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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editor HONG SUKWOO
<스펙트럼 spectrum>이 벌써 13호를 맞았습니다. 이제 4년째 이 글을 씁니다. 우리 잡지를 꾸준히 봐온 독자분들이라면, 여러모로 달라진 점을 느끼실 겁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는 각 메뉴의 ‘이름’을 바꾸거나 재배치했고, 기존 메뉴 일부는 과감하게 제외했습니다. 여러분이 이 작은 계간지를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지만, 한 권씩 편집하고 마무리하면서 되새기는 생각은 하나입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세계를 담아가는, 잡지보다 단행본에 가까운 책.’ 기존 패션잡지 시각으로 <스펙트럼>을 바라보면, 이 잡지는 ‘패션’이 아닌 ‘피처feature’ 분야에 특화한 잡지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이야기와 지금을 풍성하게 담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4년 차를 맞이하던 지난해 말, 우리(그러니까, <스펙트럼>의 제작에 참여하는 모두)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각 콘텐츠의 변화에 관해 ‘편집자의 글’에서 길게 적을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처음 <스펙트럼> 리뉴얼을 생각하면서 우리 잡지의 든든한 에디터, 성창원과 나눈 대화를 적어둔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번 편집자의 글은, 당시 나눈 대화를 적은 글로 대신합니다. ‘서동욱 작가의 개인전 <회화의 기술Art of Painting> 오프닝에 들렀다가, 같이 간 창원이와 맞은편 카페에 앉아서 이런저런 일 얘기를 나눴다.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2014년에 발간할 <스펙트럼> 리뉴얼 얘기를 하다가 최근 왕왕 생각하는 것을 짧게 말했다. 영향influence과 영감inspi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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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이 있다는 것과 영감을 준다는 것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아니, 적어도 내가 보는 매체 - 크고 작은 언론이든, 개인이든, 회사이든 - 들로 한정하면 교집합은 더 줄어든다. 영향을 주고, 영향력을 끼치고, 더 많은 사람이 어떠한 상업적이고 비상업적인 행위를 하게 하는 것들. 그러한 것을 통틀어 ‘영향’이라고 해도, 그게 어떠한 사람들에게는 귓등으로 스치는 일일 뿐일 수 있다. 영향력을 넓히는 게 아니라, ‘영감’을 주고 싶다. 다음다음 스펙트럼부터 바꿔나간다면, 더 큰 영향력보다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무엇이 되고 싶다. 이것은 최근 개인 작업들에 관한 생각이기도 하다. 대강 이런 얘기였다. 사실 그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 별로 계획하는 것은 없다. 오로지 대화, 생각, 또 대화, 그리고 생각이 있을 뿐이겠지. 그만큼 무언가 공부하고 노력하고 또 즐겨야 하겠지만, 어떨까. 이십 대의 커다란 지향점은 지역Local - 내게는 물론, 서울Seoul - 의 특성을 발현하는 것과 다양성Diversity 그리고 무언가 스스로 하는 것D.I.Y.・Do It Yourself이었다. 삼십 대의 목표는 ‘영향’과 ‘영감’ 안에서 균형을 잡고, 지속할 수 있게 발전하는
것 아닐까 싶다.’ 이번 <스펙트럼> 리뉴얼 호의 주제는 ‘아이콘ICON’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에도 세상 수많은 곳에서 나타나는 창조 작업과 그 모두를 아우르는 플랫폼에 경탄합니다. 단지 세상과 대중의 주목을 받는 아이콘을 넘어, 스스로 무언가 일궈가는 모든 창작자에의 헌사를 담았습니다. 어느 때보다 새로워진 스펙트럼을 함께,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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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ISSUE No.13 / SPRING 2014 Mr. Darren Romanelli a.k.a. Dr. Romanelli, DRx for this issue’s cover art; “The material wrapping the skulls is called BORO. That’s very classic Japanese handmade denim from later 1800’s to early 1900’s. Skull is VERY Iconic symbol to me in my work because of the surgical practice behind my brand DRx Romanelli, I perform surgery on clothing , reconstructing and rewor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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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PORTRAIT
LOOKS
fashion Hong Sukwoo design Think, Talk, Write. art Kim Gigi book Sung Changwon street Na Sangwoon music Park Heebong tech Cho Jinhyuk travel Kim Young bin
Mr. Darren Romanelli a.k.a. Dr. X
JUUN.J Walk, Awake, Leave.
Mr. Han Sanghyuk a.k.a. Mr. Heich
66 SPACE Ilmin Museum of Art MMCA Seoul Seodaemun Prison History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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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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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ORIAL
TALK
INCASE
explore thisisneverthat. Heo Sung eun
Ye Rin Mok SLWK. Seo Hyein
INFORMATION
escape Park Seul ki Terrence Kim & Kevin Kim collaborate chapter 1 Nammoo play Kim Gangin JNS
134 GALLERY
184 INCASE STORE
Lee Yu-bin Woo Moon-gi
express FIFTY FIFTY HE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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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NO. 13 / SPRING 2014 ‘ICON’ ISSUE ISSN 2287-5980
PUBLISHER Joon Yang 양준무
EDITOR
CONTENTS MANAGER
Hong Sukwoo 홍석우
Lee Eunyoung 이은영
yourboyhood@gmail.com Sung Changwon 성창원 i@oodllboo.com Asst.Kim Yulim 김유림 ooblg123@gmail.com
ey.lee@pr1zm.com
Asst. Kwon Dokyung 권도경 dk.kwon@pr1zm.com CONTENTS SUPERVISOR
DESIGNER CamoMild 카모마일드 camomild.com Lee Yunhee 이윤희 ooo@pr1zm.com
Rich Lim 리치 림
PHOTOGRAPHER JDZ Chung 정재환 Studio BONE jdzcity@gmail.com Go Yunsung 고윤성 Studio BONE htmnike@gmail.com Kim Bosung 김보성 Studio BONE boss1028@gmail.com
Ahn Sangyeon 안상연
VIDEOGRAPHER Go Yunsung 고윤성 Studio BONE htmnike@gmail.com Kim Raehyun 김래현 Studio BONE rapbong.k@gmail.com
rich@pr1zm.com CONTRIBUTING EDITOR
Lee Jihyun 이지현 hyonnie@naver.com allieinblue@gmail.com CONTRIBUTING WRITER
Think, Talk, Write. 띵크, 토크, 라이트. Kim Gigi 김지영 Na Sangwoon 나상운 Park Heebong 박희봉 Cho Jinhyuk 조진혁 Kim Young bin 김영빈 CONTRIBUTOR
Helena-Marie Kim 김주혜 j.helena.kim@gmail.com
프리즘디스트리뷰션(주) www.pr1zm.com / 스펙트럼 www.spectrumprojects.com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24 ICT타워 10층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36길 55 ICT타워 10층) 02-3442-1014 ©2014 Spectrum All rights reserved.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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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HONG SUKWOO design THINK, TALK, WRITE. art KIM GIGI book SUNG CHANGWON street NA SANGWOON music PARK HEEBONG tech CHO JINHYUK travel KIM YOUNG 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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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L ‘저널 JOURNAL’은 매 호 다양한 인물이 <스펙트럼>의 주제를 얘기합니다. 저널의 글은 종종 잡지 기사처럼, 수필 혹은 보고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경계는 없고 주관은 있는 글의 집합이 이 장章의 정체성이 되길 바랍니다. 열세 번째 호의 주제는 ‘아이콘ICON’입니다. 단어 그대로 상징과 우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 번 비틀어 바라볼 수도 있는 단어입니다. 여덟 가지 분야의 필자들이 ‘아이콘’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재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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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김선호는 그라운드웨이브GROUNDWAVE라는 남성복을 만드는 패션디자이너다. 에스모드 서울Esmod Seoul을 졸업하고 2008년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와 처음 만난 것은 그라운드웨이브가 생기고서 얼마 지나지 않을
A NOTE on CREATIVE SOMETHING
무렵, 아직 어느 편집매장의 바이어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와는 지난 몇 년간 유대관계를 쌓아왔다. 정제한 언어로 유대관계이고, 사실 ‘술친구’ 사이였다. 그리고 지난 3월 말, 그라운드웨이브 와 협업collaboration한 ‘그라운드웨이브 위드 유어보이후드GROUNDWAVE with yourboyhood,’
홍석우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 편집장 패션 저널리스트
twitter@yourboyhood www.yourboyhood.com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게 됐다. 판매에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용감한 남성복을 만드는 디자이너와 소속 없이 사회를 서성이는 저널리스트의 만남이었다. 올해 설 전날, 김선호와 종로3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셨다. 새해인데 무언가 재밌는 걸 해보자고 했다. 취기 오른 대화를 잊지 않도록 연휴 동안 계획을 짰다. 그라운드웨이브의 큰 치수oversized 코트를 기본으로 두고, 좋아하는 남성복 편집매장 므스크샵msk shop에서 판매하면 좋겠다 싶었다. 그라운드웨이브 컬렉션으로 서울패션위크Seoul Fashion Week 무대에 처음 선 모델 손민호Shon Minho 도 염두에 뒀다. 역시 좋아하는 사진가 레스 김태균less Kim Tae kyun이 그를 찍었으면 했다. 그 후 함께 소재를 고르고, 추가했으면 하는
GROUNDWAVE with yourboyhood, capsule collection, lookbook © image courtesy of Less Kim Tae kyun SPECTRUM
세부 사항을 설명하거나 이미지를 보여줬다. 김선호와 디자인팀은 그것을 실제로 20
만들어갔다(당연히 가장 고생하신 분들이
과정과 이유를 설명했다. 이 훌륭한 문고판
그라운드웨이브 스태프분들이다. 다시 한
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범우사는
번 감사하다). 그라운드웨이브의 디자인에
이번 협업을 위해 직접 스무 권을 골라
바탕을 두면서도, 실제 ‘좋아하는’ 것들을
보내주었다. 프레젠테이션 당일, 사람들에게
넣어보기로 했다. 매일 들고 다니는 필기구,
가장 인기 있던 것은 (역설적으로) 옷이 아닌
명함과 카드 지갑, 범우문고의 문고판 책
범우문고라는 존재 자체였다.
같은 것을 녹이고 싶었다. 캠페인 사진을 찍을 때에도 그저 툭 걸친 느낌으로, 서울
‘협업’이란 말이 별로 신선하지도, 새로운
거리에서 찍자고 다짐했다. 손민호는
울림을 주지도 않는 세상이다. 그래서 거대
모델 중에서도 자신만의 분위기를 지닌
기업과 논리적으로 일을 준비하는 것과는
특별한 친구다. 김태균 역시 말할 것도
조금 다른 시선의 결과물을 내고 싶었다.
없다. 그가 필름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 앞에
조그만 협업을 마친 후, 이제 손을 떠난
서면 별로 할 일이 없다. 그만큼 든든한
옷이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는 모른다.
지원군들이었다.
이 원고를 쓰는 것처럼 다시 마감이 일상을
선망의 대상으로의 아이콘이 아닌, 매일 입는 친숙한 몇 벌의 외투 말이다 이번 작업은 범우문고에서 출발하고
지배할 것이다.
끝맺었다. 문고판을 위한 주머니, 안감의
얼마 전 술자리에서 패션계 인사(?)들의
색과 재봉선 등에 ‘범우문고’의 아름다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 얘기가 나왔다.
주황색을 투영하면서도 세련된 지점을
스스로 ‘아이콘’이 되어야지, 그 추종자들을
찾고자 여러 차례 수정했다. 범우문고를
바탕으로 ‘장사’할 수 있다는 자조 섞인
출판하는 ‘범우사汎友社, www.bumwoosa.
대화였다. 일견 타당하다. 아니, 사실 패션을
co.kr ’에도 연락했다. 1966년 문을 연
넘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세상인지도
범우사는 1975년 처음 발행한 피천득의
모른다. 이번 협업만큼은 그러한 것의
<수필>을 시작으로 현재 270여 권 이상
도움을 줄이고, 더 개인적인 취향을
출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고판 시리즈,
불어넣은 무언가로 완성하고자 했다.
범우문고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렇게 코트와 재킷, 스웨트셔츠가 나왔다.
우리 얘기는 생소할 게 분명했다. 그래서
선망의 대상이 아닌, 매일 입는 친숙한 몇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했는지, 작업
벌의 외투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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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어떠한 제품이 상징적인iconic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하나의 제품만이 아닌 전체 브랜딩branding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성integrity’ 이다. 엄선한 재료로 숙련된 인력이 정직한 시간을 들여서 제품을 완성한다. 만드는 과정 이상의 꼼꼼한 품질 검사를 거치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도 아주 미세한 흠결이 발생하면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이러한 정체성은 또다시 브랜딩의 일부로
CHANGE through NEW DESIGN Think, Talk, Write. Creative Agency Based in Seoul twitter@thinktalkwrite
홍보한다. 실제로 이러한 과정은 ‘프리미엄 가격premium price’을 매기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무척 당연해 보이지만, 이와 같은 국내 디자인 브랜드가 드물다는 점에서 아이코닉 브랜드iconic brand를 지향하는 이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전한다. 요즘은 공산품의 지위를 획득한 것들도 ‘디자인 아이콘’이 된다. 사람들은 제품이 우리 생활을 이루는 다양한 영역 - 달리기를 위한 공원, 자전거를 타는 한강 둔치, 커피를 타 먹는 주방이 될 수도 있다 - 을 차지하면서, 그 상황과 공간에 걸맞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를 원한다. 제품의 훌륭한 성능이 공간 자체와 동화되고, 그 안에서 남다른 새로움과 혁신을 바란다. 지금 시대의 새로운 가치는 사치를 조장하는 물건들이 아니다. 도구의 쓰임새를 실용적으로 파악하면서도,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물건들이 점점 더 세상을 이롭게 한다. ‘브랜드 로고’ 에 열광하지 않고도 진심을 담은 물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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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람들이 어떠한 도구를 사용해 새로운
뜻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디자인의 가치를
경험과 마주할 때, 그들이 느낌 감정은
담은 매일 사용하는 물건 안에서 새로운
‘럭셔리luxury’의 사전적 정의 - 드문 호사자주
디자인의 미래를 본다.
누릴 수 없는 기쁨・혜택 - 와 연결된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삶 자체를 변화시킨 것처럼, 입는 국제 정세와 비즈니스, 디자인, 예술,
컴퓨터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와 사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루는 잡지
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 시대는 우리가
<모노클Monocle>은 런던과 도쿄, 홍콩,
아직 모르는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할 수
뉴욕 등지에 모노클 숍Monocle Shop
있다. 하지만 기술 전문 브랜드와 회사가
이라는 매장을 운영한다. 잡지 안에서
항상 간과하고 마는 것은 이미 ‘아이코닉
직접 훌륭하다고 소개한 브랜드와 협업한
디자인iconic design’의 외형적 가치들은
제품들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그 중
백 년 전, 어쩌면 그전부터 존재했다는
‘모노클 바이 포터Monocle by Porter’라는
사실이다. 손때 묻고, 사람들의 손길이 살아
가방이 있다. 기존 포터 가방이 사용하지
숨 쉬는 공간과 물건 안에 새로운 기술과
오래도록 쓰이고 존중받을 ‘가치’가 깃들 것이다 않는 고급 소재와 정교한 마감으로 더
혁신을 주입할 때 비로소 사람들의 삶은
높은 가격대를 이룬다. 실제로 사용하면
바뀐다. 오래도록 쓰이고 존중받을 ‘가치’
다양한 수납공간과 튼튼한 만듦새로
가 깃들 것이다.
만족도가 높다. 한정 수량만 판매하므로 ‘프리미엄’의 가치도 만족할 수 있다. ‘아티산 앤 아티스트Artisan & Artist’라는 일본 브랜드는 튼튼한 가죽과 한땀 한땀 손으로 박음질한 마감이 훌륭한 카메라 관련 제품을 만든다. 이곳의 카메라 끈strap 은 일본 고급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만드는 실크silk를 쓴다. 촉감이 무척 부드러운 것은 물론이고, 오래 사용해도 튼튼하다. 이 두 제품은, 최근 변하는 디자인의 가치를 대변하는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3
Artisan & Artist ACAM-306 Camera Strap © image courtesy of Artisan & Artist SPRING
ART
몇 년 전 외신 뉴스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봤다. 한 사우디 여성이 운전하는 유튜브
ART of the MIDDLE EAST
Youtube 영상이었다. 여성 운전 금지법에
저항하기 위해 직접 만들어 올린 것이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메시지를 전하는 그의 용기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동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작가들의 작업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원래 행동주의와 예술은 같은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김지영 플랫(FLAT) 디렉터
facebook.com/FLATSEOUL
실제로 2010년 말 ‘아랍의 봄’ 이후, 중동 작가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중동 사회의 모순과 혼란을 묘사한다. 지난 10월, 3년 만에 다시 찾은 런던의 프리즈Frieze London, 파리의 피악FIAC 아트페어에서도 중동 현대 미술에 관심이 갔다. 우선 두바이의 더 서드 라인The Third Line, 베이루트의 스파이어-제믈러 갤러리Sfeir-Semler Gallery 등 중동 지역 갤러리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아크람 자타리Akram Zaatari, 레바논 출신 듀오 작가 조아나 하지토마스Joana Hadjithomas 와 카할리드 조레이지Khalil Joreige 등의 작업도 흥미를 자아냈다.
그 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 갔을 때도 호기심이 갔던 건 아랍에미리트 전시관이었다. 모하메드 카젬Mohammed Kazem이 선보인 <물 위를 걷다Walking Studio Practices, Wife of Baqari, Studio Shehrazade, 1957, 2012 / Silver print, 200 x 145 cm
on Water>라는 설치 작업은 특히
© image courtesy of Akram Zaatari, Hashem el Madani, Arab Image Foundation & Sfeir-Semler Gallery (Beirut/ Hamburg)
인상적이었다. 360도 프로젝션으로 푸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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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펼쳐지고, 뱃머리처럼 생긴 플랫폼
또한 그가 처음이다). 알-마야사가 한 해에
위에서 관람자는 마치 바다에서 길을 잃은
쓰는 액수는 적어도 1조 원으로 추정된다.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세상의 균형이
중동 지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깨진 듯한 체험을 통해 국가와 개인 사이의
자본의 규모가 근래 이 지역 작가들이
장벽을 허물자는 취지라고 했다. 잠시나마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에 일조하는 점을
일상의 통제와 균형을 잃어버린 가상
부인할 수 없을 터다.
체험에 평소와 전혀 다른 자유로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은 사회와 환경이 지닌 틀을 깨고 점차 활동 범위와 주제를 넓히고 있다.
이뿐인가? 2015년 개관할 루브르
예컨대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부다비 박물관Louvre Abu Dhabi 은 미술계
최초로 여성하이파 알-만수르 Haifaa Al-Mansour
초미의 관심사다. 프랑스 출신 건축가
이 감독한 장편영화 <와즈다Wadjda ,
장 누벨Jean Nouvel이 디자인을 맡은 이
2012>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열한 살의
박물관은 건설 비용만 약 1억 유로로
여주인공 앞을 또래 남자아이가 자전거로
원래 행동주의와 예술은 같은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추정되고, 30년간 루브르 박물관의 이름을
앞지른다. 하지만 엄마는 자전거를 사주지
빌리는 조건으로 미화 5억 2천500만 달러,
않는다. 몰래 대회에 나가 받은 상금으로
전시 기획과 미술품 대여 등으로 추가 7
자전거를 살 것이라고 말하자, 학교 측은
억 4천700만 달러를 ‘질렀다’. 문화는
다시 상금을 빼앗는다. 실망하며 집에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돌아온 여주인공은 사고 싶었던 자전거를
미술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사고 있음은
발견한다. 두 번째 아내를 들인 남편에게
분명하다. 현재 전 세계에서 미술품 구매에
실망한 엄마가 마음을 바꾼 것이다. 결국,
가장 많은 돈을 쓴다고 알려진 사람은
여주인공이 다시 남자아이를 앞질러 간다.
1983년생인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 셰이카 알-마야사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나는 이 영화의 상징적인 의미들이 좋다.
Sheikha Al Mayassa Bint Hamad Bin Khalifa
앞서 말한 유튜브 영상도 떠오른다. 이렇듯
Al-Thani이다. 그는 세계적인 예술 전문지
예술과 사회가 가깝게 맞물려 돌아가고
<아트 리뷰Art Review>가 매년 발표하는
있기에 중동 미술은 더욱 흥미롭다. 지금
미술계 파워 100인의 2013년도 1위에
예술이 어디보다 많이 필요한 시점과
뽑히기도 했다(중동 출신이 1위에 오른 것
공간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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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언젠가부터 책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무슨 여유가 그리 없는지, 읽는 일보다 쓰는 일에만 급급하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에는
THE FLOW of IDOLS 성창원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 에디터 단편집 <1,095>저자
oodllboo.com
책을 곧잘 읽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족이 함께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부모님은 책을 한 권씩 사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장을 보러 갔던 건물 안에 작은 서점이 있었던 것이 참 좋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생용 책은 글씨도 크고 그림도 있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 시절 읽었던 책 중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꼬마 니콜라Le Petit Nicolas>다. 만화작가인 르네 고시니René Goscinny와 장 자끄 상뻬JeanJacques Sempé 가 함께 만든 작품으로, 장
자끄 상뻬의 그림과 함께 개구쟁이 니콜라의 좌충우돌 학교생활을 따라가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초등학교 고학년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의 <개미> 이후로 한동안 책을 읽지
않다가, 고등학생 시절 많은 사람이 그러듯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를 통해 일본 문학을 접하게 되었다. 빠르거나 늦었다기보다는, 일본 문학이 붐이었던 시기였다. 이후 자연스럽게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 아사다 지로浅田次郎, 야마다 에이미山田双葉,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 와타야 리사綿矢りさ 등 많은 일본 작가를 알게 되었고, 또 읽었다. 이들은 각자 그들만의 명확한 특징을 갖고 있었으나, Jorge Luis Borges, 1963, from the book <Grandes Maestros de la fotografia argentina> © image courtesy of Alicia D’Amico SPECTRUM
당시 일본 문학 특유의 개인주의적이고 방관적인 문체, 대담한 성적 묘사, 그리고 26
기발하면서도 적절한 비유 등을 통해
허구의 인물에 주석을 달아 그 허구를
쉽게 빠져들게 되었다. 사춘기라 더
더욱 견고하게 가공하곤 했다. 오늘날
그랬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라카미
인터넷 속어인 ‘드립’에 견주어도 손색이
하루키의 작품들과 오랜 시간 함께했다.
없을 정도로, 글이라는 매개체를 자유롭게
가장 좋아했던 것은 <스푸트니크의 연인>
사용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었다. 상을 받지 않은 작품이기도 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때문이기도 했다. 그때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 안에서 베르나르
나는 ‘좋은 것’보다 ‘독특한 것’, ‘다른 것’에
베르베르를 내몰았고, 가브리엘 마르케스와
먼저 마음이 가는 시기였다.
보르헤스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내몰았다. 그들의 문학적 깊이에 서로 얼마나 큰
그러던 중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읽게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나에게
되었다. 읽기 전부터 많이 들어본 제목이었고,
그들은 하나의 흐름이 아니었나 하는
고전은 잘 몰라도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막연히 문학을
덜컥 집어들었다. 이 작품은 이제껏 읽어온
접했지만, 그 뒤로 하나둘 읽어가며
그들 모두가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 이 짧은 글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다른 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움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점점 구체화하는 과정
가득했다. 현실과 비현실이 자연스럽게 엉켜
말이다. 상상력의 경계를 넓혀주었던
든 세계에서 한 가문의 시작과 끝을 그려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비유의 새로운 경지를
규모와 문체, 세계관이 모두 충격이었다.
알려준 무라카미 하루키, 어린 나이에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완성도 있는 문장으로 감탄을 연발하게 했던
Márquez 를 통해 마술적 사실주의Magic
와타야 리사, 다소 거칠었지만 능숙한 구성을
Realism 라고 불리는 남미 문학의 큰 흐름에
보여주었던 요시다 슈이치, 잘 다듬어진
흠뻑 빠지게 되었고, 그러다 알게 된 작가가
단순한 문장이 얼마나 거대한 행간을 만들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낼 수 있는지 보여준 김훈, 귀화한 남미 작가
였다. 그의 작품들을 처음 접하고 가장 크게
같은 이야기 주머니 천명관, 글의 규모에
든 생각은 ‘보르헤스는 지적인 거짓말쟁이’
대한 감각을 알려준 가브리엘 가르시아
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책에서 ‘주석’은
마르케스, 사기꾼보다 더 거짓말을 잘할 것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혹은 문장의
같은 보르헤스…. 그들 모두가 나에게 영향을
뜻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보르헤스는
주었다. 이 짧은 글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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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모두 똑같은 교복과 짧은 머리뿐인 구십 년대의 중학교 시절에는 남들과 다르게 보이려고 애썼다. 반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음악을 듣고, 전교에 하나뿐인 신발을 신으며 ‘다른 애들은 뭘 몰라’하며 냉소적인 태도로 보내곤 했다. 당시 매일 저녁을 걸러가며 천 원 이천 원 모아 유행하던 나이키 에어 포스 원Nike Air Force 1 대신, 남들이 신지 않는 에어 트레이너 Air Trainer 를 산 적이 있다. 고작 신발 하나
사는 일인데, 그것을 위해 어떤 운동선수가 신었는지, 이전 시리즈에는 어떤 역사가
THE ICONIC LIFE 나상운 Cartel Creative Inc. Digital Dept.
instagram@na_sang
있는지 같은 배경 지식을 빼곡하게 공부한 후에야 구매했다. 이런 습관 탓에 지금까지 보유한 소장품 대부분에는 동경하는 아이콘과 문화가 배어 있다. 십 대 시절에는 스포츠광이었다. 마이클 조던 Michael Jordan , 찰스 바클리Charles Barkley,
앤드리 애거시Andre Agassi, 마이클 창Michael Chang , 보 잭슨Bo Jackson 같은 수많은
운동선수와 그들의 시그니처signature 제품에 열광했다. 그들의 역사와 함께하는 스포츠 브랜드들은 내게 종교적인 존재에 가까웠다.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어도 관심사만 약간 변했을 뿐, 멋있다고 생각하는 예술가의 스타일을 눈여겨보거나 역사적 의미가 담긴 제품에 열광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이전처럼 겉모습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우상인iconic 인물들의 삶과 발자취를 이해하고 접목해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울 수 있을지 탐구한다. 그들에게 받은 영향으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기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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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하위문화subculture
근래 국내의 스트리트 문화street culture 는
를 지지하며 그로부터 영감 받은 것들을
다양한 시도와 멋진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제작합니다’는 식의 소개 글이다. 실제로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에게선 ‘문화’가
어떤 지원을 했는지 알 수 없던 경우를 종종
모자란 채 겉모습에만 치우쳐 있어 아쉽다.
봤지만, 적어도 이들은 무엇이 ‘멋지게cool ’
유명인을 따라 아웃도어와 스케이트보드
보이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류가 유행하지만, 정작 그 문화 자체에
브랜드가 망한 이유를 찾자면, 알고 있는
무관심한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듯했던 멋진 행동을 실제로 하지 못했기
일정 시기가 지나면 옷의 유행이 사그라지고
때문은 아닐까.
그에 따라 문화도 사라져버리는 일도
문화적으로 아이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흔하다. 이러다 보니, 자신들이 좋아했던
멋진 이유는 멋진 겉모습 때문이 아니라,
것이라도 유행 조짐이 보이면 강한 거부
그들의 삶과 모습에 그들이 일궈낸 문화와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더러 보인다.
삶의 방식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겉모습만
예컨대, 최근 스케이트보드 인구
따라 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이런 습관 탓에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 대부분에는 동경하는 아이콘과 문화가 배어 있다 유입이 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들이 속한 문화를 탐구하다 보면, 끊임없이
스케이터들끼리 대부분 아는 사이일 정도로
즐거운 것들이 나타나고 탐험에 빠지게 된다.
좁은 문화였지만, 이제는 여기저기 많은
이런 과정의 연속 안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매장이 생겨나고 스케이트보드 전용 공원에
만들어 가는 개개인의 움직임이야말로
사람들이 넘치면서 어느 때보다 생기가
스트리트 문화를 더 탄탄하게 만드는 기반이
넘친다. 그러나 실상은 문화에 관한 이해가
될 것이다.
없는 사람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하면서, 씬scene 의 질적 성장에는 방해되고 있다. 오랫동안 스케이트보드를 타온 이들이 커지는 씬을 바라보며 머지않을 미래에 펼쳐질 변화를 걱정하는 것은 엄살이 아니다. 근 몇 년간 수많은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여기엔 재미있는 29
Nike Air Trainer SC II PRM QS ‘Megatron’ © image courtesy of Angel Navedo(flickr.com/thatsangelcom) SPRING
MUSIC
1970년대 솔soul・훵크funk 르네상스가 서서히 막을 내리던 80년대 초, 58년생 개띠 동갑내기인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 이 두 천재는 과거의 흑인 음악의 유산을 모두 집대성하여 ‘팝 음악pop music ’이라는 이름으로 꽃피우는 데 성공한다. 이들은 엠티브이MTV 개국에 힘입어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백인들의 뇌리에 심었고, 그들의 선배들이 이루지 못했던 흑・백 크로스오버 히트를 기록할 수 있었다. 프린스의 음악 혁명은 1984년 발매된 6집
THE PRINCE 박희봉 공인회계사 희봉닷컴(heebong.com) 운영자
<퍼플 레인Purple Rain>에서 완성되었다. 작사, 작곡, 연주, 편곡 및 프로듀싱 모든 것을 혼자 수행한 이 앨범은 록, 디스코, 뉴 웨이브, 훵크 그리고 펑크 등의 장르와 흑백 인종의 경계를 허문 잡종 교배의
twitter@heebong
Prince, the concert at Vorst Nationaal, Brussels, Belgium on August 27, 1986 © image courtesy of Yves Lorson from Kapellen, Belg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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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물이었다. 백미는 베이스 연주를
Madonna 와 함께) 팝 음악 문화에 던진
빼버리고 드럼 비트와 키보드 리프만으로
가장 강력한 폭탄이었다. 사랑과 섹스에
만든 ‘When Doves Cry’였다. 베이스
대한 노골적인 노랫말은 곧바로 레이건
연주가 없는 흑인 음악이라니, 이건 마치
Ronald Reagan; 미국 40대 대통령. 1981년~1989년 재임.
수프 없이 끓인 라면 아닌가. 이 노래는
_ 편집자 주 정부 아래 보수화로 치닫던 미국
장기흥행이 힘든 당시 싱글 순위single chart
사회의 표적이 되었다. 학부모 단체에 의해
구조에서도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앨범이 불태워졌고, 악명 높은 ‘페어렌탈
기염을 토한다.
어드바이서리Parental Advisory·부모의 지도가 필요함’ 딱지가 탄생했다.
평론가들과 대중들의 압도적인 호응과 찬사 속에 앨범 <퍼플 레인>은 1,300만 장의
그럼에도 프린스의 ‘섹스 로큰롤 혁명’
판매량을 돌파했고, 무명 가수가 사랑과
은 팔구십 년대 팝 음악 시장에서 큰
성공을 쟁취한다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성공을 거두었다. 이 기간에 그 누구도
프린스 주연의 동명의 영화 <퍼플 레인>
프린스보다 많은 히트곡(‘빌보드 싱글 핫
하지만 그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신의 예술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것입니다 역시 7천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기록하며
100’ 순위 기준, 총 44곡)을 만들어내지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다. 프린스
못했다. 동시에 음악가로서 레코드사의
이전에 같은 해 노래와 영화, 앨범을 정상에
간섭으로부터 자신의 창작물을 지켜내기
올렸던 음악가는 비틀즈The Beatles 가
위해 벌인 (법적) 투쟁은 동시대예술가
유일했다.
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퍼플 레인’의 성공은 단순히 음악의
2013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프린스의
경계에만 묶이지 않았다. 란제리 패션과
‘아이콘 어워드Icon Award ’ 수상 발표를 위해
보라색purple이 유행했고, 프린스가 즐겨
나온 에리카 바두Erykah Badu 와 자넬 모네
쓰기 시작한 축약형 철자법 - to 대신 2, for
Janelle Monáe 는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대신 4, you 대신 u - 까지 일반화되었다.
“프린스는 항상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하지만 무엇보다 극단성과 성적 표현 등이
창의적이고, 대담한 천재입니다. 하지만
‘로큰롤rock ‘n’ roll ’이 될 수 있도록 수문을
그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신의 예술에서
열어버린 파격은 프린스가 (마돈나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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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우리의 생활을 인터넷이 끌고 간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로 취업을 할지, 무슨 대학을 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건 포털과 커뮤니티의 수많은 게시물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인터넷에 종속되는 건 아니다. 우리가 영원히 고개를 숙인 지하철의 승객들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인터넷에 종속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공유한다. 정보를, 메시지와 콘텐츠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낸다. 갖고 싶은 욕망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인터넷을 확장했다. 인터넷의 발전은 공유로부터 시작했다.
TORRENT
지금도 인터넷은 공유하고 있다. 그 무엇이든지.
조진혁 <아레나 옴므 플러스(ARENA HOMME+)> 피처 에디터
비트토렌트BitTorrent 는 P2P peer-to-peer
twitter@jinavenue
플랫폼이다. P2P는 다수의 사용자가 중간
network 기술을 바탕으로 한 파일 공유
서버를 거치지 않고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2000년대 초반의 P2P 플랫폼들은 중간에 서버를 두고 있었다. 오히려 웹하드에 가까운 형태였다. 그것들이 저작권 문제로 사라지자, 비트토렌트라는 P2P 플랫폼이 등장했다. 해당 콘텐츠의 토렌트 파일이나 마그넷이라 불리는 주소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내려받기 download 가 곧 올리기upload 가 되는
구조다. 하나의 파일을 다수가 공유하며, 사용자가 많을수록 내려받는 속도는 빨라진다. 토렌트의 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BitTorrent advertising billboard campaign, 2013 © image courtesy of BitTorrent, Inc. SPECTRUM
많은 사람은 이미 토렌트를 통해 영화나 32
게임 등을 내려받은 경험이 있을 테니까.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욕망이다.
실제로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 절반 이상은
말할 수 없는 욕망. 우리는 포르노를 보고
토렌트를 통한 파일 공유에 사용된다고
싶고, 돈 주고 영화를 보기 귀찮으며,
한다. 그러니 지금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포토샵을 구매하는 게 돈 아까운 행위라고
절반 이상은 토렌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공짜가 좋고, 저작권자가
보면 된다.
어떻든 나 하나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토렌트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는 수십만 명
공유는 인터넷을 발달시키고, 명맥을
혹은 아무 생각 없는 수십만 명이 하나의
유지하게 했다. 우리의 일상만 공유되는 건
파일을 공유한다. 인터넷은 지금도 욕망과
아니다. 그건 자신의 이름으로 남들에게
함께 발전하고 있다. 갖고 싶다. 쉽게 갖고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데이터들은
싶다. 더 빠르고 쉽게 갖고 싶다는 순서로.
우월감, 만족감 등이 기저에 깔려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싶은 건 남의 점심
토렌트 이전에는 와레즈Warez가 있었다.
사진이 아니다. 못 본 영화, 드라마, 만화,
무료로 데이터를 공유하자는 구호slogan
인터넷은 지금도 욕망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게임, 포르노 등이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의 공유플랫폼이었다. 저작권 문제로
공유되는 건 포르노다. 그건 당연하다.
사라졌다. 남은 건 토렌트뿐이다. 그리고
인터넷의 보급과 발달을 이끈 건 손쉽게
토렌트를 통해 무료로 포토샵을 설치한
포르노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니까.
아이가 그래픽작업을 하고, 자신의
이어서 무료로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도 있다. 가난한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그 뒤 게임과
영화학도가 고전 영화나 예술영화를
그래픽, 운영체제 등의 유료 소프트웨어가
찾아볼 수 있고, 가난한 연인들이
순위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식 석상에서
노트북으로 <겨울왕국>을 볼 수도 있다.
아무도 토렌트에 관해 이야기할 수는 없다.
우리가 올림픽과 월드컵으로 지구촌이
나는 토렌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지
하나 될 수 있다고. 그 가능성을 이야기할
않는다. 그 공유 플랫폼이 불법은 아니지만
때. 토렌트에서는 이미 하나의 파일로
주고받는 데이터들은 불법이 대부분이니까.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 누군가에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장점보다는
토렌트에서는 범죄가 일어난다. 저작권법에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더 많다. 마치 우리의
위촉되는 행위를 우리는 어제 했고, 오늘도
욕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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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대한민국 국민 열에 아홉이 취미라는 ‘여행’. 이 글을 쓰기 전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내가 이 주제로 글을 쓸 만한 자격이 있을까. 그동안의 크고 작은 여행 기억을 막상 정리하려니 막막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내가 겪었던 여행 대부분은 특정한 기준이나 뚜렷한 목적지가 없었다. 잘 세운 계획조차도 없었다.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떠나는 즉흥적인 여행이었다. 늘 이런 대책 없어 보이는 여행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자연’을 향한 끊임없는
MOTHER NATURE
갈망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일상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마다, 배낭 하나 휙 둘러메고 무작정 산과 들, 강가와 바다가 있는 자연 속으로 떠나곤 했다. 왜 그랬는지
김영빈 여행가
굳이 이유를 찾으라면 뚜렷하게 대답할
yasob1217.blog.me instagram@toungbin
늘 자연 품으로 뛰어들고 싶다고 생각하곤
수는 없다.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쯤이면 했다. 물론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동안만큼은 근심 걱정 따윈 잊고,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 봄이 찾아올 즈음, 겨우내 얼어있던 계곡이 녹으며 들려오는 물소리, 봄을 알리는 숲 속 동식물의 분주한 모습들.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듯한 녹음, 그 짙고 푸른 산, 발가락만 담가도 온몸으로 전해지는 계곡 물의 청량함과 시원함,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위로 뜨고 지는 아름다운 태양의 모습이 있었다.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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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을 만큼의 다양한
문학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색을 가진 단풍잎과 눈 깜짝할 사이 세상을
Thoreau ’의 책 속 한 구절이 생각난다.
순백색으로 덮어버리는 신기한 눈 꽃송이도
“잘 닦인 길만 바라보고 가지 말자. 새로운
만났다. 사시사철 변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길을 걸을 때, 사람의 가슴은 두근거린다.
모습과 함께 여행하는 동안, 나는 눈으로
눈앞에 숲이 있다. 그곳에 자신만의 길을
보고, 귀로 들으며, 몸으로 배우고, 마음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그대를 기쁘게 한다.”
느꼈다. 새삼스레 깨달은 것도 하나 있다.
그의 말처럼 자신만의 특별한 여행 방식과
무척 당연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기준을 만들어 여행을 즐길 줄 안다면,
‘자연의 소중함’이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여행자인 셈이다.
사실 여행이란 꼭 먼 외국에 가거나 유명한 곳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이라도 밖으로 나가 우리 주변에서 분주히 살아가는 크고 작은 자연
새로운 길을 걸을 때, 사람의 가슴은 두근거린다 속 생명에 관심을 두고 자세히 관찰해보면 어떨까. 계절마다 수줍게 피어오르는 여러 종류의 아름다운 꽃과 열심히 담장을 타고 오르는 부지런한 담쟁이들, 뜨겁게 광합성을 하며 늠름하게 서 있는 가로수, 도시
© image courtesy of Kim Young bin
생활에 적응된 동물들이 바로 근처에 있다. 조금만 색다른 시선으로 둘러보면 평범한 주변에서도 많은 것이 신비롭게 보인다. 이러한 자연의 모습들을 찾아다니며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 또한, 나만의 색다른 다른 이들은 알지 못하는 - 비밀스러운 여행 경로가 될 수 있다. 문득 자연의 품에서 누구보다 소박했지만 행복한 삶을 살았던 유명한 사상가이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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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 Mr. DARREN ROMANELLI Mr. HAN SANGHY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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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T ‘포트레이트 PORTRAIT’는 매 호 <스펙트럼>이 만난 동시대 창작자들과의 인터뷰입니다. 그들의 생각, 작업, 삶과 가치를 얘기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닥터 로마넬리Dr. Romanelli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대런 로마넬리Darren Romanelli와 얼마 전 자신만의 브랜드를 정식 발표한 한상혁Han Sanghyuk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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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ITY THEORIES of THE RECONSTRUCT MASTER. interview &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JDZ CHUNG, KIM BOSUNG, HONG SUKWOO edited HONG SUKWOO translation HELENA-MARIE KIM © all works courtesy of Dr. Roman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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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 DRx, Dr. Romanelli
Mr. DARREN ROMANEL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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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KE by DRx Collection at Kasina 647 Flagship Store, 2014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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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옷과 부자재를 모으고,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새 옷과 장신구를 만든다. 이제 꽤 많은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이러한 작업을 선보이지만, 대런 로마넬리Darren 사람들에게 닥터 로마넬리Dr.
Romanelli 의
Romanelli
작업은 특별하다.
혹은 닥터 엑스DRx 로 더
알려진, 텁텁한 수염과 큰 키의 남자가 만든 옷은 철 따라 변하는 ‘패션’ 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트렌치코트와 블루종, 라이더 재킷과 워크 셔츠 그리고 럭비 셔츠처럼 패션사史와 스트리트 문화를 담은 옷이 닥터 로마넬리의 ‘수술대’에 오른다. 모든 과정이 그의 두 손을 거치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옷이 모습을 드러낸다. 출발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수많은 스트리트 브랜드가 이제 하나의 아이콘icon으로 존재한다. 단순한 옷이 아닌 생활 일부로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그 안에서 닥터 로마넬리는 그 이름 아래 펼친 작업들로 고유한 문화를 형성했다. 직접 만난 그는 무척 털털하고 유머 감각이 넘치는 남자였다. 서울, 이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경험이 특별하다고 했다.
SPECTRUM: 서울 카시나 플래그십 매장Kasina 647 flagship store 에서 ‘코크 바이 닥터 엑스#COKEbyDRx’ 컬렉션 론칭 파티를 마쳤다. 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출발한 건가? Darrern Romanelli: 이번에 한국에서 전개하는 컬렉션의 주제는 코카콜라 브랜드가 스트리트웨어에 끼친 영향을 기념하는 것이다. 코카콜라 컬렉션은 지난 몇 년간 작업해왔는데,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내 의지가 반영되어 성사되었다. 서울과 한국사람들에게서 느끼는 특별한 활력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정식으로 브랜드 협업collaboration 프로젝트를 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코카콜라에 직접 요청했다. 준비 과정에서는 여러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언디피티드Undefeated의 이규범KB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를 Angeles에서,
Lee이
디제이
소개해줬고, 그를 로스앤젤레스Los
정확히는 내가 운영하는 카페The
Pancake Epidemic
에서 만나게 됐다. 초면에 대뜸 한국 프로젝트를 도와줄 수 있는지 41
SPRING
물었는데,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 카시나Kasina를 소개해준 사람도 그였다. 실행 관련 부분을 해결한 이후로는 본격적으로 컬렉션에 대해 논의했는데, 기존 한국 소비자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소개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1980년대 후반부터 1990 년대 초반에 유행한 코카콜라 빈티지 스트리트웨어를 재해석하는 콘셉트를 잡았다. 특히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코카콜라 스트리트웨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이때 가장 유행한 아이템이 럭비 셔츠rugby shirt였다. 당시 코카콜라 럭비 셔츠 디자인을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가
맡았는데, 타미 힐피거 물류센터로
사용하던 창고에서 150벌의 재고를 발견했다. 그걸 모두 사들여서 재구성한 제품이 카시나 단독exclusevely 아이템이다.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1980년대 코카콜라 데님 제품도 공수했다. 실루엣을 좀 더 현대적으로 바꾸고, 옷 조각panel 색상 조합도 다양하게 하고, 뒤집어 입을 수 있게 안감에도 신경 썼다. 당신의 인스타그램instagram@drxromanelli에 들어가니, 리타Leata 와 휴먼트리Humantree, 360사운즈360
Sounds
등 다양한 서울
스트리트 문화 인물들을 만났더라. 어떤 점들이 인상적 이었나? 서울 패션의 유행과 취향을 선도하는 사람들과 만났다. 특히 관심 끈 것은 휴먼트리의 알라딘 난로Aladdin
Heater였다.
정말 신기하고
멋졌다! (웃음) 휴먼트리의 브랜드인 베리드 얼라이브Buried Alive 도 미국 정서가 강하게 느껴지는 브랜드여서 익숙하고 마음에 들었다. 리타의 매장 인테리어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콧수염을 기르고 본인만의 캐릭터가 느껴지는 스타일도 멋지고! 춘식Choon6 도 알고 있나? 멋진 성격에 확실한 캐릭터가 있다. 특히 소울스케이프는 나와 비슷하게 빈티지나 오래된 것을 좋아한다. 그는 옛날 음악을 재혼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나는 같은 작업을 옷으로 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개인들이 모여 특정 시장의 캐릭터를 형성하고 문화에 영향을 끼친다. 한국 패션과 음악계에 영향 주는 사람들을 만나 한국 시장을 좀 더 배울 수 있었다. 처음 당신 작업을 접한 것은 2004년, 나이키Nike 와 함께한 ‘재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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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KE by DRx Collection at Kasina 647 Flagship Stor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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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축 프로젝트RECONSTRUCT Project ’였다. 빈티지 옷을 해체 하고 재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 이제 나이키 프로젝트는 특별한 주문 제작만 받는다. 주로 음반 프로듀서,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요청한다. 대학도 나이키 본사가 있는 오레곤Oregon 주에서 다녀서 여러모로 애착이 크다. 지금 작업의 시작은 남들과 차별한 특별한 개성을 옷으로 표현하고 싶은 이십 대 초반의 욕심이었다. 첫 작업은 빈티지 넥타이를 손바느질로 청바지에 붙인 것이었다. 그 후로는 컨버스 척 테일러Converse Chuck Taylor 를 분해한 뒤 특이한 모양의 지퍼를 청바지에 붙였다. 예상했겠지만, 실제 결과물은 정말 엉망이었다. 그래도 무척 특별했고, 그때 느낀 감정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곧바로 시내에 나가 재봉틀을 사 와서 작업에 몰두했다. 1999년부터 2001년 사이였다. 재봉틀은 쓸 줄 알았나? 전혀. 사실 손바느질도 어떻게 제대로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냥 엉성하게 덕지덕지 붙인 거지. (웃음) 그래도 해본 거다. 펑크 록 punk rock
스타일 콘셉트를 빌려서 빈티지 옷감을 뜯고 겹쳐가며
재구축했고, 이쯤 되니 별칭 하나를 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작업이 죽어가는 빈티지 의상에 수술하는 느낌도 들고, 미치광이 과학자 같기도 했다. 그래서 이름 머리글자인 D와 R을 따서 닥터 로마넬리Dr.
Romanelli 라고
지었다. 나이키가 내 작업을 알게 된 건
2003년이었다. 그때 첫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 이후로부터는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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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다. 내가 작업한 첫 나이키 재킷은 맥스필드Maxfield, maxfieldla.com에서
www.
전부 구매했고, 총 열 번의 컬렉션을 함께
작업했다. 이후 일본에서도 연락 오기 시작하면서 여러 브랜드, 편집매장과 동반관계partnership을 맺었다. 손수 빈티지 소재와 옷vintage materials and clothes 으로 수제작 hand-crafted한다. 어떤 식으로 모으는 건가?
모든 영감은 빈티지 의류를 모으는 것에서 시작한다. 특별히 의뢰가 들어오지 않아도 여러 빈티지 매장과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옷을 살 때는 최대한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도록 염두에 둔다. 예를 들어 빈티지 리바이스Levi’s 는 무조건 산다. 리바이스 501 청바지, 스웨터와 빈티지 소파, 캠핑 의류, 사냥 의류, 다양한 배낭과 스웨트셔츠, 후드티, 오래된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재킷…. 이 모든 게 스튜디오에 쌓여 있다. 이렇게 모은
소재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1년 넘게 멍하니 쳐다볼 때도 있고, 주문 제작에 맞춰 관련 아이템을 찾기도 한다. 어떤 작업이든 빈티지 없이 새것만으로 만드는 일은 드물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빈티지 소재를 꼭 넣는다. 빈티지를 재해석하며 오리지널 브랜드를 잘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와 다시 한 번 소통의 기회를 주는 것이 ‘닥터 로마넬리’ 브랜드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제껏 맡은 프로젝트 모두 위대한 유산heritage이라 칭할 만한 고유의 전통을 지녔다. 뽀빠이Popeye, 비틀 베일리Beetle Bailey, 프래글 락Fraggle
Rock ,
헬로키티Hello
Kitty,
던힐Dunhill, 예거
르꿀뜨르Jaeger-LeCoultre, 나이키, 컨버스 그리고 최근에 맡게 된 코카콜라까지…. 긴 역사의 브랜드를 재구축해서 현 세대에도 각광받을 수 있도록 하는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이번 코카콜라 컬렉션 작업 과정을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코카콜라 컬렉션을 위해서는 먼저 각기 다른 로고와 스타일의 코카콜라 스트리트웨어를 사들였다. 그리고 브랜드의 역사와 발자취, 여러 이미지, 이제까지 쓰인 각각 다른 명도의 빨간색을 조사했다. 그리고 중요한 세탁을 한다. 냄새나는 옷을 누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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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고 싶겠나. (웃음) 1940~50년대 빈티지 의상의 색감과 느낌을 보전하면서도 악취 제거를 위해 여러 공정을 거친다. 세탁을 마치면 옷감 외의 부자재를 산다. 지퍼, 안감, 가죽, 똑딱이 단추 등은 빈티지 특유의 색감과 활력을 살리기 위해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필요한 부자재 주문을 마치고 배송 시점을 정하면, 본격적으로 컬렉션을 구상한다. 선보일 계절과 판매 지역 날씨 등을 고려하며 두세 개의 주요 디자인 패턴과 실루엣을 만든다. 그 후 빈티지 의류를 추려가며 어떤 부분을 분해할지 정한다. 제일 어려운 부분이 바로 분해 작업이다. 군용 물품은 박음질이 정말 촘촘히 되어 있다. 반대로 오래된 리바이스 청바지는 면도날이 스치기만 해도 슥 잘린다. 조심스레 작업을 완료할 즈음 주문한 부자재들이 도착한다. 스위스에서 지퍼가 오고, 사전 제작한 단추도 오고, 빈티지 안감은 이미 뜯어놨고…. 새로 주문한 가죽, 새 옷감과 재킷까지 모든 재료를 꺼내 스튜디오에 진열한다. 이제,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음악을 틀 시간이다. 이번 코카콜라 작업 때는 힙합을 들었다. 그리고 재봉을 도와줄 한 명만 함께 남는다. 그야말로 텅 빈 캔버스에 퍼즐 맞추듯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한다. 이렇게 한 벌을 완성하면 포장하고, ‘아이템 1번’이라고 표시하면 끝이다! 그렇게 다음 옷으로 넘어간다. 가끔 예상보다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대부분 수학 방정식을 풀 듯 머릿속에서 깔끔히 정리한다. 사실 제작과정보다 닥터 로마넬리가 두각을 나타내는 부분은 전문적인 마케팅과 브랜딩branding,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등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는 부분이다. 아주 오래전 내가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나에게 첫 영감을 준 사람들은 꼼데가르송COMME 의 준야 와타나베Junya 준 타카하시Jun masters 라는
Watanabe 와
Takahashi였다.
des GARÇONS
언더커버UNDERCOVER의
이 둘은 재구성의 대가reconstruct
점에서 무척 큰 의미가 있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옷
이상을 논한다는 점이 멋지다. 결국, 닥터 로마넬리 컬렉션은 좀 앞서 말한 물리적인 과정을 거치지만, 재킷을 만들면서도 브랜드 전략을 구상하고 소비자가 이 옷을 구매함으로써 어떠한 관계를 맺을지, 한 점 한 점 떨어져 있는 부분을 동시에 이어간다. 모든 것은 바늘과 실 같다. 옷만 바느질로 연결하는 게 아니다. 브랜드 메시지, 발매 계획, 제품 제작 방식도 엮는다. 이렇게 모든 부분을 적절히 연결할 때,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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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Romanelli x A Love Movement ‘Dr. Love’ Collection, 2011
브랜드의 활력은 끊김 없이 채널 곳곳에 흐른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첫 작업을 선보일 때, ‘성공’에 관한 확신이 있었나? 처음 옷을 판매한 건 2001년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네이키드Naked 라는 매장이었다. 내가 직접 만든 야구모자와 재킷을 입고 매장에 갔는데, 주인이 갑자기 ‘지금 입고 있는 걸 나한테 팔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당황해서 판매하려고 만든 게 아니니 그럴 수 없다고 했는데, 추가 제작하면 바잉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경험 삼아 재킷 세 벌을 추가로 만들었는데 금세 매진됐다. 홈런을 친 기분이랄까? 정말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네이키드에서 재킷 열 벌을 추가로 주문했고 이젠 도대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그제야 수요와 공급을 생각했다. 주문 수량에 맞춘 제작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게 ‘닥터 로마넬리’의 시작이었다. 그러니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을 리가 있나. 당연히 없지. (웃음) 내 작업의 계기는 온전히 나를 위해서였다. 본인이 무언가를 굳게 믿는다면 그 신념은 주위에도 차츰차츰 퍼져나가게 된다. 당신이 직접 제작한 재킷 디자인이 진심으로 멋지다고 믿으면, 모두가 당신 디자인을 칭찬할 것이다. 그만큼 신념의 힘은 강력하다. 여기서 진정한 디자인과 예술이 출발한다. 닥터 로마넬리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collaboration하며 존재 한다. 당신에게 협업이란 어떤 존재인가? 요즘 시대의 협업은 모두가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모는 것만큼 흔한 일이 되었지만, 처음 브랜드와의 협업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등장했을 때는 그야말로 엄청난 시도였다. 그래서 지금도 브랜드와의 협업을 매우 중요시하고 신중하게 접근한다. 브랜드에서 영감을 얻고 친밀감과 애정을 지녀야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꽤 많은 브랜드와 작업했지만, 매번 상대 브랜드뿐만 아니라 내 브랜드의 새로운 점을 배운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도전하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결과를 창출하는 과정은 더 나은 디자이너이자 사상가가 되도록 돕는다. 사실 ‘닥터 로마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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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브랜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닥터 로마넬리 상표가 붙은 티셔츠나 모자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내가 만든 결과물은 모두 특별하고 유일무이하다. 설령 지금 작업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한 방법을 찾더라도 - 초능력에 가까운 신공의 재봉사가 한 번에 해체와 재조합을 백 벌씩 가능하게 한다거나 -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특별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작년이 닥터 로마넬리 설립 10주년이었다. 사실 딱히 축하할 것도 없었다.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저 10년째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여전히 이 과정을 즐긴다. 아무래도 나 자신의 브랜드는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가능한 게 아닐까? 자신의 브랜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터무니없는 기대심리로 이어지고, 결국 본인을 옭아맨다. 내 작업은 아주 낮은 기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작업이 잘 풀리면 몇 배로 더 기쁘다. (웃음) ‘닥터 로마넬리DRx’ 작업 말고도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creative agency
‘스트리트 바이러스Street
에피데믹The Pancake Epidemic’,
Virus ’,
커피숍 ‘더 펜케이크
온라인 공개 모집 디자인 플랫폼
online crowd-sourcing design platform
‘블랭크 유 베리 머치Blank
You Very Much, www.blankyouverymuch.com’를
운영한다. 이러한
작업과 당신의 ‘수제작’ 작업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나? ‘스트리트 바이러스’ 공간의 반은 고객사들을 위한 장소로 브랜드 패키지, 스타일 가이드, 마케팅 캠페인, 웹 개발, 사회관계망서비스 SNS 미디어 전략 등을 논의하는 데 쓰인다. 나머지 공간이 ‘팬케이크
에피데믹’이다. 직접 주문한 원두를 내린 커피를 판매하고, 쇼룸도 두 개 정도 있고, 내가 모은 예술작품들도 진열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현대미술품을 수집을 즐기는데, 그 공간에 걸어 들어갈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첫발을 내딛는 순간 커피 향이 나고, 공간과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환경에서 브랜드를 접하면 일반 매장에서 접할 때와는 전혀 다른 해석을 하게 된다. 비즈빔Visvim 이 매장 건축양식까지 고려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테이블 위에 아름다운 화분과 함께 진열한 신발과 그 환경을 감싸는 향초의 향을 상상해보라. 상품들이 분명히 다르게 보일 것이다. 브랜드는 총체적인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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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DRx for Disney Couture Jewelry Collection, 2012 Bottom DRx x OriginalFake by Medicom Toy Capsule Collectio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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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브랜드는 라이프스타일이 되고 문화가 된다. ‘블랭크 유 베리 머치’는 조금 특별하다. 3 년 전 공개 모집crowd-sourcing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접했을 때, 꽤 흥미로운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TV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이 일반인 중 숨은 보석을 찾아내듯이, 뛰어난 디자인도 대중의 힘으로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전 세계 어디라도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작품을 선보이고, 유명 브랜드와 협업할 기회의 장을 만들기로 했다. 이제까지 다양한 공모전으로 75명의 뛰어난 디자이너들을 발굴해냈고, 입상하지 못한 디자이너들도 그들과 DNA가 맞는 브랜드와 작업 기회를 얻었다. 이러한 과정을 경험한 브랜드는 또 다른 신인 디자이너에게 기회를 주는 선순환이 반복된다. 나도 내 브랜드를 위해 공모전을 개최할 때가 있는데, 프로젝트 범위나 주제에 따라 우리 에이전시 소속 디자이너 세 명으로는 작업이 여의치 않을 때가 있다. 아무래도 사람이다 보니 반복과 관습에 젖어들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대중에 도움을 요청했고, 결과가 좋았다. 아니면 한국 브랜드를 위한 디자인 공모전을 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스펙트럼> 다음 호 표지 디자인 공모전처럼 말이다. 당신은 훌륭한 결과물을 얻고, 디자이너는 소정의 상금과 명성을 얻을 수 있다. 내가 굳게 믿는 신조는 ‘많이 줄수록 많이 얻는다’이다. 질문 방향을 조금 바꿔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두는 것들은 무엇인가? 예술작품에 대한 끝없는 애정! 개인 스튜디오, 갤러리, 전시회를 찾아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꾸준히 모은다. 잘 알겠지만, 꽤 돈이 많이 드는 취미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웃음) 사람들이 수집가collector 들을 괜히 미친 사람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열심히 모으면 작품을 놓을 공간이 모자라고, 보관 공간도 추가로 알아봐야 하고, 관리 비용도 더 들어간다. 그래도 계속 한다. 이쯤 되면 병인가? (웃음) 요즘 주목하는 예술가들은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사진가이자 조각가인 월리드 베시티Walead 런던의 에디
피크Eddie Peake,
이스라엘
룬드Israel Lund이다.
Beshty,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 사진도 두말할 것 없이 최고다. 네이트 로우만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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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x x British Knights Jacket Collection, 2014
Nate Lowman ,
프레드릭 베슬레브Fredrik
소라야마Hajime
Sorayama ,
Vaerslev,
도쿄의 하지메
뉴욕의 커즈Kaws 도 훌륭하다. 지금은
모두가 아는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 도
오래전, 그가 막
알려질 때부터 친분을 쌓아왔다. 아직 해보지 않은 분야에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의상 외의 새로운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물리적 공간을 캔버스 삼아 호텔 인테리어를 해보거나, 자동차 실내 인테리어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맞춤 가구 제작도 포함되겠지. 물론 최근 시작한 영상 제작도 새로운 도전이지만, 완벽한 디자인 경험은 경험자가 존재하는 물리적 공간에서 완성된다. 그게 닥터 로마넬리의 다음 작업이 되지 않을까? 서울에서 첫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웃음) ‘호텔 바이 닥터 로마넬리’는 왠지 조각보 깁기patchwork 로 가득 채워져 있을 듯하다. 다양한 소재로 꽉 채워서. (웃음) 지금 인터뷰를 읽는 독자분들 중 호텔을 소유한 분들은 <스펙트럼>에 연락해주시면 이메일 주소를 전달해드리겠다. 같이 일합시다! (웃음) 당신의 협업 작업들은 이제 당신을 정의하는 일종의 정체성identity 이 됐다. 당신처럼 ‘아이코닉iconic’한 작업을 동경하는 젊은 세대 younger generation 도
많다. 그들에게 창의성creativity 에 관해
조언한다면? 자신을 ‘브랜드화’했을 때의 모습을 정확히 발견하고 깨닫는 것이 첫 번째다. 패션이든, 건축이든, 요리이든, 무얼 하든 간에 자신만의 DNA 를 구축해야 한다. 브랜드 DNA의 발전과 집중도 이 과정을 거쳐야만 의미가 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창작물을 세상에 하나둘 내놓으면 된다. 사진을 찍어서 텀블러Tumblr 에 올릴 수도 있고, 인스타그램에 올려도 되고,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것도 작품을 공개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대중에 어떻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개한 모든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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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유일무이한 자신만의 DNA를 강력하게 뿜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의 결과물이 수많은 다른 작품 속에서도 돋보인다는 자신감이 들수록 최대한 많이 공유하고 알려지도록 노력하라. 물론 어떤 이들은 나와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작품이 뛰어날수록 함부로 공개하지 말고 보호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나눌수록 더 많이 얻는 법이다. 올해에도 여러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슬쩍 얘기해줄 수 있을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디트로이트 출신 힙합 음악가 대니 브라운 Danny Brown 의
유럽 순회공연 의상을 디자인하고 있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에디 피크Eddie Kendrick Lamar의
Peake 와
함께 작업 중인 켄드릭 라마
뮤직비디오 ‘Sing about me’의 후속 작업인데,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에서
켄드릭과 에디를 인터뷰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가장
기대하는 건 브리티시 나이츠British Knights Footwear와의 협업이다. 브리티시 나이츠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크게 유행한 스니커즈 브랜드인데, 예전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닥터 creavite doctor ’로 초빙되었다. 현재 작업 중이고, 정식 발매는 3월 15
일 예정이다. 덕분에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 지금의 당신에게 ‘아이콘’이 있다면 누구인가?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중요한 아이콘은 바로 아버지다. 아버지의 삶과 경력을 지켜보며 자란 것 자체가 영감의 원천이 됐다. 아버지는 워너 브라더스Warner
Bros. Entertainment Inc.,에서
영화 관련 상품
제작자로 일하셨는데, 당시 아버지가 만든 장난감과 티셔츠, 비디오 게임 등을 경험한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 것이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도 못했다. 어린 시절에는 스펀지처럼 주위 모든 것을 흡수하고 받아들이지 않나. 점차 나이 들면서 그 영향을 바탕으로 특별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그때부터 부모님께 반항하기 시작했지. (웃음)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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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닥터 로마넬리를 여러 가지로 정의하겠지만, 한 마디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열정, 열정적인 사람! (웃음) 지면에 싣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종종 인터뷰하고서 벅차오르는 기분을 다시금 복기했다. 멋진 사람들이 아이콘이 되고, 아이콘들이 더 멋진 작업을 잇는 것은 단지 그가 유명해서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사람들은 망각하고는 한다. 그는 최근 만난 누구보다도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힘이 있었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금까지도 두근거릴 정도로 말이다.
twitter@DRxRomanelli instagram@DRxRomanelli www.drromanelli.com www.streetvirus.com www.thepancakeepidemic.com www.blankyouverymu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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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ADULT interview &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HONG SUKWOO edited HONG SUKWOO, LEE JIHYUN © all works courtesy of HEICH ES HEICH, HEICH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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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HAN SANGHYUK a.k.a. Mr. HE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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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ation Board in HEICH ES HEICH Office, 2014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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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은 본BON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면서, 기업형 패션 브랜드를 칭하는 ‘내셔널 브랜드’ 수장으로 처음 서울패션위크Seoul Fashion Week 에
참가했다. 한상혁을 알게 된 것은 본의 세 번째
컬렉션이었다. 2007년도 봄/여름 시즌의 본은 ‘슬리커SLICKER ’ 라는 주제로 무대를 올렸다. 당시 <지큐 코리아GQ Korea > 온라인 비평에서 필자는 첫 문장을 이렇게 썼다. ‘3번의 컬렉션을 가진 본 BON 은
이번 서울 컬렉션의 재발견이었다. 풋풋한 젊음과 주눅 들지
않는 여유가 느껴지는 옷에서 이른 봄 내음이 풍겼다.’ 이후 그는 엠비오MVIO 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작업을 이어 갔다. 그가 손댄 남성복들에는 항상 ‘이야기storytelling ’가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서사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한상혁의 전매특허였다. 그렇다고 외형만 신경 쓴 것은 아니었다. 절제한 그래픽, 얼핏 드러나지 않은 마감과 장식, 지퍼를 활용한 발상의 전환은 그의 정체성이었다. 패션디자이너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경력의 거의 전부를 ‘회사’ 안에서 보낸 한상혁은 작년 봄, 독립했다.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는 동시대 디자이너들과 처음으로 동일 선상에 섰다. 자신의 이름 머리글자HSH 를 바꾼 ‘에이치에스에이치 HEICH ES HEICH ’를
준비한 그는 첫 컬렉션을 준비할 때처럼 들뜨고
긴장되는 나날이라고 했다. 회사를 나와서 자기 브랜드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어땠나? Han Sanghyuk: 아주 간단히 두 가지였다.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과 축복해주는 사람들. 제일 친한 친구는 다른 사람들은 올라가고 싶어 하는 자리에서 왜 내려오려고 하느냐고 했다. 나는 내려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작지만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6개월 정도 해보니 이제 그들이 무엇을 걱정했는지 알겠더라. 그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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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말하면, 아직 해보지 않았는데 이미 해본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호텔에서 하는 성대한 돌잔치와 집에서 친구들과 하는 아기자기한 돌잔치가 있다면, 나는 호텔에서만 해봐서 집에서 친구들과 하는 것에 욕심이 있었다. 그들은 작은 것들이 과연 성에 찰지, 굳이 그것을 할 이유가 있는지를 걱정했던 것 같고. 그때는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지금은 조금 이해가 간다. 실질적으로 HSH와 다스 블레이드 브랜드를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막연하게 구상한 것은 3년쯤 됐다. 회사제일모직, 현(現) 에버랜드를 나온 것은 2013년 5월이고, 8월에 처음 에이치 컴퍼니HEICH Company 를 차렸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이다. 10월에 크리스패션 CREAS FASHION INC.과 한 작업도 있었으니, 실질적으로 시작한 것은
불과 4개월 전인 셈이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사업을 하니까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인가? 아무래도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시간 조절이 자유롭다. 그런데도 결과적으로는 더 많이 일하고 연구하게 된다. 에너지나 속도가 서른다섯 살로 돌아간 것 같다. 브랜드 얘기를 해보자. ‘에이치에스에이치HEICH ES HEICH, 이하 HSH’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비트윈between’, 즉 두 개의 개념 사이에 존재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디자이너와 디렉터 사이의 이야기라든가, 지금까지 꾸준히 해온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선과 악, 너와 나, 예술과 기술의 사이 등이 있겠다. 그런 ‘사이’에 존재하는 명료한 이야기를 섞어서 새로운 방향을 얘기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남성복에 집중했다면, HSH는 남성복과 여성복을 모두 다룬다. 특히 남성 복식에서 빌린 여성복의 느낌을 지속해서 탐구할 것이다. HSH 웹사이트www.heich.kr에 가면, ‘다스 블레이드DAS BLADE’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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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Vader’ Rider Jacket from HEICH ES HEICH Spring/Summer 2014 Women’s Collection Bottom HEICH ES HEICH Spring/Summer 2014 Look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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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블도 있다. 다스 블레이드는 HSH의 프로젝트 레이블이다. HSH보다 자유로운 콘셉트다. 마르니Marni 와 에이치앤엠H&M 의 협업collaboration 처럼, 젊은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과 소통하는 프로젝트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점점 확장하고자 한다. 오프라인 매장이 있나? 현재 HSH는 신사동의 편집매장 커드KUD에 입점해 있다. 우리 옷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쇼룸이자, 맞춤 제작도 한다. 다스 블레이드는 무신사Musinsa.com 온라인 매장과 에이랜드 ALAND 가로수길, 명동, 홍대, 신촌점에 들어가 있다.
직접 맞춤 고객도 응대하나? 시간이 되면 되도록 직접 하고, 직원이 가기도 한다. 며칠 전 어느 프랑스 손님이 좀 작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서 해주고 왔다. 그간 수많은 이력을 쌓았지만, 자신만의 첫 번째 레이블이다. 감회도 남다를 것 같다. 먼저 HSH의 목표는 ‘긴 호흡’이었다. 바꿔 말하면, (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팅creative directing하면서 나올 수밖에 없던 짧은 호흡의 이야기, 즉 트렌드를 반영해서 변화해야 하는 부분과 대척점에 있는 셈이다. 이 방법은 앞으로 다스 블레이드에 가까운 진행 방식이 될 것이다. HSH는 계속해서 나만의 옷 만드는 기법, 아이템, 형태를 지금까지 15년 넘게 했지만 - 비로소 하나씩 천천히 만드는 과정이다. 그래서 무리하게 인지도를 쌓고, 대규모 생산하고, 백화점 여러 곳에 입점하는 것보다 앞으로 한 다섯 시즌 이상 작업해보면서 좀 더 명확하게 그려가고 싶다. 이번 다스 블레이드는 ‘한글 이름’에 관해 얘기한다. ‘당신의 성은 무엇입니까?’라는 주제인데, 우리가 지금까지 지녔던 사대주의와 - 물론 나도 그랬다 - 자아自我를 생각해보자는 뜻이다. 가령 리처드Richard 대신에 김Kim을 쓰는 것은 어떨까, 같은 얘기랄까? 이번에는 이름의 성姓에 대한 이야기인데 다음은 성별性 別로
주제를 잡았다. 다스 블레이드에는 항상 청춘youth에 존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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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page HEICH ES HEICH Fall/Winter 2014-2015 Women’s Collection This page / Top HEICH ES HEICH Fall/Winter 2014-2015 Men’s Collection Bottom HEICH ES HEICH Broch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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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들, 청춘이 생각하는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첫 번째 HSH 컬렉션은 어떤 옷들인가? 먼저, 실험적이면서도 생활에 지장 없는 옷을 만들기 위해 많이 연구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세상에 없는 수트를 만들고 싶었다. 멀리서 보면 정통 겹 여밈double breasted 수트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새로운 기법을 넣은 재킷 같은 것들이다. 무게를 줄이면서세탁도 쉽도록 고심했다. 수트는 루크Luke, 라이더 재킷은 베이더Vader처럼 좋아하는 이름이나 성을 따서 이름 지은 제품들이 핵심 아이템이다. 두 번째는 바우하우스Bauhaus; 1919년부터 1933년까지 독일에서 설립・운영한 학교로, 나치스에 의해 강제 폐쇄되기 전까지 14년간 미술과 공예・사진・건축 등과 관련된 종합적인 내용을 교육했다. _ 편집자 주
시절 포스터에서 영감 받은 색을 사용한 제품들이다.
HSH의 대표 색상으로 정한 검정・빨강・상아색ivory의 조합을 보호 protect
필름으로 만들어서 수트와 재킷, 셔츠에 넣었다. 단추를
원단과 가죽으로 감싸고 그것을 여미는 방법들도 찾아갔다. 매 시즌 발전하면서도 꾸준히 한 가지에 집중해서 좀 더 기술적으로 완성도 높은 방식을 더 연구하고 있다. 남성복과 여성복 비중은 어떻게 나뉘나? 기본적으로 오십 대 오십이지만, 손 닿는 대로 할 것 같다. 육십 대 사십, 들어 ‘어른, 따뜻함, 차가움, 남자’ - 를 갖고 가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지만, 지금은 실질적으로 하고 싶던 것을 하려는 욕심이 크다. 이번 2014년도 가을/겨울 시즌 서울패션위크에서 처음 선보이게 될 텐데, 쇼의 구상을 살짝 알려줄 수 있나? 이번 컬렉션에는 주제가 없다. 집 앞에 조그만 요릿집을 짓고, 전채 appetizer 를
만드는 느낌이다. 거창한 요리를 구상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싶은 것을 위해서 불은 어떻게 조절하고,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떻게 조리해야 하는지를 연구했다. 굳이 주제를 찾자면 ‘새로운 어른들New Adult ’이다. 우리가 새로운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뮤즈에게 입히고 싶은 옷이다. 요즘은 다시 예전에 좋아하던 고상한elegance SPECTRUM
HEICH ES HEICH Fall/Winter 2014-2015 Women’s Collection
사십 대 육십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신규 브랜드는 하나의 이미지 - 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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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 눈길이 간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 안에 좀 더 보편적이지 않은 것들이 내재한 문화 말이다. 옷을 입어도, 요즘 아이돌처럼 직관적으로 명품을 입는 것보다 다프트 펑크Daft Punk가 입은 수트의 느낌이랄까. 사람들은 90년대를 논하지만, 나는 2000년대가 참 좋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특히 우리나라에서 경험했던 간결하지만 우아한 느낌들. 하지만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앞서 말한 실험적인 작업들을 옷 안에 녹이는 식이다. HSH와 다스 블레이드 외에 현재 진행하는 다른 일도 있나. HSH는 오는 3월 26일에 서울패션위크에서 정식으로 선보인다.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다스 블레이드는 <월간 윤종신>처럼 하고 싶을 때마다 뽑아낼 예정이다. 그리고 SK네트웍스에서 남성복 디렉터를 맡았고, GS홈쇼핑GS SHOP 브랜드도 함께 하기로 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에스모드 서울Esmod Seoul에서 강의하는 건데, 지난 6월부터 일주일에 3번 정도 가르친다. 졸업반 학생들과 졸업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무척 재밌다. 아, 뉴욕의 패션 코트리Fashion Coterie 도
참가했다. 직접 외국 바이어와 비즈니스를 경험한 중요한
경험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소규모 남성복 비즈니스는 너무 어렵다고들 한다. 아예 입점 매장을 정리하는 사람도 있더라. 디자이너가 브랜드의 가장 기본적인 방향을 정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HSH를 키워서 돈을 버는 것이 현재 목표는 아니다. 소규모라도 이게 명확하게 하고 싶은 작업인지 아니면 사업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외국 시장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은 점점 디자인 차별화가 많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미 있던 디자인을 좋은 가격으로 승부를 겨루거나, 세상에 없던 방식으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둘 중 하나인 듯하다. 후자라면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지만, 전자는 국내 시장에서 안정된 생산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성장 잠재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장악하지 못하는 사람은 외국에서도 쉽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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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제일모직 이후 행보를 궁금해한 것도 사실이다.SPRING 사실
크리스패션과 준비한 작업이 빛을 보지 못했다. 그 시간 동안 어떤 생각을 했나? 크리스패션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사람에 대한 믿음 때문에 시작했고, (개인 작업과 회사의) 디렉터를 병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정체성에 관한 선택지가 여물어 있지 않았던 듯하다. 조금 어려운 시기에 맡아서 들어가는 형태여서, 생각했던 방식처럼 진행되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 그러나 좋은 경험이었다. 디자인 스튜디오의 개념도 훨씬 더 정리할 수 있었다. 디자인 스튜디오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브랜드의 옷을 디자인해주는 외부 디자인 업체이다. 간단히 말하면 브랜드 디자인과 방향성을 디렉팅하는 일이다. 어느 회사의 브랜드 방향을 컨설팅하고, 연간 계획을 세워서 디자인과 샘플 제작을 돕고 생산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앞으로 좀 더 해보고 싶은 회사 형태이다. 단지 ‘말’로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생산까지 책임지면, 실제로 더 변화한 부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HSH 또한 건강해질 테고 말이다.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한다. 어려운 점은 없나? 현재까지 아주 크게 힘들진 않다.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는 부분이 많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모델 에이전시나 패션 사진가, 에디터들과 계약 관계로 일했다면 지금은 사람 대 사람으로 얘기하며 일할 수 있다. 원단 업체와 제조 업체분들도 지금은 잘 알고, 많이 도와주신다. 감사한 부분이다. 패션 회사를 오래 경험한 패션디자이너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1세대와 다름없다. 당신이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가장 큰 자질은 디자인 능력이다. 생산이나 유통 같은 실무적인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디자이너이든 디렉터이든 자기가 옷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상상하고 꿈꾸는 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 상상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기업의 지원도 유효할 수 있는 거고. 그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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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에는 회사의 비전과 목표를 또렷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치적 개념 혹은 비즈니스적 관점 - 좀 어른스러운 것들 - 이 필요하다. 상상하는 측면은 디자이너와 같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면 좀 더 대중을 위한, 대중과 함께하는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기존에 맡던 브랜드와 고객층이 달라질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고객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아직 경험치가 부족하다. 일단은 내가 생각하는 옷을 만드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이걸로 돈을 많이 벌겠다고 생각하면,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될 거다. 그렇다고 무조건 퍼붓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3년 정도는 내가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꿈과 환상을 토대로 해보고 싶다. 고급 맞춤복을 지향할지, 기성복 브랜드로 거듭나서 백화점에서 사랑받을지, 외국 진출을 더 적극적으로 타진할지에 관한 것들은 현재 고민할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이후 한상혁을 다시 만난 곳은 첫 HSH 컬렉션을 삼십 분 남짓 앞둔 리허설 무대였다. 잠시 숨을 돌리러 무대 바깥으로 나온 그와 십 분 남짓 대화했다. 붉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단정하게 빗은 머리의 한상혁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면서, 부담 갖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좌석을 메우고 그와 오랜 기간 컬렉션 음악을 작업한 디제이 은천DJ Eunchurn의 리믹스 음악과 함께 모델이 걸어 나왔다. 리허설 때 그가 유독 강조한 것은 모델들의 편안한 표정에 스며든 미소였다. ‘굳은 표정은 아니’라고 강조하던 모습에서 - 아직 진행형이 분명한 - 그가 만들고자 한 옷을 어렴풋이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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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text HONG SUKWOO, SUNG CHANGWON edit HONG SUKWOO photography GO YUNSUNG,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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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스페이스 SPACE’는 스펙트럼이 고른 서울 안의 공간 세 곳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요즘 가장 뜨는 곳들이 아닌, ‘지금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공간들을 엄선하여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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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 Ilmin Museum of Art
www.ilmin.org
서울, 아니 우리나라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에는 이 도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가득하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된 일민미술관 건물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동아일보 사옥으로 처음 세운 곳이다. 이후 수차례 증・개축이 이뤄지며 1992년까지 동아일보 사옥으로 쓰였다. 바로 옆 고층 빌딩으로 동아일보가 이전한 후에는 1996년 12월, 일민미술관으로 개관했다. 일민미술관이 지금 모습을 갖춘 것은 2002년 2월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1층의 카페를 비롯하여 근・현대의 모습을 고루 담은 상징건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2010년에는 서울의 10대 근대건축 문화재로 선정되며 단지 하나의 미술관이나 언론사 사옥을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인정받았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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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의 존재가 빛나는 것은 단지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담은 외양 때문이 아니다. 1 층부터 4층으로 이어지는 전시관은 동시대 시각문화의 최전선을 다루는 실험적인 전시를 지속하며, 5층과 6층에는 우리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신문박물관이 상설 운영한다. 광화문에서 종로로 이어지는 거리는 서울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지만, 일부 난개발로 그 의미와 모습이 퇴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바로 옆 ‘피맛골’의 처참한 말로를 떠올려보라). 하지만 일민미술관은 그 외양을 보존・보완하며 내실을 채우는 방식으로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동한다. 이러한 가치를 잇는 건물들이 그 안의 콘텐츠와 더불어 숨 쉴 수 있다는 것은 지금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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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MMCA Seoul 2011년쯤이었던가, 지금도 기억이 난다. 삼청동 초입, 공사용 가림막 위에 낙서와 그림이 등장했다. 스프레이로 뿌린 듯한 단어는 ‘NAKED MUSEUM’이었고, 단어 그대로 몇몇 미술작품의 누드가 가림막 위로 올라가 있었다. 이제석 광고연구소의 재치있는 구조물들로 구舊 국군기무사령부 본관 건물은 공사 중에도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2013년 11월, 기존 건물 구조를 활용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 MMCA Seoul
’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넓은 공간을 시원하게 사용하였고, 동선도 제법
잘 짜여 있다. 총 일곱 개의 크고 작은 전시관 외에도 자료관을 비롯하여 영화관 등 복합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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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mmca.go.kr
시설을 갖추고 개관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과 덕수궁관, 서울관에 이어 2015년 청주관 개관을 통해 현대미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유기적으로 조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운 영문 이름과 로고를 담은 브랜드 아이덴티티 Brand Identity, B.I.
로 다시 태어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과 함께 일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 우리나라와 전 세계 현대미술을 아우르는 ‘국립 미술관’이 생긴 것은 반길 일이 분명하다. 앞으로 이곳이 우리 근현대사를 담은 소중한 건축물이자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어갈 동력이 되길 바란다.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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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형무소역사관 Seodaemun Prison History Hall
www.sscmc.or.kr/culture2/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 앞에 있다. 출구를 나와 낮은 언덕을 오르면, 높은 벽 한가운데 돌로 만들어진 회색 아치가 있다. 압도적인 높이다. 일제강점기, 이곳에서 희생당하였던 독립운동가들은 높은 벽에도 신념을 굽히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관으로 변모한 이 장소는 사람들에게 ‘이곳으로 와 과거를 기억하라’는 듯 사각의 담 중에서 양 측면을 헐었다. 보안과 청사로 사용하던 건물은 현재 전시관으로 쓰이는데, 서대문형무소에 관한 역사와 다양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또한, 각종 옥사를 비롯해 공작사工作舍, 격벽장수감자 상호 간에 대화를 방지한 채 운동하도록 만든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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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꼴 모양 공간
, 취사장, 시구문일제가 독립운동가를 사형시킨 후, 시신을 몰래 반출하여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뚫어놓은 비밀통로,
사형장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서대문 형무소는 각종 문화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3월 30일까지는 프랑스에서 열린 <앙굴렘 국제만화축제Festival International de la Bande Dessinée d’Angoulême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 만화가 기획전에 참가한
<지지 않는 꽃, 낮은 목소리로 세상을 깨우다> 전시가 열린다. 근현대 수많은 건물을 허문 이 나라에서 시간이 흘러도 그곳에 남아 역사를 이야기하는 공간들이 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의의다.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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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 Walk, Awake, Leave. photography JDZ CHUNG model SEO KYUNG-DUCK, MIN JUNE-KI style & edit HONG SUKWOO assistant LEE JIHYUN, SUNG CHA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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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S 스펙트럼이 처음 선보이는 화보, ‘룩스 LOOKS’. 한 명의 사진가와 에디터가, 상징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한 명의 인물 혹은 브랜드와 ‘이미지’의 경계를 탐험합니다. 그 첫 번째는 한국을 대표하는 남성복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정욱준의 ‘준지JUUN.J’. ‘언유니폼Ununiform’이라는 주제로 만든 2014년도 봄/여름 시즌 포트레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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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에메랄드빛 대칭형 그래픽 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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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민준기, 촘촘하게 짠 감색 니 트와 다리를 감싸는 검은 바지, 광 택이 도는 첼시 부츠.
Right 큰 실루엣의 소매가 인상적 인 짙은 푸른색 가죽 블루종, 점선 무늬의 짧은 반바지.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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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소매 끝이 잘린 헐렁한 품의 흰 셔츠와 주름 잡힌 검은색 통 넓은 바지.
Right 돋을새김 처리한 숫자가 들어간 강렬한 흰색 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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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러시아 사진작가 올레그 도 (Oleg Dou)와 협업한 네오프렌 소재 스웨트셔츠와 가죽 소재 검은색 운동복 바지. Right 어깨와 허리를 감싸는 푸른색 수트.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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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흰색 마블링 그래픽 티셔츠, 짙은 푸른색 마블링 그래픽 티셔츠.
Right 하이웨이스트 검은 가죽 바지와 넉넉한 통의 검은색 가죽 운동복 바지.
JUUN.J Store at Galleria Luxury Hall West, 4F. (Tel. 02-6905-3467) www.juun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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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O Fashion, Music, Art, Graphic Design, Subculture and Lifestyle in Seoul.
text SUNG CHANGWON, AHN SANGYEON, LEE JIHYUN edit HONG SUKWOO photography JDZ CHUNG, GO YUN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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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AL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열 팀의 공간에 스펙트럼이 찾아갔다 그들의 공간, 그들 자신, 그리고 인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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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으로 모든 취향과 직업, 열정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인케이스 제품은, 특화된 디바이스 보호, 최소한의 디자인 및 혁신적인 기능화 함께 다양한 소재와 실루엣을 자랑하며 개인 물품과 기기를 서로 연결, 보호 및 정리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모든 인케이스 제품은 자연스러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완벽한 휴대성을 경험하게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인케이스와 함께 어디에 있나요?
Incase Korea Campaign Page goincase.kr/anywhere Facebook facebook.com/incasekorea Twitter twitter.com/incasekorea Instagram #_Anywherekr 91
_Anywhere.
심플한 디자인과 손쉽게 활용이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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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Anywhere.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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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케이스의 시그니처 제품인 Neoprene sleeve가 보다 더 강력한 디바이스보호 기능을 겸비한 Neoprene Pro Sleeve로 Explore_Anywhere이라는 슬로건을 돋보이게 합니다. 잠수복의 소재로 쓰이는 합성고무의 일종인 네오프런과 인조모피 내부안감은 인케이스만의 신뢰할 수 있는 완벽한 피팅감과 내구성은 여러분 일상 속 새로운 경험들을 더욱 즐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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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isneverthat. 디스이즈네버댓/ 패션 레이블 fashion label
www.thisisneverthat.com facebook.com/thisisneverthat thisisneverthat.tumblr.com instagram@thisisnever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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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규 Choi Jongkyu 디렉터 director
근래 보기 드문 콘셉트의 <폴라로이드(POLAROIDS)> 룩북 영상 안에는 모델과 옷, 음악이 어우러져 고고한 빛을 낸다. 한입에 착 감기지 않듯 감기는 문장형(文章形)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몇 분짜리 영상만으로 브랜드에 더 깊은 흥미가 생긴 것은 무척 오랜만이었다. ‘이것은 절대 그것이 아니다(this is never that).’ 이들은 결코 (내가 상상했던) 그들이 아니 었다. 스트리트 감성의 옷을 만드는 사람들이니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그래피티에서 볼법한 영감이 충만한 젊은이들일 줄 알았다. 하지만 젊은이란 것을 빼고는 다 틀렸다. 브랜드 이름을 ‘this is democracy’로 바꿔도 좋을 만큼 매 시즌 민주적 으로 디자인을 결정하고, 양질의 옷을 만들기 위해 지방 곳곳을 다니며 생산 방식을 연구하는 이들이었다. 참, 디스이즈네버 댓의 구성원들은 책도 많이 본다. 꽤 진중한 사람들이라고 판단하려는 찰나, 그들은 결국 입고 싶은 옷을 만들 뿐이고 잘 팔 리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면서 씩 웃는다. ‘느낌 내려고 12월 31일에 사업자 등록했다가’ 세금만 두 번 낸 이들이, 투표 에 투표를 거쳐 만든 옷을 입어보지 않는 것은 이제 실례다. 팝아트처럼 보이는 상어 프린트의 반소매 티셔츠와 현란한 그래 픽을 (역설적으로도) 차분하게 담아낸 코치 재킷은 올봄과 여름 길거리에서 특히 자주 보일 것이다. 고작 몇 년의 시간 안에 가장 급격한 발전을 일궈가는 패션 브랜드를 그들이 만든다. 이것만큼은, 절대로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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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o Sung eun 허성은/ 얼씽 디자이너 al,thing designer
‘옷 짓는 사람입니다.’ 2010년 봄 출발한 ‘얼씽(al,thing)’의 트위터에 있는 단출한 소개 글은 이 브랜드의 성격을 대번에 드 러낸다. 최근 얼씽은 이화동에서 한남동으로 이사하면서 직접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쇼룸을 함께 열었다. 얼씽의 모든 옷과 소품, 향초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성이 느껴지는 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디자이너 허성은의 손끝에서 나온다. 그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마음이 쓰이는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 어떤 물건을 사용하다 버리거나, 남에게 주기로 마음먹었을 때에도 살 짝 주춤하게 하는, 소중했던 추억이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 그래서 객관적으로 보기에 잘 만든 것보다는 ‘좋은 것을 만 들려고 노력한 진심’이 느껴지는 상품을 꾸준히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이다. 새로운 환경과 장소에서 출발하게 된 올해도 빠 르게 변하는 대신 천천히,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해 나가고자 한단다. 배울 점이 있다면 친구도 가족도 아이콘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허성은은 할 수 있는 것을 나누고자, 작년에 이어 자수 강좌나 향초 만들기 워크숍도 이따금 진행할 예 정이다. 한남동 쇼룸에서는 조만간 강원도에 계신 아버지가 직접 만드셨다는 소나무와 향나무 분재 화분도 만나볼 수 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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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al-thing.com blog.naver.com/al_thing twitter@al_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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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Anywhere.
매일 똑같은 지루한 일상을 떠나 꿈꾸는 자유. Escape_Anywhere가 필요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아이패드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City Sleeve, 1개의 카드슬롯과 슬립포켓으로 간편하게 아이폰을 휴대할 수 있고 아이폰4에서 아이폰5c까지 모든 아이폰에 호환이 가능한 Leather Zip Wallet은 여러분에게 보다 자유로운 일상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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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Seul ki 박슬기/ 패션모델 fashion model
www.esteemmodels.co.kr/6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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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행 중 알게 된 이탈리안 레스토랑 요리사가 소개한 자신의 친동생이 모델 박슬기였다. 방송에서 접한 그녀의 이미지 는 왠지 차가울 것만 같았는데, 인터뷰를 위해 카페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인사를 하고 헤어질 때까지 무척 따스했다. 그녀 의 미소 가득한 얼굴은 함께인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들었다. 올해 스물여덟 살이라고 소개한 그녀가 <도전 수퍼모델 코리 아 2>로 대중에게 알려진 게 벌써 4년이 지났다. 이제는 패션지 화보와 런웨이뿐만 아니라 TV 패션 프로그램 출연과 광고 촬영 등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낸다. 항상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언제부턴가 자연을 즐기는 게 그녀만의 휴식 방법이 되었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에는 레포츠를 하러 다니고, 서울에서는 조금이나마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한강을 산책하거나 햇볕 잘 드 는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앉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고 했다. 본인의 아이콘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예전엔 ‘유 행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느 특정 대상이라기보다는 자신만이 가진 무언가가 있으면 누구든 될 수 있 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금요일 오후, 신사동 가로수길 인파 속에서 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한 그녀에게서는 왠지 모를 여유로 움이 묻어났다. 이번 여름에는 국내를 벗어나 외국 무대로 나갈 계획을 세우고 준비 중인 박슬기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한다.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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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ence Kim & Kevin Kim 김인태와 김인규/ 이세 디렉터 IISE directors
www.ii-se.co facebook.com/pages/IISE/256424474410279 ii-se.tumblr.com twitter@iise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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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고 인사를 나누자마자 우리가 보기에도 자신들이 쌍둥이처럼 보이는지부터 물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런 것 같기 도 하다고 생각했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둘은 많이 달랐다. 티케이(TK, Terrence Kim)는 차분했고, 케빈(Kevin)은 활 력이 넘쳤다. 미국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내고 중국에서 활동하던 형제는 처음에는 단순히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 핏줄’이지만 한국 문화에 거의 무지했던 그들에게 서울은 낯설었다. 하지만 그들이 자라면서 접해보지 못한 한국 전통문화부터 젊은이들의 밤 문화까지, 왠지 모르게 무척 끌리는 도시였다. 그렇게 서울은 처음 두 형제가 가방과 액 세서리 브랜드 ‘이세(IISE)’를 만들 수 있는 동기와 영감을 줬다. 이세의 첫 컬렉션은 얼핏 외국 스트리트 문화를 반영한 간 결한 배낭과 주말용 가방(weekender)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한국 전통 염색 방식과 문고리 장식을 녹여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세’라고 이름 지은 것도 그들의 출신인 ‘교포 2세’를 나타내면서도 한국과 서양 문화의 결합, 옛것과 새로 운 것을 접목하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언젠가는 의류와 가구도 꼭 시도해보고 싶다는 형제의 표정은 높은 데서 바 라본 서울 풍경만큼이나 광활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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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Anywhere. 간결하고 세련된 감각의 도시적인 감성을 가진 City Sleeve는 삼중 코팅의 방수 및 스크래치 방지 소재, 플러시 인조 모피의 내부 안감으로 여러분의 노트북을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손쉬운 액세스로 노트북이 필요한 순간, 빠르게 꺼내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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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챕터원/ 라이프스타일 매장 lifestyle shop
김가언 Kim Gaon director
“생활용품점(living shop)이라고도 하고, 디자인 편집매장(design select shop)이라고도 하죠. 그런데 디자인 편집매 장이라고 하면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만 파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잖아요. 예를 들면 요즘 쟁반에서는 대리석 소재가 부상하 고 있거든요. 하지만 디자이너만 대리석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제가 흐름에 부합하는 대량생산 제품들을 직 접 선별할 수도 있는 거죠. 그게 꼭 쟁반뿐만이 아니라 못이나 컵,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될 수 있는 거예요. 물론 디자이 너, 작가의 작품도 판매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갤러리면 갤러리, 매장이면 매장이라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그 래서 ‘작품’과 ‘제품’을 함께 다루려 노력하고 있죠. 저는 ‘챕터원(chapter 1)’을 라이프스타일(lifestyle)에 대한 모든 제품 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라이프스타일 매장(lifestyle shop)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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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chapterone.kr facebook.com/chapterone.kr
DSLR Sling Pack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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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moo 남무현/ 그래픽 디자이너 graphic designer
www.nammoo.net instagram@NAM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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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그의 집 겸 작업실에 들어선 순간, 나는 준비한 질문을 모두 잊고 말았다. 그리고 입에 맴돈 말은 ‘여기 월세 얼 마예요?’였다. 집에서 직접 만든 잼을 파는 것이 직업이라고 해도 믿어질 다정한 비주얼의 남무현은 그의 본명보다 유명 한 ‘남무(Nammoo)’라는 익명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스트리트 문화의 중심에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아트 디렉터 이며, 브랜딩(branding) 전문가이다. 그런 그를 하나의 작업이자 직업 이름 - 그래픽 디자이너 - 으로 정의 내리는 것이 과연 옳을까. 편집디자인으로 시작해 패션디자인, 브랜드 마케팅을 거쳐 현재 그래픽 디자인에 정착한 그에겐 그래픽 디 자이너보단 곧 자신을 쏙 빼닮은 화원을 열지도 모르는 예술가 정도가 맞는 설명인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작업실엔 작품 보다 식물이 더 많았으니까. 20분 남짓의 인터뷰만으로 그의 팬이 되어버린 나는, 그가 이른 시일 안에 ‘남무 화훼’를 열어 주길 조심스레 소망한다.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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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당신의 놀이터. 멈추지 말고 즐기세요. 아이폰에 꼭 맞는 수공예 디자인의 프리미엄 그레인 가죽 파우치로 아이폰과 필수품을 안전하게 휴대하세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겨나는 깊고 그윽한 가죽 파우치의 멋은 여러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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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Gangin 김강인/ 그래픽 디자이너 겸 게스트하우스 김가든 운영자 graphic designer, guest house Kimgarden owner
“봄엔 잡초 뽑고, 여름과 가을에는 수확하고, 겨울에는….” 이것은 젊은 영농인의 인터뷰 내용이 아니라 올해 계획을 말해달 라는 질문에 대한 그래픽 디자이너 김강인의 답변이다. 떠오르는 아이콘, 없다. 서울다운 디자인, 없다. 모든 사람을 만족하 게 하는 디자인이란 불가능하다. 머리를 긁적이며 곧 (자신의 스튜디오이자 게스트하우스, ‘김가든’의) 잡초를 뽑아야 한다 고 사람 좋은 웃음으로 안심하게 하더니, 그래픽 디자인에 관해 묻자 냉소적인 대답들을 연속적으로 날렸다. 옳거니. 복고 라고 하기도, 현대적이라고 하기도 뭐한 그의 작업들을 보면서 무엇이라 정의하면 좋을까 싶었는데, 다른 게 아니라 그저 딱 김강인이다. 치열함을 강요하는 듯한 서울이 싫어 가평으로 떠났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김강인. 예술가의 감성이 모여있 는 홍대를 가장 좋아하면서도 신혼집은 분당에 얻은 김강인. 동그라미를 사랑한 세모 같달까. 마지막으로 이제 막 졸업하 는 친구들에게 충고 한마디 부탁한다는 말에 그는, 잘 나가는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들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어쩌 나. 나는 곧 당신이 잘 나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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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NS 제이엔에스 / 음악가 music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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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jnswrks.com www.honeybadger-records.com
제이엔에스(JNS)는 영국 전자음악의 하위장르인 베이스 음악(bass music)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음악가다. 베이스 음 악은 드럼앤베이스(drum & bass), 덥스텝(dubstep), 영국 개러지(UK garage) 등의 음악 장르를 통칭하는 것으로, 강 한 베이스라인과 리듬감이 특징이다. 2년에 걸친 영국생활을 바탕으로 2012년 9월 첫 번째 앨범을 제작했고, 귀국 후 새로 느낀 서울의 감상을 첫 EP(Extended Play; 싱글과 앨범의 중간개념) 음반 <오벌리 비비드(Overly Vivid)>에 담았다. 다시 돌아온 서울은 말 그대로 ‘지나치게 선명’했다. 밀고 밀리는 정신없는 흐름에서 조금은 물러서서, 자신만의 색채와 빠르 기를 되새기며 작업했다. 한국에서 첫 음반을 내며 레이블 ‘허니배저 레코즈(Honey Badger Records)’도 세웠다. 창립 자이자 1호 음악가인 그가 조금 외로워 보이는 것은, 아마도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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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Anywhere.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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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감과 창의성은 Express_Anywhere이라는 타이틀로 여러분께 선보여 집니다. 인케이스의 City collection 시리즈는 여러분의 개성과 감성을 더욱 자유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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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TY FIFTY 피프티피프티/ 복합문화공간 cultural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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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우 Son Sangwoo general manager 마치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거리 문화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속에 파고든 공간, ‘피프티피프티 (FIFTY FIFTY)’. 용도와 목적을 고정하지 않은 공간을 추구하는 이곳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는 거리 문화(street culture)와 아트 토이(art toy)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펼치는 것이 보여준 것보다 할 일이 더 많은 피프티피프티의 목적이자 숙제다. 개점부터 지금까지는 거리 문화와 아트 토이와 밀접한 국내 예술가 들의 전시를 열었지만, 앞으로는 외국 예술가들의 전시와 더불어 전혀 다른 방향의 공간 활용도 기획하고 있다는 손상 우. 그는 공간을 넘어 브랜드로서의 피프티피프티도 차근차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직함은 따로 없지만, 굳이 말 하자면 점장’이라고 밝힌 이 과묵하고도 친근한 점장의 아이콘이 뱅크시(Banksy)라고 했을 때, 한 가지에 고정되지 않고 자유롭게 공간과 브랜드를 펼쳐나가고 싶다는 말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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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R 헤아/ 이발소 barbershop
이상윤 Lee Sangyoon co-founder & CEO 2013년 12월 한남동에 문을 연 이발소 헤아(HERR; 독일어로 ‘신사’라는 의미)는 사실 공동 창립자 이상윤의 개인적인 욕구에서 나온 것과 다름없다. 남자들이 미용실에서 경험했던 알 수 없는 불편함을 없애고 서양 전통 복식에 걸맞은 머리 를 위해, 결국 직접 이발소를 차린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헤아의 이발을 ‘맞춤형 머리카락 자르기(비스포크 헤어컷, bespoke haircut)’라고 한다. 그의 외모는 그의 말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정갈한 가르마와 멋지게 빗어넘긴 머리, 스리 피스(three-piece) 수트까지. 공간 역시 다양했다. 1층에는 이발을 위한 공간이 있고, 2층에는 몸단장(grooming) 매 장과 컴퓨터 사용이 가능한 업무실(business room), 구두 손질방(shoecare room),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예 약제로 수트 맞춤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니, 이것이야말로 남자들을 위한, 남자들이 꿈꾸는 공간 아닌가. 직접 꾸며놓은 테 라스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바비큐 파티를 여는 것이 꿈이라는 소박한 소망은 ‘헤아’라는 공간에서 그가 처음 맞이하 는 이번 여름 안에 꼭 이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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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 text HONG SUKWOO edit HONG SUKWOO, KIM YURIM, LEE JIHYUN photography HONG SUKWOO(ONLY IN SLW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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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 ‘토크 TALK’는 스펙트럼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눈 ‘지금(now)’의 대화입니다. 첫 번째 토크로 만난 세 명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사진가 목예린(Ye Rin Mok), 서울 소공동에서 조용히 남성복을 만드는 에스엘더블유케이(SLWK.)의 이현석과 이인우, 그리고 벨기에 안트워프에서 졸업 전시를 준비하는 패션디자이너 서혜인(Seo Hye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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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1. YE RIN MOK PHOTOGRAPHER, LIVES AND WORKS IN LOS ANGELES, THE UNITED STATES. © image courtesy of Ye Rin Mok
미국 LA에 사는 목예린의 사진을 처음 접한 게 벌써 7년 전이다. 그의 사진에는 따스한 햇볕이 비추는 것 같지만, 묘하게 이상한 기운도 감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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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개인적으로 푹 빠진 것들이 있나? 목예린Ye Rin Mok: 사진 말고도 관심사와 취미가 많다. 대학교 때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발레를 배웠다. 아직도 잘 못하지만, 춤추는 게 즐겁다. 특히 라이브 반주와 함께할 때. 2년 전부터는 도자기 수업을 듣는다. 수업 풍경은 차분하다. 직접 무언가 만드는 것도 좋다. ‘모크샤Moksha’는 내 남자친구가 만든 밴드인데 남자친구와 나, 둘이 구성원이다. 연주, 녹음, 작사 다 그가 하고 나는 노래만 부른다. 하지만 좋은 가수는 아니다. 모든 곡은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com/moksha-3)에서 들을 수 있다. 음악과 사진, 건축과 여행, 당신이 찍는 다양한 피사체들…. 그 외에 ‘목예린’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들이 궁금하다. 가능하면 그 이유도. 무딘, 곤란한, 얼빠진Blunt, awkward, goofy. 사람들은 나의 작업에서 고요stillness 와 평온함 tranquility 에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작업 전반에 미묘하게 진지한 유머가
깔렸다고 생각한다. (내가 남자친구에게 물었을 때, 그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눈에 띄지 않고 넘어가는 것들 혹은 인정받지 못하는 것들을 포착하길 좋아한다. 너무 명백한 것들 too obvious 은 좋아하지 않는다. 무명의 것들이나 색다른 것들, 기이한 것들the obscure, the offbeat, eccentric and awkward.을 즐긴다.
최근 본 가장 멋진 풍경은 무엇이었나. 최근에 기차를 타고 미국을 가로질러 여행을 했다. 가장 좋았던 것은 뉴멕시코의 평원을 지날 때였다. 구름과 일몰이 장관이었다. 당신이 담은 인물이나 풍경에는 ‘목예린답다’는 느낌이 있다. 작업에서 어떠한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나.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 좋은 사진가를 만드는지 누가 알겠나?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눈으로 본인의 경험을 찍어낼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사진가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또 미학적으로, 화려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사진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굉장히 ‘사실적인’ 사진을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독특한 목소리를 지닌 어떤 개인적인 것, 색다른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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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보지 않은 곳 중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을 하고 싶다. 항상 러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매료되어 있다. 2년 전, 이안 프레이저Ian Frazier가 쓴 <시베리아 여행기Travels in Siberia>를 읽었는데 그 후 더 가고 싶어졌다. 작년 12월, 페이스북에 남긴 ‘라이카로 흑백 사진을 찍고 싶다I want to get a Leica and start shooting b&w.’는 글을 봤다.
올 초 흑백 필름 다섯 롤을 샀지만, 아직 찍지 않았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흑백 사진 찍는 사진가의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단순한 과정이 좋았다. 그는 20년 넘게 같은 카메라와 같은 종류의 필름을 썼다. 지금은 선택의 폭이 무척 넓지 않나. 그걸 부러워했던 것 같다. 당신 작업이 좋은 심미안을 지닌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것도 알고 있나? 굉장히 기분 좋은 말이다. 요즘 새로운 한국인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이 생겨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한국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싶다. 한국에서 작업하고 보여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곧 여행할 수 있길 바란다. 나이가 들면서 작업이나 삶의 태도 또한 바뀐다. 그러한 부분이 있나. 나이 들수록, 우리의 시간이 더 가치 있어진다. 어릴 때는 이것저것 시도해보기도 하지만, 점점 더 우리는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원하는 것들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당신에게 건강한 삶이란? 내가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것과 자연nature이 연결된 것. 그렇다면, ‘좋은 작업’이란 뭔가? 작업이 그만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을 때.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때. 지금 봐도, 10년 후에 봐도 언제나 새로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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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2. SLWK. LEE HYUNSUK & LEE INWOO DESIGNER DUO, LIVES AND WORKS IN SEOUL, THE REPUBLIC OF KOREA. ©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에스엘더블유케이SLWK.의 이현석과 이인우는 남성복을 만든다. 패턴부터 봉제는 물론 고객에게 옷을 전달하는 일련의 과정을 소공동의 오래된 빌딩 작업실에서, 둘이 한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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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한 벌 만들 때 보통 얼마나 걸리나? 이현석Lee Hyunsuk: 마무리까지 이틀에서 사흘 정도, 디자인까지 하면 일주일 넘게 걸린다. 예전에 좋은 공장을 찾았다지 않았나. Lee Hyunsuk: 완성하면 한 끗 차이로 마음에 안 들었다. 남들은 잘 모르지만, 우리가 만든 옷과 느낌이 다르다. 타협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잘 안된다. 이인우Lee Inwoo: 공장 생산 물건이 무조건 안 좋다는 건 아니고, 손끝에서 나오는 게 다르달까. 우리가 신경 쓴 부분은 놔두고, 신경 쓰지 않던 부분에 신경 쓴다. 소공동 아틀리에에서만 3년째이다. 어떤 느낌인가? Lee Hyunsuk: 예전에는 옥탑방에서 옷만 만들다가 나이 먹고 공장에 있는 이상한 아저씨처럼 될 줄 알았다. 왜 공장 가면 ‘저 아저씨 어떡하나’ 걱정해주지 않나. 그런데 그게 나쁜 게 아니더라. 우리도 작년에는 규모도 키우고, 방식을 바꿔서 평범하게 가려고 했다. 서로 타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한 번 방식을 바꿔 진행해보니 결국 내가 꿰매야지,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Lee Inwoo: 작업이 재밌다. 손으로 만드는 게 좋아서 선택한 거니까. ‘SLWK.’는 조용한 느낌의 브랜드이다.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진 않나? Lee Hyunsuk: 원래 SNS에 관심이 없었는데, 뉴욕 필하모닉New York Philharmonic 인터뷰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Lee Inwoo: 요즘엔 필하모닉 관현악단이 다 망한다고 한다는데, 뉴욕 필하모닉만 잘된다. 인터넷으로 살아난 거다. 인터뷰에서 말하길, 내적인 부분은 하나도 변하지 않되 외적인 부분은 시대에 맞춰서 다 바꿔야 한다고 했다. 우리도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고 6개월 후에야 문을 열었다. 첫 글 올리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익숙해진다. SNS 한다고 옷이 이상해지는 것도 아니고, 약간 신경 쓸 게 늘어난 정도랄까? 사람들을 더 가까이에서 만나고, ‘좋아요’ 누르고 반응이 오는 걸 보면 이게 더 편하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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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는 디자이너는 누군가? Lee Inwoo: 스펙테이터Spectator의 안태옥과 종종 연락하는데,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서 잘 만나지 못하고 있다. Lee Hyunsuk: 보통 비슷한 장르끼리 모이지 않나. 아메리칸 캐주얼, 클래식…. 우리는 낄만한 곳이 별로 없다. 앞으로 다른 이들과 협업할 생각은? Lee Inwoo: 스펙테이터와 계획 중이다. 이번 겨울 정도에는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인우는 원래 비보이B-boy 출신 아닌가. 세계 공연도 많이 다녔다. 요즘도 예전만큼 춤추나. Lee Inwoo: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춤 자체는 더 능동적으로 변했다. 예전에는 팀원들과 같이 맞춰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런 게 없어지니 더 자유롭게 된다. 지금도 소속팀이 있나? Lee Inwoo: 여전히 속해 있고, 다른 팀도 있다. 주말에 팀 연습실 가서 연습하고, 대회도 나간다. 춤은 예전보다 덜 춘다고 해서 안 되거나 변하지 않는 듯하다. 벌써 삼십 대에 다다랐으니, 팀에서 십 대 친구들을 보면 느낌이 남다르겠다. Lee Inwoo: 이제 춤추는 십 대가 없다. 요즘 친구들은 별로 춤추려고 하지 않는다. 일찌감치 ‘공부’해야 하는 걸 안다고 할까? 비보이 쪽도 예전 같지 않다. 요즘엔 다 한쪽 발만 담그려고 한다. 제일 어린 친구가 대학생이고, 그것도 ‘스펙’으로 경험 쌓으려는 느낌이다. 춤추러 가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 촬영장처럼 변했다. 올해 목표가 있나 Lee Inwoo: 작업을 잘하는 것. Lee Hyunsuk: 늦지 않게 발매하는 게 목표다. 예전에는 목표도 구체적이었는데, 항상 그렇게 안돼서 큰 목표 하나만 잡으려고 한다.
www.slwk.org, facebook.com/pages/SLWK/532045203549600?fref=ts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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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3. SEO HYEIN FASHION STUDENT & FASHION DESIGNER, LIVES AND WORKS IN ANTWERP, BELGIUM © image courtesy of Seo Hy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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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인은 안트워프 왕립 예술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Fine Arts Antwerp 학생이다. 지난 뉴욕패션위크 기간 중 열린
브이파일즈VFILES.com 컬렉션 이후, 그는 패션계의 ‘깜짝 스타’가 됐다. 리아나Rihanna 와 투애니원2NE1 씨엘CL이 그의 옷을 입고, 스타일닷컴Style.com에 대서특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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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파일즈(VFILES.com, 이하 VFILES) 컬렉션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서혜인Seo Hyein: 석 달 전쯤 VFILES 에디터 솔로몬Solomon이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왔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사진을 보고 연락한 것 같은데, 비행기 표와 호텔을 제공할 테니 뉴욕의 VFILES 컬렉션에 참가해보겠느냐고 물었다. 원래 경연대회competition 인데 작업을 보고 따로 연락해준 걸 나중에야 알았다. 좀 의심스러워서 미국 친구들한테 뭐 하는 곳이냐고 물어보니, 다들 ‘VFILES is cool!’이라고 하더라. 이번 VFILES 컬렉션 의상들은 어떤 콘셉트로 만든 옷인가? 컬렉션 주제인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Fear Eats The Soul ’는 라이너 베스너 파스빈더 R.W. Fassbinder의 영화 제목에서 가져왔는데, 원래 유명한 독일 속담이다. 3학년 컬렉션을
준비하기 전에 단테의 <신곡>과 바니타스vanitas 페인팅,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 중세 말기에 유행한, 죽음의 보편성에 대한 알레고리를 묘사하는 미술 장르와 같이 어둡고 아름다운 이미지와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조사하다가 찾은 다리오 아르젠토Dario Argento;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 편집자 주의 고전 공포 영화를 보면서 그 판박이 표현Cliché들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죽음의 무도’의 주제는 공포 속의 해학인데, 이 점을 현대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보고 싶었다.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 가 작곡한 ‘죽음의 무도’ 대신 힙합을 틀어놓고 춤춘다든가 하는 상상으로 많은 삽화 작업 후 옷으로 풀어봤다. 아직 한 번의 컬렉션만 해봤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드로잉과 연결하는 이야기storytelling인 듯하다. 컬렉션을 시작할 때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놓고, 이야기의 장면들을 삽화 그리듯이 드로잉한다. 디자인 아이디어 대부분이 삽화 속에 있다. 사람들이 옷을 보고 어떠한 이야기를 풀었는지 어렵지 않게 알아챘으면 좋겠다. 컬렉션을 마치고 정말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스타일닷컴, 패션 블로거 수지 버블Sussie Bubble 등 짧고 굵게, 폭발력 있는 반응을 봤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숫자도 급격히 늘고, 스타일닷컴 메인페이지에 실린 것은 아직도 좀 비현실적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 인터뷰도 정말 신기하다. 미디어들의 반응 이상으로, 실제’로 체감하는 반응도 있나. 생활은 예전과 마찬가지다. 다만 많은 매장과 패션 잡지에서 들어오는 요청으로 체감한다. 한 번도 내 레이블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다들 하나의 브랜드로서 촬영과 구매 요청이 들어오는 게 실제 느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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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매체들과는 어떤 얘기가 오가나? 몇 달 사이에 이렇게 극적으로 (삶이) 바뀌는 경우가 참 드문데, 정말 매체의 힘이 엄청나다는 걸 느낀다. 쇼 끝나자마자 <보그 이탈리아VOGUE Italia >에서 스티븐 마이젤 Steven Meisel 과의 촬영으로 옷을 빌려 갔고, 공부하면서 항상 보던 잡지들에서 인터뷰와
촬영 제의가 들어왔다. 말도 안 된다. 다 잘하고 싶은데, 아직 학생이라 졸업 컬렉션 준비로 바빠서 그만큼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갑자기 혼자 감당하기 힘들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보통 학생 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한번도 스타 디자이너나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성적인 편이라 이런 삶을 살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신난다기보다는 아직 부끄럽다. 졸업하고는 그저 좋은 메종maison에서 좋은 자제와 원단 만지고, 보면서 일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개인 레이블을 만드는 것에 반 쯤 발을 담궈버린 것 같아서, 방향 설정을 잘 해야 하는 시기인 듯하다. 안트워프의 분위기는 어떤가? 잘 맞는 편인가? 굳이 (유학을) 안트워프로 온 이유 중 제일은 도시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사람도 풍경도 앤트워프 특유의 회색빛 속에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다. 이다지도 정적인 도시에서 마르탱 마르지엘라Martin Margiela나 월터 반 베이렌동크Walter Van Beirendonck 처럼 뒤틀린 아름다움에 매료된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나왔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다. 앤트워프에서 오래 살아보니, 이 작은 도시에서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세계로 더 깊게 파고들어 가는 사색인 걸 알게 됐다. 고요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금세 떠났다. 학교도 차분하다. 대부분 집에서 작업하고, 학교에서는 개별 지도tutorial만 한다. 곧 다가올 봄, 4월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여기는 방학이 여름 3개월뿐이라 한국의 봄이 정말 그립다. 유치하지만, 벚꽃 밑에서 술이나 마시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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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 interview & text SUNG CHANGWON photography GO YUNSUNG edit SUNG CHANGWON, HONG SUKWOO special thanks to KT&G 상상마당(www.sangsangmadang.com) © all works courtesy of Woo Moon-gi, Lee Yu-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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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YU-BIN vs WOO MOON-GI
LERY 스펙트럼 매거진의 ‘갤러리 GALLERY’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재능 넘치는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입니다. 그 열세 번째 시간의 주인공은 영화감독 ‘이유빈’과 ‘우문기’입니다. 두 감독 모두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장편을 상영했고, 주목받았습니다. 관심사가 바뀌고 계획이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촉박한 시간과 빠듯한 제작비 안에서도 그들은 장편영화를 완성하고 당당히 영화감독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둘의 작품 성향은 사뭇 다릅니다. 우문기와 이유빈의 첫 장편영화, <셔틀콕>과 <족구왕>의 작품 안팎 이야기commentary 를 스펙트럼의 큐레이팅으로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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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YU-BIN
SHUTTLECOCK 2013
이유빈 감독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수학하고, 졸업작품 <마이 좀비 보이My Zombie Boy, 2005>로 주목받았습니다. 다큐멘터리와 단편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온 그는 장편영화 <셔틀콕 Shuttlecock >
제작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스태프 섭외 과정에서
난관을 겪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 2010년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스태프로 참여하며 다시 장편 영화에 관한 의지를 확인합니다. 소지섭 주연의 영화 <회사원, 2012>에서 스크립터로 일하면서 스태프들을 섭외하고 2012년에는 영화진흥위원회Korean Film Council에서 제작비 지원을 받습니다. 마침내 2013년 <셔틀콕>
을 완성하고, 2013년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주연 이주승),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과 시민 평론가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녀의 영화는 KT&G 상상마당 배급으로 2014 년 4월 극장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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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Shuttlecock> 2013, 작품 스틸 2012년 겨울, 모든 촬영을 마친 뒤 마지막 회상장면 촬영이 남은 상태였다. 원래 스키장에서 찍으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촬영이 지연되다 결국 벚꽃놀이 장면을 찍기로 했다. 촬영 도중 촬영감독이 맥주 두 캔을 벌컥벌컥 마시고, 첫사랑을 생각하면서 찍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누군가 그 장면이 좋았다고 이야기하면, 지금도 촬영감독은 자신의 진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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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Shuttlecock> 2013, 작품 스틸 남해에서 우연히 잡은 화재 장면이다. 해 질 무렵, 촬영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는데 어디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거다. 주위를 둘러보니 멀리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촬영감독과 보조 스태프, 배우, 나 이렇게 네 명이 바로 차를 타고 현장으로 출발해 장면을 담았다. 2년 전쯤 작은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편집한 경험이 있는데, 그 작업으로 예기치 않은 순간이 주는 소중함을 알게 됐다. 내 연출 방식이 다른 감독과 다를 수 있는데 촬영감독이 잘 이해해주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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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Shuttlecock> 2013, 작품 스틸 남해유배문학관 앞에서 주인공과 동생이 장난치는 부분이다. 서울 촬영을 마치고 전주에서 첫 지방 촬영할 때였다. 나흘째인가, 주연배우 이주승과 동생 역 김태용이 촬영 준비 중 장난치는 것을 봤다. 술래잡기 같은 것이었는데, 아이가 물리적으로 성인을 따라갈 수 없지 않나. 이주승은 뒷걸음질치며 도망가고, 김태용은 그게 더 약이 올라 쫓는 거다. 그 느낌이 좋아서 몇 부분에 넣게 되었는데, 남해유배문학관 앞에서 빛을 받으며 찍은 컷이 아주 예쁘게 나왔다. 참 좋아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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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Shuttlecock> 2013, 작품 스틸 영화 앞부분으로 주인공이 집안에서 행동하는 동안 통화 내용이 소리로 겹치는 씬이다. 한 컷으로 호흡을 잡아내려고 스물일곱 테이크까지 가면서 힘들게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심심했다. 머릿속에 그렸을 때에는 한 컷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마침 편집하면서 이야기를 더 보완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 컷에 통화내용을 소리로 입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렇게 컷을 살렸다. 그 컷을 끝까지 놓지 않고 고민했기 때문이었다.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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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Shuttlecock> 2013, 작품 스틸 주인공이 술을 마시고 스케이트보드 타는 고등학생들에게 시비 거는 장면이다. 세 명의 단역은 현지에서 캐스팅했다. 촬영 전 장소를 보러 갔을 때, 밤에 남해에서 젊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소위 ‘핫’한 곳에서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애들에게 삐죽거리며 영화 관심 있느냐, 스케이트보드 탈 줄 아느냐, 그런 질문들을 하다가 수박을 안고 가던 아이가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수박을 든 채로 술집에 들어가는 거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기다리는데 다시 와서 하는 말이 자기가 관심 있다고 했다. 단지 그 아이는 수박을 놓고 나와야 했던 거였다. 그때를 계기로 계속 연락하다가 촬영 때 다시 만났는데, 그동안 연기 연습을 좀 했는지 생각보다 잘해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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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Direction 영화에 생략이 많다거나 친절하지 않다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연출할 때에는 딱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복기하면서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다 알고 있어서 이만큼은 괜찮겠지 했던 부분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관객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제대로 찍지 못한 부분도 있고, 첫 장편이라 미숙한 부분도 많았다. 여러 가지가 한데 모여 생각보다 더 불친절한 영화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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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 Continuity 콘티 없이 작업했다. 주연배우도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촬영을 시작했고, 촬영감독도 늦게 섭외했고, 조감독도 촬영 초반에 바뀌는 등 촬영 직전과 초반 많은 일이 있었다. 연출 분위기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큰 그림을 공유할 것인지’, ‘콘티 작업을 할 것인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전자를 선택하고서 촬영감독과 종종 다투기도 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머릿속에서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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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Acting 감독마다 연기를 끌어내는 성향이 다르다. 실제로 어떻게 연기를 끌어냈는지 질문도 받았는데, 사실 그런 것은 없었다. 운이 굉장히 좋았다. 배우들의 합(合)이 좋았고, 원하는 방향의 연기가 잘 나왔다. 캐스팅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연기하는 배우를 계속 찾은 부분도 있다. 서로 맞는 연기 방식을 가진 배우를 균형 있게 캐스팅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 연기를 많이 겪지 못한 상태에서 그런 배우들을 만난 건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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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비 Picture Ratio 회상 장면을 촬영할 때, 휴대폰 느낌을 내보자고 해서 기존 장면과 다른 카메라로 촬영하고 화면 비율도 다르게 했다. 혼자 편집하면서 어떻게 구분 지을까 계속 생각하다가, 스크린이라는 프레임 안에 하나의 프레임을 더 만들었을 때 집중도가 더 높아질 듯했다. 조명이나 컷의 길이로 영화 효과를 내는 것처럼, 화면 크기로도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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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영화관에서 타인과 ‘자신의 영화를 같이 보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너무 힘들어서 보다가 나간 적도 있다. 배우 이주승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지, ‘이백오십 명을 태우고 운전하는 것 같다’ 고 했다. 영화 때문에 전역하자마자 면허를 땄는데, 아직 운전이 서툴었던 탓에 이런 비유가 나온 것 같기도 하다.
Just One Question to LEE YU-BIN
Q. 크레딧을 보니 ‘제작’란에도 본인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A. 한 편이라도 만들고 나면 일이 쉬워지지만, 처음 시작할 때에는 제작비 조달을 비롯한 대부분을 연출자 본인이 담당하게 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3,000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계약하면 내가 제작자가 된다. <셔틀콕>에서는 각본, 감독, 제작의 세 역할을 했다. 사실 ‘시나리오가 좋으니 투자를 더 받으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면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생긴다.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은 방향으로 갈 수도 있어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 선에서 해결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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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 MOON-GI
THE KING of JOKGU 2013
우문기 감독의 초기 관심사는 시각 디자인이었습니다. 홍익대학교 영상영화과를 다니다 영화에 흥미를 느낀 그는 현재 한국예술 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전문사로 재학 중입니다. 그는 만드는
facebook.com/yubinne.lee / facebook.com/Gwanghwamun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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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영화를 목표로 합니다. 2008년부터 단편영화 <냉탕과 열탕 사이Between
Hot and Cold ,
2008 >, <세상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Trembling, 2009>, <이공계 소년The Boy’s Physics , 2010>, <자장범벅그녀Black Noodle Beauty, 2011>, <서울유람Lost
in Transportation ,
2012> 등을 꾸준히
연출해왔고, 밴드 페퍼톤스peppertones 의 <핑퐁Ping-Pong>, <공원 여행>, <행운을 빌어요>, <노래는 불빛처럼 달린다> 뮤직비디오 작업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2013년 첫 장편영화 <족구왕The of Jokgu>을
King
완성했고,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유명 배우를
내세운 상업영화와 주목받는 외국영화 사이에서 짧은 시간 안에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족구왕> 또한 2014년 8월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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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왕The King of Jokgu>, 2013, 작품 스틸 주인공이 족구 전 준비운동하는 장면으로, 나이키 광고 안에 육덕 푸짐한 복학생이 있는 느낌으로 웃기게 촬영하고 싶었다. 빛도 멋지고, 슬로우 모션인데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 거다. 그런데 이 컷을 상당히 오래 찍었다. 첫 촬영이라 어디까지 가는 영화인지 감을 잡지 못한 탓이 컸다.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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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왕The King of Jokgu>, 2013, 작품 스틸 시합하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고시생의 컷이다. 처음에는 수많은 사람 사이로 멀리 있는 모습을 찍고 싶었는데, 막상 촬영 당시에 관중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학교 옥상에서 찍어보자고 했는데, 마침 옥상 문이 잠겨있었고…. 그러다가 숲으로 결정했다. 배우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냥 찍었다. 그 뜬금없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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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왕The King of Jokgu>, 2013, 작품 스틸 학교에 족구 바람이 불어 너도나도 우유 팩 차기를 하는 부분이다. 전체 영화에서 두 번째로 인원이 많은 컷인데, 이 컷에는 스태프도 많이 참여했다. 자세히 보면 주・조연급 배우들도 다른 옷을 입고 나온다. 이 컷을 촬영하면서 시합 컷도 잘 찍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때는 사람이 많이 오지 않았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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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왕The King of Jokgu>, 2013, 작품 스틸 족구 연습하는 부분이다. 한 명씩 앞사람이 찬 공을 이어받아 마지막에는 여자 연기자가 공을 받아서 차는 컷인데, 이 합을 맞추기 위해 서른 테이크 정도까지 갔다. 공을 차는 것뿐만 아니라 찬 공이 화면 안에 떨어져야 하니까 그런 여러 부분을 다 해내기가 힘들었다. 스무 번 정도 찍고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배우들이 조금만 더 해보자고 해서 결국 성공했다.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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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왕The King of Jokgu>, 2013, 작품 스틸 족구팀들이 과별로 나뉘는데 원래 자세한 설정이 있었다. 의상에도 공을 많이 들였고 깃발도 제작했다. 과 특성에 맞는 전략과 행동도 있었다. 하지만 보여주는 시간에 한계가 있어서 많은 부분을 잘랐다. 학부 전공이 미술이라 그런지 시각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 카메라를 조금 안 좋은 것을 쓰더라도 미장센 (mise-en-scéne·화면구성)에 신경 쓰는 것이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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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Theme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청춘을 즐기라는 말을 관객에게 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젊은이가 할 일이다, 라는 느낌으로. ‘청춘 시절에는 뒷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있는 만큼 즐기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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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Continuity 반 정도를 직접 그렸다. 학부 때 미술 전공이기도 했고. <1999, 면회>에서도 미술감독을 했다. 촬영감독님도 미술을 하셔서 나눠 그렸다. 단편 만들 때에는 전부 직접 그렸는데, 장편은 (그림이) 너무 많아서 손이 아파서…. 콘티가 없으면 굉장히 불안하다. 그런 생각도 한다. 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는다든지 하는. 그럴 때 콘티집이 있으면 죽어도 영화는 완성되지 않겠나.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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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시네마 Gwanghwamun Cinema 영상원 동기들끼리 휴학하면서 작업실을 하나 꾸렸다. 그게 종로 계동이었다. 그중 한 명이 영화를 찍는다고 해서 도와주고 그 영화가 개봉하게 됐는데, 개봉하려면 영화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광화문 시네마’를 만들었다. 연출하는 친구 다섯 명과 영화 기획・제작하는 형까지 총 여섯 명인데, 친구들이지만 어쨌든 회사 대표가 필요해서 보증금 내준 친구가 대표를 맡았다. 유일한 여자인데 통솔력이 있다. 그 친구가 가장 먼저 작업실 내자고 얘기도 꺼냈다. 친구가 없었으면 작업실도 없었을 테고, 아마 <족구왕>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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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Actors and Actresses 배우도 그렇고 스태프도 그렇고 <1999, 면회>에서 대부분 같이 넘어왔다. 영화를 찍으면서 친하게 지냈기도 했고, 이전 영화 주연이 다음 영화 단역으로 등장하는 식이었다. 영국의 영화 제작사 ‘워킹 타이틀(Working Title Films)’ 처럼 광화문 시네마가 하나의 가족이나 브랜드로 인식되길 바란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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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면회>(예고편) 픽사(Pixar) 애니메이션 같은 걸 보면, 영화에 앞서 꼭 단편 작품을 상영하지 않나. 우리도 그런 걸 해보고 싶었다. <1999, 면회>가 극장 개봉해서 ‘광화문 시네마’가 생겼다. 이왕 하는 거, 다음에 찍을 영화를 예고편 형식으로 삽입해보자는 얘기를 실현했다. 그런데 이 영상 덕분에 많은 사람이 언제 개봉하느냐는 질문도 해주셨고, 결국 제작비 지원도 받게 되었다. 우리 의도가 먹힌 거다. 그래서 족구왕에도 한 편 붙이려고 한다. 아직 제목은 정하지 않았다.
Just One Question to WOO MOON-GI
Q. 첫 장편으로 부산영화제에 갔고, 매진됐다. 감회가 궁금하다. A. 장편이든 단편이든, 내 영화로 부산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어릴 적 나도 부산 영화제에 몇 번 갔는데, 재미없는 영화는 영화관도 텅 비어 있고, 예매하고 오지 않는 경우도 봤다. <족구왕>은 이삼백 명 정도 들어가는 큰 극장에서 상영했는데, 막상 부산에 가니 매진되어 있었다. 보고 나서 사람들이 제목에 낚였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나름 코미디 영화라고 만들었는데 아무도 웃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바람잡이가 있기도 했지만…. 정말 감격했다.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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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PRODUCT GUIDE
Icon Collection 아이콘 컬렉션은 인케이스의 Heritage Line으로 인케이스 백팩의 시작격인 디자인을 토대로 현재 트랜드에 맞게 블랙, 그레이, 레드 세가지 색상으로 재탄생한 백팩라인입니다.
Icon Pack for Macbook Pro 17”, iPad Icon Slim Pack for Macbook Pro 17”, iPad
인체공학적으로 제작된 스페셜 폼 등판은 한층 더 편한 착용감을 선사하고 맥북을 위한 별도의 공간은 최상의 수납이 가능합니다. 측면포켓에는 외부로 연결하는 케이블 포트가 있어 작은 기기 엑세스에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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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Sling 방수 코팅처리된 내구성이 강한 캔버스 소재로 구성된 퀵 슬링백은 버클을 사용하여 빠르게 착용이 가능하며 한
Quick Sling for iPad air
손으로 조절이 가능한 손잡이가 부착되어 완벽한 핏감을 제공합니다. 별도의 아이패드 에어 수납 공간 외에도 내부에는 다양한 악세서리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사용이 편리합니다. 봄, 여름철 라이딩시 편리하게 사용가능한 아이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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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Bag View 아이패드 케이스와 백이 결합된 필드 백 뷰는 아이패드와
Field Bag View for iPad, iPad mini
아이패드 미니 사용자를 모두 만족시킵니다. 벨크로를 이용한 케이스 형태로 아이패드를 완벽하게 보호할 뿐 아니라, 장착한 채 촬영 가능한 것이 큰 장점입니다. 안쪽의 수납공간에는 악세서리 수납이 용이하며 부피감이 크지 않아 세컨 백 혹은 단독으로 활용하는 데일리 백으로 적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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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Collection 절제된 디자인의 시티 컬렉션은 수납성과 디바이스 보호를 향상시킴과 동시에 공간 활용을 최대화한 컬렉션입니다. 360도의 패딩은 높은 수준의 기기보호를, 사려깊은 구성과 디자인의 포켓은 더욱 효율적인 수납과 접근성을 제공합니다. 2014년 봄 시즌 Dark Khaki색상이 새롭게
Backpack for Macbook Pro 17”, iPad Compact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Sling Pack for Macbook Pro 15”, iPad
출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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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us Collection 캠퍼스 컬렉션은 대비되는 색상과 소재의 사용으로 더욱 산뜻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고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개성표현이 가능합니다. 더욱 다채로운 스타일과 사이즈로 개개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잘 반영하였습니다.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Compact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Mini Backpack for Macbook Pro 13”, iPad Brief for Macbook Pro 13”, iP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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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O Travel Collection EO 트래블 컬렉션은 여행에 대한 접근을 심플함과 연계성으로 정의하는 새로운 세대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졌습니다. 비지니스, 영감 혹은 재미를 위한 기기 사용에 의존하며 변모하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기내용 컬렉션입니다. 각각의 EO 트래블 백은 똑똑한 수납기능과 믿음직한 보호기능을 결합하여 여행을 좀 더 쉽고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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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shell Roller for Macbook Pro 17”, iPad Roller for Macbook Pro 17”, iPad Rolling Brief for Macbook Pro 15”, iPad Backpack for Macbook Pro 17”, iPad Duffel Macbook Pro 115”, iP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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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ra Collection 인케이스의 카메라 컬렉션은 사진가들의 요구사항을 채워주기 위한 넓은 범위의 가방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혼색 모직으로된 내구성있는 외부는 독특한 세련미를
DSLR Pro Sling Pack / Sling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DSLR Pro Pack for DSLR, MacBook 15”, iPhone
자랑하며 내부의 탈부착 가능한 패드형 파티션는 다용도
Point and Shoot Field Bag for Compact Camera, iPad, iPhone
DSLR와 렌즈의 배열 및 정돈을 가능케합니다. 또한
DSLR Case for DSLR, iPhone
아이패드, 맥북과 같은 특별한 디바이스의 수납에 탁월한 컬렉션입니다.
Point and Shoot Pouch for Compact Camera, iPhone Point and Shoot Pouch Case for Compact Camera, i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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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5s & 5 인케이스의 정밀한 핏은 향상된 디바이스 보호 기능 뿐만 아니라 인케이스의 미니멀한 디자인 원칙을 지킴과 동시에 사용자의 편리함까지 생각합니다. 새로운 iPhone 5S용 제품은 이 전통을 지키면서 가장 얇고 가장 가벼운 iPhone의 디자인과 상호 보완하여 새로운 기술을 완벽히 보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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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inted Pro Snap Case for iPhone 5S & 5 2. Hearts Snap Case for iPhone 5S & 5 3. Sports Armband Deluxe for iPhone 5S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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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able Power 아이폰 및 모바일 디바이스를 신속하게 충전할 수 있는 포터블파워가 출시되었습니다. 5,400mAh와 2,500mAh 두 가지 용량으로 출시되며 아이폰5s를 기준으로 5,400mAh 용량은 두 대의 아이폰을, 2,500mAh 용량의 포터블 파워는 한 대의 아이폰을 빠르게 완충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폰 크기 정도의 사이즈로 간편하게 휴대가 가능하며 다양한 컬러웨이로 취향에 만족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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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ortable Power 2500 & 5400 for most usb dev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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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 iPad mini 인케이스의 New iPad & iPad mini 용 제품은 혁신적인 기기에 걸맞은 기능과 보호기능을 제공하며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사용자의 요구조건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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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ity Sleeve for iPad 4,3,2 & iPad mini 2. Travel Kit Plus for iPad 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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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Book 인케이스의 MacBook용 제품은 정밀한 기술을 이용한 보호와 현대적인 디자인의 미학, 개개인의 다양한 선택을 위해서 제작 되었습니다. 각각의 케이스와 슬리브는 안목 높은 MacBook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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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eoprene Pro Sleeve for MB Air 11”, Pro 13”, 15” 2. Hardshell Case for MB Air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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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윌리스 잠실 02-2143-1500 서울 송파구 잠실동 40-1 롯데마트 잠실점 디지털파크 내 1층
레스모아 롯데김포점 02-6116-5517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 롯데몰 김포공항 스카이파크 B2F
프리스비 홍대점 02-323-1765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12
윌리스 김포 02-2664-6021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 김포국제공항 앞 롯데 몰 지하 1층
에이팜 신세계 본점 02-310-1472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52-5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신관 9층
프리스비 건대점 02-2218-3195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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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트랙스 광화문점 02-732-9961 서울 종로구 종로1가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프리스비 강남점 02-536-1050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03-35 강남 태영 데시앙루브
카시나 신사 02-3443-8148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3-16 다울빌딩 1층
핫트랙스 강남점 02-534-9961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03-22 교보타워 지하 2층
프리스비 강남스퀘어 02-501-6652 서울 강남구 역삼동 809 금화(월드메르디앙)B/D 1F
카시나 프리미엄 명동 02-773-3523 서울 중구 명동2가 83-5 눈스퀘어 4층
폰트리 서초점 02-3465-3020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45-3 국제전자센터 7층 33호
서울 프리스비 명동본점 02-318-7120 서울 중구 명동 2가 33-6
프리스비 여의도 IFC몰 02-6137-5685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 IFC몰 지하2층 218호 에이샵 타임스퀘어점 02-2638-2730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42 타임스퀘어 2F 에이샵 신세계 센트럴시티점 02-3479-6187 서울 서초구 반포동 19-3 신세계 센트럴시티 신관 5F 에이샵 현대백화점 목동점 02-2163-2635 서울 양천구 목1동 916번지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1F 에이샵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02-2211-1064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지하 1F 에이샵 갤러리아 압구정점 02-548-6177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94 갤러리아 명품관 West 5F 에이샵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02-3467-8373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7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미아점 02-2117-1863 서울 성북구 길음동 20-1 현대백화점 미아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신촌점 02-3145-2943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33 현대백화점 신촌점 9F 에이샵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02-3449-5474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지하 1F 에이샵 현대백화점 천호점 02-2225-7094 서울 강동구 천호동 455-85 현대백화점 천호점 11F 에이샵 신세계 영등포점 02-2639-1464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34-5 신세계영등포 B관 6F 윌리스 신사 070-7732-7001 서울 강남구 논현동 5 페이토 빌딩 윌리스 종로 070-7732-7361 서울 종로구 종로2가 9 YMCA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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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모아 명동본점 02-755-7681 서울 중구 명동 1가 64-1 레스모아 명동중앙점 02-779-7277 서울 중구 명동 2가 51-3 레스모아 수유점 02-904-9564 서울 강북구 번동 446-66 JJ타워 1층 레스모아 노량진점 02-826-9771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150-6,7 레스모아 남영점 02-3275-1970 서울 용산구 갈월동 87-1 레스모아 천호점 02-488-9156 서울 강동구 천호동 454-60 레스모아 가든장지점 02-400-2572 서울 송파구 충민로 66 테크노관 1F 레스모아 신촌점 02-3143-6012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6 레스모아 신림점 02-881-8212 서울 관악구 신림동 포도몰 5층 레스모아 강남본점 02-3453-8503 서울 강남구 역삼동 809 1층 레스모아 문정점 02-449-8751 서울 송파구 문정동 42-4 레스모아 동대문역사점 02-2264-0775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18-134 레스모아 메세합정점 02-3143-7455 서울 마포구 합정동 418-1 지하1층 레스모아 청량리점 02-3295-5329 서울 동대문구 전농2동 620-26 1층 레스모아 건대점 02-3272-6991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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