.com / twitter@takahitoirie / facebook.com/takahitoirie 116
SPECTRUM
Travel Kit Plus for iPad (Black), Perforated Snap Case for iPad (Black), Ryan McGinness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Pro 15â&#x20AC;? (Black/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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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mmendation
RECOM DATION FOR SU 2012 118
SPECTRUM
MENS MMER ‘Recommendation’은, 스펙트럼이 다루는 패션, 디자인, 아트, 북, 스트리트, 음악, 테크, 여행의 여덟 가지 분야 안에서 추천한 일종의 안내서입니다. 이번 호의 주제는 ‘2012년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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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Self Service magazine iPad App 홍석우 Hong Sukwoo
크리이에티브 디렉터이자 포토그래퍼인 에즈라 페트로니오Ezra Petronio 와 그 의 동반자 수잔느 콜러Suzanne Koller가 1년에 두 번 발행하는 패션 잡지 <셀프 서비스Self Service>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고의 독립 패션 잡지 중 하나였 다. <셀프 서비스>의 아이패드iPad 애플리케이션은 ‘전자 출판물’ 시장에 뛰어 든 수많은 패션 잡지 중에서도 단연 빛을 발하는데, 종이 잡지가 주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 - 동영상과 사진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화보, 터치로 변형되는 재미있는 광고, 태블릿PC에 맞춘 미려한 지면배열 - 을 통한 아름다움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멋진 앱은, ‘무료’다. © image courtesy of Self Service magazine/ Self Service iPad app is now available on iTunes. 120
SPECTRUM
Design
Dyson Air Multiplier 양준무 Joon Yang
디자인과 테크놀로지가 결합한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영국의 다이슨 Dyson. ‘에어 멀티플라이어Air Multiplier’라는 호칭이 유독 잘 어울리는 이
제품은, 타임TIME 지에서 선정한 2009년 ‘올해의 발명품’과 2010년 일본 굿디자인Good Design Grand Award 대상을 받았다. 디자인과 기술력 은 물론 수천 번의 테스트를 거친 안정성으로, 선풍기에 대한 100년 이상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현시대의 혁신적인 결과물임이 틀림없다. © image courtesy of Dy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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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PICK UP Gallery 정재환 Jae Chung
올해 5월 문을 연 ‘픽업 갤러리PICK UP Gallery, www.pickupgallery.kr’는 젊은 작가들의 작 품을 쉽게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갤러리’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특별함 The extraordinary for not so ordinary people’이라는 콘셉트로 사진과 일러스트, 회 화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개한다. 작품은 모두 한정판으로 제 작되며 사진과 프린트 작품은 에디션 번호가 붙는다. 또한, 픽업 갤러리는 ‘구매’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당신이 무언가 만들고 있다면, pugartists@gmail.com 로 포트폴리오를 보내보시길. 픽업 갤러리의 전시 안에 동참할 수 있다. © image courtesy of pickupgalle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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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Book
Digital Magazine HYPEBEAST.com 김지혜 Kim Ji hye
웬만한 소지품은 다 성가신 것으로 변하는 여름. 무형이라 무게감은 제 로, 정보력은 방대한 웹진만한 게 있을까. 특히, 하입비스트HYPEBEAST 는 전 세계 가장 이슈가 되는 패션, 예술, 디자인과 문화를 모두 섭렵할 수 있으니, 당신이 산에 있든지 바다 한가운데 있든지 스마트폰만 있으 면 심심할 리 없단 말씀. © image courtesy of hypebea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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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Clip-on Sunglasses 김래현 Kim Rae hyun
따스한 봄 날씨를 기대하기 무섭게 여름이 온다. 사계절을 막론하고 필 수품이 된 선글라스는 특히 길거리street 에서 그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 하는데, 특히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도 안경과 겸용할 수 있으면서도 고전적인 멋을 즐길 수 있는 ‘클립형 선 글라스Clip-on Sunglasses’는 어떤가? 햇볕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팔을 걷어 올린 셔츠에 페니로퍼를 신고 클립형 선글라스를 쓴 남자를 발견 하게 되면, 한 번 뒤돌아보게 될 것만 같다. © image courtesy of gentlemonster.co.kr 124
SPECTRUM
Music
NOSAJ THING 리치 림 Rich Lim
밤이 되면 서울은 낮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하곤 한다. 도시 경관은 마치 한 폭의 영화 같은 그림을 연상시킨다. 만약 이런 서울을 가장 잘 반영 하는 영화 음악 하나를 고른다면, 강한 비트로 이루어진 노사지 싱Nosaj Thing 의
음악을 선택하고 싶다. 어딘지 모르게 친숙하면서도 동시에 방
대하게 느껴지는 그의 음악은 어둑해진 저녁, 혼자 헤드폰을 꽂고 길을 걸을 때 혹은 드라이브를 즐길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음악이다. nosajthing.com / soundcloud.com/nosajthing © image courtesy of NOSAJ THING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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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Philips Air Fryer 김세일 Kim Seil
약 반년 전,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주방기기, 필립스 에어프 라이어Philips Air Fryer. 기름을 넣지 않고 공기로 튀겨낸다는데, 과연 기 름 한 방울 없이 튀김 본연의 맛이 가능할까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결 과물을 직접 맛보는 순간, 의심했던 순간이 있었던가 할 만큼 그 놀라 움은 두 배가 된다. © image courtesy of Phil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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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Travel
The Design Hotels™ Book: Edition 2012 백은영 Lily Baek
지난 5월, 디자인 호텔™DESIGN HOTELS™의 도움으로 싱가포르의 멋진 부티크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2009년부터 매년 <더 디자인 호텔 북The Design Hotels™ Book >을 발행하는 디자인 호텔™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전
세계 134개 도시의 220개 디자인 호텔을 소개한 <더 디자인 호텔™ 북: 2012년 판 The Design Hotels™ Book: Edition 2012>을 선보였다. 올여름에는, 이 책에도 소개되었고 현재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티크 호텔로 명성이 자자한 ‘워터하우스 앳 사우스 번드THE WATERHOUSE AT SOUTH BUND’로의 짧은 여행을 계획 중이다.
© image courtesy of DESIGN HOTELS™ & Gestalten.com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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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BAIK ZONG YEOL
V 백종열 BAIK ZONG YEOL Lives and Works in SEOUL twitter@zongbaik / www.grafikplastic.com / www.617.co.kr 백종열, 그 이름 세 글자를 모른다고 해도 어딘가에서는 그의 작업과 마주했을 것이다. 광고회사 617의 대 표이사, CF 감독, 캘리그래퍼로 활동하는 백종열은 그만큼 많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한 작 업들을 나열한다면, 족히 이 페이지들을 모두 채울 정도로 그는 열심히 일해왔고, 또 이슈가 되었던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언제부턴가 ‘감각 있는 작업’하면 쉽게 떠오르는 인물이 되었지만, 정작 그는 단 한 번도 쉬이 작업한 적이 없다. 항상 무엇을 해도 반만 만족한다는 그는 일하면서 늘 아쉬움을 느낀다. 그 ‘ 미련’이 그를 계속 자극하고 동기화하는 힘이 된다. 그는 지금 UEFA 유로 2012(UEFA Euro 2012, The 2012 UEFA European Football Championship)를 위해 얼마 전 유럽에서 축구선수들과 함께한 촬 영의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얼마 전에는 포토그래퍼 홍장현과 함께 만든 안경 브랜드 <그라픽 플라스틱 (Grafik Plastic)>으로 2012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 진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로, 제품 및 커뮤니케이션, 콘셉트 디자인 부문에서 걸출한 작품을 선정하여 매 년 수상자를 선정한다. - 편집자 주)의 우승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부 인할지 모르지만, 시대를 앞서면서 시대와 맞춰나가는 아트디렉터로서의 ‘촉’을 여러모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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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HONG JANG HYUN
S 홍장현 HONG JANG HYUN Lives and Works in SEOUL twitter@hongjanghyun / www.grafikplastic.com / www.wibagency.com 2004년, 어시스턴트 시절을 같이 보낸 동료 최용빈과 함께 용장관 스튜디오를 시작한 이후로, 홍장 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겁게’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중 한 사람이 되었다. 2006년 하퍼스바자 코 리아(Harper’s BAZAAR Korea)의 ‘올해의 포토그래퍼 상’을 기점으로 연이어 수많은 상복이 터졌 고,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연예인들이 가장 작업하고 싶은 포토그래퍼로 그를 지목했다. 그는 쉬지 않고 계속해서 일한다. ‘패션 사진이란 상업과 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그는 작가주의를 표방한 어 떤 고집이나 틀 안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누구보다 즐겁고 자유로운 자세로 작업에 임한다. 그 유쾌한 에너지가 그를 다시 찾게 하는 힘이 된다. 나이가 들면 포토그래퍼는 더 좋은 안목을 갖게 된다고 믿는 그는 지금보다 더 좋은 ‘눈’을 갖게 될 미래를 위해서 ‘서울 너머’를 생각한다. 그리고 아내의 친오빠와 도 같은 백종열 감독과 함께 <그라픽 플라스틱> 작업의 하나로, 많은 사람의 얼굴을 프레임 안에 담는 다. 피사체의 매력을 십분 알아차리는 포토그래퍼의 감 덕분일까? <그라픽 플라스틱>의 안경을 쓴 사 람들의 얼굴은 무척 ‘그라픽적으로’ 보인다. 이 모든 작업을 하는 홍장현은, 평생을 패션 포토그래퍼 로 살아갈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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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Grafik Plastic pop-up store & exhibition at WYLN
스펙트럼 매거진의 다섯 번째 챕터 ‘갤러리’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재능 넘치는 두 명의 아티스 트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그 여섯 번째 시간에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두 사람의 삶과 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 둘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공동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했 습니다. 광고기획사 ‘617’의 대표이자, CF감독으로 많은 영화와 광고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 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백종열 감독.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 상업 사진계가 가장 열광 하고 선호하는 패션 포토그래퍼 홍장현, 이 두 사람이 이번 호의 주인공입니다. 혹자는 이들을 ‘아티스트’의 범주에 놓지만, 정작 자신들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술이라 하기 에 광고라는 것은 애당초 팔려야 하는 문제’라 말하는 백종열과 ‘패션 사진이 가지고 있는 상업 적인 특성을 이미 알고 있기에 예술이란 개념 자체와 혼동하지 않는다’는 홍장현. 성격도 다르 고 활동하는 영역도 다르지만, 지금 그들이 하는 일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이 둘은 무척 닮아 있습니다. 다른 듯 닮은 그들이 나눈 많은 이야기가 <그라픽 플라스틱>이 되었습니다. ‘개성 없 는 사람의 얼굴에 개성과 이야기를 부여하기 위해’ 만든 이 새로운 안경 브랜드는 이제 서울 너머 의 움직임을 준비 중입니다. 백종열과 홍장현은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로 더 큰 일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들의 ‘지금’을 짧고 간결한 호흡으로 전합니다.
© images courtesy of Hong Jang hyun & Zong Baik
interview & text 김지혜 Kim Ji hye edited by 홍석우 Hong Sukwoo 김희준 photography Kim Heejune (Graphic Plastic pop-up store) 130
SPECTRUM
01 Processes and taste 과정과 취향 김지혜 Kim Ji hye, 이하 Q: 각자 지금 인생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홍장현 Hong Jang hyun, 이하 JH: 기대 이상의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만족한 만큼 그 이 상을 꿈꾸기 마련이기에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이 있다. 백종열 Baik Zong yeol, 이하 ZB: 나는 ‘욕심’이 있다는 걸 부정해 본 적 없다. 그래서 늘 반만 만족한 다. 만족이 주는 ‘게으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지금 인생이 좋은가?’라고 물었다면 ‘좋 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만족도로는 답하기가 어렵다.
Q: ‘반만 만족한다’를, 아쉬움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까? 그렇다면 작업을 할 때에도 미 련이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편인가. ZB: 당연하다. 미련이나 아쉬움이 남지 않았던 작업은 단 한 번도 없었다. Q: 본인들의 무대에서 주연급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번에 주연자리를 얻 을 수 없듯 지금까지의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다. 처음 광고(백종열), 사진(홍장현)을 택하 게 된 계기와 그 과정은?
ZB: 돈이 없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사실 그것은 집안에서 철저히 나 혼자 주장했던, 내 희망 사항이었고, 간신히 성년에 진입했던 나로서 가족들의 지원이란 불가피한 것이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사실 광고를 해야겠다고 맘먹은 적은 없다. 우연히 입사하게 된 도프(패션 광 고회사 ‘도프앤컴퍼니’)가 나에게 그 길을 열어주었다. 정리를 해보자면, 그림을 갑자기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을 두고 포기하게 됐던 거고, 전향한 것도 아니었다. 직업이 필요해서 찾은 직장이 패션 광고를 하던 스튜디오였다. 그때 맨 처음부터 하나씩 배우게 됐다.
Q: 오히려 그림을 그리지 않고, 광고를 하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ZB: 그림을 포기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단, 지금 되돌아보니 그림을 했어도 지금과 그리 다르지 않은 작업의 과정이었을 거로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그림을 계속 그렸더라 도 만족도 내지는 욕심과 미련, 아쉬움의 질과 양은 비슷했을 것 같다.
Q: 돈이 필요해 시작한 첫 직장의 특성 덕도 있었겠지만 계속해서 배우고 지금까지 그것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언가 끌리는 점이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 당시 처음 광고를 배우고 접하면 서 어떤 매력을 느꼈는가.
ZB: 어차피 상업적인 작업이다 보니, 좋고 나쁘기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재미있었다. 물론 그 것은, 때론 엄청난 부담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미가 더 크다. 그것이 매력이다 Q: 홍장현의 과정은 어떠했나.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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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의 추천으로 대학교 사진학과를 가려고 처음 카메라를 들었다. 하 지만 정작 대학에 가서는, 열심히 하는 학생은 못 됐다. 제대로 사진을 보기 시작한 것은 군대를 다녀온 후 3학년 때다. 그때 처음 어시스턴트 생활을 시작했다. 중간에 스튜디오를 한번 옮겼 고 그곳에서 3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 대학 동기이자 어시스턴트도 같이 했던 최용빈과 함께 지금의 용장관 스튜디오를 열었다.
Q: 혹자는 꽤 빨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포토그래퍼가 되었다고 당신을 이야기한다. 당 신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이토록 빨리 당신을 인정하고 함께 작업하 고 싶게끔 한, 당신의 장점은 무엇일까.
JH: 정말 빨리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나에게도 시련의 시간이 3년 넘게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 조금씩 일이 늘어나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생각 하자면 지금까지의 성장이 무척 빠른 건 사실이다. 앞으로 할 일이 훨씬 많으니까. 나의 장점이 라…. 글쎄? 그저 조용히, 잠잠히 일하는 내가 좋아 보였나?
Q: 대한민국 사진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처음 어시스턴트 생활을 하면서 바라본 사진 계와 지금 바라보는 관점 사이, 차이가 있는가. JH: 간단히 보면, 필름과 디지털의 시대변화, 작가들의 오름과 내림이 빨라지는 변화, 이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겠다. 필름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는 모두 알 수 있으니 것이니 굳이 설명하 지 않겠다. 나이가 들면 어렵다고 같이 일을 안 하려고 하는 시대의 양상에, 사진가들은 점점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눈’이 생김에도 일이 없어진다. 물론 게을러서 일이 줄어드는 사람도 많 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물론 그것을 나 또한 피해 갈 수 없기에, 그 미 래를 준비하고 있다.
Q: 패션 사진을 찍으면서 일종의 혼란이나 불만을 느낀 적은 없는가. 조금 쉽게 말하면, 예술 로서의 사진과 대면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지? 혹시 지금의 시스템 중 무언가 변화해야 한다 고 생각한다면, 지금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JH: 난 처음부터 정통 순수예술을 하는 아티스트를 꿈꿔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 이 아티스트라면 나는 아티스트가 되고, 작업자라고 하면 작업자가 될 수 있다. 내가 내 위치나 역할을 정하고 그것에 맞추어 살고 싶진 않다. 그래서 예술을 하고 싶은 마음과 지금 하는 작업 사이, 혼란을 겪은 적도 없고, 변화를 위해서 내가 찍고 있는 패션 사진을 그만두고 아티스트로 살고 싶지도 않다. 우리가 아티스트일까? 다시 한번 고민해 보겠다.
Q: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해야 하나. 사진이나 광고 모두 그런 식의 통찰력이 있어야 소 위 말해 ‘작품’이 되는 것 같다. 두 분에게는 그런 식의 특별한 관점이라는 게 있는지? 있다면, 그 런 안목은 어디서 어떻게 생기는 것인가.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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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현Hong Jang hyun, 더블유 코리아 2012년 3월호W Korea March 2012 issue
홍장현Hong Jang hyun, 로피시엘옴므 코리아 2012년 6월호L’Officiel Hommes Korea June 2012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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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현Hong Jang hyun, 로피시엘옴므 코리아 2012년 4월호 L’Officiel Hommes Korea April 2012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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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 제일 중요한 건 시대를 이해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쌓여가는 꾸준한 경험과 선 택을 통해 나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ZB: 통찰력과 안목. 있다면, 돈 주고 사고 싶다. Q: 광고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한방을 찾는 작업이 아닌가. 통찰력이 아니라면 그런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 ZB: 많이 듣고, 많이 본다. 그리고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분류한다. 어차피 모든 장르 를 다 잘해낼 순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할 수 있게끔 정보를 정리해 나간다. 그리고 가 능한 한 그것들을 다 기억해둔다. 나에게 영감이란 ‘떠오르는 것’이라기보다 ‘뒤지고 기억해내 는 것’이다.
Q: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JH: 욕심.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죽음 앞에서 눈 감을 때면 만족할 수 있을까. 절대로 만족하지 못하고 죽을 것 같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재미있고, 계속하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ZB: 마찬가지다. ‘흥미’와 ‘재미’.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노력도 없었고 지금도 없을 것이다. Q: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이 닮아있다. 각자 영역의 가장 큰 매력 요소는 무엇인가. ZB: 광고주에게 또는 소비자에게 칭찬을 받거나 욕을 먹거나 그도 아니면 무시당하는 이 일의 특성? 아주 아슬아슬한 작업이다. 그것이 곧 마력이고.
JH: 패션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인물과 문화 그리고 가벼운 트렌드 까지도 나의 손으로 기록할 수 있고, 그것이 곧 시대나 어떤 특정 매체를 위한 기록이 아니라 나의 기록 이 되어, 그것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 그게 매력이다.
Q: 현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JH: 나에겐 가족과 사진이 정확하게 오십 대 오십이다. ZB: 나의 아내, 나의 가정, 나의 직장, 나의 일. 그리고 나의 흥미와 나의 재미. Q: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나 근황은? JH: 앞으로 패션 사진을 계속해 나가려면 서울에서는 사실상 오십 살 이전에 끝날 것 같은 불 안감이 든다. 난 평생 패션사진가로 살고 싶고, 그렇게 하려면 외국교류도 준비해야 한다고 생 각한다. 그래서, 외국 진출과 관련하여 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그러면서 외국에서 활 동하는 스텝들이나 톱 모델과 작업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환경은 다르지만, 본질은 역시 같 더라. 그동안 내가 사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노력했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 끼고 있다.
ZB: 올해는 UEFA 유로 2012가 열리는 해다. 그래서 얼마 전 유럽에 가서 축구선수들과 촬영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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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했고, 그것이 곧 유럽에 방영될 예정이다. 지금은 그 후반 작업이 한창이다. 그리고 <그라픽 플라스틱>의 하반기 제품과 그에 대한 홍보. 이제 진행만 남겨둔 상태다.
Q: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ZB: 거리 하나에 젊고 늙은 크리에이터들을 모은다. 젊은이들에게는 살 공간을, 늙은이들에 게는 그들의 경험을 전시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가게들을 나눠준다. 어떤 때는 길을 막고 영화제 를 열고, 음악이나 공연이나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가 성립되는 상award 을 만들어 시상식도 열 고. 그런 것을 하고 싶다.
Q: 많은 아티스트에게 소통의 공간이 될 것 같다. 나눔의 공간도 되고. ZB: 오래전부터 생각한 일이다. 나도 그렇지만 함께 있어서 자극받고, 이야기하고 싶고, 듣고 싶어지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과 서로 가깝게 살거나, 아니면 모두가 한동네에서 산다면 얼마나 즐겁고 재밌을까. 일하러 가는 것은 물론이고, 단순히 놀러 가거나 심지어 잠을 자러 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JH: 영원한 패션사진가로! 죽기 전에 미국 보그VOGUE US 에 내 사진 한 페이지라도 실어봐야 하 지 않을까? 나이 오십 즈음을 목표로!
02 About each other 서로에 대하여 Q: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 ZB: 안성진 실장을 통해 알게 됐다. 그러다 나의 큰딸 같은 동생과 홍장현이 결혼을 하면서 더 욱 밀착됐다. 명절이 되면 집으로 찾아오는 식구의 개념까지 추가될 정도의.
Q: 함께 만나면 주로 무엇을 하는가? ZB: 술을 마시거나 요새는 그라픽 플라스틱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 되어 버렸다. Q: 서로에게 서로는 어떠한 존재인가. ZB: 사진 잘 찍는 부지런하고 책임감 있는 큰딸의 남편이자 동생. 홍장현은 나에게 존댓말을 한다. 말은 습관이기 때문에 생각이 투영된다. 존댓말은 그만큼의 간격도 함께 동반된다. 이 때 문에 반말을 하는 나도 그만큼의 간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JH: 스튜디오를 시작하고 나서의 일이다. 그 시절 백종열이 살던 방식, 습관들이 나에겐 큰 충 격이었고, 또 자극이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배우려 노력했었다. 백종열은 나에게 멘토 같은 존 재였다. 물론 하는 일은 달랐지만 배워서 내가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했다. 그러던 중 결 혼을 하면서 아내의 친오빠 같은 백종열과는 가족이 되었다. 혹시 내가 잘못을 한다면 가족끼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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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그라픽 플라스틱 팝업 매장 및 전시Grafik Plastic pop-up store & exhibition at WYLN, April 27~29, 2012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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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현Hong Jang hyun & 백종열Jong Baik 2012년 4월, 그라픽 플라스틱 전시를 위한 사진과 캘리그래피 작업 Photography & calligraphy for Grafik Plastic exhibition at WYLN, April 27~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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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어색해지고 멀어지는 상황이 될 테니, 가족에게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형도 그렇게 생각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웃음)
Q: 서로 흡사한 점과 극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면? 자신에게 발견되지 않은, 서로의 장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ZB: 일을 할 때는 비슷하다고 보고 대인관계는 반대인 것 같다. 나는 적이 많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홍장현은 그렇지 않다. JH: A형의 소심함. 소심함을 감추려는 방법들은 비슷한 것 같다. 다만, 백종열은 좋고 싫음이 확실하다. 그것이 장점이기도 하고. Q: 서로의 작품에 영감 받은 적이 있는가. 서로의 작품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ZB: 한때 홍장현의 사진이 그 사수의 사진과 비슷하다는 걸 지적하고 넘어서라고 다그친 적 이 있다. 그것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나에게 홍장현의 사진은, 영감 또는 생각, 자극되 었다.
JH: 백종열은 언제나 누가 봐도 ‘백종열다움’을 가지고 있다. 아주 작은 생활 소품들까지도…. 그의 작업 또한 그러하기에 나에겐 언제나 자극이 되고 영감이 된다.
03 Plastic:Syndrome 플라스틱:신드롬 Q: <그라픽 플라스틱Grafik Plastic>의 출시 과정이 궁금하다. ZB: 단발적인 계획은 아니다. 사실 5~6년 전 정말 무식하게 안경을 한번 만들어 봤다. 그리 고는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고…. 그렇게 경험을 쌓고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발매를 결심 하고 실행에 옮기게 됐다.
JH: 항상 ‘무언가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 하면서 함께 술을 자주 마셨고, 그러다가 안경을 만들 어 본 경험이 있는 백종열이 함께 해보자고 했을 때, 당연히 같이 한다 했다. 그렇게 시작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했고, 준비한 것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수정해가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Q: 수많은 오브제 중 안경 디자인을 택한 이유는? JH: 쓰다 쓰다 결국은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만든 셈이다. ZB: 마찬가지다. ‘어? 내가 만들고 싶은 안경 디자인이 세상에 없네?’ 그렇다면 비어 있다는 얘기고, 그게 동기였다. Q: ‘그라픽 플라스틱’의 안경은 기존 안경에 없는 무언가가 있단 말이 된다. 그것은 무엇인가? JH: 아이웨어 브랜드가 가질 수 없었던, 브랜드 자체에 문화적 캐릭터를 부여했다고 생각한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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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 봄/여름 그라픽 플라스틱 이미지Official image for Grafik Plastic; spring/summer 2012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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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우리 생각에 따라, 시대의 모습에 따라 유기적이고 유동적인 브랜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ZB: 옷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과 취향이 보인다. 일종의 언어라는 얘기다. 기존의 안경들이 ‘얌 전해요’, ‘돈 많아요’, ‘얄팍해요’, ‘평범해요’, ‘아저씨 같아요’, ‘클래식하죠?’ 등등의 이야기를 할 때 ‘저는 좀 그라픽적이에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Q: 포토그래퍼로서의 작업과는 상당히 다른, 일종의 비즈니스다. ‘그라픽 플라스틱’을 계획하 면서, 가장 필요했던 역량이 무엇이었나? JH: 말 그대로 비즈니스와 마케팅이었다. 우린 장사꾼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참 많이 했다. Q: 진행하면서 특별한 애로사항이나 해프닝은 없었나. ZB: 안경을 혼자서 글로 배운 거나 마찬가지였다. 실전 경험이 전혀 없었고 그것에서 오는 모 든 것들이 애로사항이었다. 수많은 실수가 수정되면서 지금의 ‘그라픽 플라스틱’이 되어가고 있 다. 해프닝이랄 건 없지만, 나는 머리가 크다. 그러다 보니 자꾸 (안경의) 사이즈를 본능에 따라 나에게 맞춘다. 그래서 안경들이 커진 걸까? 하지만 뭐, 세상엔 머리 작은 사람들만 있진 않다.
Q: ‘그라픽 플라스틱’의 안경은 어떤 것인가. 혹은 ‘그라픽 플라스틱’이 추구하는 디자인의 관 점에서 안경이란? JH: 간단히 말하면, 얼굴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 그게 우리의 디자인이다. 재미있어지라 는 말이 아니다. ZB: 덧붙이자면, 착용감이 좋으면서도 ‘그라픽적’인 안경이다. 첫 시즌인 현재의 제품들은 다분히 굵고bold 강하다. 이것은 ‘그라픽 플라스틱’이 추구하는 기본이다. 디자인으로 보자 면 선이 강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입체가 되었을 때는 강해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착용 감이 우선이다.
Q: 그렇다면 시즌에 따라 변하는 건가? 다음 시즌에 대한 힌트도 궁금하다. ZB: 커스텀을 위한 템플temple; 안경 다리들이 추가된다. 프런트도 추가된다. 우리의 태생은 제품 의 각 파트를 교체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제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Q: ‘그라픽 플라스틱’의 안경을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JH: 조영남 선생님. ZB: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미국의 영화감독, 프로듀서, 뮤직비디오 감독)과 숀 펜(Sean Penn; 미국의 배우이자 영화감독. 그라픽 플라스틱의 모델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Q: ‘그라픽 플라스틱 피플grafik plastic people’은 어떤 프로젝트인가? JH: 처음 론칭을 준비하던 시기에 패키지에 넣을 사람들을 모아서 촬영하다 그 결과물들을 가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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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현Hong Jang hyun & 백종열Jong Baik 2012년 4월, 그라픽 플라스틱 전시를 위한 사진과 캘리그래피 작업 Photography & calligraphy for Grafik Plastic exhibition at WYLN, April 27~2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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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히 보고 있자니, 떠오른 생각이다. 2,000명을 찍어서 이렇게 모아두면 의미 있고 보기 좋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제품 착용 전과 후가 대조되는 모습이 재미있다. 1년 안에 다 찍 는 게 목표다.
Q: 촬영하면서 의도했던 바가 잘 표현되었는지? 혹시 기억에 남는 ‘그라픽 플라스틱 피플’이 있는가. JH: 한 컷의 의도에 집중하기보다는, 인물들의 아카이브archive 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만 족하고 보람을 느낀다. 브랜드 혹은 안경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기록할 수 있 다니 재미있다. 기억에 남는 인물은, 픽시 바이커 크루 ‘Fg2Fixed gear girls, 대한민국 픽시소녀단’였다. 한 번의 촬영이었지만, 그분들에게 압도당한 기억이 난다. (웃음)
ZB: ‘그라픽 플라스틱 피플’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차순봉 여사(나의 친할머니)와 나의 아내에 게 같은 디자인을 씌웠을 때 아주 묘했다. Q: 요즘 많은 사람의 얼굴에서 ‘그라픽 플라스틱’을 본다. 고정된 몇 개의 프레임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이 어울린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 안에 어떤 원리가 있는 건가? JH: 사실 모든 얼굴에 잘 어울리는 과학적인 디자인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의도’를 담아 만 들었다. ZB: 의도는 간단하다.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라고 평범하게 보이고 싶겠는가. 평범하게 보이 고 싶어하지 않으리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그런 의도를 가지신 분들이 철저하게 구매하고 있 다. 몇 개의 프레임이 여러 사람에게 가서 다양한 모습이 되는 건 당연하다. 얼굴이라는 기반 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Q: 얼마 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2012 ’에서 그라픽 프라스틱의 이름을 만날 수 있었다. 축하한다. ZB: 다른 나라를 돌아다녀 봐도 이런 프레임 디자인을 만난 적이 없었고, 템플 교체는 이미 오클리Oakley 나 팬톤Pantone 이 시도했지만 주목받진 못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진작 알 고 있던 시상식이어서 말그대로 ‘그냥’ 도전해봤다. 애초에 품은 수출 목표 의도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수출할 때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으니까. 내친김에 하반기에 iF 디자인상iF Design Award; 1953년 설립된 독일 국제포럼디자인(International Forum Design)의 주관으로, 1954년부터 매년 제 품, 포장, 커뮤니케이션, 콘셉트 디자인 부문으로 나눠 부문별 수상작을 발표하는 디자인 시상식. - 편집자 주
에도 출품할 계획이다.
Q: 앞으로 ‘그라픽 플라스틱’의 방향이나 행보는? JH: 우리가 전달하는 ‘그라픽 플라스틱’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충분히 전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생각을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것이, (그라픽 플라스틱에)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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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 봄/여름 그라픽 플라스틱 이미지Official image of Grafik Plastic; spring/summer 2012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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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SEOUL 서울 Q: 서울이란 도시는 당신들에게 어떠한 의미인가. JH: 제일 좋아하는 도시, 그리고 제일 싫어하는 도시. ZB: 태어나서 자란 곳. 너무 빨리 바뀌는 것에 엄청난 반기를 들 수밖에 없는…. 애증이 있는 곳. 하지만 떠날 생각은 없다. Q: 서울에 대한 감정이 모순적이다. 이유가 뭘까? ZB: 모르겠다. 서울이 시민에게 만족과 행복을 주기 위해선 정치적 개입이 불가피한데. 난 정 치는 싫고, 또 모르고 싶다.
JH: 사람에게나 사물에나 가장 친하고 정든 것이 가장 밉듯이, 말 그대로 ‘애증’의 마음 아닐까. Q: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서울이기에 가능한 것과 서울이어서 가능하지 않은 것’은? JH: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서울은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다가도 몇 가지 바람은 절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를 통해 변할 순 없더라도 언제고, 그 누군가가 큰 영향 을 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그것을 기대한다.
ZB: 나와 같은 종류의 일을 하겠다는 전제하에, 서울은 노동이 보장되어 있지만, 그것에 상응 하는 ‘부’는 얻을 수 없다. Q: 예술과 상업을 넘나들기 위해 서울이 변화해야 할 것이 있다면? JH: 수요자와 공급자의 의식mind!
05 Year two thousand twelve 2012년 Q: 생경하지만, 이번 호의 주제가 ‘타임리스timeless’다. 두 사람에게 ‘타임리스’란 무엇인가? ZB: ‘베이직Basic, 기본’ JH: 사람, 사람은 늘 변하는 것 같지만, 뜻밖에 한결같다. Q: 마지막으로 2012년도의 계획을 말해달라. JH: 개인적으로 아주 중요한 시기다. 37세 나이에 앞으로의 평생을 준비하면서, 다시 신인이 되어버린 시기다. 5년 동안 준비해서 앞으로 평생 패션 사진가를 하고 싶은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전력으로 질주할 것이다.
ZB: 지속해서 영상작업을 하는 일. 그 시스템을 외국에 수출하는 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디자 인의 목적을 가지고 제품을 생산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외국에 수출하는 일!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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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그라픽 플라스틱 팝업 매장 및 전시Grafik Plastic pop-up store & exhibition at WYLN, April 27~29, 2012 이 인터뷰는 2012년 3월부터 5월 사이, 이메일을 통한 여러 번의 서면 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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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Product Guide 2012년 여름, 인케이스에서는 the new iPad 에 맞는 다양한 iPad 관련 제품을 출시합니 다. 모든 제품은 여러분의 iPad를 보호하는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훌륭한 스탠드로 사용할 수 있는 멀티-펑션 제품으로, 여러분의 iPad를 가장 안전하고 편하게 활용 할 수 있도록 도 울 것입니다. 새롭게 선보이는 iPad 3세대용 북 자켓 레볼루션은 기존의 iPad 북 자켓의 업그레이드 버전 으로, 내장형 회전 마운트를 장착, 가로와 세로방향으로 스크린을 자유롭게 변환할 수 있습니 다. 또한 새로운 북 자켓과 매거진 자켓은 커버에 마그넷을 추가하여 커버를 여닫을 때 자동으 로 iPad의 온/오프 모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새로운 실루엣으로 출시한 마키 슬리브는 스시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져, 가장 심플한 슬리브의 보호기능과 모양을 유지하면서 스탠 드 기능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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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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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3 Incase의 iPad 3용 제품은 혁신적인 기기에 걸맞은 다양 한 기능과 보호기능을 제공합니다. 새롭게 선보인 북자켓 레 볼루션과 마키슬리브는 보호와 기능등 동시에 갖추였으며, 다양한 소개와 다양한 기능들로 사용자의 요구조건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1. Book Jacket Revolution for iPad 3rd Gen & iPad 2 2. Nylon Portfolio for iPad 3rd Gen 3. Maki Sleeve for iPad 3rd Gen & iPa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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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lon Collection 사이클링의 자유로움과 즉흥성에서 영감을 받은 레인지 컬렉션은 당일 여행을 위해 디자인되 었습니다. 이 레인지 컬렉션은 도시, 숲, 혹은 어디든 매일을 여행하는 현대인들을 위하여 제작 되었습니다. 인케이스 고유의 디바이스 보호기능과 방수 및 방습, 방한 기능 구조로 어떤 상황, 어떤 목적지에라도 이상적인 캐링 솔루션이 될 것입니다.
Nylon Campus Pack for MacBook 15” Nylon Backpack for MacBook 17” Nylon Compact Backpack for MacBook 15”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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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lon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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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e Collection 사이클링의 자유로움과 즉흥성에서 영감을 받은 레인지 컬렉션은 당일 여행을 위해 디자인되 었습니다. 이 레인지 컬렉션은 도시, 숲, 혹은 어디든 매일을 여행하는 현대인들을 위하여 제작 되었습니다. 인케이스 고유의 디바이스 보호기능과 방수 및 방습, 방한 기능 구조로 어떤 상황, 어떤 목적지에라도 이상적인 캐링 솔루션이 될 것입니다.
Range Messenger for MacBook 13” Range Backpack for MacBook 15” Range Messenger Bag Large for MacBook 15” Range Lage Backpack for MacBook 17”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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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e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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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Collection 테라컬렉션을 구성하는 천연 소재는 간단한 수납과 가벼운 여정을 위한 캐쥬얼한 백을 만드는 목적과도 잘 어울립니다. 새로운 재질과 컬러로 제작된 테라컬렉션은 볼드한 악센트와 풍부한 질감, 천연 소재가 어우러져 독특한 스타일과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신뢰할 수 있 는 내구성과 강력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또한 여전한 제품입니다.
Terra Sleeve for MacBook 11” / 13” / 15” Terra Tote Bag for MacBook 13” Terra Campus Pack for MacBook 15”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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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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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thered Collection 헤더드 컬렉션은 혼색 모직물로 제작되었으며 인케이스의 가장 대표적인 가방 디자인으로 제작 된 컬렉션입니다. 부드럽고 풍부한 혼색 모직물로 제작된 이 컬렉션은 깔끔한 실루엣과 인체공 학적으로 진보된 디자인 원리를 추구하며 완벽한 디바이스의 보호기능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Heathered Sleeve for MacBook 11” / 13” / 15” Heathered Backpack for MacBook 17” Heathered Tote Bag for MacBook 13” Heathered Shoulder Bag for MacBook 13”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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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thered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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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Collection 인케이스의 카메라 컬렉션은 사진가들의 요구사항을 채워주기 위한 넓은 범위의 가방들을 제 공하고 있습니다. 혼색 모직으로된 내구성있는 외부는 독특한 세련미를 자랑합니다. 내부의 탈부착 가능한 패드형 파티션는 다용도 DSLR와 렌즈의 배열 및 정돈을 가능케합니다. 외부 파티션으로의 접근은, 촛점을 맞추고 아이폰과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것에 이상적이며 또 한 아이패드, 맥북과 같은 특별한 디바이스의 수납에 탁월한 컬렉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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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 Pro Sling Pack / Sling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DSLR Case for DSLR, iPhone
DSLR Pro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Point and Shoot Pouch for Compact Camera, iPhone
Point and Shoot Field Bag for Compact Camera, iPad, iPhone
Point and Shoot Pouch Case for Compact Camera, iPhone
Camera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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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Collection Incase Audio의 헤드폰 제품군 출시는 기능성과 무결점 사운드, 그리고 미니멀리즘 디자인 으로 무장한 헤드폰으로 사용자들에게 보다 감동적인 체혐을 선사하고자 하는 당사의 의지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런 당사의 의지는 Soundesign이라고 명칭한 당사의 독특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통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Incase Soundesign는 정밀 사운드 엔지니어링과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접목하여 당사의 헤드폰은 세련된 외관처럼 멋진 느낌과 완벽한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헤드폰 개발에 대한 당사 의 전체론 접근 방식은 맞춤형 디자인, 최첨단 오디오 엔지니어링과 생명 기계학을 하나로 통합 하여 성능이 극대화된 헤드폰 출시가 가능하였습니다. Pivot On Ear Heaphones Sonic Over Ear Headphones Capsule In Ear Heaphones Reflex On Ear Heaph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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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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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Rodriguez Collection 이동과 투어가 많은 스케이트 보더들의 필요에 부합하기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Paul Rodriguez Signature Collection은 프로 스케이트보더이자 트레블러인 Paul의 자문을 얻어 혁신적 소재와 프리미엄 구조를 접목하였습니다. 기능성을 강조한 디자인, 수납 및 사용상의 편리함과 최고의 내구성이 특징입니다.
Skate Pack for MacBook 15”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15” / 13” Duffel Bag Skate Pack Lite for MacBook 15”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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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4S & 4 Incase의 정밀 공학으로 이루어진 iPhone 4용 제품은 시 각적 효과와 질감 효과를 동시에 이용하여 지속적인 보호 옵 션의 범위 를 넓히고 있습니다. 각 제품은 향상된 내구성과 다 양한 개개인의 취향을 위해 진취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이고 다 양한 재료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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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o Snap Case for iPhone 4S & 4 2. Stand Snap Case for iPhone 4S & 4 3. Hammered Snap Case for iPhone 4S & 4 4. Tortoise Snap Case for iPhone 4S & 4
iPhone 4S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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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
Andy Warhol Collection 20세기 미국의 걸출한 예술가인 Andy Warhol은 세상에 도전하며 예술을 다른 관점에서 바 라보았습니다. 앤디 워홀의 문화유산은 그의 아트워크와 Andy Warhol 재단 및 Andy Warhol 박물관의 노 력을 통해 지금까지 그 명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제품 디자인들은 Warhol의 원작을 토대로 하며, 비주얼 아트 홍보를 담당하는 뉴욕 소재 비영리 기관인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와의 라이센스 계약으로 제작됩니다.
1. Warhol Campus Pack for MacBook 15” 2. Warhol Tote Bag for MacBook 13” 3. Warhol Sleeve for MacBook 11”, 13”, 15” 4.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S & 4 166
SPECTRUM
Andy Warhol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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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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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le 어플리케이션, 음악 감상, 메일, 전화등을 항상 사용하는 iPhone/iPod 유저들은 언제 어디서든 연결이 가능한 케이 블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요구에 충족되도록 인케이스의 제작한 케이블들은 다양한 장소와 디바이스에 사용할 수 있 도록 다양한 사이즈와 컬러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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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1. 6in Sync and Charge Cable for iPhone, iPod, iPad 2. 10ft Sync and Charge Cable for iPhone, iPod, iPad 3. USB Mini Cable Kit for iPhone, iPod, iPad
MacBook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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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acBook Incase의 MacBook용 제품은 정밀한 기술을 이용한 보 호와 현대적인 디자인의 미학, 개개인의 다양한 선택을 위 해서 제작 되었습니다. 각각의 케이스와 슬리브는 안목 높은 MacBook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 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1. Leather Sleeve for MB Pro 15”, 13” / Air 11” 2. Perforated Hardshell for MB Pro 15”, 13” / Air 11” 3. Neoprene Sleeve for MB Air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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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E NEWS
TECH
AFARM Apple Premium Reseller
신세계백화점이 경기 북부권 지역 첫 백화점인 의정부점을 2012년 5월 20일에 개점하였다. 의정부역에 있는 이 점포는 신세계의 첫 철도역사 매장이며 전국에서 10번째로 문을 연 백 화점이다. 6층에 있는 ‘에이팜’은 신세계아이앤씨가 2010년 애플과 계약해 지난해부터 운 영을 시작한 애플 제품 전문매장이다. 의정부점은 인천점에 이은 애플 프리미엄 리셀러Apple Premium Reseller
2호점으로 일 평균 6,000명의 방문객이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 고객만족도 1
위의 매장이다.
에이팜 의정부점 twitter@a_farm_korea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168-54 신세계백화점 6층 031 808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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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STORE NEWS
LIFESTYLE
PLATFORM PLACE 홍대점
브랜드 본연의 캐릭터가 살아있는 다양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콘셉트 스토어, ‘플랫폼 플레이스’ 가 도산공원점에 이어 명동점과 홍대점까지 선보이며 쇼핑과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으 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2012년 2월에 문을 연 ‘플랫폼 플레이스 홍대점’은 지역적인 특성에 따 라 기존 도산공원점에서 진행하던 <PLATFORM PLACE 629> 전시를 옮겨와 진행하게 되 며, 대안 공간을 찾는 밴드들에 대관 신청을 받아 공연이나 작은 쇼케이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플랫폼 플레이스에서는 스니커즈, 스트리트웨어, 가방, 양말, 향수, 헤드폰 등 재미있 고 유니크한 브랜드들을 매 시즌 선보이며, 매장별로 차별화된 상품 구성과 홍보를 통해 펀 스 토어fun store 개념의 복합문화 공간으로 각인될 것이다. 플랫폼 플레이스 www.platform.co.kr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8-36 02 323 2319(홍대점)/02 517 4628(도산공원점)/02 3789 7230(명동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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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노원 컨시어지 02-938-2773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606-14
신사 에이랜드 02-542-7639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5-2
대학로 에이샵 02-741-0497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28
대학로 컨시어지 02-747-3599 서울시 종로구 명륜4가 58
구로 인터스포츠 02-2624-3120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60-3
반포 에이샵 02-3479-6187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19-3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 신관 5층
신촌 컨시어지 02-363-3599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18-20
문정 인터스포츠 02-431-7082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108-5
압구정 컨시어지 02-543-3599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8-11
강변 아이샵 02-3424-6228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 546-4 테크노마트판매동 6층
서울
삼성 에이샵 코엑스 1 02-6002-1620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폭포길 N23 삼성 에이샵 코엑스 2 02-6002-1640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B1F T21
신사 윌리스 070-7732-7001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5번지 페이토빌딩 이대 윌리스 070-7732-8862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45-10호
압구정 에이샵 02-548-6177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494번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WEST 5층
종로 윌리스 070-7732-7361 서울시 종로구 종로2가 9번지 YMCA빌딩
영등포 에이샵 02-2638-2730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2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2층
김포 윌리스 02-6116-1700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 886번지 롯데몰 M층 롯데마트 디지털 파크
영등포 에이샵 02-2639-1464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34-5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B관 6층 신도림 에이샵 02-2211-1064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지하 1F 강남 프리스비 02-536-1050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03-35 강남스퀘어 프리스비 02-501-6652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09번지 월드메르디앙 건대 프리스비 02-2218-3195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1호 명동 프리스비 02-318-7120 서울시 중구 명동2가 33-6 신촌 프리스비 02-335-0471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30-3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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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삼 컨시어지 02-3453-3599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49-14
압구정 카시나 02-3443-8148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61-9 명동 카시나 프리미엄 02-773-3523 서울 중구 명동2가 83-5 눈스퀘어 4층 홍대 카시나 프리미엄 02-3444-8148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2-4 광화문 핫트랙스 02-3700-6577 서울시 종로구 종로 1가 1번지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수유 핫트랙스 02-995-9961 서울시 강북구 번동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목동 핫트랙스 02-2648-6873 서울시 양천구 목동 917-1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논현 로닌 070-8282-3502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16-14 한일빌딩2층
홍대 프리스비 02-323-1765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58-12
홍대 로닌 070-8282-5311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7 아트빌딩 5층
건대 컨시어지 02-497-3599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6-1
명동 에이랜드 02-318-76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2가 9번지
SPECTRUM
구로 케이머그 02-2026-3080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371-28 우림라이온스밸리 A동 118호 논현 세븐보드 02-3442-7617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28-1 1층 논현 쇼군 02-3442-6654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34-8 석상빌딩 1층 반포 블루핏 080-595-1155 서울시 서초구 반포1동 19-3 서초 지브이지 070-4143-0855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37-22 대우디오빌프라임 B115호 선릉 에이라이프 02-2051-2015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07-27 역삼아이파크타워 1층 신사 플로우 02-515-8050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4-10 1F & 2F 신사 매그앤매그 02-2165-0536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6-9 명동 매그앤매그 서울시 중구 명동 2가 김포 매그앤매그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 886번지 롯데몰 G층 롯데몰 압구정 웨얼하우스 02-544-1793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61-14 2층 압구정 플랫폼 플레이스 02-742-4628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5-27 잠실 핫트랙스 02-417-9961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7-18 롯데캐슬골드 지하 1층 종로 어노인팅 02-2269-2028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 107-2 1층
인케이스(Incase) 전국 스토어
10 꼬르소 꼬모 서울 02-3018-1010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79번지
인천 에이팜 032-430-1972 인천시 남구 관교동 15번지 지하 1층 애플 메가샵
부산 에이샵 051-745-2661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495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4층
청담 퍼스트룩 02-2107-1200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51-21 CGV청담 씨네시티 4층
인천 플러스 초코 032-526-5652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201-25
부산 에이샵 051-667-0775 부산시 동구 범일동 62-5 현대백화점 부산점 7층
청량리 넵튠 02-3707-1866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620-69 롯데플라자 청량리점 1층
대전 에이샵 042-485-6177 대전시 서구 둔산2동 1036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 7층
울산 에이샵 052-228-0756 울산시 남구 삼산동 1521-1 현대백화점 울산점 7층
천안 에이샵 041-551-6177 천안시 신부동 354-1번지 갤러리아백화점 천안점 4층
진주 에이샵 055-791-1793 진주시 평안동 195번지 갤러리아 백화점 진주점 6층
경기 수원 에이샵 031-898-8761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25-1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7층 중동 컨시어지 032-320-7775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40번지 롯데스퀘어 1층 수원 컨시어지 031-250-3598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 995-5번지 1층 제118-1호
충북 청주 인터스포츠 043-221-3140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1가 106 청주 빼빠 043-223-6324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 14-1
충남
안산 컨시어지 031-405-3599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41-2 제 1층 2120호
대전 프리스비 042-221-7041 대전시 중구 은행동 45-6
일산 컨시어지 031-906-3599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867 웨스턴돔 A동 I-102
천안 빼빠 041-563-3740 충남 천안시 동남구 문화동 136-2
분당 프리스비 031-709-1745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68-3 정인빌딩 1층
천안 에이팜 1588-1234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354-1
성남 핫트랙스 031-753-9961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1동 5542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경북
수원 에즈샵 031-250-9909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2가 40-1 동인트루빌 110
대구 원트릭샵 053-428-0560 대구시 중구 삼덕동 1가
안양 웨얼하우스 031-466-1793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66 1층
대구 핫트랙스 053-425-9961 대구시 중구 동성로 2가 88-25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안양 케이머그 031-447-4325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145 안양 핫트랙스 031-442-9961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 4동 676-1 CGV일번가 4층
경남 부산 에이샵 051-802-9201 부산시 진구 부전동 168-291 부산 에이샵 051-625-2940 부산시 남구 대연동 73-29
거제 에이샵 055-680-0158 거제시 장평동 1211번지 디큐브시티 거제점 1F 부산 프리스비 051-245-1035 부산시 중구 광복동 2가 8-2번지 부산 프리스비 051-808-0947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242-19 부산 프리스비 미니 051-819-9501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2동 194-1 2층 부산 컨시어지 051-515-8599 부산시 금정 장전 309-17 부산 컨시어지 051-819-3599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 190-1 101호 부산 핫트랙스 051-819-9961 부산시 진구 부전2동 536-3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창원 핫트랙스 055-264-9961 창원시 상남동 78-3 창원마이우스 웰빙랜드 지하 1층 디지털존
전북 전주 멀티샵 엑스 063-283-3177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373-1 전주 에이샵 063-288-8582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130-1 전주 핫트랙스 063-288-3700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96-1 엔떼피아빌딩 1층 SUMMER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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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6 SUMMER 2012
Publisher 양준무 Joon Yang joon@pr1zm.com Publishing Director 김세일 Seil Kim miklies@pr1zm.com Editor 홍석우 Sukwoo Hong yourboyhood@gmail.com 김지혜 Ji hye Kim thekey13@gmail.com Designer 유영아 Younga Yoo yoooada@gmail.com 김기범 Kibum Kim
one@pr1zm.com
Contents Manager 백은영 Lily Baek lilybaek@pr1zm.com Contents Supervisor 리치 림 Rich Lim rich@pr1zm.com Distribution Manager 한재훈 Jay Han
jay@pr1zm.com
Photographer 정재환 Jae Chung Studio BONE jdzcity@gmail.com Videographer 김래현 Rae hyun Kim Studio BONE rapbong.k@gmail.com 고윤성 Yoon sung Go Studio BONE
htmnike@gmail.com
Contributing Editors 김신 Shin Kim Think, Talk, Write. 이로 Iro 정바울 JBW 김봉현 Bong Hyeon Kim 최태형 Taihyoung Choi 나지언 Ji un Nah Contributor 김주혜 Helena-Marie Kim
프리즘디스트리뷰션(주) www.pr1zm.com / 스펙트럼 www.spectrumprojects.com 서울시 강남구 논현2동 101-24 3 층 02-3442-1014 © 2012 Spectru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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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thered Tote Reflex On Ear Headphones Neoprene Slim Sleeve Tortoise Snap Case for iPhone 4 Leather Book Jacket Select for iPa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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