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et H_2013.05_Vol.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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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 김롸돌

www.street–h.com | Culture Magazine for Hongdae Area | 홍대앞 동네 문화 잡지

vol. 48



홍대앞에서 벌어지는 문화 예술 행사 | 2013.05~06

배포처 리스트

Culture Calendar

Anthracite 322-0009, art샴 326-2480, B-hind 3141-7212, BELLA TORTILLA 070-8779-6675, Bitter Sweet 9 337-2115, Cafe aA 3143-7312, DD-DA 3142-5750, hibi 337-1029, SUKARA 334-5919, 게으른고양이 070-88677819, 홍대앞 관광안내소 323-2240, 나물먹는곰 323-9930, 노피디네 콩볶는집 337-3456, 더 북 소사이어티 3255336, 두성갤러리 3144-3181, 땡스북스 325-0321, 르 벨로 332-0142, 리틀 파머스 333-3351, 문지문화원 사이 3234207, 문화공간 1984 325-1984, 밤삼킨별 335-3532, 상상마당 330-6227, 서교예술실험센터 333-0246, 오요리 3325525, 유어마인드 070-8821-8990, 이리카페 323-7861, 제너럴 닥터 322-5951, 커피 랩 3143-0908, 폴 아브릴 31440744, 한잔의 룰루랄라 337-9887, 호미화방 336-8181, 후마니타스 책다방 070-4010-7737, 2호선 홍대입구역 안내소, 부산 PM 2:45 051-247-4847

Mon~Thu

5.16~ 환상 속의 그대 KT&G 상상마당 영화관

5.15~ 16

5.16~19 김영진 Rock 산조 세번째 개인전 - 소리를 그리다 요기가 갤러리

Fri

Sat

5.9~30 5th KT&G SKOPF 이동근 초청장[An Invitation] KT&G 상상마당 갤러리

송용진 콘서트 “큰 소리 치는 남자” 롤링홀 18:00

20~ 23

5.21 네이버 온스테이지 라이브 콘서트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20:00 Mon~Thu

5.28~7.7 나, 왔어요…엄마 - 세대를 아우르는 힐링 연극 산울림소극장

27~ 30 Mon~Thu

6.6 램넌츠오브더폴른(Remnants Of The Fallen) 2013 - 두 번째 단독 콘서트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18:00

3~ 6

Fri

5.23 Band Joe Concert - Pareidolia 롤링홀, 20:00 5.22 네이버 온스테이지 라이브 콘서트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20:00

Sat

SouLime Sound - ‘WITH U’ 롤링홀 19:00

‘델리스파이스’ ‘HY’ 조인트 콘서트 - 서울-오키나와 교류 콘서트 CONNEXION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19:30

박강수 콘서트 서울 - 다섯 번째 여행 베짱이홀 20:00

러브웰 스테이지 Vol.1 클럽 타 18:00

바이바이배드맨 단독 공연 벨로주 20:00

26 Sun

망각화 2집 미리듣기 쇼케이스 ‘WAIT FOR ME, WAIT FOR YOU’ 벨로주, 19:00

● <스트리트 H> Culture Calendar에 전시, 공연, 기타 문화행사를 알리고 싶은 개인 및 단체는 매월 10일까지 담당자(임경화 /

6.1

31

rainbow@street-h.com)에게

2

이메일로 내용을 전달해주시면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Sun

Sat

ALBUM RELEASE PARTY 클럽 FF

힙합 콘서트: Speak Show Vol.8 - Fresh Hiphop V-Hall 17:00

이부영 재즈 콘서트 - Everybody’s Song but my own(우리 모두를 위한 노래) 벨로주 19:00

7

6.7, 6.14, 6.21, 6.28 FANTASTIC MONTH -FANTASTIC DRUG STORE 1st

디케이소울 콘서트 - 그대 앞에서 짝짝꿍 롤링홀 18:00

25

MASTER CLASS Vol.01 - 화나, 제이통, 매드클라운, 비스메이져, 기리보이, 비 롤링홀 18:00

시와 + 최고은 벨로주 18:00

8

9

Fri

6.13~8.11 제4회 KT&G 상상마당 어바웃북스 KT&G 상상마당 갤러리, 스튜디오

D=OUT 내한공연 - 사랑해요 TOUR 2013 ‘ASIA DISCO’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20:00

14

●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전화번호와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KT&G 상상마당 02-330-6200 www.sangsangmadang.com

롤링홀 02-325-6071 www.rollinghall.co.kr

카페 벨로주 02-323-7798 www.veloso.co.kr

산울림소극장 02-334-5915 www.sanwoollim.kr

V-Hall 02-338-0958 club.cyworld.com/v-hall

주니퍼디딤홀 02-3144-3225 www.ddimhall.co.kr

매력적인 홍대앞 카페 12곳을 섬세한 일러스트로 담아낸 <스트리트 H> 아코디언북을 판매합니다

48

2013.05 Street H Culture Magazine for Hongdae Area

<스트리트 H> 다음호 표지를 작업할 작가를 찾습니다

<스트리트 H>가 발행한 일러스트 ‘아코디언북’ 시리즈 첫 번

2013년을 맞아 <스트리트 H>는 매월 표지작업을 외

째, ‘홍대앞의 매력적인 카페 12곳’. 허경미 작가는 비하인드,

부 작가에게 오픈하려고 합니다. 작년은 허경미 작가

수카라, 카페 405, 커피랩 등 홍대앞의 개성을 드러내는 카페

와 홍대앞에서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그리운

를 직접 방문해 사진을 찍고, 따뜻한 필치로 그곳의 풍경을 그

골목길 시리즈>로 표지작업을 했습니다.

려냈습니다.

올해는 홍대앞에서 글자와 관계된 작업을 하는 작가

홍대앞을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기념품과 선물로도 제격인 아

분들과 함께하려 합니다. 폰트, 캘리그라피, 타이포그

Cover | 우리 오늘 어디서 볼까? Where shall we meet today

?

홍대? 꼭 홍대앞에서 만나야 할 이유가 없어도 우린 약속이나 한 듯

코디언북은 상상마당 1층 스토어, 유어마인드(www.your-

라피, 레터링, 그래피티, 일러스트, 사진 등 분야의 제

mind.com), 더 북소사이어티(www.thebooksociety.com),

한은 없습니다. 자신만의 개성있는 글자작업으로 홍

홍대앞으로 모인다. 이처럼 약속의 메카가 되어버린 홍대앞. 그중에서도

땡스북스, 매거진랜드, 두성종이 2층 스토어, 뽈랄라수집관,

대앞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표현해

대표적인 약속장소를 골라보았다. 홍대앞 약속 장소의 대명사

윤디자인연구소(www.yoondesign.com) ‘폰트스토어’의 디

주시면 됩니다. 표지작가로 참여를 원하시는 아래의

홍대입구역 9번 출구, 홍대와 합정의 중간지점인 땡스북스. 앞으로도

자인상품 코너와 <스트리트 H> 홈페이지(www.street-h.

메일로 포트폴리오와 작가소개를 보내주시면 됩니

아무런 이유 없이 떠올리기만 해도 가고 싶은 홍대앞으로 계속 남길

com) 등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바라본다. 그 어느 골목에서 우리는 만나게 될 것이다.

가격 10,000원(배송비 별도).

(문의 ds203@ds203.com 장성환)

발행인

장성환

기획취재

편집장 정지연 교정교열 임경화

정기구독 및 광고 안내

객원에디터 하정희, 임은선, 이보람, 김경미, 손혜정

디자인

디자인스튜디오 203 고성주, 김리영, 김인영, 류아진, 천병민, 문가영, 최유민, 김민혜, 박영준

2013 05  Vol_48

Seoul LIVE MUSIC Festa Vol.16 홍대 인근 클럽 17:00

24

Fri

SWING GUITARS FESTIVAL(스윙 기타 페스티벌)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19:30

19

Sun

5.25~26 [NEU] THE FIRST LIVE IN KOREA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25-18:30 26-16:30

Sat

H2O Concert - Brothers in Rock Vol.2 주니퍼디딤홀 19:30

티즈 에리아 Vol.06 롤링홀 17:00 첼리스트 김규식 & 기타리스트 박윤우 벨로주 17:00

김롸돌 | 본명 김유경.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인문구 브랜드 ‘라이크모노’ 팀장 인근의 사무실로 옮겨 오기 전까지 자신의 작업공간을 홍대앞 고양이들에게 놀이터로 선뜻 제공한 따뜻하고 매력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다.

10~ 13

18

Fri

강허달림 서울 단독 콘서트 - 소리, 그녀가 되다 2013 벨로주 20:00

Mon~Thu

6.12 HELLOWEEN & GAMMA RAY Live in Korea 2013 V-Hall 19:30

키류(己龍) 내한공연 2013 Asia Tour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 18:30

조 브룩스 내한공연 벨로주 19:00

17

Mon~Thu

5.21 WYE OAK 내한공연 롤링홀, 20:00

Sun

콘서트 동행 - 오월 광주, 그리고 지금 여기 롤링홀 16:30

홈페이지(www.street-h.com)의 ‘정기구독’ 코너에 이름, 연락처, 주소 등 관련 정보를 기재한 후 1년 정기구독료 15,000원(배송료 포함 가격)을 입금하시면 됩니다. 입금 후 편집부 메일 rainbow@street-h.com으로 알려주시면, 그 달부터 <스트리트 H>를 보내드립니다. 입금계좌 _ 국민은행 032901-04-212256 | 예금주 _ 장성환(디자인스튜디오203)

발행

디자인스튜디오 203(Tel. 02-323-2569)

정기구독 문의 _ <스트리트 H> 02-323-2569(내선 2009)

정기구독

121-895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405-11 화승빌딩 3층 우편 정기구독 | 연12회 15,000원

Copyright © 2013 by <스트리트 H>. 이 책에 실린 내용의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금합니다.

광고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메일(rainbow@street-h.com)이나 전화(02-323-2569, 내선 2009)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CULTURE CALENDAR 01


기획특집

홍대앞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키워가는 청년 5인 임대료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한 두어 달 문 열다가 이내 문 닫는 이들이 수두룩하다는 홍대앞. 그러나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계획을 가지고 홍대앞의 가게를 운영하며, 자기 길을 걷는 야무진 젊은이들도 많다. 열정과 아이디어로 홍대앞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키워가는 젊은이들을 만나본다.

Photographer 성종윤(Living Room Studio)

한여주 패션모델 겸 인디 싱어송라이터 서른을 맞이하는 여자의 ‘이른바’ 아홉수는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여주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시각에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내 시계視界를 가지는 게 중요하죠. 70~80세까지 산다고 하지만 다 똑같이 사는 건 아니잖아요. 학 교에 복학했는데 (수업을 듣는 학생 중에서) 제가 가장 나이가 많았어요. 뭐하다가 8년 만에 학교를 졸업했냐고 궁금해 하더라고요.” 나 또한 그랬다. 스무살 때 만났던 그녀가 여덟 해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늘 궁금했다. 그녀는 서울컬렉션 및 국내 패션쇼 와 패션매거진 <데이즈드컨퓨즈드> <보그> <맵스> <블링> <크래커> 등의 화보촬영, <유니클로> <컨버스> <라코스테라이 브> 등의 패션업체 캠페인, <바닐라비> <캉골> <버켄스탁 Japan> 카탈로그 촬영 등 화려한 이력이 적힌 프로필을 내게 건네주었다. 역시 모델 출신이 아니랄까봐 특별한 소품이 없어도 다양한 몸짓과 표정으로 단 10분 만에 촬영을 종료한 그녀. 누군가에게 늘 주목받길 원하고 그걸 즐기는 그녀이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부담스러운 기색이 역력했 다. “올 봄에 싱글 한 곡을 냈어요. 음악에 대한 기본 지식과 테크닉은 없어요. 다만 소박하고 화려하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었 고요. 원래 계획은 레이블을 통해 음원을 유통하는 거였는데, 무명가수의 경우에 최소 다섯 곡은 되어야 가능하대요. 그 래서 집에서 녹음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사, 작곡, 편곡은 본인이 맡았고, 녹음 및 믹싱 마스터링은 남자친구 의 도움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 4월 29일, 홈레코딩으로 네이버뮤직에서 디지털 음원을 출시했다. 모델 일로 끼를 발산해온 그녀가 음악을 선택한 본질적인 이유가 궁금해졌다. “제 자신을 치유하고 위로하고 싶었어요. 이번 싱글은 19세 때 세상을 떠난 엄마를 회상하며 만든 곡이거든요.” 음악을 그만두게 된다는 가정 하에 어떤 일을 해보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녀는 ‘채소 소믈리에’를 대체직업으로 꼽았다. 고등학교 때 편찮으셨던 어머니로 인해 10년간 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던 그녀는 채식주의자였다. “반기문 UN사무총장 이 슈퍼작물이라고 언급한 안데스 작물인 ‘퀴노아Quinoa’가 있어요. 한국에서 구하기 너무 힘들어서 제가 직접 유통하고 싶어요.” ‘속도’보다 ‘방향’의 중요성을 알려준 그녀. 그녀와 마주한 한 시간 동안 잊고 있었던 아홉수의 고민이 사라지고, 자연스레 ‘힐링’이 됐다. 그녀의 ‘힐링완제품’이 어서 출시되길.

E-mail silk_snake@naver.com 글 | 손혜정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전용훈 1984 대표 출판사 1984는 1951년에 설립한 희망사, 1977년에 설립한 혜원출판사의 뒤를 이어 3세로 이어지는 출판사다. 또한 같 은 이름을 가진, ‘에디팅 스토어editing store’라고 이름붙인 숍이자 카페가 있다. 출판사와 에디팅 스토어를 운영하는 전용훈 대표를 만났다. ‘3세대 경영인’이자 가업을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렸을 적부터 책보다는 다른 분야-스트리트 패션, 힙합, 디자인 등-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책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전환점은 군대였다. “책은 어찌 보면 누가 사용해도 똑같잖아요. 특징이 없는 도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안에 담긴 것들을 제 것으로 만들려면 시간을 마주해야 하고 사용자가 노력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다 다르고…. 외할아버지, 아버지가 하신 출판이 가 치 있는 일이구나 하는 걸 그곳에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대 후 디자인 전공을 경영학으로 바꾸었다. 또 아버지의 출판사에 나가 출판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편집이나 마케팅 관련 수업도 들으면서 차근차근 준비한 후 출판사 1984는 2012년 문을 열었다. 이 시대의 무기는 ‘진심’이고 책이야말로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매체라고 말하는 전용훈 대표. “제가 힙합을 좋아하는데, 힙합이라는 게 자기 이야기와 자신만의 메시지를 세상에 이야기하듯이 저는 1984라는 공간을 통해 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아트, 뮤직, 패션, 라이프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기존의 출판사가 다루지 않지만 있어야 하는 책들을 만드는 1984. 그동안 국내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은 《더 스트리트 북》과 《내가 토니 호크 주식회사이다》 《남자의 기술》 《디자 이너의 패션북》 《예술가의 인테리어》 《더 에미넴 북》 등을 만들었다. 첫 책인 《더 스트리트 북》을 만들 때만 해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국내브랜드를 아카이브하고 응원하고 싶어서, 스트리트 북을 기획하고 오래 준비했는데 내부에서 누가 이런 책을 좋아하냐고 의아해 하셨어요. 반응이 있는 걸 보고 놀라시더라 고요.” 첫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한 그는 숍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넓혀 가고 있다. “숍에서는 우리의 철학을 책으로 전하는 대신 제품으로 전하는 거죠. 특유의 철학이 담긴 제품을 저희가 ‘편집’해서 소비자에게 소 개합니다.” 숍에서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의류를 비롯해 식기와 문구류, 유기농 화장품 등을 판매한다. 힙합과 인디음악에 대한 강연 등 다양한 강좌와 세미나, 전시와 공연 등도 열린다. 전대표는 “기존 판매 제품뿐 아니라 ‘1984’라는 브랜드를 단 제품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출판사 대표’라는 직업명은 식상할 수 있겠지만 그가 하는 일은 식상하지 않 았다.

Add. 동교동 158-24 혜원빌딩 1F Tel. 02-325-1984 Web www.re1984.com 글 | 임은선

2013 02  Vol_45

COVER STORY 09


기획특집

이상진

수아르떼Suarte 대표

“여러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게 필요해요.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두 사람의 머리보단 못합니다.” 수제화 브랜드 수아르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상진 대표는 팀워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들도 대부분 고 향 후배나 고등학교 동창들로, 이들의 팀워크가 가장 빛을 발한 것이 바로 지난해 9월부터 유튜브에 올려 파란을 일으킨 ‘수제화의 불편한 진실’이란 동영상이다. 수제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속시원히 보여주자며 올린 동영상은 나오자마자 업계에서 일파만파의 논란을 일으켰다. “자동차라면 어떤 엔진과 소품을 사용하는지 궁금한 것처럼 구두도 마찬가지잖아요. 우리가 쓰는 소재를 감출 게 아니라 정직히 보여주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천연가죽’이라는 포괄적인 단어 대신 ‘이탈리아 송아지 가죽’이 란 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구두 가격이 비싼 이유를 고객에게 납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영상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기 시작했다. “저희 사이트를 6개월간 유심히 본 중국인이 중국에서도 곧 프리미엄 수제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 내다보고 3년 계약을 제안했죠.” 그 결과 올해 안에 상하이에 ‘수아르떼’ 매장을 오픈할 예정 이다. 또한 미국의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Macy’s에도 입점 계약이 성사됐다. 오프라인 매장 계약이 이뤄지기 전 온라인 쇼핑몰을 택한 것도 나름의 전략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은 한국이 전 세계 일등이에요. 미국에 입점하기에 앞서 온라인 으로 홍보를 한다면 ‘수아르떼’를 보다 더 쉽게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법학 전공인 이대표는 브랜드 가치를 높 이기 위해 ‘수아르떼’의 저작권과 특허권, 상표권을 일찌감치 등록하기도 했다. 올해 세 살이 된 ‘수아르떼’지만 직접 손님들과 마주한 시기는 불과 한 달 전. 서교동의 한적한 주택가 근처에 매장을 낸 것이다. 구두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기 위해 전면을 통유리로 설계했다. 강남의 편집숍 못지 않은 인상을 준다. “숍 근처에 서 커피를 마시다가 신축건물을 발견했죠. 건물주는 음식점과 카페라면 계약을 안하려고 하다가 우리 업종을 듣고 바로 오케이하셨어요.” “아프리카에서 유학하고 있는 동생을 보러 그곳에 출장을 몇 번 갔는데 그때 세계 3대 조각이라는 쇼나Shona 조각을 샀었 죠. 짐바브웨에서만 만들 수 있는 쇼나 조각처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상품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패기와 열정의 한길을 걸어온 이상진 대표. 수제구두와 코디할 수 있는 맞춤수트를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Add. 서교동 385-10 수아르떼 Tel. 010-9771-9993 Web suarte.co.kr 글 | 손혜정

사진 이승희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이보배 부띠끄 플레르 대표실장 부띠끄 플레르 대표 이보배 플로리스트. 여성스러운 외모와 조곤조곤한 말투만 봐선 천상 ‘꽃집 아가씨’지만 얘기를 나 눠보면 알게 된다. 당차고 저돌적인 반전매력을. 우선 창업 히스토리부터가 흥미롭다. 그녀의 전직은 대기업 회계사. 경영학을 전공하고 회계사로 4년을 일했던 그녀는 “입사할 때부터 퇴사를 준비했다”는 말로 꽃집을 열게 된 과정을 축약해 설명했다. 회사가 맞지 않다는 걸 충분히 체험한 후 평생직업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한 것. 학창시절부터 관심 있었던 디자인 분야와 평소 좋아하 는 자연이라는 공통분모를 찾아보니 플로리스트라는 답이 나왔다. 그래서 퇴사를 하자마자 학원에 등록하여 플로리스 트 전문가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수를 하자마자 플라워숍 창업에 도전했다. 점포 시세와 인테리어 조사를 위 해 몇 달간 부동산을 집처럼 드나들었고, 틈틈이 카페를 방문하여 인테리어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하여 1년 전 서교동 에 ‘부띠끄 플레르’를 마련하게 되었다. 막상 오픈하고 나니 플라워숍 창업이 단지 꽃 만지는 테크닉만 필요한 일이 아니구나를 실감하게 됐다는 그녀. 손님을 응대하면서 많은 것을 실전에서 배워나가는 중이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부띠끄 플레르에는 재방문 고객이 유독 많다. 단골이 많다는 소리다. 온라인 주문이 인연이 된 강남의 한 손님은 매달 꽃을 주문하는 열성 고객이기도 하다. “처음 주 문할 때 자신한테 하는 꽃선물이라고 하셔서 더 정성을 기울였죠. 손편지까지 곁들였는데 그게 마음에 드셨나봐요.” 이렇게 세심하게 고객 관리에 신경쓰는 것 말고도 손님을 끄는 요소는 많다. 그 중 하나가 실용적인 상품 구성이다. 플로 리스트들은 대개 ‘작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고객의 입장에서 가격부터 상품구성, 패키지까지 고 민하려 늘 애쓴다. 독일과자 슈니발렌을 꽃과 같이 포장한 발렌타인 기프트박스나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봉투가 있는 ‘어 버이날용’ 작은 꽃상자는 그렇게 히트를 친 상품들이다. 새벽부터 꽃시장을 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녀. 궁극적인 꿈은 수목원을 개원하는 것이다. 꽃시장에서 만나는 모 든 꽃과 식물을 다 들여오고 싶고, 마음에 드는 꽃은 팔고 싶지 않다(!)고 진심을 토로하는 그녀를 보면, 이 꿈이 그저 꿈 에만 머물 것 같지는 않다. 참, 부띠끄 플레르 근처에 위치한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 ‘쌩뽈’은 그녀의 페이버릿 플레이스. 테이블마다 놓인 그녀의 꽃작품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Add. 서교동 465-1 Tel. 02-323-7005 Web www.btq-fleur.com 글 | 이보람

2013 02  Vol_45

COVER STORY 11


기획특집

이궁 복어전문점 일복日福 총괄매니저 인천공항이 생기기 전, 일본 손님들은 마포구 서교호텔에 주로 묵었다. 이 때문에 ‘일복’이 위치한 서교호텔 뒷골목에는 일식점들 이 줄지어 들어섰다. 1996년쯤 이 거리에는 네댓 개의 복어집이 있었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하나 둘씩 문을 닫아 그나 마 ‘일복’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홍익초교를 거쳐 경성중, 광선고를 졸업한 이궁 씨는 홍대 토박이로 초등학교 때부터 ‘놀이터’ 마냥 자주 들락거렸던 곳이 ‘일복’이 었다. 이모의 가게인 ‘일복’은 그의 어머니도 함께 운영했다. 그래서 날마다 이곳을 제 집마냥 드나들었고, 주방장이 만들어준 음식 을 즐겨 먹었다. 그렇게 스무 해 동안 드나들었던 ‘일복’은 어느 순간 생활이 되다시피 했고,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가게 일을 도왔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는 ‘일복’의 경영을 맡고 있다. 이궁 씨는“가게 안의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두루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음식과 요식업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어요”라며 입을 뗐다. “복요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해요. 복어는 두드러진 맛이 없는 생선이라 부담이 없어요. 고기 같으면 질릴 수 있을 텐데, 그런 점에서 저랑 잘 맞는 음식 같아요.”

20년 역사의 ‘일복’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맛과 가격, 양은 그대로 고수할 방침이다. 무엇보다 홍대앞에 있는 식당이기에 홍대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생각 끝에 가게 현관 입구에 조소물을 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다. “단골손님 중에 홍대 조소 과를 졸업한 서울시립대 교수님이 계셔요. 그분께 편지를 써서 이모님께 그 편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했어요.” 향후 홍대 조소과 학생들도 함께 합류해 재밌는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다. 사진을 전공한 그에게 예술은 거리감이 있는 존재가 아닌 지기知己였다. “예전에는 박물관의 티켓을 사서 작품을 보는 게 예술이라 고 생각했는데, 사진을 시작하면서 현실 속에서 예술을 찾을 수 있었어요.” 카메라의 프레임에 들어오는 이미지가 곧 일상의 한 부 분이자 예술이라고 생각한 것. “대한민국에서 예술을 전공한 사람이 대학을 졸업한 후 어느 공간에서 예술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아요. 음악이 됐든, 미술이 됐든 간에 이런 것들을 공유하고 싶은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저의 마지막 꿈이예요.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어요. 나중에 내 공간을 갖고 싶다는 바람이 컸죠. (차후) 공간을 운영하게 된다면, 이 가게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점이 많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에 관심이 많은 그가 만난 첫 번째 소통의 공간이 ‘일복’인 셈이다.

6월 ‘일복’에서는 설레는 일들이 벌어질 예정이다. 이궁 씨가 직접 촬영하고 북디자이너가 편집한 메뉴판이 ‘미술도록’ 형태로 발간 된다. 또한 신 메뉴가 선보일 예정이다. 날마다 복이 들어오는 ‘일복’의 기운을 얻고 싶다면, 일복으로 달려가보자!

Add. 서교동 355-18번지 Tel. 02-225-0168 Web www.ilbok.com 글 | 손혜정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출판도시 홍대앞 알아가기 15 또 하나의 문화

홍대앞 동네서점 베스트 셀러

여성의 목소리로 말하라

더북소사이어티 The Book Society

▶2012.4.15~2013.5.15

1위: 13개의 공(현시원 편집, 스노우맨 북스, 15,000원) 2위: 인문예술잡지 F 9호-만물의 고아원: 수집 그리고 수집가(문지문화원 사이, 10,000원) 3위: 트랜스포머: 아이소타이프 도표를 만드는 원리(마리 노이라트・로빈 킨로스, 작업실유령, 15,000원)

여성운동의 산실 ‘또 하나의 문화(이하 또문)’는 지금으로부터 29년

황토정수기가, 작은 베란다에는 쌀가마니를 이용해 만든 미니 텃밭이

전인 1984년, 사회학, 여성학, 인류학을 연구하던 소장 여성학자 100여

있다. 비누도 직접 만들어 쓰고, 빨래는 친환경세제 EM을 이용한다.

명이 모이면서 태동했다. 획일주의, 권위주의를 거부하며, 다양성을

이런 문화 말고도 독특한 점은 탄력근무제다. 조지혜 편집장은 주 4일

4위: Grid Bloc A3(양혜규, BOM DIA BOA TARDE BOA NOITE Verlag, 45,000원)

인정하는 대안문화운동으로써 여성운동을 부르짖었던 또문은

근무, 프리랜서 영업담당 직원은 조간 근무가 원칙이다. 책이 나오는

5위: 소라게 살이(김지은, 미디어버스, 15,000원)

조형(이화여대 사회학), 조한혜정(연세대 사회학), 조옥라(서강대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는데, 또문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다. “돈이 되는

사회학), 장필화(이화여대 여성학) 등 쟁쟁한 학자들이 주축이 되었고

책을 만들자는 생각은 원래부터 없었어요. 또문이 지켜온 역사성과

뒤이어 조은(동국대 사회학), 김애실(외국어대 경제학), 박혜란(여성신문

문제의식에 걸맞은 의미 있는 책을 내고자 합니다.” 조편집장의 말이다.

편집위원), 고정희(시인) 등이 다양한 분야에서 합류하면서 척박한 한국

최근 또문은 대안교육에서 확장된 관심으로서 청소년 문학브랜드

땅에 거대한 ‘여성주의’의 꽃을 피웠다.

다락방N을 시작했다. 미국작가 엘리자베스 버크의 《Falling In-거기,

일종의 동인모임에서 출발한 또문이 무크지 발간과 함께 시작한 것이

마녀가》를 첫 권으로 올 여름에는 다섯 권째 소설이 보태질 예정이다.

자체 출판이다. <평등한 부모 자유로운 아이>란 제목으로 1호를 펴낸

조편집장은 “10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해서 그가 처한 ‘다름’의 문제를

이래 거의 해마다 1~2권의 동인지가 나왔고, 1987년에 출판등록을

어떻게 다루는가를 보여주는 성장소설입니다. 반전, 생태, 소수자 인권

하면서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무크지 6호 <주부, 그 막힘과 트임>을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고요. 앞으로는 영미권 작가만이 아니라 우리의

3위: 김일두 콜렉션 가사/코드집(김일두・김현희・정은지, 6,500원) 4위: Newspaper(Folch Studio, 7,000원)

첫 책으로 전문 출판사로서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후 또문은 유승희

현실을 그려낼 국내 저자도 발굴하고 싶습니다”라며 “《로드스쿨러》를 쓴

5위: The Dark(레모니 스니켓・존 클라센, 21,000원)

대표를 중심으로 여성・교육・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서적들을 펴내며

모임 ‘고글리’가 좋은 케이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출판사로서의 입지를 튼튼히 다졌다.

《로드스쿨러》는 탈학교, 제도권 학교, 대학 진학 등 다양한 처지에서

《새로 쓰는 사랑 이야기》 《새로 쓰는 성 이야기》로 사랑과 성을 공적인

‘입시지옥’을 통과하며 길 위의 배움을 실천하는 10대 ‘로드스쿨러’의

토론의 장으로 이동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던 또문은 이어 서구이론에만

다양한 체험을 담아낸 책으로, 고정희 청소년문학상의 본선을 통과한

경도된 지식인들의 ‘식민지성’을 지적한 《탈식민지 지식인의 글 읽기, 삶

몇몇 10대들이 모여서 만든 감동적인 책이다. 5,000부 가량 판매됐다.

읽기(이하 글 읽기 삶 읽기)》(조혜정, 1995) 시리즈로 이른바 ‘대박’을

“여성주의와 대안문화의 틀을 놓치지 않고 세상에 보탬이 되는 책을

터뜨렸다. 특히 《글 읽기, 삶 읽기》는 90년대 대학 교양수업의 단골

만들어갈 것입니다.” 작은 것부터 실천해 차이를 좁혀가는 삶. 또 하나의

교재로 쓰이는 등 한세대를 풍미했으며, 지금까지 31쇄 5만부가 나간

문화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삶의 이정표는 이토록 분명했다.

스테디셀러다. 그 외에도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1992), 정희진

글 | 정지연・사진Ⅰ김민주

교수의 성폭력에 관한 보고서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2001) 등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또 성교육 도서 《초경파티》(2002)나 여성건강에 대한 고전 《우리 몸 우리 자신》(2005)도 그 반향이 컸다. 또문은 《다시 마을이다》(2007) 같은 공동육아, 대안교육에 대한 책들을 아우르며 이제까지 94종의 책을 발간했다. 연매출 1억원, 출판 경력 26년의 중견 출판사. 그렇지만 또문은 여타 출판사와는 많이 다르다. 유승희 대표는 이를 두고 “출판사와 NGO의 중간형태”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NGO’ 성격이 더 강해졌는데 그 이유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이다. 출판사가 게스트하우스라니? 낯설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여행 좋아하세요?》란 여행서를 썼을 정도로 ‘여행마니아’인 유대표는 사무실로 쓰는 연립주택이 저녁에는 다락방을 비롯한 공간이 빈다는 데 착안해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잠자는 딸기’)를 만들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안전하게 머물고 싶어하는 여성 여행자들의 니즈를 만족시켜주는 이 공간은 도서출판 또문과 마찬가지로 ‘저탄소 라이프’를 표방하고 있다. 도서출판 또문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주택이 사무실이다. 회의 탁자는 곧 직원들이 밥을 먹는 식탁이 된다. 식탁 옆에는 옹기 모양을 한

2013 05  Vol_48

H

또 하나의 문화 편집부가 선정한 추천도서 우리 몸 우리 자신 - 보스턴여성건강서공동체 지음 /

유어마인드 Your Mind

▶2012.4.15~2013.5.15

1위: The Plant 4호(편집부, 23,000원) 2위: AVEC MAGAZINE 3호(편집부, 8,000원)

땡스북스 Thanksbooks

▶2012.4.15~2013.5.12

1위: AROUND #5(playground, 15,000원) 완연한 봄 날씨처럼 더욱 포근하고 따뜻한 내용으로 찾아온 <어라운드> 5호.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소동을 다룬 영화 ‘문라이즈 킹덤’의 샘과 수지를 연상시키는 표지가 눈에 띈다.

2위: GRAPHIC #26(프로파간다, 15,000원) 폰트회사에 속하지 않은 독립 서체 제작자의 활동이 어느

또문몸살림터 엮어 옮김

때보다 활발한 요즘,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1972년 미국 보스턴 출생, 대수술 경험만 여덟 번. 전 세계 30여 개국 여행. 한국에는 1990년대 중반 입국. 2005년 한국 국적 취득. 출생의 비밀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몸에 얽힌 이야깃거리를 담아낸 여성건강의 고전. 병원 이용시 동반 가능. 원제 ‘Our Bodies, Ourselves.’

반영하듯 ‘한글 타입(서체)과 레터링’을 다루었다.

우린 마을에서 논다 - 유창복 지음 어린아이, 여자, 장애인, 노인을 품어줄 ‘품’이 있고, 마을 사람들의 필요와 관계 속에 ‘품(사람 일손, 일자리)’이 생기는 마을 만들기의 A에서 Z까지, 그 곡절 많고 유쾌한 마을살이의 속내를 들려준다. 관련 내용 중 하나인 성미산 마을 다큐멘터리 <춤추는 숲>도 5월 23일 개봉된다.

그토록 간절했던 평범함 - 굿바이(다락방N 004) - 프랜시스 오록 도웰 지음 / 강나은 옮김 '난 남들과 달라'와 '그저 평범한 아이이고 싶어'를 오가는 사춘기 소녀 제이니가 또래 관계 속에서 '튀는' 것은 언제라도 '왕따'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품으면서도 개성 넘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자신을 발견하며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3위: 매거진 B-JOSEPH JOSEPH(JOH, 13,000원) 전세계에서 찾은 균형 잡힌 브랜드를 소개하는 광고 없는 잡지 <매거진 B>. 이번 호는 주방용품을 넘어 일상에서 쓰는 도구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조셉조셉의 이야기를 담았다.

4위: 심플하게 산다(도미니크 로로 저, 김성희 역, 바다출판사, 12,000원) 36개국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되며 ‘심플한 삶’에 대한 전세계적인 공감을 일으킨 책. 간단하면서도 확고하게 ‘심플한 삶’을 주장하고 실천하는 이 책은 아무리 풍족해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역설을 지적한다.

5위: 도쿄의 서점(현광사 MOOK 저, 노경아 역, 나무수, 11,500원) Tokyo Intelligent Trip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도쿄의 서점》이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홍대의 동네 서점에서 바다를 넘어 도쿄의 동네 서점을 만나보자.

INTO THE BOOK 07


정지연이 만난 사람 39

우리 미자씨는 유쾌하기도 하지

하루가 멀다 하고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느라 바쁜 홍대앞. 탐욕에 눈먼 건물주 때문에 멀쩡한 가게를 문 닫는 사연이 속출하는 요즘, 15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키며 버텨온 공간이 있다. 와우교 밑에 자리잡은 ‘꽃.’ 일주일에 문 여는 날은 겨우 사나흘. '내킬 때만

15년 지켜온 ‘꽃’의 사장

연다‘는 독특한 철학을 가진 꽃의 미자(본명 장미진)씨가 사는 법.

와우교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바로 옆에 빌딩 하나가 서 있다. 간판도 없는 그 빌딩의 지하에 꽃이 있다. 문을 열면 생각보다 가파른 계단에 놀라게 되고, 온갖 포스터가 붙어 있는 벽이며 마른 쑥 냄새가 감도는 아늑한 토굴 분위기에 얼른 자리에 앉고 싶어진다. 생각 외로 층고가 높은 데다가 퀴퀴한 지하 특유의 냄새나 습기가 적다. 무엇보다 공간을 때리는 것 같은 감도 높은 사운드가 죽여준다. 밥 말리의 ‘Redemption

Song’ 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면 공간의 수런거림마저 장관이 된다. 15년 된 홍대앞 술집 꽃이다. 주인장 미자씨는 “꽃을 LP BAR로 소개하는 건 아니지?”라고 걱정부터 했다. 당연하다. 꽃을 촌스럽게 LP 바라 불렀다간 이곳의 단골들에게 몰매 맞기 딱 좋다. 벽면에는 각종 포스터와 그림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가장 오래된 건 밥 말리 포스터 옆에 붙어 있는 낡은 붉은색의 벽보. ‘끝과 시작’이란 이름이 붙어 있는데 1998년 꽃이 오픈한 그해의 마지막 날, 이곳에서 진행했던 공연 포스터다. 그 외에도 97년 6월에 열린 10만원 비디오 영화제 포스터, 인디 다큐 페스티벌 포스터 등이 보인다. 벽면이 곧 역사다. 꽃의 역사요 홍대앞 문화예술인들의 이력이자 활동의 기록이다. 이곳의 모든 물건은 미자씨가 직접 만들었다. 나무를 구해다가 테이블, 선반과 탁자를 못질해 뚝딱뚝딱 만들고, 스케치북 크기의 나무로 된 안주판도, 나막신 모양의 재떨이도 그가 직접 자르고 파고 그려 만들었다. 쌀포대를 잘라 그 위에 그림을 그려넣고 박음질해 만든 방석도 예술이다. 미술대학 근처에도 안 갔다지만 예술적인 재주가 넘치는 그녀다. 꽃은 1998년 9월 문을 열었다. 지금도 홍대 정문에서 산울림소극장 너머로 이어지는 길은 서교동 중심부에 비하면 한산한 편이지만,

1998년엔 더 그랬다. 미술학원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시피 했다. 커피프린스 골목도 휑하던 시절이었다. 대체 미자씨는 이곳에 어떻게 자리를 잡게 된 것일까? “아는 사장님이 1994년에 ‘오픈하니까 와라’ 하고 연락을 줘서 처음 가보게 됐지. 그 사장님이 1년 하고 나가고 다른 이가 이어받아 3년인가 했는데 그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자리가 났다길래 내가 이어받은 거지. 걱정? 망해서 나갈 거라는 생각은 절대 안했어요. 대박이 나지는 않겠지만 망하지도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지.”

사진 이승희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그때 나이 스물여섯. ‘10만원 영화제’ 스태프로 일하던 지인이 소문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건물주

내면서 인근의 영화아카데미나 영화인들이 많이 찾기 시작했고, 이어

아저씨는 가게 앞에 버려진 자전거만 봐도 미자씨에게 와서 손님이

문화예술인들, 음악가들이 하나둘 몰려들면서 이곳은 어느새 그들의

두고간 건 아니냐, 자물쇠가 안 채워져 있던데 누가 가져갈라 일일이

아지트가 되었다.

일러주신다. 미자씨도 허물없이 대하되 주인 아저씨 내외를 살뜰하게

마침 심야영업 규제가 풀리면서 덕을 봤다. “쌈지 스페이스 생기면서

챙긴다. 자녀들이 미국에 있어 적적하실까봐 어버이날 카네이션

사람이 더 많아졌죠”라는 9년차 단골 차유진(셰프, 요리작가)의

바구니와 선물을 들고 찾아뵙는 것도 알아서 한 지 꽤 됐다. 더운

말마따나 김종휘, 안이영노 같은 인디 평론가들이 들락거리던 시절도

복날이면 큼지막한 수박 한덩이도 챙겨 드린다. 윗집 아랫집 울타리

그 무렵이었다. 이들이 꽃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겠지만 그 모든 건

없이 살던 시절의 정 같은 게 주인과 세입자 사이에도 있다는 걸 이들은

음악으로 수렴되었다.

보여준다.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지. 스물 한 살 때부터

“근데 사실, 요즘은 걱정돼. 바로 옆에 가게 생겨서 공사하는 것도 그렇고.

판을 틀었던 거 같애. 신촌 놀이하는 사람들이나 홍대 올드락을 오가며

와우교 밑에 공원 조성이 완료되면 사람이 더 몰려들 거 같기도 하고.

음악 많이 틀었지. 신촌과 홍대를 왔다갔다 했어. 그때만 해도 신촌이

아휴… 난 사람 많은 거 싫어. 더 있어 봐야 골치 아파.”

훨씬 인간미 넘치고 좋았거든. 올드락 사장님이나 그때 술집 사장님들이

일주일에 한 사흘 열까? 그것도 단골이 전화해서 “언니, 문 안 열어?”

다 디스코텍 디제이 출신들이라 잘 알거든. 내가 음악을 틀면 아저씨들이

해야 문 여는 사장. 장사가 잘 되는 게 싫다는 이상한 사장. 잡지에서

밝은 노래를 틀어도 슬프대. 음악에서 (약)냄새 난다는 말도 들었어(웃음).

홍보하자고 인터뷰하자면 손을 내저으며 싫다고 하는 사장. 노래만

나, 그때 암것도 모르는 스무살이었는데.”

틀어두고 잠시 나가 놀다 와도, 손님들이 알아서 술도 꺼내먹고 음악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단지 판을 트는 데 멈추지 않고, 밴드로도 이어졌다.

틀고 계산까지 하고 가는 이상한 가게. 누군가는 프로답지 않다고

‘버스 라이더스’는 여러 명이 거쳐간 밴드인데 그녀는 여기서 보컬로도

질책하거나 얼굴 찌푸릴 법도 한데 미자씨는 당당하기만 하다.

활약했다. 멤버 중 알 만한 이들을 꼽아보자면 김반장(윈디시티),

“요즘은 검색 같은 걸 하는지 처음 보는 애들이 와서, 워메~ 구석에서

림지훈(펑카프릭), 복철(에스콜라 알레그리아) 등 쟁쟁하다. 버스

막 게임 같은 걸 해. 술 먹고 토하는 게 진상이 아니라 여기선 그런

라이더스는 탄탄하고 소울 넘치는 음악을 하던 레게밴드로 많은 인기를

애들이 진상이지. 또 어떤 친구는 와서 음악 소리가 너무 크니까 줄여

끌었다. 카바레 제작 CD ‘안녕하세요 카바레사운드입니다’에 수록된

달래. 그럼 난 더 크게 얘기하시면 되죠라고 그래. 여기가 어떤 공간인지

‘Drive Reggae’란 곡에서 만난 그녀의 목소리는 묘하게 중성적이고

알고 오는 사람들만 왔음 싶어. 돈 욕심? 없어요. 그냥 월세 낼 정도만

걸죽하면서도 리드미컬했다.

벌면 되니까.”

레게, 보사노바, 삼바 같은 남미음악에 빠지면서 그는 복철의 제안을 받아

울었다. 꽃에 가득한 LP가 녹아내렸을까봐, 공간에 깃든 추억이 모두

사실 꽃 손님의 불만 1순위는 ‘가게가 너무 자주 문을 닫는다’다(그것도

‘홍대앞 삼바학교’ 에스콜라 알레그리아의 창립 멤버로 함께하기도 했다.

망가졌을까봐 걱정스러웠다. 도착해 보니 가게 앞엔 소방차가 가득했고,

단골들은 이골이 나서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거기에 대해서도

“그게 2006년 무렵이었지 아마. 복철의 꼬임(?)에 넘어간 게. 한 6~7년

환풍기 틈으로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철문을 뜯고 들어가

미자씨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정도 하니까 딴 걸 기웃거리고 싶어졌던 거 같아. 그래서 영화미술하는 친구에게 꽃을 맡기고 막 돌아다녔지.”

화재를 진압했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당시 4층 작업실에서 지내던 하림이 신고를 제때 해준 거지. 나중에

“억지로는 못 있는 법이잖아요. 몸이 안 좋으면 이 속 저 밑바닥에서부터 불친절이 올라오는데 내가 즐겁게 대할 자신이 없다면 닫는 게 맞지.”

사실, 가게 사장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그 ‘붙박이성’이다. 사람도,

생각해보니 플라스틱 잔에 촛불을 담아둔 걸 끄지 않고 갔던 거더라고.

손님이 왕이라고 생각하는 요즘 세상, ‘블랙 컨슈머’들이 들었다간

공간도 시간이 흐르면서 재충전이 필요한 셈인데 주인이 공간의

경찰서에서 피해액 규모를 묻는데, ‘아마도 만…원?’ 하는데 민망하대.

기절할 소리다. 그러나 미자씨는 그 공간을 만든 사장에 대한 존중이

아우라를 좌우하는 가게의 특성상 쉽게 자리를 비우기가 어렵다. 그러나

사실 전화기 녹아내린 거랑 여기 나무 좀 그슬린 거 빼면 큰 피해가

먼저가 아니냐고 되묻는다. 세상 사람들하고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미자씨는 그런 점에서 자유로웠다. 자신과 색깔이 비슷한 친구에게

없었으니 정말 다행이었지.”

미자씨가 왠지 유쾌하다.

맡기고 2008년 1월에는 긴 여행도 떠났다. 마침 착잡한 선거결과까지

미자씨는 난장판이 된 가게를 치운 후 하얀 종이에 ‘예뻐져야지’라고

이어져 떠나는 발걸음엔 미련이 없었다. 목적지는 남미음악의 본산지

써서 없어진 문 대신 벽에 붙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사장들이 이제는 다 알바한테 맡기고 자리를 안 지키는데 그건 아닌 거

브라질.

영업을 재개했다. 사건사고가 많았던 2008년이었다.

같아. 오래된 공간이라고 다 오래된 공간이 아니거든. 주인장이 없으면

브라질 친구 산드라의 집에 머물면서 볼리비아, 페루까지 돌겠다는

“‘넌 아직도 현역이냐?’ 하는데…. 왕년의 난다긴다하는 홍대 술집

그 공간에 어떤 색깔이 배겠냐고요. 직접 안 할 거면 차라리 문을 닫지.

게 본디 계획이었다. 마침 단골이자 친구인 차유진도 중남미 여행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그런데 꽃은 15년이 되도록 한결같다.

남한테 맡기면서 계속 하는 건 욕심이죠.”

계획하고 아르헨티나 쪽에 머물고 있던 터라 브라질에서 도킹하기로

4,000원으로 통일된 맥주 가격도 그렇고 1,000원짜리 안주인 김이나

특별한 경영철학도, 노하우도 없다는 ‘천하태평’ 미자씨. 단골들은

약속까지 다 짠 상태였다.

단골들이 흔히 ‘해물 3종 세트’라 부르는 기본 안주인 새우깡, 메인

애정을 담아 ‘생각 없이 버텨온 15년’이라고 놀리지만 미자씨는 생각이

안주이자 꽃에서 가장 비싼 북어(1만원), 쥐포 등의 가격도 여전하다.

많다. 다만 그 생각이 세간 사람들과 조금 다른 방식이라는 것이 맞을

지났더니 눈에서 열이 나더라고. 하룻밤 자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폭등하는 임대료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정든 장소를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그건 욕심 부리지 않고, 내 깜냥과 주제만큼 산다는 것으로

그때부터 열이 펄펄 나기 시작해서 40도까지 올랐지. 황열로 한 달

사연들이 넘쳐나는 이 홍대앞에서는 거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귀결된다.

“볼리비아에 가려고 풍토병 예방주사를 4개 한꺼번에 맞았는데, 열흘

가까이를 앓아 누웠어요. 몸무게가 무려 7kg이 빠졌어. 비행기 탈 체력이

“우리 주인 아저씨는 정말 귀여우셔. 그냥 우린 계약서 다시 쓰는 법도

여전히 019 폴더폰을 고집하는 아날로그적인 우직함은 세태에 빠르게

생기기만 기다려서 당장 돌아왔죠.”

없이 여기까지 왔어요. 세를 올린다는 개념보다 수도세 조금 올랐다

적응 못하는 못남이 아니라 자신의 속도로 세상을 버티는 지혜로움일

그렇게 6월 귀국했다. 그리고 그해 9월이었다. 평상시처럼 늦게 일어난

그러면 알아서 더 내고, 그런 식이었죠. 스물여섯 때부터 봐온 날

것이고, 손님을 늘리기보다 있는 손님을 지키겠다는 건 ‘수성守成’의 도다.

미자씨는 부재중 전화가 엄청나게 온 핸드폰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딸내미처럼 여겨주시는 거 같고요.”

그래서 미자씨의 행보는 우보牛步를 닮았다. 느리지만 꾸준히 천리를 가고,

관계란 일방적이지 않은 법이다. 주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

결코 실족을 하지 않는.

“언니 꽃에 불났다며…괜찮아?” 경황 없이 나오는 길에 그녀는 엉엉

2013 05  Vol_48

H

THINK & TALK 09


StH가 주목한 곳

먹거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만나다

수운잡방

추구하는 이런 방향성을 그대로 그려냈다. 동그란 지구, 사람 그리고

저희는 노동을 통해 행복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고 싶어요.”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는 모양새다.

그래서 이들의 지향은 ‘적정기업Appropriate Company’이다. ‘적정한 노동, 적정한

이곳을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운영주체라 할 노동자 협동조합 이피쿱에

이윤, 적정한 보수, 적정한 건강, 적정한 의사소통’ 등을 통해 최대 이윤이

대해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이피쿱 멤버들은 커피와 초콜릿과 관련된

아닌, 일의 즐거움과 삶의 행복과 가치를 실현하며 지역과 사회의

일들을 하는 이들로 구성됐다. ‘맛콘서트’ 기획단 중심에 있던 김경 씨를

일원으로 존재하자는 것이다.

중심으로 커피와 초콜릿 위주로 식품을 다루고 연구하는 노동자들이

이런 이피쿱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다. 공정무역 생두의

모였다.

공급이 첫 번째이고 ‘누구나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를 먹을 권리가

3년 전 모 사회적기업에서 만나 인연이 시작된 이들은 맛있는 공정무역을

있다’는 식품정의에 맞는 재료와 메뉴를 구성할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

각종 맛집으로 가득 찬 홍대앞에 독특한 공간이 생겼다. 음식을 매개로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공정무역 제품의 의의에는

두 번째라면 세 번째는 초콜릿과 커피와 같이 간편한 먹을거리로 구성한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고자 만들어진 공부 및 노동 품앗이

공감하지만 맛에는 점수를 주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게 된 것. 그러나

케이터링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김경 씨는 충분히 공정무역 제품도 맛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스갯소리처럼 ‘적당히 살고 싶어’ 적정기업이라고 하지만 이피쿱과

수운잡방은 조선 중종 1540년 경 탁청공 김유가 저술한 요리서이자

“누가 어떻게 음식재료를 다루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예를 들어

수운잡방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까닭은 이들이 한국사회에 꼭

요리책의 제목에서 따온 이름이다. 격조를 지닌 음식문화를 뜻하는

커피는 공정무역 생두 자체가 별로라서 맛없는 게 아니에요. 커피의

필요한 역할을 맡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맛집’이라는 미디어의

‘수운’과 여러 가지 방법을 말하는 ‘잡방’이 합쳐졌다. 풀이하자면 바른

포인트는 ‘로스팅’이잖아요. 어떻게 볶는지에 대해 매장마다 로스팅의

영향력이 호도하는 우리의 미각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위생과 안전

먹거리를 가지고 여러 가지 일을 도모하는 곳이란 뜻쯤 될까.

기준이 다르거든요.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면서 현장과 커피를 잘 몰라서

불감증을 깨우고, 음식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펼쳐보여줄 것이기

이피쿱 사람들은 이곳을 통해 먹거리와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한계에 부닥쳤어요. 결과적으로는 공정무역 먹거리도 등가교환이 되어야

때문이다. 무엇보다 먹는 것이 인간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자 ‘먹는

나누고 싶어한다.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맛콘서트’가 이 장소에서

한다는 거죠. 이왕 먹고 마시는 게 맛이 좋으면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것이 곧 인간’이라고 말하는 이피쿱과 수운잡방. 그들의 활약을

분기별로 열릴 계획이고, 동네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공간으로도

서로 좋은 거니까요. 그런 생각을 가진 멤버들이 모여 공부하면서 모임을

기대해본다.

활용하려 한다. 만화가 소복이 만들어준 이피쿱의 로고는 그들이

가지기 시작했어요. 매장도 함께 운영해보고 만든 게 이피쿱입니다.

글Ⅰ김경미 에디터・사진Ⅰ김민주

StH가 주목한 곳

작업실 주인장이 제주도로 내려가면서 그의 친구가 이 공간을 인수하게

모금을 들이키면 행복한 기분이 머리끝까지 차오를 것이다.

되었다. 그가 바로 현재 왕창상회 카페의 주인장인 김종기 대표다.

인터뷰를 하는 중간에 카페 바로 앞 연남터널에서 벽화작업을 하는

미술 전공자인 김종기 대표는 카페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 철제문은

이들이 커피를 사러 들어왔다. 벌써 몇 번 온 사이인지 김대표와 편안하게

원목으로 교체하고, 낡은 전기차단기와 퓨즈는 뜯어내어 원목프레임의

수다를 나누다가 옆에 어정쩡히 서 있는 에디터에게도 인사를 건넨다.

액자에 넣어 벽에 걸었다. 수도파이프를 이용한 조명도 인상적이고 조명

마치 동네 사랑방 같다. 김종기 대표는 “돈을 많이 벌려고 왕창상회를

너머 보이는, 왕창상회의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스타워즈 캔버스 유화는

차린 것은 아니에요. 그저 이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직접 그린 작품이다. 카페답게 인테리어는 새로 단장했지만 친근감이

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느껴지는 왕창상회라는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여름엔 커피와 양과자 외에도 새로운 메뉴 당근주스도 출시될 예정이니

김종기 대표는 본래부터 커피 관련 일을 했던 건 아니라고 했다. 커피가

햇볕과 좋은 공간, 별미를 즐기고 싶다면 왕창상회를 찾아가보자.

좋아서 카페를 자주 다녔고,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직접 만들고

글Ⅰ이보람 에디터・사진Ⅰ김민주

Add. 서교동 458-19 B1 수운잡방 Tel. 02-324-1901 Web www.eptheblog.blogspot.kr

需雲雜方

공방 ‘수운잡방

ep coop

’이 그곳이다. 노동자 협동조합 이피쿱

이 마련한

커피와 양과자를 파는 연남동 동네카페

카페 왕창상회

Add. Tel. Open Web Price

연남동 241-16 02-732-5210 화~일 11:30~22:00 www.facebook.com/wangchang.co 아메리카노 4,000원, 마카롱 1,500원, 에끌레르 2,500원

싶어서 커피를 배웠고, 결국 카페를 오픈하게 된 것이다. 왕창상회 커피는 다양한 원두를 보유하고, 크게 세 가지의 추출방식으로 커피를 만든다. 매장 한쪽 벽에 세워둔 더치커피 기구도 그중 하나다. 안쪽 공간에는 오븐이 있어서 김종기 대표의 부인이 직접 빵을 굽는다. 마카롱과 에클레르, 치즈 수플레와 말차롤케이크 등을 만드는데 인공적인 맛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인공색소나 광택제를 쓰지 않아서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가면, 공사중인 공원길을 따라 양쪽으로

수수해 보인다. 볕이 가득한 따뜻한 이 공간에서 친구 같은 커피와 수수한

가게들이 즐비하다. 그 거리에서 한참을 더 들어가면 보이는 연남동

양과자를 마주 대한다. 달달한 마카롱을 한입 베어 물고 진한 커피 한

주택가 동네 슈퍼마켓과 동네 노인정 앞에 수상한 카페가 하나 생겼다. 오가는 동네 주민들이 흘깃거릴 만도 한 외관.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캔버스 그림 속에서 다스베이더가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고 있는 바로 이곳이 이름도 독특한 왕창상회다. 테이블 두세 개가 놓인 작은 공간이지만, 천장이 높고 삼면이 통창이라서 가정집에 와 있는 듯 안락함이 느껴진다. 채광이 좋아서 원목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기에도 안성맞춤. 본래 이 공간은 같은 이름의, 야채와 과일을 파는 청과상이었다. 그 이후에는 작업실 스튜디오로 쓰였는데,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H

H


양진석의 ‘홍대앞에서 장사합니다’

장사가 예술이다

‘여가도 없고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없더라’ 등 숱한 이유로 돌연

StH 인포그래픽스

가게를 그만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이유들은 애당초

에일&라거

전혀 예측 불가능했던 것들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한편으로, 많은

홍대앞의 뜨거운 여름을 식혀줄 맥주. 속시원하게 알고나 마시자.

준비와 절박한 자세로 임했건만 자빠지고 엎어져 폐업 정리하는 모습은

인포그래픽 류아진 | 203인포그래픽연구소

그야말로 눈물겹게 안타까운 상황이고요.

ALE

모양새는 다소 다르지만 위의 두 가지 경우에 있어 공히, 단기간에 사업이 중단되는 이유를 냉정하게 말하겠습니다. 목적 자체(창업)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위험요소 및 선택에 수반하는 기회손실을 점검하지 못한

상면발효맥주. 발효 도중 생기는 거품과 함께 위로 떠오르는 성질의 효모를 사용한다. 특징 풍부한 향, 깊은 맛 발효 온도 15~25도

‘홍대앞’ 하면 카페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홍대앞에는 정말 예쁘고

채 혹은 무시하고 장사를 시작한 겁니다.

개성 있는 카페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요, 우리

홍대앞에서 장사하는 제가 가장 걱정하고 겁을 내는 사태가 바로 이런

가운데 누구도 결코 죽는 날까지 이곳의 모든 카페에 가보지 못할 거란

겁니다. 만전의 준비 없이 장사에 뛰어드는 무분별하고 용감한 창업

사실입니다. 이 순간에도 엄청난 수의 카페가 문을 열어 손님을 맞고

말입니다. 이것은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본인에게뿐 아니라 동일상권의

있지만 상권이 날로 팽창하면서 골목골목 주택들까지 하루가 다르게

기존 업소들에게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상권이 안정되지 않고 개업과

상업공간으로의 변신을 종용받고 있고 영업이 부진한 가게들은 쉴 새

폐업, 업종변경이 어지럽고 잦으면 목하 건물임대료가 부추겨지는

없이 간판을 바꿔 답니다. 얼마 전에 방문했던 괜찮았던 카페가 다른 이름,

효과를 초래하며 동네 풍경이 자연스러움을 잃고 인심도 사나워지기

다른 모습이 돼 있습니다. 몸살도 이런 고약한 몸살이 없습니다. 이런

십상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고스란히 내 가게 영업에 직간접적인

형국, 이런 추세라면 개체수를 기준으로 머지않아 아마도 1.5배는 족히 더

악영향으로 돌아옵니다. 멀리 보면 인근의 동종업소와의 경쟁보다, 너무

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잦은 인근 점포들의 세입자 교체가 훨씬 더 무서운 존재인 것이죠.

8.5% Duvel

% 알코올 함량

종류 골든 에일(네덜란드) 어울리는 음식 견과류 특징 ‘악마의 맥주’로 불림

6.6%

5.5%

Leffe Blonde

Hitachino Nest White Ale

종류 벨기에 애비 에일(벨기에) 어울리는 음식 야채요리 특징 벨기에 전통 수도원 맥주

종류 벨지엔 화이트(일본) 어울리는 음식 브런치 특징 각종 맥주대회에서 수상

홍대입구역에서 상상마당, 극동방송 앞을 거쳐 상수역 무명집까지

홍대앞은 문화예술과 상업, 소비가 서로 키와 힘을 겨루듯 성장하는

걸으며 전 종종 ‘골치 아픈’ 심사가 됩니다. 인근 동네 커피가게를

한국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상권입니다. 이 안에서 장사를

몰아내고 궁전 같이 늠름하게 들어섰던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하는 저도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그래서 여기 머무는 동안 즐거운

커피전문점이 또 다른 공룡에 의해 패퇴하여 사라지는 모습은 몹시도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꿈을 이루려고 이 상권에 투신하는 분들과도

흔한 일입니다. 그 규모에 그 시설을 가지고 고작 그만한 기간 장사를

좋은 기운과 추억을 주고받으며 함께 행복하고자 하는 것이 저의 작은

하고 나갔다면 수지타산은 묻지 않아도 참담할 게 뻔합니다. 걱정입니다.

소망입니다.

살아남는 자가, 오래 가는 자가 이긴 것이고 강한 것이라지요. 그러나

이곳이 거대한 상권만큼이나 문화예술의 산실로 잘 알려져 있듯, 저는

살아남은 표정 속에 행복이 없고 자기 자신이 없다면 그게 다 무슨

우리가 꾸려나가는 하루하루의 장사 역시 숭고한 예술과 진배없다고

London Pride

Guinness Draught

소용일까요. 몇 년 동안 정신없이 장사하다 문득 고개 들어보니 얻은

생각합니다. 장사를 통해 아이를 먹이고 가르칩니다. 부모님께

건 사람이고, 잃은 건 돈과 건강과 세월이었다는 지인의 자조를 떠올려

효도합니다. 가족의 생계와 행복을 위해 내 생애의 한 폭, 한 폭을

종류 영국 프리미엄 비터(런던) 어울리는 음식 피시앤칩스 특징 뛰어난 몰트・홉의 균형

종류 아일랜드 드라이 스타우트 어울리는 음식 초콜릿 머핀 특징 흑맥주, 풍부한 거품

봅니다. 돈과 세월이야 모종의 소득을 얻기 위해 응당 지불하거나 닳을

성실하고 영리하며 창의적으로 그려갑니다. 지금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수 있다 하겠으나 건강과 행복을 잃어버렸다면 낭패입니다. 과로와

맞는 행위가 곧 예술이자 신성한 것이라 믿습니다. 저도 홍대앞에 그 흔한

스트레스로 심하게 망가져버린 심신을 그간 얻은 좋은 사람들로 다 보상

예술하는 사람 중 하나라고 슬그머니 주장합니다.

받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도 건강한 심신을 가지고 만나야 서로에게

그렇기 때문에 홍대앞에서의 우리의 장사는 ‘홍대스러워야’ 합니다. 그

생산적이고 돈독하지 않던가요.

알맹이가 실속 있게 옹골져야 함은 물론, 나만의 것이기에 더 떳떳하며

한동안 그럭저럭 장사가 쏠쏠하여 재미를 붙였던 이들 중에서도

보람과 자부심도 넘쳐야 합니다. 그 한가운데 우리의 자아와 행복이 먼저

‘이것저것 떼고 나니 결국 남는 게 없더라’, ‘적성에 맞지 않아 힘들더라’,

있어야 합니다.

H

4.7%

LAGER 하면발효맥주. 발효 과정에서 아래쪽으로 가라앉는 효모를 사용한다. 전세계 맥주 70% 이상이 라거맥주.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새로운 변신

서교잔치

5.2%

특징 청량하고 깔끔한 맛 발효 온도 5~15도

Stella Artois

% 알코올 함량

뉴스

4.2%

종류 체코 필스너(벨기에) 어울리는 음식 홍합 요리 특징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

예술인들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고 운영과정을 설계할 것인가를 두고

10월 미팅이 이뤄졌으며 그 결과 12월에는 ‘지역 예술인 의견수렴을 위한 소규모 라운드 테이블’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3년 2월에는 ‘더 넓은 라운드 테이블’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3월 자발적 후보자 등록을 통해 공동운영단 6인을 확정했다. 이들은 센터 스태프와 함께 사업구성, 예산편성, 프로그램 실행에 이르기까지 센터 운영과 관련한 모든 권한과

5.0%

5.0%

지난 5월 16일 저녁 서교예술실험센터가 주최한 ‘서교잔치’가 열렸다.

책임을 동등하게 부여받게 된다.

서교예술실험센터가 말 그대로 ‘홍대앞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허브’이자

그동안 많은 프로그램 중 특히 열광적 반응을 얻고 있는 게 소액다컴이다.

Carlsberg Beer

Asahi Super Dry

‘마을사랑방’이 된 것을 축하하는 마을잔치였는데 공연으로 시작된

어려운 신청서 작성과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문턱이 높은 기존 지원사업

무대는 ‘홍대앞 일상을 바꾸는 10분 TED’, ‘서교뉴스’ 등 더 넓은 라운드

대신 비록 100만원 이내의 소액이지만, 자유롭게 지원해주는 소액다컴은

종류 독일 필스너(덴마크) 어울리는 음식 소시지 특징 동유럽 1위 맥주

종류 일본 드라이 라거(일본) 어울리는 음식 꼬치구이 특징 일본 최초 드라이 맥주

테이블 주체들과 6인의 운영위원회가 그동안 해온 성과들을 알리고, 이를

지금까지 38건이 최종 집행됐다. 7월, 9월, 11월에도 진행 예정.

널리 공유하는 자리였다.

그 외에도 TED 형식을 끌어온 ‘홍대앞 일상을 바꾸는 10분 TED’는

서교예술실험센터는 2009년 이전만 해도 동사무소였다. 주민센터

거창한 영역만이 아닌 예술가로 존립할 수 있게 하는 생활 노하우(예를

통합과정을 통해 버려진 이 동사무소를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장으로

들어 ‘작업실 구하기 노하우’)까지 아우를 계획이다. 그 외 매주 토요일

쓰자는 계획에 따라 서울문화재단 산하 서교예술실험센터로 문을 열었고

30분 버스킹 스테이지는 물론 특정 주제나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홍대앞

다양한 지역내 전시 및 활동을 지원해 왔지만 ‘공모사업’이라는 방식

공간 대표들의 인터뷰를 통해 공간을 매핑하는 중장기사업도 준비중이다.

때문에 몇몇 단체나 개인만이 그 혜택을 입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사업이 아닌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사업으로

Heineken

Corona Extra

이에 지난 2012년 7월부터 서교예술실험센터를 일종의 민관 거버너스

홍대앞 문화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네트워킹의 핵이 되어줄

체제로 운영하자는 안이 제기되었고, 준비위원회를 발족한 이래 지역

서교예술실험센터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종류 유럽 페일 라거(네덜란드) 어울리는 음식 감자튀김 특징 맥주 최초 초록색병

종류 미국 스타일 페일 라거 (멕시코) 어울리는 음식 타코 특징 라임・레몬을 곁들임

2013 05  Vol_48

H

글Ⅰ정지연

5.0%

4.6%

EAT & DRINK 11


홍대앞 문화 매거진 <Street H> 지도 공항철도

2013.05

1 o육완순무용원

●와우마루 1/4

ARTMONDE Art Center 아트몽드 뷰 갤러리 1 f

● ●May, B DESIGNERS LOUNGE ●I am. A Burger & ●il일

잠자는딸기게스트하우스

TABLE A●

1 fMODERN DESIGN MUSEUM

●Coffee Me

1 dLydian(B1) 1 dSKY HIGH

1 f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1 fgallery sup

●오래 있어도 괜찮아 o ●cafe TABLE-A Anacafé● 1

종이컵통신●

●green cloud coffee

포스트 극장

All of Rock(B1) d 1 f Gallery FREE ART

● Book Cafe the Heaven’s (2F)

사자(2F)●

3APT●

도 공항철

gil Obog-

오복길

-gil Dabog

다복길

빨간토끼● 그레이프 가든

cafe THE PLAIN ●

에디오피아드랍스● 상상다방(B1)●

suave● ●OVEN

cafe SOURCE● ●SUDA

Waffle Bant●

all pattern cafe monobloc● ●Heima 쏭크란 구석● ● ●RECORDHEART ● ●정민언니 piano cafe

ding dong ●

. ik Univ Hong

6

●interior cafe Dansk

banya’s● ●Dr. Beans

Airport Railroad

n-ro cho Shin

로 신촌

●한잔의 룰루랄라(2F)

1 k북새통 문고(B1)

1 k한양툰크

●coco bruni

Pitabono coffee●

●코끼리 탈출하다(2F)

●Blanc

대아빌딩

8

양화로 3

Yanghwa-ro

홍대입구역

Subway Line 2

●Coffee Prince

●카페 꼼마 2page

●cafe : U(2F)

1 dSOUND HOLIC

이뜰(2F)●

서교동 자치회관 e-song(B1) ● ●Roasting Garden

공주가 사는 ● ●궁전같은 카페 룸카페 뽈레쟝 ● ●dal.komm 청춘고양이● SULTANG ●Plan B 컴인게스트하우스 ●오타치는 코 1 dSolarChocolatyum● ZIBE●

당근●

Thanks Nature CAFE(B1)●

상상 스튜디오

●TRINITEA ● ori Pekoe●고래다방 ●DE CHOCOLATE COFFEE

Water Cock

ALICE● Vanilla cupcake● MANGO SIX(2F)● Margie●

●샴 Siam

●LAB Express

cafe 고리(3F)● CATS LIVING● Hello Kitty cafe●

ho

●cafe

1 dVelvet B

퀴즈피플● ●호미화방 ●coffee :D

코믹토토 만화 cafe(2F) ●

난타공연장 1 g

●로베르네 집

GREEN● BEAN COFFEE(2F)

헤이백팩커스

1 dVERA(B2) 1 dV-HALL(B3)

경남예식홀

서교호텔

9

양화로

Yanghwa-ro

● Cafe moin 人

●1984 ●ARISTA COFFEE

SIETE Stage ●이태리 ● 제면소 Hyssop● coffee

● 커피와 사람들

옻칠갤러리f

동교로 ●imi

● Cafe moin 人

●D Cafe Pub

Donggyo-ro

●District D

●Pinetree

●DEEP

●cafe milli ●Play C

●북카페 홍시게 ●호타루의

●Travel Maker

I♥BOX●

1 dJESS 1 dCOC

TOM’s cat●

●커피1호

서교동 주민센터 cafe Burano●

ToPresso● Café JASS●

cafe NAREM●

●Cafe de Maison

●커피볶는 그랑

●PLAY

▒ 마포 FM ● 커피공장 2An

카르페디엠 The Blessing cafe W ● ● ●cafe D.I.

● Red Mango cacao green

빵나무 ● ● cafe the famous Lamb

COFFEE BAY● ● MAPLE COFFEE

섬●

La Lune Violette● 르솔게스트하우스

●봄동

미스터킴스프렌즈 cafe Michaya●

Seogyo-ro

펜슬 게스트하우스

서교로

●대루커피 ●The GamJa cafe 하람 ●

lo

SPOT 1 �

●Chloris(2F)

Hongik Univ.

● 기독교 카페

●HOME

1 dMW

●ZOM

●GENERAL DOCTOR

홍대지하철역 역무실

16oz coffee●

1 k 동남문고(B1)

와우

●Iceberry(2F)

● ESPANA(5F)

산길

●LEVain

● 고양이 다락방(3F) cafe 아래(B1)

LG 팰리스

●snowmounteen(7F)

와이즈파크 o i-r hu on Ye

1 k ASIA BOOKS 외국 예술 서적

Usine● cafe local LUNAMI(2F)● ● THEOBROMA(B1)● ●cottage ● 밤삼킨별 forest ● PPoPu Berry●●coffee nana tree● ● ●앨리스와 도로시 BOBA 커피인페르노(2F)● roasters Da-da-da EXPRESS 서교초등학교 1 f 빈티지하우스 함께하는 ( ) off˚C B1 ●고양이수다 마포평생학습관 ( ) cafe in PLANET 2F ●WONDERLAND(2F) ●PAKITO ●cafe J★K(2F) ●Tora_b ● namuuneeyo● ● ● 꿈꾸는 다락방 Jakiya● moly’s 봄날(2F)● ● 서교 푸르지오 아파트 pop 물의 정원(1F)● NOUVEAU ● De Spoon● ● Mongto ciel 모과나무 위(2F) MONTFORT● ●thanx 노란코끼리● 아름다운 세상(2F) bubble pong DanChu● 마포관광정보센터(B2) ● ●coffee cloud ● ●● ●두레차 crazy papero ● 1 kIdN book toy noriter(2F) 굴뚝d 푸른 ● ●LaRapipo(2F) koona coffee ● millo coffee 7 태경사주카페● 커피 나무● ● 새물 ●puzzle(3F) THE BRIDGE(2F) Homestead 결1 ●POLY CAFE(2F) 길 S Coffee(2F)● ●place yo! aem 라휘 사주카페(3F)● ulgye ol-1-g egro coffee● il ●하늘공원 사주카페 ●미래안 사주카페(3F) ● ●STANDARD identity(4F) 관광안내소 GONG CHA ●심리카페.com(3F) ri ●dog cafe sunnyne(3F) 걷고싶은 거리 Geotgosipeun Geo Juliet Shins ●with coffee Coffee Care ● ● ● Bean tree 20025 ●봄날의 Coffee YOUNGJIN Book Store 화경전통찻집(3F) Brown 고양이(3F) 1 k ●BEANS BINS ● ●커피와 사람들

홍대입구역

cafe SandPark●

cafe machebette ●(2~3F)

●cha time

homeo●

HARLEMd cafe leeman’s il n-g coffeesmith● usa ● Wa

1 g PINKMOON

1 k k ●Billy Angel Cake 온고당 서점 1 반디모아

● 퐁포네뜨

● CAFE Groovy

● cafe DK 174-4

LE.A●

그리다꿈●

●cafe organic

NB2

little farmers ●농부로부터

●자음과 모음2

JOEY’S cafe● cafe COOK & BOOK ●

극장 아이공

● The Big Banana

W au sa ngil

●BELIEF ●i Bubble Beans ●Be. Sweet On(2F)

●cafe MONO urbanblack● la main douce● cafe damso● ● ●출입구는 étonné● 나의 계단 overlap● 밑에( ) B1 작은 까페 MOBSSIE● 크로스로드 백팩커스

cafe 옹끌(B1) ●● cafe Oui MANIP(2F) 1 ● n MOBSSIE 2● 미디어 KEY ●서덕식 kaldi coffee club

cafe VAZ●

1 g 디딤홀

커피향창고 ●

LA VIE ●

●RO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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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IST@RICCO

●비틀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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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of Blues ● Tailor Coffee●

●Yellow Elephant

1 g 김대범소극장(B1)

1 f ●cafe 十月(2F) Loop Gallery

1 f뽈랄라수집관

KAAREKLINT ●

1 dJammers

● 영화다방 ●CHURRO101 ● ( ) make cake 2F ●tea terrace Acoustic Holic●

●cafe 폴레폴레

닭날다 Sunday ●salon ● ●SEMO

●caffé Artriae

1 g 비보이극장(B1)

cafe ...ing(B1) ●waga mama(1F) imemine●

우주(2F)● Dia●

1 f성갤러리

COFFEE BAY●

CACAOBOOM● 오아시스게스트하우스 no name(B1)●

●a;t fox

●cafelo onbom 올드 크로와상● COFFEE LAB● 팩토리

●Tastebean

● 수다떠는 도서관

Gateaux et M’amie●

●hibi(2F) 36.5°C여름(3F)

Live club 빵d

1 kYour-mind

●my furniture cafe

●커피프린스 1호점

곱창전골d

산울림소극장 o

●cafe Berlin

Seogyo-ro

● ●Suッkara 손끝세상

서교로

Come Home ETHIOPIA my ● ● furniture cafe ●

강원도민회관

FRESHCUP COFFEE●

Vanilla B ●cafe de sontag


bahn n bahn● ●soyo coffee CAFE ● LA BUENO

●LP愛

제비다방●

1 fdngallery

●이리 CAFE ●cafe KOALA

la bas● cafe STOCKHOLM●

●The Roasting Masters

●알지비 지구맛

●상수리

The Blues●

gil gjun To

● BEANS TO COFFEE

길 정 토

Slunch Factory●

e6 Lin ay bw Su

salon de the BELLOT●

그문화 다방 ●1 f그문화

●ADEL PICON su ng Sa

CROWDED●

● The Goods & Caffe ● lostandfound/ ●어느 좋은 날 Plan B(2F) ●DD-DA ●standard coffee ●Cafe 미래광산

●coffee&cupcake

1 fLIGHT BOX(B1) HOHO MYOLL ●

게스트하우스

출판사

●coffee+Blind Spot

●the Blues(6F)

100m

cafe EVANSVILLE● ●alleyway

●cafe BLADE

●Grafolio

●OURSBLANC

Four Seasons House

●LOFT²多樂²(2F) ●소시테 coffee ●snob ●정아 read cafe ●el AVION cafe 安 (2F)● ●

극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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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bow Cream ● ● coffee LEC

●On the 6

카 리

i or Ge

1 dNaked

1 dWINWIN

The cupcake snow spoon factory cafe● ● Freebird

G

CASTLE PRAHA

마음산책

●cafe 몽쏘

1 f 소극장 예 the gabriel●

●cafe Riecco

Jandari-gil

● 인문카페 창비

Grazie●

●Cafe LUCIA ●도자기cafe Jool

잔다리길

1 fZandari

●Chie(2F)

Alley of Hongdae

●CAFE BRICK

1 f표현 갤러리 요기가

독막로

●그 앞

성산중학교

●OOO ●Cafe Go Ape!

Coffee Studio●

●Cafe Bercy ●Coffee Forest

●● Blue(2F) 짧은 여행의 기록● C cloud(2F) ●리네아의 정원

안녕, 낯선사람●

메이 북카페 자음과모음 게스트하우스 ● 서교동 ●담談 Hello Ahrin● ● Cafe 솔내길 Peace Piece● Sugar De Chou AB.SOME● ●Caffe 0419 espresso room● A droplet in cafe● ● coffee seed ●Cafe ●Gallery cafe ●kazamidori ●Cafe EIRE ● five tables Following 에뚜와 ● 1 fGallery yuki 후마니타스 책다방 ● ● PATTERN Blue Fairy Artee Shelter ●cafe uff● Get&Show Living Cafe 1oz● table 15● Paul & Lina(2F) LesArbres● 노pd네 ● Neighborhood● 비하이브 콩 볶는 집 양철북출판사 ●Page A 게스트하우스 ● ● ●cafe stay in 하랑(B1) ●용다방 gil akkm Do

WANNA COFFEE ●

●茶美家(2F) ●Beans Made(1F)

●ribbonwindow

au bon pain● ●mellow

1 k 매거진랜드

●[ha:n] ● egon(1F) 플로랄고양이 ●CAFE BEN 나비(2F) JAMES(2F)

●Krazy Toy Coffee

Banana

HiruNyanko●

●얼굴

TESEUM Art Galleryf 1 f서교예술실험센터

e RUMI(8F)

●공공장소 Nature’s plus●

Fairy cookie●

Ann● ouse(2F)

●조우 버거 카페 ●Mon Cafe Gregory(2F)

CAFE NOSTALGIA●

●호훔 프레시안●

당인리극장●

●I do

fgallery 뚱

Grazie●

●마망갸또

●basilico

●Cafe Luci alma

emboo(3F) 윤디자인 ●ToTo’s ● 연구소 ●몽마르뜨 언덕 위 은하수다방 B-hind● ●물고기 잠 ●air cafe(3F) 게스트하우스 ●라비앙 봉봉(2F) ●틈(2F)● ORIGINAL ●몽소(1F) ●오브젝트 ●cafe d'maka ●bitter sweet sound 바다출판사 ●JUAN’S CHURROS Travel cafe● cafe INU●

●Bing Bing Bing ●나물먹는곰

1 d DGBD

병아리콩● kafe allein●

시간의 공기 ● cakery●

●at Home ●FILAMENT

토끼의 지혜● ●Sweetier ●JENNY’S Cafe

peony●RASILLA● ●MOM Blossom Land 카페일상 1 � 게으른 고양이●● NEMO● ●HOSITAMTAM 405 Kitchen● ●NO STRESS KITCHEN(2F) ● CAFE TO GO 백팩커스 프렌즈 게스트하우스(4F) Art Space Hue ●작업실 f ● del mundo ●FIVE★EXTRACTS

THANKSBOOKS k THE GALLERYf 1

秀노래방

FLOOR(2F)

Street H

1 dQ*VO 1 dM2

커피발전소●

●●보수적인 박마담 생각 파는 카페 cafe brown●

fgallery NAVEE

●블루스하우스

●WOO KEN JU

●니가 그리운 날엔

1 n 상상마당

1 � Sd 1 dpapa Gorilla S ●ROAST HOUSE 길 오뙤르 당 COON 마 울 ●미미다방 어

코끼리

1 f제일갤러리(4F)

카페 즈키●

●별밤 e on ●Babeans coffee gZ rkin a ● cP bli 2ND Pu

fCREATIV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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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집

삼단변신● gROLLING HALL(B1) 미스홍 1

카페꼼마●

aA뮤지엄

●FUZZLE HEAVEN ●다락방(4F) ● 어머니와 고등어

유니타워

In the Paper

1 f두성갤러리(B1)

Hot Journey●

aA cafe●

SALON DE FACTORY ●

1 oTheater Zero

●cafe moin人 시연●

달콤한 거짓말●

●co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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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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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 뽈랄라 살롱

●cafe Miz moren

VIAd

1 dPalm

MBIE coffee

cafe 베짱이● ZERA’s ●cafe erta ale Cafe(2F) ●THE REFINERY 시크 래빗(1F)by Y ●W.e. ● ● ST.255● ●CHEZ KIKI

●cafe 318-1(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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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G 명월관

무대륙● ●Anthrac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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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요리(2F) CHAN’S(1F) ● ● Bean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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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The Nora(2F)

1 g INDIFAN

데코아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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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lla Tortilla● Olive Standing Coffee● Tree

●Publique

●茶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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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beattipreviee ●MARO

DADA빌딩

●editorrial cafe B+ ●cafe AURA

Burning Heart(2F)● ●fine cafe N then● ●EGO:

넥서스

cafe 톡킹●

●S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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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ffee House 쩜쩜● 커피볶는집 JASS●

●Landucci

윤디자인 연구소

● 36.5˚c 여름

Cafe Domitory● ay bw Su

1 fLG 자이갤러리 1 dPRIZM HALL

●CONER ●Coffee & A

ALL ABOUT 茶● ●심리치유카페 멘토

▒ 우리은행

합정역

Subway Line 2

Hapjeong

● Cafe Se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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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J

RAPERCUSSION 1 g

●뽈레

1 o한울소극장

별빛카페 달빛차 ● Coffee & A●

artassetf

PS. Cafe●

●MAPLE COFFEE

Tony’s Cafe●

●AMICO ●RETRO MAMA

잔다리길

Bean Cafe●

Jandari-gil

블루게스트하우스

Bo mn urigil

● cafe dittosbi ▒

몽마르뜨 언덕 위 ● 도서출판 은행나무 ●Caricature Art Cafe gallery woo

●ZOOM Gallery&Cafe

● ORANGE guesthouseDouble Cafe 스케치북 Cup Coffee 페 정글 시게스트하우스 의빛

●Coffee in Art

봄누 리

Cafe La vida ●

●mellow baking cafe

AIYa● 봉숙이네 커피볶는집 ●

atti ari●

Cafe the Air●

서서카페●

Yanghwa-ro

정 합

양화로

e6 Lin

●카페 느림 ●상수동카페

커피브라더스●

<Street H> 배포처

●OWL’S DEN

l gi nsa au W


뚱뚱한 외모에 날렵한 눈매의 고양이 소품으로 유명한 훅끼씨. 훅끼,

그들의 공간이 궁금하다

후키 등 부르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부르지만 원래 명칭은

열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하는

‘hooky훅끼’로 기르던 강아지의 이름을 땄단다. 한 달 전 연남동

훅끼씨의 작업실

작업실로 이사를 마친 훅끼씨를 만났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 직접 만들어 쓰기

주위의 반응에 힘입어 주말엔 홍대 프리마켓, 평일엔 그녀의 집이 있는

그래서 이젠 작업실을 고를 때도 고양이를 우선 삼는다고 한다. 고양이를

2층에 위치한 훅끼(신혜원)씨의 작업실. 햇살 가득한 창과 고양이 특유의

수원의 수원역 앞과 아주대 부근에서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키울 수 있는지, 햇빛은 잘 들어오는지(햇빛은 고양이들을 회춘하게

냄새가 먼저 반긴다. 조금은 무심한 듯 ‘왔어?’ 하는 눈빛의 고양이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지금과 같은 모습에 이르렀다.

한단다), 환기는 잘 되는지를 살핀다. 그 다음은 전기가마를 가동할 수

점거한 거실을 뒤로 하고, 거실과 분리된 그녀의 작업실로 들어간다.

있는 전류량이 넉넉한지 살피는 거다. 이 조건만 충족된다면 맞추지 못할

어느덧 작업실 생활도 8년차. 이사 온 지 한 달 정도 되었다며 아직 짐을

반려묘 그 이상의 존재, 고양이들과 함께 생활하기

풀고 있는 중이라는 그녀. “그럼 4번 정도 이사했겠네요?”(평균 계약기간

냥풍냥풍 부채 시리즈, 웅크린흰둥구리 머그잔 등 훅끼씨가 만드는

2년을 고려하면 말이다)란 말에 훅끼씨는 노트에 그간 거쳐 온 작업실을

물건에는 저마다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이야기 속 주인공은 대부분

일상의 일을 성실하게 해치우는 ‘귀차니즘의 여왕’

적어가며, 홍대 인근에서 연남동으로 오기까지 5번의 이사를 다녔고

그녀가 실제로 만났거나 이야기로 들은 수많은 고양이들이다. 오대오

스스로 ‘귀차니즘의 여왕’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기에 도리어 하루에

이번이 6번째라고 설명했다.

가르마의 고양이, 귀만 노란 고양이, 턱시도 고양이… 표정도 자세도

해야 할 일이나 삶의 방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깊이 생각하고 꼼꼼히

흙으로 그릇, 컵, 장식품 등을 빚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는

조금씩 다른 고양이들. 그 디테일은 전부 그녀가 만났던 고양이들에게서

계획을 세운다. 매일 아침 작업실에 도착하면 환기를 시키고, 청소를 하고,

훅끼씨의 공간은 라디오 대용으로 음악을 틀어두는 작업용 컴퓨터와

나왔다.

고양이 먹이를 준 후에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간혹 작업을 하다 난관에

그림 작업을 하는 작업대, 그녀가 직접 만든 테이블과 책장, 그리고 그릇

그렇다고 처음부터 그녀가 작정하고 고양이를 그린 것은 아니다.

봉착하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나 친구들과 공유하려 노력한다.

굽는 전기가마로 간소하게 꾸며져 있다.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그때그때 가장 관심을 가지는 대상을 그릴 뿐 특별히 고양이를

독학을 한 터라 스승이나 동료의 존재가 그립긴 하지만 혼자 끙끙대지

작업실에 라디오를 켜둘 정도로 라디오 마니아이기도 하다.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에요.” 단지 그녀가 주워온 수많은

않으려 노력하며 ‘같은 주제 다른 해법’을 주위 친구들을 통해 배워나가는

흔히 손끝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이들은 대개 관련 학과를 전공한

것들(?) 중 고양이가 자신과 잘 맞았을 뿐이라고. 알고 보니 고양이, 아니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사람이 많다. 그녀도 그려러니 하고 넘겨짚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반려동물과의 인연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업활동 영역도 점점 넓혀 가고 있다. 머그나 접시, 술병과 술잔

“생물배양이요?” “네-” 지금의 모습과 쉽게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자

유난히 무언가 밖에서 주운 걸 집으로 가져오길 좋아했던 어린 시절.

세트 등 도기 작품 외에도 일러스트 엽서, 달력 등 다채로운 상품을

훅끼씨가 멋쩍게 덧붙였다. “그땐 그게 재미있더라고요.” 심지어 1년 정도

길고양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양이를 집에 데려오면 아버진 먼저

만들어내고 있다. 길고양이 작가 고경원 씨의 책에 삽화작업도 진행했다.

생물배양 관련 직업을 가진 적도 있단다. 그렇다면 지금의 도예와 그림

책상 서랍 하나를 비우게 했어요. 그리고는 동네 놀이터의 철봉 밑의

2011년에는 도쿄 디자인페스타에도 참여했고, 작년에는 매년 9월 9일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일까.

마른 모래를 가지고 오게 하셨죠. 그리곤 서랍에 비닐을 깔고 뚝딱

열리는 고양이날 전시회, 그리고 올해 초에는 성북갤러리에서 열린

“어릴 때부터 낙서를 좋아했어요. 사실 그 시절을 빼면 계속 그림을 그린

고양이 화장실을 만들어 주셨어요.” 그녀가 고양이와 잘 지내는 건 이런

‘생명그릇’전에도 함께했다.

셈이죠.” 뭐든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 친구들 불러 요리하는 걸

아버지가 있어 가능했던 모양이다.

“올해의 계획은 일단 많은 작품을 만드는 거예요. 가능하면 개인 전시회도

즐기고, 또 웬만한 요리는 다 한다는 훅끼씨는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을

그렇지만 깨지기 쉬운 도자기와 열 마리의 고양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하고 싶고요. 금요일과 토요일엔 작업실을 일반인에게 오픈하는 행사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게 계기라고 했다. “마침 주위에 직접

조합이다. 앞발로 툭 건드려 완성된 작품을 깨뜨리기도 하고, 점프하다가

해볼까 고민중이에요”라고 포부를 밝히는 훅끼씨. 물론 그 외에도

그릇을 만드는 친구가 있어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셈이죠. 처음엔 그냥

벽에 걸어놓은 책장을 넘어뜨리고, 이동하며 물건을 자빠뜨리기 십상인

동네를 산책하며 길고양이 먹이를 챙겨주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내가 쓸 물건을 하나하나 만들어보고 싶었고, 만든 걸 보더니 주위에서

고양이들. 처음에는 소리도 질렀지만 되풀이되는 사고를 보며 어느새

‘반려동물밥그릇 만들기’ 수업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팔아보면 좋을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지금에 이르게 된 거죠.”

자연스레 포기하게 되었단다. “어쩌겠어요, 가족인데.”

글 | 하정희・사진Ⅰ김민주

것이 없다고.

H

홍대앞 골목길 풍경  |  독막로 촬영 및 조사 박영준

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BERCY_Cafe

OPEN STUDIO


이동준의 Bookscan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이라는 저작권 관련 용어가 있다. 우리말로

전쟁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해석하면 공유저작물 정도 된다. 원저작권자, 즉 저자가 사망한 지

사실 《위대한 개츠비》 출간열풍의 이면에는 슬픈 현실이 숨어 있다. 단군

50년이 지났기 때문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도 누구나 책을 만들어서

이래 어차피 단 한 번도 흥한 적이 없다는 출판계의 현재 사정은 차마

판매할 수 있는 저작물을 말한다.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다. 초판은 무조건 3,000부를 찍던

번역만 해결되면 누구나 마음대로 책을 출간할 수 있다. 퍼블릭 도메인의

것도 벌써 오래전 얘기다. 500부를 찍는 책도 많고 그나마 재고로 남는

이런 특성 때문에 유명고전의 경우 주인 없는 땅에 너도 나도 말뚝 박고

경우가 허다하다. 스마트폰에 중독되기 전부터도 사람들은 이미 책을

농사짓는 식으로 수십 여 종의 번역서가 판을 친다. 번역의 퀄리티? 물론

멀리했고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점점 더 악화되면서 이제 출판사들은

보장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경우가 생 텍쥐베리의 《어린왕자》다. 인터넷

아사 지경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싼 저작권료를 지불할

제66회 칸 영화제가 15일

서점에 검색을 해보면 지금도 700종이 넘는 번역서가 판매되고 있다.

여력이 없는 수많은 출판사들이 새로운 책을 기획하기보다

시작됐다. 개막작으로 화제를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 미국문학사상 최고의 고전 가운데 하나로

《레 미제라블》이나 《위대한 개츠비》 같은 ‘퍼블릭 도메인’ 고전으로

모았던 <위대한 개츠비>가

손꼽히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이 소설이 영화로 제작된단 소식이

눈을 돌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드디어 첫선을 보였고 다음날

전해지자 출판사마다 사활을 걸고 오래전부터 판매전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보니 검증된 번역가, 유명 소설가의 번역본를

국내에서도 개봉을 했다. 동시에

더구나 주연배우가 무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니 그럴 만도

내세워 책의 퀄리티를 홍보하던 중견출판사들이 영화개봉과 함께

몇 달 전부터 물밑전쟁을 벌이던

했다. 영화흥행은 따논 당상. 이 기회에 원작소설을 한 권이라도 더

반값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이 아니라 저가할인매장에서

출판가에서도 이제 전면전이

팔아보려고 출판사들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막판떨이’ 행사를 하는 모양새다. 그런가 하면 이 와중에 가뜩이나

벌어질 기세다. 전 세계적으로

영화의 공식파트너로 지정된 문학동네는 일찌감치 소설가 김영하가

작아진 밥그릇에 구멍을 뚫어서 일찌감치 하얀 쌀밥만 빼먹은 얌체족도

화제가 되는 영화의 개봉을

번역한 책으로 적극 홍보에 나섰고, 민음사는 영문학자 김욱동 교수의

있다. 저가정책을 내세운 한 출판사에서는 오래전부터 《위대한 개츠비》

앞두고 출판가에서 이렇게

번역본, 열림원은 유명 번역가 김석희의 번역판을 내세웠다. 뿐만

e-book을 단돈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종이책에 비해 아직도 매출이

심한 전쟁이 벌어진 경우는 별로 없다. 왜냐하면 영화화된 유명소설의

아니라 지난해까지 번역서를 출간한 50여 개 출판사가 모두 홍보전에

2% 규모밖에 안되는 전자책 시장에서만큼은 개츠비를 이미 독점한

번역판권을 어느 한 출판사가 독점으로 이미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세하고 있다. 이 와중에 뒤늦게 뛰어든 출판사들도 있다. 금년에 새롭게

셈이다. 역자는 서양고전문학을 번역한 이력이 없는 번역가다. 가히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출간되었거나 출간 예정인 번역서가 또 10종에 달한단다. 이쯤 되면 뭐

점입가경이고 전쟁이다. 전쟁은 전쟁인데, 참 슬픈 전쟁이다.

차우진의 워드비트Word Beat

저주를 바라기도 한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기대하고 맺어가고 유지되는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것이 한없이 깊은 짝사랑이라

감각이 지독하게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소망이 저변에 흐른다. 이

할지라도, 더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이 우울을 긍정하고 만다.

슬픈 전쟁

이 도시를 사랑한다 오지은 ‘서울살이는’

맥락에서 ‘서울살이는’은 직접적으로 관계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그로부터 외톨이의 상태를 긍정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며 ‘AT필드’

서울살이는 조금은 외로워서 / 친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하지만 /

같은 방어막을 친다. 요컨대 여기에 흐르는 도시적 우울을 ‘에바 세대’의

서울사람들은 조금은 어려워서 / 어디까지 다가가야 할지 몰라

것이라 해도 좋지 않을까. 이때 노래는 결론적으로 어쨌든 살아가는 것이란 결론에 닿는다. 힘들고

서울살이는 조금은 힘들어서 /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앞에 앉은 사람 /

어렵고 그럼에도 조금은 즐거워서, “계속 이렇게 울다가 웃”으며

쳐다보다가도 저 사람의 오늘의 땀 / 내 것보다도 짠맛일지 몰라

오지은의 3집을 관통하는 정서는

살아가는 것. 앨범에서 이 곡이 남다른 위치를 차지한 이유는 이 대도시에

1, 2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는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그 바깥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동경을,

광화문 계단 위에 앉아서 / 지나가는 사람들 쳐다보면 /

연애를 비롯한 인간관계를 통한

그래서 모두에게 향수를 자극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는 도시에서

사람들 수만큼의 우주가 / 떠다니고 있네 이 작은 도시에

자기성찰과 통찰 혹은 직관이 흐른다.

태어나 도시에서 살고 사랑하고 죽는다. 거기서 나름의 공동체를

물론 다른 맥락도 있다. “누가 너를 저

만들거나 찾는다면 조금 덜 외롭고 힘들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살이는 조금은 어려워서 / 하나를 얻는 사이에 두 개를 잃어가 /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는

도시의 한 부분인지 아닌지 헛갈리는 채로, 수백만의 익명성 중에 하나로

외로움의 파도와 닿을 줄을 모르는 길 / 높기만 해서 막막한 이 벽

최근 몇 년이나 사회면을 달군 ‘폭력적인 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버둥대다가 튕겨진다. 2011년은 (서울의 인구조사를 한 이래) 처음으로

‘서울살이는’은 홀로 보내는 시간에 대해 반추하게 만든다. 특히

서울을 떠난 인구수가 늘어난 해였다. 그러니까 이 도시엔 가족이

새벽의 라디오 디제이 / 목소리 귀 기울여 들어보면 /

‘서울살이는’은 일종의 방백이다.

없다. 이 도시엔 내 집이 없다. 이 도시엔 내 자리가 없다. 어떤 의미에서

사람들 수만큼의 마음이 / 떠다니고 있네 / 전파를 타고서

오지은의 노래가 특별하게 각인되었던 것은 그 정서가 이러나저러나

젊은이들에게 서울이란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그저 머무는 곳이 아닐까.

인간이란 결국 외로운 존재라는 통찰을 일관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월세 40만원의 원룸에서 50만원의 원룸으로, 홍대앞에서 이태원으로,

서울살이는 조금은 즐거워서 / 가끔의 작은 행복에 시름을 잊지만 /

이 관계의 맥락에서 필연적으로 닿는 고독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여의도 IFC몰로, 여기서 저기로 흘러 다니는

서울살이는 결국엔 어려워서 / 계속 이렇게 울다가 웃겠지 /

도달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해소될 수 없는 절대적인 압력을 가진다.

것. 하지만 생각해보라. ‘서울’을 다루는 이야기는 조금씩 쓸쓸하면서도

계속 이렇게 울다가 웃겠지 H

그래서 그 노래의 주인공들은 때로 위악적이 되기도 하고 악마적인

결국은 긍정적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마침내 이 도시를,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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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5  Vol_48

H

YOGER PRESSO_Cafe

COLUMN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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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 H>



ⓒ Artist | 김롸돌

www.street–h.com | Culture Magazine for Hongdae Area | 홍대앞 동네 문화 잡지

vol.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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