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axas_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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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아브락사스 abraxas vol.10

10으로 시작하는 문장

인터뷰?

당신의 문장

들립니까

vol. 10

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이원희

정지호

박미정

이향경

조우정

The World’s End

그날 아침

To See is To Believe

결국엔 복수

서쪽 숲

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인터뷰?

이상협

세상의 끝, 김종소리

지혜신

정가희

샤르봉

김예슬 박선희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다시 태어나자

구름일기

편지

ㅇㅇ과 영영과 00같은

이동언

김종소리

그럴만두한 이야기

이상하고 아름다운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 DOBA

+ 오재영

? 인터뷰 summer

2011

summer 2011


아브락사스 abraxas vol.10

인터뷰?

summer 2011


아브락사스 abraxas vol.10

인터뷰?

summer 2011


발(행인의) 말 처음엔 그냥 제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발말

2

그래서 제 돈 주고 책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목차

3

당신의 문장

10으로 시작하는 문장

4

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들립니까

6

그러던 것이 어느덧 10호를 맞이했습니다. 10호를 맞이해서 주제를 어떤 걸로 하면 좋을까 고심했습니다. 한 권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걸 기획해볼까? 아님 숫자 10을 주제로 해볼까? 26

인터뷰?

그러다 아브락사스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보면 어떨까해서 인터뷰를 주제로 하게 되었습니다…만. 게으른 발행인이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인터뷰를

5.6

조우정

29

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진행하는 바람에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10호는 속으로 ‘씨발,

5.12

이향경

50

서쪽 숲

55

망했다.’ 라고 자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5.12

박미정

67

결국엔 복수

71

재미가 없더군요. 인터뷰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단 걸 느꼈습니다.

5.16

정지호

78

To See is To Believe

83

질문이 후져서 인터뷰는 별 재미가 없지만 작품들은 좋답니다.)

5.17

이원희

93

그날 아침

99

5.24

이상협

106

The World’s End

111

세상의 끝, 김종소리

123

어쨌든.

이동언

게을러빠지고, 무책임한데다 허술하고,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저 같은

이상하고 아름다운

+ DOBA

+ 오재영

33

131

발행인(은 개뿔)이 내고 있는 책에 작품을 주시는 작가분들과 읽어주시는

5.24

김예슬 박선희

148

ㅇㅇ과 영영과 00같은

155

독자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식상한

6.12

샤르봉

166

편지

173

멘트라 하고 싶지 않지만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이만큼

6.19

정가희

182

구름일기

187

왔습니다. (그래봐야 고작 10호이고, 이제야 2년 반 됐습니다만.) 감사, 감사,

6.21

지혜신

219

다시 태어나자

223

감사합니다.

7.9

김종소리

235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237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그럴만두한 이야기

254

다음호 주제 예고

vol.11 박원희가 만든 조각

274

앞으로는 더 찌질한 루저 마인드를 가지고, 더 허접한 잡지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발행인 같은 소리하고 있는 김종소리


발(행인의) 말 처음엔 그냥 제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발말

2

그래서 제 돈 주고 책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목차

3

당신의 문장

10으로 시작하는 문장

4

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들립니까

6

그러던 것이 어느덧 10호를 맞이했습니다. 10호를 맞이해서 주제를 어떤 걸로 하면 좋을까 고심했습니다. 한 권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걸 기획해볼까? 아님 숫자 10을 주제로 해볼까? 26

인터뷰?

그러다 아브락사스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보면 어떨까해서 인터뷰를 주제로 하게 되었습니다…만. 게으른 발행인이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인터뷰를

5.6

조우정

29

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진행하는 바람에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10호는 속으로 ‘씨발,

5.12

이향경

50

서쪽 숲

55

망했다.’ 라고 자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5.12

박미정

67

결국엔 복수

71

재미가 없더군요. 인터뷰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단 걸 느꼈습니다.

5.16

정지호

78

To See is To Believe

83

질문이 후져서 인터뷰는 별 재미가 없지만 작품들은 좋답니다.)

5.17

이원희

93

그날 아침

99

5.24

이상협

106

The World’s End

111

세상의 끝, 김종소리

123

어쨌든.

이동언

게을러빠지고, 무책임한데다 허술하고,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저 같은

이상하고 아름다운

+ DOBA

+ 오재영

33

131

발행인(은 개뿔)이 내고 있는 책에 작품을 주시는 작가분들과 읽어주시는

5.24

김예슬 박선희

148

ㅇㅇ과 영영과 00같은

155

독자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식상한

6.12

샤르봉

166

편지

173

멘트라 하고 싶지 않지만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이만큼

6.19

정가희

182

구름일기

187

왔습니다. (그래봐야 고작 10호이고, 이제야 2년 반 됐습니다만.) 감사, 감사,

6.21

지혜신

219

다시 태어나자

223

감사합니다.

7.9

김종소리

235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237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그럴만두한 이야기

254

다음호 주제 예고

vol.11 박원희가 만든 조각

274

앞으로는 더 찌질한 루저 마인드를 가지고, 더 허접한 잡지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발행인 같은 소리하고 있는 김종소리


당신의 문장

10할. 이 10할 년아. 너 그렇게 10같이 살면 10창 난다. 〘제길〙 10장생!!!! 〘あいあい〙

만들어주시는 코너입니다. 매호 발표되는 주제를 보시고 떠오르는 문장을 써주시면 이 코너에 전부 실어드립니다.

10원짜리야! 이놈새끼! 부숴버릴껴!!! 〘김아람〙 10cm 〘만두〙 104호 1107호 우리 집이에요. 〘Minkyo〙

그 첫 번째 시도로 이번 10호 당신의 문장은 제 3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받은 10으로 시작하는 문장입니다. 발행인의 불친절

10 9 8 7 6 5 4 3 2 1 0 종말…… 〘거지〙

속에서도 후줄근한 이면지에 꿋꿋이 문장을 써주신 분들에게

10えんだまがほしいです 〘하마무〙

감사드립니다.

10cm도 이제 식상한데 〘eskizo〙

11호 주제는 〘박원희가 만든 조각〙입니다. 223p의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보고 떠오르는 문장을 아브락사스 홈페이지

10으로 시작하는 문장

이번호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당신의 문장은 독자 여러분들이

10년 뒤에 오빠는 애 아빠겠죠. 엉엉. 〘조세핀〙 열병에 걸려있다. 날 열병에 빠지게 한 너. 복수할거야. 〘김한주〙

http://abraxaszine.com에 2011년 10월 10일까지 올려주시면

10팔. 재고도 없고. 〘Allison Kim〙

아브락사스 11호의 당신의 문장 코너에 실어드립니다.

10만 원 짜리 될 때까지. 〘화정〙 10탱구리 조홍조 설거지 좀 해놔. 비린내 나. 〘하치〙 열라 짱나. 치우면 1초만에 어지르는 너가…좋다 10벌. 〘조홍조〙 100 〘원희〙 10텐이었나 펜펜이었나? 에바에 나오던 펭귄 이름이? 〘김종소리〙 10지 않은 장사. 〘김종소리〙 10일조와 10시일반 사이에서 어떤 관계를 찾을 수 있을까. 〘정영호〙 10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김슬기〙 10초 10분 10시간 10일 10년 나는 숫자를 시간으로밖에 생각을 못하네. 〘윤쟈〙

10… 덥다… 아. 〘최빛그림〙 10은 처음을 뜻하는 1과 소멸의 0이 만난 오묘한 숫자. 처음과 끝을 잇는 미묘한 숫자. 미묘하고 오묘한 아브락사스가 되어주세요. 〘y〙


당신의 문장

10할. 이 10할 년아. 너 그렇게 10같이 살면 10창 난다. 〘제길〙 10장생!!!! 〘あいあい〙

만들어주시는 코너입니다. 매호 발표되는 주제를 보시고 떠오르는 문장을 써주시면 이 코너에 전부 실어드립니다.

10원짜리야! 이놈새끼! 부숴버릴껴!!! 〘김아람〙 10cm 〘만두〙 104호 1107호 우리 집이에요. 〘Minkyo〙

그 첫 번째 시도로 이번 10호 당신의 문장은 제 3회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받은 10으로 시작하는 문장입니다. 발행인의 불친절

10 9 8 7 6 5 4 3 2 1 0 종말…… 〘거지〙

속에서도 후줄근한 이면지에 꿋꿋이 문장을 써주신 분들에게

10えんだまがほしいです 〘하마무〙

감사드립니다.

10cm도 이제 식상한데 〘eskizo〙

11호 주제는 〘박원희가 만든 조각〙입니다. 223p의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보고 떠오르는 문장을 아브락사스 홈페이지

10으로 시작하는 문장

이번호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당신의 문장은 독자 여러분들이

10년 뒤에 오빠는 애 아빠겠죠. 엉엉. 〘조세핀〙 열병에 걸려있다. 날 열병에 빠지게 한 너. 복수할거야. 〘김한주〙

http://abraxaszine.com에 2011년 10월 10일까지 올려주시면

10팔. 재고도 없고. 〘Allison Kim〙

아브락사스 11호의 당신의 문장 코너에 실어드립니다.

10만 원 짜리 될 때까지. 〘화정〙 10탱구리 조홍조 설거지 좀 해놔. 비린내 나. 〘하치〙 열라 짱나. 치우면 1초만에 어지르는 너가…좋다 10벌. 〘조홍조〙 100 〘원희〙 10텐이었나 펜펜이었나? 에바에 나오던 펭귄 이름이? 〘김종소리〙 10지 않은 장사. 〘김종소리〙 10일조와 10시일반 사이에서 어떤 관계를 찾을 수 있을까. 〘정영호〙 10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김슬기〙 10초 10분 10시간 10일 10년 나는 숫자를 시간으로밖에 생각을 못하네. 〘윤쟈〙

10… 덥다… 아. 〘최빛그림〙 10은 처음을 뜻하는 1과 소멸의 0이 만난 오묘한 숫자. 처음과 끝을 잇는 미묘한 숫자. 미묘하고 오묘한 아브락사스가 되어주세요. 〘y〙


6 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6 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8

아브락사스 vol.10

9


8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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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들립니까

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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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립니까

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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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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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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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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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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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립니까

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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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립니까

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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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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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립니까

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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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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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립니까

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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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립니까

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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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인터뷰 ?

아브락사스의 열 번째 주제 배포를 빙자해 참여 작가들을 세상의 끝(마포구 동교동 198-3)으로 찾아 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브락사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뷰는 진행시기순으로 나열되었으며 인터뷰 다음에는 해당 작가의 작품이 바로 이어집니다.

조우정

29 – 31

이향경

50 – 54

박미정

67 – 70

정지호

78 – 82

이원희

93 – 98

이상협 이동언

106 – 110

김예슬 박선희

148 – 154

샤르봉

166 – 172

정가희

182 – 186

지혜신

219 – 222

김종소리

235 – 236


26 인터뷰 ?

아브락사스의 열 번째 주제 배포를 빙자해 참여 작가들을 세상의 끝(마포구 동교동 198-3)으로 찾아 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브락사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뷰는 진행시기순으로 나열되었으며 인터뷰 다음에는 해당 작가의 작품이 바로 이어집니다.

조우정

29 – 31

이향경

50 – 54

박미정

67 – 70

정지호

78 – 82

이원희

93 – 98

이상협 이동언

106 – 110

김예슬 박선희

148 – 154

샤르봉

166 – 172

정가희

182 – 186

지혜신

219 – 222

김종소리

235 – 236


28

29

조우정 5월 6일 금요일 08:50pm

김종소리 이제 진행할게. 세상의 끝으로 온 기분이 어때? 조우정 아, 이런 게 끝인가? 근데 세상은 끝인데 나는 끝이 아닌 느낌을 알아? 아브락사스가 이제 대망의 10호,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어느덧 10호가 되었어. 10이면 뭔가 하나가 끝나는 느낌이잖아? 그래서 이 세상의 끝에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 10호가 된 아브락사스를 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처음에 내가 군대 휴가 나왔을 때 형이 했던 이야기가 뭐 이런 거랑 비슷한 이야기였지. 어떤 식으로 내면 좋을까? 처음에 1호 나온


28

29

조우정 5월 6일 금요일 08:50pm

김종소리 이제 진행할게. 세상의 끝으로 온 기분이 어때? 조우정 아, 이런 게 끝인가? 근데 세상은 끝인데 나는 끝이 아닌 느낌을 알아? 아브락사스가 이제 대망의 10호,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어느덧 10호가 되었어. 10이면 뭔가 하나가 끝나는 느낌이잖아? 그래서 이 세상의 끝에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어. 10호가 된 아브락사스를 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처음에 내가 군대 휴가 나왔을 때 형이 했던 이야기가 뭐 이런 거랑 비슷한 이야기였지. 어떤 식으로 내면 좋을까? 처음에 1호 나온


것을 군대에서 받아 보았을 때는 좀

거란 가설도 있고. 내가 세상의 끝에

브랜드 홍보의 차원도 좀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고 할까? 그래도 이런 게

와있으니까 뭔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아브락사스는 아직 작잖아. 그러니까 20,

묶여져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될지 걱정이 된달까?

30호까지는 독자를 더 늘리기 위해서

했었지. 고등학교 때 문집 만들듯이.

31

이런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어떤 게 있었어.

아브락사스는 이제 어떻게 할까? 이제

그 후에 계속 나오는 걸 보면서 조금씩

그만 할까? 재정적으로 사실 좀 힘이

맞아. 그런데 지금도 사실 우리끼리 지들

변하는 게 보였지. 그런데 뭐랄까?

들어.

놀음 같은 느낌이 있지 않아?

홈페이지를 만드는 건 필요한 것 같아. 피드백을 위해서도. 요즘 술은 많이 먹고 다녀?

처음에 표방했던 문학잡지로서의 아브락사스는 내가 생각했을 때엔

그거는 형이 좀 놨으면

퇴색은 아니어도 변색은 됐잖아?

싶어. 같이 참여하는 사람들한테

싶은 사람은 모두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문학하는 사람 입장에선 좀 아쉬운데

돈을 걷는다든지. 형이 매번 돈을 다

있지만, 지금은 참여하는 사람들만

다른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부담하잖아. 원래 처음 생각과는 다를

참여하고 있잖아. 그게 일단 제일 문제고.

보자면 좋을 수도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수도 있겠지만 부담을 좀 나누는 것도

테마 같은 것도 좀 더 다양해지면 어떨까

이제 뭐, 10호가 됐으니까 햇수로 따지면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런데 이

싶어.

이제 꽤 된 거잖아. 이제 세 살인가?

부분은 형이, 김종소리가 알아서 해야 될

이제 걷기 시작할 때지. 걸음마. 스스로

부분이지.

내가 독단적으로 주제를 발표하고 그럼 앞으로 11호부터는 어떻게 하면

그거에 작가들이 따라오잖아. 그걸

시기였다면 이젠 스스로 걸어 나갈 수

좋을까? 판형을 바꾼다든지?

참여하는 작가분들이랑 같이 얘기를

있게 할 수 있음 좋겠어.

사람이 있는데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

이거 끄라고? 없어.

글쎄. 주제를 정하는 것도

웹진은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괜찮은데 따로 주제를 설정하지 않는

그래. 뭐 인터뷰는 이 정도로 할까? 뭐 더

장점이 있는 것에 반해서 지금보다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할 얘기 있어?

독자가 줄어들 수도 있고.

태양계 끝에 도달한대. 근데 태양계를 벗어나려면 막 같은 게 있는데 그걸

사실, 유명한 출판사에서도 웹진을

뚫고 나갈 수가 있을까 하는 게 우주

운영하잖아. 근데 난 웹진은 거의 안

학자들한테 초미의 관심사래. 이를테면

읽게 되더라고.

그럼 연재 코너라든지 그런 걸 만들어서

그냥 뭐. 내가 앞으로 뭐.

일반 잡지처럼 해보는 건 어떨 것 같아?

앞으로도 내가 꾸준히 참여할지 안 할지는 미지수지만 앞으로도 계속

연재는 하나의 독자층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지.

정자가 난자의 막을 뚫고 들어가는 거랑 비슷한 거지. 어떤 과학자는 이런 말도

오프 더 레코드.

해서 설정하는 건 어떨 것 같아? 내 주위에 웹진을 하는

들었는데. 보이저 1, 2호가 이제 곧

적당히 여자는?

지금까지는 걸음마를 가르쳐주는

어. 지금 잠깐 이 생각이

담배는?

그럼 주제 얘기 한 번 해보자. 지금은

걸어 나가는 계기를 만들어보면 좋겠어.

그래. 요즘 어때? 살만 해?

그렇지.

처음에 밝혀놓은 참여하고

많고 카페 형식을 빌려서 하는 곳도

바람이 있어서 모든 게 다 폭발할

있잖아. 그들이 웹진을 하는 이유는

나를 보여주는 한 면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 그리고 내 작품을

보면 웹사이트로 하는 곳도

하더라. 태양계 끝에 엄청난 에너지

꾸준히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게

홈페이지를 만드는 건?

보고 독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내게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이 책이 열려있는


것을 군대에서 받아 보았을 때는 좀

거란 가설도 있고. 내가 세상의 끝에

브랜드 홍보의 차원도 좀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고 할까? 그래도 이런 게

와있으니까 뭔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아브락사스는 아직 작잖아. 그러니까 20,

묶여져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될지 걱정이 된달까?

30호까지는 독자를 더 늘리기 위해서

했었지. 고등학교 때 문집 만들듯이.

31

이런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어떤 게 있었어.

아브락사스는 이제 어떻게 할까? 이제

그 후에 계속 나오는 걸 보면서 조금씩

그만 할까? 재정적으로 사실 좀 힘이

맞아. 그런데 지금도 사실 우리끼리 지들

변하는 게 보였지. 그런데 뭐랄까?

들어.

놀음 같은 느낌이 있지 않아?

홈페이지를 만드는 건 필요한 것 같아. 피드백을 위해서도. 요즘 술은 많이 먹고 다녀?

처음에 표방했던 문학잡지로서의 아브락사스는 내가 생각했을 때엔

그거는 형이 좀 놨으면

퇴색은 아니어도 변색은 됐잖아?

싶어. 같이 참여하는 사람들한테

싶은 사람은 모두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문학하는 사람 입장에선 좀 아쉬운데

돈을 걷는다든지. 형이 매번 돈을 다

있지만, 지금은 참여하는 사람들만

다른 예술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부담하잖아. 원래 처음 생각과는 다를

참여하고 있잖아. 그게 일단 제일 문제고.

보자면 좋을 수도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수도 있겠지만 부담을 좀 나누는 것도

테마 같은 것도 좀 더 다양해지면 어떨까

이제 뭐, 10호가 됐으니까 햇수로 따지면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런데 이

싶어.

이제 꽤 된 거잖아. 이제 세 살인가?

부분은 형이, 김종소리가 알아서 해야 될

이제 걷기 시작할 때지. 걸음마. 스스로

부분이지.

내가 독단적으로 주제를 발표하고 그럼 앞으로 11호부터는 어떻게 하면

그거에 작가들이 따라오잖아. 그걸

시기였다면 이젠 스스로 걸어 나갈 수

좋을까? 판형을 바꾼다든지?

참여하는 작가분들이랑 같이 얘기를

있게 할 수 있음 좋겠어.

사람이 있는데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

이거 끄라고? 없어.

글쎄. 주제를 정하는 것도

웹진은 따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괜찮은데 따로 주제를 설정하지 않는

그래. 뭐 인터뷰는 이 정도로 할까? 뭐 더

장점이 있는 것에 반해서 지금보다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할 얘기 있어?

독자가 줄어들 수도 있고.

태양계 끝에 도달한대. 근데 태양계를 벗어나려면 막 같은 게 있는데 그걸

사실, 유명한 출판사에서도 웹진을

뚫고 나갈 수가 있을까 하는 게 우주

운영하잖아. 근데 난 웹진은 거의 안

학자들한테 초미의 관심사래. 이를테면

읽게 되더라고.

그럼 연재 코너라든지 그런 걸 만들어서

그냥 뭐. 내가 앞으로 뭐.

일반 잡지처럼 해보는 건 어떨 것 같아?

앞으로도 내가 꾸준히 참여할지 안 할지는 미지수지만 앞으로도 계속

연재는 하나의 독자층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지.

정자가 난자의 막을 뚫고 들어가는 거랑 비슷한 거지. 어떤 과학자는 이런 말도

오프 더 레코드.

해서 설정하는 건 어떨 것 같아? 내 주위에 웹진을 하는

들었는데. 보이저 1, 2호가 이제 곧

적당히 여자는?

지금까지는 걸음마를 가르쳐주는

어. 지금 잠깐 이 생각이

담배는?

그럼 주제 얘기 한 번 해보자. 지금은

걸어 나가는 계기를 만들어보면 좋겠어.

그래. 요즘 어때? 살만 해?

그렇지.

처음에 밝혀놓은 참여하고

많고 카페 형식을 빌려서 하는 곳도

바람이 있어서 모든 게 다 폭발할

있잖아. 그들이 웹진을 하는 이유는

나를 보여주는 한 면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 그리고 내 작품을

보면 웹사이트로 하는 곳도

하더라. 태양계 끝에 엄청난 에너지

꾸준히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게

홈페이지를 만드는 건?

보고 독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내게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이 책이 열려있는


수 있는 그런 어떤 게 있었으면 좋겠어.

조우정

DOBA

단순히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그림

공간으로 작가나 독자가 같이 소통할

33

했으면 좋겠다는 거지. 직접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또 하나의 작품들을 받을 수도 있는 거고. 미리 다음호 소주제 같은 것을 올려놓고 독자들의 작은 소품 같은 작품들을 받으면 어떨까? 근데 그런 건 선물 같은 게 있어야 사람들이 참여해주지 않을까? 그럼 책을 한 권 공짜로 준다거나 하면 되잖아. 음. 이건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생각해볼게. 아무튼 세상의 끝으로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사실 세상의 끝이 아니라 낙타긴 하지만.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부탁을 하나 드릴게요. 아브락사스 10호을 맞이해서 당신의 작품을 하나 주세요. 10호의 페이지를 채울 수 있는 작품을 하나. 그래도 뭔가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어. 세상의 끝으로 왔으니까 세상의 끝을 넘어서서 다른 세상으로 가는? 그런 힘을 가진 작품을 하나 주면 좋겠어. 네에.

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수 있는 그런 어떤 게 있었으면 좋겠어.

조우정

DOBA

단순히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그림

공간으로 작가나 독자가 같이 소통할

33

했으면 좋겠다는 거지. 직접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또 하나의 작품들을 받을 수도 있는 거고. 미리 다음호 소주제 같은 것을 올려놓고 독자들의 작은 소품 같은 작품들을 받으면 어떨까? 근데 그런 건 선물 같은 게 있어야 사람들이 참여해주지 않을까? 그럼 책을 한 권 공짜로 준다거나 하면 되잖아. 음. 이건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생각해볼게. 아무튼 세상의 끝으로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사실 세상의 끝이 아니라 낙타긴 하지만.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부탁을 하나 드릴게요. 아브락사스 10호을 맞이해서 당신의 작품을 하나 주세요. 10호의 페이지를 채울 수 있는 작품을 하나. 그래도 뭔가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어. 세상의 끝으로 왔으니까 세상의 끝을 넘어서서 다른 세상으로 가는? 그런 힘을 가진 작품을 하나 주면 좋겠어. 네에.

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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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조우정

35

아브락사스 vol.10

무서울 때가 있다. 언제 그칠지 기약이 없는 비가 그랬고, 지금처럼 시야를 내 주지 않는 비가 그랬다. 머릿속으로 비와 관련된 몇 가지 기억이 지나갔다. 외국에서 귀국을 할 때였던가. 착륙을 해야 할 비행기가 착륙을 하지 않았 다. 기내에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작은 창문 밖으로는 자욱한 안 개와 구름만 보였다. 목적 없는 비행처럼 보였다. 한참을 하늘에서 돌던 비행 기가 착륙을 시도했을 때의 움직임은 아찔함으로 남아있다. 활주로에 닿을 듯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여러 번이었다. 차라리 평소 죽기보다 싫어 쉴 새 없이 비가 내렸다.

하는 놀이기구를 타고 싶은 맘이 생길 정도였다. 착륙시도가 반복될수록 웅

빗방울이 보닛과 차 천장을 때리는 소리가 차 안을 꽉 채웠다.

성거림은 줄어들었고, 손아귀엔 힘이 들어갔다. 승객들의 환호와 함께 착륙

와이퍼가 끊임없이 빗물을 밀어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와이퍼를

을 하긴 했지만 그날의 곤혹스러움은 기억 속 깊이 박혔다.

멈출 순 없었다. 시야가 3미터가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여자와 헤어질 때마다 비가 왔다. 보통 내가 차이는 쪽이

속도계는 30km를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일은 좀처럼 드물었다. 가

었기에 무덤덤한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남자와 여자가 헤어질 때, 한 번의 연

끔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꽤나 속도를 냈었기에 이 상황이 더욱 답답하게 느

애가 끝날 때마다 찾아오는 횡횡한 느낌은 그렇게 쉽게 떨칠 수 있는 것이 아

껴졌다.

닌 것 같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팔 받침대에서 껌을 꺼내 씹으려는데 갑자기 휠이

l

무겁다. 두 손으로 휠을 붙잡고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다. 아마도 타이어에 문 제가 생긴 것 같았다. 빗물이 고인 노면 때문에 성가신 운전이 더 껄끄러워졌

비는 쉽사리 그칠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선바이저에 꽂혀 있던 보험약정책

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속으로 달리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갓 길에 차를

자를 꺼내들었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고 기다리는 편이 편하지 않을까 하

세워야 했다. 평생 운전을 하면서도 벌어지기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겹쳐서

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귀에다 가져다댄

벌어지니 정신은 아찔하고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다. 경쾌한 음의 보험회사 CM송이 들려온다.노래가 한번 끝나고 다시 시작 되지만 전화를 받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CM송이 불규칙하게 일그러지기

l 나는 갓길에 어렵사리 차를 세우고 우산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우산을 들 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빗방울은 온몸을 휘감았다. 보조석 쪽 앞 타이어가 펑

시작하더니 전화가 끊겼다. 핸드폰 액정엔 통화실패라는 문구가 떠 있다. 비 가 오는 통에 핸드폰 수신품질까지 말썽이었다. 빌어먹을, 항상 당신 곁은 무 슨! 나도 모르게 주먹으로 휠을 내리치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크가 나서 바람이 빠져 있었다. 평소 같으면 금방 갈 수 있는 일이었지만 폭우

l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운전석에 타 비가 그치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운전석 뒤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 물기를 닦으며 창밖을 본다. 가끔 비가

며칠 전 이별을 통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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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조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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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무서울 때가 있다. 언제 그칠지 기약이 없는 비가 그랬고, 지금처럼 시야를 내 주지 않는 비가 그랬다. 머릿속으로 비와 관련된 몇 가지 기억이 지나갔다. 외국에서 귀국을 할 때였던가. 착륙을 해야 할 비행기가 착륙을 하지 않았 다. 기내에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작은 창문 밖으로는 자욱한 안 개와 구름만 보였다. 목적 없는 비행처럼 보였다. 한참을 하늘에서 돌던 비행 기가 착륙을 시도했을 때의 움직임은 아찔함으로 남아있다. 활주로에 닿을 듯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여러 번이었다. 차라리 평소 죽기보다 싫어 쉴 새 없이 비가 내렸다.

하는 놀이기구를 타고 싶은 맘이 생길 정도였다. 착륙시도가 반복될수록 웅

빗방울이 보닛과 차 천장을 때리는 소리가 차 안을 꽉 채웠다.

성거림은 줄어들었고, 손아귀엔 힘이 들어갔다. 승객들의 환호와 함께 착륙

와이퍼가 끊임없이 빗물을 밀어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와이퍼를

을 하긴 했지만 그날의 곤혹스러움은 기억 속 깊이 박혔다.

멈출 순 없었다. 시야가 3미터가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여자와 헤어질 때마다 비가 왔다. 보통 내가 차이는 쪽이

속도계는 30km를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일은 좀처럼 드물었다. 가

었기에 무덤덤한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남자와 여자가 헤어질 때, 한 번의 연

끔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꽤나 속도를 냈었기에 이 상황이 더욱 답답하게 느

애가 끝날 때마다 찾아오는 횡횡한 느낌은 그렇게 쉽게 떨칠 수 있는 것이 아

껴졌다.

닌 것 같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팔 받침대에서 껌을 꺼내 씹으려는데 갑자기 휠이

l

무겁다. 두 손으로 휠을 붙잡고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다. 아마도 타이어에 문 제가 생긴 것 같았다. 빗물이 고인 노면 때문에 성가신 운전이 더 껄끄러워졌

비는 쉽사리 그칠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선바이저에 꽂혀 있던 보험약정책

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속으로 달리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갓 길에 차를

자를 꺼내들었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고 기다리는 편이 편하지 않을까 하

세워야 했다. 평생 운전을 하면서도 벌어지기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겹쳐서

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통화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귀에다 가져다댄

벌어지니 정신은 아찔하고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다. 경쾌한 음의 보험회사 CM송이 들려온다.노래가 한번 끝나고 다시 시작 되지만 전화를 받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CM송이 불규칙하게 일그러지기

l 나는 갓길에 어렵사리 차를 세우고 우산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우산을 들 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빗방울은 온몸을 휘감았다. 보조석 쪽 앞 타이어가 펑

시작하더니 전화가 끊겼다. 핸드폰 액정엔 통화실패라는 문구가 떠 있다. 비 가 오는 통에 핸드폰 수신품질까지 말썽이었다. 빌어먹을, 항상 당신 곁은 무 슨! 나도 모르게 주먹으로 휠을 내리치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크가 나서 바람이 빠져 있었다. 평소 같으면 금방 갈 수 있는 일이었지만 폭우

l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운전석에 타 비가 그치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운전석 뒤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 물기를 닦으며 창밖을 본다. 가끔 비가

며칠 전 이별을 통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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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사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결혼할 수 있을지 알 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오는지 알고 있던 결혼은 그렇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은 변한 게 아니라고 했다. 마음이 변한 거 라고 했다. 마음이 변했는데 그 마음을 가진 사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나 되는 건가. 더 이상 묻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는데 더 이상 물어도 돌아올 답은 뻔해보였다. 자꾸 테이블 위의 물 잔에 손이 갔다. 웨이터는 물 같 은 건 얼마든지 채워줄 수 있다는 듯 우아하게 주전자를 가져다댔다. 그 상황 이 너무 황당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지 알 수 없었다. 레스토랑의 벽은 통유리였고, 그 유리 밖으로 때를 맞춰 비가 내렸다. 그 렇지. 이런 날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문득 오래 전 들었던 유행가 가사가 생각났다. 이별 장면에선 항상 비가 오지. 열대 우림 기후 속에 살고 있나. 정말 이곳이 열대 우림 속이 아닌지 의심스러워졌다. 앞으로 어떻게 지낼 꺼야? 잘, 지내겠지. 외국 잠깐 나가보려고. ……. 이만 가볼게. 같이 가, 태워다 줄게. 됐어. 그게 그녀를 본 마지막이었다.

l 그녀를 처음 본 건 일본 오사카에서였다. 29세의 마지막 달이었다. 우리의

20대를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친구 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여 떠난 여행이었 다. 오사카에 방을 잡고 레일패스를 끊어 주위 도시들도 둘러보고 올 계획이 었다. 비가 내리는 날 비행기를 탄 이후로 비행기가 썩 타고 싶지 않았지만,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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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사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결혼할 수 있을지 알 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오는지 알고 있던 결혼은 그렇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은 변한 게 아니라고 했다. 마음이 변한 거 라고 했다. 마음이 변했는데 그 마음을 가진 사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나 되는 건가. 더 이상 묻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는데 더 이상 물어도 돌아올 답은 뻔해보였다. 자꾸 테이블 위의 물 잔에 손이 갔다. 웨이터는 물 같 은 건 얼마든지 채워줄 수 있다는 듯 우아하게 주전자를 가져다댔다. 그 상황 이 너무 황당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 지 알 수 없었다. 레스토랑의 벽은 통유리였고, 그 유리 밖으로 때를 맞춰 비가 내렸다. 그 렇지. 이런 날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문득 오래 전 들었던 유행가 가사가 생각났다. 이별 장면에선 항상 비가 오지. 열대 우림 기후 속에 살고 있나. 정말 이곳이 열대 우림 속이 아닌지 의심스러워졌다. 앞으로 어떻게 지낼 꺼야? 잘, 지내겠지. 외국 잠깐 나가보려고. ……. 이만 가볼게. 같이 가, 태워다 줄게. 됐어. 그게 그녀를 본 마지막이었다.

l 그녀를 처음 본 건 일본 오사카에서였다. 29세의 마지막 달이었다. 우리의

20대를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친구 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여 떠난 여행이었 다. 오사카에 방을 잡고 레일패스를 끊어 주위 도시들도 둘러보고 올 계획이 었다. 비가 내리는 날 비행기를 탄 이후로 비행기가 썩 타고 싶지 않았지만,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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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조우정

공권과 숙박 등이 묶여 나온 패키지상품이라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간사이 공항까지 비행기는 흔들리지 않았으나 내 손아귀에 땀은 그대로였다. 간사이공항에 내려 전철을 타고 오사카시 도심으로 이동해서 한인민박

아브락사스 vol.10

39

인간의 모든 신화와 문명에서 절대적 중심이었던 태양, 그 영향권으로부 터 722㎏짜리 인간의 창조물이 처음으로 벗어나고 있다. 지구를 떠난 지 33년

9개월만이다.

집에 짐을 풀었다. 주위에 간단히 식사할 곳이 없는지 물어보기 위해 민박집

미지의 외계를 향해 지구로부터 가장 먼 곳을 항해하고 있는 인류의 척후

사무실에 들어갔다. 화이트보드 앞 쪽에 소파가 있었고 그곳에 여자 두 명이

병, 보이저1호가 이미 성간 공간(항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주 공간)으로 들

앉아 있었다. 주인아저씨는 TV를 보고 있다가 우리가 다가서자 일어섰다.

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네이처 온라인판이 15일 보도했다. 1977년 9월 5일 타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

이탄3 로켓에 실려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를 출발한 보이저 1호는,

근처에서 간단히 저녁이라도 먹을까 하는데 괜찮은데 없나 해서요

30여년동안 시속 6만 1,155㎞의 속도로 175억㎞를 날아 현재 태양권이 끝나

근처에 초밥 맛있게 하는데 있는데 거기 가든지, 거기도 아마 막바지라 받

는 경계면인 태양권계면을 통과하고 있다.

을지는 모르겠데, 위 쪽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서 걷다보면 있어. 예, 감사합니다.

태양권의 끝에 다다르다. ‘바깥’으로 나가는 경계의 풍경은 고요했다. 과학자들의 예상과는 달랐다.

돌아서 나오려는데 소파에 앉아 있던 여자들이 나지막이 이야기하는 게

보이저1호가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 스타

들렸다. 우리도 초밥이나 먹으러 갈까? 아니야. 일찍 자야지. 옆에 앉아있던

마티오스 크리미기스 교수팀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여자는 TV로 시선을 두며 무성의하게 말했다. 나는 소파에 앉은 여자 둘의 얼

말했다.

굴을 보고 있다가 일찌감치 밖에 서있던 친구의 부름에 돌아섰다. 왠지 모르 게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론에서는 태양권계면에서 태양풍(태양으로부터 방출 되는 입자의 흐름)과 성간풍(별과 별 사이 우주공간의 입자의 흐름)이 만나 격 렬하게 반응할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네이처에 실린 크리미기스팀의 연구

l

결과에 따르면 태양풍의 입자는 태양권계면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보이저1

비는 조금씩 잦아들었다.

호가 태양으로부터 방출된 양성자의 속도를 계산해 보니 지난 3년 사이 시속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그칠 것 같아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14만 9,669km에서 0으로 떨어졌다. “태양계 바깥에 ‘무풍지대’가 존재한다”

보조석에 놓여 있던 신문을 집어 들었다. 며칠 전 신문이지만 지루함을 달

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설명했다.

랠 땐 무언가를 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에는 보이저 1호에 관련된 기사가있었다.

크리미기스 교수는 “우리는 벌써 태양계를 벗어나 놓고도 그 사실을 알아 차리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아무도 지금 보고 있는 것 같은 모델을 생각하 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네이처에 밝혔다.

보이저 1호의 끝없는 항해 태양권 바깥 ‘미지의 세계로’

세상의 끝이라니.

지구 떠난 지 33년 9개월… 태양권계면 무풍지대 통과

입에서 생각지도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새로운 정보 타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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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조우정

공권과 숙박 등이 묶여 나온 패키지상품이라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간사이 공항까지 비행기는 흔들리지 않았으나 내 손아귀에 땀은 그대로였다. 간사이공항에 내려 전철을 타고 오사카시 도심으로 이동해서 한인민박

아브락사스 vol.10

39

인간의 모든 신화와 문명에서 절대적 중심이었던 태양, 그 영향권으로부 터 722㎏짜리 인간의 창조물이 처음으로 벗어나고 있다. 지구를 떠난 지 33년

9개월만이다.

집에 짐을 풀었다. 주위에 간단히 식사할 곳이 없는지 물어보기 위해 민박집

미지의 외계를 향해 지구로부터 가장 먼 곳을 항해하고 있는 인류의 척후

사무실에 들어갔다. 화이트보드 앞 쪽에 소파가 있었고 그곳에 여자 두 명이

병, 보이저1호가 이미 성간 공간(항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주 공간)으로 들

앉아 있었다. 주인아저씨는 TV를 보고 있다가 우리가 다가서자 일어섰다.

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네이처 온라인판이 15일 보도했다. 1977년 9월 5일 타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

이탄3 로켓에 실려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기지를 출발한 보이저 1호는,

근처에서 간단히 저녁이라도 먹을까 하는데 괜찮은데 없나 해서요

30여년동안 시속 6만 1,155㎞의 속도로 175억㎞를 날아 현재 태양권이 끝나

근처에 초밥 맛있게 하는데 있는데 거기 가든지, 거기도 아마 막바지라 받

는 경계면인 태양권계면을 통과하고 있다.

을지는 모르겠데, 위 쪽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서 걷다보면 있어. 예, 감사합니다.

태양권의 끝에 다다르다. ‘바깥’으로 나가는 경계의 풍경은 고요했다. 과학자들의 예상과는 달랐다.

돌아서 나오려는데 소파에 앉아 있던 여자들이 나지막이 이야기하는 게

보이저1호가 보내온 데이터를 분석한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 스타

들렸다. 우리도 초밥이나 먹으러 갈까? 아니야. 일찍 자야지. 옆에 앉아있던

마티오스 크리미기스 교수팀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여자는 TV로 시선을 두며 무성의하게 말했다. 나는 소파에 앉은 여자 둘의 얼

말했다.

굴을 보고 있다가 일찌감치 밖에 서있던 친구의 부름에 돌아섰다. 왠지 모르 게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이론에서는 태양권계면에서 태양풍(태양으로부터 방출 되는 입자의 흐름)과 성간풍(별과 별 사이 우주공간의 입자의 흐름)이 만나 격 렬하게 반응할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네이처에 실린 크리미기스팀의 연구

l

결과에 따르면 태양풍의 입자는 태양권계면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보이저1

비는 조금씩 잦아들었다.

호가 태양으로부터 방출된 양성자의 속도를 계산해 보니 지난 3년 사이 시속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그칠 것 같아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14만 9,669km에서 0으로 떨어졌다. “태양계 바깥에 ‘무풍지대’가 존재한다”

보조석에 놓여 있던 신문을 집어 들었다. 며칠 전 신문이지만 지루함을 달

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설명했다.

랠 땐 무언가를 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에는 보이저 1호에 관련된 기사가있었다.

크리미기스 교수는 “우리는 벌써 태양계를 벗어나 놓고도 그 사실을 알아 차리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아무도 지금 보고 있는 것 같은 모델을 생각하 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네이처에 밝혔다.

보이저 1호의 끝없는 항해 태양권 바깥 ‘미지의 세계로’

세상의 끝이라니.

지구 떠난 지 33년 9개월… 태양권계면 무풍지대 통과

입에서 생각지도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새로운 정보 타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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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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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l 그녀를 다시 마주치게 된 건 역시나 민박집 사무실이었다. 둘째 날 저녁이 었다. 그날은 오사카 시내를 돌고 있었다. 오전에 오사카성을 보고 우메다 스 카이 빌딩을 거쳐 신사이바시 쪽을 둘러봤다. 한국인이 자주 들린다는 라멘 집을 갔었다. 라멘 집을 갔다가 맥주라도 한잔해야 한다며 걷고 있는데 길바 닥에 여행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지갑을 줍고서 그 자리에서 이리저리 둘러보 았다. 머리 위로 지갑을 들고 흔들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은 없는 듯했다. 상의 끝에 지갑을 열어보기로 했다. 엔화와 레일패스가 들어 있었고, 한쪽 캡 뒤로 어디서 많이 봤던 한국여권이 보였다. 한국여권이면 찾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권을 열어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자의 사 진 옆으로 20 Aug 1977 이라고 쓰인 글자가 보였다. 이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아니. 아니, 어디서 본 것 같단 말이야. 에이, 외국에서 한국여자 사진 보니까 네가 이 여자를 어디서 봤겠어? 아닌데…. 이리 줘봐. 주 – 미– 뤼! 이 주미씨? 이름이 이주미네. 너 이주미라고 알어? 아! 뭐, 뭐. 어제, 그, 왜, 그, 있잖아. 민박집 사무실! 그 여자 같은데? 나는 어제 자세히 못 봤어. 진짜 자세히도 보셨구만. 그걸 또 어떻게 기억 한데? 그 여자였다. 어제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던.

l 보이저와 나는 생일이 같다. 그것도 대학교 때 자료조사를 하다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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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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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정

l 그녀를 다시 마주치게 된 건 역시나 민박집 사무실이었다. 둘째 날 저녁이 었다. 그날은 오사카 시내를 돌고 있었다. 오전에 오사카성을 보고 우메다 스 카이 빌딩을 거쳐 신사이바시 쪽을 둘러봤다. 한국인이 자주 들린다는 라멘 집을 갔었다. 라멘 집을 갔다가 맥주라도 한잔해야 한다며 걷고 있는데 길바 닥에 여행지갑이 떨어져 있었다. 지갑을 줍고서 그 자리에서 이리저리 둘러보 았다. 머리 위로 지갑을 들고 흔들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주인은 없는 듯했다. 상의 끝에 지갑을 열어보기로 했다. 엔화와 레일패스가 들어 있었고, 한쪽 캡 뒤로 어디서 많이 봤던 한국여권이 보였다. 한국여권이면 찾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권을 열어보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자의 사 진 옆으로 20 Aug 1977 이라고 쓰인 글자가 보였다. 이 여자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 아니. 아니, 어디서 본 것 같단 말이야. 에이, 외국에서 한국여자 사진 보니까 네가 이 여자를 어디서 봤겠어? 아닌데…. 이리 줘봐. 주 – 미– 뤼! 이 주미씨? 이름이 이주미네. 너 이주미라고 알어? 아! 뭐, 뭐. 어제, 그, 왜, 그, 있잖아. 민박집 사무실! 그 여자 같은데? 나는 어제 자세히 못 봤어. 진짜 자세히도 보셨구만. 그걸 또 어떻게 기억 한데? 그 여자였다. 어제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던.

l 보이저와 나는 생일이 같다. 그것도 대학교 때 자료조사를 하다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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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조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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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공과계통 교환 수업을 들었었는데, 레포트 과제가 현재까지 발사된 주요 위

착륙하는 우주선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달에 착륙했던 아폴로 우주선이 떠올

성들의 목적과 성과 같은 것이었다. 도서관에서 과학 관련 잡지를 뒤지다가

랐다.

알게 되었다. 1977년 9월 5일. 그 당시 내가 25이었다. 25년 동안 지구에만 살

정말 달에, 우주에 인간이 가긴 갔던 것일까.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고 있는 나는 그 사실이 마냥 신기했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틈틈이 보이저에

l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거나 대형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보이저 1호가 어디로 향하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곳은 세상의 끝.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서 있는 곳은 햇살이 완연했다. 더 이상 비가 내릴 기

l 찾아주셔서 고마워요. 엄청 걱정했거든요. 구경이고 뭐고 하나도 못했 어요.

미는 보이지도 않았다. 구름이 껴서 우중충한 날이 계속 되던 중 찾아온 해는 기세가 대단했다. 하늘을 한편을 쳐다보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었다. 정말 세 상의 끝인 것 같았다.

그래도 찾아서 정말 다행이네요. 일본은 처음인가봐요?

너무 밝은 햇살 때문에 마음이 울컥했다. 너무 밝은 날 산책을 하다보면 감

네, 처음이라 기대 잔뜩 했는데 하루 그냥 날려먹었네요.

정이 동하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오늘도 그랬다.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민소매를 입은 여자와 흰색 라운드햇을 쓴 여자가 팔짱을

민박집에 돌아와서 여권을 돌려주고 그녀가 답례로 저녁을 산다고 해서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동갑인 이유도 있었지만 그녀도 우주를 좋아한다고

끼고 옆을 지나며 깔깔깔, 웃음소리만 그 자리에 떨어뜨렸다. 파도는 무심하 게 그것들을 쓸어갔다. 왠지 더 쓸쓸해졌다.

했다. 이러 저러 이야기를 하다가 뜻밖에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의 생일도 보

개장을 앞둔 해수욕장은 한산했다. 해변 쪽은 몇 안 되는 관광객들을 제

이저가 발사된 날과 같다는 것이었다. 물론 보이저 1호가 아니라, 2호였다(보

외하면 바다에 몸을 맡긴이들은 동네 아이들뿐인 것 같았다. 새까맣게 그을

이저 2호는 보이저 1호와 모양새가 같은 목성형 행성 탐사 위성으로 여러 가

린 피부에, 삼각팬티를 입은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놀고 있었다. 밀려오는 파

지 이유 때문에 보이저 1호보다 먼저 발사되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이상한

도를 기다렸다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다.

동질감 같은 걸 느끼게 되었다.

도로 쪽으로는 붉은 고딕체로 메뉴를 적어놓은 횟집과 각종 튜브와 물놀 이 용품을 펼쳐놓은 슈퍼마켓과 스쿠버 다이빙 도구와 낚시 도구를 파는 낚시

l 비가 그쳤다. 트렁크에서 예비 타이어와 공구 등을 꺼냈다. 육각 렌치로 소켓을 풀고 차 를 띄우고 타이어를 갈아 끼웠다. 펑크 난 타이어를 살펴봤다. 조그마한 철 조각이 트레드 부분에 박혀 있었 다. 아마도 화물차에서 떨어진 파편 같았다. 떠 있던 차체를 제자리로 돌렸다. 조금씩 내려오는 모습이 어느 행성에

가게와 어촌계 사무실 등의 건물이 있었다. 동네 노인들이 어촌계 사무실 앞 평상에서 부채를 흔들며 무심하게 바다를 바다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해변의 끝을 바라보며 걷기 시작했다. 해변의 끝에는 검 은 바위 몇 개가 불쑥 솟아 있었고, 하얀 포말이 그 사이에 생겼다가 사라지기 를 반복했다. 부서지는 포말은 마음속에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 같았다. ‘사 랑’이라는 감정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슴에 자리 잡은 커다란 성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고 지금은 부서진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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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계통 교환 수업을 들었었는데, 레포트 과제가 현재까지 발사된 주요 위

착륙하는 우주선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달에 착륙했던 아폴로 우주선이 떠올

성들의 목적과 성과 같은 것이었다. 도서관에서 과학 관련 잡지를 뒤지다가

랐다.

알게 되었다. 1977년 9월 5일. 그 당시 내가 25이었다. 25년 동안 지구에만 살

정말 달에, 우주에 인간이 가긴 갔던 것일까.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고 있는 나는 그 사실이 마냥 신기했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틈틈이 보이저에

l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거나 대형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보이저 1호가 어디로 향하는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곳은 세상의 끝.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서 있는 곳은 햇살이 완연했다. 더 이상 비가 내릴 기

l 찾아주셔서 고마워요. 엄청 걱정했거든요. 구경이고 뭐고 하나도 못했 어요.

미는 보이지도 않았다. 구름이 껴서 우중충한 날이 계속 되던 중 찾아온 해는 기세가 대단했다. 하늘을 한편을 쳐다보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었다. 정말 세 상의 끝인 것 같았다.

그래도 찾아서 정말 다행이네요. 일본은 처음인가봐요?

너무 밝은 햇살 때문에 마음이 울컥했다. 너무 밝은 날 산책을 하다보면 감

네, 처음이라 기대 잔뜩 했는데 하루 그냥 날려먹었네요.

정이 동하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오늘도 그랬다.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민소매를 입은 여자와 흰색 라운드햇을 쓴 여자가 팔짱을

민박집에 돌아와서 여권을 돌려주고 그녀가 답례로 저녁을 산다고 해서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동갑인 이유도 있었지만 그녀도 우주를 좋아한다고

끼고 옆을 지나며 깔깔깔, 웃음소리만 그 자리에 떨어뜨렸다. 파도는 무심하 게 그것들을 쓸어갔다. 왠지 더 쓸쓸해졌다.

했다. 이러 저러 이야기를 하다가 뜻밖에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의 생일도 보

개장을 앞둔 해수욕장은 한산했다. 해변 쪽은 몇 안 되는 관광객들을 제

이저가 발사된 날과 같다는 것이었다. 물론 보이저 1호가 아니라, 2호였다(보

외하면 바다에 몸을 맡긴이들은 동네 아이들뿐인 것 같았다. 새까맣게 그을

이저 2호는 보이저 1호와 모양새가 같은 목성형 행성 탐사 위성으로 여러 가

린 피부에, 삼각팬티를 입은 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놀고 있었다. 밀려오는 파

지 이유 때문에 보이저 1호보다 먼저 발사되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이상한

도를 기다렸다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다.

동질감 같은 걸 느끼게 되었다.

도로 쪽으로는 붉은 고딕체로 메뉴를 적어놓은 횟집과 각종 튜브와 물놀 이 용품을 펼쳐놓은 슈퍼마켓과 스쿠버 다이빙 도구와 낚시 도구를 파는 낚시

l 비가 그쳤다. 트렁크에서 예비 타이어와 공구 등을 꺼냈다. 육각 렌치로 소켓을 풀고 차 를 띄우고 타이어를 갈아 끼웠다. 펑크 난 타이어를 살펴봤다. 조그마한 철 조각이 트레드 부분에 박혀 있었 다. 아마도 화물차에서 떨어진 파편 같았다. 떠 있던 차체를 제자리로 돌렸다. 조금씩 내려오는 모습이 어느 행성에

가게와 어촌계 사무실 등의 건물이 있었다. 동네 노인들이 어촌계 사무실 앞 평상에서 부채를 흔들며 무심하게 바다를 바다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해변의 끝을 바라보며 걷기 시작했다. 해변의 끝에는 검 은 바위 몇 개가 불쑥 솟아 있었고, 하얀 포말이 그 사이에 생겼다가 사라지기 를 반복했다. 부서지는 포말은 마음속에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 같았다. ‘사 랑’이라는 감정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슴에 자리 잡은 커다란 성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고 지금은 부서진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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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조우정

해들만 황량하게 펼쳐져 있다. 조금씩 금이 생겨 균열이 생긴 것도 아니다. 폭 격을 맞은 것처럼 한순간에 무너졌다. 갑작스런 폭격 속에서 간신히 몸만 빠 져나온 피난민 같은 심정이 이와 같을까, 생각한다. 멈춰 서 담배 하나를 빼어 물고 불을 붙였다.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쳤 다. 그동안의 추억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예고 없는 이별은 거짓처럼 느껴 졌다. 그녀 앞에서는 수긍하는 척 했지만 어디까지나 수긍하는 척이었다. 머 릿속이 하얗게 변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에 그는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그녀에게 전화를 걸 것인가 고민했다. 허나 그러는 자신이 치졸한 것 같아 그만 두기 일쑤였다. 털지 않은 담뱃재가 길어지다가 바람에 날려 떨어진다. 낱낱의 재들이 여 기저기 티셔츠에 떨어졌다. 바로 털어냈지만 그 자리에 뿌옇게 자국이 남았 다. 사랑도 자국이 남는다. 사랑을 할 때마다, 사랑이 오래 머무르면 오래 머무 를수록 자국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멀리 커플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보인다. 어디서 구했는지 나뭇가지 하 나를 들고서 백사장에 자신들의 이름과 하트 문양을 그린 후 가만히 쳐다보고 서 있었다. 갑자기 여자가 남자 이름을 발로 밟더니 남자도 질세라 여자 이름 을 밟아대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 더 그쪽을 향해 다가갔을 때도 그들은 그 주 위를 돌며 서로 붙잡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서로의 인력에 이끌려 움직이는 위성과 행성 같은 움직임처럼 보였다. 그들이 밟아 놓은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서 있자니 기분이 이상해져 왔다. 서로의 이름과 그것을 둘러싼 하트 문양은 발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서로의 마음을 짓밟는 것도 사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가 닿는 거리 는 아니라서 언제 지워질지는 모르겠지만 발자국도, 하트 문양도, 그들의 이 름도 언제쯤 지워질 거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l 그럼 내일 같이 고베 가실래요?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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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들만 황량하게 펼쳐져 있다. 조금씩 금이 생겨 균열이 생긴 것도 아니다. 폭 격을 맞은 것처럼 한순간에 무너졌다. 갑작스런 폭격 속에서 간신히 몸만 빠 져나온 피난민 같은 심정이 이와 같을까, 생각한다. 멈춰 서 담배 하나를 빼어 물고 불을 붙였다.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쳤 다. 그동안의 추억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예고 없는 이별은 거짓처럼 느껴 졌다. 그녀 앞에서는 수긍하는 척 했지만 어디까지나 수긍하는 척이었다. 머 릿속이 하얗게 변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에 그는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며 그녀에게 전화를 걸 것인가 고민했다. 허나 그러는 자신이 치졸한 것 같아 그만 두기 일쑤였다. 털지 않은 담뱃재가 길어지다가 바람에 날려 떨어진다. 낱낱의 재들이 여 기저기 티셔츠에 떨어졌다. 바로 털어냈지만 그 자리에 뿌옇게 자국이 남았 다. 사랑도 자국이 남는다. 사랑을 할 때마다, 사랑이 오래 머무르면 오래 머무 를수록 자국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멀리 커플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보인다. 어디서 구했는지 나뭇가지 하 나를 들고서 백사장에 자신들의 이름과 하트 문양을 그린 후 가만히 쳐다보고 서 있었다. 갑자기 여자가 남자 이름을 발로 밟더니 남자도 질세라 여자 이름 을 밟아대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 더 그쪽을 향해 다가갔을 때도 그들은 그 주 위를 돌며 서로 붙잡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서로의 인력에 이끌려 움직이는 위성과 행성 같은 움직임처럼 보였다. 그들이 밟아 놓은 이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서 있자니 기분이 이상해져 왔다. 서로의 이름과 그것을 둘러싼 하트 문양은 발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서로의 마음을 짓밟는 것도 사랑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가 닿는 거리 는 아니라서 언제 지워질지는 모르겠지만 발자국도, 하트 문양도, 그들의 이 름도 언제쯤 지워질 거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l 그럼 내일 같이 고베 가실래요?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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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맥주를 한두 잔 먹은 상태에서 나는 그녀에게 고베에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녀랑 더욱 친밀해지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다. 여 기까지 그치고 만다면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 는 것이었다. 그녀의 대답을 듣고 속으로 안도했다. 겉으로 너무 티내는 건 별로 좋지 않 은 것 같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던 탓이었기도 하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뒤, 우리는 본격적으로 연애를 하기 시작했 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이란 큰 틀에 안전하게 착륙한 것 같았다. 같은 곳을 보 고 같은 곳을 향해 항해를 하는 커다란 우주선 같기도 했다.

l 백사장 한쪽에 스티로폼에 박힌 깃발 하나가 넘어져 있었다. 가장자리에 밧줄과 그물이 이리저리 감겨 있었다. 아마도 양식장에 사용하는 것이 떠내 려 온 것 같았다. 나는 쪼그려 앉아 깃발을 만지작거렸다. 겉에 감긴 로프를 풀 고 그물을 떼어내 보려했다. 그물과 로프가 서로 엉키어 있어서 쉽사리 풀리 지 않았다. 한창 연애에 빠져 있을 때 감정이 이런 모양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 떼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그런 상태. 그녀와 내가 서로에 대해 믿 음을 가지고 있었을 때, 결혼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을 때가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3년의 시간이 지나고 삶에 대한 생각과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우리 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직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어 했고, 나는 안정감을 바랬다. 나는 그녀를 설득하려 노력했고, 그녀는 나를 설득하 려 노력했다. ‘사랑의 유지’라는 같은 지점을 보고 있었지만 결국 접점이 없이 진행되는 평행선 같은 생활들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서 결단을 내렸다. 억지로 그물과 로프를 떼어낸 스티로폼 깃발을 앞에 두고 나는 신발을 벗 고 바지를 걷어 올렸다. 그것을 들고서 나는 한걸음 한걸음씩 바다로 걸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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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맥주를 한두 잔 먹은 상태에서 나는 그녀에게 고베에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녀랑 더욱 친밀해지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다. 여 기까지 그치고 만다면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지 없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 는 것이었다. 그녀의 대답을 듣고 속으로 안도했다. 겉으로 너무 티내는 건 별로 좋지 않 은 것 같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던 탓이었기도 하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뒤, 우리는 본격적으로 연애를 하기 시작했 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이란 큰 틀에 안전하게 착륙한 것 같았다. 같은 곳을 보 고 같은 곳을 향해 항해를 하는 커다란 우주선 같기도 했다.

l 백사장 한쪽에 스티로폼에 박힌 깃발 하나가 넘어져 있었다. 가장자리에 밧줄과 그물이 이리저리 감겨 있었다. 아마도 양식장에 사용하는 것이 떠내 려 온 것 같았다. 나는 쪼그려 앉아 깃발을 만지작거렸다. 겉에 감긴 로프를 풀 고 그물을 떼어내 보려했다. 그물과 로프가 서로 엉키어 있어서 쉽사리 풀리 지 않았다. 한창 연애에 빠져 있을 때 감정이 이런 모양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군가 떼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그런 상태. 그녀와 내가 서로에 대해 믿 음을 가지고 있었을 때, 결혼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을 때가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3년의 시간이 지나고 삶에 대한 생각과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우리 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직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어 했고, 나는 안정감을 바랬다. 나는 그녀를 설득하려 노력했고, 그녀는 나를 설득하 려 노력했다. ‘사랑의 유지’라는 같은 지점을 보고 있었지만 결국 접점이 없이 진행되는 평행선 같은 생활들이 계속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서 결단을 내렸다. 억지로 그물과 로프를 떼어낸 스티로폼 깃발을 앞에 두고 나는 신발을 벗 고 바지를 걷어 올렸다. 그것을 들고서 나는 한걸음 한걸음씩 바다로 걸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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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조우정

어갔다. 종아리까지 물이 차오르고 파도가 칠 때마다 무릎 위까지 물은 찰랑 되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조금 더 들어가기로 했다. 멀리서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미친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하의가 물에 완전히 잠기고 명치까지 물이 차올랐을 때 나는 그 자 리에 서서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았다. 영화 ‹ 캐스트어웨이 › 에서 톰 행크스와 배구공 윌슨이 떠올랐다. 마치 지 금 스티로폼 깃발과 나는 그 장면 속 인물들이 된 것 같았다. 나는 깃발에게 무 슨 이름이라도 붙여줘야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 는 것이라고는 보이저 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보이저. 빌어먹을, 보이저. 보이저. 파도가 나를 지나가고 나서 나는 스티로폼 깃발을 바다 쪽으로 밀었다. ‘보이저’는 조금씩조금씩 내게서 멀어져 갔다. 마치 지구를 떠나는 우주선처 럼.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항해를 시작했다. 나는 돌아서 백사장 쪽으로 조금 씩 한발자국씩 돌아왔다. ‘보이저’와 나는 점점 멀어졌다. 눈물이 나려했다. 그녀 앞에서 보이지 않은 내 안의 무언가가 눈물로 흘러내리려 했다. 그녀와 나는 이제 영영 만나지 못할 것이다. 만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접점에서 조금씩 멀어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항로에서 기약 없는 항해를 할 것이다. 저 태양계 끝, 보이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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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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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갔다. 종아리까지 물이 차오르고 파도가 칠 때마다 무릎 위까지 물은 찰랑 되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조금 더 들어가기로 했다. 멀리서 누군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미친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하의가 물에 완전히 잠기고 명치까지 물이 차올랐을 때 나는 그 자 리에 서서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았다. 영화 ‹ 캐스트어웨이 › 에서 톰 행크스와 배구공 윌슨이 떠올랐다. 마치 지 금 스티로폼 깃발과 나는 그 장면 속 인물들이 된 것 같았다. 나는 깃발에게 무 슨 이름이라도 붙여줘야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 는 것이라고는 보이저 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보이저. 빌어먹을, 보이저. 보이저. 파도가 나를 지나가고 나서 나는 스티로폼 깃발을 바다 쪽으로 밀었다. ‘보이저’는 조금씩조금씩 내게서 멀어져 갔다. 마치 지구를 떠나는 우주선처 럼.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항해를 시작했다. 나는 돌아서 백사장 쪽으로 조금 씩 한발자국씩 돌아왔다. ‘보이저’와 나는 점점 멀어졌다. 눈물이 나려했다. 그녀 앞에서 보이지 않은 내 안의 무언가가 눈물로 흘러내리려 했다. 그녀와 나는 이제 영영 만나지 못할 것이다. 만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접점에서 조금씩 멀어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삶의 항로에서 기약 없는 항해를 할 것이다. 저 태양계 끝, 보이저처럼.


이향경 5월 12일 목요일 08: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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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려요. 한 번 놀러갈게요. 여기는 세상의 끝인데요. 세상의 끝에 오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네. 그렇죠. 학교 생활 원래 열심히 안 말씀해주시기 전까지 여기를

해서요.

몰랐는데, 세상의 끝이라고 하면 굉장히 어두운,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나온 것처럼 세상이 네모라서 떨어지는 그런

되게 힘드실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하면서 학교 다니는 거요.

어두운 분위기라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굉장히 편안해서, 뭐라고 해야 되지?

그냥 하는 거죠 뭐. 아브락사스는 어떻게

예의상 제가 먼저 직업이나 뭐 그런

모호한? 이런 곳이 세상의 끝일 수도

알게 되셨나요?

걸 얘기할게요. 전 졸업학기 다니는

있겠구나, 뭐 이런 생각?

학생이고, 뭐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녹음 좀 할게요.

있어요. 직업이…? 저는 졸업을 했고요. 지금

이향경 아, 네. 이제 시작한 거죠?

아동미술강사를 하고 있고요. 유월엔

유어마인드 홈페이지를 세상의 끝을 장소로 정한 건요.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전부터

10이라고 하면 뭔가 끝이라는 느낌이

친구들이랑 홈페이지 같은 걸 제작을

있잖아요. 그래서 이곳에서 인터뷰를

해보고 싶어서요. SSE 프로젝트? 그런

진행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걸 해보고 싶었는데 유어마인드를

개인전이 있어요. 홍대에 대안공간 네. 우선 성함이…?

알게 됐어요. 거기서 개인 잡지들을

도어에서 전시를 해요.

여기 이름 직접 지으신 거예요?

이향경이요.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긴 하지만

아, 도어요? 거기서 아브락사스 삽화 전시를 했었어요.

잡지로서의 기능이라고 해야 할까? 그냥 우연히 맞아떨어진 거죠.

전 김종소리라고 하고요. 본명이에요.

다른 사람이 그걸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게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1관이요, 2관이요? 흰색 벽, 아, 본명이시구나. 저 그걸

찾아봤어요. 그런 잡지들은 개인의

그럼 여기서 월요일부터

아브락사스를 보고 주문을 했어요.

회색 벽?

목요일까지, 새벽 두 시까지 일하시는

그리고 친구랑 같이 봤는데 개인 잡지의

꼭 물어보고 싶었어요. 학교 선배 중에

잘 모르겠어요. 아, 저희만 한 게 아니라.

거예요?

특성을 가지면서도 사람들이 공감을

작업하시는 이름으로 개명하신 분이

미술단체가 있는데요. 거기 끼어서 한

있어서.

거라. 그럼 개인전 하시는 거예요?

나이는 스물일곱. 실례지만 나이가…?

네. 작년에 공모가 있었는데,

할 수 있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네. 월요일부터 목요일엔 여기서 하고요.

한 번 내보면 괜찮겠다. 근데 이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낙타라는

개인잡지니까 돈이 들텐데 그래도 3,

곳에서 일하고요. 쉬는 날이 없어요.

4만원이면 한 번 해보자, 해서 메일을

거기 졸업작품을 냈는데 그게 저는 스물다섯이요.

돼가지고요. 6월 25일에 오픈이에요. 놀러 오세요.

보냈는데 오히려 고료를 드리지 못해서 학교 생활은 그럼? 주로 주무시러 다니시나요?

죄송하다고 메일이 와서요…혼자 부담을 하시는 거구나, 했죠.


이향경 5월 12일 목요일 08:30pm

51

축하드려요. 한 번 놀러갈게요. 여기는 세상의 끝인데요. 세상의 끝에 오신 소감이 어떠신지요?

네. 그렇죠. 학교 생활 원래 열심히 안 말씀해주시기 전까지 여기를

해서요.

몰랐는데, 세상의 끝이라고 하면 굉장히 어두운,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나온 것처럼 세상이 네모라서 떨어지는 그런

되게 힘드실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하면서 학교 다니는 거요.

어두운 분위기라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굉장히 편안해서, 뭐라고 해야 되지?

그냥 하는 거죠 뭐. 아브락사스는 어떻게

예의상 제가 먼저 직업이나 뭐 그런

모호한? 이런 곳이 세상의 끝일 수도

알게 되셨나요?

걸 얘기할게요. 전 졸업학기 다니는

있겠구나, 뭐 이런 생각?

학생이고, 뭐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녹음 좀 할게요.

있어요. 직업이…? 저는 졸업을 했고요. 지금

이향경 아, 네. 이제 시작한 거죠?

아동미술강사를 하고 있고요. 유월엔

유어마인드 홈페이지를 세상의 끝을 장소로 정한 건요.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전부터

10이라고 하면 뭔가 끝이라는 느낌이

친구들이랑 홈페이지 같은 걸 제작을

있잖아요. 그래서 이곳에서 인터뷰를

해보고 싶어서요. SSE 프로젝트? 그런

진행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걸 해보고 싶었는데 유어마인드를

개인전이 있어요. 홍대에 대안공간 네. 우선 성함이…?

알게 됐어요. 거기서 개인 잡지들을

도어에서 전시를 해요.

여기 이름 직접 지으신 거예요?

이향경이요.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긴 하지만

아, 도어요? 거기서 아브락사스 삽화 전시를 했었어요.

잡지로서의 기능이라고 해야 할까? 그냥 우연히 맞아떨어진 거죠.

전 김종소리라고 하고요. 본명이에요.

다른 사람이 그걸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게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1관이요, 2관이요? 흰색 벽, 아, 본명이시구나. 저 그걸

찾아봤어요. 그런 잡지들은 개인의

그럼 여기서 월요일부터

아브락사스를 보고 주문을 했어요.

회색 벽?

목요일까지, 새벽 두 시까지 일하시는

그리고 친구랑 같이 봤는데 개인 잡지의

꼭 물어보고 싶었어요. 학교 선배 중에

잘 모르겠어요. 아, 저희만 한 게 아니라.

거예요?

특성을 가지면서도 사람들이 공감을

작업하시는 이름으로 개명하신 분이

미술단체가 있는데요. 거기 끼어서 한

있어서.

거라. 그럼 개인전 하시는 거예요?

나이는 스물일곱. 실례지만 나이가…?

네. 작년에 공모가 있었는데,

할 수 있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네. 월요일부터 목요일엔 여기서 하고요.

한 번 내보면 괜찮겠다. 근데 이건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낙타라는

개인잡지니까 돈이 들텐데 그래도 3,

곳에서 일하고요. 쉬는 날이 없어요.

4만원이면 한 번 해보자, 해서 메일을

거기 졸업작품을 냈는데 그게 저는 스물다섯이요.

돼가지고요. 6월 25일에 오픈이에요. 놀러 오세요.

보냈는데 오히려 고료를 드리지 못해서 학교 생활은 그럼? 주로 주무시러 다니시나요?

죄송하다고 메일이 와서요…혼자 부담을 하시는 거구나, 했죠.


그래서 이렇게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냥 레시피대로 하는 거죠. 저쪽

지금 하고 있잖아요. 이거 다 실릴

있죠.

낙타에선 2년 반 정도 일하고 있어요.

거예요.

53

인쇄소도 혼자 알아보신 거예요?

‘남자친구랑 2년 됐어요’,

저도 바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바는 늦게 퇴근을 하니까요.

이것도 실려요?

다 해줬어요. 그럼 전공은 어떤 걸

그닥. 뭐. 예쁜 여자도 안 오고. 이쪽은

하셨나요?

홍대 중심이 아니라 회사원분들이 많이

실리면 안 되는 건가요?

오세요. 그래서 뭐, 없어요. 남자친구는 있으세요?

딱히 물어볼 게 없네요. 일은 언제 언제

좋은 청춘을 보내고 계시네요.

아니요. 여기서 추리는

하거든요. 월요일 나가고 목요일 나가고

여자친구 없으세요?

일요일엔 과외 하는 게 있어요. 한 달에

‘서쪽 숲’이라는 건데요. 그게 이적

알았어요’도 실려요?

노래에요.

이건 쓰잘데 없어서 이 부분은 안 실릴

그럼 한 번 들어볼까요?

수도 있어요. 근데 신상에 대한 거나 주제를 보고서 되게

재밌을 것 같아서요. 업무적인 것만 하면

놀랐어요. 이적이 노래를 부르는

좀 딱딱하잖아요.

영상이었잖아요.

네. 없어요. 그럼 인터뷰만으로도

힘드시겠네요. 집은 근처세요?

일에 너무 빠지신 거

네. 그 영상을 보고 좋아서 그래, 이번엔

네. 저는 합정이요.

일단 해보고 너무 길면 줄이면 되죠. 그런 건 아니고요. 여자를 너무 주제는 언제 정하시는

아브락사스를 10호로 끝을 낼까. 원래 처음엔 10년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거예요? 전 내일이면 남자친구랑 2년 돼요.

이걸로 해야겠다 하고 주제로 한 거예요. 제가 요즘 선택의 기로에 서있어요.

좋아해서요.

아니요. 저는 어머니랑

〈서쪽 숲〉 노래를 들었다.

페이지가 상당히 차겠어요.

아니세요?

같이 살아요. 여기 일하신 지는 얼마나

제 작업 주제 중에 하나가

건줄 알았어요. 그럼 이거 ‘추리는 건줄

그런 건 다 실릴 거예요. 그래야 좀

저는 사실 일을 세 개

자취하시는 거예요?

책이 갈지도 모르죠. 여러 권 보내려고요.

네. 있어요.

나가세요?

한 번씩 잡지 삽화 하나 하고 있고요.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있죠? 거기에 보낼까 하고 있어요. 그럼 이적씨한테도

그건 디자인을 해주는 친구가 알아서

저는 미술이요. 한국화요.

하다가 거기 가면 받으실지 몰라서

시작을 했는데요. 돈 때문에 힘든 것도 주제는 제 맘대로. 제가 돈 내니까요.

있고, 제 작업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해서 10호를 마지막으로 그만둘까 말까

되셨어요? 아, 오래되셨네요. 그것도 축하드려요. 여긴 한…두 달?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좋아해요. 이적이 아니었으면 참가를 안 축하할 일이 많네요.

그럼 칵테일 만드시겠네요?

제가요. 이적을 되게 했을지도 몰라요.

했거든요. 사진을 하는 친군데. 제가

인터뷰면 무슨 얘기를 녹음 해야 되는 거 아녜요?

제가 친구한테 추천을

이번 호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보낼까

친구한테 추천을 하면서 했던 말이


그래서 이렇게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냥 레시피대로 하는 거죠. 저쪽

지금 하고 있잖아요. 이거 다 실릴

있죠.

낙타에선 2년 반 정도 일하고 있어요.

거예요.

53

인쇄소도 혼자 알아보신 거예요?

‘남자친구랑 2년 됐어요’,

저도 바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바는 늦게 퇴근을 하니까요.

이것도 실려요?

다 해줬어요. 그럼 전공은 어떤 걸

그닥. 뭐. 예쁜 여자도 안 오고. 이쪽은

하셨나요?

홍대 중심이 아니라 회사원분들이 많이

실리면 안 되는 건가요?

오세요. 그래서 뭐, 없어요. 남자친구는 있으세요?

딱히 물어볼 게 없네요. 일은 언제 언제

좋은 청춘을 보내고 계시네요.

아니요. 여기서 추리는

하거든요. 월요일 나가고 목요일 나가고

여자친구 없으세요?

일요일엔 과외 하는 게 있어요. 한 달에

‘서쪽 숲’이라는 건데요. 그게 이적

알았어요’도 실려요?

노래에요.

이건 쓰잘데 없어서 이 부분은 안 실릴

그럼 한 번 들어볼까요?

수도 있어요. 근데 신상에 대한 거나 주제를 보고서 되게

재밌을 것 같아서요. 업무적인 것만 하면

놀랐어요. 이적이 노래를 부르는

좀 딱딱하잖아요.

영상이었잖아요.

네. 없어요. 그럼 인터뷰만으로도

힘드시겠네요. 집은 근처세요?

일에 너무 빠지신 거

네. 그 영상을 보고 좋아서 그래, 이번엔

네. 저는 합정이요.

일단 해보고 너무 길면 줄이면 되죠. 그런 건 아니고요. 여자를 너무 주제는 언제 정하시는

아브락사스를 10호로 끝을 낼까. 원래 처음엔 10년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거예요? 전 내일이면 남자친구랑 2년 돼요.

이걸로 해야겠다 하고 주제로 한 거예요. 제가 요즘 선택의 기로에 서있어요.

좋아해서요.

아니요. 저는 어머니랑

〈서쪽 숲〉 노래를 들었다.

페이지가 상당히 차겠어요.

아니세요?

같이 살아요. 여기 일하신 지는 얼마나

제 작업 주제 중에 하나가

건줄 알았어요. 그럼 이거 ‘추리는 건줄

그런 건 다 실릴 거예요. 그래야 좀

저는 사실 일을 세 개

자취하시는 거예요?

책이 갈지도 모르죠. 여러 권 보내려고요.

네. 있어요.

나가세요?

한 번씩 잡지 삽화 하나 하고 있고요.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있죠? 거기에 보낼까 하고 있어요. 그럼 이적씨한테도

그건 디자인을 해주는 친구가 알아서

저는 미술이요. 한국화요.

하다가 거기 가면 받으실지 몰라서

시작을 했는데요. 돈 때문에 힘든 것도 주제는 제 맘대로. 제가 돈 내니까요.

있고, 제 작업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해서 10호를 마지막으로 그만둘까 말까

되셨어요? 아, 오래되셨네요. 그것도 축하드려요. 여긴 한…두 달?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좋아해요. 이적이 아니었으면 참가를 안 축하할 일이 많네요.

그럼 칵테일 만드시겠네요?

제가요. 이적을 되게 했을지도 몰라요.

했거든요. 사진을 하는 친군데. 제가

인터뷰면 무슨 얘기를 녹음 해야 되는 거 아녜요?

제가 친구한테 추천을

이번 호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보낼까

친구한테 추천을 하면서 했던 말이


되게 열정적이고 일단 오래갈 것 같아,

전시장을 빌리는 데에 돈을 내잖아요.

그랬었는데요. 이 사람들한테 돈을

그런 개념으로 이해하면 돈을 걷는 것도

걷거나 하는 건 무린가요?

괜찮을 것 같아요.

돈을 걷으면 무조건 문제가 생긴다고

이 부분은 생각을 좀 해볼 필요가

생각하거든요. 돈을 내면 요구사항들이

있겠네요.

55

이향경

다들 생기게 될 테고요. 그럼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학교에서 누드 크로키

그만 두지 마세요. 그럼 마지막으로 주제는, 서쪽 숲을

반 총무 같은 걸 했었어요. 누드

들으면서 생각했는데요. 주제는

크로키 수업이 공짜였는데 교수님이

도망가는 것, 어딘가로 도망가는 거.

돈을 걷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야

그걸로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책임감이 생겨서 열심히 나오게 된다고요. 공짜면 해도 그만 안 해도

제 작업이랑 딱인 것

그만이니까 작품의 퀄리티나 책임감이

같아요. 제 작업이 약간 현실도피 같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십, 이십

느낌이거든요.

만원 걷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그렇게 남은 사람들에겐 높은 퀄리티를 바랄 수 있게 되고 종소리씨 부담도 덜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 부분은 처음부터 제가 고집해왔던 부분이고요. 처음 생각이 퀄리티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것이었거든요. 근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참여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퀄리티부분을 생각한 건 제가 조금이라도 돈을 드리면 책임감이 생길 수 있잖아요. 그렇게 하고 싶은데 실질적으로 힘든 부분이라서요. 전시 같은 걸 해도요.

감사합니다. 좋은 작품 부탁드릴게요.

서쪽 숲


되게 열정적이고 일단 오래갈 것 같아,

전시장을 빌리는 데에 돈을 내잖아요.

그랬었는데요. 이 사람들한테 돈을

그런 개념으로 이해하면 돈을 걷는 것도

걷거나 하는 건 무린가요?

괜찮을 것 같아요.

돈을 걷으면 무조건 문제가 생긴다고

이 부분은 생각을 좀 해볼 필요가

생각하거든요. 돈을 내면 요구사항들이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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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경

다들 생기게 될 테고요. 그럼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학교에서 누드 크로키

그만 두지 마세요. 그럼 마지막으로 주제는, 서쪽 숲을

반 총무 같은 걸 했었어요. 누드

들으면서 생각했는데요. 주제는

크로키 수업이 공짜였는데 교수님이

도망가는 것, 어딘가로 도망가는 거.

돈을 걷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야

그걸로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책임감이 생겨서 열심히 나오게 된다고요. 공짜면 해도 그만 안 해도

제 작업이랑 딱인 것

그만이니까 작품의 퀄리티나 책임감이

같아요. 제 작업이 약간 현실도피 같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십, 이십

느낌이거든요.

만원 걷는 것도 아니잖아요. 오히려 그렇게 남은 사람들에겐 높은 퀄리티를 바랄 수 있게 되고 종소리씨 부담도 덜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 부분은 처음부터 제가 고집해왔던 부분이고요. 처음 생각이 퀄리티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것이었거든요. 근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참여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퀄리티부분을 생각한 건 제가 조금이라도 돈을 드리면 책임감이 생길 수 있잖아요. 그렇게 하고 싶은데 실질적으로 힘든 부분이라서요. 전시 같은 걸 해도요.

감사합니다. 좋은 작품 부탁드릴게요.

서쪽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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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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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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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서쪽 숲아, 내 소원을 들어줘.”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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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서쪽 숲아, 내 소원을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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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서쪽 숲

이향경

정EH는 그 남자가 너무 싫었다. 그녀가 남자들에게 받는 느낌은 사랑 아니면 경멸뿐. 그 남자는 별 이유도 없이 후자가 되었고, 아무튼 그녀는 그를 증오했다. 그 남자를 우연히라도 마주치느니 차라리 다프네처럼 월계수가 되고 싶었다. 어느 날, 그를 우연히 만난 그녀는 속으로 오만가지 욕을 퍼부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의 머리칼 사이사이로 잎사귀가 돋아나고, 나무껍질이 희끗희끗한 속살을 비집고 올라왔다. 다리는 땅에 박힌 채 각종 영양분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무가 되어간다. 그 남자는 그녀를 사랑했다. 나무가 되어버린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자기도 나무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결국,그도 나무가 되었다. 그의 가지는 점점 자라나 어느새 그녀의 가지에 닿았다. 오랜 세월 맞닿아있던 가지는 마침내 하나로 붙었다. 이 나무들은 서쪽 숲의 유명한 연리지나무이다.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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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숲

이향경

정EH는 그 남자가 너무 싫었다. 그녀가 남자들에게 받는 느낌은 사랑 아니면 경멸뿐. 그 남자는 별 이유도 없이 후자가 되었고, 아무튼 그녀는 그를 증오했다. 그 남자를 우연히라도 마주치느니 차라리 다프네처럼 월계수가 되고 싶었다. 어느 날, 그를 우연히 만난 그녀는 속으로 오만가지 욕을 퍼부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의 머리칼 사이사이로 잎사귀가 돋아나고, 나무껍질이 희끗희끗한 속살을 비집고 올라왔다. 다리는 땅에 박힌 채 각종 영양분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무가 되어간다. 그 남자는 그녀를 사랑했다. 나무가 되어버린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자기도 나무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결국,그도 나무가 되었다. 그의 가지는 점점 자라나 어느새 그녀의 가지에 닿았다. 오랜 세월 맞닿아있던 가지는 마침내 하나로 붙었다. 이 나무들은 서쪽 숲의 유명한 연리지나무이다.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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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서쪽 숲

이향경

아브락사스 vol.10

63

박KS는 벌여놓은 일이 너무 많아 도저히 혼자서는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는

조HW는 사진 과를 졸업하고, 사진을 계속 찍고 싶어서 그 회사에 입사했다.

짜증을 냈다. 이렇게 바쁠 때 왜 사람 손은 두 개밖에 안되는거야. 이래서는

그러나 회사의 막내인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사진보단 잡무뿐. 잡무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없잖아. 그러자 등에서 손이 쑥쑥 자라나더니 가지를

때문에 며칠째 야근을 한 날, 그녀의 머리카락이 줄기로 변하더니 갑자기

뻗었다. 배에서도 어깨에서도 엉덩이에서도 손이 뻗어나왔다.

카메라를 그녀의 얼굴과 함께 칭칭 감아버렸다. 이제 그녀는 카메라 액정을

그는 깜짝 놀라면서도, 이 세상에 자기보다 능률좋은 사람은 없을 거라며 만족했다. 손은 성장을 멈추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는 걱정이 되었다. 벌이나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이젠 커피도 제대로 탈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선배들은 그녀에게 사진만을 찍게 했다. 그녀는 오랜만에 자기가 정말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나비가 자신의 꽃가루를 뿌린다면, 자신처럼 능률이 높은 사람들이

찍어도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그녀의 두 다리는 삼각대보다 안정적인

태어날지도 몰라. 그는 자신이 피운 꽃들이 질 때까지 집에만 있기로 했다.

나무기둥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잎사귀로 변한 손가락으로 셔터를 누르던 커다란 상록수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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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숲

이향경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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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KS는 벌여놓은 일이 너무 많아 도저히 혼자서는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는

조HW는 사진 과를 졸업하고, 사진을 계속 찍고 싶어서 그 회사에 입사했다.

짜증을 냈다. 이렇게 바쁠 때 왜 사람 손은 두 개밖에 안되는거야. 이래서는

그러나 회사의 막내인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사진보단 잡무뿐. 잡무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없잖아. 그러자 등에서 손이 쑥쑥 자라나더니 가지를

때문에 며칠째 야근을 한 날, 그녀의 머리카락이 줄기로 변하더니 갑자기

뻗었다. 배에서도 어깨에서도 엉덩이에서도 손이 뻗어나왔다.

카메라를 그녀의 얼굴과 함께 칭칭 감아버렸다. 이제 그녀는 카메라 액정을

그는 깜짝 놀라면서도, 이 세상에 자기보다 능률좋은 사람은 없을 거라며 만족했다. 손은 성장을 멈추고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는 걱정이 되었다. 벌이나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이젠 커피도 제대로 탈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선배들은 그녀에게 사진만을 찍게 했다. 그녀는 오랜만에 자기가 정말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나비가 자신의 꽃가루를 뿌린다면, 자신처럼 능률이 높은 사람들이

찍어도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그녀의 두 다리는 삼각대보다 안정적인

태어날지도 몰라. 그는 자신이 피운 꽃들이 질 때까지 집에만 있기로 했다.

나무기둥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잎사귀로 변한 손가락으로 셔터를 누르던 커다란 상록수로 기억된다.


64

서쪽 숲

이향경

오JH는 눈이 너무 작아서 항상 놀림을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는 조금씩 눈이 커지는 걸 느꼈다. 한 달쯤 되었을 땐, 해바라기 씨와 비교당하던 그의 눈은 포도알만큼이나 커졌다. 어느 날, 그는 쏟아지는 졸음에 하품을 하다가 눈물에서 단맛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곧장 거울로 눈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의 눈알은 포도알은 아니지만 어쨌든 정체불명의 열매가 되어있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리의 참새들이 자신의 눈을 탐스럽게보고 있었다. 어떤 새들은 자신의 눈을 쪼아먹으려고 푸드덕 날아오기도 한다. 그는 계속 가위에 눌린다. 그는 이제 눈이 작던 예전보다도 눈을 더 작게 뜨고 다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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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숲

이향경

오JH는 눈이 너무 작아서 항상 놀림을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는 조금씩 눈이 커지는 걸 느꼈다. 한 달쯤 되었을 땐, 해바라기 씨와 비교당하던 그의 눈은 포도알만큼이나 커졌다. 어느 날, 그는 쏟아지는 졸음에 하품을 하다가 눈물에서 단맛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곧장 거울로 눈알을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의 눈알은 포도알은 아니지만 어쨌든 정체불명의 열매가 되어있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리의 참새들이 자신의 눈을 탐스럽게보고 있었다. 어떤 새들은 자신의 눈을 쪼아먹으려고 푸드덕 날아오기도 한다. 그는 계속 가위에 눌린다. 그는 이제 눈이 작던 예전보다도 눈을 더 작게 뜨고 다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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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5월 12일 목요일 10: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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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것 같은데, 살아있으니까 살만한 거겠지? 이곳은 세상의 끝이에요. 세상의 끝에

네.

오신 소감이 어떠세요? 나는 신기한 게. 세상의 박미정

끝 여자친구, 그거 백일호에서 잠깐

글쎄. 세상의 끝이 이렇게

보여줬었잖아. 그때 읽고, 그걸 빌려서

가까운지 몰랐네.

봤는데. 그냥 세상의 끝에서 일한다고 하길래, 그냥 오면은 왠지 에피소드에

왜 오셨어요?

있었던 사람들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을 것 같았어.

와야지만 받을 수 있는 주제에 대한 궁금함이 커서. 소리도

세상의 끝에서 일은 하는데 여자친구는

오랜만에 볼 겸. 책도 받을 겸. 겸사 겸사.

없네요? 주변에 괜찮은 여자 없어요?

세상 살만하세요? 세상의 여러 면모가 있으면,

주변에? 사실, 일을 매일 해서 시간이 없긴

그 중 몇몇은 살 만한 정도를 넘어서

해요. 주말 낮엔 시간이 있긴 한데…

되게 편하고 좋은데, 아무래도 나이가

아브락사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수록 안 맞는 건 더 안 맞아져서,

해볼까요? 누나가 몇 호부터 하셨죠?

총체적으로 따지고 보면 살만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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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5월 12일 목요일 10: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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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것 같은데, 살아있으니까 살만한 거겠지? 이곳은 세상의 끝이에요. 세상의 끝에

네.

오신 소감이 어떠세요? 나는 신기한 게. 세상의 박미정

끝 여자친구, 그거 백일호에서 잠깐

글쎄. 세상의 끝이 이렇게

보여줬었잖아. 그때 읽고, 그걸 빌려서

가까운지 몰랐네.

봤는데. 그냥 세상의 끝에서 일한다고 하길래, 그냥 오면은 왠지 에피소드에

왜 오셨어요?

있었던 사람들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을 것 같았어.

와야지만 받을 수 있는 주제에 대한 궁금함이 커서. 소리도

세상의 끝에서 일은 하는데 여자친구는

오랜만에 볼 겸. 책도 받을 겸. 겸사 겸사.

없네요? 주변에 괜찮은 여자 없어요?

세상 살만하세요? 세상의 여러 면모가 있으면,

주변에? 사실, 일을 매일 해서 시간이 없긴

그 중 몇몇은 살 만한 정도를 넘어서

해요. 주말 낮엔 시간이 있긴 한데…

되게 편하고 좋은데, 아무래도 나이가

아브락사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수록 안 맞는 건 더 안 맞아져서,

해볼까요? 누나가 몇 호부터 하셨죠?

총체적으로 따지고 보면 살만한 건


내 기억엔 3호? 4호? 네. 어쨌거나 어느새 10호.

어때요? 누나 상황으로 봤을 때나 책을

생각으로 시작을 했거든요. 뭐든 10년만

봤을 때나 계속 이어지는 게 좋을 것

하면 뭐라도 된다고 하잖아요. 10년이면

같아요?

딱 40호. 지금까지 한 거에 세 번만 더 하면 돼요.

그럼 얼마나 된 거지? 1년?

69

비슷비슷한 느낌이야. 근데 얇을 때도

나는 개인적으로는, 음.

있고 두꺼울 때도 있고 그렇잖아. 그런

이쯤에서 잠시?

오, 괜찮다.

2년 반.

느낌은 좋아. 뭐 마감에 늦는 사람도 있고 늦지 않는 사람도 있고 하는 것처럼.

좀 쉬었다가 다시?

아우 빡쎄.

하아, 괜찮네.

늦는 사람들만 있어서 문제에요. 저부터 뭔가. 난 무어가 됐든 여지를

10년이면 너 몇 살?

늦으니까 할 말 없죠 뭐. 사실 주제는

시간 빨리 가죠? 근데. 10호를 기념으로

남기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해서 이제 그만할까? 계속할까? 고민을

갑자기 확 닫고, 확 시작하고, 시작은

좀 하고 있어요. 제 개인적으로도

뭐 그냥 그렇지만 확 닫는 건 좀 그래서.

재정적으로나 작업하는 것도 그렇고요.

일단은 1인 출판? 1인 출판이잖아.

누나 생각엔 어떠세요? 제 상황은

회수하는 방식이라든지 모든 것들을

돈이라도 쥐어주고 말을 했어야하는데.

앞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겐 누나가

젖혀두고. 책 자체만 봤을 때.

총괄적으로 네가 맡아서 해야 하는

일단은 출판 비용에 대한 최소한의

주신 주제를 드릴 거예요.

거잖아. 뭐라 그래야 되지? 자가 출판에

비용? 그거는 같이 부담하는 게 맞는

대한, 골방 안의 작가들을 스스로

거 같애. 꼭 돈이 아니더라도 나머지

예전에 비해서 주제에 대한 고민이랑,

나오게 해주는 그런 거였다면 이젠

사람들이 맞는 시간에 어떤 식으로든

좀 힘드네. 음… 마인드? MIND.

쓰는 게, 원래 처음부터도 우연적인 거랑

충분한 거 같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재화를 만들어낼 수는 있는 거 같애.

꺼려하다도 있고 마음도 있는 것 같아.

설정 없이 확 들어가는 게 심하긴 했는데.

어떤 식으로든 작품을 내보일 수

아브락사스 벼룩시장 뭐 이렇게? 사실

찾아봐야겠다. 네이년! (아이폰을

점점 약간 후달린 느낌이긴 해. 스스로가.

있는, 책을 낸다거나 하는 루트는 생긴

힘들긴 한데. 그게 힘들면 돈으로 내든가.

만지작)

거잖아. 아브락사스라는 이름으로가

아무튼 금전 부담은 확실히 나누는 편이.

근데 나도. 개인적으로

3달마다 한 번씩 낸다는 게.

정하지 않았어요. 처음 온 누나가 뭐 생각은 그래요.

느낌이잖아요. 그러니까 딱 끝내고 새로 일단 나는 그 전부터도, 내가

아니더라도. 그래서 계속 진행될 이유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할 힘이 있는 주제를 정해주세요.

힘 있는 주제라니까

괜찮네요. 마인드…마인드… 책이 조금씩 변해가잖아요. 예를 들면 9호는 코팅이 됐다거나. 어때요? 책이

응. 어떻게 보면 3달마다 한

주제를 정해주세요. 10하면 끝나는

편씩이라는 게 안 빠른데. 내가 삶의

한 번 책을 낼 때 40만원 정도를

속도가 그때 그때 달라서 어떤 때는

쓰는데요. 회수되는 돈이 10만원도 안

너무 빠르고, 어떤 때는 너무 느리고

돼요. 세 달에 한 번씩 30만원 정도를

그렇더라고. 지금은 내가 일을

쓰는 셈인 거죠. 힘이 안 든다고 할 순

내 자신도 그렇고. 크는 줄 모르잖아.

시작했으니까 빠르더라. 후룩후룩

없죠. 아직 학생이고. 뭐 어쨌든. 근데.

자주 보니까. 가만히 가끔씩 시간 나서

지나가.

사실은 이건 그냥 떠본 거고요. 원래

옛날 책들 보면 좀 변해가는 구나,

처음 시작할 때, 10년만 해보자는

하는데 매 호 새로 나올 때 받아보면

변해가는 느낌이?

동사에 꺼리다가 있는 것 같고. 명사에는 마음. 뭐 이런 거네. 그거 생각했거든. 우듀 마인드 스모킹. 뭐

음…그 왜. 사람들 보면 내가

이런 거 생각했거든. 괜찮은 것 같은데요? 마인드로 갈까요? 그럼 사람들한테 뭐라고 알려주나? 마인드라고만 하면 되나?


내 기억엔 3호? 4호? 네. 어쨌거나 어느새 10호.

어때요? 누나 상황으로 봤을 때나 책을

생각으로 시작을 했거든요. 뭐든 10년만

봤을 때나 계속 이어지는 게 좋을 것

하면 뭐라도 된다고 하잖아요. 10년이면

같아요?

딱 40호. 지금까지 한 거에 세 번만 더 하면 돼요.

그럼 얼마나 된 거지? 1년?

69

비슷비슷한 느낌이야. 근데 얇을 때도

나는 개인적으로는, 음.

있고 두꺼울 때도 있고 그렇잖아. 그런

이쯤에서 잠시?

오, 괜찮다.

2년 반.

느낌은 좋아. 뭐 마감에 늦는 사람도 있고 늦지 않는 사람도 있고 하는 것처럼.

좀 쉬었다가 다시?

아우 빡쎄.

하아, 괜찮네.

늦는 사람들만 있어서 문제에요. 저부터 뭔가. 난 무어가 됐든 여지를

10년이면 너 몇 살?

늦으니까 할 말 없죠 뭐. 사실 주제는

시간 빨리 가죠? 근데. 10호를 기념으로

남기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해서 이제 그만할까? 계속할까? 고민을

갑자기 확 닫고, 확 시작하고, 시작은

좀 하고 있어요. 제 개인적으로도

뭐 그냥 그렇지만 확 닫는 건 좀 그래서.

재정적으로나 작업하는 것도 그렇고요.

일단은 1인 출판? 1인 출판이잖아.

누나 생각엔 어떠세요? 제 상황은

회수하는 방식이라든지 모든 것들을

돈이라도 쥐어주고 말을 했어야하는데.

앞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겐 누나가

젖혀두고. 책 자체만 봤을 때.

총괄적으로 네가 맡아서 해야 하는

일단은 출판 비용에 대한 최소한의

주신 주제를 드릴 거예요.

거잖아. 뭐라 그래야 되지? 자가 출판에

비용? 그거는 같이 부담하는 게 맞는

대한, 골방 안의 작가들을 스스로

거 같애. 꼭 돈이 아니더라도 나머지

예전에 비해서 주제에 대한 고민이랑,

나오게 해주는 그런 거였다면 이젠

사람들이 맞는 시간에 어떤 식으로든

좀 힘드네. 음… 마인드? MIND.

쓰는 게, 원래 처음부터도 우연적인 거랑

충분한 거 같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재화를 만들어낼 수는 있는 거 같애.

꺼려하다도 있고 마음도 있는 것 같아.

설정 없이 확 들어가는 게 심하긴 했는데.

어떤 식으로든 작품을 내보일 수

아브락사스 벼룩시장 뭐 이렇게? 사실

찾아봐야겠다. 네이년! (아이폰을

점점 약간 후달린 느낌이긴 해. 스스로가.

있는, 책을 낸다거나 하는 루트는 생긴

힘들긴 한데. 그게 힘들면 돈으로 내든가.

만지작)

거잖아. 아브락사스라는 이름으로가

아무튼 금전 부담은 확실히 나누는 편이.

근데 나도. 개인적으로

3달마다 한 번씩 낸다는 게.

정하지 않았어요. 처음 온 누나가 뭐 생각은 그래요.

느낌이잖아요. 그러니까 딱 끝내고 새로 일단 나는 그 전부터도, 내가

아니더라도. 그래서 계속 진행될 이유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할 힘이 있는 주제를 정해주세요.

힘 있는 주제라니까

괜찮네요. 마인드…마인드… 책이 조금씩 변해가잖아요. 예를 들면 9호는 코팅이 됐다거나. 어때요? 책이

응. 어떻게 보면 3달마다 한

주제를 정해주세요. 10하면 끝나는

편씩이라는 게 안 빠른데. 내가 삶의

한 번 책을 낼 때 40만원 정도를

속도가 그때 그때 달라서 어떤 때는

쓰는데요. 회수되는 돈이 10만원도 안

너무 빠르고, 어떤 때는 너무 느리고

돼요. 세 달에 한 번씩 30만원 정도를

그렇더라고. 지금은 내가 일을

쓰는 셈인 거죠. 힘이 안 든다고 할 순

내 자신도 그렇고. 크는 줄 모르잖아.

시작했으니까 빠르더라. 후룩후룩

없죠. 아직 학생이고. 뭐 어쨌든. 근데.

자주 보니까. 가만히 가끔씩 시간 나서

지나가.

사실은 이건 그냥 떠본 거고요. 원래

옛날 책들 보면 좀 변해가는 구나,

처음 시작할 때, 10년만 해보자는

하는데 매 호 새로 나올 때 받아보면

변해가는 느낌이?

동사에 꺼리다가 있는 것 같고. 명사에는 마음. 뭐 이런 거네. 그거 생각했거든. 우듀 마인드 스모킹. 뭐

음…그 왜. 사람들 보면 내가

이런 거 생각했거든. 괜찮은 것 같은데요? 마인드로 갈까요? 그럼 사람들한테 뭐라고 알려주나? 마인드라고만 하면 되나?


그럼 이번에는 내가 주제를 정하지 않았다. 매번 독재자처럼 내가 내 멋대로

박미정

71

주제를 정하고 하니까 이번엔 미정이 누나가 정했다, 마인드다. 뭐 이런 거? 근데 이거 아마추어증폭기 언제 노래야? 이거 수성랜드요. 혹시 미미시스터즈 노래 나온 거 들어봤어? 네. 전 뭐 그냥. 두어 바퀴 듣고 말았어요. 인터뷰는 이만 할까요? 응. 혹시 마지막으로 아브락사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고가 많아요, 소리씨~♥ 네. 감사합니다.

결국엔 복수


그럼 이번에는 내가 주제를 정하지 않았다. 매번 독재자처럼 내가 내 멋대로

박미정

71

주제를 정하고 하니까 이번엔 미정이 누나가 정했다, 마인드다. 뭐 이런 거? 근데 이거 아마추어증폭기 언제 노래야? 이거 수성랜드요. 혹시 미미시스터즈 노래 나온 거 들어봤어? 네. 전 뭐 그냥. 두어 바퀴 듣고 말았어요. 인터뷰는 이만 할까요? 응. 혹시 마지막으로 아브락사스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고가 많아요, 소리씨~♥ 네. 감사합니다.

결국엔 복수


7272

결국엔 복수

박미정

아브락사스 vol.10

73 73


7272

결국엔 복수

박미정

아브락사스 vol.10

73 73


7474

결국엔 복수

박미정

아브락사스 vol.10

75 75


7474

결국엔 복수

박미정

아브락사스 vol.10

75 75


7676

결국엔 복수

박미정


7676

결국엔 복수

박미정


정지호 5월 16일 월요일 08:40pm

79

책의 외적으로나 짜임새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탄탄해지는 느낌이랄까? 내용적으로도 조금 더 탄탄해지는 느낌이 있어. 제가 요즘 고민이 있어요. 10호면

네. 없다고는 말 못해요. 그런 것이 생긴다는 것은 잘

뭔가 완성의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그만할까 계속할까 고민중이거든요.

되어있는 거야. 그러니까 발전이 살짝

어때요 누나 생각은? 제 개인적인

없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변화가 없는

부분은 생각마시고 책만 봤을 때요.

한은 좋을 때 그만 두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약간 전환점이나 틀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는 한은 10호에서 끝내는 게

사실은 처음에 생각한 것이 10년.

이제 시작할게요. 여기 세상의 끝에 오신

좋을 것 같고, 방향이 조금 업그레이드

뭐든 10년만 하면 뭐라도 된다잖아요.

느낌이 어때요?

된다면 좋을 것 같아. 아직 아이디어는

사실은 그렇게 할 건데요. 한 번 떠보는

없지만 업그레이드 시켜서 유지한다면

질문이었어요. 확실히 재정비를 하는 게

정지호

좋을 것 같긴 한데. 뭐든 꾸준히 하는 건

좋을 것 같아요. 몇 분 인터뷰를 하면서

그냥 여길 왔다는 느낌이

좋은 거니까. 근데 이대로면 좋을 때에

떠봤는데요. 그만 둬도 나쁘지 않겠다는

딱 끝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

대답들이 좀 있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조금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다면 이젠

대답들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라 너 보러 왔다 이런 느낌인데? 비유적인 거예요. 여기가 세상의

됐어요. 이제 아브락사스가 10호!

네가 돈을 다 내지 않아도 되잖아? 그건

끝이에요. 어떠세요?

누나가 제일 오랫동안 참여한 사람 중에

싫어?

한 분이시고. 저 빼고 제일 오래 하셨죠. 그렇게 이입을 시켜야 해?

어때요? 어떤 감회? 응. 나도 10호까지 온 줄

자, 너는 이 책을 만드는 그건 제가 처음부터 고집해온

제작자라는 입장이고 나처럼 인터뷰를

부분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문제가

하러 온 사람들은 작가의 입장이잖아. 나

생길 수도 있고요.

같은 사람들은 이걸 해서 수입이 생기는

몰랐는데 이번에 2호부터 꽂아둔

것도 아니지만 대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걸 보니까 뿌듯하긴 한데. 근데 사실

아무튼 내 생각은 그래.

자기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건데 이

작업적으로 내가 참여한 게 마음에 든 게

왜냐면 네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책이 더 많이 알려지지도 않고 더 많이

극소수여서 뿌듯함의 강도가 높진 않아.

걸까하고 생각을 하다보면 이걸

배포되지도 않고 있잖아.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이건 누구한테

하다가도 이게 네 책이고 내 그림이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것들도 있었거든.

실리는데도 성의가 없게 나갈 때가

누나 그림 말고 책만 봐서는요?

있잖아.

그럼 주제를 작가 분들이랑 함께


정지호 5월 16일 월요일 08:40pm

79

책의 외적으로나 짜임새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탄탄해지는 느낌이랄까? 내용적으로도 조금 더 탄탄해지는 느낌이 있어. 제가 요즘 고민이 있어요. 10호면

네. 없다고는 말 못해요. 그런 것이 생긴다는 것은 잘

뭔가 완성의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그만할까 계속할까 고민중이거든요.

되어있는 거야. 그러니까 발전이 살짝

어때요 누나 생각은? 제 개인적인

없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변화가 없는

부분은 생각마시고 책만 봤을 때요.

한은 좋을 때 그만 두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약간 전환점이나 틀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는 한은 10호에서 끝내는 게

사실은 처음에 생각한 것이 10년.

이제 시작할게요. 여기 세상의 끝에 오신

좋을 것 같고, 방향이 조금 업그레이드

뭐든 10년만 하면 뭐라도 된다잖아요.

느낌이 어때요?

된다면 좋을 것 같아. 아직 아이디어는

사실은 그렇게 할 건데요. 한 번 떠보는

없지만 업그레이드 시켜서 유지한다면

질문이었어요. 확실히 재정비를 하는 게

정지호

좋을 것 같긴 한데. 뭐든 꾸준히 하는 건

좋을 것 같아요. 몇 분 인터뷰를 하면서

그냥 여길 왔다는 느낌이

좋은 거니까. 근데 이대로면 좋을 때에

떠봤는데요. 그만 둬도 나쁘지 않겠다는

딱 끝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

대답들이 좀 있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조금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다면 이젠

대답들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뭔가 변화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라 너 보러 왔다 이런 느낌인데? 비유적인 거예요. 여기가 세상의

됐어요. 이제 아브락사스가 10호!

네가 돈을 다 내지 않아도 되잖아? 그건

끝이에요. 어떠세요?

누나가 제일 오랫동안 참여한 사람 중에

싫어?

한 분이시고. 저 빼고 제일 오래 하셨죠. 그렇게 이입을 시켜야 해?

어때요? 어떤 감회? 응. 나도 10호까지 온 줄

자, 너는 이 책을 만드는 그건 제가 처음부터 고집해온

제작자라는 입장이고 나처럼 인터뷰를

부분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문제가

하러 온 사람들은 작가의 입장이잖아. 나

생길 수도 있고요.

같은 사람들은 이걸 해서 수입이 생기는

몰랐는데 이번에 2호부터 꽂아둔

것도 아니지만 대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걸 보니까 뿌듯하긴 한데. 근데 사실

아무튼 내 생각은 그래.

자기 작품을 선보이고 싶은 건데 이

작업적으로 내가 참여한 게 마음에 든 게

왜냐면 네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책이 더 많이 알려지지도 않고 더 많이

극소수여서 뿌듯함의 강도가 높진 않아.

걸까하고 생각을 하다보면 이걸

배포되지도 않고 있잖아.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든 것도 있지만 이건 누구한테

하다가도 이게 네 책이고 내 그림이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것 같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것들도 있었거든.

실리는데도 성의가 없게 나갈 때가

누나 그림 말고 책만 봐서는요?

있잖아.

그럼 주제를 작가 분들이랑 함께


설정해볼까요? 뭘 바꿔야할까요? 뭘

가게 사장님들이 제 책만 관리하시는 게

드리니까 그곳에 위탁 판매를

어떻게 해야할지 마땅히 떠오르는 게

아니잖아요? 가게 일을 하시면서 가끔

부탁드리는 건데요.

없어요.

신경 쓰시는 거니까요. 그래서 아무튼 저는 이런 식이면 좀 별로다. 그래서 안 네가 이걸 하는 이유는 뭐야?

그냥 가격은 그대로 가는 게

갖다놓기 시작했는데 이제 와선 조금

나을 것 같아. 다 똑같은 생각일 거야.

후회가 돼요. 그냥 가져가셔도 좋은 건데.

지금 이대로 간다면 10호에서 그만두는

처음엔 단지 제 작품을 다른 사람들, 더

근데 그땐 제가 돈적으로 그렇게 판단을

게 낫다고 생각할 거야.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했었어요.

제 게으름 탓이죠. 그걸 좀 더 분발해줬으면 좋겠어. 작가 입장에서는.

크기는 지금이 좋은데. 이게

그래도 조금씩 짜임새가 올라갔다는

흑백이랑 칼라랑 가격이 차이가 많이

생각을 왜했냐면, 2호 3호 까지만

나?

고마워요 누나. 누나 도움이 되게 컸어요. 더 될 수 있으면 좋겠어.

해도 너랑 나랑 하는 것들이 제일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는데 이젠 그림도

네. 좀 나요. 확실히 너무 같은

그래서 뭐 소개팅이나 그런 건 뭐

많아지고 다른 작품들도 눈에 많이

방식으로만 계속 온 느낌이 있네요.

없어요?

들어오더라고. 그래서 작가 입장에선 더

나중에라도 좋은 생각이 나시면 얘기를

많이 배포가 이루어지면 좋겠어.

해주세요. 일단 10호까지는 계속 이런

아, 모르겠어.

방식으로 나갈 거예요. 일단 피드백이 제가 게으른 게 문제죠.

정확히 돈을 안 준다는 소리야?

그냥 이것저것 생각해보자는

네. 아무튼 생각나는 대로 얘기해주세요.

않을 것 같아. 꼭 판매가 아니더라도.

근데 배포를 한 곳들에서 돈이 회수가 잘 안 되더라고요.

탈락자는 다음부터 참여 못하고.

아님 크기를 좀 바꿔볼까요? 맞아. 그냥 놓는 것도 나쁘지

곳이 점점 더 적어져?

나는 가수다 처럼 랭킹 매기는 거네요?

거지.

그게 컸어요. 근데 왜 이 책을 볼 수 있는

81

네가 술 먹는 것만 줄이면 된다고!

오는 장치를 하나 설치해볼까 하는데요.

그럼 저 해줄 만한 여자애는요?

그런 것도 괜찮은 것 같아. 아브락사스 카페가 전혀 활용이 안 되고

언니밖에 없어. 안 돼. 넌 요즘 없냐? 소개팅 없어?

있잖아. 네가 거기서 조금 활동을 하는 네.

네. 제가 핑계가 많죠. 아예 무료로 가는

거지. 사진 같은 걸 좀 올리고. 그래서

건 어때요?

여기 뒤에다가 원래 연락처 같은 걸

왜? 왜 안 주지?

적어놓잖아. 거기에 이번호에 가장

네. 없어요. 학교 다니는 애가 왜 없냐?

너 괜찮겠어? 그게. 제가 몇 권을 갖다 드렸어요.

저번에 우택이가 한 번 해준다고 했는데

그 돈을 그냥 주시면 되는데요. 그냥

아니면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다거나?

가져가는 책들이 좀 된다는 거예요.

근데 그러면 문제가 되는 건

좋았던 작품을 올려주세요. 이런 걸

유어마인드나 가가린 북소사이어티는

해본다거나. 근데 누가 그런 걸 할까?

수수료를 떼어가시거든요. 그거라도

사실 아무도 안 할 수도 있어.

왜 그냥 가져가?

제가 싫다고 그랬어요. 니가 뭔디?


설정해볼까요? 뭘 바꿔야할까요? 뭘

가게 사장님들이 제 책만 관리하시는 게

드리니까 그곳에 위탁 판매를

어떻게 해야할지 마땅히 떠오르는 게

아니잖아요? 가게 일을 하시면서 가끔

부탁드리는 건데요.

없어요.

신경 쓰시는 거니까요. 그래서 아무튼 저는 이런 식이면 좀 별로다. 그래서 안 네가 이걸 하는 이유는 뭐야?

그냥 가격은 그대로 가는 게

갖다놓기 시작했는데 이제 와선 조금

나을 것 같아. 다 똑같은 생각일 거야.

후회가 돼요. 그냥 가져가셔도 좋은 건데.

지금 이대로 간다면 10호에서 그만두는

처음엔 단지 제 작품을 다른 사람들, 더

근데 그땐 제가 돈적으로 그렇게 판단을

게 낫다고 생각할 거야.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했었어요.

제 게으름 탓이죠. 그걸 좀 더 분발해줬으면 좋겠어. 작가 입장에서는.

크기는 지금이 좋은데. 이게

그래도 조금씩 짜임새가 올라갔다는

흑백이랑 칼라랑 가격이 차이가 많이

생각을 왜했냐면, 2호 3호 까지만

나?

고마워요 누나. 누나 도움이 되게 컸어요. 더 될 수 있으면 좋겠어.

해도 너랑 나랑 하는 것들이 제일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는데 이젠 그림도

네. 좀 나요. 확실히 너무 같은

그래서 뭐 소개팅이나 그런 건 뭐

많아지고 다른 작품들도 눈에 많이

방식으로만 계속 온 느낌이 있네요.

없어요?

들어오더라고. 그래서 작가 입장에선 더

나중에라도 좋은 생각이 나시면 얘기를

많이 배포가 이루어지면 좋겠어.

해주세요. 일단 10호까지는 계속 이런

아, 모르겠어.

방식으로 나갈 거예요. 일단 피드백이 제가 게으른 게 문제죠.

정확히 돈을 안 준다는 소리야?

그냥 이것저것 생각해보자는

네. 아무튼 생각나는 대로 얘기해주세요.

않을 것 같아. 꼭 판매가 아니더라도.

근데 배포를 한 곳들에서 돈이 회수가 잘 안 되더라고요.

탈락자는 다음부터 참여 못하고.

아님 크기를 좀 바꿔볼까요? 맞아. 그냥 놓는 것도 나쁘지

곳이 점점 더 적어져?

나는 가수다 처럼 랭킹 매기는 거네요?

거지.

그게 컸어요. 근데 왜 이 책을 볼 수 있는

81

네가 술 먹는 것만 줄이면 된다고!

오는 장치를 하나 설치해볼까 하는데요.

그럼 저 해줄 만한 여자애는요?

그런 것도 괜찮은 것 같아. 아브락사스 카페가 전혀 활용이 안 되고

언니밖에 없어. 안 돼. 넌 요즘 없냐? 소개팅 없어?

있잖아. 네가 거기서 조금 활동을 하는 네.

네. 제가 핑계가 많죠. 아예 무료로 가는

거지. 사진 같은 걸 좀 올리고. 그래서

건 어때요?

여기 뒤에다가 원래 연락처 같은 걸

왜? 왜 안 주지?

적어놓잖아. 거기에 이번호에 가장

네. 없어요. 학교 다니는 애가 왜 없냐?

너 괜찮겠어? 그게. 제가 몇 권을 갖다 드렸어요.

저번에 우택이가 한 번 해준다고 했는데

그 돈을 그냥 주시면 되는데요. 그냥

아니면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다거나?

가져가는 책들이 좀 된다는 거예요.

근데 그러면 문제가 되는 건

좋았던 작품을 올려주세요. 이런 걸

유어마인드나 가가린 북소사이어티는

해본다거나. 근데 누가 그런 걸 할까?

수수료를 떼어가시거든요. 그거라도

사실 아무도 안 할 수도 있어.

왜 그냥 가져가?

제가 싫다고 그랬어요. 니가 뭔디?


사실 제가 만날 시간도 없잖아요. 그래도… 내가 오늘 무슨

돌리냐? 주제는….

정지호

83

누나 주제를 누나가 정하시면 돼요.

생각을 했는지 아냐. 내가 평일에 쉬는 게 오늘부터잖아. 인수인계만 해주고 집에 왔는데 집안일이 그렇게 하고 싶은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게 없는데.

거야. 내가 청소하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 주부도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빨리

지금 당장 정해야 돼요.

결혼을 해서 주부 생활을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다니까.

그런 게 어딨어. 좀 더 고뇌를 해야지. 다 안 정한 거 아냐? 다른 사람

누나 술 좋아하는 남편 만나서 빨리

거 얘기해봐. 넌 뭐야?

결혼을 하시라니까요. 거기서 술 먹고 좀 자게.

전 아마 이번에 작업 안 할 거예요. 인터뷰 정리하는 거랑 뭐 그런 것만 그 생각을 오늘 잠깐 했어.

하고.

이불 빨고 오늘 난리를 쳤네. 내일도 할 나는 ‘눈’! eye!

꺼여. 어쨌거나 그럼 마무리할까요 누나. 제가

네. 누나 그걸로 하세요. 이번은

아직 주제를 못 정했어요. 다른 분들

10호니까 좋은 작품을 주세요. 이상

오셨을 때 물어봤는데 다들 못 정해서요.

마칠게요. 감사합니다.

누나가 이번 주제를 정해주세요. 다 이렇게 말한 거 아냐? 그 중에 고르려는 거 아냐? 아니요. 걸렸네요. 사람마다 그냥 주제가 다 달라요. 이번 호는 그래요.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든요. 누나가 너무 늦게 왔어요. 그걸 왜 또 내 탓으로

To See is To Believe


사실 제가 만날 시간도 없잖아요. 그래도… 내가 오늘 무슨

돌리냐? 주제는….

정지호

83

누나 주제를 누나가 정하시면 돼요.

생각을 했는지 아냐. 내가 평일에 쉬는 게 오늘부터잖아. 인수인계만 해주고 집에 왔는데 집안일이 그렇게 하고 싶은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게 없는데.

거야. 내가 청소하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 주부도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빨리

지금 당장 정해야 돼요.

결혼을 해서 주부 생활을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다니까.

그런 게 어딨어. 좀 더 고뇌를 해야지. 다 안 정한 거 아냐? 다른 사람

누나 술 좋아하는 남편 만나서 빨리

거 얘기해봐. 넌 뭐야?

결혼을 하시라니까요. 거기서 술 먹고 좀 자게.

전 아마 이번에 작업 안 할 거예요. 인터뷰 정리하는 거랑 뭐 그런 것만 그 생각을 오늘 잠깐 했어.

하고.

이불 빨고 오늘 난리를 쳤네. 내일도 할 나는 ‘눈’! eye!

꺼여. 어쨌거나 그럼 마무리할까요 누나. 제가

네. 누나 그걸로 하세요. 이번은

아직 주제를 못 정했어요. 다른 분들

10호니까 좋은 작품을 주세요. 이상

오셨을 때 물어봤는데 다들 못 정해서요.

마칠게요. 감사합니다.

누나가 이번 주제를 정해주세요. 다 이렇게 말한 거 아냐? 그 중에 고르려는 거 아냐? 아니요. 걸렸네요. 사람마다 그냥 주제가 다 달라요. 이번 호는 그래요.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거든요. 누나가 너무 늦게 왔어요. 그걸 왜 또 내 탓으로

To See is To Belie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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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8


기존의 진실의 형체가 변질이 아닌 거대한 또 하나의 진실이 되기를.

하나의 진실이 그대들이 그리고 내가 모르는 그 모든 사람들에게까지 거칠지라도

나는 바란다.

되도록이면 과장되고 부정적인 그리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보편적으로 하나의 진실은 이사람 저사람을 거치며 변질되기 마련이다.

To see is to believe

90


기존의 진실의 형체가 변질이 아닌 거대한 또 하나의 진실이 되기를.

하나의 진실이 그대들이 그리고 내가 모르는 그 모든 사람들에게까지 거칠지라도

나는 바란다.

되도록이면 과장되고 부정적인 그리고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보편적으로 하나의 진실은 이사람 저사람을 거치며 변질되기 마련이다.

To see is to believe

90


92

이원희 5월 17일 화요일 07:20pm

책 봤어요? 코팅된 거 어때요?

93

제가 당하는 건 처음이네요. 영광인데요.

이원희

근데 뭐 질문도 없고. 대단한 것도

이 표지 이미지랑 잘 맞는 것

아니고요. 다 문자로 변환이 되기는

같아요.

할 거예요, 아마. 이제 아브락사스가 10호가 되었어요.

이게 옛날 성냥 통에 있는 패턴이래요. 제가 몇 호부터 했죠? 예쁘다. 지금 제가 물어보려고 그랬는데. 담배 안 피우시죠? 제가 you부터 했으니까… 네. 정말 표지가 ‘낭만에 대하여’ 같아요. 지금 녹음되고 있는

5호?

건가요? 5호부터 하고요. 6호 때는안 했고요. 7, 8, 9호 참여했죠.

네. 재밌다. 만날 기자분들이 인터뷰하실 때 녹음하는 것만 봤지.

우선은 처음에 아브락사스를 어떻게 아시게 됐죠?


92

이원희 5월 17일 화요일 07:20pm

책 봤어요? 코팅된 거 어때요?

93

제가 당하는 건 처음이네요. 영광인데요.

이원희

근데 뭐 질문도 없고. 대단한 것도

이 표지 이미지랑 잘 맞는 것

아니고요. 다 문자로 변환이 되기는

같아요.

할 거예요, 아마. 이제 아브락사스가 10호가 되었어요.

이게 옛날 성냥 통에 있는 패턴이래요. 제가 몇 호부터 했죠? 예쁘다. 지금 제가 물어보려고 그랬는데. 담배 안 피우시죠? 제가 you부터 했으니까… 네. 정말 표지가 ‘낭만에 대하여’ 같아요. 지금 녹음되고 있는

5호?

건가요? 5호부터 하고요. 6호 때는안 했고요. 7, 8, 9호 참여했죠.

네. 재밌다. 만날 기자분들이 인터뷰하실 때 녹음하는 것만 봤지.

우선은 처음에 아브락사스를 어떻게 아시게 됐죠?


가가린에서 책을 보는데요. 아브락사스 같은 그런 종류의 책이

다른 덴 되게 많은데요. (정수리를 보이며) 여기만…좀 그렇지 않아요?

95

희망이 있는데요? 하여튼 그때 그 글이 재밌었어요.

가가린에 좀 있잖아요. 근데 왜 제가 이 책을 집었는지 모르겠는데요. 그냥 이게 좋았어요. 아브락사스 이름도

얘기 들으니까 좀 그래 보이네요.

마음에 들었고요. 제가 처음 본 게 〘서울 어느 곳〙? 그 주제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러면 거의 다 보셨네요. 보시면서

내가 쓴 것 때문에 혹시 조금 누가 되지

어때요? 진행되어가는 책의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씩 해요. 역시

느낌이랄까?

내 것이 제일 구리지 않을까?

스트레스성 같은데 안 없어져요.

서가지고 보는데요. 관심이 있으면

음… 일단 표지는 항상 멋진

참여를 하고 싶으면, 여기 써있잖아요.

음…탈모…근데 요즘에는

전혀 그런 생각은 안 하셔도 될 것

것 같아요. 주제에 맞는 디자인? 그런

같아요. 전공하지 않으신 분들이 좀

그걸 보고 그 다음날 학교에 가서 나름

스킨헤드도 괜찮은 것 같아요. 요즘

것도 마음에 들고. 음… 뭐라고 해야

더 많이 참여하셔서 즐기는 장이 될 수

고민을 했어요. 나 같은 사람도 여기

남자 중에 옆에만 있고 위에는 없고

되지?

있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렇게 굴러가질

참여해도 되나? 이러면서요. 고민을

그런 아저씨 같은 대머리 말고 아예

하다가 메일을 먼저 보냈나 블로그에

밀고 다니는 남자들 많잖아요. 요즘 길

글을 남겼나 기억은 안 나는데요.

가다보면 그런 사람들이 더 남성적으로

그렇게해서 참여하게 됐죠.

보인다 그래야 되나?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든요.

않는 것 같아요. 이제 10호를 맞이해서 그 이외엔 사실 변화된 게 없긴 하죠.

그만할까 계속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한 번 낼 때마다 돈이 꽤

하는 사람이 많이 바뀌진

들거든요.

않는 것 같아요.

4호부터 보신 거네요.

현실적인 문제네요? 대개의 여자들이 빡빡 밀거나 하는 거

네. 서울 어느 곳에 거기서

그렇죠. 고정된 멤버가 좀 있긴 하죠.

싫어하지 않아요?

쓰신 거요. 그걸 버스에서 보는데 너무

네. 그리고 제가 여기 신경을 쓰느라 제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는 건

웃긴 거예요. 글 쓰신 분이 대머린가?

아니요. 아니요. 다른

작업에 집중을 못하는 것도 좀 있고요.

아니고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여기

책이 조금 매너리즘에 빠진 느낌도 있고요.

혼자 막 이러면서…너무 웃겨서 막

여자들은 모르겠는데 저는 그 사람한테

글 쓰시는 분들은 글을 원래 쓰시는

웃다가. 이렇게 글 쓰는 사람도 있구나.

그게 어울리면 좋아요.

분들인가요?

재밌겠다.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했어요.

권태기? 안 어울리면요?

문창과인 제 친구들이 좀 있고요. 아닌 분들도 좀 계세요.

제가 원형탈모 고민이 많았었어요. 지금도 약간 정수리부분에서 탈모가 진행 중이에요. 머리숱 되게 많으신 것 같은데?

생각하시나요?

안 어울려도 사람만 좋으면 뭐….

네. 그래서 고민이에요. 어떻게

제가 전에 술자리에서도 말씀을 드렸던 것 같은데요. 저는 글

만약에 그런 대머리가 된다면

쓰는 것을 직업으로 갖는 사람들에 대한

스킨헤드를 해서 헌팅캡을 쓰고 다닐까,

동경이 있어요. 존경심도 있고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항상 참여하면서 너무 자신감없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왜요? 제가 계속 하고 싶으니까요.


가가린에서 책을 보는데요. 아브락사스 같은 그런 종류의 책이

다른 덴 되게 많은데요. (정수리를 보이며) 여기만…좀 그렇지 않아요?

95

희망이 있는데요? 하여튼 그때 그 글이 재밌었어요.

가가린에 좀 있잖아요. 근데 왜 제가 이 책을 집었는지 모르겠는데요. 그냥 이게 좋았어요. 아브락사스 이름도

얘기 들으니까 좀 그래 보이네요.

마음에 들었고요. 제가 처음 본 게 〘서울 어느 곳〙? 그 주제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러면 거의 다 보셨네요. 보시면서

내가 쓴 것 때문에 혹시 조금 누가 되지

어때요? 진행되어가는 책의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씩 해요. 역시

느낌이랄까?

내 것이 제일 구리지 않을까?

스트레스성 같은데 안 없어져요.

서가지고 보는데요. 관심이 있으면

음… 일단 표지는 항상 멋진

참여를 하고 싶으면, 여기 써있잖아요.

음…탈모…근데 요즘에는

전혀 그런 생각은 안 하셔도 될 것

것 같아요. 주제에 맞는 디자인? 그런

같아요. 전공하지 않으신 분들이 좀

그걸 보고 그 다음날 학교에 가서 나름

스킨헤드도 괜찮은 것 같아요. 요즘

것도 마음에 들고. 음… 뭐라고 해야

더 많이 참여하셔서 즐기는 장이 될 수

고민을 했어요. 나 같은 사람도 여기

남자 중에 옆에만 있고 위에는 없고

되지?

있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렇게 굴러가질

참여해도 되나? 이러면서요. 고민을

그런 아저씨 같은 대머리 말고 아예

하다가 메일을 먼저 보냈나 블로그에

밀고 다니는 남자들 많잖아요. 요즘 길

글을 남겼나 기억은 안 나는데요.

가다보면 그런 사람들이 더 남성적으로

그렇게해서 참여하게 됐죠.

보인다 그래야 되나?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든요.

않는 것 같아요. 이제 10호를 맞이해서 그 이외엔 사실 변화된 게 없긴 하죠.

그만할까 계속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한 번 낼 때마다 돈이 꽤

하는 사람이 많이 바뀌진

들거든요.

않는 것 같아요.

4호부터 보신 거네요.

현실적인 문제네요? 대개의 여자들이 빡빡 밀거나 하는 거

네. 서울 어느 곳에 거기서

그렇죠. 고정된 멤버가 좀 있긴 하죠.

싫어하지 않아요?

쓰신 거요. 그걸 버스에서 보는데 너무

네. 그리고 제가 여기 신경을 쓰느라 제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는 건

웃긴 거예요. 글 쓰신 분이 대머린가?

아니요. 아니요. 다른

작업에 집중을 못하는 것도 좀 있고요.

아니고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여기

책이 조금 매너리즘에 빠진 느낌도 있고요.

혼자 막 이러면서…너무 웃겨서 막

여자들은 모르겠는데 저는 그 사람한테

글 쓰시는 분들은 글을 원래 쓰시는

웃다가. 이렇게 글 쓰는 사람도 있구나.

그게 어울리면 좋아요.

분들인가요?

재밌겠다.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했어요.

권태기? 안 어울리면요?

문창과인 제 친구들이 좀 있고요. 아닌 분들도 좀 계세요.

제가 원형탈모 고민이 많았었어요. 지금도 약간 정수리부분에서 탈모가 진행 중이에요. 머리숱 되게 많으신 것 같은데?

생각하시나요?

안 어울려도 사람만 좋으면 뭐….

네. 그래서 고민이에요. 어떻게

제가 전에 술자리에서도 말씀을 드렸던 것 같은데요. 저는 글

만약에 그런 대머리가 된다면

쓰는 것을 직업으로 갖는 사람들에 대한

스킨헤드를 해서 헌팅캡을 쓰고 다닐까,

동경이 있어요. 존경심도 있고요.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항상 참여하면서 너무 자신감없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왜요? 제가 계속 하고 싶으니까요.


이기적인가요?

그래서 친구를 붙잡아 놓고 낭만이

97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뭐라고 생각하니? 물어도 보고. 사전도 아니요. 기분 좋은 이야긴데요.

찾아보고. 저는 아무튼 계속 하고 싶어요.

저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왜 못, 안, 안 하니까 못하는

전 개인 홈페이지나 워드로 제 글을 쓰기도 하지만 거기에 쓰는

이런 사적인 얘기가 인터뷰에 실리셔도

네. 상관없어요.

할까요? 아브락사스에 낼 글을 쓰는 남자친구는?

아브락사스엔 어떤 글을 쓸까, 하고

아니요. 저는 연애는 안 하고

가는 길에. 그때 통화할 애인이 있으면.

너무 만족하고. 그러다가도 집에

그럴 때. 친구들도 있지만. 친구랑

들어가면 혼자 밤에 영화 보다가….

통화해서 힘을 얻는 거랑 애인이랑 통화를 해서 힘을 얻는 거랑. 결국

전 평소에는 크게 그렇지 않거든요. 안 하고 에요, 못하고 에요?

있어서 저는 계속 하고 싶어요. 못하고 겠죠? 안 하곤가? 그게 의미가 다르죠?

금토일은 낙타에서 하고, 평일에는

에이. 그럴 만한 사람이 없으니까 안

여기서 하는데요. 일이 끝나고 평소엔

하는 거죠.

친구들이 놀러와서 맥주를 한 두 캔

싶으셔서 들어가신 거랬죠? 그럼

네. 안 하고는 고의적인 거고 못하는

근데. 어느날은 친구들이 한 명도 안

지금은 되게 잘 된 거네요?

건 고의적인 게 아닌 거죠. 하고는

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그럴 때 집에

싶으세요?

가면 애인이 기다리고 있으면 집에 갈

네. 운이 좋았어요. 시기상 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반대로 연애하고 계세요?

출근을 했는데 역시 현실이더라고요.

들어가다가 떡볶이 이천원 어치랑 맥주 두 캔 사들고 가서…이런 게 진짜

눈에 차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 게 있으면 시도라도 해보지. 나 좋다는 사람도 없고, 내가 좋은 사람도 없고.

낭만이죠. 결혼은 됐고. 여자친구랑 같이 없어요.

살면 좋겠어요.

조금은 환상 같은 게 있었나봐요.

그냥 재수가 없는 거죠. 조만간 좋은 사람 생길 거예요. 사실은 책을 계속할

못하는 거예요, 안 하는

적응하기 전까지는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 때 힘들 때도 아브락사스를 생각하면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내

때 맥주 두 캔 사들고 가면 되는 건데.

운도 좋았고, 그때도 계속 지큐를 가고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못하는 거죠 뭐. 그렇잖아요. 그쵸?

근데 제가 매일매일 일을 하고 있어요.

먹는다거나 해요. 그게 제 낙이거든요.

들어가신 게 원래 에디터를 하고

싶었는데 진짜 잘 돼서 행복한 마음으로

퇴근길에 생각을 하면서. 힘들 때 집에

남자친구 없어도 뭐, 난 나 혼자로도

있어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 하고

그러고 보니까 저번에 그 에스모드를

좋네요. 제가 아브락사스를 네. 약간 뻣대야 될 때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번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요. 못하니까 안 하는 거기도 하겠죠?

다르거든요.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좋아요. 물론 제가

거겠죠?

상관없으시죠?

거랑 아브락사스에 내는 글의 성격이

시간이 제겐 좀 소중해요. 직장에서

여긴 손님이 많은 편인가요?

동거?

거예요?

행복해진다는 건 오바고요, 일종의

생각이에요. 10년만 해보려고요. 질문을 준비해놓은 게 없어서요.

근데 뭐 여자친구가 있어야…돈이

탈출구? 새벽에 일 끝나고 택시 안에서

저도 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낭만에 대해서’ 어떻게 써볼까?

대체적으로 못하는 거죠. 전 연애는 좋은

있어야… 근데 돈도 여자친구도 없고….

네. 전 괜찮아요. 이렇게 조용히 있는 것도요.


이기적인가요?

그래서 친구를 붙잡아 놓고 낭만이

97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뭐라고 생각하니? 물어도 보고. 사전도 아니요. 기분 좋은 이야긴데요.

찾아보고. 저는 아무튼 계속 하고 싶어요.

저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왜 못, 안, 안 하니까 못하는

전 개인 홈페이지나 워드로 제 글을 쓰기도 하지만 거기에 쓰는

이런 사적인 얘기가 인터뷰에 실리셔도

네. 상관없어요.

할까요? 아브락사스에 낼 글을 쓰는 남자친구는?

아브락사스엔 어떤 글을 쓸까, 하고

아니요. 저는 연애는 안 하고

가는 길에. 그때 통화할 애인이 있으면.

너무 만족하고. 그러다가도 집에

그럴 때. 친구들도 있지만. 친구랑

들어가면 혼자 밤에 영화 보다가….

통화해서 힘을 얻는 거랑 애인이랑 통화를 해서 힘을 얻는 거랑. 결국

전 평소에는 크게 그렇지 않거든요. 안 하고 에요, 못하고 에요?

있어서 저는 계속 하고 싶어요. 못하고 겠죠? 안 하곤가? 그게 의미가 다르죠?

금토일은 낙타에서 하고, 평일에는

에이. 그럴 만한 사람이 없으니까 안

여기서 하는데요. 일이 끝나고 평소엔

하는 거죠.

친구들이 놀러와서 맥주를 한 두 캔

싶으셔서 들어가신 거랬죠? 그럼

네. 안 하고는 고의적인 거고 못하는

근데. 어느날은 친구들이 한 명도 안

지금은 되게 잘 된 거네요?

건 고의적인 게 아닌 거죠. 하고는

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그럴 때 집에

싶으세요?

가면 애인이 기다리고 있으면 집에 갈

네. 운이 좋았어요. 시기상 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반대로 연애하고 계세요?

출근을 했는데 역시 현실이더라고요.

들어가다가 떡볶이 이천원 어치랑 맥주 두 캔 사들고 가서…이런 게 진짜

눈에 차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 게 있으면 시도라도 해보지. 나 좋다는 사람도 없고, 내가 좋은 사람도 없고.

낭만이죠. 결혼은 됐고. 여자친구랑 같이 없어요.

살면 좋겠어요.

조금은 환상 같은 게 있었나봐요.

그냥 재수가 없는 거죠. 조만간 좋은 사람 생길 거예요. 사실은 책을 계속할

못하는 거예요, 안 하는

적응하기 전까지는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 때 힘들 때도 아브락사스를 생각하면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내

때 맥주 두 캔 사들고 가면 되는 건데.

운도 좋았고, 그때도 계속 지큐를 가고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못하는 거죠 뭐. 그렇잖아요. 그쵸?

근데 제가 매일매일 일을 하고 있어요.

먹는다거나 해요. 그게 제 낙이거든요.

들어가신 게 원래 에디터를 하고

싶었는데 진짜 잘 돼서 행복한 마음으로

퇴근길에 생각을 하면서. 힘들 때 집에

남자친구 없어도 뭐, 난 나 혼자로도

있어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 하고

그러고 보니까 저번에 그 에스모드를

좋네요. 제가 아브락사스를 네. 약간 뻣대야 될 때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번

있지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요. 못하니까 안 하는 거기도 하겠죠?

다르거든요.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생각하는 시간이 좋아요. 물론 제가

거겠죠?

상관없으시죠?

거랑 아브락사스에 내는 글의 성격이

시간이 제겐 좀 소중해요. 직장에서

여긴 손님이 많은 편인가요?

동거?

거예요?

행복해진다는 건 오바고요, 일종의

생각이에요. 10년만 해보려고요. 질문을 준비해놓은 게 없어서요.

근데 뭐 여자친구가 있어야…돈이

탈출구? 새벽에 일 끝나고 택시 안에서

저도 때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낭만에 대해서’ 어떻게 써볼까?

대체적으로 못하는 거죠. 전 연애는 좋은

있어야… 근데 돈도 여자친구도 없고….

네. 전 괜찮아요. 이렇게 조용히 있는 것도요.


웃자고 하는 얘긴데요. 담배를 계속

그 정도면 다 아시겠네요. 담배.

피우면요. 아침에 잘 안서요. 어르신들

주제는요. 그냥 정하셔서 해주시면

담배를 막 끊잖아요. 그게 다 그런

돼요. 저번부터 거짓말하다 걸려서요.

이유에요. 그래서 삼십대 되면 슬슬

원래는 주제를 정해달라고 해서 그걸로

하나둘씩 끊기 시작하는 거예요.

다 하겠다고 했었는데요. 그냥 솔직하게

이원희

99

하기로 했어요. 본인 주제는 본인이. 제 주변에는 저 빼고 다들

대신 이 자리에서 정하시고 가셔야 돼요.

피워요. 친구들한테 얘기해줘야겠네요. 그럼 전 ‘그날 아침’이요.

저는 동갑 친구들은 별로 없어요. 다들 저보다 위에요. 근데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오늘 들은 노래네요. 강산에 아저씨의 그날 아침.

저요? 전 일곱이요. 네. 정말요? 그럼 이만 정리할까요? 왜요? 너무 동안인가요? 네. 감사합니다. 네. 이상한데요? 일곱이면 몇 년생이시죠? 85년이요. 아… 말 놓으세요. 아니요. 엄청난 동안이신데요? 저는 스물넷? 다섯인 줄. 감사합니다. 제 친구들이 85, 86.

그날 아침


웃자고 하는 얘긴데요. 담배를 계속

그 정도면 다 아시겠네요. 담배.

피우면요. 아침에 잘 안서요. 어르신들

주제는요. 그냥 정하셔서 해주시면

담배를 막 끊잖아요. 그게 다 그런

돼요. 저번부터 거짓말하다 걸려서요.

이유에요. 그래서 삼십대 되면 슬슬

원래는 주제를 정해달라고 해서 그걸로

하나둘씩 끊기 시작하는 거예요.

다 하겠다고 했었는데요. 그냥 솔직하게

이원희

99

하기로 했어요. 본인 주제는 본인이. 제 주변에는 저 빼고 다들

대신 이 자리에서 정하시고 가셔야 돼요.

피워요. 친구들한테 얘기해줘야겠네요. 그럼 전 ‘그날 아침’이요.

저는 동갑 친구들은 별로 없어요. 다들 저보다 위에요. 근데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오늘 들은 노래네요. 강산에 아저씨의 그날 아침.

저요? 전 일곱이요. 네. 정말요? 그럼 이만 정리할까요? 왜요? 너무 동안인가요? 네. 감사합니다. 네. 이상한데요? 일곱이면 몇 년생이시죠? 85년이요. 아… 말 놓으세요. 아니요. 엄청난 동안이신데요? 저는 스물넷? 다섯인 줄. 감사합니다. 제 친구들이 85, 86.

그날 아침


100

그날 아침

이원희

아브락사스 vol.10

101

에 뒤엉켜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치웠다. 냄새가 고약했다. ‘대체 나는 무엇을 먹었길래.’ 라는 생각에 하나하나 뜯어봤다. 나열하자면 지루하다. (이들도 빛 깔 고운 시절 있었겠지.) 종량제 봉투에 가득 넣고 네 번 묶었다. 고무장갑 낀 상태에서 묶으니 가끔 고무장갑도 묶이는 기분이었다. (봉투가 고무장갑을 먹으려는 발정 난 사내 같았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주방까지 치우고 나니 오전 9시 방송이 끝나고 막 11시 방송이 시작되고 있었다. 소파에 앉았다. 두 르고 있던 앞치마를 빨래 통에 던져놓고 신문을 펼쳤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 그날 아침, 나는 밀린 빨래를 세탁기 속으로 밀어 넣었다.

다.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언제나 그들끼리의 싸움이요. 그들끼리의

네가 내게 마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던 날 밤. (바로 전날 밤.)

잔치였다. 선거철 다가오면 안하거나 말도 안 되는 곳에 도장 쾅 찍고 나오기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줄기차게 노래를 들었다. 어김없이 제3한강교

일쑤였다. 정치면을 펼쳤다. (역시나 새로운 인물들로 가득하다. 신기한건 느

(한남대교)를 건너면서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되었다 생각했다. 사람은 주체적

낌 가는 사람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뉴스는 감사원의 감사위

인 선택 후 언제나 후회를 한다.(너에게 마음 기운 것을 후회했다.) 나도 사람

원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누구에게 뭘 받았고 재수 없게 걸려 신문에 난 것이

이니 하며 기특하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너에게는 신기하게 몸도 끌렸으니

다. 세세하게 읽어보니 아침 드라마만큼 뻔한 (뻔뻔한) 이야기다. 접었다.(그

(밤마다 너를 생각하면 묵직해졌다.) 다른 것들과는 다르고 다른 종류의 성장

기사만 읽었다.) 다시 일을 시작해야하는데 어떤 걸 할까 고민하다가 책꽂이

통이라 얘기한다. 그리고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 속삭인다. 불행히 날씨 좋은

에 있는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월간지는 가장 최근 것을 키에 적당한

5월의 밤이었고 가는 곳마다 지독한 꽃 냄새 진동했다.

네 번째 칸에 차례로 꼽았다. 소설은 세 번째. 시집도 같은 세 번째. 사전은 다 섯 번째. 시집을 꺼내볼까 하다가 이내 그만뒀다.

그래서 그날 아침, 무조건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토요일이었고 약속은 없었다. 그러니까 금요일 밤에 (금요일 밤에) 나는 네 마음을 확인했으니 평소

다시 전날 밤 일이 생각났다. 나는 언제나 얘기할 때면 몸이 반 쯤 앞으로

보다 몇 배는 더 우울한 토요일 아침인 셈이다. 빨래부터 시작했다. 밀린 빨래

나와 있고 너는 반쯤 뒤로 나가있다. 우리는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술은 마시

가 어찌 많은지 흰 것, 검은 것 구분하는 일만 5분 남짓 걸렸다. 세제 푹푹 넣고

지 않았다. 대신 나는 커피를 마셨고 너는 연신 물만 마셨다. 얼음이 가득 차

동작 버튼을 누른 뒤 다시 거실로 나왔다. (주방에 잔뜩 쌓여있는 그릇을 보고

있는 커피는 맛이 없었다. 짙은 농도에 비해 남는 것이 없는 맛.

소리를 질렀다.) 라디오부터 틀었다. 오전 9시면 팝송만 틀어주는 방송 있는 데 챙겨 듣진 않지만 시간 맞으면 항상 틀어놓는다.

며칠 전엔 악몽을 꿨다. 지금 생각해보니 예지몽인 듯하다. 엄청난 들판 에서 전속력을 다해 달리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뒤에서 맹수 4마리가 쫓아

첫 곡이 los indios tabajaras의 ‘Always in my heart’였지 아마. 들으며 설 거지 하고 있자니 꼭 장국영에게 애처롭게 갈구하는 장만옥 된 기분이었다.

(차라리 앨비 싱어와 노닥거리는 애니 홀이면 덜 비참하겠다 싶었다.) 수채통

오고 나는 멈출 수도 구해줄 사람도 없는 망망대해 같은 들판에 버려진 존재 였다. 그러니까 네가 내게 마음이 없다는 악몽 같은 일의 예지몽인 셈이다. 왜 항상 내가 마음을 주고 싶은 이는 내게 먼지만큼의 관심도 없는 것이며


100

그날 아침

이원희

아브락사스 vol.10

101

에 뒤엉켜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치웠다. 냄새가 고약했다. ‘대체 나는 무엇을 먹었길래.’ 라는 생각에 하나하나 뜯어봤다. 나열하자면 지루하다. (이들도 빛 깔 고운 시절 있었겠지.) 종량제 봉투에 가득 넣고 네 번 묶었다. 고무장갑 낀 상태에서 묶으니 가끔 고무장갑도 묶이는 기분이었다. (봉투가 고무장갑을 먹으려는 발정 난 사내 같았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주방까지 치우고 나니 오전 9시 방송이 끝나고 막 11시 방송이 시작되고 있었다. 소파에 앉았다. 두 르고 있던 앞치마를 빨래 통에 던져놓고 신문을 펼쳤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 그날 아침, 나는 밀린 빨래를 세탁기 속으로 밀어 넣었다.

다.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언제나 그들끼리의 싸움이요. 그들끼리의

네가 내게 마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던 날 밤. (바로 전날 밤.)

잔치였다. 선거철 다가오면 안하거나 말도 안 되는 곳에 도장 쾅 찍고 나오기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줄기차게 노래를 들었다. 어김없이 제3한강교

일쑤였다. 정치면을 펼쳤다. (역시나 새로운 인물들로 가득하다. 신기한건 느

(한남대교)를 건너면서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되었다 생각했다. 사람은 주체적

낌 가는 사람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뉴스는 감사원의 감사위

인 선택 후 언제나 후회를 한다.(너에게 마음 기운 것을 후회했다.) 나도 사람

원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누구에게 뭘 받았고 재수 없게 걸려 신문에 난 것이

이니 하며 기특하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너에게는 신기하게 몸도 끌렸으니

다. 세세하게 읽어보니 아침 드라마만큼 뻔한 (뻔뻔한) 이야기다. 접었다.(그

(밤마다 너를 생각하면 묵직해졌다.) 다른 것들과는 다르고 다른 종류의 성장

기사만 읽었다.) 다시 일을 시작해야하는데 어떤 걸 할까 고민하다가 책꽂이

통이라 얘기한다. 그리고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 속삭인다. 불행히 날씨 좋은

에 있는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월간지는 가장 최근 것을 키에 적당한

5월의 밤이었고 가는 곳마다 지독한 꽃 냄새 진동했다.

네 번째 칸에 차례로 꼽았다. 소설은 세 번째. 시집도 같은 세 번째. 사전은 다 섯 번째. 시집을 꺼내볼까 하다가 이내 그만뒀다.

그래서 그날 아침, 무조건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토요일이었고 약속은 없었다. 그러니까 금요일 밤에 (금요일 밤에) 나는 네 마음을 확인했으니 평소

다시 전날 밤 일이 생각났다. 나는 언제나 얘기할 때면 몸이 반 쯤 앞으로

보다 몇 배는 더 우울한 토요일 아침인 셈이다. 빨래부터 시작했다. 밀린 빨래

나와 있고 너는 반쯤 뒤로 나가있다. 우리는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술은 마시

가 어찌 많은지 흰 것, 검은 것 구분하는 일만 5분 남짓 걸렸다. 세제 푹푹 넣고

지 않았다. 대신 나는 커피를 마셨고 너는 연신 물만 마셨다. 얼음이 가득 차

동작 버튼을 누른 뒤 다시 거실로 나왔다. (주방에 잔뜩 쌓여있는 그릇을 보고

있는 커피는 맛이 없었다. 짙은 농도에 비해 남는 것이 없는 맛.

소리를 질렀다.) 라디오부터 틀었다. 오전 9시면 팝송만 틀어주는 방송 있는 데 챙겨 듣진 않지만 시간 맞으면 항상 틀어놓는다.

며칠 전엔 악몽을 꿨다. 지금 생각해보니 예지몽인 듯하다. 엄청난 들판 에서 전속력을 다해 달리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뒤에서 맹수 4마리가 쫓아

첫 곡이 los indios tabajaras의 ‘Always in my heart’였지 아마. 들으며 설 거지 하고 있자니 꼭 장국영에게 애처롭게 갈구하는 장만옥 된 기분이었다.

(차라리 앨비 싱어와 노닥거리는 애니 홀이면 덜 비참하겠다 싶었다.) 수채통

오고 나는 멈출 수도 구해줄 사람도 없는 망망대해 같은 들판에 버려진 존재 였다. 그러니까 네가 내게 마음이 없다는 악몽 같은 일의 예지몽인 셈이다. 왜 항상 내가 마음을 주고 싶은 이는 내게 먼지만큼의 관심도 없는 것이며


102

그날 아침

이원희

아브락사스 vol.10

103

내가 먼지만큼의 관심도 없는 얼간이들은 내게 관심이 있는 것인지 모를 일

말을 잃었다. 연신 사프란으로 떠났다는 그녀를 생각해봤다. 무엇이 그녀

이다. 언제나 ‘제발 저 사람만은 아니길’했던 이들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

를 사프란으로 떠나게 했으며 아무도 없는 그곳에 누가 찾아와 초인종을 눌

며 같이 밥을 먹자고, 같이 미술관에 가자고 했다. 처음으로 적극적인 마음을

렀으며 왜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며…….

안고 건넌 한남대교에서 나는 다짐했다.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야지’ 다시 돌 아오는 한남대교 안에서는 후회를 했고 너에게 얼간이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질문들의 끝에는 또다시 전날 밤이 있었고 맞은

에 화가 치밀었다. ‘그래, 나 같은 여자 놓친 걸 후회할거야’ 라는 마음이 들다

편에서 연신 물만 들이켰던 네가 있었다. 어쩌면 인생은 이렇듯 무한대의 질

가도 ‘정말 내가 얼간이였던 걸까’라는 마음에 미운 오리 새끼의 또 다른 새끼

문을 안고 사는 것일 수도 있다. 답을 알 수 없는 것도 있고 알 필요가 없는 것

가 된 것 같았다. 꺼내려다 그만뒀던 12권의 시집 중 한 권을 꺼냈다. 접혀 있

도 있고 죽어서도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있겠다. 동시에 죽어서도 알고 싶은 것

는 곳을 펼치니 시 하나가 쓰여 있다.

도 있는데 그 것이 바로 ‘왜 너는 내게 마음을 주지 않았고 나는 왜 너에게 얼 간이 같은 존재인가’ 이다.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다 전날 밤, 택시에서 내려 담배를 물었다. 여간해서 물지 않는 담배를 물고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다

세종로 공원 앞을 걸었다. 늦은 시간이라 거리에 사람이라곤 똑같은 곳 반복

무수히 해가 뜨고 해가 져도

해서 걷는 전경들 밖에 없는 터라 편하게 물었다. 가끔 애송이 같은 전경 중 몇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몇은 담배 물고 있는 내가 신기한지 연신 곁눈질이다. 뱉으려다 삼켰다. 머리 가 핑 돈다. 돌고 싶은 밤이었다.

가금씩 초인종이 울려도 너는 내게 찾아온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지겨운 과거를 떨쳐 낼 수 있는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기회였다. 단지 마음에 품은 것을 떠나 절호의 찬스였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고

너를 만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실낱같은 희망,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

그녀는 이미 돌아오지 않는다

회, 기가 막힌 타이밍을 모두 수포로 만든 자신을 자문(自刎)해야 할 때였다.

나는 또 오늘의 요리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부엌 창문턱의 작은 아이비 화분,

사실 자문(自刎)이란 것이 한 번에 내릴 수 있는 쉬운 결정은 아니기 때문 에 일단 목욕을 하기로 했다. 모든 옷을 벗어 던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생각해

먼 꿈 하나

보니 욕실 청소를 하지 않았다. 바닥이 미끌미끌한 것이 재수 없으면 자문(自

댕그라니 *

꿈에도 비에 젖지 못할

刎)하기 전에 미끄러져 뇌진탕으로 죽을 기세였다. 솔에 비누를 묻히고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세상에 발가벗은 채 무릎 꿇고 앉아 하는 짓이라곤 바닥 청소라니. 행여나 뇌진탕으로 죽을까 구슬땀 흘리며 바닥을 닦고 있는 모습

* 최승자,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다, 〘쓸쓸해서 머나먼〙 2010, 53p


102

그날 아침

이원희

아브락사스 vol.10

103

내가 먼지만큼의 관심도 없는 얼간이들은 내게 관심이 있는 것인지 모를 일

말을 잃었다. 연신 사프란으로 떠났다는 그녀를 생각해봤다. 무엇이 그녀

이다. 언제나 ‘제발 저 사람만은 아니길’했던 이들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

를 사프란으로 떠나게 했으며 아무도 없는 그곳에 누가 찾아와 초인종을 눌

며 같이 밥을 먹자고, 같이 미술관에 가자고 했다. 처음으로 적극적인 마음을

렀으며 왜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며…….

안고 건넌 한남대교에서 나는 다짐했다.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야지’ 다시 돌 아오는 한남대교 안에서는 후회를 했고 너에게 얼간이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질문들의 끝에는 또다시 전날 밤이 있었고 맞은

에 화가 치밀었다. ‘그래, 나 같은 여자 놓친 걸 후회할거야’ 라는 마음이 들다

편에서 연신 물만 들이켰던 네가 있었다. 어쩌면 인생은 이렇듯 무한대의 질

가도 ‘정말 내가 얼간이였던 걸까’라는 마음에 미운 오리 새끼의 또 다른 새끼

문을 안고 사는 것일 수도 있다. 답을 알 수 없는 것도 있고 알 필요가 없는 것

가 된 것 같았다. 꺼내려다 그만뒀던 12권의 시집 중 한 권을 꺼냈다. 접혀 있

도 있고 죽어서도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있겠다. 동시에 죽어서도 알고 싶은 것

는 곳을 펼치니 시 하나가 쓰여 있다.

도 있는데 그 것이 바로 ‘왜 너는 내게 마음을 주지 않았고 나는 왜 너에게 얼 간이 같은 존재인가’ 이다.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다 전날 밤, 택시에서 내려 담배를 물었다. 여간해서 물지 않는 담배를 물고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다

세종로 공원 앞을 걸었다. 늦은 시간이라 거리에 사람이라곤 똑같은 곳 반복

무수히 해가 뜨고 해가 져도

해서 걷는 전경들 밖에 없는 터라 편하게 물었다. 가끔 애송이 같은 전경 중 몇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몇은 담배 물고 있는 내가 신기한지 연신 곁눈질이다. 뱉으려다 삼켰다. 머리 가 핑 돈다. 돌고 싶은 밤이었다.

가금씩 초인종이 울려도 너는 내게 찾아온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지겨운 과거를 떨쳐 낼 수 있는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기회였다. 단지 마음에 품은 것을 떠나 절호의 찬스였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고

너를 만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실낱같은 희망,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

그녀는 이미 돌아오지 않는다

회, 기가 막힌 타이밍을 모두 수포로 만든 자신을 자문(自刎)해야 할 때였다.

나는 또 오늘의 요리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부엌 창문턱의 작은 아이비 화분,

사실 자문(自刎)이란 것이 한 번에 내릴 수 있는 쉬운 결정은 아니기 때문 에 일단 목욕을 하기로 했다. 모든 옷을 벗어 던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생각해

먼 꿈 하나

보니 욕실 청소를 하지 않았다. 바닥이 미끌미끌한 것이 재수 없으면 자문(自

댕그라니 *

꿈에도 비에 젖지 못할

刎)하기 전에 미끄러져 뇌진탕으로 죽을 기세였다. 솔에 비누를 묻히고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세상에 발가벗은 채 무릎 꿇고 앉아 하는 짓이라곤 바닥 청소라니. 행여나 뇌진탕으로 죽을까 구슬땀 흘리며 바닥을 닦고 있는 모습

* 최승자, 그녀는 사프란으로 떠났다, 〘쓸쓸해서 머나먼〙 2010, 53p


104

그날 아침

이원희

에 눈물이 났다. 물을 틀고 바닥의 비눗기를 없애기 시작했다. 몸에 물을 적시 니 적당히 따뜻한 물이 얼간이 같은 나를 위로해주는 기분이었다. ‘그래. 너라 도 나를 위로해주는구나’ 하다가도 행여나 온도가 맞지 않아 갑자기 차가운 물이 나오기라도 하면 죽일 듯 샤워기를 째려봤다. 욕실에는 대략 두 시간 정 도 있었다. 뿌옇게 수증기가 서린 욕실에서는 이렇게 풍만하고 봉긋한 가슴 을 갖고 있는 내게 마음 없는 너를 불쌍히 여기기도 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거실 벽시계는 3시를 향해 유유자적 걷고 있었다. 배가 고팠다. 나는 어제 너에게 거절의 대답을 듣고 돌아왔는데 위장은 밥을 부르다니. 참으로 현실이다. 그래서 밥을 먹기로 했다. 머리를 대충 빗고 옷장 을 열었다. 검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검은색 긴 바지를 입었다. 그렇게 나는 통인시장으로 갔다. 그날 아침, 나는 밀린 빨래를 했고 잔뜩 쌓인 설거지도 했으며 케케묵은 책꽂이 정리와 신문의 정치면 기사도 읽었다. 죽으려 했지만 막상 미끄러운 욕실 바닥에 행여 진짜 죽을까 두려워 욕실 청소까지 했다. 나는 분명, 다음 사람에게도 너는 내게 실낱같은 희망이며 과거를 떨쳐 낼 수 있는 기회이자 절호의 찬스, 기가 막힌 타이밍 같은 사람이라고 외칠 것 이다. 이렇듯 내게 사랑은 언제나 악순환이다.


104

그날 아침

이원희

에 눈물이 났다. 물을 틀고 바닥의 비눗기를 없애기 시작했다. 몸에 물을 적시 니 적당히 따뜻한 물이 얼간이 같은 나를 위로해주는 기분이었다. ‘그래. 너라 도 나를 위로해주는구나’ 하다가도 행여나 온도가 맞지 않아 갑자기 차가운 물이 나오기라도 하면 죽일 듯 샤워기를 째려봤다. 욕실에는 대략 두 시간 정 도 있었다. 뿌옇게 수증기가 서린 욕실에서는 이렇게 풍만하고 봉긋한 가슴 을 갖고 있는 내게 마음 없는 너를 불쌍히 여기기도 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거실 벽시계는 3시를 향해 유유자적 걷고 있었다. 배가 고팠다. 나는 어제 너에게 거절의 대답을 듣고 돌아왔는데 위장은 밥을 부르다니. 참으로 현실이다. 그래서 밥을 먹기로 했다. 머리를 대충 빗고 옷장 을 열었다. 검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검은색 긴 바지를 입었다. 그렇게 나는 통인시장으로 갔다. 그날 아침, 나는 밀린 빨래를 했고 잔뜩 쌓인 설거지도 했으며 케케묵은 책꽂이 정리와 신문의 정치면 기사도 읽었다. 죽으려 했지만 막상 미끄러운 욕실 바닥에 행여 진짜 죽을까 두려워 욕실 청소까지 했다. 나는 분명, 다음 사람에게도 너는 내게 실낱같은 희망이며 과거를 떨쳐 낼 수 있는 기회이자 절호의 찬스, 기가 막힌 타이밍 같은 사람이라고 외칠 것 이다. 이렇듯 내게 사랑은 언제나 악순환이다.


이상협 이동언 5월 24일 화요일 09:30pm

107

사실은 끝낼 생각 없어. 그냥 떠보는 질문이야. 〘동〙 아! 뭐야!

〘상〙 뭐 딱히 없어.

〘상〙 뭐야 그게. 왜 그런

〘동〙 나는 그냥. 지금도

질문을 해?

좋은데. 세 달에 한 번씩 뭔가 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의미 있는 것 같아

근데 되려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좀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줘. 그래야 〘상〙 왜 그만둬? 계속 하지. 아깝잖아.

〘상〙 사람마다 다르겠지 뭐.

반영을 해서 바꿀 거 아냐.

〘동〙 같이 했던 사람들이? 〘동〙 그냥 오빠가 좀 안 힘든

아브락사스가 10호를 맞이했어. 느낌이

10호 하고 그만두면 깔끔한 느낌이 있지

응.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것도 괜찮다. 뭐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지.

어때?

않아?

이런 내용이었어.

자금 그런 거?

이상협 : 이하 〘상〙

〘상〙 그렇게 많이 힘드냐?

〘상〙 누가, 누가 그래?

잘 하고 있지. 꾸준하게.

거. 한 호 낼 때 40만원이 들어가는데

너무 계속 같은 패턴이니까 지겹다거나

돈 말고. 돈 이외에 책 자체의 성격 같은

누군지는 노코멘트 할게.

10만원도 안 들어와.

그런 느낌 없어?

〘상〙 수익도 좀 내. 뭘 그렇게 〘동〙 별로 안 궁금해.

〘동〙 나는 근데 10호까지

원가 그대로 받는 거냐? 원래 뭘 기획을 하면 초반에는 적자를 보는 게 당연한

이동언 : 이하 〘동〙

만든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이제 10호 다음부터는 조금

건데 근데 좀 오래했으니까 조금씩

그래도 주제가 계속

나도 잡지 만들려다가 자금이 안 돼서

바꿔볼까 해. 어떤 성격이나 뭐 이런

수익을 올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때려쳤잖아. 아니 때려친 게 아니라

거를? 혹시 뭐 떠오르는 게 있나?

잠정적으로 미루고 있는 건데. 하나가

평소에 생각하는 어떻게 바뀌면

나와도 다음 호를 낼 자신이 없더라고.

좋겠다거나.

바뀌니까. 주제가 계속 바뀌니까 그래도 괜찮아?

근데 올리면 책이 안 팔릴까봐.

근데 10호까지 나왔는데 관두는 건 좀 〘동〙 그러니까 막 계속 같다는 느낌은 덜 해.

아까운 것 같은데. 〘상〙 그냥 좀 어디 이렇게 좀 제안서 같은 걸 내가지고 협찬이라도

사실은 10호를 기점으로 해서 그만 둘까

받아보든가. 네가 이렇게 만들어놓은

말까를 생각 중이거든.

건데 맥을 끊는 게 아깝잖아.

〘상〙 설마 그게 안 팔릴까? 〘상〙 그건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 내 귀중한 아이디어를 너한테 그냥

근데 여태까지 책이 다 나가긴 나간 거야?

주고 싶진 않아. 샤르봉이 그린 그림이(7호)랑 맥주 한 잔 사줬잖아.

음담패설(8호)은 거의 50권 이상 남았어.


이상협 이동언 5월 24일 화요일 09:30pm

107

사실은 끝낼 생각 없어. 그냥 떠보는 질문이야. 〘동〙 아! 뭐야!

〘상〙 뭐 딱히 없어.

〘상〙 뭐야 그게. 왜 그런

〘동〙 나는 그냥. 지금도

질문을 해?

좋은데. 세 달에 한 번씩 뭔가 하는 것만으로도 뭔가 의미 있는 것 같아

근데 되려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좀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줘. 그래야 〘상〙 왜 그만둬? 계속 하지. 아깝잖아.

〘상〙 사람마다 다르겠지 뭐.

반영을 해서 바꿀 거 아냐.

〘동〙 같이 했던 사람들이? 〘동〙 그냥 오빠가 좀 안 힘든

아브락사스가 10호를 맞이했어. 느낌이

10호 하고 그만두면 깔끔한 느낌이 있지

응. 이쯤에서 그만 두는 것도 괜찮다. 뭐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지.

어때?

않아?

이런 내용이었어.

자금 그런 거?

이상협 : 이하 〘상〙

〘상〙 그렇게 많이 힘드냐?

〘상〙 누가, 누가 그래?

잘 하고 있지. 꾸준하게.

거. 한 호 낼 때 40만원이 들어가는데

너무 계속 같은 패턴이니까 지겹다거나

돈 말고. 돈 이외에 책 자체의 성격 같은

누군지는 노코멘트 할게.

10만원도 안 들어와.

그런 느낌 없어?

〘상〙 수익도 좀 내. 뭘 그렇게 〘동〙 별로 안 궁금해.

〘동〙 나는 근데 10호까지

원가 그대로 받는 거냐? 원래 뭘 기획을 하면 초반에는 적자를 보는 게 당연한

이동언 : 이하 〘동〙

만든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이제 10호 다음부터는 조금

건데 근데 좀 오래했으니까 조금씩

그래도 주제가 계속

나도 잡지 만들려다가 자금이 안 돼서

바꿔볼까 해. 어떤 성격이나 뭐 이런

수익을 올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때려쳤잖아. 아니 때려친 게 아니라

거를? 혹시 뭐 떠오르는 게 있나?

잠정적으로 미루고 있는 건데. 하나가

평소에 생각하는 어떻게 바뀌면

나와도 다음 호를 낼 자신이 없더라고.

좋겠다거나.

바뀌니까. 주제가 계속 바뀌니까 그래도 괜찮아?

근데 올리면 책이 안 팔릴까봐.

근데 10호까지 나왔는데 관두는 건 좀 〘동〙 그러니까 막 계속 같다는 느낌은 덜 해.

아까운 것 같은데. 〘상〙 그냥 좀 어디 이렇게 좀 제안서 같은 걸 내가지고 협찬이라도

사실은 10호를 기점으로 해서 그만 둘까

받아보든가. 네가 이렇게 만들어놓은

말까를 생각 중이거든.

건데 맥을 끊는 게 아깝잖아.

〘상〙 설마 그게 안 팔릴까? 〘상〙 그건 네가 알아서 하는 거지. 내 귀중한 아이디어를 너한테 그냥

근데 여태까지 책이 다 나가긴 나간 거야?

주고 싶진 않아. 샤르봉이 그린 그림이(7호)랑 맥주 한 잔 사줬잖아.

음담패설(8호)은 거의 50권 이상 남았어.


〘상〙 응. 뭐 그런 데서 혹시

〘상〙 가격은 문제가 아닌 것 같아.

109

〘상〙 난 서울 어느 곳?

지원받을 수 있는 게 있나 알아보라고. 〘동〙 그때 부수를 늘리고서

안 팔리는 거야? 〘상〙 내가 보기에는 그건

〘동〙 지원을 받으면 좋은 게 이런저런 더 많을 것을 해볼 기회가

그땐 내 소설이 참 좋았어. 내 개인적으로.

생기지 않을까?

마케팅의 문제야. 가격을 올리더라도

〘상〙 그런 사회시스템은 다

할래? 〘상〙 만날 좋다 그러잖아.

홍보를 확실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어?

헛돈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이 알아봐서

그런 맥락에서 책에다 쓰는 거 말곤

잘 써먹는 게 좋은 것 같아. 그건 이제

아니. 그때 소설이 되게 마음에 들었어.

없잖아.

어느 정도 쌓였다는 게 중요한 거거든.

대머리 얘기.

응, 없지.

주제 선정하는 건 어때? 내가 만날 멋대로 정해버리잖아.

어떡할래? 내가 줄까? 아님 너희가

〘동〙 줘봐봐.

〘상〙 나도 그때 내가 했던 게 마음에 들었거든.

〘상〙 맘대로 정해도 되는 거야 근데? 응. 너네가 맘대로 정해도 되고 뭐. 너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

〘동〙 오빠가 졸업한 다음에 출판사 해볼 생각도 있다 그랬잖아. 이거

〘상〙 상관없잖아, 그건.

근데 뭐 별로 할 말이 없다.

〘동〙 주는 거 듣고. 〘상〙 뭐라도 화두를 던져.

말고도 다른 거를 아브락사스 이름으로 이것저것 하면.

그래?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런 건 없어?

〘상〙 근데 이걸로 주제를 뭘 어떻게 하는 거야?

〘동〙 전혀.

이건 이대로 이 성격 그대로 굴러가게 하고? 가격은? 〘동〙 응.

인터뷰 이거는 그대로 실리고 그 다음에

〘동〙 막 갖다 붙이지 마.

뭘 하는 건데, 너흰 같이 왔으니까 같이

〘상〙 괜찮네. 그걸로 해라.

주제를 줄게.

〘동〙 껌이 목에 걸릴 뻔 했다.

〘동〙 싸지.

〘상〙 단순히 이것만으로는 이

〘상〙 수익을 좀 내라니까.

컨텐츠만으로는 특별히 잘한다고 해서 잘 팔린다거나 수익을 낸다는 보장이

조금은 내. 이거 시간제한 같은 거 없어?

없거든? 내가 좀 해봐서 알잖아. 너도

〘상〙 그걸로 하면 재밌겠네. 〘상〙 팀마다 주제를 다른 걸 〘동〙 자유 뭐 이러더니?

응. 없어. 그러면 지금까지 나온

쌓인 거잖아. 이걸 가지고 어디서 지원

아브락사스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게

원래는 계속 거짓말을 했어. 아직 주제가

받고 그런 걸 좀 알아봐. 문화예술지원

있나?

안 정해졌으니까 주제를 정해주세요.

이런 거에서. 독립출판물도 그런 경우가

서울문화재단 뭐 이런 거?

근데 꼭 같이 해야 되는 거야?

준다는 거야? 사람들한테?

이제 10호까지 만들었으니까 나름 좀

있을 걸? 잘 찾아보면.

계약 커플?

너네 계약 연애도 했잖아? 〘상〙 손 한 번 못 잡아보고 연애를 그만 뒀지.

그러면 그쪽에서 막 고심을 해서 주제를 정해서 주면은 그걸로 하겠다고. 그렇게

그럼 다시 한 번 해. 작품 나올 때까지만

같은 건 이번 게 좋은데 결과물은 샤르봉

세 명을 속였어. 근데 두 명을 못 속였어.

계약 연애.

그거 전, 전에 했던 거, you. 그 때 그게

그래서 결국엔 그 사람들은 알아서

볼 것도 많고.

주제를 정해갔어. 근데 너희는

〘동〙 난 일단 표지랑 주제

〘상〙 됐어. 처음에는 속는 것


〘상〙 응. 뭐 그런 데서 혹시

〘상〙 가격은 문제가 아닌 것 같아.

109

〘상〙 난 서울 어느 곳?

지원받을 수 있는 게 있나 알아보라고. 〘동〙 그때 부수를 늘리고서

안 팔리는 거야? 〘상〙 내가 보기에는 그건

〘동〙 지원을 받으면 좋은 게 이런저런 더 많을 것을 해볼 기회가

그땐 내 소설이 참 좋았어. 내 개인적으로.

생기지 않을까?

마케팅의 문제야. 가격을 올리더라도

〘상〙 그런 사회시스템은 다

할래? 〘상〙 만날 좋다 그러잖아.

홍보를 확실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어?

헛돈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이 알아봐서

그런 맥락에서 책에다 쓰는 거 말곤

잘 써먹는 게 좋은 것 같아. 그건 이제

아니. 그때 소설이 되게 마음에 들었어.

없잖아.

어느 정도 쌓였다는 게 중요한 거거든.

대머리 얘기.

응, 없지.

주제 선정하는 건 어때? 내가 만날 멋대로 정해버리잖아.

어떡할래? 내가 줄까? 아님 너희가

〘동〙 줘봐봐.

〘상〙 나도 그때 내가 했던 게 마음에 들었거든.

〘상〙 맘대로 정해도 되는 거야 근데? 응. 너네가 맘대로 정해도 되고 뭐. 너네가 원하는 대로 할게.

〘동〙 오빠가 졸업한 다음에 출판사 해볼 생각도 있다 그랬잖아. 이거

〘상〙 상관없잖아, 그건.

근데 뭐 별로 할 말이 없다.

〘동〙 주는 거 듣고. 〘상〙 뭐라도 화두를 던져.

말고도 다른 거를 아브락사스 이름으로 이것저것 하면.

그래?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런 건 없어?

〘상〙 근데 이걸로 주제를 뭘 어떻게 하는 거야?

〘동〙 전혀.

이건 이대로 이 성격 그대로 굴러가게 하고? 가격은? 〘동〙 응.

인터뷰 이거는 그대로 실리고 그 다음에

〘동〙 막 갖다 붙이지 마.

뭘 하는 건데, 너흰 같이 왔으니까 같이

〘상〙 괜찮네. 그걸로 해라.

주제를 줄게.

〘동〙 껌이 목에 걸릴 뻔 했다.

〘동〙 싸지.

〘상〙 단순히 이것만으로는 이

〘상〙 수익을 좀 내라니까.

컨텐츠만으로는 특별히 잘한다고 해서 잘 팔린다거나 수익을 낸다는 보장이

조금은 내. 이거 시간제한 같은 거 없어?

없거든? 내가 좀 해봐서 알잖아. 너도

〘상〙 그걸로 하면 재밌겠네. 〘상〙 팀마다 주제를 다른 걸 〘동〙 자유 뭐 이러더니?

응. 없어. 그러면 지금까지 나온

쌓인 거잖아. 이걸 가지고 어디서 지원

아브락사스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게

원래는 계속 거짓말을 했어. 아직 주제가

받고 그런 걸 좀 알아봐. 문화예술지원

있나?

안 정해졌으니까 주제를 정해주세요.

이런 거에서. 독립출판물도 그런 경우가

서울문화재단 뭐 이런 거?

근데 꼭 같이 해야 되는 거야?

준다는 거야? 사람들한테?

이제 10호까지 만들었으니까 나름 좀

있을 걸? 잘 찾아보면.

계약 커플?

너네 계약 연애도 했잖아? 〘상〙 손 한 번 못 잡아보고 연애를 그만 뒀지.

그러면 그쪽에서 막 고심을 해서 주제를 정해서 주면은 그걸로 하겠다고. 그렇게

그럼 다시 한 번 해. 작품 나올 때까지만

같은 건 이번 게 좋은데 결과물은 샤르봉

세 명을 속였어. 근데 두 명을 못 속였어.

계약 연애.

그거 전, 전에 했던 거, you. 그 때 그게

그래서 결국엔 그 사람들은 알아서

볼 것도 많고.

주제를 정해갔어. 근데 너희는

〘동〙 난 일단 표지랑 주제

〘상〙 됐어. 처음에는 속는 것


같더니 나중에는 지들이 다 눈치 까더라.

도화지나 캔버스에 같이 그리는 거. 재밌을 것 같아.

근데 그거 하면 나는 재밌겠는데?

이상협

111

〘상〙 그것도 재밌긴 한데. 뭔가 작업물로 딱 내기에는 좀. 나는

〘상〙 근데 나는 지금 방금 생각났는데. 계약 커플도 재밌는데 여기

그림이면 나 혼자 그리고 싶거든. 〘동〙 나도 해본 적은 없어서.

왔으니까, 난 세상의 끝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어.

그럼 니가 글 쓰고 동언이가 그림 그려도 재밌겠네. 어쨌든 주제는 뭘로 할 거야?

그럼 그걸로 할래? 〘상〙 세상의 끝. 〘상〙 TMG 노래 중에도 있잖아. 세상의 끝.

작업 방식은 알아서 설정하도록 하고. 마감은 7월 10일까지고. 뭔가 다음

세상의 끝 여자친구 아냐?

호도 이어갈 수 있도록 좋은 작품 주길 기대하고 있을게. 약간 부담감을 주고

〘상〙 그건 밴드 이름이고. 설탕에서 임태묵이 만날 틀던 거 있잖아. 난 세상의 끝이 괜찮은 것 같아. 너희 둘이 상의해서 결정해. 〘상〙 난 세상의 끝으로 할래. 둘이 같이 해. 합작해. 〘상〙 합작이라면 둘이 작품을 같이 하라는 거야? 둘이 같이 왔으니까 합작해. 너희가 알아서 어떻게 할지 고민해서 해봐. 〘동〙 나 그런 거 해보고 싶어.

싶어서. 이번에 그래도 10호니까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끝낸다.

The World’s End


같더니 나중에는 지들이 다 눈치 까더라.

도화지나 캔버스에 같이 그리는 거. 재밌을 것 같아.

근데 그거 하면 나는 재밌겠는데?

이상협

111

〘상〙 그것도 재밌긴 한데. 뭔가 작업물로 딱 내기에는 좀. 나는

〘상〙 근데 나는 지금 방금 생각났는데. 계약 커플도 재밌는데 여기

그림이면 나 혼자 그리고 싶거든. 〘동〙 나도 해본 적은 없어서.

왔으니까, 난 세상의 끝이란 단어가 마음에 들어.

그럼 니가 글 쓰고 동언이가 그림 그려도 재밌겠네. 어쨌든 주제는 뭘로 할 거야?

그럼 그걸로 할래? 〘상〙 세상의 끝. 〘상〙 TMG 노래 중에도 있잖아. 세상의 끝.

작업 방식은 알아서 설정하도록 하고. 마감은 7월 10일까지고. 뭔가 다음

세상의 끝 여자친구 아냐?

호도 이어갈 수 있도록 좋은 작품 주길 기대하고 있을게. 약간 부담감을 주고

〘상〙 그건 밴드 이름이고. 설탕에서 임태묵이 만날 틀던 거 있잖아. 난 세상의 끝이 괜찮은 것 같아. 너희 둘이 상의해서 결정해. 〘상〙 난 세상의 끝으로 할래. 둘이 같이 해. 합작해. 〘상〙 합작이라면 둘이 작품을 같이 하라는 거야? 둘이 같이 왔으니까 합작해. 너희가 알아서 어떻게 할지 고민해서 해봐. 〘동〙 나 그런 거 해보고 싶어.

싶어서. 이번에 그래도 10호니까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끝낸다.

The World’s End


112

아브락사스 vol.10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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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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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아브락사스 vol.10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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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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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아브락사스 vol.10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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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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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아브락사스 vol.10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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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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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아브락사스 vol.10

121


120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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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이동언

123

세상의 끝, 김종소리


122

이동언

123

세상의 끝, 김종소리


124


124




128


128


이동언 오재영

131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동언 오재영

131

이상하고 아름다운


132

예술은 왜, 예술을 왜

133

1st day

오재영 예술의 진정성에 대해 묻고 싶어서, 너가 생각하는 예술의 진정성이 뭐야.

이동언 일단 어떤 형태든 작품에 자기를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함.

그건 맞아. 하지만 사람들이 보는 시각이 다 다르잖아.

그렇지. 보는 사람 입장에서의 진정성은 ?

그러니까 소통의 문제.

소통이라…

소통을 염두에 두고 표현을 해야 되는 거 같아, 이해 못 할 거 써 놓고, 난 천재. 이럼 말이 안 되지. 흠…니가 말하는 진정성은 표현의 의도라는 거네 ?

아니, 의도가 아니지.

그럼?


132

예술은 왜, 예술을 왜

133

1st day

오재영 예술의 진정성에 대해 묻고 싶어서, 너가 생각하는 예술의 진정성이 뭐야.

이동언 일단 어떤 형태든 작품에 자기를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함.

그건 맞아. 하지만 사람들이 보는 시각이 다 다르잖아.

그렇지. 보는 사람 입장에서의 진정성은 ?

그러니까 소통의 문제.

소통이라…

소통을 염두에 두고 표현을 해야 되는 거 같아, 이해 못 할 거 써 놓고, 난 천재. 이럼 말이 안 되지. 흠…니가 말하는 진정성은 표현의 의도라는 거네 ?

아니, 의도가 아니지.

그럼?


134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동언 오재영

자기표현이란 거. 내가 어떤 감정을 가졌어.

절망이라든가, 슬픔이라든가.

응. 그걸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 그래서 그렸어. 제일 중요한 건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응. 진정성이라… 내가 누군가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도 없는 인간인데 진정성에 대해 논할 수 있을까?

의도적인 작품도 진정성이 없다곤 못 하지만 어떤 의도냐에 따라 다르겠지. 난 이걸로 모든 사람을 감동 시키겠다 뭐 그게 의도가 될 수도 있고, 난 이걸로 돈을 벌겠다–이것도 의도가 되겠지.

흠…

그리고 자기 자신이 어떤 인간인가는 진정성이랑 좀 다른 문제 같아. 내가 남을 포용할 수 없다고 나한테 진정성이 없는 건 아니잖슴?

내가 말하는 건–내가 보는 이의 입장에서의 진정성.

근데 내가 졸라 현자 같은 막 그런 사람이라도 보는 사람은 진정성이라 못 느낄 수도 있지. 독자와 예술가의 소통은 되게 우연적이고 필연적이기도 하고 자기 경험에 따라 다른 거같애. 이해의 정도도 경험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듯.

아브락사스 vol.10

135


134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동언 오재영

자기표현이란 거. 내가 어떤 감정을 가졌어.

절망이라든가, 슬픔이라든가.

응. 그걸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 그래서 그렸어. 제일 중요한 건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응. 진정성이라… 내가 누군가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도 없는 인간인데 진정성에 대해 논할 수 있을까?

의도적인 작품도 진정성이 없다곤 못 하지만 어떤 의도냐에 따라 다르겠지. 난 이걸로 모든 사람을 감동 시키겠다 뭐 그게 의도가 될 수도 있고, 난 이걸로 돈을 벌겠다–이것도 의도가 되겠지.

흠…

그리고 자기 자신이 어떤 인간인가는 진정성이랑 좀 다른 문제 같아. 내가 남을 포용할 수 없다고 나한테 진정성이 없는 건 아니잖슴?

내가 말하는 건–내가 보는 이의 입장에서의 진정성.

근데 내가 졸라 현자 같은 막 그런 사람이라도 보는 사람은 진정성이라 못 느낄 수도 있지. 독자와 예술가의 소통은 되게 우연적이고 필연적이기도 하고 자기 경험에 따라 다른 거같애. 이해의 정도도 경험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듯.

아브락사스 vol.10

135


136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동언 오재영

2nd day

어제 생각 많이 했나부네.

모르겠어. 상업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는데 진정성과 실험정신에 대해서도.

진정성에 대한 기준도 다 다른 거 같애. 여러 사람을 감화시켰다고 그 작품이 나한테까지 진정성 있어 보이진 않아.

정체성이라는 것도 난 내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은 내 정체성이라고 생각해. 그걸 써보려고 난 나에게 접근하는 형태로 써 볼 거야. 날 좀 알고 싶어.

자기 자신을 아는 건 중요하지.

3rd day

글 쓰면서 들을만한 노래 없나? 술 존내 처먹어서 말이 안 떠오르네. 노래로 해장해야 돼.

너 술 마셨니?

응. 밤새. kim&jessie. m83 꺼임.

넵. 난 삶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해.


136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동언 오재영

2nd day

어제 생각 많이 했나부네.

모르겠어. 상업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는데 진정성과 실험정신에 대해서도.

진정성에 대한 기준도 다 다른 거 같애. 여러 사람을 감화시켰다고 그 작품이 나한테까지 진정성 있어 보이진 않아.

정체성이라는 것도 난 내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은 내 정체성이라고 생각해. 그걸 써보려고 난 나에게 접근하는 형태로 써 볼 거야. 날 좀 알고 싶어.

자기 자신을 아는 건 중요하지.

3rd day

글 쓰면서 들을만한 노래 없나? 술 존내 처먹어서 말이 안 떠오르네. 노래로 해장해야 돼.

너 술 마셨니?

응. 밤새. kim&jessie. m83 꺼임.

넵. 난 삶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해.


아브락사스 vol.10

139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무한하지 그중에 특히 예술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내 예술적 취향이 되는 거고.

노벰버를 한 번 더 보고 써야겠어.

4th day

예술은 왜 존재하는 걸까?

뭔가를 표현함에 있어서 말 이외의 뭔가가 필요했기 때문에 시작된 거 같음.

난 내가 쓴 거 못 보여주겠다. 씨발 쓰다보니까 개우울하네. 내가 느끼는 분노 슬픔 희망 기쁨 욕망. 어떤 형태로든 그것을 표현하고 남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요소. 내가 느끼는 예술 내가 만약에 욕망으로 표현 할 만큼 내 자신을 더러워지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순간. 나의 진정성은 무너진 걸 거야.

욕망도 진정이지.

그렇기에 난 내 자신에게 솔직하기 전까지 진정성을 논할 수 없을 거 같다. 좀 더 아름답고 싶다 정말. 눈물이 나. 갑자기.

난 너 되게 솔직하다고 생각하는데. 너 자신이.

내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거 같아 점점 더.

어떤 모습인지 잘 모르는 건지, 아는데 그게 아니고 싶어서 부정하는 건지 모르겠어.


아브락사스 vol.10

139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무한하지 그중에 특히 예술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내 예술적 취향이 되는 거고.

노벰버를 한 번 더 보고 써야겠어.

4th day

예술은 왜 존재하는 걸까?

뭔가를 표현함에 있어서 말 이외의 뭔가가 필요했기 때문에 시작된 거 같음.

난 내가 쓴 거 못 보여주겠다. 씨발 쓰다보니까 개우울하네. 내가 느끼는 분노 슬픔 희망 기쁨 욕망. 어떤 형태로든 그것을 표현하고 남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요소. 내가 느끼는 예술 내가 만약에 욕망으로 표현 할 만큼 내 자신을 더러워지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순간. 나의 진정성은 무너진 걸 거야.

욕망도 진정이지.

그렇기에 난 내 자신에게 솔직하기 전까지 진정성을 논할 수 없을 거 같다. 좀 더 아름답고 싶다 정말. 눈물이 나. 갑자기.

난 너 되게 솔직하다고 생각하는데. 너 자신이.

내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거 같아 점점 더.

어떤 모습인지 잘 모르는 건지, 아는데 그게 아니고 싶어서 부정하는 건지 모르겠어.


140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동언 오재영

어렵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기도 해.

나도 내가 부정하고 싶은 내 부분들에 대해 내가 아니라고 우길 때 있음.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 세상의 아름다움에도 누군가 사랑을 속삭인대도 결국 난 다 뒤로하고 또 다른 무언가를 갈구할 텐데.

그럴 거 같아. 그런데 그게 뭐 잘못이냐?

그것 때문에 내가 존재하고 살아가는 걸지도 몰라.

계속 찾아가면 되지.

그런가…

응. 만족하는 순간 감정의 죽음 같은 거 올지도 몰라.

무대에서 남들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소통한다는 것. 네가 그린 그림처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것. 무인도에 갇혀있는 나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 막연히, 그런 걸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라고 생각되기보다 뭔가 존나게 절실한 그런 걸 표현하고 싶어. 근데 난 나에게 절실하지 못한 거 같아.

으음 너 그렇게까지 자아에 대해서 고민하는 거 자체가 절실한 거 같은데.

씨발, 그런가? ㅋㅋ 아 술 존나 먹고 싶다. 씨발. 존나 울고 싶어.


140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동언 오재영

어렵다.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기도 해.

나도 내가 부정하고 싶은 내 부분들에 대해 내가 아니라고 우길 때 있음.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 세상의 아름다움에도 누군가 사랑을 속삭인대도 결국 난 다 뒤로하고 또 다른 무언가를 갈구할 텐데.

그럴 거 같아. 그런데 그게 뭐 잘못이냐?

그것 때문에 내가 존재하고 살아가는 걸지도 몰라.

계속 찾아가면 되지.

그런가…

응. 만족하는 순간 감정의 죽음 같은 거 올지도 몰라.

무대에서 남들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소통한다는 것. 네가 그린 그림처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누군가와 소통한다는 것. 무인도에 갇혀있는 나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 막연히, 그런 걸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라고 생각되기보다 뭔가 존나게 절실한 그런 걸 표현하고 싶어. 근데 난 나에게 절실하지 못한 거 같아.

으음 너 그렇게까지 자아에 대해서 고민하는 거 자체가 절실한 거 같은데.

씨발, 그런가? ㅋㅋ 아 술 존나 먹고 싶다. 씨발. 존나 울고 싶어.


아브락사스 vol.10

143

5th day

넌 순간을 믿어? 아니면 영원함을 믿어?

완전 믿어. 순간.

영원한 순간에 머무르고 싶다. 순간을 믿고 영원이라는 순간의 찰나에 머물고 싶다.

우리가 사는 시간은 찰나와 순간의 반복이지.

아. 너가 좋아. 넌 날 이해해줘. 그래서 나도 널 이해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닮아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런 게 서로 상처 핥아주기인가…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핥긴 싫다. 왠지 개미핥기같아. 못 생겼잖아.

아놔. 아 맞다. 나 어제 존나 이상한 꿈 꿨어.

무슨 꿈?

졸라복잡하고 이미지들이 존나 얽혀서 개판. 이상한 서커스 본 거 같은 기분.

나도 어제 이상한 꿈 꿨는데 기억이 안 나네. 굉장히 역겨웠던 거 같아.


아브락사스 vol.10

143

5th day

넌 순간을 믿어? 아니면 영원함을 믿어?

완전 믿어. 순간.

영원한 순간에 머무르고 싶다. 순간을 믿고 영원이라는 순간의 찰나에 머물고 싶다.

우리가 사는 시간은 찰나와 순간의 반복이지.

아. 너가 좋아. 넌 날 이해해줘. 그래서 나도 널 이해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닮아있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런 게 서로 상처 핥아주기인가…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핥긴 싫다. 왠지 개미핥기같아. 못 생겼잖아.

아놔. 아 맞다. 나 어제 존나 이상한 꿈 꿨어.

무슨 꿈?

졸라복잡하고 이미지들이 존나 얽혀서 개판. 이상한 서커스 본 거 같은 기분.

나도 어제 이상한 꿈 꿨는데 기억이 안 나네. 굉장히 역겨웠던 거 같아.


아브락사스 vol.10

145

1층에선 연극인지 뮤지컬인지를 하고 있는데 난 2층에서 그걸 내려다봤어. 방이 되게 많았는데 이 방 저 방 드나들면서 본 적도 없는 기괴한 사람들을 잔뜩 만났어. 대화를 하고.

재밌다, 소통의 집합체.

다 이상한 인간들이었음. 인간 아닐지도. ㅋㅋㅋ 다 막 되게 오버된 분장에 이상한차림. 난 되게 평범한 꼴로 그 안을 태연하게 휘적휘적.

ㅋㅋㅋㅋㅋㅋㅋ

되게 덤덤하게 대화를 나누었음. ㅋ

재밌다. 있잖아. 이상한 것은 항상 아름다운데, 왜 반대로 아름다운 것을 이상하다고 하진 않을까?

엥? 난 아름다우면 이상하던데.

너 말구, 나 말구.

왜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건지 이상함.

다른 사람들 말이야.

왜 이상하고 아름다운이냐 인거지?

너무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져. 이 모든 게.

거기서 의미를 찾으려고 지랄을 하는 거지.


아브락사스 vol.10

145

1층에선 연극인지 뮤지컬인지를 하고 있는데 난 2층에서 그걸 내려다봤어. 방이 되게 많았는데 이 방 저 방 드나들면서 본 적도 없는 기괴한 사람들을 잔뜩 만났어. 대화를 하고.

재밌다, 소통의 집합체.

다 이상한 인간들이었음. 인간 아닐지도. ㅋㅋㅋ 다 막 되게 오버된 분장에 이상한차림. 난 되게 평범한 꼴로 그 안을 태연하게 휘적휘적.

ㅋㅋㅋㅋㅋㅋㅋ

되게 덤덤하게 대화를 나누었음. ㅋ

재밌다. 있잖아. 이상한 것은 항상 아름다운데, 왜 반대로 아름다운 것을 이상하다고 하진 않을까?

엥? 난 아름다우면 이상하던데.

너 말구, 나 말구.

왜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건지 이상함.

다른 사람들 말이야.

왜 이상하고 아름다운이냐 인거지?

너무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져. 이 모든 게.

거기서 의미를 찾으려고 지랄을 하는 거지.


146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동언 오재영

이 시간이 지나면 내가 의미 있는 사람이 될까?

난 그러고 싶어서 난리를 침.

행복해질래. 행복해지고파.

나도 니가 행복해졌음 좋겠다. 순간이라도.

내일은 행복할거야. 기타 가져가자.

뭔가 되게 슬프고 두근거리고, 근데 좋을 거 같음.

가서 기타치자.

나 좆밥인데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멜로디언 가져 갈래.

ㅋㅋㅋ 씨발. 짱이다. 나 아까 기분 진짜 좆 같애서 곡 썼는데 존나 좆 같은 곡 나옴.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오재영 ( 좀더 아름답게 ) 님이 파일을 전송합니다.


146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동언 오재영

이 시간이 지나면 내가 의미 있는 사람이 될까?

난 그러고 싶어서 난리를 침.

행복해질래. 행복해지고파.

나도 니가 행복해졌음 좋겠다. 순간이라도.

내일은 행복할거야. 기타 가져가자.

뭔가 되게 슬프고 두근거리고, 근데 좋을 거 같음.

가서 기타치자.

나 좆밥인데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멜로디언 가져 갈래.

ㅋㅋㅋ 씨발. 짱이다. 나 아까 기분 진짜 좆 같애서 곡 썼는데 존나 좆 같은 곡 나옴.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오재영 ( 좀더 아름답게 ) 님이 파일을 전송합니다.


김예슬 박선희 5월 24일 화요일 10:10pm

149

〘슬〙 모르시는 줄 알았어요. 약간 변태 같은 그런 게 있어가지고요.

같은 학교 같은 과요. 저는 유학가서 더 〘슬〙 아, 변태세요? 아니에요, 그런 거. 아… 저기. 젊은

공부하려고 하고 있어서 지금 백수죠. 그야말로 유학준비생?

나이이신 것 같은데 남자친구나 뭐 그런 건?

〘슬〙 네. 신분이 청소년과 같은. 이도저도 아닌. 〘선〙 둘 다 없어요. 전 올 해는

만날 생각 없어요. …인터뷰를 책에 실을 거라서 근데 제가

네.

저도 없어요.

기억을 못하니까. 〘선〙 왜 없을까요?

페이스북으로 친구하다가.

왜 기억을 못…? 아, 예예.

여드름 때문에? 피부가 안 좋아서. 비주얼은 연예인이 아니죠? 피부가

〘선〙 그런 게 어딨어…

제가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최악이거든요. 이쪽이 자주 출몰하는

〘슬〙 저기 실례지만. 나이가

있으니까. 알아서 신청해가지고.

〘슬〙 이게 왜 있어 보이죠? 저 지금 스물일곱… 인터뷰는 뭐 별

〘슬〙 아니요. 그게 아니라 〘슬〙 아, 네네. 책을 알고

뭔가 좀 있어 보이네요.

어떻게 되세요?

연예인한테. 네. 페이스북으로 친구 신청하셨죠?

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학교 알아보고 그랬어요. 영국에 있는 학교요.

김예슬 : 이하 〘슬〙

지역. 궁금한 거 혹시 있으세요?

왔는데 졸업전시 같은 걸 좋게 보고 와서 그때 관심이 가서요. 졸업하고 나서

아, 보니까 연예인같다고…근데

하고 싶어서요. 선희랑 친구라서…

〘슬〙 네. 제가 작년 겨울 방학 때 영국에 친구가 있어서 가서 놀다

〘선〙 연예인 같대요. 박선희 : 이하 〘선〙

어디로 갈 생각이세요?

거 없고요. 그냥 이렇게 대화하다가

모르겠어요. 그냥. 영국 뭐 이러니까요.

인터넷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아브락사스에 대해서 좀 이야기하고

보니까 신기해서요. 근데 절 어떻게

그러고 그냥 말 거예요. 마지막에 주제

〘슬〙 백수잖아요.

알아보셨죠?

드릴 거고요. 무슨 일 하세요, 두 분 다?

〘선〙 일 년 반 더 남았어요.

우선 성함부터. 저는 김종소리라고 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사진 한 번 봤거든요. 사실 그런 거 몰래몰래 다 봐요. 다 뜨니까요. 〘슬〙 저는 김예슬이에요. 〘선〙 전 아시죠?

댓글을 안 달아서 그렇지.

〘선〙 네. 저는 회사에서 잠깐 일하고 있고요. 이쪽은 백수.

예전 여자친구가 영국으로 유학 갔었거든요. 그래가지고 헤어졌어요.

〘슬〙 네. 저는 박선희 친구. 아, 저는 학교 졸업하고요. 같은 과거든요.

〘슬〙 여자친구를 언제


김예슬 박선희 5월 24일 화요일 10:10pm

149

〘슬〙 모르시는 줄 알았어요. 약간 변태 같은 그런 게 있어가지고요.

같은 학교 같은 과요. 저는 유학가서 더 〘슬〙 아, 변태세요? 아니에요, 그런 거. 아… 저기. 젊은

공부하려고 하고 있어서 지금 백수죠. 그야말로 유학준비생?

나이이신 것 같은데 남자친구나 뭐 그런 건?

〘슬〙 네. 신분이 청소년과 같은. 이도저도 아닌. 〘선〙 둘 다 없어요. 전 올 해는

만날 생각 없어요. …인터뷰를 책에 실을 거라서 근데 제가

네.

저도 없어요.

기억을 못하니까. 〘선〙 왜 없을까요?

페이스북으로 친구하다가.

왜 기억을 못…? 아, 예예.

여드름 때문에? 피부가 안 좋아서. 비주얼은 연예인이 아니죠? 피부가

〘선〙 그런 게 어딨어…

제가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최악이거든요. 이쪽이 자주 출몰하는

〘슬〙 저기 실례지만. 나이가

있으니까. 알아서 신청해가지고.

〘슬〙 이게 왜 있어 보이죠? 저 지금 스물일곱… 인터뷰는 뭐 별

〘슬〙 아니요. 그게 아니라 〘슬〙 아, 네네. 책을 알고

뭔가 좀 있어 보이네요.

어떻게 되세요?

연예인한테. 네. 페이스북으로 친구 신청하셨죠?

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학교 알아보고 그랬어요. 영국에 있는 학교요.

김예슬 : 이하 〘슬〙

지역. 궁금한 거 혹시 있으세요?

왔는데 졸업전시 같은 걸 좋게 보고 와서 그때 관심이 가서요. 졸업하고 나서

아, 보니까 연예인같다고…근데

하고 싶어서요. 선희랑 친구라서…

〘슬〙 네. 제가 작년 겨울 방학 때 영국에 친구가 있어서 가서 놀다

〘선〙 연예인 같대요. 박선희 : 이하 〘선〙

어디로 갈 생각이세요?

거 없고요. 그냥 이렇게 대화하다가

모르겠어요. 그냥. 영국 뭐 이러니까요.

인터넷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아브락사스에 대해서 좀 이야기하고

보니까 신기해서요. 근데 절 어떻게

그러고 그냥 말 거예요. 마지막에 주제

〘슬〙 백수잖아요.

알아보셨죠?

드릴 거고요. 무슨 일 하세요, 두 분 다?

〘선〙 일 년 반 더 남았어요.

우선 성함부터. 저는 김종소리라고 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사진 한 번 봤거든요. 사실 그런 거 몰래몰래 다 봐요. 다 뜨니까요. 〘슬〙 저는 김예슬이에요. 〘선〙 전 아시죠?

댓글을 안 달아서 그렇지.

〘선〙 네. 저는 회사에서 잠깐 일하고 있고요. 이쪽은 백수.

예전 여자친구가 영국으로 유학 갔었거든요. 그래가지고 헤어졌어요.

〘슬〙 네. 저는 박선희 친구. 아, 저는 학교 졸업하고요. 같은 과거든요.

〘슬〙 여자친구를 언제


사귀었었는데요?

되는 거 있죠? 여자친구랑 어디 가서

151

〘슬〙 아닌데요. 전 진지하게

놀자. 어디 가서 뭐 먹자. 이런 게

생각 안 해도 우울하던데요? 전 일부러

스물한 살 때 처음 사겼는데 스물 넷?

아니고요. 그냥 익숙하게 야, 나와. 이런

진지한 생각 안 하려고 한 적도 없고.

스물 넷까지 사겼어요. 군대 갔다와서

느낌? 전 이런 느낌이 좋거든요. 그냥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진지할

선배도 그렇고요. 그래서 되려 그런 게

걔가 영국 가고 헤어졌어요.

그런 게 익숙한 게 좋은 거 같아요.

땐 진지하고. 인생은 행복한 거잖아요.

가능한 것 같아요. 어쨌든. 아브락사스가

사지가 다 멀쩡하잖아요.

이제 10호거든요.

〘선〙 진짜 오래 사귀었다.

〘선〙 근데 오늘 울었잖아?

〘슬〙 가족같고 오빠같고

근데 보통 오래 사귀고 나면 다른 사람

연인같고 동생같고 뭐 그런 거요? 넌

사귀기가 어렵지 않아요?

그런 거 느껴봤니?

〘슬〙 네. 울어서 눈이 붓고 좀 힘들었는데….

〘선〙 되려던 차에 헤어졌지. 아뇨. 저 여자 좋아하거든요.

〘슬〙 그럼 난 지겨워지던데.

네. 책에 대한 이미지? 어떠세요? 저기 죄송한데 성함이 뭐라고 하셨죠? 죄송해요.

〘선〙 아니. 좋아하는 걸

글 쓰는 걸 되게 좋아해요. 이런 걸

떠나서요. 오랜 경험을 하고 나면 다시 어렵지 않아요?

〘슬〙 전 디자인하고 있지만

지겨운 것도 조금 있긴 하죠. 〘슬〙 김예슬이요.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정기적으로 출판하고 있다는 게 되게 호감이에요. 무엇보다 접하게 된

〘슬〙 지겨우면 재미를 못 느껴요. 새로운 걸 찾아야 해요.

〘선〙 파티해요, 파티.

성함이 제 첫사랑 이름이랑 똑같아요.

계기가 친구들이 하다보니까, 친구들

페이스북 보고선 이 사람 내 첫사랑

작품을 보다보니까 알게 됐는데 그래서

아니. 이건 노코멘트 해야겠다. 괜히 제

재미는 다른 일을 같이 하면서 느끼면

이름이랑 같다 이랬는데요. 그 분은 아닌

더 좋아요. 요즘 이미지적으로 많이

연애사 들춰서 망치고 싶지 않아요.

되죠. 그 사람한테 말고. 같이.

거죠?

흘러가고 있잖아요. 솔직히 이미지는 한 번에 와닿는 게 있고, 글은 쓰고 읽는 걸

〘선〙 말을 꺼냈으면 해야죠.

〘슬〙 같이 다른 일을 하면서요?

그냥. 뭐. 저는 되는 거 같아요.

〘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세요?

〘선〙 둘이 같이.

좋아하는 사람만 읽고 좋아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정기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네. 그냥 헛소리였고요. 생기신 거는 제 〘선〙 그게 무슨노코멘트? 그냥 뭐…

뭔가 진지해졌네요? 〘슬〙 진지한 얘기 안 하실 생각인가봐.

〘슬〙 전 사람을 그렇게 오래,

선배랑 비슷해요. 소울메이트 선배요. 〘선〙 소울메이트요? 그런 건 어떻게 만날까요? 저도 만나고 싶어요.

〘슬〙 좋은 거는 이렇게 역행하는 것도 뭐.

〘슬〙 남자랑 사귀면 다

일 년 넘게 사겨본 적이 없어서 오래

아뇨. 뭔가 요즘 진지하게 생각 안

사귀는 사람들 보면 되게 신기해요.

하려고 하거든요. 생각을 너무 진지하게

소울메이트 같지 않니?

돈도 안 되고….

〘선〙 아닌데?

하면 사람이 좀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전 오래 사귀면 좋은 것 같아요. 일상이

시대를 역행하는 짓이죠.

〘슬〙 원래 젊었을 때 돈 안 선배한테는 이성적 감정은 전혀 없어요.

되고 이런 것도 하는 거예요.


사귀었었는데요?

되는 거 있죠? 여자친구랑 어디 가서

151

〘슬〙 아닌데요. 전 진지하게

놀자. 어디 가서 뭐 먹자. 이런 게

생각 안 해도 우울하던데요? 전 일부러

스물한 살 때 처음 사겼는데 스물 넷?

아니고요. 그냥 익숙하게 야, 나와. 이런

진지한 생각 안 하려고 한 적도 없고.

스물 넷까지 사겼어요. 군대 갔다와서

느낌? 전 이런 느낌이 좋거든요. 그냥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진지할

선배도 그렇고요. 그래서 되려 그런 게

걔가 영국 가고 헤어졌어요.

그런 게 익숙한 게 좋은 거 같아요.

땐 진지하고. 인생은 행복한 거잖아요.

가능한 것 같아요. 어쨌든. 아브락사스가

사지가 다 멀쩡하잖아요.

이제 10호거든요.

〘선〙 진짜 오래 사귀었다.

〘선〙 근데 오늘 울었잖아?

〘슬〙 가족같고 오빠같고

근데 보통 오래 사귀고 나면 다른 사람

연인같고 동생같고 뭐 그런 거요? 넌

사귀기가 어렵지 않아요?

그런 거 느껴봤니?

〘슬〙 네. 울어서 눈이 붓고 좀 힘들었는데….

〘선〙 되려던 차에 헤어졌지. 아뇨. 저 여자 좋아하거든요.

〘슬〙 그럼 난 지겨워지던데.

네. 책에 대한 이미지? 어떠세요? 저기 죄송한데 성함이 뭐라고 하셨죠? 죄송해요.

〘선〙 아니. 좋아하는 걸

글 쓰는 걸 되게 좋아해요. 이런 걸

떠나서요. 오랜 경험을 하고 나면 다시 어렵지 않아요?

〘슬〙 전 디자인하고 있지만

지겨운 것도 조금 있긴 하죠. 〘슬〙 김예슬이요.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정기적으로 출판하고 있다는 게 되게 호감이에요. 무엇보다 접하게 된

〘슬〙 지겨우면 재미를 못 느껴요. 새로운 걸 찾아야 해요.

〘선〙 파티해요, 파티.

성함이 제 첫사랑 이름이랑 똑같아요.

계기가 친구들이 하다보니까, 친구들

페이스북 보고선 이 사람 내 첫사랑

작품을 보다보니까 알게 됐는데 그래서

아니. 이건 노코멘트 해야겠다. 괜히 제

재미는 다른 일을 같이 하면서 느끼면

이름이랑 같다 이랬는데요. 그 분은 아닌

더 좋아요. 요즘 이미지적으로 많이

연애사 들춰서 망치고 싶지 않아요.

되죠. 그 사람한테 말고. 같이.

거죠?

흘러가고 있잖아요. 솔직히 이미지는 한 번에 와닿는 게 있고, 글은 쓰고 읽는 걸

〘선〙 말을 꺼냈으면 해야죠.

〘슬〙 같이 다른 일을 하면서요?

그냥. 뭐. 저는 되는 거 같아요.

〘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세요?

〘선〙 둘이 같이.

좋아하는 사람만 읽고 좋아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정기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네. 그냥 헛소리였고요. 생기신 거는 제 〘선〙 그게 무슨노코멘트? 그냥 뭐…

뭔가 진지해졌네요? 〘슬〙 진지한 얘기 안 하실 생각인가봐.

〘슬〙 전 사람을 그렇게 오래,

선배랑 비슷해요. 소울메이트 선배요. 〘선〙 소울메이트요? 그런 건 어떻게 만날까요? 저도 만나고 싶어요.

〘슬〙 좋은 거는 이렇게 역행하는 것도 뭐.

〘슬〙 남자랑 사귀면 다

일 년 넘게 사겨본 적이 없어서 오래

아뇨. 뭔가 요즘 진지하게 생각 안

사귀는 사람들 보면 되게 신기해요.

하려고 하거든요. 생각을 너무 진지하게

소울메이트 같지 않니?

돈도 안 되고….

〘선〙 아닌데?

하면 사람이 좀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전 오래 사귀면 좋은 것 같아요. 일상이

시대를 역행하는 짓이죠.

〘슬〙 원래 젊었을 때 돈 안 선배한테는 이성적 감정은 전혀 없어요.

되고 이런 것도 하는 거예요.


네. 고생은 사서도 하는 거니까요.

〘슬〙 저는 그냥 객관적으로

153

그냥 다른 거죠.

생각해서 글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슬〙 많이 힘드세요?

사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 같아요. 네. 힘들긴 힘들어요.

〘선〙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그럼으로 인해서 나 같이 별 볼 일 없는

아, 아마 기억 못할 거예요.

내가 저번에 회사 들어갈 때요. 레이아웃

〘선〙 그때 친구분이랑 술 엄청 취해서 만났을 때요. 그때 되게

〘슬〙 아, 전 본전은 찾는 줄

직급이 낮으니까요. 〘슬〙 주제가 꼭 문장으로 나와야 해요?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 이 책을 알고 계신다는 거에서 기분이 좋았어요.

이상한 말 하셨었어요. 저에 대해서.

알았어요.

〘선〙 디자이너도 무시를 받죠.

아브락사스를 썼었거든요. 교수님이 아브락사스에 참여했었어? 하고

네. 손해에요.

음… 무시받는 인생? 백수와 디자이너?

애도 여기에 작품을 실을 수 있고요. 같은 걸 컨펌을 받았어요. 그때 거기에

〘슬〙 이익은 안 남겨도 손해 보세요?

〘선〙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참여한 작가랑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은데 여기서 정하고 가셔야 해요.

저도 기분이 좋네요. 무슨 얘기요? 나쁜 얘기?

〘슬〙 난 그런 거 좋아해.

물론 그런 약삭빠른 생각도 있죠.

〘선〙 그래서 나름 자부심을 〘선〙 아뇨. 좋은 얘기였어요.

나중에 뭐 이력서 쓸 때 이거 하나 쓸 수 있다거나 하는…경력? 〘슬〙 그래도 본전은 찾으셔야죠. 먹고는 살아야 되잖아요.

가졌죠. 그리고 그때 제가 그런 말씀을 드렸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요.

〘선〙 합작을 하는 거죠?

얘기했지만 그 돈을 꼴아박는 게

이렇게 자유롭게 사람을 받는 게 더 좋은

〘슬〙 무생물을 하나 두고

멋있어요. 그때 제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것 같아요. 이게 이 책이랑 컨셉이 맞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받잖아요. 제가 그

것 같아요. 이걸 통해서 사람들이 커갈

〘선〙 나야 뭐 하면 할 수 있어.

때 사람들을 자유롭게 받지 말고 조금은

수 있는 거잖아요.

〘슬〙 그럼 무생물을 하나

걸러서 받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었어요.

사는 거야 뭐…. 만약 3천원 주고 샀다,

그랬더니 그건 아니래요. 좀 더 사람들을

그렇죠. 그게 제가 바라는 이 책의

돈이 아깝지 않은가요?

많이 받아서 거르는 건 어떻냐고 해도

모습인 거죠. 아무튼 주제는요. 두 분이

그건 계속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왜

같이 인터뷰를 하셨으니 합작을 하셔야

그렇게 말하셨는지는 잘 기억 안 나고요.

해요. 정하실래요?

같은데요.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따로

그때 제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집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단

게 좀 약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소비자가 좀 적은 것 같아요.

좀 약은 생각을 했구나, 이 사람은 그냥 순수하게 하고 싶은 사람을 받아서 하고

예를 들면 담배 한 갑 살 돈이기도 하고,

책을 내고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도

무비위크는 2천원이면 사잖아요?

아니고.

그거랑 비슷한 즐거움을 줄까요?

무생물이랑.

기억 안 나면 마시고요. 아무튼 그때도

일은 따로 하니까요. 그 돈으로 먹고

〘슬〙 저는 괜찮은 것

과일 하나를 두고 대화하는 거 있잖아.

셋이서 대화를 하는 건 어때?

정할까? 맥주 할까?

〘슬〙 저희가 정하면 돼요?

〘선〙 그건 나중에 상의해서 정할 수도 있는 거니까. 아, 그건 안 돼요. 지금 정하셔야 돼요. 〘선〙 아 그래요? 네네. 〘슬〙 그럼 여기 있는 걸로

네.

하자. 맥주? 담배? 〘선〙 그냥 하나 던져주세요.

그럼 제가 선물 하나 드릴까요? 얘 저랑 되게 오랫동안 있었던 애에요.


네. 고생은 사서도 하는 거니까요.

〘슬〙 저는 그냥 객관적으로

153

그냥 다른 거죠.

생각해서 글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슬〙 많이 힘드세요?

사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 같아요. 네. 힘들긴 힘들어요.

〘선〙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그럼으로 인해서 나 같이 별 볼 일 없는

아, 아마 기억 못할 거예요.

내가 저번에 회사 들어갈 때요. 레이아웃

〘선〙 그때 친구분이랑 술 엄청 취해서 만났을 때요. 그때 되게

〘슬〙 아, 전 본전은 찾는 줄

직급이 낮으니까요. 〘슬〙 주제가 꼭 문장으로 나와야 해요?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때 이 책을 알고 계신다는 거에서 기분이 좋았어요.

이상한 말 하셨었어요. 저에 대해서.

알았어요.

〘선〙 디자이너도 무시를 받죠.

아브락사스를 썼었거든요. 교수님이 아브락사스에 참여했었어? 하고

네. 손해에요.

음… 무시받는 인생? 백수와 디자이너?

애도 여기에 작품을 실을 수 있고요. 같은 걸 컨펌을 받았어요. 그때 거기에

〘슬〙 이익은 안 남겨도 손해 보세요?

〘선〙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참여한 작가랑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은데 여기서 정하고 가셔야 해요.

저도 기분이 좋네요. 무슨 얘기요? 나쁜 얘기?

〘슬〙 난 그런 거 좋아해.

물론 그런 약삭빠른 생각도 있죠.

〘선〙 그래서 나름 자부심을 〘선〙 아뇨. 좋은 얘기였어요.

나중에 뭐 이력서 쓸 때 이거 하나 쓸 수 있다거나 하는…경력? 〘슬〙 그래도 본전은 찾으셔야죠. 먹고는 살아야 되잖아요.

가졌죠. 그리고 그때 제가 그런 말씀을 드렸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요.

〘선〙 합작을 하는 거죠?

얘기했지만 그 돈을 꼴아박는 게

이렇게 자유롭게 사람을 받는 게 더 좋은

〘슬〙 무생물을 하나 두고

멋있어요. 그때 제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것 같아요. 이게 이 책이랑 컨셉이 맞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받잖아요. 제가 그

것 같아요. 이걸 통해서 사람들이 커갈

〘선〙 나야 뭐 하면 할 수 있어.

때 사람들을 자유롭게 받지 말고 조금은

수 있는 거잖아요.

〘슬〙 그럼 무생물을 하나

걸러서 받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었어요.

사는 거야 뭐…. 만약 3천원 주고 샀다,

그랬더니 그건 아니래요. 좀 더 사람들을

그렇죠. 그게 제가 바라는 이 책의

돈이 아깝지 않은가요?

많이 받아서 거르는 건 어떻냐고 해도

모습인 거죠. 아무튼 주제는요. 두 분이

그건 계속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왜

같이 인터뷰를 하셨으니 합작을 하셔야

그렇게 말하셨는지는 잘 기억 안 나고요.

해요. 정하실래요?

같은데요.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따로

그때 제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집단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단

게 좀 약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소비자가 좀 적은 것 같아요.

좀 약은 생각을 했구나, 이 사람은 그냥 순수하게 하고 싶은 사람을 받아서 하고

예를 들면 담배 한 갑 살 돈이기도 하고,

책을 내고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도

무비위크는 2천원이면 사잖아요?

아니고.

그거랑 비슷한 즐거움을 줄까요?

무생물이랑.

기억 안 나면 마시고요. 아무튼 그때도

일은 따로 하니까요. 그 돈으로 먹고

〘슬〙 저는 괜찮은 것

과일 하나를 두고 대화하는 거 있잖아.

셋이서 대화를 하는 건 어때?

정할까? 맥주 할까?

〘슬〙 저희가 정하면 돼요?

〘선〙 그건 나중에 상의해서 정할 수도 있는 거니까. 아, 그건 안 돼요. 지금 정하셔야 돼요. 〘선〙 아 그래요? 네네. 〘슬〙 그럼 여기 있는 걸로

네.

하자. 맥주? 담배? 〘선〙 그냥 하나 던져주세요.

그럼 제가 선물 하나 드릴까요? 얘 저랑 되게 오랫동안 있었던 애에요.


〘슬〙 좋아요.

김예슬 박선희

155

열쇠고리를 줬다.

별로면 안 하셔도 돼요. 〘선〙 유령인가? 〘슬〙 힌트를 하나 주세요. 얘한테 하고 싶은 말이나. 제가 열쇠고리를 되게 갖고 싶었어요. 그래서 mmmg에 가서 샀어요. 거의 2년 동안 제 주머니에 항상 있었어요. 막상 주려니까 서운하네요. 〘선〙 근데 왜 얘를 샀어요? 이런 류들이 있었어요. 나무처럼 생긴 애랑 기타 등등. 근데 다 핸드폰 고리밖에 없더라고요. 근데 열쇠고리는 얘 하나였어요. 〘슬〙 당신의 2년 동안의 냄새가 있을 거예요. 그렇겠죠. 그게 싫으시면 다른 거 드릴까요? 〘선〙 아니에요. 그냥 이걸로 할게요. 그럼 여기까지 할게요. 감사합니다.

과 영영과 00같은


〘슬〙 좋아요.

김예슬 박선희

155

열쇠고리를 줬다.

별로면 안 하셔도 돼요. 〘선〙 유령인가? 〘슬〙 힌트를 하나 주세요. 얘한테 하고 싶은 말이나. 제가 열쇠고리를 되게 갖고 싶었어요. 그래서 mmmg에 가서 샀어요. 거의 2년 동안 제 주머니에 항상 있었어요. 막상 주려니까 서운하네요. 〘선〙 근데 왜 얘를 샀어요? 이런 류들이 있었어요. 나무처럼 생긴 애랑 기타 등등. 근데 다 핸드폰 고리밖에 없더라고요. 근데 열쇠고리는 얘 하나였어요. 〘슬〙 당신의 2년 동안의 냄새가 있을 거예요. 그렇겠죠. 그게 싫으시면 다른 거 드릴까요? 〘선〙 아니에요. 그냥 이걸로 할게요. 그럼 여기까지 할게요. 감사합니다.

과 영영과 00같은


156

ㅇㅇ과 영영과 00같은

김예슬 박선희

아브락사스 vol.10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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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과 영영과 00같은

김예슬 박선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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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과 영영과 00같은

김예슬 박선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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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과 영영과 00같은

김예슬 박선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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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과 영영과 00같은

김예슬 박선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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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과 영영과 00같은

김예슬 박선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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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과 영영과 00같은

김예슬 박선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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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과 영영과 00같은

김예슬 박선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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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과 영영과 00같은

김예슬 박선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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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과 영영과 00같은

김예슬 박선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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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봉 6월 12일 일요일 11:30pm

167

3일간의 공휴일을 맞아서 거리는 축제 분위기야. 홍대는 여전해? 여전하지. 인간들은 많고, 술도 많고,

괜찮을 것 같아. 돌아오긴 할 거야?

담배는 싸고, 치킨도 있고, 김치도 있지. 돌아가야지. 사람들이 다 헉. 양념치킨. 어쨌든. 그래. 이제 아브락사스가

거기 있는데. 생각엔 언제쯤?

10호야. 2년 반이 되었어. 축하의 말을 부모님과 약속한 건 5년 후.

한 마디 해줘.

근데 1년에 한 번씩 정도는 갈 것 같아. 부럽네. 예밥은 정지되었어. 요즘 무슨 일 하고 있어? 프랑스는

그들에겐 필수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어때? 좋아?

자잘한 것들이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내가 더 부럽다. 아아 파리…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셔서. 아… 오면 술 사줘.

여기는 대체적으로 나랑 맞아. 게으르고. 샤르봉

되는대로 사는 듯한. 그래도 나름의

요즘 하는 일은 없습니다.

고집들이 있는 그런 느낌이야.

당연하지.

아브락사스도 형이 빠지면 멈출까?

프랑스는 좋아.

동인천 삼치구이. 작업은 하고 있어?

뭐가 좋은데? 여자?

응. 물론 그럴걸? 돈을 내가 다 내고 당연하지. 2차까지 쏜다.

있으니까. 슬슬 하려고. 오늘 아침에

솔직히 여자는 안 예쁘고.

한국에서 보낸 짐들이 도착했어.

행복해. 그냥 뭔가 없어져가는 듯한

미술도구들인데. 어학원 친구들부터

느낌들이 좋아. 너무 오래돼서 살면 안

그려볼 생각이야.

되는 곳인데 억지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듯한 게 좋더라고.

예밥은 돈은 각자 냈는데 왜 멈춘 걸까?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거긴 지금

담배는 언제든지 필요해.

필요하지 않나? 그럼 아브락사스 나올 때마다 두 보루씩

음… 이곳과 비교해서 다른 게 있어?

좀 속상한 일이야. 차기 여긴 지금 오후 4시 43분.

전체적으로 굉장히 나른해서. 없었어. 게다가 따지는 것도 많지.

내가 부쳐줄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끌 사람이 몇시야?

한국은 너무 바쁘고 빨라서 정신이

혹시 담배 필요하면 말하고. 돈만 부치면

부쳐줄게.

대표를 뽑고 이곳으로 왔는데 잘 안 되네.

형은 정말 내 은인이야.

여긴 11시 44분. 어쩔 수 없지 뭐. 다시 돌아와서 해도

대신 한국 올 때마다 2차까지 쏘는 거야.


샤르봉 6월 12일 일요일 11:30pm

167

3일간의 공휴일을 맞아서 거리는 축제 분위기야. 홍대는 여전해? 여전하지. 인간들은 많고, 술도 많고,

괜찮을 것 같아. 돌아오긴 할 거야?

담배는 싸고, 치킨도 있고, 김치도 있지. 돌아가야지. 사람들이 다 헉. 양념치킨. 어쨌든. 그래. 이제 아브락사스가

거기 있는데. 생각엔 언제쯤?

10호야. 2년 반이 되었어. 축하의 말을 부모님과 약속한 건 5년 후.

한 마디 해줘.

근데 1년에 한 번씩 정도는 갈 것 같아. 부럽네. 예밥은 정지되었어. 요즘 무슨 일 하고 있어? 프랑스는

그들에겐 필수일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어때? 좋아?

자잘한 것들이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내가 더 부럽다. 아아 파리…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셔서. 아… 오면 술 사줘.

여기는 대체적으로 나랑 맞아. 게으르고. 샤르봉

되는대로 사는 듯한. 그래도 나름의

요즘 하는 일은 없습니다.

고집들이 있는 그런 느낌이야.

당연하지.

아브락사스도 형이 빠지면 멈출까?

프랑스는 좋아.

동인천 삼치구이. 작업은 하고 있어?

뭐가 좋은데? 여자?

응. 물론 그럴걸? 돈을 내가 다 내고 당연하지. 2차까지 쏜다.

있으니까. 슬슬 하려고. 오늘 아침에

솔직히 여자는 안 예쁘고.

한국에서 보낸 짐들이 도착했어.

행복해. 그냥 뭔가 없어져가는 듯한

미술도구들인데. 어학원 친구들부터

느낌들이 좋아. 너무 오래돼서 살면 안

그려볼 생각이야.

되는 곳인데 억지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듯한 게 좋더라고.

예밥은 돈은 각자 냈는데 왜 멈춘 걸까?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거긴 지금

담배는 언제든지 필요해.

필요하지 않나? 그럼 아브락사스 나올 때마다 두 보루씩

음… 이곳과 비교해서 다른 게 있어?

좀 속상한 일이야. 차기 여긴 지금 오후 4시 43분.

전체적으로 굉장히 나른해서. 없었어. 게다가 따지는 것도 많지.

내가 부쳐줄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끌 사람이 몇시야?

한국은 너무 바쁘고 빨라서 정신이

혹시 담배 필요하면 말하고. 돈만 부치면

부쳐줄게.

대표를 뽑고 이곳으로 왔는데 잘 안 되네.

형은 정말 내 은인이야.

여긴 11시 44분. 어쩔 수 없지 뭐. 다시 돌아와서 해도

대신 한국 올 때마다 2차까지 쏘는 거야.


응. 반드시 쏠게.

169

10호 작품 벌써 제출했어.

좋은데? 이어 쓰는 소설도 하나 있음 좋겠어.

아브락사스로 돌아가서. 10호를 맞이해서 새롭게 단장을 해볼까 하는데

응? 인터뷰로 끝이 아닌데. 연재 소설?

응. 게다가 무임금이야.

혹시 좋은 아이디어 없어?

아브락사스 네이버 카페에 응. 사람들이 번갈아가면서

음… 돈이 안 드는 아이디어여야 해?

올렸어.

나중에 아브락사스 더 커지면 같이 하자.

쓰는 거야. 출판 텀이 세 달이니까 한 달에 한 명씩 소설을 이어 쓰는 거야.

내 수하로 들어와. 아, 정말? 역시 빠르구나. 그럼 연재도 그래. 6 : 4. 내가 4.

시작해. 동시에 해. 일단. 말이야 뭐든 상관없지.

그건 내가 뭔가 하나 하고는 있는데. 잘 될까 모르겠어. 문장 모아 소설이라고.

책이 더 견고했음 좋겠어.

트위터 통해서 다섯 명이 문장을 하나씩

떡제본이라 금방 떨어져나가는 게

써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거야. 그렇게

아쉬워.

모아서 세 달에 무조건 끝나고.

와우. 내가 스타트 끊는 거야?

돈 벌 일은 없고. 낼 일만 일을 텐데 괜찮겠어? 그럼 9.9 : 0.1. 내가 0.1

문장 모아 소설도 이번부터 들어갈 거야.

장난이고…. 이번 게 좀 그렇더라. 인쇄소를

재밌다. 문장에서 문장으로

바꿨더니…뒷 페이지 막 떨어져

넘어가려면 조금 어렵기도 하겠다.

나가지?

스토리가 뒤죽박죽 되진 않아?

다른 사람들이 설정 못 잡게 다 잡아버려야지.

작품 끝냈으면 주제 설정할 필요 없겠네. 아, 그럼 인터뷰 할 것도 없다.

그런 짓은 하지 말고. 샤르봉의 응. 지금 절반 정도 다 떨어져나간 것 같아.

응. 내용이 뒤죽박죽 되더라. 다섯 명이

프랑스통신? 뭐 이 정도 되려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아, 주제 설정하는 게 인터뷰에도 포함되는 거야?

공영방송 연예가 소식뉴스 아, 정말? 심하네….

같아서 비호감. 어쨌든 내 코너는 프랑스

뭐 나름. 없어도 되고. 내 마음이니까.

이어가면 재밌지 않을까?

소식을 전하는 걸로 할게.

그래서 주제는 뭔데?

트위터로 하다 보니 한 문장씩 하게

응. 그래. 그게 좋겠어. 연재 코너

됐거든. 그 한계가 있잖아. 그래서

제목이나 그런 건 네가 알아서 정하고.

지금이 아니라도 좋으니 내용상에

다음번에 할 땐 인원을 좀 줄여서

마감은 7월 10일까지.

좋은 아이디어 있음 알려줘. 코너를

해보려고 해. 그리고 조금이라도 설정을

만든다거나. 뭐 이런 거? 아님 네가

잡고 시작해보려고. 나중에 한 번 봐봐.

코너 하나 해볼래? 샤르봉의 프랑스

http://twitter.com/moonmoso

이야기라든지?

그건 그렇고. 너 이번에 작품 할래? 아님

역시 넌 의욕도 있고 행동력도 좋고

연재 시작할래?

아이디어도 좋아서 같이 일하기 좋아.

분량에 상관없이 한 명씩

응. 얘도 물갈이가 필요한가 보지. 먼 길 오느라.

편지야. 오. 좋네. 편지 좋아.

응 알겠어.

외국에 나와 있어서 그런지 지금 내 감정에도 와닿는 단어라 그걸로 정했어.


응. 반드시 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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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작품 벌써 제출했어.

좋은데? 이어 쓰는 소설도 하나 있음 좋겠어.

아브락사스로 돌아가서. 10호를 맞이해서 새롭게 단장을 해볼까 하는데

응? 인터뷰로 끝이 아닌데. 연재 소설?

응. 게다가 무임금이야.

혹시 좋은 아이디어 없어?

아브락사스 네이버 카페에 응. 사람들이 번갈아가면서

음… 돈이 안 드는 아이디어여야 해?

올렸어.

나중에 아브락사스 더 커지면 같이 하자.

쓰는 거야. 출판 텀이 세 달이니까 한 달에 한 명씩 소설을 이어 쓰는 거야.

내 수하로 들어와. 아, 정말? 역시 빠르구나. 그럼 연재도 그래. 6 : 4. 내가 4.

시작해. 동시에 해. 일단. 말이야 뭐든 상관없지.

그건 내가 뭔가 하나 하고는 있는데. 잘 될까 모르겠어. 문장 모아 소설이라고.

책이 더 견고했음 좋겠어.

트위터 통해서 다섯 명이 문장을 하나씩

떡제본이라 금방 떨어져나가는 게

써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거야. 그렇게

아쉬워.

모아서 세 달에 무조건 끝나고.

와우. 내가 스타트 끊는 거야?

돈 벌 일은 없고. 낼 일만 일을 텐데 괜찮겠어? 그럼 9.9 : 0.1. 내가 0.1

문장 모아 소설도 이번부터 들어갈 거야.

장난이고…. 이번 게 좀 그렇더라. 인쇄소를

재밌다. 문장에서 문장으로

바꿨더니…뒷 페이지 막 떨어져

넘어가려면 조금 어렵기도 하겠다.

나가지?

스토리가 뒤죽박죽 되진 않아?

다른 사람들이 설정 못 잡게 다 잡아버려야지.

작품 끝냈으면 주제 설정할 필요 없겠네. 아, 그럼 인터뷰 할 것도 없다.

그런 짓은 하지 말고. 샤르봉의 응. 지금 절반 정도 다 떨어져나간 것 같아.

응. 내용이 뒤죽박죽 되더라. 다섯 명이

프랑스통신? 뭐 이 정도 되려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아, 주제 설정하는 게 인터뷰에도 포함되는 거야?

공영방송 연예가 소식뉴스 아, 정말? 심하네….

같아서 비호감. 어쨌든 내 코너는 프랑스

뭐 나름. 없어도 되고. 내 마음이니까.

이어가면 재밌지 않을까?

소식을 전하는 걸로 할게.

그래서 주제는 뭔데?

트위터로 하다 보니 한 문장씩 하게

응. 그래. 그게 좋겠어. 연재 코너

됐거든. 그 한계가 있잖아. 그래서

제목이나 그런 건 네가 알아서 정하고.

지금이 아니라도 좋으니 내용상에

다음번에 할 땐 인원을 좀 줄여서

마감은 7월 10일까지.

좋은 아이디어 있음 알려줘. 코너를

해보려고 해. 그리고 조금이라도 설정을

만든다거나. 뭐 이런 거? 아님 네가

잡고 시작해보려고. 나중에 한 번 봐봐.

코너 하나 해볼래? 샤르봉의 프랑스

http://twitter.com/moonmoso

이야기라든지?

그건 그렇고. 너 이번에 작품 할래? 아님

역시 넌 의욕도 있고 행동력도 좋고

연재 시작할래?

아이디어도 좋아서 같이 일하기 좋아.

분량에 상관없이 한 명씩

응. 얘도 물갈이가 필요한가 보지. 먼 길 오느라.

편지야. 오. 좋네. 편지 좋아.

응 알겠어.

외국에 나와 있어서 그런지 지금 내 감정에도 와닿는 단어라 그걸로 정했어.


군대 간 기분인가?

거기 동양 여자들은 어때? 관심가는

마드리드로 옮겨갔는데. 나는 갈 수 없는

여잔 없어?

상황이라 따라가진 못했어.

171

군대였다면 주제는 편지가 아니라 1633이었을 거야. 아무도

여기 동양 여자들은 딱 두

1633이 뭔지 몰랐겠지. 1633년인가

분류인데, 돈이 너무 많아서 미친듯이

하고 있었겠지.

노는 여자랑 돈이 너무 없어서 미친듯이 공부하는 여자.

연애는?

왜 대답 안 하고 넘어가?

멋있다, 뭔가. 너 멋있어 보여. 역시 허세는 샤르봉인가?

그건 사생활이야. 비밀. 허세는 역시 나지. 허세병.

아무튼 메간은 마드리드에서 로마로 넘어갔고, 그때까지는 연락이 됐는데.

역시 오길 잘한 것 같아.

이거 다 싣는 거 어떻게 알고….

앞으로는 거기서 뭐 해볼 생각이야?

노는 쪽이 좋겠네. 나 의외로 여기서 인기 많아. 관심갔던 여자는 메간이라고,

뭔가 예밥 같은 거 해볼 생각은 있어?

페이스북 보니 그런 것 같더라. 물론

미국 애였는데. 같은 반 친구였어.

실어도 상관없어. 어쨌든

의. 외. 로.

캘리포니아에 사는데 밴드를 한대.

로마 이후로 연락이 안 돼. 아마

리더였고. 역할은 기타와 싱어.

캘리포니아로 돌아간 것 같아. 다음 앨범 표지는 내가 해주기로 했어.

한류붐을 등에 업고 인기 좀 얻고 있지. 우리가 서울에서 백인

드림이네. 캘리포니아 드림. 밴드 이름은

보면서 쟤 왠지 브래드 피트 닯았다

이글스.

푸하하하.

페이스북 안 해?

같아. 잡히질 않아. 지금 당장 계획은 갈 거야. 여기서 가는 건 별로 안 비싸더라고.

밴드 이름은 코요테

히피 느낌의 여자애라서…

캣이었어. 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문명사회와 떨어져 지냈어. 핸드폰도

언더에서 앨범도 1장 냈고. 그런데 밴드

없고. 그래서 편지로 연락을 주고

아… 말도 안 돼. 서양 여자랑 연애라니…

멤버간에 불화가 있었대. 그래서 홧김에

받았고. 얼굴 마주보며 얘기하면 말이

동양남자들의 꿈같은 이야기 아냐?

파리로 왔다고 하더라고. 영어 불어 몸짓

안 되도 다 통하는데 글로 하려니 그게

섞으면서 대화했어.

힘들어서 난 매번 그림으로 답장했지.

글쎄... 난 그래도 동양 여자가 더 좋아.

그림은 당분간 안 그릴 것 이번 겨울에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하는 것처럼. 여기 애들은 나보고 쟤 왠지 동방신기 같아. 이러고 있으니까.

아님 전시라거나.

우와! 이런 거지같은… 시규어 로스 보러 갈 거야. 부러워.

아 맞다. 한 번은 춘화를 보낸 적이 있어. 결론으로 가자. 아이러브 유.

(답장에) 브라보, 원더풀이란 단어가

메롱.

유독 많았어. 하긴. 나도 관심 없어. 서양 여자들 너무 육덕져.

결론은 같이 밤새 술 마셨고. 우리 집에서 잤어.

나도 겨울엔 북유럽 갈 거야. 춘화? 춘화면 야한 건가? 비요크도 보러 갈 거야.

그리고 데어드란트도 안

세…세…세…섹스는?

발라. 파리에는 한 달간 있다 갔고,

응. 포르노에 버금가는 전통의 그림이지. 우리 선조들이 남기신

이번 여름 가을은 아무래도 유럽 못 갈

훌륭한 문화 중 하나야.

것 같아. 돈이 없어.


군대 간 기분인가?

거기 동양 여자들은 어때? 관심가는

마드리드로 옮겨갔는데. 나는 갈 수 없는

여잔 없어?

상황이라 따라가진 못했어.

171

군대였다면 주제는 편지가 아니라 1633이었을 거야. 아무도

여기 동양 여자들은 딱 두

1633이 뭔지 몰랐겠지. 1633년인가

분류인데, 돈이 너무 많아서 미친듯이

하고 있었겠지.

노는 여자랑 돈이 너무 없어서 미친듯이 공부하는 여자.

연애는?

왜 대답 안 하고 넘어가?

멋있다, 뭔가. 너 멋있어 보여. 역시 허세는 샤르봉인가?

그건 사생활이야. 비밀. 허세는 역시 나지. 허세병.

아무튼 메간은 마드리드에서 로마로 넘어갔고, 그때까지는 연락이 됐는데.

역시 오길 잘한 것 같아.

이거 다 싣는 거 어떻게 알고….

앞으로는 거기서 뭐 해볼 생각이야?

노는 쪽이 좋겠네. 나 의외로 여기서 인기 많아. 관심갔던 여자는 메간이라고,

뭔가 예밥 같은 거 해볼 생각은 있어?

페이스북 보니 그런 것 같더라. 물론

미국 애였는데. 같은 반 친구였어.

실어도 상관없어. 어쨌든

의. 외. 로.

캘리포니아에 사는데 밴드를 한대.

로마 이후로 연락이 안 돼. 아마

리더였고. 역할은 기타와 싱어.

캘리포니아로 돌아간 것 같아. 다음 앨범 표지는 내가 해주기로 했어.

한류붐을 등에 업고 인기 좀 얻고 있지. 우리가 서울에서 백인

드림이네. 캘리포니아 드림. 밴드 이름은

보면서 쟤 왠지 브래드 피트 닯았다

이글스.

푸하하하.

페이스북 안 해?

같아. 잡히질 않아. 지금 당장 계획은 갈 거야. 여기서 가는 건 별로 안 비싸더라고.

밴드 이름은 코요테

히피 느낌의 여자애라서…

캣이었어. 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문명사회와 떨어져 지냈어. 핸드폰도

언더에서 앨범도 1장 냈고. 그런데 밴드

없고. 그래서 편지로 연락을 주고

아… 말도 안 돼. 서양 여자랑 연애라니…

멤버간에 불화가 있었대. 그래서 홧김에

받았고. 얼굴 마주보며 얘기하면 말이

동양남자들의 꿈같은 이야기 아냐?

파리로 왔다고 하더라고. 영어 불어 몸짓

안 되도 다 통하는데 글로 하려니 그게

섞으면서 대화했어.

힘들어서 난 매번 그림으로 답장했지.

글쎄... 난 그래도 동양 여자가 더 좋아.

그림은 당분간 안 그릴 것 이번 겨울에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하는 것처럼. 여기 애들은 나보고 쟤 왠지 동방신기 같아. 이러고 있으니까.

아님 전시라거나.

우와! 이런 거지같은… 시규어 로스 보러 갈 거야. 부러워.

아 맞다. 한 번은 춘화를 보낸 적이 있어. 결론으로 가자. 아이러브 유.

(답장에) 브라보, 원더풀이란 단어가

메롱.

유독 많았어. 하긴. 나도 관심 없어. 서양 여자들 너무 육덕져.

결론은 같이 밤새 술 마셨고. 우리 집에서 잤어.

나도 겨울엔 북유럽 갈 거야. 춘화? 춘화면 야한 건가? 비요크도 보러 갈 거야.

그리고 데어드란트도 안

세…세…세…섹스는?

발라. 파리에는 한 달간 있다 갔고,

응. 포르노에 버금가는 전통의 그림이지. 우리 선조들이 남기신

이번 여름 가을은 아무래도 유럽 못 갈

훌륭한 문화 중 하나야.

것 같아. 돈이 없어.


비행기만 끊어서 와. 한 달 정도는 나한테 얹혀살아도 상관없어.

173

샤르봉

응. 말이라도 고마워. 아, 담배 두 보루랑. 그래도 겨울에나 갈게. 담배야 물론이지. 근데 형도 엄청나게 피워대잖아. 응. 그 두 보루 다 내 거야. 한국에서 한 보루 살 돈이면 여기서 두 갑밖에 못 산단 말이야. 진짜 비싸네. 그래서 형은 내 구세주인 거야. 형 빅토르 위고 알아? 알지. 좋아해. 노틀담의 꼽추 보고 울었어. 우리집 옆이 빅토르 위고 생가야. 재수 없어. 꺼져. 이만 우리 헤어지자. 인터뷰는 여기서 끝내자. 안 돼. 내가 더 잘 할게. 감사합니다.

편지


비행기만 끊어서 와. 한 달 정도는 나한테 얹혀살아도 상관없어.

173

샤르봉

응. 말이라도 고마워. 아, 담배 두 보루랑. 그래도 겨울에나 갈게. 담배야 물론이지. 근데 형도 엄청나게 피워대잖아. 응. 그 두 보루 다 내 거야. 한국에서 한 보루 살 돈이면 여기서 두 갑밖에 못 산단 말이야. 진짜 비싸네. 그래서 형은 내 구세주인 거야. 형 빅토르 위고 알아? 알지. 좋아해. 노틀담의 꼽추 보고 울었어. 우리집 옆이 빅토르 위고 생가야. 재수 없어. 꺼져. 이만 우리 헤어지자. 인터뷰는 여기서 끝내자. 안 돼. 내가 더 잘 할게. 감사합니다.

편지


174

편지

샤르봉

아브락사스 vol.10

175

검사결과를 대조하면서 질병의 원인과 치료효과 등을 알기 위해 행해지는 해부이다. 아비의 담배는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남자의 담배의 시작엔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한다. 한 가지는 철 없는 청소년기의 호기심이고 한 가지는 한숨이 필요하나 남자로서 체면이 그러하지 않기 때문에 담배 연기로 대신하는 것이다. 아비는 후자였다. 너 역시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 아들에게.

있다. 그게 아비때문이란 것 역시 알고 있다…. 아비가 드는 수술용 메스는 네가 드는 미술용 나이프보다 날카롭고 예리하지만 네 것 만큼 섬세할 수

어제 밤부터 천둥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렸다. 봄소식을 알리는 많은

없음을 알고 있다. 너는 섬세한 아이다. 내 비록 한 때의 과오로 네 인생의

꽃들이 간밤에 많은 비로 땅에 내려앉으며 계절을 놓아버렸다. 세계 곳곳이

반을 보살필 수 없었다만 아기 때부터 너는 섬세한 아이였다. 언제나 너는

이상기후로 편할 날이 없는 것 같다. 네가 있는 곳 역시 폭염으로 더운

네게 소중한 아이였음을 명심해다오. 세월은 빠르다. 그래서 네 말처럼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하니 몸 건강에 특히 유의하기 바란다. 어느새 네가

모든 건 잊혀질 수 있다 생각한다. 부부는 서로 잊혀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을 떠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세월이 빠르다. 예전에 아빠가 고등학교

아비와 자식은 평생을 잊을 수 없다. 그게 피가 아니겠느냐. 이 아비만큼

1학년 때 영어책 첫 문장이 생각 난다. 지난 중학교 3년이 빠르게 지났듯이

피를 많이 보고 사는 사람이 또 어디있겠냐만 이제야 아비는 깨닫는구나.

다가 올 고등학교 3년도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피는 진하다…. 오늘은 한강을 따라 네가 그리워 하고 있을 인천까지

후일 성공할 수 있음을… 이러한 내용인 것 같다. 네가 목표를 세워 그

내려갔다 왔다. 근자에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현상으로 시야가 좋지

기간이 3년이라는 시간은 비록 지나지 않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않을 정도이구나. 일본 원전사고로 비가와도 반갑지 않다. 네가 있는 곳도

따라 긴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아주 짧은 기간이 될 수도 있다. 오로지 네

사계절이 있다하니 봄이겠구나. 인터넷 전화를 하였더니 전원이 꺼져 있는

한 몸 건강하고 유익한 생활이 되어 다가 올 네 미래에 소중한 밑거름이

것 같구나. 통신수단이 생각보다 많이 불편한 듯 하다. 통장은 확인하여

되기를 바란다. 네 편지는 잘 받았다. 마침 오늘은 스케줄이 없어 병원에

보았는지 궁금하구나. 입금이 되었다면 다음부터는 수월하게 보낼 것 같다.

가지 아니었다. 아비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시간을 잘 활용하고 많은

송금자체가 상당히 복잡하더구나. 다른 환경속에서 고생이 많을 것으로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여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네 편지를 읽고 나서

짐작한다. 자존심을 잃지말고 당당하게 생활하길 바란다. 남자는 어깨가

이 아비는 처음으로 수술을 집도하던 때를 떠올렸다. 1987년 7월 17일

상징인만큼 항상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생활하거라. 이 곳 한국은 걱정하지

금요일이었고 아비는 레지던트 3년차에 내 나이 서른이었다. 네 나이 갓

말고 네가 원하는 목적과 목표를 향하여 정진하여 주길 바란다. 항상

백일이었을때니 넌 이제 갓 걷기 시작하던 아기였다. 환자는 그 때 당시

건강하고 학업에 충실하길 바란다. 잘 있거라. 아비를 원망해도 좋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고름에 복막팽창으로 위험한 순간이었다. 복막을 열고 장기에 직접 메스를 가하는 대수술이었다. 관혈적 수술이라고도 한다. 수술 시간은 17시간이었다. 그러나 환자는 결국 사망하였고 후에 병리해부까지 행하여야만 했다. 병리해부란 환자가 사망했을 때 그 임상증상과

서울에서 아비가.


174

편지

샤르봉

아브락사스 vol.10

175

검사결과를 대조하면서 질병의 원인과 치료효과 등을 알기 위해 행해지는 해부이다. 아비의 담배는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남자의 담배의 시작엔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한다. 한 가지는 철 없는 청소년기의 호기심이고 한 가지는 한숨이 필요하나 남자로서 체면이 그러하지 않기 때문에 담배 연기로 대신하는 것이다. 아비는 후자였다. 너 역시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 아들에게.

있다. 그게 아비때문이란 것 역시 알고 있다…. 아비가 드는 수술용 메스는 네가 드는 미술용 나이프보다 날카롭고 예리하지만 네 것 만큼 섬세할 수

어제 밤부터 천둥을 동반한 많은 비가 내렸다. 봄소식을 알리는 많은

없음을 알고 있다. 너는 섬세한 아이다. 내 비록 한 때의 과오로 네 인생의

꽃들이 간밤에 많은 비로 땅에 내려앉으며 계절을 놓아버렸다. 세계 곳곳이

반을 보살필 수 없었다만 아기 때부터 너는 섬세한 아이였다. 언제나 너는

이상기후로 편할 날이 없는 것 같다. 네가 있는 곳 역시 폭염으로 더운

네게 소중한 아이였음을 명심해다오. 세월은 빠르다. 그래서 네 말처럼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하니 몸 건강에 특히 유의하기 바란다. 어느새 네가

모든 건 잊혀질 수 있다 생각한다. 부부는 서로 잊혀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을 떠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세월이 빠르다. 예전에 아빠가 고등학교

아비와 자식은 평생을 잊을 수 없다. 그게 피가 아니겠느냐. 이 아비만큼

1학년 때 영어책 첫 문장이 생각 난다. 지난 중학교 3년이 빠르게 지났듯이

피를 많이 보고 사는 사람이 또 어디있겠냐만 이제야 아비는 깨닫는구나.

다가 올 고등학교 3년도 빠르게 지나갈 것이다.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피는 진하다…. 오늘은 한강을 따라 네가 그리워 하고 있을 인천까지

후일 성공할 수 있음을… 이러한 내용인 것 같다. 네가 목표를 세워 그

내려갔다 왔다. 근자에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현상으로 시야가 좋지

기간이 3년이라는 시간은 비록 지나지 않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않을 정도이구나. 일본 원전사고로 비가와도 반갑지 않다. 네가 있는 곳도

따라 긴 시간이 될 수도 있고 아주 짧은 기간이 될 수도 있다. 오로지 네

사계절이 있다하니 봄이겠구나. 인터넷 전화를 하였더니 전원이 꺼져 있는

한 몸 건강하고 유익한 생활이 되어 다가 올 네 미래에 소중한 밑거름이

것 같구나. 통신수단이 생각보다 많이 불편한 듯 하다. 통장은 확인하여

되기를 바란다. 네 편지는 잘 받았다. 마침 오늘은 스케줄이 없어 병원에

보았는지 궁금하구나. 입금이 되었다면 다음부터는 수월하게 보낼 것 같다.

가지 아니었다. 아비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시간을 잘 활용하고 많은

송금자체가 상당히 복잡하더구나. 다른 환경속에서 고생이 많을 것으로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여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네 편지를 읽고 나서

짐작한다. 자존심을 잃지말고 당당하게 생활하길 바란다. 남자는 어깨가

이 아비는 처음으로 수술을 집도하던 때를 떠올렸다. 1987년 7월 17일

상징인만큼 항상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생활하거라. 이 곳 한국은 걱정하지

금요일이었고 아비는 레지던트 3년차에 내 나이 서른이었다. 네 나이 갓

말고 네가 원하는 목적과 목표를 향하여 정진하여 주길 바란다. 항상

백일이었을때니 넌 이제 갓 걷기 시작하던 아기였다. 환자는 그 때 당시

건강하고 학업에 충실하길 바란다. 잘 있거라. 아비를 원망해도 좋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고름에 복막팽창으로 위험한 순간이었다. 복막을 열고 장기에 직접 메스를 가하는 대수술이었다. 관혈적 수술이라고도 한다. 수술 시간은 17시간이었다. 그러나 환자는 결국 사망하였고 후에 병리해부까지 행하여야만 했다. 병리해부란 환자가 사망했을 때 그 임상증상과

서울에서 아비가.


176

편지

샤르봉

아브락사스 vol.10

177

부모님께

사랑하는 아들아! 계속하여 전화를 해보아도 받지를 않는구나! 무슨 일이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저를 너무 믿으시면 안 됩니다. 저는 당신들의

생긴 건지 걱정이 되어 요새 한숨도 못 자고 있다! 편지를 받고 많이 놀랐다!

기대만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습니다. 멍하니 있다 보면 흘러가는게

대사관에 연락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구나! 어미는 잘 있으니

시간인걸요. 어디 시간뿐이겠습니까. 젊음도 그렇게 흘러갑니다. 불어요?

걱정 말고 팩스 받는 대로 연락을 주렴!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몰라서 부산에

언어가 어찌 단어 외우고 문법공부나 한다 해서 느는 것이겠습니까. 그래도

있는 상혁이 삼촌한테 부탁해 보낸다! 어미가 네게 해 주고픈 말이 있다!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저도 그대들처럼 늙어가기만 할 뿐 마음만은

아들아 사랑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어미한테 먼저 연락 다오!

여전한 청춘이니. 매달 보내주시는 송금은 잘 받아쓰고 있습니다. 허나 고백할게 있습니다. 이제와 뒤늦게 깨달은 것인데 이혼하셨다는, 게다가

인천에서, 엄마가!

서로 절대 상종도 안 하신다는, 그 사실이 저를 어찌나 행복하게 만드는지요. 적당히 둘러대고 적당히 그러하면 양쪽에서 한 달치 생활비가 들어오니 이보다 좋고 편한 사기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며칠 전 어머니께 700유로를 송금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어요. 네, 저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돈을 보내주시지 않으셨다구요. 그러자 아버지는

900유로를 송금해주셨지요, 어머니를 욕하시면서 말이에요. 저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자식이란 노련해질수록 무서워지는 존재란 것을 그대들도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제는 술집에 가 많은 여자들을 만났습니다. 이곳의 여자들은 알다시피 엉덩이도 크고 가슴도 드러내다시피 하고 다닙니다. 술 한 잔에 입 내주고 술 두 잔에 몸 내주는 이 곳 여자들이란. 아버지도 좀 더 젊었을 때 이곳에 와보셨어야 했습니다. 한국 여자들은 너무 까다롭죠. 게다가 고귀한 척까지 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을 받아왔고 얼마나 소중하게 커왔는지 항상 내 남자에게 각인시키려 하는 게 한국 여자들입니다. 외국에 나온 한국 여자들은 백인들과 진탕하게


176

편지

샤르봉

아브락사스 vol.10

177

부모님께

사랑하는 아들아! 계속하여 전화를 해보아도 받지를 않는구나! 무슨 일이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저를 너무 믿으시면 안 됩니다. 저는 당신들의

생긴 건지 걱정이 되어 요새 한숨도 못 자고 있다! 편지를 받고 많이 놀랐다!

기대만큼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 않습니다. 멍하니 있다 보면 흘러가는게

대사관에 연락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구나! 어미는 잘 있으니

시간인걸요. 어디 시간뿐이겠습니까. 젊음도 그렇게 흘러갑니다. 불어요?

걱정 말고 팩스 받는 대로 연락을 주렴!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몰라서 부산에

언어가 어찌 단어 외우고 문법공부나 한다 해서 느는 것이겠습니까. 그래도

있는 상혁이 삼촌한테 부탁해 보낸다! 어미가 네게 해 주고픈 말이 있다!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저도 그대들처럼 늙어가기만 할 뿐 마음만은

아들아 사랑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어미한테 먼저 연락 다오!

여전한 청춘이니. 매달 보내주시는 송금은 잘 받아쓰고 있습니다. 허나 고백할게 있습니다. 이제와 뒤늦게 깨달은 것인데 이혼하셨다는, 게다가

인천에서, 엄마가!

서로 절대 상종도 안 하신다는, 그 사실이 저를 어찌나 행복하게 만드는지요. 적당히 둘러대고 적당히 그러하면 양쪽에서 한 달치 생활비가 들어오니 이보다 좋고 편한 사기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며칠 전 어머니께 700유로를 송금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어요. 네, 저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돈을 보내주시지 않으셨다구요. 그러자 아버지는

900유로를 송금해주셨지요, 어머니를 욕하시면서 말이에요. 저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자식이란 노련해질수록 무서워지는 존재란 것을 그대들도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제는 술집에 가 많은 여자들을 만났습니다. 이곳의 여자들은 알다시피 엉덩이도 크고 가슴도 드러내다시피 하고 다닙니다. 술 한 잔에 입 내주고 술 두 잔에 몸 내주는 이 곳 여자들이란. 아버지도 좀 더 젊었을 때 이곳에 와보셨어야 했습니다. 한국 여자들은 너무 까다롭죠. 게다가 고귀한 척까지 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을 받아왔고 얼마나 소중하게 커왔는지 항상 내 남자에게 각인시키려 하는 게 한국 여자들입니다. 외국에 나온 한국 여자들은 백인들과 진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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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샤르봉

아브락사스 vol.10

179

연애하고 외국에 나올 여력이 없는 한국 여자들은 백인처럼 생긴

사실이 한국의 모든 남자들을 전선으로 내몰고 총과 수류탄을 쥐어주고

한국남자들과 진탕하게 연애하고 그러다 결국 보통의 한국남자들에게

있다는 겁니다. 제가 생각건대 이 사실만으로 한국의 게이들은 결코

시집가는 게 바로 한국 여자들이란 말입니다! 레즈들은 잘 모르겠네요.

게이답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는 아버지도 군대를

그녀들은 서로에게 그렇게 각인시키려나요. 끔찍하군요. 어머니. 오,

다녀오셨으니 아실만 하시겠지요. 어디 군대뿐입니까. 대학교도, 사회도,

어머니. 어머니는 레즈가 아니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태어날 수 있었던

한국남자들이란 너나할 것 없이 소주라는 울타리 안에서 선배후배 형님아우

거죠. 허나 이제라도 뉘우치셔야 합니다. 신혼시절 아버지가 받으셨을 그

아닙니까. 형님 제가 실은 게이입니다, 아우 내가 실은 게이일세, 오늘

굴욕감들을 상상이나 해보셨는지요. 더 큰 차로 더 큰 집으로 더 반짝이는

밤 군대얘기나 하며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내지 않겠나. 이 무슨 닭살 돋는

보석과 더 윤나는 음식으로 바꾸기 위해 어깨는 얼마나 무거우셨을지

사회란 말입니까. 아버지. 저는 한국에 있는 게이들을 생각할 때면 두 눈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게다가, 십일조라뇨. 대체 수입의 십분의 일은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이해하시기 힘들더라도 아버지는 이해하셔야

교회에 갖다 바치라는 그 이상한 명목은 어디서 나온 말입니까. 동양인이

합니다. 그들은 진정 고통 받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사실입니다. 허나 너무

유대인의 신에 열광하는 모습은 사실 좀 이상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상상의 나래도 펼치지 마세요. 인천공항에 남자친구와

아니요, 아주 이상합니다. 차타고 삼십분만 나가면 내놓으라하는 사찰이

함께 나타나서는 아버지, 신혼집은 암스테르담에 마련해두었습니다,

사방에 깔려있는데, 우리와 똑같이 생긴 게다가 인자하기까지 한 부처님이

오천만 땡겨주세요 따위의 말은 하지 않을 거니까요. 부디 외국 생활 중

손짓하고 계시는데 왜 어째서 평생의 소원이 비행기 타고 삼십 시간 나와야

잠깐의 호기심이라 생각 해주세요. 어머니, 아버지, 나의 사랑하는 부모님!

도착하는 예루살렘이랍니까. 성경이 정녕 인류의 종교라 생각하십니까?

못난 아들놈 남부럽지 않게 공부시켜보시겠다고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어머니는 정말 예수님의 재림만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까? 만일 예수님이

계실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감사하긴 하나 대체 저는 누구이고 여긴

재림하신다 해도 무슨 소용이랍니까. 어머니는 영어를 하나도 못

어디입니까? 누구도 일러주지 않습니다. 제 속에 박힌 이 수 많은 편견들,

하시잖아요… 유대인은 한국말을 할 줄 모른단 말입니다….

이 수 많은 악몽 같은 기억들은 언제 어디서 제게 온 것일까요! 어머니의

그리고 아버지. 아버지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남자끼리 하는 말이니

뱃속에서만큼은 이러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활짝 웃는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사실 요즘 여자들에게 점점 흥미를

표정으로 사진을 찍을 때만 하더라도 저는 이러하지 않았습니다. 혼자만의

잃어가고 있습니다. 터질듯 한 가슴과 촉촉한 그곳을 보아도 더 이상 발기가

고독을 보내게 되고 혼자만의 비밀을 가지게 되었을 때부터 이렇게

되지 않아요. 이 곳 여자들과 매일매일 진탕하게 놀아나서가 아닙니다. 제

되었던 것일까요. 아버지! 아버지는 제가 군대에서 손목을 그었을 때야

나이 이제 스물 중반입니다. 이제야 성정체성에 눈을 뜬 것일까요? 사실

나타나셨습니다! 제게 이천만원을 쥐어주시면서 이젠 이 애비가 모두 책임

이 곳 남자들은 꽤나 매력적입니다. 큰 키와 넓은 어깨로부터 풍겨오는 그

질 테니 더 이상 슬퍼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그렇게 모두 덮으려 하셨습니다.

든든한 듬직함이란! 사실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어요. 현대미의

허나 당신은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많은 돈이라 하더라도

기준은 백인남자에게 맞춰져 있지 않습니까. 그 높은 코를 어루만지다 보면

10년간의 외로움을 며칠 새에 덮을 순 없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집을

나도 모르게 어느새 흥분하고 있단 말입니다.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왜요?

나가셨을 때 전 고작 12살이었는걸요. 아직도 제 손목은 쓰라립니다. 그리고

네? 네, 그래요. 한국은 창피하게도 분단 국가이지요. 바로 그겁니다. 그

어머니… 태어났을 때부터 이렇게 태어난 제게 무엇을 기대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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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샤르봉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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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고 외국에 나올 여력이 없는 한국 여자들은 백인처럼 생긴

사실이 한국의 모든 남자들을 전선으로 내몰고 총과 수류탄을 쥐어주고

한국남자들과 진탕하게 연애하고 그러다 결국 보통의 한국남자들에게

있다는 겁니다. 제가 생각건대 이 사실만으로 한국의 게이들은 결코

시집가는 게 바로 한국 여자들이란 말입니다! 레즈들은 잘 모르겠네요.

게이답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는 아버지도 군대를

그녀들은 서로에게 그렇게 각인시키려나요. 끔찍하군요. 어머니. 오,

다녀오셨으니 아실만 하시겠지요. 어디 군대뿐입니까. 대학교도, 사회도,

어머니. 어머니는 레즈가 아니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태어날 수 있었던

한국남자들이란 너나할 것 없이 소주라는 울타리 안에서 선배후배 형님아우

거죠. 허나 이제라도 뉘우치셔야 합니다. 신혼시절 아버지가 받으셨을 그

아닙니까. 형님 제가 실은 게이입니다, 아우 내가 실은 게이일세, 오늘

굴욕감들을 상상이나 해보셨는지요. 더 큰 차로 더 큰 집으로 더 반짝이는

밤 군대얘기나 하며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내지 않겠나. 이 무슨 닭살 돋는

보석과 더 윤나는 음식으로 바꾸기 위해 어깨는 얼마나 무거우셨을지

사회란 말입니까. 아버지. 저는 한국에 있는 게이들을 생각할 때면 두 눈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게다가, 십일조라뇨. 대체 수입의 십분의 일은

뜨거워짐을 느낍니다. 이해하시기 힘들더라도 아버지는 이해하셔야

교회에 갖다 바치라는 그 이상한 명목은 어디서 나온 말입니까. 동양인이

합니다. 그들은 진정 고통 받고 있을 것입니다. 이는 사실입니다. 허나 너무

유대인의 신에 열광하는 모습은 사실 좀 이상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상상의 나래도 펼치지 마세요. 인천공항에 남자친구와

아니요, 아주 이상합니다. 차타고 삼십분만 나가면 내놓으라하는 사찰이

함께 나타나서는 아버지, 신혼집은 암스테르담에 마련해두었습니다,

사방에 깔려있는데, 우리와 똑같이 생긴 게다가 인자하기까지 한 부처님이

오천만 땡겨주세요 따위의 말은 하지 않을 거니까요. 부디 외국 생활 중

손짓하고 계시는데 왜 어째서 평생의 소원이 비행기 타고 삼십 시간 나와야

잠깐의 호기심이라 생각 해주세요. 어머니, 아버지, 나의 사랑하는 부모님!

도착하는 예루살렘이랍니까. 성경이 정녕 인류의 종교라 생각하십니까?

못난 아들놈 남부럽지 않게 공부시켜보시겠다고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어머니는 정말 예수님의 재림만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까? 만일 예수님이

계실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 감사하긴 하나 대체 저는 누구이고 여긴

재림하신다 해도 무슨 소용이랍니까. 어머니는 영어를 하나도 못

어디입니까? 누구도 일러주지 않습니다. 제 속에 박힌 이 수 많은 편견들,

하시잖아요… 유대인은 한국말을 할 줄 모른단 말입니다….

이 수 많은 악몽 같은 기억들은 언제 어디서 제게 온 것일까요! 어머니의

그리고 아버지. 아버지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남자끼리 하는 말이니

뱃속에서만큼은 이러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활짝 웃는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사실 요즘 여자들에게 점점 흥미를

표정으로 사진을 찍을 때만 하더라도 저는 이러하지 않았습니다. 혼자만의

잃어가고 있습니다. 터질듯 한 가슴과 촉촉한 그곳을 보아도 더 이상 발기가

고독을 보내게 되고 혼자만의 비밀을 가지게 되었을 때부터 이렇게

되지 않아요. 이 곳 여자들과 매일매일 진탕하게 놀아나서가 아닙니다. 제

되었던 것일까요. 아버지! 아버지는 제가 군대에서 손목을 그었을 때야

나이 이제 스물 중반입니다. 이제야 성정체성에 눈을 뜬 것일까요? 사실

나타나셨습니다! 제게 이천만원을 쥐어주시면서 이젠 이 애비가 모두 책임

이 곳 남자들은 꽤나 매력적입니다. 큰 키와 넓은 어깨로부터 풍겨오는 그

질 테니 더 이상 슬퍼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그렇게 모두 덮으려 하셨습니다.

든든한 듬직함이란! 사실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어요. 현대미의

허나 당신은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무리 많은 돈이라 하더라도

기준은 백인남자에게 맞춰져 있지 않습니까. 그 높은 코를 어루만지다 보면

10년간의 외로움을 며칠 새에 덮을 순 없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집을

나도 모르게 어느새 흥분하고 있단 말입니다.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왜요?

나가셨을 때 전 고작 12살이었는걸요. 아직도 제 손목은 쓰라립니다. 그리고

네? 네, 그래요. 한국은 창피하게도 분단 국가이지요. 바로 그겁니다. 그

어머니… 태어났을 때부터 이렇게 태어난 제게 무엇을 기대하시는 겁니까.


180

편지

샤르봉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저를 위해 어머니는 손이 닳도록 예수님께 기도만 하셨지요. 이제와 되물어봅니다. 어째서 꿈과 현실을 구별해내야 한답니까.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삼분의 일을 잠으로 보내고 삼분의 일을 평범한 일상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나머지 삼분의 일을 두 단어로 보내는데 그것은 비밀과 추억입니다. 허나 어머니… 비밀이든 추억이든 모든 것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잊혀 지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결국 우리네 인생은 아무리 자도 모자란 잠과 기억할 수 없는 평범한 일상과 잊혀져가는 비밀, 추억 따위가 전부입니다. 어차피 모두 기억할 수 없는 것들뿐이란 말입니다. 눈물이 흐릅니다. 몇 분동안 가만히 빗소리를 들었습니다. 감정이 격해오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곳엔 때마침 소나기가 오네요. 그리고 밤이 깊었습니다. 강한 번갯빛들이 어두운 제 방을 간간히 비춰옵니다. 더럽고 냄새나는 담배꽁초 속에서 저는 마구 뒹굴린 채 이 글을 씁니다. 어머니, 아버지. 저는 간절히 원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돈도 아니고 사랑도 아닙니다. 저는 다만 평생 신뢰할 수 있는 뭔가 따뜻하고 안전한 것을 원합니다. 그때마다 쓰라리고 갑자기 돌변해 버리는 어떤 더럽고 위험한 것들이 아니라 때때로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함을 원합니다. 고목과도 같은 튼튼한 뿌리는 원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뿌리라도 내릴 수 있는 조그마한 땅. 당신들이 내게 그것을 주었으면 합니다. 당신들이 내 부모잖아요. 자식이란 존재들은 오직 자신의 부모에게로 부터만 그것을 받을 수 있음을 당신들도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제라도 부디 제 방황을 잡아주세요. 제게 그것을 주세요. 이대로 늙어버린다면 얼마 못 가 제 청춘은 시들어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리에서.


180

편지

샤르봉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저를 위해 어머니는 손이 닳도록 예수님께 기도만 하셨지요. 이제와 되물어봅니다. 어째서 꿈과 현실을 구별해내야 한답니까.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삼분의 일을 잠으로 보내고 삼분의 일을 평범한 일상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나머지 삼분의 일을 두 단어로 보내는데 그것은 비밀과 추억입니다. 허나 어머니… 비밀이든 추억이든 모든 것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잊혀 지기 마련이지 않습니까. 결국 우리네 인생은 아무리 자도 모자란 잠과 기억할 수 없는 평범한 일상과 잊혀져가는 비밀, 추억 따위가 전부입니다. 어차피 모두 기억할 수 없는 것들뿐이란 말입니다. 눈물이 흐릅니다. 몇 분동안 가만히 빗소리를 들었습니다. 감정이 격해오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곳엔 때마침 소나기가 오네요. 그리고 밤이 깊었습니다. 강한 번갯빛들이 어두운 제 방을 간간히 비춰옵니다. 더럽고 냄새나는 담배꽁초 속에서 저는 마구 뒹굴린 채 이 글을 씁니다. 어머니, 아버지. 저는 간절히 원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돈도 아니고 사랑도 아닙니다. 저는 다만 평생 신뢰할 수 있는 뭔가 따뜻하고 안전한 것을 원합니다. 그때마다 쓰라리고 갑자기 돌변해 버리는 어떤 더럽고 위험한 것들이 아니라 때때로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함을 원합니다. 고목과도 같은 튼튼한 뿌리는 원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뿌리라도 내릴 수 있는 조그마한 땅. 당신들이 내게 그것을 주었으면 합니다. 당신들이 내 부모잖아요. 자식이란 존재들은 오직 자신의 부모에게로 부터만 그것을 받을 수 있음을 당신들도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제라도 부디 제 방황을 잡아주세요. 제게 그것을 주세요. 이대로 늙어버린다면 얼마 못 가 제 청춘은 시들어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리에서.


정가희 6월 18일 일요일 02:20am

183

아니에요? 전 완전 포기. 그냥 혼자 살기로 했어요. 머리도 완전 짧게 깎고. 지금 좀 귀여우신 것 같은데요?

이건 뭐 마음에도 없는 말 해야 되고요 서로. 그게 참 고통스럽더라고요.

그래요? 처음 깎았을 땐 진짜

그러느니 차라리 그냥 그러자 했어요.

짧았거든요? 사람 안 만나려고 자른 거거든요. 그렇게 짧게 깎고 보니까

맞아요. 그게 있다 보면, 다 때가 되면

도저히 밖에 다닐 수가 없는 거예요.

저절로 기회가 오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좋은 방법이더라고요. 슬픈 얘기… 아니지. 뭘 그게 어떤 부분에서 좋은 거예요? 뭐 별 거 없고요. 잘 지내셨어요?

아브락사스 작업은….

혼자 절제! 불러도 나갈 수가 없는 거죠. 너무 짧게 잘라서 정체성에

정가희 네. 잘 지냈어요.

지난번에 작업한 게 너무

그래요. 슬플 게 뭐가 있어요. 혼자여서 좋은 점도 많이 있잖아요.

혼란이 오더라고요.

대충한 것 같아서요….

맞아요. 뭐든 좋게 그런 게 하고 싶으면 삭발하는 게 제일

뭐 하면서 지내셨어요?

슬퍼?

전 지난번 거 좋았는데요?

생각해야죠. 젠장. 아 뭐 어떡해.

좋겠네요. 앞으로는 뭘 할 생각이세요?

공연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잡지 만드는 걸 해요.

학교 그런 거랑 너무 많이 겹쳐서요. 나온 거 보니까 좀 그런

근데 그거는 근데 너무 내 자아를 잃을 것 같더라고요.

거예요. 그래도 그 시는 딱 적절해서 전시나 작업은요?

생겼어요. 아, 당장은 아니고요. 내년에

마음에 들었어요. 근데 그림은… 더 잘

지금 근데 머리 예뻐요. 잘 어울리는 것

해야죠. 아쉬웠어요.

같아요. 진짜 빈말 아니고요.

전시는 3월에 한 게 마지막이었는데요. 생각이 이제 전시

봉사활동을 가게 되가지고요. 어디로요?

연애는요?

아무튼 결론은. 연애는 좀 더

같은 걸 하기 싫은 거예요. 자잘한 걸 너무 많이 해서요.

당장에 재밌는 일이

커서. 나중에. 이제 노력한다고 되는 게 그게 뭔데요?

아니란 걸 알았어요.

지원은 아프리카로 했는데요. 갑자기 자메이카가 가고 싶어져서요. 거기로 바꿀 것 같아요.

그러게요. 연애가 뭘까요?

그렇죠. 우와. 좋겠다.

그건 다른 세상 얘기

3월까진 억지로 했었거든요?


정가희 6월 18일 일요일 02:20am

183

아니에요? 전 완전 포기. 그냥 혼자 살기로 했어요. 머리도 완전 짧게 깎고. 지금 좀 귀여우신 것 같은데요?

이건 뭐 마음에도 없는 말 해야 되고요 서로. 그게 참 고통스럽더라고요.

그래요? 처음 깎았을 땐 진짜

그러느니 차라리 그냥 그러자 했어요.

짧았거든요? 사람 안 만나려고 자른 거거든요. 그렇게 짧게 깎고 보니까

맞아요. 그게 있다 보면, 다 때가 되면

도저히 밖에 다닐 수가 없는 거예요.

저절로 기회가 오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좋은 방법이더라고요. 슬픈 얘기… 아니지. 뭘 그게 어떤 부분에서 좋은 거예요? 뭐 별 거 없고요. 잘 지내셨어요?

아브락사스 작업은….

혼자 절제! 불러도 나갈 수가 없는 거죠. 너무 짧게 잘라서 정체성에

정가희 네. 잘 지냈어요.

지난번에 작업한 게 너무

그래요. 슬플 게 뭐가 있어요. 혼자여서 좋은 점도 많이 있잖아요.

혼란이 오더라고요.

대충한 것 같아서요….

맞아요. 뭐든 좋게 그런 게 하고 싶으면 삭발하는 게 제일

뭐 하면서 지내셨어요?

슬퍼?

전 지난번 거 좋았는데요?

생각해야죠. 젠장. 아 뭐 어떡해.

좋겠네요. 앞으로는 뭘 할 생각이세요?

공연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잡지 만드는 걸 해요.

학교 그런 거랑 너무 많이 겹쳐서요. 나온 거 보니까 좀 그런

근데 그거는 근데 너무 내 자아를 잃을 것 같더라고요.

거예요. 그래도 그 시는 딱 적절해서 전시나 작업은요?

생겼어요. 아, 당장은 아니고요. 내년에

마음에 들었어요. 근데 그림은… 더 잘

지금 근데 머리 예뻐요. 잘 어울리는 것

해야죠. 아쉬웠어요.

같아요. 진짜 빈말 아니고요.

전시는 3월에 한 게 마지막이었는데요. 생각이 이제 전시

봉사활동을 가게 되가지고요. 어디로요?

연애는요?

아무튼 결론은. 연애는 좀 더

같은 걸 하기 싫은 거예요. 자잘한 걸 너무 많이 해서요.

당장에 재밌는 일이

커서. 나중에. 이제 노력한다고 되는 게 그게 뭔데요?

아니란 걸 알았어요.

지원은 아프리카로 했는데요. 갑자기 자메이카가 가고 싶어져서요. 거기로 바꿀 것 같아요.

그러게요. 연애가 뭘까요?

그렇죠. 우와. 좋겠다.

그건 다른 세상 얘기

3월까진 억지로 했었거든요?


근데 이게 기간이 길어요.

185

그래서 상담도 많이 받았어요. 근데

다 한 거예요. 근데 다 하고나니까

거의 일 년이에요. 좀 막연하잖아요.

교수님들은 이게 좋은 거다. 이걸

이게 좋은 게 아니라 남는 게 하나도

전 졸업했는데 취업도 안 하고… 근데

해라. 이러시더라고요. 내가 꽃 할머니

없더라고요. 공허하고 허무하고. 이게

스물다섯 전까진 취업은 너무 하기

할 것도 아니고. 솔직히 다른 거 하고

뭐라고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해온

있는 거니까요. 거기서 그림 말고 다른

싫고. 그렇다고 대학원이나 학교를 가고

싶은데… 그래서 5월에는 못 해먹겠다

걸까? 남는 건 경력? 이력이라고

걸 찾을 수도 있는 거고요. 네. 고민이

싶은 곳도 없고. 어찌 보면 도핀데요.

해서 때려쳤어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해야 할까요? 그림들이 쌓여있고. 그

많으시네요.

지금까지 저를 위해서만 살았으니까,

소재가 뭐가 있을까 찾다 보니까

외엔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그렇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좀 살아보고 싶은

패션 일러스트가 재밌겠더라고요.

보니 허무하더라고요. 사람들이 하고

거예요.

관심이 계속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걸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행복하다고들

집중적으로 해봐야겠다 해서 그걸 하고

하잖아요. 근데 그게 다 뻥이구나, 이런

있는 거죠.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그림은 계속 그리고요?

어? 말 너무 많이 했네? 이상하다. 네. 그래요. 그럼 이제 인터뷰는 됐고요. 주제! 하고 싶으신 걸 주제로 정하시고

좋네요. 끊임없이 자기가 뭘 해야

그 부분은 뭐랄까? 제가 생각하기에

있었는데요. 작년부터 야생화랑 꽃들을

할지를 생각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뭘

그 일 자체라기보다 그 일을 함으로써

그려왔는데 그때부터 뭔가 강박 같은

그리든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자기가

얻어지는 다른 것들이 있잖아요.

게 생긴 거예요. 시리즈로 야생화를

계속 고민을 하면서 계속 하면 별 문제가

지위라든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되살리고 싶은 게 있어요. 원래 1월부터

그렸는데요. 이게 100개 200개를

없는 것 같아요. 문제가 오더라도 고민과

바라보는 시선이라든가? 약간 그런

4월? 그때까진 매일매일 그림일기를

매일 그리다보니까요. 채집하고

행동이 계속되면 그 문제는 당연히 풀릴

느낌이 들어요. 근데 이 부분은 어떤

썼어요. 근데 5월부터 안 썼어요. 근데

그리고 그걸 매일 했어요. 근데 주변에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꽃을

얘기를 할 수가 없네요.

뭔가 그걸 살리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혹은 절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리다가 지금은 패션 일러스트를 하고

절 보면 쟤는 꽃 그리는 애. 제 이름을

있잖아요.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건 계속

몰라도 꽃 그리는 애로 아시더라고요.

그리고 있고, 계속 고민하고 있으니까

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근데

그렇다보니까 아, 나는 꽃을 그려야

풀린 거 아닐까요? 만약 막혔을 때 그만

지금껏 해온 이 일을 빼면 아무 것도

되나? 하는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해야겠다고 놓게 되거나 고민 자체를

없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 발을 뺄 수가

거예요. 그래서 막 했어요. 겨울에도

없애고 계속 그거에 몸 담아서 하게 되면

없더라고요. 아직 조무래기긴 한데

말도 안 되는 걸 뜯어다 하고요. 그러다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니다. 오늘은 쉬고. 오늘은 놀아야죠.

봉사활동을 가서 아예 이곳을 벗어나서

내일부터! 뭔가 재밌겠는데요?

생각을 해보려고 해요. 아예 벗어날

기대돼요. 제가 딱 하나만 조건을 달아도 돼요?

그것도 좀 고비가

보니까 이게 즐겁지가 않은 거예요. 처음 시작할 땐 꽃이 너무 좋고 그래서 그리기

제가 어디까지 생각이

제게 말해주시면 돼요. 이미 정했어요. 지금 제가

그림일기를 쓸래요. 그쵸? 그냥 저도 다른 걸

시작한 건데 의무적으로 하다 보니

들었냐면요. 다른 게 하고 싶은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잖아요. 근데 좀

분석을 하고 완전 재미가 없더라고요.

거예요. 그림 말고 다른 걸 해본 게

무섭긴 해요. 일종의 공백이잖아요.

어딘가 갇히는 기분이었어요. 여러

없는 거예요. 어느 순간 회의감이

가지 소재들을 해봐야하는데 한 가지

들더라고요. 옛날에는 지금 하는 것들이

그렇죠. 경력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소재에 얽매여 있는 게 좀 그렇더라고요.

꿈이었던 것들이거든요. 근데 그 꿈들을

그래도 여기서 어떤 터닝 포인트가 될 수

그럼 오늘부터 7월 10일까지? 오늘부터?

뭐요? 꽃이랑 패션 일러스트 그리지 않기.


근데 이게 기간이 길어요.

185

그래서 상담도 많이 받았어요. 근데

다 한 거예요. 근데 다 하고나니까

거의 일 년이에요. 좀 막연하잖아요.

교수님들은 이게 좋은 거다. 이걸

이게 좋은 게 아니라 남는 게 하나도

전 졸업했는데 취업도 안 하고… 근데

해라. 이러시더라고요. 내가 꽃 할머니

없더라고요. 공허하고 허무하고. 이게

스물다섯 전까진 취업은 너무 하기

할 것도 아니고. 솔직히 다른 거 하고

뭐라고 그동안 그렇게 열심히 해온

있는 거니까요. 거기서 그림 말고 다른

싫고. 그렇다고 대학원이나 학교를 가고

싶은데… 그래서 5월에는 못 해먹겠다

걸까? 남는 건 경력? 이력이라고

걸 찾을 수도 있는 거고요. 네. 고민이

싶은 곳도 없고. 어찌 보면 도핀데요.

해서 때려쳤어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해야 할까요? 그림들이 쌓여있고. 그

많으시네요.

지금까지 저를 위해서만 살았으니까,

소재가 뭐가 있을까 찾다 보니까

외엔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그렇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좀 살아보고 싶은

패션 일러스트가 재밌겠더라고요.

보니 허무하더라고요. 사람들이 하고

거예요.

관심이 계속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걸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행복하다고들

집중적으로 해봐야겠다 해서 그걸 하고

하잖아요. 근데 그게 다 뻥이구나, 이런

있는 거죠.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그림은 계속 그리고요?

어? 말 너무 많이 했네? 이상하다. 네. 그래요. 그럼 이제 인터뷰는 됐고요. 주제! 하고 싶으신 걸 주제로 정하시고

좋네요. 끊임없이 자기가 뭘 해야

그 부분은 뭐랄까? 제가 생각하기에

있었는데요. 작년부터 야생화랑 꽃들을

할지를 생각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뭘

그 일 자체라기보다 그 일을 함으로써

그려왔는데 그때부터 뭔가 강박 같은

그리든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자기가

얻어지는 다른 것들이 있잖아요.

게 생긴 거예요. 시리즈로 야생화를

계속 고민을 하면서 계속 하면 별 문제가

지위라든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되살리고 싶은 게 있어요. 원래 1월부터

그렸는데요. 이게 100개 200개를

없는 것 같아요. 문제가 오더라도 고민과

바라보는 시선이라든가? 약간 그런

4월? 그때까진 매일매일 그림일기를

매일 그리다보니까요. 채집하고

행동이 계속되면 그 문제는 당연히 풀릴

느낌이 들어요. 근데 이 부분은 어떤

썼어요. 근데 5월부터 안 썼어요. 근데

그리고 그걸 매일 했어요. 근데 주변에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꽃을

얘기를 할 수가 없네요.

뭔가 그걸 살리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혹은 절 잘 모르는 사람들도

그리다가 지금은 패션 일러스트를 하고

절 보면 쟤는 꽃 그리는 애. 제 이름을

있잖아요.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건 계속

몰라도 꽃 그리는 애로 아시더라고요.

그리고 있고, 계속 고민하고 있으니까

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근데

그렇다보니까 아, 나는 꽃을 그려야

풀린 거 아닐까요? 만약 막혔을 때 그만

지금껏 해온 이 일을 빼면 아무 것도

되나? 하는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해야겠다고 놓게 되거나 고민 자체를

없는 거예요. 그래서 뭔가 발을 뺄 수가

거예요. 그래서 막 했어요. 겨울에도

없애고 계속 그거에 몸 담아서 하게 되면

없더라고요. 아직 조무래기긴 한데

말도 안 되는 걸 뜯어다 하고요. 그러다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아니다. 오늘은 쉬고. 오늘은 놀아야죠.

봉사활동을 가서 아예 이곳을 벗어나서

내일부터! 뭔가 재밌겠는데요?

생각을 해보려고 해요. 아예 벗어날

기대돼요. 제가 딱 하나만 조건을 달아도 돼요?

그것도 좀 고비가

보니까 이게 즐겁지가 않은 거예요. 처음 시작할 땐 꽃이 너무 좋고 그래서 그리기

제가 어디까지 생각이

제게 말해주시면 돼요. 이미 정했어요. 지금 제가

그림일기를 쓸래요. 그쵸? 그냥 저도 다른 걸

시작한 건데 의무적으로 하다 보니

들었냐면요. 다른 게 하고 싶은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잖아요. 근데 좀

분석을 하고 완전 재미가 없더라고요.

거예요. 그림 말고 다른 걸 해본 게

무섭긴 해요. 일종의 공백이잖아요.

어딘가 갇히는 기분이었어요. 여러

없는 거예요. 어느 순간 회의감이

가지 소재들을 해봐야하는데 한 가지

들더라고요. 옛날에는 지금 하는 것들이

그렇죠. 경력이 되는 것도 아니고요.

소재에 얽매여 있는 게 좀 그렇더라고요.

꿈이었던 것들이거든요. 근데 그 꿈들을

그래도 여기서 어떤 터닝 포인트가 될 수

그럼 오늘부터 7월 10일까지? 오늘부터?

뭐요? 꽃이랑 패션 일러스트 그리지 않기.


그거 왜 달아요?

정가희

187

그냥. 사실은 매일 옷입기라고 그걸로 하려고 했는데 그럼 안 되겠네요. 어떤 컨셉은 안 잡아도 돼요. 사실 제가 꽃에 집착했던 이유가 있어요. 제가 사실은 완전 어두운 사람이거든요. 일기를 쓰면 꼭 속에 썩은 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싫은 거예요. 근데 꽃을 그리면 그 어두운 면이 다 배제되고 하니까 좋았거든요. 그럼 다른 걸 설정할까요? 하늘 어때요? 좋아요! 하늘 일기! 마음에 들어요. 그럼 이만. 감사합니다. 아, 끝이에요? 감사합니다.

구름일기


그거 왜 달아요?

정가희

187

그냥. 사실은 매일 옷입기라고 그걸로 하려고 했는데 그럼 안 되겠네요. 어떤 컨셉은 안 잡아도 돼요. 사실 제가 꽃에 집착했던 이유가 있어요. 제가 사실은 완전 어두운 사람이거든요. 일기를 쓰면 꼭 속에 썩은 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싫은 거예요. 근데 꽃을 그리면 그 어두운 면이 다 배제되고 하니까 좋았거든요. 그럼 다른 걸 설정할까요? 하늘 어때요? 좋아요! 하늘 일기! 마음에 들어요. 그럼 이만. 감사합니다. 아, 끝이에요? 감사합니다.

구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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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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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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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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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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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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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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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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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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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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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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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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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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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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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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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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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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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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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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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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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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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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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209


210

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211


210

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211


212

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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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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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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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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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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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일기

정가희

아브락사스 vol.10

217


218

지혜신 6월 21일 화요일 02:20am

219

자, 아브락사스가 이제 10호야. 이래저래 좀 봐왔잖아? 책 느낌자체가 어때? 지혜신 글쎄. 재밌다가 재미없다가 그런 것 같아. 어떤 호는 재밌기도 하고 어떤 호는 재미없기도 하고 그런 건가? 아님 한 호 내에서도 그런 건가? 너무 솔직한가? 아냐. 좋아. 음… 주제에서 받는 느낌이 그런 것 같아. 한 호 내에서는 그냥 느낌이 하나로 안모이니깐… 참여형식상? 어렵네….


218

지혜신 6월 21일 화요일 02:20am

219

자, 아브락사스가 이제 10호야. 이래저래 좀 봐왔잖아? 책 느낌자체가 어때? 지혜신 글쎄. 재밌다가 재미없다가 그런 것 같아. 어떤 호는 재밌기도 하고 어떤 호는 재미없기도 하고 그런 건가? 아님 한 호 내에서도 그런 건가? 너무 솔직한가? 아냐. 좋아. 음… 주제에서 받는 느낌이 그런 것 같아. 한 호 내에서는 그냥 느낌이 하나로 안모이니깐… 참여형식상? 어렵네….


주제는 일단 내가 멋대로 정하는 건데,

생각은 없고… 그냥 한강고수부지에서

응. 돈은 돈대로 쓰고 그렇다고 큰

그건 어떻게 생각해? 너무 독단적인가?

음악 틀고 놀까 생각 중이야.

반응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응, 주제는 종소리님

대단하게 했으면 좋겠다.

마음대로니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그래도 반응 꽤 있지 않아? 아닌가?

221

그럼 사람들이 작품을 잘 안 낼 것 같아. 주제를 주고 해주세요, 해도 마감 안

돈이 없어. 나도 마음 같아선

지키는 사람, 펑크 내는 사람이 많거든.

하긴 작가들이 많이 자주 모이는 것도

곱창전골이라도 빌려서 하고 싶은데, 안

반응은 나름 조금씩 있긴 한데… 너도

아니니까.

되겠지 아마.

알다시피 내 사정이란 게… 돈 그놈의

더 어려워지는 건가?

돈이지. 응. 어느샌가부터… 모임도 흐지부지 없어진 거 같고?

하긴. 꾸준히 작업하는 사람들만

빌리진 않더라도 갈수는 있잖아.

아, 전에도 이런 얘기 한 번

참여한다면 그런 방향도 좋을 것 같긴 해.

했던 거 같은데…. 응. 해도 잘 안 오시길래. 아, 그래? 생각해보니까 처음 참가하게 된 것도 모임 갔다가 그런

그도 그렇네. 참여한 사람은 자리에 앉기 금물, 계속 춤을 춰야한다던가 뭐 그런.

건데... 그거 꽤 재밌었는데. 뭐 술만 엄청 먹고 책 얘기는 하나도 안했지만.

아니면, 이번부터 모임을 아무튼 좀 바꿔볼 생각인데… 물론 돈은

다시 갖자는 분위기라면 그 날 모임에서

그대로야. 계속 적자보면서 할거야. 혹시

이런 저런 얘기를 할 거 아냐?

내용상이나 형태상에 이렇게 변했으면 좋겠다 싶은 거 있어?

그거 재밌긴 하다. 어쨌든 내가 다 낼 순 주제를 아예 없애는 건 어때?

없으니까… 그래도 한강 정도는 내가 다 원래 그런 게 재밌지 않아? 막상 책

거기에서 캐치하는 건 어때?

낼 수 있으니까.

얘기 하면 지루해질 것 같아. 너무 진지해진달까?

그렇겠지?

주제가 없으면 한권으로 묶이는 느낌이 엄청 먹을텐데? 엄. 청. 나. 게.

주제를?

좀 덜해지지 않을까? 묶일 이유가 없달까?

하나도 안 하는 것도

응.

술은 소주로만 통일이야. 안주는 1000원 이하의 과자로만 통일이고. 그

음… 지금 드는 생각은,

이상을 원한다면 각자 돈 내기. 파티는

주제를 여태까지 네가 정했으니까.

정도로 하자. 아무튼 이번호는 주제를

그것도 그렇네. 아무튼 이번 10호 나오면

그렇다치고… 아무튼 나도 아브락사스

어쨌든 다른 사람들은 주제를 보고

각자 정하는 거야. 넌 주제를 뭘로 할래?

모임의 부활을 계획 중이야. 파티. 10호

해오면서 조금씩 재미가 떨어지긴

시작! 이라는 느낌이었으니까… 어쨌든

기념 파티 할 생각이거든.

했거든. 매너리즘이랄까? 그래서 10호

이 잡지를 만든 이유 자체가 자신이

이후로 좀 변화를 줄까 하는데….

한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상하잖아.

어디서?

이거잖아? 그러니까 주제가 없어지면 지쳤달까?

그건 아직 안 정했는데, 대단하게 할

그것도 좋겠다. 그래. 인터뷰는 이

음… 다시 태어나자! 왜?

대신, 더 자신이 하고 싶은 방향으로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다시 태어나고 싶으니까.


주제는 일단 내가 멋대로 정하는 건데,

생각은 없고… 그냥 한강고수부지에서

응. 돈은 돈대로 쓰고 그렇다고 큰

그건 어떻게 생각해? 너무 독단적인가?

음악 틀고 놀까 생각 중이야.

반응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응, 주제는 종소리님

대단하게 했으면 좋겠다.

마음대로니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그래도 반응 꽤 있지 않아? 아닌가?

221

그럼 사람들이 작품을 잘 안 낼 것 같아. 주제를 주고 해주세요, 해도 마감 안

돈이 없어. 나도 마음 같아선

지키는 사람, 펑크 내는 사람이 많거든.

하긴 작가들이 많이 자주 모이는 것도

곱창전골이라도 빌려서 하고 싶은데, 안

반응은 나름 조금씩 있긴 한데… 너도

아니니까.

되겠지 아마.

알다시피 내 사정이란 게… 돈 그놈의

더 어려워지는 건가?

돈이지. 응. 어느샌가부터… 모임도 흐지부지 없어진 거 같고?

하긴. 꾸준히 작업하는 사람들만

빌리진 않더라도 갈수는 있잖아.

아, 전에도 이런 얘기 한 번

참여한다면 그런 방향도 좋을 것 같긴 해.

했던 거 같은데…. 응. 해도 잘 안 오시길래. 아, 그래? 생각해보니까 처음 참가하게 된 것도 모임 갔다가 그런

그도 그렇네. 참여한 사람은 자리에 앉기 금물, 계속 춤을 춰야한다던가 뭐 그런.

건데... 그거 꽤 재밌었는데. 뭐 술만 엄청 먹고 책 얘기는 하나도 안했지만.

아니면, 이번부터 모임을 아무튼 좀 바꿔볼 생각인데… 물론 돈은

다시 갖자는 분위기라면 그 날 모임에서

그대로야. 계속 적자보면서 할거야. 혹시

이런 저런 얘기를 할 거 아냐?

내용상이나 형태상에 이렇게 변했으면 좋겠다 싶은 거 있어?

그거 재밌긴 하다. 어쨌든 내가 다 낼 순 주제를 아예 없애는 건 어때?

없으니까… 그래도 한강 정도는 내가 다 원래 그런 게 재밌지 않아? 막상 책

거기에서 캐치하는 건 어때?

낼 수 있으니까.

얘기 하면 지루해질 것 같아. 너무 진지해진달까?

그렇겠지?

주제가 없으면 한권으로 묶이는 느낌이 엄청 먹을텐데? 엄. 청. 나. 게.

주제를?

좀 덜해지지 않을까? 묶일 이유가 없달까?

하나도 안 하는 것도

응.

술은 소주로만 통일이야. 안주는 1000원 이하의 과자로만 통일이고. 그

음… 지금 드는 생각은,

이상을 원한다면 각자 돈 내기. 파티는

주제를 여태까지 네가 정했으니까.

정도로 하자. 아무튼 이번호는 주제를

그것도 그렇네. 아무튼 이번 10호 나오면

그렇다치고… 아무튼 나도 아브락사스

어쨌든 다른 사람들은 주제를 보고

각자 정하는 거야. 넌 주제를 뭘로 할래?

모임의 부활을 계획 중이야. 파티. 10호

해오면서 조금씩 재미가 떨어지긴

시작! 이라는 느낌이었으니까… 어쨌든

기념 파티 할 생각이거든.

했거든. 매너리즘이랄까? 그래서 10호

이 잡지를 만든 이유 자체가 자신이

이후로 좀 변화를 줄까 하는데….

한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상하잖아.

어디서?

이거잖아? 그러니까 주제가 없어지면 지쳤달까?

그건 아직 안 정했는데, 대단하게 할

그것도 좋겠다. 그래. 인터뷰는 이

음… 다시 태어나자! 왜?

대신, 더 자신이 하고 싶은 방향으로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다시 태어나고 싶으니까.


그래. 좋네. 주제는 됐고, 끝으로 아브락사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지혜신

223

있다면? 악담도 좋아. 아니, 오히려 악담이 재밌겠어. 너는 죽을 때까지 아브락사스를 한다. 그건 악담이 아니잖아… 좋은 거 아냐? 응. 그 대신 꼭 해야 돼. 꼭 해야 되는 거야? 응. 안 하면 저주라도 받나? 아마도…. 응. 해야겠네, 그럼. 그렇네. 훈훈하네. 응. 너무 훈훈해서 토 나와. 훈훈한 마무리. 네. 훈훈한 마무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태어나자


그래. 좋네. 주제는 됐고, 끝으로 아브락사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지혜신

223

있다면? 악담도 좋아. 아니, 오히려 악담이 재밌겠어. 너는 죽을 때까지 아브락사스를 한다. 그건 악담이 아니잖아… 좋은 거 아냐? 응. 그 대신 꼭 해야 돼. 꼭 해야 되는 거야? 응. 안 하면 저주라도 받나? 아마도…. 응. 해야겠네, 그럼. 그렇네. 훈훈하네. 응. 너무 훈훈해서 토 나와. 훈훈한 마무리. 네. 훈훈한 마무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태어나자


224


224










234

235

김종소리 7월 9일 토요일 02:30am

발행인 그래. 인터뷰한 거 다 정리한

재미없을 것 같아.

소감이 어때? 에휴. 그러게 주제 설정할 때 김종소리

잘 좀 생각하지.

빡쎄. 닥쳐. 너 왜 이리 거짓말을 많이 했냐?

그래서 아브락사스는 어쩔 건데?

원래 거짓말이 섞여야 재밌는 법이야. 그냥 계속 하는 거지. 그리고 왜 이리 연애 타령이야?

네 작품 주제는 생각했어?

원래 연애만큼 좋은 얘깃거리가 없어.

응. 뭔데?

근데 너 이거 재밌을 것 같아? 인터뷰. 악몽. 정리하면서 느꼈는데 생각보다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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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소리 7월 9일 토요일 02:30am

발행인 그래. 인터뷰한 거 다 정리한

재미없을 것 같아.

소감이 어때? 에휴. 그러게 주제 설정할 때 김종소리

잘 좀 생각하지.

빡쎄. 닥쳐. 너 왜 이리 거짓말을 많이 했냐?

그래서 아브락사스는 어쩔 건데?

원래 거짓말이 섞여야 재밌는 법이야. 그냥 계속 하는 거지. 그리고 왜 이리 연애 타령이야?

네 작품 주제는 생각했어?

원래 연애만큼 좋은 얘깃거리가 없어.

응. 뭔데?

근데 너 이거 재밌을 것 같아? 인터뷰. 악몽. 정리하면서 느꼈는데 생각보다


그래. 앞으로 30권만 더 내면

내일이 마감인 건 알지?

10년이야. 힘내자.

김종소리

237

응. 너나 내. 난 작품 쓰는 것만으로도 벅차. 할 수 있겠어?

책 내는 건 네가 해. 난 작품 쓸게.

닥쳐. 구상은 끝났어. 쓰기만 하면 돼.

그래. 작품 좀 잘 써봐라. 등단 못 하면 너 어떻게 먹고 살래? 그러고

병신.

보니 네가 등단제도 자체를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등단 안 할 거야?

네가 더 병신이야. 그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거야. 난 병신아. 내가 너야.

등단이 싫다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단지 등단만이 작품을 발표할

알아. 병신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현실이 싫은 것뿐이야. 그리고 등단이든 뭐든

마감 잘 지켜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좀 닥쳐. 내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싫어.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것 자체가 끔찍해. 진짜 악몽 같아. 자문자답이라니… 이건 어리석은

난 너라니까?

짓이야. 그러니까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자. 하나도 안 감사해.

끔찍해. 이건 악몽이야. 나도 하나도 안 감사합니다. 아마 이런 걸 자아분열이라고 하지? 이상의 거울을 보는 듯하네. 악몽 가지고 뭘 쓸 건데? 아직 몰라. 하지만 뭔가 쓸 수 있을 거야.

ㅂㅅ.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그래. 앞으로 30권만 더 내면

내일이 마감인 건 알지?

10년이야. 힘내자.

김종소리

237

응. 너나 내. 난 작품 쓰는 것만으로도 벅차. 할 수 있겠어?

책 내는 건 네가 해. 난 작품 쓸게.

닥쳐. 구상은 끝났어. 쓰기만 하면 돼.

그래. 작품 좀 잘 써봐라. 등단 못 하면 너 어떻게 먹고 살래? 그러고

병신.

보니 네가 등단제도 자체를 싫어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등단 안 할 거야?

네가 더 병신이야. 그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거야. 난 병신아. 내가 너야.

등단이 싫다고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단지 등단만이 작품을 발표할

알아. 병신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현실이 싫은 것뿐이야. 그리고 등단이든 뭐든

마감 잘 지켜라.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좀 닥쳐. 내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싫어.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것 자체가 끔찍해. 진짜 악몽 같아. 자문자답이라니… 이건 어리석은

난 너라니까?

짓이야. 그러니까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자. 하나도 안 감사해.

끔찍해. 이건 악몽이야. 나도 하나도 안 감사합니다. 아마 이런 걸 자아분열이라고 하지? 이상의 거울을 보는 듯하네. 악몽 가지고 뭘 쓸 건데? 아직 몰라. 하지만 뭔가 쓸 수 있을 거야.

ㅂㅅ.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238

아브락사스 vol.10

239

다짜고짜 시작하기로 한다.

[ 2011 제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 이 책에 실린 7편의 소설들. 그중에서도 이장욱의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이란 기이한 제목의 소설. 그중에서도 123페이지(우연히 페이지도 123이라는 신기한 숫자이다.)의 한 대목.

이봐. 나는 스틸녹스를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뿐이다. 알고 보니 자신이 유령이었다는 이야기의 사회적 버전을 혹시 아는가? 인민의 적을 퇴 치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처단해야 했던 혁명가의 이야기 말일세. 자본주의 를 증오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주식투자자였다는 남자의 이야기는 또 어 떤가. 악몽이란 언제나 그런 식이지. 안드레이가 입을 다물었다. 나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오랜 침묵 끝에 내 가 겨우 말했다. 안드레이, 내게 필요한 건 그런 서양식 농담들이 아니다. 말 해보라. 나는 지금 어떤 악몽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이것은 누구의 악몽 인가? 안드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전화선의 끝과 끝을 붙잡고 오래 말이 없었다.


238

아브락사스 vol.10

239

다짜고짜 시작하기로 한다.

[ 2011 제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 이 책에 실린 7편의 소설들. 그중에서도 이장욱의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이란 기이한 제목의 소설. 그중에서도 123페이지(우연히 페이지도 123이라는 신기한 숫자이다.)의 한 대목.

이봐. 나는 스틸녹스를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충고하는 것뿐이다. 알고 보니 자신이 유령이었다는 이야기의 사회적 버전을 혹시 아는가? 인민의 적을 퇴 치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처단해야 했던 혁명가의 이야기 말일세. 자본주의 를 증오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주식투자자였다는 남자의 이야기는 또 어 떤가. 악몽이란 언제나 그런 식이지. 안드레이가 입을 다물었다. 나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오랜 침묵 끝에 내 가 겨우 말했다. 안드레이, 내게 필요한 건 그런 서양식 농담들이 아니다. 말 해보라. 나는 지금 어떤 악몽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이것은 누구의 악몽 인가? 안드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전화선의 끝과 끝을 붙잡고 오래 말이 없었다.


240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아브락사스 vol.10

241

이 부분이 머릿속에 진득하게 달라붙어 문득 문득 떠올랐다.

정은이 걔도 널 좋아하는 거 아냐?

그래서 다시 읽고, 생각을 정리해 써보았다.

그래, 맞아. 나도 걔를 좋아하고, 걔도 나를 좋아해. 하지만 걔는 이제 4학 년이야. 걔한테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조건이야. 너무나 식상한 것들 있 잖아. 좋은 차라든가 좋은 직장.

그런 게 아니고 돈이겠지. 혁명가에게 가장 끔찍한 것은 인민의 적일 것이다. 자본주의를 증오하는 자 에게 가장 끔찍한 것은 주식투자자일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모습이 자신의 모습일 수 있다니. 정말로 그런 악몽 같은 삶을 살게 되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의 삶은 이장욱이 쓴 것처럼 악몽이란 단어이외엔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지 않을까?

그래 돈 말이야. 돈이 많은 남자가 필요한 거야. 이제 결혼을 생각해야 되 니까. 그리고 결혼을 중매로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알잖아? 왜 네가 걔랑 헤어지자고 한 건데? 너 바보냐? 내가 헤어지고 싶어서 헤어지자고 했겠냐? 그렇게 분위기를 몰아가면 어쩔 수 없는 거야.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그런데 혹시, 내가 인식하지 못할 뿐, 나도 그들처럼 자신이 가장 끔찍하

게 있는 거라고.

게 여기는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

병신 같아.

을까?

나도 힘들어. 그래서 내가 너랑 소주를 마시는 거야. 그래서 내가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고. 그래. 걔는 나를 좋아하고 있어. 하지만 걔는 감정보다는 미래를 선택한 거야. 나는 그 미래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어. 내 삶이 악몽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선 내가 끔찍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했다. 우선 내가 쓴 소설들을 뒤적이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생각되는 장면을 찾아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잖아. 미래를 위한 선택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 는 거야? 응. 당연한 거 아니야? 커다란 집에서 커다란 텔레비전을 보면서 커다란 애완용 개를 키우는 게 행복한 거 아니야? 이 사회에서 행복은 커다란 것이

야.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하지만 나는 걔에게 커

내가 처음으로 쓴 소설인 〘안녕〙의 부분

다란 집과 커다란 텔레비전과 커다란 개를 사줄 수 없어. 그래서 헤어지자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모르겠어?

미안하다. 너에게 이런 말들을 해봐야 아무 효과가 없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말하고 싶어. 나 정은이랑 헤어졌어. 내가 헤어지자고 이야기했어. 너 정은이 좋아하는 거 아냐? 근데 왜 헤어지잔 말을 했어? 왜냐고? 그래. 네 말처럼 나는 아직도 정은이가 좋아. 하지만 어쩔 수 없 어. 걔는 나와 헤어지고 싶어 해. 지금 걔한테 필요한 남자는 내가 아니야.

아니. 알겠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 근데 너도 그런 생각을 가 지고 있을 줄은 몰랐어. 그래. 결국에는 그런 것들이겠지. 네가 이야기하는 커다란 것들. 하지만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잠깐만. 전화 온다. 응, 그래. 응, 왜? 응. 나 홍대에서 술 마시고 있어. 응. 응. 응. 거기 있잖아. 우리 둘이 자주 오던데. 응. 응.


240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아브락사스 vol.10

241

이 부분이 머릿속에 진득하게 달라붙어 문득 문득 떠올랐다.

정은이 걔도 널 좋아하는 거 아냐?

그래서 다시 읽고, 생각을 정리해 써보았다.

그래, 맞아. 나도 걔를 좋아하고, 걔도 나를 좋아해. 하지만 걔는 이제 4학 년이야. 걔한테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조건이야. 너무나 식상한 것들 있 잖아. 좋은 차라든가 좋은 직장.

그런 게 아니고 돈이겠지. 혁명가에게 가장 끔찍한 것은 인민의 적일 것이다. 자본주의를 증오하는 자 에게 가장 끔찍한 것은 주식투자자일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모습이 자신의 모습일 수 있다니. 정말로 그런 악몽 같은 삶을 살게 되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의 삶은 이장욱이 쓴 것처럼 악몽이란 단어이외엔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지 않을까?

그래 돈 말이야. 돈이 많은 남자가 필요한 거야. 이제 결혼을 생각해야 되 니까. 그리고 결혼을 중매로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그게 중요한 게 아니란 걸 알잖아? 왜 네가 걔랑 헤어지자고 한 건데? 너 바보냐? 내가 헤어지고 싶어서 헤어지자고 했겠냐? 그렇게 분위기를 몰아가면 어쩔 수 없는 거야.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그런데 혹시, 내가 인식하지 못할 뿐, 나도 그들처럼 자신이 가장 끔찍하

게 있는 거라고.

게 여기는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

병신 같아.

을까?

나도 힘들어. 그래서 내가 너랑 소주를 마시는 거야. 그래서 내가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고. 그래. 걔는 나를 좋아하고 있어. 하지만 걔는 감정보다는 미래를 선택한 거야. 나는 그 미래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어. 내 삶이 악몽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선 내가 끔찍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했다. 우선 내가 쓴 소설들을 뒤적이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생각되는 장면을 찾아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잖아. 미래를 위한 선택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 는 거야? 응. 당연한 거 아니야? 커다란 집에서 커다란 텔레비전을 보면서 커다란 애완용 개를 키우는 게 행복한 거 아니야? 이 사회에서 행복은 커다란 것이

야.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하지만 나는 걔에게 커

내가 처음으로 쓴 소설인 〘안녕〙의 부분

다란 집과 커다란 텔레비전과 커다란 개를 사줄 수 없어. 그래서 헤어지자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모르겠어?

미안하다. 너에게 이런 말들을 해봐야 아무 효과가 없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말하고 싶어. 나 정은이랑 헤어졌어. 내가 헤어지자고 이야기했어. 너 정은이 좋아하는 거 아냐? 근데 왜 헤어지잔 말을 했어? 왜냐고? 그래. 네 말처럼 나는 아직도 정은이가 좋아. 하지만 어쩔 수 없 어. 걔는 나와 헤어지고 싶어 해. 지금 걔한테 필요한 남자는 내가 아니야.

아니. 알겠어.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 근데 너도 그런 생각을 가 지고 있을 줄은 몰랐어. 그래. 결국에는 그런 것들이겠지. 네가 이야기하는 커다란 것들. 하지만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잠깐만. 전화 온다. 응, 그래. 응, 왜? 응. 나 홍대에서 술 마시고 있어. 응. 응. 응. 거기 있잖아. 우리 둘이 자주 오던데. 응. 응.


242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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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여기 앉아.

정은이. 이리로 온대.

응. 술 많이 마셨어?

헤어졌다면서 아직도 연락하고 만나?

야. 너희 헤어졌다며?

응.

응.

그게 뭐야. 헤어졌다면서 연락하는 건 뭐야. 이해가 안 되는데?

근데 어떻게 뻔뻔하게 여길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얘 옆에 앉을 수 있어?

그래. 나도 우리가 비정상이란 건 알아. 하지만 난 걔가 좋아. 그리고 걔도 날 좋아해. 그럼 연락할 수도 있는 거잖아?

아무렇지도 않아? 응. 얘기 들었구나. 미안해.

아니, 그럼 애시당초 왜 헤어진 거냐고?

아니 미안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가 있냐고?

그래서 내가 아까부터 이야기하잖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의 문제가 아

내가 얘를 찬 건 아니잖아.

니라고. 그게 문제가 아니야. 넌 아직 제대로 이해하질 못했어. 그게 문제가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어떻게 그렇게 뻔뻔해?

아니야. 걔의 미래나 나의 미래가 문제인거라고.

뭐가? 뻔뻔해?

네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난 모르겠어. 네가 이야기하는 문제라는 것이 뭔 지는 알겠어. 근데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 가장 중요한 건 감 정 아니야? 넌 제대로 이해하질 못한 거야. 그게 아니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있 어. 계속 이어간다면 끊어질 수밖에 없을 거야. 그래서 끊어지기 전에 끊은 거 야.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좀 쉽게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모르겠어. 그냥 싫어 그런 거. 응. 나도 싫어.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

야. 그만해. 이런 거 싫어. 그만해. 넌 좀 가만히 있어봐. 얘 생각 좀 알아보게.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래.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여기 온 거야? 말해봐. 야, 그만하라니까! 아니야. 민수야. 그냥 얘기할게. 나 얘 좋아해. 얘가 술 마시고 있다 길래 왔어. 그뿐이야. 뭐가 더 필요해? 헤어지고 말고는 내게 중요하지 않아. 난 얘 랑 사귀든 사귀지 않든 얘를 좋아해. 너 뭐야? 그게 말이 되냐? 네가 헤어지고 싶어서 그래서 민수가 널 찬 거 아니었어?

이런 대화 속에서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든 나는 소주 두 잔을 연달아 마셨 다. 그리고 한숨을 쉬고 담배를 피웠다. 내 앞에 앉아있던 남자도 소주 두 잔

맞아. 난 민수랑 헤어지고 싶었어. 그건 단지 내가 결혼할 상대를 찾기 위 해서였어. 이기적이라고 말해도 좋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을 연달아 마시고 한숨을 쉬고 담배를 피웠다. 우리의 공간에 하얀 연기가 가

뭐가 어쩔 수 없어? 얘랑 결혼하면 되잖아.

득 찼다. 우리 둘 사이엔 침묵이 가득 찼다. 그리고 10분이나 지났을까? 어떤

그만하라니까!

여자가 우리의 공간에 침입했다.

난 얘랑 결혼하면 행복할 수 없어. 그래서 다른 사람을 찾기로 결심한 거 야. 그뿐이야.

안녕? 오랜만이네.

왜? 왜 얘랑 결혼하면 행복할 수 없는 건데?

응. 안녕.

그만해.


242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아브락사스 vol.10

243

누구야?

여기 앉아.

정은이. 이리로 온대.

응. 술 많이 마셨어?

헤어졌다면서 아직도 연락하고 만나?

야. 너희 헤어졌다며?

응.

응.

그게 뭐야. 헤어졌다면서 연락하는 건 뭐야. 이해가 안 되는데?

근데 어떻게 뻔뻔하게 여길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얘 옆에 앉을 수 있어?

그래. 나도 우리가 비정상이란 건 알아. 하지만 난 걔가 좋아. 그리고 걔도 날 좋아해. 그럼 연락할 수도 있는 거잖아?

아무렇지도 않아? 응. 얘기 들었구나. 미안해.

아니, 그럼 애시당초 왜 헤어진 거냐고?

아니 미안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가 있냐고?

그래서 내가 아까부터 이야기하잖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의 문제가 아

내가 얘를 찬 건 아니잖아.

니라고. 그게 문제가 아니야. 넌 아직 제대로 이해하질 못했어. 그게 문제가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어떻게 그렇게 뻔뻔해?

아니야. 걔의 미래나 나의 미래가 문제인거라고.

뭐가? 뻔뻔해?

네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난 모르겠어. 네가 이야기하는 문제라는 것이 뭔 지는 알겠어. 근데 그게 이유가 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 가장 중요한 건 감 정 아니야? 넌 제대로 이해하질 못한 거야. 그게 아니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있 어. 계속 이어간다면 끊어질 수밖에 없을 거야. 그래서 끊어지기 전에 끊은 거 야.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좀 쉽게 전달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모르겠어. 그냥 싫어 그런 거. 응. 나도 싫어.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

야. 그만해. 이런 거 싫어. 그만해. 넌 좀 가만히 있어봐. 얘 생각 좀 알아보게.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래. 넌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여기 온 거야? 말해봐. 야, 그만하라니까! 아니야. 민수야. 그냥 얘기할게. 나 얘 좋아해. 얘가 술 마시고 있다 길래 왔어. 그뿐이야. 뭐가 더 필요해? 헤어지고 말고는 내게 중요하지 않아. 난 얘 랑 사귀든 사귀지 않든 얘를 좋아해. 너 뭐야? 그게 말이 되냐? 네가 헤어지고 싶어서 그래서 민수가 널 찬 거 아니었어?

이런 대화 속에서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든 나는 소주 두 잔을 연달아 마셨 다. 그리고 한숨을 쉬고 담배를 피웠다. 내 앞에 앉아있던 남자도 소주 두 잔

맞아. 난 민수랑 헤어지고 싶었어. 그건 단지 내가 결혼할 상대를 찾기 위 해서였어. 이기적이라고 말해도 좋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을 연달아 마시고 한숨을 쉬고 담배를 피웠다. 우리의 공간에 하얀 연기가 가

뭐가 어쩔 수 없어? 얘랑 결혼하면 되잖아.

득 찼다. 우리 둘 사이엔 침묵이 가득 찼다. 그리고 10분이나 지났을까? 어떤

그만하라니까!

여자가 우리의 공간에 침입했다.

난 얘랑 결혼하면 행복할 수 없어. 그래서 다른 사람을 찾기로 결심한 거 야. 그뿐이야.

안녕? 오랜만이네.

왜? 왜 얘랑 결혼하면 행복할 수 없는 건데?

응. 안녕.

그만해.


244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아브락사스 vol.10

245

내가 판단하기엔 그렇거든.

사실 이건 전부 핑계다. 내 소설 속 민수나 정은이 ‘나’에게

그만해.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런 거라느니 너무 어려서 그런 거라느니

싫어, 그만 못해. 난 이런 거 싫어. 이 여자가 이야기하는 게 마음에 들지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않아.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따져야겠어.

그래, 내 삶은 악몽이다.

그만해. 이러는 건 날 더 힘들게 하는 거야. 그래, 그만해. 이 이야기는 여자나 혹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 못해.

이런 생각을 했더니 기분이 끔찍했다. 그래서 인정하지 않고

씨발. 너 뭐야? 나 무시해? 내가 바보야? 이해못한다고? 나도 여자친구 있

내가 끔찍하다 느끼는 다른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 그리고 내 여자친구는 너처럼 이러지 않아. 네가 이상한거야. 그리고 이 새끼가 이상한거야. 이건 분명히 잘못된 거야.

세상의 모든 것은 늘 그것과 반대되는 것이 있기에 존재할 수

아니, 네 여자친구가 너무 어린거야. 그리고 네가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

있다. 예컨대 삶은 죽음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죽음이 없는

는 거야.

삶이란 삶도 죽음도 아닌 그 무엇이지 결코 삶이 될 수 없다. 삶

씨발. 그만하자.

속에 죽음이 있기에 삶이 삶일 수 있다. 끔찍한 것도 마찬가지다. 끔찍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 있기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 밖으로 나

때문에 끔찍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것도 끔찍한 것이

갔다.

있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고, 아름다운 것 속엔 끔찍한 것이 있을 것이다.

내가 여기서 끔찍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을 찾아보았다.

한자성어 하나로 요약되었다. 주객전도 - 혹은, 주와 객이 전도되었는데도 그걸 모르는 것.

¶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어린 왕자〙중 7장

지금의 나는 어떤가? 나의 주는 글쓰기다. 그런데 객이라고 볼 수 있는 돈 버는 일로 쓰는 시간이 글을 쓰는 시간보다 훨씬 많다.

닷새째 되던 날, 늘 그렇듯 양 덕분에 어린 왕자의 생활에 대한 또 다른 비

내 스케줄은 글쓰기와 관련된 것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돈

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는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한 후, 하지만 갑자기 튀

버는 일로 정해진다. 끔찍하다.

어나온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돈을 벌지 않으면 글도

“양 말이야, 작은 나무를 먹으면, 꽃도 먹겠지?”

쓸 수 없다. 과장된 면이 있지만, 얼마 전 최고은이라는 작가는

“양은 닥치는 대로 먹을 걸.”

돈이 없어서 굶어죽었다. 나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가시가 있는 꽃도?”


244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아브락사스 vol.10

245

내가 판단하기엔 그렇거든.

사실 이건 전부 핑계다. 내 소설 속 민수나 정은이 ‘나’에게

그만해.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런 거라느니 너무 어려서 그런 거라느니

싫어, 그만 못해. 난 이런 거 싫어. 이 여자가 이야기하는 게 마음에 들지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않아.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따져야겠어.

그래, 내 삶은 악몽이다.

그만해. 이러는 건 날 더 힘들게 하는 거야. 그래, 그만해. 이 이야기는 여자나 혹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 못해.

이런 생각을 했더니 기분이 끔찍했다. 그래서 인정하지 않고

씨발. 너 뭐야? 나 무시해? 내가 바보야? 이해못한다고? 나도 여자친구 있

내가 끔찍하다 느끼는 다른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 그리고 내 여자친구는 너처럼 이러지 않아. 네가 이상한거야. 그리고 이 새끼가 이상한거야. 이건 분명히 잘못된 거야.

세상의 모든 것은 늘 그것과 반대되는 것이 있기에 존재할 수

아니, 네 여자친구가 너무 어린거야. 그리고 네가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

있다. 예컨대 삶은 죽음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다. 죽음이 없는

는 거야.

삶이란 삶도 죽음도 아닌 그 무엇이지 결코 삶이 될 수 없다. 삶

씨발. 그만하자.

속에 죽음이 있기에 삶이 삶일 수 있다. 끔찍한 것도 마찬가지다. 끔찍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 있기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 밖으로 나

때문에 끔찍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것도 끔찍한 것이

갔다.

있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고, 아름다운 것 속엔 끔찍한 것이 있을 것이다.

내가 여기서 끔찍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을 찾아보았다.

한자성어 하나로 요약되었다. 주객전도 - 혹은, 주와 객이 전도되었는데도 그걸 모르는 것.

¶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어린 왕자〙중 7장

지금의 나는 어떤가? 나의 주는 글쓰기다. 그런데 객이라고 볼 수 있는 돈 버는 일로 쓰는 시간이 글을 쓰는 시간보다 훨씬 많다.

닷새째 되던 날, 늘 그렇듯 양 덕분에 어린 왕자의 생활에 대한 또 다른 비

내 스케줄은 글쓰기와 관련된 것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돈

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는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한 후, 하지만 갑자기 튀

버는 일로 정해진다. 끔찍하다.

어나온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물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돈을 벌지 않으면 글도

“양 말이야, 작은 나무를 먹으면, 꽃도 먹겠지?”

쓸 수 없다. 과장된 면이 있지만, 얼마 전 최고은이라는 작가는

“양은 닥치는 대로 먹을 걸.”

돈이 없어서 굶어죽었다. 나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그렇지만

“가시가 있는 꽃도?”


246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응. 가시가 있는 꽃도…….” “그럼 가시는 뭐에 쓰는 거지?” 나는 몰랐다. 당시엔 엔진에 꽉 조여진 볼트를 빼내느라 바빴다. 비행기

아브락사스 vol.10

247

“아저씨는 모든 걸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어. 모든 걸 헷갈려 하고 있 다고.” 그는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 그는 금빛 머리칼을 흔들었다.

의 상태가 꽤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마실 물도 얼

“나는 얼굴이 빨간 어떤 아저씨가 살고 있는 별을 알고 있어. 그는 꽃향기

마 남지 않아 최악의 상황을 염려해야 할 수준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

를 맡아본 적도 없고, 별을 본 적도 없고, 누구를 사랑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었다.

었어. 계산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 말이야. 그러면서

“가시는 뭐에 쓰는 거지?”

그는 온 종일 ‘나는 중요한 일을 하느라 상당히 바빠.’라고 중얼거려. 꽤나 거

어린 왕자는 한 번 질문을 하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나는 볼트에

만을 떨어댔지.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야. 그는 버섯이라고!”

정신이 빠져 있어서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뭐라고?”

“가시는 원래 아무 쓸모가 없어. 그냥 꽃들이 못돼서 가시가 달린 거야.”

“버섯이라고!”

“그래?”

어린 왕자는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원망스런 말투로 나에게

“수백만 년 전부터 꽃은 가시를 만들어왔어. 수백만 년 전부터 양들은 꽃

쏘아붙였다. “말도 안 돼. 꽃들은 약한 존재야. 그들은 순진하다고. 꽃들은 최대한 자기 를 보호하는 거야. 가시가 굉장한 무기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을 먹었고. 그런데 꽃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가시를 만드느라 그토록 애를 쓰는지 알려고 하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양들과 꽃들의 전쟁이 아무 것 도 아니란 말이지? 이게 그 얼굴 빨간 아저씨가 하는 계산보다 중요한 일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속으로 ‘이 볼트가 꼼짝 안 하면 망치로 빼내는 수

아니란 말이지? 만약 내가 사는 별 말고는 다른 어디에도 없는, 세상에 단 하

밖에 없겠어.’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왕자가 다시 내 생각에

나밖에 없는 꽃이 있는데 어린 양 한 마리가 어느 날 아침 자기가 무슨 짓을

훼방을 놓았다.

하는지도 모르고 그 꽃을 먹어버린대도,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 이거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꽃들이…….”

이야기를 계속할수록 어린 왕자의 얼굴은 빨개졌다.

“그만 해, 그만, 그만! 난 별 생각이 없어. 그냥 아무렇게나 떠오른 대로 대

“누군가 수백만 개의 별 중에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한다면, 그 별을

답한 거라고. 지금 내가 중요한 일을 하느라 바쁜 거 안 보이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야. ‘저기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라고 생

그는 나를 쳐다보더니 어이 없어했다.

각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린다면, 그건 그에게는 모든 별

“중요한 일이라고!”

이 한순간 다 깜깜해지는 거라고.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단 말이지!”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손에는 망치를 들고, 손가락은 엔진 기름 때문에 새까매지고, 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물건 위로 몸을 굽히고 있는 나를 말이다.

어린 왕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흐느껴 우느라 아무 말 도 할 수 없었다. 어둠이 내렸다. 나는 손에서 연장을 내려놓았다. 망치도 볼트도 갈증이나

“아저씨도 다른 어른들처럼 이야기하는구나.”

죽음마저도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별에, 어느 행성에, 나의 별인

이 말에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그는 사정없이 계속 말했다.

지구 위에 위로 받아야할 어린 왕자가 있었다.


246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응. 가시가 있는 꽃도…….” “그럼 가시는 뭐에 쓰는 거지?” 나는 몰랐다. 당시엔 엔진에 꽉 조여진 볼트를 빼내느라 바빴다. 비행기

아브락사스 vol.10

247

“아저씨는 모든 걸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어. 모든 걸 헷갈려 하고 있 다고.” 그는 정말로 화가 나 있었다. 그는 금빛 머리칼을 흔들었다.

의 상태가 꽤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마실 물도 얼

“나는 얼굴이 빨간 어떤 아저씨가 살고 있는 별을 알고 있어. 그는 꽃향기

마 남지 않아 최악의 상황을 염려해야 할 수준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

를 맡아본 적도 없고, 별을 본 적도 없고, 누구를 사랑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었다.

었어. 계산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 말이야. 그러면서

“가시는 뭐에 쓰는 거지?”

그는 온 종일 ‘나는 중요한 일을 하느라 상당히 바빠.’라고 중얼거려. 꽤나 거

어린 왕자는 한 번 질문을 하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나는 볼트에

만을 떨어댔지. 하지만 그는 사람이 아니야. 그는 버섯이라고!”

정신이 빠져 있어서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뭐라고?”

“가시는 원래 아무 쓸모가 없어. 그냥 꽃들이 못돼서 가시가 달린 거야.”

“버섯이라고!”

“그래?”

어린 왕자는 너무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원망스런 말투로 나에게

“수백만 년 전부터 꽃은 가시를 만들어왔어. 수백만 년 전부터 양들은 꽃

쏘아붙였다. “말도 안 돼. 꽃들은 약한 존재야. 그들은 순진하다고. 꽃들은 최대한 자기 를 보호하는 거야. 가시가 굉장한 무기라고 생각하는 거라고.”

을 먹었고. 그런데 꽃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가시를 만드느라 그토록 애를 쓰는지 알려고 하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양들과 꽃들의 전쟁이 아무 것 도 아니란 말이지? 이게 그 얼굴 빨간 아저씨가 하는 계산보다 중요한 일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속으로 ‘이 볼트가 꼼짝 안 하면 망치로 빼내는 수

아니란 말이지? 만약 내가 사는 별 말고는 다른 어디에도 없는, 세상에 단 하

밖에 없겠어.’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왕자가 다시 내 생각에

나밖에 없는 꽃이 있는데 어린 양 한 마리가 어느 날 아침 자기가 무슨 짓을

훼방을 놓았다.

하는지도 모르고 그 꽃을 먹어버린대도,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 이거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꽃들이…….”

이야기를 계속할수록 어린 왕자의 얼굴은 빨개졌다.

“그만 해, 그만, 그만! 난 별 생각이 없어. 그냥 아무렇게나 떠오른 대로 대

“누군가 수백만 개의 별 중에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한다면, 그 별을

답한 거라고. 지금 내가 중요한 일을 하느라 바쁜 거 안 보이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거야. ‘저기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라고 생

그는 나를 쳐다보더니 어이 없어했다.

각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버린다면, 그건 그에게는 모든 별

“중요한 일이라고!”

이 한순간 다 깜깜해지는 거라고.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단 말이지!”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손에는 망치를 들고, 손가락은 엔진 기름 때문에 새까매지고, 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물건 위로 몸을 굽히고 있는 나를 말이다.

어린 왕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흐느껴 우느라 아무 말 도 할 수 없었다. 어둠이 내렸다. 나는 손에서 연장을 내려놓았다. 망치도 볼트도 갈증이나

“아저씨도 다른 어른들처럼 이야기하는구나.”

죽음마저도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별에, 어느 행성에, 나의 별인

이 말에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그는 사정없이 계속 말했다.

지구 위에 위로 받아야할 어린 왕자가 있었다.


248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나는 그를 품에 안고 이렇게 얘기했다.

아브락사스 vol.10

249

“네가 사랑하는 그 꽃은 이제 위험하지 않아. 내가 양에게 칠 굴레를 그려 줄게. 그리고 꽃에는 울타리를 그려줄게. 그리고…….”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몰랐다. 내 자신이 너무 하찮게 느껴

루시 : 아빠, 눈은 왜 펄펄 내려? 샘 : 왜냐면 눈은 펄펄 내리니까!

졌다. 어떻게 해야 그에게 다시 다가가 그의 손을 다시 잡을 수 있는지 알 수

루시 : 아빠, 머스타드 소스는 뭘 가지고 만들어?

가 없었다. 눈물의 나라란 이렇게 신비로운 곳인가 보다.

샘 : 왜냐면 노란색 케첩이니까! 루시 : 아빠, 머리는 왜 벗겨져? 샘 : 가끔씩 사람들 머리는 반짝이다가 머리카락이 부족해지면 얼굴 면적이

읽으면서 바보처럼 눈물이 났다. ‘그래. 나는 버섯이야.’라고 중얼거렸다.

넓어지는 거야. 루시 : 레이디벅(무당벌레)은 다 여자야? 아니면 다 남자야? 다 남자라면 뭐라 고 불러?

내게 끔찍한 것은 버섯. 어른들이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샘 : 그야… 비틀즈라고 해.

보지 못하는 어른들이다. 그런데 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루시 : 아빠, 하늘은 끝이 어디야? 달님은 왜 집까지 따라와? 해님은 왜 오렌

나는 그림 1호를 모자로 볼 것이다. 뭐든지 이름이 있어야

지색이야? 서머타임 1시간은 어디로 숨어? 난 아빠랑 엄마 중 누굴 더 닮

믿을 것이다. 나는 정말 버섯이 되어버렸다. 그 끔찍한 어른이

았어? 아빠. 아빠 생각엔 엄마가 돌아올까?

되어버렸다. 내 삶은 악몽이다.

샘 : 폴 메카트니도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 존 레논도 어릴 때 그랬어. 주님께서는 가끔씩 특별한 사람을 데려간대. 애니 아줌마가 한 말이야. 루시 : 아빠한테 이렇게 한 건 주님 뜻이야? 아니면 사고야?

믿고 싶지 않았다. 나는 늘 행복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내

샘 : 무슨 뜻으로 한 말이야?

삶이 악몽이라니……. 믿고 싶지 않은 게 당연했다.

루시 : 아빠가 달라서야.

앞으로 그렇게 살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샘 : 무슨 뜻인데?

계속 그렇게 살아갈 것 같았다.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고

루시 : 다른 아빠들과 달라서야.

돌이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스스로를 소년이라

샘 :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불러도, 아무리 어린 아이처럼 무책임하게 행동해도, 결국

루시 : 괜찮아, 아빠. 괜찮아! 미안해하지 마. 나는 운이 좋아. 다른 아빠들은

어른은 어른이었다. 문득 어른이면서 버섯이 아닌 어른이 떠올랐다.

공원에 같이 안 가. 샘 : 그래. 우린 운이 좋아, 그렇지?

영화를 보면서 또 바보처럼 눈물이 났다.


248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나는 그를 품에 안고 이렇게 얘기했다.

아브락사스 vol.10

249

“네가 사랑하는 그 꽃은 이제 위험하지 않아. 내가 양에게 칠 굴레를 그려 줄게. 그리고 꽃에는 울타리를 그려줄게. 그리고…….”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할지 몰랐다. 내 자신이 너무 하찮게 느껴

루시 : 아빠, 눈은 왜 펄펄 내려? 샘 : 왜냐면 눈은 펄펄 내리니까!

졌다. 어떻게 해야 그에게 다시 다가가 그의 손을 다시 잡을 수 있는지 알 수

루시 : 아빠, 머스타드 소스는 뭘 가지고 만들어?

가 없었다. 눈물의 나라란 이렇게 신비로운 곳인가 보다.

샘 : 왜냐면 노란색 케첩이니까! 루시 : 아빠, 머리는 왜 벗겨져? 샘 : 가끔씩 사람들 머리는 반짝이다가 머리카락이 부족해지면 얼굴 면적이

읽으면서 바보처럼 눈물이 났다. ‘그래. 나는 버섯이야.’라고 중얼거렸다.

넓어지는 거야. 루시 : 레이디벅(무당벌레)은 다 여자야? 아니면 다 남자야? 다 남자라면 뭐라 고 불러?

내게 끔찍한 것은 버섯. 어른들이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샘 : 그야… 비틀즈라고 해.

보지 못하는 어른들이다. 그런데 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루시 : 아빠, 하늘은 끝이 어디야? 달님은 왜 집까지 따라와? 해님은 왜 오렌

나는 그림 1호를 모자로 볼 것이다. 뭐든지 이름이 있어야

지색이야? 서머타임 1시간은 어디로 숨어? 난 아빠랑 엄마 중 누굴 더 닮

믿을 것이다. 나는 정말 버섯이 되어버렸다. 그 끔찍한 어른이

았어? 아빠. 아빠 생각엔 엄마가 돌아올까?

되어버렸다. 내 삶은 악몽이다.

샘 : 폴 메카트니도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 존 레논도 어릴 때 그랬어. 주님께서는 가끔씩 특별한 사람을 데려간대. 애니 아줌마가 한 말이야. 루시 : 아빠한테 이렇게 한 건 주님 뜻이야? 아니면 사고야?

믿고 싶지 않았다. 나는 늘 행복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내

샘 : 무슨 뜻으로 한 말이야?

삶이 악몽이라니……. 믿고 싶지 않은 게 당연했다.

루시 : 아빠가 달라서야.

앞으로 그렇게 살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샘 : 무슨 뜻인데?

계속 그렇게 살아갈 것 같았다. 나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고

루시 : 다른 아빠들과 달라서야.

돌이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스스로를 소년이라

샘 :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불러도, 아무리 어린 아이처럼 무책임하게 행동해도, 결국

루시 : 괜찮아, 아빠. 괜찮아! 미안해하지 마. 나는 운이 좋아. 다른 아빠들은

어른은 어른이었다. 문득 어른이면서 버섯이 아닌 어른이 떠올랐다.

공원에 같이 안 가. 샘 : 그래. 우린 운이 좋아, 그렇지?

영화를 보면서 또 바보처럼 눈물이 났다.


250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나는 운이 좋지 않다. 나는 공원에 가지 않는다. 정말 끔찍한

아브락사스 vol.10

251

일이다. 내 삶은 악몽이다.

당신에게 건네는 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너무 끔찍하다. 나는

결국 모르겠다. 악몽이니 뭐니 이만큼 생각했으면 많이 생각한 것 같다. 더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돈을 벌고 있다. 그러면서 글을

이상 생각해봐야 나올 것도 없고 제자리 반복일 뿐이다. 고로 여기서 악몽에

쓰고 있다. 어째서 하고 싶은 일만 하지 못하고, 하기 싫은

대한 이야기는 마치기로 한다. 대신 이런 시답잖은 글을 끝까지 읽어준 당신

일까지 같이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에게 감사의 의미로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싶은 일로 만들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친구들이 가게로 나를 찾아온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것이 즐겁다.

여기부터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쓴다. 예의를 갖춘답시

다른 사람들의 술상을 차려준다. 그것이 즐겁다. 이런 식으로

고 집에 있는 정장을 꺼내 입고, 넥타이까지 했다. 무릎을 꿇고 공손히 내 앞

나는 나를 수없이 속인다.

에 놓인 모니터에게 절하는 포즈로 타이핑을 하고 있다. 그럼 당신에게 한마

내가 울고 있는 걸 손님들이 볼 것 같다. 한 친구는 내게 그만

디 하겠다.

좀 울라고 했다. 하긴 내가 자주 울긴 한다. 아무리 자주 울어도 내가 우는 걸 다른 사람들이 보는 건 무섭다. 싫다. 두렵다. 왜?

확실한 건.

모르겠다. 그냥 싫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내가 약해진

내 삶처럼 당신의 삶도 악몽이란 것이다.

모습을 보는 게 무섭다. 나를 쉽게 해칠 것 같아서. 그러고 보면 솔직한 건 약한 것 같다. 그리고 약할 땐 버섯이 아닌 것 같다.

아니라고? 정말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끔찍하지 않은 것 같다. 악몽 맞을 걸? 난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 쉬지 않고 꼬박꼬박 쓰고 있다.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쓴다. 그리고 글을 쓸 때만큼은

당신이 당신의 삶을 악몽이라 생각하든 안 하든 내겐 별로 상관없다. 난

솔직하다. 나를 다 드러낸다. 글을 파헤치면 결국 그 안엔 내가

악몽이 좋다. 악몽도 꿈이니까. 꿈꾸는 건 좋은 거니까. 역시 단순한 게 좋다.

있다.

진지하고 어려운 건 머리만 아프지 즐겁지 않다.

최소한 글을 쓸 때만큼은 버섯이 아니다. 끔찍하지 않다. 악몽이 아니다. 정말? 정말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그건 잘 모르겠다.

이 글이 당신의 마음을 어지럽혔다면 미안하다. 사과하겠다. 잠시 일어서 겠다.


250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나는 운이 좋지 않다. 나는 공원에 가지 않는다. 정말 끔찍한

아브락사스 vol.10

251

일이다. 내 삶은 악몽이다.

당신에게 건네는 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너무 끔찍하다. 나는

결국 모르겠다. 악몽이니 뭐니 이만큼 생각했으면 많이 생각한 것 같다. 더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돈을 벌고 있다. 그러면서 글을

이상 생각해봐야 나올 것도 없고 제자리 반복일 뿐이다. 고로 여기서 악몽에

쓰고 있다. 어째서 하고 싶은 일만 하지 못하고, 하기 싫은

대한 이야기는 마치기로 한다. 대신 이런 시답잖은 글을 끝까지 읽어준 당신

일까지 같이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에게 감사의 의미로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싶은 일로 만들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친구들이 가게로 나를 찾아온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것이 즐겁다.

여기부터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쓴다. 예의를 갖춘답시

다른 사람들의 술상을 차려준다. 그것이 즐겁다. 이런 식으로

고 집에 있는 정장을 꺼내 입고, 넥타이까지 했다. 무릎을 꿇고 공손히 내 앞

나는 나를 수없이 속인다.

에 놓인 모니터에게 절하는 포즈로 타이핑을 하고 있다. 그럼 당신에게 한마

내가 울고 있는 걸 손님들이 볼 것 같다. 한 친구는 내게 그만

디 하겠다.

좀 울라고 했다. 하긴 내가 자주 울긴 한다. 아무리 자주 울어도 내가 우는 걸 다른 사람들이 보는 건 무섭다. 싫다. 두렵다. 왜?

확실한 건.

모르겠다. 그냥 싫다.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내가 약해진

내 삶처럼 당신의 삶도 악몽이란 것이다.

모습을 보는 게 무섭다. 나를 쉽게 해칠 것 같아서. 그러고 보면 솔직한 건 약한 것 같다. 그리고 약할 땐 버섯이 아닌 것 같다.

아니라고? 정말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끔찍하지 않은 것 같다. 악몽 맞을 걸? 난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다. 쉬지 않고 꼬박꼬박 쓰고 있다.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쓴다. 그리고 글을 쓸 때만큼은

당신이 당신의 삶을 악몽이라 생각하든 안 하든 내겐 별로 상관없다. 난

솔직하다. 나를 다 드러낸다. 글을 파헤치면 결국 그 안엔 내가

악몽이 좋다. 악몽도 꿈이니까. 꿈꾸는 건 좋은 거니까. 역시 단순한 게 좋다.

있다.

진지하고 어려운 건 머리만 아프지 즐겁지 않다.

최소한 글을 쓸 때만큼은 버섯이 아니다. 끔찍하지 않다. 악몽이 아니다. 정말? 정말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 그건 잘 모르겠다.

이 글이 당신의 마음을 어지럽혔다면 미안하다. 사과하겠다. 잠시 일어서 겠다.


252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아브락사스 vol.10

253

……

여러분 제 말을 믿지 마세요.

다시 무릎을 꿇고 모니터에 절하는 자세를 취한 채 타이핑을 한다.

근데 이건 소설이야 뭐야? 멋 좀 부리자면 일종의 글의

내가 일어서서 뭘 했는지 궁금하다면 알려주겠다.

콜라주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잘나가는 소설가였다면 어떤 평론가가 이런 말을 할 수도

안 궁금하다고?

있겠지.

그래도 알려줄게. 이번 김종소리의 글은 독창적인 실험정신에 입각한 그의 글쓰기 난 일어서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입을 최대한 벌린 다음에. 혀를 있는 힘껏 뺐어.

지랄하고 있네.

손으로 혀를 잡고 턱 밑으로 잡아 당겼어. 아, 평론가님 말고요. 저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메롱.

사람은 모두 살다가 죽는다. 그뿐이다. 밀란 쿤데라가 말했듯. 존재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한 번뿐인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주제에 악몽이니 뭐니 생각할 필요 없다.

결국 결론은. 악몽이든 아니든 내가 알 게 뭐야. 그럼 이 글은 왜 썼어? 그냥. 생각 한 번 해본 거지 뭐.

근데 이번 건 진짜, 꾸밈이 너무 없다. 너무 솔직해. 사람들이 이거 보고 또, 내 생각이냐고 물어볼 것 같다. 그럼 난 뭐라고 하지? 네. 혹은 아니요. 그때, 그때 내 맘대로.


252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김종소리

아브락사스 vol.10

253

……

여러분 제 말을 믿지 마세요.

다시 무릎을 꿇고 모니터에 절하는 자세를 취한 채 타이핑을 한다.

근데 이건 소설이야 뭐야? 멋 좀 부리자면 일종의 글의

내가 일어서서 뭘 했는지 궁금하다면 알려주겠다.

콜라주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잘나가는 소설가였다면 어떤 평론가가 이런 말을 할 수도

안 궁금하다고?

있겠지.

그래도 알려줄게. 이번 김종소리의 글은 독창적인 실험정신에 입각한 그의 글쓰기 난 일어서서.

자세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입을 최대한 벌린 다음에. 혀를 있는 힘껏 뺐어.

지랄하고 있네.

손으로 혀를 잡고 턱 밑으로 잡아 당겼어. 아, 평론가님 말고요. 저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메롱.

사람은 모두 살다가 죽는다. 그뿐이다. 밀란 쿤데라가 말했듯. 존재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한 번뿐인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주제에 악몽이니 뭐니 생각할 필요 없다.

결국 결론은. 악몽이든 아니든 내가 알 게 뭐야. 그럼 이 글은 왜 썼어? 그냥. 생각 한 번 해본 거지 뭐.

근데 이번 건 진짜, 꾸밈이 너무 없다. 너무 솔직해. 사람들이 이거 보고 또, 내 생각이냐고 물어볼 것 같다. 그럼 난 뭐라고 하지? 네. 혹은 아니요. 그때, 그때 내 맘대로.


254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moonmoso

255

트위터@moonmoso에 다섯 명이 돌아가며 글을 쓰고, 한 명이 삽화를 그립니다. 문장과 그림이 모여 소설이 됩니다.

그럴만두한 이야기

문장

김종소리 이동언 김세영 조우정 원보람

정리

김종소리

삽화

정지호


254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moonmoso

255

트위터@moonmoso에 다섯 명이 돌아가며 글을 쓰고, 한 명이 삽화를 그립니다. 문장과 그림이 모여 소설이 됩니다.

그럴만두한 이야기

문장

김종소리 이동언 김세영 조우정 원보람

정리

김종소리

삽화

정지호


아브락사스 vol.10

257

그 남자가 말을 걸었을 때, 난 학생식당에 혼자 앉아 숟가락으로 만두 닭개장을 휘젓고 있었다. 만두 닭개장, 식권을 사면서 생전 처음 발음해본 음식의 이름

이었는데 몇 번 떠먹는 동안 찢어진 만두피 사이로 비어져나온 만두 속이 국 물에 뒤섞여 개죽이 되었다. 은혜도 모르고 죽사발을 만들다니…. 깜짝 놀라 국그릇을 보니 만두의 절규였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그 남자 가 말을 걸었다는 놀라움에 생긴 어이없는 망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남자 는 내게 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라고 물어 왔었다. 엄지손가락으로 라이터 를 켜는 시늉까지 해가며. 나는 라이터를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이며 식당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모습을 상상했다. 불을 붙이는 건 담배 말고도 여러 가지지…이럴 수 가, 말을 건 사람은 얼굴이 터져 일그러진 만두였다. 그의 얼굴은 파편이 되 어 기름과 섞여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나는 그의 얼굴의 한 부분을 숟가락으 로 들어올렸다. 진지하게 라이터를 찾는 이 남자, 먹어버릴까? 생각했다. 그의 얼굴을 입 안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뜨거운 만두 하나가 입안에 서 터져버린 순간, 숟가락을 손에 든 채 졸고 있던 나를 깨우는 선배의 얼굴이 불어터진 만두와 꼭 닮아있어 잠이고, 식욕이고, 싹 달아나버렸다.


아브락사스 vol.10

257

그 남자가 말을 걸었을 때, 난 학생식당에 혼자 앉아 숟가락으로 만두 닭개장을 휘젓고 있었다. 만두 닭개장, 식권을 사면서 생전 처음 발음해본 음식의 이름

이었는데 몇 번 떠먹는 동안 찢어진 만두피 사이로 비어져나온 만두 속이 국 물에 뒤섞여 개죽이 되었다. 은혜도 모르고 죽사발을 만들다니…. 깜짝 놀라 국그릇을 보니 만두의 절규였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그 남자 가 말을 걸었다는 놀라움에 생긴 어이없는 망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남자 는 내게 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라고 물어 왔었다. 엄지손가락으로 라이터 를 켜는 시늉까지 해가며. 나는 라이터를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이며 식당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자의 모습을 상상했다. 불을 붙이는 건 담배 말고도 여러 가지지…이럴 수 가, 말을 건 사람은 얼굴이 터져 일그러진 만두였다. 그의 얼굴은 파편이 되 어 기름과 섞여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나는 그의 얼굴의 한 부분을 숟가락으 로 들어올렸다. 진지하게 라이터를 찾는 이 남자, 먹어버릴까? 생각했다. 그의 얼굴을 입 안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뜨거운 만두 하나가 입안에 서 터져버린 순간, 숟가락을 손에 든 채 졸고 있던 나를 깨우는 선배의 얼굴이 불어터진 만두와 꼭 닮아있어 잠이고, 식욕이고, 싹 달아나버렸다.


258

아브락사스 vol.10

259

맛을 위해 이것저것 섞인 만두는 제각기 다른 꿈을 꾸지만 성공이라는 공통 분모를 지니고 모인 우리의 모습이 아니던가, 이 만두 같은 세상!

어찌되었건 나는 지금 환상에서 깨어났고 턱으로 주르륵 흘러내린 진득 한 침부터 닦아야하는 상황인 것 같다. 너 뭐해? 라고 선배가 물었다. 나는 흐르는 침을 닦으며, 뭐 하긴요, 만두, 아니 닭개장, 아니, 그거 뭐죠? 아, 만두 닭개장, 아니, 맞나? 아무튼 선배가 사준 밥 먹잖아요, 라고 말했다. 대답하는 와중에도 잠이 쏟아진다.

담배를 피우러 선배와 밖으로 나갔는데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눈에 들어 왔다.

빨간 치마에 파란 구두를 신은 여자는 멀리서 다가오는 연두색 뉴비틀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 점점 가까워오자 여자는 긴장하는 듯 보였다. 난 못생긴 다리를 숨기려고 청바지를 입은데다가 구질구질한 선배에게 만두 닭개장 따위나 얻어먹고 담배나 뻑뻑 피우고 있는데, 제 여잔 예쁜 다리 를 뽐내려 짧은 치마를 입고서 돈 많은 남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질투가 났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차가 멈춰서기를 기다리고 있던 여자보다 더 짧은 치 마를 입은 여자가 내리기 전까지는.

뉴비틀이 까리하다며 선배는 내게 동조를 바랐고 난 선배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


258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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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위해 이것저것 섞인 만두는 제각기 다른 꿈을 꾸지만 성공이라는 공통 분모를 지니고 모인 우리의 모습이 아니던가, 이 만두 같은 세상!

어찌되었건 나는 지금 환상에서 깨어났고 턱으로 주르륵 흘러내린 진득 한 침부터 닦아야하는 상황인 것 같다. 너 뭐해? 라고 선배가 물었다. 나는 흐르는 침을 닦으며, 뭐 하긴요, 만두, 아니 닭개장, 아니, 그거 뭐죠? 아, 만두 닭개장, 아니, 맞나? 아무튼 선배가 사준 밥 먹잖아요, 라고 말했다. 대답하는 와중에도 잠이 쏟아진다.

담배를 피우러 선배와 밖으로 나갔는데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눈에 들어 왔다.

빨간 치마에 파란 구두를 신은 여자는 멀리서 다가오는 연두색 뉴비틀을 바라보고 있었다. 차가 점점 가까워오자 여자는 긴장하는 듯 보였다. 난 못생긴 다리를 숨기려고 청바지를 입은데다가 구질구질한 선배에게 만두 닭개장 따위나 얻어먹고 담배나 뻑뻑 피우고 있는데, 제 여잔 예쁜 다리 를 뽐내려 짧은 치마를 입고서 돈 많은 남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질투가 났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차가 멈춰서기를 기다리고 있던 여자보다 더 짧은 치 마를 입은 여자가 내리기 전까지는.

뉴비틀이 까리하다며 선배는 내게 동조를 바랐고 난 선배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


260

그럴만두한 이야기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네가 그 차에서 왜 내려?” “그러는 넌 담배 끊었다며?” 하고 여자가 응수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가 팔을 툭 치더니 한쪽 눈썹을 올리며 너 따위가 저런 여자를 어떻게 아느냐는 뜻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도 내가 저 여자를 알 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일 년 전이었고 화장실에서 그녀는 ‘저기 죄송한데...’라 며 말을 흘렸었다. 그녀는 얼굴이 몹시 상기되어 있었다. “담배랑 불이 있다면... 아...” 말끝을 흐리는 그녀는 손을 떨고 있었다. “저기, 제가 담배는 드릴 수 있는데, 여긴 금연이에요.” 여자와 함께 화장실 밖으로 나와 맞담배를 피웠고 여자가 울음을 터트리 는 바람에 나는 자리를 뜨지도 못하고 마냥 옆에 서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담배를 다 줄 테니 그만 울라고 했다. 그녀는 내게 세상에 서 제일 짜증나는 게 무엇인지 아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얼 굴을 쳐다보고는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가 마치 인형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짓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직접 하게 되는 거예요.” 담배를 피우는 것이 그렇게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던가 고개를 갸 웃거리다 얼굴을 붉혔다. 얼굴이 붉어진 건 동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아 름다워서 괜시리 나도 모르게 나온 호감의 표시였고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 는 매몰차게 돌아서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재수가 없어!” “저요?” 나는 예상치 못한 말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아니. 네가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떨 것 같아?” 어느새 그녀는 반말을 시 작했다.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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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두한 이야기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네가 그 차에서 왜 내려?” “그러는 넌 담배 끊었다며?” 하고 여자가 응수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가 팔을 툭 치더니 한쪽 눈썹을 올리며 너 따위가 저런 여자를 어떻게 아느냐는 뜻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도 내가 저 여자를 알 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일 년 전이었고 화장실에서 그녀는 ‘저기 죄송한데...’라 며 말을 흘렸었다. 그녀는 얼굴이 몹시 상기되어 있었다. “담배랑 불이 있다면... 아...” 말끝을 흐리는 그녀는 손을 떨고 있었다. “저기, 제가 담배는 드릴 수 있는데, 여긴 금연이에요.” 여자와 함께 화장실 밖으로 나와 맞담배를 피웠고 여자가 울음을 터트리 는 바람에 나는 자리를 뜨지도 못하고 마냥 옆에 서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담배를 다 줄 테니 그만 울라고 했다. 그녀는 내게 세상에 서 제일 짜증나는 게 무엇인지 아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얼 굴을 쳐다보고는 창백하리만큼 하얀 피부가 마치 인형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짓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직접 하게 되는 거예요.” 담배를 피우는 것이 그렇게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던가 고개를 갸 웃거리다 얼굴을 붉혔다. 얼굴이 붉어진 건 동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아 름다워서 괜시리 나도 모르게 나온 호감의 표시였고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 는 매몰차게 돌아서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재수가 없어!” “저요?” 나는 예상치 못한 말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아니. 네가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떨 것 같아?” 어느새 그녀는 반말을 시 작했다.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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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263

‘재수없어.’ 나한테 한 말이 아니라 그녀를 울게 한 누군가가 내뱉은 말인 가 보다. 그래도 담배 한 대 같이 피운 게 전부인 상대에게 반말이라니… 이 여자 한 얼굴뿐만 아니라 한 싸가지한다. 날은 어느새 지고, 그녀와 나 사이의 공간에는 찬바람이 끼어들었다. “글쎄요. 말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죠.” 나는 어색한 침묵을 깨고 대답했다. “그 사람이 뉴비틀을 탄 여자와 함께 와 내 앞에서 그 얘길 했을 때, 난 온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

그럼 쟤네 둘은 무슨 관계라는 거야? 선배가 물었다. 꼴랑 만두 닭개장 하나 사주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선배에게 ‘재수없어!’라고 외쳤다. “뭐라고?” “아니 뭐... 재수 없는 관계라고요.” 나는 어설프게 얼버무렸다. 선배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와 티격태격하는 동안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 둘은 뉴비틀을 타고 캠퍼스를 빠져나갔다. 뉴비틀이 떠나는 것을 보자 몸이 순간 비틀거렸고 선 배는 대단한 건수라도 잡은 것처럼 말했다. “쟤네는 누구냐? 너 친구처럼 보이진 않는데….” “아까 말했잖아요.” 나는 짜증이 났다. 난 선배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학교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강의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교수님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열린 창문 을 통해 바람이 불 때마다 콧구멍을 밀고 들어오는 앞자리 남학생의 땀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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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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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없어.’ 나한테 한 말이 아니라 그녀를 울게 한 누군가가 내뱉은 말인 가 보다. 그래도 담배 한 대 같이 피운 게 전부인 상대에게 반말이라니… 이 여자 한 얼굴뿐만 아니라 한 싸가지한다. 날은 어느새 지고, 그녀와 나 사이의 공간에는 찬바람이 끼어들었다. “글쎄요. 말한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겠죠.” 나는 어색한 침묵을 깨고 대답했다. “그 사람이 뉴비틀을 탄 여자와 함께 와 내 앞에서 그 얘길 했을 때, 난 온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

그럼 쟤네 둘은 무슨 관계라는 거야? 선배가 물었다. 꼴랑 만두 닭개장 하나 사주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선배에게 ‘재수없어!’라고 외쳤다. “뭐라고?” “아니 뭐... 재수 없는 관계라고요.” 나는 어설프게 얼버무렸다. 선배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와 티격태격하는 동안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 둘은 뉴비틀을 타고 캠퍼스를 빠져나갔다. 뉴비틀이 떠나는 것을 보자 몸이 순간 비틀거렸고 선 배는 대단한 건수라도 잡은 것처럼 말했다. “쟤네는 누구냐? 너 친구처럼 보이진 않는데….” “아까 말했잖아요.” 나는 짜증이 났다. 난 선배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학교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강의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교수님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열린 창문 을 통해 바람이 불 때마다 콧구멍을 밀고 들어오는 앞자리 남학생의 땀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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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두한 이야기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에 얼굴을 찌푸리다 눈꺼풀을 반쯤 닫고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서 난 온천을 즐기고 있었는데 탕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고 그 모습 들이 조금 이상해서 갸우뚱거리다가 내 모습을 봤는데 아뿔사, 나는 국그릇 의 만두였다. 숟가락 하나가 나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 았다. 무언가가 내 밑을 받치는 느낌이 들더니, 순식간에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쩍 벌어진 입속으로 옮겨지는 와중에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죄다 그놈의 만두 닭개장 때문이라고 냅다 소 리를 지르고 싶어졌지만 나는 입도 없고 뭣도 없는 그냥 만두.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난 최대한 몸을 비틀었고 숟가락에서 떨어져 국 그릇으로 들어가나 싶었는데 테이블을 굴러 바닥으로 추락했다. 묵직한 것 에 내 뒷통수를 눌러왔다. 온몸이 터져버리려고 하는 순간, 꿈에서 깼다. 수업이 끝났는지 교수님은 보이질 않고, 학생들은 부산스럽게 짐을 챙기 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조별과제 때문에 기숙사에 모여 이런저런 자료들을 펼쳐 놓고 짱개를 시키는데 번호를 꾹꾹 누르면서 군만두를 서비스로 준다면 죽 여버릴 테다, 생각했다. 사체화생설에 관한 교양수업 발표 준비는 짜장면이 오질 않아서 진전이 없었다. 한참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애지중지 기른 쥐가 주인보다 거대하게 자라서 주인의 심장을 먹고 도망 친다는 옛 이야기였다. 자연스레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본, 괴물쥐가 아기 두 명을 잡아먹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내 몸뚱이가 쥐들의 입맛에 딱 맞는 맛 과 향을 지녔다고 생각하니 오한이 든다. 식사요!

아브락사스 vol.10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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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두한 이야기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에 얼굴을 찌푸리다 눈꺼풀을 반쯤 닫고 잠에 빠져들었다.

꿈에서 난 온천을 즐기고 있었는데 탕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고 그 모습 들이 조금 이상해서 갸우뚱거리다가 내 모습을 봤는데 아뿔사, 나는 국그릇 의 만두였다. 숟가락 하나가 나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 았다. 무언가가 내 밑을 받치는 느낌이 들더니, 순식간에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쩍 벌어진 입속으로 옮겨지는 와중에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죄다 그놈의 만두 닭개장 때문이라고 냅다 소 리를 지르고 싶어졌지만 나는 입도 없고 뭣도 없는 그냥 만두.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난 최대한 몸을 비틀었고 숟가락에서 떨어져 국 그릇으로 들어가나 싶었는데 테이블을 굴러 바닥으로 추락했다. 묵직한 것 에 내 뒷통수를 눌러왔다. 온몸이 터져버리려고 하는 순간, 꿈에서 깼다. 수업이 끝났는지 교수님은 보이질 않고, 학생들은 부산스럽게 짐을 챙기 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조별과제 때문에 기숙사에 모여 이런저런 자료들을 펼쳐 놓고 짱개를 시키는데 번호를 꾹꾹 누르면서 군만두를 서비스로 준다면 죽 여버릴 테다, 생각했다. 사체화생설에 관한 교양수업 발표 준비는 짜장면이 오질 않아서 진전이 없었다. 한참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애지중지 기른 쥐가 주인보다 거대하게 자라서 주인의 심장을 먹고 도망 친다는 옛 이야기였다. 자연스레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본, 괴물쥐가 아기 두 명을 잡아먹었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내 몸뚱이가 쥐들의 입맛에 딱 맞는 맛 과 향을 지녔다고 생각하니 오한이 든다. 식사요!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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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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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쥐 생각은 잠시 미뤄두고 아무도 나서서 열지 않는 문을 열었는데 맙 소사, 배달원이… 쥐의 얼굴을 한 채 서 있었다. 겨우 짜장면 한 그릇을 미끼로 내 심장을 뜯어먹으러 온 건 아닐 테지. 쥐 얼굴을 한 배달원은 태연하게 철가방을 내려놓고 짜장면을 꺼내는데, 같은 조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 짜장면을 받았다. 나는 쥐가 건넨 거스름돈을 받아 챙기고 서둘러 문을 닫았다. 배달원이 쥐 같지 않냐는 나의 물음에 아이들은 그런 사람이 한 두 명이 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한 녀석은 재수 없게 쥐 얘기를 한다며 나에게 화 를 냈다. 정작 화를 낸 녀석의 얼굴도 만만찮았는데 말이다. 쥐를 생각하다보니 짜장면의 새카만 속을 들추기가 무서워졌다. 머릿속 에 짜장면, 만두, 닭개장, 쥐, 아기 두 명, 다시 짜장면, 만두, 닭개장, 쥐, 아기 두 명이 연달아 떠오르더니 갑자기 선배의 얼굴이 그려졌고, 난 입을 틀어 막 으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것이 쥐떼인지 뭉개진 만두인지 나는 눈을 감고서 변기통을 붙들고 죄다 게워냈다. 구토는 눈물을 동반했고 눈이 불어진 채 나 온 나는 누가 봐도 울은 애였다. “야! 울었어?” “아니.” 라고 대답하면서 웃어보였다. 이게 모두 다 선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식당에서 만두 닭개장 먹은 사람?” 다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너 관심받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 거야, 다들?” 난 어이가 없었고, 이게 다 선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 선배, 못생긴 선배, 선배,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부에서 선배의 이 름을… 김지만 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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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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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쥐 생각은 잠시 미뤄두고 아무도 나서서 열지 않는 문을 열었는데 맙 소사, 배달원이… 쥐의 얼굴을 한 채 서 있었다. 겨우 짜장면 한 그릇을 미끼로 내 심장을 뜯어먹으러 온 건 아닐 테지. 쥐 얼굴을 한 배달원은 태연하게 철가방을 내려놓고 짜장면을 꺼내는데, 같은 조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 짜장면을 받았다. 나는 쥐가 건넨 거스름돈을 받아 챙기고 서둘러 문을 닫았다. 배달원이 쥐 같지 않냐는 나의 물음에 아이들은 그런 사람이 한 두 명이 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한 녀석은 재수 없게 쥐 얘기를 한다며 나에게 화 를 냈다. 정작 화를 낸 녀석의 얼굴도 만만찮았는데 말이다. 쥐를 생각하다보니 짜장면의 새카만 속을 들추기가 무서워졌다. 머릿속 에 짜장면, 만두, 닭개장, 쥐, 아기 두 명, 다시 짜장면, 만두, 닭개장, 쥐, 아기 두 명이 연달아 떠오르더니 갑자기 선배의 얼굴이 그려졌고, 난 입을 틀어 막 으며 화장실로 달려갔다.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것이 쥐떼인지 뭉개진 만두인지 나는 눈을 감고서 변기통을 붙들고 죄다 게워냈다. 구토는 눈물을 동반했고 눈이 불어진 채 나 온 나는 누가 봐도 울은 애였다. “야! 울었어?” “아니.” 라고 대답하면서 웃어보였다. 이게 모두 다 선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식당에서 만두 닭개장 먹은 사람?” 다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너 관심받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 거야, 다들?” 난 어이가 없었고, 이게 다 선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 선배, 못생긴 선배, 선배,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부에서 선배의 이 름을… 김지만 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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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두한 이야기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신호음이 울리는 내내 선배의 재수 없는 입매와 재수 없는 웃음소리와 재 수 없는 걸음걸이 따위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야. 누가 요금 그냥 전화 쓰냐? 무료통화 몰라? 돈 아낄 줄 몰라? 아…너 스마트폰 아니지? 너 안 바꾸냐? 그거 민폐야 민폐.” 나는 그를 더 용서하기 힘들어졌음을 느끼고 어디냐고 물었다. “학교 앞 빕스야.” 밥값 비싼 빕스에 앉아서 무료통화를 운운하는 선배의 모습을 상상하니 화가 더 치미는 기분이 들었다. 조발표고 뭐고, 일단 선배를 만나 어떻게든 해야 속이 풀릴 것 같아서 기 숙사를 뛰쳐나갔다.

나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따라붙는 직원의 안내를 무시하고 가게 안을 휘 휘 둘러보았다. 선배새끼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이 기도 했지만 그의 하와이안 셔츠가 눈에 확 들어와서였다. 선배 옆엔 뉴비틀 에서 내련던 여자도 같이 있었다. 선배가 포크로 나를 가리키자 그 여자도 쳐 다보았다. 얼굴 예쁘고 다리 예쁜 모르는 여자한텐 빕스고, 얼굴 안 예쁘고 다리 안 예쁜 과 후배한텐 세상에 뭐 이런 음식이 다 있나 싶은 만두 닭개장 따위다 이 거지? 테이블 앞에 서서 빽 소리를 지르려다 참기로 했다, 꼬장은 공공장소말고 다른 데서. “당신은 정말 재수 없어.” 일단 여자에게 쏘아 붙이자 여자의 우물거리던 입이 삐죽 나오고, 꼬셔보려고 안달이 난 선배는 당황했는지 나에게 샐러드 라도 먹으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여긴 닭개장 같은 건 안 파나 보죠? “있어도 안 먹지. 아까 먹었는데.” 스테이크를 자르며 선배가 말했다.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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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두한 이야기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신호음이 울리는 내내 선배의 재수 없는 입매와 재수 없는 웃음소리와 재 수 없는 걸음걸이 따위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야. 누가 요금 그냥 전화 쓰냐? 무료통화 몰라? 돈 아낄 줄 몰라? 아…너 스마트폰 아니지? 너 안 바꾸냐? 그거 민폐야 민폐.” 나는 그를 더 용서하기 힘들어졌음을 느끼고 어디냐고 물었다. “학교 앞 빕스야.” 밥값 비싼 빕스에 앉아서 무료통화를 운운하는 선배의 모습을 상상하니 화가 더 치미는 기분이 들었다. 조발표고 뭐고, 일단 선배를 만나 어떻게든 해야 속이 풀릴 것 같아서 기 숙사를 뛰쳐나갔다.

나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따라붙는 직원의 안내를 무시하고 가게 안을 휘 휘 둘러보았다. 선배새끼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이 기도 했지만 그의 하와이안 셔츠가 눈에 확 들어와서였다. 선배 옆엔 뉴비틀 에서 내련던 여자도 같이 있었다. 선배가 포크로 나를 가리키자 그 여자도 쳐 다보았다. 얼굴 예쁘고 다리 예쁜 모르는 여자한텐 빕스고, 얼굴 안 예쁘고 다리 안 예쁜 과 후배한텐 세상에 뭐 이런 음식이 다 있나 싶은 만두 닭개장 따위다 이 거지? 테이블 앞에 서서 빽 소리를 지르려다 참기로 했다, 꼬장은 공공장소말고 다른 데서. “당신은 정말 재수 없어.” 일단 여자에게 쏘아 붙이자 여자의 우물거리던 입이 삐죽 나오고, 꼬셔보려고 안달이 난 선배는 당황했는지 나에게 샐러드 라도 먹으라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했다. “여긴 닭개장 같은 건 안 파나 보죠? “있어도 안 먹지. 아까 먹었는데.” 스테이크를 자르며 선배가 말했다.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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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두한 이야기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그럼 만두는요?” “여긴 중국집 아니거든요.” 삐죽거리던 여자가 한방을 날렸고 의외의 공 격에 당황해서 잠시 말문이 막혔는데 이따다 싶었는지 선배는 “이제 좀 가주 겠니?”라며 더 이상의 관심은 없다는 뉘앙스를 분명히 했다. “아까부터 왜 그리 만두 타령이야?” 이죽거림을 뒤로한 채 옆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직원이 다가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혹시 이 손님분과 싸우러 오신 거면 이 손님분이 식사 마친 뒤에 나가시 면 싸워주세요. 다른 분들게 폐가 되니까요.” “너 나랑 싸우러 온 거냐?” 선배는 입 안 가득 찬 음식을 우물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더 이상 물어보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어섰는데 내 손에는 포세이돈의 삼지창 축소판인 포크가 쥐어져 있었다. 영화 속 마초들처럼 테이블 위에 포크를 꽂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현실 속에 있었기에 힘없이 포크를 내려놓았다. 라는 문장을 머릿속에 쓰고 있는 데, 몸이 멋대로 움직이더니 선배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포크로 내리찍었고, 입은 멋대로 “네 눈엔 다리 얇은 년만 여자냐 선배, 이 개새끼야!”라고 외쳤으 며, 눈에선 멋대로 뜨거운 물이 차올랐다. “뭐야, 너도 고기 사달라는 거였어?” 선배는 포크를 만지작거리며 울고있 는 내게 휴지와 메뉴판을 내밀었다. “고기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고기 못 먹어서 안달 난 것 같냐!” 선배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소리를 빽 지르며 메뉴판으로 테이블 위 음식들 을 확 쓸어버렸다. 선배의 자존심 같은 접시들이 바닥의 타일과 부딪히며 깨졌다.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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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두한 이야기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그럼 만두는요?” “여긴 중국집 아니거든요.” 삐죽거리던 여자가 한방을 날렸고 의외의 공 격에 당황해서 잠시 말문이 막혔는데 이따다 싶었는지 선배는 “이제 좀 가주 겠니?”라며 더 이상의 관심은 없다는 뉘앙스를 분명히 했다. “아까부터 왜 그리 만두 타령이야?” 이죽거림을 뒤로한 채 옆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직원이 다가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혹시 이 손님분과 싸우러 오신 거면 이 손님분이 식사 마친 뒤에 나가시 면 싸워주세요. 다른 분들게 폐가 되니까요.” “너 나랑 싸우러 온 거냐?” 선배는 입 안 가득 찬 음식을 우물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더 이상 물어보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어섰는데 내 손에는 포세이돈의 삼지창 축소판인 포크가 쥐어져 있었다. 영화 속 마초들처럼 테이블 위에 포크를 꽂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현실 속에 있었기에 힘없이 포크를 내려놓았다. 라는 문장을 머릿속에 쓰고 있는 데, 몸이 멋대로 움직이더니 선배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포크로 내리찍었고, 입은 멋대로 “네 눈엔 다리 얇은 년만 여자냐 선배, 이 개새끼야!”라고 외쳤으 며, 눈에선 멋대로 뜨거운 물이 차올랐다. “뭐야, 너도 고기 사달라는 거였어?” 선배는 포크를 만지작거리며 울고있 는 내게 휴지와 메뉴판을 내밀었다. “고기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고기 못 먹어서 안달 난 것 같냐!” 선배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소리를 빽 지르며 메뉴판으로 테이블 위 음식들 을 확 쓸어버렸다. 선배의 자존심 같은 접시들이 바닥의 타일과 부딪히며 깨졌다.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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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두한 이야기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막상 일을 저지르고 보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다리 예쁜 여자는 놀라서 일어났고, 선배는 얼빠진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당신 나 알죠?” 여자는 멍청히 나를 올려다본다.

아브락사스 vol.10

273

선배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은 머리카락을 뜯겨서였고 너무 쉽게 빠진 그 의 머리카락들이 사실 가발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여자가 선배에게 말했다.

그러나 여자는 이내 눈빛이 바뀌더니 터진 만두 같은 년이라며 포문을 열 었고, 정신병자, 사이코라며 내 정신 상태를 비하하더니 끝내 유년시절에 가

“어이 없는 새끼!”

끔 들리곤 했던 “유 헤드 빙빙?”이란 콩글리시로 날 어처구니 없게 만들었다. 갑자기 선배의 얼굴이 새빨게졌다. 그리곤 오늘 여기서 다 같이 죽자고 나는 여자의 뺨을 갈겼다.

하더니 나와 여자의 목을 양손으로 콱 잡았다. 순간, 현기증이 나는가 싶더니 — 모르겠다, 이후의 반나절이 기억에 없다.

여자는 몸을 떨더니 이내 손을 들어 내 뺨을 때렸다. 대머리는 힘이 세다는데 진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번쩍, 햇빛 왼손으로 뺨을 만지며 오른손으로 여자의 뺨을 한 대 더 갈겼다.

을 반사하는 선배의 민머리가 보였고 이곳이 선배의 옥탑방이란 것을 깨달 았을 때쯤 구석에 여자가 나처럼 손발이 묶여 있는 것도 보였다. 그러나 너무

선배는 당황했는지 여자와 내 손목을 잡고 계산대 앞에서 주머니를 뒤적 였다. “지갑을 두고 왔나…” 어처구니가 완전 소멸될 듯한 멘트를 날린 선배는 나에게 돈 좀 빌려달라는 2차 멘트를 날렸다. “싫은데요?”

어이없게도 두 손에 묶여 있던 매듭이 스르륵 풀렸다. 선배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여자를 흔들어 깨웠다. 아무리 흔들어도 여자가 깨어나질 않아 깨우길 포기하고, 나는 혼자서 옥탑방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슈퍼에 들려 만두 피와 다진 돼지고기와 부추, 두부, 선배의 머리카락 한 줌을 샀다. 나는 만두 닭개장을 끓이기 시작했다. 사온 재료 중 머리카락이 남았고

말을 마치자마자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문을 나섰다. 선배가 뒤따라 나

폴리쥬스가 되는 게 아닐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기에

와 내 어깨를 잡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배의 시야

당면 대신 머리카락을 송송 넣었다. 거품이 한 번 끓어올랐던 냄비 안에 남자

를 벗어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의 얼굴이 떠올랐고, 머리카락과 한데 섞였다. 망설임없이 포크로 돌돌 말아

얼마 지나지 않아 연두색 뉴비틀이 뒤에서 따라 붙은 걸 느꼈고, 머리꼭

입 안에 넣고 먹기 시작했다.

질 갈아 마셔버릴 년이란 무시무시한 말도 들렸다.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세

선배 이 개개끼, 냠냠, 쩝쩝, 후루룩 후루룩, 스비스비, 으룩, 우적우적, 쥐

운 왼손을 얼굴 옆으로 들어올렸다. 여자가 차를 세우더니 내려서 내 머리카

새끼 같은 새끼, 파닥, 후드득, 아그작 아그작, 대머리 새끼, 죽일 거야, 우그

락을 잡았다.

득 아다닥, 쩝쩝, 맛있네 만두 닭개장, 뭐 이런 소리들이 났다.

정말 속에서 열불이 나고 미쳐버릴 것처럼 화가 나서, 있는 힘을 다해 여 자의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꽥꽥 소리를 질렀다. 싸움을 말리기 위해 끼어든 선배도 머리채를 잡히는 바람에 세 사람이 얽혀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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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두한 이야기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막상 일을 저지르고 보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다리 예쁜 여자는 놀라서 일어났고, 선배는 얼빠진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당신 나 알죠?” 여자는 멍청히 나를 올려다본다.

아브락사스 vol.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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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은 머리카락을 뜯겨서였고 너무 쉽게 빠진 그 의 머리카락들이 사실 가발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여자가 선배에게 말했다.

그러나 여자는 이내 눈빛이 바뀌더니 터진 만두 같은 년이라며 포문을 열 었고, 정신병자, 사이코라며 내 정신 상태를 비하하더니 끝내 유년시절에 가

“어이 없는 새끼!”

끔 들리곤 했던 “유 헤드 빙빙?”이란 콩글리시로 날 어처구니 없게 만들었다. 갑자기 선배의 얼굴이 새빨게졌다. 그리곤 오늘 여기서 다 같이 죽자고 나는 여자의 뺨을 갈겼다.

하더니 나와 여자의 목을 양손으로 콱 잡았다. 순간, 현기증이 나는가 싶더니 — 모르겠다, 이후의 반나절이 기억에 없다.

여자는 몸을 떨더니 이내 손을 들어 내 뺨을 때렸다. 대머리는 힘이 세다는데 진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번쩍, 햇빛 왼손으로 뺨을 만지며 오른손으로 여자의 뺨을 한 대 더 갈겼다.

을 반사하는 선배의 민머리가 보였고 이곳이 선배의 옥탑방이란 것을 깨달 았을 때쯤 구석에 여자가 나처럼 손발이 묶여 있는 것도 보였다. 그러나 너무

선배는 당황했는지 여자와 내 손목을 잡고 계산대 앞에서 주머니를 뒤적 였다. “지갑을 두고 왔나…” 어처구니가 완전 소멸될 듯한 멘트를 날린 선배는 나에게 돈 좀 빌려달라는 2차 멘트를 날렸다. “싫은데요?”

어이없게도 두 손에 묶여 있던 매듭이 스르륵 풀렸다. 선배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여자를 흔들어 깨웠다. 아무리 흔들어도 여자가 깨어나질 않아 깨우길 포기하고, 나는 혼자서 옥탑방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슈퍼에 들려 만두 피와 다진 돼지고기와 부추, 두부, 선배의 머리카락 한 줌을 샀다. 나는 만두 닭개장을 끓이기 시작했다. 사온 재료 중 머리카락이 남았고

말을 마치자마자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문을 나섰다. 선배가 뒤따라 나

폴리쥬스가 되는 게 아닐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기에

와 내 어깨를 잡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배의 시야

당면 대신 머리카락을 송송 넣었다. 거품이 한 번 끓어올랐던 냄비 안에 남자

를 벗어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의 얼굴이 떠올랐고, 머리카락과 한데 섞였다. 망설임없이 포크로 돌돌 말아

얼마 지나지 않아 연두색 뉴비틀이 뒤에서 따라 붙은 걸 느꼈고, 머리꼭

입 안에 넣고 먹기 시작했다.

질 갈아 마셔버릴 년이란 무시무시한 말도 들렸다.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세

선배 이 개개끼, 냠냠, 쩝쩝, 후루룩 후루룩, 스비스비, 으룩, 우적우적, 쥐

운 왼손을 얼굴 옆으로 들어올렸다. 여자가 차를 세우더니 내려서 내 머리카

새끼 같은 새끼, 파닥, 후드득, 아그작 아그작, 대머리 새끼, 죽일 거야, 우그

락을 잡았다.

득 아다닥, 쩝쩝, 맛있네 만두 닭개장, 뭐 이런 소리들이 났다.

정말 속에서 열불이 나고 미쳐버릴 것처럼 화가 나서, 있는 힘을 다해 여 자의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꽥꽥 소리를 질렀다. 싸움을 말리기 위해 끼어든 선배도 머리채를 잡히는 바람에 세 사람이 얽혀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다음호 주제 예고

vol.11

275

아브락사스 vol.10

박원희가 만든 조각

아브락사스 11호 주제는 〘박원희가 만든 조각〙입니다. 다음 이미지를 보고 작업해주시면 됩니다. 주시는 작품은 전부 아브락사스 11호에 실어드립니다. 따로 비용은 들지 않고, 고료도 드리지 못하는 대신 아브락사스 11호를 한 권 드립니다. 주제 이미지는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abraxaszine.com/ 스마트폰에서는 QR코드 인식 어플로도 접속 가능합니다.

〘상처1〙, 철, 30 x 3 x 70 cm


다음호 주제 예고

vol.11

275

아브락사스 vol.10

박원희가 만든 조각

아브락사스 11호 주제는 〘박원희가 만든 조각〙입니다. 다음 이미지를 보고 작업해주시면 됩니다. 주시는 작품은 전부 아브락사스 11호에 실어드립니다. 따로 비용은 들지 않고, 고료도 드리지 못하는 대신 아브락사스 11호를 한 권 드립니다. 주제 이미지는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abraxaszine.com/ 스마트폰에서는 QR코드 인식 어플로도 접속 가능합니다.

〘상처1〙, 철, 30 x 3 x 70 cm


276

박원희가 만든 조각

vol.11

277

아브락사스 vol.10

글, 그림/사진 등 책 안에서 구현이 가능한 어떤 형식도, 개인작업/합작도 환영합니다. 이미지 작업의 경우 : jpg, eps, psd, pdf 파일 ` 규격 (배경이 있는 이미지의 경우 사방 + 3mm)

❶ 148×210mm

❷ 297×210mm

(154×216mm)

(303×216mm)

(154)

(303)

148

297

210

(216)

210

` 해상도 300dpi ` 흑백 Grayscale

작품과 함께 간단한 프로필(이름, 나이, 성별 포함)과 연락처(연락 가능한 핸드폰 번호나 이메일주소, 홈페이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작업노트(주제를 어떻게 작업으로 진행시켰는지에 관한)를 jongsoriz@naver.com으로 2011년 10월 10일까지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상처2〙, 철, 30 x 20 x 60 cm

mm


276

박원희가 만든 조각

vol.11

277

아브락사스 vol.10

글, 그림/사진 등 책 안에서 구현이 가능한 어떤 형식도, 개인작업/합작도 환영합니다. 이미지 작업의 경우 : jpg, eps, psd, pdf 파일 ` 규격 (배경이 있는 이미지의 경우 사방 + 3mm)

❶ 148×210mm

❷ 297×210mm

(154×216mm)

(303×216mm)

(154)

(303)

148

297

210

(216)

210

` 해상도 300dpi ` 흑백 Grayscale

작품과 함께 간단한 프로필(이름, 나이, 성별 포함)과 연락처(연락 가능한 핸드폰 번호나 이메일주소, 홈페이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작업노트(주제를 어떻게 작업으로 진행시켰는지에 관한)를 jongsoriz@naver.com으로 2011년 10월 10일까지 보내주시면 됩니다.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상처2〙, 철, 30 x 20 x 60 cm

mm


판매처 기획/편집

김종소리

작품

김예슬

asura_asumos@hotmail.com

김종소리

jongsoriz@naver.com, @jongsoriz

박미정

서울 가가린

종로구 창성동 122-12

02 736 9005

ozful@naver.com

낙타

마포구 서교동 333-18 2층

02 6405 3189

박선희

p.sunism@gmail.com

더 북 소사이어티

마포구 상수동 331-8

thebooksociety.org

샤르봉

sharbong.net

오재영

united_93@naver.com

유어마인드

마포구 서교동 326-29 5층

your-mind.com

이동언

machmaker@naver.com

이음

종로구 혜화동 197-1

02 766 9992

이상협

arkdang@naver.com fabrique.egloos.com

101호 사케집

서울 마포구 서교동 328-15

02 3143 1015

이원희 이향경

pink0425@naver.com, hyanglee.com

정지호

blog.naver.com/jjihojjiho

정가희

onlyhazy@hanmail.net, cyworld.com/onlyhazy

조우정

eskicho@gmail.com

지혜신

wendysmith23@gmail.com

금정구 장전1동 233-31

blog.naver.com

디자인

장지혜

jihe.jang@gmail.com

발행

김종소리

발행일

2011. 7. 30

문의

abraxasazine.com, @abraxaszine

부산 샵 메이커즈

/shopmakers

jongsoriz@naver.com 이곳에 실린 작품의 저작권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무단으로 따라하시거나 가져다 쓰시면 안 됩니다. copyright©2011 abraxas all rights reserved

프롬 더 북스

남구 대연3동 511-3

greengre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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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김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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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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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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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락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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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으로 시작하는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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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1 샤르봉의 파리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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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rld’s End

그날 아침

To See is To Believe

결국엔 복수

서쪽 숲

세상의 끝 보이저, 보이저

인터뷰?

이상협

세상의 끝, 김종소리

지혜신

정가희

샤르봉

김예슬 박선희

두 번 울고, 두 번 절하며

다시 태어나자

구름일기

편지

ㅇㅇ과 영영과 00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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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두한 이야기

이상하고 아름다운

연재 2 문장 모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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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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