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Issue 15. FAL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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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15 / FALL 2014 ISSN 2287-5980

ALTERNA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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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editor HONG SUKWOO

가을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내리쬐는 여름 햇볕과 저절로 몸을 웅크리게 하는 겨울 한파가 없는 축복의 계절이지요. 만물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봄과는 또 다릅니다. 여름 내내 옷장 한쪽을 차지하던 도톰한 재킷과 코트도 입을 수 있지요. 왠지 책 한 권 더 읽고 싶어지는, 동네 곳곳을 물 들인 단풍을 보고 있노라면 정처 없이 거닐고 싶어지는, 그런 계절입니다. 유명한 수필가들이 문장 속에서 빼놓지 않고 이 계절을 찬양하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아쉽게도 온난화의 영향인지 이토록 좋아하는 계절은 점점 짧아집니다. 사계절의 뚜렷한 구분이 우리나라의 좋은 점이라고 어릴 적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이제 퍽 무색해졌습니다. 덥고 추운 계절 사이에 낀 요즘을 만끽하는 순간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새로운 유행이 휩쓰는 동안 남은 소수처럼,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번 <스펙트럼spectrum>의 주제는 ‘대안ALTERNATIVE’입니다. 대안代案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안을 대신할 안’이지만, 단지 그 의미로 이 단어를 고른 것은 아닙니다. 철 들고서 주위 수많은 사람이 자신들의 작업을 펼치는 동안, 일부는 관찰자로 지켜봤고 일부는 함께 참여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역시 적지 않은 수의 흥망성쇠興亡盛衰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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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전 젊은이들이 기성세대가 되어 가고, 서울에 기반을 두었던 누군가는 외국에 터전을 잡았으며, 지역과 국가의 경계 없이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이들도 늘어납니다. 그들 중 일부는 이제 자신의 작업을 더는 잇지 않습니다. 혹자는 생존을 위해 무언가와 타협해가기도 합니다. 삶에 다가오는 변화가 필연이라고 해도, 어떤 모습에는 못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흐름과 변화의 순간을 이야기하고 그 ‘흐름’을 기록하는 것을 잡지雜誌의 역할로 본다면, 이번 <스펙트럼>에서는 다양한 변화 안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뿌리를 지키며 그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창작자들을 만나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이란, 단지 새로운 흐름을 타기 위해 노련한 기회를 잡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창작을 위해 과거를 직시하고, 그를 바탕으로 지금과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단지 기성의 어떤 것을 반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탐구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대안이자, 대안이란 말이 살아 숨 쉬도록 하는 존재 의의라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이 글의 말미에는 ‘과연 독자분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까?’ 하는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듭니다. 이제 열다섯 권째를 선보이는 <스펙트럼>을 함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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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ISSUE No.15 / FALL 2014 Judith Ann Braun a.k.a. Judith Braun for this issue’s cover art; “I could not be more proud than to have my artwork gracing a snowboard ridden by some of the greatest young women athletes in the world. This was truly a ‘ feel good’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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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PORTRAIT

SPACE

fashion Hong Sukwoo design Yoo Jaepil art Jang Jintaeg book Kang Younggyu street Sung Changwon music Havaqquq tech Think, Talk, Write. travel Bang Jinwon

Shinsuke Takizawa & Tetsu Nishiyama

‘Alternative Spaces’

Lee Kyubum a.k.a. KB Lee

Common Center Indie Art Hall Gong Seoul Art Space Seogyo

86 LOOKS BURTON ‘A Solitary 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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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ISSUE No.15 / FAL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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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ORIAL

TALK

INCASE

explore Parc Kiddo Kim Yuri

Kong Juno Paek Sunghyun Oh Serin

INFORMATION

play Julian Quintart Illopetals Nature Troopers Kim W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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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ress Kim Jiwoong Sung Byuli Kim Taeyeon

GALLERY

INCASE

Yangchul Cooking AND Dining

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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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NO. 15 / FALL 2014 ‘ALTERNATIVE’ ISSUE ISSN 2287-5980

PUBLISHER Joon Yang 양준무

EDITOR

CONTENTS MANAGER

Hong Sukwoo 홍석우

Lee Eunyoung 이은영

yourboyhood@gmail.com Sung Changwon 성창원 i@oodllboo.com Ahn Sangyeon 안상연 allieinblue@gmail.com Lee Jihyun 이지현 hyonnie@naver.com DESIGNER CamoMild 카모마일드 camomild.com Lee Yunhee 이윤희 ooo@pr1zm.com PHOTOGRAPHER JDZ Chung 정재환 Studio BONE jdzcity@gmail.com Go Yunsung 고윤성 Studio BONE htmnike@gmail.com Kim Bosung 김보성 boss1028@gmail.com

ey.lee@pr1zm.com

Asst. Kwon Dokyung 권도경 dk.kwon@pr1zm.com CONTENTS SUPERVISOR

Rich Lim 리치 림 rich@pr1zm.com CONTRIBUTING WRITER

Yoo Jaepil 유재필 Jang Jintaeg 장진택 Kang Younggyu 강영규 Havaqquq 하박국 Think, Talk, Write. 띵크, 토크, 라이트. Bang Jinwon 방진원 CONTRIBUTOR

New Kim 뉴킴 Park Wonjun 박원준 parkwonjun1@hotmail.com

VIDEOGRAPHER Kim Rae hyun 김래현 Studio BONE rapbong.k@gmail.com Go Yunsung 고윤성 Studio BONE htmnike@gmail.com

프리즘디스트리뷰션(주) www.pr1zm.com / 스펙트럼 www.spectrumprojects.com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10 2층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6길 14 2층) 02-3442-1014 ©2014 Spectrum All rights reserved.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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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SPECT SPE SPECTR S PECTR PE PEC ECTR E CTR C TR U UM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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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ERNATIVE

JOUR fashion HONG SUKWOO design YOO JAEPIL art JANG JINTAEG book KANG YOUNGGYU street SUNG CHANGWON music HAVAQQUQ tech THINK, TALK, WRITE. travel BANG JIN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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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L ‘저널JOURNAL’은 매 호 다양한 인물이 <스펙트럼>의 주제를 얘기합니다. 저널의 글은 종종 잡지 기사처럼, 수필 혹은 보고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경계는 없고 주관은 있는 글의 집합이 이 장章의 정체성이 되길 바랍니다. 열다섯 번째 호의 주제는 ‘대안ALTERNATIVE’입니다. 대안이란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기성으로 존재하는 것들의 그다음 무언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덟 가지 분야의 필자들이 각자의 ‘대안’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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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고등학생 시절, 정보의 보고(寶庫)는 패션잡지였다. 그중에서도 일본 잡지 <멘즈논노MEN’S NON-NO・メンズノンノ>의 ‘어 리틀 놀로지A LITTLE KNOWLEDGE’라는 칼럼을 즐겨 봤다. 펑퍼짐한 바지와 나이키 스니커즈, 사냥 모자를 고수하는 남자가 자신이 추천하는 패션 브랜드나 아이템을 소개하는 코너로 특정 음악이나 인물을 다루기도 했다. 그렇게 후지와라 히로시 Fujiwara Hiroshi・藤原ヒロシ를 알게 됐다. 그가

‘하라주쿠의 대부godfather of Harajuku’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걸 알게 된 것은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였다. 아직 ‘협업collaboration’이라는 단어가 <Hiroshi Fujiwara: Fragment> ©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Fujiwara Hiroshi, Rizzoli Publications Inc.

an extraordinary MAN 홍석우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 편집장 패션 저널리스트

twitter@yourboyhood www.yourboyhood.com

국내에 퍼지기 전이었지만, 그 잡지 안에선 매달 수십 개씩 쏟아졌다. 드물고 신선한 협업은 곧 한정판limited edition과 맞닿았다. 스포츠 브랜드의 스니커즈 문화가 하늘을 찌르던 2000년대 중반, 한정판 문화의 황금시대였다. 당시 몇 가지 훌륭한 협업에서 다시 그의 이름이 보였다. 동년배 친구들이 열광해마지않던 ‘에이치티엠HTM’ 이었다. 에어조던 1Air Jordan 1을 디자인한 나이키Nike Inc.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Tinker Hatfield와 현재 나이키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마크 파커Mark Parker 그리고 후지와라 히로시의 프로젝트였다. 대량생산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하는 스포츠 브랜드가 ‘스니커즈 문화’ 안에서 지속하여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를 실험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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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은 무척 성공적으로 해냈다.

hujiwarahiroshi에 올린 사진에는 수많은 댓글과

단지 이름값이 만든 결과물은 아니었다.

‘좋아요’가 달린다. 그는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유행 선도자이지만, 정확히 무엇을

2005년에는 그가 설립 구성원으로 있는

준비하고 실행하는지 설명하진 않는다.

웹 매거진 허니컴honeyee.com Inc.・ハニカム에

하나의 직업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그보다

이르렀다. 지금은 수많은 창작자를 모은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은 물론 많다.

소위 팀 블로그team blog가 흔해졌지만, 당시

하지만 그는 창작의 줄기에 항상 새로운

허니컴 블로그 속 각양각색의 창작자들은

도전을 내포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뿌리에

문화충격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있는 중요한 요소인 음악, 그중에서도 ‘펑크

후지와라 히로시와 연결되어 있었다. 처음

punk’의 끈을 놓지 않는다.

브랜드를 낼 때 도움받거나, 특정 제품을 함께 만들거나, 함께 음악을 만들고 음반을

얼마 전 미국 뉴욕의 리졸리 출판사

내는 등 그 영역은 무한대로 보였다. 그는

Rizzoli Publications Inc.에서 펴낸 책 <히로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영향력을 이용

후지와라: 프래그먼트Hiroshi Fujiwara:

하여 팔리는 상품을 잘 포장하는 사람이

Fragment>의 서문을 쓴 그의 오랜 친구이자

하지만 그는 창작의 줄기에 항상 새로운 도전을 내포한다. 아니었다. 애정을 지닌 문화를 오래도록

광고 에이전시 위든+케네디Wieden+Kennedy

지지하고, 그 안에서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의 대표Global Executive Director 존 C. 제이John

새로운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인간이었다.

C. Jay는 잡지 <인터뷰Interview>와 후지와라

일본어로 된 자서전은 물론 그가 관여한

히로시가 나눈 2010년의 대화를 인용했다.

스니커즈 작업을 정리한 <스니커 도쿄

“나는 다수와 소수의 중간 즈음에 있고 싶다.

Sneaker Tokyo Vol.2 ‘Hiroshi Fujiwara’>까지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는 결코 알길 바라진

사모으며 작업의 궤적을 알아내고자 했다.

않는다.I kind of want to be in the middle of the majority

이미 그는 내 역할모델role model이었다.

and the minority. I really don’t want people to know what

2014년인 지금도 후지와라 히로시는

그를 보며 지금의 문화와 새로운 움직임을

활발히 활동한다. 그가 총감독하는 도쿄의

만드는 이들을 떠올린다. 격변하는 환경

편집매장 더 풀 아오야마The POOL Aoyama

속에서 여전히 그가 영향력을 지닌다면,

에서 다양한 창작자들과 만든 제품이

바로 이러한 경계를 누구보다 탁월하게

무섭게 팔리고, 인스타그램instagram@

넘나들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I am.” 과거를 지닌 채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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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디자인 관련 학과전공을 수료하고 이제 곧 졸업을 앞둔 학생이라면 앞으로 자신이 일하고 싶은 괜찮은 직장을 물색한다. 알아보는 회사의 카테고리는 크게 두 갈래로 좁혀진다. 대기업 내부 디자인 팀 아니면 비록 소규모일지라도 포트폴리오가 화려하고 근사한 디자인 스튜디오. 즉 돈이라도 많이 받는 대기업이 아니라면,

Inch FORWARD SLOWLY

멋진 작업이 가능한 곳에 들어가서 자신의 경력을 쌓고자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원했던 스튜디오에 입사하더라도 누구누구가 이직과 퇴사했다는 소식들이 친구들의 입에서 돌고 돌아 들려온다.

유재필 그래픽 디자이너 산문집 <소심한 사람> 저자

www.yoojaepil.com beautifulsight.egloos.com

보통 시각디자인학과 관련 학생일수록 ‘시각’이라는 우물 안에서 시야를 넓히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자신의 즐겨찾기 목록에 추가한 ‘오디너리 피플Ordinary People’, ‘일상의 실천Everyday Practice’ 등 이름

알려진 스튜디오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감탄하고, 그들의 트로피를 보며 목이 마른다. 자신 역시 언젠가 자신의 이력을 화려하게 수놓을 ‘타입디렉터즈클럽상Type Directors Club・TDC Awards’이라는 꿈을 향해 밤을 지새우며

개인 작업에 몰두하기도 하며, 포트폴리오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이런 꿈이 부질없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시대를 짊어지고 갈 젊은 디자이너일수록 좀 더 양질의 고민으로 대안이 될만한 다양한 활동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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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에서 눈에 띄는 작업과 가치 있는 활동,

의미 있는 생산을 보며 반가울 따름이다. <록’셔리ROCK’XURY>와 <디어DEAR>는 기존 잡지의 전형을 허물면서도 탄탄한 주제 의식으로 편집 디자인은 물론 콘텐츠까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일러스트와 그래픽처럼 서로의 장르와 분야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창작자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에서 열린 전시에서 <ROCK’XURY> magazines © image courtesy of Yoo Jaepil

본 ‘구포 형제GooForBrothers’의 이홍민 작가는 매우 주목할만한 작업을 보여주었다.

있다.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없이 내리는 최선의 결정이 근사한 스튜디오 입사만으로

얼마 전 워크룸 프레스Workroom Press와

시대마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새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소수 권위자만의 활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한정되는 듯한 모습에 무언가 아쉬움이

스펙터 프레스Specter Press가 함께 펴낸

남기 때문이다. 일선 최전방에서 활동하는

<레트로 마니아사이먼 레이놀즈 지음/ 최성민 옮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현재의

라는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지금은 문화

디자인에 대안이 될만한 실험적인 작업을

전반적으로 새로운 것 없이 ‘과거의 재탕’

보여주는 스튜디오가 몇 있긴 하지만 그런

으로 조롱받는 유례없는 시대이다. 그

스튜디오는 극히 소수이고, 새로운 대안의

말처럼 선명한 대안의 제시 없이 더디게

제시가 그들만의 몫이 될 수는 없다. 그렇게

제자리걸음 하는 것처럼 보여도, 분명히

되어서도 곤란하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작업으로 천천히 전진해가는 훌륭한 동시대 작가들은 있다.

음악이든, 패션이든 어느 분야든지

그래서 디자인을 비롯한 어느 분야이든지

시대마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새

- 가시적이고 긍정적인 흐름이 눈에 보이지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소수 권위자만의

않더라도 - 느긋하게 기다려 볼 일이다. 왜,

활동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최근 몇

맛집일수록 오래 줄을 서야 하지 않던가.

년에 걸쳐서 스튜디오가 아닌 그 밖의 씬

아, 평양냉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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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최근 몇 년 사이 대안의 가치는 예술계에서 꽤 중요한 화두였다. 새로운 시대를 누릴 준비가 된 지금 세대가 원하는 예술적 흐름이 ‘다음 세대의 것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Next Generation,

ALTERNATIVE MOVEMENT 장진택 독립 큐레이터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석사과정

www.sub-stuff.com

는 다수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대안’ 의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안을 대신하는 안국립국어원 제공 국어사전 발췌’이지만, 그 실천 양상은 본래와는 조금 다르다. 기존 미술계의 관습적 대안은 실질적인 대안 역할을 올바르게 수행했다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던 미술 생태계의 면역체계를 더 견고하게 하는 데 방점을 뒀다. 현재 대안으로 부르는 일부 특정한 노력은 ‘도달하고자 하는 어떠한 목표를 진실로 성취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게 했다. 대안이라는 단어가 변증법의 정반합正反合 가운데 정과 합을 위한 반, 즉 안티테제antithese・반정립로서 무조건 비판만 하거나, 비주류 혹은 하위문화로의 성격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새로운 것에 관한 열망으로서, 대안의 실천 의지를 지속하여 환기할 필요가 있다. 미술계, 그 가운데서 도 내가 몸담은 큐레이팅 curating 분야를 생각하면, 대안의 실천이란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순탄치는 않다. 기존 생리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지금까지 지속한 과거에 그저 반대하지 않는 작업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인식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이란 이론을 바탕에 둔 막연한 전시 기획자 수준에 Image work for <The Sound Composition of Exhibition> - Poster Ver. © image courtesy of Jang Jintaeg SPECTRUM

그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저 단어 하나를 덧붙이는 것을 넘어, 26


진정한 다음의 무언가로서 실재實在하는

구분, 즉 실기와 이론에 기초한 작가와

상황을 조성하는 큐레이터의 역할, 즉 최종

이론가, 예술가와 큐레이터 사이의 경계를

결과물인 ‘전시 제작자exhibition maker’를

의도적으로 흐린 작업이었다. 예술가와

대안으로 설정했다. 이후 ‘작가에게도 이

큐레이터 모두 결과적으로 전시 제작자

개념을 동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exhibition maker로서 존재한다. 긍정적 협업

가정을 실현한 프로젝트 경험은 흥미로웠다.

으로 좋은 미술을 실천하고자 한 이 작업은 첼시예술대학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다.

2013년부터 진행한 그래픽 디자이너 윤현학영국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석사

혹자는 정보 축적 기술의 발전이 초래한

과정과 함께 작업한 ‘서브-스터프 프로젝트

디지털 보관 체계digital archiving system 안에서

Text x Design Archive, Project Sub-Stuff ’는

더는 새로운 것이 존재할 수 없는 사회가

시각디자인과 글의 물리적・개념적 결합을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동안

시도한 작업이었다. 그 첫 번째 작업인

새로운 것으로 인식하고 느낄 것을 만드는

‘사운드;컴포지션;아트Sound;Composition;Art ’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이는 철저한

‘ 대안의 가치’가 중요한 진짜 이유는, 그것이 대안을 위한 대안으로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다. 는 좋은 예술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고민

자기 인식과 준비, 실천을 전제해야 한다.

요소를 각자 글과 시각 이미지라는 한정된

지금 이 순간이 충분히 대안의 새로운 틀을

매체로 작업하고, 그 개념을 한 장의 종이에

정립하고 실천할 때임을 알아야 한다. 모든

인쇄하는 작업이었다. 작업하는 큐레이터와

것의 존재 이유와 충분한 과거에의 존중을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서로 관습적 역할을

수반한 상태로 좀 더 단호하게 기성과의

교환하는 것으로 새로운 협업 단계를 찾고,

단절을 선언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을 생산하는 데 목적을

각각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에

뒀다. 이 과정에서 출발해 올해 9월 5일,

걸맞은 올바른 수행이 필요할 것이다.

예술가 서정빈영국 첼시예술대학(Chelsea College

‘대안의 가치’가 중요한 진짜 이유는, 그것이

of Art) 석사 과정과 함께 새로이 시도한 최종

대안을 위한 대안으로 존재하기 때문이

결과물이자 전시인 <즐거움과 균형Pleasure

아니다. 새로운 흐름의 요구와 실천을

& Balance Exhibition>은 미술계에서 미술을

수반하기를, 우리에게 진실로 촉구하기

실천하는 사람에 관한 기존 이분법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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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회사에 다니면서 부업으로 ‘카메라 스토리지camera storage’라는 이름의 필름 카메라 가게를 열었다. 필름 카메라 특성상 직접 만져봐야 한다는 생각에, 온라인 기반이지만 주말에는 쇼룸을 열었다. 그러던 중 회사 영업이 정지되었고, 일단 몸도 마음도 쉬기로 했다. 약 삼 개월 정도 여행을 다녀온 뒤 독립출판 강좌를 듣게 되었고, 직접 나의 첫 책을 만들었다.

a STATELESS SPACE

책을 직접 만들고 보니, 입점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점 하나하나 가는 게 면접 보는 것처럼 어려웠다. 혹여나 설명을 잘못해서 내용보다 안 좋게 보면 어쩔까, 하는 생각들. 2012년에는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서점도 많지 않았다. 한 군데서

강영규 스토리지북앤필름 (Storage Book and Film) 대표

www.storagebookandfilm.com facebook.com/storagebookandfilm

입점을 거절당하면 그 여파가 무척 크게 돌아왔다. 입점하지 않고 직접 판매할 만큼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많다고 해도 책을 다 사줄 것 같지 않았다. 아는 사람들이 봐주는 것도 좋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는 김에 필름 카메라도 함께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서점을 열기로 마음먹게 됐다. 필름 카메라는 물론이고 종이로 만든 책도 점점 더 사람 손에서 멀어져 간다. 이런 둘을 같이 엮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카메라 스토리지’에 ‘라이프 스토리지life storage’를 더해 ‘저스트 스토리지just storage’

가 되었다. 가게의 규칙은 단 하나였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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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age Book and Film © image courtesy of Kang Younggyu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하니까. ‘전혀 검열 없이 (입점하게) 하자.’

그때쯤부터 정년퇴직하시는 분들을 보는

독립출판을 하는 사람들이 눈치를 보지

시각도 달라졌다. 회사는 치열하고, 퇴직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후를 준비할 시간은 없고…. 더 생각하니 암담했다. 그런 생각의 흐름으로 보면

2013년에 경제적인 문제로 재취업을

당연한 결정이기도 했다.

했다. 올해 1월 충무로 쇼룸에서 해방촌 매장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3월에

10여 년 전 도쿄에 갔을 때, 이미 그곳에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직장생활이 마음에

이러한 공간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들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다만 무엇을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공간이 없을까,

좋아하는지 몰랐었다. 고등학교 때도,

왜 다들 대규모일까?’하는 생각 정도로

대학교 때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지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금 내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독립출판을 하면서

이런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가족과 친한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이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시기에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모르겠지만, 어쨌든 만족스럽다. 밥벌이로

이런 생각이 한번 들기 시작하니 회사에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굶어 죽지만 않으면

있는 시간이 너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되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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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STREET

어릴 적에는 흘러다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성인이 되어 다른 지역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도 그 이야기들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세부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큰

MOST other COUNTRIES 성창원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 에디터 단편집 <1,095>저자

oodllboo.com

맥락은 비슷하다. 나이를 먹고 진학하면서 공유하는 이야기들은 점점 적어졌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외눈박이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이건 이야기라기보다는 하나의 문장에 가깝지만, 인터넷도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의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고 전해졌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외눈박이는 병신이지만, 외눈박이의 나라에서는 두눈박이가 병신이다.’ 여자들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 남자들은 실제로 ‘병신’이라는 단어를 썼다. 주로 친구와 문답형식으로 대화했다. ‘외눈박이가 병신이게 아니게?’

© image courtesy of Sung Changwon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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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이지’

아니었을 것이다. 서퍼surfer인 션 스투시

‘근데 우리가 외눈박이 나라에 가면 우리가

Shawn Stussy의 스투시Stussy도, 그래피티로

병신이다?’라는 식으로.

시작한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오베이

여러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초등학교

Obey도 모두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었다. 세계

저학년 시절에 나눌 이야기치고는

곳곳에 유통회사distributor가 있고, 다양한 온・

제법 철학적이었다. 실제로 그 시절 꽤

오프라인 편집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충격적으로 받아들였기에 지금도 기억하는 슈프림은 소위 스트리트 패션 업계의

것이 아닐까.

선발주자로서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스트리트웨어

그들이 완벽히 통제하는 방법으로만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슈프림

브랜드를 관리했다. 시작할 때에는

Supreme이 2014년에 20주년을 맞았다.

몰랐겠지만, 꾸려가다 보니 주변이 모두

예상 가능했던 반스Vans나 꼼데가르송

외눈박이였다. 그리고 외로운 두눈박이로 20

COMME des GARÇONS 과의 협업도 있었고,

년을 지내니 외눈박이의 나라에서 정상이

시작할 때에는 몰랐겠지만, 꾸려가다 보니 주변이 모두 외눈박이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브룩스 브라더스Brooks

되었다. 몇몇 신생 브랜드는 이제 슈프림의

Brothers와의 협업도 있었으며, 그 외에도

방식을 본받으려 한다. 그것이 쉽지 않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협업을 2014년 두

일임을 알면서도.

시즌 동안 진행하고 있다. 마치 슈프림과 소비자, 아니 스트리트 시장 전체의 축제

사실 나는 슈프림이 가진 위트를 그다지

같은 느낌이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새로운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출시일을 기다리며 공식 웹사이트를

취향의 문제다. 또한, 지금은 외눈박이와

들락거린다. 빠른 클릭을 위한 프로그램인

두눈박이가 서로를 병신 취급하는 세상도

슈프림 봇Supreme bot도 있을 정도다.

아니다. 네눈박이는 네눈박이대로,

슈프림의 공식 판매처는 뉴욕, 런던, 도쿄 세

두눈박이는 두눈박이대로 각자의 삶과

지역의 오프라인 매장과 공식 웹사이트가

취향을 서로 존중한다. 차이에 관한 이해라는

전부다. 판매하는 수량도 늘 그대로이다.

관점에서 슈프림이 걸어온 방식은 더욱

사람들은 그래서 지금의 슈프림이 있을

견고해 보인다. 그들의 관점에서 옳았 다는

수 있다고 말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만은

것을 실례實例로서 증명한 셈이다.

31

FALL


MUSIC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의 소설 <타이탄의 미녀The Sirens of Titan>의 주인공 말라카이Malachi Constant처럼, 음악의 운명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변화하는 환경과 누가 소비하는지에 따라 변해 왔다. 7인치

A Turbulent MUSIC WORLD 하박국 영기획(YOUNG,GIFTED&WACK) 대표

younggiftedwack.com soundcloud.com/younggiftedwack

레코드의 발명으로 3분에서 5분 분량의 음악을 담을 수 있게 됐다. 라디오와 TV 는 그 음악을 광범위하게 전파하며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만나게 했다. 대중음악 popular music의 탄생이다. 이후 음악가는

음반과 공연 수익으로 음악 산업을 유지했다. 어느 순간 인터넷이라는 연결고리가 생겼다. 그와 함께 음악 용량을 비약적으로 줄이는 기술도 개발됐다. 이미 각 집에는 개인용 컴퓨터가 놓여있었다. 턴테이블과 CD 플레이어는 MP3 플레이어로, 음반은 음원으로, 음반가게는 아이튠즈 스토어 iTunes Store로 대체됐다. 유튜브Youtube는

새로운 시대의 엠티비MTV였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방향으로 음악이 퍼져나갔다. 누구나 원한다면 브라질에서 유행하는 발리 훵크 Balie Funk 도 앙골라에서 유행하는 쿠두로 © image courtesy of SoundCloud & YOUNG,GIFTED&WACK

Kuduro도 찾아 듣게 됐다.

그리고 무선 통신의 시대가 열렸다. 개인용 컴퓨터의 자리는 스마트폰이 차지했다. 저 위의 누군가는 인터넷에 공간을 만들고 이를 클라우드cloud라 불렀다. LTELong Term Evolution가 ‘빠름 빠름’을 노래하고 소유의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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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은 전송으로 대체됐다. 판도라 라디오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들을 음악은

Pandora Internet Radio, 스포티파이Spotify, 구글

늘고, 취향은 분화하며, 유행 주기는

뮤직Google Music 등이 생겨나고 애플Apple

트위터Twitter 타임라인처럼 빠르게

Inc.은 비츠 일렉트로닉스Beats Electronics를

변한다. 음악가의 바이오그래피biography

인수했다. 음악은 디지털화한 것 중 가장

는 피라미드를 오르는 것에서 접속점

먼저 정액제를 택했다. 새로 발매한 음원은

node을 찍고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즉각 수집되고, 보관함에서 언제 어디서나

것으로 변화한다. 이제 너바나Nirvana 같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 정액제는

록스타가 탄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신

음악을 많이 들을수록 음악가에게 돌아가는

음악가는 어느 때보다 사람들과 가까운

돈이 적어지는 이상한 제도였지만, 일부를

존재가 됐다.

제외하곤 누구도 반발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의 음악을 직접 사운드클라우드

2009년,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SoundCloud나 유튜브에 올리고 이를 들어

의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는 자신의

달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치고

포럼에서 자신의 음악을 가능한 한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뿌리고 새로운 매체media를 적극적으로

이제 너바나 같은 록스타가 탄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음악의 가치는 이전 같지 않다. 음반이라는

이용하라는 급진적인 주장을 했다. 이

안정적인 수입원이 사라졌기 때문만은

주장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아니다. 음악을 듣는 기기에선 온종일

“네가 하는 일에 믿음을 갖고 최선을

‘카톡’이 울려 대고 날마다 앱스토어에 무료

다하며, 작업하고 연습하고 작업하고

앱App이 올라온다. 공연장의 사람들은

연습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이를 갈고

인스타그램Instagram에 해시태그#를 적기

닦아 기회를 포착하고, 공연하고 연습하며

바쁘다. 음악은 이 모든 것과 싸워 자신의

자신을 믿고 긴 안목으로 준비하라.”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얄궂게도 지금은

앞으로도 계속 환경은 바뀌고 음악의

음악 하기 가장 좋은 시대기도 하다.

가치 역시 변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악의 역사가 시작된 후로, 단 한 번도

음악가가 꾀해야 할 대안이란 이처럼

기존 체계system를 거치지 않고 전 세계

변하는 상황을 영리하게 이용하며

사람에게 음악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을 계속 지켜나가는 게 아닐까.

시대는 없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 소설의 결말에서 말라카이의 운명이

음악가와 팬이 실시간 소통할 수 있게 된

어떻게 되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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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TECH

스마트폰의 다음 주자로 불리는 착용형 기기wearable devices・웨어러블 디바이스 중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단연 스마트시계smart watch다. 스마트폰을 재창조한 애플Apple Inc.이 미국 현지 시각으로 지난 9월 9일

THE BALANCE of Technology 띵크, 토크, 라이트(Think, Talk, Write.)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공개한 애플워치Apple Watch는 그야말로 ‘빅 이벤트’였다. 하지만 실제 공개한 내용에는 여론이 분분했다. 스위스와 일본을 필두로 한 전통적인 시계 산업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혁신의 다음 주자가 되지 못한 채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인지 말이다.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의 발달은 곧 기술과 기기機器의 진화였다. 커다란

twitter@thinktalkwrite

공간을 차지한 초기 컴퓨터는 수십 년의 짧은 시간 동안 개인용 컴퓨터PC・Personal Computer와 랩탑 컴퓨터laptop computer 를

거쳐 스마트폰에 이르렀다. 현재 이 분야의 미래 먹거리는 착용형 기기다. 업계의 절대 강자 구글Google의 야심작 구글 글래스 Google Glass는 물론, 수많은 스타트업

회사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모토로라 Motorola와 소니Sony 같은 전통의 대기업까지

부지기수가 이 산업에 사활을 건다. 책상 앞 컴퓨터가 모바일 기술과 맞물려 손안에 들어온 후, 우리는 채 10년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정보기술 분야 최대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트위터Twitter와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는 인터넷의 역할 자체를 재정립했다.

가격 대비 획기적인 성능과 작은 크기로의 진화는 더 많고 다양한 정보를 한 손에 쥐게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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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지 않은 수십억 명의

그림자를 곳곳에 드리운다.

인구를 고려하면, 이러한 추세는 내리막길의

‘검열 없는 어딘가’로 망명하는 것이 이러한

눈덩이처럼 증가할 것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어쩌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편리한 기술을

그렇다면 정보기술의 발전이 지금 시대의

종속적으로 수용하는 인간형이 되는 것은

행복과 꼭 동등할까? 둘의 관계는 기술

아닌지 생각할 여지가 있다. 수천만 화소의

낙관론자와 기업가들의 청사진만큼

디지털카메라가 구식 필름 카메라의 ‘분위기’

장밋빛인가? 모든 기술의 진보는 인류

를 재현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그것을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해왔다. 인류의

받아들이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위대한 발명은 모두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발전과 동시에 그 어떤 기술도 이루지 못할

전진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기술의

삶의 요소 또한 분명하게 존재한다. 기술의

편리함만큼 스트레스와 불편을 토로한다.

발전을 진보라고 한다면, 진보의 대안이란

최근 정보기술 분야 최고의 화두인 ‘다음

결국 둘 사이의 균형과 조화인 셈이다.

Daum’과 ‘카카오Kakao’ 합병과 맞물려 터진

더 작고 편리해지는 기술을 잠시 한쪽에

정보기술의 발전이 지금 시대의 행복과 꼭 동등할까? 소식을 보자. 10월 1일, 국내 언론은 일제히

밀고, 동시대 정보기술과 동떨어진 지점에서

‘검찰과 경찰이 노동당 부대표 카카오톡을

미래를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짧은 문장과

검열했다’는 기사를 주요 뉴스로 내보냈다.

무수한 이미지 대신 사색思索과 음미吟味의

서울시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콜택시

시간을 갖고, 넘쳐나는 온라인 뉴스 대신

서비스 앱app・application ‘우버Uber’의 합법성

공 들여 쓴 책 한 권을 읽고, 수많은 노트 앱

논란도 진행형이다. 이처럼 삶과 기술의

note app 대신 만년필과 작은 공책에 일정

충돌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시간을 할애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기기의

편리함의 대가로 치부하기에는 꽤 커다란

발전과 편리함을 일부러 피할 이유는 없고 그

© image courtesy of Think, Talk, Write.

혜택도 자명하다. 하지만 모바일과 온라인이 알게 한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이 결국 자신의 삶에 얼마나 파고들었는가 돌이키면,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보기술이 낳은 최고의 경영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정작 자식들에게는 아이패드iPad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다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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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TRAVEL

2013년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연간 출국 관광객은 1천4백만 명을 넘어섰다. 휴가철이 아니어도 다채로운 여행기들이 올라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해외여행의 문턱은 퍽 낮아진 듯하다. 어떤 여행이든 본인이 만족한다면 최고의 여행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여행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SOMETHING

to Completely EMPTY YOUR TRIP

가장 대표적인 예는 사진을 과도하게 많이 찍는 것이다. 작아진 휴대폰 액정에 광활한 자연을 구겨 담고,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파트너의 여행까지도 서슴없이 방해한다. 지난날의 여행 사진을 보며 ‘어디였더라?’하는 의문이 든다면, 여행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진을 남기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방진원 일러스트레이터, <홋카이도 전차여행> 저자

한편, <홋카이도 전차여행>이 출간된 후

facebook.com/elisabethbang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고 때로는 (당연하겠지만) 불만 섞인 목소리도 들었다. 불만인즉슨,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책의 장르가 한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미안하지만, 서점 여행 서적 판매대에서 안내책자만 찾았다면 그것이 더 애석한 일이다. 아무리 유명한 회사의 책을 보고 똑같은 코스로 여행해도 개개인이 느끼는 감상은 천차만별이다. ‘추천 코스’를 몇 개 놓친다 해서 아쉬운 여행이 되는 것도 결코 아니다. 여행에는 답이 없고, 예측할 수도 없음에 그 매력이 있다. 나의 지나간 여행들을 돌아볼 때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를 보거나 칸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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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cún에서 카리브 해를 바라보는 것도

물론 멋진 일이었지만, 여행지 자체가 최고의 여행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었다. 대학생 시절 유럽 배낭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기억은, 밤의 에펠탑을 보러 나갔다가 껄렁껄렁한 자세로 어깨에 스테레오를 짊어진 흑인 친구들을 만난 일이었다. 레게 음악을 흥얼거리며 ‘시~가렛’을 외쳐 담배 좀 얻어보려던 그들을 보고 함께 출발한 한국 남자들이 모조리 도망을 가버려서, 실망한 여자들끼리 투덜거리며 숙소로 돌아왔던 소소한 일화다. 처음으로 혼자 떠난 일본 여행에서는 뒤의 ‘0’ 하나를 미처 못 보고 비싼 값에 물건을 사고선 환불을 못해 혼자

© image courtesy of Bang Jinwon

적극적인 몸짓과 시원한 미소만으로도 여행자끼리는 통하기 마련이다. 끙끙 앓던 기억이, 스무 살의 풋풋한 나를

마련이다.

떠오르게 한다. 완벽한 여행을 하겠다는 욕심과 길을 잃지 마지막으로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

않으려는 긴장감, 낯선 외국인을 겁내는

사람 사귀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마음을 조금만 버려도, 그 순간과 공간과

이야기하고 싶다. 뉴욕에서 갑자기 일본식

인연이 만드는 단 한 번뿐인 특별한 여행이

선술집에 들어가서는, 인도에서 온 친구들과

된다. 그걸 알아버린 지금은 빠듯하고 완벽한

합석하여 ‘보림’이라는 친구의 이름을 가지고

일정은 애초에 꿈꾸지 않는다. 영어 좀

“She’s boring, she’s always boring.”

못해도,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도, 그럴싸한

하며 맛없는 오코노미야키를 안주 삼아

카메라가 없어도 된다. 여권에 도장을 모으기

썰렁한 콩글리시 농담도 했지만, 이름도

위해 여행을 떠나려는 게 아닌 이상, 그저

기억나지 않는 여행지 친구들에겐 그마저

열린 마음과 편한 운동화를 챙긴다. 나처럼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다. 적극적인 몸짓과

방향치인 사람에게 차마 스마트폰마저 두고

시원한 미소만으로도 여행자끼리는 통하기

가라곤 못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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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PORT SHINSUKE TAKIZAWA & TETSU NISHIYAMA LEE KYUBUM A.K.A. KB LEE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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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T ‘포트레이트PORTRAIT ’는 매 호 <스펙트럼>이 만난 동시대 창작자들과의 인터뷰입니다. 그들의 생각과 작업, 삶과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소위 거리 문화street culture 로 출발하여 이제는 그 범주를 까마득히 넘어선 이들과 만났습니다. 네이버후드 NEIGHBORHOOD 와 더블탭스WTAPS 라는 브랜드의 디렉터로, 자신들의 본거지였던

1990년대 하라주쿠原宿를 넘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퍼트린 신스케 타키자와Shinsuke Takizawa· 滝沢伸介와 테츠 니시야마Tetsu Nishiyama・西山徹, 그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osAngeles에

기반을 둔 언디피티드UNDEFEATED의 헤드 디자이너Head of Design for UNDEFEATED, Inc. 출신으로 다방면의 작업을 펼치는 이규범Lee Kyubum a.k.a. KB Le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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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滝沢伸介

SHINSUKE TAKIZAWA & TETSU NISHIYAMA 西山徹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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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 FOR NEIGHBORHOOD, AND DESIGNER FOR WTAPS. FROM 1990’S HARAJUKU BOYS TO MENSWEAR MASTERS. interview &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LESS KIM TAE-KYUN(PORTRAIT), HONG SUKWOO(STORE) translate by PARK WONJUN edited LEE JIHYUN, HONG SUKWOO © all works courtesy of NEIGHBORHOOD, WT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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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Shinsuke Takizawa and Tetsu Nishiyama, 2014 Š Less Kim Tae-kyun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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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도쿄東京 하라주쿠原宿는 문화의 격변기였다. 세계 각지에서 흡수한 패션과 디자인, 음악과 예술은 하라주쿠라는 거리에 동화되어 새로운 에너지로 탈바꿈했다. 그 안에서 꿈틀대는 원동력은 다양성多樣 性이었다. 온갖 종류의 패션과 거리 문화가 곳곳에 둥지를 튼 작은 매장들에

번졌고, 하라주쿠의 정체성이 됐다. 그 문화는 다시 세계로 전파되었다. 도쿄가 뉴욕과 파리에 버금가는 패션 중심지로 자리 잡은 것은 단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라는 매력만으로 이룬 것은 아니었다. 선배의 선배 시절부터 이어진 새로움을 향한 젊은이들의 무수한 시도가 밑에 깔렸다. 규모는 작지만, 자신만의 작업을 잇는 사람들이 구축한 성과였다. 특히 ‘우라하라Ura-Hara・裏原; 하라주쿠 뒷골목을 뜻하는 축약어로 수많은 도쿄 패션 브랜드가 탄생한 곳. 편집자 주’ 지역은 일본을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많이

나왔다. 신스케 타키자와Shinsuke Takizawa・滝沢伸介와 테츠 니시야마Tetsu Nishiyama・西山徹도 그중 하나였다.

펑크punk와 바이크bike 문화부터 스케이트보드까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하라주쿠 하위문화subculture에 매료된 두 남자는 각각 1994년과 1996 년에 자신의 패션 브랜드, 네이버후드NEIGHBORHOOD와 ‘더블탭스WTAPS’ 를 설립한다. 비좁은 작업실에서 처음 시작한 둘은 이제 일본 패션을 논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올해는 여러모로 둘에게 특별하다. 네이버후드와 더블탭스가 함께 만든 매장 ‘후즈HOODS’가 ‘후즈 서울HOODS SEOUL’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진출했고, 네이버후드 설립 20주년을

맞은 신스케 타키자와는 사진가 오사무 나가하마Osamu Nagahama・長濱治와 하라주쿠의 지난 20년을 담은 사진집 <더 도쿄 헌드레즈: 하라주쿠의 초상THE TOKYO HUNDREDS: 原宿の肖像>을 냈다. 그와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반자인 테츠 니시야마도 자신의 인생을 담은 첫 책, <마이 라이프 이즈 디스 라이프MY LIFE IS THIS LIFE>를 냈다. 그들이 처음 시작한 시절부터 지금 걷는 길이 궁금해진 것은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었다. — SPECTRUM: 서울에 ‘후즈HOODS SEOUL, 이하 HOODS SEOUL’와 카페 ‘오프 서울OFF SEOUL, 이하 OFF SEOUL’을 열면서 네이버후드NEIGHBORHOOD, 이하 45

FALL


NEIGHBORHOOD와

더블탭스WTAPS,

이하 WTAPS가

공식 진출하게 됐다.

어떻게 열게 됐나? Shinsuke TakizawaShinsuke: 예전부터 에크루ECRU

EDITED에서

네이버후드와 더블탭스를 소개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서울이라는 도시에 더 많이,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맞은 셈이다. 이전에도 서울에 온 적이 있나? Tetsu NishiyamaTET: 두 번째 방문이다. 매장 위치 확인차 왔었다. 한국은 일본과 멀지 않고, 큰 차이를 느끼지 않아서 잘 지낼 수 있다. Shinsuke: 20년 전에 오고 처음인데, 많이 달라졌다. 훨씬 완성된 도시의 느낌이다. 사람들의 패션과 거리도 무척 멋지다. ‘HOODS’는 이미 일본 센다이Sendai, 카나자와Kanazawa, 나고야Nagoya, 오사카Osaka 그리고 마쓰야마Matsuyama와 후쿠오카Fukuoka에 매장이 있다. 홍콩Hong Kong과 중국 베이징Beijing에도 있다. 국외國外 매장으로는 세 번째인 셈이다. 도쿄와 홍콩, 베이징과 서울은 모두 동아시아에 있지만, 문화권을 비롯한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HOODS SEOUL’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TET: 일본에는 케이팝K-Pop이나 드라마 등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점점 늘고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일본과 문화 교류가 깊고, 좋은 영향을 끼친다. Shinsuke: 이번 매장은 지금까지 시도해 보지 않은 콘셉트로 새로운 형태의 도전이다. 매장과 함께 처음 카페를 만들었는데 느낌이 좋다. 손님들이 쇼핑하러 와서 천천히 쉴 수 있고, 옷도 구경하는 흐름이 유지되었으면 한다. NEIGHBORHOOD와 WTAPS는 비슷한 시기각 1994년, 1996년 도쿄東京 하라주쿠原宿에서 시작했다. 하라주쿠는 1990년대 이전부터 젊은이들의 문화와 패션의 성지로 주목받지 않았나. 직접 겪은 90년대 하라주쿠는 어떤 모습이었나? TET: 1994년에 이미 베이프A BATHING APE® 와 언더커버UNDERCOVER® 가 있었다. 그들베이프 설립자이자 전(前) 디자이너 니고(NIGO®)와 언더커버 디자이너 준 다카하시(Jun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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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DS SEOUL & OFF SEOUL, 2014 © Hong Sukwoo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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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리에 가면 지나가는 사람과 말을 나눠도 다 알 정도였다. 모두 사이 좋게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Shinsuke: 1980년대부터 하라주쿠에서 놀았다. 당시엔 구찌Gucci나 루이비통Louis Vuitton 같은 고급 브랜드 매장이 아예 없었고, 거리도 무척 한가로웠다. 개성 강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패션과 창의성을 표현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하라주쿠도 멋있지만, 옛날 하라주쿠는 조금 더 에너지를 지닌 거리였다. NEIGHBORHOOD를 만들기 전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나?

HOODS SEOUL & OFF SEOUL, 2014 © Hong Sukwoo

Takahashi・高橋盾). - 편집자 주 과는 원래 친구여서 그때부터 많이 교류했다. 당시 그

Shinsuke: 관심의 시작은 ‘펑크punk ’였다. 고등학교 시절, 펑크 밴드 음악을 듣다가 펑크 패션을 입기 시작했다. 그 후 패션에 많은 관심이 생겨서

도쿄의 패션학교에 진학했다. 레코드 회사에서 일하다가 94년에 옷을 만들기 위해 NEIGHBORHOOD를 시작했다. 당신TET은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나? TET: 학창시절에는 주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친구들과 놀았다. 중학생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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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부터 신스케와 친구였고 선배인 후지와라 히로시Fujiwara Hiroshi・藤原ヒロシ, 니고와도 어울렸다. 이중생활이었다. 같이 어울리던 선배들의 영향으로 ®

1993년, 포티 퍼센트 어게인스트 라이츠FORTY PERCENTS AGAINST RIGHTS

,

이하 FPAR® 라는 티셔츠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다.

하라주쿠를 비롯한 일본의 거리 문화street culture는 뉴욕, 파리, 런던 등 다른 패션 도시들과 비교해도 무척 독특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왔다. 하라주쿠에서 소위 ‘거리 문화’가 태동한 것은 1980년대 중후반이었고 실제 그 문화가 성황을 이루기 시작한 것은 당신들이 막 브랜드를 시작하던 1990년대 초중반이었다. 현존하는 수많은 패션 브랜드는 그 브랜드를 구성하는 데 있어 무척 정교해졌다. 어쩌면, 인터넷 발달과 함께 온 세계화로 세련되어 보이는 기술을 쉽게 익혔다고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추측하건대, 당시 하라주쿠라는 좀 더 거칠고, 더 활기찬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NEIGHBORHOOD와 WTAPS를 처음 만들 때의 이야기를 더 들려줄 수 있나? Shinsuke: 1994년에 네이버후드를 처음 시작할 때는 사무실도 없었다. 테츠는 1992년부터 완전하진 않지만 예술적인 티셔츠를 만들고 있었다. 하라주쿠의 첫 매장은 무척 좁았고 월세도 정말 쌌다.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나중엔 사무실을 얻었다. 처음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 매킨토시 Macintosh・Mac canvas가

그래픽으로 만든 티셔츠, 그러니까 표현의 매개체를 캔버스

아닌 티셔츠로 사용한 것을 무척 참신하고 좋게 받아들여 줬다.

시대의 흐름이지만, 요즘엔 너무 일반화돼서 별로 새롭지 않게 되었다. TET: 당시 인터넷은 대중적이지 않았다. 특권을 지닌 사람들만 사용했다고나 할까. 그 무렵 스투시Stussy 매장에서 일하며 매킨토시를 다뤄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는 접할 수 없던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았다. 물론 타키자와가 더 빨랐고, 그런 방식의 작업을 배워 가능성을 펼쳐갔다. 그래픽 디자인에서도 이전까지 없던 방식으로 여러 표현이 가능했다.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많아지면서 티셔츠나 파카parka를 만들고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더 많은 옷을 만들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기에 그 시절 사람들은 무언가를 시작하고자 하는 활력이 넘쳤다. 질문 그대로, 거칠고rough 에너지가 있는 거리였다. 정말 좋은 질문이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당신Shinsuke의 허니컴honeyee.com 49

Inc.・ハニカム

블로그http://blog. FALL


이유가 있나? Shinsuke: NEIGHBORHOOD 20주년 기념으로 만든 제품이다. 처음의 그래픽 작업은 채도도 정확하지 않고 전체적인 균형도 뛰어나지 않은, 그저 그런 수준의 완성도를 담은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점을 모두 포함한 것이 90년대만의 개성과 특성이었다. 그걸 지금 다시 만들어서 발매하면 나름대로 느낌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굳이 ‘과거’ 이야기를 먼저 물은 것은, 개인적으로 ‘기록記錄의 역사’, 즉 아카이브archive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NEIGHBORHOOD 설립 20주년과 함께 총괄한 사진집 <더 도쿄 헌드레즈: 하라주쿠의 초상 THE TOKYO HUNDREDS: 原宿の肖像>은

브랜드가 나올 수 있던 환경, 즉 ‘거리

문화를 만든 사람들’을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사진가 오사무

NEIGHBORHOOD

20년 전 만든 그래픽들로 티셔츠 컬렉션을

발매한다는 이야기를 봤다. 지금 굳이 20년 전, 90년대 그래픽을 꺼낸

<THE TOKYO HUNDREDS: 原宿の肖像> by Shinsuke Takizawa & Osamu Nagahama

honeyee.com/stakizawa/에서,

나가하마Osamu Nagahama・長濱治는 1966년부터 프리랜서 사진가로 작업을 시작한 관록의 선배다. 이번 사진집의 특징과 제작 과정의 일화도 궁금하다. Shinsuke: 90년대의 어느 날 패션잡지 촬영에서 나가하마 씨를 만났다. 그의 대표적인 작업은 미국 블루스blues 가수들과 도쿄의 선배들을 찍은 초상사진photographic portrait인데, 사람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이 정말 좋았다. 십 년 전쯤, 이 작업으로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십 년에 걸쳐 약 백 명의 하라주쿠 사람들을 찍었다. 50년대와 60년대의 움직임movement도 있었겠지만, 90년대 이후로는 지금의 것이 바로 과거가 되는 정보의 흐름이 매우 빠른 시대라고 느꼈다. 90년대 사람들과 당시의 움직임, 즉 ‘이런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요즘은 더 빨라져서 인터넷과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

콘텐츠는 금방 과거가 된다. 오히려 종이책에 물건과 기록을 오래 담을 수 있다. 10년이나 20년 뒤, 50년 뒤에도 이 책을 보고 ‘90년대의 하라주쿠도 재미있다’고 느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NEIGHBORHOOD하며

떠오르는

바이크bike와

밀리터리miltary

문화의 접목, WTAPS 특유의 동시대와 스케이트보드 문화의 조화는 두 브랜드의 중요한 특징이다. 각자 브랜드를 관통하는 ‘디자인 철학philosophy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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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the design’은 무엇인가?

TET: 8년 전 잠시 WTAPS의 컬렉션을 쉰 적이 있다. 그때까지 영향받은 것을 나열하니 스케이트보드와 펑크 같은 미국 젊은이들의 청년문화youth culture였고,

그것들이 정말 좋았다. 1년 후인 2003년, ‘필로소피 스토어

Philosophy Store’를

열었다. 시대 흐름에 맞춰 가는 브랜드로 있기 싫었고,

WTAPS만의 매력을 유지하고 싶었다. 지금도 물론 그런 생각으로 디자인한다.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브랜드를 표현해 나가자고 생각한다. Shinsuke: 처음 시작한 1994년부터 브랜드 콘셉트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처음에 만들던 셔츠나 티셔츠, 데님denim 종류를 지금도 만든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경건하고 정교하게 만들자고 계속 생각한다. 또한, ‘입는 사람이 자기답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정성스레 만드는 것’이 NEIGHBORHOOD의 오랜 철학이다. 특히 WTAPS의 디자인 철학인 ‘있어야 할 것을 있어야 할 곳에Placing things where they should be’라는

표어slogan가 인상적이다. 사실 패션을 단지

‘유행流行의 도구道具’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지 않나. NEIGHBORHOOD 와 WTAPS의 작업은 이러한 면과 정반대 편에 선 것처럼 보인다.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과 유행의 접점을 고민할 때는 없나? TET: 브랜드 방향성과 정체성을 유행과 접목해 이끌어 가려고 한다. 유행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는다. 지금 상황에 나와 있는 것들을 꾸준히 51

FALL


않지만, 그것도 옷을 고르는 방식 중 하나다. 사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도 이어갈 수 있다. 그것대로 좋은 것이다. Shinsuke: 패션에서 브랜드의 유행은 무척 재미있고 필요한 일이다. 경향 trend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그걸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유행을 만든다’는

것은 존재해야 한다. 지금 패션계 사람 중에는 그걸 하나의 목표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현상을 지켜보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는 일 중 하나다. 하지만 그건 그런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고, 나는 하지 않을 뿐이다. 당신Tetsu Nishiyama의 블로그http://blog.honeyee.com/tnishiyama/에서 수년간

HOODS SEOUL & OFF SEOUL, 2014 © Hong Sukwoo

지켜본다. 유행이어서 옷을 사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무엇을 바라지는

준비하던 책이 나온다는 글을 봤다. TET: <마이 라이프 이즈 디스 라이프MY LIFE IS THIS LIFE>라는 제목으로 9 월 26일에 발표한다. 올해로 마흔이 됐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삶에서 고른 마흔 개의 항목을 담았다. 물건, 장소, 사람 등 소재를 가리지 않고 내 인생에 중요한 마흔 가지다. HOODS SEOUL에서도 소량 판매 예정이다. NEIGHBORHOOD NEIGHBORHOOD,

외에도

루커

에스브이지 바이

바이

네이버후드LUKER

BY

네이버후드SVG BY NEIGHBORHOOD

그리고 엔에이치 원서드NH ONETHIRD; 아동 라인(Kid’s line)를 함께 전개한다. 동시에 진행하는 작업이 때로는 고되지 않나? Shinsuke: 돌이켜보면 회사의 경영자로 시작한 게 아니라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시작했다. 그래서 사업business적으로 어려운 점도 많지만, 생활양식lifestyle의 범주에서 여러 가지를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많다. 삶 전반에 네이버후드가 있길 바라면서 여러 라인을 진행하기 때문에 운영 측면에서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HOODS SEOUL에는 다른 HOODS에 없는 카페 ‘OFF SEOUL’이 있다. 어떤 공간인가? TET: 처음 공간을 보러 왔을 때, 넓은 공간이 있어서 나와 신스케가 이 장소를 지금까지와 다르게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카페다. 예전부터 생활양식을 담은 매장을 만들고 싶었다. 에크루의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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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으로 원래 구상하던 매장을 서울에서 시작하게 됐다. 콘셉트 단계부터 직접 기획하고 작업했는데, 음식점 인테리어와 공간 디렉션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OFF SEOUL은 에크루 매장과 HOODS SEOUL 사이에 있고, 커피coffee에서 가운데 글자만 남기면 ‘OFF’가 된다. 두 매장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오프off, 말 그대로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어떤 손님들이 오고,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는지 지켜볼 수는 없지만, 가끔 한국에 와서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고 즐기는 모습을 본다면 굉장히 기분 좋겠다. 처음 하라주쿠에 방문한 2006년 당시 느낀 하라주쿠, 아니 도쿄의 패션씬은 그야말로 ‘다양성多様性’의 천국이었다. 헌데 지금은 세계 어느 패션 도시에 가도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한 브랜드의 수장首長으로서, 이처럼 변화하는 53

FALL


전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처럼 할 수 없다는 점이 지금 우리가 20년간 계속 전개할 수 있는 이유였다. 계속 독립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그러한 브랜드 문화와 다른 차별화 방식이라 생각한다. Shinsuke: 패스트 패션의 등장으로 세계시장에서 옷의 가격은 파괴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 목표는 그들과 달랐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 쓰진 않는다. 물론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다. 저렴한 옷은 그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좋겠지만, 나와는 별로 관계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20여 년의 세월 동안 NEIGHBORHOOD와 WTAPS는 협업

adidas Originals by NEIGHBORHOOD Fall/Winter 2014 Collection

TET: 좋든 나쁘든, 패스트 패션 브랜드처럼 확장하거나 상업적으로

© image courtesy of NEIGHBORHOOD, adidas Originals

흐름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떠한 길을 모색하나.

collaboration도 많이 진행해왔다. 전혀 다른 브랜드와의 공동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Shinsuke: 협업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서로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과정도 재미있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둘째는 협업하는 브랜드의 팬이나 고객층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두 브랜드의 고객 모두가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와 처음으로 슈퍼스타Superstar 모델을 협업해서 만든 적이 있다. 작은 회사인 우리로서는 아디다스라는 큰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이 재미있는 동시에 도전이었다. TET: 반스Vans와의 10년 정도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나의 배경인 스케이트보드 문화의 핵심이 반스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어서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협업이다. 도쿄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창작자creator들을 보면 각자 영역에서 활동하다가 함께 프로젝트를 위해 뭉치는 문화가 내심 부럽다. 두 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선배나 친구, 후배나 동료가 있다면 누구이며, 이유는 무엇인가? TET: 디자이너가 되기 전부터 알고 지냈던 신스케, 후지와라 히로시, 스케이트싱SKATETHING・SK8THING(スケートシング)

a.k.a. 스케신(スケシン); 테츠 니시야마와

함께 FPAR를 만든 일본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베이프’의 전(前) 디자이너. 현재 ‘C.E’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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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라는 패션 브랜드를 전개한다. - 편집자 주

등의 영향을 무척 많이 받았다. 그들의 영향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Shinsuke: 니시야마와 비슷하다. 친하게 지내면서 많이 얘기하고 자주 어울리는 주위 사람들, 말 그대로 90년대의 ‘우라하라Ura-Hara・裏原 움직임 movement ’에 크게 영향받았다.

각자 ‘아직 도전하지 않은’ 분야가 있다면,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는가? Shinsuke: 총체적인 생활양식을 보여줄 수 있는, 여러 요소를 결합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 TET: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앞서 말했지만, 예전부터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구상했다. 그 최초 형태가 HOODS・OFF SEOUL이다. 음식과 옷이 어울리는 생활양식을 일본뿐만 아니라 더 많은 곳에서 해보고 싶다. 의식주, 즉 입고 먹고 사는 것을 포함하여 잠자던 장소에서 일어나 아침을 먹고, 옷을 입고 일하러 가고, 돌아와서 가족이나 친구와 식사를 즐기는,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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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모든 것을 우리 브랜드로 제안하고 싶다. 오랜 시간 지켜본 동료이자 친구로서, 서로에 관해 한 마디씩 이야기해줄 수 있는가? Shinsuke: 테츠는 정리를 잘한다. 청소를 잘하는 것과는 다르다. 블로그에 매일 올리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자세로 찍는 사진’도 정리의 일종이다. (웃음) 어떤 구성format을 잘한다고 해야 하나. TET: 청소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웃음) 신스케는 한 마디로 너그럽고 대범하다. 넓은 마음과 여유가 있어서 어떤 상황에도 침착하다. 내게는 없는 점이라 좋다. 일하지 않을 때는 주로 어떻게 지내나? TET: 음악도 듣고 다른 것들도 하지만, 거의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무척 활기차다. Shinsuke: 일과 취미, 가족과의 시간. 세 가지의 균형을 맞춰 휴일을 보낸다. 일하지 않은 때는 대부분 가족과 바다와 산에 가거나 바이크 경주 HOODS SEOUL & OFF SEOUL, 2014 © Hong Sukwoo

race를

즐긴다. 새로운 음악이 많이 나오지만, 좋다고 느껴지는 게 별로

없어서 예전 음악만 듣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영화도 80년대와 90년대 것들을 즐겨 본다. 2015년의 계획도 궁금하다. TET: 아까 말한 곧 책이 출판되고 곧 2015년도 봄/여름 시즌 컬렉션 전시회가 있다. 그때 새로운 브랜드도 함께 소개할 예정인데, 전시회와 동시에 이뤄질 수도 있다. 2015년에는 기존 WTAPS 컬렉션과 함께 새 브랜드 전개에 힘을 쏟을 것이다. Shinsuke: 대부분 이 시기에 전시회나 여러 이벤트가 있다. 매년 똑같지만, 올해는 더 빨리 끝나는 느낌이다. 이대로 나이 먹다 죽는 건가 싶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든다. 바쁜 건 좋은 일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연말이 되면 정말 싫다. 평소 주기와 일정을 소화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제대로 생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뭔가 바빠지는 기분이 싫다. 물론 내년에도 여러 계획이 있다. 바쁘게 지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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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NEIGHBORHOOD와 WTAPS는 모두 전례 없던 브랜드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비슷한 성향의 브랜드가 많이 생겼다. 이런 환경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나? TET: 독창성originality이 있는 시대에 생긴 우리는 생각보다 기반과 유대관계가 강하다. 그래서 새로 나오는 브랜드는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그보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는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고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우리 브랜드를 흉내 낸다고 해도 전혀 문제 될 건 없다. Shinsuke: 우리가 브랜드를 시작한 90년대에는 거리 문화부터 독립 문화independent

culture 까지

손수 만들어 왔다. 그 시대에는 무척

소수 문화였고 독자적인 브랜드였다. 2014년인 지금은 여러 브랜드가 많아졌고, 이러한 부분이 더는 소수가 아니게 됐다. 나대로 할 수 있고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두 분이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철학哲学은 무엇인가. TET: 생각하거나 고안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쭉 실행해 나가는 것.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나의 철학이다.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펼쳐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이뤄가며 사는 것. 멈추지 않는 인생이다. Shinsuke: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지만, 최근 드는 생각은 ‘(다른) 사람들은 사람들, 나는 나’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경청하지만 나만의 철학을 갖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_ 신스케 타키자와와 테츠 니시야마와의 대화는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HOOD SEOUL과 OFF SEOUL의 사전 개장 행사 직전 대화를 나누고, 이튿날 다시 한 번 마주 앉았다.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대화한 둘은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들려주었다. 직접 어떠한 문화를 만들고 일궈낸 사람들이 지닌 자부심 비슷한 것이 내뱉는 문장과 단어 속에 느껴졌다. 그들이 만든 옷과 걸어온 길에는 거리의 문화와 시선이 곳곳에 녹아 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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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패션 브랜드가 비슷한 모티브와 콘셉트를 공유하는 요즘, 자기만의 것을 만드는 작업이 갈수록 녹록지 않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Shinsuke Takizawa and Tetsu Nishiyama, 2014

© Less Kim Tae-k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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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도 두 브랜드의 가치는 변치 않을 것이다. ‘자신들만이 만들 수 있는 문화를 옷에 담는다’는 생각이 뚜렷이 보였다.

FALL


FORMER HEAD OF DESIGN FOR UNDEFEATED, INC. NOW, HE’S ONE OF THE GREAT EXPLORERS ON STREETS TO WORLDWIDE.

interview &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HONG SUKWOO edited AHN SANGYEON, HONG SUKWOO © all works courtesy of KB Lee, UNDEFEATED, Inc.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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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KYUBUM A.K.A. KB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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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거리 문화street culture는 이제 동시대 문화의 요소 중 하나를 넘어섰다. 우리는 어디에서나 거리 문화를 보고, 듣고, 느낀다. 지난 수십 년간 서울이라는 도시가 발전한 모습이 그러했고,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이들이 일궈낸 문화로 여겨진 것들이 그러했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어린 시절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을 하나둘씩 눈에 보이는 작업으로 만들었다. 한 벌의 티셔츠로, 스니커즈로, 거리에서 영감 받은 예술이자 브랜드로 인식했다. 이제 그 문화의 시초에 있던 ‘거리’를 넘어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타고 도시와 도시를 잇는 광범위한 세계 문화가 됐다. 이러한 문화를

일궈낸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이규범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본명보다 영문이름 ‘케이비 리KB Lee’ 혹은 그가 관여한 모든 작업에 직인처럼 들어가는 별칭, ‘페이크식니스Fakesickness’로 더 알려졌다. 2007 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이자 편집매장 ‘언디피티드UNDEFEATED’에 입사한 이래 이규범은 헤드 디자이너Head of Design for UNDEFEATED, Inc.로서 의류 디자인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모든 디자인과

마케팅 영역을 총괄했다. 수많은 협업collaboration 뒤에 그가 있었고, 그 모든 움직임은 스트리트 패션을 지지하는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이규범은 언디피티드를 나와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곳곳을 누비며 스투시Stussy와 하이프비스트Hypebeast 등의 컨설팅 작업, 홍콩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이자 에이전시인 클롯CLOT의 설립자 진관희陳冠希・Edison Chen와의 프로젝트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직접 마주한 그는 짧게 넘긴 희끗희끗한 머리와 소년 같은 눈망울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 SPECTRUM: 올여름은 어떻게 보냈나? Lee KyubumKB Lee: 유난히 바빴다. 해외 출장이 많아서 그리 특별한 여름은 아니었어도, 무척 빨리 지나갔다. 서울, 뉴욕, 파리, 도쿄, 홍콩 등지의 패션위크fashion week와 각종 패션 박람회fashion trade show, 스투시 Stussy와

클롯CLOT 등 브랜드 관련 업무로 정말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돌아다녔다. 항상 바쁜 것에 감사하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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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SKB(Men’s Design Collective from KB Lee & x Michael “Sugarsherm” Sherman) x Dr. Romanelli - Pea Coats, 2013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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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 상하이上海, 일본 출장을 다녀와야 하는데, 다 마치면 휴가 차원으로 한 달 정도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주로 아시아에 올 때 한꺼번에 여러 나라에 들르는 일정을 맞추려고 노력하는데, 대부분 출장기간이 짧지 않아서 가능한 한 마무리는 한국에서 보내려고 한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몇 가지 프로젝트가 있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모든 일은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최근 인스타그램instagram@fakesickness에 올린 사진 중 ‘펑크 이데올로기punk ideologies’라는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번 <스펙트럼SPECTRUM>

U.SSKB x Mark McNairy - White Suede Saddle, 2012

서울에는 어떤 프로젝트 때문에 온 건가?

주제를 ‘대안ALTERNATIVE’으로 잡은 데에는 여러 음악의 역사 안에서도 ‘펑크’ 문화가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펑크’라는 문화가 지닌, 세상과 사회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비판하는 반항심을 지향해왔다. 지금은 물론,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고 돈을 벌어도 이런 반항심은 죽을 때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 당신은 한국에서 태어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이하 LA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셨나?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이민 1세대 부모님으로, 아버지께서는 건설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고 어머니께서는 교회에서 사역使役하셨다. 어릴 적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덕에 감성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풍요로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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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은 어땠나? 주위를 빙빙 도는 완전한 외부인outsider이었다. 마약이나 조직 관련한 대형 사고는 아니었지만, 사춘기 시절 흔히 저지르는 크고 작은 사고도 많이 쳤고, 학교도 잘 가지 않았다.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이민 생활을 시작했던 롱비치Long Beach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었고, 조금 위험한 동네였다. 참고로 스눕 독Snoop Dogg의 고향이기도 하다. 주로 흑인이나 남미 쪽 친구들과 어울려 지냈는데, 농구, 힙합 그리고 신발 모으기를 무척 좋아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 어머니께서 생일 선물로 턴테이블turntable을 사주셨는데, 그때부터 음악에 푹 빠져 지냈다. 당시 처음 산 엘피LP 음반이 메소드맨 앤 레드맨Method Man & Redman,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였다. 주로 디자인이나 패션 관련 일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예술가 가정 혹은 부유한 친구들이 많은데, 나는 그들이 갖지 않은 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깡(?) 이랄까, ‘스웨그swag; 자신의 능력을 자랑한다는 뜻의 신조어. - 편집자 주’ 따위를 거리에서 습득했다. 거리에서 남자가 되는 법을 배웠다고나 할까. 당신이 ‘헤드 디자이너Head Designer for UNDEFEATED Inc.’로 일하던 ‘언디피티드 UNDEFEATED; 에디 크루즈(Eddie Cruz)와 제임스 본드(James Bond)가 설립한 세계적인 스트리트웨어이자 복합 브랜드 매장(multi-labels store). 다양한 음악・예술・거리 문화를 탁월하게 혼합한 미국 LA 기반 브랜드. - 편집자 주. 이하 UNDEFEATED’를

빼고 당신을 논할 수는 없다.

UNDEFEATED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며 경력을 쌓았나? 대학교 시절부터 스트리트 문화와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후에도 음악이나 스트리트 패션 관련 업계에서 일했다. 그 시절 스트리트씬street scene은

소수만 좋아하는 언더그라운드 문화였다. 당시에는 이 문화가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발전할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 패션 일을 시작한 계기는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의 밀크패드Milkfed; 1994년 소피아 코폴라가 만든 패션 브랜드로, 현재 일본 회사가 소유. - 편집자 주에서

일하던 친구 소개로

‘엑스 라지X-Large; 1991년 미국 LA에서 설립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이자 매장으로, 비스티 보이즈의 마이크 디(Michael Diamond a.k.a. Mike D)가 설립 구성원이었다. - 편집자 주

’의 프리랜서 일을

시작하면서였다. 그 후 에디 크루즈Eddie Cruz; UNDEFEATED 공동 창업자이자 슈프림 LA(Supreme LA) 동업자가

경영하던 스투시, 유니언Union에서 본격적으로

스트리트씬에 뛰어들었다. 당시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제이 딜라J Dilla의 음악 관련 디자인도 했다. 65

FALL


언제 처음 ‘UNDEFEATED’에 합류했나? 스투시와 유니언의 프리랜서로 일하던 내게, 어느 날 갑자기 에디 크루즈가 정식으로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해왔다. 아직도 그 순간을 정확히 기억한다. 예전에 만나던 일본계 여자 친구와 핼러윈Halloween 복장을 사려고 LA 코리아타운의 윌셔/웨스턴Wilshire/Western 길 1차선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중 걸려온 전화였다. 헤드 디자이너는 어떤 역할이었나? 창작creation에 관한 모든 것을 책임졌다. UNDEFEATED는 보기보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회사였다. 제품 디자인부터 시즌과 컬렉션 콘셉트, 마케팅 등 브랜드의 전반적인 방향을 감독했다. 에디 크루즈와 제임스 본드 같은 공동 설립자들co-founders과는 어떤 식으로 소통communication하며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을 디자인에 녹여냈나? 그들과 함께 일한 경험은 소통의 중요성을 배운 큰 기회였다. 브랜드 개발이나

UNDEFEATED x CLOT x Converse - First String 2013 Chuck Taylor All Star, 2013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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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ssy x UNDEFEATED x Realmad HECTIC x Medicom Toy - ‘Full Metal Jacket’ BE@RBRICK 100% & 400%, 2009

발전을 위해 항상 한 몸처럼 24시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해해야 했다. 그 덕분에 에디와 제임스와는 정말 가족처럼 가깝게 지냈다. 큰형 혹은 작은 삼촌 같은 관계로 말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머릿속에 떠오르거나 영감을 받을 때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바로 이메일이나 문자, 전화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극대화하려 노력했다. 가끔 새벽에 문자가 오면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만큼 소통의 중요성을 몸소 배웠다. UNDEFEATED x CLOT x Converse - First String 2013 Chuck Taylor All Star, 2013

UNDEFEATED에서 지금까지 해온 협업collaboration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또한, ‘협업’은 <스펙트럼>이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동시대 문화이기도 하다. UNDEFEATED에서 진행한 여러 협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면 유난히 기억에 남거나 특별히 여기는 협업은 딱히 없다. 항상

모든 일은 특별하고 신 나는 작업이었다. 항상 그 순간의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그만큼 최고의 재미를 경험했기에 모든 협업은 소중하고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첫 번째 협업을 기억하나?

UNDEFEATED와 뉴발란스New Balance, 스투시 그리고 헥틱Hectic까지 총 67

FALL


네 개 브랜드가 함께 만든 스니커즈였다. 당시 나의 주된 분야가 아니었던 신발이라 더욱 설렜다. 도쿄와 서울, 뉴욕과 LA, 파리와 런던 등 세계적으로 UNDEFEATED 는 무척 유명하다. 당신이 사는 LA의 문화가 어떤 식으로 디자인 철학에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하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비약적인 발달은 언제부턴가 전 세계 수많은 이의 패션과 생활양식lifestyle 정보를 누구나 공유하게 했다. 이는 곧 세계 곳곳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온라인에서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얘기와 맞닿아 있다. 어떠한 국가나 지역만의 특정한 스타일과 경계는 무너졌다고 본다. 문화적인 경계의 붕괴는 개인이나 지역적 특성의 감소와 함께, 그저 세계화한 유행 흐름을 초래했다. 그래서 특별히 ‘LA 스타일’을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미국에서 자랐지만, 여전히 수없이 서울을 찾고, 또 여러 크루 crew와

패션 회사, 사람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인다. 미국에서 자란

당신에게 ‘서울’ 혹은 ‘대한민국’이란 어떤 의미인가? 딱 한 단어, ‘고향’이다. 말하자면 서울과 LA 두 곳에 모두 뿌리를 둔 셈이다. 서울은 아직 외국 유명 도시보다 ‘지금 무언가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린 곳 아닌가 싶다. 360사운즈360 Sounds, 카시나Kasina와 <올곤ALL GONE; 1년에 한 권씩 프랑스에서 발행하는 스트리트 패션 출판물. - 편집자 주>을 소개하고 스투시 서울 챕터 Stussy Seoul Chapter를

여는 등 당신이 다리 역할을 한 작업이 많다. 나이를

먹고 다시 서울에서 여러 거리 문화・패션・디자인 계통 사람들을 만났을 때의 ‘첫 느낌’이 궁금하다. 요즘 주위 외국 친구들은 지금의 서울이 10년 전의 도쿄 같다고 한다. 누구나 서울에 관심 두는 게 놀라울 정도다. 한국 문화와 패션은 단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했고, 무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소위 말하는 한국 ‘업계’ 사람들을 만나 보면, 그들의 분야에 관한 열정이 하나같이 대단하다. 이제는 좀 더 전문분야에만 국한하지 않고, 본인들이 속한, 혹은 본인들이 지향하는 문화 전반의 이해도가 높아지길 기대한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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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FEATED x Nike - Lunar Force 1 Pack, 2014

아직 완성된 도시가 아니라는 느낌이 서울의 재밌는 점이라 생각한다. 유명한 패션 도시들은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만, 서울은 지금의 젊은 세대가 만들어간다고나 할까…? 당신이 생각하는 2014년의 서울은 어떤 모습인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세련됨’. 한국 문화와 패션은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했다. 다만 급속한 성장이 서울만의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얼마나 단단한 기반이 될지가 주목할 요소인 듯하다. 빠른 성장은 독이 될 수도, 반대로 약이 될 수도 있다. 젊은 세대가 서울의 그것을 만드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지만 지금의 세대가 완성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언급한 다른 도시들의 이미지 역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나 또한 앞으로 서울의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자리 잡을지, 내심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화려함보다는 깊이 있는 서울의 문화적 이미지를 기대한다.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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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FEATED를 나와서 직접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creative agency를 설립했다고 들었다. 독립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UNDEFEATED 입사 초기의 내가 소년이었다면, 그곳에서의 경험은 나를 남자로 성장시켰다. 폭넓은 네트워크로 세계적인 브랜드들과의 협업은 물론, UNDEFEATED에서의 모든 경험은 나에게 자신감 - 절대 ‘자만’ 이 아닌 - 을 더해주었고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했다. 그 성장 과정에서 얻은 고유의 감성과 시선은 어느샌가 자아 성립의 커다란 요소가 됐다. UNDEFEATED와 좋은 의미의 방향 차이가 생겨나면서, 나만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로 창의적인 신념을 표현하고자 한다. 당신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에 관해 더 설명해줄 수 있나? 직접적인 디자인 실무보다는 브랜드의 콘셉트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컨설팅에 더 집중한다. 최근에는 스투시, 클롯, 하이프비스트Hypebeast의 컨설팅 작업을 맡았다. 더불어 어젠다The Agenda Show; 세계적인 패션 박람회 중 하나. 편집자 주측과 함께 새로운 패션 무역 박람회도 준비 중이다. 아직 확정한 것은

없지만, 한국의 패션 브랜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진관희陳冠希・Edison Chen와도 꾸준히 작업을 선보인다.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나? UNDEFEATED에 있을 때 처음 알게 됐다. 그 친구가 예전에 큰 사건이 터지고 LA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다. 후지와라 히로시Fujiwara Hiroshi・藤原ヒロシ 어울려 다니며 지금까지 좋은 친구로 지낸다. 둘이 함께하는 작업을 보면, 단순한 동업자가 아닌 일종의 동반자 관계처럼 보인다. 그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인 동시에 좋은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와 나는 공통점이 많고 서로 공감하는 부분도 많다. 그런 점에서 일상적으로 나누는 많은 대화와 문자가 영감이 되고, 나아가 그런 대화가 일과 일상의 경계를 넘어서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당신과 진관희의 프로젝트 브랜드 ‘이모셔널리 언어베일러블E.U.・Emotionally SPECTRUM

E.U.(Emotionally Unavailable) x Colette ‘Blue Heart’ for Colette on Champion U.S.A. T-Shirt, 2014

가 예전 우리 사장인 에디 크루즈에게 그를 소개했고, 그때부터 자연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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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available, 이하 E.U.’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약 2년 전쯤, 비슷한 시기에 우리는 각자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당시 둘 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연애를 시작하기에는 심리적인 여유가 없었다. 말 그대로 ‘감정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emotionally unavailable’ 상태였다. 소위 말하는 망나니 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 물론 그렇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웃음) 그렇게 ‘emotionally unavailable’이라는 말을 즐겨 썼고, 당시 우리 심정을 브랜드로 표현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하루아침에 농담처럼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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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FEATED Fall 2014 Collection Look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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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logo를 넣은 한정판 티셔츠를 꼴레뜨Colette; 프랑스 파리의 유명 편집매장.

- 편집자 주에서 발매했다.

또 다른 절친한 친구 마이클 듀포이Michael

Dupouy; 프랑스 파리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라엠제이씨(La MJC)와 클럽 75(Club 75) 공동 설립자이자 <올곤(All Gone)> 발행인. - 편집자 주를

통해 알게 된 사라Sarah Lerfel Andelman; 꼴레뜨 설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는

UNDEFEATED에 있을 때부터 항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처음 독립하게 됐을 때에도 응원해주었다. 이번 협업 역시 그녀가 먼저 꼴레뜨를 대표하는 파란색으로 하트를 만들고 싶다고 요청해서 진행하게 됐다. UNDEFEATED와 E.U.처럼 하나의 ‘상징symbol’은 곧 브랜드를

Beats By Dre x UNDEFEATED - Studio Headphones, 2014

얼마 전, E.U.는 챔피언Champion U.S.A 티셔츠 위에 특유의 푸른 심장Blue Heart

대변한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무언가를 만들 때, 어떤 점들을 주로 생각하고 작업하나? 좋은 브랜드는 좋은 이름과 로고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쉽게 각인할 수 있는 표어slogan와 마스코트, 패턴 등 많은 요소를 지녀야 한다. 최대한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강렬하게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아는 한, 당신은 현재 전 세계 패션 크리에이티브씬에서 가장 발 넓은 한국 사람이 아닌가 싶다. 친구와 동료, 각종 유행을 주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 대화와 술자리, 상업과 매체 작업 등 - 가 당신의 ‘창작’에도 큰 영향을 끼치나?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고맙다. 여행과 일상의 대화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 소통 속에서 영감이 발전한다. 아마도 내 창작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소통’일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비롯하여 ‘스마트폰’ 시대의 기술 발전은 사람들의 생활양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다수의 패션・디자인・건축・예술과 브랜드들도 이러한 시대 변화를 받아들인다. 이처럼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 문화의 발전 혹은 확장이 당신이 속한 영역, 혹은 당신에게 어떠한 변화와 영향을 주나? 시대가 변하고 발전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배타적으로 옛것만을 고집한다면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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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빨리 낙오할 수밖에 없다. 전통을 등한시하겠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항상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지금껏 진행한 다양한 작업의 ‘뿌리root’가 있다면? 혼자 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나만의 재치와 유머가 있다. 그런 것을 머릿속 메아리에서 꺼내어 다른 이들의 눈으로 함께 즐기도록 옮기는 디자인 작업을 선호한다. 이것들이 작업의 뿌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뭐, 가끔은 썰렁하겠지만. (웃음) <스펙트럼>은 젊은 독자층이 유독 높고, 당신의 작업과 삶을 동경하는 이도 많다. 그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준다면. 누구에게 조언할 처지는 아닌 것 같지만, 무조건 모든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 이 말은 흔히 들어왔을 것이고, 진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고, 그 후 노력과 끈기가 필요하다. 지름길 따위는 없다. 기회는 분명히 찾아온다. 하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 역시 비켜나간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하면, 인간관계는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얽매이거나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보통 직장인들과 달리 당신은 ‘일’과 ‘삶’의 경계가 불분명해 보인다. 무언가 창조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일 수도 있다. 일하지 않을 때는 무얼 하나? 맞다. 일과 삶, 주중과 주말, 낮과 밤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일하지 않을 때는 대부분 시간을 여자친구와 보내며 치유의 시간을 보낸다. 좋은 음식과 좋은 공기, 좋은 음악과 영화로 일하면서 소진된 감성을 재충전한다.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은 뭔가? 최근 인상 깊게 본 책이나 잡지가 있나? 포르노. 농담이다. (웃음) 우디 앨런Woody Allen과 장뤼크 고다르Jean-Luc Godard

영화를 좋아한다. 어려서부터 힙합이나 재즈jazz를 좋아했지만,

최근에는 다른 장르도 많이 들으려 한다. 사실 내 귀에 편안하면 된다. 인상 깊게 본 책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Nesnesitelná lehkost bytí・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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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 평소 FALL


잡지를 많은 보는데, 현재 <하퍼스바자 코리아Harper’s BAZAAR Korea>의 컨트리뷰팅 에디터로도 활동 중이다. 그래서 <하퍼스바자>라고 말하고 싶다. (웃음) 요즘 패션계에선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패션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 없어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어떻게 생각하나. 신구新舊의 결합, 동서양東西洋의 결합…. 어떠한 문화이든지 결과물이 좋다면 어떠한 결합에도 찬성한다. 훗날 <스펙트럼>에서 만났으면 하는 인물이 있다면? 5년 후의 나. 사실 나도 5년 후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굉장히 궁금하다. 5년 후의 내가 다시 한 번 <스펙트럼>과 인터뷰하게 된다면 좋겠다. _ 이규범과의 인터뷰는 총 두 번에 걸쳐 진행했다. 그가 서울에 오기 전에는 이메일로, 서울에 온 다음에는 홍대 근처에서 다시 만났다. 직접 나눈 대화에는 인터뷰에 싣지 못한 내용도 많다. 그의 가장 최근 프로젝트 중 하나인 ‘E.U.’에 관한 이야기가 그중 하나였다. 그는 E.U. 작업이 재미있는 이유로 주위에 이미 훌륭한 작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만일 좋은 반바지를 만들려고 생각하면, 팸P.A.M・Perks and Mini에 전화할 거예요. 역시 절친한 베드윈 앤 더 하트브레이커즈Bedwin & The Heartbreakers에 연락할 수도 있죠. E.U.는 농담처럼 시작한 프로젝트이지만, 처음 톰 브라운Thom Browne이

옷의 라벨label을 비워두고 각기 다른 매장 정보를 손수 적어간

것처럼, 우리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협업을 구성하면서 브랜드를 채워갈 수도 있죠.” 그는 남들이 정한 것보다 훨씬 더 자신의 경계를 규정하지 않아 보였다. 지금까지 선보인 작업을 그의 ‘전반전’으로 본다면, 이제 막 ‘후반전’을 시작하기 전 다시 숨 고르며 신발 끈을 묶는 선수 같다고나 할까. 서울의 만남 바로 다음날 그는 바로 상하이행 저녁 비행기를 탔다. LA에 작업실을 구하는 것도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했다. ‘소통’을 중요시한다는 그의 말처럼, 대화할수록 마음속에 새로운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하는 남자였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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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text SUNG CHANGWON, AHN SANGYEON edit HONG SUKWOO photography GO YUNSUNG, KIM BO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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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스페이스 SPACE’는 스펙트럼이 고른 서울 안의 공간 세 곳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요즘 가장 뜨는 곳들이 아닌, ‘지금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공간들을 엄선하여 소개합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대안공간alternative space’ 세 곳을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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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센터 Common Center 잡지 <도미노DOMINO>의 편집 동인이며, 문래동의 공연공간 로라이즈LOWRISE SEOUL 를 운영했던 함영준은 2014년 3월 영등포에 커먼센터COMMON CENTER라는 미술 공간을 열었다. 커먼센터는 미술가가 운영하는 공간artist-run space을 표방한다. 이는 대안공간의 형태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정착되어가고 있으며, 현재 미술계 큰 움직임 중 하나다. 사실, 커먼센터의 대표이자 디렉터 함영준은 엄밀히 말해 미술가는 아니다. 하지만 기존 예술가와 갤러리와는 다른 방식의 이해와 관계를 통해, ‘자본’이나 ‘경영자’가 아닌 ‘예술가’가 공간을 운영하면서 생길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 본질에서 예술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전시를 진행하려면 기금이 필요하고,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프레젠테이션이 필요하다. 커먼센터는 이러한 형식의 악순환을 떼어냈다. 커먼센터가 생각하는 동시대 예술은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관객과 예술가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정체성이 유지되는 공간으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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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commoncenter.kr, facebook.com/common.center.seoul, twitter@COMMONCENTER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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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트홀 공 Indie Art Hall Gong “‘공’은 순수한 의미의 ‘공장’을 고집하고, 소비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생산자들과 함께합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일본강점기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거대하고 낡은 건물의 이미지에 반할 것이고, 들어서는 순간 한편에서 여전히 돌아가는 소규모 공장으로부터 어떤 조용한 생명력을 느낄 것이다. ‘인디아트홀 공Indie Art Hall Gong’은 노동의 가치를 예술가와 일반인으로 구분 짓지 않고, 다양한 사람이 자신의 어떤 것을 찾아 나가는 공동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준비 단계부터 이곳은 다양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보다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레 만들어 나가도록 두는 게 이 공간이 추구하는 목적이 되었다. ‘공’의 최종목표는 작가들이 노동의 가치를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비주류와 주류,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경계나 벽을 허물고,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는 조병희 기획감독Joe Byunghee, managing director과 이은정 아트디렉터Lee Eunjung, art director/ artist는 거대자본의 도움 없이 자립 공간으로 남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금도 계속 만들어나가는 ‘공’을 아직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살아있는 공장과 함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디아트홀 공’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소비 창구가 아닌 ‘생산 기지’로서의 공간,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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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gongcraft.net, facebook.com/workbandG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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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sfac.or.kr/html/artspace/seogyo_introduction.asp, facebook.com/seogyo.center, twitter@seogyo

서교예술실험센터 Seoul Art Space Seogyo 컬처노믹스Culturenomics는 문화culture와 경제환경economics의 합성어다. 2008년 서울은 ‘서울 컬처노믹스’라 이름 지은 ‘창의 문화도시 계획’을 발표한다. 그중 유휴공간을 문화활동에 활용하자는 방안이 있었고, 마침 홍익대학교 부근 마포구 서교동사무소가 동교동・서교동 통폐합으로 빈 건물인 상태였다. 2009년 6월 서교동사무소 건물은 서교예술실험센터로 개관했다. 그 시작은 예술가들의 거주 작업공간residence으로, 1층 전시공간과 2층 작업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간 활용은 유기적으로 변화하여 현재는 홍대 앞이라는 지역의 장점을 활용하고 유지하기 위해 ‘예술가들이 언제나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목적으로 둔다. 또한, 서교예술실험센터는 크게 두 가지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99℃’는 멘토가 젊은 예술가와 한팀이 되어 열 달 동안 다양한 일대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소액다多컴’은 매 회 열 팀을 선정해 일정 액수를 지원해주는 예술 사업으로 매년 3회 진행한다. 현재는 ‘예술인검색(가칭)’ 을 진행하고 있는데, 홍대 앞을 기반으로 문래동 등 주변 예술인의 정보와 작업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는 프로젝트다.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지역을 기반으로 예술인의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변화하고 있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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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 A Solitary Traveler photography JDZ CHUNG style & edit NEW KIM, HONG SUKWOO model PARK JINWOO assistant SUNG CHA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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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니트 비니와 데님 스노보드 점퍼, 스노보드 모두 버튼BURTON

OKS 스펙트럼이 선보이는 화보, ‘룩스LOOKS’. 한 명의 사진가와 에디터가, 상징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한 명의 인물 혹은 브랜드와 ‘이미지’의 경계를 탐험합니다. 그 세 번째는 지난 9월 하순, 서울 플래그십 매장을 선보인 ‘버튼BURTON’. 1977년 제이크 버튼 카펜터Jake Burton Carpenter가 설립한 이래 스노보드 분야 제품과 장신구는 물론 패션에서도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홀로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만든 2014년 가을의 포트레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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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 프린트 점프수트와 흰색 티셔츠, 모두 버튼.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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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버튼 로고의 스냅백 모자 버튼 x 뉴에라New Era, 스테인리스 보온병 버튼 에이케이BURTON [ak], 스노보드 부츠를 넣을 수 있는 체크무늬 가방, 멜란지 티셔츠 모두 버튼. 노란색 체크무늬 후드 점퍼, 아날로그Analog. (Bottom) 낚시 미끼 프린트 랩탑 케이스 버튼, 회색 후드 파카 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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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 패턴 가방과 배낭 모두 버튼, 검은색 후드 파카 아날로그.

줄무늬 상의와 레깅스, 주황색 메시 소재 모자 모두 버튼. 어깨에 걸친 짙은 박하색 후드 파카와 스웨트팬츠 모두 아날로그. 흰색 자동차, BMW 미니 컨트리맨The MINI Countryman.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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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후드가 달린 노란색 체크무늬 지퍼형 점퍼 아날로그, 로고 패치 장식한 주황색 스냅백 모자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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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스냅백 모자와 블록 구성한 색상의 보드 점퍼, 먹색 면바지 모두 버튼. 보온병, 버튼 x 미주Mizu. 검은색 가죽 스니커즈, 그라비스Gr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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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 니트 비니와 데님 스노보드 점퍼, 낙타색 스노보드 바지, 붉은색 스노보드 모두 버튼. 회색 스니커즈, 그라비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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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TON Seoul Flagship Store, 654-1 Sinsa-dong, Seoul. (Tel. 02-514-1017) www.burton.co.kr / instagram@burton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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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O Fashion, Music, Art, Graphic Design, Subculture and Lifestyle in Seoul.

text AHN SANGYEON, SUNG CHANGWON, HONG SUKWOO edit AHN SANGYEON, HONG SUKWOO photography GO YUNSUNG, KIM BOSUNG, JDZ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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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AL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열 팀의 공간에 스펙트럼이 찾아갔다 그들의 공간, 그들 자신, 그리고 인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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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디자인의 인케이스 제품은 첫 눈에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손쉽게 활용이 가능한 기능으로 모든 직업과 취향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인케이스 제품은 특화된 디바이스 보호, 미니멀한 디자인, 혁신적인 기능으로 당신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도와줍니다. 인케이스의 제품들은 서로 자연스러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완벽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케이스와 함께 어디에 있나요?

Incase Korea Campaign Page goincase.kr/anywhere Facebook facebook.com/incasekorea Twitter twitter.com/incasekorea Instagram instagram.com/incasekorea #_Anywhe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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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으로의 탐험을 떠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마음가짐입니다. 오픈 마인드로 순간순간을 대한다면,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인케이스의 백팩은 당신의 탐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좋은 파트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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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c 빠르크/ 가정식 한식당 home-cooked meal Korean restaurant

www.parcseoul.com facebook.com/parcseoul twitter@eatp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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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크(Parc)는 우지민과 박모과가 운영하는 가정식 한식당이다. 2012년 박모과는 막연히 어머니의 조리법을 정리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굳이 활용방안을 생각하면 책을 내는 정도였다. 파스타나 태국음식은 몇 번 먹어본 뒤 제법 그럴싸하게 흉 내 낼 수 있었지만, 어머니가 만든 제철 나물 반찬들은 도저히 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우지민은 한남동에 서점 을 낼 계획으로 좋은 공간을 봐두었다. 지금은 바글바글하지만, 당시 리움 미술관과 이태원로 사이는 꽤 고즈넉했다. 선견 지명이었다. 둘은 원래 친분이 있었고, 각자 계획의 선명하지 못한 부분을 보완했다. 원래 서점이 됐을 공간은 1년간의 준비 를 거쳐 빠르크라는 이름의 한식당이 됐다. 빠르크의 가정식은 메뉴판 위의 이름만큼이나 정감 있는 맛을 낸다. 손두부 마 늘 간장 조림, 진미채 매콤 무침, 국내산 암퇘지 제육 볶음과 행오버 북엇국 같은 이름은 딱 그 느낌과 맞닿은 맛을 낸다. 지 난 8월에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2호점도 냈다. 가정식과 한식이라는 단어가 주류 요식 비즈니스의 한 장을 차지한 지금 도, 그들이 만드는 음식에는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난 후 남는 기분 좋은 여운이 있다. 그 맛을 본 사람들이 다시 빠르크를 찾 는 것은 그래서 당연해 보인다.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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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do 키도/ 아트 토이 디자이너 art toy designer

www.kiddoworks.com facebook.com/aka.kiddo instagram@aka_kiddo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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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도(Kiddo)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강병헌은 아트 토이(art toy)를 만드는 사람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토이와 피겨 아티 스트(toy & figure artist)’라고 소개한다. 영화 피겨(figure;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만화 등의 등장인물을 금속이나 플라 스틱 등으로 제작한 디자이너 토이를 지칭)를 좋아해 하나둘 모아가던 어느 날, 직접 만들어 볼 기회를 접하고는 곧바로 피겨 제작에 빠졌다. 아트 토이 디자이너인 쿨레인(Coolrain)과 인연이 닿아 쿨레인 스튜디오(Coolrain Studio)에서 함께 생 활하지만, 스튜디오에 머무는 시간은 다른 구성원들보다 적다. 그의 본업은 미술강사다. 개인 작업 위주로 하고 싶어서 지금 의 직업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올해 안에 모든 것을 걸고 전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껏 선보인 키도의 작업은 다양하 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12인치 인물 크기 작품부터 그래픽 디자이너 남무현(NAMMOO), 원덕현의 패션 브랜드 블랭 코브(Blankof)와 협업한 작품처럼 기존 한국 아트 토이의 범주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작품이 많다. “하고 싶은 것만을 고집 하는 것도 좋지만, 절충하면서 내가 몰랐던 영역을 알아가고 시야를 넓히는 일도 필요하죠.” 대화 중 내뱉은 짧은 말에서 그 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작업 방향을 엿볼 수 있었다.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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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uri 김유리/ 배우 actress

김유리의 데뷔작은 KBS TV소설 <강이 되어 만나리>였다. 이때가 2006년이었다. 그가 대중의 눈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 기 시작한 것은 시간이 조금 지난 후였다.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와 <주군의 태양>에서 맡은 ‘신인화’와 ‘태이령’ 역할로 그는 배우 김유리를 더 많은 이에게 알렸다. 연기의 몰입이 주는 즐거움도 그만큼 더 알게 됐다. 그와 만나 대화하고 싶다고 느낀 계기는 연기 외적인 부분에 있었다. 지난겨울 어느 모임에서 우연히 <스펙트럼>에 실은 미국 사진가 라이언 맥긴리 (Ryan McGinley)를 인터뷰한 배우 얘기를 들었다. 라이언 맥긴리와 우리나라 여배우라, 얼핏 어울리지 않은 조합처럼 보 였기에 흥미로웠다. 인터뷰 전에 그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로 김유리는 자신이 속한 분야와 연기뿐 만 아니라, 혼자 갤러리에 가서 전시를 보거나 음악 공연에 가는 등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어쩌면 연기자 혹은 연 예인이 아니라 디자이너로 살 수도 있던 셈이다. 하지만 학부 시절 처음 접한 연기 연습에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 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몰입한 배역을 브라운관으로 접한 사람들이 실제 자신을 만나면 (여러 의미 로) 실망한다며 웃음 짓는 그의 눈빛에는 스스로 고른 길을 향한 열정이 있었다. 연기하는 자신을 찍는 비디오카메라보다 정 지한 모습을 담는 카메라가 여전히 어색하다는 김유리에게 ‘연기’란 무척 잘 택한 길이라고 느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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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com/os2yuri twitter@WITHLOVE_YURI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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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Anywhere.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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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케이스 아이콘 슬리브는 당신의 맥북을 완벽하게 보호해줍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그 순간을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더욱 즐겁고 신나게 세상을 즐기세요. 당신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맥북은 잠시 인케이스에게 맡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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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n Quintart 줄리안 퀸타르트/ 디제이, 프로듀서 DJ, co-founder of Pute Deluxe, producer

www.julianquintart.com www.golmokgil.kr instagram@aboutju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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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출신의 외국인 디제이(DJ)를 인터뷰한다는 생각에 긴장했던 건 오히려 이쪽이었다. 줄리안은 어떤 질문에도 막히지 않고 물 흐르듯 대답하는 데다가 요즘 유행하는 은어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 이제는 ‘방송인’답게 카메라 앞에서도 여유 로웠다. 요즘 가장 잘 나간다는 파티 플레이리스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디제이 듀오, 퓻디럭스(Pute Deluxe)로 활동하는 그 는 벌써 한국에 온 지 십 년 가까이 됐다. 그중 9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서울’은 이전의 평범했던 자신이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기회의 땅이라고 했다. 만일 방송인 줄리안의 모습만 안다면, 그가 국내 클럽 뮤직씬에서 꽤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는 점을 알 게 되고 놀랄 수도 있다. 그는 ‘골목길(golmokgil.kr)’이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국내외 DJ들의 믹스테이프를 올리고 인 터뷰를 싣는다. 웹사이트 안의 달력에는 언제 어디서 어떤 파티가 열리는지도 한눈에 알 수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 게 한국의 멋진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줄리안은 어쩌면 우리보다 한국 젊은이들의 문화를 더 사랑하는 듯하 다. 파티 기획자와 DJ에서, 이제는 TV 프로그램에서 열성 팬을 모으기 시작한 줄리안의 활약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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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opetals 일로페털스/ 일러스트와 그래픽디자인 예술가 듀오 illustration & graphic design art duo

데보라 브로던 Deborah Brogden 레온 스파크 Leon Spar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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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illopetals.com, facebook.com/illopet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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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페탈스(Illopetals)는 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과 패턴(pattern)을 조합하고 변형한 단어로, 패턴을 그리는 데보라 브로던(Deborah Brogden)과 일러스트레이터 레온 스파크(Leon Sparkes)가 2010년 시작한 듀오 이름이 다. 한국에 온 지 2년 반 정도 된 둘은 천안과 용인을 거쳐 올해 3월 드디어 서울 노원구에 거처를 마련했다. 그들의 본업은 영어 선생님이다. 엄밀히 말하면 일로페탈스는 부업이다. 그들은 영국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노력한 만큼 지 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둘의 눈에 한국이 들어왔다. 데보라가 서울에서 지낸 경 험이 있어 한국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언제나 공부하고 배워요. 이곳은 정말 바쁘고 많은 것이 열려 있죠. 영국은 아주 느리거든요. 게다가 서울은 무척 안전해요. 사람들도 친절하고, 그래서 편안하죠.”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데보라와 레온이 연인 사이임을 뒤늦게 알았다. 다투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데보라가 답했다. “나도 너그러운 성격이 고, 레온도 마찬가지라 서로 잘 받아들여요. 예술에는 옳고 그름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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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Troopers 네이처 트루퍼스/ 낚시・캠핑팀 fishing and camping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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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완 Park Sungwan 박찬주 Park Chanzoo 엄장수 Um Jang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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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com/vcrworks vimeo.com/vcrworks

낚시 관련 회사에 근무하는 프로 낚시 선수와 프로 스케이트 보더, 전직 힙합 가수였던 현직 회사원. 다르면서도 왠지 비슷 한 셋이 ‘낚시’라는 조금 독특한 취미로 모였다. 이들이 즐기는 루어 낚시(lure fishing)는 가짜미끼(lure)를 사용하는 것 이 특징이다. 화려한 색으로 치장하고 물고기를 유인하는 여러 미끼 중 적절하게 하나를 골라 원하는 물고기를 낚았을 때,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네이처 트루퍼스의 활동은 자연을 즐기고 기다림의 미학을 담은 낚시 자체에 초 점을 맞춘다. 물론 잡은 고기들은 아쉬운 마음 없이 다시 물로 돌려보낸다. “외국에는 사냥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있잖아 요. 수렵 본능을 지닌 남자의 본성을 왠지 모르게 자극한다니까요.” 셋은 세상은 ‘낚시하는 사람과 앞으로 낚시를 시작할 사 람’으로 분류된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가을에는 다양한 어종을 잡을 수 있는 바다로 낚시 캠핑을 떠날 예정이에요.” 네 이처 트루퍼스의 주축이 되는 이는 셋이지만, 자연 친화적인 취미를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매주 낚시하러 떠나는 이 모임의 객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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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Wolf 김울프/ 서핑・바다 전문 사진가 surfing photographer

김울프의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3분 30초가량의 영상이 커다랗게 놓여있다. 2011년 ‘대한항공 일본 원정대 UCC 공모전’ 에서 대상을 받은 영상으로, 예정대로라면 그는 오키나와에 다녀왔어야 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여행은 무산되 었고, 대신 그의 이름으로 후쿠시마에 지원금이 전달되었다. 영상 속 그를 보면 작업이 주는 매력만큼 김울프라는 남자가 궁 금해진다. 그는 서퍼와 서핑 문화를 비롯하여 바다의 문화와 사람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소수가 즐기는 문화가 물 위로 오르기 전부터 그의 기록은 꾸준히 이어졌다. 실제로 누구도 뛰어들지 않은 분야를 개척하는 것은 육체적으로 고된 이상으로 쉬운 여정이 아니다. 작업의 수요가 많은 일이 아니다 보니 직업으로 삼는 데 어려움도 많다. 그래도 작업에 전념하 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고, 전국 바닷길을 일주하기도 했고, 돌고래 떼를 만나는 장관을 목격하거나 카메라가 부서지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바다에서 탈진한 적도 있고, 해운대에서는 손가락 인대가 끊어져 전신마취를 해야 했다. 동해안에 내린 눈 소식을 듣고는 눈 쌓인 겨울 바다를 급히 찾기도 했다(개인적으로, 이 사진을 보고서 그와 반드시 인터뷰해야겠다고 생각했 다). 사람들이 작업에 흥미를 느껴도 그것이 윤택한 삶과 곧바로 이어지지 않을 때가 잦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그래도 그 는 고군분투한다. 그래도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을 놓고 싶지 않다’고 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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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imwolf.com facebook.com/fotounity twitter@byKIMW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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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편집숍인 빔즈(Beams)와의 콜라보레이션한 인케이스의 백팩은 당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스트릿의 감성과 미니멀한 디자인은 당신을 표현하기에 최고의 조합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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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Jiwoong 김지웅/ 안티매터 디렉터 Antimatter director

www.antimatter.kr www.antimatter-shop.kr facebook.com/eantimatter instagram@antimatter0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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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매터의 디자이너이자 디렉터인 김지웅을 알게 된 것은 작년 그의 남성복 브랜드 안티매터(Antimatter)의 첫 컬렉션을 본 이후였다. 편집매장 므스크샵(msk shop)의 민수기 디렉터는 당시 내게 ‘최근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는 디자이너’라고 했다. 그의 컬렉션은 소위 스트리트웨어에 기반을 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절제한 표어와 로고는 동시대 흐름의 양면성을 고 스란히 담고 있다. 옷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는 매개체로 대한다는 느낌도 든다. 첫 컬렉션과 함께 안티 매터는 국내 편집매장은 물론 외국에도 입점했다. 몇몇 외국 패션 웹사이트는 새롭게 부상하는 신진 브랜드로 소개했다. 그 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은 디자인 요소들을 본인의 필터로 비워내고, 다시 작업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채워나가는 것이 브 랜드의 목표라고 했다. 첫 컬렉션 ‘제로(zero・0)’에서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러한 지침(tutorial)을 담고자 했다. 무채색과 옷의 윤곽(silhouette)에 초점 맞추는 동시에 거리 문화(street culture)의 활동적인 감성과 현대 남성복의 바탕을 이루 는 재킷과 스웨트셔츠 등에 집중했다. 다음 컬렉션에 관해 묻자 그는 요즘 베이퍼웨이브(vaporwave; 2010년대 생긴 실 험음악계의 문화사조)라는 음악 장르에 푹 빠졌다고 귀띔했다. 갈수록 패션 시장에서 잘 팔리는 옷보다 의식을 담은 옷을 찾 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혹자는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안티매터와 같은 브랜드가, 김지웅 같은 디자이너가 여전히 소중한 이유가 된다.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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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 Byeori 성벼리/ 고교생 사진가 photographer, high school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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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예쁘게 봐주세요. 아직 여고생이잖아요.” 어느 독립출판물 서점에 소개된 그의 사진집 서문 끝자락에는 이런 귀여 운 문구가 쓰여있다. 약 스무 페이지 분량의 이 작은 사진집을 시작으로 여고생 사진작가 성벼리는 이제 막 두 번째 사진집 을 발간했고, 내년 즈음 좀 더 두꺼운 사진집을 계획 중이다. 중학생 시절 십 대들 사이 엄청난 유행이던 디지털 일안 반사식 (DSLR) 카메라가 갖고 싶어 성적을 올리는 조건으로 부모님을 졸라 처음 카메라를 손에 쥐었다. 이제 열아홉 살인 성벼리 는 여느 수험생처럼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낸다. 그 안에서 발견한 친구들의 ‘예쁜’ 모습들이 컴퓨터 안에만 남은 게 안타까 워, 스스로 창작활동 후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웹사이트에 글을 올려 첫 사진집을 출간했다. 인생에서 가장 즐거울 시기, 어쩌면 가장 고된 시간을 보내는 또래 사이에서 ‘어른스러운 건 어른이 돼서 해도 늦지 않다’는 그녀는 열아홉 여고생 이 가장 빛나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녔다. 계절이 항상 바뀐다고 해도, 어떤 봄과 여름은 어느 시절에만 존재하지 않나. 야구 만화를 빙자한 연애와 성장 드라마인 <H2>의 명대사처럼, 열여덟 살의 여름은 다시 오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진집을 일단 한 권 살 생각이다.

www.tumblbug.com/19highschoolgirl, instagram@19highschoolgirl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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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Taeyeun 김태연/ 예술가 artist

www.taeyeunkim.com

김태연 작가는 사람의 관계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 작업을 진행한다. 사회와 예술과의 관계가 될 수도 있고, 긴밀하게 접하 지만 깨닫지 못하는 생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기적으로 생성되어 증식과 증폭을 거쳐 분열되거나 융합하는 작품 으로 ‘관계’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녀의 이전 작품에서 볼 수 있던 소녀적이고 설화(說話)적인 분위기의 세계는 점차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주제로 향한다. 주인공이던 소녀는 이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그 세계를, 큰 눈으로 전체를, 그리고 반대로 눈에 띄지 않는 미세한 부분까지도 모두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그녀가 택한 한 곳을 시작점으로 증식해나가는 방식의 소묘(drawing) 기법은 엄청난 시간과 끈기를 요구함이 틀림없다. 그녀가 지켜보고 자 하는 것은 큰 변화나 혁명이 아닌 아주 작은 미묘한 움직임, 가령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의 움직임처럼 아주 세세한 변화일 것이다.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유기적인 변화 말이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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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 text HONG SUKWOO, SUNG CHANGWON edit HONG SUKWOO, SUNG CHANGWON photography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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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 ‘토크TALK ’는 스펙트럼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눈 ‘지금now ’의 대화입니다 세 번째 토크로 만난 세 명은 주얼리jewellery로 작업하는 오세린Oh Serin, 편집매장 애딕티드 서울Addicted Seoul 의 대표이자 바이어인 공준호Kong Juno 그리고 얼마 전 선인장만을 다루는 편집매장 시클드로Cycle de L’eau를 연 백성현Paek Sunghyu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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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1. OH SERIN MIXED MEDIA ARTIST AND ART JEWELRY ARTIST LIVES AND WORKS IN SEOUL, THE REPUBLIC OF KOREA. © image courtesy of Oh Serin

오세린은 주얼리jewelry・보석류를 만든다. 그와 다른 패션 액세서리 디자이너, 브랜드를 구분하는 지점은 주얼리를 다루는 방식에 있다. 그는 제품보다 작품으로 주얼리를 대하고, 만들고, 전시하고 다시 작업한다. 오세린의 초반 주얼리 작업들은 용도가 없었다. 그는 수집한 각양각색의 액세서리들을 조형요소로 보고, 그것들이 모아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뒤바꾸는 형식에 집중했다. 실제 착용은 그 후 반년 정도 지나서야 가능해졌다. 그는 ‘복제한 액세서리’가 상위계층의 소비를 동경하고, 모방하려는 대중의 욕망을 실현해준다고 여겼다. “현대사회는 소비 능력이 곧 권력이자 계급이 되는 곳 아닌가. 나는 수집한 액세서리를 틀로 짜서 수십 개씩 복제한 다음, 쪼개고 조합하여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품’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복제품이었던 수집품들은 원본이 되었고, 결과물인 작품은 수집품들의 복제품이 되어 각 사물의 고유 가치가 전복되었다. 늘 위에서 아래로만 내려오는 견고한 패션 피라미드가 무너지는 듯한 통쾌함을 느꼈다.” 이처럼 기존 패션 권력・소비를 뒤집어 바라볼 수 있던 것은, 그가 학교에서 ‘패션’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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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떻게 보냈나? 늦잠 자고,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보고, 집에 와서 룸메이트랑 맥주 마셨다. 하와이로 두 번째 배낭여행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언제, 어떻게 가게 된 건가? 이번 여행은 가족 몰래 다녀온 거라 자세한 건 비밀이다. 안 그래도 큰 딸내미가 예술을 한다고 걱정이신데, 티베트나 인도도 아닌 하와이로 배낭여행 간다고 하면 막진 않아도 반기진 않으셨을 거다. 처음 하와이에 간 건 2012년 여름이었고, 순전히 <디센던트The Descendants>라는 영화 때문이었다.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내용임에도 원초적인 녹색

풍경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때 하와이 여러 섬 중 오아후O‘ahu와 카우아이Kauai에 2주간 머물렀고, 죽기 전에 열 번은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침 올 한해 작업이 잘 풀리지 않았고, 후텁지근한 서울에서 괴로워하느니 뽀송뽀송한 바람과 햇빛, 파도가 공짜인 하와이로 도망가야겠다 싶었다. 그야말로 모든 게 서울과 다른 곳이다. 주로 무얼 하며 보냈나? 2년 전엔 쉬기 좋은 휴양지 정도로만 생각했다. 운동화도 가져가지 않았고, 서핑은 배울 생각도 안 했다. 돌아올 때가 되니 아쉽더라. 이번엔 이틀에 한 번꼴로 스노클링snorkelling; 스노클(snorkel)을 이용한 잠수을 했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하이킹 코스와 멋진 숲을 찾아다녔다.

서핑은 강원도 양양에서 미리 배워갔다. 와이키키Waik k 해변의 서핑 매장에서 교습을 한 번 받으니, 좋은 보드를 시간당 5달러에 빌릴 수 있었다. 늘 해지기 한두 시간 전에 바다에 들어갔다. 노을에 물들어 붉게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다가 내 수준에 맞는 파도를 두세 번 타고 나고 나면 저녁 먹을 시간이었다. 어떤 기억이 가장 마음에 남았나? 오래된 마을 힐로Hilo의 팔라스Palace 극장에서 영화 <보이후드Boyhood>를 보던 시간. 같은 배우들이 12년에 걸쳐 찍었다는, 한 소년과 가족의 성장영화였다. 한여름 밤, 이 아름다운 영화를 낡고 고풍스러운 공간에서 그 동네 사람들(주로 할머니들)과 함께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건물 벽이 얇아 소나기 쏟아지는 소리와 개구리울음 소리가 중간중간 들려왔고, 영화가 끝나고 밖을 나오니 극장직원이 좋은 시간 보냈느냐며 한 명 한 명에게 잘 가라고 인사하는 곳이었다. 상영시간이 165분이나 됐는데도, 영화가 끝나가는 게 몹시 아쉬웠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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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서울에도 있으면 좋겠다 싶은 것도 있었나. 서울과 하와이의 교집합이 있을까. 서울의 좋은 것과 하와이의 좋은 것을 섞으면 이상한 풍경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상상이 안 간다. 여행 후유증(?)은 없나? 다시 잘 적응하고 있나? 마지막에 머물렀던 힐로가 지나치게 조용했는지, 돌아와서 며칠은 차 지나가는 소리에도 시끄러워 잠이 깼다. 귀마개를 끼고 잤는데, 이젠 무뎌졌다. 여행지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났나? 그런 경험이 당신의 창작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 서핑 매장 한 곳을 자주 들락거리고, 에어비엔비Airbnb로 숙소를 구하다 보니 그곳에 사는 현지 하와이인들과 이야기 나눌 시간이 많았다. 팀Tim이라는 친구를 알게 됐는데,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EDM 음악 축제와 클럽 파티를 기획하는 이십 대 중반 남자였다. 하와이와 EDM이라면 굉장히 좋은 궁합 같지만, 실제로 미국 본토보다 입지가 약해 큰 행사를 열기가 어렵고 좁은 섬 안에 갇혀있는 게 답답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자기가 기획했던 포스터를 보여주며 자기 역할에 큰 자부심이 있다고 신 나게 얘기하더라. 이런 태도를 다른 이들에게서도 자주 느꼈다. 일궈온 삶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할까. 스스로 먼저 자신의 노력을 가치 있게 대하는 태도가 내게도 큰 에너지를 줬다. 앞으로도 작업에 자신 있게 힘 쏟을 수 있도록. 한창 여름에 여행 다녀와서 이제 가을이다.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나? 벽면에 설치할 수 있는 오브제를 만들고 있다. 반짝이던 장신구 작업이 작년 말, 광택이 없는 무채색으로 바뀌었고, 그때 각 작업과 짝을 이루도록 조화造花; 인공적으로 만든 꽃에 흰 페인트를 칠해 브로치로 만들었었다. 작업 모티브였던 싸구려 장신구처럼 일상을 둘러싼 가짜를 위한 조화弔花; 조의를 구하는 데 쓰는 꽃였다. 지금 작업에는 이때 쓰기 시작한 조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창백한 작업이다. 남은 10월부터는 어떤 일들을 계획 중인가? 이제야 2014년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늦은 만큼 차분히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www.serinoh.com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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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2. KONG JUNO REPRESENTATIVE DIRECTOR OF ADDICTED, EDITION CO., LTD LIVES AND WORKS IN SEOUL, THE REPUBLIC OF KOREA.

애딕티드 서울Addicted Seoul 은 서울에 개인이 여는 패션 ‘편집매장’의 개념이 서기 전부터 압구정동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십 대를 바쳐 삼십 대를 사는 지금까지 이 공간을 일군 공준호Kong Juno는 다른 편집매장처럼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공식 인터뷰도 몇 년 만이라고 했다. 새로 소개하는 패션 디자이너와 브랜드로 묵묵히 매장을 채우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지속해서 발자국을 남긴다. 햇수로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애딕티드와 공준호 모두 쉴 새 없이 달려왔다. 평준화하는 유행의 흐름 앞에서 그도 새로운 고민을 한다. 공준호는 내년이 분수령이라고 했다.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 치면서도, 2015년 봄을 기대할 만하다고 했다.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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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뭐했나? 그냥 일했다. 하루하루가 똑같다. 정말 말할 화제가 없다. 3년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지금까지 여자와 손을 한 번 잡아본 적이 없다. (여자와) 통화한 적도 없고. 무엇 때문에 바쁜가? 일단 매장을 총괄해서 관리해야 하고, 인테리어를 더 구상하고 찾아본다. 게다가 지금은 바잉 buying・수주 기간이고. 요즘 외국 편집매장들의 움직임을 읽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낸다. 수주한

물건들의 배송delivery이 시작되고, 온라인 매장에 업데이트하고…. 다시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서 바쁘다. 새로운 룩look과 떠오르는 브랜드는 패션 박람회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것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요즘은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 것이 너무 없다. 작년에 유행했던 걸 올해 입어도 그리 나쁜 것 같지 않고. ‘애딕티드’하면 생각나는 특화한 고객층이 있었는데, 많이 침범당해서 우리만의 색이 조금 옅어진 감이 있다. 대기업이든 어디든지, 이쪽이 오히려 장사가 잘되고 매출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서인지 그쪽 사람들이 다 이쪽으로 온다. 다른 매장들처럼 애딕티드 이름으로 무언가 할 계획은 없나. 아직은 없다. 애딕티드를 통해 알게 된 패션 브랜드 ‘네임리본Name Ribbon’을 좋아했는데 한두 시즌 만에 사라졌다. 네임리본이 인기를 얻으면서 모조품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실제 생산하는 중국 공장이 위조품 업체와 거래해서 동대문 시장에 뿌린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품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 타격이 이제 막 시작하는 브랜드에는 무척 큰 타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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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만큼 온라인 매장을 일찍 열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회원제로만 운영했다. 누적 회원이 곧 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10년 동안 누적된 회원 수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지금도 사람들은 아는 사람만 아는 곳 아니냐는 데, 실제로는 그런 숫자가 아니다. 어릴 때부터 편집매장을 열고 싶었나? 중학교 때는 이대 앞 복합 브랜드 매장multi-labels store 나일론Nylon에 많이 갔고, 중학교 3학년 올라가면서 압구정동에 가기 시작했다. 학교를 마치면 당시 유명한 소위 ‘멀티숍’에 가서 일하는 누나와 형들을 만나며 친해지려고 했다. 옷 잘입었다는 말이라도 듣는 날엔 정말 기분 좋았다. 그때부터 편집매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어떻게 보면 이미 꿈을 이룬 셈이다. 지금 인터뷰하는 매장 지하 1층 공간 일부는 일종의 음악 스튜디오처럼 되어 있다. 오디오시스템과 방음벽이 좋아 보인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다 있다. ‘QRD 734’라고 스튜디오 방음용 1차원 분산재one dimensional diffuser인데, 소리를 제일 잘 분산하는 규칙과 비율로 소리를 빨아들이고 반사한다. 영화

보고 음악 들을 때 좋다. 오디오를 구동하는 데에는 모터로 꾸준한 전력량을 공급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보통 사람 귀에 영향 미칠만한 정도는 아니지만. 가령 수력발전소 근처가 전력이 꾸준하다고 해서, 그쪽에 별장을 지어서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1층 계산대와 미니 스튜디오 안에, ‘애딕티드 사운즈ADDICTED SOUNDS’라고 쓰여있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기획하고 있다. 우리 크루가 좋아하는 노래들로 믹스셋mixset을 만들어 나눠준다든가, 인트로나 아웃트로 정도만 간단하게 작업해서 CD로 만들었으면 한다. 음악가나 DJ 친구들이 애딕티드에 헌정하는 음악을 만들어주면, 애딕티드가 앨범을 내는 것이다. 주요 고객VIP들을 위한 파티나 이벤트를 열 수도 있겠다. 내년 하반기쯤 하지 않을까.

www.eaddicted.com, facebook.com/addictedseoul, instagram@addictedseoul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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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3. PAEK SUNGHYUN DIRECTOR OF CYCLE DE L’EAU LIVES AND WORKS IN SEOUL, THE REPUBLIC OF KOREA.

시클드로CYCLE DE L’EAU는 ‘물의 순환’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로, 온갖 크기와 종류의 선인장을 파는 편집매장 이름이다. 선인장을 담은 그릇도 보통 화분 대신 제각기 다른 모습인데, 신던 신발부터 술병과 깡통까지 모든 화분은 시클드로에서 직접 심는다. 사진가이면서 음식점과 선술집을 운영하는 백성현Paek Sunghyun이 이 독특한 콘셉트의 매장 주인이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조금 놀랄 수도 있겠다. ‘코요테Koyote’라는 대중음악 그룹 구성원으로 더 알려졌으니까. 그래서인지 백성현은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노을이 지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동안, 선인장이란 식물의 매력을 얘기하는 데 온 정신을 쏟을 뿐이었다.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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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매장을 열게 됐나? 지난여름, 라이카Leica 본사에서 열린 100주년 행사에 초대받아 독일에 다녀왔다. 베를린에서 멀지 않은 파리Paris에서 휴식 겸 볼일을 보려고 3주 정도 머물었는데, 이전에 파리에 들렀다가 잔상에 남은 어느 선인장 가게에 다시 들렀다.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 선인장만 파는 가게는 없었으니까. 파리에 사는 친구를 통해 그 가게에서 조언과 자문을 얻었다. 서울에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선인장만 파는 가게를 열기로 마음 먹고 가격대와 크기도 더 공부하고, 어디에 심어야 할지도 생각했다. 다시 7월 초에 파리와 베를린에 가서 이런저런 물건과 집기를 사왔다. ‘생활양식lifestyle’을 다루는 가게 중에서 독특한 편이다. 사실 엇비슷한 매장들이 서울에도 많아지지 않았나. 그래서 기존에 없는 것들을 더 들여오고자 했다. 시클드로의 중심에는 선인장이 있고, 너무 많은 커피 대신에 차tea・茶를 들여오기로 했다. 뉴욕 브루클린Brooklyn에 기반을 둔 차 브랜드 ‘벨로크Bellocq’와 스웨덴 생활용품 브랜드 ‘라 브루켓L:a Bruket ’등을 갖췄다. 유기농 콜라도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선인장이었나? 파리와 베를린의 여러 편집매장에서 신기할 정도로 선인장이 많이 보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아직 어떤 흐름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나로서도 일종의 모험이다. 한두 푼도 아니고. 내가 봤을 때 멋있고 좋아 보이니까, 분명히 나처럼 선인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혼자 산 지도 오래되었고 또 좋아해서 캠벨 수프Campbell’s soup를 많이 사두고 먹는데, 빈 깡통에 선인장을 심어봤다. 꽤 예뻤다. 이때부터 백 개 넘게 혼자 여기저기 심어 보고, 그러다 보니 주위 친구들이 하나둘 달라고 한 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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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언제 문 여나? 내일(2014년 9월 2일)부터 정식 영업한다. 사람들 불러서 거창하게 뭔가 하진 않을 거고, 사람들이 와서 선인장을 사거나 차를 마실 수 있다. 화분으로 쓸만한 무언가를 가져오면 선인장을 직접 심어주는 커스텀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제 꽤 북적북적해졌지만, 아직 조금 한적한 연남동 골목길에 열었다. 이 동네의 매력은 뭔가? 신사동 가로수길은 폭발 직전이지 않나. 연남동도 비슷한 분위기에 다다랐다. 대기업만 빼고 새로운 가게들이 막 들어오는 모습이 예전 가로수길 초반과 닮았다. 특이한 콘셉트로 혼자 운영하는 가게들이 많다. 주말에는 사람도 아주 많다. 여기도 원래 빌라였다가 개축한 곳이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도 연남동에 무언가 준비한다. 알다시피 동네에 관해선 선견지명이 조금 있다. (웃음) 친구들도 그래서 모이는 것 같고. 요즘 일과는 어떤가? 눈 뜨면 열한 시에 여기 나온다. 아홉 시에 마치면, 운영하는 동네 선술집 2.7 그램2.7 Gram에 갔다가, 고깃집 베이스캠프Base Camp에 갔다가 새벽에 집으로 온다. 키우는 개와 산책하고서 다시 잔다. 말 그대로 일만 한다. 나이 들면서 왠지 옛날이 그립다. 너무 놀지 않고 일만 하니까. 뭐 재밌는 일은 없나? 엠씨엠MCM・Modern Creation M

nchen 본사에 다른 일로 미팅하러 갔다가, 선인장 커스텀

화분 얘기를 꺼내니까 한가득 원단을 줬다. 조만간 엠씨엠과 협업한 선인장 화분을 출시할 듯하다.

instagram@cycle_de_leau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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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CHUL COOKING

GA LLE RY interview & text LEE JIHYUN, HONG SUKWOO photography HONG SUKWOO edit LEE JIHYUN,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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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에 활동하는 재능 넘치는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입니다. 그 열다섯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양출쿠킹Yangchul Cooking의 김승미와 김재원 셰프chef・요리사, 그리고 앤드 다이닝AND Dining의 장진모 셰프입니다. 의식주衣食住의 하나인 음식은 강조할 것도 없이 인간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요소 중 하나입니다. 또한, 문명의 진화와 함께 까마득한 예로부터 지역 문화를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시대의 요리는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음미하고, 보고, 즐기는 하나의 복합예술입니다. 좋은 음식을 먹는 행위는 한 끼 식사로의 만족은 물론, 그를 창작하는 셰프를 한 명의 예술가로 인식하게 합니다. <스펙트럼>에서는 처음으로, 동시대 문화로서의 요리 그리고 창작자인 셰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양출쿠킹’의 소박한 가정식에서는 정통 한정식을 뛰어넘는 맛의 조화와 균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물 반찬 하나도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만들기에 제철 재료의 신선함과 담백함이 일품입니다. ‘앤드 다이닝’의 요리는 나만의 색을 담은 요리 철학을 추구하는 장진모 셰프의 결정체로,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섬세한 맛과 형식을 품고 있습니다. 만드는 요리의 종류는 퍽 다르지만, 음식에 가치를 담고 싶다는 마음은 무척 닮은 그들의 ‘작품 안팎 이야기commentary’를 스펙트럼의 큐레이팅으로 선보입니다.

AND Dining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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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SEUNGMI & KIM JAEWON facebook.com/yangchulcooking (official), instagram@yangchulkim (personal)

YANGCHUL COOKING

문 연 지 이제 갓 4개월 남짓한 양출쿠킹Yangchul Cooking은 일본 3대 요리학교인 핫토리영양전문학교Hattori

Nutrition College・服部栄養専門学

校를 졸업한 김승미 셰프와 요리가 취미였던 김재원 셰프가 함께하는

가정식 한식당입니다. 졸업 후 일본 유명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김승미는 어학연수차 떠난 영국 런던에서 김재원을 만났습니다. 당시 김재원은 크리스티 경매회사Christie’s Inc.가 운영하는 크리스티즈 에듀케이션Christie’s Education에서 미술사를 공부 중이었고, 그에게 요리는 꽤 수준급인 즐거운 취미에 불과했습니다. 이 둘은 런던의 시장과 음식 축제 등을 함께 다니며 요리라는 관심사 아래 서로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급기야 김승미가 계획하던 식당을 함께 하기에 이릅니다. 그것이 바로 양출쿠킹입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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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요리를 시작한 배경 How I Started Cook

김승미: 원래는 연극영화과를 전공했다. 한국에서 공연기획으로 석사를 마치고 대학강사를 하다 전임교수가 되고 싶어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러 일본에 갔다. 그때 잡지 <블링Bling> 일본 특파원을 하게 됐는데, 취재 겸 유명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다 요리가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박사를 포기하고 요리학교에 입학했다. 그때가 서른 살이었다. 워낙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욕심 많은 성격이다. 김재원: 지금 일과 전혀 관계없는 전공으로 대학교를 졸업하고서도 요리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 어느 날 기회가 생겨 처음 어머니께 밥상을 차려드렸는데, 무척 맛있게 드셨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에게 요리해주는 것이 좋아졌다. 심지어 런던에선 친구들 생일 때 선물 대신 생일상을 차려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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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요리의 철학 The Philosophy of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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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미: 요리하게 된 배경이 다른 만큼 요리에 관한 생각도 서로 다르다. 일본에서 요리를 배워서인지 맛도 중요하지만, 형태를 매우 중요시한다. 일본 사람들은 음식을 눈으로 먼저 먹는다. ‘오이시이美味しい; 맛있다’라는 단어 안에 ‘아름다울 미美’가 들어 있을 정도다. 소박한 가정식이라도 눈으로 먼저 음미할 수 있는 요리를 내고 싶다. 김재원: 투박하지만, 정성 담긴 음식을 좋아한다. 어릴 때 외할머니께서 차려주시던 밥상 느낌을 내고 싶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마음이 담긴 음식. 이처럼 조금 상반된 우리 성향이 양출쿠킹만의 맛과 느낌을 내는 듯하다. FALL


03 메뉴 선정 Our Food Menu

김재원: 양출쿠킹의 메뉴는 매일 바뀌는데, 주로 제철 음식 위주로 구성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제철 재료가 가장 신선하고 맛있다. 시장에서 생각한 재료 상태가 좋지 않으면 그 날 신선한 재료로 바꾸기도 한다. 특별한 틀 없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하려고 한다.

04 차가운 감자 수프 Creamy Cold Potato Soup (Vichyssoise)

김승미: 전채요리starter로 차가운 감자 수프를 내면 많은 손님이 생소해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프는 따뜻한 음식으로 인식하지만, 감자 수프는 원래 차게 먹는 음식이다. 다른 식당에서 쉽게 볼 수 없을뿐더러, 손님 반응도 좋아서 애정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오늘은 특별히 양출쿠킹에서 파는 곡물로 장식해 봤다. 예쁘지 않나?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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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창코나베 Chankonabe(ちゃんこ鍋)

김재원: 창코나베ちゃんこ鍋는 생선, 고기, 채소 등을 큼직하게 썰어 큰 냄비에 넣고 끓여 먹는 국물 요리로, 일본 스모 선수의 영양식에서 유래했다. 양출쿠킹의 창코나베는 닭고기가 주재료다. 깔끔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닭 껍질을 모두 벗긴 후에 삶는다. 다 익으면 충분히 식힌 다음, 손으로 직접 살을 발라내어 표고버섯, 어묵 등 다른 재료와 함께 국물을 우려낸다. 닭곰탕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서 더 깊고 담백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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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반찬 Side Dis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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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미: 김치를 직접 담근다. 시중에 파는 김치는 대부분 중국산 배추로 만들고, 대량생산이다 보니 맛이 자극적인 경우가 많다. 양출식당은 가정식을 추구하는 만큼 집 김치의 맛을 내고 싶었다. 어느 하나의 맛이 튀지 않고, 서로 균형을 이루도록 여러 종류의 과일로 잔잔한 단맛을 내고 소금을 줄였다. 많은 조리를 하지 않아도 정갈한 맛을 낼 수 있어서 나물 반찬도 자주 낸다. 오늘은 방풍나물 무침을 준비했다. FALL


07 도자기 그릇 The Potteries

모든 그릇은 무토撫土 전성근 선생님www.mooto-art.co.kr의 생활자기를 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크리스티 경매에 두 번(2004년과 2008년) 출품하셨고, 백자 투각투각(透刻); 조각에서 묘사할 대상의 윤곽만을 남겨 놓고 나머지 부분은 파서 구멍이 나도록 만들거나, 윤곽만을 파서 구멍이 나도록 만드는 뚫새김 기법. - 편집자 주 분야의 일인자라고 해도 손색없는 분이다. 선생님 작품은 원래 상당한 고가高 價인데, 사람들이 부담 없이 도자기를 접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대의 생활자기도 만드신다. 구매를 원하는 손님이 많아서 한 달에 한 번씩 경기도 여주의 선생님 공방에 직접 다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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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기억에 남는 요리 A Precious Cook

김재원: 돼지 갈비찜이다. 제일 좋아하는 메뉴다. 음식에 조예가 깊은 분께서 지금까지 먹었던 갈비찜 중 가장 맛있었다고 칭찬해주셔서 기억에 남는다. 물론 손님들도 많이 좋아해 주셨다. 김승미: 감자수프. 보기보다 조리 과정에 손이 많이 가는 편인데, 처음엔 휘둥그레 쳐다보던 손님들도 먹고 나면 모두 맛있다고 칭찬해줘서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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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s courtesy of Lee Junmin(facebook.com/oixtldil)

09 기억에 남는 손님 Memorable Gue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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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미: 양출쿠킹을 열고서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들르는 사진가 손님이 계신다. 스튜디오가 근처여서 매일 직원들과 식사하러 오시는데, 처음 오셨을 때 엄청나게 맛있다고, 앞으로 매일 오겠다고 하셔서 자주 오겠거니 했는데 정말로 매일 오셨다. 친해지고 얘기해주시길 화학조미료 등에 민감한 입맛이어서 매일 밥 먹는 게 고생이었다고 하셨다. 참 고맙고 특별한 손님이다. 다른 한 분은 같은 스튜디오의 어시스턴트 친구로, 양출쿠킹의 꽃이 예쁘다며 - 우리는 꽃을 좋아해서 주기적으로 바꿔준다 - 올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양출꽃킹’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주신다. 그분 마음씨가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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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앞으로의 계획 The Future

아직 너무 거창한 말이겠지만, 양출쿠킹을 세계화하고 싶다.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이런 느낌의 한식당을 거의 보지 못했다. 뻔한 한식이 아니라 소박함과 정갈한 미덕을 담은 양출쿠킹만의 한식으로 도쿄와 런던, 베를린에 가게를 열고 싶다.

Q. 10년 후에는 어떤 요리를 하고 있을 것 같나? 앤드 다이닝(AND Dining) 장진모 셰프의 질문

김승미: 특정한 분야의 요리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요리를 하고 있을 것 같다. 미래의 남편에겐 건강에 좋은 것은 물론, 나의 사랑이 담겨 달콤한 요리를 해주고 자녀들과는 자연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요리를 함께하면서 요리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주고 싶다. 김재원: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계산할 때, 값을 내기 충분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요리를 하고 싶다.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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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 JINMO

AND Dining 군대 시절 막연하게 유학을 꿈꿨던 장진모 셰프는 제대 후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 ・관광취업비자 제도를 떠났습니다. 그는 더 많은 나라를 여행할 여비를 벌고자 레스토랑에 취직합니다. 요리라고는 라면 정도가 고작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접시 닦기부터 시작하여 2년이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안정된 삶이 보장되는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정착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들이 어떻게 요리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세계 곳곳을 방문하며 유명한 고급 정찬find dining・ 파인다이닝

문화를 찾아다닙니다. 직접 먹고, 셰프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주방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일하기도 했습니다. 긴 여행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셰프’가 사회에 좋은 변화를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직업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우리나라에 돌아온 그는 몇 곳의 레스토랑을 거친 후, 지난여름 ‘앤드 다이닝AND Dining’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혹자는 그의 작업을 ‘분자 요리Molecular Cuisine・分子料理’로 정의하지만, 이는 요리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치열하게 메뉴를 연구하고 다양하게 선보이는 방법을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순환하는 음식의 가치를, 여덟 석의 의자에 앉은 손님들에게 직접 소개합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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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앤드’의 개념 Artisan N Design

기본적으로 앤드AND는 ‘장인과 디자인Artisan N Design’의 줄임말로, 각 분야 장인artisan들의 제품을 경험하는 큐레이션 매장이자 협업 매장 collaborating shop이다. 커피숍과 빵집bakery・베이커리, 고급 정찬find dining・ 파인다이닝과 선술집pub・펍, 생활용품lifestyle products 매장이 함께 있다. 각 가게는 해당 장인들이 책임지는 구조로, 정주희 셰프의 베이커리와 디저트, 호주 출신 도예가 셸리 심슨Shelley Simpson의 도자기 브랜드 ‘머드 오스트레일리아Mud Australia, 바리스타 알렉스 최Alex Choi의 ‘알렉스 더 커피 랩Alex The Coffee LAB’이 공존한다. 나는 다이닝과 얼마 전 새로 연 펍을 맡고 있다. ‘앤드’의 모회사母會社는 디자인 기업이다. 그래서 내부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내 유니폼과 공간 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협업자가 존재한다. 그 중 ‘앤드 다이닝AND Dining’은 손님 좌석이 여덟 석밖에 없고, 100%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고급 정찬 레스토랑fine dining restaurant・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국내에서는 상당히 예외적인 공간이라 레스토랑의 주제를 ‘의외성’으로 정했다. 뜻밖의 공간에서 뜻밖의 복장을 한, 뜻밖의 사람이 뜻밖의 음식을 준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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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雜草가 주를 이루는 샐러드다. 요즘이 수확시기라 이름을 ‘하베스트 Harvest; 수확’라고 지었다. 이 샐러드에는 신맛을 내는 괭이밥, 옥수수 맛을 내는 별꽃chickweed・칙위드, 단맛을 내는 스테비아stevia; 국화과의 다년생식물 등 스무 가지가 넘는 허브herb가 들어가는데 모두 과천에서 농사짓는 아주머니께 구매한다. 외국의 좋은 농장에서 일하시다가 한국에 오셔서 취미 반, 생업 반으로 허브 농사를 짓는 분이다. 유기농 재배는 물론 일일이 벌레를 손으로 잡고 땅을 정성스레 관리하신 덕분에 훌륭한 맛이 난다. 좋은 품질의 작물을 생산함으로써 순환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시는 분이다. 하베스트에는 비정형으로 들어간 허브가 각자의 향을 열심히 뿜어낸다. 한 번 뜨는 숟가락마다 맛과 향이 달라진다. 자연의 맛이다.

02 하베스트 Harv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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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세비체 Ceviche

가장 대표적인 페루 음식 중 하나로, 생선살과 각종 해산물을 잘게 다진 채소와 함께 레몬이나 라임 같은 감귤류 주스에 재운 요리다. 앤드 다이닝의 세비체는 식초에 절인 고등어에 사과 피클과 오이 피클, 고수씨, 저염 명란과 알단테al dente; 이탈리아 음식 용어로 파스타나 채소를 중간 정도 설익힌 것로 익힌 타피오카tapioca; 버블티의 원료이기도 한, 열대작물인 카사바 뿌리에서 채취한 식용 녹말를 곁들여 만든다. 국내에서는 보통 재료를 섞어서 한 번에 요리하는데, 나는 재료를 각자 조리한 후 배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조리도 많이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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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2013년 8월의 태안 Taean-gun, August, 2013

앞서 선보인 두 가지는 앤드 다이닝의 요리이고, 이번에는 개인 작업이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요리는 이런 종류다. 상자 위에 음식이 있고 뚜껑을 열면 하나 더 있다. 손님에게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바다를 느낄 수 있다. 원래는 두 가지를 대비해서 보여드리고 싶었다. 2008년 12월의 태안과 2013년 8월의 태안. 2008년, 태안에 기름 유출 사고가 났을 때 자원봉사를 갔다. 기름에 뒤덮인 바다는 충격이었다. 당시 언론은 회복하는데 20년 넘게 걸린다고 했다. 그 일을 잊고 있다가 2013년에 태안에서 농사짓는 셰프님을 따라 태안에 갔다. 굴을 먹으러 바다에 갔는데 5년 전 그 바다였다. 회복되었다고 듣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깨끗해져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이 둘을 표현한 요리를 내고 싶었다. 요리로써 의미를 전하고 전달받는 것이 ‘파인 다이닝’의 의미라고 본다. 깨끗한 바다에서 나온 해산물은 특별한 조리를 하지 않아도 굉장히 맛있다는 것은 물론,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했으면 한다.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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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디저트 Dess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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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중에 키치kitsch; 고의로 속악(俗惡)하고 저급하게 표현한 이미지를 지칭한 메뉴를 넣고 싶어서 만들었다. 코스 요리 중 일종의 세정제 역할을 하는 미니 빙수다. 무거운 음식을 먹은 후, 마지막 디저트를 먹기 전에 입을 한 번 씻어 주는 목적이다. 최고의 세정제가 뭘까 생각했더니 ‘양치’였다. 양치질하는 느낌을 주려고 치약 맛과 가장 비슷한 박하mint를 넣었다. 박하 맛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다 아이스크림 ‘캔디바’와 ‘뽕따 소다맛’이 떠올랐다. 캔디바는 시중에 잘 없어서, 뽕따와 비슷한 맛으로 만들어 봤다. 디저트는 화석 그릇에 나간다. 나무가 석회화한 것인데 생성된 지 1억 년 정도 됐다. 콘셉트가 의외성이라 어떤 디저트가 좋을지 디자이너들과 회의하다가 운석을 접시로 써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우주로부터from the space’라는 주제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에 회사 대표님이 직접 운석을 찾으러 다녔다. 그런데 비싼 건 둘째치고 방사능 같은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있었다. ‘우주로부터’라는 이야기storytelling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대신 화석을 준비했다. 164


06 좋은 셰프, 나쁜 셰프, 이상한 셰프 The Good, The Bad, The Weird

지난 7월 27일, 이준Lee Jun, 이상필Lee Sangpil 셰프와 함께 한 팝업 매장 pop-up store 이벤트를 열었다. 나는 ‘이상한 셰프’를 맡아서 벌레로 요리했다. 번데기 콩소메consomé; 두 종류 이상의 육류, 주로 닭고기와 쇠고기를 삶아 낸 물에 간을 한 말간 수프와 튀긴 번데기, 누에, 마른 동충하초冬蟲夏草 등이 들어간 ‘벌레와 잡초’라는 샐러드, ‘이것이 무엇인지 아시면 먹고 싶지 않을 거예요.’ 등 재미있는 메뉴로 구성했다. 고니를 잘 포칭poaching; 액체 표면이 떨리듯 흔들리기 시작하는 기미를 보일 때, 끓는 점 바로 아래의 액체 속에 음식을 넣고 조리하는 것해서 자르면 뇌腦처럼 보이는데 그걸 손으로 집어 먹으라고 줬다. 혹시나 문제를 제기할까 봐 벌레를 먹어도 괜찮다는 유엔 UN 환경보고서도 인쇄해 갔다. 벌레는 먹을 기회가 별로 없을뿐더러, 식량 부족에 직면할 우리가 앞으로 먹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부정적인 전망의 보고서에는 고작 몇십 년 후면 벌레나 풀만 먹고 살 수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좋은 음식을 먹지만, 다음 세대도 같은 것을 먹게 하려면 지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가 좋은 음식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보는 것이다. 팝업 매장이라는 형식으로 그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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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기억에 남는 경험 Attica, Melbourne, Australia

2011년에 호주 멜버른Melbourne의 ‘아티카 Attica’라는 레스토랑에서 두 주 정도 일한 적이 있다. 모든 셰프가 밭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굉장히 특이한 곳이었다. 밭일이 끝나면 몇 명은 산으로 수렵하러, 다른 몇은 해초 따러 바다에 갔다. 요리하다 재료가 부족하면 근처 텃밭에서 더 따왔다. 우연히 내가 있던 기간은 아티카가 발행하는 첫 번째 요리책 작업과 맞물렸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 레스토랑은 사진 자료가 별로 없어서 음식 사진을 전부 새로 찍어야 했다. 그 일주일 동안, 6년간 아티카가 선보인 거의 모든 음식을 전부 보게 됐다. 그야말로 운이 좋았다. 책 작업을 위한 셰프 벤 쉐리 Ben Shewry의 인터뷰도 지켜봤는데, 계속 듣다 보니 할 만한 직업이라는 확신이 섰다. 호주에 가기 전만 해도 아직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게는 무척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다.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지낸다.

© image courtesy of Attica 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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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지역의 요리 Local Cuisine

수입재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로컬 퀴진local cuisine, 즉 지역에 기반을 둔 요리가 추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공생共生과 더 나은 방향의 사회이다. 맛을 떠나 대부분 수입재료는 내 손에 오기까지 높은 비용이 든다. 그 비용 소비는 세계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 손실을 뜻한다. 동네와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쓰면 지구의 에너지 절약에도, 미래 사회에도 좋다. 지금 먹는 좋은 음식을 미래에도 먹고 싶다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요리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안에 ‘미래의 음식’이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지역 재료를 소비하고, 지역 기반의 순환계를 만드는 것이 지향점이다. 그것이 지속할 수 있게 지역 사회local community와 소통하는 요리의 기본 방향이자 배경이다.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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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생산자와의 소통 Communication with The Producers

개인적으로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 이상을 내는 조리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그 자체의 맛을 높이도록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산자producer가 고민하고 더 좋은 식재료食料를 생산해 내면 지역에 기반을 둔 요리도 성장할 것이다. 이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좋은 맛의 요리를 지속해서 내는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물론 생산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돈이 안 되니까 안 한다. 그런데 정말 돈이 되지 않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좋은 작물의 수요는 존재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다리가 없다. 생산자는 누가 필요로 하는지 모르고 우리는 누가 생산하는지 모른다. 농부도 많고 요리사도 많은데 연결고리가 없다. 하나 더, 우리나라 농부님들께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땅土地’ 을 중요시하는 분들이 무척 드물다는 것이다. 고서古書를 보면 땅에도 휴지기休止期가 있는데 요즘은 사계절 내내 짓는다. 그래서 지력地力; 어떤 땅에서 농작물(農作物)을 길러 내는 힘에 문제가 생겼다. 기본적으로 국내 토양이 석회질石灰質; 석회 성분을 주로 가진 물질이라 농사 잘 짓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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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종의 다양성 Species Diversity

우리나라에 조금 아쉬운 점은 ‘다양성’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산 새우도 종류가 많다. 종류별로 맛이 다 다른데, 어느 순간 획일화되었다. 쌀도 마찬가지다. 많은 종류가 있었는데 이제 단원립short grain・短圓粒; 짧고 둥근 모양을 한 곡식알 하나만 남았다. 종種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유일한 종이 병들었을 때 그 작물 자체가 멸종 위기에 처한다. 종의 다양성을 유지해야 좋은 음식을 오래 먹을 수 있다. 아직 한국은 맛있는 게 최고라는 인식이 강하다. 모두 함께 다양한 생각을 했으면 한다. 혼자 별처럼 빛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다 함께 잘하도록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인터뷰는 2014년 9월, 양출식당의 김승미・김재원 셰프와 앤드 다이닝의 장진모 셰프 인터뷰를 편집하여 재구성했습니다. Q.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나? 양출 쿠킹(Yangchul Cooking) 김승미・김재원 셰프의 질문

오랫동안 찾아다녔다. 경동・모란・가락시장 등 서울 근교에 있는 시장이란 시장은 다 가봤다. 1년 정도는 이틀에 한 번씩 경동시장에 갔다. 경동시장엔 약재상도 있어서 다른 곳보다 특이한 재료가 많다. 몇 년 돌아다녀 보니까 쓰고 싶은 재료를 어디서 파는지, 어느 가게의 무슨 재료가 좋은지 알게 됐다. 특이한 재료를 찾아다니니까 이제는 특이한 작물을 재배하는 분들께 먼저 연락도 온다. 같은 재료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맛이 퍽 달라진다. 그래서 정성껏 재배하는 분들께 사려고 한다. 그게 ‘지역 요리local cuisine’의 의미 아니겠나.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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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PRODUCT GUIDE

Action Camera Collection 액션카메라와 액세서리를 완벽하게 보호하기 위해 인케이스의 독자적 기술력인 ‘텐저라이트 프로텍션 테크놀로지TENSAERLITE™ Protection Technology’를 접목하여 탄생한 인케이스 액션카메라 컬렉션은 최상의 프로텍션과 캐링 솔루션을 제안합니다. 프로텍션 커버와 케이스, 고프로 카메라를 보관할 수 있는 키트Kit, 백팩 형태의 프로팩과 슬링팩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선보입니다.

Pro Pack, Sling Pack for GoPro® Hero 3 camera, iPad Dual Kit, Mono Kit for GoPro® Hero 3 camera Protective Cover for GoPro Hero® camera Protective Case for GoPro® Hero 3 camera, GoPro® Hero 3 with Dive Housing, GoPro® Hero 3 with BacPac™ Housing Accessory Organizer for Go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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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ing Pack Pro 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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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 Kit Dual 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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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ective Case, Protective Cover Accessory Organi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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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Sleeve with TENSAERLITE 텐저라이트 프로텍션 테크놀로지TENSAERLITE™ Protection Technology

는 지난 17여년간 캐링 솔루션 업계의

선두주자로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왔던 인케이스에서 야심차게 개발한 기술력으로서 마치 스포츠 운동화의 밑창을 연상시키며, 가벼운 무게와 충격 흡수에 탁월해 보다 강력하고 안전하게 디바이스를 보호합니다.

ICON Sleeve with TENSAERLITE for MacBook Pro Retina 13”, 15”, iPad mini Ret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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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ICON Pack 인케이스 아이콘팩은 인케이스의 헤리티지 라인Heritage Line

으로 인케이스 백팩의 시작격인 디자인을 토대로 현재

트랜드에 맞게 블랙, 그레이, 레드 세가지 색상으로 재탄생한

Icon Pack for Macbook Pro 17”, iPad Icon Slim Pack for Macbook Pro 17”, iPad

백팩라인입니다. 인체공학적으로 제작된 스페셜 폼 등판은 한층 더 편한 착용감을 선사하고 맥북을 위한 별도의 공간은 최상의 수납이 가능합니다. 측면포켓에는 외부로 연결하는 케이블 포트가 있어 작은 기기 엑세스에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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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Collection 절제된 디자인의 시티 컬렉션은 수납성과 디바이스 보호를 향상시킴과 동시에 공간 활용을 최대화한 컬렉션입니다. 360도의 패딩은 높은 수준의 기기보호를, 사려깊은 구성과 디자인의 포켓은 더욱 효율적인 수납과 접근성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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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pack for Macbook Pro 17”, iPad Compact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Sling Pack for Macbook Pro 15”, iP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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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Sling 내구성이 강한 헤더드 소재와 방수 코팅처리된 캔버스 소재 두 가지로 선보인 퀵 슬링백은 어깨 부분에 버클을 사용하여

Quick Sling for iPad Air

빠르게 착용이 가능하며 한 손으로 조절이 가능한 손잡이가 부착되어 완벽한 핏감을 제공합니다. 별도의 아이패드 에어 수납 공간이 있어 편리할 뿐 아니라, 내부에 다양한 악세서리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사용이 용이합니다. 탁월한 착용감으로 라이딩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가능한 아이템입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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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Bag View 아이패드 케이스와 백이 결합된 필드 백 뷰는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 사용자를 모두 만족시킵니다. 벨크로를 이용한 케이스 형태로 아이패드를 완벽하게 보호할 뿐

Field Bag View for iPad Air Field Bag View for iPad mini, iPad mini Retina

아니라, 장착한 채 촬영 가능한 것이 큰 장점입니다. 안쪽의 수납공간에는 악세서리 수납이 용이하며 부피감이 크지 않아 세컨 백 혹은 단독으로 활용하는 데일리 백으로 적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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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어플리케이션, 음악 감상, 메일, 전화 등을 항상 사용하는 iPhone5S & 5 유저들은 언제 어디서나 연결이 가능한 케이블과 배터리를 필요로 합니다. 연결 부분의 변형과 마모를 줄여주는 형태의 라이트닝 커넥팅 케이블과 아이폰 크기 정도의 사이즈로 휴대가 용이한 다양한 컬러웨이의 포터블파워, 미니 케이블 킷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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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 Sync and Charge Flat Cable for iPhone 5S & 5 2. Portable Power 2500 for most usb devices 3. 4” USB Mini Cable Kit for iPod, iPad and i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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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서울 프리스비 명동본점 02-318-7120 서울 중구 명동 2가 33-6 프리스비 홍대점 02-323-1765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12 프리스비 건대점 02-2218-3195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1호 프리스비 강남스퀘어 02-501-6652 서울 강남구 역삼동 809 금화(월드메르디앙)B/D 1F 프리스비 여의도 IFC몰 02-6137-5685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 IFC몰 지하2층 218호 에이샵 타임스퀘어점 02-2638-2730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42 타임스퀘어 2F 에이샵 신세계 센트럴시티점 02-3479-6187 서울 서초구 반포동 19-3 신세계 센트럴시티 신관 5F 에이샵 현대백화점 목동점 02-2163-2635 서울 양천구 목1동 916번지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1F 에이샵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02-2211-1064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지하 1F 에이샵 갤러리아 압구정점 02-548-6177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94 갤러리아 명품관 West 5F 에이샵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02-3467-8373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7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미아점 02-2117-1863 서울 성북구 길음동 20-1 현대백화점 미아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신촌점 02-3145-2943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33 현대백화점 신촌점 9F 에이샵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02-3449-5474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지하 1F 에이샵 현대백화점 천호점 02-2225-7094 서울 강동구 천호동 455-85 현대백화점 천호점 1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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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샵 신세계 영등포점 02-2639-1464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34-5 신세계영등포 B관 6F

인케이스(Incase) 전국 스토어 레스모아 건대점 02-3272-6991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2호

윌리스 신사 070-7732-7001 서울 강남구 논현동 5 페이토 빌딩

레스모아 용산점 02-2012-0601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40-999 6층 FASHION STREET

윌리스 종로 070-7732-7361 서울 종로구 종로2가 9 YMCA빌딩

레스모아 연신내점 02-389-2856 서울 은평구 대조동198-1

윌리스 잠실 02-2143-1500 서울 송파구 잠실동 40-1 롯데마트 잠실점 디지털파크 내 1층

레스모아 왕십리점 02-2200-1595 서울 성동구 행당동 168-1

윌리스 김포 02-2664-6021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 김포국제공항 앞 롯데 몰 지하 1층 윌리스 롯데백화점 강남점 02-531-2805 서울 강남구 대치동 937 롯데백화점 8층 레스모아 명동본점 02-755-7681 서울 중구 명동 1가 64-1 레스모아 명동중앙점 02-779-7277 서울 중구 명동 2가 51-3 레스모아 수유점 02-904-9564 서울 강북구 번동 446-66 JJ타워 1층 레스모아 노량진점 02-826-9771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150-6,7 레스모아 남영점 02-3275-1970 서울 용산구 갈월동 87-1 레스모아 천호점 02-488-9156 서울 강동구 천호동 454-60 레스모아 가든장지점 02-400-2572 서울 송파구 충민로 66 테크노관 1F 레스모아 신촌점 02-3143-6012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6 레스모아 신림점 02-881-8212 서울 관악구 신림동 포도몰 5층 레스모아 강남본점 02-3453-8503 서울 강남구 역삼동 809 1층

레스모아 종로점 02-730-5319 서울 종로구 종로2가 17 레스모아 롯데김포점 02-6116-5517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 롯데몰 김포공항 스카이파크 B2F 에이팜 신세계 본점 02-310-1472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52-5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신관 9층 핫트랙스 광화문점 02-732-9961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핫트랙스 강남점 02-534-9961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03-22 교보타워 지하 2층 10corso Como 청담 02-3018-1010 서울 강남구 청담동 79 로닌 홍대점 070-8282-5311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7 아트빌딩 5층 룩샵 타임스퀘어점 02-2638-2733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42 타임스퀘어 2F 아이샵 구의 02-3424-6228 서울 광진구 구의동 546-4 테크노마트 판매동 6층 웨얼하우스 압구정점 02-544-1793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1-14 2층

레스모아 문정점 02-449-8751 서울 송파구 문정동 42-4

플랫폼 플레이스 도산공원점 02-742-4628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5-27

레스모아 동대문역사점 02-2264-0775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18-134

플랫폼 플레이스 홍대점 02-323-2319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8-36 1층

레스모아 메세합정점 02-3143-7455 서울 마포구 합정동 418-1 지하1층

플랫폼 플레이스 명동점 02-3789-7230 서울 중구 충무로2가 66-14

레스모아 청량리점 02-3295-5329 서울 동대문구 전농2동 620-26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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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을 통한 더 나은 경험을 함께할 인케이스의 패밀리, SYNDCT를 소개합니다. 세계적인 명성의 프로페셔널 스케이트보더, 서퍼, BMX 라이더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은 인케이스와 함께 최고의 순간을 만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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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Kundenshop 현대백화점 목동점 02-2163-1517 서울 양천구 목동 916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1층 Kundenshop 현대백화점 신촌점 02-3145-2065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1 현대백화점 신촌점 B2F Backpackers 롯데 노원 02-950-2274 서울 노원구 상계2동 713 롯데백화점 8층 Backpackers 롯데 청량리 02-3707-1068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591-53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B1F Backpackers 롯데 명동영플라자 02-2118-5185서울중구남대문로2가 123 롯데백화점 명동영플라자 1F Backpackers 롯데 김포공항 02-6116-3064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 롯데백화점 GF층 폰트리, 필름나라 신길점 070-4150-3692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110-20 퓨어메이트 신길 필름나라점 대화컴퓨터 용산점 02-704-1707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16-9 전자랜드 신관 1층 11호 Koon With a View 가로수점 02-556-9828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0 모마빌딩 Beaker 청담점 02-543-1270 서울 강남구 청담동 78-6 Beaker 한남점 070-4118-5216 서울 용산구 한남동 738-36 Cosmo Gallery 가로수길점 02-3446-0989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 10길 42 2F 코즈모갤러리 e mart 성수점 042-469-8258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379 이마트 3층 e mart 가양점 02-2101-127 서울시 강서구 양천로 559 이마트 2층 애플샵 e mart 월계점 042-469-8258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379 이마트 3층 e mart 은평점 02-352-6182 서울시 은평구 은평로 111 이마트 8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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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der 신촌점 02-332-6737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22 Folder 명동점 02-318-0962 서울 중구 명동2가 마이분 02-6947-1270 서울 강남구 청담동 4-1 SSG 1F Designerimage 청담점 서울 강남구 삼성로 731(청담동) Designerimage 한남점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13 rm360 02-3474-0360 서울 서초구 방배동 985-11 1층 현대카드 Travel Library 서울 강남구 선릉로 152길 18

경기 프리스비 분당점 031-709-1745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68-3 정인빌딩 1층 에이샵 갤러리아 수원점 031-898-8761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25-1 갤러리아수원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중동점 032-623-2719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64 현대백화점 중동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일산점 031-822-3737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2611 현대백화점 일산점 7F 윌리스 롯데백화점 구리점 031-558-3599 경기 구리시 인창동 677번지 롯데스퀘어 6층 윌리스 롯데백화점 중동점 032-320-7775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40번지 롯데스퀘어 1층 윌리스 롯데백화점 평촌점 031-8086-9540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1039 롯데백화점 평촌점 5층 레스모아 부평점 032-507-9523 인천 부평구 부평동 199-31 레스모아 스퀘어동춘점 032-456-4337 인천 연수구 동춘동 926 스퀘어 원 3층 레스모아 의정부점 031-856-9301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 1동 179-15

인케이스(Incase) 전국 스토어 레스모아 레이일산점 031-915-4421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 대화동 2602 레이킨스 몰 1층 레스모아 죽전점 031-896-6051 경기 용인시 죽전동 877-3 레스모아 구리지점 031-557-0426 경기 구리시 인창동 676-2 레스모아 애경수원점 031-240-1444 경기 수원 팔달 매산로 수원애경 역사 쇼핑몰 3층 레스모아 이천지점 031-631-4868 경기 이천시 창전동 160-7 레스모아 안양지점 031-441-2136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6-6 레스모아 동탄점 031-371-5460 경기 화성시 반송동 96, 98 A블럭 1층 레스모아 부천지점 032-613-4066 경기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177-1 1F 레스모아 홈플상동점 032-325-0414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540-1 홈플러스 2층 레스모아 수원남문점 031-248-6831 경기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3가 87-1 레스모아 소풍부천지점 032-624-6627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539-1 소풍몰 지하1층 레스모아 장기지점 031-996-6340 경기 김포시 장기동 30-1 레스모아 여주지점 031-883-5920 경기 여주군 여주읍 350-56 레스모아 안산지점 031-485-5070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41 레스모아 성남지점 031-731-7992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4185 레스모아 분당서현점 031-8017-9560~1경기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68-3 에이팜 인천점 032-430-1971 인천 남구 관교동 15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지하 1층 에이팜 신세계 의정부점 031-8082-0637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168-54 신세계 백화점 6층 웨얼하우스 안양점 031-466-1793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66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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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에즈샵 수원 031-250-9909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2가 40-1 동인트루빌 110

롯데영플라자 청주점 4층 레스모아 청주점 043-255-0107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2가 56-1

초코 부평 032-526-5652 인천 부평구 부평동 201-25

Backpackers 롯데 청주아울렛 043-717-2984 충북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332-1 롯데 청주 아울렛 3층

Kundenshop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031-822-3476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2602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4층 Cosmo Gallery 판교 아브뉴프랑점 031-8016-7571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 내곡로 150 아브뉴프랑 2층 204호 Backpackers 롯데 평촌 031-2987-0628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1039 롯데백화점 평촌점 Backpackers 롯데 인천 032-450-2228 인천 남동구 구월동 1455 롯데백화점 2층 e mart 고잔점 031-401-0978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포공원1로 46 이마트 3층 애플샵

충남 프리스비 대전점 042-221-7041 대전시 중구 은행동 45-6 에이샵 갤러리아 센터시티점 041-412-9729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521-3 갤러리아 센터시티 7F 에이샵 갤러리아 타임월드점 042-485-6177 대전 서구 둔산동 1036 갤러리아 타임월드 8F 레스모아 대전은행점 042-253-7718 대전 중구 은행동 45-6 레스모아 대전점 042-253-9691 대전 중구 은행동 168-6

e mart 남양주점 031-590-1207 경기도 남양주시 늘을2로 27 이마트 애플샵

에이팜 충청점 041-640-5117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354-1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B관 3층

e mart 산본점 031-450-1183 경기도 군포시 산본로 347 이마트 애플샵

빼빠 천안 041-563-3740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454-1 페이퍼

e mart 서수원점 031-895-1206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인로 291 이마트 3층

즐잼스토리 대전점 042-476-2879 대전 서구 탄방동 746 로데오타운 3층 330호

e mart 연수점 032-820-1209 인천시 연수구 경원대로 184 이마트 2층

레스모아 천안지점 041-523-0786 충남 천안시 신부동 461-3

e mart 죽전점 031-898-1549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포은대로 552 이마트 지하1층

충북 레스모아 청주본점 043-255-0107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2가 56-1 레스모아 청주중앙점 043-225-6090 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1가 158-1 태원빌딩 1층 레스모아 지웰청주점 043-238-8722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3379 지하 1층

SPECTRUM

레스모아 펜타천안점 041-904-6397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1289-1 펜타포트 2층 Backpackers 롯데 대전 042-601-2840 대전 서구 괴정동 423-1 롯데백화점 대전점 8층 e mart 대전터미널점 042-615-1205 대전시 동구 동서대로 1689 (용전동 63-3) 이마트 애플샵 4층 e mart 둔산점 042-479-1206 대전시 서구 둔산북로 41 애플샵 2층 e mart 천안점 041-620-1207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충무로 187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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