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trum Issue 03. FALL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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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03 / FALL 2011

JAEHYUN KIM VERBAL Youngmean Kang vs Mari Kim

GOOD DESIGN GOOD PRODUCT




Editor’s Letter 유독 비가 잦은 여름이었다. 비가 오지 않은 날을 세는 것이 더 빠를 정도에다 일조량 은 예년 대비 삼십 퍼센트 정도 줄었다고 한다. 햇빛의 소중함을 느낀 나날들이었다 고 할까. 지긋지긋한 비가 어서 끝나길 바라는 마음과 어딘가 축 처지는 마음이 동시 에 내면을 파고든 그런 여름이었다. 곧 세 번째 스펙트럼이 발매된다. 인터뷰와 칼럼, 화보와 광고 페이지처럼 기존 잡 지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스펙트럼은 어딘가 조금 빗겨갔으면 했다. 스펙트럼을 만드 는 과정은 한 마디로 ‘서울 여행’에 가깝다. 여행의 중심에는 ‘픽토리얼’이 있다. 스 무 명 남짓한 이들의 공간에 찾아가서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공간과 인물을 사진 과 짧은 글로 녹여낸다. 알던 사람들도 몰랐던 이들도 있다. 세 권을 만들며 만난 인 물들만 거의 오십 명에 가깝다. 우리가 만난 이들은 모두 다른 생김새와 직업을 갖 고 있지만, 그들 각자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이들이었다. 폭우가 쏟아 지는 날에도, 땡볕이 살갗을 파고드는 날에도, 그들을 만나며 느낀 두근거림은 별 반 다르지 않았다. 인쇄 직전 잡지의 최종 버전을 볼 때, ‘이 사진을 쓰지 못해서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왕왕 있다. 한정된 지면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덜어낼 때의 한계랄까. 종 이로 무언가 표현하는 이들이 항상 느끼는 딜레마이겠지만, 한 권이 나올 때마다 뿌 듯함과 함께 아쉬움도 존재했다. 그래서 이번 호부터는 영상 팀이 스펙트럼의 서울 여행에 합류했다. 펜과 사진기가 담지 못하는 영역을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되 었다. 그 영상을 담을 그릇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여러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스펙트럼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담을까 항상 생각한다. 석 달에 한 번 나오는 잡지 이지만 매달 나오는 것처럼 고민한다. 편집자의 게으름을 반성하고 금번에 부족했 던 것을 다음에는 메워보려 한다. ‘이 잡지의 주제가 무엇인가요?’라고 누군가 물었 던 적이 있다. 스펙트럼은 이 도시, 이 나라에서 흥미로운 작업을 하는 이들에 대한 작은 퍼즐 조각이면서도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창이 되었으면 한다. 그들은 어떤 식으 로든 연결되어 있고 그것은 국가라든지 문화권을 나눈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편 집자로서, 백몇십 페이지를 통해 차분하고 열정적으로 동시대 문화의 현재와 현상 을 스펙트럼의 시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고 싶다. 이번 호에서 만나게 될 사 람들 또한, 여러분이 그러한 시각으로 한 장 한 장 넘겨주셨으면 한다. Editor 홍 석 우 4 SPECTRUM


Contents

ISSUE No.3 / FALL 2011

02 Editor’s Letter 06 Archive History of Incase Incase for Rostarr

12 People Jaehyun Kim Verbal

35 Article Fashion - 성범수 Design - MMMG Art - 이로 Book - 유도연 Street - 홍석우 Music - 김봉현 Tech - 박세림 Travel - 김도훈

52 Pictorial INCASE MEETS innovative people in this city

82 Gallery Youngmean Kang vs Mari Kim

98 Product Incase 2011 Product Guide

118 Store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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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of Incase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된 인케이스 Incase는 단순 한 캘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소비자들 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인케이스는 그들만의 크리에이티브 한 도전 정신과 서브 컬쳐를 절묘하게 접목해, 애플의 사용자뿐만 이 아닌 Fashion과 Art, Design, Music, Street, Tech 분야 에 관심이 있는 모든 소비자층에게 사랑받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 보이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케이스의 제품들은 세련된 디자인과 함께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 하는 훌륭한 소재들과 우수한 색감, 그리고 휴대와 수납이 용이한 실용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며, ‘A Better Experience through Good Design 훌륭한 디자인을 통한 탁월한 경험’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충족하는 모든 제품군은 애플의 기기들은 물론, 다양한 연령층과 직종,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 도록 디자인되었다. 포토그래퍼와 스케이트 보더, 그래피티 아티스트,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등 각자의 직종과 근무 환경에도 최적화되는 인케이스의 다양한 시각과 시도들은 그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강한 만족감과 제품에 대한 신뢰를 이끌어내며, 국내외 두터운 마니아 층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의 하이테크 액세서리 시장은 블랙과 그레이 등 다소 어둡고 차분한 컬러의 무채색 일변도로 컬러풀한 색상과 새로운 소재의 시도가 다소 부족한 상황이었고, 소비자들 또한 기존에 출시된 제 품들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시장 에서 인케이스는 새로운 소재와 컬러, 제품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제품들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인케이스는 제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은 완벽히 유지하며,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컬러, 그리고 수준 높은 프로 텍트 기능의 제품들과 국내 외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 션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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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Romon Kimin Yang A.K.A

Rostarr

Rostarr라고 알려진 Romon Kimin Yang은 한국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여러 장르를 망라하며 활동하는 컨템포러리 아티스트이다. 그는 매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적 언어인 “Graphysics”를 통해 작품 세계를 영위해 가고 있다. 사진 Jason Lew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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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인케이스의 9번째 curated by Arkitip 시리즈의 주인공인 아티스트 로스타rostarr 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여러 장르를 망라하며 활동하는 예술가이며 화가이자 영화 제작자이다. 로스타는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문화적 창작활동에 참여해왔다. 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디자인에서 스타일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를 추구하며 그가 자칭한 ‘그래픽직스 Graphysics’라는 자신만의 회화 기법을 사용하여 시각적 언어 를 토대로 한 작품 세계를 영위해 나가고 있다. ‘그래픽직스’는 기하학적 역동성이 특징인 그의 작품을 잘 묘사하는 표현 방법이다. 2001년 첫 번째 개인전 이후 빠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20년을 훌쩍 넘은 작품세계 안에 서 그래픽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선을 허물었다. 로스타의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화려한 색상 의 추상적 폴리모픽 페인팅과 토템식 아이코노 그래픽 캐릭터, 흑백 캘리그래픽 드로잉이 가 장 잘 알려졌다. 로스타는 아키팁과의 프로젝트 작업을 비롯하여 스케이트보드 데크 디자인, 나이키와 컨버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상업 광고 작업, O.H.W.O.W 갤러리와 퐁피두 센터의 개인전 및 그룹전 그리고 가장 최근 인케이스와의 공동 작업까지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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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bular Bells, 2011

Praefectus Breukelen, 2009

Black Flag II, 2008

With or Without Your Blessings, 2007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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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Incase의 9번째 Curated by Arkitip 시리즈의 주인공, 로스타Rostarr의 아 트워크를 담은 제품들인 15” MacBook Pro Sleeve 및 iPad 2용 Book Jacket를 한층 더 빛내주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 랑스Tour de France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들은 개인 간의 경쟁, 경주의 에너 지와 감정, 그리고 최종적으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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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tarr Snap Case for iPhone 4

Rostarr Snap case for iPhone 4 은 하드쉘 플라스틱 소재로 구성되어 있어 내구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인케이스가 자랑하는 플래쉬링 Flash ring 디자인으로 사진 촬영 시 왜곡 없이 깨끗한 촬영을 가능하게 합니다.

Rostarr Book Jacket for iPad 2

Rostarr Book Jacket for iPad 2는 제품 자 체로서의 스탠드 기능이 있어 영상을 볼 때 매우 효과적이며, 커버를 덮은 후 고정할 수 있도록 탄 력성 있는 보정 밴드가 장착되어 있어 안정적입 니다. 스탠드로도 사용 가능한 실용적인 Book

Jacket for iPad 2는 e-Book 또는 영화 및 영 상 등을 감상할 때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Rostarr Sleeve for iPad 2

캔버스코팅소재로 구성되어 있는 Rostarr

Sleeve for MacBook Pro 15”는 내구성이 우수한 코튼캔버스 구조로 방습기능 또한 강화 시켰습니다. 또한 내부는 Rostarr의 아트워크 로 누빔 처리되어 있어 외부 충격이나 스크래치 로부터 노트북을 안전하게 보호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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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design

Jaehyun Kim 김재현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정재환 Jae ChungJDZ ©image courtesy of Jardin de Chouette

김재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그녀가 제인에알리스Jane et Alice라는 여성복 레이 블을 압구정동에서 전개하던 무렵이었다. 그 후 쟈뎅드슈에뜨의 첫 번째 아 뜰리에에서 아주 잘 만든 여성용 셔츠를 보며 ‘남성복도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수년이 지나 쟈뎅드슈에뜨의 컬렉션을 보고선, 옷이 가진 힘에 압 도당했다. 유독 맑게 하늘이 갠 8월의 어느 날, 김재현이 새로 마련한 사무실 에 마주 앉았다. 이번 가을/겨울 시즌 프로젝트 중 하나인 트렌치코트의 가 봉 작업과 모 기업의 유니폼 샘플이 마네킹에 걸려 있었다. 문득 2009년 즈 음, 지금의 자리로 옮긴 쟈뎅 드 슈에뜨의 아뜰리에에서 마주친 제인에알리 스의 흔적이 생각났다. 그녀가 처음 시작한 레이블의 대문은 쟈뎅드슈에뜨 아뜰리에의 1층에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있었다. 그 문이 지 금의 쟈뎅드슈에뜨에게 어떤 연결고리가 되었을까 생각하는 사이, 자연스럽 게 대화가 시작됐다. 14 SPECTRUM


CREATIVE DIRECTOR OF ‘JARDIN DE CHO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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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것들을

슨 말인지 하나도 몰라서 백지를 냈다. 나중

좋아했나?

에 성적표 받으러 갔더니, 학교 직원들이 얘

김재현: 만들고 만지는 것들을 좋아했다. 아

는 백지 냈다고 깔깔거렸다. 다음에 ‘아르데

버지께서 방직회사를 하셔서 집에 체크무늬

코Art Déco’에 대한 시험을 봤는데 또 백지를 낸

셔츠감 같은 원단이 많았다. 손바느질해서

거다. 당시에는 너무 상심이 컸고 괴로웠다.

가방 만들고, 인형 옷과 이불을 만들었다. 어

사실 패션이 하고 싶었는데 집에 말을 못 했

렸을 때부터 손재주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다. 전공을 또 바꾼다고, 변덕이 심하다고 핀

그림 그리고 미술학원도 다녔다. 그러다 막연

잔 듣는 게 두려웠다. 큰 맘 먹고 부모님께 ‘패

하게 건축이 하고 싶었다.

션, 할까?’ 했더니 뜻밖에 쉽게 승낙받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파리 에스모

그러면 어린 시절부터 패션 디자이너가 꿈인

드ESMOD Paris; 프랑스 파리의 패션 전문 교육기관 에 갔다.

건 아니었나?

그렇게 패션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건축가가 되고 싶었다. ‘아키텍처architecture’라는 말 자체도 멋있고. ‘건축하려면

막연한 어릴 적 꿈이던 건축가에서 조소과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 하는 건 전혀 생각하

방향을 틀고, 결국 패션을 하게 됐다. 유학 생

지 않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이과에 갔는

활을 돌아보면 어땠나?

데, 수학과 물리가 영 어려웠다. 결국 예능반

내 인생의 황금기? (웃음) 대학교 졸업을 하

으로 옮기고 비슷하게 만드는 쪽이라 생각한

고 가니까 나이가 두 살 줄었다. 스물두 살로

조소과에 지원했다.

시작하는 거다. 3개월 정도 뚜르Tours라는 곳 에 있었다. 그때 한국에서 입던 옷들을 가져

조소과라니, 놀랍다. 그럼 어떻게 패션을 시

갔다. 하용수의 베이직BASIC, 이태원과 용산

작하게 된 건가?

에서 산 보세와 맞춤 정장, 아니면 캐쥬얼한

어렸을 때부터 옷에 관심은 많았지만, 옷으

구제 청바지 같은 것들이었다. 학교에서는 정

로 무언가 해보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장을 입고 다녔다. 나를 보는 이탈리아 친구

적이 없었다. 그러다 대학교 3학년 즈음, 졸

들은 완전히 이탈리안 같다며 좋아했다. (웃

업 후 진로를 생각하다 문득 공간을 구성하

음) 그렇게 지내다가 파리에서 그림 그리는 예

는 디스플레이display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술가 남자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가 감각적인

홍대 앞 디자인 학원에서 디스플레이 강좌를

부분을 눈뜨게 해줬다. 예술가 친구들은 돈

들었는데 웬걸, 그림을 가르쳐주더라. (웃음)

이 없어서 티셔츠 하나를 몇 년씩 입다 보면

‘이것도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계속 미술

검정이 회색이 된다. 그런 게 무척 좋아 보였

공부를 하러 유학을 마음먹었다. 어학 공부

다. 예술가들의 옷 입는 방식을 보면서 새로

하다가 편입하려고 했다. 가서, 편입시험을

운 걸 느낀 셈이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차려

보는데 굉장히 어려웠다. 할아버지 교수님

입은 것 아니면 ‘미국다운’ 것이 전부였는데,

이 카세트 플레이어를 가져와서, 칠판에 문제

파리에서 캐쥬얼한 옷들의 자연스럽고 쿨한

다섯 개를 썼다. 카세트 듣고 쓰라는 거다. 무

느낌을 알게 됐다. 한눈에 어우러지게 보이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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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는 느낌이랄까. 한 번은 조셉Joshep 바지가 유

감사님이 파리에서 유학 다녀온 세 명에게 작

럽을 강타했다. 밑위가 짧은 로우 웨이스트

은 방 하나를 줬다. 나중에 보니 그곳을 ‘파리

low waist

바지였다. 그런 바지를 거의 찾아볼

방’이라고 불렀다. 우리끼리 품평도 하고 그

수 없던 시절이었다. 요즘은 직접 입고 다니

랬는데 8개월 만에 해체했다. 그 후 나는 정

는 옷에 대해서는 별 재미를 못 느끼지만, 그

보실, 다른 동료들은 디자인실과 VMDVisual

때는 정말 하나 마음에 들면 할인판매를 할

Merchandising; 비주얼 머천다이징

때까지 기다려서 사고, 잠들면 꿈에도 나오

한 3년 다니다가, 신세계 인터내셔널에서 분

던 시절이었다. (웃음)

더샵BOON THE SHOP이라는 편집매장을 만든

부서로 흩어졌다.

다는 얘길 들었다. VMD 일과 스타일리스트 유학을 마치고 다시 한국에 들어와서는 어

일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처

땠는가?

음 생겼던 분더샵 1층은 완전히 빈 공간이었

파리에 있다가 에스모드에 들어가기 얼마 전

고, 지하에 일본과 벨기에 디자이너 의류가

이었다. 한국에 잠깐 나왔는데, 한섬Hansome;

들어와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매장을 꾸몄

에 다니던 친구가

다. 아트와 패션의 만남이라고 해서, 예술 하

회사에 놀러 오라고 했다. 그때 한섬의 문 감

는 친구들과 1층을 꾸몄다. 서혜영이라는 친

사님을 처음 뵀다. 파리에 의상 공부하러 유

구 작가는 블록으로 매장 전체를 밤새서 꾸

학 간다고 말씀드리니까, 나중에 파리에서

민 적도 있다. 시장 가서 재료 사다가 벽 뚫

보자고 하면서 친분이 생겼다. 그러고는 출

어서 만들고, 기자들에게 설명해주고, 별거

장 오시면 같이 다녔다. 그때는 인터넷도 없

다 했다. 그렇게 일하는데 뭔가 아닌 것 같았

을 때라 잡지에 나온 토막 기사를 보고 새로

다. 다시 옷이 하고 싶어서 그만뒀다. 그 후

운 매장에 가던 시대였다. 그런 식으로 한국

에도 매장 디스플레이 일은 2년 정도 더 프

오기 전까지 한섬 디자이너들과 감사님과 옷

리랜서로 했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의류회사

얘기하고, 아르바이트 식으로 모니터링도 했 다. 서울에 오자마자 다음 날부터 한섬 디자

그 무렵, ‘제인에알리스’를 시작하게 됐다.

이너로 취직해서 출근하게 됐다. 그때가 서

유학생 시절, 파리 마레Le Marais 지구의 작은

른한 살이었다. 일단 나이가 많고 경력도 없

공방에서 재봉틀 하나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지 않나. 에스모드 파리를 졸업하고서 서울

있었는데 그렇게 부러웠다. 일하고 싶으면 하

로 돌아가기 전에, 바바라 부이Barbara Bui에

고, 문 닫고 싶으면 닫고, 팔리면 팔고. 그 생

서 인턴 생활하고, 스위스 디자이너 브랜드

각을 하면서 2001년, ‘제인에알리스’라는 브

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서울로

랜드를 만들고 10평33평방미터 짜리 매장을 시

돌아와서 일하다 보니 사회 부적응자가 되는

작했다. 그렇게 2년 정도 제인에알리스를 하

것 같았다.

던 중 신세계 인터내셔널에서 새로운 브랜드 를 준비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제인에알

회사 시스템과 안 맞았던 걸까?

리스를 운영하면서 생각한 문제점을 보완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니까. 그때

서 만든 작업이 쟈뎅드슈에뜨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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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년 반을 준비했는데, 회사에서 사업성이

으로 비슷한 디테일이 쭉 이어지면 좋겠지만,

없다고 판단하곤 중지하게 됐다. 그렇다면

중간에 끊기고 계속 새로운 걸 하는 방식은

혼자 나가서 해보고 싶은 마음에 얼마의 돈을

뭔가 아니었다. 그래서 정체성이 담긴 상징이

주고 인수했다. 청담동의 한 빌딩 6층에 쇼룸

필요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브랜드의 캐

을 만들고, 제인에알리스를 쟈뎅드슈에뜨로

릭터가 있어야 했다. 슈에뜨는 올빼미라는 뜻

바꾸고 새롭게 시작한 거다.

도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정말 많이 쓰는 감 탄사인데,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 올빼미의

제인에알리스는 작은 공방에서 만드는 여성

묘한 느낌이 내게는 특이하고 우아하게 다가

복에 대한 기대로 시작한 셈인데, 어떤 문제

왔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맞는 이미지였다.

점들을 느꼈나? 브랜드에 ‘상징symbol ’과 ‘정체성identity’이 있

‘쟈뎅드슈에뜨’로 디자이너 김재현의 첫 컬렉

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쟈뎅드슈

션을 열었다. 컬렉션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에뜨에서 슈에뜨chouette 는 부엉이, 쟈뎅jardin

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이 가든garden, 즉 정원이다. 부엉이의 모체가

원래는 회의적이었다. 바바라 부이에서 일

되는 ‘공간’이다. 브랜드 이름을 지을 때부터

할 때 경험한 컬렉션은 프레스와 바이어가 보

일종의 멀티숍multi shop 개념을 생각했다. 그

고, 그날이나 다음날 수주회에서 바잉하는

래서 캐릭터도 만든 거다.

것이었다. 컬렉션은 물건을 파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반해 우리는 ‘클라이언트’가

감사님이 파리에서 유학 다녀온 세 명에게 작은 방 하나를 줬다. 그곳을 ‘파리 방’이라고 불렀다. 우리끼리 품평도 하고 그랬는데 8개월 만에 해체했다.

없지 않나. 금전적인 여유도 없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보여주는 어떤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잘 차려입은 여자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 말 이다. 지금은 드레스 업 문화를 갖춘 파티가 많이 생겼지만, 당시만 해도 ‘어디 선 보러 가 느냐’고 묻던 시대였다. 그래서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했다. (웃음) 첫 컬렉션은 꼭 야외 정원에서 하고 싶었다. 당시 친구가 리츠 칼

쟈뎅드슈에뜨를 만들면서, 제인에알리스는

튼 호텔에서 일했는데, 호텔 안의 식당 정원

없어졌다.

을 보니 얼추 괜찮을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쟈뎅드슈에뜨는, 말하자면 업그레이드 버

컬렉션을 하기 마땅한 곳은 아니었다. 쇼를

전이었다. 옷만 만들어서 내놨을 때 제인에

준비하던 대행사에서는 물론 반대했다. 런웨

알리스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부족한 때였

이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꼬불꼬불한 길을

다. 그래서 손길이 들어간 뭔가를 계속 넣은

걷던 모델들이 나무에 머리가 걸리면 손으로

거다. 옷도 다 세탁하고, 자르고, 자수 놓는

들추면서 걸었다. 그런 게 재밌었다. 그렇게

걸 많이 했다. 그때는 그게 재밌었다. 그런 식

초창기에는 일 년에 한 번씩 쇼를 하게 됐다.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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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외부에서 볼 때에는 ‘조력자’들이 참 많아 보

이 질문은 많이 받았겠지만 한 번 물어보겠다.

인다. 어떤 점이 쟈뎅드슈에뜨의 매력일까?

디자이너 김재현이 생각하는 ‘좋은 옷’이란?

그들은 친구이자 조력자이고 고객이다. 입

정말 신경 써서 만든 옷. 한눈에 볼 때 봉제,

을 때 기분이 좋아야 하고, 옷을 통해서 돋보

원단, 디테일이 완벽하게 떨어지는 게 좋은

여야 한다. 오래 입을 수 있고, 비싼 돈을 주

옷이다. 오래 고민해서 만들면 확실히 괜찮

고 사도 아깝지가 않다는 느낌도 중요하다.

은 옷이 나온다. 입을지 안 입을지도 생각하

또, 친구가 하는 거라서 남다른 점도 있을 것

지 않고 만들면 옷에도 드러난다. 감탄사가

이다. ‘내 친구가 만든 옷이야’라고 하면 뭔가

절로 나오는 몇 개의 브랜드가 있다. 루시앙

재밌잖나. 새로운 시각이기도 하고. 그런 게

펠라-피네Lucien Pellat-Finet라든지 마스터마

잘 맞물리면서 지금까지 왔다.

인드 재팬Mastermind Japan 같은 옷들 말이다. 무척 클래식하고 기본적인 아이템에 굉장한

‘옷’ 얘기로 넘어가 보자. 처음 쟈뎅드슈에뜨

아이디어 한 가지가 들어가고, 품질은 예술

옷를 봤을 때, 굉장히 고급스럽고 역동적이라

로 좋다. 하나 갖고 있으면 몇십 년을 입을 수

고 생각했다. 마초macho의 강력함이 아니라,

있는 그런 옷이다.

여성적이면서 옷 자체의 힘이 있었다.쟈뎅드 슈에뜨로 보여주고 싶은 옷은 어떤 것인가?

요즘 패션은 빠르게 많이 바뀌고 있다. 더

처음에는 심플하면서 힘이 있고, 고급스러우

많은 편집매장이 생기고, 디자이너들의 데

면서도 질리지 않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뷔 경로 또한 다양해졌다. 특히 2000년 중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쇼를 하면서 계속 새

반 이후에는 오프닝 세레머니Opening Ceremony

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기

와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처럼 새로운 종

시작했다. 컬렉션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느낌

류의 편집매장과 디자이너가 강세인 느낌이

이 들면서, 다시 처음 생각했던 마음처럼 가

다. 그런데 쟈뎅드슈에뜨는 그러한 ‘뉴 타입

야지 싶었다. (세컨드 레이블인) 럭키슈에뜨

new type’보다는 좀 더 고전적인 느낌이 든다.

Lucky Chouette 를 처음 만들 때의 생각은, 쟈뎅

사실, 내 이름을 걸고 디자이너 브랜드를 하

드슈에뜨를 입고 싶지만 비싸서 못 입는 젊

고 싶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게 세계적이지

은 여성들을 위해 후디hoodie라든지 스웨트셔

않다고 생각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츠처럼 기본적인 아이템을 좋은 소재로 만들

Dior 같은 외국 디자이너 이름은 역사도 있고,

고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 것이었다. 지금

사람 이름이라기보단 고유명사가 되어 버렸

은 (쟈뎅드슈에뜨와) 콘셉트가 분리되어 있

지만, 한국 이름은 자꾸 ‘개인’처럼 보이는 거

는데, 새로 나올 옷들은 좀 더 쟈뎅드슈에뜨

다. 나는 디자이너보다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에 가까울 것이다. ‘럭셔리’를 원하면서도 나

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리고 원래 ‘회장님’이

이 어린 사람들이 입고 싶은 옷처럼 말이다.

되고 싶었던 사람이다. (웃음) 옷을 만들 때

여기 옷은 믿고 살 수 있는, 품질과 아이디어

잘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실무를 맡기고

모두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다시 초심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싶다.

으로 돌아가는 시기에 왔다. 22 SPECTRUM


그러기 위해선 계속 컬렉션을 하고, 회사가

에 들어간 최초의 사례였다. 일단 버텨야 한

커지고, 레이블이 확장돼야 할 텐데…?

다. 우리는 지금도 ‘스틸 서바이브still survive’

처음에 쟈뎅드슈에뜨를 편집매장에 판매할

이다. 그래야 후배 디자이너들이 보고 배울

때, 옷에 붙이는 라벨도 하나에 몇천 원씩 파

게 있을 것이다.

리에서 다 만들어왔다. 그걸 사간 손님들이 집에 가서 보니까 ‘메이드 인 코리아’여서 환 불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게 4~5년 전 분더 샵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금은 우리 분더샵 에서 쟈뎅드슈에뜨를 찾는 우리 고객들이 생 겼다. 시간이 가면서 그렇게 됐다. 그렇다면, 지금 쟈뎅드슈에뜨의 ‘고민’은 무 엇인가?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다. 지금

한눈에 볼 때 봉제, 원단, 디테일이 완벽하게 떨어지는 게 좋은 옷이다. 오래 고민해서 만들면 확실히 괜찮은 옷이 나온다. 입을지 안 입을지도 생각하지 않고 만들면 옷에도 드러난다.

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일까. 매장을 몇 개 내서 규모를 키우든, 아니면 아예 작은 규

‘마루타’라고 표현했는데, 비슷한 과정을 겪

모로 가든, 그 고민을 1년째 하고 있다. 대기

게 될 후배 디자이너 중에서도 눈에 띄거나 관

업에 들어가서 일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아직

심 가는 이들이 있나.

결론은 못 내렸다. 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지는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은 다들 잘한다. 기본

데 막상 내부적으로 보면 회사가 주먹구구식

적인 감각과 특유의 감성이 있다. 그리고 요

으로 돌아가는 부분이 있다.

즘 크게 느끼는 점이 있다. 가령 내가 생각하 는 ‘클래식’이 있는데, 내가 그 옷을 만들었을

말하자면 대중적으로 확장할 것인지와 지금

때와 똑같은 걸 젊은 디자이너가 만들었을 때

의 규모를 유지한 고급지향 기성복 사이의 고

의 느낌이 확 다르다. 예를 들어 파리에서 유

민인가?

학할 때,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매장에

브랜드의 성격과 품질은 규모가 커지면 변하

잘 가지 않았다. 물론 입으면 멋지겠지만, 동

는 게 아니라 당연히 좋아져야 한다. 그런데

시대적이지 않았던 거다. 반대로 요즘 젊은

회사의 규모는 매출과 직접 관련이 있지 않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보면, 해석하는 방식

나. 지금은 규모는 커지는데 매출은 제자리

이 무척 새롭다. 특히 올슨 자매가 하는 ‘더 로

걸음이다. 밖에선 굉장히 장사가 잘되는 것

우The Row’ 같은 브랜드는 옛날에 다 존재하던

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

옷인데도 요즘 옷 같다. 똑같은 옷도 옛날과

대치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젊은 디자이

지금 만드는 옷이 다르다. 그래서 나도 ‘정신

너들은 나를 ‘마루타’처럼 볼 수도 있겠다. 어

차려야겠구나’ 생각한다. ‘늙은 옷’을 만들면

쨌든 스스로 여기까지 온 건 대단하다. (웃음)

안 되니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쟈뎅드슈에뜨는 한국 디자이너가 편집매장 FALL . 2011

23


PEOPLE

똑같은 옷도 옛날과 지금 만드는 옷이 다르다. 그래서 나도 ‘정신 차려야겠구나’ 생각한다. ‘늙은 옷’을 만들면 안 되니까.

쫓아오는 사람 없으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천 천히 차분하게 갔으면 한다. 하루아침에 되 는 일은 없다. 그리고 이제는 디자이너가 옷 만드는 것 외에도 할 일이 너무 많다. 또한, 다 른 업종과의 교류도 중요하다. 그래픽, 음악, 다양한 다른 작업들…. 예전에는 옷만 좋으 면 그만이었지만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동일 시하는 때도 늘어난다. 점점 더 시각적인 세 상이 되기 때문에, 디자이너들도 스스로 보

결과적으로 쟈뎅드슈에뜨가 나아갈 방향은

여주길 즐기면 장점이 되는 듯하다. 사람들과

어떤 길인가?

충돌이 조금 있는 것도 나쁘진 않다. 사실 그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 원칙은 유지할 것이

런 게 있어야지 좀 더 돈독해진다.

다. 디자인적으로는, 클래식이지만 뭔가 새 로워야 한다. 디테일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마지막 질문이다. 요즘의 관심사가 있다면.

아주 미세한 한끝 차이에 대해 많이 고민한

서핑, 그리고 건강. 몸과 정신적인 건강 모두.

다. 클래식이지만 ‘지금’의 옷이어야 한다. 거 기에 쟈뎅드슈에뜨만의 것이 합쳐져야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옷만 봐도 ‘이건 쟈 뎅드슈에뜨’라고 생각하는 날이 오길 바란

_

다. 이제 십 년이 됐지만, 이십 년 후에는 지금

종종 김재현을 볼 때마다 나는 그녀의 여유

보다 훨씬 성숙하고, 라인도 훨씬 안정되고,

로운 분위기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궁금했

더 길게 할 방법을 찾는 거다. 계속 찾아가는

다. 인터뷰를 위해 만나기 전, 김재현을 마지

과정이다. 갈 길이 멀다.

막으로 본 것이 아직 봄기운이 남은 5월의 토 요일이었고 그녀가 아뜰리에 마당에 키우는

지금의 김재현과 쟈뎅드슈에뜨를 본보기 삼

화초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

아 공부하는 학생과 디자이너도 많을 것이

른다. 꽤 오랜 시간 문답을 주고받으면서 어느

다.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정도 닮고 싶었던 그녀의 ‘여유로움’이란, 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한 살이

치 호수 위의 백조에게서 사람들이 놓치고 있

라도 어릴 때 일단은 그냥 질러야 한다는 거

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의 쟈

다. 디자이너를 하고 싶다면, 3~4년 정도 회

뎅드슈에뜨는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

사엔 다니면서 실무와 시스템을 배우는 것도

던 것처럼 보이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김재

좋다. 회사 생활은 어렸을 때 아니면 할 수가

현은 우리가 보지 못한 시간에도, 아직 다가

없으니까 4~5년까지도 괜찮다. 경험을 쌓

오지 않은 시간에도 쟈뎅드슈에뜨를 생각할

고, 서른에서 서른세 살 정도에 자기 브랜드

것만 같다. 그 아름다운 옷들이 생산되는 아

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누구 뒤에서

뜰리에 어딘가에서 말이다. s

24 SPECTRUM


www.jdchouette.com www.luckychouette.com twitter@jdchouette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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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terview

music

Verbal

From M-Flo/ TERIYAKI BOYZ® バーバル / 유영기 / 柳榮起 / Yu Young-kee

interview & text 홍석우 Hong Sukwoo translate 양민재 Hana ©image courtesy of Verbal

2000년대 중반 문을 연 허니컴Honeyee.com이라는, 블로그로 유명한 웹매거진 이 있다. 스니커즈와 스트리트 패션에 관심이 많던 청년들은 일본 도쿄 하라주 쿠를 이끌어 가는 이들의 현재가 담긴 그곳에 말 그대로 ‘빠져들었다’. 청년들 은 그때에도, 대한민국 서울에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무언가 꿈틀거리는 시 대를 목격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전 세계 창조자들이 모인 그곳을 부러 운 마음으로 들여다보았다. 그맘때 듣던 노래들은 종종 청년들을 과거로 데려 간다. 리사Lisa라는 매력적인 보컬리스트가 신 나는 비트에 맞춰 부르던 노래를 수소문하니, 초등학생 친구 사이인 래퍼와 프로듀서가 의기투합해 만든 그룹 이 나왔다. 그들의 이름은 엠플로M-Flo였다. 엠플로 안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 던 멤버, 버발Verbal은 음악이라는 장르 안에서만 있기에는 세상이 궁금했다. 지금 그의 이름은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다. 수많은 파티와 뮤직 페스티벌, 테 리야키 보이즈Teriyaki Boyz®와 엠부시AMBUSH®, 그리고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코즘 에이전시KOZM® Agency까지…. 버발이 서울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추진한 인터뷰는 촉박한 시간 탓에 서면으로 대신했다. 그의 이메일 이름은, ‘버발’이 아닌 자신의 한국어 이름을 영문으로 쓴 ‘유영기Young-kee Yu’였다. 26 SPECTRUM


A PRODUCER AND MC, DJ AND DESIGNER. CREATIVITY WITHOUT BOUNDARIES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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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홍석우: 당신은 중고등학교 때 어떤 학생이

에 다닐 무렵이던 1998년의 겨울이었다(버

었나?

발은 보스턴 컬리지Boston College에서 철학과

버발Verbal: 초등학교 시절에 ‘힙합’을 처음 접

마케팅을 전공했다). 겨울방학이라 잠시 일

하면서, 동시에 스케이트보드에 빠지게 됐

본에 돌아와 있을 때, 타쿠와 함께 바브라 스

다. 중학생 시절부터는 친구들과 매일 스케

트라이센드Barbra Streisand의 ‘디 웨이 위 워The

이트보드를 탔다. 친구들과 모여 힙합 음악

Way We Were’의 커버곡을 만들었다. 그 후로도

을 듣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꽤 많은 곡을 함께 작업했는데, 친한 친구였

음악에 대해 관심 두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던 리사가 보컬리스트로 들어오면서 1999

일본으로 이사 오면서, 세인트 메리 국제 학

년, <The Tripod E.P.>를 발매한 것이 계

교St. Mary’s International School을 다니던 고등학

기가 되어 데뷔하게 됐다. 하지만, 엠플로

생 때 처음으로 밴드 N.M.D.를 결성했다.

의 스튜디오 앨범 2장(<플래닛 샤이닝Planet

그때부터 독학으로 작곡과 작사를 하고, 친

Shining >, <엑스포 엑스포Expo Expo>)을 낼 때까

구들과 라이브를 하면서 지냈다. 덧붙이자

진 보스턴과 일본을 계속 왕래하며 지냈다.

면, 엠플로의 타쿠Taku Takahashi와는 초등학

본격적인 직업 음악인으로서 작업에 전념해

생 시절부터 친구였다. 고등학교 때 만든 밴

활동한 것은, 2003년 크리스탈 케이Crystal

드도 타쿠와 만든 그룹이었다.

Kay와 함께 시작한 싱글 <m-flo loves…> 시

리즈를 시작으로 3번째 스튜디오 앨범 <아스 어릴 때 좋아했던 것들은 무엇인가?

트로맨틱Astromantic>을 발매한 때부터였다.

영화를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SF와 호 러 무비들. 그리고 모든 게임과 만화マンガ; 망가

개인적으로 2000년대 초반 엠플로 음악은 항

에 푹 빠진 소년이었다.

상 내 엠디 플레이어 속에 있었다. 특히, <m-

처음 ‘음악’을 접했을 때, 기억하고 있는지?

flo loves…> 시리즈의 첫 번째 곡이었던 크 리스탈 케이 피쳐링의 ‘리와인드!Reeewind!’부

어릴 때 처음 접한 음악은 내 또래의 누구나

터 이어지는 싱글은 압권이었다. 당신이 처

그렇듯이 애니메이션 주제가アニメソング; 아니메송

음 데뷔 앨범을 만들 때, 어떤 뮤지션들이 큰

였다.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마돈나Madonna

영향을 주었나?

를 듣고, 런디엠씨Run–D.M.C.를 듣게 됐다. 특

다양한 아티스트를 좋아하지만, 역시나

히 런디엠씨의 ‘이츠 트릭키It’s Tricky’ 같은 트

1998년부터 2000년의 시절에는 쿨 키스

랙을 알게 된 것은, 일종의 문화적인 충격이

Kool Keith,

었다.

Company Flow만을

포티셰드Portishead, 컴퍼니 플로우 들었던 시절이라 굉장한 영

향을 받았다. 당신의 이력을 보면, 처음부터 ‘음악’을 직업 으로 삼으려 했던 것 같진 않다. 언제부터 본

당신은 뮤지션으로서도 활동하지만 ‘프로듀

격적으로 음악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나?

서’로서도 다양한 뮤지션들 - 보아BoA, 크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서, 보스턴의 대학원

리스탈 케이Crystal Kay, 아무로 나미에Amuro

28 SPECTRUM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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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SPECTRUM


Namie, 마드모아젤 율리아Mademoiselle Yulia

작업했다. 자신의 음악을 만들 때와 다른 뮤지

내면서 처음 솔로로 활동할 때 가장 많은 고민 을 했다. 엄청난 공부가 되었다.

션들과 작업할 때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난 자기 자신을 위해 음악을 만들기보단 다

‘음악’ 외의 작업들도 궁금하다. 2011년 현

른 사람을 위해 곡을 프로듀스하는걸 좋아한

재, 당신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다. 예를 들어 보아와 곡을 만들었을 때(<m-

앰부시와 코즘 에이전시의 최고경영자CEO이

flo loves BoA; the Love Bug >)는 그녀 와 대화했던 내용을 토대로 가사를 썼다. 곡

자, 리복 아시아 퍼시픽의 크리에이티브 디렉

의 느낌도 내가 단독적으로 “이게 좋아” 라고

로보츠 투어ANGREE YUNG ROBOTZ TOUR라는 이

하기보단 그녀가 그때 빠져 있던 음악을 참조

름으로 디제이/ 라이브 투어를 한다. 또한 올

해가면서 음악을 만들었다. 이러한 작업 과

연말에 엠플로의 새로운 앨범을 낼 계획으로

정은 무척 중요한데, 가수가 기분 좋게 부를

타쿠와 스튜디오에서 곡 작업을 하고 있다.

터를 맡게 되었다. 음악적으로는, 엥그리 영

수 있는 곡이 (대중에게도) 멋지게 들리기 때 문이다.

무척 바쁘겠다! 당신의 부인이자 디자이너 인 윤Yoon과 만든 디자인 브랜드 ‘앰부시’ 또

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지만, 언제나 본거지ホームベース; 홈베이스는 엠플로라고 생각한다.

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어떻게 시작한 건가? 원래 윤과는 보스턴에서 만난 사이였다. 엠 플로 데뷔 전부터 만나 교재가 시작될 무렵, 일로 인해 일본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원 거리 연애가 계속됐다. 그래서 윤에게 일본 으로 이주해주길 부탁했다. 이미 대학을 졸

엠플로 활동 외에도 다양한 음악 작업을 병

업한 다음, 보스턴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행하고 있다. ‘엠플로’로 활동할 때와 ‘테리야

활약하던 그녀는 ‘일본에 가게 된다면 일을

키 보이즈’, 그리고 솔로 활동할 때의 차이점

윈해’라고 했다. 가까이 있으면서 일도 함께

이 있다면?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엠부시라는 회사 설

엠플로는 끝나지 않았다. (웃음) 나는 다양

립의 계기였다. (웃음)

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지만, 언제나 본거지ホームベース; 홈베이스는 엠플로라고 생각한

그렇다면 아직 앰부시를 잘 모르는 한국의 스

다. 엠플로는 엠플로밖에 낼 수 없는 소리가

펙트럼 독자들을 위해, 디렉터인 당신이 생

있고, 테리야키보이즈로 활동할 때에는 각기

각하는 ‘앰부시’는 어떤 브랜드인가?

다른 멤버와 함께 신 나게 곡을 만들기 때문

기본적으로 ‘무슨 일이든 허용된다Anything

에, 엠플로에선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

Goes’라는

이 나온다. 나는 다양한 사람과 곡 작업을 하

브랜드이다. 음악과 예술처럼, 우리가 영향

는 것을 좋아해서, 올해 <비져네어> 앨범을

받는 모든 것을 받아들여 매일 즐겁게 해줄 수

브랜드 콘셉트로 전개하는 쥬얼리

FALL . 2011

31


PEOPLE

있는 ‘포터블 아트Portable Art’적인 쥬얼리를 만

음악에서의 공동작업과 비슷한 점은, 우리에

들고 있다.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빅 션Big

게 없는 에너지와 자극을 받는다는 점이다.

Sean,

레이디 가가Lady Gaga를 비롯해 최근에

예를 들면 엠부시는 원래 의류를 다룬 적이

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와 OFWGKTATyler,

없기에 탑맨과의 작업은 무척 즐거웠다. 최

The Creator & Odd Future Wolf Gang Kill Them All 도

근 베이프와 함께 한 작업도 쥬얼리가 아닌 크

용해주었다. 최근에는 한국의 아티스트들도

리프스타CREEEPSTA라는 스니커즈를 만든 것

꽤나 많이 앰부시 쥬얼리를 착용해주고 있다.

이었다. 앰부시로서는, 표현의 폭이 좀 더 넓 어질 수 있었다.

음악에서의 공동작업과 비슷한 점은, 우리에게 없는 에너지와 자극을 받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엠부시는 원래 의류를 다룬 적이 없기에 탑맨과의 작업은 무척 즐거웠다.

또한 현재 리복 아시아 퍼시픽의 크리에이티 브 디렉터가 되었다. 그 뉴스를 처음 듣고 무 척 흥분했다. 당신이 리복 클래식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비밀이다. (웃음) 아 니, 하지만 스니커즈 이외에도 리복이라는 브 랜드를 통해 여러 가지 다양한 표현을 해나가 고 싶다. 기대해달라.

당신과 윤의 브랜드 앰부시를 떠나서, 당신은

당신의 작업은 크게 ‘음악’ 그리고 ‘패션’을 기

음악계의 ‘패션 아이콘’처럼 보인다. 원래부

반으로 한 크리에이티브로 요약할 수 있을 것

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나?

이다. 그러면서도, 코즘 에이전시를 통해, 마

원래부터 패션이 좋았다기보다는, 존경하는

드모아젤 율리아 같은 도쿄의 아티스트를 발

아티스트를 흉내 내는 것이 시작이었다. 어

굴하기도 한다. 마드모아젤 유리아와 당신은

린 시절 접한 힙합과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주

무척 돈독해 보인다.

요 루트여서 처음에는 그 영향을 많이 받았지

처음 율리아를 만난 건 다프트 펑크Daft Punk

만, 기본적으로 새로운 모든 것을 좋아했다.

가 일본에 온 2007년이었다. 먼저, 그녀의

다양한 옷을 도전해오던 중 지금 같은 모습

패션과 존재감이 엄청났기에 신경 쓰였다. 그

을 하게 되었다.

맘때, 클럽의 같은 이벤트에서 함께 디제잉 을 하는 일이 많아졌고 그때부터 사이가 좋

또한 앰부시는 다양한 로컬/글로벌 브랜드와

아졌다.

공동작업collaboration을 한다. 탑맨TOPMAN, 게오르그 옌슨George Jensen, 하입 민즈 나띵

곧 마드모아젤 율리아의 첫 번째 솔로 앨범도

Hype Means Nothing, 베이프BAPE®…. 이러한 공

나오는 것으로 안다. 제작자로서 후배 아티

동작업은 당신과 AMBUSH에게 어떤 느낌

스트를 보는 기분은 어떤가?

으로 다가오는가?

2년간 차분히 만들어온 앨범이므로 굉장히

32 SPECTRUM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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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flo.com http://www.teriyakiboyz.com http://www.ambushdesign.com http://www.kozm-agency.tv http://blog.honeyee.com/verbal twitter@ambushdesign 34 SPECTRUM


‘율리아스러운’ 버라이어티가 풍부한 앨범이

2011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계획은?

되었다. 제작자라기보단 아버지의 기분에 가

2011년 안에 엠부시의 새로운 시리즈를 전

까울 수도…. ‘겨우 딸의 무대가 펼쳐졌다!’ 같

개하고, 가을부터는 한국에서도 전개를 시

은 느낌이랄까? (웃음)

작할 예정이다. 코즘 에이전시의 가장 큰 기 대주, 아티스트 율리아의 첫 번째 스튜디오

지역의 색깔이 깃든 히어로와 헤로인이면서,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진 아티스트.

앨범 데뷔도 올해 이뤄진다. 리복과의 런칭 이벤트를 열고, 엠플로의 새 앨범을 올해 발 매하는 것도 포함된다. 서울의 크리에이터들이나 아티스트들과 앰 부시 등을 통해 공동작업할 생각도 있는가? 누군가 소개해달라.

당신이 바라본 2011년의 도쿄 크리에이티브 씬Creative Scene 은 어떤 모습인가? 예를 들어

마지막으로, 스펙트럼 매거진의 독자들에게

2011년의 서울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것들

한 마디 부탁한다.

이 생기면서, 충돌하고, 또 다른 작고 새로운

이제부터 한국에 갈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

것들이 기존의 커다란 것들과 다른 모습을 보

기에 잘 부탁합니다. 다음에 디제이/라이브

여주는 듯하다.

할 때는 놀러 와주세요!

2011년은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있어서 일본 전체가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_

반대로 곤란에 빠져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의 다양한 작업을 항상 흥미롭게 지켜보면

더 굶주리면서도 재미있는 아티스트들이 싹

서, 그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느낀 것은 ‘어떻

을 키워나가고 있다. 미국에서 OFWGKTA

게 이것들을 전부 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가 만들어진 것처럼, 어떤 움직임movement가

었다. 서면 인터뷰로는 궁금증에 대한 해답

있는 지금은 젊은이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

이 대번에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에서

다. 그들이 음악, 패션, 테크놀로지를 구사하

그를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됨됨

면서 여러 가지 방면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

이를 유추해보았다. 다급한 연락에도 최대한

꿔가고 있다. 2012년이 엄청나게 기대된다.

빠르게 답장을 주고, 조금은 으스대도 될 텐 데 누구에게나 정중하고 깍듯하게 행동한다

코즘이 ‘넥스트 율리아’로서 아티스트를 가려

고, 그와 만났던 사람들의 칭찬은 끊이지 않

낸다면, 당신의 기준은 무엇일까…?

았다. 아마도 올가을 버발이 다시 서울에 온

지역의 색깔이 깃든 히어로와 헤로인이면

다면 그때에는 이 인터뷰가 실린 책을 주고,

서,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카리스마를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자극받고, 무언가

가진 아티스트. 그런 사람을 더욱더 모집하

이곳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지 않

고 있다.

을까. 조금 더, 진득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s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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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SPECTRUM


ARTICLES

성범수 Fashion

G D DESIGN G D PRODUCT

MMMG Design 이로 Art 유도연 Book 홍석우 Street 김봉현 Music 박세림 Tech 김도훈 Travel

‘아티클’은 매 호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인물들이 얘기합니다. 때로는 잡지 기사처럼, 일기처 럼, 혹은 보고서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경계는 없고 주관은 있는 글의 집합이 이 챕터의 정체성이 되길 바랍니다. 세 번째 호의 주제는 ‘굿 디자인, 굿 프로덕트 Good Design, Good Product’입니다. 우리 주위를 둘러 싼 거의 모든 것들은 디자인의 우산 아래 있습니다. 그것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입은 옷이 든 타는 자동차이든, 심지어 면도기 하나부터 커피잔의 모양까지도 거의 모든 것들이 디자인 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동시대 문화에 관심 있다면, 아마도 ‘좋은 디자인’ 혹 은 ‘좋은 제품’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재화를 내고 구매하는 모든 것들이 디 자인을 품고 있다면, 우리는 대체 그것들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든 것일까요. 패션과 디자인, 예 술과 책, 스트리트와 음악, 그리고 테크 외에 이번에는 ‘트레블’이라는 카테고리를 하나 더했 습니다. 여덟 명의 사람들이 여덟 가지 분야에서 말하는 ‘좋은 디자인과 제품’에 대한 생각, 한 번 들여다보겠습니다.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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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Alden’s 990 Plain Toe Blucher 성범수 <아레나옴므플러스코리아> 패션 디렉터 twitter@gomsofa

며칠 전 일이다. 레이Leigh의 디자이너 이상현과 인터뷰 자리에서 묻고 답했다. 디자이너를 만나면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다. 이번에 도 어김없이 디자이너로서 목표로 하는 지향점이 어디쯤 있는지를 물었다. 디자이너 이상현은 자신이 옷을 만드는 목적은 다른 이들 이 아직 도달하지 못한 새로운 디자인, 그리고 새로운 남성상을 제 시하기 위한 것이라 했다. 맞다. 패션 디자인은 원형에서 변형을 거 듭해,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디자이너들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바탕엔 인간이 있다. 모든 디자인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좋은 디자인이 근간으로 삼아야 하는 항목이라는 게 있다. 존재 목적에 맞는 디자

인인가, 보기에 좋은가, 가격이 합리적인가, 지금껏 본적 없어 낯설지만 신선한 디자인인가의 네 가지가 이에 해당된다. 디자인 카테고리에 속한 패션 디자인도 위의 기준과 어느 정도 합合한 다. 하지만 패션의 경우, 변화의 주기가 빠르고 민감하다. 그리고 지극히 세밀할 정도로 주관적 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완벽히 동일한 기준에서 일반적인 디자인과 패션 디자인을 놓고 얘기할 수 없게 한다. 많은 변수가 있고, 취향도 중요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지닌 외적 모습도 특정 디 자인을 좋고 나쁨으로 구분 짓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보기엔 좋지만, 입었을 때 어울리지 않 는다면, 결코 주관적 평가에서 좋은 디자인이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패션역사에 남을 디자인이라 인정받는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나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CONS 의 디자인적 의미는 백번 인정한다. 하지만, 그 옷을 입었을 때 내 모습을 생각해보

면 결코 주관적인 입장에서 좋은 디자인이란 평가를 내리기 어려울 듯하다. 사람의 몸과 외모 는 변하고, 취향도 바뀐다. 패션에서 콕 집어 좋은 디자인을 얘기하기 어려운 건, 기준점이 되 는 사람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인 것. 좋은 디자인은 시공을 넘어 한결같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운 내겐 그렇다. 영역이 다른 얘기다. 최근 노래 잘하는 가수를 꼽아보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 는 사람들은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있는 7인이다. 실력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히 존재하지 만, 그들은 하나같이 노래 잘하는 가수란 수식어를 훈장처럼 달고서 대중들의 머릿속에 오롯 이 자리하게 됐다. MBC의 <나는 가수다>는 완벽한 홍보와 마케팅 수단으로 역할 하며, 이들 가수를 피라미드의 상층부로 이동시켰다. 음주운전이나 성 추문만 없다면, 이들의 고공비행 38 SPECTRUM


일반적으로 좋은 디자인이 근간으로 삼아야 하는 항목이라는 게 있다. 존재 목적에 맞는 디자인인가, 보기에 좋은가, 가격이 합리적인가, 지금껏 본적 없어 낯설지만 신선한 디자인인가의 네 가지가 이에 해당된다.

은 한동안 추락하지 않을 듯싶다. 이쯤에서 필자가 말하려 하는 의도를 예상했겠지만, 중요한 건 디자인에 남다른 의미를 불어넣어 3줄 이미지다. 훌륭한 홍보와 마케팅으로 시간을 초월한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인정받고 있는 에르메스Hermes의 켈리백과 버킨백은 대표적이다. 확실한 이미지 구축 그리고 선망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패션에서 좋은 디자인을 지닌 특정 아이템을 꼽는 것, 솔직히 어렵진 않다. 트렌디한 것 중 보 기 좋은 걸 꼽아 의미를 부여하면, 그걸로 종료. 하지만 앞서 언급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준 은 조금 더 엄격하고, 정통성을 기반에 두고 있다. 원형에서 변형을 거듭하고, 최종형에 도달해 특별한 마케팅의 도움 없이 시공을 초월해 꾸준히 판매되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훌륭한 데!’란 답을 토해내는 패션 아이템을 최고의 디자인이라 평가하고 싶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풀 잎과 가죽의 형태로 만들어졌던, 신발은 남성과 여성으로 그 패를 나누고 발전했다. 발을 보호 하기 위한 원형에서 시작해 변형의 변형을 거듭해오던 남자의 구두는 이제 기본을 완벽히 다잡 아내고,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중에서 알든Alden의 990은 둥근 라스트last; 구두골와 코도반 cordovan 가죽의 견고함 그리고 은은히 뿜어 나오는 코도반 오일이 보는 이들 모두를 만족하게 할

만하다. 변형 없이 과거를 넘어 현재도 유효한 모습이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기준을 관통하는 최고의 디자인으로 손색없다. s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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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FREITAG

MMMG twitter@mmmgtweet www.mmmg.net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는 역할로 서의 좋은 디자인이 있다. 산업화 이후 제품은 그 형태나 그 기 능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어 다양 한 형태로 발전되어 소비됐다. 작은 연필에서부터 아이패드 iPad까지 인간의 의식주를 넘어 다양한 제품들이 생산되어 소

비되고 있다. 제품은 분명히 어떤 목적을 가지고 생산되어 그 목적에 들어 맞게 사용되다가 폐기된다. 그 목적을 다해 폐기되는 제품이 또다시 다른 목적의 새로운 주기를 가진 제품으로 태어나며, 재사용이기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욱 독특한 정체성이 생긴다면? 그것은 분명히 실질적으로 자 원의 사용을 줄이는 것 이상으로 이 시대의 소중한 가치를 담 고 전달하는 제품일 것이다. 프라이탁의 제품은 트럭의 천막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타폴 린tarpaulin; 방수포 소재로 가방을 만들어 내구성을 그대로 유지 하면서, 큰 규모의 인쇄물을 잘게 재단하여 세상에 단 하나뿐 인 가방으로 탄생한다. 전 세계가 세계화를 외치며 대량생산 과 유통, 기술 경쟁을 하던 1990년대 초반 프라이탁FREITAG 형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을 생산하는 비즈니스에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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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세계화를 외치며 대량생산과 유통, 기술 경쟁을 하던 1990년대 초반 프라이탁(FREITAG) 형제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을 생산하는 비즈니스에 몰입하게 된다. 지난 19년간 시스템을 만들고, 발전시키고,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입하게 된다. 지난 19년간 시스템을 만들고, 발전시키고, 유 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그들의 진실한 삶과 가치관으로부터 자연 스럽게 이어져 오고 있다. 환경과 자원에 대해 생각한 재활용 소재는 합리적인 기능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만 들어진 프라이탁 가방의 가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개성 넘 치는 유일무이한 상품이다. 환경친화적인 디자인과 합리적인 기능을 가진 상품을 넘어, 강력한 콘셉트를 가진 이 시대 최고 의 브랜드인 것이다. ‘디자인’이란 분명히 남을 위한 배려이고 함께 살아가는 이 사 회에 진정한 가치를 더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과 의 관계, 사람과 사물과의 관계, 이 사회와 나의 관계 이 모든 관계가 진실하고 올바른 과정으로 성립된다면, 자연스럽게 올바른 디자인은 그 관계 속에서 생산될 수 있다. s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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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FANTASTIC MAN magazine 유도연 맵스 매거진 발행인 겸 편집장 twitter@maps_mag twitter@mapsmagazine www.themaps.co.kr

나는 한국에서 5년째 잡지를 발행하는 사람이다. 일이 일인 만큼 자연스럽게 우리 잡지를 포함하여 다른 잡지 모두 나의 일상과 가장 가까우며 관심을 두고 지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좋은 잡지를 만들려고 하고, 찾으려고 하는 것은 어찌 보 면 당연한 일이며 이미 일상의 큰 부분이 되어버렸다. 나에게 있어서 좋은 잡지란, 확실한 콘셉트를 가지고 독자들 도 만족할만한 디자인을 보여주는 멋진 잡지다. 그러한 면에 서 지금 소개하는 ‘판타스틱 맨FANTASTIC MAN’은 평소에 이상적 으로 생각했던 잡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잡지의 타이 틀, 콘텐츠 기획, 내용, 디자인 모두 그들의 의도대로 멋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잡지계에 종사하는 그 누구라도 부러워 할만한 타점인 것이 분명하다.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는 상업성commercial을 표방하거나 독립 성independent 을 표방하는 잡지들 모두 광고와 브랜드의 흐름 에 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이미 나의 글 과 잡지를 통해 수십 번은 더 넋두리를 덧붙여 표했기에 여기 서는 생략하겠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잡지는 광고와 브랜드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그 매체가 가진 고유의 정체성identity과 콘텐츠의 기획, 더 나아가서는 디자인까지 변 형되고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광고비를 지급 하는 사람들의 특권이라면 특권이랄까. 그런 관료주의와 사 대주의적 사고방식이 이미 자리 잡은 탓일까. 아니면 자본주 의 사회에서 잡지의 저널리즘은 전혀 통용되지 않은 윗선들의 고리타분한 생각들 탓인가. 아니, 모든 것은 너와 나의 독립적 인 생각과 의식의 부재 탓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들 속에서도 분명히 멋있는 잡지들을 만들고 있으 며, ‘자주自主’를 외치는 소리가 들리기에 나는 그것들을 찾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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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좋은 디자인이 나오고 좋은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외침과 움직임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밖에 없다. ‘굿 디자인, 굿 프로덕트good design, good product’라는

키워드에서, 내가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제품 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바로 이런 것들 이다. 개인마다 받아들이는 생각의 영역 이 달라 지극히 상대적인 문구이겠지만, 나는 아직도 내면을 중요시하는 영역의 것들을 추천한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디자인과 상품성을 띤 멋진 잡지들이 분명히 많이 있다. 허 나, 이 ‘판타스틱 맨’은 내가 함께 몸담고 있는 시장market이기도 하고, 콘텐츠 기획 과 디자인, 환경적 요인 모두 공감할 수 있 는 부분에서 닮고 싶은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았나 싶다.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좋은 디자인이 나오고 좋은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외침과 움 직임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잡지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장에 속해는 있으나 가급적 이면 외부적인 요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사의 저널리즘을 갖 고 있어야 하며, 멋진 디자인까지 제공해야 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굿 디자인, 굿 프로덕트’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또한 잡지를 만드는 한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취향 이 담긴 한 권의 잡지를 추천하는 바이다. s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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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폐허 위의 붉은 얼굴 이로 무명의 쓰는 사람 책방 유어마인드 운영 twitter@whoisiro twitter@your_mind_com your-mind.com

먼저 백지를 보며 몇 가지 고민과 다짐을 했다. 이 백지가 ‘좋은 디자인’에 대해서 채워졌을 때, 나는 그 기준을 애플, 펭귄북 스Penguin Books, (디터 람스의) 브라운Braun, 무인양품과 플러 스마이너스제로±0, 안도 타다오에게서 찾지 않겠노라고. 이 것은 일종의 무시 혹은 회피가 아니라, 그들에 대해 더 미려 한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이미 많기 때문 이다. 또한 그들의 디자인은 독립적인 철학을 지닌 작품의 경 지에 올라, 훌륭함의 근거를 차례로 열거하기보다 ‘얼마의 시 간이든 좋으니 가만히 한 번 바라보는’ 행위가 더 어울릴 수 있 기 때문이다. 나는 책 한 권의 표지를 본다. 브라질의 소설가 호세 소아레스 Jô Soares의 두 번째 소설 <트웰브 핑거스Twelve Fingers>로, 뉴욕

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에반 가프니Evan Gaffney가 작업한 표 지다.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을 근거로 완성한 픽션으로 2001 년에 발간되었다. 이 책은 한 무정부주의자의 삶을 다루고 있 는데, 그는 곡예사 어머니와 민족주의자 아버지 사이에서 태 어났으며 양손에 손가락이 하나씩 더 있는, 열두 개의 손가락 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책의 표지는 또 하나의 표지를 보여주는데, 동명의 붉은 책이 다. 그 뒤로는 얼굴을 인식할 수 없는 초상이 책에 가려져 있 다. 이 초상은 주인공인 무정부주의자 드미트리 보르하 코로 첵Dimitri Borja Korozec의 초상인가, 그렇지 않은가. 그는 어떤 얼 굴을 가지고 있으며, 저 붉은 책을 들어내면 어떤 표정이 나타 나는가. 혹시 저 책 뒤에는 어떤 얼굴/표정도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닌가? 초상이 폐허처럼 삭제된 것 아닐까? 불행하게도 우 리는 이미 평면이 된 표지에서 어떤 정보도 읽어낼 수 없다. 혹 은 반대로 무엇이든 읽어낼 수 있다. 얼굴이 존재하지 않는 자,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자, 어쩌면 그것이 아나키스트의 숙명이 44 SPECTRUM


아닐까. 자신이 품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그것이 얼마나 편협 한 것이든 ‘나 자신이라는 개인’은 즉시 포기할 수 있는 운명. 그리고 그 폐허 위에 놓인 것은 (다시) 한 권의 책이다. 한 아나 키스트의 전기라는 이름으로. 호세 소아레스는 삭제된 무정 부주의자의 얼굴 위에 문장을 하나씩 포개어놓는다. 처음 가졌던 의문, 그는 표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질 문이 뒤집힌다. 그의 전기, 즉 이 책의 모든 문장이 그의 얼굴 이 된다. 320페이지의 일생이 쌓이면 독자는 하나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그 얼굴, 이 책을 완독玩讀한 사람의 수 만큼 존재하는 얼굴이 무정부주의자 드미트리 보르하 코로 첵의 초상이다. 나는 디자이너 에반 가프니의 철학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다. 더하여 그가 작업한 다른 표지들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다만 나는 이 책, <트웰브 핑거스>의 표지를 바라본다. 그리 고 생각한다. 폐허 위에 허구로 완성된 붉은 얼굴에 대해서. s Link.

디자이너 evangaffneydesign.com 출판사 pantheon.knopfdoubleday.com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미 평면이 된 표지에서 어떤 정보도 읽어낼 수 없다. 혹은 반대로 무엇이든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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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ET

Street meets Historical Designs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 ‘당신의 소년기,

yourboyhood.com’ 사진가, Spectrum 편집장 twitter@yourboyhood yourboyhood.com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스트리트 패션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아마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비롯된 몇 가지 경향들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히피Hippies, 테디 보이Teddy Boys,

펑크Punk 와 힙합Hip hop 패션 같은 것들 말이다. 근래 들

어 우리가 스트리트 패션이라고 인지하는 영역은 무척 넓어졌 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일본 도쿄와 대한민국 서울에서 시작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은 이제 초창기를 넘어서 전성 기 혹은 과도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크워크서비스 SNS 는

그들의 물리적인 거리를 좁게 했고, 수많은 패션 정보

웹사이트들은 수백 수천 가지의 브랜드가 만드는 옷과 액세서 리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있다. 스트리트 패션의 시작은 청년 문화youth cultue와 밀접한 관계 를 가진다. 청년 문화의 모태는 반항 혹은 저항 정신이었다. 무 엇에 대한 저항인가? 기성세대에 대한, 그들이 이룩한 것들에 대한 이유 없는 저항이 8할 이상이었다. 하지만 스트리트 패 션 자체가 하나의 패션 산업이 된 지금, 초창기 브랜드들이 유 지하던 ‘저항’은 그 대상을 잃었다. 저항이 사라진 자리에는 브 랜드에 대한 맹목적인 팬덤fandom이 들어섰다. 그 팬덤은 조금 씩 확장되더니, 이제 그들이 저항의 대상으로 삼던 세대가 이 룩한 패션 브랜드들과 조화를 이루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2011년 지금, 팝업스토어pop-up store; 반짝가게만큼 흔한 추세는 ‘공동 작업collaboration’이다. 친구들끼리 만든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공동작업을 넘어서, 다른 장르와의 결합도 흔한 일 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베이프BAPE, A BATHING APE® 를 위시한 일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의 공동작업은 왕왕 눈에 띈다. 1993년, 니고NIGO®라는 걸출한 디렉터가 만든 21세기의 대 표적인 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는 동시대 패션 브랜드나 예술 가들과의 공동작업과 동시에 패션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패션 46 SPECTRUM


요즘 세상의 스트리트 패션이란, 젊은 혈기를 분출하며 그 폭발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노장의 노련함’을 수혈하여 더욱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길 바라는 듯 보이니까.

하우스들과 공동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가을/겨울 시즌만 놓 고 보면, ‘매킨토시 원단Mackintosh cloth’이라는 고유 명사가 생길 정 도로 방수 레인코트로 유명한 영국의 매킨토시Mackintosh와 블루종 Blouson 재킷의 원형을 만든 영국 맨체스터 기반의 브랜드 바라쿠타 Baracuta 와 함께 공동작업한 제품을 내놓는다. 그야말로 스트리트

패션과 역사가 깃든 패션 하우스의 만남이다. 베이프는 그들의 전매특허 격인 유인원 로고와 카모플라쥬camouflage

패턴을 제공한다. 1820년대와 1930년대에 탄생한 매킨

토시와 바라쿠타는 그들 고유의 디자인에 동시대 스트리트 패션 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콘셉트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다른 것이 분 명해 보이는 세 브랜드가, 베이프라는 이름 아래에서 만난 것이 다. 베이프를 입던 고객이 매킨토시를 알게 되고, 매킨토시를 입 던 고객이 베이프를 알게 되는 것은 공동작업만이 줄 수 있는 묘 미이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공동작업이 무척 새롭다거나 혁신적으로 보이진 않는 다. 워낙 많은 수의 공동작업이 벌어지는 요즘 세상이고, 마케팅이 나 판매 목적으로만 보이는 시선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대 적인 브랜드와 유서 깊은 역사를 지닌 브랜드가 결합하는 것은, 아 직 오래된 패션 브랜드를 찾기 어려운 우리나라 현실에서 보았을 때 요원한 부분이 많기에 그 사실만으로도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든다. 몇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원형을 지닌 브랜드는 아마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이상 그 고유한 자태를 유지할 것이다. 현대사의 부침 속에서 탄생한 스트리트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는, 앞 서 언급한 브랜드보다 유행에 민감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 은 ‘변치 않은’ 브랜드들과 점점 마주치려는 것 아닐까. 요즘 세상의 스트리트 패션이란, 젊은 혈기를 분출하며 그 폭발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노장의 노련함’을 수혈하여 더욱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되 길 바라는 듯 보이니까. s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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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Good Hiphop Albums, Good Hiphop Covers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 twitter@kbhman http://kbhman.tistory.com

정말 어렵게 글을 시작했다. 어떡하면 이번 호 필진 사이에서 튀어 보일 수 있을까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기 때문이다. 하지 만 그럴수록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뿐이었다. 고심 끝에 나는 성시경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평소 원고를 쓸 때 내가 어 떤 가사에 끌리거나 혹은 흥미를 잃는지 떠올렸다. 5초도 안 돼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여백’이었다. ‘난 원래 여자를 좀 우습게 보고/ 매일 밤 놀고 술 마시는 게 좋고’ 처럼 비집고 들어갈 공간 하나 없는 재미없는 직설보다는 ‘언제 부턴가 점점/ 연락하게 돼 내가 먼저/ 네가 없는 곳에선 벌써/ 널 베이비로 불러 나도 참 웃겨’ 같이 장면이 그려지고 상상의 여 지가 있는 가사를 ‘더 좋은 가사’로 여기는 나로서는, ‘좋은 앨범 커버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앨범의 주제와 내용을 기본적 으로 반영하면서도, 그 방식이 ‘은근’ 하며 수용자의 ‘해석’이 들어갈 최소한의 공간을 안배하는 앨범 커버라면, 아마 열에 아홉은 좋은 앨범 커버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케이알에스-원과 벅샷Krs-One & Buckshot의 <서 바이벌 스킬즈Survival Skills>나 탑 독Top Dog의 <슬램 덩큰 호즈 Slam Dunk’n Hoes>는, 재미있는 앨범 커버일 수는 있겠으나 내 기

준에서 좋은 앨범 커버는 아니다. 앨범 타이틀을 1차원적으 로 반영하는 광경이 쉽고 재미있어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걸 로 끝이기 때문이다. 앨범 커버를 보며 나의 문학적 감수성이 나 지적 상상력을 뽐낼 기회가 없다. 한마디로 자존심 상하는 스타일의 커버들이다. 반면 나스Nas의 <일매틱Illmatic>은 좋은 앨범 커버를 가지고 있 다. 힙합 역사를 통틀어 다섯 손가락에 들어갈 완벽한 내용물 과 별개로 이 앨범은 커버만으로도 많은 이의 기억에 남았다. 뉴욕의 퀸즈브릿지Queensbridge 를 배경으로 나스의 어릴 적 사 진이 오버랩 되어 있는 커버를 통해 우리는 앨범 속 음악을 어 48 SPECTRUM


모든 예술 영역에서 상상의 여지와 여백의 미를 머금은 은유가 살아 있는 작품치고 좋지 않은 것을 보지 못한 것 역시 사실이다.

느 정도 짐작할 수 있고, 실제로 <일매틱>은 할렘가에서 태어 나 자란 나스가 거리의 삶에 대해 펼쳐놓은 자전적인 서사가 주를 이루는 작품이다. 즉 ‘힌트는 주되 정답은 쥐여주지 않 는’ 묘가 중요하다.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더 로우 엔드 띠 어리The Low End Theory> 앨범 커버도 흐뭇하다. 검정 바탕 위에 빨강과 초록으로 그린 한 여성의 이미지는 아프리칸의 정체 성에 기반을 두면서도 세련되고 지적인 면모를 담았던 이들 의 음악을 효과적으로 암시한다(참고로 컴플렉스Complex 매 거진 선정 ‘가장 위대한 힙합 앨범 커버 50’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피프티센트50 Cent의 데뷔 앨범 <겟 리 치 오어 다이 트라잉Get Rich or Die Tryin’>의 커버에는 근육질의 그의 모습 말고도 총알로 깨진 듯한 유리창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실제로 총알 9발을 맞고도 살아남은 그의 이 력을 새삼 상기시키며 하드코어 스트리트 래퍼로서의 정체성 을 십분 드러낸다. 하나만 더 이야기해보자. 커먼Common의 <라이크 워터 포 초 콜릿Like Water for Chocolate> 앨범 커버를 통해 우리는 1956년 앨 라배마Alabama에서 한 흑인 여성이 유색인종 전용 식수대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앨범은 흑인 사회, 인권, 여성 운동, 아프로 뮤직 등의 키워드 삼아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 음악을 밀도 있게 완성한 작품이다. 물론 이 글에서 말한 내용이 좋은 앨범 커버 혹은 좋은 디자인 의 유일한 기준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노래든 앨범 커버든 무엇이든, 모든 예술 영역에서 상상의 여지와 여백의 미를 머금은 은유가 살아 있는 작품치고 좋지 않은 것을 보지 못한 것 역시 사실이다. 고로 이 글은 이를테면 수많은 귀납을 거쳐 얻은 결론이다. 아마 앞으로도 깨질 일은 없을 것이다. s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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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당신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 박세림 이투데이(etoday) 산업부 정보과학팀 기자 www.etoday.co.kr/news/ twitter@etodaynews me2day.net/etoday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지금 손을 뻗어 바로 집을 수 있는 위치 에 있는 소지품은 무엇인가 둘러보라. A씨는 어제 회식 자리에 서 챙겨온 라이터를 집을 수도, B씨는 손때 뭍은 지갑을 집어 들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눈길은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휴대전화에 닿았을 것이다. 휴대전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요긴하고 친숙한 정보기술IT 제품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전 문가들이 중독을 염려할 정도로 이 작고 똑똑한 제품에 흠뻑 빠져버렸다. 스마트폰의 매력은 뛰어난 성능과 편리함에만 있 지 않다. 그 정도라면 스마트폰 예찬론을 펼치는 이들이 이 정 도로 많지는 않으리라. 거리에서 만나는 다섯 명 중 하나가 들고 있는 스마트폰. 그중 에서도 사람들은 특히 애플 ‘아이폰iPhone’에 열광한다. 대다 수는 아이폰4의 시선을 잡아끄는 남다른 디자인에 높은 점수 를 준다. 반짝반짝 빛나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고릴라 글래 스Gorilla Glass라는 강화유리를 통해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테두리는 독특한 금속소재로 말끔하게 제품을 감싸 안고 있으 며 나사 구멍 두 개를 제외하고는 군더더기 하나 없어 “완벽하 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기자가 생각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따지고 보면 아이폰의 잘빠진 디자인 때문에 포기해야 할 편리함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사실 아이폰은 그 흔한 휴대전화 고리 하나 없어 항시 손에서 놓칠까 안절부절못하게 하는가 하면 범퍼를 끼 우지 않으면 안테나가 부실하게 떠 통화감이 멀게 느껴지기 도 한다. 배터리를 갈아 끼울 수 없어 장시간 외출 시에는 혹 여 전원이 꺼질까 불안하기까지 하다. 이런 점에서 아이폰은 사용자로 하여금 너무나 당연한 것을 상당 부분 포기하게 하 는 오만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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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의 감성을 배려한 진짜 디자인은 어렵고 복잡한 IT 제품도 재미있는 장난감처럼 다룰 수 있도록 마법을 부린다.

아이폰이 좋은 제품인 이유는 개발단계부터 남녀노소 누구 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알맹이 즉,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잘 디자인했기 덕분이다. 두꺼운 설명서를 공부하지 않아도 한 두 시간만 만져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IT 제품이 세상에 몇 개 나 될까? 혹자는 아이폰을 만질 때 ‘이렇게 하면 뭔가 툭 나오겠다’ 싶은 느낌이 온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이폰은 가 볍게 터치하고, 꾸욱 누르고 혹은 옆으로 쓸어넘기는 동작만 으로 인터넷, 음악감상, 이메일 등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쓰는 사람의 감성을 배려한 진짜 디자인은 어렵고 복잡한 IT 제품도 재미있는 장난감처럼 다룰 수 있도록 마법을 부린다. 만약 아이폰이 조작하기 어렵고 복잡한 제품이었다면 스마트 폰 전성시대는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쓰는 사람을 생각한 좋은 디자인, 이것이 바로 당신이 아이폰에 찬사를 보낼 수밖 에 없는 진짜 이유다. s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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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Berlin and The Fernsehturm Television Tower 김도훈 <씨네 21> 기자 twitter@closer21 facebook.com/damon.kim1 kapow.egloos.com

베를린에서 타워를 기대하진 않았다. 생각해보 라. 세상의 대도시들은 도시의 이름을 내뱉는 순 간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는 타워를 갖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 도쿄의 도쿄타워, 토론토의 CN타워. 타워가 없는 도시들은 랜드마크를 위해 새로운 타워를 짓기도 한다. 이를테면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나 타이베이Taipei의 101타워 같은 것 말이다. 내 머릿속에서 베를린은 기껏해야 역사의 상혼을 담은 고풍스러운 유럽 도시로, 지구 상에서 인공적인 타워가 지어질 마지막 도시에 가까웠다. 그러나 거기에는 타워가 있었다. 그것도 365m의 높이를 지 닌 금속성의 무시무시한 타워 말이다.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도시의 역사적 외양을 최대한 보존하는 걸 원칙으로 한 유럽 의 도시에 왜 이런 타워가 서 있는 걸까. 베를린 TV 타워Fernsehturm; 페른세투름 는 1969년 공산권이던 동 베를린에 세워졌다. 서베를린은 거대한 자본주의의 쇼핑몰이 되어가고 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상징물이 그려진 마천 루가 세워졌고 밤이면 네온사3인이 번쩍였다. 도시가 담벼락 하나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나뉜 탓에 동베를린 주민 역 시 서베를린의 광채를 얼마든지 볼 수 있었다. 동베를린은 서 베를린에 맞서야만 했고, 평양이 류경호텔을 건설한 것과 비 슷한 이유로 타워를 지어 올렸다. 그런데 독일이 통일되자 베 를린은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퍼즐 조각처럼 하나로 합쳐졌 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흔적을 뒤섞은 칵테일이 되어버 렸다. 베를린에 정체성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도시는 스스로의 상징물을 스스로 찾아내기 마련이다. 통일 20여 년이 지나자 사람들은 흉물스러운 TV 타워를 재발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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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를 담아 마시면 딱 좋은 크기의 그 술잔으로부터 나는 베를린의 미래를 보았다. 이미 시효가 지난 과거의 유산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는 젊은 베를린의 미래 말이다.

기 시작했다. 레트로 열풍과 함께 사람들은 순박했던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간직한 DDRDeutsche Demokratische Republik; 독일민 주공화국, 동독

디자인에 환호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TV 타

워가 있었다. 어쩌면 베를린 사람들은 동서독을 가르던 브란 덴부르크Brandenburg 장벽이 아닌, 새로운 베를린을 대변해 줄 도시의 심장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재미있는 건 TV 타워의 재발견이 관광청 공무원들을 중심으 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통일 이후 세대의 젊은 베를린 디자이너들은 스스로 TV 타워를 재발견한 뒤 수많은 디자인 제품으로 재창조했다. 나는 베를린의 젊고 힙hip한 디 자이너들이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갔다가 TV 타워가 그려진 술잔을 샀다. 소주를 담아 마시면 딱 좋은 크기의 그 술잔으 로부터 나는 베를린의 미래를 보았다. 이미 시효가 지난 과 거의 유산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는 젊은 베를린의 미래 말이 다. 동시에 나는 남산 위에 과거의 유물처럼 서 있는 서울타워 를 근심했다.s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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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ORIAL

innovative people in this city 54 SPECTRUM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작업하는 열네 팀의 공간에 스펙트럼이 찾아갔다 그들의 공간, 그들 자신, 그리고 인케이스 Fashion, Music, Photography, Design, Art and Entertainment in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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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Minki

이민기 / 배우

actor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마주한 이민기는 순박한 청년이기도, 음울한 구석을 가진 사내이기도, 미워할 수 없 는 연하남이기도 했다. 실제 이민기의 얼굴에선, 장난스러운 소년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연기에 대해 얘기할 때 생기를 띄고, 배역에 몰두하는 재미를 말하는 이민기는 일상 속의 자신에 대한 고민을 가감 없이 얘기하기 도 한다. 얼마 전 산 스쿠터에 대해 얘기할 때에는, 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청년과 진배없어 보인다. 반항기 가득한 표정과 슬쩍 보이는 미소가 공존하고, 날카로운 턱선이 매력적인 이 젊은 배우의 작품목록은 차근차 근 쌓이고 있다. 연기 외에도 관심사가 많은 이민기가 연기하지 않을 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궁금해진다. www.cyworld.com/mk207 / twitter@leeminkiii 56 SPECTRUM


Nylon Backpack (Fir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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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o, Kang Jeongeun

노보, 강정은 / 타투 아티스트

tattoo-artist

처음 강정은(노보)을 만난 것은 홍대였을 것이다. 홍대라는 동네가 그렇듯이, 무언가 ‘창조’하고 싶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그를 보았던 것 같다. 수년 후 그를 만난 곳은 프랑스 파리였고, 사람 많은 광장에서 말 그대로 우연히 조우했다. 이미 그는 ‘타투’라는 소재로 사람의 몸뿐만이 아닌 캔버스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었다. 지금껏 수많은 타투이스트를 보았지만, 그만큼 정열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타투 아티스트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림을 그리고 전시하고 책을 쓴다. ‘타투’를 주제로 한 안경 작업도 곧 선보인다. 옛 모습이 어느 정도 남고 사람 냄새가 나는 원서동 골목 안 작업실은 그와 참 닮았다. www.paperplanenovo.com, www.novoandyou.com / twitter@paperplanenovo 58 SPECTRUM


Ryan Mcginley Sleeve for Mac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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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ng Changwook

정창욱 / 요리사, 식당 차우기(食堂 Chaugi) 오너

chef, restaurant ‘Chaugi’ owner

식당 ‘차우기’에 처음 간 것은 점심 약속으로 잡힌 미팅 때문이었다. 종로구 재동의 한적한 골목 안, 햇살 받으며 먹은 점심은 당시 먹은 어떤 음식보다도 기억에 남았다. 그는 요리사이면서 자신의 이름을 딴 식당의 주인이기 도 하다. 식당이 아니던 공간을 손수 식당으로 지었다.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지샥(G-Shock) 손목시계라든 지 하와이에서의 서핑처럼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언제까지도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채식을 먹이지 않는 부모들 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아 보이는 그와 식당 차우기에는 매력이 있다. 매력의 원천은, ‘음식을 만들어 손님들에 게 파는 가게’라고 쓴 그의 블로그 포스트 제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우직한 정직함이 좋다. www.chaugi.com / twitter@cookingchaugi , twitter@Bistrot_Chaugi 60 SPECTRUM


Andy Warhol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Pro 13� (C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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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 Joonyoung

최준영 / 패션모델

fashion model

눈웃음이 매력적인 최준영은 패션이 녹아 있는 거리의 커다란 광 고판에서 쉽게 얼굴을 볼 수 있다. 성숙해 보이는 광고에서 나는 그녀가 꽤 어른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대입과 수시 지원을 걱정 하는 고등학교 3학년생이라는 점에서 조금 놀랐다. 또래처럼 돌 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또래보다 많은 이들을 만났다. 이 미 패션계라는 사회에 나온 그녀는 앞으로도 잡지와 광고에서 왕 왕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영역은 더 확장될지도 모 르겠다. 주말 오후 만난 여리고 밝은 표정의 소녀에게서 그토록 천의 얼굴이 나온다는 것이 어쩐지 신기해졌다. twitter@junybob 62 SPECTRUM


Nylon Campus Pack (Fusch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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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 Junyup

구준엽 (DJ Koo) / 가수, DJ, 댄서

singer, DJ, dancer

구준엽을 TV에서 본 모습만으로 기억한 다면 당신이 알아야 할 몇 가지가 더 있다. 그는 손재주가 좋다. 자신의 휴대전화를 직접 분해하고, 영화 <아이언 맨>에 나오 는 헬멧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클론’의 앨범과 다양한 가수들의 앨범 커버를 직 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의 블로그에서 디자인과 패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확 인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얼마 전 ‘디제이 쿠’의 이름으로 앨범을 냈다. 클론의 ‘돌아 와’를 네 가지 버전으로 리믹스했다. 댄서 와 가수에서 디제이로 전업한 그에게는 편 견 또한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 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꺾을 것은 아무것 도 없다는 사실이다. www.djkoo.co.kr / twitter@djko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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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Audio (Sonic) / Ari Marcopoulos Camera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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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ia Ruth Lee

마야 루스 리 / 바이스 매거진 에디터, 아티스트

‘VICE’ magazine editor, artist

마야는 다양한 작업을 한다. 음악을 만들고(Clarity Kaufmann), 잡지를 발행하며(chillzine), 매거진의 에디 터(Vice)이기도 하고, 사진과 영상과 그래픽 작업을 한다. 그녀는 네팔에서 태어났지만 서울과 런던과 트레비 소와 뉴욕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이 책이 발행될 즈음에는 아마도 서울 혹은 뉴욕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 녀가 무얼 자꾸 만드는 것을 보면, 멀찍이 선 관객으로서는 그저 즐겁다. 사람들은 그녀의 작업에서 다양한 감정 과 영감을 느낄 것이고, 그 자체만으로 자연스러울 테니까. maiaruthlee.tumblr.com, www.facebook.com/maiaruth, www.myspace.com/claritykaufmann twitter@maiaruthlee 66 SPECTRUM


Perforated Snap Case for iPhone 3GS (White) / Lounge Case for iPa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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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 Kim

김덕현 / 댄서, 레츠댄스 아카데미 원장

dancer, ‘LETZDANCE’ Academy director

‘덕키’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김덕현은 레츠댄스(LETZDANCE) 아카데미의 원장이자 안무가이며, 댄서이 다. 한 가지를 파고든 사람들이 늘 그렇듯이, 그는 ‘춤’이라는 것 자체를 그저 즐길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것 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를 보고 자란 비보이들도 많겠지만, 요즘 그가 하는 작업은 좀 더 다른 문화 장르와 섞고, 춤의 종류를 섞고, 춤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있는 - 눈에 보이지 않는 형상들을 끄집 어내는 것이다. 첫인상의 그는 짐짓 말수가 적고 차가워 보일지 몰라도, 그가 몸을 움직이면, 혹은 그가 춤추는 영상을 보면 당신은 이미 빠져들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www.justdancefilm.com , www.letzdance.co.kr / twitter@Letzdance0 68 SPECTRUM


Nylon Hipsack / Courier Messenger Backpack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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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i

최서연 / 컨텐츠 플래너

contents planner

오랫동안 최서연은 패션잡지의 패션 에디 터로 살았다. 일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에는 놀랐지만, 그래도 어딘가 당차 보였다. 천 국 같았다는 베를린으로 짧은 휴가를 다녀 온 후, 에디터로 살았던 시절만큼이나 그녀 는 바빠 보인다. 새로운 회사들과 콘텐츠를 만들고, 아트 디렉팅 작업을 하고, 여전히 종종 야근한다. 주말 홍대 어딘가에서 술 마시는 모습을 볼지도 모른다. 지금껏 그녀 의 삶 중 큰 부분이 패션이었다면, 이제부 터 펼칠 시간에는 음악이 들어가지 않을까 추측한다. 얼마 전 그녀는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했다. 잘 먹고 잘 ‘야옹’거리는 새끼 고 양이 식구도 생겼다. 잘 웃고 씩씩한 그녀 가 좋아하는 바 ‘루팡(Lupin)’에서 다시 한 번, 속 얘기들을 나누고 싶다. twitter@greenisnew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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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Protective Sleeve for Macbook Pro 13� (Do It Yourself) / Andy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 (Do It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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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gene Blake

유진 블레이크 / 디제이, 프로듀서

DJ, producer

유진 블레이크는 디제이다. 그는 음악을 만들고, 만들기 이전부터 수많은 음악을 듣고 살아왔다. 일렉트로닉으 로 시작한 그의 음악 속에는 록큰롤과 훵크, 하우스와 디스코 또한 녹아 있다. 뮤직 페스티벌이나 클럽 혹은 다 양한 패션 이벤트처럼 음악이 필요한 공간에서 음악을 틀고, 그 음악들로 사람들의 심장박동을 빠르게 한다. 런 던과 서울을 오가며 작업한 수많은 믹스셋(mix set) 안에는 그의 취향만이 아니라, 어쩌면 삶 일부가 녹아있을 것이다. 그는 지금 홍대 작업실에서 새로운 리믹스 작업에 한창이다. 곧 앨범의 형태로 발매될 그 음악을 얘기할 때, 자기소개를 하던 그가 말한 단어가 생각났다. ‘뮤직 러버(music lover)’. soundcloud.com/eugeneblake, mixcloud.com/eugeneblake/, facebook.com/releasethebeast twitter@EUGENEBLAKE 72 SPECTRUM


P-ROD Skate Pack Lite (Moss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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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shox Quuax

곽민석 / 누드본즈 & 쇼프 디렉터

Nudebones & Syoff director

곽민석을 아는 사람들은 많다. 자신 있게 카메라 앞을 지나던 수년 전 휴대전화 광고 때문인지도, 어릴 때부터 쓴 닉네임 ‘MINSHOX’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광고 이전부터 항상 ‘스트리트 컬쳐(길거리 문화)’ 안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가 이십 대 초반일 때에는 그가 입고 신으면 사람들이 열광했다. 조금 더 나이를 먹고선 그가 좋아 하고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을, 직접 만들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서울에 대한 작업이었던 ‘SEL’이라든지, 스트 리트 컬쳐를 아우른 ‘쇼프 매거진’ 외에도 스트리트 컬쳐의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말하자면, 곽민석은 서울 스트 리트 컬쳐의 관찰자였고, 스스로 산 증인이었다. 그는 곧 책을 낸다. 그가 만나고 함께 한 이 씬의 친구들에 관한 얘기가 담길 것이다. 그가 바라본 수년간은 어떤 얘기들이 모여 있을까. www.syoff.com, www.nudebones.co.kr, boillers.com, iaintnojoke.org, minshox.com twitter@MINSHOX 74 SPECTRUM


Terra Collection Campus Pack / Incase Audio (Ref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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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Sanghyuk

한상혁 / 패션 디자이너, 엠비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fashion designer, MVIO creative director

항상 단정해 보이는 짧은 머리에 금테 뿔테 안경을 쓴 한상혁은 ‘엠비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다. 크리에이 티브 디렉터로서 엠비오에서 한 가장 중요한 일은 브랜드가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을 정립하는 일이었다. 문을 연 지 십 년이 넘은 브랜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브랜드에 관심 없던 이들의 발길을 매장으로, 컬렉션장으 로, 웹사이트로 가게 한 데에는 그의 공이 컸다. 그가 재구성하고 다시 조립한 엠비오의 변화는 점진적이다. ‘걸 어가자’라던 루시드 폴(lucid fall)의 노래를,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여 컬렉션장의 배경음악으로 쓴 그이다. 가 을에 선보일 새로운 작업을 기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www.mvio.co.kr / twitter@hansanghyuk (personal), twitter@MVIO_ (MVIO) 76 SPECTRUM


Ace Hotel Collection Snap Case for iPhone 4 / Ace Hotel Collection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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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 Yoo

유혁재 / 패션모델

fashion model

부산 태생의 소년은 지금 인생의 반 정도를 살았을 무렵, 미국에 이민했다. 그리고 2011년 가을, 우리는 유혁 재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새로 생긴 남성지에서, 지방시(Givenchy)와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의 컬 렉션에서, 그리고 뉴욕 길거리와 수많은 광고 캠페인 안에 그가 있을 것이다. 촬영을 위해 만나 나눈 짧은 대화 는 보통 사람들이 ‘패션모델’이라는 화려한 직업을 가진 이들에 대한 편견을 깨기 충분했다. 그는 사람을 만나 는 것보다 두꺼운 책을 읽고 집에서 쉬는 게 편하고, 만일 캐스팅이 되지 않았다면 신경과학을 계속 공부했을 거라 했다. 그렇지만 물론, 지금의 모델 일이 무척 재미있다고도 했다. 그의 얼굴을 스타일닷컴(style.com)에 서 찾는 재미도 생겼다. 78 SPECTRUM


Slider Case for iPhone 3GS (Fluorescent Blue) / Alloy Messenger Backp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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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ukwoo Song Bongkyu

이석우 / SWBK 디자인 디렉터, 매터엔매터 디렉터

industrial design studio SWBK design director, matter&matter director 송봉규 / SWBK 디자인 디렉터, 매터엔매터 디렉터

industrial design studio SWBK design director, matter&matter director

이석우와 송봉규가 처음 만난 것은 둘 다 디자인을 전공하던 학생 시절이었다. 이름 머리글자을 합쳐 만든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SWBK는 모토로라와 삼성, 엘지 등 굴지의 기업과 작업하면서, 친구이자 동료인 스티키몬스 터랩(Sticky Monster Lab)과 공동 전시도 마련했다. 그들의 새로운 도전인 ‘매터엔매터(matter&matter)’ 라는 가구 레이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모은 나무와 재료를 인도네시아의 공장에서 조립한 다. 이미 몇 번의 전시에서 호평받은 가구들을 8월 초순 열린 전시장에서 봤다. 가구의 나뭇결은 부드러웠다. 오 래된 자재의 조합이 주는 투박함이 어깨 힘을 뺀 친구 같았다. 어딘가 사람 냄새가 났다. www.swbk.com, www.matterandmatter.com / twitter@swbkstudio (SWBK), @sdesignunit (personal _Song Bongkyu), @sukwoo0919 (personal _ Lee Sukwoo) 80 SPECTRUM


Andy Warhol Snap Case for iPhone 4 (Em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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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Minjung

이민정 / 배우

actress

이민정은 고등학생 때 영화연출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다 연극에 빠졌고, 연기에 대한 매력이 지금까지 이 어졌다. 그녀는 천상 여배우로 보인다. ‘날이 선 콧날과 크고 맑은 눈’처럼 외모에 대한 수식어가 그녀를 구성하는 큰 부분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았다. 털털한 웃음, 강아지를 좋아하는 손짓, 한창 촬영 중인 영화 <원더풀 라이프> 얘기(그녀는 한물간 아이돌 가수로 출연하며, 직접 노래도 부를 예정이다)와 IT 기기에 관 심 많은 모습이 오히려 이민정을 설명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번 픽토리얼을 위해 만난 거의 모든 사람에 게 물은 공통의 질문 - ‘당신이 생각하는 서울’에 대한 질문에, 그녀의 대답은 명료했다.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 가야 할 곳’. 비가 많이 오는 밤 끝난 촬영이었다. 나 또한 스스로 그러길 바랐다. www.cyworld.com/manjungs, www.barunsonenter.com/leeminjung 82 SPECTRUM


Incase Audio Reflex (Ash / Fluro 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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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A LLERY

YOUNG MEAN KANG

V

강영민 Kang Youngmean 1972 / Seoul / S.Korea / Lives and Works in SEOUL

http://youngmean.com, http://www.facebook.com/YoungmeanKang ‘조는 하트Sleeping Heart’ 캐릭터로 유명한 강영민은 한국의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이자 현대 미술가이다. 사람 들에게 친숙하고 보편적인 소재인 하트는, 강영민을 만나면서 의인화된다. 그들은 졸거나 코를 골고, 멍한 표 정을 짓거나 행복해한다. 기타를 치거나 술을 마시며 울고, 응급실에서 링거를 맡고 누워 있는 등 좀 더 인간 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실은 몰개성적인 존재인 하트는 작품마다 특정한 행위를 한다. 작 가 개인의 경험과 상상을 녹여낸 하트의 모습을 본 관객들은, 각자의 상황에 대입하며 하트와 개인의 감정을 연결한다. 강영민의 ‘조는 하트’가 표현하는 감정感情 은 초창기 작품보다 점점 복잡해진다. 철이 들고 성장하 며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알아가는 만화 주인공을 지켜보는 기분도 든다. 초창기 작품에서 울고 웃는 등 인간 본연의 감정이 드러난 작품들이 점점 현대인의 특정한 순간들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진화하면서, 현대 인의 복잡한 심리가 단순한 캐릭터를 통해 선 굵게 드러난다. 전통적인 방식의 회화 작업을 고집해온 작가는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페이스북Facebook에 올린 연작 ‘국기Flag’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형식의 작 업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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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MARI KIM 마리 킴 Mari Kim 1977 / Seoul / S.Korea / Lives and Works in SEOUL

http://blog.naver.com/mozart_mk 마리 킴은 최근 급격한 주목을 받는 팝 아티스트이자 현대 미술가이다. 앞서 소개한 강영민이 우리나라의 소위 1세대 팝 아티스트에 속한다면, 마리 킴의 초현실적인 소녀 자화상 연작들은 2세대 작가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눈을 뜻하는 아이eye와 인형을 뜻하는 돌doll을 결합한 신조어인 ‘아이돌EYEDOLL’이라 칭한 소녀들 은, 피노키오와 백설공주 등 고전 동화 속 캐릭터는 물론 평범한 여고생과 실존하는 아이돌 가수처럼 다양한 역 할 놀이role playing를 하며 작품 안에 녹아 있다. 또한 멀티미디어와 애니메이션multimedia & animation을 전공한 작가는 작품 생산에서도 기성 작가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의 작업은 얼핏 회화처럼 보이지만, 개인용 컴퓨터로 작업한 ‘인쇄물printed matter’만으로 제작된다. 실제로 마리 킴의 ‘아이돌’ 연작은 전통 회화와 실크 스크린 방식을 넘어서 아예 출력과 인쇄라는 방식으로 에디션이 매겨진다. 최근 호텔아트페어 서울 2011AHAF SEOUL 2011의 일부로 ‘마리 킴의 Wonder Tunnel Show’라는 전시를 선보이며 조각, 단편영화,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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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A LLERY

스펙트럼 매거진의 다섯 번째 챕터 ‘갤러리’는 동시대에 활동하는, 재능 넘치는 두 명의 아티스 트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그 세 번째로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두 명의 팝 아티스트, 강영민과 마리 킴이 만났습니다. 강영민은 ‘조는 하트’라는 캐릭터로 현대의 인간이 느끼는 감 정을 표현합니다. 마리 킴은 역할 놀이를 하는 ‘아이돌’ 연작으로 그녀가 만든 초현실적인 세계 로 관객들을 초대합니다.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럽고 심오한 개인행동 중 하나인 ‘예 술’은, 현대 미술의 영역 안에 들어오며 많은 것들이 바뀌고, 또 발전하고 있습니다. 팝 아트pop art 라는 장르는 시초라고 불리는 앤디 워홀Andy Warhol 시대부터 지금까지, 그것이 예술인지 아닌

지를 시작으로 다양한 접점과 논쟁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세대 팝 아티스트인 강영민 과 2세대 팝 아티스트인 마리 킴의 생각을 통해, 지금의 팝 아트와 현대 미술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대담에서는 몇 가지 주제를 중점적으로 들어보았습니다.

©Images courtesy of Kang Youngmean, Mari Kim

interview & text / 홍석우 Hong Sukwoo photography / 정재환 Jae Chung(JDZ) 86 SPECTRUM


01 Collaboration 공동작업

강영민(Kang Youngmean, 이하 Y): 공동작업콜라보레이션의 목적은, ‘같이 놀 수 있는’ 것이다. 좋은 공동작업에서는 그게 느껴진다. 잘못된 공동작업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니다. 심 지어 돈도 못 번다. 그 본질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돈자본’에 대한 생각이 나온다. 좀 거칠게 얘기하면, 386세대까지는 돈 과 자본에 대한 죄의식이 있다. 공동작업을 순수하게 보지 못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 있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재밌게 놀 수 있는 결과를 공동작업이라 해도, 마치 정치권의 3당 야합처럼 기회주의적인 야합을 떠올리는 게 386세대이다. 그들은 공 동작업이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면도 있다. 진정한 소통은 돈과 관 련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 그게 1970년대 생과 그전 세대를 가르는 분기점 아닐까. 홍석우: 공동작업에 대해, 두 분은 좀 더 유연한 생각을 하는 세대일 텐데. Y: 그냥 재밌게 하는 거다. 나는 여전히 그런(공동작업) 시도를 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이런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류 문화에 대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주류 문화의 정점 중 하나가 대중문화 중에서도 아이돌 문화가 됐다. 근데, 마리 킴과 와이지YG엔터테 인먼트

의 공동작업(마리 킴은 얼마 전 발매한 아이돌 그룹 투애니원2NE1; 이하 2NE1의 두 번째 미니앨

범 수록곡 ‘헤이트 유Hate You’의 앨범 커버 작업과 뮤직비디오 연출을 했다)의 경우, YG의 양현 석 대표가 직접 제안해서 이뤄진 것이었다. 마리 킴(Mari Kim, 이하 M): 2NE1 음반이라도 하나 갖고 왔어야 하는데. (웃음) 양현석 대표 가 어떤 가구 가게에 갔다가, 가구 가게 사장님이 구매한 제 그림을 다시 사갔다. 얼마 후 개인전 을 방문해서, 곧 나올 2NE1 앨범에서 뭔가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앨범 부클릿의 아트웍 작업을 하다가 뮤직비디오까지 확장하게 됐다. 뮤직비디오를 봤다. 기본적으로 평면 작업인데, ‘아이돌’들이 영상 안에서 움직이는 느낌이 새 로웠다. 마리 킴은 개인 작업뿐만 아니라 단편영화나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장르와도 활발히 작 업한다. 공동작업들은 개인작업과 비교하여 어떤가?

M: 2008년 초, <목구멍 속 금붕어>라는 단편영화를 찍었다. 고창민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 쓰 고, 편집하고, 소스 제공과 출연도 했다. 함께 하는 작업은 아무래도 혼자 하는 것보다 재미있 는 면이 많다. 이번 2NE1 작업도 애니메이션과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김광은 감독과 작업하 고, 애니메이션 제작사 동우 애니메이션과 작업했다.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한정된 금액 으로 이뤄진 작업이었지만, 제작사에서도 아이돌과 애니메이션의 만남 자체가 미개척지였기 에 적극적이었다.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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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Encounter 만남

둘은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나?

M: 단순한 이유였다. 경기도의 강영민 작업실 앞으로 이사 왔다. 작년 9월에 입주했어야 하는데 올해 3월에 들어갔다. 그때 처음 보게 됐다.

페이스북을 보면 두 분이 무척 친해 보이고, 얘기도 많이 할 것 같다. 팝아트의 1~2세대 작가 들인 셈인데,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인가? 장르는 같더라도, 작업 방식부터 모든 것이 달라 보이는데.

Y: 처음부터 많이 얘기한 건 아니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하우스룰즈House Rulez의 서로Soro와 공동작업 제안 때문이었다. 전통적인 화가는 혼자서 작업을 많이 해서 사람 만날 일이 거의 없 다. 그러다가 서로가 솔로 앨범을 낸다고 해서, ‘재밌는 무언가를 같이 하면서 놀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 셋이 만나서, ‘우리 오늘 뭐 하고 놀까?’부터 시작한 거다. 그렇게 뮤직 비디오를 만들기로 했다. 나미의 ‘빙글빙글’을 샘플링한다고 해서 거기에 마리 킴의 아이돌 소 녀를 넣기로 했다.

M: 평소에 아디다스Adidas 져지 트랙탑 재킷을 자주 입고 다닌다. 거기서 영감을 받았다며 강 영민에게 제안받았다. Y: 마리 킴의 재킷 중에 일장기 져지가 색깔별로 있었다. 그걸 보고 어느 쇼핑몰의 아디다스 져 지 카테고리를 찾아보니 태극기가 없는 거다. 일장기도 색깔별로 많은데 태극기가 왜 없을까. 이상했다. 애국심이 많아서가 아니다. 알고 보니 안 팔리니까 없는 거였다. 그래서 일장기를 태 극기로 바꿔보자고 생각했다. 마리 킴의 져지 소녀에 태극기를 붙이고, 빙글빙글 가사를 남북 관계로 해석해서 북한의 인공기도 붙였다. 마리 킴은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샤이닝The Shining> 에 나오는 쌍둥이처럼 둘이 손잡고 있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마리 킴은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데, 저는 옆에서 말을 많이 했다.

M: ‘잘 못하네’, ‘정확하지 않은 거 아니야?’ 하면서. Y: 거의 혀 근육만 썼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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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민_조는 하트 시리즈 Youngmean Kang_Sleeping Heart Series

62x62cm(each), acrylic on canvas, 2004

Soro - Sentimental Original Music Video Clip, 4' 19", 2011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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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킴 Mari Kim_Cat with flower ear rings

92cm x 84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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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Personal Works 작업

두 작가의 작업을 보면, 캐릭터는 같은데 변주가 계속 생긴다. 같은 캐릭터가 본인의 어떤 것들 때문에 변해가는지?

Y: ‘캐릭터’는 어디까지나 상업적인 영역에서 나온 것이다. 예를 들 어 고흐Gogh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있다. 그 둘의 어떤 면은 부각하고 어떤 면은 제거한다. 후대 사람들이 그렇게 기획한다. 미

디어가 발달하면서 더 마케팅에 집중한다. 미디어와 미디어를 통한 자본주의 커뮤니케이션 시 스템 때문에 캐릭터라는 것 자체가 나왔다. 나 또한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란 게 전부 만화 캐릭 터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작업하게 됐다. 그런데 직접 캐릭터를 만들면 헬로키티나 우주소년 아톰이나, 하다못해 비비스앤벗헤드Beavis and Butthead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다. 알고 보니, 그것들은 하나의 산업이었다. 작가가 자기 좋겠다 고 그려서 전시장에서 전시한다고 바로 되는 게 아니란 걸 안 거다. 그러면서 다른 캐릭터들에 대해 관심 두게 됐다. 아톰이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구나 했다. 그것들은 생명력을 갖고 움직 인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었다. 그런 캐릭터는 상업 영역이니까 뒤에 회사가 있다. ‘조는 하트’ 는 한 마디로 신생아이고, 혼자 만든 캐릭터라서, 시스템과 조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와는 다 르다. 그러다 보니 창작자의 의도와 감정 변화에 따른 변화의 시간이 시스템형形 캐릭터보다 느 린 ‘라이프 타임 캐릭터life time character’가 됐다. 예전에는 답답했지만, 소위 대량생산 시스템이 아니라서 또 다른 다른 맛이 있다. 대량 생산 시스템에서 나온 캐릭터들은, 예술이라기보단 단순한 공산품으로 기획되어 나온 것 아닌가?

Y: 그것을 ‘예술이다, 예술이 아니다’라고 구분하진 않는다. 다만 그런 캐릭턴가 있고 이런 캐릭 터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얘기하지만, 그 변화가 느리게 - 그 사람의 인생과 함께 가는 라이 프 타임 캐릭터만의 재미가 있다. 한 극단極端에 헬로키티나 뽀로로 같은 유명한 캐릭터가 있다 면, 다른 극단에는 조는 하트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최첨단 시스템 공장에서 돌아가고 다른 하 나는 집에서 가내수공업으로 만든다. 예전 같으면 가내수공업은 낙후된 시스템이고 첨단은 좋 은 시스템인데, 요새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가내수공업은 ‘순수 미술fine art’이라는 영역 안 에 있으니까. 2006년경부터 일반 대중들이 미술 시장을 많이 알게 됐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순수 미술 영역이 없었다면, 마리 킴도 미술계에 들어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과 멀 티미디어 전공이니까, 아마 팀 버튼Tim Burton처럼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우리나라는 팀 버튼의 영역이 없다. 실제로 마리 킴이 처음 캐릭터를 그려서 블로그에 올리고 출판사와 접촉했을 때, 사람들은 ‘한국에서는 통용되기 어렵다’라고 얘기했다.

M: 그림 그릴 때 항상 눈에 다크서클과 음영을 많이 넣는다. 무섭고 음산하다고 했다. 캐릭터 얘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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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 돌아가면, 그림 안에서 캐릭터가 죽을 수도 있다. 자살한다든가, 출산 후유증으로 죽는다 든가, 아니면 해피 애버 에프터happy ever after처럼 결혼해서 잘 살았다든가 할 수도 있다. 그 캐릭 터가 지금은 아이돌(2NE1)로 변했다.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자화상이지만 계속 변한다. 여신 에서 로봇으로, 기생으로, 사탕을 문 천진한 소녀도 된다. 자꾸 역할 놀이하는 식으로 바뀐다. 이게 왜 변하느냐면, 의도한 경우는 별로 없고, 당시 꽂히는 것을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한복 에 꽂혔을 때에는 기생을 그렸고, 아이돌을 그리다가 아이돌의 헬hell 버전도 그렸다. 별로다 싶 으면 더 무섭게 그리는 일도 있다. 멀리 보고 하는 것보단 사실은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으로 보면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 것 같다. (웃음) 마리 킴은 멀티미디어와 애니메이션(인터랙티브 미디어)을 전공했다. 순수 미술을 전공해서 회 화 작업하는 절차를 밟은 게 아닌데 지금은 순수 미술 영역에서 작업 중이다. 사실 전업 작가라 는 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 영역에 들어오게 되었나?

M: 진짜 단순한 건데, 블로그를 열심히 했다. 1년 동안 하루에 하나를 포스팅하겠다고 생각 했다. Y: 마리 킴이 블로그를 열심히 했다고 하면, 다들 ‘그거 말고 다른 이유’를 알려달라고 한다. (웃음) M: 처음에 아트피버Artfever라는 회사를 만났다. 밥장편집자 주; 일러스트레이터처럼 그림도 그리고 책 도 내고 이런 얘길 했다. 회사에서는 블로그 열심히 해보라는 얘길 흘리듯이 했다. 그 후 다시 만 났더니, ‘마리 킴은 그림을 입으로 그리나? 블로그 보니 아무것도 없던데’ 하는 거다. ‘안 되겠 다, 블로그를 열심히 하자’ 해서 일 년 동안 그림도 올리고 강아지 사진도 찍고 열심히 했다. 블 로그 포스팅 수가 365일 중에 380개가 됐다. 2007년이었다. 그래서 파워블로거가 됐다. 회 사에서는 처음에 상업 작가로 키우려고 했다. G마켓에서 그래픽 티셔츠를 낸다고 하면, 내 그 림만 안 맞는다고 탈락했다. 그러다 처음 연락 온 갤러리가 오페라 갤러리Opera Gallery였고, 그 다음이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Gallery SUN contemporary였다. 블로그를 보고 연락 온 거다. 그때부 터는 전시가 많이 잡혔다. 블로그에 올린 그림들은 본격적인 작품이라 할 수 없지 않았나?

M: 한 마디로 습작이다. 지금 보면 너무 못 그렸다. 애니메이션 전공이어서 그런지, 한 장면을 열심히 예쁘게 그리진 않는다. 당시 사람들도 ‘신기해요’, ‘특이해요’ 정도의 반응이었다. 그런 데 갤러리들은 생소하다면서 좋아했다. 미술은 항상 새로운 걸 찾지 않나. 상업 쪽에서는 ‘마리 킴은 힘들다, 안 된다’ 했는데, 회화 쪽에서는 좋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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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킴 Mari Kim_Farewell the last concubine

160cm x 130cm,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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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민 Youngmean Kang_Flag of Heart Series

Korea, United Kingdom, Colom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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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민 Youngmean Kang_Flag of Heart Series

Georgia, UN, Saudi Arab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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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안에서도 멀티미디어 작업, 실크스크린, 회화페인팅 혹은 그들의 결합 등 다양한 장르가 있 다. 그런데 블로그에는 회화 작업을 스캔하거나 사진 찍은 것도 아니고 ‘JPEG’ 이미지 파일 을 올린 것이다. 캐릭터가 독특하다는 이유만으로 어떻게 순수 미술 쪽에서 연락이 왔을까?

M: 내 작업은 전부 ‘프린트print; 인쇄물’이다. 프린트는 굉장히 소모되기 쉬운 방식인데, 그것을 미 술 시장 안에 진입시켰다는 점이 우리나라에서 한 가장 큰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전에는 아무도 하지 않았다. 물론 몇백, 몇천 장을 찍진 않는 대신 다양하게 변주한다. 토끼 모자 쓴 아 이돌 작품의 바탕색에 여러 버전이 있는 식이다. 요즘은 ‘프린트’라는 것을 다 알면서도, 판매가 잘 되고 있다. 처음 앤디 워홀Andy Warhol이 나왔을 때를 떠올리면, 그는 초창기에 실크 스크린만 으로 작업했다. 그림을 못 그리는 게 아님에도 그렇게 했다. 그가 한 가장 큰일도, 작업실을 ‘팩 토리factory’라고 만들고 막 찍어서 상업적인 논리에 의해 판 것이잖나. 그런데 (내 작업은) 그것 보다 더 상업적이다. 실크스크린은 오프셋offset이 있다. 흔들리면 원본과는 다르게 나온다. 하 지만 프린트는 100% 똑같이 나온다. 워홀이 시작했다면, 나는 정점을 찍는 역할을 하고 싶다. 우리나라 미술 시장에 새로운 ‘개념’이란 게 없다. 다른 데서도 나올 게 없다. 모든 게 다 나왔지 않나. 백남준이 유명한 이유가 ‘비디오아트’라는 개념의 창시자이기 때문인 것처럼, 그런 개념 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지금 말한 개념이란 것은, 어떤 움직임movement 혹은 경향의 시초를 얘기하는 건가?

M: 맞다. 프린트가 미술 시장에 진입한 것. 중요한 의미일 것이다.

04 Pop Art

우리나라 팝 아트 1~2세대인 당신들이 보기에, 지금의 팝 아트 씬 은 어떻게 보이는가?

팝 아트

M: 팝 아트가 대세인 느낌이다. 팝 아트를 소비하는 고객과 수집 가들이 30~40대로 젊다. 작가와 좋아하는 걸 함께 보고 자란 세 대다. 그들이 우리 그림을 보면 더 재밌고, 쉽고, 좋은 것이다. 점점 시장도 늘고, 더 많이 모 으고, 상품에 응용되는 폭도 넓어질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예술의 확장이라 생각한다. 우리나 라 팝 아티스트들도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처럼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걸작master piece들 은 항상 잘 팔리겠지만, 그만큼 영역은 넓어질 수 있다. 아니, 넓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Y: 팝 아트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다 팝 아트라고 본다. 장르가 따로 있어서 거기 종사하는 사람 96 SPECTRUM


마리킴 Mari Kim_ Snow white with a Chanel bag 130 cm x 114cm

들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기가 생기면 모든 게 팝 아트가 된다. 인기가 있다, 사랑을 받 는다, 여러 사람이 안다는 것. 특히 ‘대중mass’이 중요하다. 인기가 있고 사랑받아도 많은 사람 들이 모른다면 팝 아트는 아니다. 인기도 없고 사랑도 못 받는데 많은 사람이 안다면 팝 아트다. 인기의 기준이란?

Y: 영향력이 일상적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하나의 팝 아트 캐릭터라고 본 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랑을 받는지, 인기가 많은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훌륭한 팝 아트 캐 릭터라고 보는 거다. 마리 킴 작품은 예쁘고 독특한 소녀 캐릭터로도 보지만, 우리 사회 속 소녀 의 기존 이미지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도 본다. 소위 아이돌 ‘걸그룹’이 지향하는 소녀 이미지가 있다. (마리 킴의 그림은) 그 소녀 이미지와는 또 다른 소녀 이미지이다. 또 다른 소녀 이미지는, 또 다른 걸그룹과 매치가 된다. 그렇게 변화해가는 대중의 미감美感에 관심이 있다. 그렇게 따지 면 팝 아트의 영역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력을 끼치는 일상의 모든 영역’이라 할 수 있 다. 그 영역을 미학적으로 제시하고,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이다. 점 하나 찍는 것도, 훌륭한 팝 아트가 될 수 있다. 팝 아트는 정확히 그 작품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 점 하나 찍은 게 왜 비싸게 팔리는 지, 그 현상에 주목한다. 그리고 비싸게 팔린 것에 대해 악성 댓글이든 격려 댓글 이든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점에 주목한다. 다른 의미에서 추상 미술도 훌륭한 팝 아트가 될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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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을 것이다. 그 작품에는 관심 없더라도 사실은 굉장히 관심이 많은 것이다. 팝 아트는 예술 영역에서도 아까 표현처럼 ‘신생아’에 가깝고, 또 그래서 다른 영역과는 다른 점들이 있다.

Y: 가히 미술계의 예능이라고 볼 수 있다. 미술은 ‘엔터테인먼트’적이면 안 되는 거였다. 금기였 다. 그걸 팝 아트가 깼다. 그러면서 일부 사람들만 즐기던 미술이 넓어졌다. 순수 미술 쪽에서는 일부러 재미없게 갔다. 사람들이 모르게 하려면 재미없게 하는 게 최고니까. 이 세상에는 아무 도 자기들을 몰랐으면 하는 계층이 있다. 그들을 위해 열심히 복무하던 예술 영역이 깨진 거다. 그걸 깨는데 팝 아트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2011-2012년 계획을 알려달라.

M: 작년부터 올 초까지 쉬지 않고 작업했다. 9월에도 전시가 몇 개 있다. 그것들을 마치면 ‘잠 수’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올해 말까지는 쉬고 싶다. 지금까지 소모하는 기간이었다면, 소모한 것을 충전해서 좋은 생각으로 만들어서 내년에 개인전을 할 예정이다.

Y: 내년부터 밸런타인데이 때마다 개인전을 하려고 한다. 또, ‘조는 하트’의 마음을 사람들이 더 알아주길 바란다. 세상에 폭력이 많지 않나. 엊그제도 런던에 폭동이 일어났다. 폭력은 도와달 라는 비명이다. 사실 예술이고 뭐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하면 행복 하게 사는가?’ 그게 중요하다. 다 그걸 위한 수단일 뿐이다. 외로운 약자들이 폭력을 저지른다. 외로운 약자가 파시스트가 되고, 고문당해본 사람이 고문한다. 당한 만큼 세상에 돌려주는 이 치다. 이런 말도 있다. 인간이 택해야 할 것은 ‘폭력이냐 예술이냐’ 중 하나라는 것이다. 폭력을 예술로 대체시킬 수 있다. 예술이 중요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히틀러가 오스트리아 에서 미술학교에 들어갔다면 훌륭한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고, 비극은 없었을 거다. 폭동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는 ‘예술’이라는 선택권도 있다는 거다. 그게 우리 세대가 새롭게 안 사실이다. 그런 얘기들을 앞으로 쭉 하고 싶다. 밸런타인데이 때마다. s

이 인터뷰는 2011년 8월 15일 월요일, 서울 안국동의 4M 카페에서 진행되었습니다. 98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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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Collection 시대를 앞서는 비주얼 아티스트인 앤디 워홀 Andy Warhol은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였으며 테크놀로지가 현 대 문화와 예술의 미래를 선도할 것을 내다보았습니다. 자신의 “아내”라고 부른 오디오 레코더를 항상 지니고 다니고, 최신 음악 그리고 저명인사 친구들과의 대화 녹 음 내용을 듣기 위해 항상 헤드폰을 끼고 있던 Warhol은 그의 살아생전의 생활 속에서 항상 테크놀로지와 함 께 호흡하며, 아티스트와 창의적 사색가로서 끊임없이 발전하였습니다. 그는 또 컴퓨터를 예술 창작 활동의 도 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예술을 접목하는 선구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의 아트워 크와 Incase의 최첨단 디자인을 접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20세기 미국의 걸출한 예술가인 Andy Warhol은 세상에 도전하며 예술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앤디 워홀의 문화유산은 그의 아트워크와 Andy Warhol 재단 및 Andy Warhol 박물관의 노력을 통해 지 금까지 그 명목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제품 디자인들은 Warhol의 원작을 토대로 하며, 비주얼 아트 홍보 를 담당하는 뉴욕 소재 비영리 기관인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와의 라이 센스 계약으로 제작됩니다.

©/®/TM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108 SP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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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4 Incase의 정밀 공학으로 이루어진 iPhone 4용 제품은 시각적 효과와 질감 효과를 동시에 이용하여 지속적인 보호 옵션의 범위 를 넓히고 있습니다. 각 제품은 향상된 내구성과 다양한 개개인의 취향을 위해 진취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이고 다양한 재료로 만들 어지고 있습니다.

1. Pro Slider Case 2. Monochorme Slider Case 3. Perforated Slider C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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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ad 2 Incase의 iPad 2용 제품은 혁신적인 기기에 걸맞은 다양한 기능 과 보호기능을 제공합니다. 기존의 iPad케이스중 가장 인기 있었 던 북자켓과 매거진 자켓을 재설계했으며 iPad 2 제품뿐만 아니라 무선키보드용 케이스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118 SPECTRUM

1. Magazine Jacket for iPad 2 2. Mag Snap Case for iPad2 3. Origami Workstation for iPa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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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MacBook Air Incase의 MacBook용 제품은 정밀한 기술을 이용한 보호와 현 대적인 디자인의 미학, 개개인의 선택의 다양성을 위해서 제작되 었습니다. 각각의 케이스와 슬리브는 안목 높은 MacBook 사용 자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1. Perf Hardshell Case for MB Air 2. Neoprene Sleeve for MB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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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E

NEWS

TECH

애플과 친해지는 즐거움

Apple Premium Reseller CONCIERGE 컨시어지는 애플 제품을 더욱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애플 공인 프리미엄 전문매장으로서 수년간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의 1:1 상담과 아카데미에서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애플을 가장 알뜰하게 구매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또한 컨시어지 모바일은 디지털 디바이스 전문매장으로서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컴퓨 터, 카메라는 물론 헤드폰 등의 주변 상품들을 전문적인 직원들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한 곳에 서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다. 컨시어지 건대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6-1, 02-497-3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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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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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Flagship Store FLOW 플로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패션 트렌드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또한 플로우는 디자이너 들의 비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트랜드세터들이 모이는 장소인 가로수길 은 뉴욕의 소호나 파리의 마레 지구처럼 현재 서울의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할 때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플로우는 가로수길의 중심부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쇼핑 명소 중 한 곳으 로도 꼽힌다. 2007년 플로우 오픈 | 전 세계 신진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을 소개했다. 2008년 로컬 신진 디자이너의 반란 | 성공적으로 국내 로컬 신진 디자이너들을 소개했다. 2009년~현재 | 지하 1층의 새로운 매장 ‘3 DOORS DOWN’ 오픈,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국 내외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며 다양한 소비자들을 만족하게 하고 있다. 플로우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4-3 102, 02-515-8050)

INTERNATIONAL DESIGNERS Boessert Schorn / Butterfly Soulfire / Cheap Monday / Dianna Orving / Esrher Perbandt / F-Troupe / Generic Surplus / Ground Zero / Horace / House Of The Very Island / Incase / Insight / Ksubi / Mini For Many / Penfield / Peter Petrov / Something Else / Super / Superdry / Stone Island / Supra / Twenty8twelve / Vanishing Elephant / Aiaiai / Rubber Duck / Tretorn KOREAN DESIGNERS Fleamadonna / Johnny Hates Jazz / Jung Soo Yoo / Dianna Orving / Leigh / Nohke J / Notablement / Paul & Alice / Reike Nen / Steve J & Yoni P / Tache / The Loom / Used Future / Brown Breath / Byeuuns / Botazoo / Demonade / Jin Yoo / Manuelle Et Guillaume / Romanticize / The Centaur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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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ase store 서울 대학로 에이샵 02-741-0497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28 목동 에이샵 02-2163-2635 서울시 양천구 목1동 916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1층 미아 에이샵 02-2117-1863 서울시 성북구 길음3동 20-1 현대백화점 미아점 7층 반포 에이샵 02-3479-6187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19-3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 신관 5층 삼성 에이샵 02-3467-8373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7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7층 삼성 에이샵 코엑스 1 02-6002-1620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폭포길 N23 삼성 에이샵 코엑스 2 02-6002-1640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9-1 코엑스몰 B1F T21 서대문 에이샵 02-3145-2944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30-33 현대백화점 U-PLEX점 9층 신촌 에이샵 02-3145-2944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30-33 현대백화점 신촌점 9층 압구정 에이샵 02-3449-5485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429번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지하1층 압구정 에이샵 02-548-6177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494번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WEST 5층 영등포 에이샵 02-2638-2730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2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 2층 영등포 에이샵 02-2639-1464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34-5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B관 6층 천호 에이샵 02-2225-7094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 45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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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incasestore.co.kr

현대백화점 천호점 11층 강남 프리스비 02-536-1050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03-35 건대 프리스비 02-2218-3195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227-342 1층 S101호 명동 프리스비 02-318-7120 서울시 중구 명동2가 33-6 신촌 프리스비 02-335-0471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30-3 2층 홍대 프리스비 02-323-1765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58-12 건대 컨시어지 02-497-3599 서울시 광진구 화양동 6-1 노원 컨시어지 02-938-2773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606-14 대학로 컨시어지 02-747-3599 서울시 종로구 명륜4가 58 신촌 컨시어지 02-363-3599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18-20 압구정 컨시어지 02-543-3599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8-11 신사 윌리스 070-7732-7001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5번지 페이토빌딩 이대 윌리스 070-7732-8862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45-10호 종로 윌리스 070-7732-7361 서울시 종로구 종로2가 9번지 YMCA빌딩

서울시 강북구 번동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목동 핫트랙스 02-2648-6873 서울시 양천구 목동 917-1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논현 로닌 070-8282-3502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16-14 한일빌딩2층 홍대 로닌 070-8282-5311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7 아트빌딩 5층 명동 에이랜드 02-318-76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2가 9번지 신사 에이랜드 02-542-7639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5-2 구로 인터스포츠 02-2624-3120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60-3 문정 인터스포츠 02-431-7082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108-5 강변 아이샵 02-3424-6228 서울시 광진구 구의동 546-4 테크노마트판매동 6층 구로 케이머그 02-2026-3080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371-28 우림라이온스밸리 A동 118호 논현 세븐보드 02-3442-7617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28-1 1층 논현 쇼군 02-3442-6654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34-8 석상빌딩 1층 반포 블루핏 080-595-1155 서울시 서초구 반포1동 19-3

압구정 카시나 02-3443-8148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63-16 다울빌딩 1층

서초 지브이지 070-4143-0855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37-22 대우디오빌프라임 B115호

명동 카시나 프리미엄 02-773-3523 서울 중구 명동2가 83-5 눈스퀘어 4층

선릉 에이라이프 02-2051-2015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07-27 역삼아이파크타워 1층

홍대 카시나 프리미엄 02-3444-8148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2-4 광화문 핫트랙스 02-3700-6577 서울시 종로구 종로 1가 1번지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수유 핫트랙스 02-995-9961

신사 플로우 02-515-8050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4-3 102 신사 매그앤매그 02-2165-0536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36-9 압구정 웨얼하우스 02-544-1793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61-14 2층


인케이스(Incase) 전국 스토어

압구정 플랫폼 플레이스 02-742-4628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5-27

안양 핫트랙스 031-442-9961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 4동 676-1 CGV일번가 4층

압구정 픽스딕스 02-2039-7014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11 중산빌딩 1층

인천 에이팜 032-430-1972 인천시 남구 관교동 15번지 지하 1층 애플 메가샵

잠실 핫트랙스 02-417-9961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7-18 롯데캐슬골드 지하 1층

인천 플러스 초코 032-526-5652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201-25

부산 에이샵 051-745-2661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495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4층

종로 어노인팅 02-2269-2028 서울시 종로구 종로3가 107-2 1층

일산 픽스딕스 031-994-1020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867 웨스턴돔 I-102

부산 에이샵 051-667-0775 부산시 동구 범일동 62-5 현대백화점 부산점 7층

청담 10 꼬르소 꼬모 02-3018-1010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79번지

대전 에이샵 042-485-6177 대전시 서구 둔산2동 1036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 7층

울산 에이샵 052-228-0756 울산시 남구 삼산동 1521-1 현대백화점 울산점 7층

청량리 넵튠 02-3707-1866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620-69 롯데플라자 청량리점 1층

천안 에이샵 041-551-6177 천안시 신부동 354-1번지 갤러리아백화점 천안점 4층

진주 에이샵 055-791-1793 진주시 평안동 195번지 갤러리아 백화점 진주점 6층

경기 수원 에이샵 031-898-8761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25-1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7층 일산 에이샵 031-924-2200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2611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7층 중동 에이샵 032-623-2719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 1164 현대백화점 중동점 7층 분당 프리스비 031-709-1745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268-3 정인빌딩 1층 성남 핫트랙스 031-753-9961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1동 5542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수원 에즈샵 031-250-9909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2가 40-1 동인트루빌 110 안양 웨얼하우스 031-466-1793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66 1층 안양 케이머그 031-447-4325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674-145

경남 부산 에이샵 051-802-9201 부산시 진구 부전동 168-291 부산 에이샵 051-625-2940 부산시 남구 대연동 73-29

부산 프리스비 051-245-1035 부산시 중구 광복동 2가 8-2번지

충북 청주 인터스포츠 043-221-3140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 1가 106

충남 대전 프리스비 042-221-7041 대전시 중구 은행동 45-6 천안 빼빠 041-563-3740 충남 천안시 동남구 문화동 136-2 천안 에이팜 1588-1234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354-1

경북 대구 원트릭샵 053-428-0560 대구시 중구 삼덕동 1가 대구 핫트랙스 053-425-9961 대구시 중구 동성로 2가 88-25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부산 프리스비 051-808-0947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242-19 부산 프리스비 미니 051-819-9501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2동 194-1 2층 부산 컨시어지 051-515-8599 부산시 금정 장전 309-17 부산 컨시어지 051-819-3599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 190-1 101호 부산 핫트랙스 051-819-9961 부산시 진구 부전2동 536-3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 창원 핫트랙스 055-264-9961 창원시 상남동 78-3 창원마이우스 웰빙랜드 지하 1층 디지털존

전북 전주 멀티샵 엑스 063-283-3177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373-1 전주 핫트랙스 063-288-3700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96-1 엔떼피아빌딩 1층 FALL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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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3 / FALL 2011

Publisher

양준무 Joon Yang

Publishing Director 김세일 Seil Kim Editor

홍석우 Sukwoo Hong

Designer

유영아 Younga Yoo 김기범 Kibum Kim

Photographer

정재환 Jae Chung (Studio BONE)

Videographer

김래현 Rae hyun Kim (Studio BONE) Assist. 고윤성 Yoon sung Go (Studio BONE) -

Contents Manager 백은영 Lily Baek Contents Supervisor 리치 림 Rich Lim Distribution Manager 한재훈 Jay Han Contributing Editors

성범수 Bumsoo Sung, 밀리미터밀리그람 MMMG 이로 iro, 유도연 Doyeon Ryu, 김봉현 Bonghyun Kim 박세림 Serim Park, 김도훈 Dohoon Kim

Contributor 양민재 Hana (translation) ©2011 Spectru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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