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락사스
vol. 5 you
spring
아브락사스 abraxas vol.5
spring 2010
2010
Thanks Seller
오프라인
온라인
가가린
종로구 창성동
02 736 9005
갸하하
마포구 상수동 91-3
02 3142 4877
낙타
마포구 서교동 333-18 2층
02 6405 3189
더 북 소사이어티
마포구 상수동 331-8
02 325 5336
레게치킨
마포구 상수동 91-3
02 338 3438
레바또
마포구 서교동 332-20
02 332 2286
상상마당
마포구 서교동 367-5
02 330 4310
이리카페
마포구 상수동 337-4
02 323 7861
쿠루미
마포구 노고산동 56-76
02 338 9622
101호 사케집
마포구 서교동 328-15
02 3143 1015
유어마인드
your-mind.com
02 583 8990
아브락사스 abraxas vol.5
spring 2010
Thanks Seller
오프라인
온라인
가가린
종로구 창성동
02 736 9005
갸하하
마포구 상수동 91-3
02 3142 4877
낙타
마포구 서교동 333-18 2층
02 6405 3189
더 북 소사이어티
마포구 상수동 331-8
02 325 5336
레게치킨
마포구 상수동 91-3
02 338 3438
레바또
마포구 서교동 332-20
02 332 2286
상상마당
마포구 서교동 367-5
02 330 4310
이리카페
마포구 상수동 337-4
02 323 7861
쿠루미
마포구 노고산동 56-76
02 338 9622
101호 사케집
마포구 서교동 328-15
02 3143 1015
유어마인드
your-mind.com
02 583 8990
아브락사스 abraxas vol.5
spring 2010
2009년 1월 초 김미선과 김종소리의 술자리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5
실정—등단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힘든 상황—에 반기를 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우리나라 문학계
11
예술을 다루자는 의견에 동의. 결국 모든 예술을 다루는 출판물을
25
장벽 이상협
만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이 책은 잡지의 형태로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형태의
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이야기 박미정
언더그라운드의 시작’인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문학으로 단정 짓지 말고, 출판의 형태로 나올 수 있는 모든
Multi Reflection of Meta Existence 문지현
통해 기획,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첫 취지는 현재 우리나라 문학계의
41
너의 하루 김종소리, 남지수 글/ 정지호 그림
예술작품을 싣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문학잡지들의 특성을 따라 계간지의 형태로 출판 될 예정—단, 3 · 6 · 9 · 11월 출간이
아닌 4 · 7 · 10 · 1월 발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입니다. 저희와 함께
69 지혜신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 분이나 합작을 하실 분, 혹은 단체가 있으시면 Credit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주십시오. 언제든 환영합니다.
85
틈 조우정 글/ 김종소리 그림
아브락사스.
93
Magazine 너 최유진
105
시선 Z
117
편지 2 이원희
123
Street 정가희
이 책에 수록한 작품들은 당신을 주제 삼아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2009년 1월 초 김미선과 김종소리의 술자리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5
실정—등단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힘든 상황—에 반기를 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우리나라 문학계
11
예술을 다루자는 의견에 동의. 결국 모든 예술을 다루는 출판물을
25
장벽 이상협
만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이 책은 잡지의 형태로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형태의
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이야기 박미정
언더그라운드의 시작’인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문학으로 단정 짓지 말고, 출판의 형태로 나올 수 있는 모든
Multi Reflection of Meta Existence 문지현
통해 기획,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첫 취지는 현재 우리나라 문학계의
41
너의 하루 김종소리, 남지수 글/ 정지호 그림
예술작품을 싣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문학잡지들의 특성을 따라 계간지의 형태로 출판 될 예정—단, 3 · 6 · 9 · 11월 출간이
아닌 4 · 7 · 10 · 1월 발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입니다. 저희와 함께
69 지혜신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 분이나 합작을 하실 분, 혹은 단체가 있으시면 Credit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주십시오. 언제든 환영합니다.
85
틈 조우정 글/ 김종소리 그림
아브락사스.
93
Magazine 너 최유진
105
시선 Z
117
편지 2 이원희
123
Street 정가희
이 책에 수록한 작품들은 당신을 주제 삼아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Multi Reflection of Meta Existence
문지현
Multi Reflection of Meta Existence
문지현
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이야기
박미정
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이야기
박미정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몇 (살) 입니까? 당신은 어떤 색을 좋아합니까?
Who are you? How (old) are you? What is the color do you like?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것은 단순한 이야기.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때는 바야흐로 가을이었다. 친구는 자 신에게 일어나는 감정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여 행을 떠나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누구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벌써 5년째 만 나는 그가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했다. 내가 알던 너는 어디에 있느냐 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이곳에 이렇게 현존하고 있다. 그것이 문제가 된다 면 넌 적어도 나의 변기에 대고 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녀는 언제나 자 신의 표현이 너무 ‘자기’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식의 말하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것만큼 분명한 ‘자기표현’이랄 게 없었으니까. 그녀는 다분
히도 ‘자기*’를 위해서 살았으니까…. 여기서의 자기는 연인들이 말하는 자 기이다. 상대를 가리키는 자기라는 말. self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녀는 어느 날엔가 불현듯 다가온 이 감정들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것의 발원지가 자 신인지 외부인지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저 더 많이 생 각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만 알아차릴 수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거의 통보하듯이 말했다. 그에게 그것이 문제였다. 그것이 이 복잡한 이야기의 처음이 되어버렸다. 아니다. 이것은 전혀 복잡하지 않 은 이야기이다. 그녀는 그저 복잡하게 보일 수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 니 단역이 아니 디렉터가 되었을 뿐이다. 나는 그저 투사한다. 그녀의 이야
13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몇 (살) 입니까? 당신은 어떤 색을 좋아합니까?
Who are you? How (old) are you? What is the color do you like?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것은 단순한 이야기.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때는 바야흐로 가을이었다. 친구는 자 신에게 일어나는 감정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여 행을 떠나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누구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벌써 5년째 만 나는 그가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했다. 내가 알던 너는 어디에 있느냐 고. 그녀가 말했다. 나는 이곳에 이렇게 현존하고 있다. 그것이 문제가 된다 면 넌 적어도 나의 변기에 대고 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녀는 언제나 자 신의 표현이 너무 ‘자기’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식의 말하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것만큼 분명한 ‘자기표현’이랄 게 없었으니까. 그녀는 다분
히도 ‘자기*’를 위해서 살았으니까…. 여기서의 자기는 연인들이 말하는 자 기이다. 상대를 가리키는 자기라는 말. self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녀는 어느 날엔가 불현듯 다가온 이 감정들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것의 발원지가 자 신인지 외부인지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저 더 많이 생 각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만 알아차릴 수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거의 통보하듯이 말했다. 그에게 그것이 문제였다. 그것이 이 복잡한 이야기의 처음이 되어버렸다. 아니다. 이것은 전혀 복잡하지 않 은 이야기이다. 그녀는 그저 복잡하게 보일 수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 니 단역이 아니 디렉터가 되었을 뿐이다. 나는 그저 투사한다. 그녀의 이야
13
기를 그녀 자신을 그녀가 만난 사람들을 그녀가 겪은 여러 상황들을….
서도 요상한 모양을 하고 있는 눈썹이 나에게 서운함을 꽤나 내비치고 있었
그 녀석은 그녀가 경험한 남자 중에 가장 열렬한 녀석이었다고 했다. 왜 열
다. 공격적인 느낌의 감정은 아닌 것 같았다. 녀석이 남에게 공격적일 수 있
렬하냐하면 그 녀석은 친구가 거의 버리다시피 한 고양이 두 마리를 군소리
는 순간은 아마도 내가 본 바에 따르면 녀석이 당연시 베푼 친절에 이면이
없이 키워내고 있었고, 그가 그렇게 열렬히 사랑했지만 떠나버린 예전 그
있다고 우기고 드는 사람에게 돌고래의 소리처럼 의성어로 바꾸기 어렵지
녀의 나이가 너무 많아 노망난 강아지 한 마리까지도 내아기 내아기라면서
만 ‘삐유’ 정도에 가까운 소리를 절로 내는 때 정도일 것이다. 그나마도 녀석
그 앙칼을 다 받아주고 있었다. 물론 그것들이 먹어치우는 엄청난 량의 사
이 화를 낸다고 하는 것이 남에게는 오히려 우습게 보여서 싱거운 녀석이라
료를 사기위해서 자신은 하루 한 끼를 때우기도 힘들면서─힘들다기보다
는 이야기를 들을 테지만… 나는 그렇게 녀석과 스치고는 나의 볼일을 보
는 자처하는 것으로 보였다─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로 먹이 값을 벌고 있었
았다. 그날 나는 자주색 운동화를 어떻게 하든지 간에 내 두 손안에 두어야
다. 또한 코드하나 잡을 줄 모르면서 다음 달부터는 꼭 진지하게 배우겠다
했고, 또한 한 달 전부터 덜그럭거리는 안경테의 두 다리를 단단히 전문가
며 3년째 보관하고 있는 고가의 일렉트로닉 기타를 가지고 있고, 물론 녀석
의 힘을 빌어 단단히 조여매야 했던 것이다. 우연히 만난 친구와 가볍게 칵
은 이 물건을 팔면 자신의 고단한 알바생활이 3개월 이상은 중단될 수 있다
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사람이 100일을 쉬지 않고 술을 마시면 어떻 게 되는지가 궁금해서 98일 동안 쉬지 않고 술을 마시다가 99일째 되는 날
테일 한 잔씩을 걸치고 둘 모두 적당히 기분이 좋아져서는 어깨동무를 하고 는 매우 좁은 일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을 들척들척 걸어 내려오고 있을 때였 다. 내가 녀석이 녀석임을 알아차리는 데는 조금의 시간이 걸렸지만 난 순
에 각혈을 하며 쓰러졌으면서도 100일 되는 날에 전날 실려 간 병원 화장실
간 너무 놀라서 녀석이 녀석임을 부정해야 했다. 녀석이 그 길던 머리를 단
에서 몰래, 라고 하기엔 너무도 공개적으로─녀석은 소리를 질러가면서 그
발도 커트도 아니게 자른 모습으로 어디에서 난건지 돈을 주고 샀다고는 볼
것을 마셨다고 한다. 이 반항의 결과는 처참히 뜯겨진 화장실문과 그 뒤의
수 없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것이다. 난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 녀석의 대
가족으로부터의 24시간 보호감찰이었다─ 참된 이슬 여러 방울을 홀짝 거
갈통을 후려치면서 야 이 새끼야 내가 좀 깔끔하게 하고 다니라고 한 거지
렸던 것이다. 또한 그 녀석을 보자면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저런
이렇게 어디 내놓기 더 불쌍한 모습으로다가 처량 맞게 돌아다니라고 한건
놈팡이도 참 없지, 라는 인상을 줌과 동시에 저 녀석 꽤 열심인 녀석이겠구
아니지 않느냐고 너란 녀석의 심장은 당체가 어째서 그리 나약해 빠진 거냐
나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경험을 들어 상세히
고 호되게 말해줄 수 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이 그렇게 지나가도록 내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한 번은 내가 길을 가다가 녀석과 마주친 적이 있
두었다. 그 이후로 나는 녀석에 대해서 그냥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기로 했
었다. 녀석의 꼴이 하도 가지가지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말했다. 정말이지 무
다. 녀석은 정말이지 속물이고─난 녀석이 나에게 한방을 날리려 그런 짓
심코. 말이야 너의 지금 그 머리는 마치 누군가의 자살을 위한 동아줄 같다
거리를 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에─ 엄청난 순수보이에 둘 모두를
고 그런 꼴을 하고 나와 마주칠 수 있는 곳에 있거들랑 반드시 눈을 가리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마력을 지닌 마성의 남성인 것이다. 나에게 녀석
다니라고 너의 그 순수한척하는 눈이 너의 잔인한 본질의 머리카락과 상충
의 성(性)따위야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녀석의 아래에 덜렁거리는 것이 페
되면서 꽤나 심사를 불편하게 만든다고 말이다. 순간 녀석의 인중에 나타
니스가 맞기는 하겠기에 그저 사회의 뜻에 따라 녀석을 남자라고 불러주기
난, 영쩜영영영영영영영이 미리의 인중과 구십 도를 이루는 주름이 생기는
로 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녀석의 모든 자아(ego)를 설명해 주지는 못한
모습을 나는 보았다. 분명히 보았다. 그 주름과 이상하리만치 덥수룩하면
다. 나는 항상 그녀석의 새로운 자아를 만나야 했다. 그리고 그 일을 가장 많
14
15
기를 그녀 자신을 그녀가 만난 사람들을 그녀가 겪은 여러 상황들을….
서도 요상한 모양을 하고 있는 눈썹이 나에게 서운함을 꽤나 내비치고 있었
그 녀석은 그녀가 경험한 남자 중에 가장 열렬한 녀석이었다고 했다. 왜 열
다. 공격적인 느낌의 감정은 아닌 것 같았다. 녀석이 남에게 공격적일 수 있
렬하냐하면 그 녀석은 친구가 거의 버리다시피 한 고양이 두 마리를 군소리
는 순간은 아마도 내가 본 바에 따르면 녀석이 당연시 베푼 친절에 이면이
없이 키워내고 있었고, 그가 그렇게 열렬히 사랑했지만 떠나버린 예전 그
있다고 우기고 드는 사람에게 돌고래의 소리처럼 의성어로 바꾸기 어렵지
녀의 나이가 너무 많아 노망난 강아지 한 마리까지도 내아기 내아기라면서
만 ‘삐유’ 정도에 가까운 소리를 절로 내는 때 정도일 것이다. 그나마도 녀석
그 앙칼을 다 받아주고 있었다. 물론 그것들이 먹어치우는 엄청난 량의 사
이 화를 낸다고 하는 것이 남에게는 오히려 우습게 보여서 싱거운 녀석이라
료를 사기위해서 자신은 하루 한 끼를 때우기도 힘들면서─힘들다기보다
는 이야기를 들을 테지만… 나는 그렇게 녀석과 스치고는 나의 볼일을 보
는 자처하는 것으로 보였다─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로 먹이 값을 벌고 있었
았다. 그날 나는 자주색 운동화를 어떻게 하든지 간에 내 두 손안에 두어야
다. 또한 코드하나 잡을 줄 모르면서 다음 달부터는 꼭 진지하게 배우겠다
했고, 또한 한 달 전부터 덜그럭거리는 안경테의 두 다리를 단단히 전문가
며 3년째 보관하고 있는 고가의 일렉트로닉 기타를 가지고 있고, 물론 녀석
의 힘을 빌어 단단히 조여매야 했던 것이다. 우연히 만난 친구와 가볍게 칵
은 이 물건을 팔면 자신의 고단한 알바생활이 3개월 이상은 중단될 수 있다
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사람이 100일을 쉬지 않고 술을 마시면 어떻 게 되는지가 궁금해서 98일 동안 쉬지 않고 술을 마시다가 99일째 되는 날
테일 한 잔씩을 걸치고 둘 모두 적당히 기분이 좋아져서는 어깨동무를 하고 는 매우 좁은 일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을 들척들척 걸어 내려오고 있을 때였 다. 내가 녀석이 녀석임을 알아차리는 데는 조금의 시간이 걸렸지만 난 순
에 각혈을 하며 쓰러졌으면서도 100일 되는 날에 전날 실려 간 병원 화장실
간 너무 놀라서 녀석이 녀석임을 부정해야 했다. 녀석이 그 길던 머리를 단
에서 몰래, 라고 하기엔 너무도 공개적으로─녀석은 소리를 질러가면서 그
발도 커트도 아니게 자른 모습으로 어디에서 난건지 돈을 주고 샀다고는 볼
것을 마셨다고 한다. 이 반항의 결과는 처참히 뜯겨진 화장실문과 그 뒤의
수 없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것이다. 난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 녀석의 대
가족으로부터의 24시간 보호감찰이었다─ 참된 이슬 여러 방울을 홀짝 거
갈통을 후려치면서 야 이 새끼야 내가 좀 깔끔하게 하고 다니라고 한 거지
렸던 것이다. 또한 그 녀석을 보자면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저런
이렇게 어디 내놓기 더 불쌍한 모습으로다가 처량 맞게 돌아다니라고 한건
놈팡이도 참 없지, 라는 인상을 줌과 동시에 저 녀석 꽤 열심인 녀석이겠구
아니지 않느냐고 너란 녀석의 심장은 당체가 어째서 그리 나약해 빠진 거냐
나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경험을 들어 상세히
고 호되게 말해줄 수 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이 그렇게 지나가도록 내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한 번은 내가 길을 가다가 녀석과 마주친 적이 있
두었다. 그 이후로 나는 녀석에 대해서 그냥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기로 했
었다. 녀석의 꼴이 하도 가지가지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말했다. 정말이지 무
다. 녀석은 정말이지 속물이고─난 녀석이 나에게 한방을 날리려 그런 짓
심코. 말이야 너의 지금 그 머리는 마치 누군가의 자살을 위한 동아줄 같다
거리를 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에─ 엄청난 순수보이에 둘 모두를
고 그런 꼴을 하고 나와 마주칠 수 있는 곳에 있거들랑 반드시 눈을 가리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마력을 지닌 마성의 남성인 것이다. 나에게 녀석
다니라고 너의 그 순수한척하는 눈이 너의 잔인한 본질의 머리카락과 상충
의 성(性)따위야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녀석의 아래에 덜렁거리는 것이 페
되면서 꽤나 심사를 불편하게 만든다고 말이다. 순간 녀석의 인중에 나타
니스가 맞기는 하겠기에 그저 사회의 뜻에 따라 녀석을 남자라고 불러주기
난, 영쩜영영영영영영영이 미리의 인중과 구십 도를 이루는 주름이 생기는
로 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녀석의 모든 자아(ego)를 설명해 주지는 못한
모습을 나는 보았다. 분명히 보았다. 그 주름과 이상하리만치 덥수룩하면
다. 나는 항상 그녀석의 새로운 자아를 만나야 했다. 그리고 그 일을 가장 많
14
15
이 반복한 나의 그녀...그녀는 또한 자신의 많은 자기(self)를 녀석에게 보였
처럼 끈질기고 끈적이는 것이 아니었어. 그리고 말이야. 거기에 그가 있었
다. 나에게는 그저 이야기로만 있을 수 있는 것들을 그들은 서로의 시간 안
어. 그는 처음 보는 나에게 귀에 대고 속삭여줬어. “나의 아름다운 소녀, 네
에서 풀어낼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이들이 경험한 많은 것들의 진정한 의
가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 아니었어. 나는 너는 기다렸어. 오 나의 어린 아
미는 이야기 밖(inside - out)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
기.” 그래서 말이야. 나 그와 여행을 하기로 했어. 그는 눈은 붉은 색이야. 그
다. 당시 내가 속한 레이블은 매우 바빴다. 수입한 음반의 범람 소속 밴드들
의 머리 또한 붉은 색이야. 그의 손가락과 손톱 심지어는 목소리까지도 붉
의 신보 소식이 나를 충분히 정신없게 만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게나
은 빛을 띠고 있어. 나는 분명 행복해질 거란 느낌이 들었어. 이 온통 붉은 곳
마 일러스트로 참여하고 있는 잡지에서 나와는 상관없는 오타를 빌미로 전
은 붉은 그와 함께 있다면 말이야. 그리고 그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혀 새로운 컨셉의 5페이지에 걸친 칼럼에 들어갈 전혀 새로운 작업을 마감
만 나는 그가 나를 데리고 갈 그곳이 온통 푸를 거란 걸 알 수 있어. 그래, 나
하루 전까지 그러니까 3일 안에 보내달라고 해왔다. 거친 말이 입 밖으로 나
지금 너무 행복한 거 있지.
오려는 순간 피차 바쁘다는 의미인지 자신의 할 말만을 마치고는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식은 오뎅을 든 것과 같이 수화기를 든 채로 몇 분
나는 이 이야기에 논리를 부여해야 했다. 온통 붉은 것들뿐인 나라가 어디
간 멍하니 있다가는 그 꼬치를 제자리에 쑤셔 넣어 버렸다. 그렇게 해서 나
인지 나는 붉은 색을 사랑하는 민족을 급히 떠올려야 했다. 너무 많았다. 그
의 핸드폰은 더 이상 동시간의 영역에 놓여있지 않게 되었다. 나는 일주일
리고 르트르샤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그 나라들을 좁혔다. 하지만, 내가
간 걸려온 전화의 응답과 누군가 보내온 시시콜콜한 문자의 답을 일주일후
알건데 그녀의 언어는 오직 모국어에서 멈추어 있었다. 영어는 어느 정도
에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단 몇 그람이라도 구지 들고 다
안다고 해줄 수도 있겠지만, 프랑스, 내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그 나라의 말
닐 이유가 없어졌기에 나의 책상 위 인스턴트 커피를 위한 머그잔에, 이제
인 프랑스어에 있어서 그녀가 아는 것은 글쎄… 울랄라? 정도라면 맞았다.
굳어버린 데다가 그 점성도 잃고 색은 더 진하기만 한 커피 잔여물 위에 핸
아니지 그녀라면 울랄라가 우리나라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기사
드폰을 두었다. 그 핸드폰에 내가 확인을 하기 5일 전부터 그녀에게서 총 4
의성어에 정확한 소속국을 나누는 것이 우스운 일이었다. 결국 그녀가 있는
개의 음성메세지가 도착해있었다. 이 이야기는 그녀의 그 음성메세지의 내
곳은 어느 곳이 되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그녀가 아마도 한 눈에 반한 그
용에 나의 상상력을 더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는 누구란 말인가. 아니 나는 사실 그 놈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나는 오히려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다. 2년 전 내가 잠든 그녀를 몰래 안았던 그날
그녀의 메시지 1
처럼 너무도 평범한 그녀의 얼굴을 한순간에 너무도 사랑스런 소녀로 만드
여기엔 온통 붉은 것들뿐이야. 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르트르샤 2가의 지하
는 그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키스하고 싶어졌다 그녀
로 내려가 보라고 말했어. 신기한 것은 그것은 분명 내가 한 번도 말해본적
에게. 아마도 이미 그 놈에게 허락해줬을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 위에 포개
없는 들어본 적 없는 언어였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알 수 있
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육체를 지금의 시간에 내가 나고 있는
었어. 그리고 내가 길을 걷다가 무심코 거리의 표지판을 보았을 때 또한 같
이 시간에 들여놓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단서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
은 언어로 표기되어있는 그 곳이 거기에 그렇게 있었어. 얘 나는 이것을 무
이 나에게 수도 없이 많은 그녀와의 가상키스를 낳았다. 불가능함만이 나
심하게도 운명이라고 조차 부를 수가 없었단다. 너무 당연했어. 그래, 운명
의 오랜 지인이었다. 그녀는 점점더 입술모양으로 변했다. 그녀가 가진 모
16
17
이 반복한 나의 그녀...그녀는 또한 자신의 많은 자기(self)를 녀석에게 보였
처럼 끈질기고 끈적이는 것이 아니었어. 그리고 말이야. 거기에 그가 있었
다. 나에게는 그저 이야기로만 있을 수 있는 것들을 그들은 서로의 시간 안
어. 그는 처음 보는 나에게 귀에 대고 속삭여줬어. “나의 아름다운 소녀, 네
에서 풀어낼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이들이 경험한 많은 것들의 진정한 의
가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 아니었어. 나는 너는 기다렸어. 오 나의 어린 아
미는 이야기 밖(inside - out)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
기.” 그래서 말이야. 나 그와 여행을 하기로 했어. 그는 눈은 붉은 색이야. 그
다. 당시 내가 속한 레이블은 매우 바빴다. 수입한 음반의 범람 소속 밴드들
의 머리 또한 붉은 색이야. 그의 손가락과 손톱 심지어는 목소리까지도 붉
의 신보 소식이 나를 충분히 정신없게 만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게나
은 빛을 띠고 있어. 나는 분명 행복해질 거란 느낌이 들었어. 이 온통 붉은 곳
마 일러스트로 참여하고 있는 잡지에서 나와는 상관없는 오타를 빌미로 전
은 붉은 그와 함께 있다면 말이야. 그리고 그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혀 새로운 컨셉의 5페이지에 걸친 칼럼에 들어갈 전혀 새로운 작업을 마감
만 나는 그가 나를 데리고 갈 그곳이 온통 푸를 거란 걸 알 수 있어. 그래, 나
하루 전까지 그러니까 3일 안에 보내달라고 해왔다. 거친 말이 입 밖으로 나
지금 너무 행복한 거 있지.
오려는 순간 피차 바쁘다는 의미인지 자신의 할 말만을 마치고는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식은 오뎅을 든 것과 같이 수화기를 든 채로 몇 분
나는 이 이야기에 논리를 부여해야 했다. 온통 붉은 것들뿐인 나라가 어디
간 멍하니 있다가는 그 꼬치를 제자리에 쑤셔 넣어 버렸다. 그렇게 해서 나
인지 나는 붉은 색을 사랑하는 민족을 급히 떠올려야 했다. 너무 많았다. 그
의 핸드폰은 더 이상 동시간의 영역에 놓여있지 않게 되었다. 나는 일주일
리고 르트르샤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어 그 나라들을 좁혔다. 하지만, 내가
간 걸려온 전화의 응답과 누군가 보내온 시시콜콜한 문자의 답을 일주일후
알건데 그녀의 언어는 오직 모국어에서 멈추어 있었다. 영어는 어느 정도
에 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단 몇 그람이라도 구지 들고 다
안다고 해줄 수도 있겠지만, 프랑스, 내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그 나라의 말
닐 이유가 없어졌기에 나의 책상 위 인스턴트 커피를 위한 머그잔에, 이제
인 프랑스어에 있어서 그녀가 아는 것은 글쎄… 울랄라? 정도라면 맞았다.
굳어버린 데다가 그 점성도 잃고 색은 더 진하기만 한 커피 잔여물 위에 핸
아니지 그녀라면 울랄라가 우리나라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기사
드폰을 두었다. 그 핸드폰에 내가 확인을 하기 5일 전부터 그녀에게서 총 4
의성어에 정확한 소속국을 나누는 것이 우스운 일이었다. 결국 그녀가 있는
개의 음성메세지가 도착해있었다. 이 이야기는 그녀의 그 음성메세지의 내
곳은 어느 곳이 되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그녀가 아마도 한 눈에 반한 그
용에 나의 상상력을 더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는 누구란 말인가. 아니 나는 사실 그 놈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나는 오히려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다. 2년 전 내가 잠든 그녀를 몰래 안았던 그날
그녀의 메시지 1
처럼 너무도 평범한 그녀의 얼굴을 한순간에 너무도 사랑스런 소녀로 만드
여기엔 온통 붉은 것들뿐이야. 한 아주머니가 나에게 르트르샤 2가의 지하
는 그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키스하고 싶어졌다 그녀
로 내려가 보라고 말했어. 신기한 것은 그것은 분명 내가 한 번도 말해본적
에게. 아마도 이미 그 놈에게 허락해줬을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 위에 포개
없는 들어본 적 없는 언어였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알 수 있
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육체를 지금의 시간에 내가 나고 있는
었어. 그리고 내가 길을 걷다가 무심코 거리의 표지판을 보았을 때 또한 같
이 시간에 들여놓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단서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
은 언어로 표기되어있는 그 곳이 거기에 그렇게 있었어. 얘 나는 이것을 무
이 나에게 수도 없이 많은 그녀와의 가상키스를 낳았다. 불가능함만이 나
심하게도 운명이라고 조차 부를 수가 없었단다. 너무 당연했어. 그래, 운명
의 오랜 지인이었다. 그녀는 점점더 입술모양으로 변했다. 그녀가 가진 모
16
17
든 장기이자 오직 하나의 장기이자 모든 인지 행동 정서를 담당하는 기관으
러니까 너는… 미안 내가 너에 대해서 무엇을 알 수 있겠니. 그래서 말이야.
로 입술이 존재했다. 입술만이 존재했다. 난 요즘도 커다란 쿠션과도 같은
나 어제 죽였어─이때의 목소리는 분명 들떠있었다─. 그를 말이야. 그녀
그녀의 입술 아니 그녀 자신을 나의 가슴과 양쪽 허벅지와 팔로 꼭 껴안고
는 언제나 빨간 채찍을 들고 다녔어. 그러니까 말이야. 그녀를 말이야. 난 분
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는 꿈을 우주와도 같이 모든 것에서부
명 그녀를 죽였어. 그녀는 절대로 남자가 아니야. 남자가 아니니까 나는 그
터 부유하는 공간에서의 그 마지막이 없을 오직 단 하나의 행동 그리고 정
를 죽인 게 아니야. 맞지? 그렇지? 그때 날 관통한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
서 또한 인지인 ‘사랑’이라는 것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없어지고 아
너무 혼란스러워. 그 때 내가 느낀 감정의 정체는 뭐였을까? 하지만 말이야.
니 통합된다고 해야 할까, 오직 단 하나의 나였던 무엇으로 변해야 한다면
나 지금 매우 안정적이야. 나의 행동이 그걸 말해주고 있어. 그러나 나의 감
반드시 귀를 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녀는 나
정은 나의 뇌는 다른 것을 말해주고 있어. 무엇이 진짜일까? 너무 지쳤어. 벌
의 귓바퀴를 수억만 바퀴 돌고 돌고 돌고 돌고… 귓바퀴를 무한 공전하는
써 3개월이 지났지만 말이야. 나는 그날이, 그를 처음 만났던 그날이 어제인
입술 너무도 그림이 되는 장면이었다. 나는 이번 의뢰받은 칼럼의 의도와는
것만 같아. 내가 미쳐가고 있는 걸까? 조만간 다시 연락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전혀 다른, 저 사실을 그림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를 마감에 너무도 임박하
기분이 들어. 네 뜻에 따를게. 걱정하지마.
게 스캔하여 보내 다음 달 잡지에 기어코 실리게 하였다. 얏바리 세이프. 따 지고 보면 내가 이 긴 이야기를 이 진 이야기를 이 빈 이야기를 다 말할 수 없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가끔 내가 알 수 없는 시공간에 있을 때가 있
어서 그렇지, 바람난 여자친구와 또한 남자친구에 관한 가장 알맞은 일러스
었다. 그녀는 허공과도 대화를 하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사실상 바이
트임에 틀림이 없다. 수없이 이야기하는 입술과 수없이 이야기 듣는 귀는
니까. 그녀를 관통한 것의 정체는 과연, 그것일 것이다. 눈. 그것은 필시 눈이
영연히 함께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이니까. 그러니까 클라인씨의 병
다. 그녀의 벗겨진 몸을 관통하던 시선. 그 것 말고 다른 것이 있을 필요가 없
이나 뫼비우스의 띠는 언젠가 만난다니까.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니
었으니까. 그녀의 그 노출증과도 같은 관념들이 그녀를 충분히 수치스럽게
까. 말해질 수 있는 것이 다가 아니라니까. 들리는 것이 다가 아니라니까 그
할 수 있었으므로. 그녀는 대부분의 일에 쉽게 수치를 느꼈다. 수치심과 그
러네.
녀는 떼어낼 수 없는 기생과 공생의 관계였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녀의 임 신. 그것만은 현실의 영역 안에 들어있을 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분 명 새벽 한시 경에 절정을 느끼고 그 다음날 늦어도 오후 3시 전에는 분만
그녀의 메시지 2
을 할 수 있는 여자였다. 왜 하필 신은 그녀를 여자로 만들었을까. 원망스러
저기 있지. 너는 분명 궁금하지 않겠지만 나 그 사람의 아이를 갖고 싶어. 우
운 것이 신은 아니다. 난 내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나에게는 신
리 아이의 이름은 가트라고 짓겠어. 그래 분명 그 이름이어야만 해. 그렇다
이 불필요할 밖에… 그녀의 암호가 너무 쉽게 풀려버렸다. 뭐야 라는 말이
곤 해도 너는 어때? 무엇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 넌 항상 모자란 것을 좋아
나올 정도로. 그녀는 어딘가 욕조가 있는 곳에 있다. 그 공간에 드가의 그림
했잖아. 그래서 넌 녀석의 가로 그 매우 짧은 거부의 의사를 이마의 가로를
을 들고 들어갔다. 그녀의 농익은 가슴 위를 머리카락이 간질인다. 그녀는
좋아했잖아. 그러니까 너는 너무 많은 가로 중에서 하나를 빼고 싶어 할 거
자신의 손가락을 드가의 그림 위와 자신의 입안에 두었다. 그녀자신 안으
야. 단 하나의 가로를 빼는 것으로도 좋다고 그렇게 말 할 거야. 그렇지? 그
로 그녀의 손가락이 들어간다. 머리카락이 하는 일을 한다. 간질이고 가리
18
19
든 장기이자 오직 하나의 장기이자 모든 인지 행동 정서를 담당하는 기관으
러니까 너는… 미안 내가 너에 대해서 무엇을 알 수 있겠니. 그래서 말이야.
로 입술이 존재했다. 입술만이 존재했다. 난 요즘도 커다란 쿠션과도 같은
나 어제 죽였어─이때의 목소리는 분명 들떠있었다─. 그를 말이야. 그녀
그녀의 입술 아니 그녀 자신을 나의 가슴과 양쪽 허벅지와 팔로 꼭 껴안고
는 언제나 빨간 채찍을 들고 다녔어. 그러니까 말이야. 그녀를 말이야. 난 분
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는 꿈을 우주와도 같이 모든 것에서부
명 그녀를 죽였어. 그녀는 절대로 남자가 아니야. 남자가 아니니까 나는 그
터 부유하는 공간에서의 그 마지막이 없을 오직 단 하나의 행동 그리고 정
를 죽인 게 아니야. 맞지? 그렇지? 그때 날 관통한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
서 또한 인지인 ‘사랑’이라는 것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없어지고 아
너무 혼란스러워. 그 때 내가 느낀 감정의 정체는 뭐였을까? 하지만 말이야.
니 통합된다고 해야 할까, 오직 단 하나의 나였던 무엇으로 변해야 한다면
나 지금 매우 안정적이야. 나의 행동이 그걸 말해주고 있어. 그러나 나의 감
반드시 귀를 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녀는 나
정은 나의 뇌는 다른 것을 말해주고 있어. 무엇이 진짜일까? 너무 지쳤어. 벌
의 귓바퀴를 수억만 바퀴 돌고 돌고 돌고 돌고… 귓바퀴를 무한 공전하는
써 3개월이 지났지만 말이야. 나는 그날이, 그를 처음 만났던 그날이 어제인
입술 너무도 그림이 되는 장면이었다. 나는 이번 의뢰받은 칼럼의 의도와는
것만 같아. 내가 미쳐가고 있는 걸까? 조만간 다시 연락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전혀 다른, 저 사실을 그림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를 마감에 너무도 임박하
기분이 들어. 네 뜻에 따를게. 걱정하지마.
게 스캔하여 보내 다음 달 잡지에 기어코 실리게 하였다. 얏바리 세이프. 따 지고 보면 내가 이 긴 이야기를 이 진 이야기를 이 빈 이야기를 다 말할 수 없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가끔 내가 알 수 없는 시공간에 있을 때가 있
어서 그렇지, 바람난 여자친구와 또한 남자친구에 관한 가장 알맞은 일러스
었다. 그녀는 허공과도 대화를 하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는 사실상 바이
트임에 틀림이 없다. 수없이 이야기하는 입술과 수없이 이야기 듣는 귀는
니까. 그녀를 관통한 것의 정체는 과연, 그것일 것이다. 눈. 그것은 필시 눈이
영연히 함께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이니까. 그러니까 클라인씨의 병
다. 그녀의 벗겨진 몸을 관통하던 시선. 그 것 말고 다른 것이 있을 필요가 없
이나 뫼비우스의 띠는 언젠가 만난다니까.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니
었으니까. 그녀의 그 노출증과도 같은 관념들이 그녀를 충분히 수치스럽게
까. 말해질 수 있는 것이 다가 아니라니까. 들리는 것이 다가 아니라니까 그
할 수 있었으므로. 그녀는 대부분의 일에 쉽게 수치를 느꼈다. 수치심과 그
러네.
녀는 떼어낼 수 없는 기생과 공생의 관계였으니까. 그러나 나는 그녀의 임 신. 그것만은 현실의 영역 안에 들어있을 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분 명 새벽 한시 경에 절정을 느끼고 그 다음날 늦어도 오후 3시 전에는 분만
그녀의 메시지 2
을 할 수 있는 여자였다. 왜 하필 신은 그녀를 여자로 만들었을까. 원망스러
저기 있지. 너는 분명 궁금하지 않겠지만 나 그 사람의 아이를 갖고 싶어. 우
운 것이 신은 아니다. 난 내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나에게는 신
리 아이의 이름은 가트라고 짓겠어. 그래 분명 그 이름이어야만 해. 그렇다
이 불필요할 밖에… 그녀의 암호가 너무 쉽게 풀려버렸다. 뭐야 라는 말이
곤 해도 너는 어때? 무엇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 넌 항상 모자란 것을 좋아
나올 정도로. 그녀는 어딘가 욕조가 있는 곳에 있다. 그 공간에 드가의 그림
했잖아. 그래서 넌 녀석의 가로 그 매우 짧은 거부의 의사를 이마의 가로를
을 들고 들어갔다. 그녀의 농익은 가슴 위를 머리카락이 간질인다. 그녀는
좋아했잖아. 그러니까 너는 너무 많은 가로 중에서 하나를 빼고 싶어 할 거
자신의 손가락을 드가의 그림 위와 자신의 입안에 두었다. 그녀자신 안으
야. 단 하나의 가로를 빼는 것으로도 좋다고 그렇게 말 할 거야. 그렇지? 그
로 그녀의 손가락이 들어간다. 머리카락이 하는 일을 한다. 간질이고 가리
18
19
운다. 그녀의 시선을 향한 충분한 노출이 그녀를 다시금 수치스럽게 만들어
안도 밖도 없다. 나는 참 행복하다. 나만이 유일한 뇌를 가진 인간이다. 귀가
버렸다. 목욕용 솔의 빨간 노끈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것이 그녀의 벗은 몸
달린 뇌. 그것을 또 그린다. 나는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니까. 누구나 환상
을 채찍질한다. 어깨를 스치는 솔의 빨간 꼬리가 그녀의 등을 가볍게 때린
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럴 때일수록 더 가혹하게 틈을 벌려야한다. 간
다. 그것이 그녀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자신은 여자인가 남자인가. 그
격을 넓혀야한다. 매끈한 표면은 너무 많은 것을 미끄려 지나가게 만들어버
녀는 그녀를 사랑할 때에는 그가 되었고, 그를 사랑할 때에는 그녀가 되었
린다. 언젠가에 봤던 영화에서 나왔던 숲이 나를 불렀다. 내가 원했던 곳, 그
다. 마음의 변형은 그녀의 자궁을 끊임없이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그녀의
녀가 있어주었으면 했던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레제의 그림 속 인부
팔과 다리가 뒤틀릴 이유는 없었다. 그녀는 매일 밤 꿈에서 스스로를 치유
들도 데리고 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 내가 좋아하던 사
했다. 그녀의 꿈이 하얀 낮에의 백일몽이 그녀를 유지해주었다. 그녀를 속
람들은 항상 위태롭게 서 있었다. 바닥을 밟고 싶어 하지 않았다. 선에 의지
물인 채로. 녀석을 마음껏 휘두르는 여자로 만들었다. 벌써 이틀 째 그녀와
해서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 광대는 광대를 알아본다. 수많은 웃고 있는 사
연락이 닿지 않던 녀석은 아직은 너무도 태평했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람들 중에서 진짜로 웃고 있지 않은 그를 찾아낸다. 그녀를 찾아낸다. 그녀
녀석의 손가락은 금속의 줄 위를 타고 있다. 녀석의 손가락은 기다란 목을
는 동생의 죽음을 보았다. 그 전에는 아버지의 죽음을 보았다. 모두가 선택
쥐고 있다. 조른다. 조이고 푼다. 그리곤 이내 조인다. 욜라 탱고의 노래가 흐
이었다. 그들은 삶이 아닌 것을 택했다. 가장 인간적인 것을 택했다. 죽기위
르고 있다. 그녀가 있는 곳에는 피아졸가가 흐른다. 썩 잘 어울리는 그림이
한 존재라는 사실을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잊을 수 없었다. 항상 그녀는 삶
다. 동시간의 이공간의 조화. 그녀는 분명 얼마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을 것
을 택해야 했다. 동생과 아버지를 볼 수 없었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그녀
이다. 욕조라는 공간에서 더할 수 없는 기쁨과 슬픔을 느끼면서 자신의 관
는 자신과 너무도 똑같은 어머니를 보아야만 했다. 처음엔 아버지를 그 다
념을 정신없이 노출시키고 얼마든지 채찍질하느라고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음엔 동생을 위해 산 여자를 보아야했다. 그들의 죽음은 아주 짧았지만, 그
동물이라는 사실을 먹어야만 가능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것이 너무
녀의 어머니, 그녀의 삶은 지루하게도 길었다. 유명한 영화감독이었던 그녀
도 분명하기에. 녀석이 끼니를 거르는 것은 예사이니까 더 염려할 것도 없
의 아버지는 호탕하고 삶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삶을 살아가
다. 배가 부른 것은 오직 녀석의 고양이들만 이겠지, 노망이 난 녀석은 먹지
는 데는 아무런 비극적 요소도 없다는 듯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사는 것이
않는다. 그것은 개의 너무도 분명한 습성이다. 이유 있는 주인의 단식에 얼
너무도 당연해서 살아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할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촬
마든지 동참하는 생물. 얄미울 것은 없다. 모두가 생물. 습성은 다른. 모두가
영을 위한 소품으로 촬영이 예정되어있던 세트에서 차가고 창백하게 발견
생물. 살아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하지만 나는 일순간 불안해
되었다. 죽음치고 너무 깨끗했다. 그가 처음으로 인간답지 않았을 때 그는
지기 시작했다. 빨간 채찍이 번져가고 있다. 번지고 번져서 온통 붉게만 만
이미 인간이 아니어져 있었다. 그녀는 그 줄을 잊지 않았다. 다섯 살 생일에
들고 있다.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말, 그것은 이미 샤르트르에 의해 말해졌
아버지가 사준 곰돌이의 목에 메어져있던 빨간 끈, 자신의 대학 졸업 때 어
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뇌는 필요 없었다. 오직, 입술. 그것만이 이미 내뱉어
머니가 사준 꽃다발에 묶여있던 빨간 리본 그리고 그녀가 동생의 옷에서 떼
진 말의 유일한 증거였다. 같은 이유에서 녀석은 오직 목이어야 했다. 넥앤
어낸 빨간 실밥 그것들이 항상 너무도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빨강에 열
넥으로 차있는 녀석의 분노가 그랬고, 그 반의 기저인 애정결핍이 그랬다.
이 더해지면 붉음이 된다. 화염 속에 녹아내린 동생은 붉음이 무엇인지 가
좁아지는 목을 통과하면 다시 몸통으로 들어간다. 클라인씨의 병 그것에는
장 잘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안 순간에 다시는 누나를 볼 수 없게 되어 버렸
20
21
운다. 그녀의 시선을 향한 충분한 노출이 그녀를 다시금 수치스럽게 만들어
안도 밖도 없다. 나는 참 행복하다. 나만이 유일한 뇌를 가진 인간이다. 귀가
버렸다. 목욕용 솔의 빨간 노끈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것이 그녀의 벗은 몸
달린 뇌. 그것을 또 그린다. 나는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니까. 누구나 환상
을 채찍질한다. 어깨를 스치는 솔의 빨간 꼬리가 그녀의 등을 가볍게 때린
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럴 때일수록 더 가혹하게 틈을 벌려야한다. 간
다. 그것이 그녀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자신은 여자인가 남자인가. 그
격을 넓혀야한다. 매끈한 표면은 너무 많은 것을 미끄려 지나가게 만들어버
녀는 그녀를 사랑할 때에는 그가 되었고, 그를 사랑할 때에는 그녀가 되었
린다. 언젠가에 봤던 영화에서 나왔던 숲이 나를 불렀다. 내가 원했던 곳, 그
다. 마음의 변형은 그녀의 자궁을 끊임없이 돌아다니게 만들었다. 그녀의
녀가 있어주었으면 했던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레제의 그림 속 인부
팔과 다리가 뒤틀릴 이유는 없었다. 그녀는 매일 밤 꿈에서 스스로를 치유
들도 데리고 간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간다. 내가 좋아하던 사
했다. 그녀의 꿈이 하얀 낮에의 백일몽이 그녀를 유지해주었다. 그녀를 속
람들은 항상 위태롭게 서 있었다. 바닥을 밟고 싶어 하지 않았다. 선에 의지
물인 채로. 녀석을 마음껏 휘두르는 여자로 만들었다. 벌써 이틀 째 그녀와
해서 줄타기를 하는 사람들. 광대는 광대를 알아본다. 수많은 웃고 있는 사
연락이 닿지 않던 녀석은 아직은 너무도 태평했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람들 중에서 진짜로 웃고 있지 않은 그를 찾아낸다. 그녀를 찾아낸다. 그녀
녀석의 손가락은 금속의 줄 위를 타고 있다. 녀석의 손가락은 기다란 목을
는 동생의 죽음을 보았다. 그 전에는 아버지의 죽음을 보았다. 모두가 선택
쥐고 있다. 조른다. 조이고 푼다. 그리곤 이내 조인다. 욜라 탱고의 노래가 흐
이었다. 그들은 삶이 아닌 것을 택했다. 가장 인간적인 것을 택했다. 죽기위
르고 있다. 그녀가 있는 곳에는 피아졸가가 흐른다. 썩 잘 어울리는 그림이
한 존재라는 사실을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잊을 수 없었다. 항상 그녀는 삶
다. 동시간의 이공간의 조화. 그녀는 분명 얼마간은 아무것도 먹지 않을 것
을 택해야 했다. 동생과 아버지를 볼 수 없었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그녀
이다. 욕조라는 공간에서 더할 수 없는 기쁨과 슬픔을 느끼면서 자신의 관
는 자신과 너무도 똑같은 어머니를 보아야만 했다. 처음엔 아버지를 그 다
념을 정신없이 노출시키고 얼마든지 채찍질하느라고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음엔 동생을 위해 산 여자를 보아야했다. 그들의 죽음은 아주 짧았지만, 그
동물이라는 사실을 먹어야만 가능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것이 너무
녀의 어머니, 그녀의 삶은 지루하게도 길었다. 유명한 영화감독이었던 그녀
도 분명하기에. 녀석이 끼니를 거르는 것은 예사이니까 더 염려할 것도 없
의 아버지는 호탕하고 삶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삶을 살아가
다. 배가 부른 것은 오직 녀석의 고양이들만 이겠지, 노망이 난 녀석은 먹지
는 데는 아무런 비극적 요소도 없다는 듯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사는 것이
않는다. 그것은 개의 너무도 분명한 습성이다. 이유 있는 주인의 단식에 얼
너무도 당연해서 살아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할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촬
마든지 동참하는 생물. 얄미울 것은 없다. 모두가 생물. 습성은 다른. 모두가
영을 위한 소품으로 촬영이 예정되어있던 세트에서 차가고 창백하게 발견
생물. 살아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하지만 나는 일순간 불안해
되었다. 죽음치고 너무 깨끗했다. 그가 처음으로 인간답지 않았을 때 그는
지기 시작했다. 빨간 채찍이 번져가고 있다. 번지고 번져서 온통 붉게만 만
이미 인간이 아니어져 있었다. 그녀는 그 줄을 잊지 않았다. 다섯 살 생일에
들고 있다.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말, 그것은 이미 샤르트르에 의해 말해졌
아버지가 사준 곰돌이의 목에 메어져있던 빨간 끈, 자신의 대학 졸업 때 어
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뇌는 필요 없었다. 오직, 입술. 그것만이 이미 내뱉어
머니가 사준 꽃다발에 묶여있던 빨간 리본 그리고 그녀가 동생의 옷에서 떼
진 말의 유일한 증거였다. 같은 이유에서 녀석은 오직 목이어야 했다. 넥앤
어낸 빨간 실밥 그것들이 항상 너무도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빨강에 열
넥으로 차있는 녀석의 분노가 그랬고, 그 반의 기저인 애정결핍이 그랬다.
이 더해지면 붉음이 된다. 화염 속에 녹아내린 동생은 붉음이 무엇인지 가
좁아지는 목을 통과하면 다시 몸통으로 들어간다. 클라인씨의 병 그것에는
장 잘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안 순간에 다시는 누나를 볼 수 없게 되어 버렸
20
21
다. 아름다운 눈도 녹아내렸다. 그녀의 벗은 몸을 범하던 눈이 사라졌다. 그
면 친구이고, 너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도, 당신을 속이
녀는 밝은 채로는 남자와 잘 수 없었다. 그녀는 모두의 시선을 갈구했지만
기는 어려울 거야. 그렇지? 이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내 친구의
원했던 것은 오직 하나. 그것이 없어진 뒤로는 허락할 수 없었다. 캔버스 밖
친구의 이야기. 나의 친구의 이야기는 아닌 이야기. 내가 아는 유일한 인물
의 드가에게 말고는 누구에게도 자신을 볼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 오직 죽
은 감독. 그는 너무도 유명하기에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의 죽음을 설명하
은 자만이 그녀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녀석의 긴 머리는 확실히 문
는 다큐는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의 아내는 모든 인터뷰를 거
제가 있었다. 녀석의 맑은 눈은 확실히 문제가 되었다. 닮았다는 이유로 누
부했다. 오직 그만을 다뤄달라는 짧은 말을 적은 종이를 한 기자에게 전달
군가를 사랑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유일한 필요가 되지는 못한다. 무엇이 더
했을 뿐이다. 그녀자신과 두 자식이 등장하지 않게 해달라는 말은 억지였
그녀를 끌었을까. 동생과 닮은 녀석의 눈. 마지막 순간 아버지의 몸에 걸쳐
다. 그의 유년시절은 너무도 단순했다.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았다. 다큐는
진 유일한 물체인 빨간 줄과 닮은 나의 붉고 거친 머리카락. 감독의 일생을
모름지기 브루주아 무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브루주아의 처참한 몰락을 다
닮은 다큐에서 존재감이 부족하던 그 배우는 나체로 빨간 줄에 대롱대롱 매
루든지, 브루주아가 되기 위한 처참한 몰두를 다루어야한다. 그래서 말이
달려 있던 그 때에 비로소 붉게 맥박이 뛰었다.
지만 나는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를 당신에게 말하지 않겠다. 이것은 단순한 이야기. 모든 코드가 적나라하게 노출되어있는 이야기. 이것은 소설이 아니 다. 이것은 이야기. 단순한 이야기.
그녀의 메시지 3 그녀인 듯한 여자의 훌쩍이는 소리가 몇 번, 그리고
당신은 누구?
그 뒤로 흐르는 음악소리.
어떻게, 얼마나 당신은 당신?
you…
당신의 가장 혐오스러운 색?
you’re still next to me, alright 그녀의 메시지 4 이때까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다음 타자. 타자. 타자. 내가
─단, 당신은 미술가 드가와 레제를 음악가 시규어로스를 심리학자 프로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끝날 이 짧은 생에서 내가 아닌 너의 ‘누구’인지가 왜 그
트와 라캉을 알며, 플라톤의 향연에 동의해야 한다.
리 중요했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이 끊임없이 우리 주위를 부유하고 있었다. 수많은 가로와 수많은 세로가 우리를 지나고 있었
이제부턴 오직 당신을 위한 무한 공간.
다. 수많은 말들도 우리를 채 스치지도 못하고 지나가 버렸다. 미련 맞은 것
이제부터가 진짜 오직 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이야기.
들만이 우리주위를 맴돌고 있다. 태양주위를 끊임없이 도는 지구라는 곳에
당신이 메시지를 보낼 주소 : ozful@naver.com
서 죽음이 무서워 사는 우리라는 미련 많은 존재를 자소하듯이. 그래 고백하겠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 친구에게 들었다는 이야기 중에 몇 퍼센트가 정말로 당신의 이야기가 아니었는가? 친구의 친구는 따지고 보
22
23
다. 아름다운 눈도 녹아내렸다. 그녀의 벗은 몸을 범하던 눈이 사라졌다. 그
면 친구이고, 너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도, 당신을 속이
녀는 밝은 채로는 남자와 잘 수 없었다. 그녀는 모두의 시선을 갈구했지만
기는 어려울 거야. 그렇지? 이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내 친구의
원했던 것은 오직 하나. 그것이 없어진 뒤로는 허락할 수 없었다. 캔버스 밖
친구의 이야기. 나의 친구의 이야기는 아닌 이야기. 내가 아는 유일한 인물
의 드가에게 말고는 누구에게도 자신을 볼 수 있도록 하지 않았다. 오직 죽
은 감독. 그는 너무도 유명하기에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의 죽음을 설명하
은 자만이 그녀의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녀석의 긴 머리는 확실히 문
는 다큐는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의 아내는 모든 인터뷰를 거
제가 있었다. 녀석의 맑은 눈은 확실히 문제가 되었다. 닮았다는 이유로 누
부했다. 오직 그만을 다뤄달라는 짧은 말을 적은 종이를 한 기자에게 전달
군가를 사랑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유일한 필요가 되지는 못한다. 무엇이 더
했을 뿐이다. 그녀자신과 두 자식이 등장하지 않게 해달라는 말은 억지였
그녀를 끌었을까. 동생과 닮은 녀석의 눈. 마지막 순간 아버지의 몸에 걸쳐
다. 그의 유년시절은 너무도 단순했다.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았다. 다큐는
진 유일한 물체인 빨간 줄과 닮은 나의 붉고 거친 머리카락. 감독의 일생을
모름지기 브루주아 무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브루주아의 처참한 몰락을 다
닮은 다큐에서 존재감이 부족하던 그 배우는 나체로 빨간 줄에 대롱대롱 매
루든지, 브루주아가 되기 위한 처참한 몰두를 다루어야한다. 그래서 말이
달려 있던 그 때에 비로소 붉게 맥박이 뛰었다.
지만 나는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를 당신에게 말하지 않겠다. 이것은 단순한 이야기. 모든 코드가 적나라하게 노출되어있는 이야기. 이것은 소설이 아니 다. 이것은 이야기. 단순한 이야기.
그녀의 메시지 3 그녀인 듯한 여자의 훌쩍이는 소리가 몇 번, 그리고
당신은 누구?
그 뒤로 흐르는 음악소리.
어떻게, 얼마나 당신은 당신?
you…
당신의 가장 혐오스러운 색?
you’re still next to me, alright 그녀의 메시지 4 이때까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다음 타자. 타자. 타자. 내가
─단, 당신은 미술가 드가와 레제를 음악가 시규어로스를 심리학자 프로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끝날 이 짧은 생에서 내가 아닌 너의 ‘누구’인지가 왜 그
트와 라캉을 알며, 플라톤의 향연에 동의해야 한다.
리 중요했는지도 모른 채, 그렇게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이 끊임없이 우리 주위를 부유하고 있었다. 수많은 가로와 수많은 세로가 우리를 지나고 있었
이제부턴 오직 당신을 위한 무한 공간.
다. 수많은 말들도 우리를 채 스치지도 못하고 지나가 버렸다. 미련 맞은 것
이제부터가 진짜 오직 당신을 위한 단 하나의 이야기.
들만이 우리주위를 맴돌고 있다. 태양주위를 끊임없이 도는 지구라는 곳에
당신이 메시지를 보낼 주소 : ozful@naver.com
서 죽음이 무서워 사는 우리라는 미련 많은 존재를 자소하듯이. 그래 고백하겠다. 이것은 나의 이야기. 친구에게 들었다는 이야기 중에 몇 퍼센트가 정말로 당신의 이야기가 아니었는가? 친구의 친구는 따지고 보
22
23
장벽
이상협
장벽
이상협
너의 하루
김종소리, 남지수 글
정지호 그림
너의 하루
김종소리, 남지수 글
정지호 그림
너는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자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넌 내 이상형에 가까울 것이며, 아니, 가깝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 쨌든 최소한 내가 떠올리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여자일 것이다. 난 내가 즐 겁기 위해 이 글을 쓸 생각이니까. 이 글에서 그리게 될 너의 하루가 나의 상상이라는 것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꼭 여자여야만 한다─. 이 내 글과 비슷한 하루를 보낼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정말 만에 하나라도, 내 글과 비 슷한 하루를 보낸 당신이라면, 내게 제발 연락을 해줬으면 좋겠다. 난 당신 을 만나고 싶다. 뭘 어떻게 해보자는 게 아니라, 그냥 만나보고 싶다. 그뿐이 다. 정말이다. 그럼 이제부터 나는 너의 오늘을 상상한다. 너는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나 오른손으로 이마를 쓸어 넘겼다. 언 젠가부터 붙어버린 습관으로, 눈을 찔러 귀찮은 앞머리를 넘기기 위한 동작 이었다. 하지만 손에 머리카락이 걸리는 느낌이 평상시와 달라 화들짝 놀라 며 잠이 확 깨버렸다.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눈을 한 번 끔뻑이자, 어제 미용 실에서 머리를 자르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 머리를 잘랐지. 머리를 자른 것 을 인식하자, 눈을 찌르던 앞머리와 어깨까지 덮어져있던 뒷머리가 사라지 고 남긴 공백이 느껴졌다. 가뿐한 듯 상쾌하면서도 어딘가 안타까운 기분이 었다. 그래서일까? 너는 한참을 머리카락에 대해 생각하며 이불 위에 누워 있었다. 그러다 목이 말라 냉장고에 가 물을 꺼내 마셨다. 차가운 물이 입을 거쳐 바싹 말라있는 목을 적셔주었다. 그제야 넌 오늘이 정말 오랜만의 휴 일다운 휴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넌 디자인회사에 다니고 있다. 여느 디자인회사와 다를 바 없이 월급 은 당연하게도 쥐똥만큼도 받지 못하면서 일은 코끼리 덩치보다도 더 많은 양을 할애 받아, 휴일이고 나발이고 언제나 작업. 그것도 네 맘대로가 아니 라 시키는 대로. 마치 기계처럼 일만하며 몇 달이나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 만 오늘은 달랐다. 운 좋게도 어제, 모든 일을 끝마쳤고 아직 다른 지시를 받 은 것이 없었다. 즉, 오늘은 온전한 휴일. 오로지 너에게만 투자할 수 있는 날
43
너는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자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넌 내 이상형에 가까울 것이며, 아니, 가깝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 쨌든 최소한 내가 떠올리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여자일 것이다. 난 내가 즐 겁기 위해 이 글을 쓸 생각이니까. 이 글에서 그리게 될 너의 하루가 나의 상상이라는 것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꼭 여자여야만 한다─. 이 내 글과 비슷한 하루를 보낼 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정말 만에 하나라도, 내 글과 비 슷한 하루를 보낸 당신이라면, 내게 제발 연락을 해줬으면 좋겠다. 난 당신 을 만나고 싶다. 뭘 어떻게 해보자는 게 아니라, 그냥 만나보고 싶다. 그뿐이 다. 정말이다. 그럼 이제부터 나는 너의 오늘을 상상한다. 너는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나 오른손으로 이마를 쓸어 넘겼다. 언 젠가부터 붙어버린 습관으로, 눈을 찔러 귀찮은 앞머리를 넘기기 위한 동작 이었다. 하지만 손에 머리카락이 걸리는 느낌이 평상시와 달라 화들짝 놀라 며 잠이 확 깨버렸다.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눈을 한 번 끔뻑이자, 어제 미용 실에서 머리를 자르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 머리를 잘랐지. 머리를 자른 것 을 인식하자, 눈을 찌르던 앞머리와 어깨까지 덮어져있던 뒷머리가 사라지 고 남긴 공백이 느껴졌다. 가뿐한 듯 상쾌하면서도 어딘가 안타까운 기분이 었다. 그래서일까? 너는 한참을 머리카락에 대해 생각하며 이불 위에 누워 있었다. 그러다 목이 말라 냉장고에 가 물을 꺼내 마셨다. 차가운 물이 입을 거쳐 바싹 말라있는 목을 적셔주었다. 그제야 넌 오늘이 정말 오랜만의 휴 일다운 휴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넌 디자인회사에 다니고 있다. 여느 디자인회사와 다를 바 없이 월급 은 당연하게도 쥐똥만큼도 받지 못하면서 일은 코끼리 덩치보다도 더 많은 양을 할애 받아, 휴일이고 나발이고 언제나 작업. 그것도 네 맘대로가 아니 라 시키는 대로. 마치 기계처럼 일만하며 몇 달이나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 만 오늘은 달랐다. 운 좋게도 어제, 모든 일을 끝마쳤고 아직 다른 지시를 받 은 것이 없었다. 즉, 오늘은 온전한 휴일. 오로지 너에게만 투자할 수 있는 날
43
이었던 것이다.
집에 돌아와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너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정신이 나간 것 마냥 혼자 큰소리
여전히 너의 휘파람은 계속되었다. 전자레인지의 마침 벨이 울리고 도시락
로 웃어댔다. 너무 웃어서 배까지 부여잡고. 무릎을 굽히면서. 심지어 바닥
을 꺼내 나무젓가락으로 그것을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그러면서 어디를 가
에 드러누우면서까지. 짐이라곤 몇 벌의 옷가지와 화장대, 이불이 전부인
면 좋을까, 생각하다 가고 싶은 곳이 한 곳 떠올랐다.
좁디좁은 방 안에 너의 웃음소리가 사방의 벽을 튕겨 다니며 울려댔다. 넌 그 소리가 웃겨 한참을 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끝도 없이 울려댈 것 같았던
언젠가 대학로에서 친구의 연극이 있어 보러간 적이 있었다. 그날따
웃음소리가 움직임을 멈추자, 평상시의 무거운 침묵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
라 버스나 지하철보다는 자전거가 타고 싶어, 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러자 오늘 하루 뭘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넌 방 한 가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길치인 너는 당연하다는
운데에 앉아서 고개를 들고 천장을 쳐다보았다. 하얀 벽지. 심심한 표정. 뭔
듯이 길을 잃어버렸다. 고궁들이 즐비한 거리로 돌담길들이 이곳저곳에 널
가 재밌는 게 필요했다. 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사
려있어 헷갈렸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친구의 연극시간은 점점 다가오
람을 만나자니 귀찮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하고, 그렇다고 마땅히 갈 곳이
고, 그에 따라 마음이 급해져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대학로는 코빼기도 보
떠오르지도 않았다. 넌 잠시 생각을 멈추고 음악을 틀어야겠단 생각에 아이
이질 않았다. 그러던 중에 그곳과 마주하게 되었다.
팟과 스피커의 전원을 켰다.
까만색 이차선 도로가 중앙에 있었고, 좌우로는 다른 곳들에 배는 될
일단 발랄한 기분이 되고 싶었다. 발랄한 기분이라…. 어떤 음악이
정도의 새파랗게 싹이 난 가로수들이 서있었고, 짧은 인도와 그것이 끝나는
좋을까? 모카? 너무 가볍다. 그런 기분이 아니다. 페퍼톤즈? 너무 튄다. 좀 더
지점에 사람 키의 열배는 되어 보이는 웅장한 돌담이 쭈욱 늘어서 있었다.
잔잔히 발랄한 음악이 좋을 것 같다. 한참을 고르다 결국 라이너스의 담요
넌 그 장소에서 소름이 끼쳤다. 너무 아름다워서.
를 플레이시켰다. 그것도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쁜 편은 아니
그래서 즉시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며 걸어갔다. 친구의 연극
었다.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허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집에 밥 따윈
시간은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없었다. 언제나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대충 사다, 끼니를 때우는 인생이었
뭐라 부를 수 없는 감정이 발끝에서부터 조금씩 천천히 차오르더니 정수리
다. 넌 작게 한숨을 내쉰 뒤, 지갑을 챙기고 잠옷 바람에 슬리퍼를 대충 끌고
까지 채워져 버렸다. 그러자 눈물이 넘쳤다. 그때까지 그런 적은 한 번도 없
밖으로 나왔다.
었다. 뭐 감수성이 유별난 편도 아니었고, 아니 오히려 슬픈 영화를 보면서
밖은 날씨가 아주 화창했다. 코앞의 편의점에 가는 골목길조차 눈이
도 눈물은 잘 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때 넌 뭔지도 모를 감정에 의해,
부실 지경이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누구와 어디를 가든 모두 다 좋을 것처
단지 그 장소가 너의 몸속으로 들어와 눈물이 나게끔 만들어버린 것 같았다.
럼 보였다. 편의점에 들어가 손에 잡히는 도시락 하나와 말보로 레드를 한 갑 샀다. 면보다는 밥을 먹고 싶었고, 맛있지만 독해서 평소에는 잘 피우지
다시 찾아갈 수 있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었지만, 넌 오늘 아침, 편의
않는 담배를 뻑뻑 피우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편의점에서 나오자 다시
점 도시락을 다 먹고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오늘이야말로 다시 한 번 그곳
눈부신 골목이 펼쳐졌다. 뭘 해도 용서를 해줄 것 같은 풍경이었다. 그래서
에 자전거를 타고 가야하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넌 휘파람을 불었다.
44
45
이었던 것이다.
집에 돌아와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너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정신이 나간 것 마냥 혼자 큰소리
여전히 너의 휘파람은 계속되었다. 전자레인지의 마침 벨이 울리고 도시락
로 웃어댔다. 너무 웃어서 배까지 부여잡고. 무릎을 굽히면서. 심지어 바닥
을 꺼내 나무젓가락으로 그것을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그러면서 어디를 가
에 드러누우면서까지. 짐이라곤 몇 벌의 옷가지와 화장대, 이불이 전부인
면 좋을까, 생각하다 가고 싶은 곳이 한 곳 떠올랐다.
좁디좁은 방 안에 너의 웃음소리가 사방의 벽을 튕겨 다니며 울려댔다. 넌 그 소리가 웃겨 한참을 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끝도 없이 울려댈 것 같았던
언젠가 대학로에서 친구의 연극이 있어 보러간 적이 있었다. 그날따
웃음소리가 움직임을 멈추자, 평상시의 무거운 침묵이 다시 자리를 잡았다.
라 버스나 지하철보다는 자전거가 타고 싶어, 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러자 오늘 하루 뭘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넌 방 한 가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길치인 너는 당연하다는
운데에 앉아서 고개를 들고 천장을 쳐다보았다. 하얀 벽지. 심심한 표정. 뭔
듯이 길을 잃어버렸다. 고궁들이 즐비한 거리로 돌담길들이 이곳저곳에 널
가 재밌는 게 필요했다. 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사
려있어 헷갈렸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친구의 연극시간은 점점 다가오
람을 만나자니 귀찮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하고, 그렇다고 마땅히 갈 곳이
고, 그에 따라 마음이 급해져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대학로는 코빼기도 보
떠오르지도 않았다. 넌 잠시 생각을 멈추고 음악을 틀어야겠단 생각에 아이
이질 않았다. 그러던 중에 그곳과 마주하게 되었다.
팟과 스피커의 전원을 켰다.
까만색 이차선 도로가 중앙에 있었고, 좌우로는 다른 곳들에 배는 될
일단 발랄한 기분이 되고 싶었다. 발랄한 기분이라…. 어떤 음악이
정도의 새파랗게 싹이 난 가로수들이 서있었고, 짧은 인도와 그것이 끝나는
좋을까? 모카? 너무 가볍다. 그런 기분이 아니다. 페퍼톤즈? 너무 튄다. 좀 더
지점에 사람 키의 열배는 되어 보이는 웅장한 돌담이 쭈욱 늘어서 있었다.
잔잔히 발랄한 음악이 좋을 것 같다. 한참을 고르다 결국 라이너스의 담요
넌 그 장소에서 소름이 끼쳤다. 너무 아름다워서.
를 플레이시켰다. 그것도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쁜 편은 아니
그래서 즉시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며 걸어갔다. 친구의 연극
었다.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허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집에 밥 따윈
시간은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없었다. 언제나 편의점에서 먹을 것을 대충 사다, 끼니를 때우는 인생이었
뭐라 부를 수 없는 감정이 발끝에서부터 조금씩 천천히 차오르더니 정수리
다. 넌 작게 한숨을 내쉰 뒤, 지갑을 챙기고 잠옷 바람에 슬리퍼를 대충 끌고
까지 채워져 버렸다. 그러자 눈물이 넘쳤다. 그때까지 그런 적은 한 번도 없
밖으로 나왔다.
었다. 뭐 감수성이 유별난 편도 아니었고, 아니 오히려 슬픈 영화를 보면서
밖은 날씨가 아주 화창했다. 코앞의 편의점에 가는 골목길조차 눈이
도 눈물은 잘 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때 넌 뭔지도 모를 감정에 의해,
부실 지경이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누구와 어디를 가든 모두 다 좋을 것처
단지 그 장소가 너의 몸속으로 들어와 눈물이 나게끔 만들어버린 것 같았다.
럼 보였다. 편의점에 들어가 손에 잡히는 도시락 하나와 말보로 레드를 한 갑 샀다. 면보다는 밥을 먹고 싶었고, 맛있지만 독해서 평소에는 잘 피우지
다시 찾아갈 수 있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었지만, 넌 오늘 아침, 편의
않는 담배를 뻑뻑 피우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편의점에서 나오자 다시
점 도시락을 다 먹고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오늘이야말로 다시 한 번 그곳
눈부신 골목이 펼쳐졌다. 뭘 해도 용서를 해줄 것 같은 풍경이었다. 그래서
에 자전거를 타고 가야하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넌 휘파람을 불었다.
44
45
• 안녕하세요. 우선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네요. 당신은 어디서 나와 만났을 수 도 있고 어쩌면 한 번도 본적이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분명한건 나는 당 신을 본적이 있어요. 제 소개는 건너뛸게요. 이렇게 한낱 글자로 소개를 해 봤자 당신은 온전히 날 상상할 수 없을 테니까요. 대신에 제가 지금부터 당 신을 상상해드릴게요. 아참! 내가 당신에게 이메일을 하나 보냈는데 왜 아직 수신확인이 되 어있지 않은지, 보니 당신도 메일을 잘 확인하지 않는군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하다가 지금 제 글이 생각나면 이메일 확인 한번해주세요. 365일 쉬지 않는 커피점이 하나 있는데, 오늘 아침 그 작은 커피점의
유리문 위로 ‘OPEN’이라고 새겨진 팻말이 띄워지듯 오늘도 역시 해는 하 늘에 둥 – 띄워졌네요. 분명 당신도 봤어요. 내가 아침에 봤던 그 해를.
당신은 일어나서 씻을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의 변기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한 층 가벼워진 몸으로, 습관처럼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죠. 그리고 당신은 잠깐 생각했어요. 담뱃불에 대해, 담배 연기에 대해, 그리고 떨어진 담뱃재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담배를 필 때는 타들어가는 담배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 아 침엔 달랐죠. 하지만 뭐, 당신은 그것에 상관을 안했죠. 어차피 담배는 피고 나면 연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고 그 연기조차도 곧 사라져버리니까요. 담배 를 필 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불씨가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졌죠. 사라져 버린 담배의 흔적을 불어버리고 당신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마셨어요. 집에 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0L 생수병 주둥이에 입에 대고 벌컥벌컥 들이켰어요. 술이 아닌 이상, 모든 액체에겐 컵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죠. 지 금 일어났고 담배도 폈으니 물을 많이 마셨죠. 그리고 당신은 다시 생각하 죠. 지금 씻을까, 나중에 씻을까, 아님 씻지 말까. 결국 당신은 오전 10시 반쯤 화장실에 있었어요. 당신은 어제 술을 마 셨죠. 당신은 술자리는 좋아하지만 술 자체는 즐기지 않는 편이죠. 하지만
47
• 안녕하세요. 우선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네요. 당신은 어디서 나와 만났을 수 도 있고 어쩌면 한 번도 본적이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분명한건 나는 당 신을 본적이 있어요. 제 소개는 건너뛸게요. 이렇게 한낱 글자로 소개를 해 봤자 당신은 온전히 날 상상할 수 없을 테니까요. 대신에 제가 지금부터 당 신을 상상해드릴게요. 아참! 내가 당신에게 이메일을 하나 보냈는데 왜 아직 수신확인이 되 어있지 않은지, 보니 당신도 메일을 잘 확인하지 않는군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하다가 지금 제 글이 생각나면 이메일 확인 한번해주세요. 365일 쉬지 않는 커피점이 하나 있는데, 오늘 아침 그 작은 커피점의
유리문 위로 ‘OPEN’이라고 새겨진 팻말이 띄워지듯 오늘도 역시 해는 하 늘에 둥 – 띄워졌네요. 분명 당신도 봤어요. 내가 아침에 봤던 그 해를.
당신은 일어나서 씻을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일어나자마자 화장실 의 변기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한 층 가벼워진 몸으로, 습관처럼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죠. 그리고 당신은 잠깐 생각했어요. 담뱃불에 대해, 담배 연기에 대해, 그리고 떨어진 담뱃재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담배를 필 때는 타들어가는 담배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는데 오늘 아 침엔 달랐죠. 하지만 뭐, 당신은 그것에 상관을 안했죠. 어차피 담배는 피고 나면 연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고 그 연기조차도 곧 사라져버리니까요. 담배 를 필 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불씨가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졌죠. 사라져 버린 담배의 흔적을 불어버리고 당신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마셨어요. 집에 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0L 생수병 주둥이에 입에 대고 벌컥벌컥 들이켰어요. 술이 아닌 이상, 모든 액체에겐 컵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죠. 지 금 일어났고 담배도 폈으니 물을 많이 마셨죠. 그리고 당신은 다시 생각하 죠. 지금 씻을까, 나중에 씻을까, 아님 씻지 말까. 결국 당신은 오전 10시 반쯤 화장실에 있었어요. 당신은 어제 술을 마 셨죠. 당신은 술자리는 좋아하지만 술 자체는 즐기지 않는 편이죠. 하지만
47
어제는 술을 조금 많이 마셨어요. 마침 오늘은 일이 없는 날이라서 어제 평 소보다 조금 많이 마셨어요. ‘조금 많이’ 라는 표현이 굉장히 모호하지만, 아
무튼 당신은 ‘조금 많이’ 술을 마셨고 지금 화장실 변기와, 아까보단 조금 더 무거운 인사를 나눴어요. 그리고 다시 생각을 했죠. 씻지 말까. 결국 당신은 옛 여자친구를 닮은, 부드럽고 차갑고 백옥같이 하얀 피부를 가진 그 친구와 굿바이-를 하고 나와 다시 방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노트 북을 켰죠. 노트북은 누워서 하는 게 제 맛이라고 생각을 한 당신은 침대위 로 노트북을 가져왔어요. 노트북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자기가 살아났다며 짧은 노래 한마디를 내뱉었죠. 당신은 당연히 파란색으로 ‘e’라고 된 아이콘 을 눌렀어요. 잠깐 창밖을 봤는데 비가 오려나 봐요. 창은 회색빛을 띠며 비 가 올 거 같다고 말하는데, 노트북 화면 안에 펼쳐진 창은 세상의 갖가지 사 건, 사고를 보여주며 녹색 창을 띄웠네요. 당신 메일이 있는 사이트에요. 하 지만 당신은 로그인 따위는 하지 않고 여러 기사들을 클릭해서 봤어요. 당 신은 정작 자기 자신의 일보다 다른 사람의 일이 더 궁금해요. 실시간 검색 순위 역시 당신이름, 혹은 당신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것은 없지만 당신 은 지금 이 순간 타인의 사건이 궁금했죠. 그렇게 ‘조금 많이’ 인터넷을 하 며 시간을 보냈는데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아직 10시 반. 잠깐만요. 조금 많
은 시간을 보냈는데 어떻게 아직 10시 반이지. 당신은 노트북 화면 속, 세로 1cm 가로 2cm의 작은 전자시계를 봐요. 지금은 11시 21분이에요.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 시계 가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는데 벽걸이 시계의 초침은 희미
하게 흔들릴 뿐 10시 28분 45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어요. 건전지를 갈아 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잠깐, 이상한 게 있어요. 왜 이 시간까지 휴대폰 알람은 울 리지 않았지? 당신은 일주일에 6일을 일하고 딱 하루 날짜를 정해서 쉬기 때 문에 매일 알람을 맞춰놓는데 오늘은 알람이 당신을 깨워주지 않았어요. 못 들었나, 생각하는데 문자한통, 전화한통도 오지 않네. 침대에서 몸을 일으 켜 책상 위, 어제 입었던 바지 왼쪽 주머니, 오른쪽 주머니, 뒷주머니, 침대
48
어제는 술을 조금 많이 마셨어요. 마침 오늘은 일이 없는 날이라서 어제 평 소보다 조금 많이 마셨어요. ‘조금 많이’ 라는 표현이 굉장히 모호하지만, 아
무튼 당신은 ‘조금 많이’ 술을 마셨고 지금 화장실 변기와, 아까보단 조금 더 무거운 인사를 나눴어요. 그리고 다시 생각을 했죠. 씻지 말까. 결국 당신은 옛 여자친구를 닮은, 부드럽고 차갑고 백옥같이 하얀 피부를 가진 그 친구와 굿바이-를 하고 나와 다시 방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노트 북을 켰죠. 노트북은 누워서 하는 게 제 맛이라고 생각을 한 당신은 침대위 로 노트북을 가져왔어요. 노트북이 거친 숨소리를 내며 자기가 살아났다며 짧은 노래 한마디를 내뱉었죠. 당신은 당연히 파란색으로 ‘e’라고 된 아이콘 을 눌렀어요. 잠깐 창밖을 봤는데 비가 오려나 봐요. 창은 회색빛을 띠며 비 가 올 거 같다고 말하는데, 노트북 화면 안에 펼쳐진 창은 세상의 갖가지 사 건, 사고를 보여주며 녹색 창을 띄웠네요. 당신 메일이 있는 사이트에요. 하 지만 당신은 로그인 따위는 하지 않고 여러 기사들을 클릭해서 봤어요. 당 신은 정작 자기 자신의 일보다 다른 사람의 일이 더 궁금해요. 실시간 검색 순위 역시 당신이름, 혹은 당신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것은 없지만 당신 은 지금 이 순간 타인의 사건이 궁금했죠. 그렇게 ‘조금 많이’ 인터넷을 하 며 시간을 보냈는데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아직 10시 반. 잠깐만요. 조금 많
은 시간을 보냈는데 어떻게 아직 10시 반이지. 당신은 노트북 화면 속, 세로 1cm 가로 2cm의 작은 전자시계를 봐요. 지금은 11시 21분이에요.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 시계 가는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오는데 벽걸이 시계의 초침은 희미
하게 흔들릴 뿐 10시 28분 45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어요. 건전지를 갈아 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다시 한번 잠깐, 이상한 게 있어요. 왜 이 시간까지 휴대폰 알람은 울 리지 않았지? 당신은 일주일에 6일을 일하고 딱 하루 날짜를 정해서 쉬기 때 문에 매일 알람을 맞춰놓는데 오늘은 알람이 당신을 깨워주지 않았어요. 못 들었나, 생각하는데 문자한통, 전화한통도 오지 않네. 침대에서 몸을 일으 켜 책상 위, 어제 입었던 바지 왼쪽 주머니, 오른쪽 주머니, 뒷주머니, 침대
48
옆, 밑, 위, 다 찾아보는데……. 그러고 보니 휴대폰이 보이지 않네요. 어디 에 있을까요? 당신 휴대폰.
• 우선 넌 담배를 다 피우고 난 뒤, 잠시 잠을 잤다. 한 삼십분 정도를 이불 속 에서 뒤척이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너의 유일한 화장품인 BB크림을 발랐다. 그 뒤엔 잠옷을 벗고 속옷만 입은 채, 전신 거울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쁘지 않은 몸매라고 자신 을 평가했다. 그리고 평소엔 잘 입지도 않는 치마를 꺼내 먼지를 털어내어 입었다. 그 아래에 보라색 레깅스를 신고, 위에는 가로 줄무늬가 프린팅 된 티셔츠를 입었다. 언뜻 보면 아주 우스꽝스러웠지만, 그런 점에서 너의 마 음에 드는 차림이었다. 이로써 오늘 아침에만 벌써 평소와는 다른 일들이 여럿 생겨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지겨운 일상이여 안녕, 이란 느낌이었다. 그리곤 아이팟과 스피커의 전원을 끄고, 현관에 놓인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어느새 구름들이 잔뜩 등장해 아침의 눈부심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네겐 무척 마음에 드는 일이었다. 자전거를 한 참은 타게 될 것 같은데, 땀이 나서 겨드랑이가 젖을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 았으니까. 자전거에 올라타서 페달을 굴려 찻길 쪽으로 나아갔다. 일단은 대학 로에 가는 버스를 찾아 쫓아가다 어떻게든 그곳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서였다. 우선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몇 명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두터운 점퍼를 입은 채, 우산을 들고 서있는 아저씨가 눈에 들 어왔다. 날도 따뜻하고 비가 올 것 같지도 않은데 그런 차림이라니 우스웠 다. 더욱이 그 아저씨는 엄지손가락을 콧구멍에 넣고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그 행위를 은근히 감추면서 코를 파고 있었다. 넌 피식 웃음이 났다. 귀여웠 다. 모든 것이 너의 휴일을 즐겁게 만들어주기 위해 열심히 움직여주고 있
50
옆, 밑, 위, 다 찾아보는데……. 그러고 보니 휴대폰이 보이지 않네요. 어디 에 있을까요? 당신 휴대폰.
• 우선 넌 담배를 다 피우고 난 뒤, 잠시 잠을 잤다. 한 삼십분 정도를 이불 속 에서 뒤척이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너의 유일한 화장품인 BB크림을 발랐다. 그 뒤엔 잠옷을 벗고 속옷만 입은 채, 전신 거울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쁘지 않은 몸매라고 자신 을 평가했다. 그리고 평소엔 잘 입지도 않는 치마를 꺼내 먼지를 털어내어 입었다. 그 아래에 보라색 레깅스를 신고, 위에는 가로 줄무늬가 프린팅 된 티셔츠를 입었다. 언뜻 보면 아주 우스꽝스러웠지만, 그런 점에서 너의 마 음에 드는 차림이었다. 이로써 오늘 아침에만 벌써 평소와는 다른 일들이 여럿 생겨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지겨운 일상이여 안녕, 이란 느낌이었다. 그리곤 아이팟과 스피커의 전원을 끄고, 현관에 놓인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밖은 어느새 구름들이 잔뜩 등장해 아침의 눈부심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네겐 무척 마음에 드는 일이었다. 자전거를 한 참은 타게 될 것 같은데, 땀이 나서 겨드랑이가 젖을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 았으니까. 자전거에 올라타서 페달을 굴려 찻길 쪽으로 나아갔다. 일단은 대학 로에 가는 버스를 찾아 쫓아가다 어떻게든 그곳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서였다. 우선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몇 명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두터운 점퍼를 입은 채, 우산을 들고 서있는 아저씨가 눈에 들 어왔다. 날도 따뜻하고 비가 올 것 같지도 않은데 그런 차림이라니 우스웠 다. 더욱이 그 아저씨는 엄지손가락을 콧구멍에 넣고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그 행위를 은근히 감추면서 코를 파고 있었다. 넌 피식 웃음이 났다. 귀여웠 다. 모든 것이 너의 휴일을 즐겁게 만들어주기 위해 열심히 움직여주고 있
50
는 것 같았다. 그리곤 얼마 안 있어 대학로로 가는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넌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굴렸다. 버스는 금세 너를 추월해 지나갔다. 넌 버스가 가는 방향을 머릿속에 새겨두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계속 달 렸다. 선선한 바람이 네 두 뺨에 처덕처덕 늘러 붙는 감각과 인지하기도 전 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건물들, 평소 운동부족의 얇은 다리가 저릿해져 오는 느낌, 겨드랑이에 땀이 날듯 말듯 간지러운 기분 등, 모든 것이 너를 즐 겁게 만들었다. 그래서 넌 완벽한 휴일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홍대 앞을 지나고 신촌을 지나 생전 처음 보는 동네가 눈앞에 펼쳐졌 다. 약간 구닥다리 느낌이 나는 동네였다. 건물들은 죄다 낮은 것들뿐이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서강대학교를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부터였으니까. 글쎄, 이곳은 어디일까? 하고 생각해봐야 넌 알 수 없었다. 길을 잘못 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분명 버스는 이곳으로 지나 갔었는데. 너는 일단 다시 버스정류장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굴렸지만, 이상하게도 주택가만 빙빙 돌게 될 뿐, 찻 길은 나타나질 않았다. 구멍가게 앞에 이르러 조금 힘들어진 너는 잠시 쉬어야겠단 생각에 자전거를 세우고 평상에 앉아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 어떻 게 해야 다시 찻길로 돌아갈 수 있을지, 어느 방향이 대학로일지 고민했지 만 어느 쪽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 진 않았다. 오늘만큼은 오로지 너에게 충실한, 타인은 끼어들지 않는 하루 가 되게끔 하고 싶었다. 그렇게 담배를 피우다 보니 왠지 외롭다는 감정이 생겼다. 외로움.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꼬리처럼 매달고 다니는, 이따위 비유는 식상하지 만 아무튼 그런 것이니까 너도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렇 게 눈을 감고 담배를 피우며 외로움을 느낄 때, 네 이마에 똑, 하고 물방울이
52
는 것 같았다. 그리곤 얼마 안 있어 대학로로 가는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넌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굴렸다. 버스는 금세 너를 추월해 지나갔다. 넌 버스가 가는 방향을 머릿속에 새겨두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계속 달 렸다. 선선한 바람이 네 두 뺨에 처덕처덕 늘러 붙는 감각과 인지하기도 전 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건물들, 평소 운동부족의 얇은 다리가 저릿해져 오는 느낌, 겨드랑이에 땀이 날듯 말듯 간지러운 기분 등, 모든 것이 너를 즐 겁게 만들었다. 그래서 넌 완벽한 휴일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홍대 앞을 지나고 신촌을 지나 생전 처음 보는 동네가 눈앞에 펼쳐졌 다. 약간 구닥다리 느낌이 나는 동네였다. 건물들은 죄다 낮은 것들뿐이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서강대학교를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부터였으니까. 글쎄, 이곳은 어디일까? 하고 생각해봐야 넌 알 수 없었다. 길을 잘못 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분명 버스는 이곳으로 지나 갔었는데. 너는 일단 다시 버스정류장을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굴렸지만, 이상하게도 주택가만 빙빙 돌게 될 뿐, 찻 길은 나타나질 않았다. 구멍가게 앞에 이르러 조금 힘들어진 너는 잠시 쉬어야겠단 생각에 자전거를 세우고 평상에 앉아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 어떻 게 해야 다시 찻길로 돌아갈 수 있을지, 어느 방향이 대학로일지 고민했지 만 어느 쪽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 진 않았다. 오늘만큼은 오로지 너에게 충실한, 타인은 끼어들지 않는 하루 가 되게끔 하고 싶었다. 그렇게 담배를 피우다 보니 왠지 외롭다는 감정이 생겼다. 외로움. 그건 인간이라면 누구나 꼬리처럼 매달고 다니는, 이따위 비유는 식상하지 만 아무튼 그런 것이니까 너도 당연히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렇 게 눈을 감고 담배를 피우며 외로움을 느낄 때, 네 이마에 똑, 하고 물방울이
52
하나 떨어졌다. 눈을 뜨자 하늘엔 검은 구름들이 가득 끼어있었고, 물방울
•
들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었다. 넌 얼른 담배를 털어 끄고, 다시 자전거에 올 라타 페달을 굴리기 시작했다. 비를 맞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너는
‘아 내 휴대폰.’
어딘가로 들어가야겠단 생각뿐이었다.
당신은 생각했어요. 어제 언제까지 휴대폰이 당신에게 있었는지에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돌았지만 스타벅스는커녕, 스타워 즈도 보이질 않았다. 넌 조용히 입을 달싹이며 혼잣말을 했다. 아, 씨…. 갑자
대해, 어제 어디를 다녔는지에 대해, 어제 술에 취한 후 잃어버린 기억에 대 해, 그리고 2년 약정 중에 남은 기간에 대해.
기 왜 비는 오고 지랄이야. 다른 사람 같았더라면 당장에라도 뛰어나가 어제 다닌 곳들을 돌며 휴대폰 비는 치마 속은 물론이고 레깅스, 그리고 팬티 안까지 들어와 페달을
을 찾았겠지만 당신은 너무 여유로웠어요. 한참동안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
굴릴 때마다 엉덩이가 철벅이게 만들었다. 티셔츠는 축축하게 회색으로 젖
에 잠길 뿐이었죠. 하필 당신 집에 집전화기가 없다는 것이 조금 짜증나게
어버렸다. 점점 눈은 뜨기가 힘들어져 시야는 좁아지고, 기분은 엉망이 되
느껴졌죠. 그리고는 메신저를 켰어요. 하지만 어제 함께 있었던 친구 녀석
어버렸다.
들은 접속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때 당신은 느꼈어요. 지금, 이 순간 누구와
끊임없이 돌고 있는 주택가에선 계속해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
도 소통할 길이 없다는 것을.
다. 넌 이제 누구라도 좋으니, 좀 마주쳐서 길을 물어보고 집으로 돌아가고
결국 ‘혼자’인 당신은 당신의 머리와 소통을 하게 됐죠. 도대체 어디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하지만 길거리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
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거지? 라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당신은 평소 휴
다. 그래서 결국, 생각 끝에, 다짜고짜 처마가 있는 주택의 대문 앞에 멈추어
대폰을 잘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도통 언제, 어디서 잃어버리게 됐는
서서 자전거를 세웠다. 그리고 벨을 눌렀다.
지 생각해낼 길이 없었어요. 어제 술에 취해 잃어버린 기억만큼 잃어버리기
잠시 후, 우산을 쓰고 나온 할머니가 어쩐 일이냐고 물었다. 넌 자초
전, 휴대폰이 자신에게 있었던 기억은 생각해내기 힘들었죠, 아니 불가능
지종을 대충 설명했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인 너를 본 할머니는 (물에 빠진 생
했죠. 평소에 친구들에게 문자가 와도 보통 세, 네 시간 후에 그 내용을 보기
쥐 꼴이란 비유는 식상하지만 아무튼,) 자전거는 여기 맡겨 놓고 다음에 찾
때문에 매번 친구들에게 답장이 왜 이렇게 늦으냐며 욕 아닌 욕을 먹어야
아가고 우선은 집에 가라며 인심을 써주셨다. 그리고 쯧쯧거리며 혀를 차는
했던 당신이니깐요.
소리와 우산을 선물로 주셨다. 그래서 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자전거를
결국 당신은 노트북의 전원을 끄지도 않은 채 노트북 화면을 닫아버
맡기고, 우산을 쓰고,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몇 걸음
린 후 화장실로 갔어요. 당신에게 큰 비중이 없던 휴대폰인데 왠지 마음이
걸어가다 담배를 피우고 싶어 주머니를 뒤적여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냈지
급해졌어요. 그래서 눌린 머리를 거울에 비추어보고도 머리를 감지 않았죠.
만 전부 축축이 젖어버린 상태였다. 넌 바닥에 담뱃갑과 라이터를 집어던졌
대충 세수와 양치만 하고 나와 방바닥에 뱀 허물처럼 벗겨진 옷을 주어 입
다. 이젠 휴일이고 뭐고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회사
었어요. 그리고 책상위에 있던 모자를 쓰고 뒷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확인하
에 출근도 해야 되는데 감기라도 걸리면 끔찍했다.
고 담뱃갑 안에 라이터가 잘 있는지 보고 집을 나왔죠. 당신이 제일 먼저 한일은 공중전화를 찾아가는 거였어요. 그런데 왜
54
55
하나 떨어졌다. 눈을 뜨자 하늘엔 검은 구름들이 가득 끼어있었고, 물방울
•
들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었다. 넌 얼른 담배를 털어 끄고, 다시 자전거에 올 라타 페달을 굴리기 시작했다. 비를 맞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너는
‘아 내 휴대폰.’
어딘가로 들어가야겠단 생각뿐이었다.
당신은 생각했어요. 어제 언제까지 휴대폰이 당신에게 있었는지에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이리저리 돌았지만 스타벅스는커녕, 스타워 즈도 보이질 않았다. 넌 조용히 입을 달싹이며 혼잣말을 했다. 아, 씨…. 갑자
대해, 어제 어디를 다녔는지에 대해, 어제 술에 취한 후 잃어버린 기억에 대 해, 그리고 2년 약정 중에 남은 기간에 대해.
기 왜 비는 오고 지랄이야. 다른 사람 같았더라면 당장에라도 뛰어나가 어제 다닌 곳들을 돌며 휴대폰 비는 치마 속은 물론이고 레깅스, 그리고 팬티 안까지 들어와 페달을
을 찾았겠지만 당신은 너무 여유로웠어요. 한참동안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
굴릴 때마다 엉덩이가 철벅이게 만들었다. 티셔츠는 축축하게 회색으로 젖
에 잠길 뿐이었죠. 하필 당신 집에 집전화기가 없다는 것이 조금 짜증나게
어버렸다. 점점 눈은 뜨기가 힘들어져 시야는 좁아지고, 기분은 엉망이 되
느껴졌죠. 그리고는 메신저를 켰어요. 하지만 어제 함께 있었던 친구 녀석
어버렸다.
들은 접속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때 당신은 느꼈어요. 지금, 이 순간 누구와
끊임없이 돌고 있는 주택가에선 계속해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
도 소통할 길이 없다는 것을.
다. 넌 이제 누구라도 좋으니, 좀 마주쳐서 길을 물어보고 집으로 돌아가고
결국 ‘혼자’인 당신은 당신의 머리와 소통을 하게 됐죠. 도대체 어디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하지만 길거리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
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거지? 라고 생각하는데 안타깝게도 당신은 평소 휴
다. 그래서 결국, 생각 끝에, 다짜고짜 처마가 있는 주택의 대문 앞에 멈추어
대폰을 잘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도통 언제, 어디서 잃어버리게 됐는
서서 자전거를 세웠다. 그리고 벨을 눌렀다.
지 생각해낼 길이 없었어요. 어제 술에 취해 잃어버린 기억만큼 잃어버리기
잠시 후, 우산을 쓰고 나온 할머니가 어쩐 일이냐고 물었다. 넌 자초
전, 휴대폰이 자신에게 있었던 기억은 생각해내기 힘들었죠, 아니 불가능
지종을 대충 설명했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인 너를 본 할머니는 (물에 빠진 생
했죠. 평소에 친구들에게 문자가 와도 보통 세, 네 시간 후에 그 내용을 보기
쥐 꼴이란 비유는 식상하지만 아무튼,) 자전거는 여기 맡겨 놓고 다음에 찾
때문에 매번 친구들에게 답장이 왜 이렇게 늦으냐며 욕 아닌 욕을 먹어야
아가고 우선은 집에 가라며 인심을 써주셨다. 그리고 쯧쯧거리며 혀를 차는
했던 당신이니깐요.
소리와 우산을 선물로 주셨다. 그래서 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자전거를
결국 당신은 노트북의 전원을 끄지도 않은 채 노트북 화면을 닫아버
맡기고, 우산을 쓰고,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몇 걸음
린 후 화장실로 갔어요. 당신에게 큰 비중이 없던 휴대폰인데 왠지 마음이
걸어가다 담배를 피우고 싶어 주머니를 뒤적여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냈지
급해졌어요. 그래서 눌린 머리를 거울에 비추어보고도 머리를 감지 않았죠.
만 전부 축축이 젖어버린 상태였다. 넌 바닥에 담뱃갑과 라이터를 집어던졌
대충 세수와 양치만 하고 나와 방바닥에 뱀 허물처럼 벗겨진 옷을 주어 입
다. 이젠 휴일이고 뭐고 집에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회사
었어요. 그리고 책상위에 있던 모자를 쓰고 뒷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확인하
에 출근도 해야 되는데 감기라도 걸리면 끔찍했다.
고 담뱃갑 안에 라이터가 잘 있는지 보고 집을 나왔죠. 당신이 제일 먼저 한일은 공중전화를 찾아가는 거였어요. 그런데 왜
54
55
이렇게 공중전화를 찾기 힘들까요? 당신은 ‘어릴 적에만 해도 쉽게 볼 수 있
었던 공중전화들의 개체수가 왜 이렇게 줄었지’ 라며 생각했고 ‘여기 어디 쯤에서 공중전화를 본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보니 일어나서 지금까지 당신은 한 번도 목소리를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많은 말을 한 기분이었죠. 당신은 걷는 도중에 의식적으로 헛기침을 했어요. “흐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왜 이렇게 작위적이게 느껴질까요? 주위를 둘러 보니 폐지를 줍는 노인 한 명과 뭐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식재료가 들었을 것 같은 비닐봉지를 양손에 들고 걸어가는 아주머니 한명이 있었죠. 당신은 작고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어요. “아아”
오늘 고작 한 말, 아니 이건 말이라고 할 수 없죠. 소리를 낸 것이 “흐
음”, 그리고 “아아” 당신은 갑자기 말을 하고 싶어졌어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왜 이럴까요? 입이 간지러워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죠.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님을 본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은근히 소심한 당신은 길 한복판 에서 그것도 혼자, 어떤 말을 해야 될지 몰랐죠. 이러다가 영영 말을 못하게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결국 당신은 편의점에 가서 무언가를 사기로 했어요. 그럼 ‘디스 플러스요’ 내지는 ‘말보로 라이트요’ 따위를 말할 수 있으 니까요. 결국 지금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깝게 있는 편의점 쪽으로 걸어갔죠. 편의점까지 이제 10m를 남겨두고 있는데 편의점 앞에 공중전화가 있네요. 맞아요. 당신은 이 편의점에 자주 들렸지만 여기에 공중전화가 있는지 없는 지에 대해선 관심 없었죠. 그리고 ‘어디서 공중전화를 봤던 기억’은 바로 이 곳에서 만들어진 거고요. 당신은 결국 편의점이 아닌 공중전화 박스 안으로 들어갔어요.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꺼내 동전 주입구에 넣은 후 전화를 걸 었죠. 똑 똑 똑 – 똑똑똑똑똑똑– 당신의 귀로 신호음 대신 똑 똑 똑 –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 죠. 당신의 휴대폰은 전원이 꺼져있다고 기계적인 목소리의 한 여성이 말을 해요. 젠장, 그리고 다행. 휴대폰이 꺼져있으니 젠장, 그래도 비는 공중전화 박스 안에 있을 때 떨어졌으니 다행. 그래서 젠장, 그리고 다행.
56
이렇게 공중전화를 찾기 힘들까요? 당신은 ‘어릴 적에만 해도 쉽게 볼 수 있
었던 공중전화들의 개체수가 왜 이렇게 줄었지’ 라며 생각했고 ‘여기 어디 쯤에서 공중전화를 본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보니 일어나서 지금까지 당신은 한 번도 목소리를 쓰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많은 말을 한 기분이었죠. 당신은 걷는 도중에 의식적으로 헛기침을 했어요. “흐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왜 이렇게 작위적이게 느껴질까요? 주위를 둘러 보니 폐지를 줍는 노인 한 명과 뭐가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식재료가 들었을 것 같은 비닐봉지를 양손에 들고 걸어가는 아주머니 한명이 있었죠. 당신은 작고 낮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어요. “아아”
오늘 고작 한 말, 아니 이건 말이라고 할 수 없죠. 소리를 낸 것이 “흐
음”, 그리고 “아아” 당신은 갑자기 말을 하고 싶어졌어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왜 이럴까요? 입이 간지러워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죠.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님을 본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은근히 소심한 당신은 길 한복판 에서 그것도 혼자, 어떤 말을 해야 될지 몰랐죠. 이러다가 영영 말을 못하게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결국 당신은 편의점에 가서 무언가를 사기로 했어요. 그럼 ‘디스 플러스요’ 내지는 ‘말보로 라이트요’ 따위를 말할 수 있으 니까요. 결국 지금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깝게 있는 편의점 쪽으로 걸어갔죠. 편의점까지 이제 10m를 남겨두고 있는데 편의점 앞에 공중전화가 있네요. 맞아요. 당신은 이 편의점에 자주 들렸지만 여기에 공중전화가 있는지 없는 지에 대해선 관심 없었죠. 그리고 ‘어디서 공중전화를 봤던 기억’은 바로 이 곳에서 만들어진 거고요. 당신은 결국 편의점이 아닌 공중전화 박스 안으로 들어갔어요.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꺼내 동전 주입구에 넣은 후 전화를 걸 었죠. 똑 똑 똑 – 똑똑똑똑똑똑– 당신의 귀로 신호음 대신 똑 똑 똑 –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 죠. 당신의 휴대폰은 전원이 꺼져있다고 기계적인 목소리의 한 여성이 말을 해요. 젠장, 그리고 다행. 휴대폰이 꺼져있으니 젠장, 그래도 비는 공중전화 박스 안에 있을 때 떨어졌으니 다행. 그래서 젠장, 그리고 다행.
56
당신은 젠장과 다행의 기분을 가지고 공중전화 박스에서 나와 편의
고 나온 체크카드 한 장과, 오늘 하루 종일 울리지 않은, 평상시에 시계대용
점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가장 가격이 싼 3900원짜리 비닐우산을 집어 들었
으로 사용 중인 핸드폰만이 덩그러니 들어있었다. 씁쓸한 기분으로 고개를
어요. 비닐우산엔 ‘일회용 우산’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전혀 일회용 같지 않
았어요. 이게 왜 ‘일회용’이지, 생각을 하며 당신은 카운터에 왼손으로 우산
을 올리며 오른손으론 지갑을 꺼냈어요. 지갑 속에서 5000원짜리를 꺼내 계 산을 했죠.
숙였다 드니 눈앞에 백화점이 보였다. 넌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을 뚝뚝 흘리며 백화점으로 들어가 대충 제일 싼 속옷을 사고, 전 부터 살까 말까 망설였던 검정색 스키니 진을 사고, 입고 있던 것과 같은 줄
“3900원입니다. 할인카드나 적립카드 있으세요?”
무늬 티셔츠를 사고, 싸구려 슬리퍼를 하나 사서 화장실에서 갈아입었다.
왠지 미소녀를 좋아하고 편의점의 음식을 몰래 뜯어먹을 것같이 생
젖은 옷가지들은 옷을 살 때 받은 비닐 쇼핑백에 한꺼번에 우겨넣었다. 그
긴 남자 점원이 일에 찌들어 말하기 싫다는 말투로 말을 걸어왔어요. 당신
런 너의 상황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기회로 쇼핑을 하게
은 그 남자 점원을 정말 비호감이라고 느꼈죠. 말도 섞기 싫어, 미간을 약간
되는구나, 싶었다. 거울을 보며 젖은 머리카락을 휴지로 닦고 있는데 헛웃
찌푸린 다음 고개를 좌우로 흔든 후 당신은 거스름돈과 우산을 받아들고 밖
음이 나왔다. 대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으로 나갔어요. 그리고 우산을 폈죠. 투명한 우산 위로 빗방울들이 부딪치 고 있었어요. 빛은 통과하는데 왜 자신들은 통과할 수 없냐는 듯 빗방울들 은 아까보다 더욱 세게 떨어지고 있었죠.
한 손은 우산을 들고, 한 손은 쇼핑백을 든 채로 백화점 밖으로 나왔 을 때에도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여섯 시 밖에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이대로 휴일을 날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자, 넌 소주를 마셔야겠단 생각이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소
•
주를 마시지 않은지도 벌써 일 년 가까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술을 마신다 고 해봐야 맥주, 그나마 양주 몇 잔, 와인. 뭔가 너를 챙기기에 바빴고, 그렇
조금 걷다보니 그토록 찾아도 나오지 않던 커다란 찻길이 나타났다. 넌 작
기에 취하도록 마신 적도 없었다. 그래, 오늘은 취해보자. 대학생 땐 자취를
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간단한 길을 찾지 못해 비를 맞으며 빙글빙글
하며 근처 포장마차에서 친구들과 소주도 많이 마셨었다. 그땐 소주를 통
돌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너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비는 여전히 무
해 취할 대로 취해버려 무거운 자신을 다 놓아버리고 네가 아무것도 아닌
심하게 우산 위로 계속 떨어지고, 바람은 네 몸의 온기를 자꾸만 빼앗아갔
아주 가벼운 존재가 되곤 했었다. 그 느낌을 다시 맛보고 싶었다. 게다가 넌
다. 한참을 걷던 너는 문득 오전의 코를 파던 아저씨가 떠올랐다. 이제는 그
포장마차의 더러움, 그 구질구질함을 통해 그렇게 되고 싶었다.
아저씨가 전혀 우스꽝스럽게 여겨지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두꺼운
일단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가 현금 인출기에서 오 만원을 꺼냈다. 그
점퍼를 빼앗아 오고 싶었다. 물론 코를 파진 않겠지만 말이다. 너는 다시 한
리고 말보로 레드 한 갑과 라이터를 사서 나왔다. 소주 생각에 입 안에 침이
번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고이며, 다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없어도 좋았다. 그저 소
넌 걸으며 치마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주머니는 축축했다. 그
주를 마시고 취하기만 한다면, 그리고 운이 좋아 포장마차에 혼자 온 손님
리고 안엔, 대학로 근처의 그곳에 도착하면 핫바라도 사먹을까, 하고 가지
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렇다면 오랜만의 휴일을 즐겁게 마무
58
59
당신은 젠장과 다행의 기분을 가지고 공중전화 박스에서 나와 편의
고 나온 체크카드 한 장과, 오늘 하루 종일 울리지 않은, 평상시에 시계대용
점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가장 가격이 싼 3900원짜리 비닐우산을 집어 들었
으로 사용 중인 핸드폰만이 덩그러니 들어있었다. 씁쓸한 기분으로 고개를
어요. 비닐우산엔 ‘일회용 우산’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전혀 일회용 같지 않
았어요. 이게 왜 ‘일회용’이지, 생각을 하며 당신은 카운터에 왼손으로 우산
을 올리며 오른손으론 지갑을 꺼냈어요. 지갑 속에서 5000원짜리를 꺼내 계 산을 했죠.
숙였다 드니 눈앞에 백화점이 보였다. 넌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을 뚝뚝 흘리며 백화점으로 들어가 대충 제일 싼 속옷을 사고, 전 부터 살까 말까 망설였던 검정색 스키니 진을 사고, 입고 있던 것과 같은 줄
“3900원입니다. 할인카드나 적립카드 있으세요?”
무늬 티셔츠를 사고, 싸구려 슬리퍼를 하나 사서 화장실에서 갈아입었다.
왠지 미소녀를 좋아하고 편의점의 음식을 몰래 뜯어먹을 것같이 생
젖은 옷가지들은 옷을 살 때 받은 비닐 쇼핑백에 한꺼번에 우겨넣었다. 그
긴 남자 점원이 일에 찌들어 말하기 싫다는 말투로 말을 걸어왔어요. 당신
런 너의 상황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기회로 쇼핑을 하게
은 그 남자 점원을 정말 비호감이라고 느꼈죠. 말도 섞기 싫어, 미간을 약간
되는구나, 싶었다. 거울을 보며 젖은 머리카락을 휴지로 닦고 있는데 헛웃
찌푸린 다음 고개를 좌우로 흔든 후 당신은 거스름돈과 우산을 받아들고 밖
음이 나왔다. 대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으로 나갔어요. 그리고 우산을 폈죠. 투명한 우산 위로 빗방울들이 부딪치 고 있었어요. 빛은 통과하는데 왜 자신들은 통과할 수 없냐는 듯 빗방울들 은 아까보다 더욱 세게 떨어지고 있었죠.
한 손은 우산을 들고, 한 손은 쇼핑백을 든 채로 백화점 밖으로 나왔 을 때에도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여섯 시 밖에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이대로 휴일을 날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자, 넌 소주를 마셔야겠단 생각이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소
•
주를 마시지 않은지도 벌써 일 년 가까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술을 마신다 고 해봐야 맥주, 그나마 양주 몇 잔, 와인. 뭔가 너를 챙기기에 바빴고, 그렇
조금 걷다보니 그토록 찾아도 나오지 않던 커다란 찻길이 나타났다. 넌 작
기에 취하도록 마신 적도 없었다. 그래, 오늘은 취해보자. 대학생 땐 자취를
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간단한 길을 찾지 못해 비를 맞으며 빙글빙글
하며 근처 포장마차에서 친구들과 소주도 많이 마셨었다. 그땐 소주를 통
돌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너의 상태가 어떻든 간에 비는 여전히 무
해 취할 대로 취해버려 무거운 자신을 다 놓아버리고 네가 아무것도 아닌
심하게 우산 위로 계속 떨어지고, 바람은 네 몸의 온기를 자꾸만 빼앗아갔
아주 가벼운 존재가 되곤 했었다. 그 느낌을 다시 맛보고 싶었다. 게다가 넌
다. 한참을 걷던 너는 문득 오전의 코를 파던 아저씨가 떠올랐다. 이제는 그
포장마차의 더러움, 그 구질구질함을 통해 그렇게 되고 싶었다.
아저씨가 전혀 우스꽝스럽게 여겨지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두꺼운
일단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가 현금 인출기에서 오 만원을 꺼냈다. 그
점퍼를 빼앗아 오고 싶었다. 물론 코를 파진 않겠지만 말이다. 너는 다시 한
리고 말보로 레드 한 갑과 라이터를 사서 나왔다. 소주 생각에 입 안에 침이
번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고이며, 다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없어도 좋았다. 그저 소
넌 걸으며 치마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주머니는 축축했다. 그
주를 마시고 취하기만 한다면, 그리고 운이 좋아 포장마차에 혼자 온 손님
리고 안엔, 대학로 근처의 그곳에 도착하면 핫바라도 사먹을까, 하고 가지
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렇다면 오랜만의 휴일을 즐겁게 마무
58
59
리 지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후에 그곳을 향해
일단은 끝까지 다 읽고 나서.
가다 길을 잃어 헤맨 것도, 비가 와 쫄딱 젖어버린 것도 즐겁게 여겨졌다. 물 론 손에 들린 무거운 쇼핑백은 조금 짜증이 나긴 했지만.
• 운이 좋게도 바로 근처에 포장마차가 있었다. 너는 망설임 없이 그곳 에 들어갔다. 그리고 고추장 불고기와 소주를 한 병 시키고, 아줌마가 건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죠. 당신은 결국 어제 다닌 곳들을 다니며 직접 휴
는 오뎅 국물을 마셨다. 아무 생각 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니 네 앞
대폰을 찾았죠. 비는 여전히 내리고 당신은 여전히 휴대폰을 찾고. 다른 사
의 테이블에 놓인 책이 보였다. 그래서 그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곧
람이라면 우선 휴대폰을 분실신고를 한 후 정지시켰겠죠. 요즘 같은 세상
이어 아줌마가 고추장 불고기와 소주 한 병을 내 주었다. 그래서 불고기를
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괜히 다음 달에 휴대폰요금이 당신 월급의
하나 집어먹고, 소주를 한 잔 마셨다. 책은 읽다 보니 점점 흥미가 생겼다. 그
2배 부푼 금액으로 청구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생각
책은 바로 이 책이었다.
하지 않았는지 아님 꼭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알 수 없지만 바로 분실 신고를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어제 갔던 곳으로 발을 옮겼죠.
그리고 넌 지금 여기까지 읽었다.
당신은 어제 회사를 마치고 나온 후 PC방에 들렸다 친구를 만나 한 포장마차에 갔었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네요. 분명 친구를 만날 때 ‘나 ○○
넌 이 부분에서 잠시 책에서 눈을 떼어내고, 소주를 한 잔 따라 마신
피씨방이야’ 라는 말을 전했을 테고─그랬으니깐 그 친구가 ○○피씨방으
다. 입 안이 쓰다. 그리고 이따위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로 찾아왔겠죠?─그럼 포장마차에 갔을 때까진 있었다는 뜻이 되죠. 물론
사람일까, 라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면 재밌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지금
가는 길에 흘리지 않았다면 말이죠. 근데 당신은 뭘 그렇게 흘리고 다니는
막 읽은 부분을 쓴 사람은 남자 같긴 한데, 글 쓴 사람의 이름이 두 명, 김종소
타입은 아니잖아요. 당신 역시 그렇게 생각했죠. 그래서 어제 그 포장마차
리와 남지수인 것으로 보아 남자의 이름은 김종소리인 것 같다. 이름이 종
로 갔어요. 어느새 날은 어둑어둑해지는데 아직 포장마차는 열지 않았죠.
소리라니, 우습다. 주변 사람들이 이 사람을 어떻게 부를까? 소리? 종소리?
포장마차는 낮엔 조용히 찌그러져 있다가 밤이 되면 화려한 주황색 날개를
어쨌든 한 번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꽤나 썰렁한 사람일 것 같
펼치며 살아나죠. 근데 아직은 조용했죠. 당신은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불
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오늘 있었던 너의 하루와 거의 흡사한
을 붙였죠. 비 오는 날에 피는 담배는 당신을 더 차분하게 만들어 줬어요. 그
하루를 상상해서 썼다는 점이다. 물론 남자를 상상하며 쓴 남지수라는 사람
리곤 지나가는 사람들을 봤죠. 하나의 우산 속에서 ‘거의 껴안고’ 가는 연인,
도 꽤나 흥미로운 사람일 것 같다. 웃기기로 한다면 이 김종소리라는 놈보
깔깔대며 지나가는 여자들, 한손엔 우산을 한손엔 휴대폰을 들고 걸어가는
다 나을 것 같다. 하지만 넌 그래도 웃긴 여자 작가보다는 너의 하루와 흡사
남자. 그러고 보니, 모두 말을 하고 있었어요. 또 그러고 보니, 당신은 편의점
한 하루를 상상해낸 남자 작가에게 관심이 간다. 더욱이 글의 시작에서 자
에서도 말을 하지 못했죠. 당신은 다시 ‘목소리’에 대해 생각이 들었어요. 그
신이 쓴 글과 비슷한 하루를 보낸 사람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던 구절이 머
리고 입이 간지러웠죠. 말을 하고 싶었어요. 휴대폰이라도 있었으면 아무
릿속에 맴돈다. 김종소리 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에게나 전화를 걸어 무슨 말이든 하겠는데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죠.
60
61
리 지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후에 그곳을 향해
일단은 끝까지 다 읽고 나서.
가다 길을 잃어 헤맨 것도, 비가 와 쫄딱 젖어버린 것도 즐겁게 여겨졌다. 물 론 손에 들린 무거운 쇼핑백은 조금 짜증이 나긴 했지만.
• 운이 좋게도 바로 근처에 포장마차가 있었다. 너는 망설임 없이 그곳 에 들어갔다. 그리고 고추장 불고기와 소주를 한 병 시키고, 아줌마가 건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죠. 당신은 결국 어제 다닌 곳들을 다니며 직접 휴
는 오뎅 국물을 마셨다. 아무 생각 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니 네 앞
대폰을 찾았죠. 비는 여전히 내리고 당신은 여전히 휴대폰을 찾고. 다른 사
의 테이블에 놓인 책이 보였다. 그래서 그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곧
람이라면 우선 휴대폰을 분실신고를 한 후 정지시켰겠죠. 요즘 같은 세상
이어 아줌마가 고추장 불고기와 소주 한 병을 내 주었다. 그래서 불고기를
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괜히 다음 달에 휴대폰요금이 당신 월급의
하나 집어먹고, 소주를 한 잔 마셨다. 책은 읽다 보니 점점 흥미가 생겼다. 그
2배 부푼 금액으로 청구가 될 수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생각
책은 바로 이 책이었다.
하지 않았는지 아님 꼭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알 수 없지만 바로 분실 신고를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어제 갔던 곳으로 발을 옮겼죠.
그리고 넌 지금 여기까지 읽었다.
당신은 어제 회사를 마치고 나온 후 PC방에 들렸다 친구를 만나 한 포장마차에 갔었고, 그 다음엔, 기억이 없네요. 분명 친구를 만날 때 ‘나 ○○
넌 이 부분에서 잠시 책에서 눈을 떼어내고, 소주를 한 잔 따라 마신
피씨방이야’ 라는 말을 전했을 테고─그랬으니깐 그 친구가 ○○피씨방으
다. 입 안이 쓰다. 그리고 이따위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로 찾아왔겠죠?─그럼 포장마차에 갔을 때까진 있었다는 뜻이 되죠. 물론
사람일까, 라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면 재밌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지금
가는 길에 흘리지 않았다면 말이죠. 근데 당신은 뭘 그렇게 흘리고 다니는
막 읽은 부분을 쓴 사람은 남자 같긴 한데, 글 쓴 사람의 이름이 두 명, 김종소
타입은 아니잖아요. 당신 역시 그렇게 생각했죠. 그래서 어제 그 포장마차
리와 남지수인 것으로 보아 남자의 이름은 김종소리인 것 같다. 이름이 종
로 갔어요. 어느새 날은 어둑어둑해지는데 아직 포장마차는 열지 않았죠.
소리라니, 우습다. 주변 사람들이 이 사람을 어떻게 부를까? 소리? 종소리?
포장마차는 낮엔 조용히 찌그러져 있다가 밤이 되면 화려한 주황색 날개를
어쨌든 한 번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꽤나 썰렁한 사람일 것 같
펼치며 살아나죠. 근데 아직은 조용했죠. 당신은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불
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오늘 있었던 너의 하루와 거의 흡사한
을 붙였죠. 비 오는 날에 피는 담배는 당신을 더 차분하게 만들어 줬어요. 그
하루를 상상해서 썼다는 점이다. 물론 남자를 상상하며 쓴 남지수라는 사람
리곤 지나가는 사람들을 봤죠. 하나의 우산 속에서 ‘거의 껴안고’ 가는 연인,
도 꽤나 흥미로운 사람일 것 같다. 웃기기로 한다면 이 김종소리라는 놈보
깔깔대며 지나가는 여자들, 한손엔 우산을 한손엔 휴대폰을 들고 걸어가는
다 나을 것 같다. 하지만 넌 그래도 웃긴 여자 작가보다는 너의 하루와 흡사
남자. 그러고 보니, 모두 말을 하고 있었어요. 또 그러고 보니, 당신은 편의점
한 하루를 상상해낸 남자 작가에게 관심이 간다. 더욱이 글의 시작에서 자
에서도 말을 하지 못했죠. 당신은 다시 ‘목소리’에 대해 생각이 들었어요. 그
신이 쓴 글과 비슷한 하루를 보낸 사람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던 구절이 머
리고 입이 간지러웠죠. 말을 하고 싶었어요. 휴대폰이라도 있었으면 아무
릿속에 맴돈다. 김종소리 라는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에게나 전화를 걸어 무슨 말이든 하겠는데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죠.
60
61
도저히.
는 총소리같이 느꼈어요. 당신은 한숨을 한번 깊게 쉬고 제일 구석진 테이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당신은 바로 건너편에 작은 커피점으로 들어갔 어요. 그리고 말을 했죠.
블에 앉았죠. 그리고는 계란말이와 소주, 잔 두개를 시켰어요. 이제 휴대폰을 찾는 건 포기한 채 당신은 <바로 너>를 펼쳤어요. 그 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어요. 그렇죠. 당신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어요.
“아이스티요. 얼음 많이 넣어주세요.” 어떤 ‘아이스’가, 얼마만큼의 얼음이 이보다 시원할까요? 그리고 당
•
신은 음료를 받았고 한 구석에 놓은 테이블 위로 쌓여있는 책을 발견했어요. ‹바로 너›라는 제목의 책은 왠지 당신을 궁금하게 만들었죠. 뒤를 돌아 유리
넌 책에 다시 시선을 주기 전, 포장마차의 안을 살핀다. 네 바로 옆에 한 남자
문 밖으로 포장마차가 열렸는지 봤지만 아직 이었죠. 당신은 ‹바로 너›를 들
가 앉아있다. 그리고 네가 손에 쥐고 있는 책과 같은 책을 읽고 있다. 넌 갑작
어 한번 훑어본 후 아주 시원한 목소리로 말을 했어요.
스레 그 남자가 마음에 든다. 생김새고, 느낌이고, 뭐고 간에. 이때 너의 시
“이거 공짜에요?”
계대용 핸드폰이 요란스레 울린다. 따르르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르
“아 손님. 그거 왼쪽에 적혀 있는 그 가격이에요.”
점원이 아주 친절하게 말해줬지만 은근히 소심한 당신은 ‘공짜’냐고
르릉 – 네 옆의 남자가 너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책으로 눈을 돌린다. 넌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물어본 자신의 시원한 목소리와 들고 있는 손이 무안하게 느껴졌어요. 결국 당신은 그 커피점에서 아이스티와 <바로 너>를 사게 되었죠. 뭐, 아직 포장 마차도 열지 않았으니깐 이거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할 그 때, 포장마차가 꿈틀대기 시작했어요.
잠깐만. 넌 그 남자를 마음에 들어 하면 안 되는데…. 넌 나를 좋아해 야하는데…. 이 전 파트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 파트를 쓰다 보니 어째 네가 남
당신은 한손엔 아이스티, 한손엔 우산, 아이스티를 든 쪽의 겨드랑이
지수의 소설 속 남자를 만나버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렇다면 당
사이로 <바로 너>를 낀 채 포장마차로 뛰어갔어요. 주인처럼 보이는 중년
연히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젠장. 빌어먹을 나
의 여자는 포장마차를 깨우는 일에 너무 분주해 보였어요. 우선, 포장마차
의 더러운 센티멘털 로맨스 취향 같으니라고. 어렸을 때부터 순정만화 따
가 완전히 열리면 그때 주인에게 휴대폰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어요. 한 20
위를 보고 자란 탓이다.
분쯤, 담배는 3개쯤 폈을 때, 포장마차는 완전히 펴졌고 당신은 그 안으로
이제 더 이상 이 글을 쓰는 데 있어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네가 어떤
들어갔어요. 포장마차가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한 남자가 혼자 들어와서 소
식의 행동을 취하게 될지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아진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주와 주꾸미를 시키고 앉았죠. ‘잔 두개요.’를 외치는 것을 보니 친구가 오기
않다. 네가 나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데에서 내 소설을 끝냈어야 했다.
로 했나 봐요. 당신은 파를 탕탕, 썰고 있는 주인에게 말을 걸었어요.
아, 씨발 왜 더 써가지고. 짜증나게.
탕탕, 파를 썰며, 당신의 휴대폰을 보지 못했다는 주인이 말을 했죠. 말은 하는데 손은 계속 파를 썰고 있었고 탕탕탕, 그 소리는 당신을 향해 쏘
62
63
도저히.
는 총소리같이 느꼈어요. 당신은 한숨을 한번 깊게 쉬고 제일 구석진 테이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당신은 바로 건너편에 작은 커피점으로 들어갔 어요. 그리고 말을 했죠.
블에 앉았죠. 그리고는 계란말이와 소주, 잔 두개를 시켰어요. 이제 휴대폰을 찾는 건 포기한 채 당신은 <바로 너>를 펼쳤어요. 그 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어요. 그렇죠. 당신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어요.
“아이스티요. 얼음 많이 넣어주세요.” 어떤 ‘아이스’가, 얼마만큼의 얼음이 이보다 시원할까요? 그리고 당
•
신은 음료를 받았고 한 구석에 놓은 테이블 위로 쌓여있는 책을 발견했어요. ‹바로 너›라는 제목의 책은 왠지 당신을 궁금하게 만들었죠. 뒤를 돌아 유리
넌 책에 다시 시선을 주기 전, 포장마차의 안을 살핀다. 네 바로 옆에 한 남자
문 밖으로 포장마차가 열렸는지 봤지만 아직 이었죠. 당신은 ‹바로 너›를 들
가 앉아있다. 그리고 네가 손에 쥐고 있는 책과 같은 책을 읽고 있다. 넌 갑작
어 한번 훑어본 후 아주 시원한 목소리로 말을 했어요.
스레 그 남자가 마음에 든다. 생김새고, 느낌이고, 뭐고 간에. 이때 너의 시
“이거 공짜에요?”
계대용 핸드폰이 요란스레 울린다. 따르르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르
“아 손님. 그거 왼쪽에 적혀 있는 그 가격이에요.”
점원이 아주 친절하게 말해줬지만 은근히 소심한 당신은 ‘공짜’냐고
르릉 – 네 옆의 남자가 너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책으로 눈을 돌린다. 넌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물어본 자신의 시원한 목소리와 들고 있는 손이 무안하게 느껴졌어요. 결국 당신은 그 커피점에서 아이스티와 <바로 너>를 사게 되었죠. 뭐, 아직 포장 마차도 열지 않았으니깐 이거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할 그 때, 포장마차가 꿈틀대기 시작했어요.
잠깐만. 넌 그 남자를 마음에 들어 하면 안 되는데…. 넌 나를 좋아해 야하는데…. 이 전 파트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 파트를 쓰다 보니 어째 네가 남
당신은 한손엔 아이스티, 한손엔 우산, 아이스티를 든 쪽의 겨드랑이
지수의 소설 속 남자를 만나버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렇다면 당
사이로 <바로 너>를 낀 채 포장마차로 뛰어갔어요. 주인처럼 보이는 중년
연히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젠장. 빌어먹을 나
의 여자는 포장마차를 깨우는 일에 너무 분주해 보였어요. 우선, 포장마차
의 더러운 센티멘털 로맨스 취향 같으니라고. 어렸을 때부터 순정만화 따
가 완전히 열리면 그때 주인에게 휴대폰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어요. 한 20
위를 보고 자란 탓이다.
분쯤, 담배는 3개쯤 폈을 때, 포장마차는 완전히 펴졌고 당신은 그 안으로
이제 더 이상 이 글을 쓰는 데 있어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네가 어떤
들어갔어요. 포장마차가 장사를 시작하자마자 한 남자가 혼자 들어와서 소
식의 행동을 취하게 될지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아진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주와 주꾸미를 시키고 앉았죠. ‘잔 두개요.’를 외치는 것을 보니 친구가 오기
않다. 네가 나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데에서 내 소설을 끝냈어야 했다.
로 했나 봐요. 당신은 파를 탕탕, 썰고 있는 주인에게 말을 걸었어요.
아, 씨발 왜 더 써가지고. 짜증나게.
탕탕, 파를 썰며, 당신의 휴대폰을 보지 못했다는 주인이 말을 했죠. 말은 하는데 손은 계속 파를 썰고 있었고 탕탕탕, 그 소리는 당신을 향해 쏘
62
63
• 당신은 지금 매우 궁금해요. 휴대폰이 문제가 아니라, 이 소설을 써 내려가 고 있는 제가 말이죠. 당신은 아마 점점 더 제게 관심이 생길 거예요. 당신만 원한다면 전 시간을 내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 당신도 내가 보고 싶을 거예 요. 따르르르르르르르릉 –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 아니 이 소리는 당신의 벨소리에요. ‘웬만하면 하지 않는 기본벨소리 14번
째’에 있는 ‘옛날 벨소리’에요. 하지만 당신은 계속해서 책을 보고 있어요. 그
리고 한쪽 손으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죠. 휴대폰이 만져지지 않자, 당신 은 그때서야 당신에게 휴대폰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근데 ‘웬만하면 하지 않는 기본벨소리 14번째’를 쓰는 사람은 누구에요. 궁금해진 당신은
고개를 돌려 벨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을 옮겼죠. 그리고 한번 ‘웬만하면 하지 않는 기본벨소리 14번째’를 사용하는 사람을 바라봐요. 단지 그것뿐이죠.
그리곤 다시 책을 봐요. 이제 이 글도 끝나가네요. 당신, 분명히 제 글 이 끝나는 순간 저를 그리워 할 거예요. 그리고 머릿속으로 절 그리겠죠. 그 래요. ‘당신 생각처럼’ 우리 한번 만나요. 그리고 당신에 대해 더 알려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리고 당신은 속으로 말했어요. ‘정말, 이 여자 한번 보고 싶다.’
65
• 당신은 지금 매우 궁금해요. 휴대폰이 문제가 아니라, 이 소설을 써 내려가 고 있는 제가 말이죠. 당신은 아마 점점 더 제게 관심이 생길 거예요. 당신만 원한다면 전 시간을 내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 당신도 내가 보고 싶을 거예 요. 따르르르르르르르릉 – 따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 아니 이 소리는 당신의 벨소리에요. ‘웬만하면 하지 않는 기본벨소리 14번
째’에 있는 ‘옛날 벨소리’에요. 하지만 당신은 계속해서 책을 보고 있어요. 그
리고 한쪽 손으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죠. 휴대폰이 만져지지 않자, 당신 은 그때서야 당신에게 휴대폰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근데 ‘웬만하면 하지 않는 기본벨소리 14번째’를 쓰는 사람은 누구에요. 궁금해진 당신은
고개를 돌려 벨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을 옮겼죠. 그리고 한번 ‘웬만하면 하지 않는 기본벨소리 14번째’를 사용하는 사람을 바라봐요. 단지 그것뿐이죠.
그리곤 다시 책을 봐요. 이제 이 글도 끝나가네요. 당신, 분명히 제 글 이 끝나는 순간 저를 그리워 할 거예요. 그리고 머릿속으로 절 그리겠죠. 그 래요. ‘당신 생각처럼’ 우리 한번 만나요. 그리고 당신에 대해 더 알려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리고 당신은 속으로 말했어요. ‘정말, 이 여자 한번 보고 싶다.’
65
•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았지만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남지수, 너만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 그래서 남지수 몰래 이 소설의 마무리는 내가 짓도록 한다─몰 래가 중요하다─. 너─내가 상상한─는 옆 테이블의 남자에게 다가간다. 평소의 너라 면 내지 못할 용기였지만, 평소와는 다른 일들을 벌써 몇 개나 저질러버린, 오늘 하루의 알지 못할 충동적 감정과, 네 위속에서 부글거리며 끓고 있는 소주 두 잔이 네게 용기를 부여해주었다. 너는 남자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건넨다. 남자는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어내고 너를 바라본다. 잘 생 겼다. 빌어먹을. 어쨌든 넌 다시 한 번 그 남자에 대한 호감이 상승하는 걸 지 켜본다. 그리고 같이 드실래요? 혼자인 것 같은데, 라는 어쭙잖은 대사를 친 다. 남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네겐 이런 엄청나게 답답하고 병신 같 은 모습마저 멋있게 보인다. 너와 남자는 소주를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한 두 시간이 지나자 적당히 술에 취한다. 넌 남자에게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준다. 남자 는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며 핸드폰을 찾게 되면 바로 연락을 하겠다고 한다. 다음날 저녁이 되자 연락이 온다. 그래서 만나고, 그 다음날도 만난다. 그리 고 사귄다. 그리고 결혼한다. 애를 둘 낳는다. 둘─남자 하나, 여자 하나─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도 살았다. 그러다 결국엔 죽었지만. 이렇게 끝까지 써버린 나는 처음의 예상과는 달리 별로 즐겁진 않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난 후엔 남지수도 별로 즐겁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약 간은 즐거워진다. 내가 우주에서 제일 아끼는 후배 지수야, 미안하다. 하지 만 나라고 별 수 있겠냐? 나도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사람이라는 족속 중에 하나일 뿐이잖아. 안 그래?
66
67
• 더 이상 쓰고 싶지 않았지만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남지수, 너만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 그래서 남지수 몰래 이 소설의 마무리는 내가 짓도록 한다─몰 래가 중요하다─. 너─내가 상상한─는 옆 테이블의 남자에게 다가간다. 평소의 너라 면 내지 못할 용기였지만, 평소와는 다른 일들을 벌써 몇 개나 저질러버린, 오늘 하루의 알지 못할 충동적 감정과, 네 위속에서 부글거리며 끓고 있는 소주 두 잔이 네게 용기를 부여해주었다. 너는 남자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건넨다. 남자는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어내고 너를 바라본다. 잘 생 겼다. 빌어먹을. 어쨌든 넌 다시 한 번 그 남자에 대한 호감이 상승하는 걸 지 켜본다. 그리고 같이 드실래요? 혼자인 것 같은데, 라는 어쭙잖은 대사를 친 다. 남자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네겐 이런 엄청나게 답답하고 병신 같 은 모습마저 멋있게 보인다. 너와 남자는 소주를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눈다. 한 두 시간이 지나자 적당히 술에 취한다. 넌 남자에게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준다. 남자 는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며 핸드폰을 찾게 되면 바로 연락을 하겠다고 한다. 다음날 저녁이 되자 연락이 온다. 그래서 만나고, 그 다음날도 만난다. 그리 고 사귄다. 그리고 결혼한다. 애를 둘 낳는다. 둘─남자 하나, 여자 하나─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도 살았다. 그러다 결국엔 죽었지만. 이렇게 끝까지 써버린 나는 처음의 예상과는 달리 별로 즐겁진 않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난 후엔 남지수도 별로 즐겁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약 간은 즐거워진다. 내가 우주에서 제일 아끼는 후배 지수야, 미안하다. 하지 만 나라고 별 수 있겠냐? 나도 남 잘되는 꼴 못 보는, 사람이라는 족속 중에 하나일 뿐이잖아. 안 그래?
66
67
지혜신
지혜신
뭐가 되고 싶어?
내 기억 속에서
너는
뭐가 되고 싶어?
내 기억 속에서
너는
틈
조우정 글
김종소리 그림
틈
조우정 글
김종소리 그림
틈
의 벗 은 몸 내 눈 동 자 속 이 미 가 득 찼 어 없 어 졌 음 좋 겠 어 이 런 좁 고 작 은
이 런 나 의 감 정 이 틈 사 이 로 조 금 씩 흘 려 보 내 너
사 랑 해 좋 아 해 라 고 말 해 주 지 않 겠 니
리 본 이 달 린 브 래 지 어 따 위 지 겨 워
우 울 한 감 성 을 품 은 너 에 게 어 울 리 지 않 는 핑 크 색
한 숨 쉬 며 울 먹 거 리 는 널 보 여 줘 야 해 너 는
편 안 한 행 복 너 에 겐 어 울 리 지 않 아
불 행 하 길 바 래
리 일 지 도 몰 라 그 와 너
우 리 를 이 야 기 하 진 않 지 만 어 쩌 면 또 다 른 우
닌 자 처 럼 그 림 자 도 없 어 너 의 앞 에 선 이 틈 사 이 로 들 려 오 는 목 소 리
아 프 게 하 고 싶 어 하 지 만 어 느 애 니 메 이 션 속
도 싶 어 당 신 에 게 누 구 도 아 닌 내 가 당 신 을
것 날 이 선 칼 시 퍼 런 칼 으 로 찌 르 고
무 서 운 영 화 속 살 인 자 의
아 이 처 럼 당 신 의 품 안 에 안 기 고 싶 다
만 나 고 만 지 고
지 금 난 아 찔 해 당 장 당 신 을
하 염 없 이 당 신 을 보 게 만 드 는 이 틈
로 보 트 마 징 가 제 트 같 은 비 릿 한 당 신 의 팔 과 다 리
이 쁘 다 이 쁘 다 무 쇠 팔 무 쇠 다 리
사 이 에 두 고 있 는 존 재 들
틈 사 이 로 당 신 을 보 고 있 는 난 종 이 한 장
그 들 은 사 실 당 신 을 보 고 있 지 않 아 눈 뜬 장 님 들 과 이
다 른 사 람 들 의 시 선 이 겠 지 하 지 만
인 생 에 서 가 장 중 요 한 건
보 이 지 않 아 항 상 너 의
는 옷 을 갈 아 입 어 너 의 입 꼬 리 에 걸 려 야 할 웃 음 따 윈
너 의 방 과 나 의 방 사 이 갈 라 진 틈 너
틈1 Letter from Voyeurs
틈
의 벗 은 몸 내 눈 동 자 속 이 미 가 득 찼 어 없 어 졌 음 좋 겠 어 이 런 좁 고 작 은
이 런 나 의 감 정 이 틈 사 이 로 조 금 씩 흘 려 보 내 너
사 랑 해 좋 아 해 라 고 말 해 주 지 않 겠 니
리 본 이 달 린 브 래 지 어 따 위 지 겨 워
우 울 한 감 성 을 품 은 너 에 게 어 울 리 지 않 는 핑 크 색
한 숨 쉬 며 울 먹 거 리 는 널 보 여 줘 야 해 너 는
편 안 한 행 복 너 에 겐 어 울 리 지 않 아
불 행 하 길 바 래
리 일 지 도 몰 라 그 와 너
우 리 를 이 야 기 하 진 않 지 만 어 쩌 면 또 다 른 우
닌 자 처 럼 그 림 자 도 없 어 너 의 앞 에 선 이 틈 사 이 로 들 려 오 는 목 소 리
아 프 게 하 고 싶 어 하 지 만 어 느 애 니 메 이 션 속
도 싶 어 당 신 에 게 누 구 도 아 닌 내 가 당 신 을
것 날 이 선 칼 시 퍼 런 칼 으 로 찌 르 고
무 서 운 영 화 속 살 인 자 의
아 이 처 럼 당 신 의 품 안 에 안 기 고 싶 다
만 나 고 만 지 고
지 금 난 아 찔 해 당 장 당 신 을
하 염 없 이 당 신 을 보 게 만 드 는 이 틈
로 보 트 마 징 가 제 트 같 은 비 릿 한 당 신 의 팔 과 다 리
이 쁘 다 이 쁘 다 무 쇠 팔 무 쇠 다 리
사 이 에 두 고 있 는 존 재 들
틈 사 이 로 당 신 을 보 고 있 는 난 종 이 한 장
그 들 은 사 실 당 신 을 보 고 있 지 않 아 눈 뜬 장 님 들 과 이
다 른 사 람 들 의 시 선 이 겠 지 하 지 만
인 생 에 서 가 장 중 요 한 건
보 이 지 않 아 항 상 너 의
는 옷 을 갈 아 입 어 너 의 입 꼬 리 에 걸 려 야 할 웃 음 따 윈
너 의 방 과 나 의 방 사 이 갈 라 진 틈 너
틈1 Letter from Voyeurs
기초 개념으로, 이드(id)에서 나오는 정신적 에너지, 특히 성적 에너지를 지칭한다.
정신분석학 용어로 사람이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성욕. 또는 성적 충동. 프로이트 정신 분석학의
* 리비도 Libido
리비도*
우주야작은우주이조그만틈으로번져나는너와나의
닌척하지마너의그깊은검고검은눈동자가나에게말하고있어
아찔한몸을보여주고있잖아너도달아오르고있지아
도원이야남들에겐이렇게내가너에게이
남들은모르는우리만의신세계야아득히멀고먼무릉
만크게다른것도없어너의눈동자도섹시하고나의몸도섹시할뿐이야즐겨봐
지금난전라의몸으로떨고있어잔뜩움츠러져돋아버린소름돋아버려너와같지않지
니야난보지못해겁이많아서그검고검은눈동자속그림자가나타날것같아서
아찔한너의몸을보고싶어그틈새로내눈동자를가져다댈지도모르겠지만아
은또다른틈사이로흘러내려가버려아스라이저먼공간으로
랑너의러브게임이벽틈사이너를즐기고즐기고즐기고나면사랑
사진을찍어도좋아너와나의기념으로말이야히히나
라의나가되면너의흥분은최고조가되고난기분이좋아정말아흥그틈으로
몰라도넌그럴거야겉옷을벗고속옷차림으로거울을보다가속옷을벗어던지고전
도몰라아하고탄성을지르면너는흥분하겠지모르긴
지도아래에있었다는거지검은손과빅브라더는나와동급일지
걸하며넌보고있었겠지만모든건나의계획에의한
가지재미있는건이조그만틈을내가만들어놓았다는거야이게왠
상상해봐몸속깊이타오르는뜨거운기분을
이렇게흔들리고달아올라난널속이고있는거야우리둘만의게임이지
난더달아올라너는모르겠지나는너의눈빛에
는섹시해다른남자와달라모른척해너의눈빛을그러면
기준이라는게너와는적어도조금은달랐으면해정말너
즐기고웃어버리는그런핫한여자니까너와는달라
을좋아하진않아난너아닌다른남자와입을맞추며
빛의속도라는걸실감할지도모르지만너만
눈물을글썽일지도몰라너무놀라서말이야
의입술이닿을때그익숙한느낌너는떠올리겠지
신비스런너의그검고검은눈동자에나
당신의눈동자에키스를해주고싶어쪽하고
듯이난요즘너무즐거워서하하하호탕하게
한사람의눈빛이모든이의눈빛보다조금더짜릿하다는걸느낀
연연하지않아단지즐길뿐이지
당신의눈빛을느껴요난,그런당신의눈빛
틈2 Letter from Voyeurs
기초 개념으로, 이드(id)에서 나오는 정신적 에너지, 특히 성적 에너지를 지칭한다.
정신분석학 용어로 사람이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성욕. 또는 성적 충동. 프로이트 정신 분석학의
* 리비도 Libido
리비도*
우주야작은우주이조그만틈으로번져나는너와나의
닌척하지마너의그깊은검고검은눈동자가나에게말하고있어
아찔한몸을보여주고있잖아너도달아오르고있지아
도원이야남들에겐이렇게내가너에게이
남들은모르는우리만의신세계야아득히멀고먼무릉
만크게다른것도없어너의눈동자도섹시하고나의몸도섹시할뿐이야즐겨봐
지금난전라의몸으로떨고있어잔뜩움츠러져돋아버린소름돋아버려너와같지않지
니야난보지못해겁이많아서그검고검은눈동자속그림자가나타날것같아서
아찔한너의몸을보고싶어그틈새로내눈동자를가져다댈지도모르겠지만아
은또다른틈사이로흘러내려가버려아스라이저먼공간으로
랑너의러브게임이벽틈사이너를즐기고즐기고즐기고나면사랑
사진을찍어도좋아너와나의기념으로말이야히히나
라의나가되면너의흥분은최고조가되고난기분이좋아정말아흥그틈으로
몰라도넌그럴거야겉옷을벗고속옷차림으로거울을보다가속옷을벗어던지고전
도몰라아하고탄성을지르면너는흥분하겠지모르긴
지도아래에있었다는거지검은손과빅브라더는나와동급일지
걸하며넌보고있었겠지만모든건나의계획에의한
가지재미있는건이조그만틈을내가만들어놓았다는거야이게왠
상상해봐몸속깊이타오르는뜨거운기분을
이렇게흔들리고달아올라난널속이고있는거야우리둘만의게임이지
난더달아올라너는모르겠지나는너의눈빛에
는섹시해다른남자와달라모른척해너의눈빛을그러면
기준이라는게너와는적어도조금은달랐으면해정말너
즐기고웃어버리는그런핫한여자니까너와는달라
을좋아하진않아난너아닌다른남자와입을맞추며
빛의속도라는걸실감할지도모르지만너만
눈물을글썽일지도몰라너무놀라서말이야
의입술이닿을때그익숙한느낌너는떠올리겠지
신비스런너의그검고검은눈동자에나
당신의눈동자에키스를해주고싶어쪽하고
듯이난요즘너무즐거워서하하하호탕하게
한사람의눈빛이모든이의눈빛보다조금더짜릿하다는걸느낀
연연하지않아단지즐길뿐이지
당신의눈빛을느껴요난,그런당신의눈빛
틈2 Letter from Voyeurs
Magazine 너
최유진
Magazine 너
최유진
Magazine 너
98
너는 이런 사람
101
광고 ‹너구리›
102
너를 지우는 방법
104
너의 별자리 운세
95
Magazine 너
98
너는 이런 사람
101
광고 ‹너구리›
102
너를 지우는 방법
104
너의 별자리 운세
95
내 멋대로 알아보는
너는 이런 사람
내 멋대로 알아보는
너는 이런 사람
너는 이런 사람 _ 테스트 결과
콧구멍이 작은 사람 콧구멍이 작은 너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야. 콧구멍은 비좁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넓은게 바로 너야. 코감기에 걸리거나 비염이 심한 경우에 너는 다른 이들보다 힘들겠지만, 너의 넒은 마음으로 ‘그런 고통쯤이야’, 하고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어.
윙크를 잘하는 사람 윙크를 잘하는 너는 다른 이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보면 볼수록 빠져들고 모두가 좋아하게 될 것이야. 만약 아직도 자신의 매력을 모르고 자신감 부족한 너라면 용기를 갖고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랄게. 더붙여, 너는 내타입이므로 나에게 연락을 주길.
혀 놀리기에 능숙한 사람 혀 놀리기에 능숙한 너는 제법 외모가 착한 사람이야.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너가 보는 거울이 나쁜 거울이라 그래. 말도 신나게 잘하고, 키스도 잘하는 너는 이성에게 인기가 많아. 지금도 너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이들이 어딘가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거야. 혹시 혀로 리본 묶기가 가능한 너라면 언젠가 대통령이 될지도.
너는 이런 사람 _ 테스트 결과
콧구멍이 작은 사람 콧구멍이 작은 너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야. 콧구멍은 비좁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넓은게 바로 너야. 코감기에 걸리거나 비염이 심한 경우에 너는 다른 이들보다 힘들겠지만, 너의 넒은 마음으로 ‘그런 고통쯤이야’, 하고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어.
윙크를 잘하는 사람 윙크를 잘하는 너는 다른 이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보면 볼수록 빠져들고 모두가 좋아하게 될 것이야. 만약 아직도 자신의 매력을 모르고 자신감 부족한 너라면 용기를 갖고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랄게. 더붙여, 너는 내타입이므로 나에게 연락을 주길.
혀 놀리기에 능숙한 사람 혀 놀리기에 능숙한 너는 제법 외모가 착한 사람이야.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너가 보는 거울이 나쁜 거울이라 그래. 말도 신나게 잘하고, 키스도 잘하는 너는 이성에게 인기가 많아. 지금도 너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는 이들이 어딘가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거야. 혹시 혀로 리본 묶기가 가능한 너라면 언젠가 대통령이 될지도.
너를 지우는 방법
1 너를 그린다. 2 너의 모든 것을 그린다. 3 지우개를 든다. 4 지운다. 5 깨끗하게 지운다.
* 4B로 그리면 자국이 남을 수 있으므로 HB로 그린다.
너를 지우는 방법
1 너를 그린다. 2 너의 모든 것을 그린다. 3 지우개를 든다. 4 지운다. 5 깨끗하게 지운다.
* 4B로 그리면 자국이 남을 수 있으므로 HB로 그린다.
쌍둥이자리 05.21 - 06.21
너의 별자리 운세 아브락사스 vol.5에 해당하는 4월부터 7월 안에 있는 별자리만 있으니,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어차피 이것도 내 멋대로 만든 거에요.
너를 따라하는 이를 만날 운세. 평소에 너를 닮고 싶어 하던 이가 너와 같은 옷, 같은 말투를 쓴다면 긴장 할 것! 그가 너보다 더 잘 어울린다면 포기하고 새로운 스타일로 바꿔보길.
양자리 03.21 - 04.19
행운의 아이템 : 코주부 안경
양의 탈을 쓴 늑대를 만날 운세. 주변에 무한 친절을 베푸는 이가 있다면 주의할 것! 못하겠다면 네가 늑대를 양처럼 길들여 보길. 행운의 아이템 : 어린왕자
게자리 06.22 - 07.22 옆으로 걷는 게 즐거워질 운세. 앞으로 걷기에 싫증을 느껴 옆으로 걷다가 너와 같은 이를 만난다면 너의 운명의 상대이므로 놓치지 말 것! 놓쳤다면 옆으로 뛰어가서 잡아보길. 행운의 아이템 : 슈퍼보드
황소자리 04.20 - 05.20 빨간색을 조심해야 할 운세.
사자자리 07.23 - 08.22
특히 카우보이 닮은 이를 조심할 것!
모임에서 왕이 될 운세.
위험할 경우 파란 물감으로 빨간색을
혹시 여전하게 느껴진다면 모두를
덮어버리길.
불러 고기파티를 열어 볼 것!
행운의 아이템 : 큰 붓
돈이 안된다면 힘으로 제압해보길. 행운의 아이템 : 상추쌈
쌍둥이자리 05.21 - 06.21
너의 별자리 운세 아브락사스 vol.5에 해당하는 4월부터 7월 안에 있는 별자리만 있으니,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어차피 이것도 내 멋대로 만든 거에요.
너를 따라하는 이를 만날 운세. 평소에 너를 닮고 싶어 하던 이가 너와 같은 옷, 같은 말투를 쓴다면 긴장 할 것! 그가 너보다 더 잘 어울린다면 포기하고 새로운 스타일로 바꿔보길.
양자리 03.21 - 04.19
행운의 아이템 : 코주부 안경
양의 탈을 쓴 늑대를 만날 운세. 주변에 무한 친절을 베푸는 이가 있다면 주의할 것! 못하겠다면 네가 늑대를 양처럼 길들여 보길. 행운의 아이템 : 어린왕자
게자리 06.22 - 07.22 옆으로 걷는 게 즐거워질 운세. 앞으로 걷기에 싫증을 느껴 옆으로 걷다가 너와 같은 이를 만난다면 너의 운명의 상대이므로 놓치지 말 것! 놓쳤다면 옆으로 뛰어가서 잡아보길. 행운의 아이템 : 슈퍼보드
황소자리 04.20 - 05.20 빨간색을 조심해야 할 운세.
사자자리 07.23 - 08.22
특히 카우보이 닮은 이를 조심할 것!
모임에서 왕이 될 운세.
위험할 경우 파란 물감으로 빨간색을
혹시 여전하게 느껴진다면 모두를
덮어버리길.
불러 고기파티를 열어 볼 것!
행운의 아이템 : 큰 붓
돈이 안된다면 힘으로 제압해보길. 행운의 아이템 : 상추쌈
시선
Z
시선
Z
편지 2
이원희
편지 2
이원희
그동안 그대에게 여러 통의 편지를 써왔지만 그대의 손에 전달된 편지는 한 통에서 두 통 정도이다. 편지라는 것이 그렇다. 아니 모든 것이 그렇다. 도가 지나치면 아무리 좋아도 변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항상 써 놓은 편지들을 서랍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내가 오늘 꺼내놓은 편지는 그 중 두 번째 편지이다. 지인과 한 잔 걸쭉하게 들이키고 돌아오는 길 약간의 취기와 말도 안 되는 음악의 힘에 떠밀려 써내려간 두 번째 편지이다. 자 그럼.
119
그동안 그대에게 여러 통의 편지를 써왔지만 그대의 손에 전달된 편지는 한 통에서 두 통 정도이다. 편지라는 것이 그렇다. 아니 모든 것이 그렇다. 도가 지나치면 아무리 좋아도 변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항상 써 놓은 편지들을 서랍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내가 오늘 꺼내놓은 편지는 그 중 두 번째 편지이다. 지인과 한 잔 걸쭉하게 들이키고 돌아오는 길 약간의 취기와 말도 안 되는 음악의 힘에 떠밀려 써내려간 두 번째 편지이다. 자 그럼.
119
그대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이곳은 내가 매일 타고 다니는 7016버스
이천에서 서울로 돌아오던 날 ‘서울에서 다시 보자.’라는 말은
안입니다. 서소문에서 탈 때도, 광화문에서 탈 때도, 경복궁역 근처에서 탈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초연하게 만듭니다.
때도 있는데 오늘은 서소문에서 탔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시간을 보냈던 대치동 피자집에서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말이 있었다지만 저는 못 들었기에 우산이
양파만 빼고 먹는 그대 과거의 여자에게 해주었던 시시콜콜한
없습니다.
행동들 하나까지도 지금은 모든 것이 무의미해져버렸지만
아끼는 코트에 빗물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지만, 그대에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셋 중 나만이 아직 그 세월을 따라가지 못 했나 봅니다.
비가 오는 광화문 네거리는 참으로 황량합니다. 쌩쌩 달리는 차도, 바삐 걷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황량합니다. 어느 날인가 광화문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정류장에 서서 여느 때와 같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코란도 세대가 지나갔고 나는 초인적인 힘으로 코란도 세대의 운전자를 모두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셋 모두 그대가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 그대가 차를 바꿨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코란도가 지나가도 운전자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무더웠던 여름 날,
손꼽아 세어보니 어느덧 6년입니다.
버드나무 아래 벤치에서 나눴던 대화를 잊지 못 합니다.
어쩌면 한 번에 잊는 다는 것이 6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연락주세요.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직 이렇게 붙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3년 전만해도 그대의 얼굴을 떠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분이었는데 한 해가 지나갈수록 그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3년이 지난 지금은 수첩 안에 있는 사진을 꺼내야만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120
121
그대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이곳은 내가 매일 타고 다니는 7016버스
이천에서 서울로 돌아오던 날 ‘서울에서 다시 보자.’라는 말은
안입니다. 서소문에서 탈 때도, 광화문에서 탈 때도, 경복궁역 근처에서 탈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초연하게 만듭니다.
때도 있는데 오늘은 서소문에서 탔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시간을 보냈던 대치동 피자집에서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말이 있었다지만 저는 못 들었기에 우산이
양파만 빼고 먹는 그대 과거의 여자에게 해주었던 시시콜콜한
없습니다.
행동들 하나까지도 지금은 모든 것이 무의미해져버렸지만
아끼는 코트에 빗물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지만, 그대에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셋 중 나만이 아직 그 세월을 따라가지 못 했나 봅니다.
비가 오는 광화문 네거리는 참으로 황량합니다. 쌩쌩 달리는 차도, 바삐 걷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황량합니다. 어느 날인가 광화문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 정류장에 서서 여느 때와 같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코란도 세대가 지나갔고 나는 초인적인 힘으로 코란도 세대의 운전자를 모두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셋 모두 그대가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 그대가 차를 바꿨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코란도가 지나가도 운전자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무더웠던 여름 날,
손꼽아 세어보니 어느덧 6년입니다.
버드나무 아래 벤치에서 나눴던 대화를 잊지 못 합니다.
어쩌면 한 번에 잊는 다는 것이 6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연락주세요.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직 이렇게 붙잡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3년 전만해도 그대의 얼굴을 떠올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분이었는데 한 해가 지나갈수록 그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3년이 지난 지금은 수첩 안에 있는 사진을 꺼내야만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120
121
street
정가희
street
정가희
Thanks Seller
아브락사스 abraxas vol.5
기획
김종소리, 남지수
작품
문지현
가가린
종로구 창성동
02 736 9005
mail@jmoon.kr
갸하하
마포구 상수동 91-3
02 3142 4877
박미정
ozful@naver.com
낙타
마포구 서교동 333-18 2층
02 6405 3189
정지호
blog.naver.com/jjihojjiho
더 북 소사이어티
마포구 상수동 331-8
02 325 5336
이상협
arkdang@naver.com
레게치킨
마포구 상수동 91-3
02 338 3438
김종소리
jongsoriz@naver.com
레바또
마포구 서교동 332-20
02 332 2286
지혜신
wendymith23@gmail.com
상상마당
마포구 서교동 367-5
02 330 4310
ch61@naver.com
이리카페
마포구 상수동 337-4
02 323 7861
남지수
jisoowan3@naver.com
쿠루미
마포구 노고산동 56-76
02 338 9622
최유진
chaelu@naver.com
101호 사케집
마포구 서교동 328-15
02 3143 1015
유어마인드
your-mind.com
02 583 8990
조우정
오프라인
Z 이원희
blog.naver.com/orange9001
정가희
www.cyworld.com/onlyhazy
디자인
장지혜
jihe.jang@gmail.com
편집, 발행
김종소리
jongsoriz@naver.com
발행일
2010년 04월 30일
이곳에 실린 작품의 저작권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무단으로 따라하시거나 가져다 쓰시면 안 됩니다. copyright©2010 abraxas all rights reserved
온라인
Thanks Seller
아브락사스 abraxas vol.5
기획
김종소리, 남지수
작품
문지현
가가린
종로구 창성동
02 736 9005
mail@jmoon.kr
갸하하
마포구 상수동 91-3
02 3142 4877
박미정
ozful@naver.com
낙타
마포구 서교동 333-18 2층
02 6405 3189
정지호
blog.naver.com/jjihojjiho
더 북 소사이어티
마포구 상수동 331-8
02 325 5336
이상협
arkdang@naver.com
레게치킨
마포구 상수동 91-3
02 338 3438
김종소리
jongsoriz@naver.com
레바또
마포구 서교동 332-20
02 332 2286
지혜신
wendymith23@gmail.com
상상마당
마포구 서교동 367-5
02 330 4310
ch61@naver.com
이리카페
마포구 상수동 337-4
02 323 7861
남지수
jisoowan3@naver.com
쿠루미
마포구 노고산동 56-76
02 338 9622
최유진
chaelu@naver.com
101호 사케집
마포구 서교동 328-15
02 3143 1015
유어마인드
your-mind.com
02 583 8990
조우정
오프라인
Z 이원희
blog.naver.com/orange9001
정가희
www.cyworld.com/onlyhazy
디자인
장지혜
jihe.jang@gmail.com
편집, 발행
김종소리
jongsoriz@naver.com
발행일
2010년 04월 30일
이곳에 실린 작품의 저작권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무단으로 따라하시거나 가져다 쓰시면 안 됩니다. copyright©2010 abraxas all rights reserved
온라인
아브락사스
vol. 5 you
spring
아브락사스 abraxas vol.5
spring 2010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