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Issue 05. SPRING 2012

Page 1

ISSUE No.05 / SPRING 2012


Nylon Backpack Capsule In Ear Headphones Chrome Snap Case for iPhone 4S


goincase.kr/anywhere


Editor’s Letter 2012년은 여러모로 다사다난한 해가 될 것이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 이 겹쳤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의 경제 상황도 그리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복 지와 청년 실업률 같은 문제에 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서, 소위 오피니언 리더부터 정치인, 시민 운동가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치열한 논쟁을 벌인다. 얼핏 스펙트럼이 다루는 주 제와 관련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생각보다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위의 화 두들은 패션과 디자인, 예술 등 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분석학적으로 내린 결론은 아니지만, 스펙트럼에 꾸준히 기고해주는 유어마인드YOUR-MIND의 이로 씨 왈曰, 정치가 이슈 일 때에는 비관련 분야 책의 판매에 타격을 입는다고 했다. ‘나는 꼼수다’와 그 외의 것들로 나 뉘는 현상처럼 말이다. 스펙트럼을 시작한 지 이 년째가 된다. 다섯 번째 스펙트럼을 만들면서 여전히 다양한 이들을 만났다. 수년부터 십 년 이상 각기 다른 작업을 이어온 이들이다. 지난 몇 년간, 스펙트럼이 다 루는 여덟 가지 분야 - 패션, 디자인, 예술, 책, 스트리트, 음악, 테크, 여행에 생긴 다양한 변 화 중 어떤 것은 ‘발전’이라고 부를만했고,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한 다양한 모습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새로운 흐름new wave’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 쏟아진 지금, 그저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주체들이 더 다듬어지고 정교 해지려면 앞으로 어떤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 현대 문화와 그 문화를 품은 시장, 그것을 만드는 사람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환경까지, 우리 는 ‘인텔리전스intelligence’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잡았다. 명사로 ‘지능’이라는 뜻이 있고, 인텔 리전트intelligent라는 동사로 ‘총명한, 똑똑한’이란 뜻이 있는 단어다.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 오는 시대, 무의식적으로 편집edit하며 받아들인 정보를 지식이라 착각하고 습득하는 시대. 그 저 나타나고 그저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다음 단계가 요원하다. 내외부적으로 생긴 장벽들 도 좀처럼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좀 더 현명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어 떻게 해야 할까. 말로 풀어도 골치 아픈 문제에 간단한 질문과 해결책이 있을 순 없다. 이번 호에서 해답에 다다 랐다고 감히 말할 수도 없다. 다만, 스펙트럼이 발행되었을 즈음 함께 만날 웹사이트www.spectrumprojects.com 를 통해 지면에서 보여주지 못한 인터뷰와 함께 ‘인텔리전스’에 대한 스펙트럼의

생각을 보여주려 한다. ‘협업collaboration’처럼 서로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작업도 방 법일 수 있고,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읽거나 이 안에서 공감한 부분을 실천에 옮기는 방법도 있 을 것이다. 이것들을 아우르는 소통 또한, 어떤 식으로든 존재할 것이다. 이 같은 고민에 공감 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2012년도 봄의 스펙트럼을 만들었다. 이 손바닥만 한 책이 하나의 방법 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Editor 홍 석 우 4 SPECTRUM


04 Editor’s Letter

Contents

ISSUE No.5 / SPRING 2012

06 Archive History of Incase Shepard Fairey

14 People SUITMAN JUUN.J

47 Article Best Collaboration Fashion - 홍석우 Design - 최태혁 Art - 강영민 Book - 이로 Street - 옥근남 Music - 함영준 Tech - 김문기 Travel - 류진

64 Pictorial _Anywhere Campaign

108 Recommendation Color

118 Gallery Lee Kwang ho VS Lee Dong in

134 Product 154 Store NEWS 156 Store SPRING . 2012

5


archive

History of Incase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인케이스 Incase는 단순한 캘 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인케이스는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한 도전 정신과 서브 컬쳐를 절묘하게 접목해, 애플의 사용자뿐만이 아닌 Fashion과 Art, Design, Music, Street, Tech 분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소비자층 에게 사랑받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케이스의 제품들은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 는 훌륭한 소재들과 우수한 색감, 그리고 휴대와 수납이 용이한 실용 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며, ‘A Better Experience through Good Design 훌륭한 디자인을 통한 탁월한 경험’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충 족하는 모든 제품군은 애플의 기기들은 물론, 다양한 연령층과 직종,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포토그래퍼와 스케이트 보더, 그래피티 아티스트, 언더그라운드 뮤지 션 등 각자의 직종과 근무 환경에도 최적화되는 인케이스의 다양한 시 각과 시도들은 그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강한 만족감과 제품 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내며, 국내외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의 하이테크 액세서리 시장은 블랙과 그레이 등 다소 어둡고 차분 한 컬러의 무채색 일변도로 컬러풀한 색상과 새로운 소재의 시도가 다소 부족한 상황이었고, 소비자들 또한 기존에 출시된 제품들의 틀에서 크 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시장에서 인케이스는 새로 운 소재와 컬러, 제품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혁 신적인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인케이스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은 완벽히 유지하 며,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컬러, 그리고 수준 높은 프로텍트 기능의 제품들과 국내 외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소비자들 에게 가깝게 다가설 것이다. 6 SPECTRUM


SPRING . 2012

7


archive

Shepard Fairey는 OBEY GIANT의 작가로, OBEY GIANT는 1989년 사람들이 예술과 도시 풍경을 보는 방식을 바꾼 예술 및 그래픽 캠페인이다. 만들어낸 기관의 틀에 조종당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강해지라는 메시지가 Fairey의 이데올로기Ideologie, 관념 형태 와 아이코노그래피Iconography, 도상에서 스며 나온다.

Shepard Fairey는 1970년에 찰스턴Charleston, SC에서 태어났으며, 그는 프로비던스 Providence, RI 에 위치한 로드 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순수예술 학사학위를 수료하였다. 재학 중 1989년 사회현상학 워크숍에서 그는 전설의 레슬링 선수인 앙드레 더 자이언트Andre the Giant 를 스티커로 제작하여 <거인에겐 군중이 있다Andre the Giant Has a Posse, 1989>라는 메시지와 함께 뉴욕 곳곳의 다운타운 거리에 부착하였고, OBEY GIANT

아트 캠페인의 거대한 예술 운동으로 변화시키며 사람들이 아트와 도시의 환경을 보는 시선을 바꾸게 했다. 그의 작품 중,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포스터였던 <희망HOPE, 2008>은 스미 소니언 국립 초상화 박물관Smithsonian National Portrait Gallery 에서 전시되고 있다. 1989년부터 시작된 셰퍼드 페어리의 작품들은 전 세계의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현재 MOMA를 비롯한 빅토리아와 알버트 박물관V&A Museum, 보스턴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등 다양한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www. obeygiant.com 8 SPECTRUM


Shepard Fairey Collection Incase Shepard Fairey 컬렉션은 Apple 기기 사용자를 위한 액세서리용 캡슐 컬렉션으 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거리 예술가 중 하나인 Shepard Fairey가 작업하였다. 문화 선동 가이자 사회 평론가, 또 예술가로서, Fairey의 대담한 삽화는 현대에서 가장 지속적인 비유 전적 문화 요소를 탄생시켰다. “Incase 시리즈로 채택한 그림들에는 평화의 이념이 명백하고 강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평 화란 단순한 아이디어같지만, 무너지기 쉬운 평화의 증거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평화 와 아름다움과 조화가 관련만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뒤얽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의 시각적 상징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며, 언어를 초월하고, 근본적인 사랑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합니다. 평화는 투쟁입니다. 그러나 이미지가 장식 적, 희망적, 또는 경고성이든 아니든 이번 시리즈는 조화를 선전할 것입니다.”

- Shepard Fairey

SPRING . 2012

9


archive

Shepard Fairey Collection Yen Pattern Red / Black 1

2

3

4

1. Shepard Fairey Campus Pack for MacBook 15”

3. Shepard Fairey Snap Case for iPhone 4S & 4

2. Shepard Fairey Sleeve for MacBook 15” / 13” / 11”

4. Shepard Fairey Snap Case for iPod Touch 4g

10 SPECTRUM


Shepard Fairey Collection

Lotus Ornament

1

2

1. Shepard Fairey Sleeve for MacBook 15” / 13” / 11”

3

3. Shepard Fairey Snap Case for iPod Touch 4g

2. Shepard Fairey Snap Case for iPhone 4S & 4 SPRING . 2012

11


Shepard Fairey Collection

Obey Elephant

1

2

1. Shepard Fairey Sleeve for MacBook 15” / 13” / 11” 2. Shepard Fairey Snap Case for iPhone 4S & 4 12 SPECTRUM

3

3. Shepard Fairey Snap Case for iPod Touch 4g


SPRING . 2012

13


people

interview

art

Young Kim a.k.a.

SUITMAN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translate 김주혜 Helena-Marie Kim

수트맨은 영 킴Young Kim, 김영일이라는 본명이 있지만, 그의 검정 수트와 굵은 테 선글라스 차림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수트맨SUITMAN’으로 기 억한다. 그는 수트맨의 이름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사람들을 만나 고, 그들에게 자신과 똑같은 검정 수트와 타이, 그리고 흰 셔츠를 입히 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사람들은 얼핏 비슷해 보였지만 한 꺼풀 벗 기면 각기 다른 사람들이었고, 그렇게 만난 사람의 아카이브를 예술로 치환하면서 이십 년 넘게 작업을 이어 왔다. 최근 몇 년간 그의 이름과 소식을 서울에서 듣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4년 전 서울을 찾은 그를 만난 것은 내가 바이어로 일하던 데일리 프로젝트Daily Projects였고 그 를 소개한 것은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 고故 에밀 고Emil Goh였 다. 그 후 수차례의 개인적인 방문과 아트 프로젝트를 벌이며 서울에 한발 더 깊숙이 들어선 수트맨의 국내 첫 번째 개인전이 2011년 말, 종 로구 창성동 갤러리 팩토리Gallery Factory에서 열렸다. <과거, 현재, 미 래Past, Present, Future>라는 제목의 전시 속에는 말 그대로 수트맨의 과 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암시가 들어 있었다. 14 SPECTRUM


PEOPLE’S ART, ART FOR PEOPLE

SPRING . 2012

15


people

홍석우Hong Sukwoo: 인터뷰를 시작하기에 앞

빈 하얀 벽만 덩그러니 있는 걸 보고 깜짝 놀

서, 스펙트럼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

라 “어라, 아무것도 볼 게 없네? 뭐지?” 하며

한다.

헷갈리는 동안 하나둘 전시 작품이 설치되는

SUITMAN 이하 S: 이름은 영 킴이고, 수트맨

것이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관객

이라는 예명으로도 활동한다.

들이 모두 알아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내가 2011년 한 해 동안 같이 작업했

한국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은 어땠는가?

던 전 세계 아티스트 친구들이다. 그리고 후

S: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사실 어떤 사람들

반부에는 4년 전 방문했을 때 만나서 지금까

이 올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지 모르기 때

지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친구들의 사

문에 약간 긴장했지만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

진도 전시했다.

다. 오프닝 리셉션의 현장 최대 수용 인원을 채웠고,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방문한 사람 들이 몇백 명 정도 된다고 들었다. 좋은 결과 가 나와서 무척 기쁘다. 나도 오프닝 리셉션에 방문했다. 두 명의 수 트맨 캐릭터가 직접 작품을 설치하는 퍼포먼 스가 인상적이었다. S: 전체적으로 단순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 만들고, 그리고, 새로운 이벤트를 시작했다. 제멋대로 놀기도 했지만 서로에게 건설적인 도움을 주는 사이가 됐다.

도 일종의 놀라운 요소를 포함하고 싶었다. 먼저, 수트맨 캐릭터 역할을 할 두 사람을 미

당신의 십 대 시절을 얘기해보자. 어떤 학생

리 섭외해서 캐릭터 그대로 민머리에 검정 수

이었나?

트를 입혔다. 그 상태로 텅 빈 하얀 벽에 인

S: 아, 정말 지독하게 말 안 듣는 아이였다.

형처럼 서 있게 해서, 관객들이 순간적으로

학교 가는 게 싫어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사람인지, 설치된 인형이나 조각인지 헷갈

슬금슬금 학교를 빼먹고 여기저기 놀러다니

리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갤러리 근처의 중

곤 했다. 당연히 부모님께는 말씀드리지 않

국집 배달부를 섭외해서 전시할 작품을 사전

고. (웃음) 특히 친구 집에선 종일 TV만 봤

에 주고, 철가방에 넣어서 갤러리로 배달하게

다. 전형적으로 엄한 한국 부모님이셨기 때

했다. 배달부가 도착하면 서 있던 수트맨 중

문에 저녁 7시 이후로는 집에서 TV를 볼 수

한 명이 값을 치르고 전시할 사진들을 받은

없었다. 재방송을 보는 것조차 금지였다. 하

뒤, 다른 한 명의 수트맨과 함께 천천히 하나

지만 대학에 가면서 많이 바뀌었다. 내가 예

씩 설치하는 형식이다. 결국, 관객들에게 ‘전

술대학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시회를 준비하고 작품들이 하나둘 나타나는

는 반대하셨고, 예술대학을 갈 생각이라면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콘셉트라고 보

직접 학비를 벌어서 다니라고 말씀하셨다.

면 된다. 많은 사람이 갤러리에 들어선 뒤 텅

부모님 기준에 예술가는 직업이 아니었기 때

16 SPECTRUM


문에, 여느 다른 동양계 남자들처럼 공대에

담은 배너와 조각상 등 이런저런 작품을 만

진학해서 엔지니어가 되길 원하셨다. 게다가

들어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 만들고,

설령 허락하셨더라도 나를 예술대학에 진학

그리고, 새로운 이벤트를 시작했다. 제멋대

시킬 만큼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 결

로 놀기도 했지만 서로에게 건설적인 도움을

국 학비를 직접 벌면서 공부했다. 심지어 ‘투

주는 사이가 됐다. 이 시기는 내게 성장의 밑

잡’을 뛰는 생활이었지만, 대학생활이 몹시

거름이 됐고, 자신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의

즐거웠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미가 어떤 것인지 깨달으면서도 재미를 추구 한 시간이었다.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경험이, 당신이 ‘더 자유로워 보이는’ 예술 분야로 가도록 영향을

광고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끼쳤나?

Director로도

S: 어느 정도 작용했을 수도 있다. 대학 진

광고업계에 몸담았던 시절의 인상 깊은 기억

학 전까지는 부모님께 반항하는 게 일상이었

이 있다면?

고,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했으니까. 하지

S: 광고계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나는 뭔가

만 대학에 들어가면서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

남들과는 다른 것을 추구하고 싶었다. 한창

꽤 오래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엇인지 깨닫게 됐다. 돈을 많이 벌고 말고는

현업에서 일할 때 거리 문화street culture가 유

중요치 않았다. 단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명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주류문화로 인정받

자체가 좋았고, 예술에 대한 열정과 애정만

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차용

큼 재밌는 시간이었다. 나는 매사추세츠 미

된 이미지들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진부

술대학Massachusetts College of Art and Design; 약칭은

한 것들뿐이었다. 예를 들면 그래피티 특유

매스아트 Mass Art. - 역자 주

을 졸업했는데, 미국의

의 과장성만 강조된 레터링이라던가, ‘힙합’

유일한 공립 예술대학이다. 매스아트Mass Art

이라고 말하면서 특정한 자세와 손짓을 취한

는 다른 사립 예술대학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다든가, 엑스라지XL 사이즈의 헐렁한baggy 의

편이었고, 내가 동양계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상 등…. 나는 뉴욕에서 자랐고 거리 문화를

신청할 수 있는 연방정부 학비 보조금도 어

직접 보고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상투적인 표

느 정도 있었다. 학교 규모는 작은 편이었지

현을 뒤집고 싶었다. 그래서 당대의 유명한

만 그만큼 학생들 간 교류가 활발했다. 레이

운동선수와 스포츠 브랜드의 광고를 찍을 때

건 대통령Ronald Reagan; 미국의 제40대(1981년~1989년)

도, 그들의 이미지가 좀 더 심플하고 클래식

재임 시절 대학을 다녔는데, 이

하게 나올 수 있도록 순수예술을 하는 사진

란-콘트라 사건(Iran-Contra Affair; 1987년 미국의 레이

가와 영상 제작자와 함께 작업했다. 겉으로

건 정부가 적국으로 규정했던 이란에 불법적으로 무기를 판매하고 그 이

보기엔 클래식하지만, 그 안의 콘텐츠는 거

익으로 니카라과(Nicaragua)의 산디니스타(Sandinista) 정부에 대

리 문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 내가 추

한 콘트라(Contra) 반군을 지원한 정치 스캔들. - 역자 주

)이 터

구하는 일종의 트위스트였다. 나이키Nike의

졌을 때 정치에 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았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광고를 찍을 때 우

당시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정치 메시지를

리가 주목했던 것은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심

대통령. - 편집자 주

SPRING . 2012

17


<Past, Present, Future>, Gallery Factory, 2011 18 SPECTRUM


리상태’였다. 그전까지 운동선수의 이미지를

티브 디렉터

사용한 광고들이 단순히 운동선수가 환하게

당신의 명성이 대중에게 전파되는 경우는 적

의 경우 상업적인 결과물이 성공해도

미소 짓고, 밝고 긍정적인 면만 비췄다면 우

다. 하지만 후자아티스트는 어떤 식으로든 작품

리는 승리를 향한 선수의 갈망 자체에 초점을

에 자아를 반영하고 그 피드백도 더 직접 받는

맞췄다. 그 누구도 지겠다고 마음먹고 경기

다.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그

에 임하진 않는다. 모두 ‘나는 승리할 것이고,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1등이다!’라는 생각으로 경쟁에 뛰어든

S: 25년 넘게 광고업계와 디자인계에 종사

다.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누구와 싸우든,

했고 지금도 가끔 작업하고 있으니 백 퍼센트

어떤 고생과 과정이든 마다치 않는다. 그런

그만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규직과 그에

면에서 ‘승리를 향한 갈망’은 탐욕과 상당히

수반하는 안정성, 높은 급여를 포기한 건 사

닮았고, 이런 일종의 어두운 면도 담고 싶었

실이다. 아티스트가 되기로 한 가장 큰 이유

다. 선수들이 진흙탕 속에서 구르며 흙먼지

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하루를 뒤돌아봤을

를 먹고, 땀 냄새가 배어나는 모습의 고뇌와

때 ‘나는 타인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

고통까지 표현하는 것이다. 당시 미국 광고계

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운영하는 사업

의 누구도 이런 이미지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

체와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더라도 결국에는

에 처음 광고가 나왔을 땐 다들 “대체 이건 뭐

생업을 위해 나에게 어떤 식으로 일해야 한

야!” 하면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다고 지시하는 클라이언트를 찾는 것이다.

곧 게토레이Gatorade에서 비슷한 콘셉트로 광

어느 시점인가 자신의 시간과 노력, 에너지

고를 제작했고, 일종의 대세가 됐다. 그런 면

를 ‘타인이 멋져 보이고 잘 팔리게 하는’ 데에

에서 나름 광고계의 일면을 바꾸는데 이바지

사용한다는 현실과 맞닥트리게 됐다. 결국 ‘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차라리 이 모든 에너지를 나를 위해 쓰는 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많은 사람이 주식

당시 미국 광고계의 누구도 이런 이미지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광고가 나왔을 땐 다들 “대체 이건 뭐야!” 하면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과 부동산에 투자하듯이 나는 지금까지 번 돈 으로 나에게 투자한 셈이고, 그렇게 아티스 트가 됐다. 아울러 광고/브랜딩 쪽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내가 창조한 캐릭터를 브랜드 화化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다. 당신과 비슷한 생각으로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을 주위에서도 봤지만, 결국에는 생업에 묶여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더라.

하지만 결국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살

S: 충분히 이해한다. 고정적인 수입, 직업을

아가는 대신 ‘수트맨’이라는 아티스트의 길

가지고 있다는 안정감 - 내 사업을 하면서 비

을 선택했다. 개인적으로 이 두 가지 직업은

서를 쓸 수 있다든가, 일하면서 누릴 수 있는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가령 전자크리에이

모든 것을 포기하기는 절대 쉽지 않았다. 하 SPRING . 2012

19


people

지만 결국에는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살고 싶

은 사람이 “슈퍼맨처럼 영웅이 되고 싶은 건

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진행 중인 광고

알겠는데, 왜 하필 수트를 고른 거야?”라고

프로젝트와 여러 사업에 관련된 것을 고민하

물었다. 사실 수트도 이유 없이 싫어하고 불

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을

편해하던 것 중 하나였는데, 대체 옷 한 벌 가

뿐이다. 수트맨으로 살아갈 때 내가 세상을

지고 왜 이래야 하나 싶었다. 이런 생각이 들

바꾸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세상에 나가서

자마자 밖으로 나가서 내 기준에서 가장 좋은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마주치며 진실한, 인

디자인의 수트를 샀다. 무인양품無印良品, MUJI

간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시간과 경험

과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이었던 걸로

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기억한다. 그리곤 일 년 내내 수트만 입고 생 활하기 시작했다. 캠핑, 낚시, 등산, 바이크, 킴,

일상의 모든 생활을 수트를 입은 채로 한 것이

실제 성격이나 캐릭터와는 다른

다. 친구와 함께 깊은 숲 속으로 캠핑 가서 모

‘수트맨’에 대해 더 얘기해보자. 본인영 Young Kim의

존재인가?

닥불 피워놓고 마시멜로를 구워먹고 있는 나

S: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어린

를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도 있다. 물론 수트

시절 - 그러니까 수트맨을 시작하기 전에 -

를 입은 채로.

일종의 알 수 없는 열등감이 있었다. 나는 수 줍고 내성적인 아이였고, 한때는 한국인 이 민자 출신이라는 배경을 부끄러워한 적도 있 다. 그야말로 어딜 가도 눈에 띄지 않는 캐릭 터였지만, 어느 순간 나도 활발하고 인기 많 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럴 만한 용기는 없었다. 그러다가 어찌 된 영문 인지 모르겠지만 - 일반인 클라크 켄트Clark Kent 가

슈퍼맨Superman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 이상하게도 수트만 입으면 어떤 바보 같은 짓이라도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내 의지와 생각대로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치

이상하게도 수트만 입으면 어떤 바보 같은 짓이라도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내 의지와 생각대로 행동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마치 수트가 내면의 자유를 표현하게 해주는 심리적인 면허증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수트가 내면의 자유를 표현하게 해주는 심리 적인 면허증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

심지어 타이도 매고 있었나?

한 패턴은 내면의 두려움을 벗는 데 큰 도움을

S: 물론! 타이도 매고 마시멜로를 굽는 거다.

줬고, 이것이 수트맨의 시작이었다. 아, 하지

(웃음) 이런 식으로 여행기를 사진으로 남기

만 20년 전에는 지금처럼 젊은 사람들이 수

기 시작했고, 그렇게 수트맨이 탄생했다. 이

트를 입는 것이 세련되다고 여기는 시절은 아

런 이유로 나는 수트맨을 완전히 다른 개체로

니었다. 수트가 목사님이나 회사원들의 유니

대한다. 수트를 입은 또 다른 개인인 셈이다.

폼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래서 많

그래서 내가 작성하여 배포하는 영 킴과 수트

20 SPECTRUM


맨에 대한 소갯글의 주어를 ‘그들they’로 쓰는

가는 과정과 고민은 예술작품을 만드는 작업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영 킴 (또

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영역의 아티스

는 수트맨)은 이러이러한 작업을 했다’가 아

트들과 작업한다는 점에서 협업은 언제나 즐

닌 ‘영 킴과 수트맨은 각각 이러이러한 작업을

거운 일이다.

했으며, 어떤 작업들은 협업으로 진행했다.’ 혹자는 ‘콜라보레이션협업’을 단순히 마케팅

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방식 중 하나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의미가 수트맨은 아네스 베agnès b, 비즈빔Visvim, 디

담기고 진심을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

젤Diesel 등의 패션 브랜드와 여러 콜라보레이

해 나온 결과물은 그 가치를 공감하고 즐길

션collaboration, 협업 작업을 했다. 기억에 남는

수 있다고 본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협업

일화가 있다면?

이란 무엇인가?

S: 아네스 베가 처음 홍콩에 초콜릿 매장을

S: 광고업계 출신의 아티스트인 입장에서 협

열었을 때, 그게 아네스 베인 줄도 몰랐다. 소

업은 부정적인 부분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훨

식을 듣고 방문했는데 꽤 인상적이었다. 마치

씬 더 많이 보인다. 협업은 아티스트와 브랜

홍콩 한구석에 파리의 작은 가게를 옮겨 놓은

드가 만나서 소비자들에게 기존에 경험하지

분위기였고 초콜릿도 맛있었다! 방문 후에 아

못한 새롭고 흥미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

네스 베에게 이메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는

공할 기회가 된다. 협업의 좋지 않은 예는 -

데, 바로 협업을 제의하는 답장이 왔다. 작업

사실 이 경우 ‘협업’이라고 불러도 안 되겠지

은 약 1년 정도 소요됐다. 아네스 베를 포함

만 - 한쪽이 다른 쪽의 이미지에 단순히 묻어

한 브랜드들과 일하면서 제일 즐거웠던 부분

가는 경우 아닐까? 최근 추세는 여기저기서

은 그들이 어떤 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라

많은 브랜드가 ‘콜라보레이션’을 표방하며 제

고 강요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품을 대량 생산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그들

그들은 취향, 디자인, 경험을 포함한 나 자신

이 기존에 만들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을

에게 신뢰를 보내주었다. 아네스 베와 협업

금방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은 그들의 결과물

하면서 나는 여러 형태의 초콜릿을 고안했고

을 보고 ‘대체 뭐가 다르지? 아, 여기 조그만

쇼콜라티에chocolatier,

와 각각의 작

로고가 하나 있네. 이게 콜라보레이션이야?’

품에 어울리는 맛을 찾았다. 초콜릿 틀mold을

할 것이다. (웃음) 나도 그런 종류의 협업에는

완성한 뒤 첫 완제품을 만들 때에는 직접 초

동의하지 않고, 이해할 수도 없다.

초콜릿 요리사

콜릿 원액을 부었다. 건축으로 치면 디자인이 완료된 후 첫 삽을 뜨는 영광을 얻은 셈이다!

서울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에 관해 얘기해보

여러모로 큰 배움의 기회였고, 꼭 예술작품

자. 어떤 계기로 열게 되었나?

을 만들어야만 아티스트가 되는 것은 아니란

S: 4년 전 서울에 왔을 때, 다른 친구를 통해

걸 깨달았다. 요리사, 목수, 도예가들도 그들

에밀 고Emil Goh를 소개받았다. 처음 만났지

의 영역에서 예술을 하는 것이다. 접시 하나

만, 얘기를 나누면서 바로 마음이 통하는 좋

를 만들고 초콜릿 한 조각을 만드는데 들어

은 친구가 됐다. 에밀은 나에게 한국의 다른 SPRING . 2012

21


people

Exhibition poster, <Past, Present, Future>, Gallery Factory, 2011

22 SPECTRUM


친구들을 소개해줬는데 - 그러고 보니 우리

이 부유한지 가난한지도 알 수 없다. 어떤 사

가 처음 만난 것도 에밀을 통해서였다! - 그중

람들은 심지어 ‘수트맨의 의상을 차려입은’ 그

한 명이 갤러리 팩토리의 홍보라 관장이었다.

들과 내가 함께 있는 걸 보고 자연스레 ‘저 사

우리는 만나자마자 카페에 앉아 대화를 시작

람들은 수트맨의 아티스트 친구들인가 봐’라

했고 지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다. 지금으로

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공사장 인부,

부터 1년 반 전쯤 홍보라 관장이 한국에서 개

자영업자, 연예인, 아티스트 등이 내 사진에

인전을 해보자고 제의했고, 나도 갤러리 팩

출연했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수트맨의

토리와 이 근방의 환경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

외형을 배제하고 개인의 얼굴과 가치를 직시

에 흔쾌히 승낙하고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

하길 바랐다. 특히 서양인의 눈에는 등장하

했다. 안타깝게도 비슷한 시기에 에밀이 갑작

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동양인 또는 황인종으

스레 우리 곁을 떠났기 때문에, 서울에서의

로만 보이겠지만, 서양권에서 자랐어도 나는

첫 개인전은 그에게 헌정하는 의미도 있다.

동양인이기 때문에 황색 피부색이 아닌 각자 의 눈을 보고 그 안에 담긴 개인의 이야기를 읽

수트맨의 포트레이트 연작을 보면 똑같은 검

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아, 이건 다른 얘긴데

은 수트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사람들이 등장

모델로 등장한 많은 사람이 “난 평생 수트를

한다. 어떤 이들은 모든 등장인물이 수트맨

입을 일이 없지만, 특별히 당신을 위해 해주

과 비슷하다고 느끼지만, 어떤 이들은 모두

는 거요”라고 인심 쓰듯이 말하더라. (웃음)

달라 보인다고 말하기도 한다. S: <그들은 모두 내 눈에는 똑같이 보인다

뭐, 나도 마찬가지다. 아직 특별히 수트를 입

They looked all to me>라는

을 일이 없으니.

작품이다. 연작 시리

즈로 기획했고, 모티브는 외국에서 생활했다

S: 그렇다면 도전과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

면 한 번쯤 들어봤을법한 약간은 인종차별적

다. 당신에게 수트 입히기! (웃음) 내 나름의

인 발언에서 시작됐다. 백인의 눈으로 동양인

구인求人 고민이다.

을 바라봤을 때 ‘내가 보기에 그들은 다 똑같 이 생겼어.’라는 말을 끊임없이 들으며 자랐

지난 20년간 수트맨으로서 많은 곳을 여행했

다. 그런 부정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면을 나만

다. 수트맨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

의 유머 코드로 비틀어보고 싶었다. 작업을

S: 여행은 수트맨에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

진행하면서 재밌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는데,

는 책이나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많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의 옷차림을 보고 그의

은 것을 여행에서 배우기 때문에 또 다른 형태

캐릭터를 단정 지은 뒤 더 궁금해하거나 의문

의 교육이라고 본다. 그래서 여행할 때 최대

점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모델로 선 사

한 음식과 문화 같은 지역 특색을 폭넓게 경

람 중에는 거리에서 만난 노숙자도 있었고,

험하자는 철칙이 있다. 여행하는 동안 ‘대체

술에 취한 걸인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들

이건 정말 사람이 먹는 건가’ 싶은 이상하고

에게 수트를 입히고 선글라스를 씌우자 아무

무섭게 생긴 음식도 많이 봤지만, 적어도 한

도 그들의 출신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 사람

번쯤은 꾹 참고 시도해 보는 거다. 어떤 문화 SPRING . 2012

23


Installation view, <Past, Present, Future>, Gallery Factory, 2011

24 SPECTRUM


SPRING . 2012

25


people

든 손님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호의

여자 캐릭터랄까? 뭔가 섹시하지만 미성년자

의 표시 아니겠나. 그럼에도 자격 미달의 여

관람을 위해 어깨 위라든지 등만 드러낸 그런

행자들을 정말 많이 봤다. 음식도 가려먹고,

류. (웃음) 처음 수트맨은 내 개인적인 기록을

행동에도 제약을 두고, 어딜 가나 영어로만

위해 만든 캐릭터였다. 예술가로서 뭔가를 이

대화하려는 사람들 말이다. 적어도 나는 열

뤄낸다거나 세상에서 인정받기 위해 만든 건

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려고 하

아니었다. 그래서 수트맨으로 상업적인 무언

고, 그래서 여행은 수트맨에게 매우 중요한

가를 해볼 생각 자체가 없었다. 관련 제품 몇

가치이다. 과거의 모든 여행과 경험이 오늘의

개를 판매하기도 했지만, 비즈니스로 생각한

수트맨을 만들었다.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앞으로 수트맨을 상업 화하겠다는 건 아니고, 작가 영 킴으로 작품

결국, 수트맨을 어떤 존재라고 정의할 수 있

활동을 좀 더 하고 싶다. 지금은 영 킴과 수트

는가?

맨의 정체성이 분리되는 시작이고, 이번 개

S: 수트맨은 누구든 될 수 있고, 어디서나 존

인전 <과거, 현재, 미래Past, Present, Future>는

재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주저

작가 영 킴으로서의 시작이다. 수트맨은 한

하지 않고, 익숙지 않은 다른 것들을 이해하

동안 휴식기를 가진다. 수트맨에게 들어오

며, 모든 것에 호기심을 두고 끊임없이 배우

는 협업 등의 작업은 이어가겠지만, (수트맨

는 존재라면 누구든 말이다. 사실 수트맨이

으로서) 여행 다니며 그 기록을 사진에 담는

영 킴보다 더 유명해진 것 같다. 수트맨은 여

작업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러 브랜드와 작업하며 주목받았고, 수트맨의

수트맨과 다시 공존하며 살아갈 수도 있고,

일부로 살아가는 것이 상당한 에너지 소모가

아니면 수트맨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고 성대

되는 건 사실이다. 수트맨이 탄생한 지 21년

한 장례식을 열어줄 수도 있다. 이처럼 새로

이 넘었고, 이제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영 킴’

운 가능성과 임무를 열어둔다는 점에서 이번

으로서 선보이는 개인 작업에 집중하고 싶다.

개인전은 내게 더 큰 의미가 있다. (1~2층의

그래서 이제부터는 서로 분리되어 각자의 길

갤러리 안에서) 윗층에는 작가 영 킴으로써

을 가려고 한다.

만들어낸 작품이 중점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사진이나 스케치를 통해 내 생각과 감정을 표

조금 질문을 바꿔보자. 수트맨 프로젝트를

현하는데 익숙하니까, 이런 종류의 작업을

시작하기 전과 비교하면 당신의 사고방식이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나 캐릭터가 변화했는가? S: 수트맨으로 21년을 살았다. 21년을 인생

예술 및 문화적인 측면에서 당신이 보는 서울

에 비유하면, 삶을 혼자 살아가야 하는 성인

의 현재는 어떤가?

의 나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1년간 수트맨

S: 한국의 아티스트들을 많이 알지 못하다

의 작품은 키치kitsch함, 특유의 가벼움, 그리

보니 예술적인 측면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

고 유머코드가 주를 이뤘다. 비유하자면 미

다. 하지만 360 사운즈 크루나 친구들과 어

성년자 관람가 영화에 나오는 토플리스topless

울리며 본 서울은 정말 흥미롭고 재밌었다.

26 SPECTRUM


아, 정말 신 나는 것은 홍콩이나 뉴욕 등 외국 아트씬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아티스트들 이 늘어나는 것이다. 360 사운즈를 통해 만 난 아티스트 친구들을 뉴욕, 홍콩 등지에서 만나면 정말 기분이 좋다. 이제 한국 아티스 트들이 국내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또

아, 정말 신 나는 것은 홍콩이 나 뉴욕 등 외국 아트씬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아티스 트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외국에 자신을 알리기

종훈 디자이너와 함께 내가 브랜딩한 제품을

로 했다는 뜻이니까. 지금껏 세계 각지에서

모아 작은 쇼케이스를 연 적은 있다. 매장 앞

만난 아티스트들 중 한국에 가본 적은 없다는

마당에서 마켓 형식으로 전시와 판매를 했

이들이 아직은 많다. 한국에 어떤 아티스트

고, 360 사운즈가 공연을 했다. 작업이라기

들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그 가치도 알려지지

보다는 함께 모여 노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않아서 방문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영 킴과 수트맨을 알릴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낀다. 뉴욕

좋은 기회였다. 아무튼, 아직 공식적으로 브

에서 열린 아네스agnès b 파티에서 360 사운

랜드에서 제의를 받아 협업한 적은 없다. 이

즈가 공연했는데, 뉴욕 사람들도 처음 보는

인터뷰가 나가면 뭔가 바뀌지 않을까? (웃음)

새로운 뮤지션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그들 이 일본 뮤지션인지 물었다. 그럼 나는 “아니

2012년의 계획들은 어떻게 되나?

다, 한국에서 온 그룹이다.”라고 대답해주었

S: 2월에 하와이에서 <파우와우 하와이POW

다. (웃음) 물론 언어 장벽을 무시할 수는 없

WOW Hawai’i 2012>라는 단체전에 참가할 예정이

지만, 터져 나올듯한 에너지는 언어에 상관

다. 파우와우는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15명

없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그들에

의 아티스트를 선정하여 협업한 뒤 로프트 인

게 어디서 왔는지 물어볼 것이고, 아직 한국

스페이스Loft In Space라는 공간에서 전시와 퍼

에 와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곳도 있구나,

포먼스를 펼치는 행사다. 나는 2011년에 이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거나 적어도 한국 예술

어 두 번째로 참가하게 됐다. 그리고 5월에 프

과 문화에 대한 배경 지식을 갖게 될 것이다.

랑스 마르세유Marseille에서 개인전이 있고,

이런 식으로 점점 세계에 알려지고, 아티스

12월 12일에도 <파이널 디스트럭션 바이 김

트들의 활동 영역도 넓혀가는 것이다.

영일Final Destruction by Kim Young Ill>이라는 주제 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그는 ‘12’가 세 개

서울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계

인 것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확정된 일정은

획은 없는지?

이 정도이고, 한두 개 정도 전시 기회가 더 생

S: 아직 한국에서 한 번도 정식으로 협업한

길 것 같다. 내 홍콩 스튜디오로 돌아갈 때쯤

적은 없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할

이면 홍콩 아트페어ARTHK12 참가 일정이 확정

수 없었던 것뿐, 제의가 들어오면 충분히 참

될 테니, 2012년에는 최소한 4개의 전시를

여할 마음이 있다. 아, 협업이라고 하기는 그

하는 셈이다. 이 정도면 꽤 많은 편이다. 그만

렇지만, 4년 전 세컨드 호텔Second Hotel의 국

큼 일도 많아진다는 뜻이겠지. (웃음) SPRING . 2012

27


people

당신의 ‘예술론’과 ‘작가론’이 궁금하다.

것 없이 누구나 연결점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작

S: 요즘 들어 더욱 느끼는 부분인데, 사람들

품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언제나 거리에

이 점점 예술을 비즈니스나 투자 자산의 일종

서, 사람들에게서, 일상의 장소에서 영감을

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에 걸맞게 아티스트

받는 것, 그것이 내 작가론이다.

는 뭔가 대단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것 같고. 하지만 이전 질문에서 대답했듯이 요리

서울 개인전 이전에, 마닐라에서 있었던 전

사도 창조적인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다들

시를 사진으로 접했을 때 그런 의도를 느낄

어렸을 때는 그림도 그리고 이런저런 걸 만들

수 있었다.

며 놀던 시절이 있지 않나. 하지만 한두 살 나

S: 마닐라에서는 네 명의 노숙자를 섭외했

이 먹으면서 “예술은 직업이 아니니까 더 생산

다. 그들은 전시회에 가본 적도, 갤러리 안에

적인 일을 해야 해.” , “난 예술 활동할 시간이 없

들어와 본적도, 심지어 사진을 찍어본 적도

어. 다 시간 낭비야.” 라는 고정관념이 심어지

없었다. 사진을 찍은 다음 각각 나눠줬는데,

고, 우리 모두에게 타고난 예술가의 소질과 본

본인 얼굴이 담긴 사진을 보고 환하게 웃는 미

능을 천천히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를 보는 것은 형언할 수 없는 가치, 아름다

예술을 할 수 있는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다.

움 그 자체였다. 우리 모두 인생에서 이런 경

예술은 우리의 진심과 생각, 감정을 타인에게

험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게는 이것이 사람들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방식에 차이

의 예술이고, 사람들을 위한 예술People’s Art,

가 있겠지만,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누

Art For People이다.

구나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다. ‘말하기’를 예

_

로 들면, 그쪽에 재능이 있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 아이디어 등을 타인에게 창의적으로 전

인생의 반을 광고 업계에서 보내고, 나머지

달할 수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결국, 본

반 이상을 수트맨이라는 예술가로 보낸 그는

인 고유의 예술 감각을 사용하여 외부로 표현

다시 ‘김영일’이라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할지, 하지 않을지, 표현한다면 어떤 방식으

려고 한다. 그러한 숨 고르기의 시간 속의 서

로 할 것인지는 개개인에게 달린 문제이다. 그

울에서 우리는 두 번의 만남을 가졌고 지면에

리고 작가론이라…. 철학이라고까지 할 수 있

다 담지 못할 정도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수

을지 모르지만, 작업할 때 내가 요리사가 되었

트맨의 트위터@SUITMEN에 가면, 그는 자신을

다고 상상한다. 친구들을 불러 함께 먹고 놀기

‘프로 여행가protraveler’라고 단 한 줄로 소개했

위해 많은 양의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다. 꼭 ‘예술’이 아니더라도 좋다. 우리 삶 어

마음으로 모든 전시회를 준비한다. 어젯밤 (

딘가 있는 중요한 것을 아직 찾지 못할 뿐일지

서울에서의 첫 개인전) 오프닝 리셉션이 끝나

도 모른다. 검정 수트를 입고 렌즈를 응시하

고 뒷정리하면서 사람들의 미소와 즐거워하

는 남자와 감색 피코트를 입고 웃음 짓는 남

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나는 모

자 중에 누가 ‘수트맨’이고 누가 ‘김영일’이었

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예술

는지는, 여러분이 판단할 몫이다. s

을 하고 싶다. 빈곤층, 부유층, 중산층에 가릴 28 SPECTRUM


www.suitman.org / twitter@SUITMEN SPRING . 2012

29


30 SPECTRUM


SPRING . 2012

31


people

interview

fashion

JUUN.J 정욱준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images courtesy of JUUN.J

훗날 21세기 패션을 돌아볼 때, 그가 만든 론 커스텀Lone Costume과 준지Juun.J 의 등장은 우리나라 패션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초 반 한국 남성복의 르네상스 시대를 연 장본인이며, 뚜렷한 정체성으로 현재 까지 견고한 세계를 구축해가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정욱준은 ‘옷’만으 로 한 시대의 메인스트림을 이끌 수 있는 스타성을 지녔으면서도, 시류에 휩 쓸릴 만큼 가볍지 않다. 수트와 셔츠, 트렌치코트 같은 남성복의 중심에 트렌 드를 버무리고,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변형한다. 그런 담금질의 시기를 거쳐 그의 첫 번째 남성복 레이블 론 커스텀은 ‘준지’가 되었다. 2006년 겨울, 파리 의 문을 두드리기 전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선보인 론 커스텀 컬렉션은 그 자 리에 있던 많은 사람에게 감동 그 자체였다. 더 큰 무대로 나가리라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2007년 봄, 아직 파리 진출을 준비하는 그를 만났을 때, 정욱 준은 자신이 평생에 걸쳐 갈고 닦은 ‘테일러링’과 그에게 새로운 도전인 ‘스트 리트’의 결합에 고무되어 있었다.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서 몇 시즌 만에 두각 을 드러낸 준지는 이제 창조적이면서도 대담한 남성복을 나타내는 상징이 됐 다. 2011년의 그는 제일모직의 남성복 브랜드 ‘니나리치Nina Ricci ’의 크리에이 티브 디렉터로 발탁됐다. 얼마 전 준지의 열 번째 파리 컬렉션도 마쳤다. 지금 패션계에서 가장 바쁜 남자와 한 시간 남짓 대화를 나눴다. 32 SPECTRUM


NEW MENSWEAR ESSENTIAL, JUUN.J

SPRING . 2012

33


people

Hong Sukwoo: 먼저, 파리 컬렉션2012년도 가 을/겨울

잘 마치신 것을 축하한다. 요즘은 어떤

학적인 작업보다 소재를 응용한 기계적인 작 업에 더 치중한 셈이다.

일을 하고 있나? Jung Wook jun이하 J: 컬렉션이 끝난 지 얼마

현지 프레스의 반응은 어땠나?

되지 않아서 작업할 것들이 많다. 준지의 판

J: 사람이 변화하려고 마음먹을 때가 제일 힘

매 상황 분석과 디퓨전 브랜드diffusion brand; 보

들다. 기존의 준지가 가진 정체성을 모두 버

구상이 가장 큰일이다. 3월 초까지는

린 건 아니지만, 부피감과 소재에 치중한 변

급형 브랜드

형태를 갖춘 계획서가 나와야 한다.

화를 사람들이 재미없어할지도 모른다고 걱

열 번째 파리 컬렉션은 준지의 새로운 면모를

열 번째 룩이 나올 때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알

보여준 일종의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다. 특

겠고, 스무 번째 룩이 나올 때는 주제가 완성

히 실루엣을 해석하는 방식이 탁월했다. 그

되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새로운 시도를 시

래픽 작업이 들어간 네오프렌neoprene; 합성 고무

작했고, (이전과는) 다른 것을 보여줬다고 평

소재 스웨트셔츠라든지, 서로 다른 두

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nternational

정했다. 르 피가로Le Figaro의 저널리스트는 ‘

의 일종

께의 소재와 패턴으로 만든 실루엣 전개는 기

Herald Tribune의

존의 ‘준지’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스타일

인 패션 저널리스트의 한 명으로 패션계에 끼치는 그녀의 영향력은 막

signature style 과는

대하다. - 편집자 주

차이가 있었다. 준지 안에

수지 멘키스Suzy Menkes; 세계적

는 이번에 준지 쇼를 보러 처음

서도 일종의 ‘뉴 룩new look ’이 아니었나 싶다.

방문했다. 평이 박하기로 유명한 그녀가 혹

J: 열 번째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좀 더 성장

시라도 불편한 글을 쓰거나 - 바보처럼 들릴

하고 싶었다. 컬렉션에서 오는 감동도 있어

지도 모르지만 - 내가 아시아인이고 한국인

야 하지만, 매장에 걸렸을 때에도 감동이 오

이라는 데 편견이 있진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

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상하이上海의 편집매

다. 다행히도 그녀는 이번 시즌 준지에 대해

장 조이스Joyce에서 랑방Lanvin과 디올 옴므

‘패션 공격fashion aggression’이라는 타이틀로

Dior Homme

사이에 걸린 내 옷을 봤다. 소재나

특유의 경험에서 우러난 비평을 했다. 르 몽

세부적인 면에서는 아름답다고 자부심을 느

드Le Monde 는 ‘오버 오버사이즈over oversize’라

꼈지만, 더 단순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는 것

는 표현으로 준지의 코트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지금까지 독특unique

써주었다.

하면서도 반전反轉, twist이 있는 디자인을 해 왔다. 어느 순간 그것들이 내게 더는 재밌지

이전 시즌과 다른 컬렉션을 선보였다는 점에

않고 서서히 불편해졌다. (순간의) 시각적인

서, 디자이너로서 고무된 점도 있었나?

감동보다는 찬찬히 볼수록 ‘내 것’ 같은 옷을

J: 새로운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시간과 공

만들고 싶었다. 이번 컬렉션에선 특히 부피

은 더 들였는데 뭔가 재밌는 게 없는 거다. ‘

감volume과 소재에 집중했다. 꺾이지 않는 소

뭔가 모자라는데 독특한 걸 넣어야 하나?’ 고

재인 네오프렌을 붙여보기도 하고, 높낮이를

민도 했지만, 원래 보여주려던 서른여섯 개의

주고, 어떤 부분은 아예 심지를 빼버렸다. 미

디자인 중 오버 사이즈를 극대화한 모피fur 코

34 SPECTRUM


트와 그래픽 프린트 파카parka 두 개를 걷어냈

션을 생각한다. ‘어떤 게 더 새로운 걸까?’ 하

다. 지금 생각하면 잘한 일이다. 십 년 동안

는 생각들이다.

컬렉션을 하면서도 고민하던 옷들이 아까워 서 그대로 컬렉션에 내보냈다가 후회하곤 했 는데,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들면 서 이제는 더 과감해졌다. 변형한 트렌치코트, 스트리트 패션에 기반을 둔 실루엣으로 준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 지만, 그러한 변형은 결국 옷의 ‘기본’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매번 컬렉션을 준

살면서 제일 중요한 단어를 꼽으라면 ‘일관성’ 이다. 처음부터 마지막 컬렉션까지는 물론이거니와, 작업하는 자세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비하면서 가장 중심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J: 론 커스텀으로 열 번의 서울 컬렉션을 마

2007년 파리 진출 후, ‘준지’라는 독립 디자

치고, 준지의 새로운 컬렉션 북을 만들고, 처

이너 레이블로서 정기적으로 파리 컬렉션을

음 두 번의 준지 컬렉션을 선보인 시기가 인생

연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이 그토록

을 통틀어서 가장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던

당신을 파리로 이끈 건가.

시기였다. 디자인하면서 항상 ‘나다운 것’과

J: 살면서 제일 중요한 단어를 꼽으라면 ‘일

‘나다우면서도 새로운 것’을 생각한다. 그중

관성’이다. 처음부터 마지막 컬렉션까지는

에서도 새로운 것이 제일 중요하다. 물론 세

물론이거니와, 작업하는 자세에도 일관성이

상에 완전히 새로운 게 어딨겠느냐마는, 10

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도 아티스트처럼 자기

년, 20년 후 봤을 때에도 새롭게 느껴지는 것

느낌이 충만할 때 작업하면 얼마나 멋진 컬

을 만드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가장 힘들면서

렉션이 나오겠나. 하지만 시즌을 지키며 한결

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같이 컬렉션을 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 은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나다운 것’과 ‘나다우면서도 새로운 것’을

실제로 몇 시즌 정도 쉬는 디자이너들도 있

함께 만든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

다.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생

할 듯하다.

각하는 디자이너란 암만 어렵거나 힘들더라

J: 물론. 특히 새로운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도 -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실연을 당해 매일

더 크다. 이번 컬렉션만 봐도 새로운 변화가

술만 마시다가도 - 때가 되면 몸을 털고 컬렉

있었지만, 컬렉션을 마치고 돌아보면 나답다

션을 해야만 한다. 그것이 디자이너가 대중과

는 느낌은 배어서 굳어진 것 같다. 그렇지만

한 약속이다. 나에 대한, 사람에 대한 일관성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

이기도 하다.

에게) 일종의 충격과 기쁨을 항상 줘야 한다 는 점은 항상 어렵다. 지금도 디퓨전 라인을

종종 시즌의 주제theme 와 브랜드 전체 콘셉

준비하면서 2013년도 봄/여름의 준지 컬렉

트가 충돌하는 경우는 없나? SPRING . 2012

35


people

F/W 2007~F/W 2012 collection of JUUN.J 36 SPECTRUM


SPRING . 2012

37


people

J: 디자이너들은 별다른 제목 없이 컬렉션을

을 볼 수 있는 국내 생산이 좋은 거다. 아마

진행하는 예도 있지만, 나는 항상 이름을 붙

도 수제화手製靴처럼 정말로 클래식한 구두를

인다. 준지의 첫 번째 컬렉션이었던 리포지셔

만들게 된다면 외국에 나갈 것 같다. 딱히 편

닝repositioning부터 몽타주the montage, 뫼비우

견은 없다. 다만 내가 꼭 관여해서 만들고 싶

스moebius 같은 식으로 연관성이 있는 큰 요

은 마음이다.

소에서 작은 요소를 뽑아 명칭을 붙여주는 것 이다. 이번은 ‘디스텐디드Distended; 팽창된, 부풀어 진

’라고 이름으로 부피감에 관해 얘기했다. 쇼

안에는 내가 강조하는 아이템이 꼭 들어가야 하고, 반대로 쇼를 통해 그 아이템이 강조돼 야 한다. 쇼의 제목은 물론 의상들도 디자이 너의 아카이브Archive로 남아 있어야 한다. 나 의 경우, 항상 마무리finale 는 하나의 아이템 을 골라 똑같이 입혀 왔다. 일종의 변태스러 운 아름다움이랄까? (웃음) 교복, 군복, 사 열복parade dress, 간호사복처럼 뭔가 유니폼

비즈니스적으로 브랜드를 더 성장시켜야 하고, 디자이너로서도 발전해야 한다. 그 두 가지를 생각하는 것이 디자이너에겐 꼭 필요하다. 옷이란 것은 결국 판매해야 하고, 사람들이 입어야 하니까.

을 맞춰 입은 모습을 보는 것이 아름다웠다. 또한 나는 항상 가장 무거운 의상으로 시작

창조에 매진하는 디자이너이면서도, 브랜드

해서, 처음과 끝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을 좋

의 경영자로서 경영 전반에 관한 실무도 신경

아한다. 이런 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컬렉션을

써야 했을 것이다. 상충하는 존재로 보이는

이루고, 일관성을 만든다.

이 두 가지를 어떤 식으로 조율하는가? J: 여기 몇 퍼센트를 신경 쓰고 저기 몇 퍼센

준지의 옷은 모두 국내 생산으로 알고 있다.

트를 신경 써야지 염두에 두고 계산해서 행동

그런데 사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메이드 인

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10년 이

이탈리아’나 ‘메이드 인 프랑스’에 열광하지

상 브랜드와 회사를 유지하려면 돈을 만들어

않나.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제어하는 입장

야 하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맞

에서 국내외의 ‘제작 과정making process’에 대

추는 데 일찍 순응했다. 해야 할 수 밖에 없

한 견해가 궁금하다.

는, 숙명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회사제일모직에

J: 옷을 만드는 과정의 감독까진 아니더라

들어왔다. 비즈니스적으로 브랜드를 더 성장

도,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다룰handling 수

시켜야 하고, 디자이너로서도 발전해야 한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병이 난다. (웃음) 분

다. 그 두 가지를 생각하는 것이 디자이너에

명히 메이드 인 이탈리아나 프랑스도 좋지만,

겐 꼭 필요하다. 옷이란 것은 결국 판매해야

디자이너가 없는 생산처에 의지하면 무언가

하고, 사람들이 입어야 하니까.

비틀어지거나 잘못될 수 있다. 나는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 내가 관찰하고, 과정 38 SPECTRUM

뉴욕의 편집매장 세븐SEVEN New York에 걸린


준지의 옷을 보고 내심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밖으로 나가게 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디자

있다. 패션 디자이너와 관계하는 사람 중, ‘

이너에겐 비즈니스적 측면이 있어야 한다. 운

바이어buyer’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을 것

좋게도 당시 홈쇼핑이라는 창구가 생겼고 거

같다. 단순히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관

기서 모은 수익으로 파리에 진출할 수 있었

계가 아닌, 브랜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교

다. 딱 세 번 파리 컬렉션을 할 돈을 모아서 ‘

류도 있나?

이제 시작이다, 되든 안 되든 해보는 거지’라

J: 나는 활동성이 크진 않다. 맨날 만나는 사

고 마음먹었다. 여전히 우리나라 유통산업에

람만 만난다. 비즈니스는 상업 에이전트com-

는 문제가 많다. 만약 내가 파리 컬렉션을 하

mercial agent 에

맡기고, 바이어들의 피드백도

지 않았다면, 내 옷이 과연 10 꼬르소 꼬모

그쪽을 통해 쇼룸으로 받는 편이다. 어차피

서울10 Corso Como Seoul이나 분더샵Boontheshop

패션은 더 상업적이어야 하고 그러려면 패션

같은 편집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콜라

인들과 교류해야 한다. 사람들을 더 많이 만

보레이션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한국 디자

나려고 노력도 했지만 잘 안 됐다. 결국 깨달

이너가 들어가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나. 예

은 점은 내 몫이 아니란 거다. 대신 홍보와 상

전에는 그런 현실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지

업 에이전트를 통해 많은 피드백을 요구했다.

금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러니까 디자이

어차피 바이어들도 옷이 팔려야 다음 시즌에

너들이 얼른 그 현실을 박차고 외국으로 나

손을 내민다. 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

가면 좋겠다. 꼭 컬렉션이 아니어도 여러 창

또 싫증 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중요한 것은 ‘

구가 있다. 외국 진출이라는 게, 다들 여유

사람의 손이 닿는 옷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가 있어서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자꾸 도전하

래서 일단은 컬렉션에 집중하려고 한다.

고 또 도전해야 한다. 지금 요지 야마모토山

소비자 관점에서, 준지의 옷을 서울에서 많

GARÇONS 을

이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도 있다. 서울에 기

지만, 계속해서 젊은 디자이너들이 나와 손

반을 둔 패션 디자이너로서 처음 론 커스텀을

을 잡고 계보가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작한 2001년과 준지를 준비한 2007년,

남성복에는 우영미 선생님과 송지오 선생님

그리고 2012년 사이에 남성복 시장의 변화

께서 계시고 여성복에는 이상봉 선생님께서

를 어떻게 느끼는가?

계시지만 파리의 한국 디자이너 중에는 내가

J: 그 변화는 정말 몸소 겪고 느낀 것들이다.

막내다. 지금은 삼십 대 중후반 디자이너들

처음 론커스텀을 시작하면서 제일 한계에 부

이 계속 나와줘야 한다. 우리나라 유통 및 사

딪힌 것은 옷을 만들고도 판매할 곳이 없다는

회 구조 문제라든지, 자금이 있고 없고를 떠

것이었다. 가로수길에 작은 쇼룸이 있었지만

나서, 좀 더 용기 내고 도전해야 한다. 돈 생각

그곳에서의 매출은 한계가 있었다. 어느 정도

하지 않고 어느 정도 가진 것들을 투자하고 노

기반이 있어야 백화점 유통도 가능한데, 아

력했으면 좋겠다.

本耀司, Yohji Yamamoto

나 꼼데가르송COMME des

능가하는 일본 디자이너들은 없

예 손 댈 엄두조차 나지 않는 열악한 환경 백화점 위주로 된 나쁜 유통 환경이 나를 더

당신은 준지의 이름으로, 리복, 빈폴, 그라 SPRING . 2012

39


people

Collaboration _ Reebok x JUUN.J (EX-O-FIT par JUUN.J)

Collaboration _ Six Scents x JUUN.J (Six Scents Series Three - Can’t Smell Fear) 40 SPECTRUM


운드제로Ground Zero, 식스 센츠Six Scents, 니

패션에 관심 없는 일반 남성부터 자극해야 한

나리치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협업을 진

다. 기업형 남성복 브랜드의 수장으로서 대

행했다. 아무래도 협업은 독자적인 작업과는

중을 상대하는 일은 지금까지의 작업과는 무

많은 부분이 다를 것이다. 협업에 대한 특별

척 다르지 않나?

한 철학이 있다면?

J: (론 커스텀과 준지를 시작하기 전) 10년

J: 협업을 하면 기술적인 것과 자본적인 것,

간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남성 캐릭터, 유니

개인적인 것, 디자이너의 감성적인 것들이

섹스, 청바지, 컨템포러리 브랜드 등을 넘나

충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꼭 하고

들며 사람들이 입고 싶어하는 옷에 대한 요구

싶은 것이라면 어떻게든 해내려고 자료를 준

를 읽는 방법을 배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비하고, 성사시키려고 노력한다. 상대방이

지금까지 개인 브랜드만 디자인했다면 오히

봤을 때 어떻게든 타당성을 제공해서, 그들

려 혼란스럽고 재미없었을 것 같다. 그런 경

이 수락할 수 있게 하는 능력 하나는 가진 것

험으로 이번 시즌엔 어떤 아이템이 필요한지

같다. 그리고 어떤 협업이든 ‘성공해야 한다’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고, 그게 도움이 된다.

는 강박관념이랄까, 고집은 있다. 다행히도

준지 같은 디자이너 레이블과는 다르게 브랜

지금까지의 작업들은 대박 아니면 중대박은

드가 성장하는 게 쑥쑥 보이는 것에 대한 쾌

났다. (웃음) 협업에서 스스로 상업적인 디

감도 있다. 또한, 보통 패션에 민감한 사람들

자인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부여

은 자기 나이보다 체감 열 살은 어리게 생각할

하는 편이다. 협업은 서로의 시너지 효과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니나리치를 보면서 ‘10

기대하는 것도 있지만, 결국은 돈을 만들어

년 뒤에 어떤 옷을 입을까?’, ‘내 또래의 사람

내는 비즈니스라는 점도 분명히 염두에 둬

들이 무엇을 입을까?’ 같은 것을 생각한다.

야 한다.

지금 내가 입고 싶은 옷과 몇 년 후 입고 싶은 옷과 만들어 놓으면, 결국 내 연령대의 소비

디자이너가 자신의 레이블을 꾸려나가는 것도 좋지만, 전혀 다른 브랜드에 들어가 그 브랜드를 이해하면서 변화시키고 제2의 전성기를 도모하는 것도 멋진 과정이다.

자들이 입고 싶은 옷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론 커스텀과 준지를 무無에서 구축한 것으로 보면, 니나리치는 기존의 브랜드를 바꾸는 일종의 ‘쇄신rebranding’ 작업이다. 니나리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새로 전개하는 컬 렉션이 어떻게 바뀌나? J: 클래식한 패션 하우스가 디자이너를 영입 하고, 새롭게 레이블을 만드는 것은 ‘변화’를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니나리치에도 변화가

이제 ‘준지’라는 레이블을 이끌면서 니나리

있어야 한다. 더 젊고 호리호리한 스타일로

치 남성복과 액세서리를 총괄하는 크리에이

변하는 외적인 부분 말고도, 브랜드에 ‘주인’

티브 디렉터가 되었다. 니나리치는 어찌 보면

이 생겼다는 점이 제일 중요하다. 이제 주인 SPRING . 2012

41


people

공이 없는 브랜드는 힘이 없어 보인다. 디자

캐주얼 라인의 비중을 10퍼센트 정도 늘리되

이너가 자신의 레이블을 꾸려나가는 것도 좋

더 특화하려고 한다. 그래서 신사복 군에 아

지만, 전혀 다른 브랜드에 들어가 그 브랜드

예 없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삼십 대에서

를 이해하면서 변화시키고 제2의 전성기를

오십 대의 남자들이 캐주얼을 즐기도록 하고

도모하는 것도 멋진 과정이다. 디자이너는

싶다. 예를 들어 겉옷 같은 경우도 그 연령대

자기 것도 할 줄 알아야 하지만, 이러한 공동

가 늘 입던 디자인이 아니면서도 형태나 소재

작업co-work 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를 확확 바꾸지 않고 ‘세련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보여주고 싶다. 또한, 준지는 컬렉션을

외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오랜만에 ‘조

통해 항상 새롭고, 공격적면서도 강한 모습

직’에 들어간 셈인데, 아무래도 대기업이라

을 보여주겠지만 디퓨전 라인은 내가 편하게

유연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입고 싶은 옷, 일상 속에서 늘 입는 기쁨을 느

J: 물론 장단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작업할

끼는 옷을 만들고 싶다. 그러면서도 감도 있

때에는 많이 일하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는 이미지와 접근이 어렵지 않은 가격대로 불

그래서 많은 일을 벌여 놓더라도 중간에 내 시

편하지 않게 말이다. 사실 준지 컬렉션은 입

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 소속이 되

는 사람의 한계가 있다. 나조차도 실제로 옷

고 나선 소속팀 구성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

을 골라 입으라고 하면 30퍼센트 정도만 선

기 때문에,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방

택할 거다. 준지 컬렉션이 사람들에게 환상

종放縱’을 잃었다. (웃음) 예전보다 자유롭진

을 준다면, 디퓨전으로 현실을 보여주고 싶

않지만 회사 안에서 준지 컬렉션을 하면서, ‘

다. 빠르면 2013년도 가을/겨울 시즌에 만

사람의 힘’, 그러니까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곁에 있어준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 인지, 이래서 디자이너들이 회사와 관계하

다른 인터뷰에서 당신은 십 년 단위로 계획

는구나 깨달았다. 물론 회사에 들어오기 전

을 세운다고 봤다. 지금의 정욱준은 어떤 단

에 어느 정도 기대는 있었지만 직접 겪어보

계인가?

니까 더 느껴진다. 상품기획자merchandiser 들

J: 마흔에는 꼭 파리에 가겠다고 생각했고,

과 생산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이 준지 컬

그래서 삼십 대에서 사십 대가 되는 사이에 내

렉션을 턱턱 만들어서 갖고 왔을 때의 기쁨

브랜드를 만들고 준비했다. 지금은 나의 오십

이랄까…?

대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같이 갈 사람들을 만드는 것이다. 일함

니나리치와 준지 디퓨전 라인의 ‘디자인’에

에 있어서, ‘손발’이라고 표현하는 게 누구를

대해 좀 더 소개해달라.

하찮게 부리겠다는 뜻인가 했는데, 그 손발

J: 지금 니나리치의 모습도 좋아한다. 목표

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잖나. 사람이

연령대age target 도 정확하고. 다만 지금의 신

나이가 들면 디자인도 늙는다고 생각한다.

사복 군群 을 보고 있으면 70퍼센트 이상이 수

어쩔 수 없다. 생각이나 사고는 전달해줄 수

트 위주라, 내가 생각하는 니나리치에서는

있어도 감각적인 면은 무뎌진다. 지금은 그것

42 SPECTRUM


을 대비하기 위한, 나와 같이 일할 수 있는 사

2012년도의 계획이 궁금하다.

람들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다.

J: 2012년은 내게 큰 변화가 있는 시기다. 앞 으로 해야 할 일은 작년보다 몇 배가 늘어나서 최근 들어 가장 바쁜 해를 보내게 될지도 모

이십 대의 나는 우리나라만 보면서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을 하나 만들어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른다. 정신없겠지만, 정말 행복하게 일하고, 뭔가 만들어내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은 누구보다도 한국 패션의 최전선에서, 유수의 패션 관계자들 을 만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준지’가 파리 에 안착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처럼, 이제 다

너무 ‘일’ 관련 질문만 했다. (웃음) 여가 때

음 세대 디자이너들이 꿈을 키울 차례다. 그

는 주로 무얼 하나? 아니, 여가를 잘 챙기는

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한다.

편이긴 한가?

J: 이십 대의 나는 우리나라만 보면서 살았

J: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강아지를 거의

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을 하나 만들어도 전

자식처럼 돌보는데, 그것도 여가라고 할 수

세계를 대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도 파리

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연인이

에 가기 전엔 파리에서 나를 좋아할까, 이해

다. 사랑과 일은 절충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해 줄까 걱정했다. 하지만 일단은 해야 한다

(웃음) 이번 컬렉션은 준비 기간이 짧아서 거

는 생각이 커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베로

의 한 달 사이에 작업을 끝냈는데, 그러다 보

니크 브랑키노Veronique Branquinho와 랍 시몬

니 강아지 돌보는 것도 뜸해지고 집에도 소

Raf Simons처럼

홀했다. 쇼하러 가기 일주일 전에 연인이 한

쇼룸인 토템 패션Totem Fashion;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

좋아하는 디자이너들이 있던 에 무작

다는 말이, 가정에 충실하라고 하더라. (웃

랜드 홍보회사로 프랑스 파리에 본사가 있다. - 편집자 주

음) 일 외에는 내 것, 내 가족을 돌보는 일이

정 약속을 잡아서 갔다. 그것만으로도 가슴

가장 행복하다.

떨리고, 힘든 경험이었지만 그들이 나에게 꼭 같이 일하자는 말을 해주었을 때의 기쁨이 란 이로 말할 수 없었다. 큰돈을 들여서 컬렉

좋아하는 패션 잡지가 있다면? J: ‘앙상encens; 소수의 선택된 디자이너와 예술가들의 작업을

션을 열지 않아도 된다. 먼저 에이전트를 하

보여주는 프랑스 잡지로 현재 일 년에 한 번 발행한다. - 편집자 주

’을

나 잡아라. 그들이 한 달에 7,000유로를 요

좋아한다. 디렉터 사무엘 드리라Samuel Drira

구했을 때, 나는 2,000유로밖에 낼 수 없다

는 1930~4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패션 아

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룩북이나 컬렉

카이브를 굉장히 잘 아는 친구다. 다음일지

션 북을 만들어 보내는 것도 방법이다. 그들

다음다음 컬렉션일지는 모르지만, 뭔가 콘

이 유럽의 주요한 매체에 돌리면, 그것만으

셉트가 잡히면 올해 4월쯤 만나서 함께 할 수

로 많은 것이 달라진다. 내 경우에도 컬렉션

있는 작업에 관해 얘기해보지 않을까 싶다.

북을 통해서 아이디i-D 매거진에서 인터뷰 요 SPRING . 2012

43


people

청이 왔다. 가만히 있을 필요가 없다. 움직여

이 느껴졌다. 새로운 터전에서 만들어 낼 정

야 한다. 생각할수록 금전적인 부분부터 전

욱준의 남성상에 기대하는 이유다. s

부 다 힘들겠지만, 무조건 부딪혀야 한다. 우 리나라 디자이너들의 유대 관계가 그렇게 좋 진 않았지만, 요즘 신진 디자이너들은 (선배 들과) 무언가 유대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못 하는 편이지만, 우연히 만나더 라도 좀 더 친밀감을 갖고 대할 수 있을 텐데 그런 게 좀 부족한 것 같다. 만일 후배들이 필 요하고 계획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하면 참 좋 겠다. 경험이 있으니까, 십 분 걸어갈 것을 오 분 걸어가는 지름길을 가르쳐 줄 수 있다. 나 이가 들었는지, 한두 살이라도 어린 후배들이 발판을 만들어 나아가려고 할 때 도와주고 싶 고 또 도와주고 있다. 디자이너 최지형쟈니헤잇 재즈Johnny Hates Jazz 디자이너

이 파리의 어느 쇼룸

과 미팅할 때, 장문의 이메일을 써서 미리 연 락해주는 식이다. 예전 벨기에 디자이너들이 지금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컬렉션 기간 중 하루에 두세 명은 한국 디자이너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시작은 어렵겠지만 정말 가능 성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_ 사석이나 행사 자리를 제외하면, 공식 인터 뷰로는 5년 만의 만남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주목할만한 신인’이 아닌 매 시즌을 기다리 게 하는 크리에이터로서 그를 찾는다.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새로운 프로젝트와 컬렉션 준 비로 여념이 없는 이 노련한 디자이너는 인터 뷰를 마치자마자 베를린으로 출장을 떠난다 고 했다. 인터뷰 말미 그의 말처럼, 올해의 정 욱준은 예년보다 몇 배는 많은 일을 헤쳐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선 마치 경기를 시작하 기 직전의 스포츠 선수와 비슷한 긴장과 흥분 44 SPECTRUM


A Portrait by Robert Knoke for Six Scents Series Three

www.juunj.com / twitter@JUUN_J SPRING . 2012

45


Roam free. Animal Snap Case for iPhone 4S

goincase.kr

46 SPECTRUM


articles

Best Collaboration ‘아티클’은 매 호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인물들이 얘기합니다. 때로는 잡지 기사처럼, 일기처럼, 혹은 보고서처럼 보일 수도

Fashion 홍석우

있습니다만, 경계는 없고 주관은 있는 글의 집합이 이 챕터의

Design 최태혁

정체성이 되길 바랍니다.

Art 강영민 Book 이로

다섯 번째 호의 주제는 ‘최고의 협업(Best Collaboration)’입니다.

Street 옥근남

우리는 모든 분야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Music 함영준

있습니다. 그것들은 홍보의 목적으로, 진정한 교감을 바탕으

Tech 김문기

로, 혹은 우연한 계기로 이뤄집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협업

Travel

류진

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땅에 발을 딛고, 그 안에서 영감 받곤 합 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여덟 명의 필자가 여덟 가지 분야의 협업에 대해 글을 보내주었습니다. 글 안에는 객관적인 통찰 과 함께 깊숙한 사견이 들어가겠지만, 그 또한 ‘아티클’의 주제 와 상통할 것입니다.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SPRING . 2012

47


Fashion

Two way of ‘The Fashion Collaboration’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 twitter@yourboyhood www.yourboyhood.com

현대 문화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 패션만큼 접점이 많고 경계를 넘나드는 분야도 흔치 않다. 흔히 콜라보레이션협업이 라 부르는 패션 브랜드의 공동작업은 일 년에도 셀 수 없을 만 큼(과장이 아니라, 진심으로) 벌어지고 매끈한 포장을 더해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중에서 ‘최고’를 정하는 것은, 풋풋하 고 때 묻지 않았던 유년 시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것만큼 난해한 질문이다. 어떤 매개체를 갖고 서로 다른 객체가 모여 하나의 결과를 이 룬 작업을 굳이 ‘협업’이라고 포장하지 않던 시절부터 공동작 업은 존재했다. 그러던 와중 ‘패션 콜라보레이션’으로 말 그 대로 패션 사에 한 획을 그은 작업이 있었다. 마크 제이콥스 Marc Jacobs 가

누군지도 모르던 일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

카시村上 隆, Murakami Takashi는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루이뷔 통Louis Vuitton의 갈색 모노그램 안에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주 입했다. 현대 예술에 대한 열정적인 컬렉터이자 후원가로 알 려진 마크 제이콥스는 이전에도 스테판 스프라우스Sthephen Sprouse

같은 아티스트와 작업하며 패션과 예술의 만남을 주

도했는데, 무라카미 다카시에 이르러서는 작가와 브랜드 모 두에게 폭발적인 성장을 안긴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이미 세 상을 뜬 스테판 스프라우스의 루이뷔통 라인을 여전히 매장 에서 만날 수 있고, 첫 번째 협업 이후 더욱 강력한 파괴력을 이 어 가는 무라카미 다카시 또한 누구보다도 강력한 루이뷔통의 협업자이자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됐다. 혹자는 몰개 성한 ‘3초 백’, ‘5초 백’이라고 비아냥거리지만, 아시아 여느 도 시 번화가 루이뷔통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인 ‘줄 서서 들 어가는 명품 매장’의 위상(?)에 그들의 협업이 끼친 영향은 분 명히 존재할 것이다. 48 SPECTRUM


어떤 매개체를 갖고 서로 다른 객체가 모여 하나의 결과를 이룬 작업을 굳이 ‘협업’ 이라고 포장하지 않던 시절부터 공동작업은 존재했다

대중문화에 뿌리를 뒀지만 사실 소유하기엔 벅찬 팝아트의 정 수精髓 와 누구나 하나쯤 소유하길 갈망하는 유럽 럭셔리 하우 스의 만남이 명품에 대한 욕구를 더욱 촉진한 고도의 전략이 라면, 그 반대편에는 더 자연스러운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 협 업도 존재한다. 전자가 철저한 마케팅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주도면밀한 시스템 안에서 이뤄졌다면, 지금부터 설명할 또 다른 협업의 예는 일종의 ‘또래 문화’ 안에서 비슷한 취향을 공 유한 친구들이 뭉친 사례로 볼 수 있다. 1993년, 옆 나라 일 본 도쿄에선 음악과 패션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두 명의 남 자가 함께 작은 매장을 열었다. ‘노웨어Nowhere’라고 이름 붙인 매장에서는 당시 한창 열풍이던 아메리칸 빈티지 의류를 리폼 한 옷과 함께 가내수공업 수준의 작은 레이블 몇 개를 팔았는 데, 그것이 점차 형태를 띠면서 각각 ‘언더커버UNDERCOVER®’와 ‘어 베이씽 에이프A BATHING APE®’라는 브랜드가 됐다. 지금은 도쿄발發 하이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의 아이콘이 된 준 다카하 시(高橋盾, Jun Takahashi)와 니고NIGO® 는 당시 함께 만 든 옷도 선보였다. 수년 후 노웨어 매장이 언더커버의 첫 번째 매장이 되면서 그들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되지만, 정확히 15년 이 지난 2008년, 대선배 격인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의 레이 가와쿠보川久保玲, Rei Kawakubo가 런던에 문을 연 편집매 장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에서 1993년의 협업 을 재현한 매장과 의류를 선보이게 된다. 미래를 예측했을 리 없는 그들의 협업이 ‘우라하라裏原宿, Ura-Harajuku’로 불리는 도 쿄 패션씬의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에서, 친구들이 어울려 만들어 낸 작업이 주는 상징성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짧고 부족한 글로 패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엔 벅차다. 좋은 협업을 논하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 만 단 한 가지, 그 안에 무엇이 있든지, 좋은 협업이란 관계를 통한 발전이고 동반 상승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 다. 치이고 밟힐 정도로 많은 패션 콜라보레이션의 시대인 지 금, 우리가 여전히 어떤 협업을 보고 ‘훌륭하다’고 느낀다면 더 욱 이 말에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s ©image courtesy of Louis Vuitton &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image courtesy of UNDERCOVER® & NIGO® (NOWHERE)

SPRING . 2012

49


Design

‘이름’만 사려는 그들의 착각 최태혁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B> 편집장 twitter@farmer_cat www.magazine-b.com

‘콜라보레이션협업을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하는 것’이라 는 사전적인 의미로 본다면, 그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같을 것 이다. 인간은 누군가와 함께 무엇인가를 만드는 존재니까. 그 러나 오늘날 그 의미는 조금 다르다. ‘하나의 브랜드와 유명인 이 만나 서로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행위’에 더 가깝다. 브랜드 가 이러한 행위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떤 특정 기술이든, 이미지이든 나에게는 없는 그의 재능을 사려는 것이다. 그것 을 통해 브랜드는 손쉽게 그들의 재능을 ‘자기화’할 수 있다. 삼 성전자가 21세기 최고의 모더니스트인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과

후카사와 나오토深澤直人, Fukasawa Naoto 를 영입해 냉

장고와 노트북을 만들고, 신세계 백화점이 세계적인 아티스 트 제프 쿤스Jeff Koons의 작품들을 사들여 전시를 여는 것 역 시 그러한 목적이 있다. 현대카드는 슈퍼 콘서트를 통해 세계 적인 스포츠 선수들의 시합을 주선하고, 뮤지션들의 공연을 기획하는 등 조금 다른 형태의 협업을 보여주지만 이러한 행 위 역시 목적은 같다. 독일의 만년필 브랜드 라미LAMY는 내부 디자이너 없이 전체 디자인을 외부 디자이너들과 협업하고 있다. 라미는 수십 년 동안 브라운Brown 디자이너이기도 했던 게르트 뮐러Gerd Müller 를 시작으로 콘스탄틴 그리칙Konstantin Grcic과 후카사와 나오 토에 이르기까지 십여 명의 뛰어난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모델 라인을 넓혀 왔다. 한편 이탈리아를 필두로 한 세계 가구 시장 에서는 그 사례를 다 찾기 어려울 만큼 협업이 활발히 이루어 지고 있다. 카르텔Kartell, 마지스Magis, 카펠리니Cappellini, 몰 테니Molteni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매년 수많은 디자이너와 의 협업을 통해 신제품을 발표해 비즈니스적인 성공을 이어간 다. 그런데 좋은 협업과 그렇지 못한 협업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협업으로 말미암은 결과물이 브랜 50 SPECTRUM


좋은 협업과 그렇지 못한 협업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협업으로 말미암은 결과물이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의 연장선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드 정체성identity의 연장선에 있는가 하는 점이다. 라미의 수십 개의 모델 라인은 저마다 다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했음에도 전체 제품은 하나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가구는 만드는 인물 의 예술성이 상대적으로 강화된 분야라 현란한 형태의 제품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제품은 알만한 사람들은 제품만 보고도 대략 브랜드를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일정한 브랜드 공 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협업 사례는 전후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기 어 렵다. 심지어 전혀 다른 브랜드의 제품처럼 느껴질 정도다. 현 대카드는 ‘정체’를 숨기기 위한 위장에 가깝다. 이는 클라이언 트의 철학 부재에서 온다. 그들에게는 ‘무엇을 위해 협업하는 가?’보다 ‘누구와 협업하는가?’가 더 중요할 뿐이다. 그저 그 런 클라이언트는 협업 대상을 고를 때 소위 요즘 가장 ‘핫한 사 람’이 누구인지를 찾는다. 그래야만 미디어가 관심을 두고, 협 업 프로젝트가 더 널리 알려질 테니까. 이는 그들의 재능을 손 쉽게 얻으려는 수작을 넘어 그들의 이름만을 사려는 얕은 속 임수에 불과하다. 전문가라 불리는 자들은 그런 것을 ‘마케 팅 전략’일 뿐이라 말한다. 물론 앞서 소개한 외국 브랜드와 협업하는 디자이너들 역시 세계적인 인사들이다. 그러나 그 들 모두가 브랜드와 처음 관계를 맺을 당시부터 스타는 아니 었다. 카펠리니와 협업하는 제스퍼 모리슨, 톰 딕슨Tom Dixon, 마크 뉴슨Marc Newson 역시 당시에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스티 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뒤 협업할 아트 디렉터를 외부에서 찾던 중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 등을 포기하고, 당시

만 해도 외부에 전혀 알려진 바 없던 내부 직원 조너선 아이브 Jonathan Ive 를 선정한 것은 그가 결정한 최고의 선택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스티브 잡스는 그야말로 가장 ‘애플다움’을 표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누군가와 함께 일한다. 협업은 트렌드가 아니 라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발생하는 행위다. 인생은 나를 복제하는 일의 반복이다. 협업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 다. 나와 다른 너를 찾는 게 아니라 나와 같은 ‘나다움’을 찾는 것. 협업의 진가는 그렇게 드러난다. s ©image courtesy of LAMY & Samsung Electronics SPRING . 2012

51


Art

가슴 뛰는 노동의 현장 강영민 팝아티스트 www.youngmean.com www.facebook.com/ YoungmeanKang

콜라보레이션협업은 ‘Col +Labor’이다. 즉 노동Labor이 합해 진 것Together이다. 아티스트들끼리 하는 공동작업이야 문제 없겠지만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이용해 어떤 브랜드의 일 을 진행한다고 해보자. 그것이 용역인지 콜라보레이션인지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겠는가? 말로는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하 지만 정작 계약을 할 때는 용역계약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당연히 기업이 ‘갑甲’이고.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먼저 아티스 트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가장 성공적인 협업의 예 로 알려진 무라카미 다카시의 루이뷔통 백을 보자. 루이뷔통 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자신의 이름을 건 패션 레이블의 디자이너인 마크 제이콥스는 수많은 아시아 소녀 인턴사원을 뽑는 걸로 유명하다. 맨해튼에 몰려드는 전 세계의 전도유명 한 청년들. 그 중엔 아시아 소녀들이 정말 많다. 마크 제이콥 스가 그녀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장차 루이뷔통과 자신의 최 대 고객이 될 구매자가 바로 그녀들이라는 선견지명 때문 아닐 까. 나이 어린 소녀 인턴들이 하는 일은 뭘까? 주로 시장조사 와 자료 수집인데 그녀들이 좋아하는 아이템들, 이를테면 만 화책, 싸구려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들, 조악한 액세서리등 이 대부분이다. 그중 일본 소녀의 아이템 속에 무라카미의 작 품도 섞여 있었다. 소녀들과 수다 떠는 걸 중요한 일상으로 여 긴 마크 제이콥스는 무라카미 다카시에게 서한을 보냈고, 둘 은 친구처럼 만났다고 한다. 그다음은 모두가 아는 이야기처 럼, 어쩌고저쩌고. 최근 한국 팝아트씬에 떠오르는 스타인 마리 킴Mari Kim도 와 이지 엔터테인먼트YG Entertainment의 대표인 양현석을 그렇게 만났다. 양현석 대표가 마리 킴의 작품을 컬렉팅하며 그녀에 게 관심을 보였고, 서로 회사와 작업실을 오가며 수다를 떨다

52 SPECTRUM


가 일로 연결된 것이다. ‘아트워크 용역’을 의뢰한 양현석 대표 에게 마리 킴은 용역계약을 거부하고 ‘콜라보레이션’을 제안 한다. 돈을 받지 않는 대신 투애니원2NE1과 자유롭게 작업하 겠다고 한 것이다. 물론 그 후 마리 킴은 뮤직비디오도 제작하 고 제작비도 지원받았다. 이처럼 콜라보레이션의 문제는 돈을 받고 안 받고가 아니라, 서로 간의 이해와 친밀한 사고방식attitude이다. 당신이 아티스 트라면 누구나 함께 일해보고 싶은 대형 연예기획사의 제안을 거부하고 역으로 제안할 수 있겠는가? 갑을甲乙 관계를 떠나 주 체적인 아티스트상像을 기업에 제시할 수 있겠는가? 또한, 한국의 기업들에도 묻고 싶다. 그대들은 아티스트들과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 자기가 최고라는 풋내기 아티스트들 과 막 싸우다가 웃으면서 다시 화해 할 수 있겠는가? 함께 땀 흘리며 가슴 뛰는 노동의 기쁨을 맛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언제든지 연락하라. 우리는 외롭고 고독하다. ‘친 구’가 필요하다. s ©image courtesy of Mari Kim, YG Entertainment

콜라보레이션의 문제는 돈을 받고 안 받고가 아니라, 서로 간의 이해와 친밀한 사고방식attitude이다.

SPRING . 2012

53


Book

어둠 속의 검정 종이 이로 무명의 쓰는 사람 서점 유어마인드 운영 twitter@whoisiro www.your-mind.com

타인과 함께 일한다는 것에 옅은 공포가 있다. 서로 동등한 위 치에서의 일이라면 두려움은 배가 된다. 상·하의 개념이 없어 자유로울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머뭇거리게 되거나 왜곡된 나 를 꺼내 보이게 되는 일. 서로가 서로에게 완전하지 않은 이상 분명 무언가 요소요소 포기하지 않을까. 그 접점에서 각자의 영향이 단점을 부각하고 장점을 가려버린다면? 이런 걱정들.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라는 이름으로 협업이 당연한 미 덕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와있다. 하나의 이벤트가 되고 불가 능해 보였던 고지를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점령한 듯 보여주 는 사건들. 콜라보레이션의 상징적인 기호가 “×”인 이유도 그 목적과 욕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미 너무도 찬란한 두 사람 의 만남은 더하기도 나누기도 아닌, 곱하기라니까? 순도 백 퍼센트의 그들이 백에 백을 곱하면 자그마치 일만이라고!”라 는 듯. 그들이 마케팅을 위해 꺼내 든 수식을 여전히 사용해본 다면,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많은 경우에 1×1=1 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들은 거대한 이름끼리의 결혼처럼 확성기로 소리친다. 최고의 시너지. 마치 우주의 충돌. 마치 지각의 변동. 정말 그랬던가. 스타 작가 스타 디자이너 스타 브 랜드의 만남에 우리의 삶이 뒤흔들리고 번쩍였던가. 오히려 기억에 깊이 남아있는 협업은 1964년 발간된 소설가 프랑수 아즈 사강Françoise Sagan과 화가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의 합작 <독약Toxique>이다. 먼저 작품을 완성한 것은 사강 쪽이었다. <독약>은 1957년 당한 교통사고의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한 병동에서 그 녀가 쓴 일기의 모음이다. 다소 표현이 꼬여도 이렇게 표현하 고 싶다. 통증을 없애기 위해 투여한 모르핀에 중독되어 그 독 을 해독하기 위해 또 다른 주사를 맞는 상황. 그 속에 사강이

54 SPECTRUM


오히려 기억에 깊이 남아있는 협업은 1964년 발간된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 Françoise Sagan과 화가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의 합작 <독약 Toxique>이다.

있었다. 아픔을 잊기 위한 독에 중독된 자신을 치료하는 기묘 한 공간과 시간. 책의 제목이 “독으로부터”라든지 “해독”이 아 니라 그저 독Toxique인 이유 역시 모호하고 멸렬한 상황에 대한 자기 풍자일 것이다. 9일에 걸쳐 쓴 일기를 화가 베르나르 뷔 페에게 보여주었고, 그가 삽화를 완성했다. 이 두 사람은 서로를 보완하지 않는다. 공격한다. 서로 찌르 고, 서로 자신이 더 아프다 고함을 지른다. 한 사람은 약에 취 해, 다른 한 사람은 고통에 취해있는 모습으로. 깡마른 육체가 페이지를 가로지르고 악독한 형태의 해골이 모든 지면을 채 우는 가운데 사강은 가벼운 분열마저 숨기지 않는다. (사강은 2004년 폐 질환으로, 뷔페는 1999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까지) 유명세를 담보로 너무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두 작 가의 밑바닥들. 검정 종이를 어둠 속에서 들고 서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지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시커먼 밑바닥에서 흔들리고 스스로 학대하며 그것을 물기라곤 하나 없는 수직의 선으로 찢는 작업 앞에서 그런 관점은 아무런 소 용이 없다. 책이 “독약” 그 자체이므로. 최고의 협업이 여기에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나는 타 인과 함께 일한다는 것에 옅은 공포가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 과 베르나르 뷔페, 그들에게는 공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공포를 표현하고 있었으므로. 두 사람은 서로의 공 포와 한계, 근심과 모순, 단점과 상처가 “조금 더 아프게 드러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포장하지 않고 파헤친다. 이렇게 잔 인한, 그런데 그 아픔이 밸 듯 아름다운 협업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s ©image courtesy of Bernard Buffet, Françoise Sagan SPRING . 2012

55


Street

‘필요’를 넘어 ‘마음’을 움직이는 것 옥근남 스트리트웨어 ‘베리드 얼라이브’ 디자이너/아트 디렉터 twitter.com@okehhh www.buriedxalive.com

‘슈퍼맨과 배트맨 둘이서 힘을 합치면 나쁜 악당들에게서 우 리가 사는 이 푸른 지구를 구하기 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누 구나 한 번쯤은 어릴 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해보았을 것 같다. 각기 다른 분야의 능력을 갖춘 개인이나 집단이 하나로 뭉쳐서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내는 행위. 그것을 협업 또는 합작 즉, 콜 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라고 한다. 기업 간의 이익창출을 위 해 쓰이는 마케팅 용어였던 것이 이제는 제법 익숙하게 느껴진 다. 하지만 서로의 이익만을 창출하려고 협업하는 것은 너무 딱딱하지 않나? 내가 사는 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슈퍼맨과 배 트맨의 협력을 바라는 것처럼, ‘필요’를 넘어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스트리트 씬street Scene에서 처음 재미를 느꼈던 협업은 나이키사社의 ‘덩크Dunk ’라는 운동화였다. 몸집은 거대하지만 스포츠 문화와 패션의 어중간한 위치에서 멀뚱멀뚱 서 있었던 나이키가, 자신들의 눈높이를 낮추어 비주류 하위문화subculture의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 또는 소규모 스트리트 브랜

드들을 존중하고 진심을 담아 소통하기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요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협업은 나 이키에게는 그동안 갖지 못한 하위문화 특유의 진정성과 독특 함을 제품에 선사했고, 아티스트들과 스트리트 브랜드들에 게는 나이키를 통해 자신들의 기술력과 자금력에 한계에서 벗어나, 세계 곳곳에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게 해줬다. 이것이 야말로 ‘1+1=2’가 아닌 ‘1+1=무한대’를 만들어 내는, 협업의 가장 좋은 표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때부터였을까. 자신들의 기술력과 자금력에 한계를 느꼈던 몸집이 작은 여러 브랜드들 역시, 너도나도 ‘콜라보레이션 열 풍’에 합세하며 수면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저 56 SPECTRUM


화제 만들기 식의 의미 없는 협업 제품들이 생겼고, 디자인 합 작의 의미는 물론 서로에 대한 존중조차 없는 프로젝트들이 늘어났다. 소비자들을 마음 속 깊숙이 만족을 주는 결과물 을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소규모 스트리트 브랜드의 아 트 디렉터로서 이것이 가장 아쉽고,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한 다. 그래서 협업 제의가 들어오면 항상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 게 된다. ‘지금까지 나왔던 것과 같은 그저 그런, 아무 의미 없 는 작업이 되지는 않을까?’, ‘이것을 함으로서 상대에게 어떤 효과를 주고,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 ‘상대는 우리를, 우리는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있는가?’ 등이 항상 머릿속 에서 떠나질 않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가장 흥미 있게 지켜본 협업은 아무래도 미 국 샌프란시스코의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허프HUF 와 일본의 아티스트 하로시Haroshi,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유통회사 디럭스DLX의 협업이 아닐까 싶다. 이 세 팀의 색이 하나로 합쳐지게 된 것은 바로 ‘스케이트보드’라는 나무 때기에서부터다. 하로시는 예전부터 사용 후 버려진 스케이 트보드 데크를 모아 겹겹이 합친 후 조각한 조형물을 만들었 고, 그 작업을 감명 깊게 본 허프의 설립자founder이자 유명한 스케이터인 키스 허프나겔Keith Hufnagel은 그를 향한 영감과 존 경심에 이번 협업 전시를 기획하고자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 리고 디럭스 스케이트보드와 함께 손을 잡고서 디럭스 소속 스케이터들의 퍼포먼스와 전설적인 스케이터이자 기타리스

단순히 이익 창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존중과 존경으로 이루어지는 진정한 의미의 협업.

트로 유명한 타미 게레로Tommy Guerrero의 퍼포먼스까지 더해 지면서 세 가지 아니, 세 박자가 완벽하게 하나로 맞아떨어진 성공적인 오프닝 세레머니를 만들어냈다. 이번 협업은 씬 자체에서도 대단히 큰 이슈가 되었고, 그 의 미나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콜라보레이션’의 가장 이상적 인 모델이 되었다. 단순히 이익 창출만을 위해 서로의 뜻을 같 이하며 의류나 잡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마음 에서 우러나온 존중과 존경으로 이루어지는 진정한 의미의 협업. 그런 합작의 결과물이 앞으로도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 는 바람이다. s ©image courtesy of HUF & HAROSHI & DLX SPRING . 2012

57


Music

우연하고 위대한 순간 함영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비정기간행물 <도미노DOMINO> 편집자 twitter@yjhahm chinatown.egloos.com

전형적인 미국식 목조 주택이 있다. 조금쯤 낡았지만, 그래서 더욱 반질반질한 나무 재질의 계단 사이로 오래되었지만 세심 하게 관리된 가구들이 얼핏 보인다. 거기에 짙은 녹색과 붉은 색이 어우러진 크리스마스 장식이 군데군데 놓여 있다. 크리 스마스에 어울릴 법한 현악이 나직하게 배경에 깔린다. 바깥 에는 마치 눈이 올 듯하다. 그리고 한 노인이 등장한다. 그는 회색의 머리카락을 잘 정돈한 채로 옷깃이 큰 흰 셔츠에 르 티 그르Le Tigre의 하늘색 카디건을 입고 있다. 잘 어울린다. 혼자 지내는 집에서도 나름 예의를 갖춘 미국인 신사의 복장이다. 이윽고 초인종이 울린다. 묵직한 나무문을 열면 한 청년이 집 으로 들어온다. 바깥 날씨가 쌀쌀한지 팔짱을 낀 채 자신의 양 팔을 어루만지고 있다. 청년은 근사하고 날카롭게 생겼다. 뒷 머리를 살짝 길렀지만 목이 길어서 잘 어울린다. 감색 수트에 회색 셔츠를 입고 금빛 목걸이를 찰랑거리게 걸고 있다. 그 청 년과 영국식 발음으로 노인과 인사를 나눈다. 새로 온 집 관리 인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집주인이 오기 전에 피아노를 잠깐 써도 되느냐고 묻는다. 노인은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를 미소를 짓지만, 따뜻하게 그를 반긴다. 거실 한편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오래된 담요에 덮여 있다. 그 들은 피아노에 기대서서 서로 소개한다. 이런 식이다. 청년은 노인을 얼핏 알아보고 노래를 하던 사람이지 않느냐고 묻는 다. 그리고 자신도 노래를 한다고 말한다. 노인은 어떤 노래 를 부르느냐고 묻는다. 청년은 요즘 음악을 한다고 대답하며, 요즘 노래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 노인은 어떤 것은 정말 멋 지다고 말한다. 청년은 자신도 오래된 노래를 안다면서 존 레 넌John Lennon과 해리 닐슨Harry Nilsson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한

58 SPECTRUM


다. 크리스마스에 대해 서로 얘기하며, 청년은 아들이 가장 좋 아하는 노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둘은 우연히 함께 그 노 래를 시작한다. ‘북 치는 작은 소년’이라는 캐럴을 듀엣으로 묘 하게 가다듬은 ‘세상에 평화를’이라는 노래다. 물론 이 장면은 크리스마스를 위해 특별히 TV 방송을 위해 연 출된 것이다. 1977년이었다. 집주인으로 출연한 노인은 빙 크로스비Bing Crosby였다. 알다시피 그는 1930년대부터 거의 30년 동안 미국의 명실상부한 대표적 엔터테이너 중 한 명이 다. 그리고 그의 집에 무작정 찾아오는 청년은 데이비드 보위 David Bowie였다. 역시 알다시피 그는 당시 온갖 기행을 일삼으

며 수많은 그루피groupie; 가수를 따라 다니는 소녀 팬 – 편집자 주를 희롱하 는 책무를 담당하던 ‘글램glam’한 악동이었다. 사실 데이비드 보위는 이 특별 프로그램이 탐탁지 않았다. 그는 단지 그의 어 머니가 빙 크로스비의 팬이라서 녹화를 수락한다는 말을 남겼 다. ‘북 치는 작은 소년’이라는 노래도 좋아하지 않았다. 빙 크 로스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작진은 빙 크로스비가 데이비 드 보위를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특유의 퍼포먼스로 미국적 살롱 문화를 발명하다시피 한 거인 빙 크로스비와 영국적 반문화의 선봉에 서서 장식적인 무대 매너를 락 음악으로 들여온 또 다른 거인 데이비드 보위는 이렇게 만났다. 특유의 퍼포먼스로 미국적 살롱 문화를 발명하다시피 한 거인 빙 크로스비와 영국적 반문화의 선봉에 서서 장식적인 무대 매너를 록 음악으로 들여온 또 다른 거인 데이비드 보위는 이 렇게 만났다. 둘은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리허설을 마치고 아름다운 캐럴송 하나를 뚝딱 만들어 냈다. 바로 ‘피스 온 어 스 / 리틀 드러머 보이Peace on Earth / Little Drummer Boy’라는 싱글 이다. 녹음을 마치고 한 달 뒤에 빙 크로스비는 숨을 거뒀다. 데이비드 보위는 다시 특유의 초현실적 에로티시즘으로 돌아 갔다. 그러나 이는 영미권 팝 역사상 가장 우연하고 위대한 순 간 중 하나로 남았다. s ©image courtesy of RCA Records SPRING . 2012

59


Tech

사랑하는 마음을 얻고 싶은 양철 나무꾼 김문기 아이티투데이 통신방송팀 기자 twitter@vacancymoon www.ittoday.co.kr

도로시. 고향인 캔자스로 돌아가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만 나야 하는 어린 주인공이다. 그녀에게는 생각할 수 있는 두뇌 를 갖고 싶은 허수아비와 사랑을 알 수 있는 마음을 원하는 양 철 나무꾼, 맹수의 위엄을 떨칠 수 있도록 용기를 받고자 하는 사자가 등장한다. 스마트폰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협업을 말해달라는 원고 청탁을 받았다. 뭘 쓸까 궁리하던 중 머릿속을 ‘땅’하고 치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그런데 그 생각이 오즈의 마법사라 니…. 아무리 생각해도 참 생뚱맞다. 왜 갑자기 스마트폰에 관 한 콜라보레이션에, 첨단 IT 기술과 예술 분야를 논해야 하는 이때 엉뚱하게 도로시를 찾고 있는가. 스마트폰 사용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10년만 해 도 1,000만 명이 넘을까 하는 추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보란 듯이 2011년 초 1,000만 명을 훌쩍 넘더니 2011년 10 월에 이르러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말에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4,000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1인 1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제조업체들도 바빠졌다. 남들보다 더 놀라운, 더 높은 사양의, 더 나은 서비스를 선보

차가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스마트폰에 가치를 높여주고 인간미를 불어넣어 주는 작업이 바로 콜라보레이션 이라고 생각한다. 60 SPECTRUM

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사용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저마다 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단, 최근 스마트폰 군에는 한계가 존재 한다. 스마트폰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일원화되고 획일화되 는 게 문제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이 차별화되는 주요 요인 은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OS’다. 오직 애플만이 타사와 공유 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의 아이폰에만 ‘아이오에스(iOS)’ 운영 체제를 실으면서 개성을 살리고 있다. 물론 노키아의 ‘심비안 OSSymbian OS’와 리서치인모션Research In Motion Limited, RIM의 ‘ 블랙베리 OSBlackBerry OS’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


운영체제가 사용자들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세계적으로 제1의 운영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 OSAndroid OS다. 이미 세계 시장에서 50퍼센 트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유 중이다. 국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도 안드로이드 OS를 등에 업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비슷한 하드웨어 사 양과 동일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에는 제조업체만의 개성을 살리기가 여간 쉽지 않다. 마치 인터넷이 범람하면서 똑같은 정보를 취득한 사람들이 개성을 잃고 획일화된다는 공상만 화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이 선택한 열쇠 중 하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의 차별화다.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과 사용자의 의사소통을 위한 통역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의 언어를 스마트폰 언어로 바꿔 전달해주고 스마트폰의 언어를 다시 사용자의 언어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각 제조업체가 서로의 언어를 정해 그에 따라 스 마트폰을 차별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의 개성을 살려주는 열쇠 중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디자인’이다. UI는 기기를 직접 사용해봐야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디자인은 가시적으로도 알 수 있는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다. 제조업체들의 얇은 두께 경쟁도 이러한 맥 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타사와 차별화된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콜라보레 이션’이다. 특히 첨단 IT 기기라는 것을 장점 삼아 명품 브랜드와 협업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 자는 휴고 보스Hugo Boss,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뿐만 아니라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B&O 과도 협업을 진행했으며, LG전자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 와 5년 가까이 협업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프라다와 LG전자의 ‘프라다폰’을 꼽는다. 지난해 말 세 번째로 스 마트폰 ‘LG 프라다 3.0Prada Phone by LG 3.0, LG-P940’까지 출시됐다. 초반에는 다소 휘청였지만 최 근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 1위에 등극하면서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LG 프라다 3.0’을 살펴보 면 최근 트렌드인 높은 사양에도 비껴가 있으며, 빠른 속도의 롱 텀 에볼루션Long Term Evolution, LTE 도 지원하지 않는다. 오직 디자인만을 특화시킨 제품이다. 가격도 명품답지 않은 보급형에

가까운 가격으로 내려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1일 평균 3,000만 대 가까이 팔리면서 고공 행 진 중이다. 왜 이러한 성과가 나왔을까. 생뚱맞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처음에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린 것도 이러한 사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주인공들 중 ‘양철 나무꾼’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차가운 금속 으로 만들어진 스마트폰에 가치를 높여주고 인간미를 불어넣어 주는 작업이 바로 콜라보레이 션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명품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떠나서, 진정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은 차 별화된 감성이다. 마치 천공의 섬처럼 붕 떠 있는 듯한 디자인과 따뜻한 가죽 느낌의 후면, 심플 하고 도도한 블랙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이 과장을 좀 보태 사용자로 하여금 스마트폰을 차가운 금속이 아닌 따뜻한 인간처럼 체감하게 하는 요인이다. 양철 나무꾼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싶은 것처럼 스마트폰도 차가운 금속에서 벗어 나 차별화된 감성을 찾기 위한 협업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무엇보다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인간적인 감성 보유를 위한 가장 유용한 방법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s SPRING . 2012

61


Travel

교토京都, ‘와和모던’ 시티

류진 <더 트래블러> 에디터 flyryu.tumblr.com

교토의 가미가모上賀茂 신사神社에서 사진을 찍다가 생경한 장 면을 목도했다. 낡은, 게다가 아찔한 스틸레토 힐이 한 프레임 에 들어왔을 때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고 그 두 여인을 바라봤 다. 신사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가는 하객들이었다. 명절이나 마츠리まつり; 일본 지역 축제 – 편집자 주가 열리는 날도 아닌데 기모노를 입고 주말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들의 풍경은 더욱 낯설었다. 현대적인 카페에 앉아서 기모노 차림으로 스마트 폰을 만지작 거리던 아가씨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요.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닌데 기모노를 왜 입는 거예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 하고 얼굴이 원숭이 엉덩이처럼 빨개진 처자가 대답했다. “그 냥요. 예쁘잖아요.” 나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도시’ 같은 수식을 붙이려고 교토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던가? 내가 전통의 도시 교토에서 발견한 것은 전통 계승에 대한 의 무감이나 의식, 강박감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리하여 오늘 날 교토는 전통을 전통으로 보지 않는 이들에 의해서, ‘전통 tradition’과 ‘현대 문화modern culture’가 완벽한 협업을 이룩한 도

시로 우뚝 섰다. 일본에서는 이들이 만든 문화와 예술, 현상의 흐름을 통틀어 ‘와모단和モダン’이라고 부른다. 일본을 뜻하는 한자어 ‘와和’와 ‘모던モダン, modern’의 합성어로, ‘일본의 전통과 현대가 혼재된 문화가 현대인의 생활 감각에 맞춰 재구성된 것’ 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이 일상과 격리된 영역 에서 사람들에게 ‘계승’을 강요하거나 잊히는 동안, 교토의 전 통은 완벽히 일상 속에 존재해왔다. 카페에서 만난 기모노 아 가씨의 대답처럼 교토 사람들은 전통을 의식해서 먹고, 입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맛있어서 먹고, 예뻐서 입고, 재밌어서 즐 긴다. 그 정신이 자연스러운 협업의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62 SPECTRUM


우리나라의 전통이 일상과 격리된 영역에서 사람들에게 ‘계승’을 강요하거나 잊히는 동안, 교토의 전통은 완벽히 일상 속에 존재해왔다. 전통을 전통으로 여기지 않는 교토 사람들과 교토라는 도시 가 협업하여 내놓은 결과물 중, 히가시야마 구東山区에 위치한 디자인 매장 스페라Sfera는 가장 우수한 성취다. 이곳의 아트 디렉터 마시로 시게오真城成男는 평생 외길을 걸어온 일본 장인 의 작품에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 새로운 시공간에 존재하 는 오브제를 탄생시켰다. 나는 이곳에서 살 수 있는 가구와 식 기, 인테리어 소품은 전통이 현대에 유효하기 위해 해야 할 고 민에 대한 완벽한 답안이라고 생각한다. 궁금하다면 교토 본 점이나 도쿄 롯폰기六本木의 미드타운Tokyo Midtown, 혹은 밀라 노에서 스페라를 만나보시라. 아트워크 뿐 아니라 먹는 것과 입는 옷, 노는 공간에서도 협업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교토에서는 뉴욕이나 파리 스타일의 카페도 일본색을 잃지 않는다. 기모노를 입고 번화한 카페에 앉아 브런치로 모찌もち; 일본식 찰떡 – 편집자 주

와 말차 抹茶; 일본식 가루차 – 편집자 주를 먹는 아가씨,

기모노 차림으로 니조성二条城을 산책하는 연인, 300년 된 전 통가옥에서 프랑스 요리를 즐기는 직장인들은 어색한, 흉내 낸 전통만이 겨우 숨을 연명하고 있는 도시에 사는 내게 불같 은 질투심을 촉발시켰다. 우리에게도 그런 미래가 올까? 한복 을 입고 가로수길 노천카페에 앉아 된장 맛 아이스크림을 먹는 일은 일어날 수 없겠지만 남아있는 것들마저 피맛골처럼 사라 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울분으로 끝을 맺는다. s ©image courtesy of Ryu Jin SPRING . 2012

63


64 SPECTRUM


SPRING . 2012

65


pic t ori a l

innovative people in this city 66 SPECTRUM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열다섯 팀의 공간에 스펙트럼이 찾아갔다 그들의 공간, 그들 자신, 그리고 인케이스 Fashion, Music, Photography, Design, Art and Subculture in Seoul. written by 홍석우 Hong Sukwoo, 김지혜 Kim Ji hye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SPRING . 2012

67


심플한 디자인과 손쉽게 활용이 가능한 기능으로 모든 취향과 직업, 열정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인케이스 제품은, 특화된 디바이스 보호, 최 소한의 디자인 및 혁신적인 기능화 함께 다양한 소재와 실루엣을 자랑하며 개인 물품과 기기를 서로 연결, 보호 및 정리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모든 인케이스 제품은 자연스러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완벽한 휴대성을 경험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케이스와 함께 어디에 있나요?

68 SPECTRUM


_Anywhere 캠페인에 자세히 알고 싶다면 캠페인 페이지에 방문하시길 바 랍니다. 또한 인케이스 코리아의 Facebook과 Twitter, Me2day 그리고 Instagram을 통해 다양한 _Anywhere 캠페인에 참여해 보세요. _Anywhere 캠페인을 통하여 친숙한 환경에서부터 장엄한 광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의 인케이스를 만나보실수 있습니다. Incase Korea Campaign Page goincase.kr /anywhere Facebook .com facebook/incasekorea Twitter twitter.com/incasekorea Instagram #_Anywherekr

SPRING . 2012

69


새롭게 출시한 카메라 컬렉션은 우리의 Capture Anywhere의 중심에 있는 제품군입니다. 모든 레벨, 모든 장소 - 필드에서 스튜디오까지 포토그래퍼들의 필요에 맞게 그대로 디자인된 이 카메라 컬렉션은 헤더 패브릭의 세련된 질감과 유니크한 외관과 더불어 멋진 사진을 위한 빠르고 쉬운 카메라 엑세스가 가능하며,

MacBook 과 iPad 등 여러분의 디바이스들을 수납할 수 있어 어디에서든 곧바로 에디팅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70 SPECTRUM


SPRING . 2012

71


Taeeun Kim 김태은 / 패션 포토그래퍼 fashion photographer

패션 잡지를 중심에 둔 패션 생태계에서 패션 에디터만큼 중요한 인물은 바로 시각적인 모든 부분을 창조하는 패션 포토그래퍼이다. 지난 십여 년간 김태은은 한국 패션의 중심에서 그들의 흥망성쇠를 보고, 또 지금도 기록으로 담아내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마주친 그녀는 정열적이면서도 재빠르게 피사체를 포착한다. 그 결과로 수많은 잡지와 브랜드의 이미지 속에 김태은의 이름 석 자가 남았다. 그녀의 반이 패션 사진이라면 나머지 삶은 대부분은 ‘자식들’과 함께 한다. 셔터 소리와 음악만 존재할 법한 스튜디오를 생동감 있게 하는 ‘구름이’, ‘춘이’, ‘바니’. 이 촬영을 마치고 집 근처 초등학교로 산책하러 간다는 얘길 들으니, 집에 가면 잠들기 바쁜 일상을 반겨줄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꽤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다. twitter@CHITAKIM 72 SPECTRUM


DSLR Case[Black], Point and Shoot Field Bag[Black]

73

SPRING . 2012


Better Taste Studio 베터 테이스트 스튜디오 / 비주얼 아트 스튜디오 visual art studio 고인곤 Inkon Koh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Better Taste Studio creative director 김한나 Hanna Kim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Better Taste Studio creative director

똑같은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도, 요리사의 역량에 따라 그 맛은 천지 차이다. 똑같은 세상을 바라보아도 더 맛있고, 더 멋있는 관점으로 세상을 담겠다는 포부가 베터 테이스트 스튜디오(BTS)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무언가를 알리고 보여주는 직업의 고충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하지만 다양한 영상물을 만들면서, 타인의 관점을 흡수하고,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고, 때로는 자신들의 시선에 변화를 주면서 그들은 이제 세상을 맛있게 조리하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올봄에 결혼하고 나면 이 환상적인 듀오의 팀워크가 몇 배나 더 좋아질 것이다. 그들이 내어놓을 새 요리의 맛이, 벌써 궁금해진다. www.better-taste.com twitter@hannagoingon 74 SPECTRUM


Terra Campus Pack[Blue Denim]

75

SPRING . 2012


LESS Taekyun Kim 김태균 / 포토그래퍼 photographer

찰나의 순간 영롱하게 빛난 후, 소멸을 준비해가는 모든 것에 시선을 모아 사진으로 담는다. 포토그래퍼 레스(LESS)가 사랑하는 오브제, 인물, 그리고 순간이란 그런 것이다. 쉴 새 없이 거리를 거닐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는 과도기에 놓인 덜 성숙하고 덜 여문 모든 것에서 영감 받는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저장해 기억날 때마다 꺼내 보며, 하나의 ‘이야기책’을 완성해 간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그의 사진을 올해는 서울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정신없이 사는 시간 속에서 무언가 소멸하고 또 반짝였다는 것을 자신의 사진으로 증명할 것이다. www.lesshot.com 76 SPECTRUM


Point and Shoot Field Bag[Black]

77

SPRING . 2012


아티스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감과 창의성은 Express Anywhere 라는 타이틀로 여러분께 선보여 집니다. 우리의 새로운 테라컬렉션은 볼드한 악센트와 풍부한 질감, 천연 소재가 어우러져 독특한 스타일과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과 강력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또한 여전한 제품입니다.

78 SPECTRUM


SPRING . 2012

79


Chul yong Choi 최철용/씨와이초이 디자이너 Cy Choi designer

최철용은 씨와이초이(Cy Choi)라는 남성복 레이블을 만든다. 첫 번째 프레젠테이션을 열었던 삼청동 에이에이 뮤지엄(aA museum)부터 얼마 전 막 작업을 마친 2012년도 가을/겨울 컬렉션까지, 지난 3년간 쉴 새 없이 달려왔다. 그의 주위에는 ‘사람’ 이 많다. 그래픽 디자이너, 일본의 가방 장인, 그리고 대중을 상대하는 내셔널 브랜드까지 씨와이초이의 방식으로 묶어 그 영역을 확장 중이다. 옷을 만드는 방법과 보여주는 방법, 그리고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방법까지, 최철용과 조력자들의 연구는 계속된다. twitter@_cychoi_ / www.cychoi.com 80 SPECTRUM


SPRING . 2012

81


Jain Song 송자인 / 제인 송 디자이너 Jain Song designer

역삼동 주택가 어느 골목길에 들어서면 거짓말처럼 송자인의 쇼룸이 있다. 경력으로 치자면 이제 베테랑의 범주에 드는 그녀의 옷은 여전히 서정적이고, 일상적이며, 그러면서도 환상 속 어딘가 존재하는 듯하다. 언제부터 함께 했는지도 모르는 야광 유령 모양 레고(LEGO) 인형을 진열장에 두고, 그 옆 창가에 가족과 친구들 사진을 모아둔 그녀의 작업실에선 ‘트렌드를 이끄는 장르’ 로서의 패션에 반기를 들게 된다. 패션의 중심, 혹은 패션의 최전선에서 무엇을 선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옷들이 모여 송자인을 이룬다. 정직한 그녀의 서명처럼. twitter@songjain / www.jainsong.org 82 SPECTRUM


Shepard Fairey Collection iPad2 Book Jacket[Elephant/국내미출시], Andy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S/4[Crowd]

83

SPRING . 2012


BADA design/atelier 바다 디자인/아틀리에/ 공예, 예술, 디자인 아틀리에 craft, art & design atelier 이호승 Ho-seung Lee / 디렉터 이혜미 Hea mi Lee / 디자이너 고영신 Young shin Koh / 디자이너 김지훈 Ji-hoon Kim / 디자이너

천천히, 느리게 간다는 것을 지금 서울에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천천히 보고, 듣고, 느끼면서 그 시간을 손으로 빚어 작품을 완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 디자인 아틀리에 (BADA design/atelier)’에는 조금 찌그러졌지만 재료 고유의 소재감이 느껴지는 서정적인 작품이 가득하다. 좋은 디자인이란 그것을 사는 사람으로서는 물론, 만드는 사람까지 잠 못 들게 하는 설렘을 품은 것이라며 유유자적 작품 만들기에 몰두하는 이들. 느리면 어떤가. 그들의 작품에서는 아름다운 손 냄새가 나는데. twitter@studiobada / www.facebook.com/ badadesignatelier / www.studio-bada.com 84 SPECTRUM


Perforated Snap Case for iPhone 4S/4[Blueberry], Birds Nest Snap Case for iPhone 4S/4[Vermillion]

85

SPRING . 2012


Iro & Momomi 이로, 모모미 / 서점 유어마인드 대표 selected book store ‘YOUR-MIND’ owners

외유내강. 유어 마인드의 이로와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다. 한사코 영상 인터뷰는 어렵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막상 이야기 주머니의 끈이 풀리니 ‘서울’이라는 상업적 흐름이 판을 치는 도시의 중심에서 자가 출판(self publishing) 기반의 책들로 서점을 운영하는 신념이 서서히 밝혀졌다. 작가들이 직접 찾아와 자신의 책을 사야만 하는 이유를 늘어놓아도 되고, 책 읽는 날엔 누구라도 들러서 소리 나게 책장을 넘겨도 개의치 않는 곳. 궁금하지 아니한가. 그렇다면, 홍대로 오라.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펼쳐지는 넓은 창과 환한 햇살은, 유어 마인드를 찾아오는 손님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서비스라고 보면 될 것이다. www.your-mind.com twitter@your_mind_com 86 SPECTRUM


Nylon Backpack MacBook Pro 17’’[Port/Red Clay/ Ceramic]

87

SPRING . 2012


샌프란시스코의 공항에서 촬영된 Connect Anywhere는 완벽한 이동성이 특징입니다. 인케이스의 오디오 컬렉션은 여러분이 듣는 음악을 더욱 깨끗하게 하며, iPhone, iPad, MacBook 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와 리모트가 여러분에게 더욱 쉬운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88 SPECTRUM


SPRING . 2012

89


MyQ 마이큐 / 뮤지션 musician

처음 마이큐의 라이브를 들은 것은 2011년 12월의 홍대였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 어쿠스틱 장비와 목소리만으로 공간을 가득 채운 그의 멜로디는 유독 추웠던 그날 기온을 잠시나마 올렸던 걸로 기억한다. 2003년 처음 서울 땅을 밟기 전부터 ‘음악’의 외길을 걸어온 장신(長身)의 싱어송라이터에게 2012 년은 꽤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항상 하는 곡 작업 외에도 (아직은 밝히기 어려운) 새로운 프로젝트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청명한 봄, 어느 음악 축제에서 다시 그의 음악을 만나길 바란다. twitter@iammyq www.club.cyworld.com/my-q 90 SPECTRUM


Sonic Over-Ear Headphone[Black/Fluro Green]

91

SPRING . 2012


Sung min Jo 조성민/ 댄서, 안무가 dancer, choreographer

조연이 있어야 주연이 빛난다. 무대에서도 가수의 안무를 완성해주는 댄서가 있어야 그 음악과 무대가 빛난다. 안무가 조성민은 투애니원(2NE1), 빅뱅(BIG BANG) 등의 안무를 만드는 와이지 엔터테인먼트 (YG Entertainment)의 안무가다. 그를 만나기 전날의 통화에서, 절대로 카메라 앞에서 춤 추는 자세를 요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모두가 그를 만나면 다짐했던 약속을 잊는다면서 약간 투정 섞인 어투로 말하는 조성민. 결국 이번에도 약속은 보기 좋게 깨졌고, 그 모습을 영상에 담고야 말았다. 그렇지만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순간이, 안무가 조성민이 가장 빛나는 시간이라는 것을. twitter@jsmining 92 SPECTRUM


Sports Armband Pro for iPhone 4S/4[Black/Platinum]

93

SPRING . 2012


Plastic Kid 이용의 / 360 사운즈 디제이, 프로듀서 360 Sounds DJ, producer

젊음을 제대로 즐기는 것은 소수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아무리 젊어도 모두가 청춘을 불태우기란 쉽지 않다. 플라스틱 키드를 처음 본 것은 360 사운즈(360 Sounds)의 어느 파티. 잘 놀고,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의 집합체인 360 사운즈 안에서도 그는 유독 신 나 보였고, 또 많이 앳돼 보였다. 조용한 작업실에서 나눈 짧은 인터뷰. 그는 그때만큼 앳돼 보이진 않았지만 더욱 밝고 즐거운 에너지가 느껴졌다. 요즘의 그는 음악 작업을 하면서 캠핑이라는 취미에도 푹 빠져 있고, 외국 활동에 대한 야심 찬 포부도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 물었을 때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개의 대답이 나오는 것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플라스틱 키드는 지금, 젊음을 제대로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twitter@plastickid / www.plastickid.net 94 SPECTRUM


Ryan McGinness Snap Case for iPhone 4S/4[Multi/White]

95

SPRING . 2012


우리의 새로운 레인지 컬렉션은 외부의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Explore Anywhere 라는 슬로건을 돋보이게 합니다. 강화된 방수 기능과 견고한 재질, 그리고 안전을 위한 스카치까지, 5종의 레인지 컬렉션은 여러분의 기어와 함께 테크놀러지를 완벽하게 보호하며, 로드와 트레일 등 외부에서 완벽한 캐링 솔루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96 SPECTRUM


SPRING . 2012

97


Funnel Theory Team 퍼넬 띠어리 팀 / 아웃도어 컬쳐 클럽 outdoor culture club 김문형 Munhyong Kim, 김준영 Junyoung Kim, 박준호 Juno Park, 배영태 Youngtae Bae, 정승민 Seungmin Jung, 이의재 Euijae Lee, 최성호 Sungho Choi

비가 부슬부슬 내렸던 선유도 공원에서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복장을 한 일곱 명의 남자들을 만났다. ‘ 노인’부터 ‘코펠 담당 막내’까지 포지션이 철저한 이 팀은 등산과 볼더링(Bouldering), 캠핑 등 아웃도어 문화를 사랑하는 순수청년 자연사랑, ‘퍼넬 띠어리 (Funnel Theory)’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젊음을 어둠의 놀이로 탕진하고 싶지 않아 자연에서 여가를 즐기며 영상과 사진으로 그 시간을 담는 것을 좋아한다는, 요새 참 보기 드문 건전한 청년들. 벌써 3 년 차가 된 이들을 보면서 각자의 일에 열심을 다하고, 때때로 만나 자연에서 이야기를 만들며 추억을 쌓는 것이 무척이나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기, 따스한 수프와 코코아 한잔이 떠오르는 그들의 가족사진이 있다. funneltheory.tistory.com www.jungseungmin.com 98 SPECTRUM


Range Backpack Large[Moss Green]

99

SPRING . 2012


Human Tree 휴먼트리/ 스트리트 컬쳐 파운데이션 street culture foundation 김종선 Jayass Kim / Human tree founder 옥근남 Okeh / art director, designer 이윤호 Uno Lee / designer 김홍우 Reddy Keem / sales manager, press, musician

‘길거리’에서 ‘놀다가’ 만난 이들은 한결같이 ‘거리 (street)’와 ‘놀이(amusement)’에 관심이 많았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좁은 공간, 노는 것인지 일하는 것인지 분간이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의 인터뷰는 그들 자신을 말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짐짓 장난스러워 보이는 모습 속에서도 그들은 한 단계 발전을 이룬 서울의 다음 행보에 대해 준비하며 올바른 변화가 무엇인지 얘기하고, 때를 놓치지 않고 주력 브랜드를 홍보하는 영민함까지 갖추고 있었다! 경제 위기 따위 훌훌 털어 버리고, 그들의 옷차림만큼이나 젊고 활기찬 기운을 서울 거리에 가득 흘려주길 기대해본다. twitter@ HUMANTREEstore twitter@ BURIEDXALIVE www.humantree.co.kr www.buriedxalive.com www.jayass.com (Jayass blog) 100 SPECTRUM


Nylon Backpack MacBook Pro 17’’[Dune/Bay Leaf]

101

SPRING . 2012


훌륭한 수업은 학교만이 아니라 밖에서도 이루어집니다. Work Anywhere라는 슬로건은 언제 어디서든

Incase의 MacBook용 Hardshell Case, 백팩과 가방 그리고 헤드폰이 있다면 배울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Incase의 Apple 디바이스용 제품은 어디에서든 기술, 서적, 재료를 안전하게 다룰수 있도록 설계 되었습니다.

102 SPECTRUM


SPRING . 2012

103


Hyung kook Kim 김형국/ 편집매장 티피 디렉터 select shop TEPEE director

2011년 말,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로수길에서 조금 동떨어진 건물 2층에 작은 편집매장이 생겼다. ‘티피(TEPEE)’는 북미 원주민들의 원뿔형 천막집이라는 뜻으로, 이름처럼 유서 깊은 아메리칸-아웃도어 캐쥬얼과 그에 기반을 둔 남성복을 판매한다. 일종의 유행 때문에 매장을 만들었다고 보기에 김형국 디렉터의 눈빛은 사뭇 진지하다. 그는 오래된 브랜드에서 미래를 볼 줄 아는 것만 같고, 척박한 토양을 개척하는 이들과 함께 서울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나마 반경을 넓히길 희망한다. 이 책이 나올 즈음 티피에는 2012 년도 봄/여름 시즌의 새로운 옷과 물건들, 그리고 티피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젝트로 가득할 것이다. twitter@TEPEE_SHOP blog.naver.com/tepee_shop 104 SPECTRUM


Terra Sleeve for MacBook 13’’[Blue Denim]

105

SPRING . 2012


P2PL Pilyoung Song 송필영 / 아트 토이 디자이너 art toy designer

‘존경(Respect)’. 그 어떤 대상을 향한 애정으로 시작된 예술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과정 또한 멋지다. 아트 토이 디자이너 피투피엘(P2PL)에게 흑인 문화와 음악은 그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영감의 원천이 된다. 그는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음악 프로듀서이자 가수 제이딜라(J. Dilla)의 모습을 피규어로 만들었고, 그리고 그것이 제이딜라 재단에서 진행하는 공식 이벤트에 초청될 예정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한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세계 어디에라도 쉽게 생각을 전할 수 있고, 자신을 알리고 보여줄 수 있기에, 더 똑똑한 행보가 가능할 거라 말하는 그. 지금 세계의 이점을 아는, 이 스마트한 아티스트가 세계 반대편의 있는 누군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www.p2pl.co.kr 106 SPECTRUM


Andy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S/4[Telephone], Andy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S/4[Crowd]

107

SPRING . 2012


Su hyong Lee 이수형/ 서리얼 벗 나이스 디자이너 Surreal But Nice designer

‘비현실적이지만 좋은’이란 뜻을 가진 이수형의 여성복은, 그의 행보를 알던 이들에게는 약간 뜻밖이었을 수도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상혁의 옆에서 엠비오(MVIO) 컬렉션을 책임지던 이수형이 여성복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처음 자신의 옷을 선보이는 것에 있어서 여성복이 접근성이 높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에 서리얼벗나이스가 뽑아내는 실루엣에선 일상과 일탈이 함께 느껴진다. 조용한 청담동 골목 안, 테라스로 들어오는 햇살 좋은 아틀리에에선 오늘도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성복이 탄생할 것이다. www.facebook.com/srbn9681 www.surrealbutnice.co.kr 108 SPECTRUM


Ace Hotel Snap Case for iPhone 4S/4 [Olive Drab]

109

SPRING . 2012


Gowoun Jong 정고운/ 디자이너 GOEN.J designer

초코송이,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Project Runway Korea) 시즌 2의 우승자. 정고운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이 그녀에게 붙여준 별칭이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우승 후 2년, 지금 그녀에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상상하던 것이 현실로 다가왔고, 계획을 실행하는 힘이 생겼다. 가로수길 뒤편의 쇼룸에는 작은 것 하나마저 그녀다운 흔적으로 하나 둘 채워진다. 앞으로 그곳에서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자신의 브랜드 고은.제이 (GOEN.J)를 만들어 갈 디자이너 정고운. 좋은 디자인이란 ‘공감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는 그녀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옷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녀에게 일어난 이 모든 변화가 ‘성장’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은, 무척이나 잘된 일 아닐까. 정고운은 지금, 쉬지 않고 성장하고 있다. twitter@goenjong (personal) twitter@GOEN_J (GOEN.J) charmanteattentionetlibreattitude. blogspot.com 110 SPECTRUM


Shepard Fairey Collection MacBook 15’’ Canvas Sleeve[Black Yen]

111

SPRING . 2012


Recommendation

Col 스펙트럼의 새로운 챕터 ‘Recommendation’은, 스펙트럼이 다루는 패션, 디자인, 아트, 북,

스트리트, 음악, 테크, 여행의 여덟 가지 분야 안에서 정한 주제로 추천하는 여덟 가지를 보여줍 니다. ‘Recommendation’의 첫 번째 주제는 ‘색상Color’입니다. 2012년도 봄 시즌, 각 분야에

서 추천한 ‘색상’에 관한 물건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112 SPECTRUM


or SPRING . 2012

113


FASHION

Wendy & Jim Cobalt blue Trench coat 홍석우 Hong Sukwoo

바스락거릴 정도로 얇고 가벼운 봄 트렌치코트를 찾고 있었다. 색은 좀 강렬했으면 했다. 마땅한 게 보이지 않던 찰나, 우연히 벼룩시장에서 ‘웬디앤짐Wendy & Jim’의 트렌치코트를 저렴한 가격에 샀다. 오스트리 아 출신 디자이너 레이블로 옆 나라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이들의 오버 사이즈 트렌치코트인데, 봄이 되면 밝은색의 바지와 함께 입고 싶다.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114 SPECTRUM


Design

pink ‘ke’ by Sticky monster lab 김세일 Kim Seil

몇 달 전 발매된 스티키몬스터랩Sticky Monster Lab의 컴필레이션 앨범 <로 너LONER> 속 응모엽서를 통해 당첨된 15개 리미티드 에디션 핑크 ‘KE’ 는 과중한 업무의 연속으로 정신없이 어지러운 책상 한편에서 앙증맞은 자세로 피로하고 따가운 눈을 씻어주는 듯 다소곳이 앉아있다. ©Image courtesy of Kim Seil

SPRING . 2012

115


Art

RCA Indian Head Television Test Pattern 리치 림 Rich Lim

손 글씨ink calligraphy와 흑백 사진, 흑백 영화를 사랑한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과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1939년, RCA라디오 코퍼레이션 오브 아 메리카(Radio Corporation of America)의 약자로 1919년부터 1986년까지 존재한 미국 전자 회사. - 편

)의 브룩스Brooks라는 - 지금은 잊힌 - 작가는 프로그램 방송 개

집자 주

시에 앞서서 TV 조정용으로 ‘인디언 머리 테스트 카드Indian Head Test Card’를 설계했다. 이 테스트 패턴은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정규 방송이 끝

난 뒤 하룻밤 동안의 화면조정시간을 점령했다. ‘새로운 아날로그 기술’ 과 ‘대중 문화’에 대한 초창기 TV 시절을 대표하는, 일종의 문화 아이콘 이었다. 그 인기는 컬러 TV가 보편적으로 보급되기 전까지 이어졌다. ©Image courtesy of RCA Corporation 116 SPECTRUM


Book

인문예술잡지

F 홍석우 Hong Sukwoo

한국문학계의 양대 산맥 중 하나라는 출판사 문학과지성사文學과知性社 는 출판 외에도 ‘문지문화원 사이Moonji Cultural Institute SAII’라는 문학ㆍ예술 과 인문사회과학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을 운영한다. 이들이 발행하 는 인문예술잡지 에프F는 지금까지 네 권을 발행했는데, ‘아방가르드의 기원적 풍경’부터 ‘라이트 아트와 미디어 퍼포먼스’까지 평소 접하기 어려 운 인문예술 장르의 비평을 만날 수 있다. 이미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글 위주의 잡지이지만, 산뜻한 네 권의 색을 보면 절로 손이 가지 않을까.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SPRING . 2012

117


Street

Santa Cruz x Simpsons ‘The Homer Cruzer’ & ‘Duff Can Cruzer’ 김래현 Kim Rae hyun

지독한 추위로 아직은 밖에서, 혹은 길거리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따스한 봄을 기다리면서 스케이트보드의 시초 격 인 크루져보드cruiser board를 추천한다. 1973년, 리처드 노벅Richard Novak이 만든 산타크루즈Santa Cruz에선 사진의 심슨The Simpsons 시리즈

처럼 재미있는 협업 모델도 출시하고 있다. 스케이트 보더가 아니더라 도 하나쯤은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Image courtesy of Santa Cruz & The Simpsons

118 SPECTRUM


Music

Washed Out <Within and Without> 정재환 Jae Chung

긴 겨울을 지나 조금은 따뜻한 햇볕을 받고 싶을 때 적절한 음악을 찾았 다. 워시드 아웃Washed Out이란 예명으로 더 유명한 어니스트 그린Earnest Greene

솔로 프로젝트의 앨범, <위딘 앤 위드아웃Within and Without>이다.

1980년대풍의 신디 팝synth pop과 느린 비트가 어우러진 멜로디를 들으 면, 겨우내 얼어있던 몸과 마음이 녹는 기분이 든다. 과하지도 않고 그 렇다고 심심하지도 않다. 햇빛을 받아 베이지로 보이는 은은한 색이라 고나 할까. ©Image courtesy of Sub Pop Records SPRING . 2012

119


Tech

Panasonic GX-1 양준무 Joon Yang

미러리스mirror + less, 거울 없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 중 프로와 아마추어 모 두에게 지지받았던 파나소닉 GF-1의 정식 후속작. 블랙과 실버 그레 이 두 색상이 발매되었는데, 전작보다 훌륭한 본체 완성도 덕분에 자 칫 장난감처럼 보일 수 있는 ‘실버 그레이’ 색상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한다. DSLR 카메라를 방구석에 모셔두고 있다면, 당장 갈아타도 손 색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카메라다. ©Image courtesy of Panasonic

120 SPECTRUM


Travel

Ace Hotel 백은영 Lilly Baek

다소 낡은 듯한 가구와 물건들이 곳곳에 있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불 러일으키는 방. ‘아메리칸 빈티지’의 정수를 보여주는 에이스 호텔의 풍 경이다. 차곡차곡 쌓은 역사에 기반을 둔 빈티지의 현대적인 해석은 지 난 수년 동안 가장 멋진 미국식 호텔 중 하나로 손꼽게 했다. 올 여름에 는, 옷장 속 낡은 빈티지 밀리터리 재킷을 탁탁 털어 꺼내입고 이곳으로 홀로 여행하고 싶다. ©Image courtesy of Ace Hotel

SPRING . 2012

121


g a llery

Lee Kwang ho

V 이광호 Lee Kwang ho Lives and Works in SEOUL http://www.kwangholee.com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이광호는 현재 한국의 서미 갤러리Gallery Seomi와 뉴욕 존슨 트레이딩 갤러리Johnson Trading Gallery 소속 작가로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은 그 대상과 폭 이 넓은 편으로, 가구와 조명을 비롯한 ‘실용성’이 있는 모든 것이 작업 소재가 된다. 금속공예를 전공 한 그가 가구와 조명에 뜻을 둔 데에는, 어렸을 적 할머니와 할아버지 집에서 자라면서 느낀 경험 - 주 위와 자연에 있는 모든 것을 소재로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경험 때문이다. 현재 그의 작업들 또한 자연스러운 경험과 주위에 대한 관찰에서 나온 것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같은 소재 를 보더라도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정신이 깃든 철저한 수작업을 통해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물론 기성 제품과는 다른 시각을 획득한 제품을 선보이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현재 그는 밀라노와 두 바이에서의 전시 참가를 앞두고, 지난해 펜디Fendi와 함께 했던 <파토 아 마노 포 더 퓨처FATTO A MANO FOR THE FUTURE> 작업에서 시작한 ‘가죽을 일일이 꼬아 의자로 만드는 작업’의 발전형을 연구하고 있다.

122 SPECTRUM


Lee Dong in

S 이동인 Lee Dong in Lives and Works in SEOUL

http://used-future.net 수년간의 내셔널 브랜드 남성복 디자이너 생활을 마치고 독립한 이동인은 2010년 가을/겨울 시즌, ‘유 즈드 퓨처used future’라는 남성복 레이블을 선보였다. 스웨트셔츠와 싱글버튼 코트, 카디건 같은 남성 복의 클래식 아이템에 기반을 둔 유즈드 퓨처는, 처음부터 열광적인 호응은 아닐지언정 잔잔한 반응으 로 마니아층을 이끌어냈다. 유즈드 퓨처의 남성상은 기본적으로 서울 혹은 유럽 어딘가 사는 젊은 청년 을 떠오르게 한다. 다만 디자이너가 나이를 먹음과 동시에 그 남성의 모습 또한 점진적으로 시간에 영 향 받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의 남성복 시장에 대한 한계 때문일 수도 있으나 유즈드 퓨처의 외국 진 출은 지금까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능동적으로 이뤄진 점도 특징이다. 첫 시즌부터 파리 패션 위크 기 간의 페어에 참석하고, 지금까지 매 시즌 1회 이상 꾸준히 외국의 패션 페어를 두드린 그는 2012년 3월 2일, 한남동의 편집매장 프로덕트 서울Product Seoul에서 2012년도 봄/여름 시즌 프레젠테이션을 연 다. 적은 수량의 절제된 컬렉션으로 조금씩 자기 색을 찾아가는 남성복이면서도 직선적인 실루엣에 깃 든 조그만 위트에 공감할 수 있는 여성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컬렉션이 유즈드 퓨처의 특징이다.

SPRING . 2012

123


g a llery

스펙트럼 매거진의 다섯 번째 챕터 ‘갤러리’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재능 넘치는 두 명의 아티스트 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그 다섯 번째 시간에는 처음으로 ‘다른 장르’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작 업과 서로의 작업에 관해 얘기합니다. 작년, 유서 깊은 역사를 지닌 유럽 패션 하우스 펜디Fendi와 의 작업으로 조명 받은 이광호는 그 이전과 이후에도 꾸준히 자기 작업을 이어 오는 젊은 작가입니 다. 가구와 조명을 비롯한 실용성을 지닌 모든 사물에 욕심을 가진 그는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넘 나들며 다양한 작품을 보여줍니다. 시간과 노력이 작품의 완성과 정직하게 비례하는 작업에 몰두 하는 작가를 두고 혹자는 ‘젊은 장인’이라고도 부릅니다. ‘유즈드 퓨처used future’라는 남성복 레이 블을 만드는 이동인은 다년간의 내셔널 브랜드 남성복 디자이너 생활을 마치고, 자신의 남성복 을 선보인 패션 디자이너입니다. 그가 자신의 레이블을 시작했던 2010년, 처음 그의 작은 컬렉 션을 한 매장에서 만났을 때 인상적인 부분은 그가 ‘스웨트셔츠’라는 아이템에 주목했다는 점이 었습니다. 2년 전의 남성복에선, 지금보다도 주목받지 못했던 아이템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취향과 생각을 작업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아트와 디자인은 분명한 접점을 가지고 있 습니다. 각각 작가와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이광호와 이동인은 얼핏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2010 년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연히 만난 이후 지금까지 교류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의 다 른 작업을, 같은 도시에서 만들어가는 두 남자와의 대화입니다. ©Images courtesy of Lee Kwang ho, Lee Dong in

interview & text /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 정재환 Jae ChungJDZ 124 SPECTRUM


01. Start 시작 이광호Lee Kwang ho, 이하 KH: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와 경기도 시골에서 살았다. 나뭇가지로 장난감 만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손으로 만드는 것과 미술 수업을 좋아했다. 이동인Lee Dong in, 이하 DI: 나도 뭔가 만드는 건 좋아했는데, 그리는 건 안 좋아했다. 미술 학원도 다녔지만 별로 흥미는 없었다. 홍석우Hong Sukwoo, 이하 Q. 지금 작업을 하기 전, 각각 어떤 작업을 해왔나? KH: 특별한 계기라기보단, 전공금속조형디자인학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쓰임새 있는 걸 좋아하게 됐다. 의미 담은 작업도 좋아했지만, 3~4학년 때부터는 앉을 수 있거나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더 좋아졌다. 4학년 수업 중에 가구 디자인과 조명 디자인 수업이 있었는데, 작품을 만들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서 흥미를 느꼈다. 단지 기능만의 재미보다는, 어떤 재료 를 쓸 때 이렇게도, 저렇게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즐거웠다. ‘이 재료를 내가 쓰면 내가 이 렇게 앉을 수도 있고, 저렇게 불을 켤 수도 있는 걸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경험으로 졸업하면서 가구와 조명 작업을 하게 됐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DI: 고등학교 때까진 별로 패션에 관심이 없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가 홍대 문화와 음악을 접했다. 초창기 펑크를 비롯한 홍대 인디 밴드의 펑크 음악을 많이 들었 다. 그들은 자기 옷을 직접 만들어 입었다. 그것이 패션에 관심을 둔 시작이었다. 2학년 때, 학 부에서 전공을 결정해야 했는데 의상 전공으로 갔다. 배우고 싶은 것을 모두 학교에서 배우기 엔 부족한 면도 있었지만, 패턴과 구성, 디자인의 개념적인 부분을 가르쳐주신 교수님들 덕분 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Q. 처음 ‘독립’했을 때의 과정이 궁금하다. KH: 전업 작가를 하겠다거나 회사를 다니겠다는 생각보단, 개인 작업을 오래 하고 싶었다. 일 단 한번 시작해보고 판단하자는 것이었다. 2007년부터 졸업하면서 바로 작업 시작했으니 올 해가 6년째다. 꼭 조명과 가구에 초점을 맞춘 건 아니었다. 내 작업 자체가 단품으로 끝나는 작 업이 아니라 일종의 연작聯作이다. 작품 하나를 마치면 다른 모양으로, 다른 색으로 바꿔봐야지 하면서 똑같은 콘셉트로 종류가 많아졌다. 작품이 기본적으로 밑에서부터 적층積層으로 올라 오는 구조인데, 형태가 과해지면 구조상의 결함이 나오기 때문에 간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러다 보니 금속으로 소재를 바꿔 보고, 금속으로 바꾼 형태를 다시 짜서 만들어 보기도 하고, 짜다가 나온 형태를 다른 조명으로 만드는 반복이었다. 또한 독립했을 때, 누구에게나 오는 공 SPRING . 2012

125


g a llery

이동인Used Future, 2011년도 봄/여름 컬렉션Spring/Summer 2011 collection

평한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에는, 합리화였겠지만 해볼 만 했다. 작업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생각지도 않게 좋은 일이 생겼다고 최면을 걸었던 부분도 있다. 현실적으로 ‘이거 팔아서 겨우 이삼십만 원 밖에 안 하는데’라고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었을 거다. 지금도 작 업하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후회한 적은 없다. 조급해하지만 않으면, 예상하는 것보다 예상치 못한 것들이 더 많아질 거로 생각한다. 나도 5년밖에 안 해서, 10년, 20년은 더 해야지 제대로 말할 수 있겠지. Q. 신인 작가가 작품을 알리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에는 좋은 작업을 하면 무언가 있겠지 싶었다. 실제로는 발로 뛰지 않으면 만들 수 없었다. 작업하고, 아는 사람들 통해 직접 홍보하고, 전시할 수 있는 전시는 다 참여했다. 그래도 예상 했던 만큼 피드백이 없었다. 성공에 대한 예상이 아니라, 작업에 관한 피드백을 원했는데 거의 없었다. 전시에 참여해도 마찬가지였다. 돌아온 피드백이라곤 대부분 ‘외국에서 만들었던 것 같은데’ 하는 말들이었다. 나는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여기서 살아서 이렇게 한 것뿐인 데, 남들이 흉내 냈다고 판단하면 할 말이 없었다. 1년을 그렇게 보내고, 아는 선배들에게 물어 봐서 외국 홍보를 생각했다. 그때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도 안 되면, 다른 이 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길 테니까. 작품을 만들고 외국 갤러리와 작가들에게 이메일을 보 냈다. 일주일 후에 처음으로 외국 갤러리에서 연락이 왔다. 그걸 계기로 처음으로 캐나다 몬트 126 SPECTRUM


이동인Used Future, 2011년도 봄/여름 컬렉션Spring/Summer 2011 collection

리올Montreal에서 개인전<Like a Forest of Wire>을 하게 됐다. 그다음 뉴욕의 한 갤러리Johnson Trading Gallery가

몬트리올에서 전시를 보고, 뉴욕 갤러리와 일하게 됐다. 뉴욕과 일하면서 디자인 마

이애미Design Miami에 가게 되고, 그걸 하다가 펜디Fendi를 만났고 펜디와 밀라노에서 프로젝트 <CRAFT PUNK-Design Performances> 를 하게 됐다. 지금은 예전보다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이 들어와서,

가끔 겁이 날 때도 있다. 너무 운이 좋았던 건 아닐까 하는. Q. ‘유즈드 퓨처used future’ 이전에는 어떤 작업을 했나. DI: 대학 졸업 후 한섬Handsome의 시스템 옴므System Homme 남성복 디자이너로 일했다. 패션에 서는 자기 걸 하고 싶은 사람들과 회사가 맞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다. 회사에서 원하는 건 정해져 있다. 디자이너들은 그걸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뿐이지 디자이너가 엄청난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는 부분이 아니다. 각자 맡은 일을 할 뿐이지 다른 부서와 다를 게 없다. 그걸 떠 나서, 회사가 바라보는 디자인과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에 다른 부분이 있었다. 회사는 디자이 너와 소재, 색상 등의 담당 부서가 세분되어 있다. 색상과 소재가 결정된 후 디자인만 해야 하 는 상황이었다. 소재를 어떻게 쓰느냐 하는 부분이 디자인의 시작인데, 그것들이 다 결정된 상 태에서 모양을 조금 바꾼다거나, 반대로 기본만 하면 아무 일도 안 한 셈이 됐다. 2009년 봄, 회사를 그만두고 내 브랜드를 시작하기 전, 아는 가방 디자이너를 통해 국가 지원으로 외국 패 션 페어에 참가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프레타 포르테 파리PRET A PORTER PARIS®’라는 페어였 SPRING . 2012

127


g a llery

이광호Kwang ho Lee, 옵세션 스툴Obsession Stool, photo by Park Myeong-rae,courtesy of Gallery Seomi, 2010

이광호Kwang ho Lee, 짚Zip, 2007 128 SPECTRUM


다. 그걸 보고 정식으로 브랜드를 만들자고 마음먹게 됐다. 그들이 원하는 양식을 채우기 위해 스웨트셔츠를 만들어서 사진을 보냈더니 통과됐다. ‘유즈드 퓨처’라는 이름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젠가 듣고 인상에 남은 단어였다. 갖고 있던 아이팟에도 머리글자로 새겼을 만 큼 애착을 둔 이름이었다.

02. Past works 과거의 작업들 Q: 이광호 작가는 금속 공예를 전공했다. 하지만 의례 떠오르는 작업과는 다른 것들 - 다양 한 소재의 사용과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협업 - 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 일종의 도전을 즐 기는 것인가? KH: 내 경계를 좁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안 해본 일이지만 재밌을 것 같 다. 내 것만 하면 안주하게 되고 뻔해질 것 같다. 그럴 때마다 협업이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 안 에 갇혀 있지 않음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결과와 목표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는 걸 알고, 그게 안 맞을 수도 있다는 것도 배웠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서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협업 이라면 항상 해보고 싶다. Q: ‘유즈드 퓨처’ 컬렉션에선 디자이너가 좋아하는 취향들이 느껴진다. 쇼트short, 짧은 반바지와 스 웨트셔츠, 싱글버튼 코트, 그래픽 디자인과 선명한 색상vivid color의 만남, 그리고 직선적인 디 자인이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DI: 간단하게 얘기하면, 색상과 소재에 제일 중점을 둔다. 처음 옷이 걸려 있을 때 누구든 색을 먼저 보고 그다음 소재를 잡게 되니까, 그 부분을 많이 생각한다. 특히 남성복은 아이템 위주 로 생각하게 되는데, 그 두 부분의 만남이 가장 중요하다. 2009년, 처음 브랜드를 생각할 때만 해도 스웨트셔츠는 (남성복에서) 저평가되는 아이템이었다. 그런 것들을 하면 좋겠다 싶었다. Q: 일상 혹은 과거의 경험에서 영감 받은 것들을 당신만의 작업으로 재현하는 모습을 보았다 (지푸라기로 만든 의자, 짜장면처럼 생긴 야외용 초 등). 사물의 어떤 면을 볼 때, 작업으로 승 화시키고 싶은지 궁금하다. KH: 그전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딱 봤을 때 좋은 게 좋은 거구나’ 싶다. 옛날에 만들었지만, 진 짜 대단한 것도 많다. 할아버지, 할머니네 시골에 가면 볼 수 있는 도구들이 그랬다. 짚을 묶으 면 광주리가 되고, 쌀 포대와 멍석이 되고, 빗자루가 되는 것들. 내 작업은 시골에서처럼 100 SPRING . 2012

129


g a llery

이동인Used Future, 스웨트셔츠와 티셔츠Sweatshirt and T-Shirt, 2010년도 가을/겨울 컬렉션과 2011년도 봄/여름 컬렉션Fall/Winter 2010 & Spring/Summer 2011 collection

퍼센트 자연물을 소재로 삼진 않지만, 청계천 상가에서 무언가 발견한 다음 ‘만들어봐야지’ 생 각한다. 본능적으로 사람은 필요한 도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세련되거 나 눈에 드러나는 부분만 생각해서 놓친 건 아닐까. 우리나라의 어떤 ‘전통 재료’라는 것도 꼭 이 온도, 이 장인과 인간문화재만 써야 재료가 성립된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것들에 대한 규칙 으로, 아예 (다른 방식으로) 못 쓰게 해놓은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자기 대입화할 수 있다면, 대 단한 건 아니더라도 같은 재료로 다른 것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점점 생각하게 된다. Q: 유즈드 퓨처는 특히 ‘니트knit’에 대한 애정이 강한 듯하다. 국내 남성복 디자이너로는 흔치 않아 보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DI: 원래 좋아한다. 처음 브랜드를 시작할 때에는 어떻게 니트를 만들어야 하는 줄도 몰랐다. 그러다 같이 회사에 다녔던 김진아라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가 회사를 관둔 후, 함께 일하게 됐다. 패션에서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 원단이 무척 중요하다. 면이나 울 같은 직물woven에서는 새로운 원단을 개발하거나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가령 프라다Prada 130 SPECTRUM


처럼 고유의 원단을 만드는 건 작은 브랜드에게는 어렵다. 니트 원단은 그런 면에서 좋다. 이번 2012년도 봄/여름 시즌에 만든 니트는 여섯 개의 원단을 섞고, 조직도 원하는 대로 바꿨다. 여 러 질감을 만들 수 있고, 소재로서의 자율성도 높다는 매력이 있다. Q: 이광호 작가의 작업을 보면, 완성된 작품이 주는 영향만큼 작업 과정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 다. 요즘 현대 미술을 보면, 작업에 든 과정보다 작품 자체가 주는 화제성으로 평가되는 경우도 보이는데, 굳이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 KH: 일종의 성향이다. 애착이 가는 작업을 하고 싶은 것뿐이다. 얼마만큼 시간을 거치며 세 밀하게 만들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그때마다 더 애착이 생긴다. 훗날 내가 한 작업을 보면 당시에 어떤 상황이었고 얼마나 걸렸는지를 알 수 있는 게 좋다. 아직도 어떤 도구를 보면 할아버지가 생각나는 것처럼, 누군가 나를 보거나 내 작업을 보면 하나하나 기억나는 것을 만 들고 싶다.

이광호Kwang ho Lee, 카레나 슈슬러 갤러리를 위한 조명 기구Light Fixture for Karena Schuessler Gallery, 2011

SPRING . 2012

131


g a llery

Q: 지금까지 만든 옷이나 컬렉션 중 애착을 둔 것이 있다면. DI: 몇 시즌 하지도 않았지만 (웃음), 두 번째 컬렉션이었던 2011년도 봄/여름 시즌. 처음에는 아이템 위주로 집중하고 싶었는데, 이 시즌부터 확장이 돼서 아이템과 스타일의 균형이 잘 맞 았던 것 같다. 이번 봄/여름 시즌은 그때보다 구성이 커졌다. 그때가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가 장 간결하게 나왔던 시즌이었다.

03. Current works 현재의 작업들 Q: 2012년도 봄/여름 컬렉션에 대해 설명해달라. DI: 컬렉션을 만들면서 바닷가에 사는 남자의 여유로우면서도 가벼운 느낌의 삶을 상상했다. 처음 컬렉션을 만들 때 상상하던 청년이, 디자이너가 나이를 먹으면서 좀 더 어른스럽고 성숙한 남자가 되는 중이다. 아이템으로는 니트가 더 많아졌고, 쇼트와 매킨토시mackintosh 코트, 블루 종 같은 것들이 컬렉션을 이룬다. Q: 이광호 작가는 한국의 서미 갤러리와 뉴욕의 존슨 트레이딩 갤러리 소속으로 알고 있다. 당 신은 일찍부터 국내는 물론 외국의 디자인 페어와 전시를 병행하고 있는데, 작가로서 국내외를 다니면서 변하는 점과 굳어지는 점이 있다면? KH: 항상 변해야 하는 것은 느낀다. 아니, 자연스레 변해간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를 표 현하는 방식이 ‘작업’이라, 말이나 글처럼 외부적인 부분은 부차적이다. 얼마나 말하고 싶은 것 을 작업으로 표현하느냐에 대한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업이란, 온 힘 을 다해서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 그 ‘좋다’는 게 상대적이라 사람들이 별 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전력을 기울여서 뭔가를 표현해내고 싶다는 뜻에서 잘하고 싶다. Q: 주위에서, 남성복인 유즈드 퓨처를 사 입는 여자도 종종 봤다. 여성복에 대한 욕심이 있 는지? DI: 최근까지도 여성복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처음 패션에 관심 뒀던 것도 펑크 음악처럼 직 접 옷을 만들어서 입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가 입고 싶고, 입지 못하더라도 좋아하 는 남성상이 입고 싶어하는 옷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여자가 입은 유즈드 퓨처 의 여성복을 상상하는 것도 좋다. 다만, 그것은 유즈드 퓨처의 남성복을 입은 여자가 아닌 여 132 SPECTRUM


성에게 맞게 변형한 유즈드 퓨처의 옷을 입은 모습이다. 그래서 언젠가 여성을 위한 유즈드 퓨 처를 만들고 싶다. Q: 작업하면서 생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DI: 생산이나 원단 같은 부분은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데, 유통은 자본력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에는) 마땅히 물량을 소화할 장소도 적고, 백화점도 비싼 수수료 같은 나름의 문제가 있다. 같이 옷 만드는 친구들이 모여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매장을 낸다든가 하는 생각은 있지만, 구체적인 건 아니다. KH: 사실 내가 하는 작업에서는 딱 들어맞는 부분은 없다. 처음부터 고객층을 정하고 작품 을 만든다기보단, 어떤 작품이 나오면, 그 작품에 맞는 디자인 페어를 찾거나, 고객을 찾는다. 그래서 계속 좋은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계속 다음 작업에 대해 고민하고, 지금 작업을 어떻 게 하면 더 좋은 연작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결국, 내 안에서 하는 고민이 가장 크다.

이동인Used Future, 2012년도 봄/여름 컬렉션Spring/Summer 2012 collection SPRING . 2012

133


g a llery

04. Works of each other 서로의 작업에 대한 생각 Q: 어떻게 두 분이 처음 만났나? DI: 후즈 넥스트Who’s Next라는 파리의 패션 페어에 나간 2010년 겨울이었다. 우리 부스에 어떤 벨기에 여성복 바이어가 왔는데, 내 옷이 마음에 든다면서 자신이 아는 남성복 바이어를 연결 해줬다. 그 사람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헌팅 앤 컬렉팅Hunting and Collecting’이라는 매장을 추천 해줬다. 페어를 마친 후 벨기에에 갈 일이 있어서, 그 매장 관계자와 미팅하게 됐다. 그때 광호 형이 매장 지하의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었다. KH: 헌팅 앤 컬렉팅의 전시는 벨기에의 디자인 셉템버Design September라는 디자인 위크 행사에 서 개최한 일종의 팝업 전시였다. 그때 동인이를 처음 만났다. Q: 작년 3월, 서울에서 이광호와 펜디Fendi가 ‘<파토 아 마노 포 퓨처FATTO A MANO FOR FUTURE>’ 작업을 할 때, 이동인의 유즈드 퓨처 주황색 코트를 입었다. 서로의 작업에 관해 얘기한다면? KH: 계속 지켜보고 있는 처지로서, 너무 마른 사람을 위한 옷이 아닌가 싶다. (웃음) 농담이 고, 꾸준히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크다. 내가 많이 사서 입고, 팬이 되고 그러면 좋겠지만, 나한테 편한 옷, 작업하기 좋은 옷을 입게 되니까 그게 쉽지 않다. 기회가 되면 뭔가를 같이 하 면 좋을 것이다. 브라운브레스Brownbreath 같은 경우도 나와 같은 해에 시작했다. 그들도 잘 알 고, 친하다. 얼마나 팔았고 얼마나 유명해졌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대리만족 같은 뿌듯함 이 있다. 와, 이만큼 우리가 버티고 살아 있구나 하는 느낌이다. 동인이에게도 비슷한 감정이 든 다. 옷도 한 벌이라도 싸게 얻으면 좋겠고. (웃음) DI: 광호 형의 작업을 보면, 의례 한국 디자이너라면 생각할 수 있는 - 의식적인 한국의 미를 표 현하는 쪽에서 비켜 서 있다. 어쨌든 우리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벗어날 수도 없고 벗어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이미지에 너무 치중하지 않고 색과 소재를 잘 소화해서 작업으로 이어가는 모습이 좋다. Q: 이번 스펙트럼을 관통하는 주제는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협업’이다. 특히 이광호 작가 는 다른 장르와의 협업에 굉장히 열린 마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좋은 협업’에 대한 서로 의 생각은? KH: 내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협업은 항상 좋다. 안정적인 사람들끼리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하 기보다는, 익숙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한 도전이 내겐 협업이다. 펜디와의 작업 또한 처 134 SPECTRUM


이광호Kwang ho Lee, 커미세어 갤러리Commissaires Gallery 를 위한 작품 <매듭 - 불가피한 것을 넘어Knot - Beyond the inevitable>, 2008

음 가죽을 써보는 것이었다. 그 경험이 지금은 내 방식대로 더 커지고 있다. 어떤 도전이 있어야 지 자극이 되고, 앞으로의 작업에 영향을 준다. 처음에는 모르더라도 점점 커지는 느낌이 드는 작업, 그게 협업으로서 좋지 않나 싶다. DI: 옷과 옷의 협업보단, 문구라든지 다른 분야와 협업을 해보고 싶다. 가령 ‘모나미Monami’와 함께 볼펜이나 공책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패션 브랜드가 가진 생각을 문구stationery로 표현 할 수 있으면 - 그게 색이 됐든 소재가 됐든 - 재미있을 것이다. 1 더하기 1이 2가 3이 될 수 있 는 것처럼 말이다. Q: 훗날, 둘의 협업을 볼 수도 있을까…? DI: 쇼룸처럼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되면, 나에게 맞는 것을 형의 느낌으로 작업해줄 수 있지 않을 까. 굳이 형의 대표작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KH: 아직 구체적인 건 없지만, 제대로 한 번 가방을 만들어보고 싶다. SPRING . 2012

135


g a llery

05. About Seoul 서울에 대하여 Q: 각자 자란 환경과 작업이 다르듯이, ‘서울’에 대한 생각과 관점도 다를 것 같다. 당신들의 작 업에서, 이 도시가 던지는 의미가 있다면. 혹은 좋은 점이나 어려운 점도 궁금하다. DI: 계속 서울에서 자라서 그런지, 가끔은 외국에 나갔다가 와야지 좀 더 잘 알게 되는 부분도 있다. 서울은 서구 문물과 사람들의 생각이 한 번에 뒤섞인 느낌이 있다. 계급적인 생각과 유교 적인 생각, 자유분방한 생각이 혼재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 지금 서울의 특징 아닐까. 그 들이 유학을 다녀왔든지, 서울에서만 자랐던지 말이다. KH: 대학교 오면서 홍대 쪽으로 왔고 그전에는 쭉 경기도 구리에서 살았다. 전시 등으로 외국 에 짧게 다녀오는 일이 잦다 보니, 서울이 왜 좋고 한국이 왜 좋은지 생각하게 된다. 이유가 있 어서라기보단 ‘정말로 내가 한국인이구나’ 하는 생각이다. 여기 와야 제일 편하고, 음식도 맛있 고, 다 좋은 거다. 내가 사는 이곳이 좋은 곳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오게 된다. 그러면서 하나 더 생각하는 게 - 아이도 있으니까 - 서울을 다른 나라나 도시 못지않게, 아이들에게도 더 좋은 곳으로 바꾸고 싶다. 나는 개인 작업을 하니까, 남들보다는 시간을 요령껏 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많다. 너무 빡빡한 도시라는 게 아쉬운 부분인데, 꾸준히 작업하다 보면 그런 쪽으 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06. Year two thousand twelve 2012년 Q: 곧 새로운 전시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KH: 지금 하는 작업은 밀라노 디자인 페어에 그룹 전시로 준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두바이에서 처음 열리는 디자인 페어 때 낼 작업이다. 두바이에서의 작업은 현지에서 ‘라이 브 퍼포먼스’ 식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무언가 만드는 작업이 될 것이다. 밀라노에서의 작업 은, 예전에 펜디와 함께 한 작업의 연장선이다. 그때는 원래 내가 사용하던 호스를 꼬아 만 드는 작업을 가죽으로 바꿔서, 한 달 동안 만들 수 최대한의 양을 만들고 그것을 쓰임새 있는 두 개의 스툴stool, 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 을 만들었다. 지금의 작업은 처음부터 이 정도 크기를 만 들고 싶고, 그러려면 몇 미터의 재료가 필요한지 예상해서 작업하고 있다. 완성작은 등받이가 있는 ‘니은(ㄴ)’ 자의 수직 형태 의자가 될 것이다. 밑은 파란색, 위는 무광과 유광의 갈색이 들 어갈 예정이다.

136 SPECTRUM


Q. 2012년의 계획이 궁금하다. KH: 집안 계획이긴 한데, 둘째를 갖는 게 가장 큰 목표다(이광호 작가는 네 살배기 아이가 있 다). 저를 안 닮은 딸이 나와주길 바란다. (웃음) 나머지는 언제나 똑같다. 좋은 작업을 많이 하 는 것. 어쨌든 나는 작업하는 사람이니까. 그게 차곡차곡 쌓여야 다음 작업에 도움이 된다. 그 렇게 딱 두 가지다. DI: 항상 똑같다. 좋은 옷을 만드는 거. 유통 부분은 혼잡한 상태라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브 랜드에 비해 판매처는 있는 편인데 혼자 조정하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옷에 있어선, 좀 더 분명한 옷을 만들고 싶다. 브랜드의 시각vision이 다 갖춰진 상태가 아니라 점점 추려내는 과정 에 있다. 또한 점점 옷을 만들면서 생각하는 남성이 나이가 든다. 그에 맞춰서 브랜드 또한 발 전해야겠지. 풀 컬렉션을 갖출 만큼의 분량을 만들 계획은 당분간 없고, 요즘은 프레젠테이 션 방식에 대해 고민한다. 다가올 2012년도 가을/겨울 시즌 프레젠테이션부터는 다른 방식 의 프레젠테이션을 해보고 싶다. 좀 더 조용하면서도, 옷이 하나하나 잘 들여다보이는 모습 을 보여주고 싶다. s

이 인터뷰는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서울시 성수동의 이광호 작가 작업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SPRING . 2012

137


product

Incase Product Guide 인케이스의 2012년 스프링 시즌은 다양한 소재와 컬러웨이로 모든 사용자들에게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새롭게 선보이는 레인지 컬렉션Range Collection 은 사이클에서 영감을 받아 기어와 함께 테크놀러 지를 완벽하게 보호해주며, 로드와 트레일 등 외부에서 완벽한 캐링 솔루션으로 설계되었고, 모든 레벨, 모든 장소에서 포터그래퍼들의 필요에 맞게 그대로 디자인된 카메라 컬렉션Camera Collection 은 헤더 페브릭의 세련된 질감과 유니크한 외관과 더불어 멋진 사진을 빠르게 촬영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었습니다. 또한 테라 컬렉션의 새롭게 출시되는 재질들은 볼드한 외관을 유지 한 채 데님과 캔버스 재질로 제작되었습니다.

138 SPECTRUM


Nylon Collection

Nylon Collection 나일론 컬렉션은 다양한 사이즈과 컬러웨이을 제공하는 인케이스의 가장 대표적인 가방 디자 인 컬렉션입니다. 나일론과 플러쉬 인조 모피를 조합하여 내구성과 디바이스 보호기능을 갖 춘 컬렉션입니다. 깔끔한 실루엣은 인체공학적인 진보된 디자인 원리를 추구하며 완벽한 디 바이스의 보호기능까지 제공합니다. 1

3

2

1. Nylon Backpack for MacBook 17” 2. Nylon Compact Backpack for MacBook 15” 3. Nylon Campus Pack for MacBook 15”

SPRING . 2012

139


product

Range Collection 사이클링의 자유로움과 즉흥성에서 영감을 받은 레인지 컬렉션은 당일 여행을 위해 디자인되 었습니다. 이 레인지 컬렉션은 도시, 숲, 혹은 어디든 매일을 여행하는 현대인들을 위하여 제 작되었습니다. 인케이스 고유의 디바이스 보호기능과 방수 및 방습, 방한 기능 구조로 어떤 상 황, 어떤 목적지에라도 이상적인 캐링 솔루션이 될 것입니다.

1. Range Large Backpack for MacBook 17” 2. Range Backpack for MacBook 15” 3. Range Messenger Bag Large for MacBook 15” 4. Range Messenger for MacBook 13” 140 SPECTRUM


Range Collection

1

2

3

4

SPRING . 2012

141


product

Terra Collection 테라컬렉션을 구성하는 천연 소재는 간단한 수납과 가벼운 여정을 위한 캐쥬얼한 백을 만드는 목적과도 잘 어울립니다. 새로운 재질과 컬러로 제작된 테라컬렉션은 볼드한 악센트와 풍부 한 질감, 천연 소재가 어우러져 독특한 스타일과 유니크한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내구성과 강력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또한 여전한 제품입니다.

1. Terra Campus Pack for MacBook 15” 2. Terra Tote Bag for MacBook 13” 3. Terra Tote Bag for MacBook 11” / 13” / 15” 142 SPECTRUM


Terra Collection

1

2

3

SPRING . 2012

143


product

Heathered Collection 헤더드 컬렉션은 혼색 모직물로 제작되었으며 인케이스의 가장 대표적인 가방 디자인으로 제작된 컬렉션입니다. 부드럽고 풍부한 혼색 모직물로 제작된 이 컬렉션은 깔끔한 실루엣 과 인체공학적으로 진보된 디자인 원리를 추구하며 완벽한 디바이스의 보호기능까지 제공 하고 있습니다.

1. Heathered Backpack for MacBook 17” 2. Heathered Tote Bag for MacBook 13” 3. Heathered Shoulder Bag for MacBook 13” 4. Heathered Sleeve for MacBook 11” / 13” / 15” 144 SPECTRUM


Heathered Collection

1

2

3

4

SPRING . 2012

145


product

Camera Collection 인케이스의 카메라 컬렉션은 사진가들의 요구사항을 채워주기 위한 넓은 범위의 가방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혼색 모직으로된 내구성있는 외부는 독특한 세련미를 자랑합니다. 내 부의 탈부착 가능한 패드형 파티션는 다용도 DSLR와 렌즈의 배열 및 정돈을 가능케합니다. 외부파티션에서의 촛점을 맞추고 아이폰과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것에 이상적이며 또한 아이패드, 맥북과 같은 특별한 디바이스의 수납에 탁월한 컬렉션입니다.

146 SPECTRUM

1. DSLR Pro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4. Point and Shoot Field Bag for Compact Camera, iPad, iPhone

2. DSLR Pro Sling Pack / Sling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5. Point and Shoot Pouch for Compact Camera, iPad, iPhone

3. DSLR Case for DSLR, iPhone

6. Point and Shoot Pouch Case for Compact Camera, iPad, iPhone


Camera Collection

1

2

2-1

3

4

5

6

SPRING . 2012

147


148 SPECTRUM


Paul Rodriguez Collection

1

2

3

1. Skate Pack for MacBook 15” 2. Skate Pack Lite for MacBook 15” 3.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15” / 13”

Paul Rodriguez Collection 이동과 투어가 많은 스케이트 보더들의 필요에 부합하기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Paul Rodriguez Signature Collection은 프로 스케이트보더이자 트레블러인 Paul의 자문을 얻어 혁신적 소재와 프리미엄 구조를 접목하였습니다. 기능성을 강조한 디자인, 수납 및 사용 상의 편리함과 최고의 내구성이 특징입니다. SPRING . 2012

149


product

Andy Warhol Collection 20세기 미국의 걸출한 예술가인 Andy Warhol은 세상에 도전하며 예술을 다른 관점에서 바 라보았습니다. 앤디 워홀의 문화유산은 그의 아트워크와 Andy Warhol 재단 및 Andy Warhol 박물관 의 노력을 통해 지금까지 그 명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제품 디자인들은 Warhol의 원 작을 토대로 하며, 비주얼 아트 홍보를 담당하는 뉴욕 소재 비영리 기관인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와의 라이센스 계약으로 제작됩니다.

1. Warhol Snap Case - Portrait for iPhone 4S & 4 2. Warhol Snap Case - Shoes for iPhone 4S & 4 3. Warhol Snap Case - Cars for iPhone 4S & 4 150 SPECTRUM

4. Warhol Snap Case - Crowd for iPhone 4S & 4 5. Warhol Snap Case - Glass for iPhone 4S & 4


Andy Warhol Collection

1

2

3

4

5

SPRING . 2012

151


Audio Collection Incase Audio의 헤드폰 제품군 출시는 기능성과 무결점 사운드, 그리고 미니멀리즘 디자인 으로 무장한 헤드폰으로 사용자들에게 보다 감동적인 체혐을 선사하고자 하는 당사의 의지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런 당사의 의지는 Soundesign이라고 명칭한 당사의 독특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통해 구현되고 있습니다. Incase Soundesign는 정밀 사운드 엔지니어링과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접목하여 당사의 헤 드폰은 세련된 외관처럼 멋진 느낌과 완벽한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헤드폰 개발에 대한 당사 의 전체론 접근 방식은 맞춤형 디자인, 최첨단 오디오 엔지니어링과 생명 기계학을 하나로 통 합하여 성능이 극대화된 헤드폰 출시가 가능하였습니다.

152 SPECTRUM

1. Sonic Over Ear Headphones

3. Pivot On Ear Heaphones

2. Reflex On Ear Heaphones

4. Capsule In Ear Heaphones


Audio Collection

1

2

3

4

SPRING . 2012

153


154 SPECTRUM


iPhone 4S & 4

1

2

3

4

iPhone 4S & 4 Incase의 정밀 공학으로 이루어진 iPhone 4용 제품은 시각 적 효과와 질감 효과를 동시에 이용하여 지속적인 보호 옵션 의 범위 를 넓히고 있습니다. 각 제품은 향상된 내구성과 다 양한 개개인의 취향을 위해 진취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이고 다양한 재료로 만들고 있습니다.

1. Pro Slider Case for iPhone 4S & 4 2. Animal Snap Case for iPhone 4S & 4 3. Tortoise Snap Case for iPhone 4S & 4 4. Monochrome Slider Case for iPhone 4S & 4 SPRING . 2012

155


iPad 2

1

2

3

iPad 2 Incase의 iPad 2용 제품은 혁신적인 기기에 걸맞은 다양한 기능과 보호기능을 제공합니다. 기존 소재 자켓에서 가드레 일을 부착하여 기능을 업그레이드 했으며, 스마트 커버와 호 환되면서 스탠드 기능까지 제공하는 스냅케이스도 제작하였 습니다. 156 SPECTRUM

1. Leather Portfolio for iPad 2 2. Book Jacket Select for iPad 2 3. Mag Snap Case for iPad 2


MacBook

1

2

3

MacBook Incase의 MacBook용 제품은 정밀한 기술을 이용한 보호 와 현대적인 디자인의 미학, 개개인의 다양한 선택을 위해 서 제작 되었습니다. 각각의 케이스와 슬리브는 안목 높은 MacBook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 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1. Leather Sleeve for MB Pro 15”, 13” / Air 11” 2. Perforated Hardshell for MB Pro 15”, 13” / Air 11” 3. Neoprene Sleeve for MB Air 11”, 13” SPRING . 2012

157


Store

News

TECH

CONCIERGE 컨시어지는 최신 디지털 제품을 가장 빠르게 체험하고 알뜰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신개념 매장 이다. 애플 공인 프리미엄 매장인 ‘컨시어지 애플’과 휴대용 디지털 제품 전문 매장인 ‘컨시어지 모바일’ 두 가지 형태로 운영되는 컨시어지만의 멤버십 서비스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서비스 로 고객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있으며, 컨시어지 아카데미라는 애플 전문 교육 공간을 운영 하고 있다. 특히 컨시어지에서 디지털 디바이스를 구매하면 기본 초기 설정과 조작은 물론, 처 음 켜는 순간부터 원래 사용하던 기기처럼 세팅하여 더욱 쉽고 편안하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 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매주 추천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디바이스 기기의 다양한 활용법 과 그 옵션 상품들을 제안해 준다. 이러한 컨시어지의 다양한 서비스는 소비자들을 완벽히 만 족하게 할 것이다. 현재 컨시어지는 롯데백화점을 비롯하여 전국 55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컨시어지 www.concierge.co.kr 서울시 중구 을지로 2가 OPUS11빌딩 4층 엘씨엔씨주식회사/ Tel. 02 6713 5555 (본사)

158 SPECTRUM


Lifestyle

ALAND

Store

News

동시대를 리드하는 감각적인 토털 라이프 스타일 컨셉트 스토어

A LAND에이랜드 가로수길점 확장 오픈

동시대를 리드하는 감각적인 토털 라이프 스타일 컨셉트 스토어 ‘에이랜드’ 가로수길점이 2월 중 확장 오픈 한다. 도시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스타일 리더들의 열렬한 사랑 에 힘입어 기존 매장을 지하에서 지상6층까지 대대적 확장 오픈하는 것. 남,녀 신진 디자이너 컬렉션 의류 및 액세서리, 신발, 가방, 주얼리 등 다양한 아이템은 물론이고, 가구와 생활 소품 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건물 한층 전체가 원더 룸WONDER ROOM이 라는 이름으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 원더룸은 르네상스 시대 유럽 귀족들이 자신들의 다양하고 진귀한 수집품을 모아 놓던 방을 ‘원더룸’ 혹은 ‘호기심 캐비닛’이라고 부르던 데서 착안해 붙여진 이름으로 기존 다른 매장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독특한 ‘One of a kind’ 아이템들도 만 나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에이랜드 www.a-land.co.kr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4-18 Tel.070 7820 7547 (매장) / 070 7820 7523 (본사)

SPRING . 2012

159


Incase store 서울

goincase.kr

대학로 컨시어지 02-747-3599 서울시 종로구 명륜4가 58

대학로 에이샵 02-741-0497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28

신촌 컨시어지 02-363-3599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18-20

반포 에이샵 02-3479-6187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19-3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 신관 5층

압구정 컨시어지 02-543-3599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8-11

삼성 에이샵 코엑스 1 02-6002-1620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폭포길 N23 삼성 에이샵 코엑스 2 02-6002-1640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B1F T21 압구정 에이샵 02-548-6177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494번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WEST 5층 영등포 에이샵 02-2638-2730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2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2층 영등포 에이샵 02-2639-1464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34-5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B관 6층 강남 프리스비 02-536-1050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03-35 건대 프리스비 02-2218-3195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1호 명동 프리스비 02-318-7120 서울시 중구 명동2가 33-6 신촌 프리스비 02-335-0471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30-3 2층 홍대 프리스비 02-323-1765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58-12 건대 컨시어지 02-497-3599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6-1 노원 컨시어지 02-938-2773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606-14

160 SPECTRUM

신사 윌리스 070-7732-7001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5번지 페이토빌딩 이대 윌리스 070-7732-8862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45-10호 종로 윌리스 070-7732-7361 서울시 종로구 종로2가 9번지 YMCA빌딩

명동 에이랜드 2ND 070-7820-7550 서울시 중구 충무로 2가 9번지 신사 에이랜드 070-7820-7547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4-18 홍대 에이랜드 070-7820-7540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57-4 삼성 에이랜드 070-7820-7492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코엑스 구로 인터스포츠 02-2624-3120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60-3 문정 인터스포츠 02-431-7082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108-5

압구정 카시나 02-3443-8148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63-16 다울빌딩 1층

강변 아이샵 02-3424-6228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 546-4 테크노마트판매동 6층

명동 카시나 프리미엄 02-773-3523 서울 중구 명동2가 83-5 눈스퀘어 4층

구로 케이머그 02-2026-3080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371-28 우림라이온스밸리 A동 118호

홍대 카시나 프리미엄 02-3444-8148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2-4 광화문 핫트랙스 02-3700-6577 서울시 종로구 종로 1가 1번지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수유 핫트랙스 02-995-9961 서울시 강북구 번동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목동 핫트랙스 02-2648-6873 서울시 양천구 목동 917-1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논현 로닌 070-8282-3502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16-14 한일빌딩2층 홍대 로닌 070-8282-5311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7 아트빌딩 5층 명동 에이랜드 070-7820-7532 서울시 중구 명동2가 53-6

논현 세븐보드 02-3442-7617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28-1 1층 논현 쇼군 02-3442-6654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34-8 석상빌딩 1층 반포 블루핏 080-595-1155 서울시 서초구 반포1동 19-3 서초 지브이지 070-4143-0855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37-22 대우디오빌프라임 B115호 선릉 에이라이프 02-2051-2015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07-27 역삼아이파크타워 1층 신사 플로우 02-515-8050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4-3 102 신사 매그앤매그 02-2165-0536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6-9 압구정 웨얼하우스 02-544-1793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61-14 2층


인케이스(Incase) 전국 스토어

압구정 플랫폼 플레이스 02-742-4628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5-27

인천 에이팜 032-430-1972 인천시 남구 관교동 15번지 지하 1층 애플 메가샵

잠실 핫트랙스 02-417-9961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7-18 롯데캐슬골드 지하 1층

인천 플러스 초코 032-526-5652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201-25

종로 어노인팅 02-2269-2028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 107-2 1층

대전 에이샵 042-485-6177 대전시 서구 둔산2동 1036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 7층

청담 10 꼬르소 꼬모 02-3018-1010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79번지

천안 에이샵 041-551-6177 천안시 신부동 354-1번지 갤러리아백화점 천안점 4층

청량리 넵튠 02-3707-1866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620-69 롯데플라자 청량리점 1층 퍼스트룩 02-2107-1200 강남구 신사동 651-21 CGV청담 씨네시티 4층

경기 수원 에이샵 031-898-8761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25-1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7층 분당 프리스비 031-709-1745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68-3 정인빌딩 1층 성남 핫트랙스 031-753-9961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1동 5542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수원 에즈샵 031-250-9909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2가 40-1 동인트루빌 110 안양 웨얼하우스 031-466-1793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66 1층 안양 케이머그 031-447-4325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145 안양 핫트랙스 031-442-9961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 4동 676-1 CGV일번가 4층

충북 청주 인터스포츠 043-221-3140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1가 106

충남 대전 프리스비 042-221-7041 대전시 중구 은행동 45-6 천안 빼빠 041-563-3740 충남 천안시 동남구 문화동 136-2 천안 에이팜 1588-1234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354-1

경북 대구 원트릭샵 053-428-0560 대구시 중구 삼덕동 1가 대구 핫트랙스 053-425-9961 대구시 중구 동성로 2가 88-25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경남 부산 에이샵 051-802-9201 부산시 진구 부전동 168-291

부산 에이샵 051-625-2940 부산시 남구 대연동 73-29 부산 에이샵 051-745-2661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495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4층 부산 에이샵 051-667-0775 부산시 동구 범일동 62-5 현대백화점 부산점 7층 울산 에이샵 052-228-0756 울산시 남구 삼산동 1521-1 현대백화점 울산점 7층 진주 에이샵 055-791-1793 진주시 평안동 195번지 갤러리아 백화점 진주점 6층 부산 프리스비 051-245-1035 부산시 중구 광복동 2가 8-2번지 부산 프리스비 051-808-0947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242-19 부산 프리스비 미니 051-819-9501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2동 194-1 2층 부산 컨시어지 051-515-8599 부산시 금정 장전 309-17 부산 컨시어지 051-819-3599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 190-1 101호 부산 핫트랙스 051-819-9961 부산시 진구 부전2동 536-3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창원 핫트랙스 055-264-9961 창원시 상남동 78-3 창원마이우스 웰빙랜드 지하 1층 디지털존

전북 전주 멀티샵 엑스 063-283-3177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373-1 전주 핫트랙스 063-288-3700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96-1 엔떼피아빌딩 1층

SPRING . 2012

161


ISSUE No.5 / SPRING 2012

Publisher

양준무 Joon Yang

Publishing Director 김세일 Seil Kim Editor

홍석우 Sukwoo Hong 김지혜 Ji hye Kim

Designer

유영아 Younga Yoo 김기범 Kibum Kim

Photographer

정재환 Jae Chung Studio BONE

Videographer

김래현 Rae hyun Kim Studio BONE 고윤성 Yoon sung Go Studio BONE -

Contents Manager 백은영 Lily Baek Asst. 김사랑 Sarang Kim Contents Supervisor 리치 림 Rich Lim Distribution Manager 한재훈 Jay Han Contributing Editors

최태혁 Taehyuk Choi, 강영민 Youngmean Kang, 이로 Iro, 옥근남 Okeh, 함영준 Youngjune Hahm, 김문기 Moon ki Kim, 류진 Jin Ryu

Contributor 김주혜 Helena-Marie Kim ©2012 Spectrum All rights reserved.

162 SPECTRUM


SPRING . 2012

163


spectrumpr

164 SPECTRUM


rojects.com opening soon

SPRING . 2012

165




Heathered Shoulder Bag Capsule In Ear Headphones Perforated Snap Case for iPhone 4S 15� Hardshell Case for MacBook Pro

goincase.kr/anywhere


Turn static files into dynamic content formats.

Create a flipbook
Issuu converts static files into: digital portfolios, online yearbooks, online catalogs, digital photo albums and more. Sign up and create your flip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