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axas_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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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요 Talk

차지혜/이동언 글, 이동언 그림

박미정

인도로 간 거짓말쟁이

김종소리 글, 정지호 그림

La-la how life goes on 낭만이라니, 마담 썰물 그리고

정가희

FROM

노기만

낭만에 대하여

조우정

박선희

낭만에 대하여

청춘

vol.9

이향경

이원희

花水木

아브락사스 vol. 9

이동언

그냥 뽀뽀

아브락사스

로맨스는 죽었다

spring 2011

spring

2011


vol.9

아브락사스

낭만에 대하여

판매처 가가린

낙타

02 736 9005

02 6405 3189

서울 종로구 창성동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18 2층

더 북 소사이어티

유어마인드

02 325 5336

02 583 8990

서울 마포구 상수동

서울 마포구 서교동

mediabus.org

your-mind.com

세상의 끝

101호 사케집

서울 마포구 동교동

02 3143 1015

198-3 1층

서울 마포구 서교동 328-15

spring

2011


vol.9

아브락사스

낭만에 대하여

판매처 가가린

낙타

02 736 9005

02 6405 3189

서울 종로구 창성동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18 2층

더 북 소사이어티

유어마인드

02 325 5336

02 583 8990

서울 마포구 상수동

서울 마포구 서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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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101호 사케집

서울 마포구 동교동

02 3143 1015

198-3 1층

서울 마포구 서교동 328-15

spring

2011


아브락사스는 2009년 1월 초, 김미선과 김종소리의 술자리에서

로맨스는 죽었다

주고받은 이야기를 통해 기획,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가까요 Talk

차지혜/이동언 글, 이동언 그림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힘든 상황—에 반기를 들자는

그냥 뽀뽀

15

박미정

인도로 간 거짓말쟁이

첫 취지는 현재 우리나라 문학계의 실정—등단하지 않는 이상

5

김종소리 글, 정지호 그림

25 55

이동언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우리나라 문학계 언더그라운드의 시작’인 La-la how life goes on

것입니다.

낭만이라니, 마담

노기만

조우정

59 71

하지만 여러 번의 이야기를 통해 문학으로 단정 짓지 말고 썰물 그리고

출판의 형태로 나올 수 있는 모든 예술을 다루자는 의견에 동의, 결국 모든 예술을 다루는 출판물을 만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花水木

각 호마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형태의 예술작품을 싣는 형식을

청춘

취하고 계간지—단, 3·6·9·11월이 아닌 4·7·10·1월 발행—로

이원희 정가희

FROM

발행될 예정입니다.

이향경

박선희

저희와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 분이나 합작을 하실 분, 혹은 단체는 크레딧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주십시오. 언제든 환영합니다.

아브락사스.

《낭만에 대하여》 유희열의 스케치북 2010.12.11 〈만지다〉 코너 노래

이적

기타

루시드폴

피아노

유희열

반도네온 고상지 작사/곡 - 최백호 | 편곡 - 유희열 http://bit.ly/e8drvt

77 87 97 105


아브락사스는 2009년 1월 초, 김미선과 김종소리의 술자리에서

로맨스는 죽었다

주고받은 이야기를 통해 기획,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가까요 Talk

차지혜/이동언 글, 이동언 그림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힘든 상황—에 반기를 들자는

그냥 뽀뽀

15

박미정

인도로 간 거짓말쟁이

첫 취지는 현재 우리나라 문학계의 실정—등단하지 않는 이상

5

김종소리 글, 정지호 그림

25 55

이동언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우리나라 문학계 언더그라운드의 시작’인 La-la how life goes on

것입니다.

낭만이라니, 마담

노기만

조우정

59 71

하지만 여러 번의 이야기를 통해 문학으로 단정 짓지 말고 썰물 그리고

출판의 형태로 나올 수 있는 모든 예술을 다루자는 의견에 동의, 결국 모든 예술을 다루는 출판물을 만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花水木

각 호마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형태의 예술작품을 싣는 형식을

청춘

취하고 계간지—단, 3·6·9·11월이 아닌 4·7·10·1월 발행—로

이원희 정가희

FROM

발행될 예정입니다.

이향경

박선희

저희와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 분이나 합작을 하실 분, 혹은 단체는 크레딧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주십시오. 언제든 환영합니다.

아브락사스.

《낭만에 대하여》 유희열의 스케치북 2010.12.11 〈만지다〉 코너 노래

이적

기타

루시드폴

피아노

유희열

반도네온 고상지 작사/곡 - 최백호 | 편곡 - 유희열 http://bit.ly/e8drvt

77 87 97 105


로맨스는 죽었다

차지혜/이동언

이동언

그림


로맨스는 죽었다

차지혜/이동언

이동언

그림


친애하고 혐오하는 베르테르.

베르테르 씨, 당신의 마지막 편지는 잘 받아 보았어요. 요즘 알베 르트는 깊은 수심에 빠져 있습니다. 저 역시 며칠 째 제대로 먹지도 자 지도 못했구요. 어쩌면 저는 예감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그 차디 찬 권총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남자라는 걸요. 푸른색 상의와 노란 색 조끼 위로 흘러내렸을 핏방울을 떠올리면 목이 타들어가지만 아 무것도 마실 수가 없어요. 와인을 마시며 감상으로 도피하는 것은 철 부지 소년소녀들이나 하는 짓이랍니다. 이제 당신은 우리들의 마을에 존재하지 않지만, 나는 수신인이 없는 편지를 씁니다. 당신에게 해야 할 말이 있어요. 미리 단언컨대 이것은 결코 연서가 아닙니다. 당신이 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주변의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 었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죠. 당신은 내가 손을 내밀면 손가락 끝 에서부터 전율을 일으키듯 떨어대면서도, 단 한 번도 저의 움직임에 서 시선을 뗀 적이 없었죠. 눈을 깜박이는 찰나조차도 허용하지 않겠 다는 듯 부릅뜬 눈동자를 본 순간 저는 비극을 직감했습니다. 어느 누 구도 그렇게까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니요, 그런 식 으로 누군가를 사랑해서는 안 되는 거겠지요. 저는 생의 감각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말 했었죠. “물론 저의 가정이 천국은 아니지만 그런 대로 말할 수 없는 행복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저는 완벽한 천국을 꿈꾼 적이 없 는 여자입니다. 대지에 두 다리를 내딛은 지상의 삶을 꿈꾼 적은 있지 만요. 아침에 창가로 비쳐 들어오는 햇빛, 지저귀는 새들의 음성, 재잘 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빵조각을 받아드는 그 조그만 입술의 촉 감. 저만의 소중한 정원에 심어둔 꽃들을 당신에게 살며시 내보여주 었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이해하지 못했나 봅니다. 나는 지상에, 당

차지혜 이동언

로맨스는 죽었다

7


친애하고 혐오하는 베르테르.

베르테르 씨, 당신의 마지막 편지는 잘 받아 보았어요. 요즘 알베 르트는 깊은 수심에 빠져 있습니다. 저 역시 며칠 째 제대로 먹지도 자 지도 못했구요. 어쩌면 저는 예감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그 차디 찬 권총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남자라는 걸요. 푸른색 상의와 노란 색 조끼 위로 흘러내렸을 핏방울을 떠올리면 목이 타들어가지만 아 무것도 마실 수가 없어요. 와인을 마시며 감상으로 도피하는 것은 철 부지 소년소녀들이나 하는 짓이랍니다. 이제 당신은 우리들의 마을에 존재하지 않지만, 나는 수신인이 없는 편지를 씁니다. 당신에게 해야 할 말이 있어요. 미리 단언컨대 이것은 결코 연서가 아닙니다. 당신이 저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주변의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 었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죠. 당신은 내가 손을 내밀면 손가락 끝 에서부터 전율을 일으키듯 떨어대면서도, 단 한 번도 저의 움직임에 서 시선을 뗀 적이 없었죠. 눈을 깜박이는 찰나조차도 허용하지 않겠 다는 듯 부릅뜬 눈동자를 본 순간 저는 비극을 직감했습니다. 어느 누 구도 그렇게까지 누군가를 사랑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니요, 그런 식 으로 누군가를 사랑해서는 안 되는 거겠지요. 저는 생의 감각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말 했었죠. “물론 저의 가정이 천국은 아니지만 그런 대로 말할 수 없는 행복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저는 완벽한 천국을 꿈꾼 적이 없 는 여자입니다. 대지에 두 다리를 내딛은 지상의 삶을 꿈꾼 적은 있지 만요. 아침에 창가로 비쳐 들어오는 햇빛, 지저귀는 새들의 음성, 재잘 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빵조각을 받아드는 그 조그만 입술의 촉 감. 저만의 소중한 정원에 심어둔 꽃들을 당신에게 살며시 내보여주 었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이해하지 못했나 봅니다. 나는 지상에, 당

차지혜 이동언

로맨스는 죽었다

7


신은 천상에 시선을 두고 있었죠. 그래서 나는 당신의 시선 한가운데

담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만나게 될 거예요! 이 세상에서와

지극히 현실적의 여자인 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 늘 의아했어요. 당

마찬가지로 저 세상에서도 만나게 되고 말고요!” 나는 당신이 틀렸다

신이 그린 것은 상상화입니다.

고 말할 수 있어요. 수십 년 후 내가 죽음을 맞아 차가운 흙 속에 파묻

당신이 세상을 자살—자살이라니요, 이 얼마나 끔찍한 단어인가

혔을 때 당신을 만난다면, 영원토록 청년일 당신은 나를 알아보지 못

요—이라는 형태로 등진 순간 모든 것은 명확해졌습니다. 베르테르,

하고 그저 스쳐 지나칠 겁니다. 왜냐구요? 당신이 사랑한 로테는 단

당신의 떨리는 손가락이 닿고 싶어했고 형형하게 빛나던 눈동자가 담

한 번도 이 세상에 존재했던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당신은 스스로

고 싶어했던 존재는 내가 아니에요. 그건 젊음, 열정, 광기, 순애, 사랑

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네, 당신이 승리했어요. 내 사랑이 시

이라는 단어들을 모아 빚은 저라는 형태의 껍데기를 갖춘 미지의 여

작된 순간 세계에서 소멸해버린 당신을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되

자랍니다. 당신이 사랑한 로테는 이 세상의 부재자예요. 당신은 이 관

었으니까요. 아아 베르테르, 이 오만하고 불쌍한 사람. 부디 모든 것을

계망을 제멋대로 이탈했고 그 대가는 다음과 같은 문장입니다. 베르

망각한 채 평안히 잠들기를.

테르는 오래도록, 아니 어쩌면 영원히 로테라는 여성을 알 수 없을 것 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조금 화가 났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우

8

지상에 홀로 남은 연인, 차 로테.

9

리의 마지막 만남을 기억하나요? 한 가지만 묻고 싶군요. 나는 왜 당신 의 키스를 거절하지 않았을까요? 왜 그 순간 거부하지 않던 내 양손과 입술은 어떤 의미도 갖지 못했나요? 나는 지금에 와서야 당신이 그토 록 목숨 바쳐 사랑했던 로테, 라는 여자를 격렬하게 질투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따스한 흙 속에 파묻혀 눈부신 햇빛과 청량한 빗물을 받으 며 발아하기 시작한 씨앗을 당신은 외면했어요. 그것은 지상의 존재 였으니까요. 당신은 내 감정이 싹을 틔운 순간 머나먼 곳으로 사라져 버렸어요. 당신은 자신의 사랑을 스스로에게 증명했을 뿐, 청명한 오 월의 햇살 아래 호수 표면에 비친 제 모습이 어떤 곡선과 질감을 갖춘 산 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 진실된 형태를 보려 하지 않았어요. 나는 이제 이 편지를 태워버리겠습니다. 언젠가 당신에게 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베르테르, 우리는 저 세상에서도 다시 만나게 될 까요? 만나서 서로 알아볼 수 있을까요?” 당신은 두 눈에 눈물을 가득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차지혜 이동언

로맨스는 죽었다


신은 천상에 시선을 두고 있었죠. 그래서 나는 당신의 시선 한가운데

담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만나게 될 거예요! 이 세상에서와

지극히 현실적의 여자인 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 늘 의아했어요. 당

마찬가지로 저 세상에서도 만나게 되고 말고요!” 나는 당신이 틀렸다

신이 그린 것은 상상화입니다.

고 말할 수 있어요. 수십 년 후 내가 죽음을 맞아 차가운 흙 속에 파묻

당신이 세상을 자살—자살이라니요, 이 얼마나 끔찍한 단어인가

혔을 때 당신을 만난다면, 영원토록 청년일 당신은 나를 알아보지 못

요—이라는 형태로 등진 순간 모든 것은 명확해졌습니다. 베르테르,

하고 그저 스쳐 지나칠 겁니다. 왜냐구요? 당신이 사랑한 로테는 단

당신의 떨리는 손가락이 닿고 싶어했고 형형하게 빛나던 눈동자가 담

한 번도 이 세상에 존재했던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당신은 스스로

고 싶어했던 존재는 내가 아니에요. 그건 젊음, 열정, 광기, 순애, 사랑

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네, 당신이 승리했어요. 내 사랑이 시

이라는 단어들을 모아 빚은 저라는 형태의 껍데기를 갖춘 미지의 여

작된 순간 세계에서 소멸해버린 당신을 나는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되

자랍니다. 당신이 사랑한 로테는 이 세상의 부재자예요. 당신은 이 관

었으니까요. 아아 베르테르, 이 오만하고 불쌍한 사람. 부디 모든 것을

계망을 제멋대로 이탈했고 그 대가는 다음과 같은 문장입니다. 베르

망각한 채 평안히 잠들기를.

테르는 오래도록, 아니 어쩌면 영원히 로테라는 여성을 알 수 없을 것 이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조금 화가 났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우

8

지상에 홀로 남은 연인, 차 로테.

9

리의 마지막 만남을 기억하나요? 한 가지만 묻고 싶군요. 나는 왜 당신 의 키스를 거절하지 않았을까요? 왜 그 순간 거부하지 않던 내 양손과 입술은 어떤 의미도 갖지 못했나요? 나는 지금에 와서야 당신이 그토 록 목숨 바쳐 사랑했던 로테, 라는 여자를 격렬하게 질투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따스한 흙 속에 파묻혀 눈부신 햇빛과 청량한 빗물을 받으 며 발아하기 시작한 씨앗을 당신은 외면했어요. 그것은 지상의 존재 였으니까요. 당신은 내 감정이 싹을 틔운 순간 머나먼 곳으로 사라져 버렸어요. 당신은 자신의 사랑을 스스로에게 증명했을 뿐, 청명한 오 월의 햇살 아래 호수 표면에 비친 제 모습이 어떤 곡선과 질감을 갖춘 산 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 진실된 형태를 보려 하지 않았어요. 나는 이제 이 편지를 태워버리겠습니다. 언젠가 당신에게 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베르테르, 우리는 저 세상에서도 다시 만나게 될 까요? 만나서 서로 알아볼 수 있을까요?” 당신은 두 눈에 눈물을 가득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차지혜 이동언

로맨스는 죽었다


사랑해 마지않는 로테.

로테, 나는 당신과 떨어져 있는 초저녁이면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정원, 정원수 너머 보리수 그늘 아래 앉아있는 나의 사랑, 나의 여신, 나의 소녀. 당신을 떠올립니다. 이른 밤 흐릿하게 떠오른 달을 올려다 보며 홀로 마시는 포도주는 달콤한 향기와는 달리 씁쓸합니다. 그 쓴 맛에 신경을 기울이다보면 취하고 싶어도 도통 취할 수가 없습니다. 로테, 당신과 마주한 이후로 나는 신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게 되 었습니다. 제 아무리 신이라도 자신보다 더 완벽한 피조물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테니까요. 당신은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왔 기에 그토록 아름답고 눈이 부신 걸까요. 나는 한낮의 태양을 올려다 보는 일 보다 당신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가 더욱 눈이 부셔 눈이 멀어 버릴까 두렵습니다. 아니, 두렵지 않습니다. 당신의 눈부심에 눈이 멀

10

어버린다면 그 또한 행복할 것만 같습니다. 눈이 멀기 직전에 내 망막 에 새겨지는 형상이 당신의 모습이라면 나는 어두운 시야에 성호를 긋고 죽을 때까지 그 마지막을 간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 의 천사 같은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겠지요. 눈이 멀든 귀가 먹든 더 이상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나는 당신의 아름다 움을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길을 걷다 당신이 돌부 리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 할 때 당신의 옷을 더럽히지 않도록, 어느 한 군데 상처가 나지 않도록 잡아주기 위해서는 눈도 귀도 멀쩡 해야만 하겠지요. 아아, 당신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악한이 아니라는 것이, 비루한 소인배가 아니라는 것이, 어리석은 배불뚝이가 아니라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 천박하고 비정한 사내였다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서 당신을 빼앗아 올 텐데.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차지혜 이동언

로맨스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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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마지않는 로테.

로테, 나는 당신과 떨어져 있는 초저녁이면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정원, 정원수 너머 보리수 그늘 아래 앉아있는 나의 사랑, 나의 여신, 나의 소녀. 당신을 떠올립니다. 이른 밤 흐릿하게 떠오른 달을 올려다 보며 홀로 마시는 포도주는 달콤한 향기와는 달리 씁쓸합니다. 그 쓴 맛에 신경을 기울이다보면 취하고 싶어도 도통 취할 수가 없습니다. 로테, 당신과 마주한 이후로 나는 신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게 되 었습니다. 제 아무리 신이라도 자신보다 더 완벽한 피조물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테니까요. 당신은 무엇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왔 기에 그토록 아름답고 눈이 부신 걸까요. 나는 한낮의 태양을 올려다 보는 일 보다 당신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가 더욱 눈이 부셔 눈이 멀어 버릴까 두렵습니다. 아니, 두렵지 않습니다. 당신의 눈부심에 눈이 멀

10

어버린다면 그 또한 행복할 것만 같습니다. 눈이 멀기 직전에 내 망막 에 새겨지는 형상이 당신의 모습이라면 나는 어두운 시야에 성호를 긋고 죽을 때까지 그 마지막을 간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 의 천사 같은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겠지요. 눈이 멀든 귀가 먹든 더 이상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나는 당신의 아름다 움을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길을 걷다 당신이 돌부 리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 할 때 당신의 옷을 더럽히지 않도록, 어느 한 군데 상처가 나지 않도록 잡아주기 위해서는 눈도 귀도 멀쩡 해야만 하겠지요. 아아, 당신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악한이 아니라는 것이, 비루한 소인배가 아니라는 것이, 어리석은 배불뚝이가 아니라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 천박하고 비정한 사내였다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서 당신을 빼앗아 올 텐데.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차지혜 이동언

로맨스는 죽었다

11


알베르트보다 먼저 그대를 알았다면, 우리가 약혼을 한 상태라면 결혼식을 올릴 날이 오기까지의 하루하루가 천국이나 다름없었을 텐 데! 차라리 당신이 내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더라면, 베르테르 씨, 하고 상냥하게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더라면 이 마음이 조금은 사 그라들 수 있었을까요. 나는 아직도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에 당신에게서 ‘사랑하 는 베르테르 씨’라는 말을 들었던 그 날이 꿈만 같습니다. 그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귀여운 입술로 내 이름을 발음하는 것도 모자라 ‘사랑하 는’이라니! 그 순간만 떠올리면 폭풍우의 성난 바다와도 같이 일렁이 는 내 마음을 당신은 알까요. 나는 내 사랑이 슬퍼서, 또 너무나 깊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 니다. 당신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감격스러워 펜을 제대로 쥐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몸이 떨립니다.

12

13

당신을 사랑할수록 행복함과 동시에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느낍 니다. 나는 곧 죽게 되겠지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 거나 이대로 살아서 가시지 않을 괴로움과 거대한 슬픔에 몸부림치다 죽어가겠지요. 내게 사랑을 줄 수 없다면 영원한 안식을 주세요. 내게 키스할 수 없다면 나를 걷어차고 내 이름 따위는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내 얼굴 에 침을 뱉으세요. 그렇게 해서 내가 당신을 포기할 수 있다면 나는 살 게 될 지도 모릅니다. 행복과 고통. 양날의 칼과 같은 이 사랑에 매일 베이고 피를 흘리고 아파하면서도 웃고 있는 나를, 내 자신에게 벌을 주세요. 오, 주여.

당신의 벗, 당신의 유일한 사랑이 되고픈 이 베르테르.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차지혜 이동언

로맨스는 죽었다


알베르트보다 먼저 그대를 알았다면, 우리가 약혼을 한 상태라면 결혼식을 올릴 날이 오기까지의 하루하루가 천국이나 다름없었을 텐 데! 차라리 당신이 내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더라면, 베르테르 씨, 하고 상냥하게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더라면 이 마음이 조금은 사 그라들 수 있었을까요. 나는 아직도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에 당신에게서 ‘사랑하 는 베르테르 씨’라는 말을 들었던 그 날이 꿈만 같습니다. 그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귀여운 입술로 내 이름을 발음하는 것도 모자라 ‘사랑하 는’이라니! 그 순간만 떠올리면 폭풍우의 성난 바다와도 같이 일렁이 는 내 마음을 당신은 알까요. 나는 내 사랑이 슬퍼서, 또 너무나 깊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 니다. 당신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감격스러워 펜을 제대로 쥐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몸이 떨립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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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할수록 행복함과 동시에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느낍 니다. 나는 곧 죽게 되겠지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 거나 이대로 살아서 가시지 않을 괴로움과 거대한 슬픔에 몸부림치다 죽어가겠지요. 내게 사랑을 줄 수 없다면 영원한 안식을 주세요. 내게 키스할 수 없다면 나를 걷어차고 내 이름 따위는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내 얼굴 에 침을 뱉으세요. 그렇게 해서 내가 당신을 포기할 수 있다면 나는 살 게 될 지도 모릅니다. 행복과 고통. 양날의 칼과 같은 이 사랑에 매일 베이고 피를 흘리고 아파하면서도 웃고 있는 나를, 내 자신에게 벌을 주세요. 오, 주여.

당신의 벗, 당신의 유일한 사랑이 되고픈 이 베르테르.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차지혜 이동언

로맨스는 죽었다


가까요 Talk

박미정


가까요 Talk

박미정


석:

석:

하루에 먹는 끼니 수는?

솔찌키 말해서 하루에 야한 진:

생각 몇 번 함?

대략 한… 두끼?

진: 글쎄…한 10번 넘게?

석: 문장의 마지막을 올린 이유는?

석: 킥킥킥 한 + 넘게 대단하시구만.

진: 확신할 수 없기 때문.

진:

석:

뭐… 미니멈을 공개한 후

‘한’이라는 말을 썼음에도

그 이상으로 해두면 듣는 이

확신할 수 없음?

나름의 상상의 공간이 마련되는 진:

16

아니겠심?

뭐…나이 든 사람들의 네다섯–

석:

일곱여덟은 아니잖음?

다분히 얍실하면서도 현명한

석:

대답이라고 생각. 그 쪽은

사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나에대해 안 궁금함?

17

자신에 얽힌 모든 것을 확대

진:

해석하는 것 아니겠음?

음…솔찌키 말해서 지금 거기 진:

섰음?

뭐...그럴 수도 있고.

석:

석:

아니. 전혀. 야한 생각을 했었던

우리 어머니는 8년 키운 개를

것을 생각했다고 해서 거기가

‘내가 한 10년 키운 개’라고 말하심.

발딱 서야함?

아브락사스

vol.9

진:

진:

우리 어머니는 7년 키운 개를

생각했던 것을 생각해도 효과는

‘내가 한 10년 키운 개’라고

같지 않던가?

말하심. 뭐 그 세계에서 일이

석:

년쯤은 <한>으로 통하는

뭐. 센 기억에 대해서는 나도

모양임.

인정함.

낭만에 대하여

박미정

가까요 Talk


석:

석:

하루에 먹는 끼니 수는?

솔찌키 말해서 하루에 야한 진:

생각 몇 번 함?

대략 한… 두끼?

진: 글쎄…한 10번 넘게?

석: 문장의 마지막을 올린 이유는?

석: 킥킥킥 한 + 넘게 대단하시구만.

진: 확신할 수 없기 때문.

진:

석:

뭐… 미니멈을 공개한 후

‘한’이라는 말을 썼음에도

그 이상으로 해두면 듣는 이

확신할 수 없음?

나름의 상상의 공간이 마련되는 진:

16

아니겠심?

뭐…나이 든 사람들의 네다섯–

석:

일곱여덟은 아니잖음?

다분히 얍실하면서도 현명한

석:

대답이라고 생각. 그 쪽은

사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나에대해 안 궁금함?

17

자신에 얽힌 모든 것을 확대

진:

해석하는 것 아니겠음?

음…솔찌키 말해서 지금 거기 진:

섰음?

뭐...그럴 수도 있고.

석:

석:

아니. 전혀. 야한 생각을 했었던

우리 어머니는 8년 키운 개를

것을 생각했다고 해서 거기가

‘내가 한 10년 키운 개’라고 말하심.

발딱 서야함?

아브락사스

vol.9

진:

진:

우리 어머니는 7년 키운 개를

생각했던 것을 생각해도 효과는

‘내가 한 10년 키운 개’라고

같지 않던가?

말하심. 뭐 그 세계에서 일이

석:

년쯤은 <한>으로 통하는

뭐. 센 기억에 대해서는 나도

모양임.

인정함.

낭만에 대하여

박미정

가까요 Talk


진: 그렇다면 당신의 그

진:

쪽으로의 센 기억을 하나 공개

대애애애애애애박.

부탁.

18

석:

석:

어느 면이

꼭 해야함?

대애애애애애박임? 진:

진:

한 고마워 죽음 정도?

그 많은 음식물 중에서도

석:

김치만이 장내에서 가스로

알겠음. 미안하지만 내 얘기는

승화할 수 있었음에 대한

아님. 친구 중의 하나가 지방에

찬사랄까…?

내려갔다가 여관을 잡았다고

석:

함. 혼자 티비나 보고 있으려니

사실 나는 그…뭐랄까 방귀

자신이 가련해서 전화기를

냄새를 굳이 ‘김치’로 명명한

들었다고 함. 그 뭐 대충 그

친구의 센스에 쩔었달까?

여관과 공생의 관계에 있을

그리고 사실은 뭐

여관에서 한 아주머니가

그거 한 얘기니까 아무래도

왔다고 함. 진짜로 강조하건데

세게 기억된 듯.

19

아줌마였다고 함. 절.대. 뭐

진:

딱히 아가씨로 부탁하지는

자신이 늙었다는 생각이 들

않았기에 그냥 어찌어찌 거사를

때는?

치르는데…

석: 진:

뭐 주제가 그렇게 돌아감?

왜. 그거 중이었다고 함?

진:

석:

뭐 주제랄 것은 처음부터

그런 거면 셌다고 할 수 없음.

없었음.

그거 중 계속해서 방귀를

석:

뀌었는데. 김치 냄새가 심하게

글쎄. 양갱이 맛있더라구.

났다고 함.

진: 헐.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박미정

가까요 Talk


진: 그렇다면 당신의 그

진:

쪽으로의 센 기억을 하나 공개

대애애애애애애박.

부탁.

18

석:

석:

어느 면이

꼭 해야함?

대애애애애애박임? 진:

진:

한 고마워 죽음 정도?

그 많은 음식물 중에서도

석:

김치만이 장내에서 가스로

알겠음. 미안하지만 내 얘기는

승화할 수 있었음에 대한

아님. 친구 중의 하나가 지방에

찬사랄까…?

내려갔다가 여관을 잡았다고

석:

함. 혼자 티비나 보고 있으려니

사실 나는 그…뭐랄까 방귀

자신이 가련해서 전화기를

냄새를 굳이 ‘김치’로 명명한

들었다고 함. 그 뭐 대충 그

친구의 센스에 쩔었달까?

여관과 공생의 관계에 있을

그리고 사실은 뭐

여관에서 한 아주머니가

그거 한 얘기니까 아무래도

왔다고 함. 진짜로 강조하건데

세게 기억된 듯.

19

아줌마였다고 함. 절.대. 뭐

진:

딱히 아가씨로 부탁하지는

자신이 늙었다는 생각이 들

않았기에 그냥 어찌어찌 거사를

때는?

치르는데…

석: 진:

뭐 주제가 그렇게 돌아감?

왜. 그거 중이었다고 함?

진:

석:

뭐 주제랄 것은 처음부터

그런 거면 셌다고 할 수 없음.

없었음.

그거 중 계속해서 방귀를

석:

뀌었는데. 김치 냄새가 심하게

글쎄. 양갱이 맛있더라구.

났다고 함.

진: 헐.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박미정

가까요 Talk


석:

석:

솔직히. 나는 어렸을 때

레알로 듣기원함?

에이스가 맛있어지면 내가 다

진:

늙은 건 줄 알았음. 그러나 그

뭐.

뒤로도 ‘먹을 수’ 있게 된 음식은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시길.

많았음.

석: 10점 만점에 7.568점 정도...?

진:

20

동감. 본인은 어려서 에이스를

진:

다 씹어서 죽으로 만들어서

한...그정도?

베란다에서 뱉었음. 본인 집

석:

5층이었는데 1층부터 4층까지

킥킥. 그러는 당신의 점수는 몇?

아주머님들 다 올라와서 어느

진:

X새끼냐며 문 두드리고 난리

1000점 만점에 86.961.

아니었음. 그리고 그리도

석:

혐오하던 곱창 매니아 되었음.

올~

21

석:

진:

킥킥. 초코송이 머리만 먹고

난 남의 이목을 두려워하는

밑에 과자 맛없다고 삼촌

성격임. 저평가만큼 재평가시의

먹였음. 삼촌은 뭔 죄냐며…

점수 상승률이 높은 것도 없심. 진:

석:

늙은 죄?

아이썅. 그럼 난 뭐임?

석:

진:

키키킥킥킥.

니진스키. 진:

석:

키키킥킥킥.

혹시 나르시즘이나

진:

나르키스트를 말하려고 했던

그럼 이어서 내가 질문. 당신의

거심?

진:

외모 점수는 솔찌키 몇 점?

……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박미정

가까요 Talk


석:

석:

솔직히. 나는 어렸을 때

레알로 듣기원함?

에이스가 맛있어지면 내가 다

진:

늙은 건 줄 알았음. 그러나 그

뭐.

뒤로도 ‘먹을 수’ 있게 된 음식은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시길.

많았음.

석: 10점 만점에 7.568점 정도...?

진:

20

동감. 본인은 어려서 에이스를

진:

다 씹어서 죽으로 만들어서

한...그정도?

베란다에서 뱉었음. 본인 집

석:

5층이었는데 1층부터 4층까지

킥킥. 그러는 당신의 점수는 몇?

아주머님들 다 올라와서 어느

진:

X새끼냐며 문 두드리고 난리

1000점 만점에 86.961.

아니었음. 그리고 그리도

석:

혐오하던 곱창 매니아 되었음.

올~

21

석:

진:

킥킥. 초코송이 머리만 먹고

난 남의 이목을 두려워하는

밑에 과자 맛없다고 삼촌

성격임. 저평가만큼 재평가시의

먹였음. 삼촌은 뭔 죄냐며…

점수 상승률이 높은 것도 없심. 진:

석:

늙은 죄?

아이썅. 그럼 난 뭐임?

석:

진:

키키킥킥킥.

니진스키. 진:

석:

키키킥킥킥.

혹시 나르시즘이나

진:

나르키스트를 말하려고 했던

그럼 이어서 내가 질문. 당신의

거심?

진:

외모 점수는 솔찌키 몇 점?

……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박미정

가까요 Talk


석:

진: 글쎄...게이...정도로도 우리

푸하하하하하하하. 같이 목신의

미래가 송두리째 jonson될

오후나 들어야겠음. 가만보면

거라는 생각은 안함?

말실수 쩔음.

석:

진:

자신 없음? 언제까지 자신을

나의 죽음을 말라르메에게

속일 것임?

알리지 말라…

진:

석:

속인적 없음.

크하하하하.

하얀 거짓말정도?

석:

석:

나 질문해도 됨?

넌 항상 그런 식이었어 이

진:

개.자식아!

됨.

22

진:

석:

그러는 당신이야 말로. 이딴

날 어떻게 생각함?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대쉬하는 진:

이유가 뭐임?

……

석:

진:

사랑하니까.

……

진:

진:

지랄하네.

……

석:

진:

난 진짜로 잘 이겨낼 자신

……

있는데

진:

진: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생각할

미안한데 네 번호 지운다.

거라고 생각함?

나한테 말걸지 마라.

석: 글쎄…게이…정도?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박미정

가까요 Talk

23


석:

진: 글쎄...게이...정도로도 우리

푸하하하하하하하. 같이 목신의

미래가 송두리째 jonson될

오후나 들어야겠음. 가만보면

거라는 생각은 안함?

말실수 쩔음.

석:

진:

자신 없음? 언제까지 자신을

나의 죽음을 말라르메에게

속일 것임?

알리지 말라…

진:

석:

속인적 없음.

크하하하하.

하얀 거짓말정도?

석:

석:

나 질문해도 됨?

넌 항상 그런 식이었어 이

진:

개.자식아!

됨.

22

진:

석:

그러는 당신이야 말로. 이딴

날 어떻게 생각함?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대쉬하는 진:

이유가 뭐임?

……

석:

진:

사랑하니까.

……

진:

진:

지랄하네.

……

석:

진:

난 진짜로 잘 이겨낼 자신

……

있는데

진:

진: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생각할

미안한데 네 번호 지운다.

거라고 생각함?

나한테 말걸지 마라.

석: 글쎄…게이…정도?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박미정

가까요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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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김종소리

정지호

그림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김종소리

정지호

그림


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1

한참을 졸다 깨, 눈을 부비며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리

는 요리’부터 ‘성경’에 이르기까지 전혀 가리지 않고 읽

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종류도 ‘1000원으로 만드

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등굣길이든, 하굣길이든, 시

그 당시에 난 이런저런 책들을 참 많이도 읽었다. 수

이야기고, 이젠 흐릿하게 장면만 남아있는 기억일 뿐이다.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어쨌든 이건 아주 오래 전

다 싶었더니 오해이고, 그런 것들이 참 재밌다는, 뭐 그런

천천히 접으며 그저 웃었다. 그리곤 속고 속이고, 이해했

것이었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기에 뻗어나가는 상상을

을 하고, 친구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척하며 날 속이려는

가 자고 있는 사이에 다른 선생님이 들어와 태연히 수업

나고 다음 수업이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내

을 보니 선생님이 바뀌어있었다. 자는 사이에 수업이 끝

히 보니, 그건 눈이 아니라 벚꽃이었다. 고개를 돌려 교단

고 있었다. 벌써 사월인데, 웬 눈이지? 눈을 끔뻑이며 자세

27


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1

한참을 졸다 깨, 눈을 부비며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리

는 요리’부터 ‘성경’에 이르기까지 전혀 가리지 않고 읽

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종류도 ‘1000원으로 만드

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등굣길이든, 하굣길이든, 시

그 당시에 난 이런저런 책들을 참 많이도 읽었다. 수

이야기고, 이젠 흐릿하게 장면만 남아있는 기억일 뿐이다.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도 같다. 어쨌든 이건 아주 오래 전

다 싶었더니 오해이고, 그런 것들이 참 재밌다는, 뭐 그런

천천히 접으며 그저 웃었다. 그리곤 속고 속이고, 이해했

것이었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기에 뻗어나가는 상상을

을 하고, 친구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척하며 날 속이려는

가 자고 있는 사이에 다른 선생님이 들어와 태연히 수업

나고 다음 수업이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내

을 보니 선생님이 바뀌어있었다. 자는 사이에 수업이 끝

히 보니, 그건 눈이 아니라 벚꽃이었다. 고개를 돌려 교단

고 있었다. 벌써 사월인데, 웬 눈이지? 눈을 끔뻑이며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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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인도1.jpg

표든 그런 것이 없는 세상. 그때는 그곳이 그런 곳일 거라

탕탕, 뒤엉켜 살고 싶었다. 진실이든 사실이든 정해진 목

었다. 그들을 속이고, 나도 속고, 엉망진창, 우여곡절, 우당

처럼 보였다. 난 그런 거짓말쟁이들의 세상에서 살고 싶

투성이로 보였고, 그게 나쁜 것으로 취급당하지 않는 것

유는 단순했다. 인도는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빌려다 읽었다. 어째서 인도에 매료되었느냐 묻는다면, 이

었고, 인도에 관련된 책이라면 도서관에서 보이는 대로

매료되어 인도 여행안내서를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

화와 글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그 책을 읽곤 바로 인도에

가 혼자 인도여행을 하고 돌아와 쓴 여행기로, 사진과 삽

등……. 그 중에서 처음으로 읽은 것은 20대 후반의 여자

의 에세이, 스승으로 받들어지는 인도 사람의 교훈서(?),

기, 인도 여행안내서, 인도에서 수련을 하고 돌아온 사람

있던 책들은 모조리 인도에 관한 책들이었다. 인도 여행

었다. 그중에서도 벚꽃을 눈으로 착각한 그날 즈음 읽고

고 생각했다.

28 29

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인도1.jpg

표든 그런 것이 없는 세상. 그때는 그곳이 그런 곳일 거라

탕탕, 뒤엉켜 살고 싶었다. 진실이든 사실이든 정해진 목

었다. 그들을 속이고, 나도 속고, 엉망진창, 우여곡절, 우당

처럼 보였다. 난 그런 거짓말쟁이들의 세상에서 살고 싶

투성이로 보였고, 그게 나쁜 것으로 취급당하지 않는 것

유는 단순했다. 인도는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빌려다 읽었다. 어째서 인도에 매료되었느냐 묻는다면, 이

었고, 인도에 관련된 책이라면 도서관에서 보이는 대로

매료되어 인도 여행안내서를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

화와 글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그 책을 읽곤 바로 인도에

가 혼자 인도여행을 하고 돌아와 쓴 여행기로, 사진과 삽

등……. 그 중에서 처음으로 읽은 것은 20대 후반의 여자

의 에세이, 스승으로 받들어지는 인도 사람의 교훈서(?),

기, 인도 여행안내서, 인도에서 수련을 하고 돌아온 사람

있던 책들은 모조리 인도에 관한 책들이었다. 인도 여행

었다. 그중에서도 벚꽃을 눈으로 착각한 그날 즈음 읽고

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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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2

대학에 들어가고, 미성년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술을

아브락사스 vol.9

인도2.jpg

랐으니까.

고, 담배를 피우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기에도 모자

트로는 불가능했다. 그 돈으론 학비를 모으고, 술을 마시

비현실적인 금액이었다. 최소한, 주말마다 하는 아르바이

하기는 했다. 하지만 인도를 가기위해 필요한 돈은 내게

그래도 이따금 인도를 떠올리며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는 당장 만날 수 있는 것들이 더 매력적이었다.

이든, 그런 것들은 현실에서 너무 먼 이야기였다. 그보다

사에서 벗어났다. 물론, 책도 잘 읽지 않았다. 인도든, 책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도는 내 관심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여자친구를 사귀고, 학비를 벌기

30 31

낭만에 대하여 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2

대학에 들어가고, 미성년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술을

아브락사스 vol.9

인도2.jpg

랐으니까.

고, 담배를 피우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기에도 모자

트로는 불가능했다. 그 돈으론 학비를 모으고, 술을 마시

비현실적인 금액이었다. 최소한, 주말마다 하는 아르바이

하기는 했다. 하지만 인도를 가기위해 필요한 돈은 내게

그래도 이따금 인도를 떠올리며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는 당장 만날 수 있는 것들이 더 매력적이었다.

이든, 그런 것들은 현실에서 너무 먼 이야기였다. 그보다

사에서 벗어났다. 물론, 책도 잘 읽지 않았다. 인도든, 책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인도는 내 관심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여자친구를 사귀고, 학비를 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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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김종소리 정지호

이 났기 때문이었다.

는 생각에……. 아니다. 이건 취소다. 내가 운 건, 단지 샘

언제고,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엽서를 보낼 수 있지, 라

대에 갇혀있는 날 두고 갔다는 것이……. 게다가, 날 찰 땐

것이 샘이나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치사하게 군

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녀가 나보다 먼저 인도에 갔다는

그 엽서들을 읽으며 많이 웃었고, 그만큼 많이 울었

다며 반지를 내밀기도 했다.

려준 길을 따라가다 헤매고, 치근대는 남자들에게 결혼했

다 많은 돈을 주고 호텔에 묵기도 하고, 그곳 사람들이 알

알았는데 대마가 아니라 담배여서 웃기도 했으며, 시세보

하기도 했고, 담배라는 말에 속아 대마를 한 모금 피운 줄

니를 입고 수영을 하기도 했으며, 아는 언니와 내 얘기를

술을 마시고 스쿠터를 타기도 했고, 더러운 강에서 비키

상보다 몇 시간이나 늦게 다른 지역에 도착하기도 했으며,

3

어느 날, 엽서 한 장이 도착했다. 기뻤다. 밖으로부터

버리기도 하고, 기차시간을 지키지 않는 운전수 덕에 예

식이 체질에 맞지 않아 병이 나 앓기도 하고, 가방을 잃어

러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녀는 거짓말쟁이들이 먹는 음

이후 그녀의 약속대로 차례차례 도착한 엽서들엔 여

어놓았다.

않아도 좋다는 이야기를 작고 동그란 글씨로 빼곡하게 적

마워 여행기간 동안 엽서를 보내겠노라며, 답장은 하지

해준 덕에 인도로 여행갈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고

안 내가 자신에게 인도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그녀는 아는 언니와 함께 인도에 왔으며, 사귀는 동

어진 여자친구였고, 발신지는 인도 뉴델리였다.

느낌을 주었다. 엽서를 보낸 이는 입대를 하기 직전에 헤

마치 세로쓰기에 한자어 투성이인 아주 오래된 책 같은

한쪽 면에 코끼리가 그려진 엽서는 누렇게 변색되어,

오는 연락은 뭐라도 기쁜 그런 날들이었다.

32 33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김종소리 정지호

이 났기 때문이었다.

는 생각에……. 아니다. 이건 취소다. 내가 운 건, 단지 샘

언제고,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엽서를 보낼 수 있지, 라

대에 갇혀있는 날 두고 갔다는 것이……. 게다가, 날 찰 땐

것이 샘이나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치사하게 군

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녀가 나보다 먼저 인도에 갔다는

그 엽서들을 읽으며 많이 웃었고, 그만큼 많이 울었

다며 반지를 내밀기도 했다.

려준 길을 따라가다 헤매고, 치근대는 남자들에게 결혼했

다 많은 돈을 주고 호텔에 묵기도 하고, 그곳 사람들이 알

알았는데 대마가 아니라 담배여서 웃기도 했으며, 시세보

하기도 했고, 담배라는 말에 속아 대마를 한 모금 피운 줄

니를 입고 수영을 하기도 했으며, 아는 언니와 내 얘기를

술을 마시고 스쿠터를 타기도 했고, 더러운 강에서 비키

상보다 몇 시간이나 늦게 다른 지역에 도착하기도 했으며,

3

어느 날, 엽서 한 장이 도착했다. 기뻤다. 밖으로부터

버리기도 하고, 기차시간을 지키지 않는 운전수 덕에 예

식이 체질에 맞지 않아 병이 나 앓기도 하고, 가방을 잃어

러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녀는 거짓말쟁이들이 먹는 음

이후 그녀의 약속대로 차례차례 도착한 엽서들엔 여

어놓았다.

않아도 좋다는 이야기를 작고 동그란 글씨로 빼곡하게 적

마워 여행기간 동안 엽서를 보내겠노라며, 답장은 하지

해준 덕에 인도로 여행갈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고

안 내가 자신에게 인도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그녀는 아는 언니와 함께 인도에 왔으며, 사귀는 동

어진 여자친구였고, 발신지는 인도 뉴델리였다.

느낌을 주었다. 엽서를 보낸 이는 입대를 하기 직전에 헤

마치 세로쓰기에 한자어 투성이인 아주 오래된 책 같은

한쪽 면에 코끼리가 그려진 엽서는 누렇게 변색되어,

오는 연락은 뭐라도 기쁜 그런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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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4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별 생각 없이 건너편

인도3.jpg

김종소리 정지호

싶었다.

은 어땠는지 그녀의 글씨가 아닌 그녀의 입을 통해 듣고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직접 눈으로 본 인도의 모습

는 없었다.

왜 그렇게 달렸던 것일까? 그냥 그랬다. 별 다른 이유

눈앞을 지나가는 버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 아니란 것을 확인한 후에야 제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을 때까지 달렸다. 그리고 내 눈으로 직접 그 여자가 그녀

스를 향해 달려갔다. 그 여자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신호를 무시한 채, 버

시 한 번 말하지만 난 그 여자가 분명히 그녀가 아니라는

닮은, 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아닐 여자를 한 명 보았다. 다

에 서있는 버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안에 그녀를

34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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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별 생각 없이 건너편

인도3.jpg

김종소리 정지호

싶었다.

은 어땠는지 그녀의 글씨가 아닌 그녀의 입을 통해 듣고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직접 눈으로 본 인도의 모습

는 없었다.

왜 그렇게 달렸던 것일까? 그냥 그랬다. 별 다른 이유

눈앞을 지나가는 버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 아니란 것을 확인한 후에야 제자리에 멈췄다. 그리고

을 때까지 달렸다. 그리고 내 눈으로 직접 그 여자가 그녀

스를 향해 달려갔다. 그 여자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신호를 무시한 채, 버

시 한 번 말하지만 난 그 여자가 분명히 그녀가 아니라는

닮은, 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아닐 여자를 한 명 보았다. 다

에 서있는 버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안에 그녀를

34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35


5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이제부터 예전 그 여자친구를 그녀라고 칭하지 않겠

인도4.jpg

김종소리 정지호

은……. 그러니까 그년은, 그냥 날 버린 년이다.

이란 식으로 생각할 것이 뻔하니까. 그년은……. 그년

그녀라는 호칭으로 썼다는 걸 본다면, ‘걘 아직도 날…….’

이고 싶지 않다. 분명히 그 여자가 이 글 속에서 자신에게

가 그 여자에게 눈곱만큼의 미련이라도 남은 것처럼 보

다. 그 여자는 그녀라는 호칭을 달만한 여자가 아니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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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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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이제부터 예전 그 여자친구를 그녀라고 칭하지 않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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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소리 정지호

은……. 그러니까 그년은, 그냥 날 버린 년이다.

이란 식으로 생각할 것이 뻔하니까. 그년은……. 그년

그녀라는 호칭으로 썼다는 걸 본다면, ‘걘 아직도 날…….’

이고 싶지 않다. 분명히 그 여자가 이 글 속에서 자신에게

가 그 여자에게 눈곱만큼의 미련이라도 남은 것처럼 보

다. 그 여자는 그녀라는 호칭을 달만한 여자가 아니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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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6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아주 오랜 옛날. 인간에겐 날개가 있었다. 인간들은

인도5.jpg

김종소리 정지호

이나 상징이 아니라 실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퇴화되

와 주몽신화 속에서 그들의 탄생이 알을 통한 것은 거짓

여기서 파생됐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박혁거세신화

우리나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알이나 새의 이미지는

영위해나갔다.

시기부터 인간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새와 비슷한 생활을

한 약 1m 정도로 길어졌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

했다가 불과 200년 후엔 손바닥에서 어른 팔 길이와 비슷

초기 진화를 시작한 인간의 날개는 겨우 손바닥만

알려져 있다.

때, 6~7천만 분의 1수준인 100여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시에 인간의 개체 수는 현재의 60~70억과 비교해보았을

과 호모사피엔스 사이의 약 천만년 사이로 추정된다. 당

스로 날개를 진화시켰던 것이다. 그 시기는 네안데르탈인

다른 동물들에 비해 약한 자신의 육체를 지키기 위해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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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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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아주 오랜 옛날. 인간에겐 날개가 있었다. 인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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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소리 정지호

이나 상징이 아니라 실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퇴화되

와 주몽신화 속에서 그들의 탄생이 알을 통한 것은 거짓

여기서 파생됐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박혁거세신화

우리나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알이나 새의 이미지는

영위해나갔다.

시기부터 인간은 하늘을 날아다니며, 새와 비슷한 생활을

한 약 1m 정도로 길어졌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

했다가 불과 200년 후엔 손바닥에서 어른 팔 길이와 비슷

초기 진화를 시작한 인간의 날개는 겨우 손바닥만

알려져 있다.

때, 6~7천만 분의 1수준인 100여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시에 인간의 개체 수는 현재의 60~70억과 비교해보았을

과 호모사피엔스 사이의 약 천만년 사이로 추정된다. 당

스로 날개를 진화시켰던 것이다. 그 시기는 네안데르탈인

다른 동물들에 비해 약한 자신의 육체를 지키기 위해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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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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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9

육에 무리를 주게 되어 이들의 노화가 빠르게 이루어진다. 더욱이 땀과 먼지 등이 온몸 구석구석에 달라붙어 수많은

면서 점차 그 필요성이 사라졌고, 자연스레 열성으로 바 뀌었다.

낭만에 대하여

페에 앉아서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로 입만 움직인 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해도 공공연히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다른 한 가지의 이야기를 더 해보고자 한다.

인도6.jpg

다. 집에 가만히 누워서 텔레비전을 본다든지, 친구와 카

건강을 위해선 오히려 최소한의 운동을 하는 편이 좋

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앞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통설과는 다르긴

남기게 된 것이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투를 용이하게 만들어 쉽게 병에 걸

호흡기계통의 경우, 빠른 호흡을 통해 코 내벽과 폐의 근

때 우성이었던 날개 유전자는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게 되

결국 오늘날, 인간의 날개는 날개 뼈라는 형태만을

안 움직일 수 있는 총 횟수를 급격하게 감소시키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유전자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한

서 짧게는 10분간 유지한다. 이는 심장이 사람의 일생동

에서 내려온 것도 마찬가지이다.

동 직후 우리의 육체는 많은 부분이 쇠약해진다. 심장의

니가 새의 부리와 비슷한 입 모양을 지녔다는 내용 역시

경우, 평상시의 10배에 달하는 심박수를 길게는 1시간에

고 있다. 하지만 운동은 결코 건강에 좋은 것이 아니다. 운

인 존재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박혁거세나 주몽의 어머

이와 마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들의 아버지가 하늘

운동과 식이요법등이 건강을 위해 중요한 일들로 여겨지

요즘 우리나라에선 웰빙이다 뭐다 해서 몇 년 전부터

개를 잃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녀서 신적

지 않은 인간으로써 날개를 지닌 상태였고, 퇴화되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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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아브락사스 vol.9

육에 무리를 주게 되어 이들의 노화가 빠르게 이루어진다. 더욱이 땀과 먼지 등이 온몸 구석구석에 달라붙어 수많은

면서 점차 그 필요성이 사라졌고, 자연스레 열성으로 바 뀌었다.

낭만에 대하여

페에 앉아서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로 입만 움직인 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해도 공공연히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다른 한 가지의 이야기를 더 해보고자 한다.

인도6.jpg

다. 집에 가만히 누워서 텔레비전을 본다든지, 친구와 카

건강을 위해선 오히려 최소한의 운동을 하는 편이 좋

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앞의 이야기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통설과는 다르긴

남기게 된 것이다.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투를 용이하게 만들어 쉽게 병에 걸

호흡기계통의 경우, 빠른 호흡을 통해 코 내벽과 폐의 근

때 우성이었던 날개 유전자는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게 되

결국 오늘날, 인간의 날개는 날개 뼈라는 형태만을

안 움직일 수 있는 총 횟수를 급격하게 감소시키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유전자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한

서 짧게는 10분간 유지한다. 이는 심장이 사람의 일생동

에서 내려온 것도 마찬가지이다.

동 직후 우리의 육체는 많은 부분이 쇠약해진다. 심장의

니가 새의 부리와 비슷한 입 모양을 지녔다는 내용 역시

경우, 평상시의 10배에 달하는 심박수를 길게는 1시간에

고 있다. 하지만 운동은 결코 건강에 좋은 것이 아니다. 운

인 존재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박혁거세나 주몽의 어머

이와 마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들의 아버지가 하늘

운동과 식이요법등이 건강을 위해 중요한 일들로 여겨지

요즘 우리나라에선 웰빙이다 뭐다 해서 몇 년 전부터

개를 잃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녀서 신적

지 않은 인간으로써 날개를 지닌 상태였고, 퇴화되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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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6-1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이와 같이 악의

아브락사스 vol.9

인도6-1.jpg

샀던가……?

로 내 시계는 탐 크루즈가 찼던 바로 그 시계다. 5년 전에

정도가 있겠다. 근데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다. 진짜

션을 통해서 200만원인가? 아무튼 그 정도 주고 샀어요.’

서 탐 크루즈가 차고 나왔던 카시오 쥐샥 모델로, 일본 옥

면, ‘지금 제가 차고 있는 손목시계는 미션 임파서블 투에

지 않고 넘어갔을지도 모르니, 단순한 걸 예로 들어 보자

일이 없다. 앞의 것들은 너무 길고 잘못하면 지루해서 읽

믿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것만큼 재밌는

없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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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6-1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이와 같이 악의

아브락사스 vol.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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샀던가……?

로 내 시계는 탐 크루즈가 찼던 바로 그 시계다. 5년 전에

정도가 있겠다. 근데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다. 진짜

션을 통해서 200만원인가? 아무튼 그 정도 주고 샀어요.’

서 탐 크루즈가 차고 나왔던 카시오 쥐샥 모델로, 일본 옥

면, ‘지금 제가 차고 있는 손목시계는 미션 임파서블 투에

지 않고 넘어갔을지도 모르니, 단순한 걸 예로 들어 보자

일이 없다. 앞의 것들은 너무 길고 잘못하면 지루해서 읽

믿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것만큼 재밌는

없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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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7

그년이 인도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건 한 달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인도7.jpg

그래도 다음 날, 출근은 제대로 했다.

것이다. 기억이 나질 않는 걸 보면…….

이 붓고 그 자리에 뻗어 잠을 잤다. 아니. 아마 잠을 잤을

고, 난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초반부터 소주를 연거푸 들

오랜만에 만나서였는지 술자리는 자연스레 길어졌

대해 길게 늘어놓았다. 다들 힘들어 보였다.

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어떻고, 이성 관계는 어떠한지에

는 아주 잠깐 그렇게 나오고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는 현

다른 동기들도 나와 마찬가지였는지 그년에 대한 이야기

알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저 그렇구나 하고 들었을 뿐이다.

어 연락도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로썬 알 필요도 없고,

서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아무 것도 없었다. 심지

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있는지, 돈은 얼마나 있는지, 거기

소식의 전부였다. 인도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누구와 살

텝으로 일하다가 그걸 때려치우고 인도로 갔다는 것이 그

전쯤 있었던 대학 동기들과의 모임에서였다. 영화촬영스

44 45

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7

그년이 인도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건 한 달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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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음 날, 출근은 제대로 했다.

것이다. 기억이 나질 않는 걸 보면…….

이 붓고 그 자리에 뻗어 잠을 잤다. 아니. 아마 잠을 잤을

고, 난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초반부터 소주를 연거푸 들

오랜만에 만나서였는지 술자리는 자연스레 길어졌

대해 길게 늘어놓았다. 다들 힘들어 보였다.

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어떻고, 이성 관계는 어떠한지에

는 아주 잠깐 그렇게 나오고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는 현

다른 동기들도 나와 마찬가지였는지 그년에 대한 이야기

알고 싶지도 않았기에 그저 그렇구나 하고 들었을 뿐이다.

어 연락도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로썬 알 필요도 없고,

서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아무 것도 없었다. 심지

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있는지, 돈은 얼마나 있는지, 거기

소식의 전부였다. 인도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누구와 살

텝으로 일하다가 그걸 때려치우고 인도로 갔다는 것이 그

전쯤 있었던 대학 동기들과의 모임에서였다. 영화촬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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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김종소리 정지호

미친년.

에서 뭘 하든 건강하길 바라.

결혼하게 된다면 여기서 살게 될 지도 몰라. 아무튼 어디

생겼어. 인도사람인데 괜찮은 사람이야. 만약 그 사람하고

마 이곳에서 1–2년은 더 있을 것 같아. 새로 남자친구도

여자친구는 있어? 너의 꿈이었던 인도는 와봤어? 난 아

서들 생각이 나서, 그냥 너한테 엽서를 보내고 싶어졌어.

리를 걷다가 이 엽서를 보는데 예전에 너한테 보냈던 엽

다. 잘 지내지? 엽서를 보면 알겠지만 난 인도야. 이곳 거

안녕? 오랜만이네. 문득 네 생각이 나서 엽서를 띄운

8

한 쪽 면에는 코끼리가 사람을 잡아먹고 있는 합성사

엽서가 한 장 도착했다. 보는 즉시 확 짜증이 났다.

그년은 이렇게 썼다.

치 못하게도 그년이었고, 발신지는 카레의 왕국 인도였다.

아니었지만 아주 불쾌했다. 엽서를 보낸 이는 전혀 예상

인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 어색한 느낌은

있고, 플라스틱 냄새가 났다. 안 그래도 인터넷을 통해 식

진과 함께 아래쪽에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글자가 박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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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김종소리 정지호

미친년.

에서 뭘 하든 건강하길 바라.

결혼하게 된다면 여기서 살게 될 지도 몰라. 아무튼 어디

생겼어. 인도사람인데 괜찮은 사람이야. 만약 그 사람하고

마 이곳에서 1–2년은 더 있을 것 같아. 새로 남자친구도

여자친구는 있어? 너의 꿈이었던 인도는 와봤어? 난 아

서들 생각이 나서, 그냥 너한테 엽서를 보내고 싶어졌어.

리를 걷다가 이 엽서를 보는데 예전에 너한테 보냈던 엽

다. 잘 지내지? 엽서를 보면 알겠지만 난 인도야. 이곳 거

안녕? 오랜만이네. 문득 네 생각이 나서 엽서를 띄운

8

한 쪽 면에는 코끼리가 사람을 잡아먹고 있는 합성사

엽서가 한 장 도착했다. 보는 즉시 확 짜증이 났다.

그년은 이렇게 썼다.

치 못하게도 그년이었고, 발신지는 카레의 왕국 인도였다.

아니었지만 아주 불쾌했다. 엽서를 보낸 이는 전혀 예상

인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 어색한 느낌은

있고, 플라스틱 냄새가 났다. 안 그래도 인터넷을 통해 식

진과 함께 아래쪽에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글자가 박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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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아브락사스 vol.9

9

인도8.jpg

낭만에 대하여

지난 2년간 살을 부대끼며 살았던 새로 사귄 여자친

김종소리 정지호

운동은 건강에 무척 안 좋다. 그럼 집에 처박혀서 텔레비

도? 괜히 힘 빼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등산이라는 과격한

기에 패스했다. 그렇다면 산이나 올라가게 설악산? 제주

지만 날이 점점 따스해지는 요즘 인파가 늘고 있을 것이

어디로 갈까 고민했다. 바다를 보러 동해에 갈까? 하

셨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니까 부장님은 쉽게 휴가를 받아주

냈다. 사유는 여자친구와의 이별이라고 말했다. 서른둘에

문득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회사에 휴가를

은 일도 없어질 것이었다.

초식남이 대세인 시대다. 돈도 덜 쓰게 될 것이었고, 귀찮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 난 괜찮다. 싱글,

른 남자가 생겼다는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전화가 왔다.

그만 잊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알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다

구에게 헤어지자는 문자가 왔다. 다른 남자가 생겼으니

48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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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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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지난 2년간 살을 부대끼며 살았던 새로 사귄 여자친

김종소리 정지호

운동은 건강에 무척 안 좋다. 그럼 집에 처박혀서 텔레비

도? 괜히 힘 빼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등산이라는 과격한

기에 패스했다. 그렇다면 산이나 올라가게 설악산? 제주

지만 날이 점점 따스해지는 요즘 인파가 늘고 있을 것이

어디로 갈까 고민했다. 바다를 보러 동해에 갈까? 하

셨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니까 부장님은 쉽게 휴가를 받아주

냈다. 사유는 여자친구와의 이별이라고 말했다. 서른둘에

문득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회사에 휴가를

은 일도 없어질 것이었다.

초식남이 대세인 시대다. 돈도 덜 쓰게 될 것이었고, 귀찮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 난 괜찮다. 싱글,

른 남자가 생겼다는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전화가 왔다.

그만 잊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알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다

구에게 헤어지자는 문자가 왔다. 다른 남자가 생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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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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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9

인도9.jpg

인도로 가기로 결정했다.

로 만들어 회사사람들에게 나눠줄까? 괜찮은데? 그래서

념으로 머리 위에 올라서서 사진이나 한 방 찍어서 엽서

녀석의 목을 칭칭 휘감아 저승으로 보내줄까? 그리고 기

가볼까? 코끼리의 상아를 부러뜨리고 녀석의 기다란 코로

렇다면…… 식인 코끼리랑 한 바탕 싸움이나 하러 인도로

전이나 실컷 볼까? 하지만 그건 너무 궁상맞아 보였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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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아브락사스 vol.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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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로 가기로 결정했다.

로 만들어 회사사람들에게 나눠줄까? 괜찮은데? 그래서

념으로 머리 위에 올라서서 사진이나 한 방 찍어서 엽서

녀석의 목을 칭칭 휘감아 저승으로 보내줄까? 그리고 기

가볼까? 코끼리의 상아를 부러뜨리고 녀석의 기다란 코로

렇다면…… 식인 코끼리랑 한 바탕 싸움이나 하러 인도로

전이나 실컷 볼까? 하지만 그건 너무 궁상맞아 보였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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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김종소리 정지호 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김종소리 정지호

그리고 그 사진을 평생 간직할 것이다.

것이다.

목 졸라 죽인다음에 얼굴을 밟고 기념사진 한 장을 찍을

그리곤 찌그러진 여자의 코로 여자의 목을 칭칭 감아

짜증나게 엽서 같은 거 보내지 말고.”

“이제 너 안 좋아해. 결혼을 하든 말든 너 알아서 해.

하며 말 한마디를 또 그 여자의 코를 향해 던질 것이다.

얼굴에서도 정확히는 코. 그리고 줄줄 흐르는 코피를 직시

이 시계를 그 여자의 얼굴에 정확하게 던져서 맞춰야한다.

전, 이젠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 내게 선물로 준

를 보낸 여자를 찾아가는 일. 가서 그 여자가 아주 오래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내게 식인 코끼리

도 하다.

록 오고 싶어 했던 이유다. 그건 이미 오래 전의 내 꿈이기

석들을 속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이곳에 온, 이곳에 그토

10

한참을 졸다 깨, 눈을 부비며 창밖을 보니 구름 사이

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그리고 대충 파악이 되는 즉시, 녀

아주는 것이다. 이 나라의 거짓말 풍속이 어떤지 파악하

는 것이다. 그리고 한바탕 신나게 그놈들의 거짓말에 속

우선 비행기에서 내려서 할 일은 인도 사람들과 만나

는 거짓말이다.

런 거짓말은 나 같은 놈이나, 이 나라에 사는 놈들이나 하

른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다. 그

여행을 갈 결단력을 주기위해서 날 속이고 찬 것일지도 모

로, 아니면, 내가 평소에 그렇게나 입에 달고 살았던 인도

여자친구가 날 속이고 서프라이즈 청혼이라도 할 속셈으

귄 여자친구냐. 이젠 그냥 여자다. 아니. 어쩌면 새로 사귄

랬다. 아니. 새로 사귄 여자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새로 사

전 헤어진 새로 사귄 여자친구를 지우고 싶기도 해서 그

건지 모르겠다. 그냥 시간도 안 가고, 자꾸 생각나는, 얼마

로 육지가 보인다. 비행기에서 왜 이런 쓸 데 없는 글을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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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김종소리 정지호

그리고 그 사진을 평생 간직할 것이다.

것이다.

목 졸라 죽인다음에 얼굴을 밟고 기념사진 한 장을 찍을

그리곤 찌그러진 여자의 코로 여자의 목을 칭칭 감아

짜증나게 엽서 같은 거 보내지 말고.”

“이제 너 안 좋아해. 결혼을 하든 말든 너 알아서 해.

하며 말 한마디를 또 그 여자의 코를 향해 던질 것이다.

얼굴에서도 정확히는 코. 그리고 줄줄 흐르는 코피를 직시

이 시계를 그 여자의 얼굴에 정확하게 던져서 맞춰야한다.

전, 이젠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 내게 선물로 준

를 보낸 여자를 찾아가는 일. 가서 그 여자가 아주 오래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내게 식인 코끼리

도 하다.

록 오고 싶어 했던 이유다. 그건 이미 오래 전의 내 꿈이기

석들을 속이기 시작한다. 그것이 이곳에 온, 이곳에 그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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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졸다 깨, 눈을 부비며 창밖을 보니 구름 사이

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그리고 대충 파악이 되는 즉시, 녀

아주는 것이다. 이 나라의 거짓말 풍속이 어떤지 파악하

는 것이다. 그리고 한바탕 신나게 그놈들의 거짓말에 속

우선 비행기에서 내려서 할 일은 인도 사람들과 만나

는 거짓말이다.

런 거짓말은 나 같은 놈이나, 이 나라에 사는 놈들이나 하

른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다. 그

여행을 갈 결단력을 주기위해서 날 속이고 찬 것일지도 모

로, 아니면, 내가 평소에 그렇게나 입에 달고 살았던 인도

여자친구가 날 속이고 서프라이즈 청혼이라도 할 속셈으

귄 여자친구냐. 이젠 그냥 여자다. 아니. 어쩌면 새로 사귄

랬다. 아니. 새로 사귄 여자친구는 무슨 얼어 죽을 새로 사

전 헤어진 새로 사귄 여자친구를 지우고 싶기도 해서 그

건지 모르겠다. 그냥 시간도 안 가고, 자꾸 생각나는, 얼마

로 육지가 보인다. 비행기에서 왜 이런 쓸 데 없는 글을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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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간 거짓말쟁이


그냥 뽀뽀

인도10.

이동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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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그냥 뽀뽀

인도10.

이동언

54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http://goo.gl/JeZgF


http://goo.gl/JeZgF


La-la how life goes on 노기만


La-la how life goes on 노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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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노기만

La-la how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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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노기만

La-la how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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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노기만

La-la how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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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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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노기만

La-la how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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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노기만

La-la how life goes on


Desmond has a barrow in the market place, Molly is the singer in a band Desmond says to Molly-girl I like your face, And Molly says this as she takes him by the hand.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Desmond takes a trolly to the jewellers stores, Buys a twenty carat golden ring Takes it back to Molly waiting at the door, And as he gives it to her she begins to sing.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In a couple of years they have built, A home sweet home

66With a couple of kids running in the yard, Of Desmond and Molly Jones.

67

Happy ever after in the market place, Molly lets the children lend a hand Desmond stays at home and does his pretty face, And in the evening she’s a singer with the band.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In a couple of years they have built, A home sweet home With a couple of kids running in the yard, Of Desmond and Molly Jones. Happy ever after in the market place, Desmond lets the children lend a hand Molly stays at home and does his pretty face, And in the evening she’s a singer with the band.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And if you want some fun-take Ob-la-di Ob-l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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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mond has a barrow in the market place, Molly is the singer in a band Desmond says to Molly-girl I like your face, And Molly says this as she takes him by the hand.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Desmond takes a trolly to the jewellers stores, Buys a twenty carat golden ring Takes it back to Molly waiting at the door, And as he gives it to her she begins to sing.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In a couple of years they have built, A home sweet home

66With a couple of kids running in the yard, Of Desmond and Molly J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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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ever after in the market place, Molly lets the children lend a hand Desmond stays at home and does his pretty face, And in the evening she’s a singer with the band.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In a couple of years they have built, A home sweet home With a couple of kids running in the yard, Of Desmond and Molly Jones. Happy ever after in the market place, Desmond lets the children lend a hand Molly stays at home and does his pretty face, And in the evening she’s a singer with the band.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La-la how the life goes on. And if you want some fun-take Ob-la-di Ob-l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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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노기만

La-la how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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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노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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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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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노기만

La-la how life goes on


낭만이라니, 마담

조우정


낭만이라니, 마담

조우정


페도라를 벗은 남자의 머리는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포마드 를 발라 뒤로 넘긴 머리칼은 인상적이었다. 어깨에 과장되게 뽕이 들 어간 미국식 양복 윗도리에 배꼽까지 올려 입은 바지는 할리우드의 어느 배우를 연상시키게 했다. 오른 팔을 테이블에 올리고 왼손으로

73

연신 머리칼을 만지던 남자는 마담을 불렀다 “마담, 이리로 좀 와보게.” “어머, 백호씨. 오늘 좀 달라 보인다.” “그렇지, 허허.” “여기 도라지 위스키 한 병 주지 그래?” “오늘도 그거 마셔? 센스 없게~!” “별 거 있나, 위스키는 도라지지.” 마담이 위스키를 가지러 간 사이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냈다. 위로 살짝 솟구친 듯 한 콧수염의 끝을 만지작거리며 거울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얼굴 가까이로 가져갔다가를 반복했다. 같은 동작 을 계속 반복하다가 마담이 위스키를 들고 곁으로 다가오자 손거울을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수염은 어때?”

조우정

낭만이라니, 마담


페도라를 벗은 남자의 머리는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포마드 를 발라 뒤로 넘긴 머리칼은 인상적이었다. 어깨에 과장되게 뽕이 들 어간 미국식 양복 윗도리에 배꼽까지 올려 입은 바지는 할리우드의 어느 배우를 연상시키게 했다. 오른 팔을 테이블에 올리고 왼손으로

73

연신 머리칼을 만지던 남자는 마담을 불렀다 “마담, 이리로 좀 와보게.” “어머, 백호씨. 오늘 좀 달라 보인다.” “그렇지, 허허.” “여기 도라지 위스키 한 병 주지 그래?” “오늘도 그거 마셔? 센스 없게~!” “별 거 있나, 위스키는 도라지지.” 마담이 위스키를 가지러 간 사이 남자는 안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냈다. 위로 살짝 솟구친 듯 한 콧수염의 끝을 만지작거리며 거울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얼굴 가까이로 가져갔다가를 반복했다. 같은 동작 을 계속 반복하다가 마담이 위스키를 들고 곁으로 다가오자 손거울을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수염은 어때?”

조우정

낭만이라니, 마담


“뭐 별거 있나, 수염이 수염이지.”

“어디 안 좋아?”

“으흠.”

“아니.”

남자는 마담의 말이 조금 거슬렸지만, 딱히 반박할 구석을 찾지

남자는 아니, 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머리가 아파왔다. ‘낭만’이

못해 잠자코 있었다. 마담은 위스키 병과 잔 두 개를 테이블 위에 놓은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다음 남자의 잔부터 채웠다. 진한 갈색빛의 위스키가 잔 바닥을 치자

그 여자는 그 자체로 남자의 ‘낭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도라지 향기가 둘 사이에 피어올랐다.

도대체 낭만이 무엇이기에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는 것인지 알 수가

“요새 장사는 어때?”

없었다.

“뭐 백호씨 같은 사람만 있으니, 별거 있겠어! 어제 장사가 오늘 장사지.”

74

남자는 다시금 잔을 들고서 마담에게 건배를 권했다. “자, 건배하자고.”

마담은 남자에게 핀잔 비슷한 대답을 하며 자신의 잔에 위스키

“우리의 낭만에 짠.”

를 부었다. 남자는 아까 소파에 걸어 놓은 바바리코트에 묻은 빗물이

“낭만이라니, 마담!”

신경 쓰였는지 코트 위를 손수건으로 훔쳤다. 마담은 테이블 위에 놓

“뭐 별거 있나, 낭만이 낭만이지.”

인 담배를 한 대 빼어 물었다. 남자는 성냥갑에서 성냥을 하나 꺼내어

남자는 마담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키

불을 붙여 담배에 갖다 대었다.

자 입에서는 알싸한 도라지 향기가 나고 속은 뜨끈해졌다.

“백호씬 매너가 그렇게 좋은데 여자가 없어서 탈이지.”

“그래, 낭만이 별거냐. 이 도라지 위스키 같은 거지.”

“나같이 매너 좋은 사람 쉽게 찾을 수 없다구 허허.”

남자는 다시금 잔을 입으로 가져다대며 중얼거렸다. 밖은 아직도

마담은 담배 한 모금을 사선으로 내뱉으며 남자의 얼굴을 지긋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바라보다가 담배를 쥔 손으로 잔을 집어 올린 다음 남자의 잔에 가 져다 대었다. “짠.” “짠은 무슨, 어디에 짠을 해야 하나?” “아무거나 한 번 말해봐.” “...” “우리의 낭만에 짠.” 잔을 가져다대려던 남자는 멈칫했다. 대신 검지와 엄지로 관자놀 이를 눌렀다.

아브락사스

vol.9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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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라니, 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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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별거 있나, 수염이 수염이지.”

“어디 안 좋아?”

“으흠.”

“아니.”

남자는 마담의 말이 조금 거슬렸지만, 딱히 반박할 구석을 찾지

남자는 아니, 라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머리가 아파왔다. ‘낭만’이

못해 잠자코 있었다. 마담은 위스키 병과 잔 두 개를 테이블 위에 놓은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다음 남자의 잔부터 채웠다. 진한 갈색빛의 위스키가 잔 바닥을 치자

그 여자는 그 자체로 남자의 ‘낭만’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도라지 향기가 둘 사이에 피어올랐다.

도대체 낭만이 무엇이기에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는 것인지 알 수가

“요새 장사는 어때?”

없었다.

“뭐 백호씨 같은 사람만 있으니, 별거 있겠어! 어제 장사가 오늘 장사지.”

74

남자는 다시금 잔을 들고서 마담에게 건배를 권했다. “자, 건배하자고.”

마담은 남자에게 핀잔 비슷한 대답을 하며 자신의 잔에 위스키

“우리의 낭만에 짠.”

를 부었다. 남자는 아까 소파에 걸어 놓은 바바리코트에 묻은 빗물이

“낭만이라니, 마담!”

신경 쓰였는지 코트 위를 손수건으로 훔쳤다. 마담은 테이블 위에 놓

“뭐 별거 있나, 낭만이 낭만이지.”

인 담배를 한 대 빼어 물었다. 남자는 성냥갑에서 성냥을 하나 꺼내어

남자는 마담의 말에 토를 달 수 없었다. 위스키를 한 모금 들이키

불을 붙여 담배에 갖다 대었다.

자 입에서는 알싸한 도라지 향기가 나고 속은 뜨끈해졌다.

“백호씬 매너가 그렇게 좋은데 여자가 없어서 탈이지.”

“그래, 낭만이 별거냐. 이 도라지 위스키 같은 거지.”

“나같이 매너 좋은 사람 쉽게 찾을 수 없다구 허허.”

남자는 다시금 잔을 입으로 가져다대며 중얼거렸다. 밖은 아직도

마담은 담배 한 모금을 사선으로 내뱉으며 남자의 얼굴을 지긋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바라보다가 담배를 쥔 손으로 잔을 집어 올린 다음 남자의 잔에 가 져다 대었다. “짠.” “짠은 무슨, 어디에 짠을 해야 하나?” “아무거나 한 번 말해봐.” “...” “우리의 낭만에 짠.” 잔을 가져다대려던 남자는 멈칫했다. 대신 검지와 엄지로 관자놀 이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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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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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 그리고

이향경


썰물 그리고

이향경






썰물 그리고

발가벗겨진 섬의 알몸은 학대의 흔적 거칠한 흉터들이 노년의 주름처럼 흠씬 나이를 먹어버렸네

82

서럽던 날

웅크린 패자의 모습이 서러워

그대와

가엾은 바위섬의 낭만은

바위섬을 걸었지

바다가 밀려오지 않을 때라고 생각할 때

83

그대는 밀물이 되어 가슴 가득 나에게 밀려왔지

아브락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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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이향경

썰물 그리고


썰물 그리고

발가벗겨진 섬의 알몸은 학대의 흔적 거칠한 흉터들이 노년의 주름처럼 흠씬 나이를 먹어버렸네

82

서럽던 날

웅크린 패자의 모습이 서러워

그대와

가엾은 바위섬의 낭만은

바위섬을 걸었지

바다가 밀려오지 않을 때라고 생각할 때

83

그대는 밀물이 되어 가슴 가득 나에게 밀려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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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이향경

썰물 그리고


20대 중반 낭만을 말하기엔 젊은 나이

그때 알았는 걸 파도가 할퀴고 간 자리는 다시 바다에 의해 메워진다는 걸

그래서 아직은 낭만을 정의하기에 어

그리고 세상의 상처는 당신에 의하여 메워진다

려움이 많다 그러나 먼 훗날 불혹의 나

문득 두려워져

는 지금 이 순간을 낭만으로 추억하겠

지 아무것도 모르는, 그러나 많은 것을

오랜 시간이 흘러도 바다는 바위의 곁에 남아 있겠지만 그대는

갖고 있는 나에 대해서 앞으로 나는 더

저릿한 낭만으로만 남아있는 게 84

85 많은 것을 얻고, 동시에 많은 것을 잃어

아닐지

가겠지 중년에 접어들었을 때 내가 무

엇을 잃었는지 알 수 있을까 지금도 이

미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그것 이 무엇인지 기억이…나지 않는다

아브락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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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이향경

썰물 그리고


20대 중반 낭만을 말하기엔 젊은 나이

그때 알았는 걸 파도가 할퀴고 간 자리는 다시 바다에 의해 메워진다는 걸

그래서 아직은 낭만을 정의하기에 어

그리고 세상의 상처는 당신에 의하여 메워진다

려움이 많다 그러나 먼 훗날 불혹의 나

문득 두려워져

는 지금 이 순간을 낭만으로 추억하겠

지 아무것도 모르는, 그러나 많은 것을

오랜 시간이 흘러도 바다는 바위의 곁에 남아 있겠지만 그대는

갖고 있는 나에 대해서 앞으로 나는 더

저릿한 낭만으로만 남아있는 게 84

85 많은 것을 얻고, 동시에 많은 것을 잃어

아닐지

가겠지 중년에 접어들었을 때 내가 무

엇을 잃었는지 알 수 있을까 지금도 이

미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그것 이 무엇인지 기억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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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水木

이원희


花水木

이원희


89

이원희

花水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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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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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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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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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이원희

花水木


내게 낭만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다 낭만의 뜻이 무엇인지 잊었다. 이렇게 주관적인 것들이 객관적인 것이 될 때 언제나 낙막하다.

95

이원희

花水木


내게 낭만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다 낭만의 뜻이 무엇인지 잊었다. 이렇게 주관적인 것들이 객관적인 것이 될 때 언제나 낙막하다.

95

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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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정가희


청춘

정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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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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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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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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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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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9 판매처 기획

김종소리

편집 -

김종소리

낭만에 대하여

작품 - 김수경 차지혜 www.cyworld.com/simplenchic efora@hanmail.net 박미정

가가린

낙타

02 736 9005

02 6405 3189

서울 종로구 창성동

서울 마포구 서교동

ozful@naver.com

333-18 2층

정지호 blog.naver.com/jjihojjiho 정지호 blog.naver.com/jjihojjiho 홍인영김종소리 hiy.spring.girl@gmail.com jongsoriz@naver.com 이상협이동언 arkdang@naver.com machmaker@naver.com 김종소리 노기만 jongsoriz@naver.com pornor@nate.com

spring 2011

이동언조우정 machmaker@naver.com eskicho@gmail.com 조우정이향경 eskicho@gmail.com pink0425@naver.com, hyanglee.com 샤르봉이원희 sharbong.net, club.cyworld.com/ar 이원희 www.flickr.com/ flickr.com/photos/leefabrique 정가희 photos/leefabrique

onlyhazy@hanmail.net, cyworld.com/onlyhazy

박선희 ROK www.cyworld.com/rock5316 p.sunism@gmail.com jihe.jang@gmail.com

디자인

장지혜

발행

김종소리

발행일

2011. 04. 30

문의

jongsoriz@naver.com twitter.com/abraxaszine

이곳에 실린 작품의 저작권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무단으로 따라하시거나 가져다 쓰시면 안 됩니다. copyright©2011 abraxas all rights reserved

더 북 소사이어티

유어마인드

02 325 5336

02 583 8990

서울 마포구 상수동

서울 마포구 서교동

mediabus.org

your-mind.com

세상의 끝

101호 사케집

서울 마포구 동교동

02 3143 1015

198-3 1층

서울 마포구 서교동 3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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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언조우정 machmaker@naver.com eskicho@gmail.com 조우정이향경 eskicho@gmail.com pink0425@naver.com, hyanglee.com 샤르봉이원희 sharbong.net, club.cyworld.com/ar 이원희 www.flickr.com/ flickr.com/photos/leefabrique 정가희 photos/leefabr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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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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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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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요 Talk

차지혜/이동언 글, 이동언 그림

박미정

인도로 간 거짓말쟁이

김종소리 글, 정지호 그림

La-la how life goes on 낭만이라니, 마담 썰물 그리고

정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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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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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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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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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水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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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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