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Issue 16. WINT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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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16 / WINTER 2014 ISSN 2287-5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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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incase.kr/iphon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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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Arm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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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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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DICTABLE

analogcloth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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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editor HONG SUKWOO

2000년대 초중반 좋아했던 신이치 오사와大沢伸一・Mondo Grosso의 ‘1974 - Way Home’ 이라는 곡이 있습니다. 차분한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는 멜로디를 들으면서, 바쁜 하루를 마치고 안락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서상영Suh Sangyoung이 2008년 발표한 열 번째 컬렉션 주제는 ‘홈HOME, Autumn/Winter 2008-2009 collection’이었습니다. 당시 그가 원점으로 돌아가고자 한 컬렉션에서 잔잔하게 감동한 기억이 납니다. <스펙트럼SPECTRUM>의 비디오 인터뷰 ‘스펙트럼 TV spectrumprojects.com/tv’에서는 인터뷰이에게 항상 ‘여가’ 때 무얼 하는지 묻습니다. 우리가 이 도시에서 마주친 모두가 너무 바쁘게 살면서도, 정작 차분하게 자신을 생각할 여유는 망각한 채 지낸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번 <스펙트럼>의 주제는 ‘집Home’입니다. <스펙트럼>은 지난 4년간 한 권에 약 스무 명에서 서른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눠왔습니다. 첫 주제였던 ‘스마트폰, 태블릿 PC 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mart Phone, Tablet PC & Social Network Service’부터 지난가을의 ‘대안Alternative’까지, 이 시대에 우리가 생각해봄 직한

화두를 던져왔습니다. 변하는 환경 속에서 진지한 태도를 잃지 않고자 무던히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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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4년째를 마무리한 이번 호에서는 ‘힘’을 조금 빼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곡처럼, 터벅터벅 다시 집 혹은 고향에 돌아가는 느낌을 담고자 했습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모두 잊고 쉴 수 있는 우리의 ‘집’처럼, 이번 <스펙트럼>이 독자 여러분께 편안한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Home’ poster for suh sangyoung Autumn/Winter 2008-2009 collection © image courtesy of Suh Sang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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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ISSUE No.16 / WINTER 2014 Kim Byungjoo for this issue’s cover art; <Ambiguous Wall II(철・아크릴・래커・혼합재료, 53 x 53 x 8cm each, 2012)>, reading the full article on the GALLEY in this issue, pages 156. “처음에는 ‘밖에서 볼 수 없는 공간의 안쪽’에 관한 의문이었다. 그것이 벽을 허물고, 공간을 모호하게 했다. 거기에 빛과 그림자를 더했고, 그 후 시선의 이동이 있었다. 최근에는 ‘반영(反映)’이 공간을 한 번 더 모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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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PORTRAIT

fashion Hong Sukwoo design Hong Sungbo art Kim Jihyun book Jung Woosung street Sung Changwon music JNS tech Jeon Jinju travel Ahn Eunju

Park Siyoung Liu Kuang-hung

76 SPACE ‘The Streets in Seoul’ Seosomun Railroad Crossing Naksan Park Fortress Wall Road Deoksugung Stone-Wall Road

86 LOOKS VARIOUS BRANDS ‘Work at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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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ISSUE No.16 / WINTER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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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ORIAL

TALK

INCASE

play Oh Yeon seo Maison des Bougies All Rhoads Customs

Richard Haines Aaron Levine Song Gilyoung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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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aborate Half Half Hibrow Kim Youngbin, Jeong Hayan express Côte à Côte Jaden Lee Moonassi Golmok Vinyl and 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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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INCASE

Hwang Seontae Kim Byungjoo

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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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NO. 16 / WINTER 2014 ‘HOME’ ISSUE ISSN 2287-5980

PUBLISHER Joon Yang 양준무

EDITOR

CONTENTS MANAGER

Hong Sukwoo 홍석우

Lee Eunyoung 이은영

yourboyhood@gmail.com Sung Changwon 성창원 i@oodllboo.com Ahn Sangyeon 안상연 allieinblue@gmail.com Lee Jihyun 이지현 hyonnie@naver.com DESIGNER CamoMild 카모마일드 camomild.com Lee Yunhee 이윤희 ooo@pr1zm.com PHOTOGRAPHER JDZ Chung 정재환 Studio BONE jdzcity@gmail.com Go Yunsung 고윤성 Studio BONE goyunsung@gmail.com Kim Bosung 김보성 boss1028@gmail.com

ey.lee@pr1zm.com

Asst. Kwon Dokyung 권도경 dk.kwon@pr1zm.com CONTENTS SUPERVISOR

Rich Lim 리치 림 rich@pr1zm.com CONTRIBUTING WRITER

Hong Sungbo 홍성보 Kim Jihyun 김지현 Jung Woosung 정우성 JNS 김준수 Jeon Jinju 전진주 Ahn Eunju 안은주

VIDEOGRAPHER Kim Rae hyun 김래현 Studio BONE rapbong.k@gmail.com Go Yunsung 고윤성 Studio BONE goyunsung@gmail.com

프리즘디스트리뷰션(주) www.pr1zm.com / 스펙트럼 www.spectrumprojects.com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동 2-10 2층(강남구 도산대로6길 14 2층) 02-3442-1014 ©2014 Spectrum All rights reserved.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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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com/komono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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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 HOME

fashion HONG SUKWOO design HONG SUNGBO art KIM JIHYUN book JUNG WOOSUNG street SUNG CHANGWON music JNS tech JEON JINJU travel AHN EUN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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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L ‘저널JOURNAL’은 매 호 다양한 인물이 <스펙트럼>의 주제를 얘기합니다. 저널의 글은 종종 잡지 기사처럼, 수필 혹은 보고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경계는 없고 주관은 있는 글의 집합이 이 장章의 정체성이 되길 바랍니다. 열여섯 번째 호의 주제는 ‘집HOME’입니다. 사람이 거주하는 물리적인 공간인 집도 다루지만, ‘집’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보금자리, 원점, 시작과 마무리에 관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이번 ‘저널’은 지금까지 어느 글보다 더 개인적이길 바랐습니다. 여덟 가지 분야의 필자들이 각자의 ‘집’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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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요즘 들어 문득 드는 고민 중 하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였다. 패션. 내가 어디에 있는가, 하면 아마도 패션이겠지. 그런데 내가 연예인들을 어찌 하나? 지금은 아니다. 주요 잡지를 다니며 화보를 찍거나 그러한 패션 브랜드들의 산업 구조에서 함께

The STREAM of CONSCIOUSNESS 홍석우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 편집장 패션 저널리스트

instagram@yourboyhood www.yourboyhood.com

돌아가나? 그것도 아니다. 좀 더 개인적으로 들어가서, ‘옷’은? 물론 좋아하지만, 이제 옷이나 패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다른 쪽으로 가버린 느낌이 크다. 바이어를 관두고, 스트리트 패션 사진에 흥미가 떨어지고,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에서 한 작업이 - 이제 4년째가 된다 - 더 중요해지면서 여러 생각하게 되었다. 한창 사람들을 처음 알게 되고 관계의 즐거움을 배울 때와 지금의 나는 퍽 다른 사람이 되었다. 원래 패션 이외의 것에 흥미가 많았다. 아직 확실하게 정리되진 않지만,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실제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만들지 알지 못하지만, 결국 서서히 어떠한 범주를 걸쳐 일하면서 더 선명해진 것은 결국 내가 사람들의 ‘ 삶’, 그 자체에 더 관심 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무얼까. 장르로 잣대와 기준을 만들지 않는, 아직 선명하지 않지만 무언가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에 초점 맞춘 무언가를 해나가자, 뭐 이런 식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할 때에도 이름 뒤에 여러 호칭이 붙었다. 가장 처음에는 누구누구 씨. 그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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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실장님, 선생님, 편집장님, 대표님

사람들의 관계 사이에서 고민할 때 처음

(정작 자신의 회사를 세운 친구들 옆에서

생각했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몇 번인가

무얼 대표했을까, 나는)까지 생각하니 참

습작처럼 온전히 상상해서 짓고자 했을

여럿이다. 간혹 누가 어떻게 불러야 하느냐고

때 대번 새로운 세계를 구상하는 문학은

물으면 사람 뒤에 붙은 사회적 계급들이 퍽

길이 아니었다. 돌아보니 블로그에 일기만

어색했다. 일의 체계란 존재하나 일하다

한가득하였다. 나만 알아보도록 쓴 암호

만난 사이가 아니고 그리 친한 사이도

같은 글도 어느 시간과 장소가 떠오르곤

아니라면 딱 석우 씨, 정도가 좋다.

했다. 나만의 고민이 아니어서 모르는 이에게 공감을 준 적도 여럿 되었다. 그러니

직업의 호칭으로 사람들에게 불린다면,

‘수필’이었다. 그저 끄적이는 게 아니라

하나 얻고 싶은 것은 있다. 에세이스트

직업의 하나로 수필가가 되는 법은 인터넷이

essayist처럼 조금 쑥스러운 영어 대신

알려주지 못했다.

수필가隨筆家로 불릴 날이 온다면 좋겠다.

등단登壇이 좋은 방법이겠지만 열심히

이십 대 중후반 한창 직업과 나라는 개인과

찾아보진 않았고 재능도 의문이었다. 글을

문자의 창작이 어느 때보다 쇠약해진 시대에 여전히 글을 쓴다. 싣는 대신 소정의 금액을 요구하는 이상한 지역 문학지들은 뜻밖에 여럿 보았다. 문자文字의 창작이 어느 때보다 쇠약해진 시대에 여전히 글을 쓴다. 습관처럼 기록하려고, 혼자 생각을 정리하려고, 훗날 ‘그때’가 되는 지금의 고민을 불특정다수가 봄 직하게. 하지만 그저 쓰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내가 좋은 글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바랜 종이에 꾹 눌러 담은 누군가의 사색과 그 결과물을 탐독하는 것은 수십 년 후를 상상해도 가장 자신 있게 좋아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 image courtesy of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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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집은 유년시절을 보낸 기억의 집, 현재 사는 집, 살아 보고 싶은 꿈속의 집이 있다. 이 세 가지를 겹친 집에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건축가 고(故) 정기용, 2005.

처음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보면, 예상을 벗어난 크기에 놀라게 되는 것처럼 건축은 굉장히 경험적인 예술이다. 우리는 직접 발을 디디기 전까지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절반도 채 느끼지 못한다. 직접 공간에 들어서며 느끼는 그곳만의 특별한 분위기, 날씨와 공기, 함께 있는 사람과의 대화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 그 장소에 더해지기

the MOST PERSONAL, and the MOST COMFORTABLE 홍성보 키트(KIT) 사무소 대표

instagram@kitarchitect facebook.com/sungbohong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그곳에 나만의 공간, 나만의 에펠탑이 존재하게 된다. 일반적인 공간이 개인적인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중에서도 ‘집’은 가장 ‘개인적’ 이고 ‘경험적’인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의 집 현관을 열면 그 사람만의 냄새가 난다. 사람마다 집의 냄새가 모두 다르듯이, 집은 내가 요즘 읽는 책, 자주 듣는 음반, 좋아하는 음식뿐만 아니라 잘 정리하지 않는 옷장, 어지럽힌 부엌, 지금의 경제적인 상황 등 나에 관한 모든 것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준다. 개어놓지 않은 이불에도 내가 있고,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현관에도 내가 있다. 서둘러 숨겨보려 해도 집에서는 완전하게 나를 숨길 수 없다. 좋아하는 사람의 방이 궁금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집에서 우리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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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느끼고, 비로소 그 사람을 알게 된다. 집은 가장 솔직한 곳이다. 사무실이 있지만, 나는 사실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 좁고 추운 사무실 상황도 한몫하겠지만,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할 때에는 가장 편안한 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좀 더 도움이 된다.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의 공간을 그릴 때면 완성 후 그 사람이 들어가 사는 장면을 오랫동안 상상한다. 출근할 때에는 어떤 모습으로 바쁘게 움직일지, 퇴근 후에는 어디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을지 등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그 사람에게

집은 우리에게 가장 솔직하고, 가장 편안한 곳이다. 낯설지 않은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가장 편안한 곳’으로 만들어진다. 좋은

건축가 피터 줌터Peter Zumthor는 저서

집은 잡지에 멋지게 나오는 사진에 있는

<분위기Atmospheres: Architectural Environments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온전히 그 사람만의

- Surrounding Objects, 2006>에서 모든

편안함에 있다. 집은 내가 가장 편안한

건축의 영감은 어렸을 적 살았던 집에서

곳이기 때문이다.

비롯된다고 말했다. 작은 손잡이가 달린 문을 열면 보이던 작은 정원과 낡은 나무

날씨도 추워지고 연말에 일도 많아지면서,

의자, 좋은 냄새가 나던 따뜻한 부엌과

요새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역시

케이크를 올린 접시처럼 유년시절 살던

집이 최고야.” 사실 평생 우리 모두의

집의 분위기에 관한 작은 기억들은 그가

입버릇일지도 모른다. 집은 우리에게 가장

새로운 공간을 상상할 때 조금씩 꺼내어

솔직하고, 가장 편안한 곳이다.

보게 되는 선물 상자와도 같을 것이다. 이처럼 내가 가장 오래도록 경험한 ‘편안한 나의 집’의 기억은 이제 나를 찾아온 사람의 25

Zumthor House, Haldenstein, 2005 © image courtesy of Peter Zumthor WINTER


ART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행복의 건축 The Architecture of Happiness, 2006 >에서

‘집’을 식견을 갖춘 삶의 증인이자 심리적인 성소聖所, 우리의 행복에 나름의 방식으로 이바지한 우아한 생명체라고 표현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하루를 준비하고 바쁜 일과를 정리하며 가장 많은 충전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바로 집이다. 이렇듯 집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묵묵히 지켜보며 나에 대해 많은 단서를 주는

WHERE and HOW 김지현 큐레이터

instagram@jikeeem

특별한 공간으로서 존재하기에 ‘어디에 사는가’에 관한 문제는 곧 ‘어떻게 사는가’ 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 누군가와 친분을 쌓아가는 시기에 나는 항상 그 사람의 집이 궁금하다. 뉴욕에 살던 어느 날, 같이 수업을 듣던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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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무척 흥분한 채 자기가 사는 집이

오른쪽에 기차가 지나간다. 파란색과

전에 누가 살던 집인 줄 아느냐며 물어온 적

노란색의 대비로 화면을 이등분하고 밝은

있다. 맨해튼Manhattan의 로어이스트사이드

햇살 아래 시골 마을 사람들의 평화로운

Lower East Side에 있던 친구의 집은

정경이 잘 나타난 이 그림의 노란색에는

최소주의미니멀리즘·minimalism를 대표하는

두근거림과 애정, 활력이 느껴진다.

작가 솔 르윗Sol Lewitt이 1953년 뉴욕으로

<감자 먹는 사람들The Potato Eaters, 1885>

이주하여 살던 집이었다. 예술가의 집이란

을 비롯한 초기 작품들의 어둡고 암울한

얼마나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가.

색채와는 확연히 다르다.

나는 집 구조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는지 등의 얼토당토않은 질문부터 그 예술가가

“태양과 햇빛을, 더 나은 표현이 없어, 나는

살았던 공간에 남았을 어떤 흔적에

노란색, 연한 유황빛 노란색, 연한 레몬색,

호기심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그의

황금색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다.” 고흐가

예술혼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토록 예찬했던 노란색으로 그린 이 집에서

하는 기대감은 많은 사람이 예술가의 생가

- 그의 표현처럼 - 그는 진실로 살고, 숨

집이란 한 사람의 인생에 관한 한 편의 영화라고 했다. 生家를 찾는 이유일 것이다.

쉬고, 생각하고,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고흐Vincent van Gogh의 대표작 중 하나인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이 허름한

<노란 집The Yellow House, 1888>은

건물의 셋방이, 작가에게는 한 세기 반이

불운하고도 짧은 생을 살다간 그가 가장

지난 뒤에도 감동 받는 그림이 탄생할 만큼

행복했던 프랑스 아를Arles 거주 시기에

영감을 준 공간이었다. 집이란 한 사람의

그려졌다. 파리의 생활에 지쳐 떠났던

인생에 관한 한 편의 영화라고 했다. 나는

아를에서 그는 노란색 외벽에 빛이 잘 드는

지금 어디에 어떤 영화를 남기고 있는가.

월세 15프랑의 방에 살았다. 이 노란 집에서

공간 자체가 주는 기쁨이나 괴로움보다

고흐는 반년도 채 살지 못했지만, 그곳은

‘언제, 누구와 나는 그곳에 있었는가’에

단순히 작업 공간이 아닌 진정한 자유와

관한 기억이 늘 집과 사람의 이야기를

안정 그리고 행복을 확고하게 만들어주는

만들어낸다.

곳이었다. ‘마음의 색채’를 그리는 작가였던 고흐는 그 집을 노란색으로 그렸다. 파란 하늘 아래 노랗게 칠한 집을 중심으로 27

© image courtesy of Shin Hyewon WINTER


BOOK

밖으로 나가는 일을 의무로 여겼던 시기도 있었다.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던 카페를 마음에 두고 자주 찾았다. 드물게 조용해서 오래 머무르기에 좋았다. 언제부턴가 얼굴이 익어서 “오늘의 커피 드실 거죠?” 먼저 묻는 말도 살가웠다. 거기서 몇 시간이고 책을 읽다가 다시 짐을 챙겨 경복궁이나 삼청동까지 걷거나 했다. 오가던 버스 안에서 모처럼 집중해서 들었던 음악,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마냥 걷는

a PLACE to LIVE LONG, READ LONG 정우성 <지큐 코리아(GQ Korea)> 피처 에디터

twitter@decalage24

일이 머리를 얼마나 맑게 해줄 수 있는지를 그때 알았다. 삼청동과 북촌, 서촌이 시끄러워지기 전이었다. 버스가 끊기기 전에는 막차를 타고 집에 들어가야 마음이 놓였던 때였다. 휴대전화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실시간은 아니었고, 그게 몸에서 좀 떨어져 있어도 불안하지 않았다. 문자 메시지는 지금보다 훨씬 드물게 왔다. 드물게 오던 메시지는 모조리 반가운 쪽이었지, 지금처럼 반가운 것과 성가신 것을 애써 구분할 필요가 없던 때였다. 몇 년 후 혼자 살게 됐을 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많지 않았다. 혼자서 ‘신사동 비즈니스호텔’이라 부르던 집이었다. 침대와 소파, 책상과 냉장고가 가지런했다. 부엌은 아담했다. 거기서는 잠도 부수적이었다. 책은 그 양감으로서만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잡았지만 읽히지 않았다. 그 집은 일종의 정류장이자 휴게소, 회사에서는 도저히 다 할 수 없는 일을 그대로 가져와서 마무리해야 하는 사무실의 연장이었다. 그래서 자주 집을 나섰다. 출장지에서 막 돌아온 날 집에 들어서는 순간에는 다음 행선지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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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한강까지, 압구정 둔치에서 반포대교 근처까지 뛰어갔다 오면 오 킬로미터 남짓 뛸 수 있었다. 30분 남짓,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천천히 오래 뛰는 습관이 그 집에서 들었다. 정서적 안정은 없는 채 효율적이었다. 나는 그 집에 살았던 걸까? 늘 부유하는 것 같았다면 과장일까? 누구와 오래 어울리기보다는 외로움이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그 집에서 2년을 살았다. 그나마

종횡으로 생겼다. 그래서 조바심이 생기냐면

마음을 붙였던 카페는 이사를 결심한 즈음

글쎄, 그럴수록 ‘아직 읽지 않은 그 책’

사라졌다.

의 목록이 점점 풍성해진다고 생각한다. 갑자기 만나자고 걸려오는 전화는 부득이

작년 5월에 이사한 집으로 들어가는

거절하거나 골목 어귀에 있는 카페에서

어귀에는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동네

시간을 나눈다. 더 친밀한 사이라면 집에서

거리에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간절히 원했던 것들이 거기 있을 리 없다는 걸 지금은 안다. 토박이와 가족들이 많이 사는 동네, 멋부터

뭐라도 같이 마신다.

부리는 식당이나 카페 같은 게 들어설 리도 없는 야트막한 언덕길. 앞집에는 크고 흰

이젠 해가 져도 어딜 나갈 생각을 별로 안

개가 산다. 해가 질 무렵엔 그 개가 ‘컹컹’

한다. 거리에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간절히

짖는 소리가 창밖에서 들린다. 가끔 그 집

원했던 것들이 거기 있을 리 없다는 걸

대문을 사이에 두고, 마음대로 지은 이름을

지금은 안다. 대신 앞으로도 오래 살 집에서

부르면서 ‘안녕’ 우리끼리 인사를 나누기도

지금껏 갖고 있던 그 책들이 제각각 자리를

한다. 거실과 부엌, 침실과 서재가 있는 집엔

잡았다. 이 책 저 책 읽던 습관도 바뀌었다.

동선이 생겼다. 서재에 가방을 놓고 침실에서

요즘은 한 권을 작심하고 오래 읽는다. 잘

옷을 갈아입고 거실에 있는 의자에 앉는

읽히지 않는 책도 믿을 수 있다면 읽어내려고

매일 저녁, 그 짧은 시간엔 ‘아직 읽지 않은 그

한다. 그것만을 의무로 여기면서, 그런

책’을 자주 생각하게 됐다. 읽고 마무리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고, 한자리에 앉아서

속도보다 사는 속도가 빨라서 탁자, 책상,

그렇게 한다.

책장과 바닥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더미가

© image courtesy of Jung Woo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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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중고등학교 때에는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음반을 모았고, 각종 포스터와 팸플릿을 모았고, 무가지無價紙를 모았다. 용돈을 받으면 주말에 신촌과 홍대에 나가 향뮤직, 미화당, 레코드포럼, 시티비트 City Beat, 퍼플레코드 등을 돌며 음반을

예닐곱 장씩 샀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비닐을 뜯는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포스터도 여러 가지를 모았다. 생각해보면 이미지와 구성이 주는 느낌이 좋았다. 영화 포스터는 당연히 모았고, 음악 잡지에서

I’m HOME

주는 부록과 길거리에 붙은 포스터도 많이 떼어왔다. 본격적인 붐이 일기 몇 년 전 등장한 투박한 스트리트 패션 잡지들부터 이동통신 3사에서 발행한 <카이Khai>,

성창원 <스펙트럼(spectrum)> 매거진 에디터 단편집 <1,095> 저자

<나Na >, <티티엘TTL > 같은 무가지와 YG

oodllboo.com

같은 힙합 잡지도 모았다.

엔터테인먼트에서 낸 <바운스Bounce>

그렇게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될 무렵, 홍대 앞도 물들고 있었다. 신촌과 대학로는 여전히 젊었지만, 홍대 앞은 더욱더 열정적으로, 격렬하게 젊어져 갔다. 홍대 앞에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당시 나는 노원에 살았고, 나갈 때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운전면허도, 택시 탈 돈도 없었다. 그럴 돈이 있으면 음반을 한 장 더 샀다. 나가는 것은 주말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럴 때면 옷에도 신경 썼다. 당시에는 옷을 잘 알지 못했다. 일단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들만 찾았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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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정체성이자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이용하는 일. 그래서 홍대 앞에 사는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여러 가지 이유가

좋아하는 것을 좇느라 바빴다. 좋아하는

있었겠지만, 단순하고 명확하게 ‘집 앞에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들처럼 되고 싶었다.

나갈 때도 편하게 멋진 옷을 입을 수 있을

남이 쉽게 입지 못하는 화려한 옷을 입는

것 같아서’였다. 그들에게는 집 앞이 홍대

것도 그러한 일 중 하나였다. 그렇게

앞이었으니까.

나가 음반을 사고 공연을 봤다. 대학생이 되고서는 클럽에서 밤새우고 너덜너덜해진

지금도 그때 입었던 옷들이 옷장에 있다.

이들과 함께 첫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마지막으로 입은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순환선인 지하철 2호선에서 졸다가 몇

않는다. 외형은 그때보다 단정해졌고,

번을 돌아 정오가 되어서야 집에 올 때도

삶의 방향도 어느새 조금씩 잡혀 여러

더러 있었다.

요소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하나의 큰

하지만 그 집을 나서는 일이 쉽지 않았다.

덩어리가 되어간다. 당시 찍힌 사진은 똑바로

사방으로 아파트와 학교, 학원이 빽빽한

바라보기 어려울 청도로 창피한 것들이

무가지를 모았던 내가 한 무가지의 에디터가 되었다.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나오는,

대부분이다. 그때는 참 당당했는데. 그래도

집 앞에서 홍대 앞까지 대중교통을

다시 들여다보면 어쩔 수 없는 나다. 사진 속 내가 결국 나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이루는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하는 것들이 당시 보고 들어온 것들의 반영일 수밖에 없고, 이 글과 이 잡지도 더할 나위 없이 그렇다. 무가지를 모았던 내가 한 무가지의 에디터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어딘가 멀리 갔다가 결국 돌아온 기분이다.

© image courtesy of Sung Cha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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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은 ‘팝pop이 곧 흑인음악’으로 봐도 괜찮을 시기였다. 이 시기에 나온 흑인음악을 ‘커머셜 힙합commercial Hip hop; 상업적인 힙합’ 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당시 나는 힙합을 좋아했고, 압구정역 근처에 있는 상아레코드 - 구하기 힘든 힙합・일본 록음악 음반을 구할 수 있는 음반가게 중 하나였다 - 를 들락날락하며 주류오버그라운드・overground와 비주류언더그라운드・underground를 가리지 않고 찾아들었다.

GIVE LIFE back to MUSIC 제이엔에스 (JNS) 음악 프로듀서 사운드 디자이너

www.jnswrks.com

노래와 함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지는 것은 가수다. 노래를 찾아 듣기 시작하면서 부클릿booklet; 음반에 들어있는 소책자 뒷부분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음반의 표지를 디자인한 사람과 제작자, 각 곡에 참여한 연주자들, 작곡자와 곡을 만든 사람들까지. 그러다 보니 ‘프로듀서producer ’를 알게 되었고, 그 프로듀서들이 만든 노래와 음반을 찾아 듣게 되었다. 말하자면 어떤 영화가 좋아 연출한 감독을 알아보고, 그 감독의 다른 영화를 찾아보게 되는 식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프로듀서는 넵튠스The Neptunes;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채드 휴고 (Chad Hugo)로 구성된 프로듀서 팀와 카니예 웨스트

Kanye West였다. 넵튠스는 자신들이 주축이

된 엔이알디N.E.R.D 를 비롯하여 스눕 독 Snoop Dogg , 패뷸러스Fabulous ,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등 다양한 가수에게 좋은 곡을 주었고, 카니예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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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는 가수보다 프로듀서로 더 유명하던 시절 제이지Jay-Z와 커먼Common; 특히 그는 제이딜라(J Dilla)와 함께 <비(Be)> 음반 제작을 총괄했다에게

수많은 명곡을 선사했다. 프로듀서를 찾아 노래를 듣다 보니 욕심이 생겨 조금씩 곡을 만들게 되었고, 곡을 만들다 보니 시도할 여지가 더 열려있는 전자음악electronic music 쪽으로 방향이 조금씩 기울었다. 엠플로M-Flo 와 신이치 오사와大沢伸一; 프로젝트 그룹 몬도 그로소(Mondo

밴드 디스클로저Disclosure 도 90년대

Grosso)의 중심으로 현재는 본명으로 활동한다, 다프트

말 흑인음악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바

펑크Daft Punk와 저스티스Justice 등 당시

있으며, 실제로 그들의 음악에선 당시

들었던 일본과 프랑스 전자음악의 영향도

영국에서 유행했던 UK 개러지UK Garage; 4

결국은 모두 가장 큰 영감을 받은 시기와 대상에서 새로운 창작이 시작되었다. 컸다. 당시 듣던 음악들은 경계가 모호했다.

분의 4박자 리듬에 엇박자로도 진행되는 킥 드럼과 연속 등장하는

힙합인 줄 알고 들었는데 전자음악 위에

하이햇(hihat; 심벌즈의 일종인 드럼 세트의 일부분) 등이 특징인

랩이 얹혀 있거나, 전자음악인 줄 알았는데

전자음악 장르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또한,

디스코disco 가 절묘하게 섞여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두고 플라잉 로터스

전자음악의 매력과 가능성에 더 빠져들

Flyng Lotus , 투나잇TNGHT, 슐로모Shlohmo ,

수밖에 없었다.

엑스엑스와이와이엑스엑스XXYYXX 로 대변되는 비츠beats라는 흐름도 힙합과

지금은 ‘베이스 음악bass music ’을 한다.

전자음악이 결합한 형태로 90년대 말부터

당대 흑인음악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2000년대 초반, 흑인음악에 영향받은

전자음악을 하는 것은 특이한 경우라고

세대가 이끌고 있다. 결국은 모두 가장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꼭 그렇지도 않았다.

큰 영감을 받은 시기와 대상에서 새로운

지금은 솔로로 더 유명한 제이미 스미스

창작이 시작되었다. 나 역시 그렇다.

Jamie Smith a.k.a. Jamie xx; 밴드 디 엑스엑스(The xx) 의 구성원이자 프로듀서나 90년대생 듀오d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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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courtesy of JNS WINTER


TECH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라고 했던 스콧 매켄지Scott McKenzie 의 올드 팝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Be

HOME sweet HOME 전진주 비석세스(beSUCCESS) 디렉터

www.besuccess.com

Sure to Wear Flowers in Your Hair) ’ 선율이

환청처럼 따라다녔다. 스산한 안갯속 아침을 지나면 싱그러운 여름 낮이 달궈졌다. 시간은 계절을 뛰어넘어 입은 옷이 무안할 정도였다. 옷 가게에는 탱크톱과 울 코트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언덕이 높아질수록 부富는 넘쳐서 크고 힘 좋은 차들이 70도의 경사를 가뿐히 올랐고, 노면전차tram는 요란을 떨며 관광객을 매달고 저 언덕을 오르면 부자가 될 거라는 듯이 앞만 보고 달렸다. 언덕을 내려오기 무섭게 상자를 매트리스 삼은 노숙자들이 볕 좋은 곳에 누워 배겼다. 미동도 없는 이들 사이에 코를 찌르는 악취만이 여기도 삶이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런 도시 중심 상업 지구를 조금만 벗어나면, 휴양지처럼 펼쳐진 바다의 남과 북을 금문교金門橋・Golden Gate Bridge 가 이었다. 극極과 극은 스스로 가장 살고 싶은 매력적인 고향hometown을 만들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개발자들, 이미 성공하여 돈과 명예를 쥔 창업가들,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ior와 500 스타트업스500 Startups 같은 유수의 창업보육센터, 마르지 않는 돈의 근원인 벤처 캐피털venture capital; 잠재성과 위험도가 높은 초창기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자본이 한데

어우러진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 지역은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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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회사startup company; 자체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유니콘 클럽

비즈니스모델이 있는 작은 프로젝트 회사. 현재는 주로 정보기술

The Unicorn Club; 회사 가치가 천억 원대에서

(Information Technology・IT) 분야 벤처기업과 동의어로

조 단위가 넘는 곳에 속하는 스타트업들은

쓰인다. - 편집자 주 생태계의 사람들이라면 꼭

다양한 지리적, 역사적, 정치적인 이유로

한번 들르고 싶은 곳이다. 이곳 태생인

반드시 그 서비스 또는 제품이 필요했고

구글Google , 애플Apple, 테슬라 모터스

이런 것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 함께

Tesla Motors ,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

조성되었다. 내가 사는 곳에 당면한

Facebook 등 성공한 기업들의 본사 방문은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려는 작은 시도들,

대학생 유럽 배낭여행만큼 인기 있는 관광

조금이나마 삶의 터전을 편리하고 이롭게

코스가 되었다. 베이 에어리어Bay Area

하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 타인의 삶에

만의 자유분방하고 합리적인 근무 환경,

무관심하지 않은 지역 주민들의 친절함은

동선까지 치밀하게 계산한 세련된 사무실,

세계로부터 사랑받는 기업들을 탄생하게

오로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직원

한 발판이었다.

편의를 강조한 구내식당의 풍족한 음식이

그러나 그들이 그곳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눈앞의 성공처럼 펼쳐져 있다. 반대로 랩탑

다시 서울에서 우리의 지금을 생각한다.

laptop 컴퓨터 하나만 들고 협업 공간co-

지역 사람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를

working space 과 카페마다 린 스타트업

받는 예비 유니콘 클럽 회원들의 고향이

lean startup; 실제 고객과 접촉하는 빈도를 높여서

서울 혹은 대한민국 어딘가의 허름한

개발에 들어가는 유무형의 낭비를 줄이는 창업 프로세스. -

마구간이길 고대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편집자 주 방식으로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

어려움을 해결하려 하는, 조금이라도 삶을

창업가들도 넘쳐 난다.

이롭게 하려는 혁신가들과 같은 땅에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우리가 아는 많은 성공한 스타트업의

세계적인 것’이라는 낡은 표현cliché

고향은 실리콘밸리가 맞다. 그러나 그들이

을 증명해 보일 날이 머지않았음을 그저

그곳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은

고향 집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되새긴다.

아니다. 자신의 홈그라운드home ground 를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홈팬에게 받은 큰 사랑 덕분이었다. 35

© image courtesy of Jeon Jinju WINTER


TRAVEL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나는 선배 따라 제주에 왔다. 장거리 도보여행 길, 제주올레를 처음 시작한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과 나는 전 직장 선후배 사이였고, 그 인연으로 제주에 정착했다. 평소 제주를 좋아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WALKING ONE ANOTHER HOME 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Jeju Olle Foundation) 사무국장

정착할 작정으로 서울을 뜬 것은 아니었다. 제주에 내려간 선배가 자기 퇴직금 헐어 가며 길을 내는 상황을 보니 돕지 않을 수 없었다. 행정의 예산 지원도 받지 않으면서 돈 안 되는 올레길을 열심히 내는 선배를 응원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올레길을 직접 걸어보니 매우 좋았다. ‘선배가 길거리에 나앉거나 올레길 내는 것을 포기하기 전에, 후원회원 시스템을 만들어 최소한의 운영

www.jejuolle.org

경비라도 만들어주자’는 생각에 다니던 언론사에 4개월 휴직계를 내고 제주에 내려왔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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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자마자 친구나 선후배들의 제주

사직서를 내고, 제주에 눌러앉게 했다.

방문이 이어졌다. 단순히 제주 여행을

철학자이자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은

오겠다기보다는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행복의 건축>에서 이렇게 말한다.

싶다는 방문이 많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에게는 물리적인 집만이 아니라

내려온 선배,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내려온

심리적인 의미의 집도 필요하다. 우리의

후배, 건강이 좋지 않아 휴식이 필요했던

약한 면을 보상하기 위해서다. 우리에게는

친구….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온 그들은

마음을 바쳐줄 피난처가 필요하다.

며칠씩 올레길을 걸었다. 그리고 서울로

세상의 아주 많은 것이 우리의 신의와

올라갈 때면 한결같이 ‘올레길을 걷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우리

해주어 고맙다, 네가 제주에 있어 정말

자신의 바람직한 모습을 바라보게 해주고,

행복했고 집처럼 편안했다.’라는 말을

중요하면서도 쉬이 사라지는 측면들이 살아

남겼다. 어깨가 축 늘어진 채로 제주를

있도록 유지해줄 방이 필요하다.”

찾아왔던 그들은 며칠 만에 기운을 되찾고 가뿐한 발걸음으로 돌아갔다. 사랑하는

그의 말처럼, 사람들은 지친 영혼을 기대어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온 그들은 며칠씩 올레길을 걸었다.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집이 되어주었다는

쉴 수 있는 심리적인 집이 있어야 한다.

말에 나도 행복해졌다.

지난 7년, 제주올레는 많은 사람의 ‘집’이자 ‘둥지’가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뿐만

올레길에서 처음 만난 낯 모르던

아니라, 일면식도 없던 수많은 사람이

올레꾼제주올레를 걷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올레길을 ‘놀멍, 쉬멍, 걸으멍’ 지쳤던 몸과

올레길에서 만난 올레꾼들은 마치 모두

마음을 위로받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짜기라도 한 듯 ‘올레길을 걸으니 진심으로

주변의 지친 또 다른 이들에게 말한다.

행복하다. 이런 길을 만들어줘서 고맙다’

“거칠고 가파른 세상에 지쳐 ‘마음을 바쳐줄

는 말을 쏟아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피난처’가 절실할 때, 올레길을 걸어보라”고.

심장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다른

발걸음을 뗄 힘조차 없을 만큼 지치고 힘들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고맙다는 말을

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집이 필요한

들을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면서 사는

순간, 올레길을 떠올려보시라. 당신의 지친

것이 이렇게 좋은 거구나!’ 싶었다. 그렇게

영혼을 위한 집이 되어줄 것이다.

뜨거워진 심장은 나로 하여금 회사에

© image courtesy of Ahn Eun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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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 PARK SIYOUNG LIU KUANG-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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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T ‘포트레이트PORTRAIT’는 매 호 <스펙트럼>이 만난 동시대 창작자들과의 인터뷰입니다. 그들의 생각과 작업, 삶과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미지와 영상을 넘나들며 불특정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작업하는 이들과 만났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한 장의 이미지로 담아내는 포스터 디자이너 박시영Park Siyoung은 십수 년 전 영화판에 발을 담근 후 수천만 명의 관객을 모은 크고 작은 영화들의 ‘얼굴’을 만들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으로 현재 영상광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드러내는 유광굉Liu Kuang-hung 감독은 자칫 낡은 표현cliché이 범람하기 쉬운 상업광고 분야에서 독특한 화면구성과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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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DIRECTOR AT BITNANEUN, CIMEMA POSTER DESIGNER

interview & text HONG SUKWOO photography JDZ CHUNG edited HONG SUKWOO, AHN SANGYEON © all works courtesy of Bitnaneun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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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SIYOUNG 박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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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영화를 보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접하는 가장 손쉬운 문화 활동의 하나인 영화는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만큼 사람들의 감정을 흔들고, 새로운 담론을 형성한다. 온갖 시청각 요소를 버무린 현대 영화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포스터poster’이다. 배우와 감독은 물론 영화의 장면과 분위기, 주제와 서사를 응축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좋은 영화의 여운은 포스터의 이미지로 남고, 반대로 강렬한 포스터에 끌려 객석에 앉기도 한다. 그야말로 영화의 ‘얼굴’이다. 그래픽디자인 역사가 넓고 깊은 외국만큼 한국 영화의 포스터 또한 다양한 시도를 벌여왔다. 한눈에 사람을 끌어당겨야 하는 숙명으로 알게 모르게 ‘디자인’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했다. 한글 캘리그래피와 타이포그래피의 실험이 가장 활발하고, 냉정하게 평가받는 분야 또한 영화 포스터의 장場이었다. 디자인 스튜디오 ‘빛나는Bitnaneun Inc.’의 박시영 대표는 독립영화부터 천만 관객의 상업영화까지 다양한 영화의 얼굴을 만들어냈다. 당신이 한국 영화의 열성적인, 아니 조금 나태한 관객이어도 그와 ‘빛나는’ 손을 거친 영화 포스터들 - <짝패>, <추격자>, <아저씨>, <하녀>, <건축학개론>, <광해>, <우는 남자>, <카트> 등 손에 꼽기조차 어렵다 - 을 보면, 보지 않은 영화를 고르는 게 더 쉬울 정도일 것이다. 영화와 포스터에 지닌 애정으로 근 십여 년을 달려온 그는 평면平面으로 나타나 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 파고드는 포스터라는 매체를 감정이 깃든 생명처럼 논했다. 디자인 이론과 감각에 관한 이야기는 애초부터 아니었다. — SPECTRUM: 사실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 중 하나는 지금 사는 집이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한남동 ‘남산맨션’이기 때문이었다. Park Siyoung: 열여덟 살 때 서울에 왔다. 남산맨션에는 5년째 살고 있다. 성북동에 있다가 홍대에서 1년 정도 살고 넘어왔다. 한남동을 택한 이유가 있나? 서울 자체가 번쩍번쩍하지 않나. 이곳저곳 가까우면서도 사람 사는 데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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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았다. 머릿속 ‘집’ 이미지와 가장 맞닿은 곳이었다. 원래는 미군 전용 호텔로 설계했다는데, 들어가 보니 끝내줬다.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花樣年 華, 2000>에 나올 법한 양탄자 깔린 복도가 있었다. 그 불균형이 재미있었다.

지난 수요일2014년 11월 26일 김태용 감독의 장편영화 <거인巨人, 2014> ‘관객 과의 대화’에 참여했다.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로서 직접 관객과 소통할 기회가 잦은가? 보통 반응을 볼 수 있는 건 트위터나 인터넷 댓글 정도다. 독립영화 관객 만 명은 상업영화의 삼백만 수준이다. 얼마 전 이만 명을 넘겼는데, 사람들이 포스터를 궁금해해서 <거인>이라는 영화 자체에 더 관심을 둔 듯하다. <거인>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들었다무책임한 부모를 스스로 떠나 절망을 먹고 거인처럼 자란 아이 ‘영재’가 차마 버릴 수 없는 가족과 몹시 아픈 청춘 이야기를 담은 작품. - 편집자 주.

포스터를 보니, 주인공이 물이 가득 찬 욕조 안에서 손을 모으고 누워

있거나, 흑백 하늘에서 추락하거나, 두 손 모아 우는 얼굴로 있더라. 그 위에 ‘절망을 먹고 자라다’, ‘사는 게 숨이 차요’, 아무리 원해도 안되는 게 있지’ 같은, 영화 속 주인공의 상황을 드러내는 대사를 얹었다. 특정 개인의 감정을 지켜보는 영화들은 주인공의 상황보다 캐릭터를 보여주는 방식이 많다. <거인>은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지만, 내 기억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방법적으로 힘들고 지친 아이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풀면 쉽지만, 물리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았다. 영재라는 친구가 마냥 불쌍하진 않다. 굉장히 영악하고 처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도 한다. 그래서 어떤 상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관처럼 보이는 욕조처럼 추상적인 개념으로 접근했다. 약간 패션 화보처럼 풀고 싶었다. 영화 <빛나는 거짓Fade into You, 2004> 포스터 작업 이후 스튜디오 이름을 ‘빛나는Bitnaneun’으로 지었다고 들었다. 어떻게 처음 ‘영화판’에 들어오게 되었나? 경북 구미 출신인데, 고등학교 때는 원래 권투boxing를 했다. 공부 못해서 운동하는 아이였다. 무조건 서울에 올라가고 싶었다. 미술학원 다니면 야간 자율학습을 빼준다고해서석달다녔고,고등학교졸업도하지않고서울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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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영화에 뜻이 있었나? 인덕원 근처 쪽방에서 배달 일하며 살았다. 그러다 서울아트시네마 Cinematheque Seoul Art Cinema

전신인 영화 쪽 친구들, 선배들을 가스 배달

갔다가 만났다. 사당 쪽에 희한한 애들이 모여서 이상한 영화를 보고 있더라. ‘와, 멋지다’ 하면서 몇 번 가서 친해지고, 대학은 가야겠다 싶어서 사회학과에 들어갔다. 쭉 영화 하고 싶은 친구들이 주변에 있으니까, 독립영화제 포스터 한 번 맡아보겠느냐고 제안받아서 처음 디자인하게 됐다. 디자인이라는 자각도 없었다. 그때 ‘괜찮네?’라는 반응을 들었다. 살면서 처음 받은 칭찬이었다. 어디서 잘한다, 소질 있다는 얘기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군대에서 그 일이 생각났다. 앞으로 뭘 해먹고 살까 고민하다가 그 칭찬의 기억이 정말 강해서 디자이너를 해볼까 생각하게 됐다. 제대 후 인디포럼Indie Forum, www.indieforum.co.kr 영화제 작업을 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홍대 근처에 폭발적으로 대안alternative 문화가 생기고 있었다. 몇 차례 작업으로 조금 주목받고서 제8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PiFan 2004 아트 디렉터를 맡았다. 그때 류승완 감독과 처음 만났다. 영화 무대 인사 자리에서 여러 감독이 보이길래, 이제 디자인으로 돈 벌고 싶다고, 영화 포스터 있으면 맡겨달라고 말을 던졌다. 그때 류승완 감독이 <짝패The City of Violence, 2006>라는 영화를 만드는데 한 번 해보겠느냐고 했다. ‘당연하죠’ 하며 승낙하고 만든 게 ‘빛나는Bitnaneun’이었다. <빛나는 거짓>의 감독 채기Chegy는 친한 형이었고, 출연도 했다. 그전에 <빛 속의 휴식Rest in the Light, 2002>이라는 단편영화도 있었다. 고민하던 차에 그냥 ‘빛나는’으로 했다. 스튜디오에 디자인 전공자가 한 명도 없다고 들었다. 약간 선입견일 수도 있는데, 관점이 다르다. 나부터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시각디자인 전공한 친구들과 아닌 친구들의 차이가 확연히 보인다. 디자인과 시각적인 이미지만 고민하던 친구들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잘하는데, 어느 한 무리의 트렌드에 갇혀 있기도 하다. 반대로 근본 없는 친구들은 여기서 저기까지 왔다 갔다 한다. 최악인 것부터 기발한 것까지 사고의 폭이 넓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떤 포트폴리오가 유난히 관심 가서 보면 전공자가 아니었다. 건축, 산업디자인, 국문과 전공한 친구들이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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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巨人, 2014)> 제작: 배급메이킹에이프린트, 배급: 필라멘트픽쳐스, 감독: 김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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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포스터 작업은 어떻게 시작했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 바닥이 정말 좁았다. 영화, 무용, 음악 하는 친구들을 홍대에서 다 만났다. 공연이나 파티에 항상 모이는 친구들 대부분이 제도권 바깥에서 디자인이나 사진, 무용이나 독립영화 작업을 했다. ‘나는 뭘 계획 중인데, 이런 게 하고 싶은데….’하면 ‘이거 한번 해보면 어때, 같이 해볼래…?’하는 식으로 대부분 술자리에서 이뤄졌다. 스튜디오 초창기와 지금의 작업관에도 차이가 생겼을 듯하다. 솔직히 지금이 여러모로 더 힘들다.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예전에는 굉장히 산문적이고 서사적인 장르를 시詩적으로 함축하는 게 포스터라고 생각했다. 디자인으로 더 많이 고민할 수 있었고, 잘 맞아떨어졌을 때 나오는 힘도 있었다. 다양한 시도만큼 더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한국 영화가 너무 상업적인 기획영화 아니면 저예산 독립영화로 양극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포스터에 ‘디자인’이 개입할 여지가 적다. 당시 작업들을 다시 보면 정말 용감했구나 싶다. 소위 독립independent 씬에서 주류major로 올라온 것을 체감하나. (포스터 제작에) 부르는 액수가 다르고, 원하는 지점도 다르다. 영화판이라는 게 굉장히 보수적이고 진입 장벽이 높다. 그런데 거기 너무 쉽게 들어와서 정신없었다. 원하는 그림보다 기획과 회의를 거치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만큼 몰리는 돈의 액수도 너무 컸다. 조금 무섭긴 했다. 한 번 실수하면 몇천 단위로 깨지니까. 프리랜서로 혼자 작업할 때와 스튜디오를 만들고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월급을 준다’는 것이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 차이다. 기본적으로 디자인 바닥은 임금이 짠데, 미친놈처럼 뭐도 없으면서 그렇게 하긴 싫었다. 혼자 먹고살면 되는 내가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게, 작업자의 시각보다는 생계가 달린 일로 바라보게 되니까. 처음엔 잠도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가 컸다. 상업영화 포스터 첫 작업이 <짝패>였다. 처음 감정을 기억하나? 그때도 포스터 만드는 일을 했지만, 그렇게 보일 줄은 몰랐다. 씨네시티 (현재 CGV 청담씨네시티) 앞에 크게 걸렸는데, 정말 못했다고 생각해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다. 일요일 아침에 <출발! 비디오 여행>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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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The City of Violence, 2006)> 제작・배급: (주)외유내강, 감독: 류승완

에도 나오고. 정말 기분 이상했다. 요즘 영화는 자주 보나? 옛날 영화를 많이 본다. 1970년대 뉴 아메리칸 시네마New American Cinema 들을 좋아한다. 포스터도 감정을 다루는 작업이니까 사람의 표정을 담아야 한다. 처음에는 ‘날것’의 이미지에 매력을 느껴서 일본의 1960년대 신주쿠 풍경 같은 아시아 다큐멘터리 사진가들 작품에 꽂혀 있었는데, 작업으로 풀어 보니 날것으로 착각한 게 작품의 질quality 문제가 됐다. 그래서 미장센 mise-en-scéne; 영화의 한 프레임 내에서 배우와 세트 디자인의 고정된 배열을 묘사하는 화면구성 기법을

더 고민하기 시작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대부(The Godfather, 1972)> 시리즈와 <지옥의 묵시룩(Apocalypse Now, 1979)>으로 유명한 미국 영화감독가

만든 장면을 보면 잘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에너지가 있다. 요즘은 솔직히 컴퓨터그래픽CG 범벅이어서 조명을 보기 어려운데, 당시 영화를 보면, ‘저런 조명은 대체 어떻게 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가장 큰 매력은 뭔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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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작업을 아주 많은 사람이 안다는 것. 디자이너의 작업이 굉장히 넓게 뿌려지는 경우가 별로 없지 않나. 영화 포스터는 엄마도, 할머니도, 시골 사람들도 다 안다. 작업이 대중을 상대로 정말 넓게 뿌려진다는 것은 대단히 큰 박력이 있다. 무척 이른 시일 안에 온갖 영화관부터 어딜 가도 다 붙어 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토론하기도 한다. 발로 만들었느냐고도 하고…. (웃음) 둘째는 책상 앞에서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태프들을 꾸리고, 사진가와 촬영지를 고르고, 촬영을 지시하고, 소품과 의상을 결정하고, 현장에서 배우들과 웃고 울고…. 그것들이 결과적으로 내 손을 거쳐 나간다. 실제 작업 일정도 궁금하다. 밖에서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대부분 영화는 크랭크인crank in; 영화 촬영 시작

전에 배역 선정과 투자가 이뤄진다. 우리가 투입되는 시점은 크랭크인

한 달 전이다. 확정한 배역과 완성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획 작업에 들어간다. 요즘 한국 영화는 제작기간이 서너 달 정도로 예전보다 상당히

CGV 무비꼴라쥬(Movie Collage) 10주년 기념 리디자인 아트워크, 2014 <후회하지 않아(No Regret, 2006)>

<원스 Once, 2006)>

제작: (주)청년필름, 배급: CJ 엔터테인먼트, 감독: 이송희일

배급: 영화사 진진, 감독: 존 카니(John Ca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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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졌다. 영화 본편을 보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촬영과 동시에 포스터 작업을 진행한다. 실제 포스터 촬영은 크랭크업crank up; 영화 촬영 종료 즈음한다. 본편 감독은 의견 수렴 정도만 하고, 광고 문안copy은 홍보대행사를 거치고, 디자인은 내부에서 작업한다. 수없이 회의를 거치고 배우들과 촬영에 들어갈 즈음, 사진가와 스타일리스트 등 스태프를 꾸리면 그때부터는 어마어마해진다. 현장에서 계속 싸우고 조율한다. 포스터는 평면이지만, 소재와 도구는 다양할 듯하다. 소재는 굉장히 열려 있다. 실크스크린silk screen 인쇄할 때도 있고, 내 경우는 수작업에 치중한다. 사진 위에 한글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를 올리면 굉장히 어색해질 때가 있다. 영어로는 나쁘지 않은데 한글 조형 자체가 사진과 정말 붙기 어렵다. 사진은 아날로그 매체니까 이걸 중화하려면 타이포그래피도 삐뚤거리거나 손맛을 넣는 식으로 해야 좀 더 어울린다. 예를 들어 스텐실stencil; 글자나 그림 모양을 오린 후, 구멍에 물감을 넣어 찍어 내는 기법로 다시 만들어서 스캔하든지, 서예나 태피스트리tapestry; 여러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 기법

CGV 무비꼴라쥬(Movie Collage) 10주년 기념 리디자인 아트워크, 2014 <파수꾼(Bleak Night, 2010)> 제작: KAFA FILMS, 배급: 필라멘트픽쳐스, 감독: 윤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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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Architecture 101, 2012)> 제작: 명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 이용주

작업도 한다. 결과물이 종이니까 ‘질감’을 나타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질감은 (영화) 장르의 느낌을 표현하기 좋다. 가령 거친 벽면 질감은 액션영화에 느낌을 더한다. <건축학개론Architecture 101, 2012> 작업은 색연필 느낌을 냈다. 사람들도 그 미묘한 감정을 포착해낸다. 작업 현장에서 온갖 대상들과 스태프를 취합하고 지휘해야 한다. 최상의 작업을 위해 어떤 식으로 풀어가나? 주로 직언直言한다. 두리뭉실한 단어만으로 설명하는 고객client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여기 있고, 그들은 저기 있도록 선을 긋는다. 워낙 입장 차이가 분명한 사람들이 모여 모두 각자 이야기를 하는 판이다. 배우는 예뻐 보이고 싶고, 제작자는 돈 벌고 싶고, 감독은 영화가 잘됐으면 하는 사이에 합쳐지지 않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일부러 못된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 제일 싫어하는 게 (포스터 촬영장에서) 사진가 모니터 앞에 붙어서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거다. 어디 모니터에 손 대느냐고 강하게 말한다. 내가 우유부단하면 전부 우왕좌왕해져서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가 나올 수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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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물론 현장에서는 (카메라) 셔터 누르는 사람이 왕이다. 그 사람이 마음 편해야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니까. 결국, 포스터는 영상매체를 응축한 ‘한 장’으로 보여주고 그로써 사람을 모으는 매체이다. ‘이미지’와 ‘활자’에 관한 작업론이 있다면. <이티E.T., 1982>나 <죠스Jaws, 1975>를 떠올려보라. 영화를 본 후에 ‘이티’ 에서 남는 이미지는 포스터 속 (달빛 배경으로 주인공 소년과 이티가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이미지 하나 아닌가. 이렇게 한 영화를 정리할 때 표지판처럼 세워놓는 이미지가 곧 포스터이다. 관객을 향한 호객행위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떠올리는 단 하나의 이미지라는 점을 동시에 염두에 둬야 한다. 포스터의 표현은 실제 영화 내용과 상반될 수도 있다. < 거인>처럼. 하지만 정서적인 부분은 동떨어지지 않게 담아야 한다. 일종의 ‘사후관리’다. 팔고 끝이 아니다. 영화에 관한 기억은 포스터가 남긴다. 내가 좋아하는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1984~>나 <그랑블루Le Grand Bleu, 1988>도

장면보다 포스터가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영화에 더 애정이 가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영화로 남는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도 어떻게 화학작용하고 어떤 이미지로 남을지 동시에 생각한다. 풀리지 않는 숙제이자 작업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유독 한국 영화들이 타이포그래피에 더 집중하는 느낌도 든다. 한국 영화 포스터에서 ‘타이포그래피’의 위치는 어떠한가? 한글은 정말 중요하고 영원한 숙제다. 타이포그래피도 시각 그래픽이라 굉장히 건축적이고 조형적이다. 서체를 개발했다고 해서 계속 똑같은 걸 쓸 수도 없다. 우리가 멋 부릴 수 있는 부분은 세 군데다. 받침, 자음, 모음. 그러다 보니 어정쩡하고, 들쑥날쑥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글 타이포그래피가 굉장히 과소평가 받는다. 영화 포스터는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읽어야 하니까 영어가 들어갈 수 없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 손으로 글씨나 글자를 쓰는 기술의

유행도, 요즘 흔히 보이는 한글 레터링lettering; 시각적 효과를 고려하여 문자를

도안하는 작업도 2000년대 초반 포스터가 고민한 부분이다. 기존 폰트를 그대로

쓸 수 없으니 레터링처럼 한글을 변형하고, 옛날 간판 만들 듯이 미학적인 모양새를 고민한다. <영자의 전성시대Yeong-Ja’s Heydays, 1975>나 <바보들의 행진The 53

March of Fools, 1975>

시절은 과감하게 식자植字 뜨고 한글을 쓴 WINTER


포스터를 만들었다. 지금 와서야 오래된 쌀집이나 이발소에서 직접 페인트로 쓴 글씨체에 조금씩 관심 두게 됐다. 다른 인터뷰에서 ‘배우에게 포스터는 무엇일까 고민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한 번은 친한 배우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전도연 씨는 여태껏 너무 많이 봐서 잘 모르겠다고 했고, 송강호 씨는 <관상The Face Reader, 2013> 포스터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집에 걸어놨다고 했다. 그때 든 고민은 특정한 배우가 좋아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영화 속 캐릭터로 보일까, 자기 자신으로 보일까’였다. 나는 캐릭터로 보이는데, 직접 연기한 얼굴을 다시 보고 그저 ‘잘 나왔네’ 느끼면 실패인 거다. 지금까지의 작업을 모아 보면, 표면에 드러난 이미지를 넘어 역동하는 감정이 깃든 정서가 느껴진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포스터 자체로 예쁘다고 끝나면 생명력이 없는 매체다. 다른 걸 더 보여주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영화의 정서, 캐릭터의 감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추구한다. 미학적인 완성도는 포기할 수 있다. 내년이면 포스터 작업을 시작한 지 십 년째 되는데, 지금까지의 작업을 모아놓고 보면 두 가지 방식이 있었다. <돈의 맛The Taste Of Money, 2012>이나

<거인>처럼 상징적인 자세와 색감으로 풀거나, <

관상>이나 <하녀The Housemaid, 2010>처럼 사람의 얼굴에서 오는 장대한 표현에 집중하는 것. 나는 사진의 힘에 굉장히 의존하는 편이다. 공부도 많이 했다. 그래픽디자이너보다 사진 공부하는 사람처럼 살았다. 그렇게 십 년을 보냈으니, 이제 미학적인 부분에 더 신경 쓰려고 한다. 예전에는 직접 드러냈다면 요즘은 더 간결하게 작업하는 식이다. 그 두 가지를 접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한국 영화계 ‘포스터 판’은 지금 어떤 모습인가? 10년 전 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있다. 한 번 들어오면 꾸준히 간다. 업계에서 나는 막내 격이다. 이만큼 커질 줄도 몰랐다. 업계 전체가 매너리즘 같다는 느낌도 든다. 금액이 높고 깔끔하게 결제된다는 것 외에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버티기 쉬운 판은 아니다. 돈이 어마어마하게 왔다 갔다 하니까. 제작비가 40억, 마케팅 비용이 20억 정도다. 사람들이 얼마나 예민하겠나.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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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The Face Reader, 2013)> 제작: 주피터 필름, (주)쇼박스, 배급: 미디어플렉스, 감독:한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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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Revivre, 2014)> 제작: 명필름, 배급: 리틀빅픽처스, 감독: 임권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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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걸 ‘신진’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다. 나도 여전히 실수한다. 만약 지금 이 바닥에 들어왔으면 수억 원은 깨졌을 거다. 영화와 포스터에 관한 애정 하나만 보고 간다. 내년이면 10년 째인데, 여전히 막내 격이라고는 해도 종종 스스로 기성세대 혹은 ‘꼰대’라고 느낄 때가 있나. 더는 젊은 피가 아니다. 익숙한 작업을 하고, 새로운 시도도 별로 없다. 확실히 지금 나는 꼰대다. 하지만 예전부터 ‘꼰대가 되는’ 것이 두렵지도 싫지도 않았다. 어떤 꼰대가 되는지가 중요하다. 요즘 가장 경계하는 것은 ‘자꾸 새로운 걸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세대의 기회가 사라진다. 새로운 것도 하고, 돈도 벌고, 좋은 것도 재밌는 것도 다 해버리면 누군가의 밥그릇을 걷어차는 일이다. 나는 지금 하는 일을 더 잘하면 된다. 재밌고 신선한 작업을 할 수 있어도 거리를 둬야 한다. 이제 그렇게 욕심 부리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좋다. 이렇게 잊히면 된다. 삼사십 년 해먹으면 ‘악마’다. 기회를 독식한다는 건 자각 없이 일어난다. 20 년차가 되면 한물간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 자연스럽지 않나. 그 사이 내 기법 knowhow과 방식을 좋은 후배에게 전수하고 가는 게 최고 아닐까. 내년까지는

마지막 실험의 여지가 있지만, 이후에는 물려줄 유산을 만들어 실천하는 게 남은 과제다. 꼭 영화 포스터 작업이 아니라도 젊은 창작자들과 교류하는 편인가? 다행히 홍대 출신도 아니고, 예술대학이나 유학파도 아니라 얽힌 게 없다. 그래서 더 자유롭게 만나고 프로젝트를 자꾸 만든다. 일단 돈 안 되는 독립영화 포스터 단가를 올리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백만 원 받을 걸 오백만 원까지 올리면 다른 친구들도 그만큼 나아질 수 있다. KT&G 상상마당 영화제에서 신인 작가들과 감독들을 붙여 포스터 만드는 프로젝트도 꾸준히 한다. 포스터라는 매체를 경험하게 하는 거다. 프리랜서나 젊은 친구들과 전시하고, 그걸로 다른 일을 엮어갈 수도 있도록. 최근 국내외 막론하고 매력적으로 느낀 작업이 있다면? 올해는 하나밖에 없다. 워크룸 프레스Workroom Press의 문학 총서 <제안들 Propos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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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을 때 정말 ‘띵’했다. 책의 양감과 물성, 한글 타이포그래피, WINTER


<트라이브(Plemya The Tribe, 2014)> 수입・배급: 오드(AUD), 감독: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Miroslav Slaboshpitsky)

제본 방식까지 단단하고, 아름답고, 한글로 저렇게 고전적classical인 부분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 싶었다. 올해뿐만 아니라 5년 정도 통틀어서 크게 다가왔다. 새로운 영향이나 영감은 어떤 식으로 받나? 일차적으로 ‘시’에서 받는다. 그렇게 안 보이겠지만, 웬만한 시집은 다 산다. 이미지를 보고 영감 받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지를 보면 자꾸 분석하게 된다. 우리 작업은 조금 언어적이다. ‘디자인’도 활자를 쓰지 않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시는 함축한 단어와 문장에서 부딪혀 나오는 어떤 이미지가 있다. 짧은 몇 줄의 구절이 사람의 감정과 풍경을 그리게 한다. <거인> 작업할 때에는 황지우 시인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 언어에서 도움받는 연습이 내게 효과가 있는 듯하다. 포스터는 모든 매체를 통틀어 대중에게 가장 직접 접근하는 편이지만,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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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상상마당(www.sangsangmadang.com) <제8회 대단한 단편 영화제> 포스터, 2014

디자이너 개인이 드러나진 않는다. 본인이나 회사를 더 알리고 싶은 마음은 없나? 나는 웹사이트나 명함도 없다. 만들어 본 적도 없다. 알 사람만 다 알면 된다고 생각했다. 간과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요즘은 ‘빛나는’의 이름값name value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브랜드로 준비 중이다.

영화 외적으로 말인가? 조금 더 큰 그림이다. 디자인 스튜디오와 다른 것들을 엮어서 해보려고 한다. 물론 개인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들도 있어야 하지만, 산업이 바탕에 있어야 전체적으로 좋아지는 듯하다. 작가들이 선두를 이끌고, 중간급 스튜디오들이 걸러주고, 우리 같은 대중 매체들이 나머지를 해줘야 전반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지금은 너무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고, 만 명도 되지 않는 시장에서 작은 파이 나눠 먹기에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아쉽다. 개별적인 욕심은 별로 없고, ‘이안IANN, www.iannmagazine.com’처럼 우리와 다른 분야 몇 군데와 기존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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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개념을 탈피한 무언가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이맥집’이라는 작은 술집도 열었다. 원래 건물 위층 할아버지가 하던 이발소 자리였다. 원래 배우 김혜림이 계약한 이태원 뒷골목 공간이었는데, 빈 채로 있던 걸 우연히 보고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양도받았다. 이태원에 살면서 느끼는 게 있었다. 사람들은 너무 화려하고, 마음 편히 가서 망가질 곳이 없었다. 자주 가는 술집은 있어도 왠지 우아하게 마셔야 하고. ‘어정쩡한’ 술집이 없었다. 들어와서 조금 취하고, 흐트러져도 되는 곳. 내 나이 언저리 사람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실 곳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사무실과 집은 한남동, 이맥집 모두 이태원과 한남동에 있다. 이 동네의 매력이 뭔가. 모순적인 동네이다. 어디는 굉장한 부촌이고, 외국인도 많고, 다양한 사람이 섞였다. 이방인들에게 많이 열린 점도 마음을 편하게 한다. _ 보통 이 자리에는 인터뷰의 술회를 적어 마무리하지만, 인터뷰 끝에 그와 나눈 ‘집’에 관한 이야기로 마친다. “’집’이라는 주제를 듣고 많이 생각했다. 나는 지방 출신에 자수성가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 같다.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지 못해서 사실 부모님도 집에서 뵌 적이 거의 없다. 매일 일 때문에 나가 계시니까 가족이 있어도 집에서 방치되어 있던 것 같다. 나도 똑같다. 돈 벌고 성공하기 위해선 집이라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런 걸 배운 것도 아니다. 집에 있으면 굉장히 쓸쓸하긴 하다. 그런데 또 가까운 친구들을 보면, 집으로 사람들을 부르거나 많은 걸 한다. 내게 집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곳이다. 성공의 증거로서의 집이라는 허세 같은 욕망은 있지만,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집에 관한 집착이 크면서도, 집에서 뭘 할지 고민하면서도 방전되어 버리는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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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tter@dadayama, facebook.com/park.siyoung (personal) twitter@bitnaneun, facebook.com/Bitnaneun.Lab (studio)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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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IVE DIRECTOR AT MATTERS IN LIUKH FILMS, COMMERCIAL AND FILM DIRECTOR

interview & text SUNG CHANGWON photography JDZ CHUNG edited HONG SUKWOO © all works courtesy of Matters in Liukh Film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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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굉

LIU KUANG-HUNG A.K.A. LIU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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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TV로 보는 영상광고는 ‘회사가 상품이나 서비스, 또는 회사 자체를 소비자에게 알려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 중 하나다. 회사는 소비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언제나 새로운 시청각을 선보이려 노력하고, 그 안의 많은 광고가 ‘3B 법칙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 이론을 활용해 자극적인 방향을 선택한다. 이러한 상업성의 끝자락에서도 예술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광굉 감독은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상업광고 CM・commercial message 와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는 박명천 감독현재 제작 중인 영화 <괴물 2>의 연출가. - 편집자 주의

제작사production company 매스메스에이지MassMessAge에서 조감독으로

광고계에 입문한다. 2008년 독립 후 ’매터스 인 류크 필름Matters in Liukh Films’ 를 설립한 그는 SK텔레콤 <가능성의 릴레이>, 현대카드 <너만의 규칙을 만들어라Make your Rule>, 삼성전자 삼성지펠 T9000 냉장고 <먹고, 살고, 사랑하고>와 버블샷 세탁기 <버블샷>, 삼성전자 월드컵 영상캠페인 <너의 꿈을 보다I See Your Dreams> 등으로 광고의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

SPECTRUM: 포털사이트 프로필 사진을 보고 연세가 상당한 줄 알았는데, 전혀 달라서 놀랐다. 그 사진은 머리도 굉장히 길고…. Liu Kuang-hungLiukh: 잘못 나왔다, 그거. 아내도 굉장히 싫어한다. (웃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름이다. 여러 이름을 혼용한다. 정체성에 관한 고민은 누구나 있을 거다. 깊게 생각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지. 누구나 자기 자신을 계속 알아가려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자기가 누군지 잘 모르지 않나? (웃음) 한국 표기방식과 중국 표기방식이 다르다. 한국어로는 유광굉劉廣宏이 본명이고, 중화권에서 활동할 때에는 유광홍劉廣宏을 쓴다. 서양 쪽에서 영문으로 표기할 때에는 류크Liukh, 일본에서는 히로히로다. 외국 제작진을 많이 만나다 보니 각 나라에 맞는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가장 많이 쓰는 이름은 ‘류크’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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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에는 어떤 것들을 좋아했나. 초등학교 때 만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만화의 시각적인 표현에 큰 매력을 느꼈다. 좋은 만화들은 그림이 아니라 영상처럼 다가왔다. 전체적인 구성과 편집, 호흡과 앵글에 매력을 느껴 많이 그리기도 했다. 중학교 때에는 미친 듯이 비디오를 봤다. 집 앞 비디오가게 아저씨와 엄청나게 친했고, 가게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1990년대 말 비디오가게들이 하나둘 없어지면서, 그 아저씨는 지금 잘 살고 계시려나…. (웃음) 어떻게 보면 만화에서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을 메우기 위해 비디오, 영상으로 관심이 옮겨간 셈이다. 반 친구들이 보는 당신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일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평범한 아이도 아니었을 것이다. 나를 좀 더 잘 아는 친한 친구들이 보기에는 만화와 영화에 미쳐 사는 아이가 아니었을까. 대학 때에는 ‘테크니션technician; 기술・기교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기교에 집중하는 작업을 즐겨 했다.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보통 영상보다는 인쇄매체 쪽으로 가는 경우가 더 많은데, 영상, 그중에서도 광고를 연출하게 되었다. 먼저, 영상에 갈증이 있어서 직접 배웠다. 시각디자인이라는 분야에 가장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뮤직비디오나 광고였는데, 둘 중 광고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뮤직비디오는 이미 완성된 하나의 노래를 따라가야 하고, 영상도 노래에 맞춰야 하는 부분이 많다. 반면 광고는 내가 구상한 것에 음악을 곁들일 수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요소를 직접 만들거나 배치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광고가 머릿속에 그려놓은 세계관을 구현하는 데에 더 적합한 방식이라 생각했다. 학교에서 인쇄작업도 하지 않았나. 직접 말하기는 조금 민망하지만, 인쇄를 참 잘했다. (웃음) 졸업할 때 스카우트 제의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래픽디자인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일이 더 재미있었다. 재미있어서 끌렸고, 재미있어서 시작하게 되었고, 재미있어서 잘하게 되었고,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이런 말이 있다. 일할 때 ‘좋아하는가? 잘하는가? 옳은 일인가?’ 이 세 가지를 충족하면 천직天職이라고. 내 경우에는 미술, 만화, 그래픽디자인보다 광고가 더 잘 맞았다.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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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홈페이지www.liukh.com에 보면, 대학교 시절 작품들도 있다. 지금까지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일 것 같나. 어떻게 보면 부끄럽지만, 계속 남겨 놓았고 지금도 종종 본다.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위한 곳이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을 때도 생기니까. 나의 초심이자 디딤돌이며, 하나의 증거물이고, 나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2004년 이후 업데이트가 거의 없다. 지금 하는 것이 개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업들은 매체를 통해서 사람들과 만나니까. 아직 알리지는 않았는데, 요즘 사진 작업을 많이 한다. 언젠가 한 번 정리해서 홈페이지에 올리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박명천 감독의 매스메스에이지MassMessAge에서 일을 배웠다. 박명천 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다 독립해서 처음 감독이 되었을 때, 가장 큰 목표는 ‘박명천 감독처럼 하지 않기’였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공통분모가 많은 데다가만화를 좋아하다가 광고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같은 학교의 같은 학과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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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이다. - 편집자 주, 그분에게 기법knowhow과 기술을 많이 얻었으니까. 많은 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이 1년 정도였다. 그 후 내가 쌓아온, 나만이 가진 것들을 응축시켜나갔다. 다른 분야에 욕심은 없나? 왜 없겠나. (웃음) 물론 있다.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 미국의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프로듀서이자 비디오・행위예술가로 영화 <이레이저헤드(Eraserhead, 1977)>와 <멀홀랜드 드라이브 (Mulholland Drive, 2001)>, TV 드라마 시리즈 <트윈 픽스(Twin Peaks, 1990)>의 연출가로 유명하다. 편집자 주 같은 사람은 요즘 음반도 내고 클럽에서 디제잉djing도 하지 않나. 나는

잡식성이다. 만화, 소설, 미술 이론 등…. 한 작가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작가와 작품을 파고들게 된다. 당신도 오늘 인터뷰하기 전에 나를 알아보고 오지 않았나. (웃음) 기회가 되면 다 알고 싶고, 머릿속에 집어넣고 싶은 욕심이 많다. 그렇게 여러 분야에 관심 두다 보면, 시류에 따라 성향이 계속 바뀌고 재생산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변화 자체가 지극히 인간적이지 않나. 요즘은 사진과 시나리오 작업에 매력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이런 변화나 관심이 나를 뒷받침해주는 요소가 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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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점에서 사진이나 시나리오 작업은 고객client이 없는, 완전한 개인 작업이겠다. 그런 소스들을 광고에 녹여낸다. 삼성전자의 <너의 꿈을 보다I See Your Dreams, 이하 I See Your Dreams> 같은 경우도 그렇다. 종종 남아프리카 촬영을 가는데, 그때

찍어놓은 자료나 위치, 풍광, 시간에 따른 광량光量처럼 촬영 장소 정보들을 쌓아두면 결국 나중에 자연스럽게 활용하게 된다. 꼭 개인 작업뿐만이 아니라, 짬짬이 보고 들은 것들도 반영한다. 물론 일할 때 제안받자마자 바로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많은 것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며 살아온 것이 도움된다. 생각을 숙성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I See Your Dreams> 캠페인은 ‘공의 시선’이라는 발상도 좋았지만, 여러 장소의 여러 아이를 몽타주montage; 따로 촬영한 화면을 적절하게 떼어 붙여 하나의 새로운 내용으로 만드는 일. - 편집자 주로 표현한 느낌이 좋았다.

몽타주는 초기 영화 언어 발전에 큰 영향을 준 기법이며, 현재 광고에서도 많이 사용한다. 시청자들은 컷cut과 컷의 충돌에서 행간을 상상하고, 여러 상황의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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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ee Your Dreams>, Agency: Cheil Worldwide, Production Company: Matters in Liukh Films, Co.Production(LA) : Duo Films FILMS, Director: Liukh(유광굉 劉廣宏), 2014

나열에서 뇌를 자극하며 이야기를 스스로 이어나간다. 하지만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Andrei

Tarkovsky(1932~1986); 러시아의 영화감독으로 <솔라리스(Solaris, 1972)>,

<노스탤지어(Nostalghia, 1983)>, <희생(The Sacrifice, 1986)> 등을 연출한 영화계의 거장. - 편집자 주가

말했던 것처럼, 몽타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의 구성이다. 사실 몽타주는 간단하다. 여러 가지를 찍어서 나열하면 되는데, 연출자는 단순한 나열 그 이상을 봐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개인 홈페이지에서 본 이전 영상들은 그래픽에 기반을 둔 작업이 많았는데, 최근 작업들은 개념이나 이야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나도 요즘 작품이 더 마음에 든다. 어렸을 때에는 세련된 형식에만 빠져있었지, 생각의 깊이에 많이 접근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단거리 주자 같았달까. 당시에는 빨리 뛰어 빨리 완주하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면, 지금은 길게 보고 오래 달리는 마라톤에 가깝다. 옛날 같으면 하나의 주제를 표현할 때에 타이포그래피 typography나 각종 효과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데에 더 집중했을 텐데, 지금은

시청자와 함께 주제를 느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향으로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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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한다. 개인적인 관심의 흐름일 수도 있지만, 거기에서도 중간중간 좋아하는 앵글이나 그래픽적인 부분이 들어간다. 개인적으로 유광굉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삼성전자의 삼성지펠 T9000 냉장고 <먹고, 살고, 사랑하고>와 <버블샷> 광고였다. 둘의 느낌은 많이 다르지만, 한국 광고에서 쉽게 접근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사실 ‘지펠’ 같은 경우는 이야기가 전혀 없다. ‘여자의 삶, 그리고 주방’이라는 주제 하나였다. 그걸 정말 진솔하게, 외형적으로 보이는 배우 전지현이 아닌 아내 전지현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광고는 피사체를 아름답게 촬영하고 사람의 시선을 끄는 것으로 충분한 경우가 있지만, 그렇게 하면 내가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았다. 정말 진솔하게 ‘여자의 삶’을 담고 싶었다. 사람들을 관찰하며 알게 된 것 중에 재미있는 부분이 있는데, 사람들이 긴장할 때와 편안할 때 물건을 내려놓는 각角이 다르다는 점이다. 지금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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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에 올려놓은 물건중에서도 긴장해서 올려놓은 것들과 아닌 것들이 있을 텐데, 지금 그게 다 보이지 않나. (일동 웃음) 정갈하게 놓은 것은 일, 즉 긴장을 반영하고, 자연스럽게 놓은 것은 온전한 자신을 반영한다. 어떤 게 좋고 어떤 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기존 광고가 정갈하게 놓은 것 위주로 보여주었다면, 나는 조금 더 진실한 모습을 담고 싶었다. 다 먹은 접시, 시청자가 아닌 남편을 바라보는 느낌 등의 세부사항을 모두 설정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다른 촬영할 때에도, 이러한 모습을 위해 배우들의 머리와 얼굴을 만지지 않거나 본인 옷을 입고 오라고 주문할 때도 있다. <버블샷>은 완전히 반대 지점의 광고였다. 역시 굉장히 재미있던 작품이다. 여태까지 생각해왔던 그래픽의 집대성으로 봐도 될 정도로 컷들이 굉장히 그래픽적이다. 세탁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나 깨나, 샤워하면서, 밥 먹으면서, 양치하면서 언제나 생각했다. 물론 실제로

<Bubble Shot(Samsung Washing Machine - Bubble Shot2)>, Agency: Cheil Worlswide, Production Company: Matters in Liukh Films, Director: Liukh(유광굉 劉廣宏),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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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통도 돌려봤다. 아내가 빨래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상상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무도 본 적 없지 않나. 실제로 우주에 가본 사람은 거의 없지만, 우주에 관한 영화는 정말 많은 것처럼 사람들의 증폭된 상상력 그 이상을 담고 싶었다. 광고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제작하고 활용한다. 그들에게 새로운 화법과 영상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설득해야 할 텐데, 특별한 비법이 있나. 물론 필요하다. 이것은 감독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예술가에게 필요한 기본 능력 중 하나일 것이다. 작가는 작품만 만들어놓고 ‘알아서 생각하세요’ 하면 안 된다. 너무 1차원적으로 드러낼 필요는 없겠지만, 작품의 의도와 중심이 있어야 사람들을 설득할 힘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작품에 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다거나, 멋진 시안들을 짜깁기해서 세련된 형식으로만 풀어낸다면 설득의 힘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끝없는 고민을 거친 뒤의 확신에서 나온 작품이라면, 어떠한 고객이라고 해도 90% 이상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펙트럼SPECTRUM>의 이번 주제는 ‘집Home’이다. 유광굉 감독에게 집은 무엇인가? 재작년 문화역서울284에서 <오래된 미래 - 미래로 보내는 기억들> 이라는 단체전에 참여했다.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 교수를 주체로 다양한 작가들이 모였다. 그때 <홈Home>이라는 작품을 냈는데, ‘집’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바깥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어느 순간 일을 접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때의 순간과 감정…. 그것에는 어떤 향기가 있다. 어찌 보면 본연의 장소라는 생각도 든다. 잦은 출장으로 한국에 있는 집에 감정이 남다를 듯하다. 출장이 많아 더욱더 의미가 있고, 사무실과 집이 멀지 않은데도 잘 들어가지 못하다 보니, 뭐랄까 만질 수 없는 아련함이랄까. (웃음) 작년에는 1년의 절반 정도를 외국에 있었다. 유럽, 미국, 아프리카….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로 정처 없이 다니는 삶은 무중력으로 부유하는 것 같다. 땅을 짚지 않고 계속 떠 있는 상태, 그 상태로 계속 일하는 상황. 도약하려면 디딜 땅이 필요한데, 공중에서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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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게 계속 무언가를 하는 느낌이었다. 기억에 남는 숙소가 있었나? 보통 출장 때는 호텔에서 지내지만, 몽골은 달랐다. 그들은 유목민족 아닌가. 말이나 양을 키우는 환경으로 계속 이동하다 보니, 게르ger; 몽골인의 둥근 이동식 주거 천막. 중국어로 바오(包)라고 한다. - 편집자 주라는

움막에서 생활한다. 최저기온 영하 30

도의 추위에서 게르에 묵었는데, 패딩점퍼를 두세 겹 껴입고 말똥으로 불을 지피는데도 너무 추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정말로 죽는 줄 알았는데 ‘언제나 몽골인들은 언제나 이런 상황에서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하니 조금 안심이 됐다. 일의 특성상 출장이 많다고 해도, 1년에 반 이상 집을 비우면 가족이 섭섭해하지 않을까. 아내는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다. 정말 고맙다. 보통의 여자분이었으면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벌써 이혼당하고, 내쫓겼을 거다. (웃음) 원래는 서울에 있어도 집에 잘 들어가지 못했다. 많이 고민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유였는데, 그건 핑계였던 것 같다. 올해부터는 집에 잘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집이라고 아예 일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충전하고 나오니 능률이 높아지는 느낌도 든다. 여가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 빈둥거릴 때에는 아내와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내와 나는 둘 다 영화를 공부해서 서로 분석적으로 얘기하다 보면 생각이 공유되고 기분이 굉장히 좋다. 의견이 조금씩 달라서 더 재미있다. 새벽 서너 시까지 얘기할 때도 잦다. 일하며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나. 앞서 말한 <홈> 작업 때,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들이 생각하는 집을 주제로 작업했는데, 그 기억이 많이 난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 있었다. 또 아프리카에 갔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아프리카 어린이’ 하면 밥 잘 못 먹고, 가난하고, 그런 생각을 주로 하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 보니 다들 정말 행복해하고, 잘 뛰어다니는 거다. 비록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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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CHEF Collection, Director’s cut)>, Agency: Cheil Worldwide, Production Company: Matters in Liukh Films, Co.Production(Greenland): Keystone Films, Director: Liukh(유광굉 劉廣宏),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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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빈곤과 식량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우리나라 아이들이 더 불행한 것 아닐까 싶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연예인부터 아프리카의 어린이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영향 혹은 영감을 받는지 궁금하다. 오늘 인터뷰하며 이야기한 것도 있겠지만, 이 대화로 새롭게 떠오른 생각들이 있을 거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냥 넘기지 말고, 한 번 더 그것들을 생각하고, 어떻게 머릿속에 넣어둘지 고민한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 꼭 오늘 대화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는 늘 새로운 이야기들이 생겨나기 때문에 그것들을 잘 담아두는 일이 필요하다. 생각과 정보를 많이 쌓아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생각들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만들지 늘 고민한다. ‘광고’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우리나라 광고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광고라는 매체의 구성 방식 format이

많이 바뀌고 있다. 예를 들면 필름 없이 이벤트만으로도 광고가

되는 시대가 왔다는 말이다. 시각을 계속 확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사진가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소설가가 사진 찍는 일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광고 감독이라고 해서 광고만 보면 안 된다. 오히려 광고 외의 것을 더 많이 봐야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변화는 늘 있는 일이지만, 어떤 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영상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앞서 말한 세 가지가 잘 접목되는지 자문해보면 좋겠다. ‘좋아하는가, 잘하는가, 옳은 일인가.’ 좋아하면 무한한 에너지가 나올 것이고, 잘하면 자신의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누구를 속이고 기만해도 작업은 할 수 있지만, 계속 할 수는 없다. 솔직하고 진실한 것이 더 오래간다. _ 유광굉 감독의 작품목록 대부분을 차지하는 진지하고 차분한, 감성적인 광고들에 나도 모르게 선입견을 품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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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ml-films.com www.liukh.com

생각보다 유쾌하고 밝았다. 인터뷰의 궤적을 맞춰보았을 때 그의 광고들은 한 마디로 ‘나옴 직한’ 작업이었다. 어떤 광고에서는 만화에서 받은 영향이, 어떤 광고에서는 그래픽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의 영향이, 어떤 광고에서는 ‘유광굉’이라는 사람이 지금껏 받은 영향이 총체적으로 드러남을 새삼 느꼈다. 그는 아직 남에게 보여주지 않은 개인 작업을 이어나간다고 했다. 인터뷰 끝에 던진 변화의 화두란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그의 왕성한 호기심과 오롯이 연결되었다. 지금의 작업을 정의하는 수사修辭보다 더 변화하는, 그러나 여전히 유광굉다운 작업들이 그 앞에 있을 것이다.

www.liukh.com (personal) www.ml-films.com, facebook.com/THEMLFILMS (studio)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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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text SUNG CHANGWON, LEE JIHYUN, HONG SUKWOO edit HONG SUKWOO photography KIM BO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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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 ‘스페이스 SPACE’는 스펙트럼이 고른 서울 안의 공간 세 곳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요즘 가장 뜨는 곳들이 아닌, ‘지금 한 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 공간들을 엄선하여 소개합니다. 이번에는 스펙트럼 에디터들이 거니는 ‘서울의 길거리The streets in Seoul ’ 세 곳을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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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건널목 Seosomun Railroad Crossing 어릴 적부터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서울 안에서 오래 걷는 길이 몇 군데 있었다. 그중 하나가 명동에서 출발해 2호선 길을 따라 을지로입구역부터 시청, 충정로, 아현, 이대, 신촌까지 걷는 길이다. 시청역과 충정로역 사이에 서소문고가차도西小門高架車道가 있는데, 아래로는 경의선이 지나는 기찻길이 하나 있다. 서소문고가차도는 1966년 준공되었다. 한동안 도시의 흉물이었다가 2008년 개선작업으로 지금은 외양이 퍽 깔끔해졌다. 경의선은 1906년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복선철도로 개통했는데, 1951년 6월 운영을 중단했다가 1953년 남북휴전협정 체결 시 문산역이 남측 종착역이 되었다. 이후 서울역과 문산역 간 기차운행이 재개되다 2003년, 50여 년 만에 남북이 다시 연결되었다. 서소문건널목 자리에는 서소문역이 있었지만, 1944년 폐역된 뒤 건널목으로 바뀌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마치 쉼표처럼 들어선 복선 철로는 높이가 찻길과 크게 다르지 않아 열차가 지날 때면 묘한 기분이 든다. 고가차도의 구조가 드리우는 커다란 그림자 뒤로 늘어선 간판들, 도로와 철로를 가로지르는 열차에 수신호를 보내는 직원, 그 찰나의 순간을 묵묵히 기다리는 행인들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미래를 보는 것 같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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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 성곽길 Naksan Park Fortress Wall Road(Seonggwak-gil) 서울시 종로구와 동대문구, 성북구에 걸쳐 있는 낙산駱山은 서울을 구성하는 내사산內四 山: 북악산・남산・인왕산・낙산의 하나이자, 그 중 주산主山인 북악산의 좌청룡에 해당한다. 산 모양이

낙타를 닮아 낙산이라 이름 붙었다. 낙산은 서울의 근대화 과정에서 무분별한 도시계획으로 아파트와 주택에 잠식된 채 방치되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1996년 공원녹지확충 5개년 계획으로 복원사업을 추진했고, 종로구 동숭동 근방에 지금의 낙산공원駱山公園이 생겨났다. 혜화문부터 흥인지문을 잇는 낙산공원 성곽길은 비우당庇雨堂과 이화장梨花莊, 서울 전경이 보이는 한양도성길을 지나며 서울의 옛 정취를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요즘 서울엔 세계적인 도시 못지 않게 세련된 공간이 많지만,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곳은 그만큼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낙산공원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여전히 개발 중인 서울에서 옛 모습을 간직한 장소들을 지키는 것은 다음 세대의 볼 권리를 위해서도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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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돌담길 Deoksugung Stone-Wall Road(Doldam-gil) 직업 탓인지 일할 때에는 아무래도 강남 근처에 갈 일이 많다. 하지만 걷는 맛을 즐기는 뚜벅이족으로서는 강북이 으뜸이다. 구시가(舊市街)의 흔적과 새로운 도시 계획이 뒤엉켜 사색의 즐거움을 주는 까닭일까. ‘연인이 함께 걸으면 곧 헤어진다’는 미신(?)으로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은 그중에서도 서울의 온갖 요소를 담고 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덕수궁 앞, 돌담길 안쪽에 늘어선 커다란 나무들은 여름에 그늘을 만들고, 가을이면 단풍을 적시고, 겨울에는 소복이 쌓인 눈과 어울리는 정취를 자아낸다. 지나는 사람들과 풍경을 구경하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나 건너편 서울시립미술관에 들러 마음에 드는 전시를 보기도 한다. 십수 세기의 역사를 보존한 유럽 여느 도시의 정교한 고전미는 부족하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급격한 현대화와 불완전한 전통이 혼재한 이 길은 서울의 가장 매력적인 거리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도시에 쌓인 시간만큼이나 오래된 수많은 감정의 역사(歷史)가 이 길에서 이루어졌다. 소설가와 시인, 수필가들이 이 길을 배회하고 창작의 배경으로 썼다. 꼬리를 문 생각과 겨울바람이 마찰하는 두툼한 코트 위를 감싸는 고요한 순간이 덕수궁 돌담길에 있다.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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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fort in Motion Staple Back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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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 Work at Home photography JDZ CHUNG style & edit HONG SUKWOO assistant AHN SANG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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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팁> 매거진이 큐레이팅하고 예술가 마이클 레온이 만든 펜들턴 울른 밀스 담요Michael Leon for Pendleton Woolen Mills, Curated by Arkitip , 인케이스 코리아 플래그십 매장Incase Korea Flagship Store .

OKS 스펙트럼이 선보이는 화보, ‘룩스 LOOKS ’. 한 명의 사진가와 에디터가, 상징적인 작업을 선보이는 브랜드와 ‘이미지’의 경계를 탐험합니다. 그 네 번째로 집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생활양식lifestyle 브랜드를 담았습니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Home Workers’이라는 주제로 만든 2014년도 겨울의 포트레이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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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발삼 전나무로 만든 인센스 스틱 향Balsam Incense , 주머니칼과 여행용 컵Be Brave And True Pocket Knife & Blank Travel Cup , 편지 개봉용 칼과 성냥Letter Opener & Scout Match 까지 모두 아이졸라Izol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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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만든 갈대를 포함한 석류 향 방향제Pomegranate Scent Diffusion 는 케이홀 디자인스K. Hall Designs , 센트럴 포스트Central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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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흰색 스테이플러와 테이프 디스펜서 세트Buro Set Stapler-Dispenser, 티코 라디오Tykho Radio, 검은색 마스터칼 계산기Mastercal Calculator, 호보 북 라이트Hobo Book Light 까지 모두 렉슨Lexon , 인케이스 코리아 플래그십 매장.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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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오리지널 오트밀 비누Original Scent Oatmeal Bar Soap , 오리지널 오트밀 시어버터 로션Original Scent Fine Oatmeal Shea Butter Lotion , 오리지널 소금 입욕제Original Scent Bag of Salts , 오리지널 손 연고Original Scent Hand Salve 까지 모두 바코 바이 케이홀 스튜디오, 센트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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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은색 스테인리스 소재 발향기와 방향유Diffuser & Essential Oil, 메종 드 파팡Maison de Parfum Séoul. 면 파우치를 포함한 심지 가위Wack Trimmer와 불 끄는 왁디퍼Wack Dipper, 아이졸라.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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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검은색 07 타노케 향초07 Tanoke Candle , 오딘Odin New York. 뉴욕의 도자기 예술가 사라 키핫Sarah Cihat과 협업한 녹차 향 향초FvsS Gunpowder Green Tea Scented Candle , 조야 스튜디오Joya Studio 모두 메종 드 파팡.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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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방수 재질로 안감 처리한 다용도 가방Dapper Dopp Kit, (오른쪽) 단정한 포장용 상자들과 야생동물 일러스트가 들어간 잡동사니를 담는 도자기 그릇Wild Catchall, 모두 아이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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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Korea Flagship Store (Tel.02-542-1017) www.goincase.kr Maison de Parfum SĂŠoul (Tel. 070-4158-1205) www.maisondeparfum.co.kr Central Post (Tel. 1600-9220) www.central-post.com Izola Korea (Tel. 070-8811-1039) www.www.izola.kr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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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O Fashion, Design, Art, Design, Fine Dining and Outdoor in Seoul.

text AHN SANGYEON, SUNG CHANGWON, LEE JIHYUN edit HONG SUKWOO photography GO YUNSUNG, KIM BOSUNG, JDZ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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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AL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열 팀의 공간에 스펙트럼이 찾아갔다 그들의 공간, 그들 자신, 그리고 인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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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디자인과 함께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며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캐링, 프로텍션 솔루션을 제안하는 인케이스는 나이, 성별, 직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잘 녹아듭니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든 완벽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게 하는 인케이스. 지금 여러분은 인케이스와 함께 어디에 있나요?

Incase Korea Campaign Page goincase.kr/anywhere Facebook facebook.com/incasekorea Twitter twitter.com/incasekorea Instagram instagram.com/incasekorea #_Anywherekr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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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An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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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든지 당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그곳은 곧 신나는 놀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앤디워홀의 경쾌한 작품이 프린트되어 있는 프로텍티브 슬리브는 완벽한 프로텍션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서, 더욱 즐겁게 세상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_Anywhere.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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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Yeon seo 오연서 / 배우 actress

instagram@OHVELY22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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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선과 깊고 검은 눈동자를 지닌 속 깊어 보이는 이 여배우에게 2014년은 잊을 수 없는 해가 됐다. 쉽지 않은 주말드라 마를 성공리에 마쳤고, 많은 사람이 그다음을 기대하게 되었다. 격렬하고 잊을 수 없는 작업 속에서 ‘집’은 재충전과 온전한 동의어였다. “일할 때에는 거의 집에서 잠만 잤죠. 일어나서 바로 나오고. 그래서 침대를 좋아해요. 침대 주위에 다 있거든요. 책도 있고, 화장품도 있고… 따로 화장대가 있는 게 아니라 침대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구조예요.” 이미 2015년 준비에 들어간 오연서는 얼마 전 새 작품의 첫 촬영을 마쳤다. 작품을 위해 승마도 배운다. 바쁘지 않을 때는 책을 자주 읽는다고 덧 붙였다. “추리소설을 좋아해요.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작품은 읽기 쉽고 너무 잔인하지 않아서 입문용으로 읽기 좋아요. 최근 가장 좋았던 작품은 미나토 가나에(湊かなえ)의 <고백, 2008>이었어요. 영화도 좋은데, 저는 책이 더 좋았 어요. 아무튼, ‘집’ 하면 떠오르는 것은 침대네요.”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 때 캐스팅되어 서울에 온 그는 좋 은 사람과 좋은 것들이 가득한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후회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침대 속에서 읽은 소설 속 주인 공들처럼 오연서 또한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작품 속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리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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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son des Bougies

www.mdbougies.com instagram@maisondesbougies

메종데부지/ 생활양식 향초 브랜드 lifestyle fragrance brand

강기태 Kang Kit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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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츄얼 어반 리빙 브랜드(conceptual urban living brand)’를 표방하는 메종데부지(Maison des Bougies)의 강 기태 대표는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친구 집에 피워둔 향초 덕분에 처음 브랜드를 구상했다. “딥디크(Diptyque Paris)의 휘 기에(Fuguier) 향이었어요. 잊고 있던 영국 유학시절 추억을 강렬하게 불러일으켰죠. 좋은 경험들, 고생한 사건들이 한순 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더군요.” ‘낯선 남자에게서 그녀의 향기를 느꼈다’는 화장품 회사의 광고 문구처럼, 오감 중 코를 자 극하는 후각은 어떤 공간이나 사람 혹은 추억을 연상하게 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여행지’를 주제로 향초를 만든 다. 다양한 도시에서 가져온 개인적인 기억들은 전문 조향사의 작업과 만나 세련된 향으로 재탄생한다. 어쩌면 과거 식품연 구소에서 근무했던 독특한 이력이 메종데부지를 좀 더 특별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집에서도 공간마다 어울리는 향 을 따로 피운다는 강기태 대표의 말처럼 향초나 방향기(디퓨저・diffuser)의 인기는 이제 공간을 구성하는 감성적인 부분이 물리적인 제품들을 넘어섰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2014년 첫 협업으로 준지(Juun.J)와 향초를 만든 그는 앞으로 서너 개의 외국 브랜드와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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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Rhoads Customs 올로즈커스텀스/ 자전거 커스텀 매장 bike custom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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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머시 로즈 Timothy Rhoa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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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히 올라가던 한남동 밀리미터 밀리그램(MILLIMETER MILLIGRAM・MMMG) 건물 1층 계단 위 공간에 누군가 서 있어 움찔했다. 비단 나뿐만은 아닌지, 문 앞에 한국어 손 글씨 종이 한 장이 붙어있다. ‘들어오는 것 괜찮아요. 저는 물지 않 아요.’ 물기는커녕 움찔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다정한 인상의 티머시 로즈(Timothy Rhoads)는 미국 아이오와(Iowa) 출 신으로, 일과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을 찾다 한국에 왔다. “7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어요. 자전거는 취미 삼아 타기 시작 했는데, 어느 순간 수업 준비보다 자전거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더라고요. 결국,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죠.” 티머시의 자 전거 가게 올 로즈 커스텀스(All Rhoads Customs)에는 자전거 대신 다양한 부품만이 놓여있다. 부품 종류부터 프레임 모양과 색상까지 손님과 대화를 통해 함께 결정한 뒤 조립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에 특화한 자전거를 만들고자 미국 보스턴 (Boston)에서 프레임 제작 기술도 배워왔다. 그는 올 로즈 커스텀스의 주 고객은 ‘가치를 아는 멋쟁이’라고 했다. 문 앞에 새 로운 종이를 붙여주고 싶었다. ‘들어오는 것 괜찮아요. 가치 있는 곳이에요.’

facebook.com/allrhoadscustoms instagram@allrhoads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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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혼자일 때보다 여럿이 힘을 합쳤을 때 더욱 큰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순간이 있습니다. 스테이플 백팩은 잘 어울리는 두 가지의 색상 혹은 패브릭이 만나 더욱 매력적입니다. 어디에 있든, 당신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멋진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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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 Half 하프하프/ 생활양식 제품 브랜드 lifestyle product brand

이취원 Lee Chiwon 최정홍 Choi Jason

www.halfhalf.co.kr blog.naver.com/halfhalf_ instagram@halfhalf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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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하프하프(Half Half)’를 발견한 것은 지난 가을이었다. 피프티서울(FIFTY SEOUL)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공산품 모 양의 도자기 그릇은 가격과 조형적인 아름다움 모두 탁월했다. 그들은 곧 매장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가로수길 신구초등학교 뒷골목, 이제 막 새로 단장한 건물에 들어선 하프하프는 1970년대 미국 가정 부엌을 모티브로 매장을 꾸몄다. 정식으로 브랜 드를 시작한 지 갓 서너 달을 넘긴 하프하프는 부엌용품(kitchenware)을 만드는 프로젝트팀이다. 설치미술을 전공한 이취 원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최정홍은 어떻게 하면 일반인들이 더 쉽게 ‘예술’에 접근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작품’을 ‘제품’으로 변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들의 첫 프로젝트 ‘플라믹스(plamix)’는 플라스틱(plastic)과 도자기(ceramic), 혼합(mix)의 합성어로, 일회용 그릇을 주물로 떠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좋게 만든 도자기 연작(連作)이다. “일회용 그릇에서 영감 받았지만, 실용성과 견고함에 중점 두었어요. 꼭 음식을 담기 위한 그릇이 아니어도 좋아요. 새것이나 누군가 만든 것, 이 미 정해진 것이 아닌 만든이와 구매자 모두의 이야기를 담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어요.” 함께 즐거움을 채우고 따뜻함을 느끼 는 삶을 추구한다는 하프하프의 목표처럼, 앞으로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주제로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이 야기를 담는 작업을 만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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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


Hibrow 하이브로우/ 생활양식 가구 브랜드 lifestyle furniture br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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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희 Lee Chunhee 이세희 Lee Saehee 김진순 Kim Jay 김필진 Kim Piljin 정태용 Jeong Tae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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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로우(Hibrow)는 배우 이천희가 그의 동생이자 건축가인 이세희와 함께 만든 가구 브랜드로, 지금은 김진순과 김 필진, 정태용이 합류하여 다섯 명이 함께 운영한다. 아이디어가 많은 이천희가 의견을 내면, 꼼꼼한 이세희가 구체적으로 설계한다. 홈페이지의 따뜻한 글과 사진은 모두 김진순의 솜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한 김필진은 홍보를 맡 고, 실력 있는 예술가 정태용은 스케이트보드로 맞춤 제작(customizing)하는 등 예술작업 전반을 담당한다. 이렇듯 각 자 역할이 분담되어 있지만, 단 한 가지 ‘가구 제작’만큼은 모두 함께 한다. 인터뷰 내내 이들은 누구나 가구를 만들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솔직히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는 반박을 이천희가 한 마디로 일축했다. “저희도 하잖아요.” 듣고 보니 그랬다. 실용성과 심미성을 고루 갖춘 하이브로우의 가구는 목수도 디자이너도 아닌 가구라곤 배워본 적 없는 다섯 남자가 만든다. 헌 문짝에 다리만 붙이면 책상이 된다며 씩 웃는다. 덜 팔려도 좋으니, 더 많은 사람이 가구를 직접 만들면 좋겠다는 이들이 국내 가구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 좋겠다. 아니, 이미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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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


Kim Youngbin Jeong Hayan

김영빈, 정하얀 / 산림경영인 온라인 빈티지 쇼핑몰 운영자 forest management online vintage shop owner

blog.naver.com/yasob1217 instagram@_tungbin(김영빈) blog.naver.com/83hyletter instagram@byyannis (정하얀)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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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는 하나도 안 도와줘요.” 주섬주섬 텐트 치는 남편을 보며 정하얀은 하얗게 웃었다. 김영빈과 정하얀이 연애하던 시절, 둘만 있고 싶어 시작한 야영이었다. 특별한 장비도 없었다. 김영빈의 아버지가 사용하던 오래된 텐트에 종이 상자 를 깔고, 집에서 가져온 이불로 추위를 면했다. 그렇게 시작한 야영이 어느새 6년째다. 그럼에도 장비는 몇 가지 늘지 않았 다. “야영 가려고 장비를 사는 것이 아니라, 야영하면서 필요하다고 느낀 것을 사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넘쳐나는 야영팀 중 굳이 이 부부를 선택한 이유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휴식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야영’이라고 답하더 니 곧 덧붙인다. “그런데 요즘엔 여행 가면 둘 다 집에 가고 싶어 해요. 집은 정말 우리만의 공간이잖아요. 거기서 오는 안정 감이 꽤 커요.” 행복에 관해 준비한 질문은 할 필요가 없었다. 이들의 눈빛이, 미소가, 심지어 뒷모습마저도 이들의 행복을 보란 듯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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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Anywhere.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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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자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당신이 사용하는 가방, 당신의 옷차림, 당신이 자주 찾는 펍 등은 당신을 표현하기에 더 없이 좋은 수단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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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ôte à Côte

꼬떼아꼬떼/ 반려동물 의류와 디자인 브랜드 pet clothing & design brand

김지혜 Kim Jihye 유준 Yoo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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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그들로부터 달라지는 집의 분위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꼬떼아꼬떼(côte à côte) 공동 대 표 김지혜는 공간과 공간을 구성하는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비로소 ‘집’이 된다고 했다. “반려견이 새로운 가족이 되면서 부 모님의 웃음이 많아지고, 가족 분위기가 따뜻해지고, 재미있는 일이 많아졌어요. 내가 바랐던 ‘집’의 구성요소가 하나둘 갖 춰지는 느낌이었죠.” 김지혜와 유준이 함께 만드는 반려동물 브랜드 꼬떼아꼬떼는 프랑스어로 ‘나란히’란 뜻이다. 반려견 ‘ 덴버’를 키우는 김지혜와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유준은 오랜 친구사이로, 사람 옷은 재미있는 것이 많으니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입을 티셔츠와 스웨트셔츠로 시작한 꼬떼아꼬떼는 의류에 한정하 지 않고 스카프와 가방, 컵과 비니 등 ‘나란히 함께’에 중점을 둔 소소하지만 다양한 제품군을 전개한다. 2015년에는 볕이 잘 드는 공간으로 가게를 옮겨,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쉬어가기 더 좋은 장소로 옮긴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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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n Lee 이경섭/ 요리사 chef

요리사 이경섭의 집은 서울 성동구 행당동과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Melbourne)에 있다. 하지만 그에게 집이란 조금 붕 뜬 존재처럼 보였다. “물론 서울에 집이 있지만, 여긴 부모님 집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먹을 수도 있 고, 편히 쉴 수도 있고, 뒹굴고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고. ‘공간’보다는 ‘의미’로는 집이 있으면서도 없는 것 같아요. 아무 래도 외국에서 일하니까요. 빌린 집이지만 궁둥이 붙이고 쉴 수 있는 그런 곳, 새로운 곳에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집이잖아요. 그런데 또 이렇게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다리 뻗고, 아니 머리만 대고 누워서 잘 수 있 으면 집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가끔 집 구하기 모호한 기간이 생길 때도 있어요. 그러면 마냥 친구네 있기도 어려우니까, 호 스텔에서도 자고, 레스토랑에서도 자고…. 벨기에에서는 심지어 밖에서 자기도 했어요. 짐은 저기 있는데, 몸은 여기 와있 고…. 지금은 일하고, 배우고, 경험 쌓는 게 중요하다 보니 제게 ‘집’의 의미는 조금 떨어져요.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짐 은 가벼워야 하고, 공간은 원래 있던 가구를 활용하는 이상으로 꾸미지 않아요. 유럽에 몇 년 있다가 한국에서 1년 정도 일 했는데, 모레 또 호주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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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naver.com/tontril facebook.com/jaden.lee.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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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assi (Kim Daehyun) 무나씨(김대현)/ 일러스트레이터 illustrator

‘무나씨(Moonassi)’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김대현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한 1980년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청와 대 근처 5층짜리 건물 꼭대기 작업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낸다. 집은 북촌에, 회사는 정동길 근처에 있다.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일상의 생각과 감정을 주제로 하는 그의 작업은 특정한 이야기나 이론은 전제하지 않는다. 그는 어떤 주체보다 ‘아무것 도 아닌 존재’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예술을 잘 모르는 나도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무나씨 의 작업은 프랑스 전자음악가의 음반 표지가 되었고, 때로는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칼럼을 장식하기도 했다. 타투이스트와 무용가의 영감이 된 적도 있다. “처음에는 ‘무나’라는 이름이었어요. 본명을 쓰는 건 왠지 부끄러웠는데 애칭을 사용하면서 왠지 자신감이 붙었어요. 그렇게 지금의 이름이 생겨났죠.” ‘무아(無我)’라는 의미에서 출발했지만, 이제 는 이름에 특별한 의미는 두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고요했던 그의 분위기는 확실히 흑과 백으로 단조로운 듯 강렬한 자신의 그림과 닮아있다.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묻자 아직 준비 중이라고만 말하는 그의 다음 전시는 2015년 1 월 말, 한남동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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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moonassi.com facebook.com/daehyun.moonas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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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mok Vinyl and Pub

골목바이닐앤펍 / LP바, 술집 LP bar, pub 김진아 Kim Jina

‘엘피(LP)’를 떠올리면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 2000)>의 괴짜 주인공들이 떠오른다. 음악을 격렬히 사랑하고, 음악가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풋내기 손님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는커녕 음반을 팔지도 않는다. 보통 다녀본 ‘엘피 바’ 간판을 단 곳들은 한때 한가락 하셨던 중년 남성들이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위스키나 맥주를 한잔 들이키는 분위기였다. 골목바이닐앤펍(Golmok Vinyl and Pub) 공동 대표인 김진아는 사실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 직업은 그녀가 음악에 유난히 매료된 까닭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영화 속 주인공들과 김진아 대표의 공통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음악을 향한 남 다른 사랑이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그녀와 그녀가 꾸민 공간 모두 참 세련되었다는 것일 테다. 개업 당시 손님이 찾아올 까 조금 걱정스럽기까지 했던 ‘경리단’은 이제 서울에서 가장 떠들썩한 장소가 되었다. 주말이면 골목골목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이곳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음악에 관한 존경(respect)이 있는 손님들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유행이 한 거품 사그라지면 어울리는 사람들이 남기 마련이다. 언젠가부터 소음에 가까운 음악을 틀어대는 술집들 사이에 서 ‘골목’만큼 기분 좋은 배경음악이 흐르는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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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book.com/golmokvinylnpub twitter@golmokvinyln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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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 text HONG SUKWOO, LEE JIHYUN edit HONG SUKWOO translated by LEE JIHYUN photography JDZ CHUNG, GO YUNSUNG, KIM BO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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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 ‘토크TALK ’는 스펙트럼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눈 ‘지금now ’의 대화입니다 네 번째 토크로 만난 세 명은 세계적인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리처드 헤인즈Richard Haines , 클럽 모나코의 남성복 디자인 부사장the vice president of menswear design for Club Monaco 에런 르바인Aaron Levine 그리고

다음소프트Daumsoft 부사장이자 빅 데이터 전문가 송길영Song Gilyou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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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1. RICHARD HAINES ILLUSTRATOR AND ARTIST CALLS NEW YORK CITY “HOME”

리처드 헤인즈Richard Haines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친구 리키Rickey Y. Kim 덕분이었다. 리키는 이메일로 둘을 소개했고, 그 인연으로 2년 전 <스펙트럼spectrum>에 그의 작업을 싣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디지털카메라로 거리 사람들의 패션을 찍어 올리기 시작할 무렵, 리처드 헤인즈는 거리에서 마주한 사람들을 그림으로 그려 ‘내가 오늘 본 것What I Saw Today ’이라는 블로그에 올렸다. 어느 정도 세부사항을 생략한 그림은 되려 상상의 여지를 안겼고, 블로그는 그야말로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는 이후 제이크루J.Crew와 프라다Prada 같은 브랜드와 협업collaboration 했고, 이번 서울 방문도 톰보이TOMBOY 와 협업한 코트coat 컬렉션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큰 키만큼 커다란 손에는 매일 만지는 연필과 목탄 가루가 빼곡했다.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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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내가 오늘 본 것What I Saw Today’이라는 블로그를 시작했고, 이전에는 페리 앨리스Perry Ellis 와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노티카Nautica 같은 브랜드의 패션 디자이너였다. 오래 경력을 쌓은 뒤 전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고민은 없었나. 모든 게 우연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 어렵지 않게 디자인 디렉터 자리에 올랐다. 높은 연봉을 받고, 여행도 다니고, 가족도 부양했다. 그런데 2008년에 경제가 굉장히 안 좋아졌다. 상황이 바뀌면서 회사는 월급을 적게 받는 어린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싶어 했다. 나는 이미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서 연봉이 높았기 때문에 고용을 꺼렸다. 한순간에 일할 수 없는 상황이 왔다. 그래서 예전만큼 돈을 벌지 못해도 늘 하고 싶었던 예술가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어떻게 시작할지 몰랐는데, 누군가 블로그는 돈이 들지 않으니까 만들어보라고 추천해줘서 스캔한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그린 작품을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 굉장히 흥분됐다. 캘빈 클라인도, 노티카도 아닌 나였다. 아이가 있으니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물론 있었지만, 다행히도 일이 잘 풀려서 일러스트레이터로 뉴욕에 돌아왔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 행복하다. 사람들이 좋아해 줘서 더 좋고. 직접 본 서울은 어땠나? 15년 전 처음 온 이래 세 번째 방문인데, 그동안 삶이 많이 변했다. 그때는 패션 디자이너였지만,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예술가이다. 나만큼이나 서울도 많이 변했다. 예술과 패션, 사화관계망서비스SNS 등 많은 분야에서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다. 케이팝K-pop 문화로 서울에 호기심이 있었는데 젊은이들의 옷차림이라든지, 길에서 정말 많은 에너지를 느낀다. 새롭게 떠오르는 도시다. 톰보이TOMBOY 와의 협업에서 여섯 벌의 코트coat 로 스타일링한 여성들을 그렸다.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제이슨Jason Song; 신세계톰보이 마케팅팀 송재훈 부장과는 페이스북으로 알게 됐다. 톰보이와 뭔가 함께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해서 브랜드를 보니 굉장히 신선하고 멋졌다. 그가 보내준 여러 장의 사진 중 마음에 드는 여섯 스타일을 골라서 그렸다. 그림을 보냈더니 2주 정도 뒤에 한국에서 함께 이벤트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우리는 세 번의 이벤트를 열었고,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나를 알던 사람들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당신의 주된 작업 대상은 길거리street 에서 마주친 사람들인데,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과 달리 그림은 시간이 걸리지 않나. 그 과정이 궁금하다. 뉴욕에서는 보통 사람들 사진을 찍은 후 스튜디오에 돌아가서 그린다. 그런데 새로운 장소에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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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는 언제나 스케치북을 들고 다닌다. 연필과 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구식으로 작업하는데, 오늘 아침처럼 우연히 멋진 사람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그리기도 한다. 아까 카페에서만 오십 장을 그렸다. 패션쇼에서도 런웨이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바로 그려낸다. 작업 상황에 따라서도 일하는 과정이 다른데, 톰보이 작업은 코트의 세세한 부분까지 잡아내고 싶었다. 색이나 비율도 정확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모든 작업은 전반적으로 가능한 ‘적게’ 그린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보다 순간을 표현하는 작업이 좋다. 정말 순수한 그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편집하고 또 편집한다. 아날로그 방식의 드로잉과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정반대인 디지털 공간에 올리는 셈이다. 서로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 방문자 대부분이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서른 살 이하의 사람들이었다. “목탄으로 그렸다고? 정말 멋진데” 같은 반응이 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는 여전히 신기하다. 사실 개인적인 작업이었지만, 인터넷 덕분에 많은 사람이 알게 됐고 그들과 소통하게 됐다. 그런 점이 좋다. 당신 그림은 어느 정도 상상의 여지를 남겨서 그 여백의 미가 동양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니 재미있다. 박물관에서 단순하게 표현한 동양화를 봤을 때, 선線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배경을 비우고 굉장히 단순하게 표현했지만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간결하고 순수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측면에서 동양화와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겠다. 이전 인터뷰들을 조금 찾아보다가 이제 열일곱 살인 딸 지탄Jitan Haines 얘기를 봤다. 딸은 중국 지안集安・Jian 지방에서 입양했다. 딸이 머물던 보육원의 모든 아이에게 ‘지Ji ’라는 이름 붙여놔서 ‘지탄’으로 이름 지었다. 지탄은 나의 중심이다. 딸은 그 나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우리는 서로 영향받기도 한다. 내가 여행 갈 때면, 늘 사진을 찍어서 딸에게 보낸다. 서로 웃긴 이모티콘을 보내기도 하고. 당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딸은 브루클린Brooklyn에서 엄마와 사는데, 가끔 내 집에 온다. 딸은 소파에 앉아서 랩탑 컴퓨터로 뭔가 하고, 나는 주로 책을 읽는다. 딸이 내가 아는 곳에 있고, 우리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딸이 안전하다는 것. 그런 순간순간이 행복하다. 딸이 편안하게 있는 것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열일곱 살은 집 밖으로 나가 놀고 싶어하는 나이지만, 지탄이 집에 있을 때가 가장 좋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부모라는 게 그렇다. designerman-whatisawtoday.blogspot.com / instagram@richard_haines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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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2. AARON LEVINE VICE PRESIDENT OF MENSWEAR DESIGN / CLUB MONACO CALLS NEW YORK CITY “HOME”

여전히 확장하는 신사동 가로수길이지만, 진심으로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들어서는 일은 점점 줄어든다. 가뜩이나 눈높이가 올라간 우리나라 남성들의 취향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새롭거나 값나가는 브랜드로 도배한다면 차라리 쉬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클럽모나코Club Monaco 가 새로 연 남성복 전문매장인 ‘멘즈숍MEN’S SHOP ’은 눈길이 간다. 작은 규모의 매장이지만, 한 입 베어 물면 꽉 찬 과즙이 느껴지는 수확기의 탐스러운 과일, 혹은 가치를 존중하는 물건들이 모인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남성복의 기본을 고수한 다양한 의류와 장신구accessory 사이로 십수 년은 거뜬히 쓸만한 제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홍콩 완차이Wanchai 거리와 영국 런던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로 서울에 연 ‘멘즈숍’을 총괄한 남자는 에런 르바인Aaron Levine이다. 2011년, 클럽 모나코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된 그는 현재 남성복 디자인 부사장The Vice President of Menswear Design 으로 브랜드를 이끈다.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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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클럽 모나코Club Monaco는 ‘멘즈숍Men’s Shop’의 전세계 세 번째 매장을 서울에 열게 되었나? 서울은 떠오르는 패션도시다. 가게 안 매장shop in shop 형식으로 이미 백화점에 입점해 있고 성과도 꽤 좋다. 한국 소비자의 취향이나 소비 패턴 정보도 충분히 얻었다. 남성들이 즐길 수 있는 생활양식lifestyle 매장은 여성복 매장과는 굉장히 다르다. 남성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생각을 발전시키다 보니 마침 이렇게 멋진 자리가 나서 자연스레 단독 매장을 열게 됐다. 수석 남성복 디자인 부사장The Vice President of Menswear Design으로서, 클럽 모나코가 추구하는 방향을 설명한다면? 훌륭한 원단과 부자재, 모양새fit, 재봉 상태, 실루엣 등 근본적인 것에 신경을 많이 쓴다. 또한, 고전적인 남성복traditional menswear에 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그것을 어떻게 동시대에 맞게 재해석할지 고민한다. 클럽 모나코의 콘셉트는 일종의 ‘캐주얼 엘레강스casual elegance’인데, 소규모 팀으로 우리가 열정을 갖고 좋아하는 것을 만든다. 그게 전부다. 특히 ‘메이드 인 디 유에스에이Made in the USA’ 라인이 흥미로웠다. ’미국에서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지역마다 특화한 품목이 있는데, 옥스퍼드 셔츠는 애슐랜드Ashland, 로스앤젤레스는 청바지, 사우스윅Southwick은 양복 재단테일러링・tailoring을 잘한다. 미국 안에도 이러한 생산자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를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양복 재단은 남성복의 중심이나 마찬가지이고, 그들과 함께 일함으로써 유서 깊은 공장들을 활성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에서 셔츠를 만들고 뉴욕에서 타이를 만든다. 공장까지 세 시간만 운전해서 가면 새로운 작업이나 컬렉션을 만들 수 있다. 오래 숙련된 기술과 13년 이상 이어온 돈독한 관계도 있다. 가족체제로 운영한다는 점도 멋지다. ‘멘즈숍’에는 클럽 모나코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선정 기준은 뭔가? 평소에 우리가 입고 쓰는 것, 즉 우리를 이루는 구성요소를 풀어냈다. 트레통Tretorn 신발, < 시리얼Cereal>이나 <킨포크Kinfolk> 같은 훌륭한 출판물, 빈티지 롤렉스Rolex, 놀라운 선글라스 브랜드인 돔 베트로Dom Vetro와의 협업collaboration, 써코니Saucony와 만든 스니커즈, 영국에서 만든 훌륭한 로터프Lotuff 가죽 가방, 일본의 포터Porter 등 전부 우리 생활양식lifestyle을 아우르는 것이다. 클럽 모나코에서도 만들 수 있지만, 전통 있는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친구와 일한다는 표현에 더 가깝다. “우리 이런 작업 하는데, 같이 할래?” “그래!” 이런 전화 통화로 자연스럽게 시작한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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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복을 디자인할 때, 어떤 식으로 작업하나? 그야말로 정신없는 것들의 묶음이다. 음악이나 예술, 사진, 영화 같은 것에서 발견한 매력적인 것들을 끌어모아서 나만의 방식으로 조합한다. 침대에서 일어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눈과 귀와 마음을 항상 열고, ‘이번 시즌의 디자인 트렌드가 뭐지?’ 같은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최근 1950~60년대 뉴욕에서 활동한 피아니스트인 글렌 굴드Glenn Gould의 다큐멘터리를 봤다. 그가 입은 옷의 균형과 소재가 흥미로웠다. 그걸 보면서 ‘아, 이 부분은 이렇게 재해석하고 이건 이렇게 변형하면 재미있겠구나’ 생각했다. 좀 더 편안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새롭게 창조한다고 할까. 요즘 남자들은 세계 어딜 가도 대부분 비슷하게 옷을 입는다. 아주 새롭거나 과한 것은 싫어한다. 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틀 안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다. 새롭지만, 입기에 거북하지 않은 옷.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 당신에게 ‘집’은 어떤 곳인가? 뉴욕에 한 십 년 살았다. 지금은 35~40마일 정도 떨어진 북쪽에 산다. 아이들을 도시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서 이사했다. 많은 나무와 동물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사슴, 여우, 칠면조 다 있다. 뉴욕을 사랑하고, 영감을 얻고, 스스로 뉴욕주민New Yorker이라고 생각하지만, 외곽에 사는 것이 더 좋다. 어린 두 딸과 아내와 함께 조금은 시골에 사는 것이 굉장히 편안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도 집에 가는 기차에서 안정을 되찾는다. 동네에 내리면 아주 조용하고, 나무와 별로 가득하다. 평화로움 그 자체다. 도시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 그렇다면, ‘옷’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예술의 배출구랄까. 이 직업을 갖게 된 것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행운이다. 사람들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인 옷을 디자인하고, 선보일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또한, 옷은 예술과 상업의 흥미로운 혼합이자 많은 사람에게 직업도 제공한다. 하지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종종 새로운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면 아까 말했듯이, 새벽에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책을 읽고, 워크맨Walkman으로 음악을 듣거나 한다. 세상에Jesus, 지금 워크맨이라고 했나? (웃음) 그렇게 다시 머리에 불을 지핀다. 그러면 옷 그 이상의 의미가 된다. 예술이나 음악, 박물관에서 본 작품처럼 멋진 것들처럼 말이다. 내 일에 열정이 있는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당신도 그렇지 않나?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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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3. SONG GILYOUNG SENIOR EXECUTIVE VICE PRESIDENT OF MEN DAUMSOFT INC CALLS SEOUL “HOME”

인터넷에서 ‘송길영’을 검색하면 빅데이터 전문가라고 나온다. 하지만 그는 이 호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고 했다. ‘마이닝 마인즈mining minds’, 그가 하는 일이다. 송길영이 부사장으로 있는 ㈜다음소프트Daumsoft Inc.는 대중이 배출한 텍스트를 분석하여 대중의 마음을 읽고, 목적에 맞게 재가공하여 기업 의사결정을 돕는다. 결과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은 컨설팅 전문 회사와 같지만, 경영 사례가 아닌 대중의 마음을 다루고, 경영학보다는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특유의 무표정과 빠른 말투로 생각할 거리를 잔뜩 안겨주더니 강연해야 한다며 홀연히 사라졌다. “사람을 놓치면 안 돼요.” 마지막 한 마디에 그가 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담겨있는 듯했다.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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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관한 관심은 언제부터, 왜 갖게 됐나. 누구나 사람에 관심이 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해야 할 일에 치여 그 관심을 사치라고 생각하거나 퇴색하는 것이다. 사람에 관한 궁금증은 늘 갖고 있었다. 전공이 컴퓨터과학이다 보니 데이터로 사람을 관찰하면서 궁금증을 표출하곤 했다. 그게 업業이 된 것이다. 취미를 업으로 만든 경우다. 운이 좋았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의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변화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은 채 간직하고 싶은 것이 있나. 인간에 대한 애정. 우리는 모둠살이를 해서 기본적으로 상대에 애정이 없으면 사회를 유지할 수 없다. 종種 자체의 존립에 문제가 생긴다. 인간을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사람을 이해함으로써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회를 이루고 싶다. 서로 배려하면 갈등이 사라진다. 배려의 방법은 관찰, 하나다. 애정이 있어야 관찰할 수 있고, 관찰해야 이해하고, 이해해야 배려할 수 있다. 다 변해도 인간에 대한 애정은 간직해야 한다. 최근에 데이터 속에서 ‘집’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떻게 변했나. 싱글이 많아지면서 공간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 지금까진 집이 같이 사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각자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됐다. 또한, 작아진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해 집을 외부로 확장하는 시도도 한다.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집을 확장하는 개념이다. 어디까지가 집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동네 카페가 뜨는 이유도 집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시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내 집도 집이고, 집 앞 카페도 집이고, 아지트도 집이다. 집이 가상화假象化하기 시작했다. 개가 소변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휴식’은? 비우는 휴식에서 몰입의 휴식으로 변하고 있다. 비생산적인 것들에 몰두하는 것이 휴식으로 인식된다. 웹툰 정주행, 미국 드라마미드 몰아보기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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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을 진정한 휴식이라고 할 수 있나. 제사 지내는 것이 옳은 거냐는 질문에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답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제사는 무조건 지내는 거였다. 지금은 왜 잘 지내지 않는지, 그 타협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 누구도 모를뿐더러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없다. 정신은 살아있지만, 형식은 계속 변한다. 사람마다 휴식의 목적이 다르다. 휴식이라는 언어는 남아있지만, 내포한 뜻이 달라진 것이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쉬는 날에 주로 무얼 하며 보내나. 나도 주로 몰입의 휴식을 취한다. 못 봤던 콘텐츠나 책을 본다. 가족과 함께 있고 싶으면 함께 볼 수 있는 것을 본다. 아이들이랑 활동적으로 놀아주지 못해 미안하다. 강연을 많이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배우고 싶어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면 큰 에너지와 함께 정보를 얻는다. 강연하면서 관광, 부동산, 제약회사, 한류 등 온갖 분야에 속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콘텐츠를 강연으로 보여줘야 사람들이 순수하게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사업할 때, 이거 사주세요, 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광고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콘텐츠로 전달하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면 사업은 알아서 성사된다. 또 데이터를 10년 넘게 공부했으니까 이걸 사회에 알려야 할 책무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강연한다. 요즘 흥미롭게 지켜보는 키워드나 트렌드가 있나. 정말 많지만 지금 한국에서 가장 큰 이슈는 ‘현재現在’다. 미래가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너무 안타깝다. 개발시대에는 항상 확장되어 있어서 기회가 많았다. 무얼 시도해도 희망이 있었다. 지금은 사회가 성숙해서 기회가 별로 없다. 이게 현재의 탐닉으로 이어졌고 그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것 자체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게 됐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타자他者에 대한 애정에 기반을 두고 상대를 배려하라. 딱 하나다. 애정이 있어야 배려할 수 있다. 애정이 첫째, 배려가 둘째이다.

www.daumsoft.com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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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SEONTAE

GA LLE RY interview & text SUNG CHANGWON photography GO YUNSUNG, KIM BOSUNG edit HONG SUK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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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GALLERY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입니다. 그 열여섯 번째 주인공은 설치미술 작가 황선태Hwang Seontae와 김병주Kim Byungjoo입니다. 순수예술fine art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르셀 뒤샹 Marcel Duchamp; 프랑스 출신 예술가로 다다이즘(dadaism)과 초현실주의 작품들로 1차 세계대전 이후 미술 발전과 근대 서양 미술 세계의 취향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 편집자 주이 일상의 기성품旣成品인 소변기로 ‘샘Fontaine, 1917’이라는

작품을 발표한 뒤로, 기존 예술의 가치를 뒤엎은 개념예술conceptual art; 완성된 작품보다 예술 작품이 구현하는 개념・사상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예술. - 편집자 주이 대두하며 예술의 가치 판단은 단순히 고전적인

아름다움에 매여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현대 예술의 범위를 더 확장하게 했고, 복잡한 예술 구조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도 시각적인 새로움과 그 감흥을 느끼는 데 일조했습니다. 황선태 작가는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포착하여 그만의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그의 작품은 낯익은 사물과 풍경을 다루면서도, 찰나의 작은 새로움이 익숙함 속에서 증폭합니다. 김병주 작가는 건축을 도구로 하여, 보이지 않는 공간을 드러내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벽은 사라지고 공간의 경계는 모호해집니다. 여기에 빛이 작품을 통과하여 그림자가 새로운 공간을 만듭니다. 선과 공간, 빛과 그림자, 그리고 경계의 모호함이라는 두 작가의 교차점은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모든 ‘공간’들의 요소이기도 합니다. 두 작가의 ‘작품 안팎 이야기commentary’를 스펙트럼의 큐레이팅으로 선보입니다.

KIM BYUNGJOO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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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Seontae 황선태 작가는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하여 할레 북 기비센슈타인 미술대학Burg Kunst und Design Halle과 추가전공과정을

Giebichenstein Hochschule f r

같은 대학의 아웃바우스튜디움Aufbaustudium;

졸업하였습니다. 독일에서 4년간 활동하다 2008년

말 귀국하여 국내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07년 독일에서 뢰벤호프 예술포럼 미술진흥상Lowenhof-Forderpreis 일등상을 받고, 2008 년에는 한국에서 신세계미술제 대상을 받습니다. 수많은 단체전을 비롯하여 국내외에서 10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한 작가는 유리로 된 책 작품과 사진 작업에 이어, 현재는 조명으로 그림에 살아있는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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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얼어붙은 이야기 Frozen History

독일 유학 때 참여한 프로젝트 중 동시성同時性; 운동하는 것의 시간적 경과를 한 화면에 정리하는 것에 관한 것이 있었다. 소재는 책이었는데, 베를린기술대학교Technischen Universit t Berlin 도서관에서 진행한 전시였기 때문이다. 1년간의 프로젝트에서 반년이 넘도록 작업 방향성이 잡히지 않아 무작정 도서관에 나가기 시작했다. 독일어로 된 책을 보고 있으니 계속 잠이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던 어느 날, 점심 후 졸다 깼는데 펼쳐져 있는 책 위로 글자들이 저승사자처럼 무겁고 느리게 행군하고 있었다. 몽롱한 정신으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는 순간 작품을 위한 모든 개념이 머릿속에서 정리되었고,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유리라는 재료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개념을 옮기기 가장 적합한 재료였다. 여담으로 이 프로젝트는 유리로 작업했지만, 유리조형학과의 졸업작품은 유리가 아닌 설치미술이었다. (웃음)

유리・유리 샌딩, 39 x 26 x 20cm,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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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잉크젯 프린트・유리 샌딩, 100 x 75cm, 2008

02 개수대 Sink

유리의 성질을 이리저리 실험하면서 나온 것 중 하나가 사진 위에 간유리(불투명 유리)를 얹은 작업이다. 정확하고 선명하게 찍은 사진에는 무척 많은 정보가 담기지만, 오히려 그럴 때 하나의 대상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반대로 흐리게 접근해 보았다. 세세한 부분이 아닌, 행위나 풍경 자체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선명하지 않기에 사람들은 더 집중하고, 전체를 바라보기 수월해진다.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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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유리에 샌딩・유리전사・발광다이오드, 102 x 80 x 5cm, 2013

03 빛이 드리운 방 Sunny Room

선線은 인식이다. 사물의 외곽이나 시각적 경계를 선으로 인식할 뿐이며, 점點, 선, 면面은 사실 없는 존재다. 만약 있다면 부피와 면적이 있는 덩어리일 것이다. 선에 가까울 수는 있지만, 선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빛은 실재實在한다. 그뿐 아니라 시각적 인식의 근본이다. 이 작업에서는 선에 가까운 것을 이용해 유리 위에 환영을 만들어냈는데, 빛은 진짜다. 발광다이오드LED・Light Emitting Diode 의 빛은 그곳에 실제로 존재한다. 실재와 실재하지 않는 것 사이의 모호함과 상호작용에 매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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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결심 Dec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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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가기 전까지 유학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막연히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회화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이상하게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한 한기 다니다 그만둔 뒤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목수를 따라다니는 새끼 목수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기술적인 부분도 배울 수 있어서 도움되었고, 생각보다 꽤 오래, 여섯 달 정도 일했다. 그때 번 돈으로 한 달 정도 배낭여행을 떠났는데, 독일 쾰른 K ln에서 빌 비올라Bill Viola; 미국의 비디오 예술가 작품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망치로 세게 맞은 듯한, 온몸에 힘이 빠지는 공허한 상태. 평생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때 처음 작가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했고, 유학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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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독일 유학 Study in Germany

한국에 있으면 어떤 대학의 몇 학년이고, 어느 지역 출신에 누구의 자식이며, 누구의 친구인지 등의 관계가 크게 작용한다. 이러한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일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당시 비싼 전화비용도 한몫했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굳이 독일을 선택한 이유는 그 특성 때문이다. 원칙과 기본을 중시하며, 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결과보다는 원인과 과정에 맞춰져 있다. 미술에서도 한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작업하며 보고 배울 수 있었다.

06 작품의 소재 Subject Ma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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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주변에 있는 익숙한 사물들을 소재로 삼는다. 익숙함을 최대한 세밀히 관찰하여 얻을 수 있는 미묘한 새로움을 작업에 표현하려 한다.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두 가지인 ‘빛’도 항상 곁에 있고, ‘선’도 회화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항상 곁에 두는 것 중 하나다. 작업은 언제나 의도하지 않은 부분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파고들수록 더 어렵기도 하다. 시작할 때 작업 방향을 잡아도 언제나 뜻밖의 지점에서 흥미로운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예컨대 일상이 전혀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꾸준한 생각과 관찰이 만나는 접점이기도 하다.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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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재료의 선정 Materi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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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작품은 완성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식이 완성되거나 내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모든 행위의 종결점은 결과다. 결과가 최대한 완성에 수렴하도록 하는 것이 의무이기에, 작품 방향에 맞는 재료를 정확히 이해하고 작업해야 한다. 재료를 끊임없이 실험하며, 본질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 그래서 작품이 간결해지는 성향이 있는 듯하다. 사용하는 재료와 매체가 늘어날수록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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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간결함 Basicality

불필요한 것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삶 속에서 더 구체화하고 습관화하며, 작품에도 반영한다. 생각해보면 자극적인 미술도 참 많다. 나는 일상에서 소소한 새로움을 발견하고 작품에 반영하는 것이 좋지만,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으니 당연히 아름답지 않은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극적인 것만이 전부일 수는 없다. 다양한 것들의 공존이 자연스럽고 당연한데,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들이 더 좋다는 자본주의적인 오해가 아쉽다.

Q. 다른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지? 있다면 계기가 궁금하다. 김병주 작가의 질문

친분이 있는 작가나 함께 전시한 작가 중, 서로 마음에 들면 작품을 교환한다. 그렇게 소장한 작품이 여럿 있다. 그런데 이렇게 교환을 하기까지가 쉽지는 않다. 말을 꺼냈는데 상대편에서 거절하면 아무래도 계면쩍고 무안하지 않은가. 그것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내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평소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작품관을 이해한다는 상호 간 믿음이 있다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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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긍정성 Posi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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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회의 어둡고 힘든 부분을 파헤쳐내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며 의무라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불완전한 현실에 입 다물고 눈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바탕에는 ‘긍정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에 긍정성을 담은 투쟁과 그저 전투하기 위한 투쟁은 완전히 다르다. 그것을 인식하는 과정이 작품에도 녹아들어 간다. 156


10 집 Home

벽을 경계로 이곳과 저곳, 안팎이 나뉘는데, 기준은 결국 ‘나’ 자신이다. 기준과 벽에 얽매이지 않게 될 때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상황을 바탕에 두면 어떤 곳이든 나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일련의 조명lighting 작품은 집이라는 공간을 먼저 생각했다기보다, 빛이 가장 상징적으로 보일 수 있는 공간이 실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한 작품군으로 나타났다. 빛을 하나의 물질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노력이 공간에 관심 두게 했다. 경계의 안으로 들어오면서 생기는 빛은 참 매력적이다.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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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naver.com/scul0902

Kim Byungjoo 김병주 작가는 홍익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하였습니다. 200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4 년까지 서울과 뉴욕에서 총 6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MMCA), the Goyang Residency

거주

공간residency; 기관에서 일정 기간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 여러 프로그램으로 작가와 작업을 알리고 지원하는 시스템. - 편집자 주 입주작가입니다. 건축을 도구로

삼고 선으로 공간을 만들지만, 벽을 없애 경계의 구분이 사라지고 새로운 공간이 나타납니다. 약 5년의 세월 동안 작가는 입체 작업으로 시작하여 3차원 공간에 소실점消失點; 실제 평행한 직선을 투시도 상에서 멀리 연장했을 때 하나로 만나는 점. - 편집자 주 개념을

대입하고, 작품에 빛을 투사하여 그림자로 새로운 형태의 공간을 만들고, 소실점과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고, 최근에는 ‘건물에 비쳐 조각난 건물’을 구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으로 짓는 그의 건축은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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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스틸・우레탄 페인트, 80 x 80 x 230cm, 2009

01 모호한 벽 Ambiguous Wall

첫 전시 작품들은 모두 직접 만들었다. 형태도 직육면체 위주로, 왜곡되지 않은 입체 형상을 띈다. 당시 3D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몰라서 모눈종이에 작업했다. 위에서 본 것과 측면에서 본 것 등 여러 장의 모눈종이에 직접 설계도를 그렸고, 용접과 도색도 직접 했다. 완전한 아날로그였다. 어떻게 이 작업을 혼자 다 했는지, 지금 하라면 절대로 못 할 것이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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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나열된 공간 Enumerated Void

인상 깊었던 전시가 있다면, 두 번째 전시노암

갤러리 기획전

<Enumerated Void>, 2010이다. 작가생활을 하다 보면 작품보다 눈이

먼저 높아진다. 쉽게 말해 작업 수준이 눈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전시하고 나면 사람들이 ‘(실력이) 늘었다’, ‘전보다 좋다’고 얘기해주지만, 정작 나 자신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두 번째 전시는 머릿속으로 구상한 것들을 실제로 많이 구현해서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작품에 조명을 비추어 벽에 그림자를 만들었는데, 이때 사용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모두 직접 제작했다.

가변설치・철・우레탄 도장,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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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혼합재료, 80 x 80 x 10cm, 2011

03 모호한 벽 2 Ambiguous Wall II

처음 부조浮彫; 조각에서 평평한 면에 글자나 그림을 도드라지게 새기는 일 형태로 작업한 작품이다. 두 번째 전시에서 벽에 맺힌 그림자를 보며 새로운 영감을 받았는데,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지 많이 고민했다. 입체적인 사물을 빛과 그림자로 치환하여 벽에 2차원으로 투영한 상황이 흥미로웠고, 그걸 다시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부조 형태가 나왔다. 이 시리즈는 크기가 크지 않고 선으로만 이루어진 작품이라, 걸리는 벽의 무늬나 색에 따라 작품이 묻힐 수 있어 배경을 만들었다. 뒤에 판을 덧대고, 판 위에 선으로 소실점을 만들어 입체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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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익숙한 장면 Familiar Scene

가장 최근 작품인데, 사실 아직 완성된 형태는 아니다. 요즘 건물 중 전면이 유리로 된 높고 큰 건물들이 많지 않나. ‘건물에 비친 건물’이라는 발상이 작업 소재가 되었다. 건물을 조각내 파편화하고, 작품 아랫부분에 거울을 깔고 중간중간 거울을 삽입했다.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반대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새로운 접근에 관한 의의는 확실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철・파우더 코팅・거울, 240 x 240 x 230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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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제작 과정 Process

일단 컴퓨터 3D 프로그램캐드・CAD으로 도안한다. 도안을 마치면 절삭切 削・cutting을 맡긴다. 철판을 레이저로 잘라내는데, 그래도 모난 부분은 모두 직접 다듬는다. 다듬기 작업을 마치면 도색塗色・painting을 보낸다. 철鐵・steel 에 색을 입히는 작업은 쉽지 않다. 색이 붙도록 먼저 파우더 작업을 한 뒤 칠하는데, 아무래도 개인이 하기 쉽지 않은 작업이라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이 좋다. 그렇게 색칠한 판이 오면 층층이 합체한다. 예전에는 용접을 많이 했는데, 볼팅bolting; 접합부를 볼트로 죄어 고정하는 것을 한 이후로 층layer마다 다른 색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모눈종이에 그리고 모두 직접 제작해서 작업에 드는 소요시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많은 시간을 도안 작업에 투자한다.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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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재료 Materials

조소를 공부하면 초기에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해보고, 그중 자신에게 맞는 재료를 선택해 더욱 깊이 들어가게 된다. 흙을 꽤 좋아했다. 흙의 감感이라든가…. 그런데 잘 맞지 않았고, 뜻밖에도 철이 잘 맞았다. 철은 흔히 어려운 재료로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마냥 쉽다고 할 수도 없지만, 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어딘가를 자르면 의도대로 잘리고, 나중에 형태도 잘 변하지 않는다. 나무 같은 재료를 예로 들면 결 때문에 원하는 대로 가공이 되지 않거나, 형태가 변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작업도 많다. 그런 면에서 철은 잘 맞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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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작업 철학 The philosophy of Work

처음에는 ‘밖에서 볼 수 없는 공간의 안쪽’에 관한 의문이었다. 그것이 벽을 허물고, 공간을 모호하게 했다. 거기에 빛과 그림자를 더했고, 그 후 시선의 이동이 있었다. 최근에는 ‘반영反映’이 공간을 한 번 더 모호하게 한다. 작품에 현실을 반영하는 것도 예술가가 해야 할 일이다.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있는 편이지만, 지금은 작품에서 시각의 비중이 가장 크다. 나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 작품에 담겨있고, 그것조차 아직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회반영이 강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형태의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시각적인 새로움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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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집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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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보통 초기에 유목민의 형태로 살아가는 듯하다. 경제적인 형편이 넉넉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저렴한 지역에 작업실을 구했다가, 월세나 보증금이 오르면 옮기고, 거주 공간 생활도 한정된 것이니 마찬가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거주 공간도 2015년 2월로 끝나는데, 그쪽 작품이랑 문래동 작업실 작품이랑 합치면 양이 꽤 많아 새로운 공간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공간을 꾸미는 것에 조금씩 관심 두고 있는데, 아무래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그런 부분까지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집이든 작업실이든 슬슬 정착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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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로서 기쁨과 회의를 느낄 때는 언제인가? 황선태 작가의 질문

작가의 삶을 선택하고 처음에 힘든 시기는 있었지만, 회의를 느낀 적은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작품이 의도대로 잘 나오고 관객이 작품의 의도대로 봐줄 때 가장 기쁘다. 사실 예전에는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썩 좋지만은 않았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다. 요즘 가장 기쁠 때는 예상치 못한 장소에 작품이 걸린 것을 보는 일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작품이 갤러리의 흰 벽에 걸릴 것을 생각하고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작품을 구매하신 분들이나 잡지사에서는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의 공간에 작품을 배치한다. 작품이 생각지 못했던 요소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09 동네 Neighborhood in the Child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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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의왕시에 살다가, 옆 동네 산본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이사했다. 일곱 살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의왕시 부근에서 산 게 한곳에 가장 오래 있던 기간이다. 대학 진학 이후에는 유목민이 되었으니까. 신도시가 들어오기 전 의왕시는 정말 시골이었다. 논밭이 많았고, 애들끼리 모이면 도롱뇽 잡으러 다니고 그랬다. 컴퓨터도 조금씩 보급되고 천리안 같은 PC 통신망도 생겼지만, 기본적으로 밖에서 노는 세대였다. 어떻게 보면 도시 근교에서 논밭을 뛰어다닌 마지막 세대였다. 그때는 참 재미없고 심심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꽤 좋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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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가 Spare Time

동네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매체에서 요즘 이 동네가 재미있다고 하면 별 계획 없이 가서 돌아다닌다. 건물 내외부를 구경하고, 짬짬이 촬영해놓은 것이 작품 공부도 된다. 앞서 말했지만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집을 꾸미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작업은 일주일에 5일 정도 하는데, 회사원처럼 계속 붙어있진 않는다. 전시 준비하고 작품을 만들 때에는 휴일도 없이 작업하지만, 그 외의 시간은 작품을 구상하는 경우가 많아서 작업이 풀리지 않으면 친구들과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눈다. 생각해보면 여가에도 작품과 떨어져 있는 시간은 거의 없는 듯하다. 이 인터뷰는 2014년 12월, 황선태 작가와 김병주 작가의 인터뷰를 편집하여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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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tective solutions for iPhone 6 & 6 Plus 초경량의 심플한 외관과 뛰어난 그립감을 제공하는 퀵 스냅 케이스, 사이드를 고무로 덧대어 한층 강화된 보호력을 자랑하는 할로 케이스, 아이폰은 물론 지폐와 카드 수납까지 가능한 프리미엄 레더 월렛과 테크니컬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최상의 아이템, 스포츠 암밴드로 선보이는 인케이스의 iPhone6 & 6플러스 케이스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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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Snap Case for iPhone 6 Halo Snap Case for iPhone 6, 6 Plus Sports Arm Band for iPhone 6 Leather Zip Wallet for iPhone 6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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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Snap Case Halo Snap 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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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ther Zip Wallet Sports Arm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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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ple Backpack 미니멀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스테이플 백팩은 각기 다른

Staple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색상과 패브릭이 만나 완성되었습니다. 심플한 외부 디자인과 활용성 높은 디테일한 내부 수납공간, 스마트폰과 지갑 등 소중하면서도 액세스가 잦은 소지품의 안전하고 편리한 수납을 돕는 백팩 후면의 히든 포켓은 활동적인 사용자의 일상에 최적화된 기능성과 착용감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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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go Backpack 백팩 전면의 메쉬 카고 버켓은 간단한 소지품 수납에

Cargo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용이하여 외부 활동이 많은 사람에게 최상의 캐링 솔루션을 제안합니다. 견고하지만 가벼운 등판 압축 몰드 패널은 장시간 착용에도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하고 가슴 스트랩은 안정성을 제공하며 실용성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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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lon Camera Collection 인케이스의 나일론 카메라 컬렉션은 방습기능과 내구성이 강한 840D 나일론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향상된 패딩과 부드러운 폴리스 안감을 사용하여 카메라를 더욱 완벽하게 보호하며,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가방은 다양한 렌즈를 가지고 출사시에 편안함을 제공하여 더욱 빛을 발합니다. 다양한 인케이스의 카메라 컬렉션으로 완벽한 캐링, 프로텍션

DSLR Pro Pack for DSLR, Macbook Pro 15”, iPad DSLR Sling Pack for DSLR, Macbook Air 11”, iPad Point and Shoot Field Bag for Point and shoot camera,iPad, iPhone DSLR Case for DSLR, iPhone

솔루션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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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 Sling Pack Point and Shoot Field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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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e Collection 사이클링의 자유로움에서 영감을 받은 레인지 컬렉션은 일상 생활 속 여행을 위해 디자인되었습니다. 튼튼한 소재와 반사면 등의 디테일은 낮과 밤, 어떠한 날씨에도 안전함을 제공합니다. 엑세스가 용이한 넉넉한 수납공간과 인케이스의 특화된 기기보호, 그리고 사이클링 맞춤형 기능까지 갖춘 이상적인 캐링 솔루션으로서 다양한 사이즈와 스타일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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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ge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Backpack for Macbook Pro 15”, iPad Large Messenger for Macbook Pro 15”, iPad Messenger for Macbook Pro 13”, iPad iPhone Pouch for i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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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ge Back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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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on Camera Collection 액션카메라와 액세서리를 완벽하게 보호하기 위해 인케이스의 독자적 기술력인 ‘텐저라이트 프로텍션 테크놀로지TENSAERLITE™ Protection Technology’를 접목하여 탄생한 인케이스 액션카메라 컬렉션은 최상의 프로텍션과 캐링 솔루션을 제안합니다. 프로텍션 커버와 케이스, 고프로 카메라를 보관할 수 있는 키트Kit, 백팩 형태의 프로팩과 슬링팩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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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 Pack, Sling Pack for GoPro® Hero 3 camera, iPad Dual Kit, Mono Kit for GoPro® Hero 3 camera Protective Cover for GoPro Hero® camera Protective Case for GoPro® Hero 3 camera, GoPro® Hero 3 with Dive Housing, GoPro® Hero 3 with BacPac™ Housing Accessory Organizer for Go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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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 Pack Dual K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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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ICON Pack 인케이스 아이콘팩은 인케이스의 헤리티지 라인Heritage Line

으로 인케이스 백팩의 시작격인 디자인을 토대로 현재

트랜드에 맞게 블랙, 그레이, 레드 세가지 색상으로 재탄생한

Icon Pack for Macbook Pro 17”, iPad Icon Slim Pack for Macbook Pro 17”, iPad

백팩라인입니다. 인체공학적으로 제작된 스페셜 폼 등판은 한층 더 편한 착용감을 선사하고 맥북을 위한 별도의 공간은 최상의 수납이 가능합니다. 측면포켓에는 외부로 연결하는 케이블 포트가 있어 작은 기기 엑세스에 편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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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Sleeve with TENSAERLITE 텐저라이트 프로텍션 테크놀로지TENSAERLITE™ Protection Technology

는 지난 17여년간 캐링 솔루션 업계의

선두주자로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왔던 인케이스에서 야심차게 개발한 기술력으로서 마치 스포츠 운동화의 밑창을 연상시키며, 가벼운 무게와 충격 흡수에 탁월해 보다 강력하고 안전하게 디바이스를 보호합니다.

ICON Sleeve with TENSAERLITE for MacBook Pro Retina 13”, 15”, iPad mini Ret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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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서울 인케이스 플래그쉽스토어 02-542-1017 서울 강남구 신사동 655-8 1층 인케이스 명동 영플라자스토어 02-2118-5246 서울 중구 소공동 1번지 영플라자 2층 프리스비 명동본점 02-318-7120 서울 중구 명동 2가 33-6 프리스비 홍대점 02-323-1765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8-12 프리스비 건대점 02-2218-3195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1호 프리스비 강남스퀘어 02-501-6652 서울 강남구 역삼동 809 금화(월드메르디앙)B/D 1F 프리스비 여의도 IFC몰 02-6137-5685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3 IFC몰 지하2층 218호 에이샵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02-2211-1064 서울 구로구 신도림 동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B1F 에이샵 코엑스점 02-6002-1625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라이브 프라자 B2 206호 에이샵 타임스퀘어점 02-2638-2734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4가 442 타임스퀘어 B1F 에이샵 신세계 강남점 02-3479-6187 서울 서초구 반포동 19-3 신세계 센트럴시티 신관 5F 에이샵 신세계 센트럴시티점 02-3479-6187 서울 서초구 반포동 19-3 신세계 센트럴시티 신관 5F 에이샵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02-2211-1064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신도림점 지하 1F 에이샵 갤러리아 압구정점 02-548-6177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94번지 갤러리아 명품관 West 5F 에이샵 현대백화점 목동점 02-2163-2635 서울 양천구 목1동 916번지 현대백화점 목동점 B1F 에이샵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02-3467-8373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7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9F SPECTRUM

에이샵 현대백화점 미아점 02-2117-1863 서울 성북구 길음동 20-1 현대백화점 미아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신촌점 02-3145-2943 서울 서대문구 창천 동 30-33번지 현대백화점 신촌점 9F 에이샵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02-3449-5474 서울 강남구 압구정 동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B1F 에이샵 현대백화점 천호점 02-2225-7094 서울 강동구 천호동 455-85번지 현대백화점 천호점 10F 윌리스 신사 070-7732-7001 서울 강남구 논현동 5 페이토 빌딩 윌리스 월드타워점 070-4901-2410 서울 송파고 신천동 29 롯데월드몰 엔 터테인먼트동 3층 윌리스 잠실 02-2143-1500 서울 송파구 잠실동 40-1 롯데마트 잠실점 디지털파크 내 1층 윌리스 김포 02-2664-6021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 김포국제공항 앞 롯데 몰 지하 1층 윌리스 롯데백화점 강남점 02-531-2805 서울 강남구 대치동 937 롯데백화점 8층 레스모아 명동본점 02-755-7681 서울 중구 명동 1가 64-1 레스모아 명동중앙점 02-779-7277 서울 중구 명동 2가 51-3 레스모아 수유점 02-904-9564 서울 강북구 번동 446-66 JJ타워 1층 레스모아 노량진점 02-826-9771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150-6,7 레스모아 남영점 02-3275-1970 서울 용산구 갈월동 87-1 레스모아 천호점 02-488-9156 서울 강동구 천호동 454-60 레스모아 가든장지점 02-400-2572 서울 송파구 충민로 66 테크노관 1F 레스모아 신촌점 02-3143-6012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6 레스모아 신림점 02-881-8212 서울 관악구 신림동 포도몰 5층 레스모아 강남본점 02-3453-8503 서울 강남구 역삼동 809 1층

인케이스(Incase) 전국 스토어 레스모아 문정점 02-449-8751 서울 송파구 문정동 42-4 레스모아 동대문역사점 02-2264-0775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18-134 레스모아 메세합정점 02-3143-7455 서울 마포구 합정동 418-1 지하1층 레스모아 청량리점 02-3295-5329 서울 동대문구 전농2동 620-26 1층 레스모아 건대점 02-3272-6991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2호 레스모아 용산점 02-2012-0601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40-999 6층 FASHION STREET 레스모아 연신내점 02-389-2856 서울 은평구 대조동198-1 레스모아 왕십리점 02-2200-1595 서울 성동구 행당동 168-1 레스모아 종로점 02-730-5319 서울 종로구 종로2가 17 레스모아 롯데김포점 02-6116-5517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 롯데몰 김포공항 스카이파크 B2F 에이팜 신세계 본점 02-310-1472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52-5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신관 9층 10corso Como 청담 02-3018-1010 서울 강남구 청담동 79 웨얼하우스 압구정점 02-544-1793 서울 강남구 신사동 661-14 2층 플랫폼 플레이스 도산공원점 02-742-4628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5-27 플랫폼 플레이스 홍대점 02-323-2319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8-36 1층 플랫폼 플레이스 명동점 02-3789-7230 서울 중구 충무로2가 66-14 KMUG 가산점 02-3145-2065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28 우림라이 온스밸리 A동 118호 Kundenshop 현대백화점 목동점 02-2163-1517 서울 양천구 목동 916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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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Kundenshop 현대백화점 신촌점 02-3145-2065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1 현대백화점 신촌점 B2F Backpackers 롯데 노원 02-950-2274 서울 노원구 상계2동 713 롯데백화점 8층 Backpackers 롯데 청량리 02-3707-1068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591-53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B1F Backpackers 롯데 명동영플라자 02-2118-5185서울중구남대문로2가 123 롯데백화점 명동영플라자 1F Backpackers 롯데 김포공항 02-6116-3064 서울 강서구 방화동 886 롯데백화점 GF층 폰트리, 필름나라 신길점 070-4150-3692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110-20 퓨어메이트 신길 필름나라점 대화컴퓨터 용산점 02-704-1707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16-9 전자랜드 신관 1층 11호 Koon With a View 가로수점 02-556-9828 서울 강남구 신사동 640 모마빌딩 Beaker 청담점 02-543-1270 서울 강남구 청담동 78-6 Beaker 한남점 070-4118-5216 서울 용산구 한남동 738-36 Cosmo Gallery 가로수길점 02-3446-0989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 10길 42 2F 코즈모갤러리 e mart 성수점 042-469-8258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379 이마트 3층 e mart 가양점 02-2101-127 서울시 강서구 양천로 559 이마트 2층 애플샵 e mart 월계점 042-469-8258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379 이마트 3층 e mart 은평점 02-352-6182 서울시 은평구 은평로 111 이마트 8층 Folder 신촌점 02-332-6737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30-22 Folder 명동점 02-318-0962 서울 중구 명동2가 SPECTRUM

마이분 02-6947-1270 서울 강남구 청담동 4-1 SSG 1F Designerimage 청담점 서울 강남구 삼성로 731(청담동) Designerimage 한남점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13 rm360 02-3474-0360 서울 서초구 방배동 985-11 1층 현대카드 Travel Library 서울 강남구 선릉로 152길 18

경기 에이샵 갤러리아 수원점 031-898-8761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25-1 갤러리아 수원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중동점 032-623-2719 경기 부천시 원미 구 중동 1164 현대백화점 중동점 7F 에이샵 현대백화점 일산점 031-822-3737 경기 고양시 일산서 구 대화동 2611 현대백화점 일산점 7F 윌리스 롯데백화점 구리점 031-558-3599 경기 구리시 인창동 677번지 롯데스퀘어 6층 윌리스 롯데백화점 중동점 032-320-7775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40번지 롯데스퀘어 1층 윌리스 롯데백화점 평촌점 031-8086-9540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1039 롯데백화점 평촌점 5층 레스모아 부평점 032-507-9523 인천 부평구 부평동 199-31 레스모아 스퀘어동춘점 032-456-4337 인천 연수구 동춘동 926 스퀘어 원 3층 레스모아 의정부점 031-856-9301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 1동 179-15 레스모아 레이일산점 031-915-4421 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 대화동 2602 레이킨스 몰 1층 레스모아 죽전점 031-896-6051 경기 용인시 죽전동 877-3 레스모아 구리지점 031-557-0426 경기 구리시 인창동 676-2

레스모아 애경수원점 031-240-1444 경기 수원 팔달 매산로 수원애경 역사 쇼핑몰 3층 레스모아 이천지점 031-631-4868 경기 이천시 창전동 160-7 레스모아 안양지점 031-441-2136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6-6 레스모아 동탄점 031-371-5460 경기 화성시 반송동 96, 98 A블럭 1층 레스모아 부천지점 032-613-4066 경기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177-1 1F 레스모아 홈플상동점 032-325-0414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540-1 홈플러스 2층 레스모아 수원남문점 031-248-6831 경기 수원시 팔달구 팔달로3가 87-1 레스모아 소풍부천지점 032-624-6627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539-1 소풍몰 지하1층 레스모아 장기지점 031-996-6340 경기 김포시 장기동 30-1 레스모아 여주지점 031-883-5920 경기 여주군 여주읍 350-56 레스모아 안산지점 031-485-5070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41 레스모아 성남지점 031-731-7992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4185 레스모아 분당서현점 031-8017-9560~1경기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68-3 에이팜 인천점 032-430-1971 인천 남구 관교동 15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지하 1층 에이팜 신세계 의정부점 031-8082-0637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168-54 신세계 백화점 6층 웨얼하우스 안양점 031-466-1793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66 1층 에즈샵 수원 031-250-9909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2가 40-1 동인트루빌 110 초코 부평 032-526-5652 인천 부평구 부평동 201-25 프리스비 분당점 031-709-1745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68-3 정인빌딩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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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케이스(Incase) 전국 스토어 Kundenshop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031-822-3476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2602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4층 Cosmo Gallery 판교 아브뉴프랑점 031-8016-7571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 내곡로 150 아브뉴프랑 2층 204호 Backpackers 롯데 평촌 031-2987-0628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1039 롯데백화점 평촌점 Backpackers 롯데 인천 032-450-2228 인천 남동구 구월동 1455 롯데백화점 2층 e mart 고잔점 031-401-0978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포공원1로 46 이마트 3층 애플샵 e mart 남양주점 031-590-1207 경기도 남양주시 늘을2로 27 이마트 애플샵 e mart 산본점 031-450-1183 경기도 군포시 산본로 347 이마트 애플샵 e mart 서수원점 031-895-1206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인로 291 이마트 3층 e mart 연수점 032-820-1209 인천시 연수구 경원대로 184 이마트 2층 e mart 죽전점 031-898-1549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포은대로 552 이마트 지하1층

충북 레스모아 청주본점 043-255-0107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2가 56-1 레스모아 청주중앙점 043-225-6090 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1가 158-1 태원빌딩 1층

Backpackers 롯데 청주아울렛 043-717-2984 충북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332-1 롯데 청주 아울렛 3층

충남 프리스비 대전점 042-221-7041 대전시 중구 은행동 45-6 에이샵 갤러리아 센터시티점 041-412-9729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521-3 갤러리아 센터시티 7F

레스모아 대구점 053-253-1496 대구 중구 동성로 2가 141-2 레스모아 대구성서점 053-584-8710 대구 달서구호림동 19-8 레스모아 포항점 054-244-6161 경북 포항시 북구 상원동 463-27

에이샵 갤러리아 타임월드점 042-485-6177 대전 서구 둔산2동 1036 갤러리아 타임월드 B1F

Backpackers 롯데 대구영플라자 053-609-2585 대구 중구 사일동 15-1 영플라자 1층

에이샵 갤러리아 천안점 041-412-9729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521-3 갤러리아 센터시티 7F

원트릭샵 대구 053-428-0560 대구 중구 삼덕동 1가

레스모아 대전은행점 042-253-7718 대전 중구 은행동 45-6 레스모아 대전점 042-253-9691 대전 중구 은행동 168-6 에이팜 충청점 041-640-5117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354-1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B관 3층 빼빠 천안 041-563-3740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454-1 페이퍼

e mart 만촌점 053-602-1207 대구시 수성구 동원로 136 이마트 e mart 월배점 053-607-1268 대구 달서구 진천로 92 이마트 2층

경남 프리스비 서면점 051-808-0947 부산 진구 부전동 242-19 에이샵 경성대점 051-625-2940 부산 남구 대연동 73-29 1F

즐잼스토리 대전점 042-476-2879 대전 서구 탄방동 746 로데오타운 3층 330호

에이샵 신세계 센텀시티점 051-745-2661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95 신세계 센텀시티 4F

레스모아 천안지점 041-523-0786 충남 천안시 신부동 461-3

에이샵 신세계 마산점 055-240-1870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 10-3 신세계백화점 마산점 7층

레스모아 펜타천안점 041-904-6397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1289-1 펜타포트 2층 Backpackers 롯데 대전 042-601-2840 대전 서구 괴정동 423-1 롯데백화점 대전점 8층

레스모아 지웰청주점 043-238-8722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3379 지하 1층

e mart 대전터미널점 042-615-1205 대전시 동구 동서대로 1689 (용전동 63-3) 이마트 애플샵 4층

레스모아 롯데영플라자 청주점 4층 레스모아 청주점 043-255-0107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문로 2가 56-1

e mart 둔산점 042-479-1206 대전시 서구 둔산북로 41 애플샵 2층 e mart 천안점 041-620-1207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충무로 187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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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에이샵 현대백화점 대구점 053-245-3413 대구 중구 계산동2 가 200번지 현대백화점 대구점 B2F

에이샵 현대백화점 부산점 051-667-0775 부산 동구 범일동 62-5번지 현대백화점 부산점 7F 에이샵 갤러리아 진주점 055-791-1793 경남 진주시 평안동 195번지 갤러리아 진주점 6F 에이샵 디큐브시티 거제점 055-680-0158 경남 거제시 장평동 1211번지 디큐브시티 거제점 1F 윌리스 롯데백화점 광복점 051-678-3933 부산 중구 중앙동 7가 20-1 롯데백화점 아쿠아몰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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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goincase.kr 레스모아 부산대점 051-514-7029 부산 금정구 장전동 413-51 레스모아 광복동점 051-241-0057 부산 중구 광복동 2가 45-4 레스모아 서면점 051-819-4617 부산 부산진구 부전2동 194-1 레스모아 부산하단점 051-294-2420 부산 사하구 당리동 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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