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H_2012.04_Vol.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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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홍대앞 동네 잡지 CULTURE MAGAZINE for HONGDAE AREA

Cover Story 표지뒷면 Culture Calendar 01 Open Studio 02 Column 03 Think & Talk 04 Eat & Drink 06 Map 08 Music 10 Into the Book 11

CONTENTS

vol. 35

ⓒ Illustrated by Kyung -Mi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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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그문화 다방_Cafe

Vegetarian “새로 집필을 시작한 소설은 제목만 남겨둔 채 영원히 시작될 줄 몰랐고, 채식주의자였던 나를 2년간 공공연히 비난하던 여자친구는 이 말만을 남기고 이별을 선언했다. ‘네가 감자탕만 먹을 줄 알았어도….’” -영화 <러브픽션> 중에서

여기, 채식주의자라고 여친에게 차인 한 남자가 있다. 그가 한눈에 반한 여자는 한술 더

38%

떠 삼겹살 마니아다. 이들은 ‘식성의 차이’를 극복하고 연애에 돌입한다. 하정우가 역할을

전 세계 곡물 생산량 중 가축이 소비하는 양

맡은 구주월엔 전계수 영화감독의 개인적인 체험이 녹아 있다고 알려져 있다(그는 닭은 먹는 세미 베지테리언이다). 이 영화가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한국 로맨틱 코미디에 채식주의자란 존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비록 데이트를 망치기 싫어서 손톱만큼 자른 삼겹살을 세 겹의 상추로 감싸 먹어치우는 어설픈 채식주의자이지만, 영화 속 하정우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채식주의자들이 겪는 일상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소수의 독특한 취향’이라고만 여겨져온 채식주의자가 이제 새롭지도, 신기하지도 않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채식의 실천이 광범위해진 이유 최근 1~2년 사이 우리 사회에 채식주의는 꽤나 많이 퍼져 나갔다. 서울대와 한양대, 건국대 등 캠퍼스에 채식 뷔페가 생겨나는가 하면, 직장 구내식당에서도 채식 메뉴를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채식주의자가 늘어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채식에 우호적으로 변한 까닭이 가장 클 것이다. 채식은 생명존중과 환경보호, 건강증진을 위한 가장 손쉬운 선택이라고 채식주의자들은 말한다. 당장 지구온난화를 보자.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의 10%는 220억 마리의 가축에게서 나온다. 열대우림의 30%는 축산단지 조성으로 사라졌다. 전세계 곡물의 38%가 가축 사료로 사용되며, 미국의 경우 곡물의 70%가 소를 키우는 데 들어간다. 즉 고기를 소비하지 않으면 지구온난화를 예방할 수 있고,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의 기아나 물 문제 해결도 쉬워지는 것이다. ‘밥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국내 채식주의자 대표 연예인

WHY VEGETARIANISM MATTERS

또한 채식은 대규모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의 생명 존중, 즉 동물권과 동물복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존 로빈스는 “공장식 사육환경으로 인해 도살장에 끌려가기 직전의 닭 70%는 암에 걸려 있고, 돼지의 80%는 폐렴에 앓는다”고 주장한다. 동물도 인간도 같은 생명인데 이런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도축된다면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지난해 봄,

85%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비참하게 살처분되었던 돼지들을 떠올려본다면 더욱 이해가 갈 것이다. 채식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인들에게 발병률이 높은 암과 심혈관 질환은 대개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가 발병 원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채식을 하면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80%

70%

15

years

이효리

이하늬

윤진서

김창완

송일국

김제동

현저하게 줄어든다. 채소에 들어 있는 칼륨이 나트륨 흡수를 막아 혈압을 낮추고, 심장병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생활병 중 하나인 아토피 등 피부질환도 개선된다. 채식 식단은 평균수명을 15년 정도 늘린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유효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를 별난 선택으로만 봐오던 과거에 비해 부쩍 호의적으로 돌아선 데는 무엇보다 유명 연예인들의 참여가 미친 영향이 크다. 직접 유기견과 유기묘를 입양해 키우며, 모피에 반대의견을 드러내는 이효리는 작년 아예 채식을 선포했다. 한우홍보대사일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던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이하늬, 송일국, 김창완, 김제동, 윤진서 등도 채식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면서 채식은

채식을 할 경우 아마존 열대우림의 80%를 구한다

채식을 하면 세계의 청정한 물 70% 보존 가능

채식을 하면 최고 수명 15년 연장

채식은 편식일까?

채식을 하면 살이 빠지지 않을까?

채식,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채식에 대한 논란 중 가장 큰 부분은 영양학적 부분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나탈리 포트만은 늘씬하다 못해 깡말랐다.

채식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런저런 고민이 될 것이다. ‘과연 고기 없이 살

이리CAFE_Cafe

젊은 세대 사이에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선택이자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자, 그러나 생각지 못한 복병이 존재한다. 먼저 김치. 김치에는 온갖 젓갈이

영양소는 다양한데 특정 영양소군을 배제하고 섭취하는 편식은 나쁘다는

통통족들이라면 채식을 시작하며 의외의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지도

수 있을까?’ ‘채식만 하면 영양불균형으로 빈혈 등을 겪게 되진 않을까?’ ‘야근 때

들어간다. 지방에 따라 굴, 낙지, 생선머리도 들어간다. 이런 걸 넣지 않은 김치를

것이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들은 채식만으로도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모르겠다. 그러나 채식이 날씬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불편한

치맥의 유혹을 견딜 수 있을까?’ 등등.

찾아야 한다. 그뿐인가. 우리나라의 국물 요리 베이스는 기본적으로 ‘멸치육수’다.

있다고 한다. 채소와 곡류 외에 식물성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콩, 버섯 그리고

진실을 아시는지? 우리가 먹는 음식물(삼겹살이든 과일이든 가리지

그렇기 때문에 채식의 단계를 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뭉뚱그려서

칼국수, 된장찌개, 미역국을 비롯해 하다못해 떡볶이에도 멸치육수가 들어간다.

특히 부족하기 쉬운 지방질을 보충해주는 호두, 땅콩, 아몬드 등 견과류를 곁들여

않고) 가운데 잉여분은 몸에 저장되게 되어 있다. 즉 지방을 먹지 않더라도

채식주의자라고 부르지만 채식주의자의 단계는 다양하다. 고기나 생선은 물론

이걸 다 포기할 것인가?

먹으면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다. 붉은살코기나 우유를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도 필요 이상을 먹게 되면 ‘지방’으로 저장될 수밖에 없다. 그게 풀이든, 두부든, 콩고기든

우유・계란・버터・벌꿀・치즈 등 동물에서 비롯되는 모든 음식도 제한하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건 밥상을 함께한다는 건 단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함만이

칼슘 섭취가 어려우므로 녹황색 채소(케일, 시금치) 등을 많이 먹는 게 좋으며 현미와 콩(두부, 두유)의 섭취로

마찬가지인 것이다. 게다가 육식을 먹는 이들과 비등한 에너지를 쓰기 위해서는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더

가장 높은 등급은 비건Vegan이다. 우유・달걀・버터・치즈 등 유제품만 허용하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남자와 여자가 불판을

꼭 고기를 먹지 않아도 단백질 부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에디터가 만난 서너 명의 비건들은 모두 평균 체격의 소유자들이었다.

채식주의자는 락토Lacto, 여기에 달걀까지 허용하면 락토 오보Lacto Ovo, 여기에 또

앞에 두고 마주앉아 있다. 고기를 먹지 않는 남자가 여자는 불편하다. 밥상을 앞에

해산물까지 허용하면 페스코Pesco라고 한다. 여기에 닭고기(붉은살코기는 제외)를

두고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하지만

Pollo

허용하면 폴로

column

라고 한다. 크게 말하자면 고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먹는 사람,

고기와 생선을 제외하고 유제품과 채소를 먹는 사람, 그리고 순수하게 채소와

나의 원칙은 때로 마주앉은 이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기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상황까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래야만 극단적으로 원칙만 고집하다가 쉽사리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나 - 구현지(프리랜서)

곡류만을 먹는 사람으로 나뉘는 셈이다. 이렇게 단계를 보고 식단을 고민해보면

무너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채식은 금연이나 금주처럼 완전히 끊어야 하는 것이

대개는 다음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3번. 어쩌다가 채식주의자가 되셨어요? 이 질문의 답도 준비되어

실천의 강도가 정해질 것이다. 스스로 단백질 보충 식단을 더 마련해 먹거나, 집에서

아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실천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수위를

지난해 가을 회사를 그만둔 후 제주도에 사는 선배네 집에 의탁해 지내며 매일 혼자 제주올레길을 걸었다.

있다.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이란 책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이 세 가지 질문에는 되도록

스스로 해먹기보다는 매식이 잦다면 현실적으로 유제품을 허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조절하는 것. 그것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채식의 지름길이 아닐까.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서도 넘어지기 일쑤이고, 300m 이상 걸으면 피곤을 호소하며 택시를 잡자고 주장하는

간결하고 정확하게, 진지하게 답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왠지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채식주의자로서

걸음치인 내가 ‘걷기 여행’이라니! 완주하고 돌아온 지금까지도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여전히 ‘정말 걷긴 걸은

정체성에 위협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자, 이제 4번. 왜 채식주의자가 되셨어요? 어려운 것은

거야?’라며 미심쩍어 한다.

이거다. 내 대답은 이거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요.

아무튼 나는 비교적 잘 걸어 다녔고 선배네 집 근처에 단골 김밥집도 생겼다. 처음 제주도의 그 동네 김밥집을

직접적인 계기는 물론 《희망의 밥상》이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이것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찾아간 날,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주인 아주머니의 선처를 불러 일으킬 만한 귀여운 말투로 물어보았다. “햄

내 문제로 여기고, 뭔가 반 발짝이라도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겠다고 느꼈을 때 가장 손쉬운 선택이 채식이었던

좀 빼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나 주인 아줌마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채식주의자구나?” 그랬다.

것이다. 책은 그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똑바로 바라보려 하지 않았던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렇게 콕 집어 지적당하기는 처음이었다. 아주머니는 프로의 솜씨로 김밥 재료를 꺼내며 “비건이에요?

눈앞의 고기를 한 점 먹을 때까지 어떤 불편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사실 알고 있었다. 다만 생각하기를 멈췄을

Varieties Of

따름이었다. 식사란 단지 영양분을 섭취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들어내기까지의 예술적인 과정들, 함께

분식집 아줌마인데. 내 놀람을 감지했는지 “손님들 중에 채식주의자 많아요. 특히 외국인들. 그래서 김밥에

음식을 나누며 즐기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공유가 섞인 자리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위협하는

뭐 들어가냐고 물어보고 뭐는 빼달라고 해요”라고 말을 잇는다. 역시 세계적인 관광의 섬 제주다. 김밥집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오가는 여행객들을 보며 ‘채식주의’쯤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 것이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육식에만 집착하지 않는 좋은 친구들이 많다. 또한 7년 전보다는 채식과 채식주의에 대한

아주머니의 질문에 답하자면 나는 비건은 아니다. 그저 닭이나 오리 같은 조류 조금, 고기 조금, 새우 조금 안

이해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그나마 평화롭게 채식주의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먹는 초급 채식주의자다. 우유는 마시지 않지만 빵이나 과자 등에 들어간 우유는 거부하지 않는다. 달걀과 생선은 먹는다. 채식주의자의 여러 단계에

Lacto Ovo

내가 일해 온 잡지계가 그나마 채식주의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준다. 그렇지 않은, 보통 회사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괴로운 선택의 순간에 많이 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지, 잘 헤쳐 나가시라.

손꼽아보면 ‘이제 고기를 그만 먹어야겠어’라고

채식주의자가 되어 가장 좋은 점은 한밤중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야식테러’에 담담해진다는 것이다. 프라이드

결심한 것이 2006년이니 올해로 7년째에

치킨? 족발? 훗, 그건 내 ‘에어리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좀 달라진다. 보통 사람들은

접어든다. 내가 (얼치기 채식주의자래도 어쨌든)

생활하면서 먹거리의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채식주의자들은 음식을 자신의 ‘주의’에

채식주의자라는 걸 알게 되면 상대방의 질문은

끌어들인 사람들이다. 동물과 식물, 인간이 먹기 위해서 길러내는 모든 생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개 비슷하다. 1번. 생선도 안 드세요? 아니 생선은

동물생명권에 관심을 갖게 되고 유기동물을 돕게 되며 가죽옷을 덜 입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마도 좀 더

먹습니다. 에이, 채식주의자 아니네. 또는, 그럼 생선을 먹으러 갑시다. 2번. 언제부터 채식주의자가 되셨어요?

좋은 사람이 되는 계기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생명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결국 채식주의에 이르곤 한다. 지구의 생명도 좀 연장시킬 수 있다. 아시다시피 채소보다는 가축을 키우는 데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발생하니까. 음, 또 채식을 실천하는 연예인 이효리와 공통점이 하나 생기는 거니까 그것도 장점이겠다.

장쌤_Cafe

이건 답이 간결하다. 7년 되었습니다. 에이, 얼마 안 됐네. 그리고

K.265_Cafe

따르면 나는 꽤 하수다.

Lacto pollo

카페 느림_Cafe

달걀은 먹어요? 햄 대신 게맛살이나 어묵을 넣어줄까요?”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고작 테이블 세 개의 자그마한

VEGAN Pesco

VEGETARIANISM

상수동카페_Cafe

전세계 심혈관 질환자 중 육식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

그녀가 동물권에 관심을 보이다가 아예 채식주의자로 돌아선 사실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모았다. 그녀 외에도

홍대 주변 채식 맛집

슬로비

전수미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로 비건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추구한다. 미국

서교가든 사거리 부근에 위치한 햇빛부엌.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에 모인 이들이 힘을

상수역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오요리는 오픈한 지 4년째 접어드는 아시안

4월이면 1주년이 되는 커뮤니티 카페 슬로비는 도시농부, 느림의 가치를 추구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요리학교를 다니던 시절, 유명 채식레스토랑 그린스를 찾게 된 것이

합해 만든 커뮤니티 카페로 좋은 먹거리를 나누는 공간이자 공방이고 놀이터를

레스토랑이다. 초창기엔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서빙을 하는 레스토랑으로 널리

곳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전 직원이 텃밭에 농사를 짓고, 그 결과 거둔 재료로 만든

채식의 계기가 되었다고. 인기 메뉴는 초코 브라우니와 두부치즈케이크, 두유 요거트.

표방한다. 각종 강습 소모임이 많다는 것이 특징. 보컬반, 기타반, 일어반, 프랑스어반,

알려졌지만, 요즘은 꼭 ‘다문화’에 관심 있지 않다 해도 오요리만의 맛과 편안함에

밥상을 차려낸다. 대표 메뉴는 국과 밥, 김치와 5개 찬으로 구성되는 ‘그때그때

특히 두부치즈케이크는 진한 치즈 맛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담백하고 심심하게

타로와 별자리반 등 3~5명 위주의 작은 강습이 요일별로 열리고, 바느질모임,

반해 찾는 단골들이 많다. 이곳은 채식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밥상’. 그날그날 제철 재료를 이용해 정갈하게 차린다. 10~15회 쿠폰을 끊으면 10%

변경이 예상되어 취재는 하지 못했으나 빵

느껴질 수 있지만 은근한 깊은 맛이 매력적이다. 두유리코타 치즈 그린 샐러드나 두부

미술모임 등도 반응이 좋단다. 대개 단골이나 스태프의 자발적 건의로 시작되는 만큼

비건 메뉴로 대체해주는 융통성을 발휘한다. 채식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할인된 금액에 밥상을 받게 되는 마일리지 제도도 있다. 이 밥상은 채식 식단으로

이외에 음료, 잼,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한다.

샌드위치, 베지버거와 같은 음식도 인기. 쿡앤북에서는 우유, 버터, 달걀 등 동물성

호응도 좋다. 이곳의 식사메뉴 6개 중 4개(채식라면, 채식커리, 현미떡볶이, 두부밥)가

때문에 요청이 들어오면 가능한 한 재료를 대체해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내준다고.

교체 가능하다. 가게 한켠에는 에코숍이 마련돼 있다. 현재는 ‘고엘의 보따리’ 제품을

재료를 일절 쓰지 않으며 백설탕, 백밀가루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두부, 카놀라유,

비건 메뉴다. 9년째 채식주의를 지켜오고 있는 카페지킴이 쥬쥬가 엄선한 메뉴들로

비건 추천 메뉴는 인삼버섯샐러드와 두부 스테이크. 특히 인삼버섯샐러드는 크림이나

판매중이다. 슬로비의 단골 10여 명이 캄보디아 자립공동체를 후원하는 의미에서

포도씨유, 두유 등 대체 재료를 활용하여 순한 맛을 낸다. 자연식 베이킹을 배울 수

직접 먹어보고 확인한 메뉴들로만 내놓는다. 이곳은 우유가 들어간 음료도 두유로

마요네즈 대신 두부와 코코넛 밀크를 활용해 만든 소스와 인삼이 어우러져 맛으로나

30만원씩 출자해 ‘보따리상’ 개념으로 접근한 의미 있는 시도라고. 그 외에도 한 달에

있는 쿠킹 클래스(4인 정원 기준)도 한 달 기준으로 진행된다. 건강 먹거리에 관심 있는

대체 가능하며, 유자나 매실, 팥 라떼 등 건강차는 물론 달걀, 우유, 버터를 쓰지 않은

영양학적으로나 우수하다고. 또 찹쌀가루와 흑임자를 섞은 걸 묻혀 지져내는 두부

한 번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단체와 사람을 초청해 토크를 나누는 오라잇테이블 등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체크해볼 것. Tel. 02-325-1028

채식 쿠키도 판매한다. 근처 성미산 마을 공동체는 물론 생협에서 좋은 물건을 들여와

스테이크도 그 식감이 별미다.

다채로운 활동이 펼쳐진다. 격월간 잡지 <카페 슬로비>도 만날 수 있다.

Web blog.naver.com/cookandbook

판매도 한다. Tel. 02-338-3235

Tel. 02-332-5525 Web www.orgyori.com

Tel. 02-3143-5525 Web blog.naver.com/slobbie8

Places For VEGANS 베지홀릭(070-4114-0458) 대표적인 비건 베이커리. 조만간 상호

악토버(02-322-7882) 설탕, 버터, 우유, 달걀을 쓰지 않는 베이커리. ‘르방’이라는 천연발효종으로 빵을 만든다. 제니스브레드(02-3789-7817) 비건용 샌드위치 메뉴를 갖추고 있다. 성미산밥상(02-336-0317) 채식주의자를 위한 밥상을 주문할 수 있다.

두유요거트(6,000원). 두유로 만든 담백한 요거트에 홈메이드 그리놀라, 베리를 넣어 상큼함을 더한 건강 메뉴.

현미떡볶이(6,000원). 무와 다시마로 낸 육수에 갖은 야채를 듬뿍 넣어 건강을 생각했다. 현미와 백미를 반씩 섞은 떡을 사용한다.

인삼버섯샐러드. 간 두부와 코코넛 밀크를 섞어낸 소스가 어우러진 영양만점 샐러드.

‘그때그때 밥상’(6,000원). 배추된장국에 샐러드, 마늘쫑 장아찌와 유채김치, 콩나물 부추겉절이 등으로 차려냈다.

수카라(02-336-0317) 천연효모빵과 야채스튜 플레이트로 100% 비건용 메뉴를 제공한다.(하루 8개 한정)

태양이 열리는 나무_Cafe

좋은 먹거리로 돌보는 밥상

오요리

와우산로 3길

채식에 우호적인 아시안 레스토랑

햇빛부엌

앨리 촬영 및 조사 문가영 커버스토리 디자인 장성환·류아진

비건이 운영하는 동네카페

쿡앤북

ALLEY OF HONGDAE

몸도 혀도 즐거운 자연식 카페

LP愛_Cafe

VegAn-Friendly CafeS & RestauRants


Being

그문화 다방_Cafe

Vegetarian “새로 집필을 시작한 소설은 제목만 남겨둔 채 영원히 시작될 줄 몰랐고, 채식주의자였던 나를 2년간 공공연히 비난하던 여자친구는 이 말만을 남기고 이별을 선언했다. ‘네가 감자탕만 먹을 줄 알았어도….’” -영화 <러브픽션> 중에서

여기, 채식주의자라고 여친에게 차인 한 남자가 있다. 그가 한눈에 반한 여자는 한술 더

38%

떠 삼겹살 마니아다. 이들은 ‘식성의 차이’를 극복하고 연애에 돌입한다. 하정우가 역할을

전 세계 곡물 생산량 중 가축이 소비하는 양

맡은 구주월엔 전계수 영화감독의 개인적인 체험이 녹아 있다고 알려져 있다(그는 닭은 먹는 세미 베지테리언이다). 이 영화가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한국 로맨틱 코미디에 채식주의자란 존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비록 데이트를 망치기 싫어서 손톱만큼 자른 삼겹살을 세 겹의 상추로 감싸 먹어치우는 어설픈 채식주의자이지만, 영화 속 하정우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채식주의자들이 겪는 일상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소수의 독특한 취향’이라고만 여겨져온 채식주의자가 이제 새롭지도, 신기하지도 않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채식의 실천이 광범위해진 이유 최근 1~2년 사이 우리 사회에 채식주의는 꽤나 많이 퍼져 나갔다. 서울대와 한양대, 건국대 등 캠퍼스에 채식 뷔페가 생겨나는가 하면, 직장 구내식당에서도 채식 메뉴를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채식주의자가 늘어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채식에 우호적으로 변한 까닭이 가장 클 것이다. 채식은 생명존중과 환경보호, 건강증진을 위한 가장 손쉬운 선택이라고 채식주의자들은 말한다. 당장 지구온난화를 보자.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의 10%는 220억 마리의 가축에게서 나온다. 열대우림의 30%는 축산단지 조성으로 사라졌다. 전세계 곡물의 38%가 가축 사료로 사용되며, 미국의 경우 곡물의 70%가 소를 키우는 데 들어간다. 즉 고기를 소비하지 않으면 지구온난화를 예방할 수 있고,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의 기아나 물 문제 해결도 쉬워지는 것이다. ‘밥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국내 채식주의자 대표 연예인

WHY VEGETARIANISM MATTERS

또한 채식은 대규모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의 생명 존중, 즉 동물권과 동물복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존 로빈스는 “공장식 사육환경으로 인해 도살장에 끌려가기 직전의 닭 70%는 암에 걸려 있고, 돼지의 80%는 폐렴에 앓는다”고 주장한다. 동물도 인간도 같은 생명인데 이런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도축된다면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지난해 봄,

85%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비참하게 살처분되었던 돼지들을 떠올려본다면 더욱 이해가 갈 것이다. 채식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인들에게 발병률이 높은 암과 심혈관 질환은 대개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가 발병 원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채식을 하면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80%

70%

15

years

이효리

이하늬

윤진서

김창완

송일국

김제동

현저하게 줄어든다. 채소에 들어 있는 칼륨이 나트륨 흡수를 막아 혈압을 낮추고, 심장병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생활병 중 하나인 아토피 등 피부질환도 개선된다. 채식 식단은 평균수명을 15년 정도 늘린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유효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를 별난 선택으로만 봐오던 과거에 비해 부쩍 호의적으로 돌아선 데는 무엇보다 유명 연예인들의 참여가 미친 영향이 크다. 직접 유기견과 유기묘를 입양해 키우며, 모피에 반대의견을 드러내는 이효리는 작년 아예 채식을 선포했다. 한우홍보대사일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던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이하늬, 송일국, 김창완, 김제동, 윤진서 등도 채식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면서 채식은

채식을 할 경우 아마존 열대우림의 80%를 구한다

채식을 하면 세계의 청정한 물 70% 보존 가능

채식을 하면 최고 수명 15년 연장

채식은 편식일까?

채식을 하면 살이 빠지지 않을까?

채식,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채식에 대한 논란 중 가장 큰 부분은 영양학적 부분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나탈리 포트만은 늘씬하다 못해 깡말랐다.

채식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런저런 고민이 될 것이다. ‘과연 고기 없이 살

이리CAFE_Cafe

젊은 세대 사이에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선택이자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자, 그러나 생각지 못한 복병이 존재한다. 먼저 김치. 김치에는 온갖 젓갈이

영양소는 다양한데 특정 영양소군을 배제하고 섭취하는 편식은 나쁘다는

통통족들이라면 채식을 시작하며 의외의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지도

수 있을까?’ ‘채식만 하면 영양불균형으로 빈혈 등을 겪게 되진 않을까?’ ‘야근 때

들어간다. 지방에 따라 굴, 낙지, 생선머리도 들어간다. 이런 걸 넣지 않은 김치를

것이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들은 채식만으로도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모르겠다. 그러나 채식이 날씬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불편한

치맥의 유혹을 견딜 수 있을까?’ 등등.

찾아야 한다. 그뿐인가. 우리나라의 국물 요리 베이스는 기본적으로 ‘멸치육수’다.

있다고 한다. 채소와 곡류 외에 식물성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콩, 버섯 그리고

진실을 아시는지? 우리가 먹는 음식물(삼겹살이든 과일이든 가리지

그렇기 때문에 채식의 단계를 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뭉뚱그려서

칼국수, 된장찌개, 미역국을 비롯해 하다못해 떡볶이에도 멸치육수가 들어간다.

특히 부족하기 쉬운 지방질을 보충해주는 호두, 땅콩, 아몬드 등 견과류를 곁들여

않고) 가운데 잉여분은 몸에 저장되게 되어 있다. 즉 지방을 먹지 않더라도

채식주의자라고 부르지만 채식주의자의 단계는 다양하다. 고기나 생선은 물론

이걸 다 포기할 것인가?

먹으면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다. 붉은살코기나 우유를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도 필요 이상을 먹게 되면 ‘지방’으로 저장될 수밖에 없다. 그게 풀이든, 두부든, 콩고기든

우유・계란・버터・벌꿀・치즈 등 동물에서 비롯되는 모든 음식도 제한하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건 밥상을 함께한다는 건 단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함만이

칼슘 섭취가 어려우므로 녹황색 채소(케일, 시금치) 등을 많이 먹는 게 좋으며 현미와 콩(두부, 두유)의 섭취로

마찬가지인 것이다. 게다가 육식을 먹는 이들과 비등한 에너지를 쓰기 위해서는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더

가장 높은 등급은 비건Vegan이다. 우유・달걀・버터・치즈 등 유제품만 허용하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남자와 여자가 불판을

꼭 고기를 먹지 않아도 단백질 부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에디터가 만난 서너 명의 비건들은 모두 평균 체격의 소유자들이었다.

채식주의자는 락토Lacto, 여기에 달걀까지 허용하면 락토 오보Lacto Ovo, 여기에 또

앞에 두고 마주앉아 있다. 고기를 먹지 않는 남자가 여자는 불편하다. 밥상을 앞에

해산물까지 허용하면 페스코Pesco라고 한다. 여기에 닭고기(붉은살코기는 제외)를

두고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하지만

Pollo

허용하면 폴로

column

라고 한다. 크게 말하자면 고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먹는 사람,

고기와 생선을 제외하고 유제품과 채소를 먹는 사람, 그리고 순수하게 채소와

나의 원칙은 때로 마주앉은 이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기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상황까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래야만 극단적으로 원칙만 고집하다가 쉽사리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나 - 구현지(프리랜서)

곡류만을 먹는 사람으로 나뉘는 셈이다. 이렇게 단계를 보고 식단을 고민해보면

무너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채식은 금연이나 금주처럼 완전히 끊어야 하는 것이

대개는 다음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3번. 어쩌다가 채식주의자가 되셨어요? 이 질문의 답도 준비되어

실천의 강도가 정해질 것이다. 스스로 단백질 보충 식단을 더 마련해 먹거나, 집에서

아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실천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수위를

지난해 가을 회사를 그만둔 후 제주도에 사는 선배네 집에 의탁해 지내며 매일 혼자 제주올레길을 걸었다.

있다.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이란 책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이 세 가지 질문에는 되도록

스스로 해먹기보다는 매식이 잦다면 현실적으로 유제품을 허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조절하는 것. 그것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채식의 지름길이 아닐까.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서도 넘어지기 일쑤이고, 300m 이상 걸으면 피곤을 호소하며 택시를 잡자고 주장하는

간결하고 정확하게, 진지하게 답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왠지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채식주의자로서

걸음치인 내가 ‘걷기 여행’이라니! 완주하고 돌아온 지금까지도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여전히 ‘정말 걷긴 걸은

정체성에 위협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자, 이제 4번. 왜 채식주의자가 되셨어요? 어려운 것은

거야?’라며 미심쩍어 한다.

이거다. 내 대답은 이거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요.

아무튼 나는 비교적 잘 걸어 다녔고 선배네 집 근처에 단골 김밥집도 생겼다. 처음 제주도의 그 동네 김밥집을

직접적인 계기는 물론 《희망의 밥상》이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이것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찾아간 날,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주인 아주머니의 선처를 불러 일으킬 만한 귀여운 말투로 물어보았다. “햄

내 문제로 여기고, 뭔가 반 발짝이라도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겠다고 느꼈을 때 가장 손쉬운 선택이 채식이었던

좀 빼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나 주인 아줌마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채식주의자구나?” 그랬다.

것이다. 책은 그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똑바로 바라보려 하지 않았던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렇게 콕 집어 지적당하기는 처음이었다. 아주머니는 프로의 솜씨로 김밥 재료를 꺼내며 “비건이에요?

눈앞의 고기를 한 점 먹을 때까지 어떤 불편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사실 알고 있었다. 다만 생각하기를 멈췄을

Varieties Of

따름이었다. 식사란 단지 영양분을 섭취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들어내기까지의 예술적인 과정들, 함께

분식집 아줌마인데. 내 놀람을 감지했는지 “손님들 중에 채식주의자 많아요. 특히 외국인들. 그래서 김밥에

음식을 나누며 즐기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공유가 섞인 자리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위협하는

뭐 들어가냐고 물어보고 뭐는 빼달라고 해요”라고 말을 잇는다. 역시 세계적인 관광의 섬 제주다. 김밥집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오가는 여행객들을 보며 ‘채식주의’쯤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 것이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육식에만 집착하지 않는 좋은 친구들이 많다. 또한 7년 전보다는 채식과 채식주의에 대한

아주머니의 질문에 답하자면 나는 비건은 아니다. 그저 닭이나 오리 같은 조류 조금, 고기 조금, 새우 조금 안

이해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그나마 평화롭게 채식주의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먹는 초급 채식주의자다. 우유는 마시지 않지만 빵이나 과자 등에 들어간 우유는 거부하지 않는다. 달걀과 생선은 먹는다. 채식주의자의 여러 단계에

Lacto Ovo

내가 일해 온 잡지계가 그나마 채식주의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준다. 그렇지 않은, 보통 회사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괴로운 선택의 순간에 많이 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지, 잘 헤쳐 나가시라.

손꼽아보면 ‘이제 고기를 그만 먹어야겠어’라고

채식주의자가 되어 가장 좋은 점은 한밤중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야식테러’에 담담해진다는 것이다. 프라이드

결심한 것이 2006년이니 올해로 7년째에

치킨? 족발? 훗, 그건 내 ‘에어리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좀 달라진다. 보통 사람들은

접어든다. 내가 (얼치기 채식주의자래도 어쨌든)

생활하면서 먹거리의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채식주의자들은 음식을 자신의 ‘주의’에

채식주의자라는 걸 알게 되면 상대방의 질문은

끌어들인 사람들이다. 동물과 식물, 인간이 먹기 위해서 길러내는 모든 생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개 비슷하다. 1번. 생선도 안 드세요? 아니 생선은

동물생명권에 관심을 갖게 되고 유기동물을 돕게 되며 가죽옷을 덜 입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마도 좀 더

먹습니다. 에이, 채식주의자 아니네. 또는, 그럼 생선을 먹으러 갑시다. 2번. 언제부터 채식주의자가 되셨어요?

좋은 사람이 되는 계기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생명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결국 채식주의에 이르곤 한다. 지구의 생명도 좀 연장시킬 수 있다. 아시다시피 채소보다는 가축을 키우는 데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발생하니까. 음, 또 채식을 실천하는 연예인 이효리와 공통점이 하나 생기는 거니까 그것도 장점이겠다.

장쌤_Cafe

이건 답이 간결하다. 7년 되었습니다. 에이, 얼마 안 됐네. 그리고

K.265_Cafe

따르면 나는 꽤 하수다.

Lacto pollo

카페 느림_Cafe

달걀은 먹어요? 햄 대신 게맛살이나 어묵을 넣어줄까요?”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고작 테이블 세 개의 자그마한

VEGAN Pesco

VEGETARIANISM

상수동카페_Cafe

전세계 심혈관 질환자 중 육식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

그녀가 동물권에 관심을 보이다가 아예 채식주의자로 돌아선 사실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모았다. 그녀 외에도

홍대 주변 채식 맛집

슬로비

전수미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로 비건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추구한다. 미국

서교가든 사거리 부근에 위치한 햇빛부엌.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에 모인 이들이 힘을

상수역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오요리는 오픈한 지 4년째 접어드는 아시안

4월이면 1주년이 되는 커뮤니티 카페 슬로비는 도시농부, 느림의 가치를 추구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요리학교를 다니던 시절, 유명 채식레스토랑 그린스를 찾게 된 것이

합해 만든 커뮤니티 카페로 좋은 먹거리를 나누는 공간이자 공방이고 놀이터를

레스토랑이다. 초창기엔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서빙을 하는 레스토랑으로 널리

곳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전 직원이 텃밭에 농사를 짓고, 그 결과 거둔 재료로 만든

채식의 계기가 되었다고. 인기 메뉴는 초코 브라우니와 두부치즈케이크, 두유 요거트.

표방한다. 각종 강습 소모임이 많다는 것이 특징. 보컬반, 기타반, 일어반, 프랑스어반,

알려졌지만, 요즘은 꼭 ‘다문화’에 관심 있지 않다 해도 오요리만의 맛과 편안함에

밥상을 차려낸다. 대표 메뉴는 국과 밥, 김치와 5개 찬으로 구성되는 ‘그때그때

특히 두부치즈케이크는 진한 치즈 맛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담백하고 심심하게

타로와 별자리반 등 3~5명 위주의 작은 강습이 요일별로 열리고, 바느질모임,

반해 찾는 단골들이 많다. 이곳은 채식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밥상’. 그날그날 제철 재료를 이용해 정갈하게 차린다. 10~15회 쿠폰을 끊으면 10%

변경이 예상되어 취재는 하지 못했으나 빵

느껴질 수 있지만 은근한 깊은 맛이 매력적이다. 두유리코타 치즈 그린 샐러드나 두부

미술모임 등도 반응이 좋단다. 대개 단골이나 스태프의 자발적 건의로 시작되는 만큼

비건 메뉴로 대체해주는 융통성을 발휘한다. 채식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할인된 금액에 밥상을 받게 되는 마일리지 제도도 있다. 이 밥상은 채식 식단으로

이외에 음료, 잼,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한다.

샌드위치, 베지버거와 같은 음식도 인기. 쿡앤북에서는 우유, 버터, 달걀 등 동물성

호응도 좋다. 이곳의 식사메뉴 6개 중 4개(채식라면, 채식커리, 현미떡볶이, 두부밥)가

때문에 요청이 들어오면 가능한 한 재료를 대체해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내준다고.

교체 가능하다. 가게 한켠에는 에코숍이 마련돼 있다. 현재는 ‘고엘의 보따리’ 제품을

재료를 일절 쓰지 않으며 백설탕, 백밀가루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두부, 카놀라유,

비건 메뉴다. 9년째 채식주의를 지켜오고 있는 카페지킴이 쥬쥬가 엄선한 메뉴들로

비건 추천 메뉴는 인삼버섯샐러드와 두부 스테이크. 특히 인삼버섯샐러드는 크림이나

판매중이다. 슬로비의 단골 10여 명이 캄보디아 자립공동체를 후원하는 의미에서

포도씨유, 두유 등 대체 재료를 활용하여 순한 맛을 낸다. 자연식 베이킹을 배울 수

직접 먹어보고 확인한 메뉴들로만 내놓는다. 이곳은 우유가 들어간 음료도 두유로

마요네즈 대신 두부와 코코넛 밀크를 활용해 만든 소스와 인삼이 어우러져 맛으로나

30만원씩 출자해 ‘보따리상’ 개념으로 접근한 의미 있는 시도라고. 그 외에도 한 달에

있는 쿠킹 클래스(4인 정원 기준)도 한 달 기준으로 진행된다. 건강 먹거리에 관심 있는

대체 가능하며, 유자나 매실, 팥 라떼 등 건강차는 물론 달걀, 우유, 버터를 쓰지 않은

영양학적으로나 우수하다고. 또 찹쌀가루와 흑임자를 섞은 걸 묻혀 지져내는 두부

한 번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단체와 사람을 초청해 토크를 나누는 오라잇테이블 등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체크해볼 것. Tel. 02-325-1028

채식 쿠키도 판매한다. 근처 성미산 마을 공동체는 물론 생협에서 좋은 물건을 들여와

스테이크도 그 식감이 별미다.

다채로운 활동이 펼쳐진다. 격월간 잡지 <카페 슬로비>도 만날 수 있다.

Web blog.naver.com/cookandbook

판매도 한다. Tel. 02-338-3235

Tel. 02-332-5525 Web www.orgyori.com

Tel. 02-3143-5525 Web blog.naver.com/slobbie8

Places For VEGANS 베지홀릭(070-4114-0458) 대표적인 비건 베이커리. 조만간 상호

악토버(02-322-7882) 설탕, 버터, 우유, 달걀을 쓰지 않는 베이커리. ‘르방’이라는 천연발효종으로 빵을 만든다. 제니스브레드(02-3789-7817) 비건용 샌드위치 메뉴를 갖추고 있다. 성미산밥상(02-336-0317) 채식주의자를 위한 밥상을 주문할 수 있다.

두유요거트(6,000원). 두유로 만든 담백한 요거트에 홈메이드 그리놀라, 베리를 넣어 상큼함을 더한 건강 메뉴.

현미떡볶이(6,000원). 무와 다시마로 낸 육수에 갖은 야채를 듬뿍 넣어 건강을 생각했다. 현미와 백미를 반씩 섞은 떡을 사용한다.

인삼버섯샐러드. 간 두부와 코코넛 밀크를 섞어낸 소스가 어우러진 영양만점 샐러드.

‘그때그때 밥상’(6,000원). 배추된장국에 샐러드, 마늘쫑 장아찌와 유채김치, 콩나물 부추겉절이 등으로 차려냈다.

수카라(02-336-0317) 천연효모빵과 야채스튜 플레이트로 100% 비건용 메뉴를 제공한다.(하루 8개 한정)

태양이 열리는 나무_Cafe

좋은 먹거리로 돌보는 밥상

오요리

와우산로 3길

채식에 우호적인 아시안 레스토랑

햇빛부엌

앨리 촬영 및 조사 문가영 커버스토리 디자인 장성환·류아진

비건이 운영하는 동네카페

쿡앤북

ALLEY OF HONGDAE

몸도 혀도 즐거운 자연식 카페

LP愛_Cafe

VegAn-Friendly CafeS & RestauRants


Being

그문화 다방_Cafe

Vegetarian “새로 집필을 시작한 소설은 제목만 남겨둔 채 영원히 시작될 줄 몰랐고, 채식주의자였던 나를 2년간 공공연히 비난하던 여자친구는 이 말만을 남기고 이별을 선언했다. ‘네가 감자탕만 먹을 줄 알았어도….’” -영화 <러브픽션> 중에서

여기, 채식주의자라고 여친에게 차인 한 남자가 있다. 그가 한눈에 반한 여자는 한술 더

38%

떠 삼겹살 마니아다. 이들은 ‘식성의 차이’를 극복하고 연애에 돌입한다. 하정우가 역할을

전 세계 곡물 생산량 중 가축이 소비하는 양

맡은 구주월엔 전계수 영화감독의 개인적인 체험이 녹아 있다고 알려져 있다(그는 닭은 먹는 세미 베지테리언이다). 이 영화가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한국 로맨틱 코미디에 채식주의자란 존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비록 데이트를 망치기 싫어서 손톱만큼 자른 삼겹살을 세 겹의 상추로 감싸 먹어치우는 어설픈 채식주의자이지만, 영화 속 하정우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채식주의자들이 겪는 일상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소수의 독특한 취향’이라고만 여겨져온 채식주의자가 이제 새롭지도, 신기하지도 않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채식의 실천이 광범위해진 이유 최근 1~2년 사이 우리 사회에 채식주의는 꽤나 많이 퍼져 나갔다. 서울대와 한양대, 건국대 등 캠퍼스에 채식 뷔페가 생겨나는가 하면, 직장 구내식당에서도 채식 메뉴를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채식주의자가 늘어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채식에 우호적으로 변한 까닭이 가장 클 것이다. 채식은 생명존중과 환경보호, 건강증진을 위한 가장 손쉬운 선택이라고 채식주의자들은 말한다. 당장 지구온난화를 보자.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의 10%는 220억 마리의 가축에게서 나온다. 열대우림의 30%는 축산단지 조성으로 사라졌다. 전세계 곡물의 38%가 가축 사료로 사용되며, 미국의 경우 곡물의 70%가 소를 키우는 데 들어간다. 즉 고기를 소비하지 않으면 지구온난화를 예방할 수 있고,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의 기아나 물 문제 해결도 쉬워지는 것이다. ‘밥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국내 채식주의자 대표 연예인

WHY VEGETARIANISM MATTERS

또한 채식은 대규모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의 생명 존중, 즉 동물권과 동물복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존 로빈스는 “공장식 사육환경으로 인해 도살장에 끌려가기 직전의 닭 70%는 암에 걸려 있고, 돼지의 80%는 폐렴에 앓는다”고 주장한다. 동물도 인간도 같은 생명인데 이런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도축된다면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지난해 봄,

85%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비참하게 살처분되었던 돼지들을 떠올려본다면 더욱 이해가 갈 것이다. 채식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인들에게 발병률이 높은 암과 심혈관 질환은 대개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가 발병 원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채식을 하면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80%

70%

15

years

이효리

이하늬

윤진서

김창완

송일국

김제동

현저하게 줄어든다. 채소에 들어 있는 칼륨이 나트륨 흡수를 막아 혈압을 낮추고, 심장병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생활병 중 하나인 아토피 등 피부질환도 개선된다. 채식 식단은 평균수명을 15년 정도 늘린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유효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를 별난 선택으로만 봐오던 과거에 비해 부쩍 호의적으로 돌아선 데는 무엇보다 유명 연예인들의 참여가 미친 영향이 크다. 직접 유기견과 유기묘를 입양해 키우며, 모피에 반대의견을 드러내는 이효리는 작년 아예 채식을 선포했다. 한우홍보대사일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던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이하늬, 송일국, 김창완, 김제동, 윤진서 등도 채식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면서 채식은

채식을 할 경우 아마존 열대우림의 80%를 구한다

채식을 하면 세계의 청정한 물 70% 보존 가능

채식을 하면 최고 수명 15년 연장

채식은 편식일까?

채식을 하면 살이 빠지지 않을까?

채식,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채식에 대한 논란 중 가장 큰 부분은 영양학적 부분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나탈리 포트만은 늘씬하다 못해 깡말랐다.

채식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런저런 고민이 될 것이다. ‘과연 고기 없이 살

이리CAFE_Cafe

젊은 세대 사이에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선택이자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자, 그러나 생각지 못한 복병이 존재한다. 먼저 김치. 김치에는 온갖 젓갈이

영양소는 다양한데 특정 영양소군을 배제하고 섭취하는 편식은 나쁘다는

통통족들이라면 채식을 시작하며 의외의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지도

수 있을까?’ ‘채식만 하면 영양불균형으로 빈혈 등을 겪게 되진 않을까?’ ‘야근 때

들어간다. 지방에 따라 굴, 낙지, 생선머리도 들어간다. 이런 걸 넣지 않은 김치를

것이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들은 채식만으로도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모르겠다. 그러나 채식이 날씬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불편한

치맥의 유혹을 견딜 수 있을까?’ 등등.

찾아야 한다. 그뿐인가. 우리나라의 국물 요리 베이스는 기본적으로 ‘멸치육수’다.

있다고 한다. 채소와 곡류 외에 식물성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콩, 버섯 그리고

진실을 아시는지? 우리가 먹는 음식물(삼겹살이든 과일이든 가리지

그렇기 때문에 채식의 단계를 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뭉뚱그려서

칼국수, 된장찌개, 미역국을 비롯해 하다못해 떡볶이에도 멸치육수가 들어간다.

특히 부족하기 쉬운 지방질을 보충해주는 호두, 땅콩, 아몬드 등 견과류를 곁들여

않고) 가운데 잉여분은 몸에 저장되게 되어 있다. 즉 지방을 먹지 않더라도

채식주의자라고 부르지만 채식주의자의 단계는 다양하다. 고기나 생선은 물론

이걸 다 포기할 것인가?

먹으면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다. 붉은살코기나 우유를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도 필요 이상을 먹게 되면 ‘지방’으로 저장될 수밖에 없다. 그게 풀이든, 두부든, 콩고기든

우유・계란・버터・벌꿀・치즈 등 동물에서 비롯되는 모든 음식도 제한하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건 밥상을 함께한다는 건 단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함만이

칼슘 섭취가 어려우므로 녹황색 채소(케일, 시금치) 등을 많이 먹는 게 좋으며 현미와 콩(두부, 두유)의 섭취로

마찬가지인 것이다. 게다가 육식을 먹는 이들과 비등한 에너지를 쓰기 위해서는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더

가장 높은 등급은 비건Vegan이다. 우유・달걀・버터・치즈 등 유제품만 허용하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남자와 여자가 불판을

꼭 고기를 먹지 않아도 단백질 부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에디터가 만난 서너 명의 비건들은 모두 평균 체격의 소유자들이었다.

채식주의자는 락토Lacto, 여기에 달걀까지 허용하면 락토 오보Lacto Ovo, 여기에 또

앞에 두고 마주앉아 있다. 고기를 먹지 않는 남자가 여자는 불편하다. 밥상을 앞에

해산물까지 허용하면 페스코Pesco라고 한다. 여기에 닭고기(붉은살코기는 제외)를

두고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하지만

Pollo

허용하면 폴로

column

라고 한다. 크게 말하자면 고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먹는 사람,

고기와 생선을 제외하고 유제품과 채소를 먹는 사람, 그리고 순수하게 채소와

나의 원칙은 때로 마주앉은 이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기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상황까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래야만 극단적으로 원칙만 고집하다가 쉽사리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나 - 구현지(프리랜서)

곡류만을 먹는 사람으로 나뉘는 셈이다. 이렇게 단계를 보고 식단을 고민해보면

무너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채식은 금연이나 금주처럼 완전히 끊어야 하는 것이

대개는 다음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3번. 어쩌다가 채식주의자가 되셨어요? 이 질문의 답도 준비되어

실천의 강도가 정해질 것이다. 스스로 단백질 보충 식단을 더 마련해 먹거나, 집에서

아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실천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수위를

지난해 가을 회사를 그만둔 후 제주도에 사는 선배네 집에 의탁해 지내며 매일 혼자 제주올레길을 걸었다.

있다.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이란 책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이 세 가지 질문에는 되도록

스스로 해먹기보다는 매식이 잦다면 현실적으로 유제품을 허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조절하는 것. 그것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채식의 지름길이 아닐까.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서도 넘어지기 일쑤이고, 300m 이상 걸으면 피곤을 호소하며 택시를 잡자고 주장하는

간결하고 정확하게, 진지하게 답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왠지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채식주의자로서

걸음치인 내가 ‘걷기 여행’이라니! 완주하고 돌아온 지금까지도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여전히 ‘정말 걷긴 걸은

정체성에 위협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자, 이제 4번. 왜 채식주의자가 되셨어요? 어려운 것은

거야?’라며 미심쩍어 한다.

이거다. 내 대답은 이거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요.

아무튼 나는 비교적 잘 걸어 다녔고 선배네 집 근처에 단골 김밥집도 생겼다. 처음 제주도의 그 동네 김밥집을

직접적인 계기는 물론 《희망의 밥상》이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이것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찾아간 날,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주인 아주머니의 선처를 불러 일으킬 만한 귀여운 말투로 물어보았다. “햄

내 문제로 여기고, 뭔가 반 발짝이라도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겠다고 느꼈을 때 가장 손쉬운 선택이 채식이었던

좀 빼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나 주인 아줌마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채식주의자구나?” 그랬다.

것이다. 책은 그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똑바로 바라보려 하지 않았던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렇게 콕 집어 지적당하기는 처음이었다. 아주머니는 프로의 솜씨로 김밥 재료를 꺼내며 “비건이에요?

눈앞의 고기를 한 점 먹을 때까지 어떤 불편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사실 알고 있었다. 다만 생각하기를 멈췄을

Varieties Of

따름이었다. 식사란 단지 영양분을 섭취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들어내기까지의 예술적인 과정들, 함께

분식집 아줌마인데. 내 놀람을 감지했는지 “손님들 중에 채식주의자 많아요. 특히 외국인들. 그래서 김밥에

음식을 나누며 즐기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공유가 섞인 자리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위협하는

뭐 들어가냐고 물어보고 뭐는 빼달라고 해요”라고 말을 잇는다. 역시 세계적인 관광의 섬 제주다. 김밥집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오가는 여행객들을 보며 ‘채식주의’쯤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 것이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육식에만 집착하지 않는 좋은 친구들이 많다. 또한 7년 전보다는 채식과 채식주의에 대한

아주머니의 질문에 답하자면 나는 비건은 아니다. 그저 닭이나 오리 같은 조류 조금, 고기 조금, 새우 조금 안

이해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그나마 평화롭게 채식주의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먹는 초급 채식주의자다. 우유는 마시지 않지만 빵이나 과자 등에 들어간 우유는 거부하지 않는다. 달걀과 생선은 먹는다. 채식주의자의 여러 단계에

Lacto Ovo

내가 일해 온 잡지계가 그나마 채식주의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준다. 그렇지 않은, 보통 회사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괴로운 선택의 순간에 많이 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지, 잘 헤쳐 나가시라.

손꼽아보면 ‘이제 고기를 그만 먹어야겠어’라고

채식주의자가 되어 가장 좋은 점은 한밤중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야식테러’에 담담해진다는 것이다. 프라이드

결심한 것이 2006년이니 올해로 7년째에

치킨? 족발? 훗, 그건 내 ‘에어리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좀 달라진다. 보통 사람들은

접어든다. 내가 (얼치기 채식주의자래도 어쨌든)

생활하면서 먹거리의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채식주의자들은 음식을 자신의 ‘주의’에

채식주의자라는 걸 알게 되면 상대방의 질문은

끌어들인 사람들이다. 동물과 식물, 인간이 먹기 위해서 길러내는 모든 생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개 비슷하다. 1번. 생선도 안 드세요? 아니 생선은

동물생명권에 관심을 갖게 되고 유기동물을 돕게 되며 가죽옷을 덜 입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마도 좀 더

먹습니다. 에이, 채식주의자 아니네. 또는, 그럼 생선을 먹으러 갑시다. 2번. 언제부터 채식주의자가 되셨어요?

좋은 사람이 되는 계기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생명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결국 채식주의에 이르곤 한다. 지구의 생명도 좀 연장시킬 수 있다. 아시다시피 채소보다는 가축을 키우는 데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발생하니까. 음, 또 채식을 실천하는 연예인 이효리와 공통점이 하나 생기는 거니까 그것도 장점이겠다.

장쌤_Cafe

이건 답이 간결하다. 7년 되었습니다. 에이, 얼마 안 됐네. 그리고

K.265_Cafe

따르면 나는 꽤 하수다.

Lacto pollo

카페 느림_Cafe

달걀은 먹어요? 햄 대신 게맛살이나 어묵을 넣어줄까요?”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고작 테이블 세 개의 자그마한

VEGAN Pesco

VEGETARIANISM

상수동카페_Cafe

전세계 심혈관 질환자 중 육식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

그녀가 동물권에 관심을 보이다가 아예 채식주의자로 돌아선 사실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모았다. 그녀 외에도

홍대 주변 채식 맛집

슬로비

전수미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로 비건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추구한다. 미국

서교가든 사거리 부근에 위치한 햇빛부엌.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에 모인 이들이 힘을

상수역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오요리는 오픈한 지 4년째 접어드는 아시안

4월이면 1주년이 되는 커뮤니티 카페 슬로비는 도시농부, 느림의 가치를 추구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요리학교를 다니던 시절, 유명 채식레스토랑 그린스를 찾게 된 것이

합해 만든 커뮤니티 카페로 좋은 먹거리를 나누는 공간이자 공방이고 놀이터를

레스토랑이다. 초창기엔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서빙을 하는 레스토랑으로 널리

곳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전 직원이 텃밭에 농사를 짓고, 그 결과 거둔 재료로 만든

채식의 계기가 되었다고. 인기 메뉴는 초코 브라우니와 두부치즈케이크, 두유 요거트.

표방한다. 각종 강습 소모임이 많다는 것이 특징. 보컬반, 기타반, 일어반, 프랑스어반,

알려졌지만, 요즘은 꼭 ‘다문화’에 관심 있지 않다 해도 오요리만의 맛과 편안함에

밥상을 차려낸다. 대표 메뉴는 국과 밥, 김치와 5개 찬으로 구성되는 ‘그때그때

특히 두부치즈케이크는 진한 치즈 맛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담백하고 심심하게

타로와 별자리반 등 3~5명 위주의 작은 강습이 요일별로 열리고, 바느질모임,

반해 찾는 단골들이 많다. 이곳은 채식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밥상’. 그날그날 제철 재료를 이용해 정갈하게 차린다. 10~15회 쿠폰을 끊으면 10%

변경이 예상되어 취재는 하지 못했으나 빵

느껴질 수 있지만 은근한 깊은 맛이 매력적이다. 두유리코타 치즈 그린 샐러드나 두부

미술모임 등도 반응이 좋단다. 대개 단골이나 스태프의 자발적 건의로 시작되는 만큼

비건 메뉴로 대체해주는 융통성을 발휘한다. 채식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할인된 금액에 밥상을 받게 되는 마일리지 제도도 있다. 이 밥상은 채식 식단으로

이외에 음료, 잼,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한다.

샌드위치, 베지버거와 같은 음식도 인기. 쿡앤북에서는 우유, 버터, 달걀 등 동물성

호응도 좋다. 이곳의 식사메뉴 6개 중 4개(채식라면, 채식커리, 현미떡볶이, 두부밥)가

때문에 요청이 들어오면 가능한 한 재료를 대체해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내준다고.

교체 가능하다. 가게 한켠에는 에코숍이 마련돼 있다. 현재는 ‘고엘의 보따리’ 제품을

재료를 일절 쓰지 않으며 백설탕, 백밀가루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두부, 카놀라유,

비건 메뉴다. 9년째 채식주의를 지켜오고 있는 카페지킴이 쥬쥬가 엄선한 메뉴들로

비건 추천 메뉴는 인삼버섯샐러드와 두부 스테이크. 특히 인삼버섯샐러드는 크림이나

판매중이다. 슬로비의 단골 10여 명이 캄보디아 자립공동체를 후원하는 의미에서

포도씨유, 두유 등 대체 재료를 활용하여 순한 맛을 낸다. 자연식 베이킹을 배울 수

직접 먹어보고 확인한 메뉴들로만 내놓는다. 이곳은 우유가 들어간 음료도 두유로

마요네즈 대신 두부와 코코넛 밀크를 활용해 만든 소스와 인삼이 어우러져 맛으로나

30만원씩 출자해 ‘보따리상’ 개념으로 접근한 의미 있는 시도라고. 그 외에도 한 달에

있는 쿠킹 클래스(4인 정원 기준)도 한 달 기준으로 진행된다. 건강 먹거리에 관심 있는

대체 가능하며, 유자나 매실, 팥 라떼 등 건강차는 물론 달걀, 우유, 버터를 쓰지 않은

영양학적으로나 우수하다고. 또 찹쌀가루와 흑임자를 섞은 걸 묻혀 지져내는 두부

한 번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단체와 사람을 초청해 토크를 나누는 오라잇테이블 등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체크해볼 것. Tel. 02-325-1028

채식 쿠키도 판매한다. 근처 성미산 마을 공동체는 물론 생협에서 좋은 물건을 들여와

스테이크도 그 식감이 별미다.

다채로운 활동이 펼쳐진다. 격월간 잡지 <카페 슬로비>도 만날 수 있다.

Web blog.naver.com/cookandbook

판매도 한다. Tel. 02-338-3235

Tel. 02-332-5525 Web www.orgyori.com

Tel. 02-3143-5525 Web blog.naver.com/slobbie8

Places For VEGANS 베지홀릭(070-4114-0458) 대표적인 비건 베이커리. 조만간 상호

악토버(02-322-7882) 설탕, 버터, 우유, 달걀을 쓰지 않는 베이커리. ‘르방’이라는 천연발효종으로 빵을 만든다. 제니스브레드(02-3789-7817) 비건용 샌드위치 메뉴를 갖추고 있다. 성미산밥상(02-336-0317) 채식주의자를 위한 밥상을 주문할 수 있다.

두유요거트(6,000원). 두유로 만든 담백한 요거트에 홈메이드 그리놀라, 베리를 넣어 상큼함을 더한 건강 메뉴.

현미떡볶이(6,000원). 무와 다시마로 낸 육수에 갖은 야채를 듬뿍 넣어 건강을 생각했다. 현미와 백미를 반씩 섞은 떡을 사용한다.

인삼버섯샐러드. 간 두부와 코코넛 밀크를 섞어낸 소스가 어우러진 영양만점 샐러드.

‘그때그때 밥상’(6,000원). 배추된장국에 샐러드, 마늘쫑 장아찌와 유채김치, 콩나물 부추겉절이 등으로 차려냈다.

수카라(02-336-0317) 천연효모빵과 야채스튜 플레이트로 100% 비건용 메뉴를 제공한다.(하루 8개 한정)

태양이 열리는 나무_Cafe

좋은 먹거리로 돌보는 밥상

오요리

와우산로 3길

채식에 우호적인 아시안 레스토랑

햇빛부엌

앨리 촬영 및 조사 문가영 커버스토리 디자인 장성환·류아진

비건이 운영하는 동네카페

쿡앤북

ALLEY OF HONGDAE

몸도 혀도 즐거운 자연식 카페

LP愛_Cafe

VegAn-Friendly CafeS & RestauRants


Being

그문화 다방_Cafe

Vegetarian “새로 집필을 시작한 소설은 제목만 남겨둔 채 영원히 시작될 줄 몰랐고, 채식주의자였던 나를 2년간 공공연히 비난하던 여자친구는 이 말만을 남기고 이별을 선언했다. ‘네가 감자탕만 먹을 줄 알았어도….’” -영화 <러브픽션> 중에서

여기, 채식주의자라고 여친에게 차인 한 남자가 있다. 그가 한눈에 반한 여자는 한술 더

38%

떠 삼겹살 마니아다. 이들은 ‘식성의 차이’를 극복하고 연애에 돌입한다. 하정우가 역할을

전 세계 곡물 생산량 중 가축이 소비하는 양

맡은 구주월엔 전계수 영화감독의 개인적인 체험이 녹아 있다고 알려져 있다(그는 닭은 먹는 세미 베지테리언이다). 이 영화가 특히 눈길을 끄는 건 한국 로맨틱 코미디에 채식주의자란 존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비록 데이트를 망치기 싫어서 손톱만큼 자른 삼겹살을 세 겹의 상추로 감싸 먹어치우는 어설픈 채식주의자이지만, 영화 속 하정우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채식주의자들이 겪는 일상의 어려움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소수의 독특한 취향’이라고만 여겨져온 채식주의자가 이제 새롭지도, 신기하지도 않게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채식의 실천이 광범위해진 이유 최근 1~2년 사이 우리 사회에 채식주의는 꽤나 많이 퍼져 나갔다. 서울대와 한양대, 건국대 등 캠퍼스에 채식 뷔페가 생겨나는가 하면, 직장 구내식당에서도 채식 메뉴를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채식주의자가 늘어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채식에 우호적으로 변한 까닭이 가장 클 것이다. 채식은 생명존중과 환경보호, 건강증진을 위한 가장 손쉬운 선택이라고 채식주의자들은 말한다. 당장 지구온난화를 보자.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의 10%는 220억 마리의 가축에게서 나온다. 열대우림의 30%는 축산단지 조성으로 사라졌다. 전세계 곡물의 38%가 가축 사료로 사용되며, 미국의 경우 곡물의 70%가 소를 키우는 데 들어간다. 즉 고기를 소비하지 않으면 지구온난화를 예방할 수 있고,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의 기아나 물 문제 해결도 쉬워지는 것이다. ‘밥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국내 채식주의자 대표 연예인

WHY VEGETARIANISM MATTERS

또한 채식은 대규모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의 생명 존중, 즉 동물권과 동물복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존 로빈스는 “공장식 사육환경으로 인해 도살장에 끌려가기 직전의 닭 70%는 암에 걸려 있고, 돼지의 80%는 폐렴에 앓는다”고 주장한다. 동물도 인간도 같은 생명인데 이런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도축된다면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지난해 봄,

85%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비참하게 살처분되었던 돼지들을 떠올려본다면 더욱 이해가 갈 것이다. 채식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인들에게 발병률이 높은 암과 심혈관 질환은 대개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가 발병 원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채식을 하면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80%

70%

15

years

이효리

이하늬

윤진서

김창완

송일국

김제동

현저하게 줄어든다. 채소에 들어 있는 칼륨이 나트륨 흡수를 막아 혈압을 낮추고, 심장병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생활병 중 하나인 아토피 등 피부질환도 개선된다. 채식 식단은 평균수명을 15년 정도 늘린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유효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를 별난 선택으로만 봐오던 과거에 비해 부쩍 호의적으로 돌아선 데는 무엇보다 유명 연예인들의 참여가 미친 영향이 크다. 직접 유기견과 유기묘를 입양해 키우며, 모피에 반대의견을 드러내는 이효리는 작년 아예 채식을 선포했다. 한우홍보대사일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던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이하늬, 송일국, 김창완, 김제동, 윤진서 등도 채식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면서 채식은

채식을 할 경우 아마존 열대우림의 80%를 구한다

채식을 하면 세계의 청정한 물 70% 보존 가능

채식을 하면 최고 수명 15년 연장

채식은 편식일까?

채식을 하면 살이 빠지지 않을까?

채식,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채식에 대한 논란 중 가장 큰 부분은 영양학적 부분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나탈리 포트만은 늘씬하다 못해 깡말랐다.

채식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런저런 고민이 될 것이다. ‘과연 고기 없이 살

이리CAFE_Cafe

젊은 세대 사이에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선택이자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자, 그러나 생각지 못한 복병이 존재한다. 먼저 김치. 김치에는 온갖 젓갈이

영양소는 다양한데 특정 영양소군을 배제하고 섭취하는 편식은 나쁘다는

통통족들이라면 채식을 시작하며 의외의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지도

수 있을까?’ ‘채식만 하면 영양불균형으로 빈혈 등을 겪게 되진 않을까?’ ‘야근 때

들어간다. 지방에 따라 굴, 낙지, 생선머리도 들어간다. 이런 걸 넣지 않은 김치를

것이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들은 채식만으로도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모르겠다. 그러나 채식이 날씬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불편한

치맥의 유혹을 견딜 수 있을까?’ 등등.

찾아야 한다. 그뿐인가. 우리나라의 국물 요리 베이스는 기본적으로 ‘멸치육수’다.

있다고 한다. 채소와 곡류 외에 식물성 단백질 성분이 풍부한 콩, 버섯 그리고

진실을 아시는지? 우리가 먹는 음식물(삼겹살이든 과일이든 가리지

그렇기 때문에 채식의 단계를 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뭉뚱그려서

칼국수, 된장찌개, 미역국을 비롯해 하다못해 떡볶이에도 멸치육수가 들어간다.

특히 부족하기 쉬운 지방질을 보충해주는 호두, 땅콩, 아몬드 등 견과류를 곁들여

않고) 가운데 잉여분은 몸에 저장되게 되어 있다. 즉 지방을 먹지 않더라도

채식주의자라고 부르지만 채식주의자의 단계는 다양하다. 고기나 생선은 물론

이걸 다 포기할 것인가?

먹으면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다. 붉은살코기나 우유를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도 필요 이상을 먹게 되면 ‘지방’으로 저장될 수밖에 없다. 그게 풀이든, 두부든, 콩고기든

우유・계란・버터・벌꿀・치즈 등 동물에서 비롯되는 모든 음식도 제한하는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건 밥상을 함께한다는 건 단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함만이

칼슘 섭취가 어려우므로 녹황색 채소(케일, 시금치) 등을 많이 먹는 게 좋으며 현미와 콩(두부, 두유)의 섭취로

마찬가지인 것이다. 게다가 육식을 먹는 이들과 비등한 에너지를 쓰기 위해서는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더

가장 높은 등급은 비건Vegan이다. 우유・달걀・버터・치즈 등 유제품만 허용하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남자와 여자가 불판을

꼭 고기를 먹지 않아도 단백질 부족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에디터가 만난 서너 명의 비건들은 모두 평균 체격의 소유자들이었다.

채식주의자는 락토Lacto, 여기에 달걀까지 허용하면 락토 오보Lacto Ovo, 여기에 또

앞에 두고 마주앉아 있다. 고기를 먹지 않는 남자가 여자는 불편하다. 밥상을 앞에

해산물까지 허용하면 페스코Pesco라고 한다. 여기에 닭고기(붉은살코기는 제외)를

두고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하지만

Pollo

허용하면 폴로

column

라고 한다. 크게 말하자면 고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먹는 사람,

고기와 생선을 제외하고 유제품과 채소를 먹는 사람, 그리고 순수하게 채소와

나의 원칙은 때로 마주앉은 이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기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상황까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래야만 극단적으로 원칙만 고집하다가 쉽사리

나는 왜 채식주의자가 되었나 - 구현지(프리랜서)

곡류만을 먹는 사람으로 나뉘는 셈이다. 이렇게 단계를 보고 식단을 고민해보면

무너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채식은 금연이나 금주처럼 완전히 끊어야 하는 것이

대개는 다음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3번. 어쩌다가 채식주의자가 되셨어요? 이 질문의 답도 준비되어

실천의 강도가 정해질 것이다. 스스로 단백질 보충 식단을 더 마련해 먹거나, 집에서

아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실천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수위를

지난해 가을 회사를 그만둔 후 제주도에 사는 선배네 집에 의탁해 지내며 매일 혼자 제주올레길을 걸었다.

있다.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이란 책을 읽고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이 세 가지 질문에는 되도록

스스로 해먹기보다는 매식이 잦다면 현실적으로 유제품을 허용하는 편이 유리하다.

조절하는 것. 그것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채식의 지름길이 아닐까.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서도 넘어지기 일쑤이고, 300m 이상 걸으면 피곤을 호소하며 택시를 잡자고 주장하는

간결하고 정확하게, 진지하게 답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왠지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채식주의자로서

걸음치인 내가 ‘걷기 여행’이라니! 완주하고 돌아온 지금까지도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여전히 ‘정말 걷긴 걸은

정체성에 위협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자, 이제 4번. 왜 채식주의자가 되셨어요? 어려운 것은

거야?’라며 미심쩍어 한다.

이거다. 내 대답은 이거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요.

아무튼 나는 비교적 잘 걸어 다녔고 선배네 집 근처에 단골 김밥집도 생겼다. 처음 제주도의 그 동네 김밥집을

직접적인 계기는 물론 《희망의 밥상》이었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이것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찾아간 날,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주인 아주머니의 선처를 불러 일으킬 만한 귀여운 말투로 물어보았다. “햄

내 문제로 여기고, 뭔가 반 발짝이라도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겠다고 느꼈을 때 가장 손쉬운 선택이 채식이었던

좀 빼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나 주인 아줌마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채식주의자구나?” 그랬다.

것이다. 책은 그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똑바로 바라보려 하지 않았던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렇게 콕 집어 지적당하기는 처음이었다. 아주머니는 프로의 솜씨로 김밥 재료를 꺼내며 “비건이에요?

눈앞의 고기를 한 점 먹을 때까지 어떤 불편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사실 알고 있었다. 다만 생각하기를 멈췄을

Varieties Of

따름이었다. 식사란 단지 영양분을 섭취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음식을 만들어내기까지의 예술적인 과정들, 함께

분식집 아줌마인데. 내 놀람을 감지했는지 “손님들 중에 채식주의자 많아요. 특히 외국인들. 그래서 김밥에

음식을 나누며 즐기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공유가 섞인 자리니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즐거움을 위협하는

뭐 들어가냐고 물어보고 뭐는 빼달라고 해요”라고 말을 잇는다. 역시 세계적인 관광의 섬 제주다. 김밥집

존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오가는 여행객들을 보며 ‘채식주의’쯤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 것이다.

다행히 내 주변에는 육식에만 집착하지 않는 좋은 친구들이 많다. 또한 7년 전보다는 채식과 채식주의에 대한

아주머니의 질문에 답하자면 나는 비건은 아니다. 그저 닭이나 오리 같은 조류 조금, 고기 조금, 새우 조금 안

이해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그나마 평화롭게 채식주의를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먹는 초급 채식주의자다. 우유는 마시지 않지만 빵이나 과자 등에 들어간 우유는 거부하지 않는다. 달걀과 생선은 먹는다. 채식주의자의 여러 단계에

Lacto Ovo

내가 일해 온 잡지계가 그나마 채식주의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준다. 그렇지 않은, 보통 회사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괴로운 선택의 순간에 많이 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지, 잘 헤쳐 나가시라.

손꼽아보면 ‘이제 고기를 그만 먹어야겠어’라고

채식주의자가 되어 가장 좋은 점은 한밤중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야식테러’에 담담해진다는 것이다. 프라이드

결심한 것이 2006년이니 올해로 7년째에

치킨? 족발? 훗, 그건 내 ‘에어리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좀 달라진다. 보통 사람들은

접어든다. 내가 (얼치기 채식주의자래도 어쨌든)

생활하면서 먹거리의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채식주의자들은 음식을 자신의 ‘주의’에

채식주의자라는 걸 알게 되면 상대방의 질문은

끌어들인 사람들이다. 동물과 식물, 인간이 먹기 위해서 길러내는 모든 생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개 비슷하다. 1번. 생선도 안 드세요? 아니 생선은

동물생명권에 관심을 갖게 되고 유기동물을 돕게 되며 가죽옷을 덜 입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아마도 좀 더

먹습니다. 에이, 채식주의자 아니네. 또는, 그럼 생선을 먹으러 갑시다. 2번. 언제부터 채식주의자가 되셨어요?

좋은 사람이 되는 계기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생명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결국 채식주의에 이르곤 한다. 지구의 생명도 좀 연장시킬 수 있다. 아시다시피 채소보다는 가축을 키우는 데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발생하니까. 음, 또 채식을 실천하는 연예인 이효리와 공통점이 하나 생기는 거니까 그것도 장점이겠다.

장쌤_Cafe

이건 답이 간결하다. 7년 되었습니다. 에이, 얼마 안 됐네. 그리고

K.265_Cafe

따르면 나는 꽤 하수다.

Lacto pollo

카페 느림_Cafe

달걀은 먹어요? 햄 대신 게맛살이나 어묵을 넣어줄까요?”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고작 테이블 세 개의 자그마한

VEGAN Pesco

VEGETARIANISM

상수동카페_Cafe

전세계 심혈관 질환자 중 육식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

그녀가 동물권에 관심을 보이다가 아예 채식주의자로 돌아선 사실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모았다. 그녀 외에도

홍대 주변 채식 맛집

슬로비

전수미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로 비건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추구한다. 미국

서교가든 사거리 부근에 위치한 햇빛부엌.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에 모인 이들이 힘을

상수역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오요리는 오픈한 지 4년째 접어드는 아시안

4월이면 1주년이 되는 커뮤니티 카페 슬로비는 도시농부, 느림의 가치를 추구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요리학교를 다니던 시절, 유명 채식레스토랑 그린스를 찾게 된 것이

합해 만든 커뮤니티 카페로 좋은 먹거리를 나누는 공간이자 공방이고 놀이터를

레스토랑이다. 초창기엔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서빙을 하는 레스토랑으로 널리

곳이다. 매주 월요일이면 전 직원이 텃밭에 농사를 짓고, 그 결과 거둔 재료로 만든

채식의 계기가 되었다고. 인기 메뉴는 초코 브라우니와 두부치즈케이크, 두유 요거트.

표방한다. 각종 강습 소모임이 많다는 것이 특징. 보컬반, 기타반, 일어반, 프랑스어반,

알려졌지만, 요즘은 꼭 ‘다문화’에 관심 있지 않다 해도 오요리만의 맛과 편안함에

밥상을 차려낸다. 대표 메뉴는 국과 밥, 김치와 5개 찬으로 구성되는 ‘그때그때

특히 두부치즈케이크는 진한 치즈 맛에 길들여진 이들에겐 담백하고 심심하게

타로와 별자리반 등 3~5명 위주의 작은 강습이 요일별로 열리고, 바느질모임,

반해 찾는 단골들이 많다. 이곳은 채식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손님들의 주문에 따라

밥상’. 그날그날 제철 재료를 이용해 정갈하게 차린다. 10~15회 쿠폰을 끊으면 10%

변경이 예상되어 취재는 하지 못했으나 빵

느껴질 수 있지만 은근한 깊은 맛이 매력적이다. 두유리코타 치즈 그린 샐러드나 두부

미술모임 등도 반응이 좋단다. 대개 단골이나 스태프의 자발적 건의로 시작되는 만큼

비건 메뉴로 대체해주는 융통성을 발휘한다. 채식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할인된 금액에 밥상을 받게 되는 마일리지 제도도 있다. 이 밥상은 채식 식단으로

이외에 음료, 잼, 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한다.

샌드위치, 베지버거와 같은 음식도 인기. 쿡앤북에서는 우유, 버터, 달걀 등 동물성

호응도 좋다. 이곳의 식사메뉴 6개 중 4개(채식라면, 채식커리, 현미떡볶이, 두부밥)가

때문에 요청이 들어오면 가능한 한 재료를 대체해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내준다고.

교체 가능하다. 가게 한켠에는 에코숍이 마련돼 있다. 현재는 ‘고엘의 보따리’ 제품을

재료를 일절 쓰지 않으며 백설탕, 백밀가루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두부, 카놀라유,

비건 메뉴다. 9년째 채식주의를 지켜오고 있는 카페지킴이 쥬쥬가 엄선한 메뉴들로

비건 추천 메뉴는 인삼버섯샐러드와 두부 스테이크. 특히 인삼버섯샐러드는 크림이나

판매중이다. 슬로비의 단골 10여 명이 캄보디아 자립공동체를 후원하는 의미에서

포도씨유, 두유 등 대체 재료를 활용하여 순한 맛을 낸다. 자연식 베이킹을 배울 수

직접 먹어보고 확인한 메뉴들로만 내놓는다. 이곳은 우유가 들어간 음료도 두유로

마요네즈 대신 두부와 코코넛 밀크를 활용해 만든 소스와 인삼이 어우러져 맛으로나

30만원씩 출자해 ‘보따리상’ 개념으로 접근한 의미 있는 시도라고. 그 외에도 한 달에

있는 쿠킹 클래스(4인 정원 기준)도 한 달 기준으로 진행된다. 건강 먹거리에 관심 있는

대체 가능하며, 유자나 매실, 팥 라떼 등 건강차는 물론 달걀, 우유, 버터를 쓰지 않은

영양학적으로나 우수하다고. 또 찹쌀가루와 흑임자를 섞은 걸 묻혀 지져내는 두부

한 번 대안적 삶을 고민하는 단체와 사람을 초청해 토크를 나누는 오라잇테이블 등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체크해볼 것. Tel. 02-325-1028

채식 쿠키도 판매한다. 근처 성미산 마을 공동체는 물론 생협에서 좋은 물건을 들여와

스테이크도 그 식감이 별미다.

다채로운 활동이 펼쳐진다. 격월간 잡지 <카페 슬로비>도 만날 수 있다.

Web blog.naver.com/cookandbook

판매도 한다. Tel. 02-338-3235

Tel. 02-332-5525 Web www.orgyori.com

Tel. 02-3143-5525 Web blog.naver.com/slobbie8

Places For VEGANS 베지홀릭(070-4114-0458) 대표적인 비건 베이커리. 조만간 상호

악토버(02-322-7882) 설탕, 버터, 우유, 달걀을 쓰지 않는 베이커리. ‘르방’이라는 천연발효종으로 빵을 만든다. 제니스브레드(02-3789-7817) 비건용 샌드위치 메뉴를 갖추고 있다. 성미산밥상(02-336-0317) 채식주의자를 위한 밥상을 주문할 수 있다.

두유요거트(6,000원). 두유로 만든 담백한 요거트에 홈메이드 그리놀라, 베리를 넣어 상큼함을 더한 건강 메뉴.

현미떡볶이(6,000원). 무와 다시마로 낸 육수에 갖은 야채를 듬뿍 넣어 건강을 생각했다. 현미와 백미를 반씩 섞은 떡을 사용한다.

인삼버섯샐러드. 간 두부와 코코넛 밀크를 섞어낸 소스가 어우러진 영양만점 샐러드.

‘그때그때 밥상’(6,000원). 배추된장국에 샐러드, 마늘쫑 장아찌와 유채김치, 콩나물 부추겉절이 등으로 차려냈다.

수카라(02-336-0317) 천연효모빵과 야채스튜 플레이트로 100% 비건용 메뉴를 제공한다.(하루 8개 한정)

태양이 열리는 나무_Cafe

좋은 먹거리로 돌보는 밥상

오요리

와우산로 3길

채식에 우호적인 아시안 레스토랑

햇빛부엌

앨리 촬영 및 조사 문가영 커버스토리 디자인 장성환·류아진

비건이 운영하는 동네카페

쿡앤북

ALLEY OF HONGDAE

몸도 혀도 즐거운 자연식 카페

LP愛_Cafe

VegAn-Friendly CafeS & RestauRants



2 0 1 2

04 ~05

Sun

Mon

Tue

4.6~5.3 열린책들 W세계문학 1×200 땡스북스 <Save the Air> Green Concert 옥상달빛, 라이너스의 담요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18:00

4.15

Sun

16 Mon

‘기타와 목소리 II’ 김목인+하이미스터메모리+이아립 카페 벨로주, 18:00

22

Tue

Mon

24

‘기타와 목소리 III’ 박창근+한국인(우주히피)+시와 카페 벨로주, 18:00

29

30 Mon

하모니시스트 박종성 앨범 발매 기념 앙콜 공연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20:00

6

Thu

4월의 쇼단 피터팬 컴플렉스 & 얼스(4월의 발견: 키스 미 조이) V-Hall, 20:00

25

Sat

데이브레이크 3집 발매 쇼케이스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19:00

20

조인트 공연-차가운체리, 바람을 가르고 클럽 타, 19:30 Fri

서랍속 합주단, 에디전 플러스밴드 클럽 오뙤르, 20:00

26

Thu

갤럭시 익스프레스 단독 콘서트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20:00

Mon

2 Wed

5.3~ <아르마딜로> KT&G 상상마당 영화관

27

<스트리트 H>가 알려 드립니다

28

강지민 콘서트 상상마당 라이브홀, 18:00 Sat

5

4

3 Fri

Sat

5.12~6.3 “부초의 초소” KT&G 상상마당 갤러리

11

10

9 Wed

Thu

Fri

소란 1집 발매 기념 콘서트 ‘19’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19:00

12

Sat

● <스트리트 H> Culture Calendar에

KT&G 상상마당 02-330-6200 www.sangsangmadang.com

대안공간 루프 02-3141-1377 www.galleryloop.com

롤링홀 02-325-6071 www.rollinghall.co.kr

표현 갤러리 요기가 011-9079-8135 www.yogiga.com

클럽 타 hcafe.daum.net/liveclubta

V-Hall club.cyworld.com/v-hall

클럽 오뙤르 02-3452-2018 cafe.naver.com/clubauteur

땡스북스 02-325-0321 www.thanksbooks.com

벨로주 www.veloso.co.kr

21

Sat

● 자세한 내용은 아래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14

잠비나이 단독공연 카페 벨로주, 19:00

블랙홀 단독 콘서트 롤링홀, 19:00

Fri

Thu

8 Tue

4.21~28 파랑캡슐-이지소 2기 작품연구 1차 발표 요기가 갤러리

5.3~4 꽃다지 콘서트 ‘혼자 울지 말고’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20:00

5.1

7

HMHR Revolution Concert Vol.18 롤링홀, 18:00

13

19

한음파 2집 발매 단독공연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19:30

5.9~6.20 웬즈데이 프로젝트 Vol.1 <최고은, 호흡의 원근법>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20:00

선우정아 & 안신애+3월의 토끼 카페 벨로주, 18:00

다큐멘터리 ‘꿈의 공장’ 후원 상영회 카페 벨로주, 16:00

4.19~ <점프 아쉰> KT&G 상상마당 영화관

4.26~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 KT&G 상상마당 영화관

Wed

Tue

Fri

4.19~26 제14회서울국제여성영화제 신촌 아트레온 외 총 8개관

4.25~ <레드 마리아> KT&G 상상마당 영화관

수요생음악-김목인, 빅베이비드라이버 카페 비하인드, 20:30

음악 줄게 헌책 다오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20:00

Sun

18

4.5~5.6 2011 스위스 디자인 어워즈 전 KT&G 상상마당 갤러리

Wed

Tue

손지연 & 밴드 죠 hybrid concert 롤링홀, 17:00

Sun

17

23

Good Kids on the Block Club FF+TA+GOGOS2, 18:00

Thu

3.29~5.24 2012 Henkel InnoART - Bond the Moment(순간의 접착) 대안공간 루프

Newme, 심홍 클럽 오뙤르, 20:00

내귀에 도청장치 Sitting Live Vol.2 롤링홀, 16:00, 19:00

Sun

Wed

4.10~29 <연기 속의 그녀> 산울림 소극장

전시, 공연, 기타 문화행사를 알리고 싶은 개인 및 단체는 매월 10일까지 담당자(임경화 /

rainbow@street-h.com)에게 메일로 내용을 전달해주시면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홍대앞에서 30개의 빨간 동그라미를 찾으세요!

제5기 객원 에디터와 포토그래퍼를 찾습니다

빨간 동그라미 스티커는 홍대앞 동네 문화 잡지 <스트리트 H>를

홍대앞 소식이 늘 궁금한 분, 홍대앞이 내 동네라고 여기는 분,

만날 수 있는 배포처를 나타내는 표시입니다.

다양한 문화생산자들과의 인터뷰나 사진 작업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은 분,

매달 가장 정확하고 신선한 홍대앞 정보가 실리는 <스트리트 H>.

홍대앞의 문화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환영합니다.

특히 골목골목에 숨겨진 카페와 클럽, 홍대앞 문화단체를 찾는 데

무가지로 제작되는 <스트리트 H>의 사정상 원고료나 사진고료는 드리지 못합니다.

유용한 지도는 홍대앞을 찾는 여러분에게 최고의 가이드입니다.

다만 같이 역사를 만들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누고자 합니다.

홍대앞 30군데의 배포처에서 무료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편집장 이메일(julie0910@gmail.com)로 간단한 이력서와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배포처는 아래의 리스트와 본문의 지도 위의 빨간 핀을 참고하세요.

배포처 리스트

Anthracite 322-0009, art샴 326-2480, BELLA TORTILLA 070-8779-6675, B-hind 3141-7212, Cloud 9 337-3342, DD-DA 3142-5750, Beanside 326-2402, hibi 337-1029, ohoo 335-7730, STYLO 324-1104, SUKARA 334-5919, The Gallery 3142-5558, Veloso 323-7798, 2nd Floor 6403-8558, 관광안내소 323-2240, 녹색광선 325-5478, 더 북 소사이어티 325-5336, 두성갤러리 3144-3181, 문지문화원 사이 323-4207, 빵 6081-1089, 상상마당 330-6227, 한잔의 룰루랄라 337-9887, 제너럴 닥터 322-5951, 유어마인드 070-8821-8990, 이리카페 323-7861, 후마니타스 책다방 070-4010-7737, 서교예술실험센터 333-0246, 2호선 홍대입구역 안내소, 신사동 가로수길 a-zeet 3446-9927, 부산 PM 2:45 051-247-4847

35

2012.04

Street H  Culture Magazine for Hongdae Area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발행인

장성환

기획취재

편집장 정지연 교정교열 임경화

디자인

<스트리트 H>는 매월 20일 경 발행되며, 위에 소개된 장소에 배포됩니다. 누구나 무료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아쉽지만 한정 수량이라 일찍 소진되기에 서두르셔야 합니다. 꼭 필요하신 분은 정기구독을 하시면 댁에서 편히

객원에디터 하정희, 임은선, 김영미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www.street-h.com)의 ‘정기구독’ 코너에 이름, 연락처, 주소 등 관련 정보를

디자인스튜디오 203

기재한 후 1년 정기구독료 15,000원(배송료 포함 가격)을 입금하시면 됩니다.

고성주, 김인영, 이혜령, 류아진, 문가영

입금 후 편집부 메일 rainbow@street-h.com으로 알려주시면, 그 달부터 <스트리트 H>를 보내드립니다.

발행

디자인스튜디오 203(tel 02-323-2569)

입금처 _ 국민은행 032901-04-212256 | 예금주 _ 장성환(디자인스튜디오203)

121-895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405-11 화승빌딩3층

문의처 _ <스트리트 H> 02-323-2569(내선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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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 2012 by <스트리트 H>. 이 책에 실린 내용의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금합니다.

Culture Calendar 01


성미산 마을에 자리잡은 릴라. 겉보기엔 일반 다세대 주택에 불과하지만, 노란색 간판에서 느껴지는 유쾌한 에너지만 봐도 범상치 않은 공간이다. 작업실, 놀이공간, 타로와 요가 강습처,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다 어울리는 이곳은 릴라다.

그들의 공간이 궁금하다

치유와 놀이의 공간 릴라

음 악 으 로 실 비

쓰 는

사 람

삼인 삼색, 치유를 위한 놀이공간 릴라의 인터넷 카페 대문에는 이렇게 써 있다. ‘치유와 예술 속에서 나를 만나는 놀이터’라고. 릴라(leela)란 산스크리트어로 ‘신의 놀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오래 전부터 현실 세계를 창조한 힘의 원천을 ‘놀이’로 보고 있다는 힌두 전통을 이어온 이름이다. 지난 1월 성미산 구석에 문을 연 릴라를 꾸려가는 이들은

3인이다. 아난도(티베탄 펄싱 수련가), 실비(대안학교 교사), 삐삐(문화기획자)가 그들. 이들은 성미산 마을에서 각각 학부모, 교사, 문화기획자로 처음 만났다. 처음부터 분명한 목적을 세우고,

일을 했고 성미산 마을 관련 상근자로

교사일을 시작한 이래 여러

의기투합해 공간을 만든 건 아니었다. 평소 에너지의 파장이 잘

활동했었다.

맞다 보니 자주 모여 수다 떨다가, ‘아, 상시적으로 모일 수 있는

릴라는 이 세 명이 담당을 맡아 돌아가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면 장소를

운영한다. 장소를 구하는 비용은 아난도와

구해볼까?’라고 덜컥 일을 저질렀다.

실비가 힘을 합했다. 삐삐는 상근자로서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꽤

공간은 하나지만 릴라는 3인의 성격에 맞게 각각 다른 공간이

소정의 월급을 받고 일한다. 나이 들어서

오래 배웠고, 스무 살 이후 다시 시작해

된다. 첫 번째는 ‘힐링 릴라’다. 티벳에서 전승된 명상방법인 티베탄

친구를 얻기란 쉽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들을

펄싱 요가를 연마해온 아난도가 진행하는 ‘릴라 펌핑클럽’은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여성들의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레이디 요가다. 그 외에 개인

이 공간을 이용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최저생계비’ 5,000원을

리코더, 하모니카 등의 솜씨가 프로급이다. 특히 그의 기타 주법은

상담으로 진행되는 아이리딩과 타로, 동종요법 등이 진행된다. 한

내면 언제나 차 한 잔을 마시며 머물 수 있다. 솜씨 좋은 아난도와

독특하다. 기타를 안고 치는 게 아니라 가야금처럼 친다. 영화

사람의 삶의 드라마를 ‘홍채’를 통해 읽어내는 ‘아이리딩’을 비롯해

삐삐가 내려주는 드립 커피는 웬만한 카페 못지 않은 맛과 향을

<어거스트 러쉬>의 주인공처럼 본능에 가깝게 기타의 현을 때리는(!)

기본적으로 ‘치유’의 과정이다. 두 번째는 실비가 주축이 된 ‘아트

자랑한다. 삐삐가 직접 담근 유기농 매실차와 시골에서 담가온

솜씨를 보고 있노라면, 놀랍기만 하다. 그의 이런 재능을 아는 이들에

릴라’다. 둥그렇게 모여 앉아 예술활동을 통해 감성을 풍부하게

유기농 오미자차, 그리고 허브차와 홍차 종류도 갖춰져 있다.

의해 마을 카페 ‘작은 나무’에서 1년 넘게 ‘수요 작은 음악회’에

하는 과정이다. 실비는 이곳에서 악기서클을 운영한다. 마지막으로

릴라에서는 크고 작은 모임들이 열린다. 보고 싶은 영화나 듣고 싶은

참여하기도 했다.

삐삐가 진행하는 ‘살롱 릴라’가 있다. 예술치료 방법 중 하나로

음악을 직접 갖고 오면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에서 혼자 혹은 여럿이

그가 운영하는 악기 서클은 초심자들이 모이는 씨앗서클과

각광받은 ‘만다라 그리기’를 통해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들의 자기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2주에 한 번 금요일 8시에는 ‘골방영화제’도

씨앗서클을 거친 떡잎서클이 있다. 4~5인 정원으로 12주

표현을 돕는다.

열린다. 테마를 정해 관람하는데 세익스피어 영화에 이어 <흑인

시스템이다. 한 달에 5만원으로 비용도 부담없다. 원래는 리코더와

가정집이기 때문에 두 개의 방이 각각 모임 장소와 세미나실이

오르페>,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피아노 블루스> 같은 음악영화

하모니카 같은 부담 없는 기초 악기 위주로 강습하려 했단다. 그러나

되고, 거실이 ‘카페’가 된다. 독특한 천과 휘장으로 꾸민 공간은

시리즈가 진행중이다. 이들의 활동에 관심있다면 인터넷 카페(http://

정작 사람들이 원한 건 기타와 우크렐레였다고 말하는 실비. 그래서

동양적이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준다.

cafe.naver.com/spaceleela)를 방문해 체크하도록 하자.

요즘은 이 두 악기를 주로 강습한다.

대안학교를 거쳐 9년째 교사로 일하고 있다. 주로 악기 수업을 한다. 여섯 살

지금은 수준급 솜씨를 자랑한다. 그 외에도 독학으로 배운 기타, 우크렐레, 아코디언,

“악기는 제게 목소리나 연필과 같아요. 말하고 쓰는 도구와도 같지요.”

성미산 마을을 터전 삼은 이들의 가볍고 진한 연대

악기와 친구되는 법을 가르치는 남자, 실비

창작 오페라, 시낭송…. 실비는 글과 음악을 아우르는 활동을

성미산 마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들은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비의 첫인상은 참 조용한 청년이라는 것이었다. 가만가만

지속하고 싶다고 한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성미산 마을 연극 동아리의 배우이며, NGO

말하는 모습과 말하기보다 경청하려 애쓰는 모습에서 그런 점을

“혈연이 아닌, 이웃들이 함께 문화와 생활을 공유한다는 건 정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끝낸 아난도는 천안에서 공동육아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은 누구보다 뜨겁다. 나서지는 않지만

대단한 거죠. 그런 의미에서 성미산 마을은 굉장하지요. 릴라에서

고민하다 마포 성미산으로 옮겨온 경우다. 릴라의 ‘청일점’이자

이곳저곳에서 보고 관찰하고 참여하고 느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다양한 모색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일 테고요.”

성미산학교에서 근무중인 실비는 아난도의 아이들 선생님이기도

그 느낌을 시와 노래로 표현해낸다.

앞으로 어떤 실험이 벌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겠다는 실비. 이들의

했다. 비혼인 삐삐는 노동・문화예술 관련 단체들에서 기획자로 오래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실비는 봉천동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에서

모험이 중단 없이 지속되길 바라본다.

02 Open Studio

H

글・사진Ⅰ정지연 에디터

2012.04. Vol. 35


이동준의 업스커트

기운을 느꼈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길이 너무 한산했다. 심지어 그날은 소위 ‘불금’, 불타는 금요일밤이었다. 택시를 잡는

이 제 이 곳 을 뭐 라 고 부 를 까

것도 어렵지 않았다. 금요일 밤이면 홍대앞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 틈에서 30분이 넘게 미친 듯이 손을 흔들던 기억이 떠올랐다. 신형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하기 전에 외국의 대표적인 업체들은 한국 유저들의 동정과 리뷰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얼리어답터가 유난히 많고 까다롭기로 치면 전문가 뺨치는 한국 유저들의 의견은

친구가 이태원에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임대료를 좀 알아봐달란다.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홍대앞을 본뜬

구매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제 홍대앞은

어차피 나야 뭐 점심 먹으러 나가는 김에 부동산 몇 군데 들러보면

게 아니라 그냥 이태원이 변하는 거라고 보기엔 전체적인 변화의

마치 네티즌들의 의견을 선도하는 파워블로거, 신제품의 성공여부를

되는 일이라 그러마 했는데, 첫 번째로 들렀던 부동산에서 내 입이

조짐이 흡사해도 너무 흡사하다. 월세가 점점 오르면서 홍대앞

점쳐주는 얼리어답터처럼 유행을 선도하고 대기업의 사업방향까지

그만 딱 벌어지고 말았다. 친구가 예상했던 임대료보다 정확히 세 배

거주자들이 상수동을 거쳐 망원동으로 밀려난 것처럼 요즘은

결정해주는 리트머스 종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인디문화의 산실, 젊은

더 비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친구가 준비한 보증금과 월세가 결코

이태원동을 떠나 한강 방향으로 언덕길 아래쪽에 있는 보광동으로

예술가들의 거리라는 표현만으로는 더 이상 이곳을 정의할 수 없다.

적은 것도 아니었다.

이사를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2년 새 건물 임대료가

홍대앞은 더 이상 마이너리티 문화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이태원이 변했다. 최근 1~2년 사이에 심하게 변했다. 롤모델은

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치솟은 신사동 가로수길의 변화 역시

조심스럽고 걱정이 된다. 겉모습과는 달리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홍대앞이다. 시장골목은 한 블록이 통째로 철거되더니 고깃집과

심상치 않다. 패션브랜드 자라를 비롯한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들이

가게가 문을 열지만 꼭 그만큼의 가게들이 인테리어 비용도 건지지

(이태원의 상징이었던 사이즈 큰 옷 전문점이 아니라) 샤방샤방한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는 모습은 불과 1년여 전에 자라와 그밖의

못하고 문을 닫는 홍대앞 이면의 현실이, 그 와중에 결국 대기업

44 사이즈의 여자옷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섰고, 하얏트 호텔로

대형 프렌차이즈 매장들이 접수해버린 홍대앞의 시장구도를

프렌차이즈 업체들만 살아남는 비정한 현실이 여기저기서 자꾸만

오르는 경리단길에는 여기가 상수동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연상시킨다.

반복될 것 같아서 안타깝고 씁쓸하다.

만드는 카페, 그러니까 혼자서 노트북 들고 가서 작업하기에 딱 좋은

하지만 그래도 본좌는 여전히 홍대앞이다. 이태원에 새로 조성된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거리들은 주말 저녁이면 여기가 서울인지 방콕인지 모를 정도로

이태원에는 24시간 오픈하는 커피 전문점을 제외하면 한밤중에

밤새도록 인파가 들끓지만 그뿐이다. 평일에는 밤 아홉 시도

이동준_번역가이자 칼럼니스트이며 북세븐틴 에이전시의 대표다. 베를린에서 8년,

노트북 켜놓고 혼자서 일을 할 만한 곳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젠

되기 전에 한산해진다. 신사동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며칠 전

여전히 각별하다. 《베를린 코드》 《연애를 인터뷰하다》 《위트상식사전 스페셜》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카페에 혼자 앉아서 열심히 모니터를

가로수길에서 저녁약속을 마치고 거리로 나서다가 문득 이상한

차우진의 워드비트Word Beat

이 아 름 답 고 삐 뚤 어 진 세 계 의 프 리 퀄 -눈뜨고 코베인 ‘누나야’

H

홍대앞에서 4년을 살았다. 지금은 이태원 주민이지만 홍대앞에 대한 애정만큼은 《홍대앞으로 와!》(엮음) 같은 책을 썼다.

‘The End’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남긴다. 이 세계는 골목길을 거꾸로 달려갈 때에나

근사한 사이키델릭 트랙이다.

비로소 형성되는 곳이지만, 그럼에도 ‘거꾸로 매달린 아빠 머리’의

신시사이저 무그 톤이 펑크록

감시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세계다. 흔히 정서적 감각이 투영되는

스타일의 보컬과 결합해 상당한

‘얼굴’ 대신 등장하는 ‘(아빠)머리’는 가부장의 절대권력으로 치환될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여기엔

수 있고, 그때 ‘집’으로 상징되는 가족 공동체는 ‘아이’를 구속하고

짧고 강렬한 가사도 한몫한다.

가두는 주박이자 감옥이 된다. 곧이어 등장하는 ‘모두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란 구절이 쾌감을 선사할 때는, 청자들이 실제 이 압박에

낯익은 골목길을 거꾸로 달려가 보자. 하늘에는 거꾸로 매달린

대해 공감할 수 있을 때다. 바꿔 말해 이 음습하고 불온한 세계관에

커다란 아빠 머리.

매료되지 못할 때 이 노래는 단지 이상하게 들리고, 눈뜨고 코베인은

어떤 노래는 한참이 지나서야 되새겨진다. 최근에는 눈뜨고

집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혼날 테지만, 누나만은 내 편인걸. 모두

쉽게 ‘취향에 맞지 않는 밴드’가 되거나 ‘키치 밴드’로 불리게 될

코베인이 그랬다. 덕분에 이번 회에 아이돌이나 최신 히트곡을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부당한 일이다.

쓰려고 했던 마음을 바꿨다. 이 곡에 대해 쓰지 않고는 못 배겼기

누나야, 모두 쫓아내고 우리 둘이서만 살면 안 될까.

“아빠, 가족, 외계인이 등장한다면 그건 눈뜨고 코베인의

때문이다. 눈뜨고 코베인의 ‘누나야’는 10년 전 밴드의 데뷔 EP <파는

누나야, 모두 쫓아내고 우리 둘이서만 살면 안 될까.

음악이다”라는 장기하의 말대로, 이들이 묘사하는 세계는 가부장의

물건>에 수록된 곡으로, 최근 리마스터링되어 재발매되었다(당시

누나는 예쁜 눈을 가지고 있었지. 나는 그런 누나를 너무

권위가 폭력으로 대체되거나 폭력적으로 와해되는 세계다. 세계는

나는 이 곡보다는 ‘영국으로 가는 샘이’이나 ‘그대는 냉장고’를 더

좋아했었지.

늘 위협적이고, 혹은 위협을 받고 있으며 우리는 그 안에서

좋아했다). 이 곡은 명백히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에 대한

아빠는 누나를 혼내고만 있었지. 엄마는 누나를 혼내고만 있었지.

분열적이다. 이때 눈뜨고 코베인은 실험실의 플라스크 속에다가

오마주이지만 한편으론 도어즈의 ‘Rider’s on the Storm’이나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거짓말과 협박, 감시와 트라우마가 지배하는 세계를 만든 다음 그걸 전반적으로 불온하고 음습한 뉘앙스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지고 이것저것 실험하는 과학자 집단과 유사하다. 그래서 과정과

노랫말이다. 혹자는 몇 개의 키워드, 요컨대 패륜, 아동학대, 친족

결과, 묘사와 기록이 중요해진다. 이들 음악에 연민은 있되 윤리가

성폭력, 근친애를 발견하거나 킨제이와 라캉을 지나 ‘누나 모에’에

없다는 인상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르는, 통념상 범죄로 여겨지는 개념들과 정신분석학 용어들,

그러나 바로 같은 이유로 눈뜨고 코베인의 음악은 비로소 독립적이고

하위문화 개념들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가

독자적인 세계에 속한다. 억압과 저항, 폭력과 자기파괴, 죄의식과

자극하는 상상력은 가사로부터 캐낼 수 있는 이런 개념적 용어들로

쾌락이 대체로 구분되지 않고 뒤섞인다는 점에서 특히 이들은,

딱히 수렴되지 않는다. 어쩌면 동요 ‘엄마야 누나야’가 진술하는

적어도 내겐 김창완/산울림보다는 짐 모리슨/도어즈에 가깝다.

이상향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나 평행 우주적 세계라고 하는 게

이 반-낭만주의에 근거한 모더니티는 지난 10년간 ‘아빠가 벽장’

타당해보일지 모른다.

‘납골묘’ ‘바훔톨로메’ ‘네 종종 전화할게요’ ‘당신 발 밑’ ‘일렉트릭 빔’

그럼에도 매혹적이다. ‘낯익은 골목길을’부터 ‘모두 죽어버렸으면

등으로 착실하게 구축되어온, 불가항력적인 힘이 지배하는 시공간의

좋겠어’까지의 첫 단락이 특히 그렇다. ‘거꾸로’와 ‘아빠 머리’, ‘집’과

산물이다. 요컨대 ‘누나야’는 밴드의 최근작 <Murder’s High>의

‘누나’ 그리고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고 내뱉는 타이밍이 강렬한

원점이자, 이 아름답고 삐뚤어진 세계관의 ‘프리퀄’이다.

H

Column 03


정지연이 만난 사람  27

김영혁・임태병 카페 비하인드

<파리 카페>라는 책을 펴낸 노엘 라일리 피치는 이렇게 썼다. “누구나 마음에 드는 카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점찍어 운명을 같이 한다면, 그 카페를 ‘소유’한 거나 같다”고. 나 역시 그렇게 소유한 카페가 있다. 카페 비하인드. 작년 10주년을 맞이한 이 카페에 대하여.

어떤 장소이든 대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거나 또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가게나 카페, 레스토랑과 같은 공간은 더욱 쉽게 사라지고 만다. 옛 시청청사나 동대문운동장 같은 오래된 공공건축마저 쉽게 허물고 마는 우리나라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무려 10년을 넘게 사랑받고 있는 카페가 있다. 별다른 홍보 없이도, 드라마나 영화에 나왔다는 요란한 홍보 없이도 10년 전 손님들이 여전히 찾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간판이 바뀌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상업건축 지대인 홍대앞에서 말이다. 카페 비하인드 얘기다.

2001년 11월 삼거리 포장마차 뒤편 호젓한 골목에 오픈한 카페 비하인드는 그때까지 볼 수 없던 독특한 인테리어와 감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제는 다른 카페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혼자 온 사람들이 공유하여 쓰는 커뮤니티 테이블을 처음 시도한 것이 비하인드였다. 빈티지한 느낌을 가미한 따뜻한 공간은 구석구석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남녀가 얼굴을 마주보게 되어 있는 개수대였다. 여름이면 오픈되어, 햇살도 바람도 들어오는 베란다가 특징인 가게의 꼴을 만들어낸 인테리어도 멋졌지만 어디서도 들어볼 수 없는, 공간에 착 밀착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였다. 그렇게 알음알음 입소문이 났고 홍대앞의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이곳을 앞다투어 찾았다. 비하인드가 독특한 이유 중 하나는 이곳의 주인이 4명이라는 사실이었다. 카페 오픈 후 2년 지나 출간된 책 《우리 카페나 할까?》로, 비하인드가 김영혁, 김의식, 임태병, 장민호 4인의 30대 남자들이 공동 출자해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들은 ‘재미있게 일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이른바 카페의 ‘로망’을 실현한 운좋은 사나이들로 부러움의 대상이

04 Think & Talk

2012.04. Vol. 35


10년이라 는 시 간 을

상징적인 넘 어

사진 이승희스튜디오 103

증가세가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지켜보고 싶단 생각도 든다.” 임태병 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오픈했을 때만 해도 건축이나 인테리어 등 상업건축에 있어 공공성을 담아낼 수 있는 최적의 생태지역이 홍대앞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상업화의 급작스런 진행 이후 이제는 잘 모르겠다. 딜레마다.” 노엘 라일리 피치는 모든 것이 압축되고 조직화된 대도시에서 카페는 마시고, 놀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밥을 먹고, 남는 시간을 때우고, 대화를 나누고, 친구들을 만나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사회적 소일거리’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회적 소일거리’란 표현이다. 우린 카페에서 사적인 공간 밖에서 해야만 하는 일들을 처리한다. 광장과 공원이라는 공간이 시민들에게 풍요롭게 열려 있는 구미에 비해, 한국은 공공공간이 드문 특수한 사회다. 근대 이후 그 부족과 결핍을 카페가 메워왔다. 여기에는 또한 ‘그 카페가 아니면 안 되는’ 충성도의 문제가 끼어든다. 비하인드 역시 충성도를 논할 만한 많은 단골을 가지고 있다. 도피오를 늘 주문해 ‘도피오 아저씨’란 별명을 얻은 영화인 김성태 씨, 우리에겐 되었다. 그 이후로 많은 카페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 책은

가게의 이전과 동업자들의 변화와 같은 이런저런 고비를 넘기며,

‘스노우캣’으로 잘 알려진 권윤주, 안상수 교수와 뮤지션 달파란 같은

아직도 ‘카페 창업의 교과서’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정작 16쇄 이상 찍은

비하인드는 지난해 11월 조촐하나마 의미있게 10주년을 기념했다. 매년

유명인들 말고도 출판인, 아티스트, 작가 등 수많은 이들이 이 카페를

베스트셀러에 대해 김영혁 씨(사진 왼쪽)는 말하기를 쑥쓰러워했다.

창업일마다 색다른 오픈 기념 선물을 만들어 돌렸던 비하인드이지만

찾았다. 그 중에서도 이들이 제일 고마워하는 사람은 문화예술기획자인

10주년 때는 제대로 파티를 열었다. 기념선물은 스태프가 만든 에코 백을

조윤석이다. 초창기 비하인드로 많은 이들을 데리고 와주고, 소개시켜준

처음 책을 낼 때도 가이드라인 북을 만들려 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우리

준비했고, 오랜 단골과 비하인드를 거쳐간 스태프가 다 모였다. 깜짝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같은 비전문가도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우리가 해온 걸 기록하고

선물도 있었다. ‘검정치마’ 조휴일의 어쿠스틱 공연이 그것. 조휴일은

“이 책이 ‘창업, 성공 스토리’의 카테고리에 묶이는 걸 보며 많이 민망했다.

싶다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했다. 개정판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생업이

“언젠가 카페에서 공연을 한다면 비하인드에서 할 것”이라던 약속을

“10년을 돌이켜봤을 때 비하인드가 홍대앞 동네카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손님들 덕분이다. 비하인드의 문화라는 것도, 우리가

있다 보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솔직히 고백컨대 카페를 내고 4~5년

지켰다. 자리를 가득 메운 오랜 단골도, 새로운 손님도, 스태프도 모두가

노력한 점도 분명 있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이 만들고 전파한 문화이다.

뒤에만 책을 냈어도 《우리 카페나 할까?》 같은 제목을 붙이진 않았을

한마음으로 행복했던 밤이었다.

비하인드의 음악을 좋아해준 손님들을 위해 컴필레이션 음반 <Sunday

거다. 복잡하고 하면 할수록 쉽지 않은 게 카페니까.”

“지난 몇 년을 생각해보면 정체되었다는 아쉬움이 있다. 카페를

Morning Music>을 만들때 표지를 그려준 윤주씨를 생각해도 그렇고…

어쨌건 책이 나오고 언론에 인터뷰가 나면서 비하인드는 이른바

운영하면서 얻는 소소한 즐거움보다는 어려움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고.

결국 카페를 하면서 남는 건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임태병)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상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적자는 아니니까 계속 운영해올 수 있었다.”(김영혁)

흔히 카페엔 문화가 있다고 말한다. 비하인드는 카페가 단지 커피 한

“책 나오고 3개월 즈음 되었을까. 갑자기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몰리기

“단적으로 커피값이 10년째 똑같다. 원가를 보면 올려야 하는데 카페의

잔을 마시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너지가 만들어지는 네트워킹의

시작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예약을 하려고

생리상 그런 게 어렵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해도 좋으니 제발 그대로만

장임을 보여준다. 비하인드를 거쳐간 단골이나 스태프 중에 자신들의

했다. 카페에 예약이라니 말이 안되지 않나.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있어달라’는 단골들의 주문을 생각하면 버텨야 한다는 각오가 생겨난다.

카페나 숍을 낸 이들이 유독 많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다방>의 전

드나듦이 적은 한적한 목을 골라 들어선 비하인드였건만 연일 손님들로

돌이켜봐도 10년이란 상징적인 시간이다.”(임태병)

주인이자 현재 비하인드의 매니저, 필운동에 카페 키오스크를 차린 전

북적대기 시작했다. 이들의 ‘인기’를 지켜본 건물주는 딴맘을 품었다.

2012년 지금, 홍대앞에는 무려 210여 개의 카페가 존재한다. <스트리트

스태프, 쇼콜라티에가 되어 <비터 스위트 9>을 차린 매니저, 망원동에

홍대앞의 고질적 병폐인 ‘세입자 내몰기’가 벌어졌다. 두 달의 여유도

H>의 지도에 표시된 카페의 갯수만 그렇다. 카페 옆에 카페가, 카페 위에

카페를 낸 손님에 이르기까지 비하인드에는 가족 같은 끈끈함이

주지 않고 쫓아내다시피 했다. 권리금은 생각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카페가, 카페 밑에 카페가 있는 홍대앞. 다른 지역과 비교가 불가능할

있다. 김영혁 씨는 말한다. “그게 아마도 우리가 계속 카페를 해야 할

급하게 옮길 자리를 알아봐야만 했다.

정도로 포화상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임태병 씨는 ‘카페에 대한 로망과

이유가 아닐까”라고. 10주년을 맞이해 비하인드는 몇 가지 작은 변화를

그래서 택한 곳이 지금의 위치다. 이곳을 고른 건 딱 한 가지 이유밖에

카페 운영이 직업군의 존재, 그리고 외부 자본의 결합’ 때문이라고

선보였다.테이크아웃이 가능하도록 했고, 몸에 좋고 든든한 점심메뉴도

없었다. 나름 이면도로에 창을 면해 난 신축건물이었고 차량이 많지 않은

풀이한다.

만들었고, 어쿠스틱한 계열의 수요공연도 준비중이다.

한적한 골목이라는 것. 그러나 비하인드의 오픈을 계기로 카페 KOD,

“카페라면 일단 손쉽게 창업할 수 있다고들 생각한다. 음식점에 비해

카페 물고기 등 하나하나 가게가 생겨나기 시작해 지금은 여느 홍대

몸이 고되지 않기도 하고 우아해 보이니까. 게다가 글쓰기나 사진,

다른 음식점과 엄연히 다른 문화와 살롱의 기능 같은 부분이 존재하기

상권처럼 붐비는 곳이 되었다.

일러스트 등 자기 작업이 있는 이들이 선호하는 업종이고, 투잡삼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비하인드의 이들도 다시 숨턱까지 차오른 임대료 때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인 동업 체제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의식, 장민호가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홍대지역은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상징성

좌절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렵다고 토로하면서도 여전히 이들은

런던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나게 됐다. 모든 일을 동등하게 나눠

때문이라도 대규모 프렌차이즈 커피숍들이 들어선다. 그러니 로컬

카페를 얘기하고, 카페를 꿈꾼다.

해온 4인 체제가 실질적으로 반 토막이 나니, 임태병(사이건축) 씨와

카페뿐만 아니라 브랜드 커피숍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우리 카페나 할까?”라고 패기만만하게 말했던 30대의 그

김영혁(프리랜서) 씨에게 하중이 실리기 시작했다.

10년 전이 아닌 지금이라도 이들은 홍대에서 카페를 오픈했을까?

시절에서는 멀리도 왔다. 그러나 그게 나쁘기만 한 걸까. 홍대앞의 수많은

김영혁 씨는 그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카페 가운데서도 비하인드는 가장 변화가 적으면서도, 가장 카페의

되었을 때가 가장 고민이 많았다. 두자릿 수의 세월은 채워보자는 마음이

아마도 아닐 거 같다. 실제로 책의 개정판을 쓴다면 제일 공들여 쓰고

본질에 가까운 카페로 남아줄 것 같다. 5년 후, 10년 후에도 동네의

없었더라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임태병)

싶은 부분이 홍대의 상권 분석이다. 그렇긴 하지만 카페의 이런 폭발적

중심에 ‘역사’로 남는 카페로.

“중간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특히 카페를 시작하고 8년쯤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사실, 돈만 보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카페 경영이다. 카페도 물론 장사지만

H

Think & Talk 05


StH가 주목한 곳

싱글족들을 위한 맞춤 선택

G O U R M E T M A R K E T Add. 서교동 411-17 Tel. 02-322-0362 Open 12:00~22:00(월요일 휴무) Web www.grmmarket.com

한자리에서 원스톱으로 구매할 수 있어요.”

시리얼은 보통 3,000~4,000원 선이면 구입 가능하다. 소량 포장된

여러 장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매력은 소량 포장 판매를

제품에는 쓰레기를 줄이고 필요한 만큼의 양을 공유함으로써 좀

한다는 점이다. 외국계 대형 슈퍼마켓에서 대용량의 냉동과일이나

더 좋은 생활을 같이하자는 구르메 마켓의 상징 ‘나눔의 바나나’

시리얼, 과자 등등을 구매해본 이들은 알 것이다. 보통 1kg 단위로

스티커가 붙어 있다. 1인 가구, 싱글족이 많은 홍대앞은 이런

판매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절대 다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여기에

아이디어를 환영할 수밖에 없다. 대용량을 구입할 필요가 없으니

착안한 것이 ‘소량으로 나눠 판매하기’란 아이디어였다.

경제적이고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음식을 줄일 수 있어 환경보호에도

구르메 마켓에서는 냉동과일, 시리얼, 과자 등을 소량으로 나누어

도움이 되니 일석이조다.

예쁘게 포장해 판매한다. 180~260g 단위로 포장되어 있는

그 외에 건강식으로 사랑받을 만한 소포장 음식도 판매한다.

스페인산 햄인 초리초, 타이 요리에 꼭 필요한 코리앤더, 그리고 독하기 이를 데 없는 핑크팬더 맥주에 이르기까지 쉽게 접하기 힘든 외국 식재료가 가득한 구르메 마켓. 노란 차양이 아름다운 이곳은 들어가는 순간 외국의 한 골목으로 이동한 느낌이 들 정도다. 상수동 반지하 골목에 자리잡은 구르메 마켓. Gourmet란 단어처럼 ‘미식가를 위한’ 마켓이기도 하지만, 싱글족에게도 딱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는 26년간 식재료 수입 유통하는 일을 했던 정윤혜 대표. 구르메 마켓은 그녀의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는 곳이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외국 식재료 판매 코너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최근에 피클 슬라이스를 찾는 손님이 계셨어요. 그런데 피클 슬라이스는 덩어리 피클을 만든 나머지로 만든 것이라 덩어리로 된 피클을 추천해드렸죠.” 정대표의 설명이다. 각종 신선 채소부터 햄과 소시지 같은 냉장제품, 그리고 과자와 음료, 외국 요리에 필요한 다양한 소스와 향신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는데, 오랜 경험과제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중적 ‘인기’나 인지도보다는 ‘질’ 위주로 제품을

샐러드와 시리얼, 요거트, 과일을 한 세트로 하는 ‘투데이

선별한다고 한다.

세트(3,000원 가량)’와 샐러드, 바나나로 구성되어 있는 ‘다이어트

치즈만 무려 82종에 가까운 제품이 있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다는

세트’는 아침을 챙기기 어려운 직장인,대학생에게 사랑받고 있다.

것도 이곳의 장점이지만 가격적인 면에서도 유리하다. 보통 한 군데

이런 공간이 낯설고 어색하기 때문에 선뜻 들어오기 힘들지도

수입 도매상에서 일괄로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기 쉬운데 구르메

모르겠다고 생각해, 인테리어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는 구르메

마켓은 도매상이 다변화되어 있어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마켓. 직접 구운 스콘과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창가 테이블과 마켓

“된장찌개하면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쉽게 떠올릴 수 있어요.

앞의 공간은 좋은 쉼터가 되기도 한다. 쉽게 구할 수 없는 다양한

그렇지만 스파게티를 만들려고 하면 어떤 재료가 필요한지 쉽게

종류의 외국 식자재를 구입하고 싶다면 노란 지붕의 구르메 마켓을

상상할 수 없잖아요. 우리 마켓에 오면 낯선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찾아가보자.

StH가 주목한 맛집

셈”이라며 “홍대 부근의 많은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들의 사랑방,

카 페

굿 즈

글Ⅰ임은선 에디터

문화공간으로 이용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간 이용료도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위한 카페 c a f e

H

합리적이다. 1인당 음료 한 잔씩을 주문하면 2시간까지는 기본

g o o d s

무료다. 2시간 이후에는 시간당 1만원 추가다.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해서 커피를 비롯한 음료나 음식의 맛과

Add. 마포구 창전동 5-129 1층 Tel. 02-541-7872 Open 10:00~23:00(주중), 10:00~22:00(주말) Price 아메리카노 5,000원, 에스프레소 3,600원, 홈메이드 과일티 7,600원, 디저트 피자(고구마/애플) 7,500원. Web www.cafegoods.co.kr

같은 기본적인 카페의 요소에 소홀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휴직을 하고 회사를 쉬던 시절, 신사동 ‘세로수길’에서 2년 가까이 개인 카페를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김덕주 이사는 카페굿즈의 음식과 음료에도 정성을 불어넣었다. 일인용으로 제작한 미니 쟁반에

생소하고 낯선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기보다는

아메리카노와 카페굿즈에서 손수 구운 앙증맞은 쿠키가 세트로

작은 일상에서 시작되는 소박하지만 제 쓰임새를

나와 받는 이의 기분을 배려했다. 직접 담근 홈메이드 허니 자몽티,

Perception

찾은 디자인. 디자인컨설팅그룹 퍼셉션

허니 오렌지, 허니 레몬티는 특히 자랑거리. 직접 디자인하여 굽는

추구하는 가치다. 산울림소극장 근처 구 쌈지 스페이스가

디자인 쿠키도 눈길이 간다. 귀여운 모양새는 먹기 아까울 정도다.

있던 자리에 위치한 카페 굿즈는 퍼셉션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가볍게 맥주와 곁들일 만한 안주로는 치킨샐러드나 토티아 피자 등이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지난 2월 오픈했다.

인기라고.

화이트와 내추럴 원목이 어우러진 따뜻한 공간이 특징. 음료를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위한 공간, 나아가 이들을 위한 멤버십

내는 바의 중심은 그린 색조의 편안한 소파 공간으로 꾸며져 있고

‘페이퍼굿즈’, 그리고 폴딩 도어로 개폐가 자유로운 ‘피플굿즈’

카페를 추구하는 카페답게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에게는 50% 할인

디자인 서적이 꽂힌 메인 홀 부근은 원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공간이다. 특히 15인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피플굿즈 공간은 폴딩

혜택도 있다. 꼭 현직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에게만 한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햇빛이 들어와 아늑하게 느껴진다.

도어로 되어 있어 바깥과 차단한 공간에서 프로젝트 빔과 무선

디자인과나 예술관련 전공 학생에게도 같은 혜택이 주어진다. 또

카페 굿즈의 공간 구성은 크게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다양한 음료와

마이크 등을 이용해 소규모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할 수 있다.

인근 와우산 주변의 주민을 대상으로 한 할인 혜택도 오픈 기념으로

음식을 맛보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굿즈’ 공간과 퍼셉션에서

이 공간의 운영을 맡고 있는 김덕주 이사(사진)는 “스피커도 별도로

진행중이라니, 꼭 한 번쯤 들러보도록 하자.

선보이는 문구류를 비롯한 종이로 만든 디자인상품이 진열된

끌 수 있어 음악의 방해 없이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컨퍼런스 룸인

글Ⅰ정지연 에디터

06 Eat & Drink

H

2012.04. Vol. 35


동네 마실 나가다

홍대앞 동네서점 베스트 셀러

혀가 먼저 기억하는 캐주얼한 티 룸

티 에 터

T E A T E R

Add. 상수동 92-9 Tel. 02-326-5252 Open 13:00~23:00 (화요일은 휴무) Price 차 6,500원, 커피 5,500원, 유자차 4,500원, 스콘 3,500원, 케이크 4,500원, 차와 케이크 세트 9,500원 더북소사이어티 The Book Society

▶2012. 3. 16~4. 13

1위 Everything Has Its Own List(에이랜드 / 39,000원) 2위 페가서스 1OOOO마일-철완 이영준의 본격 항해, 어드벤처, 대양횡단, 기계비평서(워크룸 프레스 / 이영준 / 20,000원) 3위 판 5호(판매거진 / 5,000원) 4위 아트인컬쳐 4월호(아트인컬쳐 편집부 / 12,000원) 5위 판 4호(판매거진 / 5,000원)

유어마인드 Your Mind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참 대단하다. 전 국민이 하루에 커피 한 잔 가량을 마시고(2010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2012. 3. 16~4. 13

312잔이었다), 커피 전문가인 바리스타가 젊은이들의 인기직종으로 떠오른 지 오래며, 커피와 카페 창업에 관한 책도 서점마다 넘쳐난다.

1위 2위 3위 4위 5위

그러나 티 룸Tea Room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홍차의 나라’ 영국에서는 친숙한 이 말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참 낯설다. 티 룸은 카페와는 다른 곳으로 차Tea를 전문으로 파는 찻집이다. 이런 티 룸이 홍대앞에 조용히 문을 열었다. Teater(티에터)가 그곳이다. “상도덕에 어긋난다고 생각했어요. 이 골목만 해도 커피숍이 몇 개나 있는데 또 커피숍이라뇨. 나까지 이렇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죠.”

Kinfolk 3호-Guide For Small Gathering(V.A / 24,000원) 록셔리(현영석 / 3,000원) GRAPHIC 21호(프로파간다 / 19,000원) CA Collection #1-그래픽 디자인(퓨처미디어 / 24,000원) 파스타의 기하학(미메시스 / 제이콥 케네디 / 18,000원)

‘찻집을 열면 망한다’는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홍대앞에 찻집을 고집한 정소영 대표. 영국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녀는 영국에서 즐겼듯 제대로 된 차를 즐길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용기를 내어 이곳을 오픈했다. “한국에서 차를 제대로 즐길 만한 곳이 없더라고요. 보통

땡스북스 Thanksbooks

티백으로 우려낸 차를 주는 곳은 많죠. 하지만 티백은 먼지가 많아 좋지 않아요. 너무 격식 차리지 않으면서도 잎차를 제대로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정대표의 설명이다. 그녀가 생각한 건 영국의 오랜 전통인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격식 있는 티 룸이 아니라, 영국 젊은이들이 즐겨 가는 캐주얼한 티 룸이었다. 화려하고 전통적인 애프터눈 티는 관광객들이나 즐기는 게 사실이고, 요즘 영국 젊은이들은 쉽고 편하고 빠르게 마시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그래서 오픈을 준비하면서 떠올린 곳은 영국의 염차yumchaa였다. 30여 종의 차를 갖추어 두되 캐주얼한 카페 같은 분위기가 장점인 염차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블렌딩 티의 메뉴도 구성했다. 노팅힐, 워크 인 더 우즈, 얼그레이 블루 스타, 칠리칠리 뱅뱅 같은 차들이 한 예다. 티에터는 메뉴판부터 독특하다. 찻잎이 담긴 작은 비커를 가득 담아 트레이에 얹어 내온다. 손님이 향을 맡고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크게 녹차(green), 홍차(red), 백차(white), 블랙티(black) 등이 있는데 색이 다른 스티커를 붙여 구분했다. 손님이 마음에 드는 향을 몇 개 고르면, 손님의 평소 취향과 그날의 날씨, 몸 상태 등에 맞춰 추천해주기도 한다. 겨울에는 달콤한 카라멜 스위트 하트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차이 블랙, 감기 예방에 좋은 베리 베리 나이스를, 봄・여름에는 루이보스가 베이스인 레몬 샤벳, 상큼한 맛이 특징인 망고 선라이즈가 좋다고. 차 마시는 법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지만, 엄격한 다도를 요구하기보다는 맛있게 즐기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정대표는 말한다. “보통 3분 정도 우려내면 최상의 맛이 난다고 하죠. 그렇지만 모래시계까지 갖춰놓고 그걸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마시면 되는 거죠. 사실 3분 정도의 타이밍을 놓치면 맛이 조금 진해서 쓰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럴 땐 우유나 설탕, 꿀 등을 넣어 먹으면 됩니다. 첫 잔은 가볍게, 둘째 잔은 진하게 그런 맛의 차이를 느끼는 것에서부터 차를 즐기는 것이 시작된다고 봐요.” 차만 마시기 아쉽다면 빅토피아 파운드 케이크와 당근 케이크를 즐겨도 좋다. 매일 한 판밖에 굽지 않는 이 케이크들은 너무 진하거나 달지 않아 차와 궁합이 잘 맞는다. 티 룸이라고 차만 취급하진 않는다. 차처럼 짙고 풍부한 향의 독일식 핸드드립 커피도 있다. 우리가 주로 접하는 일본식 핸드드립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니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스웨덴 말로 ‘극장’을 뜻하는 티에터는 차를 파는 곳이면서 동시에 극장이길 꿈꾼다. 벽면에 프로젝트 빔으로 영화가 흘러나오는데,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건축 관련 다큐멘터리나 패션 영화, 예술 영화 등을 주로 튼다. 고객들이 스치듯 보면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란다. 그건 아무래도 그의 친구들과 이곳 단골들이 패션, 건축,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유명 패션스쿨 센트럴 세인트 마틴 앞에 살았던 경험 때문에 그의 주변에는 유독 패션디자이너 친구들이 많다. 티에터의 공간 꾸밈을 보면, 건축 전공자의 솜씨답게 소품 하나 조명 하나에도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 티에터의 가장 큰 커뮤니티 테이블은 영국에서 그녀가 직접 쓰던 걸 들여왔고, 티팟과 포크는 독일제다. 조명도 전부 영국에서 들여왔다. 그녀가 직접 써본 것, 잘 아는 것으로 꾸민

▶2012. 3. 16~4. 13

1위 뉴욕의 상뻬(미메시스 / 장 자크 상뻬 지음, 허지은 옮김 / 24,000원) 장 자끄 상뻬가 30년간 그린 <뉴요커> 표지화 모음집.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상뻬의 인터뷰도 담겨 있어 쌍뻬의 팬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하다. 2위 PRIDE(이야기나무 /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지음 / 13,000원) 이른바 ‘H’의 혁신을 만들어낸 조직과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 50가지가 담긴 책. 벤치마킹 사례를 찾는 이들에게 그들만의 ‘기업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하여 반갑고도 고마운 책이다. 3위 지콜론 vol.61(지콜론 / 지콜론 편집부 지음 / 13,000원) 디자인 문화 잡지 지콜론 창간 5주년 기념호. 이번 호 주제는 ‘낭만주의자의 사회’다. 더 두터워진 볼륨과 가격만큼 풍성해진 이미지와 글을 보여준다. 4위 여행의 공간(북노마드 / 우라 가즈야 지음, 송수영 옮김 / 16,000원) 여행이란 ‘게스트룸을 측량하고 그리는, 호텔 탐험의 여정’이라 말하는 우라 가즈야. 작가가 전세계를 다니며 머문 공간에 대한 그림과 이야기를 담은 흥미로운 책이다. 5위 런던 디자인 산책(나무[수:] / 김지원 지음 / 15,000원) 런던이란 도시의 역사와 사람, 일상에 스민 디자인 문화를 산책하듯 볼 수 있는 책. 지난 3월 땡스북스의 ‘날마다 소풍’전에도 등장했던 소품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티가 난다. 입이 기억하고 있는 것을 믿는다는 정소영 대표. 자신이 기억하는 맛을 재현해서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그녀는 티에터가 유행을 타는 공간이 아니라,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며 손님들의 혀가 기억해내는 그리움의 장소가 되길 바라고 있다.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H

글 | 임은선 에디터

Eat & Drink 07


공항철도

홍대앞 문화 매거진 <STREET H> 지도

2012.04 ●와우마루 1/4

1 o육완순무용원

밥먹는 카페 ●

ARTMOMDE Art Center 아트몽드 뷰 갤러리 1 f

1 gEscola Alegria

1 fKOREA DESIGN MUSEUM

● ●may, B cafe goods ●I am. A Burger &

●Coffee Me

1 dSKY HIGH 1 fgallery sup

●오래 있어도 괜찮아 o ●cafe TABLE-A Anacafé● 1

●green cloud coffee

포스트 극장

1 f Gallery FREE ART

●Suッkara

●커피프린스 1호점

곱창전골d 산울림소극장 o

공항철

대안 영상 문화 발전소

● CAFE Groovy

● The Big Banana

off˚C(B1)

namuuneeyou● ●PAKITO

6

1 f갤러리 ‘이상’(B1,2F) ●Dansk cafe

● 준스카페

7

●cafe mayjune ● NOUVEAU

● millo coffee

gil Obog-

●LUNAMI(2F) ●THOBROMA(B1)

홍대입구역

●thanx

Airport Railroad

n-ro cho Shin

로 신촌

●한잔의 룰루랄라(2F)

1 k한양툰크 Pitabono coffee●

●코끼리 탈출하다(2F)

걷고싶은 거리

1 k북새통 문고(B1)

Yanghwa-ro

홍대입구역

Subway Line 2

3

ZIBE●

상상 스튜디오

ALICE●

Vanilla cupcake● Margie● ●샴 Siam

cafe 7 gram(2F)●

CATS LIVING● Hello Kitty cafe●

1 oTHEATER CHOO(B1) 가배두림●

●ca

1 dVelve

Lime City●

퀴즈피플●

● 綠色光線(2F)

●1010 코믹토토 만화 cafe(2F) ●

난타공연장 1 g

●로베르네 집

●BEANS BINS

1 dJES 1 dCO

Chocolatyum● TOM’s cat●

●TRINITEA

●커피프린스

관광안내소

● Bean tree 20025

NEAL’s YARD●

공주가 쓰는 침실같은 카페 ● ●공주가 사는 궁전같 ● ●dal.comm SULTA ●Plan B ●오타치는 1 dSolar Water Cock

●LAB Express

ri Geotgosipeun Geo

Juliet Shins Coffee Care ●

●Caf

GREEN● BEAN COFFEE(2F)

1 dVERA

1 d라이브홀 ZOO

경남예식홀 서교호텔

9

Hongik Univ.

양화로

Yanghwa-ro

홍대지하철역 역무실

양화로 ● Teddy club● cafe 05:59

Little Jakobs●

● 고양이 다락방(1F) cafe 아래(B1)

LG 팰리스

1 k 동남문고(B1)

LG 팰리스

8 o i-r hu on Ye

● Coffee Brown

화경전통찻집(3F) ●

●coco bruni

와이즈파크

● Elliott 커피 Space● 볶는 곰다방

Thanks Nature CAFE(B1)●

서교 푸르지오 아파트

1 dROY

YOUNGJIN Book Store 1 k

SPOT 1 �

About the cafe●

마포평생학습관

●dog cafe sunnyne(3F) ●with coffee

●커피와 사람들

● ESPANA(5F)

Auntie Anne’s● ESPANA ● 이뜰(2F)●

●puzzle(3F) ●POLY CAFE(2F) 1 d엉클 찰스 라휘 사주카페(3F)● ●하늘공원 사주카페 ●미래안 사주카페(3F)

l -gi an us Wa

●GENERAL DOCTOR

아름다운 세상(2F) ● ●● ●두레차 작● ●TORONTO ● crazy papero toy noriter(2F) 푸른 굴뚝d coffee

Saem ulgy eol-1 -gil

산길

와우

●Iceberry(2F)

ori Pekoe● ●DE CHOCOLATE COFFEE

●팜카밀레

●LaRapipo(2F) ●커피 나무 ● 새물 THE BRIDGE(2F) 결1 ●place yo! 길

egro coffee●

●LEVain

서교초등학교

●WONDERLAND(2F) ●Tora_b ● 꿈꾸는 다락방

coffeesmith ●

1 dSOUND HOLIC

●HEIMA ● ● cafe whi tea piano cafe

cafe local Usine● ● Zzam● ● 밤삼킨별 ● 커피인페르노(2F)● BOBA EXPRESS

HARLEMd

1 dM

쏭크란 ● Cup n Plate ●

koona●

cafe SandPark●

1 k ASIA BOOKS 외국 예술 서적

all pattern cafe atre●

1 kIdN book

굿모닝 크리스틴●

cafe SOURCE● ●ECO FEMME

homeo● 호메오

Waffle Bant●

함께하는 고양이수다● cafe in planet ●cafe J★K(2F) ● ● Jakiya● moly’s 봄날(2F)● pop 물의 정원(1F)● ● Mine Mine● ● Mongto ciel 모과나무 위(2F) MONT FORT● 노란코끼리● DanChu● ●loose

cafe machebette ●(2~3F)

1 k k 온고당 서점 1 반디모아

● 퐁포네뜨

suave● ●SUDA

●OVEN

LE.A●

에디오피아드림스● 상상다방(B1)●

ding dong ●

●앨리스와 도로시 nana tree● ● - Da da da

cafe ann(B1)● 1 f

iv. ik Un Hong

● cafe DK 174-4

JOEY’S cafe● Rachel●

●Cloud 9 1 n 미디어 극장 아이공 KEY

cafe VAZ●

● cafe LOFT Market(B1)

cafe COOK & BOOK ●

N

●cafe 5CIJUNG

한국 실험 예술 정신

cafe THE PLAIN ●

KALDI● 고양이 시간(2F)●

●커피향창고

W au sa ngi l

didier’s gaufres ●

오복길

-gil Dabog

● 나의 작은 까페

Tool●

cafe 옹끌(B1) ●

●cafe Ronin

●BELIEF ●i Bubble Beans ●Be Sweet On(2F) la main douce● ●a cafe cafe damso● ●뒤;빵 overlap● MOBSSIE● ●People of Tastes 빨간토끼●

●La Tupina ●Petit arbre

다복길

ohoo ●

Dia●

Anny cafe●

cafe Oui ●

cafe noi●

1 f뽈랄라수집관

1 f door gallery

1 g 김대범소극장(B1)

1 f ●cafe 60 BEANS(2F) Loop Gallery

●tea terrace

●tea PLUS

1 dJammers

●Volver

●CHURRO101

●cafe 폴레폴레

w d ● ●Cafe 1 AAA(2F)

Sunday ●salon ●SEMO

●caffé Artriae

1 g 비보이극장(B1)

no name(B1)●

Ben@

1 f성갤러리

coffee Bay●

CACAOBOOM●

COFFEE LAB● cafe ...ing● 커피아지트● imemine● ●nothing cafe

●cafelo onbom

●Tastebean

● 수다떠는 도서관

Gateaux et M’amie●

●hibi(2F) 36.5°C여름(3F)

아름다운 세상● 사자(2F)●

Live club 빵d

1 kYour-mind

●my furniture cafe ●CALIFORNIA

gallery 꽃(B1)f

Seogyo-ro

● 손끝세상

서교로

ETHIOPIA ●

● BOOK CAFE 노는Café

●cafe : U(2F)

옻칠갤러리f

● caffé Angelo ●cafe in bliss

● Cafe moin 人

서교동 자치회관 ●ARISTA COFFEE

e-song(B1) ● ●Roasting Garden

●cafe 365일 행복한 나무

● TAKE OUT

SIETE Stage ●이태리 ● 제면소 Hyssop● coffee

동교로 ●imi

● Cafe moin 人

●D Cafe Pub

● 커피와 사람들

●Pine tree

Donggyo-ro

●District D ●커피1호

●cafe milli ●Play

●북카 ●대루커피 cafe 하람 ●

●Coffee ZIO

서교동 주민센터

●호타루

●DEEP

▒ 마포 FM

● ● ●cafe D.I. ● DOUX MIE 커피공장 2An 꽃 ah studio

The Blessing ●

이미지올로기연구소

B Factory 2An ● ● ● LP Love Le4h ● ● ● cafe the MAPLE Red Mango famous COFFEE cacao green Lamb

il pastore● FARM’S ● ●● 치비모리 4:33

Seogyo-ro

●Cafe de Maison

●고동 JASS●

서교로

ToPresso●

cafe Michaya●

강원도민회관

Vanilla


●태양이 열리는 나무

VENU(2F)●

제비다방● 커피브라더스●

●LP愛 ●장쌤

l gi nsa au W

●카페 느림 ●상수동카페

●그림상회

●Velo cafe

<Street H> 배포처

●K.265

●이리 CAFE ●cafe KOALA

●The Roasting Masters

cafe STOKHOLM●

6

● BEANS TO COFFEE

Alley of Hongdae

●상수리

●sweetpea

● 人 lostandfound/ ●cafe made in Plan B(2F) ● DD DA ●standard coffee

1 fLIGHT BOX(B1)

●그림책 상상

HOHO MYOLL ●

그문화 다방 ●1 f그문화

와우산로 3길

su ng Sa

The Blues●

gil gjun To

salon de the BELLOT●

길 정 토

ne Li ay bw Su

● cafe 수저

CABINET●

100m ●coffee+Blind Spot

●the Blues(6F) ●니오타니

●Grafolio

Four Seasons House

@Blue Spirit

극동방송국

1 dSK@

●On the 6

CHAN’S ● ● Beanside

카 리

Ridun● SALON DE FACTORY ●

1 oTheater Zero 1 dNakeb

1 � Sd 1 dpapa Gorilla

는 코끼리

SS ●CAFE DE NOAH Tess● OCOON ●니가 그리운 날엔

●●보수적인 박마담 생각 파는 카페 cafe brown●

2ND ●STYLO FLOOR(2F)

●HOLA LISA ●Mon Cafe Gregory(2F)

1 dQ*VO 1 dM2

1 d DGBD

CASTLE PRAHA

● 플로랄고양이 ●Beans Made 나비(2F) ●CAFE BEN JAMES(2F) ●달의 다락(B1) ●Chie(2F)

1 f표현 갤러리 요기가 아수라발발타●

the gabriel●

●cafe Riecco

Jandari-gil

1 f 소극장 예

Cafe EIRE ● fGallery yuki cafe MINI● 1

● 후마니타스 책다방

table 15● Neighborhood● ●cafe stay in

●용다방

Living Cafe Paul & Lina(2F) ● ●Page A

●beattipreviee ●MARO

DADA빌딩

●editorrial cafe B+

Burning Heart(2F)● ●fine cafe N then● ●free tempo

●cafe AURA

잔다리길

● 인문카페 창비

●Petit Plat

노pd네 콩 볶는 집 ● ● avec nous(1F) 하랑(B1)

five tables ● ●Blue Fairy

솔내길

il -g ak km Do

Artee Shelter uff● ●Cafe 1oz● Following LesArbres●

서울 프린지 네트워크

북카페 자음과모음● Better together● A droplet in cafe●

Grazie●

●Cafe LUCIA

1 fZandari

Peace Piece● cafe seed●

●Coffee Forest 그리다 꿈 ●Cafe Bercy ●D9 factory● ●Olive 400(2F) ●C cloud(2F) 서교동

●cafe 몽쏘

●mellow

●Cafe Go Ape!

● 짧은 여행의 기록

●Gallery cafe 에뚜와

●얼굴

성산중학교

●OOO

coffee Studio●

●Dal:

●cafe EAT; cafe M.BAO●

●그 앞

FRANKY’S●

안녕, 낯선사람●

●마망갸또

au bon pain●

1 k 매거진랜드

●Cafe 도토리

CAFE NOSTALRIA●

TESEUM Art Galleryf

민들레영토●

Nature’s plus●

●[ha:n]

●물고기 ●cafe TOY(3F) ●라비앙 봉봉(2F) ●ORIGINAL ●tyche(1F) ●틈 ●bitter sweet sound ●Paul ●JUAN’S CHURROS Travel cafe● ●Cafe Project A cafe INU●

1 f서교예술실험센터

et Banana

●I do

afe RUMI(8F)

●유유자적 나는 별(2F)

●Cafe Luci alma

emboo(3F) ●ToTo’s ● ●몽마르뜨 언덕 위 은하수다방

윤디자인 연구소

Fairy cookie● ●Ann house(2F)

당인리극장●

●at Home ●FILAMENT

토끼의 지혜● ●Sweetier 감싸롱 ●JENNY’S Cafe ●

●basilico

●시간의 공기

THANKSBOOKS k THE GALLERYf 1

秀노래방

병아리콩● kafe allein●

●HOSITAMTAM ●NO STRESS KITCHEN(2F)

1 n 상상마당

오뙤르

gil gan ad ulm o E 1 d

ne Zo ing rk Pa ●

5st horizon ●

●작업실 del mundo ●FIVE★EXTRACTS CLOCKWISE(2F)●

●TANIA

카페 즈키●

Blossom Land 카페일상 ● 1 � 게으른 고양이●● NEMO● AISLE B-hind●

405 Kitchen●

커피발전소●

삼단변신● gROLLING HALL(B1) 미스홍 1 ●별밤

fgallery NAVEE

Art Space Hue f ●

1 dWINWIN

The cupcake snow spoon factory cafe● ● Freebird

ANG

Street H

i or Ge

lomography

같은 카페

은하항공 여행사(2F)●

o ss ca Pi

●OMAO

1 f제일갤러리(4F)

Hot Journey●

7th WAVE COFFEE● 카페꼼마●

c bli Pu

●당고집

●cafe 318-1(1F)

●Caffeine Laboratory(2F)

●Room Cafe June(3F) ●다락방(4F)

유니타워

In the Paper

●conan

●Miz moren

aA뮤지엄

VIAd

1 dPalm

●cafe moin人

시연●

1 f두성갤러리(B1)

aA cafe●

F.Fd

fe Vine(2F)

ST.255●

1 d500

SKA2d

● 커피마지(2F)

MWG 명월관

1 b 뽈랄라 살롱

●D’AVANT

1 ddd

●Anthracite

상수동 그가게 ●

와우책 문화 예술 사업단

d 1 dStudio80’s 1 dGOGOS2 Nok● MINON● 1 dHooper cupcakes 1 dSAAB 打[ta:]d

NB2d

●BABA

●정아 ZERA’s read cafe ●el AVION cafe 安 Cafe TEATER (2F)● ● ●●042 ●

411-5●

1 g INDIFAN

●Publique

●CAFE 갸하하 ●LOFT²多樂²(2F) ●snob

Rainbow 1 dmusic CLUB Cream ●● ●꽃多방 Sweet Roll 1 EVANS(2F)

winerlee ●

Bella Tortilla● Standing Coffee● 꿈꾸는 거북이●

●cafe BLADE

●SOSO

The Coffee House 쩜쩜● 커피볶는집 JASS●

Cafe Domitory●

Cafe the Air●

Yanghwa-ro

합정역

Subway Line 2

ALL ABOUT 茶● ●심리치유카페 멘토

▒ 우리은행

Hapjeong

g on pje Ha

● Cafe Serio

●TEAJ

RAPERCUSSION 1 g

●뽈레

1 o한울소극장

●mellow baking cafe

y Cafe 스케치북

The sol ● ● sbi ▒ cafe ditto

●cafe moin 人

AIYa● 봉숙이네 커피볶는집 ● 별빛카페 달빛차 ● Coffee & A●

Coffee● CENTRE

●Coffee in Art

카페 정글

PS. Cafe●

Bo mn uri -gi l

Jandari-gil

●MAPLE COFFEE 몽마르뜨 언덕 위 ●

●gallery woo ●ZOOM Gallery&Cafe

봄누 리길

a Bean Cafe● Doo Doo Story●

artassetf

잔다리길

루의 빛

역 정 합

양화로 ●CAFE DOR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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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LG 자이갤러리

●CONER

cafe.12pm●

●Coffee & A

ay bw Su

홀 ●Zelkova

● 36.5˚c 여름

●Landucci

윤디자인 연구소


방방곡곡房房曲曲  13

300명의 사람들이 2박3일 동안 야외에서 라이브 공연과 DJ 파티를 즐기는 작은 ‘음악 캠프’라 할 수 있다. 4탄은 제주도로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프리버드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만 있는 건 아니다. 외국인 밴드의 공연이나 라이브 공연과 디제잉의 결합을 부정적으로

리얼 인디와 함께하는 라이브클럽

프 리 버 드

F R E E B I R D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전 오히려 외국인 밴드를 통해 인디스러움을 찾을 때가 더 많아요. 그들은 정말 음악만 보고 한국에 온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음악적인 열정을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디제잉과의 결합을 나쁘게 볼 필요가 없는 게 외국에서는 DJ와 라이브 교류가 실제로 많이 벌어집니다. DJ가 인디음악의 전파자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그런 시도가 필요해요.” 홍대앞의 라이브클럽은 드럭, FF, 타, 클릭, 스팟을 제외하고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하드코어, 펑크, 힙합이 전부 다 사라져버린 이른바 ‘인디신’에서 정영진 대표는 고민이 많다. “클럽은 매너리즘에 빠져 새로운 기획이나 시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요. 밴드는 좋은 음악에 대한

1995년 오픈해 무려 17년째 같은 자리에서 운영되고 있는 라이브 클럽, 프리버드. 공연장이 아닌 ‘클럽’임을 강조하는 이곳은 프리마켓, 델리스파이스 등 유명 인디밴드부터 요즘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10cm, 장재인, 칵스, 톡식 등이 거쳐간 곳이다. 정영진 대표는 ‘홍대앞의 밴드라면 꼭 한 번은 거쳐 갔을 라이브 무대’라고 이곳을 규정한다. 음악 엔지니어 출신인 정영진 대표는 좋은 음악을 발굴하고 공유하는 일이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앵무새처럼 되풀이되는 뻔한 음악 말고, 한 번만 들어도 감동을 주는 그런 음악 말이다. 그래서 20대에 홍대앞으로 왔고, 정해진 수순처럼 라이브클럽을 열었다. “물론 좋은 음악, 나쁜 음악을 가르는 기준이란 건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지금은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아, 이건 아니다’라는 건 분명히 압니다. 자기 색이 있고 아티스트의 정신이 담겨 있다면 그건 좋은 음악입니다.” 정대표의 말이다. 음악적인 표현이나 테크닉, 멜로디 면에서는

고민보다는 어떻게 하면 빨리 스타가 될까만 고민합니다. 인디신에 평론이 있나요? 누구도 음반에 대해 진지하게

예전보다 멋지고 매끄러워졌을지 모르지만, 요즘

평을 하지 않고, 또 인디신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하지 않아요. 이게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인디밴드들에게는 ‘자신의 것’을 보기가 힘들다고

싶습니다.”

정대표는 지적한다. “눈빛이 살아 있는 친구들이

이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결국 음악에서 위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영진 대표가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프리버드가 자랑하는 2인조 남성밴드는 와그와크('We are Not Gay, We are Korean'의 앞글자를 땄다)다. 영국

그런 의미에서 정대표는 90년대에 비해 지금의

맨체스터도 통할 가장 전위를 띤 음악을 하는 밴드이지만, 한국에서는 음반을 내고 평론가들의 몇몇 리뷰와

홍대신이 더 성장하지 않았느냐는 평가에 동의하지

주목을 받은 것 외에는 대중에게 외면당했다. 음악활동을 위해서 음악 스타일을 바꿀 것인가 말 것인가의

않는다. 공연장이나 라이브클럽 말고도 공연 카페에

기로에서 이들은 영국으로의 진출이란 용기 있는 ‘히든 카드’를 꺼냈다.

이르기까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은 상대적으로 늘어났지만,

“와그와크는 제가 유일하게 같이 춤을 출 수 있는 밴드입니다. 자기 색을 가지고 있는 가장 인디스러운 밴드죠. 데미안 더 밴드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양적 변화가 곧 질적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은 인기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런 자기 색을 가진 밴드, 리얼 인디가 공연하는 프리버드로 남고 싶습니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진짜

단적으로 밴드 수에 비해 무대가 많다 보니 티켓 파워를 가진 잘

음악을 하는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클럽으로 남을 수 있다면 족합니다.”

나가는 밴드를 여러 무대에서 나눠 가져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정영진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프리버드를 ‘힙스터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힙스터’란 용어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공연수익으로 버텨내기가 어렵다. 오로지 ‘그 밴드’만 보러 오는 팬들,

여기서는 ‘힙스터’를 대중의 유행을 쫓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문화를 좇는 부류로 한정짓도록 하자. 그러니까 ‘취향의 공동체’말이다.

다른 음악에 대해서는 인내심이 없는 관객의 존재는 클럽을 키우지

다양한 문화가 가식 없이 음악 안에서 묶이는 공간, 힙스터를 이해하고 힙스터 문화를 파생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서 앞으로 프리버드의 역할이

못하는 이유의 하나가 되고 있다.

궁금해진다.

H

글 | 임은선 에디터

이런 이유에서 프리버드는 최근 2~3년 전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른 여타 공연장처럼 평일(월~목)에는 신인 밴드가 무대에 오르지만 금, 토, 일요일에는 공연과 함께 심야파티를 동시에 진행한다. 특히 심야파티에는 외국인밴드와 DJ가 중심이

바이라인 바이라인

서울 나이트Seoul Night

된다. 1~2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댄스 투 기타(Dance to

지난 9월 23일 제1회를 시작으로 매월 셋째 주 금요일에 열리는 서울 나이트. 한 장의

Guitar)’는 프리버드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흔히 댄스하면

티켓으로 프리버드(인디), FF(록), 스팟(펑크), 고고스2(록/힙합), 명월관(일렉트로닉) 등 5개

보통 일렉트로닉이나 힙합만 떠올리죠. 하지만 ‘댄스 투 기타’는

클럽을 즐길 수 있는 행사다.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열리는 심야 라이브 공연-미드나잇

기타음악과 록음악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 기타와 DJ,

라이브파티와 DJ들이 주관하는 Back to the DJ, 다양한 장르와 클럽이 만나는 예술쇼 등을

파티가 함께 어우러집니다.”

한번에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브릿 데이, 여성 보컬 데이, 트리뷰트 공연, 레게 파티,

서울 나이트 외에 분기별로 열리는 서울 나이트 페스타Seoul Night Festa도 놓치면 아쉽다. 서울

로큰롤 파티 등 다양한 컨셉트의 기획공연을 내세우고 있다.

나이트 페스타는 1, 2부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저녁 8시에서 12시까지 열리는 1부는 주로

이와 같이 기획이 가능한 이유는 프리버드가 ‘공연장’이 아니라

공연 중심이다. DGBD(록), 에반스(재즈), V홀(록), 오뙤르(all kind), 솔라(재즈), 타(all kind),

‘라이브클럽’이라는 지향점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대표의

프리버드(록), FF(록), 스팟(펑크), 고고스2(록/힙합) 등 10개 클럽이 참여한다. 밤 12시에서

‘클럽이야말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음악에 대해 얘기하고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2부는 서울 나이트와 동일한 형식의 파티가 펼쳐진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사운드데이의 클럽데이 통폐합, 클럽데이의 폐지와 부분적 부활로 클럽들이 답보상태에 빠진

이런 열린 생각을 바탕으로 클럽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지난 겨울

요즘, 서울 나이트는 문화발전소로서 홍대앞을 키우고, 클럽문화의 다양성을 살려나가기 위해

Escape Journey

제3회를 맞이한 ‘이스케이프 저니

10 Music

’가 바로 그것. 약

만든 행사라 볼 수 있다.

H

글 | 임은선 에디터 2012.04. Vol. 35


출판도시 홍대앞 알아가기  03

마음산책

자 기 만 의

감 성 으 로

세 상 과

소 통 한 다

김용택의 《시가 내게로 왔다》,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 김소연의 《마음사전》…. 어떤 시가 시인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소설가의 청춘에 와 닿은 문장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 뒤에 숨겨진 작가들의 결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책들이다. 이런 책들은 작가 자신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자체보다 때론 풍부한 울림을 주기 마련이다. 출판사 마음산책은 독자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스며드는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2000년 8월에 서교동에 자리잡았다. 그로부터 11년 8개월 동안 산문집, 예술서, 소설, 시 등 총 204종의 책을 발행했다. 마음산책의 책들을 살펴보면 대개 몇 개의 키워드로 나뉘어진다. 작가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문장 미학’, 인문학적 지식과 이미지의 결합을 통한 ‘감성 지식’, 삶이 곧 예술임을 구현하는 ‘일상 예술’의 세 가지다. 출판사 설립 후 마음산책이 신경 썼던 건 산문집이었다. 여러 지면에 연재된 작가의 산문을 모아내는 단순한 형식의 산문집은 지양했다. 하나의 컨셉트로 모아진 ‘기획산문집’을 구상했다. 작가로서도 본업과는 다른 글쓰기, 그러나 자신만의 색을 드러내는 산문 쓰기를 환영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런 예상은 적중했다. 김영하의

출판인이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 자신만의 언어, 즉 감성을

《굴비낚시》, 조은의 《벼랑에서 살다》,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

가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력’이라고 강조한다. 건성으로

같은 책들은 이런 출판사의 의도대로 조용한 반향을 일으켰다.

지나친다면 단순히 ‘좋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유심히 잘 보아야

2001년부터는 어렵고 딱딱한 예술서 대신 예술가들의 내밀하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함께 전시를 보더라도

섬세한 내면세계로 접근한 예술 관련 책들을 펴냈다. 미술평론가

서로가 본 것은 다 다르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박영택의 《예술가로 산다는 것》, 고 김점선 화백의 《10cm 예술》,

아이디어가 나오고 그것이 곧 기획이 된다.

박상미의 《뉴요커》가 대표적이었고, 2005년부터는 외국소설에

일주일에 3번의 회의가 있지만, 그 회의가 30분을 넘지 않는 것도

눈을 돌려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 제임스 설터의

그때그때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월요일에는

《어젯밤》과 같은 밀도 높은 소설을 펴내기도 했다. 2007년부터는

편집회의 겸 아이디어회의, 화요일에 전체회의 그리고 목요일에는

같아요”라고 말하는 정은숙 대표.

인문학에 애정을 갖고 고종석의 《모국어의 속살》, 요네하라 마리의

‘프레젠테이션’이 있다. 월요일의 회의에서 채택된 아이디어의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도

《미식견문록》 등 그녀의 전작을 차근차근 내고 있다.

발제자가 프레젠테이션하는 자리로, 단순히 아이디어로 그칠지

다르게 풀면 새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지듯이 같은 장르도 새롭게

마음산책의 책을 들여다보면 ‘입문서’의 밑그림이 그려진다.

아니면 책으로 만들지 결정하는 자리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하나의

변주해온 그가 앞으로 어떤 책을 선보일지 사뭇 궁금하기 짝이 없다.

촌스럽고 딱딱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예술세계로 발을 내딛게 하는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는 ‘이너스터디’가 있다. 최근에는

그가 내밀하게 품고 있는 ‘전기문학’의 꿈도 때가 되면 무르익어 우리

입문서 말이다. 그림이나 이미지에 탐닉할 수 있던 유일한 통로는

‘전자책’에 대한 공부가 진행중이다. 잠깐의 차 마시는 동안에도, 회사

앞에 딱 나타나주지 않을까.

‘책’이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과 같은 독자들을 상정하고

인트라넷으로도 의견은 서로 계속 공유가 되는 게 특징이다.

책을 만든다는 정은숙 대표의 섬세한 배려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꽤 가족적인 분위기라 여겨지지만 정작 마음산책 식구들은 ‘적당한

“여전히 책을 만들 때는 소도시의 어느 이름 모를 소녀를 생각합니다.

거리 유지’가 좋은 관계 유지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지나친 관심은

구체적인 독자를 떠올리는 일은 구체적인 책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간섭이 되기 쉽고, 그러다 보면 서로 불편해질 수 있다는 것. 서로에

《속담 인류학》

줍니다”라는 정대표의 말은 이 출판사의 지향점이 닿아 있는 곳을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되 지나친 아는 척을 자제할 때 더

요네하라 마리의 열네 번째 책. 지구 구석구석의 속담을

알게 한다.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입담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정은숙 대표를 비롯해 편집, 디자인, 마케팅, 경영지원팀 등 10여

봄을 맞이하여 3월부터 홍대의 몇몇 출판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저자: 요네하라 마리

명의 식구들이 마음산책을 꾸려간다. 초고가 들어오면 회사 전체

‘문화장터’가 후마니타스의 주차장터에서 열리고 있다. 마음산책도

구성원이 다 나눠 읽는다. 텍스트와 저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물론 함께하고 있다. 독자들과 함께하는 책장터라는 형식에

평소 영화와 전시회를 함께 보며 쌓아둔 감수성을 발휘해 책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디자인해간다. 그렇기에 신선하고 참신한 1년차의 아이디어도 마치

아울러 여름이 오기 전에 사옥의 1층 빈 공간을 활용해 저자와

10년차 선배들의 손길이 닿은 양 마음산책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독자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꼴’로 완성되게 된다. 마음산책에서 책을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카페 형식이 될지 다른 형태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더 나아가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바로 ‘감성’이다.

이런 소통의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형식의 책을 만들어봐도

“영화를 보더라도 그저 ‘좋다’라는 말로는 부족해요. 책을 만드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역시 뭘 하든 간에 책하고 연결짓는

일은 창조적인 일이잖아요. 그러니 서로 더 내밀한 이야기들을 할

‘못 말리는’ 출판사다.

수 있어야죠. 단순한 감상이 아닌 그 안에 자신만의 포인트가 있어야

“10주년을 넘기면서 고민을 해봤지만, 매일 매일을 열심히 사는 것,

합니다”라고 말하는 정대표는 누구나 보는 것밖에 보지 못한다면

지금껏 해왔듯 부지런히 책을 편집하는 것 그게 유일한 플랜인 것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H

글Ⅰ하정희 에디터

마음산책 편집부가 선정한 추천도서

통해 인류의 보편성을 엿보고, 마리 여사의 거침없는

《수집 미학》 미술평론가 박영택의 사물에 대한 독특한 시선을 담은 책. 미술평론가이자 교수 그리고 생활인으로서 저자의 취향을 보여주는 물건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를 책으로 담았다. 저자: 박영택

《대니 보일》 마음산책에서 출간하는 감독 시리즈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온 책. ‘트레인스포팅’, ‘슬럼독 밀리어네어’, ‘127시간’의 감독이자 2012 런던올림픽 개막식의 예술감독을 맡은 영화감독 ‘대니 보일’의 영화 미학을 한눈에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 대니 보일

Into the Book 11


홍대앞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스트리트 H>를 후원합니다  화인페이퍼

12 Advertorial

2012.01. Vol. 32



free 홍대앞 동네 잡지 CULTURE MAGAZINE for HONGDAE AREA

Cover Story 표지뒷면 Culture Calendar 01 Open Studio 02 Column 03 Think & Talk 04 Eat & Drink 06 Map 08 Music 10 Into the Book 11

CONTENTS

vol. 35

ⓒ Illustrated by Kyung -Mi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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