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axas_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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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 8

음담패설

아브락사스

박미정

여자는…

정지호

실험번호 6-9 L의 경우

김종소리 이동언 조우정 글/ ROK 그림

맥주의 풍미

김동호 글/ 지혜신 그림

DE LA MER

샤르봉

단물

이원희

조롱화첩

음담패설

그냥

vol. 8

정자전

록 그림/ 조 글 winter

2011 2011

아브락사스8-표지.indd

1

winter

11. 2. 7.

오후 9:58


음담패설 가가린 02 736 9005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낙타 02 6405 3189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3-18 2층

더 북 소사이어티 02 325 5336 mediabus.org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유어마인드 02 583 8990 your-mind.com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쿠루미 02 338 9622 서울시 마포구 노고산동 56-76

101호 사케집 02 3143 1015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8-15


음담패설 가가린 02 736 9005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낙타 02 6405 3189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3-18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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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사케집 02 3143 1015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8-15


아브락사스는 2009년 1월 초, 김미선과 김종소리의 술자리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통해 기획,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첫 취지는 현재 우리나라 문학계의 실정—등단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힘든 상황—에 반기를 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우리나라 문학계 언더그라운드의 시작’인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이야기를 통해 문학으로 단정 짓지 말고 출판의

4

정자전

박미정

12

여자는…

정지호

20

실험번호 6-9

34

L의 경우

52

그냥

74

맥주의 풍미

김동호 글/ 지혜신 그림

80

DE LA MER

샤르봉

90

단물

이원희

96

조롱화첩

형태로 나올 수 있는 모든 예술을 다루자는 의견에 동의, 결국 모든 예술을 다루는 출판물을 만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각 호마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형태의 예술작품을 싣는 형식을 취하고 계간지—단, 3·6·9·11월이 아닌 4·7·10·1월 발행—로

김종소리 이동언 조우정 글/ ROK 그림

록 그림/ 조 글

발행될 예정입니다. 저희와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 분이나 합작을 하실 분, 혹은 단체는 크레딧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주십시오. 언제든 환영합니다. 아브락사스.

19세 미만 구독 불가?


아브락사스는 2009년 1월 초, 김미선과 김종소리의 술자리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통해 기획,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첫 취지는 현재 우리나라 문학계의 실정—등단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힘든 상황—에 반기를 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우리나라 문학계 언더그라운드의 시작’인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이야기를 통해 문학으로 단정 짓지 말고 출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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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전

박미정

12

여자는…

정지호

20

실험번호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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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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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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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풍미

김동호 글/ 지혜신 그림

80

DE LA MER

샤르봉

90

단물

이원희

96

조롱화첩

형태로 나올 수 있는 모든 예술을 다루자는 의견에 동의, 결국 모든 예술을 다루는 출판물을 만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각 호마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형태의 예술작품을 싣는 형식을 취하고 계간지—단, 3·6·9·11월이 아닌 4·7·10·1월 발행—로

김종소리 이동언 조우정 글/ ROK 그림

록 그림/ 조 글

발행될 예정입니다. 저희와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 분이나 합작을 하실 분, 혹은 단체는 크레딧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주십시오. 언제든 환영합니다. 아브락사스.

19세 미만 구독 불가?


박미정


박미정


옛날 한 마을에 몸이 매우 잽싸고 한(寒)데를 좋아하는 정자라는 선비 가 살고 있었다. 그는 화란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는데 그곳은 불화(火)에 알란(卵) 불알이라고도 불렸는데 이는 사람들에 의해 자를 쓴 지명을 풀어 말 한 것이었다. 그는 어려서 머리가 크고 꼬리가 있어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는 했는데, 그가 한 여인을 택하여 좁고 어두운 구멍에 자신의 길고 성 난 것을 집어넣는 순간 꼬리가 뚝 하고 떨어졌으며, 날로 그 외모가 섬 세해지어 후에는 낭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날마다 운동을 거르지 않았는데 제 형제들 중에서 유독 빨 라 아랫도리도 제일 먼저 내보였다. 그래도 그는 자신이 뚫은 것에 책임을 질 줄 아는 ‘난자’여서 빨리 부모님께 알려 그 여인을 아내로 맞았다.

7

w정자전inter


옛날 한 마을에 몸이 매우 잽싸고 한(寒)데를 좋아하는 정자라는 선비 가 살고 있었다. 그는 화란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는데 그곳은 불화(火)에 알란(卵) 불알이라고도 불렸는데 이는 사람들에 의해 자를 쓴 지명을 풀어 말 한 것이었다. 그는 어려서 머리가 크고 꼬리가 있어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는 했는데, 그가 한 여인을 택하여 좁고 어두운 구멍에 자신의 길고 성 난 것을 집어넣는 순간 꼬리가 뚝 하고 떨어졌으며, 날로 그 외모가 섬 세해지어 후에는 낭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날마다 운동을 거르지 않았는데 제 형제들 중에서 유독 빨 라 아랫도리도 제일 먼저 내보였다. 그래도 그는 자신이 뚫은 것에 책임을 질 줄 아는 ‘난자’여서 빨리 부모님께 알려 그 여인을 아내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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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정자전inter


첫날 밤 이미 처음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그는 정성을 다해 한

그날 이후부터는 글을 읽어도 눈에 들지 않고 아무리 뜀을 뛰어

치 혀를 놀렸고 아내는 “ ‘안에’ 뿌려주소서”하며 그의 흥을 돋우었다.

도 성에 차지 않았다. 끝끝내는 시장기마저 사라져 끼니를 거르니 얼 굴은 날로 마르고 몸 또한 말랐으나 ‘앞에 달린 방망이’는 단단하게

여기서 잠깐, 본인이 아는 바에 의하면 정자의 아내 역시 보통 여

‘곶추’ 서 있어 커다란 그 ‘물건’밖에는 본 것이 없어졌다.

인이 아니니, ‘알’로 맞혀진 인연인지 이름에 ‘난’이 들어가고 얼굴과 몸이 동글동글하니 아주 영양이 좋아보였다. 또한 현자였으니 많은

아내가 아무리 ‘성난 것’을 달래 보아도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남정네들이 머리를 들이밀어도 오직 빠른 한 자를 기다리며 유유히

눈치가 빠른 아내는 필시 정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으로 생각하여

다니기를 즐겼다.

저 이가 언제부터 저렇게 되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달을 좋아하여 달이라는 이름의 거울인 월경을 적어도

옳타꾸나! 아내가 밤꽃 냄새가 나는 향주머니를 찬 그날부터 정

한 달에 한 번은 끼고 살았으며 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동그람에 제

자는 속이 매스껍다하며 밥상을 치우라하고 잠 잘 때는 향주머니를

스스로도 놀라고는 하였던 것이다.

좀 빼 놓으면 안 되느냐며 언성을 높였던 것이었다.

그녀는 ‘나팔’꽃을 좋아하고 ‘자궁’이라는 운동에 소질이 있었다.

‘난씨’는 사실 그 향이 남편에게서 나는 향과 비슷하여 항시 몸에

다시 정자의 얘기로 돌아가서, 그는 얼마 전에 장에 나갔다가 아

그것을 지니어 피부를 ‘촉촉하게’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길로 난씨

주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야 말았다.

는 주머니를 집에서 먼 곳에 땅을 파서 묻고 다시는 그 향주머니를 탐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그의 아내가 ‘밤꽃 향’이 나는 주머니를 사다 달라 졸라 화인이 파 는 물건 중에 그런 것이 있나하고 보러 나갔던 것이다. 물건을 찾아

다른 한 편, 정자 역시 제 안위가 심히 걱정이 될 정도로 마른 제

다니다보니 배가 허하여 ‘보리’를 튀겨 만든 주전부리를 안주 삼아

모습을 보며 무슨 방도가 있지 않겠느냐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

막걸리 한 사발을 들고 있을 때였다. 주모의 딸로 보이는 얼굴이 아내

다. 소문에 정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던 ‘거식’이라는 이도 불공을

보다 더 동그랗고 생기 있는 모양새가 그로 하여금 자꾸 달리고 싶은

드려도 낫지 않던 병이 손으로 방망이를 잘 어루만져 한 번 ‘시원하

충동을 느끼게 하였다. 당장이라도 말을 섞어 혀를 왔다 갔다 하다가

게 싸고’ 나니 온 몸이 나른하고 만사가 귀찮아지면서 기분만은 ‘최

는 ‘앞에 달린 꼬리’를 넣었다 빼었다 하고 싶었지만 ‘선비’라는 체면

고조’에 달하였다가 금방 꺼지고는 이내 식욕도 생기고 성격이 밝아

때문에 입맛만 다셔야 했다. 기뻐하는 아내의 얼굴보다 아까 잠시 스

졌다는 것이다.

치고는 보지 못한 주막 집 딸의 얼굴이 자꾸만 보고 싶었다. 사실 그가 막 열여덟이 될 무렵 작게 있던 앞의 꼬리가 없어지고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8

9

w정자전inter


첫날 밤 이미 처음이라고는 할 수 없었으나 그는 정성을 다해 한

그날 이후부터는 글을 읽어도 눈에 들지 않고 아무리 뜀을 뛰어

치 혀를 놀렸고 아내는 “ ‘안에’ 뿌려주소서”하며 그의 흥을 돋우었다.

도 성에 차지 않았다. 끝끝내는 시장기마저 사라져 끼니를 거르니 얼 굴은 날로 마르고 몸 또한 말랐으나 ‘앞에 달린 방망이’는 단단하게

여기서 잠깐, 본인이 아는 바에 의하면 정자의 아내 역시 보통 여

‘곶추’ 서 있어 커다란 그 ‘물건’밖에는 본 것이 없어졌다.

인이 아니니, ‘알’로 맞혀진 인연인지 이름에 ‘난’이 들어가고 얼굴과 몸이 동글동글하니 아주 영양이 좋아보였다. 또한 현자였으니 많은

아내가 아무리 ‘성난 것’을 달래 보아도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남정네들이 머리를 들이밀어도 오직 빠른 한 자를 기다리며 유유히

눈치가 빠른 아내는 필시 정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으로 생각하여

다니기를 즐겼다.

저 이가 언제부터 저렇게 되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달을 좋아하여 달이라는 이름의 거울인 월경을 적어도

옳타꾸나! 아내가 밤꽃 냄새가 나는 향주머니를 찬 그날부터 정

한 달에 한 번은 끼고 살았으며 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동그람에 제

자는 속이 매스껍다하며 밥상을 치우라하고 잠 잘 때는 향주머니를

스스로도 놀라고는 하였던 것이다.

좀 빼 놓으면 안 되느냐며 언성을 높였던 것이었다.

그녀는 ‘나팔’꽃을 좋아하고 ‘자궁’이라는 운동에 소질이 있었다.

‘난씨’는 사실 그 향이 남편에게서 나는 향과 비슷하여 항시 몸에

다시 정자의 얘기로 돌아가서, 그는 얼마 전에 장에 나갔다가 아

그것을 지니어 피부를 ‘촉촉하게’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길로 난씨

주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야 말았다.

는 주머니를 집에서 먼 곳에 땅을 파서 묻고 다시는 그 향주머니를 탐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그의 아내가 ‘밤꽃 향’이 나는 주머니를 사다 달라 졸라 화인이 파 는 물건 중에 그런 것이 있나하고 보러 나갔던 것이다. 물건을 찾아

다른 한 편, 정자 역시 제 안위가 심히 걱정이 될 정도로 마른 제

다니다보니 배가 허하여 ‘보리’를 튀겨 만든 주전부리를 안주 삼아

모습을 보며 무슨 방도가 있지 않겠느냐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

막걸리 한 사발을 들고 있을 때였다. 주모의 딸로 보이는 얼굴이 아내

다. 소문에 정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던 ‘거식’이라는 이도 불공을

보다 더 동그랗고 생기 있는 모양새가 그로 하여금 자꾸 달리고 싶은

드려도 낫지 않던 병이 손으로 방망이를 잘 어루만져 한 번 ‘시원하

충동을 느끼게 하였다. 당장이라도 말을 섞어 혀를 왔다 갔다 하다가

게 싸고’ 나니 온 몸이 나른하고 만사가 귀찮아지면서 기분만은 ‘최

는 ‘앞에 달린 꼬리’를 넣었다 빼었다 하고 싶었지만 ‘선비’라는 체면

고조’에 달하였다가 금방 꺼지고는 이내 식욕도 생기고 성격이 밝아

때문에 입맛만 다셔야 했다. 기뻐하는 아내의 얼굴보다 아까 잠시 스

졌다는 것이다.

치고는 보지 못한 주막 집 딸의 얼굴이 자꾸만 보고 싶었다. 사실 그가 막 열여덟이 될 무렵 작게 있던 앞의 꼬리가 없어지고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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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정자전inter


일어나면 항시 ‘한쪽으로 휘어’ 커져 있는 일이 많았다. 잊지 못할 그

반대로 난씨는 어려서부터 어른으로부터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날 밤 뒤 꼬리는 떨어졌지만 앞의 꼬리는 더욱 그의 손을 벗어났던 것

할 두 가지’에 대해 들어왔으므로 그 중 하나인 눈물에 대해 그리 달

이다.

갑지는 않았지만 기가 죽어있는 앞 꼬리에 안도감을 느껴 자꾸만 더 눈물이 났던 것 이다.

일이 이렇게 된 바에는 ‘자기위안’ 은 자기가 해야 한다면서 두 팔 을 걷어 붙였다.

그 뒤로 여러 날이 지나고 정자가 그 주머니는 어디에 있냐며 아 내의 향주머니를 찾기에 아내는 남편 몰래 묻었던 자리로 가서 땅을

느리게 시작해서 빠르게 힘들면 좀 쉬어주다가 다시 또 빠르게를

파보니 그 곳에 향주머니는 온 데 간 데 없고 대신에 작은 씨앗이 놓

반복하니 정자의 노고에 꼬리도 감격 했는지 ‘눈물’을 흘리며 답하였

여있었다. 무언가 신기하다고 느낀 난씨가 그 ‘씨’를 심어 기르니 후

다. 신기하기도 하여 그 맛을 보니 짠 듯 하면서도 텁텁한 맛이 나고

에 그것이 그 둘만의 보배가 되었다 한다.

그 향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지만 심히 거북하여 얼른 뱉어버렸다. 정자는 아직도 달리기를 즐긴다 하고 난씨 또한 향주머니 채우기 막상 일을 치르고 보니 오히려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니 이 아니 기쁜 일이겠는가!

멍하니 침상에 그대로 더 누워 있다가 이래서는 안 되지 내 오랫 동안 아내를 챙기지 못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박차고 일 어나 아내를 찾았으나 집 안 어디에도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진 정자는 있는 힘을 다해 뛰고 또 뛰어 수소문도 하면서 아내를 찾아다녔다. 엇갈리던 둘은 해가 뉘엿뉘엿 해질 때에야 집 앞의 길에서 만났 는데, 둘은 보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꺼이 꺼이 울었다. 정자는 어른으로부터 ‘물이 많은 여자’는 ‘난자’라고 하면서 가까 이 하라고 자주 들어 왔던 터라 아내의 눈물에 매우 기뻐하였다.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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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면 항시 ‘한쪽으로 휘어’ 커져 있는 일이 많았다. 잊지 못할 그

반대로 난씨는 어려서부터 어른으로부터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날 밤 뒤 꼬리는 떨어졌지만 앞의 꼬리는 더욱 그의 손을 벗어났던 것

할 두 가지’에 대해 들어왔으므로 그 중 하나인 눈물에 대해 그리 달

이다.

갑지는 않았지만 기가 죽어있는 앞 꼬리에 안도감을 느껴 자꾸만 더 눈물이 났던 것 이다.

일이 이렇게 된 바에는 ‘자기위안’ 은 자기가 해야 한다면서 두 팔 을 걷어 붙였다.

그 뒤로 여러 날이 지나고 정자가 그 주머니는 어디에 있냐며 아 내의 향주머니를 찾기에 아내는 남편 몰래 묻었던 자리로 가서 땅을

느리게 시작해서 빠르게 힘들면 좀 쉬어주다가 다시 또 빠르게를

파보니 그 곳에 향주머니는 온 데 간 데 없고 대신에 작은 씨앗이 놓

반복하니 정자의 노고에 꼬리도 감격 했는지 ‘눈물’을 흘리며 답하였

여있었다. 무언가 신기하다고 느낀 난씨가 그 ‘씨’를 심어 기르니 후

다. 신기하기도 하여 그 맛을 보니 짠 듯 하면서도 텁텁한 맛이 나고

에 그것이 그 둘만의 보배가 되었다 한다.

그 향이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지만 심히 거북하여 얼른 뱉어버렸다. 정자는 아직도 달리기를 즐긴다 하고 난씨 또한 향주머니 채우기 막상 일을 치르고 보니 오히려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니 이 아니 기쁜 일이겠는가!

멍하니 침상에 그대로 더 누워 있다가 이래서는 안 되지 내 오랫 동안 아내를 챙기지 못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자리를 박차고 일 어나 아내를 찾았으나 집 안 어디에도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진 정자는 있는 힘을 다해 뛰고 또 뛰어 수소문도 하면서 아내를 찾아다녔다. 엇갈리던 둘은 해가 뉘엿뉘엿 해질 때에야 집 앞의 길에서 만났 는데, 둘은 보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꺼이 꺼이 울었다. 정자는 어른으로부터 ‘물이 많은 여자’는 ‘난자’라고 하면서 가까 이 하라고 자주 들어 왔던 터라 아내의 눈물에 매우 기뻐하였다.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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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호


정지호








김종소리


김종소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 있어서 ‘언어’라는 것이 갖는 힘은, 과장 해서 말하자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언어’ 는 사전적 의미로써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기 위 해 사용하는 수단으로, 꼭 음성이나 문자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행 위 등, 사람이 소통을 위해 만들어내는 모든 것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언어’라고 구분된 것들, 그중에서도 시각적 기호인 ‘문자’들이 합쳐져 의미를 생성하는 ‘단어’들을 가지고 실험을 해보 고자 한다. 이 실험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좀 더 원활하 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실험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23

실험번호 6-9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 있어서 ‘언어’라는 것이 갖는 힘은, 과장 해서 말하자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언어’ 는 사전적 의미로써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기 위 해 사용하는 수단으로, 꼭 음성이나 문자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행 위 등, 사람이 소통을 위해 만들어내는 모든 것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언어’라고 구분된 것들, 그중에서도 시각적 기호인 ‘문자’들이 합쳐져 의미를 생성하는 ‘단어’들을 가지고 실험을 해보 고자 한다. 이 실험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좀 더 원활하 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것이 이 실험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23

실험번호 6-9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 몇 가지 사항들을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단어

첫째로, 각기 하나의 ‘단어’들은 하나, 혹은 몇 가지의 의미들을 사회적인 약속에 의해 가지고 있다고 하는 점이다.

아버지

자녀를 둔 남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로 이르거나 부르는 말.

사람이 살거나 일을 하기 위하여 벽 따위로 막아 만든 칸.

들어가다

밖에서 안으로 향하여 가다.

둘째로, 이런 사회적인 약속에 의해 각기 가지게 된 의미라는 것 은 어떤 근거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생겨났다고 하는 점이다. 물론 몇몇의 단어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우에 한자어인 단어들은

의미

한자라고 하는 표의 문자의 특성상, 각기 하나의 한자들이 가지는 의미에 근거하여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자가 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가 아닌, 순수 우리말 단어의 경우엔 어떠한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 개의 단어 중에서 ‘아버지’와 ‘방’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가

셋째로, 이 실험에선 ‘단어’가 가지게 되는 의미의 무조건적 상황

지고 실험해보자. 우선 ‘아버지’라는 단어는 ‘귀두’라는 단어로 바꾼

을 더 쉽게 인식해보기 위해 편의상, 순수 우리말 단어 이외에 한자

다. 물론 그 의미는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다. 다시 말하자면, ‘귀두’

어 단어들도 포함한 우리말 단어의 전체를 사용할 것이다.

라는 단어에 ‘자녀를 둔 남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로 이르거나 부르는

넷째로, 한 단어와 의미가 서로 얽혀있는 약속을 ‘단어의 위치’라 는 말로, 대체해 사용할 것이다.

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방’이라는 단어는 ‘자궁’이라는 단어로 바꾼다. 그럼 위의 문장은 이렇게 바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실험을 해보기로 한다. 귀두가 자궁에 들어가신다. 우리가 약속한 대로라면 그 의미는 이전의 문장과 다른 점이 없 Ⅰ 문장에서 ‘단어의 위치’ 변화

다. 의미를 풀어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자녀를 둔 남자가 사람이 살 기 위해 만든 칸을 밖에서 안으로 향하여 가다’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하지만 우리가 한 약속을 기억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문장을 보게 된다면, ‘남성 생식 기관의 음경 끝이 커진 부분이, 여성의 정관의 일

여기 하나의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은 세 개의 단어로 구성되어 있

부가 발달하여 된 것으로 태아가 착상하여 자라는 기관에 들어가신

다. 하나씩 분리해보면, ‘아버지’, ‘방’, ‘들어가다’로 나누어진다. 이들

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좀 더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가

이 각기 가지고 있는 의미들은 한 가지 이상이지만, 이 문장 안에서

지 예를 들어본다.

가지는 의미만을 가지고 나누어보면, 다음의 표와 같다.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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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번호 6-9


본격적인 실험에 앞서 몇 가지 사항들을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단어

첫째로, 각기 하나의 ‘단어’들은 하나, 혹은 몇 가지의 의미들을 사회적인 약속에 의해 가지고 있다고 하는 점이다.

아버지

자녀를 둔 남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로 이르거나 부르는 말.

사람이 살거나 일을 하기 위하여 벽 따위로 막아 만든 칸.

들어가다

밖에서 안으로 향하여 가다.

둘째로, 이런 사회적인 약속에 의해 각기 가지게 된 의미라는 것 은 어떤 근거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생겨났다고 하는 점이다. 물론 몇몇의 단어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우에 한자어인 단어들은

의미

한자라고 하는 표의 문자의 특성상, 각기 하나의 한자들이 가지는 의미에 근거하여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자가 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가 아닌, 순수 우리말 단어의 경우엔 어떠한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세 개의 단어 중에서 ‘아버지’와 ‘방’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가

셋째로, 이 실험에선 ‘단어’가 가지게 되는 의미의 무조건적 상황

지고 실험해보자. 우선 ‘아버지’라는 단어는 ‘귀두’라는 단어로 바꾼

을 더 쉽게 인식해보기 위해 편의상, 순수 우리말 단어 이외에 한자

다. 물론 그 의미는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다. 다시 말하자면, ‘귀두’

어 단어들도 포함한 우리말 단어의 전체를 사용할 것이다.

라는 단어에 ‘자녀를 둔 남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로 이르거나 부르는

넷째로, 한 단어와 의미가 서로 얽혀있는 약속을 ‘단어의 위치’라 는 말로, 대체해 사용할 것이다.

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방’이라는 단어는 ‘자궁’이라는 단어로 바꾼다. 그럼 위의 문장은 이렇게 바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실험을 해보기로 한다. 귀두가 자궁에 들어가신다. 우리가 약속한 대로라면 그 의미는 이전의 문장과 다른 점이 없 Ⅰ 문장에서 ‘단어의 위치’ 변화

다. 의미를 풀어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자녀를 둔 남자가 사람이 살 기 위해 만든 칸을 밖에서 안으로 향하여 가다’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하지만 우리가 한 약속을 기억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문장을 보게 된다면, ‘남성 생식 기관의 음경 끝이 커진 부분이, 여성의 정관의 일

여기 하나의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은 세 개의 단어로 구성되어 있

부가 발달하여 된 것으로 태아가 착상하여 자라는 기관에 들어가신

다. 하나씩 분리해보면, ‘아버지’, ‘방’, ‘들어가다’로 나누어진다. 이들

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좀 더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가

이 각기 가지고 있는 의미들은 한 가지 이상이지만, 이 문장 안에서

지 예를 들어본다.

가지는 의미만을 가지고 나누어보면, 다음의 표와 같다.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24

25

실험번호 6-9


예 ⑴ 나는 집 앞에서 거실과 안자궁에 각기 위치한 창문 두 개를

인 문단에서 ‘단어의 위치’ 변화를 실험해보고자 한다.

쳐다보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귀두가 안자궁으로 들어가시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벽에다 ‘내가 존경해

내가 그녀를 처음으로 본 곳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안의

마지않는 귀두가 자궁에 들어가신다’라는 문장을 적었다.

한 카페였다. 그 카페는 터미널 건물 안에 개방된 채 있는

그러고 서있었더니 길을 지나던 할아버지가 뒤통수를

곳이었고, 난 그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서

때리셨다. 그리곤 “왜 이따우 것을 적었노? 네 놈 귀두가

그 앞을 지나쳤던 것인지는 기억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그리 존경스럽노!”라고 하시며 화를 내셨다. 상황이 그 정도

이상하게도 그녀가 앉아있던 자세나 그녀의 헤어스타일,

되니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를 낳아주신 귀두를 어찌

입고 있던 옷, 손가락의 움직임, 읽고 있던 책과 들고 있던

존경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건 개만도 못한 사람이나

컵의 모양 등, 그때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은 지금 내 눈 앞에

할 짓일 것이다. 그렇지만 화를 참으며 할아버지의 훈계를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난 터미널 안 카페 앞에

그저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멍하게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넋을 놓고 서있었을까? 이윽고 그녀가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예 ⑵ 나는 노트에 ‘귀두가방에들어가신다’는 문장을 쓰고

떼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그 순간, 난 알 수 있었다.

친구에게 보여주었다. 친구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헤헤.

그녀와 내가 앞으로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란 것을. 난

너 하고 싶냐? 오늘 갈래?”라고 물었다. 난 당황해서 “뭘?

그녀에게, 그녀는 나에게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어딜?”이라 되물었다. 친구는 “다 알면서. 왜이래? 내가 싼 데 알아.”라고 말했다. 난 “그게 아니고, 이 문장이 귀두가 방에

위의 문단은 한 남자가 사랑에 빠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들어가시는 건지 귀두 가방에 들어가시는 건지 헷갈리지

문단이다. 실험에 앞서 그 내용을 살펴보자면, 아주 뻔하고 진부하

않아?”라고 물었다. 하지만 친구는 “뭐라는 거야? 갈 거야,

고 식상한 내용으로, 재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말 거야? 근처 여관인데.”라고 말했다. 난 허탈하게 허공을

사람들이 이 문단을 읽었을 때,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의

쳐다보았다.

미 전달 면에서 봤을 때, 생소하고 낯선 내용의 문단보다 유리하다 고 할 수 있다. 우선, 이 문단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들을 살펴보자면, ‘그녀’ 와, ‘난’ 혹은 ‘나’나 ‘내’로 표현되고 있는 화자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

Ⅱ 문단에서 ‘단어의 위치’ 변화

들과, ‘카페’, ‘터미널’ 등이 있다. 이런 단어들이 등장하는 횟수를 살 이번엔 Ⅰ에서 다뤘던 문장의 경우에서 더 나아가 문장들의 모임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26

펴보면 다음과 같다.

27

실험번호 6-9


예 ⑴ 나는 집 앞에서 거실과 안자궁에 각기 위치한 창문 두 개를

인 문단에서 ‘단어의 위치’ 변화를 실험해보고자 한다.

쳐다보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귀두가 안자궁으로 들어가시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벽에다 ‘내가 존경해

내가 그녀를 처음으로 본 곳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안의

마지않는 귀두가 자궁에 들어가신다’라는 문장을 적었다.

한 카페였다. 그 카페는 터미널 건물 안에 개방된 채 있는

그러고 서있었더니 길을 지나던 할아버지가 뒤통수를

곳이었고, 난 그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서

때리셨다. 그리곤 “왜 이따우 것을 적었노? 네 놈 귀두가

그 앞을 지나쳤던 것인지는 기억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그리 존경스럽노!”라고 하시며 화를 내셨다. 상황이 그 정도

이상하게도 그녀가 앉아있던 자세나 그녀의 헤어스타일,

되니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를 낳아주신 귀두를 어찌

입고 있던 옷, 손가락의 움직임, 읽고 있던 책과 들고 있던

존경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건 개만도 못한 사람이나

컵의 모양 등, 그때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은 지금 내 눈 앞에

할 짓일 것이다. 그렇지만 화를 참으며 할아버지의 훈계를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난 터미널 안 카페 앞에

그저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멍하게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넋을 놓고 서있었을까? 이윽고 그녀가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예 ⑵ 나는 노트에 ‘귀두가방에들어가신다’는 문장을 쓰고

떼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그 순간, 난 알 수 있었다.

친구에게 보여주었다. 친구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헤헤.

그녀와 내가 앞으로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란 것을. 난

너 하고 싶냐? 오늘 갈래?”라고 물었다. 난 당황해서 “뭘?

그녀에게, 그녀는 나에게 들어올 것이라는 것을.

어딜?”이라 되물었다. 친구는 “다 알면서. 왜이래? 내가 싼 데 알아.”라고 말했다. 난 “그게 아니고, 이 문장이 귀두가 방에

위의 문단은 한 남자가 사랑에 빠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들어가시는 건지 귀두 가방에 들어가시는 건지 헷갈리지

문단이다. 실험에 앞서 그 내용을 살펴보자면, 아주 뻔하고 진부하

않아?”라고 물었다. 하지만 친구는 “뭐라는 거야? 갈 거야,

고 식상한 내용으로, 재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말 거야? 근처 여관인데.”라고 말했다. 난 허탈하게 허공을

사람들이 이 문단을 읽었을 때,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의

쳐다보았다.

미 전달 면에서 봤을 때, 생소하고 낯선 내용의 문단보다 유리하다 고 할 수 있다. 우선, 이 문단에서 많이 사용되는 단어들을 살펴보자면, ‘그녀’ 와, ‘난’ 혹은 ‘나’나 ‘내’로 표현되고 있는 화자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

Ⅱ 문단에서 ‘단어의 위치’ 변화

들과, ‘카페’, ‘터미널’ 등이 있다. 이런 단어들이 등장하는 횟수를 살 이번엔 Ⅰ에서 다뤘던 문장의 경우에서 더 나아가 문장들의 모임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26

펴보면 다음과 같다.

27

실험번호 6-9


단어

문단의 경우도 Ⅰ에서 다루었던 문장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등장 횟수

결과를 보여준다. 우리가 미리 약속한 것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경

그녀

9

난, 내, 나

9 (각 4, 3, 2)

까페

3

터미널

3

우엔 이 문단의 이야기를 보면서 진부하지만,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마 음을 느끼며 미소를 지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약속을 알 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인상을 찌푸리거나, 혹은 피식거리며 읽 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이 단어들의 ‘단어의 위치’를 변경해보자. 본래 단어

변경 단어 Ⅲ 이미지 묘사에서 ‘단어의 위치’ 변화

그녀

난, 내, 나

음경

까페

체위

이번엔 단순히 어떤 문장이나 문단이 아닌, 묘사에서의 ‘단어의

터미널

섹스

위치’ 변화에 대해 실험을 해보고자 한다. 평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사 물을 설정해야하는데, 이는 이미지에 국한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음경이 질을 처음으로 본 곳은 서울 고속버스섹스 안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이를 묘사한 글을 가지고 실험을 해보도록 하자.

한 체위였다. 그 체위는 섹스 건물 안에 개방된 채 있는 곳이었고, 음경은 그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서 그 앞을 지나쳤던 것인지는 기억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질이 앉아있던 자세나 질의 헤어스타일, 입고 있던 옷, 손가락의 움직임, 읽고 있던 책과 들고 있던 컵의 모양 등, 그때 질과 관련된 모든 것은 지금 음경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음경은 섹스 안 체위 앞에 멍하게 서서 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넋을 놓고 서있었을까? 이윽고 질이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음경을 보았다. 그 순간, 음경은 알 수 있었다. 질과 음경이 앞으로 함께 살아가게

왼쪽에 거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칼을 가진

될 것이란 것을. 음경은 질에게, 질은 음경에게 들어올

여자아이가 있다. 이 여자아이는 꽃잎과 동그라미 문양이

것이라는 것을.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28

a warm heart, 정지호, 2008, water on paper


단어

문단의 경우도 Ⅰ에서 다루었던 문장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등장 횟수

결과를 보여준다. 우리가 미리 약속한 것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경

그녀

9

난, 내, 나

9 (각 4, 3, 2)

까페

3

터미널

3

우엔 이 문단의 이야기를 보면서 진부하지만, 사랑에 빠진 남자의 마 음을 느끼며 미소를 지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약속을 알 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인상을 찌푸리거나, 혹은 피식거리며 읽 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이 단어들의 ‘단어의 위치’를 변경해보자. 본래 단어

변경 단어 Ⅲ 이미지 묘사에서 ‘단어의 위치’ 변화

그녀

난, 내, 나

음경

까페

체위

이번엔 단순히 어떤 문장이나 문단이 아닌, 묘사에서의 ‘단어의

터미널

섹스

위치’ 변화에 대해 실험을 해보고자 한다. 평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사 물을 설정해야하는데, 이는 이미지에 국한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음경이 질을 처음으로 본 곳은 서울 고속버스섹스 안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이를 묘사한 글을 가지고 실험을 해보도록 하자.

한 체위였다. 그 체위는 섹스 건물 안에 개방된 채 있는 곳이었고, 음경은 그 앞을 지나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서 그 앞을 지나쳤던 것인지는 기억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질이 앉아있던 자세나 질의 헤어스타일, 입고 있던 옷, 손가락의 움직임, 읽고 있던 책과 들고 있던 컵의 모양 등, 그때 질과 관련된 모든 것은 지금 음경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음경은 섹스 안 체위 앞에 멍하게 서서 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넋을 놓고 서있었을까? 이윽고 질이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음경을 보았다. 그 순간, 음경은 알 수 있었다. 질과 음경이 앞으로 함께 살아가게

왼쪽에 거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칼을 가진

될 것이란 것을. 음경은 질에게, 질은 음경에게 들어올

여자아이가 있다. 이 여자아이는 꽃잎과 동그라미 문양이

것이라는 것을.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28

a warm heart, 정지호, 2008, water on paper


들어간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서있다. 허리 조금 아래까지만

갈라져 있다. 성인 여자는 유두부분까지만 보인다. 민소매

보인다. 여자아이의 두 손은 가슴께에서 장미꽃의

티셔츠를 입고 있지 않는데, 목 주위가 깊게 파여 거의

줄기부분을 잡고 있고, 코는 그 꽃에 파묻혀있다. 눈은

커다란 유두부분까지 들여다보이지만 성감대는 보이지

감겨있고 입 꼬리가 조금 올라가있다. 그 오른쪽엔 흰색과

않는다. 성인 여자의 오른손은 여자아이의 엉덩이부분을 꽉

회색빛의 머리칼을 가진 성인 여자가 있다. 흰색과 회색빛의

쥐고 있고, 왼손은 페니스 줄기의 끝부분을 잡고 있다. 성인

머리카락은 2:8 가르마를 타고 절반은 앞으로 절반은 뒤로

여자는 턱을 조금 치켜 올리고 페니스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갈라져 있다. 성인 여자는 가슴부분까지만 보인다. 민소매

있다. 사이즈는 맞지 않고, 질은 페니스보다 조금 아래에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목 주위가 깊게 파여 거의 가슴

있다.

부분까지 들여다보이지만 가슴 골은 보이지 않는다. 성인 여자의 오른손은 여자아이의 엉덩이부분을 감싸고 있고,

미리 약속을 하지 않은 이번 경우, 위의 문단을 보았을 때, [a

왼손은 장미 줄기의 끝부분을 잡고 있다. 성인 여자는 턱을

warm heart]의 모습을 떠올리긴 힘들 것이다. 더욱이 ‘단어의 위치’

조금 치켜 올리고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변화를 시킨 단어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의미들 때문에 더 어려움을

눈높이는 맞지 않고, 성인 여자가 여자아이보다 조금 아래에

겪을 것이다. 소위 야사(야한 사진)를 떠올리기는 쉬워도, [a warm

있다.

heart]가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할 수 있다.

그림 자체를 묘사하기보단 무엇을 그린 그림인가에 초점을 맞 춰 묘사를 해보자면 위와 같은 글이 나올 것이다. 이번엔 미리 약속 Ⅳ 결론

을 하지 않고, 임의로 ‘단어의 위치’ 변화를 시험해보자. 왼쪽에 거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페니스를 가진

세 가지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들로 알 수 있는 것은 단어의 의미

여자아이가 있다. 이 여자아이는 남성과 여성의 체위 문양이

라는 것이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

들어간 브래지어 팬티를 입고 서있다. 허리 조금 아래까지만

리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각기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수용하

보인다. 여자아이의 두 손은 가슴께에서 페니스의

고, 이를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의미는 사회적으로 약속된 것

줄기부분을 잡고 있고, 입은 그 페니스에 파묻혀있다. 눈은

들이어서 이보다 작은 규모의 모임(이를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

감겨있고 입 꼬리가 조금 올라가있다. 그 오른쪽엔 흰색과

신들과 나로 이루어진 모임)에서 약속된 의미는 통용될 수 없는 것

회색빛의 페니스를 가진 성인 여자가 있다. 흰색과 회색빛의

으로 여겨진다.

머리카락은 2:8 가르마를 타고 절반은 앞으로 절반은 뒤로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30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그런 커다란 사회의 약속이란 것도 알

31

실험번호 6-9


들어간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서있다. 허리 조금 아래까지만

갈라져 있다. 성인 여자는 유두부분까지만 보인다. 민소매

보인다. 여자아이의 두 손은 가슴께에서 장미꽃의

티셔츠를 입고 있지 않는데, 목 주위가 깊게 파여 거의

줄기부분을 잡고 있고, 코는 그 꽃에 파묻혀있다. 눈은

커다란 유두부분까지 들여다보이지만 성감대는 보이지

감겨있고 입 꼬리가 조금 올라가있다. 그 오른쪽엔 흰색과

않는다. 성인 여자의 오른손은 여자아이의 엉덩이부분을 꽉

회색빛의 머리칼을 가진 성인 여자가 있다. 흰색과 회색빛의

쥐고 있고, 왼손은 페니스 줄기의 끝부분을 잡고 있다. 성인

머리카락은 2:8 가르마를 타고 절반은 앞으로 절반은 뒤로

여자는 턱을 조금 치켜 올리고 페니스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갈라져 있다. 성인 여자는 가슴부분까지만 보인다. 민소매

있다. 사이즈는 맞지 않고, 질은 페니스보다 조금 아래에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목 주위가 깊게 파여 거의 가슴

있다.

부분까지 들여다보이지만 가슴 골은 보이지 않는다. 성인 여자의 오른손은 여자아이의 엉덩이부분을 감싸고 있고,

미리 약속을 하지 않은 이번 경우, 위의 문단을 보았을 때, [a

왼손은 장미 줄기의 끝부분을 잡고 있다. 성인 여자는 턱을

warm heart]의 모습을 떠올리긴 힘들 것이다. 더욱이 ‘단어의 위치’

조금 치켜 올리고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변화를 시킨 단어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의미들 때문에 더 어려움을

눈높이는 맞지 않고, 성인 여자가 여자아이보다 조금 아래에

겪을 것이다. 소위 야사(야한 사진)를 떠올리기는 쉬워도, [a warm

있다.

heart]가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할 수 있다.

그림 자체를 묘사하기보단 무엇을 그린 그림인가에 초점을 맞 춰 묘사를 해보자면 위와 같은 글이 나올 것이다. 이번엔 미리 약속 Ⅳ 결론

을 하지 않고, 임의로 ‘단어의 위치’ 변화를 시험해보자. 왼쪽에 거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페니스를 가진

세 가지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들로 알 수 있는 것은 단어의 의미

여자아이가 있다. 이 여자아이는 남성과 여성의 체위 문양이

라는 것이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

들어간 브래지어 팬티를 입고 서있다. 허리 조금 아래까지만

리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각기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수용하

보인다. 여자아이의 두 손은 가슴께에서 페니스의

고, 이를 사용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의미는 사회적으로 약속된 것

줄기부분을 잡고 있고, 입은 그 페니스에 파묻혀있다. 눈은

들이어서 이보다 작은 규모의 모임(이를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

감겨있고 입 꼬리가 조금 올라가있다. 그 오른쪽엔 흰색과

신들과 나로 이루어진 모임)에서 약속된 의미는 통용될 수 없는 것

회색빛의 페니스를 가진 성인 여자가 있다. 흰색과 회색빛의

으로 여겨진다.

머리카락은 2:8 가르마를 타고 절반은 앞으로 절반은 뒤로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30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그런 커다란 사회의 약속이란 것도 알

31

실험번호 6-9


고 보면, 정확히 한 가지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편의상 단

내 페니스를 집어넣고, 피스톤 운동을 하고 싶어.”

어들에 제각기 의미들을 하나씩 배열하여 ‘사전’이라는 것을 편찬해

여자가 말한다.

보급하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쓰이는 단어들은 ‘사전’에 나온 의

“나는 아직은 좀 이른 것 같으니, 이만 집에 가고 싶어. 라고

미와는 별개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다는 것이다.

말할 생각이긴 하지만, 사실은 나도 네 페니스가 내 몸 속으로

예를 들자면, 앞의 실험 결과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어서, 어

들어오길 바래.”

떤 사람은 A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치자. 하지만 다른 사람의 경 우엔 a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용은 비슷하 지만 형태는 다른.

이렇게 된다면 좀 곤란하지 않은가. 뭐, 이것도 한계를 극복한 언 어의 사용이라고 볼 순 없지만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단어의 의미라는 것은 무방비 상태에서 사람들 에게 받아들여지지만, 결코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는 것 이다. 사회가 강압적으로 사람들에게 단어의 의미를 주입시키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들 역시, 단어의 의미를 사회가 제시 하는 의미와는 다르게, 멋대로 바꾸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소통을 해야 좀 더 정확 하게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앞의 실험들처럼 소통 전에 단어들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소통을 시작해야하 는 것일까?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단어들의 의미를 설정하 는 것조차 단어들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이다. 앞의 실험들은 결국, 완벽한 소통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사실 언어의 이러한 한계는 일부 러 설정된 것일 확률이 높다고 보인다. 이를 증명할 순 없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할 만한 상황을 제시해본다. 여자와 남자가 한 방에 있다. 남자가 말한다. “네가 입고 있는 브래지어를 벗기고, 네 가슴 중앙에서 조금 아래에 있는 유두에 입을 맞추고, 그 때쯤 내 페니스가 서면 네가 입고 있는 팬티를 벗기고, 손가락으로 네 성기를 쓰다듬다 이내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32

33

실험번호 6-9


고 보면, 정확히 한 가지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편의상 단

내 페니스를 집어넣고, 피스톤 운동을 하고 싶어.”

어들에 제각기 의미들을 하나씩 배열하여 ‘사전’이라는 것을 편찬해

여자가 말한다.

보급하고 있지만, 실제 생활에서 쓰이는 단어들은 ‘사전’에 나온 의

“나는 아직은 좀 이른 것 같으니, 이만 집에 가고 싶어. 라고

미와는 별개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다는 것이다.

말할 생각이긴 하지만, 사실은 나도 네 페니스가 내 몸 속으로

예를 들자면, 앞의 실험 결과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어서, 어

들어오길 바래.”

떤 사람은 A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치자. 하지만 다른 사람의 경 우엔 a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용은 비슷하 지만 형태는 다른.

이렇게 된다면 좀 곤란하지 않은가. 뭐, 이것도 한계를 극복한 언 어의 사용이라고 볼 순 없지만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단어의 의미라는 것은 무방비 상태에서 사람들 에게 받아들여지지만, 결코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진 않는다는 것 이다. 사회가 강압적으로 사람들에게 단어의 의미를 주입시키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람들 역시, 단어의 의미를 사회가 제시 하는 의미와는 다르게, 멋대로 바꾸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소통을 해야 좀 더 정확 하게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앞의 실험들처럼 소통 전에 단어들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소통을 시작해야하 는 것일까?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단어들의 의미를 설정하 는 것조차 단어들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이다. 앞의 실험들은 결국, 완벽한 소통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사실 언어의 이러한 한계는 일부 러 설정된 것일 확률이 높다고 보인다. 이를 증명할 순 없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할 만한 상황을 제시해본다. 여자와 남자가 한 방에 있다. 남자가 말한다. “네가 입고 있는 브래지어를 벗기고, 네 가슴 중앙에서 조금 아래에 있는 유두에 입을 맞추고, 그 때쯤 내 페니스가 서면 네가 입고 있는 팬티를 벗기고, 손가락으로 네 성기를 쓰다듬다 이내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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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번호 6-9


이동언


이동언


Ⅰ 처음엔 다 그래

스무 살

처음 본 19금 영화는 아메리칸 뷰티다. 합법적인 나이에 불법으로 다운받아 본 영화였다. 아름다움이라는 것, 지극히 사소하게 여겨지는 장면들이 이상할 만큼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는 것 흑백으로 보여지는 주인공의 기억은 미치도록 싱겁고, 그런데도 예뻐서 우울했다. 우리 아빠는 나를 공주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내 이야기도 이렇고, 저렇고, 그래서 — 아름다웠다 로 끝날 수 있기를


Ⅰ 처음엔 다 그래

스무 살

처음 본 19금 영화는 아메리칸 뷰티다. 합법적인 나이에 불법으로 다운받아 본 영화였다. 아름다움이라는 것, 지극히 사소하게 여겨지는 장면들이 이상할 만큼 생생하게 기억 속에 남는 것 흑백으로 보여지는 주인공의 기억은 미치도록 싱겁고, 그런데도 예뻐서 우울했다. 우리 아빠는 나를 공주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내 이야기도 이렇고, 저렇고, 그래서 — 아름다웠다 로 끝날 수 있기를


스물 하나 자취를 시작하고 룸메이트가 생겼다 다른 사람 앞에서도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되었다


스물 하나 자취를 시작하고 룸메이트가 생겼다 다른 사람 앞에서도 옷을 갈아입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없다 어 말해본 적 내 리 소 를 스라는 단어 아직까지 섹

스물 다섯

Ⅱ 내 남자와 네 남자에게


이 없다 어 말해본 적 내 리 소 를 스라는 단어 아직까지 섹

스물 다섯

Ⅱ 내 남자와 네 남자에게


W

진정성

O

착각


W

진정성

O

착각


J 머 무 를 수 없 는

K 난 이걸 네 동공에 쑤셔 박을 수도 있었다 이 개새끼야


J 머 무 를 수 없 는

K 난 이걸 네 동공에 쑤셔 박을 수도 있었다 이 개새끼야


M

무서워

S 아무 생각 없이 아직도 이 목도리를 하고 다니는 내가 미울까


M

무서워

S 아무 생각 없이 아직도 이 목도리를 하고 다니는 내가 미울까


Ⅲ 고백

Love Letter to 〘 ? 〙

너와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데 손으로 ▤▤▤도 받고 싶고 입에 살짝 ▦▦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 꼭 ▥▥▥고 네 가슴에 ▧▧을 ▨▨고 머리카락을 ▩▩▩▩고 싶어 너에게선 어떤 ▒▒▒날까


Ⅲ 고백

Love Letter to 〘 ? 〙

너와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데 손으로 ▤▤▤도 받고 싶고 입에 살짝 ▦▦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 꼭 ▥▥▥고 네 가슴에 ▧▧을 ▨▨고 머리카락을 ▩▩▩▩고 싶어 너에게선 어떤 ▒▒▒날까


그리고 나는 죽었다 끝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그리고 나는 죽었다 끝이 아름다울 수 있다면


조우정

ROK

그림


조우정

ROK

그림


난 말이야 그냥 네가 꽃 같았어. 다른 말로 설명하려고 해도 다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아. 그냥……, 그냥……. 넌 ‘그냥’이라는 말이 어떤 말인지 생각해본 적 있니? ‘그냥’ 좋아하고 ‘그냥’ 어떤 이를 싫어하기도 하고 ‘그냥’ 학교가 가기 싫고 ‘그냥’ 일하기가 싫고 ‘그냥’ 떠나고 싶고 ‘그냥’ 결혼하고 싶고 ‘그냥’ 술 마시고 싶고 ‘그냥’ 죽고 싶고 ‘그냥’ 울고 싶고 ‘그냥’ 먹고 싶고

55

그냥


난 말이야 그냥 네가 꽃 같았어. 다른 말로 설명하려고 해도 다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아. 그냥……, 그냥……. 넌 ‘그냥’이라는 말이 어떤 말인지 생각해본 적 있니? ‘그냥’ 좋아하고 ‘그냥’ 어떤 이를 싫어하기도 하고 ‘그냥’ 학교가 가기 싫고 ‘그냥’ 일하기가 싫고 ‘그냥’ 떠나고 싶고 ‘그냥’ 결혼하고 싶고 ‘그냥’ 술 마시고 싶고 ‘그냥’ 죽고 싶고 ‘그냥’ 울고 싶고 ‘그냥’ 먹고 싶고

55

그냥


‘그냥’ 그 자리에 놔두고 싶고 ‘그냥’ 막 주고 싶고 ‘그냥’ 어떤 말을 해보기도 하고 ‘그냥’ 소리치고 싶고 ‘그냥’ 뛰고 싶고 ‘그냥’ 잠만 자고 싶기도 하고 ‘그냥’ 날 내버려두고 싶기도 해 이렇게 쭉 적어놓은 ‘그냥’을 보면 내가 알던 그냥이 아닌 것 같고 ‘그냥’ 그냥은 그런 거니까. 그건 ‘아무 이유 없이’라고 설명되기엔 뭔가 넘치는 것 같고 ‘기분에’라고 말하기엔 뭔가 모자란 것 같은 그냥 그런 거니까.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56


‘그냥’ 그 자리에 놔두고 싶고 ‘그냥’ 막 주고 싶고 ‘그냥’ 어떤 말을 해보기도 하고 ‘그냥’ 소리치고 싶고 ‘그냥’ 뛰고 싶고 ‘그냥’ 잠만 자고 싶기도 하고 ‘그냥’ 날 내버려두고 싶기도 해 이렇게 쭉 적어놓은 ‘그냥’을 보면 내가 알던 그냥이 아닌 것 같고 ‘그냥’ 그냥은 그런 거니까. 그건 ‘아무 이유 없이’라고 설명되기엔 뭔가 넘치는 것 같고 ‘기분에’라고 말하기엔 뭔가 모자란 것 같은 그냥 그런 거니까.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56


어느 날은 ‘그냥’ 걷다가 내게 삶이 어떤 의미인지, 그런 생각들이

들지 않았거든.

들기 시작했어. 왜 사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아주 찰나의 시간에 난 너에게 반했다. 우리가 숨 쉬는 이 공간의

서? 아니면 내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나는 살고 있는 거지……. 사실은 ‘산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인데

공기에 누군가 감정이 싹트는 물약을 뿌려놓은 것처럼 순식간에 너 에게 반했다. 근데 이걸 ‘사랑’이라 불러야하는지, ‘욕망’이라고 불러

말이야. 요즘은 그렇게 즐겁게 사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이런 생각이

야하는지, ‘증오’라고 불러야하는지, ‘부끄러움’이라고 불러야하는지,

들었나 봐.

‘기쁨‘이라 불러야하는지 나는 도통 모르겠다.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무심코 든 생각인데 말이야. 어쩌면 가로수들은 차도와 인도 사이

머리가 아파본 적이 없는데, 정말 아찔하다.

에서 행복할까. 자신이 뿌리 내리고 싶은 곳일까. 나처럼 이렇게 걸을 수도 없는데…….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말라 죽을 때까지 혹은 넘어

내가 아주 어릴 때 말이야. 아버지가,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 말이야. 내게 오리장난감을 사주었어. 내가 타고 놀 수 있는, 몸통은

져서 뿌리 채 뽑힐 때까지 그렇게 있는 게…….

샛노랗고 부리는 주황색인. 처음이었어. 장난감이란 것. 근데 난 그

그렇게 나는 내 머릿속에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이것저것들에

오리장난감이 왜 그렇게 싫었을까. 줄을 매달아서 한참을 끌고 다니

투영하면서 걸었어. 마치 그들에게 나와 같은 불행을 강요하면서 말

다가 조그만 도랑 근처에 갔을 때 난 그 오리장난감을 도랑에 집어 던

이야. 그렇게 걷다가 아주 높은 담벼락 아래에 핀 꽃을 보게 되었지.

져버렸어. 얕은 도랑이라서 목까지 바닥 진흙에 쳐 박혀 있던 그 장난

민들레였던 것 같아. 부서진 콘크리트 틈새로 뿌리를 내린, 민들레. 꽃

감은 물살에 꼬리를 조금씩 꺼덕꺼덕 거리더니 진흙이 묻은 얼굴을

을 쳐다보고 있는데 네가 와서는 쪼그리고 앉아 그 꽃을 보았지. 이파

꺼내었어. 그리고 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어.

리를 만져보기도 하고, 꽃잎을 건드리기도 하면서 그 꽃을 보더라고.

너무도 평화스런 뒷모습을 남긴 채. 난 내 아버지가 그렇게 사라져버

난 어느새 꽃대신 너를 보고 있었다. 너는 이 길 주변 어느 학교를 다

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니는 학생인 것 같았어. 체크무늬 치마를 입고 검정타이즈를 신고 있 었다. 위에는 자주색 재킷을 입었던 것 같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확 히는 기억이 나지 않아. 마치 술을 마셨을 때……, 아니 감기약을 먹고

나는 내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단지 그 거룩한 개새끼의 물

오래자고 일어났을 때 시야가 흐린 것이랑 비교해야 할까? 아무튼 흐

건만 떠오를 뿐이야. 아무리,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얼굴 같은 건 떠오

릿흐릿하게 네가 보였어. 큰 담벼락 아래에서 서서 너를 보는 나랑 쪼

르지 않고, 전류가 흐르는 듯한 고통만이 뇌를 스치고 지나가. 그렇지

그려 앉아서 꽃을 보는 너를, 그때 그 골목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어떻

만 말이야, 난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듯해. ‘불행’이 무

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 시선과는 관계없이 나는 네가 좋았어. 또 하

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그때 난 몰랐거든. 이게 ‘똥’인지 ‘오줌’인지

나의 민들레, 정도로 생각한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네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과 이게 ‘행복’인지 ‘불행’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가 날 올려다봤을 때, 난 ‘그냥’ 아랫도리가 묵직해졌어. 스스로 이해

사람이 난 같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그게 나일

가 되지 않을 만큼.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미쳤지. 그런 생각이 전혀

수도 있다는 거야. 단지 그것이 싫다던가, 좋다던가 하는 절대적 의미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58

그 생각을 한 건 아무래도 내 아버지의 앞모습 때문이었을 거야.

59

그냥


어느 날은 ‘그냥’ 걷다가 내게 삶이 어떤 의미인지, 그런 생각들이

들지 않았거든.

들기 시작했어. 왜 사는 걸까, 무엇을 위해서,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아주 찰나의 시간에 난 너에게 반했다. 우리가 숨 쉬는 이 공간의

서? 아니면 내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왜, 나는 살고 있는 거지……. 사실은 ‘산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인데

공기에 누군가 감정이 싹트는 물약을 뿌려놓은 것처럼 순식간에 너 에게 반했다. 근데 이걸 ‘사랑’이라 불러야하는지, ‘욕망’이라고 불러

말이야. 요즘은 그렇게 즐겁게 사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이런 생각이

야하는지, ‘증오’라고 불러야하는지, ‘부끄러움’이라고 불러야하는지,

들었나 봐.

‘기쁨‘이라 불러야하는지 나는 도통 모르겠다.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무심코 든 생각인데 말이야. 어쩌면 가로수들은 차도와 인도 사이

머리가 아파본 적이 없는데, 정말 아찔하다.

에서 행복할까. 자신이 뿌리 내리고 싶은 곳일까. 나처럼 이렇게 걸을 수도 없는데…….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말라 죽을 때까지 혹은 넘어

내가 아주 어릴 때 말이야. 아버지가,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 말이야. 내게 오리장난감을 사주었어. 내가 타고 놀 수 있는, 몸통은

져서 뿌리 채 뽑힐 때까지 그렇게 있는 게…….

샛노랗고 부리는 주황색인. 처음이었어. 장난감이란 것. 근데 난 그

그렇게 나는 내 머릿속에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이것저것들에

오리장난감이 왜 그렇게 싫었을까. 줄을 매달아서 한참을 끌고 다니

투영하면서 걸었어. 마치 그들에게 나와 같은 불행을 강요하면서 말

다가 조그만 도랑 근처에 갔을 때 난 그 오리장난감을 도랑에 집어 던

이야. 그렇게 걷다가 아주 높은 담벼락 아래에 핀 꽃을 보게 되었지.

져버렸어. 얕은 도랑이라서 목까지 바닥 진흙에 쳐 박혀 있던 그 장난

민들레였던 것 같아. 부서진 콘크리트 틈새로 뿌리를 내린, 민들레. 꽃

감은 물살에 꼬리를 조금씩 꺼덕꺼덕 거리더니 진흙이 묻은 얼굴을

을 쳐다보고 있는데 네가 와서는 쪼그리고 앉아 그 꽃을 보았지. 이파

꺼내었어. 그리고 물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어.

리를 만져보기도 하고, 꽃잎을 건드리기도 하면서 그 꽃을 보더라고.

너무도 평화스런 뒷모습을 남긴 채. 난 내 아버지가 그렇게 사라져버

난 어느새 꽃대신 너를 보고 있었다. 너는 이 길 주변 어느 학교를 다

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니는 학생인 것 같았어. 체크무늬 치마를 입고 검정타이즈를 신고 있 었다. 위에는 자주색 재킷을 입었던 것 같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확 히는 기억이 나지 않아. 마치 술을 마셨을 때……, 아니 감기약을 먹고

나는 내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단지 그 거룩한 개새끼의 물

오래자고 일어났을 때 시야가 흐린 것이랑 비교해야 할까? 아무튼 흐

건만 떠오를 뿐이야. 아무리,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얼굴 같은 건 떠오

릿흐릿하게 네가 보였어. 큰 담벼락 아래에서 서서 너를 보는 나랑 쪼

르지 않고, 전류가 흐르는 듯한 고통만이 뇌를 스치고 지나가. 그렇지

그려 앉아서 꽃을 보는 너를, 그때 그 골목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어떻

만 말이야, 난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듯해. ‘불행’이 무

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 시선과는 관계없이 나는 네가 좋았어. 또 하

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그때 난 몰랐거든. 이게 ‘똥’인지 ‘오줌’인지

나의 민들레, 정도로 생각한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네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과 이게 ‘행복’인지 ‘불행’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가 날 올려다봤을 때, 난 ‘그냥’ 아랫도리가 묵직해졌어. 스스로 이해

사람이 난 같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그게 나일

가 되지 않을 만큼. 이러면 안 되는데, 내가 미쳤지. 그런 생각이 전혀

수도 있다는 거야. 단지 그것이 싫다던가, 좋다던가 하는 절대적 의미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58

그 생각을 한 건 아무래도 내 아버지의 앞모습 때문이었을 거야.

59

그냥


로 내 세포 하나하나에 박혀버린 것 같아. 세포 하나하나, 내 머리털 한 올 한 올까지 질려버려서 지워지지 않아, 그건 ‘그냥’ 그대로 멈춰 서 진행되지 않지, 그것을 가진 생명체가 소멸할 때까지. 아무튼, 그 거대한 물건은 내 ‘감정’과는 관계없이 내 입으로, 내 엉 덩이로 들어왔어. 날마다. 난 바들바들 거렸어.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언젠가, 누군가와 수산시장에 간 적이 있어. 수조 안에서 물고기는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어. 그것들 중에 하나를 나는 손가락으로 찍고서는 돈을 냈지. 그물이 내가 찍은 그놈 을 따라다니다가 결국엔 잡아먹었어. 그리고 그놈은 물 밖으로 나왔 어. 그놈 입장에선 그게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 황당함을 뒤로한 채 날 이 벼린 칼이 그놈의 아가미를 건드렸어. 툭, 하고 그놈은 두 동강이 났는데 각각의 덩어리들은 바들바들 거렸어. 그걸 보자마자 난 무심 코 토를 하고 말았어. 내 토사물들은 나머지 놈들이 있던 수조로 들어 갔는데 주인은 칼을 들고 나에게 소리쳤어. 뭐라고, 뭐라고. 난 그 소 리가 들리지 않았어. 그런 것 따위와는 관계없이 나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거든. 문득 내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 떠올랐거든. 이상하 게도 말이야. ‘그냥’ 떠올랐어. 꼬집으면 뇌에서 자연스럽게 아프다 는 반응을 신경으로 보내는 것처럼, 모래성에 물을 부으면 스르르 무 너지는 것처럼. 연쇄적 반응은 순식간에 다가왔던 거지. 난 도망쳤어. 그 시장 밖으로. 그때 그 수산시장에 같이 갔던 사람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사람을 다시보지 못할 거라는 스스로의 판 단이 내 머릿속에 너무나 깊숙이 자리해버렸기 때문일 거야. 어느 전 시회에 갔는데, 많은 그림 중 어느 한 그림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 는 것처럼 나의 그날은 어느 한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어. 또, 다른 어떤 날은 자다가 가위에 눌렸어. 그 순간 이전에 누군가 에게 가위에 대해서 들었을 때가 생각이 났는데, 그 사람의 꿈엔 머리 가 긴 여자귀신이 나타났다고 했어. 그 여자 귀신이 자기 성기 위에 앉

61

그냥


로 내 세포 하나하나에 박혀버린 것 같아. 세포 하나하나, 내 머리털 한 올 한 올까지 질려버려서 지워지지 않아, 그건 ‘그냥’ 그대로 멈춰 서 진행되지 않지, 그것을 가진 생명체가 소멸할 때까지. 아무튼, 그 거대한 물건은 내 ‘감정’과는 관계없이 내 입으로, 내 엉 덩이로 들어왔어. 날마다. 난 바들바들 거렸어.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언젠가, 누군가와 수산시장에 간 적이 있어. 수조 안에서 물고기는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었어. 그것들 중에 하나를 나는 손가락으로 찍고서는 돈을 냈지. 그물이 내가 찍은 그놈 을 따라다니다가 결국엔 잡아먹었어. 그리고 그놈은 물 밖으로 나왔 어. 그놈 입장에선 그게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 황당함을 뒤로한 채 날 이 벼린 칼이 그놈의 아가미를 건드렸어. 툭, 하고 그놈은 두 동강이 났는데 각각의 덩어리들은 바들바들 거렸어. 그걸 보자마자 난 무심 코 토를 하고 말았어. 내 토사물들은 나머지 놈들이 있던 수조로 들어 갔는데 주인은 칼을 들고 나에게 소리쳤어. 뭐라고, 뭐라고. 난 그 소 리가 들리지 않았어. 그런 것 따위와는 관계없이 나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거든. 문득 내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람이 떠올랐거든. 이상하 게도 말이야. ‘그냥’ 떠올랐어. 꼬집으면 뇌에서 자연스럽게 아프다 는 반응을 신경으로 보내는 것처럼, 모래성에 물을 부으면 스르르 무 너지는 것처럼. 연쇄적 반응은 순식간에 다가왔던 거지. 난 도망쳤어. 그 시장 밖으로. 그때 그 수산시장에 같이 갔던 사람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 사람을 다시보지 못할 거라는 스스로의 판 단이 내 머릿속에 너무나 깊숙이 자리해버렸기 때문일 거야. 어느 전 시회에 갔는데, 많은 그림 중 어느 한 그림만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 는 것처럼 나의 그날은 어느 한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어. 또, 다른 어떤 날은 자다가 가위에 눌렸어. 그 순간 이전에 누군가 에게 가위에 대해서 들었을 때가 생각이 났는데, 그 사람의 꿈엔 머리 가 긴 여자귀신이 나타났다고 했어. 그 여자 귀신이 자기 성기 위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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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서는 비키질 않더래. 발버둥을 치려해도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서서 히 말라 죽게 된 나무처럼 경직된 몸으로 그 귀신을 바라보고 있어야 만 했대. 한참을 그러다가 귀신이 씩 웃더니 비키더래. 그리곤 그 귀신 이 사라졌는데, 그때서야 몸이 움직였대. 너무 기분이 이상해서 잠에 서 깼는데, 팬티 안이 축축하더라는 거야. 처음엔 자기가 오줌을 싼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정액이었대. 그런 기분 상하고 축축한 이야 기가 가위 눌리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내 꿈엔 아는 사람이 나왔는데, 그건 아버지였어. 역시나 얼굴은 없었고, 이상한 촉수만 잔득 달고 나타났어. 그것만으로 몸은 경직되 었는데, 거친 수염으로 가슴부터 아래까지 쓰다듬을 때는 마치 내 몸 이 바위가 된 것 같았어. 한참을 그렇게 바위가 되어 있다가 아픔을 느 꼈어. 내 물건이, 내 성기가 잘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정말 아 팠어. 이게 실제상황인지, 꿈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났어. 아픔 때문에 그랬다고 치부하기엔 치욕스러웠거든. 꿈에서 조 차 이 사람이 날 따라 다닌다는 게. 눈물이 흐르자 신기하게도, 그 아 버지 같은 남자가 사라졌어. 어떤 이에게 들었던 이야기 속 처녀귀신 처럼. 꿈에서 깨어난 나는 팬티를 벗어보았어. 내 성기의 귀두 끝에서 진물 같은 게 흘러나올 것 같았어. 휴지를 찾아서 닦고 닦았어. 그러자 내 성기의 끝은 빨개졌어. 징그러웠어. 그리고 난 이제 꿈도 신용할 수 없었어. 우리가 ‘꿈’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에겐 현실과 다른 게 없 었으니까. 언젠가는 그 ‘꿈’이라고 부르는 게 매우 아름답다고 착각 한 적이 있었어. 내가 원하는 것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 어. 근데 그건 정말 착각이었어. 아, 난 정말 어떤 곳에 살고 있는 걸까. 또 이런 생각이 ‘그냥’ 들었어. 또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나는 새로운 학교를 다녔었던 것 같아. 그 곳에서 나에게 또 다른 일이 다가왔어. 나는 거대한 괴물을 보았어. 이름도 형체도 없는 괴물. 그리고 나조차도 이름이 없었어. 그냥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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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서는 비키질 않더래. 발버둥을 치려해도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서서 히 말라 죽게 된 나무처럼 경직된 몸으로 그 귀신을 바라보고 있어야 만 했대. 한참을 그러다가 귀신이 씩 웃더니 비키더래. 그리곤 그 귀신 이 사라졌는데, 그때서야 몸이 움직였대. 너무 기분이 이상해서 잠에 서 깼는데, 팬티 안이 축축하더라는 거야. 처음엔 자기가 오줌을 싼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정액이었대. 그런 기분 상하고 축축한 이야 기가 가위 눌리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내 꿈엔 아는 사람이 나왔는데, 그건 아버지였어. 역시나 얼굴은 없었고, 이상한 촉수만 잔득 달고 나타났어. 그것만으로 몸은 경직되 었는데, 거친 수염으로 가슴부터 아래까지 쓰다듬을 때는 마치 내 몸 이 바위가 된 것 같았어. 한참을 그렇게 바위가 되어 있다가 아픔을 느 꼈어. 내 물건이, 내 성기가 잘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정말 아 팠어. 이게 실제상황인지, 꿈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났어. 아픔 때문에 그랬다고 치부하기엔 치욕스러웠거든. 꿈에서 조 차 이 사람이 날 따라 다닌다는 게. 눈물이 흐르자 신기하게도, 그 아 버지 같은 남자가 사라졌어. 어떤 이에게 들었던 이야기 속 처녀귀신 처럼. 꿈에서 깨어난 나는 팬티를 벗어보았어. 내 성기의 귀두 끝에서 진물 같은 게 흘러나올 것 같았어. 휴지를 찾아서 닦고 닦았어. 그러자 내 성기의 끝은 빨개졌어. 징그러웠어. 그리고 난 이제 꿈도 신용할 수 없었어. 우리가 ‘꿈’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에겐 현실과 다른 게 없 었으니까. 언젠가는 그 ‘꿈’이라고 부르는 게 매우 아름답다고 착각 한 적이 있었어. 내가 원하는 것을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 어. 근데 그건 정말 착각이었어. 아, 난 정말 어떤 곳에 살고 있는 걸까. 또 이런 생각이 ‘그냥’ 들었어. 또 조금의 시간이 지난 뒤 나는 새로운 학교를 다녔었던 것 같아. 그 곳에서 나에게 또 다른 일이 다가왔어. 나는 거대한 괴물을 보았어. 이름도 형체도 없는 괴물. 그리고 나조차도 이름이 없었어. 그냥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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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 괴물에게 ‘병신’이라 불렸을 뿐. 내가 왜 ‘병신’인지 알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정말 그들은 괴물이었으니까. 괴물은 다짜고짜 나에 게 자위를 시켰어. 바지를 내리고, 그것을 세우고 손으로 움켜잡았을 때 난 평소와는 조금 다른 감정을 느꼈어. 그 ‘감정’이라고 불리는 것 을 정확히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아무튼, 그 ‘감정’을 느 끼면서 그 과정을 진행했지. 괴물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어. 그렇게 난 조금씩 ‘병신’이 되어갔어. 그날 이후로 나는 혼자 있을 땐 물건이 서질 않아. 내 물건이 그렇게 ‘병신’이 된 후 아버지는 나를 때리기 시작했어. 왜 그랬는지 그의 속내는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내 ‘물건’ 때문일 거 라고 생각했어. 근데 그때는 아버지는 그의 수염을 내게 문질러대는 건 멈추지 않았어. 그게 그에게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기폭제 쯤 됐을 거라고 생각해. 아, 나는 정말 어디서 어디까지 다른 사람과 다른 ‘삶’을 살아온 걸까. 나는 ‘어른’이 되었어. 겉으로 보는 나만. 내 속마음이, 정신연령이 어떤지는 나도 잘 몰라. 난 그냥 ‘어른’이 된 것이니까. 어른이 되었으 니 너는 네 의지로 ‘여자’라고 불리는 사람을 사귈 수 있게 되었다고 누군가 내게 말했어. 내가 스스로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 ‘여자’ 라고 불리는 인간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으니까. 정말로. 그 냥 그들은 무심하고 나에겐 아무런 관심도 없는 나와는 다른 종(種)인 줄로만 알고 있었으니까. 난 엄마를 안아본 적이 없어. 손을 잡아본 적 도 없어. 왜냐고, 내게 물어보지 마. 그 질문에 답할 사람은 우리 엄마 니까. 나는 아무 이유를 알지 못해. 아버지가 내게 그런다고 엄마에게 언젠가 말한 적이 있어. 하지 만, 엄마의 대답은 ‘그런데?’였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는 놀라 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어. 그럴 수도 있지, 라는 표정을 짓고 있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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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괴물에게 ‘병신’이라 불렸을 뿐. 내가 왜 ‘병신’인지 알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정말 그들은 괴물이었으니까. 괴물은 다짜고짜 나에 게 자위를 시켰어. 바지를 내리고, 그것을 세우고 손으로 움켜잡았을 때 난 평소와는 조금 다른 감정을 느꼈어. 그 ‘감정’이라고 불리는 것 을 정확히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아무튼, 그 ‘감정’을 느 끼면서 그 과정을 진행했지. 괴물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어. 그렇게 난 조금씩 ‘병신’이 되어갔어. 그날 이후로 나는 혼자 있을 땐 물건이 서질 않아. 내 물건이 그렇게 ‘병신’이 된 후 아버지는 나를 때리기 시작했어. 왜 그랬는지 그의 속내는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내 ‘물건’ 때문일 거 라고 생각했어. 근데 그때는 아버지는 그의 수염을 내게 문질러대는 건 멈추지 않았어. 그게 그에게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기폭제 쯤 됐을 거라고 생각해. 아, 나는 정말 어디서 어디까지 다른 사람과 다른 ‘삶’을 살아온 걸까. 나는 ‘어른’이 되었어. 겉으로 보는 나만. 내 속마음이, 정신연령이 어떤지는 나도 잘 몰라. 난 그냥 ‘어른’이 된 것이니까. 어른이 되었으 니 너는 네 의지로 ‘여자’라고 불리는 사람을 사귈 수 있게 되었다고 누군가 내게 말했어. 내가 스스로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 ‘여자’ 라고 불리는 인간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으니까. 정말로. 그 냥 그들은 무심하고 나에겐 아무런 관심도 없는 나와는 다른 종(種)인 줄로만 알고 있었으니까. 난 엄마를 안아본 적이 없어. 손을 잡아본 적 도 없어. 왜냐고, 내게 물어보지 마. 그 질문에 답할 사람은 우리 엄마 니까. 나는 아무 이유를 알지 못해. 아버지가 내게 그런다고 엄마에게 언젠가 말한 적이 있어. 하지 만, 엄마의 대답은 ‘그런데?’였어.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엄마는 놀라 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어. 그럴 수도 있지, 라는 표정을 짓고 있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64


었어. 나는 그 무심한 표정을 그 순간 내 속으로 삼켰어. 삼켰던 그 표

발톱은 새의 부리처럼 두껍고 단단해져서

정은 내 안에서 나를 콕콕 찌르고 있어. 목 어딘가에 낀 생선가시처럼

그르릉 소리가 터져나오기 전에!

성가시게 날 괴롭혀. 그래서 나는 그 ‘엄마’라는 무심한 사람으로 인 해서, ‘여자’라고 불리는 나와 다른 종류의 사람을 이해하게 되어 버

너의 얼굴은 온통…… 잘생기고

렸어.

못생기고의 차원이 아니야, 뭔가가 있어, 뭔가 어리석고 역겨운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여자’를 사귀어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

날이 있어. 그 여자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건네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 해서, 무작정 그 여자의 뒤를 따라갔어. 밝았던 거리는 어두워졌고,

나는 무척 마음에 든다

그 여자의 마음엔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했나봐. 날 계속 힐끔힐끔 살

나는 무척 마음에 들어

피더니 걸음이 빨라졌어. 그래도 나는 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계속 쫓아다녔어. 그랬더니 그 여자는 결국 소리를 질렀어. 꺅. 나는 그 자

우리는 만난다

리에서 ‘그냥’ 울어버렸어.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건지 알지 못했거든.

너의 아빠는 썩고

그 여자는 내가 왜 무서웠을까. 머리에 온통 이런 생각 뿐 이었어.

나의 엄마는 맘마 장난감

*

갑자기 황병승의 ‘어린이’ 라는 시가 떠올라.

우리가 가진 전부, 몇 개의 단어 몇 줄의 엉망의 문장으로

바닥까지 미개해져서 우리는 만난다

우리가 믿는 것은 모조리 검고

나의 엄마는 더럽고

이것이 우리의 원래 눈빛

너의 아빠는 뽀뽀 악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떠오르는 몇 개의 단어, 몇 줄의 엉터리 문장

고무나라의 인형들처럼

백지 위에 얼룩을 남기며 살려고도, 죽으려고도 하지 않는

우리는 다시 만진다

과자나라의 왕들처럼

그냥, 떠올라.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다시 만난다

난 어느 날부터 책을 보기 시작했어. 내 머리로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글자들로 이루어진 내용이 가득 찬 그것들을. 내가 읽는 그

머릿속은 마른 조개처럼 텅 비고

것과 당신이 읽은 그것은 똑같은 것일까. 내가 이해하고 있는 몇 개의

*

단어들과 네가 이해하고 있는 몇 개의 단어들이 정말 같은 뜻으로 이

<트랙과 들판의 별> 中에서. 2007. 황병승. 문학과 지성사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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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었어. 나는 그 무심한 표정을 그 순간 내 속으로 삼켰어. 삼켰던 그 표

발톱은 새의 부리처럼 두껍고 단단해져서

정은 내 안에서 나를 콕콕 찌르고 있어. 목 어딘가에 낀 생선가시처럼

그르릉 소리가 터져나오기 전에!

성가시게 날 괴롭혀. 그래서 나는 그 ‘엄마’라는 무심한 사람으로 인 해서, ‘여자’라고 불리는 나와 다른 종류의 사람을 이해하게 되어 버

너의 얼굴은 온통…… 잘생기고

렸어.

못생기고의 차원이 아니야, 뭔가가 있어, 뭔가 어리석고 역겨운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여자’를 사귀어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

날이 있어. 그 여자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건네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 해서, 무작정 그 여자의 뒤를 따라갔어. 밝았던 거리는 어두워졌고,

나는 무척 마음에 든다

그 여자의 마음엔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했나봐. 날 계속 힐끔힐끔 살

나는 무척 마음에 들어

피더니 걸음이 빨라졌어. 그래도 나는 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계속 쫓아다녔어. 그랬더니 그 여자는 결국 소리를 질렀어. 꺅. 나는 그 자

우리는 만난다

리에서 ‘그냥’ 울어버렸어.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건지 알지 못했거든.

너의 아빠는 썩고

그 여자는 내가 왜 무서웠을까. 머리에 온통 이런 생각 뿐 이었어.

나의 엄마는 맘마 장난감

*

갑자기 황병승의 ‘어린이’ 라는 시가 떠올라.

우리가 가진 전부, 몇 개의 단어 몇 줄의 엉망의 문장으로

바닥까지 미개해져서 우리는 만난다

우리가 믿는 것은 모조리 검고

나의 엄마는 더럽고

이것이 우리의 원래 눈빛

너의 아빠는 뽀뽀 악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떠오르는 몇 개의 단어, 몇 줄의 엉터리 문장

고무나라의 인형들처럼

백지 위에 얼룩을 남기며 살려고도, 죽으려고도 하지 않는

우리는 다시 만진다

과자나라의 왕들처럼

그냥, 떠올라.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다시 만난다

난 어느 날부터 책을 보기 시작했어. 내 머리로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글자들로 이루어진 내용이 가득 찬 그것들을. 내가 읽는 그

머릿속은 마른 조개처럼 텅 비고

것과 당신이 읽은 그것은 똑같은 것일까. 내가 이해하고 있는 몇 개의

*

단어들과 네가 이해하고 있는 몇 개의 단어들이 정말 같은 뜻으로 이

<트랙과 들판의 별> 中에서. 2007. 황병승. 문학과 지성사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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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되고 있는 것일까. 한참을 읽다가 가끔씩 가슴 한편이 쑤실 때가 있 었어. 그럴 때마다 아담의 갈비뼈 이야기가 떠올랐어. 내 갈비뼈로 만 든 ‘여자’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었어. 널 그날 그 자리에서 보았을 때 나는 네가 그 ‘여자’같았어. 너라면, 날 이 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어. 너는 나의 꽃. 그 단순한 생각 때문에 너의 손을 잡았어. 그리고 그 손을 잡고 무 작정 걸었어. 어딘가에서 네가 내가 찾던 여자라는 걸, 확인하고 싶 었어. 그래서 그랬어. 널 눕히고, 벗기고 그랬어. 그때 나는 그냥 그랬어. 이 방에서 널 생각하고 있는 내가 웃기다. 하하하, 라고 웃진 못하 겠지만. 입술 사이로 조금씩 삐져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 없다. 저기 창가로 달빛이 들어와 나의 발가락 언저리를 간질인다. 이방은 참 차 갑다. 밤의 음산한 습기가 콘크리트 바닥을 통해서 올라오는 듯 해. 나는 이 차가운 구석에 앉아서 웅크리고 있어. 나는 점점 미개해져가 고 있어. 어쩌면 원래 미개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날 이렇게 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잠시나마 따듯했어. 나는 그게 마음에 든 다. 그런데 이제 나에게 따듯함이란 없는 걸까. 누구도 나를 기억하 지 않을 것 같은데, 너는 어떠니. 나 혼자의 착각이겠지. 너, 보고 싶어. 정말.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도, 엄마라는 사람도, 괴물들도 보고 싶지 않은데 너는 보고 싶어. 나는 이대로 조금씩 지워질 것만 같아. 여름엔 눈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내년 이 계절엔 난 사라질 것만 같아. 너에게 난 이렇 게 또 다른 ‘괴물’이 되어가는 걸까.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해보려 고 하는 건 내가 이렇다는 걸 너도 알았으면 좋겠어. 너는 날 ‘오해’하 지 말아줬으면 해. 내가 바라는 건 그거야. 형용할 수 없는 단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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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되고 있는 것일까. 한참을 읽다가 가끔씩 가슴 한편이 쑤실 때가 있 었어. 그럴 때마다 아담의 갈비뼈 이야기가 떠올랐어. 내 갈비뼈로 만 든 ‘여자’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었어. 널 그날 그 자리에서 보았을 때 나는 네가 그 ‘여자’같았어. 너라면, 날 이 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어. 너는 나의 꽃. 그 단순한 생각 때문에 너의 손을 잡았어. 그리고 그 손을 잡고 무 작정 걸었어. 어딘가에서 네가 내가 찾던 여자라는 걸, 확인하고 싶 었어. 그래서 그랬어. 널 눕히고, 벗기고 그랬어. 그때 나는 그냥 그랬어. 이 방에서 널 생각하고 있는 내가 웃기다. 하하하, 라고 웃진 못하 겠지만. 입술 사이로 조금씩 삐져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 없다. 저기 창가로 달빛이 들어와 나의 발가락 언저리를 간질인다. 이방은 참 차 갑다. 밤의 음산한 습기가 콘크리트 바닥을 통해서 올라오는 듯 해. 나는 이 차가운 구석에 앉아서 웅크리고 있어. 나는 점점 미개해져가 고 있어. 어쩌면 원래 미개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가 날 이렇게 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잠시나마 따듯했어. 나는 그게 마음에 든 다. 그런데 이제 나에게 따듯함이란 없는 걸까. 누구도 나를 기억하 지 않을 것 같은데, 너는 어떠니. 나 혼자의 착각이겠지. 너, 보고 싶어. 정말.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도, 엄마라는 사람도, 괴물들도 보고 싶지 않은데 너는 보고 싶어. 나는 이대로 조금씩 지워질 것만 같아. 여름엔 눈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내년 이 계절엔 난 사라질 것만 같아. 너에게 난 이렇 게 또 다른 ‘괴물’이 되어가는 걸까.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해보려 고 하는 건 내가 이렇다는 걸 너도 알았으면 좋겠어. 너는 날 ‘오해’하 지 말아줬으면 해. 내가 바라는 건 그거야. 형용할 수 없는 단어들이

69

그냥


너의 머릿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수식하고 있겠지만. 모든 걸 다 지워

의심이 들게 함은 물론 괘씸죄 처벌을 부르는 원인이 됐다”고 검찰은

버리고 나는 그냥 내가 너의 머릿속의 어떤 단어가 아니라 네 가슴 속

덧붙였다.

작고 소소한 ‘감정’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내일이면 나는 다시 재판을 받게 되겠지.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 을 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진 않아.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신문 한 편에서 그의 기사를 본다. 그때 나의 감정은 어떤 것이었

단어들과 내가 알고 있는 단어들은 다를 테니까. 물론 너와 나의 단어 도 다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그냥’이라고 말하는 것뿐이야. 그

을까. 알 수 없다. 나도 나의 감정을 알 수 없다. 그도 나의 감정을 읽을 수 없다. 나는, 그는,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냥 그게 다니까.

그것에 대한 이유 또한, 없다.

언젠가 다시 널 만날 기회가 있다면 너의 손을 꼭 잡고 싶다. 왠 지 너와 나의 ‘온도’는 같을 것 같아.

정말, 그냥.

잠이 온다. 누군가 나에 대해 ‘아름답다’라고 말해주면 고마울 것 같은 밤이야. 안녕, 나의 꽃.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판사 박XX)는 10대 여성을 성폭행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하고 감금(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약취·유 인)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전자 발찌를 10년 동안 부착하도록 명령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의도적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폭행하고, 20 여 일간 감금시킨 뒤 함께 생활하면서 성관계를 갖는 등 그 죄질이 무 겁다”고 밝혔다. 또 “A씨가 친부에게 성적학대를 당한 병력이 있는 점 등을 비춰 정신질환에 의한 범행이었다고 단정 지을 수도 있었지만 재판 과정 에서 모든 답변을 ‘그냥’이라고 말한 점은 오히려 그가 지능범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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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너의 머릿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수식하고 있겠지만. 모든 걸 다 지워

의심이 들게 함은 물론 괘씸죄 처벌을 부르는 원인이 됐다”고 검찰은

버리고 나는 그냥 내가 너의 머릿속의 어떤 단어가 아니라 네 가슴 속

덧붙였다.

작고 소소한 ‘감정’으로 남았으면 좋겠어. 내일이면 나는 다시 재판을 받게 되겠지.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 을 네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진 않아. 그 사람이 알고 있는

신문 한 편에서 그의 기사를 본다. 그때 나의 감정은 어떤 것이었

단어들과 내가 알고 있는 단어들은 다를 테니까. 물론 너와 나의 단어 도 다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그냥’이라고 말하는 것뿐이야. 그

을까. 알 수 없다. 나도 나의 감정을 알 수 없다. 그도 나의 감정을 읽을 수 없다. 나는, 그는,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냥 그게 다니까.

그것에 대한 이유 또한, 없다.

언젠가 다시 널 만날 기회가 있다면 너의 손을 꼭 잡고 싶다. 왠 지 너와 나의 ‘온도’는 같을 것 같아.

정말, 그냥.

잠이 온다. 누군가 나에 대해 ‘아름답다’라고 말해주면 고마울 것 같은 밤이야. 안녕, 나의 꽃.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판사 박XX)는 10대 여성을 성폭행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하고 감금(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약취·유 인)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전자 발찌를 10년 동안 부착하도록 명령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의도적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폭행하고, 20 여 일간 감금시킨 뒤 함께 생활하면서 성관계를 갖는 등 그 죄질이 무 겁다”고 밝혔다. 또 “A씨가 친부에게 성적학대를 당한 병력이 있는 점 등을 비춰 정신질환에 의한 범행이었다고 단정 지을 수도 있었지만 재판 과정 에서 모든 답변을 ‘그냥’이라고 말한 점은 오히려 그가 지능범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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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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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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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글

지혜신 그림


김동호 글

지혜신 그림


강하게 빨았다. 처음인 것처럼 무턱대고 마구잡이로 혀를 빨았다. 누 나는 당황하지 않고 부드럽게 내 혀를 받는다. 혀에서 입술로, 입술에 서 귀로. 목덜미 부분에선 적당한 기교를 부렸다. 누나가 조그마한 탄 성을 발산한다. 목선을 섬세하게 핥으며 가슴으로 내려왔다. 레이어 로 장식된 실크느낌의 화려한 브래지어를 벗겨내니 생각보다 볼륨감 있는 누나의 두 가슴이 선홍빛으로 부풀어 오른 채 모습을 드러냈다. 단단하게 솟아오른 누나의 유두에 입맞춤을 했다. 누나의 두 손이 내 엉덩이를 강하게 쥐어 잡는다. 가슴 골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잠시 누나 의 체취를 감상했다. 지독하고 깊은 여자냄새에 내 물건이 강하게 반 응했다. 누나가 한 손으로는 내 등을 어루만지며, 또 다른 한 손으로는 부드럽게 내 어깨를 누른다. 나는 천천히 그 누름에 반응하며 배꼽까 지 핥았다. 거기는 충분히 젖어있다. 천천히 누나의 안으로 내 혀를 집 어넣었다. 클리토리스를 찾으려 그 안에서 열심히 혀를 굴렸다. 누나 의 허리가 강하게 휘어지며 두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다 시 가슴으로 천천히 올라오다 한 순간에 페니스를 삽입했다. 누나의 얼굴이 순간 쾌락으로 일그러진다. 이제껏 이토록 뜨거운 용광로는 없 었던 것 같다. 피스톤 행위가 힘들 정도로 누나의 몸은 내 페니스를 강 하게 움켜잡았다. 나는 점점 속도를 높였다. 땀 몇 방울이 누나의 가슴 과 배꼽 위로 후두둑 떨어져 누나의 땀과 범벅이 된다. 여자가 낼 수 있 는 가장 야한 소리들이 방 한 가득 울려 퍼졌다. 나 역시 내 모든 감각들 이 페니스로 집중 된 듯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들이 온 몸을 타고 입 밖 으로 발산된다. 뜨겁게 달아오른 누나의 혀가 다급하게 내 혀를 핥는 다. 나는 고개를 숙여 누나의 혀를 받는다. 침대 옆 화장대 위에 놓여있 는 누나의 화장품들이 흔들릴 정도로 나는 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나의 허리는 이미 휘어질 대로 휘어져 있다. 두 손으로 강하게 누나 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온 몸이 저리며 순간 머리가 빙 돌았다. 그대로 나는 누나 몸 깊숙이 사정했다. 누나의 허리가 조금씩 펴지며 두 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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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풍미


강하게 빨았다. 처음인 것처럼 무턱대고 마구잡이로 혀를 빨았다. 누 나는 당황하지 않고 부드럽게 내 혀를 받는다. 혀에서 입술로, 입술에 서 귀로. 목덜미 부분에선 적당한 기교를 부렸다. 누나가 조그마한 탄 성을 발산한다. 목선을 섬세하게 핥으며 가슴으로 내려왔다. 레이어 로 장식된 실크느낌의 화려한 브래지어를 벗겨내니 생각보다 볼륨감 있는 누나의 두 가슴이 선홍빛으로 부풀어 오른 채 모습을 드러냈다. 단단하게 솟아오른 누나의 유두에 입맞춤을 했다. 누나의 두 손이 내 엉덩이를 강하게 쥐어 잡는다. 가슴 골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잠시 누나 의 체취를 감상했다. 지독하고 깊은 여자냄새에 내 물건이 강하게 반 응했다. 누나가 한 손으로는 내 등을 어루만지며, 또 다른 한 손으로는 부드럽게 내 어깨를 누른다. 나는 천천히 그 누름에 반응하며 배꼽까 지 핥았다. 거기는 충분히 젖어있다. 천천히 누나의 안으로 내 혀를 집 어넣었다. 클리토리스를 찾으려 그 안에서 열심히 혀를 굴렸다. 누나 의 허리가 강하게 휘어지며 두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다 시 가슴으로 천천히 올라오다 한 순간에 페니스를 삽입했다. 누나의 얼굴이 순간 쾌락으로 일그러진다. 이제껏 이토록 뜨거운 용광로는 없 었던 것 같다. 피스톤 행위가 힘들 정도로 누나의 몸은 내 페니스를 강 하게 움켜잡았다. 나는 점점 속도를 높였다. 땀 몇 방울이 누나의 가슴 과 배꼽 위로 후두둑 떨어져 누나의 땀과 범벅이 된다. 여자가 낼 수 있 는 가장 야한 소리들이 방 한 가득 울려 퍼졌다. 나 역시 내 모든 감각들 이 페니스로 집중 된 듯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들이 온 몸을 타고 입 밖 으로 발산된다. 뜨겁게 달아오른 누나의 혀가 다급하게 내 혀를 핥는 다. 나는 고개를 숙여 누나의 혀를 받는다. 침대 옆 화장대 위에 놓여있 는 누나의 화장품들이 흔들릴 정도로 나는 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나의 허리는 이미 휘어질 대로 휘어져 있다. 두 손으로 강하게 누나 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온 몸이 저리며 순간 머리가 빙 돌았다. 그대로 나는 누나 몸 깊숙이 사정했다. 누나의 허리가 조금씩 펴지며 두 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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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풍미


로는 내 등을, 혀로는 부드럽게 내 혀를 쓰다듬었다. 살짝 열어놓은 창 문을 통해 시원한 바닷바람 한줄기가 내 등골을 따라 엉덩이로, 음낭 을 타고 흘러든다. 창문 밖으로 폭죽이 펑펑 터지고 있다. 누나의 가슴 이 붉은색으로, 초록빛으로 순간 물든다. 축 쳐진 팔다리들이 형형색 색 물들고 있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냉장고에서 캔맥주 한 개를 꺼냈 다. 사정이 끝났는데도 내 페니스는 아직 단단하게 발기되어있었다. 그대로 누나 몸 위로 엎어졌다. 내 입 속의 맥주 한 모금을 그대로 누나 입 안으로 흘러 들였다. 알싸한 맥주향이 여자냄새와 땀 냄새에 뒤섞 여 미묘한 풍미를 풍긴다. 누나의 두 다리가 강하게 내 허리를 감싸 쥔 다. 발기된 페니스에 배가 눌려 아플 정도다. 누나는 몸을 돌려 나를 아 래로 눕혔다. 벌컥벌컥 맥주를 마시더니 잠시 창문 밖 폭죽들을 바라 보았다. 누나가 흘린 맥주들이 누나의 가슴과 성기를 따라 내 배 위로 차갑게 떨어졌다. 강하게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듯 한 누나의 두 가슴과 시뻘겋게 달아오른 성기가 폭죽 빛에 이리저리 반짝인다. 누나가 장난스럽게 맥주를 내 얼굴 위로 흘린다. 나는 입을 열고 할짝 할짝 그것을 받아먹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맥주가 쇄골에 잠시 고였다 가슴을 타고 내 음낭을 적셨다. 페니스는 아직도 발기 되어 있어 맥주 가 묻지 않는다. 누나가 내 위에 올라탄 채 살짝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맥주캔을 잡고 있어 차가워진 누나의 두 손이 뜨거운 내 페니스를 부드 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곤 아주 천천히 자신의 몸 속 안으로 집어넣었 다. 나는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셨다. 누나는 터지는 폭죽 들을 바라보며 조금씩 몸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점점 클라이맥스로 다 다르는 폭죽들의 무자비한 색깔들이 우리의 두 육신을 휘황찬란하게 물들이고 있다. 오늘따라 맥주의 풍미가 독특하다.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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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는 내 등을, 혀로는 부드럽게 내 혀를 쓰다듬었다. 살짝 열어놓은 창 문을 통해 시원한 바닷바람 한줄기가 내 등골을 따라 엉덩이로, 음낭 을 타고 흘러든다. 창문 밖으로 폭죽이 펑펑 터지고 있다. 누나의 가슴 이 붉은색으로, 초록빛으로 순간 물든다. 축 쳐진 팔다리들이 형형색 색 물들고 있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냉장고에서 캔맥주 한 개를 꺼냈 다. 사정이 끝났는데도 내 페니스는 아직 단단하게 발기되어있었다. 그대로 누나 몸 위로 엎어졌다. 내 입 속의 맥주 한 모금을 그대로 누나 입 안으로 흘러 들였다. 알싸한 맥주향이 여자냄새와 땀 냄새에 뒤섞 여 미묘한 풍미를 풍긴다. 누나의 두 다리가 강하게 내 허리를 감싸 쥔 다. 발기된 페니스에 배가 눌려 아플 정도다. 누나는 몸을 돌려 나를 아 래로 눕혔다. 벌컥벌컥 맥주를 마시더니 잠시 창문 밖 폭죽들을 바라 보았다. 누나가 흘린 맥주들이 누나의 가슴과 성기를 따라 내 배 위로 차갑게 떨어졌다. 강하게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듯 한 누나의 두 가슴과 시뻘겋게 달아오른 성기가 폭죽 빛에 이리저리 반짝인다. 누나가 장난스럽게 맥주를 내 얼굴 위로 흘린다. 나는 입을 열고 할짝 할짝 그것을 받아먹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맥주가 쇄골에 잠시 고였다 가슴을 타고 내 음낭을 적셨다. 페니스는 아직도 발기 되어 있어 맥주 가 묻지 않는다. 누나가 내 위에 올라탄 채 살짝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맥주캔을 잡고 있어 차가워진 누나의 두 손이 뜨거운 내 페니스를 부드 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곤 아주 천천히 자신의 몸 속 안으로 집어넣었 다. 나는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셨다. 누나는 터지는 폭죽 들을 바라보며 조금씩 몸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점점 클라이맥스로 다 다르는 폭죽들의 무자비한 색깔들이 우리의 두 육신을 휘황찬란하게 물들이고 있다. 오늘따라 맥주의 풍미가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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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봉


샤르봉


de la mer


de la mer


첫 만남은 그냥 그랬다. 그림을 그린댔고, 나도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커피 마실 까요 아니요 너무 비싸요 그냥 술이나 먹죠. 맥주 먹 을 까요 소주 먹을까요. 둘 다요. 술에 취하고, 그림 얘기를 하고, 정치 얘기를 하다 타이지 돌고래 얘기를 했다. 여행 가고 싶어요. 일단 한강 으로 가죠. 편의점에서 캔 맥주를 샀다. 강둑에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 셨다. 담배를 피웠다. 양화대교 위로 빠르게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을 보았다. 건조한 서울 풍경을 보았다. 밤의 한강 위로 시간이 흐른다. 슬 픔은 여기 허망 된 꿈은 저기 두어요. 나는 아파트처럼 계획적이고 획 일적인 꿈은 싫어 시골의 허름한 헛간같이 되는대로 막 지은 듯 한 꿈 이 좋아. 해석하기 나름 일거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한강에 와서 술도 마시고 시도 쓰지만 누군가들은 술을 마시고 그 안으로 뛰어드니까. 자전거 하나가 빠르게 우리 뒤를 지나간다. 긁히는 소리를 내며 거칠 게 넘어졌다. 아프겠다. 담배를 피웠다. 이제 일어나죠. 날이 추워요.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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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LA MER


첫 만남은 그냥 그랬다. 그림을 그린댔고, 나도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커피 마실 까요 아니요 너무 비싸요 그냥 술이나 먹죠. 맥주 먹 을 까요 소주 먹을까요. 둘 다요. 술에 취하고, 그림 얘기를 하고, 정치 얘기를 하다 타이지 돌고래 얘기를 했다. 여행 가고 싶어요. 일단 한강 으로 가죠. 편의점에서 캔 맥주를 샀다. 강둑에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 셨다. 담배를 피웠다. 양화대교 위로 빠르게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을 보았다. 건조한 서울 풍경을 보았다. 밤의 한강 위로 시간이 흐른다. 슬 픔은 여기 허망 된 꿈은 저기 두어요. 나는 아파트처럼 계획적이고 획 일적인 꿈은 싫어 시골의 허름한 헛간같이 되는대로 막 지은 듯 한 꿈 이 좋아. 해석하기 나름 일거야.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한강에 와서 술도 마시고 시도 쓰지만 누군가들은 술을 마시고 그 안으로 뛰어드니까. 자전거 하나가 빠르게 우리 뒤를 지나간다. 긁히는 소리를 내며 거칠 게 넘어졌다. 아프겠다. 담배를 피웠다. 이제 일어나죠. 날이 추워요.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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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LA MER


공연 보러 갈래요. 아는 친구가 밴드를 해요. 오늘 데뷔무대래요.

알바비가 들어왔다. 제일 먼저 작업실 월세를 냈다. 은행 다녀오

좋아요 같이 가요. 조그마한 홍대 클럽. 되는대로 갖다 놓은 소품들이

는 길에 화방에 들려 아크릴물감 몇 개를 사고 남은 돈으로 떡볶이를

서로 충돌하지 않고 사이좋게 어울리고 있었다. 낡은 바 위로 칵테일

사먹었다. 방금 막 만든 쫀득쫀득하고 따뜻한 떡볶이. 기분이 좋아져

몇 잔. 뭐 드실래요. 진토닉이요. 전 말리부 샷 먹을게요. 말리부를 샷

서 다시 화방으로 돌아 가 큰 맘 먹고 렘브란트 붓을 샀다. 사만팔천

으로 드세요? , 네 . 공연이 시작되었다. 조용하고 나른 한 멜로디, 곧

원입니다. 그래 술 한 두번 참으면 되지. 작업실 이젤 앞에 앉아 새로

부숴 질 것 같은 가느다란 음성. 보컬분이 참 매력적이네요. 네 저 친

산 아크릴 물감을 천천히 파렛트 위로 짜낸 뒤 렘브란트 붓에 살짝 묻

구가 제 친구에요. 멋있어요. 저도 오늘 처음 알았네요. 공연이 끝나

혀보았다. 선명한 파란 색. 강은 가질 수 없는, 오직 바다만이 가질 수

고 사람들이 우르르 나간다. 보컬의 상기 된 얼굴이 땀에 젖어 있다.

있는 색. 우리 바다 보러 갈래요? , 저 지금 조금 바쁜데… 왜요? , 갑자

성공적이었어 첫 무대였는데 사람들이 많이 왔어. 실수도 안 하고. 안

기 그냥요, 그래요 좋아요 잠깐 기다려요. 버스에 올라탔다. 음악 들

녕하세요. 술 더 드실 래요, 당연하죠.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밖에

을래요? 이어폰 속 음악이 달콤하다. 나른하고.

지금 눈 와'.

바다다. 격동치는 진짜 파란색 바다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겠지. 파도엔 바다의 모든 게 담겨있대요. 예전에 어느 소설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나네요. 파도에 손을 담궈 본다. 신발 속으로 들 어오는 파도의 감촉이 꽤 괜찮아서 가만히 있었다. 이제 그만 나와요. 감기 들겠어요. 우리 회 먹고 서울 갈래요?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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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LA MER


공연 보러 갈래요. 아는 친구가 밴드를 해요. 오늘 데뷔무대래요.

알바비가 들어왔다. 제일 먼저 작업실 월세를 냈다. 은행 다녀오

좋아요 같이 가요. 조그마한 홍대 클럽. 되는대로 갖다 놓은 소품들이

는 길에 화방에 들려 아크릴물감 몇 개를 사고 남은 돈으로 떡볶이를

서로 충돌하지 않고 사이좋게 어울리고 있었다. 낡은 바 위로 칵테일

사먹었다. 방금 막 만든 쫀득쫀득하고 따뜻한 떡볶이. 기분이 좋아져

몇 잔. 뭐 드실래요. 진토닉이요. 전 말리부 샷 먹을게요. 말리부를 샷

서 다시 화방으로 돌아 가 큰 맘 먹고 렘브란트 붓을 샀다. 사만팔천

으로 드세요? , 네 . 공연이 시작되었다. 조용하고 나른 한 멜로디, 곧

원입니다. 그래 술 한 두번 참으면 되지. 작업실 이젤 앞에 앉아 새로

부숴 질 것 같은 가느다란 음성. 보컬분이 참 매력적이네요. 네 저 친

산 아크릴 물감을 천천히 파렛트 위로 짜낸 뒤 렘브란트 붓에 살짝 묻

구가 제 친구에요. 멋있어요. 저도 오늘 처음 알았네요. 공연이 끝나

혀보았다. 선명한 파란 색. 강은 가질 수 없는, 오직 바다만이 가질 수

고 사람들이 우르르 나간다. 보컬의 상기 된 얼굴이 땀에 젖어 있다.

있는 색. 우리 바다 보러 갈래요? , 저 지금 조금 바쁜데… 왜요? , 갑자

성공적이었어 첫 무대였는데 사람들이 많이 왔어. 실수도 안 하고. 안

기 그냥요, 그래요 좋아요 잠깐 기다려요. 버스에 올라탔다. 음악 들

녕하세요. 술 더 드실 래요, 당연하죠.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밖에

을래요? 이어폰 속 음악이 달콤하다. 나른하고.

지금 눈 와'.

바다다. 격동치는 진짜 파란색 바다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겠지. 파도엔 바다의 모든 게 담겨있대요. 예전에 어느 소설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나네요. 파도에 손을 담궈 본다. 신발 속으로 들 어오는 파도의 감촉이 꽤 괜찮아서 가만히 있었다. 이제 그만 나와요. 감기 들겠어요. 우리 회 먹고 서울 갈래요?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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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LA MER


밤늦게 까지 멍하니 있었다. 컴퓨터 게임을 몇 시간 하다가 그것 도 질려서 오래된 시집을 읽다가 재미도 없고 해서 예전 그림들을 천 천히 뒤적여보았다. 어떤 것은 곰팡이가 피어 있고 어떤 것은 조금 찢 어져 있다. 속상하다. 그림 관리를 못 한 나의 잘못인 걸까 아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의 잘못인 일까. 습도와 온도를 조절 할 수도, 예 전 그림들을 위해 따로 공간을 마련할 수도 없다. 새로운 캔버스가 들 어오면 지난 캔버스는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 둬야 하는데. 문자가 왔 다. 재밌는 전시 계획이 생겼어요 같이 할래요? 무슨 전시에요? 한강 이 바다로 변할 수 있는 전시요. 해요. 꼭 같이 해요. 여름. 한파에 날카롭게 피워 오르던 담배 연기 그 날 이후로 연 락은 오지 않았다. 장마에 젖은 담배 연기가 빗방울 속으로 사라진다. 한강은 여전히 바다가 아니었고 난 그것을 매일 목격하고 있었다. 그 게 무슨 말이야? 자살 했대 한강에 뛰어들었나봐 , 그랬구나. 난 그것 도 모르고. 언제? 작년 겨울이었나봐.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뉴스에선 연일 태풍 얘기뿐이다. 바람이 너 무 세서 우산을 피면 곧 부러질 정도다. 곧장 깨질 것만 같은 창문 밖 모든 존재들 중 지금 이 순간 스스로 움직이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었 다. 텅 빈 거리, 텅 빈 놀이터, 텅 빈 술집들과 클럽. 그 안에서 미친 듯 이 굴러다니고 있는 저 욕망의 산물들. 태풍이 바다에서 생기는 거지? 응 그렇게 알고 있는데 왜. 그럼 태풍이 뿌리는 비는 강물이 아니라 바 닷물이겠네. 그렇지 않을까. 그날 밤 한강이 넘쳐흘렀다. 나는 그날 밤 파도를 보았다. 바다가 된 한강은 파도를 치고 있었다. 한강 어딘가 아주 깊은 곳, 그 곳에 있 을 그 애가 파도에 밀려 서해로 멀리멀리 사라지는 순간. 담배를 피웠 다. 파도가 거세다. 그리고 조금 울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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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LA MER


밤늦게 까지 멍하니 있었다. 컴퓨터 게임을 몇 시간 하다가 그것 도 질려서 오래된 시집을 읽다가 재미도 없고 해서 예전 그림들을 천 천히 뒤적여보았다. 어떤 것은 곰팡이가 피어 있고 어떤 것은 조금 찢 어져 있다. 속상하다. 그림 관리를 못 한 나의 잘못인 걸까 아님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의 잘못인 일까. 습도와 온도를 조절 할 수도, 예 전 그림들을 위해 따로 공간을 마련할 수도 없다. 새로운 캔버스가 들 어오면 지난 캔버스는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 둬야 하는데. 문자가 왔 다. 재밌는 전시 계획이 생겼어요 같이 할래요? 무슨 전시에요? 한강 이 바다로 변할 수 있는 전시요. 해요. 꼭 같이 해요. 여름. 한파에 날카롭게 피워 오르던 담배 연기 그 날 이후로 연 락은 오지 않았다. 장마에 젖은 담배 연기가 빗방울 속으로 사라진다. 한강은 여전히 바다가 아니었고 난 그것을 매일 목격하고 있었다. 그 게 무슨 말이야? 자살 했대 한강에 뛰어들었나봐 , 그랬구나. 난 그것 도 모르고. 언제? 작년 겨울이었나봐.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뉴스에선 연일 태풍 얘기뿐이다. 바람이 너 무 세서 우산을 피면 곧 부러질 정도다. 곧장 깨질 것만 같은 창문 밖 모든 존재들 중 지금 이 순간 스스로 움직이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었 다. 텅 빈 거리, 텅 빈 놀이터, 텅 빈 술집들과 클럽. 그 안에서 미친 듯 이 굴러다니고 있는 저 욕망의 산물들. 태풍이 바다에서 생기는 거지? 응 그렇게 알고 있는데 왜. 그럼 태풍이 뿌리는 비는 강물이 아니라 바 닷물이겠네. 그렇지 않을까. 그날 밤 한강이 넘쳐흘렀다. 나는 그날 밤 파도를 보았다. 바다가 된 한강은 파도를 치고 있었다. 한강 어딘가 아주 깊은 곳, 그 곳에 있 을 그 애가 파도에 밀려 서해로 멀리멀리 사라지는 순간. 담배를 피웠 다. 파도가 거세다. 그리고 조금 울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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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LA MER


이원희


이원희


‡ 대부분 그들 위에 있고 싶었다. 아래에 자리 잡는다는 것은 내 입장에선 큰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도 드는 갖가지 생각들 말이다. 얼굴이 더 커 보이지 않을까 혹은 작은 가슴 더 작아 보이지 않을까 뭐 이런 소소한 고민들인데 머리를 기른 뒤로부터는 아래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위에 있는 그가 잠시 고개를 돌린 사이 긴 머리로 가슴 하나를 가리고 넓은 볼 위에 살짝 덮어 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황홀경에 빠졌다 싶을 때는 얼굴이고 가슴이고 신경 쓸 틈이 없기에 머리가 짧았을 때와 비슷하게 행동했다. 하나가 끝나고 나면 표 나지 않게 자리를 옮겼다. 가령 부엌으로 가 물을 마신다거나 냉장고 한 번 열었다 닫는 시늉, 아니면 라디오를 틀었다.

93

단물


‡ 대부분 그들 위에 있고 싶었다. 아래에 자리 잡는다는 것은 내 입장에선 큰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도 드는 갖가지 생각들 말이다. 얼굴이 더 커 보이지 않을까 혹은 작은 가슴 더 작아 보이지 않을까 뭐 이런 소소한 고민들인데 머리를 기른 뒤로부터는 아래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위에 있는 그가 잠시 고개를 돌린 사이 긴 머리로 가슴 하나를 가리고 넓은 볼 위에 살짝 덮어 두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황홀경에 빠졌다 싶을 때는 얼굴이고 가슴이고 신경 쓸 틈이 없기에 머리가 짧았을 때와 비슷하게 행동했다. 하나가 끝나고 나면 표 나지 않게 자리를 옮겼다. 가령 부엌으로 가 물을 마신다거나 냉장고 한 번 열었다 닫는 시늉, 아니면 라디오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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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물


있었으면 좋겠다.

‡ 마스터베이션에 한창 열 올릴 때 전화가 오거나 대문 초인종

이 얘기도 잘 읽어보면 섹시한 구석 없지 않아 있다.

소리가 울리면 그렇게 짜증날 수 없다. 전화를 안 받은 적도 몇 번 있었고 초인종의 주인공이 택배나 우체국이면 괜히 툴툴 거린다. 이거보다 더 끔찍한 것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다.

‡ 혀끝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당신의 몸은

당연하다고 위로하는데 당당하지 못하다. 그래도 자주 하는 건

달콤한 바닐라 스트로베리 and 코코넛 믹스

아니다. 정말 급할 때만 하는데 한 달에 혹은 한 달 거르고 두 달에 두, 세 번 정도. 뭐 여기까지.

손끝에 파르르 진저리 치는 내 몸은 시디신 라스베리 샤베트 with 애플민트 초코칩 해피 뉴 이어1 / 성기완

‡ 열여섯 때 스키 강사랑 하는 꿈을 꿨는데 거실 소파에서였다. 투박한 스키복 속 탐스러운 허벅지에 반해 몇 번이나

‡ 나는 스물 둘이고 여자다. 애매한 1월에 태어나 친구들은 스물

실신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누군가 지켜보곤 했다. 치욕스러웠지만 멈출 수 없는 꿈이었다.

셋인데 어디서 나이 물어보면 때마다 다르게 대답한다. 어제는 스물 둘이었는데 오늘은 스물 셋이고 그렇다. 사람들은 내게 연인과의 섹스에 대해 부끄럼 없이 얘기한다. 개중 몇몇은 이런 얘기하기엔 내가 적격이라 한다.

‡ 며칠 전, 알게 된 여자가 있다.

다 들어줄 수 있는데 술김에 열과 성 다해 한 얘기는 재미 없어

사진을 전공했고 유명한 사진가 밑에서 한창 일을 배우고 있다.

오늘부터 안 듣고 싶다.

서른이지만 스물처럼 보였고 꽤나 매력 있었다. 마시라고 내려 준 커피는 진짜 맛있었다. 커피 내리는 동안 성숙해보여 좋다고 했고 살짝 홍조 띤 얼굴로 허허 웃었다. 며칠 전에 알게 된 이 여자가 이듬해 겨울에는 많이 친해져

아브락사스

여덟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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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물


있었으면 좋겠다.

‡ 마스터베이션에 한창 열 올릴 때 전화가 오거나 대문 초인종

이 얘기도 잘 읽어보면 섹시한 구석 없지 않아 있다.

소리가 울리면 그렇게 짜증날 수 없다. 전화를 안 받은 적도 몇 번 있었고 초인종의 주인공이 택배나 우체국이면 괜히 툴툴 거린다. 이거보다 더 끔찍한 것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다.

‡ 혀끝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당신의 몸은

당연하다고 위로하는데 당당하지 못하다. 그래도 자주 하는 건

달콤한 바닐라 스트로베리 and 코코넛 믹스

아니다. 정말 급할 때만 하는데 한 달에 혹은 한 달 거르고 두 달에 두, 세 번 정도. 뭐 여기까지.

손끝에 파르르 진저리 치는 내 몸은 시디신 라스베리 샤베트 with 애플민트 초코칩 해피 뉴 이어1 / 성기완

‡ 열여섯 때 스키 강사랑 하는 꿈을 꿨는데 거실 소파에서였다. 투박한 스키복 속 탐스러운 허벅지에 반해 몇 번이나

‡ 나는 스물 둘이고 여자다. 애매한 1월에 태어나 친구들은 스물

실신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모습을 누군가 지켜보곤 했다. 치욕스러웠지만 멈출 수 없는 꿈이었다.

셋인데 어디서 나이 물어보면 때마다 다르게 대답한다. 어제는 스물 둘이었는데 오늘은 스물 셋이고 그렇다. 사람들은 내게 연인과의 섹스에 대해 부끄럼 없이 얘기한다. 개중 몇몇은 이런 얘기하기엔 내가 적격이라 한다.

‡ 며칠 전, 알게 된 여자가 있다.

다 들어줄 수 있는데 술김에 열과 성 다해 한 얘기는 재미 없어

사진을 전공했고 유명한 사진가 밑에서 한창 일을 배우고 있다.

오늘부터 안 듣고 싶다.

서른이지만 스물처럼 보였고 꽤나 매력 있었다. 마시라고 내려 준 커피는 진짜 맛있었다. 커피 내리는 동안 성숙해보여 좋다고 했고 살짝 홍조 띤 얼굴로 허허 웃었다. 며칠 전에 알게 된 이 여자가 이듬해 겨울에는 많이 친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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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그림

조 글


록 그림

조 글


조 롱 화 첩


조 롱 화 첩


볼륨 업

옆방의 음란 한 소리에 순리 를 따라 옆방으로 향하니 천리 를 갈 것 같던 교성 은 바람에 흐트러지고 내 마음도 먼지처럼 부서지네 소리는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이라더니 아 내 란 말인가 , 가 어찌하여 군자

!


볼륨 업

옆방의 음란 한 소리에 순리 를 따라 옆방으로 향하니 천리 를 갈 것 같던 교성 은 바람에 흐트러지고 내 마음도 먼지처럼 부서지네 소리는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이라더니 아 내 란 말인가 , 가 어찌하여 군자

!


오~멘! 너는 기도할 때에 네 음흉한 마음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벗으시리라 - 못해보금 6장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세워라 그러면 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 못해보금 7장


오~멘! 너는 기도할 때에 네 음흉한 마음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벗으시리라 - 못해보금 6장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세워라 그러면 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 못해보금 7장


아들아카다브라

이러다 미쳐 내가 여리여리 착하던 그런 내가 아들 때문에 돌아 내가 독한 나로 변해 내가 브링 브링 아들 내게 가져다 줘 뭐라도 난 하겠어 더한 것도 하겠어 빙빙 도는 임금 환타지에 모든걸 걸겠어 왕 권력 내가 갖겠어


아들아카다브라

이러다 미쳐 내가 여리여리 착하던 그런 내가 아들 때문에 돌아 내가 독한 나로 변해 내가 브링 브링 아들 내게 가져다 줘 뭐라도 난 하겠어 더한 것도 하겠어 빙빙 도는 임금 환타지에 모든걸 걸겠어 왕 권력 내가 갖겠어


겨울까지 참을 수 없었다 울지 않은 어른들은 내게 와라

!

싼다! !

통 큰 부 록

절찬리 상영중 일일 4 회 상영

조롱극장


겨울까지 참을 수 없었다 울지 않은 어른들은 내게 와라

!

싼다! !

통 큰 부 록

절찬리 상영중 일일 4 회 상영

조롱극장


앞으로 뒷태 20C~?? 한국 의느님 신화에 나오는 인조미의 여신. 시대가 흐름에 따라 뒤틀어진 미의 기준에 의해 메스의 끝에서 탄생 된 모순적인 신인류. 신의 영역을 넘보는 능력으로, 기적과 같은 은혜를 주시는 의느님의 피조물. 인조미와 아름다운 의술을 상징하는 용어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의느님의 레벨에 따라 재탄생이 요구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뒷태 20C~?? 한국 의느님 신화에 나오는 인조미의 여신. 시대가 흐름에 따라 뒤틀어진 미의 기준에 의해 메스의 끝에서 탄생 된 모순적인 신인류. 신의 영역을 넘보는 능력으로, 기적과 같은 은혜를 주시는 의느님의 피조물. 인조미와 아름다운 의술을 상징하는 용어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의느님의 레벨에 따라 재탄생이 요구되는 경우도 있다.


아브락사스 vol. 8

가가린 02 736 9005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음담패설

기획

이상협 김종소리

편집 -

김종소리

낙타 02 6405 3189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3-18 2층

ozful@naver.com 작품 - 김수경 www.cyworld.com/simplenchic 박미정 정지호

blog.naver.com/jjihojjiho

jongsoriz@naver.com 정지호 blog.naver.com/jjihojjiho 김종소리 wendysmith23@gmail.com 홍인영 hiy.spring.girl@gmail.com 지혜신 machmaker@naver.com 이상협 arkdang@naver.com 이동언

더 북 소사이어티 02 325 5336 mediabus.org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eskicho@gmail.com 김종소리 jongsoriz@naver.com 조우정

유어마인드 02 583 8990 your-mind.com

이동언 machmaker@naver.com 조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조우정 eskicho@gmail.com 김동호 sharbong.net, club.cyworld.com/artbab 샤르봉 sharbong.net, 샤르봉 club.cyworld.com/ar 이원희 www.flickr.com/ photos/leefabrique 이원희

www.flickr.com/photos/leefabrique

ROK www.cyworld.com/rock5316 ROK www.cyworld.com/rock5316 주영진 wanted9112@naver.co 록

화정 hil09@naver.com

디자인

장지혜

발행

김종소리

발행일

2011. 01. 31

문의

abraxaszine.blogspot.com

jihe.jang@gmail.com

twitter.com/abraxaszine

이곳에 실린 작품의 저작권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무단으로 따라하시거나 가져다 쓰시면 안 됩니다. copyright©2011 abraxas all rights reserved

쿠루미 02 338 9622 서울시 마포구 노고산동 56-76

101호 사케집 02 3143 1015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8-15


아브락사스 vol. 8

가가린 02 736 9005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음담패설

기획

이상협 김종소리

편집 -

김종소리

낙타 02 6405 3189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3-18 2층

ozful@naver.com 작품 - 김수경 www.cyworld.com/simplenchic 박미정 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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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soriz@naver.com 정지호 blog.naver.com/jjihojjiho 김종소리 wendysmith23@gmail.com 홍인영 hiy.spring.girl@gmail.com 지혜신 machmaker@naver.com 이상협 arkdang@naver.com 이동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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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K www.cyworld.com/rock5316 ROK www.cyworld.com/rock5316 주영진 wanted9112@naver.co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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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장지혜

발행

김종소리

발행일

2011. 0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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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호 사케집 02 3143 1015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28-15


아브락사스

vol. 8

음담패설

아브락사스

박미정

여자는…

정지호

실험번호 6-9 L의 경우

김종소리 이동언 조우정 글/ ROK 그림

맥주의 풍미

김동호 글/ 지혜신 그림

DE LA MER

샤르봉

단물

이원희

조롱화첩

음담패설

그냥

vol. 8

정자전

록 그림/ 조 글 winter

2011 2011

아브락사스8-표지.indd

1

winter

11. 2. 7.

오후 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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